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2021-4/
07.03 코로나 확진자 794명 나온날, 민노총 8000명 종로 일대 행진
/ 3일 오후 종로3가에서 민노총 조합원들이 불법 집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3일 불법 기습 집회를 연 민노총이 행진을 마친 뒤 집회 시작 1시간 50여분만에 공식 해산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종로 3가 일대에서 불법 집회를 연 민노총은 오후 3시 20분쯤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비정규직 철폐하라' ‘최저임금 인상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서울 종로구 종로2가 사거리~종로3가역~종로4가 사거리~을지로 4가역 일대 약 1.2km를 행진했다.
을지로 4가역 일대에서 경찰이 행진을 막아서자 크고작은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 방패를 밀거나 경찰을 향해 욕설을 하기도 했다. 민노총 행진으로 이 일대 교통이 통제되고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 3일 오후 종로3가에서 민노총이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하며 도로를 점거한 채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2021.7.3연합뉴스
민노총은 이후 더 행진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구호를 외치고 ‘파업가’를 부른 뒤 오후 3시 50분쯤 해산했다.
민노총은 이날 집회에 8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날 국내에선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794명 발생했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일 민노총을 찾아 집회 자제를 요청했지만 민노총은 이를 거부했다.
서울경찰청은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해 이날 불법 집회 주최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최근 수도권 지역의 감염병 급속확산에 따른 정부의 집회 자제요청 및 서울시·경찰의 집회금지에도 불구하고, 금일 도심권에서 대규모 불법집회 및 행진을 강행하여 종로2가 도로를 장시간 점거, 국민 불편을 초래한 집회 주최자들에 대하여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52명 규모의 서울청 특별수사본부를 편성, 수사에 착수했다”며 “집회 주최자 및 주요 참가자들에 대하여 집시법 위반, 일반교통방해, 감염병예방법위반 등 혐의를 적용하여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07월 05일 애물단지 된 거리두기 완화
이용권 사회부 차장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장기화되면서 40대 이상의 중장년들은 1990년대에 주점의 심야영업이 금지됐던 과거 기억을 떠올리는경우가 많다. 심야영업이 과소비와 퇴폐풍조를 조장하고 범죄의 온상이 된다는 이유였다. 국민의 자유와 권한이 넘쳐나는 현재에도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운영시간 및 인원 제한 등의 규제가 수도권에서만 반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는 정치적 이유나 정권 체제 유지 등이 목적이었던 구시대의 규제와 달리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등장한 과학적 규제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큰 효과를 봤지만, 장기화될수록 국민 피로감은 물론 사회경제적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 같은 방역 모범시민 국가에서도 거리두기 장기화에 따른 불만과 이탈자들이 최근 속출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일상 회복을 앞세워 7월부터 거리두기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강조해놓고, 불과 시행 몇 시간 전에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연기조치 한 것은 국민에게 힘 빠지는 상황일 수밖에 없다.
거리두기 부작용이 나타날 때 필요한 것이 빠르고 신속한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 면역력 확보다. 정부가 개발단계의 백신 선구매를 망설인 탓에 미국과 유럽 등에 비해 백신을 원활하게 확보하지 못했던 지난 연말 연초의 기억이 다시금 뼈저리게 다가온다. 백신 확보가 조금만 더 빨라서 상반기 1차 접종이 사회중심활동 세대인 20∼50대까지 확대됐더라면, 현재 수도권 역시 거리두기 완화 효과를 누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백신의 초기 수급 차질은 돌이킬 수 없다고 해도, 정부는 거리두기 완화 메시지를 국내 백신 수급 상황에 맞춰 제시했어야 했다. 백신 접종률을 고려하지 않고 너무 일찍 국민에게 ‘일상 회복’이라는 방역 완화 메시지를 던져왔다. 지난 2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는 3월부터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게 시작이었다. 이어 3월 5일 사적 모임 제한과 영업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새로운 거리두기 개편안을 공개했다. 백신 1차 접종률이 국내인구의 0.4%에 그쳤을 때였다. 이후 정부는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영업 규제도 조금씩 완화하기 시작했다. 많은 전문가가 방역 긴장 완화에 따른 재확산을 경고했지만, 정부는 ‘노마스크’와 ‘트래블 버블’ 등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우려대로 경각심은 느슨해졌고, 부작용은 현실로 나타났다. 물론 또다시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면 확진자가 감소할 수 있지만, 사회활동이 많은 20∼50대의 충분한 백신 접종 없이는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는 패턴이 반복될 뿐이다.
정부는 방역 외에도 경제 손실, 국민 여론 등을 중요한 정책판단 요소로 볼 수 있다. 이들 요소의 정교한 조화가 이뤄지면 좋겠지만 최우선은 방역일 수밖에 없다. 이종구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정부의 책임은 안전한 백신을 확보하고 투명하게 결정을 내리는 것이며, 백신을 접종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며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국민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포퓰리즘적인 규제 완화보다 백신 접종을 통한 방역에 집중해야 할 때다.
문화일보
07.06 세종 특공 공무원들 ‘대박’만 남고 사라진 난데없던 ‘천도론’
시민 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5일 공무원들이 분양받은 세종시 109.09㎡(약 33평) 규모 특별 공급(특공) 아파트의 분양가 대비 현재 시세 차익이 5억1000만원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2010년 이후 평균 분양가가 3억1000만원이었는데 올해 평균 시세가 8억2000만원으로 뛰었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체 상승액의 70%에 해당하는 3억6000만원 급등이 여당이 국회와 청와대 등의 세종 이전 방침을 밝힌 지난해 이후 이뤄졌다는 점이다. 작년 7월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회, 청와대,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고 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부동산 값이 폭등하자 급하게 꺼낸 정치적 방안이었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쏠린 국민의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비수도권 국민들의 불만을 무마하자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애초 될 일도 아니었다. 국회, 청와대, 정부 부처가 모두 세종시로 내려가면 수도를 옮기는 천도에 해당한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이미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사안이다. 그런데도 여당 대선 주자들이 “적극 찬성한다” “여야가 협의해야 한다”고 했다. 당내 추진단까지 출범시키고 야당을 압박했다. 세종시 아파트 폭등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이후 지난 1년간 실제로 진행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국회 분원 격인 세종의사당 건립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조차 아직 상임위 계류 중이다. 국민 눈과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일시적 효과가 사라지자 없는 일이 돼버린 것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 면피용 수도 이전 쇼에 ‘잭팟’이 터진 건 이 정권의 공무원들이다. 경실련 발표대로라면 집값 상승으로 공무원들이 가져간 불로소득은 총 13조2000억원이다.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의 노형욱 장관과 윤성원 1차관부터 서울 강남에 집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고는 단 하루도 실거주하지 않고 팔아 2억원 이상 차익을 올렸다. 불법과 편법까지 동원됐다. 관세평가분류원은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닌데도 세금 171억원을 들여 유령 청사를 짓고 직원 49명이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세종 신도시 건설을 책임졌던 행복청장 출신 인사는 내부 정보를 이용한 세종시 땅 투기로 10억여 원 부당 이득을 얻은 혐의를 받아 검찰에 송치됐다. 정권의 정책 실패 호도가 가져온 부작용이 이렇게 크다.
조선일보 사설
07.06 與, 보수집회엔 “살인자‧생화학테러”… 민노총 집회엔 “유감”
김미애 “민노총보다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회원들이 3일 서울 종로3가에서 1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전국노동자대회를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보수집회에 대해 “살인자” “생화학테러” 등의 강한 비판을 쏟아냈던 정부여당은 민노총 집회에는 유감 표명을 하는데 그쳐 정치방역이란 비판이 나왔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5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노총보다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며 “정치방역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해 광화문 집회 참가자는 청와대 비서실장에 의해 ‘살인자’로 규정됐고, 개천절 집회 참가자는 대통령에 의해 ‘반사회적 범죄자’로 취급받았다”며 “민주당도 ‘국민안전 위협’, ‘행정력 낭비’ 운운하며, 애꿎은 우리당을 향해 ‘방역 방해 경연단 같다’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경찰버스 300여 대를 동원한 ‘(文)재인 산성’이 등장했고, 골목 입구에는 바리게이트를 설치해 일반 시민들의 통행까지 통제했다. 감염 확산의 우려로 ‘드라이브 스루’ 시위조차 불허했다. 게다가 근처만 지나가도 코로나 감염 검사를 하라는 문자를 보내지 않았던가.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를 철저히 제한하면서 유령도시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김미애 의원은 “그런데, 지난주 민노총이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고, 전적이 있기에 청와대와 여당의 반응이 궁금했다. 예상대로 사전 침묵, 여론 악화 후 마지못해 강경 대응이다. 비겁하고 뻔뻔하다”며 “지난 3일 기준 확진자는 794명으로 지난해 광복절 166명, 개천절·한글날 각각 75명, 54명과 비교해 최대 14배 많았다. 전파력이 2~3배 높은 델타 변이도 극성”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그럼에도 봉쇄는커녕 방역지침을 위반하며 2시간 동안 종로 일대 8000여 명이 집회와 행진을 자유롭게 이어갔다. 정권 탄생 공로 여부와 친소에 따라 달리 적용된 명백한 정치방역이다. 이번에도 종로 일대를 지나간 국민들께 코로나 감염 검사를 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나?”라며 “청와대와 여당의 균형 잃은 대응은 방역 일선에서 밤낮으로 고생하는 의료진과 공무원들을 욕보이게 하는 것이다. 방역 성과는 자신들이 모두 취하면서 무거운 짐만 떠넘기는 꼴이다. 정말 꼴불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방역은 과학', 이 정도쯤은 어린 학생들도 안다. 이제라도 정부는 민노총보다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민노총은 지난 3일 서울 시내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애초 여의도에서 집회를 개최하려다가 경찰이 차벽으로 봉쇄하자 장소를 기습적으로 종로 일대로 변경했다. 경찰은 불법 집회를 주도하고 기획한 사람 등 6명을 입건하고 12명에 대해서는 내사에 착수했다.
조선일보 김명일 기자
07.06 오늘까지 남부에 최대 300㎜ 물폭탄
좁은지역서 국지적 폭우 가능성… 밤사이 집중되는 야행성 성격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6일 남부 지방에 시간당 50㎜ 이상 폭우가 쏟아질 전망이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부터 6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남부 지방(경북 북부 제외) 100~200㎜(많은 곳 300㎜ 이상), 충청도 남부, 경북 북부 50~100㎜, 충청도 북부, 제주도 산지 30~80㎜, 제주도(산지 제외), 강원 남부, 울릉도·독도 5~20㎜다. 수도권은 경기 남부에만 빗방울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이날 충북 영동에 호우주의보, 전북 익산과 군산 지역에 호우경보를 내렸다. 저지대나 상습 침수 지역은 각별히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장마전선은 6일 새벽 남부 지방에 장대비를 뿌린 뒤 오후에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7일 새벽 다시 차츰 발달하며 강한 비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8~9일 장마전선이 중부와 남부 지방을 오르내리면서 전국에 비가 내리고 수도권도 이때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비구름대는 동서로 길고 남북으로 폭이 좁은 형태를 띠고 있어서 가까운 지역 간에도 강수량 차이가 큰 것이 특징이다. 일례로 정읍과 광주는 거리 차이가 40㎞ 정도이지만 오는 7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정읍 50㎜, 광주 350㎜ 정도로 7배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담당자는 “좁은 지역에 국지적으로 비가 쏟아져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이번 장마의 또 다른 특징은 밤사이 폭우가 집중되는 ‘야행성’이라는 점이다. 많은 양의 수증기를 머금은 따뜻한 공기가 북쪽에서 내려온 차고 건조한 공기와 만나면서 비구름이 더욱 강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장마전선 내부에 작은 저기압이 발달하면서 이차적인 비구름대가 강화돼, 장마전선이 걸리는 곳은 지난 주말보다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
조선일보 김은경 기자
07.07 신규 확진 1200명 넘었다…3차 대유행 정점 수준
김부겸 국무총리는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200명을 넘어선 것과 관련, "2~3일 더 지켜보다가 상황이 잡히지 않으면 사회적 거리두기의 가장 강력한 단계까지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다시 한번 모든 역량을 코로나19 대응에 쏟아부어야 할 비상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총리에 따르면 신규 확진자 수가 1200명을 넘어선 것은 3차 대유행 정점이었던 지난해 12월 25일(1240명) 이후 처음이다.
김 총리는 "새로운 상황이 발생, 다시 국민 여러분께 어려운 상황을 맞게 한 데 대해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며 "일단 일주일 간 기존의 거리두기 체제를 유지하지만, 2~3일 뒤 상황이 안 잡히면 새로운 거리두기의 가장 강력한 단계까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대신 추가 방역조치 강화를 통해 확산세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당국은 선제검사를 대폭 확대하고, 20·30대에 예방적 진단검사를 강력히 권고하기로 했다. 또 방역수칙을 위반한 업소의 경우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기로 하고, 수도권 직장의 경우 재택근무를 확대하도록 하는 등 추가 방역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07-08 확진 1212명… 지금이 소비진작용 지원금 뿌릴 땐가
코로나19 확진자가 6개월 만에 1200명을 돌파하면서 사실상 4차 대유행에 접어들었다. 김부겸 총리는 어제 “거리 두기의 가장 강력한 단계까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 일상을 멈추게 하는 4단계도 검토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과 정부는 소비 진작용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휴가철 돈 쓰기 권장은 대면 모임과 지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사회적 멈춤을 호소하면서 소비 진작에 나선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방역 엇박자’다.
정부는 33조 원 규모의 2차 추경으로 내달 초부터 내수 부양에 나선다. 8월 초 카드 캐시백을 시작으로 소비 쿠폰, 국민지원금 등을 9월 이전까지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시기적으로 전 국민 휴가비에 가깝다. 정부는 지난해 7월에도 숙박 외식 공연 등 8개 분야에 걸쳐 소비 쿠폰 발행에 나섰다가 방역에 비상이 걸리자 중단했다. 지난해 실패를 경험하고도 섣불리 돈 풀기에 나서니 선거용 돈 뿌리기 의혹을 받는 것이다.
정부는 어제 식당 카페 등의 영업시간을 연장하는 새 거리 두기 시행을 14일까지 연기했다. 방역지침 위반 업소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소상공인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1인당 빚이 1억7000만 원을 넘었다. 국민지원금이나 쿠폰을 뿌릴 돈으로 실제 피해가 큰 계층을 두텁게 지원하는 게 이치에 맞다.
4차 대유행 위기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재난지원금 대상을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어제 “추경을 빠르게 심의 의결해서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소상공인 어려움의 진짜 해결책”이라고 했다. 코로나로 영업을 제대로 못 하는데 국민에게 돈을 뿌린다고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겠나. 지금은 방역에 초점을 맞추고 소비 진작은 코로나가 진정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정부는 현 상황을 4차 유행의 초입으로 진단하고 8월 초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어제 브리핑에서 “2, 3일이 지나 1250명이 되고 어느 순간에 갑자기 2000명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학교 군부대 등에서 대규모 확진이 잇따르고, 서울에서는 강남 마포 용산 등 카페와 식당이 밀집된 곳에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국민지원금을 비롯해 소비 진작용 추경 전반을 코로나 확산 추이에 맞게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
07.08 방역 완화 서두르다 코로나 4차 유행 불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현행 거리두기 2단계를 1주일 더 연장하기로 어제 방침을 정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그제 1212명으로 치솟아 지난해 12월 25일 이후 최다를 기록하면서 비상이 걸린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1주일 찔끔 연장 조치만으로 지금의 확산세를 잡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우물쭈물하다 또 실기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강력한 선제조치를 단행해야 한다.
정부, 한 달여 전 완화 밝혀…경각심 해이해져
방역 조이고, 젊은이들 원정파티 등 자제해야
사실 4차 대유행을 촉발한 작금의 사태는 정부의 방역 상황 오판이 초래한 측면이 강하다. 정부는 한 달 전부터 거리두기를 “7월 1일부터 대폭 완화하겠다”며 홍보에 나섰다. 백신 접종 기피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불가피했던 점은 있지만, 마스크 의무 착용 면제와 자가격리 면제 등의 선심성 카드를 남발했다.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방역 규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한 국민의 경각심도 덩달아 해이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5부 요인 오찬에서 “K방역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방역 성과를 자화자찬했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의 발언 직후 하루 확진자가 800명 선으로 치솟았고, 급기야 4차 대유행의 악몽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김부겸 총리의 당부를 묵살하고 지난 3일 도심에서 8000명이 모이는 대규모 불법 집회를 강행했지만, 청와대는 아무런 사전 경고도 하지 않았다. 어제야 대통령이 “방역조치 위반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천명했지만 뒷북 경고라서 울림이 크지 않다.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하는 상황에서 방역 당국의 대응 속도를 돌아보면 K방역을 입에 올리기 민망한 수준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리는 상황에서 돌파감염까지 늘어났는데도 중대본은 거리두기 완화 입장을 한동안 고수했다. 그러다 시행 하루 전날에야 수도권에 한해 1주일 유예를 발표할 정도로 오락가락했다. 이 과정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우려 목소리가 중대본의 의사 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정치 논리가 앞서는 청와대(기모란 방역기획관)와 중대본보다는 과학적 방역을 우선하는 질병청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지금으로선 백신을 접종해도 방심은 금물이다. 인구의 약 60%가 백신을 접종한 이스라엘도 다시 마스크를 쓴다. 백신과 방역이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 백신 수급 실패로 초래된 보릿고개를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이 급선무다. 국민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젊은이들이 한밤 야외 술판을 벌이거나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방으로 몰려가 ‘원정 파티’를 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희망 고문이 반복돼 국민의 방역 피로감이 큰 게 사실이지만, 지금은 정부의 방역 방침에 성심껏 따르는 시민의식이 절실한 때다.
중앙일보 사설
07.08 더 센 규제로 집값 잡겠다는 여권 대선주자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6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 MBC 방송센터에서 열린 합동 TV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 중 선두 경쟁을 벌이는 이재명, 이낙연 두 후보(왼쪽부터)는 문재인 정부보다 더 강력한 부동산 규제 공약을 쏟아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의 부동산 공약이 반(反)시장으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집값을 통제하고 토지 거래를 제한하며 세금을 더 올리자는 공약까지 나왔다.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전례가 없는 발상들이다. 이들 여권 주자들은 누가 더 센 규제 카드를 구상하고 있는지 경쟁하듯 하고 있어 국민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들의 정책이 현실화하면 부동산 시장이 지난 4년여보다 더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거래·가격 통제하는 반시장 공약 쏟아내
4년간 실패한 부동산 정책 더 강화하는 셈
여권 후보 중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주택관리매입공사 설립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국가가 주택 가격의 하한선과 상한선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시장을 통제할 수 있을까.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아파트가 정부미(米)냐”며 “허무맹랑하다”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또 부동산감독원을 설치해 주택 거래의 불공정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요컨대 부동산을 수요와 공급의 대상이 아니라 통제의 대상으로 보겠다는 반시장주의적 발상이다.
