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2021-09
09.01 “민노총을 견딜 수 없었다”는 택배 대리점 사장의 극단 선택
▲30일 김포에서 자살한 택배 대리점주 유서/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 제공
경기 김포에서 택배 대리점을 운영하는 40대 남성 이모씨가 ‘민노총 소속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업무 방해를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유서에서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았다”면서 “마음 단단히 먹고 버텨보려 했지만 우울증이 극에 달해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이씨는 15년 전부터 택배 기사로 일하다가 8년 전 택배 대리점 사장이 됐다. 지난 5월 그의 대리점에 민노총 택배 노조가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노조가 요구를 할 수 있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고쳐나가겠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민노총의 횡포는 이씨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택배 수수료를 올려 달라면서 물·휴지 등 배달하기 어려운 물건은 배송을 거부했다. 이씨와 비노조원인 택배 기사들에게 입에 담기 힘든 폭언, 욕설과 협박도 쏟아부었다. 이씨는 유서에서 집단 괴롭힘에 가담한 노조원 12명을 거명하며 “너희들로 인해 버티지 못하고 죽음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 있었다는 걸 잊지 말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런 일을 이씨만 겪었겠는가. 민노총이 저지르는 패악 때문에 더 이상 못 견디겠다는 아우성이 전국 사업장에서 들려오고 있다. 얼마 전 청와대 게시판에는 “법 위에 군림하려는 민노총을 해체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사람은 민노총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화물 기사의 딸이었다. 민노총 집행부로 선출된 아버지와 동료들이 장부에서 전임 집행부의 비리를 발견하고 문제 삼았다가 민노총의 미움을 사 6명이 동시에 생계가 끊겼다. 이들과 거래를 맺고 있던 회사에 민노총 조합원들이 단체로 몰려가 계약을 끊도록 협박했기 때문이다. 민노총이 자신들의 기득권 철밥통을 지키기 위해 흔히 쓰는 수법이다.
10대 때부터 평화시장 재단사로 일하다 민노총 출범 당시 산파 역을 했던 노동운동계 원로는 얼마 전 토론회에서 “민노총은 양아치 같은 노동 귀족 주사파”라고 비판했다. “입으로는 약자 코스프레를 하지만 자본주의가 주는 온갖 혜택은 다 누리면서 비겁하고 불량스럽게 자기 이익을 챙긴다”는 것이었다. 바로 이런 행태가 부인과 세 자녀를 둔 이씨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갔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9.08 헉! 한달 건보료가 6086만원…소속 회사별로 모두 부과한 탓
서울에 사는 김모(94)씨는 전국에서 건강보험료를 가장 많이 내는 직장인이다. 6월에 6086만원을 냈다. 이 중 회사가 절반을 부담하니까 3043만원을 본인이 냈다. 건강보험공단이 7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에게 제출한 건보료 상한액 현황 자료에 김씨는 월급에 건보료 2962만원을, 월급 외 금융소득 등에 81만원을 냈다. 올해 내내 이렇게 낸다. 올해 건보료로 7억3032만원(본인부담 3억6516억원)을 부담한다.
건보료는 세금과 달리 상한액이 있다. 지지난해 직장인 평균 건보료의 30배(지역가입자는 15배)가 상한선이다. 이게 월 704만원이다. 월급이 1억272만원이다. 이를 초과해도 여기까지만 낸다. 직장인은 회사와 352만원씩 반반 나눈다. 월급쟁이라도 월급 외 다른 소득(금융·임대 등)이 연 3400만원 넘으면 별도 건보료를 낸다(월급 외 건보료). 지역가입자와 월급 외 건보료의 상한선은 352만원이다.
여러 회사서 월급 받아 최고액 부담
“능력 따른 차등 부과 넘어 징벌적”
상한액 부담자도 4년 새 48% 증가
“개인별 합산 소득에 부과해야”
그렇다면 김씨는 704만원에다 월급 외 건보료 81만원만 내면 되는데 왜 6000만원 넘게 낼까. 건강보험법에 한 사람이 투잡(두 개의 직장)이건, 그 이상이건 간에 소속된 회사 월급에서 모두 건보료를 내야 한다. 투잡이라면 두 군데서 건보료를 낸다. 둘 다 월 소득이 1억원 넘으면 704만원씩 상한액을 내야 한다. 김씨는 약 9~10곳의 법인에 소속돼 있고 7~8곳에 상한 보험료가 나온다고 한다. 그걸 다 더하니 3000만원이 넘는다는 것.
여러 곳의 소득을 더해서 건보료율(6.86%)을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다. 서울에 사는 이모(94)씨도 상황이 비슷하다. 매달 1400만원 넘게 건보료를 낸다. 여러 개의 법인 직장인으로 돼 있고, 따로따로 건보료를 낸다. 이 중 이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의 직장 건보료가 상한액(월 704만원)에 해당한다. 다른 데 것을 더하면 1400만원이 넘는다.
건보와 비슷한 사회보험인 국민연금은 다르다. 소득 상한선(올해 524만원)의 9%인 47만1600원을 보험료로 낸다. 직장인이면 회사가 절반 낸다. 투잡이건, 그 이상이건 소득을 다 더해 524만원까지만 보험료를 문다. 두 개 회사에 소속돼 있으면 절반(23만5800원)씩 나눠낸다. 최 의원실 박상현 보좌관은 “노후에 돌려받는 국민연금은 가입자 개인별로 상한을 적용하는데, 소멸하는 건강보험은 소득 발생지별 상한선을 적용하는 건 과도하다”며 “건보료가 세금이 아닌 사회보험인 만큼 개인별 상한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상한 건보료(직장인 월 704만원, 지역 352만원)를 낸 사람이 8154명에 달한다. 직장인이 6661명, 지역가입자 1493명이다. 대개 대기업 사주나 고위 임원, 잘 나가는 벤처기업 임원들이 건보료 상한선에 드는 경우가 많다. 상한액을 무는 사람은 해마다 증가한다. 2016년 2670명에서 지난해 8730명으로 늘었다. 올 연말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상한 보험료도 오른다. 2017년 478만원(지역 228만원)에서 2018년 619만원으로 확 뛰었고 매년 올라 올해 704만원이 됐다. 4년 만에 47.5% 올랐다. 보건복지부가 2018년 7월 상한액 기준을 바꿨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년 건보료가 2~3% 오르고, 소득이 오르면서 상한액도 덩달아 오른다. 건강보험료에는 하한선도 있다. 올해 직장인은 월 1만9140원(지역 1만4380원)이다. 195만명이 하한 보험료만 낸다. 하한선은 4년 동안 11.8% 올랐다. 이 때문에 상한선과 하한선 차이가 점점 벌어진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직장 건보료의 상한액은 하한액의 368배에 달한다. 지역은 245배다. 한국처럼 보험료 방식으로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다른 나라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크다. 직장인 기준으로 일본은 24배, 대만은 9배, 독일은 4.4배다. 프랑스는 상하한선이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보고서에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이 더 부담해 약자를 돕는 게 건강보험이라고 하더라도 일부 고소득층이 과도한 보험료를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손석호 경총 사회정책팀장은 “건보는 보험료 부담과 관계없이 같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현행 상한액은 부담 능력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험료를 부담하자는 취지를 넘어 징벌적 수준에 가까운 비합리적 제도”라고 지적했다.
손 팀장은 “여러 개 사업장에서 소득이 있어도 일부에만 상한액 보험료를 매겨야지 다 매기는 것은 너무 과하다”며 “한 군데 사업장에서 왕창 벌면 704만원을 내고, 여러 사업장에서 적게 벌어도 각각 704만원을 낸다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진영주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건보료 상한액제도 취지는 사회연대 효과를 위한 것인데, 사업장별로 일일이 상한액을 부과하는 게 불합리한 면이 있어보인다”며 “내년 7월 2단계 건보료 부과체계개편 때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09.08 중산층이 사라지는 나라
상위층이라 지원금 못 받는데 현실은 전셋값 감당 못 할 처지
중산층 생활은 갈수록 팍팍… 정부는 이들의 쇠락 가속화
6일부터 5차 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됐다. 지급 대상이 되는지 확인해 보면서, 새삼 자신의 경제적 지위를 가늠해 보게 된다. 상위 12%에 속하는지, 아니면 하위 88%에 속하는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이 중엔 돈을 못 받아 느끼는 서운함보다 자신의 경제력이 상위 12%에 포함돼 놀라는 이가 적지 않다.
지인 중에 20대 그룹 계열사에 다니며 아내와 맞벌이하는 사람이 있다. 자녀가 둘인 그는 이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부부 합산 건강보험료가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지금 3억원 이상 오른 서울 마포 아파트 전셋값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그 만큼 올려주지 않으면 주인이 들어오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은행에 대출을 알아봤더니, 서울 외곽에 작은 집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전셋값을 구하지 못하면, 대입·고입 시험을 코앞에 둔 자녀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마저 이사 날짜가 안 맞으면 오피스텔 같은 곳에서 몇 달 월세살이를 피하기 어렵다. 그는 “상위 12%에 속하는 사람이 ‘전세 난민’이 되는 사회가 정상인가”라고 묻는다.
