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 윤석열 이야기2/ 2021.
07.02 싸우는 배는 돛을 접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영화 '벤허'에는 노예로 전락한 주인공이 갤리선에서 발이 묶인 채 단체로 노를 젓는 장면이 나온다. 사실 이 장면은 영화적 장치, 즉 허구다. 고대 지중해를 주름잡던 갤리선은 통념과 달리 노잡이로 노예가 아니라 자유민을 썼다. 당시 노 젓기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했다. 각자 노 하나씩 잡고 젓는 방식('센실레'라고 한다)이라 자칫하면 노끼리 엉켜 버렸기 때문이다. 노예에게 강제로 맡길 일이 아니었다. 영화처럼 긴 노에 여러 명이 달라붙어 젓는 방식('스칼로치오'라고 한다)은 중세가 끝나갈 때쯤에야 보편화했다고 한다.
정권 무리수가 키운 윤석열 바람
그러나 바람만으론 이길 수 없다
구체적 언어로 각론 채워 나가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출마 선언을 보면서 갤리선이 떠오른 이유는 '바람'이란 말 때문이다. 윤석열은 바람이다. 허황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대세라는 뜻은 더욱 아니다. 공기의 밀도가 바뀌면서 바람이 일 듯,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중의 실망이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의미다. 내로남불 정권으로부터 탄압받는 정의의 집행자 이미지, 여기에 야권의 대안 부재론이 겹치며 윤석열 바람을 낳았다. 바람을 키운 것은 집권 세력의 비상식적 대응이었다. 일련의 무리수가 거듭되면서 건들바람 정도로 끝날 것 같은 풍세(風勢)는 된바람, 노대바람으로 세졌다.
윤 전 총장은 회견에서 자유·법치· 민주주의·공정·상식 같은 거대 의미를 담은 단어를 주로 썼다. '권력의 사유화' '국민 약탈' '부패완판' 같은 흥분을 자아내는 말이 사용됐다. 여당 및 친여 언론은 알맹이가 없다고 깎아내렸지만, 반문(反文) 바람을 동력으로 삼은 윤 전 총장으로선 당연한 전략이다. 그에 대한 여권 인사들의 저주에 가까운 폄훼, X파일류의 검증되지 않은 의혹 제기는 오히려 역풍을 불러 윤석열호의 돛만 부풀려 줄 수 있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것이 바람이다. 선거판에서 대세론을 믿다 순식간에 무너진 주자들이 얼마나 많았나. 윤 전 총장은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주도 성장, 시장과 싸우는 부동산 정책,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한 탈원전,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을 문재인 정부의 문제 정책으로 들었다. 하나같이 현실을 무시한 이념 우선 정책들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만 하면 된다는 안이함은 또 다른 이념의 틀에 갇혀 '스윙 보터' 중도층의 염증을 부를 수 있다.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에 대한 평가는 양쪽의 극단적 반응을 제외하면 대체로 '총론은 이해 가나 각론은 글쎄'로 정리되는 듯하다. 각론의 허술함은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30년 동안 법조인으로 살아온 그의 세계관 중심에는 당연히 법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법은 과거를 보지만, 정치는 미래를 향한다. 그의 법 중심 세계관이 현실 정치에서 맞닥뜨릴 다양한 문제에서 과연 어떻게 투영되고 조화를 이룰 것인가, 국민은 궁금하다.
가령 이런 질문이다. 특검 수사로 대기업 총수를 단죄했던 그가 정치 지도자로서는 어떤 기업관과 경제관을 보여줄 것인가. 그의 공정은 어떤 것인가. 경쟁의 형식만을 따지는 공정인가, 경쟁 무대에 오르는 계단까지 살펴보는 공정인가. 이 밖에도 숱한 질문이 기다리고 있다. 법과 공정, 상식이라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원칙만으론 부족하다. 복잡한 현실과 부딪치는 과정에서 혼란과 모순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충돌을 어떤 구체적 언어로 설명할 것인가 미리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무시하고 지지율로 밀고 가려다 정치는 포퓰리즘으로 빠진다. 지금 정부에서 숱하게 목격했던 과정이다.
갤리선은 평소엔 바람으로 움직이는 범선이다. 하지만 전투가 닥치면 돛을 접는다. 지중해의 변덕스러운 바람이 싸움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노잡이들의 실력은 이때 드러난다. 23살의 미당 서정주는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시 '자화상')이라고 읊었다. 공교롭게 딱 23개월 전 조국 씨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윤석열의 바람은 시작됐다. 그를 키운 건 바람이지만, 결실마저 바람에 기댈 수는 없다.
이현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07.03 윤석열 전 총장 장모의 유죄 판결
▲불법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수십억 원대 요양급여를 부정수급 한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 모씨가 2일 오전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74)씨가 2일 의료법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최씨가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데도 2012년 의료재단을 설립하고 2013년 경기 파주시 요양병원 운영에 관여해 2년간 22억9000여만원의 요양급여를 불법으로 받은 혐의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법 적용에는 누구도 예외가 없다는 것이 제 소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출마 선언을 하면서 “선출직 공직자로 나가는 사람은 도덕성에 대해 무제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했었다. 그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이상 그의 가족과 측근들도 사실상 공인으로서 검증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 주변 관련 재판과 수사는 이것 말고도 여러 건이 진행 중이다. 장모 최씨는 토지 매입 과정에서 347억원의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부인 김건희씨 관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 등을, 측근 윤대진 검사장의 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수수 사건 무마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각각 사건의 유무죄를 따지는 것 못지않게 그 사건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이 권력기관 수장으로서 관여한 일이 없는지 국민은 엄중한 눈으로 따져보게 될 것이다. 윤 전 총장 본인의 법적 도덕적 책임이 없다 할지라도 주변 사람들의 행적 자체도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물론이다. 대선 주자들에 대한 검증은 사실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진행하되, 출처도 불투명한 루머를 바탕으로 아니면 말고 식 흑색선전을 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확실히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7.03 김경율 “尹 징계사유 관보에 뻔히 있는데...지겹게 거짓말해대”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연합뉴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가 3일 “대한민국 관보에 뻔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사유가 적시돼 있음에도, 정말 지겹도록 거짓말치는 이들”이라며, 윤 전 총장이 2013년 받은 징계 관련 가짜뉴스가 반복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 관보를 통해 징계 사유가 알려졌음에도 ‘가족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다'는 사업가 정모씨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김 대표는 정씨를 인터뷰한 모 방송사 뉴스를 공유하면서 이같이 비판했다.
법무부는 2013년 12월 18일 검사징계위원회를 열고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관련 항명 논란을 빚은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에게 정직 1개월 징계를 내렸다. 윤 전 총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을 맡아 국정원 압수수색 등을 놓고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갈등을 빚었다. 이후 그해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정원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고, 이후 항명 문제로 징계위에 회부됐었다.
이후 2013년 12월 31일 법무부는 공고(2013-289호) 관보를 통해 윤 전 총장 징계 사유 3가지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관보에 실린 징계 사유는 ①당시 서울중앙지검장 보고·결재 없이 영장 청구 및 집행 ②중앙지검장의 직무배제 명령에도 불구하고 보고·결재 없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소장변경을 신청 ③2013년 2월 정기재산변동 신고 때 재산을 ‘과다’ 신고한 것이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2013년 법무부의 징계 고시 관보./대한민국 전자관보
그러나 이후 온라인 등에서는 ‘윤 전 총장의 2013년 정직 징계 1개월은 가족 문제 때문’이라는 주장이 돌았다.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와 10년 넘게 송사를 벌인 정씨의 주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2013년 12월 18일 법무부에 윤 전 총장을 징계해달라는 진정을 접수했다. 징계 사유로는 장모 최씨 관련 윤 전 총장이 독직(瀆職·공무원이 지위·직권을 남용해 잘못을 저지르는 것), 위증, 명예훼손 세 가지를 꼽았다.
