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소리 2021-08
08.02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운동권식 ‘언론 자유’
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측이 이 지사의 ‘백제 발언’을 두고 “지역감정까지 꺼내 들었다”고 처음 보도한 주간지 기자를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그러자 이낙연 전 총리 측은 “불리한 기사를 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세균 전 총리 측도 “언론에 화풀이”라고 했다. 그런데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언론 봉쇄법’을 밀어붙이는 게 민주당이다. 최대 5배까지 징벌적 배상을 물리겠다고 한다. 그래 놓고 ‘언론 재갈’ 운운하는 건 무슨 코미디인가.
민주당은 2015년 문재인 대표 시절 “언론 자유를 보장하라”며 취재원 보호법을 발의했다. 박근혜 정부가 ‘정윤회 문건’ 보도에 법적 대응하자 들고 나온 법안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권력을 비판했다가 소송당한 언론인을 지원하겠다”며 ‘표현의 자유 특위’를 만들기도 했다. 이해찬 전 대표는 MBC 파업 당시 “언론 자유와 헌법 수호를 위해 민주당이 나설 것”이라고 했다. 입만 열면 ‘언론 자유’를 내세우더니 지금은 딴사람이라도 된 듯 ‘언론 재갈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2015년 새누리당이 포털의 뉴스 편집권을 제한하려 하자 “포털 길들이기”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권력을 잡자 정부 위원회가 포털 기사 배치에 관여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여권 의원은 “정부 예산으로 관제 포털을 만들자”고도 했다. 뉴스 배치가 마음에 안 든다며 포털 관계자를 국회로 오라 가라 한 적도 있다.
문 정권은 북한 김여정 한마디에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대북 전단 금지법’을 만들었다. 정부 판단과 다른 말 하면 징역형에 처하는 ‘5·18 처벌법’도 강행했다. 조국 전 장관은 2013년 “공인 검증 과정에서 부분적 허위가 있었음이 밝혀지더라도 법적 제재가 내려져선 안 된다” “제멋대로의 검증도, 야유와 조롱도 허용된다”고 적었다. 그래 놓고 작년 언론사 등을 고소하면서 “따박따박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대선 때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겠다”던 문 대통령은 자신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30대 청년을 고소했다. 문 대통령은 2014년 “언론의 잘못된 보도나 마음에 들지 않는 논조에 정치권력이 직접 개입해 좌지우지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고 했었다. 2017년엔 “언론의 침묵은 국민의 신음으로 돌아온다”고도 했다. 유리하면 ’언론 자유’, 불리하면 ‘징벌적 배상’이다. 이 정권의 ‘내로남불’은 헤아릴 수조차 없지만, 그중에서도 최악은 언론·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중성일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8월 02일 민주주의 파괴하는 ‘문빠 파시즘’
이미숙 논설위원
입법·사법 이어 언론 장악 시도
민주주의 부패 넘어 붕괴 징후
文정권 4년은 專制政 초입 단계
中 같은 전체주의國 안 되려면
민주수호 위한 행동에 나서야
내년 3·9대선이 國運 분수령
문재인 정권 출범 4년여 만에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됐다. 문 정권이 입법·사법부 장악에 이어 언론까지 손아귀에 두겠다며 징벌적 손해 배상을 명시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네이버 등 포털의 편집권을 폐지하는 신문법 개정안과 함께 기사 인기투표 형식으로 광고 등을 지원하는 미디어바우처라는 해괴한 법까지 제정하겠다고 한다. 언론개혁이라고 포장하지만, 본질은 정권 재창출에 불리한 비판 언론을 겁박하고 입을 틀어막겠다는 반민주적 언론 탄압이다.
대법원이 2017년 대선 당시 드루킹 일당과 인터넷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게 징역 2년형을 확정한 뒤 여권이 언론봉쇄법 강행에 나선 것은 자신들의 여론조작 범죄를 ‘가짜뉴스와의 싸움’으로 분식(粉飾)하면서 국면을 전환하려는 노림수다. 문 정권 인사들이 목숨 걸고 투쟁했다는 독재 정권도 이런 법은 만들지 않았다. 자유민주주의 국가 중 이런 식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나라도 없다. 외형적으로만 자유 선거제를 유지하는 신형 전제주의국 헝가리나 폴란드, 베네수엘라 정도다.
재미 사회학자 신기욱 스탠퍼드대 교수는 문 정부 들어 여당의 입법 독주로 민주적 독재 경향이 강화됐다며 이를 ‘민주주의 부패(decay)’ 개념으로 정리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민주주의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부패가 지속되면 민주주의가 붕괴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여당 원내대표 시절 제1야당을 배제한 채 범여권 소수정당을 들러리 세워 선거 룰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 여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제정 때 공수처의 중립성 보장을 위해 야당 비토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이를 삭제한 개정안을 기습 처리한 것은 대표적 민주주의 부패 행위다.
여당이 대선을 7개월여 남겨놓고 언론봉쇄법까지 강행하면 한국 민주주의는 부패를 넘어 붕괴로 접어들게 된다. 문 대통령이 이를 묵인한다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도 아니다. 이미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교수는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① 민주주의 규범 무시 ② 정치경쟁자 부정 ③ 언론 탄압 ④ 폭력조장 등을 ‘전제주의의 4대 신호’로 제시했는데 이 모든 것이 지난 4년간 현실화했다.
6·25전쟁 참화에서 경제를 일구고 민주화를 성취해 세계 10위 선진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런 퇴행의 시간을 맞게 됐나? 민주주의가 부패에서 붕괴로 나가게 된 원인은 문 대통령을 비롯해 문 정권 핵심인 운동권 집단이 관용과 절제, 상대 존중이라는 민주주의 습속을 배우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이권 카르텔 보호 수단쯤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독재 투쟁 과정에서 타도 대상이었던 독재자 행태를 닮아 스스로 ‘파쇼적 괴물’이 된 탓이다. 알렉시 드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마음의 습관을 시민들이 갖지 못하면 민주주의가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토크빌의 논리로 보자면, 민주적 마음의 습관을 갖지 못한 문 정권 인사들이 한국 민주주의를 부패시키고 붕괴시키는 셈이다.
여당 대선 후보들은 이 같은 민주주의 위기에 눈감고 있다. 오히려 김 전 지사를 옹호하고 대법원을 비난한다. 대통령만 된다면 어떤 여론 조작도 할 수 있다는 태도인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재난지원금 문제에 대해 여당에 과감한 날치기를 주문하는 독재적 발상까지 드러냈다. 언론인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는 언론탄압법이 언론 자유를 위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중국식 국가토지 소유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던 인사도 버젓이 후보로 나와 있다.
‘문 정권 시즌2’가 열리면 대한민국을 아예 시진핑(習近平)의 중국과 같은 전체주의 국가로 바꾸려 할 것이다. 문 정권 지지자였던 권경애 변호사가 ‘무법의 시간’에서 진단한 대로 무법자들이 판쳤던 나치 시대처럼 ‘문빠 파시즘’이 전면화할 수도 있다. 어떻게 해서든 민주주의 붕괴는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민주적 마음의 습관을 가진 이들이 전면에 나서 연대해야 한다. 내년 3·9 대선은 민주주의와 운동권 전체주의의 싸움이고,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할 우리 생애 가장 중요한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문화일보
08.03 정부 부처까지 “전례 없고 과도하다”고 하는 언론봉쇄법
민주당이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배상을 물릴 수 있게 하는 언론중재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우려를 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출석한 오영우 문체부 1차관은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 “지금 전례도 없다”고 했다. 특히 손해배상의 하한액을 두는 규정에 대해 “정말 이것은 다른 입법례도 없고 너무 과도한 그런 것”이라고 했다.
정부 부처조차 무리하다는 법을 민주당이 만들려는 목적은 정권에 대한 언론사의 비판 기능을 박탈하려는 것이다. 무더기 징벌 소송 제도 앞에서 위축되지 않을 언론은 거의 없다. 야구 투수에게 스트라이크 아닌 볼을 던지면 징벌을 가한다고 한다면 누가 정상적 경기를 할 수 있겠나.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미 “해외 주요국에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별도 규정한 사례는 찾지 못했다”고 했다. 문체부 내부에서도 이 법안에 대해 “정말 통과되면 한국의 언론 자유 순위가 떨어질 수 있어 걱정스럽다” “언론 자유가 제어되는 상황은 옳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전문가들도 “언론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과잉 입법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해왔다.
당시 국회 소위에선 여당 의원도 문제 조항에 이견을 드러냈다. 언론 보도에 고의가 없다는 입증 책임을 언론사가 지게 하는 조항에 대해 김승원 의원은 “제가 20년간 알고 있던 손해배상 법리는 배상을 청구하는 측이 입증해야 된다는 것”이라며 “다른 의원님들은 그 이해가 다른 거냐”고 했다. 전문가들이 제기해왔던 당연한 지적이었지만 여당 소위원장은 얼버무렸다. 야당을 배제하고 여당 의원들끼리 법안을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졸속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조선일보 사설
08.04 우린 천덕꾸러기 취급...’대홍수 사망 0′ 네덜란드의 비결
[한삼희의 환경칼럼] 북극 증폭이 일으키는 지구 전역 극단 기상들
서유럽 폭우로 독일·벨기에 210명 사망
이웃 네덜란드는 무탈… 江 보강 치수 사업 덕
‘4대강’도 균형 평가를
▲7월 15일 벨기에의 베르비에시 교차로에 폭우로 떠내려온 자동차들이 빗물이 빠진 다음 포개져 있는 모습./AFP연합뉴스
캐나다의 북위 50도 지역에서 6월 말 기온이 섭씨 49.6도까지 올라갔다. 7월 중순엔 서유럽 폭우로 독일, 벨기에에서 사망자가 210명 이상 나왔다. 그 며칠 뒤 중국 정저우에선 1년 치 비가 한꺼번에 쏟아져 지하철이 침수됐고 63명이 사망했다. 미국 서부는 7월 내내 극심한 산불에 휩싸였다.
개별 기상이변 하나하나를 놓고 기후 붕괴 탓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정상 기후에서도 아주 낮은 확률로 극단 기상이 빚어질 수 있다. 6년 전부터 국제 연구팀이 특정 기상 재해가 온실가스 때문인지의 확률을 계량화하는 시도를 해왔다. 온실가스 축적이 있는 상황과 없는 상황에서 각각 해당 기상이변이 나타날 확률을 컴퓨터 모델링으로 계산해 대비한다. 연구팀 26명은 캐나다 폭염 1주일 만에 온실가스가 폭염 확률을 150배 높여놨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구 기후 시스템이 모종의 티핑 포인트를 넘었거나 넘고 있는 중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후 시스템에 꾸준히 누적돼오던 불안정성이 어떤 균형점을 넘으면 질적으로 아주 다른 단계로 굴러떨어질 수 있다. 작은 변화가 쌓여 커다란 질적 변화를 야기하는 현상은 물의 상태 변화에서 대표적으로 관찰된다. 영상 0.1도에서 영하 0.1도로 살짝 더 추워졌을 뿐인데 액체 물이 고체 얼음으로 변한다. 빙하와 바다 퇴적토에서 확인되는 고(古)기후의 급변들은 대부분 빙하 얼음이 물로 녹거나 바닷물이 얼어 빙하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쳐 촉발됐다. 특히 민감한 것이 북극 바다 빙하다. 북극 빙하는 태양 빛의 80% 이상을 우주로 반사시키지만, 빙하가 녹은 다음 노출되는 바닷물은 5~10%만 반사시키고 나머지 태양열을 흡수한다. 최근 40년 사이 여름철 북극 바다 빙하는 절반으로 줄었다. 온실가스가 북극 빙하를 녹이고 나면, 빙하가 녹은 효과로 추가 기온 상승이 촉발된다. 이런 자기 강화 메커니즘 때문에 북극권 기온 상승치는 지구 평균의 2~3배가 된다. 이걸 북극 증폭(Artic Amplification)’이라고 부른다.
지구 전역의 기상이변 다수가 북극 증폭과 관련 있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온난화 상황인데도 이따금 나타나는 겨울 극단 한파는 북극 증폭으로 북극~중위도 간 기온 격차가 좁아지면서 중위도를 감아 도는 제트기류가 약해진 탓이라는 설명은 이제 상식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올 2월 희생자 150명, 200억달러 피해를 낸 미국 텍사스 한파 같은 경우다. 6월 말 캐나다 폭염 역시 약해진 제트기류 탓이라는 것이다. 제트기류가 헐거워져 오메가(Ω) 형태로 출렁대는 상황에서 Ω의 오목 부위에 고기압대가 갇혀버리는 ‘오메가 블로킹’이 나타났다. 표토에서 달궈진 뜨거운 공기가 사발 모양의 고기압 열돔에 갇혀 버렸다. 서유럽 홍수도 기류 흐름이 늦어지면서 비를 뿌리는 저기압대가 계속 한곳에 머물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작년 9월 칼럼에서 미국 역사상 최대의 비를 뿌린 2017년 8월의 허리케인 하비(Harvey)는 히로시마 원폭 1000만발만큼의 에너지를 멕시코만 바다에서 끌고 올라갔다는 논문을 소개했다. 하비는 휴스턴 일대에서 닷새 동안 꾸물꾸물 정체해 있었는데, 이 역시 기류 움직임이 늦어진 것과 관련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018년 6월 네이처엔 1949~2016년 사이 허리케인 속도가 시속 19㎞에서 17㎞로 늦어졌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중국 미세 먼지가 크게 개선됐는데도 한국 미세 먼지는 여전한 것은 풍속 저하 탓이라는 ‘기후 페널티’ 이론도 있다. 2012년 논문에선 최근 50년 사이 전 지구 육지 풍속이 초당 0.7m 늦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북극 얼음이 녹은 것이 중위도 극단 기상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2012년 제니퍼 프랜시스라는 미국 학자가 처음 그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지금 기온은 산업혁명 전(前)보다 1.2도 올라 있고, 매 10년마다 0.2도씩 상승 추세다. 추세대로면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1.5도 억제’ 목표는 15년 뒤 깨진다. 앞으로 수십 년은 기후가 더 사나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극단 기상 대응도 필수적이다. 서유럽 폭우에도 독일·벨기에와 라인강·뮤즈강을 공유하고 있는 네덜란드에선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다. 역사적으로 수해에 민감한 네덜란드의 경보 시스템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와 함께 네덜란드가 1993·1995년 큰 수해를 겪은 후 추진한 ‘강에 여유 주기(Room for the River)’ 프로젝트가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바닥 준설, 강폭 확대, 제방 보강 등이 핵심이다. 우리의 4대강 사업과 겹치는 시기(2007~2015년)에 이뤄졌다. 비슷한 치수(治水) 사업인데 두 나라에서 대접은 크게 다르다. 전체를 보는 균형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조선일보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08월 04일 35兆 현금 또 뿌리면서 물가 잡으라는 文의 자가당착
물가가 비상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 연속 한국은행 관리 목표치인 2%를 넘어 정부 전망치(연 1.8%)를 위협하고 있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2.6% 올랐다. 지난 5월(2.6%)에 이어 9년 1개월 만의 최고치다.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생활물가 상승률은 3.4%나 된다. 농·축·수산물은 9.6%나 올랐다. 하반기부터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던 정부 전망은 첫 달부터 빗나갔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실로 걱정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민생 경제장관 회의에서 생활물가 안정을 당부했다. 특히 계란 값을 꼭 집어 특별하게 살피라고 주문했다. 그 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대전 농산물도매시장과 이마트를 찾았고, 농림축산식품부 김현수 장관과 박영범 차관 등도 세종시 농장 등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보여주기 쇼에도 계란 값은 7월에도 57%나 올랐다.
정부는 기저효과 운운하며 여전히 하반기 물가안정을 주장하지만, 농·축·수산물에서 시작한 물가 상승은 공업제품으로 확산 중이다. 라면과 우유·커피 등 유가공 식품값도 오르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고물가가 지속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더구나 문 대통령의 34조9000억 원 추가경정예산 조기 집행 독려에 홍 부총리는 내달까지 재난지원금 11조 원과 소상공인 지원자금 등 90% 이상을 집행하겠다고 한다. 막대한 현금을 풀어 물가를 자극하면서 추석 전에 물가를 잡겠다니, 이런 자가당착이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 했다는 점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남은 세 번 회의(8월·10월·11월) 가운데 빠르면 8월에 1차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연내에 한 번 더 올릴 것이란 게 시장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오는 10월께 테이퍼링(유동성 공급 축소) 시행을 시사하고 있어 한국의 선제 대응은 불가피하다. 금리 인상 땐 가계 및 영세 소상공인의 부채 문제가 부상하는 등 큰 충격이 예상된다.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거론된다. 비상한 각오와 비상한 대책이 시급하다. 정부 행태를 보면 대비를 하는 것인지 극히 우려된다.
문화일보 사설
08월 04일 괴벨스的 부동산 선동의 실상과 대책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홍남기 부총리 겸 재정기획부 장관의 7·28 부동산 담화문과 관련, 정부는 혹독한 비판을 받고 여당 지지율은 추락했다. 거래 71만 건 중 실거래가 조작은 12건으로 0.001%, 공공재건축 공급도 지난해 8·4 대책 발표 1년 후인 3일 현재 3%에 불과하다. 그런데 또다시 ‘국민 탓’이라는 흘러간 옛 노래로 대선용 편 가르기라는 의구심만 증폭시키고, 주춤하던 집값은 신고가를 갱신한다. 집권당이 왜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일까? 정권 초기부터 필자가 내놓은 이념적 편향, 지지층 결집, 표(票)퓰리즘 정도로는 이제 답변이 궁색하다. 오랫동안 많은 언론이 사회주의적 주택정책이 공정한 듯 포장해준 것도 한몫한다.
1980년대와 2020년대 국민의 성숙도를 비교하기조차 조심스럽다. 미국의 사전 출판사 메리엄 웹스터는 매년 올해의 단어를 선정하는데, 2006년에는 ‘진실화(truthness)’였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채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진실로 받아들이려는 성향이라는 뜻이다. 나치 정권의 선전·선동가인 파울 요제프 괴벨스가 이를 가장 잘 활용한 사람에 속할 것이다. 괴벨스는 “나한테 한 문장만 주면 누구나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며, 각종 선동 전략을 만들어 히틀러가 독재자가 되는 데 일조했다.
코로나19는 물론 집값 문제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국민을 공포와 질투라는 감옥에 가두고, 전염병과 불로소득이라는 무기로 헌법에 보장된 자유시장경제 활동을 탄압한다. 여권 대선 후보는 개인 택지 소유를 400평으로 제한하고, 여당 의원은 1주택자가 아니면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80%를 받을 수 없게 하는 공산주의식 토지공개념 법안을 발의했다. 이런데도 야권은 괴벨스 전략에 ‘가스라이팅’ 당했는지, 대항 논리가 부족한지 미지근한 대응을 보인다.
군사정권의 정통성 논란을 덮으려고 꺼낸 토지공개념은, 국민을 투기꾼으로 모는 잣대가 됐고, 정부 대신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다주택자와 임차인을 선악으로 갈라치며, 도시발전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을 ‘둥지 내몰림’이라는 용어로 변질시킴으로써 헌법 정신을 짓밟아 왔음에도 야권 대선주자들은 이에 대해 시원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
선진적 국가를 만들어야 할 학자, 언론인, 정치인들은 실질적 해답을 찾는 노력 없이, 편의상 토지 독점을 불평등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실수를 지속해왔으며, 서민은 그렇게 믿음으로써 자신의 처지를 합리화하고 부자에 대한 증오심을 키워왔다. 그런 측면에서 괴벨스의 진지전은 이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그는 1945년 5월 1일 히틀러를 보좌하다가, 아내와 6명의 자녀를 데리고 동반 권총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우리 사회는 주택가격 폭등과 퍼주기 정책으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을 오랫동안 앓게 될 것이다. 집권층은 괴벨스적 선동 유혹에서 벗어나고, 언론은 받아쓰기보다 실상을 비추며, 전문가는 1800년대 서구농촌사회에서 태동한 낡은 토지독점론에서 탈피해야만 공정한 정책이 가능하다. 현 정부의 주택정책을 놓고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가”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이때, 청약제도의 평등성, 금융과 세제의 공정성, 집값의 정당성을 하나씩 짚어나가는 국민적 대각성만이 ‘괴벨스적 진실화’ 선동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문화일보
08월 05일 法의 본질마저 침해하는 與 언론 악법
김종민 변호사 前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여당의 입법 폭주가 다시 시작됐다. 서울·부산시장 선거 참패 뒤 민심의 눈치를 보던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180석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무리하게 법안을 밀어붙인다. 최근 전교조의 숙원이던 위헌적 국가교육위원회법을 통과시켜 교육 현장을 이념 투쟁의 장으로 만들어 버린 데 이어, 비판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강행 처리도 예고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독소 조항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만이 아니다. ‘허위·조작 보도’ 개념을 신설해 국가가 이를 판정하도록 했고, 서면으로 해야 했던 정정보도 청구를 전자우편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게 범위를 넓혔다. 정정보도 청구가 있으면 ‘지체 없이’ 해당 기사의 제목과 본문 상단에 그 사실을 알리는 표시를 해야 하고, 그 내용을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론 보도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언론 보도가 있는 때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없던 것을 각 6개월과 3년으로 늘렸고, 삭제 청구의 경우 기간 제한을 없애 버렸다.
기사 제목에 대해 내용과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했고, 언론 보도의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을 도입해 민사소송의 대원칙에 중대한 예외를 인정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언론사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편해야 한다. 보도에 불만을 품은 특정 세력이 정정보도 청구를 핑계로 홈페이지를 공격해 마비시키는 것은 일상이 된다. 기사마다 ‘정정보도 청구 대상’ 딱지가 붙고, 언론사와 기자는 해당 기사가 고의·중과실에 의한 것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1년 내내 엄청난 변호사 비용과 함께 소송에 시달려야 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권리 보장 없는 민주주의’ 즉, 다수의 폭정(暴政)을 가장 두려워했다. 볼셰비키는 ‘다수’를 의미하는 러시아어다. 그 혁명의 비극적 역사는 우리가 아는 바다. 자유민주주의는 법과 견제 균형 시스템에 따라 권력을 억제하려는 복합적인 제도다. 법률은 정의의 규범에 대한 일반적인 사회적 합의를 구현해 놓은 것이다. 법치주의의 본질도 국가권력에 제한을 두는 것에 있다. 우리의 법은 정당하고 통치자가 누구든 그 행동을 적시(適時)에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는 한, 그 법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영국의 커먼로(common law)는 치우치지 않았으므로 ‘공통의 법’이라 불린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말살하는 반민주 악법이다. 열린사회는 권력이 누구의 관점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는 대원칙 위에 세워졌다. 토머스 제퍼슨은 “인간은 이성과 진실의 지배를 받을 것이고, 우리는 진실에 모든 길을 열어 놔야 하며, 이를 위해 찾아낸 것 중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언론의 자유”라고 했다. 진실이 없으면 민주주의는 절름발이다. 진실을 밝히고 권력을 감시하는 인류 보편의 가치가 언론의 자유다.
권력은 원래 남용되기 쉬운 중독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입법부 권한은 단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신탁적 권한일 뿐, 그 활동이 위임된 책임에 반하는 경우 입법자를 변경하거나 그 권한을 박탈할 최고 권력은 여전히 국민에게 있음을 집권 세력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08.06 "언론 억압적 규제, 박정희도 하고 싶었지만 못했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가 3일 서울 중구에서 중앙일보와 언론중재법 관련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중진 언론학자인 이준웅 서울대 교수의 성향을 굳이 나누자면 진보 쪽에 가깝다. 상대적으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의 언론정책엔 그러나 대단히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이로 인해 여권 지지자들로부터 비난도 받는다.
그의 말은 이랬다.
[진보 언론학자 이준웅 서울대 교수]
민주국가선 언론 처벌법 상상 불가
여당, 위헌 돼도 상관 없다 믿는 듯
어떻게 힘으로 공론장 만들어내나
정작 야당 때 외쳤던 개혁안은 부진
“‘언론개혁’을 이렇게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포털 규제, ‘가짜뉴스’ 규제를 통해서 할 수 있다고 믿는 게 민주당인 거고 난 아무리 봐도 그게 아닌 것 같아 처음부터 아니라고 해왔고…. 그런데 배운 자로서 이걸 지적하지 않으면 정말 안 될 것 같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시내에서 그와 만났다. 그는 민주당이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일방처리한 언론중재법안에 대해서 “뭐부터 지적해야 할지, 초점 맞출지 어려울 정도로 엉망”이라고 했다.
-언론 5단체뿐 아니라 관훈클럽도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친여 성향이라는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우려 논평을 했다. 언론계가 이 정도로 한목소리였던 때가 있었나 싶다.
“이 사안이 정파적 정쟁의 대상은 아니라는 뜻이다. 광범한 반대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2020년 10월 한국신문협회 주관으로 열린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에 대한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6대1인가 7대1인가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당시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세미나 구성이 잘못된 게 아니냐고 불평했을 정도였다. 현재 전문가 의견 지형에서 보면 반대가 상당히 많다.”
-언론에 재갈을 물린다고 봐서겠다.
“다음 세 가지만이라도 꼭 지적하고 싶다. 첫째,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심각한 함의인데도 도처에 명확하지 않은 개념과 용어를 사용한다. 이렇게 애매한 조항으로 언론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을 만들면 위험하다. 위헌 소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허위·조작보도를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규정하는데,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하는 일이 누구를 대상으로 어느 정도의 사실성 인식을 얼마나 초래한 기사여야 조작보도라 할 수 있는지 특정할 수 없다. 둘째, 고의 및 중과실 추정이란 제도다. 예컨대 뉴스의 제목과 내용이 다른 경우에 언론사에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추정되므로 조정이나 민사소송에서 피해자에게 입증책임을 지우지 않고 언론사 쪽에 입증책임을 지운다는 뜻이다. 이는 민사소송법의 원칙(피해자 입증)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셋째, 새로운 청구권을 신설했다. 이른바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 조항은 사실상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의 임시 조치’처럼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수정과 반론을 통해 기록을 남기는 방식이 아니라 지우는 방식으로 언론을 규율하겠다는 의도 자체가 언론중재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언론중재법의 취지라면.
“원래 언론보도로 인한 인격권 침해를 신속하게 구제할 수 있도록 한 대안적 분쟁 조정제도다. 그런데 여기에 처벌 조항을 잔뜩 넣어뒀다. 개정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새로운 제도를 창설한 것이다. 중재 이후 벌어질 민사소송에서 판사의 재량 영역에 있는 손해배상 액수를 한정해 이 법안에 넣었다. 법학자들이 말하는 ‘법의 체계 정당성’ 문제인데, 그런 말을 쓰지 않더라도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나. 원래 민주주의 국가에선 언론을 포괄적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는 제도를 만든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기 어렵다. 박정희 대통령이 1964년 언론윤리위원회법을 이용해 언론을 규제하려다가 모두의 반발로 결국 80년까지 시행을 보류했던 적이 있었다. 말하자면 언론에 대한 억압적 규제는 박정희 대통령도 못한 일이다.”
-해외 입법 사례가 없다고들 말한다.
“나라마다 각자 역사성과 처한 환경, 맥락에 맞춰 길을 찾아 나가는 게 개혁이란 점에서 어디에 없어서 온당치 않다는 논리로 말하긴 그렇긴 하지만 이런 법은 없다. 중재제도 자체가 전 세계에 별로 없는 데다, 징벌적 규제를 강화해 넣었으니 더 없을 것이다.”
-이대로 처리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고의 중과실은 엄청난 조항이다. 공직자는 예외로 한다지만 얼마든 엎어 칠 수 있다. 언론이 자기에게 불리한 일을 하고 있다 싶으면 ‘불법 취재 아니냐’고 일단 중재를 걸어놓고 민사소송까지 가면 언론이 ‘불법 안 했다’를 입증해야 한다. 전 세계 언론 중 BBC 정도만 입증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 기사와 제목이 맞지 않는 것도 중과실인데 얼마나 맞아야 맞는 것인가. 언론인들이 지금 억압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민주당에선 ‘가짜뉴스’에 대한 대처 필요성이 더 절실하다고도 말한다.
“배상 한도가 과도하다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요점이 있다. 앞서 말했듯, 언론중재법으로 민사소송의 배상액의 범위를 규정해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무리하다.”
이 교수는 인터넷 뉴스 서비스, 인터넷 멀티미디어방송 등도 징벌적 손배제의 책임 대상으로 규정한 걸 두고 “사법관할권 밖에 있는 해외사업자가 범할 수 있는 인격권 침해는 사실상 방치하면서 국내에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사업자를 규율하겠다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매개자들이 자체검열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KT나 SKT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더라도 개의치 않는 듯하다.
“맞다. 우리 사회가 입만 열면 공정이라는데 핵심 개념 중 하나가 이런 거다. 어떤 제도를 만들 때 그 제도의 영향받는 사람이 목소리를 안 내면 안 된다. 또 참가하는 사람이 자기만의 이익을 돌보기 위해 법을 만들면 안 된다(존 롤스의 ‘무지의 베일’).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이런 법을 만들면 어떻게 하느냐. 자기가 힘이 있을 때 법을 만들어놓고 나중에 위헌 돼도 괜찮다고 진심으로 믿는 것 같다. 슬픈 일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 ‘징벌을 더 하는 식으로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없다’는 칼럼을 통해서 명예훼손·모욕죄 등을 거론하며 “언론보도를 규제하기 위해 광범위한 형사처벌 규정을 그대로 두고 새롭게 민사적 징벌제도를 도입하는 일은 억압적인 처사”라고 했었다. 민주당이 이번에 한 방식이다. 그는 “처벌에 처벌을 더 하는 일”이라며 “황당하다”고 했다.
-사실 진정한 언론개혁 과제들이 오히려 밀렸다는 평가다.
“개혁안들이 막혀 있다. 대표적으로 공영방송의 이사진 구성과 사장 선임 방법을 개혁하자는 논의는 아직도 진전이 없다. 이 사안은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 정당 추천 인사들이 공영방송 이사진을 농단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던 것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권 들어와서 딴 건 몰라도 이건 되겠지 했는데 안 됐다.”
-돌아보면 노무현 정부 마지막에도 기자실 폐쇄 때문에 언론과 대결했었다.
“우리나라 주류 언론이 보수 쪽으로 경도된 것이 사실이고 진보적 정권이 주류 언론에 대해서 일정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고 본다. 문제는 주류 언론을 포함한 공론장을 어떻게 개혁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세무사찰(김대중), 취재 선진화 방안(노무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이른바 ‘가짜뉴스’ 규제론 등 어느 하나 제대로 진행해서 제도적 성과를 거둔 것이 없다. 나는 전제 자체에 심각한 모순이 있다고 본다. 첫째는 타율로 자율적 제도를 만들어내겠다는 설계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다. 둘째, 뉴스품질이나 서비스 개선을 위한 경쟁을 유발하는 인센티브가 없다는 것이다. 개혁 효과의 선순환을 유도하는 설계가 없다. 셋째, 이것이 가장 중요한 데 과거 개혁안의 실패로부터 배운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직도 왜 실패했는지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9년간 언론자유의 옹호자였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자신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30대 청년을 고소했다. 민주당은 대북전단금지법, 5·18 왜곡처벌법도 처리했다. 아이러니다.
“박근혜 대통령 때 (검찰이) 일본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기소한 걸 두고 강하게 비판하고 다녔었다. 반의사불벌죄여서 청와대가 한마디만 해주면 됐는데 입을 다물고 있어서였다. (문 대통령이 모욕으로 고소까지 해서) 할 말을 잃었다. 안타깝다. 민주당이 언제부터 발언의 자유에 대해서 왜 이렇게 처벌적이고 억압적인 정책 기조를 갖게 됐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아마도 공론장이 근본적으로 왜곡돼 있다고 믿고 정치적으로 개입해서라도 뜯어고쳐야 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공론장을 어떻게 힘으로 두들겨서 만들어 낼 수 있단 말인가.”
이 교수가 중재법안에 내내 비판만 했던 건 아니란 사실을 기록할 필요가 있겠다. 중재위원의 자격 요건을 강화해 정당원·공직 후보자 출신에게 3년 경과 규정을 추가한 걸 두고 그는 “당파심이 가득한 사람이 이런 공적 제도에 옮겨갈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면서도 “이런 건 잘한 것”이라고 했다.
고정애 논설위원
중앙일보
08월 06일 법조계 원로들도 중단 촉구한 언론봉쇄법 당장 접으라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기둥인 언론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봉쇄법 입법 중단 촉구가 언론계를 넘어 사회 각계로 더 확산하고 있다. 사단법인 ‘착한 법 만드는 사람들’은 5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헌법 제21조에 보장된 언론·출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법안의 위헌성을 지적하며 논의조차 더는 불필요하다고 했다.
해당 단체는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 소장이 고문,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상임대표, 김병철·김선홍·서영득·이상용·황적화 변호사 등과 주요 로펌 대표들이 부회장이다. 법조계 원로들도 언론봉쇄법 저지에 나선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 이들은 “언론·출판의 자유는 민주국가 존립과 발전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바, 넓게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언론·출판의 자유 제한도 단순히 과잉금지 원칙을 준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익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경우’로 한정해야 하며,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민주주의를 위축하는 효과를 수반하기 때문에 그 제한은 필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내년 3월 9일 차기 대선을 앞두고 언론을 겁박해 문재인 정권 비판을 틀어막으려는 입법 저의도 이미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민주당은 8월 중 문체위에 이어 국회 본회의 강행 처리까지 예고했으나, 민주주의 파괴 입법을 당장 접어야 한다. 그게 국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문화일보 사설
08월 06일 고용보험 10兆 탕진하고 근로자 등치려는 파렴치 정부
문재인 정부가 결국 고용보험료율 인상에 착수했다. 10조 원을 넘던 고용보험기금을 4년 만에 탕진해 버리고 근로자와 기업이 내는 보험료율을 올리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0일 노·사·정이 참여한 고용보험제도 개선 태스크포스에 기금 적자 해소 방안으로 현재 1.6%인 고용보험료율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1.8∼2.0%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월 300만 원 버는 근로자는 매달 3000∼6000원을 더 내야 한다.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2017년 10조2544억 원이나 됐지만, 문 정부 들어 지출이 급증하면서 2018년부터 적자로 돌았다. 급기야 지난해 적자가 5조 원을 넘었고, 적립금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2조8544억 원)가 될 전망이다. 공공자금 관리기금에서 지난해 4조4997억 원, 올해 3조2000억 원을 빌려 쓰는 데도 이 지경이다. 이쯤 되면 파산 상태다. 고용부는 코로나 사태로 실업급여 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둘러댄다. 올해 2월부터 매달 실업급여 지출이 1조 원을 넘지만 이것은 부차적일 뿐이다. 근원적 원인은 문 정부의 무절제하고 무책임한 기금 운용에 있다. 문 정부는 코로나 전인 2019년 10월 실업급여 지급 기간과 지급액을 확대했다. 지난해 12월 예술인에 이어 올 7월부터는 보험설계사·학습지 교사 등 12개 특수고용직까지 고용보험 가입을 허용했다. 고용유지지원금, 청년고용 추가장려금 등도 고용기금에서 빼내 썼다.
