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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安保19/ 2021. 04월 01일 文정부 대북 전략은 ‘결과적 종북’ - 04월 29일 北 체제·核 미화한 책 추천 曺교육감, 학생 종북 노리나

상림은내고향 2021. 5. 3. 19:07

무너진 安保19/ 2021

04월 01일 文정부 대북 전략은 ‘결과적 종북’

김숙 前 駐유엔 대사

 최근 한반도 상황 2012년 연상
北 추가 도발과 전쟁 협박 가능
외교장관은 CVID 목표 흐리기
한미훈련을 컴퓨터로 한 것은
필기로 태권도 有段 심사한 꼴
북핵·천안함·미사일 正名 중요

 

 북한은 지난달 25일 저고도 활공 도약이 가능한 개량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으며, 전술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도 곧 진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75일 만에 나온 첫 도발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1718호 위반이며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이에 미국은 대북정책 검토 막바지 단계에서 더 단호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게 되고 안보리에서의 대북 추가 제재 논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북한도 자위권적 대응 조치를 언급하며 강 대 강으로 맞서고 있어 조만간 추가 도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향후 전개될 상황은 과거 긴장이 고조됐던 경우들을 떠올리게 하는바 대표적 사례가 2012년 말의 상황이다. 그해 12월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2013년 1월 유엔 안보리가 제재 결의 제2087호를 채택하자 북한은 2월 핵실험으로 반발했고, 이에 안보리가 다시 3월 제재 결의 제2094호를 통과시키자 북한은 남북불가침합의 무효화를 선언하고 한반도에서 전쟁 재발이 임박했다고 떠들며 평양 주재 외교관들의 출국을 강요한 바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이번 시험발사 후 처음엔 단순히 ‘발사체’라고 하다가 나중에 미사일임을 인정했다. 군은 2019년에도 미사일을 ‘미확인 발사체’라고 한 후 흐지부지 넘긴 전례가 있다. 탄도미사일이라고 확인했을 경우 의당 뒤따라야 할 대응에 대한 부담으로 지레 겁먹고 위축된 심리 상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 신세로 정신력 싸움에서 이미 북한군에 압도당하고 있다는 증거다. 북한에 대해 왜 벌벌 떨기만 하고 당당히 대하지 못하느냐는 천안함 고 민평기 상사 어머니의 절규가 마음에 맺힌다.


2주 전 한·미 외교·국방 장관(2+2)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보인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의 상충되는 용어 사용은 양국 간 인식과 시각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자신의 핵 포기를 위해서는 한반도에서 미국의 핵우산과 확장 억제력을 철회하고 주한미군도 철수하라는 것이다. 이는 결국 핵 불포기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는 사실 앞에서, ‘당당하게’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쓰겠다는 우리 외교장관의 답변은 한·미 양국이 줄곧 요구해 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 목표를 희석하며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축소한 것도 군사 대비태세 면에서 마치 태권도 유단(有段) 심사를 필기시험으로 대체한다는 것과 같다. 또한, 냉전 동맹이니 가스라이팅(동맹의 심리적 종속 상태)이니 하는 표현으로, 기회만 되면 동맹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고위 당국자들의 언행은 동맹을 약화시키고 한국이 비핵화 목적 달성을 위한 한·미·일 3국 공조의 약한 고리임을 드러내는 자해행위다.


북한 눈치 보기와 종북적 사고는 다른 분야에서도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정부는 2019년 이래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의 공동제안국 참여를 연이어 회피함으로써 동맹과 우방들의 경멸적 시선을 받고 있다. 북한의 요구에 굴복해 만든 대북 전단 금지법은 미국 내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한국의 인권문제로 부각시켰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후 11년이 흘렀으나 당시 289쪽의 상세한 합동조사 결과 보고서 내용을 폄훼하며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강변했던 이들이 아직도 억지를 부리고 있다.


공자는 이름(名)이 바로 서야 말(言)이 바로 서고, 그래야 일(事)이 올바로 이뤄진다고 했다. 예상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이런 때에 정확한 판단에 따라 우리의 확고한 입장을 바로 세우는 일이야말로 국익에 맞는 전략 수립에 필수적이며 그것이 외교·안보를 다루는 데 있어 올바른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 근본 문제에 관해 모호하거나 그릇된 인식을 가진다면 우리가 목표로 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이룰 수 없다. 탄도미사일, 완전한 비핵화, 북한 인권, 천안함 폭침,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가치 등에 대해 어떤 기본적 인식을 가졌는지가 올바른 안보관과 종북적 사고를 구분 짓는 중요한 기준이다.

문화일보

 

04.01 정상회담 쇼 믿고 北 핵·화생방 연구조차 폐기한 文 정부

▲2017년 9월 서울역 TV 앞에 모인 시민들이 북한의 6차 핵실험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보고 있다. 북핵과 화생방에 대비한 연구 용역은 2018년 판문점 선언 직후 폐기됐다. /조선일보 DB

 

문재인 정부가 2018년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직후 북 핵·화생방 공격 대비 연구 계획을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6차 북핵 실험을 계기로 핵·화생방 공격 시 국민 생존 방안을 연구하라는 용역을 공고해놓고 판문점 회담이 끝나자마자 취소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안보 환경 변화”라고 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한 번 만났다고 북한 위협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4년 전부터 핵·화생방 대피 훈련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문 정부 첫 국방장관은 2019년 “북한의 핵과 화생방(무기)만 빼면 북한을 겁낼 이유가 없다”고 했다. 바로 핵과 생화학 무기가 우리 안보의 최대 위협이라는 뜻이다. 실제 북이 탄저균 1㎏만 사용해도 서울 시민 5만명이 사망할 것이란 미 육군 보고서가 지난해 나왔다. 그런 생화학 무기 20여종을 최대 5000t 보유하고 있다. 세계 세 번째다. 최근 개발한 신형 단거리 미사일엔 핵과 생화학 탄두를 모두 탑재할 수 있다. 누구를 겨냥했겠나.

 

북은 6차 핵실험을 앞두고 “남한에 핵 EMP(전자기파)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핵폭탄이 고도 40~100㎞ 상공에서 폭발하면 강력한 EMP를 발생시켜 광범위한 지역의 모든 전자 기기를 망가뜨린다. 요격 미사일과 탱크, 자주포, 전투기 등 컴퓨터 칩이 들어간 모든 무기부터 고철이 된다. 전력과 통신, 가스, 수도가 끊어지고 지하철, 자동차, 배는 멈춰 선다. 예금과 대출 등 금융 기록도 사라질 수 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6차 핵실험 수준의 핵폭탄이 서울 상공에서 터지는 모의 실험을 했더니 최소 250㎞ 이내 모든 전자 장비가 순식간에 먹통이 됐다. 남한 대부분이 석기 시대로 되돌아갔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최악의 신경 가스로 이복형을 살해했다. 남북, 미북 쇼를 하면서도 핵탄두를 계속 늘려왔고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전술핵 개발까지 공언했다. 이런 사람이 핵·생화학 무기 버튼을 쥐고 있다. 문 정부는 이런 명백한 위협조차 외면하고 있다. 머리를 박고 못 본 척한다고 평화가 오나.

조선일보 사설

 

04.01 천안함 어머니, 영부인에 “文대통령 싫다, 왜 북한에 벌벌 떠나”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서 포옹하려는 영부인에게 “난 문재인 대통령 싫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 천자봉함·노적봉함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을 마친 뒤 '천안함 46용사'의 한 명인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안함 폭침으로 희생된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씨가 지난 26일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를 밀쳐내면서 “왜 그리 북한에 벌벌 떠냐”고 말한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윤씨는 당시 문 대통령 연설이 끝난 뒤 자신을 포옹하려는 김 여사를 손으로 막고 밀어내면서 “난 문재인 대통령 싫다”고 말했다고 민 상사 형 민광기씨가 밝혔다.

 

민씨에 따르면 윤씨는 김 여사에게 “뭐가 그리 무섭고 두려워 북한이 미사일 던진 것을 숨기나? 어제(25일)도 북한이 미사일 또 던졌잖나? 왜 그리 북한에 벌벌 떠나”라고 물었다. 민씨는 “모두 나중에 어머니께 들은 얘기”라며 “나는 당시 멀리서 보고 있었는데 김 여사는 듣고만 있었다”고 했다.

 

지난 26일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윤씨는 김 여사 옆자리에 앉았다. 민씨는 “기념식 몇 시간 전에 황기철 보훈처장이 전화해서 어머니께 ‘김정숙 여사께서 윤씨를 옆자리에 앉혀달라고 했으니 추모식에서 김 여사와 서로 손잡고 말씀 나누시라’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윤씨는 작년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에게 “천안함 폭침은 누구 소행인가 말씀해 달라”며 돌발질문을 하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북한 소행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윤씨가 현 여권 일각에서 천안함 폭침이 북한군 소행이란 점을 명확히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고 보고 거듭 불편한 뜻을 김 여사에게 전한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선일보 이슬비 기자

 

04.01 "靑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천안함 재조사에 분노한 생존자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전우회 회장. [페이스북 캡처]

 

"몸에 휘발유 뿌리고 청와대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다."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전우회 회장이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천안함 폭침 사건을 다시 조사한다는 중앙일보의 단독 보도가 전해진 뒤다. 〈중앙일보 4월 1일 자 12면〉
 
천안함 폭침 당시 갑판병으로 복무한 전 회장은 그러면서 "행동으로 옮길까 내 자신이 무섭다"고 썼다. 지난달 31일에도 전 회장은 정부의 재조사 방침 소식에 "나라가 미쳤다"라며 "46명 사망 원인을 다시 밝힌단다. 유공자 증 반납하고 패잔병으로 조용히 살아야겠다"라고 자조하기도 했다.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전우회 회장이 천안함 재조사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페이스북 캡처]

 
'천안함 좌초설'에 대한 정부의 이번 재조사는 대통령 직속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 위원회(규명위)’가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이 낸 진정을 받아들이면서 이뤄지게 됐다. 신 전 위원은 천안함 폭침으로 숨진 46명에 대한 사망 원인을 밝혀달라는 내용의 진정을 진정 접수 마감일(지난해 9월 14일) 직전인 지난해 9월 7일 냈다. 

 
신 전 위원은 인터넷매체 서프라이즈의 대표를 지낸 인물로,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민주당 추천으로 민군합동조사단에 합류했다. 그는 합조단 참여 전부터 좌초설 등을 제기했다. 신 전 위원은 '정부가 침몰 원인을 조작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서프라이즈에 올리다 군과 합조단 관계자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2016년 2월 일부 게시물에 대해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
 
다만 규명위 관계자는 재조사 착수 시점에 대해 "여러 사건이 적체돼 있어 해당 진정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는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관련 기록이나 판결 내용, 국방부의 판단 등을 모두 확인한 다음 위원회가 결론을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04.02 또 괴담, 천안함 생존 군인 “나라가 미쳐, 靑 앞에서 죽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26일 경기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을 마친 후 천안함 46용사 추모비에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 직속 군(軍)사망사고 진상규명위가 천안함 폭침 사건 재조사를 결정했다. 좌초설 등 온갖 괴담을 유포해온 신상철씨가 천안함 사건 원인을 밝혀달라는 진정을 내자 조사 개시를 결정한 것이다. 신씨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직후부터 ‘좌초’라고 하며 ‘(군이) 다 조작하고 있다’ ‘국방장관이 증거를 인멸했다’는 거짓말을 퍼뜨렸다. “북 어뢰에 적힌 ‘1번’이란 글씨는 우리가 쓴 것 같다”고도 했다. 이런 음모론에 대해 법원도 ‘허위’라고 판결했다. 그런데도 규명위는 괴담 유포자 요구에 따라 재조사한다는 것이다.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의 본래 취지는 가혹행위 등으로 인한 군내 의문사를 규명하자는 것이다. 천안함 폭침이 의문사인가. 규명위법에는 ‘진정 내용이 명백한 거짓이거나 이유가 없으면 각하한다’고 돼 있다. 천안함 좌초설이나 조작설 등은 이미 명백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규명위 측은 “(신씨) 주장을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 “기초 사실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했다. 무엇이 명확하지 않고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한다는 건가. 규명위의 위원장과 상임위원이 모두 민변 출신이다. 신씨 괴담 변호도 민변 출신이 맡았다. 천안함 괴담을 믿는 사람들이 벌이는 소동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공식 석상에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고 밝힌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작년 총선 직전에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 처음 참석했지만 추모사에서 ‘북한’이란 말조차 전혀 하지 않았다. 천안함 전사자의 백발 어머니가 문 대통령에게 다가가 “이게 누구 소행인지 말씀 좀 해주세요”라고 절규하자 그제서야 들릴 듯 말 듯 “북한 소행이란 정부 입장이 있다”고 했다. ‘정부 입장’이란 전(前) 정부가 정한 것이다. 천안함 폭침 주범인 북 김영철을 불러 국빈급으로 환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진심은 무엇인가.

 

문 대통령이 참석한 올해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는 연예인이 등장하고 특수부대 낙하와 함정·헬기 사열도 벌어졌다. 천안함 추모 행사를 외면하던 정권이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용으로 벌인 추모 이벤트였다. 여권에서 나왔던 온갖 괴담에 대한 사과 한 마디 없이 “불굴의 영웅을 기억한다”고 했다. ‘미 핵잠수함 관련설’을 언급한 여당 서울시장 후보도 “천안함 장병의 희생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놓고 뒤로는 천안함 재조사를 결정했다. 천안함 생존 장병은 “나라가 미쳤다” “몸에 휘발유 뿌리고 청와대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그 기막힌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조선일보 사설

 

04.02 천안함 재조사 한다더니…역풍 맞고 판단 뒤집은 文직속위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회의실에서 이인람 위원장이 천안함 피격사건에 재조사 개시여부 관련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위원회)는 2일 천안함 피격 사건의 원인을 다시 조사해 달라는 진정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위원회는 이날 오전 위원회 전체 회의를 열고 "진정인이 천안함 사고를 목격했거나 목격한 사람에게 그 사실을 직접 전해 들은 자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만장일치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위원으로 활동했던 신상철씨는 '천안함 좌초설'을 꾸준히 주장해오다가, 지난해 9월 천안함 피격 사건의 원인을 밝혀 달라는 취지의 진정을 냈다. 
 
당시 위원회는 신씨가 조사위원으로 활동하며 '사망 사건 목격자로부터 전해 들은 사람'이라는 진정인 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해 같은 해 12월 조사 개시를 결정했는데, 이날 회의에서 이런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제6회 서해수호의 날 이자 천안함 폭침 11주기인 26일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46용사묘역을 찾은 고 민평기 상사 어머니 윤청자 여사가 아들의 사진을 만지며 슬퍼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위원회의 신중치 못한 결정으로 사회적 논란만 불러일으켰다. 천안함 순직 장병 유족 등은 이를 반발하며, 위원회의 사건 '재조사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해왔다.
 
전날 유족 등이 위원회를 항의 방문해 이인람 위원장에게 '조사 중단' 등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위원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이 위원장 등 위원 7명이 대면이나 화상으로 전원 참석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04월 02일 천안함 戰死를 의문사 취급한 대통령 직속委와 文 책임

천안함 호국 영령들을 추앙하긴커녕 되레 모욕하는 반역적 행태까지 문재인 정부는 서슴지 않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군(軍)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2일 ‘천안함 폭침 사건 원인 재조사’ 관련 회의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4일 재조사를 결정한 것부터 반(反)대한민국일 수밖에 없다. 3개월도 더 지나 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천안함 46용사 유족 등이 “즉각 철회”를 요구하지 않았다면, 황당무계한 ‘좌초설’ 등을 퍼뜨려온 신상철 씨가 제기한 진정을 좇아 재조사를 계속했을 것이다.


천안함 폭침은 북한군의 기습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고, 46용사는 전사(戰死)했다는 사실이 과학적 증거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신 씨는 혹세무민을 멈추지 않았다. 그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1심 법원과 달리 고등법원은 ‘특정인 비방 목적은 아니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으나, ‘천안함은 북한 어뢰 공격으로 침몰됐다’고 판결문에 적시했었다. 그런 신 씨를 좇아 재조사를 결정한 것부터 장병들의 전사를 의문사로 취급·둔갑시킨 것과 다름없다.


오죽하면 전준영 천안함생존자예비역전우회장은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청와대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겠는가. 이 지경에 이른 책임은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밝히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 지난해 서해수호의날 기념식 때, 전사 장병인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가 “누구 소행이냐”고 묻자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남의 일을 말하듯이 전임 정부 발표를 언급했을 뿐이다. 이제라도 천안함 호국혼(魂)의 명예가 제대로 회복돼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4월 02일  北이 核위협해도 눈치만 보는 文정부… 전단금지 말이 되나”

▲  최영섭 한국해양소년단 고문이 지난달 28일 경기 고양시 일산 자택 액자에 걸려 있는 무공훈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그는 “이게 다 공산당과 싸워서 받은 무공훈장이야. 후손들이 행복하게 살게 하려면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창섭 기자

 

■ ‘바다를 품은 백두산’ 회고록 출간 앞둔 최영섭 前해군대령

“北 核포기 않는 한 공존 불가
南은 노예로 살 수밖에 없어
2019년 탈북선원 강제 북송
사실상 살인행위… 나쁜 정권”
백두산함 갑판사관으로 복무
6·25당일 부산서 北함정 격침
“목숨 던져 나라 지켜낸 흔적
기록 남기는 게 마지막 책무”
아들 최재형 감사원장 취임때
“오직 국가 위해 일하라” 격려
해군에 6000만원 기부하기도

/‘우리는 해군이다/ 바다의 방패/ 죽어도 또 죽어도/ 겨레와 나라/ 바다를 지켜야만/ 강토가 있고/ 강토가 있는 곳에/ 조국이 있다.’


지난달 28일에 이어 1일 인터뷰를 위해 ‘대한해협 해전 영웅’ 최영섭(94·예비역 해군 대령) 한국해양소년단 고문에게 전화를 걸자 휴대전화 연결음을 통해 ‘해군가(歌)’가 울려 퍼졌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 위치한 그의 집에 들어서자 태극기가 게양돼 있는 게 눈에 띄었다. 1년 365일 걸어 놓는다고 한다. “대한민국과 해군은 내 인생의 울타리이자, 보금자리야. 펄럭이는 태극기와 바다만 바라봐도 가슴이 찡해.” 그는 뼛속까지 해군이다.


