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파 정권의 국정농단 2021-10
10.01 이재명 측근으로 번진 대장동 의혹, 與는 특검 이어 국감까지 막아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도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유동규 전 사장 직무대리(기획본부장)가 시행사인 화천대유와 한 몸처럼 유착됐고 금품까지 오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장동 투자자이자 사업 계획서를 만든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과 파일 등에는 현금 뭉치가 찍힌 사진과 금품 전달 관련 대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10억원대의 현금이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에게 전달됐다는 내용도 있다고 한다.
유 전 사장대리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측근으로 통하는 사람이다. 그런 유씨가 공직자로서 사업을 관리한 것이 아니라 아예 업자들과 한 몸 같았고 결국 8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개발 이익이 몇몇의 손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유씨는 화천대유 대주주이자 핵심인 김만배씨 등과 호형호제 할 정도였다고 한다. 유씨가 세운 부동산 개발 업체 관계사는 화천대유 핵심인 남욱 변호사의 회사와 주소지가 같다. 사실상 동업 관계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 자체로 충격적인 일이다.
유씨는 대장동 사업 설계 때 민간 업체에 너무 많은 수익이 가면 문제 된다는 실무진의 반대를 묵살하고 실무 부서까지 바꿔가며 밀어붙였다고 한다. 그 덕분에 화천대유 등은 출자금의 1153배인 4040억원의 배당 수익을 챙겼다. 또 분양 사업을 직접 맡아 4000억원 넘는 분양 수익도 올렸다. 유씨가 아니었으면 있기 힘든 일이었다.
유씨는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때 휴대전화를 빼돌렸다. 창밖으로 던져버렸다고 했다가 다른 사정이 있다고도 했다. 검찰은 결국 찾지 못했다. 중요 증거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는 이달 중순 의혹이 제기된 직후에도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고, 언론 접촉을 피했다. 이 지사 캠프에서 일한다고 했다가 뒤늦게 부인하기도 했다. 떳떳하다면 왜 그랬겠나.
이제 의혹은 성남개발공사와 이 지사 측근으로까지 번졌다. 그런데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지사는 화천대유 문제에 대해 제대로 해명도 하지 않은 채 야당만 비난하고 있다. 이 지사는 사건 초기 “가장 모범적 공공 이익 환수 사업이었다. 사업 설계는 내가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전 사장대리 문제가 불거지자 “측근이 아니고 대선 캠프에도 없다”고 했다. 스스로 ‘최고의 치적’이라고 했던 핵심 사업을 맡긴 사람이 측근이 아니면 누가 측근인가.
이 지사와 민주당은 특검을 거부하며 검찰·경찰에 맡기자고 한다. 국민이 지금 검찰을 믿겠나. 민주당은 대장동 사건 국정감사까지 증인 채택 거부로 막고 있다. ‘대장동은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주장하면서 실제론 진상 규명을 막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두려워서 이러나. 검찰이 유씨를 구속해 꼬리를 자르고 수사를 끝낼 것이란 예상이 벌써 파다하다. 현재 검찰이라면 실제 그럴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 국민 의혹은 더 커질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01 법조계·정치권·지방의회… 대장동 그들, 350억 로비 의혹
서울중앙지검이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인사들이 정·관계 로비를 논의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과 관련 첩보를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30일 전해졌다. 녹취록과 첩보 등에서 정·관계 인사 이름이나 직책과 함께 거론된 금품 액수를 합하면 3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녹취록은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5호의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것으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비롯해 대장동 사업 관계자 간의 대화가 담겼다.
▲3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대장 도시개발구역에서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공전협) 관계자들이 대장동 게이트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녹취록과 첩보에는 성남시의회 등 지방 정계 직책과 금액, 정치권과 법조계 인사들의 이름과 금액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법원의 고위직 출신 일부 인사는 실명(實名)으로 거론됐다고 한다. 그중에는 곽상도 무소속 의원도 등장하는데 실제 화천대유에 근무했던 곽 의원 아들은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녹취록과 첩보 내용의 사실 여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2019년부터 대장동 사업 관계자들 간의 대화 녹취록을 19건 만들었고 이 중 상당수를 검찰에 제출했다. 그 녹취록 중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인사들에게 금품 10억여 원을 제공한 정황도 담겼다고 한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에 화천대유, 천화동인과 함께 참여했다.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대장동 사업자 평가·선정 등을 주도했다. 검찰은 이날 유씨를 소환했지만 그는 불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유씨와 대립했던 공사 현직 간부 이모씨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또 화천대유 법인 계좌에서 김만배씨 등의 개인 계좌로 빠져나간 자금 흐름도 추적 중이다. 그중 상당액이 현금·수표로 인출됐고 사용처가 불분명한 자금이 8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내용은 지난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경찰에 보낸 자료에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 등이 대장동 사업으로 올린 수익은 배당금만 4000억원이 넘는다. 법조계에서는 “녹취록에 등장하지 않는 다른 로비가 있었을 개연성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수사팀에 “여야(與野), 신분, 지위를 막론하고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고 대검은 밝혔다.
10월 01일 유동규 비리 구체화하자 ‘측근’ 고리 끊기 나선 이재명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단군 이래 최대 개발 비리’라는 말처럼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지만,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관련성 때문에 더욱 중차대한 문제가 됐다.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 설계자를 자처하고 “단군 이래 최대 공익환수 사업”이라고 했다. 그러나 초대형 게이트임이 분명해졌다. 따라서 이 지사 공과를 따지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중요하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이 지사는 유능한 행정가일 수도 있고, 정반대로 정치적 책임은 물론 배임·직무유기 등 사법적 책임까지 져야 할 수도 있다.
이 지사와 대장동 비리 사이의 ‘핵심 고리’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다. 거액 뇌물수수 혐의까지 나온다. 이 지사와 유 씨 관계의 성격에 따라 이 지사의 책임이 크게 좌우된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지사는 유 씨가 자신의 측근이 아니며, 수많은 경기도 공직자 중 한 사람일 뿐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 지사는 지난 30일 민주당 경선 후보 TV 토론에서 ‘유 씨가 연관돼 있으면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이냐’는 박용진 후보 질문에 “관리하는 산하기관 직원이고 문제가 생겼다면 일선 직원이 그랬더라도 제 책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 씨가) 측근은 아니다. 산하기관 중간 간부가 다 측근이면 측근으로 미어터질 것”이라고 했다. 유 씨의 범죄 혐의가 드러나더라도 관리 책임이 있을 뿐 직접 연관은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상식의 눈높이에서만 봐도 궤변이다. 유 씨는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을 하다가 이 지사를 만난 뒤 2010년 성남시장 선거를 도왔고, 인수위원회 도시건설분과 간사를 거쳐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에 발탁됐다. 성남시장 재선 뒤 다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맡아 대장동 건설 사업을 벌였다. 이 지사는 경기도지사 당선 뒤 그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발탁했다. 이러고도 ‘측근’이 아니라는 것은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일이다.
문화일보 사설
10월 01일 ‘李 무죄’ 전후 권순일-김만배 8차례 회동…의혹 더 커졌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에서 무죄 판결을 주도한 권순일 전 대법관과, 대장동 개발 시행사인 화천대유 소유주인 김만배 씨와의 ‘수상한 관계’를 뒷받침하는 사실이 더 드러났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직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하며 거액을 받아 충격을 줬는데, 이 지사의 ‘친형 강제 입원사건’ 무죄 판결 전후로 1년여 사이에 8차례나 만난 기록도 확인됐다. 법조 담당 기자였다고는 하지만, 대법관이 그런 식으로 기자를 자주 만나는 경우는 통상적이지 않다.
김 씨는 지난 2019년 6월 16일부터 지난해 8월 21일까지 권 전 대법관 집무실을 8차례 방문했다. 특히 이 지사 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 소부(小部)에서 전원합의체로 회부된 다음날인 지난해 6월 16일, 전원합의체가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다음 날인 7월 17일에도 권 전 대법관실을 찾았다. 이후에도 김 씨는 두 차례나 더 권 전 대법관실을 방문했는데, 권 전 대법관은 그해 9월 퇴임하고 11월에 곧바로 화천대유 고문에 취임했다. 김 씨는 “권순일 당시 대법관은 3∼4차례 방문했고, 재판에 관련한 언급을 한 적은 없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따라서 두 사람 관계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두 사람 관계가 주목되는 것은 이 지사 판결과의 연관성 때문이다. 권 전 대법관은 “선거 토론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로 항소심의 벌금 300만 원 유죄를 뒤집고 대법관 ‘7 대 5 무죄’를 주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2015년 박경철 전북 익산시장이 지방선거 TV 토론에서 상대 측에 허위 의혹을 제기해 기소된 사건의 상고심 주심을 맡은 권 전 대법관은 “근거가 박약한 의혹 제기로 유권자 선택을 오도했다”는 정반대 논리로 유죄를 확정한 바 있다. 재판 거래 및 사후 보상 등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검찰이 명운을 걸고 밝혀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0월 01일 이재명 “최대 치적” 자랑하더니, 의혹 커지자 ‘자신과 무관’ 선긋기
캠프 “비리 나와도 李와 무관”
유동규 관련 드러나자 말바꾸기
직원관리 도의적 책임만 강조
野 “큰소리치더니 꼬리자르기”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핵심 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선 긋기에 나섰다. 사업 시행을 맡은 ‘성남의뜰’ 주주 구성과 수익금 배당방식을 설계해 화천대유자산관리 등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는 유 전 본부장과의 관계를 부정하며 대선 악재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야당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 지사 캠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인 박주민 의원은 1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장동 관련해서 부정과 비리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 지사와 관련된 것은 전혀 없다”며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에 있는 산하기관 직원 중 하나지, 측근이라고 불릴 만한 관계는 아니라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경기관광공사 사장까지 지내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엔 “여러 직원이 있는 것”이라며 “그중에 일을 잘한다고 평가받았던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지사도 전날 TV토론에서 “(유 전 본부장은) 리모델링 일 하던 분인데 도시공사 이전에 시설관리공단 직원관리 업무를 했을 뿐 측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하기관 중간 간부가 다 측근이면 측근으로 미어터질 것”이라고도 했다. 이 지사 캠프 측은 유 전 본부장이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일하면서 영화산업과 관련해 과도한 예산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이 지사와 멀어진 인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은 이 지사의 ‘3대 그림자’라고 불렸던 유 전 본부장과의 관계를 이 지사가 돌연 부정하고 나섰다며 날을 세웠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대장동이 최대 치적이라고 큰소리를 치더니 유 전 본부장 비리의 빙산의 일각이 드러나기 시작하니 꼬리 자르기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지사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비판을 고발로 풀었다”면서 “‘총각 행세를 했다’고 하는 여배우에 대해선 고소하지 않는다. 고소 대마왕답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 측은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는 수준으로 유 전 본부장 사태를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의원은 “가정대로면 성남시장으로서 부하 직원이 잘못한 것이 드러나는 것이지 않으냐”며 “그럴 경우에는 당시 시장으로서 부하 직원 관리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명백한 유감 표명 등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일보 손우성·이후민 기자
10월 01일 시민단체 허울 쓴 ‘기생충’들
이신우 논설고문
시민단체와 現 권력 공생관계
‘탈원전 정책’이 좋은 본보기
권력 의도 분식하는 역할 자처
시민단체엔 대신 돈과 일자리
박원순 시장 10년간 1兆 지원
정권 차원으론 천문학적 규모
‘박원순 서울시 남북예산, 협력위원 속한 단체에 수십억 갔다.’ 1일 한 신문에 대서특필된 기사인데, 협력위원이 자신이 속한 단체를 지원하는 심사도 했다고 한다.
지금 대한민국 시민단체에는 어느 곳이나 꿀이 넘쳐흐른다. 이들에게 꿀이나 다름없는 ‘돈과 권력’을 나눠주는 곳은 공생관계를 넘어 운명공동체를 이루는 현 좌파 정권이다. 하지만 꿀을 빠는 주인공들은 정작 시민과 관련이 없다. 붕어빵에 붕어 없듯이 그저 시민이라는 이름을 팔 뿐이다. 그야말로 ‘시민 없는 시민팔이 시민단체’다.
문재인 정부에서 권력과 시민단체 간의 순환 구조는 간단하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분식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탄소중립 국가위원회를 신설한다고 하자. 정부는 국민의 뜻을 떠받든다는 취지에서 위원회 구성의 과반수를 민간인으로 채우겠다고 발표한다. 선정 과정조차 정부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시민단체에 위촉한다고 강조한다. 이러면 특정 이념이나 권력 의도에 때 묻지 않은 순수 민간인만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변수는 시민단체다. 그들은 정부의 전위대로 자신의 뒷배를 봐주는 특정 정권의 의도를 충실히 구현할 뿐이다. 게다가 과반수가 이들이니, 몇 명의 전문가가 아무리 전문적 식견이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한들 정해진 방향은 변함이 없다. 마치 경기도 곳곳의 ‘민관 공동’ 토지개발 프로젝트가 연상되지 않는가.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이 바로 이런 식이다. 이 정권의 탈원전 정책은 철저히 민간 기구의 탈을 쓴 위원회나 시민단체 출신 관료들이 이끌어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전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비롯, 정부 기관 모두가 이들의 안방이다. 그렇다면 특정 정권에 봉사하고 결사 보위하는 이들 시민단체는 어떤 대가를 받는 것일까.
오세훈 서울시장이 폭로한 박원순 전 시장과 시민단체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오 시장은 얼마 전 언론을 통해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의 ATM(현금인출기)으로 전락했다”고 고발했다. 박 전 시장 재임 10년 동안 시민사회와 시민단체가 관여한 사업에 지급된 보조금이나 위탁금 규모가 1조 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시민단체 출신이 서울시의 해당 사업 부서장으로 들어가 특정 시민단체를 지휘하고, 이 단체들이 또다시 자금 창구가 돼 또 다른 시민단체에 용역을 발주하는 구조가 정착돼 있었다고 한다. 시민단체형 ‘피라미드’요, ‘다단계’ 사업이 오랜 기간 서울시민의 피 같은 세금을 빨아먹고 있었던 셈이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 피소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은 권력과 시민단체의 연결 고리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 자료다.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 정계에서 피소 사실을 가장 먼저 접한 당사자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었다. 성폭행 피해자 측이 한국성폭력상담소에 피해 사실을 호소하자, 이 상담소는 유관단체인 한국여성단체연합에 접수 사실을 알렸고, 피해자 신원을 보호해야 할 이 여성단체연합은 남 의원에게 정보를 패스했다. 남 의원은 이 단체의 상임대표 출신이다. 정보를 손에 넣은 남 의원은 곧바로 박 시장의 젠더 특보(特補)에게 이를 전달했다. 젠더 특보는 다름 아닌 남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었다.
악어와, 악어 이빨 사이에 끼인 고기 조각을 쪼아 먹는 악어새. 이것이 대한민국 시민단체의 작동 원리다. 문 정부 출범 이후 늘 ‘유·시·민’이라는 신조어가 따라다녔다. 유명대학, 시민단체, 민주당을 가리키는 용어로 그 가운데서도 핵심이 시민단체다. 시민단체 출신들이 문 정권 청와대를 비롯, 행정부의 핵심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어느 젊은 중앙부처 공무원이 모교인 서울대의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죽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그의 짧은 글이 현 정권하에서 국가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구조가 잘못됐다. 시민단체의 사적 요구가 상부를 통해 행정부에 지시로 내려온다…국가를 위해 일할 줄 알았는데, 시민단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소모되는 저 자신이 싫다.’
문화일보
10.02 성남公社 유동규 ‘거액 배당’ 혐의, 누가 개인 비리라고 보겠나
▲'대장동 개발 핵심' 유동규 前 성남도개公 기획본부장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0일 용인시 자택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 검찰이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창문 밖으로 던져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휴대전화는 화천대유자산관리 관련 인물들의 수익 배분과 비리 등을 밝히는 데 있어 핵심적인 증거이지만, 검찰의 허술한 대비로 결정적인 수사 단서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KBS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긴급 체포됐다. 유 전 본부장은 특히 배당금을 받는 펀드 성격인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 중 한 명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개발 회사인 화천대유에 거액 배당금을 요구해 따로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는 대장동 개발 사업으로 배당 수익 4040억원과 3000억원이 넘는 분양 수익을 올렸다. 1억465만원을 출자해 1208억원이라는 최대 수익을 챙긴 천화동인 1호 소유주는 지금까지 김만배씨 한 명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에서 성남시 측 대표 격으로 민관 합동 사업 전반의 틀을 짜고 화천대유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을 책임진 인물이다. 검찰은 그런 유 전 본부장이 민간 업체인 화천대유와 사실상 ‘한 몸’이었으며 수백억원이 그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혐의를 두고 수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를 유 전 본부장의 개인 비리로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 분당구 한 아파트 리모델링추진위원회 조합장으로 일하면서 당시 성남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던 이재명 경기 지사와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이 지사가 2010년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하자 지지 성명을 내며 도왔고 선거 승리 뒤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전신(前身)인 성남시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임명됐다. 2014년 시장 선거를 앞두고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떠나 다시 이 지사 유세를 도왔고 재선에 성공하자 3개월 만에 기획본부장으로 돌아왔다. 이 지사가 2018년 경기지사에 취임한 뒤로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취임해 작년 말까지 근무했는데, 주변에선 그를 대선 도전에 나선 이재명의 ‘장비’라 지칭하며 이 지사 ‘성남 인맥’의 핵심으로 꼽아왔다.
이 지사는 유 전 본부장에 대해 “산하기관 중간 간부가 다 측근이면 측근으로 미어터질 것”이라며 측근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최대 치적이라고 했던 주요 사업을 맡긴 사람을 측근이 아니라고 할 수 있나. 이 지사는 TV 토론에서 유 전 본부장이 자신의 선거를 도와준 적이 없다고 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가 어느 선까지 진상을 규명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1조원이 넘는 성남시장의 역점 사업에서 그의 측근이 민간 업자들과 결탁해 천문학적 이득을 얻었는데 그것을 개인 비리일 뿐이라고 한다면 납득할 수 있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02 ‘화천대유’란 불구덩이에 이 남자가 뛰어든 이유
성남시 대장동 특혜 의혹 공론화 한
경제민주주의21 대표 김경율 회계사
김경율(52) 회계사는 ‘단군 이래 최대 토건 비리’로 번지고 있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공론화한 주역이다.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한 건 경기경제신문이지만, 보도 직후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자칫 묻힐 뻔한 사건을 수면 위로 다시 끌어올렸다. 지난달 3일 새벽 1시 52분, ‘샹그릴라(이상향)는 세상에 있을까요?’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김 회계사는 개인 7명이 총 3억5000만원을 투자해 그 1100배인 4040억원을 배당금으로 가져간 대장동 일확천금 미스터리를 전격 해부해 대중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김 회계사는 “아는 변호사가 전달해준 대장동 관련 자료를 들여다보니 위험은 공공이 지고 수익은 특정 개인이 가져가는 구조더라. 첫 느낌이 이건 배임 여지가 뚜렷하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재벌 기업에서 나타나는 일감 몰아주기와 비슷했다. 자금 흐름을 살펴보니 특정 민간 주주에게 과도한 배당이 되고 있더라. 이 사업에 민간 주주(보통주)로 참여한 ‘SK증권’이 실은 개인 7명으로 구성된 천화동인 1~7호를 숨기기 위한 특정금전신탁이란 사실을 알아낸 뒤, 사건이 예상 외로 클 수 있겠다는 감이 왔다.”
대장동 개발 사업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9만평에 5684가구를 지어 분양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2014년 당시 성남시장으로 이 사업을 설계한 이재명 경기 지사는 “개발 이익을 공공으로 환수한 최대 치적” “문제가 있다면 100% 수사받겠다”고 자신했지만 특혜 의혹은 여야 정치권, 법조계, 언론계까지 강타한 뒤 검찰로 넘어갔다.
난맥으로 얽힌 대장동 의혹의 핵심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과 방송에서 설명하느라 하루가 모자란다는 김경율 회계사는 “정상 국가라면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비롯해 화천대유, 천화동인 1~7호 등 관련 기관을 벌써 압수 수색했을 것”이라며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배당금 분배의 실체가 담긴 주주 간 협약서를 확보해 배임 여지가 있는지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 전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사건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21년간 몸담은 참여연대와 결별한 그는 이른바 ‘조국 흑서’ 공동 저자 중 한 사람. “문재인 정부 들어 공권력을 감시, 견제하는 기관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계속 떠든다”는 김 회계사는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지사가 대장동 의혹의 벽을 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언제고 노트북과 자료가 잔뜩 뜬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며 경제 사건의 현장을 파헤치는 김경율 회계사. 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검찰의 뒤늦은 압수 수색에 “공권력을 감시·견제하는 기관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인 그는 “누가 되든 정권은 반드시 교체돼야 한다”고 말했다./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 조국 저격수에서 이재명 저격수로
-지역과 소셜미디어에서 떠돌던 대장동 특혜 의혹을 본격 공론화했다.
“한 달 전부터 이낙연 후보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었고, 친한 변호사가 한번 봐달라며 자료를 보내왔더라. 그날 낮술을 마시느라 밤에 들어와 열어봤는데, 첫 느낌에도 이건 배임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천대유라는 민간 주주가 5000만원을 투자하고 577억을 가져갔다. 누가 봐도 과도한 배당 아닌가.”
-화천대유와 함께 민간 주주로 참여한 SK증권이 천화동인 1~7호라는 개인들을 위한 특정금전신탁이라는 건 어떻게 밝혀냈나.
“화천대유 관계사 중에 천화동인 1호가 있는데, 감사 보고서를 보니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 뜰’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성남의 뜰’ 주주 명부에는 천화동인 1호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 등기부등본을 토대로 엑셀 작업을 해서 쫓아가다 보니 천화동인 1호부터 7호까지 설립 시기와 주소, 이사와 임원들 명단이 똑같았다. 또, 이들의 설립 자본금을 다 합쳐보니 SK증권의 투자액 3억과 맞아떨어지더라. 결국 SK증권은 개인 7명을 숨겨주기 위해 이름만 빌려준 껍데기, 방패였다. 그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조선일보 기자에게 연락이 왔고, 화천대유에서도 사실을 확인해주면서 본격적인 추적이 시작된 것이다.”
-이재명 지사 측은 허위 사실이라며 언론사 등에 소송을 예고했다.
“이 의혹을 처음 제기한 곳은 경기경제신문이다. 제보받은 내용을 칼럼으로 쓴 건데, 화천대유가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며 바로 고소해버렸다. 내가 이 문제를 페북에 올렸을 때에도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기사를 쓰기 시작하니 다른 매체들도 따라오기 시작했다. 소송은 두렵지 않다. 참여연대 시절 삼성, 현대, 쌍용 등 재벌 기업들과 무수히 싸우며 단련된 나다(웃음).”
-이 지사 측은 사업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이 리스크(고위험), 하이 리턴(고수익)! 잭팟 아니면 깡통이 될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한 민간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라고 주장한다.
“하이 리스크? 대장동 개발 사업은 위험 요인이 거의 없는 사업이었다. 땅을 사서 모으는 지주 작업만 해도, 도시개발법에 따라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강제로 땅을 수용해주니 부담이 있을 리 없다. 토지에 대한 각종 인허가도 위험 요소가 안 된다. 성남시가 주도해 개발하는 사업이니까. 당시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서 분양률도 미지수였다고 주장하는데, 판교 남쪽에 있어 소판교, 꼬마 판교라 불리던 대장동은 이미 금싸라기 땅이었다. 아파트 분양 사업권을 따내려는 기업들의 경쟁률이 100대1을 넘었다.”
-이 지사 측은 5500억원 공공 수익을 가져온 최대 치적이라던데.
“그건 상당 부분 기부 채납 등으로 얻은 수익이다. 어떤 민간 기업이고 부동산 개발에 참여하면 공원, 터널 등 공공 시설을 설치해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 기부 채납하게 돼 있다. 문제의 핵심은, 지분을 50% 가진 성남시가 전체 배당금 6000억원 중 1829억원(30%)을 가져갈 때, 지분 7%를 가진 민간 주주가 4040억원(70%)을 가져간 것이다. 그뿐인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는 4000억원의 택지 조성 배당금 말고도, 대장동 지구 15곳 중 다섯 지구의 아파트 분양 사업권을 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가져갔다. 다 합치면 이들이 거둔 수익은 1조가 넘을 것이다.”
◇위례는 모의고사, 대장동은 본고사
-이재명 성남시장 재직 때인 2010년 위례지구 사업 때 큰 수익을 본 세력이 그대로 대장동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푸른위례프로젝트는 대장동 의혹을 푸는 한 열쇠가 된다. 대장동처럼 민관 합동으로 개발된 위례지구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5% 지분으로 총배당금의 50%를 가져갔다. 그런데 대장동에서는 50% 지분으로 배당금의 30%만 가져갔다. 추가로 발생한 이익도 가져가지 못했다. 위례와 비교하면, 민간 투자자의 수익은 극대화하고 성남도시공사의 수익은 줄여나간 구조다. 배임 여지가 그래서 심각하다는 거다. 대장동 사업에서 SK증권으로 위장해 투자한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등은 위례프로젝트에서도 5000만원을 투자해 그 60배 수익인 30억원을 가져갔다. 이들이 위례에서 모의고사를 본 뒤 그 경험을 토대로 대장동으로 와서 1100배 수익을 남기는 본고사를 치렀다고 보면 된다.”
-결과적으로 성남시라는 관(官)이 시민들 땅을 헐값에 수용해 특정 개인들이 수천억을 벌게끔 판을 만들어준 셈이라는 건데, 이 지사도 민관 합동 개발의 결과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던 것 아닐까.
“이 지사처럼 치밀한 분이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이런 수익 구조의 공공 개발이라면 사업 계획 단계에서 거절하거나 제동을 걸어야 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에서도 대장동 사업에 대한 검찰 수사 우려를 한 것이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권순일, 박영수, 곽상도, 원유철 등 여야 가리지 않고 정치인 법조인들까지 특혜 의혹에 연루됐다.
“야당인 곽상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 직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더라. ‘김경율은 여당만 조진다, 조·중·동과 같이 움직인다, 국민의힘 사람이다’라고 공격하니까.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밀어붙일 수 있는 동력이 된 건 확실하다.”
-대장동 의혹을 파헤치는 데, 이재명 지사에 대한 김 회계사의 정치적 호불호가 작동한 건 아닐까.
“솔직히 나는 이재명 지사를 좋아했다. 들어보진 않았지만 형수 욕설 논란만 해도 뭐랄까, 짠한 느낌이 들더라. 가난했던 나 역시 온종일 욕설과 고함이 떠나지 않는 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이 지사에게 연민 같은 게 있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중에서도 제일 낫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 사태 때 신천지를 다루는 방법, 지방소득세에 대한 행정 권한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공직자로서 겪어보지 못한 유형이랄까.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논란처럼 이율배반적이고 선동적인 모습을 끊임없이 보인다. 대장동 사업은 모두 자신이 설계했다, 아무 위험이 없었다 해놓고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하는 걸 보라.
건설 사업에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사익 추구를 엄단하겠다고 했던 이 지사가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 뜰’은 페이퍼컴퍼니였다고 당당히 소개한다. 조국 전 장관이 위선 범주에 속한다면, 이 지사는 그걸 뛰어넘는다. 극단적으로 모순된 양태를 그때그때 확신에 찬 발언과 행동으로 밀어붙인다. 공공의 영역에 있을 사람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민사회가 괴물이 됐다
김경율은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자랐다. 연세대 철학과에 입학했지만 노동운동가의 길을 걷다 복학 후 회계사 시험을 본다.
“CPA(공인 회계사)가 뭐의 약자인지도 몰랐다(웃음). 졸업 후 먹고살 길을 찾아야 하는데 학점은 1.3점대로 바닥이니 뭘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그래서 회계사 시험을 봤다. 숫자 좋아했고, 수학은 좀 하는 편이었으니까.”
합격 후 참여연대를 찾아가 비상근 봉사자로 일하기 시작한 그는, 론스타 먹튀 사건, 쌍용차 회계 분식,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치며 참여연대의 간판으로 떠오른다.
경제금융센터소장, 집행위원장 등 요직을 맡으며 21년 동안 헌신한 참여연대와 결별한 건 조국 전 장관 때문이다. 조국 가족의 사모펀드 사건을 들여다본 그는 이를 권력형 범죄로 규정, 참여연대가 조국의 법무장관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거부하자, 2019년 9월 29일 새벽 ‘조국은 민정수석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아드셨다’ ‘권력 감시라는 본연의 업무를 잊은 참여연대는 부끄러운 줄 알라’는 내용의 독설을 페이스북에 쏟아낸 뒤 참여연대를 떠난다. 이 인터뷰 다음 날인 29일은 그가 참여연대를 탈퇴한 지 꼭 2년 되는 날이었다.
-조국 가족 펀드 사건을 기점으로 김경율의 인생이 달라진 건가.
“그간 쌓아온 네트워크, 친구들의 80%가 떨어져 나갔으니까(웃음). 그러나 미련은 없다. 내가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등산 동호회나 독서회 모임을 갔을 것이다. 그 나름의 목표와 역할을 가지고 함께 일하다가 서로 다른 의견으로 갈라선다면 서운할 이유가 없다.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조국 이후 윤미향과 정의기억연대 사건, 또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에 대해 참여연대가 일관되게 보여주는 행태를 보면 아쉬움이 전혀 없다.”
-조국 전 장관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지냈으니 모르는 척할 수도 있지 않았나.
“시민사회 일원으로서 그걸 모른 척하는 건 국민을 상대로 사기 치는 것이다. 누가 들어주든 말든 내가 할 말은 해야 했다. 시민 단체가 정파적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규탄받아야 마땅하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했을 땐 적폐 청산 TF에 들어가 활동했다.
“산업자원부, 교육부 등 세 군데서 뛰었다. 숫자 관련된 걸 봐달라며 많이들 찾으시더라. 그런데 TF 참여자들의 면면과 그들의 적폐 청산 의지는 형편없었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스스로 적폐 청산 컨트롤타워라고 자임했지만 추진력은 물론 성과가 지지부진한 걸 보면서 기대를 접었다.”
-윤미향과 정의연의 회계 부실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연과 윤미향의 비리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하자 시민 단체들은 정확히 1주일 만에 연대 성명을 냈다. 윤미향의 위안부 활동에 흠집을 내지 마라, 회계 문제 깨끗하고 이걸 문제 삼으면 친일 적폐다, 이러면서. 무슨 근거로? 과거 시민 단체들의 금전 사고가 터지면 나를 불렀다. 그러나 사실 수집도 없이 그들은 윤미향을 지키기 위해 이용수 할머니를 말살하려고 하더라. 김근수 교수라는 분은 ‘독립군 회계장부에 문제 있다고 일본군 편들면 되겠습니까’라고까지 했다. 아, 이 사람들은 도덕적으로도 절멸한 사람들이구나 생각했다. 괴물이 된 거지”.
◇돌들이 일어나서 말하리라
-순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독설가다. 김부겸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정의, 평등, 공정이 탁현민 비서관의 소품 정도로 전락해버렸다’고도 했다.
“진심이었다. 이번 정부가 외치는 정의, 공정, 평등은 액세서리일 뿐이다. 다 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문 정부 들어서 감찰, 견제 등 내부 통제 기능이 완전히 말살되는 걸 목격했다. 오죽하면 검찰과 감사원의 두 수장이 염증을 느끼고 야당으로 갔겠는가.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는 재벌 개혁을 목표로 삼성을 들여다보고 현대차를 들여다봤는데, 문재인 정권 4년 내내 나는 조국, 윤미향 등 막말로 ‘잡범’들만 상대하는 중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촛불에 대한 수많은 국민의 기대와 염원이 있었는데 이들은 정치 영역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소양조차도 없다.”
-원래 그렇게 다혈질인가. 말도 잘하시고.
“전혀 그렇지 않다. 대학 시절 집회 때 선배들이 앞에 나가 연설할 사람을 정하는데 단 한 번도 응하지 못했다. 버벅거림의 전형이라. 그런데 성경에 ‘돌들이 일어나서 말하리라’는 구절처럼, 내가 말해야 할 순간이 오고 싸워야 할 순간이 오니까 스스로 말하게 되더라. 쌍용차 해고 노동자 사건 때도 그랬고, 난 주로 혼자 싸워왔다. 변호사들은 다 포기하라고 했지만 2심까지 올라가 이겼다.”
-시민운동을 하면서 회계사로서 생업을 이어간 건가?
“산동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에서 일하다 지금은 인천에서 개업했다. 가늘고 길게 살 수 있는 물적 기반은 된다(웃음). 시민운동 하면서 내 힘으로 먹고살 기반이 되어주니 어디 가서 아쉬운 소리 안 했다. 참여연대 임원을 하면서는 사비를 연간 2000만원씩 쓰기도 했다. 생계가 뒷받침되니 시민운동이 권력과 자본과 결탁하는 유혹에서 벗어났던 것 같다. 전라도 말로 심간 편하게 운동한 셈이다(웃음).”
-현재는 ‘경제민주주의21′이라는 시민 단체를 이끌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에서 함께 일했던 분 중 절반이 떨어져 나와서 만든 것이다. 우리는 참여연대나 다른 단체처럼, 회원 동향에 연연하며 운동하지 말자, 그들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말자 다짐하면서. 권력 감시, 재벌 감시 본연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다.”
◇의심하고 검증해야 사회가 건강해진다
-대선 유력 주자 중 한 사람인 윤석열 전 총장도 만났더라.
“몇 번 만나자는 연락을 간접적으로 받았는데 거절하다가 내 고객인 의사분을 통해 직접 통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서 만나게 됐다. 조언이라기보다 조국 사태에 대한 소회를 나눈 가벼운 자리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얘기를 많이 하더라. 최근 한 예능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며 노래를 부르던데, 그게 단지 정치적 행동은 아니었다고 본다. 윤 전 총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상당히 좋아했던 것 같다. 내가 볼 때 노무현을 닮은 사람은 문재인이 아니라 윤석열이다.”
-정치하라는 제안도 많이 받는지.
“참여연대 집행위원장까지 지내면 그런 제안은 늘 받는다. 실제로 참여연대에서 정치인을 많이 배출했다. 그런데 그 끝이 너무 초라하더라. 4년 국회의원 한 뒤 정치권 언저리에서 떠도는 것도 구차해 보였다. 가면 끝이구나 싶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정치에 맞지 않는다. 사실 여기서도 정치하는 거나 다름없다.”
-시민운동가들이 정치판으로 들어가선 안 된다는 뜻인가.
“그렇지 않다. 대신 가서 돌아오지는 말라고 한다. 그래야 시민사회가 건강해지니까.”
-그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뭘까.
“준비가 덜 된 탓이다. 기성 정치인, 관료들, 특히 경제 관료들과 맞붙어 싸우기에 역부족이다. 초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관료들은 국회의원들을 갖고 논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안경환, 조국 등 이번 정부의 행정적 주류들이 이뤄낸 게 대체 뭔가. 재벌 개혁, 검찰 개혁, 언론 개혁 등 입에 담기 좋은 말만 하지 아무것도 한 게 없다. 구호성 운동만 해온 사람들이라 그렇다.”
-대선 후보 중 뽑을 사람이 없다는 사람이 많다.
“그래도 정권은 교체되어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 불구덩이에 자청해 들어가 싸우는 삶을 살 것인가?
“숫자 보는 능력이 있으니 계속 이렇게 살 것 같다(웃음). 의심하고 또 검증하면서. 회계 용어로 프로페셔널 스켑티시즘(skepticism). 그래야 우리 사회가 건강해진다.”
조선일보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10.02 이재명이 하면 개발, 이명박이 하면 토건?
진보는 ‘도시재생’ 선호하지만
‘진보 이재명’은 달랐다
‘개발’하고 兆단위 지역화폐
‘토건’ 넘어 ‘금융+토건주의’?
논란 터지자 “토건 세력 탓”
서울 종로구 창신동은 60, 70년대 청계천에서 팔리는 옷가지를 만들던 ‘미싱사(봉제공)와 시다(조수)’를 비롯, 저임금 노동자가 많이 살던 동네다. 소방차도 못 지나가는 언덕길을 오르면 ‘서울 빈부 격차 뷰’가 한눈에 보인다는 카페가 나온다. 각종 벽화와 간판, ‘사회적 기업’과 활동가들 일자리, 주민들 갈등과 스트레스, 그리고 카페 몇 개…. 그래도 낙후된 동네에 분칠을 해놓으니 ‘신기하다’며 젊은이들이 놀러 와 동네 사람 사는 모습을 찍어댔다. ‘가난한 동네 사진 찍어 ‘#빈티지갬성(감성)’식의 글을 올리는 일이 옳은가’ 하는 ‘가난 포르노’ 논란도 일어났다. 도시 재생 명분으로 900억원 가까이 들어간 창신동, 숭인동 현실이다. 선의와 무능력이 만나 벌어진 일이다.
문재인 정부도 ‘도시재생사업에 50조원’을 약속했고, 지금도 돈이 들어가고 있다. 참고로 4대강 사업이 약 22조였다. 사업 지역 주민들은 ‘벽화 칠했다 지웠다 장난치지 말고, 그냥 1억씩 나눠달라’고 한다. 재생 사업이 성과가 없다는 건, 공무원과 연구자 대부분이 인정하는 대목이다.
이재명은 달랐다. 성남 지역 한 인사는 “시민운동을 한 이재명 시장이 취임한 후 신규 건설 중심의 토건 사업에 열심히 뛰어들어 놀랐다. 이재명이 토건 시장이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서울 인구가 끊임없이 유입되는 경기도에서 ‘토건’을 피할 길은 없었다. 그의 주요 대선 공약 중 하나도 ‘기본주택 100만호를 포함한 250만호 이상의 주택 공급’이다. 실효성 논란이 일 만큼 막대한 양이다. 일부에서 ‘독한 맛 MB’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 그가 ‘대장동 특혜 논란’을 돌파하는 한 수로 ‘토건 세력’을 들고나왔다. “토건 세력이 해먹으려다” “대선을 토건 기득권 해체 출발점으로 삼겠다” “화천대유는 토건 세력과 결탁한 ‘국민의힘’ 것” “현대건설 토건 사업자 출신 이명박 전 대통령이 LH가 민간과 경쟁하는 사업을 하지 말라 발언한 뒤 기묘하게 특정 사업자들이 수백억 원의 자금을 조달해 대장동 일대 토지를 다 사놓았다. 당시 대통령과 LH, 국민의힘, 토건 세력이 다 짜고 한 짓”이라고 했다. 대체 ‘토건 세력’이 정확히 뭔지는 말하지 않았다.
여기서 말한 ‘특정 사업자’가 바로 ‘천화동인’ 4호, 5호 소유주인 변호사와 회계사 등이다. 변호사는 1000억원, 회계사는 600억원 넘는 돈을 가져갔다. 그들은 이 지사 말대로, 지난 2009년 LH의 대장지구 사업을 민간 사업으로 돌리기 위해 로비한 혐의로 수사받았다. 그 수상한 ‘토건 세력’과 이재명의 성남시가 대장지구에서 개발 사업을 함께한 것이다. ‘그들이 대장동 땅을 다 사놔서 불가피했다’고 말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일산대교 통행료 폐지와 관련, “국민연금은 주식회사 일산대교의 단독 주주인 동시에 자기 대출 형태로 사채 수준의 고리(高利) 대출을 한 채권자”라고 맹비난했던 그였다. 유원지 자릿세 받는 깡패들과 맞짱 뜨고, 코로나 방역 수칙 위반 현장에 바로 쳐들어갔던 ‘뒤집어엎는 남자’ 이재명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마력’이 그를 강력한 대권 주자로 끌어올린 게 아닌가. 심지어 기업가 MB보다 돈의 힘을 더 잘 안다. MB는 건물 짓고 사회 기반 시설 정비하고 말았지만, JM(재명)은 ‘지역 화폐’까지 발행했다.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잔잔하게 시작, 경기지사 취임 후 조단위의 지역 화폐를 돌렸다. MB가 단순한 ‘토건 세력’이라면, 이재명은 ‘금융 토건 세력’으로 보인다. 그가 지금 이 모든 걸 이명박 탓, 박근혜 탓이라고 한다.
조선일보 박은주 에디터
10.02 이재명 2년전 트위터에 “이재명·유동규 투트랙 비법”
‘가까운 관계 암시’ SNS에 확산
1일 긴급 체포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측근인지 여부가 온라인 공간에서 논란이 됐다. 이 지사가 전날 TV 토론에서 “측근은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두 사람이 가까운 관계임을 암시하는 내용들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확산된 것이다.
▲이재명(오른쪽) 경기도지사가 2018년 10월 1일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하는 모습./경기관광공사
인터넷에서는 이날 이 지사 아내 김혜경씨와 친형의 10분 분량의 전화통화 녹음파일이 화제가 됐다. 2012년 6월에 녹음됐다는 전화통화에서 이 지사의 친형이 유동규씨를 언급하면서 “이재명(지사) 옆에는 전부 이런 사람만 있느냐”고 따지는 대목이 나온다. 당시 이 지사 친형은 유씨에 대해 “한양대 음대 나와서 분당에서 리모델링하다가 왔다”고 묘사했다. 이것은 유씨의 실제 경력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2017년 숨진 이 지사 친형은 생전에 인터넷 게시판에서 “‘성남시에 바란다’에 올린 글과 관련해서 유동규 성남시설관리공단 본부장이 전화를 걸어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인 성남시의원은 “이 지사는 측근이 아니라는데 유씨가 가족사에 개입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이 지사가 자신의 트위터에 유동규씨를 특별히 언급한 사실도 재조명되고 있다. 2019년 1월 이 지사는 트위터에 ‘유동규 경기관광사장의 국내 최초 파격 출산책 화제’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그러면서 “산하기관들도 이제 조금씩 자리 잡아가는 듯하다”고 썼다. 같은 해 10월에는 ‘3년 만에 ‘금한령’ 방패 뚫은 이재명·유동규의 투트랙 비법’라는 기사를 자신의 트위터에 재차 소개하기도 했다. 이 기사 도입부에는 “유 사장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복심이자 측근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하지만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이후 이 지사 측은 “유동규씨는 대선 캠프에 속해있지 않다”면서 선을 긋는 모습이다. 이 지사는 유씨에 대해 “산하기관 중간 간부가 다 측근이면 측근으로 미어터질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캠프 박주민 의원도 “유씨는 측근이라고 불릴 만한 관계는 아니라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유씨가 체포된 이날도 페이스북에 “부패지옥 청렴천국”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제가 성남시청 화장실에 붙여줬던 문구”라며 “국민의힘이 지금은 마귀의 힘으로 잠시 큰소리치지만, 곧 부패지옥을 맛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
10.02 권 대법관 ‘이재명 무죄’ 앞뒤로 김만배 만나, 무슨 거래 했나
▲권순일 전 대법관(왼쪽)과 김만배 화천대유 소유주./조선일보 DB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 김만배씨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선거법 위반 재판을 전후해 8차례나 대법원을 방문했다고 한다. 대법원 출입 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2019년 7월부터 작년 8월까지 ‘권순일 대법관 방문’이라고 썼다. 외부인이 대법관을 만나겠다며 대법원에 오더라도 해당 대법관이 허가하지 않으면 들여보내지 않도록 돼 있다. “구내 이발소 방문이었다”는 김씨의 해명은 어처구니없다. 김씨와 권순일 당시 대법관이 최소 수차례 만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지사의 선거법 위반 재판에는 대장동 관련 혐의도 포함돼 있었다. 김씨는 당연히 이 사건의 관련자였다. 김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 관계자가 하급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기도 했다. 대법관이 재판 중인 사건 관계자를 만나는 것 자체가 재판의 공정성을 해치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김씨는 이 지사가 추진한 대장동 개발에 1억여원을 출자해 1208억원을 배당받았다. 김씨와 이 지사는 직간접의 인연을 맺고 있었다. 또 권 전 대법관과 김씨도 오랜 친분이 있었다. 이 지사는 유죄를 받으면 지사직을 상실하고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권 전 대법관과 김씨는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김씨가 이 지사 무죄를 위해 권 대법관에게 로비를 했다는 것은 결코 무리한 추측이 아니다. 김씨는 이 지사 사건이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로 넘겨진 바로 다음 날 권 전 대법관을 찾아갔다. 대법원이 이 지사에게 무죄 취지 판결을 내린 다음 날에도 김씨가 권 전 대법관을 방문했다. 재판 시작과 끝에 모두 두 사람의 만남이 있었다. 우연이라고 하기 힘들다.
이 지사가 무죄를 받는 과정에 권 전 대법관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서열이 가장 높은 권 전 대법관이 의견을 내기 전까지 대법관 10명은 유죄 5, 무죄 5로 팽팽했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이 무죄 의견을 냈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가담해 결국 무죄 7, 유죄 5로 결론 났다고 한다.
더 이상한 것은 그 이후 권 전 대법관의 행보다. 그는 대법관 퇴임 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취업해 월 1500만원씩 받았다. ‘재판 거래’이자 ‘사후 수뢰’라고 보지 않을 수 있나. 권 전 대법관은 김씨와 만남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지금 제기되고 있는 의혹 중 하나라도 사실이라면 바로 이것이 사법 농단이다. 우리 대법원 역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사건이다. 검찰이든 특검이든 권순일과 김만배 사이에 무슨 거래가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0-02 측근 vs 부하직원
이재명, “유동규는 측근 아냐” 계속 부인
공방 대신 진상규명 바라는 民意 주목해야
“제 측근이라는 건 지나치다. 산하 기관 중간 간부가 다 측근이면 측근으로 미어터질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30일 TV 토론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을 받자 이같이 말했다. 측근이 아니라 단순 직원이면 이 지사와 유동규는 거리가 있다는 뉘앙스로 들릴 만했다. 유동규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어제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이 지사는 이어 “그 사람이 제 선거를 도와줬나 아니면 저의 사무실 집기 사는 것을 도왔나. 그런 것 한 적이 없지 않느냐”고 했다. 적어도 측근이라면 이 정도 일을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유동규가 2010년 이 지사의 성남시장 선거 운동을 적극 도운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지사도 뒤늦게 “이분(유동규)이 원래 리모델링하는 분인데 선거를 도와주셨고”라며 말을 바꿨다.
유동규는 이후 시장직 인수위원회에 들어갔고, 자질 논란을 겪으면서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거쳐 대장동 개발이 본격화된 2015∼2018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행으로 승진 가도를 달렸다. 그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지휘했고 수천억 원에 달하는 배당수익 구조를 설계했다. 3년 전 이 지사가 경기지사에 당선됐을 때는 경기도의 상위권 기관장인 경기관광공사 사장까지 했다. 이런 고속 출세는 선거 기여도에 따라 보은 인사를 하는 전형적인 논공행상(論功行賞)이 아닐 수 없다. 이런데도 그를 이 지사와 멀찍이 떨어진 일개 직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은 법조 커넥션과 특정 대학·고교 인맥이 뒤엉킨 비리 복마전으로 드러나고 있다. 법조계와 정치권, 관가 등 전방위 로비 의혹이 제기되면서 권력형 비리인 ‘게이트’급으로 커졌다. 대장동 개발에 참여한 한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파일로 350억 원대 로비자금 동원 의혹까지 불거졌다. 검찰이 수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던 이유였을 것이다.
이 지사 캠프가 지난 몇 년간 유동규를 이 지사의 핵심 측근이라고 한 언론 보도에 대해 오보 대응을 제대로 했는지 묻고 싶다. 그런데 이제 와서 ‘측근’을 지우려는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다. 검찰 수사에서 측근 비리가 되면 이 지사의 대선 행보에 불똥이 튈 수 있으니 서둘러 개인 비리로 선을 그으려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굳이 앞뒤도 맞지 않고, 억지스러운 논리로 강변하다 보면 ‘도마뱀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만 커질 뿐이다.
이 지사는 스스로 “내가 설계자”라고 인정했다. 항간에는 유동규 이외에 또 다른 측근들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성남의 한 시민단체는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토건 세력은 다름 아닌 이재명 패밀리”라고 지적했다. 늦었지만 검찰 수사도 이 본류를 피해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지사 측은 연일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반격에 나서고 있다. 물론 곽상도 의원 아들의 50억 원 퇴직금을 포함한 야권 인사들의 연루 의혹도 분명하게 시비를 가려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지사 주변의 비리 의혹도 덮어지거나 희석되어선 안 될 것이다.
이 지사 측은 대장동 공방 이후 여론조사에서 밀리지 않고 있어 ‘선방’이라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여야 공방이 격렬할수록 위기를 느끼는 열성 지지층이 일시적으로 결집하는 현상으로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대선 승부의 열쇠를 쥔 중도층은 여야 공방 너머에 있는 실체를 주시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10.03 [단독] 검찰, 유동규 옛 휴대전화 알면서도 확보 안했다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달 29일 검찰 압수수색 당시 창문 밖으로 던진 휴대전화는 최근에 개통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유씨 측은 그가 던진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전 최근까지 쓰던 휴대전화를 아직 보관하고 있고, 그 사실을 검찰에도 알렸지만, 검찰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만약 유씨 측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일 경우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유씨 측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만나 “최근에 만든 휴대전화를 던진 것이고 기자들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짜증나서 던졌다고 한다”면서 “예전에 쓰던 휴대전화를 검찰에 제출한다니 검찰이 확보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씨가 전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현재 유씨의 지인이 보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가 던진 휴대전화를 집 밖에서 기다리던 유씨 측이 가져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아침 일찍 압수 수색 왔는데 그 시간에 누구를 불러서 휴대전화를 가져가게 하겠느냐”면서 “던진 걸 못 찾는 건 검찰의 문제”라고 했다. 특수통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유씨가 던진 것이 새 것이든 헌 것이든 유씨가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낸다고 하면 일단 확보해 분석하는 것은 기본”이라면서 “검찰이 유씨가 낸다는 휴대전화를 가져가지 않고 있는 것은 여러모로 이상하다”고 했다.