문 정부는 근로자와 기업이 분담해 쌓은 기금을 파탄냈다. 세금 투입과 공공 여유자금 전용으로도 힘들자 기존 근로자들에게 손을 벌린다. 고용보험료율 인상은 1995년 제도 도입 이후 단 네 번 있었다. 이번에 올리면 문 정부에서만 두 번째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근로자를 또 등치려 한다. 게다가 보험료율 인상 시행은 내년 하반기에 함으로써 그나마 차기 정부로 넘기려 한다. 파렴치가 끝이 없다.
문화일보 사설
08월 06일 언론봉쇄법, 文정권의 최악 자충수
유병권 정치부장
前정권 탄핵해 집권한 文정권
혁명적 개혁 강박관념 속 4년
‘뭐든지 해야 한다’ 위험한 생각
가짜뉴스 몰아 권력 비판 봉쇄
‘언자완박’ 언론법 밀어붙여도
의도와 달리 정권교체 부를 것
느닷없는 일은 없다. 대형 재난이든, 정치 격변이든 전조가 있다. 대형 재난 1건이 나기 전에 29건의 소형 사고가 있고, 그 이전에 300건의 징후가 있다는 하인리히 법칙은 정치에서도 통한다. 재난은 무시해서 당하지만, 정치는 알면서도 당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분노한 부동산 민심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부는 26번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정도로 위험 징후를 포착하고 대응까지 했다. 그러나 시장경제 원리에 따른 처방이 아니라, ‘집 부자는 용납할 수 없다’는 이념에 사로잡혀 잘못된 정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집권한 현 정권은 혁명적 개혁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4년 3개월을 보냈다. 정책 실패가 되풀이되는 이유다.
권력이 오만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착각에, 강박관념에 빠지면 ‘뭐든지 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둘 다 위험하다. 제15대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1996년 12월 26일 새벽 당시 여당이던 신한국당은 소속 의원을 단체로 버스에 태워 여의도 국회로 몰래 들어가 본회의를 소집했다. 노동법과 안기부법을 날치기 처리했다.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신한국당 총재를 겸하며 제왕적 권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날치기 역풍은 매서웠고, 외환위기까지 터지면서 정권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넘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에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신정아 게이트’가 터졌다. 신 씨와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의 불륜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며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먹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탄핵당했지만 이미 1년 전 역사 교과서 국정화 사태 때부터 탄핵 불씨가 타올랐다.
대통령 선거를 7개월여 남겨 놓고 민주당이 언론사의 허위·조작 보도를 막겠다며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천명했다. 언론·기자단체뿐 아니라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권력자의 악용 가능성에 대한 대응 장치를 갖추지 못했다”고 반대했지만 요지부동이다. “전례가 없다”(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중 처벌 소지가 있고, 언론 기능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국회 수석전문위원) 등 전문가의 경고도 소용이 없다. 되레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5배는 약하다. 악의적으로 가짜뉴스를 내면 언론사를 망하게 해야 한다”(이재명 경기지사) “현직 기자였으면 환영했을 것”(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이라며 독려한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논두렁 시계’ 같은 가짜뉴스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밝힌 바 있듯이 박연차 회장이 준비한 명품 시계가 노건평 씨를 통해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된 것은 사실이다. 개정안은 허위·조작 보도의 개념이 모호해 정부와 기업 등이 정상적인 기사마저 ‘허위 기사’라고 낙인 찍어 고발할 수 있는 데다 허위 기사가 아니라는 입증을 언론사가 하게 돼 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논두렁 시계’ 기사는 가짜뉴스가 돼 최대 5배 손해배상을 해야 하고 ‘명품 시계’도 안 받은 것으로 될 수 있다.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불량 식품’ 관련 언론 인터뷰 발언을 언급하며 “언론이 유력 대선 후보 발언을 지면에서 은폐하는 건 국민의 선택권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언론이 주요 발언을 선택하는 게 가짜뉴스이며 오보”라고 말했다. 언론의 편집권과 자율권을 부정하는 발언이다. 언론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짜뉴스로 오보로 고발하겠다는 경고다.
문 대통령 퇴임과 대선을 앞두고 ‘언론봉쇄법’ 처리를 서두르는 여권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는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사실상 방송통신심의위원장으로 내정됐고, 공정한 선거 관리를 책임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해주 상임위원의 사직 논란이 이는 등 대선 공정성 의구심도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언자완박(언론자유 완전 박탈)’을 위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민주당이 강행 처리할 경우 노동법 날치기와 비교되는 한국 정치·언론사의 참사로 기록될 것이다. 내년 정권 교체를 자초하는 최악의 자충수라는 의미다.
문화일보
08-09 文·盧정권이 퍼뜨린 ‘나라 탓’ ‘나라 만능’ 바이러스
국민 불만 숙주로 번진 바이러스
코로나보다 더 질기고 달콤해
시민정신 좀먹고 국가 이성 마비
권력자엔 포퓰리즘 독재 길 터줘
돈은 많지 않아도 먹고살 만큼은 벌었다. 가정도 그럭저럭 꾸려 큰 걱정은 없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불편하다. 내 인생은 왜 이거밖에 안 됐을까. 더 큰 사람이 될 수는 없었나.
어느 날 그 소리가 들려왔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 나라 탓이다.” “반칙과 특권이 지배해온 이 나라가 당신을 그렇게 만들었다.” 듣고 보니 귀가 확 열리는 말이다. 나보다 잘난 거 하나 없는 인간들이 잘 먹고 잘산다. 내가 이거밖에 안 된 건 다 이 나라 탓이다….
사람들은 대개 자기 인생에 크고 작은 불만이 있다. 필자도 그렇다. 그렇다고 남 탓을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고 답도 없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대통령이란 분이 정상에서 외쳤다. ‘당신은 잘못 없다. 나라가 잘못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누구보다 큰 스피커를 가진 대통령의 외침은 사람들의 불만을 숙주 삼아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나라 탓’ 바이러스다.
노무현의 뒤를 이은 문재인과 운동권 좌파세력은 나라 탓 바이러스의 슈퍼전파자 노릇을 했다. 툭하면 나라 탓, ‘이명박근혜’ 탓을 우려먹었다. 세월호 나라 탓은 무려 7년간 9번이나 진상조사가 이뤄질 정도. 정점은 국정농단 사태 때 나온 ‘이게 나라냐’.
정권을 잡은 문 대통령은 취임사부터 나라가 다 해줄 것처럼 했다.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나라’가 열릴 것처럼. 그 결과가 어떤가. 참담함은 이루 나열하기 어렵다. 그래서 반문(反問)한다. 툭하면 나라 탓하더니 5년이 다 되도록 만든 나라가 이거냐고.
어느 진보좌파 지식인의 표현대로 ‘제대로 공부한 적 없고 돈 버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는 민주 건달들’은 국가를 운영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평생 남 탓을 하면서도 자신들이 그렇게 무능한지는 몰랐을 터. 문 정권이 남긴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걸핏하면 ‘나라 탓’을 입에 담는 정치인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나라 탓’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반드시 따라붙는 변이 바이러스가 있다. 우리가 집권하면 다 해준다는 ‘나라 만능’ 바이러스다. 그런데 국가가 어떻게 모든 걸 다 해줄 수 있나. 불가능한 목표를 입에 올리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당신의 불만이나 분노를 불쏘시개 삼아 권력을 잡거나 유지하려는 포퓰리스트 선동가들이다.
단적으로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보라. 인간 본성에 역주행하는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사회주의 정책을 쓴다 해도 될 일이 아니다. 사회주의 중국의 부동산 빈부격차는 한국보다 심각하다. 북한에서조차 평양 아파트는 선망의 대상이다. 인간 본성과 시장 논리에 맞는 정책으로 한정된 부동산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국정담당자의 실력이다.
그런데 무능한 권력일수록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는 데다 오만하다. 그러니 가장 손쉬운 ‘나랏돈 빼먹기’로 실정(失政)을 분식(粉飾)하려 든다. 그러다 10조 원이 넘는 고용보험기금을 4년 만에 거덜 내고, 북한이 두려워하는 첨단전투기 F-35A의 도입 등을 위한 국방예산까지 손대는 것이다. 이 시점에 북한 지령을 받은 간첩들이 F-35A 도입 반대 시위를 벌인 것은 과연 오비이락(烏飛梨落)인가.
이쯤 되면 문 정부의 무능과 실정 시리즈에 국민들이 넌더리를 낼 만도 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라 탓’ ‘국가 만능’ 바이러스가 코로나보다 질기고, 그만큼 달콤하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고금(古今)의 포퓰리스트 정치인은 당대에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40%가 넘는다는 문 대통령 지지율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번 대선에 나선 주자들도 ‘기본소득’ ‘기본주택’이니 ‘토지공개념 개헌’ ‘택지소유 상한제’ ‘반의 반값 아파트’ 같은 나라 만능 바이러스를 유포하고 나선다.
이런 바이러스는 개인의 자유 의지와 시민정신을 좀먹어 자유시민을 국가 의존형 인간으로 전락시킨다. 이 바이러스가 창궐하면 국가 이성은 마비되고, 사회적 담론은 수준 이하로 떨어진다. 작금의 쥴리 논란 등이 그 조짐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국민이 이 바이러스에 집단 감염되면 권력자에게 국가주의, 포퓰리즘 독재의 길을 터준다. 역사상 많은 나라가 이렇게 패망했다. 대한민국이 그 기로에 섰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
08.09 정권發 가짜뉴스부터 징벌해야
부동산 원상회복, 코로나 터널 끝
4년간 지속적·반복적 거짓말
5000만 전체가 피해본 가짜뉴스
全국민에 5배 징벌배상 물어줘야
지난 몇 년 최대 ‘가짜 뉴스’는 부동산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보도도 많았다. 그러나 “집값을 잡겠다” “원상 회복시키겠다”는 정부와 여당, 그리고 청와대발 뉴스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정부가 쏟아낸 부동산 뉴스를 믿고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웠던 국민 대부분은 낭패를 봤고 ‘벼락 거지’가 속출했다. 언론 입장에선 권력자와 장관들이 만드는 뉴스를 외면할 수가 없다. 그들의 말은 법과 제도가 되어 현실적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주택자와 세입자 보호를 공언했던 법들은 결국 집값을 폭등시키고, 전세 난민을 양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신년 회견에서 “급격한 부동산 상승은 원상 회복 돼야 한다”고 했다. 그 몇 달 전에는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작년 한 해 전국 아파트 값은 9.7% 상승했고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부동산 원상 회복’ 뉴스는 완벽한 가짜였다. 국토부장관은 2017년 여름 “내년 4월까지 시간을 줄 테니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니면 팔라”고 엄포를 놨다. 그러나 공직자 다수는 실세(實勢) 장관의 경고에도 다주택을 놓지 않았다. 청와대 비서실장부터 민정수석, 장차관들이 줄줄이 ‘직보다 집’을 택했다. 다주택 처분 발언을 믿었던 사람은 손해를 봤고, ‘가짜 뉴스’임을 간파한 사람들만 재미를 봤다.
작년 7월 여당 단독으로 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되자 민주당 지도부는 주먹을 흔들며 환호했다. 당시 원내대표는 “세입자 보호 제도의 대혁신을 이뤄냈다”고 했고, 여당 상임위원장은 “역사는 집의 노예에서 벗어날 날로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전·월세 폭등, 공급 축소,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 같은 보도에 여당은 “정부 정책을 무력화하는 가짜 뉴스다. 강력히 차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정부 출범 초 4억2619만원에서 올해 7월 6억3483만원으로 2억864만원 상승했고, 이 중 65%인 1억3561만원이 최근 1년 사이 올랐다. ‘세입자 보호’라는 정권발 뉴스는 가짜였고, ‘전세 난민 양산’이 진짜였다.
코로나 가짜 뉴스도 기승을 부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긴 터널 끝이 보인다”고 했던 때가 작년 12월이다. “백신 4400만명분 확보”라는 현수막을 건 여당 의원도 있었다. 그 이후 백신 도입 시기와 물량은 춤을 췄고, 백신을 미국에 손 벌리는 상황까지 왔다. 아직 우리 백신 접종 완료율은 20%를 넘지 못했고, 보인다던 ‘터널의 끝’은 미궁(迷宮)이다. 백신이 급하지 않다던 가짜 전문가는 지금 청와대 방역기획관 자리에 있다.
여권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가짜 뉴스를 징벌적 배상 대상에 넣었다. 권력은 4년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가짜 뉴스를 양산했다. 그러나 언론법은 언론 보도만 처벌할 뿐, 정권의 가짜 뉴스는 처벌할 수 없다. 여당은 언론법 강행 처리를 중단하고 권력의 거짓말을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는 법부터 만들라. 정권발 가짜 뉴스 피해자는 5000만 국민 전체가 될 테니 배상액도 상당할 것이다. 단 배상은 권력자 개인 돈으로 하도록 명시해야 한다. 몇십조원 나랏돈도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라도 자기 돈으로 물어내라면 지금 같은 상습 거짓말을 못할 것이다. 대통령 되면 돈 펑펑 나눠주고 아파트도 그냥 준다는 후보들이 집권 후 이를 못 지키면 가짜 뉴스로 배상을 요구할 조항도 필요하다. 이 법이 통과되면 대선 판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해지고 국민 선택 기준도 훨씬 명확해질 것이다.
조선일보 정우상 정치부장
08.09 “민노총, 10월 총파업 대한민국 정체성 공격… 뒤집기 한판 준비중”
민노총 출범 이끈 김준용 폭로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사진 왼쪽)과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 /조선일보DB
김준용(63) 국민노동조합 사무총장은 8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 노동계 지도부급 인사들의 친북(親北) 성향을 폭로하며 “민노총이 매우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대한민국 뒤집기 한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민노총의 전신인 전노협 사무차장을 지내는 등 민노총 출범에 산파 역할을 한 인사다.
민노총은 올해 10월 말 조합원 110만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른바 ‘사회 대전환 투쟁’이라며 기간 산업과 주택 50% 국유화, 재난 시기 무조건 해고 금지, 국방 예산 삭감, 부동산 투기 소득 환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민노총은 이를 ‘5대 핵심 의제’라 부르는데 내년 대선에서도 진보 정당의 주요 어젠다로 띄운다는 계획이다. 김씨는 “핵심 사업이 총파업이라니 기가 찬다”며 “조합원 권리나 근로 조건 향상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했다. 김씨는 “현대차 조합원들이 1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으며 재벌해체, 국방비 삭감, 한미 동맹 해체 같은 민노총 주장에 적극 동조하는 게 정상이냐”고 했다.
김씨는 “지금 민노총은 대한민국 헌법과 정체성을 공격하는 전형적인 이념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체제 전환”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당선된 양경수 위원장에 대해 “내란 선동으로 대한민국 뒤집기를 시도하다 유죄 판결을 받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같은 경기동부연합 출신”이라고 했다. 또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과 관련, “김일성 일가가 묻혀 있는 북한 평양의 혁명열사릉을 찾아 참배까지 한 사람”이라고 했다.
▲지난달 14일 민주노총 등의 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린 가운데 서울 여의도에서 전국 민중대회가 열리고 있다. 민노총 등은 현행 집회 기준에 따라 99인 이하로 쪼개기 집회를 여의도 및 도심 일대에서 진행했다. /이덕훈 기자
김준용 국민노조 사무총장은 10일 김대환 전 노동부장관 등 중도 성향 지식인들이 주도하는 만민토론회에서 ‘끝없는 타락 노동운동, 해묵은 숙제 노동개혁’이라는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본지가 입수한 발표문에서 그는 민노총 핵심 인사들의 친북 전력을 공개하며 “대한민국 헌법과 정체성을 공격하는 전형적인 이념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양 위원장에 대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같은 경기동부연합 일원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했다. 양 위원장은 이 전 의원이 졸업한 한국외대 용인캠퍼스(현 글로벌캠퍼스) 학생회장 출신으로 최근까지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경기공동행동 대표로 있었다. 지난해 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이 같은 이력을 두고 조합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양 위원장 측은 “경기동부연합은 현재 없는 조직이고, 이 의원 석방 요구는 민노총 전체의 공동 입장”이라고 했다.
김씨는 또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에 대해 “2006년 노동절을 맞아 민노총 통일위원장으로 방북(訪北)했을 당시 혁명열사릉에 참배까지 한 사람”이라고 문제 삼았다. 혁명열사릉은 김일성 일가와 혁명 1세들이 묻혀 있는 곳으로, 우리 정부가 방북 인사들의 방문을 제한하고 있다. 당시 그는 언론에 “혁명열사릉이 항일(抗日) 투쟁을 했던 사람을 기리는 곳이라는 설명을 듣고 참관을 결정했다”며 “북측 대표단이 현충원을 참배한 적도 있다”고 했다.
김씨는 본지 통화에서 “민노총은 입으로는 약자 코스프레를 하지만 자본주의가 주는 온갖 혜택은 다 누리는 수혜자”라며 “강자가 된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 행세를 하며 각종 이권을 주장하는 게 정의롭지 못하다”고 했다. 그는 집회·시위에 불참한 조합원에 대한 압박과 따돌림 등 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모순을 지적하며 “지금 민노총은 전태일 정신이나 노동자 권익은 사라지고 이념과 횡포만이 남았다”고 했다. “민노총이 대변하는 이들은 전체 노동자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며 대표성도 문제 삼았다. 그는 “도시근로자 평균 임금이 299만원 정도인데, 민주노총 조합원은 두 배 이상의 소득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현대차 평균 연봉이 9500만원이 넘는데 성과급으로 1800만원을 더 받는다고 한다”며 “청년 알바생들이 1년 동안 투잡·스리잡 해도 1800만원을 못 버는데 누가 사회적 약자냐”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40% 이상 상승한 최저임금과 관련,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15시간 미만 단기 알바를 전전하는 불가촉 천민들만 늘었다”며 “정체불명의 공익위원들이 임금을 결정하고 아무도 그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기업이 있어야 노동자와 노조가 있을 수 있다”며 “대한민국 노조는 일자리를 만들어준 기업 대표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면 안 되는 것이냐”고 했다. 이어 선거 때마다 노조를 의식하는 정치권을 향해 “노조가 무서워 아무 얘기 안 하는 것은 정치적 범죄”라며 “노사가 동등한 위치에서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근로기준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조가 무조건 약자이던 시대는 지났다”며 “미국처럼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도 했다.
김씨는 10대 후반부터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로 일하며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대우어패럴 노조위원장으로 있던 1985년 구속돼 1년간 수형 생활을 했는데 그의 구속은 ‘구로동맹파업’의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씨는 “노동운동을 해온 사람으로 노동 개혁을 이야기하는 것은 고통”이라면서도 “노동 개혁이 없으면 스물일곱 살 먹은 제 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라고 했다.
◇ 김준용 사무총장 발제 전문: 끝없는 타락 노동운동, 해묵은 숙제 노동개혁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1970년 11월 청년 전태일이 대한민국에 남긴 유언입니다. 전태일 열사는 창동에서 평화시장까지 걸어서 출퇴근하며 아낀 돈으로, 어린 시다(작업보조원)들에게 풀빵을 사 주었던 따뜻한 형이자 오빠였습니다.
저는 전태일 정신으로 노동운동을 배웠습니다. 지금 민주노총에 청년 전태일이 동생들을 감싸주었던 따뜻함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것일까요?
대전에 한온시스템이라는 물류회사가 있는데, 해직 노동자 6명이 정문에서 철야 농성 중이라 합니다. 한 해직자의 중학생 딸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법 위에 군림하는 민주노총을 해체시켜 주세요”라고 호소했습니다.
여러분, 상식적으로 중학생이 민주노총이 어떤 단체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어린 아이의 눈에 비친 민주노총의 횡포가 얼마나 심하고, 아버지가 해직으로 얼마나 힘들어 했으면 민주노총을 해체시켜 달라는 청원을 했겠습니까?
지금의 민주노총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면 동료 노동자의 일자리도 빼앗는 무자비한 짓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같은 노동자의 일자리는 빼앗으면서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외치고 있으니, 웃어야 합니까? 울어야 합니까?
이것도 모자라 이들은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일용직 노동자들을 반강제적으로 시위현장에 동원하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어떤 건설 일용직 노동자가 7월 3일 민주노총 집회에 동원되면서 휴일에도 오라 가라 한다며 욕설을 퍼붓는 것을 보았는데, 집회에 가지 않으면 일자리 배정에서 불이익을 당한다고 하소연하였습니다. 민주노총 깃발 아래 노동자들이 학대당하고 있다고 말하면, 제가 나쁜 사람입니까?
저는 1975년도에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 서울로 상경해, 평화시장에서 봉제 공장 재단사를 했습니다. 경동교회 야학에서 故최한배 형님으로부터 전태일 정신을 배웠고, 그 후에 구로공단 대우어패럴 노동조합 위원장으로 활동했습니다. 1985년 전두환 정권 때에 노동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감옥살이를 했고, 저의 구속이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노동자 정치투쟁이라는 구로동맹파업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원래 노동조합은 못 배우고 힘없는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는데, 요즘은 대기업 다니는 사람도, 공기업 다니는 사람도, 공무원이나 학교 선생님들, 심지어 대학교수까지 노동조합 간판을 걸고 자기 이익을 챙기고 있습니다.
이른바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권이 내걸었던 ‘일자리 상황판’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일자리 만들겠다고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노동을 추진했는데 결과가 어땠습니까? 소상공인들이, 자영업자들이 가족 같은 직원들을 해고해야 했고, 이것으로도 해결 안 되면 가게를 폐업하고 대리운전을 하거나 일용직 일자리를 찾아야 했습니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와 청년들은 초단기 알바로 하루에 투잡, 쓰리잡으로 생계를 연명하게 되었고, 을과 을의 일자리 전쟁터에서 하루 하루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의 배후가 누구입니까? 촛불혁명(?)을 입에 달고 사는 민주노총입니다. 이들은 서민을 위한다, 노동자를 위한다, 비정규직을 위한다고 떠벌립니다. 하지만 이들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들어가서 한 일들이 무엇입니까? 청년 알바들이 투잡, 쓰리잡 하도록 내몰았을 뿐입니다.
이러니 민주노총에 전태일 정신이 실종되었다고 말하는 것 아닙니까? 민주노총의 투쟁에는 힘없는 노동자의 권리 보호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더 많은 기득권을 위한 정치와 이념이 존재할 뿐입니다.
민주노총의 2021년 핵심사업은, 11월 총파업으로 사회대전환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핵심사업이 총파업이라니 기가 차지 않습니까? 그러면 11월 총파업 5대 핵심과제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기간산업을 국유화하라고 합니다. 대한민국 전체 주택 50%를 국가소유로 만들어서 나눠주라고 합니다. 재난 시기에는 무조건 해고를 금지하라고 합니다. 100만 돌봄노동자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직고용해서 공무원으로 만들라고 합니다. 국방예산을 삭감하라고 합니다.
상식의 눈으로 봤을 때 민주노총의 5대 핵심과제가 조합원들의 권리 향상이나 근로조건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대한민국 헌법과 정체성을 공격하는 전형적인 이념투쟁이 아닙니까? 다르게 말하면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을 공격하고,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게 하는 안보를 무너뜨리겠다는 선전포고 아닙니까? 이것을 민주노총은 사회대전환 투쟁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양경수의 민주노총은 매우 체계적이며 조직적으로 ‘대한민국 뒤집기 한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4, 5월에는 전국 단위사업장 중심으로 도상 연습을 진행했고, 7월 3일 종로 불법집회에 이어 7월 30일에는 원주에서 언덕 넘어 집회를 강행하여 총파업 불씨를 피우고 있습니다. 도시 게릴라전도 이만큼 치열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11월 총파업을 지휘하는 민주노총 지도부는 누구일까요? 양경수 위원장은 이석기 석방투쟁 공동대표였습니다. 이석기가 누구입니까? ‘내란 선동’으로 대한민국 뒤집기 한판을 시도해 유죄 선고를 받은 사람이며 그 유명한 주사파 경기동부연합의 대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양경수 위원장이 바로 그 경기동부연합의 일원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진경호도 있습니다. 진경호 위원장은 북한 대성산 혁명열사릉에 가서 참배까지 한 사람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민주노총의 조합원은 대부분 상위 10% 직장인들입니다. 민주노총 소속 핵심 노동조합은 현대기아자동차, KBS, MBC, 전교조 교사, 공무원, 금융기관 직원, 대학병원 간호사, 철도 종사자들입니다. 모든 국민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기업이고 직장입니다.
KBS는 평균 연봉이 1억이 넘고, 보직 없는 억대 연봉자가 직원의 15%에 이른다고 하지 않습니까. 차이는 있겠지만 민주노총에 소속된 대부분의 기업 조합원 연봉은 6천에서 8천만 원을 넘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도시근로자 평균 임금이 299만 원 정도라고 하는데, 이에 비하면 민주노총 조합원은 두 배 이상의 소득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왜, 기업과 정부가 주는 혜택은 다 누리면서 기업을 적대시하고 대한민국 체제전환을 주장하는 사람을 위원장으로 선출하였습니까?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민주노총이 지켜주는 기득권 때문에 모르는 척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정말로 자유시장경제가 다른 경제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침묵으로 동조하는 것입니까?
저마다의 구차한 변명거리가 있겠지만, 민주노총은 비겁하고 불량스럽고 이익 다 챙기는 양아치 같은 노동귀족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관념화된 이념으로 입으로는 약자 코스프레를 하지만, 자본주의가 주는 온갖 혜택은 다 누리는 수혜자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단체협약을 마친 현대차노조 조합원은 올해 임금‧성과급으로 기존 임금 이외에 1,806만원을 더 받는다고 합니다. 현대차의 평균 연봉이 9,500만 원이 넘는데, 성과급으로 1,806만원을 더 받는다는 것입니다.
청년 알바생들이 1년 동안 투잡, 쓰리잡해서 1,800만원을 벌 수 있을까요? 누가 사회적 약자입니까? 현대차노조 조합원들입니까? 아니면 1년 내내 투잡, 쓰리잡해도 1,800만원 벌기 힘든 청년들이 약자입니까?
그런데 현대차노조 조합원들이 1억에 가까운 연봉을 받으면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외치는 재벌해체, 국방비 삭감, 한미동맹해체 주장에 혹은 적극 동조하거나 혹은 침묵으로 동조하는 것이 정상입니까?
많은 사람들이 노동개혁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 사회에서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노동개혁은 오랫동안 이루어지지 않고 밀리고 밀린 해묵은 숙제가 되었습니까? 바로 민주노총을 비롯한 기득권 노조와 좋은 직장을 이미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양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노동운동을 해 온 사람으로, 노동개혁을 이야기하는 것은 고통입니다. 오랜 지인들에게 기득권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니 편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지만 노동개혁이 없으면 27살 먹은 제 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노동개혁! 많은 주장이 있지만 먼저 근로기준법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가 일하는 시간을 규제하는 근로기준법은 1953년에 만들어 졌습니다. 이것을 조금씩 수정하다 보니 누더기 근로기준법이 되었고 이제는 근로기준법 형틀에 사람을 끼워 맞추는 웃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처음 노동조합 운동을 할 때는 노조가 강해야, 자본가들이 노동자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작은 공장이 큰 공장으로 발전하고, 망해서 사라지는 기업과 새로 생기는 기업을 보면서,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그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이 세상을 바꾸는 것을 보면서, 제 생각을 대우어패럴 노조위원장 시절에 멈추어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생각을 조금만 해도 많은 사실을 깨우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있어야 노동자와 노조가 있을 수 있고, 기업이 노동자에게 일자리와 소득을 보장해 주는 것은 상식이지 않습니까.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기업은 노동자의 생명줄이고 가족의 생존을 책임지는 가족안보국 같은 곳입니다.
얼마 전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에 투자한 삼성, 현대자동차, SK, LG에 직접 감사의 인사를 하지 않았습니까? 미국 노동자와 그 가족을 위한 가족생계안보를 제공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대한민국 노동조합은 일자리를 만들어준 기업 대표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면 안 되는 것입니까?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하려면 범죄자가 될 각오부터 해야 합니다. 사용주가 되면 285개 경제법령에 의한 형사처벌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처벌 항목이 무려 2,657개나 된다고 하니 무서워서 기업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10대 후반부터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를 했고, 지금은 육십이 넘었습니다. 아쉬운 것도 없고 하지 못할 말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 가지를 제안하며 이 자리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1953년에 탄생한 근로기준법은 2021년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현장에는 불편한 옷입니다. 육십이 넘은 제가 스무살 때 입었던 옷을 입을 수 없는 것처럼, 박물관에 있어야할 근로기준법으로 연구자, 기술자, 서비스업자, 프리랜스, 아르바이트생, 특수고용인 등 수많은 직업군과 산업 현장을 조정하고 규율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근로기준법은 버려야 할 때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현실에 적합한, 근로자와 사용주가 같이 살 수 있는 ‘근로계약 기본법’ 형태의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일하는 사람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람이 동등하게 계약 조건을 합의하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은 노동조합이 기업보다 약한 집단이 아닙니다. 기업이나 사용주를 감시하는 법이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285개의 경제법령에 2,657개의 형사처벌 항목으로 감시되고 있는 것이 기업이고 사용주입니다. 그런 반면에 노동조합을 감시하는 법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무소불위의 민주노총이 탄생했고 기업이나 일반 근로자에게 갑질하는 횡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횡포는 무수히 많습니다만 대표적인 것은, 사용주를 압박해 힘없는 노동조합의 일자리를 빼앗고, 사업장에서 다른 노조를 폭력으로 몰아내어 일자리를 독식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던 한온시스템에서 해고당한 6명의 노동자들이나 집회에 동원되는 건설현장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의 피해자입니다.
노동조합이 다른 노동조합 조합원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1970년대에도 없었습니다. 폭력이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노동현장을 방치하게 되면 그 피해자는 바로 저의 아들과 청년 세대가 될 것입니다.
노동현장에서 노동조합과 사용주가 동등해야 하고, 민주노총과 다른 노동조합이 동등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고 정의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 금지법”이라도 만들어야 노동 약자를 보호하고 민주노총의 갑질 횡포를 막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길게 말씀드렸지만, “노동개혁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 제 삶의 체험이고 결론입니다. 긴 시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준용은 누구: 1958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초‧중학교를 다니고 전남고등학교를 중퇴했다. 1975년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로 일하며 노동운동을 배웠고 청계피복노조 임금교섭위원으로 활동했다.
1984년 대우어패럴 노동조합 위원장이 되고 1985년 6월부터 1986년 6월까지 수형생활을 했다. 그 후 서노협과 전노협의 사무차장으로 민주노총이 만들어지는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중앙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정책자문위원,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촉위원을 지냈다. 지금은 노동자 권리를 넘어 일하는 모든 국민의 권리를 위해 국민노동조합 사무총장으로 있다.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08월 09일 권력非理 보도 봉쇄할 ‘언론족쇄법’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최근 몇 년 간 국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을 놓고 찬반양론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5년 디젤자동차 배출가스 조작으로 물의를 일으킨 폭스바겐에 대해 자동차를 구매한 미국 소비자 47만5000여 명에게 피해 배상과 벌금으로 147억 달러(약 16조3000억 원)를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반(反)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다.
그런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세계 어느 나라도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지 않는데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이 내용을 포함시켰다. 언론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로 인해 손해를 봤다고 판단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미 언론의 오보나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등에 대해 형법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외에도 공직선거법상의 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 등에 따라 형사처벌할 수 있다. 그런데 또다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면 이중처벌이 될 수 있으며,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다.
또한, 이 법안에 대해 민주당은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이라 부르며 가짜 뉴스를 막겠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기존 언론사들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가짜뉴스의 발원지로 지목되는 1인 미디어나 유튜브 등의 소셜미디어에는 적용할 수 없어 숨겨진 의도가 의심된다.
또 다른 우려 사항은, 대법원이 언론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는데도 여당인 민주당이 이를 통해 삼권분립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8년 MBC ‘PD수첩’이 광우병의 위험성을 보도한 것에 대해 대법원은 무죄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당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보다 명예의 보호라는 인격권이 우선할 수 있으나,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은 그 평가를 달리해야 하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돼야 한다’고 천명했다. 대법원의 이 판결에 대해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언론의 비판 정신을 거세하려고 했던 정부의 시도가 법의 심판을 받은 셈이라며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었다. 그런 민주당이 10여 년 만에 과거의 입장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언론중재법의 또 다른 문제는 피고의 입증 책임에 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피고의 입증 책임은 인과관계 추정이 어려운 의료사고나 환경 소송 등에 적용해 왔는데, 이를 언론사에 두도록 한 것은 민법상 대원칙에 어긋난다. 만약 언론사가 보도에 고의성이 없음을 입증하지 못해 막대한 손해배상액을 떠안아야 한다면,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나 비리에 대한 취재 및 보도를 하기 어려워질 게 명백하다. 결국,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언론사들의 권력형 비리(非理) 고발 기사 등을 사전에 철저히 봉쇄하려는 의도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과거 정권에 있었다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이므로 절대 보도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어느 언론학자의 뼈 있는 지적처럼, 이 법안을 계속 밀어붙인다면 또 다른 ‘내로남불’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역사를 무서워해야 한다.
문화일보
08.10 “대한민국 뒤집기 한판” 이들을 감싸고 도는 정권
민노총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대한민국 뒤집기 한판’을 준비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민노총의 전신인 전노협 사무차장을 지낸 김준용 국민노동조합 사무총장의 주장이다. 그는 10일 열리는 토론회 발표문에서 “민노총이 대한민국 헌법과 정체성을 공격하는 전형적인 이념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민노총은 ‘사회 대전환’을 목표로 10월 20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판을 엎는 대선(大選) 투쟁을 벌이자”며 110만 조합원을 독려하고 있다. 코로나 방역을 위협하면서 민노총이 강행한 불법 집회도 총파업을 앞두고 세력 결집을 위해 벌인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도시 게릴라전도 이만큼 치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노총은 기간산업과 주택 50% 국유화, 재난 시기 해고 금지, 일자리 국가책임제와 함께 한미 동맹 파기, 주한 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국방 예산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대한민국 체제의 근간을 겨누는 요구들이다.
