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진단 16/ 유엔과 국제사회의 제재 1
■북핵에 대한 유엔과 국제사회의 제재
2013.04.08 “해킹 목적 종북 색출 아니다, 6월 25일 북 전산망 점령할것”
국제 해커그룹 ‘어나니머스(Anonymous)’가 7일 북한의 내부 인터넷 시스템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고 예고했다. 전날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회원 명단 6216건을 추가 공개한 직후다. 어나니머스는 지난 4일 1차로 9001명의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이번 해킹 공격을 주도했다고 주장하는 어나니머스의 한국인 일원(트위터 ID:@Anonsj)은 이날 본지와의 트위터 인터뷰에서 “종북 집단을 색출하려는 의도로 해킹한 것이 아니다”며 “김정은 정권에 대한 경고가 공격의 1차 목적이며 우리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정권에 대한) 경고는 이미 충분히 했다”며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그가 밝힌 추가 해킹 예정일은 오는 6월 25일, 공격명은 ‘오퍼레이션 코리안 워(#Op Korean War)’다. 일종의 ‘사이버 6·25 전쟁’을 예고한 셈이다. 그는 “북한의 모든 내부 전산 시스템을 점령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그들(김정은 정권)을 인터넷상에서, 사회적으로 지워버리겠다”고 밝혔다.
어나니머스 측이 최종 타깃으로 지목한 것은 북한 인터넷 시스템인 ‘광명’이다. 광명 시스템은 일반적인 인터넷 시스템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인터넷 시스템과 직접 연결되지 않고, 내부적으로 통제된 정보만 교류할 수 있는 폐쇄적 시스템이다. 어나니머스의 일원(@Anonsj)은 “(오는 6월 25일 공격 때) 북한의 폐쇄형 인터넷에 ‘닌자게이트웨이’를 설치해 우리의 인터넷이 북한 내부망과 연결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어나니머스 측에 따르면 닌자게이트웨이란 북한의 폐쇄형 인터넷 시스템을 월드와이드웹(www)에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전산상의 연결고리를 뜻한다. 그는 “닌자게이트웨이를 설치하면 북한 주민들에게는 제한 없는 인터넷 환경과 민주주의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경우 6월 25일 이전에라도 내부망 공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어나니머스가 우리민족끼리의 회원 명단 6000여 개를 추가로 공개하면서 보수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 등에선 ‘신(新)죄수번호’라는 제목으로 ‘신상 털기’가 이어졌다. 7일 현재 일베 게시판에는 198건의 신상 공개 글이 올라와 있다. 이에 대해 어나니머스의 일원(@Anonsj)은 “(일베 등에서) 신상을 털었다면 그것은 그들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정강현·이지은 기자
2013-04-13 어나너머스가 北에 사이버戰 선포하며 요구한 4가지
① 北 핵개발·핵위협 중단
② 김정은 노동당 비서 사임
③ 즉각적 자유민주주의 도입
④ 시민에 검열없는 인터넷 접속
국제 해커 조직 '어나너머스(Anonymous)'는 표현의 자유 제약, 인터넷 검열, 정보 사유화 등에 반대해왔다. 북한 정권은 북한 주민들의 인터넷 접속을 막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왔기 때문에 어나너머스가 공격 대상으로 공언해왔다. 어나너머스는 북한 대남(對南) 선전용 인터넷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하기에 앞서 지난 2일 북한을 공격하는 인터넷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어나너머스는 북한에 네 가지 요구를 하고 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사이버 전쟁을 불사하겠다"며 북한에 '사이버 선전포고'를 했다. 어나너머스의 요구는 모두 북한이 들어주기 힘든 것들이다. ▲북한 정부의 핵 개발 및 핵 위협을 중단할 것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사임할 것 ▲즉각적인 자유민주주의를 도입할 것 ▲모든 시민에게 검열 없는 인터넷 접속을 제공할 것 등이다.
어나너머스는 또 북한 주민들을 향해 "우리와 함께 들고일어나 당신들을 억압하는 북한 정부를 뒤엎자"며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어나너머스)가 당신들이 자유, 민주주의, 평화로 향하는 여정을 지원할 것"이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어나너머스의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해킹 방식도 주목된다. 북한이 지금껏 사이버 공격을 할 때 즐겨 사용해온 것과 동일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방식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디도스 공격은 해커가 유포한 악성코드에 감염된 컴퓨터(좀비PC)가 일시에 공격 대상으로 지목된 특정 사이트에 접속해 해당 사이트를 접속 불능 상태로 만드는 사이버 공격이다. 지난 2009년과 2011년 청와대, 국방부, 금융기관 등의 인터넷 사이트가 마비됐을 때 이용된 해킹 방식도 디도스 공격이었다. 이 사건들은 북한의 소행으로 알려져 있다.
어나너머스가 우리민족끼리 웹사이트와 트위터를 해킹한 것은 4일 오후로 추정된다. 이날 우리민족끼리 트위터 계정에는 '해킹됐음(hacked)' '탱고다운(Tango Down·해커들이 특정 사이트를 마비시켰을 때 쓰는 용어)'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단문 메시지 5건이 올라왔다. 어나너머스는 문서 파일 공유 사이트인 '패스트빈'에 글을 올려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했고, 회원정보 1만5000개를 확보했다"고 주장하며 이름과 아이디, 이메일 주소 등이 적힌 회원 정보 9001개를 공개했다.
"국제 해커그룹 '어나너머스', 北사이트 해킹 '선전포고'"
국제 해커그룹 어나너머스(Anonymous)가 인터넷에 올린 글을 통해 북한에 선전포고를 하고 나섰다. 특히 어나너머스는 북한의 한 인터넷 사이트 회원 기록 약 1만5000개를 확보했다며,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 데이터를 모두 지우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의 NBC방송은 2일(현지시각) 북한 기술 관련 블로그에서 처음 발견됐다는 ‘익명으로 작성된 글(An anonymously written note)’을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어나너머스는 지난 2003년 미국의 한 사이트에서 결성돼 이스라엘·미국·인터폴 등을 공격해 전산망을 마비시키거나 기밀을 빼낸 국제 해커그룹으로, 표현의 자유 제약·인터넷 검열·정보 사유화 등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 해커그룹 '어나너머스'가 인터넷에서 올린 글 일부/인터넷 캡처
어나너머스는 이 글에서 “세계의 시민 여러분, 우리는 어나너머스다”라며 “평화와 자유에 대한 북한 정부의 위협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오해하지 말라, 우리는 미국 정부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미국 정부 역시 세계 평화와 직접 민주주의 등 모든 유형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기에 우리의 또 다른 공격 목표”라고 덧붙였다. 어나너머스는 “우리의 싸움은 나라와 나라 간 싸움이 아니라, ‘미국·북한의 99%’와 ‘미국·북한 정부 등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정권’ 간의 싸움”이라고 주장했다.
어나너머스는 북한에 ▲핵무기 생산을 중지하고 핵무기를 이용한 위협을 멈출 것 ▲김정은은 사임할 것 ▲자유 직접민주주의를 북한에 당장 도입할 것 ▲모든 시민에게 자유로운 인터넷 접속을 허할 것을 요구했다.
김정은에게는 “지금 많은 핵무기를 만들어 세계의 절반을 위협할 생각을 하고 있는가, 지금 힘의 시위에 도취되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그렇다면) 여기 우리가 가진 것들을 보여주마”라고 적은 어나너머스는 “우리는 북한 인트라넷과 메일 서버, 웹 서버에 접속해 있다”고 주장했다. 증거도 제시했다. “우리가 실제로 접속해 있다는 기록을 보여줄테니 즐겨라”라며 “여기 공개된 이들은 어리석게도 단순한 패스워드를 고른 시민들일 뿐, 특별히 선택된 이유는 없음을 밝힌다”고 적은 것이다.
이 글 맨 밑에는 어나너머스가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북한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회원 기록 6건이 첨부돼 있다. 기록은 ID, IP주소, 이름, 메일주소, 접속 지역 등의 정보들로 구성돼 있다.
▲북한 사이트 '우리 민족끼리'의 영어 홈페이지/인터넷 캡처
어나너머스는 “우리는 북한 사이트 ‘우리민족끼리(uriminzokkiri.com)’에서 1만5000개의 회원 기록을 확보했다”며 “우리는 먼저 이 기록들을 삭제한 뒤, 너(김정은)의 망할 정부도 날려버리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북한의 주민에게 건네는 제안도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이 폭압적인 미치광이 정권을 날려버리자”고 전한 것이다. 이어 “여러분들이 자유와 민주주의, 평화를 향한 긴 여정을 떠날 때 우리가 뒤에서 함께 하겠다”며 “여러분들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적은 어나너머스는, “우리를 두려워 하지 말라”며 “우리는 인터넷으로부터 온 좋은 친구들”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어나너머스는 “어나너머스 코리아(AnonKorea)와 모든 다른 어나너머스들이 여러분들을 자유롭게 해 주기 위해 여기에 있다”며 글을 마쳤다.
한편 앞서 지난 3월에도 ‘우리민족끼리’를 포함한 북한의 5개 사이트가 해킹 공격을 받아 이틀째 접속 장애를 일으킨 것과 관련, ‘어나니머스 코리아’가 “우리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바 있다. NBC방송은 북한과 관련된 어나너머스의 다음 행동일이 오는 19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2013.03.11 몽골 대통령, 北서 "暴政은 영원할 수 없다" 강연
지난달 말 북한을 방문한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Elbegdorj·50) 몽골 대통령이 평양 김일성종합대학 강연에서 "폭정은 영원할 수 없다(No tyranny lasts for ever)"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몽골 대통령실 홈페이지가 공개한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의 지난달 31일 김일성종합대학 강연문 영문본에 따르면,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은 "모든 사람은 자유로운 삶을 열망하며 이는 영원한 힘(eternal power)"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이 당초 예상과 달리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정상회담을 갖지 못하고 귀국한 것이 이 강연 내용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은 "자유는 모든 개인이 자신의 발전 기회를 발견하고 실현하게 하며 이는 인간 사회를 진보와 번영으로 이끈다"며 "몽골은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존중하고 법치주의를 지지하며 개방 정책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몽골 사람들은 '아무리 달콤해도 다른 사람의 선택에 따라 사는 것보다 고통스럽더라도 자신의 뜻대로 사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며 "자유 사회(free society)는 달성해야 할 목표라기보다는 살아나가기 위한 길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몽골은 21년 전 스스로 비핵 지대를 선포했고 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은 몽골의 이 같은 지위를 문서로 확정했다"고 소개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그는 몽골이 2009년 사형 제도를 폐지했다고도 했다. 북한은 여전히 공개 처형을 실시하고 있다.
몽골 대통령실은 이날 연설에 대해 "질문은 없었지만 교수와 학생 등 청중은 대통령이 떠날 때까지 박수갈채(lengthy applause)를 보냈다"고 밝혔다. 또 연설의 주제는 북한 측이 제안했지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란 말은 쓰지 말아 달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은 1990년 몽골 최고의 민간 신문인 '아르드칠랄(Ardchilal)'을 창간한 언론인 출신이다. 같은 해 공산당 독재를 종식한 몽골 민주화 운동의 리더 역할을 했고 4선 국회의원을 지낸 뒤 2009년 5월 몽골의 제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은 지난달 28~31일 북한을 방문했다. 당시 우리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김정은이 최초의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공항에서 김영남(왼쪽)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조선일보
2014-03-07 이상하고 암담한 나라 북한 변화 압박 강펀치
북한학 박사 기자가 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 보고서 리뷰
지난해 7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첫 모임을 열고 세 가지 조사 방법론에 합의했다. 가장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최고 성과를 내되 희생자와 증인을 최대한 보호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2월 17일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기까지 반년 남짓한 기간 COI는 서울, 도쿄, 런던, 워싱턴에서 공개 청문회를 열었다. 탈북자 80여 명과 전문가의 공개 증언에 이어 240여 명은 비공개로 조사에 협조했다. 북한 당국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유엔 기구 및 한국과 미국 등 회원국들, 북한 인권 관련 비정부기구(NGO)와 연구기관은 자료 80여 건을 내놓았다. 위원들은 청문회가 열린 4개 도시 국가에 태국을 합한 5개국을 방문했다. COI는 조사 당사자인 북한과 핵심 관련국인 중국에 대해서도 방문과 자료 협조를 요청했다. 이들은 불응했지만 COI는 공정한 반론권을 준 셈이다.
‘고난의 행군’에도 배불린 지도층
이렇게 작성된 이번 COI 보고서는 일단 좋은 학술논문의 자격 요건인 ‘방법론’ 측면에서 훌륭한 점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북한 정권의 주민 인권유린 문제를 인류가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집대성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진보 진영이 좋아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집단지성’이 이룬 지적 성과물인 셈이다.
COI의 이번 조사 결과 보고서는 단순한 북한 인권 피해 사례집을 넘어선다. 곳곳에 이론적 함의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학술이론을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는다. 하지만 증언과 역사적 사실을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통해 읽는 이가 의식하지 않는 사이 중요 쟁점을 보는 ‘이론적 지도’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보고서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경제난과 대규모 아사(餓死)가 일어난 원인을 단순히 식량 부족이라는 경제적 차원에서만 찾지 않는다. 출신성분에 따른 식량 분배 차별이라는 정치·경제적 차원으로까지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식량이 부족하긴 했지만 온 국민이 평등하게 나눠 먹었다면 다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권력자들이 평소처럼 배를 불리는 사이 권력과는 거리가 먼 이들은 식량 접근권을 박탈당했고 최대 350만 명이 아사했다는 이야기다.
기근과 아사 원인을 경제가 아닌 정치에서 찾는 보고서의 이론적 배경은 인도 출신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의 연구라고 할 수 있다. COI 보고서는 이를 사례로 입증하려고 1990년대 경제난으로 함경남북도 등 변방에서 주민이 죽어가는 순간에도 평양에 사는 핵심 계층은 이전보다 오히려 더 잘 먹었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을 상세히 소개한다. 보고서는 또 북한 정권이 95년부터 시작된 전 세계 구호단체들의 지원을 평양 지역에 집중했다는 사실을 고발하면서, 김정일 정권은 인도적 지원 덕에 남은 식량 구입비를 엘리트 계층의 충성심을 유도하는 사치품을 사는 데 썼다고 지적했다.
이론 위에 얹힌 증언들은 한층 더 견고하다. 1990년대 당시 식량 문제를 통해 일찌감치 북한 체제의 본질을 꿰뚫어봤던 니콜라스 에버슈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민주주의 정부와 비정부기구들은 더는 몰랐다는 듯 행동할 수 없게 됐다”며 “북한이 서방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마음대로 분배하게 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체적으로 COI 보고서는 이른바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려는 초심자에게 올바른 관점과 연구 대상의 특성을 안내하는 개론서로 손색없다. 그 주된 목적은 북한의 인권침해와 반인도적 범죄를 국제법 차원에서 검증하고 판정한 뒤 시정권고를 내리는 것이지만, 이를 위해 북한 실상을 역사적·구조적 맥락에서 조명했기 때문이다. 전반부에 한반도 역사를 일제강점기 이전, 일제강점기, 한반도 분단과 6·25전쟁, 김씨 일가 수령체제 등장과 공고화 등으로 나눠 정리해놓은 것만으로도 초심자가 북한이라는 ‘이상한 나라’가 등장한 배경과 맥락을 알 수 있을 정도다.
한국 북한학의 세계화 성과
본문도 항목별로 북한 내 인권침해와 반인도적 범죄를 다루지만, 북한 문제를 고민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북한 체제 자체의 속성이 야기한 결과라는 판단에 이르도록 유도한다. 이 때문에 인권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경제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문하는 것이다.
한층 더 높이 평가해야 할 부분은 방대한 자료와 법률적 개념, 이론적 함의가 일반인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에 녹아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기본적인 영어를 구사하는 이라면 누구나 이 보고서가 얼마나 쉽고 정확하게 쓰였는지 첫 문장부터 느낄 수 있다. 보고서 각주에는 한국 북한학자들과 각 연구기관의 성과물이 다수 소개돼 있다. 그동안 한국 북한학계가 일군 성과가 영어 등 6개 국어로 번역돼 유엔 이름으로 세계적으로 인증받은, 이를테면 ‘한국 북한학의 세계화’라는 성과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이렇듯 탄탄한 방법론과 이론, 구성을 통해 COI 보고서는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동안 전 세계 북한 인권운동 진영이 주장해온 내용을 좋은 논문의 마지막 구성요소인 ‘강력한 주장’으로 정리한 셈이다. 발표 이후 대부분 언론은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면서도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 시각에선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권고 부분을 주로 소개한 36쪽 요약본을 훑어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북한학자 눈으로 371쪽 보고서 전체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좋은 방법론과 이론, 구조로 이뤄진 이번 보고서가 북한의 암담한 민낯을 국제사회에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 자체가 북한에 가하는 변화의 압박이 되리라는 확신도 갖게 됐다.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이라는 국가 혹은 ‘김씨 왕조’가 몰락하면 세계 연구자들은 그 주된 동인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는 작업에 나설 것이다. 어쩌면 COI 보고서가 어떻게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강화해 변화를 이끌어냈는지에 대한 중요한 테마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이 보고서에 담긴 힘이다.
신석호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kyle@donga.com
2014.03.14 "아프리카 難民보다 끔찍한 北인권… 침묵할 수 없었다"
[北과 단교한 '아프리카 法治 1위국' 보츠와나… 이안 카마 대통령 인터뷰] "굶어죽는 아이들·수용소…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안돼
惡은 善이 가만히 있을때 승리… 유엔·국제형사재판소 통해 北인권 알리고 바로 잡을 것"
"주민을 학대하고 국제 행동 규범을 묵살하는 북한과는 외교 관계를 원치 않는다."
지난달 19일 북한과의 단교(斷交)를 전격 선언한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이안 카마(61) 대통령은 13일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의 인권 탄압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가 372쪽 분량의 최종 보고서를 발표한 지 이틀 만이었다.
인구 200만명의 소국(小國)인 보츠와나는 1966년 영국에서 독립했다. 아프리카 국가 중 민주주의와 법치(法治)가 잘 이뤄지는 나라로 손꼽힌다.
다음은 카마 대통령과의 일문일답.
▲이안 카마(오른쪽) 보츠와나 대통령은 13일“북한의 인권 탄압을 그대로 지켜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인구 200만명인 보츠와나는 지난달 북한의 인권 실태를 규탄하며 단교(斷交)를 선언했다. 사진은 카마 대통령이 2011년 지인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모습. /이안 카마 페이스북
―인권을 문제로 북한과 단교를 선언한 국가는 보츠와나가 처음이다. 단교 선언은 어떤 의미가 있나.
"최근 몇 년간 보츠와나 정부는 북한이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우려해왔다. 유엔이 발표한 북한 인권보고서는 단교의 결정적 계기가 됐을 뿐이다. 김정은 정권이 자행하는 조직적인 주민 학대는 반(反)인권적 범죄의 수준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절대로 용납되어선 안 된다. 이번 단교 선언은 보츠와나가 추구하는 인권 존중과 국제 규범 준수의 가치가 반영된 것이다."
―국교를 유지하면서 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법도 있지 않나.
"보츠와나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미미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우리의 영향력이 미치는 다른 나라였다면 달리 행동했을 것이다. 보츠와나는 유엔 인권위원회나 국제형사재판소(ICC) 등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의 인권 환경을 알리고 바로잡는 데 지속적으로 힘을 보탤 것이다."
―단교에 대해 반대 여론은 없었나. "특별한 반대 여론은 없었다. 인권이 존중되고 지켜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
―유엔이 발표한 북한 인권보고서 중 어떤 내용이 가장 충격적이었나.
"1997년 대기근 당시 수만 명의 북한 어린이가 굶어 죽은 것이다. 당시 북한은 고아들을 강제로 피난소에 보냈는데, 피난소마저도 아이들에게 줄 식량이 없었다. 이 때문에 '피난소에 가느니 거리를 떠도는 게 굶어 죽지 않는 길'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아프리카 난민보다 북한 주민의 상황이 더 열악하다고 느꼈다. 북한이 8만~12만명에 이르는 정치범을 '죽음의 캠프(감옥)'에 가둔 점과 주민을 상대로 주입식 사상 교육을 하는 점도 충격적이었다.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일들이다."
―한국에는 일부 정치인을 비롯해 북한 인권 문제에 눈감은 세력이 존재한다.
"악은 선한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승리하는 법이다. 침묵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란 것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북한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내가 주제넘게 한국 정부에 뭐라고 당부할 입장은 아니다. 다만 약속은 하나 할 수 있다. 보츠와나는 북한과의 어려운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한국 정부에 끊임없이 지지를 보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향후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父子 대통령' 이안 카마]
보츠와나의 독립 영웅이자 초대 대통령인 세레체 카마(1921~1980)의 아들로 보츠와나 최초의 '부자(父子) 대통령'이다.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츠와나족(族)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는 고국에서 인권운동을 벌이다 영국으로 쫓겨난 뒤 영국 여성과 결혼해 카마를 낳았다. 서양식 교육을 받으며 자란 카마는 영국 왕립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보츠와나로 돌아와 공군으로 복무했다. 1998년 정계에 입문해 같은 해 부통령에 임명됐고, 2008년 4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2016-01-09 [국제사회 속도내는 대북제재]北 4차 핵실험 이후
미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전례 없는 초강경 대북 제재를 요청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과의 통화에서 “(북핵 저지를 위해) 중국이 바라는 특별한 방식에 동의하고 존중하며 실행할 여유를 주려고 했지만 이제 그 방식은 실패했다”며 미국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드러냈다.
이제 국제사회의 시선은 중국의 선택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이 일부라도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선언적 의미에 그쳤던 과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훌쩍 뛰어넘는 실질적인 대북 제재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케리 국무장관은 중국에 요구한 구체적인 제재안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이 의도적으로 뉴욕타임스(NYT)에 흘린 것으로 추정되는 요구 사항에는 그동안 미국이 중국에 바라던 ‘위시 리스트(wish list)’가 총망라돼 있다.
가장 중요한 수단은 북한의 돈줄을 끊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방식의 대북 금융 제재다. 북한과 거래하는 국가와 금융기관, 개인 등이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미국은 이를 이란 제재에 적용해 핵 포기를 이끌어냈다. NYT는 “미국 재무부가 김정은이 거래하고 있는 해외 금융기관들을 파악해 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은 2005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당시 미 재무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 등 2500만 달러(약 280억 원)가 예치돼 있던 BDA은행과 미국 은행들의 거래를 중지하겠다고 선언하자 북한이 강력 반발했다.
원유 공급 중단 및 감축은 가장 효과적인 제재 방법이다. 하지만 북한의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 중국이 가장 반대한다. NYT는 익명의 미 행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중국에는 씨도 안 먹히는 이야기다. 원유 공급 중단 또는 감축을 안보리 결의안에 포함시키면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과의 교역을 줄이라는 요구도 포함됐다. 북-중 교역은 2010∼2014년 연평균 18.6%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북한의 전체 교역 중 중국의 비중도 57%에서 69%로 늘어났다.
하지만 북한이 가장 중요한 혈맹이자 포기할 수 없는 지정학적 가치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가 이 같은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아울러 ‘중국 역할론’을 명분으로 북핵 저지의 책임을 오로지 중국으로만 넘기려는 데 대한 불쾌감도 감지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북핵 문제의 유래와 해결의 가장 중요한 관건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도 이날 사설에서 “국제사회가 오직 중국의 대북 압박에만 기대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생각한다면 매우 유치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유엔의 대북 제재 전망과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이날 “지금까지 핵실험에 대한 유엔의 대북 제재는 한 번도 표결까지 간 적이 없다. 만장일치로 이뤄져 왔다”고 말했다. 즉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만 안보리를 통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당국자는 “안보리가 그동안 북한을 상대로 취했던 금수조치, 화물검색, 금융제재, 개인·단체 여행금지 및 자산동결 등 네 가지 항목을 강화하는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는 독자적인 대북 제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공화당 소속 미 연방하원 폴 라이언 의장은 7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이 포함된) 대북 제재 강화 법안을 표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이날 유엔 안보리와 별도로 북한 국적자 입국 금지 등 독자적인 대북 제재 조치 마련에 착수했다.
한편 중국군이 9∼12일 서해와 인접한 보하이(渤海) 만에서 실탄 사격훈련을 한다고 중국해사국이 8일 발표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중국군이 북-중 접경지역에서 훈련을 벌이는 것은 처음이다. 중국군 기관지 제팡(解放)군보는 이날 “제39집단군 모 여단이 지난해 12월 24일 전천후 야간전투 동계훈련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제39집단군은 한반도 급변사태 때 대응하는 선양(瀋陽)군구 소속 군단급 부대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2016.01.09 대북방송
'對北 방송 첫날' 어떤 내용?
김정은과 北체제 실상 주로 다뤄
DJ가 트로트 '백세 인생' 부르며 南 발전상 소개… 걸그룹 노래도
북한은 그동안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김씨 왕조'의 폭정을 알려 왔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6월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우리 측은 북한으로부터 서해 상에서 도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대북 방송을 중단하고 스피커를 철수시켰다. 당시 김정일의 최대 숙원 사업이 대북 확성기를 중단시키는 일이라고 북측이 얘기했을 정도다.
8일 재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도 남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첫 방송은 '한민족 통일로 미래로'라는 문화 프로그램이었다. 아나운서는 새해의 금연 결심에 대해 말한 뒤 80년대 그룹 '건아들'의 '금연'을 틀었다. 이어 '리미와 감자'라는 혼성 듀오의 '오빠 나 추워'라는 노래가 나왔다. 이어 아나운서가 "북한 동포 여러분,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기 싫은 비밀이라는 게 있죠? 하지만 독재국가에서는 그런 인간의 본능까지도 통제하는데요"라며 북한 체제의 문제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개인정보보호법을 설명하고 "북한 동포들도 개인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는 사회에서 살게 되길 바랍니다"라며 맺었다. 곧이어 시사 프로그램 '노동신문 다시 읽기'에서는 "김정은이 국산화 타령을 하지만, 정작 북한에서 가장 수입병에 걸려 있는 사람은 독재자 김정은과 부인 리설주다", "2012년에만 6억5000만달러의 사치품을 사갔고, 김정은이 쓰는 전화는 아이폰이며, 딸이 먹는 분유는 독일에서 수입한다"는 등의 내용이 방송됐다. 이어서 드라마, 시사프로그램, 탈북 여성 아나운서가 남한 체제의 우월성을 소개하는 내용이 포함된 '행복한 대한민국' 등의 방송이 5~15분 단위로 이어졌다. '행복한 대한민국'에서는 남녀 DJ가 최근 유행하는 이애란의 '백세 인생' 노래를 직접 부르며 "한국인은 100세 시대라 부를 정도로 북한보다 평균 수명이 길고, 북한 유아 사망률은 남한의 6.7배"라는 이야기를 했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8월 목함 지뢰 도발 때 했던 것처럼 대북 심리전 방송인 '자유의 소리'를 그대로 방송하는 형태"라며 "기본적인 뉴스, 남한의 발전상, 북한의 실상과 체제 비판 등의 내용이 담긴다"고 말했다. 이번 방송에는 북한 신세대 장병을 겨냥해 걸그룹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 에이핑크의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등의 노래도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석 기자 양승식 기자
2016.01.19 “중국 손에는 조선 핵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없다”
▲북한이 1월 6일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서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구글어스 위성사진으로 위쪽 원은 진앙지, 아래쪽은 풍계리 핵실험장이다.
2016년 1월 13일 중국 외교부 뉴스 브리핑에 나온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이런 질문을 받았다.
“오늘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중국이 절실하면서도 필요한 행동을 북한에 대해 취해 줄 것을 촉구했다. 중국은 그렇게 할 것인가. 조선이 핵실험을 실시했으니 한국은 미국의 사드(THAAD) 미사일 방호 체제를 배치할 것을 고려하고 있을 텐데 이에 대해 중국은 어떤 논평을 할 것인가?”
훙레이 대변인의 대답은 이런 것이었다.
