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이야기 2021-09/
09.01 의료·사학법 등 위헌 논란 법안 일방처리
언론징벌법도 연기 아니라 폐기가 정답
우리 헌법의 근본 가치를 짓밟는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가 심각하다. 위헌 요소가 가득한 언론징벌법을 밀어붙이다 국내외 수많은 비판에 부닥쳐 본회의 상정을 한 달 미루기는 했으나 아직 물러선 것은 아니다. 그러는 사이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위헌 소지가 있는 다른 쟁점 법안들을 줄줄이 통과시켜 우려를 낳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 의료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과도한 규제 논란에다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한다는 반론이 끊이지 않는다.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한 나라가 없다는 사실은 법안의 무리수가 크다는 걸 방증한다. 의사협회는 헌법소원을 제기할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관련 공청회 한 번 연 것으로 공론화 과정을 건너뛰고 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일방 통과시킨 사립학교 법안도 문제투성이다. 핵심은 교원 임용 1차 필기시험을 교육감에게 위탁하는 규정이다. 몇몇 학교의 채용 비리 등 일부의 문제를 전체 사학의 본질인 양 부풀려 교육감의 노골적인 인사 개입을 허용한 건 도를 넘는 자율성 침해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연합회는 ‘사학 자율성 말살 악법’이라 격하게 반발하며 위헌 소송을 벼르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탄소중립법도 민주당 ‘입법 농단’의 핵심 사례다. 이 법안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환경부가 제안한 수치(2018년 대비 30%)보다도 5%포인트나 높게 못 박아 기업 현실을 외면한 ‘환경이념법’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민주당은 재계와 야당의 반발을 무시하고 지난 19일 새벽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을 일방 통과시킨 데 이어 이날 본회의 문턱도 일사천리로 넘었다.
대한민국 집권당이 헌법에 정해진 의회주의 원칙을 대놓고 무시하면서 위헌 소지가 높은 법안을 군사작전식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34년 전 민주당의 대부인 김대중을 비롯한 ‘3김’이 주도해 만든 현행 헌법을 민주당 스스로 짓밟고, 그 위에 군림하는 형국이다. 언론징벌법은 그런 맥락에서 자행되고 있는 헌법 파괴 공작의 클라이맥스라 하겠다.
민주당의 입법 독주는 8개월 남은 현 정권 임기 중에 숙원 법안들을 죄다 통과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발로일지 모른다. 그러나 역사는 위헌적 법안을 밀어붙인 장본인들이 예외 없이 고통스러운 대가를 치렀다는 사실을 생생히 보여준다. 당장 윤미향 의원이 공동 발의한 ‘위안부 피해자 보호 법안’은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가 ‘윤미향 보호법’이라 반발하는 바람에 민주당은 법안을 자진 철회하는 수모를 당했다. 민주당 스스로 과오를 인정하는 게 먼저다. 언론징벌법을 폐기하고 어제 통과한 위헌적 법안들을 재개정하지 않으면 헌법과 민심에 의해 자멸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09.01 ‘GSGG’ 욕설에 가짜뉴스 생산 김승원, 국회서 퇴출하라
선출직이지만 국회의원에게도 공인의 품격과 양식은 최소한의 요건이다. 국회법 제25조가 별항으로 품위 유지 의무를 규정하고,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도 맨 앞에서 그것을 천명한 이유다. 국회의장을 향해 욕설 ‘개××’로 받아들여지는 ‘GSGG’ 표현을 구사하고, 부친 부동산 의혹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윤희숙 의원과 관련된 가짜뉴스를 발설한 의원이 있다. 사석에서 만취해 한 발언이라도 문제일 텐데, 페이스북과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버젓이 그렇게 했다. 품위는 고사하고 인성(人性)부터 결격이다.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특위 부위원장으로서 언론중재법 개정 추진의 핵심 인물인 김승원 의원은 지난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병석~~’이라고 적은 뒤 ‘GSGG’ 표현을 덧붙였다. 파문이 일자 해명에 나섰지만, 진정성은 안 보인다. ‘Government serves general good’을 의미한다는 주장이야말로 국민을 ‘G’로 여기는 궤변이다. 하루 전에는 방송에 나와 “(윤 의원이) 사표를 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약간 쇼가 아닌가”라고 했다. 윤 의원은 사퇴 발표와 함께 사직서도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다.
이런 사람이 가짜뉴스를 막겠다며 위헌적 법률 개정에 앞장섰다. 적반하장 아닌가. 자질도 인격도 국회의원 자격에 미달한다. 스스로 사퇴하는 게 옳다. 그러지 않으면 윤리위 심판을 포함해 국회 퇴출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9.02 일부 일탈에 전체 규제하는 입법 횡포,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이 8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안 철회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하 회장은 사학법 개정은 일부 사학의 운영·채용 비리를 빌미로 전체 사학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인사권을 훼손하는 처사라며 국회의 사학법 개정 철회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국회가 지난달 31일 사립학교 신규 교사 채용 시 1차 필기시험을 시도교육청에 반드시 위탁하도록 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지금까지는 학교법인이 교사를 새로 채용할 때 개별 채용 시험을 치르거나 시도교육청에 위탁해 채용하는 방식 중 하나를 택할 수 있었다. 사학들이 이번 개정안에 대해 “사학의 인사권까지 빼앗는 내용”이라며 반발했지만 민주당은 귀담아듣지 않고 밀어붙였다.
사립학교법 1조는 사학의 공공성과 함께 자주성도 강조하고 있다. 사학들은 이미 사학 운영의 중요한 축인 학생 모집권, 재정권을 잃은 상황에서 인사권까지 빼앗기면 사학 운영의 자율성은 근본적으로 무너지는 것이라며 “차라리 국가에서 모든 사립학교를 인수하라”고 할 지경이다. 이번에는 1차 필기시험만 위탁하라고 했지만 면접 등 채용 전 과정을 위탁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사학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이미 경기도교육청은 얼마 전 새 교사 채용의 전 과정을 위탁하라는 방침을 담은 공문을 일선 학교에 내려보냈다. 이 방침에 따르면 추가 지원금을 주지만 이에 안 따르면 인건비를 삭감하겠다는 협박도 담겨 있다.
국회는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해온 수술실 내 CCTV 설치법도 의결했다. 개정안은 수술실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원할 경우 수술 장면을 촬영하도록 했다. 의료계는 이번 개정안으로 의료진이 응급 또는 중환자 수술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겨 결국 환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수술실 내 CCTV 설치법은 전 세계에서 처음 시행하는 제도다.
두 개정안의 공통점은 일부에서 일탈이 발생하면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강력한 규제책을 입법화한다는 것이다. 일부 사학의 채용 과정에 불법이 있으면 그 책임을 엄하게 물으면 되는데, 건전하게 운영하는 사학까지 예외 없이 교사 채용을 위탁하도록 하는 것은 과잉 입법이다. 수술실 일탈이 있다고 모든 의사를 다 범죄자 취급하는 것도 과잉 입법이다. 언론중재법·중대재해법 등 비슷한 사례가 다 열거하기도 벅찰 정도로 많다. 일부의 잘못을 침소봉대해 선량한 다수까지 강력 규제하는 것은 전형적 입법 횡포다. 현 여권의 사고방식이 선과 악, 피아(彼我) 구분으로 가득 찼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
09.06 또 선관위원장 사퇴 소동, 국민 염증 키우는 野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 사의를 표명했다고 알려진 정홍원 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 비공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선관위는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1.09.05. /이덕훈 기자
제1야당의 대선 후보 경선 관리를 책임진 정홍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사의를 표명했다가 철회하는 소동을 빚었다. ‘역선택 방지’ 문제를 놓고 후보 간 충돌이 계속되자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이준석 대표가 만류하면서 몇 시간 만에 입장을 바꿨다.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제1야당의 경선 절차가 시작도 하기 전부터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역선택 방지’는 경선 여론조사 때 지지 정당을 물어 여당 지지층을 배제하자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찬성, 홍준표·유승민 후보 등은 반대한다. 여당 지지층의 조직적 역선택이 야당 후보 선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갈린다. 다만 결정적 변수가 되기 어렵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정 위원장은 일부 후보들이 경선 일정 보이콧까지 선언하며 집단행동에 나서자 사퇴를 결심했다고 한다. 여당은 지역 순회 경선에 돌입해 차례로 당원 투표 결과를 내놓고 있는데, 제1야당은 첫발도 떼지 못한 채 파행 직전까지 치달은 것이다.
후보 간 이견을 중재하고 설득해야 할 선관위원장이 사퇴 의사부터 밝힌 것도 무책임하지만 대선 후보들의 끝없는 이전투구는 더욱 정치 염증을 키우고 있다. 한발씩 양보해 경선 룰과 일정을 확정짓고 정책 구상과 공약 대결로 경쟁을 벌이기는커녕 사소한 룰 싸움으로 벼랑 끝 대치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국민의힘은 경선준비위 토론 개최, 선관위원장 인선 등을 놓고 후보들은 물론 당대표까지 뒤엉켜 치고받으며 내분을 벌였다. 대표와 후보 간 통화 녹취록 공방까지 벌어져 ‘막장이 따로 없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그 와중에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이 “공정성을 의심받는 데 자괴감을 느낀다”며 사퇴한 데 이어 정 위원장도 물러나겠다고 했다가 번복한 것이다.
문 정권의 실정(失政)에 실망한 많은 사람이 제1야당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데도 대선 후보라는 이들이 눈앞의 유불리만 따지면서 진흙탕 싸움에 빠져 있다. 이러고도 자신을 정권 교체 적임자라 주장하니 볼썽사납다.
조선일보 사설
09.06 의원사퇴 쇼, 민주당이 더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사퇴 발표를 ‘쇼’라고 한 건 예상 가능한 일이긴 했다.
“사퇴 의사는 전혀 없으면서 사퇴 운운하며 쇼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속 보이는 사퇴 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이재명 캠프 김남준 대변인)
“사퇴 쇼로 끝날 공산이 크지만 기필코 성공할지는 모르겠다.”(정청래 의원)
윤 의원을 두고 했겠지만, 본인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행태였다. 2009년, “미디어법이 원천 무효가 될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사직서를 내고 거리 투쟁을 했던 세 명의 의원이 있다. 각각 172일(최문순), 171일(천정배), 74일(장세환) 만에 원내로 복귀했다. “원내로 들어가 활동하는 게 보다 효율적이고 실질적이란 권유를 따랐다”고 했다. 당 차원에선 대표로 정세균 대표가 사직서를 냈는데 이 또한 11개월 만에 철회했다.
그로부터 4년 후 여당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기초연금법안 처리에 당 지도부가 동의하자 비례대표 의원이 항의 차원에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탈당하면 됐다. 그러나 5일 후 동료들에게 보낸 서한엔 이런 대목이 있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사직서를 도로 받아오고 싶다. 저는 아무렇지 않게 의원직을 사퇴할 인물이 못 된다. 혹시 의원님들이 보시기에 제가 국회의원을 더 하는 게 좋겠다면 저를 당에서 제명해서 나머지 임기를 마치게 해달라.”
그는 사직서를 철회하지 않았다. 제명되지도 않았다. 그 덕분에 임기를 다 채웠다. 문재인 대통령의 보건의료 실세인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다. 2000년 건보공단 발족 이래 최초로 연임했다. 근래엔 노·노 갈등으로 3일간 ‘단식투쟁’을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여당 됐다고 달라졌냐고? 아니다. 2018년 총선을 앞두고 미투 의혹이 제기되자 민병두 의원은 피해자에게 사과하며 의원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두 달 만에 돌아왔는데 이유는 이랬다. “지역구민 6539명이 뜻을 모아 의원직 사퇴 철회를 촉구했고 민주당 최고위원위에서도 사직 의사를 철회하라고 했다.”
정작 사퇴하겠다는 말을 이행한 사례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 있다. 노동경제학자로 생의 종반 무렵엔 경세가로 불린 박세일 선생이다. 2004년 비례대표로 배지를 단 그는 자신이 반대했던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안이 한나라당의 동조하에 처리되자 사직서를 냈고 결국 탈당했다. 여의도를 떠나며 그가 한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엔 시대가 요구하는 국민 통합의 개혁이 아니라 국력을 소진시키는 국민 분열의 개혁이 너무 많다.”
의원직 사퇴를 옹호하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신중해야 한다고 믿는다. 대리인이란 막중한 책임 때문이다. 박 선생의 첫 제자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에게 그래서 이렇게 물었다.
-박 선생이 의원직을 지키는 게 낫지 않았나.
“소신에 반하는데 어떻게 하겠나.”
-후회하진 않았나.
“전혀 안 했다.”
박세일 선생은 “분명한 건 역사는 이상주의자의 좌절을 통해 발전한다는 사실”이라고 했지만, 그의 좌절이 어떤 발전을 이뤄냈는지 지금도 알기 어렵다. 박 선생은 이후 몇 차례 현장 정치에 도전했으나 메인스트림엔 진입하지 못했다. 그의 지혜와 능력도 그랬다. 잘못에 비해 과해 보이는 윤 의원의 이번 선택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모르겠다. 과거의 경험이 더는 미래의 안내자가 아닌 건 정치도 마찬가지라 그저 지켜볼 뿐이다.
그렇더라도 민주당의 볼썽사나움에 대해선 한마디 해야겠다. 자신들이 쇼했다고 이번에도 쇼라고 몰아붙이면서 정쟁화한다. 정작 쇼를 현실로 만들 힘은 자신들에게 있는데도 말이다. 더욱이 11년 영농한 대통령이 산 농지가 곧 대지가 됐고, 십여 명의 의원이 윤 의원 못지않은 문제로 손가락질 받고, 어떤 이는 직(職) 대신 집을 택했는데도 당당하다. 매번 놀라게 되는 멘털이다.
중앙일보 고정애 논설위원
09-06 文정권이 불러온 입법 만능의 무법 시대
寓話 같은 21세기 대한민국 국회
다수 의석 완장 차고 ‘입법 완력’
권력이 善한 목적 이룬다며
수단 안 가리면 그게 바로 독재
시작은 청원게시판이었다. 어느 날 이런 요지의 글이 올라왔다. ‘기분 나쁘게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아 하루에도 몇 번씩 고통을 당하고 있다. 조치를 취해 달라.’ 그런데 다음 날부터 ‘나도 당했다’며 청원에 동의하는 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 수십∼수백 개 수준이던 동의가 인터넷에서 ‘기분 나쁘게 쳐다보기 반대 운동’으로 화제가 되면서 기하급수로 늘기 시작했다.
불과 열흘 만에 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35만 명. 가만히 있을 거대 여당이 아니었다. 발 빠른 입법에 들어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기분 나쁘게 쳐다본 자는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해야 한다”는 법안을 만들어냈다. 황당한 법이었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찬성이 많았다. 여론조사 문항이 ‘반복적이고 보복적으로 기분 나쁘게 쳐다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준 사람들을 처벌하는 데 찬성하느냐’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역사상 유례없는 ‘기분 나쁘게 쳐다보기 금지법’의 탄생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고의·중과실로 기분 나쁘게 쳐다본 건지, 그냥 쳐다본 건데 기분 나쁘게 받아들였는지가 잘 구분되지 않았던 것. 그러자 거대 여당은 이런 조항을 삽입했다. ‘고의·중과실로 기분 나쁘게 쳐다본 건지, 그냥 쳐다본 건지는 쳐다본 사람이 입증해야 한다.’
이번에는 ‘나는 그냥 쳐다봤는데 기분 나빠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왜 기분 나쁜지 입증해야지, 내가 어떻게 하느냐’는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역시 여당은 신속했다. 방법은 기상천외했지만. ‘전년도 가구 수입 1억 원 이상인 자만 배상 책임을 진다’는 단서 조항을 넣은 것.
그러자 반대 여론도 쑥 들어갔다. 80%쯤 되는 국민은 기분 나쁘게 쳐다보든, 그냥 쳐다보든 배상 책임을 질 일이 없었다. 여당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어느새 차기 대통령 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때. 그 전 몇 번의 선거에서 ‘빈부(貧富) 갈라치기’로 재미를 본 여당이었다.
이 법이 시행되자 거리의 풍경이 확 바뀌었다. 이상하게 눈을 내리깔고 시선을 회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비 오는 날에도 선글라스를 끼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었다. 하지만 이 법은 시작에 불과했다. 거대 여당은 후속 법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2호는 ‘기분 나쁜데 말 걸기 금지법’이었다.
이런 우화(寓話) 같은 일이 21세기 대한민국 국회에서 벌어질 줄은 몰랐다. 법을 만든다는 사람들이 법이 넘어서는 안 될 ‘레드 라인’을 그은 헌법을 마구 뛰어넘는다. 다수 의석의 완장을 차고 겁 없이 ‘입법 완력’을 휘두르는 꼴이 과거 군국(軍國) 일본의 집단주의를 자조한 “빨간 신호등도 모두 함께 건너면 괜찮다”는 말을 생각나게 한다.
피의자 피고인이 자신을 보호하고 비판 언론을 겁박하는 법을 발의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 그 틈에 숟가락 하나 얹으려던 ‘윤미향 보호법’이 철회된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멋대로, 맘대로 법을 찍어내는 입법 만능이 되레 무법(無法) 시대를 불러온 듯하다.
위의 우화에선 우연처럼 그렸지만, ‘언론 징벌법’은 문재인 정권 출범 때부터 사실상 기획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6년 12월 국회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자 ‘국가대청소 6대 과제’를 발표했다. △비리 부패 관련 공범자 청산 △사유화한 공권력 바로잡기 △재벌 개혁 △권력기관 개조 △언론 개혁 △세월호 진실 규명이 그것.
이 로드맵에 따라 문 정권은 소위 ‘적폐청산’의 칼바람을 일으키고, ‘검찰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검찰 장악을 밀어붙였으며, 사법부 헌법재판소 경찰 등 권력기관을 ‘개조’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신설했으며, 무리한 수사로 재벌을 옥죄고, 이른바 ‘세월호 진상 규명’을 5년 정권이 끝날 때까지 끌어오고 있다. 6대 과제 중 남은 건 ‘언론 개혁’이라는 이름의 언론 장악뿐이다.
4년 반 만에 이 많은 걸 해치운 정권이 놀랍다.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절차를 거쳤다면 이 모든 게 가능했을까. 평등 공정 정의 같은 선(善)한 목적을 이룬다며 이 정권이 동원한 불법 탈법 편법 비상식 등은 훗날 문 정권을 청산하는 데 쓰일 치부책에 오롯이 기록되고 있다. 권력이 선한 목적을 이룬다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독재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
09.07 윤석열 ‘고발 사주’ 논란, 정쟁보다 규명이 먼저
고발장 작성 주체와 윤 전 총장 관련 쟁점
연루 당사자와 여야, 신속히 진상 밝혀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때 검찰이 야당에 여권 인사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고발 사주 의혹’의 파장이 연일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첫 보도에 이어 6일 핵심 물증으로 보이는 고발장 내용이 공개되면서 진실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
문제의 고발장은 두 건이다. 윤 전 총장의 측근인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통해 지난해 총선 직전인 4월 3일과 8일 두 차례에 걸쳐 미래통합당 김웅(현 국민의힘 의원) 후보에게 전달됐고 윤 전 총장이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3일 고발장은 검언 유착과 김건희씨 주가 조작 혐의가 담긴 20쪽짜리, 8일 고발장은 최강욱 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힌 5쪽짜리라고 한다. 김 의원은 고발장을 미래통합당 당직자 추정 인물에게 보냈는데 이 과정에서 “(텔레그램 내용을) 확인하시면 방 폭파”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여권은 이를 청부 고발의 증거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고발장에는 “‘검언 유착’ 의혹 제보자X(지모씨)와 황희석·최강욱·유시민 등 범여권 인사들이 친정부 기자들과 합심해 총선에 영향을 미치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적혀 있다. 내용만으로 보면 잘못된 게 없다. 이 사건으로 구속기소됐던 채널A 이동재 전 기자는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된 반면, 제보자X는 수사를 받고 있고 최·유씨는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차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정당한 고발이라도 법적 절차를 어겼다면 도리어 그 자체가 사법적 단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이 대표적 사례 아닌가.
