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安保22/2021
07.01 KAI까지 뚫려, 北 해킹에 문 열어주는 방산업체 ‘사이버 해이’
첫 한국형 전투기 ‘KF-21’을 만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달 해킹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추정 세력의 공격이라고 한다. KAI는 고등 훈련기, 경공격기, 기동헬기, 군단급 무인기 등도 개발한 대표적 방산 업체다. 김정은은 올 초 항공 전력을 강조했다. 전투기 설계도 등 핵심 기술이 유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무기 개발에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 KF-21 사업비는 8조원이 넘는다. 한번 뚫리면 우리 안보에 치명상이 될 뿐 아니라 천문학적 세금도 허비하게 된다.
최근 군사 기밀을 다루는 우리 기업·연구기관에 대한 해킹이 확인된 건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세 번째다. 알려진 것만 이렇다. 원자력연구원은 원자로와 핵연료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3000t급 등 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관 등을 개발했다. 김정은이 공언한 대로 핵 추진 잠수함을 만들려면 소형 원자로와 신형 잠수함 기술 등이 필수적이다. 2014년 원전 도면과 2016년 잠수함 설계도 등은 이미 해킹했다. 북이 이런 방산 업체를 대상으로 추가 공격을 할 것은 초등학생도 예상할 수 있었는데 또 당한 것이다. 우리 방산 업체와 연구소의 보안 의식과 방비책에 근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기반 보호법에 따르면 국방·금융·에너지 등을 다루는 기관은 해킹 대책을 세우고 이행해야 한다. 그런데 방비를 강화하라는 정부 명령을 따르지 않아도 벌칙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불과하다. 그렇다 보니 사이버 보안 투자에 인색하고, 중요 보안 업무를 외부 업체에 싼값으로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국가의 일을 남 일로 여기고 자신의 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해이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반면 북한 해킹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대로면 분명히 또 뚫릴 것이다. 북한 등이 기술을 훔치는 수준을 넘어 무기 시스템에 악성 코드를 심으면 첨단 무기가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 계속 뚫리면 미국 등 우방국이 무기 정보 공유를 꺼리는 사태까지 맞게 된다.
최근 미·러 정상회담에선 핵무기보다 해킹이 더 심도 있게 논의됐다. 전 세계가 해킹을 국가적 위기로 다루고 있다. 북 해커의 제1 타깃은 당연히 한국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안보 기밀을 해킹한 게 누구냐고 물으면 답을 안 한다. 범죄 피해자가 가해자를 숨겨주는 것이다. 남북 쇼에 제 정신이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다. 방산 업체와 연구기관은 북 공격이 점점 더 심해질 것을 알면서도 예산 타령 하며 과태료로 때우려 한다. 기막힌 상황이다
조선일보 사설
07월 01일 호주 훈련 참가는 韓美훈련 복원 계기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국군이 오랜만에 미군과 제대로 된 연합훈련에 참가한다. 7월 호주 인근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탤리스먼 세이버 2021’ 훈련에 구축함 한 척을 참가시키는데, 이 훈련은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 동맹국들의 연합훈련이다. 미국과 호주가 처음 시작했으나, 영국·캐나다·뉴질랜드 등 미국과 정보 공동체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 국가에 일본을 더해 6개국이 참가한다. 올해는 각국의 육·해·공·해병대 병력 1만9000여 명이 참가해 해상전·특수전·상륙전·지상전 등 종합 전쟁훈련을 하게 된다. 국방부는 중국 등 특정 국가와는 관계없다고 설명했지만, 한국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하면서 상대가 북한이 아니라고 하는 것과 같은 궁색한 변명이다.
중국과 관련된 국제관계에 극도의 조심성을 보여온 현 정부가 대(對)중국 전쟁훈련에 부대를 파견하는 건 이례적이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의 영향도 있을 것이고, 이번 훈련에 참가하지 않으면 미국의 글로벌 군사동맹 그룹에서 완전히 배제될 우려 때문일 수도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지속적인 연합훈련을 통해 ‘합동 전영역 지휘통제 체계(JADC2)’ 구축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진도가 안 나간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화염과 분노’로 상징되던 2017년을 제외하곤 제대로 된 한·미 연합훈련을 한 적이 없다. 많은 훈련을 취소하고, 그나마 실시한 훈련조차도 실내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만 했다. 한마디로 ‘했다 치고’ ‘된다 치고’ 훈련만 해 온 것이다. 2년마다 보직 이동하는 군의 특성상 현재 합참 장교나 일선 부대 지휘관은 최신 전쟁 시나리오로 단 한 번도 연습을 해 보지 않은 사람들로만 채워지게 됐다. 북한 눈치 보기에 급급해 국군의 전쟁 수행 능력을 완전히 떨어뜨려 버린 것이다.
8월에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해 왔다. 하지만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핵심 인사와 여권 유력 정치인들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훈련마저 건너뛰게 되면 주한미군의 구조에 심각한 손상이 우려된다. 최근 미 의회는 한미동맹지원법을 통해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의결했다. 이는 기존 병력보다 6500명이 적은 숫자인데, 아주 위험한 이면이 있다. 6500명은 9개월에 한 번씩 순환 배치되는 육군 전투병력의 총량이다. 순환배치 중단을 결심하면 주한 미 육군은 전투부대 없는 행정·지원 부대가 될 수 있다.
미군은 항상 훈련을 한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연합훈련을 하지 못해 미 국방장관은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다. 미군으로서는, 이번 여름 훈련도 못 하고 내년 한국 대선에서 훈련에 부정적인 진보 정당이 승리할 경우 이 6500명의 전투부대 순환 배치를 취소할 수 있다. 한국에 배치되면 부대 전력이 다운되기 때문이다. 들어와 있는 1기갑사단 3기갑여단의 주둔 기한은 내년 4월이다. 대선 결과에 따라 내년부터 행정병만 있는 주한 미 육군을 보게 될 수도 있다.
남의 나라에서 실시하는 연합훈련만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우리 땅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해야 한다. 이제라도 실기동(實機動)훈련을 겸한 강력한 한·미 연합훈련을 통해 주한미군 감축 우려를 해소하길 기대한다.
문화일보 사설
07-05 韓美 또 실기동 없는 도상훈련, 이러니 北 기고만장
/지난 3월, 경기 평택시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에서 헬기가 착륙하고 있다. 평택=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미 정부가 올해 하반기 연합훈련을 8월 둘째 주에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실시하기로 큰 틀에서 의견을 모으고 세부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상반기 연합훈련 때처럼 대폭 축소된 규모로 야외 기동훈련 없이 도상(圖上)연습으로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 연합훈련은 2018년 이래 4년째 실기동훈련 없이 이뤄지게 됐다.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는 진작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때문에 대규모 훈련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밝힌 이래 정부여당 안팎에서 끊임없이 훈련 중단 또는 축소 주장이 나왔던 것에 비춰보면 익히 예상됐던 일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외교를 우선에 둔 북핵 해결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북한을 어떻게든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일단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연합훈련 축소는 북한을 더욱 기고만장하게 만들고 있다. 연합훈련 축소는 남북, 북-미 간 정상외교가 한창이던 2018년 대화 지속과 도발 중단을 전제로 시작됐다. 하지만 2019년 말 이래 북한은 모든 협상을 거부한 채 대화도 대결도 아닌 어정쩡한 긴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단거리미사일로 거침없이 대남 도발을 자행하면서도 핵과 장거리미사일 도발은 애써 자제하는 척 위협만 하면서 핵능력을 키울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비정상 국면이 4년째 이어지면서 당장 대북 대비태세의 약화는 물론 주한미군의 존립 근거도 위태로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훈련은 주한미군 주둔, 연합사령부 체제와 함께 한미동맹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축이다. 실질적 기동훈련도 없이 대대급 이하 훈련만 하는 연합군이 북한의 기습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한미동맹도 실체는 사라지고 앙상한 몰골만 남을 수밖에 없다.
이번 연합훈련 축소 소식도 유·무인 정찰기 등 미국 전략자산들이 한반도 주변 상공에 집결한 가운데 나왔다. 북한군이 1일 하계훈련에 돌입한 데다 7·4 미국 독립기념일을 즈음한 북한의 대형 도발 가능성에 경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지만, 한미는 진정 도발을 막기 위한 힘의 과시는커녕 우선 북한을 달래고 보자는 정세관리론에만 기대고 있다. 이러니 김정은도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한다”는 요망한 말장난으로 한미를 희롱하고 있는 것 아닌가.
동아일보 사설
07-05 “6·25참전 한분 한분이 영웅…22개국 돌며 1500명 무료 촬영”
자비 5억 쓴 사진작가 라미 현
/라미 현 작가가 지난달 17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6·25전쟁 참전용사의 후손이자 주한 미8군 소속인 미란다 중령의 사진을 찍는 모습.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원, 투, 스리. (찰칵) 생큐!”
지난달 17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콘퍼런스센터. 사진작가 라미 현(본명 현효제·42)이 6·25전쟁 참전용사인 마셜 킬링스워스 미국 공군 일병의 손녀이자 주한 미8군 소속인 미란다 중령의 사진을 찍으며 외쳤다. 촬영이 끝나자 라미 현은 허리를 90도로 숙여 경의를 표했다. 미란다 중령은 라미 현의 노트북 화면에 뜬 자신의 흑백 사진을 보며 활짝 웃었다.
이날 라미 현은 전경련이 마련한 ‘한국전 참전국·참전용사 후손 초청 감사회’가 끝난 뒤 자청해서 후손 20명의 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일일이 액자에 담아 전달했다. 비용은 모두 라미 현이 부담했다.
자비 5억 원을 들여 6·25전쟁 참전용사 1500여 명의 사진과 영상을 찍어 온 라미 현. 왜 이런 일을 하는 것일까? 최근 에세이 ‘69년 전에 이미 지불하셨습니다’(마음의숲) 출간을 계기로 그를 인터뷰했지만(본보 6월 15일자 A23면) 궁금증이 점점 더 커져 그를 다시 만났다. 방금 촬영한 사진을 편집하고 있는 그의 곁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6·25전쟁 참전용사의 사진을 찍는 라미 현은 “평화의 시기에 왜 전쟁을 얘기하느냐고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6·25전쟁을 민족상잔의 비극이라며 덮어둘 수만은 없다. 전쟁에는 희로애락이 다 있다. 참전용사의 희생을 밑거름으로 대한민국이 성장할 수 있었다. 사진이라는 예술을 통해 노병의 이야기를 들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
―2017년부터 4년에 걸쳐 미국, 영국 등 22개국을 다니며 6·25전쟁 참전용사 1500여 명의 사진과 영상을 찍는 데 쓴 개인 돈이 약 5억 원이다. 특별한 사연이 없다면 이해하기 힘든 노력이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오른손 넷째 손가락이 없었다. 경찰이셨는데 6·25전쟁 때 한강철교를 폭파하는 과정에서 다쳤다고 한다. 아버지는 3년간 베트남전에 참전하셨다. 어릴 땐 두 분이 어떤 삶을 사셨는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어느 날 아버지가 전쟁 영화를 보다 나가서 우시더라. 그때부터 조금씩 생각했던 것 같다. 군인들이 국가를 위해 희생한 것에 대해….”
―아버지가 참전용사 사진을 촬영하는 걸 어떻게 생각하시나.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해하신다. 여전히 참전용사들이 대우를 못 받기 때문이다. 군인에겐 돈보단 존중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군인을 ‘군바리’라고 낮춰 부르지 않나.”
―본인의 군 생활은 어땠나.
“2001년 육군 현역병으로 입대했고 대전 육군종합군수학교에서 조교로 있었다. ‘우리의 주적은 간부다’라고 생각할 만큼 군대가 싫었다. 2년 2개월의 군 생활이 다 낭비라고 여겼었다(웃음).”
―사진은 어떻게 입문하게 됐나.
“한양대 인문학부를 다니다 200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로 가 비주얼 아트를 공부했다. 멋진 그래픽을 만들고 싶어 유명한 비주얼 아트 디렉터에게 e메일을 보내 조언을 구했다. 딱 한 줄 답변이 왔다. ‘넌 안 된다’고. 이유를 물으니 ‘넌 빛도 제대로 모르지 않냐’고 했다. 방법을 묻자 ‘흑백사진을 찍어보라’고 했다. 비주얼 아트는 빛, 구도, 색이 중요한데 흑백사진은 빛과 구도를 배울 수 있다고 했다. 1년 동안 13만 장을 찍어 그에게 보냈다. 누구냐고 묻더라(웃음). 나 같은 애들에게 e메일을 하루 200통은 받는다며. 하지만 나처럼 실제 사진을 찍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게 된 계기는….
“미국에서 종군기자인 태상호(미 국무부 외신 기자단 소속으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을 취재) 형을 알게 됐다. 형이 ‘너 비주얼 아트 재밌냐’고 묻기에 ‘재밌다’고 하니까 사진을 권하며 한마디 했다. ‘너 사진 찍는 거 보면 미친 사람 같다’고. 바로 다음 날 사진과로 전과해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종군기자를 하고 싶었지만 미국 영주권이 없으면 미군과 다닐 수 없어 생각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3년 육군 홍보 영상을 찍었던데.
“육군에서 요청이 왔다. 보통 군 홍보 영상은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 총 쏘는 장면만 나온다. 나는 사람 이야기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60명 넘는 군인들을 무작위로 인터뷰하고 그걸 바탕으로 영상을 만들었다. 재밌었다.”
―반응이 어땠나.
“담당자가 상사에게 엄청 깨졌다고 했다. ‘군 생활 그만하고 싶지?’라며. 그런데 상사가 부인에게 영상을 보여줬더니 ‘최고의 영상’이라고 했다더라. 군인 눈에는 별로였는데 일반인 눈에는 달랐나 보다. 그 영상으로 상도 받았다.”
―육군 홍보 영상을 만들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군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한 부사관은 임신한 아내가 양수가 터졌는데 훈련 중이라 연락을 못 받아 급하게 휴대전화를 쓰려다 징계를 받았단다. 한 장교는 딸이 ‘아빠는 나랑 초등학교 5학년 이후로는 같이 산 적이 없다’고 쏘아붙여서 펑펑 울었단다. 이런 분위기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군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6·25 참전용사 사진을 찍는 ‘프로젝트 솔저’를 기획하게 된 결정적 계기다.”
―‘프로젝트 솔저’는 어떻게 진행했나.
“참전용사들이 한국에 올 때 찍기도 하고, 내가 외국에 가서 찍기도 했다.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는 코로나19 때문에 미국에서만 지냈다. 연로한 분들이 많고 일정이 달라 그분들이 된다고 할 때 바로 이동해야 해서 미국에서 대기한 거다. 한 달에 2명 정도 찍었다. 한번 촬영할 때 5, 6번 방문한다. 그래야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참전용사들도 긴장이 풀려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그분들이 겪은 6·25전쟁을 듣는다. 팔을 잃고, 다리를 잃고, 사랑하는 전우를 잃은…. 잃어버린 역사를 배운다. 어느 참전용사는 88올림픽 때 엄청 울었다고 한다. 우뚝 선 서울을 보고 자신의 젊은 시절을 희생한 이유를 드디어 찾았다고 했다. 사진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에세이를 쓴 것도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였다. 이야기를 알아야 참전용사의 눈빛에 새겨진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다음 세대가 6·25전쟁을 기억한다.”
―왜 슬픈 전쟁을 다시 조명하느냐는 비판도 있다.
“참전용사에 대한 감사함을 전달하는 것뿐이다. 참전용사의 희생을 밑거름으로 우리나라가 성장했는데 감사하는 이는 많지 않다. 고마워하지 않고 군인을 비하하는 건 옳지 않다.”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일 거라 단정하는 이도 있다.
“어떤 사람은 극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예술 프로젝트다. 기록은 예술이 되고 사람을 감동시키고 변화시킨다.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는 참전용사의 눈과 자세엔 영웅의 모습이 배어 있다. 난 전쟁이나 전투 같은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난 개인적인 사연을 들여다본다. 그게 내 작업 방식이다.”
―당신의 사진이 울림을 주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내면을 찍으니까…. 겉모습만 보면 몸이 탄탄한 젊은 군인이 멋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노병이 멋있다. 본질을 찍으려 한다.”
―많이 바쁜 것 같다.
“올해 1월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후 찾는 이들이 조금씩 늘더니 요즘은 매일 뛰어다닐 정도로 정신없다. 전시도 연달아 있다.”
―후원이 늘지는 않았나.
“최근 ‘프로젝트 솔저’ 모자를 판매하며 후원사업을 시작했지만 수입이 많지는 않다. 해외에 한두 번 나갈 수 있을 정도다. 지금까진 ‘한 걸음만 더 가자’며 스스로 독려했는데, 이젠 ‘두 걸음 더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속가능한 프로젝트로 만들려면 더 뛰어야 한다.”
