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安保 24-2021-09
09.02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딨나”
청양군은 개발이 덜 된 청정지역이란 이유로 ‘충남의 알프스’로 불린다. 청양에서도 목면은 10개 읍·면 가운데 인구(1500여 명)가 가장 적다. 주민들은 “동네가 조용해 평소 적막감이 흐른다”고 했다.
이런 목면이 최근 발칵 뒤집혔다. 주민 손모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다. 손씨는 구속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충북동지회)’ 고문 박모씨, 부위원장 윤모씨, 연락담당 박모씨와 함께 북한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기 도입 반대 운동 등을 했다고 구속영장에 나온다. 손씨 구속영장은 두 차례 기각됐다. 이들은 ‘조선노동당’이란 표현을 쓰지 말라는 북한 지침에 따라 이름을 충북동지회로 정했다고 한다.
충청도에서 간첩 사건이 발생한 것은 26년 만이다. 1995년 10월 북파 간첩 2명이 부여군 석성면 한 사찰과 야산 등에 출몰했다. 경찰관 두 명이 이들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검거 작전 나흘 만에 한 명은 생포되고 다른 한 명은 사살됐다.
▲간첩 활동 혐의를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들이 2017년 5월 문재인 대선 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낮에 총알이 날아다니던 부여 사건 때와 달리 손씨 등은 일상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조용히 활동해 온 게 특징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손씨는 지난해부터 초등학교 학부모회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아동 돌봄센터 운영 문제 등을 놓고 주민과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그는 돌봄센터 설치가 늦어지자 학부모회 이름으로 지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청양군수 지지 철회” 등을 주장했다. 이에 학부모들이 “왜 동의 없이 그런 인터뷰를 하냐”고 항의했다. 주민들은 “손씨가 ‘북한에 보낼 밤나무를 심겠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손씨 등의 실체가 알려지자 주민들은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딨나’고 생각했는데 아닌 거 같다”고 했다.
“상상도 못 했는데 소름이 돋는다”는 주민도 있었다.
주민들이 수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한 것은 이들 활동이 시민단체가 수십년간 해온 것과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씨와 손씨는 대전에서 한국타이어 산업재해 진상규명 투쟁 활동을 해왔다. 구청장과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했다. 이들은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9·19 평양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정당한 NGO 활동” “국정원의 조작 수사”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구속영장에 따르면 박씨는 2004년, 손씨는 2010년 북한 ‘문화교류국’에 포섭된 이후 암약해 왔다.
이번 일로 국민적 안보 불감증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국가보안법 폐지 공동대책위원회 등 단체는 여전히 큰 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단체나 노동운동가들은 “손씨 등이 시민사회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따돌림을 받았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 유지’를 걱정하는 수사당국 외침이 공허한 느낌이다.
중앙일보 김방현 대전총국장
09.04 文 정권의 ‘독립 후 독립운동’은 허망하고 어리석은 國力 낭비
일본과 같은 국방 예산 쓰는 한국이 왜 弱者인가
국방 예산 36% 늘렸는데도 核 위협 도리어 커진 안보 逆說
며칠 전 일본 신문에 짤막한 한국 관련 기사가 실렸다. 이런 내용이다. “한국 정부 내년 예산안 가운데 국방비는 55조2277억원(약 5조3000억엔(円))으로 올해 일본 국방비 5조3422억엔과 같은 규모다. 일본 정부는 구매력평가 기준으론 한국 국방 예산이 2018년부터 일본보다 많아졌다고 판단한다. 국민 1인당 국방비 부담은 한국이 일본의 2.4배다. 2023년 이후엔 명목 금액으로도 한국 국방비가 일본을 능가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가 참 많이 변했구나 한국이 정말 많이 컸구나 하는 느낌이 먼저 든다. 일본은 1968년부터 42년 동안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이란 자리를 지켰다. 이렇게 빨리 일본만큼 국방비를 많이 지출하는 나라가 되리라고 예상한 이는 드물 것이다. 한국 인구는 5182만 명, 일본은 1억2605만 명, 국민 총생산(GDP)은 한국 1조6000억달러 일본 5조81억달러다. 이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만큼, 앞으론 일본보다 더 많이 국방비를 지출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국가 생존 방식인가 하는 의문도 따른다. 이런 국가 운영 방식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고 그것이 한국의 미래에 무슨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걱정이다.
돈을 써야 할 데 필요한 만큼 올바로 쓰면 만족감이 든다. 국방 예산을 늘렸으면 그만큼 국민의 안보에 대한 자신감도 높아져야 한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국방 예산이 37% 증가했다. 이명박 정권에선 29%,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17% 늘었다. 그 이후 북한의 원자폭탄 수소폭탄은 60여 개로 추산될 정도로 크게 늘었고, 핵폭탄을 실어 나르는 미사일 발사체도 훨씬 다양해졌다. 국민이 느끼는 핵 위협은 더 커진 것이다.
핵무기로 위협하는 상대에게 재래식 무기 강화로 맞섰던 나라도 없고, 그런 방식으로 성공한 전례(前例)도 없다. 한국이 일본만큼 국방비를 지출하고도, 한국 국방 예산의 60분의 1로 추정되는 북한의 핵 공갈에 끌려다니는 것은 누구 눈에도 이상한 모습이다. 사실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키가 큰 상대를 견제하기 위해 체중이 무거운 선수를 투입하는 농구 감독 같은 전략을 써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보다 국방 예산 증가율이 높았던 정권은 노무현 정권이다. 진보 정권에선 국방비를 현상 유지하거나 감축하는 것이 세계 상식이다. 한국은 이런 상식과 어긋난 예외(例外) 케이스다. 그 이유는 두 정권이 미군 기지 반환·이전과 전시작전권을 돌려받는 조건을 갖추려고 과거 미군 역량(力量)으로 수행하던 역할을 한국군이 대신하기 위해 예산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돈은 더 많이 쓰는데도 안보 능력은 강화되지 않은 것이다. 한국은 미국 무기를 사우디아라비아·오스트레일리아·아랍에미리트 다음으로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 소위 진보 정권의 안보 역설(逆說)이다.
군사 대국화하는 일본의 위협이란 말은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다. 같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나라인데 일본은 군사 대국화의 길을 걷고 있고 한국은 다르다고 주장하면 논리의 모순을 일으킨다. 일본은 GDP 대비 국방 예산이 1%다. 미국이 국방 예산을 늘리라고 줄기차게 압력을 넣었는데도 국민 반대를 방패 삼아 이리저리 피해 왔다. 그 대신 주일(駐日) 미군 주둔 경비를 증액하거나 미국 무기 수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미국을 달랬다. 미·일 동맹 강화가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이란 판단 때문이다. 일본이 GDP 대비 2% 수준으로 증가시키면 당장 군사 대국이 되겠지만 그런 일은 가까운 시일 안에는 벌어지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은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항일(抗日) 독립운동 외교 노선’을 편 정권이다. 2017년 12월 박근혜 정권의 위안부 문제 합의를 사실상 무효화시킨 데서 시작해 2020년 광복절 대통령 기념사에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까지 장장 2년 6개월 동안 계속됐다. 지금은 원점(原點)으로 돌아와 문(門)을 활짝 열어놓고 일본이 변화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헛바퀴 굴리기 외교다. 이런 외교의 정신적 배경이 약소국(弱小國) 콤플렉스다. 한국이 국방비를 일본과 같은 규모로 지출하는 나라가 됐는데도 문 정권은 약자 코스프레 버릇을 외교에서도 버리지 못했다. 덩치만 커졌지 생각은 자라지 못한 탓이다.
‘독립 후 독립운동’을 벌이는 것만큼 쉬운 일도 없고 그처럼 어리석고 허망한 국가 에너지를 낭비도 없다. 다음 대통령이 되겠다는 몇몇 사람들 가운데도 그럴 조짐이 벌써 보인다. 일단 그런 사람부터 대통령 후보 리스트에서 걸러낼 일이다.
조선일보 강천석 논설고문
09월 07일 6·25 중공군 ‘영웅’ 떠받든 中 영화, 국내 상영 안 된다
6·25전쟁의 공범인 중국공산당의 군대 중공군(中共軍)을 ‘영웅’으로 떠받든 영화까지 국내 상영 허가를 받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원제 ‘금강천’인 중국 영화 ‘1953 금성 대전투’에 대해, 지난달 30일 심의를 거쳐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부여했다고 6일 밝혔다. 6·25 남침을 ‘항미원조(抗美援朝)의 해방 전쟁’으로 둔갑시킨 중국이 그 연장선에서 만든 영화를 국내 중학생부터 볼 수 있게 한 것으로, 반미(反美) 선동과 다름없다.
금성전투는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 체결을 앞둔 시기에 강원도 철원군 금성지구에서 벌어졌다. 국군 전사 1701명, 부상 7548명, 포로 또는 실종 4136명, 북한 점령으로 넘어간 영토 193㎢ 등이었다. 중국이 ‘의용군 전사들의 영웅적 행위를 담고 있다’고 추어올린 배경이다. 등급 신청 회사 대표는 “영화에 한국군은 나오지 않는다. 극장 개봉용은 아니고, 가정용 VOD로 판매하려고 수입했다”고 하지만, 영등위는 허가를 재고해야 한다.
그런 영화가 상영되게 해선 안 된다. 극장 상영만 영화 관람의 주요 통로가 아니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는 IPTV를 통한 오는 16일 개봉을 예고했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게 자유로운 사회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자유가 다시 한 번 자랑스럽다”고 했으나, 그럴 일이 아니다. 6·25전쟁의 본질을 왜곡하며 국군과 유엔군을 모욕하는 전범 제작 영화를 피해 당사국이 국내 상영을 용인하는 일탈에 ‘자유’ 운운하는 것은 기본 인식부터 잘못이다.
문화일보 사설
09.08 북 피살 공무원 형 "정권 끝나면 文 살인방조로 고발"
지난해 9월 22일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군에 살해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의 형 이래진(55)씨는 동생의 1주기를 맞아 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험한 욕이 나올 만큼 격분해있다"며 "이 정권이 끝나면 문 대통령을 살인방조 혐의로 형사고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조카(숨진 이씨 아들)에게 쓴 편지에서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는데 1년이 다되도록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말만 그럴듯하게 해놓고 아무 일도 안했으니 격앙할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문일답.
-동생 이씨가 숨진지 1년이 됐다. 정부에선 애도의 뜻을 전했나
"그럴 정부 같았으면 진작 사람을 내게 보냈을 것이다. 나는 지금 험한 욕이 나올 정도로 대통령에게 격분한 상태다. (왜 그런가?)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조카에 보낸 편지에서 '나도 마음이 아프다. 해경의 조사와 수색 결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그러나 1년이 다되도록 아무 조치도 않고 말 그대로 지켜만 보고 있다. 자신의 입으로는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겠다'고 했으면서 국민을 죽인 적대국가(북한)엔 말 한마디 못하고, 평화만 얘기한다. 그러니 격앙할 수 밖에 없다. 이 정권이 끝나면 문 대통령을 살인 방조 혐의로 형사고발할 생각이다."