김 사무총장은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에 대해 “내란 선동으로 대한민국 뒤집기를 시도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같은 경기동부연합 일원”이라고 했다. 양 위원장은 이석기 석방을 요구하는 경기 공동행동 대표를 지냈다. 10월 총파업은 그의 공약이다. 김 사무총장은 민노총 택배노조 진경호 위원장에 대해선 “북한 혁명 열사릉에 가서 참배한 사람”이라고 했다. 민노총의 주장이 노동자 권익에 그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북한 지령에 따라 활동한 혐의를 받는 충북동지회 사건은 북한의 대한민국 뒤집기 시도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대선을 앞두고 반미, 반보수 투쟁을 선동한 혐의도 받는다. 민노총의 목표가 지금까지 밝혀진 이들의 행동과 무엇이 다른지 분간하기 어렵다.
김 사무총장은 민노총을 “문재인 정권의 배후”라고 했다. 문 정부는 코로나 대확산 위기에 8000명이 집결해 불법 시위를 벌인 민노총 수사를 질질 끌었다. 양 위원장에 대한 뒤늦은 구속영장 청구도 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시위 참가자가 코로나에 확진됐지만 의무 검사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충북동지회 사건에 대해 청와대는 “언급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했다. 문 정권이 ‘대한민국 뒤집기 한판’을 방조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8.10 사람·돈·땅을 더 자유롭게 해야 한다
국민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정부가 더 잘 안다는 태도
자유 빼앗고 정책 실패 불러
돈이 나라 떠나지 않게 하고
토지 이용 규제 확 풀어야
일자리 생기고 집값도 안정
오는 대선은 현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는 선거가 될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같다. 지난 취임 4주년 연설에서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의 실패만 인정했지만 더 뼈아파해야 할 것은 사실 일자리 창출의 실패이다. 예산 집행 지연으로 월 30만원 이하의 노인 일자리에 의한 고용 통계 분식 효과가 제거되어 일자리 정책 실패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금년 1월 고용 통계를 보면 취업자가 98만명이나 줄었고, 실업자는 42만명 늘어서 157만명에 이르렀다. 실업의 문턱에 서 있는 일시 휴직자와 구직 단념자도 167만명에 달했다.
그 이후 분식이 재개되어 통계상 고용은 나아졌지만 국민은 통계를 보고 뭘 아는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실시간으로 피부로 느끼는 상황이 코로나 탓을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걸면서 시작한 정부라면 일자리 정책의 실패를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자책하고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일이라면 무슨 짓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집값 안정의 실패는 배 아픈 문제의 성격이 강하지만 일자리 정책의 실패는 배고픈 문제인데 어느 것이 더 중한가? 올해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데 젊은이들은 “그런데 왜 나는 취직이 안 되느냐?” 하고 더 분개할지도 모른다.
먼저 노동 규제가 결과적으로 취업의 자유를 제한하고 취업 기회를 줄이는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최저 임금은 그보다 낮은 임금의 일자리라도 절박한 사람들이 취업할 자유를 빼앗는 것이고, 노동시간 규제는 더 일하고 싶은 사람들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다. 당신들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좋은지 내가 더 잘 안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근로 조건 개선과 임금 상승은 모든 시대, 모든 정부의 목표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저절로 이루어지지만, 힘으로 앞당기려고 하면 일자리의 감소라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기취업자의 과보호는 미취업자의 일자리를 희생시키고 있다.
다음으로 투자를 가로막는 모든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재래시장·중소기업을 보호한답시고 더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대기업의 투자를 제한하고, 청년 창업이나 벤처기업의 육성만으로 일자리가 충분히 만들어지겠는가? 이런 일자리 만들기는 좋고 저런 일자리 만들기는 싫다고 할 처지인가? 어느 정부나 추구해야 할 정책 목표는 여러 가지이지만 한꺼번에 다, 그것도 너무 빨리, 이루려고 하다가 일을 그르친다.
더 중하고 시급한 목표를 위해서 다른 것은 일시 양보하는 정책의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 이 세상에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해외 투자가 외국인 투자보다 3배 정도 많게 된 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다. 일자리는 자본, 즉 돈이 만든다. 돈이 이 나라를 떠나지 않게 해야 일자리가 생긴다.
가장 해악이 큰 것이 토지 이용 규제이다. 이 나라에서 토지는 원칙 사용 금지고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규제를 풀어 준 결과 국토의 8% 정도만 도시적 용도로 쓰고 있다. 그 결과 가용 토지는 언제나 공급 부족이고 너무 비싸다. 주택 정책, 투자 유치, 일자리 창출의 실패가 다 이 한 뿌리에서 비롯된다. 어떤 나라나 고용 창출의 대가로 땅을 마련해 주는 것은 기본이다. 지자체가 토지 이용 규제를 선제적으로 풀어서 투자 유치의 수단으로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코로나 이전에도 역대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실패했고, 나라 돈이 끊어지면 사라지는 일자리로 통계를 분식해 왔다. 사람·돈·땅에 대한 규제도 이 정부에게만 책임이 있는 게 아니다. 말로는 모두 규제 개혁을 외쳤지만 실제로는 규제가 차곡차곡 쌓이기만 했으니 일자리 만들기가 이 정부에서 가장 어려워진 것 뿐이다. 억울하겠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정부는 결과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을.
실리보다 이념이 우선인 사람들의 표 때문에 사람·돈·땅을 더 자유롭게 해 줄 용기가 없는 분들을 위한 대안이 있다. 지방자치를 확대하여 지방이 자유롭게 정하게 하면 된다. 나라 단위로 하나의 결정을 하려면 작은 문제도 크게 되어 결정이 어려워짐은 물론 획일적, 경직적이 될 수밖에 없다. 시도나 시군 단위로 결정하게 하고,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하는 경우가 아니면 지방자치에 맡기라. 지방이 서울에 대항해서 싸울 수 있는 아주 유효한 무기를 주는 효과도 있다.
규제에 짓눌린 사람·돈·땅에 자유를 주지 않고는 일자리 창출도 집값 안정도 어렵다. 아무것도 안 바꾸면 아무것도 안 바뀐다.
조선일보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08.11 대선 앞두고 언론 자유 틀어막겠다는 여권의 오만
그제 취임한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정치적 편향성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방심위의 여당 우위 구조(9명 중 정부·여당 몫 6명)에서 그제 위원장이 되고 내놓은 일성(一聲)에서도 뚜렷했다. 정파적일 뿐만 아니라 집행 의지도 노골적이었다.
‘편향의 아이콘’ 정연주, 방심위원장에
위헌 비판받는 언론중재법 상임위 상정
그는 취임사에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란 이름 아래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채 거짓과 편파, 왜곡을 일삼는 행위에 대해선 위원회에 주어진 책무를 주저함 없이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방역정책과 백신 접종에 대한 근거 없는 불안감을 조장하는 이른바 ‘가짜뉴스’라고 불리는 허위조작정보, 혐오 표현이 무분별하게 유통돼 왔다”며 “위원회의 책무와 과제가 무엇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가장 중립적 인사여야 할 방심위원장의 발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잘못된 인식이다. 백신이 부족해 불안감을 키운 건 문재인 정부 아닌가. 민주주의 국가에선 이례적으로 모욕죄와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 책임까지 지고 있는 한국 언론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건 또 뭔가.
방심위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정 위원장은 위원장 호선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정치적으로 불편부당하게 하겠다고 약속하라”는 요구를 서너 차례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파적 취임사를 한 것이다. 그러니 야당에서 “편향의 아이콘인 정 위원장이 방송 공정성을 심의하는 건 소가 웃을 일”(박대출 의원)이라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정 위원장의 인선이 하나의 돌발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통령 선거를 6개월여 남겨둔 여권의 ‘언자완박’(언론의 자유 완전 박탈) 드라이브의 일환일 수 있다. 언론개혁으로 포장해 언론 자유를 막는 일련의 조치 말이다. “뭐부터 지적해야 할지, 초점 맞출지 어려울 정도로 엉망”(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인 언론중재법을 강행처리하려는 의도도 마찬가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법안소위에서 내용적·절차적 문제에도 일방 처리한 데 이어 어제 전체회의에도 상정했다.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한다. 언론계·학계·법조계의 압도적 반대도 외면한다. 여권은 언론의 신뢰가 낮다고 주장하는데, 행정연구원의 지난해 사회통합 실태조사에서 국회의 신뢰도는 17개 단체 중 최하위였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가 어제 “야당이 정쟁몰이로 삼고 언론단체가 집단행동에 나설 만큼 우악스러운 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의 언론단체들이 한목소리로 반대 성명을 낸 데 이어 이례적으로 서명운동에 돌입할 정도로 우악스러운 법이 맞다. 한때 언론 자유의 옹호자를 자처했던 민주당의 몰염치에 아연할 뿐이다. 권력에 대한 언론의 견제 감시가 껄끄러워 봉쇄하려는 것 아닌가.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 자유를 훼손하면 역사가 반드시 심판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08.11 정의당마저 퇴짜 언론법, ‘정연주 KBS’ 같은 언론 만들려는 것
정의당이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배상을 물릴 수 있게 하는 언론중재법을 민주당이 일방 처리하려는 것에 대해 10일 “전면 재논의하라”고 했다. 범여권에 속하는 정의당조차 민주당의 ‘언론 봉쇄법’에 심각한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하며 당론 반대 입장을 정한 것이다. 비판 언론의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이 법안은 이미 정부 부처 내부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소관 상임위 법안 심사 소위에 출석한 문체부 차관은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 “지금 전례도 없다”고 했고, 손해배상의 하한액을 두는 규정에 대해 “정말 이것은 다른 입법례도 없고 너무 지나친 그런 것”이라고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해외 주요국에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별도 규정한 사례는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려 전면적 통제에 나서겠다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가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25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이날 해당 법안을 상임위에 상정했다. 언론인은 물론 야당과 시민 단체들도 반대하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인터넷과 SNS 인기투표에 따라 정부 광고를 나눠 주는 방식으로 언론사들을 정권 편에 줄 세우겠다는 발상의 미디어바우처법도 곧 강행 처리할 예정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 KBS를 ‘정권 나팔수’로 전락시킨 정연주 전 사장이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취임사에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거짓과 편파, 왜곡을 일삼는 행위에 대해서는 우리 위원회에 주어진 책무를 주저함 없이 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취임 일성을 두고 벌써부터 심의권을 통한 언론 겁박에 나섰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실 거짓·편파·왜곡은 ‘정연주 KBS’의 핵심 속성이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울부짖는 여당 의원들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하루 10시간 이상 ‘탄핵 반대 방송’을 했는데 탄핵 반대와 찬성 인터뷰 비율이 ‘31대1′이었다. 시사 프로들에선 87년 북한의 KAL기 폭파 사건 관련 시중의 음모론을 부추기는가 하면, ‘친북 인사’ 송두율, 베네수엘라 독재자 차베스를 일방적으로 미화했다. 모든 언론을 15년여 전의 ‘정연주 KBS’처럼 만들고 싶은 게 이 정권의 속내일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8월 11일 민노총의 황혼
이신우 논설고문
한국경제 상위 포식자 민노총
청년·비정규직 몫까지 빼앗아
더 이상의 횡포 방관할 수 없어
‘바세나르 협약’에 합의 못하면
英·美가 택한 노동개혁 불가피
物極必反 교훈 되새겨야 할 때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들이 외치는 사회 정의 구현이 열매를 맺은 것인가, 아니면 특정 정치권력의 홍위병 노릇과 그에 따른 보상 때문인가. 지난달 민주노총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집회 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떼로 몰려다니며 방역 당국의 호소를 정면으로 깔보았다. 며칠 후에는 강원 원주시에서 또 다른 집회를 강행했다.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침묵했다. 놀랍게도 “지자체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말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나왔다. 귀를 의심할 만했다. 청와대 위에 민주노총이 있음을 확인해주는 순간이었다.
민주노총 주력인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임단협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3년 연속 무분규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합의안 내용은 놀라울 정도다. 기본급·성과급·격려금·주식 지급 등으로 1인당 1800만 원에 이른다. 고용 보장 조항들까지 돈으로 환산하면 인상 규모가 우리나라 저소득층의 ‘연봉’에 필적한다. 그러지 않아도 노조원 임금 수준이 평균 1억 원인 마당이다.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는 과거 노동자의 고임금에 대해 “도지사만큼 받으면 안 되냐”고 일갈한 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필자도 노동자의 한 사람으로서 고임금 세상을 꿈꾼다. 다만 대기업 정규직을 독점한 귀족 노조가 비정규직과 취업 준비생들의 몫까지 갈취하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대기업이 하청 기업을 착취하는 것에 얼굴 붉히는 자들이 정작 자기보다 약자를 착취하는 데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까닭을 이해하기 어렵다.
민주노총은 과거 광우병 시위나 탄핵 촛불집회 등에서 특정 정치권력의 전위 세력을 자임해왔다. 그 덕분인지 현 권력은 자기네가 무슨 짓을 해도 건드리지 못하리라는 확신이 있는 듯하다. 관공서를 점거하거나 공무원들에 대한 손찌검도 사양치 않는 등 민주노총의 폭주는 멈출 기미가 없다. 그럴수록 진실을 봐야 한다. 그들은 겉보기와 달리 대한민국 노동자 중 소수일 뿐이다. 300인 이하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2% 미만이고 100인 이하 사업장은 0.6%밖에 안 된다. 그렇다면 나머지 98%와 99.4%가 왜 이들의 들러리 노릇을 하며 희생당해야 하나. 대기업들은 엉뚱하게도 이들 소수집단에 목줄 잡힌 채 철밥통을 떠받들고 있다. 그게 힘에 겨워 비정규직이나 취업 준비자들은 외면하는 중이다. 이렇게 왜곡된 고용 구조가 사회를 짓누르고 있음에도 누구 하나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는 이제 더 이상 민주노총이라는 존재를 허용할 수 없는 단계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청년과 비정규직에도 좋은 일자리의 기회가 활짝 열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한때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네덜란드가 경제 기적을 이룬 데는 빔 콕 전 총리가 있었다. 그는 노조 지도자 출신이다. 바로 그가 노동자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기업이 일자리를 늘린다는 ‘바세나르 협약’을 완성한 주인공이다. 지금의 민주노총에 바세나르 협약을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노동개혁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레이건은 복귀 명령을 거부한 항공관제사 전원을 해고하는 조치로 노동운동의 변곡점을 이뤘다. 대처는 과거 정권들이 하나같이 무릎을 꿇어온 탄광 노동자들과 1년여 결전을 벌인 끝에 영국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대한민국 사회의 난폭한 상위 포식자가 된 민주노총과의 싸움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대처와 레이건의 예에서 보듯 철저한 준비과정이 필요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끝장을 본다는 결기가 요구된다. 다행히 대선을 준비하는 야권 주요 인사들 사이에서 “노조가 죽어야 청년이 산다”(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청년 취업을 가로막는 노조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 청년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도록 하겠다”(최재형 전 감사원장)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 정치의 변화 흐름을 감지하건대 결코 가볍지 않은 공약들이다. 사물이나 현상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동양에서는 이를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고 하고 서양에서는 ‘테르미도르의 반동’이라고 표현한다.
문화일보
08월 11일 4·19 정신으로 맞서야 할 언론봉쇄법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언론학
더불어민주당이 입법을 강행하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시대 역행의 악법이다. 크게 두 가지 독소 조항이 지적된다. 언론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다는 내용과, 해당 언론사 매출의 1만분의 1 수준으로 배상 하한을 설정한다는 조항이다. 언론 피해 액수를 어떻게 산정해서 5배를 물리느냐도 애매하거니와 언론사 매출의 1만분의 1 이상의 징벌적 배상을 물리겠다는 발상도 어처구니없다.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려는 게 아니라, 보복과 과도한 처벌로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겠다는 의도다. 비판적 논조의 언론에는 매출 규모와 상관없이 터무니없는 보상액을 부과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 명목으로 신문·방송사를 폐쇄 지경까지 이르게 하겠다는 취지가 숨어 있다.
권력이 동원할 수 있는 언론 탄압 수법은 다양하다. 물리적·폭력적 탄압, 법적·제도적 재갈 물리기, 경영의 숨통을 틀어막는 경제적 통제 등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을 위협해 왔다. 광복 이후 좌우익 대립기와 1950년대 자유당 시절에는 폭력이 동원됐고, 유신 시절에는 경찰·보안사·안기부 정보원들이 경쟁적으로 언론사에 상주하다시피 했다. 검은 지프가 기자를 ‘남산’으로 불법 연행하는 사례도 흔했다. 중앙정보부를 의미하는 은어가 남산이었다. 세무조사를 해 감당하기 어려운 세금 폭탄을 안기고 사주(社主)를 구속해 길들이려 했던 민주화 이후의 사례도 있었다.
이번에는 언론중재위원회를 언론 통제 기구로 악용하려는 시도가 눈앞에 다가왔다. 중재위원회는 언론 보도로 인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법정 단체다. 민·형사 소송으로는 비용도 부담스럽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조정 기한을 명시해 신속한 피해 구제를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기구다. 1981년 설립 이후 40년 동안 언론 분쟁을 간편하게 조정하고 반론권 제도를 활용하여 피해자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중재 불성립 경우에는 법정으로 가서 신속히 처리하여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 열려 있는 전치(前置) 제도다. 과도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고 언론사를 보복하려고 설립한 기관이 아니다.
중재위원회법 개정 반대에 나선 언론 단체 가운데 특히 관훈클럽에 주목한다. 1957년 창립 이래 대외적으로 정치적 의견을 제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중견 언론단체다. 언론 자유, 언론의 질적 향상을 지향하면서 언론노조 문제도 가장 먼저 연구했지만, 정치적 사안에는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는다는 전통을 지켜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언론 자유의 근본을 흔드는 심각한 사태라는 인식에서 64년의 관행을 벗어던지고 언론중재법 개정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정치적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던 60년 역사의 여기자협회도 동참했다. 상아탑에 칩거하던 대학교수들이 4·19 때 거리로 나와 민주화 시위를 벌이던 사태에 비견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다.
언론은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 사실을 보도하고 권력을 감시 비판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독재에 저항하고 이 나라의 민주화에 앞장서 왔다. 오늘의 민주사회를 이룩한 원동력은 언론이었다. 그 막중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기도는 전 언론계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모든 지식인이 힘을 합쳐서 막아야 한다.
문화일보
08월 11일 “언론중재법은 최악 통제法…뉴스피해 구제한다는 프레임 자체가 거짓”
▲ 윤석민 교수는 지금 시점에 여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의도를 묻는 질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선에서 승리하려는 맹목적 판단”이라고 꼬집었다. 곽성호 기자
■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애초에 성립이 불가능한 법안을 논쟁의 도구로 악용해
大選 무조건 승리 노리며 유리한 미디어 환경 조성하기
여당도 문제 심각한 것 알면서 의석수 앞세워 밀어붙여
세미나·성명으론 소용없어… 통과 막을 행동에 나서야
인터뷰 = 안진용 문화부 차장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언론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을 규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협회 등 언론 6단체는 ‘언론에 재갈 물리는 반헌법적 언론중재법 개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성명을 발표했고, 학계와 시민단체조차 독소조항이 다소 포함된 이 법안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여당의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동안 SNU 팩트체크를 이끌며 ‘가짜뉴스’와 싸워 온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난 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서 문화일보와 만나 “법안의 세부 내용에 대해 토론하는 것 자체가 그들이 원하는 프레임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성토했다. 애초에 성립이 불가능한 법안을 논쟁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총체적으로 잘못된 사안을 두고, 마치 토론할 가치가 있는 사안인 양 포장하고, 결국은 의석수의 우위를 앞세워 이를 관철시키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왜 여당은 이런 위헌 소지가 다분한 법안을 통과시키려 할까? 이에 대한 윤 교수의 답은 짧고 명확했다.
대선(大選).
윤 교수는 “여당의 의도가 분명한 상황이다. 대선을 무조건 승리로 이끌겠다는 것이다. 무책임하고 무능한 집단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무도한 집단일지는 몰랐다.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면서 “지금 시점에서 관련 세미나를 열고 성명을 낸다고 뭐가 달라질까? 지금은 이 악법을 막아내기 위해 직접 행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여당은 ‘언론중재법’, 야당은 ‘언론봉쇄법’이라 맞서고 있다. 어떻게 보나.
“처음부터 끝까지 총체적으로 잘못된 최악의 언론통제 법안이다. 첫째, ‘가짜뉴스 피해 구제’를 위한 법 개정이라는 프레임 자체가 거짓이다. 둘째, 가짜뉴스(허위조작보도)를 판단하는 기준(명백한 고의 내지 중과실 판단 기준)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그 입증책임을 언론사에 돌린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독소조항이다. 셋째, 그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방식도 허점투성이다.”
―왜 ‘최악의 법안’으로 생각하나.
“가짜뉴스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한다고 하지만, 정작 가짜뉴스에 대한 개념부터 명확하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그에 대한 법을 만드나. 그렇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손봐서 쓸 수 있는 법안도 아니다.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가짜뉴스법’을 만들려 강행하는 것인데, 마치 기존 언론중재법을 보완하고 개정하는 내용인 것처럼 그럴싸하게 포장만 했다.”
―지금 시점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속내는 무엇일까.
“내년 대선 때문이라고 본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맹목적 판단에 따라 자신들도 법안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알면서도 밀어붙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최근 노골적인 정부 편향성을 띠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 등 자신들에게 유리한 미디어 환경을 만들려 하고 있다. 가짜뉴스를 둘러싸고 전문가들의 논의가 2016년 말부터 시작해 2017∼2018년에 걸쳐 깊게 이뤄졌다. 이때 기존 법과 해외 사례까지 폭넓게 검토했다. 그 결론은 가짜뉴스는 강제적인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게 팩트체크였다. SNU 팩트체크를 운영하며 최근 가장 걱정한 것은 코로나19를 둘러싼 가짜뉴스였다. 수많은 가짜뉴스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진위가 밝혀지고 별다른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기존 법과 장치 속에서도 가짜뉴스가 걸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다시 이 법안을 들고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달라진 변수는 단 하나뿐이다. 대선.”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편집권을 제한하는 법(신문법)과 언론 영향력 평가로 정부 광고를 집행하는 법(미디어 바우처법)도 강행 처리하려는 시도에는 어떤 의도가 담겼을까.
“말 그대로 미디어 시스템의 판을 뒤집어엎으려는 기세다. 하지만 그 내용은 엉성하기 짝이 없다. 전형적인 ‘아무 말 대잔치’에 불과하다. 나 역시 그간의 포털 뉴스 서비스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포털의 뉴스 서비스 편집권을 법 개정을 통해 제한 또는 폐지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는 전형적인 ‘포털 길들이기’로 볼 수밖에 없다. 우리 편을 들지 않으면 서비스를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겁박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실제로 이 방향으로 신문법이 개정되면 국내 포털의 뉴스 편집권만 폐지되고 구글 뉴스 등은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포털 뉴스 서비스에서 국내외 역차별이 발생하는 셈이다. 미디어 바우처법도 문제가 심각하다. 만 18세 이상 국민 3000만 명에게 매년 2만∼3만 원 정도의 바우처를 제공해 그걸로 자기가 좋아하는 언론사나 기사 등을 후원하도록 하고, 그 액수만큼 정부보조금과 공익광고를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양질의 저널리즘을 지원하는 미디어 바우처법이 원래 갖고 있는 취지에서 벗어난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뉴스 소비자의 입맛에 영합하는 센세이셔널리즘을 국가의 예산으로 장려하겠다는 법안이라 할 수 있다.”
“文정부 ‘가짜뉴스 공격’은 권력 무능을 언론 탓으로 돌리려는 의도”
노무현 정부 시절의 기자실 폐쇄
文정부 가짜뉴스 대응으로 재연
가짜뉴스 징벌은 권위주의 발상
1인 미디어나 지라시 통해 확산
언론 아닌 그쪽 억제가 더 중요
가짜뉴스의 개념도 불명확한데
언론 매출 1만분의 1 하한선 등
배상기준 도대체 어디서 나왔나
세계 유례없는 언론 통제법 우려
―언론의 오보와 편향성을 문제 삼지만, 정작 김어준의 ‘뉴스공장’식 보도는 눈감고 있지 않나.
“동의한다. 정상적인 정치권력과 언론의 관계가 언론이 연대해 권력을 감시·비판하는 구조라면, 현시점의 언론은 ‘보수 vs 진보’로 구분되는 지지 정치세력과 긴밀히 연대하면서 미디어 상호 간에 갈등을 겪는 관계를 기본 구조로 삼는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 역시 자신들을 지지하는 진영화된 언론과 긴밀한 연대를 형성하고 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대표 사례다. 현 정부와 여당은 이처럼 진영화된 언론의 최대 수혜자다. 그런 정부와 여당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언론중재법 개정을 강행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언론을 바라보는 내로남불적 관점이라고나 할까.”
―언론중재법을 두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노무현 정신’을 이야기했다. 노무현 정부와 문 정부의 언론을 대하는 자세는 어떤가.
“‘노무현 정신’ 공방은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 언론 정책에 있어 노 정부와 문 정부는 ‘거기서 거기’였다. 노 정부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대승(152석, 선거 전 47석)을 거뒀다. 선거 직전, 야당들이 밀어붙인 대통령 탄핵소추의 역풍이었다. 승리에 도취한 노 정부는 자신들의 도덕적 우월성을 맹신하며 어설픈 반(反)시장적 정책을 쏟아냈다. 이에 민심이 돌아서자 노 정부는 오기 정치로 내달렸다. 그리고 급기야 이를 언론 탓으로 돌렸다. 정부 기자실 폐쇄는 민주주의를 앞세웠던 노 정부가 권위주의로 돌아서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을 통한 문 정부의 이른바 가짜뉴스 공격은 권력의 무능을 언론 탓으로 돌리는 이 같은 상황을 그대로 재연한다. 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획일적 노동시간 단축, 탈원전,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 그리고 금번의 언론징벌 법안까지 노 정부를 능가하는 한층 경직된 도덕적 원리주의로 치달린 게 차이라면 차이일 것이다.”
―‘검찰 봉쇄’에 이어 ‘언론 봉쇄’가 시작됐다는 분석은 타당한가.
“그렇다고 본다. 허위조작정보, 이른바 가짜뉴스 문제는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리였던 2017년, 2018년에 집중적으로 논의되다가 사실상 일단락됐다. 가짜뉴스를 엄밀히 정의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현행 법률로도 가짜뉴스를 충분히 규제할 수 있고, 이를 바로잡겠다는 추가적인 법적 조치는 자칫 표현의 자유 및 언론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나마 상식이 통했던 것이다. 이후 지난 수년간 가짜뉴스 논란은 세계적으로나 우리 사회에서나 잦아드는 추세다. 그런데 이 법을 대선을 앞두고 다시 강행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의도가 명확하지 않나?”
―언론 6단체는 ‘헌법상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법률로써 제약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실제로 위반 소지가 있나.
“물론이다. 언론의 권력 감시와 비판은 무엇보다 소중한 민주사회의 필수 조건이며, 그에 상응하는 법적 자유를 향유한다. 우리 법 역시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두텁게 보호한다. 공무집행과 직접 연관이 없는 사생활의 경우에도 ‘공직자의 자질, 도덕성, 청렴성에 관한 사실’에 대해서는 비판이 허용된다. 명예훼손의 구성요건에 해당해도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대한 것이었을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 심지어 진실보도가 아닌 경우에도 언론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 이를테면 정확성을 위해 노력한 정황이 있다면 위법성이 조각된다. 언론의 자유는 이처럼 소중하게 취급돼온 가치다. 이번 개정안은 이 같은 법체계와 정면으로 상충한다. 언론을 통제하고 징벌해 그 자유를 위축시키면서 그에 상응하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다.”
―해외에서 이런 입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나.
“내가 아는 한도에서는 없다. 당연히 없을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이 같은 입법례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는가? 4년 전 언론과 관련해 총 40개에 달하는 세계의 주요 미디어 단체와 BBC, 뉴욕타임스 등 주요 미디어들의 언론원칙, 취재 및 보도윤리, 직업윤리를 조사하는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거기서도 이 비슷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 또한 가짜뉴스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세계 주요국들 및 유럽연합(EU) 등에서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를 조사했을 때도 이 같은 강제적 입법사례는 보지 못했다. 그에 따라 가짜뉴스에 대한 팩트체크 필터링이 최선의 답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2018년 초에 언론사들의 협업적 팩트체크 플랫폼인 ‘SNU 팩트체크’를 출범시킨 바 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세계의 이목을 끄는 ‘언론자유 통제법’ 사례가 될 것이다.”
―‘여론도 이 법안을 지지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어떻게 봐야 하나.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억울한 피해를 봤을 때 이를 보상해주는 법안’이라고 하면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나라도 찬성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듣기 좋은 프레임을 넘어 이번에 개정하겠다는 법조문을 제대로 들여다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만일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고자 한다면 숙의 민주주의 방식으로 법안에 대한 의견을 꼼꼼하게 물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시민 대표자 300∼400명을 모아놓고 법안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정확히 짚어준 다음 의견을 조사해야 한다. 탈원전 정책에 따라 중단됐던 신고리 원전공사를 이 같은 방식으로 재개하지 않았나. 이번엔 그런 숙의 절차를 왜 밟지 않는 것인가? 그 같은 합리적 절차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대선 전에 무조건 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SNS 등 플랫폼의 발달로 가짜뉴스에 의한 피해가 커진 만큼, 그에 상응하는 개정안이라는 주장은 타당한가.
“궤변이다.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으로 미디어 환경이 달라져 가짜뉴스의 확산이 빠르다는 주장인데, 이런 문제는 본격적으로 인터넷이 보급되며 온라인 뉴스가 증가하던 초기 인터넷 환경 속에서 이미 겪은 우려다. 그 당시에도 악성 게시글이며 댓글 등과 관련해 심각한 혼선과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방법들을 찾았다. 인터넷 실명제 같은 강제적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가짜뉴스 문제가 불거지자 비슷한 논란이 일었지만 세계 주요국들에서 정부당국이 이를 강제로 규제하는 대신 인터넷 포털 사업자들의 자율규제라든지 언론을 중심으로 한 팩트체크가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SNU 팩트체크도 같은 맥락이다. 언론 영역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라면 이를 없애겠다고 정부당국이 앞장서서 극약 처방을 하진 않는다. 이번 가짜뉴스 징벌 법안은 전형적인 권위주의다.”
―결국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법으로 제약하는 행위로 봐야 하나.
“그렇다. 언론은 가장 거친 역사의 초고를 쓰는 역할을 한다. 초고에는 실수가 많다. 그래서 언론 스스로 엄격한 데스킹 기능을 갖추고 오류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한다. 게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보완하는 실정법들이 이미 있다. 이를테면 허위 정보에 의해 명예훼손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 실정법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다. 법정에서 다투기 전, 1차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언론중재위원회도 존재한다. 2중·3중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가짜뉴스를 놓고 볼 때, 오히려 가장 불안하고 문제가 생겨도 대처할 수 없는 문제는 1인 미디어나 지라시를 통해 불거진다. 누가 썼는지도 모르고, 그에 대한 검증 장치조차 없다. 그쪽 영역의 가짜뉴스를 억제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왜 명명백백하게 취재하고 보도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법적 장치를 갖춘 언론이 더 문제라고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이번 개정안은 언론의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을 담고, 배상액 수준까지 명시하고 있는데.
“전혀 합리적이지 못한 방안이다.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배상액 하한선 언론사 매출의 1만 분의 1 규정, 배상액 산정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 1억 원까지 배상액 부과 등과 같은 손해배상 기준은 근거도 없고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도대체 이런 기준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 허위조작 기사와 무관한 (전년도)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산출하는 것 역시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며,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사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한다. 만일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가 남발될 것이다. 치열한 미디어 경쟁상황에서 가까스로 수지를 맞추고 있는 언론사들 입장에서 이 같은 징벌적 손해배상 기준은 만만한 것이 아니다. 입법되는 즉시 언론은 위축될 것이다. 법적 징계는 근거와 논리가 탄탄해야 한다. 그런데 이 기준은 임의로 만든 거다. 없는 것을 창조한 것이다. 그 근거를 제시하라. 근거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으면 논리도 성립이 안 된다. 왜 이런 기준이 나오게 된 것인지 그들도 대답이 궁금할 거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언론 6단체는 헌법소원도 내겠다는 입장이다.
“부족한 인력에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이 고작인 언론 6단체의 힘만으로 이번 법안을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법안의 문제는 이념의 문제, 진영의 문제를 초월해 민주사회의 기본원리를 지켜내는 문제다. 대선 승리에 눈이 멀어 역사의 수레바퀴를 권위주의 시대로 되돌리려는 정치권력의 참담한 시도를 저지하는 일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전 언론사, 전 언론인들이 한몸이 돼 막아야 한다. 신문 지면, 방송 전파, 온라인을 통해. 필요하다면 거리에 나서서 국민에게 이 법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알려야 한다. 언론관련 학술단체, 대학의 언론관련 교육기관들도 함께해야 한다. 미래의 언론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의 일원으로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 대해 참담한 자괴감을 피할 수 없다. 이 법이 통과되면 우리 모두가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 생각으로 이 법을 저지해야 할 것이다.”
문화알보
08.13 헌법이 도박 대상인가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허위 조작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내용으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 릴레이 시위 현장을 방문해서 반대 팻말을 들고 있다. [중앙포토]
권력은 책임을 내세우고, 언론은 자유를 외친다. 그래서 언론 관련법은 늘 논란의 대상이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던 2005년 1월 1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탄생한 언론중재법도 예외는 아니었다. 같이 통과된 신문법에 비해서는 진통이 덜했지만, 언론중재법은 곧장 헌법재판소로 직행했다.
유례없는 언론법 강행하는 여당
"위헌·합헌 지적 교수 비슷" 고백
차라리 헌재 결정에 자리 걸어라
핵심 쟁점은 정정보도청구권이었다. 당시 언론사로부터 정정보도를 받아내는 일은 대단히 어려웠다. 오보라 하더라도 언론사의 명백한 귀책사유가 있어야 정정을 요구할 수 있었다. 언론중재법은 이런 '부정의'를 바로잡고자 했다. "정정보도청구에는 언론사의 고의·과실이나 위법성을 요하지 아니한다"는 조문이 포함됐다. 심지어 정식 재판이 아니라 가처분 절차만으로도 정정보도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듬해 6월 29일 헌재 결정이 나왔다. 언론사의 고의·과실·위법을 요하지 않는다는 규정은 합헌, 가처분 소송만으로 정정보도를 게재하도록 한 규정은 위헌이었다. 언론의 손을 절반만 들어줬지만, 헌재는 결정문에 우려를 잊지 않았다. "신문이 공공의 이익에 관련되는 중요한 사안에 관하여 위축되지 않고 신속히 보도함으로써 언론·출판의 자유가 지닌 본래의 기능을 훌륭히 수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소 장황하게 언론중재법의 과거를 소개한 것은 언론법의 민감성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언론 자유야말로 헌법적 가치의 기본 중 기본이다. 이 무게감을 생각하면 헌재의 신중함은 당연하다. 언론 자유를 거론하면 당장 "기레기 주제에" 같은 '양념'이 날아들겠지만, 따지고 보면 이런 '양념'을 마구 뿌릴 수 있는 것도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21조 덕분 아니겠나.