“돈(지원금)을 받아 좋긴 한데, 씁쓸하다”고 말하는 이도 만났다. 스스로 중산층이라 생각했는데, 졸지에 ‘하위층’으로 공인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이때 방점은 ‘88%’보다 ‘하위’라는 말에 찍힌다.
이런 웃지 못할 상황이 된 것은 여당은 전 국민, 정부는 하위 80%를 주장하다 어정쩡하게 88%로 타협했을 때부터 예고된 것인지 모른다. 나중에 선거가 임박하면 ‘하위 95’% ‘하위 99%’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코미디 같은 숫자 놀음도 문제지만, 더 우려되는 건 국민을 이렇게 상·하위층으로 양분하는 것이 일으킬 부작용이다. 사람들 머릿속에서 점점 ‘중간’이라는 인식이 옅어지는 것이다. 명목상 한국의 중산층 비율은 대략 60% 정도 된다. 하지만 각종 사회 조사에 따르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체감 중산층’은 40% 정도에 그친다. 어지간히 벌어도 급등한 집값에 사교육비 대느라 휘청이다 보면, 스스로 하위층이라 느끼게 된다.
중산층의 쇠락은 사회 안전판이 얇아져 사회적 양극화가 심각해진다는 뜻이다. 정상적 국가라면 중산층을 키우기 위해 한정된 자원을 쓰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현 정부는 반대다. 이번 코로나로 중산층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인 계층을 꼽자면 단연 자영업자들이다. 이들에 대한 선별적이고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했다. 그러나 소상공 133만 사업체에 직접 지원하는 희망회복자금(4조2000억원)은 5차 재난지원금 예산의 40%가 채 안 된다. 부동산 정책도 상위층 때려잡겠다고 어설프게 몽둥이를 휘두르다 중산층만 때려잡고 있다. 중산층이 소득 33%를 원리금 상환에 쓴다는 가정 아래 20년 만기 주택 담보대출을 받아 살 수 있는 서울의 아파트가 전체의 3.9%에 불과하다. 성실히 일해서는 살 수 있는 집이 극히 드물다.
재난지원금은 결국 선거를 앞둔 집권당의 정치적 이유로 결정됐다. 임박한 선거에서 당장 득표에 도움이 되고, 재정 적자 등의 피해는 시간을 두고 나타날 것이다. 소 떼가 훑고 지나간 풀밭처럼 황폐해질 재정이야말로 ‘공유지의 비극’이라 불러야 한다. 재정을 메워야 하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당장 내년부터 청구서는 돌아온다. 조세 부담률은 올해 20.2%에서 내년엔 20.7%로 오른다. 재난지원금도 ‘내돈내받’(내 돈 내고 내가 받는)인 셈이다.
조선일보 이성훈 기자
09.09 ‘돈 갈취’ ‘비노조원 폭행’ 조폭 그 자체인 민노총 택배노조
▲올해 1월 광주광역시 택배대리점주들이 카카오톡에서 나눈 대화. 이들은 광주에 집회를 하러 오는 민노총 택배노조 A부위원장을 위해 돈을 걷었다. /독자 제공
민노총 산하 택배노조 간부가 자기 근무지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원정 집회를 가면서 그 지역 택배 대리점 업주들에게 돈을 요구했다고 한다. 자신이 집회에 참가하려면 택배 기사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하니 그 비용을 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택배 대리점 업주들은 돈을 주지 않으면 불법 파업 대상이 될 수 있으니 거절하기 힘들었다고 봐야 한다. 조폭이 업소를 상대로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갈취하는 악질 범죄와 다름없다. 택배노조 간부는 ‘택배 업계의 김태촌’으로 통한다고 한다.
택배노조 간부는 비노조원인 택배 기사를 폭행하기도 했다. 그가 작업대 위로 뛰어오른 뒤 맞은편에 있는 택배 기사 가슴을 발로 걷어차는 영상이 공개됐다. 피해자는 1m 넘게 뒤로 넘어졌고 열흘 가까이 입원했다고 한다. 피해자는 “폭행 직후 노조원들이 나를 둘러싸는 상황에서 위협을 느꼈다”면서 “작업장에서 일하는 택배 기사들이 거의 100% 노조에 가입하면서 (나도) 어쩔 수 없이 노조에 가입했다”고 했다.
택배노조는 2016년 출범 이후 택배 대리점 업주와 비노조원 택배 기사들에게 상식을 넘어서는 수준의 폭행, 폭언, 협박과 집단 따돌림을 해왔다. 택배 대리점 업주가 영업을 포기하거나, 비노조원인 택배 기사가 일을 그만두든지 노조에 가입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최근에는 택배 대리점 업주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런데도 택배노조는 패악을 멈추지 않고 있다. 노조원들은 “더 힘내서 대리점 먹어봅시다” 하면서, 거래처에는 “이제 우리와 거래합시다”라고 했다. 택배노조가 가로막으면 대리점을 새로 내거나 택배 기사와 신규 계약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조폭이 지배한 지역이나 마찬가지다.
민노총과 택배노조는 내란 선동으로 수감 중인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속한 ‘경기동부연합’이 주도하고 있다. 현 민노총 위원장과 초대 택배노조 위원장이 모두 경기동부연합 출신이다.
민노총은 10월 20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한미 동맹 파기, 주한 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국방 예산 삭감, 기간산업과 주택 50% 국유화 등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한다. 민노총이 코로나 방역 수칙을 어기며 불법 집회를 계속하는데도 정권과 경찰은 언제나 미온적이다. 택배노조의 돈 갈취, 비노조원 폭행도 그 눈에는 잘 안 보일 것이다.
조선일보
09-09 非노조원·분류도우미 괴롭히는 택배노조 횡포 방치 말라
▲상품 송장 안보이게 상자 뒤집기… 분류작업 방해하는 노조원 영상 속에서 한 택배노조 조합원이 택배 컨베이어 작업대에 올려져 있는 택배 물품을 뒤집고 있다. 물품을 뒤집으면 주소 등이 적힌 송장(빨간색 원 안)이 밑에 깔려 지역별로 분류하지 못하거나 송장 확인을 위해 택배를 다시 뒤집느라 배송이 지연된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배송을 방해하기 위해 고의로 뒤집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상은 4월 촬영됐다. 독자 제공
경기 김포지역 40대 택배 대리점주를 집단으로 괴롭혀 극단 선택으로 내몬 택배노조의 일부 간부들이 택배 물품을 분류하는 도우미들에게 노조 가입을 강권하고, 거부하면 일을 못 하도록 괴롭히는 방법을 논의했다고 한다.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한 택배노조 지회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방에 ‘비노조 분류 도우미 몰아냅시다’란 글이 올라오고 이에 찬성하는 노조원의 이모티콘이 뜨기도 했다.
분류 도우미는 택배기사들의 과중한 업무를 덜어주기 위해 택배업계, 정부, 국회가 참여한 사회적 합의기구의 협의를 통해 이번 달부터 현장에 배치되는 인력이다. 택배 대리점이나 택배회사의 협력사에 고용돼 배달 지역 등에 따라 물품을 분류한다. “택배기사 업무가 아닌 분류까지 떠맡는 바람에 과로사 등이 발생한다”고 노조가 주장해 택배업체와 대리점이 비용을 들여 투입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도우미 배치를 노조 몸집을 키울 기회로 보고 회유, 협박 등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조 가입을 요구하고 있다. 향후 파업 등 단체행동을 할 때 분류 도우미들이 동참해야 파괴력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일 것이다. 현장에선 노조원들이 비노조원 택배기사의 업무를 교묘히 방해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진 비노조원 기사의 배송 물품을 노조원이 송장이 보이지 않도록 뒤집어 일을 훼방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택배노조원이 비노조원에게 노조 가입을 권유하면서 “○○ 점장은 어차피 잘린다”라고 하는 녹취도 나왔다. 노조원과 비노조원의 누적된 갈등이 폭행사건으로 번지는 일도 생기고 있다. 그런데도 택배노조는 “개별 노조원의 일탈일 뿐”이라고 변명한다.
택배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조원들의 갑질은 정상적인 노조활동의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배송시장을 이렇게 무법천지로 방치할 순 없다. 노동 및 사법 당국은 택배노조 횡포의 진상을 확인하기 위한 현장조사와 불법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한 수사에 당장 착수해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
09월 09일 전국 곳곳에 민노총 불법…文정부 방관이 禍 더 키운다
조폭 뺨치는 폭행과 갈취, 불법 점거 및 시위, 물리력을 동원한 업무 방해가 전국에 걸쳐 무차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전북 익산시 한 택배 터미널에는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택배노조의 파업이 22일째 계속되면서 시민에게 전달될 2만여 개의 박스가 쌓여 있다. 노조원은 전체 택배 기사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진입로를 막거나 비노조원들의 택배 접근을 차단하고 있고 반송 작업도 24시간 교대로 스크럼을 짜서 막고 있다. 택배노조 부산지부도 지난 7일부터 수수료 인상 교섭 결렬을 이유로 부분파업 및 식품 배송 거부에 돌입했다. 택배 노사가 이미 분류 인력 추가 투입과 택배요금 인상에 ‘사회적 합의’를 한 만큼 불법 파업에 해당한다.