검찰은 유씨 구속영장에 특경가법 배임과 특가법 뇌물수수 등 2개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과 관련해서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나온 유씨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해졌다. 유씨는 2015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행을 하다 퇴임한 뒤, 2018년 10월부터 작년 12월까지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만약 유씨가 공직에서 나온 뒤 김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으로 검찰이 본다면 이는 ‘사후수뢰’가 된다. 또 배임과 관련해서는 2014~2015년 대장동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화천대유 측에 유리하게 사업 설계를 한 혐의 등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재명 현 경기지사였다. 유씨는 이날 오후 2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조선일보 이세영 기자
10.04 대장동 ‘꼬리 자르기’ 수사는 검증과 심판이 기다린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뇌물과 배임 혐의로 구속했다. 유씨는 대장동 개발에서 수익이 아무리 크게 나더라도 성남시는 1822억원만 받고 나머지 몫은 김만배씨 등 민간 업자들에게 돌아가도록 만들어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 대가로 뇌물 수억원을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에게서 받았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유씨에 대한 수사는 대장동 진상 규명을 위한 출발점일 뿐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을 위해 100% 출자로 설립했다. 산하기관 본부장에 불과했던 유씨가 사업자 선정과 수익 배분을 혼자 결정했다고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장동 사업을 통해 화천대유 관계자들은 3억5000만원을 출자해 4040억원을 배당받는 돈벼락을 맞았다. 상식 범주를 뛰어넘는 특혜다.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5호 소유주가 검찰에 낸 녹취록에는 수백억원을 로비 자금으로 뿌린다는 정황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정상적인 수익이라면 이런 거액을 건넬 이유가 없다.
로비 대상도 실무 책임자인 유씨뿐이겠나. 김만배씨는 화천대유 고문으로 모셨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친인척인 사업가에게 100억원을 전했다고 한다. 곽상도 전 의원 아들도 화천대유에서 6년간 대리로 근무한 뒤 퇴직금 50억원을 받았다. 검찰이 계좌 추적 등으로 돈 흐름을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 돈의 출발지, 경유지와 도착지가 진실을 말해 줄 것이다.
현재까지 검찰 수사는 ‘늑장’ ‘부실’이다. 첫 압수 수색은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지 16일 만에야 이뤄졌다. 유씨의 거주지를 압수 수색했지만 핵심 증거인 휴대폰은 유씨가 창밖으로 던지는 바람에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유씨가 그전에 쓰던 휴대폰은 유씨 측이 보관하고 있고 이 사실을 검찰에 알렸지만 검찰은 모르는 척한다는 논란도 있다. 검찰이 수사를 뭉개는 동안 화천대유 선정에 참여한 성남도시개발공사 팀장 출신이 공사를 찾아가 사업 담당 현직 부서장과 관련 기밀 서류를 검토했다.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이며 유씨와 밀접한 남욱 변호사는 출국 금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하기도 했다. 증거 인멸이나 조작, 사건 관계자들의 입 맞추기와 해외 도피 등을 검찰이 거들어준 셈이다.
검찰이 대장동 의혹 수사의 처벌 대상을 유동규씨 등 한두 명으로 사전에 맞춰 놨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예상대로 검찰이 꼬리 자르기 수사로 의혹을 덮으려 한다면 결국 언젠가는 특검 등을 통해 검증받을 수밖에 없다. 그때는 대장동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부터 심판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04 의적은 없다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대중이 선호하는 이야기의 소재가 있다. 의적(義賊), 정의로운 도둑 이야기도 그중 하나다. 조선의 홍길동, 유럽의 윌리엄 텔, 영국의 로빈 후드, 양산박에 모인 108명의 호걸 등 다양한 의적들은 탐관오리나 악당들이 긁어모은 부정한 재산을 훔쳐내어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 준다.
나쁜 권력과 맞서는 착한 도둑의 이야기는 현대에도 꾸준히 생산·소비되고 있다. 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는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뤼팽은 도둑이지만 올바른 사람이다. 남을 해치거나 죽이지 않는다. 정정당당하게 예고장을 보내고 경찰들이 지키는 가운데 유유히 원하는 것을 가져온다. 물론 그가 훔치는 건 어디까지나 부자들이 쌓아두고 있는 떳떳지 못한 돈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를 의적의 타깃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내 재산은 불로소득이니 의적의 손을 통해 가난한 이들에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실천에 옮기는 이는 없거나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설령 진짜 탐관오리라 해도 ‘나는 탐관오리이므로 의적에게 재산을 빼앗겨도 싸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의적 이야기는 인기 있는 소재가 될 수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및 여당에 가까운 진보 정당 정치인들뿐 아니라, 때로는 보수 정치인들 역시 종종 의적 행세를 하곤 했다. 하지만 이 지사는 유별난 데가 있었다. “억강부약(抑强扶弱) 정치로 모두 함께 잘사는 대동 세상을 향해 가겠다.” 지난 7월 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내놓은 말이다. 부자의 것을 빼앗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의적질, 그것이 자신의 정치적 소명이라는 소리다.
과연 그랬을까.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이 진행된 방향을 놓고 보면, 그렇지 않았다. 여러 추측과 의혹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명백한 사실관계만 이야기해보자. 대장동 개발은 공영 개발로 시작됐다. 민영 개발에 비해 헐값에 땅을 매입했다. 이재명 지사 스스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소셜미디어에 자랑했던 것처럼 일부는 강제 수용했다. 그런데 중간에 민영 개발로 성격을 바꾸었다. 공영 개발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아파트와 상가 등을 분양했고, 수천억 단위의 이익이 발생했다. 그 이익 중 큰 몫이 화천대유라는 회사를 통해 몇몇 특정인에게 배당되었다.
이재명 지사가 ‘설계’했다는 이 구조 속에서 돈을 빼앗긴 건 누굴까. 대장동에 토지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 그리고 개발 후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다. 처음부터 민영 개발로 진행됐다면 원 토지 주인들은 그 값에 땅을 내놓지 않았을 것이다. 공영 개발 형식이 끝까지 유지됐다면 대장지구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이 되었을 테니 수분양자들은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었다. 관가의 힘을 빌려 남의 땅을 싸게 가져온 후 민간의 탈을 쓰고 비싸게 팔아치운 사건이다.
결국 그 피해는 수도권에 내 집 한 채 마련하기 위해 대장지구에서 분양받은 총 5903가구에 돌아갔다. 평범한 시민들에게 억 단위로 바가지를 씌운 셈이다. 분양가상한제를 우회하여 올라간 집값을 단순히 1억원이라고 하더라도, 연이율 3%로 놓고 볼 때 이자만 매달 25만원을 더 내야 한다. 비싸게 집을 산 5903가구의 갑남을녀들이 무거운 대출 갚고 빠듯하게 사는 대가로 누군가는 단번에 스타벅스 들어간 상가 건물주가 됐다. ‘강자’인 시민들에게 폭리를 취해 ‘약자’인 천화동인 투자자들이 독식하는 ‘억강부약 대동 세상’이 열린 것이다.
이재명 지사는 “국민의힘 뜻대로 민영 개발 했다면 이런 소란도 없었을 것”이라며,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 몫을 포기할 수 없어, 마귀의 기술과 돈을 빌리고 마귀와 몫을 나눠야 하는 민관 공동 개발을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개발 사업에 당연히 따라오는 기부 채납 등을 여전히 ‘환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과 함께 일했던 이들을 ‘마귀’라 부르면서까지 ‘의적 판타지’를 놓지 않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권은 ‘검수완박’을 외치며 검찰의 칼을 부러뜨려 놓았다. 과연 이 사건의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국민들 스스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 ‘의적 판타지’는 판타지일 뿐. 도둑은 가난하고 평범한 자의 주머니를 노린다. 사유재산과 법치주의를 존중하는 상식적인 나라에서 살고 싶다.
조선일보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10.04 유동규 집 압수수색때, 검사만 먼저 들어가 2~3시간 면담했다
[대장동 게이트] 검찰 대장동 수사 부실 압수수색 논란
검찰이 3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구속했지만, 앞서 그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지 못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유씨 자택 압수 수색 상황, 유씨가 집 밖으로 던진 휴대전화를 찾는 과정 등에서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유씨가 머무르던 경기 용인시 한 오피스텔 압수 수색 상황부터 이례적이었다. 이 건물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사팀이 강제로 문을 열지 않고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는 사이 유씨가 휴대전화를 밖으로 집어던졌고, 이후 한 검사가 유씨가 머물던 오피스텔 안으로 혼자 들어가 2~3시간가량 유씨를 별도로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와 수사관들이 기습적으로 압수 수색을 개시하고 피의자에게 영장을 제시한 뒤 관련 자료를 즉각 확보하는 통상적인 압수 수색과는 달랐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팀이 압수 수색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휴대전화)를 너무 허술하게 놓쳤다”며 “압수 수색 전에 검사가 피의자를 장시간 면담했다는 것도 일반적인 상황에선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유씨는 지난달 23일 지인을 통해 이 오피스텔을 월세 50만원에 계약한 뒤 혼자 거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가 창밖으로 던진 휴대전화 확보에 실패한 것도 이상하다는 말이 나온다. 유씨의 오피스텔에는 창문이 2개가 있는데, 그중 한쪽 창문에서 던지면 1층 도로에 떨어지게 되는데 주변 방범 카메라에 낙하물이 포착된 것은 없었다고 한다. 다른 쪽 창문에서 던질 경우 같은 건물 5층 테라스로 떨어지는 구조인데, 5층 피부과를 통해서만 테라스 출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건물 입주자들에 따르면, 당시 이런 상황을 검찰 관계자들에게 얘기했는데 검찰은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가 던진 휴대전화는 이후 서울 송파구에서 마지막 신호가 잡힌 뒤 더는 추적이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유씨 측 관계자는 3일 본지와 만나 “밖으로 던진 휴대전화는 최근 새로 개통한 것인데 기자들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짜증 나서 던진 것”이라며 “예전에 쓰던 휴대전화를 검찰에 제출한다고 했으나 검찰이 확보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옛 휴대전화를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검찰이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자 검찰은 이날 기자단에 전달한 입장에서 “유씨가 휴대전화를 판매업자에게 맡겼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업자가 누구인지는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유씨 휴대전화는 이번 수사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핵심 증거 중 하나다. 그 내용에 따라 수사 확대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도 검찰이 이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은 수사 의지가 별로 없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무엇보다 유씨가 거주지 압수 수색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오피스텔을 구해 주소를 옮겨둔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또 수사팀이 유씨의 휴대전화도 아직 확보하지 않은 걸 보면 유씨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10.04 [단독]녹취록엔 ‘700억 약정’, 구속영장엔 ‘8억 뇌물’
대장동 핵심 유동규 구속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3일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뇌물 수수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구속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 대해 2021년 1월 대장동 개발 시행사인 화천대유의 실소유주 김만배씨로부터 5억원을,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자 정모씨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를 적용했다. 이 중 ‘5억원’은 김씨가 2015년 제공을 약속하고 2021년 1월 수표 등으로 전달된 것으로 검찰에서 조사됐다고 한다.
검찰은 이 5억원이 대장동 사업 관계사 등을 거쳐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전달된 정황과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만배씨는 ‘5억원 전달 혐의’에 대해 “해당 돈 거래는 법적으로 문제 될 부분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위례신도시 사업 관련 3억원도 유 전 본부장이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위례신도시 사업은 ‘대장동 사업의 사전 연습 버전’으로 평가된다.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의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 및 자료에는 대장동 수익 중 700억원을 유 전 본부장에게 배분한다는 정황뿐 아니라 위례신도시 사업 관련 로비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게 대장동 사업의 수익 배분 구조를 설계하면서 화천대유에 개발 이익을 몰아줬다는 업무상 배임 혐의도 적용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우선주를 받게 해 배당금을 1822억원으로 제한하고, 반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은 보통주를 보유하도록 해 개발 이익 대부분을 지속적으로 갖게 한 것이 배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공사 내부의 의견을 무시하고 화천대유 등이 참여한 ‘성남의뜰’ 주주 협약서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았던 것도 문제 삼았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오후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이동희 판사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유 전 본부장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검찰은 이날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 출신으로 유 전 본부장이 실소유주란 의혹이 제기된 유원홀딩스의 현 대표 정민용 변호사를 소환 조사했다.
한편, 경찰은 천화동인 1호 사내이사인 이한성씨를 오는 6일 소환할 예정이다. 이씨는 이재명 경기지사 측근으로 알려진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이다. 경찰은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다는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도 최근 출국 금지했다.
10.04 진중권 “이재명, 조국 시즌2 될 듯...허위를 사실로 박박 우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왼쪽),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조선DB, 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휩싸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겨냥해 “조국 시즌2가 될 듯”이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거짓말 하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이미 진실이 빤히 드러났는데도 끝까지 허위를 사실이라 박박 우기는 종자들은 참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 대표적인 사례가 조국이다. 당시 조국은 여권의 비공식적인 대권주자, 문재인의 후계자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민주당이나 지지자들이 그와 더불어 함께 대국민 사기극을 펼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친문의 입장에선 그가 유일한 ‘대안’이기에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이재명이 조국이다. 이미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이 됐으니, 이제 와서 포기할 수가 없는 일”이라면서 “그가 빤한 거짓말들을 늘어놓더라도, 그것을 끝까지 사실이라 우기며 유권자를 현혹시키는 수밖에 없다. 그것 밖에 대안이 없다”고 했다.
그는 “아직은 경선 중이라 이낙연을 지지하는 층에서 이재명에 대한 비판에 가담하고 있지만, 일단 대선 후보가 되면 그들 중 상당수가 이른바 ‘원팀’이 되어 이재명의 대국민사기극에 가담하게 될 것”이라며 “그러면 조국 사태 시즌2의 막이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짜 표창장이 가짜로 인정되기까지 2년이 걸렸다. 그 동안 그 말도 안 되는 개소리 들어주느라 국민들이 얼마나 피곤했나”라며 “앞으로 몇 달 동안 그 괴로움을 다시 겪어야 한다. 그러잖아도 거짓과 싸우느라 지쳤는데, 그 싸움을 또 해야 한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독일 유학 중 동독 출신의 사람과 나눴던 대화가 생각난다”며 “동독에 살면서 가장 괴로운 것이 뭐였냐고 물었더니 ‘매일 거짓말을 들어주는 게 힘들었다. 서독이 더 잘 사는 거 빤히 아는데 동독이 더 잘산다는 프로파간다가 사람을 미치게 한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심정이다. ‘단군 이래의 최대의 공익환수 사업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사업이다’, ‘민관합동 개발 외에는 수가 없었다’, ‘민간개발로는 회수하지 못했을 돈을 환수했다’, ‘유동규는 내 측근이 아니다’, ‘본질은 국힘 게이트다’ 등등 이재명 캠프에서는 이미 사실로 반박된 거짓말을 끝없이 반복한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사실과 논리로 반박을 해도 그들이 거짓말 하는 것을 멈출 수는 없을 거다. 그 거짓말은 목숨과 밥줄이 걸린 거짓말”이라며 “정말 피곤하지만 그렇다고 지쳐서 포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 거짓말로 지지자들은 설득할 수 있을 거다. 지지자들은 캠프에서 그런 거짓말을 적극적으로 해주기를 고대한다”며 “사이비 종교의 신도들에게 중요한 것은 참이냐, 거짓이냐가 아니라 신앙을 유지하는 것이다. 신앙의 파괴가 그들에게는 곧 세계의 종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지사 측 주장이) 중도층이나 무당층에는 통할 것 같지 않다”고 봤다. 진 전 교수는 “그들에게는 이재명 캠프의 거짓말을 믿어 줘야 할 이유가 없다”며 “그러니 조국 사태 때처럼 대장동을 ‘치적’이라 믿는 이들과 ‘비리’라 생각하는 이들로 세계가 두 쪽으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지사는 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민주당 인천 경선’에서 53.88%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 지사는 경선 후 기자들과 만나 “오히려 대장동 사태가 제 청렴함과 국민을 위한 정치를 증명해주고 있다”며 “곁가지를 갖고 흔들어대지만 대장동 사건의 본류와 줄기는 국민의힘이 독식하려 했던 개발이익을 야당 기초단체장이 치열하게 싸워서 개발이익의 일부를 국민에게 돌려드린 것이다. 그런 노력과 투지를 국민이 평가하실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가연 기자
10.04 이재명의 측근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경기지사가 “산하기관 중간간부가 다 측근이면 측근으로 미어터질 것”이라고 했다. 영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에게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다.
10년 끼고 돈 핵심 유동규 두고
"측근 아니다"라며 말 꼬인 해명들
비리 책임론 피하려는 꼼수 아닌가
그가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때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했고, 이후 인수위원이 됐으며, 곧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임명됐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관련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나 ‘임명권자(이 후보)가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해 발탁된 경우였다. 이사장이 공석이었던 터라 바로 시설공단의 일인자가 됐다. 그는 정관을 변경해(이 후보가 승인했다) 이사장이 아닌 자신이 인사권을 가졌다. 이사장 임명 전 3개월 동안 20여 차례 인사했고 징계권도 남용했다. 시의회에 나와 그는 “인사를 해서 벌을 줄 때 그 스트레스가 벌을 받는 사람보다 더하다”는 주장도 했다.
2013년 출범한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도 그는 기획본부장이었다. 여전히 “인사를 하려 해도 유 본부장이 다했다”(초대 사장)던 실세였다. 이듬해 4월 퇴사했다가 4개월 만에 같은 자리로 재입사했는데, 중간에 성남시장 선거가 있었다. 시의회에선 선거운동을 한다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지만 소용없었다. 2015년 3월 초대 사장이 임기(3년)의 절반을 남겨놓고 퇴직해 그가 명목상으로도 일인자(사장 직무대행)가 됐다. 새 사장이 오기 전 4개월여간 그는 크고 작은 조직개편을 했고, 대장동 개발 우선협상대상자로 화천대유 측을 선정했으며, 결과적으로 화천대유 측에 크게 유리한 주주협약·정관 체결을 최종 결재했다.
그 사이 자질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이 후보의 형인 이재선씨가 생전에 이 후보의 부인에게 문제를 제기하며 “내가 문자 보니까 (이 후보가) 유○○ 엄청 사랑합디다”라고 한 녹취록도 있다. 그런데도 유 전 시장은 승승장구했다.
그가 성남도공을 다시 떠난 건 2018년 3월이었다. 또 이 후보의 선거(경기도지사)를 앞두고였다. 같은 해 10월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됐다. 낙하산이란 질타에 그는 부인하지 않은 채 “성과로 보여주겠다”고 했다.
측근이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 10년인데, 이재명 후보는 측근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다 지난주엔 “선거를 도운 적 없다”더니 3분 만에 “선거를 도왔다”고 했고, 3일엔 “성남에선 도와줬는데 경기도에 와선 안 도와줬다”고 해명하는 일도 있었다. 정작 2019년 12월 ‘3년 만에 금한령 방패 뚫은 이재명·유동규의 투트랙 비법’이란 기사를 공유한 건 이 후보 자신이었다. 기사엔 “유 사장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복심이자 측근”이란 대목이 있다. 이러니 오죽하면 이 후보를 향해 “차라리 ‘나는 이재명이 아니다’고 하라. 아니면 ‘내가 이재명이란 증거 있나’고 하던가”(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라고 하겠는가.
말이 꼬일 수밖에 없는 이 후보의 심리와 전략을 이해한다. 스스로 “설계자”라고 자랑했던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공익환수 사업”이 권력형 비리로 드러나고 있지만 어떠한 책임론도 떠안을 생각이 없을 것이다. 이럴 때 권력의 법칙은 “대담하게 행동하면 놀랍게도 약점을 감출 수 있다. 사람들은 대담한 이야기를 더 쉽게 믿으며 그 안에 담긴 모순점들을 알아채지 못한다”(로버트 그린)고 가르친다. 이 후보가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역공하고 “시민 몫을 포기할 수 없어 마귀의 기술과 돈을 빌리고 마귀와 몫을 나눠야 하는 민관 공동개발을 했다”고 반박하는 이유일 터다.
그러나 말이다. 그가 꿈꾼다는 대동세상은 “강자의 폭력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정당한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 함께하는 세상”이다. 대장동 세상은 원주민들이 헐값에 땅을 수용당하고 입주자들은 고액으로 분양받으며 그로 인한 막대한 이득의 대부분은 몇몇에게 돌아갔고, 단물 빠는 무리도 꼬였다. 그가 정치 아닌 염치를 안다면 진심으로 미안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중앙일보 고정애 논설위원
10.04 "대장동 이상한 발상···첫 의혹 제기자는 이재명 친형이었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땅 29만평 개발을 둘러싼 의혹이 '대장동 게이트'로 커지고 있다. 뒤늦게 수사에 돌입한 검찰과 경찰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주장대로 '단군 이래 최대 개발이익 환수 치적'인지, 아니면 '단군 이래 최대 특혜 개발 비리'인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첫 보도한 매체, 2.5억원 소송당해
"이재선씨, 대장동 개발 최초 비판"
진실 규명해 병든 부위 도려내야
게이트로 비화한 '판도라 상자'의 뚜껑을 처음 연 보도는 경기도 수원에 기반을 둔 작은 인터넷 매체 경기경제신문이었다. 2011년 창간한 이 매체의 박종명(56) 대표 기자는 제보를 토대로 '화천대유자산관리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제목으로 대장동 의혹을 8월 31일 처음 폭로했다. 경기도청 출입을 비롯해 이 지역에서 약 20년 기자 생활을 해온 그는 "주변에서는 민주당에 가까운 진보 성향으로 보는데, 진보도 보수도 아니고 그냥 언론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특혜 의혹을 최초 보도한 박종명 경기경제신문 기자. [JTBC 유튜브 캡처]
-대선 주자들, 전 대법관 등 거물급 이름이 거론된다.
"처음엔 단순 특혜 사건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커질 줄 나도 몰랐다. 내가 너무 큰 것을 건드렸구나 싶다. 황소가 뒷걸음치다 생쥐 아닌 황금박쥐를 잡은 셈이다."
-기사가 나간 뒤 관련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정파를 떠나 공익 차원에서 보도했는데, 보도 다음 날 아침 경기도 관계자는 '팩트체크가 안 됐다. 기사를 빨리 정리하라'고 압박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10여분 뒤 화천대유 측이 '반론 보도도 필요 없으니 인터넷에서 기사를 당장 내리라'고 다짜고짜 요구했다. 이런 반응을 보면서 '더 큰 게 있다'는 직감이 들어 버텼다."
-2억 5000만원의 소송을 당했다.
"보도 다음 날 화천대유가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과거에도 경험했는데, 불리한 내용을 보도하면 '까불지 마라'며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 지사도 대선 경선에 영향을 주는 허위보도라면서 최근 선관위 산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원회에 이의신청을 냈고 나는 반박문을 보냈다."
-누가, 무엇이 가장 큰 문제라 보나.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잠적한 남욱 변호사,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한 정영학 회계사가 '의혹의 4인방'으로 불린다. 이 지사는 9월 14일 기자들에게 '사실 대장동은 내가 설계했다'고 고백했다. 특혜에 개입했으면 범죄이고, 몰랐으면 무능한 것이고, 관리·감독을 잘못했으면 직무유기다."
-어떻게 처리되길 바라나.
"한국 사회에서 덕망 있고 존경받는 사람들이 대장동 의혹에 줄줄이 개입했다니 놀랍다. 철저한 수사로 의혹을 밝히고 비리를 뿌리 뽑아 공정과 정의가 살아있는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부동산 값 폭등으로 좌절하고 분노한 젊은이들이 꿈과 희망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충 꼬리 자르기로 수사를 끝내면 '제2의 대장동 게이트'는 또 터질 것이다."
▲지난 5월 국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전남 해남 출신의 회계사인 그는 '조국 흑서'로 유명해졌는데, 대장동 특혜 의혹을 날카롭게 분석해 주목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 기자의 보도 직후인 9월 3일 페이스북에 대장동 의혹을 심층 분석한 참여연대 출신 김경율(53) 회계사도 대장동 진실을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친한 변호사가 보내준 자료를 분석해 화천대유의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의 실체를 폭로한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8월에 이낙연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대장동 특혜 의혹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성남 구시가지 상권 활성화를 위한 시민운동을 해온 김사랑(49) '모두가 리더' 대표는 색다른 주장을 했다. 김 대표는 "대장동 관련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은 이 지사와 갈등해온 친형 이재선(2017년 11월 사망) 회계사"라고 증언했다. 그는 "이 지사가 2012년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로 이익을 내면 약 10km 떨어진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옛 제1공단 부지(약 3만평)를 매입하는 결합개발 방식으로 시민 공원화하겠다'고 발표하자 이 회계사가 '7000평 공원 기부채납 등 개발계획이 이미 세워진 사유지를 세금으로 매입해 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은 이상한 발상'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회계사가 정신병자 취급당하자 답답해하며 2016년 도움을 요청했는데, 의혹을 풀지 못한 채 2017년 세상을 떠나 이제 내가 대신 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남에서 시민운동을 해왔다는 김사랑 '모두가 리더' 대표는 "이재명 지사의 친형인 고 이재선 회계사가 대장동과 제1공단 부지의 결합개발 문제점을 처음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팬앤마이크 유튜브 캡처]
▲이재명 경기지사(사진 왼쪽)는 친형인 이재선(2017년 사망)씨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시도 의혹 등으로 '형제 갈등'을 빚어왔다. 이 지사는 변호사, 이재선씨는 회계사 출신이다. [중앙포토]
돈과 권력이 있는 곳은 언제든 누구든 부패할 우려가 있다. 그런데 초대형 비리가 포착돼도 법에 따라 단죄하지 못하고, 비리를 저지른 자들이 법을 비웃는데도 방관하는 썩고 병든 사회가 더 문제다. 판도라 상자가 열렸으니 병든 부위를 과감히 도려내고 희망을 건져 올려야 한다.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이 마지막에 웃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다.
중엉알보 장세정 논설위원
10-04 ‘키맨’ 유동규, 그 아니면 누가 이재명 측근인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를 지내며 대장동 개발 실무를 지휘한 유동규 씨가 어제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풀 키맨으로 꼽히는 유 씨는 사업자 선정 및 수익 배분에 관해 화천대유 측에 특혜를 제공하고,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수억 원을 수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 씨는 2008년 성남시의 한 아파트 리모델링추진위원회 조합장으로 일하며 당시 성남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이재명 경기지사와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지사의 2010년 성남시장 선거를 도운 그는 인수위원회에 도시건설분과 간사로 참여한 데 이어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전신인 성남시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2014년 물러났다가 이 지사의 성남시장 재선을 도운 뒤 3개월 만에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컴백했다. 초대 사장이었던 황무성 전 사장은 “인사를 하려고 해도 유 씨가 다 했다”고 했다. 결국 황 전 사장이 중간에 물러나자 유 전 본부장은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때 사장 직무대리로 실권을 휘둘렀다. 이 지사가 경기지사에 당선된 뒤엔 경기관광공사 사장 자리까지 꿰찼다.
대장동 개발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추진한 최대 역점 사업의 하나였다. 사업비 규모가 1조5000억 원에 달한다. 민간개발이냐, 공공개발이냐 등을 놓고 온갖 로비와 비리 의혹이 끊이질 않았던 사업이다. 이런 사업의 민관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민간 사업자 선정, 주주 구성이나 수익금 배당 방식 설계 등에 직접 관여한 핵심 인물이 바로 유 씨다. 이 지사로선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을 실무 책임자에 앉혔을 것이라는 건 상식에 속한다. 그가 측근 실세가 아니라면 화천대유 측 관계자들이 엄청난 거액을 줄 생각을 했을지 의문이다.
유 씨는 화천대유 측에 거액의 배당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 책임자의 ‘개인 비리’로만 보기 힘든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지사는 “산하 기관 중간 간부가 다 측근이면 측근으로 미어터질 것이다”라고 했다. 어제도 “측근 그룹에 끼지도 못한다”고 했다. 유 씨를 “선거 때 도움 준 사람 중 하나” “산하기관 중간 간부의 하나”라고 볼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이 지사는 꼬리 자르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사건 실체를 규명하는 데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
10-04 “화천대유 못 해서 아빠가 미안해”
2000배 수익 비밀의 열쇠는 공권력
이재명 ‘남 탓’… 법·정치 책임 言明해야
‘잘난 분’들 그 아들딸 아수라 복마전
결혼·집 포기, 구직 전쟁 나선 청년들… 자격지심에 움츠러든 부모들 탄식
“당신은 뭐 했어?”
참으로 민망하게도 ‘화천대유 게이트’에 1000배 이상 대박을 친 기자들이 등장하자 적잖은 친구와 지인들이 이렇게 농(弄)을 건다. “그러게…” 맞장구를 치면서도 그런 기자로 살지는 않았다고 자위(自慰)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헛헛한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로또 벼락을 맞은 것도, 신기술 벤처로 잭팟을 터뜨린 것도 아닌데 1000배, 아니 배당수익에 분양수익을 합치면 2000배가량을 벌어들인 희대의 사건. 지금이 무슨 개발연대도 아니고 그런 수익률이 가능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그 가공할 수익률의 비밀을 푸는 열쇠는 의외로 간단하다. 공권력이다.
국민들에게 난데없이 주역의 괘까지 알려준 화천대유(火天大有)-천화동인(天火同人)이 벌인 사업이 소위 시행. 이 사업의 3박자가 ①토지 매입 ②인허가 ③분양이다. 이 3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지면 시행업자는 큰돈을 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①의 과정이 길어져서 매입가가 오르거나 행여 ‘알박기’ 하는 사람들이라도 나오면 낭패다. ②에서도 공무원들이 절차를 내세워 ‘미뤄 조지기’라도 하면 사업기간이 길어져 비용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① ②를 겨우 마쳐도 ③이 안 되면 사업은 실패한다.
그래서 시행업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대장동 개발사업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시장으로 있던 성남시의 공권력이 개입해 ① ②의 리스크를 모두 없애줬다. 토지는 수용(收用)하면 되니까 땅주인들과 줄다리기를 벌일 필요도 없고, 이 시장의 역점 사업이니 인허가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③도 대장동이 그 좋다는 판교 바로 남쪽이어서 아파트 이름이 ‘판교∼’로 시작되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민간 시행사업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면 이 경우는 리스크를 이재명의 성남시가 없애줬다. 결국 ‘하이 리턴’만 남게 된 것. 그렇다고 1000배 이상의 기상천외한 수익을 얻는 건 불가능하다. 공영개발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은 데다 무엇보다 지분 7%에 불과한 화천대유-천화동인에 배당수익을 몰아주고 별도의 분양수익까지 올릴 수 있도록 한 ‘설계’가 신의 한 수였다.
이 지사는 당초 ‘설계는 내가 한 것’이라고 했다가 대장동 의혹으로 코너에 몰리자 지난 주말 ‘마귀와의 거래’라는 극단적 비유까지 들었다. 아무리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해도 관(官)과 합작하는 민간업자 혹은 민간업자의 돈을 마귀로 비유한 건 지나치다. 말꼬리를 잡고 싶지는 않지만, ‘마귀’라는 섬뜩한 용어까지 들먹인 것이 집권당 유력 대선후보의 격(格)에 맞는지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누가 뭐래도 이 지사는 대장동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였다. 진상이야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겠지만, 그에 따라 합당한 법적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언명(言明)하는 것이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을 하겠다는 분의 언어여야 하지 않을까.
가정해 본다. 만약 대장동 사업이 화천대유-천화동인에 수천 배가 아닌 수십 배 정도의 이익만 안겨줬어도 이 사달이 났을까. 수천 배의 돈 잔치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시기와 질투 등 날것 그대로의 감정과 뒤엉키면서 추악한 얼굴을 드러내게 돼 있다. 그 흥청망청 돈 잔치에 대법관과 검사장, 특검과 국회의원, 기자와 업자, 피고와 변호인, 아들과 딸들까지 엮여 아수라의 복마전(伏魔殿)을 펼친 것이다. 한마디로 나라가 창피하다.
말로는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정권 들어 유독 국민을 ‘가붕개’(가재 붕어 개구리) 취급하며 필부필부(匹夫匹婦)와 그 자식들의 박탈감에 깊은 상처를 주는 일이 빈발하더니, 정권이 끝날 무렵엔 이 정권을 잇겠다는 유력 대선후보가 자랑하던 사업에 소위 잘난 분들과 그 자식들까지 빨대를 꽂아 꿀을 빤 사실이 드러나 상처에 굵은 소금을 뿌린다.
오늘도 억 소리 나게 오른 전셋값을 감당할 수 없어 결혼도 포기한 채 눈이 빠지게 구직 사이트를 들여다보며 공연히 부모 눈치를 보는 이 땅의 젊은이들. 되레 그런 자식들의 눈치를 살피며 안쓰러움과 함께 괜한 자격지심에 움츠러드는 이 나라의 부모들…. 하여, 절로 이런 탄식이 나오는 것이다. “화천대유 못 해서 아빠가 미안해.”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
10-04 까도 까도 끝없는 박영수, 4년 반 특검 어떻게 했길래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 이모 씨가 운영하는 분양대행업체가 대장동에서 화천대유가 직접 시행한 5개 블록의 분양대행을 독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서 명목이 불분명한 100억 원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번 사건에서 박 전 특검의 이름이 또다시 등장하면서 박 전 특검의 역할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화천대유와 특별한 관계가 아니고서는 한 업체가 분양대행을 싹쓸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박 전 특검이 이 씨의 인척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박 전 특검은 이 씨가 운영하는 다른 회사의 사외이사를 지낸 적이 있고, 박 전 특검의 아들도 이 씨가 운영하는 또 다른 회사에서 근무했을 만큼 친분이 있다.
또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와 관련해 안 걸치는 곳이 드물 정도로 여러 곳에 관여했다. 본인은 2016년 4∼11월 화천대유의 상임고문을 지냈고,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딸은 화천대유에서 근무했고, 화천대유가 보유한 대장동 잔여세대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이에 ‘특검으로 임명된 뒤 화천대유에 관여한 바 없다’는 박 전 특검의 주장에도 의문이 커진다. 박 전 특검이 국정농단 특검으로 근무한 2016년 12월부터 올해 7월 사이에 대장동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됐고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은 7000억 원대의 수익을 올렸다. 고액의 고문료를 받은 데다 다양한 관계들로 얽힌 화천대유에서 벌어지는 일을 박 전 특검이 몰랐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박 전 특검은 특검 재직 중에 ‘가짜 수산업자’와 어울리면서 고급 외제차량을 공짜로 빌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박 전 특검은 짧은 해명만 내놓고 있다. 이것은 특검을 지낸 고위 법조인으로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박 전 특검은 한 점 의문도 남지 않을 때까지 직접 나서서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또한 검찰은 그와 가족이 고문료 외에 추가적인 금품이나 정상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과도한 보상을 받은 사실이 없는지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
10.05 대장동이 “칭찬받을 일”이라는 李지사, 강변 궤변 말고 설명을
성남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되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특혜를 준 것이 아니라 특혜를 해소한 것”이라고 했다. “사과할 일이 아니라 칭찬받아야 할 일”이라고도 했다. 자신이 ‘성남시장 시절 최대 치적’이라고 내세웠던 대장동 사업에서 측근 인사가 배임과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됐는데 사과조차 거부하고 도리어 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유씨 건은) 관리 책임을 도덕적으로 지겠다는 것”이라며 “한전 직원이 뇌물받으면 대통령이 사퇴해야 하느냐”고 했다. 대통령도 대규모 공약 사업에서 비리가 터지면 사과하고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대장동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표적 개발 사업으로, 이 지사 스스로 “직접 설계했다”고 했었다. 그런 사업에서 민간업자가 8000억원대의 천문학적 특혜를 얻고 측근의 뇌물·배임 비리까지 나왔는데 단순히 ‘직원 관리 책임’만 지겠다고 한다. 사리에 맞지 않는 말장난으로 책임을 피하려는 것이다.
이 지사는 “개발 이익의 민간 독식을 막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완전히 환수하지 못해 국민 상심을 빚은 점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그는 20일 전만 해도 “대장동은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공익 환수 사업”이라고 자화자찬했었다. 그런데 공익 환수해야 할 천문학적 금액이 업자들의 로또 돈잔치로 돌아간 사실이 드러나자 책임을 밑으로 떠넘기고 있다. 자신은 최선을 다했는데 부하와 민간업자가 잘못했다는 것이다.
유씨의 혐의는 일개 직원의 일탈이나 단순 비리가 아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에는 1800억원만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대부분 개발 이익은 화천대유에 몰어주도록 사업 구조를 설계했다. 명백한 배임이다. 관련자 녹취록에는 700억원을 유씨에게 배분한다는 정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 지사는 지난달 “유씨는 실무 임원이었고 이 설계는 내가 했다. ‘이렇게 이렇게 설계해라’고 시켰다”고 하더니 지금은 자기와 관련 없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다. 이렇게 심각한 비리를 유씨 혼자 벌였다는 건가.
유씨는 이 지사 말대로 ‘일개 직원’이 아니라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실질적 사장 역할을 했다. 이 지사의 선거를 수시로 도왔고 차관급인 경기관광공사 사장에까지 임명됐다. ‘이재명의 장비’라 불리며 성남 인맥의 핵심으로 꼽혀온 인물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기 측근이 아니라고 부인한다. 측근도 아닌 일개 직원에게 자신의 최대 치적 사업을 맡겼단 말인가. 유씨가 공사 내부의 반대를 묵살하고 기형적인 이익 배분 구조를 만드는데 관리 감독도 안 했다는 것인가. 떠넘기기와 꼬리 자르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장동 사업의 ‘최고 설계자’인 이 지사는 유씨가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이익을 주고 뇌물을 받는 동안 무엇을 했는지 소상히 밝힐 의무가 있다. 그토록 ‘칭찬받을 일’이라면 이 지사 스스로 국회 국정감사나 특검을 자청해서 소명하면 된다. 말장난 같은 논점 흐리기로 눈앞의 위기만 모면하려 한다면 국민의 의심과 분노만 커진다. 돈 한푼 받은 게 없다는 논리로 피해 나갈 일이 아니다.
조선일보
10.05 대장동 개발 설계의 수혜자는 설계자 본인이다
공영개발 빙자한 ‘꾼’들 ‘먹튀’
땅 매입가 깎고 분양가 ‘바가지’
공원 등은 ‘이익 환수’ 치적 선전
이 지사 설계, 서민들이 큰 피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대장동 개발 관련 뇌물 수수와 배임 등 혐의로 구속되었다. 대장동 사건은 한마디로 공영 개발을 빙자한 ‘먹튀’ 사건이다. 대장동 개발의 설계자는 본인이 인정하고 있듯이 이재명 경기지사다. 그런데 이 대장동 설계에는 먹튀가 가능하도록 곳곳에 허점이 있었다.
첫째, 이 설계에는 불필요한 틈새가 있었다. ㈜성남의뜰이라는 법인이 시행자이지만, 이 회사는 만들 필요가 없었다. 공영 개발이라면 성남시나 공사가 시행자가 되면 족하였다. 만일 이 지사 해명처럼 성남시가 경험과 역량이 되지 않고 위험 부담이 있었다면 시나 공사가 100% 출자한 완전 자회사로 시작하면 되었다. 그랬더라면 대장동 수익은 전부 성남 시민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꾼’들이 들어올 판을 깔아준 것은 설계 때문이었다. 민관 합작의 외형을 입은 시행자를 만듦으로 토지 매입 때는 수용으로 ‘후려치고’, 아파트를 팔 때는 분양가 상한제와 무관하게 ‘바가지’가 가능하였다. 어떻게든 공익 환수 액수를 부풀려 치적으로 자랑하려는 시장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설계는 없었을 것이다.
둘째, 안 들어와도 될 민간 ‘꾼’들을 끼워 준 뒤에는 그들이 폭리를 취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 주었다. 민간에 초과 이익이 돌아갈 경우에 대비한 환수 장치는 고사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는 1820억원 이상의 수익에 대하여는 포기하였다. 말이 우선주이지, ‘비참가적’ 우선주는 나머지 수익에 대한 포기 각서와 다름없고, 이를 통해 남아 있는 7%의 보통주는 특권주가 되었다. 설계자의 배임 혐의를 배제할 수 없는 이유이다.
셋째 설계의 한 수는 ‘분리 개발’이었는데, 이 설계의 최대 수혜자는 설계자 본인이었다. 이 지사가 대장동과 결합 개발 대상으로 지정했던 공원화 사업 부지를 2016년에 와서 대장동 사업에서 분리하기로 한 것이다. 결합 개발로 남아 있었다면 제1공단 공원 조성 등은 기부 채납 대상이 되지만, 분리 개발을 하면 형식적으로는 대장동 개발 이익을 받아다 투자하는 셈이 되기에 일단 대장동 이익을 공익 환수하였다고 주장할 명분을 얻게 된다.
가만 놔둬도 기부 채납으로 지어질 공원 등이어서 엎어치나 메치나 마찬가지지만 대중 눈속임용으로는 딱이다. 이재명 지사가 선전하는 공익 환수액 5500억원 중 제1공단 조성 2761억원과 교통 기반 시설 920억원은 이렇게 포장만 바뀐 채 성남시장의 선전 대상이 되었다. 확실히 설계의 묘미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뿐만 아니라 분리 개발은 일단 수익을 거둬 재투자(?)하는 과정이 불필요하게 추가됨으로써 발주·수주·시행에서 부정이 개입할 소지도 만들어 놓게 되었다.
대장동 개발은 인허가권, 토지 수용권이라는 권력의 펜으로 쓴 설계가 있었기에 위험성은 전무하고, 수익은 보장되는 사업이었다. 여기에서 이재명 지사가 치적 선전이라는 정치적 ‘꿩’을 먹은 것은 확실하다. 꿩을 먹기 위한 이 지사의 설계로 많은 사람이 피눈물을 흘렸다. 대장동 원주민, 아파트 수분양자, 제1공단 개발을 위해 투자했던 군인공제회 등이 천문학적 피해를 봤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꾼들의 이익이 되었다.
여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 지사가 꿩만 먹었는지, 알도 먹었는지 대선 전에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꿩 먹고 알 먹고 이제는 둥지 뜯어 불까지 때려 한다는 의혹을 풀지 않고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조선일보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
10-05 “유동규, 2010년 이재명 데려와 ‘형 동생 사이’라며 소개”
[대장동 개발 의혹]유와 신도시 리모델링 동업자 주장
野 “이재명 형도 유 언급한적 있어”… 유, 건설사 근무경력 위조 의혹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2010년 1월경 당시 변호사였던 이재명 지사를 법률자문 역할로 데려왔어요. 저한테 이 지사를 소개하며 ‘저랑 형님 동생 하는 사이다. 성남시장이 될 분이니 잘 좀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2010년 유 전 사장 직무대리와 신도시 리모델링 관련 활동을 했던 A 씨는 4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유 전 사장 직무대리는 수도권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추진연합회 회장이던 2009년 이 지사와 인연을 맺었다. A 씨는 “당시 유 전 직무대리가 이 지사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고 두 사람이 굉장히 친해 보였다”고 했다.
유 전 사장 직무대리는 이 지사의 성남시장 초선 재선뿐 아니라 경기도지사 선거 때도 선거운동을 도왔다. 이 지사는 취임 3개월 만인 2018년 10월 그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발탁했다. 경기지역 한 자치단체장은 “예전에 우리 지역 행사를 할 때 유동규를 꼭 참석시키려고 노력했다”며 “그래야 이 지사가 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사의 형 이재선 씨가 2012년 6월 이 지사의 부인과 통화하며 “이재명이 옆에는 전부 이런 사람만 있어요. 내(가) 문자 보니까 이재명이 유동규를 엄청 사랑합디다”라고 말했다는 의혹을 언급하며 “유동규가 측근이 아니라면 분신이라도 된다는 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유 전 사장 직무대리가 경력을 위조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A 씨는 “유 전 사장 직무대리가 용적률이나 땅지분 등 기본 용어를 몰라 의아했다”며 “건설사에 다녔다는 사람이 어떻게 그걸 모르냐고 캐묻자 ‘건축사사무소에서 외근을 주로 했다’며 얼버무렸다”고 했다.
해당 건축사사무소는 서울에 있는 B 사무소다. 유 전 사장 직무대리는 이곳에서도 2개월 정도 운전기사로 일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B 사무소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유 전 사장 직무대리가) 운전기사로 잠깐 일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유 전 사장 직무대리는 2010년 10월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에 기용된 후 시의회에 출석해 “B 사무소에서 만 3년 정도 일했다”고 답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성남=이경진 기자 lkj@donga.com
10월 05일 정쟁에 ‘대장동 본질’ 묻혀선 안 된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원주민과 입주민 모두 힘들어
공영 빌미로 ‘헐값 수용’ 의혹
주변보다 고분양가 논란 제기
주거 만족도 완성도 역시 저조
환경·교통·교육 인프라 불편
2030 미래세대가 본질 더 직시
성남 판교 대장지구는 총 92만467㎡ 규모의 미니 신도시로, 지난 5월 첫 입주를 시작으로 모두 5900여 가구가 입주하는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다. 이 사업에 시행사로 참여한 성남의뜰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때문에 온 나라가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성남의뜰 납입자본금은 50억 원으로 우선주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3.76%를 소유하고, 보통주는 화천대유가 1%를, 에스케이(SK)증권의 신탁상품에 투자한 6명의 개인이 6%를 가졌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7명의 개인이 불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투자하고, 지난 3년 동안 성남의뜰로부터 4000억 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았으며, 앞으로도 추가로 4000억 원 정도의 수익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천문학적인 돈의 흐름 속에 전직 대법관·검찰총장,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심지어 대선 주자의 이름까지 등장하면서 많은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공공개발 이익금을 환수한 가장 모범적인 성공 사례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전대미문의 특혜 사건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국가적 논란에서 중요한 사안들이 간과되고 있다. 대장동과 관련한 돈의 흐름을 따지기 전에 해당 사업에서 토지를 소유했던 사람들과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는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먼저 살펴보자.
대장동 개발사업은 공영개발로 추진됐기 때문에 도시개발법과 토지보상법에 따라 주민의 동의가 없어도 토지 수용이 가능했다. 수용 토지에 대한 보상액은 토지소유주와 사업시행자, 지방토지수용위원회가 각각 추천한 세 곳의 감정평가액을 평균해 3.3㎡당 200만 원대로 책정됐다. 하지만 일각에서 대장동 지역은 개발이 당연시되던 곳이라 당시에도 3.3㎡당 500만 원을 웃돌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민들의 반응도 살펴보자. 대장지구 인근 지역인 동천동에서는 3.3㎡당 1700만∼1800만 원 선에서 분양됐다. 하지만 판교 대장지구의 분양가는 2000만 원이 넘었다. 이번 대장동 관련 내용이 주요 언론에서 기사화되면서 입주민들은 고분양가 논란에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 토지소유주와 입주민들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업이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신도시의 완성도가 높아야 한다. 대개의 성공한 신도시에서는 건축물에 대한 평가는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입주민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판교 대장지구의 결과물은 상당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아파트 단지 주변에 송전탑이 있어서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 내의 다른 신도시들처럼 송전탑 지중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둘째, 연결 교통 인프라 역시 매우 부족하다. 판교 대장지구를 연결하는 광역 교통시설 및 아파트 진입로 확장도 미완성 상태다. 셋째, 학교 및 기반시설 공사도 지연되고 있다. 도서관·공영주차장·공원 같은 시설도 중요하지만, 학교 신축이 늦어지면 기본 생활이 매우 불편할 수밖에 없다. 넷째, 아파트 입주 예정자와 시행사인 성남의뜰 간에 법적 분쟁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태에서 판교 대장지구 사업의 결과물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긴 힘들 것 같다. 그런데 여야 간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 사안들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대장동 의혹에 대한 여야 간 공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 대한 결론을 내릴 사람들은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다양한 선거에서 매서운 평가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20대와 30대 유권자들이다. 지난 한 달 동안 진행된 여론조사를 보면 대장동 의혹에 대해 40대 이후 기성세대들은 본인들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 상이한 결론을 내렸다. 그 반면, 20대와 30대는 같은 사안에 대해 정치적 성향에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다. 20·30대는 이번 사안에 대해서 정치적 손익보다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려고 한다.
이번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의혹은 정치적 사안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신속한 수사를 통해 모든 의혹이 깨끗하게 정리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의 주거를 확보하는 국가적 사업에 제2, 제3의 의혹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10월 05일 ‘배임·뇌물 측근’ 구속…이재명 뭘 보고받고 지시했나
성남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구속 영장’ 내용이 일부 드러났다. 검찰이 뒤늦게 수사에 착수해 며칠 만에 유 전 본부장을 구속한 만큼, 영장 기재 내용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검찰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궤변에도 불구하고 유 전 본부장 구속 영장을 통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이 뇌물·배임 사건임을 분명히 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민간업체인 화천대유 등과 결탁해 특혜를 주는 대가로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개발공사 등에 수천억 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아온 검찰이 내린 결론이라 더욱 주목된다.
현재까지 드러난 유 전 본부장의 뇌물 액수는 8억 원이다. 그러나 그가 화천대유로부터 받기로 한 전체 개발이익 25%도 특혜의 대가인 만큼 뇌물로 봐야 할 것이다. 드러나지 않았다면 700억 원 대의 뇌물수수 사건이 될 수 있었다. 설계 및 추진 과정은 불법 천지였다. 이 지사가 결단이라고 주장한 민관 합동 개발은 개발공사가 무차별 지원한 민간 주도 공사였다. 개발공사는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의 지분 50%+1주를 보유했지만 이사회가 개발공사, 화천대유, 투자 금융회사 대표 3인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유 전 본부장은 개발공사에 전략사업실을 신설해 민간 투자자들이 추천한 인사를 실장에 임명한 뒤 사업 타당성 검토 업무를 맡겼다. 공사 실무자가 지나친 민간 특혜를 우려하며 반발하자 취한 조치다. 같은 방식으로 전략투자팀장을 임명해 사업자 선정 평가위원을 맡겼다.
이런데도 이 지사는 유 전 본부장 구속 다음 날에도 “대장동 개발은 특혜를 해소한 것으로 오히려 칭찬받을 일”이라고 강변했다.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한전 직원이 뇌물 받으면 대통령이 사퇴하느냐”는 등의 비유를 들어 거부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이미 “이 설계는 제가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익 배분 구조에 대해 지시를 한 사실도 시인했다. 이 지사 선거를 지원한 덕에 차관급 경기관광공사 사장까지 오른 유 전 본부장이 이 지사에게 직·간접적으로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 지사는 이 사업의 최종 승인권자다. 같은 당 대선 주자조차 “이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은 최초 지시자”라고 했다. 이 지사는 어떤 보고를 받았고 어떤 지시를 했는지 밝히고 특검에 응해야 한다. 검찰 역시 성역없이 이 부분을 규명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0월 05일 시장·지사 당선 뒤 ‘안방채용’… 성남 시민에게 수천억원 손해
① “유동규, 측근그룹에 끼지도 못한다”
② “단군 이래 최대규모 공익환수 사업”
③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 개발 수익성 높고 리스크 낮아
④ “대장동, 내가 설계했다” → 개발이익 분배는 민간업자 몫
⑤ “시민에게 1822억 배당” → 서민용 부지 팔아 지역화폐로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놓고 이재명 경기지사의 말 바꾸기 등 오락가락 해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지사는 검찰에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깊은 관계가 아니었다고 밝혔으나, 이 지사의 선거를 돕는 등 측근으로 활동했다는 정황이 끊이지 않는다.