라미 현 사진작가 |
△ 1979년 서울 출생 △ 2000년 한양대 인문학부 입학 △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 사진과 학사 졸업 △ 2014년 한양대 교육대학원 응용미술학과 석사 졸업 △ 6·25 참전용사 사진 찍는 ‘프로젝트 솔저’ 기획 △ 라미스튜디오 대표 |
동아일보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07월 05일 文정부 마지막 韓美 기동훈련, 대북 구걸 위해 포기하나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이 야외 실기동훈련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 의지를 피력하며 훈련 최소화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여권 의원 76명은 아예 훈련 연기를 요구하는 성명을 지난 1일 발표했다. 미 국방부는 “어떤 변경도 없다”며 훈련 강행 입장을 천명했다. 정부는 ‘컴퓨터 게임’ 수준의 도상 훈련을 갖는 쪽으로 미국을 설득 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5월 워싱턴 회담에서 한·미 정상은 ‘연합 방위태세 강화’를 합의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55만 한국군용 백신 지원도 이 같은 의지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귀국 후 “대규모 훈련은 어렵다”고 한 뒤 여권 의원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말이 연기이지 ‘반대’나 다름없다. 통일부 장관은 한·미 훈련 축소·연기론, 헌법기구인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훈련 중단론을 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한·미 훈련 중단을 남북관계 조건으로 내건 뒤 앵무새처럼 복창하는 셈이다.
2018년 미·북 싱가포르 회담 이후 키리졸브·을지프리덤가디언·독수리연습 등 3대 연합훈련이 모두 폐지되면서 한·미 훈련은 파행 상태다. 한·미 양국 군의 백신 접종이 완료됐음에도 문 정부가 또다시 코로나19 핑계를 대는 것은 연합훈련을 남북관계의 종속변수로 고착시키는 셈이다. 연합훈련을 대북 협상 카드로 삼는 것은 한·미 동맹 정신 훼손이고, 주한미군의 근거를 허무는 것이라는 점에서 안보 파괴 행위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사실상 마지막이 될 한·미 기동훈련을 대북 구걸용 제물로 삼으면 안 된다.
문화일보 사설
07월 05일 부러진 ‘동맹 깃대’ 다시 세워야 한다
이미숙 논설위원
동맹 외교 강조 前장관들 토론
盧·李 한미FTA로 ‘깃대’ 강화
朴·文 中선회 ‘톈안먼’ 3不합의
反日과 김정은 쇼에 집착한 文
북핵 위협에 안보 위기도 고조
망국적 외교 접고 정상화해야
최근 한 포럼 주최로 열린 전직 외교부 장관들의 비공개 토론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노무현 정부 이후 외교사령탑을 맡았던 송민순·유명환·김성환·윤병세 전 장관이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 북핵 위기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는 자리였는데, 외교 최전선에 섰던 수장답게 이들이 내린 외교 현실에 대한 진단과 방향 제시는 분명하고 명쾌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동맹에 기반한 외교를 펴야 국익이 증진된다는 게 전 대화를 관통하는 중심 논지였다. 주최 측을 밝히지 않고 발언 내용도 실명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까다로운 사전 약속 때문에 제약이 많지만, 그래도 가능한 범위에서 소개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탈(脫) 동맹 친중·친북 외교가 초래한 안보 위기를 되돌아보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대한민국의 외교 깃대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한 장관은 “외교 깃발이 때로 흔들리고 찢길 수도 있지만, 외교 깃대는 어떤 경우에도 옮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깃대는 동맹에 기반한 자유민주주의 가치 외교와 시장경제, 자유무역이고, 깃발은 그에 따른 구체적인 정책을 말한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반미면 어때”라고까지 했지만, 이라크 파병 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함으로써 경제동맹 기반을 마련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동맹을 가치동맹으로 발전시켰다. 동맹 기반 외교 깃대를 굳건히 한 것이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올랐고, 문 대통령은 중국과 ‘3불(不) 합의’를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외교적 제스처 수준으로 동맹 깃대를 옮기는 차원이었다면, 문 대통령은 안보 주권을 중국에 내주는 약속이라는 점에서 아예 부러뜨린 것과 같다. 박 정부 시절 윤병세 당시 장관은 “미·중 러브콜은 딜레마가 아닌 축복”이라고 했다. 미·중이 모두 구애를 하는 만큼 한국은 미·중을 오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한술 더 떠 “미·중 어느 한 나라를 선택할 수 없다”고 했다. 70년 전 이미 대한민국은 미국을 동맹으로 선택했는데도 문 정부 외교사령탑이 이런 주장을 한 것은 중국 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의미여서 외교 깃대를 옮기는 행동이다.
둘째, 중국의 실체를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중국몽과 함께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대중 환상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한 장관은 2019년 방중 때 중국 측 인사가 “한·중 수교 당시엔 배울 게 많았지만, 이제는 반도체 빼고 배울 게 없다”며 대놓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중국이 대국주의적 힘의 외교를 구사하는 상황인 만큼 깃발이 찢기는 일이 있어도 원칙 외교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과 동맹을 맺은 국가로서 중국에 해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사드에 대한 문 정부의 애매한 태도가 중국의 사드 보복을 더 키웠다는 지적인 것이다.
셋째, 북핵 폐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한국의 선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에 대한 ‘전략적 관리’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핵 폐기보다 북한의 도발을 막으면서 핵 위협을 줄이겠다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한 컨설팅그룹도 최근 보고서에서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은 북한과 군축 회담을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한·일 설득 문제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선에서 협상을 하겠다고 한다면, 우리는 남북한 전략적 비대칭 문제 해결을 요구해야 한다. 미·북 협상에 앞서 전술핵 재반입, 나토식 핵 공유, 한국 자체 핵 개발 등에 대한 한·미 담판이 필요한 이유다.
일본도 북핵의 볼모가 된다는 점에서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공조가 긴요하다. 한·일 양국이 과거사 논란으로 대립하기엔 안보 상황이 너무 위중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란 이름으로 포장된 대북 굴종 정책으로 김정은 쇼에 집착하는 동안 북핵 위협은 커졌고 안보는 더 위태로워졌다. 문 정권은 국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외교 깃대를 친중·친북·반미·반일 쪽으로 옮겼다. 이 같은 망국적 행태를 근절해 외교안보를 바로 세워야 한다.
문화일보
07.06 방치된 북핵, 그래서 더 위험하다
요즘 북핵 관련 뉴스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조용함은 북핵 문제가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국제사회가 해결을 거의 포기했거나 여력이 없어 방치하거나 나중으로 미뤄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10월 2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시설물들이 폭파되면서 흙먼지가 솟아오르고 있다. 당시 북한은 전문가는 배제한 채 언론만 초청해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입구를 폭파했다.
보통 사람들은 북핵문제에 대해 관심을 잃은지 오래다.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이제 한국 주식시장은 눈도 깜빡 하지 않는다. 북한이 대륙을 건너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려도 미국 사람들이 불안해 하며 뒷뜰에 지하 벙커를 파지도 않는다. 최고 지도자들도 북핵문제에 대한 현실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며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자신이 주인공인 쇼의 배경으로 이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타임과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매우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가진 사람이고 국제적 감각도 있다”는 비현실적인 발언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바이든 정부도 이렇다 할 북핵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북핵 위협은 이제 정부의 외교·안보 담당자와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걱정하는 문제가 되었다. 최근 열린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에서 한·미 전문가10여명이 했던 토론은 방치되고 있는 북핵 문제의 현실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이 토론엔 한미 양국 정부에서 북핵정책을 다뤘고 북한과 협상도 했던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했다. 이날 발언을 종합하면 북핵문제란 ‘공’은 지금 누군가의 코트에 가 있다기보다는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북핵을 용납할 수 없다는 원칙은 말뿐, 국제사회는 북핵문제에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핵문제는 우선 순위가 낮다. 북핵정책을 담당하는 바이든의 외교·안보 참모들은 트럼프 시절과 달리 유능한 정통 외교관들로서 북핵문제를 이미 여러 번 다뤄봤다. 어떤 방법을 써도 풀기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니 굳이 나서서 손대고 싶지 않을 것이다.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도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중에겐 자신들 간의 경쟁에 유리한 구도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바이든 외교는 북핵 해결이 아니라 중국 견제와 대결을 위해 동맹을 다독이고 강화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뀐 프레임 안에서 바이든의 대북정책은 기존 대북제재의 틀을 유지한 채 ‘인도적 지원’과 ‘인권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물론 북한이 도발을 한다면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북한이 가까운 장래에 판을 흔들어 미국을 협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세울까. 전문가들은 좀 회의적이었다. 북한이 도발의 핑계로 삼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규모가 이미 상당히 줄어든데다, 중국에게 올해와 내년은 그 어느 때보다 동북아의 안정이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 창설 100년을 맞은 올해, 그리고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은 한반도 주변 상황을 불안하게 할 북한의 도발은 어떻게서든 막으려 할 것이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각국은 당분간 국내문제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 북한도 국경을 걸어잠갔다. 어쩌면 앞으로 상당기간은 북핵과 관련해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 시기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내년 3월 대선이다. 퇴임을 앞두고 이렇다 할 업적이 없는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관련해 무엇인가 업적을 남기고 싶은 유혹을 버리기 힘들 것이다.
문 대통령은 타임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우리 아이들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수 없다’고 진지하게 말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참모들은 여전히 김정은의 이 말에 의미를 두는 모양이다. 만일 문 대통령의 이런 비현실적인 기대를 김정은이 이용하려 든다면? 북핵문제가 방치돼 허공에 떠 있는 이 시기가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해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조선일보 강인선 부국장
07.08 한국군 전군 지휘관 회의는 북핵 아니라 性 문제로 열린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7일 서울 국방부에서 전반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욱 국방부 장관이 7일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현역 장성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대단히 부끄럽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사과했다. 공군 중사 성추행 사건으로 국방부가 성폭력 특별 신고 기간을 운영하는 가운데 국방부 직속 부대 준장이 여군무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되자 고개를 숙인 것이다. 서 장관이 군내 성범죄 척결을 다짐한 게 얼마 전인데 장관 직속 장성이 성범죄를 저질렀다.
매년 전·후반기 열리는 주요 지휘관 회의는 군단장급 이상 육·해·공군 수뇌부가 모여 국방·안보 현안을 토의하는 자리다. 지금 순간에도 증강되는 북 핵·미사일과 김정은이 만든다고 공언한 신형 무기 체계에 대한 방비책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정상이다. 북 눈치 보기 등으로 사실상 중단된 실전 훈련을 정상화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서 장관은 이날 회의 모두 발언의 30~40%를 성(性) 문제에 할애했다. 우리 안보의 최대 위협인 ‘북한’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성인지 감수성’과 ‘성폭력 예방’을 강조했다.
신임 공군참모총장은 “창군 이래 가장 큰 위기”라며 성추행 사건 대책을 놓고 장성급 지휘관들과 1박2일 회의를 했다. 지난해 육군 총장도 성추행과 상관 폭행 등이 잇따르자 주요 지휘관 회의를 소집했다. 군내 성 추행 문제는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 정부의 남북 평화 이벤트에 군까지 ‘군사력 아닌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고 정신 무장을 해제한 상황에서 성 문제를 논의한 전군 지휘관 회의를 보니 군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개탄하게 된다.
서 국방은 두 달 전엔 부실 급식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군단장급 이상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소집했다. 그 회의가 개최된 날에도 ‘급식 실패’ 고발이 이어졌다. 전반기 전군 지휘관 회의는 성추행 사건이 핵심 주제였다. 지금 우리나라 주요 지휘관 회의는 북핵이 아니라 성 문제와 급식 실패 때문에 열리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7월 08일 기강 붕괴 넘어 性범죄 군대 만든 책임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 센터장
“군의 자정 능력을 의심받는다는 것은 대단히 부끄럽고 유감스러운 일.” 7일 열린 전반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이 최근 발생한 장성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서 한 말이다. 전군 수뇌부가 모이는 이 회의의 주요 의제가 국방·안보 현안이 아니라 ‘성폭력 예방’이었다니, 무너지는 군의 기강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모 중사의 안타까운 극단적 선택 이후 군내 성(性)비위 척결을 외치며 특별신고기간을 선포하고 민관군 합동위를 출범시킨 다음 날 현역 장성의 성추행 사건이 불거졌다. 장관의 말에 영(令)이 서지 않는 모습이다. 이제 어느 하나를 꼬집어 문제라고 말할 수준을 넘어섰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탄도미사일로 부르지 못했다. 경계에 실패해서 동해안이 뻥뻥 뚫렸다. 우리 공무원이 서해 북한 수역에서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지는 데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수없이 강조했던 병영 환경이나 군 인권 상황은 나아졌나 했더니, 최근 그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 군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한마디로 ‘군기’가 빠져서 그렇다. 군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생존을 지킨다. 자연스럽게 외부의 위협에 대한 분명한 문제 인식을 할 때 군의 대비태세나 기강도 강화된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군은 적(敵)을 적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대적관 교육을 평화 교육으로 대체하고 있다. 위험한 적이 없는데 뭣하러 ‘빡세게’ 훈련하며 유사시를 대비하겠는가. 어찌 보면 군의 기강 해이는 예고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순신 장군은 ‘소유위령(小有違令) 즉당군율(卽當軍律)’의 자세로 군을 다스렸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군령을 어기면 군법으로 즉각 다스렸다. 심지어 전쟁 중에 병력이 모자란 상황에서도 기강이 해이한 병사는 엄벌했다. 이 같은 엄격한 지휘로 훈련된 조선의 수군은 강군이 됐고 전쟁에서 나라를 구했다. 응당 해야 할 일을 철저히 한 결과 무패의 신화를 써 내려간 것이다.
일각에서는 서 장관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서 장관은 맡은 임무를 충실히 해낸다는 평가를 받았던 훌륭한 장교였다. 하지만 정무직은 그에게 너무 큰 부담이었나 보다. 어제 서 장관은 “이번 사건을 일벌백계해 그 누구라도 군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벌을 피할 수 없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성 비위 사안의 민감성을 보다 분명하게 파악하고 철저한 예방 조치를 세웠어야 했다. 여 중사 자살 이후 문제를 철저히 파악하며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엄격하게 다스렸어야 했다.
기강 해이가 반복된다면 이제 군 통수권자의 책임이다. 문 정부는 정상회담 몇 번으로 마치 평화가 온 듯 홍보했다. 지금도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나 연기가 북한과의 대화를 갖는 전제 조건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이미 몇 차례 훈련 축소에도 북한은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도 말이다.
국방부 장관의 책임 또한 가벼운 것이 아니다. 이순신 장군이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윗사람의 지시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불의한 직속상관들과의 불화로 몇 차례나 파면과 불이익을 받았다.” 책임져야 할 누군가에게 전한다. 부끄럽지 아니한가.
문화일보
07월 09일 한미연합사령관 8명 백선엽 추모…여권은 反美 시리즈
6·25전쟁 때 대한민국 전역의 공산화 직전에 이를 막아낸 전쟁 영웅들에 대한 추모와 폄훼가 교차한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권의 주요 인사들이 국가 정통성을 허무는 현대사 인식을 잇달아 표출하고 있어 ‘진정한 애국’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다.
백선엽 장군 1주기(周忌) 추모식이 9일 경북 칠곡의 다부동 전적기념관에서 열렸다. 대한민국 존망이 걸린 낙동강 방어선이 무너질 조짐을 보이자 1사단장이던 백 장군은 “더 밀리면 망국이다.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라”며 돌격 작전의 선두에 섰고, 가까스로 전선을 지켰다. 이렇게 버틴 결과, 미군은 3주 뒤 역시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의 결단으로 인천상륙작전을 결행해 전세를 역전시켰다. 피로써 자유 대한민국을 지킨 역사를 알기에 이번 추모식에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은 직접 참석하고 전직 사령관 7명이 영상 등으로 추모 메시지를 보내왔다. 지난주 취임한 러캐머라 사령관은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백 장군 추모식을 선택했다.
이와 반대로 여권에선 반미(反美) 행태가 이어진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라고 한 데 이어,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지난 1일 “친일 세력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 체제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인천 시민애(愛)집’을 지난 1일 개방했는데, 인천상륙작전 코너에서 ‘개항장 140여 년 진짜 이야기마저 파괴하다’ 제목으로 “무차별 폭격으로 나약한 민간인들이 몰살당했다”는 등의 설명을 붙였다. 맥아더 장군이 미소 짓는 그림도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중진 인사다. 이런 현상에 대해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문 정부를 관통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백 장군 타계 직후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백선엽 파묘법’(국립묘지법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에 회부돼 있다.
문화일보 사설
07월 13일 北 ‘사이버 도둑질’ 원점 응징 나설 때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이어 대우조선해양, 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이 잇달아 북한에 해킹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북한은 부인하지만, 악성 코드 유형과 경유지 IP, 해킹 패턴 등 디지털 증거는 북한 소행임을 가리킨다. 더 심각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 해커에 의해 상상할 수 없는 거액의 국부(國富)가 탈취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3월에 발표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2019∼2020년 사이 대남 해킹으로 3억1640만 달러(약 3796억 원)를 탈취했다고 한다. 2019년 보고서에서는 북한이 2015∼2018년 사이에 세계 17개국의 금융기관과 가상화폐거래소를 대상으로 35차례(한국 10차례)에 걸친 해킹을 통해 최대 20억 달러(2조4000억 원)를 탈취했다고 공개했다. 이는 북한의 1년 예산(7조∼8조 원대)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지난 2월 미국 법무부는 북한 해커 3명을 13억 달러(1조5000억 원) 상당의 현금 및 가상화폐를 탈취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렇게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사이버 도둑질을 폭로하고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주요 피해 당사자인 우리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한국은 북한 해커들에게 최근 5년간 3000억 원대를 도둑질당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초기에 주로 현금인출기(ATM) 해킹이나 랜섬웨어를 통해 금전을 탈취했으나, 2017년 이후에는 가상화폐거래소를 집중 해킹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빗썸은 2017∼2019년 4회에 걸쳐 690억 원 상당 △업비트는 2019년 580억 원 상당 △코인게일은 2018년 500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탈취당했다.
