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危機의 韓半島 2021- 11/ 11월 03일 美 ‘핵 선제 불사용’ 땐 핵우산 무의미 - 11월 19일 북한 “유엔 北인권결의안 전면 배격

상림은내고향 2021. 12. 4. 16:18

危機의 韓半島 2021- 11/

11월 03일 美 ‘핵 선제 불사용’ 땐 핵우산 무의미

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국제정치학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내년 1월 발간 예정인 ‘핵태세 검토 보고서’에서 ‘핵 선제 불사용 원칙(No first use)’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나토(NATO)와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원칙이 채택될 경우 6차례 핵실험을 거쳐 60개 정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은 미국의 핵 선제공격과 핵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제든지 핵 공격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한국은 북한의 핵 위협과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핵 선제 불사용 원칙뿐만 아니라, 핵을 미 본토 방어를 위해서만 사용한다는 ‘단일 목적’ 원칙도 이 보고서에 담을 것으로 알려진다. 이 두 원칙이 미국 핵전략으로 확립될 경우 미국의 한국과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는 ‘찢어진 핵우산’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핵전략 상황 변화에 맞게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의 핵무기를 억제하고 궁극적으로 폐기 처분하기 위해 새로운 ‘맞춤형 핵 억지 방안’을 마련하긴커녕 기존 ‘핵 선제공격 원칙’을 포기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북한이 ICBM으로 미국 대도시를 공격해 수백만 명이 희생당한다고 할 경우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해 과연 미국이 한국에 대한 ‘핵우산’을 제공할 것인가 하는 의문은 계속 제기돼 왔다. 미국은 한국은 물론 나토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핵우산을 실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애초에 핵우산은 찢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런 와중에 바이든 행정부가 핵 선제 사용 원칙을 포기한다면 미국의 핵우산 신뢰도는 완전히 무너질 것이고, 한국과 동맹국들은 자체 핵 개발을 포함한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 소형화·경량화에 성공했고, 미사일에 탑재해 한국을 공격하기 위해 실전 배치를 마친 상태다. 북한 핵 위기는 협상을 통해 해결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6자회담, 미북 및 남북 정상회담 등 회담이라는 회담은 모두 해 봤지만 북핵 폐기에 실패했고, 북한의 핵 보유량은 늘어만 간다.


이런 식으로 북핵 위기 상황이 더 악화하면 한국은 미국에 ‘나토식 핵공유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한국에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반입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미국은 나토 5개국의 미 공군기지에 B61 전술핵무기를 200기 배치해 놓고 유사시 동맹국의 비행기에 실어 투하할 수 있는 핵공유협정을 체결해 두고 있다. 미국은 왜 북핵 위협에 직면한 한국에 대해서 나토 핵공유국들과 달리 전략적 차별 대우를 하는 것인가? 미국의 부당한 차별대우 때문에 대한민국만 북한의 핵 위협 앞에서 미국의 ‘찢어진 핵우산’을 들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이 한국과 핵공유협정을 맺지 않고 한국에 전술핵을 재반입해 공동 운용하기를 거부한다면 한국도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고 자체 핵무장에 나서야 할 때가 됐다. 이 조약 제10조는 조약 당사국이 비상상태로 인해 국가 생존이라는 최고의 이익이 침해받을 경우 조약국들에 3개월 전에 통보만 하면 탈퇴할 수 있게 돼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미국이 ‘핵 선제 불사용 원칙’을 채택하고 한국의 ‘나토식 핵공유협정’ 체결 요구를 거부하면 이제 한국도 NPT를 탈퇴하고 핵 개발에 나서는 길밖에 없다.

문화일보

 

11월 04일 탈원전 표리부동, 독재자와 민주 운운…文 또 망신 외교

문재인 대통령이 국빈방문 중인 헝가리에서 형식은 물론 내용도 뒤죽박죽인 외교로 국가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3일 아데르 야노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오르반 빅토르 총리와 업무 오찬을 했다. 헝가리는 의원내각제 국가여서 실질적 권한은 총리가 갖고 있고, 대통령은 의회에서 선출되는 명예직인데 의전상 국가원수와 회담하고, 정작 실권자와는 의례적 대화만 한 셈이다.


아데르 대통령은 공동 언론 발표에서 “양국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약속했고, 원전 에너지 사용 없인 불가하다는 의향을 갖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과 탄소중립을 병행하려고 하는데, 헝가리 대통령은 ‘원전 없는 탄소중립은 안 된다’는 공감대를 밝힌 것이다. 뒤늦게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회담에서 한 얘기는 그간 해왔던 얘기”라고 했다. 이런 발표가 나온 것부터 해괴한 일이지만, 진의와 다르면 그 자리에서 바로잡았어야 했다. 원전 중요성 언급엔 적당히 맞장구치고, 국내에선 탈원전을 계속하는 표리부동의 또 다른 사례로 비친다.


압권은 문 대통령이 오르반 총리와 만나 “축구는 민주적인 운동” 등 ‘민주’를 화두로 한담한 것이다. 유럽의 대표적 독재자와 이런 얘기를 한 것 자체가 난센스다. 앞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 대통령 면담 때 방북 의지를 밝혔다고 했다가 “따뜻한 나라 아르헨티나 출신” 운운하며 발뺌해 “아르헨티나에도 스키장 있다”는 국제 조롱을 자초했다. 망신 외교의 끝이 안 보일 정도다.

문화일보 사설

 

11.08 “北 내버려 두라”는 美의 속내

미국 외교·안보 정책에서 북한 이슈가 갈수록 ‘뒷전’으로 밀리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이 영변 핵(核) 시설을 재가동하고, 신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로 도발해도 바이든 정부는 “대화하자”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 국무부를 출입하는 한 미국 기자는 “북한 문제를 방치했던 오바마 행정부 때도 대북 정책에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은 붙여줬다. 이번엔 그마저도 안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올해 초만 해도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가 컸다고 한다. 북핵에 대한 한·미·일 3각 공조, 북한과의 직접 협상 등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평화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중 갈등 격화, 아프간 사태 등이 겹치면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식었다. 국내적으로도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 경제 둔화 등으로 지지율이 계속 추락하자 바이든 대통령의 눈은 북한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단순히 여력이 없어서일까. 워싱턴의 한 외교 인사는 “미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좀처럼 입 밖으로 내지 않는 ‘속마음’은 따로 있다”고 했다. “미 정책 입안자들은 북 정권이 ‘적절한 관리(proper management)’하에 있다면 그 정도만으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북핵은 이미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북이 미 본토를 직접 위협하지 않는 한 ‘우선 현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유엔군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 겸임)은 지난 1월 4일(현지시간) 현재로선 북한의 도발 징후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한미연합사

 

지난달 별세한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은 지난 7월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대북 관여론자’인 그는 재임 당시 수차례 “북핵 위기 해소가 시급하다”고 했었다. 그런데 32년간 알고 지낸 막역한 사이인 우드워드에겐 ‘속내’를 터놨다. 파월은 “그(김정은)는 ‘자폭 행위’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절대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작은 얼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라”고도 했다.

 

실제 바이든 정부의 목표가 이 정도 수준에 머문다면 ‘북핵 폐기’는커녕 ‘동결’도 요원하다. 그 결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북의 위협에 직접 노출돼 있는 한국 국민이다. 영원히 핵의 공포에 떠는 ‘북핵 인질’이 될 판이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임기 말 종전 선언 이벤트에만 몰두하고 있다.

 

대선판에서도 북핵 위협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해법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지난 5일 “(문재인 정부가) 대체로 잘했다는 건 남북 관계 관리”라며 “(북한과) 극단적 대결, 대립 갈등까지 안 가게 관리되는 건 성과”라고 했다. 먼 나라 미국 관리들이 생각으로만 되뇔 이야기를 느긋하게 내놓는다. 날로 고도화되는 북핵이 남 일인가.

조선일보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11.08 한국이 꺼낸 종전선언, 美 “문재인 정부의 희망적 사고”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달 24일 서울에서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마쳤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12일(현지시간) 한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 측과 협의를 마친 뒤 “우리가 생각하는 종전선언 구상을 상세히 설명했고, 우리 입장에 대한 미국의 이해가 깊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외교전문가의 상황 진단
“북이 먼저 비핵화 시작하면 검토
한·미 동맹 차원서 반박하지 않아
주한미군 철수론 불거질 우려도”

일주일 뒤 워싱턴에서 또 다른 한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종전선언은)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계기로서 상당히 유용하다는 한·미 간 공감대가 있다”면서“미국은 성명 채택 시 어떤 영향이 있을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내부적으로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 변호사들이 종전선언 문안에 대해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이 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전쟁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워싱턴의 동아태 전문가들이 전하는 미국 정부의 기류는 전혀 다르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종전선언에 대해 “우리는 각 단계의 정확한 순서나 시기, 조건에 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며 양국 간 이견을 시사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의 얘기는 이보다 더 직설적이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서밋(뉴저지주)=박현영 특파원]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지난달 28일 인터뷰에서 “미국의 입장은 항상 (종전선언은) 북한 및 다른 나라와 대화 속에서 고려하고 논의해야 하며, 비핵화의 맥락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전선언은 북한이 어쩌면 비핵화에 대해 생각해 볼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북한에 일방적으로 주는 선물이 아니다”라면서 “북한이 진지하게 비핵화 절차를 시작하면 검토할 수 있다는 게 미국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반대로 행동"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특히 “한국 정부는 스스로 열정에 포로로 잡혀 있다”면서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가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한국과 결이 다른데도 한국 관료 발언을 반박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은 동맹 강화 및 협력을 외교 정책 전면에 내걸었다. 한·미 동맹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매우 분명하게 보여준 트럼프 행정부와 모든 면에서 100% 반대로 행동하려고 한다. 가까운 동맹인 한국의 대통령 제안을 공개적으로 반박해 체면을 깎아내리지 않으려는 것이다."