-청와대에선 동생분을 위해 한 일이 없나
"5월에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에게 문 대통령을 면담하고 싶다는 뜻을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전하려했으나 전화를 안받고 문자메시지도 ‘읽씹’(읽고 답하지 않았다)하더라. 기자들이 박 대변인에게 이유를 물으니까 '시민사회수석 소관이라 그랬다'고 했다더라. 그럼 나한테 그 얘기를 해야지 기자들에게 하면 되겠나. 이런 데서 청와대가 동생 사건을 다루는 시각이 나오는 거다. 게다가 시민사회 수석에게도 전화 3~4번 했는데 안 받더라. 유일하게 박수현 소통수석만 전화를 받더라. 2주 전쯤이다. 내가 박 수석에게 청와대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알아보고 연락해주겠다'고 하더라. 청와대가 '알아보겠다' 하면 통상 보름은 지나서 전화해야 내용이 나온다. "
-지난 7월 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숨진 이씨에 대한 해경 수사의 문제점을 인정했는데
"이게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에 속한 인권위조차 해경이 동생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저질렀다며 관계자 경고와 재발 방지를 권고했다. 그게 게벌써 두 달 전이다. 그런데도 해경과 정부는 아무 후속 조치가 없다. 분개해서 지난달 20일 해경청장에 사과를 요구하는 서한을 내용증명으로 보냈는데 이것도 답이 없다. 준사법기관인 권익위 결정까지 무시하는 해경과 정부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게다가 해상 실종사건은 법적으로 72시간이면 종결되는데 해경은 따로 다뤄야 할 월북 의혹까지 묶어 무한정 수사를 끌고 가고 있다. 이러면 결론이 나기까지 5~6년 걸릴 수도 있다. 책임 안 지려는 시간 끌기의 전형이다. 내가 정말 화가 나는 이유는, 국가표창을 4개나 받은 성실한 공무원인 동생을 아무 근거 없이 월북자로 몰아버린 것이다. 월북은 큰 사건 아니냐. 그런데도 정부는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북한에서 숨졌으니 월북자'라 못 박았다. 반발할 수밖에 없다. "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해경에 정보공개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는데
"지난달 20일 첫 변론기일 절차가 진행됐는데 해경과 국방부 사람만 나오고 최상위 기관인 청와대 안보실 관계자는 재판정에 나오지도 않았다. 청와대가 배후 핵심 조종자임을 스스로 드러낸, 거만하기 짝이 없는 처사다. 게다가 처음엔 군사기밀이니 국가안보니 하는 핑계로 정보공개를 거부하다가 요즘은 논리가 궁색한지 '한반도 평화 증진'까지 공개거부 이유로 들고 나왔다. 적대국 북한이 우리 국민을 죽였는데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지도 못하면서 무슨 평화를 떠드나? 또 이 세 기관은 친노 유력 인사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대표로 있는 로펌을 변호인에 선임했다. 힘없는 개인인 유족을 상대로 국내 20대 로펌에 들어가는 실세 친정권 업체를 변호인으로 선임한 것이다. 국민의 인권은 뒷전이고, 자기방어에는 철저한 사람들이다."
-정부는 북한과 핫라인이 끊어져 사과를 요구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지난 7월 남북 간 군 통신이 한때 재개됐다.
"그래서 당시 통일부에 전화해 '핫라인이 열렸으니 북측의 사과를 받아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사무관이 '현안이 워낙 많아 순번이 돌아올지는 모르나 노력은 해보겠다'고 하더라. 내 참…."
-지난 2월 4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만났는데
"이 장관이 내게 '이 약속 한가지만은 자신 있게 드리겠다'고 하더라. '북측에 재발 방지를 요구해 받아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뒤로 함흥차사다. 지금껏 아무 연락이 없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사건 발생 직후 "대단히 미안하다"는 입장을 냈다.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은 김정은이 이례적으로 사과했다고 높게 평가했는데
"역지사지해보라. 만약 자신들의 가족이 그렇게 북측에 참혹한 죽임을 당했다면 그 정도 말에 그렇게 환호했을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를 만났다고 하던데
"내가 메시지를 보내자 20분 만에 답이 왔고, 만나자고 청하니 바로 응하더라. 7월 26일 만나 동생 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요청하니 '알겠다'고 하더라."
-의례적 반응 아닐까
"아니었다. 보통 정치인들 만나면 참모가 준 쪽지를 갖고 나오는데 윤 후보는 빈손으로 날 만나 설명을 듣더니 바로 이해하고 공개적으로 답변을 줬다. 사건의 디테일을 자세히 알더라. 관심 갖고 모니터해왔다는 것이다. ‘국민 생명이 희생된 상황에서 세금으로 사들인 기밀 장비로 얻은 대북 정보를 기밀인 양 자신들(정권)만 아는 건 잘못됐다. 국가 안보와 국민 생명엔 구분이 없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21일로 동생분 1주기인데
"동생을 추모하며 조용히 보낼 생각이다. 조카(이씨 아들)와 제수씨(이씨 부인)는 제사를 모시려 한다."
중앙일보 강찬호 기자
09월 08일 北 영변 재가동과 화급한 核우산 강화
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국제정치학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의 질의에 북한이 영변 핵(核)시설을 재가동해도 남북 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답변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5㎿ 원자로에서 7월 초부터 냉각수 방출을 포함해 원자로를 가동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발표했다. 더 심각한 일은, 지난 2월부터 7월 초까지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연구소를 가동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같은 시설에서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는 데 5개월이 걸렸다고 스스로 발표한 후 바로 핵실험을 여러 번 한 사례가 있다. 북한이 이번에 5개월에 걸쳐 재처리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비핵화와 관련된 남북 합의들을 위반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4·27 판문점선언은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한다고 합의했다. 여기에 1991년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이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 선언은 또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최 차관의 답변에 청와대 관계자도 “청와대도 일단 맥을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국민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북한의 영변 핵시설 가동 관련 정보를 IAEA를 통해 사전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7월 27일 북한이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했을 때 마치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이고 북한의 비핵화에 진전이 있을 것처럼 부풀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남북 대화 여건 조성을 위해 8월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주장했다. 여권 국회의원 70여 명도 동조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의 영변 핵시설 가동 사실 은폐와 통신연락선 부풀리기는 남북 평화 쇼를 위한 것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가동하고 남북 합의들을 어기면 당연히 정식으로 항의하는 게 정부의 올바른 자세다. 그런데도 북한이 남북 합의들을 지키고 있다고 북한 눈치를 보면서 북한을 두둔하는 저자세는 국민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그토록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라고 부풀렸던 통신연락선을 북한이 다시 끊어 버렸지만 정부는 항의 한 번 하지 못한다. 정부의 일련의 대북 저자세와 사실 은폐와 왜곡을 보면, 국민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이 걸린 국가안보마저 북한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이 나오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북한 김여정의 한마디에 여당이 중심이 돼 ‘전단살포금지법’을 통과시킨 국회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최근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개와 보유 핵무기 숫자의 증가는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더욱 심각해지는 북핵 위기 상황에 직면해 미국 핵우산의 신뢰성을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게 여론이다. 나토(NATO) 핵공유협정 모델처럼 ‘아시아판 한·미·일 핵공유협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핵 실무 담당 장교들과 국내 전문가들에 의해서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은 이미 많은 자위대 장교들을 미국 핵을 전담하는 전략사령부에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아프가니스탄의 몰락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교훈을 우리 모두에게 일깨운다.
문화일보
09월 08일 北核 재개 쉬쉬시킨 文 아집
김석 정치부 차장
1941년 6월 22일 아돌프 히틀러가 다스리는 나치 독일은 불가침조약을 깨뜨리고 소련을 침공했다. 전격전을 내세운 독일의 공격에 소련군은 패퇴에 패퇴를 거듭했다. 하지만 독일의 침공은 이미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었다. 히틀러가 공산당에 대한 혐오와 게르만족의 슬라브족 지배를 공공연히 외쳐 왔기 때문에 소련 침공은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심지어 미국과 영국 등은 독일 침공 계획을 소련 최고지도자인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여러 경로를 통해 전했다. 역사상 최고의 스파이로 평가되는 리하르트 조르게도 5월에 독일이 150개 사단을 동원해 6월 20일 침공(기상 악화로 공격일 이틀 연기)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스탈린은 영국과 전쟁 중인 히틀러가 불가침조약을 깨고 양면전쟁을 일으킬 리 없다는 아집에 사로잡혀 이런 경고들을 전부 무시했다. 지도자의 아집은 독재국가뿐 아니라 현재 민주국가에서도 벌어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보 당국과 군, 언론의 계속된 경고에도 8월 31일 아프가니스탄 철군 일정을 고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7월 기자회견에서 “탈레반이 모든 것을 제압하고 국가 전체를 소유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아프간 미국대사관 옥상에서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걸 보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결과는 1975년 사이공의 재연이라 불리는 최악의 퇴각이었다.
이런 상황은 한국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아집 그 자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9월 연례 이사회 보고서에서 북한 영변 핵시설이 7월 초부터 재가동에 들어간 징후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IAEA에 북핵 정보를 가장 많이 전달하는 국가가 미국임을 감안하면 동맹국인 한국에 이를 통보하지 않았을 확률은 낮다. IAEA 보고서 공개 후 “북한의 핵 활동과 미사일 동향을 한·미 정보 당국이 면밀하게 살피고 있었다”는 정부 반응을 보면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청와대는 그동안 남북 연락선 복원 사실은 대대적으로 알리면서 영변 핵시설 재가동에는 침묵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월 27일 연락선 복원 당시 “양 정상은 남북관계가 오랜 기간 단절돼 있는 데 대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조속한 관계 복원과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정상 간 대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임기 말 대북 정책을 고수하기 위해 불리한 정보인 핵시설 재가동 사실은 감추고 유리한 내용인 연락선 복원만 국민에게 전한 셈이다. 게다가 미국으로부터 코로나19 백신을 받아 군에 접종을 완료해놓고도 코로나19를 핑계로 한·미 연합훈련마저 대폭 축소했다. 핵시설 재가동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언한 핵 능력 고도화에 있음에도 북한 심기를 거스를까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방어 태세 구축에는 눈감은 것이다.
역사는 지도자의 아집이 얼마나 많은 국민의 희생을 요구하는지를 보여준다. 스탈린의 아집은 4년간 이어진 전쟁에서 2000만 명이 넘는 소련인 사망이라는 대가를 치렀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집은 아프간인과 테러로 사망한 미군 13명의 생명은 물론 20년간 국제사회가 아프간에 쏟았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문화일보
09.08 중공군 6·25 영웅담 영화까지 허용, 그것 보고 즐기란 건가
▲9월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정문 앞에서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호국청년 능멸하는 중공영화 철회하라" 문구가 담긴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30일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중국 영화 '1953 금성 대전투'에 대한 심의를 거쳐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부여했다. 6.25 한국전쟁의 강원도 금성 지구에서 벌어진 전투를 그린 이 영화는 국군을 '북진 야욕에 불타는 한국군', 미군 전투기에 대해서는 '죽음의 폭격기'로 표현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는 지난달 말 중국이 6·25 때 “한국군 5만여 명을 섬멸했다”고 주장하는 ‘금성 전투’를 배경으로 중공군의 영웅담을 담은 영화의 국내 비디오 유통을 허용했다. 논란이 되자 ‘문제없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중공군과 미 공군 전투 장면 위주이고 ‘국군 살해 장면’이 없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금성 전투’는 시종일관 국군과 중공군이 맞붙어 싸웠다. 중공군은 미군보다 약한 한국군이 지키는 금성 지역을 점령해 정전(停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 했다. ‘통일’을 외치는 이승만 대통령의 기세를 꺾기 위해 한국군을 노렸다는 분석도 있다. 국군은 병력 열세로 후퇴해 영토 193㎢를 적에게 내줬다. 국군 2689명이 전사하고 부상·실종까지 더하면 인적 피해는 1만4373명에 이른다. 중국은 “한국군 피로 물들었다”고 했다. 실제 그랬다. 국토를 한 뼘이라도 지키려 우리 청년들이 목숨을 바쳤다.
중국은 지난해 6·25 참전 70주년을 맞아 ‘금성 전투’ ‘장진호 전투’ 등 6·25 전투 승리를 주장하는 영화를 대거 만들었다. 과거엔 이렇게 노골적이지 않았지만 시진핑 집권 이후 달라졌다. 6·25를 자국 국민감정 자극 용도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민의 아픔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다.