이기인 국민의힘 성남시의원은 5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 전 본부장은) 선거가 임박해서 (공사를) 나갔다가 이재명 시장이 당선되면 다시 들어오는 이른바 안방 채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이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남도시개발공사를 퇴사하고 이 지사가 성남시장에 재선된 후 다시 복직한 점을 지적한 것으로, 선거 때마다 이 지사를 적극적으로 도운 유 전 본부장은 이 지사 측근이 맞는다는 주장이다. 이 지사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비서실 등 지근 거리에서 보좌를 하든지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측근 그룹은 아니다. 거기에 못 낀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2010년 성남시장 선거를 돕고 인수위원으로 참여했으며, 경기관광공사 사장까지 지냈다.
이 지사의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공익환수 사업”이라는 주장에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배임과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 ‘성남의뜰’ 주주 협약서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아 민간 사업자에게 막대한 이익이 돌아가게 했고, 그 결과 성남시는 그만큼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장동 개발이 ‘하이 리스크’ 사업이라는 것도 사실과 배치된다. 이 지사는 2012년 성남시장 재직 시 “대장동 도시개발에서 순이익 3137억300만 원이 예상되며 투자대비 수익률은 29.2%”라며 성남시의회를 설득했다.
이 지사는 지난달 14일 기자회견에서 “대장동, 내가 설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민간사업자가 수천억 원의 초과 이익을 봤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설명이 바뀌었다. 이 지사는 전날(4일) 기자회견에서는 “제가 설계한 내용은 성남시 몫의 개발 이익을 얼마만큼 확실하게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인지이고, (이후) 개발이익을 어떻게 나눌 건지는 민간사업자들 내부의 일”이라고 밝혔다.
성남시에 배당된 1822억 원 중 942억 원을 지역 화폐로 지급한 것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제기된다. 성남시가 받은 배당금은 임대주택 용도였던 A10 부지를 분양용으로 변경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판매한 대금이다. 이 돈은 저소득층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었으나 2018년 경기지사 선거를 앞두고 이 지사는 이를 시민에게 배당하겠다고 밝혔고, 지난해 은수미 성남시장이 ‘재난연대자금’ 명목으로 942억 원을 집행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
10.06 분당경찰서, 권익위가 5월 의뢰한 ‘대장동 부패의혹’ 덮었다
경찰이 올해 ‘대장동 개발’ 부패 신고 사건을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의뢰받고도 석 달 만에 내사 종결한 것으로 5일 드러났다. 권익위가 넘긴 대장동 부패 사건은 개발 특혜와는 무관하고, 범죄 혐의점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 경찰 판단이었다.
경찰청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지난 5월 20일 권익위로부터 대장동 개발 부패 사건을 의뢰받아 관할인 경기 분당서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대장동 토지 소유주가 주소지 허위 기재로 부당한 이득을 얻었다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넘겨받은 분당서 지능범죄수사팀은 내사에 착수한 지 석 달 만인 지난 8월 20일 “주소지 기재 경위가 확인되는 등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도 경찰은 “권익위로부터 넘겨받은 내사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며 “권익위에서 수사 의뢰한 사건은 대장동 개발 특혜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야당에선 경찰이 대장동 개발 부패 사건을 고의로 지연하거나 뭉개는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이 지난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화천대유 법인 계좌의 83억원 자금 흐름을 통보받고, 이 직후인 지난 5월엔 권익위에서 대장동 부패 사건도 이첩받았지만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 용산서는 FIU로부터 수상한 뭉칫돈이 여러 차례 현금화됐다고 전달받고도 5개월가량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소환하지 않았다. ‘어렵고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사안이라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폭되자 ‘참고인’ 신분으로 김씨를 소환 조사했다. 이와 별개로 분당서 내사 종결된 대장동 토지 보상 관련 사건과 관련해서 야당엔 “경찰 간부가 (화천대유 측에) 충성 맹세한 뒤 뭉갰다”는 제보도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범죄사실 개요가 무엇이냐는 야당 질의에 “구체적 내용은 모른다”고 답변했다. 김도읍 의원은 “국가수사본부장이 온 국민이 다 아는 유동규 혐의조차 모르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경찰이 외압을 받거나, 수사 의지가 없거나, 미래 권력의 눈치 본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
10.06 성남시민 수천억 손해 보는 동안 이재명은 몰랐나
검찰, 유동규 구속영장서 배임 규모 밝혀
성남 위례·백현동 개발 관련 의혹 잇따라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배임 및 뇌물 혐의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성남시민에게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업자에게 개발이익을 70% 환수한 모범 사례”라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어제 국회 국정감사는 상임위마다 여야가 대장동 의혹을 두고 충돌하면서 파행이 이어졌다.
유 전 본부장을 구속한 검찰의 수뇌부 조합은 누가 봐도 여당 대선후보에게 불리하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가 두터운 신임을 보인 김오수 검찰총장이 최상부에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혐의를 무겁게 적용했다.
대장동 이외에도 성남시 곳곳에서 개발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된다. 백현동에서는 2015년 민간사업자가 공공기관인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아파트 단지로 개발해 2000억원이 넘는 분양 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 2013~2016년 진행된 창곡동 위례신도시 사업에도 대장동팀 관련자들이 참여해 거액을 벌었다는 증언이 나온다.
화천대유를 비롯한 대장동 개발 관련자들은 수천억원의 이익을 얻은 이유로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값이 폭등한 덕분”이라고 항변한다. 현 정부 들어 땅값이 오른 건 성남시만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지 않은 지역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왜 유독 성남시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민간 개발 논란이 잇따르는지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
이 지사는 유 전 본부장이 구속된 직후 “과거 제가 지휘하던 직원이 제가 소관하고 있는 사무에 대해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점은 매우 안타깝다”며 관리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사과할 일이 아니라 칭찬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변했다. 어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남시 대장동 개발을 통해 환수한 금액이 지난 21년간 전국 모든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환수한 금액보다 3배나 많은 셈”이라는 주장을 폈다.
성남시장 시절 자신이 발탁한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민들에게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는데도 이에 대한 책임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 지사는 부당한 이익을 좇아 대형 개발 프로젝트와 인허가 관련 공작을 하는 사람을 ‘마귀’라 칭했다. 그 마귀는 누구인가.
금융정보분석원의 통보를 받고도 시간을 끌었다는 지적을 받아 온 경찰은 어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8명을 출국 금지하고 계좌를 압수수색한다고 밝혔다. 이미 대장동 관련 남욱 변호사가 미국으로 출국했고, 유 전 본부장 휴대전화는 아직 찾지 못했다. 영문도 모른 채 수천억원의 손해를 본 성남시민들에게 더는 억울함이 없도록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서둘러 관련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10.06 박수영 "화천대유 50억 리스트에 권순일 등 6인"…김수남·최재경·박영수 "사실무근"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김형동(오른쪽), 박수영(가운데) 의원과 정상환 변호사가 지난달 28일 서울 대검찰청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및 화천대유, 천화동인 관련 8인에 대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이른바 ‘화천대유 50억 약속 리스트’를 6일 공개했다. 박 의원은 이날 열린 국회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그 명단이 "권순일, 박영수, 곽상도, 김수남, 최재경, 그리고 홍 모씨”라고 주장했다.
앞서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성남시 대장동 개발의 특혜를 받아 수천억 원의 이득을 보았고, 그 대가로 법조계 및 정계 유력 인사에게 거액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국감장에서 박 의원은 화천대유와 함께 성남시 대장동 개발에 뛰어든 천화동인 5호의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 등이 근거라며 50억 원을 받기로 한 인사가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 그리고 홍모 씨를 거론했다.
박 의원은 고승범 금융위원장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녹취록과 복수 제보에 의하면 50억원을 받기로 한 분들이 나온다. 제가 오늘 처음으로 그분들 공개한다. 권순일, 박영수, 곽상도, 김수남, 최재경 그리고 홍모씨"라고 발언했다.
또 "(50억원은 아니지만) 성남시의회 의장과 시의원들한테 로비 자금이 뿌려졌다는 내용도 들어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 의원은 "이분들 중에서는 돈을 받은 사람도 있고, 약속했으나 받지 못한 사람도 있고, 급하게 차용증서를 쓴 걸로 위장했다가 다시 돌려준 사람도 있고, 빨리 달라고 재촉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곽상도 의원이 연루되었다는 이유로 국민의힘게이트라고 주장하지만, 이번 사건을 특정 정당의 게이트로 치부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 규명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그는 "오늘 공개한 소위 50억 약속 그룹들의 경우 특검의 조속 수사와 FIU(금융정보분석원)의 철저한 자금조사를 통해 자금흐름 확인해야 한다"며 "왜 이 사람들에게 거액 로비 있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검경에서 수사를 하고 있으니 그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김수남·최재경·박영수 "사실 무근…법적 조치할 것"
하지만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박 의원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입장을 내고 "박수영 의원의 발언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민·형사상 법적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반박했다.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 역시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는 입장이다. 그는 언론에 “화천대유에 고문 변호사를 한 일이 없고, 사업에 관여한 일도 없으며, 1원 한 푼 투자한 일도 없는데 무엇 때문에 거액의 돈을 주겠으며, 준다고 명목 없는 돈을 받을 수가 있겠나”라고 밝혔다.
최 전 지검장은 “현재 검찰과 경찰이 열심히 수사하고 있고, 곧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아무리 국정감사고, 면책특권이 있다 해도, 아무런 근거 없이 함부로 실명을 거론해 개인의 소중한 명예를 훼손하는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 필요하면 법적인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영수 전 특검도 입장문을 내고 "화천대유나 김만배씨로부터 50억원을 받기로 약속하거나 통보 받은 일이 결코 없다"며 "제 자신도 알지 못하는 일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면책특권을 방패삼아 국정감사장에서 발표된 사실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박 전 특검은 "며칠 전에도 소명한 바와 같이 저는 2016년 12월 특검에 임명되면서 김만배씨와는 연락을 끊었고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며 "하루빨리 위 50억원에 대한 진상이 밝혀지길 바라고 이러한 무책임한 폭로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10-06 그가 측근이든 “일개 직원”이든 대장동 게이트 본질은 같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그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 뇌물수수와 배임 혐의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 대해 “한국전력 직원이 뇌물 받으면 대통령이 사퇴하느냐”고 했다. “측근이 아니다”라더니 이번엔 한전 직원에 빗댔다. “제가 지휘하던 직원의 불미스러운 일”이라는 말도 했다. 유 씨가 측근도 아니고 수천 명의 직원 중 하나일 뿐이라면 대장동 개발의 ‘윗선’은 누구인가. ‘일개 직원’이 1조50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기획하고 수천억 원대의 이익 분배 구조를 혼자 결정하고, 아무 거리낌 없이 복마전 같은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인가.
유 씨가 대장동 개발 기획, 사업자 선정, 배당금 설계 등 전 과정에서 전횡을 휘두른 정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기 휘하에 전략사업실을 신설한 뒤 화천대유 측 핵심 관계자들이 추천한 회계사와 변호사를 전략사업실장과 전략투자팀장 자리에 꽂았다. 민간업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필요하다는 실무진의 의견을 묵살한 것도 유 씨였다. 유 씨가 무슨 배짱으로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의 실권자로 행세할 수 있었겠나. 야권이 “이 지사의 장비” “이 지사 그룹의 넘버3”라고 공세를 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에는 유 씨가 화천대유 측에 700억 원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는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번 돈의 절반을 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유 씨가 이 지사의 측근 실세가 아니라면 전직 대법관과 특검, 검찰총장 등 호화 고문단을 거느린 김 씨가 고분고분 수백억 원을 바치려는 생각이나 했겠는가. 설령 측근이 아니라고 해도 이 지사는 성남 시민에게 수천억 원대 손실을 안긴 초대형 배임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개 직원이 엄청난 비리를 기획해서 실행하는 동안 손을 놓고 관리감독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유 씨가 일개 직원이든 측근이든 대장동 사업의 본질은 같다. 이 지사 스스로도 “직접 사업을 설계했다”고 밝힌 만큼 민간 쪽엔 배당금 상한선을 두지 않도록 한 주주협약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어떤 지시와 보고가 오갔는지 규명돼야 한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공공과 민간이 결탁한 전대미문의 민간 특혜사업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조력했음을 인정하고 대장동 사업의 기획자이며 최종 관리자로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그러나 “사과할 일이 아니라 칭찬받을 일”이라며 유 씨의 ‘개인 일탈’, ‘마귀의 공작’으로 사건을 규정하고 있다. “배임이 아니다”라고 법적 책임에도 미리 선을 긋고 있다. 누가 뿌리이고 줄기인지, 누가 몸통이고 깃털인지의 실체는 검찰의 수사 의지와 역량에 달렸다.
동아일보 사설
10-06 文정부서 금융 관피아 26% 증가, “낙하산 근절” 빈말이었나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관료 출신 250명이 민간 금융권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금융회사 164곳을 대상으로 2017∼2020년 이들의 재취업 현황을 파악한 결과다. 박근혜 정부 때(2013∼2016년)의 199명과 비교하면 26% 증가한 수치다.
5개 주요 경제부처(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의 재취업 공직자 수는 이전(102명)보다 21.6% 늘어난 124명이었다. 기재부 출신도 이전 39명보다 많은 43명이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초 “앞으로 낙하산 인사는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관피아(관료+마피아) 낙하산 인사가 늘어난 것이다.
이런 인사가 정권 말에 더 기승을 부리고 있어 문제다. 전국은행연합회와 손해보험협회는 지난해 말 3년 임기 새 회장으로 금융위 출신을 선임했다. 여신금융협회와 저축은행중앙회도 이미 금융위 출신들이 회장을 맡았다. 유독 수억 원대 연봉 자리가 많은 금융권에는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도 수두룩하다.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는 오랜 관치금융의 유물이다. 일부 낙하산 인사들의 입김이 통하다 보니 금융회사들이 이들의 네트워크에 기대는 것이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가 많아지면 경영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보다 로비에 치중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금융 산업의 경쟁력이 골병들게 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가 유관 업계에 3년 이내에 취업할 경우 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도록 한다. 그렇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 승인율이 90%에 육박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산업이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추게 하려면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해 낙하산 인사부터 없애는 게 급선무다
동아일보 사설
10월 06일 公社 설립, 특혜 승인…더 구체화하는 이재명 개입 정황
대장동 개발 비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연루 여부는, 대선 후보 경선은 물론 본선에도 영향을 미칠 매우 민감한 문제다. 선두권 대선 주자인 이 지사가 결백을 주장하며 신속한 수사를 요청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지사가 직간접적으로 개입됐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갈수록 구체화하고 있어 성역 없는 규명이 더 절실해졌다.
이 지사는 자신의 저서에서 대장동 개발의 민간 특혜 방지를 위해 도시개발공사를 설립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업 시행 과정에서 개발공사는 민간 특혜 보장 기구로 전락했다. 개발사업 1팀은 2015년 5월 ‘민간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포함된 보고서를 만들었다가 7시간 만에 해당 조항을 삭제한 보고서를 다시 작성했다. 당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은 사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었다. 유 전 본부장은 배당과 관련한 주주협약서도 체결했다. 그에 앞서 2월 공고된 사업 공모 지침은 임대주택 비율을 15.06%로 정해 법정 최저치 15%를 간신히 넘겼고 시행 과정에서는 용적률이 180%에서 195%까지 올라갔다. 민간업체에 2000억 원 상당의 추가 이익을 보장해주는 조치들이다.
문제는 이런 모든 일이 개발공사 정관 등에 따라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지사에게 보고되거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관 제8조는 ‘중요한 재산의 취득 및 처분에 관한 사항, 분양가격 등 결정에 관한 사항은 사전에 시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지사 책임은 관리 부실을 넘어선다. 최소한 배임 여부 규명은 불가피하다.
문화일보 사설
10월 06일 성남 특혜 ‘특검 수사’는 헌법의 명령
배병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 헌법 제66조 제1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은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 절차를 밟고 있다. 임기 5년의 국가원수가 되기 위한 각 후보자의 치열한 경쟁과 그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당연하다.
최근의 경선 과정에서 가장 큰 화두는 성남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퇴직금 50억 원이라는 금액과 수천억 원을 특정 민간인이 챙기도록 부패 구조를 설계한 대국민 사기는 과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사건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의 측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한 11억 원대 뇌물·배임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3일 발부됐다. 유 전 본부장이 민간업체인 화천대유 등과 결탁해 특혜를 주는 대가로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개발공사 등에 수천억 원의 손해를 보였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로 대장동 개발사업 핵심 관계자들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수사 적극성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의 문제 제기를 유 전 본부장이 막았다는 의혹 외에 화천대유 대주주이자 천하동인 1호 소유자인 김만배의 8회에 걸친 권순일 전 대법관 집무실 방문과 대법관 퇴임 직후 화천대유 고문 활동과 거액의 고문료 등으로 제기되고 있는 대법관의 재판 거래 및 사후 보상 의혹은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위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다. 특히, 권 전 대법관이 재직 당시인 2015년 자신이 주심이던 박경철 전북 익산시장 선거법 위반 사건의 유죄 논리와 정반대 논리로 2019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 심판에서 무죄 판결을 주도했다는 의혹은 제대로 밝혀져야 할 것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여당에 특검 수용을 촉구하자, 여당은 “야당의 시간 끌기”라며 맞선다. 특검법 제2조는, 특검의 수사 대상으로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하거나 법무부 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을 규정한다.
대선을 5개월 앞둔 상황에서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 특검이 20일간의 준비기간이 만료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고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검·경 합동수사단의 수사 지연과 부실 수사 의혹 등과 함께 대통령 후보 검증이라는 복합적인 문제를 볼 때 성남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은 특검의 수사 대상이다. 민주당이나 이재명 후보가 특검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대장동 비리 사건과 관련,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5일 국회에서 “불법적 요인이 있다면 단호히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했고, 청와대도 이날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히는 등 사안의 중대성을 확인했다.
우리나라 국가원수였던 전임 대통령의 퇴임 후 상황을 보면 안타깝다. 자랑스러운 전임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의혹이 있는 대선 후보에 대한 확실한 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며 포기할 수 없는 헌법의 요구다.
문화일보
10.06 국민의힘, 대장동 주민 550명과 ‘성남의뜰’ 폭리 의혹 감사 청구
▲국민의힘 김형동(맨 앞줄 왼쪽부터), 김은혜, 전주혜 의원과 대장동 주민들이 6일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감사원 민원실에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장동 게이트 테스크포스(TF)팀이 6일 경기 성남 대장동 주민들과 공동으로 ‘대장동 게이트’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대장동을 지역구로 둔 김은혜(경기 성남분당갑)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대장동 TF 위원인 김형동·전주혜 의원, 그리고 대장동 지역 주민들과 함께 감사원을 찾아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공익 감사 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달 30일부터 공익감사청구인 모집을 대장동에서 진행해 550여명이 넘는 주민이 이번 공익 감사 청구에 참여했다”면서 “자정 가까운 시각까지 주민들이 서명에 동참하며 대장동 부당이득 환수 의지를 표출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장동 TF와 주민들은 이번 감사 청구서에서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과정 전반에 특혜 의혹이 있다”며 정확한 사실 관계 확인과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또 “국토부가 이주자 택지 공급가를 택지 조성원가로 공급할 것을 입법예고했는데도 ‘㈜성남의뜰’이 조성원가 대신 감정가격으로 대장동 원주민들에게 토지를 분양해 폭리를 취한 의혹이 있다”고 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달 23일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의 수행 업무에 대해 감사를 할 수 있다”며 “특수목적법인인 ‘성남의뜰’에 대해서도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회계 검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은 권력과 결탁한 특정 페밀리가 국민의 돈으로 땅 장사를 했다는 것”이라며 “대장동 개발은 헐값으로 땅을 수용할 때는 공영이 하고, 비싼 분양대금을 챙길 때는 민영이 하는 두 얼굴을 가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가짜 공공개발의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며 “부당 이득을 환수해 국민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노석조 기자
10.07 ‘김만배 만난 뒤 이재명 무죄’ 권순일 전 대법관의 이상한 침묵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화천대유의 대주주인 김만배 씨의 권순일 전 대법관 방문 기록을 공개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요즘 해명해야 할 일이 많아 입이 열 개라도 모자랄 사람이 권순일 전 대법관이다. 그가 얽힌 사건은 ‘천문학적 이익 독점이 어떻게 가능했느냐’는 대장동 의혹만큼이나 큰 문제를 한국 사회에 던졌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정의와 대법원의 도덕성이 통째로 걸려 있다. 그런데 그는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변명 이외에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은 작년 7월 이재명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당시 유무죄 의견이 5대5로 갈린 상황에서 무죄 의견을 냈다. 그가 유죄 의견을 냈다면 이 지사는 대선 출마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 중대한 판결을 전후로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 김만배씨가 수차례 대법원을 방문했다. 김씨는 권 전 대법관을 면담할 목적이라고 했다. 당시 김씨의 부동산 개발회사 화천대유는 이 지사가 주도한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해 수천억원의 이익을 올리고 있었다. 화천대유는 이 지사 선거법 위반 사건 2심 판결문에 세 차례 언급된 상태였다. 권 전 대법관이 회사의 정체를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권 전 대법관은 그를 만났다. 이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대법원에서 이 지사가 무죄가 된 지 넉 달 만에 권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됐다. 세계 문명국 대법관 중에 이런 처신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김씨가 이 지사 무죄를 위해 권 전 대법관에게 로비를 했다고 보고 있다. 합리적인 의심이다. 결코 지나친 추측이라고 할 수 없다. 로비가 있었다면 돈이나 다음 정권에서의 자리가 거래됐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 법원 역사에 전대미문의 일이다. 이 심각한 의문에 대해 누구보다 먼저 해명해야 할 사람이 권 전 대법관이다. 그런데 그는 일주일째 침묵하고 있다. 그가 침묵하는 사이 김씨는 “대법원 구내 이발소를 간 것”이라고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했다.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는 변호사 등록도 하지 않고 고문 변호사로 일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말이 없다. 야당 의원이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을 약속받았다’고 하자 그에 대해서만 “사실무근”이라고 했을 뿐이다. 훨씬 심각한 혐의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권 전 대법관 말고도 이번 일에 얽혀 한국 법조계를 추락시킨 법률가는 여럿이다. 검찰총장, 법무차관, 특검, 검사장 출신도 포함돼 있다. 권 전 대법관은 뒤에 숨어 있다 여당 정권이 연장되면 대충 넘어갈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07 오리무중 휴대전화에 혐의도 모른다니, 기막힌 검경 ‘대장동’ 수사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하고 1주일이 지나도록 핵심 증거인 유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유가 기막히다. 유씨가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버렸다”거나 “아는 사람에게 맡겼다”며 소재지를 숨기는 탓에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유씨와 주변을 추적해 휴대전화를 압수해야 할 검찰이 유씨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놓친 휴대전화는 더 있다. 유씨에게 5억원을 뇌물로 건넨 혐의를 받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주요 공범들도 일제히 휴대전화를 교체했다고 한다. 기존 휴대전화는 훼손됐을 가능성이 크다. 휴대전화에 담긴 통화 기록, 메신저 대화, 위치 정보, 사진, 동영상 등 범죄자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물증이 사라지고 있는데 검찰은 팔짱을 끼고 있었다는 말이다.
채널A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은 정권 불법을 수사한 한동훈 검사장을 몰아내려고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후배 검사가 한 검사장을 폭행하는 범죄까지 저질렀다. 여당 대선 주자 연루 의혹이 제기된 대장동 사건에서 검찰은 180도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유동규씨 등의 휴대전화는 못 찾은 게 아니라 안 찾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야당 의원이 구속된 유동규씨 범죄 사실 개요를 묻자 “구체적 내용은 모른다”고 했다. 정상적인 수사 기관장이라면 “혐의를 파악하고 있지만 수사 중이라 답할 수 없다”고 했을 것이다. 남 본부장은 이 정권에서 청와대 파견 근무를 했고, 그가 지휘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수사는 유야무야되고 있다. 경찰은 애초부터 대장동 사건에 대해 알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금융정보분석원이 화천대유에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다고 통보했는데도 경찰은 5개월간 수사를 뭉갰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초기 판단이 잘못된 점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 4년간 정권 불법은 덮으면서 야당에 대해서는 과잉 수사하는 권력의 충견 노릇을 해왔다. 검찰도 윤석열 전 총장 사퇴 이후 충견으로 복귀했다. 대장동 수사에서 검경은 현 정권뿐 아니라 여당 대선 주자의 눈치를 보고 있다. 수사가 꼬리 자르기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검경이 뭉갠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은 특검이 진실을 밝혔다. 대장동 사건도 특검이 수사하는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10.07 박용진 “대장동은 악재…이재명 책임질 상황 오면 민주당 다 죽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박용진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해 “만일 수사 관련 이재명 후보가 다 책임져야 될 상황이라는 게 나오면 이재명이 아니라 민주당이 다 죽는다고 본다”고 했다.
박 의원은 6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이건 여야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국민들이 갖고 있는 아주 본원적인 분노의 문제, 땅의 문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대장동 의혹이) 호재인가 악재인가’를 묻는 방송 토론 질문에 “어떻게 호재라고 얘기할 수 있냐. 우리 모두에게, 여야 모두에게 악재’라고 얘기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야당이 특검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쟁으로 이걸 계속 대선까지 끌고 가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대선까지 가면 안 된다고 본다. 빨리 수사하고 빨리 결론 내려서 정리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대장동 수사와 관련해서 어쨌든 지금 검찰이 여러 의혹 선상에 올라와 있는 사람들을 다 불러들이고 있다. 어떤 그림을 내놓고 어떤 수사 발표를 하는지 일단 봐야한다”고 했다.
그는 “이 사건을 완벽히 규정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 그래서 관련자들 싹 다 잡아들여야 한다는 게 제 기본 원칙”이라며 “제가 볼 때는 검찰 수사가 또 미적미적 한다. 검찰이 제일 못돼먹은 태도, 보이는 대로 수사하는 게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수사하는 그런 태도로 가면 안 된다”고도 했다.
이어 “검찰이 부패 세력 발본색원하고 온갖 비리 일망타진, 이렇게 가야된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여야가 어딨나. 대충 끝날 문제 아니다”라며 “지금 문재인 정부가 이제 마무리 단계일 텐데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서 추호의 머뭇거림을 보이지 않아야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엄중히만 보고 계실 게 아니다. 아까 말씀드렸듯 ‘부패 세력 발본색원, 온갖 비리 일망타진’으로 밀고가야지 정치적으로 여당한테 유리할지 야당한테 유리할지 이런 것 생각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분노, 국민들의 허탈감, 청년들이 갖고 있는 좌절감에 대해 우리가 적어도 제정신 차린 정치권이 있고, 제정신 차린 기성세대가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가연 기자
10-07 권순일 의혹, 대법원이 팔짱 끼고 보고만 있을 일인가
▲권순일 전 대법관
이재명 경기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유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무죄가 났고 그 과정에서 권순일 당시 대법관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퇴임 후 대장동 게이트의 중심인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1억5000만 원을 받았다. 이른바 ‘50억 원 클럽’에도 이름이 거론되나 본인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화천대유 실소유주인 김만배 씨는 권 전 대법관 재임시 그의 사무실을 8차례 방문했다. 대법원이 팔짱 끼고 보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법원 합의과정을 따져봐야 한다며 재판연구관들의 사건 검토보고서를 요구했으나 법원행정처는 거부했다. 물론 합의 과정 공개는 불법이다. 다만 김명수 대법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강제징용사건 재판거래 의혹 등에 대해 3차례나 진상조사를 벌였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검찰 수사를 사실상 의뢰했다. 권 대법관의 재판거래 의혹이 양 전 대법원장 건보다 가볍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법원 자체 진상조사 움직임조차 없다.
이 지사 사건은 2019년 9월 19일 대법원에 접수돼 2부에 배당됐다. 국회에서는 현 이 지사 캠프의 총괄특보단장인 정성호 의원과 상황실장인 김영진 의원이 주도해 법원의 허위사실 공표죄 적용 실태를 비판하는 토론회를 2019년 6월 4일과 10월 1일 두 차례 개최했다. 김 씨의 권 전 대법관 방문은 그 시기에 집중됐다. 사건은 결국 소부(小部)에서 결론 나지 못하고 2020년 6월 16일 전원합의체로 회부됐다. 전원합의체는 항소심이 적극적 의사표명으로 봐 유죄로 선고한 것을 소극적 의사표명이라고 해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전국 법관대표회의는 퇴직 법관의 취업제한 문제를 논의하기로 5일 결정했다. 그러나 권 전 대법관 의혹을 특정해 안건으로 채택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양 전 대법원장 의혹 등에 대해 거듭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관철한 것은 법관대표회의다. 대장동 게이트는 퇴직 법관의 취업제한 논의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당장 권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라.
동아일보 사설
10월 07일 권순일 ‘재판 거래’ 의혹 증폭, 大法 왜 진상 조사도 않나
권순일 전 대법관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대법관 퇴임 직후 대장동 개발 비리의 핵심인 시행사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취임해 1억5000만 원을 받은 것을 비롯,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 무죄를 둘러싼 ‘재판 거래’ 의혹에 이어 급기야 ‘50억 원 클럽’에도 거명됐다. 권 전 대법관이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고 화천대유 측에 법률 자문을 하며 거액을 받고, 대주주인 김만배 씨와 판결 전후로 8차례나 만난 것만으로도 이미 변호사법 위반 및 사후 뇌물죄까지 거론됐다.
대법원 판결은 물론 사법부 전체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지는 엄중한 상황이다. 드러난 사실과 정황만으로도 대법원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대책을 약속해야 한다. 이 지사에게는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됐는데, 그대로 확정 땐 피선거권을 박탈당한다. 그런데 2019년 10월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은 소부(小部)에서 8개월 끌다가 지난해 6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으며, 심리 한 달도 안 돼 7 대 5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 과정에서 권 전 대법관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2018년 전국 법원장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내부 반대에도 검찰 고발을 밀어붙이더니, 이번엔 침묵하고 있다. 전국법관회의가 퇴직 법관의 취업 제한을 논의하겠다지만 면피 성격이 강하다. 권력의 하수인 아닌 국민의 대법원이라면 즉각 진상 조사에 나서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0-07 뇌물 협박 입막음 120억에 ‘50억 클럽’까지 ‘아수라 대장동’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 동아일보 DB
대장동 개발을 주도했던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뇌물로 3억 원을 건넨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옛 동업자의 협박에 120억 원을 줬다고 한다. 뇌물 비리 입막음에 100억 원대 돈을 뿌렸다는 것이다.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로부터 50억 원을 받기로 했다는 설에 등장하는 인사들의 명단도 공개됐다. 뇌물과 특혜로 번 수천억 원을 놓고 서로 물어뜯으며 돈을 챙겼다. 이런 아수라판이 없다.
발단이 된 뇌물 3억 원은 대장동이 아니라 2013년 위례 개발 때 건네졌다. 남 변호사 등은 위례 사업을 함께 했던 정재창 씨가 약 7년 전 찍어놓은 돈다발 사진을 보고 120억 원을 줬다. 이들이 단지 3억 뇌물 사건 하나만을 덮기 위해 120억 원이라는 거액을 줬을지는 의문이다. 이 돈을 챙긴 정 씨는 정 회계사와 함께 2009년 대장동 개발에 참여하려고 세운 판교AMC의 공동 대표였다. 대장동 개발의 사업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고 봐야 한다. 정 씨가 대장동 개발에서도 정 회계사 등이 유 씨에게 뇌물을 건네고 큰돈을 번 상황을 알았거나,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비리를 들이댔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남 변호사 등이 입막음용으로 준 돈은 유동규의 ‘특혜 설계’로 불로소득처럼 벌어들인 돈의 일부다. 이들은 뇌물로 공공의 외피를 입혀 민간 땅을 헐값에 사들이고, 무려 10배 값에 바가지로 분양해 70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불법으로 쉽게 번 돈이어서 흥청망청 써 댄 것이다. 남 변호사 등은 사업 특혜를 받은 대가로 유 씨에게도 700억 원을 주기로 약속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나중에는 줄 돈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유 씨가 정 회계사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뇌물, 협박, 배임에 폭행이 난무하는 막장극이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어제 정 회계사의 녹취록을 근거로 화천대유 ‘50억 약속 그룹’ 6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아들이 50억 원의 퇴직금을 받은 곽상도 의원,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가 100억 원을 건넨 분양대행업자의 인척인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포함돼 있다. 화천대유 고문이었던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홍모 씨 등도 명단에 있다. 당사자들은 강하게 부인하지만 의혹이 겹겹이 쌓여 있는 만큼 수사를 통해 실체를 밝혀야 한다.
정 씨는 지금도 30억 원을 더 달라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공기업 책임자가 대가를 챙기려고 천문학적 이익을 민간에 안기고, 여기에 한 발씩 걸친 사람들이 돈을 더 갖겠다고 아귀다툼을 벌인다. 이런 아수라판이 벌어졌는데 거짓말 해명과 책임 회피가 판을 친다. 검경은 대장동과 관련된 모든 불법을 낱낱이 밝혀내 범죄 수익을 1원 한 푼까지도 몰수·추징해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
10월 07일 급기야 與서도 “이재명 게이트”…뒷받침 정황 뚜렷하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본류는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민간업체에 천문학적 이익이 돌아가게 된 경위와 관련된 범죄 혐의, 다른 하나는 대선 선두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책임 여부다. 물론 이 두 가지는 밀접히 연결돼 있지만, 갈수록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지사의 관여 정황이 뚜렷해지고 있다. 배임·뇌물 혐의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배후, 민간업체 특혜를 가능케 한 설계와 시행 과정의 결재 및 승인권자, 민간업체로부터 금품이나 자리를 보장받은 인사들과의 관계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이 지사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여당 내부에서도 ‘이재명 게이트’라는 표현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 측의 주장이고, 여론을 소개하는 간접화법이긴 하지만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이번 주말 대선 후보가 결정되더라도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이낙연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 의원은 6일 논평을 통해 “유동규가 이재명 후보의 측근 중 측근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면서 “여론조사를 보면 49.7%가 대장동 사태를 이재명 게이트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낙연 캠프 부위원장인 박정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워낙 쇼킹한 사건으로, 의혹이 풀리지 않는다면 경선이든 대선이든 어떤 결과가 나더라도 계속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경선이 끝난 이후의 정국까지 우려했다.
실제 상황도 이런 흐름에 부합한다. 공직 경험이 없었던 유 전 본부장의 성남시 시설관리공단(도시개발공사 전신) 간부 채용부터 구설에 올랐다. 유 전 본부장은 정관을 바꿔 이사장의 인사권을 가져오더니 3∼4개월 만에 20여 차례 편파·부당 인사를 자행했다. ‘유원’(유동규+넘버원)으로 불리며 대장동 사업과 관련 전권을 휘둘렀다. 실무 부서 일방 교체, 민간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7시간 만의 사업자 선정 등 특혜를 보장하는 핵심 과정을 주도했다. 시장의 승인과 비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성남시의회 의장 출신 최모 씨가 화천대유에 근무 중인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의장 시절 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 통과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6일 야당이 공개한 대장동 로비 대상에는 성남시의회 의장과 시의원들도 포함돼 있다.
문화일보 사설
10.08 참여연대와 민변까지 이재명의 ‘대장동 자화자찬’ 비판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관계자들이 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대장동에서 화천대유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으면서 얻은 개발이익을 추정·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분양가상한제 적용했으면 화천대유가 직접 시행한 아파트 개발 이익 2699억원을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연합뉴스
참여연대와 민변은 7일 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성남시는 민관합동개발로 5000억원 이상의 개발 이익을 환수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엄청난 규모의 개발 이익이 민간에 귀속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했다. 이어 “관(官)은 강제 수용으로 토지를 확보해준 후 개발 이익 일부를 확보하는 것 외에는 공적 역할을 한 것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이 정권과 가장 가까운 대표 단체들이 “대장동이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 사업”이라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두 단체는 “(개발 시행사인) 화천대유가 막대한 배당 수익을 올리는 등 ‘개발 잔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저렴하게 토지를 매입하고 분양할 때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이익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라며 “애초 계획대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택지로 개발했거나 분양가상한제를 전면 시행했으면 개발 이익이 무주택 서민과 중산층에게 돌아갔을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가 대표적 치적으로 내세운 대장동 개발이 설계부터 잘못돼 화천대유에만 막대한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대장동 원주민 등 550여명은 “대장동 사업자인 성남의뜰이 각종 특혜를 받고 원주민들엔 폭리를 취했다”며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범시민사회단체연합과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시민단체들은 대장동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단을 발족시키기로 했다. 정의당은 “이 지사가 좋은 것은 자기 성과, 잘못은 직원 개인 일탈로 돌리는 건 대단히 무책임하고 비겁하다”며 사과와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박용진 의원은 “이 지사가 책임져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검찰이 미적미적하는데 관련자들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과도한 이익이 나오는 개발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지사는 한번도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논리가 맞지 않는 강변과 말 돌리기로 일관하며 “사과할 일이 아니라 칭찬받을 일”이라고 한다. 극소수 민간인이 별로 한 일도 없이 7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개발 이익을 챙기고 이 지사 측근이라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억대 뇌물을 받아 구속된 사건을 두고 어떻게 칭찬받을 일이라고 할 수 있나. 이 지사 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로 판단한 대법관이 대장동 개발회사 고문을 한 전대미문의 일을 두고 어떻게 자화자찬을 하나.
이 지사는 이 사건이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주장하면서도 특별검사 도입은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어떤 국민이 이 모순적인 행태를 이해할 수 있겠나. 그러니 대표적인 여권 단체인 참여연대와 민변까지 강변을 멈추라고 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월 08일 참여연대·민변까지 “공공의 탈 썼다” 이재명 비판
문재인 정권과 공조하다시피 해온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대장동 사태의 성격을 공식 규정하고, 나아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입장을 반박한 것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두 단체의 발표 내용 자체는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더불어민주당 경선의 가장 중요한 국면에서 여권의 선두 후보를 비판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배경과 파장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청와대 입장 표명에 뒤이은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게다가 이 지사는 민변 회원이기도 하다.
두 단체는 7일 기자회견에서 “앞에서는 공공의 탈을 쓰고 뒤에서는 민간 택지로 개발이익을 극대화한 것”이라면서 “민관 합동 개발로 5000억 원 이상의 개발이익을 환수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엄청난 규모의 개발이익이 민간에 귀속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아 시행사에 수천억 원의 이익을 줬고,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낮춰 추가 특혜를 준 부분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 사업” “야당 게이트” 등 이 지사 측 논리를 정면 부정한 것이다.
검찰이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경위를 집중 수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간 이익 근대화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설계는 내가 했다”고 했고, 성남도시개발공사 정관에도 시장이 최종 결제권자로 규정돼 있다.
문화일보 사설
10.08 엉터리 제도로 돈 주체 못하는 교육청들, 돈 뿌릴 데 찾느라 난리
예산이 남아돌아 쓸 곳을 못 찾는 시·도 교육청들이 작년 이후 ‘교육 재난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학생 483만명에게 4742억원의 현금을 뿌린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제주교육청처럼 2~3차례나 지급한 곳도 있었다. ‘교육회복 학습 지원금’ 등의 이름이 붙었지만 따로 용처가 정해져 있지 않아 학부모에게 공돈을 뿌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와 별도로 서울교육청은 600억원을 들여 서울 시내 중학생 전원에게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를 무상 지급하기로 했다. 학생 대부분이 원격 수업에 필요한 노트북 등 디지털 기기를 갖고 있는데 새것을 일방적으로 주겠다는 것이다. 서울·경기·울산·인천·충북·대구·세종교육청 등은 올해 중·고교 신입생 전원에게 20만~30만원씩 교복비를 뿌렸다. 각 교육청마다 돈 쓸 핑계를 찾느라 난리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50년 전 제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내국세의 20.79%를 무조건 시·도 교육청에 자동 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사이 학생 수는 230만명이나 감소했는데 지방 교육청에 배정되는 교부금은 27조원 늘어 거의 두 배가 됐다. 남아도는 예산으로 각 교육청들은 직원 수를 10년 새 38%나 늘렸다. 그렇게 마구 뿌리고도 못 쓰고 남은 불용(不用) 예산이 매년 1조6000억~1조9000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소상공인 코로나 피해 보상을 위해 배정한 내년 예산과 맞먹는 액수다. 생활고를 겪는 자영업자들은 제대로 손실 보상도 받지 못하는데 지방 교육청들은 남아도는 돈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세금 낭비를 줄이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교부금 자동 배정 조항만 고치면 되는데 교육청, 전교조, 교총 등 교육이익단체들이 반발하자 정부와 정치권은 손을 놓고 있다. 무책임과 무소신, 무능의 극치다.
조선일보 사설
10월 08일 친문단체 ‘李 변호사費’ 고발…규모·출처 철저 수사해야
이재명 경기지사의 변호사 선임 비용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이번엔 규모와 출처가 담긴 녹취록도 제시됐다. 문제를 제기한 주체도 야권이 아니라 여권 단체다. 사실로 드러나면 변호사비(費) 의혹에 대한 이 지사 해명이 거짓으로 판명되는 것은 물론 뇌물 의혹으로 번질 수 있다.
친문 성향의 시민단체인 ‘깨어있는 시민연대당’은 7일 이 지사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이 지사 캠프 법률지원단 소속인 이태형 변호사가 이 지사로부터 수임료 명목으로 현금 3억 원과 3년 후 팔 수 있는 상장사 주식 20억 원 상당을 받았다. 그런데 이 지사 측은 지난 8월 “재판 전후로 명목 재산은 1억3000만 원, 주택평가액 증가를 제외한 실재산은 3억 원 줄었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변호사 비용으로 3억 원 정도 지출했다는 취지인데, 이 단체는 이 해명이 거짓말이라며 관련 녹취록도 함께 제출했다. 이 지사 측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발하며 법적 조치도 경고했지만, 사안의 성격상 유야무야 넘겨선 안 된다.
이 지사는 2018년 말부터 2020년 말까지 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와 재판을 거치면서 화우, 김앤장 등 10여 개의 로펌 변호사 30여 명을 선임했고,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검사장 출신들도 포함돼 있었다. 전직 고위 법조인의 경우 통상 착수금만 1억 원대에 달한다. 그런데 이 지사는 이 변호사 한 명에게만 23억 원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자금 출처도 문제다. 이 변호사에게 지급됐다는 주식은 한 중견기업의 전환사채로 추정되는데, 이 변호사는 해당 중견기업 계열사의 사외이사다. 이 중견기업의 다른 계열사에는 이 지사 캠프 소속 인사 여러 명이 최근까지 사외이사로 있었다. 변호사비 대납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황이다.
공직자의 변호사비 대납은 뇌물 제공이다. 삼성이 대납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미국소송비 51억6000만 원은 전액 뇌물로 인정됐다. 더구나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이 지사 무료 변론과 관련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다. 30여 명의 변호사 중 무료 변론을 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 부정청탁 금지법도 함께 적용될 수 있다. 검찰은 사안의 중요성과 대선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 지사 변호사비의 규모와 출처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0월 08일 대장동 스캔들과 法官의 윤리 위기
최대권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헌법학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측근’ 논란이 일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배임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대장동 스캔들에 전직 대법관과 전직 검찰총장 등이 법률고문, 자문, 로비, 가족 취업 등으로 관계돼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시민으로서 충격과 체제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낀다.
더 자세한 그림은 검찰 등의 수사로 밝혀지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개된 소위 검찰개혁을 계기로 검·경 수사 체제가 흐트러져 있는 데다, 야당의 특검 제의는 가동도 되지 않은 채 수사의 열기는 느낄 수 없게 돌아가는 것으로 보이기에 더욱 그렇다. 대선 후보로 가장 앞서 나가는 더불어민주당 측이 이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무죄 판결에서 퇴임 전 권순일 대법관이 결정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회자되고 있어 더더욱 그렇다.
전체주의(인민공화국)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대한민국을 이젠 선진국으로서 단연 우위에 서게 만드는 데 기여한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체제의 주춧돌은 말할 것도 없이 사법권의 독립을 장착한 법 지배의 원칙(the Rule of Law)이다. 그러므로 이 원칙을 대변하는 법원, 특히 대법원은 자유민주주의의 희랍 신전이며 (대)법관은 그 신관이요 판결은 나라의 앞길을 밝혀주는 신탁(信託; oracle)이다.(필자의 지난 6월 17일 자 문화일보 칼럼)
그래서 그 신관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고, 일정한 교육과 자격을 갖춘 법관 자격자 중에서도 특히 심사와 절차를 거쳐 그 자리에 오른다. 그 신관이 옷을 벗었다고 해서 퇴임 후 취업제한법 조항과 상관없이 사익에 봉사하는 무당이 될 수는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자유민주주 체제의 신성(hallow)하기까지 한 힘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미국 연방대법관의 종신제나 영국 귀족원 상고법원제, 독일 연방법원 판사의 우리(6년)보다 긴 임기제(헌법재판소 판사 12년)가 이해되기도 한다.
한편, 우리나라에는 고위직 전직 판·검사들을 대형 로펌에서 몸값 높은 변호사로 영입하는 경쟁이 있다. 하지만 전직 대법관을 비롯해 특히 연금이 나오는 전직 판·검사라면 더욱이, 로펌 등에 합류하든 아니든, 기업체 사내 변호사든 단독으로 뛰는 변호사든 법률가로 활동함에는 사법권 독립의 저변에 있는 오직 법의 독립에 봉사할 직업(profession)상 윤리가 엄연히 존재한다.
법 인식의 다양성을 위해 법학 교수나 외교관도 대법관으로 임명될 수 있는 일본의 경우와 달리, 법관 자격을 가진 판사·검사·변호사로만 이뤄진 법조 일원주의에 철저한 우리나라에서 오히려 역설적이게도 법 조직의 직업윤리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지금 대장동 스캔들의 시험대에 놓여 있다. 수많은 다른 공직자도 은퇴 후 연금으로 퇴직 후 아름답게 살아가는데, 대통령에 상응하는 위치의 대법관이 퇴직한 뒤 그것도 추해 보이는 정치·경제적 사익 추구에 관여한 의심을 받고 있다니 말문이 막힌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대조적으로, 인민공화국 체제에서의 법관이라면 노동당(공산당)의 영도를 받는, 신성함과 거리가 먼 당원으로서 인민공화국의 법치(the Rule by Law)에 봉사할 뿐이겠지만. 또, ‘내로남불’ 부패공화국의 법관이라면 경제논리에도 휘둘리겠지만.
문화일보
10월 08일 이재명 “배당 중단·부당이득 환수하라” 이제 와서…
“단군이래 최대 공익환수 사업” 이라더니
■ 대장동 의혹 관련 성남시에 공문
사업협약 시 청렴 이행 서약 근거
화천대유 등 자산 즉각동결 권고
김만배,녹취록서 정치자금 언급
檢, 정관계 로비자금 등 수사확대
경기도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천화동인 등 민간업체 자산을 즉각 동결 조치하고, 개발이익금 추가 배당 중단과 부당이득 환수 조처를 강구하라고 성남시에 요청한 것으로 8일 나타났다. 최근까지도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공익환수사업”이라고 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입장을 180도 선회한 것이다.
검찰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배당금이 로비 및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놓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6일 성남시·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에 ‘성남 대장동 제1공단 결합도시개발 사업 관련 권고사항’ 공문을 보내 이같이 권고했다. 경기도는 공문에서 “판교 대장지구 개발사업은 뇌물 등으로 수사가 진행 중이며 그 죄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해관계인이 뇌물을 받았다는 이유로 구속까지 된 상황이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며 민간업체 자산 동결, 추가 배당 중단 및 부당이득 환수 조처를 권고했다. 경기도는 “개발사업자의 금품·향응 제공 등이 사법기관에 의해 인정되는 경우, 이익배당 부분을 부당이득으로 환수할 수 있도록 객관성 있는 법률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준비할 것”이라고도 했다.
경기도는 이번 권고의 근거로 2015년 사업자 공모 당시 민간사업자가 제출한 ‘청렴 이행서약서’를 제시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은 대장동 개발 설계자 중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 파일 중에서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가 정 회계사, 남욱 변호사와 나눈 대화 중에서 “나는 정치자금을 대야 하니 당신들이 더 분담해야 한다”는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오는 11일 김 씨를 소환해 정 회계사와 나눈 녹취에 등장하는 전체 350억 원에 달하는 로비자금의 출처와 용도, 정치자금의 의미에 대해 캐물을 예정이다.
문화일보 김윤희·이해완 기자
10월 08일 김만배 “난 정치자금 대야한다”… 檢 ‘350억 실탄’ 정조준
▲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범사회시민단체연합 등 6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사건 진상규명조사단’ 발족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특혜·배임·로비 수사서 확대
정영학 녹취록 등장 발언 토대
유동규 700억원 약정 발언 등
특정인물 중심 돈 종착지 추적
11일 화천대유 대주주 金소환
‘문어발식 로비’ 등 규명 착수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 관계자 진술과 관련 증거 분석을 통해 천화동인 1호 등 민간 업체로 흘러간 수천억 원 배당금 일부가 정치 자금 등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녹취록에 담긴 것으로 알려진 ‘700억 원 약정설’부터 ‘실탄 350억 원(로비 자금) 발언’까지 대상자로 특정된 인물들을 중심으로 돈의 종착지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오는 11일 대장동 개발 민간 업체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 씨를 소환해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의혹과 정치자금 등 정관계 로비 의혹 전반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 속 700억 원 약정 발언의 진위를 검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기재한 뇌물 수수액 8억 원 중 5억 원을 700억 원 약정의 ‘일부’로 판단한 이유다. 검찰 안팎에선 녹취록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개발 이익의 25%(약 700억 원) 약정’을 유 전 본부장보다 더 윗선을 보고 맺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유 전 본부장이 돈의 ‘종착지’가 아닌 ‘경유지’일 거라는 의혹이다.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에는 화천대유 대주주이자 천화동인 1호 소유주로 알려진 김 씨가 “내가 실소유주가 아니란 걸 직원들이 다 안다”는 취지의 발언도 포함됐다고 한다. 화천대유가 천화동인 1호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지만 화천대유 주주 구성은 김 씨가 대주주라는 것 외에 객관적인 자료로 드러나지 않았다. 이에 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 1208억 원의 일부가 자금 세탁을 거쳐 이재명 경기지사 측에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에서 김 씨가 “정치자금은 내가 대야 한다”고 언급한 것에 주목해 자금 흐름을 쫓고 있다. 김 씨와 유 전 본부장 모두 700억 원 약정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입장이다.
