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소문 씨리즈
‘시무(時務) 7조’ 상소문
/일러스트 박상훈
청원기간
20-08-12 ~ 20-09-11
기해년 겨울
타국의 역병이 이 땅에 창궐하였는 바,
가솔들의 삶은 참담하기 이루 말할 수 없어
그 이전과 이후를 언감생심 기억할 수 없고
감히 두려워 기약할 수도 없사온데
그것은 응당 소인만의 일은 아닐 것이옵니다
백성들은 각기 분(分)하여 입마개로 숨을 틀어 막았고
병마가 점령한 저잣거리는 숨을 급히 죽였으며
도성 내 의원과 관원들은 숨을 바삐 쉬었지만
지병이 있는 자, 노약한 자는 숨을 거두었사옵니다
병마의 사신은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를
가려 찾지 않았사오며
절명한 지아비와 지어미 앞에
가난한 자의 울음과 부유한 자의 울음은
공히 처연 했사옵고,
그 해 새벽 도성에 내린 눈은
정승댁의 기왓장에도 여염의 초가지붕에도
함께 내려 스산하였습니다
하오나 폐하
인간의 본성은 본디 나약하나
이 땅의 백성들은 특히 고난 앞에 결연하였고
인간의 본성은 본디 추악하나
이 땅의 백성들은 특히 역경 앞에 서로 돕고 의지하였나니
아녀자의 치마로 돌을 실어
왜적의 골통을 부순 행주산성이 그러하였고
십시일반 금붙이를 모아
빈사 직전의 나라를 구해낸 경제위기가 그러했듯
이는 곧 난세의 천운이오 치세의 근본이 아니고
무엇이겠사옵니까
이듬해 봄
폐하의 성은에 힘입어
권토중래한 이 나라 백성들은
저마다 살 길을 찾아 짚신끈을 다시 매었고
민초들의 삶은 다시 용진하였으니
지아비, 지어미는 젖먹이를 맡길 곳을 찾아
집과 집을 오가며 동분서주 하였고
서신을 보내어 재택근무에 당하는 등
살 길을 찾아 고행하였는 바,
고을 안 남루한 주막에서는
백성의 가락국수가 사발에 담겨
남겨진 할미와 손주의 상에 올랐는데
경상의 멸치와 전라의 다시마로 육수를 낸 국물은
아이의 눈처럼 맑았고
할미의 주름처럼 깊었사오며
산파가 다녀간 고을 민가에서는
어미의 산도를 찢어내며 고군분투한 아이가
마침내 탯줄을 끊어 울음을 터트렸고
창자를 저미는 고통에도 초연했던 어미는
아이를 받아 젖을 이어내고 울음을 터트렸사온데
그 울음과 울음의 사이가 가엾고 또한 섬뜩해
소인은 낮게 엎드려 숨죽였사옵니다
소인이 살펴보건데
백성은 정치 앞에 지리멸렬할 뿐
위태로움 앞에 빈부가 따로 없었고
살고자 함에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으며
끼니 앞에 영호남이 어우러져 향기로웠습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폐하
백성들의 삶이 이러할 진데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국회에 모여들어
탁상공론을 거듭하며 말장난을 일삼고
실정의 책임을 폐위된 선황에게 떠밀며
실패한 정책을 그보다 더한 우책으로 덮어
백성들을 우롱하니 그 꼴이 가히 점입가경이라
어느 대신은 집값이
11억이 오른 곳도 허다하거늘
현 시세 11프로가 올랐다는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으며
어느 대신은
수도 한양이 천박하니
세종으로 천도를 해야 한다는
해괴한 말로 백성들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고
본직이 법무부장관인지 국토부장관인지
아직도 감을 못 잡은 어느 대신은
전월세 시세를 자신이 정하겠다며
여기저기 널뛰기를 하고 칼춤을 추어
미천한 백성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사온데
과연 이 나라를 일으켜 세우려는 자들은
일터에 나앉은 백성들이옵니까
아니오면 궁궐과 의회에 모여 앉은
대신들이옵니까
또한 역사를 되짚어 살펴보건데
과연 이 나라를 도탄지고에 빠트렸던 자들은
우매한 백성들이었사옵니까 아니오면
제 이득에 눈먼 탐관오리들과
무능력한 조정의 대신들이었사옵니까
하여 경자년 여름
간신이 쥐떼처럼 창궐하여 역병과도 같으니
정책은 난무하나 결과는 전무하여 허망하고
실(實)은 하나이나 설(說)은 다분하니
민심은 사분오열일진데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제 당파와 제 이익만 챙기며
폐하의 눈과 귀를 흐리고
병마와 증세로 핍박받는 백성들의 고통은
날로 극심해지고 있는 바,
소인이 피를 토하고 뇌수를 뿌리는 심정으로
시무 7조를 주청해 올리오니 부디 굽어 살피시어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물론 각지의 군수들을
재촉하시고 이를 주창토록 하시오면
소인은 살아서 더 바랄 것이 없고
죽어서는 각골난망하여
그 은혜를 잊지 않겠사옵니다
하여 소인 조은산은 넙죽 엎드려
삼가 시무 7조를 고하나니
一. 세금을 감하시옵소서
세금이라는 것이 본디 그 쓰임에 있어
나라의 곳간을 채워 국가 재정을 이어나가고
군대를 키우며 나라의 발전을 도모해
백성들이 삶을 영위해 나가도록 하는 것은
지당한 일이오나
이 나라의 조세 제도는
십시일반의 미덕이 아닌
육참골단의 고통으로 전락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오며
부유한 것이 죄는 아니거늘 소득의 절반을 빼앗고
부자의 자식이 부자가 되면 안되니 다시 빼앗고
기업을 운영하니 재벌이라 가두어 빼앗고
다주택자는 적폐이니 집값 안정을 위해 빼앗고
일주택자는 그냥 두기 아쉬우니 공시가를 올려 빼앗고
임대사업자는 토사구팽하여 법을 소급해 빼앗고
한평생 고을을 지킨 노인은 고가주택에 기거한다하여 빼앗으니
차라리 개와 소,말처럼 주인의 사료로 연명할지언정
어느 누가 이 땅에서 기업을 일궈 나라에 이바지하고
어느 누가 출세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사옵니까
또한 증세를 통해 나라의 곳간은 채울 수 있을지언정
소비 둔화와 투자 위축 등의 부작용 역시 존재하거늘
이토록 중요한 국가시책을 어찌하여 나라에 널린
학자들의 의견 한번 여쭙지 않고 강행하시옵니까
폐하
조세는 나라의 권한이고
납세는 백성의 책무이나
세율은 민심의 척도이옵니다
증세로 백성을 핍박한 군왕이
어찌 민심을 얻을 수 있겠사오며
하물며 민심을 잃은 군왕이
어찌 천하를 논하고 대업을 이끌 수 있겠사옵니까
부디 망가진 조세 제도를 재정비하시고
세금으로 혜택을 받는 자가 아닌,
세금을 납부하는 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세율을 재조정하시어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주시옵소서
二. 감성보다 이성을 중히 여기시어 정책을 펼치시옵소서
스스로 벌어먹지 않고 노니는 백성이
스스로 벌어 토하듯 세금을 각출한 백성의
피와 땀에 들러붙어 배를 두드리고
나라의 곳간을 갉아 재정적자를 초래하는 것은
감성이오
진정으로 나라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곳간을 열고 자비를 베풀어 구휼하며
재정을 알뜰히 하여 부국강병의 초석을 닦는 것은
이성이니
감성이 이성을 앞서면
게으른 백성이 고기를 씹고
병약한 백성이 마른 침을 삼키는 것과 같으며
이성이 감성을 앞서면
게으른 백성이 고기를 얻기 위해 화살촉을 갈고
병약한 백성이 죽 한 사발로 기운을 차리어
다시 일터로 나가는 것과 같사옵니다
또한 기업을 옥죄는 규제와 세금을 완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저절로 토해내게끔 하여
지속 가능한 발전을 꾀하는 것은 이성이오
비정규직철폐니 경제민주화니
소득주도성장이니 최저임금인상이니
세상물정 모르는 것들의 뜬구름 잡는 소리로
기업의 손과 발을 묶어 결국
54조의 혈세를 쏟아붓는 것은 감성에 불과하니
감성이 이성을 앞서면
암탉을 때려잡아 그 고기를 잘게 나누어
굶주린 이들에게 흩뿌려 기름진 넓적다리살에
아귀다툼을 벌이게 하는 것과 같고
이성이 감성을 앞서면
암탉에게 좋은 먹이를 내어 살을 찌우고
크고 신선한 달걀을 연신 받아내어
백성 모두가 닭 한마리씩을
먹을 수 있는 것과 같사옵니다
또한 폐하께오서 그리 씹어대고 물어뜯던
22조의 4대강 사업이 그 실체라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이성이 감성을 누른 까닭이옵고
마땅히 기업이 해야할 일을 백성의 혈세로 대신한 바
폐하의 54조는 증발하여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감성이 이성을 누른 까닭이온데
폐하를 비롯한 대신들과 관료들이 모두
백성들의 감성을 자극해 눈물을 쥐어 짜내기 위한
지지율 확보용 감성팔이 정책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바,
이러한 조정 정책의 기조 변화없이
어찌 다가올 160조 신분배 정책을 지지할 수 있으며
어찌 그에 따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사옵니까
폐하
역사는 군왕의 업적을 논할 뿐
당대의 지지율을 논하지 않사옵니다
부디 정책을 펼치심에 있어
감성보다는 이성을 중히 여기시고 챙기시어
작금의 지지율로 평가받는 군왕이 아닌
후대의 평가로 역사에 남는 패왕이 되시옵소서
三. 명분보다 실리를 중히 여기시어 외교에 임하시옵소서
나라의 지정학적 요소와 주변국들의 정세를 간파하지 못하여
한미일이냐 북중러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좌고우면하니
앉은 자리는 가시방석이오 일어서니 키는 제일 작은 것이
작금의 현실이온데
일본과의 외교 마찰로 무역 분쟁을 초래하였으나
이를 외교로 해결하지 않고 정치로 해결하시려
불매운동을 조장하고 양국관계를 파탄낸 바,
여론은 반전되고 지지율은 얻었으나
결국 동북아 안보의 상징인 지소미아가
흔들리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것은 명분의 외교이옵고
중국의 패권주의와 북국 돈왕(豚王)의 핵도발의
엄중함을 먼저 고려하시어 한미일 3국의 동맹을
강화하시며 안보의 기틀을 마련하시고
절치부심하여 국력을 키워 극일을 이룬 후에야
비로소 아베의 골통을 쥐어박고 고환을 걷어차
진정한 사과와 보상을 취하는 것은
실리의 외교이옵니다
또한 일본의 의류업체가 연이어 폐점하고
일본의 자동차 업체가 한국 철수를 선언하며
일본의 기업 또한 한국 기업과 거래를 끊고
심지어 농산물과 수산물까지 수입금지에 처한다니
의류업체 근로자, 매장 근로자, 유통업자, 자동차 업체 근로자
영업사원, 수리기사, 농민, 어민, 수출입 관련 근로자
항공사, 항공사 근로자, 관광사, 관광사 근로자 등
수많은 백성들의 일자리와 생계가 위태롭게 된 것은
명분이 실리를 앞선 까닭이온데
이는 결국 백성이 다른 백성의
밥그릇을 걷어찬 꼴과 무엇이 다르며
손이 발을 밉다하여 입을 틀어막아
함께 굶어 죽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사옵니까
또한 평화와 화해 따위의 허황된 말로
감성에 목마른 백성들을 현혹시켜
실질적인 핵폐기는 안중에도 없는
북국의 돈왕과 더불어 성대한 냉면잔치를 열고
결국 구밀복검한 무리들로부터 토사구팽 당하여
백성의 혈세로 지은 연락사무소가 폭파되고
삶은 소대가리라는 치욕마저 당하는 것은
명분의 외교이옵고
국제적 합의에 따라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하시고
적극 동참하시어 북국의 돈줄을 막아
서서히 고사시키시며
동시에 한미일 동맹을 굳건히 하여
북국의 돈왕이 스스로 처지를 깨닳아
핵개발을 포기하고 시장을 개방토록 하는 것은
실리의 외교일진데
과연 폐하께오서는 외교에 임하시오며
명분과 실리 중 무엇을 택하셨사옵니까
또한 명분과 실리 중 무엇을 얻으신 것이오
북국과 일본과 중국과 미국 중 무엇과 화친하였으며
작금에 이르러 결국 무엇이 남았다는 말이옵니까
미국의 트럼프는 미치광이지만
자국민의 이익을 확실히 보호했고
중국의 시주석은 공산당의 수령이지만
중국의 시장경제를 대외로 이끌었으며
북국의 돈왕은 독재자이지만
최빈국의 지위를 핵보유국으로 끌어올렸고
일본의 아베는 굴욕외교로 이름났으나
그만큼 실리는 챙긴다는 평이 있으며
러시아의 푸틴이 장기집권을 꿈꾸는 건
백중 칠십을 넘나드는 지지율이 있기 때문일진데
폐하께서는 핵도 없고 백성의 삶은 파탄이오
시장경제는 퇴보하였으며 굴욕외교 끝에
실리 또한 챙기지 못하였고 또한
지지율은 절반도 채 되지 않으시면서
어찌 장기집권을 꿈꾸며
독재자의 길을 걷는
미치광이가 되려 하시는 것이옵니까
영명하신 폐하
저들은 폐하의 정치적 신념과
감성의 논리에 귀기울여 줄 만큼
한가로운 자들이 아니옵니다
시국은 시급하여 촌각을 다투고
늑대와 표범과 호랑이는 굶주려 먹이를
놓고 다투고 있는데 어찌 폐하께오서는
한가로이 초원에 풀이나 야금야금
뜯어 삼키고 계시는 것이옵니까
부디 통촉하시어 안목을 넓게 가지시고
정치와 이념을 외교와 따로 다루시어
실리를 위한 외교에 임하시옵소서
그리하여 북국 돈왕의 핵탄두 아래
백성들을 지켜주시옵고 국토를 보전하시옵소서
四. 인간의 욕구를 인정하시옵소서
소인이 여염의 촌락을 하릴없이 거닐다
막연히 들린 주막에서는 고을 무뢰배들이
만취해 젓가락을 두들기며 장단을 맞추었고
주막 한 켠 작은 탁자에서 홀로
산낙지를 씹으며 탁주를 들이키던 한 노인이
그에 맞춰 읇조리니 좌중의 시선이 쏠리며
일순간 적막이 흘렀던 바,
그 이야기가 하도 기가 차고 신명이 나
폐하께 아뢰오니 통촉하여 들어 주시옵소서
"반도의 어느 작은 나라에 돼지가 혁명을 일으켜
돼지의 나라를 세웠으니 이를 숯불 공화국이라 칭하였고
연호를 한돈이라 칭하였으니 한돈 사년 어느 날
돼지의 왕이 몸소 교지를 내려
나라의 모든 돼지들에게 이르길
과인이 듣기로 작금의 돈륜이 무너질 대로 무너져
축사가 쪼개지고 울타리가 넘어지니
돈권 또한 참담하기 이를 데 없도다
구유통의 쌀겨가 귀중하기로소니
너희들의 돈격보다 귀중하랴
하여 과인이 이르노니
이 나라의 모든 돼지들은
그 품종과 육질을 막론하고 앞으로
꿀꿀 거리는 소리를 금하며 또한
먹는 것을 금하여 돈성을 다스릴 것인 바,
이를 어길 시 모두 육절기에 넣고 갈아
소시지와 순대로 만들어 정육점에 효시할 터이니
그리 알고 너희는 마땅히 받들라
라고 명하였으니
이에 나라의 모든 돼지가 꿀꿀 거리며 아우성일진데
족발에 불똥이 튄 건 다름아닌 조정의 관돈들인 바,
비서실 돼지는 제 목소리가 제일 큰 줄도 모르고
도리어 수석 돼지들에게 꿀꿀거리지 말 것을 종용했으나
이내 제 몫의 구유통이 청주와 반포에 걸쳐
두 개인 것이 발각되었고
국토부 돼지는 별안간 궤엑 멱 따는 소리를 내며
꿀꿀 파시라 꿀꿀 파시라 구유통을 파시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으며
대변돈실 돼지는 흑석동 상가에 몰래 기어들어가
대부업자에게 빌린 돈으로 뻥튀기를 처먹다 발각돼
족발이 안보이도록 줄행랑치니
결국 여섯의 관돈이 한날 한시에 사의를 밝히고
축사 담을 넘어 도주하다 말린 꼬랑지가 밟혀
목살을 잡힌 채 대궐로 끌려와 모진 고문을 당했는데
그 광경이 처참하기 이를 데 없어
대포집이 껍질을 뜯고 족발집이 족을 잘라내며
국밥집이 머릿고기를 삶아내는 고통에
여섯의 관돈들은 이실직고하였으니 이와 같았다더라
돼지는 꿀꿀거려야 제 맛이오
돼지같이 처먹어야 돼지다운 것인데
어찌 폐하께서는 돼지에게
돼지답지 않을 것을 강요하고
돼지의 본능과 욕구를 버리라 하시옵니까
돼지는 처먹어야 그 삶이 의미가 있는 것이오
돼지가 돼지다워야 돼지로써 살 수 있는 터인데
애당초 돼지의 본능을 무시한 교지를 내리시니
저희 대신들이 어찌 이를 백성들에게
강요할 것이오 또한 스스로 이를 따르겠나이까
라며 돈지랄을 하고
이구동성으로 꿀꿀대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성문 밖에 성난 백성 돼지들이
숯불을 들고 모여 꿀꿀거리기 시작하였고
숯불로 흥한 자 숯불로 망하리라 외치며 결국
성문을 깨어트리고 왕의 침소를 향해 치닫은 바,
금과 은으로 치장하고
비단으로 감싼 침소에는
돼지의 왕 또한 꿀꿀대며
구유통에 머리를 박고 있었고
머리맡에는 '돼지가 먼저다'라는
글귀가 선명했다 하더라”
……………………
폐하
영끌의 귀재, 희대의 승부사, 대출 한도의 파괴자
라 불리우는 흑석 김O겸 선생이
재개발 상가를 튀기려다 결국 발각되어
언론에 튀겨지고 백성에게 씹히다 결국
신기전과 같이 꽁무니에 불이 붙은 듯 내빼고
지역구의 배신자, 절세의 교과서,
50분의 기적, 대변인 사냥꾼
이라 불리우는 반포 노O민 선생이
대신과 관료들에게 집을 팔라며 호통치다
본인 또한 다주택자인게 발각되어
결국 지역구인 청주를 버리고 한양의 노른자위
반포를 택해 뭇매를 맞았는데
소인은 큰 엿과 작은 엿을 양 손에 쥔 아이에게
무어라 설득해야 작은 엿 대신 큰 엿을 버리게
할지 몰라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였고
또한 양 손에 멀쩡히 들고있는 제 엿을
무슨 이유를 들어 버리게 해야할지 몰라
더욱 골똘히 생각하였사옵니다
하오면 폐하
큰 엿을 버리고 작은 엿을 쥔 아이의
검소함과 청렴함을 칭찬하여 본보기로 삼는 것이
마땅하옵니까
두 손에 멀쩡히 들고있던 제 엿을
함부로 버린 것도 모자라 큰 엿을 버리고
작은 엿을 택한 아이의 무지함과 성급함을
나무라는 것이 마땅하옵니까
그저 백성들을 기만하여 지지율을 확보하고
세금을 긁어 모으고자 만천하에 벌인
정치적 놀음에 누가 누구의 발목을 잡는 것이옵니까
폐하
臣김O겸과 노O민은 죄가 없사옵니다
이는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자하는 인간의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욕구를 죄악시하여
폐하 본인 스스로도 지키기 힘든 것을
