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이야기 05/ 2021
05.02 민주당 새 당대표 송영길 “원팀으로 대선 승리하겠다”
민주당 새 당대표에 5선(選) 송영길(58·인천 계양을)의원이 2일 선출됐다. 송 대표는 윤호중 원내대표와 함께 임기 말 문재인 정권을 뒷받침하면서 집권여당의 내년 대선관리까지 책임지게 됐다. 계파색이 옅은 송 대표가 당선되면서 친문세력이 틀어쥔 당 주도권에 변화가 생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 대표는 35.6%를 득표했다. 대의원(45%)·권리 당원(40%) 투표와 당원(10%), 국민(5%) 여론조사 합산한 결과다. 86운동권 (80년대 학번, 60년대생)그룹의 맏형 격인 송 의원은 대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홍영표 후보가 35.01%, 우원식 후보는 29.38%를 얻었다.
민주당 최고위원으로는 김용민(초선)·강병원(재선)·백혜련(재선)·김영배(초선)·전혜숙(3선) 의원 등 5명이 선출됐다.
송 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지금은 승리를 향한 변화를 위해 주저없이 전진해야 할 때”라며 “우리에게는 열정을 가진 사람, 지혜가 있는 사람이 많이 있다. 열정과 헌신, 지혜를 가진 모든 분을 하나로 모아 원팀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강한 회복과 도약을 위해 앞장서 가겠다”며 “유능한 개혁, 언행일치의 민주당을 만들어 국민의 삶을 지켜내고 국민의 마음을 얻겠다”고 했다.
송 대표는 당원과 국민을 향해 “4기 민주 정부를 여는 311일의 대장정에서 승리하자”며 “국민의 삶을 지켜내고 문재인 정부를 성공적으로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의원(가운데)과 김영배(왼쪽부터), 백혜련, 전혜숙 최고위원,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김용민, 강병원 최고위원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2021.5.2연합뉴스
05.04 운동권 선배 김영환 “송영길 대표, 文 원팀 빠져나와라”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영환 전 의원이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향해 “(청와대와) 원팀이 되는 것은 국민을 등지고 민심에서 멀어지는 것”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그를 따르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과 역사의 편에서 원팀이 되어 달라”고 했다.
/김영환 전 의원. /조선DB
김 전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자네가 거대 여당의 대표가 되다니 경천동지할 일”이라며 “나와 아내는 자네와 참으로 각별한 인연도 있고 옛 생각도 나고 솔직히 걱정도 되고 해서 이 글을 쓴다”고 했다.
김 전 의원과 송 대표는 연세대 운동권 선후배 사이다. 연대 치대 73학번인 김 전 의원은 1977년 유신헌법 철폐 촉구 민주화 운동으로 구속됐다가 출소 이후 다시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본인과 배우자가 함께 구속된 이력이 있다. 송 대표는 연대 경영학과 81학번으로 1984년 첫 직선제 총학생회장에 당선돼 학생운동을 주도하며 투옥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이 글에서 “(40년 전) 내가 자네를 실습생으로 사랑니를 뽑아 주었지?”라며 과거를 추억했다. 또 “부천 송내동 신혼방에 자네가 왔던 기억이 나네. 우리가 인천부천 노동자 시절이었지”라고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단 한 가지 자네가 유념할 것이 있다”면서 “어제 문재인 대통령께서 자네에게 ‘청와대와 송 대표가 원팀이 되어야 한다'고 한 말씀은 자네를 영원히 죽이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추미애 전 법무장관, 조국 전 법무장관, 이성윤 서울지검장 등을 언급하며 “이들을 보게나. 다 원팀하다 원킬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이어 “오늘의 패도의 정치에 모든 책임은 586 운동권의 부나방 같은 정치에 있었다”며 “지난 20년 한국정치에 새로운 개혁의 자리에 있었으나 개혁은커녕 권력과 당권에 빌붙어 잘못된 정치를 용인하고 침묵하고, 패권의 정치, 진영논리, 계파정치를 만든 주역이 바로 나를 포함한 운동권이 아닌가?”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문재인과 그를 따르는 문빠 정치인과 원팀에서 빠져 나와 국민과 역사의 편에서 원팀이 되어 달라”며 “역사는 지나고 보니 달걀로 바위를 치는 사람들의 승리의 기록이었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문자폭탄’과 관련, “문재인 정권은 문파가 지도하고 문자폭탄으로 민주주의를 초토화시킨 문폭 정권이 될 것”이라며 “국민이 낸 세금으로 혹세무민하는 이상한 분들이 수염을 나부끼며 벌이는 이 광란의 시대에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자들이 문자폭탄을 용인 두둔하는 일은 실로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송 대표가 취임 첫날인 3일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6·25 참전용사 묘역을 참배한 것에 대해선 “참 고맙고 마음 든든했다”며 “너무나 상식적인 자네의 판단과 행동이 이렇게 고맙게 들리는 이 나라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자네가 한미FTA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원자력에 대해 소신있는 발언을 한 것을 잘 기억한다”며 “자네의 소신과 판단을 존중하고 응원한다”고도 했다.
김 전 의원은 글 말미에 “옛정을 생각해서 제발 모욕죄로 나를 기소하지 않도록 선처 부탁하네”라고 했다. 최근 문 대통령과 여권 인사를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을 뿌린 보수 성향 시민단체 대표가 모욕죄로 검찰에 넘겨진 것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전 의원은 최근 범여권 의원 73명이 민주화 유공자 가족 등에게 교육·취업·의료·주택 지원을 하는 내용의 ‘민주유공자예우법’을 발의한 것을 강하게 비판하며 지난달 자신의 광주민주화운동증서·명패를 반납했었다. 민주당은 ‘운동권 특혜' 논란이 일자 민주유공자법을 철회했다.
조선일보 장근욱 기자
05.06 정권 포기 징후들
임영웅이 무대에서 내려갔으면 다음에는 영탁이나 정동원 정도는 나와야 한다. 그래야 채널 고정 확률이 높다. 급이 전혀 다른, 패자부활전 단골 가수를 들이밀면 눈치 빠른 시청자들이 바로 알아챈다. ‘PD가 사심이 있구먼’. 리모컨 집어 든다.