집단 괴롭힘을 통해 비노조원을 노조에 가입시키는 사례도 곳곳에서 벌어진다. 컨베이어벨트 위 택배 상자를 뒤집어 비노조원의 업무를 방해하고 그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면 민·형사 소송을 걸어 노조 가입을 유도한다. 김포 택배 대리점 소장의 자살 사건에서 보듯 택배 대리점주도 노조의 집단 괴롭힘 대상이다. 점주들은 노조원들로부터 관리 지역 일부나 대리점 자체를 넘겨달라는 협박을 받기도 한다. 경기도 광주에서는 택배노조 간부가 원정집회 참석 시 자신을 대리해 일할 기사의 경비를 대리점주들에게서 갈취했다. 이 간부는 성남시 택배 터미널에서 비노조원의 가슴을 발로 걷어차 쓰러트린 사람이다.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에서는 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달 23일부터 18일째 핵심 시설인 통제센터를 불법 점검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1000명이 참석한 불법 집회를 강행했다. 경찰 기동대 9개 중대 540명이 배치됐지만 해산 명령 외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들은 앞서 지난달 25일과 31일에도 불법 집회를 강행했다. 민노총은 오는 10월엔 기간산업과 주택 50% 국유화, 국방 예산 삭감 등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는 총파업도 예고했다. ‘민노총 공화국’에 ‘민노총 해방구’까지 나올 판이다. 이런 상황을 방관하는 문재인 정부가 화(禍)를 더 키운다. 이제라도 엄정히 공권력을 행사해 법과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9월 09일 신규확진 2049명, 이틀째 2천명대…전국 확산세속 사망자 9명↑
지역 2천18명·해외 31명…누적 26만7천470명, 사망자 총 2천343명
서울 667명-경기 643명-충남 152명-인천 108명-경남 77명-울산 70명 등
4차 대유행 지속 확산에 65일째 네 자릿수…어제 의심환자 4만9천203건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하면서 9일에도 신규 확진자 수는 2천명대를 기록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2천49명 늘어 누적 26만7천470명이라고 밝혔다.
전날(2천48명·당초 2천50명에서 정정)보다 1명 늘면서 이틀 연속 2천명을 넘었다. 국내 코로나19 사태 이후 7번째 2천명대 기록이다.
이틀 연속으로 2천명대 확진자가 나온 것은 지난달 19∼20일(2천152명, 2천50명)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로, 그만큼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주일 전인 지난주 목요일(2일 0시 기준) 1천961명보다는 88명 많다.
특히 유행 규모가 다소 줄어든 비수도권과 달리 수도권의 지역발생 확진자가 이틀째 1천400명대를 기록하고, 그 비중도 전체의 70% 안팎으로 올라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당국은 수도권 유행 상황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자칫 추석 연휴(9.19∼22) 인구 이동선을 따라 전국적으로 추가 감염 전파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수도권 확산세 억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지역발생 2천18명 중 수도권 1천407명 69.7%, 비수도권 611명 30.3%
지난 7월 초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4차 대유행은 비수도권을 거쳐 다시 수도권에서 번갈아 거센 확산세를 보이며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한동안 확산세가 정체됐던 수도권에서는 최근 들어 연일 1천명 넘는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하루 확진자는 처음 1천명대로 올라선 지난 7월 7일(1천211명) 이후 65일 연속 네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최근 1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만 보면 일별로 1천708명→1천803명→1천490명→1천375명→1천597명→2천48명→2천49명을 기록해 하루 최소 1천300명 이상씩 나왔고, 많게는 2천명 안팎을 오갔다.
1주간 하루 평균 1천725명꼴로 나온 가운데 지역발생은 일평균 약 1천694명에 달했다.
이날 신규 확진자의 감염경로를 보면 지역발생이 2천18명, 해외유입이 31명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660명, 경기 639명, 인천 108명 등 수도권이 1천407명(69.7%)이다. 국내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다치를 기록한 전날(1천476명)에 이어 이틀 연속 1천400명대를 나타냈다.
비수도권은 충남 148명, 경남 75명, 울산 70명, 대구 49명, 대전 38명, 부산 35명, 경북·충북 각 33명, 강원 32명, 전북 25명, 제주 23명, 광주·전남 각 22명, 세종 6명 등 총 611명(30.3%)이다.
◇ 위중증 환자 21명 줄어 총 366명…국내 누적 양성률 1.97%
해외유입 확진자는 31명으로, 전날(36명)보다 5명 적다.
이 가운데 11명은 공항이나 항만 검역 과정에서 확인됐다. 나머지 20명은 서울(7명), 경기·충남(각 4명), 경남(2명), 대구·강원·전북(각 1명) 지역 거주지나 임시생활시설에서 자가격리하던 중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역발생과 해외유입(검역 제외)을 합치면 서울 667명, 경기 643명, 인천 108명 등 총 1천418명이다. 전국적으로는 17개 시도 전역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9명 늘어 누적 2천343명이 됐다. 국내 평균 치명률은 0.88%다.
위중증 환자는 총 366명으로, 전날(387명)보다 21명 줄었다.
전날 하루 선별진료소에서 의심 환자를 검사한 건수는 4만9천203건으로, 직전일 5만1천255건보다 2천52건 적다.
이와 별개로 전국의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실시한 검사 건수는 9만9천817건이다.
현재까지 국내 선별진료소에서 이뤄진 코로나19 진단 검사 건수는 총 1천356만8천873건으로, 이 가운데 26만7천470건은 양성, 1천240만3천479건은 음성 판정이 나왔다. 나머지 89만7천924건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누적 양성률은 1.97%(1천356만8천873명 중 26만7천470명)다.
한편 방대본은 전날 0시 기준 통계에서 충북 지역의 오신고 사례 2명이 확인됨에 따라 이를 누적 확진자 수에서 제외했다.
< 연합뉴스>
09.10 이건 노조가 아니다
▲9월 2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마련된 택배대리점주 A씨의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노제를 지내며 마지막 배웅을 하고 있다. A씨는 노조를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3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남강호 기자
김포의 택배 대리점 소장 이모(40)씨가 숨진 지난달 30일 저녁, 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방에서 택배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친한 형님이 노조 괴롭힘에 목숨을 끊었는데, 너무 분하고 억울하다”고 했다. 그는 통화 내내 울고 있었다.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유서에 다 적혀 있다”고 하기도 했고, 이미 몇 달 전부터 민노총 택배노조가 대리점 소장들을 괴롭혀 고사시키는 전략을 쓴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숨진 이씨는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6학년, 6세 세 아이가 있는 가장이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열심히 살아 대리점 소장까지 됐고, 만 40세로 나이도 젊었다. 그런 그가 아무리 노조 괴롭힘이 심해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을까 싶었다.
취재를 할수록 그 의문이 풀렸다. 노조원들이 ‘정당한 노조 활동’이라면서 집요하게 이씨를 괴롭히고 비방한 증언·증거가 끝도 없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괴롭힘을 자세히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다른 학생을 죽음으로 내몬 학교 폭력과 판박이”라는 것이다. 주변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노조는 이씨를 도운 비노조 기사들도 집요하게 괴롭혔다. 비노조 기사들도 이씨를 돕는 것을 하나둘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현직 기자가 운영하는 유튜브에서는 “(이씨는) 월 5000만원을 버는 비리 소장”이라는 노조원 주장이 여과 없이 나갔다. 세상에 자기편이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노조 횡포가 심해지자 이씨는 아내에게 가끔씩 “택배 때려치우고 다른 데 가서 다른 일 하면서 살자”고 했다고 한다. 하루는 밤늦게 집에 와서는 “도망가려다 당신과 애들 얼굴 한 번 더 보고 가려고 왔는데 얼굴 보니 눈에 밟혀 도망 못 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지난달 30일 아내에게 “집에 먼저 가 있으라”고 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런데 이후 노조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이씨가 유서에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를 ‘노조의 집단 괴롭힘’이라고 똑똑히 적어놨는데도 이를 부인했다. 가해자인 노조는 자체 조사 결과라며 “이씨가 채무가 있었다” “왜 모든 책임을 노조에만 돌렸을지 의문”이라고 발표했다. 숨진 이씨에게 2차 가해를 한 것이다. 택배노조는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사과 없이 계속 거짓말로 사태를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 언론 탓도 하기 시작했다.
각종 불합리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노조는 필요하고, ‘노동 존중’이라는 말에도 동의한다. 숨진 이씨도 노조가 세워진 처음에는 “노조가 나쁜 게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노조원들은 단체 채팅방에서 “갈궈야 합니다. 지랄해야 합니다. 그게 노조입니다”라고 했다. 이건 노조가 아니다. 조폭이나 학교 폭력 일진 같은 폭력배일 뿐이다.