아랫 것들에게 강요한 폐하 스스로의 잘못이며
이 불쌍한 자들의 죄는 그저
지키지 못하여 깨어질 것을 스스로 알면서도
폐하의 엄포와 성화에 못이겨
머리와 손과 입이 각기 따로 놀아나
백성들을 농락한 죄 밖에 없사옵니다
말은 말답게 달려야 제 맛이오
개는 개답게 짖어야 제 맛이고
돼지는 돼지답게 처먹어야 제 맛이며
인간은 인간답게 제 이득을 챙기고
주판알을 튕겨 손익을 따지며
경제적 이익을 추구해야 제 맛인데
애초에 인간의 욕구에 반하는 정책을 내시고
이를 대신과 관료들에게 막연히 따를 것을 명하니
어찌 백성이 따를 것이오 어느 신하가 제 자리를
지킬 수 있겠사옵니까
폐하
조정이 우왕좌왕하니
백성 또한 다르지 않사옵니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아야
인간이 보이는 법이거늘
조정의 모든 정책이 인간의 욕구에 반하는
모순덩어리들 뿐이옵고 인간의 욕구를
죄악시하여 이를 말살하려는 극단책 뿐이온데
어찌 백성들의 동의를 바라고
어찌 그 성과를 바랄 수 있겠사옵니까
부디 통촉하시어 정책을 전개하심에
인간의 욕구를 받아들이시고 인정하시어
더 이상 이러한 참담한 광경이
백성 앞에 펼쳐지지 않도록 해주시옵소서
五. 신하를 가려 쓰시옵소서
정세는 역동하여 요란하고
민심은 역류하여 요동치니
나라는 좌우로 갈라졌으며
간신은 역행하여 요사스럽고
충신은 역린하여 요절하니
국법은 깨어져 흩어졌사옵니다
나라의 위태로움은 풍전등화와 같고
백성의 곤궁함은 이루 말할 수 없어
굽은 목을 겨우 세워
동서남북을 널리 살펴보니
영웅은 깊이 잠들어 몽중이오
현자는 깊이 숨어 은둔하니 보이지 않사옵니다
犬王(개의 왕)은 곰과 범을 부리지 못하고
鳥王(새의 왕)은 수리와 매를 부리지 못하니
들끓는 것은 이리요 까마귀떼 뿐이라
소인은 통탄하며 먹을 갈고
신음하며 붓끝을 가지런히 해
삼가 아뢰올 뿐이니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폐하
조정의 대신 열 중 셋은 허황된 꿈을 좇아
국사를 말아먹는 이상주의자요
나머지 일곱 중 셋은 허황된 꿈을 팔아
표장사를 하는 장사치나 다름없고
나머지 넷 중 셋은 시뻘건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폐하의 귓구멍을 간지럽히는 아첨꾼이며
나머지 하나는 그저 자리만 차지해
세금만 축내는 무능력한 것들이니
폐하 청하옵건데
한날 한시에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을 기립시키시어
폐하의 실정에 대한 의견을 물으시옵소서]
실책과 실정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이
백성을 팔아 폐하의 업적을 칭송하며
용비어천가를 목놓아 부르는 자에게는
진하게 우려낸 사약 한 사발을 내리시어
폐하의 눈과 귀를 흐리고 조정을 농락한 죄를
물어 국법의 지엄함을 널리 알리시고
함구하여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좌중의 눈치만 살피는 자에게는
차가운 냉수 한 사발을 내리시어
복지부동하여 세금만 축내는 것을 꾸짖으시며
폐하의 실책과 실정에 대하여
조목조목 따지며 신랄하게 비판하는 자에게는
잘 빚은 술을 한 잔 내리시어 격려하시되
비판과 더불어 해법과 계책을 내놓는 자에게는
한 잔의 술과 함께 영의정의 명패를 하사하시고
조정의 중심이자 폐하의 지기로 삼으시어
폐하의 자비로움과 영명함을 천하에 알리시옵소서
또한 새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
각지의 서생들을 불러 모아
민주와 인권, 자유를 각각 새긴
세 개의 명판을 나눠주시고
한 손에 하나씩만 들 수 있으니
참고하여 이행하라 명하신 후
민주와 인권의 명판을 양 손에 든 자는
따로 불러 모아 감옥에 모조리 투옥하시고
또한 일가의 재산을 모두 압류하도록 명하시어
자유를 버린 댓가를 치르도록 하시고
자유와 인권의 명판을 양 손에 든 자는
폐하의 어수(御手)를 높이 들어
양 볼따귀를 힘껏 후려치시고
나의 자유가 너의 인권과 상충하니
누가 이기겠는가. 하문하시어
민주적 절차에 의한 입법과 그로 인한 법치의
귀중함을 일깨워 주시옵고
자유와 민주의 명판을 양 손에 든 자는
조정의 하급 관리에 임명하시되
사헌부와 포도청 그리고 고을 관아의
대민업무를 도맡아 처리케 하시어
인권의 진정한 뜻을 스스로 깨우치게 하시며
만에 하나
왼손에 자유와 민주 두 개의 명판을 들고
오른손에 인권의 명판을 든 자가 아뢰길
자유가 없는 민주는 독재와 마찬가지요
민주가 없는 자유는 무법천지와 같은 바,
둘은 양분될 수 없고 필히 양립해야 할 것이니
본디 이 둘은 하나인 것과 다름없어 함께 왼손이오,
오른손에 인권은 이들을 능히 거들 수 있으니
여기 세 개의 명판이 다 있소이다 라고 답한다면
그 자를 즉시 진사의 자리에 올려 국사의 중책을 맡기시옵고
한양의 대궐같은 집과 조선 제일의 명마가 끄는 마차
또한 하사하시어 그로 하여금 나라의 대업을 이끌고
폐하의 업적을 함께 빛내도록 하시옵소서
폐하
인사는 곧 만사라 하였사옵니다
이 땅에 널린게 학설이거늘
태반이 반쪽짜리 이념에 지나지 않고
또한 널린게 학자이거늘
태반이 한쪽으로 치우친 선동꾼에 불과하온데
하물며 조정의 대신들은 어떻겠사옵니까
부디 민주와 인권을 앞세워 감성과 눈물을 팔고
그럴듯한 감언이설로 백성들의 표와 피를 팔아
제 입신양명의 수단으로 삼는 저 들쥐와 같은
무리들을 긁어모아 스스로를 박멸하라 명하시옵고
자유의 가치를 알고 몸소 행하며
자유와 민주와 인권의 조화를 논하는
총명한 인재를 신하로 쓰시어 나라의 평안을 되찾아
백성의 앞길을 인도해 주시옵소서
六. 헌법의 가치를 지키시옵소서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오 백성의 근간은 헌법이니
이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규정한 헌법 1조와 그 뜻이 같사옵니다
또한 나라의 크고 작은 집회에서는
위 헌법 1조를 가사로 옮긴 노래가 흘러나왔고
폐하께서는 항상 그 자리를 지키셨으니
광우병 파동, 세월호 참사, 박근혜 퇴진운동이
그러했습니다
헌법 제1조를 부르짖으며 백성들을 이끌어
헌법에 의거해 전대통령을 파면하였고
헌법에 의거해 대통령에 선출되었으며
헌법에 의거해 선서를 하셨사오니
헌법에 의거해 직무를 수행하고
헌법에 의거해 백성의 권리를 보장하시오며
헌법에 의거해 국토를 보전해야함이 마땅하오나
헌법에 의거해 그 자리에 오르신 폐하 스스로
헌법의 가치를 훼손하고 적시된 조항을 무시하며
헌법에 내재한 백성의 가치를 짓밟고
헌법이 보장한 인간의 권리에 침을 뱉으사
헌법이 경계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무아지경으로 휘두르니
나라와 백성의 근간인 헌법이 조각나 깨어지듯
민심 또한 조각나 깨어져 흉흉하옵고
온 나라가 서로 쪼개져 개싸움을 벌이고 있사온데
그 꼴이 참으로 처참하기 이를 데 없사옵니다
그저 다주택자와 고가주택거주자를 잡아 족치시어
무주택자의 지지율을 얻겠다는 심산으로
건국 이래 최초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시고 임대차 3법을 강행하시어
헌법 제14조 거주이전의 자유를 박탈하시고
기회는 공정하며 과정은 평등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폐하의 선포에 따라
학업이 뛰어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모조리 섞어 한 교실에 집어넣어 하향평준화를
통한 진정한 평등을 이루어 내시어
헌법 제31조 1항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박탈하시고
이른바 6.17 대책으로
나라에 득이 된다하여 적극적으로 장려한
임대사업자를 거듭된 부동산 정책 실패의
희생양으로 삼아 법을 소급하여 토사구팽하며
내 집 마련의 꿈에 들떠있던 백성의
중도금을 막아 뒷통수를 후려치는 등
헌법 제13조 2항 소급입법으로부터
재산을 지킬 권리를 박탈하시고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자하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마저 말살하여 개돼지의 표본으로
삼으려 헌정 이후 최초로 백성의 재산권 행사에
법적 처벌을 운운하며 겁박하여
헌법 제23조 재산권의 보장을 박탈하시니
백성들은 무주택자 다주택자로 갈리고
강남권과 비강남권으로 갈리고
조정지역과 투기지역으로 다시 갈리고
임대인과 임차인으로 또 갈리어
서로를 물어뜯고 씹어대며 쥐어뜯고 있사온데
도대체 이제는 또 어디의 무엇을
갈라내고 도려내며 찢어내실 심산이옵니까
백성은 각자 다르나 합쳐져 하나인데
이는 대야에 담긴 물을 쪼개어
반은 발을 닦고 나머지 반으로 세수를 하며
다시 쪼개어 세안을 하고 양치를 하며
이내 마셔버리는 꼴과 같으니
폐하께오서는 헌법을 찢어내고 백성을 갈라내고
이제는 폐하 스스로의 옥체도 갈라내고 찢어내어
육시를 할 참이옵니까
폐하
이 나라가 폐하의 것이 아니듯
헌법은 폐하의 것이 아니옵니다
헌법은 불가변한 가치를 지닌 국법이오
이 나라의 역사와 같은 성문법이며
백성을 위해 백성에 의해 제정된 민정헌법인 바,
헌법을 짓밟는 것은 백성을 짓밟는 것과 같고
헌법을 저버리는 것은 나라의 역사를 부정하며
미래를 저버리는 것과 같사옵니다
바라옵건데
스스로 헌법을 지키시고 보전하시어
깨어진 민의를 추스려 민심을 회복하시고
사멸한 정도를 되살려 정의를 바로 세우사
처참히 조각난 이 나라를 다시 합쳐 주시옵소서
마지막으로 폐하
七. 스스로 먼저 일신(一新)하시옵소서
직언하옵건데
이 나라는 폐하와 더불어 백성들이
합쳐 망친 나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옵니다
이 나라에 상식과 신뢰와 도의는 사멸했고
또한 헌법은 깨어졌으며 국회는 나락이니
오로지 죽고 죽이며 뺏고 빼앗기는
감성과 분노의 정치만 있을 뿐입니다
이는 폐하만의 잘못도 아니고
조정 대신과 관료들만의 잘못도 아니옵니다
그것은 백성 또한 무지한 까닭이며
엄중한 현인들의 경고와 선대 공신들이
남긴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일국의 지도자를 저잣거리의 광대 뽑듯이
감성에 젖어 눈물로 내세운 댓가입니다
소인은 평생을 살아오며
무주택자 일주택자 다주택자라는 단어가
이토록 심오하고 엄중하며 잔인한 것인지
폐하의 실정 하에 처음 깨닫사오며
일찍이 폐하의 막역지우였던
故노무현 선황의 통치 하에서도,
폐하의 정적이었던 이명박 선황과
폐하의 제물이었던 박근혜 선황의
통치 하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참담한 헌법유린과 처절한 수탈과
극심한 분열과 외교적 고립을 겪사옵니다
개구리가 찬물에 담궈져
서서히 달궈지는 동안 미동도 하지 않듯
이 땅의 백성은 백성 스스로 선출한
폐하의 실정에 하나둘씩 권리를 내어주다
결국에는 헌법 조문 안에 조차 속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사오나
아직 절반의 백성은
스스로 벌어먹지 않고도 내어지는
끼니 앞에 굴복하여 제 몸이 익어
껍질이 벗겨지는 것 조차 깨닫지 못하옵고
가진 자에 대한 끝없는 분노에 눈이 멀어
제 자식들이 살아갈 삶이
제 인생보다 나아야 한다는 일말의
책임감 또한 느끼지 못하옵니다
폐하께서 추구했던 인권은 고작
사람을 죽이고 부녀자를 간음한
파렴치한 것들에게만 내려지는 면죄부가 되었고
폐하께서 부르짖던 민주는
절반의 백성에게는 약탈이고
절반의 백성에게는 토벌이며
과반수를 넘는 자가 벌이는 정당한 도륙이자
합법적 착취의 수단으로 전락하였으니
자유는 선대 공신들의 무덤을 파내어
찾으오리까 아니오면
죽어 자빠져 저승길에서 찾으오리까
소인이 감히 묻사옵니다
무릇 정치란
백성과의 싸움이 아닌
백성을 뺀 세상 나머지 것들과의 싸움인 바,
폐하께서는 작금에 이르러
무엇과 싸우고 계신 것이옵니까
국내외에 어지러이 산적하여 당면한 과제는
온데 간데 없고 적폐청산을 기치로
정적 수십을 처단한 것도 부족하여
이제는 백성을 두고 과녁을 삼아
왜곡된 민주와 인권의 활시위를 당기시는 것이옵니까
폐하
스스로 먼저 일신하시옵소서
폐하의 적은 백성이 아닌,
나라를 해치는 이념의 잔재와
백성을 탐하는 과거의 유령이며
또한 복수에 눈이 멀고 간신에게 혼을 빼앗겨
적군와 아군을 구분 못하는 폐하 그 자신이옵니다
또한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끝내겠다는
폐하의 취임사를 소인은 우러러 기억하는 바,
그 날의 폐하 그 자신이오며
폐하께서 말씀하신 촛불의 힘은
무궁하고 무결하여 그 끝을 알 수 없는 바,
그 날의 촛불 그 열기이옵니다
성군의 법도는 제 자신마저 품을 수 있으나
폭군의 법도는 제 자신 또한 해치는 법,
부디 일신하시어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비로소 끝내주시옵고
백성의 일기 안에 상생하시며
역사의 기록 안에 영생하시옵소서
간신의 글은 제 마음 하나 담지 못하나
충신의 글은 삼라만상을 다 담는 법,
소인의 천한 글재주로 일필휘지하지 못해
삼라만상을 담지는 못하였으나
우국충정을 담아 피와 눈물로 대신하오니
다만 깊이 헤아려 주시옵소서
이천이십년 팔월
인천 앞바다에서 塵人 조은산 삼가 올립니다
時務 - 시무(時務)란 당대에 중요하게 다뤄야 할 시급한 일을 뜻한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란 뜻의 '사의(事宜)'와 비슷한 말이다.
왕조시대 임금에게 올리는 상소문 형식으로 청와대 청원한 글
08.28 임태주라는 시인이 문재인 이름으로 답하는 글
08.30 이에 답하다
전 문
너의 글을 읽고 너를 찾았다
지난 날 네가 남긴 글을 보니
나에게 던져진 독설은 독설이 아님에 고마웠다
나는 너의 글을 읽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치와
논리를 배제하고 네 글에 담긴 유려함을 먼저 보았다
문단과 문장의 절묘한 배분을 보았고
일곱의 문단을 나눈 고작 여섯의 공백을 보았다
읽고자 하는 이의 노고를 무시하는 듯한 너의
기백에 한 발 물러섰으나 장강의 수세와 같은
단절없는 흐름에 나는 압도되어 빨려 들어갔다
백색의 바탕에 물 들이듯 언어를 채워
너의 이치와 논리를 자박자박 즈려밟음에
접속사는 부러지는 소리 하나 없고
형용사는 그 자리에 오롯이 깊어
나는 설산에 이어진 너의 뒷모습을 길게 그렸다
너는 무엇을 먹고 자랐는가
너는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왔는가
너의 글을 보니 묻고자 함이 절실하다
추레한 나의 속곳에 흉적을 남겨
부끄러운 것이 너의 탓임을 알라
너의 글 앞에 무너진 나는 너를 미치도록 닮고 싶으나
어찌 거울을 들어 남의 얼굴을 비출 수 있으랴!
너를 닮지 못함이 분통해 거울을 깨트리듯
내 너의 글을 깨트릴 것이니 노여워 말고 새겨 들어라
너는 나의 글이 부실하고 삿되었으며 감히
임금의 수신을 논하였다 말했다
호도하며 혹세무민하고 졸렬하여 억지스럽고
작위에 휩쓸려 사실과 의견을 구분 못하였다 말했다
도처에 도사린 너의 말들이 애틋한데
그럼에도 너의 글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안에 것은 흉하다
塵人 조은산이 묻는다
너의 백성 1조는 어느 쪽 백성을 말하는 것이냐
뺏는 쪽이더냐 빼앗기는 쪽이더냐
임대인이더냐 아니면 임차인이더냐
다주택이더냐 아니면 일주택이더냐
네 스스로 너의 백성은 집 없는 자들이고
언제 쫓겨날지 몰라 전전긍긍 집주인의 눈치를 보는
세입자들이고 집이 투기 물건이 아니라
가족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이라 했다
그렇다면 고단히 일하고 부단히 저축하여
제 거처를 마련한 백성은 너의 백성이 아니란 뜻이냐
나는 오천만의 백성은 곧 오천만의 세상이라 하였다
그렇다면 너의 백성은 이 나라의 자가보유율을 들어
삼천만의 백성 뿐이며 삼천만의 세상이 이천만의 세상을 짓밟는 것이 네가 말하는 정의에 부합하느냐
나는 가진 자의 세금을 논하지 않았다
나는 가진 자의 세율을 논하였고
민심의 척도라 정의했다
나는 백성의 하나됨을 내세웠고
경상의 멸치와 전라의 다시마를 들어
한 그릇 가락국수로 내 소망을 대신 전했다
또한 너는
편전에서 분분하고 저잣거리에서 분분한다지만
정작 너는 지상파 채널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느냐
전 대통령으로 분해 대사를 읊는 전 정권의
개그맨들은 어디서 분분하고 있는지 나는 궁금하다
나의 천한 글이 벽서가 되어 이리 붙고 저리 붙어
사방팔방에 퍼짐이 네가 말한 활짝 핀 헌법의 산물이더냐
나는 피를 토하고 뇌수를 뿜는 심정으로 상소를 썼다
정당성을 떠나 누군가의 자식이오 누군가의 부모인
그들을 개와 돼지와 붕어에 빗대어 지탄했고 나는
스스로 업보를 쌓아 주저 앉았다 너는 내가 무엇을
걸고 상소를 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감히 아홉의 양과 길 잃은 양, 목동 따위의
시덥잖은 감성으로 나를 굴복시키려 들지말라
네가 아무리 날고 기는 시인이라 한 들
초야에 묻힌 목소리가 더 한이 깊은 법,
나의 감성이 드러나면 너는 물러설 것이다
나는 다섯에서 스물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난방이 되는 집에서 살아 본적이 없으며
단칸방에서 온 가족이 몸을 맞대었고
중학교에 다닐 무렵부터 배달일을 시작해
공사판을 전전하여 살아남았다
나는 정직한 부모님의 신념 아래 스스로
벌어먹었으며 가진 자를 탓하며 더 내놓으라
아우성치지 않았고 남의 것을 탐하지 않았다
그것이 네가 말하는 조은산의 진실이고 삶이었다
시인 림태주여!