본선 4등 인물 검찰총장 시키고
백신과 부동산 문제 외면 일관
야당도 정권 탈환 뜻 의심스러워
윤석열의 화려한 스테이지가 끝난 뒤에도 관객들 시선은 무대에 꽂혀 있었다. ‘다음 선수는 누구일까’라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입상 7회 노미네이티드, 그러나 번번이 심사위원들한테 퇴짜 맞아 트로피 손에 쥔 적은 없는 이가 호명됐다. 본선 4등이었는데 수상한 점수 추가로 1등이 돼 나타났다. 고진감래. 느닷없이 경연이 ‘인간극장’ 다큐로 돌변했다.
이쯤 되면 이건 윤석열 띄워주기 아니냐고 의심할 만하다. 그가 정말 밉다면 후속 타자에 에이스를 내세워 물을 먹였어야 했다. 윤석열만 잘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줘 확 김을 뺐어야 했다. 정말 선수가 없었나. 아니면 다른 큰 그림이 있는 걸까.
훌륭한 새 검찰총장이 필요한 건 비단 윤석열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권력의 순조로운 하산에도 결정적이다.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보여줬다. 지지부진한 비리 척결이 민심을 얼마나 흔드는지. 총리가 검찰에 나서라고 지시했지만 “무장해제를 요구하더니 갑자기 전쟁터로 나가라고 한다”는 볼멘소리를 하며 먼 산만 바라봤다.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라는 곳에서 비리 연루자들을 띄엄띄엄 불러들였다. 임팩트가 없었다. 지금도 누가 잡혀갔는지, 그가 얼마나 혼꾸멍나고 있는지 국민은 잘 알지 못한다. 수습이 되지 않는다.
정권 말기엔 온갖 비리 의혹이 터진다. 논공행상에서 소외됐던 권력의 주변인들이 더는 참지 못하고 입방정을 떤다. 떠오르는 미래 권력에 줄을 대려고 달려드는 부나방들이 은밀한 정보를 퍼 나른다. 권력의 그립은 약해지고 내부자들의 원심력은 커간다. 쭉 그래 왔다. 그때 정권 폭망을 최전선에서 막은 건 검찰이었다. 피고름이 비치는 곳에 칼을 댔다. 때로는 대통령의 측근, 가족에게까지 닿았다. 검찰은 가지를 잘라 몸통을 지키는 결과적 충성을 했다.
그 ‘황제의 칼’을 정권 스스로 포기했다. 칼을 내려놓게 하고 호미·곡괭이를 들려줬다. 진격을 외쳐도 다들 옆만 쳐다보게 할 지휘관이 선두에 있다. 칼끝 방향이 180도 바뀌는 회군을 상상하는 심약한 군주 곁에 오합지졸만 남았다.
이것이 검찰 만능주의라는 고질병을 치유하기 위한 극약 처방이라면 명분이 없는 행동은 아니다. 하지만 진의가 그것이었다면 예비적 조치가 선행됐어야 정상이다. 국수본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제대로 진용을 갖추도록 하고 실효성 검증을 해야 했다.
그래서 정권이 재집권을 원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 포기 징후는 또 있다. 백신 때문에 성난 국민이 많은데, 대통령은 모든 게 순조롭다고 말해 화를 돋운다. 대통령이 자신을 비방했다고 모욕죄를 걸어 백성을 고소한다(결국 소는 철회했다). 치솟은 아파트값과 이에 따른 세금 부담 때문에 난리라 선거 전에는 뭐든 할 기세를 보이더니 언제 그랬느냐고 한다. 20대한테 잘할 것처럼 말하더니 태도를 바꿔 똑바로 살라고 얼굴을 붉힌다. 자기편 1등 주자가 식구인지 아닌지 헷갈려 한다.
그런데 야당도 마찬가지다. 선거 한 번 이기더니 2년 전 레퍼토리로 돌아갔다. 흘러간 인물들이 다시 앞자리로 나선다. 마땅한 대선 후보도 없는데 끼리끼리 뭉쳐 다니기 시작했다. 윤석열 카드를 놓고 자기들끼리 복잡하게 계산한다. 당사자 생각은 알지도 못하면서. 정권 탈환 의지가 의심스럽다.
자기 돈 쓰면서 욕먹는 자리라며 동창회장·동호회장을 서로 마다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 이 현상이 그런 것이라면 아름다운 풍속의 발현일 텐데 진짜 마음을 비운 것 같지는 않다. 저급하고 유치한 정치에 국민이 피곤하다.
중앙일보 이상언 기자 논설위원
2030, 與의원 면전서 “김어준이 성역이냐” “민주당이 촛불 대상”
“방송인 김어준은 성역인가. 공정과 진실에서 벗어난 보도가 이어지는데 민주당은 언론 개혁만 강조한다”(20대 박인규씨)
“윤미향·조국 사태에 20대 실망했다. 만약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민주당이 촛불집회 대상이었을 것”(20대 이기웅씨)
2030 청년들이 6일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초선의원들이 4·7 재·보궐참패로 스스로 쇄신책을 내놓자는 차원에서 꾸린 ‘더민초’가 2030 청년들의 민심을 듣기 위해 주최한 자리였다. 청년들은 친여(親與) 방송인 김어준씨 논란 뿐 아니라, 조국 사태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등 민주당 의원들이 좀처럼 목소리를 내지 못한 사안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쓴소리 경청’ 간담회에 초청된 20대 박인규씨는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 한다더니 문자 폭탄에 의지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앞서 민주당 초선의원 5명은 ‘조국 사태에 반성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가 강성 당원들의 문자 폭탄 공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조국 사태와 관련한 당내 소신 발언이 사라지자 “의지가 후퇴한 것이냐”며 일침을 놓은 것이다.
박씨는 친여(親與) 방송인 김어준씨를 감싸는 민주당 의원들의 태도도 비판했다. 그는 “출연료와 편향성 문제에도 불구하고 방송인 김어준은 성역인가”라며 “뉴스공장 작가는 월 50만원을 받는데, 작가가 쓴 원고를 읽기만 하는 김씨는 회당 200만원을 받는다. 누군가에겐 이 돈은 한 달치 월급”이라고 했다.