김 의원이나 손 검사 모두 의혹을 부인한다. 김 의원은 중앙일보에 “최강욱 고발장은 내가 직접 초안을 잡았고, 윤 전 총장과는 무관하다”며 “또 검언 유착 고발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손 검사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을 앞둔 시기에 검찰 권력을 사유화해 선거에 개입하고 조직을 보호하려고 했던 정치공작 사건”이라며 총공세에 들어갔다. 여당은 특히 고발장에 윤 전 총장과 부인 김건희씨의 명예훼손 피해 사실이 적시돼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윤 총장의 지시 또는 승인하에 이뤄진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국민이 (정치공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맞받아쳤다.
대검의 감찰이 진행 중이라 진실이 무엇인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고발장 작성 주체와 윤 전 총장의 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양측 공방이 길어질수록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특히 막판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특검 등을 통한 진상 규명으로 갈 경우 대선판을 뒤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당사자들이 선제적으로 신속한 사실 규명을 적극 촉구해야 한다. 여당도 정쟁의 진흙탕으로 몰고가기보다는 신속한 진상 규명에 무게중심을 두는 게 맞다.
중앙일보 사설
09월 07일 ‘尹 고발 사주’ 예단한 與 법무장관과 커지는 공작 의심
인터넷 매체 보도로 시작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使嗾)’ 주장에 여권이 총력 가세해 의혹을 키우고 있다. 급기야 6일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까지 열렸다. 그러나 새로운 사실은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윤 총장과 직접 관련자로 지목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 및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적극 부인하면서 김대업 사건 같은 ‘정치 공작’ 의심도 증폭되는 실정이다. 윤 전 총장이 대선 선두권 주자임을 고려할 때, 신속한 규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현재 대검이 감찰을 시작했고, 법무부·검찰 합동 조사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감찰·조사·수사 모두 정치 중립과 객관성이 확실히 담보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 자체가 공작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립적 심판 역할을 해야 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앞장서서 윤 전 총장 관련 가능성을 예단하는 행태를 보인다. 심각한 선거 중립 위반으로 비친다. 박 장관은 법사위 답변에서 “윤 전 총장과 손 정책관 사이에는 그 이상의 관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윤 전 총장이 손준성 검사를 대단히 가깝게 활용한 것으로 파악한다” “정치검찰 흔적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사실관계보다 추정에 근거한 입장을 쏟아냈다. 지난 2월 박 장관은 “장관이지만 기본적으로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했는데, 이런 인사에게 법무장관을 맡겨선 안 된다. 무엇보다 정치 중립이 중시되는 대선 국면에선 더욱 그렇다.
같은 날 손 전 정책관은 “내가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 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송부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손 전 정책관은 지난해 2월 추미애 전 장관 시절 임명됐다는 사실도 윤 전 총장과 밀접한 관계라는 주장의 신빙성을 떨어뜨린다.
김 의원은 “최강욱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장은 내가 초안을 잡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의혹을 보도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는데도 그 매체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법무장관부터 중립 인사로 바꾸고, 감찰팀에도 친정권 인사들을 배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질질 끌면서 야당 유력 후보를 흠집 내려는 공작이란 주장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9월 07일 막말 패륜, 국민 의식도 황폐화시킨다
이태동 문학평론가 서강대 명예교수
지난 60년간 우리나라는 참혹한 6·25전쟁의 폐허에서 근검 절제와 불굴의 의지로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아직 후진국 수준인 정치가 지금껏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무너뜨릴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갈등은 정당정치의 필연적 현상이지만, 지금의 진흙탕 싸움은 사회의 근본적인 윤리의식과 규범마저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일부 정치인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민주주의의 요체인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의지를 내보인다. 급기야 사회 지도자급에 속하는 법률가마저 부화뇌동해 인간의 예의도 저버리는 패륜적 막말을 쏟아낸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측 법률대리인 정철승 변호사가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원로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에게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이라고 패륜에 가까운 말을 했다. ‘어째서 지난 100년 동안 멀쩡한 정신으로 안 하던 짓을 정신이 탁해진 후에 시작하는 것인지, 노화현상이라면 딱한 일’이라며 모욕적인 표현으로 연민의 정을 나타냈다. 그는 법률가이면서 허위적인 말도 했다. 정 변호사는 ‘김 교수가 이승만 정권 때부터 60여 년간 반(反)민주주의를 비판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실향민인 김 교수는 이북에서 경험한 김일성 독재 체제에 대해 기회 있을 때마다 비판해 왔을 뿐만 아니라, 4·19혁명 때는 연세대 교수 시위를 주동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정 변호사는 ‘적정 수명’을 ‘요즘 80세 정도가 한도선이 아닐까’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권 때 정동영 의원이 “60세 이상은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 “60대가 되면 뇌세포가 변해 다른 인격체가 된다”고 해서 논란을 일으켰던 발언과 일치한다. 자신은 늙지 않을 것처럼 101세 노인을 폄훼하는 ‘패륜’적인 발언을 하지만, 생명을 물체로 보는 마르크스적인 유물론에 경도돼 노인의 정신세계를 파악하지 못한다. 물론 나이테가 쌓이면 인간의 기억력은 약해진다. 그러나 그동안 쌓인 경험으로 이해력이 좋아져 더욱 지혜로운 판단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괴테는 81세에 그 위대한 작품 ‘파우스트’를 완성했다.
최근 정치판의 언어폭력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김승원 여당 초선 의원이 국회의장에게 사용한 ‘GSGG’라는 표현이 ‘개××’라는 뜻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문 대통령 복심으로 알려진 윤건영 초선 의원은 문 정권에서 참모총장을 지낸 장성들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선거 캠프에 합류하자 ‘별 값이 ×값이 됐다’고 비천한 말로 비난했다.
우리가 “말이 행동이다”라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기억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무서울 만큼 끔찍하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지도자들이 권력의 힘으로 바른말을 봉쇄하고 폭력에 가까운 막말을 쏟아 놓은 것이 무비판적인 일반 국민은 물론 청소년들의 의식 세계를 지배해서 황폐화시킨다.
젊은 지도자들이 계속 이렇게 법 위에 있는 윤리의식을 파괴하는 정치를 계속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다시금 후진국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품위 있는 말을 하는 품위 있는 정치지도자가 대한민국에서는 결코 나타날 수 없단 말인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노력한 것은 ‘정치를 명예로운 직업으로 만들려는 것’이었다는 말이 기억에 새로운 요즘이다.
문화일보
09.08 이낙연, 의원직 사퇴 선언...호남 경선 앞두고 승부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민주당의 가치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정권 재창출에 나서기로 결심했다”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 후보는 8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것을 던져 정권 재창출을 이룸으로써 민주당과 대한민국에 제가 진 빚을 갚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는 “우리는 5·18 영령 앞에 부끄럽지 않은 후보를 내놓아야 한다”며 “민주당의 가치, 민주주의의 가치에 합당한 후보를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5·18 영령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도, 세월호 아이들이 바랐던 것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루고자 했던 것도 민주주의의 가치이지 여론 지지도를 좇아 그랬던 것이 아니다”라며 “그렇게 목숨과 맞바꾸거나 평생을 걸고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 민주당의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경쟁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충청권 경선 결과 발표에서 압승하자 이 후보가 승부수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남권 경선을 앞두고 역전을 위해 배수진을 쳤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09.08 윤석열, 與향해 “내가 그렇게 무섭냐? 치사하게 공작마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은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치사하게 공작하지 마라, 내가 그렇게 무섭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민주당 대선 캠프 측에선 최근 한 신생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의 ‘고발 사주’ 의혹 보도를 근거로 윤 전 총장을 비판하고 있다. 뉴스버스는 지난 2일 한 제보자를 인용해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에 있을 때인 지난해 4·15총선 직전 대검 소속 손모 검사를 통해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고 보도했다.
윤 전 총장은 회견에서 “선거 때마다 이런 공작·선동으로 선거 치르려 하다니 한심하다”며 “앞으로 정치공작을 하려면 잘 준비해서 인터넷 매체 말고 메이저 언론을 통해, 면책특권에 숨지말고 제기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뉴스버스가 인용한 제보자에 대해서도 “기자 여러분도 제일 먼저 제보했다는 그 분을 알고 계시죠”라며 “그 분의 신상과 과거에 여의도판에서 어떤 일을 벌였는지 다 들었다. 그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공익제보자가 되느냐”고 했다.
그는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있다면 응하겠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국회 현안질의 이런 데서 소환한다는 이야기도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응하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노석조 기자
09.09 이런 여론조사로 후보 뽑나
여론조사 회사 세 곳이 지난 3~4일 각각 실시한 대선 조사 결과는 요즘 여론조사가 얼마나 유권자를 헷갈리게 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재명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가상 양자 대결 지지율이 알앤써치·경기신문 조사는 35.2% 대(對) 32.1%로 접전이었다. 그런데 PNR·뉴데일리·시사경남 조사는 36.2% 대 28.7%로 이 후보가 크게 앞섰고, 정반대로 여론조사공정·데일리안 조사는 37.7% 대 46.4%로 홍 후보가 크게 앞섰다. 세 곳의 조사에서 홍 후보 지지율은 28.7%, 32.1%, 46.4% 등으로 들쭉날쭉했다.
여론조사 결과들의 차이가 심할 경우 조사업계에선 “조사 시기나 조사 방식 또는 질문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란 설명을 내놓곤 한다. 하지만 최근 세 곳의 조사는 조사 날짜와 조사 방식(ARS)이 같았고 질문 내용도 거의 비슷했다. 이럴 때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가 각 조사의 원(原) 자료를 정밀하게 검토해서 어떤 이유로 결과가 크게 달랐는지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기계음의 ARS 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품질이 좋은 것으로 여겨졌던 전화 면접원 조사도 최근 신뢰성에 금이 갔다. 얼마 전 여심위는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윤석열이 될 것 같죠?” “이재명?” 같은 식으로 유도 질문을 한 조사 회사를 적발해 과태료 3000만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면접원 관리가 허술해서 벌어진 ‘참사’였다.
여론조사의 정확성에 대해선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여론조사로 후보를 뽑는 악습(惡習)을 되풀이하고 있다. 각 당의 당헌·당규에서 경선 여론조사 활용을 공식화했을 뿐만 아니라 국회가 만든 공직선거법(제57조의2)에도 당내 경선을 여론조사로 대체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여론조사가 후보 선정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조사 방식 즉 역선택 방지 여부나 문항 구성, 표본에서 집 전화 비율 등과 관련해 0.1%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사생결단의 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야권은 최근 대선 후보 경선을 포함해 올해 들어 네 번이나 ‘여론조사 경선 룰’을 놓고 내전(內戰)을 벌였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내 경선과 오세훈·안철수 후보 단일화, 당 대표를 선출했던 6월 전당대회 등에서도 여론조사 역선택 등이 싸움의 주제였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선 당 선관위가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지 않기로 하면서 일단 갈등이 봉합됐지만 앞으로 ‘본선 경쟁력’을 측정하는 문항과 관련한 2라운드 결전이 남아있다.
하지만 후보들이 정책 대결 대신 경선 룰 대결에 매달리며 내부 파열음이 계속 커진다면 공멸(共滅)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불신이 하늘을 찌르는데도 여론조사로 후보 뽑는 경선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09.09 홍준표 부상에 “홍나땡”이라는데…與가 찜찜한 한 가지 이유
“홍준표가 유리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6일, 우상호 의원)
“홍준표가 본선에 오르면 땡큐”(5일, 정청래 의원)
국민의힘 경선 레이스를 지켜보는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요즘 홍준표 의원을 주목하고 있다. 그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항마로 급부상해서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홍 의원이 1위(32.5%)에 올랐다는 알앤써치ㆍ경기신문 여론 조사(3~4일) 결과는 친여(親與) 방송인 김어준씨와 조국 전 법무장관이 각각 라디오(6일)와 페이스북(5일)에 앞다퉈 소개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예비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 1차 경선 후보자 3대 정책공약 발표회'에서 공약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권엔 그래서 ‘홍나땡’(홍준표 나오면 땡큐)이란 말도 돈다. 윤 전 총장이 아닌, 홍 의원이 본선에 나와야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일각의 기류를 반영한 조어인데, 도대체 그런 주장은 왜 나오는 걸까.
與, 반색 이유 3가지…익숙ㆍ꼰대ㆍ이이제이
①2017년 대선의 기억=우선 “홍 의원은 익숙하다. 그래서 상대하기 편하다”(대선경선기획단 관계자)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한 차례 맞붙어봤던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에 비해 공략 지점을 파악하기 용이하다는 주장이다. 당시 탄핵 정국과 다자 대결이란 변수가 있긴 했지만, 홍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17% 포인트 차로 크게 패배했던 전적도 민주당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이유로 꼽힌다.
홍준표 의원의 경우 자신이 걸어온 노선과 전략을 쉽게 바꾸지 않을 거란 민주당 내 전망도 있다. 한마디로 "사람 잘 안 바뀐다"는 것이다. 당내 한 대선 주자 캠프 관계자는 “홍 의원은 일관된 가치와 철학으로 살아왔다. 오랜 기간 굳혀진 특성이다. 좋게 말하면 표리부동하지 않은 것이지만, 경쟁 상대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예측하기 쉬운 인물이란 뜻”이라고 말했다.
②가부장의 귀환?=민주당에선 그간 20·30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이준석 체제’ 국민의힘을 상대하기 벅차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 대표에 “장유유서가 있다”(정세균 전 국무총리)고 한마디 했다가 당 내에서도 “(민주당이) 꼰대 정당이 될까 우려스럽다”(박용진 의원)는 역풍이 불었다.
▲2017년 4월 7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홍 후보는 오래전부터 ‘꼰대’라는 비판을 여권에서 받아온 인물이다. “설거지를 어떻게 내가 (하느냐). 남자가 하는 일이 있고, 여자가 하는 일이 있다”(2017년 4월), “젠더 폭력은 무슨 뜻이냐”(2017년 9월) 등의 발언이 이미 논란이 됐다. 지난 4월 무소속이었던 홍 의원이 국민의힘 복당 의사를 밝히자, 국민의힘에선 “우리 당의 평균 꼰대력이 10%포인트 상승할 것”(김재섭 당시 비상대책위원)이란 반응도 나왔다.
청년 정치인인 류호정(29) 정의당 의원은 7일 한 라디오에서 ‘홍 의원이 20대 여성에 호소력이 없나’란 질문에 “그렇긴 하다. 홍 의원의 가부장적인 태도를 보고 있으면 정말 다른 세상에 사는 듯한 기분이 든다”라고 말했다.
③尹 잡는 매?=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의 경쟁력을 끌어내리는 그림을 기대하는 민주당 내 강경파들이 꽤 있다. 정청래 의원도 최근 홍 의원을 띄우면서 “윤석열은 별 볼 일 없는 후보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이 지난 6월 복당했을 때부터 “윤석열이 지난여름에 뭘 한지 아는 사람이 홍준표”(송영길 대표), “홍준표의 입이 기대된다”(정 의원)는 말이 나왔다.
이런 기류엔 “윤 전 총장은 반문(反文ㆍ반문재인) 정서의 구심점이다. 그런 윤 전 총장이 무너지면 반문 정서 역시 동력을 잃고, 이는 정권 교체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수도권 초선)는 의식도 깔려있다.
홍 의원은 복당 후 줄곧 “국민은 신상품을 주로 찾는데, 훑어보고 흠이 있으면 반품을 한다”라거나, “그 사람은 악재만 남아 있다” “후안무치” 등 표현으로 윤 전 총장을 겨냥하고 있다.
與 일각에선 ‘홍준표 경계’ 긴장감도…“상황 달라질 수 있다”
민주당 일각엔 '홍준표 현상'에 박수만 치기보다 오히려 경계심을 표출하는 이들도 있다. 민주당의 지도부의 인사는 “홍 의원이 몰라보게 노련해지고 성숙해졌다. 지금은 희극적 캐릭터로 뜨는 거 같지만,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당내 한 다선 의원도 “홍 의원의 시원시원한 화법이 요즘 인기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홍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러다 대통령 되는 것 아니냐”라고도 했다고 한다.
여당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캠프에서도 “홍 의원의 상승세를 예상 못 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 가파르게 치솟을 줄은 몰랐다”(수도권 초선)라는 반응이 나왔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도 “홍 의원 인기가 일시적인 현상은 아닌 것 같다. 본선 진출 가능성을 비중 있게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홍준표 캠프 조경태 선거대책위원장은 7일 라디오에서 ‘(민주당 내에) ‘홍나땡’이란 말이 있다’는 사회자 말에 “‘너나 잘해라’라는 표현이 있다”고 반박하며, “(현재는) 홍 의원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09월 09일 불투명한 ‘공익신고’에 월권으로 자격 준 대검 감찰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고발 사주 의혹’을 인터넷 매체에 제보한 ‘A씨’에 대한 현 검찰의 과잉 보호 행태가 새로운 의혹을 낳고 있다. 대검 감찰부(부장 한동수)가 벼락치기로 공익신고자로 분류한 것도 심상치 않은데, 제보자 공개 등이 예견되기도 했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기자회견 도중에 대검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로 알려 결과적으로 신원 공개를 원천 봉쇄하는 효과까지 봤다.
김 의원은 8일 오전 9시30분 기자회견을 시작했고, 대검은 9시49분 ‘(A씨가) 공익신고자 요건을 충족하였음을 확인했다’는 메시지를 발송했다. 그러나 주무 부서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오후 4시쯤 “공익신고자 해당 여부와 보호조치에 대한 최종 결정권한은 (대검에) 없다”며 사실상 월권을 지적했다. 그러자 대검은 다시 “공익신고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해 보호하기로 했고, 제보자가 권익위에 신청하면 권익위가 공익신고자 여부 등을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블랙코미디 같은 주고받기부터 문제다. 얼마나 급하게 신원을 숨기려 했으면 기관 협의도 거치지 않았을까. 더 심각한 문제는, 검찰이 공익신고로 봤으니 권익위에서도 공익제보자로 결정할 것이므로 그 전이라도 제보자를 특정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공익신고는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지만, 주요 내용을 이미 제보해 터뜨린 A씨는 정상적 공익신고자로 인정 받기 힘들다. 2002년 ‘김대업 병풍(兵風) 사건’ 당시엔 제보자가 실명으로 나섰다. 이번엔 그보다 죄질이 더 나쁘다.
문화일보 사설
09.10 프로 여당, 아마추어 야당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출처와 작성자가 없는 괴문서로 국민들을 혼동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국회사진기자단]
신들의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황금사과를 던졌다. "가장 아름다운 자의 것"이라는 말과 함께. 제우스의 아내 헤라, 전쟁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다퉜다. 세 여신의 싸움은 결국 트로이 전쟁의 도화선이 됐다.