회고록 ‘바다를 품은 백두산’(사진) 출간을 앞둔 최 고문은 고령에 최근 기력이 급속도로 쇠약해져 말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데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 줬다. “6·25전쟁에서 목숨을 던지고 피를 쏟으며 나라를 지켜낸 전우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싸웠는지 그 흔적을 후대에 남겨 놓는 것이 노병이 사라지기 전 해야 할 마지막 책무”라며 회고록 발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훌륭한 역사도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서재 구석에 먼지가 뽀얗게 앉은 기록과 사진을 찾아내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 갔다고 했다.


“94년 내 인생은 말 그대로 파란만장한 항해였어. 비바람 몰아치는 망망대해를 헤쳐 이제 마지막 항구에 다다랐어. 긴 세월 쉼 없이 작동해 준 모든 신체 기관이 한계에 왔어.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지난해 11월 해군 창설 75주년을 맞아 경남 진해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거뜬히 다녀온 그는 최근 건강이 악화해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어 소파에 누운 상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앉았으나 “힘들다”며 다시 누웠다. 그는 인터뷰 내내 ‘나라 걱정’을 했다.


최 고문은 “우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이 3대에 걸쳐 무력으로 적화통일하려고 핵무기와 미사일로 수시로 위협하고 협박하는데도 한·미 연합훈련도 하지 않고, 북한 눈치만 보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남북은 공존할 수가 없다. 우리는 북한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고, 노예로 살 수밖에 없다”고 강한 어조로 역설했다. 최 고문은 이어 “여생을 마음 편하게 보내야 하는데,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면서 “이게 나라냐. 문재인 정부가 끝나는 걸 보고 가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최 고문은 문 정부를 향해 지난 2019년 자유를 찾아 월남한 탈북자들에게 사실상 살인행위를 저지른 ‘나쁜 정권’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 선원 2명을 북으로 돌려보냈잖아. 탈북자도 우리 국민인데 그게 있을 수 있는 일이야?”라며 북한에 가서 죽으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격정을 토로했다.


최 고문은 답변을 이어가다 호흡이 가빠지자 몇 번이나 잠시 숨을 가다듬고 말을 이어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과거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우리를 업신여겼다”면서 “중국은 과거에 우리를 300여 차례나 침략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 한국은 작은 나라라며 외국에 나가서 우리나라를 폄훼했다”며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또 “인간은 행복하게 살아야 해. 행복의 근원은 자유야. 그런데 문 정권은 자유를 제한하고 있어.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었잖아. 그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1947년 월남해 해군사관학교 3기로 입교한 최 고문은 1950년 2월 해군 소위로 임관해 해군 최초의 전투함인 백두산함 갑판사관으로 6·25전쟁 당일 부산에 침투하려던 북한군 600여 명이 승선한 함정을 격침하는 데 공을 세웠다. 대한해협해전은 우리 해군이 북한군을 상대로 벌인 최초의 해전이자 처음 승리한 전투였다. 전쟁 기간 3년 내내 함정에 근무하며 인천상륙작전, 여수철수작전, 대청도·소청도 탈환작전, 원산·함흥, 성진 동해진격작전 등 동·서·남해를 오가며 활약했다. 그동안 받은 무공훈장만 6개다. “우리 해군은 임진왜란, 6·25전쟁 등 국가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을 때 앞장서서 나라를 구하는 빛나는 업적을 세웠어.”


문화일보가 단독 입수한 회고록 내용 중, 최 고문이 1965년 강원 삼척 앞바다로 침투하는 간첩선을 나포하고, 간첩 8명을 생포한 상황을 도서출판 프리덤&위즈덤이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로 제작 중이다. 오디오북으로도 제작하고 있다.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 한상국 상사의 부인 김한나 씨와 천안함 생존자 전준영 씨 등이 성우로 참여해 오는 6월 25일 북콘서트 행사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회고록에는 둘째 아들인 최재형 감사원장과 관련한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2017년 12월 둘째로부터 전화가 왔다. 청와대에서 감사원장을 맡아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현 정부를 위해 기여한 것도 없고, 제가 갈 자리가 아니라고 사양했는데, 이미 대통령 결재가 났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할 수 없구나. 오직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봉사하면 된다”며 격려해줬다고 했다.


감사원장에 임명된 후 한 언론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최재형 원장은 유독 아버지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는 아버지를 가장 존경한다고 했다. 평생을 청렴하고, 강직한 삶을 사셨고, 승진이나 보직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 삶을 사시는 모습이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를 보고 아들에게 한마디 했다. “이 세상에 자기 아버지를 가장 존경한다는 자식이 어디 있냐.” 그러자 최 원장은 빙그레 웃기만 했다.


전직 대통령 관련 내용도 눈에 띄었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 2011년 제63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초청됐을 때 일이다. ‘2011년 10월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이 대통령이 참석한 건군 제63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초청돼, 이 대통령이 6·25전쟁 참전인사들을 둘러보면서 악수를 했다. 대통령이 내 앞으로 와 악수를 청하자,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각하, 부탁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 늙은이들은 죽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아서 바랄 것도 없습니다. 부탁드릴 말씀은 김일성을 추종하는 친북 좌익세력들을 척결해 주십시오. 이 한 가지가 마지막 소원입니다.”


최 고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 총무비서관을 지냈다. 박 전 의장으로부터 각별한 신임을 받은 그는 박 전 의장으로부터 대통령 취임 후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으나 “각하 저는 목숨을 걸고 한강을 건넌 사람이 아닙니다”라며 거절하고 해군으로 복귀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회고록에는 파킨슨병으로 11년간 투병하다 2009년 별세한 부인 정옥경 권사 곁에서 간병했던 사연, 일제강점기 때 초등학교를 3번이나 졸업하며 힘겹게 살아온 유년기와 일본 도쿄(東京)에서 중학교 유학 시절 병원과 식당에서, 또 신문 배달을 하며 고학했던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또 100세까지 사셨던 부친인 독립운동가 최병규 옹을 지극정성 모셨던 스토리 등도 소상히 담겨있다. 회고록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2020년 12월 31일 문화일보는 ‘2020년 화제의 인물 10인’에 필자를 포함시켰다. 사회와 정부에 잔소리를 많이 했다는 이유였을 것이다.’


최 고문은 그동안 학교와 군부대에서 안보 강연을 하고 모은 3000만 원을 해군 전사·순직자 자녀를 돕는 데 써달라며 지난해 11월 해군에 전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18년에도 3000만 원을 해군에 기부했다. 그는 그간 두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롤모델’인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발자취와 해전 역사를 기록한 ‘민족 성지 고하도’와 6·25전쟁 때 함께 싸운 전우들의 활약상을 담은 ‘6·25, 바다의 전우들’이다.


한편, 해군도 ‘최영섭 평전(評傳)’을 4년 작업 끝에 4월 말 발간할 예정이다. 해군 사상 네 번째 평전이다. 창군 이래 수백 명이나 되는 장군 출신도 아닌 예비역 대령에 대한 평전 출간은 처음이다. “해군에서 펴내는 평전과 회고록이 나오면 내 인생은 마무리된 것이야.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 부처님의 자비 덕분이지. 그리고 많은 분으로부터 도움을 받았어. 감사한 일이지. 보람되고 가치 있게 살았어.”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

 

월간조선 03월 호

정년 퇴임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

■主思派에게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은 새로운 희망

⊙ 역대 정부의 對北 정책 평가, YS는 B, DJ는 B+, 盧는 B-, MB는 B, 朴은 B+, 文은 C
⊙ 6·25전시납북자법 통과됐을 때 학자로서 가장 기뻐
⊙ 4·27 판문점 선언, 추후 顚末 밝히고 책임 물어야
⊙ ‘赤化統一 위험 사라졌다’는 주장은 위험한 주장
⊙ 對北 정책 놓고 政爭 벌이는 순간 北韓의 의도에 휘말리는 것

柳浩烈
1955년생. 경기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同 대학원 석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대학원 비교정치학 박사 / 前 고려대 강사, 민족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책임연구원,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연구학회 회장, 한국정치학회 회장,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통일준비위원회 정치법제도분과위원장,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 現 고려대 명예교수

 

/고려대 유호열 명예교수

 

언론에서 점잖은 어투로 북한 문제와 남북 관계를 해설해온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유호열(柳浩烈) 교수. 그는 1999년 3월 고려대 세종캠퍼스에서 북한학과 교수를 지내며 후학을 양성했다. 그리고 지난 2월 28일 정년을 맞아 명예교수가 됐다. 기자를 만난 유호열 명예교수는 “북한을 연구한 지 꼭 30년이 됐다”고 했다.
 
  — 북한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1990년 6월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했습니다. 꼭 30년 전인 1991년 4월, 당시 통일원(현 통일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민족통일연구원(현 통일연구원) 창설 멤버로 참여했습니다. 이때부터 ‘북한’을 연구했죠. 민족통일연구원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통일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 없었습니다. 동유럽 공산권이 붕괴하고 독일이 통일되면서 당시 한반도에도 통일 분위기가 감돌았죠.”
 
  — 세부 전공은 무엇입니까.
  “비교정치입니다. 국가별, 체제별 특징을 비교하는 학문이죠."


  북한은 거대한 정치 실험실

— 비교정치학자에게 북한은 어떤 존재입니까.
  “최적의 실험실입니다.”
 
  — 왜 그렇습니까.
  “학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핵심 변수를 잘 통제할 것인가’입니다. 정치학자들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은 ‘체제’라는 핵심 변수가 아주 잘 통제되는 곳이죠.”
 
  — 북한이 거대한 정치 실험실이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죠. 학문적으로 매우 독특하고 의미 있는 대상입니다. 일부러 만들려고 해도 못 만드는 세상이에요. 체제 연구의 보고(寶庫)죠.”
 
  유 명예교수는 공산주의를 연구할 때 남북한 체제를 비교분석하면 연구의 명확성이 극대화된다고 했다.
 
  “70년 전 남과 북의 출발점은 같았습니다. 각각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를 택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바로 ‘체제’라는 핵심 변수 때문입니다. 어떤 체제를 택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죠.”


  — 북한 연구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세상에서 가장 폐쇄된 체제니까요. 그렇기에 학자들에게는 연구 대상입니다.”
 
  — 중국과 대만 간의 관계도 남과 북의 관계와 비슷합니까.
  “비교가 적절하지 않죠. 이 두 나라는 규모 면에서 워낙 큰 차이가 나 변수 통제도 쉽지 않습니다.”
 
  ― 다른 공산권과 비교하면.
  “북한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북한은 6·25전쟁을 치르고 1인 중심의 전체주의적 독재 권력 강화와 세습(世習)을 했죠. 여기에 전통 유교(儒敎) 사상과 봉건적 잔재, 일제 식민지배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진 체제입니다. 베트남이나 동유럽이 거쳤던 방식의 개혁·개방은 북한에 적용하기 힘들죠.”
 
  — 학자들이 제시하는 이론과 실제 정책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학문은 이론과 객관적 근거에 바탕하기에 이성적 접근이 중요하죠. 하지만 실무는 어떤 특정한 목표를 갖고 진행하기에 주관적·감정적 요인들이 매우 많이 작용합니다.
 
  어떤 대북 정책은 학문 관점에선 올바르지 않더라도, 여론이나 선거 때문에 정치적으로 집행되는 사례들이 있잖아요."


   일관성 없는 대북 정책이 가장 나빠

  — 가장 잘못된 대북 정책은 무엇입니까.
  “‘일관성 없는 대북 정책’이 가장 나쁩니다. 정치 환경에 따라 대북 정책이 변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학자들은 예측할 수 있고 일관성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연구 자료는 어떻게 수집합니까.
  “정권과 시대에 따라 변화가 있었죠. 1990년대에는 일본의 조총련을 통해 오는 정보나 자료를 많이 활용했어요. 자극적이었지만 그중에는 고급정보도 있었죠. 일북(日北) 관계 악화 이후 정보가 대폭 줄었죠.”
 
  — 중국발 정보는 어떻습니까.
  “정부나 민간 차원의 북중(北中) 채널을 통했기에 자료의 신뢰성이 있지만 정보의 수준이 통제됐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은 공개되지 않아 부족한 부분은 학자들이 추론해가며 채워 넣죠.”
 
  — 탈북자들이 전하는 내용은 어떻습니까.
  “대다수 탈북자가 전하는 북한 내부 사정은 단편적이에요. 자기 생각과 전해 들은 것이 혼합돼 정보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 왜 그렇습니까.
  “탈북자들의 상당수가 양강도·함경도 출신이에요. 평양과는 멀리 떨어진 곳이죠. 자신들이 경험했던 단편적 사실은 전달할 수 있지만, 태영호 의원(전 주영 북한공사)처럼 이른바 고급 정보를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죠.”
 
  — 미국발 정보는.
  “주로 영상 정보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정보입니다.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기에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료를 수집한 뒤 퍼즐을 맞추듯 종합적으로 분석합니다.”
 
  — 자료 수집부터 검증까지 쉽지 않겠습니다.
  “꾸준히 관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는 어떠했는데 지금은 이렇다,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 같다’처럼 나름대로 자료를 축적해가며 판단 기준과 근거를 세워나가는 것이죠.”
 
  — 《로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도 정보의 가치가 있습니까.
  “《로동신문》과 조선중앙TV는 대내외 선전을 목적으로 한 체제 선전물입니다. 사실로 간주해서는 안 됩니다. ‘선전으로서의 자료’이기에 확인하거나 검증하기 매우 힘들죠. 그럼에도 옛날 자료와 비교하며, 최소한의 팩트(사실)는 그것 나름의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 언론은 김정은의 연설이나 인민군 열병식을 여과 없이 보도합니다.
  “우리 안방에다 적국(敵國)의 선전·선동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인데, 이해할 수 없어요. 비상식적인 체제의 사이비 권위를 무비판적으로 전하는 것이니까요. 관련 내용은 핵심만을 사진 한 장 정도로 소개해도 됩니다.”
 

 北선전물도 연구자료

  — 북한의 예술 작품도 정보로서 가치가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저도 북한의 드라마와 영화, 소설을 참고합니다. 북한 당국이 이러한 매체를 통해 대내외적으로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북한의 예술 작품은 사진을 찍듯 전후 사정을 자세히 설명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 ‘선전물’에 불과하지만, 꼼꼼히 분석하면 연구 자료가 된다고 했다.
 
  — 북한 작품은 과장이 심하지 않습니까.
  “대체로 남한의 드라마나 소설보다는 과장이나 허구성이 덜하죠. 지도자를 높이는 게 엑기스니까요. 지도자를 우상화하는 부분을 제외한 내용은 사실에 근거해야만 의미가 있다고 여깁니다. 오히려 북한의 실상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죠.”
 
  — 어떤 식으로 자료로 분석합니까.
  “작품마다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가 있습니다. 이 주제는 북한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정치·사회적 문제죠. 예를 들어 극중에 어떤 지방의 기업소 간부가 자신이 해야 할 업무를 고민하는 부분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를 보고는 ‘북한이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구나’ ‘북한에 지금 이러한 제약이 있구나’를 추론해나가는 것이죠.
 
  여기에 당(黨)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지를 분석합니다. 이 부분이 바로 당의 공식 지도 방침이죠.”
 
  — 북한 예술 작품에도 변화가 있었습니까.
  “김일성 시대에는 냉전이 한창이었기에 피아(彼我),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데 초점을 뒀습니다. 상대를 괴물로 그려내고 자신들을 우상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 김정일은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습니까.
  “김정일은 예술적으로 잘 포장해 선전하려고 했죠. 김정일이 ‘종자론’을 말했는데, 핵심은 ‘모든 예술은 그 체제에 대한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주제가 됐든 작품에서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 내지 지도자의 우월성을 표현하려고 했죠.”
 
  — 김정은 시대는 어떻습니까.
  “김정일이 영화 중심이었다면, 김정은은 TV 드라마를 중심으로 사실주의·현실주의적 색채를 드러냅니다. 이념적인 색채는 과거보다 옅어졌습니다. 오히려 밖으로 드러내면 창피하거나 부끄러운 사회 모순을 여과 없이 내보내곤 합니다. 너무 노골적이다 싶으면 수위를 조절해나가죠.
 
  개혁의 필요성 때문인지 지도자가 변할 때마다 북한 예술 작품은 색감, 분위기 등이 더 밝고 화려해집니다.”
 

20여 년간 박사 36명, 석사 66명 배출

  — 학자로서 보람찼던 순간이 있으십니까.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6·25납북자법)이 만들어질 때 국회 공청회 등에서 학자로서 많은 의견을 냈습니다. 여야 합의로 법안이 통과될 때는 매우 기뻤죠.
 
  법이 제정된 후에는 민간 위원으로 4년간 활동하며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려 애썼고, 어느 정도 매듭을 지었습니다. 통일에 앞서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정리해야 할 문제가 납북자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학자는 자신의 의견이 주장에만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돼 성과를 낼 때 정말로 보람찹니다.”
  
  — 한국정치학회 회장도 하셨습니다.
  “2013년 회장을 맡은 해에 ‘한국정치 세계학술대회’를 개최한 게 기억에 남습니다. 바로 이 자리(고려대)에서 학술대회를 열었습니다. 23개국에서 외국 학자 85명이 한국을 찾았고 총 80여 개 패널이 구성됐죠.”
 
  — 어떤 성과가 있었습니까.
  “그동안 한국의 정치학은 주로 미국이나 유럽에서 발전한 이론을 수용해 어떻게 우리 환경에 맞게 적용할지를 고민했습니다.
 
  당시 학술대회에서는 한국 정치학자들이 주도적으로 연구한 새로운 학문적 성과와 한반도 문제를 어떻게 연구할 것인지를 국제 학계에 알리고 공유했죠. 우리 정치학자들이 만들어낸 연구 업적을 세계적으로 알린 기회였습니다.”
 
  — 학자로서 아쉬운 적은 없습니까.
  “한국 정치학만이 갖는 고유한 특징이 있습니다. 북한학, 통일 문제, 남북 관계 영역이죠. 이 부문에서 국제 정치학계에 내보일 만한 후속 연구가 지속해서 이어지지 않아 아쉽습니다.”
 
  — 후학도 많이 양성하셨습니까.
  “갖은 노력으로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박사 36명, 석사 66명을 배출했습니다. 지도교수로서 100명의 전문가를 키웠죠. 그들은 국가기관, 언론, 학계, 종교계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습니다.
 