이어 “김어준의 편향성 논란은 말할 것도 없다”며 “박원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위안부 이용수 할머니에게 ‘배후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사실과 다른 주장을 계속하는 것은 징계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정과 진실에서 벗어난 보도가 이어지는데 민주당은 언론 개혁만 강조한다”며 “언론 민주화가 아닌 민주언론 특혜법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자신을 ’촛불집회에 열심히 참석한 민주당 지지자'라고 소개한 20대 이기웅 씨는 “윤미향, 조국 사태 등을 보며 20대가 엄청나게 실망했다. 만약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민주당이 촛불집회 대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이 20대 남성 표심을 잡는 차원에서 내놓는 ‘군 가산점’ 등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20대 최수영 씨는 “군 가산점 제도를 정치적 목적으로만 이용하는게 좋지 않아 보인다”며 “20년 동안 군 가산점에 부정적이었던 민주당이 이제 와서 법안을 내놓는 것은 청년을 표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최진실씨는 “민주당이 20대 남성 표심에 집중하면서 여성 청년의 목소리는 다시 묻히고 있다”고 했다.
20세 곽지후 씨는 “코로나 대처가 미흡했다. 학교는 비대면 수업으로 교육 격차가 커지고 있는데, 교회 예배는 계속된 이유가 무엇인가. K 방역에 심취해 코로나19 방역 노력에 느슨해졌다”라고 말했다. 특히 고 박원순 전 시장 분향소를 설치했던 일을 두고선 “민주당 의원들의 2차 가해가 실망스럽다”며 “(박 전 시장) 분향소를 설치하기 전에 민주당이 책임을 지고 사과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오세훈 시장을 지지하지 않지만, 사과는 깔끔했다”고도 했다.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민주당 의원은 “나 역시 이대남(20대 남자) 아들을 두고 있는데, 요즘에는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라는 얘기를 할 수가 없다고 한다”며 “청년들이 문재인 정부 탄생에 큰 역할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민주당에 요구했던 반칙, 특혜 없는 세상에 응답하지 못했고, 실패를 자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조선일보 주희연 기자
05.08‘초등생 용돈 수당’까지, 피해자 청년 세대가 망국 풍조 응징해야
대선과 지방선거를 1년 앞두고 정치권과 지자체에서 봇물 터지듯 현금 살포 공약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권 대선 주자들은 ‘20세 1억원’ ‘고졸자 세계 여행비 1000만원’ ‘군 제대 때 3000만원’ 등 청년층 표를 노린 선심 공약을 내놓았다. 민주당 의원들도 소상공인과 청년을 겨냥한 포퓰리즘 법안들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코로나 방역 조치로 영업 손실을 본 소상공인에게 임대료를 최대 절반까지 깎아주는 ‘임대료 멈춤법’,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의 은행 대출을 전액 탕감하는 법안까지 상정됐다.
이미 총 2000개에 달하는 현금복지 사업을 실시 중인 지자체들도 온갖 명분을 끌어다 현금 뿌리기에 나서고 있다. 전북도, 울산 울주군, 부산 중구·기장군, 정읍시 등이 코로나 위로금 명목으로 전 주민에게 1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전 대덕구는 초등학생에게 월 2만원씩 주는 ‘용돈수당’까지 만들었다. 30~40대 부모 유권자에게 주는 돈이다. 어르신 공로수당, 아기수당, 육아기본수당, 청년통장처럼 중앙정부의 복지사업과 중복되는 것도 허다하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를 방치해 막대한 세금이 새고 있다.
공공 부문의 씀씀이가 방만해지면서 국가부채가 4년 만에 660조원에서 1000조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문재인 정권 마지막 해인 내년엔 1100조원에 육박해 5년 사이 400여조원의 부채가 더해질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문 정부 출범 당시 36%에서 내년에 50%를 넘게 된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이 경고한 국가 신용등급 강등 위험선에 들어서는 것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국가 신용도가 흔들릴 경우 어떤 위기 상황이 벌어지는지 1990년대 말 외환위기가 말해주고 있다.
현금 살포는 시작에 불과하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새로운 이름표가 달린 돈뭉치를 더 많이 뿌릴 것이 뻔하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 사기 진작용'이라며 내비친 전 국민 지원금만 해도 10조~20조원에 달한다. 그 돈은 전액 빚을 내야 한다. 천문학적으로 커지는 나랏빚은 지금의 청년 세대가 미래에 갚아야 할 부담이다. 정치권이 눈앞의 선거 승리를 위해 외상값을 떠넘기면서 미래 세대를 착취하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 피해자는 청년들이다. 청년들이 현금 살포 포퓰리즘을 응징해야만 이 망국적 풍조를 끝낼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
05월 10일 안철수 “文, 민주당 탈당하고 4년간 실패한 정책 폐기하라
▲ [서울=뉴시스]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06.
“오늘 기자회견서 부동산 등 실패 사과해야”
“내로남불과 절연…질서있는 퇴각 준비하라”
“청와대·여당 내 검은 유령들 당장 손절해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요구했다.
안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오전에 열리는 문 대통령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을 언급하며 “대통령은 지난 4년 간의 실패와 오류에 대해 국민께 솔직히 사과하고 그동안 성찰한 결과물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4년간 의회 민주주의와 협치가 실종되고 법치와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정의와 공정은 훼손됐다. 대신 내로남불의 깃발과 부동산 가격만 하늘 높이 치솟았다”면서 “이 정권이 진정 대한민국의 회생을 꿈꾼다면, 지난 4년간의 실패와 오류에 대해 국민께 솔직하게 사과하고, 진정한 변화와 개혁의 의지를 보여드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지난 주 정치 정상화를 위한 여야정협의체 복원, 여야 원내정당 대표와의 회동 등을 요청한 데 이어 이날은 3대 쇄신책을 요구했다.
그가 이날 제시한 3대 쇄신책은 ▲민주당 탈당 ▲내로남불과의 절연 ▲실패한 정책의 폐기 등이다.