이후 정씨는 법무부로부터 그달 12월 31일자 공문을 회신받았는데, 당시 공문에는 ‘귀하(정씨)께서 12월 18일 법무부 민원실을 통해 제출한 민원의 취지는 윤석열 검사에 대해 엄중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검사징계위원회에서는 12월 18일 윤석열 검사에 대해 정직 1월의 징계처분을 의결했음을 알려드린다’고 적혀 있다.
이후 정씨가 받은 공문을 근거로 일부 언론이 ‘정씨 진정의 결과로 윤 전 총장이 징계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이런 내용이 온라인을 통해 퍼졌다.
김경율 대표는 지난 2일 정씨의 주장을 다시 보도한 한 뉴스를 공유하며 “정말 지겹도록 거짓말치는 이들, 대한민국 관보에 윤 전 총장 징계사유가 적시돼 있음에도, 뉴스타파와 한겨레가 한차례 우려먹은 거짓말을 또 해댄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 이정구 기자
07.05 주한규 교수 만난 윤석열 "文의 졸속 탈원전, 반드시 수정돼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색깔공세' 지적을 비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스1
윤 전 총장은 5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주한규 교수와의 면담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오늘 (주 교수가) 월성 원전 가동 중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 정부가 법을 어떻게 무시했는지 말씀해주셨다"며 "탈원전 정책이 원자력에 대한 여러 가지 사실에 대한 오인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앞으로 저는 우리나라에 적합한 저비용 청정 에너지 원으로서 원자력이 전력과 수소같은 에너지원 생산하는 데 있어 유효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면서 "그 점에 있어서 총장에게 노력해줄 것 부탁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사회 에너지 정책은 안보, 경제, 우리의 삶에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과연 국민들의 합당한 동의와 사회적 합의에 따라 추진이 된 건지 의구심 많다"면서 "이런 식의 졸속 탈원전 방향은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출마선언 당시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집중한 계기'를 묻는 기자들의 말에 "제가 총장직을 관둔 것 자체가 월성원전 사건 처리와 직접 관련이 있다"면서 "이 사건이 고발돼 저희가 대전 지검 전면 압수수색을 지휘하자마자 감찰 징계청구가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정치에 참여한 계기가 된 것 역시 월성원전 사건과 관련돼 있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정치에 참여할지 모르겠지만, 원장직을 그만둔 것 역시 월성원전 사건과 관계가 있다. 이런 부분들이 결국 제가 오늘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계기이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자신의 대선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법을 무시하고 인류 세계 인류 기술 사장한 탈원전"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또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윤 전 총장을 향해 "색깔 공세"를 한다고 지적한 점에 대해서는 "색깔론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저의 관심은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역사관이란 건 정치가에게 미래를 준비하는 전망이 된다"며 "자유민주주의 역사관을 부정하는 사람은 한국 사회가 안은 문제점, 미래 기술혁명을 극복할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철 지난 이념 논쟁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서 "현 정부에서 상식에 반하는 정책이 나오는 이유가 전문가가 부족해서인가? 왜 이렇게 편향된 생각을 가진 사람만 공직자로, 최고 의사 결정자로 발탁해 계속 쓰려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런 잘못된 역사관, 세계관이 한국 현실 문제를 다루는 데 영향을 미쳐서 이런 비상식적 정책이 쏟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대한민국은 친일 세력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그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지 않았느냐”는 이 지사의 발언을 놓고 “광복회장의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란 황당무계한 망언을 집권 세력의 차기 유력후보인 이재명 지사도 이어받았다”면서 “셀프 역사 왜곡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전날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의 비판과 관련,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제 발언을 왜곡 조작한 구태 색깔 공세”라고 지적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장모의 요양급여 착복 의혹과 관련해서는 "지금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며 "모두에게 법은 공정, 평등하게 집행돼야 한다.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입장을 또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중앙일보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07월 06일 천안함 묘역 찾은 윤석열 “국가 위해 희생된 분 확실히 챙길 것”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에서 한 병사의 비석을 어루만지고 있다. 곽성호 기자
민심투어 시작… 대전 첫 방문
현충원서 “목숨으로 지킨 한국
공정과 상식으로 바로세울 것”
카이스트 核공학과 학생도 만나
보훈·원전 내세워 보수표 결집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희생자, 연평해전 희생자 분들이 목숨 바쳐 지킨 이 나라를 공정과 상식을 가지고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보훈정책에 대해서도 각을 세웠다. 같은 날 오후에는 카이스트 원자핵공학과 학생들과 대화하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문제점을 청취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분들이 잠들어 계신 모습을 보니 나라가 어떤 것이고 우리가 국가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결의와 각오가 세워졌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보훈 정책과 관련해선 “제가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자) 이찬호 씨와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 전준영 회장을 통해 그분들이 겪었던 일을 자세히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보훈과 국방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이 하나라고 생각한다. 국방 강화도 중요하고 마찬가지로 국가를 위해 희생된 분과 가족들에 대한 보훈도 확실하게 챙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이 민생 행보 첫 일정으로 안보를 내세우며 문 정부 보훈 정책과도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현충탑에 참배한 뒤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가장 먼저 찾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후 첫 일정으로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는 이어 천안함 수색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한 고 한주호 준위의 묘가 있는 장병 제3묘역,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묘역을 차례로 들렀다. 참배 과정에서 “여긴 21살이고, 여기는 20살이고…”라며 말을 잠시 흐리기도 했다. 참배 뒤에는 “꽃다운 나이에 인생을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하고 국가를 위해 순국한 젊은 영령들을 진심으로 애도한다”고 강조하며, 현충원을 첫 일정으로 택한 데 대해서도 “당연히 와야 하는 곳”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곧바로 카이스트로 향해 원자핵공학과 석·박사 과정 학생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전날 서울대에서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난 데 이어 두 번째 탈원전 비판 행보다. 윤 전 총장은 전날 주 교수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총장을 관둔 것 자체가 월성 원전 사건 처리와 직접 관련이 있다. 굉장한 압력이 들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이날도 “작년 하반기 감사원 고발, 검찰 수사가 이뤄질 때 어떻게 했는지 다시 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주 교수와 면담한 뒤 “(탈원전 정책에 따른) 졸속 탈원전 방향은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며 문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대전=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07.17 남의 나라 대선 주자까지 공격한 中 대사, 거기에 동조한 여당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3일 국회를 찾아 이낙연 대불어민주당 대표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2020.11.3 국회사진기자단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한미 동맹·사드 발언에 대해 반박문을 냈다. 외국 대사가 주재국 대선 주자의 발언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윤 전 총장은 전날 “한미 동맹의 기본 위에서 가치 공유 국가들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며 대중국 외교를 펼쳐야 수평적 관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사드 배치는 명백히 우리 주권적 영역”이라고 했다. 그러자 싱 대사는 바로 다음 날 “사드는 중국의 안보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한미 동맹이 중국의 이익을 해쳐선 안 된다”고 했다.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핵 미사일을 막기 위한 것이다. 북 미사일 중 일부는 고각 발사할 경우 패트리엇 등 기존 요격 체계로 방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국이 사드가 싫으면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 북핵을 없애면 된다. 북핵이라는 중대한 안보 위협을 당하고 있는 한국민들 앞에서 ‘사드가 중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했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나. 한국의 이익은 마음대로 해쳐도 되고, 한국민은 손 놓고 당해도 되나.