조선일보 곽래건 기자
09.11 "이건 기적"…엄마들의 무릎호소 '서진학교' 놀라운 반전
▲'ㅁ'자 모양의 학교 가운데 잘 가꿔진 정원이 있는 이 곳, 서울에서 17년 만에 지어진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다. [이택수 작가]
‘서진학교’가 올해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1979년 이 상이 제정된 이래 대학교가 아닌 학교 건물이 대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한 이 학교는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못 지어질 뻔했다. 서울에서 17년 만에 지어진, 발달 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였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시 건축상 대상
발달장애 학생 위한 서진학교
"이런 학교 지어진 것 기적"
학교는 지어지기 전부터 유명했다. 학교 설립을 놓고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극에 달하던 2017년, 한 주민토론회장에서 장애 학생의 엄마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비는 모습이 알려지면서다. “지나가다가 때리시면 맞겠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학교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습니다”라며 호소하는 엄마들의 모습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며 학교 건립에 물꼬를 텄다.
우여곡절 끝에 서진 학교는 지난해 3월 개교했다. 못 지어질 뻔하다가 기어이 지었고, 심지어 잘 지어서 상까지 받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용미 건축가(금성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교육청 프로젝트로 이 정도 수준의 학교가 지어졌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고, 공공성과 사회적 의미를 고려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작으로 뽑았다”고 전했다.
학교 부지에 한방병원?…갈등이 커졌다
서진학교의 건축기는 특수학교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서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떤 학교를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학교는 마곡동으로 이전한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들어섰다. 가양동의 공진초는 사실상 폐교했는데 또 다른 차별 탓이었다. 공진초는 1990년대 초 가양동 일대가 개발되면서 영구임대아파트인 4단지와 5단지의 옆에 자리잡았다. 개교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구임대아파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오명이 씌워졌다.
인근에 또 다른 초등학교가 개교했고, 주민들은 공진초를 기피하기 시작했다. 영구임대아파트의 아이들이 졸업한 뒤 학생 수는 대폭 줄었다. 결국 학교는 문을 닫고 이름만 마곡동으로 옮겨졌다
2012년 서울시 교육청은 이 부지에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시작됐다. 강서구에 이미 특수학교가 있다는 것도 이유였지만, 학교 부지에 한방병원을 짓겠다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공약이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강서구 어딘가에서 허준이 태어났으며, 학교 앞 거리가 허준 테마 거리라는 것이 한방병원 건립의 근거가 됐다.
▲장애 학생의 엄마들이 서진학교를 짓게 해달라며 지역 주민들 앞에서 무릎 꿇고 호소해 화제가 됐다. [중앙포토]
교육청이 계획안을 밝힌 지 5년이 지나도록 갈등은 심해졌고 결국 엄마들이 무릎을 꿇었다. 서진학교를 짓게 됐지만 조건이 붙었다. 옛 학교 일부를 주민을 위한 문화복합시설로 만들고, 학교 통폐합으로 새 부지가 나오면 시 교육청이 한방병원 건립에 최우선으로 협조한다는 내용이었다.
학교설립은 교육감 권한이라 이런 합의가 필요 없고, 특수학교가 지어질 때마다 이런 합의를 해야 하냐며 엄마들은 속이 상했지만, 어찌 됐든 학교는 지어져야 했다. 2017년 서울시 교육청은 설계공모전을 통해 건축가를 뽑았고, 유종수ㆍ김 빈 건축가(코어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가 당선됐다.
학생에 맞춰 지었더니 건축상 대상
▲서진학교의 복도는 일반 학교의 두배 가까이 된다. 색으로 동선을 표시해 아이들이 위기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게 했다 . [이택수 작가]
서진학교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 후 2년 과정인 전공과까지 모두 한 건물에 있다. 한 학생이 입학하면 전공과를 마치기까지 14년을 생활한다. 학교에는 세탁실·가사실·감각운동실·여가생활실 등 다양한 특별실이 있다. 학생들은 일상생활부터 직업 훈련까지 많은 것을 학교에서 배운다. 이런 학생들을 잘 보조하기 위해 교직원 수도 많다. 한 학급 당 최대 정원이 초ㆍ중학교는 6명, 고등학교는 7명인데 한반 당 담임선생님 외에 수업 보조 선생님이 두 명씩 배치된다. 총학생 수는 170명이고, 교직원 수가 123명이다.
학교가 개교하자 정원수의 두 배 이상 되는 아이들이 입학하길 희망했지만, 공간도 지원 인력도 한계였다. 이 학교가 아니면 아이들이 이런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없으니 엄마들은 그렇게 간절했다. 서진학교의 홍용희 교장은 “아이들이 졸업 후에도 집에만 있지 않도록, 아이들을 세금 내는 시민으로 육성하는 것이 내 꿈”이라고 말했다.
갈등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서진 학교는 건축가에게 절대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다. 건축비 예산이 3.3㎡당 495만원이었다. 일반 학교의 건축비도 비슷한 수준이지만 이 예산으로 서진 학교를 지으라는 것은 기적을 만들라는 것과 같았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두 차례 발표하는 공동주택 기본형 건축비가 지난 3월 기준으로 3.3㎡당 653만4000원이다. 김빈 건축가는 “교육청의 요청으로 설계 과정에서 건물 면적이 처음보다 늘어났고 이에 따라 공사비도 늘어나 3.3㎡당 682만원으로 책정됐지만, 이 예산으로도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다.
적은 예산으로 아이들이 가진 특성과 교육을 연계해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보통의 학교도 사용자인 아이들에 맞춰 지어야할테지만 붕어빵 찍듯 똑같이 만드는 것이 현실이다. 건축가는 우선 ‘ㄷ’자 모양이던 기존 학교의 일부만 리모델링하고 부족한 공간을 신축해 더했다. 기존 공간을 다 쓰면 좋았을 테지만, 절반 가량을 지역 주민을 위한 도서관으로 남겨둬야 했다.
▲기존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새로 신축한 건물을 붙여 완성한 서진학교.[이택수 작가]
▲교실 사이에 있는 안정실에는 바깥 바람을 쐴 수 있는 발코니가 있다. [이택수 작가]
옛 학교의 한 축만 리모델링하고 운동장 부지를 헐어 ‘ㄷ’자 모양의 건물을 신축해 옛 건물에 붙였다. 결국 가운데 중정을 둔 ‘ㅁ’자 모양의 학교가 만들어졌다. 지역주민과의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이 학교 건물에도 그대로 남은 셈이다.
‘ㅁ’자 공간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발달 장애의 특성상 공간지각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혹여나 갈 곳을 잊고 헤매더라도 한 층에서 맴돌도록 디자인했다. 공간 전체가 일종의 회유 동선이 된다.
리모델링한 기존 학교의 복도 폭은 2.4m로 좁지만, 신축한 공간의 복도 폭은 4.5~5.5m에 달한다. 넓은 복도는 제2의 교실 역할도 한다. 수업 중에 불안한 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을 위해 교실과 교실 사이에 안정실을 따로 만들었지만, 복도도 개방감 있는 안정실 역할을 한다.
▲층마다 색으로 구분할 수 있게 했다. [이택수 작가]
학교 공사를 할 당시 디자인 감리에 대한 대가는 없었다. 하지만 건축가는 매주 공사현장을 찾았다. 이들의 선의와 희생 덕에 학교 완성도는 높아졌다. 노력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만 아직 요원한 일이다. 서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한국 건축의 문제는 무조건 싸게 지으려고만 하는 건데 특히 학교 건물이 심각하다”며 “학교 건축비 예산을 늘려야 설계비도 늘어나고 경쟁력 있는 건축가들이 관심을 갖고 작업하면서 건물 수준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늘날의 학교는 편한 공간일까
서진학교의 중정에는 기둥을 타고 올라가는 넝쿨나무를 가운데 놓고 나선형으로 디자인한 의자가 있다. 층층이 단차가 발생하는 덕에 의자의 높이가 다양하다. 연령대가 다양한 학생들이 함께 다니는 서진 학교의 맞춤형 의자다. 휠체어를 타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높여 만든 화분도 중정에 놓여 있다.
이렇듯 서진학교에서는 모두가 배려받는다. 유종수 건축가는 “특수학교라는 걸 모르고 서진학교에 온다면 일반 학교와 유별나게 다른 점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더 편하고 쾌적하게 배우고 놀 수 있는 학교를 만들었을 뿐이다.
학부모 예유정(49)씨는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까지 일반 학교 특수학급에 다니다 전학 왔는데 이런 학교서 배울 수 있어 감격스럽다”고 전했다.
▲나선형 벤치가 있는 중정. 건축가는 휠체어를 타는 학생을 배려해 단을 높인 화분도 디자인했다.[이택수 작가]
오늘날의 학교는 여전히 쭉 나열된 교실과 복도의 집합체다. 아이들은 그런 불편한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서진학교의 넓은 복도, 통창, 중정, 발코니, 사용하기 편한 화장실, 다양한 특별실 등은 일반 학교에서도 필요한 공간이다. 이런 학교가 많아진다면 특수학교를 따로 지을 필요 없이,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통합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된다.
박광재 한국복지대 교수(유니버설건축과)는 “서진학교는 장애 학생이 다니는 특이한 학교가 아니라 일반학생도 생활하기 좋은, 수준 높은 교육공간으로 만들어졌다”며 “학교야말로 ‘유니버설 디자인’이 필요하고 아이들에게 유연하게 맞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09.13 ‘세계적 예술인’ 대통령 아들이 왜 국가 세금만 빼 먹나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미술 전시에 또다시 공공 세금이 들어간다. 지난해부터 세 번째다. 준용씨는 이번 주 열리는 청주시립미술관 개관 5주년 기념전의 초청작가로 선정돼 지자체 예산 1500만원을 지원받는다. 이곳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 미술관이다.