안 대표는 “문 대통령은 이제 더이상 친문 계파의 수장으로서 대통령 직을 수행해선 안된다”면서 “대통령의 탈당은 국가 미래를 위해 중요한 향후 1년 동안 진영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나라와 국민 전체를 위해 일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거짓과 위선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정치 세력이 권력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국민을 속이는 정치는 결코 용납해서는 안된다. 내로남불과 절연을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또 “소득주도성장, 부동산정책, 탈원전 정책 등의 오류와 실패에 대해 인정하고 공식 폐기를 선언하라”면서 “시장경제의 자율성과 역동성을 가로막으며 미래 성장동력의 발목을 잡는 청와대와 집권당 내의 검은 유령들은 당장 손절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대통령께서는 남은 1년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질서 있는 퇴각’을 준비하시라”라면서 “새롭게 일을 벌이기보다는, 지난 4년간 이 나라를 갈등과 분열로 몰아넣은 각종 비정상적 행태를 정상으로 돌려놓으시길 바란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자존심과 오기를 버리고 4·7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를 진심으로 보여주신다면, 국민들께서는 ‘돌아온 탕자’를 맞이하는 아버지처럼 기꺼이 용서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 뉴시스>
05.11 “안철수 공부하라”는 김남국에, 조은산 “웬 김어준 왁싱하는 소리?”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 “깡통 정치인”이라며 “알고리즘 공부 좀 하라”고 한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을 향해 인터넷 논객 조은산이 “법 공부 좀 하시라”고 충고했다.
/경기 안산 단원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후보
조은산은 10일 자신의 블로그에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자신이 발의한 ‘포털뉴스 알고리즘 공개법’에 대해 안철수 대표가 반민주적 발상이라며 비판하자, 안 대표에게 알고리즘에 대해 공부하라며 반박을 가했다고 한다”며 “안 대표가 V3 백신의 개발자이자 안랩의 창업주였던 건 주지의 사실인데 그런 그에게 알고리즘에 대해 공부하라니 이게 무슨 김어준이 왁싱 하는 소리냐”고 했다.
그는 “이것은 마치 문재인 대통령에게 집값 폭등시키는 법에 대해 공부하라는 것과 같고, 이재명 도지사에게 베네수엘라의 마두로에 대해 공부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또한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윤희숙 의원에게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설명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비꼬았다. 임대차 3법 논란 때 김 의원이 윤 의원에게 “주택 가격은 수요 가격과 물가상승률 등에 의해 결정되므로 임대료 오를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다가 망신당한 것을 빗댄 것이다.
조은산은 “(김 의원이 발의한) 알고리즘 공개법은 네이버를 딴지일보화 시키겠다는 발상”이라며 “광범위한 국가 권력 작용을 통해 민간의 사적 영역에 의무를 부여하고 강제와 검열을 통해 자유를 억압하는 게 국가의 존립 이유인가, 그것이 우리가 배워온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에 부합하는가” 하고 물었다.
그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한 헌법 37조2항을 거론하며 “김남국 의원은 뭘 배웠길래 이런 기초적인 법 지식도 못 갖추셨나. 법 공부 좀 하시라”고 했다.
조선일보 최규민 기자
05.13 與초선들, 온라인 회의로 반란… 원내지도부 “뉴스보고 알았다”
黨·靑 갈등 본격화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는 12일 오전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박병석 국회의장실을 찾았다. 면담이 끝난 뒤 의장실을 나온 민주당 원내지도부에게 취재진들은 “초선 의원들이 장관 후보자 가운데 최소한 1명 이상 부적격 제안을 청와대에 권고할 것을 요구했다”며 의견을 물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아, 제가 아직 들은 바가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다른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나도 뉴스 보고 알았고, 함께 있었던 초선 원내부대표들조차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고 한다”고 했다. 원내지도부가 초선들의 ‘반란’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대통령 인사권과 관련한 민감한 문제에 반기를 들기 위해 초선 의원들이 ‘보안’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초선 의원 81명 전원이 참여한 모임 ‘더민초’는 온라인 회의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초선 의원 절반 규모인 40명 정도가 참석한 상태에서 “민심이 지금 그분들은 안 된다고 하는데 당이 반응을 해야 하지 않나” “문제가 있는 장관 후보자는 잘라야 한다” “청와대나 당이나 결국 국민 목소리 듣고 가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됐다. 더민초 간사인 고영인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그간의 논의가 축적돼 이번에 목소리가 나온 것”이라면서 “비공식적으로 이런 뜻을 송영길 당대표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초선 의원들의 예상 못한 반기에 민주당 분위기는 종일 뒤숭숭했다. 주류인 친문(親文) 그룹은 “초선들이 군사작전 하듯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도전한 셈”이라면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초·재선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는 배경에는 송영길 대표가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당 안팎에서 나왔다. 고 의원은 “지난주에도 송영길 대표가 초선들 의견을 물어와 ‘아무일 없이 넘어가는 건 민심에 이반된다’고 전달한 상태였다”고 했다. 한 친문 성향 의원은 “대통령이 1명, 2명 이런 식으로 숫자로 생각을 하겠느냐”면서 “누구를 내주고 뭘 받아오고 이런 것은 여의도식 사고일 뿐”이라고 했다. 또 다른 친문 성향 중진 의원도 “아무런 논리도 없이 저런 식으로 얘기하면 문 대통령은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한 것을 우려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임기 4년간 송부를 재요청한 뒤 지명철회를 한 적이 없는 까닭이다. 익명을 요청한 초선 의원은 “최소 1명이 아니라 임·박 후보자 두 분 모두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게 사실 아니냐”고 했고, 또 다른 초선 의원도 “지금부터는 당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민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여론조사회사 에스티아이가 지난 10∼11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논란이 되는 장관 후보자를 대통령이 임명해야 되느냐’고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57.5%가 “임명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임명해야 한다”는 응답(30.5%)의 두 배에 가깝다.
재선 그룹도 송 대표의 지원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전날 송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그간 성역처럼 여겨졌던 문 대통령, 조국 전 법무장관에게도 비판을 가하면서 ‘당 주도권’을 강조했다. 재선 김병욱 의원은 장관 후보자 3인방 거취 문제에 대해서 “당 지도부가 대통령 특별 연설과 별개로 결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용진 의원도 이날 “우리가 내세웠던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이면 거둬들이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송 대표도 이 자리에서 “청와대에 여당 의원들이 휘둘리는 것을 바꾸고, 당 중심이 되는 대선을 만들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민주당 주도의 당·청(黨靑) 관계’를 재천명한 것이다.