  이 중에는 미국, 일본, 중국, 호주 등지에서 온 외국인도 10여 명 있습니다. 이들이 다시 해외에서 전문가로 활동하죠. 한국의 정치학을 수출한 셈입니다.”

탈북민 지도

  —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습니까.
  “탈북민을 지도한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겪은 일이 트라우마이기에 북한을 다시 공부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공부하다 보면 힘이 들죠. 그때마다 다그쳤습니다. ‘너는 사선(死線)을 넘어오지 않았느냐! 논문을 완성하지 못하면 여기에 더 이상 있을 이유도 없으니 죽을 각오로 쓰라’고 했죠.
 
  그런 제자들이 나중에는 ‘교수님이 엄하게 가르쳐준 덕분에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탈북자들을 우리 사회의 지식인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습니다.”
 
  — 다독이기보단 채찍질을 하셨군요.
  “‘오냐 오냐’ 해서는 안 됩니다. 남북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와주고 배려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지적할 때는 따끔해야 합니다.”
 
  — 탈북자들은 직접 체험해봤기에 북한을 더 잘 알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이들이 공부한 내용은 아주 편협한 내용입니다. 이 때문에 괴리가 발생합니다. 북한에서 배운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내용을 배우고 발굴해야 하니 많이 힘들어합니다. 빨간 펜을 들고 하나하나 고쳐가며 훈련을 시켰습니다. 영어부터 논문, 자료 해석 등 일반 학생을 가르칠 때보다 몇 배는 힘들어요.”

 

북한학은 가치 지향적 학문

— 학문은 가치 중립적이어야 하는데, 북한학은 오히려 가치 지향적인 것 같습니다.
  “맞아요. 북한학은 뚜렷한 목표가 있습니다. ‘통일’과 ‘북한 변화’를 항상 염두에 둔 가치 지향적 학문이죠. 객관성을 이유로 가치나 지향점을 포기한다면 북한학은 의미 없는 학문이 돼버립니다.”
 
  — 북한학은 특히 좌파와 우파의 접근법이 극명하게 대립하는데.
  “그 점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좌우, 보수·진보 각자의 지향점과 입장이 뚜렷할수록 논쟁과 경쟁은 첨예해지고 북한학은 더욱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 주장을 강하게 드러내지 않는 점잖은 학자라는 평이 있습니다.
  “항상 역지사지를 생각합니다. 치열하게 논쟁하되 상대방을 존중하면 생각이 달라도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북한 정권에 우호적인 북한 전문가들을 어떻게 보십니까.
  “제가 보수적이라고 해서 보수적인 의견만 중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색깔을 떠나 뚜렷한 가치와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와 실력을 갖췄다면 높이 평가합니다.”
 
  그는 “‘북한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와 ‘북한은 변했다’는 양 극단의 주장이 뒤섞여 존재하는 실체”라고 설명했다.
 
  — 북한의 학자나 외교관과 교류한 적도 있습니까.
  “해외 세미나에 참석해 여러 차례 북한 출신 학자, 외교관들과 숙식도 함께 하며 지내봤습니다. 누구를 만났는지 일일이 다 밝힐 수는 없지만, 자성남 대사(전 유엔주재 북한대사)와도 함께한 적이 있습니다.”
 
  — 학문적 수준은 어떻습니까.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차단돼 있어 최고위층으로 올라가기 전까지는 자신이 맡은 분야를 제외하고는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릅니다. 철저하게 정보가 차단·운영되는 체제죠. 자신의 지위보다 더 많은 것을 알면 다칠 수 있으니까요. 알아도 말하지 않고, 모르더라도 알려고 하지 않죠.” 


  北학자, “고용희 모른다”

   — 사례가 있습니까.
  “2005년도에 북한에서 제일가는 ‘김정숙(김정일의 생모) 연구가’를 만났어요. 이 사람에게 ‘김정일의 아내인 고용희(김정은의 생모)를 아느냐’고 물었죠. ‘전혀 모른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겁니다.”
 
  — 실제로 모를 수도 있지 않습니까.
  “‘당신은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일성의 아내는 잘 알면서, 김정일의 아내는 모르냐’는 식으로 되물었죠. 이때는 고용희가 사망한 시점인데도, ‘우리는 모른다’고만 했어요. 정말로 모르는 건지,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확인하지 못했지만요.
 
  반면 자신이 맡은 분야는 오랜 기간 집중해 심도 있고 철저하게 파악합니다. 이 때문에 전문성이란 측면에서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습니다.”
 
  — 북한의 학자들도 한국의 위상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다 알아요. 세미나할 때 한국이 아시아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발전하고, 북한이 가장 아래에 있다는 자료를 보여줘도 아무 말을 못 하죠.
 
  해외에서 지내는 북한 사람들은 영어사전이나 전문서적을 한국 사람들한테 부탁해서 사용하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도 곰플레이어를 쓴다고 하고요.”
 
  — 한국 문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한국 문화의 세계적 위상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을 이야기하면 좋아했습니다. 다만, 호불호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을 뿐입니다. 북한에서는 순화교육이나 사상교육을 통해 중화시키려고 하죠.” 

 

평통의 역할

― 박근혜 정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 수석부의장을 지냈습니다. 일반인들에겐 낯선 조직입니다.
  “헌법 기구로, 대통령이 의장입니다. 자문위원이 국내는 1만6000명, 해외는 4000명으로 구성된 기구죠. 지역협의회도 시·군·구 단위로 228개, 해외에는 110여 개국에 43개가 있습니다. 비판적인 시각과는 달리 의미 있는 활동을 많이 합니다.”
 
  —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문위원이 물갈이되는 쓸모없는 조직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오해입니다. 평통은 승자가 독식하는 구조가 아니에요. 정권이 바뀐다고 리트머스 테스트하듯 보수 인사와 진보 인사를 바꿔 넣지 않습니다. 평통은 정권을 초월하는 조직입니다. 분권화돼 있고 자율성이 강합니다.”
 
  — ‘일한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많은 활동을 하기에 중앙 무대에 잘 소개되지 않을 뿐입니다. 보혁(保革)이 순수성을 갖고 지역에서 풀뿌리 통일운동을 함께 합니다. 이권보다는 명예를 중시하죠. 해외에 있는 평통은 통일외교, 공공외교에 굉장한 자산입니다.”
 
  그는 민주평통의 1년 예산 규모가 250억원 수준이고, 상근 인력은 70명 정도라고 밝혔다.
 
  유 명예교수는 2017년 평통 회원 2만명이 10달러씩 성금을 모아 미국 워싱턴 한국전기념재단이 추진 중인 6·25전쟁 전사자 명비(名碑) 건립 사업에 20만 달러를 기부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미국산 무기를 더 많이 사는 것보다 한국과 미국이 공유하는 핵심 가치를 강조하는 게 훨씬 더 의미 있는 외교”라면서 “남북통일도 결국 우리가 명분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이 점에서 평통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역대 정부의 對北 정책 점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호열 명예교수. 사진=뉴시스

 

  ― 역대 정부의 대북 정책을 평가해주십시오.
  “교수니까 학점으로 설명하겠습니다. YS는 B, DJ는 B+, 노(盧)는 B-, MB는 B, 박(朴)은 B+, 현 정부는 C입니다.”
 
  — 기준은요.
  “대북 정책의 목표가 제대로 설정되었는지, 이행 전략은 적절했는지, 성과가 있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 YS는 왜 B입니까.
  “당시는 중국이 지금처럼 부강하지 않았고, 공산권이 붕괴되고 동독이 소멸된 탈냉전 직후라 통일 정책을 펴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회를 못 살렸죠.”
 
  — 김대중 정부의 점수가 높습니다.
  “저는 ‘햇볕정책’에 찬성하진 않지만, DJ정부의 대북 정책은 가장 정교했습니다. 정상회담을 최초로 가졌지만 정치적 성과를 실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죠.”
 
  ― 노무현 정부는.
  “임기 마지막 해에 정상회담을 서둘러서 한 게 오히려 마이너스입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B를 줬을 겁니다.”
 
  ― 이명박(MB) 정부는 어떻게 보십니까.
  “MB는 극단적으로 갔어요.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이나 천안함 폭침 이후 정책의 융통성이 사라졌죠. 단정적으로 대북 정책을 밀어붙였죠. 공인된 국가기관의 정보보다는 주변에서 전달하는 (주관적) 정보에 많이 의존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그런 식으로 정보를 보고할 리가 없거든요.”
 
  ― 사례가 있습니까.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권력 교체가 진행될 시점에 북한을 과소평가했어요. 김정일이 살아 있을 때도 ‘아무것도 아니다’ ‘곧 무너질 것이다’는 식의 신중하지 않은 사고를 한 것이죠. 이 때문에 정책 선택의 유연성을 스스로 좁혀버렸죠.”
 
  — 박근혜 정부는 점수가 높습니다.
  “원칙을 세워 대북 정책을 추진한 점을 높게 평가합니다. 북한의 DMZ 목함지뢰 도발(2015년) 같은 위기에도 단호하게 대응하고, 개성공단 폐쇄(2016년)까지 결단하지 않았습니까. 일관성이 있었죠. 다만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해 정책이 완결되지 못했습니다”.


  “개성공단 폐쇄 불가피”

/평통 수석부의장 시절인 2016년 1월,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북한 핵 실험 규탄 1인 피켓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는 유호열 교수. 사진=뉴시스

 

— 개성공단을 폐쇄할 필요까지 있었습니까.
  “불가피한 결단이었습니다. 유엔이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시점이었습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의 한국인 근로자 등을 인질로 삼아 활용할 가능성이 컸죠. 정책을 펼치다 보면 선택해야만 할 때가 있습니다. 우유부단한 것보다는 확실한 게 낫죠.
 
  물론 북한의 체제를 변화시키기 위한 일종의 개방 창구 역할도 있기에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이득도 적지 않았다고 봅니다.”
 
  — 박근혜 정부는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을 만만하게 본 것 아닙니까.
  “오해입니다. 북한을 쉽게 본 것이 아니라 ‘통일 비용을 걱정하지 말자’는 취지였다고 봅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통일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비용’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정부에서는 비용 때문에 통일 의지가 약화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죠. 오히려 통일이 가져오는 ‘편익’을 강조하며 ‘통일 비용을 걱정하지 말자’는 ‘자극제’였죠. ‘통일은 대박’이라는 표현도 어느 경제학 교수의 책 제목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이고요.”
 
  그는 “통일 비용을 앞세우는 것은 오히려 국민에게 통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면서 “비용만을 부각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로 진보적인 이들이 비용을 문제 삼으며 통일에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 왜 진보적인 사람은 통일에 부정적입니까.
  “우리 식(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으로 통일하기 때문이죠. 독일도 통일 당시에 사회민주당에서는 반대했습니다. 이른바 진보 세력들은 우리가 주도하는 흡수통일을 반대할 겁니다.”
 
  — 남북한의 체제를 반반 섞은 통일은 어떻습니까.
  “그럴 필요 없습니다. 지난 70년간 누적된 결과물이 있지 않습니까. 북한 주민들이 정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체제를 강제할 수는 없겠지만, 이들이 어떤 체제에서 살기를 원할까요.”
 
  — 통일이 쉽지만은 않지 않습니까.
  “독일 통일 당시 콜 총리가 이런 표현을 했습니다. ‘신(神)이 우리 눈앞에서 지나갈 때 뛰어나가 그 옷자락을 놓치지 않고 잡아챘다’. 독일의 사례를 교훈 삼아 우리도 언제든 통일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과 기반을 만들어놓아야 합니다.”
 
  — 북한 붕괴론은 실체가 있는 주장입니까.
  “북한 붕괴론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 동유럽이나 소련이 붕괴하기 전까지도 서방 정보기관이나 학자들은 이를 예견하지 못했습니다. 실제 목도(目睹)한 뒤에야 ‘폐쇄된 공산주의 체제는 앞날을 알 수 없다’고 배운 것이죠.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일 당장 북한이 무너져도 전혀 이상할 게 없어요. 북한 붕괴론은 북한을 바라보는 여러 경우의 수 중 하나며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화두입니다.”


  “현 정부 대북 정책은 역대 최악"

  —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은 어떻습니다.
  “아직 1년이 남아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은 역대 최악입니다. 북한의 실체를 외면하고, 편향된 이념에 기초한 대북 정책을 벌이고 있습니다. 현 정부의 대북관은 ‘북한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북한을 우호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사고죠. 이는 희망 사항일 뿐입니다.”
 
  — 현 정부 출범 후 큰 대남 군사도발은 사라졌고, 한반도에 평화가 왔다고 합니다.
  “가짜 평화, 노예의 평화입니다. 노예는 목숨만 겨우 부지(扶持)하면서 시키는 대로만 할 뿐이죠.”
 
  — 정부의 대북 정책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집단이 있다고 보십니까.
  “드러나진 않았지만, 대통령을 좌지우지하는 집단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대통령에게 특정 대북 프레임(관념)을 주입하는 것이죠. 이들은 과거의 사고방식을 답습한 채 북한에 대한 편향적인 자세와 동맹국을 향한 왜곡된 시선을 갖고 정책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국정농단이죠.”
 
  — 운동권 출신 통일부 장관을 어떻게 보십니까.
  “변화하지 않는 운동권 출신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강산이 벌써 몇 번이나 바뀌었는데도 과거에 사로잡혀 북한의 언동을 선의로만 해석하려고 합니다.”
 
  — 북한의 실체가 드러나고 공산주의는 망했는데도 이들은 왜 생각을 바꾸지 않는 겁니까.
  “중국이 재건했기 때문이에요. 운동권의 사상적 기반이 과거에는 김일성이었다면, 이제는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이 됐죠. 1990년대에 들어 자신들이 이상향으로 삼았던 공산주의가 망하자 운동권은 좌절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급부상하는 것을 보고 다시 희망을 품게 된 것입니다. 주사파(主思派) 출신들이 김일성에 대한 충성심은 약화했을 수 있지만, 중국을 배경 삼아 공산주의에 대한 신념은 더 강화된 것이죠. 중국 공산당이 이들에게 이념적 정당성을 부여해주니까요. ‘우리가 틀리지 않았다’는 신념을 운동권 출신들에게 불어넣은 것입니다.”
  

4·27 판문점 합의는 ‘虛構’

/2016년 유엔북한인권사무소 개소 1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축사하는 유호열 평통 수석부의장. 사진=평통

 

유 명예교수는 2018년에 이뤄진 4·27 판문점 합의가 ‘허구’에 기반해 이뤄졌다고 했다. 남북 관계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임에도 정작 이를 검증하는 것은 외면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미·북이 각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서로를 이용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가 어떤 의도로 미북 대화를 시도하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를 호도 내지 이용했다고 봅니다. 트럼프도 한국이 자신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고요. 트럼프는 또 재선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남북한을 이용했습니다. 김정은도 마찬가지입니다.”
 
  — 미국과 북한이 두 차례 만난 것은 어떻게 보십니까.
  “문재인 정부는 판문점 합의를 바탕으로 미국에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있다. 비핵화 방식은 미북 간에 협의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래서 2018년 6월 미국과 북한이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했죠. 하지만 비핵화의 개념과 그 대상을 구체화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양측은 ‘판문점 합의에 기반해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놨습니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다시 만나 비핵화의 개념이나 대상을 정의하고자 했으나 각자가 생각하는 비핵화의 정의가 달라 결국 판이 깨져버렸습니다.”
 
  — 누구의 책임입니까.
  “이렇게 될 것을 문재인 정부가 미리부터 알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정부가 잘못된 의도를 갖고 미국과 북한을 중재한 것인지, 선의였으나 단지 결과가 나쁜 것인지는 추후 검증해 책임을 묻고 따져야 합니다.”
 
  유 명예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했다. 미국의 새 행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일방통행식 대북 정책을 견제할 것이라고 봤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도 수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현 정부가 공들여온 종전선언이나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주한미군 철수가 실제로 이뤄질까 굉장히 우려했다고 했다. 


  “현 정부, 통일 기반 허물어버려”

  — 미국 등지에서 ‘대북전단금지법’ 제정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내정 간섭 아닙니까.
  “2가지 측면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우선 인권입니다. 인권에는 국경이 없어요. 인권은 주권보다 앞섭니다. 또 하나는 전단이 허구성을 폭로하고, 폐쇄된 체제의 구성원을 각성케 하는 도구라는 점입니다. 전단을 날리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에서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희망의 표시입니다.
 
  깊숙이 무너진 갱도에 갇힌 이들에게 망치를 두드리며 소리를 내주잖아요.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것이죠. 북한 인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내부에 외부 소식을 전하는 것은 결코 주권 침해가 아닙니다.”
 
  — 일반 국민들은 대북전단금지법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굉장히 이기적인 겁니다. 접경 지역 주민의 안전을 고려해 전단 살포를 금지한다고 합니다. 정말로 주민들의 의견도 그러한지 의문입니다. 실제로 주민들이 위험하다면 대북전단 살포 방식을 기술적으로 바꾸면 됩니다. 전단금지법은 가치와 정신을 제약하는 악법이자 후진국 법이라는 점을 국민이 알아야 합니다.”
 
  — 민주화운동을 했던 이들이 오히려 북한 인권을 외면합니다.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미국 등 민주주의 선진국에서 한국 사회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면 이들이 민주화운동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작금의 행태는 희생은 치르지 않고 공짜 점심만 먹겠다는 건데,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그는 “현 정부가 비핵화는 말할 것도 없고 남북 관계와 통일 문제 등 지금껏 쌓아온 통일의 기반을 허물어버렸다”고 비판했다.


  통일한국 위한 통일외교 필요

  — 통일을 위해 주변국과 어떻게 지내야 합니까.
  “제2차 세계대전의 책임이 있는 독일은 통일을 하기 위해 전승 4국인 미국·영국·프랑스·소련의 동의가 필요했습니다. 우리에겐 이와 같은 ‘공식 절차’가 요구되진 않지만, 이러한 모양새가 필요합니다. 지속해서 통일외교를 펼쳐 통일한국이 주변국에 이익이 된다는 것을 알려야죠. 중국·러시아·일본은 우리의 통일을 놓고 분명 계산을 할 겁니다.”
 