북한의 사이버상 금전 탈취는 문재인 정권이 자랑하는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이며, 더 나아가 중대한 국제적 범죄행위다. 당연히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행위를 규탄하고 ‘당국의 사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손실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 눈치를 보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수년간 계속 자행되는 북한의 해킹으로 막대한 국부가 유출돼 회사가 파산하고 관련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상황에서 이를 방치하는 것은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헌법적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다.
핵 문제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심해지면서 기존의 외화벌이 수단이 막히자 북한은 새로운 외화벌이 영역을 사이버상으로 넓혀 금전 탈취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사이버 도둑질 역량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인정하듯 세계 최정상급이다. 북한은 앞으로도 ‘저비용 초고효율’의 수익을 가져다주는 사이버 도둑질에 매달릴 것이다.
북한의 사이버상 금전 탈취를 막기 위해서는 현재의 탐지·차단·복구 등의 소극적인 대응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난 8일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의 금융기관에 대한 중대한 사이버 위협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의 사이버 공격 원점을 추적해 물리적으로 응징하는 공세적 사이버 대응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 정권에 이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우선, 민간 차원에서라도 자체적인 사이버 보안 역량을 강화해 대응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문화일보‘대북 조급증’ 임기 말엔 더 위험하다
07월 13일 ‘대북 조급증’ 임기 말엔 더 위험하다
김홍균 前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
김정은 말 믿고 칭송한 文 망상
김여정은 “꿈보다 해몽” 비아냥
美도 북핵 제재 유지 입장 불변
정권 교체기마다 北 도발 경향
지금은 국제 공조 견고히 하고
연합훈련 확장억제 강화할 때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주간지 ‘타임’ 인터뷰가 아직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솔직하고, 의욕적이며, 국제적 감각’을 갖췄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수는 없다’는 김 위원장의 말을 아직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이런 평가에 대해 국제사회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는 ‘북한 정권에 대한 문 대통령의 망상(delusion)’이라고 불렀다.
지난 6·18 당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북한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자 통일부는 ‘김 위원장이 직접 대화를 비중 있게 언급한 사례’라며 반색했다. 거기에 영향받아 국내 일부 언론도 덩달아 낙관적인 예상을 내놨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꿈보다 해몽’ ‘잘못된 기대는 더 큰 실망에 빠트릴 것’이라고 쏘아붙인 한마디에 날아갔다. 그리고 그다음 날 리선권 외무상이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못질까지 해버렸다.
물론, 북한은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김 위원장의 발언을 “흥미로운 신호로 간주한다”고 하고, 한국을 방문 중이던 성김 대북특별대표가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는” 대화를 재차 제의한 데 대해 반응한 것이다. 그래서 문 정부는 우리만 낙관적인 태도를 보인 게 아니라고 강변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설리번 보좌관은 “직접적인 의사소통” 가능성을 지켜보겠다고 단서를 달았고, 성김 대표는 “그동안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계속 이행될 것”이라며 대화 이전 제재 해제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우리처럼 김 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앞뒤 안 따지고 덤벼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대북 제재 해제를 견인하는 데 실패한 이후, 이른바 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고 제재 해제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의사가 없다는 북한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 문 정부의 거듭된 구애에도 북한이 이를 무시하고 심지어 온갖 험한 말로 욕하고 있는 것도 미국과 결판을 내기 전에는 남측이 뭐라 해도 관심 없다는 명확한 의사표시로 봐야 한다.
상대방이 이렇게 나올 때는 한걸음 물러서서 숨을 골라야 한다. 그런데 문 정부는 조급하다. 통일부 장관은 한·미가 함께 코로나19 방역과 식량 제공,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방문을 북한에 제안해 보자고 나섰다. 이런 조급증은 자칫 한·미 대북 공조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양국 간 대북정책 조율을 위해 운영해 오던 워킹그룹을 최근 종료했는지 아니면 다른 형태로 재조정했는지 논란이 있었던 것은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북한은 지금까지 미국이나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거의 예외 없이 도발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킨 다음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시작하는 수법을 써 왔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고 반년이 지나도록 북한이 잠잠한 것은 확실히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제재, 자연재해, 코로나 봉쇄로 인한 경제·식량난 심화, 주민 불만과 외부 영향 통제 등 내부 문제에 봉착한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 여력이 없는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때가 되면 북한은 대화에 나올 것이고, 늘 그랬듯이 한바탕 도발을 벌인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새 우리가 할 일은 북한과의 ‘대화에도 대결에도’ 모두 준비하는 것이다. 우선, 북한과의 협상 때 거의 유일한 레버리지인 대북 제재 압박 레짐을 복구해야 한다. 북한의 핵 및 재래식 위협에 대응할 방어 능력을 증강하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하고,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을 복원해야 한다. 북한과의 협상이 실패하고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남게 될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의 확장억제를 현실화하고 강화할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insanity)”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다를지 모른다는 환상과 망상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올바른 대북정책이 나올 수 있다.
문화일보
07.15 세계는 사이버 전쟁중...북 해킹에 항의도 못하는 한국
최근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는 살기가 돋고 있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솔라윈즈와 송유관업체에 대한 러시아의 연이은 사이버 공격 때문이다. 러시아 해커들의 조직적이고 은밀한 사이버 공격에 미국 정부 기관과 민간 기업 등 1만8000여 곳이 피해를 보았다. 미국의 사이버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국토안보부와 국무부ㆍ재무부 등 정부 기관만 최소한 9곳이다. 민간 기업도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등 수도 없다. 미 정부는 피해범위를 파악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리고, 보안시스템 정상화는 2022년 중반에나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참다못해 러시아에 보복을 선언했다. 지난 3월 미 백악관 젠 사키 대변인은 “러시아에서 온 사이버 공격에 대응해 다양한 액션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4월 러시아를 제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런 와중에 러시아에 기반을 둔 신생 해킹단체 ‘다크사이트’가 미 송유관업체를 해킹했다. 그 결과 미국 최대 송유관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멈췄다. 화가 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16일 제네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난 그에게 ‘만약 랜섬웨어가 당신 유전의 파이프라인을 마비시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나’고 물었다”고 했다.
격화하는 북·중·러의 사이버 공격
러, 미 정부ㆍS/W업체 해킹, 송유관 마비
뉴욕 지하철 해킹, F-35 설계도 절도한 중국
북한, 우리 방산업체ㆍ원자력연 무차별 해킹
한, 법 미비, 컨트롤타워 부재, 책임 혼선
러시아의 솔라윈즈 해킹은 오랜 시간에 걸쳐 정교하게 이뤄졌다. 미 연방수사국(FBI) 등의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의 솔라윈즈 해킹은 2019년 9월 4일부터 이뤄졌다. 러시아 해커들은 같은 해 11월까지 해킹 코드를 솔라윈즈 내부망에서 시험하면서 취약점을 파악했다. 이어 지난해 2월 오리온에 백도어를 설치한 뒤 본격적인 해킹에 들어갔다. 솔라윈즈가 공급하는 오리온은 미국의 정부와 많은 기업의 네트워크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솔루션이다. 해커들은 오리온만 장악하면 오리온에 연계된 모든 기관과 업체의 정보를 빼낼 수 있었다.
해커들은 지난해 6월 해킹을 끝내고 그 흔적까지 제거했다. 솔라윈즈가 해킹당한 사실을 알아차린 건 한참 뒤인 지난해 12월이었다. 미국 최대 사이버 보안업체 파이어아이는 ‘국가 주도의 사이버 공격’이라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 1월에서야 러시아의 신생 해커조직인 노벨리움이 해킹을 주도했다고 지목했다.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은 그 배후가 러시아 해외정보국(SVR)이라고 특정했다. 러시아는 즉각 부인했다. 그런데 노벨리움의 사이버 공격은 다시 이어졌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이메일을 탈취해 24개국 150개 기관의 계정 3000개를 확보해 사이버 공격했다.
중국의 사이버 공격은 무차별적이다. 지난 4월 뉴욕 지하철 시스템이 중국 해커에 뚫렸다. 중국 정부와 연계된 해커들이 뉴욕 메트로폴리탄 교통국 컴퓨터 시스템에 침입했다고 한다. 해커들은 교통 운영시스템에 침투해 끔찍한 지하철 사고를 유도할 수도 있었다. 중국 외교부는 “근거 없이 추측하지 말라”며 부인했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와 관련된 기술과 정보 해킹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해커들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유력시된 렘데시비르를 개발한 제약사 길어드사이언스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중국 지능형지속위협(APT) 공격 단체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미 정부와 방산업체들을 해킹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과거에도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 등 국방ㆍ항공ㆍ우주 관련 업체들을 해킹했다. 중국 스텔스기 젠-21과 젠-31은 록히드 마틴의 F-35 전투기 설계도를 해킹해 카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리에겐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더 심각하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최근 북한 추정 해커조직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ㆍ한국원자력연구원을 해킹했다. 대우해양조선은 제3국으로 추정되는 해커로부터 침해를 받았다.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커 조직의 사이버 공격에 KAI의 국산 전투기 KF-21의 설계도 등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에선 잠수함용 소형 원자로 자료가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그동안 한국에서 개인정보, 암호화폐, 군사기밀 등 수많은 정보를 빼갔다. 앞으로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이버 안보 시스템은 크게 취약하다. 법체계에서부터 컨트롤 타워 등 제대로 된 게 없다. 사이버 안보와 관련된 유일한 법체계는 지난해 12월 제정한 ‘사이버안보 업무규정’인데 대통령령 수준이다. 충돌하는 상위법에 우선하기 어렵다. 청와대가 2019년 ‘국가 사이버안보 전략’을 발표했지만, 후속조치는 더디다. 컨트롤 타워 격인 청와대 안보실에는 사이버안보 전담 비서관조차 없다. 사이버 안보 책임기관도 공공부문은 국정원이, 민간부문은 인터넷진흥원, 군은 사이버작전사령부 등으로 분산돼 있다. 미ㆍ일ㆍ중처럼 국가 차원에서 총괄할 사이버안전센터가 없다.
국회에서 법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사이버안보 기본법’을 발의했지만(국민의힘 조태용 의원), 잠자고 있다. 민변 등 진보단체들이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국민을 사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법령으로는 사이버 테러나 공격 징후가 있어도 관련 기관의 동의가 없으면 정보 수집을 할 수가 없다.(사이버안보 업무규정 제3조 2항) ‘통신비밀보호법’ 등 기존의 법체계로는 분초를 따지는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어렵다. 사이버작전사령부는 여전히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고난도의 사이버 작전을 수행할 정예 사이버 전사 확보는 요원한 상태다. 통합방위법엔 사이버 공간을 작전영역으로 규정하지 않아 유사시 정부 차원의 대응도 곤란하다.
앞으로 사이버 안보 환경은 더 복잡해지고 속도는 빨라진다. 북한은 한반도 유사시 장사정포를 쏘기 전에 사이버 공격으로 우리 사회와 군을 먼저 마비시킬 수 있다. 5G 환경에서 자동차를 해킹해 사고를 유발하는 건 기본이다. 군에 로봇 등 무인전투체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네트워크 보호가 최우선이지만, 보안대책은 막연하다.
미ㆍ중 경쟁이 더 가열될 경우도 문제다. 중국의 사이버 공격의 1순위는 미국이지만, 2순위는 한국이다. 그만큼 우리에 대한 관심이 많다. 북한의 해커들도 주로 중국에서 한국을 공격한다. 중국이 한국 내에 어떤 사이버 스파이를 심어놨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국가 차원의 사이버 안보 대책을 보완이 시급하다.
북한의 사이버 조직과 공격 행태
북한은 사이버전에 일찍 눈을 떴다. 1998년 사이버부대 ‘121소’를 만들었다. 2004년부터는 중국 단둥을 거점으로 사이버부대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중국의 해외 거점은 중국 동북 3성에서 동남아와 아프리카로 확대된다. 2010년 규모가 3000명으로 커지자 정찰총국이 맡았다. 2012년에는 김정은 지시로 전력사이버사령부가 생겨났다.
사이버 전사도 조직적으로 양성한다. 수학적 재능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해 평양의 과학영재학교인 금성 1ㆍ2중학교에서 컴퓨터 기반교육을 한다. 그런 뒤 총참모부 산하의 지휘자동화대학 또는 모란봉대학에서 3∼5년간 특별교육을 거쳐 사이버 전사가 된다.
현재 활발한 북한의 해킹조직은 라자루스, APT38, 스카크러프트(APT37), 안다리엘 등인데 모두 정찰총국 소속이다. 이 가운데 라자루스는 외국 정부와 금융 및 방송을 주로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 APT38은 전세계 금융산업과 암호화폐 거래소 등을 해킹해 외환과 암호화폐를 훔친다. 스카크러프트는 탈북자, 정치인, 통일관련 연구원 및 정부기관, 금융사 특정업무 담당자 등을 표적으로 삼는다. 안다리엘은 방산과 민간기업, 보안 솔루션업체, 정부기관 등이 사이버 공격 대상이다.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을 해킹한 김수키(Kimsuky)는 APT37 소속이다. 2016년 국방통합데이터센터에 침투해 군사기밀을 훔쳐간 조직은 안다리엘이다.
북한의 해킹 수법은 고도화되고 있다. 북한이 일으킨 7ㆍ7 사이버 대란(2009년), 3ㆍ3 DDOS 공격 및 농협 전산망 무력화(2011년) 등은 사이버 공격을 위한 연습이었다. 이를 토대로 한국수력원자력(2014년)과 외교ㆍ안보라인 휴대폰 및 국방부 해킹(2016년)은 본격적인 정보 수집이었다. 최근 원자력연구원이나 KAI 등에 대한 해킹은 북한이 필요한 정보를 표적화해서 얻는 좀더 발전된 방식이다. 수년 전 이뤄졌던 해외은행과 암호화폐 탈취는 대북제재에 따라 부족한 외화를 확보하기 위한 범죄였다. 2013년 3ㆍ20 사이버 공격은 3차 핵실험에 이은 무력도발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추정됐다.
☞APT(Advanced Persistent Threat)=알려지지 않은 신종 또는 변종의 악성 코드와 신규 취약점을 이용한 지능적이면서 지속적인 위협.
☞랜섬웨어=사용자 디바이스 또는 네트워크 스토리지 디바이스의 파일을 암호화하는 방식. 해커는 암호를 풀어주는 대신 돈을 받는다.
중앙일보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07월 16일 北엔 백신 제안하며 파병 부대는 집단감염 내몬 反국가
해군 청해부대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해외 작전부대다. 아프리카 아덴만 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을 퇴치하고 미국 등과 공동 작전에도 참여하는 등 국익 수호의 최전선에 있다. 그런데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함)이 코로나19 집단감염 위기에 내몰렸다. 지난 2일 감기 증상을 보인 장병에게 주먹구구식 대응을 하다가 13일 6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고, 80여 명은 의심 증세, 간부 1명은 중증 폐렴 증상을 보여 현지 병원에 후송됐다. 그동안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밀접 접촉이 불가피한 함정에서 300여 명 전원이 ‘코로나 지옥’에 방치된 셈이다.
4월 군 접종 개시 때 우선 접종만 했더라도 이번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군 55만 명분 백신 지원을 밝혔을 때도 합참은 청해부대를 대상에 넣지 않았다. 국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이 무겁다. 국가의 직무유기란 점에서 반(反)국가적 행위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오스트리아 국빈방문 때 “북한이 동의한다면 북한에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했던 사실을 되돌아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이래 놓고 뒤늦게 호들갑을 떤다. 문 대통령은 15일 공중급유수송기 급파 등을 지시했고, 합참은 코로나 감염 여부에 관계 없이 청해부대 장병 전원을 공군 수송기로 조기 귀국시키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청해부대 작전은 전면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문 정부 들어 군은 군대도 아니라고 할 정도로 참담하게 추락했다. 경계는 번번이 뚫리고 성범죄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장병들에겐 물 백신, 저질 식단이 제공돼 논란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 철저히 따져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북한에 굽실댄 문 대통령 책임이 맨 앞일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7-17 파병 장병에 백신도 안 보낸 무심한 나라
/문무대왕함. 사진=국방일보 제공
군 당국이 어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승조원 300여 명을 전원 귀국시키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군은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2대를 급파할 방침이다. 수송기에는 의료진과 문무대왕함 귀환을 담당할 대체 인력이 탑승한다. 문무대왕함을 국내로 귀환시키는 데는 한 달가량 걸리는 만큼 그사이 감염 확산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확진 여부와 상관없이 전원을 복귀시키기로 한 것이다.
해외에서 작전하던 장병들의 전원 귀국 사태까지 낳은 이번 청해부대 집단감염은 무엇보다 안이한 방역의식과 주먹구구식 초기 대응 탓이 크다. 멀리 바다 위 함정에서 발생한 탓에 신속한 대처와 현지 협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지만 최초 의심 증상자 발생 이후 제대로 된 검사를 통한 코로나19 확진까지 열흘 넘게 걸렸다. 허술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번 대응 과정에서 지휘·보고 체계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군함은 좁고 밀폐된 격실에서 다수가 생활하고 환기시설도 연결돼 있어 코로나19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사례에서 확인됐다. 지난해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에서 1000여 명이 감염되는 사태가 있었고, 우리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에서 확진자 30여 명이 나온 것이 석 달 전이다. 근해도 아닌 머나먼 해역에서 작전하는 청해부대는 더더욱 높은 경계심과 면밀한 예방 대책으로 무장했어야 했다.
