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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安保 25-2021-10/ 10.01 임기 한 달 남은 정권의 남북정상회담, 대선용 외에 무슨 의미 있나 - 10월 28일 北의 황당한 終戰 논의 조건, 유럽 간 文 맞장구치지 말라

상림은내고향 2021. 10. 31. 20:34

무너진 安保 25-2021-10

10.01 임기 한 달 남은 정권의 남북정상회담, 대선용 외에 무슨 의미 있나

북한 김정은이 ‘종전 선언’을 언급하며 전제 조건으로 “상호 존중이 보장되고 이중적 태도와 적대시 정책부터 철회돼야 한다”고 했다. “10월 초 남북 연락선 복원 의사”도 밝혔다. 며칠 전 김여정도 종전 선언과 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 정상회담까지 거론하며 김정은과 같은 전제 조건을 내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초청받지도 않은 유엔 연설에서 ‘종전 선언’을 제안한 이후 김정은 남매가 바로 호응하고 나선 것이다. 서로 얘기가 돼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2018년과 유사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에 북한을 초청하자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참가 용의’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후 김여정 방한에 이은 남북·미북 정상회담 이벤트와 각종 비핵화 쇼가 봇물처럼 터졌다. 문 정권은 그해 지방선거와 작년 총선에서 압승했다. 당시 정권은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진 것처럼 선전했지만 남북 정상 행사가 그런 식으로 진행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비공개 채널로 미리 합의된 시나리오대로 진행된 것이다. 이젠 국민도 다 안다.

 

지금 정권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어게인 2018′을 계획하고 있다. 남북 이벤트로 지지층 결집과 중도층 표를 얻으려는 것이다. 문 대통령에게 ‘삶은 소대가리’ ‘미국산 앵무새’라고 막말하던 김여정이 돌연 ‘종전 선언’에 호응하며 정상회담까지 꺼낸 건 결코 우연이라 볼 수 없다. 이제 TV로 남북 화상 정상회담이 생중계되고,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북 정상이 손잡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 이 각본은 이미 결정됐을 수도 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잇단 미사일 실험에 대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미국은 물론 영국과 독일 등도 ‘규탄’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미사일의 표적인 한국 정부는 ‘유감’이 전부다. 김여정이 발끈하자 ‘도발’이란 말도 못 쓰고 있다. 김정은 남매가 말하는 ‘상호 존중’과 ‘적대 철회’는 북핵 인정과 대북 제재 해제, 한미 동맹 해체를 말하는 것이다. 아무 말 없는 정권이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이면 대선 한 달 전이다. 문 정권 임기가 사실상 한 달 남은 시점이다. 임기가 사실상 끝난 정권이 무슨 권한과 능력으로 북한과 중대한 합의를 하나. 대선용 TV 쇼이자 선거 카드 아닌가.

조선일보 사설

 

10-01 北 통신선 복원 카드, 신무기 쏴대도 입 닫으라는 꾐수일 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10월 초 남북 통신연락선을 재복원할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은 “남조선에서 우리를 자극하고 걸고드는 불순한 언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관계 회복이냐, 악화 지속이냐는 남측 태도에 달려 있다고 했다. 미국에 대해서도 “(조 바이든) 새 행정부 출현 이후 대북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달라진 게 없고 오히려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극초음속 미사일’ 도발 이틀 만에 나온 김정은의 대남 메시지에는 비난의 손가락질과 유화의 손짓이 섞여 있다. 시종 남측의 태도를 나무라듯 따지면서도 시혜라도 베풀 듯 통신선을 연결할 용의를 밝혔다. 북한은 이미 7월 말 통신선을 복원했다가 다시 2주 만에 끊었고, 며칠 전엔 ‘북남 수뇌상봉’까지 띄우다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회유와 협박을 번갈아 또는 동시에 하는 이중 기만책이다.


이런 상투적 양면전술은 먹히고 있다. 북한은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면서 ‘이중 기준’ 철회를 압박했고 결국 남측이 ‘도발’로 규정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김정은은 “남조선을 도발할 이유도 없고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며 망상과 피해의식에서 벗어나라고 어린애 타이르듯 말했다. 북한이 앞으로 어떤 도발을 해도 남측이 시비 걸지 못하도록 입막음부터 하려는 것이다.

 

다만 김정은 발언에선 지금 같은 자폐(自閉) 상태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는 절박함이 읽히는 것도 사실이다. 자력갱생을 외치지만 다가오는 고사(枯死) 위기 속에 내부적 압박도 커지고 있다. 그래서 협상이든 대결이든 미국과 한판 벌이기 전에 남한을 길들이고 한미를 갈라 치려 한다. 미중 갈등의 신냉전 구도까지 거론하며 뭔가를 도모할 호기임도 숨기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고스란히 말려드는 형국이다. 이 모든 게 얼마 남지 않은 임기 안에 뭐든 만회해 보려는 대북 조급증, 그걸 모를 리 없는 북한이기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동아일보 사설

 

10.04 北에 정상회담 구걸하려 ‘눈속임’ 관광 사업까지 꾸몄다니

▲북한 평양 시내에 있는 주체사상탑과 고층 건물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관광공사가 핵 보유로 인한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를 피해 북한 관광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연구 용역을 실시했다고 한다. 관광공사가 한국관광개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에 3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국제 사회의 눈을 피해 ‘꼼수’ 대북 관광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용역 보고서는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 등의 자본으로 북한개발협력은행을 설립하고 페이퍼 컴퍼니도 함께 세워 북한 측과 거래하면서 미주 노선이 없는 이스타항공을 대북 관광에 이용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 몰래 음성적인 방법으로 북한에 관광 수익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국제 사회 눈을 피해 이런 사업을 벌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황당하고 위험하다. 더구나 5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상직 의원이 창업주·대주주인 이스타항공을 동원하려고 했다니 정신 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이런 비현실적인 대북 사업까지 검토하는 것은 내년 대선 득표용 남북 이벤트에 몸이 달아 있기 때문이다. 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한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북한에 대가를 지급하려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유엔에서 “북한 핵 개발 계획이 전력 질주하고 있다”고 경고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날 유엔 총회 연설에서 종전 선언을 제안했다. 뒤를 이어 정의용 외교장관은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구체적 인센티브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북핵과 미사일 위협의 책임을 북한 대신 미국에 물은 것이다. 대통령과 외교장관이 북한 최고 지도자를 향해 “우리가 이렇게까지 당신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애걸하는 모습이다.

 

내년 3월 대선까지 실질적인 임기가 반년도 안 남은 정권이 한반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이런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유권자 눈을 또 한 번 현혹시킬 평화 쇼 한 편을 위해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조선일보 사설

 

10-04 “군 내 성피해 신고? 법무관인 내 성희롱 사안도 묻었는데…”

14년간 군 법무관 지낸 이지훈 예비역 소령

▲이지훈 변호사는 “군 내 사법 절차도 문제지만 지휘관에 따라 자의적으로 결정되는 징계와 군 감찰 문제도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2005년 군 법무관 18회로 임관해 2보병사단 법무참모, 국방부 조사본부 법무실장, 군수사령부 법무실장 등을 지낸 뒤 2019년 소령으로 전역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진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군 혁신의 핵심은 인권”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처럼 군 인권이 참담하게 무너진 적이 또 있을까. 육해공군을 돌아가며 연이어 성범죄가 벌어졌고, 피해자의 절규를 무시한 결과는 여성 부사관들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졌다. 14년간 육군 법무관을 지낸 이지훈 변호사(44·예비역 소령)는 “밑바닥에 곪아 있는 문제들을 수술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에 꽤 오래 있었는데 혹시 당신은 성 차별이나 피해를 겪은 적이 있나.
“법무관이다 보니 신체적으로 당한 적은 없다. 언어적 성희롱을 겪은 적은 있는데… 소령 때 육군본부 헬스장에서 리모컨을 잘못 눌러 옆 사람 트레드밀(러닝머신) TV채널이 돌아갔다. 그랬더니 화를 내며 ‘어디 여자가 감히’라고 하더라. 체육복 차림이라 낮은 계급의 여군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너무 화가 났는데 법무장교인 나 자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참을 만해서 그런 건가.

“문제 삼고 싶었지만 그 이후에 일어날 일을 생각하니 하기 힘들었다. 문제를 삼으려면 일단 알려야 하지 않나. 그러다 보면 소문이 날 수 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나한테 이런저런 걸 물어보는 데 시달려야 하고…. 그 과정에서 또 이상한 시선을 받을 테고…. 그런 게 싫고 부담스러웠다. 언어적 성희롱도 알려졌을 때 벌어질 상황이 고민스러운데 더 심각한 피해를 입은, 계급도 나보다 낮은 여군들은 어떨까. 여군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는 군 시설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군을 위한 시설이 많이 열악한가.
“2005년 입대해 유격훈련을 받는데 남자들과 같은 목욕탕을 시차만 두고 썼다. 언제 씻으라고 시간도 안 정해줘서 남자들이 오기 전에 다들 굉장히 허겁지겁 씻고 나왔다.” (1980년대도 아닌데… 항의는 안 했나.) “나도 그렇고 다들 사회 경험도 없이 들어와서 그때는 미처 생각을 못 했다. 사단급 등 상급부대는 시설이 좀 나았지만 연대나 대대급에는 본관 건물에도 여자 화장실이 따로 없는 곳이 수두룩했다. 야외 시설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그런 거 개선하라고 군 양성평등센터가 있는 것 아닌가.
“국가인권위원회가 여군 화장실 인프라를 개선하라고 한 게 언제인지 아나?” (당신 입대 시절인가?) “2018년이다.” (최근까지도 그런 상태였다는 건가?) “모 부대 유격장에서 벌어진 일인데, 주임원사가 여군 화장실은 대대장이 쓰게 하고, 여군에게는 차로 이동해야 할 거리에 있는 화장실을 쓰도록 했다. 물론 차량 지원은 없었고. 해당 여군이 이 사실을 육군본부 양성평등상담관에게 알렸더니 ‘성 문제가 아니라 도와주기 힘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다시 국가인권위에 진정한 거다. 시설이라는 게 여군에 대한 배려나 생각이 있어야 개선하는 것 아닌가. 군 내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게 우연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해당 여군은 열악한 부대환경 때문에 급할 때는 탄약통을 요강으로 사용한 뒤 세면대에 버린 적도 있다고 한다.


―폐쇄적인 근무문화 때문에 군 사법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2사단 법무실장 할 때인데 우리 사무실에 군 검사, 국선변호장교, 징계장교, 군법원 서기가 다 함께 있었다. 민간으로 치면 검찰과 법원이 함께 있는 셈이다. 군 검사가 사건을 올리면 내가 같이 검토한 뒤 사단장에게 보고한다. 심판관제도에 따라 재판관이 될 일반 장교는 누구를 시키겠다고 결재도 올리고…. 최근에 폐지됐지만 전에는 지휘관 감경권이 있었으니까 판결 결과를 보고하면서 필요하면 감형 의견도 상신한다.”


