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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21/ 정치7/ 정치란? - 위기에 처한 한국의 공민사회(civil society) -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현주소 - 國格 허물고 증오 키우는 정치인 막말

상림은내고향 2021. 7. 16. 16:54

대한민국21/ 정치7/ 정치란?

2017.05.16 위기에 처한 한국의 공민사회(civil society)...언론, 검찰, 헌법재판관들의 타락

⊙ ‘civil society’란 ‘자율적인 국민으로서의 공민(公民·citizen)이 이루는 사회’ 의미
⊙ 라틴어 ‘societas civilis’에서 비롯, 로크에 이르러 민주적·공민적 사회 뜻 확립
⊙ 현재의 상황은 문명적 공민사회를 떠받쳐야 할 엘리트 집단인 언론, 검찰, 헌법재판관들의
타락을 보여줘

유광호
1958
년생. 서울대 역사교육과 졸업, 연세대 대학원 사회학과 박사
연세대 강사, 이승만연구원 연구원 역임. 현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초빙 연구위원, 한국자유회의 실행간사

▲ 지난 3월 1일 광화문 등 서울 중심부에서는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참여자들 중 70~80대는 현대 한국의 공민 1세대에 해당한다.

 

촛불 시위를 주동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탄핵 인용 다음날인 3 11일 ‘2017 촛불권리선언’과 ‘100대 촛불개혁과제’라는 것을 발표했다. 그들은 선언문에서 “촛불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대의(代議)정치를 개혁하고 직접민주주의를 전진시키는 주권자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자코뱅주의적 인민주권론에서 나오는 직접민주주의를 거부하고 대의제로 평등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의 정치체제인 자유민주주의를 공격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100대 과제 중 재벌체제 개혁, 공안통치기구 개혁, 노동기본권, 남북관계·외교안보정책 개혁, 언론개혁과 자유권 등만 보더라도 자유민주적 질서를 훼손하고 북한 권력에 이로우며 전체주의로 가는 고속도로를 까는 내용들이 무수하다. 이런 정책들을 과격 정파(政派)에서는 대선(大選) 공약으로 내걸고 있고 북한 전체주의는 《노동신문》을 통해 그 이행을 선동하고 있다.
  
 
이들은 한편으로는 대통령 탄핵은 대통령에 한정되지 않고 ‘정책탄핵’을 포함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기존 안보·외교정책의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 요구에 불응하는 고위공직자들은 ‘부역자(附逆者)’라고 비난한다.
  
 
부역자란 6·25공산남침전쟁 이후 나온 용어로서 ‘적방(敵方)에 대한 동조자’로 처단 대상이란 의미이다. 다시 말해서 이제 체제전복 세력의 대한민국 전복 전략은 공개적 차원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 즈음하여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의 사회적 기반인 ‘공민사회(civil society)론’을 살펴보고 그것이 처한 상황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시민사회’에 대한 오해

한국에서는 비정부조직(NGO)을 ‘시민단체’라고 부르는 것과 맞물려 ‘시민단체들의 총체’를 ‘시민사회’라는 말로 불러왔다. 지난 30년 동안 ‘시민사회’는 좌경(左傾) 세력의 독무대였다. 이들은 1980년대부터 이탈리아 공산주의자 그람시의 헤게모니 전략을 수용했다. 그것은 공민사회의 자발적 동의하에 헤게모니가 체제 측에 있기 때문에 공산주의 혁명가들은 공민사회에 들어가서 진지전(陣地戰)을 벌여 헤게모니를 쟁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일성의 지령도 있었지만 이에 따라 좌익학생 운동권은 우리 사회의 주요 분야들에 ‘투신’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civil society’를 ‘시민사회’라고 번역하는 것을 당연시하며, 그것이 ‘도시민의 사회’를 가리킨다고 오해해 왔다.
  
 
‘시민사회’라는 말과 관련해서 필자는 ‘정치담론에서 citizen을 왜 시민으로 번역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어왔다. 영한사전을 찾아보니 거기에도 ‘국민’이 첫 번째 뜻으로 돼 있는 데도 말이다. 미국 대통령이 “My fellow citizens”라고 하면서 연설을 시작하는데, 이것을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으로 통·번역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시민들만 보고 연설을 하는가? 아니면 ‘국민’이라는 말은 국가주의나 일제(日帝)가 쓰던 말이라서 민주주의 하는 미국이나 서구(西歐)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그것은 서구에서 그 역사에서 국가라고 하는 것의 의미와 실재, 그리고 공적(公的)인 것에 대한 서구인들의 중시를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자유주의와 민족주의가 하나의 짝을 이루어 왔다는 엄연한 사실과 개인의 이익의 총합이 국익(國益)이고 국익을 지키기 위한 민족주의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소리 내어 외치지 않는다는 점을 모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어의 번역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1980년대 말 이래 언론에서 쓰이기 시작하여 통용되고 있는 보수(保守)와 진보(進步)라는 개념은 사회주의적 과격 세력을 ‘진보’라는 좋게 들리는 말로 포장해서 그 위험성과 혐오감을 가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미국의 ‘리버럴(liberal)’을 ‘진보’로 마구 번역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정확한 통시적(通時的)·공시적(共時的) 맥락을 모르면 오독(誤讀)을 하거나 음험한 의도에 속아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기초적인 지식을 정확히 하지 않고 어긋난 의미에서 생각하고 주장을 펼쳐나가게 되면 그 괴리와 왜곡은 점점 커지게 마련이다.    


  
‘공민’이란 무엇인가

/공민사회(societas civilis)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키케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civil society’와 그와 관련된 개념들의 의미를 어원과 사상사를 따져서 밝히고 옳은 번역을 제시한 작품이 사회학자 조혜인 교수의 《공민사회의 동과 서: 개념의 뿌리》다. 이 책은 구미(歐美) 학자들에게도 명확히 인식되지 않은 점들과 인식의 혼란을 일으키는 점들까지 밝힌 구미까지를 통틀어 가장 풍부하고 정확한 ‘civil society’ 개념에 대한 분석·정리라고 할 수 있다.
  
 
civil society’란 한마디로 국민이 자율성을 향유하는 사회를 가리킨다. 자율적인 국민으로서의 ‘공민(公民·citizen)’이 이루는 사회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 말은 그 어원(語源)이 고대 유럽에서 비롯되었다.
  
 
어원을 살펴보면 ‘civil society’는 라틴어 ‘societas civilis’를 그대로 영어로 바꾸어 놓은 말이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가 이 말을 사용했었다. 거기서 ‘civilis’는 명사 ‘civitas’의 형용사가 되는 단어다. 라틴어 ‘civitas’는 ‘국민(civis, 복수 형태는 cives)’을 총체적으로 부르는 말이었다. 이 말은 그들이 이루는 ‘국가’라는 의미도 같이 지니고 있었다. 이는 오늘날 영어에서 ‘nation’이라는 말에 ‘전체로서의 국민’이라는 의미와 그들이 이루는 ‘국가’라는 의미가 함께 들어 있는 것과 같다.
  
 
그런데 ‘nation’도 ‘people’도 영어의 언어 체계상 국민 개개인을 가리킬 수는 없다. 그래서 개인으로서의 국민을 가리키는 말이 바로 ‘citizen’이고 프랑스어로는 ‘citoyen’이다. 모두 어원이 라틴어고 그 본원적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civitas’가 단순히 국민을 가리키는 것 이상으로 ‘자율성을 향유하는 국민’을 가리키는 맥락을 띠고 있을 경우에 ‘공민’이라는 번역이 적합한 것이다. 키케로가 ‘societas civilis, 즉 직역해서 ‘civitas적 사회’라는 말을 사용했을 때는 ‘공민적 덕성(civil virtue)을 지닌 사람들이 이루는 격조 높은 사회’라는 맥락에서 사용한 것이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직접 민주정하에서 모든 공민은 정부의 중요한 입법, 행정, 사법 활동을 일상적으로 수행했다. 폴리스(polis·로마의 civitas에 해당하는 말)의 모든 공민은 그대로 하나의 ‘국가’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므로 ‘협의(狹義)의 국가’, 즉 광의(廣義)의 정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를 모두 포함한- 와 공민사회는 분리되지 않고 합일의 상태에 있었다.
  
 
공민 서로를 하나로 묶어놓은 상태에서 철학자들은 ‘사(私·the private)’를 억누르는 ‘공(公·the public)’의 추구를 공민적 덕성으로 간주했다. 공민의 개인적 자유는 없었다. 마르크스는 국가와 공민사회의 이런 미()분화에서 분화로의 진화를 계급 분화와 착취 과정으로 보았고 그것을 다시 합일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그것이 바로 공산주의이다.  


  
로크의 ‘civil society  

/근대적 공민사회의 개념을 제시한 존 로크

 

공민사회는 근대 서구(西歐)에서 정부를 의미하는 국가에 대해 자율적인 사회로 의미를 일신하게 된다. 그 단초이자 과도 단계가 17세기 후반에 영국의 홉스가 ‘civil society’를 ‘국가를 갖춘 사회’, 즉 ‘문명사회’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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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 말엽에 로크가 홉스와 달리 민주적인 국가를 갖추었을 때를 ‘civil society’라고 부름으로써 ‘민주적 사회’ 내지 ‘공민적 사회’를 의미하게 됐다. 로크는 결국 권력자 내지 그 정부를 입법기관을 통해 통제함으로써 법 앞에서 예외 없는 ‘공민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함으로써 ‘국가에 대하여 자율적인 공민사회’라는 근대적 분화와 그 근대적 의미를 드러냈다.
  
 
국가에 대해 자율적인 근대 공민사회의 구도를 더욱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이 자유개념이었다. 로크는 자유란 국민의 합의에 기초하여 수립된 입법부에 의해 국민의 위임에 의거하여 제정된 법률 외에는 구속받지 않고 각자가 매사에 자신의 의사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고 규정했다.
  
 
그는 그러한 개인의 자유가 정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중대한 가치임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로크는 자유 개념을 갖춘 민주주의, 즉 자유민주주의, 다시 말해 근대적 민주주의, 즉 대의민주주의의 이념을 정립했다고 할 수 있다.
  
 
로크는 자유를 보장해 줄 장치로서 행정권으로부터의 입법권의 독립 같은 권력분립의 기제를 중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것이 전체로서의 통합성을 전제하면서 공익에의 지향을 불가분의 요소로 내포하는 공민사회 개념인 것이다. 공민사회는 과격한 자유주의의 관점과는 달리 민주적 국가기구들을 그 안에 포함하고 있으면서 조직적으로는 그것과 분화되어 자율성을 누리는 전체를 의미한다.  


  
공민사회론의 변천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아테나의 정치가 페리클레스. 고대 그리스에서는 공민사회와 국가가 분화되지 않았다.

 

국가와 공민사회의 분화 없이 많아야 수만 명에 불과한 모든 국민, 즉 자유민이 서로 모두를 통치하는 직접민주주의하에서는 국가에 대해 공민사회의 자율성을 지키려는 지향을 담고 있는 개념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니었던 것이다.
  
 
‘자유’는 오늘날 일반적으로 자유민주주의라고 불리는 하나의 커다란 이념 체계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가치 개념이다. 이것이 근대 공민사회의 자율성을 지켜주는 신념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신념이 종교적 신념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해서 루소는 ‘공민종교(civil religion)’라고 일컬었다. 그것은 영국에서 발전하게 된 일체의 제약을 혐오하는 자유주의적 자유개념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으로 그것으로는 공민사회의 통합성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로크도 자유주의자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자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후 19세기에 헤겔의 국가를 중시하는 공민사회론과 국가를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자본가 계급의 착취 공간일 뿐이라고 각색한 마르크스의 ‘부르주아 사회(bourgeois society)’론이 나왔다.
  