백신 접종이라는 근본 대책을 소홀히 한 군 당국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문무대왕함은 국내 접종이 시작되기 전인 2월 초 출항해 한 명도 백신을 맞지 못했다. 군 당국은 먼바다에서 작전하는 청해부대의 임무 특성상 백신 부작용에 대한 응급대처와 냉장 보관 기준 충족이 어려워 현지 접종은 곤란했다고 설명하지만, 국내 일반 장병들도 모두 백신 접종을 마친 터에 청해부대에 대해선 파병 4개월이 되도록 무심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파병 장병들은 세계 각지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평화 유지나 재건사업, 의료 지원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한결같이 위험하고 열악한 지역에 파견돼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 만큼 각별한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파병 장병들에게 백신을 보내 접종하는 국가적 배려가 있어야 했다. 이역만리에 보내놓고 방역 사각지대에 사실상 방치한 무책임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
07.19 청해부대 ‘전원 下船’, 장병들에 백신도 못 보낸 이른바 ‘방역 선진국’
/<YONHAP PHOTO-2378> 청해부대 34진 부대원 전원 공군 수송기로 조기 귀국 추진 (서울=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해군 청해부대 34진 장병 전원을 확진 여부와 무관하게 공군 수송기에 태워 조기에 귀국시키는 방안이 추진된다.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의 승조원 300여 명 모두 백신 접종하지 않은 상황에서 밀폐된 공간이 많고 환기시설이 연결돼 급격한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면서 정부가 발 빠른 조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청해부대원들이 올해 설 명절에 "코로나19 우리는 이겨낼 수 있습니다. 함께 극복합시다!"라는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 2021.7.16 [합참 제공. 연합뉴스 DB.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2021-07-16 13:50:00/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해외 파병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에서 발생한 코로나 확진자가 68명으로 늘었다. 군은 문무대왕함 승조원 전원을 하선(下船)시켜 귀국시키기로 하고 수송기를 현지에 보냈다. 군함 승조원이 감염병 때문에 작전 중 전원 하선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전쟁 중 격침이나 나포, 침몰 사고 등으로 하선하는 경우는 있지만 감염병 때문에 배를 떠난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토록 ‘K방역’을 내세우며 ‘방역 선진국’을 자처하던 정부가 세계 해군사에 남을 불명예 기록을 만들었다.
청해부대는 군의 백신 접종 개시 전에 출항했다. 백신 수송에 어려움은 있지만 정부 관심만 있었다면 어떻게든 백신을 접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동의하면 백신 공급을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장병에겐 왜 백신 줄 생각조차 못했냐는 물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에서 확진자 38명이 나왔을 때 서욱 국방장관은 철저한 방역을 지시했다. 그런데도 청해부대가 방치된 것은 무슨 이유인가. 청해부대에서 첫 증상자가 나온 후 열흘 넘게 코로나 검사와 격리·치료도 이뤄지지 않았다. 군 당국이 백신 공급과 초기 방역에 모두 실패한 것이다. 이러고도 누구 한 명 책임지지 않는다.
대통령과 정부가 ‘방역 성공'을 자랑할 때마다 백신 수급은 차질 빚고 코로나는 4차 대유행으로 갔다. 문 대통령은 얼마 전에도 “코로나 대응에서 세계적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인정받았다”고 했다. 파병 장병에게 백신 하나 공급 못해 전원 군함을 떠나게 만든 상황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올까.
조선일보 사설
07.20 北 해킹 은폐 靑·국정원·국방부, 한국 지키나 북한 지키나
/미 법무부가 작년 12월 전 세계 은행 등에서 13억 달러를 빼돌리려고 시도한 혐의로 북한 해커 3명을 기소했다. /연합뉴스
미국이 19일 주요 동맹국과 함께 중국의 악의적 사이버 활동을 규탄하고 나섰다. 중국 해커들이 미국과 동맹국 네트워크를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과 영국·호주·캐나다·일본 등 미 동맹국이 대거 동참했다. 그런데 한국은 빠졌다. 국방부에 따르면 국군을 대상으로 한 중국발 해킹 시도는 최근 5년간 11배 급증했다. 올 상반기만 1만1228건으로 작년 1만897건을 넘어섰다. 중국을 경유한 북한 등의 공격도 있겠지만 중국 해커가 미 동맹국인 한국을 가만 놔둘 리 없다. 중국 위협이 분명한데도 이 정부가 중국 해킹 비판에 불참한 이유가 뭔가. 우리 사이버 안보보다 중국이 더 우선인가.
북한의 해킹 공격은 더 심각하다. 원자력연구원·핵융합연구원·항공우주산업·항공우주연구원 등이 줄줄이 북 추정 해커들에게 뚫렸다고 국정원이 밝혔다. 원자력연구원은 열이틀이나 무방비로 노출됐다. 원전과 핵연료, 전투기 도면 등 새 나가면 우리 안보에 치명상이 될 핵심 기술이 북한에 넘어갔을 수 있다. 예산이 수십조원 들어간 국가급 기술이다. 2009년 북 디도스 공격으로 금융 전산망에 일시 장애가 일어났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이버 테러 비상’을 선포해도 모자랄 상황이다.
그런데도 국정원은 사이버 위기 경보를 5단계 중 가장 낮은 ‘정상’으로 내려놨다. 문 정권의 첫 남북 정상회담 직전인 2018년 3월 ‘관심’에서 ‘정상’으로 낮춘 뒤 한 번도 올린 적이 없다. 그런데 북은 2019~2020년에만 해킹으로 3억달러를 탈취했다는 유엔 보고서가 있다. 우리 가상화폐 업체도 수백억원을 뜯겼다. 얼마 전엔 서울대 병원의 주요 인사 진료 기록까지 털렸다. 전례가 없는 위기 상황이다. 이것이 ‘정상’ 인가.
청와대 안보실이 16일 해킹 대책 회의를 열었다. 그런데 보도 자료엔 ‘북한’이란 표현을 전혀 쓰지 않았다. 국방부는 지난해부터 군 해킹 시도 중 북한 소행 추정은 ‘0건’이라고 야당에 보고했다. 2017년 15건이던 북 추정이 2018년 남북 쇼 이후 4건, 1건으로 계속 줄었다는 것이다. 이 정권은 2018년 이후 북이 무슨 도발을 해도 숨기고 감싸려 했다. 이제는 북 해킹까지 별일 아닌 것처럼 국민을 속이려 한다. 이들이 한국을 지키는지, 북한을 지키는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조선일보 사설
07.20 군과 정부의 무관심·태만이 청해부대 참사 불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청해부대 34진 전원을 수송하기 위해 현지에 파견한 특수임무단이 19일 공군 다목적 수송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아덴만에 파병된 청해부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해외 파병 장병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접종하는 게 상식인데도 군 당국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번에 집단감염된 청해부대 소속 문무대왕함(4400t)이 한국을 떠났던 2월 8일께엔 백신을 구하지 못해 접종하지 않은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아덴만 현장에서 파병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정부가 백신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먼저 이들에게 백신을 접종했어야 했다. 문무대왕함이 활동하던 아덴만 현지 미군과 협조해 백신을 지원받을 수도 있었다. 아덴만 인근 바레인에는 해적 퇴치 활동을 총지휘하는 미 5함대 기지가 있다. 또 지난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라도 요청할 수 있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장병을 위해 55만 명분의 백신을 제공한다고 했다. 군과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었나
승조원 301명 중 247명 코로나 확진
군, 감염 장병과 가족에게 사과해야
실제 내용은 더 심각하다. 청해부대는 파병 중 2∼3주에 한 번씩 오만 살랄라항에 기항해 음식 등 군수품을 선적한다. 그 과정에서 언제든 코로나19에 감염될 소지가 있었다. 더구나 오만은 코로나19 감염률이 한국보다 인구 대비 14배나 높다. 특히 함정 내부의 공기순환 공조 시스템은 평소 통합 운영한다. 그런 구조여서 승조원 중 한 명이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비좁은 함정에 순식간에 확산한다. 이런 사례는 지난해 4월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등 미국 항공모함 4척이 집단감염됐을 때 확인됐다. 우리 군 당국도 관심이 많았던 사안이다. 그런데도 합참은 파병부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사태 대응 지침서에 코로나19 등 전염병에 관해선 반영하지 않았다고 한다. 합참이 청해부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사태를 남의 일처럼 수수방관한 것이다. 그 결과 승조원 301명 중 247명(82%), 장교단 30명 가운데 함장을 포함해 29명이 감염됐다. 함정을 운항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이번 청해부대 사태는 군 당국이 함정 방역에 무지했거나 오판한 게 아니다. 태만하고 무관심한 결과다. 파병 장병들의 건강을 하늘에 맡긴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합참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도, 위기의식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합참은 감염된 문무대왕함 승조원을 국내로 이송하는 일명 ‘오아시스 작전’을 국민에게 홍보하라고 지시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집단감염으로 함정이 무력화돼 임무를 중단하고 전원 귀국한 사례도 국제사회에서 처음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얼마 전 전방과 해안이 연이어 뚫리고, 최근 공군이 성추행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일과 다른 게 무엇인가. 군과 정부는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문무대왕함에 탔다가 감염돼 고통을 겪고 있는 장병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07.20 "文 사과하라" "모두 어디 숨었냐"…野 청해부대 집단 감염 맹공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출국한 특수임무단이 19일(현지시간) 아프리카 해역에서 문무대왕함에 승선해 방역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청해부대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와 관련해 야권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국방부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청해부대 감염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 방역, 무사 안일주의가 빚은 대참사”라며 “감염병으로 작전을 중단하고 전원 퇴함하는 초유의 대리운전 귀환작전이 펼쳐졌다. 국가적 망신”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날 국방부는 “현지에서 진행한 유전자 증폭(PCR) 검사에서 청해부대원 301명 가운데 247명이 양성(확진)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함장과 부함장도 확진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청해부대 34진 전원은 군의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를 타고 이르면 이날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청해부대원 코로나19 집단 감염과 관련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김 원내대표는 “백신 조기 확보에 나섰다면 청해부대 파병 전 접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백신 조기 수급에 실패해도 ‘플랜B’를 고민해야 했지만, 당국은 손을 놓고 있었다. 백신 반출 논의를 하지 않았고 동맹국에 백신 협조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제 와서 항공ㆍ유통 등의 핑계를 대는 건 인근국과 동맹국에 협조를 요청할 외교력이 없는 무능 정권임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도 요구했다. 그는 “이제라도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국민 앞에 나와 직접 기자회견 하며 총체적 방역실패에 대해 정중히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게 당연한 도리”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국가적 수치”라며 “정부의 무능과 안이함 때문에 청년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군 전투력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대표는 “정상적이라면 군 통수권자는 사과하고 국방부 장관은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며 “그런데 이 정권은 말이 없다. 모두 어디로 숨었냐”고 덧붙였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07월 20일 청해부대 ‘치욕적 퇴각’ 자초한 軍지휘부 수사하라
작전 중이던 부대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채 전원 퇴각하는 유례없는 치욕이 대한민국 군대에서 벌어졌다. 작전에서 패배한 결과가 아니라 코로나19 감염 때문이지만, 실책이 겹친 인재(人災)였다는 점에서 더욱 죄질이 나쁘다. 세계 무역과 한국 상선의 요충지인 아덴만에서 2009년부터 해적 퇴치 작전을 펼쳐온 청해부대는 ‘아덴만 여명’ 작전이 말해주듯 세계 최강 부대로 이름을 날렸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4년여 만에 ‘코로나 지옥’에 방치되고, 장병들은 문무대왕함을 버리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청해부대 장병들에 대한 검사 결과, 승조원 301명 중 247명, 장교단 30명 중 함장 등 29명이 감염됐다고 합동참모본부가 19일 밝혔다. 미국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프랑스 항모 샤를 드골호 등에도 감염 사태가 있었지만 백신 개발 이전이었고, 확진율도 40%를 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사례는 ‘문무대왕’과 청해진을 설치했던 ‘장보고’ 이름까지 더럽힌 해군사의 오욕으로 남게 됐다.
미국은 의료진 다음으로 해외 파병 군인들에게 백신 접종을 할 정도로 우선순위로 여긴다. 청해부대를 이 지경으로 만든 가장 큰 책임은 군(軍) 지휘부에 있다.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로 이어지는 지휘계통(Chain of Command)의 ‘직무유기’가 심각하다. 함장 등 현지 지휘관 책임도 당연히 따져야 한다.
그동안 군은 해상에서 백신 부작용에 대처하기 어렵고, 초저온 냉동 시설이 없으며, 백신 제조사가 해외 반출을 제약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제약사와 협의해 백신을 보내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바레인에는 미 5함대 기지가 있어 미국이나 유엔과 협의하면 언제든 가능했다. 상온 보관이 가능한 백신도 있다. 어디서든 신속 접종을 하면 된다는 점에서 냉동 시설 운운도 변명에 불과하다.
이래 놓고 후송 계획을 ‘오아시스 작전’이라고 홍보한다. 진행 중인 작전명을 공개하는 군대가 세상에 또 있을까. 엄정 수사로 지휘라인 책임을 밝히고 처벌하며, 문 대통령은 국민은 물론 장병과 가족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7월 20일 끝없는 ‘弱小군대’ 만들기, 저의 뭔가
김태우 前 통일연구원장
아프리카 해역에 파견된 청해부대원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승조원 301명 가운데 247명(82%)이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함장과 부함장 등 장교단 30명 중 29명이 감염됨으로써 함정의 정상 운항이 어렵게 됐다고 한다. 그러잖아도 국군이 병사들의 유약화, 군기강 해이, 빈번한 성추행 사건 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 이번에 방역 실패까지 가세한 것이니 정부 책임이 크다. 해외 파견 장병에게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人災)라면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한국군이 붕괴되고 있다고 지적해 왔으며, 그 배경으로 대북 유화 기조, ‘국방개혁 2.0’, 한미동맹 약화 및 연합연습 중단·축소,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 군 고위직들의 정치군인화 등 청와대발 또는 정치권발 요인들을 지목해 왔다. 전문가라면 국방개혁 2.0이 ‘약소군(弱小軍)’을 지향하고 있음을 쉽게 간파할 것이다. 국방부는 병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이고 총병력도 50만으로 감축하고 있으며, 동원예비군도 줄이고 있다. 북한은 128만 명의 정규군과 700만 명의 예비군, 80개가 넘는 지상군 사단에 핵무기까지 가지고 있다. 그런데 40개도 안 되는 육군 사단을 더 줄인다면서 최전방 사단과 정예 예비사단을 해체하고 있다.
한·미 연합연습도 중단·축소됐다. 키리졸브, 독수리,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 연례 훈련들은 물론 한·미 공군과 해병대가 실시해온 실기동 훈련들도 폐지·축소됐다. 9·19 군사합의가 우리 군을 북한의 기습공격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휴전선 상공에 감시정찰 비행 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에 대해 국방부는 ‘등거리·등면적’이므로 공정하다고 둘러댔지만, 이는 이웃하고 있는 시민과 강도가 공히 CCTV를 달지 않기로 합의한 것을 두고 공정하다고 우기는 것과 같다.
군에서 ‘주적(主敵)’ 표현과 안보교육이 자취를 감췄고, 군 인권을 개선한다며 들쑤시는 통에 강훈이 사라지고 계급 간 위계질서도 무너지고 있다. 잊을 만하면 경계태세에 구멍이 뚫리고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다. 강훈을 시킨다는 이유로 지휘관을 해임하라는 민원을 제기하는 부하들, 상관을 폭행하는 병사들, 보신주의에 빠진 간부들, 정치권 줄서기에 바쁜 장성 등 별별 군인이 다 있다. 그래서 “상관이 ‘돌격 앞으로’를 명령하면 부하들은 ‘너나 돌격 앞으로 하세요’ 할 것”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이런 군대를 만들어 놓고도 망전필위(忘戰必危)를 외칠 것인가?
게다가 청해부대의 집단감염까지 발생했으니 “군이 얼마나 더 망가져야 하나” 하는 한탄이 나오지 않겠는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약속한 한국군 55만 명에 대한 백신은 어떻게 됐는가? 해외 파병 부대에 대한 방역정책이 어떠하기에 이 지경이 됐는가? 원인을 속 시원히 규명하고, 안이한 방역으로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지휘부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 차제에, 무너지고 있는 군을 시급히 재건할 것을 촉구한다. 국방예산을 늘려서 군의 과학화·정예화를 이루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식의 허풍은 듣고 싶지 않다. 그 어떤 첨단 장비도 정신이 무너진 군대에서는 고철 덩어리일 뿐이다.
문화일보
07월 20일 작전명 공개 ‘허접한 나라’
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한국군 사상 첫 전투함 파병부대인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은 2009년 3월 해적 차단 및 테러방지 임무를 위해 1진으로 파병됐고, 2011년 피랍 삼호주얼리호의 한국인 8명 포함 선원 21명을 구출하는 공해상에서의 한국군 첫 작전인 ‘아덴만 여명작전’을 성공시켜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이런 문무대왕함 승조원 301명이 올 2월 아프리카 현지로 파병된 지 5개월 동안 단 한 명도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는 바람에 현지인 감염으로 82%인 247명이 무더기 확진돼 함정이 ‘감염병 병상’이 됐다. 음성 및 판정 불가 통보자들도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승조원 전원이 감염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K-방역 사상 최악의 방역 대참사다. 해군 함정 승조원이 감염병으로 작전을 중단하고 무장해제된 채 전원 퇴함(退艦) 조치하는 것은 세계 해군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부끄러운 일이다. 파병 5개월이 넘도록 단 한 명의 승조원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상태에서 초기 허술한 대응으로 방역 골든 타임을 놓쳐 급속 전파가 이뤄진 탓이다. 군 당국의 방역 무지와 늑장 대응이 낳은 인재다. 군 수뇌부 문책이 불가피하다.