싱 대사는 윤 전 총장이 “중국의 레이더부터 철수하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중국 레이더와 국방력은 절대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사드 레이더보다 훨씬 긴 거리를 탐지하는 장거리 레이더를 배치해 한반도를 정찰하고 있다. 중국은 해도 되고 우리는 안 된다는 건가. 중국의 국방력이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은 말하는 중국 측도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6·25 때 우리는 중공군으로부터 너무나 큰 피해를 입었다. 우리가 방심하면 그런 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 중국은 지역 패권을 추구하고 있고 주변국과의 외교 문제를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민주당 대표가 싱 대사 발언의 사실관계 잘못과 오만한 태도는 놔두고 윤 총장만 비판한 것이다. 국내 정치 상대방을 때리려고 중국 대사를 두둔하고 동조한 셈이다. 이 정권은 중국과 북한 앞에만 서면 고양이 앞의 쥐가 되곤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에서 노골적인 홀대를 당하고도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버릇을 가르치려는 중국 의도가 명백한데도 순응한 것이다. 중국 경호원들이 우리 사진기자를 집단 폭행해 실명 위기까지 겪게 했는데도 항의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장은 문 대통령을 손으로 툭툭 치고 있다. 한국 대선 주자를 중국 대사가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지경에 이른 것은 정권의 이런 비굴한 태도들이 쌓인 결과다.
조선일보 사설
07.19 위기의 윤석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박근혜 특검'의 팀장 시절, 그에게 수사를 받았던 박근혜 정부의 한 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 윤 전 총장이 사표를 내기 전이었다. "검사 출신이 대선으로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거다. 하지만 그와 얘기를 나눠봤더니 정치를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검사의 언어가 아니라 정치인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다." 의외였다. 자신을 수사한, 아니 자신의 집단을 초토화한 검사를 저렇게 평가한다는 게 말이다.
대선행보 시작부터 지지율 하락
비전 못보이고 메시지도 거칠어
대선의 길, 참모 몇명과 갈 수 없어
얼마 뒤 윤 전 총장을 잘 아는 한 중진 정치인으로부터 들은 얘기도 인상적이었다. "윤 전 총장은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심한 상처가 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한 것에 대한 부담이다. 국민의힘에 들어가기 쉽지 않을 거다. 들어가는 순간 당할 거라는 걱정이 크다고 하더라."
전자는 강점이다. 원석이 괜찮다는 거다. 후자는 약점이다. 일종의 트라우마다. 두 얘기를 겹쳐보면 지금 그가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야권의 선두 주자에 오를 만큼 정치에 자질은 보이지만 유독 입당에는 머뭇거리는 것 말이다. 실제 입당을 망설이는 이면에 '상처'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영향을 주는 거라면 그건 큰 악재다.
요즘 그의 행보도 불안하다. 출마를 선언하고 나면 '컨벤션 효과'라는 게 있어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오히려 하락세가 심상찮다. 최근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조사에서 지난번보다 4.5% 포인트 떨어진 27.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20%대로 떨어진 건 4개월 만이다. 크게 뒤졌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1.4% 포인트 차이로 따라붙었다.
밑천이 빨리 드러난 느낌이다. 중도를 잡기 위해 입당을 미룬다면서 반문 행보만 주로 했다. 대선주자가 가져야 할 생명과도 같은 비전과 공감을 보여주기엔 역부족이었다. 외교와 경제 메시지는 거칠었다. 특히 전언정치, 회동정치가 구식이었다. 평생 검사였던 그가 무슨 자신감인지 주변에 무게 있는 정치인 멘토나 참모를 두지 않는다. 캠프 사정을 잘 아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치 경험도 없는데 혼자 결정하고 방향을 정하다 보니 허점이 생기는 것"이라며 "누구 말대로 감독·배우를 다 할 게 아니라 배우만 맡고 제대로 된 정치인 감독을 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마당에 일독을 권할 책이 있다.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을 지냈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쓴『정치는 감동이다』란 책이다. 2012년 당시 문재인 후보가 왜 졌는지를 쓴 보고서다. 이 책은 윤 전 총장이 가진 약점을 '문재인 시점'으로 건드린다. "문 후보의 약점은 정치 신인이라는 점이다. 기성 정치권 불신으로 후보가 됐지만 역설적으로 신인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큰 선거를 치러본 적이 없고, 정당처럼 거대 조직을 전국적으로 동원해 본 경험이 없는 점은 본선 경쟁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됐다"고 했다. 사실 윤 전 총장은 당시 문 대통령보다 더 신인이다. 이 책은 그의 구상 중 하나일 수 있는 단일화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한 교수는 "단일화 필승론의 함정"이라고 표현하면서 단일화에 기대를 걸다 오히려 선거 자체를 망쳤다고 분석했다.
대선의 길은 혼자 판단하고 참모 몇 명과 손잡아서 될 일이 아니다. 정치 신인은 더욱 그렇다. 정치 무경험은 치명적이라 하지 않나. 한 교수에 따르면 제3지대에 머물다 감행할 단일화도 능사가 아니다. 말이 좋아 제3지대지 허허벌판이다. 지금 하는 거로 봐선 밖에 계속 있다간 지지율 다 까먹기 십상이다. 기호 2번이 아닌 무소속 기호를 달고 대선에 나갈 게 아니라면 그나마 늦지 않게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게 방법이 아닐까 싶다. 당내에서 정치 경험이 있는 인사에게 손을 내밀고 자신의 비전도 보여야 가능성이 있다. 행여 전직 대통령 구속에 대한 상처가 가야 할 길을 막고 있다면 그것부터 걷어내야 한다. 윤 전 총장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이 아니라 자신이 잘 해낼 수 있는 길로 가야 할 거다.
중앙일보 신용호 정치에디터
07.30 윤석열, 오늘 국민의힘 '전격 입당'…당사 방문 뒤 기자회견
야권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다. 윤 전 총장은 30일 국민의힘 당사 방문 후 입당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윤 전 총장 캠프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1시 50분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해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과 면담한다.
면담 이후 예정된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은 입당 관련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로써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 선언 후 한 달 만에 마지막 주자로 국민의힘 경선 버스에 탑승하게 됐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지난 주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만나 손 잡았고,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났다. 또 어제 입당 전제로 한 언론 인터뷰도 있었다"며 입당은 예정된 수순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날 당사 방문에 대해선 "카운터 파트인 권영세 위원장을 만나서 이야기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대표에게는 (입당 의지를) 사전에 이야기할 거고 당사 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전날인 29일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국민의힘과 손을 잡고 입당한 상태에서 선거에 나가도 나가야 하는 것 아니겠나. 늦지 않게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해 입당을 전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중앙일보 김은빈 기자
08-02 윤석열 “대선 출마는 개인적 불행, 패가망신의 길”
윤석열, 초선의원 모임 초청강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좌절하는 나라가 돼선 안돼"
"진보인사 만나 모두 세력화해서 정권연장 막을 것"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일 “제 개인적 정치적 욕심 이런 건 전혀 없다”며 “국민의힘이 수권정당이 돼서 국민들의 넓은 보편적 지지를 받고 그야말로 보수를 떠나서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민생을 세밀하게 살피는, 그런 어머니와 같은 정당이 될 수 있도록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초청 강연에서 “그저 법을 집행하는 검사가 천직이라 생각하고 얼마 전까지도 그런 생각을 가져왔지만, 제가 이렇게 참 부족한 능력을 가지고도 정권연장을 저지하는 데 뛰어 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좌절하는 나라가 돼선 절대 안 되겠다, 그리고 그걸 저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대통령에 도전하겠단 생각, 이건 사실 총장 퇴임 때까지 가지지 못했다”며 “이게 보통 일이 아니고 불행한 일이고 ‘패가망신’하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게 명예로운 길이라고 도전하신 분이 있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게 아니냐”며 “이건 정말 모든걸 던지고 모든 사람에게 손가락질 당할 각오를 하면서 명예나 인간관계를 다 버리고 국민을 위해, 나라를 위해 해볼 생각이면 모르겠지만 저도 이거 결정하는 과정이, 전직 대통령도 사법처리 해봤고 검사로서 숙명이지만 그게 한국의 현실”이라고 했다.