여권에서 이 지사와 선두 경쟁을 벌이는 이낙연 전 총리는 위헌 판결까지 받은 택지소유상한법·개발이익환수법·종합부동산세법 등 토지공개념 3법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택지상한법이 실현되면 개인의 택지는 서울과 광역시에선 1320㎡(400평)까지만 허용된다. 이 역시 북한을 빼면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반시장적 발상이다. 두 여권 선두주자의 공약은 중국보다 규제가 심한 것이다. 최근 집값 급등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은 집값 상승 억제를 위해 고육지책으로 매매 가격의 상한가 통제에 나섰지만, 거래 자체는 시장에 맡기고 있다.
여권 주자들의 발상은 전체주의 국가를 능가하고 있다. 반시장적 정책 경쟁을 지켜보는 국민은 절망할 수밖에 없다. 지난 4년간 온갖 반시장 규제가 집값에 기름을 부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정책은 집값 불안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집값 안정은 요원하다. 현 정부에서 공급을 틀어막은 여파로 2017년까지 평균 9만 채가 넘던 서울 민간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2018년 6만 채, 2019년 5만6000채로 반토막이 나면서다. 인허가 물량은 2~3년 뒤 분양 물량으로 시장에 나온다. 결국 내년까지 분양 물량이 줄어들게 돼 있다.
서울 집값이 치솟자 탈서울이 가속화하면서 경기도 고양·김포·의정부·남양주 집값은 지난 1년간 40% 이상 급등했다. 문 정부의 부동산 실패를 얘기하면서도 더 센 규제로 집값을 잡겠다는 여권 주자들의 발상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죽비를 맞았다”면서 공급을 늘리라고 한 문 대통령의 소회가 들리지 않는가. 이미 실패한 정책을 더 강화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바란다는 건 오판이 아닐 수 없다.
중앙일보 사설
07월 08일 文 자화자찬과 ‘돈 뿌리기’ 집착이 자초한 4차 대유행
코로나19 창궐에는 아직 인간의 힘으로, 특히 정부 대책만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번번이 문재인 정부의 판단·대응 실패가 재앙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부터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신규 확진자가 8일 0시 기준으로 1275명에 이르며 하루 기준으로 최고를 기록하는 등 4차 대유행이 본격화했다. 전문가들은 한 달 전부터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입과 백신 접종 공백기를 이유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런데 정부는 역주행했다. 정부는 최근까지 “국내 검출 변이 중 델타는 10% 정도밖에 되지 않아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소비 쿠폰 등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전방위적 내수 보강 대책을 세워 추진하라”고 했다. 8월 휴가철을 앞두고 광복절 등 대체 공휴일 법안까지 밀어붙였다.
그러던 문 대통령은 7일 특단의 대책과 무관용 원칙을 거론했다. 책임 회피성 뒷북 지시다. 민노총 대규모 집회에 대해서도 지난해 보수 성향 단체 집회 때와는 달리 엄단 시늉만 했다. 더 한심한 사실은, 방역 비상을 말하면서 소비 진작을 핑계로 예산을 무제한 뿌린다는 점이다. 김부겸 총리는 8일 국회에서 33조 원 규모의, 올 들어 두 번째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제안 연설을 했다. 하루 전엔 “가장 강력한 단계까지 조치”를 경고하더니, 오늘은 카드 캐시백을 시작으로 소비 쿠폰, 국민지원금 시행 계획을 내놨다. 강력한 사회적 멈춤을 호소하면서 국민 휴가비까지 뿌리겠다니 갈팡질팡도 넘어 제정신인지 의문이다.
근본 원인은 방역을 정치화한 데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최근 방역 상황이 서서히 안정화되고 있다”고 한 지 이틀 뒤에 3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엔 “터널 끝이 보인다”고 했다가 사흘 뒤 “비상상황”이라고 했다. 이러니 대통령이 낙관론 펼 때가 조심할 때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나아가 문 대통령이 실상을 잘못 파악하고 있을 수도 있다. 백신 접종률로 보면 세계 80위권인데, 접종자 수를 내세우는 등 꼼수도 부린다. “백신은 급하지 않다”는 식의 친정부 발언을 해온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에게 청와대 방역관 자리를 맡긴 데 따른 업보일 수도 있다.
문화일보 사설
07.09 신규확진 1316명, 또 최고치…월요일부터 6시 통금 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날 지난 3차 대유행의 정점이었던 1240명(지난해 12월25일)을 뛰어 넘더니 하루 만에 이 기록을 또 갱신했다. 7월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정부는 12일부터 수도권에 2주간 새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한다.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316명 발생했다. 이 중 국내 발생은 1236명이다. 해외유입 감염사례는 80명이다. 이날 신규 환자는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확인된 이후 역대 최고치다. 전날(9일 0시 기준) 발표된 종전 최고치 1275명을 훌쩍 넘었다.
/8일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 설치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신규 환자 963명
국내 발생환자는 여전히 수도권 중심으로 환자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495명)·인천(72명)·경기(396명)으로 전체 국내 발생의 77.9%를 차지했다. 그외 부산(53명)·대구(16명)·광주(3명)·대전(28명)·울산(16명)·세종(1명)·강원(23명)·충북(13명)·충남(51명)· 전북(8명)·전남(5명)·경북(9명)·경남(17명)·제주(30명) 등 전국 17개 시·도 모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국내 발생환자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소폭 상승했다.
4차 유행 진입을 공식화한 방역 당국은 이런 추세라면 2주 뒤에는 하루 확진자가 214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중대본은 12일부터 2주간 수도권에 새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키로 했다. 4단계 적용 기준은 수도권에서 하루 신규 환자가 일주일 평균 1000명 이상씩 사흘 연속 발생할 때다. 현재는 기존 거리두기 2단계다.
4단계+α(알파) 조치
서울·인천·경기 수도권에 적용하게 될 4단계는 코로나19 최고 대응 단계다. 4단계의 경우 오후 6시 이전에는 4명까지 모일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2명까지만 사적 모임을 할 수 있다. 행사도 일절 금지된다. 결혼식·장례식은 친족만 49명까지 허용된다. 집회는 1인 시위만 가능하다. 종교행사는 모두 비대면으로 해야 한다.
중대본은 유흥시설 집합금지도 유지키로 했다. 원래 4단계에서는 유흥주점·단란주점과 같은 일부 유흥시설 영업이 오히려 완화된다. 현재는 집합금지 대상이라 문을 닫지만, 오후 10시까지 영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클럽(나이트 포함)·헌팅포차·감성주점만 집합금지 대상이다. 유흥시설 집합금지 유지조치는 강화된 4단계로 ‘+α(알파)’다. 백신 접종 인센티브도 보류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07.09 정부가 신호 잘못 줄 때마다 방역은 망가졌다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이틀 연속 1200명대를 기록하는 등 4차 대유행이 본격화했다. 8일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1275명에 이르러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대로 가면 확진자 수가 어디까지 늘어날지 가늠하기도 힘들 정도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8일 “현 수준이 유지되는 경우 7월 말 하루 확진자 수는 1400명, 상황 악화 시에는 2140명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정부가 또다시 방역 신호를 잘못 보내 방역 긴장감을 느슨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1차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자 정부는 과도한 자신감을 보이면서 각종 방역 조치 완화를 발표였다. 지난달 20일 7월부터 사적 모임 인원을 늘리고 다중이용시설 영업을 풀어주는 등 조치를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가올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고 ‘코로나 위험이 줄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정부가 상황 오판으로 코로나 방역을 망가뜨린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엔 문 대통령이 “정부 방역 역량을 믿어달라”며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취지로 얘기한 직후 확진자 수는 600명대에서 1000명대로 늘었다. 3차 대유행의 시작이었다. 지난해 2월엔 “코로나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하자 5일 후 ’31번 신천지 확진자'가 나오면서 1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정부가 코로나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면 곧바로 코로나 창궐로 이어지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방역 당국은 연일 20~30대 젊은 층과 자영업자 탓으로 돌리는 듯한 언행을 하고 있다. “방역 지침을 위반하면 무관용 원칙”이라고 하지만 지금 정부가 누구에게 ‘무관용' 운운하나.
결국은 백신 접종만이 대책이다. 그런데 지금 백신 보릿고개를 맞고 있다. 정부는 “3분기엔 8000만회분 공급으로 접종 속도감이 날 것”이라는 말만 하지 말고 조속한 시일 내에 백신 추가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가 뛰고 민간 역량까지 총동원하면 확보한 물량을 당겨서 받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조선일보 사설
07.10 ‘466명 폭증' 왜 놓쳤나…’수리모델 전문가‘ 기모란 미스터리
7일 확진자가 1200명을 돌파하면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사과가 이어지고 있다. 김부겸 총리가 7일 KBS 뉴스에 출연해 "어려운 상황을 맞게 돼서 국민에게 다시 한번 또 이렇게 힘든 상황을 안겨드리게 된 데 대해서 정말 정부 당국자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몇 차례 더 사과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사과 퍼레이드에 동참했다.
권 장관은 9일 4단계 격상 브리핑에서 "상반기 1500만 명 이상이 백신을 맞으면서 정부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모두가 방역 긴장감이 저하되고, 또한 변이 바이러스 급증이 확산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된다"라고 분석했다.
권 장관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조금 불편하다. "정부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긴장감이 저하되고"라는 부분이다. 긴장감 완화의 원산지는 'made in 정부'이다. 그동안 정부는 백신에 집중했다. 단기간에 접종률을 30%로 끌어올리면서 백신 도입 실패를 부분적으로 덮을 수 있었다. 50대의 모더나 접종 일정까지 나왔으니 '이제 안심해도 되는구나'라고 여겼다.
그러다 갑자기 비상 사이렌을 울렸다. 거리두기 2단계에서 4단계로 점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문화·예술·공연·체육·외식 등 6대 분야 소비 쿠폰·바우처, 축구·야구·농구 관람권, 영화 쿠폰 지급을 확정한 게 불과 열흘 전이고, 이달 1일 백신 1회 접종자 야외 노(no) 마스크를 시행한 지 일주일 가량 지났을 때다.
정부가 엑셀레이터를 마구 밟다가 순식간에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이 때문에 버스 안의 승객은 처참한 몰골이다. 창문에 부딪히거나 넘어져서 다치거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거나…. 여행 일정이나 가족 행사가 꼬인다. 학부모는 돌봄 공백을 메울 방도를 찾느라 아우성이다. 자식 면회가 중단되면서 요양병원 노인들의 우울증이 깊어간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민간 전문가와 합동으로 수학적 모델링을 이용하여 향후의 발생 전망을 추정해 보았습니다. 현 수준이 유지되면 7월 말 1400명에 도달할 수 있으며, 현 상황이 악화하면 2000여 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8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앞날을 이렇게 예측했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예측 기법 질문을 받자 "약간 상당히 수학적인 부분이어서, 당일 시간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폭로가 이루어지고, 또 감염되거나 격리되거나 사망 또는 회복되는 과정을 미분연립방정식으로 풀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수학적 모델링이 정교하지 않았고, 지금은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고 한다. 8일 브리핑에서 약 3주 후의 상황을 예측했다. 여기서 의문 하나. 그러면 7일 1200명대로 올라서기 3주 전에 모델링을 할 수 없었을까. 하루 확진자가 825명→794명→743명→711명→746명→1212명→1275명→1316명으로 가는 과정을 예측하지 못했을까.
국립암센터 기모란 교수는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 수시로 수리 모델링을 활용해 향후 확진자 추이를 예측해 정부에 경고했다. 그는 지금 방역을 총괄하는 청와대 방역기획관이다. 기 기획관은 뭘 했을까.
6일 확진자 746명이 7일 1212명으로 466명 뛰었다. 새 거리두기 1~4단계 중 3단계는 써보지도 못하고 2단계에서 4단계로 뛴 것도 모자라 ά(유흥주점 영업중단)까지 동원했다.
질병관리청이 수리 모델링을 제대로 해놓고, 강한 경고음을 내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다. 아니면 청와대나 중대본이 질병청의 경고음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07.10 자영업자들 “민노총 8000명은 놔두고 3명은 막나”
/ 9일 오전 대전 유성구 엑스포 과학공원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대전 신세계 사이언스콤플렉스 공사현장에서 공사장 근로자가 코로나19가 확진돼 공사현장 근로자 3천여명이 검사에 들어갔다. /신현종 기자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급증하면서 정부가 12일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최고 단계인 4단계로 올렸다. 9일 0시 기준 새 확진자는 1316명으로, 전날(1275명)에 이어 이틀 연속 최다 기록을 이어갔다. 방역 당국은 9일 “이번엔 과거 유행보다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당장 오늘도 어제보다 (확진자가) 증가하는 양상”이라고 했다.
정부가 내놓은 4단계 거리 두기 방안은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12일부터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이 불가능해졌다. 초유의 ‘사실상 6시 통금’이 현실화한 셈이다. 결혼식·장례식에도 8촌 이내 혈족과 4촌 이내 인척 등 친족만 참석 가능하다. 종교 활동도 비대면으로만 가능하다. 접종 완료자는 모임 인원에서 제외한 백신 인센티브도 사라졌다. 심지어 헬스장 러닝머신은 빨리 걷는 수준인 시속 6㎞ 이하로 작동해야 하고 줌바 에어로빅 음악은 120bpm으로 제한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사실상 영업 제한을 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자영업자들은 “지난주 민노총 8000명 집회도 했는데, 이제 와서 3명 모임까지 막느냐”고 분노한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국민의 이해를 얻을 만큼 정부가 할 일을 제대로 했느냐는 데는 도저히 고개를 끄덕거릴 수 없다.
이번 4차 대유행은 정부의 안이한 상황 판단에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 백신 부족 사태까지 겹치면서 발생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데도 정부는 6월의 일시적 백신 접종 성과에 취해 있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최근 잇따라 발표한 백신 인센티브 도입, 거리 두기 완화 예고, 소비 진작 정책 등은 ‘이제 코로나 사태가 거의 끝났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했다. 정부부터 긴장감이 풀어졌으니 전체적 경각심이 해이해지고 대규모 확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은 코로나 상황을 끝낼 수 있는 것은 백신 접종뿐이다. 그런데 지금 백신 보릿고개여서 맞고 싶어도 맞을 수가 없다. 한때 백신을 하루 85만여 명까지 접종했지만 요즘은 10만명 안팎에 그치고 있다. 확진자는 날로 늘어나는데 백신 접종 속도는 오히려 후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55~59세 연령층이 접종을 시작하는 26일까지는 백신 수급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니 할 말을 잊는다. 정부가 국민에게 고통을 요구하는 것 외에 제대로 하는 일이 뭐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7.10 거리두기 대폭 강화하며 ‘소비 진작 위로금’, 앞뒤 안 맞는 추경
코로나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내수 활성화 등을 주 목적으로 짜인 2차 추경 예산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방역과 거리 두기를 강화해야 할 상황에서 국민에게 돈을 쓰라며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오는 23일까지 국회 처리키로 한 2차 추경 33조원 중 소비 진작용 지출은 12조4000억원에 달한다. 국민위로금 1인당 25만원씩 총 10조4000억원, 신용카드 캐시백으로 1조1000억원, 영화·여행 등의 쿠폰과 상품권 6000억원, 저소득층 지원 3000억원 등이다. 거리 두기 등급을 4단계로 격상하면서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외식도 하고 여행도 가라며 돈을 뿌리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1200명대로 폭증한 다음 날인 지난 8일 기획재정부는 “스포츠·여행 등 5종의 쿠폰을 발행해 문화소비를 창출하겠다”며 이 같은 소비 진작책을 추경에 담겠다고 발표했다. 거리 두기 강화가 임박한 상황에서 정반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7 재·보선 전에 ‘국민 위로금'을 주겠다고 했고 민주당은 이를 받아 ‘국민 여름 휴가비’라며 2차 지원금을 추진했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80%가 아니라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자”며 현금 살포 대상을 늘릴 궁리만 한다.
거리 두기 강화의 최대 피해자는 자영업자·소상공인과 저소득 서민층이다. 추경도 이런 피해 계층 지원에 집중돼야 한다. 그런데 추경에 배정된 소상공인 지원법에 따른 손실 보상액은 고작 6000억원밖에 안 된다. 업체당 월 20만원꼴로, 코로나 직접 피해자가 아닌 일반 국민에게 25만원씩 지급되는 금액보다도 적다. 정권이 표 계산만 하니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조선일보 사설
07.10 코로나 신규 확진 1378명, 하루 최대치 또 경신… 서울 또 500명
10일 국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자가 1378명 발생했다. 또 다시 최다 일일 기록을 넘어선 것이며, 이틀 연속 1300명대 기록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전날 24시 기준으로 코로나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1320명, 국외 유입 사례는 58명이라고 밝혔다. 국내 확진자는 수도권에 집중됐다. 서울이 501명, 경기가 441명, 인천이 79명이었다.
이날까지 국내 코로나 확진자는 16만6722명이다. 사망자도 2명 늘어나서 누적 2038명으로 올랐다.
‘코로나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한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신규 확진자는 743명→711명→746명→1212명→1275명→1316명→1378명 상승 추세다. 하루 평균 약 1053명꼴이다.
정부는 오는 12일부터 수도권에 방역 최고 단계인 4단계 거리두기를 적용하기로 했다. 4단계가 시행되면 오후 6시 이후에는 2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가족이라도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다르다면 이 규정을 피해갈 수 없다. ‘인원 규정 열외' 등 그동안 백신 접종자에게 줬던 인센티브도 중단된다.
결혼식과 장례식에는 친족만 최대 49명까지 참석할 수 있으며, 학교수업은 오는 14일부터 원격수업으로 전환된다.
조선일보 장상진 기자
07.12 방역 완화 주도한 기모란, 밀려난 정은경
오늘(12일)부터 오후 6시 이후에는 3인 이상 모임이 전면 금지된다. 사실상 야간 통금 체제에 들어가는 준(準) 전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누적된 방역 및 백신 정책 실패가 급기야 국민 일상에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 셈이다.