“반도의 핵문제 처리에 대해 중국은 시종일관 반도의 비핵화(非核化) 실현과 핵확산 방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대국(大局)의 견지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여기에는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관련 당사국들의 이익과 책임도 포함된다.(중략)
우리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 한 국가가 자신의 안전을 추구할 때에는 다른 나라의 안전과 이익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현재 조선반도의 형세는 고도로 민감하기 때문에 관련국들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대국(大局)에서 출발해서 신중하게 관련 문제들을 잘 처리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훙레이 대변인이 말하는 “한 국가가 자신의 안전을 추구할 때에는 다른 나라의 안전과 이익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말은 “한국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韓美)동맹에 의존해서 B52 전략 핵폭격기를 비롯한 미국의 전략무기들을 한반도에 배치하려는 것은 중국의 안전과 이익을 잘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말이다. 또 한국이 북한의 핵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의 전략적 자산을 불러들이는 것에 중국은 불만이라는 말이다.
“반도에 대란 났을 때 北·韓·中·美 순으로 피해”
훙레이 대변인이 하는 말의 뜻은 이날 발행된 《환구시보(環球時報·Global Times)》의 사설(社說)에 보다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사설 제목은 ‘반도에 대란이 났을 때 피해를 입는 순서는 조선, 한국, 중국, 미국의 순서’였다.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조선의 이른바 수소폭탄 실험은 반도의 긴장을 더욱 격화시키고 있으며, 정세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B52 폭격기는 이미 반도에서 시위를 했고, 미국의 핵항모를 비롯한 더 많은 전략적 자산들이 잇달아 배치되고 있다. 미·한·일(美韓日)이 조선에 대해 더 심한 제재를 추진하는 것은 불가피한 듯 보인다.
미국은 행동으로 옮길 태세인데 정말 이래서는 안 될 일이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가 조선을 완전한 사지(死地)로 몰아넣는 제재 결의를 통과시키는 것을 지지할 수 없는 상황이며, 중국이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진일보한 핵 재료가 조선으로 진입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다. 반도의 비핵화를 계속 추진하고, 동시에 중국이라는 집의 입구에 위치한 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도 방지해야 하는 여기에 중국의 중대한 이익이 걸려 있다. 그러나 중국의 손에는 조선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쥐여져 있지 않다. 우리는 각 당사자들이 냉정하기를 바라며, 중국 또한 한반도가 ‘최악의 상황’에 빠질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약간의 준비가 있다는 점을 밝혀 둔다.〉
《환구시보》의 사설 ‘반도에 대란이 났을 때’는 자신들이 말하는 ‘최악의 상황’이 전쟁의 발생을 가리킨다고 적시했다.
〈반도에서는 두 가지 상황이 되면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 하나는 조선이 핵무기 소형화에서 중요한 돌파(breakthrough)를 이루는 경우, 다시 말해 대륙간 탄도탄 기술에서 중대한 진전을 이룩해서 미국을 목표로 한 장거리 타격 능력을 획득할 경우이다. 그런 상황이 도래하기 전에 미국은 조선을 상대로 선제공격에 나서서 조선의 핵능력을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조선은 자신들의 핵기술이 완벽해질수록 국가의 안전도 확보된다는 생각을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상황은 미·한·일 3국이 조성한 국제제재가 제대로 작동해서 조선이 거의 질식할 지경이 될 경우, 즉 조선의 체제 생존이 위협 받을 경우, 조선은 결코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럴 경우 반항을 하는 것이 국제정치의 기본 규율이다. 조선의 반항은 반도 정세를 조정 불가능한 상황에 빠뜨릴 것이며, 각국의 희망과는 달리 전쟁이 현실화할 것이다. 반도에 전쟁이 발생하면 각국이 모두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손실을 입는 정도는 조선, 한국, 중국, 미국의 순서가 될 것이며 일본과 러시아는 그 다음이 될 것이다.〉
“北核 위기는 미국 때문에 생긴 문제”
중국으로서는 ‘북핵문제가 중국 때문에 생긴 것도 아닌데 조선과 한국 다음으로 전쟁의 피해를 입는’ 억울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특기할 점은 이번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중국 내에서는 “조선 핵은 우리 중국 때문이 아니라 미국 때문에 생긴 문제”라는 주장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틀 뒤인 1월 8일 《환구시보》에는 ‘조선 핵문제의 ‘중국책임론’은 왜곡된 논리이며 공리공담(空理空談)’이라는 사설이 게재됐다.
〈조선의 수소폭탄 실험 이후 미국과 서방의 여론은 조선 핵문제에 대한 중국책임론을 만들어 중국의 머리에 씌우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 후보 트럼프는 “이 문제는 중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우리는 중국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떠들고 있다. 그는 심지어 중국이 2분 만에 망할 조치를 무역 분야에서 골라서 대단히 강경한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는 망발도 서슴지 않고 있다.
중국이 조선에 대한 제재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의 주류 매체들은 중국이 조선에 대한 제재의 강도가 부족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곧 조선의 전면적인 혼란이 중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결과이다. 조선과 관련해 중국은 무엇이든지 책임져야 하고, 각종 리스크도 무엇이든지 책임져야 한다는 말과 다른 말이 아니다.
여기서 꼭 지적해 두어야 할 것은 조선 핵문제는 그 근원이 대단히 복잡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 문제의 내적 원인은 근본적으로 조선이 국가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을 잘못 선택한 데서 비롯됐지만, 외적 원인은 미국의 대(對)조선 정책이 적대적인 정책을 견지해 왔기 때문이다. 조선반도에는 아직도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평양에는 안보에 대한 엄중한 우려가 상존하고 있으며, 반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냉전체제가 잔존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 점에 대해 미국은 응당 많은 책임을 져야 하며, 조선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 조선이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쯤 되면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문제 전문지라는 《환구시보》의 사설에서 북한 핵문제의 근본이 망각되고 증발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다시 말해 북한 핵개발의 원초적인 원인 제공자가 중국이라는 기초적인 상식도 없는 논설위원이 쓴 글이라는 추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고립된 북한의 자구책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 인터넷 홈페이지.
한국의 경우에도 1971년 7월 리처드 닉슨(Nixon) 미 대통령의 안보보좌관 헨리 키신저(Kissinger)와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의 지휘를 받는 총리 저우언라이(周恩來)가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비밀 회담을 갖고 역사적 데탕트(화해)에 합의한 여파로, 박정희(朴正熙) 당시 대통령이 핵무기 개발에 착수한 과거를 갖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와 전두환(全斗煥) 대통령의 집권이라는 정치적 격변 과정에서 미국의 설득에 따라 핵개발을 포기했다.
현재 북한의 핵문제는 크게 보아 1970년대 초 미국 대(對) 중국·소련의 1 대 2 삼각구도의 냉전체제가 미국·중국 대 소련의 2 대 1 삼각구도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파생된 문제이다. 북한의 고립상태가 지속되면서 점점 자라 온 문제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미 30~40년이 흐르는 동안 발생원인과 배경조차 망각되어 문제해결의 고리를 찾아내지 못하는 고질(痼疾)처럼 변한 것이 북한 핵문제의 한 측면이기도 하다. 북한에서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수령이 바뀌었고, 중국은 그 사이에 덩샤오핑(鄧小平)·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시진핑(習近平)으로 당 최고지도자, 국가주석이 교체됐다. 우리도 여러 대통령이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중국 내에서도 북핵문제의 발생원인에 대한 망각은 물론 해결의 실마리를 놓친 듯하다.
1월 8일 자 《환구시보》 사설 ‘조선 핵문제의 중국책임론은 왜곡된 논리이며 공리공담(空理空談)’에도 그런 표현이 등장했다.
〈조선 핵문제는 평양을 포함한 각 관련 당사국을 ‘타오라오(套牢·보유한 주식가격이 하락해 손해를 보고 팔 수 없는 상황에서 주가반등을 기대하는 동안 어쩔 수 없이 자금이 오랫동안 묶이게 된 상태를 가리키는 중국 證市용어)’하게 만들었다. 최근 조선과 한국, 중국과 미국 4개 당사국 모두가 이 문제로 손해를 보고 있다. 만약 조선의 핵보유로 더욱 넓은 범위의 핵확산을 자극하게 된다면 전 세계 모두가 패배자가 될 것이다. 이 기형적인 상황을 타파하려면 어느 일방에 대한 촉구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관련 당사국 모두가 노력을 해서 집단적인 타협방안을 창조해 내야 할 것이다. 미·한·일 3개국이 자신들은 적극적으로 조건을 창조해 내지 못하면서 베이징(北京)을 향해서만 평양에 압력을 가해 조선이 핵계획을 포기하게 만들라고 한다면 그런 발상은 유치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환구시보》의 사설은 북한에 핵을 포기하게 만드는 일이 꼭 중국이 해야만 하는 일이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중국은 미·한·일 자신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대신해서 할 수는 없다. 본래 핵문제는 조선반도 내부에서 서로를 적대시하다가 생긴 문제이다. 중국은 중·조(中朝) 관계를 적대관계로 만들면서까지, 심지어 중·조 적대관계를 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돌출적인 문제로 만들면서까지 핵문제 해결에 나설 수는 없다. 중국 사회는 결코 중국 정부가 그렇게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유엔의 대 조선 제재조치에 참여해 안보리 결의를 이행한다면, 중·조 관계의 분위기는 먼 과거로 되돌아갈 것이다. 조선과 중국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우리는 조선이 핵을 보유하는 문제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중략)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은 관련 당사국들의 공동이익이 될 수 있다. 각자가 자신들이 해야 할 몫을 해야 하는 것이지, 어느 일방에 대해서만 짐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각 당사국들은 각자의 책임을 함께 지고, 협력을 강화해서 조속한 시일 내에 6자회담으로 되돌아가서 ‘세기를 바꾸어 가며 내려온 난제(難題)’를 해결해야 한다.〉
“中·朝 우호는 안정적으로 향하고 있다”
2012년 11월에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18차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현 시진핑(習近平)·리커창(李克强) 지도부는 2013년 3월의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각각 국가주석과 총리로 임명되기를 기다리던 2012년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사실을 보고받고 격분했다. 북한 김정은과 일체의 수뇌 방문이나 접촉을 의도적으로 단절했던 지도부이다.
2013년 3월에 국가주석과 총리로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평양을 방문하거나 김정은을 단 한 차례도 베이징으로 초청하지 않았다. 그런 시진핑·리커창 지도부에 대해 많은 학자와 전직 외교관들이 “조선을 포기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겠느냐”는 건의에 따라 중국의 당정(黨政) 지도부는 그동안 북한으로 현지조사 목적으로 학자들을 파견해 실사하고 각종 비공식 토론회를 하는 등으로 중·북 관계를 리뷰(review·재검토)해 왔다.
2014년 중반에서 2015년 중반까지 진행된 평양 현지실사와 중국 내 비공개 당정회의를 통해 중국 정부는 일단 북한을 끌어안기로 방향을 정했다는 사실이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됐다.
그런 중국의 대북(對北) 외교방향 수정은 2015년 12월 11일 자 《환구시보》의 사설 ‘중·조 우호는 점차로 서로의 견해차이에 적응해 가며 새로운 안정으로 향하고 있다’에 잘 나타나 있다.
〈조선의 공훈 국가합창단과 모란봉 악단이 어제부터 베이징 국가대극원 공연을 위해 방중하고 있는 것은 중·조 관계가 다시 이전처럼 따뜻해지고 있다는 신호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중략) 조선이 앞으로 새로운 핵실험을 하지만 않는다면 중·조 관계의 회복은 한걸음 나아갈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물론 상반된 현상이 나타난다면 새로운 국제제재가 출현할 것은 뻔한 일이고 중·조 관계는 부정적인 측면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중략) 중·조 관계는 강한 전략적 측면을 갖고 있는 것이어서 역사와 현실 지연(地緣) 정치 구조는 양국을 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게 될 것이다.〉
물론 《환구시보》의 그런 기대는 바로 그날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진행된 공연 리허설에서 사단이 났다. 리허설은 처음에 애조를 띤 아리랑 편곡 연주로 시작해서 7명의 모란봉 악단이 연주하는 바이올린 경음악이 점점 템포가 빨라지다가 ‘단숨에’라는 경음악곡 연주에 이르러서는 연주 사이사이에 미녀들이 “단숨에!”라고 몇 번이나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단숨에’가 연주되는 배경화면에는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 현장을 둘러보고 지켜보는 가운데 2012년 12월 12일 평안북도 동창리 기지에서 미국령 괌을 넘어 1만2000~1만3000km를 날아간 은하3호 로켓 발사 장면과 핵무기 폭발 광경이 극적으로 처리돼 있었다. 모란봉 극단의 리허설을 지켜본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와 외교부 관계자들은, 문제의 장면에 등장하는 은하3호와 북한의 3차 핵실험 당시 시진핑 총서기가 격분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중국 측 인사들은 공연 내용 중 ‘단숨에’ 부분을 빼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中·北은 地緣 정치적 특수관계
결국 상황은, 모란봉 악단이 베이징에서 하는 보고를 받은 김정은이 철수를 지시하고, 이에 따라 모란봉 악단은 고려항공 편으로 평양으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끝났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수소폭탄 실험이 감행됨으로써 중·북 사이에 당분간 ‘싸늘한’ 바람이 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북 관계는 《환구시보》의 사설이 말하는 것처럼, 전략적 측면과 중국 외교의 큰 특징인 지연(地緣) 정치적 측면을 지니고 있어 정상적인 관계를 회복하려는 탄성(彈性)을 지니고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그런 흐름에 면밀히 대처해야 한다. 더구나 이번 4차 핵실험을 계기로 중국 내에서 ‘조선 핵문제의 중국책임론은 왜곡된 논리’라는 주장이 계속 확산하고, 한·미·일(韓美日) 3국이 획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조선핵 포기론’과 ‘조선핵 용인론’이 중국에서 더욱 퍼질 전망이다.
출처 | 월간조선 2월호 글 |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중국학술원 연구위원
2016.01.21 “북핵이 우리 탓이냐?”... 딴전 피우는 중국
▲ 지난해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왼쪽)이 김정은과 함께 손을 쳐들고 있다. photo 연합
지난 1월 6일 북한 김정은이 수소폭탄 개발 실험을 감행하자 중국이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던 묘한 자세를 취하고 나섰다. “조선(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우리 때문이 아닌데 왜 우리에게 책임을 덮어씌우느냐”면서 “책임은 누구보다도 조선에 압력을 가한 미국에 있다”고 강변(强辯)하고 있다. 특히 미 대선(大選)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중국에 응당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이 있으니 우리는 중국에 압력을 가해야 하며, 특히 중국이 2분 만에 붕괴될 정도의 대단히 강경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하자 “중국이 조선에 대한 제재에 참여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정황 아래에서 미국과 유럽의 주류 매체들이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제재의 강도가 부족한 점이 북핵 사태의 원인이라고 뒤집어씌우고 있다”는 불평까지 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環球時報·Global Times)는 지난 1월 8일자 사설에서 “조선 핵문제 ‘중국책임론’은 왜곡된 논리”라는 제목을 달아 북한 핵문제가 다음과 같은 원인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논리를 전개했다.
“조선 핵문제의 근원은 복잡하다. 내인(內因)은 물론 조선 정권이 국가 안전을 추구하는 길을 잘못 선택한 것이지만, 외인(外因)은 미국이 조선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견지해 왔기 때문이다. 조선반도는 지금까지도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조선은 안전에 대한 우려를 안고 있으며, 반도는 세계 최후의 냉전체제가 잔존하고 있는 지역이다. 미국은 이에 대한 책임이 당연히 있으며, 미국은 반도의 긴장 국면을 완화하고 조선이 핵을 포기하도록 적극성을 발휘해야 한다.”
이쯤 되면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문제 전문지 환구시보의 사설을 쓴 논설위원의 수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1992년 8월의 한·중(韓中) 수교가 발단이었다. 미국과 중·소가 대치하던 냉전체제에서 중국·소련의 핵우산에 의존하던 북한이 중국이 제공하던 핵우산을 잃고 독자적인 핵개발에 나선 것이 역사적 배경이다. 다시 말해 북한 핵개발의 원초적인 원인 제공은 중국이 한 것이다. 이런 기초적인 상식도 갖추지 못한 논설위원이 쓴 글이라는 추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한국의 경우에도 1971년 7월 리처드 닉슨(Nixon) 미 대통령의 안보 보좌관 헨리 키신저(Kissinger)와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의 지휘를 받는 총리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전 세계가 모르는 가운데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비밀회담을 갖고 미국과 중국의 역사적 데탕트(화해)에 합의한 여파로 이루어진 국제정세의 급변에 대처하기 위해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핵무기 개발에 착수한 과거를 갖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피살과 전두환 대통령의 집권이라는 정치적 격변 과정에서 미국의 설득에 따라 핵개발을 포기한 과거를 갖고 있다.
현재 북한의 핵문제는 크게 보아 1970년대 초 미국 대 중국·소련의 1 대 2 삼각구도의 냉전체제가 미국·중국 대 소련의 2 대 1 삼각구도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파생된 문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30~40년이 흐르는 동안 원인 분석조차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로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친 고질(痼疾)처럼 변한 것이 북한 핵문제의 한 측면이기도 하다. 환구시보 사설의 다음과 같은 주장은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든다.
“만약 미·한·일(美韓日) 3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조건을 창조하지 못하면서, 베이징을 향해서만 평양이 핵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하라고 촉구한다면 이는 실로 유치한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미·한·일 자기네들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해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본래 핵문제는 조선 자기네들이 서로를 적으로 만들다가 생긴 문제다. 중국은 중·조(中朝)관계를 적대관계로 만들면서까지 북한 핵문제 해결에 나설 수는 없는 일이다. 심지어 중·조 간의 적대관계가 지역정세에 돌출적인 초점이 된다면, 중국 사회는 중국 정부가 그렇게 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쯤 되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 되고 만다. 중국 외교부 관리나 국제정치를 전공하는 중국 학자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깨닫게 되는 사실은 우리는 마치 중국의 주변국이 한반도 하나뿐인 듯 생각하지만, 중국의 주변국은 무려 14개나 되며 중국은 동서의 직경이 7000㎞나 되어 접경지대의 길이가 수만㎞나 되는 나라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 내에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외교관이나 학자는 그 수가 제한적이며 사무실의 수가 1000개가 넘는다는 중국 외교부 부서에서 한국(韓國)과 조선(朝鮮)의 문제를 다루는 부서는 한 처(處 ·우리의 科)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한반도 문제는 중국 외교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유추해 보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북한 핵문제의 해결에 관한 브리핑에 나와 할 수 있는 말은 “관련 당사국들이 냉정과 자제를…”, 그리고 “6자회담으로의 복귀…” 이외에는 마련된 것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런 대변인에게 “구체적으로 무슨 조치를 취할 계획이냐”고 물어봤자 “우리가 북한 핵에 대해 반대한다는 점은 확고하다”는 말 이외에는 들을 말이 없는 것이다.
결국 북한 핵문제는 우리가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우리의 문제이지 미국이나 중국이 우리를 대신해서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나 중국이 우리를 대신해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 핵문제가 워싱턴 백악관의 오바마 대통령이나 베이징 중남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잠을 깨울 정도로 곪아 터져야 가능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미국과 중국에만 의존하는 대한민국은 현재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북한에 매번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어떨까. 오바마나 시진핑의 잠을 깨울 정도의 일을 우리가 만들어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핵무기 독자 개발을 발표한다거나, 핵실험 예상 지역을 원점 타격한다면 오바마나 시진핑이 잠을 깰까.
출처 | 주간조선 2391호
글 |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2016.02.10 국회 ‘北 장거리 미사일 발사 규탄’ 결의안 전문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규탄 결의안 전문.
◇ 대한민국 국회는 북한이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2016년 1월 6일 제4차 핵실험에 이어 2016년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것은,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발사도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나아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이자 남북 간 대결과 긴장국면을 조성하는 무모한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
현재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강행은 국제사회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서 국제사회의 인식을 악화시켜 북한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킬 뿐으로, 이로 인해 겪게 될 대가는 전적으로 북한 당국의 책임이라는 점을 엄중히 경고하며, 북한이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중단하고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여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복귀할 것과, 대한민국 정부가 강력하고 확고한 안보태세를 강구하고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여 유엔 안보리 결의를 포함한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를 도출하도록 노력할 것을 촉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대한민국 국회는 북한이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제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한반도를 위시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무모한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
2. 대한민국 국회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강행은 국제사회에서의 북한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킬 뿐으로, 이로 인해 겪게 될 대가는 전적으로 북한 당국의 책임이라는 점을 엄중히 경고하며, 북한이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중단하고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여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복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3. 대한민국 국회는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과 위협에도 대처하기 위한 강력하고 확고한 안보태세를 강구할 것을 요구하며,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여 유엔 안보리 결의를 포함한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를 도출함과 동시에 핵문제를 포함한 남북당국 간 대화 재개 등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
4. 대한민국 국회는 북한의 도발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다짐하고, 대한민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대응책 마련에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이며,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정착 및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하여 북한을 변화시키고 국민적 힘과 지혜를 모으는 데 앞장설 것임을 천명한다.
<연합뉴스>\
2016.02.27 김정은 숨통 죄는 ‘진짜 이빨’… 北 드나드는 육로화물도 검색
[유엔 사상 최강 대북제재안]
《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해온 북한은 결국 권총 한 자루도 해외에서 수입하지 못하는 절름발이 국가로 전락했다. 4차 핵실험과 잇따른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를 위협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5일(현지 시간) 공개한 미중 양국 합의 초안은 돈과 사람, 물자, 기술의 이동을 막아 김정은 정권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저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북 결의안 최초로 북한 인권 문제를 언급하면서 선량한 북한 주민들의 피해는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곳곳에 마련했다. 》
▼ ① 모든 화물 검색 의무화 ▼
육해공 동시 차단… 제재 출발점
북한을 드나드는 화물 검색을 의무화한 것은 이번 제재의 출발점이다. 선박과 항공기뿐 아니라 육로 운송도 포함된다. 관건은 육로다. 북한은 과거 핵과 미사일 개발에 조달되는 핵심 부품을 중국에 중국인 명의의 위장회사를 설립하고, 중국인이 수입하는 것으로 꾸몄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물자가 중국까지 오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문제는 육로를 통해 북한으로 들어갈 수 없도록 중국이 얼마나 협조해줄지다. 북-중 국경의 주요 세관마다 유엔의 감독 인원이 배치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유엔 제재가 확실히 지켜질지 의문이다.
▼ ② 의심물품 선박-항공기 통행금지 ▼
청림호 등 대상 31척 이름 적시
유엔 회원국은 금수(禁輸) 품목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각국 배와 비행기를 자국 영해나 영공에 들어올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이미 자신의 영해나 영공에 들어온 배나 비행기에 대해서는 다시 검색해 추방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이를 위한 각국의 정보 공유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의안은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가 소유한 청림호 등 선박 31척의 이름과 등록번호를 적시하고 각국에 경계를 호소했다. 북한 고려항공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지금처럼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며 관광객 등을 태우는 정기 항공편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 ③ 특정물품 수출입 금지 ▼
‘미사일 연료’ 등 콕집어 집중단속
북한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광물 거래는 이번 제재로 된서리를 맞게 된다. 북한 군부의 철광석과 석탄 거래는 전면 금지되고 민수용 거래만 일부 허용된다. 금과 희토류 바나듐 티타늄 등 희귀금속은 전면 금수 대상이다. 항공유도 민수용만 인도적 예외가 허용된다. 이 제재는 북한군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광물 수출은 군이 조직 운영비나 무기개발비를 충당하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3년과 2014년 북한에 대한 항공유 공급을 끊은 적이 있다. 당시 북한 전투기가 수십 일간 한 대도 못 떴다.
▼ ④ 소총 한자루도 못사고 못팔게 ▼
北 연간 외화벌이 10% 날아가
그동안 유엔은 북한이 소형 무기와 재래식 무기를 수입하는 것은 주권(主權) 차원에서 예외로 인정해 왔다. 이번 결의안으로 이마저 막아 모든 무기 수입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낡은 재래식 무기의 수리를 핑계로 한 대북 무기 수출도 금지된다.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 군 교관과 고문을 초청할 수도 없다. 북한의 무기 수출길도 역시 모두 막힌다. 북한의 한 해 무기 수출액은 3억 달러(약 3710억 원)에 육박한다. 북한이 벌어들이는 한 해 외화소득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 ⑤ ‘이중용도’ 품목 확대 ▼
핵 갱도에 쓰이는 굴착기도 대상
이른바 ‘이중용도’ 품목이라는 것은 WMD 제조에도 사용 가능한 민수용 품목을 말한다. 가령 건설장비의 경우 민간 주택 건설에 사용할 수도 있지만 핵실험용 갱도 굴착에도 쓸 수 있다. 러시아 등이 북한 고려항공에 새 부품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도 안보리 차원에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기술 역시 바로 북한 공군력 증강이나 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금수품목은 전용 가능성을 놓고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 ⑥ 북한과의 금융거래 차단 ▼
北 무역회사 해외거래 막힐듯
WMD 관련 거래에 국한됐던 북한의 해외자금 유통 단속이 더욱 확대된다. 북한 정부와 노동당의 자산을 동결한 것은 북한의 모든 권력기구가 제재 대상임을 선언한 상징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화물 차단에 이어 금융 거래까지 묶이면 북한은 사실상 국내 경제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바뀐다. 한 39호실 출신 탈북자는 “금융 거래 차단은 북한이 가장 뼈아파하는 제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출입 거래에서 현금을 갖고 다니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 거래 차단이 북한의 민생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금융 거래로 차단되는 돈은 출처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북한의 각 무역회사의 해외 거래도 사실상 막힐 것으로 보인다.
▼ ⑦ 개인-北기업 제재대상 2배로 ▼
불법 연루 땐 北외교관 추방 의무화
이번 결의안으로 유엔 제재 리스트에 오르는 북한 개인과 기업은 거의 두 배로 늘어난다. 지난 10년 동안 유엔 제재 대상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북한의 개인과 기관은 각각 12명과 20개였다. 또 북한 외교관이 불법 행위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 유엔 회원국은 반드시 해당자를 추방하도록 했다. 유엔대표부 관계자는 “외교관은 일부 법 집행을 적용받지 않는 특권을 누리는데, 그것을 없애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그동안 많은 나라에서 제재 이행 보고서를 내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유엔 차원에서 이행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며 실효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2016.03.03 악마와의 협상
▲ 웬디 셔먼 / 출처 = 조선 DB
“이란은 국제사회와의 연결이 있었고 국가로서 기능하고 있지만 북한은 국가라기보다는 컬트(종교적 숭배집단)이다. 북한을 상대로 협상하는 쪽이 훨씬 힘든 부분이 있다.”
미국의 북핵 문제 협상 책임자였던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이 최근 일본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제 미국은 북한을 제대로 본 것 같다. 21세기에 존재하는 악마적 집단은 김정은 정권과 IS(이슬람국가)다. 미국은 그런 북한 정권과 핵(核) 문제를 대화로 풀겠다고 하다 20여년을 허송했다.
20세기는 이념과 전쟁의 세기였다. 20세기를 피로 물들인 대표적 악마는 히틀러와 스탈린. 전체주의라는 점에서는 같았지만 나치즘과 공산주의는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지간. 그런 나치즘과 공산주의의 수괴(首魁)가 1939년 8월 모스크바에서 협정을 맺었다. 독소불가침협정이다. 적과의 동침! 두 악마가 웃으며 서명을 했으니 그 협정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겠나.
독소불가침협정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유럽 대륙은 ‘체코슬로바키아 위기’로 전운(戰雲)에 휩싸인다. 독일과 인접한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 지역에서 독일인이 반란을 일으킨 게 계기가 되었다. 히틀러는 체코에 요구한다. 독일인이 체코에서 핍박을 받고 있으니 안전보장 조치를 이행하라. 주데텐 지역은 체코 영토 안이지만 독일계가 23% 살고 있었다.(나중에 밝혀졌지만 반란은 히틀러의 비밀지령을 받아 기획한 작품이었다.)
히틀러가 1938년 5월, 대규모 병력을 국경에 전진 배치하자 프랑스와 영국은 전전긍긍했다. 영국 총리는 체임벌린이었고, 프랑스 총리는 달라디에였다. 전쟁을 두려워한 영국과 프랑스의 지도자는 체코를 설득해 주데텐을 양도하고 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나자는 아이디어를 낸다. 1938년 9월 29일 독일 뮌헨.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4개국의 수뇌부는 뮌헨에 모여 체코 땅 주데텐을 독일에 양도하는 대신 평화를 보장한다는 협정에 서명한다.