 

북·미 교착상태에 타개책이 있을까.

"한국 정부의 절박함(desperation)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은 서로 꼼짝할 수 없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나는 현재를 '안정적인 교착(stable stalemate)'이라고 부른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또는 핵 실험을 재개하거나,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한 이대로 지속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을 가능성은.

"ICBM 시험 발사나 핵 도발을 하면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깜짝 놀랄 정도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정치적 이유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미국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너무 모른다. 이럴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북·미가 위기로 치달은) 2017년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미국이 북핵 문제에 있어 중국의 협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라는 자극제(irritant)가 있는 게 중국에 유리하고,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이 원하는 것은 무엇도 해주고 싶지 않다는 정서가 중국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목표는 핵 보유가 아니라 체제 유지에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핵을 포기하면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신뢰를 주고 설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정은에 외교적 승리 줄 수 없어"

워싱턴의 다른 한국통 전문가들에게서도 종전선언에 대해 비슷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최근 온라인 좌담회 ‘캐피털 케이블’에서 “누구도 평화에 반대하지 않지만, 북한이 계속 무기를 개발하는 현실이 평화와 거리가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종전을 일단 선언하면 왜 아직도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느냐는 문제가 당장 불거질 수 있다”면서 “이를 계기로 북한 뿐 아니라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한반도 담당 국장은 “종전선언 논의가 진전되면 적대시 정책 철회와 주한미군 주둔 및 한·미동맹에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북한의 전략은 국제사회로부터 합법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인데, 종전을 선언해버리면 핵을 가진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합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전문가를 인용해 “북한이 반복적으로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며 긴장을 끌어올리는 와중에 바이든 대통령은 대가를 확보하지 않은 채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외교적 승리를 안겨주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밋(뉴저지주)=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11월 08일 ‘국군포로 첫 명시’ 유엔 인권案마저 외면 땐 국가 포기

정부가 연말 유엔총회에서 채택될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또 빠졌다고 한다. 2019년부터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사항 고려”를 내세우며 공동제안에 불참한 문재인 정부의 이런 태도는 어떻게든 김정은 비위를 맞춰 임기말 쇼를 해보겠다는 꼼수다. 문 정부는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개선 요구에 대해 “북한 주민 인권의 실질적 개선 추구” 등의 궤변을 늘어놓으며 눈감아 왔다.


올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은 2005년 이래 한 해도 빠짐없이 채택된 과거 결의와 다른 내용을 포함한다. ‘미송환 전쟁포로와 그 자손들에 대한 지속적인 인권 침해에 우려를 표명한다’는 문구가 처음으로 삽입된 것이다.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이미 이 문구가 포함된 북한인권결의가 지난 3월 채택됐다. 이번에 유엔총회에서도 통과가 확실시된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대한민국에 돌아오지 못한 포로는 5만∼6만 명으로 추산된다. 상당수 국군포로와 가족이 광산 등에서 강제노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1994년 귀환한 고 조창호 소위 증언으로 밝혀진 바 있다.


미국은 ‘적진에 단 한 사람의 군인도 남겨 두지 않는다’는 철칙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이 아니더라도 명색이 ‘국가’라면 당연한 책무다. 문 정부가 국군포로를 주도적으로 데려오지 못할망정, 이들의 문제 해결을 촉구한 유엔결의안마저 끝내 외면한다면 ‘대한민국 정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보기도 힘들다. 임기 마지막 해에라도 공동 제안국에 참여해 역사적 죄책을 다소나마 줄이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11월 10일 중국 본색 보여주는 ‘요소수 쥐락펴락’과 文정부 무능

요소수 대란은 중국의 계약 물량 반출 허용에 따라 한고비를 넘길 것으로 보이지만, 심각한 세 가지 문제점을 일깨워주었다. 우선, 중국은 언제든지 자원 등을 무기화한다는 본색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외교부는 10일 “가계약 물량 1만8700t에 대한 수출 절차가 진행될 것임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시혜를 베푼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당연히 한국에 수입됐어야 할 물량을 부당하게 통관 꼼수로 묶어놨다가 숨통을 터준 것이다. 중국은 자국 내 요소 물량이 부족해지자 지난달 15일 통관 대기 중인 요소에 대해 돌연 사전 수출 검사를 의무화하겠다며 통제에 들어갔고, 이로 인해 요소수 파동이 일었다. 중국 측의 사과와 배상을 받아내도 시원찮을 상황이다.


둘째,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무능이 거듭 드러났다. 지난달 29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났지만, 요소수 문제는 언급 않고 종전선언에 집착했다. 이틀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급망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 대통령 역시 이 문제엔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료 문제 정도로 생각했다”고 했고, 뒤늦게 하나 마나 한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래 놓고 문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유럽 순방 성과를 자화자찬하면서 “지나친 (요소수) 불안감을 갖지 말라”고 했다. 중국 움직임을 미리 파악한 결과로 보이지만, 국민 고통을 생각하면 사과부터 하는 게 옳았다.


셋째,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높은 것은 불가피하지만, 전략물자에 대한 중국 의존 탈피가 얼마나 시급한지 거듭 보여주었다. 올해 1∼9월 수입 품목 1만2586개 중 중국 비중이 80% 이상인 품목이 1850개나 된다. 전자제품과 자동차용 강재에 쓰이는 마그네슘의 7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하는데, 올 초보다 가격이 4배 폭등했다. 중국 관영 매체가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지위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협박한 배경이다. 마침 미국을 중심으로 민주주의 국가들이 이런 쥐락펴락에 대비한 공동 노력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2019년 8월 일본의 수출 규제 때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고 했다. 일본은 같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미국 등 중재도 가능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그때보다 더한 결기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1.10 “우릴 인정 안하면 무너질 것”… 中언론들, 요소수 대란에 중국 찬가

▲2021년 11월 8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 주유소 앞에서 한 화물차 운전자가 요소수를 트럭에 넣기 위해 1시간째 기다리고 있다. 이날 이 주유소는 1인당 10L씩 용량을 제한해 요소수를 팔았는데, 여섯 시간 만에 2000L가 팔려나갔다./장련성 기자

 

“이번 공급 위기를 통해 유럽, 한국, 미국은 모두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서방 국가들이 이에 대해 계속해서 반발할 경우 반드시 스스로 무너지게 될 것이다.”(중국 매체 선냐오즈쉰)

중국 언론들이 한국의 요소수 부족 사태를 연일 보도하며 자국의 ‘위대함’을 뽐내는 기회로 삼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매체 펑파이는 9일 “한국의 자동차용 요소는 거의 전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며칠째 이 문제에 주목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매체인 관찰자망도 요소수 품귀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한국내 여론이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한국의 국내 소식에 대해서 이처럼 집중보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매체가 한국의 요소수 부족 현상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당국의 주요인사가 한국과 관련한 발언을 하지 않는 한 10여개의 매체만 한국 소식을 다루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특히 일부 매체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세계 주요 국가의 상황을 전하면서 자국에 대한 찬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국영 청두TV가 운영하는 온라인매체 선냐오즈쉰은 ‘한국이 중국에 특사를 보내 사정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은) 국가 경제 및 국민 생활과 관련된 중요한 전략자원을 자급자족하거나 비축체제를 구축하지 않았다”며 “한국이 특정 분야 위기를 겪는 것은 자업자득으로, 중국과 무슨 관계냐”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한국의 요소수이든 유럽의 마그네슘이든 중국이 일부러 ‘목을 조르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들 국가가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주요 자원을 생산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조성호 기자

 

11.11 위험한 중국 의존 체질, 中은 언제든 상대 약점 이용하는 나라다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로 한국 기업들이 계약해 놓고도 들여오지 못한 요소 1만8700t이 순차적으로 국내로 반입될 것이라고 한다. 일단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요소수 대란으로 한국 경제의 취약한 구조가 단번에 드러났다. 우리는 중국의 고도 성장에 힘입어 오랫동안 중국 특수(特需)를 누려왔다. 그 결과 수출의 25.8%, 수입의 23.3%를 중국이 차지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 미국이 탈(脫)중국 공급망을 추진하면서 이젠 ‘차이나 프리미엄’ 아닌 ‘차이나 리스크’가 덮쳐올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중국은 목적 달성을 위해 언제든 경제 보복 카드를 휘두르는 나라다. 안보·외교적 이유로 특정 품목의 수출을 제한하면 우리는 제2, 제3의 요소수 대란에 속수무책이 된다.