영등위는 ‘국가 정체성 훼손’ 등에 대해선 상영이나 유통을 불허할 수 있다. 그래서 일제의 위안부 미화 영화 등은 ‘유통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을 없애려고 참전해 수많은 우리 국민을 죽인 중공군을 미화한 영화는 어떤 것인가. 일제가 죽인 국민의 몇 배는 될 것이다. 중공군만 없었으면 한반도는 통일됐다. 6·25에 목숨을 바친 청년들의 한도 풀렸을 것이다. 그 영령들을 애도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어떻게 우리를 죽이고 짓밟은 중공군을 미화하고 영웅시한 영화를 버젓이 상영하나. 그것을 보고 즐기란 건가. 이미 북한군을 미화한 영화는 한두 편이 아니다. 아무리 민주 사회라도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조선일보 사설
09.08 ‘중공군 영웅담’ 영화 수입사, 결국 국내 상영 포기
수입사 대표 사과문 발표
6·25전쟁 때 중공군의 영웅담을 그린 영화 ‘1953금성대전투’의 수입사가 등급 분류를 취하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8일 오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입사 측에서) 등급분류를 포기해서 상영이 안 된다”고 말했다.
우파 영화인들이 지난 7일 IPTV 플랫폼에 콘텐츠를 대는 배급사에 강력 항의했고, IPTV플랫폼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부담스러워진 상황이라 서비스(유통)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16일 출시 자체가 불발되자 결국 수입사가 등급분류신청을 철회했다.
수입·배급을 하는 허은도 대표는 8일 오전 “IPTV용 중국영화만 전문적으로 수입해온 수입사(위즈덤필름)도 ‘1953금성대전투’의 유통을 포기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VOD 시장이 커지다보니 신생업체 난립하고 총만 들고 있으면 아무 영화나 막 들여오는 몰지각한 수입업자가 많다”며 “중국 액션영화는 유럽영화에 비해 타율이 안정적”이라고 했다.
6·25전쟁을 중국 시각으로 다룬 ‘1953금성대전투’는 극장개봉용이 아니라 싸구려 IPTV용 영화인데 노이즈마케팅이 된 셈이다. 우파 영화인들은 “얼마 전 ‘우한폐렴’을 미화한 ‘최미역행’이라는 중국 영화도 같은 방법으로 수입됐지만 무시하니까 제대로 물을 먹었다”며 “현실적으로 이 영화의 유통을 막기 어렵고 등급심의를 막을 방법도 없다. 소비자가 관람을 보이코트(거부)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다큐멘터리 ‘김일성의 아이들’을 제작한 김덕영 감독은 “이번 사건은 중국이 노골적으로 추진한 동북공정의 연장선으로 보이지만, 문화에는 문화로 대항해야 한다”며 “영화인의 약 90%가 좌파라서 균형에 문제가 많지만, 억지로 좌파영화를 막으려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우파영화를 더 응원하고 확산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황희 장관은 이날 “최근에 특히 MZ세대(20·30세대)들의 중국에 대한 정서라든가 국내 정서는 곤혹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공군 미화가 역사 왜곡이 아니냐’ ‘버젓이 국내 상영을 할 수 있느냐’ 등 국민의힘 김승수·배현진 의원으로부터 지적이 잇따르자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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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사 위즈덤필름 이정연 대표가 이날 발표한 사과문>
당사에서 수입한 영화 <1953 금성 대전투>로 인해 국민분들께 크나큰 심려를 끼쳐드려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
현재 해당 영화의 해외 저작권자와 판권 계약을 파기하였고,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도 국외비디오 등급심의가 취하되었습니다.
위처럼 조치를 취하고 사과를 드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여 이제서야 사과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북한군이 남침함으로써 벌어졌고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민족의 비극인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특히 적군의 영웅담을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한 충분한 고민없이 해당 영화를 수입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국민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리는 이러한 영화를 수입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전쟁에서 목숨을 잃으신 순국용사를 포함하여 모든 걸 다 바쳐 싸우신 참전용사분과 가족분들 그리고 이번 일로 크나큰 심려를 끼쳐 드린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2021.09.08㈜위즈덤필름 대표 이정연
조선일보 박돈규 기자
09.09 군대가 무능한 게 아니라 지휘부가 무능하다
▲1981년 6월 7일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들이 이라크가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건설 중인 바그다드 인근 핵 시설의 오시라크 원자로를 파괴하기 위해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오페라 작전이라 불린다. [위키피디아]
#상황 1=2010년 12월 20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삼각지 국방부 영내에 있는 합동참모본부 지하벙커에는 침묵이 흘렀다. 해병대가 연평도 서남방 해역에 사격훈련을 시작할 참이었다. 사격할 해역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이지만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곳이었다. 북한은 3일 전 우리 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연평도 포 사격을 강행할 경우 공화국(북한) 영해를 고수하기 위해 2차, 3차의 예상할 수 없는 자위적 타격을 가해질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날 해병대의 사격훈련은 한 달 전인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응 차원이었다. 당시 북한군 포격으로 해병대 장병 2명과 민간인 2명이 숨지고 연평도 시내는 불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일의 해병대 사격훈련은 고심 끝에 계획됐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부담도 적지 않았다. 해병대가 사격훈련을 하면 북한군은 또다시 도발해올 가능성이 커서다. 그래서 사격훈련계획에는 북한이 재차 도발할 경우 자위적 차원에서 대응하는 내용까지 포함했다. 북한이 다시 도발해 우리 측 피해가 커지거나 확전할 경우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 모두 정치적인 명운을 걸어야만 했다. 물론 국방부는 반드시 이긴다는 계산이 있었다.
미국의 아프간 철수로 본 한국의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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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 각오한 2010년 연평도 사격
1981년 이스라엘의 이라크 폭격
중대 위기 때는 전략적 결정 필요
외교차관이 북 원자로 가동 두둔
중공군 미화한 영화 허용 논란도
"적이 도발하면 계획대로 하라"
사격훈련이 있던 20일 오전 김 장관은 “창군 이래 이렇게 대비하기는 처음이다”면서 “적(북한)이 도발하면 계획대로 하라”고 지시했다. 그때 국방부와 합참은 육군 1ㆍ3군과 해ㆍ공군 및 해병대 등 전방의 모든 부대에 전투준비를 명령했다. 북한이 도발하면 K-9 자주포 등 야포는 물론, 필요시엔 공군 전투기까지 동원할 참이었다. 김 장관은 “현 상황은 어차피 거쳐야 할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라며 “그래야 북한의 도발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했다.
20일 오후 2시 30분. 사격훈련이 시작됐다. 해병대는 K-9 자주포부터 시작해 전차와 해안포 등을 쐈다. 김 장관을 비롯한 합참의장과 군 수뇌부는 말없이 북한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런데 북한군은 조용했다. 의외였다. 합참 벙커에는 긴장 속 침묵이 지속했다. 해병대의 사격은 재개됐다. 이번엔 구경 105㎜ 야포 등을 쐈다. 그렇게 엄포를 놓던 북한은 해병대가 사격을 종료한 이후에도 잠잠했다. 우리 군의 결연한 의지에 북한군 기세가 꺾인 것이었다. 이 사격으로 우리 군엔 자신감이 생겼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이라크의 핵 시설. 지상에 건설 중이던 오시라크 원자로 등 핵심 시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위키피디아]
#상황 2=1981년 6월 7일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시나이 반도의 타바 국제공항 내 공군기지를 출격했다. ‘오페라 작전(Operation Opera)’이 개시됐다. 공격 대상이 이라크여서 ‘바빌론 작전’이라고도 부른다. 공격팀은 F-16A 전투기 8대와 F-15A 6대로 구성됐다. F-16A는 폭격이, F-15A는 공중 엄호가 임무였다. 전투기들은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이라크로 진입했다. 이라크 상공에선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기 위해 고도 30m를 유지하며 은밀하게 비행했다. 1600㎞를 날아가 임무를 수행하고 복귀하는 장거리 작전이었다. 폭격 목표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남쪽 17㎞에 위치한 오시라크 원자로였다.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MK-84 폭탄 16발을 오시라크 원자로에 투하했고, 원자로는 파괴됐다.
이스라엘이 위험천만인 바빌론 작전을 과감하게 수행한 이유는 이라크의 핵 개발 차단이었다. 이라크가 핵무기를 가지면 이스라엘엔 심각한 위기가 온다. 당시 이라크는 프랑스에서 플루토늄 생산용 원자로를 도입해 건설 중이었다. 원자로는 그해 6월 말이면 가동될 상황이었다. 원자로는 일단 가동되면 파괴할 수가 없다. 방사능 오염으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는다. 결국 이스라엘은 위험을 무릅쓰고 이라크가 원자로를 가동하기 직전에 파괴한 것이다. 이 작전으로 이라크의 핵무기 개발은 좌절됐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이라크 핵 시설. 건설 중이던 원자로를 비롯해 각종 시설의 파괴된 잔해가 나뒹굴어져 있다.[위키피디아]
스스로 지킬 의지가 가장 중요
#상황 3=지난달 말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면 철수했다. 그 장면은 46년 전 베트남의 사이공이 북베트남 월맹군에 함락되던 장면과 흡사했다. 신뢰 구축과 검증이 없는 평화협정의 위험성을 재확인했다. 미국의 아프간 철수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무책임한 행동’ ‘국익에 따라 동맹도 버린다’는 등 바이든 미 행정부는 비판을 받았다. 사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결정해놓은 사안인데도 비난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쏠렸다. 그러나 바이든은 철수를 강행했다.
미국의 아프간 철수는 몇 가지 교훈을 남겼다. 첫째는 국가가 중대한 위기에 놓이면 과감한 전략적 결정을 한다는 점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북한군과 교전을 감수한 우리 해병대의 사격훈련이나 이스라엘의 오시라크 원자로 공습도 마찬가지다. 쿠바 미사일 사태 때 3차 세계대전을 감수한 케네디 전 미 대통령의 의지도 그랬다. 미국은 앞으로 다가올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집중하기 위해 아프간에서 철수했다. 둘째는 미국은 스스로 지킬 의지가 없는 아프간에 대해 희망을 포기한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이런 전략적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북한이 비난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해도 유구무언이다. 정부는 탈북 주민을 다시 북한에 돌려보내는 불법도 저질렀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살돼도 항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북한이 핵무기를 더 생산하기 위해 영변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을 재가동하면서 남북통신선을 복원하자 우리 정부는 반겼다. 정부의 관심은 북한 핵무기보다 통신선 복원에만 있었다.
심지어 북한의 영변 원자로 가동이 “남북 합의 위반이 아니다”라는 최종건 외교부 2차관의 말은 가관이다. 북한의 원자로 가동은 한반도를 위협하고 유엔 결의 위반이다.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외교부 차관이라니 할 말이 없다. 우화에 나오는 것처럼 동굴에 비친 그림자로 세상을 판단하는 사람들 같다.
한국전쟁 때 금성전투에서 중공군 승리를 영웅화한 영화를 정부가 국내 상영을 허가한 것은 더 심각하다. 금성전투는 휴전을 코앞에 둔 1953년 7월 강원도 김화 일대에서 중공군 24만명이 투입된 전투다. 이 전투로 우리 땅 193㎢가 북한에 넘어갔다. 전투에서는 국군 1만4000여 명이 전사하거나 부상 및 실종됐다. 중공군은 2만7000명이 전사하고 3만8000명이 부상했다. 그런데도 중국은 국군 5만여 명을 섬멸했다고 선전했다. 더구나 ‘1953 금성 대전투’라는 이 영화는 중국이 한국전 참전 70주년을 맞아 사과는 고사하고 한반도 침공을 정당화하며 중공군을 영웅시하기 위해 제작했다. 영화 수입사의 등급분류 취하 신청으로 결국 국내 배급이 불가능해졌지만 우리 사회에 소모적인 논란만 남겼다.