유약한 평화주의자들은 주데텐을 양도하면 체코를 침공하지 않겠다는 히틀러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체임벌린은 협정 문안을 들고 영국에 돌아가 마침내 평화가 찾아왔다고 선언했고, 언론도 체임벌린에 환호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히틀러의 공식발언과 실제로 뒤에서 취한 행동을 보면 김정은의 그것과 완전 판박이다.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현실주의자 처칠만이 히틀러의 악마적 속성을 꿰뚫고 있었다. 그는 탄식했다. “우리는 완전하고 절대적으로 패배했다. 이것은 끝이 아니고 시작일 뿐이다”라고 외쳤지만 귀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얼마 후 수상에 오른 처칠은 히틀러와 맞서는 결기를 보였고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처칠은 ‘2차 세계대전 회고록’에서 이렇게 술회했다. “…최후의 수단을 쓰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오면, 그런 확신이 있을 때는, 무력을 사용하는 일을 피하면 안 된다. 그것은 정당하고 절실한 문제다. 싸우지 않을 수 없을 때는, 싸워야 한다.”
뮌헨협정은 흔히 ‘불량국가’와 타협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된다. 북한이 ‘불량국가’ 정도만 된다면야.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컬트 집단’과 정면 승부를 선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윈스턴 처칠이 간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글 | 조성관 주간조선 편집장
2016.-3.04 [유엔 北제재 개시] 우다웨이 中 한반도사무 특별대표 본지에 밝혀
"- 중국이 보는 사드
레이더망 800㎞… 中까지 뻗어… 美군사기지 그만큼 전진하는 것
- 北 제 무덤 팠다
3차 핵실험땐 中 여론 나누어져… 이번엔 완전한 분노로 기울어
- 한반도 '自主'통일 해야
中, 남북통일에 간섭 안 한다… 주한미군은 부차적인 문제일뿐"
중국의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는 3일 본지 기자들과 만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중 협력이 중요하다"면서도 "사드 (한반도) 배치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큰 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했다. 홍위병 출신인 그는 한국과 일본에서 대사를 지낸 아시아통(通)이다.
―사드 자체가 문제인가, 미국이 주도하는 사드가 문제인가?
"사드의 방공 미사일은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 배치하려는 사드 레이더는 '중국 내륙 깊숙한 곳(腹地)'까지 탐지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이 손을 잡고 사드를 배치하려는 것도 큰 문제다. 한국의 사드가 (중국을 감시하는) 미국의 눈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에도 사드 레이더가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800㎞ 이상 떨어져 있기 때문에 중국 해안 지역만 탐지 범위에 들어간다. 중국은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면 미군 기지가 중국 쪽으로 800㎞ 전진한 것으로 해석한다."
―미국의 사드가 아니라 유럽이나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무기 체계를 한국에 가져와도 반대할 건가. "중국은 한국이 자국 안보를 위해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조처를 하는 것은 동의한다. 한국이 유럽이나 이스라엘 무기 체계를 가져온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때도 레이더 탐지 범위가 중국 깊숙이 들어오면 곤란하다. 중국의 안보 이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
―4차 핵실험까지 강행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생각은?
"중국 민중은 분개하고 있다. 3차 핵실험(2013년 2월) 때만 해도 중국인의 반응은 나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한쪽(북한 비난)으로 기울었다. 북한이 제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이다."
―북 핵실험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전화 통화가 늦었는데….
"사실 이번 핵실험이 북한 주장대로 수소폭탄 실험인지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핵실험의 종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만 양국 지도자가 의미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전화가 늦은 것이다. 만약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면 핵 능력이 크게 진전했다는 의미가 된다. 내가 평양에서 (베이징으로) 돌아온 것이 2월 4일이고, 그다음 날인 5일 시 주석과 박 대통령이 통화했다. 사실관계가 확실히 파악된 다음에 통화가 이뤄진 것이다. (북 핵실험 관련해서)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 직접 통화한 첫 번째 국가 원수다. 두 번째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對北제재 결의안 통과 직후… 활짝 웃는 유엔 美·中 대사 - 2일(현지 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뒤 서맨사 파워(왼쪽에 서있는 여성)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류제이(가운데) 유엔 주재 중국 대사, 모브시스 아벨리안(오른쪽) 유엔 정무국장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유엔본부 제공
―대북 송유관 차단이 가장 효과적인 대북 제재라는 이야기가 많은데 중국 입장은?
"매우 복잡한 문제다. 현재 안보리 결의안에 따르면 대북 송유관을 차단할 필요는 없다. 만약 송유관으로 북한에 유입되는 원유가 핵실험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하면 중국은 차단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송유관은) 북한 민생 경제와 관련이 있는 문제이다. 유엔에서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안다."
―북한 정권의 핵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1993년 중국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북한 최고지도자는 '핵 개발에 동의하지 않는다. 핵 개발로 북한이 얻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핵 개발을 하지 않을 것이지만, 젊은 세대는 핵 개발을 원한다'고 했다. 후임자는 비핵화 기조를 크게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비밀리에 꾸준히 핵 개발을 했다."
―북한은 과연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지금 북한은 비핵화를 아예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핵 보유를 헌법과 당 노선에 명시했다. 이 같은 정책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북한의 핵 개발은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있다. 집권 4년 만에 핵실험을 두 차례나 한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다시 핵 협상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2005년 9·19 공동성명(핵 포기와 평화 체제 협상 명시)을 따라야 한다. 지난 4년간 북한과 접촉하면서 지켜본 결과 북한의 현 체제는 안정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한국 언론을 보면 북한 고위층의 척결과 면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북한 체제가 불안정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중국은 북한 체제의 안정을 원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항장무검(項莊舞劍)' 발언이 화제였다.
"한국 일부 언론이 왕 부장의 '항장무검' 발언을 보도하면서 한국을 미국의 명령을 받는 부하처럼 묘사했다고 해설한 적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아침에 신문을 읽으면서 매우 놀랐다. 고사성어의 뜻은 항우 측(미국)이 유방(중국)을 노린다는 것에만 집중돼 있지 항장(項莊)이 항우의 조카였다는 그런 (상하) 관계는 조금도 담고 있지 않다('항장=한국'이라며 한국이 미국을 대신해 칼춤을 춘다는 해석은 잘못이란 의미). 왕 부장은 사드 배치를 중국을 겨누는 미국의 칼춤에 비유하며 중국과 미국의 이야기를 한 것뿐이다."
―현재 한·중 관계를 평가해 달라.
"박 대통령은 대단히 적극적으로 대중 관계를 구축해왔다. 한국 대통령이 집권 후 일본보다 먼저 중국을 방문한 것은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작년에는 미국 반대에도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했다. 현재 한·중 관계는 누가 뭐래도 수교 이후 가장 좋은 관계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견해는?
"자주(自主)를 빼지 마라. 과거 한국은 '자주·평화' 통일을 강조했는데 지금은 평화와 통일만 논의하려고 한다. 한국에선 중국이 말하는 '자주'를 주한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중국은 그런 의미로 자주를 사용하지 않는다. 중국은 남북이 협상을 통해 통일하는 것이면 모두 환영한다. 또 자주에는 중국이 통일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북한이 오늘 또 단거리 미사일을 쐈다.
"지난 2월 북한 측은 나에게 '우리는 첫 발(선제 공격)을 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도 '첫 발'을 쏴선 안 된다. 오늘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의 방향은 일본 쪽이다. 일본은 이번 안보리 제재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별말 없이 조용히 있었다. 아마 일본이 분노할 것이다."
안용현 기자 이벌찬 기자
2016.03.09 정부 對北제재안, 효과보다는 의지 실었다
[北돈줄 타격보다 상징성에 무게]
정부가 8일 내놓은 독자적 대북 제재안은 2010년 5·24조치부터 올해 개성공단 중단(2월 10일) 결정,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3월 3일)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설계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독자 제재안은 '실효'보단 '상징'의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이미 남북 경제 교류가 희박한 상태인 만큼 그 범위와 강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운철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더 강한 제재안을 내더라도 실행 가능성의 면에서 큰 의미는 없었을 것"이라며 "이제 국제사회와의 제재 공조 및 이행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 제재 대상에 대남 총책도 포함
정부는 북한 개인 38명과 단체 24곳, 그리고 북한을 우회·지원해온 제3국의 개인 2명과 단체 6곳의 영문명을 금융 제재 명단에 올렸다. 유엔은 최근 발표한 제재 명단에 노동당 39호실 등 단체 12곳과 개인 16명을 올렸었다. 우리 정부 명단에는 핵실험을 주도한 홍승무 군수공업부 부부장을 비롯, 외화벌이를 하는 북한 기업과 대량살상무기 원료를 운송하는 해운회사 등이 포함됐다. 정부 소식통은 "이들이 우리 국민과 금융거래를 하거나 국내 자산이 있을 가능성은 없지만, 국제사회에 명단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했다. 또 주미얀마 북한 대사나 태국·대만·싱가포르의 기업과 개인도 리스트에 올리는 방법으로, 북한과 계속 관계할 가능성이 큰 동남아 국가들에 '협조'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 김정은이 여동생 김여정과 함께 동해안 전방의 신도방어중대를 시찰했다고 노동신문 12일자가 보도했다. 신도방어중대는 강원도 원산 앞바다의 섬인 신도를 지키는 부대로 추정된다. /조선일보 DB
- 금융 제재, 실효성 제한적
김정은 등 '김씨 일가' 포함 안해…
南北관계 파국으로 가는 건 피해
특히 김영철 노동당 대남 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전 정찰총국장)을 명단 첫째에 올린 것은 '비핵화 진전 없이는 남북 관계 개선도 없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다만 김정은·김여정 등 김씨 일가가 빠진 것에 대해 "남북 정권 간 대결을 선언해 파국으로 끌고 가지는 않겠다는 뜻"(동용승 전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이란 분석도 나온다.
◇해운 제재… 나진·하산 프로젝트 중단
정부는 외국 선박이 북한에 기항한 후 180일 이내 국내에 입항하는 것을 전면 불허하고, 제3국 선박의 남북 항로 운항도 금지했다. 지난해의 경우 북한에 들렀다가 온 외국 선박 66척이 국내에 총 104회 입항해 철강·잡화 등을 수송한 것으로 집계됐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외국 해운회사들은 북한을 포기하고 한국과의 거래를 택할 것이고, 북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인근 압록강에서 북한 주민들이 중국 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배 뒤로 보이는 압록강 대교에는 북·중을 오가는 화물차 행렬이 있다. /연합뉴스
- 나진·하산 프로젝트 중단
남·북·러 經協… 러시아 "유감"
北 들른 배 180일간 입항 금지
"외국회사에 北 거래 끊으라는 것"
이 해운 제재로 남·북·러 협력 사업으로 추진해온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중단된다. 정부는 이날 제재안에서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를 러시아에 미리 통보했고 러시아는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자국 석탄을 나진을 거쳐 국내에 입항시키는 이 사업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서 '예외'로 인정받기 위해 막판에 협상을 지연시키는 등 강한 의지를 보여왔었다.
◇수출입 통제·北 식당 이용 자제도
정부는 천안함 폭침 이후 시행된 기존 5·24제재 조치도 현장에서 더욱 강력히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산 물품을 중국산으로 위장해 국내에 들여오다 적발된 건수가 지난 5년간 71건이었는데, 앞으로는 원산지 확인을 강화하는 등으로 국내 유통을 강력 단속할 방침이다. 또 '북한에 특화된 감시 대상 품목 목록'도 작성하기로 했다. 군사 목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은 원자재나 선박 엔진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또 국민에게 해외에서 영업 중인 북한 식당 등 영리 시설 이용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북한은 중국·동남아 등 12개국에서 식당 130여 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간 1000만달러 정도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정시행 기자
2016.03.14 ‘떠다니는 군사기지’ 美핵항공모함 존스테니스함 한반도 전격 투입
대북제재 이후]축구장 3배 갑판에 전투기 꽉 채워 입항 이례적
北 도발땐 대규모 작전 전개 경고… ‘참수작전’ 수행 상륙작전도 진행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존스테니스함이 13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이 항공모함은 전투기 등 항공기 80여 대가 탑재돼 있어 유사시 전투기를 바로 투입해 공습에 나설 수 있다. 길이 332.8m, 폭 78m인 비행갑판은 축구장 3배 크기에 이른다.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미국이 연일 ‘핵 선제 타격’ 협박을 하고 있는 북한에 경고하기 위해 ‘떠다니는 군사기지’인 존스테니스함(10만3000t급)을 13일 한반도에 전격 투입했다. 미군은 북한의 4차 핵실험(1월 6일) 이후 전략 폭격기 B-52, 핵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함(7800t), 세계 최강 전투기 F-22(랩터)에 이어 존스테니스함까지 두 달 새 4차례나 전략자산을 투입하며 대북 경고 수위를 끌어올렸다.
핵추진 항공모함인 존스테니스함은 9200t급 구축함인 스톡데일함, 정훈함의 호위를 받으며 이날 오전 11시 해군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통상 존스테니스함은 이지스 구축함 3척 및 순양함 1척, 공격형 핵잠수함 1, 2척 등과 함께 강습단을 형성해 작전에 나선다.
이날 존스테니스함은 이례적으로 FA-18 슈퍼호닛 전투기, 프라울러(EA-6B) 전자전(電子戰)기 등 탑재 가능한 항공기 80여 대 중 대부분을 축구장 3배 크기(1만8211m²)에 달하는 비행갑판에 빽빽이 정렬시킨 모습으로 공개됐다. 중소 국가 공군력과 맞먹는 전력을 내부 격납고에 넣지 않고 북한에 의도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핵 항모 비행갑판이 항공기로 꽉 채워져 있는 건 이례적인 모습”이라며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해당 전력을 북한 심장부까지 투입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핵 항모를 한미 연합훈련 기간에 맞춰 투입한 것 역시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승조원 6500여 명이 탑승하는 존스테니스함이 투입되면서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FE)에 참가하는 미군 규모도 지난해 3700여 명에서 올해 1만여 명으로 대폭 늘었다. 그동안 핵 항모인 ‘로널드레이건’이나 ‘조지워싱턴’이 정례적으로 투입되긴 했지만 연합훈련 종료 직후 등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중국 등 주변국과의 마찰을 피해 왔다.
또 경북 포항 일대에서 7일부터 시작된 한미 해병대의 연합 상륙훈련인 쌍용훈련 일부가 12일 공개됐다. 2012년 훈련 시작 이래 최초로 4만1000t급 보넘리처드함과 박서함 등 강습상륙함 2척이 동시에 투입돼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미군은 오스프리(MV-22) 등 항공기 30여 대와 전차 및 장갑차 등 40여 대를 탑재할 수 있는 보넘리처드함을 공개하며 취재진을 오스프리에 탑승시키기도 했다. 활주로 없이 수직으로 이착륙하는 오스프리는 유사시 최고 시속 560km로 최대 1600km를 날아 무장한 해병대 병력 30여 명을 북한 내륙 깊숙이 침투시킬 수 있는 전력이다. 북한 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는 병력을 언제라도 투입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2016.03.17 美 새 대북 제재 행정명령 발동..北 노동자 '외화벌이' 처음으로 제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새로운 대북 제재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처음으로 북한 정권의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는 북한의 국외 노동자 송출행위를 금지하는 등 지난 2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보완하는 성격이다.
행정명령은 미국의 독자 제재 조치로는 처음으로 광물거래와 인권침해, 사이버안보, 검열, 대북한 수출 및 투자 분야에 대한 포괄적 금지 조항(sectoral ban)이 적용됐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이나 기업, 은행을 제재할 수 있도록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조항도 포함됐다.
미국 재무부는 이 행정명령에 근거해 불법활동에 관여한 혐의로 북한 개인 2명과 단체 15곳, 선박 20척을 추가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국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이번 행정명령은 북한의 주민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한 정부와 미국을 위협하는 행동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는 북한 정부와 노동당의 자산과 이익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번 행정명령은 북한이 지난 1월과 2월 감행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달 초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과 지난달 미국 의회를 통과한 대북제재 강화법의 이행을 촉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북한을 특정해 제재를 가하는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2008년 6월의 13466호, 2010년 8월의 13551호, 2011년 4월의 13570호, 2015년 1월의 13687호에 이어 모두 5개로 늘었다.
최원우 기자
2016.03.30 오준 유엔대사, 안보리 회의장서 한국어로 "김정은, 이제 그만하라" 깜짝 연설 외
▲오준 유엔 주재 한국대사가 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준 유엔 주재 한국 대사가 2일(현지 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지목하며 추가 도발을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오 대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보리가 북한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킨 후, 발언권을 얻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북한 주민을 힘들게 하는 도발 행위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북한을 제지하는 데 실패한다면 지역 간 군비경쟁에 들어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제재의 확실한 이행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외엔 선택할 게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설 막바지에선 깜짝 한국어를 구사하며 “한민족의 한 사람으로서 북한 통치자(김정은)에게 부탁한다. 이제 그만 하라”고 말했다.
오 대사는 “왜 당신들은 이런 무기들이 필요한가. 한국엔 핵무기가 없다”며 “위협은 없다. 그것은 단지 여러분의 상상력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신이 계속 이렇게 나간다면 당신의 주민들만 고통을 받을 뿐”이라며 “그들도 나와 우리와 같은 동족이다. 제발 깨어나라”고 말했다
오 대사는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중국이 협상에서 많이 양보해 미국 입장이 많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오 대사는 중국의 양보에 대해 “판단이 쉽지 않다”면서도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입장이 크게 바뀌었다고 밝혔다.
오 대사는 이번 결의안에 대해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매우 강력한 제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원우 기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만장일치 채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일(현지 시각)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결의안에는 과거 4차례에 걸친 핵·미사일 관련 대북제재결의안과 차원이 다른 실효성 있는 제재가 다수 포함됐다. 리만건 노동당 군수공업부장 등 장관급을 포함한 핵·미사일 개발 관련 개인 16명과 12개 단체가 신규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관련 해외 자산이 모두 동결되고 관련 인사는 추방되게 됐다. 북한의 주력 수출 품목인 금·석탄·바나듐광·티타늄광·희토류의 수출이 금지 또는 제한되는 등 ‘특정 분야 제재(sectoral sanctions)’가 처음 도입됐다. 대북 항공기·선박 대여 금지, 의심 선박 입항 금지, 북한은행의 해외 지점·사무소 90일 내 폐쇄 등 조치도 취해졌다.
정부는 이날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제재 조치를 담은 결의”라며 “전적으로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결의가 앞으로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모든 유엔 회원국들과의 협력 등 필요한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이번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가 김정은 통치자금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주희연 기자
[유엔 對北 제재]
北核 57일만에 유엔 제재안… 김정은 떠받치는 세력 정조준
하루 연기돼 채택… 개인 16명·단체 12곳, 제재 대상에 추가
석탄·희토류 수출 금지·제한 등 특정분야 제재 처음으로 도입
물자와 돈의 길 모두 막아
- 러시아 요구로 수정된 내용은…
北민항기 해외 再급유 허용키로… 나진항, 러시아産 석탄수출 가능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안이 2일 오전 10시(한국 시각 3일 0시)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지난 24일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초안에 29일 러시아가 제시한 수정 요구 사항을 반영해 최종안(블루 텍스트)이 마련됐다. 당초 1일 안보리 전체회의를 열어 채택할 예정이었으나 최종안 회람 후 만 하루 이상의 검토를 거친 뒤 처리하는 안보리 관례를 지키자는 러시아 등 일부 이사국의 요청에 따라 이날로 표결이 늦춰졌다. 지난 1월 6일 4차 북핵 실험 후 57일 만이다.
이번 결의안에는 지금까지 4차례 채택됐던 핵·미사일 관련 대북제재결의안과는 차원이 다른 실효성 있는 제재가 대거 포함됐다. 리만건 노동당 군수공업부장 등 장관급을 포함한 핵·미사일 개발 관련 개인 16명과 12개 단체가 신규 제재 대상으로 지정돼, 관련 해외 자산이 모두 동결되고 관련 인사는 추방되게 됐다. 북한의 주력 수출 품목인 금·석탄·바나듐광·티타늄광·희토류가 수출 금지 혹은 제한되는 등 특정 분야 제재(sectoral sanctions)가 처음 도입됐다. 대북 항공기·선박 대여 금지, 의심 선박 입항 금지, 북한은행의 해외 지점·사무소 90일 내 폐쇄 등 의심 물자와 돈의 길을 다 막았다.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대원들이 2일 오전 제주 남방해역에서 실시된 해상기동훈련에서 대량살상무기 적재 의심 선박에 올라 승선 검색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백악관은 이런 제재 내용을 두고 "북한의 지배 엘리트층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안보리 대북 제재안 표결을 하루 앞둔 1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경제는 오랜 제재 속에서 석탄과 철광석·금·티타늄·희토류와 같은 분야에 의존해왔다"며 "이는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원이 될 뿐만 아니라 북한 지배 엘리트층에 재정적 혜택을 제공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제재 조치들은 북한 지배 엘리트층의 재정적 복지에 충격을 가할 것"이라며 "과연 이들의 행동과 전략적 사고를 바꿀 만큼 충분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들을 겨냥해 압박을 강화하는 것은 시도해볼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의 합의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며 제재안 처리를 1주일가량 지연시켜온 러시아의 요구 사항이 무엇이었는지 주목되고 있다. 북한과 교역, 운송 등에서 협력 관계가 있는 러시아는 자국의 이익이 침해되는 항목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당초 미·중 합의 초안에는 북한의 석탄 등 광물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게 돼 있었지만, 러시아는 북한의 나진항을 이용해 외국산 석탄을 수출하는 경우를 예외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해 관철했다. 러시아산 석탄의 나진항을 통한 수출길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러시아는 또 북한에 대한 항공유 판매를 금지한다는 초안 내용에 대해서도 '북한 민항기의 해외 재급유는 허용한다'는 예외 조항을 넣도록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쉽게 말해 모스크바에 온 고려항공 여객기가 평양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정도의 연료는 공급해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두 가지 모두 대세에 영향이 없고 타당성이 있다고 보고 수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초안에 포함됐던 제재 대상자 17명 중 장성철 조선광업개발회사(KOMID) 러시아 대표는 러시아의 요구로 최종 명단에서 빠졌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장성철은 러시아에 있지도 않은데 (제재 명단에) 들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주장했다. 외교 소식통은 "러시아는 제재 명단에 자기 나라 이름이 오르는 걸 꺼리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뉴욕=김덕한 특파원 이용수 기자
2016-04-02 평양 “주문 달라” 아우성 베이징 혼자 웃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안이 통과된 다음 날인 3월 4일 오전 중국 랴오닝성 단둥 세관을 지난 화물 차량이 북한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전격 발표한 이후 국제사회의 초강력 대북제재가 이어지면서, 북한 사업 주체들은 다급하게 외부 사업 파트너를 찾아다니며 “제발 주문 좀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움 요청을 받은 상대방이 대부분 중국 기업인 까닭에, 중국 정부 측은 한편으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행보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요청을 내심 반기며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폐쇄 직후 남북한 공단 관계자들은 모두 큰 충격에 휩싸였지만, 북한 근로자들이 일하는 단둥과 훈춘 등 북·중 접경지역 공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즐거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간 개성공단이 받았던 주문 물량이 일시적으로나마 북한 근로자가 일하는 이 지역 공장으로 몰렸기 때문. 물량이 폭주하면서 이들 공장은 웃돈을 받고 야간작업까지 해가며 추가 수익을 올렸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북한 근로자 1인에게 지급되는 월급은 개성공단이 약 160달러(약 20만 원), 중국은 약 300달러(약 35만 원·합법적 취업 기준)로, 중국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임금이 훨씬 높다.
긴급 요청에 따른 웃돈과 추가 근무 수당까지 감안하면 개성공단 폐쇄 이후 일정 기간 중국 공장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간 외화가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성공단이 막히자 북한은 중국에서 사업 파트너를 찾느라 혈안이 됐다.
기자가 접촉한 한국인 B씨 역시 그 대상 가운데 한 명이었다. 중국에서 현지 기업과 손잡고 의류봉제업 분야에서 대북사업을 해온 그는 개성공단 폐쇄 이후 최근까지 북한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관계자로부터 자주 연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북측이 던진 제안은 크게 두 가지. 자신들과 합작법인을 세워 개성공단에서 동업을 하자는 요청과, 자신들이 만드는 의류제품의 주문을 따내달라는 부탁이었다.
외국 사업가들 상대로 ‘개성공단 승계’ 타진
B씨가 “개성공단에서 동업은 남측이 전기 공급을 끊어 어렵지 않으냐”고 묻자, 북측 관계자는 “남쪽에서 비상용으로 갖다 놓은 발전기가 있어 괜찮다. 그래도 부족하면 우리가 추가로 발전기 공급을 하면 되니 전기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B씨는 “실제로 비상용 발전기가 있다면 완성품의 다림질만 중국으로 갖고 나와 하는 방식으로 의류 생산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3월 10일 북한 당국이 발표한 ‘남측 자산 청산’ 선언이다.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남 사이 채택, 발표된 경제협력 및 교류 사업과 관련한 모든 합의를 무효로 선포한다”면서 “북측 지역에 있는 남측 기업들과 관계 기관들의 모든 자산을 완전히 청산해버릴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개성공단에 있는 9000여억 원어치의 남측 자산 소유권을 전면 부정한 셈. 이에 대해 통일부는 “묵과할 수 없는 도발적 행위”라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이를 막을 방법은 딱히 없어 보인다.
북한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측이 B씨에게 수차례 건넸다는 제안을 되짚어보면 3월 10일 발표된 ‘남측 자산 청산’ 선언은 이미 개성공단 폐쇄 당시부터 고려한 일임을 알 수 있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뿐 아니라 나선(나진·선봉)경제특구와 평양 등 북한 다른 지역에서도 중국 기업인을 대상으로 주문 요청이 다급하게 이어지고 있다.
많게는 한 사람이 하루 10통 넘는 주문 요청 연락을 받은 적도 있다는 것. 이들은 “어느 나라든 상관없으니 제발 납품할 수 있는 ‘오더’만 따달라”며 애걸하는 상황이다.
북한 내 사업 주체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현실을 외면하는 북한 당국의 연이은 강경대응 탓에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
반면 평양 당국은 2월 24일 ‘남한 제품 가공과 거래 중단’ 지시를 시작으로 ‘한미일 3국 제품의 가공과 거래 중단’까지 지시했지만, 3월 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 이를 철회한 바 있다(‘주간동아’ 1027, 1029호 관련 기사 참조).
그러나 3월 10일 들어 평양은 이를 또다시 번복해 한미일 3국 제품의 가공과 거래를 금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제재안 표결을 앞둔 3월 1일 오후 중국과 북한을 연결하는 단둥 압록강대교 인근에서 바라본 신의주 대동강의 주변 공장이 침묵에 휩싸여 있다. 뉴시스
오락가락 지시, 중국산만 예외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한 중국인 사업가는 3월 11일 나선경제특구로 들어가는 원정 세관에서 원단을 모두 압수당했다고 전했다.
압수 이유는 원단에 붙은 라벨. 원정 세관 측이 한글 라벨이 붙은 원단은 무조건 압수하고 영어나 일본어 라벨일 경우 조사 후 압수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단둥과 훈춘 등지의 대북 사업가들도 북한 세관에서 유사한 일을 당하자 북한 내 공장에서 만든 완성품을 제대로 갖고 나올 수 있을지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반복되는 갈지자 행보에 대북 사업가들은 최근 중국 정부가 대북제재 조치를 이행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과 연결해 해석한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된 후 중국은 북한 접경지역에 군사력을 집중 배치한 데 이어 북한으로 향하는 물건에 대한 세관조사를 대폭 강화했다.
3월 8일 무렵부터 중국 세관당국은 북한으로 반입되는 컨테이너를 열고 일일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과거 대북제재 때는 볼 수 없었던 조치다.