 
그리고 20세기에는 공산주의자 그람시의 헤게모니와 진지전 담론을 비롯하여 자본주의의 ‘폐해’를 교정하겠다는 목적에서 하버마스 등의 공민사회 담론이 나와서, 공익 내지 공동체를 위해 공민사회에서 사익 지향을 아예 배제하는 개념화를 시도하기까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수호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관심에서 보면 로크가 성립시킨 계열의 공민사회론을 살핀 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역설적 상황에 놓인 한국의 공민사회 

  한국의 공민사회는 조선시대 사대부(士大夫) 사회의 네트워크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위민(爲民)’과 ‘이공멸사(以公滅私)’를 주지로 하는 주자학을 공민종교로 하고 재야(在野) 사대부와 재조(在朝) 사대부들이 상향적(上向的)으로 공론을 수렴하면서 ‘붕당(朋黨)’이라는 일종의 정당을 형성하여 정치를 했다. 또한 조정에는 대간(臺諫)들과 중신(重臣)들 간의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어서 정책 결정이 쉽지 않을 정도였다.
  
 
근대적 의미의 공민사회가 형성되는 것은 1948년 건국혁명 이후였다. 자유당 정권 시절에도 언론계와 학계는 자율성을 누렸다. 그리고 1961년 군사혁명 후 본격화된 산업혁명의 성공 결과 두꺼운 중산층이 형성된 것을 배경으로 해서 1987년 넥타이 부대의 민주화운동이 성공했다. 이후 공민사회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근래의 모습은 그 공민사회라는 자유의 영역에서 전체주의가 움직이고 있는 역설적 상황이다. 사상적 문제가 있다. 자유를 죽이는 데 앞장선 자들은 지배자가 되고 다른 사람들은 노예가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정치권력까지 획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전복 전략이 실행 중이다.
  
 
최순실사태 이후의 상황은 문명적 공민사회를 떠받쳐야 할 엘리트 집단인 언론, 검찰, 헌법재판관들의 타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상황은 그들이 자율성에 바탕을 둔 공민적 덕성도, 직업윤리도 저버리고 전체주의에의 유혹에 빠져 저지른 야비한 야만이었다. 이것은 ‘일상적 전체주의’ 풍조다.
  
 
‘쓸모 있는 바보들’인 좌경 리버럴인지 좌익분자인지는 불분명하지만 기자가 소설로 특종 기사를 만들고 헌법재판소 판결문은 그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여 3류 에세이를 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소신을 갖고 이를 비판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 학계와 지식계 및 사() 계층 내 ‘일상적 전체주의’의 구속력이 가공할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한마디로 현대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야만적 전체주의 추종 세력과의 결전장(決戰場)에 서 있다. 그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상황을 단기적 일과성으로 인식하는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만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화를 내세우며 독재규탄과 인권을 마치 노란 리본처럼 달고 외치던 그들이 어찌하여 북한의 노예적 인권 상태에는 침묵하며 천사처럼 평화를 외치던 그들이 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외면하고 있는지 엄정하게 물어야 한다. 전복 전략은 허위조작으로 선전선동을 주()무기로 하면서 불리한 것은 망각하도록 세뇌시키는 것이다. 어설프게 그들에게 끌려드는 것은 자신을 확실한 노예화의 길로 인도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태극기를 들고나온 대한민국 ‘공민 1세대’ 

공민사회는 그것과 짝하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신념, 즉 공민종교에 의해서만 지탱될 수 있다. 국가가 모든 것을 다해주겠다는 포퓰리즘적 유혹은 공민사회와 그 안에서만 가능한 개인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국가의 노예 내지 샐러리맨화를 불러오고 말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일상적 전체주의 흐름이다.
  
 
토크빌의 말대로 평등에의 열정이 권력의 중앙집중화로 이끌고 또 이 중앙집중화가 평등 정신을 키운다. 이런 풍조가 좌익혁명 세력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되어 왔다. 자조(自助)의 정신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이번에 태극기 집회에 참석했던 70~80대는 현대 한국의 첫 ‘civis(공민)’들로서 첫 공민사회를 구성한 세대다. 그들이 거리로 나온 것은 ‘박근혜 대통령’ 개인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신념과 열정 때문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내려진 후 천진한 지식인들은 매체들을 통해 국민통합을 호소하고 있다. 일견 설득력 있게 들리지만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지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호소는 최악의 사태에 맞설 아무런 정신적 준비도 없이 중대한 정치적 체제투쟁을 중성화(中性化)하고 정신적·사상적 무장해제를 초래할 수 있다. 무원칙한 원만주의(圓滿主義)는 의도와 관계없이 시민들을 무의식적으로 전체주의적 전복 음모를 위한 동반자로 만들 수 있다. 그런 주장은 전복 세력이 바라는 ‘평화적’ 정권 장악에 필요한 조건을 제공해 줄 수 있다.
  
 
다가오는 선거는 여야(與野)의 경쟁이라는 통상적 선거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당면하고 있는 국가안위 문제까지 더해져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폭발성이 강한 선거다. 5월 대선은 동질적(同質的) 세력 간의 게임의 장()이 아니라 이질적(異質的) 세력 간의 전쟁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출처 | 월간조선 2017년 5월호

 

2017.05.16 한국 대선의 기본법칙...승자의 저주와 문재인 정부의 운명은?

19대 대선, 결과분석과 전망- 보수 몰락, 진보의 표 늘어나지 않아

⊙ 한국 선거의 기본문법에 충실한 선거
⊙ 보수:중도:진보가 35:30:35가 한국 선거의 기본틀
⊙ 작년 총선 때 새누리당은 전국 평균 33.5% 득표해서 보수로 지지층 축소
탄핵 없었어도 보수 승리 못했을 것 

/2017년 5월 10일 오전 제19대 대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
서 청와대로 향하는 전용차에 올라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조선DB


파천황(破天荒상황에서 치러진 19代 대선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후보가 41.1%의 득표율로 19대 대선의 당선자로 확정되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이 결정이 결정된 3 10로부터는 60,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2 9일로부터는 정확하게 6개월 만에 치러진 조기 대선이 막을 내린 것이다.


 
조기 대선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대통령 중심제를 취하는 국가에서 그 권력의 중심인 대통령이 탄핵되고 그로 인해 조기대선이 치러졌다는 사실 자체가 파천황(破天荒)이라 할 수 있다. 조기대선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상황전개는 드라매틱했다. 국회재적의원 2/3이상의 찬성이 없으면 탄핵안은 국회 문턱을 넘을 수도 없었다. 당시 127석이었던 여당의 분열이 이 봉인을 해제한 것이다. 헌재는 8:0이라는 만장일치로 마침표를 찍었다.   

 

  ‘박근혜정권 퇴진 국민행동’이 주도한 촛불집회에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주최 측 추산 1,700만 명 이상이 참여하였다. 기네스북에 등재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고, 서울시에서는 노벨평화상을 추진한다고도 한다. ‘태극기 집회’로 불린 보수진영의 퇴진 반대운동도 만만치 않았다. 전대미문의 대통령 탄핵 자체도 그러하지만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이 대대적으로 광장으로 집결하면서 장()이 마련된 19대 대선은 그래서 파천황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라고 할 수 있다. 

 

결과는 한국대선의 기본 법칙이 완벽에 가깝게 구현 

 대선 결과는 파천황 상황에 견줄 정도로 놀랄만하고 극적이었는가? 전혀 아니다. 대선으로 이어지는 극적인 상황 전개가 무색하게 문재인 당선으로 마침표를 찍은 19대 대선결과는 한국정치의 기본문법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약간의 정도 차이는 있지만 물리학적 엄밀성에 견줄 정도로 한국대선의 기본법칙이 완벽에 가깝게 구현된 선거였다.


 
직선제 개헌 이후 이번까지 전부 일곱 차례의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13代 노태우를 필두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까지 일곱 명의 대통령 당선인이 배출되었다.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 간 대결의 관점에서 보면 보수 10년 → 진보10 → 보수 10 → 다시 진보 집권시대가 열린 것이다.

 

 선거과정과 그 결과를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 간 대결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 논쟁의 여지가 있는 앞의 세 차례 대선을 제외하고, 아래 표는 노무현후보가 당선된 16대부터 직전의 18대 대선까지 세 차례 선거결과를 진영 간 대결의 관점에서 요약한 것이다. 

 

 <歷代 대선결과 요약>

  보수진영 진보진영
16 17 18 16 17 18
득표수 1,144 1,505 1,577 1,297 826 1,469
직전대비 증감   +361 +72   -471 +643
득표율 46.6% 63.7% 51.6% 53% 35% 48%
총유권자수 3,499 3,765 4,050 3,499 3,765 4050
유효투표수 2,456 2,361 3,046 2,456 2,361 3,046

 

‘승자(勝者)의 저주(詛呪),’ 한국대선의 기본법칙 

 

앞선 세 차례 대선결과가 보여주는 한국대선의 기본법칙은 승자의 저주다. 지난 대선에서 과반을 넘거나 그에 근접하는 다수표를 얻어 승리한 집권세력이 차기 대선에서는 크게 표를 잃어 참패하거나 겨우 집권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몰락하는 것이 한국대선의 기본법칙이다
 2002
년에 노무현과 권영길이 후보로 나선 진보진영은 1,297만 표를 얻어 1,144만 표에 그친 보수진영을 150만 표차 이상으로 앞섰다.

 

 이 결과에 취해 ‘진보진영 30년 집권론’이 나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집권 5년차에 치러진 17代 대선은 826만對505, 진보진영이 679만 표 뒤진 참패였다. 전체 유권자가 266만 증가하였지만, 낮은 투표율로 인해 대략 유효투표수는 95만 표 줄어든 상황이었다. 5년 전에 비해 보수진영은 361만 표를 늘린 상황에서, 진보진영은 5년 만에 471만 표가 줄어든 것이다. 진영간 대결의 관점에서 보면 5년 사이에 832만 표의 표심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2007
년 압승으로 출발한 보수진영도 5년 후 승자의 저주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2012년 대선에서도 같은 보수진영의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다. 누가 이겼는가만 놓고 보면 보수진영의 정권재창출이다. 그러나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스토리가 전개된다. 보수진영은 5년 전의 1,505만에서 1,577만으로 72만 표를 더 얻는데 그친다.

 

 반면 진보진영은 826만에서 1,469만으로 643만 표 증가하였다. 실제 유효투표수의 증가를 감안하면 보수진영은 지지세를 늘렸다기 보다는 감소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보수진영의 증가분 72, 진보진영 증가분 643, 그 차이는 571만 표에 달한다. 이명박정부 5년 동안 진보진영이 571만 표를 더 가져간 것이다.


 
이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한국 대통령선거의 기본특징은 단순하다. 극적인 반전이다. 집권세력이 차기 대선에서 큰 표 차로 뒤지거나, 상대진영에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몰아준다. 이 극전인 반전과 승자의 저주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역대 선거결과와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 유권자는 대략 보수와 진보가 각각 35%, 특정 진영에 대한 지지성향이 없는 중도유권자가 30% 정도다. 보수:중도:진보가 35:30:35으로 정립한 유권자 구성을 기반으로 한국선거는 전개된다.


