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땅 사람들 이야기5≫
■ 북한의 볼거리 - 풍경
/공민왕릉
/왕건 왕릉
밤이면 사라지는 북한 땅
/평양의 밤거리
/낡은 단층집
/뙈기밭
/마전 해수욕장11.7.
/물안개 낀 임진강 11.6.30.
/백두산 기슭 폭포
/벌거숭이산
/북한의 강 이쪽과 저쪽
/삼지연
/함북의 민둥산
□ 미친 아리랑
/집단체조 아리랑 11.8.1
/아리랑 공연 11.9.8. 평양 5.1경기장 창건63주년
□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PNDAFegkdkA - 아리랑 2007
http://www.youtube.com/watch?v=N9ZrP40wdlg&feature=player_embedded - 마스게임 연습과정
http://www.youtube.com/watch?v=_6h-VRZ2Yus&feature=player_embedded 집단 공연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jE_jRUbPXx8 - 2011 Arirang Mass Games (Part 1/3)
http://www.youtube.com/watch?v=7vI8M0TmGr0&feature=player_detailpage - 2011 Arirang Mass Games (Part 2/3)
http://www.youtube.com/watch?v=quQrfm-1fxA&feature=player_detailpage 2011 Arirang Mass Games (Part 3/3)
□ 아리랑 동영상
■ 남남북녀
□ 북한 응원단
■ 평양의 지하철
/평양의 지하철 풍경 16.4.18 조선일보
■ 북한 관련 영화 이야기
■ 2015.03.11 북한 김정은 체제의 몰락을 예고하는 영화 '인터뷰'
/영화 the interview 의 한 장면, 동영상 캡처
<영화평론> 1 『인터뷰』(The Interview)(2014)
이 영화는 2014년 연말에 미국에서 개봉 취소-개봉 결정이라는 우애곡절 끝에 상영된 외화다. 한때 개봉이 취소된 이유는 북한은 ‘최고 존엄’인 김정은이 코미디 대상이 된 만큼, 영화 개봉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소니社를 협박해 와서 해킹과 협박에 위협을 느낀 소니社가 한때 개봉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화가 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하였고 결국 방영이 결정되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인들에게 더 많은 호기심을 자극한 결과 관객이 많이 몰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의 상황이라면, 이런 류의 영화제작을 공모했을 때, 종북좌익세력의 난동과 방해 및 언론을 통한 여론 몰이로 영화제작과 촬영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북한이 개봉을 방해하는 협박을 했다면, 국회에서 문제가 되어 개봉 취소를 요청하는 법안이 제한되어 논란이 더 커졌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북한의 대외협박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미국과 한국은 큰 차이점을 보였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선두에 나서서 당당하게 대응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북의 눈치를 살피는 유약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향후 통일로 가는 와중에서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할 문제점이 아니할 수 없다.
영화 줄거리는 북한의 지도자의 인터뷰를 하기 위해 떠나는 토크쇼 사회자와 프로듀서에게 암살의 제의가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은 B급의 코미디물(112분)이다. 영화는 인기 TV쇼인 ‘스카이라크’ 진행자인 데이브 스카이라크(제임스 프랭코 분)와 그의 프로듀서 애론 라포포트(세스 로건 분)가 갑작스럽게 걸려온 북한 정부 측 초청 전화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쇼의 광팬이며 인터뷰를 원한다는 제의가 들어온다. 그들은 1000회 특집 기념으로 김정은 인터뷰 프로그램을 방송할 계획을 세운다. 사건은 예고 방송을 본 CIA가 TV 진행자와 PD에게 접근해 “김정은을 제거해 달라”는 임무를 주면서부터 발생한다.
CIA는 이들에게 김정은 암살 특수훈련을 시키는데, 이를테면 악수를 하면서 독침을 김정은에게 놓게 한다든지 암살용 폭탄을 설치하는 식이다. 영화의 본격적인 재미는 평양에 도착하면서부터다. 주인공들을 안내하는 여장교는 김정은을 신격화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북한 여장교는 “김정은 장군은 항문이 없다. 변을 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는데, 이는 김정 우상화의 실체를 풍자한 것이다. 북한 여장교는 주인공들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는 무장반란에 가담한다.