마지막으로 너에게 꼭 듣고 싶은 것이 있다
작심하여 물으니 엄중히 답하라
겨울, 창고를 뜯어고쳐 만든 단칸방에서
언 발을 동동 구르며 형제를 부둥켜 안았던
가난한 소년에게 목동은 왜 오지 않았는가
너는 나의 가난을 아는가
목동은 나에게 따스한 구들장을 내어주었는가
어두운 차로를 급히 내달리던
어느 소년의 위태로운 밤에 목동은 어디 있었는가
너라도 하나의 별이 되어 그의 앞길을 비춰주었는가
공사장의 매연에 질식해 검은 가래를 토하던
먼지같은 청년의 하루를 목동은 함께 하였는가
너라도 너의 푼돈을 나누어 공수를 채워주지 않고
어디서 무얼 하였는가
나는 너를 끝까지 찾을 것이다
이것이 나의 대의이고,
나의 실리이고,
나의 이성이다 라고 너는 말하였는 바,
너의 대의와 실리와 이성은
소년의 추위보다 못한 것이고
청년의 가난보다 못한 것인가
나는 나의 순수했던 가난이 자랑스러워
힘껏 소리 높여 고한다
비켜라 강건한 양에게 목동 따위는 필요없다
시인 림태주여
이 곳 저 곳 너의 글이 올랐다
나 역시 그렇듯 너의 글에 관한 악평에 상처받지 말라
너 또한 네 편에 선 내 글을 보았다면
명문이오 달필이라 평했을 것이고
너의 글은 내 편이 아니니
다만 천문이자 졸필로 폄하될 것이다
정치가 무어냐는 너의 물음에 마지막으로 답한다
지금의 정치가 바로 그런 것이다
이천이십년 팔월
인천 자택의 어두운 골방에 처박혀
塵人 조은산이 답하였다
-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시인 림태주 님의 글은 저와 같은 못배운 자의 것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써
글에 대한 혹평은 저 또한 그렇듯 큰 상처입니다
정치를 놓고 글을 들어 평가해 주시길 바랍니다
시인 림태주 선생님
펜과 펜이 부딪혀 잉크가 낭자한 싸움에
잠시 인과 예를 잊었습니다 또한
건네는 말을 이어받음에 경어를 쓰지 못했습니다
제가 한참 연배가 낮습니다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용서해주십시오
08.31 ◇다음은 림태주 시인이 31일 올린 페이스북 글 전문
진인 선생께 드리는 편지
깊은 태풍이 할퀴고 지나갔고, 지나간 자리에 젖은 세간들이 바깥으로 몰려 나왔습니다. 흙탕물을 씻어내고 눅눅한 물기를 말려도 예전 같지는 않겠지요. 제 자리에 있지 못하고 햇볕을 쬐러 밖으로 나온 살림이 안쓰럽듯이, 사람의 몸 밖으로 나온 문장도 길을 잃고 향기를 잃었을 때 안쓰럽기 그지없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글을 쓰고자 했으나 누군가를 아프게 하고 상처내는 글이 되었을 때의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선생처럼 나 또한 생계가 막중한 범부라 세세한 정치에 관심을 두고 살기가 어렵습니다. 무관심은 주권자로서의 무책임이라 늘 귀를 열어두고 있지만, 정치권도 민심도 극심한 대립과 분열로 치닫는 모습에 암담함을 느낍니다. 선생도 같은 심정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소문의 형식을 빌려 그런 글을 썼으리라 짐작합니다.
격서 형식의 글에는 어쩔 수 없이 쓴 이의 이상이 담기게 마련입니다. 나는 정치의 품격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일개 범부가 꿈꾸는 이상이 가당키나 하겠습니까만은 정치를 둘러싼 권력 다툼이, 정치의 사무가 민생과 민의라는 근본에서 멀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민의도 품격 있게 표출되고 논의되기를 바랐습니다.
내 이름을 적시한 선생의 글을 읽고 몹시 기뻤습니다. 사실 선생의 상소문이 그저 허름하고 잡스러운 글이었다면, 나는 ‘하교’ 따위의 글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상소문 형식 자체가 해학과 풍자가 담긴 새로움을 지녔고, 내용에 공감하는 이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리라 생각됩니다. 선생 글의 형식에 대구를 맞추느라 임금의 말투를 흉내 내었고, 교시하는 듯한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너그러이 이해해주리라 믿습니다. 선생의 글이 그러했듯이 내 글도 무분별한 악성댓글에 시달렸습니다. 그 무분별에 대한 경계의 말을 선생의 독자들에게 남겨주어서 좋았습니다. 좌든 우든 상식과 교양의 바탕에서 견해를 나누고, 품위를 잃지 않는 논쟁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람은 각자 자기가 선 자리에서 봅니다. 보이는 만큼 이해하고 보는 만큼 말합니다. 그래서 다른 자리에 선 사람의 시각과 말도 필요합니다. 세세하게 보고 말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멀찍이서 숲을 바라보며 말해주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온전해진다고 나는 믿습니다. 코로나가 재확산 되면서 절감하는 것이 있습니다. 내가 미워하고 싫어하는 저편의 사람이지만, 그가 안녕하고 무탈해야 내 건강과 안위가 보장된다는 역설입니다. 같이 살라는 코로나의 경고 앞에 겸허해집니다.
태풍이 오는 날, 숲에 들었습니다. 바람이 세찼고 상수리나무 군락이 일제히 흔들렸습니다. 그 속에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있었습니다. 밑동이 썩어 죽은 나무였습니다. 나무들이 좌우로 흔들면서 내는 소리가 무수한 삶의 물음처럼 들렸습니다. 뻣뻣해진 나무는 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살아있는 한 경직되지 말아야겠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부디 건강 하시기를 빕니다.
조선일보
08.31 조선에도 없던 ‘시무7조’ 은폐 논란
“황희가 뇌물에 간통까지?”
1452년 7월 세종실록 편찬 책임자인 정인지가 신료들을 소집했다. 사초를 정리하다 발견한 사관 이호문의 기록이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몇 달 전 영면한 황희가 뇌물로 금을 받고 무신 박포의 아내와 간통까지 했다는 내용이었다.
24년간 재상을 지낸 황희는 청백리의 표상이었다. 김종서·성삼문 등은 ‘그럴 리 없다’며 펄쩍 뛰었다. 마침 허후가 “이호문은 사람됨이 망령하고 단정치 못하다”며 ‘가짜뉴스’임을 주장했다. 대선배의 불미스런 기록을 지우고 싶던 정인지도 마음이 동했다.
그러나 최항·정창손이 반대했다. 사초를 삭제하면 나쁜 선례를 남긴다는 이유였다. 황보인도 “한명의 반대라도 있으면 삭제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 결과 황희의 뇌물·간통 기사는 세종실록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날 회의 내용 또한 단종실록에 기재됐다.
역사가 사관의 기록에 따라 바뀌듯, 사실도 편집자의 의도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논란이 된 조은산의 ‘시무 7조’ 은폐 의혹이 그렇다. 이 글이 국민청원에 올라온 것은 지난 12일이다. 접수 직후 비공개 처리됐고 언론에서 이슈화 된 뒤 공개(27일) 됐다. 하루 만에 공개된 ‘국회선진화법 위반 한국당 의원 처벌’ 등과 대조된다.
청와대는 공개 기준이 ‘사전 동의 100명 이상’이라고 하는데 ‘시무 7조’는 비공개 기간인 15일간 이미 4만 명이 동의했다. 은폐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7월에도 조은산이 올린 ‘다(多)치킨자 규제론’ 등이 비공개 처리된 바 있어 의혹을 더욱 키웠다.
청와대 관계자는 “명예훼손·욕설 등 긴 글을 확인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지만 납득되지 않는다. 특히 “그나마 해당 청원이 사회적 관심을 받으며 공개가 신속히 결정됐다”는 말은 이슈화 되지 않았으면 더 오래 비공개였을 거란 뜻 아닌가. 그 말은 어쩌면 영원히 묻혔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시무 7조’가 공개된 날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린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시무 7조’는 공개 하루만에 기준을 넘겨 공식 답변 대상이다. 이번엔 대통령 상소문인 만큼 문 대통령이 직접 답하면 어떨까.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던 취임사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울러 같은 날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으로 유죄 판결 받은 변호사나 대학 게시판에 대통령 비판 대자보를 붙여 유죄를 선고받은 20대 남성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혀보자. 조선시대에도 상소문은 왕이 직접 읽고 답했으니.
중앙일보 윤석만 논설위원 겸 사회에디터
09.01 이번엔 '영남만인소' 풍자 청원…"조국, 폐하 꿈꾸던 나라 완성할 것"[전문]
'경상도 백두 김모', 영남만인소 차용 靑청원
제목은 '시무7조' 조은산 탄핵…내용은 文정부 풍자
30대 가장이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풍자해 쓴 상소문 형태의 청와대 국민청원 ‘시무(時務) 7조’가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영남만인소(嶺南萬人疏)’ 형식을 차용한 또 다른 정부 비판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영남만인소는 1880년대 고종 시절 영남 지역 유생 1만 여명이 정부의 개화정책에 반대하며 낸 상소문이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 캡처
지난 29일 자신을 ‘경상도 백두(白頭) 김모(金某)’라고 밝힌 글쓴이는 “진인 조은산을 탄핵하는 영남만인소”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제목을 보면 시무 7조를 올린 ‘진인(塵人) 조은산’을 비판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백두 김모’는 “근자에 인천의 진인 조은산이라는 자가 여러 차례 ‘시무7조’라는 이름의 망령된 상소문을 황상 폐하께 올려 나라를 어지럽히고 인심을 혼란케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소인에게 유전(流傳)한 은산의 ‘시무7조’를 대강 살펴보니,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머리털이 쭈뼛해지고 간담이 떨리며 홀연히 눈물이 넘쳐 주체할 수 없이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고 했다.
그는 이후 ‘시무 7조’ 내용을 하나하나 비판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각종 정책과 여권 인사들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이어갔다.
'시무7조' 조은산 탄핵
◇”수많은 대소신료의 똘똘한 강남 집 한 채, 황상폐하의 은덕”
청원인은 흑석동 상가 매입 논란으로 물러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해 “광화문 광장의 ‘촉화봉기(燭火蜂起)’(촛불시위)로 황상께서 즉위하시는 과정에 한겨레신문 기자이던 김의겸이 세운 공은 길가는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며 “이에 황상께옵서 김의겸을 승지로 임명해 가까이 두시고 내금위 호위무사들의 숙소마저 내 주시니 김의겸은 영끌의 귀재답게 돈을 모아 흑석동의 건물을 사들여 수십억냥의 이득을 취했다고 알려졌다”고 했다. 이어 “비록 김의겸은 승지에서 물러났으나 황상폐하의 은덕으로 그의 수중에 돈은 고스란히 남았으니 이 또한 황상폐하의 은공이 아니겠습니까”고 했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도승지 노영민은 똘똘한 강남의 한 채를 남기려다 그것마저 황상의 뜻을 받들어 오두막집 한 채도 없이 팔아버린 그야말로 황상폐하의 눈 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여쁜 신하”라며 “이제 그가 조선 천하에 머물 집도 없으니 어찌 대궐에서 내칠 수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백두 김모'는 또 "승지 김조원(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여 강남의 집 두 채를 온전하게 보존하도록 했고, 승지 김수현(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수많은 대소 신료들이 모두 똘똘한 강남의 집을 갖고 있어 황상폐하의 은혜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황상폐하의 곁에서 시봉하고 있는 내관과 승지 대소신료들을 내 식구처럼 아끼고 챙기는 것은 당연지사"라고 비꼬았다.
◇“반일 전선에 조국 죽창가, 5000년 역사서 정신승리한 최초 대첩”
‘백두 김모’는 현 정부의 대일 정책에 대해서는 “황상폐하께서는 일관된 원칙과 추상같은 기세로 일본국을 다루었으니 온 백성이 기뻐하면서 반일 전선에 나서게 되었고, 형조판서 조국은 죽창가를 주창하면서 만백성을 이끌고 나섰으니 실로 오천년 역사에 일본국을 상대로 정신승리한 최초의 대첩이 아닌가 사료된다”고 했다.
그는 “근자에는 아베 신조가 황상폐하의 추상 같은 기세에 눌려 중병을 얻었다는 소식마저 전해지는 바 황상폐하의 신묘한 외교술은 실로 잠자는 용의 아가리를 열어 여의주를 취하는 계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노동 정책에 대해서는 “황상께서 즉위하신 연후에 시행에 들어간 비정규직철폐, 최저임금인상,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적어도 20년 세월이 흘러야 그 효과가 눈에 띄는 장기적 안목을 갖춘 시책”이라면서 “이제 3년 세월을 시행했으며 그것도 황상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뭇 무지렁이만도 못한 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입방아를 찍어대고 발목을 잡고 있어 제대로 시행도 못했는데 벌써 그 효과를 요구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찾는 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이미 오래 전에 이해찬 옹께서 폐하의 치세가 20년을 이어 집권해야 한다고 설파하신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사료된다”고 했다.
◇ “조국·김경수 재판, 판관 김명수 충성심 믿어야”
‘백두 김모’는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장에 대해서도 풍자했다. 그는 “실제 황상 폐하께서 인재를 발탁해야 할 가장 중요한 대목은 후계자를 책봉하는 일”이라며 “오늘날 황상폐하의 뒤를 잇겠다며 나서는 인물은 적지 않으나 그 중에서 오로지 황상폐하에게 충성할 자를 낙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영의정을 지낸 이낙연은 선대 무현황제(武鉉皇帝·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이를 주도한 당여(黨與)에 합세하고 있었으므로 선대 무현황제에 천추의 한을 남긴 허물이 있다”고 했고, “경기감사 이재명은 성정이 급하고 언사가 격하여 혹여 그 뜻을 이루면 자신의 형수에게 퍼부은 욕설을 황후마마에게 퍼부울 수도 있으니 심히 저어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조국 전 형조판서(법무부 장관)과 김경수 경남감사(경남지사)를 늘 가까이 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백두 김모’는 “조국 전 형조판서는 성균관에서 유생을 가르칠 당시 세상의 온갖 일에 개입하여 지적질을 해 대다가 스스로 형조판서에 오르자 솔선수범하여 그간 타인을 비난하던 일들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조 스트라다무스’라고 불릴 만큼 통찰력이 있는 인재”라고 평했다. 이어 “조국은 타인을 비난하면서도 스스로는 같은 비행을 앞장서 실천함으로써 일국의 법률도 시대가 바뀌면 달리 적용되어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을 실천함으로써 개혁의 기치를 높게 든 것”이라며 “조국이 황상폐하의 뒤를 잇는다면 이 나라를 ‘일등이 꼴찌가 되고, 꼴찌가 일등이 되는 나라’로 개편함으로써 무현황제의 유훈 이래 황상폐하께옵서 꿈꾸던 나라를 완성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김 지사에 대해서는 “김경수 경상감사는 심성이 우유빛처럼 맑고 착하여 일찍이 ‘경인선’ 무리들에게 ‘바둑이’라고 불려왔으니 선대 무현황제에게 바둑이처럼 충성하였듯이 황상폐하께도 충성하리라 믿는다”고 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조국 전 형조판서와 김경수 경상감사가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을 들어 걱정하고 있으나, 황상폐하께서 임명하신 판관 김명수는 이미 성남부윤 은수미의 재판에서 황상폐하의 의중을 헤아려 판결하는 모범을 보인 바 있사오니 판관 김명수의 충성심을 믿고 의지하면 모든 것은 순리대로 풀릴 것으로 사료된다”고 했다.
‘백두 김모’는 “사실 소인이 비천한 재주를 뽐내어 허튼 글발로 허황된 상소문을 작성한 것은 오로지 나라의 사람들에게 한 번 읽혀서 모두들 허리를 잡고 한바탕 웃게 하려는 것”이라며 글을 마쳤다.
31일 오후 2시 30분 현재 이 글은 사전 동의 100명을 넘어 공개 검토 중으로 비공개 처리되어 있다. 그러나 880여 명이 동의해 조만간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시무 7조를 올려 화제가 됐던 조은산의 또 다른 청원 글도 공개됐다. 조은산은 28일 올린 ‘塵人 조은산이 뉴노멀의 정신을 받들어 거천삼석의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뉴우-노멀이라는 신통방통한 인사기준에 맞춰 능력과 경력, 업무 적격성은 온데간데없고 다주택이냐 일주택이냐 무주택이냐에 초점을 맞춰 수석급 대신들을 일괄 임명하셨다”고 정부 인사 정책을 비판했다.
이 글은 31일 오후 4만5000여명이 청원 동의를 표시했다.
◇다음은 “진인 조은산을 탄핵하는 영남만인소’ 전문
소인은 경상도 산촌에 은거한 미천한 백두(白頭)로서, 본디 조정 의논의 잘잘못과 지난 일의 옳고 그름을 논하는 일에 관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하오나, 삼가 생각건대 이치와 의리를 따르는 천성은 사람이면 누구나 같고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걱정함은 초야의 사람이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습니다.
더구나 윤리(倫理)의 문란은 풍속(風俗)에 관계되고 예의(禮義)의 어그러짐은 책임이 유자(儒者)에게 있으니, 어찌 때가 지났다고 핑계 대고 지위에 벗어남을 이유로 끝까지 입을 닫고 한마디도 하지 않아, 유학(儒學)을 숭상하고 문사(文士)를 우대하는 황상폐하의 교화를 저버릴 수 있겠습니까.
이에 미천한 소인은 분수를 헤아리지 아니하고 감히 영남 유자들을 널리 모아 황상폐하(皇上陛下)께 상소하려 하오니, 만약 황상폐하께옵서 마음을 열어 특별히 받아들이신다면 지난날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장래의 의혹을 끊을 수 있으리니 어찌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조선국 정조대왕 시절 장헌세자(莊獻世子)의 신원을 요구하는 유생 이우(李瑀)와 영남 유림 일만아흔네 명의 ‘만인소(萬人疏)’ 이래 근세 고종황제 시절 ‘황준헌의 조선책략’을 불태우라는 ‘이만손(李晩孫)의 만인소’에 이르기까지 일곱 차례의 영남 만인소는 영남 유림의 면면한 기상으로 그 이론을 밝혀왔습니다.
한편, 소인은 비록 먼 고장에서 연명하고 있고 우물 안에 앉아 있어 하늘의 광대함을 알지 못하지만 가마솥에도 오히려 귀가 있는데 어찌 대궐 부근의 소식이 전혀 들려오지 않겠습니까.
근자에는 인천의 진인(塵人) 조은산이라는 자가 여러 차례 ‘시무칠조’라는 이름의 망령된 상소문을 황상폐하께 올려 나라를 어지럽히고 인심을 혼란케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소인에게 유전(流傳)한 은산의 ‘시무칠조’를 대강 살펴보니,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머리털이 쭈뼛해지고 간담이 떨리며 홀연히 눈물이 넘쳐 주체할 수 없이 뺨을 타고 흘러 내렸습니다.
지금 황상께서는 저 하늘의 해와 별처럼 높은 곳에 좌정하시어 모든 이치를 다 조명하시는데, 오로지 황상폐하의 은혜로 살아가는 미천한 백두라하여 위에 한 번도 아뢰지 않는다면 어찌 평생의 한이 되지 않겠나이까.
이에 감히 발을 싸매고 문경새재를 넘어 피를 쏟는 듯한 정성으로 상소문을 들고 대궐 문에 다가서 부르짖으려 하니, 우리 황상폐하의 마음을 슬프게 하는 것이 천만 죽을 죄가 되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사소한 행실을 삼가하는 것은 오히려 작은 일에 속하는 것이니 대의를 위해 스스로를 돌아볼 겨를이 없사옵니다. 오직 황상폐하께서는 굽어 용서하고 살펴주소서.
소인은 당초 영남 유림 만여명의 연서를 받아 이만손 이후 끊어진 ‘영남 만인소’의 틀을 갖추어 상주하고자 하였으나, 오늘날은 황상폐하께서 늘 만백성의 소리를 가까이 하시려는 아름다운 전교로서 직접 대궐에 청원할 수 있도록 ‘청원방’을 만들었고 만백성은 누구나 다른 이의 상소문을 들여다보고 손가락 하나로 찬의(贊意)를 표하도록 성은을 베풀어주셨으니 이제 소인은 황상폐하의 높은 뜻에 안심하고 소인의 ‘영남만인소(嶺南萬人疏)’를 상주하고자 하옵니다.
버러지같이 미미하고 하찮은 몸으로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감히 노은산의 요망한 상소문에 관련된 말씀을 죽음을 무릅쓰고 상주하오니 행여 졸렬한 문체로 황상폐하의 심사를 어지럽히지나 않을까 심히 걱정되옵니다.
1. 세금감면 주장에 대하여
우선 은산은 '세금을 감해 달라'는 망령된 요구를 하면서, 이 나라의 조세 제도가 십시일반의 미덕이 아닌 육참골단의 고통으로 전락했다고 비방하고 있습니다.
은산의 주장은 사실 옳은 듯하면서도 그른 말입니다.
일찍이 조선국의 성군인 세종대왕께서 연분구등법(年分九等法)과 전분육등법(田分六等法)으로 나라의 조세제도를 확립한 바 그 대강은 소득의 반 정도를 세금으로 매기는 법제였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황상폐하께서는 조선국의 성군 세종대왕보다 백성들의 세금부담을 크게 경감시켜 최대 4할5푼 정도를 부과하고 있음에도 은산은 마치 백성의 고혈을 짜는 듯이 망령되이 상소하고 있사오니 심히 요망하다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늘날 나라 안의 근로소득자의 반 정도는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으며, 특히 황상폐하께서 즉위하신 이래 ‘부자에게는 세금을 더 때리고, 서민에게 복지를 폭포수처럼 퍼부어’ 백성들은 입을 모아 격양가(擊壤歌)를 부르며 황상폐하의 은혜를 찬양하고 있는데 오로지 편협한 논리와 헛된 이론으로 세금을 탕감해 달라는 주장은 가히 가소롭기 그지 없습니다.