사후약방문식 처방이지만 군 당국이 18일 군수송기 2대와 의료진 등 특수임무단 200명을 신속히 파견해 20일 안전귀국을 위한 조기 작전을 전개한 것은 잘한 후속 조치다. 그런데 작전 개시와 동시에 특수작전명 ‘오아시스’를 버젓이 대외에 공개하는 큰 오류를 저질렀다. 한 예비역 장성은 “세상에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전투작전요원 300명을 후송하는 특수작전명을 공개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라며 귀를 의심했다고 한다. “KC-330 작전항공기가 20여 개국의 영공 통과 시 교신을 하며 사용할 작전명은 항로나 국가 간 협조사항의 노출을 방지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특수작전명은 항로상 인접 국가나 테러 목적의 무장단체에서 항공기 경로와 교신을 모두 도청하는 것을 감안한 보안 조치다. 군 당국의 무대책으로 인한 청해부대원의 방역 대참사와 관련해 쏟아질 국민적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뒤늦게나마 어마어마한 군사작전 조치로 대응하고 있다는 홍보 전략일 수 있다. 민간인 철수작전이나, 백신 수송작전이라면 특수작전명 공개가 가능하다. 하지만 전투작전요원 철수작전명 공개는 작전이 성공한 후에나 가능하다는 건 일반 국민도 아는 상식에 속한다. 이 예비역 장성은 “문재인 대통령 순방 후에 암호명을 공개한 것도 마찬가지로 납득하기 힘든 불필요한 조치”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언제부터 군 장병이 백신 접종 사각지대가 될 정도로 대한민국이 허술하고 허접한 나라가 됐나”라며 “정부와 군 수뇌부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정신 줄을 놓고 있었던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어쩌다가, ‘코로나 청정국’이라고 선전하는 북한에는 틈만 나면 백신을 나눠 주겠다고 제안하면서 이역만리서 목숨 걸고 나라 지키는 파병장병 백신 맞힐 생각은 못 하고 특수작전명까지 버젓이 공개하는 허접한 나라가 됐는지 통탄스럽다. 대한민국이 이토록 허접한 나라로 추락한 근본 책임은, 우리 군인보다 북한에 더 신경 쓰는 군통수권자에게 있지 않은가?
문화일보
07.21 아덴만 참사, 군 통수권자 대통령은 사과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두 개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처음은 오전 국무회의에서의 7분여 발언이었다. 최대 현안이랄 수 있는 청해부대 문무대왕함 승조원의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해선 마지막에야 짧게 언급했고, 그마저도 군을 질책하는 내용이었다. 문 대통령은 “신속하게 군 수송기를 보내 전원 귀국 조치하는 등 우리 군이 나름대로 대응했지만 국민의 눈에는 부족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주어를 생략하는 특유의 화법으로 “이런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치료 등 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다른 해외 파병 군부대까지 다시 한번 살펴주기 바란다”고 했다. 비판받는 주체 역시 군으로 해석되는 주문이었다.
문 대통령, 그제 침묵 이어 어제 군 탓
선별적 사과와 선택적 침묵, 개탄할 일
두 번째 메시지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 대장의 실종 소식에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문 대통령은 “참으로 황망하다”면서 “외교부의 요청으로 오늘 파키스탄의 구조헬기가 현장으로 출발할 예정이고, 또 중국대사관에서도 구조활동에 필요한 가용자원을 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너무나도 대비되는 어조이자 자세였다. 청해부대원 301명 중 247명이 확진된 건 세계 해군사에서도 유례없는 집단감염이자 군과 정부의 무관심·태만이 낳은 인재(人災)였다. 또 해군 장병들이 작전을 완수하지 못하고 공군기로 퇴각해야 했다는 점에서 국방 문제였다. 더욱이 청와대와 국방부·질병청이 책임 떠넘기기까지 하고 있으니 행정 난맥상이기도 하다. 누구도 아닌 바로 문 대통령의 책임이란 의미다.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 그리고 군 통수권자로서의 본분을 잊어선 곤란하다. 문 대통령은 김 대장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것과 똑같은 심정으로 청해부대 참사에도 진정으로 ‘황망’해야 할 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그런데도 전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선 아예 입을 다물었고, 어제는 군 탓을 했다. 대신 김부겸 국무총리와 서욱 국방부 장관의 사과로 끝냈다.
2017년 12월 인천 앞바다에서 일어난 낚싯배 전복 사고와도 비교해 보자. 당시 문 대통령은 이른 아침부터 실시간 보고를 받고 지시했다. 그러곤 다음 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같은 사고를 막지 못한 것과 또 구조하지 못한 것은 결국 국가의 책임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책임이라고 여겨야 한다”며 사과했다. 민간 사고에도 무한책임을 강조하던 마음가짐이었다면 문 대통령이 어제 군 작전 중 참사에 대해 그리 말해야 했을까. 분명 아닐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하겠다”고 한 취임 약속과 달리 언젠가부터 선별적 사과와 선택적 침묵을 오가곤 했다. 대통령에게 귀책사유가 있음에도 남 탓을 해왔다. 군 통수권이 걸린 ‘아덴만 참사’에도 그랬으니 개탄할 일이다.
중앙일보 사설
07-21 취임 열 달 동안 6번 고개 숙인 서욱, 국방장관 자격 있나
아덴만 해역에 파병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승조원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참사에 대해 서욱 국방부 장관이 어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해외에서 작전 중이던 부대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채 전원 철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문재인 대통령이 “군의 안이한 대처”를 질책하고 나서야 뒤늦게 사과를 한 것이다.
청해부대 방역 참사는 단순히 안이한 대처나 좀 더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차원을 넘어 우리 군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 일선 부대로 이어지는 군의 지휘체계와 기강이 허물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 장관의 사과는 지난해 9월 취임 후 여섯 번째다. 10개월 동안 서해 공무원 북한 피격 사망을 시작으로 북한 주민 숙박 귀순, 코로나 격리 병사 부실급식, 공군 여중사 성추행 사망 및 장성 성추행 등 숱한 사건이 발생했다. 작전 실패, 경계 실패, 배식 실패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럴 때마다 대충 사과로 넘어오곤 했으니 군의 기강이 해이해진 것은 당연하다. 청해부대 방역 실패는 그 결정판이다. 군 전반에 “설마 뭔 일 있겠어” 하는 안일주의가 만연하니 이런 일이 곳곳에서 터지는 것 아닌가.
국방부는 그동안 “백신 접종은 불가했다”며 변명으로 일관해 왔다. 전형적인 책임 회피 태도였다. 서 장관은 뒤늦게 “백신 접종 노력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했지만 뭘 어떻게 잘못했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일단 쏟아지는 비판을 피하고 보자는 심산 아닌지 의심이 든다.
국제적 망신으로 기록될 이번 사건의 사후 처리는 엄정해야 한다. 대통령은 질책하고 장관은 적당히 책임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것으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서 장관의 리더십은 바닥에 떨어졌다. 일이 터질 때마다 대통령 눈치를 보며 사과만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사과 장관’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쯤 되면 국방장관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 사설
07.21 다시 軍을 생각한다
# 문무대왕함을 타고 아덴만 인근에서 8월까지 해상 작전 중이어야 했을 청해부대 34진이 급거 귀국했다. 그것도 자신들의 모함인 문무대왕함에서 전원 하선해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 두 대에 분승해서 말이다. 지난 2월 8일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를 출항한 이후 6개월 가까이 코로나 백신 사각지대에 방치해놨다가 승조원 등의 80% 이상이 코로나에 감염되자 부랴부랴 철수 작전을 펼친 것이다. 군 당국은 이 철수 작전에 ‘오아시스’라는 작전명을 부여하고 이를 낯 두껍게 홍보하기까지 했다. ‘오아시스’라는 작전명은 ‘위안·생명’ 등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고 안전하게 복귀시키겠다는 의지와 빠른 치유의 염원을 담고 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한마디로 난센스다.
# 문제의 발단은 해외에 파병된 국군 최정예 청해부대 34진을 6개월 동안 백신 사각지대에 방치해 놓은 청와대와 국방부의 몰상식이었다. 이것을 덮으려고 뒤늦게 펼친 ‘오아시스’란 철수 작전 역시 지극히 비상식적이다. 이른바 오아시스 작전은 청해부대의 면면이 이어져온 명예와 전통에 대한 고려는 무시한 채 오로지 당장의 관리적 차원의 사태 수습에만 혈안이 된 작전이었다. 문무대왕함 함장 이하 승조원은 물론 특수전(UDT·SEAL) 장병으로 편성된 검문 검색대, 해상 작전 헬기(LYNX)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청해부대 34진 300여 명 전원이 임무 미완수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모함에서 전원 하선해 공중 수송되는 굴욕(?)을 감내하며 철수해야 했다는 사실은 덮어놓은 채 정부는 대단한 작전을 한 것처럼 홍보했다. 애당초 백신만 제대로 맞았어도 문무대왕함과 함께 금의환향했어야 했던 이들 아닌가!
# 진짜 문제의 본질은 현 정부에서 대한민국 국군은 살아있는 군이 아니라 그저 허접한 관리 대상이요 어물쩍한 행정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다. 강한 군이 강한 나라를 만든다. 하지만 나라가 허물해져서인지 군도 허물해진 지 오래다. 군은 장비와 덩치로만 강해지는 게 아니다. 군은 사기를 먹고 명예로 산다.
하지만 이번 청해부대 34진 사태를 보면서 과연 대한민국에서 국군은 무엇이며 지금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가? 하는 물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서욱 국방장관은 ‘청해부대원들의 안전하고 신속한 복귀가 최우선 임무’라고 떠들기 전에 진짜로 청해부대 34진의 존재 자체를 잊지 않았다면 작금의 오아시스 작전처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백신을 공수했어야 했던 것 아닌가! 청해부대 34진 전원 철수를 위해 공군 수송기 두 대를 띄워 10여 국 영공을 통과하려고 영공 통과 국가 및 관계 기관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했다며 뒷북 치듯 자랑하며 내세울 것이 아니라 그런 노력으로 백신을 보냈어야 했지 않느냐 말이다.
이미 지난 4월 ‘고준봉함’에서 34명의 코로나 집단 확진이 발생하자 서 장관은 같은 달 28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함정 등 밀폐 공간에서 생활하는 장병을 최우선순위로 백신 접종을 하겠다며 그 인원이 4만6000여 명이라고까지 답변했다. 청해부대는 그 4만6000명에도 끼지 못할 만큼 존재감 없이 사실상 방치했어야 할 대상이었나?
# 청해부대는 2009년 3월 3일 국회에서 ‘국군 부대의 소말리아 해역 파병 동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창설한 국군 사상 첫 전투함 파병 부대다. 이때 소말리아 파병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따라 해상 수송로의 안전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기 위한 것으로 청해부대는 바레인에 있는 연합해군사령부(CMF)와 공조해 해적 차단 및 테러 방지 등의 해양 안보 작전 임무, 그리고 소말리아 아덴만을 통과하는 한국 선박의 해적 피해를 막으려 파병됐던 것이다. 그 이름 ‘청해’는 해상왕 장보고가 완도에 설치했던 해상 무역 기지 ‘청해진’에서 따온 것으로 대한민국의 해양 수호 의지를 상징한다. 물론 청해부대는 국군 최초의 전투함 파병 부대라는 상징성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지난 12년 동안 우리 국적 선박이 연간 400여 척 이상 통과하는 주요 해상 수송로인 아프리카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22차례 이상 해적을 퇴치하며 우리 국군 최초의 공해상 인질 구출 작전인 ‘아덴만 여명 작전’을 위시해 한진텐진호 선원 구출 작전, 제미니호 피랍 선원 구출 작전, 리비아 교민 철수 작전 등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하고 구출해왔다. 이뿐만 아니라 아덴만 해역을 통과하지 않고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으로 원유, LNG 등을 실은 우리 국적 선박들이 우회할 경우 1만t급 컨테이너선 기준 75억~80억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로 드는 것을 감안하면 청해부대는 우리의 실질적인 경제적 국익에도 기여한 바가 결코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런 청해부대를 백신 접종에서 뺀 것이다. 말이 되는가? 오아시스 작전이니 뭐니 하며 호들갑 떨며 전원 수송기로 귀국시킬 정도의 요량이었으면 무슨 수를 내서라도 백신을 문무대왕함으로 보내 전원 접종시켰어야 했다. 할 수 없는 일이어서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예 빼놓고 넋 놓고 있었던 것밖에는 안 된다.
# 서해안에서 공무원이 피살, 화형되는 사건을 두고도 눈만 껌벅거린 군 당국이었다. 장병들 급식이 개판이어도 급량비만 좀 더 올리면 된다는 식이었다. 군 내 성추행에 대해 제대로 기강조차 잡지 못한 군이 이제는 대한민국의 또 다른 얼굴이라 할 파병 전투함을 공해상에 ‘빈 배’로 놔둔 채 승조원과 파병 인력 전원이 수송기로 귀환하는 희한한 장면을 또 한번 목도하게 만들었다.
대한민국에 과연 군은 존재하는가? 코로나 방역 차원의 문제로만 이번 사태를 보지 말자. 더 근본적인 문제를 봐야 한다. 군이 그저 일개 행정 조직화되어 생긴 문제 아닌가. 군이 진짜 싸워야 할 것은 코로나가 아니다. 작금의 대한민국 군의 가장 큰 문제는 왜 군이 존재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더 대한민국이 위태로운 것이다.
조선일보
07-22 국민의 성취로 이룬 國格, 누가 떨어뜨리고 있나
아프리카 해역에 파견된 청해부대 ‘최영함’과 해군특수전여단(UDT/SEAL)은 ‘아덴만의 영웅’으로 불리며 세계 최강 군대로 이름을 날렸다.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을 구출하기 위해 ‘아덴만의 여명’ 작전을 펼쳐 8명의 해적을 사살하고 5명을 생포한 전공을 세웠다. 무엇보다 선원 21명을 무사히 구출하면서 박수를 받았고, 국민에게 왜 국가가 존재하는지를 일깨워 준 계기가 됐다. 교전 중 복부 관통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이 응급 수술을 받을 때는 온 국민이 그의 건강 회복을 기원하며 하나가 됐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21년 7월,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승조원 301명이 작전 중 배를 버리고 귀국하면서 아덴만의 영웅들은 졸지에 ‘해군의 오욕사’로 전락해 버렸다. 목숨을 건 전투에서의 패퇴도 아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부대원 270명이 감염되면서 공군 공중급유수송기를 타고 퇴각한 것이다.
5개월간 ‘노(No) 백신’ 상태로 장병들을 ‘코로나 지옥’에 방치한 군과 방역당국의 직무유기에 국민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더불어 ‘아덴만의 영웅들’과 삼국통일의 대서사시를 쓴 문무대왕에 대한 국민들의 자부심도 무너졌다.
따지고 보면 인류 역사에서 전염병은 전쟁보다도 무서운 공포였고, 전투로 인한 사망자보다 전염병에 희생된 병사가 더 많았다. 임진왜란 때에도 조선 수군이 전염병에 걸려 하루에 200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20세기 현대전 개념이 도입된 이후에는 전염병으로 인한 ‘비전투 손실’은 찾아보기 어렵다. 백승주 전 국방부 차관은 “전염병으로 임무 수행을 못 하고 철군하는 경우는 청해부대가 창군 이래 처음일 것”이라며 “강력한 대한민국 해군이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장병 건강이 위협받는 데 대해 지휘자인 합참의장과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면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북한이 동의한다면 백신 공급 협력을 추진하겠다’던 군 통수권자는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며 군을 질책한다.
청해부대 장병들의 부모 세대인 50대는 정부의 ‘백신 접종 예약 사이트’가 수차례 ‘먹통’이 되면서 ‘정보기술(IT) 강국 코리아’에 대한 자부심에 상처를 입었다. 사이트 접속 대기에 수백 분이 걸리고, ‘해당 시기 접종 대상자가 아니다’라는 황당한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접속이 언제 끊길지 모르는데도 ‘여유 있는 시간대에 접속해 차분히 기다려 달라’는 당국의 설명에 실소(失笑)한다. 컴퓨터 시간 설정을 바꾸고 휴대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설정하는 등 ‘우회 접속 방법’을 연구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성과를 설명하며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과 국격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들의 위대한 성취” “한국은 세계적인 방역 모범국가로서 K방역은 국제적 표준이 됐다”고 했다. ‘국제적 표준’은 차치하더라도, 누가 국민들의 자부심에 상처를 내고, 누가 국민들의 위대한 성취로 이룬 국격을 떨어뜨리는가.
배수강 신동아팀 차장 bsk@donga.com
07.22 오죽하면 ‘통일부 폐지론’이 나오겠나
통일부는 통일 구현의 중심 부처다. 우리가 통일해야 할 이유는 정치 강국, 군사 주권국, 경제 강국, 통합된 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통일부의 활동 대상은 한반도 전체다. 다른 중앙부처들이 한반도의 현 상황을 전제하는 데 반해 통일부는 한반도 상황의 변화를 지향한다.