 
각각 35%에 달하는 보수와 진보 성향 유권자들은 지속적으로 자기 진영에 속한 후보에 투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양진영의 기본 표가 각각 35%는 나온다는 의미다. 박근혜 콘크리트 지지층이 35%라는 말도 이로부터 연유한 것이다. 이번 대선을 제외하고 보수진영이 최악으로 참패한 것은 지난 해 치러진 20대 총선이었다. 당시 보수진영을 대표하던 새누리당은 전국 평균 35% 정도의 득표력을 보였다. 진보진영의 입장에서 최악의 선거는 2007년 대선이었다.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세 명의 후보가 나서 합계 35% 정도 득표했다.

 

 보수와 진보가 각각 35%에서 마지노선을 형성하고 있다면 극적인 반전의 주도세력은 30%에 달하는 중도유권자다. 이 중도층에서 집권세력에 대한 평가가 엇비슷하게 5050으로 갈리면, 각 진영은 자기 지지층 35%에 중도 유권자의 절반인 15%를 더해 대략 50%를 얻어 5050의 박빙승부를 펼치게 된다. 2002년 대선과 2012년 대선이 이 경우에 속한다.

 

 그러나 집권세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매우 높으면 30%에 달하는 중도층이 야당진영에 표를 몰아준다. 결과는 자기 지지층 35%에 중도층 모두를 가져간 야당이 65% 득표, 중도층이 모두 이탈한 집권진영은 35% 득표에 그친다. 2007년 선거가 대표적인 경우다. 19대 대선은 이 두 가지 유형의 혼합형이다. 집권여당은 지지율이 반토막 날 정도로 궤멸되었는데, 이것이 새로운 집권세력에게 몰표로 이어지지 않은. 결국 이번까지 포함하여 2002년 이후 치러진 네 차례 대선은 집권세력이 중도층 30%가 모두 이탈하여 완전히 망하느냐, 아니면 그나마 중도층 절반 정도의 지지는 확보하여 5050의 박빙선거로 버티느냐 간의 문제인데, 2007년 선거는 전자(前者), 2002년과 2012년은 후자(後者)에 속하고, 이번 19대 대선은 이 두 가지의 중간적인 혼합형에 불과하다. 

 

보수의 몰락, 그러나 진보의 표는 늘어나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 24%는 박근혜후보가 5년 전에 얻은 득표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5년 사이 전체유권자 수도 4,050만에서 4,247만으로 197만 명 증가, 투표율도 1.4% 상승하여 전체 투표자 수도 209만 명 증가한 상황에서 홍후보는 5년전 박근혜가 얻었던 1,577만 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785만 표를 얻는 데 그쳤다. 박근혜가 얻었던 표로 환산하면 절반이 넘는 792만 표가 보수진영에서 이탈한 것이다. 약간의 정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2007년에는 진보진영, 이번에는 보수진영이 승자의 저주를 맞은 것이다


 
유권자의 이념성향별 지지의 측면에서 보면 지난 대선에서 얻었던 15% 중도층의 지지가 다 사라졌다는 의미다. 바닥 밑에 지하가 있다고 했던가? 중도층만 이탈한 것도 아니다. 보수 콘크리트층도 이탈대열에 동참했다. 보수 마지노선 35%의 대략 1/3 11%가 사라졌다. 이 점에서 19대 대선은 한국대선의 기본특징인 승자의 저주가 가장 극단적으로 관철된 선거다.

 

 기존 선거와 차이점도 분명하다. 한 쪽이 35%로 몰락하면 다른 쪽이 이들로부터 이탈한 중도유권자 30%를 모두 결집하여 65% 득표율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승리한 문재인 후보는 그러하지 못했다. 文후보는 득표율 41.1%, 득표수 1,342만 표로 지난 대선에서 자신이 얻은 득표율 48%, 득표수 1,469만 표에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심상정이 얻은 6.2% 득표율과 202만 득표수를 합쳐도, 득표율 47.3%, 득표수 1,544만 표로 5년 전 얻었던 수치와 유사해진다. 득표율은 약간 못 미치는데 득표수는 74만 표 증가한 것은 전체 투표자 수가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영호남 지역주의가 약해졌다는 평가가 있지만 투표결과에 미친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않다. 文과 沈의 득표를 합치면 5년 전의 文에 비해 호남지역 득표율이 대략 90%에서 60% 30%, 득표수로는 58 9천 명 정도가 감소하였다. 이를 영남에서 58 5천 표 증가로 상쇄시킨 정도다.

 

 보수진영은 절반 수준으로 몰락하였는데 진보진영의 표는 늘지 않은 역설적인 상황, 남은 표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홍준표 지지에서 이탈한 11%의 보수성향 표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를 지지했던 15%에 달하는 중도성향 표는 안철수(21.4%)와 유승민(6.8%) 지지로 선회한 것이다  

 

탄핵이 없었다면 선거결과가 달라졌을까?   

만약 탄핵이 없었다 하더라도 보수진영의 몰락과 참패는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보수:중도:진보가 35:30:35가 분포되어 있고 이것이 한국 선거의 기본 틀로 작동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탄핵 이전인 2016 4월에 치러진 20代 총선에서 보수의 몰락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아래는 지난해 4월에 치러진 20代 총선에서의 정당별 비례대표 득표율이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전국 평균 33.5%의 득표율로 이미 중도층을 모두 상실하고 보수 35%로 지지층이 축소되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진보진영도 중도층 흡수에 실패하여 진보 지지층 35% 이상으로 확장하지 못하였다. 30%에 달하는 중도층의 마음을 얻은 것은 26.7%를 득표한 국민의당이었다

 

<20代 총선 정당별 비례대표 득표율>

 이로부터 다음의 결론은 내릴 수 있다. 탄핵이 없었더라도 자유한국당의 몰락과 참패는 불가피했을 것이다. 그러나 작년 총선 시점에서는 중도를 대표하던 국민의당과 진보로 인식되던 더불어민주당의 승부는 속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점에서 대선결과를 복기하면, 문재인과 진보진영은 5년 전 대선에서 문재인을 지지했던 진보층 35%와 중도층 15%의 지지를 완벽하게 복원하였다.

 

 보수진영의 홍준표가 24%를 획득한 결과를 전제로 하면, 안철수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5년 전 대선에서 문재인에 한 표를 던졌던 15% 중도층의 마음을 자신에게 돌렸어야 하는 데, 安은 이 지점에서 실패한 것이다. 결국 安이 얻은 것은 5년 전 대선에서 박근혜에게 투표하였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홍준표와 유승민을 선택하지 않은 5% 남짓의 보수층과 15%의 중도층 표였다. 즉 문재인과 심상정 두 명의 진보진영 후보는 5년 전 문재인이 얻었던 표를 그대로 가져갔고, , , 유 세 후보는 5년 전 박근혜 표만을 나누어 간 것이다. 

 

승자의 저주와 문재인 정부의 운명?

이번 대선에서 진보진영은 과반 정도를 점하여 집권에 성공하였다는 점에서 2002년의 진보진영, 2012년의 보수진영과 유사하다. 중도층 30%의 지지를 독점하면서 6535라는 압도적 우위 상태에서 출발한 2007년 보수진영과는 다른 환경이다. 정확하게는 2002년 노무현 정부보다 불리한 상황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48.9%라는 과반에 육박하는 수치로 당선된 반면, 문재인 후보는 본인 41.1% 6.2%의 심상정 표를 더해야 이에 근접한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5년 전 박근혜 후보를 선택했던 보수와 중도층으로 지지를 확산하는 데는 완전히 실패했다.


 
노무현 정부보다 불리한 상황에서 출발하는 데, 그나마 상황이 나았던 노무현 정부도 5년 후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다. 그러나 바로 이 이유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남아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2기 정부다. 과거 실패의 경험으로부터 배운 게 있을 것이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2007년 대선에서 진보진영의 참패는 노무현 정부 5년 집권에 대한 국민적 심판, 구체적으로는 자신들을 지지했던 중도층의 대대적인 이반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그들도 이미 충분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출범 이후 보여준 소통 노력과 통합적 행보는 이러한 성찰과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가장 큰 불만사항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일단 높게 평가해야 한다. 국민은 싸워서 이겨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여 마음을 얻어야 하는 대상이라는 인식이 분명한 것 같다. 이에 성공하여 기존의 부정적인 ‘독선적인 싸움꾼’이 아닌 통합적이고 더 나아가 ‘매력적인 진보’로 자리매김한다면 승자의 저주라는 운명을 극복한 최초의 정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다시 집권할 수 있을까?

한국선거의 기본법칙이 승자의 저주이고 그것도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집권세력이 스스로 몰락하는, 즉 자멸해서 발생한다는 사실이 지금은 폐족이 된 한국당과 보수진영에 위안을 줄 수도 잇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 또한 이제 과거의 일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승자의 저주, 가만히 있어도 야당이 여당 되는 법칙은 제3의 경쟁자가 없는 양자대결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지난 대선을 통해 이미 보수와 진보간의 양자대결구도가 중도까지 경쟁의 장에 들어온 3자 대결 구도로 전환되었다. 그것도 이미 만만한 중도가 아니다. 안철수와 유승민 지지율을 합치면 이미 홍준표 후보 지지율을 상회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이미 국민의당에 밀려 3위로 쳐졌고, 충청권에서의 2위 경쟁도 쉽지 않다.   


 
지지율 자체도 그렇지만 이의 구성을 보면 더욱 처참하다. 아래는 방송3사가 진행한 대선 출구조사 결과다. 홍준표 지지율은 60대 이상에서만 높게 나온다. 20-40代 지지율은 10% 이쪽저쪽이다. 급속하게 고령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40代 이하가 유권자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5%를 넘는다. 10% 남짓의 지지율로는 지지층의 게토(ghetto)化가 진행된다고 봐야 한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일정규모 이하로 떨어지면 소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쉽지 않아 더욱 위축되고 소수화된다는 침묵의 나선형 이론이다. 50代는 이미 전체 평균과 유사한 수준으로 추락해 있다

 

 전체 유권자의 과반이 넘는, 그것도 앞으로도 계속 유권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청장년세대에서 10% 남짓의 지지자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 승자의 저주만 믿고 내일을 기약하기는 어렵다. 승자의 저주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리려 해도 최소한의 조건은 갖추어야 한다.

 

 한때 ‘폐족’이라고 불렸던 친노의 화려한 부활을 가능케 한 것은 박근혜 정부와 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던 친박이라는 정치집단의 전횡과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적 분노다. 이번 대선에서 이들은 2007년 노무현정부보다 더 참혹하게 심판받았다. 전국 지지율 24%는 박근혜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수치와 유사하다. 탄핵에 반대했던 소위 태극기부대가 한국당 지지세력의 주축이라 할 수 있다.