이러한 중국 측 조치가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바람에 북한 세관에서도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물건을 일일이 트집 잡고 나선 것이라고 대북 사업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중국에서 만든 제품은 전혀 제지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 최대교역국인 중국산(産) 물건에마저 제동을 걸 경우 자국 경제 붕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을 북한 스스로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출처: 주간동아 1030(3월23일)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2016.04.06 협상 언급한 北에… 美 "核 먼저 포기하라"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4일(현지 시각) "북한이 모든 핵(核)활동을 동결하고, 과거 했던 핵활동을 명확하게 신고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복귀시켜야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연구소(ICAS) 주최 토론회에서 "이는 기본적인 국제적 의무"라며 이같이 말했다. 러셀 차관보의 '6자회담 재개 3대 조건'은 북한 국방위원회가 '협상'을 시사하는 듯한 주장을 한 직후 나왔다.
4차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에 따른 유엔 안보리 및 각국의 제재에 비난 공세로만 일관하던 북한은 지난 3일 국방위원회 담화를 통해 '협상만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런 북한의 제안에 미국이 명확한 조건을 내세운 셈이다.
▲2016년 2월26일 방한한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核동결·신고·IAEA사찰단 복귀…
3개 조건 이행해야 6자회담 재개
- 美 국무부 러셀 차관보
러셀 차관보의 발언은 그동안 미국이 북한에 요구해온 조건과 비슷하다. 2012년 2·29 합의 때도 미국은 식량을 지원하는 대신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유예, 우라늄 농축 활동을 포함한 영변 핵활동 중단, IAEA 사찰단 복귀 등을 북한에 요구했었다. 하지만 지난 2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기 전 미·북 양측이 '뉴욕 채널'을 통해 평화협정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중국은 최근 '비핵화'와 동격으로 '평화협정'을 함께 논의하자는 제의를 했고, 미국은 다소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이 때문에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조건을 완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됐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러셀 차관보는 이 같은 우려에 쐐기를 박았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중국의 협력 등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물론이고, 한·미·일, EU까지 나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시작했고, 중국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면서 북한이 시간이 흐를수록 견디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北“장사정포로 청와대·정부청사 타격”…가상 영상 공개- 북한 대외 선전 매체인‘조선의 오늘’은 5일 청와대와 정부 서울청사 등을 장사정포로 공격하는 가상의 장면을 담은 1분 28초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위 사진은 서울 중심부를 향해 세 발의 포탄이 날아가는 컴퓨터그래픽(CG) 장면이고, 아래 사진은 북한 공격으로 청와대가 폭발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이란 핵협상 타결의 성과를 북한에 적용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러셀 차관보는 "(3대 조건을 충족하면) 비핵화뿐만 아니라 북한이 우려하는 모든 사항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 북한이 요구하는 6·25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까지도 6자회담 틀 안에서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제재의 목적은 북한을 파괴하거나 주민들을 힘들게 하려는 게 아니라 북한 지도자로 하여금 진정한 비핵화 협상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적국이던 이란과도 협상을 통해 정권 붕괴 없이 핵협상을 타결한 만큼 북한도 핵만 포기하면 체제를 보장해주겠다는 뜻이다.
미국의 대화 조건 제시에 북한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압박을 받는 것은 사실이나, 임기가 1년도 안 남은 오바마 정부와 대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국의 대북 제재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번 기회에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겠다는 집념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태도를 봐가며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는 방안을 포함한 추가 제재를 통해 압박 강도를 계속 높여갈 것이라는 게 워싱턴 소식통들의 관측이다.
워싱턴=윤정호 특파원
2016.04.29 이집트 이어 혈맹 베트남서도 北외교관 쫓겨나
[유엔 제재 리스트에 포함된 인물들… 국제사회서 콕 찍어 추방]
베트남, 무기 판매 자금을 평양에 운송하던 인물 추방
이집트는 '북한판 록히드마틴'인 조선광업 요원 등 3명 쫓아내기도
지난 3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리스트에 포함된 해외 거주 북한 외교관들이 줄줄이 쫓겨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북핵·미사일 개발 및 무기 거래에 관련된 인사들을 콕 찍어 '정밀 타격'하는 셈이다. 이들은 외화벌이의 거점 역할을 해왔던 인물이기 때문에 북한의 외화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베트남 정부가 지난 23일 최성일 단천상업은행 베트남 부대표를 추방했다"고 27일 보도했다. 최 부대표는 지난 2013년부터 베트남에 머물며 해외 무기 판매 자금을 관리하고 평양을 오가며 외화를 운송해왔던 인물로, 올해 3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리스트에 올랐다. 유엔 회원국은 제재 대상 개인의 국외 자산을 동결하고 추방과 입국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북한과 베트남은 과거 베트남전에서 함께 싸운 혈맹(血盟)이라는 점에서 이번 외교관 추방 조치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VOA는 "베트남이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이행한 첫 사례"라고 했다.
이집트 정부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리스트에 포함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 요원 김성철, 손정혁과 국가보위부원 리원호 등 3명을 추방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KOMID는 북한의 미사일과 재래식 무기 거래 등을 총괄해 '북한판 록히드마틴'이라 불리는 회사다. 이들은 이집트로 몰래 들어와 KOMID에 근무하며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무기 판매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RFA는 "대북 제재 대상자인 박춘일 주(駐)이집트 북한 대사와 KOMID는 이 지역 외화벌이의 중심"이라며 "박 대사도 곧 추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미얀마에서도 지난달 김석철 전 미얀마 주재 북한 대사와 KOMID 관계자들이 쫓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석철은 무기 밀매에 앞장선 혐의로 지난해 11월 현직 대사로서는 사상 최초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 외교관들이 주도하는 북한의 해외 무기 거래는 1년에 3억달러(약 34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이다.
중국·러시아 등 북한의 전통 우방국도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 이후 북한과의 경제협력 계획을 보류하고, 제재 대상에 오른 선박 입항을 줄줄이 거부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RFA에 따르면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기업인 가스프롬은 지난달 "북한과의 거래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북협력 중단을 선언했다. 가스프롬은 그동안 북한과 천연가스 탐사 등 에너지 관련 사업을 추진해왔다. 러시아는 지난달 보스토치니항에 도착한 북한 선박 희천호를 돌려보내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 5일 수출입 금지 품목 25종을 발표하는 등 구체적인 대북 제재 이행 조치를 밝히고, 제재 대상 북한 선박의 입항을 거부하고 있다. 필리핀과 태국, 멕시코, 스리랑카 등도 최근 대북 제재 조치를 이행했다.
이기훈 기자
2016.04.29 日요리사가 전한 北 김정은 세 마디와 오바마 美 대통령의 통첩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은 미국과의 대화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핵 해소가 대화의 조건이라는 입장이다. 북한이 핵문제를 해소하지 않는 한 두 나라 간 대화도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도 중단될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최근 오바마 대통령과 김정은은 각각 상대방에 대해 일정하게 입장을 표명했다.
북한 김정은은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藤本建二·69)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자신의 입장을 내보였다. 이에 대해 오바마 美 대통령은 미국언론과의 직접 인터뷰에서 분명하게 입장을 전달했다.
먼저 김정은의 경우,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이 4월26일 후지모토를 인터뷰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쟁을 할 마음은 없다. 외교가의 사람이 미국에 가까이 다가가면 (미국이 북한에) 도저히 승복할 수 없는 조건을 거칠게 들이댄다. (그러면) 열 받아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후지모토가 전한 김정은의 메시지는 단 세 문장. 이 문장들은 후지모토가 임의로 전달한 것이라기 보다는 북한 당국과의 사전 조율을 통해 외부로 표출 된 것이 아닐까? 때문에 이 문장을 이해하는 데에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대응이랄까...오바마 미 대통령은 독일을 순방 중인 26일 미 CBS 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무기들을 활용해 북한을 분명히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공격에 따른 “인도주의적 대가를 제외하더라도 북한이 우리의 중요한 우방인 한국 바로 옆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월등한 군사력으로 북한을 제압할 수 있지만 바로 옆에 있는 한국의 피해가 우려돼 자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인터뷰 보도를 보면 음미할 대목이 적지 않은 듯 한데, 비중있게 보도되지 않았다.
두 건의 보도들을 좀더 상세하게 해석해 본다. ()안은 필자의 해석.
北 김정은>
1. “전쟁을 할 마음은 없다.”
(나는 미국과 전쟁할 의사가 없다. 나 김정은 아니라 지금 지구상에서 미국과 전쟁하자고 덤빌 나라가 있겠는가? 전쟁은 승산이 있어야 시작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나를 미치광이라고 하지만, 나는 미국을 상대로 전쟁해서 이길 수 있다고 망상할 정도로 미치지 않았다. 그러니 내가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 실험을 하더라도 미국은 나를 공격하지 말라.
남조선을 무력으로 통일하려 한다고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노동당 대남 선전 기관종사자들은 전쟁이 나면 “잃는 것은 휴전선이요 얻는 것은 통일”이라고 남조선 인민들을 상대로 선동한다. 하지만 남조선이 미국과의 강력한 군사동맹으로 엮여있는 상태. 당장 남조선으로 쳐들어가면 미국의 보복공격을 당하지 않겠는가. 남조선 군인들도 전쟁나면 북조선은 사라진다고 말한다. 실제 한미군사훈련도 북조선 진격훈련을 한다. 그러면 나로서는 “잃는 것은 권력이요 얻는 것은 죽음”이다. 나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나라와 권력을 죽을 때까지 지키며 누릴 작정이다. 그리고 언제 생길지 모르지만 내 아들에게도 물려주어야겠다.
남조선과 통일? 남조선에는 우리를 추종하는 에미나이들이 아주 많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스스로 가난하다고 믿는 인민들이 많아지면 북조선을 찾을 것이다. 남조선과의 관계에서는 시간은 내 편이다. 그런데 내가 왜 자칫 나를 파멸로 이끌 전쟁을 하겠는가? )
2. “외교가의 사람이 미국에 가까이 다가가면 (미국이 북한에) 도저히 승복할 수 없는 조건을 거칠게 들이댄다.”
(내가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실험발사를 마구잡이로 하는 이유는 미국과 전쟁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법적으로 인정받기를 간절히 희망하기 때문이다. 불가능하다고? 안될 것도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전, 이란‧쿠바‧북한 등 “적대국 정상들과 직접 만날 용의가 있다”면서 ‘과감하고도 적극적인 외교’를 강조한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 어떻게 됐나? 미국은 이란과 핵협상을 타결했고, 쿠바와는 국교정상화를 이루었다.
그런데 북조선과는 진전된 게 전혀 없다. 오바마 행정부 합의였던 2012년 2.29합의를 파기한 게 제일 큰 원인인 것 같다. 2.29합의에 ‘장거리미사일 발사유예’ 조항이 있다. 그런데 그해 4월 김일성 주석 생일 100주년 축포로, ‘위성’으로 가장해 미사일 실험을 한 것을 두고 오바마가 배신감을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오바마는 곧 물러나지만 나는 죽을 때까지 북조선의 권좌에 앉아 있을 수 있다. 오바마 다음에 미국 대통령이 되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핵 능력이 더욱 강력해지고, 우리의 미사일이 더욱 멀리 나가면 우리가 더욱 유리한 조건으로 미국과 대화할 수 있지 않겠나. 남조선은 두렵지 않다. 남조선에서는 머지않아 우리와 대화하자는 정권이 나올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미국이 나를 이 나라의 정당한 지도자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중국 러시아는 남조선을 승인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그러면 미국 일본도 북조선을 국가로 승인해야 되는 것 아니었나?
미국이 북조선과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나를 북조선의 합법적인 지도자로 인정하고 협상하자. 그리고 평화협정도 체결하고, 남조선에서 미군도 철수해야 한다. 트럼프도 미군 철수 할 수 있다고 하지 않나? 그 다음에 조선의 운명은, 전쟁을 하든 혁명을 하든 조선인민이 결정하면 된다. 어떤 경우든 내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내 나라 내 권력을 잃어서는 안되겠지.
이런 거 요구하면 미국은 당장 핵문제부터 해소하라고 한다. 그리고 남조선에 폭격기들이 줄을 이어 들어오고, 동해 서해에 미사일을 잔뜩 실은 함대가 마구 진입한다...그거 다 나를 겨냥한 것인 줄 안다. 그런다고 내가 핵이나 미사일을 포기할 것 같은가? 내 손아귀에 들어 있는 협상카드는 그것뿐인데... 그리고 아버지 김정일 때부터 핵무기를 가진 강성대국이라고 인민들에게 선전해왔다. 핵을 포기하면 백두혈통 체제를 스스로 허무는 일이 될까 두렵다.)
3. (그러면) 열 받아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
(나는 이 나라를 상속받았다. 아버지가 나한테 물려준 이 북조선은 인민의 권리가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도 아니고, 인민이 마음대로 경제활동을 해서 재산을 모아 풍족하게 살 수 있는 그런 나라도 아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가장 폭압적인 독재국가를 물려받았다. 밖에서는 불편해 보일지 모르지만, 내게는 이러한 체제가 참으로 편리하다. 고모부인 장성택이 인민을 생각해서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시도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틀린 말이다. 개혁개방해서 인민들이 마음대로 돈을 벌고 다니면 내 권력이 온전하겠는가? 인민들이 돈을 벌고 생활이 좀 나아지기 시작하면, 나보다 돈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북조선에서 나 말고 또다른 태양이 떠서는 안된다. 내가 장성택을 총살한 것은 바로 그런 개혁개방의 싹수를 도려낸 것이다. 인민들이 스스로 노력해서 잘 살게 할 가능성을 제거한 것이다. 잔혹한 독재라고? 내가 권력을 유지할 방법은 그것뿐이다. 나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권력을 죽을 때까지 누리고 내 자손한테도 물려줄 작정이다.
하지만 당장 내 권력을 지키려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북조선에서 2천700만 인민과 1백만 군인을 먹여야 한다. 인민과 군대를 굶기면서 권력을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경제제제 때문에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백만 군대에 남조선 공격명령을 내려 풍요로운 남조선을 차지하고 싶다. 그런데 미국과 남조선 군사력을 당해낼 수 있을까? 자칫 실패하면 나는 “잃는 것은 권력이고 얻는 것은 죽음뿐”이다. 오히려 남조선 통치배들이 “잃는 것은 휴전선이요, 얻는 것은 자유통일”이라고 좋아서 날뛰는 일이 벌어진다.
완전히 포위된 상태지만, 당장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미사일이라도 자꾸 쏴서 내가 두려워하지 않으며 내 권력도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하자. 핵이나 미사일 기술이 발전할수록 내 손에 협상카드는 커진다. 내가 열받을 일은 없지만, 당신들이 내가 열받은 것으로 이해해주면 고맙겠다.)
오바마 美 대통령>
1. 북한 체제는 “하나의 심각한 도전(시험)("a massive challenge")”이다
(북한은 체제 자체가 미국과 인류의 가치에 대한 도전이다. 인권과 민주주의는 고사하고, 강제수용소나 재판없는 총살형이 횡행한다. 그리고 지금은 태평양시대이다. 나는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태평양지역, 즉 하와이 출신 대통령으로서 미국에 태평양시대를 연 데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있다. 평화와 번영의 태평양 시대에 북한은 핵무기 위협을 가한다. 만약에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하면 태평양은 공포의 바다가 된다. 미국으로서는 북한 김정은 체제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반드시 레짐체인지(regime change)를 이루어내야 한다. 김정은 체제는 미국에 심각한 도전이자. 우리가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시험이다.)
2. “우리의 최우선순위는 북한이 벌이고 있는 도발행위들에 의해 다치기 쉬운(vulnerable) 미국 국민과 우리의 동맹국들인 한국 일본을 지키는 것이다.”
(한국의 수도 서울은 휴전선으로부터 30km. 북한군 장사정포 사정권 내에 있다. 서울을 겨냥한 북한군의 장사정포가 수백 문이 설치되어 있다. 기습남침이 가능한 북한군 특수부대 병력은 20만이나 된다. 북한은 미사일 사정거리를 늘려서 부산도 사정권이다.유사시 미군의 증원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그리고 장거리 미사일은 이미 일본 상공을 지나갔으며, 잠수함발사미사일(SLBM)도 일본에 닿을 수 있다. 그리고 사정거리를 점차 늘려서 미국본토에까지 도달하려 한다.
미국의 최우선순위는 방어이다. 북한의 핵시설을 제거하는 것은 그 다음에 생각할 일이다. 북한으로부터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선 북한이 섣부른 무력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억제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주한미군을 강력하게 유지해야 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한국과의 합동 군사훈련은 필수이다. 그리고 핵우산도 필수이다.이 모두가 우선적으로 방어를 위한 것이다.)
3. 북한은 “너무 변덕스럽고”, 그 나라의 지도자인 김정은은 “너무 무책임하기 때문에,우리는 그(것)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
(북한 김정은은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는다. 핵 비확산약속도..미사일 발사 중단 약속도...김정은은 그 댓가로 국민들이 어떤 고통을 받게 될지 모르지 않는다. 무책임하다.인권과 자유의 나라 미국이 그런 무책임하고 오만한 독재자와 협상할 수 없다. 김정은이 잠수함을 타고 오든지, 핵 미사일을 타고 오든지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을 방치하지 않겠다.)
4. “그러나 손쉬운 해결책은 없다. 우리는 분명히 우리의 무기들로 북한을 파괴(destroy North Korea)할 수 있다. 그러나 인도주의적 비용들(humanitarian costs)을 제외하더라도 그(것)들은 우리의 사활적 동맹국(viatal ally)인 대한민국과 바로 붙어 있다.”
(우리 미군은 이미 북한 괴멸 작전계획을 수립했다. 언제든 공격을 개시할 수 있다. 북한을 파괴한다는 것은 북한의 군사력을 와해시키는 것이다. 그 중 핵심은 김정은 제거가 될 것이다. 우리는 군사작전으로 이를 달성할 수 있다. 아마도 북한을 향한 최초의 폭탄이나 미사일은 김정은을 향하게 될 것이다.
'인도주의적 비용'이라는 말을 오해하지 말라. 식량과 약품 지원 비용이 든다는 말이 아니다. 사람이 희생될 수 있다, 즉 사상자(casualty)가 발생한다는 것을 톤을 낮추어 말한 것이다. 군사적으로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 시나리오에 대한 검토가 끝나고 대책이 서 있다는 의미로 이해해 달라.
그리고 한국이 사활적(vital) 동맹국이라는 말을 명심하라. 사활적이라는 말은 미국의 국가이익에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사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즉 핵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기본 입장이다.)
5. 오바마는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막아내기 위하여 미국이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has been preparing)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해온 것들 중의 하나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우리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설치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북한 내부에서 진행되는 핵개발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더라도, 우리는 그들이 현재 제기하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위협을 최소한 막을 수 있는 방어막도 마련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북한에서 남한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장사정포 등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이를 막을 수단은 현재는 미사일 방어망뿐이며, 이를 완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글 | 우태영 조선뉴스프레스 인터넷뉴스부장
2016.05.03 ‘60년 혈맹’ 베트남, 제재리스트 북한 외교관 서둘러 추방
▲호찌민 북베트남 주석(오른쪽)을 접견하는 북한 김일성 수상. 북한과 베트남은 1964년 김일성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혈맹관계를 맺었다. [사진 bacgiang.net, 중앙포토]
한때 혈맹(血盟)을 자부했던 북한과 베트남의 관계가 심상치 않습니다. 4차 핵 실험을 비롯한 북한의 잇단 도발 행보로 베트남이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는 겁니다. 3월 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가 발표된 이후엔 노골적이기까지 합니다.
유엔 제재안 나오자마자 단행
평화포럼 나온 베트남 인사들
“북한 핵개발 안 도왔다” 강조
‘사회주의 형제국’의 격세지감
지난달 말 수도 하노이와 최대 경제도시 호찌민을 직접 둘러보면서 냉랭해진 베트남의 대북 시선을 체감할 수 있었는데요. 무엇보다 유엔의 대북제제 이행에 베트남이 적극적인 게 눈에 띕니다.
안보리 제재 리스트에는 북한 단천상업은행 베트남 대표부 간부 2명이 올라있는데요. 지난달 23일 최성일 부대표는 자진출국 형태로 평양행 비행기에 올라야했죠. 외교관 신분인 최 부대표를 베트남이 신속하게 출국 조치한 걸 두고 현지에서는 사실상 추방이란 얘기가 나왔습니다. 총책 역할을 한 김중정 대표의 경우 지난 1월 베트남을 떠난 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왼쪽)이 지난해 11월 베트남을 방문해 쯔엉 떤 상주석을 접견하고 있다. [사진 bacgiang.net, 중앙포토]
베트남 공산당 간부들의 입을 통해서도 북한에 대해 못마땅해 하는 지도층의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지난달 27일 하노이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주최로 열린 한·베트남 평화통일 포럼에서 또렷이 드러났죠.
베트남 측 토론자로 나선 팜홍타이 사회과학한림원 동북아연구소 부소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한으로 표기)의 도발 행위는 안보리의 규정을 위반한 행위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제시한 경제·핵 병진 노선에 대해서도 “북한이 무기 개발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진행하기는 불가능하다는 (한국측 발표자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강조했죠.
베트남 측 인사들은 무엇보다 북한의 핵 개발을 베트남이 돕거나 방관한 듯한 비쳐질까봐 우려하는 눈치였습니다. 레반상 아태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북한이 베트남에 군사교관을 파견한 사실과 단천상업은행 베트남 대표부가 언급된걸 두고 “오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유의해달라”며 불똥이 튀는 걸 막으려 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발전을 절대로 도와주지 않았다”고 손사래를 쳤죠.
이뿐만 아닙니다. 포럼에서는 베트남에서 인기 절정인 한류(韓流) 문제와 한·베트남 협력방안도 다뤄졌는데요. 북한으로의 한류 유입실태를 연구해온 강동완 동아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자 베트남 측 인사들 사이에선 뜻밖의 맞장구가 터져나왔습니다.
▲2007년 평양을 방문한 농득마인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왼쪽)을 맞이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 bacgiang.net, 중앙포토]
쩐꽝민 사회과학한림원 동북아연구소장은 “북한 주민들은 최고지도자로부터 일방적인 선전·선동 정보를 받고, 그에 피동적으로 따르고 있다”며 “이들에게 다른 나라의 발전된 경제·정치와 사회·문화상을 알리는 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죠. 그는 “한국의 경우 북한과 같은 민족이고 언어와 문화 등이 매우 유사해 한류 확산은 한반도 사회통합에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공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행사를 두고 각별했던 북·베트남 관계의 변화된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란 평가가 나왔는데요. 1960년대 공군 조종사 등을 베트남전에 파병해 ‘사회주의 형제국’으로 불렸던 때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베트남 박장성에 위치한 참전 북한군 묘비. [사진 bacgiang.net, 중앙포토]
베트남 공산당 통치이데올로기의 산실(産室)로 불리는 사회과학한림원 관계자와 당원 등 100명이 객석을 메운 것도 눈길을 끌었죠. 현지 우리 공관 관계자는 “대북 제재를 다룬 포럼에 이처럼 많은 베트남 핵심 인사들이 참여한 건 이례적”이라고 귀띔했습니다.
베트남 당국의 이런 분위기는 무엇보다 사회주의 노선에 이탈해 전대미문의 3대세습을 이룬 북한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불신 때문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또 1980년대 후반 도이모이(Doimoi) 정책을 채택해 개혁·개방의 길을 걷고 있는 베트남으로선 한국과의 경제협력이 훨씬 긴요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1992년 수교 때 5억달러였던 한·베트남 교역규모는 지난해 376억달러를 기록했는데요. 서울행 비행기로 향하는 공항로 옆에는 4만여명 베트남 근로자들이 일하는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호찌민·하노이=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
2016.05.12 한국을 찾은 美 특수부대들... ‘김정은 참수’ 훈련?
▲ 주한미군 특수전사령부 SOCKOR 마크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예고한 다음 날인 지난 2월 3일, 주한미군의 홈페이지에는 한 줄의 보도자료가 떴다. ‘미군 특수부대, 한국에 훈련차 도착.’
제목만 보면 단순한 훈련 공지에 불과해 보이지만 본문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제1특수전단과 제75레인저 연대가 훈련에 참가한다’고 밝혔을 뿐만 아니라 ‘이미 2015년에도 특수전 부대들이 한국의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는 훈련을 해왔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제1특수전단과 제75레인저 연대가 어떤 부대들인가. 제1특수전단은 일명 그린베레로 불리는 미 육군의 핵심 특수전 부대로, 아시아를 담당하는 그린베레들이 제1특수전단이다. 또 레인저 연대는 미국 대통령의 명령을 수행하는 티어1급 특수전 부대의 지원임무나 적의 핵심부에 대한 타격임무를 담당하는 부대로, 2014년 50년 만에 한국에 왔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다.
이번 주한미군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특수전 부대들이 들어와 한반도 적응 훈련을 했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어떤 특수전 부대들이 들어왔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러한 미군 특수전 부대가 한국에 순환배치되고 있다는 언급이다. 즉 대한민국에 미국 특수부대가 작전태세를 갖추고 항시 전진배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주한미군이 스스로 밝힌 것이다.
물론 한국 내에 미국 특수부대가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팀스피리트 훈련이나 최근의 키리졸브·독수리 훈련 때도 미군의 특수부대들이 포함되어 훈련을 실시했다. 하지만 과거의 사례에 비춰볼 때 이런 특수부대들을 통제하기 위한 참모조직 외에 부대 자체가 대규모로 전개되는 것은 쉽게 있는 일이 아니다. 설사 전개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존재를 알리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미국이 이번처럼 예외적으로 특수부대의 전개를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은 역시 북한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세계 최강의 특수부대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역시 미국이다. 그 배경에는 통합특수전사령부, 즉 SOCOM(소콤)이 있다. SOCOM은 육·해·공·해병대 4군의 특수전 전력을 모두 통괄하는 강력한 통합사령부이다. SOCOM은 실전부대를 운용하는 10대 통합전투사령부 가운데 하나로 사령관은 별 넷, 즉 대장이다.
SOCOM 사령관 가운데서 합참의장까지 나오기도 했다. SOCOM에 소속된 특수부대들 가운데는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이 많다. 육군의 그린베레와 레인저, 해군의 실(SEAL) 팀, 해병대의 포스리콘(Force Recon) 등 쟁쟁한 전적을 지닌 특수부대들이 SOCOM의 체계적인 지원하에 전 세계에서 대테러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이 중 미군의 대표적인 특수전 부대로는 육군의 그린베레와 해군의 실이 꼽힌다. 그린베레는 애칭으로 본명칭은 ‘미 육군 특수부대(US Army Special Forces)’이다. 1952년 창설돼 비정규전이나 특수정찰 등 전문적인 특수작전을 수행해왔다. 그린베레는 베트남전에서 현지 주민을 규합하며 베트콩에 타격을 입히면서 유명해졌다. 존 웨인 주연의 영화 ‘그린베레’로도 유명세를 탔다. 냉전 시절 전사의 상징인 ‘람보’도 그린베레 대원이라는 설정이다.
람보의 주역, 그린베레 왔다
냉전 이후 한동안 세간에 잊혀진 듯했던 그린베레는 2001년 아프가니스탄 대테러 전쟁에 참가하며 큰 성과를 올렸다. 9·11테러 직후 10개도 안 되는 A팀(알파팀)만으로 1개월 만에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2개월 만에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키면서 그 능력을 과시했다. 손쉽게 설명하면,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의 ‘유시진’ 대위가 이끄는 알파팀 정도가 국가를 전복한 것이다. 이라크전에서는 그린베레 2개 대대 병력이 이라크 서부 사막지대를 누비면서 스커드 미사일 사냥임무를 성공리에 수행했다. 우리로 치면 킬체인 작전을 특수부대 2개 대대가 수행한 것이다.
그린베레는 현재 7개의 특전단(Special Forces Group)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중에 현역 특전단이 5개, 주 방위군이 2개이다. 특히 현역부대들은 전 세계에 각각 책임구역이 나눠져 있다. 제1특전단이 아시아, 제3특전단이 아프리카, 제5특전단이 중동, 제7특전단이 남미, 그리고 제10특전단이 유럽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한반도와 관련이 깊은 것은 제1특전단으로 선봉인 제1대대는 일본 오키나와 토리 기지에 전진배치되어 있다. 보통 키리졸브·독수리 훈련 때 이 1대대 병력들이 오키나와에서 전개한다.