국내 정치 현실에 대해선 “보수, 진보 이런 식으로 이념으로 국민들 성향을 가르는 것은 저는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보수, 중도뿐 아니라 현정권에 실망한 진보, 전제적인 상위하달식의 구조·이념에 빠진 사람들을 제외한 자유로운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까지 넓게 만나고 그분들을 다 세력화해서 비상식적인 정권연장을 막는 데 일조해야겠다고 생각해왔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정치는 국민이 중심이 되는 정치여야 하고, 경제는 시장을 무시하지 않는, 시장이 이끄는 경제가 돼야 하고, 외교안보는 국내 정치에 악용되는 외교안보가 아니라 정말 국익만을 생각하는 외교안보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도 그동안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해 많은 변화와 혁신을 해왔지만, 기존 이념과 정치철학을 조금 더 넓혀 가지고 국민의힘과 철학을 같이 하지 않고 생각이 다소 달랐던 분들의 지지와 성원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공정과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 이런 방향으로 국민과 함께 국민의힘 당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리고 이 세력은 바꿀 수 있다고 하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탈원전 논란과 관련해선 “원전을 계속 유지할거냐 말거냐, 원전정책 어떻게 할거냐는 과학의 문제고 정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문가가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하면 비용이 싸고 탄소배출이 거의 없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써야 하는 건데 과학문제를 정치화시킨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내각제 개헌 논란에 관해선 “정권말기 대선을 앞두고 내각제, 개헌 운운한다는 자체는 그야말로 헌법에 대한 모독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특정지역구 주민들의 지지에 의해 국회의원 되신 분이 당내 정치적 상황에 따라서 국가 전체를 대표하는 게 과연 맞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 방침에 관해선 “대통제는 권력 남용이 가장 큰 문제인데, 대통령에 대한 헌법상 통제가 안 되게 만들어놓은 그 중심이 청와대의 사정기능”이라며 “민정수석실이라는 게 사정기능을 담당하는 국가 공권력 기구를 완전히 통제해서 보고받고 필요에 따라 수사 하고 안 하고, 어떤 건 고발장 들어와도 덮어놓고, 어떤 건 샅샅이 파고 이런다면 국민이 누가 그 정치권력을 신뢰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식으로 사정기능을 행사하면 그 사람들은 전문가 아니고 무식해서 그런 거다. 제대로 안다면 그게 자기 죽음의 지름길”이라며 “대통령에 반대하는 여당 실세 정치인도 청와대 사정기능을 말하면 찍소리도 못하게 만드는 건 어렵지도 않다. 그런 걸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백악관에 사정기능이 있나, 일본 총리실에 이런 게 있나. 이런 거는 법무부, 이런 수사기관에서 담당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은 또 “정보수집도 총리실 안에 여러 공직자에 대한 감찰기능을 갖고 있잖나”라며 “대통령실은 국가 정책을 논해야 하는 것이지, 특정인에 대해 비리정보를 수집하고 그걸로 컨트롤하는 게 결국 대통제 망가뜨리는 주범”이라고 했다.
그는 “내각제에 관한 문제는 지금은 시간을 두고 전문가와 국민여론을 잘 수렴해서 어떤 것이 더 국민을 위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 권력구조인지를 시간을 두고 잘 연구를 해서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만들어두면 50년, 100년은 가지 않겠나”라며 “큰 미래비전을 갖고 해야할 문제지, 집권기간 내내 아무일 없다가 느닷없이 정권말기에 내각제 한다, 이게 뭐 하나의 야합도 아니고 이런 식의 개헌논의는 헌법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총장은 통합형 선대위 구성 가능성에 관해 “적극 공감하고 지지한다”며 “경선을 통해서 저를 치열하게 견제하며 눈살 찌푸릴 일이 벌어질 수도 있지만 (경선이)끝나는 즉시 바로 그런걸 다 잊어버리고 당이 일치단결해서 대선을 치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진영에 갈려서 죽이냐 살리냐 하는데 남북통일 어떻게 한다는 거냐고 하는 것처럼 여야가 협치해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하는데 특정 정당 내에서 국민이 볼 때 저렇게 불안할 정도로 간극이 있고 갈등이 있다고 하면 그런 정당에게 어떻게 국민이 힘을 실어줄 수 있겠나”라며 “본선에서 우리 당이 승리하고 집권하기 위해서라도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없애고 안정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라도 당이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당연히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월간조선09월 호
윤석열 아내 김건희씨 ‘의혹’을 해소해주는 과거 사진
김건희씨가 ‘쥴리’일 수 없는 명백한 증거를 찾았다!
⊙ 교육계·미술계 수소문해 입수한 김건희씨 과거 사진
⊙ 김씨가 ‘술집 호스티스’였다는 시기에 촬영된 사진들
⊙ 1998년 서울 광남중학교에서 교생 실습
⊙ 2001년 서울 단성갤러리에서 개인전 개최
⊙ 김씨가 ‘개인전 연 사실 없다’고 단정한 某 변호사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씨가 윤석열 총장의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다. 사진=뉴시스
야권 유력 대권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씨를 둘러싼 소위 ‘쥴리’ 의혹이 한동안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김건희씨가 과거 ‘쥴리’라는 예명으로 나이트클럽 접대부로 일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였다. 접대부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를 둘러싼 훨씬 더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풍설(風說)이 세간에 떠돌았다.
김건희씨 본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음에도 의혹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당초 유튜브상에서만 돌았던 이 의혹은 오프라인 세계로 나오는 것도 모자라, 서울 한복판에 벽화로까지 등장했다.
그러는 동안 국민은 혼란에 빠졌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 벽화를 보며, ‘공익성・알 권리’와 ‘지극히 사적(私的)이고 자극적인 폭로’ 사이에서 방황하며 무엇이 진실인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런 황당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언론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증명했다. 언론밖에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릴 곳이 없음을 이번 ‘쥴리 의혹’이 새삼 깨우쳐준 것이다.
▲지난 7월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책 서점 외벽에 그려졌던 ‘쥴리 벽화’의 문구가 지워진 모습(왼쪽 하단 덧칠된 부분). 서점을 운영하는 해당 건물주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씨를 연상시키는 내용의 벽화를 건물 외벽에 그렸다가 7월 28일 관련 문구를 모두 지웠다. 사진=조선DB
《월간조선》은 지난 8월호에서 ‘쥴리 의혹’이 근거가 없음을 200자 원고지 150매 분량으로 단독 보도했다. 이 기사를 통해, 쥴리 의혹을 처음 폭로한 유튜브 채널과 이 채널에서 쥴리를 최초로 언급한 사람이 쥴리가 김건희씨인지, 또 김건희씨가 쥴리라는 예명으로 ‘술집 호스티스’로 활동했는지 여부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기사가 나간 직후 공교롭게도 벽화 파동이 터졌고, 그 바람에 이 기사는 뜻하지 않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제야말로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펜을 든 이유다.
‘쥴리 의혹’ 잠재울 사진
▲1998년 서울 광장동 광남중학교에서 교생 실습 중인 김건희(중앙)씨. 사진=외부 제공
때로는 사진 한두 장이 기사 문장 10개보다 사실을 증명하는 데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구구절절한 글보다는 사진 몇 장으로 그간의 의혹을 일거에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람들의 눈이 쏠린 초미의 관심사이자 온갖 풍설이 점철된 ‘의혹 덩어리’라면 효과는 배가된다.
본지는 김건희씨가 술집 호스티스로 일했다고 하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의 김건희씨 모습이 담긴 사진을 교육계와 미술계 인사들을 수소문한 끝에 구할 수 있었다.
《월간조선》이 입수한 사진은 총 석 장이다. 그중 한 장에는 1998년 당시의 김건희씨 모습이 담겨 있다. 나머지 두 장은 2001년에 촬영된 김건희씨 관련 사진이다. 이 사진들과 함께 이 시기 김건희씨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지인들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본지는 사진 입수와 김씨 주변 취재를 통해 김건희씨가 해당 시기에 ‘쥴리’라는 예명을 갖고 술집 호스티스로 일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먼저, 1998년 촬영된 김건희씨 사진을 보자. 이때 김건희씨는 26세로,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시기다. 김건희씨 주변에 어린 학생들이 몰려 있는 게 눈에 띈다. 이때 김건희씨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김씨 지인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겐 김건희란 이름보다는 김명신이 익숙하다”고 말했다. ‘김명신’은 김건희씨의 개명 전 이름이다. A씨는 이런 말을 들려줬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사진은 김명신씨가 중학교에서 미술 교생 실습할 때 촬영한 겁니다. 김명신씨는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있는 광남중학교에서 교생 실습을 했어요. 교육대학원에서 공부하면 으레 교생 실습을 나가잖아요? 김씨도 그런 과정을 밟은 거죠. 김명신씨는 평범한 대학원생이자 교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어요.”