준용씨가 전시에 세금 지원을 받을 때마다 대통령 아들로서 적절하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준용씨는 지난해 서울시 문화재단에서 코로나19 피해 긴급예술지원금 1400만원을 받았고, 올해 6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업에 응모해 6900만원 지원자로 선정됐다. 두 곳 모두 공공 기관이고 지원금은 세금에서 나갔다. 지원액은 대상자 가운데 늘 최고액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청주시 전시는 공모에 지원한 게 아니라 작가로서 초청에 응했다고는 하나 공공 예산이 대통령 아들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로 인한 비판을 진지하게 고민했다면 초청을 사양했어야 한다. 준용씨가 개인이 운영하는 갤러리에서 전시할 때도, 민간재단에서 수천만원 지원을 받을 때도 문화계의 비판적 관심이 집중됐었다. 더구나 이번에는 청주시립미술관 측이 “공공 기관 전시이기에 대통령 아들을 선발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일부 있었다”고 한 걸 보면 ‘부적절 논란’을 걱정했던 것 같다.
지난 6월 준용씨가 문화예술위 지원을 받았을 때 청와대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예술인”이라고 역성들었다. 준용씨도 지난해 서울시에 긴급 지원을 신청하면서 자신의 작품을 “새로운 문화기술을 종합한 예술 개척 사례로써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자평했다. 그 말을 입증하고 싶다면 나라 안에서 세금 지원을 받을 게 아니라 해외 무대에 나가 세계 수준의 작가들과 실력을 겨루기 바란다. 그런 인정을 받는 예술가가 대통령 아들이라면 국민도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9.14 여기선 국민 위로금, 저기선 자영업자들 극단 선택
▲코로나 영업규제로 인한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자영업자들이 잇따르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거리두기' K방역의 최대 희생양인데 정부는 전국민 위로금에 주력하고, 자영업자에 대한 실질적 보상은 소홀히 하고 있다. 사진은 9월 8일 오후 11시쯤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에서 자영업자들이 비상등을 켜거나 피켓을 걸고 정부 방역 정책에 반대하는 차량시위를 벌이는 모습./김동환 기자
코로나 영업 제한에 따른 생활고에 극단 선택을 하는 자영업자가 잇따르고 있다. 자신의 원룸 보증금까지 빼서 종업원과 아르바이트 직원 월급 주고 가게에서 숙식하며 버티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마포구 주점 사장의 사연 앞에선 말문이 막힌다. 20여 년간 직원들을 후하게 대우하고 기부도 열심이었던 사람이라고 한다. 전남 여수에서도 치킨집 사장이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강제 거리 두기 장기화가 낳은 비극이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1차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들은 작년 코로나 사태까지 터지면서 사지로 내몰렸다. 자영업자들은 거리 두기 정책의 최대 희생양이다. 하지만 정부는 제대로 보상하지 않았다.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14조원이나 뿌리는 와중에도 가게 문을 닫거나 영업 시간을 단축한 자영업자에 대해선 아무 보상도 않다가 몇 달 뒤 쥐꼬리 보상금을 주는 식으로 땜질해 왔다. 궁지에 몰린 자영업자들은 빚을 내 버텨왔다. 자영업자 부채가 1년 새 132조원(19%)이나 불었다.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239%에 달하고,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의 빚이 129조원에 달한다. 마포 주점 사장처럼 막다른 길에 몰린 자영업자가 수만, 수십만명에 이를 수 있다.
미국은 영업 손실을 입은 자영업자, 소상공인에 대해 1만~1만5000달러의 무상 지원금을 주고, 매출 감소 음식점에 대해선 최대 500만달러까지 손실을 보상해 준다. 일본도 영업 시간을 단축한 음식점에 대해 하루 최대 6만엔(63만원)의 현금을 지원하고 있다.
재난지원금은 ‘국민 위로금’이 아니라 ‘자영업자 생존 자금’으로 쓰여야 마땅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실제 피해 계층 위주로 두껍게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작년 총선 때의 14조원과 지금 뿌리고 있는 10조원의 재난지원금을 합치면 자영업자 100만명에게 2400만원씩 줄 수 있는 돈이다. 그래도 정권이 ‘전 국민’ 지급에 집착하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 돈을 뿌려야 득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사설
09.14 여의도순복음교회 설립자 조용기 목사 별세
▲여의도순복음교회 설립자인 조용기 목사가 14일 별세했다. 향년 85세. 2021.9.14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여의도순복음교회 설립자인 조용기(85) 원로목사가 14일 별세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조 목사가 이날 오전 7시 13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빈소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마련될 예정이다. 장례예배는 18일 오전 8시 한국교회장으로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진행되며 장례위원장은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 소강석, 이철, 장종현 목사가 맡는다.
하관예배는 18일 오전 10시 장지인 파주시 오산리 최자실국제금식기도원 묘원에서 열린다.
조 목사는 지난해 7월 뇌출혈 증세를 보여 수술을 받은 후 지금까지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 왔다.
유족은 조희준, 민제(국민일보 회장), 승제(한세대 이사) 등 3남이 있다. 조 목사의 아내 김성혜 한세대 총장은 지난 2월 79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조 목사는 1936년 경남 울주군에서 5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58년 서울 은평구 대조동 최자실 전도사(조 목사의 장모) 집 거실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시작됐다. 당시 전도사였던 조 목사, 최 전도사, 밭일하다 비를 피해 들어온 주부 등 5명이 사과 상자를 보자기로 덮은 강대상을 놓고 예배를 드렸다. 이어 마당에 천막을 치고 예배를 드린 것이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출발이다.
당시 개신교계와는 달리 창립 초기부터 방언(성령의 힘으로 말한다는 내용을 알 수 없는 말)과 신유(신의 힘으로 병이 낫는 것)를 강조한 조 목사의 ‘뜨거운 목회’는 신자 수 급증으로 이어졌다. 창립 후 3년 만에 서대문로터리에서 부흥회를 개최한 것을 계기로 교회를 이전했고, 1973년 여의도로 교회를 옮겼다. 1973년 입당 예배 때 1만명이던 교인은 1979년 10만명, 1984년 40만명을 넘어섰다. 1992년엔 70만명을 넘어 1993년 세계 최대 교회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조 목사는 1992년부터 2008년까지 세계하나님의 성회 총재를 역임하면서 제3세계 선교에 박차를 가했다.
사회 구원을 위해 1999년 비정부기구(NGO)인 사단법인 선한사람들(현 굿피플)을 세워 국내 및 인권 환경 보건 및 아동복지 증진에 앞장섰다. 조 목사는 『나는 이렇게 기도한다』, 『4차원의 영적세계』 등 다수의 저서도 남겼다.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09-14 할머니 성도 1명서 출발…70만명 등록, 세계 최대 교회 ‘기네스 등재’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 © News1
조용기 목사는 한국 교회의 부흥과 세계 교회의 성장을 주도한 개신교 선교사의 대표적 인물이다. 14일 아침 7시13분 서울대병원에서 별세한 고인이 설립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교회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바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958년 천막교회, 1961년 서대문교회, 1973년 여의도순복음교회로 규모를 폭발적으로 키워갔다. 이런 성장의 중심에는 언제나 카리스마 넘치는 조용기 목사의 리더십이 있었다.
◇ 1958년 가정집 거실서 열린 창립예배엔 비 피하러 온 할머니 1명뿐
▲1958년 천막교회 당시의 여의도순복음교회© 뉴스1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시작은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의도 순복음교회는 1958년 5월18일 서대문구(현 은평구) 대조동에 위치했던 최자실 전도사의 집 거실에서 가정예배의 형태로 창립예배를 드림으로서 시작한다
최자실 전도사는 창립예배를 드리던 날 아침부터 온동네를 다니며 예배를 알렸지만 창립 예배에 참석한 사람은 밭일을 하다가 비를 피하려고 온 할머니가 전부였다.
한 달이 지나자 성도가 50여명에 이르러 거실에서 예배를 드리기 어려워졌다. 이에 조용기 전도사와 최자실 전도사는 집 앞 마당에 천막을 치고 가마니를 바닥에 깔고 예배를 드리게 됐다. 천막교회의 시작이었다.
이후 천막교회는 부흥하여 점점 더 많은 성도들이 모이게 되자 가난한 성도들이 드린 헌금을 모아 더 큰 천막을 구입해 천막을 넓혀 가는 일을 계속했다.
◇ 1961년 부흥성회 계기로 서대문로터리에 순복음부흥회관 설립
▲1961년 순복음부흥회관 전경© 뉴스1
조용기 목사가 탈장으로 인해 군에서 전역한 이후, 순복음교회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고인이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961년 9월1일, 서대문 로타리 공터에서 천막 대부흥성회가 열렸다. 조 목사는 통역을 맡았다.
조용기 목사는 부흥성회에 몰려든 성도들을 보고 서대문에 교회를 개척할 것을 결심한다. 1961년 10월15일 부흥회가 열린 장소에 순복음부흥회관이라 불리는 교회가 세워졌다.