―사단장이 검사에게 보고받고, 재판관 중 한 명을 지정하고, 감형까지 해줄 수 있으면 견제가 불가능하지 않나.
“그래서 늘 재판의 독립성이 문제가 되니까 이번에 감경권과 심판관제도는 폐지했는데, 그 외에도 문제가 많은 게 한둘이 아니다. 특히 재판이 필요 없는 징계는 정말 ‘노(NO)답’이다.”


―징계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내리는 것 아닌가.
“언론에 알려져 커지면 세게 내리고 아니면 그냥 묻히고…. 한 번은 모 장군이 징계위원장으로 들어온 적이 있는데 장군이 위원장을 할 정도면 피의자 계급도 높고 큰 사건이다. 그런데 그분 말 한마디로 징계가 ‘휙휙’ 좌우됐다. 이런 징계를 왜 하느냐 이러면서…. 군 감찰도 진짜 문제가 많다. 마음만 먹으면 사건을 키울 수도, 줄일 수도 있다.”

 

 

―군사경찰이나 법무관들이 지켜보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사건이 들어오면 항상 수사보다 먼저 감찰 조사를 시작하고 지휘관에게 모두 보고한다. 지휘관이 거의 100을 안 상태에서 수사가 시작되는 거지. 지휘관 판단에 따라 감찰 내용을 모두 수사에 넘길 수도 있고, 선별해 넘길 수도 있다. 사건을 줄이고 싶다면 선별해 수사에 넘기고, 수사가 다시 몇 개를 추려서 법무로 보낸다. 수사하는 데는 규율도 많고 권한도 한계가 있지만 감찰은 그런 게 없다. 모든 걸 다 할 수 있으니 수사기관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이미 갖게 되고, 그게 그대로 지휘관에게 보고된다. 체계상으로는 법무가 뭘 결정하는 위치 같지만 사실은 법무가 가장 조금 안다.”


―군 내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 여성 지휘관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글쎄… 남성 중심 조직에서 상위 직급에 올라간 여성 중에는 오히려 더 남성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여군 대령이 유부남 소령과 미혼 여성 대위의 불륜 사건 징계위원으로 들어온 적이 있었는데 이분이 징계위에서 여군 대위에게 뭐라고 했냐면 방문을 왜 열어줬냐는 거다. 네가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이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이분이 위촉된 이유가 징계위원이 다 남성이라 여성의 시각에서 들어보라는 취지였다. 여군 대령이 그러니까 남자 위원들도 자유롭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징계위 결정은 남자는 정직, 여자는 해임이었다.” (헐….) “여성이 국방부에 항고해서 최종적으로는 정직으로 내려왔지만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그런 말이 징계위 속기록에 적히면 곤란할 텐데.) “징계위 속기록은 취지만 적고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까지 기록하지는 않는다. 공개하지도 않고. 그래서 그 안에서 엄청난 인권유린이 벌어진다.”

―지금 군에 2차 가해로 엮이는 게 두려워 피해자의 불법을 묵인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는데….
“최근 모 부대에서 남자 부사관이 여자 부사관에게 언어적 성희롱을 한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가 전출되는 걸로 끝났는데 이후에 피해자가 가해자를 찾아가 일과시간에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게 불법인가?) “우리나라 법은 사적 제재를 금지하고 있다. 군인복무기본법도 사적 제재를 금하고 있고, 이를 알았을 때는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피해자는 당연히 보호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피해자에게 사적 제재 권한을 준 건 아니다. 마침 지나가다 그 상황을 본 상사가 중지시키니까 피해자가 ‘내가 피해자인데 이 정도도 못하냐’며 화를 냈다. 그런데 문제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공교롭게 그 직후에 성 관련 2차 가해 실태에 대한 전군 전수조사가 벌어졌다. 올해 성추행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이 워낙 커서 그 후속 조치의 일환이었다. 그런데 피해자가 자신의 사과 요구를 중지시킨 상사를 2차 가해자로 지목했고, 그 상사는 징계위에 회부돼 서면 경고를 받았다.” (불법을 막았는데 왜 징계를 받나?) “해당 상사가 너무 황당해서 피해자의 사적 제재 행위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더니 위에서 ‘그건 불문에 부친다’고 했다. 공군, 해군에서 2명이 죽은 뒤다. 피해자의 잘못을 문제 삼았다가 만에 하나라도 또 무슨 일이 벌어지면 정말 큰일이 나니까 그냥 넘어간 거다. 군 내부에 소문이 파다하게 나서 이제는 문제가 있어도 아무도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다.”

 

―일반 장교야 조직논리 때문에 문제를 지적할 수 없다고 해도 법무관은 그럴 필요가 없지 않나.
“예전에는 법무관들이 기개가 있었다고 하는데…. 진급은 당연히 신경도 안 썼고. 그런데 요즘은 변호사 시장이 어렵다 보니까 웬만하면 안 나가려 하고, 안 나가려면 진급을 해야 한다. 계급 정년이 있으니까. 그러려면 인사고과가 좋아야 하는데 그걸 주는 사람이 지휘관이니 똑같아지는 거지….”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10.05 각본대로 진행되는 남북 이벤트, 다음은 ‘화상 정상회담’일 것

▲군 관계자가 4일 다시 연결된 남북 통신선으로 시험 통화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북한이 끊었던 남북 통신선을 50여일 만에 다시 연결했다. 북은 우리 정부에 “밝은 전도(前途)를 열어나가는 데 선결돼야 할 중대 과제 해결에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밝은 전도’란 문 정부가 원하는 남북 정상회담 같은 이벤트이고 ‘중대 과제’란 김정은 남매가 조건으로 내건 북핵 인정과 대북 제재 해제, 한미 동맹 해체를 말하는 것이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남북 이벤트도 없다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지난 8월 통신선 연결 직후 문 정부가 북 요구대로 한미 훈련 규모를 대폭 줄였는데도 북은 “배신적 처사”라며 통신선을 끊었다. ‘배신’이란 비공개 채널로 합의된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항의 아닌가. 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종전 선언’을 제안하자 김정은 남매가 바로 호응한 것도 서로 얘기가 돼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일 것이다. 2018년 평창 올림픽 이후 남북 이벤트가 쏟아질 때도 그랬다.

 

문 정부가 ‘종전 선언’에 이어 ‘통신선 연결’을 언급하자 김정은이 ‘복원 의사’를 밝혔다. 김여정이 핵·미사일 도발을 ‘도발이라 하지 말라’고 하자 문 정부 발표에선 ‘도발’이란 말이 사라졌다. 김정은 남매가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자 한국 외교장관은 미국에 “제재를 완화할 때”라며 맞장구치기도 했다. 남북 이벤트를 하려고 한미 동맹까지 흔들고 있다. 정해진 수순대로 착착 진행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지금 남도, 북도 대놓고 ‘정상회담’을 말하고 있다.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에서 문재인·김정은·시진핑이 손잡고 등장하는 것이 시나리오의 결말일 것이다. 그 징검다리로 남북 연락사무소 재설치와 화상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화상 회담에서 김정은이 한국 TV에 나와 솔깃한 얘기를 한다면 베이징 회담 분위기도 달아오를 것이다. 코로나로 국경까지 차단한 북도 화상 회담은 좋아할 것이다. 대선용 남북 이벤트가 각본대로 진행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10월 05일 南을 ‘美 압박’ 앞잡이 세우는 北 전술

김숙 前 駐유엔 대사

북한이 4일 남북통신선을 복원하며 재가동 의미를 깊이 새기라고 했다. 최근 순항, 탄도, 기차 발사 및 극초음속 등 각종 형태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후 한국 정부를 가지고 노는 형국이다.


북한 움직임의 배경은 복잡하지 않다. 핵과 미사일 개발은 포기할 수 없으며, 제재와 코로나 쇄국으로 인한 경제난 타개를 위해 제재 완화와 외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데 있다. 북한은 현 상황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를 움직이긴 힘들다고 판단,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 제의는 거부하고 눈을 남쪽으로 돌리는 전술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 결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국을 앞잡이로 묶어두기 위한 미끼로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역이용한다.


앞으로 추가로 남북 연락사무소 재개 논의를 하면서 종전선언 제안에 호응(하는 척)해 줄 테니 한국은 유엔과 국제사회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해 진력하고 상당 수준의 대북 지원에 나서라는 것이다. 또한, 이중적 태도와 적대시 정책 철회가 근본적으로 선결된다면 남측이 그토록 원하는 정상회담도 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중잣대와 적대시 정책 철회는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 용인,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철수를 가리키는 추상적 개념이다. 10개가 넘는 유엔 안보리의 구속력 있는 대북 결의를 무시하는 처사이며 방약무도한 논리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도 지난해 6월 제멋대로 폭파하면서 대남정책을 대적정책으로 바꾼다고 겁박하더니 이제 와서 시혜라도 베푸는 듯 재개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이런 북한의 태도에는 지난 4년반 동안 문 정부가 보인 끝을 모르는 유화와 비굴함이 크게 작용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기껏 무표정한 ‘유감’ 표명이나 하고 대통령은 오불관언 종전선언에만 매달리니까 한국을 ‘약한 고리’로 마구 대하는 것이다. 북한의 불법과 탈선이 묵과돼선 안 된다. 종전선언으로 대북 유화정책에 불을 지피고 남북 정상회담 재개를 위해 눈물겨운 물밑 노력을 쏟아붓는 짓은 임기 7개월, 대선 5개월을 남긴 정권이 해서는 안 되는 일 중 으뜸에 속한다.


정의용 외교장관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향상 저지를 위해 미국의 구체적 유인책을 요구한 발언은, 북한의 도발이 안보리 결의의 반복적 위반이며 지역 안보 불안을 가중시킨다고 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발언과 180도 반대인 경악할 정세 인식이며, 강력하고 통일된 동맹을 저해한다. 제2차 대전 초기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유화론자를, 악어에게 먹이를 주면서 자신은 제일 나중에 잡아먹히기를 바라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북한이라는 악어에게 먹이 주기는 이제 멈춰야 한다. 임기 말 정상회담은 대선용 평화 쇼로서 정략적 성과를 가져다주는지 모르나 국가에는 두고두고 실패의 멍에로 남을 것이다. 단타성 이익만 챙기곤 성공적 실패였다고 몰래 미소 지을 일이 아니다.


그러지 않아도 대선 정국에 나라가 혼란스럽다. 그런데 안보마저 희화화하면서 단편적 상식 자랑만 늘어놓는 천박한 대선 후보의 토론을 보면서 국민의 마음은 착잡해진다. 엄중한 우리의 안보 현실은 차기 지도자에게 전략과 비전, 철학을 요구한다. 커다란 그림이 잘못 그려진 지금의 상황을 과감히 바로잡을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문화일보

 

10월 05일 北 도발 감싸며 대선 직전 ‘베이징 쇼’ 올인하는 文정부

문재인 정부의 대북 굴종 행태가 임기 말로 가면서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이러니 북한은 4일 이른바 ‘남북 통신선 연결’에 응하면서 문 정부를 향해 “재가동 의미를 깊이 새기고 선결돼야 할 중대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여러 조건을 내걸었다. 통신선 연결이라는 것은 그동안 받지 않던 남북 직통 전화를 받아주는 일로서, 일방적으로 중단했던 데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 행태는 심각한 적반하장인데도 문 정부는 감지덕지해 북한에 대한 지원에 안달한다.