'고발 사주'에 대처하는 국민의힘
당사자는 미숙, 경쟁 캠프는 즐겨
당 전체 위기에 너무 안이한 대응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이 국민의힘에 '불화의 황금사과'가 됐다. 당사자인 윤석열 캠프의 대응은 서툴고, 다른 캠프는 반사이익 챙기기에 급급하다. 당은 중심을 못 잡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야당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실력으로 정권 교체 목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꾼 드라마 중 백미를 꼽으라면 1990년 벌어진 민자당의 '내각제 각서 파동'이다. 노태우·김영삼(YS)·김종필(JP) 3명이 합당 과정에서 작성한 내각제 이행 각서가 그해 10월 중앙일보 특종 보도로 존재를 드러냈다. 내각제엔 손톱만큼도 관심 없이 차기 대권 꿈을 꾸던 YS에겐 악재였다. YS의 뒤집기 기술은 '공작 정치' 주장이었다. 각서 내용은 싹 무시하고 유출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다. 당무 거부와 '마산 농성' 끝에 결국 당권 장악이라는 반전을 이뤄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나아가 국민의힘은 그때처럼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까. 고발 사주 의혹은 내각제 각서 파동과 성격이 다르다. 각서 유출 사건은 계파 간 알력의 소산이었지만, 고발 사주 의혹은 당 전체의 존재 기반과 관련된 위기다. 바닥을 헤매던 보수 야당의 지지율은 상당 부분 여권의 무리한 검찰 개혁 반작용으로 되살아났다. 검찰 권력 사유화를 통한 국기 문란이라는 여권의 주장이 먹혀들면 야당의 지지 기반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치적 여건은 더욱 차이 난다. 각서 파문 당시 민자당엔 YS에 필적할 만한 차기 주자가 없었다. 공작 정치 주장은 어찌 보면 JP 표현대로 '틀물레질'(무턱대고 떼를 쓰는 짓)이었지만, 당내 역학 구조를 읽은 YS의 노련한 승부수였다. 윤 전 총장에게 YS 같은 노련함이나 당내 입지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은 지나치게 흥분한 모습이었다. 발언은 격정적이었으나 음모임을 뒷받침하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정제되지 못한 발언 과정에서 '비(非) 메이저 언론'을 섭섭하게 만드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당 지도부의 대응도 안이하기 짝이 없다. 김웅 의원과 윤 전 총장의 형식적 해명만 듣고 사실상 당 차원의 대응에 손을 놓아 버렸다.
더 한심한 것은 상황을 즐기는 듯한 경쟁자의 모습이다. 홍준표 의원은 윤 전 총장의 기자회견을 두고 "검찰총장 버릇이 나왔다. 네거티브 대응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고 훈수를 뒀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은 딱 이럴 때 쓴다. 홍 의원은 상황 초기에 윤 전 총장에 대해 "공작 정치 운운하지 말고 겸허하게 대국민 고백을 하라"고 압박했다. 순망치한이라고 했다. 보수 전체가 위기감을 가져야 할 사안인데도 지지율 역전 기회로만 여기는 듯한 모습은 당의 '적장자'를 자처하는 정치인답지 않다.
야당의 혼란은 뚜렷한 철학 없이 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잉태된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반면 여권은 일사불란하다. 병풍·BBK 등을 선거 전략으로 경험해본 정당답다. 좌장 이해찬 전 대표까지 "총선 때 3가지 공작 제보를 받았다"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할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대놓고 윤 전 총장과 손준성 검사의 유착을 기정사실로 했다. 심지어 검찰은 통상 60일쯤 걸린다는 공익신고 인정 절차를 며칠 만에 뚝딱 처리했다.
사태는 장기화할 전망이다. 길어지는 논란은 여권엔 꽃놀이패가 될 공산이 크다. 이런 판에 보수 야당의 지도부는 헤매고, 각 캠프는 이해타산에 골몰한다. 자꾸만 지난해 4·15 총선의 저녁이 생각난다.
중앙일보 이현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09-10 조성은 “제보자고 아니고는 중요하지 않아””…尹 캠프 “제보자가 사실상 자백”
“제보자고 아니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로 지목된 조성은 씨(33·사진)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제보자가 맞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변을 흐렸다. 그는 “제보자 색출 프레임은 결국 사건을 뭉개려는 것이고, 제보와 공익신고를 받는 등 당 운영에 심각한 저해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 씨는 8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서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 윤 전 총장을 향해 “나를 공익신고자라고 몰아가며 각종 모욕과 허위 사실을 얘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 어떤 정당 활동 내지는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당내 기자들에게 이재명 캠프 등 ‘국민의힘이 아닌 황당한 (대선) 캠프’ 활동한다는 허위 사실도 유포했다”며 김 의원과 윤 전 총장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윤 전 총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 사람이 어떤 일했는지 여의도 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이런 사람이 공익제보자가 된다면 그게 공익제보의 취지에 맞는 것인가”라고 밝힌 것에 대해 맞대응한 것이다.
이번 의혹을 최초에 제기했던 인터넷매체 뉴스버스 이진동 발행인은 9일 MBC라디오에서 이 같은 윤 전 총장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질문을 받고 조 씨를 염두에 둔 듯 “그 분이 공익신고자가 맞다”고 했다.
2014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 합류해 정치 활동을 시작한 조 씨는 2016년 국민의당 비대위원과 민주평화당 부대변인 등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는 청년정당 창당을 준비하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합류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지냈다.
조 씨의 입장문에 대해 윤 전 총장 측은 9일 “제보자가 사실상 자백한 것”이라며 맞대응했다. 윤석열 캠프 윤희석 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제보자라고 추정되는 사람이 거의 자백을 했다”며 “문서 전달 과정이 어쨌든 본인이 연결고리 하나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거의 확정적으로 확인해준 듯한 의미가 들어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공익신고자로 지목된 A 변호사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검찰에 공익신고 한 적도 없고 제보를 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선대위에서 활동했던 그는 이번 의혹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을 잡으려고 그러는 거 같다”며 “(김 의원이) 기억이 안 난다는 게 말이 되나. 숨기는 게 있으니까 그런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 의원과 제보자로 거론된 조 씨가 꾸민 일인 것으로 본다”며 “(당시 조 씨가) ‘김웅 검사 사람이 좋으니까 앞으로 크게 될 사람이니까 연락해 보세요’ 하고 나한테 메시지도 찍어줬다”고 말했다.
고도예기자 yea@donga.com
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09월 10일 ‘냄새’ 나는 여권 과잉 공세
김세동 전국부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이 지난해 4월 총선 직전 여권 정치인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사주한 의혹이 있다는 인터넷 언론사 보도로 여권이 아주 신이 났다.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부장검사 출신의 야당 국회의원 후보에게 ‘검언유착’ 사건 제보자와 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고발장을 건넸다는 보도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해찬 전 총리 등 여권 실세 정치인들이 기정사실화하면서 “국기 문란” “쿠데타 음모”라며 마구잡이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 손준성 검사는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데도, 손 검사의 배후를 윤 전 총장으로 아예 단정하면서 대선 주자를 사퇴하라는 주장도 한다. 뉴스버스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매체가 보도한 당일 여권 인사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관련 뉴스를 퍼 나르면서 상당히 무리한 정치 공세를 펼쳐 김어준 말마따나 공작의 관점에서 보면 음모의 냄새가 난다.
조금만 유리하다 싶은 상황이 발생하면 정황을 따지지 않고 흥분해 달려드는 건 여권의 오랜 습성으로, 이젠 유전자로 굳어진 것 같다. 국기 문란, 쿠데타 음모 주장도 단골 레퍼토리다. 박근혜 대통령 때 기무사령부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되고(가정 ①), 시위 군중이 청와대 담을 넘어 들어올 경우(가정 ②)를 대비해 계엄령 관련 문건을 만든 게 2018년 7월 드러났을 때 여권의 반응이 딱 이랬다. 그때도 실제의 쿠데타 음모를 적발한 양 난리를 쳤지만 단 한 명도 기소하지 못했다. 이중의 가정 상황을 전제한 대비문건 작성을 범죄로 몰기에 무리였을뿐더러 직무정지 상태에서 벗어난 대통령이 계엄령을 내리는 게 불법도 아니기 때문이다. 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났으나 사과 한마디 안 했다.
이번 사태는 여권이 희희낙락할 일만도 아닌 게 검언유착 사건이 여권 정치인들과 공영방송이 결탁해 조작한 정황이 법원 판결로 드러나는 등 고발장 내용이 대부분 사실이라는 점이다. 여권이 반성부터 해야 한다는 말이다. 더구나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설’이 여권의 주장대로 귀착되기엔 매우 엉성하게 짜여 있다. 무엇보다 여권 정치인에 대한 야당발 고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총장의 오른팔이라는 사람이 ‘국기 문란 쿠데타’라는 무시무시한 과업을 자신의 선거에 여념이 없는 ‘일개’ 부장검사 출신에게 맡겼다는 게 납득이 안 된다. 더 웃긴 건 김웅이 그걸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의원 신분도 아닌 당직자에게 그냥 포워딩하고 말 정도로 무성의했다는 점이다. 조국 딸의 인턴 활동, 표창장 등 7개 스펙이 전부 허위로 드러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이 취소되자 대선 주자들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은 대법원 확정판결 전에 이런 결정이 나면 안 된다며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우리 편이 관련됐으면 법원에서 판결된 사실도 부인하고, 야권 사안은 털끝만 한 의혹만 제기돼도 나라가 뒤집힌 것처럼 침소봉대하고 난리를 친다. 여권이 북이며 꽹과리를 세게 치면 칠수록 실체가 없는 사안을 갖고 작업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나저나 국기 문란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연루된 ‘드루킹’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같은 데 붙일 이름 아닌가.
09.10 공수처가 피의자로 입건하자, 윤석열 "입건하라 하십시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고발 사주' 의혹 피의자로 전환하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입건한 데 대해 윤 전 총장은 10일 "입건하라고 하십시오"라는 반응을 보였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금천구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예비후보 국민면접에서 "만약에 고발 수주를 지시한 정황, 증거가 나오면 사퇴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면접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질문에 "가정적인 질문에 답변하는 것 자체가 안 맞는다"며 즉답을 피했다.
'재직 당시 직속 하급자였던 손준성 검사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문제의 고발장 초안을 준 사실이 확인된다면 관리 책임자로서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명확하게 확인된다면 대검 어느 직원이나 검사라도 총장으로서 제대로 살피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사과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니 저도 빠른 시간 내에 좀 조사를 해보라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고발장 초안을 줬다는 것을 인정하느냐'는 진 전 교수의 물음에는 "아니다. 손 검사도 자기가 보낸 사실이 없다고 하고, '손준성 보냄'이라는 (캡처 화면의) 글꼴도 이상하다고 한다. 고발장이 언론에 인용된 것을 보면, 검사가 작성한 고발장이라기보다…"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면접을 마친 뒤 '공수처의 입건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건하라 하십시오"라고 답했다.
공수처는 이날 "윤 전 총장을 어제 입건했다"며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개"라고 밝혔다.
공수처 수사3부(최석규 부장검사)는 고발된 4가지 혐의를 모두 적용해 전날 윤 전 총장과 손 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한 데 이어 이날 손 검사와 김 의원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은 오늘 압수수색 대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측근 검사를 통해 야당에 범여권 인사를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09.10 尹 "입건기준이 국민관심? 26년 수사한 나도 어이없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의 소위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0일 전격 수사에 나서면서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공수처가 노골적으로 대선판에 뛰어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공수처는 이날 윤 전 총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개 혐의로 입건(지난 9일)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6년간 수사를 해 온 나지만 어이가 없다”며 “공수처는 입건(피의자)하는 기준이 다른가 보다. 국민 관심이 입건 기준인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정치공작에 이용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촉구했다. 앞서 기자들을 만나선 '입건'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입건하라 하십시오”라고 말하곤 차량에 올랐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이번 입건을 “정권의 눈치를 보는 권력기관의 노골화인 정치개입”으로 규정했다. 야권 유력 대선 주자를 형사사건 피의자로 입건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김병민 캠프 대변인은 “허위보도로 시작된 정치공작의 제보자를 공익신고자로 둔갑시킨 데 이어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을 공격해 온 친정부성향 단체의 고발을 계기로 신속 수사에 나섰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정치공작의 진실은 반드시 세상에 드러난다는 것을 잊지 말라. 국민은 눈을 부릅뜨고 정권과 권력기관의 치졸한 행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윤 전 총장 캠프 내부에선 “문재인의 칼(공수처)이 윤 전 총장을 목을 겨눴다”는 등 반발 수위가 훨씬 높았다.
당 지도부도 반발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울산시장 공작 사건의 재탕”이라고 했고, 김재원 최고위원은 “공수처가 집권 세력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우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제 막 당 경선 레이스를 시작하는 당의 입장에서 유력 주자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는 악재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공수처가 결과를 언제 내놓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수사를 질질 끌거나 미궁 속에 빠질 경우 그 리스크는 야당에 더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의 강제 수사를 보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둘로 갈렸다. “대선이 6개월 남은 현 시점에서 시민단체의 고발 사흘 만에 작정하고 수사한다는 건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김형준 명지대 교수), “공수처 설치 배경에 대한 의심부터 시작해, 논란이 상당할 것 같다”(익명을 원한 정치학 교수)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일부에선 “고발에 따른 절차적인 수사 착수로 딱히 정치 개입으로 보긴 어렵다. 되레 윤 전 총장에게 보수층이 더욱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는 분석도 나왔다.
수사기관이 유력 대선주자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검찰은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 등에 관한 수사에 나섰지만 이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피의자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당시 대선 과정에서 야당이던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일부는 “검찰이 이 후보를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 확정 일주일 전에 도곡동 땅에 대해 “제3자의 차명 재산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제3자가 누구인지는 더 이상 진상규명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발표했다. 검찰의 이같은 모호한 태도에 당시 한나라당에선 “검찰이 정치에 개입한다”는 반발이 거셌다. ‘박근혜 vs 문재인’이 치열하게 경쟁한 2012년 대선 막판엔 당시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국가정보원의 댓글 사건을 제기해 이슈로 부상했지만, 이 때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직접 겨냥한 수사는 없었다. 경찰은 대선 3일 전 “댓글 공작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공수처의 강제수사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계기로 알려졌다.
오전 10시 10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3층 김웅 의원실에 검사와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김 의원은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손준성 검사(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로부터 여권 인사(유시민·최강욱·황희석 등)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아 당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손 검사의 집과 사무실도 압수수색됐다.
김 의원과 김기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공수처의 압수수색에 강하게 반발하며 밤 늦게까지 대치를 이어갔다. 김 의원은 “(공수처 수사관들이) 압수수색 영장도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다”며 적법성을 문제삼았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09.10 제보자 아니라던 조성은 "내가 맞다, 尹 회견보고 공개 결심"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 직접 응해 자신이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라고 밝혔다.
10일 조 전 부위원장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뉴스버스에 제보했고, 대검에 공익신고를 한 당사자가 맞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대검 혹은 이후 다른 수사기관에 제출한 사람이 맞다"고 시인했다.
이어 조 전 부위원장은 "저는 사실 제보라기 보다는 사고라고 생각한다"며 "제보라면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뉴스버스가) 자연스러운 관계에서 알게 됐고, 김웅 의원과 통화하고 나서 보도를 하겠다는 의사가 통보식으로 왔기에 사전에 대응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주요 관계인 입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어 조 전 부위원장은 "그동안 본인이 제보자가 아니란 취지로 입장을 밝혀왔는데, 그럼에도 이번에 제보자라고 밝힌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절차를 마치고 나서 입장 정리한 뒤에 이야기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했기에 시간이 필요했다"며 "다시 한번 본의 아니게 사실이 아닌 부분을 말씀 드린 것에 대해 재차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조 전 부위원장은 이날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화났지만, 저 사람의 불행을 바라지 않는다"며 "윤 전 총장의 국회 기자회견을 보고서 내가 공익신고자임을 밝히기로 결심했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09.10 조성은 "김웅, 중앙지검 절대 안 된다고…꼭 대검 접수 지시"
/[사진 JTBC ‘뉴스룸’ 영상 캡처]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을 폭로한 제보자이자 공익신고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10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중앙지검이 아닌 꼭 대검 민원실에 고발장을 접수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날 조 전 부위원장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김웅 의원이) 4월 3일 첫 대화를 나눈 후 백장에 가까운 이미지 파일을 일방적으로 전송했고 그 대화 화면이 사실 전부”라며 “4월 8일 고발장까지 전송한 후 김웅 의원이 일반전화로 연락해 ‘꼭 대검 민원실에 접수해야하고, 중앙지검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전 부위원장은 휴대폰 등 증거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했다. 그는 “USB와 당시 사용하던 핸드폰, 그리고 최근까지 이미징 캡쳐 등에 사용했던 핸드폰 원본 3매를 각 수사기관에 직접 제출해서 포렌식 절차에 참여했다”고 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 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고발사주에 자신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모두 부인하면서 뉴스버스가 보도한 고발장 초안 등을 출처나 작성자가 없는 괴문서라고 한 바 있다. 그러면서 검찰이 제보자를 ‘공익신고자’라고 한 것을 두고 “요건도 맞지 않는 사람을, 언론에 제보하고 다 공개한 사람을 느닷없이 공익제보자로 만들어주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증거 들고나온 조성은 "김웅, 중앙지검은 절대 안 된다고…"
지난해 4ㆍ15 총선 직전 ‘윤석열 검찰’이 야당에 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의 최초 제보자가 베일을 벗었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인 조성은씨는 10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제가 대검과 다른 수사기관에 관련 자료를 제출한 사람이 맞다”고 말했다. 이날 조씨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중앙지검이 아닌 꼭 대검 민원실에 고발장을 접수하라고 했다”며 새로운 사실도 밝혔다.
조씨는 이날 인터뷰를 통해 “김웅 의원이 지난해 4월 8일 고발장을 텔레그램으로 전송한 후에 전화했다”며 “‘대검 민원실에 접수하십시오. 절대 중앙지검은 안됩니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당시 검찰총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은 친여권 검사로 꼽히던 이성윤 서울고검장이었다. 다만 조씨는 고발장을 전달받은 이후 “(김 의원을) 만나거나 연락한 적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준성 검사로부터 고발장 초안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손 검사는 고발장을 작성한 적도, 김 의원에게 전달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손 검사로부터 받았는지 기억 안 난다”고 했다.
조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관련 자료가 든) USB와 당시 사용하던 휴대전화, 최근 이미지 캡처에 사용한 휴대전화 등 3개를 각 수사기관에 직접 제출해 포렌식 절차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관련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한 시점은 고발 사주 의혹이 최초 보도되기 이전 시점이라고 했다. 조씨는 “의혹에 대한 신뢰를 깎기 위해 사람들이 저를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때문에 빨리 수사기관에 직접 제출해서 보도되기 전 자료의 가치 훼손을 최소화시키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조씨는 해당 자료를 고발 사주 의혹을 최초로 보도한 '뉴스버스'에 제보한 경위에 대해선 "제보라기보단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뉴스버스 취재기자와 온·오프라인으로 교감을 하고 있었다"며 "그 기자와 어떤 일을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다가, 윤 전 총장이 이슈여서 관련 이야기까지 하게됐다"고 말했다.