김정은은 의외로 첫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스카이라크에게 귀여운 강아지를 선물한다. 스카이라크와 라포포트에게 란제리를 입은 기쁨조 미녀들과 환락의 파티를 열어주고 할아버지인 김일성이 스탈린에게서 받은 탱크도 시운전해 보라고 선뜻 내어준다. 김정은은 이들과 함께 농구도 하면서 친구처럼 각종 친절과 호의를 베풀어준다. 그러면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감성적 인물로 묘사된다.
스카이라크는 의외로 ‘쿨(Cool)’한 김정은 모습에 라포포트에게 “많이 고민해 봤는데 나쁜 사람이 아닌 것 같다”며 암살 계획을 포기하고 헤엄쳐서 일본으로 건너가자고 설득하기도 한다. 북한의 시대를 돌아보면서 백화점에 진열된 수많은 물건들을 보면서 자신들이 알고 있던 궁핍한 북한이 아니라고 느낀다. 그러나 그 백화점을 직접 방문해 본 결과 모두 물건이 전시용의 가짜라는 점을 알고 경악한다. 영화 종반부에선 결국 암살 임무가 발각되고 추격전이 시작된다. 이때 처음 대면한 북한 여장교를 포함해 북한군일부가 반란에 동조하면서 주인공들의 탈출을 돕는다.
분노한 김정은이 헬기를 타고 이들을 뒤쫓으면서 영화는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하지만 스카이라크와 라포포트의 기지로 탱크를 몰게 되고 김정은이 탄 헬기는 탱크에서 발사한 미사일에 맞아 불타오르고 김정은은 불속에서 사망한다. 김정은이 사망한 북한에서는 무장봉기 발생하여 새로운 정부가 등장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인터뷰는 국제사회에서 궁지에 몰린 북한 김정은 체제의 몰락을 예고하는 것으로 의미심장한 영화이다. 해마다 유엔에서는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었고 작년에는 가장 강력한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었다는 점은 북한정권의 앞날이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전쟁을 하기 전에 지도자는 우선 국민들에게 대의명분을 제공한다. 결국 김정은 암살을 다룬 영화의 방영은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북한정권의 붕괴에 앞장 서기 위해 여론조성을 위한 시발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이 어떤 제재의 방향으로 추진될지도 초미의 관심사이며, 이런 시점에서 미국과 어떻게 대북공조를 하는 가하는 점은 통일대박론으로 민심을 휘어잡고 정국을 주도하려는 한국 박근혜 정부에게 큰 과제를 안겨주고 말았다.
이주천 원광대 사학과 교수
■ 2016.04.23 코미디·공포가 공존하는 北韓의 '태양 아래'
모든 것이 '연극'
폭소를 터뜨리고 싶다면 이 영화를 봐야 한다. 중간부터는 숙연해지고 싶다면 이 영화를 봐야 한다. 마지막에 공포를 느끼고 싶다면 이 영화를 봐야 한다. 코미디와 휴머니즘과 공포가 공존하는 영화 '태양 아래(Under the Sun)'다. 러시아 출신의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자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가 살았던 공산주의 사회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불행히도 공산주의 시대는 막을 내렸고 그 끝물인 북한에서라도 공산주의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한 소녀의 일상을 통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공산국가에서 산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지만 그의 기획은 시작부터 어긋난다.
북한 당국은 5명의 어린이를 후보로 제시했다. 감독의 선택은 여덟살 먹은 진미라는 소녀였다. 소녀의 이미지만 본 게 아니다. 기자인 아버지, 식당에서 일하는 어머니에 낡고 비좁은 아파트에서 조부모까지 함께 지낸다는 조건까지 고려했다. 그러나 촬영 당일 현장에 간 만스키 감독은 '멘붕'에 빠진다. 인물은 그대로였지만 그 외의 것은 모두 달라져 있었다. 조부모는 사라졌고 비좁은 집 대신 주체사상탑이 보이는 평양의 최고급 아파트가 제공되었으며 진미의 아버지는 공장 노동자로 직업까지 바뀌었다. 게다가 현장에는 요청하지도 않은 현지 조연출(?)까지 나와 있었다. 이들은 감독 대신 레디 액션을 외쳤고 수없이 테이크(촬영 1회분)를 반복했다. 철수하는 게 맞다. 그러나 분노 대신 예술적 재치를 선택한 그는 이 검열과 통제의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니까 '다큐멘터리를 찍는 과정을 찍은 다큐멘터리'인 셈이다.