이번에 그린베레와 함께 들어온 제75레인저 연대는 델타포스, 데브그루 등 티어 1급 최고 엘리트 부대의 지원임무나 적의 핵심부에 대한 타격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로, 제75레인저 연대가 왔다는 것은 티어 1급 부대가 왔다는 의미도 된다. 특히 티어 1급 부대는 합동특수전사령부(JSOC)라는 별도의 지휘부에 소속돼 백악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75레인저 연대가 한국에 왔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미국 대통령이 직접 명령을 내리는 특수임무, 이른바 참수작전의 훈련을 위해 온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린베레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 특수전 부대로 꼽히는 것은 미 해군의 네이비 실(Navy SEAL) 팀이다. 실(SEAL)은 ‘Sea, Air, Landing’의 준말로 영어단어로는 ‘물개’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상륙작전을 지원하는 UDT(Underwater Demolition Team·수중폭파대)에서 발전한 이 부대는 바다, 하늘 그리고 육지에서 싸울 수 있는 전천후 특수부대로 미국의 44대 대통령인 존 F 케네디의 명령에 의해 1962년에 창설되었다. 실팀은 베트남전에서 메콩델타 등 하천지역의 비정규전을 수행하면서 유명해졌다. 특히 걸프전에서 네이비실은 소수의 인원으로 쿠웨이트 해안에 대한 기만 상륙작전을 감행하여, 이라크군 주력을 쿠웨이트에 묶어놓음으로써 걸프전 승리의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 미군 특수전부대의 한반도 순환배치를 알리면서 주한미군이 공지한 사진에는 미 육군 제1특전단 ‘그린베레’ 대원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photo 주한미군
전쟁 종결자, 네이비실도 순환배치 중
2001년 9·11테러가 발발하면서 네이비실은 본격적으로 전장에서 활약하기 시작한다. 네이비실 3팀과 8팀이 먼저 아프간 전선에 투입되어 전략정찰임무를 수행했으며, 알 카에다 지도부를 대상으로 하는 제거작전을 실시했다. 네이비실은 모든 전투에서 언제나 적과 교전하는 용맹성을 보였는데, 특히 2005년 6월에는 탈레반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한 레드윙 작전을 수행하다가 12명의 대원을 잃기도 했다. 이 전투는 이후 동명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 영화 ‘론 서바이버’에서 자세히 묘사되기도 했다. 이라크전쟁에서 네이비실은 전쟁 초기에는 주로 항만과 해안유류저장소 또는 남부의 유전지대 장악임무를 성공리에 수행하여 전쟁에 핵심적인 보급로 확보에 성공했다. 또한 네이비실은 이라크군에 포로로 잡힌 제시카 린치 일병의 구출작전에도 성공했다.
네이비실은 전쟁사에 기려질 전설을 세우기도 했다. 네이비실 저격수 크리스 카일 중사가 ‘공식저격 160여명’을 기록하면서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저격수로 자리 잡은 것이다. 특히 카일 중사는 반군이 넘쳐나던 이라크의 라마디와 사드르시티에서 아군엄호 임무를 수행하면서, 한 발로 적 2명을 사살하거나 2㎞ 거리에서 오발 없이 단 한 발의 저격으로 적을 사살하는 등 영화와 같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공식 사살기록이 160여명이지 실제론 그 두 배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있다. 크리스 카일의 이야기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현재 네이비실은 1·2·3·4·5·7·8·10팀 등 모두 8개의 팀으로 구성돼 있다. 1개 팀은 중령이 지휘하는데 총원은 약 300명에 이른다. 팀은 다시 3개의 지역대로 나뉘는데, 지역대는 소령이 지휘하며 휘하에는 2개의 소대가 있다. 소대는 실팀의 최소 작전단위이자, 일선에서 싸우는 부대이다. 각 소대는 2명의 장교와 14~16명의 부사관과 병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반드시 소대라는 단위로 싸우는 것은 아니다. 임무에 따라 소대는 2개의 분대나 4개의 화력팀(4~5명의 대원)으로 나뉘어 전투에 투입되기도 한다. 현재 네이비실은 수개의 소대가 한국에 순환배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네이비실은 우리 해군의 UDT/SEAL과 공동훈련을 실시하면서 북한에 대한 작전능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특수부대들이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주목받는 것은 참수작전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핵 미사일의 발사권한을 쥐고 있는 김정은을 제거함으로써 북한의 잘못된 판단을 막고 전쟁의 위험을 원천적으로 제거하자는 것이 참수작전의 목표다. 북한과 같은 1인독재 국가에서는 독재자의 제거가 곧 국가의 기능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수작전이야말로 북한에 대한 최고의 억제전력이 될 수 있다.
사실 미국이 지난 10여년간 수행해온 전쟁은 바로 참수작전을 위한 전쟁이었다. 미국이 싸워온 알 카에다나 IS를 제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테러범들의 리더를 제거하여 무력화시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라크전쟁에서는 사담 후세인과 그 아들들을, 아프간 전쟁에서는 빈 라덴을 제거했고, 2004년 김선일씨 참수사건의 주범이자 IS의 시조인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도 역시 제거했다. 이러한 참수작전은 모두 미군 특수부대들에 의해서 진행되었다. 미국의 통합특수전사령부 SOCOM은 참수작전에 관한 한 최고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주한미군에도 SOCOM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이 있다. 바로 주한미군 특수작전사령부인 SOCKOR (Special Operations Command-Korea·삭커)로, SOCOM의 능력을 한반도에서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과거 한반도의 특수작전은 주한미군 J3 특수작전처(USFK J3 SOD-K)에서 담당했다. 그러나 1987년 SOCOM이 발족하면서, 한국의 특수작전을 전담하는 SOC-K가 생겨났고, 1995년 SOC-K가 독립기능 사령부로 독립하면서 SOCKOR로 이름이 바뀌었다. 애초에 대령이 지휘하는 8명의 소규모 조직이던 SOC-K는 2000년부터는 장성급(준장)이 지휘하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2010년 기준 80여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OCOM 예하에는 해당작전 지역을 총괄하는 전구특수전사령부 7개가 있는데, 특정 국가에 전구특수전사령부가 설치된 경우는 대한민국뿐이다. 그만큼 한반도 상황을 바라보는 미국의 인식이 치열하다는 말이다.
전시가 되면 SOCKOR는 한국의 특전사와 한 몸이 되어 연합특수전사령부(연특사)를 구성한다. 연특사는 사령관이 우리 군의 육군특수전사령관(중장)이 되며, SOCKOR 사령관(준장)은 부사령관이 된다. 연특사가 구성되면 육군 특전사 이외에도 해군 특수전여단(UDT/SEAL) 등 한국 측 특수부대와 미군 제1특전단 같은 미군 특수부대가 편입된다. 이처럼 유사시가 되면 한·미가 한 몸이 되어 싸워야 하기 때문에 평상시 양측의 교류가 중요하다. 그래서 키리졸브나 독수리 연습 같은 대규모 군사연습 이외에도 한·미 특수부대 간의 전문적인 훈련이 늘 정기적으로 있어 왔다. ‘그리펀 나이프’나 ‘밸리언트 나이프’ 같은 훈련들이 매년 벌어지면서 양국군의 특수전 능력은 상승효과를 일으켜 왔다.
▲ 지난 3월 15일 미 육군 신속기동부대인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팀이 훈련하던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 예고 없이 그린베레 대원들이 나타났다. photo 유용원의 군사세계
참수가 가능한 3가지 방법들
지금까지 실시된 미군 특수전 부대들의 참수작전으로 볼 때 한반도 참수작전은 크게 3가지의 방법으로 수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경우건 사전에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김정은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첫 번째는 특수부대의 침투에 의한 직접 제거방법이다. 미군이 후세인 체포나 빈 라덴 제거에서 사용했던 방법으로, 특수전 전용 수송기나 특수전 전용 스텔스 헬기 등으로 델타포스나 데브그루 등 ‘티어 1’급 부대를 침투시킨다. 이들은 외부의 경계병력을 제거한 후에 상황에 따라 김정은을 체포 또는 사살한 후에 퇴출하게 된다. 그러나 엄청난 호위병력에 둘러싸인 김정은을 특수부대만을 보내 제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김정은이 특각이나 지하벙커 등 시설에서 철통 같은 경호를 받는 평상시에는 생각할 수 없는 작전으로, 김정은이 비밀리에 이동하는 동선을 따라서 기습하는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활용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특수부대원의 항폭유도에 의한 암살이다. 미군은 이미 1970년대부터 지상의 특수부대원들이 항공기의 정밀유도폭탄을 유도하는 임무를 수행해왔다. 맨눈에는 보이지 않는 레이저를 표적에 비추어 폭탄을 유도하거나, 표적의 GPS 좌표나 지형 영상 등을 전송하여 전투기나 폭격기에서 떨구는 스마트 폭탄으로 정밀하게 적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2006년 6월, 당시 알 카에다 이라크지부(AQI·현 IS의 전신)를 이끌던 테러범 알 자르카위를 제거할 때, 미군 특수부대는 자신들이 직접 교전하는 대신 F-16 전투기를 불러들여 정밀한 GPS 유도폭탄인 JDAM을 2발 떨구어 사살한 바 있다. 원래 빈 라덴 사살도 특수부대의 항폭유도가 고려되었지만, 빈 라덴의 시신을 확인해야만 한다는 요구에 따라 직접 제거로 바뀌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가능한 참수작전 방법은 바로 현지 세력의 규합을 통한 참수작전이다. 즉 특수부대들이 북한 현지의 반란세력을 도와 그들 스스로 김정은을 참수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다. 미국이 지난 9·11테러 직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 전복에 활용했던 방법이다. 당시 미군 그린베레는 CIA와 함께 아프간 반군인 북부동맹과 연합하여 카불을 향해 북쪽으로부터 공격에 나섰다. 동시에 하미드 카르자이와 같은 반체제 지도자를 불러들여 아프간 내의 반군을 구성해 남쪽으로부터도 공격에 나섰다. 이러한 특수부대의 효율적인 작전으로 탈레반 정권은 2개월 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북한의 경우, 이러한 반체제 세력이나 반군을 찾아볼 수 없는 독재사회이기 때문에 세력 규합이 쉽지 않다. 그러나 북한 내부의 권력이 요동치는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북한 현지의 반란세력이나 군단급 지휘부 등을 매수하여 이런 형태의 참수작전을 수행할 수도 있다.
참수작전에서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가지도부의 의지이다. 현재 오바마 정부가 한반도 상황에서 참수작전을 사용하는 것이 자신들의 국익에 부합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명백한 판단은 내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미국을 설득하여 그러한 작전능력을 한반도에서 더욱 키워내거나, 우리 스스로 참수전력을 키우는 데 노력과 투자를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육·해·공·해병대의 특수부대를 모아 통합특수전사령부를 만들고, 이 사령부가 참수작전의 사령부가 된다면 김정은의 오판을 막고 전쟁을 억제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사령부 창설을 위한 법안과 그 조직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 참수 전력(戰力)이 생겨나기 위해선, 결국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하다.
출처 | 주간조선 2406호
글 |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2016.05.25 김정은 술상에 스위스 와인·캐비아 못 올린다
- 스위스 "송로버섯·순종馬 등 25개 사치품 北 수출금지"
金, 스위스 시계 즐겨 선물… '선물 통치'에 영향 있을 듯
리설주 등 고위층 여성 겨냥 진주·고급 식기류도 禁輸
스위스가 지난 18일 북한에 대한 전면적 제재를 시행하면서 북한 지도층이 그동안 즐겨온 고급 식자재와 기호품 등 25개 품목을 수출 금지 사치품으로 지정하는 시행령을 발표했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4일 보도했다. 외교가에서는 "김정은의 밥상과 술상을 차리는 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스위스 연방경제교육연구부가 공시한 대북 수출 금지 품목(25개)은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사치품 금수(禁輸) 품목(12개)보다 배 이상 많다. 모두 23항인 시행령 가운데 제8항은 '북한에 대해 사치품을 판매·공급·수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계 역시 전면 금지한다'고 규정했다.
가장 대표적 제재 대상은 고급 음식 재료인 캐비아(철갑상어알)와 생선 알로 만든 캐비아 대체품, 트뤼프(서양 송로버섯) 등이고, 버터 브리오슈를 포함한 고급 빵과 과자류·초콜릿도 포함돼 있다. 와인과 증류주도 금수 목록에 올라 스위스산 와인이나 코냑의 북한 수출은 금지된다. 시가 역시 수출할 수 없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까지 스위스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김정은은 스위스산 식료품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특히 프랑스·이탈리아 와인보다 스위스 와인을 선호해 심야 측근 파티 등에서 막대한 물량을 소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 출신으로 2012년과 지난달 평양에서 김정은을 만난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에 따르면 김정은과의 식사 자리엔 항상 스위스 와인이 놓여 있었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저녁 식사 때 와인만 여러 병을 마신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김정은이 즐겨 차는 스위스산 고급 시계와 탁상시계 등의 수출도 금지된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스위스 시계는 김정은이 부하 선물용으로 가장 애용하는 품목"이라며 "김정은의 '선물 통치'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김정은이 최근 새롭게 건설한 스키장과 승마장, 물놀이 시설 등을 겨냥해 이 시설들에 필요한 순종마, 스노모빌 같은 승마, 스키, 골프, 해양 스포츠 관련 제품도 목록에 올랐다. 특히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처럼 요트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평양이 아니라 바닷가인 원산의 별장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 해양 스포츠도 좋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키와 수영장 시설에 필요한 장치와 장비, 당구와 볼링, 도박 관련 장비와 시설도 포함했다. 고급 악기류와 예술품, 골동품도 북한이 수입하기 어렵게 됐다.
고급 향수, 화장품, 미용 제품, 가방 같은 고급 가죽 제품 등도 금지됐고, 고급 의류와 장신구, 신발, 수제 카펫과 직물류도 대북 수출을 할 수 없다. 이 밖에 진주와 보석, 귀금속류, 수집용 동전, 고급 식기류, 크리스털 유리 제품도 금수품 목록에 올랐다. 대북 소식통은 "유럽 명품 의류와 생활용품을 좋아하는 리설주(김정은 부인) 등 평양 고위층 여성들을 겨냥한 제재인 것 같다"고 했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과 북한 로열 패밀리의 밥상·술상 등이 모두 제재 대상에 오른 양상"이라고 했다.
워싱턴=윤정호 특파원
2016.07.05 김정은 ICC 회부 논의, 언젠가 정의 실현될 것"
[美 국제법 전문가 담로시 교수]
"캄보디아 킬링필드 대학살의 장본인들은 35년 만인 2014년 종신형을 받았다. 보스니아 내전 당시 양민을 학살한 정치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도 21년 만인 지난 3월 징역 40년이라는 엄정한 심판을 받았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조만간(sooner or later) 정의를 실현하는 것, 그게 국제법이다." 4일 서울 서초동 국립외교원에서 만난 로리 담로시(62)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는 "강대국이 아닐수록 국가 간 갈등을 조정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 상설중재재판소(PCA) 같은 국제 사법기관들의 활동이 현실과 괴리됐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하자 이렇게 답했다.
▲로리 담로시 교수는 테러와 인명 살상을 자행하고 있는 극단주의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해서도 “전범(戰犯)들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국제법에 따라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상훈 기자
국립외교원이 초청, 서울서 강의
"남중국海 암초 영유권 분쟁 주시
국제사법정의에 한국 역할 중요"
담로시 교수는 뉴욕 변호사, 국무부 법률자문관, PCA 미국그룹 회원, 미국국제법학회장을 지낸 미국의 대표적인 국제법 전문가다. 이날부터 15일까지 국립외교원이 18국의 젊은 외교관 및 연구자들을 위해 운영하는 서울국제법아카데미 강사로 초빙돼 내한했다.
담로시 교수는 "국제법은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인 동시에 분쟁 해결의 디딤돌을 놓는 과정"이라며 "필리핀과 중국 간 남중국해 영유권(領有權) 분쟁에 관한 PCA의 결정을 주의 깊게 지켜보라"고 했다. 필리핀은 2013년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 위반이라며 PCA에 제소했고, 오는 12일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그녀는 "이번 판결은 남중국해에서 물에 잠겨 있는 암초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국제법적 해석의 토대가 된다"며 "앞으로 국제 영토 분쟁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중요한 것은 준수 여부다. 어느 나라든 결정에 불복한다면 국제사회는 국제질서에 대한 위반으로 간주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영토 분쟁은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지난 2월 중국 군용기가 사전 통보 없이 대한해협 건너 동해까지 넘어와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했다. 우리의 영토 분쟁 상대국이 일본을 넘어 중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국 주도로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기존 북·중 국경선 승계 문제, 간도 영유권 문제 등이 표면화되면 국경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담로시 교수는 "한국에서도 향후 영토 분쟁이 격화할 경우 국제재판소가 하나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엔(UN)과 국내외 인권단체는 김정은 등 북한 지도부에게 인권 탄압의 책임을 물어 ICC에 회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담로시 교수는 "마땅한 체포·영장 집행 수단을 갖고 있지 않아 현 단계에선 실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증거를 수집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면 지금껏 그래왔듯 조만간 정의는 실현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녀는 "동북아에서 무력 충돌과 영토 분쟁이 치열해질수록 국제사법정의를 실현하는 데 한국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한국은 대표적인 중견국(middle power)이면서 강대국과 약소국,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동양과 서양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지섭 기자
2016.07.06 김정은에게 ‘인권 범죄자’ 낙인…미국 대북 제재의 완결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몸통으로 지목한 미국의 대북 인권제재안은 북한에 대한 강경 제재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올 1월 북한의 핵 실험 강행 이후 미국은 북한 광물 자원 수출 제재(2월), 자금줄을 틀어막는 ‘자금 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6월) 등 북한 정권 압박 카드를 연이어 내놓았다. 하지만 정권에 타격을 주기 위한 실무적·우회적 제재에 가까웠다. 반면 이번 인권제재안은 김 위원장을 국제사회의 ‘인권 범죄자’로 낙인 찍는 직접적 제재다.
미국 입출국 금지 등 실효성 적지만
김정은에게 견디기 힘든 모욕 될듯
북 인권 전혀 개선 안되자 초강수
“돌아올 수 없는 다리 건너” 분석도
대화 봉쇄로 북한 추가 도발 우려
제재 내용은 미국 내 자금 동결, 미국 입출국 금지가 주요 내용이어서 해외 교류가 없는 북한 지도부에 대한 제재로는 현실적 효과가 크지 않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 인권 유린의 총책임자로 김 위원장을 직접 지목하며 제재 대상자로 올리는 것 자체가 인권 문제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던 김 위원장으로선 그 어떤 제재보다 견디기 힘든 모욕이 될 수 있다.
톰 말리노스키 미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는 지난달 10일 대북 인권 제재를 설명하면서 “숙청, 탈북자 추적, 강제수용소 운영에 관여한 자(김정은)에게 ‘네가 누군지, 이름이 무언지 안다. 너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란 메시지를 줌으로써 태도 변화를 유도하려 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의 초강수는 북한의 인권 실태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연례 인권보고서에서 “북한에서는 8만~12만 명의 정치범이 수용소에 갇혀 있다. (수용소 내) 강제 노동은 체계화된 정치적 억압 체계”라고 규정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도 “북한에서 이념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사법절차 없이 정치범수용소로 사라져버린다. 연좌제에 따라 정치범 가족까지도 수용소로 보내지며, 이 과정에서 고의적인 굶주림이나 처형·고문·성폭행·낙태 등의 범죄가 자행된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가 북한의 인권 유린 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손을 놓고 있다”는 미 의회의 압력도 초강경 조치의 배경이 됐다.
그러나 이런 배경에도 이번 결정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조치가 될 수 있다”(소식통)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제재의 근거가 된 ‘대북 제재 강화법’(H.R. 757)에는 미 국무부가 ‘북한 인권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해야 할 시한만 명시돼 있을 뿐 미 정부가 보고서에 적시한 리스트 대상자에 대해 언제까지 ‘실제적 제재’를 발표해야 하는지 언급이 없었다. 다음 정권까지 제재안 발표 없이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또 “김정은의 이름 석자를 넣고 안 넣고는 하늘과 땅 차이인데 만약 넣을 경우 사실상 향후 미·북 관계는 당분간 복원되기 힘들 것”이란 주장도 상당수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진통 끝에 미 정부가 굳이 보고서 제출과 동시에 제재 발표라는 초강수를 두고, 여기에 김정은의 이름을 넣기로 한 것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핵 실험,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거듭하는 북한 정권과는 협상의 여지가 없는 만큼 강경 압박이란 기존 정책 기조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번 결정으로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한 대화 시도는 사실상 봉쇄되고 북한의 반발이 거세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의 ‘지존’을 직접 겨냥한 미국에 대해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추가적인 핵 실험이나 괌 등을 상정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북한을 둘러싼 북·미, 남·북 긴장이 고조될 전망이다.
중앙일보 김현기 기자
2016.07.07 美 정부 사상 처음으로 김정은 인권제재 대상으로 지정
미국 정부가 6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을 인권 제재 대상자로 지정했다. 미국이 외국의 지도자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처음이다. 또한 북핵 도발이 아니라 인권문제를 이유로 제재를 가한 것도 이례적이다. 미 국무부는 이날 미 의회에 북한내 인권 유린 사례와 책임 소재를 분석한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재무부는 이를 근거로 개인 15명과 기관 8곳에 대한 제재명단을 공개했다. 애덤 주빈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대행은 성명에서 “김정은 정권하에서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사법외 처형, 강제노동, 고문을 비롯해 견딜 수 없는 잔혹함과 고난을 겪고 있다”며 인권제재 이유를 밝혔다.
공개된 제재 명단에는 김정은 이외에 국방위 부위원장인 리용무·오극렬, 황병서(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겸임) 등이 포함됐고,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조연준·김경옥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강성남 국가안전보위부 3국장, 최창봉 인민보안부 조사국장, 리성철 인민보안부 참사, 김기남 선전선동부장, 리재일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정찰총국 오정억(1국장) 조일우(5국장) 등이 들어갔다.
기관은 국방위원회(6월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폐지·현 국무위원회에 해당), 조직지도부, 국가보위부와 산하 교도국, 인민보안부와 산하 교정국, 선전선동부, 정찰총국 등이다. 이 가운데 대량파괴무기(WMD) 관련 등 다른 혐의로 이미 미국의 제재대상으로 오른 인사 4명(리용무·오극렬·황병서·박영식)과 기관 3곳(국방위·선전선동부·정찰총국)을 제외한 신규 제재대상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개인 11명, 조직지도부를 비롯한 단체 5곳이다. 보고서는 김정의 개인이 인권 유린 행위를 적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주민 통제와 검열 등을 통해 북한 사람들을 억압하는 기관을 중심으로 기술하고, 이 기관의 책임자와 부책임자 등을 나열하는 식으로 돼있다. 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국 입국 금지와 함께 미국 내 자금 동결, 거래 중단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이번 조치가 북한에 실질적 타격을 줄 가능성은 낮지만 북한이 받을 심리적 압박감과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연례 인권보고서를 통해 북한을 쿠바와 중국, 이란, 수단, 우즈베키스탄과 함께 독재정권으로 칭하며 북한의 정치탄압 등을 비판해 왔다. 제재를 단행한 이 조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지한 기자
2016-07-08 [오바마, 대북 전면 압박]美, 사상 첫 인권제재… 국무부 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北, 정치범 12만명 고문-성폭행… 김정은에 궁극적 책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6일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대북제재 대상에 올린 것은 국무부가 이날 의회에 제출한 ‘북한 인권 유린 및 검열 보고서’를 근거로 한다. 미 정부는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와 자체 조사를 토대로 탈북자 증언, 북한 인권 관련 시민단체 등의 협조를 얻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도 관련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의 핵심은 김정은을 수장(首長)으로 하는 북한 당국이 현재의 북한 인권 유린 상황에 궁극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8만∼12만 명의 정치범을 ‘관리소’로 불리는 수용소에 가두고 초법적인 살인과 강제노동 고문 등을 자행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국방위원회(현 국무위원회) 국가안전보위부 정찰총국 등 핵심 기관들의 수장과 간부들은 이 같은 천인공노할 인권 유린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정은에 대해서는 “지난달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장으로 추대된 김정은은 최고지도자를 뜻하는 ‘수령’이며 북한 체제에서 절대적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며 “김정은 집권 후 숙청(execution)이 늘고 있는데 이는 김정은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고위 관계자가 갑자기 실종된 후 은밀히 숙청되는 일도 있다”며 “김정은 집권 후 이뤄지고 있는 잔인한 숙청은 김정은에 대한 권력 내부의 공포감을 키우기 위한 조치”라고 풀이했다.
국가안전보위부에 대해서는 “수감 시설에서 구금자들에 대해 고문 폭행 굶기기 성폭행 강제 낙태 영아 살해 등 비인간적 대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 및 사상에 대한 검열과 관련해선 “모든 언론은 철저히 당국의 검열을 받고 있으며 정부의 공식 보도지침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며 “정부는 외국 방송의 시청을 금지하고 있으며 (한국 등) 외국에서 쏘는 라디오방송에 대해서는 방해 전파를 발사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이날 제재 조치를 주도한 애덤 주빈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대행도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김정은 정권하에서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재판 없이 처형되고 강제노동, 고문을 비롯해 견딜 수 없는 잔혹함과 고난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은 북한 정부와 노동당에 의한 인권 유린 또는 위반에 관여하거나 조장한 책임이 있다. 김정은 통치 아래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나라 중 하나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은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국인 데다 폐쇄적이어서 보고서를 만들고 제재 대상을 확정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조사가 더 진행 중인 만큼 제재 대상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3년 동안 6개월마다 보고서 내용을 갱신하도록 돼 있어 인권 유린 관련자를 추가로 제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 정부 당국자는 “북한 정권 내 인사들에게 인권 유린에 가담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려 상당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보고서에 따른 제재로 김정은 등 개인 11명과 기관 5곳이 추가돼 미 정부의 제재 명단에 오른 북한의 개인과 기관들은 모두 177건으로 늘어났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2016-07-08 미국이 지목한 인권범죄자 北김정은 반드시 처벌받을 것
미국 정부가 6일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 등 15명과 8개의 기관을 인권 유린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 재무부는 “김정은 정권하에서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이 사법 외 처형, 강제노동, 고문을 비롯해 견딜 수 없는 잔혹함과 고난을 겪고 있다”며 궁극적 책임은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에게 있다고 제재 이유를 밝혔다. 미국이 인권 문제로 특정 국가의 수반을 제재하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핵·미사일 개발과 불법 활동에 초점을 맞춰 고강도의 대북(對北)제재로 행동 변화를 압박해 왔다. 이제 북의 ‘최고 존엄’이 가장 두려워하는 인권 문제로 초점을 옮김으로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7년간 유지했던 대화와 압박 기조를 폐기하고 김정은 체제 교체(레짐 체인지)로 대북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6, 7일 미중 전략경제대화 때만 해도 미국은 이란 핵 협상을 모델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언급했으나 북이 괌 미군기지를 겨냥한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하자 제재 방향을 바꾼 것이다.
미국 입국 금지와 자금 동결, 거래 중단 등 이번 제재의 대상에 강제수용소 관리자들과 경비, 탈북자 체포조 등 실제로 북 주민들의 인권을 짓밟는 실무자들까지 포함시킨 것은 의미심장하다. 인권 유린 범죄는 언젠가 북 체제가 붕괴하면 국제법에 의해 처단될 것이라고 강력한 경고를 보냄으로써 북한 체제의 ‘균열’과 내부 변화까지 유도한다는 뜻이다. 북한 주민들이 언젠가는 정치적 상황이 변할 수 있음을 인식하기 바란다. ‘킬링필드’ 캄보디아 크메르루주의 2인자였던 키우 삼판 전 부총리가 1979년 축출된 지 35년 만인 2014년 자국민 200만 명 학살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듯이 북의 인권유린자들도 반드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대북 인권 제재에 대해 “인권 문제로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공개적으로 압력을 행사하고 적대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반대한다”고 이번에도 북을 편들고 나섰다. 중국이 주장하는 ‘평화협상과 제재’ 병행 원칙과도 다른 데다 남중국해를 놓고 미중 간에 패권 다툼을 벌이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의 ‘카드’로 활용됐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북핵 제재의 미중 간 협력 공조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
북한도 6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선 주한미군 철수와 한국에 있는 미국 핵무기의 공개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등 5가지 요구를 해왔다. 이런 북을 상대로 한국 정부도 김정은 체제 교체 등 시나리오별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핵과 미사일, 인권 탄압으로 국제사회를 비웃는 김정은과 맹목적인 그의 부하들을 언젠가는 심판대에 세우는 것이 역사의 정의다.