 

 압도적인 다수인 80% 이상이 탄핵을 찬성하였고 그 결과가 이번 대선으로 나타났는데,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한 게 무엇이냐고 강변하는 친박이 주류가 되는 黨의 미래는 없다고 봐야 한다. 한때 과반에 육박하던 지지율이 반토막났고 20-40에서는 반토막의 반토막에도 못 미치는 10% 남짓의 지지율로 궤멸한 정당이 반성하고 달라지지 않는데 지지를 보낼 유권자는 없다. 문재인 정부도 승자의 저주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해도 성찰과 혁신 없이는 한국당의 정치적 미래는 없다고 봐야 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승자의 저주가 반복되고 보수지지층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한국당이 현재의 지리멸렬함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 대안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될 수 있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과거 노무현정부처럼 진영논리에 입각한 독선적인 국정운영을 반복한다면, 지지를 철회하고 이탈할 유권자는 중도층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경쟁에서 문재인을 선택한 유권자들로 이들에게 자유한국당은 애시당초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지금은 文을 지지했지만 이후 이들이 이탈한다면 이들의 다음 정거장은 중도를 표방하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지 여기를 건너 뛰어 자유한국당으로까지 옮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그나마 지지를 위해 경쟁해야 할 유권자는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나 유승민을 지지한 2012년 대선에서의 박근혜 지지자들, 그 중에서도 이번에는 이탈한 10% 보수층 유권자가 그 일차적 대상이 될 것이다.


 
오랜 기간 한국정치를 지배해 온 양당정치로의 복원력으로 인해 중도 양당이 양 진영으로 운대복귀하면서 소멸될 수 있다는 주장들도 있다. 문제는 정당이 아니고 유권자다. 박근혜도 싫지만 문재인도 아니라는 반박비문(反朴非文) 중도층, 민주당과 한국당의 양당체제에 순응하지 않겠다는 유권자가 30%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이번 대선에서도 확인되었다.

 

 이들이 안철수나 유승민의 당선 가능성을 믿고 그들을 지지한 것도 아니다. 개인 안철수나 유승민 때문에 이들에게 표를 던진 것도 아니다. 작금의 중도정당이 소멸된다 해도 30%에 육박하는 유권자가 존재하는 한 이를 대변하는 정당은 다시 나타날 것이고, 이들이 민주당으로부터 이탈하는 중도와 합리적 보수 유권자를 견인해 낸다면 다음 대선의 승리자가 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소장/여론조사전문가

 

2018.06.18자 주간조선 2512  권석하  재영칼럼니스트

키케로 편지의 교훈 - 2000년 전에도 선거판은 진흙탕이었다

지난 5 3일 치러진 영국 지방의회선거 전 잉글랜드의 한 지방 매체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을 위한 ‘선거전략의 지혜(wisdom of election strategy)’라는 글이 실렸다. 요점을 잘 정리해 놓은 듯해서 출마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이었다. 일단 간략하게 인용해 보자.  
   
   
1. 무엇보다 선거에는 가족과 주변 친지들의 지지가 가장 중요하다.
   2.
주위에 능력 있는 참모를 두도록 한다.
   3.
평소에 당신에게 신세를 진 사람들로부터 이제 돌려받을 시간이니 모두 동원하라.
   4.
이해와 의견이 다른 폭넓은 지지자 모임을 만들어라.
   5.
모든 사람들에게 어떤 약속이라도 하라.
   6.
소통의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7.
어떤 이유로든 선거구를 떠나지 마라.
   8.
적의 약점을 잘 파악하라. 그리고 그걸 이용하라.
   9.
체면불구하고 유권자에게 아부하라.
   10.
유권자들에게 온갖 희망을 약속하라.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도 후안무치하지만 세계 모든 나라의 출마자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을 듯한 효과적인 전략으로 보인다. 분명 선거에 상당한 내공을 가진 전략가가 만든 지침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 지침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2082년 전인 기원전 64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로마시대의 달변 정치가인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가 당시 로마 최고권력인 집정관(Roma Consul)이 되기 위한 선거에 출마했을 때 동생 퀸투스 툴리우스 키케로가 형에게 보낸 편지(Commentariolum Petitionis)의 축약 내용이다. 퀸투스는 58개 항목에 걸쳐 하나하나 자세하게 선거전략을 충고했다. 그렇게 오래전 글인데도 지금 세계 어디에서의 선거전에 사용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현실성이 펄펄 살아있다. 전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감각이다.
   
   
결국 이 말은 이 편지가 쓰이고 나서 무려 2082년 동안 인간의 속성은 전혀 변하지 않았고 그에 따른 선거 양상도 완벽하게 동일하다는 말이다. 놀랍다기보다는 인간과 세상에 대해 절망감을 느낄 정도이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세상이 변하지 않았다면 지금으로부터 2082년 이후의 미래 세상도 온전하게 같을 거라 생각하니 정말 모골이 송연해지는 공포감마저 든다.
   
   
당시 마르쿠스는 로마에서 유명한 달변가였고 야심만만한 정치가였다. 그는 로마공화국을 지배하는 최고정치가인 2명의 집정관 중 한 명으로 선출되기 위해 출마했었다. 로마공화정은 기원전 510년 왕정을 폐지하고 성립된 이후 450년간 유지되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의해 기원전 43년 로마제국 체제로 바뀌기 전까지 공화정은 민회에 의해 선출된 2명의 집정관이 한 달씩 번갈아가면서 1년간 통치하는 체제였다. 독재나 전횡을 막는다는 차원에서는 현대 어느 정치제도보다도 훌륭했다. 그런데 이런 훌륭한 정치제도하에서도 선거는 냉혹하고 비도덕적인 전략이 판쳤나 보다. 오히려 그래야만 당선될 수 있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당선을 위해서라면 소신은 헌신짝? 

퀸투스가 형에게 쓴 편지를 영국의 지방 매체는 필립 프리만이 2012년 번역한 ‘어떻게 선거에서 이기는가(How to win an election)’라는 책 서문에 있는 10개의 요점으로만 인용했지만 실제 편지는 더 자세하게 전략을 설명한다. 예를 들면 앞서 소개한 4번 지침 ‘이해와 의견이 다른 폭넓은 지지자 모임을 만들어라’는 이처럼 자세하게 돼 있다. ‘형은 귀족들과의 우호의 관계를 유지하도록 열성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형과 형의 참모들은 그들이 형이 언제나 전통주의자였다고 믿게 만들어야 합니다. 절대 그들이 형이 인기주의에 영합하는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해야 합니다. 만일 어떤 사안에 대해 대중의 편이 되는 의견을 말했을 경우는 이는 단지 폼페이우스의 입맛에 맞는 말을 해서 그의 비위를 거슬리지 않거나 최소한 적으로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믿게 하세요.
   
   
당시 지배세력인 귀족과 일반 시민 유권자, 즉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양측 모두에 자기네 편처럼 보이게 하라는 주문이다. 결국 당선을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소신을 헌신짝처럼 버리라는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의 정치인들도 반드시 필요로 하는 ‘젊은 세대의 지지’가 중요함도 상세하게 설명한다. 편지는 ‘좋은 집안의 젊은이들을 끌어들여 형 지지자로 만들어야 합니다’라면서 이렇게 충고한다. ‘그들은 형이 멋지게 보이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형이 이미 이런 젊은이들을 지지자로 많이 갖고 있다면 형이 얼마나 자기네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게 해주세요. 그런 젊은이들이 형 주변에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습니다.’ 요즘 정치인들이 청바지를 입고 젊은이들이 추는 춤을 배워 어색하게나마 흉내 내는 모습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또 이런 대목도 나온다. ‘로마 군중들에게 멋진 쇼를 보여주는 걸 잊지 마세요. 물론 품위 있게 해야 하지만 가능한 한 화려한 색깔의 볼거리를 많이 제공해야 합니다.’ 요즘 후보들의 유세현장을 보면 우선 복장부터 원색이고 형형색색의 현수막과 고성능 확성기를 이용한 로고송과 운동원들의 현란한 몸동작이 등장한다. 정말 대단한 쇼를 보여주고 있는데, 로마시대의 쇼도 결코 현대에 뒤지지 않았을 듯하다.
   
   
편지는 결국 네거티브 캠페인을 하라고 부추긴다. ‘또한 형의 적인 다른 후보가 얼마나 악당인지를 보여주는 건 절대 형에게 해가 되지 않습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그들의 악행을 들먹여서 오명을 씌워야 합니다. 바로 그들의 범죄와 성추문, 부정부패를 유권자들에게 말해주어야 합니다.
   
   
정말 고소를 금치 못할 양상이 로마광장에서 벌어진 셈이다. 대중매체를 이용한다는 점만 빼면 현대의 선거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바로 지금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선거전의 양상이 바로 2082년 전 로마에서도 벌어졌다는 말이다. 당시 지배계층인 로마 귀족들은 마르쿠스에게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기에 선거 전 예상은 마르쿠스의 낙선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시골 평민 출신으로 당시로는 ‘흙수저’인 마르쿠스가 당선되자 로마 상류층은 충격에 빠졌다. 지도층의 의도를 대부분 따르던 로마 시중 여론이 독자적인 행동을 한 셈이다. 결국 퀸투스가 편지에서 충고한 진흙탕 선거전략이 먹혀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현재도 유효한 로마시대 선거전략

앞서 강조했지만 로마시대부터 이어져온 이런 선거 전략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이런 보편적 전략이 잘 먹혀들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필자가 살고 있는 영국이다. 영국 선거에서는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이전부터 진흙탕 선거전략이 잘 통하지 않았다. 우선 영국 선거는 조용하다. 영국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가가호호 방문이다. 후보 자신은 물론 선거운동원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유인물을 나눠주고 세대별 정치 성향을 파악해 대화로 한 표를 설득하는데, 사실 이 정도가 선거 유세의 거의 전부다. 선거자금 한도가 엄격해 홍보물마저도 함부로 못 뿌린다. 대중 앞에서의 선거 유세나 스피커를 이용한 가두홍보, 선거벽보, 현수막도 법으로 금지돼 있다. 만약 허용돼 있다고 하더라도 선거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쉽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형 스피커가 장착된 유세용 트럭이나 집단군무를 선보이는 운동원들에게 익숙한 한국 유권자들의 눈으로 보면 진짜 딴 세상이다.
   
   
선거철 영국에 놀러오는 외국 관광객들은 진짜 선거철인지조차 모를 때도 많다. 선거철이라는 걸 알리는 외형적인 것들이 거의 없고 평상시와 다름없이 조용한 분위기이기 때문에 TV를 보지 않으면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 수 없다. 이것은 대다수 유럽 나라와도 다른 점이다. 독일이나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유럽 국가들은 선거철이 되면 우리처럼 전신주나 벽에 후보들의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나붙는다. 물론 영국에서도 각당의 정책을 알리는 대형 선거용 광고판이나 TV 공영 홍보물이 있긴 하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요란스럽지 않다. 특히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는 광고판이나 TV 홍보물도 없어서 진짜 선거철인지 아닌지 모르게 조용히 지나갔다.
   
   
영국 언론도 선거철이라고 별다른 선거용 기사들을 내보내지 않는다. 흥미를 끄는 대단한 스캔들이 선거에 임박해서 터지지 않는 한 영국 언론은 후보 개인에 대해서는 자세한 보도를 하지 않는다. 영국 유권자들은 언론 매체나 인터넷에 나오는 정치 댓글에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댓글 여론의 향방에 따라 자신의 결정을 맡길 정도로 인터넷 여론에 관심을 쏟는 유권자들도 별로 없다. 해서 로마시대 퀸투스의 네거티브 선거전략이 파고들 틈이 전혀 없다.
   