  — 중국이 가장 큰 반대를 하지 않겠습니까.
  “중국은 크게 2가지를 걱정합니다. 통일 과정에서 30만~40만명 규모의 난민이 동북 3성 지역으로 유입하는 것과 주한미군이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진출해 중국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시각에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에는 심각한 사안입니다.
 
  북한 붕괴 시 난민을 우리가 전원 수용하겠다는 의지와 역량을 각인시켜나가고 통일 이후 한미동맹의 성격과 주한미군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등 통일한국이 중국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계속해서 확인시켜줘야 합니다.”
 
  — 일본은 어떻습니까.
  “과거의 일본은 한반도의 분단된 상태가 자신들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된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통일한국이 자국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 독일통일에서 교훈을 찾는다면요.
  “1980년대 서독의 핵심 참모들은 튼튼한 경제력과 나토(NATO) 존속이 동서독 통일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미동맹과 통일을 감당할 수 있는 경제 기반이 있어야 합니다.”
 
  — 북한 내부 봉기의 가능성은 없습니까.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 한미동맹과 남북통일 중 하나만 선택한다면.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통일을 이룰 수 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한미동맹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사활(死活)의 문제입니다. 동맹을 포기하는 순간 통일은커녕 국가 존립에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 적화통일의 위험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보십니까.
  “남아 있죠. 그런 유혹이 없을 수 없습니다. 김정은으로선 강력한 우방인 중국도 옆에 있겠다, 주한미군만 없으면 남한을 무너뜨리고 적화통일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 주한미군을 내보내려고 민족공조니 평화협정이니 주장하잖아요.
 
  ‘적화통일 위험은 사라졌다’는 주장 자체가 위험한 주장입니다. 오히려 북한은 핵무기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적화통일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 통일부 장관을 해도 잘하셨을 것 같습니다.
  “하하, 50대에 했다면 정말 열정적으로 했을 겁니다. 통일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데 힘썼을 겁니다. 장관은 하지 않았지만, 학자로서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어 좋은 점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마음을 비웠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퇴임 후 계획이 있습니까.
  “지금은 코로나19로 제약이 많습니다만, 한·중·일 학문 공동체를 꾸려나가고 싶습니다. 또 제가 가톨릭 신자입니다. 절두산 천주교순교자 성지에서 자원봉사도 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종로구)에서 봉사하며 은퇴 이후를 보내고 싶습니다.”
 
  — 후배 북한연구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십니까.
  “단순히 정책 자문이나 관념적 주장을 내세우는 학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론과 논리를 바탕으로 학문적 체계를 더 갖춰나가기를 바랍니다.”


  국민에게 통일의 당위성 알려야

  유 명예교수는 현시점에서 통일의 필요성을 국가적 차원에서 다시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과거 외국의 학자나 언론은 한국을 찾아와 ‘왜 통일하려고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당시에는 통일이 당위론적 명제였기에 이에 대해 묻거나 답변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해 ‘우문(愚問)’이라 여겼습니다. 그때는 ‘어떻게 통일할 것인가’라는 통일 방안에 초점을 뒀죠. 그로부터 20년쯤 지나 돌이켜보니 이 외국인들의 질문이 현문(賢問)이 돼버렸습니다.
 
  현 정부는 의도치 않았겠지만, 2017년 이후 북한에 대한 국민의 적대감이 높아졌고, 통일에 대한 유보적이고 부정적인 입장도 더 늘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 국민에게 설명해줘야 합니다.”
 
  — 현 정부에 조언한다면.
  “이념과 성향에 구애받지 않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해서도 안 됩니다. 현실적으로 북한을 바라봐야 합니다. 북한에 끌려다녀선 안 됩니다. 국민 여론 수렴에 소홀해서도 안 됩니다. 실무자들의 역할을 존중해야 합니다. 남은 1년 만이라도 통일 문제를 초당적, 거국적, 범정부 차원의 협치로 풀어나가기를 바랍니다.”
 
  그는 “우리 국민이 북한을 주변국과 함께 비교할 때는 북한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만, 남한과 북한만을 놓고 비교하면 주관적 인식에 빠져들어 북한을 과대평가한다”고 했다.
 
  “남·북·일·중을 놓고 비교하면 북한의 국력(군사력·경제력 등)을 우리의 절반 이하로 봅니다. 하지만 남한과 북한만을 서로 비교하면 북한의 국력이 우리와 대등한 것으로 착각하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경제력만을 놓고 보면 북한은 우리의 40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우리민족끼리’의 함정에 빠져 북한이 실제와는 달리 더 커 보이는 겁니다. 각종 매체를 통해 북한의 주장을 여과 없이 선전하니 국민의 뇌리에 부지불식간에 왜곡된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죠.”
 
  — 통일을 위해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합니까.
  “낙관적, 희망적 사고는 위험만을 부른다는 점과 북한은 선의에 영향을 받아 변화하는 집단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북한은 생존을 위해 지구상에서 가장 현실적인 행동을 하는 집단입니다. 얕봐서도 안 되고, 얕보여서도 안 됩니다. 우리가 힘을 갖고 단호하게 대응해야만 북한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제 발로 대화와 협력의 장(場)에 나올 겁니다.
 
  대북 정책을 놓고 정쟁을 벌이는 순간 북한의 의도에 휘말려 듭니다. 초당적, 거국적, 범국민적 합의로 대북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합니다.”
 
  — 통일이 되면 북한학은 어떻게 됩니까.
  “그 역할을 다했기에 역사의 일부로 편입될 것입니다.”⊙

 

 

월간조선 04월호

관광공사, 對北제재 우회 北관광사업 추진 용역 의뢰

■미국 내에 동결될 자산이 없는 국내 사업가 이용

⊙ 北에 사실상 23조원 퍼주는 사업, 한국이 ‘봉’인가?
⊙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親文 핵심 관광공사 사장 취임
⊙ 안영배 사장 취임 직후 ‘남북관광협력 추진방안 연구’ 용역 수의계약
⊙ 한 달도 안 돼 나온 용역보고서, 유엔·미국 대북제재의 법률적 허점 적시
⊙ 문재인·김정은 평양 공동선언 후 관광공사, ‘한반도 평화관광 기본계획 수립연구’ 용역 의뢰
⊙ 총 23조원 드는 한반도 평화관광 사업, 비핵화 가시화하면 해외 투자 증가?
⊙ 北이 비핵화 안 해 제재 때문에 해외 투자 없으면?… “검토한 적 없다”(관광공사 측)
⊙ 향후 이익분에 대해서도 검토 전무, 北이 입 싹 닦으면 어쩌나
⊙ 비핵화 전제하지 않은 관광 사업은 김정은 주머니만 채워주는 것

/한국관광공사가 유엔(UN)과 미국 대북제재의 법률적 허점을 파고들어 총사업비 23조원가량의 ‘한반도 평화관광 계획’을 추진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한국관광공사는 만성 적자로 인해 대출받은 1000억원대 남북협력기금을못 갚고 있다. 그런데 막대한 사업비로 문재인 정부의 반발을 샀던 4대강 사업(22조원)보다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남북경협의 일환인 남북 관광협력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그것도 대북제재의 사각지대를 찾아가면서까지 말이다.
 
  《월간조선》이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남북관광협력 추진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A4 74페이지 분량의 용역보고서에는, 남북 관광협력 사업 추진을 위한 법률적 장애는 무엇이고, 해소 방안은 무엇인지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남북관광협력 추진방안 연구’ 용역보고서

/남북관광협력 추진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A4 74페이지 분량의 용역보고서를 보면 남북 관광 협력사업 추진을 위한 법률적 장애는 무엇이고, 해소 방안은 무엇인지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용역 보고서 일부.

 

이 용역 보고서는 손꼽히는 국내 거대 법무법인에서 작성했다. 용역 시행일은 2018년 6월 7일이었고, 종료일은 2018년 6월 30일이었다.
 
  용역 시행일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은 1차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 ‘1-6항’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하였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기로 한 10·4선언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이 합의한 것으로 ‘남과 북은 백두산 관광을 시행하며 이를 위해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하기로 하였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따라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1차 남북정상회담 때 남북이 한반도 평화관광 사업에 대해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1차 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5월 17일 공석이었던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안영배 전 국정홍보처 차장이 임명됐다.
 
  ‘미디어오늘’ 편집국장과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을 지낸 안영배 사장은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인 ‘광흥창팀’에 몸담았던 친노·친문 핵심이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윤건영·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 송인배 전 제1부속비서관 등이 ‘광흥창팀’ 멤버였다.
 
  안 사장은 기자 출신으로 친노·친문 진영의 홍보맨이기도 한 그가 관광공사 사장으로 임명되자,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모를 거친 발탁”이라고 설명했지만, 관광 분야 경험은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안 사장이) 잘하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낙하산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 했다.

 
  親文 핵심 안영배 사장 취임 직후 용역 수의계약

/안영배 관광공사 사장.

 

관광공사는 집권 세력의 전리품으로 쓰이는 자리다. 내부 인사나 전문 경영인이 사장을 맡았던 적은 없다. 역대 사장 24명은 관광과는 별 관계가 없는 관료, 군인, 정치인, 언론인 등이었다. 세 명 중 두 명꼴로 임기도 못 채우고 물러났다. 이런 관광공사에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 사장으로 임명된 직후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를 우회’하는 내용을 담은 ‘남북관광협력 추진방안 연구’ 용역을 맡긴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18년 4·27남북정상회담 직후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방안을 검토한 문건이 다수 확인된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이와 관련 한국관광공사 측은 “남북관광 재개에 대비한 관련 법제도 검토 및 추진체계 정비를 통한 활성화 준비를 위해 용역을 추진한 것”이라고 했다.
 
  이 용역은 수의계약이었다. 용역 비용은 2200만원. 용역 비용이 2000만원 미만이면 수의계약 대상이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6조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수의계약은 추정 가격이 2000만원 이하인 물품의 제조·구매 계약 또는 용역 계약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한 달도 안 돼 용역보고서가 완성됐는데, 관광공사는 1차 남북정상회담 후 서둘러 수의계약으로 대북제재의 법률적 허점을 밝혀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원래 이런 용역은 최소 3개월 정도가 걸리는데, 한 달도 안 돼 완성했다”며 “남북정상회담 직후 제재를 피해 북한에 관광을 매개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신속하게 마련하기 위해 거대 로펌에 수의계약으로 용역을 준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北 핵실험에도 개성공단이 폐쇄되지 않은 이유 살펴봐야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보고서는 남북 관광협력 사업과 관련 문제가 될 수 있는 유엔 대북제재를 ▲벌크캐시(bulk cash・대량 현금) 금지 조항 ▲금융기관의 대표사무소, 자회사, 계좌 개설 등에 관한 제2270호 제34조 및 제2321호 제31조 ▲교역을 위한 금융서비스 제공 금지에 관한 제2321호 제32조로 꼽았다.
 
  우선 벌크캐시 금지 조항부터 살펴보면 북한으로의 금융서비스 제공 문제는 2009년 5월 25일 2차 핵실험 뒤 실행된 제1874호 결의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2012년 12월 12일 장거리 미사일 은하 3호 발사 후인 2013년 1월 23일 2087호 결의가 나왔다.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 뒤에는 북한의 핵무기 또는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등과 같은 유엔 대북제재 대상이 되는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대량 현금의 공여 또는 금융서비스의 제공 등을 방지할 의무를 진다고 결의(2094호)했다. 이 때문에 모든 유엔 회원국은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들이 금지하는 프로그램이나 활동을 하는 데 기여하는 대량 현금(bulk cash)이나 금(gold)을 비롯한 각종 금융서비스(financial service)의 제공, 은행의 자회사(banking subsidiaries), 공적 재무 지원(public financial support) 또는 차관(loan)의 제공을 방지해야 한다.
 
  유엔 제재 결의안 제2270호 제34조 및 제2321호 제31조에는 모든 유엔 회원국은 북한 내에 새로운 대표 사무소(representative office), 자회사(subsidiaries) 또는 은행 계좌(bank account)를 개설할 수 없고, 기존의 그러한 사무소, 자회사, 계좌 등은 폐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제2321호 제32조는 “자국 영토 내 또는 자국 관할권 내 개인 또는 단체들이 북한과의 교역을 위해 공적·사적 금융 지원(수출신용, 보증 또는 보험제공 포함)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할 것을 결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남북 관광협력 사업과 관련한 남북경협 보험 등의 금융 지원이 금지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걸림돌에도 보고서는 여러 차례 북한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이 2016년 2월까지 폐쇄되지 않고 유엔 안보리 결의 체계와 공존할 수 있었던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유엔에 남북 관광협력 사업의 평화정책 설명해야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결의 제2094호 상의 대북제재 조치가 전반적으로 강화되었지만, 이러한 제재에도 개성공단은 계속 가동됐다. 이유는 노무현 정부에서 은행 개설 및 교역 관련 금융서비스 조치와 관련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 활동 기여 여부라는 단서조항이 있다는 소위 유엔 제재의 사각지대를 찾아 다음과 같이 주장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에 있는 한국 기업들의 사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개의 은행을 설립했다. 이 은행의 고객은 한국 기업과 개인으로 제한돼 있어 북한은 사용할 권리가 없다. 따라서 이 두 은행이 북한의 핵 또는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같이 금지된 활동에 사용될 가능성은 없다.”
  
  당시는 잘 빠져나갔지만 2016년 개성공단 폐쇄 이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제2321호는 단서조항을 삭제, 지금은 당시와 같은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다만 보고서는 “기존 금융기관 폐쇄(제2321호 제31조), 교역 관련 금융 지원(제2321호 제32조)의 경우 유엔 대북제재 위원회의 승인에 따라 그 예외가 인정된다. 따라서 예외 인정과 관련하여 한반도 평화 정착과 경제협력을 강조하는 조항(제47조, 제48조) 등을 강조하여 남북 관광 협력 사업이 평화 정착과 경제협력에 대한 기여와 향후 중차대한 기여 잠재력을 가졌다”고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는 1950년 12월 적성국 교역법에 따른 해외자산통제규정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제재는 국가 비상시 대통령이 대외경제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규정한 대외경제비상수권법과 대북제재강화법 등의 법률에 근거하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의 독자적 대북제재에 따른 문제도 검토했다.

  보고서는 “미국 제재는 북한의 무기(arms) 및 무기 재료(materials)와 관련된 서비스(service) 내지 조력(assistance), 사치품(luxury goods), 대량 현금 밀반입(bulk cash smuggling) 등을 제공한 자(person)의 미국 내(또는 미국인이 보유·통제하고 있는) 재산은 동결되어 거래가 금지된다고 규정돼 있다”면서도 “미국 관할 내지 국적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순수 국내 투자자들(미국에 자산이 없는 투자자)과 북한 당국 간의 교역은 제재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보고서는 남북 관광협력 사업의 경우 각종 서비스 교역의 주체는 미국 내에 동결될 자산이 없는 국내 사업가들이 되고, 이들의 대금 지급은 현금 거래를 통하는 것이 미국 대북제재의 영향을 피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으로 전망했다. 


  9월 평양 공동선언서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협의

  용역 보고서를 통해 ‘한반도 평화관광 계획’에 대한 법률 검토, 특히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를 법률적으로 교묘히 피할 수 있는 방법을 파악한 관광공사의 안 사장은 2018년 7월 1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첫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남북 관계가 풀리면 한반도 평화 관광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겁니다. 담당 조직을 만들어 대비하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관광 빅데이터 전담 부서도 만들겠습니다.”
 
  용역 보고서가 나온 지 보름이 지난 때였다.
 
  안 사장은 이날 “한반도 평화 관광은 단순한 북한 여행이 아니다”라며 “한반도 전체를 하나의 통합적이고 유니크한 관광자원으로 삼아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2018년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방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날 오후 평양 5·1경기장에서 대집단 체조와 예술공연을 관람한 뒤, 15만명의 관객과 출연진을 향해 연설했다.
 
  “이번 방문에서 나는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봤다. 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봤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이날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등의 내용을 담은 ‘9월 평양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2-2조항’에는 관광과 관련한 내용도 있었다.
 
  〈남과 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해나가기로 하였다.〉

 

‘한반도 평화관광 기본계획 수립연구’

문 대통령의 평양 공동선언에 담긴 관광 관련 내용 때문인지 관광공사는 2019년 4월 17일 1억8300만원을 들여 한 업체에 ‘한반도 평화관광 기본계획 수립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같은 해 11월 15일 최종 보고서가 나왔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입수했다.
 
  관광공사는 용역 의뢰 목적을 “‘국정과제90: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및 2018 남북정상회담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한 사전 준비 및 한반도 관광 재개 가능성 증대에 따른 한반도 관광 활성화 대비”라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남북을 4개 권역(동해관광공동특구권역, 서해수도연계권역, 두만강국제접경권역, 신의주·압록강관광권역)으로 나눠 ‘한반도 평화관광 계획’을 수립했다.
 
  우선 ‘동해관광공동특구권역’은 우리의 남고성, 속초, 설악산, 양양, 강릉과 북한의 북고성, 금강산, 원산, 함흥, 단천이 행정구역상 범위다. 이 지역은 MICE(회의·컨벤션·전시) 관광 및 휴양 웰니스(wellness) 관광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내 신규 조성 중인 시설 활용 및 추가 조성을 위해 MICE 복합 베뉴 및 웰니스 휴양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통천지구 치유 자원(감탕·甘湯-석호 호반에서 샘솟는 미네랄 함유 광천수)을 활용한 휴양 웰니스 복합단지도 신규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웰니스란 웰빙(well-being)・행복(happiness)・건강(fitness)의 합성어다. 신체와 정신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건강한 상태를 의미한다. 보고서는 “MICE 및 휴양 웰니스 관광은 남과 북이 윈윈(Win-Win)해 한반도의 관광 수요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남북 동해안 관광 코스 연계 및 통합 브랜딩(branding)도 추진한다. 독일관광청이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및 동독과 서독의 통일을 국가 관광 마케팅의 중심에 두고 국내외 대상 홍보를 진행한 것을 벤치마킹하자는 얘기다. 또 남북 동해 연계 루트를 개발(동해안-백두산, 관동8경 루트, 설악-금강-원산 등)하고, 북한 내 주요 동해 도시(원산・함흥) 특화상품(해양스포츠 상품, 근대 역사문화 투어, 안보 테마 투어, 미식투어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동해관광공동특구권역의 관광 편의 증대를 위해 노후화된 송도원지구의 숙박시설을 개선하고, 통천지구 호수 둘레길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평양을 스마트 관광 중심지로 육성

  ‘서해수도연계권역’의 행정구역상 범위는 우리의 파주, 인천(강화・옹진・김포)과 북한의 개성, 해주, 사리원, 남포, 평양이다. 보고서는 평양과 개성을 거점으로 우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평양은 스마트 및 도심 관광과 MICE 관광 중심지로 육성하고, 개성은 역사와 스마트 관광 복합 도시로 발전시킨다는 내용이 있다.
 