네 단계 제안 뒤 청와대 실세 입성
빗나간 백신 조언, 방역 완화 주장
국민 신뢰 쌓은 정 청장 입지 밀려
초유의 4단계 초래한 책임 물어야
지난해 1월 20일 코로나19가 처음 국내에 상륙한 이래로 누적된 고통도 헤아리기 어려운데 오늘 밤부터는 그동안 경험 못 한 고통에 직면할 것이다. 기존 다섯 단계를 네 단계로 축소한 새 거리두기 기준으로 보더라도 3단계를 뛰어넘는 충격적 4단계 조치가 시행된다. 단순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인간관계의 사실상 단절이 초래될 수 있다. 정부는 '굵고 짧게' 2주일만 견뎌보자는데, 델타 변이까지 극성인 작금의 4차 대유행을 단기간에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해 2월 29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처음 도입됐고, 3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23일 수도권에 5인 이상 모임이 처음 금지됐다. 5인 모임 금지의 충격도 작지는 않았다. '독수리 5형제'는 최근까지 생이별해야 했고, 5형제 중에 1명이 빠진 '4인방 시대'도 이제 끝이다.
우리의 일상에 비상계엄 같은 충격이 닥쳐온 것은 무엇이 잘못됐기 때문일까. 문재인 정부는 "20·30세대는 모임을 자제하라"고 젊은 층을 겨냥했지만, 전체주의 논란을 빚은 방역 조치에 따른 고통을 묵묵히 감내해온 국민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이 온당한가. 수시로 K-방역을 자화자찬하기에 급급했던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 아닌가. 대형 참사 발생 전에 크고 작은 신호가 울린다는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번에 사실상 야간 통금 사태를 초래한 요인은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방역에 대한 총체적 경각심이 떨어진 것이 가장 근본적 문제다. 백신은 만병통치약이 아닌데도 방역은 뒤로 밀렸다. 정부는 백신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무마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 예외, 2주 자가 격리조치 면제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계속 내놨다.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지만, 코로나 종식 때까지는 방역과 백신의 투트랙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본을 관철하지 못했다.
'코드 인사'도 결정적 패착으로 지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16일 없던 자리를 신설해 기모란(56·여) 국립암센터 교수를 청와대 방역기획관에 발탁했다. 당시 야당은 방역사령관으로 국민 신뢰를 쌓아온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제쳐 두고
옥상옥을 만들었다며 "정권 입맛에 맞는 코드 인사를 철회하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기 기획관의 부친(기세춘)은 대한민국 체제 전복과 공산정권 수립을 기도한 지하조직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옥살이했고 『주체사상 노트』를 쓴 장본인이다. 그의 남편(이재영)은 더불어민주당 인재 영입 케이스로 지난해 4·15 총선에서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갑 선거구에 공천됐던 특별한 인연이 있다.
부친과 남편의 정치 성향과는 별개로 기 기획관이 쏟아낸 언행은 전문가의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스라엘·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들이 백신 확보 경쟁에 집중할 시점에 그는 “한국은 환자 발생 수준으로 보았을 때 (백신 구입이) 급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의 엇박자 조언 때문인지 문 정부의 백신 전략은 참담한 실패를 경험했다.
더 큰 문제는 방역 완화를 사실상 그가 기획하고 주도했다는 점이다. 국립암센터 교수 시절이던 지난 2월 9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주최 토론회에서 그는 기존 거리두기 다섯 단계를 네 단계로 줄이고 '4단계에서 3인 이상 모임 금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 안을 토대로 3월 4일 생활방역위원회를 열었고, 이후 일부 수정을 거쳐 6월 20일 정부는 7월 1일부터 대폭 완화한 거리두기 개편 강행을 천명했다. 결국 기 기획관의 당초 제안이 대부분 관철됐고, 정 청장이 델타 변이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수도권의 방역을 오히려 강화하자고 외쳤지만, 목소리는 밀렸다.
집요한 방역 완화 추진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K-방역을 자화자찬했고, 홍남기 경제 부총리는 소비 쿠폰을 독려했다. 4차 대유행이 다가오던 지난 3일 민주노총이 서울 도심에서 80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불법 집회를 강행했지만, 청와대는 아무런 사전 경고조차 하지 않았다.
급기야 국민의 자유를 전례 없이 통제하는 4단계+알파라는 초유의 비상사태를 초래한 데 대해 정 청장과 김부겸 총리는 사과했지만, 기 기획관과 대통령은 정작 아무 말이 없다. 참담한 정책 실패를 기억하고 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장세정 논설위원
07.12 “완화”한다더니 “초강도” 방역 급선회, 대혼란 책임자 누군가
/휴일인 11일 오후 대전 유성구 엑스포과학공원 내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1천324명으로 사흘째 1천300명대를 기록했다. 이중 지역 발생이 1천280명, 해외유입이 44명으로 집계됐다. /신현종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무서운 기세로 늘고 있다. 11일 0시 기준 확진자 수는 1324명 늘어 사흘 연속 1300명대를 기록했다. 토요일 기준으로는 역대 최다 숫자다. 그만큼 확산세가 거침없다는 얘기다. 내일·모레는 또 어떤 신기록을 마주할지 겁나는 현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12일부터 2주일간 수도권에서는 최고 수준의 방역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오후 6시 이후에는 사적 모임을 2명까지만 허용하는 등 시민의 기본권을 극도로 제한하는 조치다. 심지어 결혼식·장례식에도 8촌 이내의 혈족과 4촌 이내의 인척 등 친족만 참석 가능하다. 지난 1년 반 동안 정부의 방역 수칙을 성실히 따르며 고통과 큰 불편을 감내해온 국민 입장에서는 허탈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우선은 정부 지침대로 대인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적절한 환기 등을 통해 4차 대유행 기세를 꺾어놓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분명히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지난달부터 정부가 잇따라 발표한 백신 인센티브 도입, 거리 두기 완화 예고, 소비 진작 정책 등은 ‘이제 코로나 사태가 거의 끝났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했다.
정부가 7월부터 5인 모임 제한을 푼다고 발표한 것이 6월 27일이었다. 그때부터 확진자가 급증하더니 지난 9일 수도권에선 저녁 6시 이후 3인도 만나면 안 된다는 극단적인 조치가 발표됐다. 방역 고삐를 풀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신호를 보낸 지 열흘 남짓 만에 정반대 방향으로 급회전을 한 셈이다. 방역 당국을 믿었던 국민은 덜컹대는 차 속에서 이리저리 부대끼는 기분이다. 이 어이없는 사태에 국민들은 어리둥절해하고 있고 심지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누군가는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고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청와대 기모란 방역기획관은 임명 당시에도 “백신 구입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반복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청와대는 “최고의 방역 전문가”라며 임명을 강행했다. 현행 4단계 거리 두기 방안은 기 기획관이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인 지난 3월 마련한 방안을 부분 수정해 시행하는 것이다. 그의 상황 판단이 이번 사태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의사 출신인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지난 4월 기소됐지만 청와대는 “코로나 방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 실장을 교체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그토록 자랑하며 지휘봉을 맡겼던 방역 사령탑에 왜 구멍이 생긴 것인지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7.12 안철수 “대통령의 저주... K방역 자랑 했다하면 대유행”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12일 “이번 (코로나) 4차 대확산을 두고 많은 분이 ‘대통령의 저주’라고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월드컵 때마다 ‘펠레의 저주’라는 징크스가 있었다. 펠레의 예언은 언제나 반대로 이뤄져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4차례의 대유행 직전에는 반드시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19 종식 예언이나 K방역 자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한 달만 4단계 거리두기를 실시하면 월 13조 원 정도의 GDP(국내총생산)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 정도면 손실 수준이 아니라 대참사다. 이런 참사를 냈으면 문 대통령이 먼저 직접 사과하는 것이 우선 아니겠습니까?”라고 했다.
지난 4월 ‘방역 사령탑’으로 임명된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에 대해선 “하는 일이 무엇인가. 쓸데없이 국민 세금이나 축내는 옥상옥 불법 건물인 청와대 방역기획관 자리는 당장 철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방역에 대해 “국민의 인내와 고통, 그리고 공공연한 사생활 침해를 담보로만 존재할 수 있는 ‘국민 희생 방역’”이라며 “정치 방역이 아닌 과학 방역, 억압적 방역이 아닌 국민공감 방역, 탁상 방역이 아닌 현장 방역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주형식 기자
07월 12일 방역 실패에 지침도 뒤죽박죽…당장 합리적으로 바꾸라
코로나19 방역의 참담한 실패로 제4차 대유행까지 자초한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의 4단계 세부 지침마저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였다. 수도권에 12일부터 적용된 지침은 뒤죽박죽이면서, 불합리하고 비현실적이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하다. 샤워도 그렇다. 마스크를 쓰기 어려운 수영장은 허용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운동하는 헬스장 등 실내 체육시설은 금지했다. 과학적 근거 없이 현실과도 동떨어진 규제를 주먹구구식으로 쏟아낸 결과다.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의 속도 제한 ‘시속 6㎞ 이하’도 개인별 편차를 무시한 비과학적 기준이다. 스피닝·에어로빅·줌바 등 노래에 맞춰 그룹 운동을 할 때 트는 음악의 ‘100∼120bpm 유지’도 그런 예다. 적당히 빠른 노래는 되고, 더 빠른 노래는 안 된다는 식이다. 업소 측이 음악마다 일일이 정밀하게 속도를 측정해 결정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심지어 택시 탑승도 ‘오후 6시 이후 사적 모임은 2명으로 제한’에 해당하게 했다. 대중교통 중에서 버스와 전철은 만원(滿員)이어도 코로나가 비켜 가고, 택시만 확산 통로라고 우기는 셈이다. 4명이 함께 음식을 먹거나 골프를 하다가도 오후 6시가 되면, 2명만 계속하고 나머지는 중단·귀가하라는 것도 웃지 못할 코미디다.
결혼식 참석 인원의 ‘49명 이하로 친족(親族)에 한정’에 대해, 청와대 게시판에는 “결혼식장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도 아닌데, 예비부부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나. 100명만 돼도 더 바랄 게 없다. 얼토당토않은 정책을 철회해 달라’는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촛불시위나 차량시위, 정 안 되면 1인 시위라도 할 예정”이라고 한 배경이다. 문 정부는 지침이나마 당장 합리적으로 바꾸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문화일보 사설
07.13 수사도 조사도 열흘째 제자리, 한국서 코로나는 민노총만 피해간다
/지난 7월 3일 오후 서울 종로3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하며 도로를 점거한 채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오종찬 기자
민노총이 코로나 비상 상황에서 도심 불법 집회를 강행한 지 열흘이 됐다. 그동안 전국의 하루 확진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4단계 비상 방역 조치로 자영업자들은 최악의 생존 위기에 몰렸다. 그럼에도 경찰은 민노총 불법 집회 책임자를 소환조차 하지 않았다. 집회 참가자 동선(動線)도 파악하지 않았다. 방역 당국은 조사도 없이 집회와 감염의 연관성을 부정하고 있다.
작년 8월 15일 광복절 집회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 방역 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며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살인자”라고 했다. 정부는 집회 주최자를 고발하고 긴급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경찰은 서울 광화문 일대 휴대전화 통신 정보와 방범카메라 영상을 확보해 집회 참가자들을 찾아냈다. 방역 당국은 이들을 ‘코로나 숙주’로 취급해 전수 검사를 실시했다. 압수수색도 했다. 주동자들을 구속하고 재판에 넘겼다. 방역 당국은 광복절 집회 관련 확진자는 물론 사망자까지 따로 집계하고 발표했다. 2차 코로나 대유행이 이들 때문인 것처럼 몰아갔다.
이번에는 딴판이다. 경찰은 “민노총 집회 주동자가 출석에 불응해 2차 출석 요구를 한 상태”라고 했다. 작년 광복절 집회 때는 3일 만에 긴급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6일 만에 강제 수사에 들어갔다. 이번엔 감염 확산이 느려서 정부가 이렇게 느린가. 작년 2차 대유행 당시 일일 최대 확진자는 441명이었다. 이번엔 1378명까지 치솟았다. 규모도 훨씬 크고, 확산도 훨씬 빠르다. 민노총 집회 직후 문 대통령은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예상대로 말뿐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빈말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
시위대 8000명이 서울 도심에 모여 1시간 50분 동안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면서 1.2㎞를 행진했다. 방역 당국이 손을 놓을 정도로 이 집회가 문제없다면 정부는 왜 3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고 운동시설 걸음 속도까지 규제하는가. 8000명 집회는 문제없었다면서 결혼식, 장례식에는 왜 못 가게 하나. 한국에서 코로나는 민노총만 피해 간다.
조선일보 사설
07월 13일 文 “짧고 굵게” “모두의 책임” 방역 리더십 파탄 말해준다
55∼59세 국민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예약 중단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민낯을 보여주는 한 단면일 뿐이다. 지난 1년 반 동안 문 정부는 K-방역 등 온갖 자화자찬과 이벤트로 분칠해 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도달해 동시다발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 멈춤, 오후 6시 통금으로도 불리는 ‘수도권 4단계 거리두기’ 조치를 국민에게 감내토록 하면서도 정작 정부는 무능의 극치를 보여준다. 정점에 문 대통령이 있다. 12일 수도권 방역특별점검회의에서 한 발언만 봐도 리더십 파탄 수준이다.
첫째, 문 대통령은 “짧고 굵게 상황을 조기에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식당과 헬스장 등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거리두기 지침에도 황당한 것들이 많아 분노가 분출하는 데 따른 발언이었다. 그러나 거짓말이다. 문 대통령의 ‘짧고 굵게’는 12일부터 25일까지 2주일 버티면 해결된다는 의미이지만, 이를 위해 필수적인 백신은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둘째, 책임 전가도 가관이다. 문 대통령은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를 앞에 두고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했다. 백신 확보 실패와 비현실적 4단계 지침 등은 모두 정부 책임이다. 설혹 다른 사람 책임이 일부 있더라도 지도자는 그렇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다. 반대로 문 대통령은 호전 기미가 보이면 “터널의 끝” “성공한 방역 모범 국가” 등 생색을 내고 호들갑을 떨었다. 공교롭게도 그때마다 위기가 덮친 것은 그런 행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정부가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도 최종적으로 문 대통령 책임이다. 수백만 명의 동시 접속이 예상되는데도 시스템 개선을 하지 않아 사이트가 마비되는 바람에 애꿎은 국민만 새벽잠을 설쳤다. 자정부터 백신 예약을 신청하게 하는 것부터 행정 편의주의다. 유사한 정부 사이트 마비 사태는 최근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민간에서는 외부 클라우드를 이용해 대비한다. 의료 현장에서는 주사기, 진단키트, 선별진료소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이런데도 “백신 서두를 필요 없다”고 했던 기모란 방역기획관을 감싼다. 이쯤 되면 대통령이 최대의 방역 리스크다.
문화일보 사설
07.14 백신은 예약 중단 사태, 文은 ‘잘되면 내 탓, 안 되면 모두의 탓’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방역에 실패하거나 방역 때문에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 회의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참석했다.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은 흔히 누구의 책임도 아닌 것으로 된다. 특히 누군가 “모두의 책임”을 말할 때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책망하는 뜻을 담는 경우가 많다.
지금 이 상황에서 책임이 가장 큰 사람은 두말할 것도 없이 문 대통령이다. 현재 국정의 가장 큰 문제가 코로나 사태이고 대통령이 국정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방역의 중대 고비마다 정반대의 엉뚱한 말로 커다란 혼선을 초래한 장본인이다.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했을 때는 나라가 터널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번에도 정부가 거리 두기를 풀듯이 하면서 사회의 경각심을 이완시킨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시중에는 ‘대통령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내가 모든 책임을 질 테니 모두 최선을 다해 달라'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문 대통령은 이런 태도를 취한 적이 한번도 없다.
문 대통령은 어느 때에는 “한국이 가장 성공한 방역 모범국이 됐다” “K 방역이 국격을 높이고 있다” “방역과 경제 모두에서 세계가 찬사” 등 자신의 국정 성과라는 식으로 홍보를 거듭했다. 그러다 상황이 안 좋게 바뀌면 “모두의 책임”이라고 한다. 작년 말 백신이 턱없이 부족하게 되자 “그동안 백신 확보를 여러 차례 지시했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참모들을 질책했다. 그러다 백신 상황이 좀 풀리자 청와대는 모든 공이 대통령에게 있는 양 홍보했다. 코로나 문제 외에도 부동산 등 국정 실패는 거의 모두 전 정권 탓을 했다.
문 대통령이 “모두의 책임”이라고 한 날, 모더나 백신 예약이 반나절 만에 중단됐다. 백신이 태부족한데 예약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접속을 시도하던 수많은 국민이 분통을 터뜨렸다. 이 모더나 백신은 문 대통령이 공급을 2분기로 앞당겼다고 자랑했던 것이다. 그런데 2분기가 지났는데 왜 백신이 모자라는지 청와대는 설명도 않고 있다. 이것은 누구 탓이라고 할 건가.
조선일보 사설
07.15 엉성한 방역·백신 대처로 4차 대유행 빨리 끝내겠나
/코로나19 4차 대유행은 정부의 섣부른 방역 완화 신호 발신과 백신 접종자 인센티브 남발 등으로 초래됐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중앙포토]
어제 청와대 행정관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청와대까지 방역망이 뚫렸다. 그제는 하루 1615명이 감염돼 신규 확진자가 거의 매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확산 기세를 좀처럼 꺾지 못해 이런 속도로 계속 간다면 조만간 하루 2000명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우려된다.
지역별로 거리두기 제각각 풍선효과 우려
주먹구구 백신 예약, 혼선 다시 없게 해야
특히 감염 속도가 2~3배 빠른 델타 변이 건수가 신규 확진자의 23%를 넘어 8월에는 우세종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주일간 4단계 방역 조치를 가동해 짧고 굵게 끝내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지 의구심이 든다.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라는 조치를 빼면 새로 도입한 네 단계 거리두기의 4단계는 백신 접종 확대를 전제로 방역을 대폭 완화했기 때문에 예전 다섯 단계 거리두기의 5단계보다 방역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제안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확정해 지난 1일부터 도입한 완화된 네 단계 거리두기로 확산 차단이 어려울 경우 선제적으로 특별 추가 조치를 내놔야 할 수도 있다.