   
영국 선거에서는 차라리 상대방 정책의 약점이나 실패를 파고들어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보수당 정권이 지난 8년간 지속적으로 유지해왔던 긴축정책에 유권자들이 얼마나 지치고 힘들어하는지를 노동당은 계속 광고한다. 사실 긴축재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피로감은 이번 지방선거 전에 치러졌던 2017년 조기총선에서 나타난 바 있다. 2017 4월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예정보다 3년을 앞당겨 느닷없이 조기총선을 선언했다. EU와 향후 2년에 걸쳐 진행될 복잡한 브렉시트 협상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보다 안정된 의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보수당은 조기총선 선언 직전까지 나왔던 ‘보수당 지지율 43%, 노동당 지지율 27%’ 같은 여론조사에 고무된 상태였다. 조기총선을 하면 보수당의 ‘압도적인 승리(landslide winning)’로 100석은 더 확보할 수 있다고 언론과 전문가들은 예상했었다. 당시 보수당은 의회 과반수에서 겨우 6석을 더 점유한 331석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테레사 메이 총리가 자신만만하게 주사위를 던졌지만 결국 희대의 자충수로 판명됐다. 선거 결과 보수당은 기존의 321석에 100석 추가는커녕 무려 13석을 더 잃어 집권을 위한 326석에서도 8석이나 모자라는 대패를 하고 말았다. 반면 노동당은 무려 30석을 더해 262석을 차지했다. 총선 전 당수 지위를 도전받고 있던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가 살아난 것은 물론 차기 총선에서 노동당의 집권이 가시화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결국 보수당은 10석을 보유한 북아일랜드 극우정당과 굴욕적인 연합정부를 세워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런 예상 밖 선거 결과는 8년 넘게 계속되어온 보수당의 긴축재정에 유권자들이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노동당의 기민한 선거전략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거기다가 사회복지 축소와 긴축재정에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던 브렉시트 반대 성향의 젊은이들을 노동당이 끌어들인 것도 주효했다. 자신들이 브렉시트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서 브렉시트가 통과되었다고 느낀 젊은이들이 대거 조기총선 투표에 참여했다. 영국 언론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 긴축재정을 뜻하는 ‘Austerity’와 EU 탈퇴라는 ‘Brexit’ 두 단어가 2017년 조기총선의 결과를 결정한 셈이다. 이렇게 영국인은 후보 개인보다는 후보가 속한 정당의 정책을 보고 투표를 한다. 개인 후보들이 로마시대 퀸투스의 지침을 아무리 충실하게 따른다 해도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 지난 5월 3일 치러진 영국 지방의회선거 투표를 마친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 2022년 총선 승리가 점쳐지고 있다. photo 뉴시스 


   
영국 역사의 시계추는 우에서 좌로 

영국 유권자들이 정당의 정책에 따라 기존에 지지해오던 당을 바꾸기 시작했다는 징표는 지난 지방의회선거에서도 나타났다. 특히 한인 후보자 3명이 출마한 런던 인근 해머스미스와 킹스턴시가 공교롭게도 대표적 지역구로 떠올랐다. 지난 12년간 계속 보수당이 당선되던 해머스미스 지역구의 경우 의원 3명이 모두 노동당으로 바뀌었는데 그중 한 명이 한인 2세 권보라 후보였다. 유럽 교민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인 후보가 선출직에 당선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대표적 한인 거주지인 킹스턴의 경우도 지난 28년간 계속 보수당이 당선되던 지역구에서 자민당 의원 3명이 다 당선되었다. 한국인 여성 지방의회 의원을 만들겠다고 보수당이 전략공천한 한인 후보는 낙선했다. 다른 한인 하재성 후보는 백인 후보에게 자기 지역구를 뺏기고 당선 가망성이 전혀 없던 옆 지역구로 옮겨서 출마했는데도 당선되는 이변이 벌어졌다. 4년 전 선거에서 1500표로 당선되었던 보수당 후보가 이번에는 800표대로 떨어지고 800표대로 떨어졌던 자민당 후보는 1500표로 당선되었다. 무려 당선표의 50% 700여표가 움직인 셈이다. 이 표들은 브렉시트 투표 시 반대표와 비슷한 숫자다. 결국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브렉시트 때문에 보수당과 등졌다는 의미다.
   
   2017
년 조기총선과 2018년 지방의회선거 결과는 8년에 걸친 보수당 정권의 긴축재정 정책을 심판하는 선거였다. 바로 이 8년 동안 지방정부 예산은 4분의 1이 삭감되었다. 유권자들이 피부로 긴축을 느낄 만했다. 그렇게 오래 집권하도록 보수당에 표를 몰아줬는데 항상 긴축만 외쳤지 뭘 해놓았느냐는 심판이 두 번의 선거에서 벌어진 셈이다. 보수당 정권은 지방정부에 내려보내는 건강보험 수혜액이나 연금은 줄지 않았다고 변명하지만 유권자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결국 영국 정치도 돈이 말해준다. 유권자는 자신들이 낸 세금이 얼마나 자신에게 유효하게 돌아오는지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유권자들은 보수당 정권 8년 동안 복지혜택이 줄어들기만 했지 자신의 삶이 나아졌다고 느끼지 않았다. ‘충분히 할 만큼 했다(Enough is enough)’는 노동당의 선거 전략이 먹힐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영국 정치학자들이 사용하는 ‘전국 득표 등가 수치(National Equivalent Vote Shares·NEVS)’라는 정치학 산술이 있다. 하원의원 선거 전 수년간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를 이용해 차기 하원의원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산술이다. 예를 들어 NEVS 분석에 따르면 1997년의 노동당 집권은 이미 예측된 결과였다. 1993년과 1996년 사이의 지방선거 결과를 대입해 보니 노동당 42.25, 보수당 28.25로 수치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2010년 보수당이 정권을 탈환할 때는 2006년과 2009년 지방선거 결과를 대입한 결과 NEVS 수치가 보수당 39.25, 노동당 24.5로 나왔었다. 낙엽 하나를 보고 천하에 가을이 온 줄 아는 것이 아니라 수차례의 지방의회선거 결과를 보고 수년 뒤에 치러질 총선을 예측한다는 말이다. 이런 과거 사례는 결국 2022년 총선에서 지금의 노동당 당수 제러미 코빈이 영국 총리가 되고 영국 철도를 비롯한 거대 공공서비스 기관들이 다시 국유화되는 천지개벽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영국 역사의 시계추는 이제 우에서 좌로 가고 있다. 이 추세는 퀸투스가 다시 살아난다고 해도 되돌리기 힘들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현주소

2014.11.03 국회, 겸직의원 42명 명단 공개

 

2015-08-21 정치권 막말의 추억

/19대 국회 개원식 모습.

 

1986년 말에 기자 생활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29년째가 됩니다. 정치부에 첫발을 내디딘 뒤로는 28년째고요. 그동안 정치인들의 숱한 ‘말’을 들었습니다. 지금도 듣고 있고요. 수첩에도 잔뜩 적어 놓았죠 물론. 며칠 전 제 손때가 묻은 옛날 수첩을 뒤적거려 보았습니다. 요즘에도 걸핏하면 문제가 되는 ‘막말’이란 단어가 생각나서입니다.    

 

정치란 기본적으로 말을 기본 구성요소로 합니다. 그런데 기억을 더듬어보면 정치부 기자 초년 때 들었던 막말은 그다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선거 때를 제외한다면 말이죠. 선거 때야말로 말의 성찬이죠.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쏟아붓는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정도입니다. 1992년 총선을 앞두고 저는 집권당인 민주자유당을 취재했습니다. 당시엔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통일국민당이 정가의 최대 화두였습니다.

 

국민당 후보들은 전국 어디서든 ‘재벌당’ 비판을 반박하느라 겨를이 없었습니다. “국민당을 재벌당이라 하는데 대형공사를 통해 정경유착을 하는 민자당이야말로 재벌왕당” “국민당이 재벌당이라면 민자당은 재벌약탈당”이라는 메모가 눈에 들어옵니다. 여당이 재벌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많이 빼앗아가지 않았느냐는 반박입니다.    

 

당시 막말로 ‘후세’에까지 이름을 날렸던 것 중에는 ‘6공 6신’이란 것이 있었습니다. 민주당이 발간한 당보(黨報)가 노태우 정부(6공)가 무능하다면서 공격한 내용이었습니다. 문구가 워낙 유명해 아직도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외교는 굽신, 경제는 망신, 치안은 불신, 정책은 등신, 날치기는 귀신, 국민은 배신”이었습니다.

 

이 말은 이후 선거 때마다 버전(Version)을 달리하며 야당 사람들이 널리 인용했습니다. 뜯어보면 분명 막말입니다. 그런데 야당의 대여(對與) 비판이란 관점에서 보면 기지(機智)를 발휘한 조어(造語)라는 생각도 듭니다.       

 

1990년대만 해도 막말 논란 많지 않아   

정당 간 설전 중 기억나는 것은 1994년입니다. 1980년 신군부의 12·12 쿠데타 관련자 기소(起訴)를 주장하는 박지원 민주당 대변인을 향해 민자당 박범진 대변인이 선공(先攻)을 했습니다. 박범진 대변인은 “81 1월 뉴욕 한인회장이던 박지원 민주당 대변인은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환영준비위원장이었다” “민주당은 이 문제를 거론하려면 이런 대변인부터 갈아치우고 자기 정화를 해야 된다”고 했습니다.

 

이에 박지원 대변인은 “민주화 투쟁하다 지금 변신해 권력에 기생하는 것보다 훨씬 떳떳하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을 관례로 맞은 것은 사실이지만 83 5월 김대중 선생을 처음 만난 뒤 그간 11년간 흩트림 없이 민주화 투쟁에 동참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당시 신문을 보면 박범진 대변인이 인신공격을 했느니, 박지원 대변인이 ‘권력에 기생(寄生)’ 등으로 막말을 했느니 해서 한동안 논란이 많았습니다.
 
 
또 하나의 기억은 한참 뒤인 1999년입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중앙일보》 현직 기자가 작성해 이종찬 국가정보원장에게 팩시밀리로 넣어준 ‘언론장악 의혹’ 보고서가 공개됐을 때입니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이를 문제 삼자 국민회의 추미애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을 통해 “국회를 미친 사람 널뛰듯 한 모양으로 건전한 상식이 통하지 않게 한 것에 대해 책임지고 정 의원은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한 것이 막말 아니냐 해서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미친 사람 널뛰듯’이 문제된 것이죠.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이 특히 화를 냈던 것이 떠오릅니다.
 
 
안기부(국정원 전신) 근무할 때 서경원 전 의원 밀입북 사건을 조사했던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은 부산 집회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서경원을 통해 북한 공작금 1만 달러를 받고 이 사실을 덮기 위해 노태우 대통령에게 싹싹 빌었다. 이게 지리산 빨치산 수법이다”고 말했다가 이후 여권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이런 발언들을 두고 당시 《동아일보》는 ‘여야, 고비마다 막말 공방… 게임의 룰이 없다’고 비판하는 기사를 쓴 것이 생각납니다.    