또한 세금을 거두어 황상폐하께서 혼자서 쓰신 것도 아닙니다.
지난 봄의 총선에는 자칫하면 환국(換局)이 있을 수도 있었던 절체절명의 순간에 황상폐하께서 은혜를 베푸시어 거금 일백만냥씩을 재난지원금으로 집짐마다 가리지 않고 하사하시니 온백성이 기뻐 날뛰며 모두 황상폐하의 은혜에 보답하며 몰표를 던진 전례가 있지 않사옵니까.
성조 단군께서 나라를 세우시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명멸한 이 나라 군왕 중에서 어느 누가 있어 백성에게 돈을 나눠주며 ‘소고기를 사 먹으라’고 은혜를 베풀었나이까.
이는 오로지 역사 이래 우리 황상폐하께서만 베풀어주신 은혜중의 은혜임을 은산 홀로 모른다는 말입니까.
2. 집값 문제에 대하여
또한 은산은 '집값이 11억이나 올랐는데 11프로가 올랐다'고 어느 대신이 주장했다며 비난하고 있습니다. 아니 100억냥의 집값이 11억냥 올랐으니 '11 프로가 올랐다'고 하는 것이 당연지사가 아니온지요.
스스로 산술에 능하지 못함을 탓하지 아니하고 대신의 공론을 논박하니 은산의 억지는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그에 더해 은산은 황상폐하께서 ‘다주택, 일주택, 무주택으로 천하를 삼분하고 다주택자를 척살해 세금을 취함과 동시에 이를 조정의 인사원칙과 도덕적 가치로까지 삼는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은산은 흑석동에서 재개발 상가를 튀기려다 발각되어 삭탈관직한 승지 김의겸을 ‘영끌의 귀재, 희대의 승부사, 대출 한도의 파괴자’라고 비방하고, 똘똘한 강남 집한채를 지켜보려다가 실패한 도승지 노영민을 ‘지역구의 배신자, 절세의 교과서, 50분의 기적, 대변인 사냥꾼’이라며 비난하면서도 이들은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욕구를 따른 것이므로 죄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들은 ‘백성들을 기만하여 지지율을 확보하고, 세금을 긁어 모으고자 만천하에 벌인 정치적 놀음에 발목을 잡힌 것이며, 지키지 못하여 깨어질 것을 스스로 알면서도 황상폐하의 엄포와 성화에 못 이겨 머리와 손과 입이 각기 따로 놀아나 백성들을 농락한 죄 밖에 없다’며 교묘히 황상폐하를 비방하고 있습니다.
황상폐하께서는 만백성의 어버이로서 저 하늘의 해와 달처럼 높이 오르샤 백성을 굽어 살피시면서도 한편 황상폐하의 곁에서 시봉하고 있는 내관과 승지 대소신료들을 내 식구처럼 아끼고 챙기는 것은 당연지사라 할 것입니다.
병신년(丙申年, 2016년) 광화문 광장의 ‘촉화봉기(燭火蜂起)’로 황상께서 즉위하시는 과정에 한겨레신문 기자이던 김의겸이 세운 공은 길가는 사람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이에 황상께옵서 김의겸을 승지로 임명해 가까이 두시고 내금위 호위무사들의 숙소마저 내 주시니 김의겸은 영끌의 귀재답게 돈을 모아 흑석동의 건물을 사들여 수십억냥의 이득을 취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비록 김의겸은 승지에서 물러났으나 황상폐하의 은덕으로 그의 수중에 돈은 고스란히 남았으니 이 또한 황상폐하의 은공이 아니겠습니까.
도승지 노영민은 똘똘한 강남의 한 채를 남기려다 그것마저 황상의 뜻을 받들어 오두막집 한 채도 없이 팔아버린 그야말로 황상폐하의 눈 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여쁜 신하입니다. 이제 그가 조선 천하에 머물 집도 없으니 어찌 대궐에서 내칠 수 있겠습니까.
그 외에도 승지 김조원은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여 강남의 집 두채를 온전하게 보존하도록 했으며, 승지 김수현 등 수많은 대소신료들이 모두 똘똘한 강남의 집을 갖고 있어 황상폐하의 은혜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황상폐하께옵서는 이미 수하들에게 제 이득을 챙기도록 크게 배려하였음을 알지 못하고 먼지를 뒤집어 쓴 진인(塵人)을 자처하며 황상폐하께서 노영민, 김의겸에게 죄를 준 것으로 상주하고 있사오니 은산은 스스로 근기(近畿)지방에 살면서도 대궐 소식의 깜깜함은 경상도 산골의 미천한 소인보다도 못하오니 은산의 잠꼬대 소리에 귀기울이지 마시옵소서.
3. 감성보다 이성의 정책을 펴라는 주장에 대하여
또한 은산은 ‘기업을 옥죄는 규제와 세금을 완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황상께서 즉위 후 대대적으로 시행중인 ‘비정규직철폐, 경제민주화,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인상’을 ‘세상물정 모르는 것들의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비방하면서 ‘폐하를 비롯한 신료들이 모두 백성들의 감성을 자극해 눈물을 쥐어 짜내기 위한 지지율 확보용 감성팔이 정책에만 혈안이 되어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소인의 어리석은 생각으로 은산의 이론은 한쪽으로만 치우쳐 고착되어 있고 그 학설은 패란사벽(悖亂邪僻)으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황상께서 즉위하신지 이제 겨우 3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황상께서 즉위하신 연후에 시행에 들어간 비정규직철폐, 최저임금인상,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적어도 20년 세월이 흘러야 그 효과가 눈에 띄는 장기적 안목을 갖춘 시책입니다.
이제 3년 세월을 시행했으며 그것도 황상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뭇 무지렁이만도 못한 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입방아를 찍어대고 발목을 잡고 있어 제대로 시행도 못했는데 벌써 그 효과를 요구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찾는 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미 오래 전에 이해찬 옹께서 폐하의 치세가 20년을 이어 집권해야 한다고 설파하신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사료되옵니다. 이해찬 옹의 사려 깊은 말씀도 이해하지 못하는 노은산이야 말로 귀를 막고 골방에 틀어박힌 옹졸한 문사에 틀림없습니다.
게다가 은산은 '정책을 펼치심에 있어 감성보다는 이성을 중히 여기고 작금의 지지율로 평가받는 군왕이 아닌 후대의 평가로 역사에 남는 패왕이 되시옵소서'라며 황상폐하께서 지지율에 연연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은산은 황상폐하께서는 언제든 적당한 지지율을 만들 수 있는 위력이 능히 있음을 알지도 못하면서 현재 황상께서 지지율에 연연하시는 것으로 알고 허언을 망발하고 있사옵니다.
또한 은산이 걱정하는 후대의 평가는 황상께서 은전을 베풀고 계시는 역사학자들이 이미 역사서로서 쓰고 있음도 알지 못하는 무식한 주장이니 더 이상 귀담아 들을 필요조차 없사옵니다.
4. 실리를 중시하는 외교 주장에 대하여
은산은 ‘일본과의 외교 마찰로 무역분쟁을 초래하였으나 이를 외교로 해결하지 않고 정치로 해결하려 하다가 양국관계를 파탄내었다’면서 ‘절치부심하여 국력을 키워 극일(克日)을 이룬 후에야 비로소 일본국 수상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골통을 쥐어박고 고환을 걷어차 진정한 사과와 보상을 취하자’고 주장합니다.
황상폐하께서는 일관된 원칙과 추상같은 기세로 일본국을 다루었으니 온 백성이 기뻐하면서 반일 전선에 나서게 되었고, 형조판서 조국은 죽창가를 주창하면서 만백성을 이끌고 나섰으니 실로 오천년 역사에 일본국을 상대로 정신승리한 최초의 대첩이 아닌가 사료되옵니다.
노은산의 말대로 하자면 황상폐하의 치세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느 세월에 극일을 달성한다는 말입니까.
소인의 어리석은 계책으로는 의사(義士) 십여 사람을 모집하여 일본국에 밀항시킨 다음 아베 수상의 관저 문 앞에서 촉화를 높이 들고 대의에 의거하여 아베 수상을 비롯한 일본인들을 준열하게 책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책이 없습니다.
그러면 그들이 아무리 개돼지 같다 하더라도 반드시 무서워 꺼릴 것이며, 설혹 분이 나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의사 십여 사람 모두를 포박한다고 하더라도 그 소식을 들은 우리나라 장졸이라면 그 누가 팔뚝을 걷어붙이고 칼날을 무릅쓰면서 남쪽으로 달려가 죽음으로써 싸울 마음을 가지지 않겠습니까.
이로써 당장에 극일을 이루고 개선장군으로 귀국하는 의사들은 의병장의 관례로 예우하면 황상폐하께서는 그야말로 손자의 신출귀몰한 병법을 구사한 것보다 더한 명성을 떨치시고 이제 사방의 모든 오랑캐들을 발아래 엎드리게 할 것이옵니다.
근자에는 아베신조가 황상폐하의 추상같은 기세에 눌려 중병을 얻었다는 소식마저 전해지는 바 황상폐하의 신묘한 외교술은 실로 잠자는 용의 아가리를 열어 여의주를 취하는 계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은산은 오로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우리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워 후대에 길이 떨치려는 황상폐하의 외교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사오니 더 들어볼 필요도 없는 허황된 이론에 불과하옵니다.
5. 신하를 가려 쓰라는 주장에 대하여
은산은 또한 ‘조정의 대신이 이상주의자, 표장사를 하는 장사치, 아첨꾼, 세금만 축내는 무능한 자’로 구성되었다면서 ‘자유의 가치를 알고 몸소 행하는 총명한 인재를 신하로 쓰시어 나라의 평안을 되찾아 백성의 앞길을 인도해 주시옵소서’라며 신하를 가려 쓰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실로 황상폐하께옵서는 이미 영명한 통찰력과 신묘한 관찰력으로 천하의 인재를 모두 가려쓰시고 계시온데 은산은 무엄하게도 황상폐하께옵서 아첨꾼이나 무능한 이상주의자에 휘둘리는 것처럼 발설하고 있사옵니다.
그에 더해 공조판서 김현미가 집값을 잡지 못한다고 비방하면서 김현미를 파직하고 그 자리에 붕어를 앉히라고 하거나, 형조판서 추미애가 황상폐하의 뜻을 헤아려 사헌부 대사헌 윤석열의 불충을 징벌하려고 함에도 이를 조롱하면서 차라리 개를 앉히라고 비방하는가 하면, 도승지에 자신을 앉혀 달라고 스스로를 천거하고 나서니 부끄러움을 모르는 은산의 얼굴 두텁기야말로 곰 발바닥 보다 더하다고 할 것입니다.
결국 은산은 총명한 신하를 쓰라고 주청하고 있으나 이는 황상폐하의 심중을 헤아리지 못한 무지렁이 유자의 혼잣말이라고 생각되옵니다.
황상폐하께서 신하를 발탁함에 있어 유일한 척도는 오로지 ‘내편이냐 아니냐’임을 온 백성이 알고 있는데 은산 혼자서 총명한 신하를 쓰라면서 딴 소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소인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실제 황상폐하께서 인재를 발탁해야 할 가장 중요한 대목은 후계자를 책봉하는 일이옵니다. 오늘날 황상폐하의 뒤를 잇겠다며 나서는 인물은 적지 않으나 그 중에서 오로지 황상폐하에게 충성할 자를 낙점해야 할 것입니다.
앞서 영의정을 지낸 이낙연은 선대 무현황제(武鉉皇帝)의 탄핵 당시 이를 주도한 당여(黨與)에 합세하고 있었으므로 선대 무현황제에 천추의 한을 남긴 허물이 있으며, 경기감사 이재명은 성정이 급하고 언사가 격하여 혹여 그 뜻을 이루면 자신의 형수에게 퍼부은 욕설을 황후마마에게 퍼부울 수도 있으니 심히 저어됩니다.
조국 전 형조판서는 성균관에서 유생을 가르칠 당시 세상의 온갖 일에 개입하여 지적질을 해 대다가 스스로 형조판서에 오르자 솔선수범하여 그간 타인을 비난하던 일들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조 스트라다무스’라고 불릴 만큼 통찰력이 있는 인재입니다.
조국은 타인을 비난하면서도 스스로는 같은 비행을 앞장서 실천함으로써 일국의 법률도 시대가 바뀌면 달리 적용되어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을 실천함으로써 개혁의 기치를 높게 든 것입니다.
소인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조국이 황상폐하의 뒤를 잇는다면 이 나라를 '일등이 꼴찌가 되고, 꼴찌가 일등이 되는 나라'로 개편함으로써 무현황제의 유훈 이래 황상폐하께옵서 꿈꾸던 나라를 완성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또한 김경수 경상감사는 심성이 우유빛처럼 맑고 착하여 일찍이 ‘경인선’ 무리들에게 ‘바둑이’라고 불려왔으니 선대 무현황제에게 바둑이처럼 충성하였듯이 황상폐하께도 충성하리라 믿사옵니다.
그러므로 황상폐하께서는 조국 판서와 김경수 감사를 늘 가까이 하시기를 바라옵니다.
일각에서는 조국 전 형조판서와 김경수 경상감사가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을 들어 걱정하고 있으나, 황상폐하께서 임명하신 판관 김명수는 이미 성남부윤 은수미의 재판에서 황상폐하의 의중을 헤아려 판결하는 모범을 보인 바 있사오니 판관 김명수의 충성심을 믿고 의지하면 모든 것은 순리대로 풀릴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6. 헌법가치를 지켜달라는 주장에 대해
은산은 이어 황상폐하께서 ‘헌법의 가치를 훼손하고 무시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거주이전의 자유를 박탈하였고,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하였으며, 개인의 재산권을 박탈하였다’면서 헌법을 지키고 보전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사옵니다.
은산은 더 나아가 ‘이 나라가 폐하의 것이 아니듯 헌법은 폐하의 것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황상폐하!
은산은 인천의 궁벽한 바닷가에 앉아 오로지 요사스런 문체로 글발을 휘날리다 보니 아직 세상이 바뀐 것을 모르고 있사옵니다.
지난 봄 총선거에서 황상폐하의 신묘한 통치술로 황상폐하를 목숨 바쳐 따르는 자들이 대거 당선되어 황상폐하의 당여의 수는 200석에 조금 미달할 뿐입니다.
이제 황상폐하의 충성스런 부하들이 도처에 깔렸는데 황상폐하의 성지만 있으면 개헌조차 어렵겠습니까. 황상폐하를 반대하는 당여에서는 자신들이 개헌저지선을 확보했다며 떠들고 있으나 그것도 한순간 뿐인 것을 모르고 허공을 보고 주먹질하고 있을 뿐입니다.
7. 일신(一新)에 대하여
은산은 무엄하게도 ‘이 나라는 폐하와 더불어 백성들이 합쳐 망친 나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면서 ‘이는 나라의 백성들이 일국의 지도자를 저잣거리의 광대 뽑듯이 감성에 젖어 눈물로 내세운 댓가’라고 주장하여 황상폐하의 즉위조차 문제 삼고 있사옵니다.
그에 더해 ‘산적한 당면과제는 외면하고 적폐청산을 기치로 정적 수십을 처단한 것도 부족하여 이제는 백성을 두고 과녁을 삼아 왜곡된 민주와 인권의 활시위를 당기지 말고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끝내라’는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실로 무엄하기 짝이 없는 반역의 흑심을 드러낸 구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까지 황상폐하께옵서는 촉화봉기의 정신을 정치에 펼치시려고 취임사에서부터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 한분 한분도 모두 우리 국민으로서 섬기겠다’고 반포하신 이래 온백성으로 하여금 ‘한번도 경험하지 않은 나라’를 골고루 경험하도록 배려해 주셨음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황상폐하의 은혜를 모르고 함부로 지껄여대는 노은산과 같은 자들이 넘쳐나고 나라의 도리가 바로서지 못하는 것은 모두 저 무엄한 야당의 국정발목잡기 때문입니다.
저 푸른 하늘은 무슨 까닭으로 허다한 소인배들을 출생시켜 임금을 진동시킬 권력으로 내원(內援)을 맺어 참소를 일삼고 꾸며대는 말만 하고 하찮은 일을 태산같이 불려 없는 일을 진짜로 만들고 있습니까.
오, 하늘이여, 이 무슨 까닭입니까.
황상폐하. 이들을 모두 몰아내고 오로지 국회를 황상폐하의 당여로 채우는 날이 오지 않으면 노은산과 같은 미혹한 백성들이 끊임없이 나타날 것이옵니다.
황상폐하께서는 도승지에 명하여 하루 빨리 선거제도를 한번 더 확 뜯어고쳐 황상폐하의 당여가 그 세력을 떨치도록 서두르시는 것이 좋은 계책으로 생각되옵니다. 통촉하시옵소서.
이제 황상폐하께 아뢰옵니다.
삼가 바라옵건대, 깊이 생각하시고 과단성 있는 정사를 행하시어 은산의 상소문은 물과 불 속에 던져 넣어 황상께서 좋아하고 싫어함을 분명히 보이고, 중외에 포고하시어 온 나라의 백성들로 하여금 황상폐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알게 하시옵기를 간청하옵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모두 비류(非流)와 사당(詐黨)의 간악한 짓을 용납하지 않아 우리나라의 옛 풍속이 장차 천하 만세에 이어지도록 해 주시옵기를 바라옵니다.
버러지같이 미미한 소인이 감히 이렇게 졸렬한 글발을 상소문으로 올리게 될 줄은 꿈엔들 기약하지 못하였습니다만 소인의 정성을 갸륵하게 생각하시어 황상폐하께서 비답을 내려 주신다면 소인은 비록 그날 죽었다 한들 어찌 다시 유감이 있겠습니까.
마땅히 손으로 은혜로운 윤음을 받들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살아서는 의리를 강마하는 사람이 되고, 죽어서는 의리를 품고 돌아가는 귀신이 되어 황상폐하의 은혜를 섬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황상폐하께 아뢰옵니다.
혹자들은 백두에 불과한 소인이 벼슬자리를 탐하여 황상폐하께 아첨하는 상소문을 주청하였다고 오해하고 비난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소인은 지난 병신년의 촉화봉기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황상폐하의 정치를 도운 적도 없어 그 자격이 되지 아니합니다. 그러니 소인을 기특하게 여겨 벼슬을 하사하시더라도 이를 사양할 수밖에 없음을 원통하게 생각하옵니다.
사실 소인이 비천한 재주를 뽐내어 허튼 글발로 허황된 상소문을 작성한 것은 오로지 나라의 사람들에게 한 번 읽혀서 모두들 허리를 잡고 한바탕 웃게 하려는 것입니다. 아마 이 상소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면 ‘입 안에 든 밥알이 벌떼처럼 튀어나갈 것이며, 갓끈이 썩은 새끼줄처럼 끊어질’ 것입니다.
경자년(庚子年) 팔월 맹하
경상도 백두(白頭) 김모(金某) 올림
조선일보 김승현 기자
09.13 “분연히 일어날 그날 위해” 진인 조은산 개천절집회 만류 호소
‘진인(塵人) 조은산’이 다음달 3일 개천절 광화문 집회를 예고한 일부 보수 단체를 향해 “개구리가 뛰어 오르기 전 한껏 몸을 움츠리듯 후일, 분연히 일어날 그 날을 위해 지금 잠시 힘을 아껴두는 것이 어찌 현명치 못한 처사라 하겠습니까”라고 밝혔다.
‘시무 7조’ 상소문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을 비판했던 조은산이 코로나 사태 와중에 추진하는 개천절의 반정부 집회를 만류하고 나선 것이다.
조은산은 12일 오후 자신의 블로그에 “전염병(코로나) 확산 방지라는 대의명분 앞에 충과 더불어 이들(인의예지) 또한 얻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은산이 밝힌 인의예지(仁義禮智)는 “국민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은 인(仁)이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 하더라도 고난 앞에서는 손을 내밀어 도우니 이것은 의(義)이며 나의 숨결이 타인의 코 끝에 멈출 수 있는 것은 예(禮)이고 확산을 빌미로 정치적 공세를 당하지 않음은 지(智)”였다.