군기 무너지고 악성 사고 잇따라
군 지휘부는 또 어떤가. 군 인사가 정치권에 유린당하면서 군기는 무너지고 악성 사고가 계속 난다. 전방은 연이어 뚫리고, 군대는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아 무기력증에 빠진 모습이다. 어떤 현역 병사는 지난해 입대한 이후 총을 한 번도 쏴보지도 못하고 전역하게 됐다고 했다. “적이 없는 군대 목적이 없는 군대가 됐다”는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적에 “실전적으로 교육훈련에 매진하고 있다”는 서욱 국방부 장관(지난 6일) 말을 진실로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무능한 군 지휘부가 군대를 망치고 있다. 최근 청주 간첩단 사건에 대해서도 정부와 국가정보원은 묵묵부답이다. 군 수사기관은 북한 고정간첩을 2만∼3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아프간 철수를 계기로 우리의 안보 상황을 되돌아보면 속이 탄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영달이나 멋을 내라고 그 자리를 준 게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와 군 지휘부는 북한과 중국 눈치를 보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결국엔 나라의 안전을 위태롭게 만든다. 국민의 준엄한 정언명령인 법 정신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1838년 링컨 대통령의 연설 한마디만 기억하자. “법을 어기는 것은 자기 아버지의 피를 짓밟는 일이며, 자기 자신의 인격과 자녀의 자유를 파괴하는 일이다.”
중앙일보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09.09 싸울 의지 없는 나라는 살아남기 어렵다
탈레반은 8월 15일 아프간 대통령궁을 접수했다. 미군을 태운 마지막 수송기가 8월 30일 밤 11시 59분 카불을 떠났다. 한국에서는 미군이 한반도 분단 고착의 원흉이라며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미군 철수”를 외치고 있다.
거짓이 사실로 위장한 역사의 한 예를 보자. 1918년 11월 11일 11시 1차 대전 종결 후 독일군부와 우익세력은 독일이 전쟁에서 패한 것은 반역자들(공화주의자와 유대인)이 꾸민 후방 교란 때문이라고 믿었다. 사실이 아니었다. 이러한 귀인(歸因) 오류는 나치 등장의 한 요소가 됐다.
미군의 아프간 철수 사태 충격적
동맹 강화하고 군은 결기 다져야
올여름 우리는 점령군·해방군 논쟁을 벌였다. 수사학적 접근 없이 두루뭉수리로 넘어갔다. 점령군의 정확한 함의는 ‘일본군 무장 해제를 위한 점령군’이다. 공산주의자들은 ‘점령’을 ‘해방’이라 한다. 1950년 6월 28일 기습 남침한 북한군이 중앙청(경복궁 자리)에 인공기를 게양했을 때 조선중앙방송은 “서울은 해방됐다”고 보도했다.
여우가 새색시로 둔갑한 어법을 ‘정치 언어(double speak)’라 한다. 조지 오웰의 말을 빌리면 “정치 언어는 거짓말을 참말로 들리게 하고 살인을 훌륭한 일로 둔갑시키며 기체를 고체로 보이도록 고안된 것이다.” 나치는 ‘시민’을 ‘국민 동지’, ‘전쟁 준비’를 ‘평화 확보’, ‘정당한 법 절차를 밟지 않은 투옥’을 ‘보호조치’라 했다. 유대인 학살이 만 단위로 집계되면서 ‘죽음 캠프’를 ‘집결 캠프’, ‘가스실 살인’을 ‘특별 대우’, ‘유대인 절멸 계획’을 ‘유대인 최종 해결책’이라 표현했다.
공산당은 수사에 능하다. 소련의 공식 명칭은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USSR)’이다. 러시아어 soviet은 영어 council(평의회)에 해당한다. 공산당 관료제가 평의회를 압도해 평의회가 유명무실해지는 운명을 맞았다. 레닌은 러시아 제헌의회의 권력을 빼앗은 후 ‘프롤레타리아 독재’(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 넘어가는 과도 단계)라는 미명으로 정치 폭력을 행사했다. 스탈린은 ‘단독 후보’를 고분고분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더니 그것을 ‘선거’라 했다.
미국이 한반도 분단 고착을 추구했는가. 역사 기록을 들여다보면 소련이 그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45년 10월 1일 마셜 미국 육군참모총장은 맥아더 원수에게 보낸 서신에서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한국 전체를 위한 단일 행정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열하루 전인 9월 20일 “이용가치가 있는 계층을 포함, 광범위한 연합을 기초로 부르주아 민주주의 북한 단독정부를 수립하라”라는 스탈린의 훈령을 받은 북쪽은 이에 냉담했다.
트루먼 대통령은 북한의 남침 소식을 듣자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반응했다. 미국의 즉각 개입이 이뤄졌다. 의회에 선전포고를 요구하지 않았다. 미군의 한국전 참전은 ‘치안 활동일 뿐’이었다. 인천상륙작전이 없었다면 또다시 사이판 등 해외에 임시정부를 세워야 했을 것이다.
미군 5만4246명이 사망했다. 장군의 아들 142명이 참전해 35명이 전사하거나 중상을 입었다. 미8군 사령관 밴 플리트 장군의 외동아들도 전사했다.
“싸울 의지 없는 나라를 위해 전쟁하지 않는다.” 아프간 철군에 즈음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다. 한·미 동맹이 강화돼야 하고 국군은 결기 충만해야 한다.
케네디는 입대를 시도했으나 요통으로 실격했다. 해군 정보국장의 도움으로 2차대전에 참전했다. 트루먼은 나안(裸眼)시력이 오른쪽 0.4, 왼쪽 0.05였다. 시력 검사표를 암기하며 신체검사를 통과했다. 군대에 가기 위해 몸부림친 청년들이 나중에 대통령이 되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의 사례는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중앙일보 이윤재 수사학자·번역가
09-09 영변 核 재가동에도 “합의 위반 아니다” 北 감싸는 외교부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이 사실이라면 4·27 판문점선언이나 9·19 평양공동선언 취지에 위배된다고 보느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그건 아니라고 본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4·27이나 9·19선언 합의에 북한이 가시적으로 취한 조치들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며 핵·미사일 시험장 폐기를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최 차관 답변과 청와대(국가안보실)도 맥을 같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 차관의 답변은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를 포착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 내용이 보도된 이래 정부가 보여준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의 연장선일 것이다. 정부는 영변 재가동 움직임에 대북 경고나 항의는커녕 어떤 우려도 유감도 표명하지 않았다. 명백한 비핵화 역주행에도 애써 그 의미를 축소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러더니 이젠 사실상 북한을 대신해 변명하고 두둔까지 한 것이다.
4·27과 9·19선언 합의문은 각각 ‘남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 ‘북측은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같은 조치를 취할 용의를 표명했다’고 돼 있다. 문구 그대로만 보면 위반이 아니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두 합의문이 나올 수 있었던 대전제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였다. 영변 재가동은 그런 합의정신에 대한 정면 위반인데도 정부 반응은 침묵과 궤변뿐이다.
오늘 정권수립 기념일을 맞은 북한은 대규모 열병식 개최도 예고하고 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자연재해의 3중고 속에서 벌이는 병정놀이에선 또 어떤 대외 위협용 무기를 선보일지 모른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열흘 뒤면 3년이 되는 9·19 평양선언의 추억에 빠져 북한 달래기에 급급하고 있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내려는 것이라지만, 그럴수록 북한을 도발 충동에 빠지게 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
09월 14일 北미사일 발사에 文정부는 “대화 시급”…도발도 눈감나
북한이 영변 핵시설 재가동에 이어 미사일 도발에 나섰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애써 눈감으며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 모습이다. 북한은 지난 11, 12일 발사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이 2시간여 비행해 1500㎞의 표적에 명중했다고 13일 발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발표 뒤에야 간단히 “한·미 정보 당국 간 긴밀 분석 중”이라고만 밝혔다. 사전 탐지에 실패했거나 아니면 쉬쉬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청와대는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를 열지 않았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북한을 대변하듯 말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북한의 장거리 순항미사일 도발에 대해 최소한 우려나 유감 표명부터 해야 한다. 순항미사일은 저고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사드나 패트리엇 체계로는 요격이 어렵다. 더구나 사거리가 1500㎞라는 것은 한국은 물론 주일미군기지까지 사정권이라는 의미다. 소형 핵탄두를 탑재할 경우 장거리 핵전력으로 운용될 수 있는 가공할 무기이기도 하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해 “이웃 국가들과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다.
문 정부는 이런데도 순항미사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 아니라거나 김정은이 참관하지 않았다는 점만 부각시킨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영변 핵시설 재가동 관련 보고서를 냈을 때도 “남북 합의 위반이 아니다”며 오히려 북한을 두둔하는 행태를 보인 것도 마찬가지다. 아산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문 정부 출범 직후인 2018년 54.8%이던 핵무기 개발 찬성 비율은 지난해 69.3%로 높아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상쇄할 전략적 균형부터 갖춰야 한다는 게 국민 여론이다. 임기 말 시간에 쫓기는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원하더라도 이 같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9.15 北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말 못 하는 ‘홍길동軍’… 강한 수뇌부가 强軍 만든다
병력 절벽, 잇단 추문… 소신 없는 軍수뇌부, ‘무너진 군대’ 오명까지
패전 극복 이끌고 때론 대통령과도 맞선 지휘관이 강한 미군 만들어
승패 가르는 건 신무기보다 정신전력… 차기 군 통수권자, 유념해야
“나는 우리가 함께 미 육군의 주요 야전교범을 썼으면 합니다.”
미 육군 초대 교육사령관이었던 윌리엄 드푸이 장군(대장)은 1974년 10월 예하 8개 학교장(장군)들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미 육군의 새로운 야전교범(FM·Field Manual) 100-5를 실무자들이 아니라 드푸이 사령관 자신을 비롯, 장군들이 직접 쓰자고 한 것이다. 드푸이 장군의 편지는 괜히 군기를 잡기 위해 형식적으로 보낸 것이 아니었다. 학교장별로 언제까지 교범 초안을 제출하라며 구체적인 과제를 줬다.
그의 서신을 받은 장군들은 전례 없는 조치에 황당해하며 불쾌해했다고 한다. 일부 장군은 드푸이가 소집한 회의에 골프채를 들고 오거나 부하가 만들어준 개략적인 초안을 갖고 나타났다. 드푸이는 이들에 대해 대놓고 “골프채를 사용할 일은 없을 것” “애들 수준”이라며 면박을 줬다. 드푸이는 장군들에게 “나는 여러분이 직접 (안을) 작성할 것을 권장한다”며 “내가 지시한 병과별 야전교범 작성은 여러분 개인의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역대 군 통수권자의 대군 인식과 군 수뇌부 인사
이런 우여곡절을 거치며 미 육군 교육사 예하 학교장들은 1976년까지 자신에게 부여된 ‘숙제’를 했다. 그 숙제의 결과물이 현대 야전교범의 전형(典型)이자 군대 교리의 대표 혁신 사례로 꼽히는 1976년판 FM 100-5 ‘작전’(Operations)이다. 이 교범은 출간 후 상당한 비판과 논란을 초래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미군은 실전적 훈련과 싸우는 방법의 근본적 변화를 통해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그 전까지 미군은 베트남전 패배의 수렁에 빠져 하극상이 만연하고 국민으로부터 천덕꾸러기처럼 불신받는 존재였다. 하지만 드푸이의 노력으로 태어난 ‘공지전투’ 개념 등은 1991년 걸프전 승리로 미군이 화려하게 부활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드푸이 장군보다 우리에게 훨씬 잘 알려져 있는 미군 장군 중에 싱글러브 전 주한미군 참모장이 있다. 싱글러브 장군은 1977년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에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본국에 소환돼 강제 전역 당하면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일화로 유명하다. 그는 그해 5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5년 이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카터 대통령의 계획은 전쟁의 길로 유도하는 오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며칠 뒤 백악관에 호출돼 발언 경위를 추궁당했지만 대통령과 면담에서도 “주한미군 철수 계획은 2~3년 전의 낡은 정보에 근거해 취해진 것”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싱글러브 장군은 그의 강제 전역을 아쉬워하는 한국 지인들에게 “내 별 몇 개를 수백만 명의 목숨과 바꿨다고 생각하면 이 세상에 그 이상 보람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이런 드푸이와 싱글러브 장군의 모습은 최근 한국군 수뇌부 모습과 좋은 대비를 이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현재 한국군은 안팎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국군은 인구 절벽 등으로 내년까지 총병력을 50만명으로 감축, 6·25전쟁 이후 가장 적은 규모의 군대를 보유하게 된다. 지난 2018년부터 5년간 육군 병력만 11만8000명, 즉 약 12개 사단의 병력이 줄고 있다. 반면 군 복무 기간은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어 90% 넘는 병역자원이 현역으로 입대해야 하는 판이다. 90% 넘는 현역 입대율은 야전 지휘관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큰 치적 중 하나로 내세워온 군 병영 문화 개선도 잇단 부실 급식, 성추행 사건 등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군이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 데엔 청와대와 정권 핵심부의 과도한 군 개입도 문제지만 상당수 군 수뇌부의 무소신 행태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방부가 한때 북한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표현하지 않아 ‘홍길동군’으로 불렸던 것은 이 같은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 정부는 ‘한국군이 무너진 군대가 됐다’는 비판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 과거 보수 정권보다 더 많은 국방비를 투자해 첨단 신무기를 더 많이 개발·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사일 사거리 및 탄두 중량 제한을 철폐한 미사일 지침 해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강력한 재래식 탄두(彈頭)를 가진 ‘현무-4’ 미사일 개발 등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아무리 우수한 무기를 갖고 있어도 이 무기가 향할 적(敵)이 없거나 무기가 엉뚱한 방향을 향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미 컬럼비아대 스티븐 비들 교수가 1952년부터 1992년까지 일어난 16차례의 전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보다 우수한 무기를 보유한 나라가 승리한 경우는 절반에 불과하다고 한다. 50%의 승률은 동전 던지기와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올바른 대적관(對敵觀)과 강한 정신 전력을 가진 군대,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제대로 훈련이 된 군대, 자군(自軍) 이기주의 및 각자도생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등 첨단 미래전에 대비한 군대가 필요한 이유다.