동아일보 사설
2016.07.08 美의 김정은 등 15명 '인권제재 대상자' 선정을 보며 한국 정치를 생각한다.
▲포사격 훈련을 참관하는 북한 독재자 김정은. /조선DB
미국 정부가 7월 6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을 인권 제재 대상자로 지정했다.(조선 닷컴 7/7일자.)
김정은 말고도 이런 자들의 이름이 들어 있다.
리용무(국방위 부위원장)
황병서(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겸임)
최부일(인민보안부장)
박영식(인민무력부장)
조연준, 김경옥(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강성남 (국가안전보위부 3국장)
최창봉(인민보안부 조사국장)
리성철(인민보안부 참사)
김기남(선전선동부장)
리재일(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오정억(정찰총국 1국장)
조일우(정찰총국 5국장)
기관으로는 이런 폭압기구들이 포함됐다.
국방위원회(6월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폐지·현 국무위원회에 해당),
보위부 산하 교도국
인민보안부 산하 교정국
선전선동부
정찰총국
비록 당장의 실제적인 효과는 낮다 해도 여기 거론된 자들과 기관들은 그 이름 석 자와 명칭이 수많은 사람들의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인권(universal, basic human rights)'을 말살한 악마(惡魔)로서 인류역사상 영구히 기록될 것이다.
이들은 2차 대전 때 유태인 600만 명을 학살한 나치 전범들처럼, 지구상 어딜 가도 반(反)인도 범죄 혐의자로 체포 되고 기소되고 재판받고 처벌받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한반도의 히틀러(수괴), 괴뻴스(고급 참모), 아이히만(일선 집행자)들인 셈이다.
문제는 이런 단죄를 가장 앞장서서 가장 치열하게 수행해야 할 피해당사자는 우리인데도 우리 정부, 여당, 야당, 지식인 사회엔 소수의 헌신적인 활동가 그룹을 제외하곤 그럴 움직임은 고사하고 그런 논의조차 없었고, 그 대신 남의 나라인 미국의 의회, 국무부, 재무부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면구스럽기 짝이 없다.
좌파와 종북 쪽이 그에 대해 침묵하거나 반대하는 것이야 당연하다 치더라도, 심지언 비(非)좌파 상당수까지 “에이, 거 뭐 공연히 ‘극우’ 소리나 들을 걸 가지고 우리가 굳이 발설할 필요 있나? 우린 아무 말 말고 그냥 잠자코 있자고...남보다 앞장서 그러다가 쓸데없이 좌파와 젊은 층의 타깃이나 되면 우리만 손해야...” 하고 시선을 딴 데로 돌린다.
아마 여당이나 정부 안에서도 누가 “이젠 김정은 일당에 대해 인권 공세를 펴야 하지 않겠나?” 하고 제안하면 필시 이런 핀잔을 들을 것이다. “지금 시대가 어떤 때인데 그런 ‘극우 꼴통’ 같은 소리를 하나? 북한에 대해 이젠 ‘개방적인 자세’로 임해야 해(최근 김무성이 그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북한이 반(反)개방이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반(反)개방이라서 남북관계가 이렇게 닫혔나?). 우린 ‘중도실용’이라야 해,"
'중도'나 '중용'이 나쁘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새누리당이나 일부 말쟁이들이 말하는 건 일찍이 공자님, 부처님이 가르쳐 주신 참 '중도' 참 '중용'이 아니라, '기계적 중간' '통계학적 중위수(中位數)'일 뿐이라는 걸 말하려는 것이다. 참 '중도' 참 '중용'은 '적중(的中)' '최적(最適)'을 말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이나 일부 말쟁이들이 걸핏하면 내세우는 '중도'란 그러나, 힘센 놈 A와 또 다른 힘센 놈 B의 산술적 중간지점에 서려는 외교적 연명책(延命策)에 불과하다. 가치선택를 외면하고 "나는 맹물이로소이다. 그러니 A도 B도 나를 적으로 보지 마시오"라고 광고하는 것이다.
예컨대, 재래식 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아 변을 볼 때, A라는 힘 센 놈은 45도 각도로 엉덩이를 치켜들고 B라는 놈은 75도 각도로 엉덩이를 치켜들 때 "나는 60도 각도로 엉덩이를 치켜들 터이니, 나를 '적의 편'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처세법인 것이다. 이건 '중도' '중용'이 아니라 그저 눈치껏 연명하겠다는 삶의 방식일 뿐이다.
북한 인권을 열정적으로 거론하면 ‘극우’ 다시 말해 나치와 파시스트 취급을 받는 나라는 아마 한국밖엔 없을 것이다. 북한의 인권문제를 정면으로 들이대지 않고 슬쩍 피해가야 ‘합리적 보수’ ‘중도실용’ ‘보수혁신’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나라도 아마 서방 문명권에선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남의 나라(미국, EU)들은 이미 10년 전에 실천한 북한인권법을 우리 정계는 그동안 그토록 여지없이 깔아뭉갰었다. 한국의 여당과 야당은 지난 10년 동안 북한인권 말살 방조(傍助)죄를 지었던 셈이다. 이들도 이다음 김정은 일당이 국제사회의 인권법정에 설 때 ‘방조범’으로 함께 기소돼야 할 것이다.
거듭... 좌파와 종북은 북한 인권문제에 당연히(?) 무관심하다고 치자. 그러나 북한 인권에 똑같이 무관심한, 아니, 애써 무관심하려고 하는 일부(또는 상당수) 비(非)좌파 정치인들과 관료들과 말쟁이들과 먹물들은 뭐냐 말이다.
류근일 언론인, 전 조선일보 주필
2016.07.08 '北 인권 유린 主犯 김정은' 끝까지 책임 물어야
미 국무부가 6일(현지 시각) 의회에 제출한 북한 인권 침해 실태 보고서에서 김정은을 '인권 유린 가해자'로 규정했다. 재무부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김정은을 포함한 개인 15명과 기관 8곳을 제재 대상으로 정했다.
권력 서열 2위인 황병서 국무위 부위원장 및 국방위(현 국무위)·국가안전보위부 등 김정은 1인 체제의 권력 심장부가 망라됐다. 이 개인과 단체들은 앞으로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금융거래와 미국 입국이 금지된다. 미국이 특정 국가 지도자를 인권 침해를 이유로 제재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처음이다.
유엔은 북한의 4차 핵실험(1월),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2월) 이후 가장 강력한 수준의 제재를 북한에 가했다. 스위스·러시아를 비롯, 여러 나라가 북과의 금융거래를 중단하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전열도 어느때보다 단단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북은 사거리 3000~4000㎞인 중거리탄도미사일 무수단을 6차례나 발사하는 등 국제사회를 조롱하고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미국은 이미 북한만을 대상으로 한 대북제재강화법을 지난 2월 만들었고 지난달엔 북을 '주요 자금 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재지정하는 등 독자 제재 수위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이번에 인권 문제와 핵·미사일 문제를 결합시킨 것은 미국이 할 수 있는 최대치에 해당한다. 그만큼 이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북에 중유 등 전략 물자를 계속 공급하고 일부 금융거래를 유지하며 숨통을 틔워주고 있는 중국에 대한 메시지도 담겨 있을 것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북 인권 상황 자체에 대해 미국 정부가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유엔 북한인권조사위(COI)가 김정은의 국제형사재판소 제소를 추진하는 동안에도 국무부 차원에서 인권 보고서를 작성하는 정도에 그쳐 왔다. 이번에 김정은을 찍은 것은 낙인(烙印) 효과를 노린 측면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북 인권 문제를 적당하게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내년 1월 오바마 정권이 끝나고 어떤 성격의 다음 정권이 들어서도 이 기조가 이어지도록 한·미가 협력할 필요가 있다.
북 권력은 이른바 '최고 존엄'에 대해서는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집단이다. 무슨 짓을 하고 나설지 알 수 없다. 북이 격렬하게 반발하며 한반도 정세가 또 한 번 격동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우리도 북의 누가 주민의 목숨과 민생을 탄압하고 유린하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고 축적해 나가야 한다. 국제형사재판소 제소도 1~2년 내에 되지는 않겠지만 10년 내에는 이뤄지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마침 10년 이상을 끈 북한인권법이 오는 9월 4일 발효되는 것이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
2016.07.12 김정은 인권 제재 먹힐 것”
김정은 인권 제재’의 출발점을 만든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번 제재는 11년 전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처럼 먹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로이스 위원장은 미국 정부가 제재를 발표한 지난 6일 전화 통화와 8일 e메일 인터뷰를 통해 “BDA 제재 이후 북한 인사들은 (미국 당국자들과 만날 땐) ‘언제 돈을 돌려줄 것인가’는 질문으로 시작해 같은 질문으로 대화를 끝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 강조
“당시 북한 인사들, 미국 측 만나면
돈 언제 돌려줄 건가 앵무새 질문
한·미, 대북 대응 계속 연대해야”
당시 미 재무부가 마카오 은행인 BDA에 예치됐던 북한 최고지도층의 통치자금을 동결시켜 큰 효과를 본 것처럼 북한 최고지도자를 직접 겨냥한 제재가 확실한 효과를 준다는 취지다. 로이스 위원장이 주도해 지난 2월 발효된 대북제재강화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름을 못박아 “김정은의 인권 침해 행위를 구체적으로 조사해 의회에 보고하고 해당 인권 유린자들을 제재하라”는 의무 조항을 담았다. 미 정부는 이에 근거해 김 위원장을 인권 유린 리스트에 올렸다.
질의 :북한 최고지도자를 겨냥한 첫 인권 제재다.
응답 :“오래 전에 됐어야 할 일이었다. 김정은의 정치범수용소에선 고문·성폭행·처형이 만연해 있다. 지금도 최소 12만 명의 정치범들이 야만적인 상태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 국제사회는 김정은의 심대한 인권 침해도, 핵 재앙 위협도 용납할 수 없다. 이번 제재는 변화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단계다. 북한 주민들은 너무 오래 고통을 받았다.”
질의 :인권 제재가 어떤 효과를 낼 것으로 보나.
응답 :“이번 제재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먹히는 전략에 기반하고 있다. 미국은 마카오의 BDA가 북한 돈을 세탁하는 혐의를 잡아 미 금융시스템에서 차단시켰다. 이는 역내 다른 은행들이 북한과 거래를 피하도록 만들었고 북한 정권을 고립시켰다. 하지만 불행히도 BDA 제재는 너무 일찍 해제됐다. 그건 큰 실수였다.”
질의 :북한이 반발해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
응답 :“북한은 결국 미국과 한국, 국제사회 우방국들의 결의를 보게 될 것이다. 나는 지난달 서울을 방문했었는데 한·미동맹이 지금처럼 강한 때를 본 적이 없다.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의회는 한·미동맹에서 확고하다.”
질의 :대북제재강화법이 인권 제재로 이어진 데 대한 입장은.
응답 :“미국 정부가 북한을 상대하며 ‘전략적 인내’로 나섰던 정책은 실패했다. 나는 오랫동안 북한의 위협과 인권 유린에 대한 대응은 인내가 아니라 더한 압박이라고 생각해 왔다. 지금은 법으로 시행 중인 내 법안(대북제재강화법)은 새 (대북) 제재를 가져온 데다 지난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전례 없는 결정(대북제재)을 이끌어내는데도 도움을 줬다. 이제 우리는 김정은 정권에 대응하는 데서 계속 함께 연대해야 한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2016-08-31 美 “北노동자 인권유린 방조” 20개국 적시
미국 정부가 지난달 김정은을 직접 제재하는 근거가 됐던 북한인권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데 이어 지난 주말 북한인권 증진 전략 보고서를 미 상하원 외교위원회에 제출했다.
29일(현지 시간) 미 국무부에 따르면 북한인권 보고서의 후속 격인 이번 보고서는 탈북자 강제 송환 국가와 북한 노동자가 일하는 국가 등을 담고 있다. 탈북자 강제 추방국으로는 중국과 라오스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을, 북한 노동자 체류국으로는 중국 러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폴란드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20여 개국을 적시했다. 이들 국가가 탈북자를 북한으로 추방하거나 북한 노동자를 벌목공 등으로 강제 수용해 김정은 정권의 외화 벌이를 돕는 등 인권 유린을 방조했다는 것이다.
미 정부는 이들 국가에 북한인권 현황에 관한 정기적인 보고와 개선 대책을 요구해 압박하는 한편 북한으로의 외화 유입을 차단하는 데 보고서를 활용할 계획이다. 또 정치범 수용소의 수감 인원, 사유와 여건 등을 담은 정치범 수용소 보고서도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3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정상회담을 한다고 미 백악관이 이날 발표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 등 최근 북한의 도발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놓고 불거진 양국 갈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올 3월 31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도중 가진 회담에서 사드 배치를 놓고 정면충돌한 바 있어 이번 회담은 사드 배치 결정 후 한반도 주변 긴장이 지속될지를 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2016.08.31 우크라이나, 북한과의 무비자 협정 전격 파기…군사 교류 중단한 우간다처럼 북한 압박
국제 사회의 거듭된 만류에도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는 북한이 추가 제재를 받았다.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우크라이나까지 북한 압박에 나섰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자료사진)
미 언론 VOA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옛 소련 시절 북한과 맺은 ‘무비자협정’을 파기했다"고 31일 페이스북에 썼다.
VO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달 27일 구소련이 북한과 맺은 상호 비자협정을 파기하기로 결정했다. 우크라이나의 이번 결정으로 북한 주민은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때 사전에 비자를 받아야만 입국이 가능해졌다. 우크라이나는 한국을 포함한 50여 국가와 최대 90일 기한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이번 결정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영토 분쟁에서 북한이 러시아 편에 섰다는 점을 들어 우크라이나 정부가 결정했다고 VOA는 전했다. 하지만, 영토 분쟁은 이미 1년 전 사안이어서 굳이 이제 와서 무비자 협정을 파기했다는 명분은 빈약하다는 지적이다. 거듭된 북한의 돌출 행동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굳이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5월 북한의 맹방인 우간다가 북한과의 군사 교류를 전격 중단한 결정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조호진 기자
2016.09.30 군사행동만 빼고… 美 '김정은 枯死작전' 할 건 다 한다
불법자금과 核·미사일 부품 수송 도맡는 고려항공 제재 對中수출의 절반 차지하는 석탄 봉쇄하면 北에 치명타
미국이 실질적인 군사행동을 제외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북한 압박에 나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의 '약점'을 보완해 대북 봉쇄망을 촘촘하게 하고, 각국에 북한과의 외교관계 단절·격하까지 요청했다. 또 북한에 핵 개발 관련 물자를 건네준 혐의로 중국 기업과 기업인을 기소한 데 이어, 다른 중국 기업과 북한 기업도 조사 중이다. 정밀 타격(surgical attack) 같은 물리력만 동원하지 않았지, 이란 핵개발 저지 때보다 더한 수단을 다 쓰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28일(현지 시각) 연방상원 외교위 아·태 소위 청문회에서 대북(對北) 제재 추진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안보리 제재에서 예외로 뒀던 민생 목적의 석탄·철광석 수출부터 막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이 이를 통해 연간 1조원이 넘는 돈을 벌어 핵 개발에 쓰고 있는데 마냥 놔둘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새로 논의되고 있는 유엔 안보리 제재안을 통해 북한의 석탄과 철광석 수출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북한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 조치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 때도 쓰지 않았던 외교 봉쇄 카드도 끄집어냈다. 러셀 차관보는 이날 청문회에서 "북한은 각국과의 회담, 방문 등 외교적 활동을 통해 자국이 국제적으로 합법적인 주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며 이를 제지하도록 전 세계 미국 공관장들에게 지시했다.
앞서 미국은 북한에 핵 개발 관련 물자를 제공한 혐의로 랴오닝 훙샹그룹과 이 회사 마샤오훙 대표를 기소하는 등 법적 조처를 했고, 다른 중국 기업도 조사 중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은 보도했다. 대니얼 프리드 국무부 제재담당 조정관은 한발 더 나가 북한의 고려항공에 대해 직접 조치를 취할 뜻도 비쳤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 등이 고려항공의 착륙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축소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미국은 고려항공이 사실상 북한군 소속의 군용기로 불법 자금과 핵·미사일 관련 부품 수송을 도맡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한·일 핵무장론'을 은근히 끄집어내 중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러셀 차관보는 "중국은 현재 한국이나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핵 능력 보유를 추진할 위험성에 대해 매우 신경 쓰고 있다"며 "이런 점이 중국의 대북 압박 노력을 배가하는 데 있어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의 이런 전방위 압박에 대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현실화하는 것을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전략인 '전략적 인내'로만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제외한 외교·경제·정보·인권 등 '대북 4종 세트'를 총동원해 북한을 사면초가로 몰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임기가 넉 달도 남지 않았지만, 대북 '올가미 정책'은 차기 미국 정부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안보부서 당국자는 "김정은의 '핵 폭주' 속도로 볼 때 앞으로 2년 안에 미국이 실질적인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변하지 않으면 이 방식밖에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중국이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결국은 북한 정권의 불법 행위를 방조하고, 북한의 인권 위반 상황을 용인한 중국 을 압박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핵 문제의 유래와 핵심 원인은 중국에 있지 않다"며 "북핵 문제의 실질은 북·미 간 모순으로, 미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진징이(金景一) 중국 베이징대 교수도 "북핵 문제는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중국의 인식"이라고 했다.
워싱턴=윤정호 특파원 김형원 기자
2016-10-03 IAEA “가장 강력한 용어로 북핵 규탄”
“北은 핵보유국 지위 가질 수 없다” 70개국 만장일치로 결의 채택 韓美, 사드 성주 배치 앞당기려 美텍사스 4개 포대중 1개 이동 추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폐막한 제60차 총회에서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는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IAEA는 결의에서 ‘가장 강력한 용어(in the strongest terms)’로 북한의 1∼5차 핵실험을 규탄하고 “북한은 핵확산방지조약(NPT)에 따라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폐기를 비롯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서 규정한 모든 의무를 준수하고 9·19 공동성명의 비핵화 조치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 밖에 북한 스스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고농축 우라늄 생산 사실을 발표한 점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결의는 미국 캐나다 등 한국의 우방국 외에도 케냐 나이지리아 카타르 등이 최초로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해 지난해(63개국)보다 많은 70개국이 됐다.
한편 한미 군 당국은 미 텍사스 주 포트블리스 기지에서 운용 중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4개 포대 가운데 1개를 내년 이른 시기에 경북 성주군 초전면 롯데스카이힐 성주컨트리클럽(롯데골프장·달마산 일대)에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배치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기 위한 조치다.
한미는 20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외교+국방(2+2) 장관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일 “고도화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지,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 등 다양한 억지 방안을 한미 간에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또 “석탄이든 뭐든 돈줄을 차단하는 게 제일 중요하며 두 번째는 인권 탄압 문제”라고 말해 새 대북제재에 이 내용이 담길 것임을 시사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2016.12.28 한성렬 北 외무성 부상, 평양 주재 EU 외교사절 모아놓고 "제재 낮춰달라" 이례적 읍소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달 초 평양 주재 유럽 외교사절을 모아놓고 대북 제재 수위를 낮춰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주한 외교단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 2321호를 통과시키고, 유럽연합(EU)이 대북 독자 제재 의사를 밝힌 직후인 지난 6일 한 부상은 영국·독일·스웨덴·체코·폴란드·불가리아·루마니아 등 유럽 국가 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招致)했다. 이 자리에서 한 부상은 “미국과 남조선 같은 적대 세력의 적대 책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핵시험을 하게 된 것을 이해해 달라”며 “이런 상황만 개선되면 우리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성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럽연합이 잘 도와달라”고 했다. 한 부상은 유럽연합 독자 제재의 부적절성을 얘기하면서 “특히 유럽연합이 포용정책(engagement)를 취해줘야 할 때”라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참석자 중 한 명은 본국에 보낸 전문(電文)에서 “외무성에 들어갈 때는 북한 특유의 강한 반발을 예상했었는데, 놀랍게도 한 부상의 태도는 매우 부드러웠다”고 했다. 초치 이틀 전인 지난 4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유럽연합이 단독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은 비열하고 너절한 행위”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었다.
한 부상의 이런 저자세는 제재로 인한 경제 상황 악화를 반영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지난 23일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 간부들이 안보리 결의 2321호 채택 이후 외화난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한 부상의 호소와 무관하게 지난 12일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조치를 마련하겠다는 결정문을 발표했다.
한편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전직 북한 관료가 지난달 작성한 문건’을 인용해 “김정은이 최근 ‘비동맹국가(NAM)들과의 외교적 유대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문건은 “(전통적 우방인) 비동맹국가들과의 고위급 교류를 통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해 보려는 노력에도 올해 1~10월 북한의 대외 교류는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김진명 기자
2017.04.26 트럼프 "세계의 큰 문제" 北核 올인
[IS만 언급했던 트럼프, 시진핑 만난 후 北압박에 '화력' 집중]
안보리 15개 이사국 대사 초청… 오늘은 상원의원 모두 불러 對北 설명회
NYT "美정보당국, 북한이 6~7주마다 핵폭탄 1개씩 만들 수 있다고 판단"
- 美·中정상회담 후 달라진 트럼프
"北은 실질적 위협, 용납 못한다" IS 집중하다 北核으로 타깃 바꿔
'미국내 정치 난국 돌파용' 분석도
- '임기내 최대위협은 北核' 판단
NYT "트럼프 임기 말까지 北핵탄두 50개에 달할 수도… 北미사일 4~5년이면 美 도달"
- 일단은 압박, 안되면 군사옵션도
WP "그의 정책서 명확한 하나는 군사력 과시에 거리낌 없다는 것"
트럼프 "김정은 강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15개 이사국 대사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북핵은 세계의 큰(big) 문제"라며 "우리가 결국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실질적인 위협으로 (북한 핵·미사일의) 현상 유지는 용납할 수 없다"면서 "유엔 안보리는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대통령이 안보리 이사국 대사들을 모두 불러 북핵 위협과 해법을 강조한 것은 전례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26일 미 상원의원 100명을 모두 백악관으로 불러 새 대북 정책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28일에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나서 유엔 안보리 이사국의 외교 장관급과 북핵 문제를 논의한다.
▲백악관에 모인 안보리 15개 이사국 대사들 - 도널드 트럼프(한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15개 이사국 대사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북한은 세계의 큰(big) 문제”라며“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더욱 강력한 제재를 가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 오른쪽으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류제이 유엔 주재 중국 대사가 차례로 앉아 있다. /UPI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7일 미·중 정상회담 이후 북핵 해결을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미국의 역대 어떤 행정부도 트럼프처럼 북핵을 외교 정책의 1순위로 삼고, 북한에 '화력'을 집중한 적은 없었다. 그동안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군사 옵션'까지 시사하고 있다.
니키 헤일리 주(駐)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NBC방송에 "(북한이) 군사기지를 공격하거나 우리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게 된다면 그때는 명확하게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군사 행동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이다. 미 국무부도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며 "ICBM 개발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총력전'을 벌이는 이유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긴박하게 움직이는 것은 북한이 6~7주마다 한 개씩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는 정보 당국의 결론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 안보리 대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람들이 지난 수십 년간 (북핵 문제에) 눈감아 왔는데 이제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고 했다.
한편,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날 북한을 향해 "불장난을 하지 마라"며 일제히 경고하고 나섰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이 북·중 접경지역에 10만명의 병력을 집결시켰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월 출범했을 때만 해도 '협상의 달인'을 자칭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해결을 위해 북한과 직접 협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협상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북핵 해결을 위해 자신의 1호 외교 정책 공약이었던 환율조작국 지정을 포기하면서까지 중국의 대북 압박을 유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북한이 6~7주에 핵폭탄 하나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정보기관이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말까지 북한 핵탄두가 파키스탄의 절반 수준인 50개에 달할 수도 있다"면서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 본토까지 날아오는 데 4~5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핵 문제를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임기 내에 핵탄두를 장착한 북한 탄도미사일이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국제사회의 협조를 요청하는 것 자체가 그만큼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반(反)이민 정책'과 '오바마 케어(오바마 행정부의 건강보험개혁법) 폐지' 등 자신의 대선 공약이 잇달아 무산되면서 지지율이 40%에 그치는 등 국내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오바마 행정부와 차별성을 보이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북핵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29일)을 앞두고 내치보다 외교 업적을 위해 '북핵 올인'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해법은 군사 옵션보다 외교·경제적 압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NYT는 "트럼프 안보팀의 전략은 북한에 경제적 압박을 가해 무기를 비축할 여력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보좌진에게 '(중국의 대북) 에너지 공급 중단을 포함해 더 많은 (경제) 제재를 가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 관영 매체들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 "원유 공급을 중단하거나 축소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을 동원한 대북 경제 압박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독자 행동을 취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4일(현지 시각) "손바닥 뒤집듯 하는 트럼프의 외교 정책 속에서도 단 하나 명확한 것이 있다"며 "(적에게) 군사력을 보여주는 데는 거리낌이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 예측이 어려운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적(敵)으로 규정했던 상대에 대해선 한결같이 군사 행동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하늘엔 U-2 정찰기 - 북한 인민군 창설 85주년인 25일, 주한 미군 오산공군기지에 U-2 고고도 전략정찰기가 착륙하고 있다. 미군은 U-2를 통해 북한의 핵실험 동향과 군사 이동 상황을 감시하고 있다. /뉴시스
▲바다엔 美 최대 잠수함 미시간호 - 25일 부산에는 미국의 핵 추진 잠수함 미시간호가 입항했다. 길이 170.6m, 배수량 1만8000)으로 미국 최대 규모인 이 잠수함에는 토마호크 미사일 154발이 탑재돼 있다. /주한미군사령부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세력에 대해서 "완전히 부숴 버려야 한다"고 했었다. 이후 취임하자마자 예멘의 알카에다 기지를 특공대를 동원해 공격했고, 최근엔 아프간의 IS 기지에 전술 핵무기에 맞먹는 초대형 폭탄을 투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7일 미·중 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을 부정적으로 언급한 횟수와 발언의 강도는 IS 비판 때보다 강하다. 그는 지난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큰 실수를 하고 있다"며 "나는 오바마와 다르다"고 했다. 16일에는 사실상 북한을 겨냥해 "우리 군대는 증강되고 있고, 역대 어느 때보다 강력해지고 있다"고 트위터에 썼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북핵 해결이 어려울 때를 대비해 군사 행동을 위한 '사전 명분 쌓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최근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정밀 타격해도 중국의 군사적 개입은 필요 없다"고도 했다. CNN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에 대해 "그(김정은)가 말하는 것처럼 강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한의 반격을 크게 걱정하지 않고 북핵 문제를 다루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2017-05-05 “中, 모든 금융기관에 대북거래 중단 지시”
소식통 “무역업체 전수조사도 나서” 北매체 “中, 붉은 선 넘어” 맹비난
中외교부 “공정하게 처리” 정면반박 북한이 관영 통신을 내세워 미국의 제재에 협력하는 중국을 실명 비난하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직접 반박하고 나섰다. 사회주의 혈맹인 양국 관계에 중대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증언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일 “중국이 제재로 북-중 관계의 붉은 선(레드라인)을 넘어서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조중 친선이 소중해도 목숨과도 같은 핵과는 바꾸지 않겠다”고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4일 브리핑 도중 이에 대한 질문을 받은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가지고 시비(是非)에 따라 관련 문제를 판단하고 처리했다”고 공식 반박했다. 북한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북-중 관계 악화는 북한의 핵개발 때문이고 중국은 이에 따라 대북 제재를 시행 중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 외교 소식통은 이날 “중국 당국이 모든 금융기관의 대북한 거래를 막아 버렸다. 최근까지도 대북 송금이 가능했던 한 은행 직원이 ‘모든 대북 외환 업무를 중단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거부했다”고 전했다. 중국은행, 공상은행 등 중국 5대 은행은 이미 대북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로 이외에 중소 금융기관까지 중단 조치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소식통은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선양 다롄 등 5대 도시에서 대북 무역업을 하는 기업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 당국도 이런 내용의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중 접경지대인 중국 단둥에서 대북 밀무역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기업이 사용해 온 비밀 항구를 지난달 중국 당국이 폐쇄됐다는 이야기를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에게서 들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교묘히 피해 밀무역으로 물자를 조달해 왔다”며 “중국 당국이 북한의 밀무역까지 제재한다면 북한에 주는 타격이 작지 않아 위기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해관(세관) 당국은 북한으로 들어가는 화물을 기존의 선택검사에서 전수검사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4일 보도했다. RFA는 “중국 단둥에서 무역업을 하는 소식통이 ‘이런 조치는 분명히 중국 당국의 대북 무역제재’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윤완준 기자
2017.05.05 원유 수입·근로자 수출 금지… 역대 최고 강경 대북제재 법안, 美하원 통과
미 하원이 4일(현지 시각) 북한을 미국 금융망으로부터 완전히 차단하는 강력한 새 대북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하원은 이날 찬성 419 대 반대 1로 ‘대북제재 및 현대화법(H.R.1644)’을 채택해 상원으로 심의를 넘겼다.