임·박·노 후보자 거취 문제를 두고 청와대와 송영길 지도부의 인식 차이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선 취임 4주년 특별 연설에서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는 아니다”라면서 지명 철회 의사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남은 임기 1년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반면 송 대표 측에서는 “지금부터 모든 정치행위는 차기 집권 전략이어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같은 기본적인 관점 차이로 인해 청와대와 민주당의 장관 후보자 3인방에 대한 접근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05.25 野 당대표 경선에서 처음 보는 젊은 바람
▲국민의힘 당 대표에 도전하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정치카페 '하우스'에서 열린 신인 당대표 출마자 초청 토론회에서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오른쪽 부터 이준석 전 최고위원, 김은혜, 김웅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새 대표를 뽑는 6·11 전당대회를 앞두고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적 없는 서른여섯 살 젊은 정치인이 쟁쟁한 다선 중진들보다 국민 지지를 더 많이 받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생 다른 신진들도 여론조사에서 선전하고 있다. 과거 보수 정당에서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은 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로 뽑기 때문에 실제 결과는 알 수 없다. 과거 대표 경선에서도 일반 국민의 지지와 실제 결과가 다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서도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지지율이 다른 중진 정치인들에 앞서 1위를 기록하는 점은 주목해봐야 한다.
국민의힘은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합리적인 중도 정치를 강조해 온 후보들을 내세워 크게 승리했다. 2030 젊은 층은 이런 보수 야당을 지지했다. 전례 없는 일이었다. 젊은 층을 비롯한 국민이 야당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시대 변화를 읽고 국민의 고른 지지를 받는 정당, 보수와 합리를 함께 갖춘 정치인이 간판인 야당이라면 국민은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탄핵 사태 이후 국민의힘은 한동안 국민의 대안이 되지 못했고 젊은 층의 혐오 대상으로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 재·보선을 계기로 국민은 국민의힘을 대안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번 야당 전당대회에 국민의 관심이 비교적 높은 것은 그런 징표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1970·80년대생 신진 후보들이 선전하는 것은 새롭고 합리적인 보수 정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의 반영이다.
조선일보 사설
05.26 하이콘셉트·하이터치로 무장하라!
野, 구태(舊態) 벗고 창조적 상상력과 공감력으로 무장해 ‘큰 그림’ 그려내야
정진홍 컬처엔지니어
# 어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들의 비전 발표회 무대 뒷배경에 “새로운 미래가 온다”는 큼직한 문구가 눈에 띄었다. 문득 13년 전인 2008년 5월 어느 날 700명이 넘는 CEO들을 앞에 두고 대니얼 핑크의 책 “새로운 미래가 온다”를 텍스트 삼아 같은 제목의 강연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지금 우리는 산업화 시대와 정보화 시대를 거쳐 스토리와 공감 그리고 상상력이 새로운 생산력인 하이콘셉트·하이터치의 시대에 진입했다. 하이콘셉트(high-concept)는 패턴을 감지하고 언뜻 관계없어 보이는 것들을 결합해 새로운 뭔가를 창출해내는 ‘창조적 상상력’과 관계가 있다. 하이터치(high-touch)는 타인의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감성 능력’의 총화다. 하이콘셉트와 하이터치에 바탕해야 새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그때 비로소 우리에게 새로운 미래는 온다.”
# 이 대목에서 요즘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국민의힘 차기 대표 선출과 관련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변수는 이준석이 아니다. 문제는 세대교체가 아니다. 진짜 변수와 문제는 차기 정권을 가져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하이콘셉트와 하이터치에 바탕한 새로운 조망과 설정이다. 국민은 기존의 설정을 신뢰하지 않는다. 영(0)선의 이준석이 여론조사에서 확 뜬 것은 이준석 자체의 정치적 자산과 매력 때문만은 아니다. 도리어 초선까지 포함해 국회의원 배지 달고 있는 이들과 기존의 세력들을 못 믿겠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바탕 생각이다. 한마디로 완전히 탈바꿈하라는 주문이다. 탈바꿈만 할 수 있으면 영선이든 초선이든 다선이든 관계없다. 나이가 많든 적든 관계없다. 그러니 엄한 데 에너지 쏟지 말고 어떻게 하면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아올 새로운 설정을 할 수 있는지를 가지고 대결하라는 것이 국민 다수의 추상 같은 주문이다. 그 새로운 조망점과 설정력이 평가 대상인 것이다. 새로이 조망하고 설정하려면 하이콘셉트(창조적 상상력)·하이터치(공감의 감성력)로 무장해야만 한다.
# 그러니 ‘트럭(나경원)’이니, ‘카니발(김은혜)’이니, ‘전기차(이준석)’니 하며 애꿎게 말장난할 일이 아니다. 비전 발표회 뒷배경에 “새로운 미래가 온다”고 써놓기만 하고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하는 발언만 일삼아서는 미래는커녕 지금도 없다. 우리가 맞을 새 시대는 창조 능력, 공감 능력 그리고 그것에 바탕해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을 요구한다. 그러니 시대를 이끌 리더는 하이콘셉트와 하이터치에 기반한 창조와 공감의 파워로 무장하고 ‘탈(脫)코로나 시대’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작금의 국민의힘은 차기 정권을 되찾아 와야 한다는 절박함만 내세워서는 안 된다.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선에선 그 절박함에 표를 얻었지만 다음 대선은 그것만으론 어림없다.
새로운 비전 제시가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탈코로나 시대’를 열어가고 헤쳐갈 미래의 길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환골탈태(換骨奪胎)만 입에 올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조망점으로서의 하이콘셉트와 새로운 접근법으로서의 하이터치로 무장해서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할 각고의 노력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국민이 그것을 원하는 것이고 그것을 해낼 정당과 대권 후보를 요구하는 것이다.
# 대선판 특히 야권 후보의 상수 격인 윤석열이 ‘열공’에 빠져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권은 그렇게 공부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설사 대권을 잡는다 해도 공부해서 다스리는 게 아니지 않는가. 지금은 오히려 틀어박혀 열공할 것이 아니라 세상에 나와서 거리로 나와서 사람 구경도 하고 세상 구경도 하며 하이콘셉트, 하이터치해야 할 때다.
그게 진짜 ‘열공’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세상과 놀아야 한다. 놀아봐야 변화한다. 세상과 논다는 것은 세상과 부닥치는 것이다. 그거 하다 일 난다 싶으면 아예 접으라! 물론 ‘노는 놈’ 위에 ‘운발 센 놈’이란 얘기도 있다. 허나 운(運) 역시 가만히 있으면 고여 썩는다. 움직여야 운도 생기를 얻는 법! 끊임없이 움직이는 게 결국 노는 것이고 놀아야 운도 생기를 담아 펼쳐진다. 그러니 지금은 공부한답시고 칩거하다 가끔 얼굴 내미는 신비주의(?) 할 때가 아니라 세상에 나와 놀고 부닥치면서 자기 스토리를 펼쳐놓을 때다.