녹취에 담긴 것으로 전해진 “실탄 350억 원” 발언도 개발 이익이 정치자금으로 흘러갔다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 해당 발언에는 성남시의회 의장과 의원에게 각각 30억 원, 20억 원을 전달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에 녹취에 언급된 ‘실탄’은 개발 과정에 관여하거나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정치인일 거라는 분석이다. 김 씨가 화천대유에서 빌린 473억 원의 행방도 검찰 수사로 드러나야 할 부분이다. 김 씨는 이 중 100억 원을 분양대행업체 이모 대표에게 빌려줬다. 이 대표는 전액, 토목건설업체 나모 대표에게 건넸다. 이 대표는 나 대표에게서 받은 20억 원을 갚는 목적 등으로 김 씨에게 100억 원을 빌려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법인 간 차입금 상환과 투자 등의 목적으로 ‘둔갑’, 대장동 개발 이익이 정치자금으로 흘러갔을 거라는 의혹도 일고 있다.
검찰은 김 씨를 소환해 화천대유 설립 배경과 대장동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 문어발식 로비 경위에 대한 실체 규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씨가 권순일 전 대법관과 만나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재판 거래’를 했다는 의혹에도 수사력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윤정선·김규태 기자
10.09 “단군 이래 최대 공익”이라던 李 지사의 돌변, 한마디 설명도 없어
경기도가 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화천대유 등 민간 사업자 자산을 즉시 동결하고, 개발 이익금이 추가 배당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공문을 성남시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부당 이익 환수’ 조치도 강구하라고 했다. “대장지구 개발 사업은 수사가 진행 중이며 그 죄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해관계인이 뇌물을 받았다는 이유로 구속까지 된 상황이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얼마 전까지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공익 환수”라고 자화자찬했던 치적 사업이 하루아침에 ‘부당 이익 환수’ 대상으로 바뀐 것이다. 이재명 캠프는 관련 논평을 냈지만 대장동 사업이 변질된 과정에 대해선 한 마디 설명도 없다.
2015년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진은 민간 업자의 독식을 막으려고 ‘초과 수익 환수’ 조항을 넣은 사업 초안을 마련했다. 그런데 7시간 만에 그 조항이 삭제됐다고 한다.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당시 성남시장이 이 지사였다. 성남도공 정관에는 ‘중요 재산 취득 및 처분은 시장 사전 보고’라고 돼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지사 측근이기도 하다. 최종 허가권자인 이 지사가 화천대유에 ‘돈벼락’을 안긴 이익 배분 결정을 모를 수 있나. 이 지사 스스로도 “직접 설계했다”고 했었다. 그런 사업에서 민간 업자가 8000억원대의 천문학적 특혜를 얻고 측근의 뇌물·배임 혐의까지 나왔는데도 “특혜 해소” “칭찬받을 일”이라고 우겼다. 그러더니 갑자기 ‘배당 중단’ ‘이익 환수’를 권고하고 나섰다.
경기도 권고는 실효성에도 의심이 간다. ‘추가 배당 중단’이라고 했지만 화천대유는 이미 4000억원대의 ‘배당 잔치’를 끝냈다. 경기도는 2015년 대장동 사업 공모 당시 민간 사업자들이 제출한 ‘청렴 이행 서약서’를 부당 이익 환수가 가능한 근거로 말했다. 그러나 이 서약서는 민간 업자 선정 단계에서 나온 것이다. 대장동 사업은 분양까지 끝났는데 이를 근거로 부당 이익을 환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이 지사 측이 대장동 관련 입장을 180도 바꿔 ‘부당 이익 환수’를 거론하는 건 국민의 분노를 모면하려는 제스처일 뿐 아닌가.
지금 현 정권과 가까운 참여연대와 민변까지 이 지사의 ‘대장동 자화자찬’을 비판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가 아니라 ‘최대 비리 사건’이 돼 가고 있다. 대장동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 지사 측근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 지사는 여당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이 상태에서 후보가 되면 대장동 사건은 어떻게 되나. 국민은 난감하다. 이 지사는 대장동 사태 특검을 자청해야 한다. 한두 달이면 사건 전모가 밝혀질 수 있다. 그래야만 이 지사도 떳떳해질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
10.09 김만배 “473억 중 일부, 영수증 처리 어려운 돈 갚는데 썼다”
[대장동 게이트]
정·관계 로비 의혹 자금흐름 집중수사
“20억 빌렸는데 ‘많이 벌었으니 많이 갚아라’ 해서 100억 줬다”
野 “상식밖의 돈거래 수사해야”
검찰 11일 金 소환, 용처 조사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몸통’ 중 한 명으로 지목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1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된다. 대장동 개발 시행사는 ‘성남의뜰’이지만 실제로 사업을 주도하고 배당금 등 수천억대 수익을 가져간 곳은 성남의뜰 자산관리사(AMC)인 화천대유다. 이 때문에 김씨가 만진 자금 용처를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법조 기자 출신인 김씨는 화천대유에서 장기 대여금으로 473억원을 빌렸고, 이 돈의 상당액이 정치권이나 법조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 자금으로 쓰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뉴시스
김씨는 지난달 중순 본지와 여러 차례 통화했다. 김씨는 통화에서 장기 대여금 용처에 대해 “사업 초기 운영비로 쓰기 위해 개인적으로 빌린 돈을 갚는 데 썼다”며 “정치권에 간 돈은 없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인 용처에 대해서는 “회사 운영비에 쓰려고 빌린 돈을 갚고, 컨설팅하는 사람한테 조언을 받는 데 썼다”고 했다. 하지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4월 김씨 대여금 473억원 중 83억원 정도의 용처가 불분명하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합법적인 사업 자금으로 썼는지 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화천대유는 2015년 말 제1금융권에서 대규모 사업자금 대출을 받았다. 그런데도 회사 자금으로 사업 초기 빌린 돈을 갚지 않고 자기가 회사에서 빌린 돈으로 갚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김씨는 개인적으로 빌려다 쓴 자금에 대해 “영수증 처리하기 어려운 돈들”이라고도 했다. 김씨가 “컨설팅 조언을 받는 데 돈을 썼다”고 한 것과 관련해 고문이나 자문 명목으로 정치권이나 법조계 인사들에게 돈이 흘러들어 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화천대유에는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고문으로 재직했다. 원유철 전 의원,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 등 정치권 인사도 고문으로 재직했거나 지금도 임원으로 근무 중이다. 박영수 전 특검 딸, 곽상도 의원 아들은 화천대유에서 근무했고 곽 의원 아들은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씨가 말한 ‘영수증 처리하기 어려운 돈’의 실체를 두고 정치권·법조계 로비 가능성이 거론되는 까닭이다.
▲野 “대장동 특검하라” 천막농성 - 국민의힘 김기현(가운데)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대장동 게이트 특별검사(특검)’ 추진을 위한 천막투쟁본부에서 농성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승재·김도읍·김기현·추경호·전주혜 의원. 김 원내대표는 이날 천막투쟁본부 출정식에서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며 “국민적 분노가 끓어오르는 이 사건을 철저히 진상 조사해서 여야, 권력 실세 누구 할 것 없이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단순한 명제에 왜 민주당은 거부하고 도망가느냐”고 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1일까지 의원들이 순번을 정해 천막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씨는 “누구한테는 20억원을 빌렸는데, 그 사람이 ‘돈을 많이 벌었으니 많이 달라’고 해서 100억원을 줬다”고도 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합법적인 돈거래라면 김씨 말처럼 상식을 뛰어넘는 금액을 상환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탈법적인 돈거래가 아닌지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씨는 정치권 로비설은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친한 고교 선배가 수사받고 재판받을 때 변호사비를 빌려준 것이 있다”고 했다. 김씨가 언급한 고교 선배는 화천대유 고문으로 일한 원유철 전 의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실형이 확정돼 수감 중인 원 전 의원은 2018년 국회의원 재산 공개에서 ‘사인 간 채무’를 2억7000만원으로 신고하며 ‘소송 비용 및 생활비 지출 등’으로 기재했다.
김씨는 본지에 “지분 50%+1주를 가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인허가를 하는데 정치권에 뇌물이 왜 필요하냐”고도 했다. 정치권 로비 의혹을 부인하면서 한 말이지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뇌물 수수와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되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인사 등에 대한 로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연관성에 대해서는 “이 지사와 실제로 만나본 것은 인터뷰(2014년 7월 머니투데이 인터뷰) 때 정도”라며 “개인적으로 식사하는 정도의 관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화천대유의 자회사인 천화동인 1호 이한성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대표는 경찰에 출석하면서 대장동 개발 사업으로 받은 배당금이 정치권 로비 자금으로 쓰였다는 의혹에 대해 “그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누구냐는 물음에는 “경찰에 들어가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지난 1일 “천화동인 1호 투자 수익은 유동규씨 몫이라는 제보가 있다”고 했었다.
조선일보 김승재 기자
10.09 정민용 “성남에 1800억 벌어주고 이재명 무죄 공헌”
[대장동 게이트]
성남개발公서 업무태만 해임된후 부당해고 구제신청서에서 언급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으로 재직하며 대장동 개발 사업 추진 당시 핵심 실무를 담당했던 정민용 변호사가 작년 5월 업무태만으로 해임된 뒤 복직하는 과정에서 ‘대장동 사업 기여’를 복직 이유로 든 것으로 8일 전해졌다.
국민의힘 박대수 의원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정 변호사의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서’에 따르면, 정 변호사는 “입사 직후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을 맡아 공사의 이익으로 약 1800억원을 벌어들이는 기획을 했다”며 해임 취소를 요청했다. 그는 구제 신청서에 “이재명 지사 선거법 위반 사건의 참고인으로 6개월간 조사를 받고 법정 증인으로 나가 무죄를 받게 해 회사(성남도시개발공사)가 입을 손해 등을 미연에 방지하는 등 공헌했다”는 내용도 적었다.
정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일할 당시인 작년 5월 근무시간 중 수영과 필라테스 강습을 신청하거나 총 427회에 걸쳐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드러나 해임당했다. 이후 작년 8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정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그를 복직시키고 해임 기간에 지급되지 않은 임금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정 변호사의 주장대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에 지분 ‘50%+1주’의 1순위 우선주를 갖고 참여해 1822억원의 이익 배당금을 받았다. 정 변호사는 또 2019년 1월 이재명 지사 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성남시가 큰 틀에서 대장동 사업 개발 이익을 환수한 것이 맞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하지만 정 변호사가 경기지방노동위를 상대로 했던 ‘1800억원 기여’ 주장에 대해 검찰은 ‘성남도시개발공사에게 돌아가야 할 수천억원을 화천대유 등에 몰아 줬다’는 이유로 배임 혐의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지사 선거법사건 역시 ‘무죄 취지 파기 환송’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권순일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에서 매월 고문료 1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판 거래 의혹’에 휩싸여 있다.
정 변호사는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로 미국 도피 중인 남욱 변호사의 대학 후배다. 지난 2014년 10월 남 변호사 소개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으로 입사한 뒤 전략사업실장으로 승진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2015년 대장동 사업의 민간사업자를 선정할 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사업 진행 과정을 유동규 당시 기획본부장에게 직보했다고 한다.
그는 성남도시개발공사 퇴직을 앞둔 작년 11월 부동산업체 ‘유원홀딩스’를 설립했는데 이 회사는 유동규씨가 실소유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정 변호사는 유동규씨와 화천대유 실소유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에 이어 이번 사건의 내막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이라는 말이 나온다. 검찰은 지난 3일 정 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바 있다.
조선일보 이세영 기자
10.09 尹 측 “文, 대장동 의혹 엄중하게 바라만 봐…아직은 대통령 아닌가?”
김영환 윤석열 캠프 인재영입위원장은 청와대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낸 것과 관련 “장자연‧김학의 때는 직접 나서 수사 촉구하더니 이제는 바라만 보고 있느냐”라고 했다.
김영환 위원장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늑장경찰, 미온검찰, 엄중청와대, 침묵대통령, 방탄국회, 어용언론이 판치는 대장공화국의 민낯”이라며 “FIU(금융정보분석원) 수사의뢰를 깔아뭉개고 눈치 경찰의 진면목을 보여준 이 충견들에게 수사권독립이라니. 마지못해 조사하는 척 의욕도 열의도 없는 검찰이 성남시청도 압수수색 않고 증거인멸 시간벌기?”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엄중하게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라며 “버닝썬 때는, 장자연 때는, 김학의 때는 직접 나서 수사 촉구하더니 이제는 바라만 보고 있다? 침묵이 주특기인 것 알겠는데 아직은 대통령인 것도 사실이다. 엄정수사 한 말씀도 못 하시나?”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권순일 (전) 대법관 집무실이 브로커의 이발관이 되고 이재명 무죄의 변호사대책본부가 되어 재판거래가 이뤄져도 방임하는 사법부는 다 어디계시나?”라며 “특검거부 덮어씌우기로 날이 새고 해가 지는 민주당이여 이게 야당게이트라고? 아예 박근혜 게이트라고 하시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지사가 부당이익 환수에 나선다는데 그럼 자랑스런 대장동이익 환수 업적 다 어디로 갔지?”라며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가 천화동인1호는 그분 것이라니 그분이 누구일까?”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명일 기자
10.11 경찰이 당일로 찾은 휴대전화, 검찰 정말 못 찾았던 건가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전화를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아니라 경찰이 찾아냈다. 지난달 29일 검찰의 유씨 오피스텔 압수수색 때 유씨가 ‘창밖으로 던졌다’고 했던 휴대전화다. 검찰은 오피스텔 인근을 수색했지만 못 찾았다고 했다. 그런데 경찰이 7일 시민단체로부터 ‘유씨 휴대전화 증거인멸 의혹’ 관련 고발을 접수하고 나서 당일 현장 CCTV를 분석해봤더니 오피스텔 화단으로 휴대전화가 떨어지는 장면이 있었고 휴대전화 습득자를 알아내 그날로 확보했다고 한다.
문제의 휴대전화는 유씨가 최근 교체한 것이라고 한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후 그가 접촉했던 사람들이나 주고받았던 메시지 등을 파악해 공모 관계를 추정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런 증거물을 유씨가 창밖으로 던졌다면 어디로 떨어졌고 누가 주워가진 않았는지 탐문하고 CCTV 분석을 했어야 할 일이다. 검찰은 그러지도 않았고 나중 “주거지 내·외부 CCTV를 확인했으나 압수수색 전후로 창문이 열린 사실이 없다”고 거짓 해명까지 했다. 휴대전화에서 감당 못 할 증거들이 쏟아져 나올 것을 걱정해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검찰은 유씨의 옛 휴대전화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도 일부러 찾지 않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작년 7월 채널A 사건 수사 때 한동훈 검사장에게 몸을 날려 덮친 것도 휴대전화 증거를 확보하려 했던 행동이었다. 수사에서 휴대전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대장동 의혹 보도가 시작된 것이 9월 13일이었다. 검찰에 전담수사팀이 꾸려진 것은 9월 28일이다. 그 사이 관련 인물들이 말을 맞추고 증거인멸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꾸물대는 동안 주요 인물이 출국해버렸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도 일제히 휴대전화를 바꿔버렸다고 한다. 대장동 의혹 수사의 책임자인 서울중앙지검장은 박범계 법무장관의 고교 후배이고, 전담수사팀장은 윤석열 전 총장 징계 실무를 맡았던 사람이다. 그러지 않아도 정권 편 검사들이 여당 대선 후보 관련 수사를 제대로 해내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유동규씨 등 몇 사람을 구속하거나 기소하는 걸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의 엉터리 압수수색을 보니 그런 걱정이 괜한 걱정이 아니다. 만일 꼬리 자르기 수사가 된다면 나중 언젠가 관련 검사들이 심판대에 서는 날이 올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11 이번엔 “배당금 절반 그분 것”, ‘대장동 녹취록’ 전모 밝혀야
대장동 의혹의 핵심은 ‘공공의 탈을 쓴 투기 세력의 천문학적 이익 독점이 누구의 비호 아래 이뤄졌는가’이다.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은 이 의혹을 풀어줄 수 있는 유력한 증거로 꼽히고 있다. 녹취록을 만든 회계사 정영학씨는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 중 한 명이자 개발 이익 644억원을 배분받은 천화동인 5호의 실소유주로 사건의 실체를 잘 아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에 제출된 녹취록은 언론 보도를 통해 내용 일부만 전해지고 있다. 그럴수록 의혹과 혼란이 커지고 있다.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씨가 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1208억원)에 대해 “절반은 ‘그분’ 것이다. 너희도 알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했다는 보도가 9일 나왔다. 녹취록 내용을 전한 것이다. 그동안 녹취록 보도는 성남시 측에서 대장동 사업을 총괄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관련된 내용이 중심이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 전 본부장이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이고 배당금 중 700억원을 받기로 김만배씨와 합의했다는 것이다. 민간업자에게 떼돈이 몰리도록 개발 사업을 설계해준 대가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유씨는 김씨보다 네 살 아래이기 때문에 김씨가 언급한 ‘그분’은 유 전 본부장의 윗선일 가능성이 있다.
녹취록 내용은 대장동 의혹의 실체를 드러낼 유력한 단서가 될 수 있지만, 당사자들은 내용을 부정하고 있다. 김만배씨는 입장문에서 “녹취록에 근거한 각종 의혹은 대부분 허위”라며 “정 회계사가 녹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허위 사실을 말했다”고 했다. 누군가 대화를 녹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녹음을 막거나 불리한 말을 안 하는 것이 상식이다. 일부러 자신에게 불리한 말을, 그것도 거짓으로 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검찰의 늑장 부실 수사 속에서 녹취록 내용이 단편적으로 흘러 나오면서 국민은 점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11일 김만배씨 소환 조사 후 검찰은 이런 혼선을 정리해 줘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0.11‘대장동 부패 공동체’ 국정 농단
‘대장동’은 개별 부패 아니라 투기꾼·지방기관·법조 끗발들이
얽히고설켜 벌인 조직 범죄, 집권 측은 특검·국정조사 막아
한국판 ‘떼도둑 정치’ 끝내는 유일한 길은 정권 교체
2006년 11월 1일, 영국 주재 러시아 망명객 알렉산더 리트비넨코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사인은 급성 방사선 증후군.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이던 그는 푸틴 정권의 부패를 폭로하다 영국으로 도피했다. 거기서 그는 ‘마피아 국가’라는 용어를 만들어 푸틴 정권을 비판했다. 결과는 FSB에 의한 암살이었다.
그가 말한 마피아 국가란, 도둑 떼가 공권력을 압도한 나라(A), 권력 스스로 도둑 떼가 돼버린 나라(B), 그리고 권력과 도둑 떼가 서로 ‘누이 좋고 매부 좋게’ 결탁한 나라(C)를 말한다. 도둑의, 도둑에 의한, 도둑을 위한 체제(thievocracy)’인 셈이다.
A의 대표적 사례는 엘살바도르다. 엘살바도르는 MS-13과 바리오 18이란 두 갱단이 사실상 통치하는 나라다. B의 사례는 푸틴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좌익 정권이다. 마두로 대통령 아내 실리아 플로레스 일족, 엘-아이사미 전 부통령, 디오스다도 카베요 전 제헌의회(어용 국회) 의장이 모두 마약 갱단 ‘태양의 카르텔’과 한통속이다. C의 사례는 시칠리아 마피아와 안드레오티 총리 관계였다. 마피아가 그의 정적을 암살해주었고 그는 마피아를 보호해주었다. 긴 재판 끝에 안드레오티는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실체적 진실은 안갯속에 묻혔다.
입만 열면 ‘진보적’임을 자처하는 오늘의 한국 대선 정국에선 ‘대장동 특혜 분양 의혹 사건’이란 대단히 ‘퇴보적’인 적폐가 천지를 농락하고 있다. 수사가 초입에 있어 사건 진상을 섣불리 예단할 순 없다. 다만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이 이 사건을 정치·법조·지방기관의 약탈적 부패 카르텔이라고 규정한 점이 눈에 띈다. ‘대장동 게이트’는 개별 부패 사건이 아니라, 일종의 조직 범죄 양상이란 뜻이다. 부동산 봉이 김선달, 법조 끗발들, 지방 기관이 서로 ‘누이 좋고 매부 좋게’ 엮어낸 대도(大盜) 연합 함대란 뜻이다.
▲지난 2019년 3월 6일 당시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경기도청 구관 2층 브리핑룸에서 '임진각~판문점 간 평화 모노레일 설치 추진 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최근 구속된 유동규는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에서 일약 성남시 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란 지위에 올랐다. 이재명 없이 이게 가능했을까? 그런 그들이 지금은 서로 측근이 아니라고 잡아뗀다. 꼬리 자르기인가? 그들의 유착 궤적을 추적하는 건 그러나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유동규 맞은편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란 캐릭터가 앉아 있다. 그의 등 뒤엔 권순일·박영수 등 법조 ‘형님’들이 에워싸고 있다. ‘대장동 게이트’는 이 여러 패밀리가 한데 얽히고설켜서 연출한 한국판 ‘떼도둑 정치’란 가설이 당연히 떠올랐다. 이 가설이 사실로 입증될지는 수사를 더 지켜봐야 알 일이다.
‘대장동 가설’이 갖는 의미는 심각하다. 확인될 경우 그것은 한국의 정치 권력, 사회 권력, 문화 권력, 그리고 입법·사법·행정 전체를 한 손에 거머쥔 NL(민족 해방) 인민민주주의 패거리 한 갈래가 이젠 엽기적인 ‘부패 공동체’로까지 나간 실례가 되기 때문이다.
마약을 밀매하고 달러를 위조하는 북한과 베네수엘라가 혁명을 내세운 마피아 국가라면, 대장동 부동산 투기꾼들과 현지 좌파 권력의 야합 또한 대한민국이 자칫 도달할지 모를 종착지가 과연 어떤 아수라장일지를 실감케 하는 전율할 전조(前兆)일 수 있다. 무섭고 끔찍하다. 살 떨리고 진저리 난다.
이 떼도둑 정치가 말아먹을 세상은 그렇다면 어떻게 막아야 할 것인가? 인도네시아의 파트리알리스 아크바르 헌법재판관이 간 길과, 이탈리아의 파올로 보르셀리노 치안판사, 조반니 팔코네 검사가 간 길의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전자는 마피아에게 매수당해 그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해준 추악한 길, 후자는 마피아와 타협 없이 싸우다 폭탄 테러로 숨진 고매한 길이다. 한국의 김명수 대법원과 박범계·김오수 검찰은 지금 어느 길로 가고 있는가? 정권에 곤란한 수사와 재판을 뭉개고 끈 적은 없는가?
파렴치한 것은 ‘대장동 게이트’를 대하는 집권 측 자세다. 그들은 이 사태를 ‘국힘당 게이트’라 우긴다. 특검과 국정조사를 막아선다. 의혹 당사자들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하기조차 거부한다. 저들의 이 뻔뻔스러움은, 그것을 교정할 유일한 길은 오직 정권 교체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그렇다. 닥치고 정권 교체다. 미친 듯이 질주하는 한국판 차베스·마두로 현상부터 일단 끝내고 볼 일이다.
조선일보 류근일 언론인
10.11 이재명, 경선 불복까지 낳은 대장동 표심 새겨야
누적 50.29%, 3차 국민선거인단 28% 그쳐
대장동 여파 … 규명에 진솔하게 응할 의무
편가르기보다 국민통합하는 대선후보 되길
더불어민주당의 20대 대통령 후보로 이재명 경기지사가 선출됐다. 누적 득표율 50.29%로 결선투표 없이 본선에 직행하게 됐다. 하지만 4년 전 문재인 당시 후보(57%)에 육박할 것이란 예상은 투표함이 열리면서 깨졌다. 1차(53.57%)·2차(58.17%) 국민선거인단에서 압승했던 것과 달리 3차에선 28.30%로 이낙연 후보(62.37%)에게 크게 밀린 때문이다. 사실상 ‘턱걸이 본선행’이었다. 정세균·김두관 후보의 득표가 무효처리되지 않았다면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50%를 밑돌아 결선투표가 실시됐을 것이다.
그간 이낙연 후보 측에선 “중도사퇴 시 무효표 처리가 결선투표 도입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강하게 반발해 왔다. 실제 무효표 처리 때문에 결선투표행이 좌절된 이낙연 후보는 당 선관위에 공식 이의제기를 하기로 했다. 사실상 경선 불복인 셈이다. 이로써 상당 기간 170여 석 거대 집권당의 정치적 혼돈은 불가피해졌다.
그 계기가 된 건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로, 최근에 이뤄졌다. 여권 안팎에선 대장동 사건의 여파로 이재명 후보에 대한 회의가 확산된 게 아니냐고 본다. 타당한 해석이다. 사실 대장동 사건의 본질은 “국민을 상대로 장사하고 민간업자에게 과도한 부당이득을 안겨준 공공과 토건사업자의 짬짬이 토건부패 사업”(경실련)이다. 이 후보가 인허가권자였고, 측근들도 검은돈 잔치를 벌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단군 이래 최대 치적” “사과할 일이 아니라 칭찬받을 일”이라더니 이제 와선 ‘국민의힘’ ‘토건세력’만 비난하는데 솔직하지 않은 접근법이었다. 3차 국민선거인단에서 이 후보의 득표율이 이례적으로 낮은 건 일부라곤 하나 민주당 지지자들도 이 후보의 주장에 썩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중도층의 불신은 더 크다.
이 후보가 수락 연설에서 “당선 즉시 강력한 부동산 대개혁으로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란 오명을 없애겠다”며 “개발이익 완전 국민환원제는 물론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시행한 건설원가·분양원가 공개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한 건 이런 민심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전에 후보 본인의 진솔한 설명과 해명이 있어야 했다. 유권자들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고, 이 후보는 이에 따를 의무가 있다. 그것이 경선 후유증을 줄이고 이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높이는 정도다. 요행은 없다.
이 후보는 스스로 말했듯 “국회의원 경력 한 번 없는 변방의 아웃사이더”다. 소년공·검정고시 출신의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으며, 1987년 민주화 이후 유력 정당의 대선 후보 가운데 국회의원을 거치지 않은 첫 인물이다. 지방행정가로 ▶신천지 시설 폐쇄 ▶재난 기본소득 지급 등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한다면 한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그런 이 후보가 “유용하고 효율적이면 진보·보수, 좌파·우파, 박정희·김대중 정책이 무슨 차이가 있냐”거나 “대통령이 될 때까지는 일부를 대표하지만 대통령이 되면 모두를 대표한다”는 말도 했다. 이념형 편가르기 정치에 국민적 피로감이 높은 상황에서 적절한 발언이었다. 국민통합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절박한 과제다. 진정한 실천을 위한 고민이 곁들어지길 고대해 본다.
중앙일보 사설
10.12 문대통령 “대장동 사건, 검경 철저 수사로 진실 규명”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하여,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이 전했다. 이 사건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뽑힌 이재명 경기지사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이라 미묘한 파장이 예상된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12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대장동 사건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브리핑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하여,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그동안 청와대는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과 관련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고 하다가, 지난 5일 처음으로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했던 문 대통령 의중이 담긴 언급이라서 일각에서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말도 나왔었다. 그러다가 민주당이 최근 이재명 지사로 대선후보를 최종 확정한 뒤 대통령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면서 정리가 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날 문 대통령이 검경 철저 수사를 지시하면서 국면이 바뀐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 “정치적 의미를 더한 해석은 말아달라”며 “순리대로 수사를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김아진 기자
10월 12일 검찰의 대장동 수사 의지도 능력도 더 의심받고 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의 부실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수사 능력도 의지도 없음을 보여주면서 피의자들도 궤변에 가까운 부인이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는 지난 11일 검찰에 출석했지만 주요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고 한다. ‘천하동인 1호의 절반은 그분의 것’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30억 원…실탄은 350억 원’ 등의 발언이 녹취 파일에 남아 있지만 ‘허위이거나 짜깁기’라고 둘러댔다. 해당 파일은 핵심 3인방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것이다.
권력형 비리 사건에서 검찰이 이처럼 유리한 상황에 있던 전례는 거의 없다. 피의자들 육성이 녹음된 파일을 확보했고 당사자들끼리 갈등을 빚고 있다. 진술 간의 모순이나 심리상태를 이용해 어렵지 않게 자백을 받아낼 수 있다. 그러나 12일 새벽 귀가한 김 씨는 당당하게 혐의를 부인했다. 14시간 동안 어떤 조사가 이뤄졌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유 전 본부장은 한술 더 뜬다. 회계자료까지 나왔지만 3차례 조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런 상황은 검찰이 자초했다. 우선, 늑장 수사로 핵심 피의자들이 기존 휴대폰을 교체할 기회를 줬다. 유 전 본부장은 기존 휴대폰을 지인에게 맡겼다 했는데 12일이 지나도 확보하지 못했다. 유 전 본부장이 새 휴대폰을 창밖으로 던졌다고 밝혔는데 ‘창문이 열린 적이 없다’는 거짓말을 했다가 경찰이 하루 만에 찾아내자 사과까지 했다. 대장동 개발 핵심 사안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승인·결재를 받아야 했는데도 성남시에 대한 압수수색도 하지 않았다. 수사 지휘 라인이 친여 성향 검사 일색으로 짜일 때 예상됐지만 해도 너무하다는 지적이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의혹도 결국 10년 만에 진실이 밝혀졌다. 대장동 수사가 꼬리 자르기와 해명 기회 제공에 그치면 수사팀도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10월 12일 ‘與 후보’ 이재명, 28 대 62 民心 직시하고 특검 요청하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됐지만, 심각한 불확실성 속에서 행보를 시작하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선, 2위로 낙선한 이낙연 예비후보 측이 결선투표를 요구하며 승복 선언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송영길 대표가 분명하게 입장을 밝힌 상태여서 일시적 불만 표시에 그칠 가능성이 크지만, 무효표 처리 방식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전문가들 지적이 상당한 만큼 소송 등 내분 장기화 여지가 없지는 않다.
당내 분란보다 더 근원적 문제는, 이 후보가 대장동 사건에 책임이 있다는 압도적 다수 국민의 생각이다. 이 후보는 지난 6∼9일 실시된 3차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28.30%를 얻어 62.37%를 차지한 이낙연 후보에게 크게 뒤졌다. 이 후보가 1·2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각각 51.09%·58.17%를 얻은 것과 비교하면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수락 연설과 기자회견에서 대장동 사건에 대해 “내 잘못이 아닌, 도둑질 길을 터주고 장물을 나눠 가진 국민의힘-화천대유 게이트”라고 거듭 주장했다. 선거인단 투표에 대해서는 “국민의 회초리”라면서도 “야당 선동이나 일부 가짜뉴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실과 괴리가 크고, 여론과도 거리가 먼 이런 주장을 계속하는 것은 지지층 결집을 노린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장동 설계자였다는 자신의 주장과 수사 상황 등을 종합하면 앞뒤가 맞지 않고, 혹세무민으로 비칠 정도다.
20만 명 이상의 국민과 여당 당원이 참가한 ‘28 대 62’는 이 순간 가장 정확한 민심의 잣대로 봐야 한다. 이를 가짜뉴스 탓이라며 뭉개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도 된다. 최근 여론조사는 여론조작이라고 할 정도로 신뢰를 잃었다.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이미 공정성·중립성 의심도 받는다. 이 후보가 민심을 직시한다면 특검 수사를 요청하는 게 도리다. 야당 게이트라고 본다면 더욱 그렇다.
문화일보 사설
10.12 낙하산 이사장의 말 바꾸기
한국장학재단은 국가장학금 지원과 학자금 대출 등을 위해 설립된 법정 공공 기관이다. 한 해 수입과 지출이 8조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4조5000억원을 정부가 지원한다. 임기 3년의 재단 이사장은 평균 2억5000만원 연봉을 받는다.
최근 대통령이 임명하는 이사장에 정대화 전 상지대 총장이 취임했다. 정 이사장은 18·19대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친문 인사다. 총장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는데 교육부 유관 공공 기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대화 전 상지대 총장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지난 1일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2019년 당시 정대화 상지대 총장이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가 지난 7월까지 총장으로 재직한 상지대는 올해 입학 정원의 30%가 미달해 학교 재정이 큰 타격을 받았다. 교육부의 대학 기본 역량 진단에서도 탈락해 부실 대학으로 몰릴 위기에 놓인 상태다. 올해 개강 전후에 신입생 대규모 미달로 총장 책임론이 일자 정 이사장은 자기 페이스북에 “대학의 모든 문제는 교육부 때문”이라며 교육부를 비판하는 글을 잇따라 올려 책임의 화살을 돌리려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자기가 경영한 대학을 침몰 위기에 몰아넣은 분이 전국 대학생의 국가 장학금을 담당하는 준정부 기관의 이사장이 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정 이사장은 ‘조국 수호’에 앞장선 공헌으로 이사장에 낙점됐다는 의혹도 받는다. 재작년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부정 입학 관련 압수수색을 하자 그는 “조국 딸에게 어떤 문제가 있고 조국 아내에게 어떤 문제가 있으면 법무장관 못 한다는 것인가”라며 “뭐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우고도 모자라 미사일까지 쏘는 격”이라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서울대가 조국 교수에 대해 직위 해제를 검토한다고 하자 “어처구니가 없다”며 “교육보다는 연구에 더 집중하는 교수, 학교보다는 바깥에서 더 바쁜 교수들 모두 직위 해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 아내 김건희씨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김건희 논문 재검증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국민대가 시궁창에 빠지게 생겼다”며 문제 삼고 있다.
지난 5일 장학재단 국정감사에서는 정 이사장이 작년 정경심 교수 1심 유죄 판결에 대해 “판사 한 명 또는 세 명이 내리는 결정이 진실이라고 믿고 반드시 따라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사실이 도마에 올랐다. 조국 수호 대가로 이사장 자리를 받은 것이냐는 질의에는 “판결이 나기 전 정치학자의 관점에서 배심제와 참심제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쓴 글”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해당 글을 올린 시점은 1심 판결 후 6일이 지난 때였고, 그가 쓴 글도 “정경심 교수 사건을 다룬 재판부를 탄핵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에 4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로 시작한다. 사실과 다른 해명을 한 것이다. 그는 국감에서 “지금은 (정경심 판결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지만 이를 믿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조선일보 곽수근 기자
10월 12일 ‘대장동 1타 강사’로 뜬 원희룡… 尹 “능력 부럽다” 극찬
유튜브 특강 조회수 수백만회
尹 “元, 비리의혹 받은적 없어”
국민의힘 4강 후보인 원희룡(사진) 전 제주지사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1타 강사’로 떠올랐다. 원 전 지사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행한 ‘화천대유 특강’은 총 조회수가 수백만 회를 넘겼고, 당내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본질을 꿰뚫었다” “그런 능력이 부럽다”고 칭찬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할 정도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원 전 지사의 대장동 의혹 강의 영상을 올리며 “누구든 보면 대장동 게이트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 후보는 국회의원 세 번, 제주지사 두 번을 경험하며 비리 의혹을 받은 적이 없다”며 “공직자로서의 청렴한 자세가 대장동 게이트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보게 한 근원인 것 같다”고 원 전 지사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유튜브에서 원 전 지사의 ‘대장동 강의’로 검색했을 때, 관련한 4개 동영상의 조회 수는 최소 32만∼87만 회다. 그 외 원 전 지사와 이재명(경기지사)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짧은 토론 영상 등의 조회 수는 178만 회에 달한다.
원 전 지사의 이 후보를 향한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그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옥살이하며 대선을 치를 셈이냐”며 “성남부터 경기도까지 부동산 도적 소굴로 만들고 무슨 면목으로 대선에 출마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캠프 내 ‘화천대유 의혹규명 태스크포스(TF)’도 성남시의회 의원들과 지속해서 연락하는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10월 12일 검찰, 화천대유 김만배 구속영장…뇌물공여 등 혐의
검찰이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해 12일 전격적으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를 피의자로 조사한 지 하루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이날 오후 김씨에게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사업 과정에서 특혜를 받는 대가로 거액을 주기로 약속하고 올 초 5억원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전날 김씨를 불러 제기된 여러 의혹을 조사했지만 김씨는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10.13 文 “대장동 철저 수사” 지시, 정말 의혹 규명 원한다면 특검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 벌어진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낸 것은 처음이다.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기자들 질문에 “청와대는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한 것이 그간 보인 반응의 전부였다.
문 대통령은 이 지사 후보 선출 당시 “민주당 당원으로 이 지사의 후보 지명을 축하하며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는데 불과 이틀 만에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당 대선 경선의 최종 관문이었던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62.3% 득표율로 이 지사(28.3%)를 2배 이상 앞서는 결과가 나온 것에 놀란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장동 비리에 이 지사 책임이 크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 경우가 많다. ‘대선에 지면 죽는다’는 생각을 가진 정권이다. 문 대통령이 이 지사의 대선 경쟁력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게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간 늑장과 부실로 점철된 검경 수사 과정을 보면 이런 지시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의 첫 압수수색은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지 16일 만에 이뤄졌다. 핵심 증거인 휴대폰은 압수수색 대상자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창밖으로 내던지는 바람에 못 찾았다고 했는데 경찰은 하루 만에 찾아냈다. 특혜 비리 구조의 설계자 중 한 사람인 남욱 변호사는 의혹이 불거지자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했다. 검찰이 출국 금지를 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지난 4월 대장동 개발 시행사 화천대유 법인 계좌에서 현금 수십억 원이 인출되는 등 수상한 자금 흐름이 담긴 자료를 금융정보분석원으로부터 넘겨받았지만 5개월째 수사를 뭉갰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 지시를 계기로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검경이 한곳에 모인다 해도 여당 대선 후보 관련 수사를 눈치 보지 않고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 거라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수사 결과가 나온다 해도 국민이 믿지도 않을 것이다.
대선 전 가장 신속하게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방법은 특검뿐이다. 여당은 대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와 시간이 촉박하다고 하지만 상설특검법을 활용하면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 피의자들 육성이 담긴 녹취 파일이 있고 의혹 당사자들 간 갈등이 심각해 수사기관 의지만 있다면 사건의 실체를 풀어내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이 지사는 대장동 사건에 대해 ‘국민의힘 화천대유 게이트’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지사가 특검을 자청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애초에 이 지사가 특검을 수용하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여당 선거인단 투표에서 참패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진실 규명을 원한다면 특검 도입뿐이다.
조선일보 사설
10.13 김만배 ‘그분’ 계속 거짓말, 1200억 천화동인 1호 ‘진짜 주인’ 따로 있나
검찰이 12일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핵심인 김만배씨에 대해 뇌물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의 동업자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김씨가 자신이 대주주인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 1208억원에 대해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김씨는 검찰 조사 전후로 수차례 말을 바꿨다. 김씨는 검찰 출석을 앞두고 “(’그분 것’이라는) 말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며 배당금을 누구와 나눌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런 김씨가 검찰 조사를 받고 나서는 다른 말을 했다. ‘그분’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김씨는 “사업자 간의 갈등이 번지지 못하게 하려는 차원에서 말했다”고 했다. 김씨의 말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번에는 그의 변호인이 나서 김씨가 ‘그분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김씨가 장시간 조사를 받아 피곤한 상태에서 잘못 말했거나 질문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답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랬다 저랬다 끝이 없다.
말을 바꾸는 건 잘못을 숨기려 할 때 흔히 하는 행동이다. 김씨는 대법원 출입 기록에 ‘권순일 대법관 방문’이라고 써놓고 “대법원 구내 이발소에 갔다”는 터무니없는 말도 했다. 그의 말은 이미 조금의 신뢰도 얻기 힘들다.
대장동 의혹의 진실은 수사로 밝히는 수밖에 없다. 대장동 개발에 1억466만원을 출자해 1208억원을 배당받은 천화동인 1호의 지분 절반이 ‘그분 것’이라는 녹취록은 의혹의 몸통을 밝힐 수 있는 단서다. 이미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은 김씨보다 네 살 아래이기 때문에 녹취록에 나오는 ‘그분’은 유씨보다 윗선일 가능성이 크다. 대장동 개발은 성남시가 추진한 것인데 산하기관 본부장인 유씨가 수백억원을 혼자 챙겨갈 수 있다고 믿을 사람도 없을 것이다. 천화동인 1호의 진짜 주인이 따로 있는지, 있다면 누군지가 이 사건의 의혹을 풀 열쇠다.
조선일보 사설
10월 13일 허겁지겁 김만배 영장 檢, ‘그분’ 밝히는 게 수사 핵심
늑장·부실 수사 지적을 받아온 검찰이 12일 대장동 사건의 핵심 피의자 김만배 씨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과 관련, 기대보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 지시 3시간 만에 허겁지겁 영장을 청구한 것이나, 적용된 혐의를 보면 ‘몸통’ 차단용 포석이라는 의구심을 낳기 때문이다.
검찰은 핵심 인물인 김 씨를 한 차례 조사한 뒤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의혹 제기 한 달 만에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증거인멸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장 내용도 허술하다. 배임액 1100억 원은 김 씨가 대주주인 천화동인 1호 배당이익 1208억 원 중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몫 700억 원을 뺀 508억 원에 화천대유 배당금 577억 원을 합친 것으로 추정된다. 뇌물공여 750억 원은 유 전 본부장 몫 700억 원과 곽상도 의원 아들 퇴직금 50억 원이다. 김 씨가 혐의 사실을 부인했으니 언론 보도 내용을 취합한 수준으로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영장 청구는 김 씨 입막음용일 수 있다. 실제로 검찰 소환을 계기로 ‘천화동인 1호의 절반은 그분 소유’라는 김 씨 발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검찰 조사 전엔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했다가 귀가하면서 ‘구 사업자가 갈등 방지 차원서 그렇게 말했다’고 바꿨다. 남욱 변호사에 따르면, 김 씨는 유 전 본부장을 그분이 아니라 동생으로 불렀다. 결국 천화동인 1호 배당금 1208억 원 중 유 전 본부장 몫을 제외한 나머지 508억 원은 ‘그분’ 소유가 되는 셈이다. 김 씨가 사적인 자리에서조차 실명을 언급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윗선이자 대장동 개발의 최종 승인권자일 가능성이 있다. 수사의 최종 목표는 당연히 ‘그분’의 실체와 역할을 밝히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여전히 성남시 압수수색도, 이재명 지사 입건도 하지 않았다.
문화일보 사설
10월 13일 文 “철저 수사” 지시하며 李 회동…꼬리 자르기 지침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대장동 사건에 대한 신속·철저 수사와 문-이재명 회동 메시지를 동시에 낸 것은 여러 모로 부적절하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 비리로까지 불리는 사건에 대한 검·경(檢警) 수사가 지지부진한 데 대한 반성과 질책이 앞섰어야 했다. 또, 대장동 책임의 정점에 있는 인사를 ‘여당 대선 후보’ 자격으로 만나겠다는 것은, 후보에 대해선 면죄부를 주라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검찰 ‘코드 지휘부’가 유동규·김만배 등의 범죄로 한정하거나 윗선 규명에는 소극적인 정황이 뚜렷해 ‘꼬리 자르기’식 수사 의혹이 커진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출된 지 이틀 만에 문 대통령은 두 가지 민감한 내용을 동시에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했다고 청와대가 발표했다. 이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면담 요청이 있었고 협의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양자 회동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신속’‘조속’이라는 비슷한 말을 반복한 반면, ‘철저’는 한 번만 썼다. 수사 속도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비친다. 검찰과 경찰 움직임도 이에 부합한다.
사실, 대장동 사건 정도면 대통령이 주문할 필요도 없이 이미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 있어야 정상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경찰에 관련 정보를 이첩한 게 지난 5월, 성남시청에 구체적 민원이 접수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수사 능력도 의지도 한심할 지경이었다.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해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과 경찰이 ‘하명 수사’ 결과를 내놔도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게다가 여당 국회의원이자 친문 핵심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검찰과 경찰을 지휘한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이 후보 혐의 여부가 확정될 때까지 이 후보를 만나선 안 된다. 만약 만난다면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비치고, 심지어 범죄 은폐 공모 오해도 자초할 수 있다. 그리고 신속히 특검 출범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대선 중립은 물론 여당 경선 중립 의지도 인정받을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10월 14일 대장동 국감 자료 제출 거부, 도지사職(직)이 방탄用인가
대장동 개발 의혹은, 국정감사나 국정조사가 필요한 전형적인 사건이다. 원주민과 입주자들 부담을 키우면서 특정 업체와 개인에게 천문학적 특혜를 주게 된 경위, 민·관 프로젝트의 실상과 허점, 최대 규모의 공공 환수라는 주장과 기부채납을 부풀리기 했다는 논란 등은, 당연히 국회가 행정부 감시 차원에서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기도와 성남시는 자료 제출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더불어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앞세워 국감 증인 채택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국회 책무를 저버리고 국민 알권리도 가로막는 반민주적 행태다. 지난 10일 여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는 송영길 대표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지사직(職)을 사퇴하지 않은 채 18·20일 국회 행정안전·국토교통위의 경기도 국감까지 직접 받기로 했다. 대장동 의혹을 소명하는 ‘정면 돌파’로 해석됐지만, 여권 행태를 보면 국감 무력화 의도가 더 앞선다.
의원들은 경기도 국감을 앞두고 행안위 76건·국토위 82건·정무위 56건 등 214건을 요청했지만 13일까지 거의 오지 않았으며, 성남시가 제출한 일부 자료에도 의미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한다. 야당 의원들이 13일 항의 방문했지만, 이 지사는 “대장동 자료는 경기도에 일절 있을 수 없다”며 일축했다. 실제로 대부분 자료는 성남시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동규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임용 등 경기도와 관련된 부분이 없지 않다. 대장동 방식이 경기도 다른 지역에 적용되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 연차 휴가 내역 요구에 대해 이 지사는 “시아버지가 며느리 부엌살림 뒤지는 것”이라고 했다. 도정(道政)을 개인 살림에 비유하는 것부터 궤변이지만, 지사직을 유지한 채 대선 행보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당연히 제출해야 할 자료다.
국감을 앞두고 국회 3개 위원회에서 요청한 152명의 증인·참고인도 여당의 반대로 전원 채택이 되지 않았다. 이 후보는 후보 확정 이틀 전에 행정1부지사를 교체했다. 교체 배경도 의문이지만 “새로 부임해서 모른다”는 답변만 되풀이할 수 있다. 한결같이 이 후보의 지사직 유지가 대장동 의혹에 대한 방탄용으로 악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일보 사설
10월 14일 말 바꾼 김만배, 성남시 압수수색 않은 檢…짜맞추기 하나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와 관련자 주장 등에서 일정한 목표를 향하는 듯한 정황이 감지된다. 유동규·김만배 등의 범죄 혐의로 한정하면서, 스스로 ‘설계자’라고 했던 이재명 경기지사와는 선을 그으려는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를 받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는 12일 이 지사와의 관계에 대해 말을 바꾸는 인터뷰를 했다. 검찰은 수사 착수 20일이 넘도록 성남시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았다. 대장동 사건을 개인 비리로 미봉하는 짜맞추기 수사 아니냐는 의심을 가질 만하다.
김 씨는 “법조기자인데 이재명에 대해 뭘 아느냐” “(이 지사를) 어떻게 만나나. 나를 만나주나”고 했다. 과거 이 지사를 인터뷰한 것에 대해서도 “성남 담당 기자가 없다고 해서 내가 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 씨는 지난달 “(이 지사가 나를) 알지 왜 모르겠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 지인들과의 자리에서는 “내가 이 지사하고 친하다. 나한테 잘해라”고 말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대장동 개발에 대해서도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 사업” “봐주려고 했으면 민영개발로 떼돈을 벌게 하고 뇌물 받으면 되지 왜 민관 합동 개발했겠나” 등 이 지사의 입장을 대변했다.
검찰은 성남시 압수수색을 하지 않아 증거인멸을 방치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정관 8조는 ‘공사의 중요한 재산의 취득 및 처분에 관한 사항, 분양가격 등 결정에 관한 사항은 사전에 시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장이던 이 지사가 보고 받고 결제하고 지시도 했을 것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회의도 열리고 관계자 면담도 했을 것이다. 관련 서류나 기록은 공적 자료로 당연히 보관돼 있어야 한다. 확보만 하면 이 지사가 대장동 사업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4일 “압수수색이 진행되지 않는 것을 국민은 권력 눈치 보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일리가 있다. 검찰이 늑장·부실 수사를 넘어 은폐까지 시도하면 머지않아 그런 수사 자체도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문화일보 사설
10월 14일 李지사의 적반하장과 궤변
김세동 전국부장
대장동 비리 의혹이 연일 터져 나오는 와중에도 이재명 경기지사가 여당 대통령선거 후보로 선출됐다. 경선 기간 내내 파죽지세로 앞서가던 이 지사는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일반 국민과 당원들이 참여한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낙연 전 총리에게 62 대 28로 대패했지만, 누적결과 50.26%의 ‘턱걸이 후보’로 확정됐다. 누가 봐도 대장동에 발목이 잡힌 때문이다. 민심과 거꾸로 이 지사를 밀어 올린 여권 지지자들의 선택은 조국 사태 때 행태로 보아 능히 예상되는 바였지만, 대장동 사태를 야권의 게이트로 몰아붙이는 이 지사의 적반하장과 궤변이 기가 막힌다.
후보로 선출되고 나서 이 지사는 “이번 대선은 부패 기득권 세력과의 최후 대첩”이라고 주장했고, 대장동 의혹에 대해 “국민의힘 화천대유 게이트”라고 멋대로 규정했다. 일말의 반성도 없는 견강부회 식 우격다짐이다. 현재 최대 부패 기득권 세력은 여권이고, ‘이재명 성남시장’ 때 벌어진 대장동 사태는 그의 책임이 제일 크다.