 
인터넷 발달과 더불어 더욱 노골적  

간접 비판, 비유, 은유가 많이 등장했던 1990년대와 달리 2000년대 들어서는 훨씬 막말의 강도가 세졌고 노골적이 됐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임기 말로 향하자 야당인 한나라당이 독기(毒氣) 품은 말들을 쏟아냈고, 여당인 새천년민주당도 질세라 맞받아쳤습니다. 예를 들어 하순봉 한나라당 부총재는 얼마 전 타계한 박상천 최고위원과 방송에 나와 정치자금 문제를 놓고 입씨름을 벌이다 “(정치자금과 관련해) 우리가 행주라면 그쪽은 걸레”라고 직격탄을 날린 적이 있고, 김현미 민주당 부대변인은 YS 정권의 대선잔금을 안기부가 관리했던 것을 강삼재 한나라당 부총재가 몰랐다고 하자 “장물을 넘겨준 사람도, 분배받았다는 사람도 줄을 섰는데 장물아비 혼자 부인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 수첩 한구석에 남아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대통령마저 이 대열에 뛰어들었습니다. 후보 시절 “반미면 어떠냐”부터 시작해서 “대통령 못 해먹겠다” “그놈의 헌법…” 등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습니다. 오죽하면 전북대의 한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란 논문을 통해 노무현식 막말의 심리·사회적 배경을 분석하기까지 했겠습니까. 연구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 썩 유쾌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요즘과 비교하면 앞선 것들은 고전(古典)에 속합니다. ‘노무현 개××지’(이한구 리트윗) ‘홍어×’(김태호) ‘미친 X(신경민) ‘귀태’(홍익표) ‘명박급사’(김광진 리트윗)뿐만 아니라 ‘공갈’(정청래) ‘새누리당 세작’(김경협)까지 예로 들기에도 민망한 것들이 난무합니다. 2012년 총선엔 김용민씨까지 공천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인터넷이나 SNS 공간에 들어가면 막말 수준을 넘어 욕설 천지인 곳도 많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기사검색 사이트(http://www.kinds.or.kr/)에 중앙일간지 기준, 정치 분야에 ‘막말’이란 단어를 넣어 관련기사를 찾아봤습니다. 1990년대 10년 동안 20건이 나왔습니다. 이것이 2000년부터 10년간은 754건으로 늘었고, 2011년부터 지금까지 5년간만 1331건입니다. 메르스보다도 훨씬 확산 속도가 빠릅니다. 우리 정치권이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요.    


 
한탄과 호소밖에 할 수 없는 현실    

다른 요소는 다 빼고 정치적으로만 해석해 보겠습니다. ‘저질’ 정치인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과거에는 ‘제왕적 총재’가 차고앉아 공천단계에서 함량 미달을 솎아냈습니다. 여당은 정보기관의 존안 자료 등을 폭넓게 활용해 거르고, 야당은 부족하긴 하지만 알음알음으로 검증을 한 것입니다. 이런 틈새를 비집고 국회의원이 됐다 해도 막말을 계속해 표를 떨어뜨린다 싶으면 다음 공천 때 ‘제왕적 총재’에 의해 탈락합니다. ‘제왕적 총재’의 순기능(順機能)인 셈이지요.
 
 
지금은 이런 여과(濾過) 기능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극적 용어로 ‘반짝 관심’을 끈 이가 정치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국민참여경선제나 오픈 프라이머리류가 일반화하면 이런 저질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 뻔합니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도 무관치 않습니다. 제목 위주, 짧은 단어 나열로 눈에 띄려면 튀어야 하고, 그러려면 자극적 용어를 쓰지 않고서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정치권에서 막말을 추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정치인 언어의 품격을 높일 묘안은 없을까요. 말 그대로 선량(選良)이 되도록 할 수는 없는 것이냐 말입니다.
 
 
제일 좋은 것은 이들 국회의원을 뽑는 유권자들이 잘 가려서 투표해야 하는데 그건 그야말로 이상(理想)일 뿐입니다. 어느 당이 공천했다 하면 무조건적으로 찍어주는 풍토 아래서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각 정당의 윤리 심사기구 등도 들여다보면 다 유명무실합니다.
 
 
답답할 따름입니다. 여하튼 저는 막말을 한 적이 있는 국회의원이나 후보를 절대 찍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각 당 공천에 영향력이 있는 지도부에도 호소합니다.

 

공직 후보자를 결정할 때 ‘품위’를 중요한 항목으로 넣어주시기 바랍니다. 정치권에서 막말을 없애는 일이야말로 국회의원, 나아가 한 인격체를 지키는 일입니다.       

| 최병묵 월간조선 편집장

 

 

▲ “내가 대통령이면서 (경제) 위기를 두 번 맞는 게 다행.”(이명박 대통령·9월 미국 시애틀 교포 간담회에서. 경제위기 조기극복을 강조하는 취지의 발언이었지만 “위기에 내몰린 국민 앞에서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왔다) “우리 정권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명박 대통령·9월 대선자금을 안 받았다는 취지로 한 말)


2014-09-06 ['막말 폭력'에 멍드는 國格] [上]

시위현장·SNS서 "대통령이란 X" "단식하다 죽어라" 度 넘은 폭언

"公論場 발언은 사회의 품격… 막말이 박수받는 분위기 타고 증폭"

 

無禮(무례)를 선명성으로 착각… '막말人士' 스타처럼 행세 정치성향따라 내편·네편 갈려 "잘한다" 부추기고 맞장구 쳐 세월호 이후 폭력성 더 강해져… 막말로 튀고 인기를 얻는 정치구조가 公論場으로 확산

 

"여러분, 박근혜가 이번 기회에 재난 대비를 위한 보험을 활성화하잡니다. 이거 완전 미친 거 아닙니까." 3일 오후 7시쯤 서울지역대학생연합이 광화문광장에서 주최한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문화제'에서 자신을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소속이자 이화여대 재학생이라고 밝힌 양모(23)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대학생 대표로 나선 그가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인 발언을 쏟아내자 또래 대학생부터 머리 희끗희끗한 60대까지 200여명의 군중이 "와" 하는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양씨는 세월호 유족 김영오(47)씨의 단식에 의문을 제기한 보수단체 회원들을 가리켜 "이런 놈들 입에 들어가는 쌀이 아깝고, 이런 자들이야말로 강제로 단식시켜야 된다"고 말하는가 하면, "정부가 (세월호 사고의) 범인", "(세월호특별법에 반대하는) 새누리당은 친일파"라고도 했다. 그럴 때마다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선 "옳소", "속이 다 후련하다"는 외침이 나왔다. 지나던 한 시민은 "젊은 여대생의 말이 어찌 저리 살벌하며 거기에 박수를 쳐주는 어른들은 또 뭐냐"며 혀를 찼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우리 사회 공론장(公論場)에서 막말의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집회·시위 현장, 정치권,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등 각종 공간을 가릴 것 없이 막말이 난무한다. 이진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는 "정치인이나 집회 참가자의 막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 이후 더 심해졌다"고 진단했다.

 

최근의 막말 풍토는 세월호 유족 김영오씨의 대통령 욕설 논란에서 정점을 이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씨는 지난달 19일 청와대 앞에서 경찰이 길을 막아선다는 이유로 "대통령이란 X이 똑같은 거야. XX년이지"라는 욕설을 했고, 이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본 국민들 사이에서 "해도 너무한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이진곤 경희대 교수는 "야당과 세월호 유가족 일부가 상징성을 부여한 인물인 세월호 유족 김영오씨가 도를 넘은 발언을 함으로써 유가족 전체의 뜻이 왜곡되고, 국민들에게도 허탈함과 실망감을 안겼다"고 말했다.

 

임지현 한양대 교수는 "좌우를 불문하고 서로가 막말로 맞불을 놓으면서 사회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세월호특별법에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막말도 김영오씨의 막말 못지않다. 지난달 말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서는 '언제는 단식 말라더니 니가 하고 자빠졌냐? 쌀값 아까운 기회주의 구태정치꾼 문재인 평생 단식하라'는 현수막이 등장했다. 한 배우는 막말을 한 김씨를 향해 '그냥 단식하다 죽어라'라는 페이스북 글을 올려 새로운 막말 논쟁을 일으켰다.

 

집회·시위 현장의 한 경찰관은 "예전엔 막말이 '민중의 곰팡이' '민중의 몽둥이' 수준이었는데 요즘 세월호 집회에서는 '네 부모는 네가 정권의 개로 사는 건 알고 있냐'는 말까지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화나는 건 참가자들이 한목소리로 '잘한다' '더 조져라'는 식으로 부추기고 맞장구를 치는 모습"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막말로 튀고 인기를 얻는 한국의 정치 구조가 공론장과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평론가인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시위 현장처럼 군중이 많은 장소일수록 막말을 적당히 섞으면 더 강해 보이고, 더 지지받는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파급력이 커지고 사회의 호흡이 빨라지면서 짧은 시간에 자기 이름을 알리려고 '노이즈 마케팅'에 나서는 정치꾼, 시위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세월호 정국에서 여야, 좌우를 막론하고 자신의 지지층만을 의식한 막말 행진이 이어졌다. 지난달 21일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진상 규명에도 나서지 않는 대통령, 당신은 국가의 원수"라고 했고, 며칠 뒤 같은 당 홍익표 의원도 정부·여당에 "최악의 패륜 집단"이라고 말했다. 여당과 보수 인사들도 상처를 주는 막말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지난달 초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앞 단식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국회에서 저렇게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어디 뭐 노숙자들 있는 그런…"이라고 말했다가 반발을 샀고, 보수 인사인 지만원씨는 세월호 참사 초기 "시체 장사에 한두 번 당해봤는가? 세월호 참사는 이를 위한 거대한 불쏘시개"라는 표현으로 사회적 논란을 불렀다.

 

정치인의 막말 중에는 계산된 것이라는 의심을 받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박 대통령을 '만주국의 귀태(鬼胎·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 태어났다는 뜻) 박정희의 후손'이라고 지칭한 홍익표 의원 사례가 그 대표적인 예다. 자기주장을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소속된 집단 내에서 튀기 위한 수단으로 전략적으로 '무례함'을 택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막말을 한 사람들이 공론의 장에서 퇴출되기는커녕, 특정 집단에서 열렬히 환호받고 "할 말을 했다" "용기 있다"는 식으로 칭찬받는 현실이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최근 저서 '싸가지 없는 진보-진보의 최후 집권전략'에서 막말 세태 등을 빗대 "(싸가지 없음은) 용기와 파렴치의 경계마저 무너뜨려 파렴치한 짓을 하면서도 용감하고 의로운 행동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논쟁을 '싸가지 없기 경연대회'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지난 총선에 출마한 나꼼수 김용민씨 사례처럼 요즘 정치권은 국민들 앞에 겸손하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보다 오히려 막말하는 사람을 골라서 공천 주는 경향까지 있다"며 "막말 스타가 나오고, 그 막말이 보편화돼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왜곡된 시각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사회 공론장의 말은 곧 그 사회의 품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막말을 지지하는 여론이 있기 때문에 막말이 자생하고 증폭되는 것"이라며 "대중이 소신과 막말을 명확히 구분하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下] "품격 있게 발언하는 의원들이 정치생명 길어"

지난 4년간 모니터링 결과 - 막말 논객들도 여론 뭇매 맞아

"사실에 근거한 품격 있는 말을 하는 의원들이 보통 재선도 잘 되고 국민에게 오래 사랑을 받습니다."

 

지난 4년여간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모니터링해온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이호은 회장은 '바른말의 효과'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는 2011년부터 국회의원들에게 '국회를 빛낸 바른 언어상'을 시상하고 있다. 공공성·사실성·품격을 기준으로 국회의원들의 의정 활동 중 발언을 평가해 매년 6명의 수상자를 선정한다. 박근혜 대통령, 이낙연 전남지사 등이 받았고, 올해는 전정희(새정치민주연합)·윤재옥(새누리당) 의원 등이 수상했다.