# 영어로 공장을 팩토리(factory)라고 한다. 공장은 뭔가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하지만 ‘탈코로나 시대’에 뭔가를 만들어내는 공장은 ‘팩스토리’(fact+story)다. 물론 팩트만으론 안 된다.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팩트들을 묶어 감성적 임팩트가 있는 스토리로 만들 때 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작금의 시장에서 형식은 디지털이지만 내용은 ‘레트로’ 혹은 ‘고전’이 먹히는 까닭도 여기 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그러려면 하이콘셉트(창조적 상상)와 하이터치(공감의 감성력)로 무장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그 스토리가 곧 역사(history+herstory)가 된다.
# ‘탈코로나 시대’는 백신 맞고 집단면역이 형성돼 마스크 벗는 것으로 펼쳐지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를 진입시킬 뿐이다. 정녕 ‘탈코로나 시대’를 새롭게 펼치려면 하이콘셉트·하이터치로 무장해 새 판을 열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이 진저리 나니 누구든 그것만 자빠뜨리면 된다는 생각만으로는 안 된다. 누가 새 시대를 열 수 있느냐는 ‘시대정신’의 안목에서 국민들도 차기 주자를 선택해야 한다. 당연히 차기 주자를 꿈꾸는 이들 역시 내가 어떤 시대를 열 것이냐는 차원에서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구현해낼 방도를 구체적인 비전에 담아 준비해야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새로운 시대를 열고 역사를 새로 쓰고자 한다면 자기만의 스토리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이콘셉트·하이터치로 무장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조선일보
05.26 민주당 자체조사서 “민주당 이미지는 위선-내로남불-무능”
시민 포커스그룹인터뷰 결과
“더불어민주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민주당이 10대 후반부터 60대까지 시민들에게 던진 질문에 돌아온 답변은 ‘위선적’ ‘내로남불’ ‘무능력’ 등이었다. 이를 이미지로 표현했을 땐 ‘독단적이고 말만 잘하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무능한 40, 50대 남성’이었다. 반면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권위적이고 고집불통인 50∼70대 남성’을 떠올리면서도 ‘리빌딩’ ‘불도저’를 연상하며 부동산과 민생경제에선 민주당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이 지난달 12∼15일 18∼69세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량조사와 19∼54세 성인남녀 2∼8명씩으로 구성된 8그룹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성조사를 합친 포커스그룹인터뷰(FGI) 조사 결과다. 당이 공식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지난해 4·15총선 당시 ‘촛불’ ‘등대’ 등 긍정적인 이미지가 1년 사이 급반전되면서 민주당 내부도 참담해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송갑석 전략기획위원장은 25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재·보궐 이후 정치지형 변화에 대한 결과 보고서’를 소개했다. 이달 민주당 서울시당에서도 약 20쪽 분량의 FGI 보고서를 통해 ‘조국 사태’와 부동산 문제 등을 패인으로 진단한 적이 있지만, 중앙당 차원에서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는 민주당이 이번 보궐선거 과정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옹호하는 발언들이 이어지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생성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김상조 전 대통령정책실장 등 임대료 인상 문제가 결정타로 작용했다고 봤다. 그러는 동안 야당 측에서는 오세훈,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이슈를 끌고 가며 젊은 이미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응답자들은 선거에 영향을 미친 주요 이슈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및 대응(84.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부동산정책(84.5%), 여권 인사 부동산 관련 논란(80.8%) 등을 지목했다.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없었다는 응답과, ‘조국 사태’ 등 여권 인사의 도덕성 논란을 지적한 응답도 각각 77.1%, 72.5%에 달했다.
그 결과 민주당의 부정적 이미지도 국민의힘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2030세대는 민주당 하면 성추행과 성추문, 거짓말, 부동산정책 실패 등을 떠올리게 됐고, 20대 남성의 42.5%는 국민의힘으로 정권교체가 돼야 한다고 답했다.
부동산과 민생경제 분야에서 국민의힘 손을 들어준 점도 민주당에 뼈아픈 부분이다. 응답자들은 민생경제와 부동산 분야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비해 정책적으로 더 잘할 것 같다며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
또 보고서는 향후 민주당의 과제로는 부정적 사건을 수습하고 대처하는 책임 있는 마무리와 ‘제 식구 감싸기’ 근절 등 내부개혁, 부동산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요구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의원들이 귀 담아 듣고 변하는 게 중요하지 매번 조사만 하면 뭐하느냐”며 “서울시당 조사 결과와도 별 차이 없고 왜 욕먹는지 뻔히 다 아는데 정작 선거 한 달이 지나도록 바뀐 게 없다”고 토로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05.27 난생처음 흥미롭게 지켜보는 야당 대표 경선
2030의 국민의힘 지지… 野의 생각지도 못한 횡재
눈이 휘둥그레지는 젊은 그룹의 당권 선전도 청년층의 이 지지가 바탕
野에 부는 이 바람 수많은 청년이 지켜본다
한국 정치에서 근래 최대 횡재는 두말할 것도 없이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 정치에 기여한 것이 없는 사람이다. 노무현의 자살과 박근혜 탄핵이 문 대통령을 만들었다. 그야말로 길에 떨어진 지갑 줍듯이 대통령이 됐다. 그런데 최근 또 하나의 횡재라고 부를 만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에 대한 젊은 층의 지지다. 국민의힘 역시 젊은 층의 지지를 받을 만한 기여를 한 것이 별로 없다.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위선과 무능, 오만이 국민의힘에 생각지도 못한 횡재를 가져다 주었다.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 발표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각자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 맨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주호영, 홍문표, 윤영석, 조경태, 김웅, 이준석, 김은혜, 나경원 후보.(발표순)./국회사진기자단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방송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55% 대 34%로 앞섰다. 30대에서도 56% 대 38%로 앞섰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20대와 30대에서 승리했다. 불과 1년 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20대와 30대에서 더블 스코어 이상의 큰 차이로 대패한 것을 생각하면 상전벽해다. 이 놀라운 역전이 일어난 것은 기본적으로 문 정권의 부동산 실정과 내로남불 때문일 테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치에서 지지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호감도다. 1년 전 총선 때 2030세대의 국민의힘에 대한 비호감도는 63~77%에 달했다. 김정은에 대한 비호감도와 맞먹는다고 했다. 그것이 최근엔 45~63% 정도로 줄었다. 반면 젊은 층에서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크게 높아져 이제는 국민의힘과 차이가 없다. 국민의힘에 대한 청년층 비호감이 줄어든 것은 태극기 부대가 보이지 않게 됐고 국민의힘이 혐오 인물들과 거리를 둔 영향이 있을 것이다. 합리적이란 이미지를 가진 오세훈·박형준씨가 국민의힘 후보로 최종 선출된 것도 젊은 층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한국에서 보수 정당이 젊은 층의 극혐 대상에서 벗어나 지지까지 받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1987년 이후 이명박 대통령 당선 때 외에는 아무도 청년층 지지를 받지 못했다. 작년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전통 고정표 + 청년층’의 지지 기반으로 압승을 거뒀다. 그런데 그 청년층의 표심이 국민의힘으로 이동한다면 선거의 대세를 바꿀 수 있는 사건이 된다. 청년층 지지의 의미는 단순히 표 계산에 그치지 않는다. 그 사회와 나라의 미래인 젊은이들로부터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정당의 존재 이유와 명분 그 자체이기도 하다. 정당의 에너지 원천이 거기에 있는 것 역시 말할 필요도 없다.