정부는 어제 세종·전북·전남·경북을 뺀 나머지 광역 행정 단위에 대해 15일부터 거리두기를 2단계로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은 4단계, 세종·전북·전남·경북은 1단계, 나머지 시·도는 2단계로 거리두기가 제각각이 된다. 지역 간 이동을 막는 봉쇄(lock down)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여름 휴가철 및 학생들의 방학과 겹쳐 4차 대유행 조기 차단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풍선효과를 최소화하려면 수도권과 지방의 거리두기 단계 차이를 줄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경청해야 한다.
지난 12일 50대 국민의 백신 접종 예약이 중단된 데 대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어제 고개 숙여 사과했다. 다행히 질병청은 지난 12일 예약하지 못한 55∼59세 연령층에 대해 어제부터 24일까지 사전예약을 재개했다. 그러나 19일부터 하려던 50∼54세 접종 대상자는 연령 구간을 둘로 나눠 분산 예약하도록 하고, 접종을 1주일 연기했다. 확보된 백신 물량이 빠듯한 상황에서 신청자가 일시에 몰리는 사태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백신 행정이 아직도 우왕좌왕하니 접종 속도가 일본에 추월당하는 것 아닌가.
거리두기 개편안과 백신 인센티브를 발표하면서 완화된 메시지를 내보내는 바람에 4차 대유행을 초래했다고 정은경 청장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정부의 실책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컨트롤타워로서 책임지려 하기보다 “방역에 실패하면 모두의 책임”이라며 물타기에 급급하다. “중대한 재난의 경우 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할 근거가 없다”고 했던 문 대통령의 2017년 7월 발언을 국민은 기억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려는 적극적 자세가 아쉽다.
중앙일보 사설
07.15 거짓말과 오판이 부른 코로나 대유행
정치 방역에 짓눌린 과학 방역
수도권에 엄중한 4단계 거리두기가 진행 중이다. 봉쇄(록 다운)를 제외하고는 가장 가혹한 통제다. 그럼에도 어제 하루 확진자가 1615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델타 변이에 대한 안이한 판단이 낳은 재앙이다. 유일한 대책은 백신이다. 하지만 “충분한 백신이 확보돼 있다”던 정부의 장담은 거짓말이 돼 버렸다. 하루 100만 명 이상 백신을 접종하는 인프라를 갖추고도 하루 10만 명도 못 맞히고 있다. 백신이 떨어진 것이다.
최악의 코로나 4차 대유행 속에 앞으로도 보름 이상 끔찍한 백신 가뭄이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짧고 굵게”를 약속했지만 질병관리청이 내놓은 시나리오는 훨씬 음울하다. “7월 말 1400명, 8월 중순엔 확진자가 2331명까지 늘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하지만 이 최악의 시나리오마저 이틀 만에 깨져 버렸다. 정부는 델타 변이의 놀라운 확산에 자칫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당황해하는 눈치다. 위험한 여름 “얇고 긴”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고 있다.
정은경과 방대본이 맞았고
청와대·중대본은 틀렸다
과학 방역에 집중 안 하면
속수무책 록 다운 갈 수도
과학과 정치가 엇갈린 변곡점
/끝이 안 보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대기줄. 델타 변이에 대한 오판과 백신 확보 실패가 4차 대유행을 초래했다. [뉴시스]
지난달 24일은 중요한 시기였다. 총리가 본부장인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본부장인 방대본(중앙방역대책본부)은 서로 엇갈린 입장을 내놓았다.
“국내의 코로나 통제 상태는 안정적이다. 델타 변이 비중도 10%가 안 돼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자영업·소상공인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중대본은 거리두기 완화를 계속 연기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은경 청장은 “델타 변이 확산이 우려된다. 1차 백신 접종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 수도권은 방역 조치를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거리두기 완화는 시기상조이며 아직은 고삐를 죄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누가 옳았는지 판가름나는 데는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확진자가 갑자기 790명을 웃돌기 시작한 것이다. 방대본의 과학적인 예측이 현실로 나타났다. 코로나 4차 대유행을 경고한 김우주·천은미 교수 등 민간 전문가들의 경고도 들어맞았다. 이에 비해 중대본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왜 그랬을까. 그 직전 문 대통령의 K방역 자화자찬이 한몫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유럽 순방에서 돌아온 대통령은 6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세계적인 방역 모범국가로서 K방역은 국제적 표준이 됐다”고 자랑했다. 대통령은 “소비 쿠폰 등 전방위적인 내수보강책을 추진하라”고까지 지시했다. 이런 분위기에 누구도 반기를 들기 힘들었다. 정치 방역에 과학 방역이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오히려 중대본은 방대본의 경고와 정반대로 갔다. 백신 접종자의 해외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을 예고하고 수도권에는 8인 모임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정치 방역의 결과는 참혹했다. 6월 30일 중대본은 오전에 거리두기 완화를 발표했다가 반나절 만에 이를 취소했다. 열흘 뒤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하면서 수도권에 4단계 비상령을 내렸다.
“문 대통령의 저주”라는 안철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코로나 대유행을 ‘대통령의 저주’라고 비난했다. 험악한 표현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부정하기도 어렵다. “코로나가 유행하기 직전마다 문 대통령의 코로나19 종식 예언이나 K방역 자랑이 있었다”는 비판이 일정 부분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1차 유행 때의 일이다. 의사협회 등은 중국인 입국을 막아 감염원을 차단하라고 건의했으나 대통령은 “정부를 믿고 과도한 불안은 자제해 달라”고 했다.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2월 13일)이라는 낙관론도 폈다. 하지만 닷새 뒤 신천지교회 사태가 터졌다. 청와대에 영화 ‘기생충’ 팀을 불러 짜파구리를 먹으며 파안대소를 한 날에는 코로나 첫 사망자가 나왔다.
2차 유행의 지난해 8월도 마찬가지다. 광복절을 사흘 연휴로 만들고 상품권 살포와 함께 여행 장려 캠페인을 벌였다. 문 대통령은 8월 11일 “우리는 봉쇄 없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방역 모범국이 됐다”고 자랑했다. 공교롭게 사흘 뒤부터 확진자가 급속히 늘기 시작했다. 때마침 안성맞춤의 희생양이 등장했다. 보수 진영의 광복절 광화문 집회였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들을 “살인자”로 몰며 책임을 떠넘겼다.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도 국회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방역의 공든 탑에 흠이 생겼습니다. 8·15 광화문 집회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됐습니다. 방역을 조롱하고 거부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3차 대유행 때도 닮은꼴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9일 “드디어 백신과 치료제로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낙관했다. 하지만 사흘 뒤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고 곧 들어온다던 백신은 감감무소식이었다. 병상 부족으로 희생자가 늘기 시작했다. “백신은 안전성이 입증된 이후에 구입해도 늦지 않다”던 정부를 향해 민심의 역풍이 불었다. 청와대 홍보실은 궁색한 해명을 냈다. “지난가을부터 대통령이 빚을 내서라도 백신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는데 실무진들의 ‘잘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만 올라왔다”는 면피성 보도자료를 돌렸다.
2030 마녀사냥? 진짜 범인은 백신 가뭄
이번 4차 대유행은 더 이상 핑계 댈 게 없다. 정치 방역의 밑천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특히 현 정부 핵심 지지기반인 민주노총의 지난 3일 불법 집회가 결정적이었다. 서울 도심에서 8000명이 집회를 열었지만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1차 때의 신천지, 2차 유행 때 보수진영을 향한 살벌한 마녀사냥과 완전 딴판이었다. 뒤늦게 대통령이 “방역조치 위반에 무관용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그것도 민주노총이라는 주어를 빼버린 상태였다.
최근 정부가 은근슬쩍 화살을 돌리는 것은 2030세대다. 젊은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전파력이 2.7배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우점종이 되는 상황에서 진짜 문제는 백신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변이든 뭐든 백신 접종을 빠르게 마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K방역의 핵심은 성숙한 시민의식”이라는 낡은 레코드판을 돌리고 있다. 백신 조기 확보에 실패한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모더나 CEO와 통화해 2분기부터 2000만 명분을 공급받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도착한 모더나는 채 2%가 안 된다. 정부는 “올해 총 1억 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밝혔으나 1차 접종률은 30%, 2차 접종률 11%에서 게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내건 “4000만 명 백신 확보”라는 현수막이 여전히 우스갯거리로 소환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백신이 정치적 선전물로 변질된 것이다.
백신 부족은 이달 말을 넘겨야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7월 말~8월 초 1000만 회분이 도착할 예정이다. 그때까지 자영업자들과 서민의 아우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보름 동안 가혹한 4단계 거리두기에다 사상 최악의 백신 가뭄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그나마 고령자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진행돼 중증 비율과 치명률이 1~3차 유행보다 줄어든 것은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짧고 굵게? 오히려 ‘봉쇄’ 우려
1~4차 대유행의 공통분모는 청와대가 낙관론을 주도한 것이다. 중대본이 그 눈치를 살피면서 거리두기 완화 등을 입안하면 청와대가 최종 승인하고, 어김없이 위기가 찾아왔다. 그리고 나면 질병청이 뒷수습에 나서 간신히 봉합했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자영업자들이 희생되고 의료진들은 영혼까지 갈아 넣어야 했다.
최근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경향신문 보도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역학 조사 같은 실무는 질병청에서 하고 정책 결정은 다른 곳에서 내린다. 중앙정부에서 질병청이 컨트롤 타워가 아닌 것 같다.” 올해 초 “백신 접종과 관련해 질병청장이 전권을 갖고 전 부처를 지휘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와 딴판인 것이다.
보수 야당은 이번 4차 대유행을 놓고 기모란 청와대 방역 기획관을 정밀 타격하고 있다. 정은경 청장 등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청와대 주도의 정치 방역이 반복되는 배경에 그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 결과 이번에도 민간 감염병 전문가들과 청와대의 진단은 엇갈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2주간 짧고 굵게”를 약속했지만 김우주·정재훈·천은미 교수 등은 악몽의 여름을 점치고 있다.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에다 휴가철 전국적인 풍선 효과 때문이다. 이들은 “신규 확진자가 2000명을 넘으면 수도권은 록 다운(봉쇄)에 들어가고 전국적으로도 4단계 거리두기에 준하는 극약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과학적이어야 할 방역이 정치적으로 오염되면서 혹독한 후과를 초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07월 15일 또 백신 혼란에 접종도 줄줄이 연기…‘文 방역’ 실상이다
“K방역은 세계적인 성공 모델”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워온 ‘문 정부 방역’의 실패 실상이 거듭 드러나고 있다. 하루 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사상 최다였던 14일에만 해도, 백신 혼란이 또 일어났다. 접종 일정도 줄줄이 연기됐다. “(확보한 백신 부족으로 15시간 30분 만에) 12일 중단됐던 55∼59세의 모더나 백신 접종 예약을 14일 오후 8시부터 재개한다”는 발표를 재개 12시간 전에 느닷없이 한 것부터 어이없다. 오죽하면 해당 시민이 “왜 이렇게 기습적으로 하느냐” 하고 분통을 터뜨렸겠는가.
예약 사이트 마비까지 문 정부는 반복했다. 접속 장애가 1시간이나 지속됐다.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며 사과한 것이 10시간 만에 공허해졌다. 접종 일정을 줄줄이 연기한 것도 문 정부 방역은 ‘아니면 말고’ 식인지를 묻게 한다. “12일 예약 못 한 167만 명은 예약 변경으로 빈자리가 생기면 (당초 예고대로) 8월 7일까지 접종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8월 9∼14일 가능하다”고 했다. 8월 9∼12일이던 50∼54세의 접종 일정도 1주일 뒤인 16∼25일로 연기했다. 8월에 시작할 40대 이하 접종도 9월이라야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백신 수급에 차질이 없다”고 계속 우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이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제약사들과의 ‘비밀 유지 협약’을 핑계로 백신 도입 차질을 숨기고 있다”고 지적하는 배경이다. 최선의 방역이 백신 접종인 것은 상식이다. 이제라도 문 정부는 국민에게 정직하기부터 해야 한다. 합리적 실질 방역에 더는 실기(失機)하지 않아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문화일보 사설
07월 15일 헌법도 과학도 무시한 ‘방역 독재’
김태규 변호사 前 부산지법 부장판사
강력한 감염 방지책 당연해도
의학적·절차적 정당성 갖춰야
계엄보다 더 쉽게 기본권 제한
주먹구구 대책에 ‘文데믹’ 분노
백신 보릿고개, 민노총엔 쩔쩔
독일선 ‘방역 위반 과태료’ 違憲
저녁 6시 이후에는 2명 이상 모이면 안 된다. 결혼식·장례식장은 친족만 참석할 수 있다. 예배나 미사는 비대면으로 해야 한다. 나이트클럽, 포장마차 등은 폐쇄한다. 개인의 방문지를 알 수 있도록 매번 신상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독재적 상황이다.
이런 독재가 우리 헌법에서도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대통령은 헌법 제77조 및 계엄법에 따라 국가비상사태에 계엄을 선포해 집회, 표현 및 종교의 자유 등을 제한할 수 있다. 독재적 권한을 사용하므로 대통령은 국회에 이를 통고해야 하고,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요구할 때는 해제해야 한다. 대통령이 독재적 권한을 남용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이런 계엄 없이 독재적 권한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예방조치다. 예방조치 중에서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은 감염병예방법 제49조 제1항 제2호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런 조항은 대개 그 세부 기준을 대통령령이나 부령으로 정하는데, 여기엔 그런 내용이 없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1단계부터 4단계까지의 거리두기 조치는 대통령령이나 부령(部令) 없이 질병관리청장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행정명령으로 설정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이들이 집합을 몇 명으로 제한할지, 어떤 장소로 제한할지, 얼마간 제한할지를 모두 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계엄보다 쉬운 요건으로 국민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고, 또 계엄은 국회가 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데 그런 제한조차 없다. 정부가 자의적으로 정할 위험이 있어, 그 입법 형식이나 내용이 위헌일 공산이 크다.
정부가 필요한 감염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그러나 모든 행정작용은 추구하는 목적에 적합해야 하고, 최소로 침해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하며, 공익과 사익 사이에 이익 비교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취해지는 방역 예방조치들을 보면 이런 원칙들을 따른다는 데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과학적으로 조사한 것인지,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부하를 제대로 고려한 것인지, 치사율에 대한 검토를 한 것인지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그런데도 집합 금지의 대상·인원·장소 등과 관련한 모든 예방조치가 가혹할 만큼 엄격하다. 그 알량한 K-방역도 결국은 국민의 가혹한 희생 위에서 겨우 쌓아 올린 것이다.
정부의 지난 1년 6개월 방역은 과학이나 의학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정치적 고려와 미숙한 판단으로 주먹구구로 이뤄졌다는 것을 이젠 많은 국민이 안다. 눈치를 보느라 중국인의 입국을 막지 못했다. 마스크 대란으로 한바탕 소동을 피웠다. 정권을 비판하는 시위를 하면 살인자라 불렀다. 차를 타고 있어도 감염 위험이 있다면서 시위를 단속했다. 민주노총은 8000명이 시위해도 쩔쩔맨다. 대구 탓, 신천지 탓, 교회 탓, 나이트클럽 탓, 결국에는 2030세대 탓까지 하면서 국민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었다.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화이자, 모더나 쪽에서 빨리 계약을 맺자고 하는 상황’이라며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이다가, 온 국민이 백신 보릿고개를 맞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대통령은 제대로 확보하지도 못한 백신을 북한에 나눠줄 방법을 걱정한다. 자영업자들은 말라 죽어가고, 젊은이들은 인생 황금기에 발목이 잡혀 있다. 마스크 벗고 축제하는 외신 기사를 보면 때론 부아가 치민다. ‘문(文)데믹’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도 정권은 방역을 정치로 보고 자신들의 공치사할 일 만들기에만 전념하는 모습이다. 이번에도 시민들의 양해 없이 4단계라는 정체 없는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국민 인내심의 바닥을 확인하려는 듯하다. 제발 국민을 지배의 객체가 아닌 기본권의 주체로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최근 독일 바이마르시 지방법원은 방역 위반을 이유로 부과된 과태료와 관련해 그 근거가 된 조례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일반적인 집합 금지는 심각한 인권침해다. 자유사회에서 사람들이 누구를 만날지 결정하는 것은 근본적인 자유 중 하나다. 시민이 자기 집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초대할지에 대해 원칙적으로 국가는 어떠한 규제도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그 위헌(違憲) 판결의 이유다.
문화일보
07.15 델타 변이 5월부터 경고, 전문가 무시한 정부가 禍 키웠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1600명을 넘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확진자 10명 중 3명, 변이 감염자 중에선 10명 중 7명이 델타 변이 감염자라고 한다. 델타 감염은 3주 연속 2배씩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등장한 변이 중 가장 빠르다. 4차 대유행의 중심인 수도권은 이미 델타 변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델타의 전파력이 기존의 2.7배에 달한다는 것은 인도에서 델타 변이가 처음 발견된 작년 말부터 나오던 얘기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가 델타 변이의 확산을 우려했고, 국내 전문가들은 “델타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전에 해외 검역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작년 코로나 발생 초기에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금지를 망설이다가 국내 확산을 막지 못한 실패를 반복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특히 델타 변이가 시작된 인도와 델타 감염이 확산된 국가의 입출국 검역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이 같은 경고를 무시했다. 델타 변이의 국내 유입이 처음 확인된 것은 4월 18일이다. 두 달 만에 델타 감염이 전체 변이 감염의 13%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방역 당국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했다. 전파력을 무시하고 낮은 감염률 수치만을 근거로 통제 범위에 있다고 본 것이다. 인도 입국자에 대해선 7일 시설 격리와 7일 자가 진단 격리만 실시했고, 델타 비중이 90%에 달한 영국과 러시아, 인도네시아 입국자에 대해선 자가 격리만 실시했다. 이 안이한 대처가 델타 변이 확산을 불렀을 가능성이 크다.
뒤늦게 델타 감염이 단 2주 만에 70%까지 치솟자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사후적으로 보면 방역을 더 강하게 관리했어야 한다는 판단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5월부터 전문가 경고를 무시해 사태를 악화시킨 정부가 이제는 무슨 말인지도 모를 이상한 말로 얼버무리고 있다.