고인은 1962년 4월26일 목사 안수를 받는다. 이에 5월13일 순복음부흥회관의 명칭이 순복음중앙교회로 바뀌고 교회 성도가 5백명을 넘어서게 됐다. 3년 후인 1964년 순복음부흥회관의 성도는 3000명에 이르게 됐고 1만명을 초과하자 새로운 교회 장소를 찾아야 했다.
◇ 비행기 이착륙하던 여의도에서 기적을 일구다…1981년 성도 20만명 넘겨
▲여의도순복음교회© News1 db
당시 여의도는 단지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활주로로 이용되는 황폐한 섬이었다. 육지와 연결되는 다리조차도 없었기 때문에 교통이 가장 큰 문제였다. 조용기 목사는 하나님으로부터 기도의 응답을 바탕으로 여의도에 건물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강하게 추진했다.
1973년 8월19일 현재의 여의도에서 최초의 예배가 드려졌다. 같은해 9월18일부터 22일까지 한국성도 5만명과 외국인 5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0차 세계오순절대회가 여의도순복음교회와 효창운동장에서 열렸다. 이 대회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는 조용기 목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결정적 계기였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1979년에 10만명, 1981년에 2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고인은 1976년에 세계교회성장기구 CGI(Church Growth International)를 설립해 세계 교회 성장의 발판을 만들었다. 당시 세계에서 성장하는 교회들의 대부분은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후에도 폭발적인 성장세는 계속됐고 1993년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교인수 70만명을 넘어서며 세계 최대의 교회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까지 했다.
한편 고 조용기 목사의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 1층 베다니홀에 마련되며 조문은 15일 오전 7시부터 가능하다. 천국환소예배(장례예배)는 18일 오전 8시 한국교회장으로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열리며, 극동봉상 이사장 김장환 목사가 설교한다. 장례위원장은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장종현·이철·소강석 목사가 맡았다. 하관예배는 18일 오전 10시 장지인 파주시 오산리최자실국제금식기도원 묘원에서 진행된다.
(서울=뉴스1)
09.15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
# “OECD 최저 수준의 신규 확진자 수와 치명률에, 높은 백신 접종률까지 더해지면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어제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이다. “국민께 약속했던 추석 전 3600만명 1차 백신 접종을 이번 주에 달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는 모두(冒頭) 발언에 뒤이은 말이었다. 이런 발언을 대하자니, 한마디로 ‘뜨악’이다! 다른 나라들은 2차 접종은 물론 3차 부스터 샷 맞는다고 부산한데 고작 우리는 1차 접종도 다 못한 상황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운운하는 게 말이 되나? 결국 이런 뜨악한 말을 하려고 ‘추석 전 1차 접종 3600만명 달성’에 맞추기 위해 2차 접종 시기를 애꿎게 몇 주씩 늦춰 놓은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결코 근거 없는 게 아님을 재확인하게 될 뿐이다. 제발이지 백신이나 맞고 싶을 때 제때 안전하게 맞을 수 있게나 하고 국민이 원하면 언제라도 2차 접종은 물론 3차 부스터 샷까지 할 수 있게 백신 수급이나 제때 제대로 하면서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 운운하는 말을 했으면 모르겠다. 시쳇말로 ‘자뻑’도 이런 자뻑이 또 있을까 싶다.
# 백보 양보해서 이제 대통령의 말마따나 머잖아 코로나로부터 생물학적으로 안전한 나라를 곧 만든다고 하자. 그럼 대한민국은 자동으로 정녕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되는 것인가? 얼마 전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마포구 맥줏집 주인은 코로나에 걸려서 죽은 게 아니지 않은가. 기준과 근거조차 모호한 채 당국 입맛대로 짜놓고 왔다 갔다 한 코로나 방역 조치의 장기화로 경영난을 겪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아닌가. 이런 자영업자에게 대한민국은 진정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인가? 아니다! 결코 아니다. 어쩌면 가장 불안한 나라, 정말이지 살 수 없게 만드는 나라다. 한두 해 장사해온 사람도 아니고 그 바닥에서 20년 넘게 장사 잘 해오던 사람이 코로나가 아니라 코로나 방역 때문에 희생자가 된 것 아닌가. 안전하다는 것은 이런 이들이 죽지 않고 살 수 있을 권리다!
# 본래 사람 목숨이 질긴 것이다. 웬만한 생활고 가지고 쉽게 죽지 않는다. 그런데 주변에 인정 많던 맥줏집 주인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고 말았다. 남들은 그래도 안 죽고 버티는데 죽은 사람이 미련하고 유약하며 특이한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그는 이 안전한(?) 나라에서 극한 상황으로까지 내몰린 것이다. 다만 주변에 소리쳐 아우성치지 못했을 뿐이다. 이런 이가 전국에 또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는 마포의 맥줏집 주인만이 아니었다. 지난주만 해도 전남 여수시의 한 치킨집 주인이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 7월 경기 평택시에선 노래방을 운영하던 자영업자가 자기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3월에는 충북 충주시에서 음식점과 영화관 주인이 코로나로 인한 불황에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물론 언론에 채 드러나지 않은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 운운하기에 앞서 이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진심으로 애통해한 적이 있는가? 물론 죽은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 입에 거미줄 치랴라고 하지만 실제로 죽지 못해 산 입에 거미줄 치며 버티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살아도 산 게 아니다. 요즘 시쳇말로 ‘존버(끝까지 버티기)’할 뿐이다.
#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1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것이 1년 반을 지나 2년이 다 되어간다. 특히 식당이나 주점 하는 자영업자들은 특수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곤 대다수가 죽상이다. 견딜 만큼 견뎠고 참을 만큼 참았다. 터널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결국 이제는 그저 앉아서 죽기가 너무 서러워 아우성이라도 치고 죽자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본래 소상공인 내지 자영업자는 개별적이어서 여간해선 집합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이 얼마 전 집단행동을 하지 않았나. 한밤중에 자동차를 타고 경적을 울리며 죽겠다고, 이대로는 살 수 없다며 집단 시위를 한 것이다. 대통령은 이런 사정을 정녕 모르는가? 이런데도 대한민국이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인가!
#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나라’는 방역 차원에서만 볼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가 횡행하면서 대한민국은 삶의 현장 곳곳이 초토화되었다. 사람들이 걸어 다닌다고, 자동차가 굴러다닌다고, 지하철이 쉼 없이 운행된다고 멀쩡한 사회가 결코 아니다. 걸어 다니고 있는 이들 중 태반이 생활 면에서 반 토막이 난 지 오래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이리저리 움직여 보지만 기름값 대기도 힘든 이들이 부지기수다. 코로나가 대유행하는 이때도 매일 만원 지하철에 마스크 한 장에 의지해 몸을 실은 채 움직이는 이들에겐 더 이상 ‘안전’이란 말은 그저 먼 나라 이야기일 뿐 그닥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생존’과 ‘버팀’만이 있을 뿐이다.
# 어차피 코로나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위드 코로나’를 하든 뭘 하든 코로나가 남긴 상처와 상흔은 다음 정부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는 임기를 여전히 가시지 않았을 코로나와 함께 시작해야 한다. 어쩌면 그는 생물학적으로 코로나로부터 안전할 것인가 하는 화두보다 코로나가 남긴 생존과 결부된 사회적·경제적 제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임기 전부를 쏟아부어야 할지 모른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코로나로부터 안전한가 여부를 다시 따져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작금 대선에 나선 이들에게서 그런 문제에 대한 통찰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이자 운명이다.
조선일보 정진홍 컬처엔지니어
09.17 소상공인 무너지는 '모범 국가'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 의원 등이 16일 '자영업자들에 대한 정부의 비현실적 손실 보상 규탄 및 대안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방역 수칙 4단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한편 이날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설치하기로 한 합동분향소는 경찰에 막혀 무산됐다. 임현동 기자
독자 감소와 시청자 이탈로 고민이 큰 건 미국 주류 언론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미디어 환경 변화가 큰 배경이지만 ‘끝장난 트럼프 효과’가 내리막길을 거들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뻔뻔한 거짓말은 샘솟는 뉴스거리였다. 반(反)트럼프 쪽을 끊임없이 자극했는데 퇴장과 함께 안줏거리도 사라졌다. 그런 트럼프가 다시 돌아왔다. '대선은 조작됐다'고 지지층과 혐오층을 동시에 자극하는 중이다. 적자 언론사엔 어쩌면 미소가 번져갈지도 모를 일이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을 다짐했지만 실제론 편 가르기와 ‘코드 인사’로 나라를 두 동강 낸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는 사람이 많다. 다른 건 문 대통령은 뉴스의 중심에 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국 전 장관 사태 와중엔 대통령 전용기 기자회견을 마련하고도 ‘사전에 약속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국내 문제는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질문 기자에게 오히려 무안을 줬다. 기자회견 자체가 연례행사인데 ‘기자회견만이 국민 소통은 아니다’며 현장 방문을 거론했다. ‘현장 방문이 소통이면 김정은은 소통왕’이란 비판을 낳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설화에 시달리는 걸 지켜보았기 때문이란 말이 있다. 잦은 회견은 분란만 일으킬 뿐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자기 주장을 잘 말하지 않는 쪽이 원래 스타일인지도 모른다. 물론 침묵으로 시빗거리를 없애는 게 여론의 직접 비판을 차단하는 하나의 선택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문제는 주요 국정마다 여당 따로, 장관 따로 부딪치는 아무 말 대잔치에 듣는 국민은 매번 어지럼증을 느낀다는 점이다. 이번엔 재난지원금이다.