여당이 강행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헌재로 가면 어떤 결론이 날까. '5배 징벌 배상' '고의·과실의 언론사 입증' 같은 조항이 헌재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고 여당은 자신하고 있을까.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단적인 예가 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 부위원장인 김승원 의원의 말이다. "위헌을 말하는 헌법 교수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교수들도 있다. 그 비율이 9대 1, 8대 1이라면 더 들어봐야겠지만 비슷비슷한 비율이라 아직 (자문 등을) 검토하지 않는다." 놀랍다. 위헌 판정을 받을 확률이 50%는 된다는 고백 아닌가. 헌법의 기본적 가치를 다루는 여당의 자세가 거의 도박 수준이다. 그것도 '민주'라는 이름을 쓰는 정당에서.
진보 언론단체는 물론 정의당까지 반대하는 언론법을 밀어붙임으로써 여당은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정당의 정치적 승부수를 두고 뭐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대상이 헌법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법안의 위헌 시비가 벌어질 때 지금껏 의회 다수당은 고민하는 척이라도 했다. 2005년 언론중재법도 진통을 겪긴 했지만, 여야 간 상당한 합의를 거친 뒤 표결에 부쳤다. 하지만 이번 언론중재법에 대해선 괴이쩍을 정도로 강경 자세다.
계산이야 이미 섰을 것이다. 여당으로선 손해 볼 것 없는 도박이다. 헌재의 결정이 내려지려면 적어도 1년은 걸린다. 그때쯤 이미 대선은 끝나 있다. 그 사이 전략적 봉쇄 소송의 파도 앞에서 언론사와 기자들은 자기 검열의 회로를 돌릴 수밖에 없다. 설사 위헌 결정이 내려져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고 남는다. 퇴임 후 대통령의 '안전'에 든든한 방파제 구실을 할 수도 있다.
이왕 도박이라면 판돈을 키우는 건 어떤가. 법을 발의하고 강행에 앞장선 의원들이 위헌 판정 결과에 따라 자리를 거는 것 말이다. 그래야 비장한 맛도 있지 않겠나. "가짜뉴스를 만든 언론사는 망해야 한다" "내가 현직 기자라면 환영하겠다"며 거든 대선주자들까지 판에 낀다면 좀 더 짜릿할 것 같다. 그 정도 판돈은 걸어야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도 들고. 도박 대상으로 농락당하는 헌법을 보고 있다가 이런 실없는 농까지 하게 됐다.
이현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08.13 ‘가짜 뉴스’로 정경심 판결 흠집 내며 언론 봉쇄법 ‘적반하장’
조국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가 항소심 재판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받자, 여권은 ‘가짜 뉴스’로 판결을 비틀며 조 전 장관 일가에 면죄부를 주려 하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윤석열씨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의 이유로 내세웠던 사모펀드 관련 혐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거래 등에 대해서 모두 무죄가 내려졌다는 것은 수사 명분이 없었음을 증명한다”고 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애초 혐의를 단정했던 사모펀드 건은 모두 무죄가 됐고 별건 수사로 드잡이했던 건들이 발목을 잡았다”고 했다. 사모펀드 관련 혐의 11건 중 절반이 넘는 6건에 대해 유죄 선고가 나왔는데 마치 전체가 무죄가 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여권 사람들이 사모펀드가 수사의 본건(本件)이고 입시 비리는 별건(別件)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명백한 가짜 뉴스다. 조 전 장관 일가 관련 수사는 2019년 8월 법무장관 후보 지명 직후 언론에서 각종 의혹 보도가 쏟아지면서 시민 단체와 야당의 고소·고발로 시작됐다. 특히 공분을 산 대목은 조 전 장관 딸 조민씨가 고교생 신분으로 별다른 기여도 없이 학술 논문 제1 저자로 등재되거나 정경심 교수 재직 대학에서 위조된 표창장을 받았다는 등의 ‘허위 스펙’ 의혹이었다. 윤 전 총장이 조 전 장관 일가 관련 고소·고발 사건 10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는데 조민씨 입시 비리 의혹 관련 사건이 4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가 유죄판결이 나온 입시 비리 부분을 변호하기 어려우니 마치 검찰이 사모펀드 수사를 하다 안 되니까 입시 비리를 별건으로 턴 것처럼 프레임을 조작한 것이다.
사모펀드가 본건이라는 주장은 정권이 퍼뜨린 ‘루머’에서 촉발됐다. 당시 여권에선 ‘윤 총장이 사모펀드 문제 때문에 조국 장관 임명을 반대했고, 문 대통령에게 독대 요청을 했다’는 주장이 번져 있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국정감사와 언론 인터뷰 등에서 “무슨 원한이 있다고 그러겠냐”며 부인했다. 여권 주장을 입증할 증거는 ‘조국 사태’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오지 않고 있다.
마음에 안 드는 판결을 흠집 내려고 가짜 뉴스를 내뱉는 사람들이 또 한편에선 “가짜 뉴스를 근절하겠다”며 언론 보도에 징벌적 배상을 물릴 수 있게 하는 ‘언론 봉쇄법’을 일방 처리하려 한다.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만일 이 법이 정권 초기에 통과됐다면 조 전 장관 일가의 위선과 내로남불은 덮인 채 지금까지 조국 법무장관이 검찰 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국내외 언론 단체는 물론 여당과 코드를 맞춰온 정의당마저 반대하는데도 이 법 통과에 집착하는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조선일보 사설
08월 13일 세계가 규탄한 언론惡法, 수정 꼼수 접고 전면 철회하라
여당이 밀어붙이는 언론 악법(惡法) 입법에 대한 규탄이 세계로 더 확산하고 있다. 세계신문협회는 12일 한국신문협회에 전달한 ‘전 세계 언론은 가짜뉴스 법률과 싸우고 있는 대한민국 언론을 지지한다’ 제목의 성명을 통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비판 언론을 침묵시키고 한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한국 정부와 여당은 즉각 철회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법안의 가짜뉴스 기준 설정에 대해서도 “필연적으로 해석 남용으로 이어져 보도의 자유를 침해한다. 과도한 규제는 한국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신문협회는 1948년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언론단체로, 60여 개국의 1만5000여 개 언론사가 회원이다. 국내 언론계 거의 전체는 물론 사회 각계에서 ‘언론봉쇄법’과 다름없다고 비판해온 취지가 사실상 세계 언론 보편의 인식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성명으로, 그 의미가 크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일부 수정’의 꼼수를 동원해서라도 밀어붙이겠다는 식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정 의원과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이날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고위공직자,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람들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수정하겠다”고 했다. 위헌적 악법의 본질 중 하나인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은 그대로 둔 채, 특정 직위를 대상에서 배제하는 또 다른 위헌 소지를 추가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더 큰 위헌적 요소가 된다. 기업·공직자를 빼려면 기존 법대로 해도 된다”고 한 이유도 달리 없을 것이다.
여당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강행하기 위한 꼼수와 궤변을 접고, 법안을 전면 철회해야 마땅하다. 문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지난달 27일 일방적으로 처리한 폭거도 사과하는 것이 국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도리다.
문화일보 사설
08.14 김연경 보유국 문재인 보유국
퇴직한 선배한테서 문자가 왔다. 배구 경기를 보다 떠올랐다면서, ‘김연경과 문재인이 같이 있는 나라’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써보면 어떻겠냐는 거였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보자”라는 주제라는 부연 설명까지 있었지만, 썩 내키지 않았다. 두 사람을 비교하는 게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느낌인 데다, 칭찬과 비판이 뻔하게 가름되는 얘기였던 까닭이다. 진보 성향(특히 대북 문제에 있어서)의 그 선배조차 ‘문재인 보유국’보다는 ‘김연경 보유국’을 더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주장으로서 책임 다한 김연경
후배들 포기 막고 원팀 만들어
대통령은 처참 인사 책임 안 져
흠과 책임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런데 다음날 돌연 두 사람이 엮이는 일이 벌어졌다. 여자배구 대표팀의 귀국 기자회견 사회자가 무리를 했다. 역시 배구선수 출신인 사회자는 보기에도 안쓰럽게 상황을 몰아갔다. 우리 대표팀이 포상금을 받으려고 뛴 것도 아닌데, 후배인 김연경 선수에게 굳이 포상금 액수를 재확인시켰다. 그 포상금을 대통령이 사재 털어 준 것도 아니고 감사 인사를 할 건 대통령인데, 오히려 김 선수한테 대통령의 (당연한) 격려에 감사할 것을 강요했다.
“진짜 보는 내내 질문과 태도가 너무 ‘처참’해서 제가 다 선수에게 미안했다”는 댓글이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비난이 빗발쳤고, 김 선수나 문 대통령 두 사람 모두 애꿎은 피해자가 됐다. 국민들 마음에도 생채기가 남았고, 오직 한 사람 또는 한 단체의 미래만 생각한 숟가락 올리기 역시 실패로 끝났다.
모든 사람이 패배자로 남는 이런 상황이 왜 벌어질까. 고민 끝에 내린 나의 결론은 리더십의 문제다. 이제 제보한 선배의 높은 눈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걱정스럽지만,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을 비교해야 한다.
/선데이칼럼 8/14
김연경의 리더십은 어쩌면 이번 올림픽의 백미였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라고 후배들을 독려하던 그의 외침이 특히 빛났다. 그 외침으로 패색 짙던 게임을 두 번이나 뒤집었지만, 그것은 승리의 주문(呪文)이 아니었다. 승패를 떠나 제 할 일을 다 하지 않는 후배들에 대한 일침이었다.
승패를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리 강팀을 만나도 주눅들 일이 없다. 내 자리에서 내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 그만이다. 그러다 진다고 탓할 사람도 없다. 그런데 미리 포기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후배들을 그냥 넘기지 않은 것이다. 그게 올림픽 정신이고, 그런 김연경에 세계가 열광한 것이다. 한국에 역전패한 일본에서조차 “김연경에게 혼나고 싶다”는 유머가 나온 게 다른 이유가 아니다.
김연경의 리더십은 그가 국가대표로 한국에 도착해서부터 시작됐다. 주장으로서 팀워크를 해치는 사례들은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런 과정에서 (그도 원치 않은 결과였겠지만) 주전이 두 명이나 이탈해야 했다. 그렇게 ‘김연경 혼자 다 하는’, 비정상이 되고 만 팀을 일깨워 모든 선수가 한 몸이 돼 움직이는 ‘원팀’으로 만든 게 그의 리더십인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대단히 불행하게도, 문 대통령의 리더십은 그런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처참’의 연속이다. 리더십의 요체는 책임이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게 한 뒤, 결과에 대해서는 인사권자가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인사는 망사(亡事)에 가깝고, 책임은 ‘나 몰라라’인 게 현실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4000만회분을 구했다고 자랑하던 백신이 감감무소식이어서 2차 접종을 못 하는 상황이 됐는데도 유감 표명조차 없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국산백신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고 글로벌 허브 전략을 힘있게 추진”한다는 하나 마나 한 얘기인 걸 보면, 과연 대통령이 상황 보고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청와대에 방역기획관 자리를 신설하면서 굳이 “백신 확보는 급할 것 없다”고 주장하던 인물을 앉히는 인사의 불가피한 결과일지 모른다. 국민이 느끼는 처참함은 늘 부록처럼 따라붙는다.
4년 넘는 시간 동안 켜켜이 쌓여온 예들이 너무도 많아 열거하기 어렵다. 사실 예전 걸 들출 필요도 없다. 언제나 새로운 것이 준비돼있으니 말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공영방송 KBS를 편파방송의 상징으로 만들었던 인물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으로내리꽂는 인사가 강행되고,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에 재갈을 물릴 언론중재법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대선 정국에서 그런 시도들이 무엇을 의도하는지 짐작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공수처의 예에서 봤듯, 권력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만은 않는다.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설령 원하는 대로 정권 연장에 성공한다 해도 그 책임이 영원히 묻히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최고권력자에게 집중된다. 전직 대통령들의 말로를 보면서도 모른다면 어리석다.
미국 남북전쟁 때 노예 해방을 위해 헌신한 헨리 워드 비처 목사의 말이 그것이다. “일을 도모함에 거짓이 있는 사람은 베틀의 실을 끊은 것과 같다. 자기가 저지른 잘못을 잊어버릴 무렵 그 흠이 드러난다.” 이제라도 새겨들을 일이다. 권력자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처참함 대신 (선배 말대로) 희망을 갖고 싶은 국민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이훈범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대기자/중앙콘텐트랩
08.16 “대한민국은 반민족 친일” 매도한 김원웅 방조, 文도 같은 생각인가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대한민국이 민족 정통성 궤도에서 한동안 이탈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상으로 발표한 기념사에서 “친일 내각이었던 이승만 정권은 4·19로 무너뜨렸고 박정희 반민족 정권은 자체 붕괴됐으며 전두환 정권은 6월 항쟁에 무릎 꿇었고 박근혜 정권은 촛불 혁명으로 탄핵됐다”면서 “국민들은 친일을 뿌리에 둔 역대 정권을 무너뜨리고 또 무너뜨렸다”고 했다. 또 “(이들) 세력은 대한민국 법통이 임시 정부가 아니라 조선총독부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친일 카르텔 구조는 여전하고 친일파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극단적으로 편향되고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일방적 주장으로 역대 정부를 친일로 매도한 것이다.
청와대는 기념사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한다. 미리 제작된 녹화 현장에는 행사를 기획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있었다. 그런데도 제지하지 않았다. 청와대 측은 “김 회장의 기념사라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는 작년 광복절 기념식에서도 이승만 대통령과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 선생을 친일파로 매도해 논란을 빚었다. 이번에 기념사를 사전 제작한 건 이런 논란을 막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김씨 기념사는 그대로 나갔다. 청와대와 문 대통령이 방조·묵인했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김씨 주장은 사실과도 맞지 않는다. 이승만 대통령과 이시영 부통령, 이범석 총리 등 이승만 내각 대부분은 임시정부와 광복군 출신이다. 평화선(이승만 라인)을 선포해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굳힌 이도 이승만이다.
일부 친일 인사를 실무급 관료로 기용했다고 하지만 신생 국가로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전두환·박근혜 정권은 친일과 별 상관도 없다. 오히려 민주당 인사들 집안의 친일 전력이 드러난 경우가 더 많았다.광복회는 선열의 뜻을 받들어 민족 정기를 선양하고 국민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단체다. 정관에는 특정 정당을 지지·반대하는 활동을 못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런데 김씨는 걸핏하면 야당을 공격하고 북한 김정은을 옹호하고 한미 동맹 포기를 주장했다. 김씨는 박정희 정권 때 공화당 당료를 지내고 전두환 민정당에서 요직을 맡았으며 한나라당 국회의원까지 지냈다. 이런 사람이 자기가 몸담았던 정당을 ‘반민족 친일’로 몰아붙이니 어이가 없다.
광복회는 선열의 뜻을 받들어 민족 정기를 선양하고 국민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단체다. 정관에는 특정 정당을 지지·반대하는 활동을 못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런데 김씨는 걸핏하면 야당을 공격하고 북한 김정은을 옹호하고 한미 동맹 포기를 주장했다. 김씨는 박정희 정권 때 공화당 당료를 지내고 전두환 민정당에서 요직을 맡았으며 한나라당 국회의원까지 지냈다. 이런 사람이 자기가 몸담았던 정당을 ‘반민족 친일’로 몰아붙이니 어이가 없다.
김씨 기념사는 문 대통령에게도 보고됐을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직접 들은 뒤엔 박수도 쳤다. 청와대는 아무 입장을 내지 않겠다고 한다. 이 침묵은 무슨 의미인가. 문 대통령도 김씨 주장에 동조한다는 뜻인가. 이 정권은 지난 4년간 걸핏하면 죽창가를 부르고 반일을 외쳤다.
그런데 이번 광복절에서 문 대통령은 “한일 간에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며 미래 협력을 강조했다. 그런 대통령이 정작 대한민국 정통성까지 부정하는 김씨의 반일 발언은 묵과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진심은 어디에 있는가.
조선일보 사설
08.16 “25년 공직 생활 중 지금이 분위기 최악… 공무원도 부당한 지시 거부할 수 있어야”
파면 소송 승소한 한민호 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
▲정부를 상대로 한 파면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한민호 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이 13일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 전 국장은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들을 국정의 파트너가 아닌 계도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다”며 “지금 공직 사회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침울하다”고 했다. /오종찬 기자
탈원전과 소득 주도 성장 등 문재인 정부 정책을 공개 비판했다 파면된 한민호(59) 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이 11일 정부를 상대로 한 파면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지난 2019년 10월 2월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가 파면 결정을 내린 지 681일 만이다. 13일 만난 한 전 국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공무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때로는 정부 정책에 반론도 펼쳐가면서 신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우리를 국정 파트너가 아니라 계도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현 정부는 공무원들 가슴을 뛰게 할 비전은 없고 ‘시키는 거나 하라’는 잔소리만 남았다”며 “25년 공무원 생활을 했지만 지금 공직 사회 분위기는 최악”이라고 했다.
◇공무원에게 파면은 사형 선고
- 13개월 만에 승소 판결을 받아든 소회는.
“변호사 비용을 700만원 정도 썼다. 변론서는 같이 작성했지만 재판 오고 가고 이런 건 다 변호사한테 일임했다. 2년이나 밥벌이를 하지 못해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집사람에게 신세를 많이 졌다. 아들이 둘인데 그래도 가족들이 싫은 내색 하지 않고 ‘아빠가 잘못한 게 아니다’라며 믿고 지지해 줬다. 공금을 횡령을 한 것도 아니고 결코 남한테 부끄러운 짓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식구들이 버텨준 것 같다.”
- 공무원에게 파면은 어떤 의미인가.
“파면당하면 보통 생각하는 공무원 연금의 절반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형법에 비유하자면 사형 선고 같은 것이다. 한 집안에 파면 공무원이 있다는 건 전과자가 있다는 뜻과 다름없다. 보통 성(性) 비위·혼외 관계를 문제 삼거나, 형벌을 받고 전과자가 된 사람들을 파면시키는데 나 같은 경우 굉장히 이례적이었다.”
-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당신은 문재인 정부 고위 공무원이기도 했다.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나.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법률가들이 정리해 줘야 할 부분이다. 공무원이 자기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들 생각하지만, 정권을 잡자마자 반일(反日) 선동을 하고 ‘자유 진영의 희망’이라는 한국 원전 산업 문을 닫아버리는 걸 보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국가 경쟁력을 좀먹게 하는 정책으로 문체부 공무원이 외교·산업을 걱정하게 만든 게 더 잘못 아닌가. 대학 시절 잠시 운동권에 몸담았는데, 어렸을 때 같이 활동했고 당시 청와대에 있던 고위직으로부터 ‘좀 조용히 있어라’ 하는 핀잔도 들었다. 청와대가 호시탐탐 내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는 것을 알고 있었다.”
◇文 정부, 잘 안 풀리면 공무원 탓
- 지난 정부에선 왜 가만히 있었나. 그때라고 문제가 없었을까.
“박근혜 정부 때는 조선산업 구조조정 관련 나름의 목소리를 냈다. 노무현·김대중 정부를 문재인 정부와 같은 ‘민주 정권’으로 묶는데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 지지층 반발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건 했다. IMF 사태를 수습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두고는 좌파들이 신자유주의라 비판하지 않았나. 물론 김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오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두 사람이 나라의 큰 방향 자체는 흔들지 않았다.”
공무원연금공단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공무원 재직자는 122만1322명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 11만3350명(10.2%) 늘었다. 이명박 정부(4만2701명), 박근혜 정부(4만3500명) 증가 수를 합한 것보다 많은 수치다. 한 전 국장은 “숫자만 크게 늘었지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침울하다”며 “그저 계도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일이 풀리지 않으면 공무원 탓, 홍보 탓을 하니 흔쾌히 따르고 싶겠나”라고 했다.
- 지금 공직 사회 분위기를 말한다면.
“그래도 공무원들이 우리나라에서 꽤 유능하고 쓸모 있는 집단이다. 7급·9급 시험 경쟁률만 봐도 굉장히 높고, 실제로 우수한 친구들이 많이 들어온다. 그런데 무언가 해보려는 의지도 없고 시키는 것만 한다. 그것조차도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메모하고 녹음까지 한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정권이 시키는 걸 그대로 하면 나중에 화(禍)를 당한다’는 생각이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적폐 청산’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공무원들이 단순히 수발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물을 먹고 공직 생활에 종을 쳤다. 국정 교과서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초를 겪었나. 상사가 시켜서 한 일인데 보호도 못 받고 불이익을 당했다.”
- 그게 문재인 정부 때만의 일은 아니지 않나.
“이전 정부에서도 청와대가 기조 설정을 하고 ‘나를 따르라’ 하는 경향성은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는 게 차이다. 이인영 의원과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관료들이 말을 안 듣는다’ ‘정권 4년 차 같다’고 말하다 들키지 않았나. 노무현 정부 때 공무원 사회를 장악하지 못한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그래 놓고 일이 잘 안 풀리면 정책 홍보가 안 됐다며 공무원들을 타박한다. 이러니 흔쾌히 따르고 싶겠나. 공무원 집단조차 통솔 못 하는 것 자체가 리더로서 무능(無能)을 인증하는 것과 같다.”
◇국민 가슴 뛰게 할 ‘큰 그림’이 없다
- 또 무엇이 불만인가.
“지도자가 공직 사회에 어떤 기풍(氣風)을 조성하고, 국민들이 ‘으쌰으쌰’ 할 수 있는 큰 그림을 제시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박정희 대통령 때처럼 새마을 노래를 틀지는 못 하겠지만, 국민을 신나게 하고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세계 5위권으로 도약하자거나 우주선을 달에 보내자 하는. 소를 더 키우고 목장도 새로 지어야 하는데 지금은 과거 얘기만 하고 벌어 놓은 걸 어떻게 나눠줄 수 있을까만 궁리한다. 비전이 있어야 공무원들도 더 신이 나서 일할 것 아닌가.”
- 공무원 하면 ‘철밥통’ ‘복지부동’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공무원들이 반성할 부분은 없나.
“숫자가 100만명이 넘으니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 공무원들도 정말 부당한 지시는 거절할 수 있어야 어디 가서 ‘영혼이 없다’는 소리를 안 듣는다. 그런 의미에서 원전 경제성 조작에 가담한 산업부 공무원들 일부는 용서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도둑질을 하라는 지시를 따른 건데 부끄러운 일이다. 자식들한테 무릎 꿇고 빌어야 한다.”
- 연금 개혁같이 꼭 필요한 과제에 공무원들은 저항하지 않나.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유일하게 연금 개혁을 하지 않고 있다. 돈으로 공무원들을 매수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노조 반발이 두렵겠지만 공무원들 다수는 기본적으로 공익(公益) 마인드가 탑재돼있는 사람들이다. 합리적인 개혁안을 낸다면 결국 수긍한다. 나라가 존속해야 공무원이 있는 거지, 나라가 다 죽었는데 공무원이 있을 수 있나.”
- 어떻게 공무원들을 다시 뛰게 할 수 있을까.
“큰돈을 벌려고 공무원이 되지 않았다. 일하는 보람이 있어야 한다. 과거 중앙 부처 공무원들은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했다. 정부가 시키는 것만 하라 하고, 그것도 잘못된 쪽으로 방향을 잡으니 성취감을 맛볼 수 없는 구조다. 또 설거지하다 접시 몇 개 깨는 것쯤은 눈감아줘야 한다. 감사(監査) 무서워 일을 못 벌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일부 대선 주자들은 공무원들이 자신의 공약을 수행할 도구라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멍청하고 사악한 생각이다.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판 깔아주면 ‘입안의 혀’처럼 굴릴 수 있는 게 공무원이다. 정치하신다는 분들 잘 한번 생각해보시라.”
◇”공무원으로 정년 퇴직할 것”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도종환 장관이 취임하자 한 전 국장만 콕 집어 ‘원 포인트 인사’가 났다. 사행산업감독위원회 사무처장(2급)으로 좌천성 발령이 났지만 나름 신나게 일했고, 그런 그를 직원들은 “일은 많이 시켰지만 난생처음 큰 보람을 느꼈다”며 따랐다고 한다. 한 전 국장은 2017년 문체부 노조가 서기관 이하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바람직해 닮고 싶은 관리자’로 뽑혔다. 파면 소송에서 승소한 사실이 알려지자 문체부 선·후배들로부터 “형 늘 응원하고 있다” “선배님 끝까지 잘 버티시라”는 메시지가 쇄도했다. 서울신문은 2012년 연재한 ‘공직열전 2012’ 기사에서 그에 대해 “역사교사 8년 만에 뒤늦게 뜻한 바가 있어 공무원이 됐지만 너무 정열적이라는 평가다”라고 썼다.
- 공무원 생활의 목표는. 남들처럼 장·차관이 꿈이었나.
“중학교 교사를 하다가 뒤늦게 고시를 봐서 합격했다. 입부 동기 중에 역사교육과 10년 후배도 있을 정도로 욕심을 내기에는 너무 많은 나이였다. 상사 눈치 안 보고 그때 그때 내 기준에서 무엇이 옳은가에 따라 일하려고 했다. 주관이 뚜렷하다 보니 좀 부담스럽게 보는 분들도 있었는데, 그래도 좋아해주시는 분들은 나를 엄청 아꼈다.”
- 승소했으니 이제 곧바로 복직하는 건가.
“정부가 항소할 가능성도 크고, 아마 복직하더라도 다시 징계위원회가 열릴 것이다. 내년 6월이 정년인데 그래도 공무원 신분으로 정년 퇴직을 하고 싶다. 파면당하고서 일부러 생각을 안 하려 많이 노력했는데 공무원 생활할 때가 그립다. 동료들과 즐거웠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했다. 사행산업감독위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이버 불법 도박 근절, 확률형 아이템 개선 같은 과제를 처리하고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
☞한민호
1962년 충북 청원에서 태어나 평택고와 서울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했다. 한때 운동권에 몸담았지만 “대한민국은 공산주의를 하기에는 너무 발전한 나라”라는 선배의 충고에 전향(轉向)했다. 대학 졸업 후 8년간 중학교 역사 교사로 일하다 행정고시에 합격, 1994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미디어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소셜미디어(SNS)에 문재인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쓴 것이 문제가 돼 2019년 10월 파면 처분을 받았다가 최근 파면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우리공화당 후보로 서울 종로에 출마해 3위(득표율 0.44%)로 낙선했다.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08.17 1070조 빚더미에도 내년 600조 확장 예산
▲정부 지출이 경제 성장률을 크게 앞지르면서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무차별적 선심성 지출이 늘어나면서 2022년 정부 예산은 6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소득주도 성장의 충격으로 영세 자영업은 쑥대밭이 됐다. ‘국민이 먼저’ ‘일자리 정부’라는 공약과는 달리 중산층이 줄어들고 빈부 격차도 되레 확대됐다. 여기에 코로나 재앙까지 겹치면서 경제성장률은 바닥을 치고 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1.63%에 그쳤다. 역대 정부 가운데 최악의 성적표다.
재정 형편 아랑곳 않고, ‘일단 쓰고 보자’
집 마련 힘든 청년들 나랏빚까지 떠안아
반면에 씀씀이는 역대 정부 중 비교 대상이 없을 만큼 헤프다. 연평균 정부 지출 증가율이 8~9%를 넘나들었다. 그만한 정부 수입이 있다면 우려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과잉 규제에 주눅 든 기업의 국내투자 위축 여파로 법인세를 비롯한 주요 세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 여파로 2019년부터 정부는 국채 발행을 통해 해마다 100조원 가까운 빚을 끌어다 쓰고 있다.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정부 출범 직전 600조원대에 머물렀던 국가채무는 내년 1070조원에 이른다.
내년에는 정부 지출이 더 많이 늘어난다. 국회에 따르면 정부는 600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초안을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기획재정부는 예산 편성의 관례대로 이달 말까지 최종안을 마련해 다음 달 3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예산 규모는 현실적으로 600조원을 훌쩍 넘어서게 될 전망이다. 당초에는 내년 예산이 600조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올해 두 차례 추경을 편성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기류가 바뀐 여파다. 올해 2차 추경 기준으로 올해 예산 규모는 604조9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본예산(512조3000억원)보다 18.1% 증가한 수준이다.
현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내년 예산은 올해 2차 추경 기준 예산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본예산 기준으로 600조원 이내로 억제하려 하지만, 여당의 확장 재정 기조를 거스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당은 지난해 무차별적 현금 살포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재난지원금을 명분으로 추경을 네 차례나 강행했다. 이 여파로 내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0%를 넘어선다. 올해는 그나마 부동산값 폭등으로 양도소득세 수입이 급증해 재정 가뭄을 달랬지만,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나라가 빚더미에 올라도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생활은 달라지는 게 없다. 더구나 집값 폭등으로 청년들은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짊어질 나랏빚만 늘어나고 있다. 안타깝게도 여권 대선 후보들은 돈 퍼주기 경쟁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나라의 미래와 청년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선심성 돈 퍼주기 예산은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600조원이라는 상징적 마지노선을 넘지 않길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08.18 상임위까지 올라간 언론악법, 백지화만이 답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배수진을 치고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일 태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7일 허위·조작 보도를 한 언론사에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토록 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일괄 상정해 심의를 이어갔다. 오는 25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군사작전하듯 상임위 상정을 밀어붙인 것이다.
민주당, 언론중재법 문체위 상정 밀어붙여
땜질·속도전은 반발만 초래, 전면 철회해야
언론중재법은 학계와 해외 언론단체는 물론 정의당과 친정권 성향의 국내 언론단체들까지 ‘언론 재갈법’이라고 비난하는 희대의 악법이다. 민주당도 이런 비난을 의식해 지난 12일 언론단체들과 비공개 면담을 한 바 있다. 이후 고위 공직자,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하고, 언론사 아닌 피해자가 보도의 고의·중과실을 입증하는 주체임을 명시하겠다고 물러섰다. 민주당 스스로도 법안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을 자인한 셈이다.
그러나 이런 일부 조항의 수정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여전하다. ‘허위 보도’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고의뿐 아니라 부주의로 벌어진 오보까지 처벌하는 등 지나치게 추상적·자의적인 기준으로 언론을 ‘징벌’하는 취지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악법은 땜질 처방이 아니라 원안 자체를 백지화해야 한다. 시급한 민생 법안도 아닌데 일부 조항을 수정했다는 핑계로 입법을 강행한다면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 유리한 언론 환경을 조성하려는 권력의 ‘폭거’로 국민과 세계의 지탄을 받게 될 것이다.
언론의 오보는 당연히 바로잡아야 하고, 그로 인한 피해도 보상 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은 ‘교각살우’의 전형이다. 정치 권력과 자본에 대한 감시 기능을 ‘완전 박탈’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가짜 뉴스를 박멸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는데, 가짜 뉴스를 판별하는 주체는 누구이고, 기준은 무엇인가.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실을 보도하면 유언비어를 유포했다고 탄압하던 권위주의 정권 시절과 똑같은 발상 아닌가.
언론은 존재 자체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그게 불편하다고 권력이 언론을 과도하게 옥죄면 진실은 영원히 묻히고 민주주의는 후퇴하며,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당장 언론 보도가 없었으면 ‘최순실 국정 농단’부터 묻혔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대선 당시 “언론의 침묵은 국민의 신음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했다. 그랬던 정권이 자신들에게 아프고 불리한 사실 몇 가지를 보도했다고 민주주의 국가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악법을 급조해 언론 재갈 물리기에 나섰다. 정의당과 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는 17일 “언론 자유 최대 수혜자인 민주당이 이제는 언론 혐오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이보다 적절한 지적은 없어 보인다.
중앙일보 사설
08월 18일 ‘코로나 독재’와 집회의 자유
이제교 사회부장
오세훈 광복절 집회금지 유감
코로나라도 집회 자유는 존중
기본권 제한은 사전 협의 필요
文 정부, 감염병예방법 악용
복잡한 지하철·버스는 허용
국민 저항권 제한은 신중해야
오세훈 서울시장의 8·15 광복절 집회금지 조치는 유감이다. 앵무새처럼 문재인 정부를 따라 읊어댔다. 코로나19 확산을 명분 겸 빌미로 광화문 광장은 차벽으로 가로막혔다. 보수와 진보단체 양쪽 모두 집회·시위의 자유와 권리를 박탈당했다. 불법 집회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주최자와 참여자 고발만 남은 상태다. 하지만 서울시민들은 정부·여당과 한 몸으로 움직이는 독선의 정치, 불통의 행정을 보기 위해 오 시장을 뽑은 것은 아닐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일지라도 무조건 국민의 입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옳지 않다. 민주주의 가치를 존중하는 정부라면 헌법 제21조 1항의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는 문구를 건성으로 봐선 안 된다. 유엔인권이사회(UNHRC)는 지난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명시된 집회의 자유에 대한 포괄적 지침인 제너럴 코멘트 37호를 이미 채택했다. UNHRC는 명확한 어조로 “최근 여러 국가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계기로 억압적 관행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감염병예방법을 무시하고 멋대로 집회를 개최해도 좋다는 얘기가 아니다. 집회와 시위에 대한 권리 제한은 시민사회 영역과의 협의를 거쳐 정해진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정부는 논의 과정을 건너뛰고 기본권 제한을 강요해선 안 된다. 개인과 단체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무책임하게 위협해선 곤란하다. 그러나 광복절에 나타난 현실은 정반대였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변형된 1인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제해산 작전을 벌였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엄정한 책임’을 운운하면서 으름장을 놓았다. 연휴 기간 내내 도심 곳곳에서 충돌과 대립, 실랑이가 펼쳐졌다.
민주주의 작동원리는 협의와 합의다. 정부와 단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해 장소를 분산시키고, 49명 이하로, 2시간 범위 안에서 구호를 외치지 않고 집회를 진행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음식점에 들어갈 때 QR코드를 찍듯이 참여자 명단을 등록하는 방법도 있다. 명단은 감염병 관리 외에는 사용하지 않고 15일 지나 폐기하면 된다. 언제나 권한을 많이 가진 쪽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 법이다, 정부는 의미 있는 협의 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이번 광복절 혼란의 주 책임은 조정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정부에 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은 코로나 상황을 이용하려는 생각을 가진 듯 보인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역 유권자들에게 여야와 정부가 합의한 88% 지급을 어기고 ‘국민 모두가 피해를 봤다’는 논리로 상위 12%에게도 돈을 주겠다고 한다. 한·미 연합훈련 연기촉구 공동성명을 발표한 국회의원 74명에게 도대체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여 물어볼 수도 없다. 세계신문협회까지 나서 범여권이 강행처리 하려는 언론중재법이 민주주의 근본을 훼손시킬지 모른다고 경고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두 사람이 백신 접종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 꼴찌인 이유를 대통령이 설명하라고 확성기를 틀었다가는 감옥행을 각오해야 한다. 권위주의 독재체제로의 회귀다.