영국에서 델타 확진자가 1만명대로 급증하고 국내에도 델타 변이가 퍼지고 있었을 지난달 말 정부는 성급하게 거리 두기를 완화할 듯한 태도를 취했다. 6월 백신 접종이 일시적으로 늘어나자 정부가 상황을 오판한 것이다. 이제는 백신 물량마저 바닥나면서 최소 이달 말까지 접종 예약이 중단되는 ‘백신 보릿고개’가 이어진다고 한다. 백신 수급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도 없다. 답답할 따름이다조
조선일보 사설
07.15 세월호·메르스 땐 “靑이 컨트롤 타워”라더니 코로나는 왜 아닌가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기모란 방역기획관은 컨트롤 타워 역할이 아니라 컨트롤 타워를 하는 각 정부의 기구들과 청와대 간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방역의 기획과 집행 이런 모든 것은 청와대가 위에 있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 코로나 4차 대유행과 관련해 ‘기모란 책임론’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책임질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중요 재난·재해의 컨트롤 타워는 청와대라고 수차례 못 박아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대통령과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 (노무현)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아 빈틈없는 방역을 했다. 그때 경험을 되살려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중심을 잡고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2017년 대선 때는 “청와대가 국가 재난에 대한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취임 직후에도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는 말도 있었는데 중대한 재난의 경우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할 도리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코로나 재확산이 심각해지자 컨트롤 타워는 청와대가 아니라 정부의 각 기구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파렴치한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기모란 기획관이 기존보다 완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안을 강행해 이번 4차 대유행을 불렀다는 지적에 정부는 “개편안은 지자체와 중앙 부처 등이 모여 집단 지성으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기 기획관과 청와대의 책임이 아니라 ‘집단 지성’의 책임으로 돌린 것이다. ‘집단 지성' 운운에 쓴웃음이 날 지경이다.
여객선 침몰 사고도 대통령 탓이라던 사람들이 막상 자신들이 정권을 잡자 국가적 역병 재난마저 제 책임이 아니라고 한다. 이럴 거면 청와대에 방역기획관이란 자리는 왜 신설했나. 그 자리에 방역 최고 전문가라고 할 수도 없는 사람을 앉힌 이유는 또 뭔가. 그가 통혁당 관련자의 딸이고 친정권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닌가. 이 사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감싸는 것을 보면 이들에겐 ‘책임'이란 말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조선일보 사설
07.15 자기 집에 들어가 살지 않은 죄
전세 안 올렸다가 더 나쁜 주인 돼
거주 이전 자유까지 막는 정책들
부작용 양산 후 폐지·사과도 없어
정부, 계속 조용히 있으면 좋겠다
서울 송파구에 25평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김모씨는 해외 근무 5년 동안 세 놓은 집 전세 보증금을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 ‘착한 집주인’이었지만 지난달 임대 계약 세 번째 갱신 시점에 졸지에 ‘갑질 주인’이 돼버렸다. 작년에 귀국한 김씨가 ‘이제 직접 입주할 테니 집을 비워달라’고 하자, 세입자는 ‘재계약 통보 시점이 기한을 넘긴 것 아니냐’며 버텼고, 나중엔 ‘이 좁은 집에 진짜 들어올 거냐. 끝까지 감시하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 2020년 6월 17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관련하여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온라인 카페 회원 등 정부 부동산 대책 반대 시민들이 18일 중구 예금보험공사 인근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두 배 가까이 올라버린 전세 시세를 감당해야 할 세입자가 안쓰럽긴 했지만 김씨 역시 귀국하면서 얻은 전셋집 주인에게서 내년 계약 만료 때 실입주하겠다는 통보를 받아 급등한 전세금을 감당할 방법이 막막했다. 김씨는 세입자에겐 위로금 조로 이사 비용을, 집주인에겐 계약 기간을 다 못 채운 죄로 ‘복비’를 물어주면서,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자택으로 이사하게 됐다.
김씨가 이런 무리를 감수한 건 전셋값 급등 탓도 있지만 재건축 추진 중인 자기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가 재건축 후 새 집을 받을 수 있는 ‘2년 의무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압박감이 더 컸다. 김씨는 “내가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지만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에 비춰보면 ‘죄’가 없는 게 아니다.
자기 집을 사놓고도 들어가 살지 않은 죄, 전세 5%만 올리고 2년 더 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 세입자를 굳이 쫓아낸 죄···. 그러나 이런 죄를 짓지 않았다면 원하는 집에 살고 싶다는 꿈이 산산조각 났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대출을 조이고, 보유세·거래세를 모두 올린 데 더해, 거주 이전의 자유까지 제한하는 정책을 잇따라 내놨다. 서울 대치동 같은 거래허가지역에 집을 사려면 왜 그 동네에 굳이 이사 가야 하는지를 설명해 허가받아야 하고,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집을 산 지 6개월 안에 들어가서 살지 않으면 대출금을 다 갚아야 한다. 재건축 추진 중인 열 몇 평짜리 집을 투자 목적으로 샀더라도 2년을 들어가 살지 않으면 새 집은 받을 수 없었다. 주택 실수요자의 의미를 ‘집을 사서 바로 거주하는 사람’으로 좁힌 후, 다른 모든 수요는 죄악시하는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렇게 해서 수요라도 잡았다면 모르지만 전셋집을 비우고 주소만 옮겨 요건을 채우겠다는 식의 ‘죄인'들의 저항에 대처하고 제압할 역량은 턱없이 부족했다.
지난해 6·17 부동산 대책의 핵심이었던 ‘재건축 2년 실거주 조항’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슬그머니 삭제됐다. 그러나 한 번도 시행되지 못한 이 규제 때문에 부작용은 고스란히 쌓였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1년 새 30% 가까이 올랐고, 5억원 전세가 7억원, 7억원 전세가 10억원 이상으로 뛴 곳이 수두룩하다.
규제 도입 당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전세 폭등 부작용을 정확히 예견했다. 그러나 정부는 오불관언(吾不關焉)으로 임대차 3법까지 밀어붙여 전셋값 폭등을 유발하고, 갭투자(전세 안고 집 사기)를 더 용이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덜 올랐던 지역 집값까지 다 급등시키는 마법을 선보였다. 시중엔 “만약 대통령이 기재부 장관, 국토부 장관을 불러 ‘경기 부양을 위해 집값을 좀 올려보라’고 했다면 이 정도 완벽한 대책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는 우스개까지 떠돈다. 뒤늦게라도 잘못된 규제를 폐지한 건 다행이지만 규제 도입 땐 정부 부처 합동 기자 회견까지 열며 떠벌렸던 정부는 한마디 해명도 없다. 시장에 협박할 말이 없으면 조용해지는 정부가 이번처럼 계속 조용히 일만 했으면 좋겠다.
조선일보 김덕한 에버그린콘텐츠부장
07.15 민노총 8000명 놔둔 경찰, 자영업자 1인 차량시위는 꽁꽁 막았다
/'1인차량' 둘러싼 경찰 -지난 7월 14일 밤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반발해 심야 차량 시위에 참가하려는 트럭을 경찰관들이 둘러싸며 이동을 막고있다. 경찰은 이날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서울 도심에 25개 검문소를 설치했다./연합뉴스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들의 거리 시위는 경찰의 강력한 통제에 막혀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생업(生業)을 놓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은 식당·카페 등 가게를 밤 10시까지 운영한 뒤, 14일 밤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 모여 ‘1인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이어 차 500여 대를 동원해 광화문 일대에서 ‘1인 차량 시위’를 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서울 도심에 검문소를 25개 설치하고, 27중대 규모의 경력(警力)을 투입해 이들의 집결을 막았다. 기자회견 장소로 향하던 ‘전광판 트럭’을 경찰이 가로막아 회견도 30분가량 지연됐다. 곳곳에서 “이게 왜 불법이냐”는 자영업자들의 항의가 터져 나왔다. 경찰은 이들과 승강이 끝에 ‘순수하고 평화로운 1인 기자회견에 한해 허용하겠다’고 통보했다. 당초 자영업자 7명이 하나씩 돌아가며 발언할 예정이었지만, 자영업자 비대위 김기홍 대표와 자영업자 출신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만 발언하고 회견은 20분 만에 끝났다.
‘1인 차량 시위’도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경찰이 주요 길목을 통제하자, 비대위 측은 당초 차량 시위를 하려던 광화문 대신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로 장소를 바꿨다. 오후 11시 30분쯤 여의도에 모여있던 자영업자 차량 700여 대 가운데 400대가량이 시위 장소로 향했지만, 경찰 검문에 가로막혀 실제 도착한 것은 150여 대뿐이었다. 자영업자들은 2차선 도로 중 인도 쪽에 붙어 비상등을 켠 채 줄지어 이동했다. 경찰은 차량을 일일이 붙잡아 세우며 차 번호와 탑승 인원 등을 확인했고, ‘자진 귀가하라'고 경고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민노총 8000명 집회 때와 대응이 너무 다른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민노총 집회가 열린 지난 3일 새로운 코로나 확진자는 743명으로 당시 토요일 기준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가 거리 두기 4단계 시행 전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거리에 8000여 명이 뒤엉킨 집회는 제대로 해산하지 않았으면서, 1명씩 차량에 탑승해 감염·전파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은 ‘1인 차량 시위’는 적극적으로 막았다는 것이다.
민노총 집회에 대한 경찰 수사가 소극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실은 15일 “중앙방역대책본부·경찰 등에 문의한 결과, 당국이 지난 3일 민노총의 광화문 집회 참가자에 대해선 통신 정보 요청을 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보수 성향 단체들이 주최한 8·15 광화문 집회(주최 측 추산 1만명) 당시 정부가 통신사 휴대전화 위치 정보를 조회해 참석자를 파악하고 코로나 검사를 받게 한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07.17 “자영업자는 죄인이 아닙니다, 살고 싶어요” 절규를 봉쇄한 경찰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15일 서울시 한 노래방에 영업 중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021.07.15. yesphoto@newsis.com
자영업자들이 14일 밤 서울에 모여 차량 시위를 벌였다. 전국에서 700여대가 모였다고 한다. 평일 심야 시위여서 교통 체증을 일으킬 우려가 없었다. 격리된 차량을 이용한 1인 릴레이 시위라 집단감염을 일으킬 가능성도 없었다. 그런데 경찰은 25개 검문소를 설치하고 27개 중대 병력을 투입해 도심 진입을 봉쇄했다. 시위 차량을 모두 세워 차 번호와 탑승 인원을 확인하고 “귀가하라”고 경고했다.
경찰은 지난 3일 민노총의 도심 불법 시위를 사실상 막지 않았다. 하루 확진자 743명이 나온 비상 상황에서 한낮에 서울 종로 일대에 8000명이 뒤엉켜 1시간 50분 동안 구호를 외쳤다. 불법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경찰은 보기만 했다. 대통령은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예상대로 말뿐이었다. 경찰은 지금까지 집회 주동자를 소환조차 않고 있다. 집회 참가자를 파악할 수 있는 휴대전화 통신 정보도 통신사에 요구하지 않았다. 수사할 의지가 없는 것이다. 이런 경찰이 자영업자의 차량 시위는 철저히 막았다.
정부가 들어야 할 것은 민노총이 아니라 자영업자들 목소리다.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우리 말을 들어주지 않아 결국 거리로 나왔다”고 했다. 정부는 1년 6개월 동안 영업 제한을 강요하면서 다시 최저임금을 5.1% 올렸다. 재난지원금을 뿌리면서도 이들의 피해에 대한 보상은 늘 뒷전이었다. 한 노래방 업주는 가게 앞에 붙인 영업 중단 안내문에 ‘자영업자는 죄인이 아닙니다. 살고 싶습니다’라고 썼다. 전국 자영업자 모두가 지금 같은 심정일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7.19 확진자 나온 민노총 집회, 보름간 미적거린 정부의 직무유기
서울 도심에서 불법 집회를 강행한 민노총 참가자 중 코로나에 감염된 사례가 보름 만에 확인됐다. 발열 증상이 나타난 집회 참가자가 스스로 진료소에 찾아가 확진받았다. 함께 감염된 노조 동료 2명도 집회 참가자로 확인됐다. 이들이 집회에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이미 2주일이 지난 시점이라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다.
민노총 집회발(發) 감염은 처음부터 우려됐던 일이다. 하루 700~800명씩 확진자가 나오던 시기에 8000명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1시간 50분 동안 행진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무 방역 조치도 하지 않았다. 집회 직후 비상식적인 저자세로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반드시 검사를 받아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다. 작년 8·15 집회 때 온갖 난리를 피우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확진자가 나오자 정부는 그제야 집회 참석자 전원에게 진단 검사를 받으라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참가자 파악조차 해놓지 않아 강제할 수단이 없다. 말로만 ‘쇼' 하고 있을 뿐이다.
민노총은 되레 정부를 비판했다. 집회 참가자의 확진 사실을 정부가 발표하자 “4차 대유행에 대한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를 향한 공개 경고나 마찬가지다. 이런 민노총이 집회 참가자 명단을 빠짐없이 제출하고 전수조사에 협조할 리 없다.
작년 8·15 집회 때 정부는 휴대전화 통신 기록, 신용카드 내역, 보안 카메라 확인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참가자를 식별하고 강제 검사를 실시했다. 집회 주최자를 붙잡아 구속하고 기소했다. 이번 민노총 집회에 대해선 2주일 동안 주동자 소환조차 안 한 채 미적거리고 있다. 노골적 정치 방역이고 직무 유기다.
조선일보 사설
07.19 “강남스타일을 서울서 못틀다니...한국 방역, 중국 닮아간다”
/한국 정부가 체육 시설에서 빠른 템포의 음악을 틀지 못하게 한 조치를 보도한 프랑스 언론 기사
방역을 위해 한국 정부가 체육 시설에서 템포 빠른 음악을 틀지 못하게 한 조치가 서구인들 눈에는 몹시 이상한 모양이다. 뉴욕타임스는 영국 전문가를 인용해 “터무니없다”고 했다. 프랑스 언론들도 “K팝 히트작 ‘강남 스타일’을 서울에서 틀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공영방송 프랑스앵포가 이 소식을 다룬 기사를 소셜미디어에 걸었더니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 “또 다른 독재” “(한국이) 코로나와 싸우면서 가장 웃기는 경연 대회를 한다”는 식의 댓글이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섬찟한 댓글은 “중국이 그들의 전체주의를 수출한 것”이라는 한마디였다. 한국 정부 조치에서 중국 냄새를 느꼈다는 얘기다.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확진자 집계를 올림픽 메달 집계처럼 여기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국가적 자존심에 연동된 것으로 여기고 필사적이다. 그러나 방역을 철통같이 하겠다는 의지가 넘치는 나머지 국민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고민할 겨를이 없다는 인상을 주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점점 그런 길로 가는 듯하다. 그러는 가운데 서양인 시각에서 독재 또는 전체주의라는 표현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건 일종의 위험 신호가 울린 것이다.
자유는 하루 확진자처럼 계량화하기 어렵다. 숫자로 나타나는 성과를 앞세우면 간과하기 쉬운 게 자유와 같은 인간의 기본권이다. 정치 권력에서 개인의 자유를 얻기 위해 서구 사회는 오랜 세월 수많은 희생을 치렀다.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대미문의 전염병 사태를 이겨내기 위해 일정 부분 자유를 제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헌법 정신과 국가적 품위를 손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서방에서는 확진자 숫자를 놓고 국력의 우열을 논하지 않는다.
요즘 중국은 코로나 피해가 거의 없다. 하지만 서방에서 중국을 방역 모범국이라며 본받자는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개인의 자유를 무시하고 민주주의 틀 밖에서 이룬 결과로 보고 평가절하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방역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중국식 강압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평가는 차가워질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이 해외에서 존중받을 확률은 낮아질 것이다. 우리는 중국과 차원이 다른 나라를 건설했다고 자부하지만 해외에서는 여차하면 한 묶음으로 볼 수도 있다.
한국의 빠른 음악 금지 조치에 대해 유럽에서 ‘중국식 전체주의’라는 반응이 나온 건 일부 의견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잘해보려고 한 것 아니냐며 해프닝으로 넘기기에는 뭔가 위험한 선에 닿았다는 느낌이다. ‘중국 같은 나라’라는 이미지가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치명적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 파리=손진석 특파원
07월 19일 민노총에 절절매는 ‘정치 방역’ 코로나 확산 부추길 뿐
방역 실패로 코로나 제4차 대유행까지 자초한 문재인 정부가 ‘정치 방역’도 더 노골화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18일 “민노총 집회 참석자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17일 내리고, 참석자 명단 제출을 요청했다”며 지난 3일 서울 도심에서 강행된 민노총 조합원 8000여 명의 불법(不法) 집회 15일 만에 대응에 나섰다. 16∼17일 확진자 3명이 발생한 뒤의 뒷북 조치로, 민노총에 절절매는 행태다.
보수 성향 단체들의 지난해 광복절 서울 도심 집회와는 확연히 다른 대응이다. 당시엔 1만 명이던 참가자에게 집회 다음날 선제 검사를 권고했고,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행정명령도 내렸다. 이번에는 “집회 관련 확진자가 나오면 대응하겠다”며 사실상 수수방관해 왔다. 광복절 집회 때는 3일 후 첫 확진자가 나오자, 경찰이 통신 3사에 집회 장소 근처 기지국 접속 정보를 요청했다. 그 정보와 함께 신용카드 사용 내역,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한 참가자 파악에 적극적이었다. 이번엔 민노총 처분만 기다린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방역 지침 위반의 집단 행위에 단호한 법적 조치”를 원론적으로 주문했지만, 보수 단체 집회 때는 “국가방역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며,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집회 주동자들은 살인자”라고도 했었다. 물론 민노총 집회 참가자가 다른 곳에서 감염됐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편 가르기까지 하는 정치 방역은 코로나 확산을 더 부추길 뿐이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방역의 기본 원칙인 선제 대응이 민노총 집회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 정부가 골든 타임을 놓쳐 이미 전국적 확산이 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정치 방역으로 재앙을 더 키워선 안 된다.
문화일보 사설
07월 19일 “슈퍼 전파자는 다름 아닌 정부였다”
이신우 논설고문
청해부대 ‘집단 감염’ 충격적
대규모 시위 민노총은 큰소리
文정부의 방역 이중행태 심각
메르스 사태 때 문재인 野대표
당시 확진자 175명 수준인데도
“朴정부 무능·무책임” 강력 비난
지난 3일 서울 종로 집회를 강행했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8일, “대회 이후 6일이 경과되는 현재까지 (관련) 코로나19 감염 확진자는 없다”고 주장했다. 코로나의 통상적인 잠복기가 평균 5.2일이니 6일간 별일 없지 않았느냐는 주장이다. 그러니 민주노총에 감염 확산의 책임을 묻지 말라는 뜻이었다. 과연 그런가.