8500억 원대의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이익을 낳은 대장동 사태의 비법은 간단하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0% + 1주의 지분을 가짐으로써 공공개발의 성격을 띠어 땅을 싼값에 강제 수용할 수 있어 비용을 수천억 원 줄였고, 민관합동 개발의 외피를 써 분양가상한제는 적용받지 않아 수천억 원의 이익을 남겼다. 토착 토건 세력에게 돈벼락을 맞게 해준 사업을 진행한 성남도공의 유동규 사장 직무대리는 이 지사의 측근이었고, 최종 결재권자는 당시 시장이었던 이 지사였다. 이 사업의 설계자가 자신이고, 단군 이래 최대 성공한 개발사업이라던 이 지사는 사태가 꼬이자 책임을 밑으로 전가했다. 그는 유동규는 수천 명의 직원 중 한 명일 뿐이라며 “한전 직원이 부정행위 하면 대통령이 사퇴하느냐”는 등 아무 말 대잔치 수준의 억지 주장을 쏟아냈다. 음대 성악과를 나온 유동규는 분당에서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을 하다 2010년 이재명 성남시장 당선 직후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에 임명된다. 공직 경험이 전무한 데도 성남도공 사장 직무대리가 됐다가,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 후 경기관광공사 사장(차관급)에 임명됐다. 이런 사람이 측근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이 지사는 곽상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50억 원 퇴직금을 받은 게 확인된 이후 지속적으로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억지 주장을 되풀이한다. 토착 토건 세력에게 1조 원 가까운 이윤을 남기게 해 준 게 성남시와 성남도공인데, 곁가지 하나 잡고 책임을 모두 전가하려 애쓴다. 입이 험하고, 표를 위해 세금을 마구 뿌리는 포퓰리스트적인 면모에도 이 지사가 지지받는 이유 중에 ‘일은 잘한다’는 평가가 한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대장동 사태로 그런 신화가 깨지고 있다. 이 지사는 화천대유 일당의 공범 아니면 무능하기 이를 데 없는 ‘호구’, 둘 중의 하나다. “1원도 받지 않았다”는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쳐도 최소한 지휘 감독의 소홀, 배임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그리고 성남에 똬리를 튼 토건 세력과 자신의 측근이 결탁해 대장동 원주민과 입주민에게 천문학적인 피해를 끼치도록 방치한 정치 도의적 책임도 져야 한다.
문화일보
10.14. 文 수사 지시는 ‘대장동 면죄부용 쇼’,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경에 대장동 사건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면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면담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 지사는 지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중심 인물로 의심받고 있다. 수사의 핵심이 바로 이 지사 관련 여부다. 그런데 앞에선 수사 지시를 내려놓고 뒤에선 수사 대상자와 만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수사 지시가 처음 알려졌을 때만 해도 정치권에선 이 지사를 정말 수사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빨리 매듭을 지으라는 것인지 해석이 분분했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 지사의 면담 요청 사실을 공개하면서 “어떻게 할지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조만간 만날 것이란 얘기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경선에서 결선투표 논란이 이는 와중에도 “후보 지명을 축하하며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재명 후보 손을 들어줬다. 청와대 내부에선 이번 수사 지시의 방점이 ‘철저’보다는 ‘신속’에 찍혀 있다고 한다. 야당의 특검 요구를 차단하고 대선 악재를 서둘러 털고 가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의 수사 지시가 나오자 민주당 지도부는 곧바로 “적극 환영하고 공감한다”고 했다. 계획된 각본대로 진행되는 것 같다.
검찰은 대장동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지 16일만 에야 압수 수색을 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창문 밖으로 던진 휴대폰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출국 금지를 하지 않아 사업 핵심 설계자인 남욱 변호사는 미국으로 출국했다. 화쳔대유 주주주 김만배씨는 최근에야 소환했다. 경찰은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넘겨받고도 다섯 달간 수사를 뭉갰다. 사건 관련자들이 입을 맞추고 증거를 은폐할 시간을 사실상 다 준 셈이다. 더구나 검찰 지휘권자는 여당 의원인 박범계 법무장관이고 경찰 지휘권자는 역시 여당 의원인 전해철 행안부 장관이다. 이 지사의 측근인 유동규(구속)씨와 거액 뇌물 로비 혐의를 받는 김만배씨 등 일부 인사의 일탈로 치부하고 꼬리 자르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
이 지사는 후보로 선출되고도 경기지사직을 사퇴하지 않겠다고 한다. 사퇴할 경우 경기도와 성남시에서 우후죽순으로 양심선언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는 최근 경기도 행정부지사도 전격 교체했다. 이 역시 경기도청 내부 단속용 아닌가. 경기도는 국감 자료 제출도 피하고 있다. 이 지사는 여당의 대통령 후보다. 특검을 자청해 받는 것이 정도다. ‘면죄부용 수사 쇼’는 통하지 않는다. 민주당 경선에서 보았듯이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조선일보 사설
10.14 문제의 ‘그분’이 유동규도 아니라면 대장동 몸통은 누구인가
성남시 대장동 비리 의혹에 연루된 핵심 인사로 미국에 체류 중인 남욱 변호사가 ‘그분’에 대해 입을 열었다. 구속 영장이 청구된 김만배씨는 녹취록에서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 말했다고 알려져 있다. 남 변호사는 이에 대해 “녹취록에 나온다고 하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분’의 정체에 대해선 “당사자만 알 것이며 추측성으로는 답변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구속된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이 ‘그분’일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김만배씨가 유 전 본부장을 ‘그분’으로 지칭할 수 있었겠느냐”는 질문에 “그런 기억은 없다”며 “저희끼리는 형, 동생이었고 가장 큰형은 김만배 회장이었다”고 했다.
김만배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는 천화동인 1호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개발에 1억466만원을 투자해 1208억원을 배당받았다. 그런데 김씨 동업자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을 통해 김씨의 ‘그분’ 발언이 알려지면서 ‘절반’인 600억원의 소유주는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됐다. 당연히 ‘그분’은 대장동 특혜 구조를 총괄한 ‘몸통’격 인물로 추정된다. 유 전 본부장이 바로 ‘그분’일 수 있다는 추론도 나왔지만 성남시가 추진한 1조원대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산하기관 본부장에 불과했던 그가 수백억 원을 뒤로 혼자 챙길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김씨가 자신보다 네 살 아래인 유 전 본부장에게 극존칭을 썼을 리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분’은 유 전 본부장 윗선을 지칭한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남 변호사도 “천화동인 1호가 자기 것이 아니라는 얘기를 김만배씨한테 들은 건 사실”이라며 대장동 동업자들끼리 평소 호칭을 예로 들며 ‘윗선’의 존재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남 변호사는 “배당이 시작된 2019년부터 김씨가 유 전 본부장 지분을 얘기했는데 줘야 할 돈이 약 400억원부터 700억원까지 조금씩 바뀌었다”고도 했다. 그런데 남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이 ‘그분’일 가능성이 낮다고 했으니 유 전 본부장은 ‘윗선’에 배당금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이 있다. 김씨가 ‘그분’ 발언에 대해 한 적이 있다고 했다가 없다고 하는 등 갈팡질팡 말을 바꾸는 것도 이 사건의 진상 규명과 직결된 ‘윗선’의 존재가 드러나는 게 두렵기 때문일 수 있다. 대장동 비리 의혹 수사의 본질은 ‘그분’의 실체와 위법 행위 여부를 규명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단서가 나왔는데 검찰이 ‘그분’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어떤 수사 결과라도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15 성남시청 압수수색 미적대는 검찰, 국민은 73%가 ‘특검 찬성’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14일 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이재명 경기지사가 “수사 범주에는 들어가 있다”고 했다. “진실을 밝히려 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런데 실제 검찰 수사는 완전 딴판이다. 비리 의혹 주 무대인 성남시청 압수 수색을 수사 착수 20일이 넘도록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수사는 있을 수 없다. 신속한 압수 수색이 수사 성패를 가른다는 건 상식이다.
의혹 핵심은 누가, 왜 극소수 인물들에게 천문학적 개발 이익을 안겨줬느냐는 것이다. 성남시가 100% 출자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5년 ‘초과 수익 환수’ 조항을 넣은 초안을 마련했지만 7시간 만에 그 조항은 삭제됐다고 한다. 성남도공 정관에는 ‘중요 재산 취득 및 처분은 시장(市長) 사전 보고’라고 돼 있다. 당시 성남시장이 이재명 지사였다.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이 이른바 이 지사 ‘최대 치적 사업’의 이익 배분을 혼자 결정할 수 있었겠나. 최종 허가권자인 이 지사가 보고받고 지시하고 결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지사 스스로도 처음에는 “직접 설계했다”고 했었다. 대장동 관련 보고·지시·결재 서류와 회의록 등은 성남시청에 그대로 보관돼 있어야 정상이다. 전부 핵심 증거들이다. 없앴다면 그 자체가 범죄다. 그런데도 검찰은 손을 놓고 있다.
검찰이 확보하지 못한 유동규씨의 휴대전화는 경찰이 CCTV를 보고 한나절 만에 찾았다. 검찰은 사실과 다른 설명까지 했다. 휴대전화에 감당 못 할 증거들이 보관돼 있을 것을 걱정해 찾는 시늉만 한 것은 아닌가. 검찰의 첫 압수 수색은 대장동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지 16일 만이었다. 핵심 연루자들은 휴대전화를 바꿨고 미국으로 출국하기까지 했다. 말을 맞추고 증거 인멸을 시도했을 것이다. 검찰은 ‘진실 규명’을 말할 자격 자체가 없다.
대장동 시행사 대주주의 구속 영장에 적힌 뇌물 규모가 700억원이 넘는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이런 뇌물 액수는 없었다. 지금 국민 요구는 그 복마전을 밝히라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성남시 압수 수색마저 미적거리고 있다. 그러니 대장동 특검 및 국정조사에 국민 73%가 찬성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조선일보 사설
10.15 검찰, 성남시청 압수수색...‘대장동 의혹’ 수사 20일만에
대장동 개발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15일 오전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대장동 개발비리 수사에 착수한 지 약 20일만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이날 오전 9시쯤 성남시청에 검사들을 보내 도시주택국, 교육문화체육국, 문화도시사업단 등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부서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 중이다.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 사업의 인허가권을 가진 곳이다.
또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자인 성남의뜰에 최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성남시 산하 기관으로 주요 사안에 대해 성남시에 보고하고 협의를 진행해왔다. 이 때문에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장동 개발 사업의 설계와 집행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 직전까지 성남시 고문변호사였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해부터 검찰총장 임명 직전까지 경기 성남시 고문변호사로 활동했던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비리 수사에 착수한 지 20일이 지나도록 개발 주체인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지 않고 있다.
이날 본지가 입수한 성남시 자료에는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해와 올해 고문변호사로 등재되어 있다. 김 총장은 법무차관에서 퇴임한 이후인 지난해 9월부터 검찰총장으로 취임하기 전인 올해 6월까지 법무법인 화현에서 고문변호사로 일했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분류되던 시기에 성남시 고문변호사로 활동한 것이다.
성남시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502건의 송사에 휘말렸다. 법무법인인 화현은 김 총장이 합류한 지난해부터 성남시를 변론했다. 김 총장은 지난해 12월 24일에는 성남시 공사대금 소송을 맡아 1308만원의 수임료를 받았다. 성남시 측은 “지방변호사협회 추천을 받아 2년 계약했던 것”이라며 “이분이 검찰총장으로 지명되면서 현재는 해촉된 상태”라고 했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선 김 총장이 법무법인 화현에서 월 2900만원의 고액 자문료를 받은 것이 논란이 됐다. 당시 김 총장은 “전관(前官)으로 이름만 올린 것이 아니라 정식 고문 계약 후 매일 법무법인으로 출근해 업무를 수행하고 받은 급여의 전부”라고 해명했었다.
야당은 검찰이 성남시 수사에 소극적인 배경이 석연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속된 유동규씨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배제한(배임 혐의) 것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보고했는지, 이 시장이 이를 결재했는지 여부를 가릴 자료가 성남시청에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검찰이 사건 20여 일이 지나도록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신상진 전 의원은 “검찰 수사팀이 성남시와 ‘그분’ 수사에 머뭇거리는 모습이 정상적이라고 보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라면서 “어떠한 외압 없이 대장동 특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특검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김 총장은 본지보도 이후 입장문에서 “지역봉사 차원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던 성남시의 고문 변호사로 위촉된 사실이 있다”면서도 “(성남시 고문변호사 활동이)대장동 사건과는 일체 관련이 없으며 이미 중앙지검장에게 여야(與野), 신분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휘했다”고 했다.
“상식 따위는 개나 준 법원” 전직 부장판사, 김만배 구속 기각 비판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구속되지 않은 데 대해 전직 부장판사가 자신이 몸담았던 사법부를 향해 “상식 따위는 개나 줘버렸다”고 비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김태규 변호사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정권이 반대파 숙청을 위해 칼날을 휘둘러대던 이른바 적폐수사 당시 검찰이 영장을 신청하기만 하면 영장전담 법관들이 영장을 척척 발급해주기에 ‘영장자동발급기’라고 말한 적 있다”며 “희한하게도 이 정권에 부담되는 사건만 오면 동전만 잡아먹고는 영장을 발급하지 않는 고장난 자동판매기가 된다”고 비유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4일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큰 반면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변호사는 “광우병 PD수첩 사건, 국가보안법 사건을 줄줄이 무죄를 준 판사가 마침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법관이 된 것이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하나”라며 “그리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무지 순진한 것”이라고 했다.
김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문 부장판사는 2010년 당시 미국산 수입 쇠고기 광우병 논란을 다룬 MBC PD수첩 제작진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판사였던 그는 “사실 보도이거나 다소의 과장이 있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문 부장판사는 2009년 6월에는 정부의 방북허가 조건을 어기고 북한의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 행사에 참석한 혐의로 기소된 이천재 범민련 고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변호사는 “결국 상식을 벗어난 판단으로 김만배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며 “이것이 김명수의 법원, 정치화된 법원이 내놓는 해답이다. 그들에게 상식이나 염치 따위는 없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를 건성으로 한다고 국민이 인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여론 무마용으로 적당히 영장을 청구한다”며 “법원은 굳이 영장을 발부하고 싶지도 않은데 마침 허접한 영장이 들어오면 그보다 반가울 수가 없다. 검찰과 법원이 서로 미적대며 떠넘기고 그 가운데서 국민의 복장이야 터지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법원개혁과 검찰개혁을 떠들 때 이 나라에서 사법정의는 없고 오로지 정권의 주구들만 남을 것이라고 예견했다”며 “그것이 현실화되는 장면을 오늘 또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김기현 “‘성남시 변호사’ 김오수 검찰총장, 대장동 수사서 손 떼라”
▲김오수(오른쪽) 검찰총장이 지난 6월 14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를 예방할 때의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15일 “김오수 검찰총장이 성남시 고문변호사였던 사실이 드러났다”며 “김오수 총장은 대장동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에서 손을 떼고 스스로 회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범계 법무장관이 지금 즉각 김오수를 수사에서 배제하도록 지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한 일간지 기사에는 봐주기 쇼를 벌인 김오수 검찰총장과 검찰총장의 측근이 성남시 고문 변호사였다고 한다”며 “이런 고문 변호를 했다는 사실이 검찰이 성남시청을 압수수색 하지 않고, 검찰이 대충 뭉개온 것과 관련이 있다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판교 대장동 이재명 게이트 의혹을 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며 “휴대전화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으면서 성남시청도 압수수색 않는 검찰의 보여주기식 봐주기 수사에서 예견된 결과”라고 했다.
이어 “구린내 펄펄나는 대형 비리사건에 대해 방어권 보호라며 영장을 기각시킨 법원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법원도 비판한 뒤, “검경이 수사를 하는 척 시늉만 하다가 영장이 기각되면 기다렸단듯이 사건을 뭉개온 것이 문재인 정권에서 이뤄진 사법농단의 역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판교 대장동 이재명 사건에 대해 검경은 뭉개고 법원은 장단맞춰주는 아수라판이 됐다고 밖에 볼수 없다”며 “국민의 명령이다. 민주당은 특검을 즉각 수용하라. 구린내나는 대장동 의혹을 밝히는 길은 오로지 특검 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했다.
▲이정수 서울 중앙지검장이 14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등검찰청, 수원고등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준비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보고 있다. 2021.10.14 국회사진기자단
본지 취재 결과, 김오수 검찰총장은 지난해부터 검찰총장 임명 직전까지 경기 성남시 고문변호사로 활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입수한 성남시 자료를 보면, 김오수 검찰총장은 지난해와 올해 고문변호사로 등재되어 있다. 김 총장은 법무차관에서 퇴임한 이후인 지난해 9월부터 검찰총장으로 취임하기 전인 올해 6월까지 법무법인 화현에서 고문변호사로 일했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분류되던 시기에 성남시 고문변호사로 활동한 것이다.
윤석열 “26년 검사 생활에 이런 수사 방식은 처음…이재명 면죄부 수사”
국민의힘 대선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 “26년 검사 생활에 이런 수사 방식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15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면죄부 수사 좌시하지 않겠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검찰이 이대로 가면 명캠프 서초동 지부라는 말까지 듣게 생겼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전 총장은 “뇌물 755억원, 배임 1100억원이라는 거대 비리를 수사하면서 김씨를 딱 한 번 조사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신속·철저히 수사하라고’ 한마디 하자 수사를 하다말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바로 기각됐다”며 “무슨 수사를 이렇게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문 대통령의 지시 중 ‘철저’는 빼고 ‘신속’만 따르려다 이런 사고가 난 것 아니냐”며 “체포된 피의자도 아닌데 쫓기듯이 영장을 청구한 건 신속하게 윗선에 면죄부를 주라는 하명에 따른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윤 전 총장은 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곽상도 의원 아들이 받은 50억원을 뇌물로 적시해놓고 정작 곽 의원에 관한 직접 조사는 하지 않은 점 ▲김씨의 변명을 깨기 위한 최소한의 보완 수사도 건너뛴 점 ▲대장동 게이트 수사를 하면서 20여 일 넘게 성남시청 압수수색을 하지 않는 점을 두고 “이상하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이재명 후보의 말로는 대장동 사업 설계는 자신이 했고 실무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맡았다. 성남시청에 대장동 개발 관련 보고 문건들이 뻔히 남아있는데 압수수색을 하지 않고 뭉개는 이유가 무엇인가. 증거 인멸할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이냐”라며 “배임의 공범을 밝히겠다면서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하지 않는 것은 일부러 구속영장을 기각당하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날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국회에서 “녹취록에 나오는 ‘그분’은 ‘정치인 그 분’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어떻게 수사 도중에 이런 발언을 하나. 이재명 대변인이 할 수 있는 소리”라며 “국감장에서 이 발언을 유도한 건 이재명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이었던 분이다. 이러니 김만배가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3년 정도 살 것이라고 장담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대검찰청 수뇌부와 서울중앙지검 수사 관계자들에게는 “분명히 경고한다. 철저히 수사하십시오. 이렇듯 국민의 소중한 재산을 공권력을 동원해 약탈한 혐의를 눈감고 넘어간다면 여러분도 공범이다. 이러다가는 여러분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권력자를 두려워하는 검찰은 존재가치가 없다”며 “이재명 면죄부 수사, 좌시하지 않겠다”고 재차 언급했다.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4일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큰 반면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만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김씨가 유동규 전 본부장과 함께 민간 사업자에게 거액이 돌아가도록 사업을 설계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에 최소 1163억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의심한다. 그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5억원을 실제 뇌물로 제공했다고 봤다. 아울러 김씨가 화천대유에서 빌린 473억원 중 용처가 불분명한 55억원은 김씨가 횡령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10월 15일 김만배 영장 기각, 폰 압수 논란…김오수 檢으론 안 된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무능·부실·늑장·코드 지적으로도 부족할 정도로 신뢰를 잃었다. 애초부터 친정권 지휘 라인으로 인해 수사를 제대로 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최근 며칠 동안 김만배 영장 기각과 압수수색 지연, 수사 지휘부의 예단성 국정감사 답변, 김오수 검찰총장의 성남시 고문 변호사 전력 등 심각한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만배 씨 영장이 14일 기각된 것부터 망신이다. 핵심 피의자를 한 차례 조사한 뒤 영장을 청구한 것부터 이례적이었다. 영장 내용은 일반인이 봐도 허술할 정도로 범죄 소명이 부족했다. 수사 한계를 설정한 듯 성남시를 직접 언급하지도 않았다. 영장 기각은 수사 동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같은 날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그분’에 대해 “정치인 그분을 얘기하는 부분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7시간 뒤 “단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을 바꿔 예단을 갖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초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전화 압수와 관련한 검찰 행태는 가위 수사 방해 수준이다. 검찰은 15일 유 전 본부장이 2014∼2015년 사용했던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찰 신청 영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보완’ 등을 이유로 영장을 반려하는 등 청구를 지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유 전 본부장이 창문 밖으로 던졌다는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한 데 이어 거짓말까지 했다가 경찰이 하루 만에 찾아내자 사과를 한 바 있다. 검찰은 또 유 전 본부장이 지인에게 맡겼다는 휴대전화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과 정치권이 연일 필요성을 지적한 성남시청 압수수색은 수사 착수 22일 만인 15일에야 진행됐다. 대장동 의혹 보도가 8월 말에 나왔으니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면 50일 가까이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김 총장이 성남시 고문 변호사로 등재됐던 사실까지 드러났다. 법무차관 퇴임 이후부터 총장 취임 전까지 법무법인 화현의 고문 변호사로 일했는데, 화현은 김 총장이 합류한 지난해부터 성남시 변호를 맡았다. 김 총장은 지난해 말 성남시 소송을 직접 맡기도 했다. 대장동 수사지휘부가 친여 성향 일색인 상황까지 감안하면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아도 믿기 어렵게 됐다. 특검 당위성은 더 커졌다.
문화일보 사설
10.16 검찰이 대장동 사건 특검 자청할 수 있다, 선례도 있어
김오수 검찰총장이 작년 9월부터 지난 6월 총장 임명 직전까지 성남시 고문변호사로 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개발 사업의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었던 성남시에 대해 사건 배당 22일 만에 압수 수색에 들어가는 등 늑장 수사 비판을 받고있는 가운데 이번 수사의 최종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공직 복귀를 눈앞에 둔 시점까지 성남시를 위해 활동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김 총장은 당초 성남시와 2년 계약을 맺고 시의 중앙공설시장 건립 공사 관련 소송을 맡아 1308만원의 수임료를 받는 등 여러 업무를 해왔다고 한다.
대장동 사건 수사의 핵심은 이 특혜 구조의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냐는 것이다. 당연히 초점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으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시장은 경기도지사를 거쳐 지금은 여당 대통령 후보가 됐다. 정권에 의해 임명된 검찰총장이 여당 대통령 후보를 제대로 수사하겠느냐는 것은 상식적인 의문이다. 그런데 검찰총장이 성남시 고문변호사였다니 이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할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게 됐다.
김 총장은 2010년 8월부터 1년여간 성남지청 차장검사로도 재직했다고 한다.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경기지사가 첫 임기를 시작한 시점이라 두 사람 간 관계도 궁금하다.
김 총장과 그 밑에서 대장동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4차장 검사에 대해선 그동안에도 친정권 성향이라 제대로 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았다. 김 총장은 법무차관이던 2019년 조국 전 장관 일가 비리 수사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는 제안을 했던 사람이다. 이 지검장은 친문 핵심 박범계 법무장관의 고교 후배로 박 장관 취임 이후 요직에 중용되고 있고, 김 차장 검사는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있으면서 윤석열 전 총장 징계 실무를 주도했었다.
2003년 초 노무현 정권 출범을 앞두고 불거진 대북 송금 사건 당시 검찰은 “정치권에서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검찰 수사를 유보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수사에서 물러선 적이 있다. ‘정치권의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이란 것은 바로 특검 도입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후 특검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북한에 4억5000만달러 불법 송금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이 바뀌는 정치적 격변기이고 의혹 대상이 여당 대통령 후보인 사건을 검찰이 맡았다는 점에서 지금 검찰 상황도 당시처럼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검찰이 여당 대통령 후보를 제대로 수사할 수도 없지만 한다고 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럴 바엔 차라리 검찰이 2003년처럼 특검을 자청할 수 있다. 물론 그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것이 지금 검찰 간부들이 법적 심판을 받지 않고, 검찰도 국민의 버림을 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다.
조선일보 사설
10.16 ‘부실하게 빨리’ 檢, 김만배 영장도 기각되라고 청구한 듯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핵심인 김만배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검찰이 김씨에게 적용한 배임, 뇌물과 횡령 혐의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사 과정을 보면 검찰이 기각될 수밖에 없는 영장을 청구한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이 “신속한 수사”를 주문하자 3시간 30분 만에 영장을 급하게 청구했다. 김씨의 1163억원 배임 행위로 성남 시민이 막대한 손실을 봤다고 하면서도, 그 불법의 ‘윗선’일 수 있는 성남시청에 대해서는 압수 수색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영장이 기각된 다음 날 성남시청을 ‘뒷북’ 압수 수색했다. 수사 착수 후 20일이 넘도록 그냥 내버려둔 성남시청에 증거가 남아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은 김씨의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앞뒤도 맞추지 못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을 뇌물 수수로 구속하면서 김씨가 수표와 현금이 섞인 5억원을 유씨에게 건넸다고 해놓고, 김씨 영장 심사에선 전액 현금으로 줬다고 했다는 것이다. 계좌 추적도 제대로 안 됐다고 한다. 과연 이런 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인가. 수사하는 척 쇼를 하면서 실제로는 사건을 덮으려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정권에서 수사 기관이 기각될 수밖에 없는 영장을 꾸민 게 처음이 아니다. 작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범죄를 수사하던 경찰이 박씨 휴대전화 통화 내역 관련 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했다. 박씨 변사 경위를 파악하려면 영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박씨 사망 원인은 다툼이 없었고 그가 사망할 당시 가지고 있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은 이미 확보돼 있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이유가 없다. 정권 편 불법을 수사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피하려고 엉터리 영장을 내면서 수사하는 척 ‘쇼’를 한 것이다.
검찰의 대장동 수사는 문 대통령의 ‘수사 지시’ 이후에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부실하게 엉터리로 이뤄지고 있다. ‘신속한 부실 수사’다. 사건을 서둘러 덮으려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16 이재명, 대장동 공문에 최소 10차례 서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최소 10건의 대장동 개발 관련 공(公)문서에 직접 서명했던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2014년 1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대장동 개발계획 입안(立案)부터 사업 방식 결정, 배당금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까지 세세히 보고받고 이를 승인했던 것이다.
성남시가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실에 제출한 ‘이재명 시장 결재 문서’ 목록에는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당시 이 시장에게 올라간 결재 문건이 10여 건에 달한다. 2014년 1월 대장동 도시개발 구역 지정을 보고받은 뒤부터 사업의 진행 과정 길목마다 직접 승인했다.
특히 2015년 2월 2일 이 후보가 서명한 ‘다른 법인에 대한 출자 승인 검토 보고’ 결재 문건이 주목된다. 여기에는 “민간의 수익이 지나치게 우선시되지 않도록 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로부터 석 달 만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은 사업협약서에서 빠졌고 이것이 성남시에 수천억 원의 피해를 준 배임에 해당하는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 결재 과정에서 이 후보가 특별 지시를 내린 정황도 드러났다. 2016년 11월 ‘성남 판교대장 개발·실시계획 인가’ 문건에는 한 직원이 손글씨로 “시장님 기자회견 지시 관련 건입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이 문건에는 대장동 진입로 확장 건뿐만 아니라 주차장·공영차고지·송전선로 등의 세밀한 부분까지 보고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
이와 별개로 2017년 6월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당시 성남시장에게 배당금 1822억원을 임대주택 용지 매입에 쓰지 않고 다른 정책에 활용하겠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여기에 직접 결재한 이 후보는 이듬해인 2018년 페이스북에 “1822억원을 서민 경제에 도움 되게 지역 화폐로 지급하고자 한다”고 썼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 후보가 대장동 개발 사업 설계 과정에 어느 정도까지 개입했는지 여부에 따라 수사 방향이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날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대장동 수사 범위 관련한 질문에 “배임이나 사업 주체도 다 보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에 대해서도 “수사 범주에 들어가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
검찰, 판사 앞에서 김만배 로비자금 말바꿔… 내부서도 “부끄럽다”
[대장동 게이트] 구속영장 졸속 청구… 부실수사 비판 쏟아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의 ‘졸속 수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의 인허가권을 가진 성남시청을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해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김만배씨 영장 기각을 계기로 허술한 수사 상황이 알려지면서 15일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부끄럽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수사팀은 수사 착수 22일이 경과한 이날에서야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다. 대장동 사업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던 문화도시사업단과 대장동 건축 인허가를 담당한 도시주택국, 정보통신과, 교육문화체육국 등이 대상이었다. 오전 9시쯤 시작된 압수수색에는 검사와 수사관 20여 명이 투입됐다.
이를 두고 “증거인멸의 시간을 벌어준 ‘뒷북 압수수색’”이란 지적이 나왔다. 한 검찰 관계자는 “성남시장실과 비서실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왜 빠졌는지 의문”이라고 하기도 했다. 더구나 지난달 29일 수사팀이 화천대유 본사,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하기에 앞서 성남시청도 대상에 포함했다가 ‘윗선’의 지시로 뺐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수뇌부의 석연치 않은 수사 지휘는 ‘특정인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자초했고 그에 대한 불만이 수사팀 내부에 쌓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지난 13일에서야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검찰은 그 전날 성남시 등에 ‘1163억원 플러스알파’의 손해를 입힌 배임 혐의 등으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법조인은 “수사의 선후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녹취록에만 의존한 수사” “김씨 영장 기각은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김씨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전담 판사가 ‘계좌 추적은 했느냐’고 묻자 수사팀 검사는 “아직 추적하고 있다”는 식으로 답했다고 한다. 한 개인으로는 역대 최고라는 750억원대 뇌물 공여, 최소 1100억원의 배임, 55억원 횡령 등의 혐의가 있다고 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자금 추적 결과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한 특수통 검사는 “그처럼 어마어마한 혐의를 적용했으면서 증거 능력 다툼이 예상되는 녹취록과 한쪽의 진술만 들고 가서 구속해 달라고 하면 어떤 판사가 오케이 하겠느냐”고 했다
.김만배씨가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이 판단한 ‘5억원’의 내용도 달라졌다고 한다. 검찰은 당초 현금 1억원과 수표 4억원이 김씨에게서 나왔다고 했으나 이번 실질심사에는 ‘현금 5억원’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일각에서는 “4억원 수표가 유입된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의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수사팀이 혐의 내용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반대 증거가 나온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중앙지검 지휘부와 수사팀 일부 검사들 사이에 온도 차가 있다는 ‘내분설’도 검찰 내부에서 확산하고 있다. 수사팀에 소속된 A부부장 검사는 최근 대장동 전담수사팀에서 빠져 경제범죄형사부로 원대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배경을 두고 검찰 관계자는 “A 부부장은 수사팀 중에서도 근성 있고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로 꼽혔는데 성남시청 압수수색 등 수사 방향을 놓고 지휘부와 의견이 달랐던 걸로 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검찰의 의도적인 부실 수사가 드러났다며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대장동 이재명 게이트 사건에서도 검찰이 봐주기 수사 쇼를 하면서 뭉개고 법원이 이에 장단 맞추는 아수라판이 돼 버렸다”며 “민주당은 특검을 즉각 수용하라”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 야당 대선 주자들도 일제히 ‘대장동 수사’를 비판하며 특검 도입 주장에 힘을 실었다.
대장동 개발 계획 문건에 ‘시장님 지시 관련 건입니다’ 메모
[대장동 게이트] 공문 결재한 이재명 어디까지 보고받았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장동 개발의 입안부터 배당금 활용까지 사업 전반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으로 15일 나타났다. 대장동 개발 사업이 진행되던 2014년부터 2016년 말까지 이 후보가 크고 작은 안건들을 결재한 공문서들이 공개된 것이다. 이 후보의 최측근 정진상 전 정책실장 또한 대장동 개발 사업 주요 결재 라인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공문서에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적용한 배임의 범위를 ‘윗선’까지 적용할지 여부에 따라 향후 수사 방향이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 사업이 급물살을 타던 2014년 1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성남시장 자격으로 관련 보고 문건에 직접 서명했다. 개발 계획 입안, 대장동 주민 의견 청취, 출자 승인, 배당금 활용까지 하나하나 승인받고 지시 내린 것이다.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은 이 과정에서 시장실로 올라가는 대부분의 문건을 검토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정 전 실장이 해외 출장을 갔던 경우를 제외하면 이 후보와 함께 대장동 공문서에 함께 서명한 것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시청으로 올라가는 대장동 보고는 정 전 실장 손을 거치지 않으면 시장실로 넘어가지도 못했을 정도”라고 했다.
▲정진상
야당은 ‘대장동 결재 라인’ 한복판에 있던 정 전 실장이 화천대유 아파트를 분양받은 배경을 의심하고 있다. 전 정 실장뿐만 아니라 이 후보 측근으로 거론되는 장형철 경기연구원 경영부원장,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 등도 대장동 아파트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까닭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 구속영장에도 ‘민간 사업자와 결탁해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에 수천억 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은 “성남시청 결재 라인이 화천대유 몰아주기’에 대한 보고를 일일이 받았다면 배임 혐의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 후보 측은 “시장으로서 대장동 개발사업 사항을 세세히 보고받은 것은 너무도 당연한 업무”라면서 “배임이라는 의혹 제기는 예상보다 땅값이 크게 오른 현 시점에서 바라본 결과론적인 시각에 불과하다”고 했다.
10여 건의 결재 문건 중에서도 특히 출자 승인 검토(2015년 2월 2일), 도시개발사업 구역, 개발계획 변경(2016년 2월 15일), 판교대장 개발계획 실시계획 인가(2016년 11월 1일) 문건에는 대장동 사업 전반의 구체적인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검찰은 도시개발공사 직원들을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후보가 결재한 공문서에 언급되었던 “민간 수익을 지나치게 우선시하지 않도록 하라”던 대목이 삭제된 정황을 집중적으로 추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초과 이익 환수 조항’과 관련한 부분이다. 당초 이 후보가 서명한 출자 승인 검토 문건에는 이 내용이 있었지만, 이로부터 석 달 만인 2015년 5월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된 공문을 화천대유 측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2월 15 일 이 후보가 서명한 공문서에는 사업시행자인 성남의뜰 요구에 따라 사업명(名)을 성남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으로 바꾸는 안건이 포함되어 있었다. 종전 사업명(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사업)을 지우고 ‘판교’를 새로 집어넣은 것이다. 여기에는 공동주택 용적률을 종전 180%에서 190~195%까지 높이는 방안도 들어가 있다.
한 시청 직원이 “시장님 기자회견 지시 관련 건입니다”라고 따로 메모한 대장동 결재 문건(2016년 11월 1일)도 발견됐다. 장애물 없는 도시, 범죄 예방 안전 도시에 관한 대장지구 단위 계획 구상이 담긴 문건이다.
성남시청 내부 공문서 외에 도시개발공사에서 따로 올라간 보고도 있다. 이 후보는 2017년 6월 12일 대장동 개발에 따른 배당금 1822억원을 다른 정책 예산으로 활용하도록 승인했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1인당 18만원을 성남 시민에게 지급한다는 ‘시민배당’ 공약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지사 재임 시에는 실제 집행되지는 않았고, 후임인 은수미 시장 취임 후 지난해 ‘재난연대자금’ 명목으로 약 942억원 예산을 들여 시민 한 사람당 10만원씩 지급했다.
10-16 ‘30명 호화 변호인단’… 檢 수임료 대납 의혹 뭉갤 생각 말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재판을 받을 당시 변호사 수임료를 누군가 대신 내줬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 지사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재판을 받을 당시 이태형 변호사에게만 현금 3억 원과 20억 원 상당의 주식을 지급하고선 수임료를 축소해서 밝혔다며 한 시민단체가 7일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지사 측은 부인했지만 야당에선 수임료 대납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해 약 2년간 재판을 받았다. 권경애 변호사 등에 따르면 약 30명이 변호에 참여했고 대법관, 검사장 출신 전관들과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여럿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이 지사는 재판 전후로 재산이 3억 원 정도 줄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수임료로 3억 원을 지급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 지사 측은 “변호인으로 단순히 이름만 올려놓은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호화 변호인단에 지급됐다고 보기엔 턱없이 적은 액수로 보인다.
이를 놓고 야당에선 대장동 개발로 수천억 원을 벌어들인 화천대유 측을 의심하고 있다. 이 지사 선거법 위반 사건의 수사 및 1심 재판 변호를 맡은 강찬우 변호사는 화천대유 자문변호사로도 활동했다. 3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화천대유 고문단과 이 지사의 변호인단 사이에 관련이 있는지 등을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
하지만 대장동 사건 전담수사팀이 설치된 서울중앙지검은 변호사비 대납 의혹 고발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넘겼다. 이태형 변호사는 수원지검에서 2010년 공안부장, 2013년 형사4부장을 지냈고 퇴임 직후인 2018년 수원지검에서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를 수사할 때 변호를 맡았다. 화천대유 고문을 지낸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2012년, 강 변호사는 2015년 각각 수원지검장을 지냈다.
그런데도 중앙지검이 사건을 수원지검에 넘긴 것은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대장동 게이트를 분리시키고, 나아가 수사를 대충 뭉개려는 의도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더 이상 검찰이 이재명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여당 대선 후보가 관련된 사건이라고 해서 어물쩍 넘길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검찰은 알아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
10-16 750억 뇌물’ 영장 기각… 수사팀 무능인가 의도된 태만인가
대장동 의혹 핵심 피의자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검찰 수사의 총체적 부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검찰은 김 씨를 딱 한 차례 14시간 조사했다. 추가 조사를 위해 김 씨 측과 일정을 조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문재인 대통령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자 불과 3시간 반 만에 덜컥 구속영장부터 청구했다가 망신을 자초했다.
김 씨 영장에 적시된 ‘750억 원 뇌물 공여’는 역대 뇌물 사건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액수다.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중대 사건의 영장인데, 구멍이 숭숭 뚫린 흔적이 역력했다고 한다. 실제로 검찰은 김 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수표 4억 원+현금 1억 원’을 뇌물로 건넸다고 주장했다가 심문 때는 ‘현금 5억 원’으로 수정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이에 판사가 계좌 추적 여부를 묻자 수사팀은 “(이제)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자금 흐름 추적은 뇌물 수사의 ABC 아닌가. 이러니 일반 공무원들은 수천만 원 뇌물 사건이면 즉각 구속인데도 김 씨가 되레 “자금 추적을 통해 입증도 않고 녹취록만을 근거로 영장을 청구했다”고 큰소리친 것 아닌가. 곽상도 의원 아들 퇴직금 50억 원도 김 씨의 뇌물 공여 액수에 포함시켜 놓고는 정작 곽 의원에 대한 직접 조사를 건너뛴 것도 이해가 안 간다. 수사팀의 역량 부족인지, 태만인지, 의도적으로 구속영장 청구 시늉만 내려 했던 건지 헷갈릴 정도다.
검찰이 수사 착수 22일 만인 어제야 성남시청에 대한 ‘뒷북’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도 미심쩍다. 대장동 개발의 인허가권을 쥔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은 진즉에 이뤄졌어야 마땅했다. 김 씨 영장이 기각되자 그토록 미적댄다는 비판을 받았던 압수수색이 실시됐다. 그나마 민간 사업자 선정과 수익 배분 설계 등을 협의한 주체는 최종 인허가권을 쥔 성남시장인데도 시장실과 비서실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졌다. 검찰이 유 씨가 창밖으로 던지기 이전에 쓰던 ‘옛’ 휴대전화를 뒤늦게 확보했지만 이 휴대전화 소재에 대한 정보를 먼저 파악한 쪽은 경찰이었다.
이정수 서울지검장은 국감에서 녹취록의 ‘그분’에 대해 “정치인은 아니다”라고 했다가 7시간 뒤엔 “단언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했다. 처음부터 수사 방향을 정해놓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이 지검장은 “수사팀 의지는 확고하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검찰 수사는 뒤죽박죽 그 자체다. 이 와중에 김오수 검찰총장이 임명 직전 5개월간 성남시 고문변호사로 등재됐던 사실도 나왔다. 희대의 뇌물·배임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
동아일보 사설
10.16 대장동에 폭력과 뇌물로 점철된 ‘도둑정치’가 어른거린다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
도둑정치인 파멸시킨 국민
파블로 에스코바르. 가난한 집에 태어났지만 총명한 두뇌로 대학에 갔다. 그런데 대학을 중퇴하고 밀수업자가 되었다. 담배부터 온갖 것을 밀수하며 돈을 벌어 고향인 메데인의 경찰 중 절반을 매수했다. 그러던 중 마약 업계에 뛰어들었다. 메데인 지역의 조직을 규합해 이른바 ‘메데인 카르텔’을 결성하고 미국으로 코카인을 수출하면서 상상도 못 할 돈을 벌었다. 범죄자의 재산이니 정확한 액수는 알 수 없지만 당시 기준으로 세계 10대 부호 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1980년대, 콜롬비아는 오랜 내전과 지독한 부패에 시달리고 있었다. 깊은 정글 속에는 공산주의 게릴라들이 진을 치고 ‘혁명’을 하겠다고 돌아다니며 ‘군자금’ 마련을 위해 납치와 강도 등 온갖 범죄를 일삼았다. 코카인이라는 새로운 마약에 홀딱 반해버린 미국인들은 밤이면 밤마다 파티를 벌이며 흰 가루를 흡입했고, 그 돈은 고스란히 메데인 카르텔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피카소와 달리의 작품을 구입하고 동물원을 만들어 코끼리와 하마를 키워도 남아도는 돈을 주체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일러스트=유현호
에스코바르는 그 막대한 재산 중 일부를 자신의 고향인 메데인 지역에 뿌려댔다. 주민들의 숙원 사업을 해결해주고 지역 축구단을 후원해 우승컵을 들어 올리게 만들었다. 그렇게 얻은 인기에 힘입어 1982년 콜롬비아 하원 의원으로 선출됐다. 마약을 팔아서 번 돈으로 국회의원이 된 것이다. <오징어 게임>보다 몇 년 앞서 전 세계인을 열광시켰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나르코스>의 주인공,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이야기다.
<오징어 게임>의 데스 게임만큼이나 황당한 소리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과 달리 <나르코스>는 실화에 기반한 작품이다. 밀수 트럭을 붙잡아 세운 경찰을 향해 에스코바르는 당당히 선포한다. “언젠가 나는 콜롬비아의 대통령이 될 몸이다. 난 거래를 업으로 삼고 있지. 침착하게 내 거래를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대가를 치르든지 해. 은(銀)이냐 아니면 납(鉛)이냐. 너희가 선택해.” 뇌물을 받거나 총 맞아 죽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소리다.
은이냐 납이냐. 폭력과 뇌물로 점철된 도둑정치(kleptocracy)의 본질을 보여주는 말이다. 도둑정치는 19세기 초 영국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훔치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klepto와 정치를 뜻하는 접미사 cracy를 결합한 것으로, 말 그대로 ‘도둑놈들이 하는 정치’라는 뜻이다.
도둑정치는 금권정치(plutocracy)와는 다른 개념이다. 대부분 범죄자는 자기 돈을 감추려 하고, 정치판에 나서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금권정치의 유혹에 빠지는 건 대체로 스스로 부를 일궜거나 상속받은 사람들이다. 재산을 지키고 더 늘리려 정치의 힘을 동원하거나, 재산을 이용해 권력을 손에 넣고자 하는 경우가 금권정치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도둑정치는 범죄와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권력을 쥔 자가 그 힘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거나 법 질서를 왜곡하여 자기 주머니를 채울 때, 그것은 금권정치가 아니라 도둑정치다. 때로는 ‘나르코스’처럼 범죄자가 범죄 수익을 밑천 삼아 정치판에 뛰어들어 휘젓고 다니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 또한 단순한 금권정치가 아닌 도둑정치로 분류될 수 있다. 범죄자에 의한, 범죄자를 위한, 범죄자의 정치. 그것이 바로 도둑정치인 것이다.
도둑정치는 이른바 ‘후진국 현상’이다.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국가에서 곧잘 발생한다. 중국에 석탄을 팔아 스위스 시계를 구입해 당 간부들에게 나눠주는 북한에서 벌어지는 일 또한 도둑정치라고 할 수 있다. 부당한 방법으로 권력을 손에 넣은 자들은 국가를 사유화하여 제 이익을 챙기고, 그 돈으로 다시 권력을 움켜쥔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도둑정치의 늪이다.
‘대장동 특혜 분양 의혹 사건’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경기지사를 꼭짓점으로 하여, 이 지사의 측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심지어 권순일 전 대법관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초대형 스캔들이다. 국민들은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황당함을 넘어 공포를 느끼고 있다. 도둑정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인정했다시피 대장동 개발은 이 지사가 ‘설계’한 것이다. 공영 개발의 명분으로 토지를 값싸게 수용해 민영 개발하여 비싸게 팔았다. 수사 중인 사안이긴 하나, 범죄 혐의가 조금이라도 드러난다면 이건 명백한 도둑정치다. 권력을 이용해 불법으로 돈을 벌었으니 말이다.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하듯 화천대유의 천문학적 이익 중 일부가 이 지사의 변호사비 대납을 위해 쓰였거나, 혹은 그의 정치 생명을 구한 대법원 판결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줬다면, 이는 한층 더 심각한 도둑정치의 사례가 된다.
너무도 어이없는 현실 앞에 요지부동이던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민심마저 크게 흔들렸다. 대선 후보 경선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득표율 62.3%로 28.3%를 얻은 이 지사에게 압승을 거두는 이변이 연출된 것이다. 그러나 이 지사는 여전히 당당하다. 유례를 찾기 어려운 권력형 개발 비리에 연루된 장본인이 대선 후보 당선 연설에서 ‘부동산 대개혁’을 외치며 “개발 이익 완전 국민환원제” 등을 공약하고 있다. 그야말로 초현실적인 광경 앞에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나르코스>에 따르면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정치에 입문하며 스스로를 ‘빈민의 로빈 후드’로 이미지 메이킹했다. 대중에게 푼돈을 나눠주며 대놓고 매표 행각을 벌였다. 어디선가 비슷한 모습을 본 것 같은데, 그냥 내 기분 탓일까. 아닌 게 아니라 <나르코스>의 매 에피소드가 시작될 때마다 뜨는 자막이 있다. “이 드라마는 실화에 기초했지만 일부 등장인물 이름, 기업체, 사건과 지역은 모두 허구입니다. 실제 이름, 인물 및 역사와의 유사성은 우연이며 의도하지 않은 바입니다.”
에스코바르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국회에서 탄핵당한 후 법무장관과 대통령 후보 등을 상대로 복수하겠다며 온 나라를 피바다로 만들었다. 협박에 굴하지 않는 강직한 대통령이 선출된 후에야 그 범죄 행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도둑정치가 빼앗아간 것을 되찾으려면 국민 스스로 눈을 떠야만 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10.18 압수수색서 시장실 뺐다니, 검찰 차라리 수사 중단하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인 2014~2016년까지 최소 10차례 대장동 개발 관련 공문서에 직접 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대장동 개발 계획 입안, 사업자 선정, 주민 의견 청취 등의 안건을 다룬 성남시청 공문서들이다. 최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도 해외 출장과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 후보와 함께 대장동 보고를 받고 서명했다.
대장동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뒤늦게야 성남시청을 압수 수색하면서 시장실과 비서실은 제외했다. 시장실·비서실은 대장동 개발의 사령탑인데 아예 영장 청구 때부터 압수 수색 대상에 넣지도 않았다고 한다. 검찰이 대장동 의혹의 ‘급소’를 일부러 피해 다니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성남시장은 대장동 개발 인허가를 비롯,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최종 결정권자다.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을 위해 100% 출자로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세웠다. 공사 정관에는 사업 계획 작성과 변경, 분양가 결정, 중요 재산 취득과 처분 등을 성남시장에게 보고하게 돼 있다. 시장이 도장을 찍지 않으면 사업 진행이 불가능한 구조다. 당시 성남시장이 이재명 경기지사다. 이 지사는 본인 입으로 “(대장동) 설계는 내가 한 것”이라고 했다. 그가 2014~2016년 대장동 구역 지정, 개발 계획, 출자 승인, 실시 인가 등과 관련해 최소 10차례 서명한 공문서도 확인됐다. 대장동 개발을 위한 주요 단계마다 최종 결재한 것이다.
대장동 수사의 핵심은 왜 아무리 사업 수익이 커져도 성남시는 1822억원 이상 못 가져가도록 사업이 설계됐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결정적 단서는 이미 나와 있다. 2015년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은 초안을 마련했지만 7시간 만에 그 조항이 삭제된 사실이 드러났다. 누가 이를 결정·지시했나. 수익이 큰 폭으로 왔다 갔다 하는 사안인데 성남시가 100% 출자한 산하기관이 시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단독 결정했다고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7시간의 비밀’을 풀어야 할 검찰이 그 열쇠를 찾을 수 있는 성남시장실을 압수 수색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노골적인 ‘봐주기 수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럴 거면 차라리 수사를 중단하는 게 옳다.