 

이 회장은 "막말 정치인은 단기적으로는 지지자들의 큰 환호를 받겠지만 결국은 심판을 받게 돼 있다"며 "막말의 화(禍)는 정치인 개인뿐 아니라 소속 정당에도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2년 4월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의 야권 연대가 패배한 데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인기를 등에 업고 출마한 김용민 후보(노원갑)의 막말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이슈 1위가 김용민 막말 파문(22.3%)이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의원도 지난 대선 때 TV토론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게 "(당신을) 떨어뜨리려고 나왔다"고 몰아붙이며 막말을 쏟아부어 유권자들의 분노를 샀다.

 

'막말'을 하다 논란의 중심에 서거나 대중 앞에 설득력을 잃고 결국 설 자리가 줄어드는 지식인과 논객도 있다. 세월호 침몰 참사를 '시체 장사'에 빗댄 보수 논객 지만원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열리지도 않았던 세월호 추모 집회에 청소년들이 일당 6만원에 동원됐다는 주장을 제기해 파문을 일으킨 정미홍 정의실현국민연대 대표가 그런 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도 성추행 사건으로 낙마하기 전 언론사 논설위원 재직 당시 쓴 칼럼에서 야권 인사를 향해 '정치적 창녀' 등 원색적인 말을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조선일보

 

2015-05-09 막말하고… 사퇴하고… 노래하고… ‘봉숭아학당’ 새정치聯

/8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막말 파문으로 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전날 비노(비노무현)계 이종걸 원내대표가 선출되면서 ‘친노(친노무현)-비노’의 투톱 체제로 계파 간 균형이 잡히는 듯했지만 하루도 못 간 것이다.

 

4·29 재·보궐선거 패배로 인한 혼선과 분열을 진정시키려던 문재인 대표 체제도 휘청거리게 됐다. 문 대표는 정 최고위원의 발언이 과했다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정 최고위원은 끝내 사과를 거부해 문 대표의 지도력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당내에서는 “‘당대포’를 자처한 정 최고위원이 문 대표의 뒤통수를 친 격”이라는 말이 나온다.

 

○ 정청래 “공갈치는 게 더 문제” 주승용 “치욕적”

 

이날 최고위원회의는 순조롭게 출발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이 “이번 주까지 (발언을) 자제하겠다고 했지만 문 대표가 아무 말도 없어 입이 간질간질해 한마디 하겠다”고 말하자 문 대표도 멋쩍은 듯 이를 드러낼 정도로 웃었다.

 

4·29 재·보궐선거 광주지역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주 최고위원은 4일 “선거 참패는 ‘친노 패권정치’에 대한 국민의 경고”라며 문 대표에게 패권정치 청산을 위한 방안 등을 밝히라고 요구해 왔다.

 

주 최고위원이 8일 작심한 듯 “비공개, 불공정, 불공평이 패권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라며 “제갈량의 3공(공개, 공정, 공평)의 원칙을 세우는 데 당분간 진력해 나가자”고 말하자 문 대표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다음 발언자인 정 최고위원은 주 최고위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공개, 공정, 공평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

 

발끈한 주 최고위원은 정 최고위원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공개 석상에서 정말 치욕적이다. 저는 사퇴한다. 지도부도 사퇴해야 한다”고 말한 뒤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 난장판 속에 ‘봄날은 간다’ 부른 유승희

이후 주 최고위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답변을 기다렸으나 돌아온 것은 폭언이었다”며 “이것이 바로 패권정치의 폐해”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 최고위원이 과했다. 적절한 방법으로 사과를 해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지만 정 최고위원은 사과하지 않았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주 최고위원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 다음 “어제 경로당에서 인절미에 김칫국을 먹으며 노래 한 소절 불러드리고 왔다”며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라는 ‘봄날은 간다’의 한 소절을 불러 빈축을 샀다. 회의장 주변에선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는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유 최고위원은 비난 여론이 커지자 자신의 트위터에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했는데 제 의도와 달리 많은 분들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썼다.

 

한편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수석부대표로 박지원계 이윤석(전남 무안-신안), 옛 손학규계 이춘석 의원(전북 익산갑)을 임명했다. 공동 원내수석부대표 체제도 그렇지만 두 명 모두 호남 의원을 임명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2015.12.07  문재인씨, 폭력시위가 민주주의 퇴행 탓이라구요?

 

새민련 대표 문재인씨는 지난 5일 열린 '2차 민중총궐기 대회'와 관련, '민주주의가 발달하지 못한 나라에서는 정부가 집회·시위를 탄압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공권력과 시민이 충돌하는 일이 번번이 벌어진다'면서 '민주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정부가 평화적 집회·시위를 보장하면서 평화 시위 문화가 빠르게 정착돼 갔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민주주의가 퇴행하면서 집회·시위 문화도 과거 독재정권 시절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과격폭력시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탓이라는 주장인데, 문재인씨가 위의 사진을 봐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진은 2005 710일 평택 대추리에서 벌어진 미군기지이전반대시위의 모습이다. 당시 폭력시위를 주도했던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에는 전국민중연대, 통일연대, 한총련, 민노총, 빈민연합, 정의구현사제단,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같은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문재인씨에게 묻고 싶다. 평택 대추리에서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극렬한 폭력시위가 벌어진 것은 당시 정권 하에서 민주주의가 퇴행했기 때문이었나? 아니면 범대위에 참여한 단체들의 폭력성 때문이었나?


* 
덧붙임)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이 누구였고, 대통령이 누구였더라?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2016년 01월 26일  4·13선택 ‘19代 의원’ 평가 - 동료에 ‘욕설’ 대통령 ‘조롱’ 여성 ‘비하’… 도넘은 ‘막말 의원’

경찰청장에 “떽 건방지게”, 부지사에겐 “닥쳐 이자식”

  권력 남용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국회의원의 권한을 남용해 특혜 채용·인사 청탁·압력 등을 행사한 ‘갑질 의원’으로 꼽은 새누리당 김상민(왼쪽부터)·박윤옥 의원, 더불어민주당 신기남·노영민 의원. 자료사진

 

① 막말·갑질 논란

“떼거지” “깐죽대는 입”… 與野, 반말 공방 빈번
“종북주의” “수구꼴통”… 극단적 용어로 충돌
“朴대통령 자식없어서…”前現 대통령 비꼬기도
세월호 유족 비하에 성희롱 발언 논란까지

막말로 인지도 높이기… 정치 신뢰는 떨어뜨려” 지난 2013 8 19일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회의장. 서울 마포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의원이 의사진행발언 중 “막말 대마왕은 이장우 의원이야”라고 하자 대전 동구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이 “왜 반말이야”라고 맞받았다. 정 의원이 “당신이 반말하는구먼”이라고 답하고 일단락됐다. 잠시 뒤 이 의원이 청문회 방청객으로 참석한 야당 의원들을 향해 “떼거지”라고 막말하자 정 의원이 “이 의원은 선구자(선천적 구제불능자)네요”라고 비난했고, 곁에 있던 충남 보령·서천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이 “정 의원은 입만 열면 허위사실 유포야”라며 이 의원을 거들고 나섰다.

 

2014 4 12. 정 의원이 다시 등장하고 무대는 대표적 SNS인 트위터로 옮겨졌다. 강원 춘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무인항공기가 북한에서 날아온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정 의원의 주장에 대해 “미치도록 친북하고 싶다. 최고 존엄이 다스리는 주체의 나라에서 이런 짓을 할 리가 없다. 미치도록 대한민국이 싫다. … 너의 조국으로 가라”고 글을 쓰자 정 의원이 “김진태, 너의 소원대로 해주마. 깐죽대는 너의 입을 원망해라. 법대로 처리해줄 테니. 너의 감옥으로 가거라”라고 대응했다.

 

19대 국회의원들의 막말을 분석한 결과 동료 의원에 대한 반말과 욕설은 기본이고, 성희롱이나 국민을 향한 조롱 등 도를 넘은 ‘막말’도 상당수 확인됐다. 국회의원들의 막말은 국회 회의록 검색시스템과 주요 언론을 통해 확인된 것만 122건에 달했다. 회의장 또는 SNS 등을 통해 동료 의원과 설전을 주고받은 게 가장 많았다. 반말은 기본이고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경기 시흥갑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은 2012 11월 상임위 회의장에서 박범계 더민주 의원을 향해 “저거 아주 웃기는 사람이네. 기본도 안돼 있는 사람이네. 저거”라고 말했다. 경기 부천원미갑 김경협 더민주 의원은 2015 3월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종북(從北) 타령하는 여당 의원들도 정신 감정을 의뢰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상대에게 정치적 족쇄를 채우기 위한 발언도 많았다. ‘수구 꼴통’ 또는 ‘종북주의자’처럼 극단적인 용어로 상대를 규정함으로써 상대의 정치적 입지를 줄이기 위해 전략으로 막말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비아냥이 더해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정치적 대립이 격해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막말은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보다는 주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극단적인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촉매’ 역할을 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뒤 서울 송파병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은 의원총회장에서 노 전 대통령을 겨냥, “마누라가 빨갱이다 보니까 다 헝클어졌다”고 했다. 김경협 의원은 2014 8월 세월호 유가족을 면담하지 않는 박 대통령을 향해 “어머니의 마음은 직접 자식을 낳고 키워봐야만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에게 ‘어머니의 마음’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달라는 요구는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 비꼬았다. 장하나 더민주 의원은 2014 8월 “대통령 당신은 국가의 원수가 맞다”며 중의적 해석이 가능한 막말을 했다.

 

상임위원회의에서 산하기관을 향한 막말도 많았다. 서울 강북을 유대운 더민주 의원은 2012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이중구 당시 제주지방경찰청장 직무대리를 향해 “떽, 건방지게 말이야”라고 말했고, 김용익 더민주 의원은 2013 7월 공공의료 관련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회의 도중 윤한홍 당시 경남도 행정부지사에게 “닥쳐 이 자식아”라고 막말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몰이해를 여실히 드러내는 발언도 있다. 김태흠 의원은 2013 11월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비판하며 “무기계약직이 되면 이 사람들의 노동3권이 보장된다. 툭하면 파업에 들어가면 어떻게 관리하겠느냐”고 했고, 경남 창원 마산회원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은 2014 8월 단식 중인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제대로 단식하면 벌써 실려가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막말이 판치다 보니 웃지 못할 경우도 생겨났다. 서울 강서갑 신기남 더민주 의원은 2014 8월 현재 더민주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인터뷰에 대해 “이데올로기가 사라졌다니. 무뇌아가 됐나. 호모사피엔스임을 포기하려는가”라고 막말했다.