집회의 자유와 감염병 통제 중 무엇이 우선인지는 견해가 다를 수 있다. 분명한 한 가지는 기본권 통제는 일시적이고 최소화한 형태로 공평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홈페이지에는 ‘평화로운 집회 및 결사의 자유에 대한 특별 성명’이 올라와 있다. 클레멘트 볼 집회의 권리 특사는 “시민 사회 조직은 감염병에 맞서 싸우는 전략적 파트너로 국가는 코로나19 위협 대응을 이유로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막아선 안 된다”고 천명했다. 국민 저항권은 국가와 사회의 파괴와 해체가 명확한 경우에 제한된다. 수십만 직장인은 옆자리 승객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비좁은 지하철을 매일 탄다. 주요 버스 환승 정거장의 앞뒤 사람 간격은 15㎝도 되지 않는다. 감염병 위협을 들이댄 집회의 자유 전면침해가 과연 타당한지는 숙고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 ‘코로나 독재’가 퍼뜨리는 바이러스가 민주주의를 질식시키고 있다.
문화일보
08월 18일 ‘언론봉쇄법’은 철회돼야 할 惡法
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
여당이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을 시도하는 등 입법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한국기자협회 창립 57주년 축하 메시지에서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라며 ‘언론이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한 언론 자유는 누구도 흔들 수 없다’고 했지만 빈말로 들린다. 또,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뿐만 아니라 언론 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와 학계 등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여러 독소조항으로 개정안의 위헌성을 제기하며 철회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개정안의 위헌성에 대해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신문협회도 지적하면서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악법으로 비판을 받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소조항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는 언론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액의 최대 5배라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다. 현행법에서는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에 대해 민법상 손해배상과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이 가능한데, 이에 더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과도하고 중복된 규제로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
나아가 허위·조작 보도의 정의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며, 해석에 따라 언론 보도를 봉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소송을 청구해 언론의 비판 기능을 무력화할 가능성도 크다. 또한, 법원의 판례를 보면 취재·보도에서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위법행위로만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입증 책임을 지우는 우리 법체계와도 맞지 않아서 문제가 있다.
이외에도 개정안에는 보도가 진실하지 않거나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했을 때 기사의 삭제를 청구할 수 있는 기사 열람차단 청구권도 있다. 그런데 보도의 진실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으며, 사생활의 핵심 영역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이렇게 요건이 명확하지 않으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해 오·남용될 위험성이 크다.
역사적으로 보면 권위주의적 정권은 예외 없이 언론의 자유를 규제하고 통제했다. 과거 우리도 그랬다. 현 여당이 야당이었을 때 강하게 주장했던 게 언론 자유의 최대한 보장이었고, 강하게 비판했던 게 정권에 의한 언론의 재갈 물림이었다. 그런데 이제 여당이 되고 보니 언론의 자유가 그렇게 보장될 필요가 없고, 오히려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악법도 법이라던 소크라테스의 유언도 역사적 유물이 된 지 오래다. 실질적 법치국가인 헌법국가에서 악법은 더는 법이 아니다. 헌법이 국회에 입법권을 준 것은 이를 멋대로 행사하라는 게 아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국민의 의사를 살피고 헌법이 요구하는 원칙을 준수하며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악법으로, 철회돼야 한다. 언론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과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기본권이다. 언론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하며, 그 제한은 가능한 한 공동체의 자율적 조정 기능에 맡겨야 한다. 현대 문명국가에서 악법은 결코 법이 아니다.
문화일보
08.18 언론학회, 대한변협, 세계신문협, 정의당까지 반민주 악법 철회 촉구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이은주 원내수석부대표, 장혜영 의원과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강행 처리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 절차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한국기자협회 창립 57년 축사에서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언제나 함께하겠다”고 했다.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며 언론이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한 누구도 흔들 수 없다”고도 했다. 바로 이날 민주당은 국회에서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언론징벌법’을 상임위에 일방 상정했다. 언론 자유를 명백하게 침해하는 과잉 입법으로 위헌적이며 해외에도 사례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법이다. 거액의 배상 소송으로 언론을 겁박하면 ‘조국 일가 비리’ ‘울산 선거 공작’ ‘월성 1호 평가 조작’과 같은 권력 의혹 보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 부처조차 국회에서 “다른 입법례도 없고 너무 과도한 것”이라고 우려했을 정도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범여권에 속하는 정의당, 시민단체, 법조계, 학계, 세계신문협회까지 강력하게 반대하며 연일 성명을 내고 있다. 정의당은 언론노조·기자협회 등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 없는 민주당이 이번에는 언론 장악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역사상 언론 탄압 시도는 늘 민주주의를 입막음하고 독재를 이어가기 위해 자행돼왔다”고 했다.
한국언론학회는 최근 회장단 명의 성명에서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는 반민주 악법 강행 처리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고, 변호사 3만여 명이 소속된 대한변협도 “언론중재법의 독소 조항이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해 민주주의 근본을 위협할 것”이라고 했다. 세계신문협회까지 “비판 언론을 침묵시키고 대한민국 민주주의 전통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며 입법 철회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이 정말 ‘언론 자유가 민주주의의 기둥’이라고 생각한다면 집권 여당의 이런 입법 폭주부터 말렸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민주당에 우려하는 의견을 전달했다는 얘기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이 법에 동의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뒤에서 주도하고 있을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손으로 하는 일과 입으로 하는 말이 완전히 따로 노는 유체 이탈 현상을 보인 것이 한두 차례가 아니지만 정말 심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08.19 이상하다 했더니 역시 ‘통계 분식’, 그러니 정책도 엉터리
정부 공인 부동산 통계 작성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이 조사 대상 아파트 표본을 2배로 늘리고 7월 주택가격을 조사하자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1억930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20%나 급등했다. 7월 통계는 한국부동산원이 아파트값 표본을 1만7000개에서 3만5000개로 2배가량 늘리고 처음 실시한 조사이다. 그 이전 통계는 표본 부족으로 실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부실 통계였다는 뜻이다.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원 통계에 근거해 소비자가 느끼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수치를 내세우며 집값 급등 현실을 왜곡해 왔는데,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해 7월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은 부동산원 통계 수치를 근거로 “문 정부 출범 후 서울 아파트 값이 14% 올랐다”고 했다. 경실련이 4년간 서울 아파트 시세가 79% 올랐고, 공시가격은 86%나 올랐다고 반박하자 정부는 “민간 통계는 호가 중심이라 실거래 가격과 다르다”고 우겼다. 문재인 대통령도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고 해왔다. ‘통계 왜곡’ 논란이 일자 통계 표본을 2배로 늘려 새로 조사한 결과 집값 급등의 실상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새로 나온 수치는 민간통계인 KB부동산 통계와 거의 같다. 정부 집값 통계가 ‘엉터리’였음을 스스로 입증한 꼴이다. 이런 통계 분식과 엉터리 정책 탓에 주택 공급 대책이 3년 이상 지체돼 온 국민이 ‘미친 집값’ ‘전세대란’ 고통을 겪고 있다.
통계 분식에 의한 현실 왜곡은 부동산만이 아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연간 취업자 증가폭이 5000명대로 곤두박질치고 근로소득이 37%나 급감하는 ‘고용 참사’ ‘소득참사’가 발생하자, 정부는 가족 중 근로자만 따로 추려낸 소득 통계를 만들고는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 효과가 90%”라고 우겼다. 그 결과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은 다음 해에도 이어져 고용참사가 계속됐다. 그러자 정부는 노인 알바 자리를 매년 수십만개씩 만들어 고용 통계를 사실상 조작했다. 코로나 사태로 노인 알바가 대거 중단되자 이들을 ‘일시 휴직자’로 분류해 취업자로 둔갑시켰다. 탈원전 한다며 월성원전 1호기를 억지 폐쇄시킨 것도 경제성 평가 수치를 조작한 것이다.
정책이 작동하려면 정확한 통계에 바탕해야 한다. 문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합리화하려 통계를 왜곡한다. 마차가 말을 끈다는 소득 주도 성장이 실패하자 정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통계청장을 바꿨다. 그리스는 재정적자 통계를 조작하다 국가부도를 맞았다. 우리도 20여 년 전 “경제 펀더멘털은 튼튼하다”고 우기다 외환 위기를 맞았다. 정부의 통계 분식은 나라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조선일보 사설
08-19 표본 늘리자 집값 통계치 껑충, 이러니 정책 실패하는 것
한국부동산원이 통계 표본을 늘리자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값이 한 달 만에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통계에 비해 집값이 너무 낮다는 지적에 따라 조사 대상을 두 배로 늘렸더니, 서울 아파트 평균값이 한 달 새 9억 원대에서 11억 원으로 뛰었다. 실제 그만큼 오른 게 아니라 지나치게 낮았던 통계 수치가 정상을 찾은 것이다. 정책 근거로 사용하는 통계의 부실이 입증됐다고 봐야 한다.
부동산원은 17일 아파트값 표본을 늘린 후 첫 월간 주택통계를 내놓았다. 7월 통계인데 전월 대비 서울은 19.5%, 수도권은 18.7% 급등하며 민간 통계와 비슷해졌다. 직전 1년 치 상승폭의 4배를 넘는다. 집값 관련 유일한 국가통계 기관이 그동안 엉터리 통계를 제공해온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 집값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했다. 부동산원이 4월과 5월 집값이 하락한 통계를 냈기 때문이다. 전년 말 12·16대책의 효과라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민간 통계로는 같은 기간 집값이 상승했다. 지난해 7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14% 올랐다고 했다. 당시 집값 폭등으로 두 배로 오른 곳도 속출했다. 잘못된 통계가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을 낳았던 셈이다.
주택 공급, 전월세 등에서도 정부 통계에 불신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이 전년 수준이라고 주장하지만, 민간 통계로는 대폭 감소한다. 정부가 빌라 단독주택까지 포함해 공급량을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민들은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운데 정부는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시장에선 이미 정부 통계를 믿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는 애써 집값 폭등을 부인하다 뒤늦게 불법 투기 세력을 탓한다.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주장은 지금도 반복하고 있다. 한쪽에선 입맛에 맞는 통계를 만들어내고, 정책 당국은 보고 싶은 통계만 본 결과다. 정책이 안 먹히는 이유를 국민은 아는데 정부만 모르거나 모른 척하고 있다.
동아일보 사설
08.20 전 세계가 우려하는 언론재갈법, 대통령 입장은 뭔가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의 자유를 옥죄기 위해 민주주의마저 거슬렀다. 어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에서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을 일방 처리했다. 지난달 27일 문체위 법안소위, 그제 안건조정위에 이은 완력 행사다. 법안소위에선 채 성안(成案)도 되지 않은 걸 대안이라고 통과시키더니 안건조정위에선 위성여당(열린민주당) 소속인 김의겸 의원을 ‘야당’ 몫으로 둔갑시켜 야당 의원들의 법안 숙의권을 박탈했다. 부끄러운 다수의 횡포다.
빗발치는 비판에도 청와대·정부는 침묵
언론 자유 막는 데 방조·동조한 책임 져야
그래 놓고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과 언론계 의견을 꾸준히 경청했고, 여러 요청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도대체 누구에게 경청했고 무엇을 반영했다는 말인가. 공론의 장에선 “악법이니 당장 중단하라”는 주장이 압도적 다수다. 한국신문협회 등 언론 6단체(한국민주주의 퇴행시키는 입법 독재), 한국언론학회(반민주적 악법), 대한변호사협회(언론 재갈, 종국엔 민주주의 위협)는 물론 정의당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 4단체(언론 자유 침해의 기록)도 반대한다. 세계신문협회(비판적 토론 억제하는 최악의 권위주의 정권 될 것)와 국제언론인협회(권위주의 정부의 부정적 추세를 따르는 것에 실망)도 공개 비판했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오는 거대한 비판이 들리지 않는단 말인가.
일부 수정했다고는 하나 ‘악법’이란 본질이 바뀌지도 않았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언론사를 허위·조작 정보 생산자”(정은령 서울대 팩트체크센터장)로 보는 뒤틀린 시각 말이다.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여전하고 허위·조작 보도의 개념도 모호하다. 기사열람차단청구권은 기존 수정과 반론을 통해 기록을 남기던 언론중재법 취지에 반해 아예 기사를 지우도록 한다. 그 결과 국민을 내세우지만 결국 권력자에게만 편한 법안이 됐다.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는 게 아니라 권력이 언론을 감시하는 세상을 원하는 건가.
이해할 수 없는 건 국가 지도자들의 침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근래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 기둥”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자협회에 보냈던 메시지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언론중재법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유체이탈 화법’이란 비판이 나오는 건데, 청와대는 “언론중재법 상황과 이것이 상충한다거나 이런 기사들을 봤는데 적절하지 않은 비판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게 상충이 아니면 무엇이 상충이란 말인가. 결국 문 대통령이 방조하거나 동조하는 셈인데, 어느 쪽이든 무책임하다. 민주당의 송영길 대표와 대선주자인 이낙연·정세균 후보도 권력형 침묵을 택했다. 개탄할 일이다.
국민의힘도 실망스럽다. 수적 열세는 어쩔 수 없다 쳐도 의지는 보일 수 있었다. 특히 이준석 대표는 8월 내내 관련 발언을 한 적이 없다가 어제서야 “최근 우리 원내 지도부가 큰마음을 먹고 국민을 위해 마련했던 협치의 틀을 민주당과 청와대가 스스로 발로 걷어차 버린 것”이라고 했을 뿐이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폭주를 멈춰야 한다. 언론중재법의 단독 본회의 처리는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침묵하는 문 대통령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앙일보 사설
08.20 진중권 "제 버릇 개주나···'운동권 탈레반' 입법독재 지겹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더불어민주당을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 빗대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권혁재 기자
진중권 전 교수는 19일 오후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제 버릇 개주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의당, 국민의당,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등 원내투쟁 전략을 세워 시민사회와 함께 연대투쟁을 해야 한다”라며 “저 운동권 탈레반들의 반자유주의 입법독재가 지겹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의 반대를 무시하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전체 상임위원 16명 중 개정안을 발의한 김의겸 의원을 포함한 9명 찬성으로 통과됐다.
개정안은 언론사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골자다. 정정보도와 함께 기사 열람 차단 청구도 가능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등 야권과 언론 단체들은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언론 재갈 물리기’ 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언론중재법은 이날 상임위를 통과함에 따라 내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다.
중앙일보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08-20 ‘언론징벌법’ 꼼수로 밀어붙인 與의 입법폭주
더불어민주당은 언론 보도에 대해 실제 손해액의 5배까지의 징벌적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언론중재법안을 어제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에 상정해 강행 처리했다. 위원 16명 중 민주당 의원 8명 전원과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 등 9명이 찬성해 가결됐다. 민주당은 법사위 심의를 거쳐 25일 본회의 통과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문체위 상정을 위해 그제 안건조정위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때도 김 의원을 내세웠다. 안건조정위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여야 의석 비율과는 상관없이 여야 3 대 3 동수로 구성해 쟁점법안을 최대 90일간 숙의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사실상 여당인 김 의원이 야당 몫이 되면서 쟁점법안이 하루 만에 안건조정위를 통과했다. 자신들이 주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며 입법 폭주를 강행한 것이다.
미국 등 몇몇 나라가 잘못된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법률이 아니라 판례로 인정하고 있기는 하다. 이런 나라들은 언론 보도를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하지 못하기 때문에 민사상 손해배상에 제한적으로 징벌적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이미 명예훼손죄와 손해배상을 다 인정하고 있다. 손해배상에 징벌적 성격까지 부과하는 것은 이중처벌에 해당해 위헌 소지가 크다.
국제언론인협회(IPI)는 17일(현지 시간) “언론중재법상의 처벌 기준인 ‘고의·중과실’의 범위와 처벌 대상인 ‘허위·조작’ 보도의 개념이 불명확해 언론의 자기검열을 심화시키고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신문협회(WAN)도 앞서 비슷한 우려를 표명했다. 국내에서는 신문협회 기자협회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여기자협회 인터넷신문협회 등 언론 5단체가 반대했다. 대한변호사협회까지 반대성명을 냈다.
민주당은 언론과 법률가 단체의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초기에 논의되던 최대 3배의 징벌적 배상을 오히려 5배로 늘렸다. 문제된 기사의 삭제나 정정 보도의 크기는 합의에 맡겨야 하는데도 일률적으로 강제해 편집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짜 뉴스에 제동을 건다며 만든 이 법안의 제재대상에서 정작 가짜 뉴스의 온상지인 유튜버 등 1인 미디어는 빠졌다. 1인 미디어의 가짜 뉴스를 걸러낼 전통 언론에 재갈이 물려지는 사이 가짜 뉴스는 더욱 기승을 부려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동아일보 사설
08월 20일 민주주의 파괴할 與 언론봉쇄법 폭거, 이제라도 멈추라
국내외에서 ‘언론봉쇄법’ 입법 포기 촉구가 확산하는데도, 여당(與黨)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 밀어붙이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헌성(違憲性)이 확연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의결했다. 하루 전의 안건조정위 꼼수 통과에 이은 입법 폭거의 전형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잘못된 언론 보도의 피해구제가 충분하지 않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적 노력도 필요하다”며 사실상 거들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의결해 주신 데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는 망언으로, 지난해 11월 문체위에서 오영우 제1차관의 “언론 자유 침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뒤집은 것도 그 연장선이다. ‘허위·조작 보도’의 판단 기준도 자의적이면서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언론사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게 한 조항, 배상액 산정을 언론사의 전년도 매출액과 연계한 조항 등 민주당 법안은 전대미문의 악법이다. 원안을 일부 수정했지만,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 등을 정면으로 거스른 본질은 그대로다. 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한국여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관훈클럽·대한언론인회 등 7개 언론 단체가 긴급성명을 통해 “위헌적 폭거” “도종환 문체위원장과 민주당 의원들의 이름을 언론 역사에 기록할 것” 등으로 규탄한 이유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탈레반과 같은 일방적 행동으로 말문이 막혀 따로 할 말이 없다”고도 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자신들을 비판하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국회 쿠데타로 무도한 독재자들도 못 했던 일”이라고 했다.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그래서 국제언론인협회(IPI)·세계신문협회 등도 입법 철회를 촉구한다.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 강행 처리까지 예고한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파괴할 언론봉쇄법 입법을 이제라도 멈춰야 한다. 그것은 언론 본연의 역할인 권력 감시·비판의 ‘암흑 시대’로 국가 재앙을 부르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문화일보 사설
08.20 與 언론자유 제한法 끝내 강행하는데 보이지도 않는 野 대선주자들
/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 피켓 든 국민의힘.
문재인 정권이 언론의 허위 보도에 대해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토록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허위 보도 피해 구제’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상은 비판 언론의 입을 막으려는 언론 자유 제한법이다.
이 정권은 이 법에 대해 여론이 찬성한다고 한다. 민주당 대표는 “국민 80%가 동의한다”고 했다. 개인 비리로 구속되기 직전 이 법을 밀어붙인 이상직 의원도 “국민 80%가 원한다”고 했다. 올 4월 한 여론조사에서 “허위·조작 가짜 뉴스를 보도한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80%가 찬성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뻔한 유도 질문을 하면 80% 찬성이 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할 것이다.
만일 ‘부동산 투기를 강력 규제하고 중과세를 하는데 찬성하느냐’ ‘임차인 보호를 대폭 강화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국민 80%가 그렇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밀어붙인 법은 ‘미친 집값’과 ‘전세 대란’을 만들어 서민을 벼랑으로 몰았다. 여론조사 설문은 그 법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모두 알리고 답을 구해야 한다. ‘언론징벌법으로 정권이나 권력자들 비리 보도가 위축돼도 좋은가’라고 물으면 답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 법은 원래 유튜브에서 난무하는 가짜 뉴스들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이 문제는 심각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가짜 뉴스 규제는 사라지고 정상적인 언론만을 겨냥한 법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언론학회, 대한변협, 국제언론인협회(IPI), 세계신문협회(WAN) 등 각계가 반대했다. 범여권이라는 정의당까지 반대했다. 그래도 정권은 밀어붙였다. 오로지 정권의 강성 지지층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정권 강성 지지층이 왜 이 법 통과를 원하겠나. 조국·윤미향·유재수·이상직 비리와 울산 선거 공작, 월성 1호기 조작 사건과 같은 권력 비리 보도를 막으려는 것이다. 고위공직자 등은 징벌적 손배 대상에서 뺐다고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다. 비위 의혹 공직자가 사퇴한 뒤 또는 하위 공직자와 당직자·보좌관, 친여 단체 등이 대신 소송을 할 수도 있다.
이 법은 명백한 고의·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징벌적 배상을 물린다고 하지만, 고의·중과실에 대한 입증 책임을 사실상 언론이 지게 했다. ‘네가 죄가 없다는 것을 네가 입증하라’는 것이다. 외국에선 허위 조작을 주장하는 사람이 입증을 하게 돼 있다. 전 세계에서 언론만을 특정해 징벌적 배상 제도를 만드는 것도 한국이 유일하다.
언론 자유는 권력자들에게 성가시다. 언론의 오보로 피해를 입은 사람도 많다. 그러나 언론 없는 사회를 생각할 수 있나. 자유로운 언론이 없다면 민주국가가 아니다. 이 법은 언론의 책임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언론을 위축시키려는 것이다. 정의당은 “민주 없는 민주당이 언론 장악 카드를 꺼냈다”고 했다. 그 말 그대로다.
그런데 정권이 민주 사회의 기본을 흔드는데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야당 정치인들과 야당 대표는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지조차 알 수 없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이 한마디씩 했지만 그뿐이었다. 이준석 대표도 남의 일처럼 여겼다. 이들이 서로 벌이는 말싸움과 경선 유불리 다툼 노력의 10분의 1이라도 이 문제를 생각한 적이 있는가. 그러면서 지금 정권과 다른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고 대선에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
조선일보 사설
08.21 세계 언론계 우려도 전부 무시, 여기가 ‘강성 친문’만의 나라인가
언론징벌법이라 부르는 언론중재법은 허위 보도를 막는다는 명분과는 달리 권력 비판 보도를 막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징벌 소송을 남발하는 상황에서 어떤 언론이 막강한 권력의 비리를 추적하고 비판하면서 위축되지 않을 수 있나. 애초에 규제하기로 했던 유튜브 가짜 뉴스 문제는 사라졌다.
세계신문협회(WAN), 국제언론인협회(IPI)에 이어 국내에 주재하는 외신기자클럽도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하려는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국제기자연맹(IFJ)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언론중재법 폐지와 본회의 표결 반대를 요구한다”고 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 등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당은 이를 무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 눈에는 대선에서 지지의 밑바탕이 돼 줄 강성 친문들만 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19일 국회 상임위에서 일방 처리한 법안은 언론중재법만이 아니다. 교육 자율성을 빼앗고 기업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내용도 있다. 야당과 시민 단체, 재계 등이 반대했지만 각종 꼼수와 범여권 180여 석을 앞세워 밀어붙였다. 2020년 총선 압승 이후 각종 법안을 마음대로 통과시키던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아예 입법 대못 박기에 나선 것 같다.
여당이 교육위에서 단독 처리한 사립학교법은 사학의 교원 선발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컸지만 무시했다. 탄소중립법도 경제계는 “속도가 너무 빨라 제조업에 지나친 부담을 준다”고 했지만 의견 수렴이나 논의 과정도 없었다. 이 법들을 처리하며 범여 의원들을 야당 몫 조정위원에 넣는 꼼수까지 부렸다.
여당의 입법 폭주 결과는 심각하다. 여당은 2019년 여야 간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제 마음대로 바꾸는 초유의 폭거를 저질렀다. 그 결과 위성 비례 정당 등장이라는 유례없는 코미디가 벌어졌다. 공수처법을 만들어 국가 형사 사법 체계를 뒤흔들었지만 공수처는 지금 기본적 수사 능력마저 의심받는 허수아비 기관처럼 돼 있다. 임대차 3법을 국회 토론·심사 과정도 없이 단 2시간 만에 졸속 처리하더니 전세 대란을 불렀다. 북한 김여정의 하명대로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드는 일까지 벌였다. 경제계가 한사코 반대한 상법 등 경제 3법도 끝내 밀어붙였다. 이 역시 기업 활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이들은 지금 민주적 절차도 필요 없고 이견도 듣지 않겠다는 태도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면서 권위주의 독재와 다를 것이 없다.
조선일보 사설
08.21 연속되는 황당 법안과 뒷북 대응, 국민에 고통 주는 정책 헛발질
여당이 ‘집값 상위 2%’에게 종부세를 부과하겠다던 법안을 최종 입법 단계에서 철회했다. 애초에 과세 대상을 금액 아닌 납세자 순위로 선별하고, ‘사사오입’으로 과세 기준선을 책정하겠다는 황당 법안이었다. 여당은 국민 편 가르기 셈법으로 코미디 같은 세금 정책을 밀어붙이다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는지 결국 포기했다. 정책은 철회했지만 부동산 시장의 혼선은 남았다.
이는 수많은 정부의 정책 헛발질 중 한 사례일 뿐이다. 재건축 아파트 실거주 2년을 의무화하고, 임대 사업자 양도세 감면 혜택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거래 절벽으로 전세난이 심해지자 슬그머니 철회했다. 그런 와중에 정부 약속만 믿고 임대 사업에 투자한 집주인들은 불면의 밤을 보냈고, 졸지에 재건축 아파트에서 쫓겨난 세입자들은 ‘전세 난민’이 됐다. 그들의 정신적·물질적 피해는 어디서 보상받나.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부실 대응 탓에 고통을 겪고 있다. 정부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14조원이나 뿌리면서도 초토화된 자영업자에겐 아무 보상도 않다가 몇 달 뒤에야 뒤늦게 쥐꼬리 보상금을 주는 식으로 땜질하고 있다. 선진국 대응은 다르다. 미국 정부는 영업 손실을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에 1만~1만5000달러를 무상 지원하고, 매출 감소 음식점에는 최대 500만달러까지 손실을 보상해주고 있다. 일본도 정부 권고에 따라 영업 시간을 단축한 음식점에 현금을 하루 최대 6만엔(63만원) 준다. 우리 정부도 뒤늦게 ‘코로나 손실 보상법’을 만들어 10월부터 적용한다고 하지만 대응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
정부가 가계 부채 급증세와 집값을 잡겠다면서 은행들을 압박해 대출을 조이는 것도 피해자들을 낳고 있다. 정부의 우악스러운 대책 탓에 주택 실수요자와 급전이 필요한 2030세대가 갑자기 갈 곳이 없어졌다. 농협은행이 주택 신규 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하고, 다른 은행들도 가계 신용 대출 한도를 대폭 줄이고 있다. 금융과 같은 실생활 제도를 이렇게 마구 좌지우지하면 서민들의 삶은 풍전등화가 된다.
사실 가계 부채 문제를 이 지경까지 악화시킨 장본인이 바로 정부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미친 집값’을 만들어 청년들을 ‘영끌 투자’에 나서도록 만들었고, 주식 양도 차익 과세 유보 등으로 증시 과열을 부추겼다. 암호 화폐 투기 광풍을 수수방관한 것도 정부다. 그 결과 가계 부채가 1년 새 165조원이나 늘어나 1700조원 선을 넘어섰다. 이 중 440조원은 2030세대의 빚이다. 그렇게 정부가 사태를 악화시켜놓고는 대책을 마련한다며 뒤늦게 내놓은 대책은 너무 과격하다. 반복되는 정책 헛발질에 애꿎은 국민만 피해를 본다.
조선일보 사설
08-23 “언론의 침묵은 국민의 신음”이라던 文, 중재법 입장 뭔가
집권 여당의 언론중재법 폭주에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국회 일”이라며 입을 다물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어제 “3권 분립 국가에서 국회가 심도 있게 논의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며칠째 이런 입장만 되뇌고 있다. 무책임한 침묵이자 방조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최순실 게이트 보도에 대해 “언론의 침묵은 국민의 신음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뼈저리게 깨달았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5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밀어붙이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야말로 언론의 침묵을 강요하는 독소 조항으로 가득한 법이다.
우리나라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정정보도 청구 및 반론권을 보장하고 있는 데다,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통해 악의적인 보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언론 보도로 인한 손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 배상을 요구할 수 있게 하면 보도는 심각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징벌적 손배의 대상이 되는 허위·조작 보도의 ‘고의 또는 중과실’ 규정 자체가 지나치게 모호해서 사사건건 보도 내용에 시비가 걸릴 소지가 크다. 고의·중과실의 입증 책임이 언론사에 있는지, 피해자에게 있는지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지금 21대 국회의 범여권 의석수는 180석에 달한다. 야당은 본회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대응하겠다고 하지만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국회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하니, 입법부 권한을 존중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며 속으론 여당 뜻대로 처리하라는 메시지 아니고 뭔가.
문 대통령은 최근 한국기자협회 창립 57주년 메시지에서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라며 “누구도 흔들 수 없다”고 했다. 여당이 강행 처리하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바로 언론 자유를 흔드는 차원을 넘어 노골적으로 억압하려는 내용이다. 이를 그대로 두면 문 대통령은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후퇴시킨 정권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
08-23 이상해도 이상할 것 없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
국정원장 “간첩 잡는다” 당연한 말
이상하게 들렸으나 간첩사건 복선
文 “백신 확보 못해 죄송” 단 한마디
피하려다 문제 본질 호도, 정책 꼬여
딱 두 달 전인 6월 23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 “실정법에 따라서 간첩을 잡는 것이 국정원의 일이다. 국정원이 유관기관과 공조해서 간첩을 잡지 않는다면 국민이 과연 용인하겠는가.” 간첩을 잡아야 할 국정원의 수장으로서 당연히 할 말이다. 하지만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일이 너무 자주 벌어지는 문재인 정권의 국정원장이 느닷없이 간첩 얘기를 하다니…. 더구나 문 대통령이 자신에게 부여한 ‘미션’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박 원장이 왜?
궁금증은 머지않아 풀렸다. 이달 5일 문 정부 들어 모처럼 ‘간첩’이라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간첩죄로 불리는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 혐의’ 등으로 구속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사건이 물 위로 떠오른 것. 박 원장은 이 사건이 부각될 줄 알고 복선을 깐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조성된 친북 환경으로 이들의 운신 폭은 넓어진 터. 간첩 혐의에 대한 증거가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박 원장도 수사 지시를 안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를 방기했다간 정권이 교체될 경우 국가보안법상 특수직무유기 혐의 등을 받을 수도 있고, 그렇다고 임명권자의 뜻에 반해 국정원이 간첩 수사에 적극 나선다는 인상을 줄 수도 없고….
그러니 정치 9단까지는 아니어도, 처세 9단쯤은 되는 박지원이 ‘실정법에 따라’ ‘국민이 용인하겠는가’ 등의 안전장치를 달아 미리 가스를 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간첩 사건이 터진 뒤, 공교롭게도 박 원장의 신변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얘기들이 흘러나와 여운을 남긴다.
국가 정보기관의 수장이 간첩을 잡는다는 얘기가 되레 이상하게 들리는 나라, 그 이상한 일에 이미 무덤덤해져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이 나라, 과연 정상인가. 간첩이 진짜 없는 것이 아니라 안 잡아서 없는 대한민국, 참 평화로운 나라다.
그렇다. 우리는 코로나19 백신이 없어도 남부러울 것 없는 나라다. 지난 주말 루마니아가 한국에 유통기한이 임박한 모더나 백신 45만 회분을 기부한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그러자 외교부는 “무상 제공이 아니라 스와프”라고 부인했다. 백신 부족국이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는 아니지만, 마음이 좀 그렇다.
한국의 백신 정책은 문 대통령이 이 말 한마디를 안 해서 실패하고 망가졌다. “백신을 미리 확보하지 못해 죄송하다.” 이 사과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가. 대통령이 이 말을 안 하려다 보니 백신과 접종 정책이 꼬이고 헝클어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백신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어도 ‘우리에겐 K방역이 있으니 미리 준비할 필요 없다’더니 우려가 현실화되자 ‘백신을 개발한 나라에서 먼저 접종하는 건 불가피하다’는 현실 인정론에, ‘백신 안전성 문제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 굉장히 다행스럽다’는 기막힌 정신승리법까지 등장했다.
잘못을 인정 않으려 하니 올 4월에는 ‘백신이 급하지 않다’ ‘화이자 모더나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낫다’는, 전문성 떨어지는 발언을 한 사람을 청와대가 신설한 방역기획관에 임명했다. 그래서 그 방역기획관은 지금 어디에 있나. 백신 부족에 대한 국민 불만을 무마하려 1차 접종률을 높이다 보니 2차 접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이제는 ‘10월 말까지 전 국민 70% 2차 접종 완료’ ‘내년 백신 국산화’ 같은 희망고문을 들이민다.
이 모든 게 현 위기 상황에서 누가 봐도 백신 수급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죄송하다’는 한마디를 회피하고 국무총리나 장관 등이 대타로 사과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탓이다. 이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과정과 닮아도 너무 닮지 않았나. 문제의 핵심을 피하려고 백신에 대한 말을 요리 뒤집고, 조리 비트는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도 안쓰럽고, 거기에 일말의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국민은 더 안쓰럽다.
하기야 그래도 문제 될 것 없는 우리나라다. 권력이 비판 언론의, 아니 지지 언론까지도 ‘입틀막’(입을 틀어막음)할 재갈을 씌우는 언론징벌법 등 일련의 폭주 입법을, 그것도 야당이 앉아야 할 안건조정소위 자리에 여당2중대 의원을 앉히는 독재 수법으로 해치워도 그리 놀랍지도 이상하지도 않은 세상이 됐다. 이제는 나라보다 자라나는 아이들 교육이 더 걱정되건만, 그럼에도 대통령 지지율은 40%를 넘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
08월 23일 나랏빚 펑펑 쓰면서 느닷없이 대출 틀어막는 文정부
문재인 정부가 집값·전셋값을 폭등시켜 많은 국민을 ‘벼락거지’로 전락시키더니, 이번엔 금융 당국이 나서서 느닷없이 ‘대출절벽’을 만들었다. 가계대출 문제가 심각한 건 사실이지만, 이런 식으로 틀어막는 ‘샤워실의 바보’ 행태는 시장 혼란과 국민 고통을 더욱 키우게 된다. 문 정부의 주택 정책 실패가 집값 폭등의 원인이고, 그 때문에 주택 대출도 급증했는데, 마치 대출 때문에 집값이 오른 것처럼 보이게 하는 본말전도의 궤변이기도 하다.