지금까지 검찰은 마치 ‘실패한 수사’가 목적인 것처럼 움직여왔다. 검찰은 김만배씨의 배임·뇌물 혐의를 제대로 수사하지도 않고 부실 영장을 청구하는 바람에 기각당했다. 대장동 의혹의 ‘윗선’까지 규명하겠다는 수사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수사팀에 파견된 부부장 검사가 갑자기 수사팀에서 빠져 소속 부서로 돌아가자 “검찰 상층부가 수사 검사들을 찍어 누르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뭉개거나 수사 정보를 가로챘다는 논란도 있다. 검찰이 증거 자료를 독점하면서 입맛에 맞는 것만 꺼내 쓰려는 것 아닌가.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대선 댓글 조작 사건도 검찰이 뭉갰지만 결국 특검이 진실을 밝혔다. 대장동 의혹도 아무리 숨기려 해도 결국 진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만약 검찰이 부실 수사를 계속한다면 언젠간 반드시 엄중한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18 민감한 사안은 뭉개기, 정권 앞에 풀잎처럼 누운 감사원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강민아 감사원장 권한대행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감사원 과장급 간부가 업무 시간에 건설업체 관계자와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자신이 담당하는 업무와 관련 있는 업체와 동반한 것이어서 유착 의혹이 큰데도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다. 감사원이 내부 직원의 일탈엔 이토록 관대한데 어느 공직자가 감사 결과에 수긍하겠는가.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감사 발표를 마지막으로 정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은 아예 감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등이 지난 2월엔 금강·영산강 보 해체, 6월엔 백신 조기 도입 실패에 대한 감사 청구를 접수시켰으나 감사원은 몇 달째 착수 여부조차 결정하지 않고 있다. 두 청구는 국민적 관심이 높아 마땅히 감사원이 정책 타당성과 개선책을 제시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도 국민·공익 감사 청구가 들어오면 1개월 내에 착수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뭉개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4월엔 TBS가 ‘감사 대상’이라고 했다가 정작 넉 달 뒤 감사 청구가 들어오자 “우리 소관이 아니다”며 행정안전부에 떠넘겼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대북 사업을 하는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벌에 입찰 없이 2500억원대의 새만금 태양광 일감을 몰아주었다는 의혹도 ‘경찰·공정위가 수사·조사 중’이라는 이유 등으로 감사하지 않기로 했다. 이달 초엔 ‘대장동 게이트’ 관련 공익 감사가 접수됐는데, 역시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각하·기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감사원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떠난 이후 정권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사안은 감사에 나서지 않으려는 분위기라고 한다. 정권 눈치를 보며 공직 비리를 방치·묵인하는 감사원이 왜 존재해야 하나. 공공 이익의 마지막 수호자가 돼야 할 감사원까지 권력 앞에서 풀잎처럼 눕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유동규 구속시킨 검사 쏙 뺀 수사팀… 검사들 “그 팀엔 안간다”
[대장동 게이트] 檢 대장동 수사팀 지휘부·팀원 갈등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에 대한 성급한 구속영장 청구, 압수수색 장소와 대상 선정 등 수사 방식을 놓고 내부 갈등을 빚어왔던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수사팀 주축이었던 특수통 부부장 검사가 최근 이 사건 수사에서 돌연 배제된 것도 이 같은 수사팀 ‘내분’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또 이런 얘기가 검찰 내부로 퍼지면서, 법무부가 수사팀 보강을 위해 대장동 수사팀 참여를 타진한 검사들 일부가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행 비행기 탄 남욱 “검찰서 자세히 말할것” -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천화동인 4호의 실소유주인 남욱 변호사가 16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LA국제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 탑승 수속을 위해 이동하던 중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주 후반부터 ‘대장동 사건’ 수사팀에서 빠져 경제범죄형사부로 원대복귀 조치된 것으로 알려진 A부부장검사는 이 사건 초기부터 수사를 주도해 왔다. 수천억원대 배임 혐의 등이 적용된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구속영장 청구서에 서명한 검사이기도 했다. 그는 이전에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도 근무했고 현 수사팀 중에선 특별수사 경험이 가장 많은 검사로 꼽혔다.
그가 수사팀에서 제외된 배경을 두고 지휘부와 갈등설이 제기되자 중앙지검은 “기존에 담당하던 주요 수사 사건의 처리를 겸하게 된 것일 뿐 전담수사팀에서 배제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조차 “앞뒤가 안 맞는 궁색한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형 사건에서 사실상 주임검사 역할을 하는 부부장검사에게 다른 사건 처리까지 맡기는 전례가 없다는 것이다.
A부부장이 원대 복귀해 맡는다는 수사는 ‘KT의 정치자금 쪼개기 후원 의혹’ 사건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사건 수사는 공소장 초안까지 이미 작성됐고 마무리 작업만 남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다른 사건을 핑계로 사실상 수사에서 제외시킨 것”이라고 했다.
A부부장은 사건 초기부터 지휘부와 여러 번 의견 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철저·신속 수사’ 지시 이후 3시간 30분 만에 김만배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도 A부부장은 “영장 범죄 사실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한 법조인은 “수사와 사건을 제일 잘 아는 검사가 아닌 ‘윗선’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바람에 ‘김만배 영장 기각’이란 참사가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일선의 한 검사는 “A부부장의 원대 복귀로 수사팀의 주축인 경제범죄형사부에서 파견된 부부장 두 명 중 송철호 울산시장 사위(김영준 부부장)만 남게 됐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초기부터 지휘부와 수사팀 검사들 간에 삐걱거리는 조짐이 나타났다”는 말이 나왔다. 이정수 지검장의 지시로 성남시청을 첫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켰다가 대검 등 ‘윗선’에 의해 제지됐다는 얘기도 수사팀에서 흘러나와 검찰 내부로 확산하고 있다. 관련 보도가 나오자 중앙지검은 이를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 부인했다.
전담수사팀장인 김태훈 중앙지검 4차장 바로 밑에서 수사를 지휘하는 유경필 경제범죄형사부장에 대해선 “특정 방향으로만 수사를 중구난방식으로 확대하려 한다”는 불만도 수사팀 내부에선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김만배씨가 제공했다고 판단한 ‘5억원’의 경우, 유동규씨를 구속할 때는 ‘현금 1억원과 수표 4억원’이었다가 김씨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는 ‘현금 5억원’으로 달라졌다. 특수부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계좌 추적도 덜 된 상태에서 뇌물 공여에다 횡령·배임까지 적용한 것은 처음 본다”고 했다.
검사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가 퍼지면서 최근 수사팀 증원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수사팀이 기존 17명에서 20명 규모로 확대되기는 했지만, 법무부에서 대장동 수사팀 참여를 타진했던 일부 검사들은 “현재 맡은 수사가 있다” 등의 이유를 들며 사실상 ‘거절’했다는 것이다.
검찰, ‘대장동 키맨’ 남욱 공항서 체포…“죄송하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18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검찰에 체포됐다. 남 변호사는 이날 새벽 5시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그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체포영장으로 신병을 확보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 중이다.
남 변호사는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만 남긴 채 묵묵부담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남 변호사가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만큼 제기된 의혹을 강도 높게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화천대유, 압수수색 전 성남의뜰 회의록 삭제”
성남의뜰 대표, 최근 지인에 언급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 고재환 대표가 최근 대학 동문 변호사와 통화하면서 “성남의뜰 자산관리사(AMC)인 화천대유가 검찰 압수 수색 전에 성남의뜰 이사회 회의록 등 관련 자료들을 삭제했고, 사무실 컴퓨터도 교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 의혹을 언론이 보도한 지 16일이 지난 9월 29일에야 화천대유 본사, 성남도시개발공사,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자택 등을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성남의뜰에 이어 성남시청에 대해서도 수사팀 구성 2주 만에 압수 수색을 했다. 이 때문에 의혹 관련자들이 증거를 인멸·조작하거나 서로 입 맞추기에 충분한 시간을 검찰이 벌어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고씨는 지난 14일 변호사 A씨와 20여 분간 통화하면서 성남의뜰 이사회 회의록 존재 여부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통화한 A씨는 고씨와 성균관대 법대 동문이다. A씨는 본지에 “고씨가 자료 삭제 이야기를 화천대유 측에서 들었다고 한다”며 “고씨는 ‘화천대유에서 이사회 회의를 주재했기 때문에 관련 자료 역시 화천대유가 모두 관리해왔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A씨는 본지에 “고씨가 당시 통화에서 ‘성남의뜰 이사회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는데, 자주 참석하며 회의를 주도한 사람이 있었다. 당시는 누군지 몰랐는데 최근 언론에 나오는 얼굴을 보니 유동규 전 본부장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성남개발공사는 대장동 개발 사업 주관사인 ‘성남의뜰’에 우선주 ‘50%+1′주를 보유한 공공 부문 파트너로 참여했다.
그동안 성남개발공사, 화천대유는 성남시의회의 회의록 공개 요구에 “영업상 비밀 및 개인 정보가 포함됐고, 비밀 유지 의무를 위배할 경우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며 거부해왔다. 성남의뜰 이사회 회의록에는 유동규 전 본부장 등 공사 관계자들이 ‘화천대유 이익 몰아주기’에 동조하는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는 이 통화에 대한 해명을 들으려 고씨에게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와 관련, 화천대유는 법률대리인 방정숙 변호사를 통해 전한 입장에서 “성남의뜰 이사회 회의록을 삭제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컴퓨터를 교체한 사실도 없다”며 “회의록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성남의뜰 측 모두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폐기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재명, 성남 부동산 시행업체서 ‘최고한도 후원금’ 2번 받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014년 성남시장,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때 부동산 개발 업체인 MDM그룹 문주현 회장에게 후원금으로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17일 나타났다. MDM그룹 사옥은 2005~2013년 성남 분당구 정자동에 있었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기(2010~2018년) 첫 3년 동안 관내 업체였던 셈이다. 국민의힘은 “개발 사업의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장이 관내 개발업자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것은 부적절하다”며 “후원금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에게 제출한 고액 기부자 명단을 보면 이 후보는 성남시장 재선에 도전한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 회장으로부터 500만원을 기부받았다. 500만원은 지자체장 후보에게 줄 수 있는 후원금 상한액이다. 문 회장은 4년 뒤인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때도 이 후보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문 회장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있던 2012년에는 성남시와 협약을 맺고 저소득층 주거 환경 개선과 중증 장애인 돌봄 사업에 후원금 3000만원도 전달했다.
MDM그룹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한 2011년 성남 일대 아파트와 오피스텔 3곳의 시행을 맡았다. 이 후보가 경기지사로 재직한 2019년엔 경기 동탄2신도시 블록형 단독주택부지를, 2020년에는 경기 파주 운정 도시지원시설용지부지 등을 매입했다. MDM그룹 문주현 회장은 본지 통화에서 “내가 전국검정고시총동문회 총회장을 맡고 있는데, 이재명 후보가 같은 검정고시 출신이라 격려 차원에서 후원한 것”이라며 “사업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면 대장동 개발 사업에 내가 들어가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10월 18일 이재명 연루 문서·증언 속출…여당은 셀프 면죄부 國監
대장동 사태의 본질은, 성남시 측이 특정 민간 업체에 상식을 뛰어넘는 천문학적 특혜를 제공한 것이다. 국정감사 역시 이 부분에 집중돼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역할, 개발 계획·실행 전모, 민간업체와의 계약 내용, 관련자들에 대한 증인·참고인 증언 청취 등이 기본이다. 이미 적지 않은 증언과 문서 등 구체적 정황들이 언론의 보도로 드러난 만큼 관련 자료 제출, 증인·참고인 심문 등이 국감의 핵심이 돼야 한다.
경기도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國監)이 18일 열렸다. 오는 20일에는 국토교통위 감사도 예정돼 있다. 그러나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물론 여당의 태도는 정반대다. 이 지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관련 공직자 일부가 오염되고 민간사업자가 유착됐다는 의혹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하면서도 “100% 공공개발을 국민의힘이 막았고, 민간업자들의 불로소득을 국민의힘 정치인이나 국민의힘과 가까운 인사들이 나눠가졌다”면서 야당을 도둑과 범인으로 몰았다. 모든 것을 과거와 주변 탓으로 돌리는, 사실과도 맞지 않는 궤변이다. 설사 야당에 일부 책임이 있더라도 성남시장이던 이 지사 책임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재명 후보가 대국민 보고를 드리는 자리’라고 주장하는 등 셀프 면죄부 기회로 삼으려는 것 같다. 이미 관련 증인·참고인 채택을 모두 거부했고, 성남시와 경기도는 의미 있는 자료 제출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국감 취지도 국민 알권리도 무시하는 행태다.
그러나 이 지사가 2015년 2월에 결재한 ‘다른 법인에 대한 출자 승인 검토보고’에는 ‘민간이 수익을 지나치게 우선시하지 않도록 하고, 사업 전반을 관리 감독한다’고 돼 있다. 석 달 뒤 도개공 이사회에선 민간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진 사업협약서가 의결됐다. 실무자가 이 조항이 포함된 협약서를 상부에 보고했지만 7시간 뒤 해당 조항이 삭제된 재수정안이 새로 보고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업협약서를 최종 의결할 도개공 이사회에서 일부 이사들의 반발에도 법률 검토 의견이 보고되지 않은 채 일방 통과됐다고 한다. 2014년 남욱 변호사가 대장동 지주들을 설득하면서 “이재명 시장이 (재선)되고, 유동규 본부장이 사장이 되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는 음성 파일도 공개됐다. 이런데도 발뺌한다면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일이다.
문화일보 사설
10월 18일 시장실 수색과 특수통 검사 뺀 檢, 남욱 조사도 짜맞추나
검찰의 대장동 사건 수사에 대한 의문이 갈수록 증폭된다. 핵심 4인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가 18일 검찰에 체포됐지만, 성남시장실 압수수색 제외, 특수통 검사 수사팀 배제설 등 꼬리 자르기 행태가 노골화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 착수 22일 만인 지난 15일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하면서 시장실과 시장부속실을 제외했다. 수색 대상으로 적시하지도 않았다. 시장은 개발사업 최종 인허가권자다. 지난달 29일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 등을 대상으로 실시된 압수수색 당시 성남시청이 포함돼 있었으나 수뇌부 지시로 제외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수사팀의 대표적 특수통 부부장 검사가 다른 사건을 함께 맡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검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영장에 서명한 검사로 수사를 주도해왔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한 졸속·부실 영장 청구에도 반대해 수뇌부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사팀에 잔류하면서 다른 수사를 마무리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당 대선 후보 연루 의혹 사건임을 감안하면 궁색한 변명이다. 이러니 일선 검사들도 대부분 대장동 전담팀 참여를 거부한다고 한다. 검사조차 검찰 수사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남 변호사 조사도 정해진 구도에 맞춰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남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 로비와 관련 2015년 구속된 전력이 있다. 대장동 개발이익이 현실화되던 2년여 전에 미국에 거주지를 마련해 가족들이 살고 있으며 미국 출국 전 회사 부동산을 담보로 120억 원 대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의 급거 귀국은 수사 수위를 예상했거나 모종의 사전 협의가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남 변호사에 대해 사전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앞으로 며칠 동안의 수사가 정권의 하수인 여부를 가를 시금석이 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10월 18일 ‘김오수 검찰’ 대장동 수사, 황당하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재인 정부 출범 초부터 국민이 피로감을 느낄 정도로 떠들어 대던 검찰개혁의 궁극적 목적이 이것 때문이었나?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물론 현 박범계 장관까지 검찰 조직을 축소하고 권한을 빼앗아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나눠주는 일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추진하더니 그 목적이 결국 수사력을 분산시켜 정권 말기의 권력 비리에 대한 수사를 피해 가려는 것은 아니었는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는 것이다.
국민의 눈에는,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태도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사 의지가 처음부터 없는 건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찾아내는 핵심적 단초라 할 수 있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만 보더라도 이러한 의심은 충분하다. 일반 국민도 대부분 알고 있을 정도의 의혹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보가 쏟아지고 있는데도 김 씨에 대한 제대로 된 보강 수사도 하지 않은 채 엉성하기 짝이 없는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했다. 국민은 검찰이 이 사건의 실체를 밝혀줄 것으로 기대조차 하기 어렵다.
성남시에 대한 압수수색도 마찬가지다. 핵심적 증거들이 사라지기 전에 하루빨리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검찰은 전담수사팀이 구성된 지 2주일이 지나도록 전혀 움직임이 없다가 지난 15일 김만배 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에야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다. 뒷북이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성난 민심에 못 이겨 대장동 수사에 착수한 지 20일 만에 ‘늑장’ 압수수색을 한 것에 대해 야당은 김오수 검찰총장과의 관련성을 의심하고 있다. 김 총장이 지난해부터 성남시 고문변호사로 검찰총장 임명 직전까지 일한 것으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검찰은 심지어 ‘수사 방해’ 의혹도 받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최근 새롭게 소재가 파악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과거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수원지검에 신청했지만 수원지검이 반려했다고 한다. 수사 방해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더 황당한 일은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의 발언이다. 대장동 수사를 총괄하는 이 지검장은 국회 법사위 국감에서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김 씨 발언을 인정하면서도 “정치인 그분을 얘기하는 부분은 아니다”라는 단정적 발언을 했다. 사건의 수사 범위를 유 씨까지로만 한정하겠다는 뜻을 대놓고 밝힌 것이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검찰의 이러한 태도가 특검이나 국정조사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에 발생한 전대미문의 비리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 후보자도 수사에 혼선을 줄 수 있는 발언을 삼가고 자숙해야 한다. 자신의 책임 관할 지역에서 대형 비리 사건이 발생했으니 그것을 알고 있었다면 범죄행위일 것이며, 만약 몰랐다면 ‘무능’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해서 투명하고 신속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여당 대선 후보로서 책임 있는 자세다.
문 정부에 의해 검찰이 진정으로 개혁(?)됐다면 개혁(?)된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국민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
문화일보
10.18 대장동 판박이 ‘백현동 개발’도 이상하다
대장동 개발 사업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성남시 백현동 아파트 건립 과정을 두고도 특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개발 시행 업체 A사가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땅인 자연녹지를 매입하자 마자 성남시가 부지 용도를 ‘준주거지’로 4단계나 올려주는 이례적 조치를 취하면서 건설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 업체가 아파트 분양으로 얻은 이익은 지금까지만 3000억원에 가깝다. 성남시에서 또 다른 ‘개발 로또’가 있었던 것이다.
한국식품연구원이 있던 이 땅은 주거지 개발이 불가능한 임야였기 때문에 매각이 8차례나 무산됐었다. 그런데 A사가 2015년 식품연구원에서 땅을 사들이고 7개월 만에 성남시가 토지 일부를 기부 채납하는 조건으로 용도 변경을 승인해 순식간에 금싸라기 땅으로 둔갑했다. 게다가 성남시는 당초 임대주택 건설을 조건으로 달았지만 2016년 말엔 일반 분양도 가능하도록 조건을 바꿔줬다고 한다. 특혜에 특혜가 거듭됐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모두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벌어진 일이다.
백현동 개발은 임야였던 곳에 아파트를 짓다 보니 산을 거의 수직으로 깎으면서 건물 9층 정도 되는 50m 높이의 옹벽이 단지를 감싸는 위험천만한 구조가 돼버렸다. 산림청장이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높은 옹벽은 처음 봤다”고 했을 정도다. 현행법에 따르면 아파트 옹벽 높이는 원칙적으로 15m가 최대치다.
미스터리에 가까운 백현동 개발에도 이 지사와 가까웠던 인물이 핵심으로 등장한다. A사가 토지 매입 직전 이 지사의 성남시장 선거를 여러 차례 도왔던 김모씨를 영입한 것이다. 김씨는 2006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후보 캠프 선대본부장을 지냈고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때도 이 지사를 도왔다. 2008년부터 2년여간은 민주당 성남 분당갑 위원장이던 이 지사 밑에서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대장동 사건의 유동규씨를 연상시킨다. A사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김씨가 회사 지분 절반을 달라고 깡패를 동원해 협박해 지분 25%를 넘겨주는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사실이라면 김씨가 백현동 사업의 자기 역할에 대한 몫을 요구하는 차원일 가능성이 있다.
이 지사 주변 인사가 민간 개발업자들과 결탁한 상황에서 성남시의 특혜성 조치가 이뤄지고 소수의 사람들이 폭리를 취할 수 있는 구조가 설계돼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백현동 사업은 대장동 의혹과 ‘판박이’다. 왜 성남에서만 비상식적인 개발 특혜 의혹이 잇따르나. 백현동의 진상도 규명돼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0-18 “이재명 시장이 돼야”… 2014년 ‘남욱 녹취록’은 뭘 말하는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2014년 4월 대장동 원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 시장이 (재선)되면 아주 급속도로 사업 진행은 추진이 빨라질 것 같다”, “이재명 시장이 되는 게 훨씬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남 변호사는 “(이재명 시장이) 재선되면 공사 사장 얘기가 있다고 들었다”고도 했다. 앞뒤 문맥상 공사 사장은 유동규 씨에 대한 이야기다. ‘현 사장(황무성)이 임기가 있지 않느냐’는 주민의 질문에 남 변호사는 “임기는 있는데 그건 사임하면 된다”고 답했다.
남 변호사가 발언한 시점은 대장동 개발방식이 확정되지 않았던 때였다. 그런데 남 변호사와 유동규 씨는 민관합동개발 방식이 정해진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2012년 4월 유 씨는 언론에 대장동을 민관합동 방식으로 개발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2013년 대장동 원주민들과의 대화에선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고 공사가 50% 이상의 지분으로 참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후 남 변호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에 재선돼야 사업 진행에 유리하다고 주민들을 설득하면서 유 씨의 성남도개공 사장 임명설까지 언급한 것이다.
실제 대장동 개발사업은 이재명 시장 재선 이후 상당 부분 남 변호사와 유 씨가 말한 대로 진행됐다. 성남시는 2015년 2월 민간사업자 모집 공고를 내는 등 개발을 본격화했다. 성남도개공은 50%+1주의 지분으로 참여했다. 유 씨는 대장동 민간사업자를 선정하고 사업을 본격화하던 시기에 성남도개공 사장 직무대리를 맡았다. 그 결과 민간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지는 등 민간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사업이 이뤄졌다.
대장동 개발을 통해 남 변호사는 1000억 원대의 배당금을 받았고, 유 씨는 화천대유 측에서 700억 원을 약속받는 등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 이들이 구상한 각본대로 민간업자에 특혜를 주게끔 사업이 설계됐고 진행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남 변호사가 이 지사의 성남시장 재선을 바란 이유, 유 씨 중용 가능성을 알게 된 경로를 확인해서 의혹을 규명하는 게 검찰의 숙제다.
동아일보 사설
10.18 검찰의 현란한 '대장동' 문 워크
지금은 애매한 인물이 되었지만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검사 시절 쓴 책『검사내전』엔 흥미로운 일화들이 적잖다. ‘하이타이’(합성세제)를 머금곤 쓰러져 거품을 내뱉으며 경련하는 듯 꾸며 수사를 피하려 했던 할머니, 영장을 청구한다니까 미리 119를 불러놓고 현관문을 열어둬 구조에 지장 없게 한 뒤 음독한 장씨 등. 김 의원은 이런 고수들의 거짓말에 맞서는 수사의 요체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친정권 수뇌부 검찰 수사 지지부진
변호사비 대납사건은 수원지검에
“유동규·김만배·남욱 선 정리할 듯”
“사금(沙金)을 캐는 사람처럼 수천 쪽의 기록들을 모아 거르는 일을 반복하면 진실의 무게로 가라앉는 사실들을 찾아낼 수 있다. 내가 가진 작은 조각들을 모으고 모아서 전체 퍼즐을 맞추면 거짓을 꿰뚫는 창이 된다.”
대장동 사건의 검찰들은 기이할 정도로 거꾸로 했다. ‘정영학 녹취록’이면 다 되는 듯 대대적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은 늦췄다. 민영개발을 내세웠던 성남시장이 왜 민관개발로 바꿨는지, 관이 아닌 민에 천문학적 이익을 몰아주는 계약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알아내야 했는데도, 뇌물을 줬다는 사람(김만배)을 ‘단군 이래 최대 뇌물’로 구속하려다 망신당하곤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에게 깨진 후에야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이미 한참 지난 터라 검찰도 알았을 것이다. 수기자료가 있을 리 만무하다고. 시장실은 압수수색하는 시늉도 안 한 걸 보면 말이다.
더욱이 수사 지휘권자인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압수수색 전날 국감에서 “그분이 정치인 그분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아니다”고 했다. 또 “배임죄는 배임 행위뿐 아니라 개인의 사익 추구하는 범의(犯意)도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참고로 이재명 지사는 “1원도 받은 일 없다”고 했다. 범의가 없다는데 현장의 검찰(일부는 반발했다지만)도 ‘왜 하나’ 했을 것이다.
이 지사가 직접 연관된 변호사비 대납 사건은 외려 흩뜨렸다. 한 단체가 “이 지사 부부를 모두 변호했고, 현재 이 지사 캠프에서 일하는 이모 변호사가 수임료로 현금 3억원과 주식 20여억원어치를 받았다”며 검찰에 고발한 사건 말이다. 전체 변호인은 30여 명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이 8일 서울중앙지검으로 배당했다가 13일 수원지검으로 재배당했다. 이정수 지검장은 “(이 지사의) 사무실이나 시장 사무실이 수원이고 주거지가 성남”이란 식으로 설명하던데, 대검은 이 자명한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놀랍다. 여전히 서울중앙지검에 있는 이 지사를 무료 변론했다던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의 김영란법 위반 의혹 사건이나 권순일 전 대법관의 관련 재판거래 의혹 사건은 어찌 되나 모르겠다. 하필이면 재배당일인 국감 전날이어서 이정수 지검장이나 신성식 수원지검장 모두 “기록을 안 봐 모른다”는 취지로 빠져나갔다.
검찰이 수사하기도 전에 이 지사와의 의혹을 차단하려고 애쓰는 것과 달리, 곽상도 의원 부자를 향한 태도는 전통적이었다. 번개같이 압수수색했고, 검찰이 이들 부자를 직접 불러 조사한 적이 없는데도 ‘김만배 영장’에 50억원 뇌물을 받은 것으로 적시했다.
이런 마당에 눈길이 가는 건 수뇌부 라인업이다. “법무부 장관이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여당 국회의원”이라는 장관(박범계)에다 성남 고문변호사 출신 검찰총장(김오수)이다. 이정수 지검장은 박 장관의 고교 후배고, 신성식 검사장은 이 지사의 중앙대 법대 후배다. 오해받기 딱 좋지 않나.
이를 두고 검찰 고위직 출신의 평은 이랬다. “수사 경험이 적어선지 아니면 일부러 문 워크를 하는 건지, 옆에서 볼 때 어설프다.” 마이클 잭슨 춤으로 널리 알려진 문 워크는 앞으로 걷는 모습으로 다리를 움직이는데, 사실 뒤로 걸어가는 동작이다.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더 직설적이었다. “유동규·김만배·남욱 선에서 사고를 친 것이고 성남시의 인허가 과정엔 문제가 없다고 정리하고, 권순일·곽상도·박영수의 50억원 뇌물 사건으로 희석하려는 것이다.” 진실은 곧 알게 될 것이다.
중앙일보 고정애 논설위원
10.19 李 “초과 이익 민간업자가 갖는 것”, 본인이 ‘환수 장치’ 뺀 사람인가
이재명 경기지사는 1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성남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화천대유에 수천억원대 특혜를 준 혐의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해 “개인적으로 배신감을 느낀다”며 “직원 일부가 오염돼서 부패에 관여한 점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정말 가까이하는 참모는 그 ‘동규’(유동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지사는 또 “내가 대장동 설계자이자 책임자지만 성남시 내부 이익 환수 방법과 절차, 보장책을 설계한 것이지 민간 사업자 내부 이익을 나누는 설계를 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 지사는 한 달 전만 해도 “유씨는 실무 임원이었고 이 설계는 내가 했다. (유씨에게) 이렇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다”고 말했었다. 본인이 직접 설계했다면 민간에게 8000억원 가량의 천문학적 이익이 가는 것을 몰랐을 리가 없지 않나.
유씨는 대장동 사업 초창기부터 이 지사의 대리인을 자처했다. 유씨는 대장동 원주민들이 민관 공동 개발에 항의하자 ‘내 말이 이재명 말이니 믿고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장동 사업의 핵심인 남욱 변호사도 주민들에게 2014년 ‘이재명 시장이 재선(再選)해야 대장동 사업에 유리하다’며 ‘그러면 유씨가 공사 사장 (간다는) 얘기가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당시 황무성 성남도시개발 사장에게 중도 사퇴하라고 요구해 관철시켰다. 사실상 이 지사가 사퇴시킨 것 아닌가. 결국 유씨가 사장 직무대리로 대장동 사업을 밀어붙였다. 사업도 인사도 모두 유씨나 남 변호사가 말한 대로 됐는데 사업 추진 주체이자 결재권자인 이 지사는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나.
가장 큰 문제는 민간의 추가 이익을 환수하는 조항이 누구의 지시로 빠졌느냐는 것이다. 이 지사는 이날 “(내가) 추가 이익 환수 조항을 왜 안 넣었냐”라며 “성남시가 (개발이익 중) 고정액을 받고 나머지 수익은 민간이 가지도록 공모가 된 만큼 추가 환수 장치를 두는 건 계약 위반으로 합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확정 이익을 제시했다면 초과 이익은 민간 사업자 것”이라고 했다가 나중엔 “1100억원을 추가 환수했다”고도 했다. 추가 이익 환수 장치를 넣는 게 부당하다고 판단해 넣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렇다면 추가 이익 환수 조항을 뺀 사람이 바로 이 지사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인가. 유동규씨는 특혜 계약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에 1100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됐다. 그렇다면 이 지사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조선일보 사설
10.19 “초과이익 환수 안 받아들였다” 이재명 배임 수사해야
경기도청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18일 국정감사는 기존 공방의 되풀이로 끝났다. 야당의 무기력한 행태도, 증인·참고인 채택을 전면적으로 틀어막은 여당의 봐주기 행태도, 핵심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경기도와 성남시의 태도도 문제였다. 그런데 여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답변에 주목할 만한 것이 있었다. 이 지사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협약서에서 삭제된 이유와 경위’를 따지는 야당 의원들에게 “삭제한 게 아니고 추가하자고 하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이 지사 답변 자체만 놓고 보면, 자신이 직접 그런 지침을 주었다는 것인지, 그런 결정을 직접 했다는 것인지,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을 설명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이 부분에 대해선 추후 확인되겠지만, 이 지사가 그런 결정에 직접 개입·관여한 사실은 자인한 셈이다. 배임은 대장동 사건의 범죄 혐의의 핵심 중 하나다. 1조 원대로 예상되는 개발이익 중 1830억 원만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가져가고, 나머지 8000억 원대의 수익을 소수 민간업체에 넘겨 성남도개공이 거액의 손실을 봤고 결과적으로 원주민, 입주민, 무주택 서민들, 나아가 성남시민 전체에 재산상 피해를 줬다는 혐의다.
당초 이를 우려한 도개공 실무자는 2015년 5월 27일 오전 화천대유 측이 검토를 요청한 사업협약서와 관련, ‘민간사업자가 제시한 분양가를 상회할 경우 지분율에 따라 별도의 조항이 들어가야 한다’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런데 7시간 만에 해당 조항을 없앤 보고서를 다시 만들어 화천대유 측에 회신했다. 당시 실무자도 “그것을 빼고 보내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문서가 2개 작성됐다”고 말해 윗선 개입을 시사했다. 물론 이 지사는 ‘사업공모 당시 고정이익환수 지침을 밝혔고 이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는데 이후 집값이 올랐다고 계약을 바꾸는 건 지침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무자가 보고서를 통해 건의한 시점은 사업자 선정 2개월 후다.
검찰은 이미 2개의 보고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근거로 김만배 씨 영장에 1100억 원대 배임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검찰은 즉각 배임 공모 또는 사주 등의 혐의로 이 후보에 대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0월 19일 폭행연루 비서·코마 특혜설·시장실 사진… 李주변 ‘조폭 그림자’
수행비서, 조폭사건 관여 유죄
코마, 성남FC 후원 계약 맺어
조폭이 시장실서 사진 찍기도
민주 “가짜사진 김용판 제명”
金 “손바닥으로 하늘 못가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경기지사)를 향해 ‘조직폭력배 연루설’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이 후보가 2010년 성남시장으로 당선될 때부터 따라붙은 ‘조폭의 그림자’가 이 후보의 대선 가도에서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의혹을 제기한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의 제명을 추진하겠다며 공세에 나섰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의 조폭 연루설을 둘러싼 진실 공방은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원 박철민 씨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김 의원이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사실확인서에서 박 씨는 “이 후보는 2007년 이전부터 국제마피아파 원로 선배들과 변호사 시절부터 유착 관계였다”며 “국제마피아파 측근들이 용역 등 성남시의 사업 특혜를 지원받는 조건으로 이 후보에게 불법 도박사이트 자금을 수십 차례에 걸쳐 20억 원 가까이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의 조폭 연루설은 그동안 일각에서 계속 제기돼 온 문제였다. 지난 2018년 SBS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이 후보가 국제마피아파 및 조직원들과 유착 관계가 있어 성남시장 재직 시절 이들에게 특혜를 주었다는 취지의 방송을 했다. 당시 방송에서는 이 후보와 국제마피아파 출신의 이모 코마트레이드 대표의 성남FC 후원 등 유착 관계는 물론 이 대표가 은수미 현 성남시장 선거운동에 관여했다는 점을 다뤘다. 이에 이 후보 측은 “사실관계를 누락·왜곡하거나 명백히 사실에 반하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진행되던 지난 9월엔 성남시장 시절 이 후보의 시장실에서 한 남성이 이 후보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 촬영한 사진이 공개되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 후보 측은 “열린 시장실을 운영해 방문객 누구나 시장실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는 2010년과 2014년 지방선거에서 이 후보 수행원 일부가 조폭 또는 폭력 전과자였고, 시장 재선 뒤 이들이 성남시 및 산하기관에 취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편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진행한 서울시 국감의 주된 쟁점은 18일 경기도 국감에서 제기됐던 이 후보의 조폭 연루설이었다. 이날 김 의원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며 이 후보가 조폭과 유착했다는 전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감대책회의에서 “김 의원에 대해 우리 당은 윤리위원회에 제명을 제소하는 등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조재연·송정은 기자
10-19 체포된 3인방 남욱, 누구 믿고 ‘대장동 돈벼락’ 각본 짰나
천화동인 4호 소유주로 대장동 개발에서 1000억 원대의 배당금을 챙긴 남욱 변호사가 어제 검찰에 체포됐다. 남 변호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함께 ‘대장동 3인방’으로 꼽히는 인물로 대장동 개발 초기부터 설계와 실행에 깊숙이 관여했다.
남 변호사는 2009년부터 대장동 개발에 뛰어들었고, 민관합동 개발 방식을 지지했다. 대장동 개발 방식이 확정되지 않았던 2012년 유 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민관 공동 개발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남 변호사는 민간을 대표해 “협조할 것”이라고 호응했다. 2014년 4월엔 대장동 원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 시장이 (재선)되는 게 훨씬 낫지 않겠나”, “(이 시장이) 재선되면 (유 씨) 공사 사장 얘기가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건(성남 제1공단 공원 조성 사업) 놔둔 상태에서 대장동 먼저 스타트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후 유 씨는 성남도개공 사장 직무대리를 맡아 민간사업자 선정 등을 총괄했다. 당초 대장동과 1공단 부지를 결합 개발하려던 성남시의 계획이 변경돼 대장동과 1공단 개발은 분리됐다. 남 변호사의 소개로 성남도개공에 들어간 대학 후배는 유 씨의 ‘별동대’인 전략사업팀에 합류해 민간사업자 선정, 사업협약서 작성 등 주요 업무를 맡았다.
남 변호사가 당시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신분이던 유 씨만 믿고 대장동 ‘돈벼락’의 각본을 짜고 실행하는 역할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윗선’의 실체를 알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 변호사는 귀국 전 언론 인터뷰에서 ‘그분’ 논란과 관련해 김 씨가 유 씨에게는 ‘그분’이라는 표현을 안 썼다고 했다. “7명에게 50억 원씩 350억 원을 주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김 씨에게서) 직접 들었다”고도 했다. 검찰이 남 변호사를 철저히 조사하면 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뇌물과 배임의 실체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동아일보 사설
10-19 “성과는 내 공로고 불법은 모르는 일이냐” 추궁당한 이재명
이재명 경기지사가 직접 출석한 ‘대장동 국감’이 어제 열렸다. 이 지사는 “100% 공공개발을 국민의힘이 막았다”며 “돈을 받은 자들이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게이트’가 아닌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거듭 프레임을 씌우는 전략이었다. 뇌물·배임 혐의로 구속된 유동규 씨에 대해선 “가까운 사람인 건 맞다”면서도 “정치적 미래를 설계하거나 수시로 현안을 상의하는 관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측근도 아닌 일개 직원에게 1조50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맡겼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에 “일을 맡겼던 부하 직원”으로 말의 뉘앙스가 슬쩍 달라졌다.
대장동 게이트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인 민간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경위에 대한 해명은 구체적이지 않았다.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사업을 통째로 넘겼기 때문에 세부 업무는 보고받을 이유가 없다”는 정도의 답변이었다. 이 지사가 대장동 사업 진행 길목마다 직접 결재한 문건이 10여 건에 달한다. 2015년 2월 ‘다른 법인에 대한 출자 승인 검토 보고’ 결재 문건에는 “민간의 수익이 지나치게 우선시되지 않도록 한다”고 적시돼 있다. 석 달 뒤인 5월 27일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사업협약서에서 빠지고, 성남도시개발공사 이사회에서 의결되는 과정도 상세히 보고받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삭제가 아니라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게 팩트”라고만 했다.
이 지사는 대신 “공모 단계에서 (성남시의) 확정이익을 제시했다”며 “집을 5억 원에 내놔서 계약해 놓고 나중에 잔금 치를 때 되니 집값 올랐으니 나눠 갖자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논리를 폈다. 적절한 비유인지 의문이다. 리스크가 없고 큰 이익이 예상되는 사업인데도 공공 부문의 확정이익만 정해놓고 민간 이익엔 상한선을 두지 않도록 기본 틀을 설계한 것 자체도 문제 아니었나. 오죽하면 실무진이 사업자 선정 이후 ‘초과이익 환수’ 안전장치를 두자는 의견을 냈겠나.
공공 환수 5503억 원을 내세우던 이 지사는 “현재 가치로 따지면 7000억 원 가까이 될 것”이라며 성과를 한껏 띄웠다. “대장동 사업의 최종 책임자는 제가 맞다”고 했지만 자신이 인정한 잘못은 부하 직원의 개인 일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도다. 민간 사업자들이 3중 장막 뒤에 숨어 있어서 그들의 존재를 몰랐다고 했다. 이러니 “성과는 내 공로고 불법은 모르는 일이냐. 상상을 초월한 (민간) 이익은 예측할 수 없었다고 하는 건 아니지 않나”(정의당 이은주 의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동아일보 사설
10.20 이재명 국감장 나온 대장동 주민들 “돈 몇 푼으로 쫓아내고 뻔뻔”
▲20일 국회 국토위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경기도청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집회를 갖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장동 주민 30여 명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이재명 경기지사가 참석한 국정감사장 앞에서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20일 오전 대장동 주민 30여 명과 시민단체 ‘행동하는 자유시민’ 회원들은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천대유 사건 부실수사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낭독했다.
박소영 행동하는 자유시민 상임대표는 “화천대유 돈 잔치를 바라보는 대장동 주민들이 얼마나 애가 타고 화가 나겠나. 이 지사가 늘 입버릇처럼 말한 시민을 위한다는 것이 뒤에서 시민 등에 칼을 꽂는 것이었느냐”며 “대장동이 터전이었던 주민들을 돈 몇 푼으로 쫓아내고 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느냐”고 물었다.
박 대표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등이 비리를 통해 천문학적인 시민의 돈을 탈취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이 지사는 왜 특검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냐”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에게 감사를 받는 엄중한 자리에서 질의한 국회의원을 비웃듯이 기만하고 웃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이것이 집권여당 대통령 후보의 수준이냐”고 했다.
그는 “국민의 눈을 속이고 측근들이 수천억 원의 돈을 나눠 먹는 것을 몰랐다고 하는 무능한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느냐”며 “이제 더는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 이 지사가 진정으로 깨끗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면 특검을 원하는 시민들의 요구를 즉각 받아들이라”고 요구했다.
대장동 주민 A씨는 단체를 통해 “대장동뿐만 아니라 서판교터널도 문제가 많다. 성남시장 재임 당시 문제가 이렇게 많은데, 대통령까지 하게 되면 대한민국을 거덜 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걱정돼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20일 국회 국토위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경기도청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특검을 요구하는집회를 갖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지사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위 국정감사에 경기도지사 자격으로 출석했다. 이 지사는 인사말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이야말로 그간 특정 소수가 독식하던 개발이익을 70% 이상 공공에 회수한 모범적인 환원 사례”라고 그간의 주장을 다시 한번 말했다. 그는 “부정부패와 불로소득이 만연한 개발 사업에서 부당한 이득은 견제하고, 공공이익은 시민에게 되돌려 우리나라 행정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며 “대장동 개발사업이 보수 언론의 왜곡 보도와 부패 기득권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온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부동산 개발 등을 전문으로 다루는 국토위 국감인 만큼 쟁점이 되고 있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진 경위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사업에 해당 조항이 빠지면서 특정인에게 막대한 이익이 돌아갔고, 이에 따라 성남시민에게 돌아갈 공공이익이 줄었다는 점을 강조할 전망이다.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10월 20일 李 배임 의혹 커지는데 檢 수사는 꼬리 자르기 더 노골화
검찰이 대장동 사건 수사에 착수한 지 1개월 가까이 됐지만, 갈수록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속출한다. 성역 없이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려는 것인지, 정반대로 몸통이 드러날까봐 안절부절못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 지경이다. 특히 이재명 여당 후보의 배임 의혹이 증폭되고 있지만, 검찰은 관련 자료 확보를 한사코 회피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인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휴대폰 확보 실패 때부터 논란이 된 검찰의 꼬리 자르기 수사가 더욱 노골화한다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한 것이 아니라 추가하자는 직원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답변했다가 ‘배임 혐의 시인’이란 지적을 받았다. 이 후보 측은 “주어(主語)가 이 후보 아닌 성남도시개발공사”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같은 국감에서 ‘고정 수익 환수가 성남시 지침이고 그에 반하는 주장은 제 지시 위반’이라고 밝혔다. 즉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주체가 누구든 최종 거부권자는 본인임을 시인한 셈이다. 이 후보는 또 ‘(초과이익은 민간업자 몫이란 취지의) 개발계획 공모 지침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집값이 올랐다고 계약을 변경하면 감사원 징계사유’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별협약 수정은 가능하며 감사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19일 성남시청을 3번째 압수수색 하면서 1·2차 때와 마찬가지로 시장실을 제외했다. 직원 이메일 압수 과정에서는 이 후보와 핵심 측근의 이메일을 제외했다. 대장동 사업 최종 인허가권자도, 성남도개공 보고를 받는 사람도 시장이다. 대장동 비리의 몸통을 포함한 실체적 진실 규명은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미국 장기 체류 준비를 했던 남욱 변호사의 귀국과 20일 석방도 석연치 않다. 남 변호사는 귀국 전과 달리 귀국 후 ‘천화동인 1호 절반 소유주 그분은 이 후보와 관계가 없다’고 하는 등 윗선과 선 긋기에 나섰다. 22일 기소가 예상되는 유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는 배임 혐의와 관련해 이 후보가 언급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속·철저 수사와 조속 마무리’ 발언 취지가 면죄부 수사로 빨리 끝내라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자초한다.
문화일보 사설
10월 20일 “남욱, 이재명 대통령 되면 3년 살고 나오면 된다 생각”
尹측 “실체 없는 고발사주 의혹은 온갖 난리친 검찰”
“당장 특검 수용 안하면 더 큰 국민적 저항”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이 20일 남욱 변호사를 향해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한 3년 정도 살고 나오면 된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천화동인 일확천금의 도박이 이번에도 통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밝혔다.
윤 전 총장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 남욱 변호사가 석방됐다”며 “김만배씨의 구속 영장 기각에 이어 남 변호사의 석방이 연달아 이어진다는 것은 검찰이 대장동 사건의 진실을 밝힐 의지가 없음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 변호사는 왜 자진 귀국을 선택했나. 이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이재명 구하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그가 움직인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라며 “대장동의 진실을 밝힐 키맨이 아니라 국민 반대 편에서 진실을 은폐하려 한 엑스맨으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실체도 없는 고발사주 의혹에 대해선 검사들 사무실까지 압수수색하면서 온갖 난리를 친 검찰”이라며 “당장 특검을 수용하지 않으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뉴시스>
10월 20일 대장동 ‘엉터리 수사’와 특검 당위성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수사는 전형적인 비즈니스범죄(기업범죄) 유형인 배임·횡령죄와 뇌물죄 수사다. 이런 수사에서 참고인과 피의자를 조사하기 전에 먼저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을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데 검찰은 수사에 착수한 지 20일이 지나서야 주요 대상인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고, 그나마 쟁점의 핵심인 성남시장실은 압수수색에서 제외했다. 그것도 주요 피의자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한 조사부터 하고 구속영장 청구를 했다가 법원이 증거 부족을 이유로 기각한 뒤의 일이다.
이런 수사는 피의자에게 수사 정보만 알려주는 셈이 된다.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은 관련 녹취록에서 천화동인 1호 지분 절반의 실제 소유자라는 ‘그분’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한 상태인데도 ‘정치인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라고 여당을 편드는 정치적 발언을 했다. 이처럼 살아 있는 권력에 편향적인 모습이 그동안 정부가 떠들썩하게 추진한 ‘검찰개혁’ 결과란 말인가.
경찰은 지난 5월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 의뢰한 이 사건을 3개월 만에 내사종결해 버렸다. 그 후 금융정보분석원이 김 씨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해 경찰에 통보하고, 시민단체들의 고발이 잇따르자 다시 수사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를 못 내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문제점은 성남시의 100% 출자 공기업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화천대유, 천화동인(SK증권 특정금전신탁 형식) 등 민간 투자자와 합작해 ‘성남의 뜰’을 설립하고 저위험 고수익 사업으로 토지분양사업을 설계했는데도,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은 비참가적 우선주주로서 토지분양 수익금 중 확정배당금만 받고 고수익을 포기한 점이다. 이는 당시의 성남시장이나 위 공사 운영자가 성남시 또는 공사의 최대이익을 위해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할 임무를 위배해 보통주주인 화천대유, 천화동인(1∼7호) 투자자들에게 천문학적 이득을 얻게 하고 성남시나 공사에 손해를 가한 배임 행위가 될 수 있다.
이 사업으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의 민간투자자들은 불과 3억5000만 원가량을 투자해서 4040억 원을 배당받았으나,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5억 원가량을 투자해 1822억 원을 배당받았을 뿐이다. 만약 공사가 참가적 우선주 취득 투자약정을 했더라면 우선배당금을 확보함은 물론 사업이익 중 투자금에 상응하는 합리적인 이익배당까지 받았을 것이다. 공영개발은 토지 수용이 가능해 사업 수행이 수월한 대신 분양가상한제 등의 적용으로 분양 수익이 적어지고, 민간개발은 그 반대다. 그런데 대장동 개발사업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교묘히 민관 공동 개발로 진행함으로써 토지 수용도 가능하고 분양가상한제 등의 수익 규제도 적용되지 않도록 설계해 ‘저위험 고수익’ 사업이 된 것이다.
따라서 이런 부당한 사업 설계에 성남시장 등이 어느 정도 관여됐는지, 성남시가 주민들에게 돌려야 할 ‘성남의 떡’을 포기하게 된 경위, 특히 공사 실무 부서에서 초기 사전 협약서에 넣었던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7시간 만에 삭제하게 된 경위 등을 규명해야 한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었으므로 중립적인 특검이 철저히 수사하는 것이 국론 분열을 막는 길이다.
문화일보
10월 20일 ‘수라의 길’ 김오수의 시험
김충남 사회부 차장
지난 2007년 10월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장이었던 김오수 검찰총장은 노무현 정부의 실세였던 변양균 전 정책실장의 신정아 비호 사건 수사에 나섰다. 신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신 씨의 변호인은 안도한 게 아니라 오히려 안절부절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총장의 수사 스타일이 저돌적이고, 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변 전 실장의 혐의 중 많은 부분이 무죄가 선고되긴 했어도, 당시 변 전 실장과 신 씨 모두 구속되면서 ‘특수통 김오수’의 진가가 세상에 알려졌다.
2009년 6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수라(修羅)의 길이 검사들의 숙명’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 탓이라는 야당 등의 비판이 거셌다. 김 총장은 그러나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던 수사팀의 굳은 의지가 안타까운 상황 속에 조금은 아쉬운 결과로 막을 내리고 있다”며 “수사팀이 최선을 다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사실은 검찰 가족에게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김 총장이 인용한 같은 제목의 최재경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의 신문 칼럼엔 “검사들은 늘 도검(刀劍)이 난무하는 전쟁터, 소위 ‘아수라장’을 끝없이 배회하는 수라의 길을 걸어가야만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12년여가 흘러 김 총장은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 수사의 최종 지휘권자로서 도검을 차고 전장에 섰다. 김 총장은 지난달 30일 “여야, 신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추상같은 지시를 했다. 하지만 성남시청에 대한 늑장 압수수색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에 따른 부실수사 논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윗선’에서 멈춘 듯한 꼬리 자르기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당하고 있다. 성남시 고문 변호사 전력이 드러나며 야당으로부터 수사 지휘를 회피해야 한다는 압박도 받고 있다. 김 총장은 지난 18일 열린 대검 국정감사에서 “수사를 일부러 뭉갠 사실이 없다”고 했지만 여전히 불신은 걷히지 않고 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김 총장의 그간 행보를 보면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오해를 살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법무차관으로서 3명의 장관을 보좌하며 검찰개혁 코드를 맞췄고, 장관 대행 시절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를 열심히 받아 적는 ‘받아쓰기 검사’라는 조롱도 당했다. 윗사람의 눈치를 잘 살펴 ‘처세의 달인’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취임 뒤 지난 4개월여 행보도 이런 평가를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검찰총장으로서 다시 수라의 길을 마주한 김 총장이 살길은 대장동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는 것뿐이다. 정권 교체기 총장으로서 임기에 연연하거나 정치적 고려를 하는 순간 평생 불명예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연루된 물증과 진술이 나온다면 여당 대선 후보라도 기소를 주저해선 안 된다. 머뭇거리는 순간 바로 특검이라는 거대한 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부패와 비리 수사에 관한 한 김오수의 잘 벼린 칼날을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문화일보
10월 20일 [단독]李 “조폭인줄 모르고 변론했다”더니… 판결문 “마피아파” 명시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경기지사)가 변론했던 ‘성남국제마피아파’ 행동대원 김모 씨가 위증·위증교사 혐의로 지난 2008년 2월 15일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판결문 일부.
■ 본보, 판결문 2건 입수·분석
이재명, 2007년 조폭 변호 수임
법원, 선고하며 “행동대원” 밝혀
李, 한 달 뒤 같은 조폭 또 변론
李캠프 “당시 조폭신분 부인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경기지사)가 변호인에 이름을 올린 ‘조폭 변론’ 판결문 2건을 분석한 결과 “조폭인 줄 모르고 사건을 수임했다”는 취지의 이 후보 해명과 다른 것으로 나타나 거짓말 논란이 제기된다. 이 후보는 자신이 변론한 조직원을 ‘성남국제마피아파 행동대원’으로 명시한 판결을 받은 지 1개월 뒤 그 피고인의 또 다른 사건에서도 변호인으로 나섰다.
20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지난 2008년 2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판결문에 따르면, 이 후보는 위증·위증교사 등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김모(36) 씨를 변론했다. 김 씨는 미성년자 2명 등과 함께 주점에서 술을 마셨던 성남국제마피아파 부하 조직원 2명 등에게 “술을 마신 사실은 전혀 없다고 증언하라”고 지시하고 본인도 허위 진술에 가담한 혐의로 2007년 9월 기소됐다. 이 후보가 36차례 반성문을 제출하도록 한 끝에 김 씨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김 씨는 그 후에도 조직 활동으로 10여 건의 추가 범행을 저질러 2차례 구속됐다.