  평양을 스마트 관광 도시로 개발하겠다는 이유로는 은정구역에 ‘은정첨단기술개발구’가 있고, 인접 도시 평성이 ‘과학도시’로서 국가과학원 산하 연구기관이 밀집된 것을 꼽았다.
 
  보고서는 평양과 개성을 관광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류경호텔과 주변부 상업 지구 개발 ▲대동강 하구·두루섬 등 강변 부지 개발 ▲보통강 및 대동강 수변 공간 활용 및 연계성 강화 통한 관광자원화 ▲스마트 관광센터 조성 ▲개성 한옥지구 조성 등의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당장 평양 보통강 구역의 105층짜리 류경호텔은 1987년 김일성 생일 80주년을 완공 목표로 착공됐다. 하지만 골조공사만 끝냈고 1990년대 이후 자금난으로 공사가 완전히 중단됐다. 이 건물은 지난 30년간 ‘지상 최대 쓰레기’라는 오명을 들어야만 했다.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이 호텔의 건설을 재개할 경우 천문학적인 예산이 드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백두산 삼지연 지역에 고급 리조트 단지 조성

  ‘두만강국제접경권역’은 백두산 및 개마고원, 나선 지역이다. 보고서를 보면 이곳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한 북한 여행지로 꼽혔다. 1단계 백두산의 삼지연 지역 개발→2단계 내곡 온천지구 개발→3단계 개마고원 개발 순서로 두만강국제접경권역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삼지연 지역의 경우, 소백수초대소, 베개봉 호텔 등 기존 숙박시설을 리모델링하고 4계절 체험 가능한 고급 리조트 단지를 조성한다.
 
  내곡 온천지구 또한 기존의 요양소·휴양소를 리모델링하고 관광자원화한다. 개마고원에는 장진군, 부전군 등 접근성 우수 지역에 산악형 리조트를 신규로 조성하고, 휴양시설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부적 여행상품으로는 ▲관광객들이 농장이나 과수원에서 농민들과 함께 모내기와 김매기, 과일 수확 체험을 하는 관광 상품 ▲얼음낚시, 극한 추위 경험, 야생동물 탐험 등의 모험을 추구하는 관광객들을 위한 상품 ▲백두산, 개마고원에서의 트레킹 및 캠핑 상품 ▲백두산의 다양한 야생 식물을 경험할 수 있는 생태 관광 상품을 내놨다.
 
  ‘신의주·압록강관광권역’은 평안북도와 자강도로, 중국으로 이어지는 관문도시 신의주와 조선의 서막을 열었던 ‘위화도’가 포함돼 있다. 신의주는 중국 단둥에서 무비자로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다. 이곳은 국제경제지대 개발계획에 따라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김정은은 “신의주시를 국경 관문도시답게 잘 꾸리기 위해서는 현대적이면서도 민족적 색채가 짙은 우아한 건축물을 많이 일떠 세워야 한다”고 했다.
 
  이 권역 관광 개발을 위해 ▲비즈니스 수요 및 일반 관광 수요를 겨냥한 관광시설, 호텔 및 사업 시설 개발 ▲압록강 물길을 활용한 크루즈 시설 개선 ▲이성계의 위화도회군 사건의 발생 장소인 위화도 관광지 조성 사업 등을 기획했다.
 
  이 용역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는 12명이 참여했다. 분량만 A4 기준으로 250페이지가 넘는다. 소개한 4개 권역 관광 개발 계획은 아주 간단하게 요약한 것이다. 100분의 1 정도만 공개했다고 보면 된다. 그만큼 보고서가 계획하고 제시한 세부적 관광에 대한 내용은 어마어마하다.
 
  실제 실현된다면 북한에 한번 가보고 싶어 하는 국민이 다수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보고서가 산출한 사업비는 약 23조원(23,209,488백만원)이다.


  동해관광공동특구권역 사업비 5조원

  자세히 살펴보자.
  동해관광공동특구권역의 사업비는 5조(5,127,884백만원)였다. 다음은 총 13개 사업의 세부 사업비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MICE 복합 베뉴 조성(662,988백만원) ▲휴양 웰니스 단지 조성(1,599,380백만원) ▲부속섬 관광지 개발(376,511백만원) ▲인근 광명약수 요양소의 힐링 콘셉트 리조트화(47,949백만원) ▲시중호 요양소 시설 현대화를 통한 웰니스 관광 시설화(390,990백만원) ▲시중호 감탕 활용 리조트 조성(37,878백만원) ▲총석정 해안호텔 조성(22,297백만원) ▲천아포 노천 감탕 체험지 조성(12,848백만원) ▲동정호, 시중호, 천아포 연계 둘레길 조성(18,955백만원) ▲동명, 송도원 호텔 및 원산 백화점 등 리모델링(315,851백만원) ▲송도원 지구 해수욕장 식음 편의 시설 조성·장덕심 내 수상레포츠 체험시설 조성(121,063백만원) ▲고성 복합 휴양 리조트 개발(993,075백만원) ▲금강산지구 온정리, 삼일포, 내금강지구 숙박, 상업, 식음, 엔터테인먼트 시설 조성(528,100백만원).

 
  류경호텔 관련 예산만 1조원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

 

서해수도연계권역 사업비 또한 총 5조(5,099,293백만원)로 산정했다. ▲개성 한옥지구 한옥 리모델링 관광시설 조성 사업(991,339백만원) ▲평양 류경호텔과 주변부 컨벤션·상업지구 개발 계획(1,201,242백만원) ▲평양 대동강 하구, 두루섬 등 강변 부지의 상업·업무지구 개발(1,586,420백만원) ▲평양 보통강 및 대동강 수변 공간 활용 및 연계성 강화를 통한 관광자원화(1,305,408백만원) ▲스마트 관광 센터 조성(14,884백만원).
 
  두만강국제접경권역 사업비는 8조원(8,458,049백만원)이 드는 것으로 계산했다. ▲삼지연 지구 소백수 초대소, 베개봉 호텔 등 기존 숙박시설 리모델링(133,527백만원) ▲삼지연에 4계절 체험 가능 고급 리조트 단지 조성(596,672백만원) ▲개마고원 내 기존 노후 숙박시설 현대화(150,009백만원) ▲장진군, 부전군 등 접근성 우수 지역에 산악형 리조트 신규 조성(1,233,565백만원) ▲트레킹 코스 조성 및 숙박 및 휴양시설 개발(694,908백만원) ▲내곡온천의 기존 요양소, 휴양소 등 리모델링 및 관광자원화(79,833백만원) ▲비파도 해안 복합리조트 조성 및 크루즈항 개발(1,125,396백만원) ▲나선 철새도래습지 공원 조성(1,573,779백만원) ▲녹둔도 이순신 장군 관광지 조성(2,870,361백만원).
 
  신의주·압록강관광권역 사업비는 4개 권역 중 가장 적은 4조5000억원(4,524,262백만원)이었다. ▲숙박시설 확충 사업(357,897백만원) ▲압록강 수상관광자원화 사업(압록강변 크루즈 항구 시설 개선 및 신설·127,871백만원) ▲위화도 관광지 조성(4,038,494백만원).


  사업비 산정 기준

  보고서가 밝힌 사업비 산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재료비: 재료비 내에는 운반비가 포함되어 있으며, 운반비 비율은 ‘시중유통단가’(물가자료, 물가정보 등)의 동일 자재 지역별 납품단가 차이를 반영(20%) ◆재료비는 순재료비 80%+운반비 20% 구성 ◆사업 대상지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운반비에 할증 100% 적용(국내의 경우 특수 지역 운반비는 견적 기준 적용)
  ※적용 재료비=순재료비(기준 재료비×80%)+운반비(기준 재료비×20%×2(할증))
 
  ○노무비: 남북한 인프라 건설협력 사업 추진 전략에 관한 연구(대한건설정책연구원, 2018년 11월) 개성공단 사례 기준 ◆노무비는 남한 인력 20%+북한 인력 80% 구성 ◆북한 인력 노무비는 개성공단 착공일(2003년 6월) 기준 90달러로 당시 보통 인부(시중노임단가) 인건비의 10.08%에 해당
  ※적용 노무비=남한 인력(기준 노무비×20%)+북한 인력(기준 노무비×80%×10.08%)


  공종별 사업비 산정 근거

  ○단지조성공사: 단지개발사업 조성비 및 기반시설설치비 추정 자료(LH공사, 2018년 3월) 공종별 단위공사비 기준 ◆토목공사(토공, 우수공, 오수공, 상수공, 포장공), 전기공사(지중화, 가로등), 조경공사, 도로개설, 교량개설 공사비 포함 ◆단위공사비는 최근 국내 택지개발 사업의 산출 사업비를 기준으로 재료비(60%), 노무비(20%), 경비(20%) 분리
 
  ○건축공사: 2017년 공공건축물 유형별 공사비 분석(조달청, 2018년 6월) 공공건축물 유형별 단위공사비 기준 ◆유형별 단위공사비에서 제시한 기준으로 재료비(30%), 노무비(50%), 경비(20%) 분리〉


  예산 조달 방안

  문제는 이 어마어마한 사업비를 어떻게 충당하느냐다. 보고서는 우리 정부 재원, 국제사회 재원, 국내외 민간자본으로 예산을 조달한다는 방안이다. 우선 우리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약 1조원), 공적개발 원조(ODA) 3조482억원, 관광진흥개발기금 등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치적 리스크에 따른 민간 초기 참여 저조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재원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민간의 투자로 빈민구제, 환경보호, 공공보건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을 수행하고 성과에 따라 정부의 공적자금으로 투자금과 수익금을 상환하는 금융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그동안 남북경협에서 우리의 ODA 예산을 사용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관광진흥개발기금 또한 남북관광협력에 사용할 수 있도록 기금법 시행령의 개정이 필요하다.
 
  또 금융 상품의 경우 사업 실패 때 정부와 민간이 나눠 부담해야 한다. 민간 투자로 정부의 예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북한이 입을 싹 닦을 경우 피해는 오롯이 우리 국민의 몫이다.
 
  보고서는 국제사회 재원으로는 ODA를 꼽으면서 비핵화가 가시화되면 이 자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 금융 기구(AIIB, IMF, ADB)로부터 무상 원조 및 양허성 차관 도입 등을 아이디어로 내놨다.


  北의 비핵화 없으면 아무 의미 없어

/한반도 평화관광 기본계획 수립 연구’ 용역 보고서 표지.

 

비핵화를 전제로 했지만, 북한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

  국내외 민간자본은 대우건설, SK건설, 현대아산, 대명리조트, 롯데관광개발 등 국내 기업과 중국, 싱가포르 등 관심을 보이는 곳에서 투자를 받겠다는 것이다.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 웰컴 트러스트, 포드재단 등 글로벌 NGO 기금도 한반도 평화관광 사업에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수의 공여자로부터 출연된 자금을 특정한 개발 목적과 사업 수행을 위해 공동으로 지원하는 기금인 ‘다자간 신탁기금’ 제도를 활용, 가칭 ‘북한 지원 신탁기금’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아프가니스탄 부흥 신탁 기금(ARTF), 이라크 재건 신탁 기금(IFFRI)이 모델이다.
 
  자금 조달 방안의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을 떠나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앞서 설명했듯 전제가 북한의 비핵화인데, 그들의 입장은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유엔, 미국 제재 때문에 해외 투자가 전무할 경우 사업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전액 충당하는 것은 아닐까.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관광공사로부터 입수한 관련 자료를 보면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자금 조달 계획이 유엔, 미국의 제재 때문에 무산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란 질의에 관광공사는 ‘검토한 바 없다’고 했다. 애초 이뤄지지 않을 사업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만, 문 대통령이나 안 사장의 언행을 보면 청와대나 관광공사는 ‘한반도 평화관광 사업’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이런 사업에 해외 자본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를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남북 연계 관광 사업으로 수익이 날 경우,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는 질의에도 관광공사는 ‘검토하지 않았다’고 했다.
 
  2025년 4000만명의 외래 관광객이 찾는 한반도 평화관광 달성을 목표로 삼았음에도 수익 분배에 대해 검토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다. 북한은 수익으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
 
  관광공사 측은 아니라고 손사래 치겠지만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은 해외 투자가 전무할 경우, 우리 자금으로만 충당하고 수익이 나도 북한에 모두 제공한다는 뜻으로 충분히 해석할 수도 있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1차 남북정상회담 ▲2018년 5월 17일 친문 핵심 안영배 전 국정홍보처 차장 한국관광공사 사장 임명 ▲2018년 6월 7일 ‘남북관광협력 추진방안 연구’ 용역보고서 발주 ▲2018년 6월 30일 남북 관광 협력 사업 추진을 위한 법률적 장애는 무엇이고, 해소 방안은 무엇인지 등이 자세히 적시된 최종 용역보고서 완성 ▲2018년 7월 16일 안 사장 첫 기자 간담회에서 한반도 평화관광 계획 발표 ▲2018년 9월 19일 문 대통령, 김정은 평양공동선언(3차 남북정상회담) ▲2019년 4월 17일 ‘한반도 평화관광 기본계획 수립연구’ 용역 의뢰 ▲2019년 11월 15일 총사업비 23조원의 한반도 평화관광 기본계획 담은 최종보고서 확정 ▲2020년 1월 문 대통령 신년사 북한 개별 관광 추진 ▲2020년 1월 20일 통일부, 북한 개별관광 추진의사 ▲2020년 1월 미국 반대 입장 ▲2021년 2월 25일 통일부, 개별관광 계획 유지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 오롯이 우리가 23조원이 드는 사업을 북한에 해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기 건설 비용이 5조원가량 되는 원전을 북한에 지어주려 했다는 의심을 받는 문재인 정부다. 

 
  관광 분야는 김정은의 외화 확보 틈새시장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관광 분야가 북한 정권이 수월하게 외화를 확보할 수 있는 ‘틈새시장(니치마켓)’이 될 수 있는 점이다. 우리가 앞장서서 도와준다면 김정은으로서는 가만히 앉아서 외화를 벌 수 있다.
 
  김정은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때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전망대 등을 둘러보는 등 관광에 관심을 보인 것도 이런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 세계적 관광대국인 스위스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김정은에게 관광산업은 ‘노다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새겨져 있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헤리티지재단, 민주주의수호재단 연구원들은 “관광 사업은 북한 정권의 돈줄 역할을 한다. 이 사업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간 자금이 핵과 미사일 개발로 가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월간조선 04월 호

■美中이 대만 놓고 전쟁하는 날, 한국은?

⊙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면 한국은 북한 정권 아래 복속될 위험이 커진다.”(버웰 벨 前 연합사 사령관)
⊙ 익명의 저자가 對中전략 제안한 〈더 긴 電文(The Longer Telegram)〉, 워싱턴과 北京을 뒤흔들어
⊙ ‘시진핑의 중국은 현상타파 국가가 되었다. 대만을 점령, 毛澤東의 반열에 오르려 하는 그를 표적으로 삼아야’
⊙ 이 판에 ‘민족혁명통일론’ 펴는 문재인 정권!     

/사진=AP/뉴시스

  

중국 대륙에서 통일제국이 등장, 굴기(屈起)하면 그 여파(餘波)는 영락없이 한반도로 밀려왔다. 파도를 잘 타면 살아남고 실수하면 사라졌다. 서기 6세기 중국을 재통일한 수(隋)와 당(唐)이 천하통일을 지향했을 때 한반도의 삼국(三國)은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을 폈지만 신라만 살아남아 한반도의 주인이 되었다. 자주적인 나당(羅唐)동맹 덕분이었다. 13세기 몽골 기마군단이 대륙을 휩쓸고 침공했을 때, 고려의 무신(武臣) 정권은 결사항전을 결단했다. 고려는 나중에 항복했지만 칭기즈 칸 후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왕조(王朝)는 살아남았다.
 
  14세기 명(明)이 원(元)을 몰아내고 한족(漢族) 정권을 수복하였을 때 이성계(李成桂)는 친명(親明)정책으로 이에 호응,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주자학적 통치이념 위에 세웠다. 17세기 여진족이 후금(後金·淸)을 세워 중국을 접수할 때 광해군은 실리외교로 줄타기를 하며 전란을 피했지만, 인조는 명분외교로 정세를 오판(誤判)해 병자호란을 불러 삼전도(三田渡)의 치욕을 당했다. 1949년 중국공산당이 아편전쟁 이후 약 100년간의 대혼란을 수습, 대륙을 통일하였을 때 한반도의 운명은 또다시 경각(頃刻)을 다투게 되었다.
  
  트루먼 미국 대통령과 이승만(李承晩) 건국 대통령의 위대한 영도력으로 한국은 중국의 도전을 막아내고 한미(韓美)동맹이란 둑을 쌓아 붉게 물든 유라시아 대륙의 끝머리를 자유의 보루로 지켜냈다. 1980년대 말 소련과 동유럽 공산권이 무너져갈 때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정부는 서울올림픽과 북방정책이란 대전략을 구사했다. 소련·중국·동유럽과 수교하고, 북한을 고립시키고, 한국인의 활동무대를 범(汎)지구적으로 확장했으며, 중국 시장을 잡았다.
 
  이제 그 중국이 연평균 10%의 경제성장을 30년간 지속하는, 인류 역사상 일찍이 보지 못한 폭발적 국력(國力) 팽창으로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기에 이르면서 한반도는 다시 한 번 지리(地理)에서 오는 숙명적 위기(危機·위험과 기회)를 맞게 되었다. 조선조의 잔재적(殘在的) 성격을 지닌 문재인(文在寅) 세력의 속성상 병자호란을 부른 인조의 실수를 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구려와 김일성에게 경도된 집권세력의 속성상 김춘추, 이승만, 노태우의 외교로부터 배울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미소(美蘇) 냉전시대의 재현(再現)으로 보이는 미중(美中) 대결 시대, 특히 대만 문제가 전쟁으로 치닫게 될지도 모르는 국면에서 문재인 정권이 7세기의 백제처럼 실수한다면 한국 또한 백제 신세가 될지 모른다.