금융위원회가 대출 증가율을 5∼6%로 제한하라며 금융권을 압박하자,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의 축소·중단이 확산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올 11월 말까지 신규 주택담보·전세대출을 전면 중단하고, 기존 대출의 증액도 막았다. 우리은행은 전세자금대출, SC제일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또, 은행들은 신용대출한도까지 돈 빌리는 사람의 연봉 수준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중앙회에도 비슷한 압박이 가해졌다. 느닷없는 대출 규제에 ‘영끌’ ‘빚투’로 버티는 청년·서민과 대출로 긴급 생활자금을 조달하는 자영업자들은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이러니 ‘집값은 안 잡고 대출 사다리 걷어차기만 하나’ ‘월세나 살라는 거냐’는 성토가 빗발친다.
정부가 무주택자·청년·신혼부부 등의 주택 구매를 지원한다며 LTV(주택담보대출비율) 확대 등 대출 규제를 푼 게 지난달이었다. 이제 전세대출까지 끊는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빠르면 오는 26일로 예상된다. 정부가 이제야 자산 버블 운운하며 공권력으로 대출을 막고 나섰다. 관치금융도 중국을 뺨친다. 정부는 나랏빚을 1000조 원으로 키우며 내년 본예산 역시 8% 넘게 늘려 쓰려고 한다. 심각한 재정 모럴 해저드는 갑작스러운 대출 규제와 더 뚜렷이 대비된다. 여기다 냉·온탕 대출 규제까지 겹친다. 국가 정책이 아니라 조령모개 야바위라고 해야 할 판이다.
문화일보 사설
08.23 전세 대란 만들고 대출 막으면 수억 뛴 전세비는 어디서
가계 대출 증가율을 작년 대비 6% 이내로 억제한다는 금융위원회 방침에 따라 일부 은행에서 대출 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 한도를 넘긴 농협은행이 11월 말까지 신규 부동산 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한 데 이어 우리은행도 9월 말까지 전세자금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SC제일은행도 일부 부동산 담보대출을 중단했다. 신한, KB국민, 하나은행 등은 아직 대출 한도가 남아있다고 하나 대출 중단 은행 대신 대출 취급 은행으로 자금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생겨 한도가 금세 소진되거나, 금융 당국 눈치를 보느라 나머지 은행들도 대출 축소에 동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 당국은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옮겨가는 것도 차단하겠다며 저축은행 등의 대출 통제에도 나섰다.
금융 당국이 강하게 돈줄 조이기에 나선 것은 급증한 가계 대출이 집값을 끌어올리는 주범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부 들어 집값이 폭등한 것은 사실이다. 4년간 서울 아파트 시세는 거의 두 배로 올랐다. 막무가내로 강행한 임대차 3법 때문에 지난 1년 새 서울 아파트 전셋값마저 평균 1억3000만원 올랐다. 껑충 뛴 전셋값이 집값을 더 밀어올리는 악순환이다.
문제는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 때문에 오른 집값을 잡겠다고 대출을 조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힘없는 서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서울의 원룸 전셋값마저 1년 새 9.3%(1436만원) 올랐다. 청년층이나 서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의 원룸 전셋값 상승폭은 3000만원을 웃돈다. 이 돈을 무슨 수로 마련하나. 전셋값이 3억원에서 5억5000만원으로 올랐다는 40대 세입자가 청와대 게시판에 “도둑질·강도질·사기 말고 1년 동안 2억5000만원을 벌 수 있는 일이 어떤 게 있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가계 부채 급증은 집값이 더 오를까 봐 ‘벼락거지’ 면하려고 빚내 집 사고, 울며 겨자 먹기로 빚내 전세금 마련하느라 빚어진 결과다. 그 돈줄을 무턱대고 조이면 이 사람들은 어떡하란 말인가.
전 국민에게 돈 뿌리며 방만하게 나랏돈 쓰던 정부가 갑자기 가계 부채 관리하겠다며 막무가내로 돈줄을 조이는데 결국은 전세금, 가게 운영비 등 돈 필요한 취약계층만 더 궁지로 내몰게 될 것 같아 걱정이다.
조선일보 사설
08.24 與 대선 주자들도 “독소 조항” “비판 견제 기능 손실” 우려한 ‘언론징벌법’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언론징벌법’에 대해 같은 당 대선 주자 김두관 의원이 23일 “살펴보니 독소 조항이 많이 있고 문제가 되는 소지들이 있는데 (법은) 갖다 붙이기 나름이라는 점에서 그렇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한발 후퇴했지만 그가 본 ‘독소 조항’은 그대로 있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도 “개혁의 부메랑 효과가 나타나 언론의 비판과 견제 기능에서 사회적 손실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언론징벌법은 친문 강성 지지자들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다. 조국씨의 비리와 내로남불이 드러난 것이 언론 때문이라는 심리라고 한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이들의 눈치를 본다. 유력 주자들이 이 법에 적극 찬성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몇몇은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이 법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김 의원 말대로 ‘법은 갖다 붙이기 나름’이다. 이 언론징벌법도 이름은 ‘언론중재법’이다. ‘가짜 조작 보도를 징벌한다’고 하면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항을 이용해 현실 권력의 비리 부정을 취재 보도하는 언론을 얼마든지 옭아맬 수 있다. 그럴 수 없으면 강성 친문들이 이 법을 요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문제가 된 것은 유튜브에서 난무하는 가짜 뉴스였는데 민주당은 정작 이 문제는 빼고 주로 정상적 언론만 겨냥하고 있다. 결국 숨은 의도는 ‘가짜 뉴스 엄벌’이 아니라 ‘진짜 뉴스 엄벌’ 아닌가.
이 법은 보도에 ‘고의·중과실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책임을 사실상 언론이 지게 하고 있다. 허위·조작을 주장하는 쪽이 입증을 해야 하는 게 법적 상식이지만 정반대로 규정한 것이다. 언론만을 특정한 징벌적 배상제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들었다. 이 법이 있었다면 조국·윤미향·이상직·유재수 비리, 울산 선거 공작, 월성 1호 조작 사건 등은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최순실 사건도 제대로 보도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이 무너지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민주당은 25일 이 법을 통과시킨다고 한다. 법이 발효되면 이 정권의 문제들이 보도되는 것을 상당히 막을 수 있다고 계산할 것이다. 법을 만들어 언론을 틀어막고 선거를 치르겠다는 발상이 민주화 운동권에서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 야당 대선 주자들은 “국민과 함께 저지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대선의 중요 이슈로 삼아 국민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 “25일 국회에 대선 주자 전원이 나가 싸우자”고 했다. 25일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오점이 찍히는 날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일보 사설
08.24 언론 이간질에 동원된 ‘재갈’과 ‘공갈’
나는 기자로 일하면서 험한 세상 살아왔다 여겼다
막장의 언론 탄압 견디면서 ‘민주 국가’를 후배들에게 인계한 양 거들먹거렸다
그게 아니라는 걸 이제야 안다
기자(記者)는 무엇으로 기사를 쓰는가? 교과서적(的)으로 말하면 기자는 ‘사실’을 쓰는 직업이다. 사실이 진실이 아닐 때도 있고 진실이 다 옳은 것이 아닐 때도 있다. 그래도 기자는 사실에 집착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기자는 ‘사실’만을 적시하는 기계인가?
일생을 기자로 일해 온 경험에 비추어 기자에게는 ‘사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초년에는 정의감에 충만했다. 약한 사람, 핍박받는 사람, 가난한 사람을 옹호하고 대변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일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신념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자유·민주·평등·법질서 이런 개념이 끼어들면서 기자는 신념으로 일한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팩트라는 결과만 보도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터득했다. 모든 ‘결과’에 ‘과정’이 있듯이 사실이 반드시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기자는 오히려 결과로서의 사실보다 과정으로서의 진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탈원전 보도에 있어 탈원전이 옳으냐 그르냐와는 별개로 누구에 의해, 왜 어떤 과정을 거쳐 강행됐느냐를 캐내야 하는 것이 기자의 책무다. 그것이 권력에 의한 것일 때 탈원전의 폐해는 배가(倍加)되기 때문이다.
기자는 육감(肉感)으로 기사 쓸 때도 많다. 육감은 논리적이지 않다. 좋은 기사, 옳은 기사는 경험 많은 기자들의 소산이다. 그것은 인맥(이른바 취재 소스)으로 이루어진다. 그 인맥은 신뢰로 지켜지는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기사는 정의감과 신념을 바탕으로 연륜에 따른 인맥과 경험과 육감에 의해 탄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험과 관점에서 지금 문재인 정권이 밀어붙이고 있는 언론중재법안을 들여다보면 나의 기자 인생은 전면 부정될 수밖에 없다. 고의가 있느냐, 없더라도 중과실이 있느냐에 따라 천문학적 엄청난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는 징벌 제도는 한마디로 사실이건 아니건 기사 자체를 쓰지 말라는 것이며 언론사는 문 닫고 기자들에게는 이직(移職)하라는 통첩이나 다름없다.
이 법안대로라면 기자는 진실이건 아니건 ‘결과’만 보도해야 한다. 재판도 판결문만 보도해야 한다. 검찰의 기소 내용도 사실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탈원전도 대통령이 ‘언제 중단되느냐’고 물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 기사 쓴 기자와 언론사는 패가(敗家) 할 수 있다.
언론사라고, 기자라고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것을 아무것이나 만들어서 기사 써도 된다는 법은 없다. 최소한의 확인도 거치지 않고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권리는 없다. 현행법 체계에서도 그것은 처벌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옥상옥(屋上屋)의 징벌법을 만드는 것이기에 재갈법이며 공갈법이라고 불린다.
이 법의 사실상의 목적은 기자와 경영인을 이간(離間)시키는 데 있다. 자기 기사가 이 법에 걸려 경영인 또는 사주(社主)에게 회사가 거덜 날 만큼의 엄청난 손해배상이 취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느 간 큰 기자가 기사를 쓰겠느냐는 것이다. 기자는 경영 측에 책임 떠넘기고 경영 측은 기자 못 믿고 내치는 사태가 분명 올 것이다. 조국(전 법무부장관) 사건 보도만 해도 그렇다. 재판 결과만 보도하면 됐지, 공연히 특종이니 단독이니 하면서 중뿔나게 나서다가 자칫 회사 망하고 나도 망하는 일에 왜 나서겠는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아니, 그렇게 했으면 애당초 조국 사건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난 유신 또는 권위주의 권력은 주로 기자들 겁주는 데 그쳤다. 정부에 불리한 기사를 쓴 기자를 ‘남산’(당시 안기부)에 연행해 지하에 감금하고 겁주고 그리고 “북괴를 이롭게 했다”는 반성문 쓰게 하고 내보냈다.
신문 경영 쪽에는 신문 용지 배분 또는 대기업 신문 광고 끊기 등으로 위협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지금 문 정권과 여당은 기자의 밥줄을 끊는 것으로는 안 되겠는지 아예 언론사의 목줄을 끊으려고 나선 꼴이다. 기자를 통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데가 바로 인사권자라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애초 이 법안에 손해배상의 처벌을 받은 경영 측이 해당 기사를 쓴 기자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항을 넣었다가 최종 단계에서 뺀 것을 보면 이 법안의 의도를 알 수 있다.
나는 기자로 일하면서 ‘험한 세상’ 살았다고 여겨왔다. 그러면서 후배 기자들에게 ‘당신들은 이만하면 좋은 세상 살고 있는 거야’라고 말해왔다. 정보부 얘기, 남산 얘기 등을 무훈담처럼 얘기하며 마치 우리 세대가 막장의 언론 탄압을 견디면서 오늘의 ‘민주 국가’를 후배들에게 인계한 양 거들먹거렸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이제사 안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
08.24 여권 원로 유인태 “언론중재법 강행 상당히 어리석은 행동”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사무총장은 24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해 “결정적으로 어제 오후 ‘자유언론실천재단’까지 이걸 하지 말라고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강행하는 건 상당히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은 1974년 군부 정권 시절 자유 언론 수호 투쟁을 벌였던 원로 언론인들이 모인 단체로 전날 ‘언론중재법의 강행처리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에 나서라’는 회견문을 발표했다.
유 전 총장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자유언론실천재단은) 이 법안을 지지할 줄 알았는데 거기조차 저렇게 나왔으면 민주당이 그대로 밀어붙이기에는 굉장히 부담일 것”이라며 “지금 이런 환경 속에서 처리하는 건 굉장히 자충수가 될 것이라 본다”고 지적했다.
유 전 총장은 또 “언론중재법이 지금도 과반 넘는 국민들 지지는 받고 있는데, 차 떼고 포 떼고 다 해서 민주당에서도 그렇게 실효성있는 법안은 아니라고들 보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쫓기듯 법사위원장이 (야당에) 넘어가면 못하지 않겠냐는 조급함 때문에 밀어붙이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김명성 기자
08월 24일 “언론 자유 그림자도 찾기 어렵게 될 상황 올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언론 악법 폭주가 막판 광기(狂氣)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국내를 넘어 세계의 대표적 언론단체는 물론, 법률 전문가 그룹과 친정권 성향의 단체들까지 반대하고 나섰음에도 ‘쇠귀에 경 읽기’ 행태를 보인다. 특히, 전국의 법학전문대학원 및 법학과 교수들로 구성된 한국법학교수회(회장 정영환 고려대 교수)가 23일 발표한 입장문은 법리적 결함까지 조목조목 짚으면서 “언론의 자유는 그림자도 찾기 어렵게 될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학교수회는 “언론중재법은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는 법률”이라면서 “이번 개정안은 이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규정했다. 또, 전보배상(塡補賠償) 법리 위배, 국민의 알 권리 침해, 100배까지 가능할 인용액 산정 등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중·소형 언론사 대부분이 문을 닫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해직기자 등으로 구성된 자유언론실천재단(이사장 이부영)도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언론 자유에 심각한 제약과 위축 효과를 가지고 있다”면서 고의·중과실 추정의 모호한 기준, 입증 책임 논란, 법의 실효성 등 구체적 사유를 적시하고, 법안의 강행처리 중단을 요구했다. 특히 “언론 관련법은 정치권 입맛대로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23일 “언론 자유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언론과 미디어에 대한 모니터 및 비판과 대안 제시를 내건 시민단체 미디어연대는 이날 권력의 보복성 소송 등을 가능케 하는 위헌적 과잉 입법이라며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 아시아기자협회(회장 아시라프 달리)도 이날 성명을 통해 “시대착오적”이라며 유감을 표하고 연대 투쟁도 약속했다.
한편, 이런 중대한 국가적 쟁점에 대해 청와대는 방관자적 입장을 보인다. 헌법은 이런 악법을 막으라고 대통령에게 법률안 거부권을 줬다. 그런데도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유영민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동의하느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해석은 자유로이 하시라”고 답변했다. 무책임을 넘어 국민과 국회를 모독하는 행태다. 이러니 퇴임 후 문 대통령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란 얘기가 나돈다.
문화일보 사설
08.25 민주당 언론징벌법 오늘 강행하는데 文은 “언론 자유는 민주 기둥”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법에 대한 대통령 의견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언론중재법이 언론 자유를 심히 침해하고 왜곡한다면 문제가 있겠으나 그런 부분은 국회에서 논의를 잘해달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이 언론 자유를 위협해 ‘징벌법’이라고까지 불리는 법안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한 번도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그러다 비서실장이 대신 밝힌 입장이 ‘국회에서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반대하는 법을 민주당이 밀어붙일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이 언론징벌법 추진에 자신도 사실상 가담하고 있으면서 모른 척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 법을 밀어붙이는 것은 ‘강성 친문’들의 요구 때문이라고 한다. ‘문빠’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문 대통령을 추앙하는 집단이다. 문 대통령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먼 산 보며 모른 척 해온 것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의 경우는 너무 심하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한다. 야당 시절에는 누구보다 언론 자유를 앞장서 주장했다. 그런데 막상 권력을 잡자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위협하는 자신의 지지자들과 민주당 뒤에서 딴전을 부리고 있다.
더욱 기이한 것은 얼마 전 기자협회 창립 축사다. 문 대통령은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라고 했다. 기자협회는 언론징벌법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단체다. 그 단체 앞에서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 기둥’이라는 말이 어떻게 나오나. 유체이탈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뻔뻔할 수 있나.
이 법에 대해 국내 언론계는 물론이고, 세계신문협회(WAN), 국제기자연맹(IFJ), 국제언론인협회(IPI) 등 해외 언론 단체들까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법안의 철회를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몸담았으며 현 정권의 강력한 우군(友軍)이라는 민변도 성명을 내고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도 “독소 조항”이 있고 “비판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노무현 청와대 시절 수석으로 함께 근무한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도 “입법 강행은 자충수이자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했다.
‘언론징벌법’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언론만을 특정한 징벌적 배상제도다. ‘가짜 뉴스를 징벌한다’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정작 가짜 뉴스의 진원지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유튜브·SNS는 제외됐다. 사실상 정권의 불법 비리를 취재 보도하는 정상 언론을 겨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 시절 “언론의 비판·감시에 재갈 물리려는 시도는 결코 안 된다”고 했고, 집권 후에는 “이제 언론을 억압하는 정치권력은 없다”고 했다. 그의 많은 허언 중 하나라고 하기엔 너무 심각한 사안이다. 문 대통령의 인생 자체에 오점을 찍을 수 있다. 민주당은 오늘 이 법을 기어이 국회 본회의에서 일방 처리한다고 한다.
조선일보 사설
08월 25일 ‘새벽 4시’ 언론 자유 짓밟은 文정권, 民主 말할 자격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25일 새벽 4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한 것은, 이 법안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의지를 보여준다. 법안에 얼마나 심각한 문제점이 있든, 국내는 물론 세계 언론단체와 법률가들이 뭐라고 반대하든 국회의원 머릿수를 앞세워 본회의 처리까지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이념·정치 성향을 뛰어넘어 언론인들이 반대할 정도로 언론의 자유를 짓밟을 법안임이 확연하고, 친여 성향의 원로 언론인들조차 강행 처리 중단을 요구했다. 이런데도 군사작전 하듯이 미명에 밀어붙인 것은 이젠 민주적 절차도, 표현의 자유도 존중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를 일단 연기했다고 하지만, 법안을 전면 철회하고 국민과 언론에 사과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민주당은 이날 새벽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어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중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 등 일부를 삭제하기는 했지만, 이 역시 의미가 없다. 언론에 재갈을 물릴 조항들은 모두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 표현의 삭제는 역설적으로 법안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보여준다. 현 정권의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이 보다 못해 “입법 강행은 자충수이자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우려했는데, 정치사에 대한 초보적 지식만 있어도 타당한 지적임을 알 수 있다. 명분 없는 의안을 국회에서 기습·날치기·일방 처리한 정권은 반드시 불행한 종말을 맞았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 때의 3선 개헌안이 그랬고, 1996년 12월 26일 새벽 노동법 개정안 날치기 처리는 김영삼 정권 몰락의 출발점이 됐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함께 사립학교법 개정안,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 등도 함께 처리했다. 한결같이 문제가 많은 법안들이다. 다수결이라고 해서 헌법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소수 의견을 묵살하는 다수 독재로 흘러서도 안 된다. 문 정권은 이미 그런 지경에 도달했다. 5·18 왜곡처벌법, 대북전단금지법 등 반민주 악법들을 만들었다. 언론중재법은 결정타다. 민주당은 더 이상 ‘민주’를 입에 담을 자격도 없다.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언론 자유가 민주주의 기둥”이라는 최근 발언도 가증스러운 거짓말이 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8.25 기자 30년에 두 번째 언론 탄압
올해로 30년 차 기자가 됐다. 1991년 수습기자로 첫발을 뗐다. 막상 언론 내부로 들어와 보니 선입견과는 달랐다.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칼럼을 쓰면서 각 분야 유명인을 만나 인터뷰하는 직업이라는 이미지는 금세 깨졌다. 언론 현장은 치열했다. 사건과 이슈 뒤에 숨은 진실과의 전쟁이 계속됐다. 온갖 궂은 현장에 가야 했고 진실을 감추려는 장막을 넘어서야 했다. 깔끔하게 인쇄된 신문 지면만 보면 그 과정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기사 하나를 쓰기 위해선 마치 오리처럼 부지런히 물밑에서 뛰어야 한다.
민주주의 숨통 끊는 언론중재법
진보 정권이 거듭 언론자유 압박
재갈 물려도 진실과 비리 드러나
신문기자는 오보 내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사소한 오·탈자로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직업이다. 기사 내용이 정확하지 않다면 낭패감은 더 커진다. 신뢰가 통째로 무너지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리 조심해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완벽할 수는 없다. 이런 오류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 우선 잘못이 확인되면 ‘바로잡습니다’ 코너를 통해 즉각 수정된다. 그대로 두면 가만히 있을 네티즌들이 아니다. 오·탈자조차 용납 안 되는 마당에 가짜뉴스인 줄 알면서 내보낼 수 있겠나.
신문사 내부에서도 오보가 용납되지 않는다. 모든 기사는 데스킹을 비롯한 다단계의 게이트키핑(점검 과정)을 거친다. 어떤 기사든 이 크로스 체크를 피할 수 없다. 해설이나 칼럼조차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편향이 심하면 존립이 어렵다.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존 밀턴은 1644년 언론사상의 고전이 된 『아레오파지티카』를 영국 의회에 보내 “모든 사상은 공개시장에서 자율 조정돼야 한다”면서 “언론 자유가 민주주의의 원동력”이라고 설파했다. 이 명제가 서구 민주주의 발달의 초석이 됐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언론, 출판, 표현의 자유는 서구 민주주의와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번영의 원동력이었다.
주로 경제 이슈를 다룬 이 자리에서 굳이 이런 얘기를 꺼낸 건 지금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가 풍전등화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집값 폭등을 초래한 부동산 정책부터 급격한 최저임금·근로시간제·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언론 자유가 봉쇄되면 더는 가능하지 않게 된다. 현 정권이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이면 이 우려는 기우에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선택적으로 통계를 뽑아 최저임금의 인상 효과를 분칠하고 집값이 폭등해도 집값이 안정된다고 국민을 농락하는 현 정권의 정책 폭주를 감시하기 어려워진다.
현 정권이 말하는 가짜뉴스는 신문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오·탈자 하나만 있어도 내부 점검 과정에서 놔두지 않고 독자들의 질타를 피하기도 어렵다. 최근 가짜뉴스는 주로 정치권이나 돈벌이 목적의 유튜브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그런데도 현 정권은 자신들의 허물과 유튜브는 쏙 빼놓고 기성 언론을 겨냥해 재갈을 물리려 들고 있다. 정권의 실책을 비판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진영 내부의 핵심 인사 비판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안타깝게도 스스로 진보를 자임해 온 정권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거듭 억압하고 나서고 있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때도 언론을 압박했다. 기자실 운영의 폐쇄성을 빌미로 미국의 선진적인 방식이라면서 브리핑룸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자들의 자율적인 취재시스템을 정치권력이 개입해 인위적으로 바꾸어놓았다. 좌석 배치 간격까지 규정하면서 기자들은 졸지에 비좁은 버스터미널 대합실 좌석 같은 공간에서 일해야 했다. 당시 동료는 '닭장'이라고 표현할 만큼 근무 환경이 나빠졌지만, 기자들은 그 강제조치를 견디고 넘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모든 언론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징벌적 손해배상, 고의·중과실 추정, 기사열람차단 청구는 언론의 자유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이 ‘언론재갈법’을 추진하는 자(者)들은 잊지 말길 바란다. 세상에 비밀이 없고 언젠가 진리가 드러난다는 불변의 법칙 말이다. 인간의 본성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
▲『아레오파지티카』 는 고대 그리스에서 민주주의를 떠받친 법정과 의회 기능을 하는 '아레오파고스(areopagos)'에 어원을 두고 있다. 자유언론 사상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밀턴은 1644년 이 책을 의회에 보내면서 "거짓과 진리가 열린 자유 시장에서 경쟁을 벌인다면 필연적으로 진리가 승리한다"고 주장했다. 밀턴은 당시 로마 가톨릭 교회가 억압하던 자유 중에서 표현의 자유가 어떤 자유나 인권보다 중요한 천부인권임을 강조하면서 이것을 억제하는 종교야말로 악이며 거짓이라고 설파했다. 서구 민주주의 발전의 원동력이 된 사상이다.
▲진보 정권은 거듭 언론 통제를 시도해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7년 기자실 통폐합이 추진되면서 '언론자유 말살인가 지원인가'를 놓고 토론회가 벌어졌다. 강정현 기자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21년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2020년과 변동 없는 42위를 기록하고 있다. 독재 및 전제국가가 많은 중동 및 아시아에서는 높은 편이지만, 자유 언론이 발달한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경없는 기자회]
08.26 언론법 비판 국제 언론 단체에 “뭣도 모른다”고 한 與 대표
징벌적 배상이란 방법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는 30일로 미뤄졌다. 형식적으로 연기된 것일 뿐 밀어붙이겠다는 정권의 뜻엔 변함이 없다. 언론 자유가 필요한 이유와 그 가치를 아는 국제사회 모두가 한국 정권의 행태를 우려하고 있다. 국제언론인협회와 세계신문협회, 국제기자연맹에 이어 ‘국경 없는 기자회’도 비판 성명을 냈다.
그러자 민주당 대표는 ‘국경 없는 기자회’에 대해 “뭣도 모른다”고 깔아뭉개 버렸다. 이 말은 욕설에 가깝다. 1985년 프랑스에서 창립한 국경 없는 기자회는 언론 자유를 위해 싸우다가 독재 정권에 고난을 당하고 있는 기자들을 구하고자 노력하는 세계적 언론 자유 실천 단체다. 중국, 쿠바, 시리아 등 언론 자유가 억압받는 곳에 달려가 30년 이상 싸웠다. 2002년부터는 세계 언론 자유도 순위를 국가별로 매긴 ‘세계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지금 여당이 야당일 때도 이 자료를 들고 정부의 언론 정책을 비판했다. 여당 대표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단체가 아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언론법) 개정안은 ‘허위 정보’에 대한 상세한 정의가 없고, (언론사의) 고의를 판단할 시스템에 대한 해석이 없다”고 했다. 법이 모호하면 권력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막기 위해 그 모호함을 적극 이용한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말했듯이 “법은 갖다 붙이기 나름”인 것이다. 많은 법학자와 언론학자가 지적하는 핵심 문제다. 민주당 대표 눈에는 한국의 법학자, 언론학자들도 ‘뭣도 모르는’ 사람들인가.
여당 현역 의원들의 우려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옳지도 않고 떳떳하지도, 이롭지도 않다”고 했고, 오기형 의원은 “고의, 중과실 추정은 재고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했다. 이들 역시 ‘뭣도 모르는’ 사람들인가.
조선일보 사설
08.26 언론징벌법 날치기, 역사가 심판한다
/여당 어제 국회 법사위 일방처리, 30일 본회의
언론자유 훼손…당·청 말고는 모두 반대
"언론 침묵은 국민 신음" 말한 대통령이 막아야
민주주의 후퇴시킨 책임은 대통령 몫이다
어제 새벽 4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사위에서 ‘언론징벌법’을 일방처리했다. 이제 30일 국회 본회의와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만 남았다.
여권 앞엔 전례 없이 거센 반대의 벽이 있다. 국민의힘·국민의당뿐 아니라 정의당이 반대하고, 국내 언론계·학계·법조계뿐 아니라 세계 주요 언론단체들도 반대한다. 여권의 오랜 우군들도 “자충수”(유인태 전 의원)라고 우려한다. 민주화 이후 초유의 고립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듣도 보도 못한 ‘악법’이기 때문이다. 곳곳에 위헌 소지가 가득하다. 이 법은 허위·조작 보도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언론사에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도 형사처벌이 가능한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도입하는 건 이중·과잉처벌 소지가 크다. ‘고의·중과실의 추정’ 조항은 자의적이고 모호하다. 입증 책임을 언론사(피고)가 지게 했다는 논란도 있다. 오보라 하더라도 원고(피해자)가 언론사의 ‘현실적 악의’를 입증해야 하는 미국과 천양지차다. ‘기사열람차단 청구권’도 사실상 기사를 삭제하는 쪽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개인의 인격권과 언론의 자유가 충돌할 때 일방적으로 언론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
어제 ‘친문 강성’들이 주도한 법사위에서 독소조항이 더 독해졌다.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의 전제 조건으로 ‘언론 등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에서 ‘명백한’을 뺐다. 고의·중과실 조항에서도 ‘피해를 가중시킬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경우’를 삭제했다. 이로 인해 “법안이 확대돼 남용 가능성이 훨씬 커진”(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 결과를 낳았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왼쪽 부터),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 김승원, 김영배 의원 등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런 법안이 예전에도 있었다면 태블릿PC 보도가 가능했겠는가. 최순실씨가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들어 거액의 손배소를 제기했다면 말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윤미향 의원, 그 가족들이 인격권을 내세워 기사 열람 차단을 요구했다면 그들의 ‘내로남불’ 세계가 드러났겠나. “과거의 독재 권력이 힘으로 언론을 겁박했다면 이제 돈으로 언론을 겁박하는 시대가 될 것”(이정미 정의당 전 대표)이란 비판이 나온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눈과 귀를 막은 채 170여 석으로 밀어붙인다. 놀라운 독선이자 오만이다. 아니면 무조건 돌파해내야 하는 정치적 승부처라고 보는 건가. 언론의 감시와 견제로부터 비켜 있겠다는 건가. 겉으론 ‘국민의 피해 구제’를 내세우지만, 속내론 ‘민주당 구제’를 염두에 두는 건 아닌가. 부당한 욕망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의 침묵은 오히려 도드라져 귀청이 떨어질 지경이 되고 있다. “청와대가 전혀 관여할 일이 아니다”란 입장이라지만 문 대통령이야말로 이해당사자다. 행정부 수반으로 곧 법률안에 재가해야 한다. 그때도 침묵할 텐가. 그는 야당 시절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명예훼손으로 수사·기소하는 것은 잘못된 일” “공인에 대한 비판·감시는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최순실씨 사건 때엔 “언론의 침묵은 국민의 신음”이라고 했었다. 최근에도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기둥”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문 대통령이 지금의 문 대통령에게 답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언론징벌법의 직접 수혜자일 수 있다. 내년에 누가 정권을 잡든 그간 억눌러 뒀던 권력형 비리가 터져나올 텐데 문 대통령이 이 법에 의탁하고 싶어지지 않겠나. 그래서 지금의 처신은 비겁할 뿐만 아니라 부당하다.
진정 안타까운 건 문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기억력이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 ‘취재 지원 선진화 방안’이란 이름으로 언론의 자유를 옥죄었다.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운명』에서 이를 일언반구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철저한 실패였다. 이번의 경우 법률안인 데다 민주당이 2024년까지 다수당일 터라 진정한 ‘대못’이라고 믿는 건가. 그렇다면 순진하다. 역사의 법정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언론징벌법 날치기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최종 책임은 고스란히 문 대통령의 몫이다. 이제라도 막지 않으면 역사가 반드시 심판할 것이다.
중앙일보사설
08월 26일 이제 ‘독재정권’이라 부른다
허민 전임기자
언론의 자유는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이다. 불감훼손(不敢毁損), 감히 훼손할 수 없는 보편적 가치이기도 하다. 한때 언론의 자유를 소리 높여 외쳤던 법학자의 글이 있다. “언론은 공적 인물에 대한 검증에 부분적 허위가 있었음이 밝혀지더라도 법적 제재가 내려져서는 안 된다. 제멋대로의 검증도, 야멸찬 야유와 조롱도 허용된다.” 2013년 5월 트위터에 글을 올린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그는 이번에 집권여당의 언론징벌법(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열렬하게 환영했다.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면 민주주의지만, 권력이 언론을 감시하면 독재다. 언론의 자유가 무너질 때 권력은 독재가 된다. 미국이 수정헌법 제1조에 ‘의회는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Congress shall make no law abridging the freedom of speech, or of the press.)’고 못 박은 이유다. 몇 해 전 세계적 권위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민주주의가 설 땅을 잃어간다’는 글에서 민주주의가 퇴보하는 과정을 4단계로 구분해 제시했다. 그 마지막 단계가 ‘권력이 언론을 장악하고 여론을 조작해 권좌에서 몰아내기 어렵게 만드는 단계’였다.
문재인 정권의 언론징벌법은 전두환 시대 ‘보도지침’, 노무현 때의 ‘기자실 대못질’이라는 언론탄압 흑역사의 계보를 뛰어넘었다. 대북전단금지법-5·18 왜곡처벌법-윤미향보호법을 잇는, 언론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는 시리즈물의 완성편이다. 집권 후 행정과 입법과 사법을 장악한 불의한 권력이 언론 장악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막 통과하는 중이다. 이것이 각계각층의 전례 없는 반대를 부른 배경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반 자유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이라고 평했다. 집권당의 우당인 정의당도, 정권의 우군인 민변도 반대하고, 여당 내에서도 비판론이 터져 나왔다.
히틀러 시대 선전장관이었던 괴벨스는 광기에 가득 차, 협박·공갈·이간(離間)을 통해 언론을 ‘정권의 피아노’로 만들었다. 징벌적 배상, 고의·중과실 유죄 추정, 무죄 입증 책임 전가 등 흉수(凶手)를 품은 언론징벌법 또한 정권에 가공할 힘을 부여하며 장기집권의 동력을 만들고 퇴임 후 안전판을 마련하는 데 동원될 것이다. 그 모든 역사 퇴행적 국면에는 권력의 생성·유지·소멸에 개입해온 친문 세력, 그리고 문 대통령이 ‘마음의 빚’을 숨기지 않았던 조국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조항으로 가득 찬 이 법의 수혜자는 따라서 돈과 힘을 나눠 가진 문재인 세력과 후예들이다. 이제 이 정권을 독재정권이라 부른다.
언론의 자유를 탄압한 정권의 말로는 늘 비극적이었다. 국가 선전 수단을 틀어쥔 채 수권법을 만들어 스스로 독재권력을 부여했던 히틀러는 지하벙커에서 자살했다. 보편 가치를 훼손한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퇴임 후 삶도 순탄치 않았다. 언론징벌법은 30일 국회 본회의 처리와 문 대통령의 결정만 남겨놓았다. 집권여당이 뒤늦게 이성을 회복해 법안을 거둬들일 리도 없고, 문 대통령이 뒤늦게 정신 차려 거부권을 행사하지도 않을 것이다. 모두 자기 무덤을 파고 있다. 미구(未久)에 닥칠 심판을 아는지 모르는지.