이 후보가 김 씨 변론을 맡았던 같은 법원 2007년 8월 판결문에 따르면 김 씨는 당시 집단 흉기 상해·협박·감금, 공동상해·협박 등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때도 김 씨 반성문이 16차례 제출됐다.
당시 재판부는 “성남국제마피아파가 범죄단체인 줄 알면서 김 씨는 2005년 행동대원으로 가입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그해 2월 이미 공동폭행죄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김 씨와 공동으로 이 후보 변론을 받았던 또 다른 김모 씨는 재판부 표현상 “속칭 ‘리더’격”이었다. 지난 1998년부터 이 조직 구성에 참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동 피고인 명단에는 성남시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던 ‘코마트레이드’ 이모 전 대표, 이 후보 지지 활동을 벌였던 이모 씨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 후보의 ‘조폭 변론’에 대한 해명은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지난 2018년 이 후보는 “김 씨와 그 가족이 찾아와 ‘조폭이 아닌데 억울하게 구속됐다’며 무죄 변론을 요청해 수임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는 해당 재판에서 두 사람이 각각 간부급·행동대원 신분이 드러났고 그중 1명은 이 후보 변론을 재차 받았던 사실과 배치된다. 법원 판결에서도 의뢰인들이 조폭 신분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 후보 측은 변호인은 의뢰인의 말을 신뢰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 후보 측은 “조폭 신분을 극구 부인한 김 씨의 의뢰를 받았던 것”이라며 “살인범이라고 해도 변론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10.21 ‘내가 했다’ 취지 발언 하루 만에 ‘나는 몰랐다’, 국민 우롱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틀 전 국정감사에서 ‘왜 (대장동)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됐느냐’는 질의에 “삭제한 게 아니고 (그 조항을) 추가하자고 하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이 비슷한 취지의 말을 수차례 했다. 이 말을 듣고 이 조항을 넣지 못하게 한 사람은 이 지사 본인이었다고 해석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 지금까지 대장동 게이트와 관련해 가장 큰 의문은 누가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없앴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지사는 자신이 그 장본인이라고 한 것이다. 장본인은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해 민간 사업자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8000억원 이상의 천문학적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추가 이익 환수 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2015년 성남도공이 화천대유와 협약을 맺는 과정에서 만든 내부 보고서에서 해당 조항이 7시간 만에 삭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구속된 유동규씨의 배임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로 보고 있다고 한다. 이 지사의 국감 첫날 발언을 놓고 ‘배임 혐의와 직결된 핵심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가 자신이었다는 걸 자복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지사는 이 같은 취지의 언론 보도에 대해 아무런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
이 지사 측의 말은 다음 날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이 지사 측은 처음에는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은 이 지사가 아니라 성남개발공사라고 했다. 발언을 주워 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더니 20일 국정감사에선 이 지사가 직접 나서 “해당 조항을 넣자는 일선 직원 건의가 있었다는 건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고 당시 나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뺀 것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때 간부 선에서 채택되지 않은 게 팩트”라고도 했다. 자신이 아니라 ‘간부’가 문제의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이틀 만에 ‘난 몰랐다’로 180도 바뀌었다.
이 지사는 구속된 유동규씨에 대해서도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 사건 초기엔 “산하기관 중간 간부가 다 측근이면 측근이 미어터질 것”이라더니 국감 첫날엔 “가까운 사람인 건 맞다”고 했다. 그러다 두 번째 국감에선 ‘정말 중요한 인물’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말했다. 유씨가 이 지사 선거를 돕다 2010년 성남시설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임용된 것에 대해선 “인사 절차 자체가 기억이 없다”고 했다. 유씨가 이재명의 ‘장비’로 불리는 실세였다는 것은 공공연한 얘기다.
대장동 게이트와 같은 대형 의혹 사건에 대해 생업에 바쁜 일반 대중은 자세히 알 수가 없다. 정치인들은 이 점을 이용해 말 돌리기, 말 바꾸기, 궤변, 강변으로 대중에게 실체를 가리고 자신은 문제가 없다는 이미지를 주려고 한다. 뻔뻔하게, 천연덕스럽게 할수록 대중의 눈을 더 잘 속일 수 있다.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21 일부러 핵심 피해 가는 검찰, 증거 나올까 두려운가
검찰이 입국 즉시 공항에서 체포한 남욱 변호사를 43시간 만에 석방했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 변호사는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함께 뇌물 공여를 약속하고 공공에 수천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의혹이 커질 무렵 미국으로 떠나 핵심 피의자 중 가장 늦게 수사를 받았다. 검찰이 수사를 준비할 시간이 많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체포 시한인 48시간 수사를 완료하고 영장을 청구하기엔 시간이 짧아 석방했다”고 했다. 애초에 공항에서 굳이 체포할 이유도 없었다. 공항 긴급 체포는 검찰의 쇼 아니었나. 법조계에선 검찰이 일부러 무능을 드러내려는 것 같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남 변호사는 입국 전 “제가 알고 있는 한 거기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거기’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를 말한다. 그가 이 지사의 시장 선거를 도우면서 “이 후보가 당선되면 사업이 빨라진다”고 한 과거 발언에 대해선 “과장해서 한 얘기”라고 했다. 여당 의원들은 남 변호사의 발언을 이 지사를 옹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남 변호사가 국면 전환을 위해 정권과 짜고 입국했다는 ‘기획입국설’이 나온다. 억측이라고만 할 수 없다. 수사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정치적 시각에선 고개가 끄덕여지는 일들이 이번 대장동 의혹 수사에선 빈번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여론에 밀려 수사 착수 20일 만에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증거를 없앨 시간을 줄 작정이 아니라면 일을 이렇게 질질 끌 수 없다. 그러면서도 가장 중요한 시장실과 비서실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계속 제외하고 있다. 시청 서버를 압수수색하면서도 대장동 개발 당시 시장인 이재명 지사와 최측근 정진상 당시 정책실장의 이메일 기록은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검찰이 결정적인 증거가 나올까 두려워 일부러 핵심을 피해 간다는 인상이 짙다. 경찰이 한나절 만에 찾아낸 유동규씨 휴대전화를 거짓 해명까지 하면서 열흘 동안 찾지 못한 것도 검찰이다. 심지어 여당 대표는 검찰에 12월까지 수사를 끝내라고 한다. 여당과 이 지사의 공격적 태도도 검찰 수사가 어떻게 굴러갈지 확신하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21 원희룡 “유동규가 폰 버리기 전 2시간 통화한 사람 누군지 안다, 이재명 복심”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 창립총회 및 세미나'에서 대화하고 있는 이재명(왼쪽) 경기지사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 압수수색 당일 휴대전화를 던지기 전 2시간가량 통화한 인물이 누구인지 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경기지사의 ‘유동규 극단 선택 시도’ 발언을 두고 “치명적 실수”라고 규정했다.
원 전 지사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유씨가 휴대전화를 던지기 전 두 시간 동안 통화를 했다”며 “유씨는 과거에 악역은 다 하고, (자신이) 뇌물 받은 것까지 나와 토사구팽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 후보의 뜻을 판단할 수 있는, 중간 연결을 할 수 있는 사람만이 통화 대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화한 인물에 대해 “(이 후보의) 완전 복심이면서 유씨까지도 잘 알고 달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너무 확신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원 전 지사는 “확실할 때는 근거가 있겠죠”라며 “전화하는 걸 옆에서 본 사람의 제보가 있었다”고 답했다. 다만 제보자가 누구인지 밝힐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또 ‘통화를 했다는 것만으로 이 후보와 연결돼 있다고 볼 수는 없지 않으냐’는 물음에 “저는 그렇게 주장하지 않는다”며 “통화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까지 얘기하는 거다. 대화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씨가) 자살약 먹고 누워 있던 건 어떻게 알았을까요?”라고 되물었다.
이 후보는 전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그만둔 지난해 12월 이후 그와 연락한 적이 없다면서 “나중에 들은 바로는 (유씨가) 작년부터 이혼 문제가 있어서 검찰 압수수색 당시에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씨가) 침대에 드러누워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둘러 둘러 가며 들어보니깐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유씨 소식을 누구한테서 보고받았느냐는 물음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원 전 지사는 “(이 후보가) 말한 의도는 유씨와 1년 전부터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과 뇌물을 먹은 게 본인 가정의 문제 때문이라는 걸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며 “측근으로 연결하는 걸 빠져나가기 위해 묻지도 않은 걸 얘기했다”고 추측했다.
그는 “언론에서는 ‘(유씨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는 알 수 없는 행동을 했다’는 얘기까지만 나왔지, 약 먹었다는 얘기도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자살약 먹은 걸 알았을까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대통령으로 가는 길을 유서 쓰고 드러누워서 막을 수도 있는 사람이 자살약을 먹었다는 얘기를 누구한테 들었는지 기억을 못 해요? 그 천재가 그걸 기억을 못 해요?”라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전날 ‘유씨가 이 후보에게 충성을 다했다’는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의 말에 “충성을 다한 것이 아니라 배신한 것”이라며 “최선을 다해서 절 괴롭힌 것”이라고 했다. 또 유씨의 성남도공 기획본부장 임명 경위에 대해서는 “본부장 인사는 제가 아니고 사장이 하게 돼 있다”며 “제가 직접 관여하지 않아서 기억에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10.21 ‘대장동 판박이’ 백현동, 민간업자 아내까지 2000% 수익 챙겨
대장동 사업구조와 판박이… 특정인이 개발이익 독식
증권사 통해 9억5000만원 투자해 올해까지 205억 배당받아
남편이 대표인 부동산 개발업체는 23억 투자해 497억 수익
“민간업자 아내, 지분 안 드러내려고 증권사 신탁 택한 정황”
성남 대장동 사업과 비슷한 시기에 추진된 ‘백현동 사업’에 투자한 부동산업체 대표 정모씨 부부가 작년에 360억9965만원을 배당받았고 올해는 341억9000만원을 챙길 예정인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700억원에 이르는 배당 수익은 이들 부부가 백현동 사업의 시행사 성남알앤디PFV(이하 성남알앤디)에 투자한 금액 대비 수익률이 200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씨 부부 중 아내 윤모씨가 본인 지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증권사에 유가증권 신탁을 하는 방식으로 투자한 배경을 두고도 의혹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여러모로 대장동 사업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씨가 대주주인 업체는 성남시가 녹지인 백현동 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상향해 용도 변경을 결정하기 8개월 전, 이재명 경기지사의 옛 측근 김모씨를 영입한 곳이기도 하다.
▲성남 백현동 개발 사업 참여자와 수익 규모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씨 부부는 성남알앤디 지분의 상당 부분을 갖고 있다. 성남알앤디 우선주(25만주)는 부국증권이 80.1%, NH투자증권이 19.9%를 보유하고 있고, 보통주(75만주) 경우 아시아디벨로퍼가 61.3%, 부국증권이 20%, NH투자증권이 18.7%를 보유 중이다. 아파트 1200가구를 짓는 백현동 사업의 분양 수익은 성남알앤디를 통해 분배되는 구조다.
그런데 성남알앤디 보통주 지분의 61%를 가진 아시아디벨로퍼는 정씨가 지분 52%를 갖고 대표로 있는 회사라고 한다. 여기에 NH투자증권이 보유한 성남알앤디의 우선주·보통주 역시 정씨 아내인 윤씨가 NH투자증권에 신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가 그 지분의 실소유주라는 얘기다. 정씨의 아시아디벨로퍼와 부인 윤씨가 가진 지분을 합치면 이 부부가 보유한 성남알앤디 지분은 전체의 65%에 해당한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실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 2015년 성남알앤디 우선주와 보통주 지분을 액면가(5000원)로 확보했는데 취득 금액은 총 9억500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남편인 정씨가 아시아디벨로퍼를 통해 23억원을 성남알앤디에 투자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윤씨는 작년부터 올해 말까지 총 205억4620만원, 같은 기간 남편인 정씨는 아시아디벨로퍼를 통해 총 497억4344만원을 배당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경율 회계사는 “32억5000만원을 투자해 올해 말까지 702억9000만원을 배당받는 셈인데 투자 지분 대비 배당 수익률이 약 2000%를 넘는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부국증권이 백현동 사업에 투자한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이 사업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본지에 “부국증권의 한 고위 임원이 정씨와 가깝고 함께 사업을 총괄 지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부국증권은 위례 신도시사업의 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에도 19.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2013년 민·관 합동으로 추진한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은 ‘대장동 사업 4인방’ 가운데 남욱 변호사의 아내, 정영학 회계사의 아내가 관련 개발·투자 회사의 임원을 지냈다.
백현동 사업 부지는 원래 녹지지역이라 개발이 제한되면서 8차례 공개 입찰이 유찰됐다. 그런데 성남알앤디 대주주인 아시아디벨로퍼가 2015년 1월 이 지사의 옛 측근 김모씨를 영입했고 그해 4월 성남시 도시주택국은 이 부지를 ‘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하고자 한다는 보고서를 올렸다. 이 보고서에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직접 서명했다. 이 지사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정진상 당시 정책비서관도 이 보고서에 서명했다.
성남시는 다섯 달 뒤인 2015년 9월 7일 보고서 내용대로 용도 변경을 했다. 성남시는 100% 임대주택 공급을 전제로 용도 변경을 해줬는데 이듬해인 2016년 12월 일반 분양(임대주택 10% 포함)으로 계획을 바꿨다. 한 관계자는 “일반 분양으로 바뀌면서 분양 이익이 예상을 크게 웃돌게 됐고 결과적으로 민간 사업자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겼다”고 했다. 현재 이 아파트는 산을 깎아 부지를 무리하게 조성하고 주변 옹벽 높이가 최대 50까지 높아지면서 ‘옹벽 아파트’로 불리며 안정성 문제가 제기된 상태다.
박수영 의원은 “이재명 성남시장 재임 중 대장동이나 백현동 개발처럼 인허가 특혜를 통해 민간에 큰 이익을 몰아주는 사업이 많았는지 특검을 통해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했다. 정씨는 본지 통화에서 “NH증권 지분은 아내가 맡겨 놓은 것이 맞고 내가 보유한 것”이라면서도 “맹세코 로비 자금으로 사용한 적도 없고 성남시 관계자 등을 만난 적도 없다”고 했다.
10월 21일 ‘대장동 판박이’ 백현동 특혜…또 前정권·부하 탓할 건가
경기 성남시 백현동 개발사업에서도 특정 업체와 개인이 엄청난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제2 대장동’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미 ‘50m 옹벽 아파트’로 유명세를 치른 백현동 사업은, 민관 합동이 아닌 민영 방식이고, 이에 따라 토지수용 대신 용도변경 절차를 거친 것만 빼면 사업 구조가 비슷하다. 사업 시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으로 겹치는 데다 인·허가 특혜와 이 지사 측근 연루 등도 판박이처럼 닮았다.
백현동 사업에 투자한 정모 씨 부부는 지난해와 올해 700여억 원을 배당받는다고 한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2000%에 이르고, 부인 경우엔 증권사에 유가증권 신탁으로 지분이 드러나지 않게 하는 방식도 동원됐다고 보도됐다. 한국식품연구원이 전북으로 이전하면서 매각한 백현동 부지는 자연녹지여서 주거지 개발이 불가능했다. 8차례나 매각이 불발된 이유다. 그런데 2015년 2월 사업자에게 2187억 원에 매각된 뒤 성남시는 준주거지로 용도를 4단계나 올려주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성남시는 당초 임대주택 건설을 조건으로 달았지만, 일반분양을 허용하고 용적률도 높여주었다. 식품연구원 측은 업체를 대신해 성남시에 일반분양으로 바꿔 달라는 공문을 보내고, 성남시는 이를 받아들였다. 감사원은 관련 직원을 해임하라는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땅에 허가를 해주고, 당초 설계된 900여 세대보다 300여 세대를 추가할 부지를 조성하면서 50m 옹벽도 생겨났다.
이런 과정은,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때 이 지사의 선거대책본부장으로 활동하고 2010년에도 도왔던 김모 씨를 업체가 영입하면서 진행됐다. 김 씨는 회사 측에 지분 절반을 요구했고, 결국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25%를 넘겨주는 계약을 했다는 것이 업체 측 주장이다. 이 지사는 20일 “박근혜 정부 때 국토부가 안 해주면 직무유기 이런 것으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했다”고 했다.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 지사는 대장동과 마찬가지로 또 전(前) 정권이나 측근·부하의 탓으로 돌릴 것인가. 신속한 수사가 불가피하다. 전 정부의 ‘협박’ 여부와 실체도 당연히 밝혀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0.21 與 “이재명에 돈 줬다는 건 가짜정보” 박철민 “확실히 전달, 李와 茶도 마셔”
[대장동 게이트] 박씨, 與 주장에 재반박
朴 “벤츠에 현금 2억 넣어두자 모자 쓴 여성이 가져가며 ‘OK’… 목격자·녹취자료도 있다”
이재명측 “허무맹랑한 주장”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20억원을 전달했다고 폭로한 성남국제마피아파 출신 박철민씨가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을 통해 공개했던 현금 뭉치 사진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조작 의혹을 제기하자 20일 반박에 나섰다. 박씨는 이날 장영하 변호사를 통해 공개한 추가 진술서에서 “거짓이면 제가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 1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 의원은 “공익 제보를 받았다”며 “박씨가 2015년쯤 이 지사에게 20억원을 건넸다”고 주장하며 현금 뭉치 사진을 공개했다. 이 돈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FC’와 후원 계약을 맺고 이후 은수미 성남시장에게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했던 국제마피아파 출신 사업가 이준석 코마트레이드 대표가 마련한 돈이라는 것이다. 국제마피아파에서 12년 활동했다는 박씨는 중간 두목급인 이준석씨의 하부 조직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가 공개한 현금 뭉치 사진이 2018년 11월 박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렌터카 사업과 라운지바 등을 운영해 벌었다며 쓴 글에 첨부된 사진과 같은 것으로 드러나며 여권에서는 ‘공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박씨는 진술서에서 “돈을 제가 번 것처럼 올린 것은 큰 현금 다발이 제 수중에 들어와 자랑 삼아 올린 것이지 이 지사에게 넘어간 돈이 확실하다”며 “제가 2017년 12월 징역을 살다 나왔는데 준석 형님께 받은 돈이 아니면 저 큰돈을 어디서 구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에 (명함과 함께) 올린 사진은 이 지사에게 건네주기 전 찍은 것으로 이준석 지시로 이 지사 측근에게 전달한 돈이다. 수십 차례 돈이 오갔기에 정확한 날짜가 특정이 안 된다”며 “이 지사님, 저랑 수차례 티타임도 했는데 왜 그러시느냐”고 했다.
박씨는 “저는 (사진을 올렸던 2018년 11월) 저때 혼인하고 (아내에게) 용돈 탔을 때다. 돈이 없어서 아내 카드 쓰고 도움 받을 때”라며 “렌터카 업체에 영업이사로 등재됐을 뿐 급여를 받은 적도 없고 저 시기에 저한테 있을 수 있는 돈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금 뭉치에 대해 “2018년 4월쯤 이준석이 서울구치소에서 이 지사에게 주라고 한 돈”이라며 “2018년 6월 경기도지사 (선거) 나가기 전 현금이 필요하다 하시며 2억을 금호아파트(수내동) 벤츠에 박스로 놔두고, 모자 쓴 여성이 (이를) 가지고 가면서 텔레그램으로 ‘OK’라고 해 확인하고 갔다”고 했다. 관보에 따르면, 이 지사는 해당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목격자 및 관련자 녹취 자료도 준비돼 있다”고 했다.
박씨는 “(이 사건 공개에 대해) 이준석이 ‘선고 앞두고 있으니 지켜보고 천천히 진행하라’고 했고 시기를 조율 중이었는데 갑자기 보도된 것이고 결정적 증거는 아직 1도 제출 안 한 상황”이라며 “이준석도 자수를 결심한 것이 (이 지사 측이) 이용은 이용대로 해놓고 재판엔 도움도 안 주고 버림당했기 때문이란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했다. 박씨는 이 지사를 향해 “(이준석씨에게) 수감 생활 하며 함구하고 있으면 대통령 되고 사면이나 항소심에서 석방시켜 준다고 측근 통해 말씀하신 적 있지 않으냐”고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측은 “박철민 측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그 돈이 전달됐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허무맹랑한 주장에 답변할 가치조차 없다”고 했다.
한편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등의 혐의로 2019년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이씨는 지난 9월 예정됐던 2심 선고가 연기되며 지난 8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이씨는 ‘20억 폭로’가 나온 다음 날인 19일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박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장 변호사는 “박씨가 이씨로부터 고소당하자 ‘형님이 배신을 했다’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10.21 이재명과 측근들, 국제마피아파 출신 어깨 짚고 팔짱… 과거 사진 보니
▲조폭 출신 A씨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함께 시장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 시점 불명. /페이스북
국회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조직폭력배(조폭) 연루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성남 지역 한 조폭 출신 인사가 이 지사 또는 그 측근들과 함께 찍었던 여러 장의 사진들이 뒤늦게 재조명되고 있다. 이 조폭 출신 인사는 성남 국제마피아파에서 활동했던 A씨로, 지난 18일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며 이 지사에게 돈을 건넸다고 주장했던 같은 조직 출신 박철민씨는 A씨를 ‘큰형님’이자 ‘자신과 이 지사를 소개시켜준 인물’로 지목했었다.
박철민씨는 18일 공개한 사실확인서에서 “이재명 시장 선거 당시 A 국제마피아파 큰형님이 합류하게 되면서 인연은 더욱 깊어 갔고, A 형님이 ‘이재명 시장을 밀어라’라고 밑에 하부 조직원들에게 지시를 하셨고, 또한 (코마트레이드) 준석 형님을 결정적으로 이재명 지사와 연결을 시켜 준 것도 A 형님입니다”라고 적었다.
A씨는 2007년 3월 경찰이 성남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61명을 무더기 검거해, 47명을 기소했을 당시 기소됐던 인물이다. 당시 변호사였던 이재명 지사는 이들 조직원 가운데 2명을 변호했고, A씨 변호는 다른 변호사가 담당했다.
▲2007년 경찰의 성남 국제마피아파 무더기 검거 당시 연행되고 있는 A씨. /SBS
20일 A씨와 그의 지인 등 페이스북에서는 A씨가 이 지사, 이 지사 대선 캠프 총괄특보단장 안민석 의원, 은수미 현 성남시장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을 여전히 확인할 수 있었다.
▲ 조폭출신 인사 A씨가 2015년 은수미 현 성남시장과 함께 찍은 사진. /페이스북
▲ 조폭 출신 인사 A씨가 안민석 민주당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 이들이 들고 있는 책은 안 의원이 쓴 박근혜 정부 비판 서적이며, 2018년 출간됐다. /페이스북
▲조폭 출신 A씨가 이재명 성남시장과 함께 찍은 사진. /페이스북
▲조폭 출신 A씨가 2016년 6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단식 농성 중이던 광화문광장에서 찍힌 사진. 이 사진을 올린 페이스북 이용자는 사진 설명으로 '오늘 새벽 4시경 A씨. 시장님 곁에서 경호를 서고 있는 고마운 A씨'라고 적었다. /페이스북
2016년 6월 한밤중 광화문 천막 앞에 선 A씨의 사진을 올린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A씨가 당시 단식 농성 중이던 이 지사를 경호하기 위해 새벽 4시까지 잠을 안 자며 지키고 있다고 적어올리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당시 이 지사는 박근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발해 단식 농성을 벌였다.
A씨 등이 올린 사진들에 따르면, A씨는 이 지사 주변은 물론이고 국회나 민주당 핵심 지도부가 모이는 행사장에도 거리낌없이 드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닷컴은 이들 사진이 찍힌 경위에 대해 묻기 위해 당사자들에게 연락했다. 이 지사 측은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에는 ‘열린 시장실’을 표방해 모든 방문객에게 100% 집무실을 개방했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기념촬영에도 응해줬다”며 “해당 인물과는 특별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북콘서트를 2년 사이에만 국내외에서 100회 가량 열었고, 매회 수십~수백명이 참석했다. 책에 사인하고 사진 찍은 사람을 일일이 셀 수가 없다”고 답했다. 은 시장 측은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성남으로 옮겨온 초기인 걸로 기억되며, 당시엔 일반 시민으로 생각해 기념촬영에 응해준 것 같다”며 “옆에 다른 여성도 함께 웃으며 사진을 찍지 않았느냐”고 했다. 은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 성남중원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2018년 이 지사의 뒤를 이어 성남 시장에 당선됐다.
A씨는 “2007년 처벌받은 뒤, 그쪽 세계에서는 손을 씻었다”며 “민주당 당원이자, 이 시장 지지자로서 그를 따라다닌 것 뿐”이라고 했다. 이른바 ‘광화문 경호’ 사진에 대해서는 “경호는 전혀 사실이 아니고, 이 시장을 응원하기 위해 광화문을 찾았으나 천막이 닫혀 있었고, 그 때 페이스북 친구인 다른 지지자가 사진을 찍어 올리면서 설명을 그렇게 쓴 것”이라고 했다. 이 시장 또는 민주당을 지지한 이유에 대해서는 “투표권을 가진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현직 시장을 지지하는데 뭐가 잘못됐느냐”고 했다.
조선일보 장상진 기자
10월 21일 사진속 남성은 ‘경찰 관리대상 조폭’… 李캠프는 “모르는 사람”
▲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국제마피아파 출신 조폭이라는 의혹을 받는 A(왼쪽 사진 빨간 원) 씨와 B(오른쪽 사진) 씨와 찍은 사진들로 진위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들 사진은 집무실에서 찍은 것으로, 이 지사의 좌우명인 ‘덕풍만리(德風萬里)’ 휘호가 보인다. 이는 ‘덕(德)을 실은 바람은 만리를 간다’는 의미다. 페이스북 캡처
李, 조폭과 찍은 사진 수두룩
경찰 “책상에 다리 올린 사람은
조폭 여부 확인 불가능 하다”
李캠프 “조폭 아닌 영어 강사”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집무실에서 앉아 사진을 찍은 인사가 수사기관의 관리대상 조직폭력배(조폭)인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시장 집무실 책상 위에 발을 올리고 사진을 찍은 또 다른 인사는 수사기관이 따로 관리하는 조폭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 수사를 통해 사진 속 인물의 조폭 여부, 이들과 이 지사와의 관계 등이 규명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회의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조폭 연루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성남 지역 한 조폭 출신 인사가 이 지사 또는 그 측근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일 A 씨와 그의 지인 등 SNS에는 A 씨가 이 지사, 이 지사의 대선 캠프 총괄특보단장 안민석 의원, 은수미 성남시장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이 게시된 바 있다. 이 지사의 집무실에서 찍힌 사진에는 여러 지지자와 함께 선 이 지사의 앞에 A 씨가 앉아있고, A 씨의 어깨에 이 지사가 손을 얹은 모습이 담겼다. 안 의원과의 사진에는 A 씨가 안 의원의 저서를 들고 있는 모습이, 은 시장과는 A 씨가 팔짱을 낀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2007년 처벌을 받은 뒤 폭력조직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여전히 경찰의 관리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재명 캠프 측은 “이 지사는 찾아온 많은 사람과 수시로 사진을 찍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진인 ‘덕풍만리(德風萬里·덕을 실은 바람은 만 리를 간다)’라는 휘호 아래 이 지사 책상 위에 발을 올리고 있는 B 씨는 경찰의 관리 대상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사진만 가지고 신원을 특정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B 씨의 경우 수사기관의 관리 대상 조폭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명 캠프 측은 “B 씨는 조폭이 아닌 영어강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시민단체 고발 등으로 수사기관이 정식 수사에 착수할 경우 일각의 의혹이 확인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밀 확인 등을 통해 사진 속 인물에 대한 확인, 조폭 관리 대상 해제 여부 등을 확인할 경우 조폭 조직에 몸담았거나, 현재도 소속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18일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국감장에서 공개한 폭력조직 성남 국제마피아파 출신 박철민 씨 사실확인서에는 “이재명 시장 선거 당시 국제마피아파 큰형님이 합류하게 되면서 인연은 더욱 깊어 갔고, 형님이 ‘이재명 시장을 밀어라’라고 밑의 하부 조직원들에게 지시를 하셨고, 또한 이준석 형님을 결정적으로 이재명 지사와 연결을 시켜 준 것도 형님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문화일보 김성훈1 기자
10월 21일 이재명 ‘조폭 돈’ 의혹 더 구체적 폭로, 충격적이다
경기 성남지역의 폭력조직 국제마피아파 출신인 박철민(31) 씨가 이재명 경기도지사 ‘조폭 돈’ 의혹을 더 구체적으로 폭로해, 진상 규명 당위성이 더 커졌다. 수감 중인 박 씨는 20일 장영하 변호사를 통해 공개한 추가 진술서에서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나가기 전 현금이 필요하다 하시며 2억을 (성남시 수내동) 금호아파트 벤츠에 박스로 놔두고, 모자 쓴 여성이 (이를) 가지고 가면서 텔레그램으로 OK라고 해 확인하고 갔다’고 했다. ‘2018년 4월쯤 (국제파 중간보스급 출신) 이준석이 서울구치소에서 이 지사에게 주라고 한 돈’이라고 했다.
박 씨를 현 단계에서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지만, 돈 전달 시기·장소·과정 등까지 특정해서 더 밝힌 폭로 내용은 충격적이다. 앞서 박 씨는 지난 18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공개한 진술서 등에서 ‘(국제파는) 이 지사에게 수십 차례에 걸쳐 20억 원 가까이 지원했다’고 폭로했다. 그 내용도, 함께 공개한 현금 뭉치 사진도 ‘거짓·조작’이라는 이 지사와 여당 반박에 대한 재반박인 박 씨의 추가 폭로는 이 지사가 해당 아파트 보유자인 건 사실이어서 더 생생하다. ‘(1차 폭로에서) 돈을 제가 번 것처럼 올린 것은 큰 현금 다발이 제 수중에 들어와 자랑삼아 올린 것이지 (이 지사 측근에게 전달해) 이 지사에게 넘어간 돈이 확실하다’며 ‘이 지사님, 저랑 수차례 티타임도 했는데 왜 그러시냐’는 반문까지 했다.
오죽하면 박 씨가 ‘거짓이면 제가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며 ‘결정적 증거는 아직 1도 제출 안 한 상황’이라고도 했겠는가. 이 지사 측과 이준석 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각각 박 씨를 검찰에 고발했지만, 본격 수사 전에 우선 여당 대선 후보인 이 지사가 국민 앞에 그 전말(顚末)을 사실대로 밝혀야 할 때다. “허무맹랑한 주장에 답변할 가치조차 없다”는 말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문화일보 사설
10.21 "썩어빠진 바보, 멍청이" 전직 총장들에게 이런 욕 들은 검찰
“썩어도 너무 썩었습니다. 지금 검찰은 바보 멍청이에 수사 의지도 없습니다.”
“봐줘도 너무 봐주는 거 아닙니까? 검찰은 정의감도 없습니까? 권력이 그리 무섭습니까? 출세가 그리 중요합니까?”
검찰 욕하는 사람이야 널렸다. 하지만 위에 적은 말은 전직 검찰총장들 입에서 나온 말이란게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초선·비례) 전언이다. 조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사위 특혜채용 의혹이 얽힌 이스타항공 사태와 관련해 국감에서 검찰의 부실 수사를 맹공한 직후 전직 검찰총장 3명으로부터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정권에 불리한 수사는 죄다 뭉개고 덮는 검찰의 행태가 오죽 심했으면 일생을 검찰에 바친 전직 검찰 총수들이 이런 말을 했을까.
정권 실세들 수사, 뭉개기로 일관
핵심 길목엔 친정권 지검장 배치
전직 총장들 “썩어도 너무 썩어”
전주지검은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이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 등이 이스타항공 사장에 특정인을 앉히라고 부탁했다”고 법정에서 발언했는데도 수사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조수진 의원이 국감장에서 “(김 의원을) 조사했냐”고 묻자 문성인 전주지검장은 “아직 그럴 필요성은… 수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강래 전 의원 동생 명의로 이스타항공 주식 1만주가 헐값에 차명 거래된 의혹도 조사했냐고 따져 물었다. 문 지검장은 “차명 매입 부분은 충분히 수사했다”는 포괄적 답변으로 비껴갔다. 이런 공방을 지켜본 전직 검찰총장들이 조 의원에게 친정을 격렬히 비난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문 지검장은 지난 6월 차장검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전주지검장에 임명됐다. 초임 검사장이 지검장에 직행한 것부터 이례적이다. 그는 음주 운전으로 적발된 과거도 있다. 이러면 ‘승진 부적격자’로 찍혀 한직으로 밀려나는 게 상식인데도 그는 무난히 검사장에 올랐다. (문 지검장은 언론에 “인사 불이익은 사건 발생 10년이 원칙이라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지난해 라임 펀드 사기 수사를 지휘한 그는 “라임 일당의 대 여권 로비보다 야권 로비 수사에 주력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친정권 성향 검사로 분류됐다. 그런 문 지검장이 이스타항공 사태를 기소한 전주지검 수장에 임명되자 ‘임기 말 정권 수사를 차단하려는 노골적 방탄 인사’란 지적이 제기됐다. 넉 달이 지난 지금, 그 우려는 그리 틀리지 않아 보인다. 문 지검장의 상관이자 역시 친정권 성향인 김오수 검찰총장 조차 문 지검장 편을 들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 18일 대검찰청 국감에서 “(김태년 의원에) 조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문 지검장 답변이 상식에 맞느냐”는 추궁에 김 총장은 “당연히 범죄 혐의가 성립되는지 검토하고 있을 것이고 저도 적절한 지휘를(하겠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허위 인턴·회계부정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남부지검의 행태도 기가 막히다. 윤 의원은 2011년 미래발전연구원(미래연) 실장 시절 직원 김하니씨를 당시 국회의원이던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의원실에 인턴으로 허위 등록시켜 5개월간 급여를 받게 하고, 김씨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해 수천만원대 자금을 운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김씨가 처벌 위험성을 무릅쓰고 자수하면서 남부지검에 차명계좌 내역 등 ‘스모킹건’에 해당하는 물증을 제출하며 세간에 알려졌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부지검의 수사는 윤 의원을 한 차례 서면 조사하고 김씨를 두 차례 소환 조사한 게 전부다.
김씨는 “자수 11개월 만인 지난 8월 11일 남부지검 모 검사가 ‘사건이 내게 새로 배당됐으니 증거물을 다시 보내주고, 다음 주쯤 들어와 달라’고 연락해와 이메일로 자료를 보내고 교통편까지 예약했다”며 “그 직후 검사가 ‘청사에 코로나가 발생했다’며 만남을 연기하더니 두 달 넘은 지금껏 무소식”이라고 했다. 김씨는 “내가 백원우 의원실 허위 인턴으로 마지막 월급을 받은 게 2011년 12월이니, 올해 안에 기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소 시효(10년)가 끝나는 것 아닐지 우려된다”고 했다. 이렇게 친문 실세 의원의 의혹 수사에 소걸음인 남부지검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시절 ‘조국 불기소’를 주장하는 등 친정부 성향 검사로 손꼽혀온 심재철 지검장이 이끌고 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은 500억원대 횡령 혐의 등으로 지난 4월 구속기소 되기 직전 “난 불사조다. 불사조가 어떻게 살아 돌아오는지 보여주겠다”고 했다. 검찰 행태를 보면 이 의원이 불사조로 살아 돌아오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듯싶다.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
10월 21일 특검 도입해야 제2 제3 대장동 막는다
김성달 경실련 정책국장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권력자들의 부패가 계속 드러나며 온 국민의 분노와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토건 특혜 비리가 낱낱이 파헤쳐지고 관련자에 대한 엄중 처벌, 부당이득 환수 등의 조치가 절실하다.
경실련은 지금까지 판교·마곡·위례 등 수차례 공공이 강제수용하고 용도변경까지 해준 택지개발사업 사례를 분석 발표하고 공공의 땅장사, 집장사 중단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공공택지개발사업에서도 공기업과 민간사업자의 부당이득이 커지며 집값 안정에 기여하지 못한 채 국민적 비판을 받아 왔다. 대장동 개발 부패는 기존의 문제점에 더해 권력자들의 뇌물수수 등 비리까지 드러났으며, 막대한 부당이득도 문제다.
국토교통부가 심상정 의원실에 제출한 대장동 용지 공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토지매각액은 2조2243억 원이다. 언론에 공개된 개발사업비 1조5000억 원을 제외하면 매각이익은 7243억 원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사업자에게 돌아간 배당금은 성남도시개발공사 1830억 원, 천화동인1∼7호와 화천대유 4040억 원 등 5903억 원으로, 추가이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 현황을 조사한 결과 임대용지 2개 블록을 제외한 13개 블록의 분양수입은 3조9000억 원으로 예상되며, 3.3㎡당 평균 2452만 원(호당 9억1000만 원)이다.
하지만 민간업자들이 사들인 택지 매입 원가, 금융비용 및 제세공과금, 적정건축비(3.3㎡당 700만 원) 등을 고려하면 분양원가는 3.3㎡당 1770만 원(호당 6억6000만 원)으로, 분양원가 총액은 2조8000억 원이다. 분양수입에서 분양원가를 제외한 분양수익은 3.3㎡당 682만 원, 전체로는 1조1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이 중 5개 공동주택지를 수의계약으로 받은 화천대유의 분양수익은 4500억 원으로 배당금까지 합치면 8500억 원이 화천대유 등 특정 개인 7명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택지 매각이익과 아파트 분양수익을 더한 1조8000억 원이 대장동 개발이익으로 추정되고, 이 중 성남시가 받은 배당금 1830억 원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제1공단 공원 조성 사업 및 터널공사비 등으로 사업자에게 부담시킨 3681억 원은 사업비(1조5000억 원)에 포함돼 있다고 판단했고, 이를 이익으로 보더라도 전체 이익의 30% 수준이다.
민간의 폭리는, 공공이 강제수용하고 용도변경까지 해준 택지를 민간에 매각했고, 분양가상한제도 적용받지 않아 바가지 분양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임대주택도 당초 계획(1421세대)의 절반(621세대)으로 축소됐으며, 이마저도 LH에 매각해 성남시가 보유한 임대주택은 0채이다. 결과적으로 성남시민들을 위한 주거 안정에는 기여하지 못한 채 민간업자에게 막대한 부당이득을 안겨주는 사업에 성남시가 강제수용과 용도변경이라는 특권을 사용한 것이다.
따라서 특혜 사업에 어떤 세력들이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하고 부패한 뇌물을 주고받았는지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최근에야 성남시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등 눈치 보기 식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국회가 즉각 특검을 도입해 부패 실상을 규명케 해야 한다. 제2, 제3의 대장동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진행 중인 민관 공동 개발사업에 대한 실태조사도 필요하다.
문화일보
10월 22일 배임 뺀 유동규 기소, 李 털끝도 건드리지 않겠다는 뜻
대장동 특혜 사건에 대한 ‘현 정권 검찰’의 수사는 일반인의 눈에도 비정상투성이로 비쳤는데,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21일 저녁 늦게 기소하면서 적용한 혐의를 보면 수사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이 공직자의 배임 혐의이고, 유 씨 구속 영장에도 주요한 부분으로 적시됐는데, 정작 기소에서는 빠졌기 때문이다. 추후 수사 방침을 밝혔지만, 지금까지 수사 행태를 보면 그대로 믿기 힘들다. 한마디로 여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로 불똥이 튈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뜻 아니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대장동 사태 본질은, 8500억 원대의 초과수익을 특정 업체와 개인에 넘겨줘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원주민, 입주자, 성남시민에게 손해를 보인 배임 문제다. 사업을 설계·승인·결재하고 추진한 주체를 추적하고 뇌물과 초과수익의 실질적 귀착지를 밝혀내야 한다. 그런데 검찰은 사업 편의 제공 대가로 뇌물을 받거나 뇌물 제공을 약속받은 혐의로 유 씨를 구속 기소했다. 유 씨 역할은 편의 제공 수준이 아니다. 2015년 2월 실무팀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 포함 건의를 무시한 대장동 사업자 공모지침 발표를 주도했다. 공사 사장 직무대리를 맡은 이후 4시간 만에 사업 추진 컨소시엄이 선정되고, 2개월 뒤에는 실무자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포함된 사업협약서 초안을 작성한 뒤 7시간 만에 해당 조항을 삭제한 협약서를 다시 만들었다.
검찰이 배임 혐의를 제외한 데는 다른 의도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배임 혐의를 제대로 규명하려면 개발 관련 사항을 보고받고 승인·결재한 이 후보도 당연히 수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이 후보가 연루된 의혹이 나오면 배임 공모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여당 후보의 털끝도 건드리지 않기 위해 검찰이 뇌물 사건으로 축소할 것이란 예상이 파다했는데, 그대로 되고 있는 셈이다.
유 씨가 휴대전화를 던지기 전 2시간가량 이 후보의 측근과 전화했다는 제보가 나왔다. 이 후보는 국정감사에서 그 직전에 자살 시도를 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이런 사실까지 외면한다면 검찰 수사 자체가 범죄가 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10월 22일 대장동 사태 본질 파묻는 ‘수사 쇼’
김성천 중앙대 교수·법학
대장동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21일 성남시청 시장실과 비서실을 압수수색했다. 수사를 시작한 지 20여 일이 지나서 이뤄진 일이다. 앞선 4번의 압수수색에서는 시장실과 비서실을 빼고 하지 않았다.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측근들의 것은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 여당의 대선 후보를 비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니 마지못해 억지로 하는 듯한 분위기다. 수사를 지휘하는 중앙지검 4차장 검사가 대표적인 친정권 성향의 인물로 분류되고 있어 더욱 우려를 낳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시장실을 안 가려던 게 아니라 단계를 밟아 나가는 과정이었다’고 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벌어주고 나서 거센 비난을 피하려고 건성으로 하는 시늉만 한 게 아닌가 싶다. 대장동 사건 의혹의 핵심이 당시의 성남시장인데 그에 관한 증거를 가장 천천히 수집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수사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봐도 이상할 일이다.
대한민국은 엄연한 법치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범죄 사실은 증거가 없으면 인정될 수가 없다. 그래서 의혹은 많은데 증거가 없어서 미제사건이 돼 버린 경우도 많다. 완전범죄라는 게 그렇다. 증거가 없는 경우들이다. 그래서 범죄자들은 증거를 없애려고 한다. 게다가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도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압수수색의 기본은 피의자가 미처 대비하기 전에 신속·정확하게 탐지·수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남시장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 원칙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검찰이 몰라서 그랬으리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대장동 사건은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일단 원주민들의 토지를 헐값에 수용했다. 강제수용을 했으니 공공개발이었는지 물으면 정확한 답을 하지 않는다. 공공개발을 하려고 했는데 국민의힘 쪽에서 반대해서 민간개발이 될 뻔하다가 본인이 막아서 민관 공동개발이 됐다나. 토지수용은 공공개발, 아파트 분양은 민간개발. 그렇게 돼서 5억 원으로 7%의 지분을 투자한 화천대유가 5000억 원의 개발이익을 취했다.
성남 도시개발공사가 왜 그렇게 이상한 사업 설계를 했는가. 당시 유동규 기획본부장이 그렇게 한 것이냐고 물으면 아니란다. 본인이 설계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유 본부장에 대해서 배신감을 느낀다니 점점 더 이해가 안 된다. 본인이 다 설계했는데 본부장이 다 바꿔 놨다는 말도 아닌 것 같다. 성남시가 취해야 할 개발이익을 특정 민간업체가 독식하도록 사업을 설계했다면 이는 명백한 배임(背任)이다. 행위 주체는 당시 모든 결정 권한을 다 가지고 있던 성남시장이다. 자신이 설계한 사업이라고 함으로써 자백도 한 셈이다. 그런데 검찰은 애써 증거를 찾지 않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시간을 충분히 줬지 하고 생각하며 형식적인 압수수색을 하러 간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특검은 절대 안 된다고 했던 이유를 잘 알 것 같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절대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종래 검찰이 가지고 있던 ‘미덕’이었다. 그러던 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모든 수사를 법대로 밀어붙였으니 미워할 만도 하겠다. 법대로 수사하는 검찰을 가지고 싶은 소망은 언제 이뤄질지 모르겠다.
문화일보
10.22 ‘재판 거래’ 말 없는 권순일, 대법원이 진상 밝히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선거법 재판에서 무죄 의견을 낸) 권순일 당시 대법관을 찾아온 사람들에 대한 출입 기록을 비실명으로 요구했는데도 법원행정처가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무엇인가를 숨기려고 하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이 지사 무죄 판결 전후로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 김만배씨가 8차례나 ‘권순일 대법관 방문’이라고 쓰고 대법원을 드나든 출입 기록이 확인되면서 권 전 대법관은 ‘재판 거래’ 혐의로 고발당해 수사받고 있다. 권 전 대법관 문제는 법관 개인의 일탈 차원을 넘어 사법부의 존립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대법관이 재판 중인 사건 관계인을 만난 사실이 드러나 재판 거래 의혹으로 수사받는 일은 헌정사상 유례가 없다. 국민이 다른 곳도 아닌 대법원의 재판 과정과 결과를 불신하게 되면 법원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은 이 지사 재판에서 유무죄 의견이 5대5로 갈린 상황에서 무죄 의견을 냈고, 여기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가담하면서 무죄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만약 유죄가 된다면 이 지사는 대선에 나올 수 없었다. 이 지사 사건에는 대장동 관련 혐의가 포함돼 있었고, 김만배씨는 화천대유 대주주로 당연히 사건 관계자였다. 김씨는 이 지사가 진행한 대장동 사업에서 천문학적 수익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가 오랜 친분이 있는 권 전 대법관을 수차례 만났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후 김씨 대장동 회사의 고문으로 들어가 월 1500만원씩 받기도 했다. 김씨가 이 지사 무죄를 위해 권 전 대법관에게 로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결코 무리한 억측이 아니다.
그런데도 권 전 대법관은 아무 말도 없다. 평생 법원에 몸담으며 대법관까지 지낸 사람이 사법부 위기로 번질 수 있는 상황에서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대법원도 손을 놓고 있다. 법원행정처장은 야당 의원의 질문에 “이해 관계인이라면 만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했다. 김만배씨를 이해 관계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법원행정처장은 “판결 합의 과정이 공개되면 판결 효력에 논쟁을 제공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지사 판결은 이미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있는데 그보다 큰 논쟁이 있겠나.
지금이라도 대법원은 권 전 대법관이 참여한 이 지사 무죄 판결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강제로 조사를 당하게 되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23 李 “국토부 협박 때문”이라는데 실제는 거꾸로, ‘백현동’도 수사해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2021.10.20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장동 의혹과는 별개로 성남시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 특혜 의혹 관련해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해당 부지의 용도변경을 해준 것”이라고 했다. 2015년 한 민간 부동산 개발 업체가 지방 이전이 예정된 식품연구원으로부터 주택을 지을 수 없는 땅인 ‘자연녹지’를 매입한 직후,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지사 결재를 통해 부지 용도를 ‘준주거지’로 4단계나 올려주는 이례적 조치가 내려져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민간업체가 얻은 이익은 3000억원에 달한다.
국토부가 2014년 1월, 5월, 10월에 성남시에 식품연구원 부지 매각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 “식품연구원 지방 이전에 따라 부동산이 적기에 매각될 수 있도록 불필요한 도시계획규제 개선을 적극 추진해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성남시는 그해 8월과 12월 식품연구원의 용도 변경 요청에 대해 “성남시 도시기본계획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공문을 보내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국토부는 더 이상 공문으로 용도 변경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문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성남시에 계속 요청을 했을 수는 있지만, 국토부 관계자들은 “성남시에 팔리지 않는 땅이 빨리 매각될 수 있게 협조해달라고 했을 뿐이지 이런 파격적 용도 변경을 요청한 적은 전혀 없으며 협박이란 표현도 말이 안 된다”고 하고 있다. 결국 백현동 부지에 대한 파격적 용도 변경은 국토부 요청을 거부하던 성남시가 무슨 일인지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었다.
성남시가 용도 변경을 거부하다 돌연 파격적 용도 변경으로 바뀐 것은 이듬해 1월 민간업체가 이재명 캠프 선대본부장 출신 김모씨를 영입한 뒤다. 성남시는 3월 식품연구원에 용도 변경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하고 4월에는 이 지사가 직접 해당 보고서에 서명까지 하게 된다. 그래서 4단계나 뛰어넘는 용도 변경이 이뤄졌고 민간업체는 대박을 터뜨렸다. 김모씨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밝혀져야 한다.
대장동 사업이 극소수 인물들에게 초대박을 안겨준 장본인이 이 지사라는 것은 이제 대부분 국민이 알고 있다. 하루 만에 ‘나는 몰랐다’고 뒤집기는 했지만, 이 지사 스스로 국정감사에서 인정하기도 했다. 백현동 부지에 대한 파격적 용도 변경이 국토부 요청 때문이 아니라 성남시 자체 결정 때문이란 사실이 드러난 지금은 또 뭐라고 할 건가.
조선일보 사설
10.23 유동규 배임 빼고 기소, 검찰의 ‘이재명 수사 포기’ 선언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2015년 9박 11일 일정으로 호주, 뉴질랜드 출장을 다녀왔던 모습. 맨 앞이 이재명, 맨 뒤에는 동행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검찰이 대장동 의혹으로 구속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기소하면서 배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당초 검찰은 유씨 구속 때 “업무상 임무를 위배하여 성남시에 수천억 원 상당의 손해를 가했다”고 했다. 법원도 혐의가 소명됐다고 인정해 영장을 발부했고 구속적부심을 통해 이를 재확인했다. 이런 혐의를 검찰 스스로 공소장에 넣지 않았다. 검찰은 “보강 수사 후 기소를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믿을 수 없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은 천문학적 수익을 소수 투기 세력에게 넘겨줘 성남시와 성남시민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배임 문제다. 검찰은 투기 세력 독식의 사업 구조를 최종 승인하고 유씨의 배임을 비호한 ‘윗선’을 찾아내야 한다. 대장동 개발 사업의 설계자이자 책임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당연히 수사 대상이다.