청년층 지지는 국민의힘이 처음으로 가져보는 보석이다. 처음이고 생소해서 이것이 소중하고 귀한 줄 모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이 지지는 국민의힘이 자체의 저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다. 귀하지만 약해서 쉽게 깨질 수 있다는 뜻이다. 4·7 재·보궐선거가 국민의힘 압승으로 끝난 한 달 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비율은 20% 안팎으로 민주당에 비해 오히려 10%포인트 안팎 낮았다. 조사기관마다 결과가 들쑥날쑥하지만 대체적으로 2030세대는 오세훈·박형준 두 사람에게 표를 몰아주었지만 정당으로서 국민의힘은 적극 지지하지 않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 누가 이기기를 바라는가’라는 갤럽 조사에서 2030세대는 48%가 야당 승리를 원했다. 여당 승리 기대는 35%에 그쳤다. 그런데도 정작 국민의힘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을 구성하는 인물들에 대한 호감도가 여전히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그럴 것이다.
필자는 김영삼 대통령 당선 때부터 정치를 취재했지만 지금까지 있은 야당 당내 경선에 직업적 관심 이상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시작도 하기 전에 승부가 결정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번 서울·부산시장 야당 당내 경선에서 드라마라고 할 만한 일이 일어났다. 오세훈·안철수 단일화도 보기 드문 깨끗한 승복이었다. 젊은 층이 눈을 돌려 여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6월 11일 야당 전당대회를 개인적인 흥미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 난생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은 그룹의 도전과 선전은 불과 얼마 전까지 이 보수 정당에서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이들이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도 국민의힘에 대한 젊은 층 지지에 자신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가 많다고 늙었으니 물러나라는 도식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에서 일어나고 있는 젊은 바람은 눈이 휘둥그레지게 만든다. 이 나라의 수많은 청년들이 이 바람의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고 있다. 이 현상이 보수를 젊고, 새롭고, 건강하게 만들고 그것이 다시 진보를 자극해 우리 정치를 바꿔주기를 바랄 뿐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
05.29 이제 야당이 대통령·여당 福 누릴 때 됐다
세대교체 바람, ‘老壯靑 협력 방식 변화’란 뜻
밝혀야 重鎭 壁 넘어 야당 당대표, 센터포워드 아니라 2002년 월드컵 홍명보 선수 역할
오랜만에 새 소식이 헌 소식을 밀어냈다. 서른여섯 살 이준석씨가 국민의힘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1위를 했다는 뉴스가 홍장표·김오수라는 우중충한 이름을 덮어버렸다. 이 뉴스는 새바람 새 물결의 힘과 정치에도 반전(反轉)의 재미가 필요하다는 오래된 진실을 새삼 일깨웠다. 국민의힘 예비경선은 당원과 일반 국민 상대 여론조사 결과를 5 대 5로 합산(合算)해 순위를 정한다. 이 후보는 국회의원 선거 낙선 경력만 있는 0선(選)이다. 이런 그가 4선·5선의 중진들을 일반 국민 상대 조사에서 큰 차이로 누르고 당원 상대 조사에선 박빙(薄氷)의 승부를 겨뤘다.
당대표 선거 본선은 당원과 일반 국민 조사의 합산 비율(比率)이 7 대 3으로 달라진다. 당심(黨心)이 민심(民心)보다 훨씬 크게 작용한다. 국민의힘 당원의 72% 가까이가 50대 이상 나이다. 영남 당원이 전체 당원의 55%를 차지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더불어호남당’이라면 국민의힘은 ‘영남의 힘’이자 ‘나이 지긋한 이들의 당’이다. ‘이준석 효과’는 이런 정당에서 서른여섯의 젊은 피가 지역 연고(緣故)를 앞세우지 않고 거둔 승리라는 데서 발생했다. 그의 등장으로 국민의힘은 잠시나마 나이는 젊어지고 지역색은 옅어지고 정치색은 실용·온건·중도의 빛을 머금게 됐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20대의 55%가 국민의힘 후보를 찍었다. 차도(車道)를 누비던 아스팔트 보수가 인도(人道)로 걸어 올라와 젊어지고 옅어지고 실용의 길을 뚫는 변신을 통해 비호감(非好感)의 벽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당대표 본선 결과는 당원들이 이 같은 전략적 효과에 고개를 끄덕이느냐 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내년 3월 대선의 키워드는 북진(北進)이다. 여야 어느 쪽이 남쪽 본거지를 벗어나 수도권을 차지하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2000년대에 들어서 각종 선거의 수도권 득표 추세는 보수에 불리한 쪽으로 기울어졌다. 오세훈 후보의 시장 당선은 오래전에 잃었던 땅을 되찾은 실지(失地) 회복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전략도 보나 마나 수도권 탈환(奪還)일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야당 복(福) 하나는 타고났다는 말을 들었다. 그만큼 야당이 못났었다는 말이다. 바람의 방향이 달라졌다. 국민의힘이 대통령 복(福)·여당 복을 누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준석 효과는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낡고 늙고 누추한 586 정당, 지치지도 않고 끼리끼리 돌려가며 해먹는 부족(部族) 정당, 단물은 자기네가 짜먹고 빚은 후손들에게 떠넘기는 염치없는 정당,·· 특권을 대대손손 물려주려는 봉건(封建) 정당, 과학을 거부하는 반(反)과학 정당이란 뚜렷한 도장을 찍었다.