문 정부가 이러는 이유는 최근 더욱 명확해졌다.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3일 인터뷰에서 “통신연락선이 복원되는 대로 화상대화를 할 수 있는 영상 시스템을 만들고, 고위급, 각급 분야별 합의 이행을 위해 미뤄졌던 대화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기쁜 마음으로 함께 손을 잡고 베이징올림픽으로 가는 게 좋지 않겠나. 우리에게 그런 선택과 결단의 시간이 임박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부겸 총리도 1일 보도된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참가할 수 있도록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대놓고 중국과 북한 입장을 두둔했다.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하든, 어떤 요구를 하든 인내하면서, 대선 직전(내년 2월 4∼20일) 열리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문재인·김정은 회담 등 ‘남북 쇼’를 성사시키겠다는 의미다. 최근 북한이 신형 순항미사일에 극초음속 미사일, 항공기요격미사일 연쇄 도발을 강행했음에도, 문 대통령은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 회의를 열었다. 임기 말에 가까워질수록 북한 도발도 감싸면서 남북 이벤트에 올인하려는 경향은 더욱 심해질 것 같다.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안보 파괴를 감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화일보 사설

 

10.06 "북한의 전술 미사일 위협, 우리 코앞에 다가왔다."

로켓 공학자 장영근 교수가 본 북한 미사일의 진화

 북한이 신형 전술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월 한 달 동안에만 서로 다른 종류의 미사일 발사를 네 차례 했다.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고 종전선언에 관심을 슬그머니 내비치면서도 올 1월 8차 당대회에서 공언한 핵능력 고도화의 길을 꿋꿋이 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군사 전략과 정치적 판단이 개입하는 문제라 여러가지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능력과 위협에 대한 평가는 기술적·공학적 분석을 동원하면 그나마 객관적 판단이 가능한 부분이다.

 

한반도 전장 특화된 신형 무기 개발
극초음속 미사일은 세계 4번째
발사 1회 ICBM은 아직 미완이나
10차례 성공 KN23은 현실적 위협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로켓 발사체 연구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공학자다. 논문 주제는 극초음속 미사일용 엔진 연구였다. 잘 알려진대로 로켓 발사체 맨 꼭대기에 탄두만 탑재하면 그게 바로 미사일이다. 장 교수는 지난 10여년간 북한 미사일 개발을 추적하고 성능을 분석해 왔고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와 킬체인 기반 연구를 했다. 장 교수의 설명을 통해 북한 미사일 능력의 진실과 위협의 실체에 한걸음 접근해 보았다.

 

▲북한 미사일을 10여년간 추적하고 분석해 온 로켓 공학자 장영근 교수가 극초음속 미사일 등 일련의 북한 신형 무기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신형 전술 미사일은 한국에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왔다"고 진단했다. 김경록 기자

 

극초음속 미사일의 충격

   북한은 지난달 28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관영 매체를 통해 보도했다. 이미 북한이 1월 당대회에서 개발하겠다고 공언한 신형 전술핵 무기의 리스트 가운데 들어있었던 것이긴 하지만, 북한이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는 건 놀라운 뉴스였다. 지금까지 극초음속 미사일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중국 세 나라밖에 없기 때문이다.


탄도미사일 탄두는 로켓 몸통(부스터)에서 분리되고 나면 포물선 탄도를 그리며 낙하한다. 따라서 궤도를 예측할 수 있고 목표에 도달하기 전 요격이 가능하다. 그런데 미사일 맨 꼭대기에 일반적인 탄두 대신 날개가 달린 활공비행체(GV)를 장착하면 대기권 안에서는 공기의 양력(揚力)으로 비행기가 날 듯 수평으로 날아간다. 그 속도가 극초음속에 이르면 요격이 불가능하다. 굳이 복잡한 회피 기동을 할 필요도 없다. 투수의 공이 워낙 빠르면 변화구 없이 직구만 던져도 타자가 못 치는 이유와 같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활공비행체를 장착하면 마하 20(음속의 20배) 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이 과연 극초음속(마하 5 이상)에 이르렀나.
“이번에 쏜 것은 스커드 개량형 중장거리 미사일인 화성8형이다. 우리 군이 정체를 파악 못 해 우왕좌왕했다고 한다. 이번에 관측된 속도는 마하 2.5였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뭔가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 혹은 속도보다 분리 후 활공 등 비행 형상에만 초점을 두고 시험했을 가능성이다. 북한은 ‘목적했던 설계상 요구에 만족됐다’고 했다. 나중에 더 강력한 부스터로 바꾸고 속도를 높여 다시 실험할 것이다.”


-만약 마하 5의 속도를 내면 어떻게 되나.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 미사일 속도는 마하 9다. 그런데 사드는 이름에서 보듯 40㎞ 이상의 높은 고도에서만 작동한다. 이번에 북한이 쏜 것은 정점 고도 30㎞에서 아래로 내려와 수평활공을 했다. 그 정도의 고도에서 요격하는 것은 팩3 미사일인데, 문제는 마하 5를 못 따라잡는다. 우리가 보유한 철매2 중거리 미사일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정확하게 우리 미사일 방어망의 사각지대를 노린 것이라 볼 수 있다. 북한이 이런 정도를 개발한 것만 해도 대단한 기술력이다. 북한 것과 가장 유사한 게 중국의 둥펑(東風)17이다. 중거리 미사일로 마하 5에서 10까지 나온다.”


-9월 중순에는 장거리 순항미사일도 쐈다. 이건 어떤 의미인가.
 “탄도미사일은 로켓을 달지만 순항미사일은 제트엔진을 단다. 그래서 추력(推力)이 약하니까 탄두가 작을 수밖에 없어 파괴력이 약하다. 대신 표적을 쫓아다니며 낮은 고도를 날기 때문에 명중률이 높고 요격이 쉽지 않다. 그래서 주로 지대함 미사일과 같이 움직이는 표적을 맞히는 용도로 쓴다. 북한이 1500㎞ 사거리의 순항미사일을 개발한 것은 유사시 주일미군 기지에서 군인과 장비를 싣고 한반도로 들어오는 함정을 때리기 위한 것이다. 사실 순항미사일은 우리가 더 앞선다. 그래도 북한이 1500㎞까지 개발한 건 위협이다. 한반도 전장의 환경에 맞춘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지난달 15일 터널을 빠져 나온 기차 위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연합뉴스]

 

-제재를 받아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도대체 언제 이런 능력을 갖췄을까.
“1월 당대회에서 신형무기 개발을 공언하고 무기를 열거한 것은 이미 그 때 설계는 완성했다는 의미다. 그걸 하나씩 차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미사일 엔지니어만 1000명 정도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모든 재원과 인재를 쏟아부어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다. 사실 그렇게 하면 못해 낼 것도 없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이른바 ‘역설계’에 의존한 것이다. 외국의 기존 모델을 들여와서 이를 모방하고 개량 제작하면서 기술을 터득한다는 의미다. 북한의 해킹 기술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해킹뿐 아니라 공개 정보도 인터넷에 널려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제재가 없지 않나.”

 

북한의 ICBM은 전력화 가능한가

-북한은 2017년 ICBM 화성 15호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과연 ICBM은 완성된 것인가.
“여기에 곡절의 개발 역사가 있다. 원래 북한은 ‘무수단’ 엔진을 이용해서 ICBM 개발을 시도했는데 8번 실험해서 7번을 실패했다. 그래서 긴급히 대체 투입한 게 우크라이나에서 도입한 것을 바탕으로 한 백두산 엔진이었다. 발사 시험도 아니고 지상에서의 엔진 성능 시험에 성공한 것에 불과한데도 김정은 위원장이 병사를 등에 업고 기뻐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만일 백두산 엔진이 실패했으면 화성 15호 개발도 없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핵무력 완성선언도 없었고 2018년 북·미 정상회담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ICBM 완성으로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전과 같이 장거리 발사를 못하니까 대신 수직 각도를 높이 쏘아 올리는 고각 실험을 한 차례 했는데 대기권 진입의 조건이 다르다. 입사각을 잘못 맞추면 대기권에서 미사일이 튕겨 나가기도 하고 고열 고압을 못 이겨 부서질 수도 있다. 정상적 발사의 실험은 아직 한 차례도 못한 것이다. 고각 발사 시험 한 차례 결과만 믿고 전력화와 실전 배치를 할 수 없다. 적어도 서너 차례 실험은 해야 한다. 시험용 자동차를 한 차례 주행 테스트만 하고 양산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아직 북한의 ICBM에는 물음표가 있다. 미국이 아직 서두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우리에 대한 위협은 다르다.”

▲미사일 기본 구조

 

-중단거리 미사일은 전력화가 가능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북한은 2019년부터 KN23과 KN24, KN25 등 신형 전술 미사일을 선보였다. 한국과 일본이 사거리 안에 있다. 정점 고도와 활공 비행 시간 등 조건을 여러번 바꿔가며 10여차례 실험했는데 실패가 거의 없었다. 지난 3월에는 개량형 KN23도 발사했다. 전력화가 가능할 정도의 신뢰성이 확보된 것이다. 위협이 우리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KN23에는 600㎏정도까지 탄두를 실을 수 있는데 북한의 핵탄두 경량화 수준으로는 탑재 가능하다고 본다. 많이도 필요없다. 5개 정도 핵탄두를 KN23에 실어 10배∼20배 숫자의 재래식 탄두 장착 KN23 속에 섞어 두면 큰 위협이 된다. 관건은 KN23을 양산해서 노후화된 스커드 미사일을 대체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북한이 어떻게든 제재를 풀려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


-그럼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비핵(非核)으로 핵에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자체 핵무장이나 핵공유,전술핵 재반입등 여러가지 논의가 있는데 이 옵션들에도 다 문제점들이 있다. 지금 당장은 핵우산을 확실하게 담보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응책이다. ”


정부는 남북 대화 재개를 의식해서인지 북한의 신형 전술 미사일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저강도 긴장 고조만 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대화의 문은 열어둔 채 여러가지 고려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뒤집어 말하면 북ㆍ미 대화 가능성을 파탄에 이르게 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 재개만 하지 않으면 단거리 미사일쯤이야 다 눈감아 줄 수 있다는 분위기다. 대북 제재 완화를 거듭 주장하고 있는 정부는 마치 남북 대화만 재개되면 북한의 전술 무기 위협쯤이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과연 이런 인식은 온당한 것일까. 로켓 공학자의 냉철한 분석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리고 있는 게 아닐까.