조은산은 “塵人(진인) 조은산이 나의 아버지에게, 나의 어머니에게, 나의 형제자매들에게 감히 여쭙고자 합니다”라며 “언제 가난이 좌와 우를, 진보와 보수를 가려 찾았으며 국가적 재난이 또는 전세계적 경제 위기가 찾아왔음에 어디에 좌와 우가 따로 있었고 그 어디에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었습니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적진을 내 집 같이 누비고 사지에서 삶을 이어냈으니 이미 그대들은 살아 숨쉬는 귀신과 같을진데, 육신은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하고 영혼은 광화문에서 동지들과 함께 하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렵겠습니까”라고 했다.
조은산은 “대중을 이끌어 쇄신을 외침은 위대함이고 생명존중과 국민통합의 가치 아래 대중을 잠시 머물게 함은 위대함을 넘어서는 아름다움”이라며 “개천절의 광화문은, 잠시 내려놓아야 하기에 비로소 아름다울 것이며 가족과 함께 하기에 더욱 소중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람의 생명만큼 귀한 것이 어디있겠습니까”라며 “살아야 말도 하는 법, 부디 그 뜻을 잠시 거두어 주소서”라고 했다.
조은산은 글 말미에 “오랫동안 전전긍긍하며 글을 아꼈으나 시국이 급박한 듯하여 글을 써 올리니 이러한 저의 바람이 가엾게 전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했다. 조은산은 지난달 28일 “정치적인 글은 잠시 미뤄두고 저의 일상과 끼니와 잡념을 공유하겠다"고 했었다.
◇다음은 진인 조은산의 블로그 글 전문
쪽보다 더 푸른 얼굴로 총칼을 들어 자유를 지켜냈습니다
백마고지의 참호 안에서, 인천 해안의 상륙주정 안에서,
함락 직전의 부산, 낙동강 전선에서 그러했습니다
시대의 요구와 국가의 부름에 답했습니다
월남의 짙은 정글,
전우들의 시신 사이에서 숨 죽였던 파월장병은
소총탄을 쏘아 날려 표적의 심장을 관통했고
이는 국가발전의 신호탄이 되어 국토를 관통하는
경부고속도로가 되었습니다
꽃보다 더 꽃 같았던 그대들은 이역만리의 땅 독일,
말도 통하지 않고 음식 또한 맞지 않는 곳에서
환자의 상처를 꿰매고 시신을 닦아 외화를 송출해
국가경제발전의 초석을 닦았습니다
가난과 맞서 싸우며 밖에서는 그릇을 닦고
안에서는 갓난쟁이의 샅을 닦아 가정을 지켜내었습니다
밖에서는 기어다니며 상사의 비위를 맞춰 생계를 이었고
안에서는 주저앉아 소주를 마시며 울분을 삭였습니다
그리하여 역사의 한 시점에 그대들은
당당한 주역이 되어 살아왔습니다
塵人 조은산이 나의 아버지에게, 나의 어머니에게,
나의 형제자매들에게 감히 여쭙고자 합니다
언제 가난이 좌와 우를, 진보와 보수를 가려 찾았으며
국가적 재난이 또는 전세계적 경제 위기가 찾아왔음에
어디에 좌와 우가 따로 있었고 그 어디에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었습니까
적진을 내 집 같이 누비고 사지에서 삶을 이어냈으니
이미 그대들은 살아 숨쉬는 귀신과 같을진데,
육신은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하고
영혼은 광화문에서 동지들과 함께 하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렵겠습니까
모자란 제가 알기로는,
나라를 위하는 것이 충(忠)이고
국민을 위하는 것도 충(忠)이나
국민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은 인(仁)이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 하더라도
고난 앞에서는 손을 내밀어 도우니 이것은 의(義)이며
나의 숨결이 타인의 코 끝에 멈출 수 있는 것은 예(禮)이고
확산을 빌미로 정치적 공세를 당하지 않음은 지(智)
와 같을 것인데
전염병 확산 방지라는 대의명분 앞에
충과 더불어 이들 또한 얻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또한 개구리가 뛰어 오르기 전 한껏 몸을 움츠리듯
후일, 분연히 일어날 그 날을 위해 지금 잠시
힘을 아껴두는 것이 어찌 현명치 못한 처사라 하겠습니까
아내와 혼사를 치르기 전 어느 가을 날,
저는 오른손을 내어 아내의 왼손을 잡았고
노란 낙엽으로 덮힌 광화문 돌담길 위를 함께 걸었습니다
맞잡은 두 손은 따스했고 매우 정겨웠습니다
이것은 저의 아름다움입니다
대중을 이끌어 쇄신을 외침은 위대함이고
생명존중과 국민통합의 가치 아래 대중을 잠시 머물게 함은 위대함을 넘어서는 아름다움입니다
저의 사사로운 아름다움을 어찌
그대들의 아름다움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만은
그 날 가을의 향기 아래 고즈넉했던 저의 광화문은
비어있기에 아름다웠고 적막했기에 소중했습니다
그렇기에 같은 가을 개천절의 광화문은,
잠시 내려놓아야 하기에 비로소 아름다울 것이며
가족과 함께 하기에 더욱 소중할 것입니다
사람의 생명만큼 귀한 것이 어디있겠습니까
살아야 말도 하는 법, 저 또한 지금 이 순간
눈을 뜨고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부디 그 뜻을 잠시 거두어 주소서
오랫동안 전전긍긍하며 글을 아꼈으나
시국이 급박한 듯하여 글을 써 올리니
이러한 저의 바람이 가엾게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이천이십년 구월
塵人 조은산이 용기내어 올립니다
조선일보 김동하 기자
월간조선 2020.10월 호
기자가 쓰는 상소문
■재능도 염치도 없는 대신들을 罷職 하옵소서!
⊙ “‘나라의 運數를 어찌할 수 없다’는 탄식이 저잣거리에 회자될 지경이 되었나이까”
⊙ “‘귀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리고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는 말도 있습니다”
⊙ “시중에 떠드는 ‘조만대장경’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사옵니까”
1 . 널리 통촉하여 주소서
전하, 한양에서 발행하는 월간 대자보(大字報)에서 미천한 글을 쓰는 소인은 시대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을 알고, 일찍이 과거 보는 일을 단념한 학식이 망매(茫昧)한 하류인입니다.
진인(塵人) 조은산, 영남만인소 등 최근 도탄에 신음하는 백성들이 쓴 상소문을 읽고, 저도 모르게, 붓을 들게 되었나이다. 소인과 같은 자가 어찌 세상일에 간섭할 자격이 있사오리까마는, 분노가 치밀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는 숱한 화병(火病)쟁이들을 보면서 스스로 도끼를 짊어지고 이렇게 소를 올리나이다. 널리 통촉하여 주소서.
2 . “독재 5관왕 그랜드 슬램 달성”
얼마 전 경복궁(청와대) 백성소통수석(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사대당(事大黨)의 어느 나리께서 ‘카카오 오라 하세요’라는 문자를 보내려다 들통이 났습니다. 그러자 전(前) 한성판윤(오세훈)이 전하께 글을 올리며 “입법부, 사법부, 검·경, 언론 장악에 이어 앞으로 공수처까지 이미 손에 넣으셨으니 독재 5관왕 그랜드 슬램 달성”이라고 하였사옵니다. 그러면서 “전부 무릎 꿇린 소감이 어떠시냐”고 물으며 “젊은 시절 전두환 군부독재라 분개하셨지요? 왜 정치를 시작하셨고, 왜 정치를 하시나요?”라고, 감히 전하께 예(禮)도 없이 힐난했습니다. 날 선 전임 판윤의 상소를 보매 마음이 슬퍼졌습니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전하께서 왕위에 올랐을 때 억만고에 없었던 일을 행하시고 억만고에 없었던 법을 세우려 하셨는데 어찌 3년 만에 나라를 후루룩 말아 드셨나이까. 전하도 전하지만 전하 주변의 내시, 간신배, 모리배, 영혼 없는 신료(臣僚)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술집의 개가 사나워 손님이 오지 못해 술이 시어진다’는 말과 같이, 간신들이 조정에 있어 오늘날 국가의 형세가 날로 위태로워지고 있나이다. 게다가 역병(疫病)이 다시 창궐(猖獗)하고 분노한 백성들이 시월 셋째 날에는 경복궁 앞에서 복합상소(伏閤上疏)까지 예고하고 있어서 심히 우려되나이다.
어찌하여 “나라의 운수(運數)를 어찌할 수 없다”는 탄식이 사대부 입은 물론 저잣거리에서 회자될 지경이 되었나이까.
소인이 듣기에 ‘임금이 근심이 있으면 신하가 욕되고, 임금이 욕되면 신하가 죽는다’ 하였습니다. 그런데 전하가 섬뜩하게 욕되어도 충성된 신하가 목을 매었다는 소식이 없나이까.
3 . 이게 나라인가…
저잣거리 저녁 대자보(석간신문)의 한 주필이 지난 광복절을 앞두고 시론을 썼습니다. 제목은 ‘망국의 벼랑 끝에서 맞는 광복 75주년’입니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한낱 포의(布衣)의 자가 어찌 이토록 심한 말을 했을까 하옵니다만, 그의 광직(狂直)한 말도 폐하께서 마땅히 용납해 받아들여야 하올 줄 압니다. 소인이 듣기에 아주 무시무시하여 조금만 인용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짧은 인용에도 외람되게 식은땀이 다 흐르옵니다.
〈… 문 대통령의 집권 3년 3개월 동안 국가적 성과라고 내세울 만한 것은 ‘파괴’ 외엔 아무것도 없다.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은 ‘쇼’로 판명 났다. 다른 하나는 코로나19를 잘 극복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 역시 지난 40여 년 동안 구축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시스템과 바이오산업, 의료진의 경쟁력과 헌신 덕분일 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자립 기반까지 마련한 의료보장제도는 ‘문재인 케어’ 2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고용보험기금도 고갈이 임박했다. 탈원전으로 한국전력은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힘들여 쌓은 축적을 시원하게 털어먹고 있다.…〉
(《문화일보》 8월14일자 30면)
또 아침 대자보(조간신문)의 한 논설실장이 불경하게도 전하를 ‘벌거벗은 임금’에 빗대었습니다. “조정 내부의 분위기가 어떻기에 모두 ‘내시(內侍)’가 되었느냐”고 혀를 찼습니다. 그리고 “이게 나라냐”고도 했습니다. 분기(憤氣)를 참으시고 읽어보소서. 짧게 인용하겠습니다.
〈… 관가엔 권력자 입맛에 맞춰 실상을 각색하는 영혼 없는 관료들뿐이다. 원전 산업을 죽이는 탈원전 폭주에도, 경제를 침체로 몰아가는 소득 주도 성장에도, 모래에 물 붓기 식 세금 퍼붓기에도 한마디 제동 거는 관료를 본 적이 없다. 정권 내부의 분위기가 어떻길래 모두 ‘내시(內侍)’가 됐는가. 권력자의 오류를 바로잡는 교정시스템이 작동하기는 하나. (중략) 권력은 ‘벌거벗은 임금’ 꼴이 되고, 왕국의 충성스러운 ‘신민(臣民)’이 되겠다는 홍위병들이 나라 곳곳에서 발호하고 있다. 이 부조리극 같은 현실 앞에서 3년 내내 우리를 괴롭혔던 그 물음을 또 끄집어내지 않을 수 없다. 이게 나라인가.…〉
(《조선일보》 6월19일자 34면)
4 . “언론인의 구속은 과도한 처벌”
영국 윤돈(倫敦·런던)에 본사를 둔 해외 주간 대자보(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가 전하와 전하 주변의 사대당을 향해 “남을 향한 비판을 뿜어대던 사람들이 자신들을 향한 비판은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는 글을 썼다고 하옵니다. 이달 초 사대당 무리들이 대자보(언론)의 ‘가짜 뉴스’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점도 지적하며 “전하에 비판적인 기사가 나오면 ‘가짜 뉴스’로 몰아붙여 억누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번역된 그들의 대자보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의 좌파 후임자로서 인권 변호사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전 정부보다 더 개방적이고 반대 의견에 관대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좋은 의도가 시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의 거의 5분의 1이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관련된 것들이며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더 많다. 우파 유튜버(우종창)가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한 소문을 퍼뜨렸다가 감옥에 갇혔다. 민주당이 한 정치학 교수가 민주당이 자기 잇속만 차린다며 비판하는 칼럼을 쓰자 형사 고발했다.…〉 (기사 ‘South Korea’s liberal rulers unleash their inner authoritarians’ 중에서, 《조선일보》 8월23일자 기사 참조)
법란서(法蘭西·프랑스) 파리(巴里)의 비정부기구(NGO)인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취재원을 밝히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수감된 전직 기자의 석방을 요구한다”며 “언론인의 구속은 과도한 처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월간 대자보(월간조선)에서 기자 생활을 했던 그 백의(白衣)는 한때 유능한 기자였습니다. 제보의 신빙성을 따져야 한다는 것쯤은 훤히 아는 베테랑이었습니다.
그가 구속된 이유는 2018년 3월 유튜브 방송을 통해 “민정수석(조국)이 최서원(최순실) 1심 선고 직전인 1월에서 2월 초 사이 국정농단 재판주심을 궁궐 인근 음식점에서 만났다는 제보를 받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백의는 “제보자의 주장이고 아직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확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승정원(청와대 대변인실)에다 취재 협조문을 보냈지만 원하는 시간에 답변이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형조(재판부)는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며 그를 징역 8개월에 법정 구속하였습니다.
전하, 그 백의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배부른 돼지’와 싸워왔습니다. 그는 부정부패를 저지르지 않았고 백성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불의’를 참지 못했기에 양심의 발로에서 행한 일이었습니다. 그는 반칙과 부정을 일삼는 ‘배부른 돼지’를 야단치기 위해 궤도를 벗어난 것뿐입니다. 그는 ‘얼어 죽어도 겻불은 안 쬔다’고 할 정도로 자존심이 센 사람이었습니다. 그에게 ‘자유민주주의’를 빼앗지 말아주십시오. 옛날의 임금들은 죄인의 공술(供述)을 다 받고 형이 결정되었다 해도 반드시 삼심, 오심을 했다고 합니다. 하오니 형벌을 삼가고 가능한 한 구제하여 전하의 덕을 백성에게 보이소서.
5 . 나라의 재앙이란 공연히 발생하는 게 아니라
따지고 보면 전하께서 즉위하신 후로 괴이하고 통탄할 변고가 없는 해가 없었습니다.
3년이 30년처럼 길었나이다. 얼마 전 사대당 당수(黨首)에서 물러난 원임(原任·전임) 재상이 “정치가 완전히 뿌리내려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적어도 20년 가까이 걸린다”며 ‘20년 집권론’을 꺼내 떠나는 마지막까지 뒤끝이 작렬하였나이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까지 오른 이의 말 치고는 탕평(蕩平)의 이치에서 너무도 벗어난 말이어서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대당의 정치에 신물이 난다는 백성이 절반이 넘는데 그들의 아우성은 아니 들리나 봅니다.
나라의 재앙이란 공연히 발생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그 유래가 있는 법이라고 합니다. 하늘과 땅의 분수를 모르는, 겨자씨 같은 막말이 결국 큰 비와 바람, 재앙을 몰고 올까 두렵사옵니다. 옛말에 어진 신하는 반드시 자신의 허물을 반성하고 얼음을 밟듯 낮은 자세로 정사(政事)에 임하였다고 하옵니다. 그런데 나라의 재상을 지내고 당수까지 한 자가 용렬하게 20년 집권을 말하니 오만방자하기 이를 데가 없사옵니다.
6 . 재능도 염치도 없을뿐더러 추악하고 용렬한데도
조종(祖宗)의 법도가 무너진 이래로 신하들의 임용도 막되먹고 있나이다.
측근의 승지와 대신들을 보면 재능도 염치도 없을뿐더러 추악하고 용렬한데도 왕명을 더럽히며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나이다. 왜 관작(官爵)을 저런 불미하며 무능하고 오만한 자들에게 내어주었나이까. 조정이 하루아침에 악덕한 곳으로 더럽혀질 줄 정녕 모르셨나이까. 제발 왕명을 출납하는 자리를 코드 인사와 연줄타기 인사로 채우지 마시고 전하의 총애를 가로채 정사를 분탕질하는 작자들을 부디 멀리하소서.
《서경(書經)》에 ‘관직은 측근자나 인척에게 주지 말고 오직 재능 있는 사람에게 주고, 작위는 악덕한 사람에게 주지 말고 오직 어진 사람에게 주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민심을 모르는 관작이 남발되어 능력 없는 자가 요행수로 벼슬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송(宋)나라의 유학자인 정자(程子)는 “천하의 일을 아무리 공정하게 한다 해도 거기에 사의(私意)가 작용되면 역시 사(私)가 된다” 하였습니다. 또 한(漢)나라의 동중서(董仲舒)는 “조정을 바로잡은 뒤에 백관을 바로잡고, 백관을 바로잡은 뒤에 만백성을 바로잡는다”고 하였사옵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성상(聖上)의 정치에 누(累)가 되지 않게 인사를 바로잡으소서. 탐욕이 많고 간사하여 비루한 자들로 인해 나라가 망할 조짐이 싹트고 있어 심히 두렵고 염려됩니다.
옛말에 “정치가 잘못되어도 고치지 않고, 하늘이 경계를 나타내 보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망하게 되는 길”이라 하였으니 부디 하늘의 경계를, 분노한 민심을 널리 살피소서.
7 . “사람이 개같이 굴면 두들겨 맞는다”
전하, 형조판서 추미애의 죄상을 고(告)하나이다.
형판 아들 서(徐) 군졸의 자대 배치, 병가(病暇) 연장, 오륜(五輪) 통역병 선발 청탁 의혹에다 ‘제3의 인물’ 개입 의혹, 판사 남편의 이름을 빌린 ‘장애인 차’ 구매, 여기다 엉터리 해명까지 의혹들이 고구마 줄기 엮듯 드러났거나 드러나고 있습니다. 참, 판서 딸 비자청탁 의혹도 있사옵니다.
저잣거리의 말 중에 ‘남의 자식 고운 데 없고 내 자식 미운 데 없다’ ‘자기 자식에겐 팥죽 주고, 의붓자식에겐 콩죽 준다’는 속담과 다르지 않습니다. 돈 없고 백 없어서 귀한 동자를 군졸로 보낸 한 가련한 여성은 “엄마가 판서(장관)가 아니라서, 아들아 미안하다!”고 탄식하는 등 형판을 둘러싼 흉흉한 여론이 들끓고 있사옵니다.
적어도 나라의 녹(祿)을 먹는 자는 달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고운 자식 매로 키운다’ ‘귀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리고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는 말도 있습니다.
형판의 해명이 기가 막히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병가 신청에 필요한 서류 일체를 모두 제출했다”는 것이옵니다.
법을 다루는 형판의 이 말에 놀란 이유는 그가 법을 우습게 여긴다는 데 있습니다. 흔히 삼류, 사류 법조인들이 “법률이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것은 뭐든 할 수 있다”고 여깁니다. 허술한 제도(법망)만 비켜 가면 정당하다는 식입니다. 백성은, 민심은 안중에 없습니다. 형판과 같은 사대당 출신의 한 세 치혀(우상호)는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여서 형판 아들 논란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편한 포도청 군졸들은 무단결근해도 된다는 말이옵니까. 한 백성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개가 사람처럼 굴면 귀여움을 받지만, 사람이 개같이 굴면 두들겨 맞는다. 아주 매를 버는구나.”
전하, 이뿐만이 아닙니다. 형판은 “아들만은 건드리지 말라”고 하거나 “소설 쓰시네”라고 했사옵니다. 시정잡배도 하기 어려운 이런 언사에 전국 전기수(傳奇叟·조선 후기 소설을 전문적으로 읽어주던 낭독가) 모임이 성명을 내고 “한 나라의 형조판서가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 정도로 취급했다”며 해명과 함께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고 합니다.
사단법인 한국전기수협회(한국소설가협회)는 “민의의 전당에서 그것도 국민이 보고 있는 가운데 형조판서가 아무렇지도 않게 소설을 ‘거짓말’에 빗대어 폄훼할 수가 있는가”라며 이같이 요구했다 하옵니다.