'태양 아래'의 태양은 물론 김일성이다. 아니 삼위일체니까 김일성과 김정일과 김정은일 수도 있겠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진미 가족의 아침 식사 장면이다. 김치 200g과 국물 70g만 먹으면 하루 필요 비타민의 반을 섭취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아버지에게 진미는 노화와 암 예방에도 최고라며 맞장구친다. 이어지는 가족의 하하호호. 그러나 이 장면은 수없이 반복 촬영된다. 현장의 조연출들이 더 밝고 명랑하게 아침 담화를 나누는 가족을 보여주려고 몇 시간째 진미 가족의 진을 뺀 것이다. 전문 배우는 테이크가 반복될수록 연기의 디테일이 살아나지만 일반인들은 반대로 조금씩 정상(正常)에서 멀어진다. 그들은 하하호호 침통하게 웃는다. 하긴 같은 상에서 첫 숟가락을 수십 번 뜨는데 그렇게 안 되는 게 더 이상하다. 처음에는 웃긴다. 그러나 얼마 후엔 안쓰럽고 끝 무렵에는 섬뜩하다. 얹힌 듯 가슴이 답답한 데 다행히 감독은 이를 센스있게 비꼰다. 7시 35분을 가리키는 '연출 시계'와 4시 40분을 가리키는 실제 시계를 같은 카메라 앵글에 담아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은 줄을 서서 김부자 동상에 꽃을 바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눈빛은 공허 그 자체다. 아무도 원치 않는데 모두가 그렇게 하는 이상한 파라다이스는 관리인들이 제단에 놓인 꽃다발들을 무표정하게 쓰레기통에 처넣으면서 정점을 찍는다. 모두 연극이었다. 비로소 그날 하루의 연극이 끝난 것이다. 초상화로, 동상으로, 벽화의 모습으로 통제하는 괴기스러운 왕국에서 흘리는 소녀의 눈물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태양 아래, 사람은 없었다.
조선일보 남정욱의 명랑笑說
■ 2016.05.03 영화 <태양아래>, 북한 주민의 생존공식을 보여준 영화
/영화 <태양아래>의 한 장면. 영화 촬영의 전반을 북한 당국자가 통제하며, 대사와 행동 하나하나까지 지적해주고 있다.
비탈리 만스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아래>(Under the Sun)를 봤다. 보는 내내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한 영화지만, 마지막엔 인간성을 철저하게 말살한 현대판 노예국가를 건설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김씨 왕조에 대한 분노가 스며 올랐다. 영화가 끝난 후 객석 여기저기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영화의 주인공 진미도 울고, 관객들도 울었다.
영화는 북한이라는 거대한 세트장 위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연극을 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생존공식은 세 살 난 유치원아이에서 여든이 된 노인에 이르기까지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유치원 아이가 80 노병의 6·25 이야기 도중 졸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은 북한이란 나라가 태어나면서 감시받는 사회이며, 이를 세 살난 어린아이도 본능적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심지어 체제 선전 영화의 완성을 위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지시하는 노동당원조차도 가련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태양아래’는 평양에 사는 8세 소녀 진미의 가족을 통해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촬영에 협조하면서 탄생한 영화다. 감독은 1년 동안 북한 측이 제공한 시나리오에 따라 진미와 그 가족을 촬영했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장면은 북한 당국의 개입 아래 연출된 가짜의 일상이었다. 진미와 그 부모님이 실재 인물이라는 것 외에 진미 부모의 직업도, 그들이 사는 아파트도, 심지어 공장에 출퇴근하는 노동자의 행렬도 모두 연출된 것이었다. 북한 당국의 연출 장면은 감독이 몰래 촬영한 필름에 고스란히 담겼고, 역으로 북한 독재체제의 실상을 고발하는 생생한 모습으로 탄생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침울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북한에서 완전한 자유를 가진 사람은 오직 김씨 왕조 일가(一家) 외에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김씨 왕조의 3대 두령(頭領)을 제외하고는 온 인민이 거대한 감옥에서 노예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었다.
태어나는 순간 먹고, 자고, 생각하는 것까지 통제를 받아온 북한 사람들은 행복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연극을 해야만 생존을 보장 받는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오직 하루의 생명을 더 연장하기 위한 동물적인 삶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주민들이 생산한 모든 것은 김씨 부자의 호화로운 생활과 체제의 안전, 그리고 인민을 핍박하고 고혈을 짜내기 위한 자금으로 재사용될 뿐이다.