대북정책 잘못 제대로 돌아봐야
통일연구원과 교육원 통합하고
동서독 ‘실익 정치’ 경험 배워야
이 엄중한 임무를 통일부가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적·물적 지원은 기본이다. 통일 의지를 내외에 보여주고 제대로 수행한다는 전제 하에 부처 위상도 부총리급으로 강화하는게 옳다. 분리된 통일연구원과 통일교육원은 더 큰 틀로 통합해야 하고, 주요국에 통일주재관도 다시 더 파견해야 한다. 이렇게 갈 길이 먼 통일부가 두번째 존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자업자득이라 더 아프다.
자유민주적 평화통일을 밝힌 적이 없고, 스스로 ‘남쪽 대통령’이라 격하하며, 독재자에게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내고, “매우 솔직하고 매우 열정적이며 돌아가는 세상일에 훌륭한 생각을 가진 강한 결단력 있는 사람”이라 칭송하는 ‘자칭 인권 대통령’은 잊자. 그 뜻을 헤아려 온 힘을 다하는 ‘운동권 낙하산 장관’도 잠시 잊자.
통일의 그 날까지 꿋꿋이 본연의 길을 걸어야 할 국민의 공복(公服)인 ‘진짜 통일부’가 되려면 자신을 돌아봐야 할 때다. 자유민주적 평화통일의 실현에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체제를 자신들이 지향하는 체제로 인식하고, 우리와 함께하려 자발적으로 결단하고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방법 외에 다른 길이 있는가. 이를 위한 필수 과제는 그들에게 바깥 세계와 우리 사회를 보여주고, 함께 하려는 우리 마음을 느끼게 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 아닌가. 북한 주민이 남한 사회를 피부에 와 닿게 부러워할 계기인 탈북민의 성공 스토리를 제대로 지원해왔나.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 땅을 찾은 헌법상 우리 국민인 탈북민을 북으로 강제 송환했다. 위아래 구분 없이 쌍욕하고 남한 정국에 시도 때도 없이 개입해 거친 비난을 퍼붓는 북한 정권에는 입 닫으면서, 북한 주민에게 외부 정보 유입을 통제하겠다는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을 빚 갚듯 쫓기듯 만들었다. 북한은 아니라는 데도 월북을 주장하며 총 맞고 화형당한 우리 국민의 죽음을 먼 산 보듯 방치하고, 국민 세금 270억 원이 투입된 개성연락사무소를 폭파해도 대북 지원만 외쳤다.
녹음기 틀듯 “평화가 경제고 경제가 평화”라 외치는데, 정작 그런 평화 경제는 통일에 어떻게 연결되는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지향하는 ‘1민족·1국가·1체제·1정부’ 통일이 유효한가, 아니면 남북이 화해 협력하고 공존하는 그것이 통일인가. 그래서 독일 통일을 백안시하고 유럽연합(EU)과 독립국가연합(CIS)을 연구했는가.
인권을 주장하면 북한이 대화 자체를 거부할까 염려해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는가.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고 압박해도 미국과 관계 개선하려 매달리는 북한을 보지 못하는가. 대통령조차 눈치 보는 상황에서 북한 독재자는 우리 정부를 얼마나 가벼이 여기고 우습게 볼까. 관계가 개선되면 그때 가서 인권과 자유를 얘기할 것인가. 정권이 5년인가 10년인가, 자유와 인권을 정치공학으로 치부하나.
남북 교류협력이 안 되는 이유가 미국 때문인가. 한반도 신경제지도, 한반도 운전자론의 전제가 미국의 지지인 줄을 진작 몰랐던가. 국제사회의 엄중한 대북 제재 속에서도 북한 주민에 다가가려는 교류협력은 추진해야 할 테고, 그 필수요건은 미국과의 신뢰다. 있는 말 없는 말로 칭송하고 노벨상까지 받아야 한다던 트럼프 대통령이 퇴장하니 변죽만 울렸다고 비판하는 것이 신뢰고, 그런다고 바이든 대통령이 기뻐할까.
미국의 세계정치에 편승하면서 미국의 지지 아래 베를린 문제 해결, 동독과 기본조약 체결, 교류협력 추진 및 통일을 이끌었고, 통일 이후엔 주권적 목소리를 높이는 독일의 현실적 실익정치(Realpolitik)에서 배울 것이 없었나.
국내총생산(GDP)이 작게는 4분의 1, 실제는 8분의 1이었던 상황에서 동독 주민은 더 많은 자유와 민주, 더 나은 인권과 복지를 향해 서쪽으로 평화 행진을 시작했다. GDP가 48배나 되는 남쪽으로 북한 주민이 행진해오지 않는 것이 오로지 북한 독재체제의 탄압 때문인가, 우리 정책의 잘못은 없는가.
정상회담 자리에 통일부장관은 없었다. 그것이 통일부의 현주소다. 엘리트가 포진하고 헌법 정신에 투철했던 통일부는 지금 대오각성(大悟覺醒)하고 다시 출발해야 한다.
중앙일보 손기웅 전 통일연구원장·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07월 22일 청해부대 사태로 거듭 드러난 합참과 통수권자 민낯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에서 지난 2일 첫 감기 증상자가 나온 지 20일 만에 승조원 301명 중 270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군부대를 ‘코로나 지옥’으로 만든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청해부대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합동참모본부의 전방위 무능이다. 문 정부 들어 유난히 경계 실패, 기강 붕괴, 훈련 포기 등 군대 약화가 진행됐는데, 급기야 합참이 초보적 위기 파악·관리·대응 능력도 갖추지 못했음이 확인됐다. 초등학생이라도 코로나 증세에 더 잘 대응했을 것이다. 합참은 국방의‘두뇌’라는 점에서 참담한 일이다.
우선, 합참은 지난 2월 문무대왕함 34진을 파견하며 코로나19 감염 대비 및 접종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판별력이 떨어지는 신속항체 검사 키트를 제공했을 뿐인데 이것은 오히려 초기 감염 진단 실패의 원인이 됐다. 합참은 또 감기 증상자 발생 시 보고 지침이 없는‘맹탕 매뉴얼’을 대외비로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 심각한 것은 합참이 사건 발생 열흘이 넘도록 이상징후를 몰랐다는 점이다. 합참은 청해부대 감기 증상자가 100명을 넘긴 14일에야 원인철 합참의장과 서욱 국방장관에게 보고했다. 계획부터 점검, 대응에 이르기까지 황당한 일이 수두룩하다. 이런 식이라면, 실제로 수시로 전황이 바뀌고 장병들이 목숨을 걸어야 할 전장이라면 전멸 위협에 처할 것이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군이 나름대로 대응했으나 국민의 눈에는 부족하다”고 했다. 청와대는 “청해부대 후송용 공중급유수송기 급파 아이디어를 문 대통령이 냈다”고 용비어천가를 부른다. 국방부와 합참은 ‘군사외교력이 빛을 발한 사례’라고 자찬하며 작전명을 홍보했다. 청해부대 사태는 책임을 회피하는 군통수권자와 평시 관리조차 제대로 못 하는 합참의 민낯을 보여줬다. 이런 통수권자와 국방부, 합참이 전시작전권 전환을 서두르니 더 위험하다.
문화일보 사설
07월 23일 “국가가 우릴 버린 것 아니냐. 직업군인 그만두려 한다”
아덴만에 파병됐던 청해부대 병사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상황 증언은 충격을 넘어 정부의 존재 이유부터 의심하게 한다. 한 승조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가 퍼진 (문무대왕함 내의) 상황은 지옥이었고, 개판이었다. 하루하루 환자가 늘어나고 목에서 피가래가 나왔는데 먹은 약은 타이레놀뿐이고 살려달라는 사람이 속출했다”고 했다. 청해부대에 대한 백신 접종 사각지대화에 대해 “해외 파병 부대는 더 우선순위에 뒀어야 할 텐데, 왜 오히려 제외됐는지 이유가 궁금하다. 국가가 우리를 버린 것 아니냐. 이번 일로 직업군인을 그만두려고 한다”고 했다.
해당 병사는 “상부에서 이번 일과 관련해 외부에 일절 발설하지 말라는 지시가 왔지만,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도 밝혔다. 첫 증상자가 나온 지 10일 만에 100명으로 확대됐고, 20일 귀국 때엔 승조원 90%가 감염된 참담한 현실을 자초한 군 지휘부가 대놓고 은폐 시도까지 한 사실이 확인됐다. 다른 승조원의 증언도 다르지 않다. 이런데도 서욱 국방부 장관은 격리된 장병들에게 과자를 ‘쾌유 기원 격려품’이라며 보내는 얼빠진 행태를 또 보였다. 목이 아파 삼키지도 못하는 장병들이 “헛웃음이 나온다”고 개탄한 이유다.
이런 군 지휘부를 제정신이라고 할 순 없다. 국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부터 청해부대 병사들의 절규나마 듣고 있는지 묻게 한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오죽하면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도 지난 현충일 “군인 여러분, 국가를 위해 희생하지 말라. 저희처럼 버림받는다”며 피켓 시위를 했겠는가. 정부의 기본부터 찾아야 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07.23 지옥 겪은 청해부대 병사, 자화자찬 여념 없는 청와대
/코로나 집단 감염 참사가 일어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이 지난 21일 현지 항구에서 출항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청해부대 코로나 집단감염 참사의 실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어제까지 문무대왕함 승조자 301명 가운데 27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90%에 이르는 비율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참사다.
38도 환자가 40도 환자에 병상 내준 극한상황
“수송기 급파는 대통령 뜻”이라는 용비어천가
문무대왕함 34진을 파견한 게 코로나 유행이 시작된 지 만 1년이 지난 올 2월의 일인데, 이때에도 군과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평소 유사 사태를 대비해 배치되는 외과의와 마취전문의 이외에 코로나에 대응할 수 있는 군의관이 없었다. 평소 상황이었다면 몰라도 코로나 유행 상황에서의 의료 대응으로선 너무나 안이했다. 군의 대책은 판별력 낮은 신속항체검사 키트를 제공한 게 전부였는데, 이것이 오히려 화를 키우는 원인이 됐다. 초기에 의심 환자가 나왔을 때 신속검사에서 나온 음성 판정을 과신했다가 일파만파로 퍼졌다는 것이다. 한 승조원은 선내 병실에 먼저 입원해 있던 38도 고열 환자가 40도 환자에게 병상을 내주고 퇴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문무대왕함에서 어떤 참사가 벌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증언이다. 증상자가 100명이 넘어선 뒤에야 국방장관에게 보고가 올라갔다는 사실도 어처구니없다. K방역 운운하던 한국은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다.
청와대는 국민의 분노에 불을 지르고 있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대통령은 보고를 받으시자마자 즉시 공중급유가 가능한 수송기를 급파하라고 지시하셨다”고 했다. 공중급유수송기 급파 아이디어를 낸 장본인이 문 대통령이었다고 용비어천가를 부른 셈이다. “대통령님께서 밤잠이나 제대로 주무실까 하는 걱정도 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지금 국민 여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사안의 심각성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발언을 한 장본인의 직함이 ‘국민소통수석’이란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를 두고 국방부와 합참은 “군사외교력이 빛을 발한 사례”라고 자화자찬했다. 낯이 화끈거릴 지경이다.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황당한 발언이 이어져 공분을 사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청와대 참모나 국방 당국만 탓할 일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군이 나름대로 대응했으나 국민의 눈에는 부족했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 발언 속에는 뭐가 잘못됐는지에 대한 심각한 성찰이 엿보이지 않는다. 군이 나름대로는 대응을 잘했는데도 불가항력으로 당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말이다.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 대신 국민을 향한 사과는 국방장관이 했다.
청해부대 코로나 집단감염은 불가항력이 아니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였다. 힘들게 쌓아올린 국가 위신을 떨어뜨리는 국제적 망신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고, 군과 참모들은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다. 국민은 대체 누구를 믿어야 하나.
중앙일보 사설
07.23 서욱이 보낸 '고래밥' 과자…청해부대 장병 "헛웃음"
/국방부가 지난 20일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에게 격려품이라며 '과자 한 상자'를 보냈다. 국방부가 보낸 과자에는 고래밥·미쯔 등 시중에서 파는 과자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사진 청해부대 34진 장병 B씨
사상 초유의 감염병 사태로 조기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장병들에게 국방부가 과자가 담긴 격려품을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문무대왕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투병 중인 장병들은 이 격려품을 받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청해부대 34진 승조원 B씨는 “국가가 우리를 버렸다. 마음이 아주 서럽다”고 분노를 나타냈다.
“軍이 보낸 격려품은 과자 한 박스”
/청해부대 34진 장병 B씨가 코로나19 치료 중 국방부로부터 받았다는 '격려품' 박스 겉면. 사진 B씨
B씨는 22일 “지난 20일 국방부 측이 보내온 위문품”이라며 서욱 국방부 장관 등이 보낸 서신 등과 함께 중앙일보에 사진을 공개했다.
B씨에 따르면 국방부가 보낸 상자의 겉면에는 “〈국방부 장관 격려품〉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내며, 여러분 모두의 쾌유와 건승을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상자 안에는 고래밥·미쯔·아이비 등 시중에 판매되는 과자가 들어있었다.
이에 대해 B씨는 “목이 너무 아파서 음식 삼키는 게 고통스러울 정도로 아팠고, 현재도 미각과 후각이 없는 상태여서 맛도 못 느끼는데 이런 걸 주면 뭐하나 싶어서 헛웃음만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를 위해 헌신한 대가가 이거인가 싶었다. 국가는 우리를 버렸고 서러워서 직업군인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을 방치한 상황이나 이후 대처하는 모습에서 군은 달라지는 게 없다는 걸 확신하게 됐다고 B씨는 주장했다.
“바뀔 거 없는 軍…도와달라”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에게 보낸 편지. 사진 B씨
상자에는 서욱 장관 등 군 수뇌부의 편지도 들어 있었다고 한다. 서 장관은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귀국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당분간 불편함이 있더라도 방역수칙을 잘 준수하고 건강관리와 회복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장관도 여러분 모두가 하루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전우들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보낸 편지에서 “지난 5개월여 동안 땅 한번 밟지 못하고 대한민국의 국익과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며 어려운 가운데 고군분투해온 여러분에게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크다”고 했다.
코로나19 치료를 받고 있는 B씨는 당시 청해부대 내 상황에 대해서도 “청해부대는 난장판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격리는 의미가 없었고 주는 약은 타이레놀뿐이었다. 상황이 워낙 심각해 혼자 코로나19를 이겨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무리 우리가 얘기해봤자 바뀌는 게 없다. 소용없다”며 “언론이 나서서 우리를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청해부대 34진 장병에게 보낸 편지 전문
〈자랑스러운 청해부대 34진 장병 여러분에게〉
저 멀리 해외 바다에서 우리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국제평화와 해양질서 유지를 위해 헌신한 장병 여러분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내며, 귀국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당분간 불편함이 있더라도 방역수칙을 잘 준수하고 건강관리와 회복에 힘써주길 바랍니다.
장관도 여러분 모두가 하루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전우들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노고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여러분 모두의 쾌유와 건승을 기원합니다.
2021.7.20
제47대 국방부장관 서욱
07.23 공감능력이 리더십이다
3년 전 “선원 구출” 자랑한 文
문무대왕함 해군 90% 감염에 “안이한 대처” 에둘러 軍 탓해
국민 눈높이 맞춰야 진짜 리더
작년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청해부대’가 등장한다. 문 대통령은 “2018년 4월 30일, 가나 해역에서 피랍되었던 우리 선원 세 명이, 구출 작전을 수행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과 함께 조국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파병 10년이 넘는 청해부대는 아프리카 해역에서 해적들로부터 우리 선박을 보호하고 해상 교역로 확보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바로 그 유명한 문무대왕함 청해부대원들이 코로나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집단감염돼 급히 귀국했다. 부대원 전체 301명 중 270여명, 90%가 감염된 상태였다.서울공항에 도착한 장병들이 비행기 트랩을 내리는 사진을 보면서 목으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코로나인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약이 부족해 고생을 했다고 한다. 정부와 군은 어떻게 군인들이 저 지경이 되도록 방치할 수 있었을까.
군 통수권자이자 방역의 최종 책임자인 문 대통령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사과는 없었다. 대신 김부겸 총리와 서욱 국방 장관이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신속하게 군 수송기를 보내 전원 귀국 조치하는 등 우리 군이 나름대로 대응했지만 국민 눈에는 부족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코로나에 감염돼 귀국한 장병들을 보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안타까움과 분노와는 거리가 먼 발언이었다. 공감 능력 부족이 의심될 정도였다. 그러자 청와대는 군 수송기를 보낸 것이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라고 뒤늦게 설명했다.
1983년 10월 레이건 대통령은 국민들 앞에 섰다. 레바논에 파병한 미 해병대 241명이 자살 특공대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직후였다. 당시 기준으로 베트남전 이후 최대의 군사적 손실이라 할 정도로 미국에 치명적인 사건이었다.
백악관 참모들은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지를 두고 논란을 벌였다. 레이건은 자신이 직접 사태의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하겠다고 나섰다. 레이건은 이 연설에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했다.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왜 우리 젊은이들이 레바논에서 목숨을 잃어야 합니까. 레바논이 미국에 왜 중요합니까.” 그는 국민 누구나가 가질 만한 기본적인 의문을 상세하게 풀어 나갔다. 좋은 연설이었다. 그렇다고 그 참혹한 실패를 되돌릴 순 없었다. 다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국민을 다독이는 노력은 할 수 있었다. 악화일로의 여론이 멈춰섰다.