유씨가 압수수색 당시 휴대전화를 버리기 전 이 지사의 최측근과 2시간 동안 통화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 직전 유씨가 자살 시도를 한 것으로 안다”는 이 지사의 국정감사 발언에 미뤄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지사가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느냐는 것이다. 대장동 사업설계안이 나오기 직전 이 지사와 유씨가 10일간 해외 출장을 한 사진도 공개됐다. 그런데 검찰은 ‘윗선’을 규명하는데 한 발도 나아가지 않다가 유씨의 배임 혐의마저 지워버렸다. 유씨의 배임 혐의를 없애면 자동적으로 이 지사의 배임 혐의도 성립하기 힘들게 된다. 검찰은 이 지사를 수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검찰의 직무유기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 수사 대상으로 규정한 공직자 범죄 1호에 해당한다.
유씨가 배임 혐의로 구속된 직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느낌이 조금 안 좋다”며 “이재명도 그러면 공범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틀간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 지사는 유씨의 배임 혐의를 부인하는 주장을 반복했다. 그다음 날 검찰이 배임 혐의를 삭제한 것은 우연인가. 과거에도 검찰이 여당 대선 후보를 제대로 수사한 일은 드물지만 이런 경우는 없다.
김만배씨 부실 영장, 유동규씨 휴대전화 부실 수색, 뒤늦은 성남시청 압수수색, 남욱 변호사 체포 후 석방 등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검찰의 의도적 태만은 열거하기 힘들다. 검찰은 더 이상 스스로를 모독하는 행위를 하지 말고 특검을 자청하기 바란다.
조선일보사설
10.23 배임 빼고 유동규 기소...수사팀 검사들 “이러다 큰일, 차라리 특검하자”
검찰 내부서도 “의도적 부실수사”
계좌추적 내용도 따지지 않고
녹취록 의존해 뇌물 조사만 집중
검찰, 유동규에 ‘이익환수 조항 삭제’ 거의 추궁 안했다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기소하면서 유씨 구속영장에 적시했던 ‘수천억원대 배임 혐의’를 제외한 것을 두고 22일 비판이 쏟아졌다. 야권뿐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이재명 살리기용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수사팀 검사들 사이에서도 “특검으로 가지 않으면 정상적인 수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말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수사팀 검사는 주변에 고충을 토로하며 “이런 식의 수사가 계속되면 결국 탈이 날 것이다. 빨리 특검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중앙지검 지휘부가 대장동 의혹의 한 축인 배임 혐의 규명에 소극적이라는 정황이 적지 않다. 수사팀은 전날 유씨 구속기소를 앞두고 막바지 수사를 진행하면서도 유씨에게 배임 혐의에 대한 질문은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에게 계좌 추적 내용을 제시한 조사도 없었다고 한다.
수사팀은 특히 유씨가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의도적으로 삭제해 화천대유 등 민간 사업자에게 막대한 수익을 보장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유씨를 상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초과 이익 환수 조항 삭제’ 문제는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이자, 이재명 경기지사(당시 성남시장)와 연결될 수도 있는 ‘스모킹건’으로 꼽힌다.
“이재명 살리기 수사냐” 野, 대검 항의 방문 - 국민의힘 김기현(앞줄 오른쪽) 원내대표와 당 소속 의원들이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방문, 박성진(앞줄 왼쪽) 대검 차장에게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검찰은 전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뇌물 혐의로 기소했으나 의혹 핵심 쟁점인 배임 혐의는 제외했다. /이덕훈 기자
대신 수사팀은 정영학(천화동인 5호 소유주) 회계사 등이 제출한 ‘대화 녹취록’을 제시하며 ‘700억원 약정’ 등 유씨의 뇌물 수수 혐의 보강에 집중했다고 한다. 검찰의 한 간부는 “이 사건에서 배임과 뇌물수수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데 둘 중 한쪽만 수사했다는 것은 특정인(이 지사)을 봐주기 위해서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또한 20명 정도의 검사가 투입된 전담수사팀의 내부 업무 분담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회계사 자격이 있거나 자금 추적 능력을 인정받아 파견받은 검사들은 곽상도 의원과 유동규씨를 겨누는 ‘뇌물 수사팀’에 주로 투입하고, 여권이 민감하게 여기는 배임 수사, 계좌 추적은 송철호 울산시장의 사위인 김영준 부부장검사 등 기존 중앙지검 인력이 주도하게 해 내부적으로 ‘벽’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수사팀에서 몇 안 되는 특수통으로 평가받은 A 부부장검사는 지휘부 방침에 이견을 제시했다가 다른 사건 수사를 병행하는 형태로 사실상 수사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검찰 외부의 비판도 이어졌다.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유동규를 기소하며 배임 혐의를 뺀 것은 공소권 남용 수준”이라며 “검찰이 ‘이재명 일병 구하기’에 총대 멘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대검을 항의 방문해 “이재명 살리려는 정치 검찰을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전담수사팀 내부에서 특검 필요성을 언급하는 검사들이 나오는 것은 실제 중앙지검 수뇌부의 석연치 않은 지휘가 ‘수사 실패’로 볼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검사들은 ‘부실 수사’ 비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뿐 아니라, 수사가 이대로 진행될 경우 장차 모든 책임을 검찰이 져야 한다는 위기감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동규씨는 대장동 사건의 첫 구속자이자 처음으로 기소된 인물이다. 수사팀은 지난 3일 8억원대 뇌물수수와 수천억원대 배임 혐의로 유씨를 구속해 19일간 그를 수사해 왔다. 법원이 유씨 구속영장을 발부해 준 것은 유씨의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향후 보강될 것으로 봤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수사팀은 유씨를 기소하면서 배임 혐의는 물론, 유씨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5억원을 받았다는 영장 범죄 혐의도 제외했다. 검찰 안팎에선 “전담팀이 투입된 사건에서 주요 피의자 구속영장에 들어간 혐의 중 3분의 2가 날아간 것은 처음 본다” “수사팀이 고의로 수사를 뭉갰거나, 무능한 것 둘 중 하나”라는 반응이 나왔다. 일부 검사들은 “황당한 수사이고, 징계감”이란 말도 했다.
당초 유씨를 구속할 때 수사팀은 유씨가 김만배씨로부터 받은 5억원 중 4억원은 수표라고 했다가 이후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는 “모두 현금”이라고 말을 바꿨다. 당시 영장전담판사가 “계좌 추적을 했느냐”고 묻기까지 했고 수사팀은 “진행 중”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법원은 김씨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태훈 4차장 산하 중앙지검 인력들이 주도하는 배임 수사 내용은 수사팀 내부적으로 공유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당초 유동규씨를 구속했을 때 배임 혐의를 적용했지만 최근 들어 “법리가 명확지 않다”며 후퇴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수사팀은 성남시청 압수수색도 정치권과 언론의 비판에 떠밀려 뒤늦게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됐던 게 아니라 아예 청구를 안 했다가 뒤늦게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번 대장동 수사는 ‘윗선’으로 나아가지 않고 유동규·김만배·남욱 변호사 등이 공모한 ‘부동산 개발 비리 사건’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결국 검찰은 수사가 이재명 지사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유씨를 추가 기소하더라도 배임 혐의는 빼놓을 것 같다”며 “만약 배임 혐의를 추가 기소한다고 해도 이 지사와는 선을 그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선 특검 도입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배임 혐의를 뺀 유씨 기소는 ‘윗선 수사 포기 각서’나 다름없다”며 “특검을 임명해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도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결자해지 차원에서 특검을 수용해 다 털고 가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특검 도입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야당에서 특검 법안을 발의하더라도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중 과반이 이에 찬성해야 한다. 현재 169석인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하면 사실상 특검 도입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10.23 이재명 시장 때 ‘로비와 특혜’ 전모 규명이 대장동 수사 핵심
검찰은 그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를 기소했으나 혐의가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와 크게 달라졌다. 배임 혐의가 빠지고 김만배 화천대유 자산관리 대주주로부터 받았다는 뇌물 5억 원이 빠졌다.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재창 위례신도시 자산관리 대주주 등 3인으로부터 받았다는 뇌물 3억5000만 원만 남았다.
검찰은 유 씨의 배임 혐의는 보강 수사를 통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정책 결정 과정의 배임을 입증한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검찰이 현 시점에서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은 실제 오간 돈이다. 공소장에는 유 씨가 김 씨로부터 700억 원을 약속받았다는 혐의도 들어 있다. 약속도 뇌물이다. 다만 약속만 내세워 실제 오간 것으로 밝혀진 돈이 너무 적다는 사실을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유 씨가 받았다는 3억5000만 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김 씨 등의 천문학적 수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전모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
상상하기도 힘든 거액이 실제 오간 사실이 이미 밝혀졌다. 김 씨는 곽상도 의원의 아들에게 화천대유 퇴직금과 성과급 명목으로 50억 원을 줬다. 박영수 전 특검 딸에게는 화천대유 소유 아파트를 분양한 데다 화천대유 퇴직금을 지불할 예정이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 분양을 대행한 인척을 통해 화천대유 돈을 받은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씨가 무엇 때문에 이들에게 이렇게 엄청난 금전적 보상을 했는지 밝혀져야 한다.
김 씨는 또 권순일 전 대법관을 포함해 30명에 이른다는 고문들에게 고액의 고문료를 지급했다. 김 씨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거법 위반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를 전후해 8차례나 권 당시 대법관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런 방문과 권 대법관이 무죄 편에 선 것이 연관이 있다면 고문료 외의 거액의 보상이 의심된다.
돈이 흘러간 곳에 특혜가 있고 특혜를 위해 불법이 자행된다. 그 불법성을 감추기 위해 대규모 법류고문단이 필요했을 수 있다. 이미 드러난 돈 거래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돈 거래건 실제 오간 돈을 둘러싼 로비와 특혜 의혹을 밝히는 것이 대장동 수사의 핵심이다.
조선일보 사설
10-23 檢·공수처 지금 제대로 안 하면 未久에 엄한 단죄 못 피할 것
대장동 개발 비리와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구속영장을 부실하게 청구해 기각당했고, 유동규 씨를 기소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구속영장 청구 때보다 오히려 줄었다. 공수처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 등 주요 관계자들을 조사하지 못했고, 누구의 사주로 누가 고발장을 작성했는지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우리 헌정사에는 국기문란이나 대형비리 사건의 실체 규명을 제때 하지 못해 정권이 바뀌거나 상당한 시간이 지난 다음 큰 비용을 치러가면서 재수사를 한 사례가 적잖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의 경우 검찰은 당초 “국가안정 저해”(1994년 10월), “성공한 쿠데타”(1995년 7월) 등의 이유를 들어 기소를 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이 터진 뒤 1995년 12월에야 기소가 이뤄졌고 전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 노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2007년 대선 국면에서는 다스 사건이 논란이 됐다. 검찰은 당시 이명박 후보가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후 두 차례 특검에서도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10년 만에 결국 재수사가 이뤄졌고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 역시 2013년엔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가 5년 뒤 재수사를 통해 성접대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하지 못했고, 재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김 전 차관 불법 출금은 또 다른 수사로 이어졌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수사가 2013년 시작됐지만 2017년부터 진행된 추가 수사에서 예산을 써가며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한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해당 수사팀은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았다. 검찰 등 수사기관 전체의 신뢰도도 땅에 떨어졌다.
대장동 비리와 고발사주 수사는, 우리 국민들이 앞으로 5년을 이끌 대통령을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수사다. 부실수사로 나중에 또 재수사를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국가적 에너지를 크게 소모하게 되고, 국민들도 심대한 고통을 받을 것이다. 수사팀이 준엄한 단죄를 받게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동아일보 사설
10월 25일 “사표 안 내면 박살…시장님 命” 李 직권남용도 수사해야
‘대장동 사업’ 설계자를 자임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직권남용’ 혐의(형법 제123조)를 의심케 하는 녹취록 증거가 공개됐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때에 5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등으로 처벌하는 중대 범죄다.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2015년 2월 6일 당시 유한기 개발본부장으로부터 사표를 종용받으면서 나눈 대화 내용을 보면 이재명 당시 시장의 연루가 곳곳에 나타나 있다.
동부건설 대표이사, 한신공영 사장 등을 역임한 건설 전문가인 황 전 사장은 2013년 9월 사장으로 기용됐다. 같은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던 유한기 전 본부장은 구속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에 이은 실세라는 의미의 ‘유투’로 통했다고 한다. 그는 대장동 사업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2월 6일 오후 3시쯤 황 전 사장을 찾아가 당일 사퇴할 것을 종용한다. 녹취록에 따르면, 황 당시 사장이 “내주 해줄게”라고 말하자 유한기 본부장은 “오늘 해야 합니다.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다 박살 납니다. 아주 꼴이 꼴이 아닙니다”라고 재촉한다. 그래도 황 사장이 “시장 허락을 받아오라”라며 사표 제출을 거부했고, 유 본부장은 “시장님 명(命)을 받아서 한 것 아닙니까. 시장님 얘깁니다”라고 사표 압박이 이 후보 뜻임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40분에 걸친 이 녹취록에는 이 후보가 4번,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이 8번이나 언급된다고 한다. 황 사장은 임기 1년7개월을 남겨두고 그해 3월 10일 중도 하차했다. 그 다음날부터 유동규 씨가 그해 7월 8일까지 사장 직무대행을 맡았고, 그 기간 중에 사업자로 화천대유를 선정하는 등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황 전 사장은 퇴임 전 이 후보를 만나 유동규 등을 겨냥해 “사람 좀 제대로 써라”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이 후보가 사퇴 전 과정을 인지·결정했을 정황이 크다. 문재인 정권 들어 발생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직권남용으로 징역 2년(2심)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은 더 심각하다. 엄정한 수사가 당연하다.
문화일보 사설
10월25일 ‘대장동 지침서 李에 보고’ 주장과 더 짙어진 배임 혐의
현 정권의 검찰이 대장동 특혜 사건 수사에서 핵심 혐의인 ‘배임’ 부분을 배제·축소하려는 정황이 감지되지만, 그와 반대로 배임을 시사하는 정황은 갈수록 뚜렷해진다.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지침서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누락된 경위는 수천억 원대의 배임 혐의를 입증할 스모킹건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직원들의 추가 건의를 안 받아들인 것’이라고 답변했다가 ‘보고를 못 받았다’고 말을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공모지침서 작성 당사자가 이 후보에게 직접 보고를 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언론 취재에 따르면,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투자팀장이었던 정민용 변호사는 최근 검찰 조사과정에서 ‘2015년 초 공모지침서를 작성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동규 전 도개공 기획본부장의 지시를 받아 2015년 2월 초 지침서를 작성했는데, 보고된 지침서에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은 없었다. 앞서 1월 23일 열린 도개공 투자심의위원회는 대장동 이익을 지분율에 따라 도개공에 50%를 배분하기로 결정했다.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지침서 검토를 지시받은 개발사업 1·2팀 역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그럼에도 불구, 해당 조항이 빠진 지침서는 며칠 후인 2월 13일 공식 배포됐다.
유 전 본부장이 이런 중요한 결정을 임의로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시장에게 사전 보고가 이뤄져 승인을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에 신빙성이 실리는 이유다. 정 변호사는 25일 검찰에 출두하면서 진술 사실을 일단 부인했다. 사실관계 확인은 어렵지 않다. 2015년 2월 초 시장 일정이나 비서실 관계자 등을 조사하면 드러난다.
사전 보고 사실이 확인되면 배임 혐의는 물론 위증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야당은 이 사안과 백현동 의혹, 대장동 개발 당시 부동산 경기 현황 등에 대한 이 후보의 국정감사 위증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고발을 추진키로 했다. 대선 후보 자격 자체가 논란이 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신속하고 성역 없는 수사가 필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10월25일 검찰만 모르는 대장동 게이트 진실
이제교 사회부장
李후보 거짓말 세뇌행위 반복
나치 괴벨스 선전선동과 동일
대장동 본질 성남시 투기사기
檢 배임죄 배제는 블랙 코미디
3월9일, 거짓이 진실 되면 안 돼
최선 없더라도 최악은 막아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25일 사퇴)는 나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가 했다는 ‘큰 거짓말’을 감명 깊게 읽은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정감사에서 보여준 태도와 언행을 설명할 길이 많지 않다. “나는 공공이익 환수 설계자” “유동규는 가까운 참모가 아니다” “대장동 사건은 국민의힘 게이트”. 조금만 생각해 보면 사실과 거리가 먼 주장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늘어놓는다. 평론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종종 괴벨스를 인용해 정치권의 선전선동을 비판한다. 괴벨스의 언급을 복기해 보자. ‘만약 거짓말을 하려거든, 크고 확실하게 말하라. 그리고 반복하라. 그러면 대중은 사실로 믿게 될 것이다.’
복잡한 것처럼 보이지만 대장동 사건은 단순한 얼개를 갖고 있다. 대장동 4인방이 원주민 토지 17만 평을 평당 280만 원 정도에 강제 수용해 1400만 원에 되판 단군 이래 최대 부동산 투기 사건이다. 5개 블록에서는 아파트를 직접 3.3㎡당 3300만 원에 분양했다. 부동산 시행사업의 최대 위험요소는 관청이다. 사업 기간이 길어지고 인허가가 나지 않으면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일사천리로 인허가 업무를 처리했다. 뒤에는 그를 그 자리에 앉힌 이 지사가 있었다. 생각 있는 실무자가 건의한 개발이익초과환수 조항은 어디론가 실종됐다. 공공 이익을 지키는 문지기들이 앞장서서 도둑질에 나선 셈이다. 기가 찰 일이다.
검찰이 22일 유 전 본부장을 배임이 아닌 뇌물 혐의로만 기소한 것은 블랙 코미디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재산상 손해를 가하면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들에게는 더 엄격한 잣대가 요구되는 범죄다. 공소장에는 유 전 본부장이 3억5000만 원을 남욱 변호사로부터 받았고, 700억 원을 추가로 받기로 했다고 적시됐다. 이날 검찰은 새로운 형사사건 내규지침을 만들었다. 앞으로 공무원들이 700억 원 정도는 교묘하게 챙겨도 배임죄 처벌은 없다는 것이다. ‘윗선’ 연결고리도 끊겼다. 누가 봐도 명백한 이 지사의 측근인 유 전 본부장에 대한 배임죄 기소가 없다면 이 지사에 대한 책임도 물을 수 없게 된다.
검찰이 흔적을 공소장에 남겨 놓기는 했다. 공소사실 요지 맨 뒤편 참고사항에 ‘배임 등의 경우, 공범 관계 및 구체적 행위분담 등을 명확히 한 후 처리할 예정임’이라고 꼬리표를 달았다. 칼 빠트린 자리를 뱃전에 새기고 나중에 찾겠다는 각주구검 같은 행위다. 어리석거나 무능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비겁한 일이다.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모두 흐지부지 사라질 내용이다. 수사팀은 “나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를 바로 세우는”이라고 시작되는 검사선언서를 미래 권력자에게 헐값에 팔아넘겼다. 이 지사 주변에는 뇌물과 횡령·배임, 조직폭력의 사기(邪氣)가 떠돈다. 연좌제 금지로 꺼내기가 그렇지만 조카의 모녀 살해도 있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개 사과’ 인스타그램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캠프 실무직원 실수라고 둘러대지만 자정을 넘긴 12시 57분에 사진이 올라온 것을 보면 누가 올렸는지 짐작이 간다. 홍준표 의원도 마찬가지다. ‘버럭’하는 고압적 꼰대 모습을 보면 국정을 맡겨도 될지 걱정이 든다. 정치는 최선이 없는 조건에서 차선을 선택하는 행위다. 최악을 피한 차악의 선택이기도 하다. 이승만의 외교 감각, 박정희의 추진력, 김대중의 혜안, 김영삼의 뚝심, 노무현의 실용성을 모두 갖춘 지도자는 없다. 투표지를 찢어 던지고 싶더라도 투표장으로 가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괴벨스의 ‘큰 거짓말’은 사실일까. 나치 잔학 행위를 다루는 웹사이트 ‘유대인 버추얼 라이브러리’에는 괴벨스 저작 어디에도 동일한 언급은 없다고 나온다. 너무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서 정말로 언급한 것처럼 국내외에서 인용되고 있을 뿐이다. 불안한 예감은 바로 그 지점에서 감돈다. 내년 3월 9일 대선일을 계기로 거짓이 사실로 바뀌고, 대장동 개발이 공익환수 모범사례로 기록될지 모른다. 대장동 게이트의 진실은 현 정권의 검찰만 모를 뿐 누구나 안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거나 대충 상황을 모면하려는 대통령은 뽑히지 않길 바란다.
문화일보
10월 25일 李 ‘배임죄 몸통’ 법률적 근거 충분하다
이충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前 대법원 형사실무연구회 간사
검찰은 대장동 게이트의 유동규에 대한 공소장에서 배임죄를 뺐다. 그 공소장에는 유동규가 “구획계획도 니네 마음대로 해라”면서 뇌물을 요구해 3억5200만 원의 뇌물을 수수한 죄와, 부정처사 후 700억 원의 뇌물을 약속한 죄가 들어가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업자로부터 뇌물을 수수하고 부정처사를 했는데, 그 업자와 관련해 시장이 배임죄는 범하지 않았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있을 수 없다. 유동규를 배임죄로 기소하면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주요 업무의 결재권자인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배임죄를 수사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유동규 개인의 일탈로 몰기 위해 배임죄는 빼라고 검찰 수뇌부가 지시했을 가능성까지 의심될 지경이다.
독일에서는 배임죄를 경제범죄의 ‘오수(汚水) 종말처리장’이라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대장동 비리, 백현동 비리, 조폭과의 연루, 형수에 대한 십수 회의 쌍욕, 검사 사칭죄와 전 성남시장에 대한 무고죄의 전과(필자가 제1심 재판장이었음), 음주운전죄의 전과 등에 휩싸여 있다. 한결같이 오수를 연상시킨다. 이 후보를 배임죄의 몸통으로 봐야 할 근거는 충분해 보인다. ‘배임죄의 고의는 미필적 인식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다. 이 후보가 유동규를 믿고 관련 서류를 슬쩍 보고 결재했기 때문에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해도 소용없다. 원칙대로 수사하기만 하면 이래저래 경제범죄의 종말처리장인 배임죄로 처벌받을 개연성이 크다. 그런데 ‘김오수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도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가 꼭 필요하다.
이 후보는 당시 아파트 분양 경기가 나빴기 때문에 대장동 개발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실은 ‘노(no) 리스크, 하이 리턴’이었다. 성남의뜰이 아파트를 분양한 게 아니라, 토지를 3.3㎡당 약 300만 원으로 강제수용하고, 3.3㎡당 약 2000만 원에 시행사들에 분양하는 땅장사를 했으므로 토지 미분양 위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2014년 하반기부터 성남시를 비롯한 서울에서 가까운 수도권의 아파트 분양 경기가 좋았고, 서울에서 대장동보다 가까운 곳에 택지 개발할 땅이 부족했음을 고려하면 아파트 미분양 위험도 없었다.
이렇게 개발업자의 위험이 없는 사업에서 우선주 주주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지분 비율 이상으로 이익을 분배받도록 설계했어야지 비참가적 고정이익 분배로 설계할 게 아니었다. 설령 설계를 딴 사람이 잘못 했다 하더라도, 결재권과 지휘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시장이 시정시켰어야 한다. 특히 ‘민간 사업자가 제시한 분양가(3.3㎡당 1400만 원)를 웃돌 경우 지분율에 따른 분배 조항을 넣는 것’을 거부한 것에 대해 유동규와 이 후보가 최소한 미필적 인식에 의한 책임을 면할 도리가 없다.
이 후보가 이번에 기소되지 않더라도 내년에 정권이 교체되면 기소되고, 이번에 정권 교체가 없더라도 6년 후에 정권이 교체되면 기소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노태우 대통령은 재임 때,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 당선이 확실할 때, 각각 수서 택지 특혜 분양이나 BBK 사건으로 기소되지 않았지만, 퇴임 후 기소돼 중형을 선고받은 것이 연상된다(필자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제2심 판사였다).
문화일보
10.25 검찰, 지금이라도 수사 중단 특검 자청해야
검찰의 대장동 수사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도 “이런 식의 수사가 계속되면 결국 탈이 난다. 빨리 특검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 상식적인 우려다. 대장동 의혹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 중 부패·경제·공직자·선거 등 4대 범죄에 해당하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지금 검찰 수사는 태업에 가깝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김오수 검찰의 대장동 수사 자체가 수사 대상이 될 것이다.
검찰은 대장동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 대해 막바지 수사를 진행하면서 유씨에게 배임 혐의에 대한 질문은 거의 하지 않고 계좌 추적 내용을 제시한 조사도 안 했다고 한다. 특히 유씨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을 무시하고 일부 투기 세력에게 천문학적 수익을 보장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의 배임 혐의를 수사하지 않으면 대장동 개발 계획의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재명 지사의 배임 혐의도 사실상 수사하기 어렵다. 법조인 일부는 “이 지사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일부러 수사를 망치고 있다”고 의심한다.
검찰의 추락은 보기 민망할 정도다. “수사 능력이 파출소 수준도 못 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경찰이 한나절 만에 찾아낸 핵심 피의자의 휴대전화를 거짓 해명까지 하면서 열흘간 찾지 못했고, 수사 착수 20일이 지나도록 대장동 의혹의 중심점인 성남시청을 압수 수색하지 않았다. 여론에 밀려 성남시청 서버를 압수 수색하면서도 이 지사의 이메일 기록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유씨의 ‘윗선’을 밝혀줄 유력한 통로를 일부러 피해가는 모습을 반복했다. 검사들이 무능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전(前) 정권 수사에서 사냥개처럼 써먹은 뒤 수사가 자신을 향하자 검찰을 난도질했다. 조국·추미애·박범계 법무장관에 걸쳐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로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하고 권력 수사를 담당해온 특수부를 공중 분해했다. 온갖 혐의를 뒤집어씌워 검찰총장을 내몰고 조국 일가 비리 사건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등 문 정권 비리를 수사하는 검사들을 쫓아냈다. 그 자리를 채운 무능한 친(親)정권 검사들이 일반인도 혀를 차게 만드는 ‘부실 수사 추태’를 벌이고 있다.
많은 법조인들은 지금 검찰의 모습을 문재인 정권이 강행한 소위 ‘검찰 개혁’의 현주소라고 한다. 사실 정권 말기에 이러려고 온갖 무리수를 두면서 검찰을 권력의 수족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최대 수혜자는 문 정권 인사들과 그 후계자들이고, 최대 피해자는 국민일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10.26 “시장님 얘기” “사표 안 내면 박살”로 社長 축출, 그날 화천대유 탄생
대장동 개발 사업의 민간사업자 공모를 앞둔 2015년 2월 6일, 황무성 성남도공 사장의 사퇴를 종용했던 녹취록이 공개됐다. 공사 내 최고 실력자로서 ‘유원(one)’이라 불렸던 유동규 기획본부장에 이어 ‘유투’로 통했던 유한기 개발본부장과 황 전 사장 간 대화 내용이다. 사직서 제출을 재촉하는 유씨에게 황 사장은 “정(진상) 실장과 유동규가 떠미는 것이냐”고 수차례 묻는다. 유씨는 “정도 그렇고 유도 그렇고 양쪽 다 했다” 등으로 답한다. 두 사람의 뜻이 명확하다는 취지다. 황 사장은 “사직서를 써줘도 (이재명) 시장한테 갖다 주지 당신한테는 못 준다”고 버티지만 유씨는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다 박살 난다”며 물러서지 않는다.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것 아닌가. 시장님 얘기다. 왜 그렇게 모르냐”고도 한다. 결국 임기가 1년 7개월 남았던 황 전 사장은 이날 유씨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황 사장은 건설 전문가 출신으로 대장동 개발 사업의 책임자였다. 그런 황 사장이 사직서를 낸 그날 화천대유가 설립됐고 일주일 뒤 성남도공이 민간사업자 공모 지침을 공고했다. 3월 11일에는 아예 유동규씨가 사장 직무대리를 맡고 2주일 뒤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민간사업자로 선정됐다. 김만배·남욱 일당이 천문학적 이득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가 일사천리로 만들어진 것이다. 화천대유의 특혜성 이득 ‘싹쓸이’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장치가 민간사업자에 대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다. 그 조항 배제가 이뤄진 것도 유동규씨가 사장 직대로 있던 2015년 5월의 일이다. 이 과정을 보면 황 사장이 화천대유 특혜 실행의 걸림돌로 찍혀 밀려났을 가능성이 있다.
녹취록 속에는 현재 이재명 캠프 총괄 부실장을 맡고 있고,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었던 정진상씨가 8번 거명된다. 유동규씨가 측근이 아니라는 이재명 후보도 정씨에 대해서만큼은 측근이라고 인정했다. 성남도공 사장은 성남시장이 직접 인사권을 행사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부하 직원이 사장에게 “박살 난다”고 협박하면서 이재명 시장의 최측근을 들먹였다는 것이다. 도공 사장 축출이 이 시장 뜻으로 이뤄졌다고 보지 않을 수 있나. 황 전 사장을 합당한 이유 없이 임기 전 물러나도록 압력을 가했다면 직권남용에도 해당한다. 환경부 장관이 2심까지 징역 2년이 선고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같다.
조선일보 사설
10.26 “성남개발公 사장 찍어내려 성남시 감사관실 동원”
사퇴압박 받던 황무성 성남개발公 사장
사임직전 감사관실 두차례 불려가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2015년 3월 사임 직전 성남시청 감사관실에 두 차례 불려갔던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야당에서는 황 전 사장이 임기 1년 7개월을 남기고 물러나는 과정에서 성남시 차원의 압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는 이날 경기지사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황 전 사장은 뽑혔을 때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고, (이후 사임 소식에) ‘왜 그만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관련성을 부인했다.
황 전 사장은 이날 본지에 “(사임 과정에서) 성남시청 감사관실에서 두 차례 요청이 있어 간 적이 있다”고 밝혔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도 “황무성 전 사장을 찍어내기 위해 성남시청 감사관실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유동규 당시 본부장이 성남시청을 움직여서 황 전 사장 축출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 무렵 유동규씨는 주변에 황 전 사장을 가리켜 “그 XX는 내가 날린다” “2층 사장(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가리키는 은어)에게도 이미 얘기가 됐다”고 말하고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건설·한신공영 등 대형건설사에 몸담았던 황 전 사장이 관련 업계 사람들과 식사한 것이 ‘퇴출 명분’이었다고 한다. 성남도시개발공사 한 관계자는 “유동규씨가 ‘황 전 사장이 성남시 개발 정보를 흘리고 다닌다’는 식으로 몰고 갔다”며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황 전 사장이 시청 감사관실에 불려갔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그 직후 임기가 한참 남아있는 사람이 스스로 그만두더라”고 했다.
앞서 황 전 사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은 정황이 담긴 녹취록도 공개됐다. 야당은 “이 후보가 황 전 사장을 강제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면 직권남용으로 수사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
10월 26일 야당 경선 운운하고 사법 절차도 뭉갠 공수처 코드 수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납득하기 어려운 수사 행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비밀작전 하듯 이뤄진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피의자의 방어권 침해 소지까지 뚜렷할 정도로 정상적 형사사법 절차에서 벗어나 있다. 공수처가 야당 경선 일정 논리까지 동원한 것은 그 자체로 부적절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정치적 오해 소지를 의식했다면 더욱 정교하게 접근했어야 했는데 거칠기 짝이 없다.
공수처는 손 검사 체포영장 기각 이틀 만인 지난 23일 토요일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소환에 불응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강제 수사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구속영장을 청구한 전례가 없다. 실제로 손 검사는 변호인을 통해 11월 2일 출두 의사를 밝힌 상태다. 공수처는 구속영장 청구 사실도 이틀 뒤인 25일에야 손 검사에게 통보했다. 영장실질심사 하루 전으로, 손 검사 측의 방어권 침해 주장은 타당하다. ‘강제수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권익 침해 정도가 더 낮은 방법과 절차를 사용해야 한다’는 공수처 사무규칙을 스스로 어긴 셈도 된다.
손 검사 영장청구는 ‘이성윤 황제조사’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런 행태 때문에 권력과 코드를 맞춘 ‘정권 옹호처’ 비아냥도 받는다. 공수처는 손 검사에게 ‘대선 후보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해 조속한 출석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유력 야당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까지 내비친 것 아닌가.
문화일보 사설
10.27 “시장님 얘기” “사표 안 내면 박살”로 社長 축출, 그날 화천대유 탄생
대장동 개발 사업의 민간사업자 공모를 앞둔 2015년 2월 6일, 황무성 성남도공 사장의 사퇴를 종용했던 녹취록이 공개됐다. 공사 내 최고 실력자로서 ‘유원(one)’이라 불렸던 유동규 기획본부장에 이어 ‘유투’로 통했던 유한기 개발본부장과 황 전 사장 간 대화 내용이다. 사직서 제출을 재촉하는 유씨에게 황 사장은 “정(진상) 실장과 유동규가 떠미는 것이냐”고 수차례 묻는다. 유씨는 “정도 그렇고 유도 그렇고 양쪽 다 했다” 등으로 답한다. 두 사람의 뜻이 명확하다는 취지다. 황 사장은 “사직서를 써줘도 (이재명) 시장한테 갖다 주지 당신한테는 못 준다”고 버티지만 유씨는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다 박살 난다”며 물러서지 않는다.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것 아닌가. 시장님 얘기다. 왜 그렇게 모르냐”고도 한다. 결국 임기가 1년 7개월 남았던 황 전 사장은 이날 유씨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황 사장은 건설 전문가 출신으로 대장동 개발 사업의 책임자였다. 그런 황 사장이 사직서를 낸 그날 화천대유가 설립됐고 일주일 뒤 성남도공이 민간사업자 공모 지침을 공고했다. 3월 11일에는 아예 유동규씨가 사장 직무대리를 맡고 2주일 뒤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민간사업자로 선정됐다. 김만배·남욱 일당이 천문학적 이득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가 일사천리로 만들어진 것이다. 화천대유의 특혜성 이득 ‘싹쓸이’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장치가 민간사업자에 대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다. 그 조항 배제가 이뤄진 것도 유동규씨가 사장 직대로 있던 2015년 5월의 일이다. 이 과정을 보면 황 사장이 화천대유 특혜 실행의 걸림돌로 찍혀 밀려났을 가능성이 있다.
녹취록 속에는 현재 이재명 캠프 총괄 부실장을 맡고 있고,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었던 정진상씨가 8번 거명된다. 유동규씨가 측근이 아니라는 이재명 후보도 정씨에 대해서만큼은 측근이라고 인정했다. 성남도공 사장은 성남시장이 직접 인사권을 행사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부하 직원이 사장에게 “박살 난다”고 협박하면서 이재명 시장의 최측근을 들먹였다는 것이다. 도공 사장 축출이 이 시장 뜻으로 이뤄졌다고 보지 않을 수 있나. 황 전 사장을 합당한 이유 없이 임기 전 물러나도록 압력을 가했다면 직권남용에도 해당한다. 환경부 장관이 2심까지 징역 2년이 선고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같다.
조선일보 사설
10.27 “李와 고리 끊으려 유동규 배임 뺄 것” 검사들 촉은 딱 맞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이 후보의 중앙대 법대 후배인 신성식 수원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아니냐”는 말이 최근 법조계에서 돌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승승장구한 것을 고려하면 있을 법한 일이다. 문 정부 이전까지 눈에 띄지 않았던 신 지검장은 작년 ‘채널A 사건’ 수사를 권력 입맛대로 발 벗고 도왔다는 의혹을 받으며 정권 눈에 들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청사를 나서는 검찰 관계자들./연합뉴스
박범계 법무장관의 고교 후배인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얼마 전 이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보내 신 지검장 지휘를 받게 했다. 메시지는 분명했다. 변호사비 사건은 이 후보의 30여 명 변호인단이 받은 수임료 총액이 이 후보가 주장하는 2억5000만원과 일치하는지만 확인하면 되는 산수 문제지만, 수원지검은 수사를 최대한 뭉개다가 결국 무혐의 처분할 것이다.
이달 초 청와대가 친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말투를 빌려 “대장동 의혹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하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수사 진의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당시는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결정되기 전이었다. 청와대 하명을 받들어 검찰이 이 후보를 겨냥해 대장동 의혹을 진력으로 수사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언론도 이런저런 해석 정도만 내놓던 수사 초기 단계였지만, 당시 검찰 내부에서는 이미 “(수사 지휘 라인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 되면 자신들은 감옥 갈 거라고 믿는 사람들인데 과연 이 후보를 수사하겠느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팀장은 추미애 전 장관을 도와 법무부에서 ‘윤석열 징계’ 실무를 책임졌던 김태훈 중앙지검 4차장이다.
한 검사는 “내가 수사팀이라면 유동규(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를 기소할 때 배임 혐의를 빼서 이 후보와의 연결 고리부터 끊을 것”이라고 ‘대장동 수사 뭉개는 법’을 귀띔했는데, 실제 친정권 검사들의 행태는 이러한 예상에서 한 치의 벗어남도 없었다. 유씨의 기소 내용은 기존 언론 의혹 보도를 모아 놓은 수준이었다.
검사들은 스스로를 일반 공무원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임관할 때 ‘검사 선서’라는 것도 한다. ‘나는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선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로서 국가에 봉사할 것을 다짐한다’ 등의 내용을 선서한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문 정권 검사들의 수사는 어떤 사건이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항상 예측이 가능하다. 증거와 법리보다는 언제나 정무적 판단이 우선이다. ‘검사 선서’ 같은 거창한 말은 하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맡은 일을 원칙대로 처리해 내는 말단 공무원보다 검사들이 못한 것 같다.
조선일보 박국희 기자
10월 27일 “대장동 굉장히 비상식적” 文 당장 특검 구성 나서라
대장동 개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행태를 볼 때,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가 불가피하다. 대선 일정과 공소시효 등을 고려하면 한시가 급하다. 국민의 압도적 여론도 그렇고, 검찰 내부에서도 그런 의견이 나온다고 한다.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2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청와대도 굉장히 비상식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 저희도 (특검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검·경 협력 수사를 강조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2일 언급에 비하면 다소 변화된 뉘앙스다. 그러나 유 실장은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결단을 내리겠다”고 부연했다.
유 실장 언급이 문 대통령 생각일 것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고 말씀드린다”고도 했다. 그러나 국회 논의 요청과 관련, 정부가 특검을 요구할 권한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거나, 알고도 국민을 속이려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별검사법 제2조에 따르면, 국회 의결이나 법무부 장관 판단으로 특검 수사가 가능하다.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도 자당 후보를 겨냥할 특검에 찬성할 리 없다. 그래서 법치 수호와 정치 중립 책임이 있는 정부에 의한 특검이 요구되는 것이다.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 대한 사퇴 강요 증거물인 2015년 2월 6일 녹취록을 기준으로 할 때, 직권남용과 강요죄 공소시효(7년)가 100일 남짓 남았다. 당시 임면권자였던 이재명 후보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하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판박이다.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은 2심에서 2년을 선고 받은 상태다. 문 대통령이 당장 특검 구성에 나서지 않으면 그 자체로 심각한 직무유기다.
문화일보 사설
10월 27알 균열 시작된 이재명 ‘거짓말 댐’
박민 논설위원
민심 외면한 궤변이 한계 맞자
‘초과 이익’ 삭제 무관 주장 등
배임 혐의 벗기 거짓말 본격화
계속되는 李 연루 증언과 제보
검찰 짜맞추기 수사로 못 막아
지도자 거짓말 무능보다 위험
대장동 진실을 가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댐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열성 지지자와 화려한 언변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착각이었다.
처음엔 궤변과 왜곡 수준이었다. 5503억 원의 공익 환수를 부각하는 대신 극소수 민간기업에 넘어간 8500억 원은 외면했다. 공공개발을 끝까지 반대한 국민의힘 책임이라고 역공도 폈다. 그러나 민심을 과소평가했다. 집값 폭등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리에 분노한 국민에게 1000배의 수익은 견디기 힘든 박탈감을 안겨줬다. 결국 현 정부 실세인 참여연대와 민변까지 ‘공공의 탈을 쓰고 민간 이익을 극대화한 개발 사업’이라며 등을 돌렸다.
그러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이 후보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문제를 인정하면 두 가지 길만 남는다. 예상하지 못했다면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유동규 씨 등 핵심 4인방의 호구로 농락당한 것이 된다. 알고도 추진했다면 배임교사나 공범이 된다. 둘 다 치명적이다. 결국 스모킹건인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는 핵심 4인방이 추진해서 몰랐고, 유 씨가 배신한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때부터 거짓말이 본격화됐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국감을 통해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7시간 만에 사라진 이유에 대해 “삭제한 것이 아니라 추가하자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답했다. 야당이 곧바로 배임 혐의 자인이라고 지적하자 ‘주체가 자신이 아니라 성남도공’이란 궁색한 변명을 했다. 20일 국감에선 공모지침서에 해당 조항이 누락된 것과 관련, “보도를 보고 알게 됐다. 들어본 적도 없다”고 버텼다. 그러나 공모지침서 작성 과정에서 유 씨 등 실무자들이 당시 시장인 이 후보를 여러 차례 방문했다는 전직 공무원들의 증언이 나왔다. 이 후보가 ‘민간 수익이 지나치지 않도록 하라’는 기존의 입장을 바꿔 “민간에 수익을 더 줘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전언도 있다.
유 씨에 대해서는 ‘측근 축에도 못 낀다’고 선을 그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다. 유 씨는 이 후보가 지방의 무명 정치인이던 2009년 인연을 맺어 2차례 성남시장 선거와 경기지사 선거 당시 캠프에서 활동했고 성남시 요직을 거쳐 차관급의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10여 년에 불과한 이 후보 정치 인생을 줄곧 함께한 몇 안 되는 동반자다. ‘(유 씨가 압수수색 당시)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이 후보 발언은 실언이다. 자살 시도는 보도된 바 없다. 압수수색 전 유 씨가 2시간 통화했다는 이 후보의 복심에게 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유 씨가 통화에서 자살 시도로 충성심을 보이면서 구명을 요청했거나 압박했을 수 있다. 유 씨가 창밖으로 던진 전화기는 경찰이 포렌식 중이다. 이 후보는 누구에게 들었냐는 질문에 불과 20여 일 전 일인데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한번 터진 균열은 멈추기 어렵다. 황무성 전 성남도공 사장에 대한 사퇴압력이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것’이라는 녹취록은 타격이 컸다. 이 후보는 “전혀 사실이 아닌 것 같다”는 애매한 반응을 내놨다. ‘전혀’와 ‘것 같다’는 어울리지 않는다. ‘제2의 대장동’으로 불리는 백현동 개발사업이 국토교통부 압력 때문이라는 이 후보 주장은 국토부와 성남시 서류로 사실과 다름이 드러났다. 오히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이 후보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모 씨가 개발업체에 합류한 이후 성남시가 4단계 상향 용도 변경을 해준 것이 새로운 의혹으로 떠올랐다. 이 후보는 “저를 아무리 뒤져도 100% 나올 게 없을 것”이라며 “다만 걱정이 되는 건 주변 사람”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방어선 구축 선언일 수도 있고, 이 후보 연루 사실을 증언할 주변 사람들에 대한 경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구멍을 틀어막고 검찰이 터무니없는 수사로 짜 맞추기를 해도 진실의 물길을 막을 수는 없다.
4개월여 뒤면 대선이다. 거짓말하는 지도자는 무능한 지도자보다 위험하다. 거짓말로 신뢰를 잃은 지도자는 국민을 미래로 이끌 수도, 위기 극복을 위해 국력을 모을 수도 없다.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법과 인권을 유린할 수도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야당 사무실 도청장치 설치가 아니라 거짓말 때문에 사퇴했다.
문화일보
10.28 ‘고발 사주’ 영장 또 기각, 野 쪽은 도 넘은 수사, 與 쪽은 수사 시늉
공수처가 이른바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손준성 검사에 대해 체포 영장과 구속 영장을 잇달아 청구했다가 모두 기각당했다. 혐의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고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무리한 수사의 결과라고 할 수밖에 없다. 공수처는 손 검사 체포 영장이 기각되자 그를 한 번도 조사하지 않고 곧바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는데 이런 일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사람을 조사하지도 않고 감옥에 가둔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공수처는 야당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을 엮어 넣는 것이 고발 사주 수사의 최종 목표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재임 중에 자신과 처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여권 인사들을 고발해 달라고 야당에 요청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공수처 수사는 의문투성이다. 윤 전 총장을 터무니없는 이유로 수십 차례 고발했던 시민단체가 고발장을 내자 공수처는 불과 사흘 만에 윤 전 총장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죄가 있느냐, 없느냐는 그다음의 이야기”라는 말까지 했다. 법 집행이 아니라 린치나 마찬가지다. 공수처 검사가 손 검사에게 ‘대선 후보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해 조속한 출석 조사가 필요하다’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고 한다. 대선 후보 경선과 수사가 무슨 상관인가.
애초 이 정권이 공수처를 밀어붙일 때 이런 용도일 것이란 우려가 컸다. 실제 공수처는 야당만 무리하게 수사하고 정권 관련 사건은 사실상 눈감고 비호하는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정권 불법에 대한 수사를 뭉개온 이성윤 검사장을 관용차로 모셔와 ‘황제 조사’를 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특혜 채용 혐의도 감사원이 다 조사해 넘겼는데 기소 여부를 자문한다며 4개월을 보냈다. 대장동 사건 수사야말로 공수처의 존재 이유다. 하지만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공수처가 야당 주자 수사에 무리를 거듭하는 가운데 검찰은 대장동 사건 수사를 하는 시늉만 내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10월 28일 손준성 영장서 드러난 공수처의 ‘尹 범죄자몰이’ 저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작성한 ‘손준성 검사 구속영장’을 보면, 도저히 정상적인 수사로 볼 수 없는 정황이 수두룩하다. 지난 26일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심각한 절차적 결함과 반인권 행태는 물론 부실·코드 수사 실상까지 어느 정도 드러났지만, 구체적 영장 내용은 그 저의가 유력한 야권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범죄자로 몰기 위한 공작을 의심케 한다. 한마디로 ‘손준성 영장’이 아니라 ‘윤석열 영장’이라고 할 정도다. 게다가 손 검사에 대한 범죄 소명 자체도 도저히 영장을 청구할 수 없는 수준이다.
언론 취재 등에 따르면, 20쪽 분량의 영장은 ‘사건의 배경’으로 시작된다. 주요 내용은 윤 전 총장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전방위 수사,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 등 청와대 대상 수사 본격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부적절한 수사 관행에 대한 지적 등이다. 판사 사찰 문건 작성 및 배포, 윤석열 장모 대응 문건 작성, 채널A 사건 감찰 및 수사 방해 등도 적시됐는데 여권의 단골 공격 메뉴거나 재판 진행 중인 사안이다. 반면 손 검사 범죄에 대한 해명은 ‘증권가 지라시’보다 못하다. ‘성명 불상의 상급 검찰 간부들이 불상의 장소에서 성명 불상의 검찰 공무원에게 고발장 작성 등을 지시하고, 김웅과 성명 불상의 야당 인사와 공모했다’는 식으로 ‘불상’이 수차례 반복됐다.
이런 황당한 영장이 지난 23일 새벽 청구됐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왜 손준성 김웅을 빨리빨리 소환해 수사하지 않나”라고 발언한 다음 날이다. 앞서 기각된 체포영장은 송 대표가 “녹취록이 나왔는데 피의자 소환 못 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한 날 청구됐다. 손 검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도 송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 결정하는 데 판단할 수 있게 신속히 종결해야 한다”고 발언한 날 전송됐다. 여권과 수사 상황을 공유하거나 여권 지시를 따랐다는 의심을 자초했다. 공수처의 수사 자체가 선거법 위반 등으로 사법 처리될 수 있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문화일보 사설
10월 28일 공수처 수사권 남용과 정치工作 위험
서정욱 변호사 前 영남대 로스쿨 교수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된 손준성 검사에 대해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26일 기각됐다. 피의자에 대한 출석 요구 상황 등 이 사건 수사 진행 경과와, 피의자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 사유다. 법리와 증거에 입각한 사필귀정의 원칙 판결로 평가한다. 공수처의 선거 개입과 정치공작에 사법부가 급제동을 건 소신 판결이다. 애초 구속영장 청구 자체가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제8조의 ‘강제수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대상자의 권익 침해의 정도가 보다 낮은 수사의 방법과 절차를 사용해야 한다’는 임의수사 원칙에 명백히 반하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기각 이틀 만인 지난 23일 갑자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소환에 불응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체포영장을 기각했는데, 더 침익성(侵益性)이 큰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타당한가. 무엇보다, 이번 구속영장은 정권의 날치기로 올해 1월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의 1호 영장 청구다. 그렇다면 정치적 오해를 피하고 확실한 발부를 위해 좀 더 철저하게 수사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해야 하지 않겠는가.
공수처가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이틀 뒤인 25일에 손 검사에게 통보한 것도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다. 영장실질심사 하루 전에 통보하면 어떻게 재판을 준비하란 말인가.
결국, 필자는 이번 영장청구를 권력의 충견, 정권 보위 기관으로 전락한 공수처가 정권의 ‘윤석열 죽이기 프로젝트’에 가담한 공작의 일환으로 규정한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지난해 4월 ‘검사와 수사관’ 등에게 고발장 작성과 근거 자료 수집 등을 지시하고 김웅 의원 측에 전달한 것으로 보지만, 실제 고발장을 누가 작성했는지는 아직도 정확히 밝혀진 게 없다. 또한, 시점도 공수처가 손 검사에게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해 조속한 출석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는 문자를 보내 압박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피의자에 대한 조사도 없고, 가장 중요한 참고인인 김 의원에 대한 조사도 없이 갑자기 구속영장부터 청구하는 게 정상적 수사인가. 대한변협도 ‘공수처의 수사권 남용’을 규탄했다.
공수처는 영장 기각에 대해 “아쉽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손 검사에 대한 조사 등을 거쳐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오기와 아집일 뿐이다. 영장 기각을 아쉬워할 게 아니라, 부끄러운 줄 알고 뼈아프게 곱씹어 봐야 하지 않겠는가. 1호 체포영장, 1호 구속영장 모두 기각된 데 대해 통렬한 자성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독립성이 생명이다. 권력과 여론에 일체의 좌고우면 없이 오직 팩트와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담대히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음)’의 소신 수사를 해야 하는 최고 수사기관이다. ‘이성윤 황제조사’처럼 권력과 코드를 맞춘 ‘정권 보위처’로 전락하면 결국 새 정권 출범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무신불립(無信不立)’, 공수처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인권 친화적 수사 기구’를 표방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잃은 어느 국가기관도 영속적으로 존재할 수 없음을 깊이 새겨야 한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