 

성희롱성 발언도 많았다. 광주 북을 임내현 국민의당 의원은 2013 7월 출입기자들에게 “서부 총잡이가 죽는 것과 붕어빵이 타는 것, 처녀가 임신하는 것의 공통점은 너무 늦게 뺐다는 것”이라는 저질스러운 농담을 했다.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은 2015 1월 병영문화개선 특별위원회에서 군내 성폭행을 저지른 여단장을 비호하며 “나이가 40대 중반인데 이 사람(외박을 거의 안 나가서)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26일 통화에서 “막말을 하면 순식간에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등 의원들의 인지도와 존재감이 크게 높아진다”며 “막말이 초선 의원에게 집중되는 것은 이 같은 정치인의 욕구와 초선 의원들을 ‘저격수’로 활용하는 정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이 같은 막말 정치가 국회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낮춘다”고 지적했다

더민주 40 - 새누리 26명順… 초선 35명으로 절반 
동료 상대 36회 ‘최다’… 전·현대통령 대상도 26 

권한 남용·압력 행사… 여야의원 23명은 ‘갑질’ 논란

 

사상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는 19대 국회의원 중 4분의 1이 임기 중 한 차례 이상 적절치 못한 발언이나 막말로 국회의원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부추긴 것으로 26일 나타났다. ‘갑질’ 논란을 빚은 의원도 23명에 달했다. 더구나 일부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막말과 갑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제재를 가하지 않는 등 정치권이 자정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78일 남은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들이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질 전망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이날 2012 5월부터 올해 1 15일까지 국회회의록검색시스템과 주요 일간지, 방송 및 통신기사를 통해 분석한 ‘19대 국회의원들의 부적절한 발언(막말) 현황’에 따르면 한 차례 이상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의원은 73명에 달했다. 이중 더불어민주당(더민주) 40명이었고 새누리당은 26명으로 조사됐다. 2월 창당 예정인 국민의당은 3, 무소속 2, 정의당 2명 등이다. 갓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이 35명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막말’의 대상도 다양했다. 동료 의원에 대한 막말이 36회로 가장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노무현 전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막말이 26, 국무위원 혹은 공직자 및 공직후보자에 대한 막말은 22회였다. 일반 국민을 향한 막말도 11회에 달했다. 막말은 주로 면책특권이 있는 국회나 상대 당에 대한 비판이 주로 쏟아지는 당내 회의에서 이뤄졌지만 SNS 등 온라인을 활용한 막말도 19건에 달했다

 

보좌진에 대한 권한 남용, 입법 권한을 악용한 기업이나 관련 기관에 대한 압력 행사 등 국회의원들의 ‘갑질’도 여전했다. 4년간 새누리당 13, 더민주 10명 등 23명의 의원들이 갑질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국회의원으로서 기본적인 소명 의식도 갖추지 못한 채 공천 준 사람에 대해 ‘충성심 경쟁’만 벌인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이날 ‘막말·갑질 의원’ 보고서를 여야 지도부에 전달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2016년 03월 31일 또 도진 제1야당의 ‘노인 폄훼’ 妄言과 정치의 품격

더불어민주당에서 또 노인세대를 폄훼(貶毁)하는 발언이 나왔다. 과거에도 여러 번 곤욕을 치렀음을 돌아보면, 고질이 아닌지 걱정될 정도다. 주진형 국민경제상황실 대변인은 30일 국회 브리핑에서 강봉균(73)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비난하면서 “집에 앉은 노인” “아무도 안 찾아오니 심심하던 분” “이상한 분은 아닌 줄 알았는데 노년에 안타깝다” “놀고 있는 분을 얼굴마담으로 쓰는 것” “완전 허수아비” 등의 표현을 동원했다. 취중 발언도 아니고, 중요한 선거 조직의 대변인으로서 국민 앞에 한 발언이다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정상적 사고체계를 갖춘 인사인지조차 의심스럽다. 우선, 강 위원장은 공직을 떠난 이후에도 국가 정책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 평생 공직에 몸담았던 사람의 귀감이 될 만하다. 주 대변인 발언이 더 심각한 것은 노인 세대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다. 은퇴하면 곧 놀고 먹는 사람이 되고, 그런 분이 다시 공적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 할 일이 없어 허수아비 노릇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식의 논리다. 그렇다면 자당(自黨)의 김종인(76) 대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연세도 더 많고, ‘놀고 있었던’ 세월도 더 긴 셈이다. 희생과 헌신으로 이 나라의 기틀을 닦은 세대에 대한 모욕이다. 게다가 공당의 대변인 자격으로 “박근혜 씨” “독살 맞거나 무능하거나” 하고 공식 발언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행태다.

 

1야당인 더민주와 전신(前身) 정당의 노인 관련 망언(妄言)은 시리즈라고 할 만하다. 2004년 제17대 총선 때 정동영 의원은 “6070대 노인분들은 투표 안 하고 집에서 쉬셔도 된다”, 2012년 제19대 때는 김용민 후보가 “노인네들이 시청에서 시위하지 못하도록 시청역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를 모두 없애면 된다”, 2014 10월 설훈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연세가 들면 판단력이 떨어져 쉬게 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주 대변인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할 가치가 없다. 이런 인사를 앞세운 더민주가 더 문제다.

문화일보 사설

 

2016년 10월 18일  國格 허물고 증오 키우는 정치인 막말

김인영 한림대 교수·정치학

최근 정치권의 막말을 보면 이들이 국가를 이끌 자질이 있는지, 내년 선거에서 표(票)를 달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정치인들의 말에 상대 진영에 대한 증오와 조롱이 가득 차 있어, 정치권 언어의 폭력성을 실감한다. 문제는, 상대를 무시하는 말이 거친 대응을 불러일으킬 뿐이고 막말의 악순환을 가져올 뿐임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맨입’ 발언이 좋은 예다. 정 의장은 “세월호(연장)나 어버이연합(청문회) 둘 중의 하나 내놓으라는데 안 내놔. 그냥 맨입으로 안 되는 거지” 하는 말로 국가 서열 2위로서는 격이 떨어지는, 야당을 드러내고 편드는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은 결국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을 초래했고, 정 의장은 ‘무자격 정세균 씨’라는 막말과 ‘정세균방지법’이라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독설과 막말이 쏟아져 나온 정청래 전 의원 출판기념회도 여당의 거친 반응을 초래한 사례다. “‘파란집’서 감옥 갈 분 있어” “유력 후보의 암살이 있을 수도” “대선 승리 후 작살낼 놈들” “삶이 공갈인 박근혜” 등의 발언 말이다. 또, 친문(親文) 세력의 대선 후 보복에 대한 속내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청와대의 불통을 비난하면서도 자기들끼리 낄낄거림에 머무른 탓에 비난의 대상보다도 격이 더 떨어지게 됐다. 나아가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둘러싼 노무현 정부의 행동에 대해 ‘대한민국 국기 문란이자 반역행위’라고 비난하는 새누리당에 격한 반응의 원인을 제공했다.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의 막말은 이어졌다. 제20대 국회 첫 국감은 미르·K스포츠재단, 최순실, 고 백남기 주치의 백선하 청문회로 변질돼 여야(與野) 막말의 종합전시장이 됐다. “언제까지 근무했어? 만든 사람 누구야?” “내가 그렇게 좋아?” “고영주가 아니라 완전 저영주네”가 질문이었고, 답변은 “새파란 젊은 것들에게 수모를 당한다”로 되돌아왔다. 국정감사에서 정부감사와 정책 대안 제시는 온데간데없고 오직 대선을 겨냥한 상대 진영 흠집 내기만 계속됐다. 그리고 고압적인 말로 피감기관 증인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싶어하는 국회의원의 소(小)영웅주의적 행태만 남았다.

 

글은 인격을 감출 수도 있지만, 말은 말하는 사람의 품격을 거의 그대로 나타낸다고 한다. 미국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과거 막말은 미국민을 역겹게 하는 품격 낮은 것이었고, 내뱉은 말은 10년이 지난 지금 부메랑이 되어 트럼프를 위기로 몰고 있다. 트럼프가 과거의 품위 없는 말과 행동으로 곤경에 처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우리 정치인들은 막말이 결국은 자신들의 정치 생명을 끊을 것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를 ‘존재의 집’이라고 규정했다. 언어란 단지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는 수단이나 개인의 내면 정서를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존재가 머물고 존재가 세계와 만나는 곳이라는 의미였다. 국회의원이 막말하고, 호통치고, 상대의 말은 무시하고 자기 말만 하는데, 또 기회만 되면 대통령에게 날카로운 말 도끼를 던지는데 정치가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신뢰받기는 힘들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말과 행동은 국격(國格)을 결정한다. 결국, 정치인의 막말은 국민을 수치스럽게 하고 국가의 격을 낮추는 행위가 된다. ‘나꼼수’식의 조롱과 막말이 아니라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해야만 대중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음을 여야 정치권은 깨달아야 한다.

문화일보

 

2016-12-14 ‘저질’ 국회의원의 기업인 망신 주기

경기도 오산이 지역구인 4선의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튀는 언행’으로 종종 물의를 빚었다. 2008 6월 광우병 촛불시위 때 경찰관 3명을 폭행해 대법원에서 벌금 300만 원의 유죄가 확정됐다. 2012 7월에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수감 중이던 정봉주 전 의원과 관련해 “광복절 특사(特赦)를 기다려보고 10 26일에도 석방이 안 되면 민란을 기획해 일으키려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압권은 작년 8월 “노래 부르면 예산 줄게” 발언이었다. 지역구 주민들과 함께 전북 부안의 해수욕장으로 야유회를 갔던 그는 김종규 부안군수가 사회자의 노래 요청에 난색을 표시하자 “군수가 노래를 부르면 부안에 100억 원의 예산을 내려주겠다”고 큰소리쳤다. 국민 세금이 재원인 정부 예산을 자신의 쌈짓돈으로 여기는 듯한 황당한 제안이었다. 

 

안민석 박영선 하태경의 ‘갑질’   

최근 대기업 총수 9명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도 안 의원은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대부분 60, 70대인 기업인들에게 “전경련 해체 반대하는 분들 손들어보세요” “촛불집회에 나가본 적 있으면 손들어보세요”라며 점검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게는 “나이 50도 안 된 분이 어른들 앞에서 조롱하는 발언하면 안 돼요. 자꾸 머리 굴리지 마세요”라고 면박을 줬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갑질’도 뒤지지 않았다. 박 의원은 “이 부회장이 모르는 게 많고 기억력이 안 좋으니까 더 기억력 좋고 아는 게 많은 전문경영인에게 넘겨야 하지 않겠느냐는 국민 문자가 왔다”고 비꼬았다. 언제 경영권을 넘기겠느냐는 추궁도 덧붙였다. 총수들에게 전경련을 탈퇴하겠느냐고 일일이 다그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태도도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 농단’을 다룬 이번 청문회에 국민의 관심이 높았지만 이건 아니다. 증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면서도 정연한 논리와 팩트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보다 호통과 고함, 면박과 인신공격, 흠집 내기와 망신 주기가 난무하는 후진적 모습이 두드러졌다    ‘

 

재벌 저격수’ ‘삼성 저격수’라는 일각의 찬사에 우쭐한 의원도 있을지 모르겠다. 착각하지 말기 바란다. 청문회를 지켜본 다수 국민의 반응은 그들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페이스북에는 ‘저런 저질 의원들 때문에 증인석의 기업인들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였다’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경제기자 출신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를 지낸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는 청문회 다음 날 온라인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계열사와 협력업체 임직원을 포함하면 삼성, 현대차그룹은 200만 명에서 300만 명을 먹여 살린다. 나머지 그룹들도 100만 명에서 수십만 명을 거느리고 있다. 총수들은 어제의 국회 수난을 생각하며 ‘한국에서 꼭 기업을 해야 하는가’ 하는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다.” 나는 “미래의 기업은 조국의 열망에 따르기를 거부하고 이윤이 가장 크고 규제는 가장 작은 곳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소니 워크맨 신화’의 주역 모리타 아키오의 말을 떠올렸다.  “한국에서 꼭 기업 해야 하나”   

 

정권이 아무리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는 정경유착 논란은 권력 못지않게 기업도 거듭나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보다는 기업인이 국민과 국가에 기여하는 몫이 훨씬 크다. 300명 정원을 100명 이하로 줄여도 나라에 아무 지장이 없을 의원들이 국민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지탱하게 해주는 기업인 위에 군림해 호통치고 망신 주는 왜곡된 구조를 이대로 놔둬선 안 된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