코로나 상황은 이미 총성 없는 전쟁 상태이다. 모든 것이 비상 상황을 기준으로 움직이는데 우리 장병 300명을 태운 군함이 코로나 위협에 아무런 대책 없이 아프리카의 먼 바다를 떠다니고 있었다니.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분노한 여론 앞에 대통령은 에둘러 군을 탓했고, 청와대는 대통령이 당연히 해야 할 귀국조치 지시를 특별한 것으로 포장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말로 국민들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다.
국방부도 공감 능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군에선 장병들을 귀국시키면서 ‘오아시스’라는 작전명까지 붙이고 홍보하기 바빴다. 국방부와 합참은 “우리 군사 외교력이 빛을 발휘한 사례”, “최초의 해외 긴급 의무 후송 합동 작전” 같은 표현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진실은 군의 방역 실패로 배를 버리고 떠나야 했던 세계 해군사(史)에 유례가 없는 사건이었다.
공감 능력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돼 그 사람의 마음을 느낄 줄 아는 능력이다.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바탕에서 생각할 줄 아는 힘이다. 그건 제3자로서 보여주는 연민이나 동정과는 다른 마음이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건 그런 공감 능력이다. 공감능력이 곧 리더십이다.
조선일보 강인선 부국장
07.23 文, 누구도 생각못한 수송기 급파? 이미 합참계획에 있었다
野강대식 “문비어천가 여념 없는 청와대 한심”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최근 청해부대 34진 코로나 집단 감염 사태(확진율 90%)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보고를 받으시자마자 참모 회의에서 바로 정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공중 급유 수송기를 급파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전원이 안전하게 후송을 시킬 수 있는 대책을 빨리 시행하라고 직접 지시하신 것도 문 대통령”이라고 지난 21일 말했다.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을 청해부대 복귀에 동원하는 아이디어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고 오직 문 대통령만 생각해낸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이에 국민의힘 등 야당에선 “낯뜨거운 문비어천가(문재인 대통령+용비어천가)”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런데 박 수석의 ‘누구도 생각 못한 공중급유기 수송’ 방안은 지난해 6월 합동참모본부가 작성한 우발 계획에 명시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21일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에게 보고한 ‘코로나 관련 대비지침 및 우발 계획'에 ‘공중급유기’가 복귀 방안으로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해외파병 중 코로나19가 집단발병한 청해부대 제34진 장병들을 태운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가 2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도착하고 있다. 2021.07.20./뉴시스
합참은 해당 계획에서 청해부대를 비롯한 동명·한빛·아크부대 등 해외 파병 부대를 계획 대상으로 적시했다. 합참은 ‘확진 환자 발생시 조치' 항목에서 ‘확진환자가 다수일 때’ 경우를 상정하고 “임무 가능할 때는 확진자만 전세기, 군 수송기, 공중급유기 등을 이용하여 귀국 조치한다”고 했다. 또 “임무가 제한될 때는 청해부대를 (다음 부대와) 교대한다”며 “인원 교체는 전세기, 군 수송기, 공중 급유기 등을 이용해 부대원 총원을 교체하고, 불가 시에는 긴급 복귀한다”고 돼 있었다.
강대식 의원은 “이미 합참 계획에 공중급유수송기를 통한 부대 긴급 복귀 작전이 예비돼 있는데도 청와대가 ’누구도 생각 못한 아이디어’라고 선전한 것”이라며 “사상 최악의 코로나 집단 감염, 세계 해군사 유례가 없는 승조원 전원 퇴함의 불명예를 장병들에게 안기고도 문 대통령 칭송에 여념이 없는 청와대의 현실이 한심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조선일보DB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07.23 서욱 ‘고래밥’ 선물에 소환됐다, 文 목함지뢰 부상병 ‘짜장면 발언’
서욱 국방부 장관이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조기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에게 ‘고래밥’을 보내 논란인 가운데 원희룡 제주지사가 “목함 지뢰 폭발사고로 부상 당한 장병에게 ‘짜장면 한 그릇 먹고 싶지 않냐’ 묻던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국방부 장관답다”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23일 페이스북에 “백신 대신 과자라니, 정신 나간 국방부장관을 즉각 경질하라”며 이같이 말했다.
원 지사는 “정작 필요한 백신은 공급하지 않아 청해부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더니, 코로나에 걸려 음식 섭취도 어려운 청해 부대원들에게 과자를 선물했다”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대가가 코로나와 과자냐. 청해 부대원을 약 올리려고 마음먹지 않는 이상 가당키나 한 행동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짜장면 국방부 장관은 과자. 즉각 경질하라”는 해시태그를 남겼다.
원 지사가 언급한 문 대통령의 ‘짜장면’ 발언은 2015년 8월 11일에 나왔다.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 지뢰 도발 사건으로 오른쪽 다리가 절단돼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한 김정원 하사를 만났다.
문 대표는 누워 있는 김 하사에게 “뭐 짜장면 한 그릇 먹고 싶다든지 그런 소망 없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김 하사는 “의료진이 너무 잘해줘서. 먹고 싶은 거 말만 하라고 하신다. 너무 사랑 많이 받고 있다”고 답했다.
조선일보 김소정 기자
07.24 청해부대원 “국가가 우릴 버렸다”는데 靑은 文비어천가
청와대가 대통령의 언행을 어느 정도 미화해서 홍보할 수는 있다. 그렇다 해도 코로나에 집단감염된 청해부대원들이 비상 귀국하게 된 것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수송기 파견을 대통령이 지시한 덕분”이라고 포장한 대목은 실소를 넘어 분노까지 자아낸다. 합참이 작년 6월 작성한 코로나 대비 문건에 수송기 파견 계획이 적시돼 있다는 사실을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다. 전체 승조원 301명 중 90%가 감염된 비상 상황에서 이들을 급하게 후송하는 수단이 비행기 말고 뭐가 있을 수 있나. 보통 사람들 머리로는 수송기 말고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있는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오죽하면 야당 의원이 “그렇다면 뗏목을 태워서 데려 오려 했단 얘기냐”고 했겠나.
청와대가 “후송 대책을 빨리 시행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도 대통령”이라고 한 대목도 어처구니없기는 마찬가지다. 그 상황에서 빨리 후송하는 것 외에 무슨 대안이 있다고 이를 홍보하나. 군대가 훈련했다고 자랑하고, 교사가 학생 가르쳤다고 선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청해부대 부대원들은 지난 2일 코로나 증상이 처음 발생한 이후 문무대왕함 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지옥 같았다”고 전하고 있다. 격리가 무의미한 좁은 함정 내에서 서로 몸을 부대끼면서 매일 확진자가 수십 명씩 늘어났다. 피가래를 토하면서도 타이레놀 해열제만 먹으면서 버텨야 했다는 말도 나왔다. 부대원들은 악몽 같은 지난 일들을 떠올리며 “국가가 우리를 버렸다”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군인 못하겠다”는 말을 토해내고 있다. 상부에선 이런 일들을 “외부에 발설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렸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청와대는 문 대통령 미화 선전에 여념이 없었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K방역'을 틈만 나면 자랑해 왔는데 그런 ‘방역 선진국'에서 해외에 파병된 장병들에게 백신을 미리 보내지 못해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승조원 전원이 하선해야 하는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군은 감염 부대원 수송에 ‘오아시스 작전’이라는 이름을 붙여 자랑하고, 청와대는 수송기 파견을 대통령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문비어천가’를 부른다. 참으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조선일보 사설
07.24 빛나는 외교력? 청해부대, 아프리카서 입항 거부당했다
文 “선진국 긍지 갖자”던 그때
사상 최악의 코로나 집단 감염 사태(확진율 90%)로 승조원 전원이 퇴함했던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t)이 이달 아프리카 현지국에서조차 코로나 감염 가능성을 이유로 입항을 거부당했었다고 장병들이 증언했다. 유엔이 최근 선진국으로 공식 인정한 한국의 국군 장병들은 코로나가 배 안에서 번지는 상황에서도 수일 간 제대로 된 의료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었다.
청해부대 A 간부는 지난 23일 국방부 공동취재단 인터뷰에서 “원래 지난 15~16일 입항해야 했는데 입항을 거부했던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문무대왕함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아프리카 현지 국가에 기항해 물자를 보급받았다. A 간부는 “원래는 14일 단위로 입항했다, 부식작업도 하고 피로도도 낮출 수 있으니”라며 “그런데 코로나 환자 발생을 이유로 입항을 거부당했다”고 했다.
문무대왕함에선 지난 2일부터 감기 환자가 발생했고 이후 환자가 급속도로 늘었다. 문무대왕함은 청와대 지시로 작전 구역을 변경한 뒤 이같은 상황을 맞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간부는 현지 상황에 대해 “이번 아프리카 작전은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며 “지저분하고 열악한 환경이었다”고 했다.
B 병사도 “입항을 바로 못하고 현지 앞바다에서 둥둥 떠다녔다. 현지에서 부두 자리가 없다고 저희를 기다리게 했다”며 “지휘부에서도 계속 자리 알아본다고 전화하고 했다. 그 사이에도 환자는 하루에도 20명씩 늘었다”고 했다. 현지 국가에서 제대로 된 의료 지원을 받지 못했고, 그런 탓에 코로나가 더욱 심각하게 번졌다는 것이다.
입항을 거부당한 수일 간, 함정의 연료와 감기약(타이레놀) 등 기초적인 약품마저 동이 났다고 장병들은 증언했다. A 간부는 “배에 기름이 부족해서 저속으로 항해했다”며 “그런 악조건이었는데, (전문적인) 의료 약품은 다 썼고 타이레놀만 먹었다”고 했다. 나중에 현지 업자를 통해 물품을 보급 받았는데, 수액 세트와 타이레놀 5000정이었다고 그는 밝혔다.
B 병사도 “수액은 충분했는데 줄이 부족했다”며 “기침약 등을 처방했는데, 나중엔 모든 약을 꺼내 처방해서 후반엔 타이레놀밖에 남지 않았었다. 결국 약이 떨어져서 현지에서 구매했다”고 했다.
/국방부가 20일 국회에 보고한 청해부대 복귀 작전 관련 문건./조선일보DB
군 당국은 그간 청해부대 장병 복귀 과정에 ‘오아시스’라는 작전명을 붙이고 “우리 군사외교력이 빛을 발휘한 사례”라고 자화자찬해왔다. 국방부는 최근 국회 보고 문건에서 “양국 국방장관 간 긴급 공조 통화로 현지 국가의 적극적인 협조를 견인했다”며 그 예로 ▲청해부대 입항 ▲출입국 절차 간소화 ▲방역 협조 ▲호송 지원 등을 들었다. 그러나 해당 국가는 우리 공군 수송기 착륙에도 상당히 까다로운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난 2일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와 관련,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하게 선진국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됐다”며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로 성장했고. P4G 정상회의 개최와 G7 정상회의 2년 연속 초청 등 국제 무대에서의 위상이 높아지고 역할이 확대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대한민국은 당당한 선진국이라는 긍지 속에서 국제사회 속에서의 책임과 역할을 더욱 충실히 이행하며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계속 전진해 나갈 것”이라며 “국민들께서도 피와 땀으로 이룬 자랑스러운 성과라는 자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서울의 청와대에서 이 발언을 할 때, 아프리카 바다 문무대왕함에선 국군 장병들이 코로나로 하나둘씩 쓰러졌다.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07월 27일 감염 퇴각에 徐국방 “임무 성공”…전투 必敗 부를 궤변
전투 승패의 상당 부분은 싸우기 전에 결정된다. 그만큼 치밀한 상황 분석, 최악 경우에까지 대비한 전략, 최상의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보급, 유사 시 기민하고 빈틈 없는 대응, 전투부대와 지휘부의 투명한 소통과 신뢰 등이 중요하다. 한마디로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청해부대의 치욕적 퇴함 사태는 이런 기본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아 일어난 인재(人災)다. 특히 합동참모본부-국방부-통수권자로 이어지는 ‘보급과 지휘’의 실패다. 실제 적군을 앞에 두고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엄청난 희생을 자초한다.
이런데도 서욱 국방부 장관은 2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성공리에 임무를 했다”고 주장했다. 청해부대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라고 하더라도 본질을 호도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다. 청해부대 퇴함은 세계 해군사에 남을 치욕이지만, 일선 장병의 잘못이 아니라 자신의 책임이었다고 스스로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그것이 국방장관의 자세이고, 유사시 명령 하나에 목숨을 걸고 돌격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런데 서 장관 발언은 장병을 위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잘못도 물타기하는 꼼수로 비친다. 심지어 여당 의원은 “누구 책임을 묻기에 불가항력적 요소들이 많다”고 했다. 충분한 노력을 하고도 그랬다면 그런 주장이 통하지만, 위험에 장병을 방치해 놓고 그러는 것은 혹세무민이다. 오죽하면 청해부대원이 “나라가 우리를 버렸다. 직업군인을 그만두겠다”는 개탄까지 했겠는가.
청해부대 주변 국가와 접종 관련 협의를 않은 데 대한 책임론이 일자 서 장관은 “오만 정부에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외교부 측이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을 보이자 국방부 관계자는 “오만에 파견된 무관이 현지 보건 당국자에게 통화해 협조 요청을 했다”고 물러섰다. 국방부는 퇴함 작전을 작전명 ‘오아시스’라고 홍보하면서 “빛나는 군사외교력이 빛을 발한 사례”라고도 했다. 정치판에서도 이런 억지는 없다. 수뇌부 오판으로 병사를 사지(死地)로 몰아넣고, 이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면서 자화자찬에 바쁜 모습이다. 이런 식의 얼빠진 지휘 라인은 실제 전투가 벌어지면 필패(必敗)를 부를 수밖에 없다.
문화일보사설
07월 28일 文-金 합작 ‘통신선 복원’ 호들갑과 대선용 新북풍 우려
남북 사이의 대화와 협상은 언제나 필요하다. 다른 수단이 없을 때는 비밀 협의도 용인될 수 있다. 그러나 ‘비밀’은 부득이한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신속히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나아가 어떤 경우에도 안보를 저해하거나 대북 기본 원칙을 허무는 식이어선 안 된다. 국내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는 오해의 여지도 없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정상적 남북관계를 저해하며, 국론 분열까지 부르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청와대의 27일 남북 통신연락선 재가동 합의 발표는 이런 측면에서 상당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우선 ‘중대 발표’라는 호들갑부터 문제다. 통신선 복원 자체는 상징적인 것이며, 통신선 단절은 북한 측이 일방적으로 했던 조치이기 때문이다. 북한 측이 사과의 뜻과 함께 복원을 희망해도 시원찮을 텐데, 마치 북한이 은혜를 베풀고, 문재인 정부는 감지덕지하는 모양새다.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해수부 공무원 사살 등도 잊은 듯하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이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해왔다면서 통신선 복원이 정상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신 왕래가 10여 차례라는 얘기가 여권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통상적 덕담을 넘어 보다 깊숙한 논의가 오갔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염두에 두는 움직임도 분명하다. 김정은은 지난 1월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며 “남조선 당국의 태도에 따라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요구했다. 임기 말에 쫓기는 문 대통령이 터무니없는 양보를 할 수도 있다. 대선 직전이어서 시기적으로 신(新)북풍 가능성도 있다. 2007년 10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대선 2개월을 남겨두고 평양행을 결정, ‘북한 대변인’ 논란과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후유증을 남겼다.
문화일보 사설
07월 28일 10여 회나 친서, 北에 무슨 언질 줬나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봄부터 정상 간 친서를 은밀히 주고받더니 남북한이 통신연락선을 전격 복구했다. 북한이 지난해 6월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차단하고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한 지 413일 만이다. 4월부터 물밑 교섭이 시작됐고, 5월에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방미(訪美)해 미국과 조율하면서 구체화됐다. 1971년 처음 설치된 이래 남북 관계 변화에 따라 7차례 중단과 재개가 반복된 통신연락선은 상징적 측면이 강하다. 북한은 일방적 연락선 단절을 통해 불만을 표출하고 요구를 관철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통신선을 복원한 만큼 그 저의 분석이 필요하다.
우선, 남측에 대한 지렛대를 갖게 됐다. 임기 말 문재인 정부와 거래할 시간은 7개월 남짓이지만 여전히 효용성이 있다는 게 평양의 분석이다. 북한은 당장 다음 달 하반기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의 중지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 군 당국의 기류를 보면 규모를 줄여서라도 훈련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하지만 남북 관계 개선을 중시하는 청와대와 국정원 지휘부는 북한 통일전선부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아니, 이미 합의가 이뤄졌는지도 모른다. 10여 차례의 친서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이상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다음은, 식량과 백신의 지원 요청이다. 19개월째 계속되는 코로나19로 인한 북·중 국경 봉쇄는 북한의 경제난를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식량 부족 사태로 장마당에서 곡물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인도적 명분을 들어 대북 지원이 물밑에서 논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끝으로, 대미 지렛대 확보 차원이다. 임기 말 문 정부지만 평양을 위해서라면 워싱턴을 조르고 압박하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다. 청와대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평양·판문점 선언을 포함시키는 데 올인했다. 평양의 관심은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생사겨루기’다. 이미 평양은 2019년 하노이 회담 노딜 이후 미·북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남북 관계도 전진할 수 없다는 점을 철저히 인식했다.