조씨는 자신의 신원을 밝히게 된 계기로 8일 각각 진행된 김 의원과 윤 전 총장의 기자회견을 꼽았다. 그는 “깜짝 놀랄만한 두 분의 기자회견을 보고 법적 조치를 안 할 수 없다고 생각을 했다”며 “검찰총장을 역임했던 사람과 검찰 출신 의원이 해선 안 되는 이야기를 했다.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반드시 형사 및 민사 등 법적 조치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제보자의) 신상과 과거 여의도판에서 어떤 일을 벌였는지 다 들었다”며 “요건도 맞지 않는 사람을, 언론에 제보하고 다 공개한 사람을 느닷없이 공익 제보자로 만들어 주느냐”고 비판했다. 조씨가 제보한 자료에 대해선 “괴문서”로 지칭했다.
조씨는 자신이 ‘특정 여권 캠프에 속해 있다’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굉장히 황당하고 모욕을 당하는 느낌”이라며 “저는 이번 대선에 나오는 후보들이 다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선엔 애초부터 참여할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제보자 조성은은 누구=조씨는 디자인 분야 스타트업 업체를 운영하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를 돕기 시작하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고 한다. 2016년 초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계와 갈등하던 반문(반문재인)계가 탈당해 만든 국민의당에 들어가 총선 공천관리위원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2018년엔 안철수계와 등을 등진 박지원 현 국정원장 등과 함께 탈당해 민주평화당 창당에 합류했지만, 얼마 뒤 탈당한 뒤 지난해 1월엔 '브랜드뉴파티' 창당에 동참했다.
이후 범보수 세력 통합 과정에 참여하면서 미래통합당에 입당했고, 지난해 총선에서 선대위 부위원장까지 지냈다. 조 씨의 아버지인 조현국 변호사는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북 구미갑 지역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조성은, 尹 제보후 박지원 만났다…SNS엔 "특별한 시간"
‘윤석열 검찰’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라고 10일 스스로 밝힌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인터넷 언론에 의혹을 제보한 후 박지원 국정원장과 만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4ㆍ15 총선 직전 검찰이 야당에 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이 의혹은 지난 2일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에서 처음 제기됐다. 뉴스버스가 의혹을 제보받았다고 밝힌 시점은 7월 21일이다.
그런데 제보 시점과 보도 시점 사이인 지난달 11일 조씨는 서울 모처의 한 호텔 식당에서 박지원 원장과 만났다. 이날 조씨는 페이스북에 “늘 특별한 시간, 역사와 대화하는 순간들”이라며 식당 사진도 올렸다.
/조성은씨가 지난달 11일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박 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날짜에 대해) 정확한 기억은 없는데 만났을 것”이라며 “(조씨와) 종종 만나고 전화도 자주 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만남과 이번 의혹 제보와의 연관성은 부인했다. 박 원장은 ‘고발 사주’ 의혹 제보와 관련해선 “당연히 전혀 그런 얘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둘의 인연은 2016년 국민의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초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계와 갈등하던 박 원장 등 반문(반문재인)계가 창당한 국민의당에서 조씨는 공천관리위원을 지냈다. 같은 해 박 원장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땐, 비대위원으로 함께 일했다. 조씨는 당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님을 짧은 시간이지만 존경하게 된 것은 정책으로 어떻게든 해결을 하려고 하시(는 모습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듬해 국민의당 내 계파 갈등으로, 박 원장이 안철수 대표 지지자로부터 계란을 맞자 조씨는 “분노가 치민다”라고도 했다. 이후에도 조씨는 박 원장 주도로 만들어진 민주평화당에 합류해 부대변인을 맡는 등 오랜 기간 가까이 지내왔다.
조씨는 이후 민주평화당을 탈당한 뒤 지난해 1월 ‘브랜드뉴파티’ 창당에 동참했다가, 지난해 총선 직전 미래통합당에 합류했고, 이때 김웅 의원을 만났다. 앞서 김 의원은 제보자 신원이 밝혀지기 전 “밝혀지는 순간 어떤 세력인지 알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해당 보도가 나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대선 정국으로 민감한 상황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를 하는 건 대권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취재해보시면 많은 내용이 밝혀질 거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 원장과 어떤 이유로 만났는지 묻기 위해 조씨에게 수차례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09.11 野 대선주자 한 사람 잡으려 권력기관이 총출동, 지나치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금천구 즐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 시그널 면접'에 참가하기 위해 면접 장소에 대기 히고 있다.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 전 검찰총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2021.09.10. photo@newsis.com
공수처가 10일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 남용, 공무상 비밀 누설 등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국민적 관심, 사건의 중요성 때문에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야당의 유력 대선 주자에 대해 수사 기관이 시민 단체가 고발한 지 사흘 만에 전격 입건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하는 일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공수처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손준성 대구고검 검사에 대해 압수수색도 벌였다. 법무부와 검찰도 가세했다. 박범계 법무장관은 “검찰과 공수처가 긴밀히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공수처 수사와) 중복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상 조사를 충실히 하겠다”고 했다.
고발 사주 의혹은 윤 전 총장이 재임 중이던 작년 4월 총선 당시 본인과 처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여권 인사들을 고발해달라고 야당에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고발 요청은 윤 전 총장의 부하인 손 검사를 통해 야당 소속 김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고발 사주 의혹을 인터넷 매체가 보도하고 공수처가 윤 전 총장을 입건하기까지 과정을 보면 의문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이 의혹을 인터넷 매체에 제보하고 검찰에 신고했다는 사람이 말을 계속 바꿔 왔다. 그가 공익 신고자로 보호받을 만한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국민권익위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검찰은 의혹이 보도된 바로 그날 기다렸다는 듯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이미 윤 전 총장을 터무니없는 이유로 24차례나 고발한 친여 성향 시민단체가 이번에도 고발장을 냈다. 그러자 공수처는 불과 사흘 만에 윤 전 총장을 입건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특혜 채용 혐의를 감사원이 조사해 넘겼는데도 기소 여부를 자문한다며 4개월을 보낸 공수처가 야당 대선 주자 수사에는 신속하게 움직인다.
공수처는 야당 소속 김웅 의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의 국회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며 보좌진에게 “김 의원에게 허락받았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의원은 “허락한 적 없다”고 했다. 수사관이 거짓말을 할 수도 있나. 본인에게 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압수수색을 하면 불법 수사가 될 수 있다.
야당 대선 후보도 불법 혐의가 있다면 수사를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후보에 대한 수사는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고 역대 정권에서는 대부분 그렇게 해왔다. 혐의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권력이 개입하는 것 자체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은 2018년 울산시장 선거 때 야당 소속 현직 시장이 공천 확정된 시점에 맞춰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그것이 대통령의 30년 친구였던 여당 후보를 당선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청와대 참모들이 가담한 이 울산 선거 공작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한없이 늘어져서 내년 6월 치러질 다음 지방선거 때까지도 결론이 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랬던 정권이 야당의 유력 대선 주자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고 정황도 불투명한 혐의에 대해 전 수사 기관이 총동원돼 속도전을 펼치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지나치다는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09.11 윤석열, 사느냐 죽느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고발 사주(使嗾) 의혹’은 작년 ‘채널A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둘 다 2020년 4·15 총선 직전이 배경이다. 전자는 윤석열 당시 총장이 대검 중간 간부를 통해 야당에 여권 정치인 고발을 사주했다는 것이고, 후자는 윤석열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기자가 유착해 유시민씨 비리 의혹을 제기하려 했다는 것이다. 두 사건 모두 반(反)윤석열 성향이 강한 인물의 제보를 언론이 보도한 다음, 여권의 총공세와 친정권 간부들이 장악한 검찰이 나서는 식이다. 다만, 이번 경우 공수처가 나선 것이 다른 점이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회관에서 열린 한국교총 대표단과의 대화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뉴시스
‘채널A 사건’은 정권 입장에서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한동훈은 기소도 못 했고 채널A 기자의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수사팀 부장검사는 휴대전화 유심칩 압수수색 현장에서 한동훈을 깔고 앉았다가 독직 폭행으로 법정에 서고 있다. 그에게 1심 유죄가 선고된 것은 여권과 친여 매체가 합작한 ‘검·언 유착’ 프레임의 붕괴를 상징한다. 증거와 정황은 오히려 ‘권·언 유착’을 가리켰으나 검찰은 당사자들을 수사하지 않고 감쌌다.
그럼에도 이번 사안이 채널A 사건의 재판(再版)이 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검찰총장 윤석열’이 현직일 때 채널A 사건의 처리를 놓고 추미애 법무장관과 일군(一群)의 친정권 검사들과 공방을 벌일 때와는 차원이 다른 전투가 지금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싸움의 무대는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을 향한 공세가 같은 진영 내부로부터도 나오는 대선 판이다.
이번 ‘고발 사주 의혹’은 전형적인 정쟁(政爭)적 이슈인 동시에, 여권으로선 문재인 대통령이 아꼈던 조국을 수사로 망가뜨리고 중도층이 등 돌리게 한 윤석열에 대해 구원(舊怨)을 푸는 의미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9일 당선된 뒤 열흘 만에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특검팀에 파견 중이던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했다. 처음에는 윤석열을 바로 검찰총장으로 발탁하려 했다는 얘기도 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7월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임명하고 한 달 뒤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에 지명했다.
검찰 관련 보고서는 밑줄을 쳐가며 읽는다는 문 대통령은 ‘조국·윤석열 조합’으로 검찰 조직의 완벽한 제어를 구상했을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조국 일가 수사’로 그 그림을 깨버리지 않았으면 지금 여당의 대선 후보 경쟁 구도는 완전히 달라졌을 수 있다.
그런 만큼 윤 전 총장에 대한 파상 공세는 집요하게 이어져 왔다. 윤 전 총장이 대선 도전을 선언한 지 사흘 뒤 그 장모는 2013년 투자했던 병원의 요양급여 부정수급 사건의 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 2심 재판부는 1심의 유죄 판단이 명확하지 않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15개월 넘게 수사를 받는 윤 전 총장 아내도 박범계 법무장관의 고교 후배인 현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를 밀어붙일 것이란 얘기가 파다하다. 과거 입건되지 않았거나 윤 전 총장 국회 청문회 때 여당 의원들이 방어했던 사안이었지만 여권과 검찰은 이를 윤석열 흠집 내기에 재활용 중이다.
윤 전 총장은 ‘고발 사주 의혹’을 정치 공작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직 검찰총장이 부하 검사를 시켜 야당에 자기 아내를 공격하는 여권 정치인과 기자를 고발하도록 작업했다는 ‘고발 사주’ 프레임이 상식적이진 않다. ‘윤석열’이라면 이를 가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야당에 약점이 잡힐 위험을 감수하고 그런 지시를 했다? 또한 총선 국면에 쏟아지는 고소·고발의 홍수 속에 무슨 효과가 있다고 선거를 12일 앞두고서 그런 일을 벌이기 시작했겠느냐는 의심도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고발 사주 의혹’은 가족이 아니라 윤석열 본인이 표적이란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언론이 강제 수사를 하라고 하지 않았느냐’는 공수처의 윤석열 입건 이유가 황당하지만, 공격하는 쪽은 그런 것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윤석열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이 고비를 넘지 못한다면 대권 도전이 좌절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공수처가 입건하려면 하라”는 윤석열의 초강수가 통하더라도 진짜 승부는 남아 있다. 윤 전 총장은 ‘586 운동권 적폐 세력의 재집권을 막겠다’는 걸 정치 투신의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윤 전 총장이 ‘정권 교체’ 열망을 충족해줄 비전과 정책이 준비돼 있는지 의문이라는 국민이 늘고 있다. 권력에 들이받는 ‘야생마’ 윤석열이 몇 달 만에 닳고 닳은 기성 정치인처럼 돼 버렸다는 이들도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다면 ‘고발 사주 의혹’과는 견줄 수 없는 진짜 위기가 윤석열에 닥칠 것이다.
조선일보 최재혁 기자
09.13 국정원장까지 등장, 또 재연되는 대선 막장극
▲지난 2018년 1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전체회의에 참석한 박지원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은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당시 국민의당 비대위원./뉴시스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을 언론을 통해 제기한 조성은씨가 해당 보도 3주 전 박지원 국정원장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은 이를 두고 즉각 ‘박지원 게이트’라고 명명했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의심된다”며 공세에 나섰다. 박 원장에 대해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도 했다. 박 원장과 조씨는 ‘평소 알고 있는 사이’라면서도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대화는 한 적 없다고 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 국정원장의 개입을 단정 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내외 각종 기밀 정보가 취합되는 정점이고 그래서 강력한 정치적 중립을 요구받는 국정원장이 대선 정국에서 야권 유력 대선 주자에게 불리한 의혹을 제기하려던 제보자를 호텔 식당에서 단둘이 만난 것만으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공개적으로는 “야당의 황당한 물타기”라고 하는 여당 내부에서도 “미묘한 시점에 국정원장과 제보자가 만났으니 의혹의 방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만일 보수 정권 아래서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면 지금의 집권 세력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또 문제가 되고 있는 ‘고발 사주’에 대한 대화가 전혀 없었다는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국정원장의 처신에는 여전히 문제가 남는다. 제보자는 국정원장 초대를 받아 공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주변에 알렸다고 하고, 국정원장을 만난 곳이라며 호텔 최고급 식당 사진 등을 스스로 공개했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대한민국 국정원장이라는 자리가 이런 사적 관계에 시간과 신경을 할애해도 좋을 정도로 한가한 자리인가라는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
고발 사주 의혹 자체에도 수상하고 납득이 안 되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의혹은 윤 전 총장이 작년 4월 총선 직전 부하인 손준성 검사를 통해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손 검사로부터 야당에 전달됐다는 고발장엔 약 석 달 뒤인 6월 말 알려진 일이 기재돼 있고 전반부는 평어체, 후반부는 경어체로 기술돼 있는 등 앞뒤가 안 맞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조성은씨도 처음엔 자신이 제보자가 아니라고 하다가 갑자기 입장을 바꾸면서 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검찰은 의혹 보도 직후 전광석화처럼 진상 조사에 들어갔고, 공수처도 친여 성향 시민단체가 고발장을 제출한 지 사흘 만에 윤 전 총장을 4개 혐의 피의자로 입건하고 야당 의원실을 압수 수색했다. 공수처는 수사 착수 이유에 대해 “언론이 빨리하라고 해서 압수 수색을 한다” “죄가 있냐 없냐는 다음 문제”라는 상식 밖의 설명을 내놓고 있다.
이런 마당에 현직 국정원장은 수사의 시발점인 제보자를 비공개로 만났다고 하니 정황도 불분명한 야권 유력 후보 관련 의혹에 온 나라의 권력기관이 전부 등장한 꼴이 됐다. 제보자 조씨에 대해선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과 과거 행적 등을 두고 온갖 추측과 음모론이 나돌고 있기도 하다. 대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 여야 간 정책과 비전 경쟁은 실종됐고 권력 쟁취를 위해 모두가 뒤엉키는 ‘3류 막장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상황만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9.13 조성은 “의혹 첫 보도된 날짜, 원장님이나 제가 원한 날 아니었다”
“9월2일은 이진동 기자가 ‘치자’ 이런 식으로 결정한 날짜”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인 조성은(33)씨가 방송 뉴스에 출연, 해당 의혹이 첫 보도된 시점에 대해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날짜가 아니었다”고 방송 인터뷰에서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발언이 듣기에 따라서는 ‘폭로의 준비 과정에 박지원 국정원장이 동참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 진행자와 조씨는 이 발언 직후 두 차례에 걸쳐 해당 발언을 수습하는 문답을 주고 받았지만, 온라인에서는 동영상 발췌본이 ‘조성은 사고쳤다’ 등의 제목으로 확산하는 중이다.
조씨는 12일 SBS뉴스에 출연해 자신이 제기한 고발 사주 의혹을 주제로 앵커와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 중반, 앵커가 ‘8월 11일 박지원 국정원장을 만난 걸로 돼 있는데 만남은 어떻게 이뤄졌고 당시 이 얘기는 없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조씨는 국민의당 시절부터 이어진 박 원장과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인간적으로 굉장히 아껴주셨고 저도 많이 따랐던 관계”라고 했다.
이어 앵커가 “처음에 이 인터넷 언론사랑 얘기를 한 시점과 알려진 시점 사이에 박지원 원장과의 만남이 있어서 그런 추측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조씨는 “제가 (이른바 고발사주가) 굉장히 중대한 사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는 더 이상 접근하기에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문제의 발언은 바로 그 다음에 나왔다. 조씨는 “날짜와 기간 때문에 저에게 어떤 프레임 씌우기 공격을 하시는데 사실 9월 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거나 제가 배려 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거든요”라며 “그냥 이진동 기자가 ‘치자’ 이런 식으로 결정을 했던 날짜고 그래서 제가 사고라고 표현했고...”라고 했다. 이 대목만 들으면 마치 조씨가 박 원장과 함께 이번 폭로를 기획한 것처럼 들린다.
이 발언 직후 앵커는 ‘박지원 원장에게는 이건과 관련해선 어떤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해 주시는 거죠?’라고 물었고, 조씨는 “그럼요”라며 “(박 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 이전에 중앙지검장 시절이랑 이 전부터 친분이 있으신 걸로 알아서...”라고 했다. 그럼에도 앵커는 ‘박지원이랑 윤석열이랑 어떤관계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얘기할 수 없었다는 거죠?’라고 다시 확인했고, 조씨는 “네”라고 답했다.
그러나 인터뷰가 SBS 유튜브에 올라온지 2시간여만에 디시인사이드, MLB파크, 82쿡 등 국내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대부분에 문제의 발언만 발췌한 동영상과 그 발언을 받아쓴 텍스트가 잇달아 올라왔다. 친문 성향의 82쿡에서는 해당 게시물이 올라왔다가 1시간여만에 삭제됐지만, 나머지 커뮤니티에는 수십개 댓글이 붙고 있다.
조선일보 최훈민 기자
09.13 ‘고발 사주 의혹’ 둘러싼 난맥상 우려스럽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11일 '고발 사주' 의혹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으로 규정하고 공수처에 박지원 국정원장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촉구했다. 사진은 2018년 1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전체회의에서 박지원 원장과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대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화하는 모습. [뉴스1]
공수처, 윤석열 피의자 입건은 무리수
의혹당사자 해명하고, 수사원칙 지켜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난해 검찰총장 재직 당시 범여권 정치인 등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이 난마처럼 얽히고 있다. 핵심 사건 관계인이 몇 명 안 되는 단순한 구조임에도 여야가 서로 “정치공작”이라며 정쟁으로 몰아가면서다. 여기다 제보자와 의혹 당사자들의 오락가락 해명과 모르쇠 전략이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지난주 강제 수사에 착수한 것은 느닷없다. 친여 시민단체가 고발한 지 4일 만이다. 대검 감찰부가 감찰을 진행 중이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로의 조기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이었다. 당장 “공수처가 왜 거기서 나오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의 하명 수사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공수처 출범 때부터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냐는 논란이 뒤따랐다. 공수처는 수사 착수 이유에 대해 “국민적 관심사” “사실이라면 중대한 범죄”라고 하다가 급기야 “죄가 있느냐 없느냐는 나중 이야기”라는 황당한 설명을 했다. 뚜렷한 증거 없이 수사부터 시작했음을 자인한 꼴이다.