 
  이인영의 ‘민족혁명 통일’론

/이인영 통일부 장관. 사진=조선DB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102주년 3·1절을 맞아 “평화와 통일로 나아간다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시민혁명과 민족혁명을 완성한 멋진 민족이 될 것”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용어 선택에 문제가 있다.
 
  “102년 전 3·1운동, 그 후로도 우리는 4·19로, 6·10으로, 그리고 촛불혁명으로 세 번의 시민혁명을 경험했다. 왕의 나라가 아닌 민의 나라로, 독재자가 아닌 국민의 나라로… 전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민족도 해내지 못한 위대한 역사이다. 이제 평화로 이어진다면, 그래서 통일로 나아간다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성숙한, 시민혁명과 민족혁명을 동시에 완성한 가장 멋진 민족이 될 것이다.”
 
  그는 촛불시위를 ‘촛불혁명’이라 표현했다. 헌법과 자유민주체제를 부정하는 용어이다. 그렇게 등장한 정권을 혁명정권, 즉 반공자유민주체제를 뒤엎는 권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암시이다. 그가 선택한 ‘시민혁명’ ‘민족혁명’ ‘통일’을 일렬로 정렬하면 북한 노동당 정권의 대한민국 공산화 전략인 ‘민족해방(혁명)민주주의혁명론’과 비슷해진다. 더구나 그는 극좌운동권 단체인 전대협 출신이고 통일부 장관이 된 이후 김정은에 이익이 되는 방향의 정책과 언동을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구해서 김정은 정권과 나누자느니,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미국 주도의 제재 때문이란 뉘앙스의 최근 발언, 북한 주민들에겐 꼭 필요하고 김정은에겐 불리한 대북(對北) 전단의 살포 금지를 입법한다든지.
 
  페이스북에 오른 이인영의 통일론은 ‘민족혁명통일’로 보인다. 국정원 북한분석관 출신인 박형식 박사의 최근 저서(著書) 《TEN-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 125쪽엔 1963년 2월 김일성이 한 인민군 창설 15주년 기념연설의 일부가 인용되어 있다. 여기에 ‘민족혁명’이란 이야기가 통일과 연관되어 나오는데, 그 내용은 반미(反美) 선동이다.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민족해방혁명을 수행해야 하며 전국적으로 사회주의혁명을 완수해야 합니다. … 우리는 물론 남반부혁명을 남조선 사람들에게만 맡기자는 것이 아닙니다. 미 제국주의자들과 그 추종 반동세력을 몰아내고 조국을 통일하는 것은 전체 조선인민의 공동의 의무입니다.”
 
  이인영 장관이 말한 ‘민족혁명통일’은 문맥상, 그리고 그가 살아오면서 믿었던 이념과 지금 펴고 있는 정책상 위의 김일성이 말한 ‘민족해방혁명’, 즉 미국을 한국에서 축출한 뒤 ‘민족혁명 통일’을 하자는 뜻으로 해석함이 자연스럽다. 그는 청문회 때는 한미동맹을 존중하는 듯한 이야기를 했지만 장관이 된 후엔 한미동맹을 냉전동맹이라고 규정, 언젠가는 평화동맹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한미동맹 해체를 평화동맹이란 말로 위장한 셈이다. 한미동맹은 안보동맹을 넘어서 공통된 가치관에 입각하여 전면적으로 두 나라가 협력한다는 의미의 자유동맹이다. 그는 헌법 4조로부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명령받았다. 대한민국 헌법은 그에게 ‘민족혁명통일’을 명령한 적이 없다.
 
  전대협 의장 출신인 이인영의 사고(思考)구조는 전쟁으로 갈지 모르는 미중(美中) 대결 시대에 필요한 자주성과 유연함과는 너무 거리가 멀어 화석(化石)처럼 느껴진다.


   前 연합사령관의 경고

  /버웰 벨 전 한미연합사령관. 사진=조선DB

 

이인영 장관은 국민보다는 김정은의 복지를 더 챙기는 인물인데, 버웰 벨 전(前) 한미연합사령관은 그러한 문재인 정권을 걱정하는 글을 지난 2월 ‘미국의 소리(VOA)’ 방송을 통하여 공개하였다. 그는 이 정권이 서두르고 있는 전시(戰時)작전권 전환은 한국의 멸망을 부를 수 있다는 절박한 경고를 담았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결정 후) 미국은 전쟁발발 시 한반도에 대한 미군 파병을 심각하게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동맹에 균열이 생기면 한국은 북한 정권 아래 복속될 위험이 커진다. 중국은 북한을 지원하는데도 미국이 (한국에 대하여) 동맹 파트너 역할에 완전히 전념하지 않는다면, 북한군은 궁극적으로 전투에서 한국군을 격퇴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미국 외에는 중요한 동맹이 없다. 미국이 없다면 한국은 북한에 홀로 맞서게 될 수 있으며, 북한은 중국과 심지어 러시아의 전적인 지원을 얻을 수도 있다.
 
  북한이 핵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한, 한국이나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 “한국을 위한 핵우산”을 제공하는 한 전투 병력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은 미국에 남아 있어야 한다. 북한의 핵 보유 환경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하는 것은, 자랑스럽고 영웅적인 한국민의 역사적 실수가 될 것이다.〉
 
  미국인이 한국인을 걱정하고 이인영은 김정은을 더 걱정해주는 정신도착적 상황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가 역사적 전환점을 향하여 달려간다. 황천항해(荒天航海)를 준비해야 할 대한민국호(號)의 선장이다. 미중 대결 구도를 이승만이나 김춘추처럼 잘만 이용하면 자유통일로 갈 것이고, 인조처럼 오판하면 이 나라는 남한산성에 고립되어 오지 않는 원군(援軍)을 기다리는 꼴이 될 것이다. 배가 기우니 가장 먼저 달아난 세월호 선장은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더 긴 電文(The Longer Telegram)〉

  /애틀랜틱 카운슬이 발표한 〈더 긴 전문〉.

 

지난 1월 말 워싱턴에서 애틀랜틱 카운슬(대서양위원회)이 발표한 〈더 긴 전문(電文)(The Longer Telegram)〉이 미국과 중국 지도부에서 화제다. 1946년 2월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리대사 조지 F. 케넌이 쓴 유명한 대소(對蘇)전략 문서는 〈긴 전문(Long Telegram)〉으로 불린다. 대소(對蘇) 봉쇄정책의 기본 논리를 제공했다는 이 보고서에 버금가는 대중(對中)전략 문서가 되기를 바라는 필자의 야망을 느끼게 하는 제목이다. 세계의 안보외교 전문가들이라면 누구나 케넌처럼 글을 써서 역사를 바꾸고 싶어 한다.
 
  1961년에 만들어진 애틀랜틱 카운슬은 독립 연구소인데 ‘안보’를 전문으로 한다. 이 연구소 출신의 면면은 화려하다. 척 헤이글 전 국방부 장관, 제임스 존스 전 대통령 안보보좌관, 수전 라이스 전 유엔대사 등. 〈더 긴 전문〉의 부제(副題)는 ‘새로운 대중(對中)전략을 향하여’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중 관계를 중심으로 세계 정세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새로운 대응을 하겠다는 시점에서 나온 문서인데, 필자를 익명(匿名)으로 처리하였다. ‘한 고위 정부관리’라고만 적었는데, 이 또한 1947년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가 조지 케넌의 논문을 실으면서 필자를 ‘X’라고 숨겨 흥미를 돋운 것을 모방한 느낌이다. 전 호주 총리 케빈 러드가 쓴 것이 아닌지 추측하는 이들이 많다.
 
  이 논문은 서두(序頭)에서 시진핑(習近平)의 중국은 ‘현상유지 세력이 아니라 현상타파 세력으로 변하여 세계 전체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어 새롭고 장기적인 대전략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중국이 시진핑의 야망에 의하여 중화적(中華的) 패권주의에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더한 강력한 이념세력으로 변했고, 과거 소련처럼 자신들의 제도와 가치를 나라 밖으로 확산시키려 한다는 인식이다. 중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이념적 냉전’을 공개적으로 전개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진핑에 의하여 중국은 고전적 마르크스-레닌주의 체제로 돌아갔고 유사 마오쩌둥 우상숭배 체제로 변질, 정적(政敵)을 탄압하고 민간 영역을 축소시켜 당의 지배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주의 경찰국가’란 표현까지 했다. 조지 케넌은 〈긴 전문〉에서 소련의 행태와 전략을 분석함에 있어서 러시아의 역사와 공산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삼았는데, 〈더 긴 전문〉은 시진핑의 야망 중심으로 분석과 대안을 제시한다.


  시진핑을 표적으로 삼아야!

  이 논문은 ‘적의 전략을 공격하는 것이 최상책이다’는 손자(孫子)의 말을 인용했다. 시진핑의 위험한 대전략을 바꾸도록 압박하는 데 대중전략의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했다. 〈더 긴 전문〉은 미국이 지난 10년간 러시아를 너무 몰아붙여 중국의 품에 안기도록 한 것은 큰 실수라면서 러시아와 중국을 떼어놓아야 한다고도 했다. 1970년대 닉슨이 키신저를 기용해 미중 화해를 성사시켜 중소(中蘇)를 이간질했고, 1980년대에 결국 소련이 무너지도록 했던 대전략의 재판 같다.
 
  이 문서는 전략적 표적을 중국이 아닌 시진핑으로 좁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지도층 내부의 시진핑에 대한 불만을 이용하고 중국 사람들의 비판을 촉진해, 시진핑을 교체하거나 위험한 야망을 단념시키는 것이 최종적 목표이다. 이 보고서는 그러나 난폭한 중국 정권 교체론은 시진핑에 의하여 내부 단합용으로 역이용될 뿐이라고 경계했다. 익명의 이 필자는 케넌이 분석했던 소련과 지금의 중국은 다르다고 했다. 9100만명의 당원을 가진 중국공산당 정권이 러시아처럼 저절로 무너질 리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시진핑이 중국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준다. 케넌이 소련을 분석한 시각과 일치한다. 그 또한 스탈린과 러시아 사람들을 동일시하는 데 반대하면서 언젠가는 러시아 사람들의 자각(自覺)에 의하여 스탈린 체제가 붕괴되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케넌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하여 미국 국민을 교육하는 것을 선결과제로 보았다. 〈더 긴 전문〉은 시진핑에게 넘어선 안 될 금지선을 확인시켜줘야 한다고 건의한다.
 
  ▲첫째, 금지선은 중국이나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국을 공격하는 것(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고 그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대만 공격 ▲셋째, 센카쿠 열도를 공격하여 일본과 무력충돌하는 것 ▲넷째, 남중국해의 영토분쟁을 둘러싼 무력행사 ▲다섯째,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나라의 영토와 군사자산을 공격하는 것

 
  조지 케넌의 〈긴 전문〉

  /조지 케넌. 사진=퍼블릭 도메인

 

익명의 이 필자는 대중 대전략의 목표를 명료하게 설명한다. 미국이 영도하는 국제적 자유질서 안에서 중국이 움직이는 것은 허용하지만 이 질서 바깥에서 적대적인 다른 질서를 만들려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이 지금의 모험적 노선을 수정하도록 만들면 성공하는 전략이 된다. 〈더 긴 전문〉은 구체적 정책대안을 열거하였는데 한국과 관련해서는 ‘한일관계를 정상화하여 한국이 중국 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밖에 동맹 강화, 대만의 독립 수호, 자유법치의 국제질서 강화, 시진핑을 온건파로 교체하는 노력, 중국 인민들의 반대 응원 등을 권고하였다.
 
  조지 케넌의 〈긴 전문〉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러시아를 도운 미국에 대하여 스탈린이 공격적으로 나오는 데 당황한 미국 지도부의 이해를 돕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하여 쓴 글이다. 그 후 대소(對蘇)전략의 지침이 되었다. 소련과의 대결선언인 트루먼 독트린, 서구(西歐)부흥계획인 마셜플랜 수립에 영향을 주었다. 이 문서와 맥락을 같이하는 폴 니츠의 NSC-68은 한국전 발발 직전에 트루먼에 의하여 서명되었고, 김일성 남침(南侵)으로 현실적 적용이 이뤄졌다.
 
  케넌의 문서는 외교관이 아니라 역사학도가 쓴 것처럼 파격적이다. 고급 수필의 문학성도 느껴진다. 당시 40대의 케넌은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前後)하여 러시아, 독일, 포르투갈, 체코 등에서 근무하면서 러시아를 연구하였고 일류 통역요원이기도 했다. ‘긴 전문’이란 말은 외교전문답지 않게 길었다는 뜻이다(5000단어가 넘는다). 읽어보면 머리에 남는 대목이 많은데 특히 마지막 문장이 그렇다.

 

괴물과 싸울 땐 괴물을 닮지 않아야!

 〈After all, the greatest danger that can befall us in coping with this problem of Soviet Communism, is that we shall allow ourselves to become like those with whom we are coping.〉
 
  소련과 대결하는 데 있어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그들을 닮아서 이기려 하는 자세라는 주의이다. ‘괴물과 싸울 때는 괴물을 닮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나 이승만이 건국 연설의 첫 문장에서 당부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믿어야 할 것입니다. 민주주의가 문제해결에 더디더라도 종국에 가서는 선이 악을 이긴다고 믿고 밀고 나가야 합니다.”


  대북(對北)정책에 참고할 만한 원리도 많다.

  *스탈린은 악독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선량하다.
  *정권과 인민을 분리하여 대해야 한다.
  *스탈린은 외부의 위협을 조작, 국내 단합과 정권 유지를 도모한다.
  *스탈린에겐 세계 공산화의 마감시간이 없다.
  *그는 히틀러와 같은 모험가가 아니다.
  *따라서 시간은 우리 편이다.
  *스탈린은 자유진영을 이간질하고, 내부를 분열시킴으로써 소련의 안전을 도모하려 한다.
  *스탈린이 가장 미워하는 것은 반공주의자가 아니고 사회민주주의자들이다.
  *전쟁을 하지 않고 이길 수 있다.
  *소련의 내부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미국이 더 건강해져야 한다. 국제공산주의는 기생충과 같아서 상한 조직에 들러붙는다.
  *무엇보다도 미국 국민들에게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고 체계적 반공교육을 해야 한다.


  케빈 러드, “대만 놓고 美中 정면 충돌”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 사진=조선DB

 

 〈더 긴 전문〉이 발표된 직후 발매된 미국의 권위 있는 외교 전문 격월간 잡지 《포린 어페어스》 3~4월호는 중국 전문가로도 유명한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현재는 뉴욕의 아시아협회 회장)의 글을 실었다. 러드 전 총리는 ‘전쟁 일보 전-미중 대결이 재앙으로 끝나지 않으려면’이란 제목의 글에서 향후 10년 사이 두 나라가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정면충돌로 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최악을 피하기 위한 ‘위기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위기관리의 핵심을 그는 ‘전략적 경쟁의 관리’라고 표현했다. 애틀랜틱 카운슬이 발표한 〈더 긴 전문〉의 문 제의식을 계승한 글로 여겨진다.
 
  러드 전 총리는, 2020년부터 두 나라는 결정적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는데 긴장과 경쟁의 격화를 막기는 어려워도 전쟁이 불가피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시진핑과 중국의 야심과 자신감을 걱정한다. 야심이 허영심과 결합되면 히틀러식으로 오판에 의한 모험을 하게 된다. 히틀러의 오판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흐루쇼프의 오산(誤算)은 쿠바 미사일 위기를 불러 핵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다.
 
  중국은 2020년대 말에 가면 시장환율 기준으로도 미국을 능가하여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된다. 구매력 기준으론 이미 미국을 앞질렀고 그 격차가 커지고 있다. 영국이 GDP에서 독일에 추월당하고 독일이 공업력을 바탕으로 해군력을 증강, 영국 해군에 도전하기 시작한 직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중국은 원래 질(質)보다 규모를 중시하는 나라이다. 중국 지도부는 아편전쟁 이후 100년에 걸친 대혼란을 겪고 1949년에 공산통일을 이룬 다음 70년 만에 옛날 청(淸) 제국의 위상을 되찾았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그런 자만심이 대만 접수와 같은 모험을 결단하게 만들 위험성이 있다. 시진핑은 대만 접수를 목표로 설정, 위안화를 달러와 맞먹는 기축(基軸)통화로 승격시키고 AI(인공지능) 등 최신기술을 확보, 대미(對美) 의존도를 줄이면서 군사력 건설에 매진할 것이다.
 
  중국 군사력 증강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대만을 둘러싼 어떤 형태의 분쟁이든지 중국이 압도적 우위(優位)에 서는 것이다. 러드 전 총리는 시진핑이 마오쩌둥과 동급의 지도자로 중국 역사의 판테온에 모셔지고 싶은 야망을 갖고 있다고 본다. 퇴임 전 대만을 흡수통일하는 것이 그런 역사적 평가에 가장 필요한 업적이다. 이것은 일종의 황제의 꿈이다. 당 태종이 고구려를 멸망시켜 명실상부한 천하통일을 이루는 일에 집착했고 이를 간파한 신라 지도부가 나당동맹을 맺어 신라는 숙적 백제를, 당은 숙적 고구려를 멸망시킨 사례와 비슷하다.

 

트럼프의 실수

  미국이 이런 중국에 대하여 취할 조치 중에서 가장 강경한 것은 경제 관계 단절이라고 러드 전 총리는 지적한다. 그렇게 되면 세계 모든 나라가 어느 쪽에 설 것인지 선택을 강요당하고 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사태는 피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이 많지만 러드 전 총리는 1962년 핵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던 미소가 전쟁 회피를 위하여 만들어냈던 위기관리 방식을 제안한다.
 
  두 나라가 문화·이념·외교 분야에선 무한경쟁을 지속하더라도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상호 자제를 하는 합의 도출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그것이 실패하면 전쟁과 같은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당히 합리적인 제안이지만 패권국가가 도전국가의 등장에 대하여 초조해하거나 질투심을 느끼면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충동에 빠진다.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다.
 
  러드 전 총리는 시진핑의 대전략에 비교하여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오히려 중국에 이용된 면이 있다고 했다. 예컨대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부 장관이 중국 정권의 교체를 촉구한 것은 중국 지도부에 의하여 역이용되어 내부 단합만 강화시켰다는 것이다.
 