 

요소수 같은 품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입 품목 1만2586개 가운데 중국에서 80% 이상 수입하는 제품이 1850개(약 15%)에 달한다. 자동차 경량화에 필수적인 마그네슘 잉곳은 100% 중국에 의존하는데, 최근 전력난으로 중국 정부가 생산을 통제하면서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의료기기·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산화 텅스텐은 95%, 전자제품 경량화에 쓰이는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86%,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은 84% 중국에서 수입한다.

 

수입처 다변화를 통해 이런 제품들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 가지 않는다면 작은 품목 하나에 한국 경제 전체가 타격받는 일을 피할 수 없다. 당장은 불편할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경제는 물론 국가 안보에도 도움 되는 길이다. 이런 일을 하라고 정부가 존재하는 것이다. 정부가 주도해 중국 일변도의 산업 공급망을 전면 재검토하고 전략적인 정책·재정 지원도 해야 한다.

 

일본은 2012년 센카쿠 사태로 중국의 경제 보복을 경험한 후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으로 대중(對中) 의존도를 꾸준히 낮춰왔다. 하지만 우리는 사드 보복을 겪고도 변한 게 없다. 일본의 수출 규제 때는 그토록 강경 대응하던 정부가 중국에는 여전히 저자세다. 문재인 대통령은 엊그제 요소수 사태를 언급하면서 “특정 국가의 수입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품목에 대해서는 면밀한 관리 체계를 구축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4년 반 동안 뭐 하다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는가.

조선일보 사설

 

11.11英 스타 역사학자 “中이 대만 침공하면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둠, 재앙의 정치학’ 펴낸 스타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

“2차 냉전 중인 미·중이 대만을 둘러싸고 전쟁을 벌이는 것이 가장 임박한(the soonest) 재앙이라 전망한다. 기후변화는 심각한 문제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이 남아있다.”

‘제국’ ‘증오의 세기’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 등의 저작으로 21세기 가장 각광받는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렇게 전망했다. 신간 ‘둠, 재앙의 정치학’ 국내 출간을 앞두고 최근 줌으로 만난 자리에서였다. 그는 책에서 폼페이의 화산 폭발, 중세의 페스트, 2차 대전, 코로나 유행 등 인류를 강타했던 재난을 역사적으로 조명하며 재난의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이 미·중의 ‘2차 냉전’을 가져왔고, 그 결과 대만이 화약고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미국과 중국의 2차 냉전은 이미 시작됐고 중국은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며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는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터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21세기북스

 

-기후변화보다 미·중 전쟁이 임박한 위협이라고 했다.

“지난해 원고를 출판사로 보낸 이후로 미·중 관계는 계속해서 악화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2차 냉전’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예상이 맞았다. 대만을 둘러싼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몇%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향후 수년간은 일촉즉발의 상황이라 봐야 한다. 20세기 인류의 가장 큰 재앙은 전쟁이었다. 많은 사람이 ‘큰 전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잊어버리고 있다. 21세기에는 사이버전을 통한 피해도 심각할 것이다. 가장 파괴적이고 임박한 재난은 전쟁일 것이다.” 그는 책에 “(미·중 전쟁은) 코로나의 가장 끔찍한 시나리오와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충격적인 재앙이 될 것”이라고 썼다.

 

-’2차 냉전’은 과거 냉전과 무엇이 다른가.

“과거 냉전은 6·25전쟁 이후 베를린과 쿠바 등 ‘대서양’을 중심으로 했지만, 2차 냉전은 태평양이 핵심 무대다. 냉전은 평화적으로 마무리됐지만 2차 냉전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이 심해졌다고 해서 그것이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기대하긴 어렵다.”

 

-한국엔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병합하려 한다면 미·일은 함께 대응할 것이다. 러시아는 등을 돌릴 테니, 중국의 동맹은 북한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택하는 이유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에 묻고 싶다. 대만이 침공당하면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미·중의 경제적 공생 관계를 뜻하는 ‘차이메리카’란 표현은 당신이 만들었다. 앞으로도 공생할 수 있지 않을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차이메리카(Chimerica)’는 사라졌다. 미·중이 협력적 경쟁 관계라면서 ‘협쟁(coopetition)’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문제를 헷갈리게 하는 잘못된 표현이다. 양자컴퓨터, 인공지능 같은 분야에서 미국이 중국과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몽상가다. 남은 것은 경쟁뿐이다. 이미 냉전은 시작됐다.”

 

-최근 한국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미국에서도 나오는데.

“난 반대한다. 핵무기를 가진 국가가 적을수록 핵전쟁 가능성도 줄어든다. 한국이 핵무장에 나서면 일본도 핵무장을 할 것이다. 핵무장보다는 한국이 미국과 굳건한(solid)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초기부터 코로나가 팬데믹으로 발전할 것이라 예상했다고.

“지난해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그렇게 얘기했다. 대다수 사람이 날 별종(eccentric) 보듯 했다. 무슨 팬데믹이냐는 반응이었다. 결국엔 내 예상대로 됐다.”

 

-작년 초 코로나 의심증상도 느꼈다고 썼다.

“어느 순간 호흡기 증상이 나타났다. 미국에서 의료기관을 두 번 찾았지만 진단키트가 없어서 확진을 못 받았다. 몸은 안 좋고, 강연 일정은 잡혀 있어서 스카치위스키를 마시면서 버텼다.” 그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태어났다.

 

-작년 미국은 코로나로 우왕좌왕했고, 중국은 통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디어가 미국의 실패를 과장했다고 본다. 팬데믹은 백신을 개발해야 통제 가능한데, 미국 백신이 중국 백신보다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코로나는 중국 공산당의 폐쇄적인 정보 통제가 없었다면 팬데믹이 되기 이전에 통제됐을 질병이다. 코로나가 자연 발생인지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는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중국 공산당은 발생 초기에 문제를 덮으려고만 했다. 체르노빌 원전 사태에서도 보이는 공산주의 정권의 문제점이다.”

 

-재난은 예측할 수 없고, 따라서 재난을 겪고 더 강해지는 ‘안티 프래질리티(anti-fragility)’를 강조했다. 코로나 유행을 겪으면서 가장 안티 프래질했던 국가를 꼽는다면.

“A플러스 학점을 줄 수 있는 나라는 없다. 한국은 초과 사망자가 아주 조금 나왔고 극단적인 록다운 조치를 하지 않았지만 백신 접종이 늦어서 감점됐다. 그래서 한국은 현 시점에서 A마이너스다. 대만은 한국보다 백신 접종이 더 늦어지고 있으니 한국보다 조금 아래에 둬야 할 것 같다.”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은 어떤가.

“세계는 두 가지 이유로 기후변화 대응에 실패하고 있다. 먼저 중국이 동참하지 않는데 의미 있는 탄소 저감은 어렵다. 또 천연가스와 신형 원자력 발전소를 통해 전력을 대체해야 하는데 독일 등 유럽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보호론자는 탈원전을 외치기 전에 과학부터 공부해야 한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최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의 석탄 발전 단계적 폐지 선언에 미국·인도와 함께 불참했다.

 

-탈원전은 답이 아니라는 건가.

“유럽식 ‘그린 뉴딜’은 큰 잘못이다. 1980년대 교정에서는 반핵(anti-nuclear) 운동이 한창이었다. 핵무기와 원전 모두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난 그때부터 반핵 운동에 반대했다. 그로 인해 (저탄소 발전이 가능한) 원전을 짓지 않게 된 것이 지금 기후 변화 위기가 심각해진 원인 중 하나다. 그들이 잘못 생각했던 것은 아주 아주 명백하다. 지금 우리는 탈원전 정책은 석탄 업계만 득을 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일부 환경운동가들 자금은 석탄 업계에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책에서 ‘마르크스주의는 일종의 종말론이며, 파괴적 기후변화에 대한 일부 주장도 종말론적’이라고 꼬집었다.

 

-팬데믹 와중에 원고를 다 썼다. 책을 너무 일찍 낸 것 아닌가.

“프랑스 혁명 직후 출간된 에드먼드 버크의 ‘프랑스 혁명에 대한 성찰’은 지금도 학자들이 참고하는 책이다. 버크는 책에서 ‘전통적인 제도들에 대한 공격이란 혐오스러운 악덕의 과두정으로 끝나게 되어 있으며, 어느 쪽 풍경을 보아도 그 끝에는 오직 교수대만이 버티고 있을 뿐’이라고 예측했다. 루이 16세가 처형되기 2년 전에 이 같은 예측을 했다. 버크가 책을 너무 일찍 냈다고 할 수 있는가. 코로나를 포함해 재난의 역사를 쓴 이유는 명백하다. 우리의 실수와 오류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은 빠를수록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니얼 퍼거슨

영국 역사학자로 1964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하버드대, 런던정경대에서 교수를 지냈다. 현재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있다. ‘제국’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 등 베스트셀러 대중 역사서를 냈다.