5차 재난지원금은 그 자체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먹구구의 결정판이다. 당초 80%라더니 특별한 설명 없이 88%까지 올라갔다. 그러다 ‘90% 정도면 좋겠다’와 ‘아니다’가 맞서 온 나라가 아직도 치고받는다. 명확한 기준은 아무도 모른다. 거리두기 강화의 최대 피해자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저소득 서민이다. 다른 선진국들이 코로나 백신 구매 경쟁에 나설 때 먼 산만 바라보다가 '바이러스가 밤에만, 그것도 사적 모임만 공격한다'는 식의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를 마구잡이로 쏟아낸 탓이다.
납득 어려운 주먹구구 재난 지원금
과학적 방역 기준 마련하지 않고
국민 고통만 강요하며 셀프 칭찬
피해 계층에 지원을 집중하는 게 기준일 거다. 그런데 아니다. 추경 예산에 배정된 소상공인 손실보상액은 국민 1인당 지원금 25만원보다도 적다. 우왕좌왕은 시리즈다. 한쪽에선 소비 진작을 얘기하던데 밖에 나가지 말라면서 외식하고 여행 가라고 돈 뿌린 게 2차 추경이다. 왜 이렇게 엇박자냐면 정권이 표 계산만 하기 때문이다. 여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현금 살포의 위력을 경험했다. 대선은 반년이나 남았으니 내년 설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한 번 더 들고나올 가능성이 작지 않다. 세계잉여금이 생기면 나랏빚을 먼저 갚으라는 법은 일단 법전에 재우고.
'살려 달라'는 사장님들은 정부가 국민에게 고통을 요구하는 것 외에 뭘 제대로 했느냐고 묻고 있다. 세상을 떠난 자영업자가 20명을 넘는다고도 한다. 서민 대통령이면 당연히 이런 절규에 답해야 한다. 그 많은 돈을 쏟아붓고도 서민 생계가 막연하고 막막한 까닭을 설명해야 한다. 결국 왜 88%, 90%여야 하는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다. 하지만 그런 건 없다. ‘역사는 문재인 정부를 일본을 넘어선 정부로 기록할 것’이란 원내대표의 셀프 칭찬에 여당은 국회에서 16차례나 박수를 보냈다. 그런 훌륭한 나라를 치킨집 사장님들은 왜 등지나.
문 대통령은 ‘가장 안전한, 세계 모범 국가’라고 내세웠다. 먹고사는 문제로 목숨 끊는 일이 없는 나라가 안전한 나라다. 그게 잘하는 정치다. 훌륭한 정치란 백성을 편히 쉬게 하는 것이다. 60년을 하루같이 매일 진실 된 마음으로, 실제에 도움이 되도록 애썼다는 강희제가 ‘그래도 감히 잘 다스렸다고는 못하겠다’며 남긴 말이다.
중앙일보 최상연 기자 논설위원
09월 17일 아이유 또… 8억5천만원 상당 생필품 취약계층에 기부
▲ 가수 아이유[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가수 겸 배우 아이유(본명 이지은)가 광고모델로 활동하는 브랜드 회사와 손잡고 취약계층에 8억5천만 원 상당의 생필품을 기부했다.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는 아이유가 데뷔 13주년을 맞아 전속 광고모델로 있는 경동제약 그날엔, 제주삼다수 등과 함께 소외계층 및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기부 물품을 전달했다고 17일 밝혔다.
소속사는 “적재적소에 필요한 생필품을 기부하고자 아이유가 각 브랜드에 직접 제안했고 기부액을 반씩 부담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기부한 물품은 경동제약 그날엔의 구급상자 2천 개, 뉴발란스 운동화 1천 켤레, 제주삼다수 생수 3만 개, 이브자리 이불 세트 300개, 블랙야크 의류 2천 벌, 반올림피자샵 피자 2천 판 등으로 총 8억5천만 원 상당이다.
아이유는 2008년 데뷔 이후 각종 기념일마다 팬클럽인 ‘유애나’와 함께 꾸준히 기부 활동을 해왔다. 지난 5월에는 자신의 생일을 맞아 5억 원을 내놓기도 했다.
< 연합뉴스>
09.25 “김포 대리점주 끝내 극단 선택까지 간 이유…” 이웃 대리점주가 말하다
[최원우의 아무튼 인터뷰]
“결국 대리점 포기했는데 왜 그렇게까지 괴롭혔을까”
”나까지 죽어야 그만두겠다는 건가 싶다”
극단 선택한 김포 대리점주 동료 이종혁씨 인터뷰
▲경기 김포 지역에서 7년째 택배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종혁씨. 그는 택배노조에게 괴롭힘을 당해 극단 선택을 한 A씨와 형제처럼 지냈다고 한다. 이씨의 요청으로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최원우 기자
요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뉴스가 유독 많이 보인다. 회사에서 괴롭힘을 당한 끝에 극단 선택을 한 가장(家長), 장사가 안돼 파산하고 극단 선택을 한 자영업자. 모두 극단적 불행에 시달렸기에 그런 선택을 내렸을 것이다. 지난달 말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의) 불법 태업과 업무 방해로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경기 김포 택배 대리점 대표 A(40)씨의 이야기는 특히 가슴이 먹먹했다. 노조 괴롭힘의 정황, 막막했던 그의 상황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아내와 세 아이를 남겨두고 그런 선택까지 하게 되기까지 정말 어떤 심정이었을지는 헤아릴 수 없었다.
A씨 유족이 노조 택배기사들에 대한 고소장을 냈던 17일 오전. A씨와 가깝게 지냈다는 이웃 동네 대리점 소장 이종혁(39)씨에게 당시 A씨의 심정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그와 만난 경기 김포 택배터미널에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 택배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한창 바쁜 와중에도 이씨는 반팔티에 츄리닝 복장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가까웠던 지인의 안타까운 죽음은 선뜻 얘기하기 어려운 주제일 수밖에 없는데, 응해준 자체가 고맙게 느껴졌다. 그는 “아직도 마음이 어렵다”면서도 “지금도 다른 택배 대리점 소장들이 겪고 있을 실상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인터뷰에 응했다”고 했다.
▲극단 선택을 한 김포 택배대리점주 A씨의 아내가 17일 오전 김포경찰서 앞에서 노조원들을 고소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A씨 통화할 때마다 ‘힘들다’ ‘죽겠다’”
이씨는 A씨가 맡았던 지역 바로 옆 동네에서 7년째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마침 A씨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나이도 1살밖에 차이가 안 나 형 동생처럼 지냈다”고 했다. 술자리도 자주 하고, 휴가를 맞춰서 함께 가족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이씨는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3일 전까지도 통화를 주고 받았다. 이씨는 “A씨는 통화할 때마다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항상 ‘힘들다’, ‘죽겠다’, ‘미치겠다’ 같은 말들을 했다”고 전했다. 이런 얘기를 하는 이씨의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 그는 A씨와 나눴던 통화 내용 일부를 들려줬다.
이씨: 어디세요?
A씨: 배달 중. 힘들어 죽겠다.
이씨: 또 배달 중이야? 아이고, 언제 끝나요?
A씨: 아 몰라. 또 12시(자정) 넘겠지.(8/23)
이씨: 요즘 얘기만 하면 짜증을 내네요.
A씨: 기사들이 오늘부터 반품 거부를 해서 힘드네.
이씨: 반품을 아예 안 해? 형한테 다 이관했어? 어휴 머리 아프네.
이씨: 오늘도 배송 나가?
A씨: 어. 죽겠다.(8/23)
이씨: 6신데?(보통 퇴근 시간)
A씨: (배송해야 할)아파트 몇 개 남았어
이씨: 오랜만에 맥주나 한잔하려고 그랬더니.
A씨: 도와 주든가 그럼.(8/12)
무엇이 그토록 A씨를 힘들게 했을까. 유서에도 언급했 듯, 택배노조로부터 어떤 괴롭힘을 당했는지는 이미 보도를 통해 많이 알려졌다. 이씨는 “그중에서도 가장 A씨를 지치게 한 것은 택배노조의 악의적인 ‘개선 택배’ 배송 거부”라고 했다. 택배 수수료를 책정하는 과정에서 실제 크기나 무게와 다르게 수수료가 책정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한다. 보통은 택배기사가 이런 사실을 대리점에 알리면 요금을 수정해 준다. 하지만 노조 기사들은 조금이라도 수수료가 안 맞는 택배에 ‘개선’이라고 표시하고, 배송을 거부해 터미널 한쪽에 마구잡이로 쌓아뒀다고 한다. 이씨는 “서로 원만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던 관행을 깨고 ‘준법 투쟁’이라는 빌미로 배송을 거부한 것”이라고 했다.