  러드 전 총리는 중국인들이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하여 봉기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한다. 실업자 양산, 국가적 재난 관리의 실패, 그리고 무자비한 인민 탄압. 폼페이오처럼 공개적으로 정권 전복을 선동하면 시진핑은 이를 외부의 부당한 협박으로 선전, 내부 단결을 도모할 뿐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들이 이런 강경노선에 동조할 리도 없다는 것이다.
 
  2013년에 집권한 시진핑은 2018년 헌법에서 국가주석 5년 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그는 2035년을 이정표로 여긴다. 국가경제발전계획 목표도 이 연도에 맞춰져 있다. 그때가 되면 그는 82세, 마오쩌둥이 죽을 때 나이가 된다. 시진핑이 마오쩌둥과 같은 반열에 오르려 하는 야심은 작년 코로나19 극복의 성공으로 더욱 강화되었다. 중국 언론은 그를 ‘위대한 조타수’로 선전한다. 코로나19에 대한 영웅적 인민전쟁을 지도하여 승리로 이끈 영도자란 이야기이다.
 
  중국 당국은, 특히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한 미국과 서구에 비교하면서 중국의 정치제도가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국이 위구르, 홍콩, 티벳, 내몽골에서 인권탄압을 지속하는 것은 인권을 빌미로 한 미국의 경제제재를 극복할 만한 국력을 쌓았다는 자신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경제제재엔 중국의 보복을 두려워하는 다른 나라들이 동참하기를 꺼릴 것이다.


  中의 대만 접수 전략

그럼에도 중국은 미국이 경제 관계를 단절하고 보복에 나설 것에 대비해 경제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수출 의존을 줄이고 국내 시장의 구매력을 키워 이로써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데, 어디까지나 중국이 원하는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한다. 기술 개발에 역점을 두어 미국에 대한 의존도 줄인다. 문제는 이러한 국가 주도 정책이 민간의 창의성을 약화시켜 장기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점이다. 이게 딜레마이다.
 
  시진핑은 대만을 평화적으로 통합하는 방안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한다. 대만도 시진핑이 홍콩 병합 때 약속했던 일국양제(一國兩制)를 부정하는 것을 보고 경계심을 강화하고 있다. 시진핑의 대만 접수 전략은 대만 부근에 압도적 군사력을 집중하는 것이다. 전체 군사력에선 미국에 많이 뒤지지만 대만해협에 집결시킬 수 있는 군사력에선 우위(優位)에 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으로 하여금 대만 방어를 포기하도록 할 수 있고, 대만이 항복하든지 저항해도 단독결전으로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는 이런 계산엔 오판(誤判)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대만은 2500만명의 인구가 군사적으로나 반공정신으로 잘 무장되어 있다. 대만의 지형(地形)은 노르웨이를 닮아 험준하여 단기결전이 어렵다. 대만 상실은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 엄청난 타격을 가하므로 이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미국 정치 지도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이 어렵다. 중국은 미국이 국제적 위신 손상을 걱정하여 질 것이 뻔한 전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미국 또한 대만을 잃으면 엄청난 신뢰 손상을 입는다는 것을 잘 안다. 특히 아시아 동맹국 사이에서. 미국이 싸우지 않고 대만을 포기한다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 쪽으로 줄을 서려 할 것이다.


  시진핑의 誤判은 세계적 재앙 부른다

  러드 전 총리는 중국이 일본은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미일(美日)동맹 조약이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일본에 대한 군사적 압박은 일본의 핵무장을 유발할 것이다.
 
  시진핑은 트럼프에 의하여 미국 사회가 극심하게 분열되어 중국에 대한 장기적 전략 추진은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듯하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민주국가 정상회담처럼 민주적 자본주의 국가들을 묶어서 압박하는 것에는 신경이 예민하다. 시진핑은 단기적으로는 미국과 긴장을 피하려 하겠지만, 이는 전술적 후퇴이고 전략 수정은 아니다.
 
  러드 전 총리는 시진핑이 트럼프 당선을 원했을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중국을 압박함으로써 중국은 오히려 피해자 행세를 할 수 있었다. 트럼프가 시진핑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미국이 먼저 동맹 관계를 균열시켜 대중 포위망 형성을 어렵게 만든 점이다. 바이든이 이를 복구하고 싶어 하지만 국내 여론의 분열로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결국 중국은 우선 세계적 경제 주도권을 장악하고 지역적 군사력 우위를 확보한 뒤엔 미국의 동맹국들부터 야금야금 공략할 것이다. 여기에 미국이 공세적으로 대응하면 전쟁 위험은 고조(高潮)된다. 러드 전 총리는 대만 위기가 전쟁으로 치닫는 것을 막으려면 두 나라가 할 일이 있다고 하였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분명히 하고 고관들의 대만 방문과 같은 자극은 피한다.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군사훈련을 중단한다. 그러면서 두 나라가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다. 러드 전 총리는 북한의 비핵화, 기후변화 대책, 핵실험 금지조약 강화, 국제금융 시장의 안정 등을 협력 분야로 꼽았다. 무엇보다 시진핑과 바이든의 직접 소통이 전쟁방지를 위하여 가장 중요하다.
 
  러드 전 총리는 만약 중국의 공갈이 워싱턴에 먹힐 것이라 판단하고 멋대로 행동하는 순간, 세계는 커다란 위기에 봉착할 것이고 ‘한 방에 세계 질서를 다시 설정하는 대사건이 일어날 것’이란 문장으로 《포린 어페어스》 논평의 끝을 맺었다.

 
  中 해군, 隻數에선 미국 능가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2019년 12월 17일 중국이 최초로 자체 건조한 항공모함 산둥호에서 의장대를 사열했다. 사진=신화/뉴시스

 

미국과 중국이 무력충돌을 벌인다면 해전(海戰) 중심이 될 것이다. 화력(火力)과 총 톤수에서 미국은 압도적 우위(優位)이지만 척수(隻數)에선 중국 해군이 앞섰다. 대만처럼 근해와 연안이 전장(戰場)인 곳에선 항공모함보다 다수의 소형 군함을 가진 쪽이 유리할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조선국(造船國)인데 2015년부터 5년간 해군 증강에 동원되었다. 현재 중국의 군함 척수는 360척, 미국은 297척이다. 4년 뒤 중국은 400척을 갖게 된다. 중국 해군은 척수에서 지난 20년간 3배로 늘었다. 각종 수상함과 잠수함이 조선소에서 쏟아져나왔다. 항공모함, 상륙함, 핵미사일 탑재 잠수함, 극지(極地) 쇄빙선, 연안 경비함, 구축함 등. 미 해군은 33만 명, 중국 해군은 25만명. 미국은 수상함에 약 9000기의 미사일 발사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은 1000기 정도다. 미국은 50척의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한 데 비하여 중국은 62척 중 7척만이 핵추진이라 작전반경에 제한을 받는다.
 
  중국의 조선 능력은 세계의 약 40%이다. 2등은 한국으로 25%다. 2019년에 중국 조선소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이 만든 척수보다 더 많은 배를 건조하였다. 중국은 약 3억 톤의 상선대를 보유하고 있다. 대만은 중국 본토에서 130km밖에 떨어지지 않아 소형 함정 중심으로 작전할 수 있다. 중국은 연안 미사일망으로 그들의 작전 함정들을 보호할 수 있다. 중국이 가진 70척의 코르베트형 함정에 함대함(艦對艦) 미사일 2기씩을 싣고 다니면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戰團)에도 큰 제약을 가할 수 있다.
 
  고(故) 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총리는 아시아인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면서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정치가였다. 생전에 미국 하버드대학의 그레이엄 앨리슨 및 로버트 D. 블랙윌 교수가 그를 집중적으로 인터뷰해 책으로 냈는데(2013년 MIT출판부, 《LEE KUAN YEW: The Grand Master’s Insights on China, the United States, and the World’)》, 중국에 대한 관찰이 흥미롭다.


  李光耀가 본 중국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사진=AP/뉴시스

 

*중국은 거대한 시장과 구매력을 무기 삼아 이웃 나라들을 자신의 경제 시스템 속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일본과 한국도 불가피하게 그렇게 될 것이다.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 여러 나라를 흡수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의 이웃 나라들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남아서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그렇게 해야 자신들이 중국의 인질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경제를 통한 영향력의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국제정치 면에서도 군사력보다는 외교정책을 앞세운다.
 
  *중국이 세계의 패권국가가 되는 데 가장 큰 약점은 문화, 언어, 그리고 다른 나라의 인재(人材)들을 끌어들여 동화(同化)시키는 능력의 부족이다. 중국이 미국보다 인구는 4배나 많은데도 기술 혁신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좋은 아이디어를 놓고 경쟁하거나 토론하는 문화가 약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절대로 자유민주주의체제가 될 수 없다. 그렇게 되려고 하면 무너질 것이다. 중국공산당 지도자들은 1인1표제에 의한 민주제도를 단연코 반대한다. 그렇게 하면 다당제(多黨制)에 의한 정쟁으로 안정이 무너질 것이고, 지방에 대한 중앙의 통제력이 약화되어 1920, 1930년대의 군벌(軍閥) 시대가 재래(再來)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도부가 실용적이란 걸 전제로, 중국이 잘못될 확률을 20% 정도로 본다.
 
  *시진핑은 늘 웃는 얼굴이지만 강철 같은 영혼의 소유자이다. 나는 그를 넬슨 만델라급(級)의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시련을 많이 겪은 덕분에 굉장한 감정적 안정력이 있어 개인적 불행이나 고통으로 해서 판단력이 흐려지는 사람이 아니다.
 
  *중국은 세계 최강의 나라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른 개발도상국과 달리 중국은 중국으로 남기를 원할 뿐 서양의 명예회원이 되기를 거부한다. 중국은 그러나 독일과 일본, 러시아가 군사력으로 (영미권·英美圈에) 도전하였다가 실패한 경우를 연구하여 미국과 군사력 경쟁을 하면 질 것임을 잘 안다. 군사적 대결을 피하기 위하여 고개를 숙이고, 웃으면서 40년 혹은 50년을 견뎌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들의 대전략(大戰略)은 군사력이 아니라 경제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대만은 韓國戰 덕분에 살아났는데 한국은? 

대만은 한국전쟁 덕분에 살아난 경우이다. 1950년 6월, 미국은 대만 방어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상태였다. 대만을 지키기 위하여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공언하였고, 마오쩌둥은 병력을 대안(對岸)에 집중시켜 상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김일성 남침 소식을 접한 트루먼 대통령은 배후에 스탈린이 있다고 확신, 국제공산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하여 즉각 7함대를 대만해협으로 보냈다. 그 후 대만은 불침항모(不沈航母) 역할을 하면서 번영했고 민주화도 이뤘다. 미국은 상당히 진척되었던 대만의 핵개발도 포기시켰다.
 
  이 대만을 시진핑이 기어코 흡수통일하겠다고 나설 때 한반도 정세도 연동되어 복잡하게 돌아갈 것이다. 시진핑은 대만 공격을 위한 일종의 양동(陽動)작전으로 김정은을 앞세우고, 문재인 정권 같은 한국 내의 친중(親中)세력을 조종, 한·미·일 동맹을 흔들려 할 것이다. 남북한 좌익세력이 손잡고 시진핑에게 호응하면 한국은 자유민주체제와 한미동맹이 동시에 도전받는 미증유의 위기를 맞아 생존 차원의 국민적 결단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국민들이 핵무장한 적을 비핵(非核) 상태에서 상대하면서 체제 위기와 동맹 위기를 함께 맞도록 허용한다면 대륙 독재세력에 종속되든지 멸망할 것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오는 4월 7일과 내년 3월 9일의 투표를 잘 하는 것이다. 투표장에서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인데, 자주국방을 포기한 지 오래된 국민이 각성하느냐의 여부(與否)가 열쇠이다. 케넌이 말한 대로 공산세력과 맞서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정부나 지도층이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것이다.
 
  마오쩌둥은 정치는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이고, 전쟁은 피를 흘리는 정치라 했다. 투표는 피를 흘리지 않는 전투이다. 투표장은 전장(戰場)이고 여기에 많은 병력을 보내는 쪽이 이긴다. 사전투표를 포함, 투표율을 높이는 쪽이 이긴다는 말이다.⊙ 

 

04.03 북한 인권 외면 文 정부, 북 미사일 그림에 국민 기금 지원

/북한 화가 박영철이 그린 '미사일'.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미사일 발사를 보며 즐거워하는 그림이다. /조선일보 DB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북한 김씨 왕조 숭배 그림이 걸리는 해외 미술 전시회에 우리 국민 기금 8700만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이달 말 스위스에서 열리는 남·북·중 작가 전시회에는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미사일 발사를 보며 즐거워하는 그림 등이 소개된다. 제목 자체가 ‘미사일’이다. 미사일을 배경으로 화염과 연기가 너울거린다. 북 미사일이 불바다를 만들 곳이 어디겠나. ‘서울 불바다'를 입에 달고 사는 세력이다. 이런 미사일과 김씨 왕조 그림 홍보에 우리 국민 돈을 쓴다는 것이다.

 

‘미사일’을 그린 박영철은 북 체제 선전용 그림을 전문으로 그린다. 2018년 서울에서도 그의 그림이 전시됐다. 여성 농장원들이 웃고 있는 장면이다. 당시 전시기획위원장이던 윤범모는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임명됐다. 평양을 “공공 미술의 천국이자 기념비적 조소 예술의 나라”라고 찬양했던 사람이다. 북의 우상숭배용 그림에서 어떤 예술성을 찾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북 체제 칭송으로 그가 국립미술관장이 된 것은 분명하다. 북한 그림에서 김씨 일가는 언제나 자애롭고 주민들은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이런 그림 뒤에서 세계 최악의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다.

 

1년 넘게 코로나 봉쇄 중인 북은 주민이 국경 근처에 접근만 해도 총격을 가한다고 한다. 심지어 중국이 강제 송환하려는 탈북민도 받지 않고 있다. 북의 송환 거부는 중국에 억류된 탈북민들의 생명을 구할 절호의 기회가 된다. 그래서 인권 운동가 수잰 숄티 등이 작년 말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국을 설득해 붙잡힌 탈북민들을 데려와 달라’고 부탁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런데 중국 수용소에 갇혔던 젊은 북 여성 2명이 최근 한국이 아니라 중국 인신 매매범에게 다시 넘어갔다고 한다. 숄티는 “문 대통령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권변호사라는 문 대통령이 중국에서 짐승 취급을 받는 탈북민을 구해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한국에 온 탈북민을 북송했다.

 

유엔이 19년 연속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런데 문 정부는 3년 연속 공동 제안국에서 빠졌다. 왜 불참했는지 국민에게 설명조차 하지 않는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국군 포로까지 처음 언급하며 북 인권 상황을 우려했지만 문 정권은 한미 외교·국방장관 공동 성명에서조차 ‘북 인권’이란 단어를 못 쓰게 막았다. 이제는 노예 같은 북 인권 실상을 가리려는 그림을 홍보해주려 우리 기금을 쓴다. 개탄할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

 

04.03 ‘목함지뢰’ 하재헌 중사도 분노 “북한이 그렇게도 좋습니까”

천안함 재조사 논란에 분노

/'목함지뢰 영웅'이라 불리는 하재헌 예비역 중사. /조선일보DB

 

‘목함지뢰 영웅’이라 불리는 하재헌(27) 예비역 중사가 2일 정부의 천안함 폭침에 대한 재조사 번복 논란에 대해 2일 “북한이 왜 그리도 좋냐”라고 분노했다.

 

하 중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몸바쳐 싸우신분들을 존중하고 대우해달라는 것인데 천안함 재조사가 무슨 말이냐”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평소 천안함 생존 장병들과도 교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이인람)는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재조사에 나섰지만 여론이 심상치 않자 2일 긴급회의를 열어 사건의 원인을 재조사해달라는 진정을 각하했다. 군 안팎에선 유족과 생존 장병의 거센 반발, 비난 여론 확산 등 파장이 커지자 진상위가 백기를 든 것으로 보고 있다.

 

하 중사는 “제대로 된 대우라도 해주면 몰라, 그럴꺼면 그냥 건드리지 말고 가만히라도 계시라”며 “대한민국의 주적(主敵)은 북한”이라고 했다. 그는 “나라를 지킨 국가유공자는 한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고, 이분들에게 당과 정치·정권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하 중사는 2015년 8월 서부 전선 비무장지대에서 수색작전 도중 북한이 심어 놓은 목함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었다. 스물한 살에 불과했던 그는 사고 후 19차례 전신마취 수술을 견뎌냈다.

 

하 중사는 두 다리를 잃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재활 끝에 조정 선수로 활동하며 제2의 인생을 개척했다. 국가보훈처가 내린 공상(公傷·교육이나 훈련 중 입은 상이) 판정을 전상(戰傷·적과 교전이나 그것에 준하는 작전 수행 중 입은 상이)으로 뒤집어 주목받았다. 정부는 이후 적이 설치한 지뢰 폭발로 피해를 본 군인이 전상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했다.

 

규명위가 이날 만장일치로 천안함 폭침에 대한 재조사를 각하했지만 석연치 않은 행보에 대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천안함 폭침으로 희생된 고(故) 민평기 상사의 유족 민광기씨는 “허망하고 허탈한 하루였다”며 “북한에 사과 한 마디 받아 내지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문재인 정부가 한심스럽다”고 했다. 그는 “억울한 사람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기관(진상위)가 앞장서서 우리를 죽이고 또 죽이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04.05 文은 4·3 희생자와 남로당 무장폭동도 구별 못하나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제주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 취임 이후 세 번째 참석했다. 역대 대통령은 두 번 참석한 경우도 없었다. 이번엔 국방장관과 경찰청장을 대동했는데 이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제주 4·3 사건은 남로당 무장 폭동이 도화선이 돼 수많은 제주도민이 억울하게 희생된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이다. 혈육을 잃은 가족들을 수십년간 폭도 가족으로 몰리고 연좌제로 고통받았다. 4·3 사건을 매년 추념하는 이유는 남로당과 한 묶음으로 취급돼 희생당한 대다수 제주도민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분단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국가 권력은 폭동, 반란의 이름으로 무자비하게 탄압했다”고 했다. 작년 추념사에서는 “먼저 꿈을 꾸었다는 이유로 제주는 처참한 죽음을 맞았다. 통일 정부 수립이라는 간절한 요구는 이념의 덫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제주 4·3 희생자들이 분단을 반대하고, 통일 정부 수립을 외치면서 공권력에 맞섰다는 취지다.