조선일보 양지호 기자

 

11-12 새로 쓴 中共 100년, 마오 시절로 퇴행하는 시진핑 新시대

1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 안건에 대한 찬성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이날 중국공산당은 당 100년 역사상 세 번째 ‘역사결의’를 채택하면서 시 주석을 공산 혁명을 주도한 마오쩌둥,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 반열의 지도자로 격상시켰다. 베이징=신화 뉴시스중국공산당(중공)은 어제 폐막한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에서 100년의 당 역사를 정리하는 ‘역사결의’를 채택했다. 중앙위는 시진핑 주석의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중화문화와 중국정신의 시대적 정수”라고 평가하며 중국을 일으킨 마오쩌둥, 부유하게 만든 덩샤오핑과 함께 중국을 강하게 만든 시 주석의 리더십을 찬양했다. 시 주석을 마오와 덩을 잇는 3대 영도자 반열에 올리면서 내년 20차 당 대회에서의 3연임을 사실상 확정한 것이다.


이번 역사결의는 중공 역사상 세 번째로 채택됐다. 1945년 마오는 소련과 코민테른의 대리세력 등 정적들을 축출한 뒤 역사결의를 통해 1인 체제 수립의 정당성을 확보했고, 1981년 덩은 마오의 문화혁명이 낳은 참상과 실책을 반성하면서 자신의 개혁개방 노선을 공고히 했다. 이번에 시 주석은 새로운 역사결의를 통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자 지위에 오르면서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했다.


시 주석의 권력 공고화는 마오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중국사회 저변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이른바 신(新)마오주의는 덩의 개혁개방이 낳은 불평등을 비판하면서 마오 시절을 연상케 하는 애국주의 열기를 북돋았다. 시 주석 집권 이래 덩 시절부터 유지돼온 집단지도체제는 사실상 무너졌고, 사회 곳곳에 대한 국가적 통제는 한층 강화됐다. 이번 역사결의로 마오의 위상은 높아지고 덩의 입지는 축소됐다. 마오 독재시대로의 뒷걸음질은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 권력의 강화는 중국 내부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6중전회는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하고 대만해협의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열렸다. 당장 다음 주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화상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활을 내건 시 주석의 중국몽은 대외정책에서 더욱 거친 목소리와 노골적인 힘자랑으로 나타날 것이다. 중국은 이제 국제사회에서 더욱 큰 자기 몫을 요구하고 주변국에 자기 방식을 강요하려 들 수 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큰 도전이자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중국의 최근접 영향권에 한국이 있다.

동아일보 사설

 

11.13 ‘虛榮이라는 이름의 나라 病’

대통령, ‘여기가 어딘지 지금이 어느 땐지’ 늘 自問自答해야
밀려드는 ‘허영의 시대’ 請求書, 나라 미래 옥죌 것

30여 년 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1918~2019) 전 일본 총리에게 ‘총리 재임 시 일과를 어떻게 시작했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취임하자마자 보좌진에게 매일 아침 미국·소련·영국·독일·프랑스·중국 대표 신문의 1면 머리기사를 번역해 집무실 책상에 올려놓으라고 일러두었습니다. 요약(要約)아 아니라 전문(全文) 번역을 부탁했습니다. 일본이 세계의 중심이 아니지 않습니까. 도쿄에 있지만 세계 속에서 하루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돌아보니 그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네요.”

 

나카소네는 외교 성과가 두드러진 총리였다.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론-야스 관계’로 불린 특별한 친교(親交)를 통해 미-일 동맹을 굳건히 하고, 미국 신뢰를 배경 삼아 소련과 북방 영토 반환 교섭을 활발히 진행했다. 총리로서 첫 해외 방문국으로 한국을 택해 당시 한-일 최대 현안이던 차관 60억달러 제공 문제 해결의 밑돌을 놓았다. 일본이 세계 중심이 아니라는 정확한 상황 판단 위에서 세계와 호흡을 맞춘 것이 외교 성과의 바탕이 됐다는 이야기다.

 

‘여기가 어디인지, 지금이 어느 때인지’를 잊으면 방향감각을 잃는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여기가 어디인지 지금이 어느 때인지’ 자문자답(自問自答)하지 않는 대통령은 나침반(羅針盤) 없는 배의 선장과 같다. ‘여기가 어디인지’ 묻는 것은 한국의 지정학적(地政學的) 상황을 항상 염두에 두라는 뜻이다. 국가 지도자 머리에 지구의(地球儀)가 들어 있어야 한다.

 

아데나워(1876~1967) 초대 서독 총리는 13년 재임하는 동안 미국 대통령과 수십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회담 상대였던 미국 대통령 어느 누구도 아데나워가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반드시 통역을 사이에 두고 회담했기 때문이다. 훗날 어느 미국 대통령이 그 이유를 묻자 “자존심 문제가 아닙니다. 내 한마디에 나라 운명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통역을 둬서 단 몇 분이라도 더 생각할 시간을 벌고 싶었습니다.”

 

‘여기가 어디인지’ 묻는 게 지정학적 사고라면 ‘지금이 어느 때인지’ 묻는 것은 역사의 무게와 두께를 느끼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국가의 현 단계와 국력(國力)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진다. 이 진단이 정확해야 국가 자원을 시급성과 중요성에 따라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1960년대 일본은 과거 식민지와 피(被)침략 아시아 여러 나라에 배상금 또는 청구권 자금 명목으로 수십억 달러를 제공했다. 그 돈이 경제 부흥의 종잣돈 구실을 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경부고속도로·포항제철 등이 그 흔적이다.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대통령은 일본 배상금으로 거대한 운동경기장과 호텔을 지었다. 필리핀·미얀마도 인도네시아와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지도자의 판단 차이가 이런 엄청난 결과를 만든다.

 

나라가 앓는 마음의 병 가운데 오만(傲慢)과 허영(虛榮)만큼 무서운 게 없다. 오만과 허영은 비슷한 말 같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병이다. 오만은 남의 눈길에 신경 쓰지 않는다. 추격자·경쟁자의 동향에도 무심해 그들의 다급한 발소리를 듣지 못한다. 패권(覇權) 국가가 걸리기 쉬운 일류병(一流病)이다. 이 병에 걸리면 머지않아 선두 자리를 경쟁자에게 내주는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반면 허영은 어떻게든 남의 눈길을 끌려고 하는 병이다. 작은 성공에 들떠 우쭐대는 2류·3류 국가가 이 유혹에 약하다. 서둘러야 할 일은 뒤로 미루면서 체면치레용으로 국가 능력에 부치는 일에 에너지를 소모한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하산(下山)한 나라는 대부분 허영의 희생자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UN 기후 총회에서 2030년 탄소 감축 목표를 독일·일본보다 높은 40%로 제시해 큰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원전을 축소하면서 2050년엔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도 선언했다. 박수를 보낸 선진국 정상들이 한국 목표가 비현실적이며 어마어마한 희생이 뒤따를 거라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대통령 약속을 이행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대통령이 박수 한번 받는 대가(代價)를 기업들이 치르게 된다. 응급실에 실려갈 기업이 수두룩할 것이다. 원전과 탄소 배출 축소 목표의 관계는 어느 프랑스 장관 말대로 ‘이념 문제가 아니라 (더하고 빼는 단순) 수학 문제’다. 허영은 지도자의 덧셈 뺄셈 능력까지 마비시킨다.

 

그림자가 길어지면 해가 서산(西山)에 걸렸다는 뜻이다. 문재인 시대의 그늘이 한꺼번에 밀려들고 있다. 다음 대통령 선거는 ‘허영의 시대’ 연장이냐 단절이냐 사이의 선택이 돼야 한다.

조선일보 강천석 논설고문

 

 

월간조선 11월 호

11.13 이 시대 최고의 地政學者 로버트 카플란

“韓, 日과 분쟁 지속되면 안보 분야에서 영구적 손실”

⊙ “중국, 타이완 점령한다고 해도 엄청난 피해… 시진핑·공산당, 정치적으로 살아남을지 의문”
⊙ “美, 미국을 멀리해 온 한국 행적 잘 알고 있어… 美中 覇權 경쟁 속에서 한국의 자세 달라질 필요 있어”
⊙ “美中 관계는 60~65점… 전쟁은 없을 것”
⊙ “美·호주 원자력 잠수함 개발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미”
⊙ “쿼드는 민주주의·자유시장 국가를 위한 플랫폼”

劉敏鎬
196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일본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 졸업(15기) / 前 딕 모리스 선거컨설팅 아시아 담당. 《조선일보》 《주간조선》 등에 기고 / 現 워싱턴 에너지컨설팅 퍼시픽21 디렉터 / 저서 《일본직설》(1·2), 《백악관의 달인들》(일본어), 《미슐랭 순례기》(중국어) 등

 

▲사진=John Stanmeyer

 

먼저 10월 초 등장한 미중(美中) 관련 뉴스를 보자. 10월 6일, 스위스에서 벌어진 미중 고위급 회담이 눈에 띈다. 백악관 안보보좌관 제임스 설리번과 중국 외교의 사령탑인 양제츠(楊潔篪) 중국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만났다. 무려 6시간이나 계속된 마라톤회담이었다.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 회담 내내 주된 내용이었다. 미중 정상(頂上) 화상(畫像)회의 개최가 결정됐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미정이다. 서로에 대한 불신은 고위급 회담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10월 7일에는 프랑스 상원의원단이 타이완(臺灣)을 공식 방문했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만나 양국 간 경제·안보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프랑스는 영국과 더불어 중국의 해양 진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0월 8일에는 일본 신(新)내각의 재무성 장관 스즈키 슈이치(鈴木俊一)가 일본 정부의 대외(對外) 투자 방침을 밝혔다. 정부 자산의 해외 투자 원칙으로 ESG, 즉 ‘환경(Environmental Responsibility)·사회(Social Responsibility)·지배구조(Governance)’에 대한 관점을 중시하겠다고 말했다. 행간 속의 의미를 잘 읽어야 이해가 되는 발언이다. 서방 자유 진영의 기준인 환경·사회·지배구조와 무관한 나라에 대한 정부 투자는 없다는 의미다.
 