북한의 미국 금융망 전면 차단을 목표로 하는 이번 법안은 미국과 대리계좌를 보유하는 외국 금융기관이 북한 정부와 거래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해당 계좌를 폐쇄하도록 했다.
또 북한의 달러화 거래를 금지하고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개인에 대한 제재를 확대했다. 제재 대상 북한 광물의 종류를 확대했고 북한과 석유, 직물, 식량, 농산물, 어업권 거래도 금지했다.
특히 제재 대상과 행위를 구체적으로 세분화해 북한의 달러 유입 경로를 완전히 차단하는 동시에 북한의 경제적 고립 정도를 한층 더 높였다. 제재 구멍 틈새를 촘촘히 메워 자금줄을 전방위로 차단한 것이다.
새 대북제재 법안은 ‘원유 금수’ 조치, 즉 북한으로의 원유 및 석유제품의 판매·이전을 금지하도록 했다. 인도적 목적 중유는 제외했으나, 강력한 원유 금수 조치로 북한의 경제 및 군사 동력을 끊겠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해 3월 통과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2270호는 항공 연료 금수 조치만 담고 있다.
또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창구인 북한의 국외 노동자를 고용하는 제3국의 기업을 제재 대상으로 공식 지정하고 미국 관할권 내 모든 자산 거래를 금지토록 했다. 이는 북한 국외 노동자의 ‘노예노동’, 그리고 이들 노동자를 많이 고용하는 중국과 러시아 등을 직접 겨냥한 조치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 8월 북한의 국외 노동자가 체류하는 전 세계 23개국의 명단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보고했다. 또 같은 해 12월에는 국외 노동자 인력운송 수단인 고려항공과 함께 인력송출 회사인 북한능라도무역회사, 대외건설지도국, 남강건설, 만수대창작사 등을 제재 대상으로 공식 지정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법안 통과 직후 낸 성명에서 “북한이 미국을 확실히 타격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시간문제고 이를 막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행정부가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한 전략을 추진해 나갈 때 하원은 북한 정권을 약화시키기 위해 맡은 바 임무를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표결은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쓸 것이란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법안을 발의한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도 성명을 통해 “이 법안은 북한 정권과 거래하는 이들을 추격해 북한의 돈줄을 차단하는 강력한 도구를 행정부에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번 법안은 지난 2008년 해제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위도 되살리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 법안 통과 이후 행정부가 90일 이내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지를 의회에 통보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앞으로 상원 의결 절차를 거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공식으로 발효된다. 상원의 표결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문현웅 기자
2017.05.06 [美하원, 초강력 제재법 의결]
김정은 정권 흔들 '도깨비 방망이', 트럼프 손에 쥐여줬다
- 1·2·3차 산업 모든 무역 봉쇄
年 수백억짜리 어업권 거래부터 식품·광산·인력 고용까지 금지
- 中에 대북제재 가속화 압박 메시지
유엔 추가 제재 가이드라인 역할… 6차 핵실험땐 송유관 차단 근거
미국 하원이 4일(현지 시각) '대북(對北)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을 통과시킨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 정책인 '최고 압박과 관여'를 의회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하원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만큼 상원 통과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한마디로 트럼프 행정부에 군사행동을 제외한 경제·외교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도록 '도깨비방망이'를 쥐여준 셈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이 최근 직원 대상 연설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전략과 관련해 "전략의 20~25% 수준에 있다. 현재 압박은 (10단계 중) 5~6단계 정도"라고 언급했다. 이 법안이 발효되면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압박을 9~10단계까지 끌어올릴 최대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온라인 상거래부터 어업권 거래까지 사실상 김정은 정권으로 흘러들어 가는 모든 돈줄을 차단할 수 있는 30여 개의 제재 항목을 상세하게 규정했다. 1·2·3차 산업의 모든 무역 거래를 막을 수 있도록 해 북한 경제를 지탱하는 자금 원천을 끊겠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원유 판매 중단 항목을 넣은 것은 김정은 정권의 기반을 뿌리째 흔들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원유의 90%가량을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어 중국이 원유 공급을 중단하면 북한은 에너지 대란에 빠지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법안을 근거로 중국에 대북 석유 수출 중단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추가 제재 결의의 '가이드라인'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이 법안이 기존 대북 제재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유엔의 추가 대북 제재도 이 법안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법안이 북한산 식품과 농산품, 어업권, 직물 등의 구매를 금지한 것은 기존 대북 제재의 구멍을 메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동해와 서해의 어업권을 연간 수백억원을 받고 중국에 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광산·교통·통신·에너지·금융 등을 운영하는 기업이나 개인도 제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해외 자본의 북한 투자를 막기 위한 것이다. 북한에 투자할 정도의 기업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미국 기업이나 금융기관과 거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법안이 미칠 압박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
노예 노동'으로 불리는 북한의 해외 노동자 송출을 막기 위한 구체적 규정도 만들었다. 지금까지 미국은 인권 문제 등을 들어 북한 노동자의 해외 송출을 막으려 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외국 기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도록 명시했고,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미국의 관할권이 미치는 지역에서 자산도 동결할 수 있게 했다. 중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중동과 동유럽에서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들은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 법안은 금·티타늄 등 북한산 광물 구매 금지, 대북 항공유 판매 금지, 제재 대상 선박의 급유 및 보험 금지 등 기존 유엔 안보리 결의 내용도 미국의 제재 대상으로 명시해 법적 이행 근거를 마련했다. 우리 외교부는 5일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끌어내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2017.06.03 미국이 北군부 독자 제재한 날… 한국은 대북접촉 8곳 승인
[美재무부, 北 최고헌법기관·러시아 기업까지 제재… 유엔도 오늘 대북제재안 처리]
- 美·유엔 '쌍끌이 對北 압박'
北을 대화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제재 수위 앞으로도 더 높일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일(현지 시각) 올 들어 두 번째 독자 대북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새 대북정책을 확정한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추가 대북 제재결의안에 대한 중국의 합의를 이끌어내 북한에 대한 미국과 유엔의 '쌍끌이 압박'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미 재무부는 이날 인민군과 인민무력성, 국무위원회 등 북한 군부와 헌법 기관이 포함된 대북 독자 제재 대상을 전격 발표했다. 제재 대상에는 베이징 북한 고려은행 대표인 리성혁과 정부 관계자인 김수광, 러시아인 이고리 미추린 등 개인 4명이 들어갔고, 조선대령강무역회사와 송이무역회사, 조선아연공업회사, 조선컴퓨터회사, 러시아 회사인 NNK 프리모르네프테프로둑트, 아르디스-베어링스, 독립석유회사(IPC) 등 단체 10곳이 포함됐다.
북한 군부와 핵심 정부기관, 러시아인과 단체가 미 정부의 대북 제재대상 리스트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재무부는 러시아인과 단체는 군수 연구개발과 조달 업무를 하는 북한 단군무역회사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이 되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 미국 기업과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미 재무부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징후가 포착된 직후인 지난 3월 31일, 대량살상무기(WMD), 화학무기 프로그램 등에 연루된 북한인 11명과 기업 1곳을 독자 제재했다. 그 이후에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계속되자 두 달 만에 또 한 번 대북 독자 제재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새 대북정책으로 하면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강력한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가하되, 북한의 정권 교체는 추진하지 않으면서, 결국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4대 기조를 마련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압박을 통한 대화 기조가 마련될 때까지는 대북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유엔 안보리도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여행 금지와 자산 동결 대상을 확대하는 새 대북제재안을 마련해 2일 오후(한국 시각 3일 새벽) 안보리 회의에서 표결 처리할 예정이다. 유엔 소식통들은 "미국이 지난 5개월 동안 대북 추가 제재를 위해 중국과 치열한 줄다리기를 한 끝에 결국 중국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며 "미국이 마련한 초안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사국이 없어 2일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P 등 외신들은 해외에서 간첩 활동을 하는 조일우 정찰총국 5국장, 북한 원자력부에 물품을 조달하는 김철남 조선금산무역회사 대표, 김동호 베트남 단천상업은행 대표, 박한세 제2경제위원회 부위원장등 개인 15명과 고려은행, 북한 전략로켓사령부, 무기 거래와 관련된 무역회사 2곳 등 단체 4곳이 새 결의안의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유엔 주변에서는 새 결의안의 제재 내용에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금지와 노동자 해외 송출 금지 등 초강력 제재안이 포함되지 않아 이전에 비해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뉴욕=김덕한 특파원
2017.08.05 UN안보리, 새 대북제재 채택…北수출 3분의 1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새로운 대북 제재결의안을 의결했다. 북한의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등 자금줄을 보다 강하게 조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알려진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 금지 조항은 제외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5일(현지 시각)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만장일치로 강력한 새 대북 제재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줄을 조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북한의 석탄과 철, 철광석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지난해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한 안보리 결의 2321호에서 석탄 수출 상한선을 설정했는데, 상한선 없이 모든 수출을 금지한 것이다. 또 수출금지 광물을 기존 금, 바나듐광, 회토류, 동, 아연, 니켈에서 납과 납광석으로 확대했다.
결의안은 또 북한 해산물도 제재결의안 사상 처음으로 수출금지 대상에 올렸다. 북한의 광물과 수산물의 수출 액수는 약 1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 연간 수출액이 30억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의안이 제대로 이행됐을 때 북한의 외화벌이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결의안은 또 북한이 신규 노동자를 수출할 수 없게끔 금지했다. 기존 안보리 결의 2321호는 “국가(회원국)들이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고 촉구하는 데 그쳤는데, 이번 결의에서 수출금지 대상으로 명시했다. 북한은 40여국에 5만명 이상의 노동자를 파견했으며, 이들이 벌어들인 외화 상당수는 북한 당국이 가져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의안은 이밖에 북한 기업들과 새로운 합작기업을 설립하거나, 기존 합작회사의 신규 투자를 금지했다. 또 단군무역회사에서 해외업무를 총괄하는 장성남과 고려광선은행의 조철성 등 9명의 개인과 아프리카에서 동상을 제작·판매해온 ‘만수대 해외프로젝트 회사 그룹’를 비롯해, ‘조선민족보험총회사’와 ‘고려신용개발은행’ 등 4개 기관을 자산 동결 대상으로 지정했다.
결의안은 또 북한의 ICBM 발사를 강력한 어조로 규탄하고 모든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핵무기와 핵개발 계획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이 백기 투항을 하게 만들 만한 유일한 카드로 평가된 '대북 원유공급 중단' 카드는 나오지 않았다. 북한을 일종의 '완충지대'로 삼아 미국을 견제하려는 중·러가 대북 원유 공급의 중단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는 결의안 채택이 만장일치로 승인된 후 "이번 결의안은 북한 정권에 대한 단일 제재로서는 가장 광범위한 경제제재 패키지"라며 "이번 세대(a generation)의 가장 엄중한 제재"라고 말했다.
고성민 기자 美 유엔대사 "이번 세대 가장 엄중한 제재… 北 대가 치를 것"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 /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5일(현지 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의결한 새로운 대북 제재결의안에 대해 “이번 세대의 가장 엄중한 제재"라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는 안보리 회의에서 "이번 제재로 수출액의 3분 의1과 경화 수입에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북한 정권은 지속적인 핵·미사일 개발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제는 행동해야 할 시간”이라며 "북한의 모든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개발은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위험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며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며, 미국은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조치들을 지속적으로 취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결의에서 만장일치를 끌어 낸 것과 관련해선, “유엔이 한목소리를 낸 것에 의미가 있다”며 “이는 북한에 상당한 압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성민 기자
2017.08.07 원유 차단 않고, 해외 근로자 유지… "北이 核 포기할 강도 아니다"
새 對北제재안 통과] 새 北제재안 무슨 내용 담았나
- 美 "이번 세대 가장 혹독한 제재"
철광석·석탄 수출 전면 금지, 납·수산물도 새로 禁輸 조치
개인 9명, 단체 4곳 추가 제재
- ICBM 발사 33일만에 신속 합의
中 '北정권 유지 가능' 확신한 듯… 5차 핵실험땐 제재에 82일 걸려
- 中·러 이행 여부가 관건
접경 지역 밀무역 단속 안하면 어떤 강력한 제재 조항도 한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5일(현지 시각) 채택한 대북 제재결의 2371호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투입될 수 있는 자금줄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북한이 민생 목적의 수출 등을 금수 대상에서 제외한 기존 제재의 빈틈을 이용해 석탄과 철광석 등의 수출을 늘려왔던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아예 주요 광물의 수출 자체를 금지했다. 작년 2억달러에 이르렀던 수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도 처음으로 포함됐다.
우리 외교부는 이번 제재 효과로 북한은 매년 총 10억달러 정도의 외화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표결 앞두고 만난 美·中 유엔대사 - 5일(현지 시각)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니키 헤일리(오른쪽)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대북 제재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류제이(왼쪽) 중국 대사에게 다가가 대화하고 있다. 이날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석탄·철광석 수출을 전면 차단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2371호)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이번 조치는 이번 세대의 가장 혹독한 제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AFP 연합뉴스
해상 통제도 강한 대북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유엔 회원국들의 제재 이행 여부를 관찰해온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대북 제재에 연루된 선박을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여기서 지정된 선박은 유엔 회원국 항구에 입항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북한과의 신규 합작 투자와 기존 합작사업의 추가 투자도 금지된다. 이 조치에 따라 북한 광물과 수산물 등을 겨냥한 중국 기업의 대북 투자는 불가능해진다.
해외여행과 자산동결 대상이 되는 대북 제재리스트에 추가로 올라가게 된 북한의 개인 9명, 단체 4곳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 노동자 해외 송출을 주도하고 대형 조형작품을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에 수출해 온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 등이 추가되는 등 '정밀 타격'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비교적 강력한 제재가 포함됐음에도 제재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이뤄졌다. 줄곧 반대 입장을 보여온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7월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지 33일 만에 찬성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9월 9일 북한이 감행한 5차 핵실험에 대한 안보리 제재결의 2321호가 채택되는 데는 82일이 걸렸다.
그러나 중국이 이렇게 빨리 합의한 것은 '북한 정권 유지'라는 중국의 핵심 이익은 이 결의에도 지켜낼 수 있다고 자신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강하게 요구해온 대북 원유 공급 차단은 이번 제재안에서 빠졌고, 전 세계 40여 개국에 파견된 5만명에 달하는 북한 근로자들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의 도발 이후 결의안이 나온 속도도 빨랐고 이번 제재의 내용도 예상보다는 강한 것이지만 이미 핵·미사일 완성단계에 접어든 상태에서 북한이 포기하게 만들 만한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북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우려해 원유 중단은 끝까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원유가 들어가지 않으면 북한의 군대뿐 아니라 공장도 멈춰 서면서 정권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현재 북한에 공급되는 원유는 90% 이상 중국이 책임지고 있다. 중국은 연간 100만t의 공급량 중 절반은 무상 원조 형식으로, 절반은 상업 거래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이란 등도 일부 원유를 공급한다. 러시아가 '원유 차단'에 반대한 것도 북한에 원유를 수출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동북아연구실장은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하지 않고 다른 제재를 해봤자 북한이 조금 타격을 입기는 하겠지만 결국 핵무기 고도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전 배치를 완료하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도 "(이번 제재를) 북한이 뼈아프게 느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외교소식통은 이날 "미국이 '원유 공급 중단'을 카드로 다른 경제제재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의 양보를 상당히 받아낸 측면이 있다"고 했다.
북한과 국경을 접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를 제대로 이행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북 무역의 92%를 차지하는 중국이 '고무줄 잣대'로 대북 제재를 엄격하게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성한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장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북·중 접경지대에서 이뤄지는 밀무역"이라며 "중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으면 공식적으로 어떤 제재 조항을 만들어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덕한 특파원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김진명 기자
2017.09.01 北 보란듯… 하늘의 제왕, 김정은 벙커 뚫는 스마트폭탄 ‘쾅
[北 미사일 도발 이후]B-1B 2대, F-35B 4대 동시 출격
북한이 ‘화성-12형’ 미사일을 일본 상공 너머까지 날려 보내는 초고강도 도발을 한 이틀 후인 31일 오후.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전략폭격기 B-1B 2대와 최신예 F-35B 스텔스 전투기 4대가 일본 상공에서 조우했다. 괌 앤더슨 기지에서 출격한 B-1B 편대가 일본 이와쿠니(巖國) 기지에서 이륙한 F-35B 편대와 합류한 것.
하늘의 제왕들로 통하는 이들 폭격기와 전투기 편대는 곧장 한반도 상공으로 향했다. 대구 제11전투비행단에서 출격한 우리 공군 F-15K 4대와 주한미군 기지에서 이륙한 F-16 2대까지 편대에 합류했다. 한반도에 집결한 한미 연합 공군 전력은 강원 영월의 공군 필승사격장 상공으로 곧바로 이동했다. 이틀 전 ‘화성-12’형 도발 직후 F-15K 4대가 출격해 2000파운드(약 907kg)급 재래식 폭탄 MK-84 8발을 투하한 곳이다.
▲F-35B 스텔스기와 ‘죽음의 백조’, 사상 첫 한반도 동시 출격 31일 우리 공군 F-15K 4대와 최신예 F-35B 스텔스 전투기 4대(위쪽 사진),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전략폭격기 B-1B(아래쪽 사진)가 한반도 상공에서 북한 핵심시설을 가상의 표적으로 한 폭탄 투하 훈련을 하고 있다. B-1B와 F-35B가 한반도 상공에서 동시에 출격해 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군 제공
이날 오후 2시쯤 상공에 도착한 군용기 편대 중 앞장서 나선 건 B-1B였다. B-1B 2대는 MK-84 1발씩을 필승사격장이 있는 산악지대에 차례로 투하했다. 지축을 흔드는 듯한 천둥소리가 나더니 거대한 화염 기둥과 회색 먼지 기둥이 동시에 치솟아 올랐다. 뒤이어 나선 건 F-15K 4대 중 2대. 각각 500파운드(약 227kg)급 폭탄 MK-82 6발씩 총 12발을 북한 김정은 집무실 등 북한 핵심 시설을 가정한 표적에 동시에 쏟아부었다.
F-35B 4대 중 2대가 뒤를 이었다. 1000파운드(약 454kg)급 합동정밀직격탄(JDAM) GBU-32를 2발씩 투하했다. 폭탄 총 18발이 1∼2분 간격을 두고 릴레이식으로 투하되자 표적은 흔적도 없이 초토화했다. 첨단항법 전자전 장비가 탑재된 스마트 폭탄 GBU-32는 최대 24km 거리에서도 김정은 집무실을 3m 이내 오차로 정밀 타격할 수 있고 김정은의 지하 벙커까지 관통할 수 있다.
http://voda.donga.com/3/all/39/1045091/1
지난달 8일에도 B-1B 2대가 출격해 레이저통합정밀직격탄(LJDAM)을 투하하는 등 전략폭격기나 스텔스 전투기가 한반도에 각각 단독 출격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한꺼번에 한반도에 출격한 건 처음이고, 동시에 실탄 폭격 훈련을 한 것도 처음이다. 특히 이날 훈련엔 F-35B 급유를 맡은 미군 공중급유기 KC-135 스트래토탱커 2대도 함께 출격해 영월 상공은 세계 최강 공중 전력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이런 대규모 무력시위는 북한이 지난달 29일 ‘화성-12형’을 일본 상공 너머까지 날려 보내고, 괌 등 태평양을 향한 추가 도발을 시사하자 한미 양국이 군사적 압박 강도를 사상 최고치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또다시 도발하면 북한과는 비교도 안 되는 한미 연합 공중전력을 동원해 군사적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공군은 “이번 훈련은 B-1B의 신속한 장거리 폭격 능력과 F-35B의 은밀 침투 및 정밀 공격 능력, F-15K의 강력한 타격 능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 국면이 어느 때보다 엄중한 만큼 미국도 전략자산을 더욱 공세적으로 운영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2017-09-09 전세계 머리위의 북핵, 공동 응징 나섰다
EU, 초강력 독자제재 추진 합의… 트럼프 “군사행동은 분명한 옵션”
멕시코선 北대사 추방 명령 내려… 中, 원유 공급제한 동의 가능성
9일 北정권수립일 추가 도발 촉각
“평양의 분별없는 도발로 세계가 그동안과는 전혀 다른 수준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경제와 외교 분야 모두 더 강력한 독자 제재를 시작합시다.”
7일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외교장관회의에서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외교안보 정책 총괄)는 이렇게 제안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회원국 모두의 동의로 EU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과 별도로 독자적인 대북 추가 제재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미국과 북한 양국의 문제로 보고 “대화와 협상에 나서라”고 점잔을 빼던 유럽의 모습은 옛이야기다. 북한이 7월 4일 사거리 1만 km를 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 발사 직후 “세계 그 어느 지역도 타격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유럽의 안방도 위험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 수도 파리가 평양에서 8735km 거리에 있는 등 유럽 전역은 북한 화성-14형의 타격 범위 안에 있다.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은 최근 “유럽은 김정은이 개발하는 미사일 사거리 안에 예상보다 일찍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이 정권수립 기념일인 9·9절을 맞아 화성-14형 등의 실거리 사격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뿐만 아니라 남미와 동남아시아 등 세계 국가들이 유례없이 발 빠르게 대북 제재에 동참했다. EU의 독자 제재에는 미국이 발표한 새 안보리 대북제재 초안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력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AF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제재안의 핵심은 그동안 개별 국가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로 방치했던 북한 노동자 수입 금지 조항이다.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일부 국가에 파견된 약 300명의 북한 노동자가 벌어들이는 외화가 핵이나 미사일 개발 비용으로 쓰인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은 8일 “유럽에서 북한에 돈을 보내고 있는 많은 노동자를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EU는 또 회원국 10개국에 설치돼 있는 북한대사관의 외교관 추방 등 단교 직전 수준의 강력한 외교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1일 스페인이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대한 조치로 자국 주재 북한대사관에 파견된 외교관 3명 중 1명은 9월 중으로 귀환하라는 퇴거 명령을 내렸고, 올 초 불가리아도 동유럽 북한 거점 역할을 해온 자국 주재 북한대사관에 외교관 2명 감축을 명령해 9명으로 줄었다. 독일은 북한대사관의 유스호스텔 임대사업 폐쇄 조치를 내렸다. 불가리아, 루마니아도 북한대사관 임대사업 폐쇄에 돌입한 상태다.
대서양 건너편 멕시코는 북한대사를 추방하는 사상 초유의 강수를 뒀다. AP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는 이날 북한의 핵실험과 잇따른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항의 표시로 김형길 주멕시코 북한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고 72시간 이내에 떠나라고 명령했다. 북한과 외교관계를 단절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북한의 후견국인 중국의 태도도 심상치 않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일 “중국이 더 강한 안보리 제재를 지지할 것이라는 강한 신호를 보냈다”며 “원유 공급의 부분적 중단에 동의할 것으로 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신문은 부분적 대북 원유 금수 조치뿐 아니라 북한 섬유 제품 수입 금지, 북한 노동자 임금 송금 금지 등에도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군사 경고 수위를 다시 높였다. 7일 “군사 행동은 분명한 옵션”이라며 “(미국이) 군사력을 쓰게 된다면 북한에 아주 슬픈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대변인 성명을 내 “제재와 압박에 집착한다면 미국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유례없이 단호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김수연·황인찬 기자
2017.09.11 대북교역 전면중단-北선박 등록 취소… 北 국제고립 심화
[세계 각국 대북제재 확산]中국영은행, 北송금 일부 차단
“北 돈줄 막혀 석유제품 수입 급감”
美, 11일 유엔제재 표결 강행 방침
中-러, 원유공급 중단 결론 못내려
양제츠 12, 13일 방미… 틸러슨 만나
北 “佛이 먼저 핵 포기하라” 신경질
미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차단을 핵심으로 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표결을 11일에 강행 처리하겠다고 밝히면서 ‘모든 것을 넣으려는’ 미국과 ‘최소한만 허용하려는’ 중국 및 러시아 사이에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이들 사이에 치열한 물밑 외교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독자적 대북제재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
○ 원유 공급 중단을 둘러싼 미중러 외교전
유엔에서 미국은 강경파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전권을 쥐고 11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표결을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마련한 초안의 핵심인 원유 공급 중단에 대해 최종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두 나라가 거부권을 행사해 결의안이 부결되면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과 대북 군사옵션 등 더 강력한 독자 제재를 밀어붙일 명분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물밑 협상의 결과 타협안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외교 소식통은 “안보리 제재안은 늘 진통을 거친 뒤 막판에 합의안이 도출됐다”며 “미국이 제재안 초안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은 아닌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중러 3국은 유엔에서 11일 표결 시한을 넘길 경우 양자 외교회담에서 추가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 수장인 양제츠(楊潔지) 국무위원은 12, 13일 미국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 미국 측 요인들과 만나 북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11일 유엔 안보리 표결을 막아보되 안 될 경우 미국의 독자적 대중(對中) 제재 범위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차관도 11, 12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토머스 섀넌 미 국무부 정무차관과 만나 북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 각국 독자 대북제재 줄이어
중국은 최근 대형 국영은행에서 북한인 명의의 신규 계좌 개설과 기존 계좌를 통한 송금 등 일부 거래를 중단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9일 보도했다. 통신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것이 아닌 중국 독자 조치”라며 “북한이 송금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석유 제품 수입이 급감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 조치는 중국 국영은행이 미국의 독자적 금융제재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은 8일 대북 교역 전면 중단을 발표했다. 필리핀은 북한의 교역 상대국 중 4, 5위권으로 지난해 대북 수출 2880만 달러(약 326억 원), 수입 1610만 달러(약 182억 원)를 기록했다.
호주, 뉴질랜드 등 태평양 섬나라들의 협의체인 태평양도서국포럼(PIF) 회원국들은 8일 회원국 내 선박등록부에 올라 있는 북한 무역선과 어선의 등록을 취소하기로 했다. 북한은 그동안 태평양 국가들에 선박을 등록해 대북제재를 피해 왔다. 또 호주, 뉴질랜드 등은 자국민들에게 북한 여행 자제령도 내렸다.
추방 명령을 받은 김형길 멕시코 주재 북한대사는 10일 귀국길에 올랐다. 그는 떠나기 전까지 “우리는 가장 강력한 핵무기를 손에 넣었기에 두려울 것이 없다”고 큰소리를 쳤다. 아프리카 우간다는 자국 내에서 무술과 공군 훈련을 맡았던 북한군 고문단 19명을 이번 주 전원 철수시켰다.