중앙일보 예영준 논설위원

 

10.07 허 찌른 극초음속 무기, 방심하면 방공망 뚫린다

북한의 '게임 체인저' 미사일, 왜 위험한가

▲남정호의 퍼스텍티브

 

남북 회담 때 남측에서 비핵화를 요구하면 북측 대표가 노상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핵무기와 미사일 모두 미국을 겨냥한 건데 뭘 걱정하느냐"고. 진보 성향의 인사 중 상당수는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듯하다. 북한의 핵 개발은 혹시 모를 미국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자위용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적 근거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다. 김정은 정권이 미국 아닌 남측을 목표로 했다면 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ICBM을 발사하겠느냐고 이들은 반문한다. 사거리 1000km 이하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SRBM) 정도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주장이 쑥 들어가게 됐다. 북한이 ICBM 외에 첨단 중·단거리 미사일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올 들어 중·단거리 위주로 7번이나 신형 미사일 발사 시험을 실시했다. 특히 9월 들어서는 4번이나 집중적으로 감행한 데다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북한 측은 주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미국 등 국제사회는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성공할 경우 안보 지형을 흔들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 올 들어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는 북한의 첨단무기 개발의 실태와 함께 한반도 안보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짚어본다.

 

▲지난달 20일 조선중앙TV에 방영된 북한의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의 발사 장면. [뉴시스]

 

김정은 언급한 첨단무기 현실로 

지난 1월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소와는 다른 내용을 발표한다. 올 한해 개발을 끝내겠다는 첨단무기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그는 “핵기술을 더욱 고도화하는 한편 핵무기의 소형 경량화, 전술 무기화를 보다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개발 중인 기술과 무기들을 밝혔다.


그가 언급한 것들은 ▲ 다탄두 유도기술  ▲ 정찰위성 운용 기술 ▲ 극초음속 무기 ▲ 수중 및 지상 발사 고체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 핵잠수함 ▲ 수중발사 핵전략 무기 등 6가지. 북한은 이 중 2~3개 분야와 관련된 시험을 실시했다. 지난 3월 말에는 2기의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는데 이때 북한 측은 "핵심 기술을 개량한 고체 연료 엔진이 탑재됐으며 2.5t에 달하는 탄두가 실린 채 600km를 비행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액체 대신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무수단(화성 10호) 미사일을 처음 쏴 올린 것은 2016년. 그 이후에도 북한은 다른 미사일에서도 고체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을 거듭해왔다. 올 3월에 실시한 단거리 미사일 시험도 고체연료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15일 실시했다고 밝힌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은 고체연료 고도화와는 차원이 다른 파문을 낳고 있다. 제대로 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성공한다면 미국의 방어체계인 MD를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 올 들어 7번이나 미사일 시험
극초음속 무기 성공 시 MD 뚫려
저공 비행으로 레이더 탐지 불가
17조 쏟는 킬체인, KAMD 힘 못써

 

극초음속 미사일이란 음속의 5배 이상인 빠른 속도로 날아가면서도 탄도미사일과는 달리 원하는 방향으로 비행할 수 있는 무기다. 종류는 두 가지로 '극초음속 비행체(HGV)'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 로 나뉜다. 극초음속 비행체는 탄도미사일처럼 로켓에 실려 대기권 밖으로 비행하는 것은 같다. 하지만 일반 미사일은 대기권 진입 후 탄두가 분리돼 중력의 힘으로 표적을 향해 날아가는 반면, 극초음속 비행체는 자유 기동이 가능한 별도의 장치에 탄두가 실려 목표물로 비행한다. 극초음속 비행체는 발사체의 성능에 따라 최고 마하 20까지의 속도를 낼 수 있다.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은 공기흡입식 스크램제트엔진을 장착해 초음속으로 날아간다. 기존의 순항미사일처럼 낮은 고도로 비행할 수 있어 적의 레이더망에 거의 잡히지 않는다. 다른 점이라면 음속보다 느리게 비행하는 기존의 순항미사일과는 비교할 수 없게 빠르게 난다는 거다. 1970년대 개발된 미국의 대표적 순항미사일 토마호크의 속도는 시속 880km (마하 0.72). 웬만한 전투기보다도 느려 쉽게 요격당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은 이론적으로 최고 마하 15까지 낼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기술상 문제로 마하 10이 한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도미사일 vs 극초음속 비행체 지상기반 레이더 탐지

 

미국의 MD 계획으로 촉발

극초음속 무기가 각광을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계획이었다. 1980년대부터 극초음속 무기에 관심을 두었던 러시아는 2001년 당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탄도탄 요격미사일 규제조약(Anti-Ballistic Missile Treaty:ABM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하자 본격 개발에 나선다. 미국의 기술적 우월성을 확신했던 부시 정권은 미사일 요격시스템을 갖추면 러시아에 대해 군사적으로도 압도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러시아도 앉아서 당하고 있진 않았다. MD라는 강력한 첨단 방패를 뚫을 수 있는 최신형 창인 극초음속 무기를 만들기 시작한 셈이다. 러시아는 결국 최신형 ICBM인 사르맛(Sarmat)에서 발사되는 초음속 비행체 '아방가르드(Avangard)'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지르콘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12월 공식적으로 아방가르드 배치를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국으로 부상한 중국도 러시아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미국의 MD를 무력화시킬 첨단 무기가 없는 한 일방적으로 공격받을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이었다. 이때문에 중국 역시 본격적인 개발에 나서 2014년 이래 최소 9차례에 걸친 DF-ZF 극초음속 비행체 시험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미국은 2000년대 초부터 일찌감치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추진했으나 자금 지원이 충분치 않아 지지부진했었다. 그러다 최근 중·러가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요즘 들어 또다시 본격적인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본토 수호를 위해 구사 중인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극초음속 무기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11·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달 13일 보도했다. [뉴시스]

 

미사일 방어체계 무력화 위험

   이 두 가지 극초음속 미사일이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것은 무엇보다 미국과 한국이 구축해온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80년대 레이건 정권 때 세운 '전략방위구상(SDI)'을 시작으로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을 중간에 요격시켜 미 본토를 방위한다는 MD 계획을 추진해왔다. MD의 궁극적 목표는 ICBM뿐 아니라 크루즈, 공대지 미사일까지 막는다는 것. 따라서 MD는 패트리엇 미사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공중레이저시스템(ABL) 등 여러 요격용 무기를 활용해 구축하는 다층 방어시스템이다. 이를 구축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이 투여됨은 물론이다. 하지만 극초음속 미사일은 이런 값비싼 첨단 장비를 뚫고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탄도 미사일은 높은 고도까지 올라갔다 예상할 수 있는 궤도를 따라 떨어지게 돼 있다. 반면 극초음속 무기들은 불규칙하게 비행해 요격하기 어렵거나 아주 낮은 높이로 날아 타격 직전까지 탐지가 불가능하다. 이때문에 극초음속 무기들은 미국이 구상해온 미사일 방어계획을 토대부터 흔드는 가공할 비장의 카드인 셈이다.

 

▲지난달 16일 조선중앙TV는 북한이 열차 내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측은 발사된 미사일이 동해 800km 수역에 마련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가공할 북한의 극초음속 무기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밝히며 지난달 28일 쏘아 올린 화성 8형의 추정 비행속도는 마하 3 안팎. 기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4배 이상 빠른 속도이지만 합동참모본부 측은 "현 한·미 연합 자산으로 충분히 탐지와 요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이 첫 발사시험으로 앞으로 속도 및 정확성 면에서 계속 개선될 거라는 점이다. 북한의 초음속 무기가 마하 5 이상으로 비행할 경우에도 떨어뜨릴 수 있을지는 의문인 것이다. 기존 기술로 요격이 불가능해질 경우 17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개발 중인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가 무용지물로 전락하게 된다.


국내에서 북한이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할 거로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던 듯하다. 올 초까지 극초음속 무기와 관련된 연구 자료들이 적잖게 나왔다. 그러나 거의 모두가 미·중·러 그리고 호주·인도·프랑스·독일 등의 개발 상황만 조사했을 뿐 북한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때로는 예상을 앞지르는 북한이기에 김정은 정권의 극초음속 무기 개선 역시 예의 주시해야 한다.

남정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10월 07일 안보 ‘잃어버린 5년’과 차기 정부 선택

김홍균 前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

오커스 동맹과 쿼드 정상회의
중국 위협 급속한 증대 대응책
新전체주의 저지에 美 총력전
文정부 여전히 갈팡질팡 심각
‘美 호감’ ‘中 반감’ 모두 77%
국민과 동맹은 이미 마음 정해

 

지난달 미국·영국·호주로 구성된 새로운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의 출범은 여러모로 놀라운 사건이다. 전 세계 핵확산금지의 수호자 격인 미국이 핵무기 전용 위험을 무릅쓰고 고농축우라늄(HEU)을 연료로 하는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호주에 전수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 과정에서 우방 프랑스가 호주와 협상 중이던 70조 원 이상의 디젤 잠수함사업을 좌초시켰고, 이에 대해 등에 칼을 꽂았다며 극렬히 반발하는 프랑스는 친구끼리는 하지 않는 자국 대사 소환이란 강수를 뒀다. 오커스 출범을 함께 발표한 세 나라 정상 그 누구도 특정 국가를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 세계는 ‘방 안에 있는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가 중국임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워싱턴에서는 미국·일본·호주·인도 정상이 참석하는 쿼드(Quad)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달 만에 최초의 정상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한 데 이어, 코로나바이러스 델타변이가 미국 내에서 급속히 확산되는 와중에 대면 회의까지 연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쿼드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상 공동성명에서 4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 국제법에 근거하고 강압에 굴하지 않는 자유롭고, 개방된,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증진해 나갈 것을 재차 다짐’했다. 중국을 명시적으로 거명하지 않았지만,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분명하게 들린다.


본래 쿼드는 2004년 인도양 지역에서 발생한 쓰나미 재해의 복구·원조를 위해 네 나라가 ‘쓰나미 핵심 그룹’을 결성한 데서 비롯됐다가 점차 중국 견제 성격이 부각되는 데 부담을 느낀 호주가 2007년 탈퇴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장기 동면 상태이던 쿼드를 2017년에 다시 깨운 사람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였다. 아베와 트럼프가 합작한 인도·태평양 전략이 이념적 토대가 됐다. 10년 전 쭈뼛거리던 호주와 인도도 태도가 바뀌었다. 트럼프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을 비판한 바이든 대통령이 쿼드를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바야흐로 ‘쿼드 2.0’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4개국이 다시 뭉치게 한 가장 큰 동인은 그새 급속히 커진 중국의 위협이다. 지난해 호주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19의 발병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국제 조사 필요성을 제기하자 중국은 호주산 석탄·소고기·와인에 대해 대대적인 경제 보복을 시작했다. 호주 정부와 국민은 그간 정치·사회·학계 등에 파고든 중국의 ‘소리 없는 침공’에 맞서기 시작했다. 1975년 이후 소강상태이던 중국과의 국경 충돌은 인도에 중국의 전략적 위협이 경제적 기회를 압도함을 일깨웠다. 인도가 군말 없이 쿼드의 각종 활동에 참여하는 이유다.