현 정부 들어 군 수뇌부로 발탁됐지만 최근 야당 대선 캠프에 들어간 일부 전직 군 수뇌부에 대해 여당 의원이 “별값이 똥값이 됐다”고 비난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이들은 “이렇게 군대의 속성과 군인의 정체성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무시하고 명예를 짓밟는 정부는 결코 군인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며 “군인들을 통제할 수는 있어도 군인들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현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내년 3월 차기 군 통수권자로 선출될 여야 대선 후보들도 유념해야 대목이다. 아울러 한국군이 지금의 수렁에서 벗어나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차기 군 통수권자가 ‘한국판 드푸이’ ‘한국판 싱글러브’를 새로운 군 수뇌부로 발탁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조선일보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09.15 합참 “북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 발사”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3일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15일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합참은 이날 오후 북한이 중부내륙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고, 추가정보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합참은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상발사체를 발사했다고 알렸고, 중앙일보 취재결과 발사체는 2발로 확인됐다.
합참은 “군(軍)은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노동신문은 지난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13일)했다. 이날 미상발사체 발사는 노동신문 보도 이틀 만에 이뤄졌다.
올해 들어 북한의 무력시위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북한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1월22일과 3월21일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 같은달 25일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일본당국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확인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발사된 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떨어졌다고 전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09월 15일 북핵 재가동 전면화 징후, 이런데도 北 대변하는 文정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에 접어들면서 북한이 핵 시설 가동을 전면화하는 기류가 더욱 뚜렷해졌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13일 정기이사회 성명을 통해 “영변 원심분리기 농축시설의 냉각장치가 제거된 것으로 보이는 징후가 포착됐다”고 했다. 지난달 펴낸 북핵 보고서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새로운 움직임이라고도 했다. 북한이 영변에서 플루토늄뿐만 아니라 농축우라늄 증산을 위해 원심분리기 시설 보수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다. 더 심각한 것은 평양 인근의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로 2019년 하노이 미·북 회담의 결렬 원인이 된 강선도 재가동된다는 점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강선 단지에서도 계속되는 활동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보기관에 따르면, 강선은 영변의 3배 크기로 최대 1만2000개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영변과 강선에서 핵 활동을 재개했다는 것은 김정은이 올초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지시한 핵무력 고도화 방침에 따라, 대놓고 핵시설의 전면 재가동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대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이 협상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핵무기에 눈감은 채 대화 조건으로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것은 북한 전략을 대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로널드 레이건은 미·소 군축 회담 때 미하일 고르바초프에게 “믿으라 그러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고 했다. IAEA가 북한 핵 시설 전면 재가동 징후를 밝힌 것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거짓이라는 증거다. 문 대통령의 김정은 신뢰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북핵 폐기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믿는다’는 말만 되뇌는 것은 안보 포기다. 방한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김정은과 거래는 가능하지만 믿을 사람은 아니다”고 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더 늦기 전에 ‘김정은 대변’에서 북핵 폐기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9월 15일 안보 무능 일상화, 아프간 비극 부른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 센터장
북한이 순항미사일 발사 실험을 발표했다. 지난 8월 김여정과 김영철의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보복 도발을 예고한 지 한 달 만에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유엔 안보리가 제재 대상으로 한 탄도미사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종의 수위 조절로 볼 수 있고, 미국도 비난 성명 외에는 별다른 조치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김정은이 보여주는 2개의 시간표와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큰 걱정거리를 남기고 있다.
김정은의 첫 번째 시간표는 ‘핵능력 강화’의 시간표다. 이는 시작과 끝이 일관된다. 핵무기 개발로 시작해서 핵무기 완성으로 끝난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계속된 제재에도 핵능력 강화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 왔다. 3년마다 이어진 핵실험이 그랬고, 2016년과 2017년에 몰아친 장거리 미사일 실험이 그랬다. 제재로 인해 북한 경제는 피폐해져 갔지만, 김정은 정권은 한 번도 핵능력 강화의 시간표를 늦춘 적이 없다.
순항미사일 실험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핵탄두와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갖춤으로써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정교한 타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지난 1월 개최된 8차 노동당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지시한 그대로다.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을 밝힌 것처럼, 북한의 핵능력 강화는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핵보유 협상’의 시간표다. 핵능력 강화와 달리 협상의 시간표는 변화무쌍하다. 필요하면 핵을 포기하겠다는 ‘6자회담 9·19 공동성명’(2005년)에 합의했다가 또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합의 파기를 반복한다. 문 정부가 성과로 내세운 2018년 ‘4·27 판문점선언’이나 ‘9·19 평양선언’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가동해도 남북 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말하는 문 정부만 모르는 사실이다.
북한은 앞으로도 필요에 따라 ‘복귀·합의·파기’ 등 다양한 협상 양상을 보일 것이다. 그러면서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핵무력 완성에 필요한 시간을 버는 일이고, 나아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이미 북한은 어느 정도의 핵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의 협상 목표는 사실상의 핵보유국 인정으로 방향을 옮기고 있다. 한때 북한이 주장했던 ‘단계적 비핵화 협상’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제시하고 있는데도 대화에 복귀하지 않는 이유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순항미사일 실험이 주변국에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분명한 입장을 못 내고 있고, 순항미사일을 위협으로 평가하지 못하는 외교부 장관은 ‘대화의 시급성을 잘 보여준다’는 한가로운 소리나 한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원자로뿐만 아니라 농축 우라늄 시설도 가동하는 조짐이 보이는데 책임 있는 정부 인사 누구도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의도가 핵보유라면 이대로는 안 된다. 북한의 위협을 인식하고, 핵 억제력을 강화하며, 대화를 추구하되 변화가 없으면 압박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대책도 없이 말만 앞서는 안보 무능이 우리의 일상이 되고, 김정은이 추구하는 2개의 시간표가 실현된다면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은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문화일보
09.15 北이 무슨 도발 해도 ‘합의 위반 아니다’부터 말하는 정부
정의용 외교장관이 북한의 신형 순항미사일 발사 직후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가 시급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레이더 추적이 어려운 북 순항미사일이 1500㎞를 비행했는데도 남북 대화 얘기부터 한다. 북이 김정은 공언대로 순항미사일에 소형화한 전술핵을 탑재하면 치명적 위협이 배가 된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대화 얘기를 하고 오히려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북 미사일 도발 이틀이 지났는데도 “분석 중”이라고 했다. 통일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강조했다. 최근 북이 영변 핵 시설을 재가동했는데도 외교차관은 “남북 합의 위반은 아니다”라며 북을 두둔했다. 지금 정부에선 누구 하나 북이 증강하고 있는 핵·미사일의 위험을 말하지 않는다. 이제는 별도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조차 열지 않는다. 남북 이벤트 할 궁리뿐이다.
정 장관은 안보실장 시절 김정은을 만난 뒤 워싱턴으로 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고 보증을 섰다. 그 결과가 뭔가. 북이 20년 넘게 반복해온 기만술에 ‘낚인’ 것 아닌가. 그는 올 초 인사청문회에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아직 있다”고 했다. 청문회 한 달 전 김정은은 당 대회에서 ‘핵’을 36차례 강조하며 전술핵과 핵 추진 잠수함 개발까지 선언했다. 어디에 ‘비핵화 의지’가 있나. 북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삶은 소 대가리’ 등으로 조롱한 것까지 “협상을 재개하자는 절실함이 묻어 있다”고 해석했다. 북도 놀랐을 것이다.
정 장관은 남북 군사 합의 등에 “순항미사일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했다. 남북 군사 합의를 떠나 북 미사일이 누구를 겨냥한 건가. 한국 장관은 먼저 국민과 안보를 걱정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먼저 정권 걱정을 하고, 다음은 북한 입장을 두둔한다. 북이 무슨 도발을 해도 이럴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9-15 독자 개발한 SLBM 잠수함 발사시험 성공…세계 7번째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해군 제공) 2020.6.1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의 수중 발사 시험이 15일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세계 일곱 번째 잠수함 발사시험 성공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이날 오후 ADD 안흥종합시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서욱 국방부 장관 등 정부 및 주요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SLBM 수중 발사 시험을 실시했다.
SLBM은 지난달 13일 해군에 인도된 도산안창호함(3000톤급)에 탑재돼 수중에서 발사됐으며, 계획된 사거리를 비행해 목표 지점에 정확히 명중했다.
SLBM은 잠수함에서 은밀하게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은 전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개발 난이도가 높아 현재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세계 6개국만 운용하고 있는 무기체계이다. 우리 나라는 이들 나라에 이어 세계 7번째로 잠수함 발사시험에 성공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그동안 수중환경을 모사한 수조 시설 등을 활용해 여러 차례 시험을 실시했으며, 이를 통해 단계적으로 SLBM 성능을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첫 잠수함 발사시험이 성공함에 따라 SLBM은 향후 추가적인 시험평가를 거친 뒤 전력화 계획에 따라 군에 배치될 예정이다.
청와대는 “SLBM의 보유는 전방위 위협에 대한 억제 전력 확보 차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으며, 향후 자주국방 및 한반도 평화 정착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 7번째로 SLBM 잠수함 발사 시험에 성공함으로써 전력화를 위한 핵심 관문을 통과한 것을 축하하는 한편 개발에 힘써온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을 격려했다.
한편 이날 KF-21 보라매에 탑재될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의 항공기 분리 시험도 성공적으로 수행됐다. 문 대통령은 시험 종료 후 고위력 탄도미사일 및 초음속 순항미사일 등 미사일 전력 개발 결과와 함께 지난 7월 성공한 우주발사체용 연소시험 결과에 대해서도 보고 받았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09.16 핵 재가동 北 탄도미사일 발사, 정부는 ‘남북 이벤트’ 궁리
▲지난 3월 북한이 탄두 중량을 늘린 신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15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레이더 탐지가 어려운 장거리 순항미사일에 이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까지 쏜 것이다. 이번 미사일은 고도 60㎞로 800㎞를 비행했다고 한다. 종전보다 200㎞ 더 날아간 것이다. 비행 거리에 비해 고도가 낮은 것은 요격 회피 용도로 봐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13일 ‘북한 우라늄 농축 시설의 재가동 징후가 있다’고 했다. 7월엔 플루토늄을 만드는 영변 원자로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전부 핵무기 원료다.