A씨는 “지금도 그렇지만 교생 실습을 나가면 눈코 뜰 새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일종의 ‘인턴십’ 과정이라 학교에서 허드렛일을 도맡아 해야 한다. 그러니 얼마나 바빴겠느냐”고 반문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는 김대중 정부 출범과 맞물려 이른바 ‘교육개혁’ 바람이 불던 때였다. 교육부에서 하달되는 각종 업무 지시와 협조 공문으로 인해 일선 중·고등학교가 매우 분주했던, 몇 안 되는 시기였다고 한다. A씨는 “그런 상황에서 김명신씨가 술집에서 일했다는 건 누가 봐도 코미디 같은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김명신(김건희) 작가’ 개인전 사진
▲2001년 서울 관훈동 단성갤러리에서 열린 ‘김건희 개인전’ 다과회장에서 촬영한 김건희(중앙)씨. 사진=외부 제공
2001년 촬영된 사진은 김씨가 미술 작가로 활동하던 시기에 찍은 것이다. 그해 7월, 서울 관훈동 단성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을 때 촬영한 사진이다. 김건희씨가 개인전을 연 사실은 같은 해 7월9일자 《경향신문》에도 보도가 됐다. 당시 기사 전문이다.
〈여성 서양화가 김명신씨의 첫 번째 작품전이 (7월) 11~17일 서울 관훈동 단성갤러리에서 열린다. 황토색과 회색빛이 주조를 이루는 ‘노스탤지어’ 제목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어릴 적 할머니에 대한 추억으로부터 고향의 정취와 따뜻한 인간애까지, 오랜 추억을 지닌 오브제들을 오려 붙이고 나이프의 끝으로 물감을 덮고 지운 작업들이다. 경기대 회화과와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과 구상전 등에서 활동했다.〉
개인전 관련 사진 중 한 장은 개인전을 열면서 가진 다과회 장면이며, 또 다른 한 장은 단성갤러리 앞에 설치된 개인전 홍보 플래카드를 촬영한 사진이다. 이로써 2000년대 초반부터 김건희씨가 미술 작가로 활동하고 있었다는 사실 역시 증명된 셈이다.
김건희씨 지인 B씨는 “명신이는 자기 일에 애착이 강했다”며 “작가로서 자기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을 정도로 일에 몰두했다”고 회상했다. B씨 역시 일각에서 제기된 ‘술집 호스티스설’에 대해 “명신이는 내가 아는 갤러리에서 일한 적도 있었다”며 “술집에서 일했다는 말도 안 되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이들은 전부 처벌받아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건희가) 개인전 한 사실 없어 보여”
▲김건희씨 개인전이 열리던 당시, 단성갤러리 앞에 설치된 플래카드. 사진=외부 제공
취재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친여(親與) 매체로 분류되는 《굿모닝충청》(2021년 8월3일자)이 전모 변호사의 주장을 빌려 《경향신문》의 ‘김건희씨 개인전’ 기사에 나온 김건희씨가 윤석열 전 총장 아내 김건희씨와 동명이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기사다. 전 변호사는 《굿모닝충청》 기사에서 김건희씨가 단성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단정적인 주장을 하기도 했다. 《굿모닝충청》이 전한 전 변호사의 주장 중 일부다.
〈(전 변호사는) “김건희는 경기대 회화과를 나온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대한민국 미술대전, 구상전, 창작미협전에서 다수 입상한 사실도 없어 보인다”며 “단성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한 사실은커녕 경기대 사회교육원, 한림 정보산업대에 출강한 사실도 없어 보인다”고 들추었다.〉
이번에 본지가 최초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건희씨 본인이 단성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것은 움직일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굿모닝충청》이 보도한 전 변호사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전 변호사의 이 같은 주장은 윤석열 캠프가 이미 반박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윤석열 국민캠프 법률팀은 벽화 파동이 거세게 일던 지난 7월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건희씨에 대해 “낮에는 교육대학원에서 교생 실습을 하거나 시간강사를 하고, 밤에는 유흥 접대부로 일했다고 믿을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법률팀은 이런 설명도 덧붙였다.
〈(김건희씨가) 미술 전시계 일에 뛰어들면서 국민대 박사 과정, 서울대 E-MBA 과정을 열심히 다녔고 함께 다닌 분들이 그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2001년 2월부터 2008년 6월까지는 일도 병행하면서 여러 대학에서 약 7년간 ‘시간강사’를 하였으며, 많은 스태프와 함께 땀 흘려 일하며 나름 좋은 ‘미술 전시들’을 선보였습니다.〉
불과 4일 전 윤석열 캠프가 반박을 했음에도 전 변호사와 《굿모닝충청》은 별도의 사실 확인 없이 ‘단성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김건희(김명신)’와 ‘윤석열 아내 김건희’를 동명이인으로 취급한 것이다.
기자는 김건희씨가 쥴리가 아님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사진이 지금도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진들이 공개됐을 때, 그동안 아무 거리낌없이 쥴리 의혹을 확대 재생산했던 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윤석열 X파일’ 검증 (2)
장모 최씨 연루된 사문서 위조 사건이란?
⊙ 재판·수사기록 통해 본 尹 장모 ‘사문서 위조 사건’
⊙ 장모 최씨 동업자 격인 C씨는 사기·횡령 前科
⊙ 어마어마한 배경 가진 C씨 양오빠와 외사촌 오빠의 실체
⊙ 최씨와 지인 김씨 “C씨 제안으로 허위 잔고 증명서 작성”
▲불법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수십억원대 요양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인경(가명)씨가 지난 7월 2일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호에 이어 윤석열 전 총장 처가 관련 의혹 중 또 다른 하나를 다뤄보려 한다. 요양병원 급여 편취 의혹으로 구속된 윤석열 전 총장 장모 최인경(가명·75)씨는 사문서 위조, 위조문서 행사 등의 혐의로도 불구속기소 된 상태다.
최인경씨는 동업자 격으로 알려진 C(여·58)씨와 공모해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와 C씨는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 땅에 대해 공동 매입에 나섰었는데 이를 이유로, 대다수 언론은 C씨를 최씨의 ‘동업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사건(이하 위조사건)은 윤석열 전 총장 처가 관련 최대 의혹 중 하나로, 그간 여러 차례 언론에 오르내렸으며 현재 의정부지법(형사8단독)이 심리(審理) 중이다.
《월간조선》은 수천 장에 달하는 위조사건 재판기록과 수사기록을 입수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이 사건 역시 그간 알려진 내용과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앞서 본지는 지난 호에서 최씨가 연루된 요양병원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보도했다. 재판기록과 관련자 증언을 통해 오히려 최씨가 피해자일 수 있다는 여러 정황을 발견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도 역시 그와 비슷한 선상(線上)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통장 잔고 증명서 위조는 최인경씨 자의(自意)에 의한 것이 아닌 C씨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반면 C씨와 관련해서는 석연치 않은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최인경의 동업자 격인 C씨의 실체
▲C씨가 서울 목동에서 운영했다고 알려진 점집(2층). 그가 설립한 법인 주소지가 이곳 주소와 동일했으며, 그의 사위는 ‘장모가 관상을 봐줬다’고 증언했다. 사진=재판기록
먼저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최씨의 동업자 격인 C씨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 재판기록에 따르면, 1962년생인 C씨는 부동산 사업을 주로 해왔다고 주장했다. 2016년 11월 25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 피고인(당시 위조사건으로 구속 수감 상태)으로 출석한 C씨는 변호인과 이런 문답을 나눴다.