쿼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5년 내내 갈팡질팡이다. 참여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거리를 두더니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는 쿼드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며 태도를 바꿨다. 미·중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다. 흔히 우리나라 상황을 ‘안미경중(安美經中)’으로 표현한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니 어느 한쪽을 택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오커스는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사이버 협력을, 쿼드는 백신·기후변화·핵심 신기술과 공급망 협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분법적으로 볼 일이 아닌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도 조언을 구하는 매슈 포틴저 전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최근 외교지 기고에서 미국과 세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시진핑의 ‘신전체주의(neo-totalitarianism)’ 세계질서 구축 기도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은 조사 대상 17개국 중 미국에 대한 최고 호감도(77%)를 보였고, 중국에 대한 반감도(77%)도 일본에 이어 최상위권이었다.


결국,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와 원칙,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전략이 무엇이고 어떻게 이뤄 나갈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우리 국민과 동맹은 이미 선택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제 결코 쉽지 않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차기 정부의 선택이 남았다.

문화일보

 

10월 07일 대선 5% 효과 노린 ‘종전 쇼’

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대선을 5개월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왜 임기 막판까지 종전선언에 목을 매는 것일까?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에 3차례나 참석해 종전선언 지지를 역설했다. 올해 9월 23일 유엔총회 후 기내 기자회견에선 “종전선언은 주한미군 철수, 한·미 동맹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종전선언은 노무현 정부 이전에는 북한이 한사코 남측에 먼저 제의하던 단골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종전선언으로 정전체제를 흔들어 유엔사 해체 요구 등 안보지형을 바꾸려는 술책임을 간파해 북측 제의를 거부한 것과 대비된다. 그런데 2007년 김정일-노무현의 2차 남북정상회담 때 발표한 10·4 공동성명에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한 3·4자 정상회담’이 포함됐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이 노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이다.


종전선언 요구 주체, 역학 구도가 뒤바뀌면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김정은-김여정 남매는 은혜 베풀듯 정상회담 카드까지 흔들며 남북통신연락선 재개 조건으로 ‘적대시 정책·이중기준’ 철회를 요구하는 지경이다. 북한이 대선을 앞둔 남측의 조급한 처지를 역이용하면서 정부는 북한 요구대로 질질 끌려다니고 있다. 이중기준 철회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고, 적대시 정책 철회는 북한 위협에 대한 한·미 무장해제를 요구한 것이라 수용하긴 어렵다. 그런데도 남북통신선 복원에 이은 종전선언, 정상회담 티켓을 따내기 위해 북한에 양보하고 굴욕을 감수하는 건 왜일까? 북한으로선 꽃놀이패다. 북한은 남북, 미·북 정상회담 기간에도 거침없이 핵무장, 우라늄탄(HEU) 개발을 했다. 최근에는 극초음속미사일 발사까지 자행하며 ‘도발’의 ‘도’ 자도 못 꺼내게 협박하자 ‘유감’ 표명에 그쳤다.


이렇게 읍소해 종전선언 쇼가 성사된들,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우리 국민은 핵 인질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북한 핵무기가 극초음속미사일, 순항미사일에 탑재돼 더욱 고도화·첨단화되면 죽음의 자동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타는 것과 맞먹는 안보 재앙이 현실화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핵심인 ‘비핵화’는 입에 올리지 않은 채 정치 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에 목매는 것은 평화보다는 ‘선거용 쇼’를 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2000년 총선 사흘 전 남북정상회담 발표, 2007년 대선 2개월 앞두고 열린 남북정상회담, 2018년 지방선거 앞두고 개최된 남북정상회담 등 북풍을 선거에 이용한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


내년 3월 대선은 여야 어느 쪽이 수권 정당이 될지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시계 제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통해 ‘평화-전쟁’ 대결구도를 짜고, 남북정상회담 ‘평화 쇼’를 성사시키면 선거 결과에 5% 정도 가산점이 부여될 것이란 안보전문가들 분석이 눈길을 끈다. 김정은이 대선용 평화 쇼에 찬조 출연해 진보정권 재창출에 도움을 준 뒤 내밀 청구서에는, 핵보유국을 유지하면서 최악의 경제난을 탈출할 ‘대북 제재 완화’ ‘대규모 백신 제공’ 등이 포함될 것이란 분석이다. 문 정부 전매특허인 평화 쇼에 또 속으면 대한민국 미래는 없다.

문화일보

 

10.12 “북 공작원 靑 근무” 고위 탈북자 증언, 과거 얘기만은 아닐 수도

▲북 정찰총국 대좌 출신 탈북민이 BBC 인터뷰에서 "1990년대 초 북파 공작원들이 청와대에서 근무한 뒤 복귀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BBC 캡처

 

북한 대남 공작 기관인 정찰총국 대좌(대령급) 출신 고위 탈북민이 영국 BBC 인터뷰에서 “내가 직접 간첩을 한국에 보냈다. 1990년대 초 북파 공작원들이 청와대에서 5~6년 동안 근무한 뒤 무사히 복귀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노태우·김영삼 정부 시절 북 공작원이 청와대까지 침투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실로 충격적이다. 그는 지금도 “북 공작원이 남한 중요 기관은 물론이고 시민단체 여러 곳에서 맹활약하고 있다”고 했다. BBC는 “그가 폭로한 모든 내용을 검증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신원과 일부 주장은 사실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두 달 전 북한 지령과 공작금을 받고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시위를 벌인 일당이 구속됐다. 이들은 김정은 답방과 통일 묘목 보내기 운동을 벌였다. 시민 활동가란 간판을 내걸고 여당 대선 후보 선대위의 특보단에 들어가고 총선·지방선거에도 출마했다. 2018년엔 간첩 활동을 하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사람이 공기업 감사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사드 대책 회의’에는 이적 판결을 받은 뒤 간판만 바꿔 단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과 그가 주도한 조직은 북 지령에 따라 종북 세력을 규합해 국가 기간 시설 파괴 등 내란 선동까지 꾸몄다. ‘북 공작원 맹활약’이란 인터뷰 내용이 과거 일로만은 들리지 않는다.

 

이 탈북자는 “북이 숙련된 해커 6000명으로 구성된 군대를 창설했다”고 했다. 실제로 몇 달 전에도 북 추정 해커들이 원자력연구원·핵융합연구원·항공우주연구원 등을 줄줄이 뚫었다. 원전과 핵연료, 전투기 도면 등 안보에 치명상이 될 핵심 기술들이 북에 넘어갔을 수 있다. 우리 가상 화폐 업체 돈도 털어갔다. 그런데도 국정원은 사이버 위기 경보를 5단계 중 두번째 낮은 ‘관심’으로 해놨다. ‘사이버 간첩’에도 문을 열어주고 있나.

 

그는 “북한 목표는 한국 정치를 (북에) 예속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북이 한마디만 해도 한국 내부가 박수 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실이 그와 다르지 않다. 김여정이 “(대북 전단 금지)법이라도 만들라”고 하자 이 정부는 4시간 반 만에 “준비 중”이라고 했다. 한미 훈련을 없애라고 하면 “북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이제는 북이 한국을 겨냥한 핵·미사일 전력을 대폭 증강했는데도 북을 대신해 ‘제재 해제’까지 요구하고 있다. 북의 목표 달성인가.

조선일보 사설

 

10월 12일 “北 목표는 南의 정치적 예속화…공작원 곳곳서 맹활약”

북한 정찰총국 등에서 30여 년 대남 공작을 해온 고위 탈북자가 11일 보도된 영국 BBC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증언을 했다. 자신이 담당했던 공작원이 1990년대 초 청와대에서 5∼6년 근무 후 복귀했다면서 “대남공작 목표는 남조선의 정치적 예속화”라고 했다. 국가정보원은 “사실무근”이라고 했지만, 1992년 남파간첩 이선실 사건이 발각된 것을 볼 때, 개연성이 떨어지는 주장은 아니다. 1997년 탈북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비서도 “청와대의 보고가 매일 김정일 책상 위에 올려진다”고 밝힌 바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북한 공작원이 남한 주요 기관과 시민단체 여러 곳에서 맹활약하고 있다”는 증언이다.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뒤 불안감을 느끼고 2014년 탈북하긴 했지만, 북한 정보기관 등에서 직접 공작 실무를 담당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실제 상황도 이에 부합한다. 북한 지령과 공작금을 받고 청주에서 F35-A 스텔스 전투기 반대 투쟁을 해온 일당이 최근 구속됐다. 노무현 정부 때에는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북한에 정보를 제공하다 적발된 일심회 사건도 있었다. 당시 청와대 비서관 연루설이 제기됐지만, 수사가 중단되고 김승규 국정원장이 물러났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아예 경찰로 이관해 방첩 기능을 약화시켰고, 서울 한복판에선 김정은 찬양시위가 버젓이 열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한 대변인’ 언급으로 문제가 됐는데, 문 정권은 아예 ‘하수인’ 행세를 한다. 외교·통일·국방 장관 경질, 대북전단금지법 등 ‘김여정 하명’ 논란만 봐도 그렇다. 한미훈련 중단 요구 뒤 범여 의원 70여 명은 연판장을 돌렸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 주변엔 경기동부연합 출신 주사파 인사가 수두룩하고 택배노조는 경기동부연합이 위장 취업해 장악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치적 예속화가 실현되는 것 아닌가.

문화일보 사설

 

10.12 ‘김정은 10년 축하 선물’이라도 주려는 건가

‘비핵화 의지’ 거짓 확인하고도 제재완화·종전선언 궁리만
北은 다음 10년 핵플랜 가동, 우리 정치는 눈앞 선거만 본다

▲2011년 12월 김정일 장례식에서 운구차를 따르고 있는 김정은.

 

10년 전 북한 김정은이 공식 등장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미국 대선 경선에서 한 후보가 김정은을 ‘김정3세’라고 부른 해프닝이 있었다. 신문에서 본 ‘김정일(Kim Jong Il)’의 ‘Il’(대문자 I+소문자 L)이 로마숫자 ‘2(Ⅱ)’인 줄 알고 ‘김정 2세’로 잘못 읽었고, ‘그 아들이 3대 세습을 했다’ 하니 머릿속에서 ‘김정 3세’라는 그럴듯한 작명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관심 수준이 얼마나 낮은지에 관한 칼럼을 썼다. 그 후 몇 년 동안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국인들은 김정은을 ‘데니스 로드먼과 친한 철부지 독재자’ 정도로 인식했다. 국제정치의 ‘의미 있는 플레이어’가 아닌 ‘흥미거리’에 가까웠다.

 

올해 말이면 김정은이 집권한 지 꼭 10년이 된다. 그 10년 동안의 변화는 극적이다. 철저하게 은둔하던 김정은은 2018년을 기점으로 국제 무대를 누비며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트럼프쇼’ 덕분에 미 대선 후보도 헷갈려하던 북 지도자 이름이 이제는 국제정치에 별 관심 없는 필부들 입에서 줄줄 나온다. 문재인·박근혜·이명박은 몰라도 김정은은 안다.