김정은은 1월 노동당 대회에서 ‘핵’을 36차례 강조하며 “핵 무력 건설을 중단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탄두 위력이 세계를 압도하는 신형 미사일과 중장거리 순항미사일 개발”도 공언했다. 북 순항미사일은 처음으로 1500㎞를 비행했다. 지난 3월 북 탄도미사일은 탄두 중량을 2.5t까지 늘렸다. 김정은 지시가 현실화한 것이다. 당시 김정은은 전술핵, 핵 추진 잠수함, 극초음속체 등도 공언했는데 이 무기들도 결국 우리 눈앞에 등장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전술핵을 순항미사일이나 잠수함 등에 탑재하면 또 다른 현실적 위협이 된다. 한반도 안보 지형이 다시 한번 흔들릴 것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SLBM 시험발사장에서 “우리 미사일 전력 증강이야말로 북 도발의 확실한 억지력”이라고 말했다. 폭발력이 10만t인 북핵을 1t짜리 재래식 미사일로 어떻게 억지하나. 북핵은 한미동맹과 대북 제재로 북이 핵을 포기하기 않으면 생존할 수 없게 될 때 해결된다. 그럼에도 통일장관은 “대북 제재 완화를 통해 북이 협상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북이 핵 시설을 돌려도, 순항미사일을 쏴도 이 정부는 “남북 합의 위반이 아니다”라며 감싸기부터 했다. 오히려 대북 지원을 늘리겠다고 했다.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무렵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북 순항미사일에 대해 “다른 나라들도 군사행동을 한다”고 했다. 이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문 대통령이 아니라 안보실장이 주재했다. 북은 한·중 정권을 자기편으로 여길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 아프간 사태 후폭풍과 중국 문제, 코로나 등으로 북한 문제는 후순위로 밀리는 분위기라고 한다. 김정은에겐 핵·미사일 능력을 끌어올릴 시간이다. 그러다 필요하면 관심을 끌기 위해 대형 도발을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왕이 부장에게 “(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이 평창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또 한 번의 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북한의 올림픽 참가 자격을 정지시켰는데도 대선 직전 베이징에서 남북 이벤트를 벌일 생각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시켰나. 북은 핵과 미사일을 증강하고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탄으로 폭파하는 폭거를 저질렀다. 한국 영화를 보고 노래를 들은 북한 주민은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지경이다. 무슨 관계 개선인가.
북한이 도발하면 거의 즉각적으로 정부가 ‘별일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앞으로 대선용 남북 이벤트가 물 건너갈까 우려하는 것이다. 남북 이벤트를 치적으로 내세워왔던 정권 입장이 흔들릴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과 안보에 대한 걱정은 어디에 있나.
조선일보 사설
09.16 北, 어제 열차서 탄도미사일 쐈다... “800km 표적 성공 타격”
CNN “2011년 북한 공작원이 우크라이나에서 열차 발사 기술 훔치려해”
▲북한이 지난 15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의 검열사격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이 화염을 내뿜으며 열차에서 발사되고 있다. 북한은 이 탄도미사일이 동해상 800㎞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5일 이뤄진 탄도미사일 발사는 ‘철도기동대미사일연대’ 훈련이었다고 밝혔다. 북한이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는 15일 새벽 중부산악지대로 기동해 800km 계선의 표적지역을 타격할 데 대한 임무를 받고 훈련에 참가했다”며 “신속기동 및 전개를 끝내고 조선동해상 800㎞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미사일이 화염을 내뿜으며 열차에서 발사되는 사진을 여러장 공개했다.
이날 훈련에는 북한 김정은은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정치국 상무위원인 박정천 당 비서가 훈련을 지도했고 당 중앙위원회의 간부들이 참관했다. 철도기동미사일연대는 올해 조직된 것으로 북한이 이 부대의 훈련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통신은 “검열사격훈련은 처음으로 실전 도입된 철도기동미사일 체계의 실용성을 확증하기 위한 것”이라며 “새로 조직된 연대의 전투준비 태세와 화력임무 수행능력을 불의적으로 평가하며 실전행동 절차를 숙달할 목적”이라고 했다.
열차에서 미사일을 쏘는 ‘철도기동 미사일체계’는 탄도미사일이 탑재된 발사대를 가로로 눕혀 이동한다음, 발사 장소에서 발사대를 수직으로 세워 쏘는 방식이다. 열차를 통해 미사일을 쏠 경우 전국에 촘촘하게 깔린 철도망을 이용해 어느 지역에서도 미사일을 쏠 수 있고, 여객용 열차로 위장할 수 있어 군사위성 등의 감시에 노출될 확률도 낮다. 그러나 철로가 파괴될 경우 무용지물이 되는 단점이 있다.
▲지난 15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이 화염을 내뿜으며 열차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철도기동 미사일체계는 과거 구소련에서 주로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CNN 방송은 지난 2017년 우크라이나 당국이 2011년에 미사일 기술을 훔치려던 북한 공작원들을 검거했는데 이들이 확보하려던 정보 중에는 열차에서 발사할 수 있는 RT-23 미사일 관련 정보도 포함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5일 북한이 낮 12시 34분과 12시 39분쯤 평안남도 양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고, 이들 미사일은 고도 60여㎞로 800㎞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반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난 3월 25일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조선일보 조의준 기자
09월 16일 김정은 전략은 비핵화 아닌 核강대국
백승주 국민대 석좌교수, 前 국방부 차관
김정은이 핵강국의 길을 거침없이 걷고 있다. ‘걷는’ 정도가 아니라, 핵강국으로 가는 큰길을 질주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 평화 프로세스는 질주하는 차가 일으킨 뽀얀 먼지를 뒤집어쓰고 말라가는 가로수 같다. 어쩌다 국가안보가 이 지경이 됐는가?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1일부터 일주일도 안 돼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그 직후 우리 군 당국이 대통령에게 ‘미상의 발사체’라고 초기에 보고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노동신문을 통해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이라고 발표하자 군 당국도 뒤늦게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이라고 했다.
우리 군의 미사일 탐지 능력을 알 수 있는 경험을 가진 필자는 군 당국이 발사 초기 단계에 그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인지, 순항미사일인지 분명히 알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몰랐다면 이전 정부의 합참, 군 당국보다 탐지 시스템이 중대한 고장을 일으켰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미상의 발사체’라는 초기 네이밍에 문 정부의 ‘냉가슴’ 앓는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이라면 당연히 유엔 제재 위반이다.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 완화에 목을 매고 있는 정부로서는 난감한 일이다.
북한은 왜 이 시점에 미사일을 쐈을까? 핵탄두를 가진 북한이 핵강대국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해서는 좀 더 다양한 미사일 기술이 필요하다. 사드(THAAD), 패트리엇 등 우리 군의 요격 능력을 회피할 이스칸데르 미사일 개발을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핵탄두와 미사일 능력이 결합돼야 핵무기의 전술적 사용 능력이 나온다. 핵의 전술적 사용 능력 정도가 핵강대국 도달 수준이다. 북한은 이스칸데르 미사일 발사를 통해 국제사회에 핵강대국 지위를 인정해 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북한이 핵강대국임을 과시하는 것은, 미국과 핵군축 회담을 요구하려는 전략적 배경 때문이다. 핵군축 회담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평화협정, 주한미군 철수라는 단골 메뉴가 준비돼 있다. 아마도 탈레반이 미군을 철수시키고 아프간 정부를 붕괴시킨 일에 상당히 고무된 가운데 미사일 발사를 결심했을 것이다.
대선을 6개월 앞둔 국내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문 정부를 심하게 압박할 것이다. 평화 프로세스가 좌초되면 여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상당한 장애가 될 것이다. 미사일 발사 직후에 정부는 미국과 협의해 북한에 대해 인도적 지원 문제를 논의해서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일본을 방문한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비핵화 진전과 관계없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도발해도 지원받는 북한이 무엇이 두려워 도발하지 않겠는가? 인도적 지원을 반대하진 않는다. 그러나 북한이 가는 핵강대국의 길은 직시해야 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김정은이 인민들 앞에서 직접 한 약속이기 때문에 지킬 것”이라고 했다. 안보실장을 지낸 정 장관이 김정은 입술에 의존해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코미디 같은 답변을 언제까지 보고 들어야 하나. 정 장관, 김정은이 북한 인민에게 약속한 것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강대국이다.
문화일보
09-17 김여정 “文 대통령 우몽하다”는데 “상당히 절제됐다”는 靑
청와대는 어제 북한 김여정의 문재인 대통령 비난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 반응을 일일이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김여정은 전날 밤 담화에서 문 대통령이 우리 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성공을 ‘북한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라고 평가한 데 대해 “우몽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김여정의 모욕적인 대남 조롱도, 그에 대한 정부의 무대응도 이젠 남북관계에서 익숙한 일이 돼 버렸지만 이번 문 대통령 비난에도 정부가 입을 닫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에선 “김여정의 담화가 과거에 비해 형식과 내용에서 상당히 절제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과거의 독설에 비해 수위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불손한 언사와 불순한 의도는 이전보다 결코 덜하지 않다.
김여정 담화는 과거에 쓰던 ‘남조선 당국자’라는 표현 대신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실명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마치 ‘검열관’이라도 된 듯 ‘도발’이라는 단어 사용을 놓고 시비를 걸었다. ‘대통령’ 호칭을 사용한 것도 “소위 한 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라며 대놓고 비난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아가 김여정은 자신들의 군사력 개발이 한국군의 ‘국방중기계획’과 다를 바 없다는 뻔뻔한 주장을 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유엔의 대북 결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국제법 위반이다. 북한은 우선 한국 대통령의 입부터 막아 그런 불법행위도 묵인받고 정당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에선 따끔한 한마디는 고사하고 언짢다는 소리도 없다. 통일부 당국자가 비공식적으로 “최소한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 예의와 존중은 지켜야 한다”고 말한 게 전부다. 이런 정부의 저자세야말로 북한을 더욱 기고만장하게 하고 국민을 절망하게 만드는 우몽함일 것이다.
동아일보 사설
09.27 核인정, 제재 풀면 대선前 ‘남북 이벤트’ 해준다는 北
북한 김여정이 25일 “공정과 상호 존중이 유지될 때만 종전 선언은 물론 남북 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 정상회담 같은 문제들도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전날에도 ‘적대시 정책 철폐’를 조건으로 “종전 선언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원하는 종전 선언이나 정상회담 같은 남북 이벤트를 하려면 제재 해제나 한미 훈련 중단 같은 북한 요구를 먼저 들어줘야 한다는 의미다.
김여정은 핵 시설 재가동과 한국을 겨냥한 순항·탄도미사일 발사를 “자위권 차원의 행동”이라고 했다. 지금 북핵은 국제원자력기구는 물론 미 상원도 우려할 정도로 ‘전력 질주 중’이지만 남북 이벤트를 하고 싶으면 어떤 핵·미사일 도발을 해도 한국은 가만있으라는 것이다. 북 외무성은 ‘적대시 정책’ 사례로 주한 미군 훈련과 한미 동맹 강화 등을 거론했다. 종전 이벤트 조건으로 주한 미군과 한미 훈련 문제를 내건 것이다.