학업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이동의 자유, 심지어 결혼의 자유도 박탈당한 북한 주민들은 당과 수령에 노예적인 충성을 바치는 것 외에 장래에 무엇이 되겠다는 희망조차 가져본 적이 없다. 우리 북쪽의 동포들은 70년의 세월을 그렇게 살아왔다.
감독은 모든 촬영은 100% 북한 당국의 통제 아래 진행됐고, 모든 필름을 검열 받았다고 말했다. 감독이 북한 당국의 통제 없이 촬영 가능한 부분은 호텔을 통해 창밖을 찍는 것과 영화 마지막에 주인공 진미가 우는 모습뿐이라고 한다.
감독은 이 영화를 많은 남한 사람들이 보고 지금도 북한에서 반인륜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영화의 목적이 달성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 영화가 전 세계에 개봉되어 많은 사람이 보는 것, 남한의 매체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진미 가족의 안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변호인>이 관객 1000만 명이 넘을 때까지 CGV를 비롯하여 주요 극장이 도배를 해놓았던 것을 기억한다. 사실 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한 이 영화는 당시 연말연시에 숫제 다른 영화는 걸어놓지를 않을 정도로 스크린 독점이 심했었다. 필자는 연말에 다른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았다가 변호인 외에 선택할 수 없어 여러 차례 발길을 돌렸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 극장 개봉까지도 의심스러웠던 저 예산영화 <귀향>은 소위 좌파성향 매체와 포털이 집중 홍보를 해주어 스크린 수를 늘이고 엄청난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다. 아마 이들이 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협상 문제를 공격할 충분한 거리가 된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이에 반해 좌파적 성향의 언론과 이들 기사의 주요노출 경로인 포털, 좌파 영화를 이상하리만큼 선호해 온 우리나라 대형 극장은 그동안 북한 인권을 다룬 영화는 철저히 외면해 왔다. <태풍>, <크로싱>, <신이 보낸 사람> 등이 그 예다. <태양아래>도 몇몇 보수 신문 외에는 다루는 언론이 거의 없고, 포털도 이 영화와 관련된 일체의 기사를 메인에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
그렇더라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우리는 지난 70년간 독재 체제에 신음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애써 외면하거나 도움의 손길을 보내지 않았다. 거짓이라는 모래성 위에 서 있는 북한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진실이다. 북한 당국은 진실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온 나라를 감옥으로 만들어 놓고, 주민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혹하게 통제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 독재 체제의 허상을 깨닫게 하려면 외부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를 통해 북한 주민 스스로 독재체제를 타도하게 유도하는 것이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빨리 통일을 이루는 방법이 될 것이다.
글 | 이상흔 조선pub 기자
■ 2016.05.09 "北, 정신병원 그린 영화 '뻐꾸기 둥지…' 현실버전 같다"
[北 7차 黨대회]
외신 기자들, 黨대회 사흘째… 공장·연구소 등 엉뚱한 곳만 견학
中, 축전 보냈지만 길이 짧고 수신인으로 김정은 명시 안해
관영 매체들도 '단신'으로 취급… 美는 "北, 황무지에서 벗어나라"
"현장은 안 보여주고, 북한 당국이 보라는 것만 봐야 한다." "산부인과 병원과 탄도미사일을 보여주면서, 자기네 과학 발전을 과시했다."
조선노동당대회 사흘째인 8일, 평양에 들어간 미·일·중 등 12개국 외신 기자들은 36년 만에 열리는 이 대회를 취재하러 갔지만, 정작 당대회 현장은 못 들어가고 철저한 통제 속에 엉뚱한 곳만 둘러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당국은 6일 외신 기자들을 평양 시내 '326 전선 공장'에 데려간 데 이어 7일에는 평양산원 유선종양연구소(유방암센터)와 만경대학생소년궁전, 과학기술전당 등으로 안내했다. 대동강변을 따라 녹색·하늘색 고층건물이 늘어선 '미래과학자 거리'도 보여줬다고 한다.