또 있습니다. 형판은 대사헌(大司憲)의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있습니다. 형조는 사헌부의 일에 간여하지 않는 것이 조종의 법도이옵니다. 그런데 형판은 사대당의 ‘정치적 대모(代母)’라는 원임 재상(한명숙) 뇌물사건의 재조사를 명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가막소(監獄署)에 복역 중인 사기범이 어느 방송 기자를 유인한 사건입니다. 이들에 대한 조사와 지휘권 발동이 설마 전하가 바라는 사헌부 개혁입니까. 인사(人事)라는 미명 아래 형판 휘하의 칼잡이들을 불러 대사헌 주변의 강직한 감찰(監察)들을 모조리 벤 것이 개혁입니까. 낭자한 피로 얼룩진 수급(首級)을 자랑스레 흔드는 것이 개혁입니까.
어찌 조정 안에는 정대(正大)한 마음과 곧은 식견으로 전하를 돕는 이가 드물고, 우둔한 견식과 구차한 재주를 자랑하는 이들만 가득합니까. 전하께서도 한때는 대사헌에게 “살아 있는 권력을 처벌하라”고 명하지 않으셨나이까. 부패한 거악(巨惡)을 파헤치려는 사헌부를 한낱 무뢰배로 만들고 대사헌을 허수아비로 만든 저, 추자(秋者)를 파직(罷職)하옵소서. 아니면 따로 어사(御使)를 임명하시어 공정하게 수사토록 하소서.
그리하여 전하가 예를 중히 여기고 제도를 엄히 지킨다는 표징을 백성에게 보이소서.
8 . “‘조만대장경’을 아시옵니까”
전하, 전 형판 조국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시중에 떠도는 ‘조만대장경’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사옵니까.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능가할 정도로 조국 전 판서가 정적(政敵)들에게 쏟아낸 그 숱한 말들을 일러 ‘조만대장경’이라고 부르옵니다. 어떤 백성은 “조만대장경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적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가당치도 않은 말로 언성을 높이고 있사오나 그리하여도 무방할 줄 아옵니다.
조만대장경과 비슷한 말로 ‘조적조’(조국의 적[敵]은 조국), ‘조로남불’(조국+내로남불)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백성의 뒷목에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든다고 하니 어찌 된 영문입니까. 설사 그의 광망(狂妄)된 발언과 그 가족들의 행태가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것이 민심을 요동치게 하고 전하의 성덕(聖德)에 누가 되었사오니, 어찌 가만히 둘 수 있겠사옵니까.
전하, 사헌부가 전 형판 조국에 대해 불구속 기소한 뇌물수수 등 12개 혐의를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사옵니다. 그 정부인(貞夫人) 정경심은 구속됐었는데, 그녀는 사헌부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결과 영장이 청구되었습니다. 전 형판 조국은 2017년 선대 임금(박근혜)에 대한 사헌부의 구속영장 청구를 앞둔 상황에서 “피의자가 13가지 혐의 중 일부라도 시인할 경우 구속영장 불청구(가) 될 수 있지만 전면 부인할 경우 (영장) 청구 쪽으로 간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사옵니다. 놀랍게도 정경심은 혐의를 전부 부인했고, 결국 구속됐다는 겁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정경심이 사헌부에 비공개 소환됐다가 8시간 만에 귀가하자, 조국의 3년 전 글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2016년 10월 30일 국정농단 사건 당시 최순실씨가 덕국(德國·독일)에서 귀국하자 “사헌부는 왜 최순실을 긴급체포하지 않고 귀가시켜 공범들과 말 맞출 시간을 주는가”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사헌부는 이튿날 최씨를 소환한 뒤 조사 8시간 만에 긴급체포하고 말았습니다.
반면 이번에 사헌부는 유독 정경심에 대해선 비공개 소환과 조사중단 요청을 받아들여 ‘황제 조사’라는 비난이 일었습니다. 전하, 전하가 누리셔야 할 ‘황제 조사’를 그자들이 대신 누린다니 이게 웬 말입니까.
이 祖國과 저 曺國
그런데 전하께서는 전 형판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들 일가족의 반칙에 분노하고 좌절하는 백성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습니다. 전하께서는 이 조국의 착한 백성보다 저 조국의 일가족들이 더 중요했나 봅니다. 전체 백성보다 ‘조국’으로 대표되는 자기 편에 빚을 느끼고, 빚을 갚는 게 먼저였나 봅니다. 어찌 사정(私情)에 이끌려 대의를 저버리십니까. 그자는 전하의 은혜를 너무 입어서 목을 보존시키는 것만도 다행한데 전하의 성덕만을 믿고 기자와 언론을 상대로 직접 소송전을 벌이겠다고 포고를 했사옵니다.
전하, 개탄스럽습니다. 그자가 진심으로 죄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석고대죄도 모자랄 판에 백성을 농락하고 가당치도 않은 위엄과 권세를 여전히 과시하고 있사옵니다. 요즘엔 장차 전하의 뒤를 이을 것이란 흉흉한 소문까지 더하니 나라의 도가 금수(禽獸)로 떨어져 망국의 화(禍)에 이르게 할 작정이나이까?
가두(街頭)의 민의를 ‘옥하사담(屋下私談)’이라고 깔보는 권력자가 옛날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사옵니다. 항간의 절절한 민의를 ‘쑥덕공론’이라고 얕보는 이가 옛날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사옵니다.
전하, 설의식(1900~1954) 선생에 따르면 홍경래의 난도 이 옥하사담에서 나왔고, 전봉준의 일거(一擧)도 이 쑥덕공론의 폭발이었나이다. 전하, 위정자는 항상 전전긍긍해야 하옵니다. 난세일수록 부단한 자책과 자성이 있어야 합니다. 언덕은 깎이어 낮아지는 것이요, 웅덩이는 메워져 높아지는 것입니다.
9 . 중전마마의 절친을 다스리시옵소서
전하, 중전마마의 고교 동창이자 절친으로 알려진 손 모(某)와 관련된 추문에 대해 언관(言官)들이 탄핵하고, 백성들이 분노하기 시작한 지 1년 반이 지났사옵니다.
손이란 자는 유달산과 삼학도로 유명한 목포항의 고을개선(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대한 기밀문서를 받아서 자신의 이름 대신 조카와 지인, 그리고 자신의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문화재단 등으로 하여금 목포 구(舊)도심에 있는 토지 29필지, 건물 24채를 매입하게 했다고 하옵니다. 그자가 집을 사들인 목포에 문화재청은 500억냥(원), 조정(정부)은 1100억냥을 투입하였다고 하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는 불법 부동산 투기를 넘어 권력형 비리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그가 중전마마의 절친이 아니라면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일 것이옵니다.
그자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법정구속이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니, 이는 개전(改悛)의 정(情)이 전혀 안 보이는 것이옵니다. 그러고도 “억울한 정도가 아니라 어이가 없다”며 항소의 뜻을 밝혔습니다.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그자는 “목포 고을개선 사업이 이미 알려진 내용”이라고 했으나 형조는 “목포(시)청이 보안이라면 공개하지 않은 비밀정보가 맞다”고 했습니다. 또 “조카에게 매입대금을 증여했다”는 그자의 주장 역시 “취득세, 등록세, 집 수리비용까지 전부 손이 직접 지불했고, 손이 실권리자이기에 차명”이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런데 그자는 “전 재산과 국회의원직과 생명까지 걸고 사실이 아니다”고 외쳤습니다. 지금도 외치고 있습니다. 그처럼 뻔뻔한 자는 듣도 보도 못 했습니다.
그자의 ‘정신승리 심리’가 몹시 부럽다는 백성이 있습니다. 만약 최종심(대법원)에서도 유죄 판결이 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자가 지난 3월에 공개한 재산은 모두 46억3483만냥이었습니다. 땅이 13억1975만냥어치, 건물이 22억792만냥어치였습니다. 각종 골동품과 예술품은 28억1800만냥이었습니다.
언젠가 그자는 자신이 휴대용 앙부일구(仰釜日晷·해시계) 컬렉터라고 말했는데, 자신이 갖고 다니는 앙부일구가 7000만냥짜리라고 했다지요? 그리고 고급 앙부일구를 30여 개나 가지고 있었다니 어림잡아 20억냥은 됩니다. 흥미롭게도 명품 앙부일구가 30여 개라고 밝힌 시점이 2015년 8월인데, 1년 뒤 국회의원이 되고 행한 재산등록에서 3개(7100만냥)만 달랑 신고했다고 하니, 나머지는 어딘가에 분명히 숨겨 두었을 것입니다. 나라의 녹을 받는 자가 이렇게 사특할 수가 있사옵니까?
그자는 또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목포에) 나전칠기박물관을 만들면 (제가 가지고 있는) 17~21세기 유물을 다 넣은 채 드리려고 합니다. 다 합하면 100억냥도 넘을 텐데 목포청과 전라감염에 다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한양 이태원동에 있던 한국나전칠기박물관 수장고와 전시실에 있던 공예품과 골동품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반드시 그자가 자기 입으로 한 말을 지켜야 할 것입니다.
전하, 그자의 정신승리가 약속 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굽어 살피소서.
10 . 天動說 지지자들
전하, 지금 전하의 성총(聖聰)을 흐리게 하고, 민심을 요동케 하는 자들은 후안무치(厚顔無恥)하기 그지없는 자들입니다.
내면의 소리는 알 수 없으나 겉으로는 당당합니다. 남의 잘못은 시시콜콜하게 자잘한 것까지 지적하면서 자신의 허물은 못 봅니다. 이를 서양의 심리학에서는 ‘낙관적 착각’이라고 부릅니다. ‘이중 잣대(double sandard)의 정신승리’를 달리 표현한 말이옵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자기 중심적 확증 편향에 빠진 자들입니다. 태양이 자기를 중심으로 뜨고 진다는 천동설(天動說) 지지자들입니다. 다른 심리학 용어로 ‘이기적 편향’ ‘자기 고양(高揚)적 편견’이라고 부릅니다. 큰 정의를 위해 작은 목소리는 외면해도 무방하다고 믿는 식입니다. 큰 불의를 위해 자신의 작은 허물은 괜찮다고 믿는 식입니다. 그런 점에서 효용론자이고 공리주의자들입니다. 50대 49.9라도 ‘0.1’이 앞서면 그게 대의라고 믿어버립니다. 도덕적 역치가 낮은 자들입니다.
“전하를 풍자하는 벽보를 붙여 한 유생이 재판을…”
조정에서 녹을 먹고 사는 벼슬아치들은 하나같이 융복합 인재들입니다. 자본주의의 단맛에 이골이 나 있는데도 한때 사회주의 이론을 공부한 자들입니다. 복잡한 정신구조를 가진 자들입니다. 청(淸)나라 말기 이종오가 말한 후흑(厚黑)의 무리들입니다. 어찌하여 전하 주변에는 이런 ‘AI 인재들’밖에 없습니까.
지금 사대당과 조정의 신료들 사이에서 전하를 ‘태종’ ‘세종’에 빗대는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나이다.
전하가 총애하시는 원임 승지 고 모는 “전하를 모시는 건 큰 영광”이라고 했삽고, 강원관찰사를 지낸 이 모는 전하를 “태종과 같다”며 “이제 세종의 시대가 올 때가 됐다”고 이야기를 늘어놓았습니다. 스스로 전기수(작가)가 되기를 원한 전임 판서 유 모는 전전전임 선대왕(노무현)을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분”이라고 했고, 전하를 “새 시대의 첫차에 탑승했다”고 평하였습니다.
참으로 답답합니다. 이런 간녕배들이 날뛰고, 답답한 백성들의 하소연은 외면하니 어찌 두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한 광대(개그맨)는 전하의 이름(문재인씨)을 입에 올리는 데 예를 갖추지 않았다 하여 전하의 지지자들에게 혼쭐이 나고서야 사과문을 냈다고 합니다. 성균관 구내에서 전하를 풍자하는 벽보를 붙였다는 죄로 한 유생(대학생)이 재판을 받고 있사옵니다.
전하, 임금의 잘못을 누설하는 자를 용서하시면 전하의 능력이 드러나게 됩니다. 직언하는 자의 정직함을 좋아하는 것은 전하의 능력을 보이는 것이고, 직언하는 자의 말이 좀 거칠더라도 어질게 받아주면 전하의 능력이 그만큼 배가 될 것입니다. 진언과 비판이 사라지면 임금의 미덕을 천하에 드러내 보이지 못하게 될까 염려되옵니다.
소인이 들으니 한나라 때 가산(賈山)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하옵니다.
“벼락이 치는 곳에 꺾이지 않는 것이 없고, 만근이 누르는 곳에 가루가 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나 임금의 위엄이란 벼락보다 무섭고, 임금의 권력이 어찌 만근만 되겠는가. 그러므로 임금이 신하더러 직언을 하라고 원해도 오히려 두려워서 감히 말을 다하지 못하는데, 만약 벼락 같은 위엄으로 겁을 주고 만근 같은 권력으로 누른다면, 비록 요순(堯舜) 같은 지혜와 맹분(孟賁)같이 용맹 있는 자라 한들 어찌 꺾이지 않으리오. 이렇게 한다면 임금은 자신의 잘못을 알 수 없게 되어 결국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
혹여 전하께서는 원임·현임 형판이나 중전마마의 절친 손 모, 그리고 조정의 여러 신하들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 다 시정의 소문일 뿐이라고 가벼이 여기실지도 모르겠사옵니다. 옛날 대진국(大秦國·로마)의 집정(執政)이었던 개살(凱撒·카이사르)은 자신의 아내와 관련된 추문이 돌자 바로 아내를 내쳤습니다. 혹자가 ‘소문만으로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니냐’고 힐난하자, 개살은 “개살의 아내는 소문만 있어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개살이 대진국을 반석 위에 올려놓고, 대진국이 이후 400년 가까이 천하를 호령한 것이 어찌 우연이라 하겠사옵니까? 전하께서는 부디 개살의 고사(古事)를 마음에 새기소서.
11. 국정自害
사실, 전하께서는 덕이 없으셔서 어린 백성을 두부 자르듯 편을 나누었습니다. 부자와 가난한 자, 자본가와 노동자,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강남과 비(非)강남, 원전과 친환경,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었습니다. 국민보다 진영, 국가 이익보다 이념, 나라보다 선거를 우선시하는 정파의 대변자였습니다. 탄핵된 선왕의 잘못을 고치기는커녕 거꾸로 내달렸습니다. 국정자해(自害)였습니다. 역병의 창궐로 민심이 흉흉한데 특정 교파를 역병의 온상으로 지목하는가 하면 방역에 전념해야 할 의사와 간호사들까지 갈라치기하시어 백성의 마음을 찢어발기어 더욱 신산(辛酸)스럽게 하였습니다.
전하가 잘못한 일이 그믐과 삭일(朔日) 같아서, 태풍이 쓸고 간 강물처럼 멈출 기약 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희망을 접었습니다. 가망이 없습니다. 위망(危亡)의 화(禍)가 언제 닥칠지 백성들은 불길해하옵니다.
전하, 그러나 지금이라도 그 못난 힘을 다하여 제발 저 똥통에서 헤어나셔서 특정 이념에 젖은 교활한 조정의 간신과 내시들을 먼저 내치소서. 장차 후세인들이 전하를 어떤 군왕으로 기억하겠습니까. 부디 통촉하소서. 바라옵건대 소인의 말을 저버리지 말고 국적(國賊)을 토죄(討罪)하여 기울어져가는 사직(社稷)을 보존하소서. 더는 퇴보하지 말며 분발하기를 엎드려 비나이다.
(참고: 조선 연산군 시절 문신 박처윤, 조선 단종 시절 사육신 하위지의 상소문)⊙
◆‘시무7조’ 상소문 쓴 조은산
‘랜선’ 타고 흐르는 39세 애 둘 아빠의 영향력
느닷없는 ‘상소문’ 바람이다. 지난 8월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시무7조(時務7條)가 올라오면서다. 신라시대 학자 최치원이 진성여왕에게 올린 ‘시무10조’의 형식을 차용해 세금 감면, 이성 중시, 실리 외교, 사욕 인정, 인사 교체, 헌법 준수, 스스로 일신(一新)까지 총 7가지 시무를 담은 글이다. 본문 중간에는 깨알처럼 ‘(이)해찬’ ‘(김)현미’ ‘(추)미애’ ‘조국’ 등 여권 인사의 이름을 숨겨뒀다. 해찬은 ‘해괴한 말로 백성들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고’, 조국은 ‘조정의 대신 열 중 셋은 허황된 꿈을 좇아, 국사를 말아먹는 이상주의자’로 표현하는 식이다.
옛 문인들이 쓸법한 문체에 풍자와 해학을 곁들이면서 세태를 예리하게 지적한 이 글은, 정부의 부동산·경제 정책 실패에 분노하면서도 표출하지 못했던 국민의 갑갑한 마음을 정확히 짚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랄한 비판만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국충정(憂國衷情)을 바탕에 깔아 비판의 진정성을 살렸다는 의견도 나온다. 9월 14일 기준 이 청원에는 43만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글쓴이는 조은산(필명)이다. 호(號)는 진인(塵人·먼지 같은 사람)이다. 그는 이에 앞서 지난 7월 초, ‘다주택’을 ‘다치킨’에 비유해 ‘두 마리 치킨을 규제해달라’는 글을 올려 관심을 끌기도 했다. 지난 8월 24일에는 ‘塵人 조은산이 뉴노멀의 정신을 받들어 거천삼석의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 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의 네 번째 청원글을 썼다.
그의 글이 화제가 되자, 청원 게시판에는 하나둘 상소문 형태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영남만인소’를 차용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글이다. 영남만인소는 조선시대 고종 시절 영남 지방의 유생 1만여 명이 당시 개화정책에 반대해 올린 상소문이다. 경상도에 사는 ‘백두(白頭) 김모(金某)’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가 지난 8월 29일 올린 이 글에는 현재 약 2만명이 동의했다.
일약 스타가 됐지만, 얼굴은 없다. 실명도 알려지지 않았다. 한때 개량한복을 입고 다니는 ‘어르신’일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조은산은 의외로 30대 남성으로 밝혀졌다. 최근 블로그를 개설한 그는 여기서 자신을 “보잘것없는 밥벌레이자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39세 애 둘 아빠”라고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글쓰기와는 관련 없는 직종에 종사하는 월급쟁이라고 한다. 호인 ‘진인’에 대해서는 “일용직 공사장을 전전했던 총각 시절, 내 처지가 현장에 가득한 먼지, 매연과 닮았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쓰고 있지만, 정치 성향은 진보도 보수도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 인터뷰를 하거나 추가적인 신상을 공개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블로그에는 틈틈이 글이 올라온다.
반응은 뜨겁다. 댓글이 수백 개 달리는 건 물론이고, 글 자체가 속속 기사화되고 있다. 지난 9월 12일에는 ‘가을, 개천절을 앞두고’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개천절 광화문집회 강행을 예고한 보수단체를 향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사람의 생명만큼 귀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살아야 말도 하는 법”이라며 “부디 그 뜻을 잠시 거두어주소서”라고 호소했다.
그를 보면서 ‘넛지(nudge)’의 개념이 떠올랐다. 팔꿈치로 옆구리를 찌른다는 뜻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의 선택에 개입하되, 명령이나 지시가 아닌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한 간접적 개입의 개념으로 쓰인다. 먼지 같은 사람이 이 사회에 부드러운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얘기다.⊙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10.05 조은산 “명박산성에 자유 운운하더니, 재인산성엔 공권력 운운”
진인(塵人) 조은산이 5일 “하나의 하늘 아래 두 개의 산성이 구축되었으니 광우병의 명박산성이오, 역병의 재인산성”이라며 “명박산성 앞에 자유를 운운하던 정치인은 재인산성 뒤에 급히 숨어 공권력을 운운한다”고 했다.
청와대 청원 ‘시무 7조’를 썼던 조은산은 이날 블로그에 “역병의 기세에 산성은 드높아 나는 아찔해 두 눈을 감는도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명박산성’을 비난했던 인사들이 주축이 된 문재인 정부가 지난 3일 개천절 집회를 막기 위해 광화문 일대를 차벽으로 원천 봉쇄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조은산은 “전의경을 짓밟고 명박산성 위를 기어올라 흥겨운 가락에 맞춰 춤을 추던 촛불시민들은 재인산성 위의 사졸로 전락해 댓글의 활시위를 당긴다”고 했다.
/개천절인 지난 3일 집회 원천 봉쇄를 위해 서울 광화문 도로에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뇌송송 구멍탁 활줄을 당겨라'는 구령에 맞춘 사졸들의 활질에 이미 한 자리씩 꿰찬 그 시절의 광대들은 슬며시 무대 뒤로 사라지고, 미국산 쇠고기 굽던 연기만 그 자리에 자욱하다”고 했다. ‘뇌 송송 구멍 탁’은 광우병 쇠고기 괴담(怪談)이 전국을 휩쓸 당시 거리로 나온 시위대가 사용했던 구호다.