특히 공수처가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외에 윤 전 총장까지 피의자로 입건한 것은 무리수다. 손 검사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이라도 있지만, 윤 전 총장은 이 사건과 어떤 연결고리도 드러난 게 없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를 “선택적으로 입건했다” “울산 선거공작 시즌 2가 시작됐다”는 지적에도 공수처는 할 말이 없게 됐다.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 측은 제보자 조성은씨가 해당 보도 20여 일 전 서울시내 모처에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만나 식사한 것으로 드러나자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라고 규정하기에 충분하다”며 ‘박지원 게이트’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역공했다. “명의 도용으로 가짜당원 급조 논란을 일으킨 조씨와 박 원장이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둘이 만났다는 사실 외에는 드러난 게 없다. 박지원 게이트 역시 섣부른 주장이다. 전례없는 강제수사 국면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무기력해 보인다. 정치공작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할 게 아니라 국면을 타개할 전향적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
사건 당사자들의 횡설수설과 언론플레이는 이 사건을 정쟁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다. 고발장 전달자 김웅 의원의 오락가락 행보만큼이나 제보자 조씨의 행적은 석연찮다. 고발 사주 관련 의혹 자료를 1년 이상 휴대전화에 저장하고 있다가 지금 문제 삼는 이유도 의심스럽다. 이제 손 검사가 키맨이다. 침묵으로 일관하지 말고 불거진 의혹에 대해 분명하게 해명해야 할 것이다. 공수처도 수사의 원칙을 지켜 수사해야 한다. 뚜렷한 증거도 없이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를 피의자로 입건하는 식의 거친 수사는 오해와 갈등만 일으킬 뿐이다.
중앙일보 사설
09월 13일 조성은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날짜 아니다”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인 조성은(33) 씨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친밀한 관계를 넘어 그 문제를 협의했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박 원장이 서울의 최고급 호텔에서 조 씨를 개별적으로 만나거나 국정원장 공관으로 초대한 것도 부적절한 일인데, 인화성이 강한 정치 이슈를 의논했다면 매우 심각한 일이다. 조 씨는 12일 SBS TV 오후 8시 뉴스에 출연해 “사실 9월 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거나 제가 배려받아서 상의한 날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진동 기자(뉴스버스 발행인)가 ‘치자’ 이런 식으로 결정한 날짜고, 그래서 제가 사고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 자체의 맥락과 전반적 정황을 보면, 두 사람이 ‘고발 사주’ 문제와 관련한 의견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정이 가능하다. 우선, 상의는 했는데 실제 보도 시점과 다르다는 의미다. 둘째는 애초 예상하거나 의도했던 시점보다 빨랐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만난 시점도 그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조 씨는 지난 8월 11일 박 원장과 만났다.
조 씨가 뉴스버스 측에 파일 등을 처음 제보한 것이 7월 21일이고, 뉴스버스는 9월 2일 첫 보도를 냈다. 그 와중에 두 사람이 만났다. 서로 친밀한 두 사람이 별도로 만났는데, 당시 조 씨의 중요 관심사였고, 대선 정국의 거대 쟁점이 될 사안을 거론하지 않고 무슨 얘기를 했겠는가.
조 씨는 이번 사안에 대해 박 원장과 얘기하지 않았다고 거듭 부인한다. 국정원장의 정치 개입 시비까지 낳을 중대 문제이므로 사실 여부를 투명하게 규명해야 한다. 우선 박 원장이 결백하다면 직책과 양심을 걸고 국민 앞에 대화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사퇴 요구가 나올 정도다. 국민의힘은 13일 박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신속하고 성역 없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밝혀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9.13 늑대가 자기들은 안 잡아먹을 줄 아나
자유민주주의냐, 파시즘이냐… 이번 대선은 ‘최후의 결전’
좌파의 ‘윤석열 죽이기’에자 유주의 진영 정치인들 단결해 맞서 싸워야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최후의 결전이 벌어지고 있다. 자유주의 진영과 좌파 파시즘(left fascism) 세력의 싸움이 그것이다. 좌파 파시즘 세력과 그 지지자들은 이 싸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네 진영이 승리하는 데 목숨을 걸고 덤벼든다.
▲경제문제 해결에서 시장 논리를 강조하는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 지난 9월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12명의 대선주자들이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자유주의 진영 정치인들은 그러나, 이번 싸움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자기네 진영이 이기는 것보다 자기 개인이 이겨야 한다는 식이다. 자유주의 진영 국민 역시 딱히 위기 의식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또 한 번의 ‘전국체전’ 같은 것이겠지 하는 식이다.
자유주의 진영 정치인들과 국민은 그래서, 이 싸움이 정상적인 민주 국가 안의 여야 싸움, 보수·진보 싸움이 아니라는 것부터 분명하게 깨쳐야 한다. 이 싸움은 1950~60~70년대 여당·야당 싸움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 싸움들은 자유 대한민국 테두리 안에서 있었던 다툼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싸움은 자유민주주의냐 좌파 파시즘이냐, 대한민국이냐 반(反)대한민국이냐의 사생결단이다.
▲몽골 유목민들에게는 '늑대보다 높은 운명을 가진 사람만이, 늑대를 잡을 수 있다.'는 속담이 있다.늑대의 타고난 야성은 결코 길들여지지 않고 언제든 그 본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Pixabay
1948년 이래 대한민국 건국 세력, 산업화 세력, 자유민주 세력은 세계 최빈국을 벗어나려 피와 땀을 흘렸다. 그 희생으로 한국은 세계 10위권 문명국이 되었다. 이 과정엔 격심한 정치적 갈등이 있었다. 개발 권위주의냐 민주화냐의 갈등이었다. 이 틈새에 386 극단 분파가 파고들었다. 이들은 처음엔 소수파였다. 그러다 1980년대엔 운동권 전체를 말아먹었다. 야당을 말아먹었고, 대한민국을 말아먹었다. 그러곤 국체(國體)를 뒤엎으려 한다.
이들은 누구인가? 겉으론 민주 진보를 자처한다. 그러나 그 민주는 인민 독재, 그 진보는 극좌다. 자유민주주의는 계급적 적(敵)이다. 온건 진보를 수정주의라 매도한다. 중공·북한을 떠받든다. 대한민국을 식민지라 욕한다. 시장·기업·중산층을 적대한다. 근래엔 ‘보수·진보 양 날개론’을 거두고, 보수를 도태시켜야 할 종(種)으로 폐기한다. 좌파 탈레반, 좌파 파시즘인 셈이다.
좌파 파시즘은 1951년 서유럽 ‘온건 진보파’가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란 것을 통해 내건 개념이다. 파시스트 폭력은 극우 나치뿐 아니라 극좌 스탈린주의에도 있다는 것이다. 독일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 프랑스 철학자 베르나르 앙리 레비가 이 개념을 발전시켰다. 한국적 좌파 파시즘은 그러면 언제, 어떻게 올 것인가? 내년 대선을 586이 또 먹으면, 그 후 5년은 좌파 파시즘이 뿌리내리기 충분한 시간일 것이다. 실제론 5년도 채 안 걸릴 것이다.
이런데도 자유 진영 정치인들은 적전 분열, 각자도생이다. 큰 싸움은 안 보고 작은 싸움만 본다. 광장 싸움엔 한눈판 채, 뒷골목 싸움에만 혈안이다. 뒷골목 한쪽에선 박근혜를 잡아넣은 윤석열을 참아줄 수 없다고 한다. 또 한쪽에선 유승민·이준석이 또 다른 동기로 윤석열을 쪼아댄다. 홍준표는 역선택 논란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와중에 광장 싸움에선 윤석열 ‘고발 사주(使嗾)’가 터졌다. 야당 내부의 윤석열 죽이기와, 그에 대한 정권의 노림수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진실의 순간이다. 윤석열은 목숨을 던져야 한다. 살려고 하면 죽고, 죽으려고 하면 산다. 장수는 그렇게 해서 태어난다.
국민의 힘 각파와 자유진영 부족(部族)들도 이젠 정신 좀 차렸으면 한다. 적을 제대로 봐야 한다. 그들은 혁명가다. 혁명가는 혁명의 중단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영구 혁명을 위해 그들은 무슨 짓이든 다 한다. ‘무슨 짓이든’엔 무슨 짓이든 다 있다. 단두대도 있었고, 피의 숙청도 있었다. 무서운 혁명 족(族)이다. 코로나 균도 이들의 밀집 집회는 무서워 피해간다. 국민의 힘 ‘재승박덕 얌체’들은 이걸 모른다. 모르면서 같은 집토끼 사냥하다 외부 늑대, 혁명 족에 기습당했다. 늑대가 윤석열만 잡아먹고 자기들은 안 잡아먹을 줄 아나? 이제라도 야권은 일신해야 한다. 내부 죽이기 중단, 대동소이로 단결, 전투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자유 진영 국민도 이 시대, 저 시대 다 겪어봤으면 이젠 어느 게 더 나쁘고 덜 나쁘고 더 나은지, 비교 능력을 발휘했으면 한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9월 4일 치 기사 ‘비(非)자유 좌파의 위협’은 이렇게 말한다. “자유주의가 그래도 최선의 공정한 발전 동력이다. 자유주의자는 이 말을 용기 있게 해야 한다” 부동산, 최저임금, 주 52시간, 세금 폭탄에 데인 국민이 깊이 되새길 대목이다.
조선일보 류근일 언론인
09월 13일 野, 뭉치지 않으면 궤멸된다
이도운 논설위원
고발사주·정치공작 중대 기로
여당·법무·검찰·공수처 총공세
윤석열 호불호에 野 오합지졸
尹 낙마, 洪·劉 반사이익 의문
이준석은 중립 내각 요구하고
안철수도 정치 공작 반대해야
대선 정국이 ‘고발 사주’냐 ‘정치 공작’이냐의 기로에 섰다. 사실과 주장이 뒤섞여 아직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다. 대선 전에는 진실이 밝혀지지 않을 것 같다. 여야 어느 쪽이 프레임을 잘 짜고, 선전·선동을 잘하느냐의 경쟁으로 접어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검찰·공수처는 스크럼을 짠 듯이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관여됐다는 고발 사주의 배후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 같다. 국민의힘은 공수처의 ‘무리한’ 수사, 제보자와 국정원장의 수상한 만남 등을 내세워 정권의 공작이 아니냐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여권에 비하면 오합지졸이다. 당 내부에서도 경쟁자인 윤석열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프레임 전쟁에서 여권이 승리하고, 윤석열이 쓰러지면 야권은 어떻게 될까. 가장 많은 지지를 받던 윤석열의 공백을 다른 대선 주자들이 메꿀 수도 있겠지만, 국민의힘의 무능과 무기력으로 미뤄볼 때 야권 전체가 궤멸하는 길로 갈 가능성 더 커 보인다.
야권이 프레임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다섯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첫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얼마나 만만해 보였으면 공수처가 야권 선두 주자를 별다른 증거도 없이 입건했겠는가 반성해야 한다. 이준석은 고발 사주를 두둔하지는 않더라도, 정치 공작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수처 수사를 중단시키라고 요구해야 한다. 1997년 대선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 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를 중단시켰다.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해 박범계 법무·전해철 행안부 장관,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조해주 선관위 상임위원 사퇴와 김부겸 국무총리의 탈당도 요구해야 한다.
둘째, 홍준표 예비후보. 윤석열에 대한 악감정은 이해할 만한 측면도 있다. 홍준표가 발탁해서 공천을 준 의원들까지 윤석열을 지지하는 것도 모자라, 본인의 복당까지 막은 것이다. 그러나 여권과 편을 먹은 듯 윤석열 공격에 앞장서는 것은 본인이 싫어하는 ‘배신자’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홍준표는 정치적 결정의 90%를 혼자 하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이번이 마지막 출마라 마음이 급한 것 같다”고 말한다. 홍준표는 고발 사주 논란 이전에도 윤석열을 많이 쫓아가면서 야권의 파이를 키웠다. 꼭 여권의 공격에 합세해야 할 필요는 없다. 현 상태에서는 윤석열이 낙마해도 그의 지지자들은 홍준표를 찍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실패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유승민 예비후보. 고발 사주에 대해 “김웅은 깃털, 몸통은 윤석열”이라고 했다. 어디서 확인했는지 궁금하다. 당 토론회의 면접관들은 유승민에게 계속 ‘배신’에 대한 질문을 한다. 자신의 정치적 비전과 정책적 식견을 보지 않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만 따지는 정치판이 답답하겠지만, 왜 그런 상황이 되풀이되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유승민은 준비된 후보다. 윤석열이 낙마해야만 기회가 오는 것은 아니다.
넷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고발 사주에도, 정치 공작에도 본격적 참전은 하지 않고 있다. 여러 차례 정치 공작에 희생됐다는 인식을 가진 것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안철수는 지난달 2일 청와대 앞에서 드루킹·김경수 여론조작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했을 때 윤석열이 응원 방문을 하지 않은 것을 의미 있는 메시지로 생각한다. 두 사람은 지난 7월 7일 오찬 회동 뒤 정권 교체를 위해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추가 연락은 없었고, 소통 라인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이젠 윤석열이 더 아쉬운 상황이 됐다.
다섯째, 윤석열. 지난 7월 24일, 윤석열은 ‘국민 캠프’ 멤버들과의 첫 상견례에서 “나는 당선 안 되면 죽는다고 생각하고 할 것”이라면서 “여러분도 그런 생각이 없으면 떠나셔도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으면 구속됐을 것이고, 여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해도 구속될 것이다. 20세기 세계사 최고의 걸작이라는 ‘모던 타임스’의 저자 폴 존슨은 “역사는 논리도 정당성도 없는 연대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역사가 승자의 기록일 뿐이라는 것을 아는 윤석열이 끝까지 싸우리라는 것만은 의심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문화일보
09.14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날짜 아니다” 김대업 사건 또 만드나
야권 대선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을 제기한 조성은씨가 방송에 출연해 의혹 보도가 나간 시점에 대해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제가 배려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의혹은 9월 2일 처음 보도됐는데, 조씨는 그로부터 3주 전인 8월 11일 한 호텔 식당에서 박지원 국정원장과 단둘이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조씨가 박 원장을 ‘우리 원장님’이라고 지칭하며 자신과 박 원장이 원하던 시점은 따로 있었는데, 보도가 이보다 앞서 나갔다고 말한 것이다.
▲2018년 1월 12일 박지원(오른쪽) 당시 국민의당 의원과 조성은 전 비대위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전체회의에서 서로 쳐다보고 있다. /TV조선
그래놓고 방송 앵커가 조씨에게 재차 묻자 조씨는 박 원장과 얘기를 나눈 게 없다고 그 직전 자신이 한 말을 정반대로 뒤집기도 했다. 조씨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얼떨결에 나온 말” “말꼬리 잡지 말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원장님과 제가 (보도되기를) 원했던 날짜”라는 말이 실수로 나올 수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조씨가 고발 사주 의혹의 근거라고 주장하는 텔레그램 전송 고발장 등의 화면 캡처가 박 원장을 만나기 전날과 다음 날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새로 밝혀졌다. 조씨가 박 원장과 향후 대응을 상의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화면 캡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현직 국정원장이 야권 대선 주자를 공격하기 위한 의혹 제기에 가담했다면 이 사건은 ‘고발 사주’ 의혹을 제기하라고 사주한 의혹이 된다. 지난해 이 정권 사람들과 친정권 방송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공격하려 ‘검언 유착’ 의혹이란 것을 제기한 일이 떠오른다. 당시 이들은 서로 “작전 들어간다”는 말까지 주고받았다. 결국 ‘검언 유착’이라는 것은 실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고 오히려 정권과 친정권 방송의 ‘권언 유착’으로 의혹이 바뀌었다.
현 정권은 국정원 정치 개입을 철저히 막겠다며 부처, 기관, 단체 등을 출입하는 국내 정보 담당관(IO) 제도를 폐지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 청와대에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혐의로 전 정권 국정원장 3명을 수감했다. 그런데 지금 ‘순수 정보기관으로 거듭났다’는 국정원의 수장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정치 공작의 중심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게 됐다.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지자 법무부, 공수처는 초고속으로 수사에 착수하며 윤 전 총장을 4개 혐의 피의자로 입건하고 야당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국정원장 의혹에 대해선 수사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시중에선 조씨와 김대업을 합친 ‘조대업’이란 말이 회자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정치도 이제는 이런 공작 수준은 벗어나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9.14 조성은, 박지원 독대前 이틀간 파일 110여건 다운받았다
이른바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33)씨가 지난 8월 11일 서울 모 호텔에서 박지원 국정원장을 만나기 1~2일 전에 ‘손준성 보냄’이라는 자동 생성 문구가 달린 이미지 파일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의 휴대전화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몽땅 내려받은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조씨는 이 파일들을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증거로 주장하고 있다.
조씨 주장에 따르면, 김 의원이 해당 이미지 파일을 텔레그램으로 전달한 시점은 2020년 4월 초다. 1년 4개월이 지난 시점에 박 원장 만남을 앞두고 조씨가 그 파일들을 다운받은 이유를 놓고 일각에서는 “박 원장에게 전달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후 9월 2일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는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첫 보도를 했다.
조씨가 언론 등에 제보한 ‘손준성 보냄’ 이미지 파일은 110여 장이며, 자신과 김 의원의 텔레그램 대화를 캡처해 제보한 것도 30장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준성 보냄’ 이미지 파일에는 여권 인사 고발장 2개와 첨부 자료가 포함돼 있다. 조씨는 이를 작년 4월 3일과 8일 텔레그램을 통해 김웅 의원에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조씨는 박 원장과의 점심식사 직전인 지난 8월 9일과 10일 ‘손준성 보냄’ 이미지 파일 110여 개를 모두 다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점심식사 이틀 전인 8월 9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에 대한 추가 고발장 이미지 파일 8개를, 하루 전인 8월 10일에는 100여 개를 다운받았다는 것이다. 이날 김 의원과 텔레그램 대화를 캡처한 파일도 9개라고 한다.
박 원장을 만난 다음 날인 8월 12일에는 김 의원과 텔레그램 대화 2장을 추가로 캡처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작년 4월 3일 김 의원이 조씨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제보자X’ 실명 판결문의 내용과 전송 시점 등이 드러나 있다.
이후 뉴스버스는 지난 9월 2일 고발 사주 의혹을 처음 보도했지만, 이 매체는 조씨가 박 원장을 만난 이후에야 고발장 파일 등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전까지 조씨는 뉴스버스 기자에게 김 의원과의 텔레그램 대화를 캡처한 것만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씨가 박 원장에게 해당 파일들을 보여주고 자문을 한 뒤 뉴스버스에 전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조씨는 지난 12일 SBS 방송에 출연해 “9월 2일이라는 (보도) 날짜는 뭐 우리 (박지원)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날짜는 아니거든요. (뉴스버스) 이진동 기자가 (윤석열을) 치자, 결정을 했던 날짜고 그래서 제가 사고라고 표현했다”고 밝혀 이런 의혹을 뒷받침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박 원장과 조씨의 8월 11일 만남 자리에 추가로 1명이 동석했다고 주장하며 세 사람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세 사람은 국정원 직원의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고발장에서 “조씨 등 피고발인들이 허위 폭로를 통해 윤 전 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하게 하기로 공모했다”면서 “지난 2일 뉴스버스 보도를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 측은 동석자 1명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윤 전 총장도 기자들에게 “조씨와 박 원장 식사 자리에 동석자가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측 권성동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 원장과 아주 가까운 전직 의원인데, 조성은씨가 ‘고발 사주’ 사건 관련 자료를 지난 2일 보도 전에 박 원장에게 사전에 보내줬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원장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조씨와의 식사에 동석자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박 원장은 ”완전히 헛다리를 짚은 것으로 수사해보면 다 나온다”며 “그날 식사는 나와 조씨 둘 밖에 없었고 고발 사주에 대한 이야기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근거도 없이 동석자 운운하는 윤 전 총장에 대해선 인간적 배신감마저 든다”고 했다. 조씨도 페이스북을 통해 “박 원장이 애초 윤 전 총장과 친분이 있는 것을 알아 (자료 공유) 대상이 아니었다”고 했다.