〈문: 피고인은 한 10년 정도 부동산 개발이나 소개, 매입, 매매 중개 등을 하는 ㈜○○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셨지요.
답: 네
문: 피고인은 투자 가치가 있는 부동산을 물색하고 지인들 또는 금융기관에서 돈을 마련한 다음에 그 돈으로 증인이 물색한 부동산을 저렴하게 매입한 후 다시 되팔아서 차익을 남기는 방식으로 운영해왔지요.
답: 네.〉
이와 별개로 C씨가 무속인이었다는 얘기도 있다(C씨는 이를 부인). 최씨를 비롯한 사건 관련 인물들은 C씨가 서울 목동에서 ‘○○암’이라는 점집을 운영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C씨가 설립한 법인 주소지가 이 점집 주소와 동일했기 때문이다. C씨의 사위도 ‘장모가 관상을 봐줬다’고 증언한 점에 비춰, 최씨를 비롯한 주변인들은 그를 무속인으로 알고 있었다.
C씨 양오빠가 재경부 차관?
최인경씨와 C씨는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일까. 2016년 4월 14일, 이 사건과 관련한 재판이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최씨는 지인을 통해 C씨를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지인이 최씨에게 C씨에 대해 들려준 말을 공판 조서에서 옮기면 다음과 같다.
〈C씨라고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기자 주)에 10여 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 있는데, 선배의 비리를 자기가 책임지고 자기가 사표를 쓰고 나온 아주 훌륭한 사람이다. 자기가 대신 사표를 쓰고 나왔기 때문에 그 선배가 C씨를 그냥 무시할 수가 없고, 아주 복잡한 좋은 물건을 싸게 매입할 수 있도록 돈을 벌게 해주는 그런 선배가 있어서 좋은 물건도 가져오고, 아주 좋은 분이 있으니까 한번 만나보라.〉
C씨에 대한 지인의 소개가 있고 난 뒤인 2013년 1월경, 최인경씨는 C씨가 ‘캠코에서 10여 년간 근무하다가 임원인 선배의 비리를 대신 책임지고 퇴직했는데, 그 선배로부터 캠코 관리 부동산 정보, 수의계약이나 입찰 혜택을 받고 있다’며 ‘부동산 전매(專賣)를 통해 수개월 내에 굉장한 수익을 볼 수 있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공판 조서 참조).
C씨는 그러면서 ‘한나라당 예산실장과 재경부 차관을 지낸 양오빠 안병호가 곧 캠코 사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라며 ‘(양오빠가) 박근혜 대통령과도 아주 친분이 두텁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최씨는 증언했다. C씨의 이러한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이날 법정에서 검사와 최씨가 나눈 문답이다.
〈문: 양오빠가 실제로 있던가요.
답: 없었습니다.
문: 그것을 언제 알게 되었나요.
답: 2014년 말경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문: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답: 제가 아는 지인인 김○○이 캠코의 감사를 찾아가서 “C씨라는 사람이 캠코에 근무한 적이 있냐”고 물으니까 “근무한 적이 없다”라고 해서 혹시 계열사에 누구라도 있는지 아주 샅샅이 뒤져봐도 피고인(C씨)이 하루도 근무한 적이 없다고 이야기를 해서 그때 알았습니다.〉
최인경씨 측이 인터넷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과거 경제기획원 시절부터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 현재의 기획재정부에서 차관을 지낸 인사를 통틀어 안병호란 인물은 없었다.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 예산실장이란 직책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외사촌 오빠는 금융감독원 감사원장
C씨가 거짓으로 언급한 건 양오빠만이 아니다. C씨는 자신의 외사촌 오빠가 금융감독원 감사원장이라고 최씨에게 말했다. 재판기록에 첨부된 C씨와 최씨의 전화통화 녹취록(2014년 9월 17일)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C씨: 예, 근데 외사촌 오빠는 이제 서울 상대를 나왔잖아요.
최씨: 응, 나 그때 거기 다방에서 만났던 분이지?
C씨: 예. 그리고 동생들이 또 국세 조사국장이고 막 이래서. 자기(외사촌 오빠-기자 주)는 이제 옷을 벗었지만, 자기 친동생이나 다 국세청 뭐 이런데, 조사국장, 국세청장 그러잖아요.
(중략)
C씨: 예. 조사국장에다가 국세청장에다가 뭐 막막 그러잖아요. 그러니까 (판독 불가) 저기가 그 뭐야? 외사촌 오빠하고는 술도 잘 마시고 밥도 잘 먹고 얘기가 딱딱 통해요. 이게요. 잘 저기해요. “선배님, 선배님” 하면서. 지금 비록 자기 지금… 그 오빠는 또 얼마나 엉뚱한 사람인지 아세요?
최씨: (웃음) 외사촌 오빠?
C씨: 얼마나 엉뚱한지 아세요? 외사촌 오빠는요. 얼마나 잘나서… 나는 참 그런 사람 존경하기는 존경해요. 뭐냐면 금융감독원의 감사원장까지 했잖아요.
최씨: 그래.
(중략)
최씨: 그 부인, 그러니까 그 부인이 뭐 좀 그거 하셨다며?
C씨: 부인이 감사원 거기 있을 때, 금융감독원에 있을 때 잘난 척하고 막 다 하셨다가 그거 뭐야? 뭐야? 대출들을 몇조 갖다가 해버린 거예요. 그런데 다 잘리고 주고 그랬는데, 이 오빠가 자식 (같은) 현금 내놔가지고요 그 지점장들 다 막아준 거예요. 안 잘리게.
최씨: 참 하여튼.〉
이 외사촌 오빠의 존재는 물론, 외사촌 오빠의 학력(學力)과 직위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다. 금융감독원에 감사원장이라는 직책이 있을 리 만무했다. C씨는 또 최씨에게 자신의 이종사촌 동생이 대구고검장을 지낸 검찰 고위 인사라고도 했다.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앞서 언급된 C씨의 ‘캠코 선배’도 가상 인물이라는 게 최인경씨 측 주장이다.
참고로 C씨에게는 세 건의 전과(前科)도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1999년 사기·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었다.
C씨는 2015년 10월 28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이 캠코에 다닌 사실 여부와 양오빠 ‘안병호’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다.
〈검찰: 피의자(C씨)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직원으로 근무한 사실이 있나요.
C씨: 전혀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제가 캠코에서 나오는 공매(公賣) 부동산을 20년 이상 거래해온 것은 사실인데 그걸 가지고 제가 캠코에 다닌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소인(최인경씨)에게 안병호가 양오빠라고 얘기한 사실도 없고… 안병호는 저의 8촌 오빠이고, 3~4년 전에 정부의 재경부 차관으로 재직하다가 퇴직한 사실이 있는데… 저희 일가(一家)는 명도 짧고 10촌도 형제처럼 가깝게 지낸다는 취지로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가지고 고소인이 잘못 알아들은 것 같습니다.〉
도촌동 땅 거래
2013년 1월 말경, C씨는 최씨에게 문제의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 땅 이야기를 꺼냈다. 공판조서에 따르면, C씨는 도촌동 땅과 관련해 최씨에게 이런 취지의 제안을 했다.