문화일보
08월 26일 독소 더 키운 與 언론惡法, 전면 폐기 당위성 더 커졌다
여당(與黨)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밀어붙이려던 언론봉쇄법을 야당의 ‘불법 절차’ 지적에 오는 30일로 미루긴 했으나, 독소(毒素)는 더 키웠다. 더불어민주당이 25일 새벽 4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날치기 처리하면서,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하는 요건이던 ‘언론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에서 ‘명백한’을 삭제했다. 지난 19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한 법안도 과잉금지원칙을 거슬렀을 뿐 아니라, ‘고의’ ‘중과실’ 여부의 판단을 자의적으로 하게 해서 위헌성이 확연한데, 고의성과 중과실이 분명하지 않아도 갖다 붙이기만 하면 징벌 대상이 되게 했다.
‘보복적·반복적 허위·조작 보도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에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도 삭제해, 언론의 고의·중과실인 것으로 자동 추정하는 범위를 더 넓혔다. ‘자동 추정’의 위헌성을 더 키운 셈이다. 그러고도 민주당 의원들은 ‘주먹 하이파이브’로 자축하는 광기(狂氣)까지 보였다. 송영길 대표부터 반(反)이성적이다. 국제적인 언론 감시 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해당 법안에 널린 독소들을 정확히 지목하며 “언론에 압력을 가하는 도구로 쓰일 수 있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개정안을 부결시켜 달라”고 했다. 이를 두고 송 대표는 대놓고 “뭣도 모르니까” 운운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언론 악법(惡法)’ 비판과 철회 촉구는 여권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더 확산 중이다. 이날만 해도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보도까지 위축시킬 위험이 분명히 존재한다. 4·7 재보선에서 질타받았던 오만과 독선의 프레임이 부활하는 것. 옳지도, 떳떳하지도, 이롭지도 않다’고 했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도 법리적 부당성을 따진 입장문을 통해 ‘언론만 특정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진보 정당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미투’ ‘학폭’ 등의 보도마저 불가능하게 하는 법일 수 있다”는 취지로 개탄했다. 민주당은 전면 폐기의 당위성이 더 커진 악법의 입법을 이제라도 포기하는 게 옳다. 일부 수정 꼼수도 단념해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문화일보 사설
08월 26일 법사위 방치, 면피용 필리버스터…野 웰빙病 못 버렸나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을 처리한 지난 25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황을 보면, 국민의힘이 입법 독재에 총력을 다해 맞서려 하는지, 적당히 들러리나 서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한다. 압도적 다수 의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철야(徹夜)를 불사하는데, 야당 의원들은 도중에 회의실을 떠나 결과적으로 여당 의원들이 법안을 개악하도록 방치했기 때문이다. 여당보다 더 치열하게 노력하고 죽을 힘을 다해 정치적 아이디어를 짜내도 부족할 판인데 그렇게 했다. 심지어 필리버스터에 대해서도 마지못해 면피용으로 나서는 조짐까지 보인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25일 오전 1시 퇴장했다. 차수 변경 후 회의가 속개된 지 20분 만이다. 이후 여당은 마음대로 법안을 개악했다. ‘청탁금지법 관련 보도를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문구를 삭제하자는 요구까지 나오자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나서 만류했을 정도다. 앞서 국회 문체위 소위와 전체회의에서도 무기력했다. 여당은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에 범여권인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을 ‘야당 몫’으로 선정해 90일 심의기간을 거치지 않는 등 온갖 탈법과 편법을 일삼았다.
국민의힘은 30일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이 없다’ ‘필리버스터 할 사람도 없다’는 등의 주장이 잇달았다. 여당보다 몇 배 더 노력하지 않으면 의석 열세를 만회할 수도, 정권 교체에 기여할 수도 없다. 아직 웰빙병(病)을 못 버린 야당 의원이 너무 많다.
문화일보 사설
08월 26일 ‘뭣도 모르는’ 건 송영길?
“英·美선 징벌적 손배” 주장에
학계 “美선 원고가 ‘악의’ 증명
징벌적 손배도 민사소송 적용
정작 언론중재법 모르는건 宋”
국경없는기자회(RSF)의 언론중재법 비판에 대해 “뭣도 모른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킨 송영길(사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안 취지를 설명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국내외 언론단체와 야당의 지적을 반박해왔던 송 대표가 ‘선택적 팩트’를 활용해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송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쪽(RSF)에 영문으로 우리 입장을 잘 정리해서 직접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사과가 아니라 법안 내용과 취지, 민주당의 견해 등을 담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학계에선 “언론중재법을 모르는 건 오히려 송 대표”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우선 송 대표는 “영국과 미국은 악의적 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미법 국가에선 모두 운용되고 있는 제도라는 의미다. 하지만 대륙법을 따르는 한국과 달리 대부분의 영미법 국가에선 민사소송에서 일반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원칙이 적용된다. 허위·조작보도에만 따로 규정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해외 주요국에서 유사한 입법 사례를 찾지 못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미국에선 원고가 보도 내용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보도했다는 ‘실질적 악의’를 증명해야 손해배상이 인정되며 결과가 나오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 과정에서도 고의·중과실 추정과 공익보도 면책 조항을 놓고 민주당 법사위원 간 논쟁이 벌어지는 등 ‘불완전·부실 법안’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심지어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여러 차례에 걸쳐 수정된 안이기 때문에 수용하기 조심스럽다”고 난색을 보일 정도였다.
한편 RSF는 송 대표 발언에 “한국 사정을 모른다는 건 현실과 아주 동떨어진 이야기이자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 반박했다.
문화일보 손우성·안진용 기자
08월 26일 민주주의 핵심 하나씩 파괴되고 있다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헌법학
더불어민주당이 25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그것이 실체적으로는 ‘민주주의의 기둥’ 또는 제4정부를 침해함으로써, 절차법적으로는 절차적 정의 내지 민주적 절차를 짓밟음으로써, 대한민국에 민주화(1987) 이래 최악의 민주주의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것도 우리나라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뽐내며 각종 보상금 등을 받고 있는 운동권 중심의 여당이 그 위기 조성의 중심에 포진하고 있다니 아이러니다. 현 지정학적 위치와 남북 대결의 구도 속에서 친북·친중적인 그들이 조성하는 자유민주주의 위기의 함의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그동안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 언론 자유 침해의 우려를 동반한 5·18민주화운동왜곡처벌법, 4·3사건법, 대북전단금지법 등과 일련 선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을 바라보게 한다. 하나씩 놓고는 너그럽게 봐줄 수도 있을지 모르나, 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국회가 마치 나치가 제정한 ‘수권법’에 따라 하나하나 독재의 길을 다졌듯이 민주주의의 핵인 언론 자유의 파괴를 쌓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통과가 모든 것을 정당화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과거 나치는 물론 오늘날 북한이나 중국을 봐도 그들의 의회인 최고인민위원회가 가결한 법률에 따라 독재(즉 민주적 중앙집권제)가 실현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법치주의는 전체주의 독재의 수단인 법치주의(the Rule by Law;독일식 형식적 법치주의)다. 자유 언론의 가치나 권력 통제,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내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가치와 원리를 내포하고 있는 자유민주국가의 법 지배의 원리(the Rule of Law)와 차별화된다.
언론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으로서, 여러 기본권 중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한다고 간주된다. 그러므로 언론을 규제하는 입법은 여타 기본권의 경우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국가안보·사회질서·공공복리상) 꼭 필요한 최소한의 부득이한 규제만이 헌법상 정당화된다.(헌법 제37조 제2항) 그렇지 않으면 언론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갖게 된다. 다른 대안이 있는 경우에도 위헌이 된다. 필요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정당화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가령 언론이 고의나 중과실로 타인의 명예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하는 경우 이를 다룰 기본법으로 형법(명예훼손·모욕죄 등)과 민법(불법행위법)이 이미 있고 특별법으로 언론중재법이 있다. 문제가 되는 언론중재법 개정 입법이 위 엄격한 잣대를 통과할 수 있을지 대단히 의문이다.
또,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가졌다고 일당 단독 의결하는 것은, 상임위원장 독식 및 상임위 독주와 함께 토론·심의·협치를 핵심으로 하는 의회주의의 전통과 관행에 반(反)해 문제 된 개정 입법의 절차적 정당성을 잃게 한다. 취재 때 법률을 위반했거나 제목과 기사 내용이 다를 때 등 6가지를 고의·중과실로 의제(擬制)해 입증책임을 언론에 떠넘기는 것은 절차법적 정의에 반한다. 형사소송이나 민사소송이나 입증책임은 주장하는 쪽, 즉 검사나 원고가 지는 법이다. 피고가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고 증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08.27 與 언론 징벌법, 대북 전단법, 北 인권 등 국제사회 우려 모두 무시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26일 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한국 사정 잘 모른다"는 언급을 반박했다. /조선일보 DB
국경 없는 기자회(RSF)의 세드릭 알비아니 동아시아 지부장이 25일 “한국에는 RSF 특파원 3명이 주재하고 있다”며 “RSF가 한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는 것은 전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표가 RSF의 ‘언론징벌법’ 비판에 대해 “뭣도 모른다”고 깔아뭉개자 바로 반박한 것이다. 그는 “왜 이리 시급하게 이 법을 통과시켜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많은 사람의 의문과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RSF 사무총장 등을 초청해 “한국은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해 투쟁했던 자랑스러운 전통이 있다”고 했다. “RSF의 (언론 자유) 노력에 동참하겠다”고도 했다. 당시 야당이 문 정권의 비민주적 행태를 비판하자 민주당은 “RSF가 발표한 언론 자유 순위에서 한국이 12년 만에 가장 높았다”고 반박했다. 대통령과 여당은 ‘뭣도 모르는’ 국제기구를 근거로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 운운했나. 지금 세계에 유례가 없는 ‘언론징벌법’을 비판하는 국제기구는 RSF뿐이 아니다. 국제언론인협회와 세계신문협회, 국제기자연맹 등도 전부 ‘악법’이라며 강행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을 언론 수호자처럼 떠받들던 사람들이 이제 와선 귀를 막고 비하까지 한다.
미 의회의 초당적 인권위원회가 청문회를 열어 대북 전단 금지법을 ‘인권 침해,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했다. 북으로 유입되는 종교와 문화까지 틀어막는 것은 “과도한 제약”인 만큼 전단법을 수정하길 바란다고도 했다. 그러자 대통령 멘토라는 사람은 “내정간섭”이라고 했고, 대통령 복심이라는 여당 의원은 “선입견”이라며 전단법을 강행했다. 내정간섭, 선입견 등은 북한이나 중국이 인권·자유 문제를 지적받으면 내놓는 반응이다. 지난달 미 하원 의원이 문 대통령에게 중국에 구금된 탈북 가족들의 한국 송환을 요청했다. 대통령은 ‘꼭 추가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50여 명이 최근 강제 북송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2018년 방미 때 “언론과 탈북민을 탄압한다는 말이 들린다”는 폭스뉴스의 질문을 받았다. 그때 “한국 역사상 지금처럼 언론 자유가 구가 되는 시기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탈북민은) 통일에서 하나의 마중물 역할”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한 달 뒤 통일부는 탈북민 기자의 판문점 남북 회담 취재를 막았다. 당시 국제언론인협회가 문 대통령에게 항의 서한을 보냈지만 무시당했다.
한국 민주화 운동은 고비 고비마다 국제사회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사람들이 권력을 잡자 독재 정권 뺨치게 일방 강행 처리를 일상화하면서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걱정과 우려까지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8월 27일 언론중재위원회도 친여기관 만든 言論악법…與대표는 잇단 궤변
여권(與圈) 일각에서도 비판이 확산하는 여당의 언론(言論) 악법에, 객관성과 중립성이 생명인 언론중재위원회를 친여(親與)기관으로 변질시키는 항목도 들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90명인 현행 중재위원 정원을 120명으로 늘리며, 5분의 2인 48명은 ‘독자·시청자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임명하게 했다.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들이 중재위를 좌지우지하게 하겠다는 식이다. 정정·반론·추후 보도 등의 모리터링 전담 인력도 배치한다. 언론에 대한 상시 감시체제다.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본색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언론봉쇄법’인 사실을 거듭 뚜렷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권경애 변호사가 “개정안의 중재위는 전형적인 파시즘 통치기관”이라고 지적한 이유다. 그런데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부터 잇단 궤변으로 국민을 현혹하려고 한다. 26일에도 그는 선거법 위반에 따른 의원직 상실을 거론하며 “허위보도를 했다고 언론사 면허를 취소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비유 대상부터 황당하다. 언론 자유의 본질조차 모르거나 일부러 외면한 것으로 비친다.
그런 식이니, 비판 성명을 발표한 국경없는기자회(RSF)에 대해 “뭣도 모르니까” 운운했다가 정면 반박도 불렀다. 세드리크 알비아니 RSF 동아시아지부장은 이날 “한국에 있는 특파원 3명 도움으로 개정안을 검토했고, 상당 시간을 들여 조사했다. 문제가 있는 걸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게 우리 의무다”라고 밝혔다. “국회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우려를 표명해야 한다”며 입법 중단도 거듭 촉구했다. 민주당 중진인 이상민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개정안은) 언론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고 시인한 뒤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우려하는 목소리가 꽤 많다”고 했다. 여당은 이런 목소리나마 경청하고 입법을 완전히 포기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08월 27일 국민 입 틀어막는 ‘봉쇄법’ 입법 독재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민주주의의 근본이념인 법치주의는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 따라 국가가 운영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 따르기만 하면 그것이 법치주의일까? 히틀러의 독재를 경험한 유럽 국가들은 독재 권력에 장악된 의회가 만든 법률에 따른다 해서 그것이 법치주의는 아님을 깨달았다. 그래서 생겨난 게 ‘실질적’ 법치주의라는 개념이다. 의회가 만들었다 해서 다 ‘법률’이 아니라, 헌법에 합치되는 법률만이 진정한 법률이며, 이에 따라 국가를 운영하는 게 실질적인 법치주의요,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절대과반 이상의 의석을 가진 현 여당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법률을 만들 수 있다. 설령 그것이 위헌적이고 반(反)민주적인 법률이라 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지금 여당은 국민의 입을 막고 몸을 묶는 이른바 ‘봉쇄’ 법률을 계속 만들고 있다. 지난해 5·18민주화운동을 부인하거나 비방하면 처벌하는 ‘5·18 왜곡 방지법’을 입법하더니, 양향자 의원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사실 왜곡도 처벌 대상에 포함한 ‘역사왜곡금지법’을, 김용민 의원은 독립운동에 관한 사실을 왜곡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역사왜곡방지법’을 각각 발의했다. 또, 가짜 뉴스 규제를 명분으로 언론의 입과 손을 묶으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강행 처리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재근 의원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었다. 다행히 지난 25일 철회됐지만, 사실을 적시하거나 허위의 사실을 유포해 피해자, 유족 또는 일본군위안부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면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입법됐더라면,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의 전신)에 대해 발언한 것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위안부 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출신이며 할머니들의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로 재판 중인 윤미향 의원이 법안의 공동 발의자여서 피해자들의 공분이 더 컸다고 한다.
국민의 입을 막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독재 권력이 가장 잘하는 일이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임을 자부하는 현 정부가 독재 권력을 지향할 리 없다고 믿는다. 그런데 최근 여당이 발의하는 법안들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 지금 여당이 야당이던 시절을 상기해 보라. 자신들이 가장 즐겨 했던 말이 ‘언론(표현)의 자유’와 ‘진실 규명’이었다. 방송이나 유력 신문들은 기득권을 대변하는 매체인 것처럼 공격하고 인터넷 등 비주류 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지지층을 확장했던 게 현 정부이며 여당이다.
그런데 이제 자신들이 집권 세력이 되고 거대 여당이 되니 1인 미디어나 비주류 언론들의 비판이 귀에 거슬리는지 가짜 뉴스와 역사적 사실의 왜곡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국민과 언론을 ‘봉쇄’하려 한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이미 거짓이나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때에는 처벌할 수 있는 형법 규정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 특별법을 만들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그 취지가 아무리 좋다 해도 그것은 명백히 위헌적이고 반민주적인 발상이다.
‘법령이 많을수록 도둑이 늘어난다. 나라는 바름(正)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노자의 가르침을 되새기기 바란다.
문화일보
08월 27일 ‘뭣도 모르는’ 여당의 정책
박정민 경제부 차장
범여권에서도 우려를 나타내는 ‘언론중재법’을 고집스레 밀어붙이는 더불어민주당을 보며 착잡한 마음을 다스릴 길이 없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발언은 충격적이다. 국경없는기자회(RSF)의 언론중재법 비판에 대해 그는 “뭣도 모르니까. 뭐든지 그러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마음의 소리’다. ‘우리가 옳고 너희는 그르다’ 식의 아집이 이 한마디에 다 녹아 있다. 문재인 정부를 움직이는 청와대·여당 사람들의 인식의 현주소다.
민주당의 유아독존식 정치는 비단 언론중재법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경제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실정(失政)에 대한 반성이 없다. 경제에 대해 다 안다는 오만 때문이다. 경제는 전문성과 통찰력이 필요한 분야다. 국민이 피해를 겪기 전에 시장을 읽고 먼저 대책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 행정 공무원들의 만류에도 이들은 재정투입 문제, 부동산 급등 등에 대해 여당이 직접 정책에 관여하겠다며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언론중재법·당내 경선 등 정쟁에 몰입하고 있다. 지난 실정에 대한 개선·대책도 물 건너가고, 다가올 경제적 이슈도 관심 밖이다.
2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2020년 5월 0.5%로 금리 인하한 지 15개월 만의 조치로, ‘초저금리’ 시대의 종료를 알린 사건이다. 과연 민주당은 금리 인상이란 이슈가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상이나 했을까? 정책 전반의 변화와 일부는 수정까지도 요구되는 큰 이슈지만 이를 걱정하는 여당 인사를 보진 못했다. 일례로 여당 출신 국무총리, 매번 여당에 꼬리 내리는 경제부총리가 잇달아 ‘금리가 오르면 쪽박을 찰 것’이란 식으로 협박한 것만 기억날 뿐이다. 경기 부양에 무게를 두는 정부 정책 논리상 정부·여당이 한목소리로 기준금리 인상을 최대한 미뤄달라고 주장해도 모자랄 판에 총리는 물론 부총리까지 나서서 마치 금리 인상을 반기는 듯한 발언만 이어가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며 경기침체 우려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가 오히려 금리 인상을 큰소리치고 다니는 웃기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집값 폭등은 정부·여당이 주도한 수요억제정책과 임대차 3법, 그리고 무수히 많은 세제·금융규제 때문이다. 하나를 찍어 거론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다 안다는 듯 무리한 정책을 추진한 후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려놓는 식이다. 지금의 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처리하는 방식이 딱 이런 모습이다. 다 안다는 듯 국회 의석수를 앞세워 휘몰아치듯 법안 등을 처리하고 돌아서서 나 몰라라 할 게 뻔하다. 실정을 비판하는 언론의 입만 막으면 된다. 이후 벌어질 부작용은 자신들이 알 바 아니다.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에 이자 상환 부담을 안기는 것은 물론, 수출입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국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축소는 경기에 영향을 미쳐 여당이 고집스레 추진하는 상생국민지원금이나 코로나19 피해 지원 등 재정사업의 효과도 떨어뜨릴 수 있다. 향후 발생할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당이 ‘다 안다’는 태도를 버리고 차분하게 정책에 대해 고민해보길 바란다.
문화일보
08-27 대한민국을 부끄럽게 만드는 사람들
우리 민족사에서 암울했던 구한말 시기, 흑백논리로 분열시켜 국민의 삶 도탄에 빠져
경제성장에도 무능한 정치로 국격 떨어져
헌법 훼손하며 언론중재법 통과 서두르는 與, 나라를 후진국가 대열로 밀어내면 안 돼
역사가들은 우리 민족사에서 가장 암울하고 비참했던 때는 구한말이었다고 본다. 유학의 형식논리를 신봉해 온 지도자들이 인간관계와 선악 관념을 흑백논리로 압축시켰다. 그 결과는 의식구조와 가치관은 물론 사회적 삶 자체를 분열시켰고, 서로 적대시하는 싸움터로 전락됐다. 승자가 남고 패자는 생활 영역에서 버림받았다. 지도자와 관공리들은 관권과 이권욕에 빠져 원수를 갚고 은혜를 갚는다는 명목 아래 국민의 삶을 도탄으로 몰아넣었다.
그래도 35년의 굴욕과 해방, 6·25의 역사를 거쳐 지금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권력사회를 법치국가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4, 5년 동안 다시 국격은 떨어지고, 국민들은 자부심을 잃어가고 있다. 불행하게도 그 책임을 고정관념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 기득권 세대와 정치계의 후진성과 무능에 묻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광복절을 전후한 한 달간에서도 나타난 현상이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 있었던 올림픽 경기만 해도 그렇다. 우리 대통령이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만 한 아량과 지도력만 있었다면, 잡다한 정치·경제관계를 미루어 두고 일본 총리에게 축하와 협조의 예를 먼저 갖추어 일본 정치인들보다 높은 수준의 도량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청와대 수준이 그 정도니까 우리 선수단 숙소에는 이순신 장군까지 등장하고, MBC는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 올림픽 정신에도 어긋나며 국제무대에서의 부끄러움을 국민들에게 돌리는 결과가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북측에서 일방적으로 단절했던 전화가 개통됐다고 해서 여당과 청와대가 얼마나 떠들었는가. 희망의 문이 열릴 듯이 일부 여당 정치인들이 반색했다. 통일부는 북에 줄 예산과 코로나19 백신 문제까지 언급했다. 북에서는 한미 군사훈련을 감행하면 그에 해당하는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지시를 내리고 끊어버렸다. 동포 간 문제여서 인내심을 갖고 청와대가 선처해 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격은 어떻게 되나. 남북관계를 주종관계로 이끌어 가도, 국민들까지 뒤따라갈 수는 없다.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와 천안함 사태도 재연할 수 있다는 북측의 엄포였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에 주재하는 중국대사까지도 한국 정부에 훈시 내릴 정도의 상황을 누가 만들었는가.
8월은 광복절이 있는 달이다. 온 국민의 기대와 희망이 되살아나기를 염원했다. 그러나 결과는 뜻밖이었다. 정부는 행사를 위한 의무적 식전을 꾸몄고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는 역작용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경축사는 계속 들어오던 업적 자찬이었고, 누가 책임질지도 모르는 미래의 꿈을 되풀이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일본에는 문을 열어놓고 있다는 성명이었다. 잘못은 일본에 있다는 인상이다. 그동안 대일정책에서 우리는 명분도 찾지 못했고, 일본의 경제적 제재는 기업들이 걸머지게 되었다. 그러나 국민들을 놀라게 한 것은 광복회장의 기념사였다. 친일파를 끝까지 숙청하는 것이 최고의 과제임을 강조했다. 이런 자가당착의 성명을 듣는 국민들로서는 믿고 따를 지도자가 없어진 셈이 되었다.
같은 때 추진된 홍범도 장군의 유해 귀환과 현충원 안장 절차에는 대통령의 정성과 예우가 극진했다. 그 이상이 없을 정도였다. 국민들은 그의 환국을 거론하지 않는다. 그러나 홍 장군 후반기의 행적과 민족주의 독립군에게 어떤 가해를 입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역사가들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들도 문 대통령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 묻게 될 것이다.
작금에는 민주당 지도부들이 ‘언론중재법’을 대선 승리와 정권 계승을 위해 통과시키려고 서둔다. 문 정권의 정치 과정을 보아 짐작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까지 훼손시키며 국격을 후진국가 대열로 밀어내는 우를 저지르지는 않기를 원했다. 그것은 성숙한 국민의 언론 질서가 해결할 문제이지 법과 권력으로 수개월 안에 끝날 과제가 아니다. 이제 대통령이 언론계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언하고도, 국회의 결정이 국민의 뜻이라고 수용한다면 국민은 헌법이 부여한 자유를 지키는 길을 선택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더 이상 부끄럽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정권은 바뀌고 끝날 수 있어도 대한민국의 역사와 번영은 영구히 지속되어야 한다.
동아일보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08.28 K독재의 등장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K+벤처' 행사를 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5일 “K-테스트베드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강화하는 촉매제가 되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K방역, K백신 등으로 재미를 보니 이젠 아무 데나 K를 붙인다. 원래 Korea의 K는 K팝, K푸드, K뷰티처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 대한민국 위상을 드높인 분야에 대한 일종의 헌사였다. 이를 문재인 정부는 국가 주도 정책이나 사업에 마구 쓰면서 K의 가치를 훼손시켰다. 정작 현 정부 들어 극심해진 실상은 감추면서 말이다. 바로 K독재다.
임대차 3법 등 입법 독재로
신뢰 붕괴, 감시 강화 야기
언론징벌법은 K독재 완결판
탱크로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것도 아닌데, 엄연히 선출된 권력인데, 정적을 고문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독재냐고? 독재도 진화한다. 이른바 '신형 독재'다. 2018년 6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이후 민주주의 지수가 계속 떨어진 국가는 89개국에 이른다고 전했다. (민주주의 지수가 상승한 국가는 27개국) 그러면서 구체적인 민주주의 퇴행의 단계로는 ①국가 위기 사태에서 국민은 위기 극복을 약속한 지도자에게 표를 몰아준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 ②이렇게 집권한 지도자는 쉴새 없이 가상의 적(적폐세력과 토착왜구)을 만들어내고 공격한다. ③집권세력을 가로막는 독립적인 기관(사법부·검찰·감사원 등)의 발을 묶거나 거세한다. ④언론을 장악해 여론을 조작(언론징벌법)하거나 선거법 개정(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위성정당) 등으로 국민이 집권세력을 몰아내기 어렵게 만든다.
▲2019년 7월 당시 조국 민정수석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위)과 ‘죽창가’ 소개글. [사진 조국 페이스북 캡처]
어떤가, 소름 끼칠 만큼 문재인 정부 출현 이후 한국사회 흐름과 판박이 아닌가. 특히 이코노미스트는 3단계까지는 겉으로는 민주주의 국가의 형태를 띠지만, 4단계에 이르면 민주주의 국가라고 칭할 수 없다고 단정한다. 결국 민주당이 30일 강행 처리하려는 언론징벌법은 K독재 '연성(軟性) 파시즘'의 완결판이다.
세간엔 이미 '독며든다'(독재+스며든다)는 말이 횡행한다. 독재의 폐해는 어느새 우리 일상을 잠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3법'이다. 민주당의 완력으로 지난해 7월 말 시행 이후 1년간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25.7% 상승했다. 법 시행 직전 3년간 연평균 상승률 3.1%보다 무려 8배 이상 올랐다. 같은 아파트 단지, 같은 평형임에도 신규와 갱신 전셋값이 2배나 차이 나는 등 괴이한 2중·3중 전세 가격도 시장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이래놓고도 사과하는 민주당 의원은 아무도 없다.
▲2020년 7월 25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임대차 3법 위헌 등을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돈보다 더 치명적인 건 서로 믿지 않는다는 거다. 전세는 한국만의 관례였다. 임대인은 전셋값을 지렛대 삼았고, 임차인은 월세를 내지 않은 채 전세금을 담보로 주거 만족도를 높였다. 양측 모두 윈윈의 공생이었다. 하지만 가격 상승률을 5%로 묶으면서 '시세보다 너무 싸다' '법대로 해라' '그럼 집주인인 내가 들어가 살겠다' '내용증명 보내라, 이삿짐 풀면 나가겠다' 등 임대인과 임차인은 이제 적이 됐다. 민주당이 현재 밀어붙이는 수술실 CCTV 설치법(의료법 개정안)의 기본 전제도 '의사를 믿을 수 없으니 카메라를 설치하자'다. 신뢰 붕괴와 감시 강화는 독재 국가의 단면이다.
최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중단도 비슷하다. 가계 대출 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 했다면, 금융당국은 시중 은행과 협의해 선제적으로 관리 조절했어야 한다. 느닷없이 대출을 옥죄는 건 빵 100개를 쌓아두고서 처음 온 이들에겐 10개, 20개씩 턱턱 내주다가 빵 떨어지니깐 '이젠 없어, 다음에 와'라고 내쫓는 꼴이다. 전형적인 관(官)의 횡포다. 별안간 자금줄이 끊긴 이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행여 계약금을 날릴까 봐 속을 까맣게 태워도 관료는 천하태평이다. 국민은 개·돼지요, 자신의 목줄을 쥐고 있는 권력의 눈치만 살피기 때문이다.
▲386 운동권 출신으로 알려진 임헌조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 상임공동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규탄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과 스티븐 레비츠키 교수는 "선출된 독재자는 민주주의의 '허울'은 유지하면서 그것의 '실질'은 도려낸다. 민주주의의 전복을 위해 사용하는 수단은 하나같이 합법을 가장한다"(『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고 설파했다. 검찰개혁이란 미명 하에 검찰의 수사력이 파괴되면서 이제 현 정부의 폭주를 제어할 수 있는 대한민국 집단은 100석 남짓한 야당과 언론뿐이다. 그나마 남은 견제의 한축인 언론을 K독재는 징벌법으로 와해시키려 한다. 입법·행정·사법에 이어 제4부라는 언론마저 틀어막히면 이후 수순은 댓글과 페이스북 등 개인 SNS 통제다. 김어준 같은 친여 매체만 활개칠 것이다. 검열과 보도 통제가 일상화된 중국은 우리에게 먼 미래가 아니다. 훗날 코로나가 끝나도 마스크는 벗을지언정, 우리는 계속 입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
중앙일보 최민우 기자
08.28 언론 보도로 비위 드러난 사람들이 앞장서 밀어붙이는 ‘언론징벌법’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하려는 ‘언론징벌법’에 대해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당 회의 등을 통해 “민주당으로서 지켜왔던 가치가 훼손되는 것” “애초 입법 취지와 맞지 않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등의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당 대표에게 직접 찾아가 문제를 제기한 의원들도 있다.
이런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당내 강경파들이 강성 친문 지지층을 등에 업고 언론징벌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런데 이들 주도 세력은 자신의 비위가 언론의 취재 보도로 밝혀졌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이 법을 최초로 제기한 사람은 이스타 항공 500억원대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상직 의원이다. 그는 대통령 딸의 해외 이주를 도와준 사람으로 그 대가인지 여당 국회의원이 되고 수사를 피하며 권력의 비호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 의원은 자신에 대한 취재와 보도가 이어지자 “가짜 뉴스와 싸울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라고 주장하며 징벌적 손해배상 필요성을 주장했다.
언론징벌법을 추진하는 5인방 중에서도 선봉으로 꼽히는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언론이 재개발 지역 부동산 투기 문제를 보도해 청와대 대변인에서 물러났다. 정권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와중에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투기를 한 사람이다. 그는 상임위에서 이 법에 독소 조항을 추가하거나 야당의 이의 제기 절차를 무력화하는 데 앞장섰다.
법사위원장 직무대리로서 새벽 날치기 처리를 이끌었던 박주민 의원은 본인이 임대료를 5% 초과해 올릴 수 없게 하는 법을 발의한 뒤, 법 시행 이틀 전 보유 중인 아파트 임대료를 9% 인상한 것으로 확인돼 ‘국민을 속이는 내로남불’로 비판받았다. 이를 취재해 보도한 것도 언론이었다.
언론 보도의 희생양을 자처하는 조국 전 법무장관의 친위 세력들도 언론징벌법을 앞장서 밀어붙이고 있다.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수호 집회’를 주도했던 김용민·김남국 의원이 각각 당 미디어혁신특위 위원장·위원으로 참여해 법안을 만들었다. 조국 가족의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비리와 파렴치는 거의 모두 언론의 취재 보도로 드러난 것이다. 이들이 언론징벌법으로 언론에 그 보복을 하려는 것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중립적 설문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반대가 찬성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 법은 언론의 책임성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언론의 입을 막으려는 것이다. 언론 보도로 비위가 드러난 사람들이 이 법을 밀어붙이는 것이 그 증거다.
이들은 자신 또는 자신이 속한 정치 세력의 비행이 언론 보도로 인해 만천하에 알려지고 그래서 정치적 타격을 입었던 경험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국내외 언론계, 학계, 시민사회는 물론 여권 내부 만류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반민주 폭거에 앞장서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8.28 21세기 한국 정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27일 오후 충북혁신도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정문 앞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초기 정착 지원을 발표하는 브리핑을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동안 한 뒤쪽에 있던 직원이 도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주고 있다. 이날 강 차관이 발표한 브리핑 자료는 비에 흠뻑 젖었다. /뉴시스
강성국 법무차관이 27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 입국자 390명에 대한 국내 정착 지원 방안을 브리핑했다. 브리핑은 야외에서 진행했는데 비가 시간당 10mm 안팎 내리고 있었다. 강 차관 뒤에서 법무차관실 보좌진 한 명이 아스팔트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우산을 든 손을 머리 위로 뻗었다. 차관이 비를 맞지 않도록 우산으로 막아준 것이다. 이 직원은 브리핑이 진행되는 동안 그 자세로 우산을 받쳤다고 한다.
이 장면이 전해지자 “생중계하는 행사장에서 이렇다면 평소엔 얼마나 심하겠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조선 시대도 아니고 뭐 하는 짓이냐” “무릎을 꿇게 할 필요가 있느냐” “차관이 상전이냐” “옆에 서서 우산을 들어주면 권위가 떨어지나” “저 사람 가족이 보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등의 반응도 나왔다. “저래 놓고 무슨 인권 타령이냐”고도 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강 차관은 ‘택시 기사 폭행 사건’으로 임명 5개월 만에 사퇴한 이용구 전 법무차관 후임이다. 그렇다면 몸가짐을 각별히 조심해야 하지 않나. 부하 직원이 뒤에서 무릎 꿇고 우산을 드는 그 상황에서 정말 아무런 문제도 느끼지 못했나.
법무부는 “방송 카메라에 안 보이게 우산을 든 것”이라며 “지시나 지침에 따른 게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직원이 차관 옆에 서서 우산을 받쳐주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나. 그것이 불경인가. 이 행사는 한국 정부가 세계 인권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묵는 충북 진천까지 가서 행사를 열었다. 박범계 법무장관은 “이로써 우리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 옹호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국제 대열의 한 축이 되었다”고 했다. 그런 사람들 뒤에서 한 직원은 무릎을 꿇고 우산을 들었다. 21세기 한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느냐는 개탄이 나온다.