▲평양 호텔서 TV 보고 취재하는 외신 - 북한 노동당 7차 대회 취재를 위해 방북한 외신 기자들이 8일 평양 양각도 호텔에 설치된 미디어룸에서 조선중앙TV가 방영하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연설 장면을 보고 있다. 북한 당국은 외신 기자들에게 당대회장 출입을 일절 허용하지 않았다. /AFP 연합뉴스
LA타임스는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현실 버전을 경험하고 있는 기분"이라며 "끊임없이 기다리고, 가끔 하는 말도 전혀 귀담아들을 대목이 없었다"고 썼다. 이 영화는 겉보기엔 평화롭지만 실제론 온갖 규칙으로 사람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얽매는 정신병원을 그린 작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북한은 '김정은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싶겠지만, 이런 시설만으론 북한의 발전상을 파악할 수는 없다"고 썼다.
마이니치신문도 "36년 전 제6차 당 대회 때는 외신 기자들에게 방청과 사진 촬영을 허용했고, 일정도 알려줬다"면서 "(초조해하는 김정은과 달리) 김일성 주석의 여유의 표현이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해 김정은이 "핵보유국으로서 적대 세력이 핵으로 우리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해설이나 평론을 붙이지는 않았다. 국영 CCTV도 북한 당 대회 소식을 단신으로 취급했다. 중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 정하오(鄭浩)씨는 전날인 7일 홍콩 봉황TV에 출연해 "이번 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이 북한에 축전을 보냈지만, 그 길이가 결코 길지도 않을뿐더러 (김정은에게 쓴 것인지) 수신인이 누구인지 명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중국은 1980년에 열린 6차 노동당 대회 때는 리셴녠(李先念) 당시 국가 부주석을 보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은 황무지에서 벗어나고 고립에서 탈출하라"는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조지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7일(현지 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이를 운반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지속적인 고립에 직면해 있다"면서 "(고립에서 탈출하는 길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도발적 행위를 중지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는 분명한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도쿄=김수혜 특파원
·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 2016.09.03 레드카펫,사진촬영 없는 국제영화제
오는 16일 개막하는 ‘평양국제영화제(PIFF)’는 북한에서 열린다는 특수성 때문에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독특한 광경이 펼쳐진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일(현지시각) 평양국제영화제에 여러 번 참석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 ‘기묘한’ 영화제를 소개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중국 ‘고려여행사’ 매니저 비키 모히딘(여·34)은 2008년부터 4차례 영화제에 참석했다. 그는 “북한 영화제에는 레드카펫도, 스타도 없다”면서 “유명 배우도 관객들과 함께 걸어서 극장에 입장하고, 그들에 대한 환호나 특별대우 사진 촬영 같은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2010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여린 제12차 평양국제영화축전 개막식/연합뉴스
영화제 기간 평양 시내 7곳 극장에서 3편의 영화가 상영되는데 대부분은 북한에서 제작된 영화다. 외국인을 위한 자막은 없다.
‘국제영화제’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인도나 베트남, 태국 등에서 만든 영화들이 제한적으로 상영될 뿐이고 특히 미국이나 한국 영화는 전혀 없다. 외국인 관람객의 참가 역시 제한된다. 1500파운드(약 220만원)를 내고 5일 일정의 평양 관광을 해야 영화제를 볼 수 있는데 그마저도 외국인 10명에게만 허락된다.
영화제가 시작되기까지 영화제 출품작들의 명단도 공개되지 않는다. 로맨스·드라마·스포츠 영화 등이 인기 있으며 정치적인 이슈, 갈등을 다룬 영화는 제한돼 있다.
관객들이 영화를 관람하는 태도도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다. 평양 주민들은 길거리 음식을 가지고 영화관에 들어와 먹으면서 영화를 본다. 영화 상영 도중 ‘아아’ 하는 감탄사를 뱉는 경우가 많아 소란스러운 편이다.
모히딘은 특히 2012년 태국에서 만든 스릴러 영화 ‘마인드풀니스 앤드 머더’를 보던 관객들의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두 남자 등장 인물 간의 애정 신이 나오자 영화관의 모든 관객들이 괴성을 질렀다”고 말했다.
/2014년 평양국제 영화축제의 개막식 장면/AP
봉화극장에서 열리 는 개막식 행사는 ‘북한판 아카데미 시상식’이라고 할만 하다. 화려한 의상을 입은 여성과 정장을 입은 남성이 무대 위에서 영어와 한국어로 영화제를 소개한다.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음에도 참가자와 배우들을 위한 음식은 호화롭게 준비된다.
평양 국제영화제는 영화광이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87년 만들었으며 1990년부터 2년마다 한 번씩 열리고 있다.