〈현재 ○○○○신탁에서 공매를 진행하고 있는 시가(時價) 177억원 상당의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 산 59, 산 59-1, 산 61, 산 68, 181-2, 184 일대 부지 총 55만3231㎡(이하 도촌동 땅)를 캠코 선배를 통해 수의계약으로 40억원 정도로 매수하기로 이야기가 되어 있다. 당장 필요한 5억원만 빌려주면 4억1000만원은 계약금, 9000만원은 캠코 관계자에게 수의계약에 대한 사례비로 지급한 다음 2013년 2월 22일까지 5억원을 합하여 총 10억원을 반환하겠다.〉
C씨의 제안으로 최씨는 이 땅을 공동 매입했다. 매입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총 3차례 시도 끝에 매입했기 때문이다. 2013년 1월에 시도한 첫 번째 계약은, 최씨가 토지 취득을 위해 명의를 빌렸던 이모(최씨 아들 친구)씨가 토지거래 허가 절차에 협조를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당시 도촌동 땅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해당돼 성남 거주자가 아니면 토지 취득이 불가능했다. 당초 최씨는 성남에 거주하는 둘째 아들 명의로 토지를 취득하려 했지만, 그 시기 둘째 아들이 해외여행 중이었다. 그래서 아들의 절친한 친구이자 성남시에 거주하던 이씨에게 명의를 빌려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이씨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약 때 도장만 찍어주면 다 해결이 되는 걸로 알았다. 2차적인 토지거래허가 작업을 해야 된다는 것까지 몰랐다”고 증언했다. 결국 계약 기일을 넘기는 바람에 최씨가 낸 3억원을 포함한 계약금 4억5000만원을 몰취당했다.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는 2013년 당시 기준으로 봤을 때, 도촌동 땅은 개발제한구역 중 공익용 산지(山地)에 해당돼 은행 담보 감정평가가 불가능한 지역이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이 땅만으로 별도의 신용보강 없이 대출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C씨 ‘100억원가량의 통장 잔고 증명서 필요
계약은 무산됐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최씨와 C씨 사이에 큰 문제는 없었던 듯하다. 2013년 3월경, C씨는 최인경씨에게 자신이 아는 캠코 선배(앞서 언급한 대로 실체가 불분명한 인물)가 경기도 평택시 장당동에 캠코가 지분이 있는 물건이 있다고 알려줬다.
C씨는 최씨에게 ‘이 물건을 취득하려면 취득대금지급 능력이 확인돼야 한다. 그러려면 100억원가량의 통장 잔고 증명서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통장 잔고 증명서를 요구했다고 한다. 도촌동 땅 매입이 무산됐으니, 그 대신 장당동에 위치한 토지를 매입하자는 C씨의 제안으로 추정된다.
C씨의 통장 잔고 증명 위조 제안에 대해 최인경씨는 ‘그만한 예금 잔고가 없어 해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러자 C씨는 ‘캠코 선배에게만 보여주는 것이니 허위의 잔고 증명서라도 만들어달라’고 최씨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최인경씨는 여러 번 거절하다가 이에 응하게 됐다. 이때 최씨는 지인인 김○○씨에게 잔고 증명서 작성을 부탁했다. 김씨는 서울 명문 사립대를 나오고,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이다. 이와 관련해 김씨가 2016년 5월 26일 법정에서 잔고 증명서와 관련해 진술한 문답 내용이다.
〈문: 증인(김씨)은 2013년 5월경, 잔고 증명서를 위조하여 피고인(C씨)에게 교부한 적이 있지요.
답: 예.
문: 그 경위는 어떤가요.
답: 피고인이 최인경에게 도촌동이라는 땅을 소개하였는데 이 도촌동 땅이 공시지가가 280억 정도 하는데 공매가로 거래되는 금액이 40억원 정도에 살 수 있다고 하면 공시지가보다 굉장히 저렴하게 사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물건을 소개하고… 그런데 알고 보니까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가 안 되어 갑자기 매도자가 안 팔겠다고 한 것입니다… 저도 피고인들이 하는 이야기들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완전히 사기꾼이라고 생각했는데…. 피고인이 저에게 “내가 이런 고급 정보를 빼 오려면 최인경이 어떤 자격 요건이 된다는 것을 증명해줘야 한다. 캠코에 있는 이○○(실체 불분명한 C씨의 캠코 선배라는 인물-기자 주)라는 이사(理事)에게 이것을 갖다주면 ‘이 사람은 이렇게 재력(財力)이 있는 사람이니 이 사람한테 이것을 수의계약으로 빼주겠다’라고 내부 품의를 받겠다. 그래서 이 잔고 증명서가 필요하다”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들통난 통장 잔고 증명서 위
김씨는 “잔고 증명서를 허위로 위조해서 준다는 것 자체는 진짜 목숨을 내놓고 하는 것이다”라며 거절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자 C씨가 “내가 원래 공직생활을 했었고 오빠가 안병호인데 내가 이것 가지고 허튼짓을 하겠냐”며 난리를 쳤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그 바람에 김씨는 인터넷에서 양식을 다운로드해 최인경 명의로 된 통장 잔고 증명서를 작성해줬다고 한다. 김씨가 작성한 통장 잔고 증명서는 총 4부인데, 이 중 3부는 최씨 명의이며 나머지 1부는 가상의 법인명으로 된 통장 잔고 증명서였다. 총액은 350억원에 달한다.(하단 〈표〉 참조)
C씨는 100억원짜리 잔고 증명서(2013년 4월 1일 자)를 신안저축은행에 제출했다. 이는 당초 약속과 다른 것이었다. C씨는 잔고 증명서를 캠코 선배에게만 보여주겠다고 했고, 돈을 빌리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겠다고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의 법정 증언에 따르면, C씨는 위조된 이 잔고 증명서를 가지고 신안저축은행에 가 ‘최인경이라는 잔고가 100억원 정도 되는 사람이 있는데 자녀가 공직에 있어 공직자 재산 신고 때문에 출금(出金)을 못 하고 있으니 이 사람을 믿고 돈을 빌려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C씨, 최씨에게서 빌린 상당액 변제 안 해
이때 문제가 발생했다. 저축은행 직원이 잔고 증명서를 수상하게 여긴 것이다. 허위 통장 잔고 증명서를 작성한 김씨의 증언이다.
〈제가 (저축은행 직원에게) “미안하다. 내가 위조를 한 건데 미안하고 내가 이것을 갖다가 회수해서 없애버리겠다”라고 이야기하고 피고인(C씨)을 불러서 제가 “다 가지고 와라. 당신 왜 이러냐”라고 말한 뒤 다 회수해서 그것을 다 확인했는데 (잔고 증명서) 4부 중에 1부는 회수를 못 했습니다.〉
상황이 이러했지만 최인경씨 입장에서는 별다른 대응을 할 수 없었다. C씨에게 여러 차례 돈을 대여해줬기 때문이다. C씨는 최씨에게 “(양오빠) 안병호가 캠코 사장으로 가면 캠코가 전국 5개 지역에 분소(分所)를 만들려고 한다. 캠코 선배가 그에 필요한 3억원을 요구한다”며 최씨에게 돈을 빌려 갔다. 최씨는 앞서 언급한 도촌동 땅 거래에 필요한 계약금 일부(3억원)를 지급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최인경씨가 C씨에게 대여한 돈의 액수는 41억35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중 C씨가 2억6900만원만 변제해, 실제적으로 최씨가 피해 입은 금액은 38억3900만원(이자 포함)이다.
2016년 민사소송(2015가합550660)에서 재판부는 “피고 C씨는 원고 최인경에게 33억600만원을 연 5~30%의 이자를 포함하여 지급하라”며 최씨 손을 들어줬다. 여기에 지연손해금(62억원)까지 포함하면, C씨는 1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최씨 측에 배상해야 한다. 그러나 C씨는 최근까지 이 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최인경씨는 C씨에게 돈이 물리는 바람에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C씨와 ‘공동 운명체’처럼 맞물려 돌아간 것이다.