  그 같은 범주에 들어가는 나라는 어디일까? 바로 중국이다. 중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투자를 바짝 조이겠다는 의미다. 일본이 시작했지만, ESG 나아가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지속가능개발목표)는 중국에 대한 투자와 환경 세금의 근거로 ‘적극’ 활용될 전망이다. 신장위구르, 티베트의 인권탄압은 물론 환경훼손 기업은 서방과의 관계가 끊기는 식이 될 수밖에 없다. 스즈키 재무장관의 ESG 투자 방침은 그 같은 흐름의 출발점에 해당된다. 

 
  美中 패권 경쟁과 地政學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도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결전(決戰)의 무대가 전 세계로 확대되는 판세다. 워싱턴까지 가서 중국을 두둔하는 어느 나라 외교장관도 있지만, 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을 믿는 나라라면 중국의 ‘힘자랑’ 행보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힘자랑’ 중국의 바로 옆에 붙은 나라다. 역사적으로, 나아가 심리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준 나라가 중국이다. 20세기에 잠시 뜸했지만, 21세기부터 싫든 좋든 중국의 영향은 한국 전체에 파급된다. 중국이 인터넷 계정 하나만 막아도 관련 산업의 존폐로 이어질 정도다. 그 결과, 중국 외교부장이 한국 대통령의 어깨를 칠 정도의 상황이 되었다.
 
  중국의 힘자랑과 일방통행 외교는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어디까지 갈지 세계가 숨을 죽이며 지켜보던 중에 마침내 미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중 격돌, 다른 말로는 미중 패권(覇權) 경쟁이 궤도에 올라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정치학의 한 분야인 지정학(地政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리적 환경에 기초해서 정치·군사·경제적 영향을 지구 차원의 거시적(巨視的) 관점에서 연구하는 영역이 지정학이다. 경제·군사·인구·기술·문화도 있지만, 지리적 요소 나아가 지질(地質)·지형(地形)·지세(地勢)를 주요 상수(常數)로 하면서 분석하는 것이 지정학의 특징이자 정의다. 태평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중국은 지정학 차원의 연구에 가장 어울리는 나라다. 지구 차원의 큰 그림 속에서 두 나라의 오늘과 내일을 전망하고, 다른 나라들의 미래도 분석할 수 있다.


  ‘키신저를 잇는 지정학자'

  현재 전 세계 석학(碩學) 가운데 지정학에 가장 정통한 인물은 로버트 카플란(Robert D Kaplan)이다. 한국에도 많이 소개된 인물로 《아시아의 불타는 솥(Asia’s Cauldron)》을 비롯해 10여 권 이상의 지정학 관련 저서를 남긴 인물이다. 현재 워싱턴 싱크탱크인 국제정책연구소(FPRI) 선임 소장으로 있으면서 《워싱턴 포스트》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전 세계 유수 미디어를 통해 글로벌 차원의 혜안(慧眼)을 전하고 있다. 그는 ‘키신저를 잇는 글로벌 차원의 21세기 지정학자’로 통한다.
 
  필자는 2015년 9월 워싱턴에서 카플란과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함께 천안문(天安門) 망루에 올라, 이른바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을 축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행사에 참석한 OECD권 유일의 국가 정상이었다. 워싱턴 분위기가 어땠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1시간에 걸친 카플란과의 인터뷰 중에서 그가 예언한 두 가지 사안은 지금도 선명히 기억난다.
 
  “지정학적 차원에서의 인도의 중요성이 곧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김정은은 핵 문제에 타협한 리비아 카다피의 최후를 본 이상,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 인터뷰 이후 6년이 지난 지금 카플란을 통해 2021년 미중 패권 경쟁의 현황과 내일에 대해 알아본다. 최근 가속화되는 4자 안보협의체 쿼드(Quad)와 긴장으로 이어지는 남중국해의 지정학적 의미에 대해서도 물어본다. 인터뷰는 영상 통화 프로그램인 줌을 이용, 워싱턴 카플란의 사무실로 연결해 진행됐다. 


  글로벌 2.0 시대

 ― 20세기 냉전(冷戰)에 이어 현재 냉전 2.0인가, 아니면 냉전 2.0으로 진입하고 있는가.
  “세계는 현재 글로벌 2.0 시대에 들어선 상태다. 글로벌 1.0 시대는 지구촌 모두에게 좋은 시간이었다. 중산층이 늘고 소득도 증가하고 민주주의도 향상됐다. 패권을 향한 국제적 분쟁도 없었다. 지구 곳곳에서 접했던 극단적인 가난과 기아도 사라졌다.
 
  그러나 글로벌 2.0은 아주 어두운 시대다. 포퓰리즘에 기초한 독재자도 나타나고 글로벌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국제사회 내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패권 경쟁은 좋은 본보기다.
 
  좁게 보자면 ‘글로벌 2.0=냉전 2.0’이라 볼 수도 있다. 상대가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Hot), 약해지기를(Cold) 원한다는 의미에서 냉전(Cold War)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큰 각도에서 보면 ‘글로벌 2.0=냉전 2.0’이라 보기는 힘들다.
 
  20세기 냉전 당시를 돌아보면, 소비에트나 중국은 글로벌 경제에 대한 발언력도 거의 없었고 관심 또한 없었다. 미국도 서방과의 교류에만 주목했을 뿐 러시아·중국과의 경제적 관계가 전무(全無)했다.
 
  21세기 글로벌 2.0은 다르다. 중국은 이미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했고, 러시아는 에너지 수출을 통해 유럽 경제에 강한 영향을 주고 있다. 더불어 지구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지구온난화, 사이버 공격과 초고속 정밀 공격용 무기와 관련된 문제도 현실적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그 어떤 때보다도 불확실·불안정한 시대라는 점은 분명하다.”
  

“美中 경쟁, 역사상 유례없어”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지난 7월 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중화민족이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사진=AP/뉴시스

 

― 어떤 식으로든 이미 냉전에 들어섰다는 점은 분명한가.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해결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냉전이라 볼 수 있다. (20세기 냉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미국과 중국은 서로 대화를 하면서 전쟁(Hot War)을 피하려는 데 힘을 모을 것이다. 정상회담이나 주기적(週期的)인 고위급 만남을 통해 법에 근거한(Rule of the Law) 양국 간의 충돌 방지에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이 있다 해도 서로 간의 패권을 향한 갈등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 21세기 미중 간의 패권 경쟁과 비교될 만한 상황을 인류 역사 무대에서 찾아낸다면.
  “비슷한 케이스를 찾아내기가 어렵다. 과거 러시아(소련)의 경우 1차원 경쟁 대국이었다. 핵폭탄이나 우주개발과 같은 군사적 차원의 패권 경쟁이 전부였다. 중국의 경우 전방위 3차원 경쟁 국가에 해당된다. 핵·우주·군사 분야만이 아니라, 무역·서비스·휴먼 파워에 이르는 다차원(多次元) 경쟁이 미국과 중국 간에 벌어지고 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미국은 금융 투자를 통해 중국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20세기 냉전 당시 보지 못했던 상황이다. 러시아를 넘어서 근세(近世)나 고대(古代)로 간다 해도 현재의 미중 관계에 비교될 만한 케이스는 없다. 양국 간 경제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통신도 서로에게 오픈돼 있다는 점에서 과거 역사와 비교하기 어렵다.”
 
  20세기 역사를 보면, 미국과 중국은 극(極)과 극의 관계로 이어져 왔다. 1941년 일본을 공적(共敵)으로 한 미군 항공기 부대 비호대(飛虎隊·Flying Tigers), 1950년 중공군의 한국전쟁 개입, 1979년에는 카우보이 모자를 쓴 덩샤오핑(鄧小平)의 미국 방문과 미중 수교(修交)…. 극과 극을 오간 미중 관계는 수교 42년 만에 다시 험로(險路)로 들어서고 있다.
 
  ― 미중이 전쟁 상태였던 1950년을 1, 미중 최고 우호 시기였던 1979년을 100이라 할 때, 2021년 미중 관계는 얼마의 디지털 숫자로 나타낼 수 있겠는가.
  “2021년은 한가운데인 50 정도, 아니 조금 더 좋게 봐서 60이나 65 정도라 볼 수도 있겠다.”
 