▲배송 수수료가 제대로 책정되지 않은 택배에 '개선'이라고 표시하고 터미널 한켠에 산더미처럼 쌓아둔 모습이다. /이종혁씨 제공
당시 A씨 대리점 직원 18명 중 12명이 노조 소속이었다. 이들이 하루에 20~30건씩 배송을 떠넘겨도 A씨가 감당해야 할 건수가 매일 수백건씩 산더미처럼 쌓였다. 넓은 지역을 오가면서 혼자 감당하기엔 버거운 수준이다. A씨도 처음엔 이를 대신 배송할 인력을 고용하려 했다. 그러자 노조원들이 나서서 새로운 배송 인력들에 대해 “왜 A씨를 도와주느냐”며 훼방을 놨다. 업계에 소문이 나면서 아무도 A씨 대리점 업무를 대신 맡으려고 하지 않았다.
배송 지연으로 인한 고객 항의 전화는 전부 A씨에게 돌렸다. 이씨는 “결국 A씨가 부인과 함께 자정 넘어서까지 배송하러 다녔다. 다 처리하지 못하면 이른 새벽에도 배송했다. 한 손으론 운전대 잡고, 한 손으론 고객 항의로 불이 나는 스마트폰을 잡고 정신없이 살았을 거다. 그런 패턴이 두 달 넘게 갔다. 살이 10kg 넘게 빠지고 눈에 띄게 야위었었다”고 했다.
◇ “내연녀 있었다 모함까지··· 아마 결정적 이유는 인간에 대한 배신감”
이씨는 “정말 이해가 안 가는 건 결국 A씨가 손을 들고 원하는 대로 해줬는데도 노조가 끝까지 괴롭혔다는 점”이라고 했다. 앞서 A씨는 노조의 집단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대리점 운영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썼다. 이씨는 “대리점을 넘겨주기 전까지 잠깐 운영하는 동안에도 노조의 괴롭힘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소장이 아니니까 그냥 A씨 이름을 불러야겠다’ ‘ㅇㅇㅇ씨 당신은 이제 소장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는 식이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A씨를 대신할 소장을 공개 입찰하는 과정은 보통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면 끝난다고 한다. 그 시간만 지나고 나면 어느 정도 생활을 회복하고 괴로웠던 기억을 묻어둘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극단 선택까지 가게 된 걸까.
이씨는 조심스럽게 “괴롭힘 자체도 있겠지만, A씨가 결정적으로 견디지 못했던 것은 인간적인 배신감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A씨가 사람에 대한 정이 정말 많은 사람이었다고 했다. A씨는 노조가 생기고 대립각을 세우기 전만 해도 기사들과 서로 호형호제하면서 지냈다고 한다. 이씨는 “A씨는 기사들에게 명절 선물 하나를 할 때도 한 명, 한 명 이름을 적어서 선물했다. 코로나 전에는 1년에 한두 번씩 펜션을 잡고 기사들과 가족 동반으로 놀러 갔다”고 했다. 생활고를 호소하는 기사를 위해 다른 기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일감을 만들어준 적도 있었다고 한다. 보통 다른 대리점들에선 드문 일이라고 한다.
그랬던 사람들이 갑자기 A씨에게 적대적으로 돌변한 것이다. 이씨는 “A씨는 노조와 관계가 틀어지는 와중에도 마지막까지 ‘그분들이 설마’하고 믿었다가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고 했다. 이씨는 “택배노조 기사들은 A씨에 대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적대감을 보였다. 자기들끼리는 독립투쟁하는 마음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기사들은 아침마다 집회하듯 터미널 앞에 모여 다른 이들이 보는 앞에서 A씨의 이름을 외쳐가며 모욕을 가했다고 한다.
단톡방에서는 “바로 X신 만들어줍니다” “뇌가 없나” “참 멍멍이 XX 같네” 등 비아냥과 조롱을 주고받았다. A씨가 비리를 저질렀다, 내연녀가 있다는 식의 악의적인 주장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런 내용을 유튜브에서 떠들고, 그 링크를 A씨가 있는 단톡방에 공공연히 올리면서 조롱했다고 한다. 보다 못한 A씨가 방을 나가려 해도 “한 번만 더 (방을)나가면 파업하겠다”고 협박해 그를 붙잡아뒀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A씨는 대인 기피 수준의 우울 증상을 보였고, 끝내 무너져 내린 것이다. 형제처럼 지내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원수로 돌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A씨는 지금껏 살아온 삶이 통째로 부정 당하는 심정을 느낀 게 아니었을까.
A씨가 끝내 극단 선택을 하고 나서도 노조 기사들은 달라지지 않았다. 일부 기사들은 A씨가 숨진 당일에도 “내연녀가 있어서 투신했다더라”는 식의 헛소문을 내면서 웃었다고 한다. 이씨는 “답답한 마음에 노조원을 붙잡고 하소연한 적도 있다. A씨가 안 좋게 됐는데 계속해서 이래야 하는 거냐고 했다. 그랬더니 노조원이 ‘당신한테도 똑같이 하고 있는데 아직 안 죽고 있지 않느냐. A씨가 죽은 게 우리 때문이 아니라는 뜻 아니냐’”고 하더라”고 했다. 이씨는 “백번 양보해서 노조가 A씨에 대한 잘못이 있다고 문제 제기를 할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사법기관을 통해 실제로 문제가 있었다고 확인되면 법으로 정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게 순리 아니냐. 무슨 원한이 그렇게 컸기에, 그렇게까지 ‘A씨 죽이기’를 밀어붙여만 했던 건지 정말 묻고 싶다”고 했다.
▲경기 김포 택배 터미널에 마련된 A씨의 분향소 모습이다. /뉴시스
◇ “비슷한 일이 지금도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A씨가 겪어야 했던 상황이 이씨에게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이씨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긴 했지만,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노조도 전보다 몸을 사리기는 하지만, 본질적인 자세는 달라진 게 없다. 이미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고 했다.
이씨가 운영하는 대리점에는 기사 40여명 중 25명이 노조 소속이다. 이들은 A씨에게 그랬던 것처럼 표면상으로는 처우 개선과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씨는 “노조의 요구 조건을 다 들어주면 대리점을 운영하는 게 아예 불가능해진다. 이들이 원하는 건 결국 나를 내쫓고 대리점을 차지하는 것이라는 걸 안다. 상부에서 지시라도 내려오는 건지 조직적이라고 느껴진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들의 노골적인 업무 방해가 계속돼 이씨도 고발장을 접수한 상황이다. 이씨는 “노조원들이 ‘우리라고 대리점 운영 못 하란 법이 있느냐’는 말까지 하더라. 정말 나까지 죽어야 그만두겠다는 건지 가슴이 답답했다. 어떻게든 버티고 있긴 하지만, 도무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담담한 모습을 보이려 했지만, 안색은 어두워 보였다. 이씨는 “노조의 조직적인 괴롭힘은 비단 A씨나 저만 겪는 문제가 아닙니다. 여러 점주가 비슷한 상황에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라고 했다. 택배노조에선 “일부 조합원이 A씨에게 인간적 모멸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의 글들을 단체 대화방에 올린 사실을 확인했다”면서도 “A씨는 노조원들의 괴롭힘 때문에 숨진 것이 아니다”라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택배노조와 대리점주 간에 갈등이 준법 투쟁과 괴롭힘 어딘가 애매한 영역에 놓여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여러 사람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씨는 “계속 얘기하자니 A씨와 일을 다시 떠올려야 하니 힘드네요. 어쨌든 저는 어떻게든 버텨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조선일보 최원우 기자
09.25 신규 확진 3273명, 첫 3000명대 돌파…서울에서만 1217명
24일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3273명이라고 25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밝혔다. 국내 지역발생은 3245명, 해외 유입 사례는 28명이다. 지난 8월 10일 2221명을 뛰어 넘는 역대 최다(最多) 기록을 전날(2434명) 갈아치운 데 이어 하루 만에 다시 3000명이 넘는 최다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확진자 급증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국내 진단 검사량은 22만7874건으로 양성률은 1.44%다. 의심신고 검사는 6만3658건, 수도권 임시선별검사는 14만1593건이 이뤄져 731명이 확진됐다. 비수도권 임시선별검사는 2만2623건이 이뤄져 65명이 확진됐다.
이날 국내 지역발생 3245명 중 서울 1217명, 경기 1094명, 인천 201명 등 수도권에서 2512명(77.4%)이 확진됐다. 비수도권 경우, 부산 51명, 대구 118 명, 광주 30 명, 대전 79 명, 울산 26명, 세종 10 명, 강원 56 명, 충북 59 명, 충남 91 명, 전북 67 명, 전남 28명, 경북 57 명, 경남 46 명, 제주 15명 등이다. 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30명 늘어 현재 339명이다. 사망자는 7명 늘어 누적 2441명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자는 1차 접종자 기준 3774여만명을 기록했다. 방역 당국은 25일 0시 기준으로 신규 1차 백신 접종자는 61만4616명으로 지금껏 총 3774만9854명이 1차 접종(전체 인구 대비 73.5%)을 받았고, 2299만7770명(인구 대비 44.8%)이 접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김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