한상혁 기자
■ 2016.10.20 北다큐 찍다보니 주인공-이웃 모두 가짜… 주제 몰래 바꿔
북한체제 비판 영화 ‘더 월’로 최고인권상 받은 킨셀라 감독
▲데이비드 킨셀라 감독이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영화 ‘더 월’의 포스터를 보여주고 있다. 킨셀라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담대히 삶과 세상을 바꾸기를 바란다고 했다. 15년간 영화감독으로 활동해 온 그는 ‘더 월’에만 7년의 시간을 들였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영화를 촬영하던 중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했습니다.”
최근 아일랜드 골웨이 국제영화제에서 북한 체제를 비판한 영화 ‘더 월(The Wall)’로 ‘최고 인권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킨셀라 감독(52)이 19일 한국을 찾았다. 북한의 현실을 비판한 영화가 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와 국제영화제가 공동 수여하는 ‘최고 인권상’을 받자 아일랜드 현지는 물론이고 국내 언론에서도 화제가 됐다.
19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킨셀라 감독은 처음엔 북한 정부의 도움을 받아 북한 젊은 여성 시인의 성장기를 다룬 소소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구상했었다고 운을 뗐다. “그런데 2년 전 북한에 도착해 촬영을 하다 보니 여성 시인이 전문 연기자인 걸 알게 됐습니다. 그의 가족과 이웃까지도 모두 동원된 연기자였어요. 제 영화를 위해 1000여 명이 동원됐는데, 공포심이 느껴질 정도로 충격적이었습니다.”
감독이 ‘모든 게 조작됐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초반에 여성 시인이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가는 신을 촬영할 때였어요. 오케스트라 100명과 관객 500명이 현장 매니저의 지시에 따라 촬영에 일사불란하게 협조하더라고요. 실제 공연이 아니었던 거죠. 그들은 저를 ‘멍청한 외국인’으로 생각했던 겁니다.”
/영화 ‘더 월’의 한 장면. 아무것도 없는 배경에서 촬영됐지만 감독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김정은과 군중을 넣었다. 영화 트레일러 캡처
뒤늦게 본인 영화에 출연한 사람이 다른 외국인 감독의 영화에서 전혀 다른 역할로 등장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는 “북한 당국은 영화 촬영을 원하는 외국인들에게 얼마간의 돈을 받는데, 그게 외국인 영화감독을 받아들이는 유일한 이유였다”며 “돈을 받으면서도 본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영화가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되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킨셀라 감독은 은밀하게 영화의 주제를 바꾸기로 했다. 사정을 모르는 북한 당국의 협조 아래 평양 대형 체육관과 길거리 등지에서 28일간 촬영을 마친 뒤, 노르웨이로 돌아갔다.
이후 2년간의 그래픽 작업을 거쳐 북한 당국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영화를 완성했다. 북한을 탈출하려는 여성 시인과 종교 분쟁이 한창이던 시절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사는 소년의 삶을 대칭적으로 보여주며 북한 체제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영화에 출연하는 모든 북한 연기자들의 어깨 위에 꼭두각시 인형이 달고 다닐 법한 줄을 그려 넣거나 주인공 뒤로 희화화된 김정은 얼굴을 그려 넣어 비꼬았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생각과 행동을 철저히 통제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래픽을 공들여 입혔어요. 아마 촬영에 협조했던 북한 당국자들이 본다면 기가 막힐 겁니다. 하지만 제가 보고 느낀 것을 표현했을 뿐입니다.”
그는 영화가 관객들을 만나기까지 긴장되는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북한의 상영 방해를 피하기 위해 노르웨이 정부에 촬영 자료를 모두 건네고 영화의 주요 장면을 해외 여러 나라 서버로 송부하기도 했다.
“북한의 현실을 다루는 영화가 한국에서도 많이 제작되길 바랍니다. 사람들을 더 생각하게 만드는 게 영화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누군가가 정해준 대로 세상을 보지 않고, 스스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도울 의무가 감독에게 있지 않을까 합니다.”
킨셀라 감독은 21∼23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리는 북한인권국제영화제와 다음 달 열리는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남북방송통신교류추진위원회의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영화 ‘더 월’과 북한에서 겪은 경험담을 전할 예정이다.
장선희기자 sun10@donga.com
■ 2016.11.06 사진작가 Eric Lafforgue가 몰래 찍은, 북한의 생생한 모습들
■ 북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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