김여정은 “애써 웃음 지으며 종전 선언문이나 낭독하고 사진 찍는 것이 누구에게는 간절할지 몰라도”라고 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남북 이벤트가 ‘누구’에게 간절한지 잘 안다는 뜻이다. 칼자루는 자기네가 쥐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북은 지난 7월 남북 통신선만 연결해주고 한미 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문 정부가 한국군 참가 병력을 2017년의 12분의 1로 줄였지만 북은 그래도 성에 차지 않는다며 통신선을 또 끊었다. 이번에도 남북 이벤트가 급한 문 정권이 대북 제재 해제 등을 ‘사전 선물’로 내주기를 기대할 것이다. 이미 통일부는 민간 단체들의 대북 사업에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30년간 한반도 긴장의 근본 원인은 북핵이다. 김일성 때부터 핵으로 한국을 제압하려 해왔고 지금은 완성 단계다. 문 대통령은 “종전 선언이 비핵화의 입구”라고 했지만 김여정 담화 어디에도 ‘비핵화’란 말은 한마디도 없다. 오히려 핵·미사일 도발을 “자위권”이라며 ‘존중’하라고 했다. 북핵을 인정하고 제재를 풀라는 것이다. 그러면 북은 핵 보유국이 된다. 이것이 평화인가.
조선일보 사설
09월 27일 임기 말 文, 동맹 해체 노린 北…대선용 이벤트 공모하나
북한 김여정이 문재인 대통령을 말 그대로 ‘들었다 놨다’하는 행태를 보인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쇼’에 사활을 거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북한이 까다로운 조건을 붙이며 호응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밝힌 종전선언 제안과 관련, 북한은 24일 오전엔 “시기상조” “허상” “종잇장” 등으로 조롱하더니 오후엔 김여정이 나서 “흥미 있고 좋은 발상”이라며 조변석개했다.
김여정은 25일 담화에선 “종전선언은 물론 북남 공동 연락사무소 재설치, 북남 수뇌상봉과 같은 문제도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7월 남북통신선 복원 이후 문 정부에서 정상회담 기대감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김여정은 “경솔한 판단”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사진 찍는 게 누구에겐 간절할지 모른다”면서 먼저 문 정부의 관심사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대선 국면을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김여정은 ‘이중 기준을 버리고 적대시 정책을 철폐하라’고 조건을 내걸었다. 핵·미사일 개발은 한국의 군비 증강과 다르지 않은 자위권 차원의 행동이라는 데 동의하라는 요구다. 유엔의 대북 제재는 북한이 2006년 핵실험 강행 후 핵무기 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를 교묘하게 자위권으로 포장하는 것은 유엔 대북 제재의 대전제를 부정하는 것이다. 적대시 정책 철폐엔 한·미 연합훈련 폐지에서 주한미군 철수, 동맹 해체까지 포괄적으로 담겨 있다. 이번 대선 정국을 핵 보유 기정사실화 및 동맹 해체의 선전 무대로 이용하겠다는 뜻이다.
대선을 5개월여 남겨둔 상태에서 북한의 이 같은 노골적 공세에 문 대통령이 부화뇌동한다면 대선용 남북 이벤트 공모를 위해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고 반(反)유엔, 반동맹 대열에 선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이 지난 30년간 견지해온 북한 비핵화 노선을 버리는 것이자 북한 핵무기를 인정하고 굴종하며 노예로 살겠다는 것과도 마찬가지다. 미국 등 쿼드 4개국 정상은 24일 공동성명에서 북한에 유엔 회원국으로서 의무를 준수할 것과 완전한 비핵화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도 그래야 한다. 정략적 이벤트를 위해 안보와 국익을 저버리는 망국적 행보를 해서는 안 된다.
문화일보
09월 27일 상회담 미끼’와 靑의 맹종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추석이 지나자 평양의 조삼모사 전략이 구사됐다. 지난 24일 이른 아침에 리태성 북한 외무성 부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21일 유엔총회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실망감을 표출하자 7시간 만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전격 등장했다. 그는 종전선언을 두고 “좋은 발상”이라고 노련한 훈수를 두며 슬그머니 본심을 드러냈다. 주말 오밤중에는 4차 남북정상회담 카드까지 꺼내며 미끼를 던졌다.
임기 말 시간에 쫓기는 문 대통령의 초조감을 역이용하는 조변석개 변칙 대응으로 서울을 좌지우지하기 시작했다. 노회한 평양 대남 통전부는 어떤 발언을 해야 청와대가 작동하는지 잘 간파하고 있다. 김정은은 판문점 도보다리 밀담으로 문 대통령을 관리하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김여정이 밑밥을 던진 남북정상회담 제안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본격 협상을 앞두고 청와대의 맹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맞장구가 필요하다. 반나절 만에 나온 김여정 한마디에 청와대는 흥분했다. 오전에 의기소침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무반응보다 좋은 신호” “무게 있게 받아들인다”고 환호성을 연발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정상회담이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남한 대선 관여 전술이다. 평양은 여권 후보의 당선이 대장동 게이트로 흔들리자 긴급 구원투수를 자청했다. 평양도 바이든 행정부 첫해와 문 정부 마지막 해에 종전선언이 뜬금없고 임기 말 남한 대통령과 만나 봐야 신통할 게 없지만, 차기 청와대 주인은 여권이어야 한다는 점은 간파하고 있다. 요컨대, 네 번째 정상회담 카드로 5% 안팎의 남한 무당(無黨)층을 끌어들이는 청와대 대선 전략에 적극 협조한다.
끝으로,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남·북·중 정상회담 카드로, 한·미 이간 전술이다.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구상할 것이다. 평양은 종전선언 카드를 활용해 남한이 미국을 설득해 유엔 안보리가 발효한 11건의 대북 제재를 해제하라고 역공을 폈다. 서울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총대를 메고 내년 3월 대선까지 워싱턴의 대북 제재 해제에 올인할 것이다.
평양은 문 대통령의 속내를 꿰뚫고 있다. 부동산 폭등, 코로나19 위기 등 민생 현안을 팽개치고 공허한 ‘남북 평화 쇼’를 한 번 더하는 것이 대선에 유리하다는 청와대의 기획을 역이용할 궁리를 하고 있다. 임기 말 ‘남한 대통령’의 위상이 신통찮다고 판단하지만, 대선에 개입해 새 정부의 지분을 보유하면 향후 5년 서울을 컨트롤하는 데 유리하다.
북
한이 폭파한 남북연락사무소를 재설치하려면 사과 및 보상하고 북한 돈으로 이행해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대로 매일 북핵 우라늄이 증강되는 현실에서 통신선 복원으로 남북관계를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은 물밑에서 정상회담 기획 연출에 올인 중일 것이다. 하지만 무리한 대북 지원 약속은 국민의 자존감 훼손을 거쳐 세금에서 나와야 한다는 진실은 이미 2007년 10·4 정상회담에서 입증됐다. 임기 말 서울과 평양이 ‘기승전 정상회담’ 카드로 내년 3·9대선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 민초들이라도 눈을 부릅뜨고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전술을 감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화일보
09월 28일 ‘3·9 대선 개입’ 노골화한 北 김여정
전성훈 前 통일연구원장 국민대 겸임교수
북한이 예상보다 일찍 한국의 대선 정국에 뛰어들었다. 외견상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화답하는 형태지만, 숨은 의도는 한국 대선에 개입하는 것이다.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미·북 대화를 트는 게 목적이란 분석도 있지만, 그런 일반론으로 해석하기엔 북한의 반응이 너무 변칙적이고 돌발적이다.
북한이 위기를 느낄 정도로 미처 예상하지 못한 사태에 직면해서 갑작스럽게 종전선언 제안을 수락했다는 뜻이다. 북한에서 이런 정치적 결정을 내리게 하는 동기는 대남관계의 중대 사건, 즉 남한 대선 정국의 흐름을 바꾸려는 긴급한 사태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순탄하게 선두를 달리던 여권 후보가 성남 대장동개발 게이트로 크게 흔들리며 당선 가도에 먹구름이 끼자 국민의 관심을 분산시키고 평화 분위기로 여권을 지원하기 위해 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도 회고록에서 밝혔듯이, 북한은 본래 종전선언에 관심이 없다.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첫 반응으로 종전선언이 시기상조라는 지난 24일 자 리태성 외무성 부상의 담화는 전통적인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문제는, 외무성 부상의 담화 발표 7시간 만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종전선언이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며 리 부상의 담화를 뒤집은 것이다. 리 부상이 알 수 없는 권력 핵심 내부의 논의에서 종전선언 제안을 활용하기로 급하게 입장을 바꾼 것이다.
김여정의 이튿날 담화는 북한의 의도가 남한 대선 정국 관리에 있음을 더욱 분명히 했다. 개인 견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종전선언은 물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와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앞으로 훈풍이 불지, 폭풍이 불지는 남한의 선택에 달렸다고 했다. 한편으로 북한의 군사적 자위권 행사를 문제 삼지 말라고 압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여권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해 양날의 칼을 휘두른 것이다.
필자는, 여야의 대선 후보가 확정된 11월 이후에 북한이 ‘평화 쇼’를 위한 군불을 지피고 김정은의 신년사를 계기로 구체적인 대미 제안을 해서 대선 직전인 내년 3월 초에 미·북 고위급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북한은 남한의 대선 정국이 급격히 요동치자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구실로 대남, 대미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조만간 뉴욕이나 제3국 채널을 통해 미국에 대화를 타진할 것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평양과 워싱턴 간의 대면접촉은 어렵겠지만, 내년 3월 초 최소한 장관급회담을 목표로 대화 채널을 가동할 수 있다. 북한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약체로 파악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대화에 나설 것이다. 지금 대화에 목을 매는 쪽은 미국이니까.
게다가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패착, 남부 접경지역 난민사태,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혼선, 과도한 선심성 예산 등으로 바이든의 인기가 역대 최악인 트럼프보다 못하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전임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뒤진다는 평가다. 벌써 바이든의 재선은 물 건너갔고, 2024년에는 도널드 트럼프가 재등장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북한이 약체 바이든 행정부와 한국의 대선 정국을 함께 요리하겠다고 나서면서 한반도에 ‘북풍’이 불기 시작했다.
문화일보
09.28 “직접 챙기겠다”던 文 서해 공무원 죽음 1년째 외면, 나라가 있는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2021년 7월 8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북한군 피격 해수부 공무원 형 이래진 씨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진상조사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작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돼 시신이 불태워진 지 1년이 지났다. 정부는 그간 북에 책임을 묻거나 진상을 밝히기는커녕 정보를 숨기기 급급했다. 유족들은 제사상도 차리지 못한 채 추모만 했다. 이씨 죽음을 아직 모르는 아홉 살 딸은 해외 나간 아빠가 무사히 돌아오라는 기도를 했다고 한다. 고3인 아들은 월북자 가족이란 낙인이 찍혀 육군사관학교 진학도 포기했다. 이씨 형은 “피눈물이 난다”고 했다.
이씨 아들은 작년 문재인 대통령에게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편지를 썼다. 군은 이씨가 북한군에게 발견된 것을 사살 6시간 전에 알았고 청와대에도 보고했다. 하지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잠을 자고 있었다. 김정은과 친분을 그리 자랑하던 대통령과 정부가 모두 손 놓고 있었던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씨 아들에게 “진실을 밝혀내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지만 거짓말이었다.
유족들이 청와대를 찾아가고 대변인에게 문자를 보내도 응답 한번 없었다. 피살 전후 상황에 대한 유족의 정보 공개 요청도 거부했다. 해경은 이씨를 월북자로 단정하듯 발표해 국가인권위에서 경고를 받지만 사과하지 않았다. 수사는 1년째 아무 진전이 없다. 이씨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답이 없다. 대통령의 약속도 오간 데 없다. 오죽했으면 유족들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아빠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보내야 했다.
문 대통령은 이씨 피살 1주기인 22일 유엔 총회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종료됐음을 남·북·미·중이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했다. 국방부는 “9·19 군사합의가 평화를 가져왔다”고 했다. 외교장관은 “대북 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라고 했다. 김여정이 “종전 선언은 좋은 발상”이라며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하자 정부는 곧바로 환영했다. 청와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도 했다. 국민의 억울한 죽음은 철저히 외면한 채 오로지 남북 쇼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것이다. 유족은 “대통령 가족이 당해도 이러겠나”고 묻는다. ‘우리에게 나라는 어디에 있느냐’는 절규다.