정권은 집없는 사람과 자영업자를 벌거벗겨 벌판으로 내몬 소득 주도 성장 설계자를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으로 임명하고 여러 범법자(犯法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인물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할 태세다. 야당의 대통령 복·여당 복이 당분간 이어질 듯하다.
국민의힘은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한다. 국민은 갈라 치고 흩어 놓는 배제(排除)의 정치에 지쳤다. 포용(包容)의 정치에 목마르다. 대한민국 역사를 지우는 단절(斷切)의 정치 대신 계승할 건 계승하고 수리할 건 수리하는 연속의 정치가 보고 싶다. 정치에서 앙갚음은 돌고 도는 윤회(輪廻)의 업(業)에 제 발로 올라타는 짓이다. 복수하는 대통령은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 순수 혈통(血統)을 따지고 출신 성분을 감별하는 정당은 전제정치 국가의 정당밖에 없다. 순수(純粹)가 아니라 다양성이 힘 있는 보수를 만든다. 국민의 힘은 대동(大同)과 동행(同行)의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 야당의 당대표는 강슛을 날리는 센터포워드 역할이 아니다. 상대 수비가 빈 곳에 공을 넣어주는 미드필더나 리베로의 역할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1974년과 1998년 월드컵 정상에 올랐을 때 프란츠 베켄바워와 지네딘 지단이 해낸 그런 역할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 홍명보 선수도 그랬다. 훌륭한 투수는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로 공을 잘 꽂는 투수가 아니라 스트라이크와 볼의 경계를 넘나들며 타자(打者)를 유인할 줄 아는 투수라고 한다. 류현진 선수처럼 말이다. 그러려면 타고난 자질에 경기의 흐름을 읽고 탈 줄 아는 노련미가 보태져야 한다.
정치권 세대교체는 한 세대가 다른 세대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다. 노장청(老壯靑)의 협력과 역할 분담 방식의 변화다. 서른여섯의 이준석 후보가 세대교체의 의미를 더 깊이 읽고 중진의 벽(壁)을 넘어 가능성을 현실로 바꿀 수 있을까.
조선일보 강천석 논설고문
05.29 이준석 돌풍, 보수 혁신으로 이어가야
▲국민의힘 당대표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8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아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이준석·나경원·주호영·홍문표·조경태 후보는 다음 달 9~10일 본경선을 치른다. [뉴스1]
믿기지 않는 일이 현실이 됐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예비경선에서 30대의 이준석 후보(전 최고위원)가 압도적 1위로 본 경선에 진출했다. 당 선관위는 후보자별 득표율이나 순위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종합 득표율 41%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는 2위의 나경원 후보(전 원내대표)를 12%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지던 당원 조사에선 31%로 나 후보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그 차이는 1%포인트에 불과했다. 사실상 거의 같았다는 얘기다. 조사는 2개 기관을 통해 이뤄졌는데 한 기관의 조사에선 당원 조사에서도 이 후보가 나 후보를 근소하게 앞섰다고 한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상대로 한 일반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과반(51%)을 얻었다. ‘이준석 바람’이 얼마나 거대한 태풍인지 예비경선 결과가 분명히 보여준 셈이다. 보수 정당 역사상 이토록 드라마틱한 사건은 없었다. 한 당직자는 “혁명도 이런 혁명이 없다”고 평가했다. 초선 김웅·김은혜 의원은 비록 예비경선에서 탈락했지만 이 후보와 함께 신진소장파 그룹 바람을 일으키며 당과 보수 진영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 국민의힘 당내 선거가 이처럼 크게 흥행한 데에는 이 후보뿐 아니라 이들의 활약도 컸다. 이들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이 후보, 일반 여론 우세 속 41%로 1위
소장파 그룹 약진하며 보수정당 새 역사
국민의힘, 구태 벗으라는 민심 돌아볼때
물론 아직 본 경선이 남았고, 전당대회가 치러지는 6월 11일까지는 여러 가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추세라면 ‘이준석 당 대표’ 탄생이 터무니없는 얘기가 아닌 상황이 됐다. 무엇보다 이 후보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공고해 보인다. 8명의 후보가 나섰는데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50%의 지지를 얻었다는 건 ‘대세’를 형성했다는 얘기다. 당원 조사에서도 “아무리 그래도 당원들의 마음은 못 얻을 것”이라는 상당수 당직자의 예견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예비 경선 결과를 당원이 70%를 차지하는 본 경선 룰에 대입해 시뮬레이션하더라도 이 후보가 나 후보를 7% 포인트 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후보들 간 단일화를 비롯한 몇몇 변수들이 있을 수 있지만 ‘이준석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으로 비치는 무리수는 여론의 역풍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예비경선 결과는 무엇보다 국민의힘 등 보수 정치권이 혁신하기를 희망하는 국민의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국민이 변화를 열망하는 국민의힘 소장파 그룹에 새 정치를 실천하라며 격려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여권에 실망한 중도층이 국민의힘에 마지막 기회를 준 것으로도 해석된다. 비록 국회의원 경험은 없지만, 중진들보다 더 ‘할 말 하는’ 패기를 지닌 30대의 이준석 후보를 통해 이런 기대가 실현되기를 희망한 거다. 그 힘이 보수정당발 반전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이 드라마의 감독은 바로 국민이다.
그런데 이런 국민의 염원과 명령을 국민의힘이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와 의심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국민의힘이 ‘계파 정치’를 끄집어내는 구태를 버리지 못한 데다 정책이나 비전으로 대결하기보다는 서로를 비난하기 급급한 행태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최재형 감사원장 등 야권 잠룡들을 어떻게 끌어안을지에 대한 청사진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4·7 재·보선에서 승리한 것은 여권에 크게 실망한 중도층과 청년층이 전략적으로 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재·보선의 지지가 이후 국민의힘 지지로 전환되지 않았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은 것 같은 지금 이때가 국민의힘으로서는 가장 위험한 때일 수 있다. 보수 혁신을 하라는 국민의 뜻이 명백한데도 이에 호응하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에 미래는 없다.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국민이 바로 등을 돌릴 것이다. ◎
중앙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