레임덕이 시작된 문 정부로서는 남북 관계라는 메가 이슈를 통해 정국을 주도할 것이다. 여야 잠룡들의 이전투구가 시작된 상황에서 정상회담은 연말까지는 핵폭탄급 카드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 간 핫라인 복원에 대해 “차차 논의할 사안”이라고 밝혔듯이, 후속 일정으로 정상회담 성사에 주력할 것이다. 하지만 화상이든 대면이든 임기 말 정상회담은 양날의 칼이다. 역대 남북 정상회담은 남측의 요구로 북측이 은혜를 베풀어 개최에 동의하는 형태였다. 특히, 2007년 10·4 정상회담처럼 임기 말 정상회담이 가져온 폐해는 차기 정부가 고스란히 떠맡을 수밖에 없다. 임기 5년의 단임 대통령이 종신 독재자를 상대로 협상은 한계가 있다. 과욕은 금물이다.
결과적으로 갑을 관계의 정상 간 만남은 이면 거래 및 약속 등 다양한 부작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특히,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 등 북한의 만행에 대해 어떤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통신선 복원에 감지덕지하며 북한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한다면 ‘공정’ 키워드에도 어긋난다. 불공평한 정상회담은 역풍을 맞거나 남남 갈등의 소재로 전락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화일보
07.29 코로나 90% 걸려도 “성공”, 북한 공격도 “이해” 국방장관들 수준
/조선일보 DB
서욱 국방장관이 26일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긴급 후송된 청해부대에 대해 “성공리에 임무를 했다”고 밝혔다. 청해부대원 301명은 아무도 백신을 맞지 못한 채 임무에 나섰다가 90%가 감염돼 배를 버리고 퇴각한 세계 해전사 초유의 일을 겪었다. 피가래를 토하면서도 해열제만 먹으면서 버텼다는 증언도 했다. 서 장관은 이 참사에 대해 “깊은 사과”라며 고개를 숙이기까지 했다. 그래 놓고 ‘성공’이라고 한다. 그는 백신 현지 접종에 대해선 “오만 정부에 협조를 구했는데 잘 안 됐다”고 했다. 그런데 주무 부서인 외교부는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알고 보니 현지 무관이 전화로 단순 문의한 게 전부였다. 전형적인 면피 행태다.
서 장관은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사살 때는 ‘시신 소각을 확인했다’던 국방부 발표를 “단언적 표현”이라며 뒤집었다. ‘사살은 했지만 소각을 안 했다’는 북한 주장에 입을 맞췄다. 그는 취임 10개월 동안 6차례 대국민 사과를 했다. 경계 실패, 배식 실패, 여중사 성추행 사망 등 온갖 군기 문란 때문이었다. 방역 실패도 한 번 고개를 숙이더니 ‘성공'했다고 한다.
전임인 정경두 장관은 북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해 “우리가 이해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북 공격으로 전사한 국군을 기리는 서해 수호의 날은 “여러 불미스러운 충돌을 추모하는 날”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을 겨냥한 북 신형 미사일 발사가 ‘적대 행위’ 아니냐는 질문에는 우물쭈물하다가 “우리가 (미사일) 시험 개발하는 것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느냐”고 했다. 국방장관이 북 미사일을 감싸려고 우리 미사일 개발을 문제 삼은 것이다. “6·25가 북한의 전쟁 범죄 아니냐”는 국회 질문에도 끝내 답하지 못했다.
그 전임인 송영무 장관은 부하인 기무부대장과 계엄 검토 문건을 놓고 서로 ‘거짓말한다’며 국회에서 싸움을 했다. 퇴임 후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유 민주 사상에 접근한 상태”라는 말까지 했다. 김정은도 놀랐을 것이다. 이들이 바로 문재인 정권의 국방장관 3명이다.
조선일보 사설
07.30 "우리민족끼리 배짱" 文 압박한 北, 통신선 청구서 꺼냈다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27일 오후 군 관계자가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활용해 시험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 발표 뒤 잠잠했던 북한이 나흘째인 30일 사실상의 ‘청구서’를 제시했다. 통신선 차단 책임을 남한, 특히 문재인 대통령에게 돌리며 ‘배신’ ‘반성’ ‘재발 방지’ 등의 표현을 썼다.
통신선 복원에 “한국 반성 전제”
북한의 대외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북남수뇌분들의 합의에 따른 통신련락선 재가동’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통신선 복원은)당연히 북남교착을 초래한 원인에 대한 반성과 재발 방지의 다짐을 전제로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30일 北 대외매체 조선신보 보도
한국이 남북관계와 관련해 모종의 조치를 약속이라도 했기 때문에 북한이 통신선 복원에 응했다는 투였다. 통신선 차단과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서도 “북남선언들을 배신한 행위를 엄중시”한 결과라며 북한은 당연히 할 바를 했다는 식으로 표현했다.
“우리민족끼리 배짱” 文 압박
곧이어 화살은 문 대통령을 향했다. 조선신보는 “남측에서 북남관계를 견인해야 할 인물은 대통령”이라며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에 서명한 당사자로서 북남관계가 잘되든 못되든 그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는 자세와 입장에 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3월 대선까지 사실상 임기를 약 8개월 남겨놓은 문 대통령에게 직접적 압박을 가하며 임기 말 무리수를 둬서라도 실질적 조치를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통일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해결하려는 든든한 배짱과 자신심”까지 언급했다.
김정은 언급 ‘봄날’ 다시 꺼내
그러면서 조선신보는 올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의 태도에 따라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한 것을 “북남관계에 대한 원칙적 입장”으로 규정했다. 이어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지난 3월 한ㆍ미 연합훈련 실시 뒤 “3년 전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 발언도 인용했다.
8월 한ㆍ미 연합훈련 실시를 앞두고 통신선 복원에 전격적으로 합의한 북한의 속내가 드러난 셈이다.
/지하 벙커에서 한ㆍ미 군 장병이 연합훈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미 공군
조선신보는 또 “민족자주를 근본핵으로 명시한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은 마련되어 있고 이제는 선언에 명시된 근본적인 문제들을 이행하는 실천행동이 남았다”고 했다.
“'민족자주' 합의…이행만 남아”
판문점 선언에는 “(2007년)10ㆍ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했다”고 돼 있다. 사실상 남북 간 경협 필요성을 확인한 게 핵심이다.
판문점 선언에는 종전선언도 합의돼 있다. 평양 공동선언과 함께 마련된 9ㆍ19 군사합의는 연합훈련을 남북이 협의할 수 있도록 했다.
기본적으로 이런 남북 간 협력 사안들은 대북 제재와 직결된다. 촘촘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망으로 인해 사실상 북한으로의 물자 유입은 모두 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 북한이 촉구한 합의의 ‘이행’ 국면국면마다 제재가 문턱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인데, 이 역시 남한이 책임지고 해결하라는 메시지를 발신한 셈이다.
北 요구, 모두 동맹 직결 사안
한ㆍ미 연합훈련은 물론이고 철도ㆍ도로 연결 등 남북 간 경협이나 제재 이행 역시 동맹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문 정부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뒤 미ㆍ중 갈등 사안에서 무게추를 미국 쪽으로 옮기며 밀착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는데, 임기 말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필수적인 미국의 지지를 확보하는 게 목표였다. 그 결과 지난 5월 21일 한ㆍ미 정상회담 뒤 도출한 공동성명에 판문점 선언에 대한 존중이 포함됐고,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간 대화, 관여 협력을 지지한다는 문구도 들어갔다.
/최근 남북관계 주요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동맹 vs 남북관계’ 선택 요구
북한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이날 조선신보가 한국이 “외세굴종과 반북대결의 정책에 매달렸다”고 비판하며 “북남관계를 풀어나가는 데서 근본핵은 민족자주”라고 강조한 것은 문 대통령에 선택을 요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이 나서서 공고히 해놓은 한ㆍ미 관계를 토대로 미국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하든, 그게 여의치 않으면 한ㆍ미 동맹 균열을 감수하고서라도 남북 관계 진전에 나서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이 남북관계를 제재 등에서 예외로 가져갈 수 있을지 일종의 시험대에 올려놓은 셈”이라며 “연합훈련이나 남북 간 합의 이행, 구체적으로는 금강산 관광 재개나 철도 연결 등의 부분에서 동맹에 묶이지 말고 독자적으로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07월 30일 F-35A 예산 빼 선심 추경, 안보 포기한 北 비위 맞추기다
국가정보원과 경찰 안보수사국이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 투쟁을 벌인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 중이라고 한다.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보기 드문 대공(對共) 수사다. 이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F-35A를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보여주는 일례일 뿐이다. 실제로 북한은 F-35A에 대해 ‘반민족 범죄행위’ ‘판문점 선언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강력히 반발해 왔다. 북한은 F-35A가 배치된 청주 공군기지를 겨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을 했으며, 김정은은 “첨단무기를 반입하는 남측에 대한 경고”라고 했다. 북한 특수부대 훈련장에선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와 F-35A 모형이 포착되기도 했다.
북한의 이런 반응은, F-35A가 북한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핵 공격을 억제할 킬 체인의 핵심 무기이기 때문이다. 유사시 핵심 표적을 파괴할 수 있어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 한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이런 전략 자산을 늘리고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거꾸로 간다. 2019년 3월 F-35A 첫 인수식 때 문 대통령은 물론 국방부 장관도 불참하며 천덕꾸러기 취급했다. 안보가 아니라 김정은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급기야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빌미로 2년 연속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F-35A 등 전략 자산 예산을 삭감했다.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한 추경 34조9000억 원 가운데 5629억 원은 F-35A 전투기 도입 예산 등 방위사업청 소관 22개 사업예산에서 빼낸 것이라고 한다. F-35A 예산 외에도 공중전에서 적과 아군을 구분해주는 장치인 피아식별장치 성능개량사업, 국산전투기 KF-16 성능개량 사업, 패트리엇 성능개량 예산이 줄줄이 전용됐다.
문 정부는 지난해 2차 추경 때에도 F-35A 도입을 비롯한 방위력개선비 등에서 1조4758억 원을 전용했고 3차 추경 때도 이지스함 탑재 함대공 미사일 사업 등 2978억 원을 삭감했다. 지금 안보 상황을 보면 대북 태세를 더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선심용 추경을 위해 기존 예산까지 빼낸다. 이런 세력에게 안보를 맡길 수 있겠는가.
문화일보 사설
07.30 ‘6·25전쟁’ 미국처럼 대규모 병력 파병하고도 잊혀진 국가
/1951년 6월 한강 북단에서 작전 중인 제65연대 병사들. 푸에르토리코는 미군에 속했지만 대부분이 영어를 하지 못해 지휘 통솔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 wikipedia
6·25전쟁 당시에 대한민국을 도우려 5개국에서 의료지원단을 보냈고 19개국에서 물자를 지원했다. 그런데도 전투병을 보낸 16개국을 많이 언급하는 이유는 직접 전투를 벌였고 고귀한 희생도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시민권 갖지만 미국은 아닌 나라
대규모 전투병 파병했지만 기억 못해
흥남 탈출에서 결정적인 공적도 세워
이들 국가에서 많은 사람이 평생 들어본 적 없는 한국에 와서 죽거나 평생을 지고 갈 상처를 입었다.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예도 부지기수다. 16개국은 연인원 180만여 명을 참전시킨 미국에서부터 총 89명을 보낸 룩셈부르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공식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16개국 외에도 한국에 대규모 전투병을 파견한 나라가 하나 더 있다.
6000여 명으로 편성된 1개 보병 연대를 파병했는데 규모로는 미국·영국 다음이었다. 연인원 6만여 명은 오히려 연인원 5만 7000여 명을 파병한 영국보다 많았다. 총인구 대비 파병 병력 비율 또한 공식적으로 가장 높은 룩셈부르크보다 무려 30배 이상이나 많은 엄청난 수준이다.
그러나 정작 그 나라가 우리를 도와주었는지 아는 이들은 드물다. 그렇게 된 이유는 그 파병국은 나라이면서도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미 카리브해에 있는 푸에르토리코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룩셈부르크 현지에 위치한 6ㆍ25전쟁 참전기념비. 룩셈부르크는 총 89명을 파병했으나 인구 대비로 비율이 가장 높은 참전국이다. 푸에르토리코는 이보다 30배나 높은 비율의 병력을 참전시켰다. 사진 koreanwarmemorials.com
푸에르토리코는 1898년 미·서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이 스페인으로부터 할양받은 후 1917년 준주(準州)를 거쳐서 1952년 자치령이 됐다. 인구는 300만여 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곳에서 출생하면 미국 시민권자로 대접받지만, 권리와 의무는 일반 미국 시민과 조금 차이가 있다.
미 대통령 선거인단이나 연방 의원은 배정되지 않는 등 선거에 참여하지 못한다. 올림픽 같은 국제 행사에는 독자 참여하며 별도의 국기와 국가를 사용한다. 그래서 완전 독립을 주장하는 쪽과 미국의 한 주로 편입하자는 주장이 상존한다.
그러한 푸에르토리코가 6·25전쟁에 참전했었다. 그것도 미국 이외 여타 참전국보다 훨씬 많은 대규모 병력을 한국에 보냈다. 더구나 이들은 모두 자원병이다.
/정찰 중인 제65연대 C중대 병사들. 푸에르토리코는 참전 초기에 낯선 혹한으로 말미암아 엄청난 고생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 wikipedia
미 육군 제65연대는 1898년에 푸에르토리코 자원병으로 창설한 부대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 모든 미군 중에서 가장 먼저 실전 투입됐다. 제2차 세계대전 때도 유럽 전선에서 활약했다. 이렇듯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던 제65연대가 태평양을 가로질러 1950년 9월 23일 부산에 도착했다. 한마디로 당시에 미국이나 미국령에서 동원 태세가 완비된 몇 안 되던 정예부대다.
이들은 미 제3사단에 배속돼 북진 공격에 참여했다. 한국 도착 후 원산 일대에 투입되었는데 미 해병 1사단으로부터 작전 구역을 인계받은 1950년 10월 말이 되자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1950년 11월 미 해병대원들이 장진호 서쪽 유담리, 덕동 고개 근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모습. [사진 플래닛미디어]
성큼 다가온 북한의 겨울이 카리브해 지역에서 살아왔던 병사들에게는 참기 어려운 고통으로 다가왔다. 바로 그때 중공군의 공격으로 원산 일대가 함락되면서 퇴로가 차단되자 제65연대는 흥남으로 퇴각했다.
6·25전쟁 당시에 제65연대가 입은 피해 중 대부분은 이때 발생했는데 100여 명의 실종자도 생겼다. 그런데도 이들은 장진호에서 탈출한 미 해병 1사단을 엄호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마지막까지 항구를 확보해줘 10만여 명에 이르는 미 10군단, 국군 1군단 그리고 9만여 명의 피난민들이 안전하게 사지를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재북진이 시작되었을 때 모든 아군 부대 중에서 가장 먼저 한강을 도하하기도 했다.
푸에르토리코는 이후 휴전 할 때 까지 주로 중부 전선 일대에서 작전을 벌였고 1951년 7월에는 717고지 전투에서 중공군 2개 연대를 궤멸했다.
이처럼 6·25전쟁 당시에 푸에르토리코는 두 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해 열심히 싸워주었고 756명의 고귀한 젊은이들이 전사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런데도 단지 미군에 속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러한 그들의 무공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 고마웠던 17번째 파병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앙일보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07.31 코로나 지원금 준다고 먼저 줄인 건 北 두려워하는 F-35 도입 예산
/우리 공군이 2019년부터 도입한 차세대 주력인 F-35A 스텔스 전투기. /방위사업청 제공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우리 공군의 핵심 전력인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을 한 혐의로 지역 신문사 대표 등 4명을 붙잡아 수사 중이다. 이들은 F-35A가 도입된 2019년부터 배치 기지인 청주를 중심으로 반대 서명 운동과 1인 시위 등을 주도했다고 한다. 북 노동당 대남 공작 부서인 문화교류국이 직접 지령을 내렸다고 하는데 이는 북 정권이 F-35A를 그만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북 정권은 F-35A가 국내에 도착하자 “무모한 전쟁 광기” “반민족적 범죄 행위”라고 연일 비난했다. 김정은은 “첨단 무기를 반입하는 남측에 대한 경고”라며 신형 탄도미사일까지 쐈다. 그러자 문재인 정부는 3월 도착한 전투기 전력화 행사를 하반기로 미뤘다. 인수식 등엔 장관과 공군 총장이 아닌 차관과 차장을 보내기도 했다. 북 눈치를 살핀 것이다.
그런데 눈치 보기로 끝나지 않고 있다. 문 정부는 코로나 지원금 때문에 작년 코로나 2차 추경을 하면서 F-35A 예산 2864억원을 삭감했다. 올해 추경을 편성하면서도 F-35A 도입 예산 921억원을 또 잘랐다. 전체 F-35A 도입비 8조원 중 4.7%인 3785억원이 잘려나간 것이다. 그래도 군은 “전력화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해 군 정찰위성 예산도 169억원 삭감됐다. 정찰위성은 F-35A와 함께 유사시 북 기지를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의 핵심 전력인데도 예산이 뭉텅이로 삭감됐다. 이것도 군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정말 그렇다면 처음 예산은 국민을 속이고 뻥튀기한 것인가.
코로나 상황에서 정부 예산은 조정될 수 있고 국방비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불요불급한 예산부터 손보는 것이 상식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전력증강 사업을 꼽으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F-35A 도입이다. 문 정부엔 이것이 불요불급한가. 이번 추경에서 북의 탄도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개량 사업비 345억원까지 삭감됐다. 표를 위한 선심용 예산을 마련하느라 안보를 허무는 일까지 벌인다.◎
조선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