조선일보 사설
09월 29일 “도발은 막돼먹은 평” 김여정 지침에 도발 표현 않은 文
북한은 28일 발사한 미사일과 관련,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 8형 시험발사’였으며 미사일 연료의 앰풀화 등 신기술을 ‘확증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북한 발표가 아니더라도 많은 전문가와 국제사회는 유엔이 금지한 탄도미사일 특성이 포함된 것으로 보았다. 미 국무부는 즉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게다가 이번 미사일 도발 직후,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미국 전략무기 투입의 ‘영구 중지’를 이른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의 1단계로 적시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기술이 완성되면, 사드와 패트리엇 등 미사일 방어(MD)망을 무력화하는 등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핵시설을 전면 가동하는 징후도 뚜렷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심각하게 대응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 결과를 보고 받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만 했다. 도발 등 적극적 표현조차 쓰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참관 때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것이 아니다”고 했는데, 북한 김여정은 지난 25일 “우리를 향해 막돼먹은 평을 하며 도발이란 표현을 쓰지 말라”고 요구했다. 심각한 안보 위협 상황에서 도발 표현도 않은 것은 김여정 지침을 따른 것 아닌가.
현 정권이 김여정 하명(下命)을 따른다는 의심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다. 지난 8월 한미 훈련을 앞두고 김여정은 담화에서 “기분 나쁜 소리” 등을 주장했는데, 여당 의원들이 훈련 연기 연판장을 돌렸다. 대북전단금지법 제정, 대북 전단 살포 엄정 처리, 강경화·김연철·정경두 전 장관 경질 등이 모두 김여정 등 북한 측의 불만 표시 뒤에 실행됐다. 이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그렇게 하는 것 같다.
문화일보 사설
09.30 北은 돈 안주면 절대 정상회담 안 한다, 예외는 없다
남북 정상회담 TV 쇼 뒤
北 핵무장, 南 선거 이용
노·김 회담 대가 못 받은 北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이번 정상회담도 관건은
얼마를 어떻게 주느냐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갖고 있는 변치 않는, 변할 수 없는 원칙이 있다. 북은 돈을 받지 않으면 절대 회담을 하지 않는다. 북은 통일이나 민족 화해 공존에는 진정한 관심이 없다. 유일한 목적은 김씨 왕조 수호이고, 거기엔 돈이 든다. 공산 진영 붕괴 이후 돈이 나올 곳은 한국밖에 없게 됐다. 마침 한국에 운동권 정권이 들어서면서 돈줄이 생겼다.
북한은 돈을 일방적으로 받는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주고받는’ 딜이라는 생각이 확고하다. 북은 돈을 받고 한국 정권은 남북 정상회담을 정치에 이용하니 서로 득을 보는 거래라는 것이다. 1차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 때 김대중 정권은 현금으로 4억5000만달러를 줬다. 그 외 식량부터 평양 도로 포장재까지 현물도 그 못지않게 줬다. 한국 정권은 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왔다고 선전했지만 북한은 6년 뒤에 핵실험을 해 한반도를 멸망의 먹구름 속으로 밀어넣었다. 우리는 돈 주고 뺨 맞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북은 ‘우리는 돈 받았고 너희는 정권 연장하지 않았느냐’고 반론할 수 있다.
▲2018년 9월18일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평양 시내를 카퍼레이드하며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4억5000만달러 대북 불법 송금 사실이 드러나 크게 문제가 되면서 2차 노무현·김정일 회담 때는 선불제 아닌 후불제로, 현금 지급 대신 대규모 현물 지원 방식으로 바뀌었다. 노무현은 쌀과 비료, 공장 건설 등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각종 지원을 약속했다. 이 시점에는 북한도 한국 정권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새 정권이 노무현이 주기로 한 것을 전면 백지화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이는 남북 정상회담을 해준 대가인 ‘채권’이기 때문에 반드시 받아야 하는 돈이다.
그런데 이명박 새 정권은 북에 이런 ‘채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명박 정권과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이 채권(노-김이 합의한 쌀, 비료)에 더해 돈까지 요구했다. 이명박 정권은 ‘회담 결과로 지원할 수는 있지만 선불제로 줄 수는 없다’고 했다. 그 직후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 벌어졌다. 이 두 사건은 북한이 ‘내 돈 내놓으라’고 벌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를 이용만 해먹고 돈을 안 준다’는 분노다. 북한 입장에서 한국 정권은 계속 바뀌는데 그때마다 남북 정상회담 대가를 못 받는 일이 생긴다면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무리를 해서라도 한국 측에 ‘그러지 말라’는 경고를 남긴 것이다.
문재인·김정은 회담에서 돈 문제가 어떻게 됐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예상치 못하게 유엔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추측한다. 북한이 문 대통령을 향해 ‘개’ ‘소’ 등으로 맹비난하고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내 돈 내놓으라’는 시위로 보인다.
북한에 돈을 주고 남북 정상회담을 해 온 역사에 빠지지 않고 참여한 사람이 문재인 정권의 서훈 안보실장이다. 이 일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남북 정상회담 ‘선수’로 통한다. 남북 정상회담은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하든 그 본질은 북한은 돈을 받고, 한국 정권은 이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5차례 했지만 남은 것은 북한 핵폭탄과 미사일, 노벨 평화상뿐이라는 자조가 틀리는 말이 아니다.
김대중-김정일 회담 때 4억5000만달러 불법 송금 책임자가 현재 박지원 국정원장이다. 문 정권의 외교 안보 투 톱이 모두 북한에 돈 주고 남북 정상회담을 한 사람들이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문 정권 사람들은 ‘대선에서 지면 죽는다’는 강박증을 갖고 있다. 이들에게 내년 3월 대선을 위한 마지막 카드는 남북 정상회담일 수밖에 없다.
클라이맥스는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문재인·시진핑·김정은이 손을 잡고 TV 카메라 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 전에 남북 간 화상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이 한국 TV에 등장해 예상치 못한 쇼킹한 말, 아주 솔깃한 얘기를 하면 베이징 회담 분위기 띄우기로는 제격이다. 시청률이 50%를 넘을 것이다. 필자는 남북이 이미 이런 얘기를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여정이 남북 정상회담을 입에 올렸다는 것은 현재 99% 거래가 끝났다는 뜻이다.
문제는 북한에 돈을 어떤 방식으로 주느냐는 것이다. 북은 이제 정상회담 합의 문서로 대북 지원을 약속받는 후불제엔 흥미가 떨어졌다. 미국 때문에 지켜지기 힘들다는 것을 안다. 미국 눈을 피해 돈을 달라고 했을 수 있다. 문 정권 안보팀의 최대 과제 역시 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북한 전문가인 남성욱 교수는 ‘비트 코인’도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몇 가지 변수가 있다. 미국과 유럽이 베이징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할 가능성이 높다. 선수단은 참가하되 어떤 고위 인사도 참석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시진핑 김정은과 손잡고 나서기엔 부담이 있다. 북한에 돈을 주는 문제는 아무래도 난제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그 일로 감옥에 갔던 사람이다. 다시 그 일에 연루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두 번 감옥에 가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
09월 30일 이젠 김정은 직접 한미동맹 흔들기, 文 또 휘둘릴 건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9일 이른바 ‘시정연설’에서 밝힌 남북관계 입장은, 임기 말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을 쥐락펴락하면서 대한민국 안보를 약화시키고, 나아가 한국과 미국을 이간시키겠다는 일석삼조 목적이 선명해 보인다. 최근 김여정 등을 통해 유사한 입장을 밝힌 뒤 청와대가 남북 대화에 몸이 달아 있음을 확인하고, 이번엔 김정은이 직접 나선 것이다. 우선, 김정은은 “10월 초부터 통신 연락선들을 다시 복원하겠다”면서 “북남 관계가 회복되고 공고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그동안 북한 측이 통신선을 일방적으로 끊고 잇고 했음을 고려하면, 사과를 해도 부족할 텐데 큰 생색을 내듯이 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조롱하는 행태다.
둘째, 문 대통령이 집착하는 종전선언을 역이용해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폐기돼야 한다”면서 “미국과 남조선이 도를 넘는 무력 증강, 동맹 군사활동을 벌이며 안정과 균형을 파괴하고 충돌 위험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한미훈련과 첨단무기 배치, 불순한 언동의 중단도 요구했다. 북한의 핵무기와 최근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적대세력의 군사적 준동 억제용’으로 합리화했다. 북한의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공무원 사살 등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북한 주장을 수용하면 한미 동맹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
셋째, 김정은은 “새 미국 행정부 출현 이후 8개월 동안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오히려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대화를 할 때 하더라도 기존 입장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을 향해 “남조선에 도발할 목적도 이유도 없고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의 이간을 노린 전술이다. 대한민국 정부라면 결코 이런 대남 공작에 휘둘려선 안 된다.
문화일보 사설
09월 30일 北미사일 3대 치명적 위협과 反안보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북한이 9월 들어 세 번째 미사일을 발사했다. 처음 보는 순항미사일과 기차에서 기습 발사해 변칙 탄도비행을 하는 KN-23 탄도미사일에서 지난 28일의 극초음속미사일까지 미사일 형식과 종류가 다르다. 이 모두는 미국·러시아·중국만이 전력화에 성공한 무기들이다.
유엔 안보리는 수차례의 대북 제재 결의에서 북한에 대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어떠한 발사체의 실험도 금지’하고 있다. 바로 핵무기의 운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9월에 발사한 미사일 3종 중 세 번째 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을 포함, 두 번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했기 때문에 반드시 비난과 그에 따른 제재를 받아야 한다.
특히, 이 모든 미사일은 사거리 특성상 오직 한국만 공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다. 당연히 국민은 불안하고,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는 북한의 이런 위반행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해야 한다. 사거리가 닿지도 않는 일본은 오히려 강력히 비난을 퍼붓는데, 정작 피격 당사국이 될 한국 정부는 국민의 생명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것인지, 미온적인 유감 표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국민을 위한 위정자인지, 자신의 신념만을 구현하기 위한 몽상가인지 모호하다.
9월에 발사한 3종 미사일은 모두 요격이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순항미사일은 레이더 위치보다 낮은 초저고도 비행을 하므로 지상 배치 레이더에 탐지가 되지 않는다. 오직 하늘 위의 조기경보기만이 탐지할 수 있는데, 이번 발사에서 보듯이 조기경보기가 작전하지 않는 시간에 기습 발사해서 우리 군이 탐지하지 못했다. 공군 조기경보기는 숫자가 부족해 야간에 비행하지 못하는 것을 아는 것이다.
둘째, 기차 발사 미사일은 극히 위험한 무기다.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도 모두 이 무기를 개발했지만, 전략무기감축협정을 통해 기차 발사 미사일을 폐기하기로 합의했다. 여객기차와 똑같은 모양으로 인해 반격탄이나 예방적 선제타격에서 오폭으로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있을 수 있는 치명적 비도덕성 때문에 폐기했던 무기인데, 그걸 들고 나왔다. 그러면 당연히 우리 정부는 강력히 항의해야 하는데도 침묵한다.
셋째, 극초음속미사일은 탄도미사일을 활용해 높이 올라가서 오리 주둥이처럼 넓적한 형상의 탄두를 분리해 다이빙시킨다. 분리된 넓적한 탄두는 공기의 영향을 받아 활공하며 때로는 물수제비처럼 점프도 한다. 마하5 이상의 빠른 속도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활공 점프를 하며 날아오니 요격이 불가능하다.
이런 치명적 무기들을 연일 공개하면서 막간에 김여정을 등장시켜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대한민국을 우롱하고 있는데, 정부는 오직 대선 직전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통한 북풍 효과를 기대하며 북한에 대해 할 말을 하지 못한다. 제17대 대선 직전의 남북 정상회담, 2018년 지방선거 직전의 미·북 정상회담 등 선거 직전에 정해진 코스처럼 남북 정상회담 쇼를 벌이는 정부는 어떻게든 올림픽 등 좋은 그림 속에 정상회담 이벤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과 중국에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거에 이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나, 정치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외교는 국제질서에 기초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