‘잔고 증명서’ 둘러싼 양측의 입장
논란의 핵심인 통장 잔고 증명서와 관련해 양측의 입장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당초 C씨는 문제의 위조된 통장 잔고 증명서에 대해 ‘최인경이 자신에게 잔고 증명서를 보여줬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즉 최씨가 ‘나는 이렇게 돈이 많으니까 물건을 가져오라’는 뜻에서 위조된 잔고 증명서를 C씨에게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인경씨 측 법률대리인은 ‘변호인 의견서’에서 “잔고 증명서는 금전 대여 시에 변제자력(辨濟資力·채무의 전액을 변제하는 데 있어 필요한 자금력)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피진정인 최인경이 돈을 빌리기 위하여 잔고 증명서를 보여주라고 하였다는 C씨의 진술은 그 자체가 거짓”이라고 못 박았다. 잔고 증명이 돈을 차용하는 담보가 될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최씨 측 법률대리인은 “잔고증명서는 발급 당일에 그러한 예금이 있다는 증명은 되지만 예금이란 수시로 인출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미래의 변제자력을 담보할 수 있는 증빙은 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실제로 4장의 잔고 증명서에도 ‘예금잔액이 발급일 현재로 위와 같음을 증명합니다’라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 발급일 이후 수십억 내지 수백억대의 예금을 보유했다 해도 잔고 증명서를 보여주면서 돈을 차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최씨 측 변호인은 “잔고 증명서는 피진정인 최인경과 김○○이 C씨의 캠코 선배가 캠코와 관련된 물건을 구입하기 위하여 대금 지급 능력을 확인하는 용도로 요구한다는 C씨의 거짓말에 속아 작성해준 것일 뿐이며 피진정인(최인경과 김씨)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허위의 잔고 증명서를 작성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허위 잔고 증명서를 금융권에 제출하면, 진위(眞僞)가 드러나기 때문에 최씨와 김씨가 허위 잔고 증명서 작성을 주도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C씨 측 “최인경의 대여금 편취 아니다”
C씨 측 법률 대리인은 ‘변론요지서’에서 허위 통장 잔고 증명서에 대해 “고소인(최인경)의 주장에 의하면 피고인(C씨)으로부터 대여금만 받으면 되는데 사문서 위조 등의 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허위 잔고 증명서를 발급해준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지는 C씨 측 법률대리인 입장이다.
〈고소인 최인경은 2013년 4월부터 2013년 10월경까지 수차례에 걸쳐 허위 잔고 증명서를 발급하여 피고인에게 주었는데, 피고인이 잔고 증명서 금액에 상당하는 부동산을 한 번도 가져오지 않았음에도 계속해서 처벌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고 허위 잔고 증명서를 발급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할 것입니다.〉
C씨 측은 또 C씨가 최씨로부터 빌린 돈에 대해선 “피고인과 고소인 최인경의 금전 거래는 최인경의 주장과 달리 단순한 대여가 아니라 부동산 취득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피고인과 고소인 최인경이 공동으로 취득한 부동산들에 대한 민사적인 정산(定算) 문제만 남아 있을 뿐, 피고인이 고소인 최인경을 기망하여 최인경의 대여금을 편취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C씨가 돈을 빌린 건 맞지만 ‘편취’, 즉 떼어먹은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처럼 C씨는 최인경씨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2016년 7월 서울남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반정우)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2017년 6월 2심에서는 돈을 일부 갚은 점이 인정돼 징역 2년 6월로 감형됐다. 2017년 10월 대법원도 이를 확정했다. 최씨는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 사건은 C씨의 유죄(有罪)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2020년 3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문재인 정권과 맞서는 양상이 벌어지자 이 사건이 다시 수면으로 나왔다. MBC의 한 시사 프로그램이 윤석열 전 총장 장모 관련 의혹들을 보도했다. 이어 친여 성향 인사가 법무부 검찰개혁위원회에 위조사건을 수사해달라는 취지의 진정을 제기했다. 사건 당사자들도 일제히 고소·고발장을 제출했고 검경(檢警) 모두 수사에 착수했다.
3월 27일 의정부지검 형사1부(부장 정효삼)는 두 사람을 사문서 위조·행사 혐의로 전격 불구속기소 했다. 당시 법조계 일각에선 최씨의 불구속기소를 윤 전 총장 ‘압박용’으로 봤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4·15총선이 끝나고 진행될 청와대 선거 개입 수사 등을 앞두고 윤석열 총장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검찰뿐 아니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도 별도로 수사를 진행했지만, 그해 12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과 내용이 같아 더 수사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
“윤석열에게 非理라는 굴레 씌워 불이익 가하고…”
지난해 5월 21일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최인경씨에게 18억원을 투자한 사업가 임모씨가 “윤 총장 장모의 잔고 증명서를 믿고 돈을 빌려줬다”며 최씨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냈으나 패소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한성수)는 임씨가 최씨를 상대로 낸 수표금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임씨는 2013년부터 이듬해까지 C씨에게 당좌수표를 할인하는 방법으로 18억3500만원을 투자했다. 당시 C씨는 2013년 6월 24일 자 최씨의 통장 잔고 증명서(71억원)를 임씨에게 보여줬다. 임씨는 C씨가 보여준 은행 잔고 증명서를 믿고 투자했다며 최씨를 상대로 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는 최씨 입장에서는 다소 유리한 결과였다.
같은 해 12월 22일 의정부지법에서 최인경씨 첫 재판이 열렸다. 최씨는 이날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고의(故意)는 아니었고 전 동업자인 C씨가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정보를 취득하는 데 쓰겠다고 해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현재 두 번째 재판을 앞두고 있다.
최씨 측 법률대리인은 이 사건이 다시금 부각한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봤다. ‘변호인 의견서’에 담긴 대목 중 하나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총선을 윤석열 총장 대(對) 조국이라는 해괴한 대결구도로 만들어가는 진보를 참칭(僭稱)하는 진영이나 언론이 윤석열 총장에게 비리라는 굴레를 씌워 불이익을 가하고 총선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해괴한 진영논리를 동원하며 진정인(친여 인사들-기자 주) 등의 불순한 의도를 도와주고 있으며, 진정인 등은 이에 편승하여 자신들의 불순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진정을 하고 있음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월간조선》은 2개월에 걸쳐 이른바 ‘윤석열 X파일’로 불거진 윤석열 전 총장 처가(妻家) 관련 의혹을 다뤘다. 쥴리 의혹과 장모 최씨 관련 의혹을 최대한 정확하고 공정하게 기술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일러둔다.⊙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11.06 대선 후보 윤석열, 정권교체 민심 담아낼 과제 안았다
▲국민의힘은 5일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윤석열 전 총장을 대선 후보로 최종 선출했다. 2021.11.05 이덕훈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합산 득표율 47.85%로 2위 홍준표 의원(41.5%)을 6.35%포인트 차이로 앞서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정권 유지보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20%포인트 이상 높은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이를 실현시켜야 할 책무를 지게 된 것이다. 윤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정권 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법치 유린이 계속되고 비상식이 상식이 돼 민주당의 일탈은 날개를 달게 될 것”이라며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고 대장동 게이트에서 보듯 거대한 부패 카르텔을 뿌리 뽑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 출신이다. 전 정권 ‘적폐 수사’를 이끌 당시만 해도 현 정권으로부터 ‘정의로운 검사’라는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비리,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공작,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로 수사를 이어가자 감찰과 징계를 받으며 쫓겨나다시피 했다. 현 정권의 내로남불과 폭거에 맞선 결기가 그를 정권 교체를 상징하는 인물로 만들고 야당의 대선 후보 자리까지 오르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경선 결과는 윤 후보에게 내년 3월 9일 대선까지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도 함께 안겨 주었다. 윤 후보는 당원 투표에서 21만표를 얻어 12만표를 얻은 홍 의원을 2배 가까이 앞섰지만 국민 여론조사에선 37.94% 지지율로 48.21%의 홍 의원에게 10%포인트 이상 뒤졌다. 홍 의원 지지 가운데 여당 지지층의 역선택이 포함됐다는 분석도 어느 정도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 해도 전체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당원들의 지지에 힘입어 대선 후보가 됐다는 사실은 대선 후보의 약점일 수밖에 없다. 윤 후보는 자신보다 홍 의원 쪽에 더 지지를 보냈던 2030 젊은 유권자, 그리고 중도층 유권자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더 겸허해야 한다. 그래야만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정권 교체의 사명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