◇이낙연 대표님께 바치는 산성가(山城歌)
조은산은 별도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를 향해 ‘이낙연 대표님께 바치는 산성가(山城歌)’를 올렸다. 조은산은 “광우병 사태가 한창이던 그때, 이 대표는 집회시위와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이명박 정부의 공권력 남용을 규탄했고 이제 그 말들은 숙주를 찾아 저에게 옮겨왔으며 다시 이 글을 통해 당대표님께 들러붙어 주인을 찾은 모양새”라고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개천절 집회 예고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를 찾아 의경들과 주먹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그는 “이 대표가 개천절 보수단체 집회를 앞두고 서울지방경찰청을 전격 방문해 강력한 공권력의 발동을 주문하고, 페이스북에는 온통 강경, 차단, 봉쇄, 통제, 불법, 압도, 무관용 등 예전의 여권 인사들이 물고 늘어질 만한 말들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보, 이해, 설득, 부탁과 같은 말들은 전무한데 이것은 당대표님의 한계입니까 아니면 저의 순박함입니까”라고 했다.
조은산은 “여당의 당대표이자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방역의 당위성과 확산의 위험성을 먼저 알리는 것이 국민의 과한 욕심인가”라고 했다.
조은산은 “이 대표의 이러한 발언과 행보는 작금의 사태에 도움은커녕 대립과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할 뿐”이라며 “코로나라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권리마저 박탈당한 국민에 대한 극심한 조롱에 가깝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동하 기자
◇조은산의 ‘이낙연 대표님께 바치는 산성가(山城歌)’ 전문
塵人 조은산이 이낙연 당대표님께 한 말씀 올립니다.
제 할 말에 앞서 저리도 저급한 글월을 띄운 까닭은
이낙연 당대표님께서도 심히 공감하실 내용인 듯하여
심심치 않게 읽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었으니 먼저 용서를 구합니다.
소생이 천하여 두문불출할 뿐이라 그저 소심히 내다볼 뿐이어서,
개천절 보수단체의 집회를 앞두고 서울지방경찰청을
전격 방문하시어 강력한 공권력의 발동을 주문하시고
철저한 차단을 당부하시며 경찰관 기동부대원들을
사열하시는 등 저돌적 행보의 저의를 알 수는 없으나,
당대표님의 페이스북에는 온통
강경, 차단, 봉쇄, 통제, 불법, 압도, 무관용 등
예전의 여권 인사들이 물고 늘어질 만한 말들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고 그 안에 어떤 아름다운 것들,
양보, 이해, 설득, 부탁과 같은 말들은 전무하여 서글프니
이것은 당대표님의 한계입니까 아니면 저의 순박함입니까.
저는 개천절, 광화문을 비우자는 호소문으로 인해
평범한 소시민의 신분으로 무수한 악성댓글을 감내해야 했는데
이러한 고통이 왜 저같은 천한 글쟁이의 몫이 되어야 합니까.
여당의 당대표이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써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방역의 당위성과
확산의 위험성을 먼저 알리는 것이 국민의 과한 욕심이라
어느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거대 여당의 자만에서 비롯된 정치적 행보에
불과하며 신종 코로나라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권리마저 박탈당한
국민에 대한 극심한 조롱에 가깝습니다.
마땅히 시정되어야 하며 스스로 각성할 일입니다.
이러한 발언과 행보는 작금의 사태에 도움은 커녕
대립과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할 뿐입니다. 또한
경찰관 기동부대는 일개 정당의 대표를 비호하는
사설군대가 아닌 국가공무원들의 집단입니다.
앞으로 당대표님의 경찰관서 출입을 금하며 또한
강경 진압과 무관용 원칙 등의 지휘, 통솔, 명령은
경찰청장의 권한이고 정부조직법과 국가공무원법 상
일개 당대표는 경찰권 발동의 명령권자가 아님을 유념하시어
이러한 언행을 삼가셔야겠습니다.
'방역의 벽'이란 표현이 어떤 자의 발상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매우 현명한 대처였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광우병 파동 당시 명박산성은 '생존의 벽' 이었음을,
수십대의 경찰버스가 불길에 휩쓸리고 수백명의 전의경들이
삽과 쇠파이프, 볼트로 인해 부상 당했으며 염산이 든 유리병이
허공을 갈랐고 심지어 부상자를 후송하기 위한 구급차마저
시위대에 의해 가로막힌 상황에서 이 나라의 아들들을
폭도로부터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벽이었음을, 그리고
그에게 塵人 조은산이 엄중히 이르길,
조악한 말장난은 결코 용납될 수 없음을.
한번 던져진 말은 기생충처럼 질기고 강해
이곳 저곳 들러붙고 옮겨다니며 살아갑니다.
광우병 사태가 한창이던 그 때, 이낙연 당대표님께서는
집회시위와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이명박 정부의 공권력 남용을
규탄했고 이제 그 말들은 숙주를 찾아 저에게 옮겨왔으며 다시
이 글을 통해 당대표님께 들러붙어 주인을 찾은 모양새입니다.
저와 같은 놈팽이가 어제 배고프다 읍소하고
오늘 배부르다 배를 두드리는 것과는 다른, 동질의 사건에
동등한 잣대를 들어 스스로의 줏대를 세워가는 이것은
올바른 정치인의 기질이자 성정의 문제일 것입니다.
심연의 못에서 승천을 우러르던 잠룡이 마침내
수면을 깨트리고 모습을 드러냈을 때, 얼굴은 하나요
입이 두 개인 기형 생물인 것을 어느 누가 바라겠습니까.
몇가지 충언을 드리고자 밤을 지새웠음은
결국 이를 말하고자 함이었으니 떼어내던가 지워내던가
몹쓸 기생충은 알아서 처리하심이 좋을 듯 합니다.
자못, 바람이 거셉니다. 한글날의 광화문은
몹시 추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에 저라면,
그들의 얇은 외투를 먼저 걱정할 것입니다.
이낙연 당대표님께서도 옷 단단히 챙기시고
다가올 그 날까지 부디 강녕하시길 바랍니다.
이러한 저의 천한 글은 그저 읽힘으로써 감사할 뿐입니다.
이천이십년 시월에 이르러
塵人 조은산이 남깁니다.
10.20 조은산의 일갈 “임대차법은 토사물 3법, 호조판서가 허우적”
“正義는 시시때때로 변하는 그들만의 것”
‘시무 7조’ 상소문을 올렸던 진인(塵人) 조은산이 20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 대북 정책, 검찰 개혁 등을 조목조목 풍자하는 글을 올렸다.
조은산은 이날 블로그에 ‘한양백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백성들은 정의(正義)를 ‘시시때때로 변하는 우리들만의 것’이라 정의(定義)하고 있다”며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새 임대차보호법은 “토사물 3법”
조은산은 세입자들을 오히려 ‘불의의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임대차보호법을 ‘토사물 3법’이라고 칭했다. 조은산은 “배출구를 잃은 인간의 욕구가 똥 덩어리가 되어 수면 위를 덮었지만, 조정 대신들은 똥물 위에 토사물을 덮어 악취를 상쇄하자는 ‘토사물 3법’을 발의했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조은산은 “그해 좌인(더불어민주당)은 우인(야당)을 압도했고 기가 뻗친 조정 대신들이 발의한 사상 초유의 법안에 시류에 정통한 논객들이 앞다퉈 성문에 벽서를 붙여 댔다”고 했다. 그 결과 “백성들은 똥물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고약함과 역겨움을 ‘본디 그러한 것이다’ 정도의 내면적 합의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조은산은 ‘전세 난민’ 처지가 된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빗대 “토사물 3법을 입안했던 호조판서가 가장 먼저 토사물에 갇혀 허우적댔는데 백성들은 이를 두고 자승자박이라며 조롱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가을에 이르러, 천정부지로 치솟던 한양의 집값은 결국 신고가를 갱신하고 말았다”며 “똥물이 닿지 않는 고지대에 거처를 마련했던 어용 대신들과 더불어 지지자들은 큰 시세 차익을 거뒀다”고 했다. 반면 “똥물에 젖은 세간살이를 내버릴 처지의 백성은 독주를 털어 넣고 술기운에 잠이 들었다”고 했다.
◇"왕이 북병(北病)에 걸렸소"
조은산은 지난 10일 북한의 대규모 열병식과 관련해 “조정의 대신들은 신무기의 공포보다 적국 왕(김정은)의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라는 언사에 극심히 감격했고, ‘과연 계몽 군주로다!’ ‘종전선언만이 답이올시다!’ 라며 입에서 침을 튀기고 무릎을 쳐대며 외쳤다”고 했다.
이어 “격심한 그들은 왕명을 받아 조정의 입장문을 작성했는데, 밤낮으로 머리를 맞대고 승정원에 모여 앉아 논의한 끝에 결국 ‘유감을 표명한다’ ‘자제를 촉구한다’ ‘엄중히 경고한다’는 문구 대신 ‘주목한다’라는 표현으로 그 끝을 장식했다”고 했다. 청와대는 당시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북한의 입장에 주목한다”고 했었다. 조은산은 이에 대해 “대신들은 ‘참으로 아름다운 중의적 표현이니 이는 모두 그대들의 공이오’라며 술잔을 기울여 서로 필봉을 추켜세웠다”고 했다.
조은산은 왕이 역병에 걸렸다는 소문을 내 의금부에 끌려간 한 서생을 등장시키며 “왕은 역병이 아닌 북병(北病)에 걸렸소. 백성이 불에 타 죽어도 北, 적국이 도발해도 北, 신무기를 개발해도 北이니 과연 북병이 아니고 무엇이겠소”라고 그의 변론을 소개했다.
조은산은 현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풍자하기도 했다. 소문을 퍼뜨린 이 서생은 결국 투옥됐는데 그의 옆자리에는 ‘왕은 공산주의자다’라고 말해 명예훼손 혐의로 갇힌 백발의 노인이 있었다. 백발노인은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고 전 이사장은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으로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가 지난 8월 2심이 유죄 판단을 내렸다.
◇"형조판서는 관아 곳곳에 제 심복 배치"
조은산은 “사물은 제 형태와 본질을 수시로 바꿨고 위정자들은 그를 좇아 가면을 뒤집어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의는 이 땅에 살아 숨 쉼이 버거웠는지 잠시 숨을 골랐는데, 그 사이 조정 전체를 손아귀에 넣은 형조판서(법무장관)는 관아 곳곳에 제 심복을 깔아 배치했고 관아 명판에 ‘공정과 정의’를 깊이 새겨 안도했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그동안 법무부는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에 따라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고 국민편익과 인권보호 중심의 검찰개혁에 매진하여 왔다”고 했었다.
조은산은 “똥물에 갇힌 백성들은 정의(正義)를 ‘시시때때로 변하는 우리들만의 것’이라 정의(定義)했고, 똥물을 뒤집어쓴 자와 똥물을 피한 자가 한데 뒤섞여 아우성쳤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동하 기자
조은산 '한양백서' 전문
청계천이 범람했다. 오간수문이 막혀 물길을 열어내지 못한 청계천은 제 기능을 상실했고 인왕산과 북악산, 남산의 지류를 감당하지 못해 울컥댔다. 준천을 실시해 물길을 넓히고 유속을 보전한 수치 사업은 원점으로 회귀했고 배출구를 잃은 인간의 욕구는 똥 덩어리가 되어 수면 위를 덮었다.
똥 덩어리들은 농밀하게 익어갔고 코를 찌르는 냄새가 동십자각까지 퍼져나갔다. 광화문 앞 육조거리는 똥물에 질척여 인마의 수송이 불가한 듯 보였으나 육조판서들의 가마는 똥 구덩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제 갈 길을 찾았다. 동십자각 위의 병졸들은 똥물이 두려워 교대를 미뤘다.
꽉 막힌 수문은 ‘어느 누가 막았는가’의 책임론을 넘어서 ‘어떻게 열 것인가’의 방법론으로 전개되는 듯했다. 실증론에 입각한 학자들에 의해 오간수문의 파쇄가 논의되었으나 그 해, 좌인은 우인을 압도했고 기가 뻗친 조정 대신들은 똥물 위에 토사물을 덮어 악취를 상쇄하자는 ‘토사물 3법’을 발의했다. 사상 초유의 법안에 시류에 정통한 논객들이 앞다퉈 성문에 벽서를 붙여 댔고 민초들은 웅성대고 또는 웅얼대며 벽서를 훑었다.
어느 논객은 ‘조정이 똥물을 안 치우는 이유’라는 제하의 벽서를 통해 조정의 야비함을 폭로했다. 왕권의 배척점에 섰던 어느 대신은 경제학에 능통했고 '토사물 3법’의 부당함을 역설해 조정의 무능함과 정책의 모순성을 비판했다. 성문 앞의 민초들은 질색해 “과연 옳다 뿐인가.” 탄식하며 벽서를 필사해 여기저기 퍼 날랐다. 그러나 결국 나라는 똥물 위에 겹친 토사물에 점령되었고 내음은 합쳐 무르익어 더욱 고약했다.
도성 안의 똥물은 해를 넘길 듯 이어졌고 어느 순간, 시대의 변혁에 앞서 감내해야 할 덕목으로 탈바꿈했다. 백성들은 똥물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고약함과 역겨움을 ‘본디 그러한 것이다’ 정도의 내면적 합의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본디 그러했던 청아한 것들’ 은 잊히게 됐는데 그 과정은 서럽고도 유연했다.
왕권을 노리던 어느 대신이 똥물 걱정 없이 평생 살 수 있는 ‘조정의 기본 주택과 기본 소득’을 내세우며 백성들을 다독였는데, 들어찬 똥물에 집을 잃고 치솟는 임대료에 임차인의 신분조차 누리지 못한 백성들은 그의 말에 광적으로 몰두해 빠져들었다. 그의 격문이 반포되던 날, 저잣거리에 모인 백성들은 똥물을 뒤집어쓴 채 감격했고 이제야 어둠을 밝힐 빛이 땅에 내린 것이라며 울부짖었다.
멀찌감치 지켜보던 한 서생이 백성들 앞에 나서며 이와 같이 말했다. "나라의 재정은 그 끝이 정해져 있소. 누군가가 공짜로 밥을 얻어먹는다면 누군가는 곡식을 털어 나라에 바쳐야 할 것이오, 그렇지 않다면 이 땅의 아들딸들이 갚아내야 할 것이외다. 빼앗는 자가 있는데 어찌 빼앗기는 자가 없겠소이까. 여기 자신이 빼앗기지 않고 공짜 밥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다면 모두 손을 들어 보시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든 백성이 제 손을 번쩍 들어 치켜세웠고, 서생은 “과연 사람을 홀리는 것은 공짜 밥과 공짜 술뿐이로다. 듣던 대로 그는 뱀처럼 교활한 자로구나.” 라며 허탈하게 웃더니 자리를 떴다. 조정의 구휼미는 동이 났고 역병 아래의 소상공인과 노약자, 취약계층의 아동들은 결국 관아 앞에서 발길을 돌렸는데, 그날 밤, 만백성이 배를 두드리는 태평성대의 날이 도래했다며 취객들은 고성방가했다. 민촌의 개들이 컹컹 짖으며 응수했고 밤새 소란스러워 백성들은 잠을 설쳤다.
토사물 3법은 결국 어느 대신이 예언했던 대로 전세 시세를 바짝 추켜올렸다.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내보내지 못해 안달이었고 백성들은 폭등한 전세 시세에 거처를 마련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토사물 3법을 입안했던 호조판서가 가장 먼저 토사물에 갇혀 허우적댔는데 백성들은 이를 두고 자승자박이라며 조롱했다. 진정한 지옥 불은 갱신계약권이 소멸한 이후에 펼쳐질 요량으로 낮게 도사려 화기를 억눌렀다. 도성의 밤은 음산했고 깊이 시려 아리었다.
가을에 이르러, 천정부지로 치솟던 한양의 집값은 결국 신고가를 갱신하고 말았다. 똥물이 닿지 않는 고지대에 거처를 마련했던 어용 대신들과 더불어 지지자들은 큰 시세 차익을 거뒀고 세간살이를 늘려 거처를 옮길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똥물에 젖은 세간살이를 내버릴 처지의 백성은 독주를 털어 넣고 술기운에 잠이 들었다. 그러나 어떤 누구도 스스로 나서 똥물을 걷어낼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한양의 백성들은 이미 타성에 물들었고 똥물에 길들어 순응한 지 오래였다.
갑주를 걸친 기병들이 환도를 절그럭거리며 성문을 드나들었다. 흙먼지를 추적하던 초병이 적국에 잠입해 정보를 캐던 세작의 복귀를 알렸고 기병들이 이를 호위해 병조 관아 앞에 당도했다. 족하에 꿇어앉은 세작이 거친 숨을 내몰며 겨우 말했다.
"급보요. 적국이 열병식을 개최했소. 기름 친 병장기가 거대한 물결을 이뤘고 전마가 앞뒤로 꼬리를 물어 그 끝이 보이지 않았소. 신형 신기전을 앞세웠는데, 그 위용이 하늘을 찌르는 듯했고 사정거리는 이미 동맹국의 영토를 노린다 하였소이다."
세작의 소상한 보고에 나라는 발칵 뒤집혔고 민심은 얼어붙었다. 그러나 조정의 대신들은 신무기의 공포보다 적국 왕의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 이라는 언사에 극심히 감격했고, "과연 계몽 군주로다!", "종전선언만이 답이올시다!" 라며 입에서 침을 튀기고 무릎을 쳐대며 외쳤다.
격심한 그들은 왕명을 받아 조정의 입장문을 작성했는데, 밤낮으로 머리를 맞대고 승정원에 모여 앉아 논의한 끝에 결국 '유감을 표명한다.', '자제를 촉구한다.', '엄중히 경고한다.'는 문구 대신 '주목한다.'라는 표현으로 그 끝을 장식했다. 대신들은 "참으로 아름다운 중의적 표현이니 이는 모두 그대들의 공이오." 라며 술잔을 기울여 서로를 필봉을 추켜세웠다.
왕이 역병에 걸렸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건 그때쯤이었다. 쥐구멍의 울음소리로 시작한 소문은 산천의 메아리가 되어 퍼졌다. 의금부는 촉각을 곤두세웠고 소문의 끝을 역추적해 병졸을 풀었다. 곧 소문을 퍼트린 자가 체포되었다는 보고가 올랐고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종1품의 의금부 판사가 나서 친히 국문에 임했다.
봉두난발을 한 백면의 서생이 포박되어 끌려왔다. 낯이 익었다. 이 자는 필시 며칠 전 저잣거리에서 재정을 운운하던 자가 맞으렷다. 의금부 판사는 복대를 끌어 올려 심기를 다잡았고 이내 하문했다. "감히 전하를 역병에 걸린 환자로 둔갑시켜 능멸한 것이 네 놈이더냐." "아니오. 왕은 역병에 걸리지 않았소."
'그렇다면'으로 되받은 판사의 말을 '그러나'로 끊어낸 서생은 살아서 모든 것을 토해내겠다는 듯 길게 말을 이어갔다. "왕은 역병이 아닌 북병(北病)에 걸렸소. 백성이 불에 타 죽어도 北, 적국이 도발해도 北, 신무기를 개발해도 北이니 과연 북병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이것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는 중병(重病)이오, 나라의 앞날을 망치는 복병(伏兵)이니, 이는 역병(疫病)보다 더한 천하의 몹쓸 병이외다. 내 말이 틀렸소이까."
서생은 이죽대며 빈정거렸다. 차마 못 볼 꼴을 봤다는 듯 판사는 등을 돌려 국청을 빠져나갔고 이내 어명을 담은 교서가 의금부도사를 거쳐 하달되었다. 서생의 입은 아교로 칠해져 봉인되었고 전옥서로 이송되었다. 투옥되던 날, 짚의 누린내는 코를 찔렀고 그의 옆자리에는 백발의 노인이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는데, 그의 목을 감은 칼에는 그의 죄상이 낱낱이 적혀있어 낯 뜨거웠다.
- 왕은 공산주의자다. 라고 발설한 명예훼손의 죄 -
노인의 입 또한 아교로 봉인되어 있었는데, 노인은 겨우
복심으로 꿀렁대 그 뜻을 전해왔다. "나는 아직 2심일세."