 

어린 시절을 스위스에서 보낸 ‘젊은 최고존엄’이 북한을 개혁·개방의 길로 이끌 것이라는 기대는 반짝했다 완전히 사라졌다. 파격 행보를 몇 차례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또래 젊은 세대를 체제의 최대 위협 요소로 보고 사상뿐 아니라 옷차림·말투까지 통제하고 있다. 140kg까지 늘었다가 다시 수십kg이 줄었다는 김정은 몸무게만큼 북의 변화 진폭은 컸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변하지 않은 한 가지는 북한의 핵을 향한 집착이다. 김정은은 한순간도 핵 개발 시나리오를 중단한 적이 없다. 수소탄을 포함한 핵탄두를 완성했고 이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다양한 미사일을 끊임없이 시험하고 있다. ICBM, SLBM 완성도 턱밑까지 와있다. 미 위성에 노출된 영변 외에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도 계속 돌리고 있다. 김정은이 트럼프와 회담 때 ‘영변 폐기’ 카드로 선수를 친 것은 따로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핵 완성을 선언한 이후에는 핵 보유를 인정받기 위한 단계를 차곡차곡 밟아가고 있다.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김정은·트럼프.

 

하지만 직진 일변도의 북한과 달리 국제사회의 대응은 유턴의 연속이었다. 미국은 북핵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는 ‘전략적 인내’에서 ‘화염과 분노’로, ‘최대 압박’에서 ‘러브레터’로 냉온탕을 오갔다. 우리 정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정권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한미는 정책 일관성 차원에서 북한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그 와중에 제재 시스템을 쌓아 올린 것은 가장 의미 있는 성과였다. 강력한 경제 제재로 핵 개발 대가를 지속적으로 치르게 해야 북 내부의 계산법이 흔들리고 실낱 같은 비핵화 돌파구가 열린다. 길고 어렵고 지루한 과정이지만 지금까지 효과를 입증한 유일한 방법이다.

 

트럼프·문재인 대통령이 합작한 ‘화끈한 한 방’ 시도는 ‘김정은 비핵화 의지’가 허구라는 사실만 재확인하고 막을 내렸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 시즌2′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것도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다. 이런 미국에 대고 우리 정부는 ‘제재 완화 인센티브’를 내놓으라고 재촉하고, 대선 전 종전 선언 이벤트도 하자고 한다. 지금 상황에서 ‘김정은 집권 10년 축하 선물’ 이상 무슨 의미가 있나.

 

김정은은 핵을 완성하고 국제적 위상도 높인 꽤 만족스러운 10년을 보냈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눈앞의 선거만 보고 있는 동안, 김정은은 핵보유국에 올라서고 한미 동맹을 와해하려는 다음 10년의 플랜을 가동하고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임민혁 기자

 

10월 14일 종전선언 주장의 실체와 위험성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임기말 文 종전선언→평화협정
베르사유조약 2차大戰 못 막아
종전 강행 땐 유엔사 근거 약화
開戰 책임 규명과 반성이 우선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 경우엔
동맹 허물고 熱戰 길 닦을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9월과 10월 거듭해서 한반도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선 후보들이나 국제사회는 임기 말 정부의 평화 쇼라고 보는 듯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평양 수뇌부만 호응하는 모양새다. 종전선언 주장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으로 민주적 관심을 요구한다.


문 대통령에 따르면 종전선언은 “‘이제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상에 들어가자’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다. 종전선언이라는 입구를 통해 평화협정으로 가자는 것이다. 성사 여부를 떠나서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1953년 정전체제 수립 이후 현재까지의 한반도가 법적(de jure)으로 전쟁 상태에 있다고 보는 데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속출했던 국가안보 관련 사건들에 대한 정치적·법적 조치들은 전시 조치들로서의 정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도 재심을 통해 무죄 선고를 받고, 국가 배상까지 받고 있다.


1953년 이후 한반도가 전쟁 상태와 평화 상태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는 국제학계의 쟁점이다. 전쟁 상태에 가깝다고 보는 학자들은 정전협정 체결 이후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 주목한다. 평화 상태에 가깝다고 보는 학자들은 6·25전쟁 이후 실질적 평화가 계속돼 온 상태를 중시한다.


현전(現傳)하는 카데시평화조약(기원전 1269년)이 보여주듯이 인류는 끊임없이 전쟁과 평화를 되풀이해 왔다. 그러면서 평화조약이 체결돼야 비로소 전쟁이 끝난다는 인식이 고착됐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뜨린 것은 5000만 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베르사유평화조약은 오히려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들 중 하나가 됐다. 1938년 천재 외교관 출신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아돌프 히틀러와 체결한 평화협정문을 흔들면서 평화를 선언했지만, 1년 후 제2차 세계대전 발발과 함께 몰락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국 일본과는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이 체결됐지만 패전국 독일과는 명시적 평화조약이 체결되지 않았다. 1945년 이후의 ‘냉전’이 ‘따뜻한 평화’보다는 못하지만, 열전(熱戰)보다는 좋은 상태임을 인식했던 서유럽은 현재 냉전을 극복한 상태다. ‘냉전’을 ‘수구’라고만 매도하며 진보하겠다던 동북아시아에서는 열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종전선언은 유엔군사령부의 존립 근거도 약화시킨다. 1950년 조선인민군에 대한 평화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유엔은 유엔군을 파견하고 사령부를 구성했다. 이후 유엔군 사령관은 연합국 점령하의 도쿄(東京)에서 방어전을 수행했다. 1957년 유엔군사령부가 서울로 이전한 후에도 일본열도의 유엔군 후방기지들은 배후의 ‘불침 항공모함’처럼 한반도 평화 보장을 위해 작동해 왔다. 이러한 유엔군사령부의 해체를 평양은 계속 주장해 왔다.


기필코 종전선언을 하려면 개전(開戰) 원인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1598년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죽음으로 정지된 임진왜란 직후 선조도 후대를 위해 이 점만은 분명히 해두려 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는 도요토미 가문을 계승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도 일본으로부터 ‘개전대비(改前代非·전대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라는 문구가 들어간 국서를 받아둬 개전 당사자는 분명히 해뒀다(비록 그 국서가 위조된 것이었다 할지라도). 아울러 조선왕조에서 억압받던 불교 승려 사명당을 파견해 포로들을 송환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온전한 종전선언이 되려면 개전 당사자의 반성이 선행돼야 하고, 정전협정이 규정한 포로와 유해의 송환부터 이뤄져야 한다. 지금도 정전협정이 체결된 판문점 앞에는 ‘조선에서 침략 전쟁을 도발한 미 제국주의자들’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비석이 세워져 있다. ‘남조선이나 미국’이 주적이 아니라면서도 “명백한 것은 조선반도 지역의 정세 불안정은 미국이라는 근원 때문에 쉽게 해소될 수 없게 되어 있다”는 11일 평양 측 발언의 저의가 이 비석에 함축돼 있다. 그러한 비석을 그대로 둔 채 추진되는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은 ‘미국이 일으킨 전쟁에 대한 종전선언’처럼 될 수 있다. 냉전 대신 평화를 만든다면서 동맹을 약화시키고 열전의 입구를 열어 놓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문화일보

 

10월 14일 흘려들어선 안 될 “곳곳에 北 공작원”

유호열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명예교수

최근 북한 첩보기관 출신 한 고위급 탈북자가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한 내용이 국내 각 언론에 보도됐다. 1990년대 북한의 직파 공작원이 청와대에서 수년간 근무하다 복귀했다는 사례를 포함해 탈북하기 전까지 30년간 본인이 직간접으로 경험한 대남 공작의 실상들을 소상하게 밝혀 충격을 줬다. 2014년 탈북 이후 국가정보원 산하 기관에서 일하고 있다는 김국성(가명) 씨 증언에 대해 국정원은 1990년대 초 남파 공작원이 청와대에서 근무했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즉각 반박했으나 그 밖의 내용은 확인해 주지 않았다.


그러나 김 씨의 인터뷰 내용에는 핵심적인 증언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첫째, 김 씨가 정찰총국에 근무할 당시 본인이 직접 김정은의 명령에 따라 황장엽 비서 암살조 남파를 지휘했는데, 이들은 2010년 5월 체포돼 미수에 그친 채 10년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라고 한다. 문제는 북한이 자행했던 1997년 이한영 씨 암살과 2017년 김정남 암살에서처럼 절대권력자의 명령에 따른 요인 암살 시도가 미수에 그친 채 중단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201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당 65주년 기념일이자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장했던 의미 깊은 날 황 비서가 돌연 심장마비로 안가에서 사망했다는 것은 석연치 않고, 김정은의 암살 지령은 시한이 없었다는 점에서 추가 조사와 증언이 필요하다.


둘째, 김 씨는 마약을 제조·판매해서 외화를 확보해 충성 자금을 바쳤다고 한다. 북한산 필로폰이 국내에 광범하게 유포되고 있다는 주장은 국내 전문가들의 논문에서도 상세히 소개됐지만, 실제 당사자였던 김 씨의 증언은 신빙성이 강한 만큼 이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 통제가 필요하다.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수수방관하거나 미온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적발된 사건을 중심으로 책임을 추궁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셋째, 김 씨는 자신이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은 김정은이 자신의 전사적 면모를 부각하기 위해 정찰총국장 김영철에게 특별지시한 군사작전이라는 내부 정황을 소상히 설명했다. 도발 8년 뒤인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김영철은 대한민국을 휘젓고 다녔다.


끝으로, 김 씨는 지금도 남한 사회 구석구석에서 암약하고 있는 남파 공작원들과 그들에게 포섭된 친북 인사들의 반역 행태를 낱낱이 고발했다. 최근에 6000여 명에 이르는 대남 사이버 군단이 전방위적으로 우리 사회를 교란하고 우리 국민에게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보이고 있다는데 당국의 철저한 대비책 마련과 도발 행위에 대해서는 응분의 조치들이 취해져야 할 것이다.


김 씨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의 진위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반드시 그 전모가 밝혀져야 한다. 국가안보와 개인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부득이 공개할 수 없었던 부분까지도 진실 규명 차원에서 전면적인 재조사를 해 더는 대한민국이 북한 첩보기관에 농락당하거나 정치 예속화하는 치욕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목숨을 걸고 탈북한 뒤 또다시 목숨을 걸고 북한의 대남공작 실태를 고발하는 것이 북한 동포를 독재에서 구출하기 위한 유일한 의무이기 때문이라는 김 씨의 고언을 새겨들어야 한다.

문화일보

 

10월 21일 文 대북정책, 전방위로 실패했다

김천식 前 통일부 차관

 말만 화려할 뿐 실질 성과 없고
종전선언 진전 가능성은 희박
핵 문제 해결커녕 최악 내몰아
SLBM으로 안보 위협 더 커져
교류는 李·朴정부에 한참 미달
정세 오판과 과거 발상 집착 탓

 

북한은 지난 19일 비장의 무기인 신형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했다. 평화를 내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말은 화려했으나 객관적으로는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정부의 성과는 말이나 의지, 진정성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환경이 어떠했는지도 중요한 고려 요소가 아니다. 오직 사실로만 평가된다. 문 정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첫째, 문 대통령이 최후까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종전선언은 진전될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통해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면서 이는 주한미군이나 정전체제의 현상 변화가 없는 정치적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의 주장대로 된다면야 종전선언을 한다 해도 나쁠 게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그런 정치적 선언은 의미 없다고 했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하려면 상호존중, 이중기준 철회 및 적대시 정책 폐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주장대로 하면 우리는 북한의 핵무장을 인정하면서 우리의 안보 체제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려야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미국은 종전선언을 평화협정과 거의 동일시하며 북한의 비핵화가 먼저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미국은 종전선언이 유엔군사령부의 존립이나 주한미군의 지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을 것이다. 종전선언이 현상 변경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문 정부의 판단이 비현실적이었던 것이다.