민주노총은 과거의 통계 자료를 잘못 인용했다. 정부에 따르면 6월 27일∼7월 3일의 델타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은 무려 50.1%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이 변이 바이러스의 평균 잠복기가 4.4일로 짧아졌다는 점(중국 글로벌 타임스 6일자 보도). 이를 감안하면 집회가 있던 3일부터 6일까지 평균 700명대에 머물던 확진자 수가 7일부터 갑자기 1000명대로 뛰어오른 것을 두고 ‘우리와 상관없다’고 잘라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이 부족하다 싶었는지 다른 통계 수치도 내밀었다. “야외 감염률은 0.1% 이하라는 연구 결과들을 반영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이 같은 발언은 뜻하지 않게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여당을 궁지에 빠뜨리는 자충수다. 야외 감염률이 그렇게 낮다면 지난 광화문 집회들 역시 문제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광화문 집회들에 대해서는 심히 강퍅한 태도를 일삼았다. 대통령은 집회를 앞두고 “국민 안전 및 건강이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으며,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나중에 집회 주최 측을 향해 “도둑놈이 아니라 다 살인자”라고 외쳤다. 눈칫밥의 달인인 수사 당국도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주최자 대부분을 집회 공모 혐의로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문 대통령은 일부 보수 단체가 개천절 집회를 예고했을 때도 “우리 사회를 또다시 위험에 빠뜨린다면 어떤 관용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민주노총 측 감염자가 드러나면서 정부 측 주장의 이중성도 판명 났다. 심지어 북한에 백신을 제안했던 문 정부가 자국의 청해부대는 외면한 채 집단 감염으로 내몰고 있다. K-방역이 개그맨 김대희의 코믹극 ‘밥묵자’에서처럼 엄숙한 비극에서 웃지 못할 희극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 지금껏 정체기가 반복될 때마다 어떤 때는 소비 촉진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때는 외식비라는 이름으로 나랏돈을 마구 풀며 완화책을 내놓았고 그때마다 코로나 확진자는 폭증했다. 아마도 지난해 2월이었을 것이다. 대통령은 6대 그룹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종 코로나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로부터 5일 후 1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에는 대통령 스스로 정부 방역 성공으로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했고 곧바로 확진자가 1000명대로 늘었다. 심지어 지난 6월에는 “(1차 접종자가) 1400만 명”이나 된다며 K-접종을 자화자찬했다. 그러면서 7월부터는 각종 방역 조치를 완화하겠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세계 접종률 순위가 90위권이었던 때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못 가 “비상상황”이란다.
“슈퍼 전파자는 다름 아닌 정부 자신이었습니다… 정부의 불통, 무능, 무책임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태롭게 했고 민생경제를 추락시켰습니다.” 필자가 꾸민 말이 아니다. 2015년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시절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쏟아낸 비난이다. 이어 “박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합니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슈퍼 전파자’라며 갈구던 그때, 메르스 확진자는 175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하루 1600명을 넘나든다. 이쯤 되면 진짜 슈퍼 전파자는 누구이고,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한 당사자는 누구인가. 현 정권의 불통과 무능, 무책임에서 이번 비극의 주인공을 찾을 수밖에 없다면 문 대통령을 빼놓을 수 있나. 지난 6일 코로나 확진자가 1200명을 넘어서자 정부는 최근의 확산세에 대해 “20∼30대 젊은 층의 산발적 감염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자기네가 무능해서 지금까지 20∼30대의 백신 접종조차 못했음에도 할 줄 아는 거라고는 편 가르기와 책임 전가밖에 없다. 민주노총이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웃고 있다.
문화일보
07.20 與 임대차법 강행 1년, 전셋값 상승률이 7배 됐다니
/부동산 관련 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민주당이 새 임대차 3법을 강행 처리한 지 1년 사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이 16.7% 올랐다. 법 도입 직전 1년간 상승률 2.4%에 비해 상승 속도가 7배에 달한다. 정부 여당이 ‘2년+2년’ 계약 갱신 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을 담은 임대차법을 밀어붙였을 때 우려됐던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 평균값은 6억1000만원을 돌파했다. 전용면적 60㎡(18평) 이하 소형 아파트 전셋값도 4억원을 넘어섰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인천 등 수도권 전체가 심각한 전세난을 겪고 있다. 전세 대란이란 말이 틀리지 않다.
전세 가격 폭등은 새 임대차법과 세금 폭탄에 대응하려는 집주인들의 실거주가 늘어난 데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까지 가속화하면서 전세 매물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1년 새 전세 매물이 절반이나 줄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초반 소극적 주택 공급책으로 올해 새 아파트 입주 물량도 턱없이 부족해 하반기 전세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값 상승세 역시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집값이 고평가돼 있다” “2~3년 뒤 집값이 내려갈 수 있다”며 고점론을 펴고 있지만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올 들어 6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3.2% 올라 이미 작년 한 해 상승 폭(3.0%)을 능가했다. 강북 지역도 자고 나면 신고가를 기록하면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9억2000만원을 육박했다. 매매·전세가가 급등하자 월세를 찾는 사람이 늘어 월세 가격까지 덩달아 치솟고 있다. 문 정부의 20여 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 실패가 임기 내내 집값, 전셋값, 월세 모두를 연쇄 상승시키는 악순환을 빚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권의 대선 주자들은 정부가 직접 부동산 가격을 통제하거나 부동산 증세 등 토지 공개념을 강화하는 규제 공약만 내놓고 있다. 4년간 서울 집값을 86%나 폭등시킨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뻔히 알면서도 또 다시 부동산을 국민 편 가르기로 악용하는 부동산 정치를 하겠다고 한다. 이미 국민들에겐 ‘부동산 정치=집값 상승’이란 공식이 각인돼 있다. 규제 공약이 나오면 이를 집값 상승 신호로 본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7월 20일 백신 접종 또 차질, 예약은 3번째 먹통…이게 K방역인가
코로나19 방역 혼란을 문재인 정부가 끝없이 반복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9일 “오는 26일 시작하는 50대 연령층 접종에 모더나 백신 외에 화이자 백신도 추가한다. 당초 백신이 아니라 다른 백신을 맞게 된 점은 송구하다”고 했다. 8월 25일까지이던 접종 일정도 3일 연장한다고 했다. 모더나 백신 도입이 순조롭지 않아 화이자 백신을 일단 끌어다 대는 것으로, 접종 차질을 또 빚었다.
이게, 문 대통령이 앞장서서 국내외에 끊임없이 자랑해온 K방역인지부터 묻게 하는 일은 더 있다. 백신 접종 예약 사이트 먹통도 3번째로 반복됐다. 19일 오후 8시에 시작한 53∼54세 예약이 시스템 오류로 2시간 동안 중단되고, 접속 재개 후에도 18시간 이상 대기하게도 했다. 55∼59세 대상이던 지난 12일 먹통 당시 ‘이젠 원활하게 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지만, 빈말이었다. 14일에 반복한 먹통을 또 재연했다. “IT강국에서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라는 개탄이 나오는 이유다.
백신별로 접종 용량도 다르다. 복수의 백신을 같은 기간에 주사하는 병원의 오(誤)접종 위험도 크다. 2차 접종도 모더나는 1차 접종 4주 후다. 화이자는 3주 후다. 기업마다 백신 휴가제에 따라 짜둔 작업 순번도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문 정부는 “앞으로 20∼40대 접종은 어떻게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는 국민 걱정이나마 새겨들을 때다.
문화일보 사설
07.21 네 번째 서버 먹통, 백신 교체, 기간 연장, 접종이 다 뒤죽박죽
코로나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에 잇따라 오류가 발생해 많은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12일 55∼59세 대상 예약이 중단됐고, 이들에 대한 예약을 재개한 14일 또 오류가 발생했다. 이어 19일 오후 8시 시작한 53∼54세 예약도 시스템 오류로 2시간 동안 중단됐다. 20일 오후 8시부터 진행된 50~52세 예약도 먹통 수준으로 접속이 원활하지 못했다. 같은 오류가 반복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두 번도 아니고 새로운 대상군 예약을 시작할 때마다 번번이 접속에 문제가 생긴다면 정부의 사전 준비에 구멍이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매번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같은 문제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빈말이 되고 말았다. “IT 강국에서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라는 개탄이 나온다.
백신 접종이 뒤죽박죽이 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주 들어오기로 한 모더나 백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모더나 접종 대상자 50대 일부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모더나 백신 도입이 순조롭지 않자 일단 화이자 백신을 끌어다 쓰기로 한 것이다. 50대 접종 일정도 7월 26일~8월 25일에서 3일 연장한 7월 26일~8월 28일로 됐다.
이 같은 문제가 생기는 근본 원인은 전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 창궐 등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불안감이 커지는데 정부의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국민들은 먼저 접종 날짜를 받으려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시스템에 오류가 생기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앞으로 20∼40대 접종은 어떻게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는 걱정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연령대라도 생일 등 연장자 순으로 접종 날짜를 배정하고 사정에 따라 약간의 조정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KT나 네이버같이 클라우드를 운영하는 기업에서 서버를 빌리는 것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8월 말까지 3500만회분, 9월에 4200만회분 확보했으니 안심하라고 아무리 해봐야 국민들은 잘 믿지 않고 있다. 정부가 구체적인 국내 도입 시기 및 물량을 밝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총력전을 펴서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물량을 제때 들여오는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은 여기에 달렸다.
조선일보 사설
07.21 코로나 신규 확진 1784명, 일주일 만에 또 역대 최다
/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1784명으로 집계된 2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뉴시스
지난 20일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1784명이 발생해 일주일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도권에 4단계 거리두기가 적용된 지 9일이 지났지만 확진자는 계속 증가해 1800명대에 육박한 양상이다.
2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신규 확진 1784명 중 국내 지역발생은 1726명, 해외 유입 사례는 58명이다. 국내 지역발생 1726명 중 서울 599명, 경기 450명, 인천 126명 등 수도권에서 1175명이 확진돼 지역발생 확진자의 68.1%를 차지했다. 비수도권의 경우 부산 100명, 대구 34명, 광주 22명, 대전 72명, 울산 18명, 세종 6명, 강원 54명, 충북 15명, 충남 48명, 전북 18명, 전남 21명, 경북 23명, 경남 86명, 제주 34명 등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어 4차 유행이 전국 유행으로 가는 양상이다.
20일 국내 진단검사량은 14만247건으로 양성률은 1.27%다. 의심신고 검사는 4만6690건이 이뤄졌고 수도권 임시선별검사는 8만4194건(352명 확진)이다. 비수도권 임시선별 검사는 9366건(19명 확진)이 이뤄졌다.
위중증 환자는 7명이 늘어 현재 214명이다. 사망자는 1명이 늘어 누적 2060명이다.
20일 백신 1차 접종을 한 사람은 14만9984명이다. 2차 접종을 받은 사람은 4만5095명이다. 현재 1차 접종을 마친 국민은 1644만2892명으로 인구 대비 32%다. 접종 완료자는 668만4839명으로 인구 대비 13%다.
조선일보 배준용 기자
07.22 코로나 확진자 역대 최악, 그래도 민노총은 대규모 집회
/민주노총 공공 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공공 부문 비정규직 차별 철폐, 기재부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 자리에서 정부가 집회 참가자 중 3명이 코로나19 확진된 것과 관련해 방역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며 비판했다. /신현종 기자
코로나 확진자가 1784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1일 민주노총은 세종시에서 499명으로 신고한 집회를 강행했다. 500인 이상 제한을 피하려 숫자를 맞춘 집회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3일엔 1200명, 30일에는 3000여 명이 집결하는 대규모 집회를 원주혁신도시에서 열 예정이다. 현재 원주시 거리 두기는 2단계여서 100명 이하 집회만 가능한데 민주노총은 100인 이하 쪼개기 집회를 여러 개 여는 편법을 쓴다고 한다.
지난 3일 민주노총이 서울 도심에서 강행한 집회 참석자 중 3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뒤늦게 집회 참석자 전원에게 진단 검사를 받으라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확진자가 나올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연일 전국을 돌며 대규모 집회를 연다니 할 말을 잃는다.
민주노총이 이럴 수 있는 것은 정부가 민주노총 앞에만 서면 꼬리를 내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3일 8000여 명이 서울 집회를 했을 때도 “검사를 받아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다. 지난해 8·15 집회 때는 휴대전화 통신 기록, 신용카드 내역, 보안 카메라 확인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참가자를 찾아내고 강제 검사를 실시했다. 정부가 이러니 민주노총이 무더위 속에서도 마스크를 쓰며 하루하루 버티는 국민들을 조롱하듯 집회를 여는 것 아닌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4단계로 올리고 열흘이 지났는데도 오히려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굵고 짧게'가 아니라 ‘굵고 길게'로 갈 수 있는 상황이다. 자칫 하루 2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쏟아질 수도 있다. 그래도 정부는 민주노총에 끌려다니기만 하고 있다.
조선일보사설
07월 22일 洪 “주거 안정성 높아졌다” 국민 분노 더 키우는 망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궤변이 끝이 없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임대차법 시행 1년을 평가하면서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자화자찬했다. 국토교통부가 서울 아파트 100곳을 표본조사한 결과라며 전·월세 갱신율이 77.7%로 올랐고, 갱신된 계약의 76.5%는 임대료 5% 이하라는 등의 통계를 소개했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규제법 도입으로 임차인 다수가 혜택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셋값 급등에 대해서도 “임대차 3법 도입 초기 일부 혼선은 있었으나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어이없는 현실 왜곡이다.
그가 언급한 것은 재계약에 성공한 기존 세입자에만 해당한다.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해서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난 세입자가 수두룩하다. 특히 새 입주자는 빚까지 내서 수억 원씩 전세금을 올려 준다. 이 때문에 같은 단지에서 같은 평형이라도 계약 갱신·신규에 따라 전셋값이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이중가격이 흔하다. 어렵게 계약을 갱신했던 세입자라도 앞으로 전세 기간이 끝나는 1∼2년 뒤엔 수억 원의 전셋값 폭탄을 각오해야 한다. 전세대란이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재건축 실거주 2년 규제가 철회되자 1주일 만에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셋값이 1억 원 떨어지고, 매물은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전세대란 주범이 잘못된 규제정책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런데도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금 집 사면 2∼3년 뒤 어려울 수 있다”고 내 집 마련에 안간힘을 쓰는 국민 속을 뒤집어 놓더니, 이번엔 경제부총리가 세입자를 농락한다. 문 정부는 공공주택 공급과 재산세·전셋값 폭탄 등의 책임을 대부분 다음 정부로 떠넘겼다. 반시장 정책으로 주거 재앙을 키우더니 이제는 현실을 호도한 궤변과 망언으로 국민 분노를 돋운다.
문화일보 사설
07월 22일 ‘코로나 음모론’ 나도는 이유
김세동 전국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일부러 코로나를 안 막고 있다. 확진자가 줄어들 만하면 긴장감을 늦추는 발언을 계속하는 건 코로나 종식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던 7월 초에 만난 오랜 지인의 말이다. 이에 ‘대통령과 정부의 무능력과 오판이 결과적으로 코로나 참사를 불러왔다고 볼 수 있지만, 일부러 코로나 확산을 방관한다고 하는 건 지나치다’고 본의 아니게 문 대통령을 옹호했더니 조목조목 반박해왔다.
사태 초기부터 코로나 진행 사태와 완전히 거꾸로 가는 발언을 대통령이 계속해왔는데, 그게 실수가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게 지인의 판단이었다. 신천지 발 감염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해 2월 13일 문 대통령이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한 건, 사태 초기라 뭘 잘 모르고 한 실언이라고 쳐도 두 달쯤 뒤에 “상황이 많이 진정되면서 생활방역 체제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 발언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대통령의 이 발언 직후 대구 언저리에 갇혀 있던 코로나가 5월 황금연휴를 거치면서 서울 이태원을 중심으로 확 퍼져나갔고, 이어 7월 말 정부가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외식·공연 쿠폰을 뿌리겠다고 발표한 직후 2차 대유행이 시작됐다는 점도 의심의 근거였다.