조선일보 표태준 기자
09.14 어떤 매든 꿩 잡으면 된다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이 9월 7일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대권 주자 구도가 변화하고 있다. 지난 5~6개월 동안 선두를 달리던 윤석열 후보의 독주 구도에 제동이 걸리면서 홍준표 후보가 부상하고 있다. 여론조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고발 사주(使嗾) 의혹’ 때문인지 윤 후보 지지도가 떨어지고 그것이 홍 후보의 지지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한국의 보수 정치에서는 신인(新人)은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 하는 모양이다. 전통적으로 보수 정계에서는 비정치인의 대권 수혈(輸血)이 쉽지 않았다. 군부 출신인 전두환·노태우를 제외하면 경력상 정치 토박이가 아닌 사람이 대통령이 된 것은 기업인 출신의 이명박이 유일하다. 그때도 상대인 정동영과 이회창이 표를 갈라 가진 덕을 봤다. 법조인 출신의 이회창은 몇 번의 국회 진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꿈은 좌절됐다. 현대그룹의 정주영·정몽준 부자(父子)도 그 벽을 넘지 못했다. 근래에 이르러서는 황교안도 보수 정치의 핵심에 접근하지 못했다.
당의 중요한 요직도 신인이 잠입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당 내외에서 현 야당 지도부의 위상이 전(前)만큼 못한 것도, 특히 이준석 대표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도 경험과 관록의 부족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하긴 지금 신인의 착지(着地)를 기다리기에는 당의 미래, 나라의 미래가 걸린 정권 탈환의 대의(大義)가 너무 코앞에 다가와 있기는 하다. 지금 보수 정당이 어떤 의미 있는 실험을 하기에는 상황이 급박하다.
이런 보수 정치의 풍토에서도 여론은 야당의 ‘새 피’를 원했고 국민의힘은 과감히 수혈을 시도했다. 법조인 출신의 윤석열과 최재형을 영입했고 36세 당대표를 선택했다. 거기까지는 놀라운 시도였고 어떤 의미에서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하지만 기성 정치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고발 사주 의혹’의 진원지가 어디인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그 배후가 여권이 아니라 어쩌면 야당 내부일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다면 ‘새 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기득권 정치가 다시금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9월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홍준표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수혈이 좋고 기득권이 나쁘다거나 그 반대가 옳다는 식의 단순 논리에 집착하지 않는다. 어쩌면 기득에 집중하는 것이, 검증되지 않은 것에 항상 불안해하는 것이 보수 정치의 본령이고 동시에 한계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지난 3~4년 동안 문재인 정권하에서 보수 진영은 정권 교체의 과제를 방치하다시피 했고 그 와중에 보수층 국민이 그 과제를 새로운 수혈로 감당하는 길을 열어줬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기득 세력은 그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반면 수혈되는 ‘새 피’는 험한 야당의 길에서 고생했던 기성 정치에 어부지리(漁夫之利) 하는 것일 수 있다. 새 피는 새 피대로 대가(?)를 치르는 것이 공평하다면 윤 후보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이 바로 그 대가인지도 모른다.
비정치인 영입 세력과 기성 진영의 강자 간에 치러질 야당의 대권 싸움은 이제부터이고 여기서부터다. 터질 것 터지고 싸울 건 싸우고 견딜 것은 견디고 여기서 살아남는 자가 이길 것이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도 그 도전 중의 하나다. 이런 정도의 홍역도 안 치르고 대선에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난리 난 것처럼 한탄할 일도 아니다. 내부 경쟁도 결국 사활을 건 싸움일 수밖에 없다. 거기엔 많은 힐난과 고발과 저격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견디고 이겨내는 것도 시험의 하나다. 다만 그 싸움이 치사해서는 안 된다. 파괴적으로 가서는 안 된다.
문제는 그 시험이 끝난 뒤다. 다른 야당 후보와 단일화 못하고 내부 단결 못하면 경선은 아무 의미 없는 개싸움이 되고 만다. 역대 대선에서 단일화 못한 야권은 예외 없이 졌다. 노태우는 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난립하는 바람에 당선됐고 이회창은 이인제를 붙잡지 못해서 김대중에게 졌다. 대선을 5개월 남짓 앞둔 시점에서 야권에 절실한 것은 정권 교체다. 많은 국민이 바라고 있는 것은 ‘꿩 잡는 매’다. 꿩 잡을 수 있다면 어떤 매도 좋다. 윤매도 좋고 홍매도 좋다. 어떤 매이냐에 매달리다가 꿩을 못 잡아도 상관없다는 발상은 금물이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
09.14 윤희숙 “부친 부동산, 도의적 책임질 것”…의원 사직안 본회의 가결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사직안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 윤 의원의 사직안을 상정해 투표에 부쳤다. 재적 의원 233명 중 찬성 188표, 반대 23표, 기권 12표로 ‘국회의원(윤희숙) 사직의 건’을 가결처리했다. 윤 의원이 부친의 부동산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달 25일 대선 경선 후보와 함께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지 19일 만이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신상 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표결을 개별 의원 자율에 맡기기로 했고, 국민의힘은 윤 의원의 의사를 존중해 당론으로 찬성 투표하기로 정했다. 윤 의원은 본회의 신상 발언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내로남불에 대한 비판을 날카롭게 해왔다”며 “그런 만큼 친정 아버지의 농지법 위반은 최종적인 법적 유죄 여부와 무관하게 희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면한 문제는 부동산 문제를 공인으로서 쏘아올린 화살이 제 가족에게 향할 때 제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라며 “제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도의적 책임을 짐으로써 그 화살의 의미를 살리는 길을 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의원들도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치인 개인이 도의적 책임을 지는 방식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고 각각의 방식은 인간 실존의 문제로서 모두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 사직안이 처리되면서 국민의힘 의석수는 104석으로 줄었다.
최근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이낙연 전 대표의 사직 안건은 이날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 후 “이 전 대표의 사퇴 의향을 존중하되 추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고 회의 결과를 전했다.
윤 의원 사직안에 여야 의원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양측의 셈법과 반응은 달랐다.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안건 통과 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 개인 판단에 따라 처리한 것”이라며 “(윤 의원이) 의원으로서 자격이 있느냐만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 투기 의혹이 제기된 자당 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고했음에도 비례대표 2명만 출당한 것을 두고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국민의힘은 정권교체를 위한 윤 의원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의미 부여를 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는 윤 의원의 사즉생의 결기를 불씨 삼아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09.15 “짜잔, 예쁜가요?” 조성은, 월급도 못 줄때 회사돈으로 벤츠 탔다
“조성은, 네 정체가 뭐냐? 33살 청년이 1억 중반 한다는 이태리제 수제차 마세라티를 타고, 서울역 부근 대형 아파트에 살고. 경영하던 회사는 국세체납에 대출금은 연체되고, 직원들은 월급 못 받고 있고. …(중략)… 도대체 네 정체는 뭐냐? 열심히 살아가는 이 땅의 청년들 속 뒤집어놓으려고 나왔냐?”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을 제기한 뒤 ‘공익신고자’ 지정을 신청한 조성은(33)씨에 대해,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리며 비판을 제기했다. 조씨는 20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법인 3개를 설립, 운영 중이다.
▲조성은씨가 13일 SBS뉴스에 출연, 자신이 제기한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SBS 유튜브
조선닷컴 확인 결과, 실제로 조씨가 운영하는 회사는 공공기관에서 빌린 돈을 갚지 않았고, 국세도 체납 상태였다. 인터넷 취업 포털사이트에서는 조씨 회사에 대해 “직원 월급을 제때 받아본 적이 없고, 4대 보험료도 밀렸다”는 퇴직자의 원망 글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조씨는 수시로 억대 고급 수입차와 용산의 고가 주택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며 ‘럭셔리한 삶’을 자랑해왔다.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조씨는 26살에 직접 만든 구두를 인터넷에서 팔면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정치 활동과 사업을 병행하는 상황에서 잇달아 새 회사를 설립했고, 이들 회사에 들어간 자본금만 10억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익신고자 보호’에는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조씨의 사회 활동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씨 회사, 빚 안갚고 국세 체납… “임금체불, 4대보험 미납” 비판도
기록과 증언 등으로 나타나는 조씨 회사의 경영 상태에는 의문 부호가 달린다.
신용평가정보회사 NICE평가정보의 기업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조씨가 2014년 11월 설립해 지금까지 대표를 맡고 있는 ‘올마이티미디어’라는 회사는 지난 달 1일 기준 ‘채무불이행’ 상태로 ‘부실’ 등급을 받았다. 금융기관 등지에서 빌린 돈과 이자 등에 대해 90일 이상 연체가 됐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는 2017년 공공기관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빌린 6125만원 가운데 1020만원을 아직 갚지 않았다. 게다가 국세도 2020년 3월 3일 기준 500만 원을 체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취업포털에는 이번 사태가 터지기 한참 전인 작년과 올해 3월 해당 회사 출신이라고 스스로를 밝힌 이들의 글이 올라와 있다.
취업포털 이용자 A씨는 “급여를 급여날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고 거의 모든 급여가 밀린다”며 “대부분의 직원이 고용노동부에 신고 하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직원들의 4대 보험도 전부 미납됐다”고 했다. 또 “계약서도 쓰지 않고 퇴직자도 퇴직 후에도 장기간 밀린 급여를 못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여기 저기서 전화오는 체납 전화 및 문자 받느라 (조씨가) 바쁘다. (조씨의) 허풍은 대한민국 최강”이라며 “높은 사람들 안다느니 국회에 취직 시켜 주겠다느니 누가 또 계약을 하자고 한다느니 그래 놓고 이뤄진 일은 하나도 못 봤다. 말 많은 대표 얘기 들어주는 시간이 퇴근 시간이 훨씬 지나 밤까지 계속 된다. 신점, 무당 얘기하면서 자기 운명 어쩌고 더 많은 단점과 불만이 있지만 너무 많아 다 얘기 못 한다”고 했다.
B씨는 “(회사가) 미디어 출판 계열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그쪽으로는 제대로 된 업무를 진행하지 않은 채 수시로 국회 일을 (직원에게) 지시한다”며 “보험공단에 다녀온 결과 몇 년가량 온갖 공단에서 보험료 미납통지서를 보냈으나 (조씨가) 무시해 몇 천만 원의 미납금이 발생했고 그에 따라 회사 통장이 압류됐다고 전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임금 체불에 대해 질문하면 마치 인내심 없이 닥달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며 약속도 한 번에 지킨 적 없다”며 “4대보험 또한 퇴사 후까지 몇 달가량의 독촉 끝에 겨우 신고했고 상실신고는 끝까지 처리해주지 않아 노동청과 각각의 공단을 통해 정신적·금전적 스트레스를 경험 후 해결했다”고 썼다.
◇1억원대 마세라티, 용산 고급주상복합 아파트 자랑
자기 회사가 빚과 세금 체납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조씨는 자신의 자동차와 거주지를 인터넷에서 자랑했다. 심지어 차량은 법인 돈으로 샀다고 당당하게 적었기도 했다.
▲작년까지 조성은씨 블로그에 올라와 있던 벤츠 승용차 자랑 게시물. 지금은 블로그가 폐쇄된 상태다. /조성은씨 블로그
작년까지 그의 블로그에는 빨간색 벤츠 승용차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그 아래에 조씨는 “짜잔, 예쁜가요?” ”저희 회사가 법인이라 비용처리 등의 문제 때문에 리스로 구매를 했습니다”고 적었다. 이 블로그는 지금은 폐쇄된 상태다.
올해 5월에는 세차장에서 촬영한 새 차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시가 1억1400만~1억8000만원짜리 마세라티 기블리였다. 그는 이 사진에 대한 설명으로 “비오는 날 차가 들어와서 믿을 수 없었다”며 “세차장으로 갔다”고 했다.
▲조성은씨가 올해 5월 인스타그램에 올린 마세라티 자랑 게시물. /인스타그램
조씨의 거주지도 논란이다. 조씨는 올해 들어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고급 주상복합에서 촬영한 자신의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자주 올렸다. 이 아파트 임대 시세는 전세로 보증금이 14억원, 월세로는 보증금 1억원에 임대료 800만원 수준이다. 매매 시세는 30억원 정도다.
▲조성은씨가 거주 중이라고 스스로 밝힌 서울 용산구 소재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의 인테리어 전후 모습. 왼쪽 사진에는 직접 인테리어를 하고 있는 조씨 모습이 담겼다. 이 아파트의 임대료 시세는 전세 14억원, 매매가는 약 30억원이다. /인스타그램
◇구두 만들어 팔던 조씨, 총 자본금 12억원에 회사 3곳 설립
조씨의 ‘기업 활동’은 25세이던 2013년초쯤 시작됐다. 처음엔 ‘직접 디자인한 구두’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소개했다. 직접 구두를 착용한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예 구두 쇼핑몰 ‘아르마티아(Armatia)’라는 페이지를 열었다.
이듬해 11월, 본격적으로 법인을 차렸다. 자본금 7000만원을 들여 디자인 및 제조개발사인 ‘더월드크리에이터스(현 올마이티미디어)’를 설립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선거 캠프에서 정치 생활을 시작하던 바로 그해였다.
그리고 5개월만에, 조씨는 7000만원을 들여 또 다른 법인을 세웠다. 상호는 ‘유한회사 팔금황(현 디플로우컴퍼니)’. 업종은 ‘제조 및 유통’ 등으로 국세청에 신고했다. 조씨는 이 회사를 설립한지 반년 만에 1억원을 증자(增資)했다.
조씨는 31살이던 2019년 10월에는 미디어기업을 표방하면서 ‘올마이티컴퍼니’란 회사를 또 세웠다. 이 회사의 자본금은 9억5000만원이었다. 만 26세 때 처음 법인을 설립하고 5년만에 자본금만 다 합쳐 12억 원에 달하는 회사 3곳의 설립자가 된 셈이다.
조선닷컴은 조씨 회사의 ▲채무 불이행 이유 ▲국세 체납 이유 ▲직원 임금 체불 및 4대 보험료 미납 여부 ▲고가 승용차 구입비와 고급 주택 주거비 출처 ▲기업 설립 자금 출처 등에 대해 물으려 12~14일 조씨가 이용하는 복수의 휴대전화로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조선일보 최훈민 기자
09월15일 박지원 “尹, 내가 불고 다니면…” 대놓고 대선 개입하나
자칭타칭 ‘정치 9단’이라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기용될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대공·방첩 기관 수장으로서 적임자 여부는 물론, 국정원이 정치 외풍에 휩쓸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심각했다. 이미 국내 보안정보 수집 기능은 폐지됐지만, 개인 차원의 비공식 활동은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정원법 역시 제11조에서 정치 관여를 엄격히 금지하고, 특히 제2항은 구체적으로 ‘그 직위를 이용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하여 지지 또는 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그러한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하여 찬양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의 의견 또는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박 원장 언행은, 방어 차원이라는 주장을 고려하더라도 심각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측이 지난 13일 박 원장을 이른바 ‘고발 사주’ 논란과 관련, 제보자 조성은 씨와 함께 공수처에 고발하자, 박 원장은 여러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반박했다. 억울하게 오해받고 고발까지 당했다면 당연히 해명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기관 수장으로서 지켜야 할 수위를 넘어선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문제를 국회에서 맨 먼저 터뜨렸다. 그 자료를 다 가지고 있다”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밟지 말라” “내가 나가서 불고 다니면 누가 유리하냐”라고도 했다.
대선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포장했지만, 반대로 윤 후보에게 많은 의혹이 있음을 시사하는 등 선거 개입으로 비친다. 국정원법은 ‘여론 조성 목적의 사실 유포 행위’도 금지한다. 유력한 대선 후보를 맹공격하기에 앞서 박 원장은 조성은 씨와 관계에 대해서부터 투명하게 소명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게 옳다. 국정원은 그 불투명성으로 인해 정치적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지난 7월에도 대법원에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등 전직 국정원장들에 대한 실형이 확정됐다. 국정원장은 보이지 않는 게 좋다. 박 원장도 최대한 자중해야 한다. 그러지 않겠다면, 본인 언급처럼 ‘국정원을 나와서’ 정치에 뛰어드는 게 낫다.
문화일보 사설
09월 15일 권력기관 ‘선거 중립’ 파괴 심각하다
서정욱 변호사 前 영남대 로스쿨 교수
정치공작의 음습한 그림자가 대선판을 강타하고 있다. 법무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가정보원까지 ‘윤석열 죽이기 공작’이 노골화하고 있다. 권력기관이 야권의 유력 주자인 윤 후보를 낙마시키기 위한 ‘제2의 김대업, 드루킹, 송철호 공작’이 자행되고 있다.
먼저, 그동안 윤 전 총장과 손준성 검사가 ‘특별한 관계’라는 근거 없는 발언을 계속해 온 박범계 법무장관은 14일 법사위에서 “윤 전 총장이 핵심적 수사 대상”이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했다. 또한, “고발장 내용을 보면 (검찰의) 사찰 내지는 정보 수집이 있었다는 게 제 생각”이라며, “(고발장 등을) 검사 손준성이 보낸 거로 봐도 되느냐”는 물음엔 “무리가 없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윤 전 총장이 직접 관여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장관 스스로 정치 공세에 앞장서는 것은 그의 발언처럼 ‘법무장관’보다 ‘여당 의원’의 지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당장 장관직을 사퇴해야 하지 않겠는가.
공수처의 불공정, 편파 수사도 심각하다. 그동안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나 김학의 관련 건 등 권력 수사에 부지하세월이던 공수처가, 이번에는 전광석화처럼 윤 전 총장을 4개 혐의 피의자로 입건하고 참고인인 김웅 의원실을 무리하게 압수수색했다. 공수처는 “언론이 신속히 밝히라고 해서 한 것이며 죄가 있느냐 없느냐는 그다음 얘기”라고 했는데, 이게 과연 수사기관이 할 말인가. 공수처가 사건을 표창원 의원 보좌관 출신인 김숙정 검사가 있는 3부에 배당한 것도 큰 문제다. 김 검사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서 여당 전·현직 의원의 변호인단에서 활동했고, 조국 일가 관련 변호까지 맡아 임용 당시부터 편향성 논란이 일었다. 사건의 재배당이나 김 검사의 배제가 꼭 필요하다.
박지원 국정원장의 의혹은 이번 게이트의 본질을 바꿀 만큼 가장 중대하고 심각하다. 국정원장이 제보자가 가진 정보를 근거로 ‘의혹을 폭로하는 방법과 시점’ 등을 논의했다면 엄청난 국기 문란 아닌가. 박 원장은 “주연배우가 아니라 단역배우”라고 극구 부인하며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밟지 말라”고 협박한다. 제보자인 조성은 씨가 방송에서 “9월 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거나 배려받아서 상의한 날짜가 아니다” “이진동 기자가 ‘치자’ 이런 식으로 결정한 날짜고, 그래서 제가 ‘사고’라고 표현했던 것”이라고 한 이상 공범자가 자백한 것 아닌가.