  ― 상당히 긍정적인데, 60이나 65로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미중 양국 모두가 전쟁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파워를 확산, 강화해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주목할 부분이 하나 있다. 중국이 그 같은 군사력 확산을 미국과의 충돌을 피하면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중국에 대해 미국이 스스로 나서서 전쟁을 벌일 필요는 없다.”
 
  ― 중국이 미국과의 전쟁을 ‘영원히’ 원치 않는다고 보는가.
  “관건은 타이완이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남중국해 한복판에 위치한 나라가 타이완이다. 미국은 결코 타이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식축구 경기에서의 선수 움직임 가운데 ‘엔드 런(End Run)’이란 것이 있다. 우군 방어벽을 가운데 두고, 혼자서 외곽으로 뛰면서 상대방의 공격을 분산시키는 행위다. 타이완 문제와 관련해, 현재 중국은 ‘엔드 런’ 작전을 쓰면서 미국을 교란하려 하고 있다. 사이버 공격이나 타이완 인사에 대한 협박 나아가 타이완 기업에 대한 차별이 좋은 본보기들이다.
 
  중국이 실제로 타이완을 물리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다. 미국이 타이완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일관하는 한, 중국이 타이완을 점령한다고 해도 엄청난 피해가 대륙에도 미칠 것이다. 그 같은 상황하에서, 정치적으로 시진핑 본인은 물론, 중국 공산당 자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역사적인 대전환이 중국에서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중국이 실제 무력(武力)행사를 타이완에 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레드 라인

  2014년 2월 28일,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나는 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략이 시작됐다. 기억에도 선명하지만, 당시 서방은 러시아의 침략을 입으로만 비난할 뿐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다. 중국 시진핑이 주석에 오른 것은 2012년 11월이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아무런 문제 없이 ‘간단히’ 손에 넣은 푸틴을 보면서 집권 16개월 차인 시진핑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홍콩이 사실상 중국 공산당에 완전히 넘어간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 발생 7년 뒤다. 타이완은 홍콩에 이은 또 하나의 시진핑 힘자랑 모델이 될 수도 있다.
 
  ― 우크라이나나 홍콩에 관한 미국의 자세를 보면 실망 그 자체다. 어디까지 입으로만 대응할지 궁금하다. 아시아 정책과 관련해, 미국이 생각하는 최종 레드 라인(Red Line·전쟁을 통한 개입 기점)은 무엇인가

  “단 하나가 아니라 몇 가지 있다.
 
  첫째, 북한이 일본 본토에 직접 미사일을 쏘는 경우다. 실험이 아닌, 살상(殺傷)을 전제로 한 미사일 발사를 할 경우, 미국은 미일(美日)동맹에 의해 곧바로 무력 대응에 들어갈 것이다.
 
  둘째, 중국에 의한 타이완 도발이다. 현재 중국이 벌이는 위협 이상의 심각한 도전으로, 제트 비행기가 (타이완) 상공으로 날아가면서 공격하는 식의 비상사태다.
 
  셋째, 항해 중인 미국 해군에 대한 중국군의 공격이다.”
 
  ― 미국이 원칙으로 정한 레드 라인에 대해, 중국도 알고 있는가.
  “물론이다. 중국은 미국이 어떤 사안들을 레드 라인으로 여기는지 분명히 정확히 알고 있으며, 항상 주의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동맹에 대한 배려 없는 바이든

▲2018년 5월 2일 호주의 해군기지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과 말콤 턴불 호주 총리(가운데). 프랑스는 호주의 디젤 잠수함 사업을 수주하려 노력했지만, 막판에 호주가 미국 원자력 잠수함을 도입하기로 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사진=AP/뉴시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두 가지 본보기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먼저, 4월 24일 대통령 취임 3개월에 들어섰던 때다. 바이든은 터키의 전신(前身)인 오스만튀르크가 제1차 세계대전 중 저지른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제노사이드(genocide)로 규정했다. 터키가 발끈한 것은 물론이다. 터키는 나토(NATO)의 일원, 미국의 동맹국이다. 바이든이 오스만튀르크의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제노사이드라고 규정한 것은 동맹국이라도 예외 없이 원칙대로 대하겠다는 의미다.
 
  9월 17일은 두 번째 본보기다. 이날 호주는 미국과 함께 원자력 잠수함 개발에 나서기로 하면서, 프랑스와의 디젤 잠수함 계약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영국이 중간에 서서 미국과 호주를 연결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체면이 땅에 떨어졌다. 프랑스는 호주 정부에 항의하고, 미국에도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전했다.
 
  전체 그림을 보면 바이든이 프랑스를 버리고 호주 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은 미국의 원자력 잠수함 건조기술을 전수한 유일한 나라다. 이제 초특급 군사비밀이 호주에도 넘겨진다. 그 과정에서 프랑스가 ‘팽(烹)’당한 것이다.
 
  눈앞에 긴급 현안이 생길 경우에 바이든 외교는 기존 동맹국에 대한 배려가 없다. 나토 내 유일한 이슬람권 동맹국인 터키, 사실상 유럽 안보의 중심인 프랑스도 간단히 버린다.
 
  영국은 그 같은 바이든을 지지하는 오른팔이다. 한국 신문을 보면 유럽에서 벗어난 영국의 어두운 미래에 관한 글이 대부분이다. 거꾸로 영국이 버린, 불안한 유럽의 내일에 관한 분석은 전무하다. 아프가니스탄을 버리면서 미국의 체면이 구겨졌다지만, 이는 하루 이틀 뒤면 잊힌다. 미국에 버려진 아프가니스탄의 내일은 방향조차 잡기 어려운 암흑 그 자체다.     

 

호주, 양다리 외교 탈피

  ― 호주에 제공될 예정인 원자력 잠수함이 갖는 국제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 특히 중국에 대한 메시지는 무엇인가.
  “‘미국은 (중국 도발과 관련된) 현재의 상황을 아주 진지하게 대한다’는 메시지가 중국에 전달됐을 것으로 본다. 미국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미국 동맹국인 한국·일본·호주, 나아가 준(準)동맹국인 베트남이 걱정하는 문제를 방관하면서 무시하지 않을 것이란 것이 호주 잠수함 문제를 통해 확실히 증명됐다고 생각한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미다.
 
  글로벌 지정학적 차원에서 볼 때 원자력 잠수함 문제는 ‘아주 아주’ 큰 이슈다. 원래 호주는 미국과 중국 사이를 오가는 양다리 외교를 지향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인 셈이다. 그러나 호주의 미국산 원자력 잠수함 개발은 그 같은 어중간한 입장을 완전히 탈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자력 잠수함 개발에는 수천, 수만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수년간에 걸친 시간도 필요하다. 첨단 전투기를 파는 식의 군사교류와는 차원이 다르다. 미국과 호주 양국이 완전히 힘을 합쳐 추진하는 초대형 장기 프로젝트다.”
 
  ― 원자력 잠수함 프로젝트는 미국·호주·영국으로 이어지는 3국 간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 발족과 함께 발표됐다. 앵글로색슨동맹(Anglo Sexson Alliance)인 셈인데.
  “물론이다. 오커스는 물론, 원자력 잠수함 프로젝트도 앵글로색슨동맹이기에 가능한 사안이다. 같은 문화권에 선 나라로서 협력하는 것이다. 같은 문화라는 말은 상호 신뢰로 이어질 수 있다. 당연히 원자력 잠수함 프로젝트는 앵글로색슨 정보공유 시스템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기초한 결정이다. ‘파이브 아이즈’ 회원은 미국·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에 국한된다. 이들 중 캐나다와 뉴질랜드는 독자적 공격보다 동맹을 통한 방어 능력 강화에 주목한다. 캐나다는 미국이, 뉴질랜드는 호주와 함께 지킬 수 있다. 따라서 캐나다와 뉴질랜드는 좀처럼 공격적인 외교에 나서지 않는다.” 

 
  “바이든, 호주 原潛 관련해 탁월한 리더십 발휘"

  ― 유럽의 나토와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미국·영국·호주 3국 간 동맹인 오커스는 당연히 나토와 연결될 것이다.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연결되는, 글로벌 지정학적 차원의 안보 체제인 셈이다. 중국이 노리는 군사적 영향력을 감쇄(減殺)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 오커스는 미국이 아닌, 영국의 제안으로 창설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영국이 왜 갑자기 아시아에 관심을 갖는가.
  “누가 오커스의 주창자인지는 전혀 모른다. 내가 알기로 호주는 원래부터 프랑스의 디젤 잠수함에 대해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중국이 행하는 유형·무형의 경제적·정치적 압력도 호주가 수용하기 어려웠다. 결국 호주가 먼저 미국에 잠수함 문제를 꺼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바이든 정권의 대응이다. 번개처럼 재빨리 일을 끝냈다. 일반적으로 초대형 최고 군사기밀에 관련된 프로젝트는 양국 간 추진위원회나 관료들 간의 협의체를 구성한 뒤 몇 년간의 미팅과 토론을 통해 실행된다. 바이든은 호주와의 문제를 아주 신속하고도 분명하게 결정했다. 바이든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 잠수함 프로젝트에 관한 그의 리더십은 탁월하다.
 