3차 대유행 직전인 지난해 12월 9일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대통령이 낙관한 사흘 뒤 일일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고, 올해 6월 들어 하루 확진자가 400∼800명씩 나오고 특히 감염력이 높은 델타 변이 확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7월부터 수도권 거리두기를 2단계로 완화해 4인까지만 허용하던 모임을 8인까지로 풀겠다고 예고한 것도 음모론이 아니고선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는 것이다. 정부가 앞장서 긴장감을 서둘러 무장해제시키는 바람에 결국 7월 초부터 하루 1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해 수도권에서 오후 6시 이후 3명 이상은 식당에도 들어갈 수 없는 거리두기 4단계를 초래했다고 지인은 불을 뿜었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낙관론을 주도할 때마다 방역 고삐가 풀려 대유행을 초래했는데, 한두 번이면 무능이나 실수로 여길 수도 있지만 이쯤 되면 의도성이 읽힌다는 것이다. ‘세월호 고의 침몰설을 떠든 김어준의 음모론을 차용하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코로나를 퍼트려서 여권이 얻는 이득이 없지 않냐’고 지적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반박했다.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 때 톡톡히 재미를 본 전체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을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또 뿌려야 하기에 코로나 사태를 계속 끌고 가는 것이라고 지인은 분석했다. 탈원전 사태에 따른 전력난, 부동산 대참사 등 정권 실정을 코로나 공포로 다 덮어버리는 효과도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문 대통령을 옹호하다간 인간관계마저 깨질 것 같아 한마디 하고 일어섰다. “백신 확보가 늦어진 건 백신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몰라 대응을 제때 못한 때문이지 일부러 안 구한 것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과 여권 핵심 인사들이 무능력하면서도 고집까지 세서 벌어진 참사지, 일부러 그렇게 만들 정도로 똑똑하지는 않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문화일보
07-23 대규모 집회 강행 민노총, 원주의 애타는 호소 안 들리나
/ 20일 강원 원주시의 한 거리에서 한 40대 주부(오른쪽)가 시민에게 23일 예정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공공운수노조의 대규모 집회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명을 받고 있다. 독자 제공
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가 오늘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을 포함한 시내 일대에서 공단 고객센터 상담사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1000명 규모의 집회를 열기로 했다. 원주시가 오늘부터 거리 두기를 3단계로 올리고 집회의 경우 4단계에 준해 1인 시위만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민노총은 불법 집회를 강행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강력한 거리 두기가 시행 중인데도 어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842명으로 연이틀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고 하니 인근 주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집회 반대 서명운동에 1600명이 참여하고 원주경찰서에는 불법 집회를 막아 달라는 민원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아이가 감염될까봐 동네 놀이터에도 못 나간다” “식당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 자영업자들 가슴은 타들어간다”며 집회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민노총이 이달 3일 강행한 서울 도심 집회 참가 조합원 8000여 명 사이에서 확진자가 잇따라 나와 모두가 맘 졸이고 있는 상황이다. 민노총은 방역 당국의 자제 요청에도 21일엔 세종시에서 499명 규모의 집회를 강행하고, 30일엔 원주시에서 또 한 차례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모두가 방역을 위해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데 감염 확산의 우려가 큰 불법 집회, 쪼개기 시위를 한다면 누가 집회의 자유라며 이해하겠나. 최근 일부 휴가객들이 ‘원정 유흥’을 다니면서 거리 두기를 무력화시켜 우려를 낳고 있다. 100만 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린 민노총이라면 이런 무분별한 모습과 확연히 다른 차별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임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는 최근 자영업자들이 1인 차량 시위를 벌이자 서울 도심에 25개 검문소를 설치해가며 강력하게 봉쇄했다. 지난해 보수 단체가 주최한 광복절 집회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때도 통신 기록과 신용카드 내역까지 털어가며 참가자 8000명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진단검사를 강제한 바 있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민노총의 불법 편법 집회에도 차별 없이 엄정한 공권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동아일보 사설
07.24 민노총의 코로나 방역 농락, 근본 원인은 ‘같은 편’ 정권의 비호
/민노총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 인근에서 경찰에 막히자 공단 인근 공원 언덕을 올라가고 있다. 조합원들은 언덕을 통해 공단으로 들어가 집회를 강행했다. / 뉴시스
민주노총 400여명이 방역 당국과 지자체, 지역 주민의 간절한 호소에도 23일 강원도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집회를 강행했다. 경찰이 공단 건물 주변을 차단했지만 민노총 조합원들은 공원을 통해 담을 넘어 공단으로 들어가 집회를 가졌다. 원주시는 전날 2인 이상 모임을 금지시켰지만 민노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에는 충남 당진 현대제철에서도 민노총 산하인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소속 800명이 100명 이상 집회 금지 상황에서 집회를 가졌다.
원주시는 20일만 해도 코로나 확진자가 5명이던 것이 22일 23명으로 급증해 지역 사회가 긴장한 상태였다. 집회 장소 주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집회 자제를 호소하는 1인 시위를 벌였고, 주부들을 중심으로 집회 반대 서명 운동도 했다. 가게 주인들은 민노총 조끼 입은 사람에겐 물건을 팔지 않겠다고까지 했다. 그런데도 민노총은 담벽을 넘으면서까지 기어코 집회를 열었다.
민노총은 지난 3일 서울 도심의 8000명 집회 때는 국무총리가 하루 전 찾아가 자제를 요청했지만 들은 척도 안 했다. 민노총의 이런 안하무인 기고만장은 정부의 비호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작년 광복절 반정부 집회에 대해선 청와대가 “살인자”라고 비난했다. 개천절 집회 때는 경찰이 광화문 일대 도심을 버스로 틀어막고 삼엄하게 불심검문을 해 외신 기자들은 “평양에서도 못 본 장면”이라고 했다. 그랬던 정부가 그해 11월 민노총 민중대회는 방역 준수만 요청하고 집회를 허용했다. 그날 울산 3000명 등 전국 40여 곳에서 1만명이 집회를 열었다. 경찰과 검찰은 작년 광복절 집회를 주도한 관계자 두 명을 45일 만에 구속했다. 그러나 민노총 2000명 집회 관계자에 대해선 11개월 만에서야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하늘과 땅 차이의 차별이다.
민노총은 이 정권이 자신들을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국 관공서를 돌아다니며 점거하고 공무원들에게 손찌검을 하는 것이다. 경찰은 아예 무시하고 깔보는 지경이다. 광우병 시위나 탄핵 집회 등 결정적인 시기마다 행동대로 나서 현 정권을 도와줬는데 감히 어쩌겠냐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7.26 백신 부족과 방역 실패 인정하고, 국민 협조 구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코로나가 극심하고 “청와대가 재난의 컨트롤타워”라던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생각하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중대본 회의를 주재했다는 게 의아할 따름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 2주간의 고강도 조치에 의해 확산을 진정시키진 못했지만 확진자의 급증세를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말 기준 역대 최다 확진자(1487명)가 나오고, 비수도권 확산세가 심화돼 거리두기를 3단계로 일괄 상향하는 마당에 현실과 거리가 있는 발언이다.
백신 서둘러 접종하는 게 최선의 정부대책
엉터리 해명으로 눈속임 말고 솔직해져야
국민에겐 “고통의 시간이 길어져 매우 송구하다. 힘들겠지만 조금 더 인내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부로선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나마 거리두기도 혼선과 변경을 거듭해 이젠 동네 헬스장이 열었는지, 닫았는지도 헷갈릴 정도다. 결국 백신을 서둘러 접종하는 게 최선의 대책이라는 점이 더욱 분명해졌다.
백신이 찔끔찔끔 들어오다 보니 4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이달 들어 백신 보릿고개를 겪었다.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은 백신에 목마른 국민이 대거 예약에 나서면서 여러 차례 먹통이 됐다. 20~40대가 예약에 나서는 다음 달까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먹통 사태가 재발될 것으로 우려된다.
/일별 누적 백신 접종 인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오늘부터 50대 일반 국민의 접종이 시작된다. 그런데 50대에 접종키로 했던 백신이 지난주 모더나에서 화이자로 일부 바뀌었다. 게다가 화이자 백신 주기를 3주에서 4주로 갑자기 늘렸다. 정부는 그러면서 “피접종자와 의료기관의 혼선을 막기 위해 모더나 주기(4주)에 맞췄다”고 둘러댔다. 백신 주기가 화이자는 3주, 모더나는 4주여서 예약 관리가 어려우니 4주로 통일한다는 것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다. “백신 수급에 차질이 있으니 은근슬쩍 간격을 늘린 것”(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이란 사실을 모르는 국민이 없는데, 변명으로 국민을 눈속임하고 있다.
독일은 화이자 3~6주 간격을 용인하고 있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화이자를 3주 간격으로 접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명확한 연구 결과 없이 접종 간격을 바꾸는 건 안 된다”(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무시되고 있다. 백신 종류를 수시로 바꾸고, 접종 간격도 적당히 늘리고, 1·2차 교차 접종을 검토하는 게 모두 백신을 제때 충분한 양을 구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정부가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다 보니 그때그때 적당히 둘러대고 있다. 엉터리 해명이 통한다고 생각한다면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것이다. 차라리 백신 부족과 방역 실패를 솔직하게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게 정상적인 정부와 지도자의 자세다.
중앙일보 사설
07.26 정부의 K방역 자화자찬은 염치 없는 일
코로나 방역과 정부의 역할
K방역이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1월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유입된 이래 일일 확진자 수가 지금처럼 가파르게 상승한 적은 없었다. 수도권 밖으로의 확산도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고 있다. 이미 질병관리청은 일일 확진자 수가 2000명대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심신이 지쳐있던 국민으로서는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크게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내놓은 낙관적 신호가 사태를 악화시킨 기폭제였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총리가 나서 대국민 사과까지 했겠나. 이로 인해 지구촌 모범 사례로 평가되던 K방역이 사실은 허상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의문마저 제기됐다.
K방역 성공으로 이끈 건 정부 아닌 국민의 위기 대응력
상황이 심각할수록 정부 지도력에 대한 의존도 낮아져
합리주의에 기초한 문명이 쇠락기 들어섰다는 지적 나와
위기 일상화 뉴노멀 시대 가족주의 국가관이 해답일 수도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껏 K방역을 성공으로 이끈 건 정부의 견인력이라기보다는 국민 각자의 위기 대응력에 있었다. 필자가 최근 펴낸 『코로나-19와 한국의 거버넌스』(박영사 간행)가 사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 1년간의 경과를 추적해 보면 상황이 극도로 심각해지면 어김없이 국민이 스스로 전면에 나서는 능동적 대처로 사태를 진정시켜 왔다. 정부가 뭘 하건 국민 각자가 알아서 위기를 달래 온 것이다. 이는 상황이 심각해질수록 국가의 지도력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다는 의미다. 감염병 퇴치가 요구하는 시간의 촉박성에 비추어 정부를 통해 대응하는 경우 거기에서 발생하는 전환 비용을 최소화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심각한 국면이 진정되면 어김없이 정부의 견인력에 길을 내주고 수동적 대응 태세로 전환했다. 질병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일의 일차적 책임은 국가에 있다는 뜻이다.
위기 때 헌신·희생 마다치 않아
이렇듯 국민이 전면에 나서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는 일은 우리의 근현대사를 통해 면면히 이어져 왔다. 대한제국 말기 국가의 채무로 나라가 일본 제국주의에 흡수될 위기에 처하자 스스로 재산을 털어 나라의 빚 탕감에 나서는 국채보상운동이 일었다. 일제 치하에서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던져 일제의 요인 암살에 나서는 의혈단 운동이 빈발했다. 이는 우리처럼 일제의 침탈에 시달리던 당시의 중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었다. 근자에는 외환위기에 처하자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나라의 경제를 구하는 일에 앞장섰다. 태안반도의 기름 유출 사건 때도 연인원 수백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해변의 기름때를 지우기 위해 스스로 나섰다. 개인주의, 이기주의, 경제적 합리성에 순치된 서구의 눈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자신의 이해관계를 초월해서 헌신과 기여를 마다치 않는 우리 사회 특유의 문화적 특성은 그 연원을 고려 말 조선 초 이래 한국 사회를 관통해 온 유교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에서 보듯 유교의 공직관에 따르면 국가와 사회는 가족의 연장체에 다름 아니다. 그런 가족에 헌신하는 일이야말로 교양있는 인간이 취해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 여겼다. 그런 탓에 공적 영역으로서의 국가와 사적 공간으로서의 가족 사회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유동적인 것이 우리의 사회·문화적 특성 가운데 하나다. 나라에 공을 세우고 출세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크게 부모에게 효도하는 일로 여기는 것도 같다. 이를 가족주의 국가관이라고 한다면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위기에 처해서도 내 가족, 내 나라를 위해 헌신과 희생을 마다치 않는 가족국가 패러다임이 작동할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정부의 방역 완화가 상황 악화시켜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감염병으로부터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공동체 전체의 방역이 선결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개인의 불편함이나 자유로운 활동에 대한 욕구를 억제하고 마스크 쓰기에 나서거나 사회적 거리두기에 충실할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선택지가 된다. 실제로 코로나 발생 초기 대구에서는 정부가 마스크 쓰기를 권장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요구하기도 전에 시민이 먼저 나서 마스크를 쓰거나 사회적 거리두기에 나선 바 있다. 문제는 이런 가족국가 의식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상황이 위기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날의 한국 사회는 근대화의 결과 일종의 이중 국가를 형성하고 있다. 서구적 개념의 개인주의에 기초한 핵가족 구성원으로서의 개인과 전통적 개념의 대가족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이 중층적·혼성적 결합을 통해 이중 구조를 이루다가 사회적 위기와 같은 외부 충격이 주어지는 경우 그 결합이 풀리면서 전통적 개념의 가족주의 국가관이 전면에 나서는 현상을 발현한다. 이성과 합리에 기초한 계약 국가 프레임으로부터 정의(情誼,사귀어 친해진 정)와 감성에 기초한 가족국가 프레임으로 인식의 중추가 이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족국가 의식이 발동하기 위해서는 위기 상황의 발현이라는 사회적 긴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상황의 완화를 암시하는 메시지를 거듭 전달함으로써 가족국가 의식의 발동에 필요한 사회적 긴장의 강도를 이완시키는 경우 그렇지 않아도 피로감이 누적된 가족국가 의식이 긴장의 끈을 놓으면서 가족국가 프레임에 의한 선제적·주동적 방역이 탄력을 잃을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귀결이다.
가족국가 프레임으로 해석 가능
이런 가족국가 프레임에서 보면 위기가 심화할 때마다 오히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진다거나 지난 21대 총선에서 실정을 거듭한 여당이 압승한 것처럼 합리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일견 모순되어 보이는 현상도 이해가 가능하다. 가족국가 관점에서 보면 대통령은 넓은 의미의 가족 공동체를 관장하는 가장에 해당한다. 한 가정이 위기에 직면할 경우 가족끼리라면 같은 배를 탄 운명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서로 헌신하고 기여해서 위기를 극복하는 일이 먼저지 가장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엄혹한 질타에 나서야 할 이유가 없다. 누구라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앞다투어 나서야지 가장의 견인력에만 기댈 일은 아니라는 뜻도 된다. 위기의 심각성 정도가 높아질수록 이런 인식은 보다 더 심화한다. 21대 총선에서도 위기 극복의 책임을 집권 세력에 물어 사회 질서를 재편하면서까지 문제 해결에 나설 만큼 상황이 안이하지 않고 위기 상황인 만큼 집권 세력을 객관화하기 이전에 자신이 속한 정서적 공동체의 일부로 여겨 국민이 스스로 위기 극복 과제를 짊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선행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 탓에 가혹한 책임 추궁을 삼간 셈이다. 위기라는 상황 변수와 가족국가 의식이 국가 견인력의 건전성 여부에 대한 평가를 유예한 결과다.
국민이 위기 극복 과제 짊어져
이는 국가와 시민사회 또는 공적 영역과 사적 공간 간의 경계가 명료하고 개인의 자유 보장을 위해 입헌주의를 통한 국가의 개입과 기여를 계약해두었다고 보는 서구 사회와는 인식의 프레임이 근본부터 다르다. 이성적 합리주의에 기초한 서구 사회가 코로나 방역에 실패를 거듭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이는 단순히 서구 문명이 감염병 확산이라는 위기의 대응에 무력하다는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 이상을 함축한다.
특히 합리주의에 기초한 근대 문명이 쇠락기에 들어섰다는 지적은 이미 여러 곳에서 제기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가 일상화하는 뉴노멀 시대가 도래하는 경우 서구 문명의 변증법적 대안이 무엇이냐에 대한 질문이 빈발할 것은 손쉽게 예견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위기 극복을 선도해 온 우리의 가족 국가 프레임은 단순히 범 지구 차원의 감염병 극복을 위한 전략적 도구 이상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인류 문명의 대안을 예시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이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서구 사회로부터 지식을 수입하는 나라로 살아온 우리가 서구 문명에 대한 열등감에서 벗어나 이를 보다 중립적 관점에서 객관화해 볼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준다는 점이다. 문명사적 위기의 한가운데에서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말을 되뇌게 되는 이유다.
중앙일보 박재창 숙명여대 명예교수
07월 26일 여자 양궁의 올림픽 9연패 위업 이끈 公正경쟁 시스템
코로나19 사태로 1년 연기하고 무관중으로 열린 2020도쿄올림픽의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태극전사들이 올림픽 역사를 새로 썼다. 강채영(25)·장민희(22)·안산(20) 등인 한국 대표팀은 25일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팀을 완파하고, 올림픽을 9연패(連覇) 했다. 88서울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뒤로, 한국이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우승을 차지한 위업이면서, 역대 올림픽 종목 통틀어 미국의 수영 남자 400m 혼계영과 케냐의 육상 남자 3000m 장애물에 이은 3번째 9연패다.
그 핵심 요인은, 선수들과 코치진의 과학적인 훈련·전략과 남달리 많이 쏟은 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대를 이어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사실 등과 함께, 공정(公正) 경쟁 시스템이다. 2019년 국가대표 1차 선발부터 기존 국가대표도 전원 참가하게 한 것은 그런 예 중의 하나다. 1·2차 선발전을 건너뛴 채 3차 선발전과 평가전만 거치던 특혜를 없앴다. 올림픽 2관왕이던 선수도 기량이 신예에게 밀려 탈락했다. 반면, 국제무대 경험이 부족해 세계 랭킹 100위권 밖이어도 선발 경기 성적이 뛰어나면 뽑혔다.
양궁 남녀 혼성 단체전은 또 다른 예다. 23일 도쿄 현지에서 가진 랭킹 라운드가 마지막 선발전이었다. 남녀 선수 각각 막내이면서 1위를 차지한 김제덕(17)과 안산이 뽑혀 24일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을 일군 배경이다. 스포츠만 공정하고 치열한 경쟁이 중요한 게 아니다. 국정(國政)을 비롯한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다. 여궁사(女弓師)들이 새삼 일깨워주는 가치를 사회 지도층부터 되새길 때다.
문화일보 사설
07.27 與 “임대료 신규 계약도 통제”, 전세 시장 얼마나 더 망칠 건가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시행 1년을 맞는 임대차 3법과 관련, “새로 계약하는 경우 건물주가 임대료를 부단히 올리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임대료 책정 권한이 건물주에게 집중된 불평등한 계약 관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입법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작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던 세입자들이 내년 계약이 만료되고 나면 그 사이 급등한 전세금을 내야 하는데, 그걸 못 올리도록 제한하겠다는 뜻이다.
작년 임대차 3법 강행 처리 전만 해도 전세 시장은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그 후 1년 사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평균 32%나 올랐다. 신규 계약은 수억원씩 뛰고 전세는 월세나 반전세로 바뀌었다. 많은 사람이 전세를 못 구해 외곽이나 연립 등으로 밀려났다.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른 계약이 만료되는 내년에는 전셋값이 더욱 폭등할 것은 뻔한 이치다. 지난해 임대차법 덕분에 전세금 상승 없이 2년 계약을 갱신했던 임차인들은 “내년에 오를 임대료 수억원을 어디서 구하느냐”며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이렇듯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아예 전셋값 통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이 정권 사람들은 전셋값도 가격이며, 시장의 수요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는 기본 이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기들 이념이 옳고 실패하면 남 탓이다. 윤 원내대표 구상대로 내년 갱신을 앞두고 전셋값을 통제하면 일시적 폭등은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억지로 가격을 눌러 놓으면 공급이 줄어들면서 전세 시장 왜곡이 더욱 심해지기 마련이다. 문 정권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닥쳐올 당장의 비난만 모면할 수 있다면, 훗날 국민이 치르게 될 시장의 복수엔 아랑곳하지 않는다.