서생은 막힌 입 대신 콧구멍으로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청천이 바래어 황천이 되었음에 백로는 날아올라 궤적 속에 명확했고, 보름달은 빛을 잃어 기울었는데, 별은 깊어 그 자리에 형형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물은 제 형태와 본질을 수시로 바꿨고 위정자들은 그를 좇아 가면을 뒤집어썼는데, 불변의 가치는 백성들의 눈 안에 담겼으니 그것은 정의인 것이라 누군가가 말했다.
그 해, 정의는 이 땅에 살아 숨 쉼이 버거웠는지 잠시 숨을 골랐는데, 그 사이 조정 전체를 손아귀에 넣은 형조판서는 관아 곳곳에 제 심복을 깔아 배치했고 관아 명판에 '공정과 정의'를 깊이 새겨 안도했다.
똥물에 갇힌 백성들은 정의(正義)의 정의(定義)를 '시시때때로 변하는 우리들만의 것' 이라 정의했고, 똥물을 뒤집어 쓴 자와 똥물을 피한 자가 한데 뒤섞여 아우성쳤다.
서생은 고개를 들어 창살 너머를 내다보았다. 달은 기울었음에도 절반의 빛을 오롯이 내뿜고 있었다.
한양에 비가 내렸다. 그러나 똥내음을 지워내지는 못하였다.
11.10 조은산 “민주는 民을 잃고, 판서는 왕의 졸개로 전락”
검사는 검(劍)을 잃어 정처 없고
정치는 정(正.올바름)을 잃어 비정하니
공정은 공을 잃어 빌 공(空)이다.
민주는 민(民)을 잃어 스스로가 주인이고
판서는 한낱 왕의 졸개로 전락하니
법치는 수치가 되었음에 참판은 슬피 우는도다.
‘시무 7조’를 썼던 진인(塵人) 조은산이 10일 문재인 대통령을 빗대며 “표면적으로 사법개혁을 내세웠던 왕은, 실질적으론 사법기관의 장악을 위해 대신들을 포진했다”고 했다.
현 여권을 비판하는 글을 써온 조은산은 이날 블로그에 ‘형조실록’이라는 제목으로 “왕을 폐한 왕은 자신 또한 폐해질까 두려워 밤잠을 설쳤고, 먼저 형조(법무부)에 눈을 돌렸다”고 풍자하는 글을 올렸다.
조은산은 “조정의 촉수 역할을 하던 대신(조국 전 법무장관)을 판서로 내세워 형조를 장악하려 했는데, 도리어 그것이 큰 화가 되어 되돌아왔다”고 했다.
조은산은 조 전 장관에 대해 “이른바 ‘개천론’으로 민심을 다독여 온 명망의 대신이 정작 온갖 비리를 일삼아 알량한 제 자식을 이무기로 키워 내려 한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진 것”이라며 “분노한 민심이 대장간의 쇳물처럼 절절 끓었고 곳곳에 벌건 불똥이 일어 넘실대는 듯했다”고 했다.
조은산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선 “왕이 그(윤석열)에게 이르길 ‘살아있는 권력일지라도 그대의 뜻을 행함에 두려움이 없도록 하라’ 명했는데, 칼의 날 끝이 자신을 향해 있음을 왕 또한 알지 못했다”고 했다.
조은산은 “형조판서(조국)를 막아선 것은 다름 아닌 참판(윤석열)이었다”며 “참판의 검은 허공을 갈랐고, 판서의 몸은 거대한 적폐의 형상으로 만개했다”고 했다. 이어 “좌인(현 여권)들은 ‘형조 참판이 검을 거꾸로 쥐었소. 이것은 명백한 역모이자 반역이오’라며 경기를 일으키고 발광을 하며 사방팔방 날뛰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 구도를 빗대며 “왕이 결국 형조를 장악했고, 조정의 꼭두각시에 불과한 형조판서는 지휘권을 남용해 참판의 사인검을 빼앗아 그를 무력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는 검(劍)을 잃어 정처 없고 정치는 정(正·올바름)을 잃어 비정하니 공정은 공을 잃어 빌 공(空)”이라고 했다. 또 현 여권과 추 장관 등을 겨냥해 “민주는 민(民)을 잃어 스스로가 주인이고 판서는 한낱 왕의 졸개로 전락하니 법치는 수치가 되었음에 참판은 슬피 우는도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동하 기자
11.28 “박근혜 최악이라고 욕해 미안합니다” 서울대에 뜬 사과문
“조국·윤미향 사태에 윤석열 찍어내기까지…
그땐 이런 세상이 올 줄 몰랐습니다” 풍자글
서민 교수도 박근혜 정부와 비교글 남겨
박근혜 정부가 최악의 정부라고 욕해서 미안합니다.
그때는 이렇게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미안합니다.
서울대 재학·졸업생 전용 포털 스누라이프에 ‘박근혜 대통령님. 미안합니다’라는 풍자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익명 게시글에서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는 무려 13가지 사유를 들며 박 전 대통령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글쓴이는 “두 집 살림한다고 채동욱(검찰총장) 잘랐을 때 욕했었는데 이번에 사찰한다고 윤석열(검찰총장) 찍어내는 거 보니 그건 욕할 것도 아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미안합니다”로 글을 시작한다.
이어 “미르, K스포츠(재단) 만들어서 기업 돈 뜯는다고 욕했었는데 옵티머스(펀드), 프라임 보니 서민 돈 몇 조 뜯는 것보다 기업 돈 몇 천억 뜯어 쓰는 게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했다.
또 “문체부 공무원 좌천시켰다고 욕했었는데 ‘원전 안 없애면 죽을래’라는 얘기했다는 거 보니 그래도 그건 정상적인 인사권의 범위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도 글에 나온다. 글쓴이는 “최순실 딸 이대 입학하게 압력 넣었다고 욕했었는데, 조국 아들딸 서류 위조하는 거 보니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그나마 성실히 노력해서 대학 간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했다.
부동산 문제도 등장한다. 글쓴이는 “(박근혜 정부) 최경환 부총리가 나와서 집사라 그럴 때 욕했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은 집 사지 말라고 하면서 집값, 전세값은 계속 올리는 거 보니 당시에 집 사란 건 서민을 위한 선견지명의 정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했다.
‘불통 정권’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태블릿 나와서 (대통령이) 사과 기자회견 할 때 사퇴 안 하고 무슨 사과를 하고 있냐, 왜 기자 질문은 안 받냐고 욕했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나와서 사과라도 하는 건 정말 인품이 훌륭한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했다.
글쓴이는 이외에도 메르스 사태와 독감백신 사태, 윤창중 사건과 안희정·오거돈·박원순 사건 등을 언급한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가 최악의 정부라고 욕해서 미안합니다. 그때는 이렇게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글을 맺는다.
◇서민 교수 “대통령 바뀌었을 뿐인데”
‘조국 흑서’ 공저자인 서민 단국대 교수도 이날 블로그에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무능의 아이콘이던 박근혜(전 대통령)가 졸지에 성군이 돼 버렸다. 성군 메이커 문재인(대통령) 만세”라는 풍자글을 올렸다. 서울대 포털에 올라온 게시글과 비슷한 취지의 내용이었다.
서 교수는 이날 박근혜 정부와 대비하며 “새 대통령이 온 지 3년 반, 다음과 같은 기적이 일어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근혜는 무능한 대통령이었다 -> 박근혜 정도면 유능하지. 문재인을 봐” “박근혜는 불통 대통령이었다 -> 박근혜 정도면 소통왕이지. 문재인을 봐”라고 썼다.
서 교수는 또 “박근혜가 경제 다 망쳤어. 창조경제가 도대체 뭐야? -> 그래도 박근혜 때가 경제가 좋았지” “박근혜는 부동산 정책이 엉망이었다. -> 박근혜 땐 그래도 집 사기 쉬웠지. 문재인은...” “박근혜 정권은 매우 부도덕했다 -> 박근혜 때 공직자들은 사소한 일로도 미안해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문재인 때는...” “박근혜는 자신에게 칼끝을 겨누는 검찰총장을 내친 독재자였다.-> 그래서 문재인은요?”라고 했다.
◇아래는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올라온 글 전문
두 집 살림한다고 채동욱 잘랐을 때 욕했었는데 이번에 사찰했다고 윤석열 찍어내는 거 보니 그건 욕할 것도 아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미안합니다.
미르, K스포츠 만들어서 기업 돈 뜯는다고 욕했었는데 옵티머스, 프라임 보니 서민 돈 몇 조 뜯는 것보다 기업 돈 몇 천억 뜯어 쓰는 게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문체부 공무원 좌천시켰다고 욕했었는데 `원전 안 없애면 죽을래`라는 얘기했다는 거 보니 그래도 그건 정상적인 인사권의 범위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최순실 딸 이대 입학하게 압력 넣었다고 욕했었는데, 조국 아들딸 서류 위조하는 거 보니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그나마 성실히 노력해서 대학 간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위안부 합의했다고 욕했었는데 윤미향 하는 거 보니 그때 합의는 그나마 떼먹는 놈 없이 할머니들한테 직접 돈 전달해 줄 수 있는 나름 괜찮은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유승민 원내대표 찍어내는 거 보고 욕했었는데, 금태섭 찍어내고 당내에서 다른 의견 내면 매장시키는 거 보니 그건 그래도 상식적인 정치였던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우병우 아들 운전병 시킨 이유가 코너링을 잘해서라고 해서 변명도 가지가지 하고 있네 욕했었는데 추미애 아들 보니 소설 쓰고 있네 안 하고 변명한 건 참 훌륭하고 성숙한 대처였던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최경환 부총리가 나와서 집사라 그럴 때 욕했었는데, 국민은 집 사지 말라고 하면서 집값, 전셋값은 계속 올리는 거 보니, 당시에 집 사란 건 서민을 위한 선견지명의 정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태블릿 나와서 사과 기자회견할 때 사퇴안하고 뭔 사과를 하고 있냐, 왜 기자 질문은 안 받냐고 욕했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나와서 사과라도 하는 건 정말 인품이 훌륭한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메르스 대처 잘못한다고 욕했었는데, 코로나로 난리 나고 독감백신 맞고 사람들 죽어나가는 거 보니 그때 그 정도로 끝낸 건 무난한 대처였던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서울 법대 교수 중에 정종섭을 장관 시켜서 허튼짓하는 것 보고 참 사람 보는 눈 없다고 욕했었는데, 조국이 장관 돼서 하는 짓을 보고 그나마 서울 법대 교수 중에 SNS는 안 하는 참 진중한 사람을 장관으로 발탁했구나 생각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윤창중 미국서 인턴 성추행해서 도망 왔을 때 욕했었는데,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터지고 피해호소인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용어가 나오는 거 보고 기겁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윤석열 좌천시킨다고 욕했었는데, 추미애 이성윤이 하는 거 보니 정권에 대들었다고 한직에 인사발령하는 건 그냥 상식적인 인사 조치인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최악의 정부라고 욕해서 미안합니다. 그때는 이렇게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미안합니다.
조선일보 오경묵 기자
12.08 ◇ 진인 조은산의 블로그 글 전문
검찰 개혁에 찬성한다
‘순수를 지향하는 검찰 개혁’이라는 전제 조건 아래, 나는 권력 기관 간의 상호 견제를 통한 권한의 분산에 찬성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적 사법 정의의 구현이라는 결과물을 추앙한다.
또한 나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찬성하고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찬성한다.
한국 검찰의 힘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다. 오죽하면 검찰의 독점적 영장 청구권을 헌법에까지 규정했겠는가.
범죄의 인지와 수사, 기소와 공소의 유지, 구형과 항소 그리고 집행까지, 법원의 판결을 제외한 모든 형사 사법 절차에서 검찰은 그 절정에 오른 권력을 거리낌 없이 휘두른다.
또한 구형과 항소를 통해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이것이 이른 바,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실, 이 글은 제목부터 당황스럽다. 이게 무슨 일인가.
‘틀딱, 토착왜구’ 塵人 조은산이 검찰 개혁에 찬성한다니. 먼저 말하지만 나는 ‘틀딱’이 아니다.
그들이 일컫는 ‘토착 왜구’도 아니다. 나는 아직 젊다.
그리고 서울 모처에서 태어난 이래, 줄곧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틀니를 쓰는 게 뭐 잘못된 것인가?
그대도 나도, 언젠가는 늙는다. 다만, 나는 힘의 균형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왕에 이빨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윗니가 있고 아랫니가 있어야 국밥을 으깨고, 도가니 수육도 씹고, 잘 익은 깍뚜기마저 벨 수 있는 것이다.
어느 한 쪽만 무성하면 제 잇몸만 다친다. 알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검찰 개혁에 찬성한다.
그러나 나는 반대한다. 나는 ‘문재인 정권의 검찰 개혁’에 반대한다.
법무부 장관에 의해 순수를 잃고 ‘타락한 검찰 개혁’에 반대한다.
공수처 설립을 통한 권력의 사유화로 ‘더럽혀진 검찰 개혁’에 반대한다.
진보도, 보수도 아닌 상식의 시선으로, 세상을 내다보는 국민의 일원으로서 반대한다.
국민은 검찰의 개혁를 요구했을 뿐, 법무부 장관을 통한 검찰의 무력화를 요구하지 않았다.
국민은 권력의 분산을 요구했을 뿐, 공수처라는 괴물의 탄생을 요구하지 않았다.
국민은 만인 앞에 평등한 사법 체계를 요구했을 뿐, 권력자를 위해 편향된 사법 체계를 요구하지 않았다.
塵人 조은산이 묻는다. 객체는 모두이니 알아서 답하라.
대다수 국민들은 먹고살기 바빠 정치를 알지 못한다. 그들을 속이려 하는 것인가?
이것은 절대 개혁이 아니다.
이것은 개혁을 참칭한 사법기관의 장악에 불과하고, 대통령과 그의 일가, 그리고 하수인들을 비호하기 위한 ‘거대 여당이 벌이는 거대한 사기극’ 에 지나지 않는다.
그대들의 생각은 어떤가?
검찰 개혁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한 수사와 기소의 분리로 충분하다. 거대 여당의 힘으로 이참에 헌법에까지 규정된 검사의 독점적 영장 청구권을 삭제하고 형사소송법에 단서 조항을 두어 검찰의 범죄 혐의에 대해 경찰이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면 검,경 스스로가 어우러져 서로를 견제할 것이다. 깔끔하다. 내 말이 틀렸는가?
마지막으로 묻는다.
추미애라는 작자를 장관의 자리에 앉혀 검찰 총장의 지휘권을 빼앗고, 대통령과 과반수를 넘는 여당의 힘으로 밀어붙여 공수처를 설립하는 것, 그리고 그 자리에 정권에 빌붙어 영혼을 팔아먹을 껍데기를 앉힐 거라는 것.
이것은 정의로운 것인가?
질문을 수천 개지만 답은 하나일 것이라 감히 짐작해본다.
‘검찰 개혁만이 답입니다.’ 무한 반복이겠지. 개혁무새들.
무엇보다, 이재명 도지사님께서 친히 검찰 개혁의 목적을 밝혀주시지 않았던가. ‘전직 대통령 잔혹사 반복 않으려면 검찰 개혁해야..’ 한 마디로 문통은 살리고 싶다 이거다. 이통 박통은 감방에서 썩든 말든.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세상의 사람들에게, 나는 혼자 무엇을 묻고 있는 것인가. 확실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일가, 그리고 측근들은 절대 감옥에 갈 일이 없다는 것이다. 죄가 있든, 없든.
그것이 공수처의 힘이다. 경배해야 하나? 슬플 뿐이다.
조은산
조은산 “검찰 개혁, 한마디로 문통은 살리고 싶다는 것”
‘시무7조’ 상소문으로 이름을 알린 진인(塵人) 조은산이 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청와대와 여권의 ‘검찰 개혁'안에 대해 “한 마디로 문통(문재인 대통령)은 살리고 싶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은산은 이날 블로그에 올린 ‘검찰개혁에 찬성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나는 검찰 개혁에 찬성한다”며 “그러나 나는 반대한다. 나는 ‘문재인 정권의 검찰 개혁’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순수를 지향하는 검찰 개혁’이라는 전제 조건 아래, 나는 권력 기관 간의 상호 견제를 통한 권한의 분산에 찬성하다”며 “나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찬성하고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찬성한다”고 했다.
그러나 조은산은 “법무부 장관에 의해 순수를 잃고 ‘타락한 검찰 개혁’에 반대한다”며 “공수처 설립을 통한 권력의 사유화로 ‘더럽혀진 검찰 개혁’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은 검찰의 개혁을 요구했을 뿐, 법무부 장관을 통한 검찰의 무력화를 요구하지 않았다” “국민은 권력의 분산을 요구했을 뿐, 공수처라는 괴물의 탄생을 요구하지 않았다” “국민은 만인 앞에 평등한 사법 체계를 요구했을 뿐, 권력자를 위해 편향된 사법 체계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은산은 “이것은 절대 개혁이 아니다”며 “이것은 개혁을 참칭한 사법기관의 장악에 불과하고, 대통령과 그의 일가, 그리고 하수인들을 비호하기 위한 ‘거대 여당이 벌이는 거대한 사기극’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조은산은 “문재인 정권의 검찰 개혁에 반대한다. 법무부 장관에 의해 순수를 잃고 ‘타락한 검찰 개혁’에 반대한다. 공수처
조은산은 “검찰 개혁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한 수사와 기소의 분리로 충분하다”며 “거대 여당의 힘으로 이참에 헌법에까지 규정된 검사의 독점적 영장 청구권을 삭제하고 형사소송법에 단서 조항을 두어 검찰의 범죄 혐의에 대해 경찰이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면 검·경 스스로가 어우러져 서로를 견제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추미애라는 작자를 장관의 자리에 앉혀 검찰 총장의 지휘권을 빼앗고, 대통령과 과반수를 넘는 여당의 힘으로 밀어붙여 공수처를 설립하는 것, 그리고 그 자리에 정권에 빌붙어 영혼을 팔아먹을 껍데기를 앉힐 거라는 것. 이것은 정의로운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조은산은 “답은 하나일 것이라 감히 짐작해본다. ‘검찰 개혁만이 답입니다.’ 무한 반복이겠지. 개혁무새들. 무엇보다, 이재명 도지사님께서 친히 검찰 개혁의 목적을 밝혀주시지 않았던가. ‘전직 대통령 잔혹사 반복 않으려면 검찰 개혁해야...’ 한 마디로 문통은 살리고 싶다 이거다”라고 했다.
그는 “확실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일가, 그리고 측근들은 절대 감옥에 갈 일이 없다는 것이다. 죄가 있든, 없든”이라며 “그것이 공수처의 힘이다. 경배해야 하나? 슬플 뿐”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명진 기자
12.23 조은산, 이번엔 공수처법 겨냥 ”180개 칼에 103개 뼈 부러졌다”
조은산은 이날 블로그에 ‘형조실록2’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180개의 칼날이 103개의 뼈에 닿았고 부러져 튕겨나갔다”고 했다. 180석의 여권이 103석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공수처법 등을 처리한 것을 빗댄 표현으로 해석된다.
조은산은 “형조판서(추 장관)는 103개의 조각난 시신을 밟으며 참판(윤석열 검찰총장) 앞에 섰다”며 “판서가 말했다. ‘모든 것을 바쳤다. 그럼에도 아직 조각으로 남아 있다.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공명정대한 세상을 향한 꿈이었다’”고 했다.
앞서 추 장관이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이라는 시를 인용하며 했던 발언을 언급한 것이다. 추 장관은 지난 16일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사의를 표명한 뒤 페이스북에 “모든 것을 바친다 했는데도 아직도 조각으로 남아있다”며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공명정대한 세상을 향한 꿈이었다”고 썼었다.
조은산은 “참판(윤 총장)이 답했다. ‘썩어 빠진 세상일지라도, 하나됨이 아름답소’”라고 했다. 조은산은 “위엣것들의 세상에서 법은 개혁과 장악을 오갔는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진 건 매한가지여서 무참했다”고 했다.
조은산은 이 글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국면에서 문 대통령이 침묵했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왕의 부재는 가여웠고 정쟁의 태세는 가팔랐다”며 “민생이 아닌 정쟁의 도구로 전락한 법치는 정쟁에서 승리한 자들의 전리품으로 변모했다”고 했다. 또 “왕의 사령장은 비어있었다. ‘무언령(無言令)’에 감복한 판서는 왕의 문서에 낮게 엎드려 절했다”고도 했다.◎
조선일보 김동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