특히, 조 씨가 박 원장을 만나기 전날 김웅 의원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방 내용을 캡처 및 다운로드한 파일이 110건 넘는다. 이는 두 사람이 ‘고발 사주 의혹’을 상의했을 합리적 추론의 중요한 정황증거가 아닌가. 결국, 박 원장은 “내가 국정원장이라 정치 얘기 안 하니까 그렇지, 나가면 나한테 다 죽는다”는 식의 허무맹랑한 협박이 아니라, 사건의 실체를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은 흑색선전이나 마타도어로 민심과 표심을 훔치려는 그동안의 악습을 확실히 끊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무부와 검찰, 공수처, 국정원 등 권력기관부터 대공지정(大公至正) 지공무사(至公無私)한 ‘국민의 기관’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정치공작으로 흥한 정권은 정치공작으로 망할 수밖에 없음을 현 정권은 깊이 명심해야 한다.
문화일보
09월 15일 ‘대권 배수진’ 이낙연 사직안, 국회 본회의서 가결
▲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의 의원직 사직안이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지난 8일 전격 사퇴를 발표한 지 일주일 만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이 전 대표 사직안을 투표에 부친 결과, 총 투표수 209표 중 찬성 151표, 반대 42표, 기권 16표로 통과시켰다.
의원직 사직 안건은 본회의에서 무기명 표결(재적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해야 의결)로 처리된다.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는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과반 득표 행진이 이어지자 반전을 꾀하기 위해 꺼낸 승부수로 평가된다.
오는 25∼26일 호남 경선을 앞두고 배수진을 침으로써 추석 연휴를 거치며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애초 경선 후유증 등을 우려해 만류의 뜻을 밝혔지만, 이 전 대표가 완강한 의사를 거듭 밝히자 결국 처리 쪽으로 선회했다.
박병석 국회의장도 이 전 대표의 뜻을 받아들여 사직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 역시 특별히 반대 뜻을 밝히지 않음에 따라 이 전 대표 사직안은 본회의에서 가결 정족수를 넘겼다.
이 전 대표는 표결에 앞선 신상 발언을 통해 “정권 재창출이라는 역사의 책임 앞에 제가 가진 가장 중요한 것을 던지기로 결심했다”며 “제 결심을 의원들께서 받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의 사직을 처리해야 하는 고뇌를 의원 여러분께 안겨드려 송구스럽다. 누구보다 서울 종로구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보좌진 여러분께도 사과드린다. 여러분의 삶을 흔들어놓았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의 사직안 가결에 따라 민주당의 의석수는 170석에서 169석이 됐다.
지난 13일 본회의에서 윤희숙 전 의원을 떠나보낸 국민의힘 의석수는 104석이다.
이 전 대표가 의원직을 최종적으로 내려놓게 됨에 따라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 지역구도 무주공산이 됐다.
윤 전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서초갑, 정정순 전 의원의 당선 무효가 확정된 청주 상당 등도 공석이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선거 판이 ‘미니 총선’ 급으로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연합뉴스>
09.15 尹·洪 등 8명 '1차 컷오프' 통과…내일부터 TV토론 스타트
▲정홍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이 15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1차 컷오프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민의힘이 대선 예비경선 1차 컷오프 여론조사를 통해 2차 예비경선 진출자를 8명으로 압축했다. 다만 관심을 모았던 여론조사 전체 순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정홍원 국민의힘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은 15일 오전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1차 컷오프 경선 결과 안상수,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최재형, 하태경, 홍준표, 황교안 후보 등 8명이 2차 컷오프 경선에 진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진 의원과 장기표 경남 김해을 당협위원장, 장성민 전 의원은 탈락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3, 14일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국민의힘 책임당원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각각 2000명씩 표본조사를 했고 이를 당원 20%, 일반 국민 80% 비율로 변환해 합산한 결과다.
이날 조사 결과 확인은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 됐다. 결과를 공개하는 자리엔 정 위원장을 비롯해 한기호 사무총장과 성일종 선관위원, 여기에 극소수의 당 사무처 당직자만 입회했다. 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엔 출력된 종이를 모두 파쇄했고, 증거 보존을 위한 원본 파일만 USB 저장장치에 담아 한 사무총장이 가져갔다고 한다. 정 위원장은 “공직선거법 108조 12항에 의거, 여론조사 지지율 및 순위 등은 공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조사 결과 공표와 관련해 구두로 사전 유권해석을 물은 결과 선관위는 ‘본경선이 아닌 예비경선의 경우 결과를 공개해선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조사 결과가 공개될 경우 특정 후보의 ‘대세론’ 같은 경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 생기는 걸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도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해당 내용의 진위 여부와 무관하게 순위 및 여론조사 결과를 기사화하는 경우는 안 된다”며 “컷오프 통과된 8명의 성명을 밝히는 것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결과 비공개로 인해 이날 정치권엔 출처 및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이른바 ‘지라시(정보지)’가 난무했다. 다만 당 안팎에선 그간의 여론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이 선두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정치권에선 책임당원의 경우 윤 전 총장, 일반 국민의 경우 홍 의원의 지지율이 우세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날 1차 컷오프를 통과한 8명의 후보는 16일 첫 TV 토론을 시작으로 다음달 5일까지 모두 6차례 TV토론회에서 맞붙는다. 2차 경선부턴 당원의 경선 참여 비중도 는다.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하는 10월 8일 2차 경선 컷오프는 여론조사 70%에 당원투표 30%를 합산한다. 11월 5일 최종 후보 선출 때는 국민여론조사와 당원투표 비중이 각각 50%로 동일하다.
김기정기자kim.kijeong@joongang.co.kr
09.16 박지원 국장원장, 그리고 두 번의 8월 11일
▲박지원 원장은 지난 2004년 불법 대북송금으로 재판받을 당시 휠체어를 타고 안대를 한채 법정에 출두했다. [중앙 포토]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여야를 오가며 정치판을 기웃거리던 조성은(33) 올마이티미디어 대표(※직원은 한 명도 없다고 본인이 밝혔다)가 의혹을 폭로하기 3주 전인 지난 8월 11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단둘이 만났다는 게 언론 보도로 뒤늦게 드러나면서다. 여당 주장대로 '윤석열 게이트'의 시작인지, 아니면 야당 공세처럼 얼떨결에 국정원의 불법 정치 공작을 폭로해버린 '박지원 게이트'인지, 진실 규명은 차차 이뤄질 거다. 하지만 어떤 결말이 나든 박지원(79) 국정원장의 부적절한 처신은 꼭 기록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제보자'와 국정원장이 만난 8월 11일부터 하나하나 따져보자. 만남이 이뤄진 미묘한 시기만큼이나 서울 롯데호텔 38층 모모야마라는 장소도 논란거리다. 롯데호텔은 2011년 인도네시아 특사단 방 잠입 사건을 비롯해 국정원과 악연이 깊은 곳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8년, 국정원장도 아닌 2차장이 여당 인사들을 이 호텔에서 만난 사실이 알려져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김회선 2차장을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증거는 없지만 정황상 국정원 취득 정보를 제공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 중심에 박지원 원장(※그땐 민주당 의원)이 있었다. 하필 이날도 8월 11일이었다. 그는 "부적절한 만남"이라며 국정원장에게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따졌다. 송영길 의원도 "개인 처신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공무 집행자로서 상당한 무게감을 갖고 움직여야 했다"고 공세를 펼쳤다.
바로 그 호텔에서 꼭 13년이 흐른 후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관, 당 대표를 지낸 79세의 노회한 국정원장이 야당의 유력 대선 주자를 공격하기 위해 준비 중이던 33세 여성과 단둘이 만났다. 조씨는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9월 2일(최초 보도)이라는 날짜는 우리 (박지원) 원장님이나 저가 원했던, 제가 배려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거든요"라며 사실상 정치 공작을 고백하는 듯한 발언을 무심코 뱉어 버렸다. 또 박 원장을 만나기 바로 전날 본인 휴대전화에 집중적으로 자료를 캡처하는 등 둘이 같이 '고발 사주' 문제를 상의했다는 정황이 이어지고 있다.
"사적 만남"에 일인당 13만원짜리 호텔 식사
하지만 일단 두 사람 모두 "사적인 대화만 나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말을 믿는다 해도 여전히 적잖은 문제가 있다. 모모야마는 룸을 예약하면 일 인당 최소 13만원에서 많게는 28만 원짜리 코스 요리만 주문 가능한 최고급 일식집이다. 국정원장이 주말이나 휴가도 아닌 업무의 연장선에 있는 평일 점심에 46살 어린 여성과 단둘이 만나 고급 요리를 즐기며 사적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 둘의 사적 만남에 쓰라고 국정원에 1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예산을 몰아준 건 아닐 테니, 만남의 성격이 무엇이든 물타기가 쉽지 않다. 조씨는 지난 2월 14일에도 국정원장 공관에 초청받았다. 방문 다음 날 페이스북에 '공개되면 이혼할 사람들 많을 거다. 어제 다섯 시간 넘게 나눴던 말씀이 생각나서 엄청 웃었네. 머리 꼭대기에 계시던데'라고 올린 걸 보면 둘의 관계가 궁금해진다. 국정원이 현재 유력 인사들의 사생활을 불법 사찰한 내용을 다섯 시간이나 공유하는 사이는 공적 관계일까, 아니면 사적 관계일까.
▲지난 2월 14일 국정원장 공관을 다녀온 다음날 조성은씨는 국정원의 유력인사 사생활 사찰을 암시하는 SNS게시글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어쨌든 조씨의 부주의한 과시욕 탓에 박 원장의 부적절한 행보가 드러났고, 그 결과 국정원의 부당 정치 개입이라는 야당의 반발을 불러왔다. 그런데도 박 원장은 자중하기는커녕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의 모든 것을 알지만 국정원장이라 말 못 한다, 잠자는 호랑이의 꼬리를 밟지 말라"며 야당 대선 주자를 향해 오히려 공개적인 협박을 했다. 앞에선 과거의 불법 사찰과 정치 개입을 사과하면서 뒤로는 사찰을 지속했다는 의혹을 사기 충분한데, 이를 토대로 협박까지 하는 국정원장이라니, 정말 국민이 왜 이런 꼴까지 봐야 하나 싶다.
호텔로 유죄 받은 원세훈 잊었나
마지막으로 호텔 얘기를 하나만 더 해야겠다. 제보자 조씨와 박 원장이 만난 8월 11일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이 있던 날이기도 했다. 이날 검찰은 원 전 원장에 징역 15년과 추징금 165억원을 구형하며 국정원이 야권 정치인 사찰에 예산을 부당하게 사용한 죗값을 물었다. 앞서 2심에서도 롯데호텔 등 유명 호텔 방을 빌리는 데 국정원 특수활동비 29억원을 사용한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정권이 바뀐 후 박 원장의 미래가 보인다고 얘기하면 너무 심한 악담일까. 고(故) 김대중 대통령을 같이 모셨던 장성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말마따나 "(2004년 대북 불법 송금 사건으로 구속된 이후) 다시 휠체어 타고 수인번호 찍힌 수의를 입고 법정과 교도소를 드나드는 불행한 일은 없어야" 할 텐데 말이다.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
09월 16일 秋 “여당·靑 손준성 엄호”…尹 사주 프레임 허물어졌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고리인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인사 과정에서 청와대와 여당의 엄호가 있었다고 밝힌 것은 사건의 기본 전제를 허문다. 추 전 장관은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경선 TV 토론에서 “장관 재직 당시 왜 손 검사를 수사정보정책관에 임명했느냐”는 이낙연 전 대표의 질문에 “유임을 고집하는 로비가 있었다. 당에서도 엄호한 사람이 있었다. 청와대에서도 있었다”고 밝혔다. 추 전 장관의 답변은, 손 전 정책관 임명 7개월여 후에 이뤄진 유임 인사에 대한 답변으로 다소 초점이 어긋났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손 전 정책관 관계의 실체를 보여준다.
여권이 주장하는 이 사건 프레임은, 윤 전 총장이 손 전 정책관에게 지시해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야당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 전폭적인 신뢰가 있어야 성립된다. 그간 여당은 수사정보정책관이란 직책 자체가 검찰총장의 눈과 귀에 해당하는 만큼 윤 전 총장의 지시 없이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답변에서 “전임 총장과 손 검사의 관계는 매우 특별한 관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 측은 추 전 장관이 임명한 사람이라고 반박한다. 추 전 장관은 2020년 2월 단행된 인사에서 윤 전 총장이 김유철 수사정보담당관(수사정보정책관 이전 직책)의 유임을 요청했으나 이를 거부하고 손 전 정책관을 임명했다는 것이다. 추 전 장관 발언은 윤 전 총장 측 주장을 뒷받침한다. 추 전 장관과 윤 전 총장이 대립했던 2020년 9월 인사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손 전 정책관의 유임을 로비했다는 것은 윤 전 총장과 손 전 정책관의 관계에 대한 여권의 당시 인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대검과 공수처에 이어 서울중앙지검도 윤 전 총장에 대한 수사팀을 구성했다. 수사를 맡은 최창민 공공수사1부장의 부인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다. 사건의 기본 프레임이 무너지고 있는데 편향적인 수사팀의 중첩 수사와 감찰이 강행되는 것이다. 추 장관과 여당, 청와대는 즉각 인사 로비 주체를 밝혀 정국 혼란을 정리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9.17 조성은을 진짜 키운 건 누군가
"조성은은 n번방 TF 때도 사고를 쳤어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 조성은(33)씨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작년 4월에 김웅 후보자, 버닝썬 제보자 김상교씨 등과 n번방 TF를 만들었는데 사실상 조성은이 주도했죠. 제보도 많았고, 중대 발표도 하겠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론 찌라시였던 거에요. 그걸 그렇게 부풀렸으니…."
통합당 입당 때부터 뒷말 무성
조씨 관련 인사 야당에도 여럿
이준석 대표, 진상파악 나서야
실제로 지난해 4·15 총선을 열흘쯤 앞두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n번방 특위를 발족하자 정치권은 술렁거렸다. 특히 민주당 유력인사 아들 n번방 연루설이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이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3개를 준비한 것 같다. 주말쯤 터트리려 한다"며 정치공작설을 강하게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조씨 등은 긴급히 기자회견을 열고 "폭로는 없다"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결국 국민의힘 관계자의 전언은 과거 행적에서 볼 수 있듯 조씨는 신뢰하기 어려운 캐릭터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민주당 이력으로 점철된 이 수상한 인사는 어떻게 제1야당에 똬리를 틀 수 있었을까.
지난해 초 조씨 영입 과정에 관여한 이의 설명은 이렇다. "솔직히 '와꾸'가 나왔죠. 조씨가 창당하려던 '브랜드뉴파티'에는 여성 두 명이 간판이었어요. 한 명은 진보정당 출신이고, 다른 한 명은 민주평화당 출신의 조씨. 그러니 브랜드뉴파티를 끌어들인다는 것은 통합당에 부족한 여성·진보·호남을 메우는 '그림'이 나오는 거죠. 선거철은 도떼기시장인데, 검증 뭐 그런 게 어디 있겠어요."
▲조성은 '브랜드뉴파티' 대표가 지난해 2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미래통합당 합류 선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조씨가 미래통합당에 들어온다며 카메라 앞에 선 건 지난해 2월 16일이다. 당시 통합추진위원회 정병국·박형준 공동위원장과 함께 '중도 청년 정당 합류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씨는 회견장에서 "이제 진보를 지지할 명분이 없어졌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하지만 조씨는 이후에도 구설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정당 명부 조작 논란이다. 브랜드뉴파티를 창당할 때 사망자를 당원에 포함하는 등 당원가입서를 위조했다는 거였다. 그래도 당내에선 이를 묵인하거나 두둔했다.
조씨와 브랜드뉴파티 창당을 도모했던 B씨는 최근 페이스북에 이렇게 조씨를 평가했다. "김대업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지만 아니다. 이전 세대와 다른 점은 어디로 튈지 짐작이 쉽지 않다는 거다. 자신의 뜻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조직을 갈아탄다. 소셜 미디어에서의 선전전에도 능한 세대다. 결정적으로 이러한 사이클을 즐긴다. 개인화된 테러와 관종이 결합한 시대. 지금 우리는 구태정치를 먹고 자라난 괴물이 던진 자살폭탄을 실시간 라이브로 목도하는 중이다."
조씨의 튀는 행태가 국민의힘으로선 내심 반가울지 모른다. 조씨의 등장 이후 '고발 사주' 논란은 오히려 역전되는 모양새다. 그가 얼떨결에 했다는 말 때문에 '박지원 기획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세금 체납과 직원 임금 체불 의혹에도 1억원이 훌쩍 넘는 마세라티를 몰고 다니는 건 안줏거리로 용이하다. 조씨는 마세라티 차량에 대해 “경제적 형편이 되니까 타는 거 아니겠나. 나처럼 젊은 여성이 사업을 하려면 적정한 외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혹자는 메신저보다 메시지가 본질이며 손가락 말고 가리키는 달을 보라고 하지만, 손가락에 자꾸 눈이 돌아가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이걸로 끝일까. 조성은만 난도질하면 될까. 돌이켜보면 '고발 사주'와 관련된 일은 조씨가 국민의힘에 있었을 때 벌어진 일 아닌가. 무작정 '적군'이라며 총질만 할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많은 이들은 여전히 검사 출신 김웅 의원이 당에 별다른 지분도 없는 신출내기에게 이토록 민감한 자료를 왜 넘겼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뒷말 무성했던 조씨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당에 입성하고, 선대위 부위원장이라는 타이틀을 따내고, 단번에 마이크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고발장 등을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연합뉴스
이건 수사기관과 별도로 공당(公黨)이라면 마땅히 밝혀야 할 사안이다. '제2의 조성은'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말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 관련 진상조사를 한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혹여 조씨와 엮인 당내 인사 상당수가 이준석 대표와 친분이 두텁기 때문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은 이렇게 말한다. "많은 사람이 청년정치의 중요성을 외쳤지만, 속 빈 강정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선거가 임박하면 구색을 갖추기 위해 보여주기식 감투 씌워주기에 급급했던 과오가 부메랑이 됐다."
결국 '조성은 사태'는 꼬일 대로 꼬인 대한민국 청년정치의 민낯을 드러냈다. 이를 수정하지 못한다면, 그의 뒷배를 도려내지 못한다면, 그토록 비난했던 586의 내로남불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청년정치의 아이콘 이준석이 답할 차례다.
중앙일보 최민우 정치에디터
09.17 尹 '아프리카' 발언에…英교수 "韓 차기 대통령? 우울하다"
영국의 한 대학교수가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는 발언과 관련해 “저 사람이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라니 우울하다”고 말했다.
케빈 그레이 영국 서섹스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지난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관련 기사의 링크를 공유하면서 “윤석열이 대학생들에게 ‘육체노동은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람이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우울하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3일 경북 안동대학교에서 학생들과 간담회를 하는 자리에서 “사람이 이렇게 손발 노동으로, 그렇게 해 가지곤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그건 이제 인도도 안 한다.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를 두고 ‘윤 전 총장이 육체노동을 비하한다’면서 비판이 잇따랐다.