둘째, 북한 핵 문제는 역대 최악이다. 문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에 큰 진전이 있을 것처럼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고 북한의 비핵화는 1년이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간표도 여러 차례 미국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 북한의 비핵화가 확실히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문 정부의 대북정책에 열광했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확인한 것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거부한다는 사실이었다. 북한은 지금도 쉼 없이 핵 능력을 증강하고 있다. 문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오판한 것인지 아니면 1년 만에 정세가 급변한 것인지 그 내막을 알 수는 없다. 북한의 핵개발이야 1990년부터 따지더라도 30년간 계속해온 것이니 문 정부 탓만은 아니지만, 북핵 문제와 관련해 정세 판단을 잘못한 책임에서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셋째, 북한의 안보 위협은 더 커졌다. 문 정부는 ‘평화’를 주문처럼 외우며 여러 가지 일을 했다. 그러나 북한의 크고 작은 도발을 열거할 필요도 없이 핵 능력 증강만으로도 우리의 평화는 근본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북한은 핵무력을 완성했고, 2019년 이후 SLBM을 비롯해 남한을 공격할 수 있는 단거리미사일 개발에 중대한 진전을 보고 남한 공격에 특화된 전술핵을 개발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남한 군대는 자기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공언하고 있으며,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대해서는 ‘허세’를 부리지 말라고 조롱한다. 그러한 북한이 주한미군의 철수와 한반도 주변 미국의 전략무기 제거를 요구하며 군사력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당 규약에 못 박고 있다. “한반도 평화가 일상화됐다”고 평가하는 문 정부의 정세 인식이 비현실적이다.


넷째, 남북관계는 더 나빠졌다. 정상회담을 세 번씩이나 했지만 북한은 온갖 사람을 동원해 온갖 욕설로 문 대통령을 심하게 모욕했다. 국민 입장에서 국가원수가 멸시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불쾌감을 느낀다. 남북연락사무소는 폭파됐다. 남북관계를 평가하는 지표에서도 문 정부가 비난해 마지않던 전 정부에 비해서도 한참 못 미친다. 이산가족 상봉은 절반도 안 되며, 인도적 지원 실적 또한 그렇다. 남북 간 인적·물적 교류 실적 지표는 박근혜 정부나 이명박 정부 지표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문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실패한 것은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했다는 객관적 정세 변화에 맞지 않는 과거의 접근법을 썼기 때문이다. 문 정부가 내건 ‘한반도 신경제 지도’나 ‘신한반도 체제’ ‘평화경제’ 등은 그런 발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해 버린 상황에서는 그런 접근법이 작동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에도 통하지 않는다.

문화일보

 

10월 22일 “SLBM 피해 없어 도발 아니다” 서욱 망언, 文 동의하나

서욱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정의(定義)를 해괴한 궤변으로 왜곡했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21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서 장관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은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 아니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북한의 위협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도발은 우리 영공·영토·영해·국민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기 때문에 용어를 구분해서 사용한다”며 직접 피해가 없어 도발이 아니라고 면죄부를 줬다. 김여정의 “도발은 막돼먹은 평” 운운에 ‘북한 도발’ 표현을 금기어로 삼아온 문재인 정부가 급기야 도발 개념까지 바꾼다.


서 장관 논리대로라면 북한의 핵실험 도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도 우리에게 직접 피해를 주지 않은 만큼 ‘위협’일 순 있어도 ‘도발’은 아니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후 유엔 대북제재 결의 제1718호가 탄도미사일 발사를 국제 평화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해 금지한 취지도 정면으로 거스른다. 지난 20일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유엔 안보리 비공개회의 직후 북한을 향해 ‘추가도발 자제’를 촉구한 것도 비판한 것과 다름없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지난 9월 15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 발사를 “도발”로 규정한 일도 그렇다.


문 대통령도 서 장관 정의에 동의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북한이 열차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 도발을 한 후에 이뤄진 한국형 SLBM 시험발사 성공 현장을 참관하며 “우리의 미사일 전력 증강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라고 했다. 동의 않는다면, 문 대통령이 망언(妄言)을 질책하고, 당장 바로잡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10.22 SLBM 발사도 ‘도발’ 아니면 도대체 뭐가 도발인가

국방장관이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대해 ‘도발’이 아닌 ‘위협’이라고 했다. “도발은 영공, 영토, 영해에 피해를 끼치는 것”이라며 “용어를 구분해 사용하는데 (이번 SLBM은)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북이 핵실험을 해도 당장의 피해가 없다면서 ‘도발’이 아니라고 할 사람이다. 이날 미국 유엔 대사는 안보리 비공개 회의 직전 “북은 추가 도발(Provocations)을 자제하라”고 했다. ‘도발’이란 말을 상식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15일 북 탄도미사일 발사 때만 해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연속된 미사일 도발에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다. 북 핵·탄도미사일 개발은 명백한 유엔 결의 위반이기 때문에 옹호할 여지가 없다. 역대 모든 정부가 ‘도발’이라고 해왔다. 한·미 등의 발사체 개발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 지난달 25일 김여정이 핵·미사일 도발을 ‘도발이라 하지 말라’고 하자 문재인 정부에선 ‘도발’이란 말이 사라졌다. 이번 SLBM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이라고만 했다. 김여정이 “(전단 금지)법이라도 만들라”고 하자 통일부는 4시간 반 만에 “준비 중”이라고 했던 상황과 다를 게 없다.

 

19일 북이 쏜 SLBM은 요격 회피 기능을 갖추고 590㎞를 날아갔다.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이 소형화한 핵탄두를 SLBM에 탑재하면 미 본토에 대한 핵 공격도 가능해진다. 북 SLBM이 완성되면 미국의 한반도 안보 공약도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SLBM은 핵·ICBM과 함께 대표적 ‘전략 무기’로 꼽힌다. 안보 상식이다. 그런데도 정의용 외교장관은 이번 SLBM이 ‘전략적 도발은 아니다’고 했다. 김여정 한 마디에 국방·외교장관이 전부 궤변으로 국민을 기만하려 한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북이 장거리 미사일과 추가 핵 실험을 하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했다. 북을 비핵화의 길로 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대북 제재’인데도 정 외교장관은 북 SLBM 발사에 ‘제재 해제 검토’를 거론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남북 정상회담 같은 이벤트만 할 수 있으면 김정은 남매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들어줄 태세다. 하다 하다 표현의 자유까지 검열받는 처지가 됐다.

조선일보 사설

 

10월 25일 徐 국방 ‘SLBM 망언’은 직무유기罪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전통적으로 국방부 장관은 무장(武將)이었다. 그런데 6·25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지나 평화 무드가 확산되면서, 핵무기를 안고 사는데도 군의 문민화·정치화 탓인지 무인의 기개를 찾아보기 어렵다. 군의 최고 수뇌부가 청와대 행정관의 지휘를 받는다는 자괴감이 확산됐으니 소신을 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도발을 도발이라 부르지 못하니 마침내 홍길동 국방부 장관이 됐다.


서욱 국방장관이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대해 ‘도발’이 아닌 ‘위협’이라고 했다. “도발은 영공, 영토, 영해에 피해를 끼치는 것”이라며 “용어를 구분해 사용하는데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언제부터 군 수뇌부가 북의 군사행동에 대해 친절하게 정의를 내려왔는지 아연실색이다. 1000만 시민이 사는 서울이 반드시 불바다가 돼야 도발이라고 단정하겠다는 논리다. 미국의 유엔대사는 안보리 직전 “북은 추가 도발(provocations)을 자제하라”고 했고, 서울을 방문 중인 성 김 미국 대북특사 역시 잇단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했다. 국방 책임자의 비(非)국방적인 언변은 두 가지가 원인이다.


우선, 극심한 북한 눈치 보기의 결과다. 지난달 25일 김여정이 핵·미사일 도발을 ‘도발이라 하지 말라’고 하자 문재인 정부에선 ‘도발’이란 말이 사라졌다. SLBM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이라고만 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15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때만 해도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해 “연속된 미사일 도발에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다. 10일 만에 김여정의 말 한마디에 대북전단법 제정처럼 일사불란하게 안보 책임자들의 메시지가 달라졌다. 정의용 외교장관은 SLBM이 ‘전략적 도발은 아니다’고 했다. 또,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북이 장거리미사일과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했다. 아마 ICBM과 핵실험을 하면 서울에다 발사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할 것이다.


다음은,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하려는 무리한 국내 정치공학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남북 정상회담 이벤트에 올인하다 보니 김정은 남매가 원하면 안보 책임자들의 표현마저 김여정의 검열을 받는 처지가 됐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은 북한의 대미 위협 수준을 ‘높음’으로 평가하고 ‘한국은 현재 SLBM에 대한 방어망이 없다’고 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레이더는 120도 시야로 제한돼 동해·서해로부터 날아오는 SLBM을 방어할 수 없고, 한국 구축함에 배치된 SM-2 대공미사일은 대함미사일만 방어할 수 있다. 북한이 쏜 SLBM은 요격 회피 기능을 갖추고 590㎞를 날아갔으며, 소형화한 핵탄두를 SLBM에 탑재하면 미 본토에 대한 핵 공격도 가능해진다. SLBM은 핵·ICBM과 함께 대표적 ‘전략 무기’로 안보 상식이다.


김여정 한마디에 국방·외교 장관이 말장난으로 국민을 기만하려 한다. 숱한 대북 실언으로 논란을 빚은 정치인의 향북(向北) 장단에 발을 맞추는 외교·안보 수장들의 발언은 직무유기다. 일구이언과 감언이설이 주특기인 정치인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군의 최고 수뇌부조차 북한의 엄중한 도발을 도발이라 부르지 못하면 막대한 국방비를 부담하는 국민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

문화일보

 

10.25 “NPT 어긴 北이 위협… 韓, 비상사태서 핵 보유 제재받을 이유 없다”

[김진명이 만난 사람]
한국의 핵무장 주장한 美 다트머스대 제니퍼 린드, 대릴 프레스 부부 교수

▲다트머스대 국제학센터에 소속된 제니퍼 린드(왼쪽)·대릴 프레스 교수. 부부이면서 학문적 동지인 두 사람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한국의 독자 핵무장 필요성을 주장한 기고문을 실어 주목받았다. 이들은 북핵 위협에 직면한 한국이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핵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트머스대 홈페이지·제니퍼 린드 트위터

 

지난 18일(현지 시각) 화상(畵像)으로 만난 다트머스대 제니퍼 린드, 대릴 프레스 교수는 차분하면서도 소탈한 인상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부부인데도 서로 다른 방에서 화상 인터뷰에 접속, 일과 사생활을 분리하는 철저한 직업의식도 갖고 있었다.