윤 원내대표는 언론중재법과 검찰개혁법, 수술실 CCTV법 처리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다음 달 말 야당에 상임위원장 일곱 자리를 넘기기 전에 하겠다는 방침이다. 언론 규제법은 피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 배상 책임을 씌우고 인기투표로 정부 광고를 집행하는 내용이다. 야당에서 강탈하다시피 했던 법사위를 돌려준 데 대해 친문 지지자들이 비난을 쏟아내자 코드에 맞는 입법을 무더기로 통과시켜 책임을 면해 보려는 것이다. 머릿속에는 온통 정치적 셈법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조선일보 사설
07.27 文이 직접 나서 구했다는 ’4000만회분 모더나' 도입 차질이라니
질병관리청이 26일 코로나 브리핑에서 “안정적 백신 공급을 위해 협의하던 중 모더나 측에서 생산과 관련한 이슈를 통보받았다. (공급) 일정이 조정될 수도 있다”고 했다. 기자가 ‘모더나 백신 도입 시기와 물량이 불규칙적이고 소량인 이유가 뭐고 향후 공급에 이상 없느냐’고 질문하자 나온 답변이다. 모더나 백신의 4000만회분(2000만명분) 도입은 작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모더나 CEO와 화상 통화를 한 다음 청와대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확보했다며 발표한 내용이었다.
결국 정부가 장담했던 모더나 공급이 흔들린다는 뜻일 것이다. 26일 시작된 55~59세 접종이 원래는 모더나 위주로 하려 했다가 수도권은 화이자로 바꾼 것도 모더나 공급이 순조롭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또 화이자 2차 접종을 1차의 3주 뒤에 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4주로 늘려놨다. 모더나 수급 차질로 화이자까지 영향을 받게 되자 은근슬쩍 간격을 늘린 것이다.
이달 들어 네 차례 빚어진 백신 예약의 접속 지연, 오류, 먹통 등 혼란도 결국 백신 갈증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 19일엔 질병관리청 서버 처리 능력의 20배인 600만명이 동시 접속 대기했다. 백신이 찔끔찔끔 들어오다 보니 불안해진 국민들이 한꺼번에 예약에 나서 먹통 혼란이 빚어졌다.
혼란의 중대 고비마다 문재인 대통령의 상황과 동떨어진 엉뚱한 발언이 있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유럽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 “(우리가) 세계적 방역 모범 국가로 국제적 표준이 됐다. 소비 쿠폰 등 전방위적 내수 보강책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그 직후 4차 대유행이 본격화했다. 작년 12월 3차 대유행은 문 대통령이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한 후 사흘 뒤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면서 시작됐고, 작년 8월에도 정부가 광복절을 사흘 연휴로 만들고 상품권을 살포한 후 2차 대유행으로 들어섰다. 모더나 도입 약속까지 포함해 대통령이 매번 상황을 잘못 읽어 정부 대응을 잘못된 방향으로 오도(誤導)하고 있으니 ‘대통령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7.28 런던의 함성, 도쿄의 침묵… 코로나 노이로제가 갈랐다
[朝鮮칼럼 The Column] 축구 유로 결승 열렸던 런던, 6만여명 팬 경기장서 환호
도쿄 올림픽은 무관중 진행
日, 확진자 수 英보다 적지만 온 사회가 코로나 공포 빠져
‘방역 성공’의 본질 돌아봐야
/유로2020 결승전이 열린 영국 런던 웸블리 구장과 7월 22일 일본과 남아공의 올림픽 축구 예선이 열린 도쿄스타디움 모습. 웸블리 구장은 마스크를 벗은 관중들이 꽉찬 반면, 도쿄 스타디움은 무관중 경기로 관중석이 텅 비어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코리아 파이팅!” 17세 소년 궁사 김제덕 선수의 포효가 온 국민의 가슴을 뻥 뚫어주었다. 그런데 김제덕의 목소리가 왜 그렇게 ‘크게’ 들렸던 걸까? 관중석이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기가 치러지는 도쿄 지역에는 현재 가장 높은 방역 단계인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된 상태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환호해야 할 관중 대신 그저 관계자나 소수의 관객만 앉아 있다.
텅 빈 것은 경기장 관중석뿐만 아니다. 올림픽을 향한 일본 국민들의 열정에도 구멍이 뚫려 있다. 지난 16일과 17일 아사히신문이 수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여름에 올림픽을 치러야 한다는 응답자는 조사 대상자 중 34%에 지나지 않았다. 32%는 취소, 30%는 재연기를 요구했다. 마이니치신문이 19일 공개한 여론조사 역시 부정적 응답이 42%나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여론이 올림픽에 부정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코로나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83%가 올림픽으로 인한 코로나 확산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올림픽을 안전하게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하자 64%는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올림픽을 덮어버린 셈이다.
지구 반대편으로 가보면 어떨까? 현지 시각으로 지난 7월 11일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유로 2020 결승전을 떠올려보자. 당시 영국은 하루 확진자가 1만명 이상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유로 2020은 유럽 각지에서 유관중으로 치러졌다. 4강전과 결승전은 웸블리의 전체 좌석 중 75%에 해당하는 6만여 명이 현장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거행됐다. 웸블리에는 즐겁고 시끄럽고 북적거리며 함성을 질러대던 코로나 이전 세상이 있었다.
확진자, 사망자, GDP의 변화 등 객관적인 숫자만 놓고 보면 일본은 영국보다 코로나를 잘 막아내고 있다. 심지어 백신 접종률도 일본이 영국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지난 7월 8일 영국 공공보건청에서 발표한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2차 접종 완료를 기준으로 할 때 영국의 백신 접종률은 45.5%이며 65세 이상 고령·고위험군은 90% 이상 접종을 완료했다. 덕분에 확진자가 만명 단위지만 치명률은 계절성 독감과 유사한 0.1%대에 머문다. 일본은 올림픽을 앞두고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해 2차 접종 완료 기준 25%까지 끌어올렸다. 영국처럼 고령·고위험군에 우선 접종하면서 추세를 이어나간다면 코로나의 고삐를 틀어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런던에서 들려온 함성이 도쿄로 이어지지 않는 것일까. 문제는 코로나 그 자체가 아니다. 코로나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일본 국민 상당수가 ‘코로나 노이로제’에 걸려버린 탓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코로나에 걸리거나 옮기지 말아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매우 강하다. 정부가 감당해야 할 스트레스를 국민들이 대신 끌어안고 서로에게 전가하고 있다. 일본 국민의 코로나 경각심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는 셈이다.
올림픽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코로나 노이로제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일본에서 지난 7월 3일 발생한 사건은 그 노이로제를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검은 마스크를 쓴 53세의 여성이 성화 봉송 주자에게 물총을 쏘며 “올림픽 반대, 올림픽 그만두라”고 외친 것이다. 적잖은 일본인은 올림픽을 긍정적 이벤트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 외국인들이 몰려와서 병 옮기는 체육 대회쯤으로 여기고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숫자만 놓고 보면 일본은 영국보다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경기장에서 축구를 보며 펍에서 맥주를 마시고 하나가 되는 즐거움을 누린 반면, 일본인들은 57년 만에 자국에서 치르는 올림픽을 편하게 즐기지 못한다. 확진자 숫자만 바라보며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다. 대체 무엇을 위한 ‘방역 성공’이란 말인가.
방역의 목적은 건강이다. 건강의 목적은 행복한 삶이다. 국민을 불행하게 만드는 방역, 노이로제에 빠지게 만드는 방역은, 아무리 확진자 숫자가 적고 GDP가 건재해도 성공이라 볼 수 없다. 런던은 환호와 열광의 도가니였다. 도쿄는 침묵 속에 올림픽을 치르고 있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두 도시 중 어느 쪽이 더 살맛 나는 곳일까? 우리의 방역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게 된 지 1년도 더 된 지금, 본질적인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 노정태 철학에세이스트
07.28 “집값 띄운 게 누군데 국민탓? 홍남기의 정신승리 기가 찬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4동 재정비촉진지구를 현장방문한 뒤 재개발사업추진위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07.28.뉴시스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시장 안정은 정부 혼자 해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부동산시장 참여자 모두, 아니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라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한 뒤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고 있다. 정부 부처 내에서도 “이제 와서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국민들에게 돌리는 홍남기 부총리 특유의 정신 승리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실거래가 띄우기 적발? 집값 띄운 게 누군데...”
홍 부총리는 이날 “올해 초 어렵게 안정세를 찾아가던 주택가격, 전세가격이 4월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저를 비롯하여 관계장관 모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의 과도한 집값 상승 기대 심리와 일부 주택 소유주들의 실거래가 띄우기 등 불법‧편법 거래를 시장 과열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홍 부총리는 부동산 시장 안정이 “국민 모두가 하나 되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9)씨는 “최근 정부가 실거래가 띄우기 사례를 적발한 것을 놓고 홍 부총리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을 보면서 정부가 ‘드디어 정부 실패가 아니라 일부 국민의 잘못이라는 핑곗거리를 찾았다’고 생각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을 띄운 게 이 정부라는 사실을 먼저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 광명시에 사는 교사 오모(37)씨는 “집값 폭등으로 이어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분노하는 국민들이 한둘이 아닌데, 경제 정책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저런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는 것을 보고 환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경제 부처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정신승리도 이런 정신승리가 없다. 부끄럽다”고 했다.
홍 부총리가 “결코 지적과 우려만큼 공급 부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양질의 주택이 신속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고 또 앞으로도 더 매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다. 서울 은평구의 한 공인중개사(62)는 “서울 등 수도권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는 전문가들 지적이 제기된 지 오래인데, 공급 대책을 뒤늦게 시작해놓고 이제와서 ‘공급 부족이 심각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어이없는 설명”이라며 “공급이 부족하지 않은데 공급을 늘리면 공급 과잉이 될 텐데,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값 조정될 수 있다” 해놓고 시기 묻자 “확정적으로 말 못해”
홍 부총리는 향후 이날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향후 주택가격의 조정가능성에 대하여 말씀드렸습니다만 이는 단순히 직관에 의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경험, 주요 관련지표가 보여준 바를 말씀드린 것”이라며 “여러 국내기관들뿐만 아니라 국제기구에서도 과도하게 상승한 주택가격의 조정가능성을 지적하고 있고, 특히 한은이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가운데 우리 금융당국은 하반기 가계부채관리 강화를 시행하게 되며, 대외적으로 미국 연준의 조기 테이퍼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불안감에 의한 추격매수보다는 향후의 시장상황, 유동성 상황, 객관적인 지표 그리고 다수 전문가 의견 등에 귀 기울이며 진중하게 결정을 해주셔야 할 때”라고 했다.
기자들이 “고점인 현재 시세에서 주택가격이 어느 정도 조정이 돼야 정상화라고 볼 수 있냐”고 묻자 홍 부총리는 “조정이 언제 또 얼마만큼 수준을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고 또 이렇게 숫자적으로 확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사안도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그와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시고 시장 거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했다. 조정 시기와 조정 규모를 알 수 없다는 얘기다. 홍 부총리는 다만 “만약에 시장의 어떤 하향 조정 내지는 가격 조정이 이루어진다면 저는 시장의 예측보다는 좀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도 있겠다는 그런 예상을 하게 된다”고 했다.
조선일보 정석우 기자
07.29 ‘미친 집값’ 만든 정부가 ‘국민 모두의 탓’ 하며 경찰 내세웠다
홍남기 경제 부총리가 부동산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은 정부 혼자 해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집값 안정이 “시장 참여자 모두, 아니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국민들이 과도한 수익 기대 심리를 제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도 했다. 정부가 잘못된 정책으로 ‘미친 집값'을 만들어 놓고는 이제 와서 ‘국민 모두’에게 책임을 돌린 것이다.
이날 담화 발표장엔 이례적으로 경찰청장까지 배석했다. 정책으로는 집값이 안 잡히자 경찰력을 동원해 겁을 주겠다는 뜻일 것이다. 홍 부총리는 아파트 공급 부족이 집값 급등을 가져왔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며 부인했다. “불법적 시장 교란 행위를 연중 단속하겠다”는 것 외엔 다른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대책을 내놓는 족족 실패하는데 더 내놓을 것도 없었을 것이다.
역대 정부 최악의 집값 폭등은 전적으로 잘못된 정책 설계에 따른 정부 실패의 결과다. 새집 부족이 집값 불안의 원인인데 제대로 된 공급 대책은 없이 세금 폭탄과 대출 조이기 같은 수요 규제책만 남발했다. 4년 사이 26차례나 대책을 내놓았지만 대책이 나올 때마다 집값은 뛰어올랐다. 이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90% 상승해 11억5000만원을 넘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평균도 6억3000만원을 돌파했다. 부작용이 예정된 임대차 3법을 강행해 전·월세 가격까지 급등시키고 전세대란을 일으켰다. 그래 놓고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다주택자, 투기 세력 탓만 하더니 마침내 국민 책임론까지 들고 나왔다.
홍 부총리는 “과도하게 상승한 집값이 시장 예측보다 좀 더 큰 폭으로 조정될 수 있다”며 ‘추격 매수'를 자제하라고 했다. 4년 전 문 정부 출범 초기 때 국토부 장관이 “사는 집 말고는 다 파시라”고 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그 말을 믿고 집을 사지 않았던 다수의 서민과 청년은 치솟는 집값 앞에서 절망하고 있다. 그래 놓고 정책 전환 대신 또 국민을 겁주고 속이려 한다.
조선일보사설
07.30 방역 농락 민노총, 한 달 내내 이어진 비루한 정부 행태
/(원주=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원주 집회를 강행한 23일 집회 장소인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출입이 막히자 노조원들이 인근 언덕을 넘고 있다.
검찰이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체포영장을 반려했다. 양 위원장이 8월 초로 출석 연기 요청서를 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민노총은 지난 3일 코로나가 확산하는 위기 국면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불법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집회 다음 날인 4일과 9일, 16일 세 차례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위원장은 불응했다. 수사에 응할 뜻이 없다는 것이다. 민노총은 23일 또다시 불법 집회를 열었다. 30일에도 불법 집회를 예정하고 있다. 코로나가 창궐하든 말든 한 달 동안 보란 듯 법과 방역을 농락하고 있다. 민노총이 아니라면 검찰은 출석 연기 요청을 이유로 주동자의 체포영장을 반려했겠나.
한 달 동안 보여준 당국의 행태는 민망할 정도로 비루하다. 경찰은 불법 집회 혐의로 30명을 입건했지만 그동안 실제로 소환해 조사한 사람은 10명에 불과하다. 민노총 사무실이나 집행부 자택은 건드리지도 못했다. 위원장 등 집행부 몇 명의 휴대전화만 압수수색했을 뿐이다. 민노총 집회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예상대로 말뿐이다. 작년 8·15 집회 땐 대통령의 “용서할 수 없는 행위” 발언 3시간 만에 집회 관련자를 고발했다. 5일 뒤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한 달 뒤 주동자를 구속했다.
자영업자에겐 저승사자처럼 군림한 방역 당국도 민노총 앞에선 어쩔 줄을 모른다. 집회 참가자의 코로나 감염이 확인된 이후 질병관리청은 민노총에 두 차례 집회 참가자 명단을 요구했다. 민노총은 최근 “확진자 3명 외에 추가 확진자는 없다”는 내용의 A4 용지 한 장짜리 표만 보냈다고 한다. 참가자 명단은 물론 실제로 검사했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는 자료다.
정부는 작년 8·15 집회 때처럼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휴대전화 통신 정보, 보안 카메라 영상 등을 확보해 얼마든지 집회 참가자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민노총에 대해선 자발적으로 명단을 제출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한다. 모든 권한을 동원해 한시라도 빨리 감염을 차단해야 할 방역 당국이 한 달 내내 그러고 있다. 이래서 국민들이 민노총을 “청와대 상전”이라고 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7.31 “무능하면 염치라도 있어라”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사례가 차고 넘치지만, 집값 급등의 책임을 ‘국민 탓’으로 돌릴 줄은 몰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8일 부동산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주택 수요자의 ‘상승 기대심리’를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정부 실정(失政)으로 집값이 오른 게 아니라 시세 차익을 기대하며 집을 사들이는 사람들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이어 “부동산 시장 안정은 정부 혼자 해낼 수 없다. 국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공유지의 비극’을 언급했다.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은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개인 때문에 전체가 몰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론이다. 홍 부총리의 말이 “집값 잡으려는 정부 노력에 초 치지 말고, 가만히 좀 있으라”는 은근한 협박처럼 들렸다.
“집을 사면 위험하다”며 ‘대놓고’ 으름장도 놓았다. 홍 부총리는 지금 집값이 지나치게 높다며 IMF 외환 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서울 집값이 18% 이상 내린 사례를 소개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주택 시장 조정이 예상치보다 큰 폭이 될 수 있다”고 집값 폭락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부는 27일엔 IMF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4.3%로 상향 조정한 것을 소개하며 “우리 경제가 코로나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더니 불과 몇 시간 뒤 주요 경제 부처 수장이 총출동해 ‘역대급’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의 담화는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며 협박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는 “청약통장을 양도하거나 기획 부동산 투기에 가담하는 행위는 반드시 검거되며, 구속까지 될 수 있다”며 “형사처벌되거나 소중한 재산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하라”고 했다.
돌이켜 보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첫 출발선이 ‘엄포’였다. 2017년 6월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투기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다주택자를 향해 “사는 집이 아니면 팔라”고 했다. 하지만 다주택자를 겨냥한 갖은 규제 정책에도 집값은 계속 올랐고, 정부는 시종일관 내로남불식 변명을 늘어놓았다. 지난 4년간 집값이 줄기차게 오른 이유는 전(前) 정부 탓이었고, 저금리와 글로벌 유동성 확대 그리고 급격히 늘어난 1인 가구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급기야 ‘이제라도 집을 사지 않으면 영영 무주택자로 남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내 집 마련에 나선 사람들을 투기꾼으로 몰아붙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부글부글 끓는 부동산 민심에 기름을 끼얹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는지 궁금하다. “무능하면 염치라도 있어라”는 한 네티즌의 댓글이 대다수 국민의 심경을 대변하는 것 같다.◎
조선일보 진중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