또 이날 윤 전 총장은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비정규직과 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일자리가 큰 차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사실 임금에 큰 차이가 없으면 비정규직과 정규직(구분)이 큰 의미가 있겠나. 요즘 젊은 사람들은 특히 한 직장에 평생 근무할 생각이 없지 않나”라고 했는데, 이 발언도 논란이 됐다. ‘비정규직과 청년 구직자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논란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은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아프리카 발언은, 우리가 1960년대에 단순 노동으로 가발을 만들어서 해외에 수출하지 않았나. 이제 양질의 일자리라는 건 기술로 무장돼 있어야 한다. 대학생들이 첨단과학, 컴퓨터 이런 데 관심을 갖고 역량을 갖추는 게 좋지 않겠냐는 뜻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또 윤 전 총장 캠프는 비정규직‧정규직 발언에 대해 “임금의 격차를 없애려고 노력한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은 궁극적으로 없어질 것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09월 17일 조국 不正 수사를 “가족 도륙” 운운한 홍준표의 왜곡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6일 열린 경선 1차 TV 토론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에 대해 과도한 수사였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모래시계 검사’ 출신으로서 나름의 판단에 기초한 발언이겠지만, 사실을 왜곡함은 물론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또, 조국 일가와 여당의 일관된 억지였다는 점에서, 망언 또는 ‘여당과 원팀’이라는 야권 내부 반응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홍 후보는 “조국 일가 수사는 과잉”이라면서 “전 가족을 도륙하는 수사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월에도 SNS에 “가족 공동체 범죄도 대표자만 구속해야지 가족 전체를 도륙하는 것은 잔인한 수사”라고 썼고, 이후 유사한 취지의 발언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웅동학원 비리 등의 부정(不正)은 일가족이 저지른 것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고, 그 수법도 저급함을 국민은 목격했다. 게다가 대부분 혐의에서 유죄가 인정되고 있다. 조 전 장관 배우자 정경심 씨는 이미 표창장 위조 등 혐의로 2심에서 4년을 선고받았다. 조 전 장관 동생도 수감됐다. 조 전 장관도 정 씨 판결문에 일부 혐의를 공모한 것으로 적시됐기 때문에 유죄 판결 가능성이 크다.
범죄자는 누구든 수사 받고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연루된 가족이 많을 경우, 모든 책임을 자임하는 경우 등에 한해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가족 배려’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조 전 장관 등은 수사와 재판에서 범죄 혐의 자체를 부인하며 정치적 순교자인 듯 행동하고 있다. 이러니 조 전 장관 딸도 기소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한다. 검찰이 정 씨 공소장에 딸을 공범으로 적시하고도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라는 것이다. 검사 출신이고, 문재인 정권에 강하게 맞섰던 홍 후보가 이런 이치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이른바 ‘여당의 역선택’ 유도용이란 억측까지 나온다. 홍 후보는 뒤늦게 “수사가 가혹하지 않았다고 국민이 생각한다면 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야당 입지를 약화시키고 정치 불신만 부추긴 셈이 됐다.
문화일보 사설
09.17 홍준표 “조국 수사 과했다” 발언에…‘조국수홍’ 패러디 나와
▲홍준표 의원이 "조국 수사 과했다"는 취지의 발언 이후 등장한 '조국수홍' 패러디 이미지./온라인 커뮤니티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대해 “잘못된 게 아니라 과잉수사였다”고 말했다. 이후 온라인상에는 ‘조국수홍’이란 패러디가 쏟아졌다.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이 외치던 ‘조국수호’ 구호에 홍 의원의 성을 넣어 만든 것이다.
홍 의원은 16일 TV조선 주관 토론회에서 하태경 의원이 “조국 수사가 잘못됐나”라고 묻자 “우리 편이라도 잘못된 건 지적하고 다른 편이라도 잘한 건 칭찬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홍 의원은 이어 “조국 편을 드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조국 수사 관련 질문을 던지자 “조국이라는 사람이 ‘내 가족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들어갈 테니 내 가족은 건드리지 말아라’ 그렇게 이야기하고 자기가 들어갔으면 가족 전체가 들어갈 필요가 없었던 사건 아니냐”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온 건 앞서 홍 의원이 지난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 때문이다. 당시 홍 의원은 조 전 장관 수사와 관련해 “가족 공동체의 범죄도 대표자만 구속하는 것이 옳지, 가족 전체를 도륙하는 것은 잔인한 수사”라고 했다.
▲2019년 '조국수호' 집회 당시 사진에 '조국수홍'을 합성한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홍 의원이 조 전 장관 수사가 과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거듭 이어가자 온라인상에서는 패러디가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곧바로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이 외치던 ‘조국수호’ 구호에 홍 의원의 성을 붙인 ‘조국수홍’이란 말을 만들어냈다.
패러디 이미지도 등장했다. 홍 의원 뒤엔 조 전 장관의 모습이 비치고, ‘조국수홍’이란 글자와 “억울하게 옥에 갇힌 조국 일가. 제가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란 문구도 담겼다. 2019년 서울 서초동 일대에서 열린 ‘조국수호’ 집회 당시 사진에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이 들고 있던 피켓 문구에 ‘조국수홍’을 합성한 사진도 유포됐다. 이뿐 아니라 홍 의원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첫 토론회에서 ‘나는 ○○○○○다’라고 소개한 당시 방송 화면을 캡처해 ‘나는 조국수홍이다’라는 글자를 채워넣기도 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첫 토론회 당시 화면에 '조국수홍'을 합성한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홍 의원에게 실망했다는 글도 줄이었다. 특히 홍 의원을 지지하던 2030 네티즌들 사이에서 “국힘 대선후보로 나와서 조국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다니, 조국수홍 충격적이다” “20대 지지해줘서 홍 찍으려고 했는데 뒤통수 맞았다” “실시간 방송 보는데 ‘무야홍’하던 사람들 댓글도 뚝 끊겼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다만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조국수홍’ 패러디가 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조국에 죄가 있다고 하는데 왜 수호냐” “검사 출신으로서 수사 방식에 대해 지적을 한 것 같다” “뉘앙스 전체는 조국 잘못했다는 내용이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여전히 홍 의원을 지지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한편 홍 의원은 토론회 종료 후인 16일 늦은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 전 장관 수사와 관련된 입장을 거듭 밝혔다. 홍 의원은 “정권을 안정시키는 것도 검찰총장의 책무라고 하면서 조국수사는 문정권 안정을 위해서 한 것이라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자기 지인에게 고백했고 그게 책으로도 출간 된 것도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여권내 권력투쟁의 산물”이라며 “그런 사건을 두고 우리 측이 흥분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저의 오래된 생각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 전가족 수사가 가혹하지 않았다고 국민들이 지금도 생각 한다면 제 생각을 바꿀수 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전가족 몰살 사건은 제 수사 철학으로는 받아 들이기 어려운 정치수사였다”고 했다.
조선알보 김자아 기자
09.18 조성은, 직원 2명 임금 1500만원 체불로 검찰 넘겨지고도 벤츠 자랑, 집 자랑
소위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 조성은(33)씨는 자기 회사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했다는 의혹에 대해 “본질을 훼손하기 위한 허위사실”이라고 했다. 확인 결과 조씨는 직원 2명으로부터 임금 체불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당했으며, 그 가운데 1500여만원을 미지급한 사건은 혐의가 인정돼 검찰로 넘겨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작년엔 벤츠, 올해는 고급 주거지를 온라인에 자랑했다.
◇작년 72만원, 올해 1493만원 안줘 고용부에 신고
18일 조선닷컴이 국회를 통해 확인한 16일 기준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조씨가 운영하고 있는 ‘올마이티미디어’는 작년 6월과 올해 2월 근로자 임금 체불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접수됐다. 지난해 임금 체불을 신고한 A씨가 받지 못한 금액은 72만5000원이었고 올해 신고한 B씨는 임금과 퇴직금 등 총 1493만원이 밀렸다.
고용부 자료에 A씨의 사건은 ‘전액청산에 따른 행정종결’로 나온다. 임금 체불 관련 소송을 진행하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한 관계자는 “전액 청산에 따른 행정 종결은 조씨가 신고를 받은 뒤 A씨에게 황급히 돈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B씨가 받지 못한 돈이다. 취재 결과 조씨는 B씨에게 줄 급여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 등을 받아 검찰로 ‘기소 의견’ 송치됐다고 확인됐다.
조씨는 임금 체불 의혹이 번지던 이달 15일, 페이스북에 해명을 올렸다. “본질을 훼손하기 위해 보도되는 내용을 미리 바로잡기 위해 사안을 정리한다”며 “기 종료된 근로 관계에 있는 직원들과는 임금 등 모든 것들은 지급까지 전부 당연히 마쳤습니다. 허위 사실의 보도”라고 썼다.
임금 체불이란 회사가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가로 주어야 할 급여를 지급하기로 ‘정해진 때’ 지급하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조씨가 운영하는 회사의 임금 체불로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진정만 2건이고 그 가운데 1건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조씨는 교묘하게 “지급을 마쳤다”고만 했고, ‘언제’ 지급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임금 체불 사건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되면 검찰 단계에서 회사가 다급히 직원에게 체불된 임금을 주는 경우가 있다. 만약 조씨가 검찰 단계에서 직원에게 체불된 임금을 준 뒤 그 직원이 처벌불원서 써줬다면 조씨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을 거고 만약 처벌불원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면 최소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을 것”이라며 “그렇게 처리됐더라도 그걸 ‘임금 체불이 없었다’고 할 순 없다.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면 고용노동부가 임금체불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임금체불이 있었던 건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급여 제날짜에 받아본적 없다” “허풍은 한국 최강”
한 취업 포털에 올라온 글을 보면, 올마이티미디어에서 근무했다고 밝힌 한 퇴직자는 취업 포털에 “급여를 급여날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고 거의 모든 급여가 밀린다”며 “대부분의 직원이 고용노동부에 신고 하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직원들의 4대 보험도 전부 미납됐다”고 했다. 또 “계약서도 쓰지 않고 퇴직자도 퇴직 후에도 장기간 밀린 급여를 못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 취업포털에 작년 5월 올라온 조성은씨 회사 퇴직자의 글. /인터넷캡처
이 퇴직자는 이어 “여기 저기서 전화오는 체납 전화 및 문자 받느라 (조씨가) 바쁘다. (조씨의) 허풍은 대한민국 최강”이라며 “높은 사람들 안다느니 국회에 취직 시켜 주겠다느니 누가 또 계약을 하자고 한다느니 그래 놓고 이뤄진 일은 하나도 못 봤다. 말 많은 대표 얘기 들어주는 시간이 퇴근 시간이 훨씬 지나 밤까지 계속 된다. 신점, 무당 얘기하면서 자기 운명 어쩌고 더 많은 단점과 불만이 있지만 너무 많아 다 얘기 못 한다”고 했다.
또 다른 퇴직자는 “(회사가) 미디어 출판 계열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그쪽으로는 제대로 된 업무를 진행하지 않은 채 수시로 국회 일을 (직원에게) 지시한다”며 “보험공단에 다녀온 결과 몇 년가량 온갖 공단에서 보험료 미납통지서를 보냈으나 (조씨가) 무시해 몇 천만 원의 미납금이 발생했고 그에 따라 회사 통장이 압류됐다고 전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임금 체불에 대해 질문하면 마치 인내심 없이 닥달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며 약속도 한 번에 지킨 적 없다”며 “4대보험 또한 퇴사 후까지 몇 달가량의 독촉 끝에 겨우 신고했고 상실신고는 끝까지 처리해주지 않아 노동청과 각각의 공단을 통해 정신적·금전적 스트레스를 경험 후 해결했다”고 썼다.
▲조성은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벤츠 챠랑 사진 /조성은씨 블로그
조씨는 이런 상황에서도 회사 명의로 빨간색 벤츠 차량을 리스해 타고 다녔고, 그걸 온라인에 자랑했다. 올해 5월엔 마세라티를 장만했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도 올렸다. 지난해 말엔 서울 용산 고급 주상복합에 수백만원짜리 조명을 포함 인테리어에 돈을 쏟아붓는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갚아야할 돈, 줘야할 돈은 제때 주지 않으면서 ‘럭셔리한 삶’을 보여주는 데에 거액을 쓴 것이다.
조선닷컴은 조씨 해명을 듣기 위해 16~18일 그가 사용하는 복수의 휴대전화로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닿을 수 없었다.
조선일보 최훈민 기자
09.23 윤희숙이 뉴노멀이다
고발 사주 의혹,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같은 대형 이슈에 가려 조명이 덜 됐지만 추석 연휴 직전 윤희숙 전 의원(국민의힘)의 ‘사직’이야말로 우리 정치사에 남을 대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 윤 전 의원은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직후 곧바로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고, 만류하는 당 지도부를 설득해 국회 본회의(13일)에서 사직안 처리를 관철했다. 물론 의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건 무책임하단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행여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으로 의혹을 덮으려는 꼼수를 부려서도 안될 일이다. 윤 전 의원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재직 때 취득한 개발 정보를 이용해 부친의 부동산 매입에 관여했는지 여부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의혹의 실체를 가려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 정치권에서 실종된 도덕적 올바름이나 언행일치를 윤 전 의원이 실천적으로 증명하려 시도했다는 점에선 용기있는 행동으로 평가할 만하다. 비록 부친의 투기 의혹이라고는 하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누구보다 강도높게 비판해온 그였기에 말빚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처지이긴 했다. 그러나 대개의 정치인들은 이런 경우, 의혹 부인-논점 흐려 물타기-버티기로 대응해왔다. 그사이 의혹은 양비론으로 흐르고 진영 싸움이 벌어지며, 국민들은 정치 냉소증을 앓는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선 위선과 기만극이 최고조에 달해 정치가 조롱거리가 돼버렸다. 자신과 가족의 범죄를 덮기 위해 나라를 두동강 낸 조국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법원에서 잇따라 유죄가 선고됐는데도 ‘무죄’를 외치고 있지 않은가. 대법원의 유죄 확정에도 “역사의 법정에선 무죄”라며 희생자 코스프레 하는 전직 총리도 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후원금 유용 의혹에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받고 있는 윤미향 의원은 또 어떤가. 빗발치는 사퇴 여론에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았다”며 오히려 당당하다.
부친 투기 의혹에 의원직 내놓아
‘말에 책임지는 정치’ 실천한 결단
말과 행동 다른 내로남불을 저격
위선 정치 종지부 찍는 계기돼야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대선 경선을 포기하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저는 지금 저 자신을 공수처에 수사 의뢰한다″고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만약 사인간 관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혀 벌써 ‘퇴출’됐을 터다. 그런데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도덕적 수준이 요구되는 정치에선 왜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적반하장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는가. 탄식하는 국민을 향해 윤 전 의원은 새로운 눈금 자를 제시했다. 의원직을 반납함으로써 자신이 한 말에 책임지는 정치를 실천했다. 말 따로 행동 따로, 내로남불 정치의 급소를 가격한 ‘사건’이다. 그의 의원직 사퇴가 조명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휴 중 그와 나눈 대화의 일부를 소개한다.
사퇴 결정이 쉽지 않았을텐데.
“평생 말과 글로 살았던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했던 말이 희화화되는 건 견딜 수 없었다. 배지를 살리고 말을 죽이는 것보다 말을 살리기 위해 배지를 버리는 길을 택했다.”
민주당은 ‘사퇴쇼’라고 공격했다.
“내가 정말로 사퇴할 줄 몰랐던 것 같다. 말을 죽이는 걸 할만큼 내겐 배지가 그 정도의 의미가 없다. 국회의원을 오래 하는게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정치에 화두를 던지고 뉴 노멀의 가능성을 던진 게 정치사적으로 더 큰 영광이다.”
뉴 노멀이란.
“말과 글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은 그렇게 염치없게 살진 않았다는 걸 국민들이 상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나면 윤희숙이 소환될 것이다. 또 그러길 바란다.”
그의 말마따나 이제 ‘윤희숙이 뉴 노멀’이 돼야 한다. 그의 사퇴가 선례가 돼 위선의 정치에 종지부를 찍는 새로운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치인이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자신들의 정치 생명이 달렸음을 스스로 자각케 해 절제와 염치를 회복하는 전기가 되도록 말이다. 자신의 정치 참여는 ‘앙가주망’이라고 추켜세우면서 상대편에 대해선 ‘폴리페서’라고 비난하는 이중잣대, 전 정권 비리 수사 땐 박수치더니 현 정권 비리를 수사하려 들자 배신자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는 후안무치, 몰상식이 상식을 지배하는 사회는 정상국가도, 민주국가도 아니다. 그러니 정치가 비정상적으로 작동돼 주권자인 국민을 경시하고 모욕하려 들 때마다 ‘윤희숙’은 계속 소환돼야 한다.
이 참에 하나 더. 일반 국민의 평균적인 삶을 넘어서는 정치인의 권한과 특권을 회수하는 국민 운동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철도 이용금액을 할인해주는 것 같은 사소한 특권도 가급적 없애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별한 권한에 익숙해지면 특권을 당연시하게 되고, 부패에 관대해지고, 주권자를 경시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국회의원은 우리 사회 상위 1%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다.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평균적인 국민과의 삶에서 유리돼 국민들의 아픔에 다가설 수 없다”(정진석 국회 부의장)는 고백은 진솔하다. 미국·유럽의 정치 선진국들이 정치인의 특권을 축소해가는 건 주권자인 국민이 깨어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회의원은 세계 3위 수준의 특권 혜택을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치는 3류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 둘이 아주 무관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중앙일보 이정민 논설실장
09월 30일 이준석 “李 가면속에 변학도”…이재명 “野, 국민 불로소득 꿀꺽”
■ 與野 ‘대장동 떠넘기기’ 공방
이준석 “재난지원금, 백성의피
화천대유 이익금, 시민의 기름”
이재명 “아빠 찬스덕에 퇴직금
마치 정당한 것처럼 오만 떨어”
이낙연 “의혹 철저히 수사해야”
대선 정국의 핵심 뇌관으로 떠오른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둘러싸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변학도가 왕 된 양하는 세상은 비정상’이라며 특검·국정조사 추진을 재차 요구한 반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곽상도 무소속 의원 아들의 ‘퇴직금 50억 원’을 저격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 지사와 경쟁 중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대선판이 흔들리고 민심 흐름이 바뀌고 있다”며 “대장동 의혹을 남기면 문재인 정부와 대한민국 미래가 불행해진다”면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30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대장동 게이트’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왕 놀이하는 이 지사의 가면을 확 찢고 나니 변학도가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이 지사가 ‘이 대표는 봉고파직(封庫罷職), 김기현 원내대표는 남극 지점에 위리안치(圍籬安置)하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 ‘춘향전’을 인용해 “자신이 왕이라도 된 양 말하는데, 선심 쓰듯 풀었던 재난지원금은 만백성의 피였고 화천대유의 이익금은 성남시민의 기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탐욕에 강제 수용당한 대장동 원주민의 눈물이 흐르고, (이 지사의) 막말에 국민의 원망 소리가 높다”며 이 지사에게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바로 범인”이라며 특검과 국정조사 추진을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온갖 권모술수를 동원해 야당에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고, 이 지사가 ‘막말 대잔치’로 국민의 눈과 귀를 흐리려고 한들 이 지사의 저급한 인성과 더러운 입을 자백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 지사는 이날도 야권을 상대로 공격을 이어갔다. 이 지사는 자신의 SNS에 “문제는 능력주의가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오만”이라며 “아빠 잘 만나서 퇴직금 수십억 원을 받아놓고도 운 좋게 토건 기득권 카르텔에 합류해 마땅히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불로소득을 꿀꺽하면서도 이것이 마치 정당한 대가인 것처럼 구는 오만함 때문”이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곽상도 의원 아들이 퇴직금 50억 원을 받은 사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며 이 지사를 겨냥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경기지역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작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기득권 세력이 부정부패 카르텔을 형성하고 특권 동맹이 뿌리내린 것”이라며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후보라야 본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 조재연·송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