 

지난 7일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이들의 공동 기고문 ‘한국이 핵무기를 만들어야 하나’는 한국은 독자 핵무장에 나서고 미국은 이를 지지해야 한다는 파격적 주장을 담고 있었다. 기고문에서 이들은 한국은 미국이 원하는 만큼 중국에 맞설 생각이 없고, 미국은 북한의 핵 공격을 당하면서까지 한국을 지켜주기 어려워 “(한·미) 동맹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한국의 안보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제시했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는 한국이 핵무기 개발에 나서면 북한처럼 국제 제재를 받아 경제가 파탄 날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두 교수는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제10조를 원용해 NPT를 탈퇴한 뒤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합법적이라고 봤다. NPT 10조는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위협하는 상황이 바로 이런 ‘비상사태’이기 때문에 한국의 NPT 탈퇴는 정당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지지하는 주장이 나와서 놀랐다. 워싱턴DC에서 잘 들어보지 못한 얘기다.

 

대릴 프레스(이하 프레스): “기고문이 나온 후에 동료나 지역 전문가들로부터 상당히 많은 연락을 받았다. 그들은 ‘나도 당신들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하기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느꼈다’고 했다. (한·미) 동맹 내의 모순이나 핵 억지에 관한 의문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명백해지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 도시를 파괴할 수 있게 되면 미국이 한국에 대한 핵 억지 공약을 지키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한국의 핵무장이 비확산 체제 자체를 위협하기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

 

제니퍼 린드(이하 린드): “우리가 현재 처한 상황은 NPT를 어긴 국가(북한)가 NPT를 잘 지키고 있는 회원국(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다. 국제기구에 있어 재앙과도 같은 상황이다. 규정을 지키는 것이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회원국들이 발견하면 존속할 기구가 없을 것이다. NPT를 창설한 사람들은 그래서 10조를 만들었다. (국제)법을 잘 지키는 회원국이 비상사태에 직면했다면 탈퇴할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다. 규칙을 잘 지켜온 회원국이 스스로를 보호할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NPT를 해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핵보유국 어디에도 한국보다 큰 안보 위협 없어”

-어떻게 WP에 기고를 하게 됐나.

프레스: “계기 중 하나는 ‘세계의 9개 핵무기 보유국 중 한국보다 큰 외부적 안보 위협에 직면한 나라는 없다’는 깨달음이었다. 한국은 국제법을 위반해서 핵무기를 가진 뒤 주기적으로 자국을 위협하는 적의 병력을 (서울에서) 불과 60㎞ 거리에서 마주하고 있다. 핵보유국 중 어떤 나라도 이런 상황에 직면한 나라가 없다. 또 어떤 지역 전문가와 얘기하던 중 그가 ‘한국이 핵무기를 갖지 않는 이유는 핵무기보다 삼성을 갖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한국이 핵무장하면 북한처럼 따돌림받는 존재가 될 것이란 뜻이었다. 나는 ‘불법적 핵보유국의 주기적 위협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한국의 핵 보유는 합법적일 수 있다. 그런데 왜 한국을 제재하나’라고 물었다. 그는 답하지 못했다. 많은 한국 사람은 ‘핵무기 보유가 한국을 고립시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믿을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유엔 안보리에서 자국을 대변해 줄 친구들이 있다면, 한국이 (핵 보유로) 외교적·경제적 고통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다트머스대 제니퍼 린드, 대릴 프레스 교수가 ‘한국이 핵무기를 만들어야 하나’라는 제목으로 워싱턴포스트에 쓴 기고문.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NPT에서 탈퇴하겠다고 미국, 유럽연합 등을 설득하라는 것인가.

프레스: “그렇다. 하지만 나는 그 대화는 한 시간 정도밖에 안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입장에서 핵무장을 할 가치가 있는지를 정하는 것은 복잡한 결정일 것이다. 하지만 일단 그러기로 결정한다면, 왜 그래야 하는지를 미국이나 유럽의 친근한 국가들에 설명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일일 것이다. 어떻게 영국이 ‘안 된다. 우리는 그렇지만(핵무기를 갖고 있지만) 한국은 그럴 자격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나. 영국은 한국 같은 종류의 위협에 직면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프랑스가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나? 그래서 나는 한국이 NPT 탈퇴를 공식 선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린드: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매우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국가들은 한국과 협력하고, 한국 문화를 사랑한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이미 평화와 국제법을 중시하는 나라들의 존중을 얻었다. 한국이 안보를 위해 핵무기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북핵이 방어용이라도 전쟁은 일어날 수 있다”

 

-한국의 진보 성향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을 향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이 미국의 위협에 대한 자위적 수단으로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믿고 있는데.

프레스: “한국의 진보는 아마 우리가 그들 생각에 동의한다는 점을 알면 충격받을 것이다. 나는 북한의 핵무기는 주로 정권 보장과 방어를 위한 것이라고 믿는다. 북한군은 많이 약해졌고 껍데기만 남았다. 북한 핵무기는 정권의 핵심적 안보 도구다. 만약 북한이 자국을 방어하려는 것뿐이라면, 한국에 왜 핵무기가 필요하냐고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답은 ‘그럼에도 한반도에 전쟁은 여전히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쟁은 실수나, 통제를 벗어난 어떤 위기나, 북한 정부의 일부 붕괴 같은 많은 다른 방식으로 일어날 수 있다. 북한이 이 정권 보장용 (핵)무기를 갖고 있기에 재래식 전쟁이 핵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막는 것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한국은 방어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어떤 역량이라도 다 갖고 있어야 한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나는 한국이 독자적인 것이든 미국 것이든 가장 강력한 억지력(핵무기)을 갖고 있기를 기도한다. 내 생각에는 한국이 독자적인 것(핵무기)을 갖고 있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한국의 핵무장이 북한의 핵보유마저 인정해주는 효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린드: “북한의 핵무기는 국제법에 의해 불법이다. 북한은 여러 유엔 안보리 결의의 대상으로 제재를 받고 있다. 그런 것이 바뀔 이유는 없다.”

 

프레스: “한국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한국의 핵보유를 북핵과 연계해서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한 우리도 핵무기를 가질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북한 정권이나 북핵을 영구적으로 인정할 필요는 없다. 또 하나의 선택지로 한국은 ‘동아시아의 환경이 변하고 있다. 우리는 10조를 원용해 NPT를 탈퇴하고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하고 끝낼 수 있다. (한국도) 북한처럼 핵무기를 폐기하겠다는 어떤 약속도 하지 않는 것이다. 북한의 불법적 활동이 한국이 이렇게 할 수 있는 법적, 윤리적 공간을 만들어줬다고 말하고 싶다.”

 

“안보리 제재는 없을 것, 중국 독자 제재가 문제”

 

-북한의 핵미사일은 일본도 타격할 수 있다. 그러면 일본도 NPT 10조를 원용할 수 있지 않나. 한국의 핵무장이 일본과 대만으로 번져 역내 핵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린드: “모든 측면에서 일본은 다른 상황에 있다. 일본이 북한의 직접적 적국은 아니다. 또 미국과 일본은 중국의 부상을 관리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 (미·일) 동맹에는 한국과 미국 같은 정도의 문제가 없다. 끝으로 핵에 대한 여론이 다르다. 한국인의 60~70%는 이런 움직임(독자 핵무장)을 선호한다. 하지만 일본은 미국 핵폭탄을 두 번 맞은 역사가 있다. 그리고 3·11 재앙(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이 있었다. 일본 국민은 이(핵무장)를 지지하지 않는다. 소련, 중국, 북한의 핵무장은 (일본의 핵무장이란) 도미노를 일으키지 않았다. 자동적 결과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NPT 탈퇴를 선언하면 유엔 안보리에 보고된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어떻게 반응할까?

프레스: “두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다 해결 가능할 것 같다. 첫째로 한국이 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게 될까라는 문제가 있다. 비토 권한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 5국 중 (미·영·프) 3국이 한국 편에 설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렇다면 한국에 대한 안보리 결의는 없을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한국이 다른 국가들의 독자 경제 제재를 받을 것인가다. 중국과의 경제 관계에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의 핵무장을) 전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큰 비용이 될 것이다. 한·중 관계를 한동안 해칠 것이다. 내가 한국이라면 중국에 ‘중국도 핵무기가 있다. 우리도 이러고 싶지 않지만 당신들의 파트너(북한)가 핵무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핵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평양의 친구들과 얘기해 보라’고 말할 것이다. 내 생각에 중국은 처음에 좀 화를 내더라도 결국은 한국이 문제가 아니란 사실을 보게 될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다. 만약 중국이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 못하면서 독자 제재를 통해 한국을 경제적으로 심하게 처벌한다면, 중국은 한국의 이익을 공유하지 않으며 한국 편이 아니라는 강력한 신호다.

 

☞제니퍼 린드, 대릴 프레스

1969년생 동갑내기 부부다. 미국 다트머스대 국제학센터에서 나란히 교수로 일하고 있다. 린드 교수는 UC버클리 학사, UC샌디에이고 석사를 거쳐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카고대를 졸업한 프레스 교수도 MIT 박사다. 린드 교수는 한·중·일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역사 화해에 대해 관심을 갖고 ‘미안한 국가들(Sorry States)’을 펴내 주목받았다. 프레스 교수는 동맹의 신뢰성과 핵 문제를 주로 연구해 왔다.

조선일보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10월 28일  北의 황당한 終戰 논의 조건, 유럽 간 文 맞장구치지 말라

문재인 정권이 한사코 집착하는 종전선언은 현 단계에서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기 말에 접어든 문 대통령이 집착할수록, 그만큼 더 내년 대선 직전의 베이징동계올림픽 등을 계기로 한 ‘종전선언 쇼’ 의도로 비친다. 그걸 알기 때문에 북한조차 적극적이지 않고, 동맹국 미국은 지난 26일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통해 “순서·시기·조건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 수 있다”며 이례적으로 반대 의사를 공개했다.


그런데도 억지로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국가 안보를 심각하게 저해하게 된다. 문 정권은 정치적 선언으로 평화협정의 입구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일단 종전(終戰)이 선언되면 유엔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 요구가 뒤따르게 된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밀어붙이니 당초 미지근했던 북한이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 종전선언 자체가 아니라 그 논의를 하는데도 전제 조건을 내세우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2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광물 수출과 석유 수입 허용을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고 보고했다. 한미동맹과 유엔의 북핵 제재를 허물자는 것이다.


이런데도 유럽을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 외교에 집중한다고 한다. 2018년 유럽 순방 중 북한 제재 해제를 주장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제재 단일 대오가 중요하다”는 핀잔을 듣는 등 국제적 망신을 당했는데도, 또다시 남북 쇼에 매달리고 있다. 3년 전 만났던 교황에게도 다시 방북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미국의 북한인권단체는 29일 “교황 보좌관들은 한국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라며 정곡을 찔렀다. 문 대통령이 계속 고집한다면, 안보를 파괴하고 남북관계를 선거에 악용한다는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