  당신이 말한 대로 영국이 제안해 잠수함 프로젝트와 오커스가 탄생했을 수도 있다. 영국은 유럽에서 벗어나 독자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미국과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고, 태평양에 이르는 영국의 이익을 증대시킬 목적으로 호주를 도왔다고도 볼 수 있다. 누가 제안을 했든, 결과적으로 모두의 이익에 합치되고, 중국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가 됐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美 核航母가 常駐하는 유일한 나라"

  ― 일본에 새로운 내각이 출범했다.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대폭 올리자는 얘기가 들린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신내각의 면면을 보면, 중국에 대한 일본의 경계심이 수직 상승한 듯하다. 일본은 미국, 미국은 일본에 무엇을 원하는가. 
  “미국 땅 밖에서, 미군의 핵추진 항공모함이 상주(常駐)하는 유일한 나라가 일본이다. 유럽이나 그 어디에도 없는, 대규모 최첨단 전투기 편대를 기반으로 한 핵추진 항공모함이 일본에만 상주하고 있다. 핵추진 항공모함은 미국 동부와 서부 해안, 그리고 하와이 주변만 지키는 미국 방어용 무기다. 일본만이 아주 특별하고 예외적이다.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엄청난 군사적 우위를 보장받고 있는 셈이다.
 
  미군의 핵추진 항공모함의 상주로 일본은 크게 안도하고 있다. 트럼프 정권 당시 동맹국 일본의 기분을 상하게 한 적도 있지만, 핵추진 항공모함 상주를 통해 안심하는 분위기다.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올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누가 나와도 핵추진 항공모함의 일본 상주는 변치 않을 것이다. 호주의 원자력 잠수함도 일본 안전 보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얘기를 쿼드로 넘기자. 쿼드는 아시아판 나토인가.
  “그렇지 않다. 회원국을 보자. 나토는 20개가 넘는 나라로 이루어져 있다. 쿼드는 말 그대로 4개국에 그친다. 그러나 비록 적은 수지만, 아주 중요한 연합체다. ‘플랫폼(Platform)’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을 전제로 하는 국가를 위한 플랫폼으로서 쿼드가 적극 활용될 것이다. 애플 모바일이 그러하듯, 수많은 앱(App)이 애플 시스템을 플랫폼으로 사용하면서 인터넷 유저(User)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다. 애플이 정한 계약 조건만 지킨다면 누구나 플랫폼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서로 중시하는 원칙에 동의하는 한, 원자력 잠수함 프로젝트 같은 것도 쿼드라는 플랫폼에서 다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韓, 日과 분쟁 빨리 해결해야만 한다”

▲지난 9월 24일 백악관에서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가 일본 총리, 모리슨 호주 총리, 모디 인도 총리가 참석한 쿼드정상회의가 열렸다. 사진=AP/뉴시스

 

― 현재 한국은 쿼드에서 벗어나 있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한국은 아직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가.
  “내년에 한국에 대통령 선거가 있다고 들었다. 여야(與野)의 외교·안보 정책을 보면 아주 대조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듯하다. 누가 당선될지에 달려 있겠지만, 한국이 일본과의 문제를 풀고 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을 원칙으로 하는 한, 쿼드 참여도 가능하다고 본다.”
 
  ―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대통령 후보, 나아가 차기 대통령에게 조언을 한다면.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앞으로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점점 더 뜨겁게 달궈지고 격해질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에 걸쳐 중국 쪽에 섰다. 결과적으로 미국을 멀리하는 길로 접어들었다. 미국은 그 같은 한국의 행적(行蹟)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과거는 큰 문제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미중이 지금처럼 패권경쟁을 벌인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중 관계가 점점 악화되면서 한국의 그 같은 자세는 달라질 필요가 있다. 일본과의 무역분쟁도 빨리 해결하고, 일본을 포함한 서방과의 자유무역에 적극 나설 것을 권한다. 일본과의 무역분쟁이 지속될 경우, 결과적으로 안보 차원의 영구적인 손실이 한국에 닥칠 것이다.”
 
  카플란은 한일 간 무역분쟁을 언급할 때 ‘has to’란 단어를 거듭 사용했다. “한국은 일본과의 무역분쟁을 ‘빨리 해결해야만 한다(has to solve the dispute immediately)’”라는 식이다. 전체적으로 톤을 죽이며 얘기를 했지만,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한국은 일본뿐 아니라 쿼드는 물론 자유 진영 모두와 소원(疏遠)한 관계로 갈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이 일본과의 경제 분쟁을 넘어서 글로벌 차원의 안보 체제로부터 소외(疎外)된다는 얘기다. 혹자는 카플란을 일본에 경도(傾倒)된 친일파(親日派) 지정학자라고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핵심은 그가 친일파냐 여부가 아니다. 미중 경쟁이 격해질수록, 한국은 양자택일(兩者擇一)이라는 막다른 상황에 처하게 되리라는 것이 카플란의 분석이다.


  “一帶一路는 영원히 지속될 問題兒"

  ― 미중 격돌의 출발점은 중국의 실크로드 프로젝트[일대일로(一帶一路)]에서 시작된 듯하다. 바다와 육지 양면으로 이뤄지는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과연 성공할까.
  “부분적으로 성공하고 부분적으로 실패할 것이다. 실크로드 계획은 글로벌 차원의 방대한 프로젝트다. 내가 볼 때 실크로드 계획은 ‘브랜드’, 즉 상품의 상표와 같은 개념을 갖고 있다. 어떤 체계적·종합적인 개념이라기보다, 중국 밖에서 벌어지는 도로·기차·항만·인터넷 등 인프라 건설에 관한 것을 총망라해서 실크로드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세계 곳곳에서 추진되는 동안 갖가지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다. 실크로드 프로젝트 자체가 아니라, 문제가 터질 경우 ‘과연 중국이 해결할 수 있고 책임을 질 것인가’라는 것이 관건이다. 따라서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성공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영원히 지속될 문제아(問題兒)로 남을 것이다.”
 
  카플란과의 인터뷰가 끝난 후 시계를 보기 위해 휴대폰을 열자 곧바로 도쿄발(發) 속보(速報) 하나가 뜬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한 반도체 투자’라는 뉴스다. 타이완 반도체 회사 TSMC와 일본 소니가 80억 달러 규모의 자동차용 반도체 개발에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불과 3년 뒤인 2024년 이전에 생산에 들어간다고 한다. 중국 디커플링(decoupling)을 전제로 한, 일본-타이완 초고속 반도체 연합전선인 셈이다. 싫든 좋든, 원하든 원치 않든, 한국이 미중 간에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순간은 이미 초읽기에 접어든 느낌이다.⊙         

 

11.15 미 의원에 116년 전 일 따지는게 이재명식 외교인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2일 존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을 만나 이야기 하던 중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건 미국의 승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TV조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존 오소프 미 상원의원을 만나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쓰라-태프트 협약은 1905년 일본의 가쓰라 다로 총리와 미국의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육군장관이 한반도와 필리핀에 대한 상호 지배권을 인정한 구두 합의다. 이 밀약이 하나의 디딤돌이 됐을 수는 있지만, 우리가 일제에 강점당한 근본적인 원인은 나라를 스스로 지킬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후보는 마치 비극의 책임이 미국에 있는 것처럼 미 상원의원에게 따진 것이다.

 

눈웃음을 짓던 오소프 의원의 얼굴은 이 발언 후 바로 굳어졌다고 한다. 그는 “전쟁기념관에서 한국군과 함께 싸운 유엔군과 미군을 기리기 위해 헌화했다”면서 “양국 동맹이 얼마나 중요하고 영속적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답했다. 그는 동맹 강화를 위해 상원대표로 방한했다. 70년 전 자유 민주주의라는 공동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함께 피를 흘렸던 동맹국과의 우의를 확인하려 했던 미 의원은 116년 전 협약을 들이대는 이 후보의 문제 제기에 당혹했을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7월 “(해방정국에서) 미군은 점령군이었다”면서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나라가 깨끗하게 출발하지 못했다”고 했다. 당시 미군이 일제에는 점령군이지만 한국인에겐 해방군이었다는 역사학계 평가와 거리가 먼 얘기였다. 이 후보는 최근에도 “해방 후 미국은 점령군이 맞고, 정부 수립 후엔 동맹”이라고 했다.

 

20세기 역사 속에서 세계 각국은 내 편, 네 편이 수시로 바뀌는 격변을 치렀다. 그렇게 얽히고설켰던 원한 관계에 대해 모두 셈을 따지려 들면 끊임없이 서로에게 으르렁댈 수밖에 없다. 쓰라린 상처가 유난히 깊었던 동북아 한중일 세 국가에서 새로운 도약을 이뤄낸 지도자들은 과거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며 주변 국가들과 발전적인 관계를 모색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 후보는 대선 출정식에서 “대한민국을 질적으로 다른 도약과 발전의 시대로 이끌겠다”고 했다. 그 다짐을 실천에 옮기고 싶다면 과거에 갇혀있는 자신의 편협한 역사관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1.15 민주당, 동맹국 미국 아닌 중국인가

“일본에 한국이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서 승인했기 때문이고 결국 마지막에 분단도 일본이 분할된 게 아닌 전쟁 피해국인 한반도가 분할되면서 (6·25)전쟁의 원인이 됐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12일 존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 일행에게 공개 석상에서 한 말이다. 이 후보는 이어 “상원의원이 이런 문제까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해 들어 대단하다는 생각으로 말한 것”이라며 소리 내 웃었다.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다.