조선일보 사설
08.28 언론법 설명한다며....외신기자 불러놓고 망신당한 與
언론법 설명한다며 간담회 급조
영문자료와 전문 통역사도 없어
“외신도 대상?” 질문에 우왕좌왕
더불어민주당이 27일 국내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언론중재법 설명회를 하면서 영문 자료와 전문 통역사도 없이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의원들은 외신이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를 앞두고 급조한 행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 김용민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는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내용을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외신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한준호 의원은 “외신에서도 언론중재법의 전체적인 프레임만 가지고 (언론 재갈법이라) 우려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외신기자 대상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대만 등 25개 매체 소속 기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이 외신기자들에게 제공한 기자회견문과 언론중재법 설명 자료는 한글만 적혀 있었고, 영문을 포함해 다른 언어 자료는 없었다. 최지은 민주당 대변인이 통역을 맡았지만 영문 질의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외신기자들은 “가짜 뉴스가 많은 1인 미디어는 왜 포함 안 되나” “보수적 언론사를 겨냥한 법 아니냐”고 물었다.
외신이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민주당은 명확한 답을 하지 못했다. 앞서 외신기자들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외신은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공지를 받았다. 하지만 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민 의원은 “당연히 외신도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며 “문체부가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안내했는지 확인해서 따로 답을 드리겠다”고 했다. 그러자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는 “정리도 안 된 상태에서 왜 그 법안을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하는지, 상임위원장이 바뀌는 것 외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승재 기자
08-28 세계신문協 “언론법, 한국 명성에 손상”
페레뉴 CEO, 與 법안강행 비판
“저널리즘의 주요한 가치 훼손”
“언론 전문가들을 과소평가했다.”
뱅상 페레뉴 세계신문협회(WAN-IFRA) 최고경영자(CEO·사진)는 26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채널A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뭣도 모르니까” 발언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25일 송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비판한 국경 없는 기자회(RSF) 성명을 두고 “자기들이 우리 사정을 어떻게 알겠느냐. 뭣도 모르니까”라고 말했다.
페레뉴 CEO는 “송 대표는 우리들이 관여한 많은 보고서 등을 읽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규제하려는 ‘허위정보 확산’의 위기는 한국만이 겪는 게 아니라 전 세계에 닥친 공통된 문제이고, 세계의 여러 언론단체들이 이를 함께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면 나올 수 없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그는 “바라건대 이런 보기 드문 맥락과 한국의 입법 전통을 벗어난 상황에서 여당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는 것이 (한국이) 국제적 파트너들 사이에서 갖고 있는 명성에 손상을 입히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세드리크 알비아니 RSF 동아시아국장도 25일 본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선도적인 민주 국가 중 하나”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례를 만들어 다른 나라에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페레뉴 CEO는 법안 내용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기업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에게 투명성과 책임을 부과하는 저널리즘의 주요한 가치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송영길 ‘뭣도 모르니까’ 발언에 “세계 언론전문가를 과소평가”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언론 입법 추진하는 세력 숨은 의도 드러내”
페레뉴 CEO는 한국의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으로 법안이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았고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개정안이 서둘러 마련됐다는 것과 반박 논의의 부재는 이 법안을 만든 사람들의 숨은 의도를 의심할 여지없이 보여준다”고 했다. 한국의 언론중재법과 비슷한 규제 절차를 다른 국가에서도 봤지만,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긴 논의 끝에 대개 수정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페레뉴 CEO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에 들어갈 경우 한국 언론의 자기 검열이 강화될 가능성도 우려했다. “과도한 규제는 기자들로 하여금 자기 검열을 하도록 만드는데, 이는 열린 사회의 민주주의 체제에 극도로 해롭다”고 강조했다. 또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송이 넘쳐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고, 내년 3월에 있을 대선을 앞두고는 언론을 통한 이슈 공론화를 제한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기자협회의 국제커뮤니티 담당인 댄 큐비스케 공동의장도 앞서 본보에 “이런 종류의 법은 기자들에게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든다”고 밝힌 바 있다.
1948년 설립된 세계신문협회는 세계 최대 규모의 언론 단체로 각국 3000여 개 언론사와 1만8000여 개 매체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앞서 12일 세계신문협회는 ‘전 세계 언론이 ‘가짜뉴스법’과 싸우고 있는 한국의 언론과 함께 나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한 바 있다. 성명은 개정안 처리 절차를 중단하라고 한국 정부와 여당에 촉구하며 한국의 언론단체들과 연대해 이들의 노력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유승진 특파원 promotion@donga.com
08.30 북한 빼곤 모두 걱정하는 언론징벌법, 그래도 강행할건가
어느 정권에서나 쟁점 법안은 있었다. 보수 우파 정권이 꼭 필요하다는 법을 진보 좌파가 반대하거나, 진보 좌파가 밀어붙이는 법을 보수 우파가 몸으로 막기도 했다. 외국과 맺는 자유무역협정(FTA)은 도시 지역 의원들은 지지하는데, 농어촌 지역 의원은 결사적으로 막아서곤 했다. 쟁점 법안은 이처럼 정파와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이 갈리는 법이다.
민주당이 오늘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언론징벌법은 집권당 추진 세력과 강성 지지층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찬성하지 않는다. 국내 언론 단체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관훈클럽과 대한언론인회·한국기자협회·신문방송편집인협회·신문협회·여기자협회·인터넷신문협회 등 언론 단체 7개는 “언론에 재갈을 물린 위헌적 입법 폭거”라는 공동 성명을 냈다. 정권에 우호적인 언론들도 이 법안에 대해서만큼은 우려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고 있다. 시민단체, 법조계, 학계도 강력하게 반대한다. 대통령이 몸담았으며 정권과 한 몸처럼 움직여온 민변마저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집권당 하는 일 대부분에 입장을 함께해 온 정의당은 언론 단체들과 이 법안에 반대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집권당 일부 의원은 당대표를 찾아가 “언론중재법의 30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미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강성 지지층 눈 밖에 날까 직접 나서지는 못하지만 같은 생각을 하는 의원들은 훨씬 많을 것이다. 대선 주자 몇몇도 대놓고 반대는 못 하지만 “독소 조항이 많이 있고 문제될 소지가 있다”며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통령과 청와대 역시 집권당이 이 법안을 밀어붙이는 방식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언론징벌법을 걱정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세계신문협회, 국제언론인협회, 국경없는기자회, 그리고 국내에 거주하는 외신기자클럽도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법안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하려는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이다. 지구상에서 대한민국 집권당이 추진하는 언론징벌법에 대해 박수 치고 지지하는 집단은 딱 하나 북한뿐이다. 북한의 대외 선전 기관인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 국회에서 논의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거짓과 불의를 증오하며 진실과 정의를 지양하는 민심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징벌법은 힘 있는 권력자가 감추려는 어두운 구석을 언론이 들추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는 훌륭한 방패막이가 될 것이다. 권력의 감시와 견제를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 가치를 정면으로 반하는 법안이다. 민주주의 하겠다는 나라의 민주주의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 법안에 박수 치고 지지할 수 있겠나.
조선일보 사설
08.30 민주당이 꼭 봐야 할 판결문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장관에게서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추 전 장관이 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20번 넘게 정치 자금을 사용하고, 딸 식당의 단골 연예인을 법무부 홍보대사로 임명했다는 기사를 썼는데 이게 본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추 전 장관은 당시 해당 연예인이 ‘법무부 홍보대사’가 아니고 ‘법무부 멘토단’이었다는 이유 등으로 기사가 왜곡됐다며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도 거부한 채 소송을 걸었다. 하지만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는 추 전 장관 패소로 판결했다. 판결문은 고의·중과실 보도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한 ‘언론징벌법’을 언론 개혁인 양 밀어붙이는 민주당 인사들이 새겨들었으면 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재판부는 “언론 보도의 진실성이란 세부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고, 복잡한 사실관계를 알기 쉽게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일부 특정한 사실관계를 압축·강조하거나 대중의 흥미를 끌기 위해 실제 사실관계에 장식을 가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수사적 과장이 있더라도 전체 맥락에서 보도 내용 중요 부분이 진실에 합치된다면 그 보도의 진실성은 인정된다(2015다56413 판결 참조)”고 했다.
재판부는 또 “공직자나 정치인과 같은 공적인 존재의 도덕성, 청렴성의 문제나 직무 활동이 정당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고 볼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한 쉽게 제한돼서는 안 된다(2012다19734 판결 등 참조)”고 했다.
사건 번호에서 보듯, 해당 내용은 담당 판사가 처음 쓴 게 아니라 대법원이 오랜 기간 비슷한 언론 관련 재판에서 쌓아온 여러 판례를 인용한 것이다. 수십 년간 우리 사회가 확립해 온 언론 자유의 정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런 판례들을 뿌리부터 뒤집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이 때문에 법안 통과 후 이전과는 180도 반대로 판결해야 할 일선 판사들은 “개정된 법률로 언론 중재 사건을 재판해야 한다면 헌법재판소에 법률 위헌성을 따지는 위헌법률심판부터 제청해야 할 것 같다”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정작 한동훈 검사장이 불법 사찰을 했다고 ‘가짜 뉴스’를 퍼트린 유시민씨, 채널A 기자의 허위 녹취록을 날조해 ‘검언 유착’을 창조한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온갖 음모론을 상습적으로 양산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를 비롯한 ‘1인 미디어’ 등이 ‘언론징벌법’의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은 이 법안의 목표가 정권 비판 언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법대로라면 추 전 장관은 절대 소송에서 지지 않았을 것이다.
조선일보 박국희 기자
08.30 썩은 가지 없앤다며 나무를 불태우는가
“처음에 그들은 공산주의자들을 잡으러 왔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라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유대인을 잡으러 왔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므로 아무 말도…. 다음엔 천주교 신도들을 잡으러 왔다. 나야 천주교도가 아니니 아무 말도…. 드디어 그들이 나를 잡으러 왔다. 그러나 그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사람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나치의 폭정에 저항했던 마틴 니멜러 목사가 했던 비유다. 권력의 폭정이 배양한 심리적 불안과 억압으로 표현과 언론의 의지가 사라지면 생길 일이다.
언론은 권력의 대척점이다. 고삐 풀린 권력의 탐욕과 횡포를 비판해야 한다. 권력 감시(watchdog)가 으뜸의 책무다. 그러니 권력은 늘 눈엣가시 언론을 닭 모가지 비틀 듯 질식시키고 싶다. “정말 우려할 것은 끊임없이 권력을 축적하려는 비밀스러운 정부며 그 어둠과 침묵 속에서 민주주의는 죽어 간다”는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말 그대로다. 언론은 때론 ‘망명정부’의 외로운 투쟁도 감내해야 할 존재다.
권력 ‘언론징벌법’ 강행 입법은
표현·언론 자유를 사전 억압해
언론의 방종도 자성해야겠지만
인권·민주주의 보루는 수호돼야
역사는 그러나 표현과 언론의 자유가 단 한시라도, 어디에서라도, 누구에라도 억압돼서는 안 된다는 인간 권리의 진보(進步)를 인류의 도정(道程)에 각인시켜 왔다. 반(反)진보적, 반(反)인권적 범죄로 기록될 민주당 권력의 ‘대한민국 언론 징벌법’(보도의 손해배상액을 손해액의 최대 5배로 징벌하고 기사 열람까지 차단 청구한다는 ‘언론중재법’)을 진보라 자부해 온 민주당의 강경파들이 밀어붙이는 현 상황은 역사적 모순일 뿐이다.
▲성재호(왼쪽부터) 방송기자연협회장, 김동훈 기자협회장,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변철호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이 27일 서울 중구 언론노조에서 '언론현업 5단체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1931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니어 대 미네소타주’ 판결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선구적 성찰이었다. ‘저속한 신문’은 골라 문닫게 한다는 주정부의 ‘공중도덕보호법’이 위헌 심판 대상이었다. 무차별 황색 폭로로 정간을 당한 니어라는 인물의 청구였다. 주정부와 전통적 언론들도 저널리즘의 품격을 떨어뜨린 ‘온동네 밉상’ 니어를 비난·외면한다. “가짜 뉴스 척결하자”는 데 누가 시비를 걸겠는가. 그런데 미국시민권연맹이 “위헌”이란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나쁜 권력에 숱한 고통을 겪었던 유대인들의 지원을 받던 단체였다. 니어는 평소 유대인·흑인에 대한 악의적 보도를 일삼아 왔지만….
연맹의 성명이다. “언론의 규제는 그간 명예훼손법이나 형사법상의 사후 처벌이었다”며 “그러나 공중도덕보호법은 검열과 같은 효과인 언론의 사전 억제에다 수정헌법 제1조를 침해했다.” 수정헌법 제1조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abridging) 어떤 법률도 제정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미국신문발행인협회도 “이 법은 헌법 채택 이후 시도된 미국민의 자유에 대한 가장 심각한 도전”이라며 “민주주의 체제를 본질적으로 위협한다”고 선언했다.
대법관 9명 중 4대4의 상황. 캐스팅 보트인 휴즈 대법원장이 수정헌법 초안을 쓴 제임스 매디슨을 인용하며 판결한다. “모든 일에 어느 정도의 부작용은 불가피하며 이는 언론에도 마찬가지다. 경험을 통해 체득한 언론 자유의 이치는 일부 썩은 가지들을 마구 잘라 없애는 것보다는 나무 전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보호해 좋은 열매를 맺도록 하는 게 현명하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점점 복잡해지고 부정부패 가능성이 커져 민주사회의 첨병인 용감한 언론은 더욱 절실하게 필요해진다”며 “일부 무책임·부도덕한 언론인들에 의해 자유가 남용된다고 해서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사전에 억제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감소되는 것은 아니다”고 결론냈다. 5대4 위헌(『미국헌법과 인권의 역사』, 장호순 역).
판결의 또 다른 의미는 언론 자유의 억압을 이 지점에서 막아 미국 전역이 ‘침묵의 공화국’으로 가도록 방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 민주당 강경파의 ‘언론징벌법’을 세계신문협회(WAN) 등 전세계 언론들이 우려, 주목하는 이유다.
취재·보도의 본질적 한계 역시 솔직히 공유돼야 옳다. 수사·계좌추적·압수수색권 등의 팩트 추적 수단이 없는 건 둘째다. 기자들의 경험, 지식, 공적 취재 대상에 대한 접촉·관찰 시간의 한계, 고정관념, 짧은 시간과 글로 복잡한 세상사를 압축하는 어려움, 권력의 집요한 은폐 등 사실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손이 닿지 않는 보이지 않는 곳. 사람들 마음 밖에 있는 세계를 탐구·보도해야 하는 어려움들”(월터 리프만 『여론』)이 현실이다. 진실(truth)은 힘들어도 진실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하며(truthful), 스스로를 돌아보고 또 검증하는 겸손은 늘 모든 언론의 자율적 책무여야 한다.
그럼에도 일부의 오류들을 일반화해 보도의 의지, 표현·언론의 자유, 나아가 민주주의와 인권의 진보를 억누르는 악법은 철회가 옳다. 대안을 숙의할 공론화조차 없이 시간에 굶주린 군사작전식이니 “퇴임 후 문재인 보호법” 오명까지 받는게 아닌가. 민주당엔 송영길 대표 등 표현의 자유, 인권을 지키려 숱한 고초를 겪은 인사가 다수다. 박병석 의장(탈당 중), 이낙연 전 총리 등 후배의 존경을 받던 언론인 출신도 있다. 그분들의 양심에 묻고 싶다, “썩은 가지 없앤다며 온 나무 불태우려는 게 옳은 일인가.”
중앙일보 최훈 편집인
08월 30일 “민주 국가에선 첫 사례”…與 언론 악법 당장 접으라
입법 절차 완료까지는 국회 본회의 처리만 남은 여당(與黨)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이 국제사회에서도 계속 확산하고 있다. 댄 큐비스케 미국기자협회(SPJ) 국제 커뮤니티 공동의장은 29일 채널A 인터뷰를 통해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일을 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다. 극도의 실망감을 느낀다. 독재국가는 항상 그렇게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7일에는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 몽드가 ‘과도한 법 제정으로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신뢰에 위협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권에 비판적인 주요 언론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며 철회 당위성을 밝혔다.
그런데도 여당은 언론 악법(惡法)의 실체를 궤변으로 감추며 끝없이 혹세무민하고 있다. 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용민 의원은 24일 방송에서 “유튜버들이 만든 가짜뉴스를 실제로 파급력 있게 유통시키는 건 기성 언론”이라고 우겼다. “가짜뉴스 폐해가 더 심각한 유튜브는 왜 (개정안의 징벌 대상에서) 제외했느냐”는 질문에 답한 것으로, 김 의원은 그 말로도 가짜뉴스를 생산한 것과 다름없다. 가짜뉴스 생산뿐 아니라 유포도 대부분 유튜브와 여권(與圈)을 통해 이뤄지는 것은 엄연한 사실인데도 엉뚱하게 기성 언론에 책임을 덮어씌웠다.
김 의원은 27일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대상의 설명회에서도 “가짜뉴스가 많은 1인 미디어는 왜 포함 안 되나. 보수적 언론을 겨냥한 법 아니냐” 하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징벌 대상에) 당연히 외신도 포함돼 있다고 본다”며 문화체육관광부의 ‘포함 안 된다’는 하루 전 유권해석을 뒤집기도 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30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어려우면 9월 초에라도 처리하겠다”며 강행에 집착하고 있으나, 그래선 안 된다. 속도 조절도, 일부 수정도 꼼수일 뿐이다. 당장 완전히 접는 게 옳다.
문화일보 사설
08월 30일 다음 정부로 ‘경제 폭탄’ 던지는 文
김상협 경제부장
집값 폭등에다 가계부채 비상
한은은 금리인상 단행했는데
정부는 돈 퍼주기로 효과 상쇄
당국은 입으로만 폴리시믹스
대선 선심용 확장 재정 멈추고
기로에 선 국가경제 걱정해야
‘포스트 문재인’ 한국경제의 앞날이 걱정이다. 문 정부는 ‘재정 가불(假拂)’과 ‘통계 분식(粉飾)’으로 버티는 시늉이라도 하겠지만, 차기 정부와 미래 세대로 떠넘긴 온갖 부담과 부작용은 내년 3·9 대선 이후에 폭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따로 간다. 한국은행이 26일 단행한 금리 인상의 긴축 효과는, 현금을 뿌려대는 정부의 확대재정으로 상쇄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내년 예산편성 작업을 보면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서는 기류다. 1000조 원 안팎의 국가채무조차 아무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잖아도 코로나19 확산과 무관하게 전 세계는 과잉유동성 늪에 빠진 지 오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의 통화교환방식 ‘MV=PQ(M:통화량, V:통화유통속도, P:물가, Q:생산량)’에 따른 ‘인플레이션 타기팅’의 한계가 뚜렷해졌다. M만 잡으면 P, 인플레이션도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인데, 자산가격 버블과 금융시장 불안에는 대처할 수 없다는 사실이 최근 한국 상황에서도 드러났다. 자산 버블 주범인 집값은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460개 품목에서 빠져 있다. 생산자물가, 수출입물가, 환율, 임금 등 종합적 물가수준을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는 4분기 연속 상승세다. 한계는 또 있다. 금리 인상으로 잡을 수 없는 비은행권 대출이 급증했다. 6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사상 최대인 1805조9000억 원을 기록했는데, 예금은행 2분기 대출은 12조4000억 원으로 증가 폭이 줄어든 반면, 비은행권 대출은 9조1000억 원으로 폭이 더 커졌다. 카드론은 무려 34조 원을 돌파했다.
이런 상황들은, 한은 통화정책이 금융권 전반에 미칠 영향력이 약화했음을 보여주는 한편, 정책 조합(policy mix)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통화정책만으로는 전체 유동성을 조절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한은의 긴밀한 정책 공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자산 버블, 가계부채 폭증, 인플레이션 문제는 금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현 정권의 머릿속에는 딴 생각뿐이다. 한은의 선제적이고 단계적인 금리 인상 카드는, 미국이 전가의 보도로 사용하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초래될 쓰나미급 충격파를 완충하려는 고육지책 성격이 강하다. 이런 판단에 따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우회전 깜빡이를 켰는데, 문 정권은 급좌회전 깜빡이를 넣는다. 금리 인상 효과가 정부의 적자재정 기조로 무력화된다는 얘기다. 한국경제가 어디로 갈지, 전진이나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국면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한은은 출구전략과 함께 한국경제의 연착륙을 모색하는 반면, 재정중독증에 걸린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퍼주기는 끝이 없다. 대선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에 청년대책으로만 20조 원을 편성한 이유도 그렇다. 20·30의 대선 표심을 노린 선심성 편성이란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국가채무도 비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측한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 D2(중앙·지방정부 및 공공기관 부채 합계) 비율은 2023년 61.0%에 달한다. 130%까지 치솟은 미국과 비교하며 괜찮다고 하는데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라는 점에서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엄습하는 위기의 그림자를 평가절하하는 재정 당국에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펀더멘털은 괜찮다”는 말만 되뇌던 관료의 무책임이 떠오른다. 재정 수입(552조2000억 원)과 지출(640조3000억 원) 격차는 해가 갈수록 벌어지는 ‘공포의 악어 입’ 추세를 보인다.
604조 원대의 초슈퍼 내년 예산은 시한폭탄 시계를 6개월∼1년 뒤로 미루는 악수다. 시간을 미룰수록 폭발 후유증은 커진다. 다음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를 1년여 앞둔 2006년 말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자인하며 “금융과 부동산시장을 철저히 관리해 차기 정부가 어려움에 처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2008년 금융위기를 한국은 잘 넘겼다. 문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권 움직임을 보면, 모든 골치 아픈 문제를 다음 정부로 떠넘기는 최악의 ‘님트(Not In My Term)’ 경향이 뚜렷하다.
문화일보
08.31 지금 출생아 고3 되면 1인당 국가 부채 1억씩, 후세에 죄짓지 말아야
코로나 사태 직전 5년간의 속도로 국가부채가 계속 늘어나면 올해 태어난 신생아가 고교를 졸업할 때 1인당 1억원 넘는 나랏빚을 떠안게 된다는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이 나왔다. 현재 생산가능인구(15~64세) 1인당 국가 부채 부담액이 2600만원인데, 올해 신생아가 만 18세 성인이 되는 2038년엔 1억500만원, 27세가 되는 2047년엔 2억1000만원을 넘게 된다는 것이다.
재정 건전성만큼은 세계 최고임을 자부했던 한국이 이렇게까지 빚 걱정을 하기엔 몇 년이 걸리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말 443조원, 박근혜 정부 말 627조원이던 국가 부채가 문재인 정부에서 400조원 넘게 급증해 내년에 1100조원을 육박할 전망이다. 정부 수립 후 70년 동안 쌓인 국가 부채의 60여%에 달하는 나랏빚을 문 정부가 단 5년 만에 늘려 놓은 것이다.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이전 정부 때 36%에서 내년엔 51%대로 뛰어오른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경고해온 국가 신용등급 강등 위험선(40%대 중반)을 훌쩍 넘어서는 것이다.
국가 부채의 폭증은 문 정부의 방만한 세금 퍼주기 탓이다. 잘못된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 고용 대란 등의 부작용을 자초해놓고 이를 가리려 천문학적 세금을 뿌렸다. 4년간 100조원 넘는 일자리 예산을 퍼부었지만 금세 사라질 가짜 알바 자리만 양산했을 뿐 고용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고소득층을 포함한 전 국민에게 4인 가구당 100만원씩 총 14조원을 뿌린 데 이어 이번에도 국민 88%에게 1인당 25만원씩 주겠다고 한다. 지자체까지 포퓰리즘 경쟁에 가세해 총 2000개에 달하는 현금 복지 제도를 남발하고 있다.
실패하는 정책마다 세금으로 땜질하고 나랏빚을 내는 악순환이 지난 4년 내내 반복됐다. 선거 때마다 각 지자체에 타당성 조사 면제를 약속한 지역 민원사업 예산은 너무 방대해 계산조차 하기 힘들 정도다. “세금 퍼주기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정부”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유력 대선 주자들마저 표를 겨냥해 온갖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국가 재정은 부실화되든 말든 선거만 이기면 된다는 식이다. 이 무책임한 행태의 본질은 미래 세대는 아직 선거권이 없고 무엇을 주장할 위치가 아니니 빚 부담을 떠넘겨도 된다는 것이다. 후세에 대한 범죄 행위다.
조선일보 사설
08.31 美 언론단체 “韓 언론법은 독재 아닌 민주 국가선 처음”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단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긴급보고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30. photo@newsis.com
민주당은 30일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목적이란 비판을 받는 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하려 했지만 내부 이견으로 일단 무산됐다. 이날 여당 의원총회 등에선 언론법 일방 처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고 한다. “입법 독주 프레임에 빠지면 안 된다” “처리 시점을 내달로 미루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당 지도부는 내달 정기국회에라도 이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여론의 화살만 피한 뒤 다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미국기자협회(SPJ) 공동의장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일을 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며 “극도의 실망감을 느낀다. 독재 국가는 항상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또 “이런 법은 기자들에게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든다”며 “일반적으로 정치인은 메시지 통제를 원하고 이게 그러한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판사만 잘 만나면 (정권은) 자신들이 좋아하지 않는 무엇이든 다 가짜 뉴스이고 조작된 뉴스라고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프랑스 르몽드와 일본 마이니치 신문도 “다수당의 과도한 법 제정” “정권 비판 언론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그간 한국기자협회와 관훈클럽·신문협회·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 언론 단체뿐 아니라 시민단체, 법조계, 학회도 언론법을 강하게 반대했다. 여권과 가까운 민변과 정의당도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신문협회와 국제언론인협회, 국경없는기자회, 외신기자클럽 등 국제 언론단체들까지 줄줄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민주당 대표는 “뭣도 모른다”고 깔아 뭉갰다.
민주당은 그동안 선거법과 공수처법, 임대차법, 대북전단금지법 등 수많은 법을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의 이런 독선적 행태로 볼 때 이 법도 결국 강행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언론법만이 아니라 사학 재단들이 반대하고 우려하는 사학법 개정안도 강행 처리한다고 한다. 국회를 장악한 이후 매사가 이런 식이다.
이런 와중에도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법안 반대 의원을 거론하며 ‘언론 10적’이라고 문자 폭탄을 보냈다. 정권이 좋아하지 않을 사실을 취재 보도한 기자들을 표적으로 띄우고 공격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언론법도 이들 강성 지지층이 조국의 파렴치에 대한 언론의 취재 보도에 보복한다며 요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요구가 권력에 의해 받아들여져 법제화된다는 것은 정말 독재 아닌 민주국가에선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8.31 “文정부 최대 실정은 진영 가른 것”
‘불공정사회’ 펴낸 철학자 이진우 포스텍 교수
“저도 문재인 정부 출범 때는 지지자 중 한 명이었죠.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그 결과는 안타깝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단히 불공정한 사회가 돼 버렸습니다.”
▲경기 용인의 서재에서 만난 이진우 교수는“민주주의의 가치는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훼손될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괴로운 진실”이라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국내 철학계의 대표적 학자 중 한 사람인 이진우(65·전 계명대 총장) 포스텍 교수가 정년을 맞아 저서 ‘불공정 사회’(휴머니스트)를 냈다. 지금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공정(公正)을 철학적으로 짚는 책이다. 경기 용인의 서재에서 만난 그는 그러나 “우리 사회의 ‘공정’은 허구”라고 질타했다. “공정을 간절히 외치는 사회야말로 바로 불공정 사회기 때문입니다. 말로만 ‘공정’한 권력자의 행위가 대단히 불공정하다는 것입니다.”
이 교수는 “합법적인 것을 곧 정당한 것처럼 여기는 행태야말로 대표적 불공정 사례”라고 말했다. 여당이 180석을 무기 삼아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것이 그 예라는 것이다. “다수결 원칙이라는 것은 다수이기 때문에 무조건 옳다거나, 힘을 지닌 다수가 소수의 의견을 묵살해도 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는데 거꾸로 가고 있는 겁니다.”
‘공정’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해서 오히려 불공정을 키우게 됐는가? 정부 출범 때 지녔던 정치적 자원을 국민 통합이 아니 분열에 썼기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문 정부의 최대 실정(失政)은 우리 사회를 진영으로 찢어놓았다는 데 있습니다. 대화가 사라져 타협보다 독선을 앞세우게 됐죠. 사실 눈여겨볼 만한 업적도 별로 없습니다만…” 해나 아렌트가 ‘정치는 진리가 아니라 여론과 관련된 것’이라 했듯이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데, 자기 의견만 보편타당한 진리인 듯 착각한 결과라는 것이다. “권력에 불리한 보도를 ‘가짜 뉴스’로 모는 것은 여론이 시작되는 씨앗조차 없애려는 것입니다. ‘의심조차 하지 말라’는 얘기죠.”
그가 보기에 조국 사태는 불법을 저지른 사람이 불법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음해라고 강변한다는 점에서 ‘도덕성의 완전한 타락’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것은 개인 능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얻는 ‘능력주의’의 허구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출발선이 다른 사람들은 결코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보기에 능력주의란 민주주의 사회의 새로운 계급인 엘리트 집단이 자신의 특권을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다. ‘정의론’을 쓴 미국 철학자 존 롤스의 말처럼, 전적으로 한 개인에 속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과 재능도 온전히 자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진짜 문제는 많은 사람이 능력을 스스로 발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공정한 사회로 가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는 “말로 아무리 ‘공정’을 외쳐 봐야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며 실질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첫째는 진영 논리를 벗어나 상대방을 제거해야 할 적이 아니라 협력해야 할 경쟁자로 보는 것입니다. 둘째는 중산층을 복원해서 양극화 현상을 해소해야 하는 것이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능력을 갖추고 노력하는 사람이 자기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확보하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너희는 영영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로 남아 있어라’라고 한다면 공정한 사회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조선일보 유석재 기자
08월 31일 대선 앞두고 또 빚내서 돈잔치 예산, 재정패륜 度 넘었다
국가채무를 급증시키며 예산을 펑펑 쓰는 문재인 정부의 재정 탕진이 5년 임기 내내 이어지게 됐다. 정기국회 제출을 위해 문 정부가 31일 확정한 2022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규모와 누적 적자 모두 사상 최대다. 정부 본예산은 올해보다 8.3% 늘어난 604조4000억 원으로, 처음으로 600조 원을 넘는 초(超)슈퍼 예산이다. 문 정부 5년 동안 규모가 50.84% 늘어나게 됐다. 이명박 정부(32.97%)와 박근혜 정부(17.11%) 증가율을 훨씬 웃돈다. 국회에서 심의가 이뤄지겠지만, 대선을 앞둔 거대 여당 분위기를 보면 더 늘리면 늘렸지 줄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특히 국가채무는 1068조3000억 원으로 1000조 원을 넘긴다. 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말보다 70.4%, 금액으론 441조4000억 원 급증했다. 이명박 정부(143조9000억 원)·박근혜 정부(183조8000원)의 2∼3배다. 단기 세금 일자리, 문재인케어, 실업급여 확대 등 국정 전 분야에 돈을 쏟아부은 결과다. 내역을 들여다보면 대선을 의식한 선심성 예산이 즐비하다.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216조7000억 원)은 처음으로 200조 원을 넘었다. 문 정권에 등 돌린 청년들을 겨냥해 23조 원을 풀겠다고 한다. 중산층 대학생도 반값 등록금, 저소득 청년엔 월세 20만 원 최대 1년간 지원, 군 장병엔 최대 1000만 원 사회복귀준비금 등 현금성 지원책이 87개나 된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려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판인데 정부는 거꾸로 돈을 뿌린다. 대선에 임박해 추가경정예산이나 현금살포 방안을 또 추진할지도 모른다. 이런데도 고용은 절벽이고, 집값·전셋값이 치솟는 부동산 대란에다 자영업은 위기다. 고용보험기금은 이미 고갈됐고 건강보험기금도 쪼그라들었다. 1인당 국가채무는 2060만 원으로 불어나 손주세대까지 빚더미에 올라앉게 됐다. 그래놓고 용돈 수준의 현금 살포로 입막음하려 든다. 소득주도성장 등 온갖 정책 실패를 빚으로 땜질하려 한다. 재정 중독도 넘어 후대에 죄를 짓는 재정 패륜이 도를 넘었다.
문화일보 사설
08월31일 언론법 “정권 재창출 도움될지로 판단한다”는 與 본색
‘언론봉쇄법’을 국회 본회의 처리까지 기어이 밀어붙이려고 하는 여당(與黨)의 본색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일 당내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언론중재법을 포함한 모든 결정은 내년 대선에, 또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31일 보도됐다. 사실이면,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극렬 친문(親文) 세력의 비위를 맞추면서 더 선동해 내년 3월 9일 대선에서 여당 후보의 득표 확대를 기대한 것이라고 실토한 셈이다.
그 발상부터 정파 이익을 노려 헌법마저 거스르며 국기(國基)를 흔드는 ‘입법 농단’ 전형이다. 이날 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한국여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관훈클럽·대한언론인회 등 7개 단체가 “대한변호사협회와 공동으로 위헌 소송 변호인단 구성에 착수했다”고 밝힌 배경이다. 개정안 통과 경우 즉각 위헌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도 예고했다.
민주당도 30일 의원총회에서 “이제 절벽 끝에 섰다. 결단의 순간만 남았다. 같이 뛰어 내리자” 운운까지 하며 강행 처리를 재촉한 일부 의원들에게 더 휘둘려선 안 된다. 온갖 꼼수로 국민을 더 속이려고 하지 말고, 전면 철회하는 것이 도리다. 세계적 외교·안보 전문지인 미국의 디플로매트가 지난 26일 기사에서 ‘한국은 전통의 대형 언론사들을 표적 삼아 가짜뉴스법을 이용하는 유일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일 것’이라고 한 지적이나마 경청해야 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08월 31일 老철학자 김형석 교수 “文정부 언론압박은 공산주의와 비슷”
■ 김형석 교수 日산케이 인터뷰
올해 101세를 맞은 노(老)철학자 김형석(사진) 연세대 명예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언론 압박을 비판하면서 공산주의 체제의 북한·중국처럼 “가족들 사이에서도 진실을 말할 수 없게 되면서 진실과 정의, 인간애가 사라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김 명예교수는 31일 일본 산케이(産經)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통과 추진을 겨냥, 좌파 문재인 정부가 언론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김 명예교수는 언론중재법 통과 등 언론 자유가 없어지면 한국 사회가 “당이 하는 일이 정의로 여겨지는 북한·중국 등 공산주의 체제와 같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47년 남한행을 택한 김 명예교수는 “당시 북한이 종교나 사상의 자유가 없는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70여 년 전 내가 평양에서 겪은 자유와 진실의 상실이 지금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김 명예교수는 “중국에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강권 체제로 돌아가려 하고 있고 홍콩에서도 민주 운동가들에 대한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중국의 강권 사상이 21세기에도 남아 있는 것은 큰 불행”이라고 덧붙였다. 평북 운산 출신인 김 명예교수는 일본 조치(上智)대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1954~1985년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또 김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북한·중국 편향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중국에 의지해 북한과 통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한데, 50년 뒤에는 이게 큰 실수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일 정책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이 “항일 운동을 하듯이 애국자로 존경받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