○ 고립된 북한은 유럽을 향해 신경전
고립된 북한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제일 먼저 공격 대상이 된 국가는 프랑스였다. 9일 AFP통신에 따르면 리덕선 북한 외무성 유럽2국 부국장은 평양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프랑스 고위 정치인들이 수소탄 폭발시험에 관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며 “핵무기가 그렇게 나쁜 것이면 프랑스가 먼저 핵무기를 포기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과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장관 등이 “북한이 몇 달 안에 핵·미사일로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까지 타격할 능력을 보유할 수 있다”고 우려하자 “핵·미사일은 미국을 상대한 자위용”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리 국장이 인터뷰를 진행한 지 몇 시간 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 일본 정상과 잇따라 한 통화에서 “새로운 제재에 확고하고 단합된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워싱턴=박정훈 / 파리=동정민 특파원
2017.11.17 북한 7번째 교역국 싱가포르, 대북무역 전면중단
지난해 142억원 규모 對北수출… 제3국 연계 중개무역도 포함
美 "국제사회 함께 北 돈줄 차단"
싱가포르가 지난 8일(현지 시각)부터 북한과의 교역을 전면 중단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6일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싱가포르 관세청은 지난 7일 무역 업체와 중개인들에게 보낸 회람에서 '싱가포르와 북한 간 모든 상업적 상품 교역이 8일부터 금지된다'고 밝혔다. 금지 대상에는 싱가포르의 대북 직접 교역은 물론 싱가포르를 거쳐 제3국과 이뤄지는 중개무역도 포함된다. 다만, 북한을 드나드는 외교관과 여객기 승무원의 개인용 물품 운송 등 비상업적 교역은 예외로 허용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지난해 북한을 상대로 약 1286만달러(141억6500만원)어치를 수출하고 12만7000달러어치를 수입한 북한의 일곱 번째 교역국이다. 그간 싱가포르는 북한의 대북 제재 회피처로 의심을 받아 왔다. 지난 8월에는 싱가포르 기업 두 곳이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 석유 거래를 중개한 사실이 적발돼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미국은 이번 결정에 대해 "북한의 불법 도발 행위에 대응해 국제사회가 유례없는 수준으로 협력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계속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노석조 기자
11.21 "북한은 살인정권" 트럼프, 北테러지원국 9년만에 재지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고 20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관료회의에서 “북한은 핵 초토화로 전 세계를 위협하는 것에 더해 외국 영토에서의 암살 등을 포함한 국제적인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행동을 되풀이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대북 조치에 대해 “오래전에 했어야 했다. 수년 전에 했어야 했다”면서 “이 지정은 북한과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적 제재와 불이익을 가할 것이며, 살인 정권을 고립화하려는 우리의 최대의 압박 작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무부가 내일 북한에 대해 매우 거대한 추가제재를 발표할 것이며 2주에 걸쳐 이뤄지게 될 것”이라며 “2주가 지나면 제재는 최고의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조치로 북한은 9년만에 테러지원국에 재지정됐다. 미국에서 테러지원국 지정은 입법사항이 아니라 행정부의 재량사항으로, 대통령의 결심만 있으면 언제든 테러지원국 명단에 지정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으로는 이란과 수단, 시리아 등이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무역 제한과 대외원조 금지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다만 북한은 이미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를 받고 있어 실효성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일종의 ‘불량국가’로 낙인 찍는 상징적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남 VX(맹독성 신경작용제) 암살 사건과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이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라는 미 의회의 요구가 갈수록 높아진 것도 한 가지 이유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 정권은 법을 지켜야 한다. 불법적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모든 지원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 조치를 하면서 우리는 멋진 젊은이였던 오토 웜비어와 북한의 탄압에 의해 잔인한 일을 겪은 수많은 이들을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1988년 1월 처음으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바 있다. 당시 미 국무부는 1987년 12월 북한 공작원들에 의한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을 계기로 곧바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북한이 테러지원국 딱지를 뗀 것은 2008년 10월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였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하고 핵 검증에 합의하면서 미 국무부는 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다.
하지만 북한은 2009년 5월 제2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2010년에는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으로 도발했다. 이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지만,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테러의 개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김명진 기자
11.23 美, 이번엔 北 해상무역 봉쇄령… 선박 20척 무더기 제재
테러지원국 재지정 이어 추가 조치 '
밀무역 핵심' 중국인 1명과 중국 기업 4곳도 리스트에 올려
해상·육상 무역루트 동시 차단
북한을 9년 만에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21일(현지 시각)에도 북한의 해상과 육상 무역 봉쇄를 위한 무더기 제재를 단행했다.
미 재무부는 이날 중국인 1명과, 중국 기업 4곳, 북한 기관·기업 9곳, 북한 선박 20척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된 중국인은 쑨쓰둥 '단둥 둥위안실업' 대표로, 재무부는 쑨씨와 이 회사를 함께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쑨씨는 지난해 11월 북한산 무기를 싣고 가다 이집트에서 적발된 제순호(號)의 전 소유주다. 쑨씨는 그동안 미국 싱크탱크의 보고서에서 북한의 밀무역과 무기 개발의 핵심 인사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재무부는 또 '단둥커화경제무역' '단둥샹허무역' '단둥훙다무역' 등 중국 무역회사 3곳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 기업들은 지난 2013년 1월부터 올 8월까지 약 6억5000만달러어치의 물품을 북한으로 수출했고, 1억달러어치의 물품을 수입했다. 이들이 거래한 물품에는 노트북 컴퓨터와 무연탄, 철, 철광석, 납광석, 아연 등이 포함됐다. 이 기업들이 자리 잡은 단둥은 북·중 무역의 70%가 오가는 주요 육상 무역 루트이다.
또 능라도해운, 능라도용악무역, 금별무역, 유성해운 등 6개 해운·무역업체와 이들이 보유한 선박 20척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북한 물류 감독 기관인 육해운성과 해사감독국도 제재 대상이 됐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제재 대상이 된 선박 중 자경호와 강성 1호, 부흥 1호, 양각도호, 유성 7호 등은 최근까지 북한의 석탄 수출에 이용됐다"고 보도했다.
재무부는 이날 금별무역 소유의 예성강호가 다른 선박에 물건을 옮겨 싣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고 "원유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례적으로 사진을 공개한 것은 미국이 하늘에서 북한의 무역망을 거미줄처럼 감시하고 있음을 경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북한의 제재 회피 전략을 밝혀내고, 북한의 외부 무역과 수입원을 차단하기 위해 경제적 압박을 극대화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11.27 국제사회 이슈로 떠오른 북한 인권
ICC 회부 R2P 압박 가능할까
옛 소련의 강제노동수용소인 굴락(Gulag)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1973년 ‘수용소 군도’라는 소설을 펴내면서 국제사회에 실체가 드러났다. 솔제니친은 이 작품에서 소련 전역에 산재해 있던 수용소들을 군도(群島)에 비유하면서 수백만 명이 강제노역으로 숨져가는 굴락의 참혹한 실태를 폭로했다. 솔제니친은 포병 대위로 근무하다 편지에서 스탈린을 비판한 내용이 문제가 돼 체포당한 뒤 굴락에서 무려 8년간(1945~1953) 강제노동을 해야만 했다. 굴락은 원래 소련에서 강제노동 수용소를 담당하던 정부기관이었다.
미국 언론인으로 퓰리처상 수상자인 앤 애플바움은 저서 ‘굴락의 역사’에서 스탈린 시대 소련 전역에 설치된 470여개의 굴락에 1800만여명이 수용돼 강제노동을 해야만 했고 이 과정에서 최소 450만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공산주의의 적’으로 몰려 굴락에 수용된 사람들은 ‘기생충’ ‘독초’ 등으로 낙인찍힌 채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아야만 했다. 굴락에 수용된 사람은 범죄자들을 비롯해 반체제 활동을 해온 정치범들이었다. 굴락은 스탈린 사후 해체돼 1960년대부터 존재하지 않게 됐다.
소련의 굴락보다 수감자들을 더욱 잔인하고 악독하게 다루는 곳이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이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는 15만~20만명이 감금돼 있으며 상상하기 힘든 끔찍한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 미국 비정부기구인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발간한 ‘숨겨진 굴락(Hidden Gulag)’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수감자들은 영양실조로 죽기 전까지 12~15시간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옷은 한 벌만 주어지고 비누, 양말, 속옷, 휴지는 제공되지 않는다고 한다. 중국으로 탈출했다 체포된 임신부들은 강제로 낙태시키고 유아를 살해한다고 한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주로 북부 산악지대에 위치하고 전기 철조망에 둘러싸여 있어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고문, 처형, 영양실조 등으로 사망자들이 속출해 말 그대로 ‘인간 쓰레기장’이라는 것이다. HRNK는 또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the Cradle to the Grave)’라는 보고서에서 수많은 죄 없는 북한 주민들이 정치범수용소에서 평생 과도한 중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식량과 치료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해 결국 목숨을 잃은 뒤 묘비 없는 무덤에 묻히는 처지가 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정권의 안전을 위해 죄 없는 주민들을 정치범수용소로 보내고 있다면서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 등에 대해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도 지난 8월 북한의 6개 정치범 수용소에 대한 보고서에서 수감자들은 ‘걸어다니는 해골(walking skeletons)’ ‘난쟁이(dwarfs)’ ‘불구자(cripples)’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수용소마다 영양실조로 매년 1500~2000명이 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레그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은 “북한 정권은 그동안 정치범수용소에서 비인간적·반인륜 범죄를 서슴없이 저질러왔다”고 지적했다. 북한 정권은 지금까지 정치범수용소의 존재를 인정한 적이 없다.
왜 트럼프는 인권 문제 들고나왔나?
북한 정권은 국제사회의 인권 탄압과 유린에 대한 비판을 아랑곳하지 않고 최근 들어 노동교화소를 대거 만들어 수감자들을 학대하고 있다. 데이비드 호크 HRNK 선임고문은 지난 10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 노동교화소를 촬영한 위성사진 20장을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양강도를 제외한 북한 전역 도(道) 단위 기준 최소 한 개 이상의 교화소가 설립돼 있으며, 수감자는 일반 범죄자뿐만 아니라 정치범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교화소 입구는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벽 위엔 철조망 울타리가 쳐져 있다. 폐쇄구역 내부엔 수감자를 통솔하는 감시탑, 기숙사동, 작업장이 포착됐고 일부 교화소 인근에는 광산도 있다. 노동교화소들은 인민보안성(옛 사회안전부)이 관리하고 있으며 주로 도시 외곽 또는 산악 지역에 복합시설 형태로 세워졌다. 호크 고문은 “북한 노동교화소의 위생상태는 끔찍하고 식량 배급은 부족해 수감자들이 영양실조와 관련된 병으로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면서 “잔인하고 혹독한 노동과 극도로 부실한 영양상태, 약품 부족 등으로 많은 수감자가 끔찍하게 죽는다”고 폭로했다. 호크 선임고문은 “김정은 정권이 노동교화소를 북한 주민들을 영원히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해왔다는 비판을 들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죽하면 한국 방문에서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북한의 무자비한 인권탄압을 신랄하게 비난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월 7일 한국 국회에서 연설을 통해 북한을 ‘감옥국가(prison state)’로, 김정은을 ‘잔혹한 독재자’로 각각 규정하면서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상을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규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부패한 지도자들이 압제, 파시즘, 탄압의 기치 아래 자국민을 감옥에 감금하고 있다”면서 “10만명으로 추정되는 북한 주민들이 수용소에서 강제노역과 고문, 기아, 강간과 살인을 견디며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잔인한 독재정권은 국가에 대한 충성이란 제멋대로의 기준으로 주민을 평가하고 점수 매기고 계급을 나눈다”면서 “북한은 당신(김정은)의 할아버지(김일성)가 그리던 낙원이 아니라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인권 탄압에 대한 비판은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부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인권 문제를 분명하게 거론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북한 정권은 반인도 범죄에 해당하는 인권 탄압을 지금도 계속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 인권 문제를 크게 부각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고도화하자 미국은 김정은을 북한 인권 탄압의 책임자로 지목하는 등 과거와는 달리 인권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과 제재가 통하지 않을 경우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학 전략연구센터(CSS) 부소장은 “북한 인권 문제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김정은 정권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는 지난 9월 11일 유엔 안보리에서 김정은을 사실상 ‘전범(戰犯)’으로 규정해 자산동결을 비롯한 제재 조치를 취하려고 시도했었다. 당시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로 김정은을 제재하는 것이 무산됐었다. 유엔 안보리는 대신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트럼프 정부가 인권을 무기로 김정은을 본격적으로 압박하지는 않고 있지만 국제인권단체들은 반인도적 범죄에 책임을 물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기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ICC는 집단살해,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는 상설 국제법정이다.
김정은을 ICC에 회부하려면
김정은을 ICC에 회부하려면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결의를 통과시켜야 한다.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할 경우 김정은을 제소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북한은 ICC 회원국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직 국가원수라고 하더라도 면책은 없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신(新)유고연방 대통령은 2001년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서 반인도적 범죄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발칸반도의 도살자’라는 말을 들어온 밀로셰비치에 대한 재판은 현직 국가원수가 임기 도중 국제사법기구에 기소된 첫 번째 사례다. 밀로셰비치가 재판 중이던 2006년 사망하는 바람에 단죄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국제법적으로 특정 국가의 국가원수도 처벌될 수 있다는 사례가 됐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ICC 제소 추진은 김정은을 최대로 압박하는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인권이 인류의 보편적 문제라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계속 부각시킬 경우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유엔이 개념을 규정한 ‘국민보호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에 따라 국제사회가 북한에 무력 개입하는 것이다. R2P는 특정국가가 반인도적 범죄, 집단살해, 인종청소 등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할 경우 유엔이 나서야 한다는 원칙이며 2005년 유엔 정상회의 결의, 2006년 유엔 안보리의 재확인을 거쳐 국제규범으로 확립됐다.
실제로 유엔 안보리는 2011년 리비아 사태 때 무아마르 카다피의 학살로부터 리비아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R2P를 처음 적용했다. 유엔 안보리는 2011년 3월 17일 채택한 결의 1973호에서 ‘카다피의 학살행위로부터 리비아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수단을 동원한다’면서 군사개입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미국 등 나토는 카다피의 정부군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에 나섰다. 결국 카다피는 10월 20일 자신의 고향인 수르트에서 나토의 지원을 받은 리비아 반군에 붙잡혀 처형됐다. 42년간 철권을 휘둘러온 독재자가 국제사회의 심판을 받은 것이다. 북한처럼 자국민을 정치범수용소나 노동교화소에 수감시켜 강제노동과 고문 등으로 숨지게 하거나 지속적인 기아사태로 몰아넣는 감옥국가의 통치자를 처벌하는 것은 인도주의적 원칙에 입각한 국제사회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지적했듯이 북한과 김정은은 R2P의 충분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유엔 공식기구인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2월 채택한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돼왔다”면서 “국제사회는 R2P에 따라 인권침해 책임자 처벌 등 인권 개선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I는 유엔 인권이사회(UNHRC)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2013년 3월 21일 만장일치로 설립을 결의한 이래 1년간에 걸쳐 9개 분야를 조사했었다. 유엔 총회에서 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제3 위원회는 2014년 11월 18일 COI의 보고서를 내용으로 하는 북한 인권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11, 반대 19, 기권 55로 통과시켰다. 제69차 유엔총회도 같은 해 12월 18일 제3 위원회 결의안을 찬성 116표, 반대 20표, 기권 53표로 처리했다.
▲ 북한의 15호 요덕 정치범수용소 사진.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보위부 경비대 자택 및 본부 위성사진, 완전통제구역 위성사진, 요덕수용소 정문과 위성사진. photo 엔케이워치
12월 유엔 총회서 결의안 통과되나
제3 위원회는 지난 11월 14일 북한 인권결의안을 전원동의(컨센서스)로 채택했다. 2년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북한 인권결의안에 반대하거나 기권하는 국가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그만큼 북한 정권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공분(公憤)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로베르타 코헨 전 미국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이번 결의안이 표결 없이 합의 처리된 점은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심지어 중국과 러시아, 쿠바 등 북한과 가까운 나라들조차 북한의 인권유린 사실은 부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R2P도 이번 결의안 내용에 포함돼 있다.
12월 열리는 제72차 유엔 총회도 이번 제3위원회 결의안을 통과시킬 것이 분명하다. 미국 국무부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 채택은 북한 당국자들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라고 밝혔다. 캐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이렇게 강조했다.
“북한에서 벌어지는 있는 초법적 살인, 강제노동, 고문, 자의적으로 이뤄지는 장기 구금, 강간, 강제낙태, 성적 폭력 등의 인권유린을 국제사회가 묵과해서는 안 된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북한 인권유린의 책임규명과 처벌은 북한 인권 보호 활동의 필수적 요소”라고 밝혔다.
비록 유엔 총회의 결의안이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유린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책임자 처벌을 강조했다는 것은 김정은에 커다란 압박이 될 것이 분명하다. 유엔 193개 회원국들의 결의를 무시한다는 것은 북한 정권으로서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북한 인권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들 경우 김정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 정권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강력하게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미치광이 대통령이 저지른 만고 죄악을 단죄한다”면서 “트럼프의 악담을 체제 전복을 위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최고 존엄 중상모독, 북한 사회주의제도 비방, 인민 생활 먹칠, 대북 압살 등의 ‘죄악’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박테리아’ ‘바퀴새끼’ 등으로 지칭했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에 대한 예방적 차원의 선제타격이 어려울 경우 R2P에 따른 군사 개입을 도모할 수도 있다. 김정은은 이미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했고 이복형인 김정남을 화학무기로 암살해 국제사회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김정은의 인권 탄압이 극에 달할 경우 국제사회는 더 이상 인내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정은이 핵무기만이 자신의 안전보장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 주간조선 2484호
11월 29일 北 ICBM 현실화…‘김정은 체제’ 全面 봉쇄 화급하다
진실의 순간’이 닥치고 있다. 북한의 핵(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이 현실화했다. 북한이 29일 오전 3시 17분 발사한 미사일은 고도 약 4500㎞, 비행거리 약 960㎞였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9월 15일 화성-12형 발사 때 ICBM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엔 미·일 모두 ICBM급으로 규정했다. 우리 정부는 굳이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표기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발사 직후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대륙을 넘나드는 탄도미사일이 완성된다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사거리 측면에서는 ICBM으로 보는 게 당연하다. 정상 각도로 발사되면 1만3500㎞를 비행해 미국 워싱턴DC는 물론 사실상 전세계가 사거리 안에 놓이게 된다. 다만, 재진입 기술, 탄두 중량과 핵폭탄 경량화 수준엔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과시한 것이다. 북한의 핵 개발이 더 큰 지원을 노린 ‘협상용’이라는 전제는 무의미하다. 김정은은 체제 전복 위협에 직면하지 않으면 ‘핵 폐기’를 전제로 한 협상엔 나서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때까지 전면(全面) 봉쇄 외에 대안이 없다. 이것이 군사적 옵션 사용을 막을 유일한 평화의 수단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또다시 조롱한 도발에 전세계가 제재 강화에 나서는 건 당연한 일이다. 미국과 일본은 전면 봉쇄에 앞장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우리가 처리하겠다”면서도 “(대북 접근 방식에) 바뀌는 것은 없다”고 했다. 당장 군사 옵션을 동원하기보다 경제·외교 제재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미다. 미국은 최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고, 해상 봉쇄를 위한 추가 조치도 단행한 바 있다. 미국은 이미 전세계를 향해 외교·무역 단절, 북한 노동자 고용 중단, 원유 봉쇄 등을 호소했고, 많은 나라가 동참했다.
文정부, 北核보다 美 대응이 더 걱정인가
문제는 문 정부다. 정밀타격 훈련을 즉각 실시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북한 제재에 마지못해 응하거나, 대북 지원에 여전히 미련을 보이고 있다. 29일 발표된 ‘정부 성명’도 규탄과 대응 등 원론적 입장을 밝혔을 뿐, 대북 독자 제재나 국제 제재 선도 입장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NSC에서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북한 핵무기보다 미국의 대응을 더 우려하는 것으로 비친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뻥을 친다”고도 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최근 70여 일 핵·미사일 도발이 없었다며 대화 가능성을 기대하기도 했다. 문 정부는 이제라도 상황 인식을 제대로 하고, 북한 봉쇄에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 북핵을 폐기하고 평화도 지키는 길이다.
문화일보 사설
12-01 美+동맹4國, 대북 해상봉쇄 나선다
“초계기로 北선박 불법거래 차단”… 美, 4개국에 정보수집 공식 요청
트럼프, 시진핑에 원유 차단 요구… 12월 훈련참가 F-35, 12대→ 18대
文대통령-트럼프 이틀연속 통화
▲미사일 발사 보며 웃는 김정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왼쪽 사진)이 11월 29일 새벽 평안남도 평성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을 확인한 후 오른손에 담배를 든 채 하늘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화성-15형 미사일이 연기를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있다(오른쪽 사진). 사진 출처 노동신문
미국이 북한의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도발에 대응해 이달 한미 연합 공군 비행훈련에 참가할 F-35B 스텔스 전투기 수를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또 정보를 공유하는 핵심 동맹국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와 함께 대잠수함 초계기인 P-3와 P-6를 적극 활용해 북한의 해상거래 봉쇄에 나설 방침이다.
전략자산 추가 배치와 해상봉쇄로 군사압박을 강화하는 동시에 유엔을 통해서는 원유 공급을 막고, 독자 금융제재까지 해 김정은 정권을 ‘3중 압박과 제재’로 몰아붙이겠다는 전략이다.
미 도널드 트럼프 정부 관계자는 3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4∼8일로 예정된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한미 연합 비행훈련에 보내는 F-35B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뜻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당초 훈련에는 F-22 랩터와 F-35A, F-35B가 각각 6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F-35B가 12대로 늘어난 것이다.
미 정부 관계자는 “유엔이 금지한 북한의 해상 행위를 핵심 동맹의 지원을 받아 적발해 유엔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어 파이브 아이스에 북한 인근 해상에 대한 대잠 초계기 활동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북한 또는 제3국 선적의 화물선이 화물세탁 등의 방법으로 유엔이 금지한 북한의 대외 거래를 지속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소집된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새 안보리 결의안의 방향을 밝혔다. 이어 “전쟁이 난다면 북한 정권은 완전히 파괴(utterly destroyed)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은 북한과의 외교 및 교역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투표권 등을 제한하는 것도 하나의 옵션”이라고 강조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잠재적 추가 (대북) 제재에 대한 긴 목록을 갖고 있다”며 “준비되면 재무부가 (북한 등) 금융기관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담은 독자 대북 제재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1시간가량 전화 통화를 하면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 완성 단계라고 주장하는 등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고 북한이 스스로 대화에 나올 때까지 대북 제재와 압박을 최대한 강화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당면 과제는 북한이 핵·미사일 기술을 더 이상 진전시키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저지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이를 폐기토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기반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위협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문병기·손효주 기자
12-23 안보리, 새 대북제재 만장일치 채택…정제유공급 90%차단·노동자 귀환
원유공급량은 연간 400만배럴로 동결…수치 기재는 처음
인민무력성·15명 추가 제재, 2년내 모든 해외노동자 귀환
유엔 안보리는 22일(현지시간) 북한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에 필수적인 유류 공급을 제한하는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올들어 네번째, 2006년 첫 핵실험 이후 10번째 대북제재 결의안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새 제재 결의안은 북한에 석유 정제제품 공급을 바닥 수준으로 줄이고 24개월 이내(2019년 말까지)에 러시아와 중국 등에 있는 수만명의 북한노동자들의 모든 귀환을 명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결의안 초안에는 북한 해외 노동자 송환을 12개월 이내로 규정했으나 러시아 측의 반발로 24개월로 수정됐다.
지난 9월 안보리는 북한의 6차 핵실험과 관련, 디젤과 등유을 포함한 석유 정제제품의 연간 대북 수출량을 기존 약 450만배럴에서 200만배럴로 제한하는 제재를 내렸고, 이번에는 매년 50만배럴로 더욱 축소하도록 했다. 이번 새 제재 결의안이 채택된후 북한에 대한 정유제품 공급량은 기존 450만배럴을 기준으로 약 90% 차단됐다.
원유 공급량은 연간 400만배럴로 제한한다고 명시했으며 북한으로 운송 때 유엔의 허락을 받도록 했다.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량 상한선이 명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 400만 배럴은 연간 북한 사용량 추정치로 보인다. 당장은 동결 의미지만 추후 축소 가능성을 열어두는 포석으로도 분석된다.
결의안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실행하면 안보리는 석유 정제제품의 수출을 추가로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제재를 회피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국가들에게 북한을 오가는 선박들이 불법 화물을 적재한 것으로 의심되면 나포, 검색, 동결, 몰수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안보리는 또 이번 결의안에 북한 인민무력성과 함께 관리 15명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이들의 해외 자산이 동결되고 여행이 제한된다.
당초 북한 관리 제재 대상자는 19명이었으나 나중에 16명, 최종적으로 15명으로 축소됐다.
결의안은 이밖에 북한산 식료품과 기계류, 전기설비, 마그네사이트 및 마그네시아를 포함한 흙과 돌, 나무, 선박 등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또 대북수출 금지 대상으로 모든 산업기계류와 트럭, 철, 철강, 산업금속 등을 지정했다.
미국은 21일 새 대북제재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다. 미국은 지난달 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중국 측과 새 제재 결의안을 논의해왔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 대사는 북한에 대해 “현대 세계에서 가장 비극적인 악(evil)의 사례”라며 이번 추가 제재는 “김(정은) 정권의 행동에 대한 국제적인 분노의 반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의안은 “북한에 추가 도발이 있을 경우 추가 응징과 고립을 초래할 것이란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하이타오 중국 차석대사는 “제재는 단지 수단에 불과하다. 일방적인 제재와 압박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 러시아 차석대사는 “우리 모두 외교가 기능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12.26 서해에서 中·北 간 유류 밀수 포착됐다는데
중국 선박이 서해상에서 북한 화물선들에 유류를 싣는 밀수 행위가 포착됐다고 한다. 또 홍콩 등에서 활동하는 북한의 유령 회사가 GPS 수신기, 안테나를 포함해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부품을 사들이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북의 자체 기술로는 미사일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을 만들 수 없다. 중국을 통해서 이 부품들이 흘러들어 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서 이렇게 크게 구멍이 뚫린 상태에서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가 효과를 낼 수 없다. 앞으로 북의 추가 도발로 유엔에서 대북 원유 공급 감축 결의가 나온다고 해도 중국의 뒷구멍으로 기름이 흘러들어 갈 것이다.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 양국 군부가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한다. 미·중 군사 핫라인이 필요할 정도로 북핵 사태가 엄중하다는 뜻이다. 한편으로는 이 핫라인이 한국을 건너뛸 가능성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 해병대 사령관은 "내가 틀렸기를 바라지만 엄청난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한반도에 폭풍우 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며 "지금은 아니나 (유사시엔) 주한 미군 가족들을 바로 철수시킬 수 있는 비상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북을 군사적으로 압박해 외교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발언이지만 끝내 외교가 실패하면 이 모든 말이 현실에서 벌어질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미 NBC방송은 23일 '김정은은 어떻게 트럼프를 이겼나'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워싱턴 포스트도 '김정은에게 2017년은 매우 좋은 해였다'는 보도를 했다. 이 매체들은 김정은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에 사실상 성공, 목표에 가까이 다가갔거나 이를 능가했다고 보았다. 김정은이 내부적으로 권력을 공고히 한 것은 물론 핵 프로그램의 진척도가 90%를 넘는다는 관측도 제기했다. 한마디로 올해의 승자는 김정은이라는 것이다.
미 언론의 분석대로 김정은은 1월 신년사에서 "(올해는) ICBM 시험 발사의 마감 단계"라고 한 말을 차곡차곡 이행했다. 한·미에서 문재인·트럼프로 정권 교체, 중·일에서 시진핑·아베의 재집권이 이뤄지는 어수선한 틈을 파고들어 태평양 너머의 미국까지 협박하기에 이르렀다. 내년은 미국에서 중간선거, 한국에서 지방선거가 있다. 트럼프에 대한 탄핵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 임기가 없는 김정은은 한·미 정권의 부침을 지켜보면서 패를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지금 이 상태로 가면 내년에 김정은이 '북핵 게임'의 승자가 되거나 정말 군사 충돌이 벌어지거나 둘 중의 하나가 된다. 무력하게 앉아 있는 한국의 머리 위로 돌풍과 구름이 무섭게 지나가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