 

정작 미국 측 반응은 싸늘했다. 오소프 상원의원이 정색하며 전날 전쟁기념관에서 유엔군과 미군 전사자와 참전용사들에게 헌화했다고 말했다. 당시 분위기를 잘 아는 인사는 “1950년이 아닌 1905년(가쓰라-태프트 협약)을 얘기한 이유는 뭐냐고 대단히 어이없어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럴 만했다. 이 후보가 ‘객관적 사실’이라고 했지만, 역사적 맥락과 동떨어진 단순·과장·일방적 주장이어서다. 가쓰라-태프트 밀약은, 러일전쟁 중이던 1905년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미 육군 장관이 방일해 가쓰라 다로 총리를 만나 나눈 대화를 미 당국에 보고한 것이다. “일본은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확인한다. 한국은 일본이 지배할 것을 미국이 승인한다”는 게 골자라지만 태프트는 “개인 의견”이라고 했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동의했다곤 하나 더 진행되진 않았다.

 

당시 루스벨트는 일본보단 러시아의 만주·한국 진출이 미국의 이익에 더 반한다고 봤다. 하지만 일본의 손쉬운 승리 뒤엔 곧 일본을 경계했다. 한국에 대한 인식은 냉정했다. “한국은 절대적으로 일본의 것이다. (한·일 간) 조약에 한국의 독립이 명시돼 있지만 한국은 조약을 강제할 힘이 없다. 한국인들 스스로 못 하는 것을 다른 나라가 해주리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헨리 키신저의『외교』)

 

실제 그랬다. “청나라와 조선의 주종 관계를 일본과 조선의 주종 관계로 바꾸려는 일본의 의도가 크게 작용하였다…1910년 8월 29일 경술년 국치일은 법적인 요식행위일 뿐, 훨씬 전부터 우리는 국치의 세월을 견디는 슬픈 백성”(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수교국이라지만 왜 미국에 안 지켜줬냐고 이제 와 탓하긴 면구하다.

 

그런 논리라면 영국을 원망해야 한다. 일본의 부상에 더 중요했던 건 세계 최강이었던 영국과의 1902년 영일동맹이었기 때문이다. 과문한 탓인지 영국 정치인들에게 “영일동맹 탓에 합병됐다”고 목소리 높인 걸 들어본 일이 없다.

 

이 후보의 ‘미국 탓=분단=6·25전쟁’도 잘못이다. 한국전쟁의 직접적 책임은 “미군이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은 김일성·스탈린·모택동의 무지”(이홍구 전 국무총리)에 있다.

 

이런 대미(對美) 인식과 태도는 중국에 대한 저자세와 확연히 구분된다. 한국전까지 가지 않더라도 요소수 등 중국의 금수(禁輸) 조치로 빈번하게 고통받곤 한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전날 부국장급인 싱하이밍 대사를 오소프 상원의원급으로 예우했을 뿐 아니라, “중국의 수출 물량의 비율이 매우 낮아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시면 혼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요청했다. 이어 “저희가 중국에 수입을 100% 가까이 의존하는 품목이 상당히 많아 앞으로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며 “한·중 간 경제적 협력·의존 관계를 계속 심화·확대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미리 대비해 두는 게 좋겠다”고 했다. 중국에 도대체 뭘 대비해야 한다고 한 건가.

 

그러니 묻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정부 이래 한·미 간 긴장을 낳곤 하던 운동권적, 특히 NL(민족해방)적 역사관을 이 후보도 가지고 있는가. 그렇지 않고서야 사실상 외교 데뷔 무대에서 미국이 아닌 중국이 동맹이라고 오해하게끔 행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저 반미 표심에 기대려는 선거 전략인가. 그 어떤 것이든 대단히 시대착오적이다.

중앙일보 고정애 논설위원

 

11월 18일 美·中 간 ‘전략적 모호성’ 끝낼 때다

김숙 前 駐유엔 대사

 지난 16일 미·중 간 화상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은 3시간 넘게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다고 한다. 가장 예민한 대만 문제와 관련,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한다고 했으나,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행동에는 강하게 반대했다.


양 정상은 패권 경쟁이 점차 신(新)냉전의 양상을 띠어감에 따라 작은 오해가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협력할 것을 약속했으나,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는 없었다. 국제사회에서 미·중 양국이 패권 추구, 견제와 대립, 그리고 이념과 가치 차원에서 실질적 적대 상태에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못할 현실이다. 따라서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국 간의 무력충돌이라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하자는 양 정상 간의 공동 인식 확인은 그나마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중국의 대만해협 정찰 비행과 무력시위 등 군사적 긴장 고조에 우려를 품었던 국제사회로서도 다소 안도할 만하다.


그러나 악마는 항상 디테일에 있다. 중국의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 상황과 홍콩 민주주의 후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와의 충돌,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팽창정책, 대만에 대한 미국의 군사·외교적 지원, 중국의 누적된 불공정 무역 관행 등 일련의 현안에서 타협과 조정의 가능성이 쉽지 않을 것이므로 앞으로도 충돌 가능성은 여전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중국의 인권 문제를 이유로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미국 고위 대표단 파견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일축한 것이 미·중 관계의 현실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요즘 미·중 관계를 대결(Confrontation) 경쟁(Competition) 협력(Cooperation)의 ‘3C’로 묘사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협력 분야보다는 대결과 경쟁의 영역이 압도적인 형국이다.


대선 정국 속에서 국제 정세 흐름에 소홀하기 쉬운 우리에게도 미·중 정상회담의 안보적 함의는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국과의 관계다. 앞으로 미·중 간 신냉전 상황은 장기화할 것인바, 현재의 전략적 모호성 유지라는 미명 아래 좌고우면의 눈치 보기가 계속된다면 필경 동맹인 미국과 전략협력 파트너인 중국 양측으로부터 선택을 강요받거나 아니면 배척당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한쪽으로만 100% 기울기에는 양국의 비중이 큰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진실의 순간에서 한미동맹을 중심축으로 외교를 추진해 나갈 수밖에 없다.


최근 요소수 품귀 사태에서 보듯이 중국은 선의보다는 실리 속에서 협력을 구할 대상이다. 하지만 미국은 우리의 안보와 생존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유일의 동맹국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한미동맹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우리의 핵심 안보 이익에 속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가야 한다. 샘물을 마시면서도 그 근원(根源)을 생각해야 하듯이, 지난 세기 한반도 상황의 원인에 관해서도 사실에 터 잡아 소신껏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우리의 안보 좌표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체제 유지의 보검이라고 떠들지만, 한미동맹은 우리 안보의 소중한 방패다. 지난 4년간의 실패를 성찰하긴커녕 무리한 종전선언 추진으로 국민에겐 희망 고문을 안기고, 동맹에는 내상을 입히는 외교는 끝내야 한다.

문화일보

 

11월 19일 북한 “유엔 北인권결의안 전면 배격…대북 적대정치 산물”

北외무성 대변인 담화…“날조된 자료…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 강력 규탄” 반발

“우리에게 있어 인권은 국권” “유엔 무대가 내정간섭과 전복 공간으로 도용”

 

북한은 최근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대해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의 산물로 전면 배격한다”고 반발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2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우리 공화국의 영상에 먹칠하려는 엄중한 주권 침해행위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결의는 우리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과 편견에 찌든 적대 세력들이 고안해낸 날조 자료들로 일관된 것으로서 상투적인 모략문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인민대중 제일주의 정치가 국가 활동과 사회생활 전반에 구현된 우리나라에서 국가의 모든 노선과 정책은 인민의 권익을 최우선, 절대시하고 인민의 복리를 증진시키는 데 철저히 복종된다”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우리에게 있어서 인권은 곧 국권”이라며 “우리의 국권을 침해하는 그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적대 세력들의 가증되는 적대시 책동에 끝까지 강경 대처해나가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의 인권문제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는 나라들은 하나같이 인종차별과 타민족배타주의, 여성 폭행, 경찰폭력, 총기류 범죄 등 끔찍한 인권기록을 가지고 있는 세계 최악의 인권유린국들”이라고 비난했다.


유엔에 대해선 “객관성과 형평성, 공정성을 기본으로 하는 본연의 사명을 다하자면 민주주의와 인권옹호의 간판 밑에 이라크와 수리아, 아프가니스탄에서 수많은 민간인을 살육한 미국의 반인륜 범죄행위부터 기본의제로 상정시키고 마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국제사회는 인권문제가 일부 나라들의 불순한 기도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신성한 유엔 무대가 주권국들에 대한 내정간섭과 제도 전복의 공간으로 도용되고 있는 데 대해 각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꼬집었다.


앞서 유엔총회 산하 제3위원회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동의) 방식으로 채택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