 

노무현 정부가 발표한 ‘제주 4·3 사건 진상보고서’는 4·3 사건을 “남로당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 충돌과 토벌대의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남로당과 무관한 일반 주민들이 억울하게 희생됐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언급한 분단 반대, 통일 정부 수립은 당시 남로당이 단독 정부 수립을 위한 5·10 총선거를 무산시키려 내걸었던 정치 구호다. 대통령은 마치 제주도민 전체가 남로당에 동조해 정부 수립을 가로막다가 군경의 탄압을 받은 것처럼 말한 것이다.

 

제주 4·3이 분단 반대, 통일 국가 수립 운동이라는 성격 규정은 남로당 시각이다. 북한이 6·25전쟁을 조국 통일 전쟁으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막으려 했던 남로당 폭동을 ‘통일 정부 수립 운동'으로 미화하면서, 제주 도민 전체가 남로당과 뜻을 같이했던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이것이 국가 권력에 의해 ‘빨갱이’로 몰려 오랜 세월 고통받았던 제주 희생자들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길인가.

조선일보 사설

 

04.06 천안함 사건 재조사 과정, 투명하게 밝혀라

/천안함 피격 1주년(2011년 3월 26일)을 맞아 해군이 공개한 천안함의 절단된 모습. 북한이 쏜 어뢰 폭발로 발생한 버블젯에 천안함이 두동강 나면서 골조가 위로 꺾인 채 휘어져 있다. [중앙포토]

 

천안함 피격 사건 재조사 진정과 관련한 정부의 처리 과정이 의혹투성이다.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규명위)는 천안함 사건을 재조사해 달라는 신상철씨의 진정을 지난 2일 최종 각하했다. 그런데 규명위는 신씨가 지난해 9월에 낸 진정을 12월에야 재조사한다고 국방부에 통보했다가 이번에 다시 번복해 기각한 것이다. 문제는 천안함 피격 사건처럼 중요한 사안의 처리 과정이 중앙일보 보도로 공개되기 전까지 국방부와 청와대가 3개월 넘게 은폐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천안함 전사자 유가족과 생존 장병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규명위의 재조사 결정이 뒤늦게 알려지자 유족과 생존 장병은 크게 반발했다. 최원일 천안함 전 함장도 규명위와 국방부를 항의 방문했다.    

진정→재조사→기각, 의혹투성이
청와대·국방부 은폐 말고 사과해야

‘천안함 피격’은 2010년 3월 26일 밤 백령도 인근 해역에 침투한 북한 잠수정이 쏜 어뢰에 천안함이 침몰한 북한 도발 사건이다. 천안함은 북한 어뢰가 물속에서 폭발하면서 생긴 ‘버블젯’ 현상에 의해 두 동강이 났다. 함정에 탔던 장병 가운데 46명이 전사했다. 그때 피해를 당한 천안함은 평택 2함대사령부에 전시돼 있다. 천안함의 파괴 단면을 보면 바다 아래에서 발생한 강력한 폭발력에 함정의 골조가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꺾여 있다.
 
신씨 주장처럼 천안함이 암초에 좌초했다거나 미군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찾을 수 없다. 암초에 부딪쳐 함정 아래에 깊게 파인 흔적은 없다. 또 7000~8000t이나 되는 미 해군 잠수함은 천안함 피격 사건이 발생한 얕은 바다에 갈 수도 없다. 천안함(1220t)에는 잠수함에 부딪혀 움푹 들어간 부위도 없다.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해 기소된 신씨에 대한 1·2심 재판부도 “좌초설은 근거 없다”고 이미 결론을 냈다.
 
신씨의 좌초설 주장은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피격되지 않았다는 게 핵심이다. 북한 도발에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름없다.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피격됐다는 군의 발표가 모두 거짓이라고 부인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규명위가 신씨의 진상조사 요구를 처음부터 기각하지 않고 수용한 배경은 이해할 수 없다. 규명위가 이를 몇 달 동안이나 숨기며 몰래 조사하려다 언론 보도로 여론이 나빠지자 다시 기각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신씨의 진정 사건을 보고받지 않았다는 국방부의 태도는 정직하지 못하다.
 
신씨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시류에 따라 수용 또는 부정하는 청와대와 국방부를 어찌 국민이 믿을 수 있겠는가. 천안함 피격과 같은 북한의 도발을 엄중히 따질 능력도 없는 정부가 정상적인 남북관계 개선은 할 수 있을까. 청와대와 국방부는 이번 진정 사건의 처리 과정을 국민에게 낱낱이 공개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직도 정신적 후유증을 앓고 있는 천안함 전사자 유족과 생존자에게 먼저 엄중히 사과하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04.06  “나는 탁상 위의 전략은 믿지 않는다”

병법 달인 조나라 장수 조괄, 실전서 패해 군졸 40만명 몰살
컴퓨터 시뮬레이션 믿다간 현대판 조괄 될 수 있다

중국 조나라 장수 조괄은 중국 역사 최고의 반면교사 중 하나다. 그가 진나라에 맞서 싸운 장평대전에서 패하는 바람에 군졸 40만명 이상이 몰살했다. 30여 년 후 나라는 멸망했다. 조괄은 병법의 달인이었다. 기막힌 아이러니다. 맹장인 아버지 조사도 병법에선 어린 조괄을 당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조사는 아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쟁은 사람이 목숨을 거는 것인데 괄이 너무 쉽게 전쟁을 말한다”고 했다. “괄을 장수로 삼으면 우리 군대는 파멸할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은 현실이 됐다. 조괄은 종이 위에서 헛되이 병법을 논한다는 뜻의 사자성어 ‘지상담병(紙上談兵)’의 효시다.

 

현대 중국군은 이 교훈을 잊지 않고 있다. 시진핑 주석을 보고 그걸 알았다. 그는 지난 2월 지방 군부대를 시찰하며 “실전화 군사 훈련을 강화해 전쟁에 이길 수 있는 능력을 끊임없이 키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평균 두 달에 한번 부대를 시찰하며 이런 메시지를 던진다고 한다.

 

인간의 우둔함 때문인지 사악한 위정자 때문인지 교훈의 망각은 반복된다. 동서고금 똑같다. 냉전 때 소련군 중 최강으로 우크라이나군이 꼽혔다.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이 나라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2014년 내전이 났다. 친러시아 반군이 분리·독립을 주장하며 무장 투쟁을 벌였다. 우크라이나군은 무력했다. 전투에서 이기지 못했고, 희생자는 늘었다. 군 전문가들이 분석해 보니 독립 이후 20년 넘게 실기동·사격 훈련을 한 대대급 부대가 거의 전무했다. 현재도 돈바스 상당 지역이 반군 차지다.

 

/2016년 3월 16일 경기도 이천 도하훈련장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소부대 도하훈련에서 한국 7공병여단과 미국 2전투항공여단 공병대대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올해 전반기 한미 연합훈련이 끝났다. 병력·장비 동원 없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습이었다. 2018년 이후 이렇게 바뀌었다. 미군은 걱정이 태산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은 “연합훈련이 컴퓨터 게임이 되는 건 곤란하다”고 했다. 한미 연합방위 능력에 차질이 생긴다고 했다. 비수처럼 꽂히는 말도 했다. “실탄 훈련을 하지 않으면 실전에서 부하들의 피를 부른다.”

 

강원도에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이 있다. 훈련부대가 대항군을 상대로 1·2·3 참호를 뚫고 고지를 점령하는 훈련을 한다. 산악 지대에서 각본 없이 실전 같은 훈련을 한다. 초기엔 1참호를 뚫는 부대가 거의 없었다. 병사들이 뻣뻣하게 서다니다 ‘사망 처리’ 됐다. 시간이 갈수록 훈련부대 전투력이 강해졌다. 1참호, 2참호를 넘어 3참호를 뚫는 부대도 나왔다. 13년 전 취재 때 함께 뛰어다니며 들은 얘기가 생생하다. “정말 놀라운 건 병사들 자세가 낮아졌다는 점이다. 생존 병사들이 많아졌다. 전투에서 이길 확률도 커졌다.” 훈련이란 이런 것이다. 나도 살고, 나라도 살린다.

 

대통령이 연초에 연합훈련 중단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김정은이 싫어하니 하지 말자고 했다. 통일부 장관, 여권 국회의원 35명도 같은 말을 한다. 이제 연합훈련 때 실기동 훈련이 병행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정은이 다시 ‘허락’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 때 이길 딱 한 가지 방법은 평소 ‘실기동 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적마저 존경했던 2차 대전 최고의 명장 롬멜은 “나는 탁상 위의 전략은 믿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군은 훈련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미 연합방위가 기본인데 우리만 훈련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손발 한번 맞춰보지 않은 축구 대표팀은 실전에서 대패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과신했다간 현대판 조괄이 될 수 있다.

 

유사시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엄청난 문제다. 게다가 확실한 건 우리와 미군 병사들 생존 확률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이다. 군 통수권이 완전히 길을 잃었다고 비판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조선일보 장일현 기자

 

04.07 北 도쿄 불참, 文 정부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매달릴 차례

/북한이 코로나를 이유로 7월 도쿄 올림픽 불참을 결정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체육성이 7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에 불참한다고 6일 밝혔다. “코로나 위기로부터 선수 보호”를 이유로 들었지만, 선수들을 매개로 바이러스가 북한 땅에 들어올까 두려운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하노이 미·북 회담이 깨지자 돌연 ‘반일(反日) 몰이’를 멈추고 도쿄올림픽을 띄우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초 “도쿄올림픽 성공을 위해 적극 협력할 계획”이라고 하더니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있는 스위스 대사에 문체부 차관을 임명하며 “도쿄올림픽 남북 공동 입장”을 당부했다. 올해 3·1절 기념사에서도 “도쿄올림픽이 남북, 미·북 간 대화의 기회”라고 했다. 안보실장과 통일부 등도 북 올림픽 참가를 강조했다. 2018년 평창 때처럼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미·북 이벤트를 재개하려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정권 실세들은 “이순신 장군의 열두 척 배”와 “죽창가”를 부르며 있지도 않은 친일파 공격을 해왔다. 여당은 ‘한·일 갈등이 총선에서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보고서도 만들었다. 일부는 “도쿄올림픽 보이콧”까지 외쳤다. 그래 놓고 김정은 쇼에 일본이 필요해지자 ‘도쿄 성공’을 말하고 나섰다. 한·일 관계 개선을 주문하던 사람들을 ‘토착 왜구’로 몰더니 지금은 대통령부터 관계를 풀자고 한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한 장본인인 문 대통령은 최근 “(그 합의가) 양국 간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도 했다. 이런 태도 돌변이 북핵과 중국 위협 대처가 아니라 남북 이벤트용이라는 걸 미국도, 일본도 안다.

 

내년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북·중 관계를 감안하면 북이 참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 정권은 문재인·김정은 혹은 바이든·김정은 회담을 성사시킬 마지막 기회로 여길 것이다. 중국은 이런 계획을 역으로 이용하려 할 것이다. 김정은 쇼의 판을 깔아줄 테니 중국 요구를 들어달라고 압박할 수 있다. 문 정권은 대통령 방중을 앞두고 ‘사드 삼불(三不)’ 약속으로 군사 주권을 양보하기까지 했다. 이보다 더한 일도 할 정권이다.

조선일보 사설

 

04.08 ‘몰래 천안함 재조사’ 추진, 청와대·국방부가 경위 밝혀야

 

제6회 서해수호의 날과 천안함 피격사건 11주기 추념 행사가 지난 3월 26일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지 불과 닷새 만인 31일 필자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이하 규명위)가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재조사 진정을 지난해 9월에 접수했고, 12월에 개시 결정까지 했다는 보도였다. 

재조사 착수 드러나자 진정 각하
장병의 숭고한 희생 욕되게 말아야

더 놀라운 것은 진정인이 천안함 좌초설과 잠수함 충돌설 등 음모론을 제기해 국방부와 해군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해 재판 중인 A씨였다는 사실이다. 필자도 처음엔 ‘만우절 가짜뉴스’라 여겼다. 하지만 지난 1일 규명위를 항의 방문해 사실을 확인하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항의 방문 바로 다음날 재조사 진정 결정이 각하됐다. 만약 바로 항의하지 않았다면 재조사 절차가 계속될 뻔했다. 진정이 접수된 지난해 9월부터 각하 결정이 난 2일까지 7개월간 대통령 직속 기구가 호국의 별이 된 46명 천안함 전우들을 의문사 군인으로 만들었다. 유족과 생존 장병을 ‘의문사로 죽은 군인 가족과 전우’라는 꼬리표를 붙였던 셈이다.
 
규명위의 재조사 진정 수용은 크게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규명위가 진정인 자격도 없는 사람의 진정을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목숨 바쳐 서해를 지키다 전사한 전우들의 숭고한 희생을 ‘군내 의문사’로 치부했다. 이는 유가족에게 또다시 고통을 줄 뿐 아니라, 생존 장병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행위다.
 
둘째, 규명위가 대통령 직속 기구라는 점이 충격이다. 대통령은 지난해 제5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천안함이 누구 소행인가”라고 유족이 묻자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제6회 서해수호의 날에 “(전사자들이) 불굴의 투혼으로 몸과 마음을 바쳐 바다 위 저물지 않는 호국의 별이 됐다” “최원일 전 함장을 비롯한 천안함 생존 장병들에게 위로와 함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연설했다. 그날 문 대통령은 2023년 천안함의 부활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이 말이 정말 큰 희망이 됐지만, 일주일 뒤 다시 무너져내렸다. 진정 접수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결정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규명위는 대통령 직속 기구가 아니란 말인가.
 
셋째, 그 누구도 이번 사건과 절차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규명위는 국방부에 통보했다고 주장했지만 서욱 국방부 장관은 하위 조직이 위임 전결해서 몰랐다고 한다. 청와대는 “규명위 결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아 답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 천안함의 부활을 말씀하신 것이 대통령의 진심”이라며 해명할 뿐 이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천안함이 부활한다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부는 유족과 생존 장병들이 원하는 천안함 부활을 곡해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천안함이 불명예스럽게 부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필자는 ‘영원한 천안함 함장’으로서 거듭 분명하게 촉구한다. 규명위는 이번 사건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와 해명을 해야 한다. 청와대는 정확한 입장이 무엇인지 밝히고, 유가족과 생존 장병들이 납득할 수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국방부는 규명위에서 받은 조사 개시 통보 접수부터 처리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언론 보도가 나오고 유가족과 생존 장병들은 너무 분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며 호소하고 있다.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 의문의 사고를 당한 불명예스러운 군인들이 절대 아니다. 이미 명백한 조사 결과가 나와 있는 마당에 더는 천안함의 명예를 훼손하고 숭고한 희생을 욕되게 하지 말기 바란다.  
중앙일보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 전 천안함 함장 

 

04월 08일 北대학이 증명한 核의지

김석 워싱턴 특파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읽던 기자의 눈길을 잡아끄는 문장이 있었다. ‘최근 북한 김일성대학과 김책공대 연구 논문에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한 연구가 포함됐다. 이는 북한 대학들이 대량파괴무기(WMD)와 관련된 국가 프로그램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의 연구를 계속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대목이었다. 보고서는 대학들이 진행한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한 연구 논문의 간략한 내용을 2페이지 분량의 부록으로 다루고 있었다. 부록에서 소개한 논문 중 김일성대학 연구소 논문은 ‘리튬6 수감요소를 이용한 중성자 검출기에 대한 연구’와 ‘원자로 구조물 진동 측정장치의 특성개선’ ‘수자(디지털) 지진분석에서 지진파와 폭발파를 식별하는 한 가지 방법’ 등 3건이었다. 김책공대의 경우 터널 공사와 관련한 지질학 및 역학 관련 연구 4건이었다.


기사를 쓰고 나서 과연 다른 논문들은 더 없을까 하는 궁금함이 들었다. 김일성대학 홈페이지에 들어가 검색해봤더니 매년 4차례 발간되는 학보에 핵과 관련한 또 다른 연구논문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대북제재위가 핵무기 프로그램 연구로 지적한 논문들이 실린 2020년 학보에도 핵 관련 다른 연구 논문들이 있었다. ‘원자로 랭각재 루실 감시용 음향신호 증폭기의 특성’ ‘원자로 잡음모의 장치에 대한 연구’ 등이었다. 2018년에도 핵 관련 논문이 학보에 실렸다. ‘방사성 먼지 립자들의 크기 분포 결정’ ‘핵에 대한 중성자 핵반응에서 자름 면적 계산을 위한 준위밀도 맞추기 방법’ ‘ 가압 경수로 로심의 제1순환 연료 장입 최량화에서 유전알고리듬의 응용’ 등이었다. 이 논문들의 근본적 문제는 북한 전력 공급 중 원자력 비율이 0%라는 점이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건설 중인 실험용 경수로는 전력 생산용이 아닌, 기존 5메가와트급 원자로와 함께 핵무기 연료를 얻기 위한 시설이다. 북한 경수로 건설과 가동은 핵무기 연료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북한 대학들의 핵 관련 연구는 결국 핵무기 연구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또 이들 논문은 다른 논문들과 달리 서문을 모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핵 개발 교시로 시작하고 있다. 북한 정부가 핵무기 개발에 대학까지 동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다. 북한은 과거와 현재 핵 개발에 주력해온 것은 물론 미래 핵무기 개발 연구와 기술자 양성을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 미·북 정상회담을 중재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2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허언임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도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도돌이표처럼 반복하며 비핵화 협상 재개와 제재 완화를 요구 중이다. 문 정부는 남은 임기 1년 동안 좌초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더욱 집착할 것이고, 북한은 이 기회를 틈타 핵 고도화와 한·미 동맹 이간질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파탄 난 이념을 수호하느라 현실을 호도하는 좌파 운동권 정권이 가져올 또 하나의 비극이다.

문화일보

 

04.09 적 앞에서 오른손과 왼손이 싸우는 나라

국가 존망 달린 안보 문제서 정쟁으로 매번 나라가 두쪽
국력 모아 北 대응한 적 없어… ‘머저리’ ‘바보’ 조롱 언제까지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도보다리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최근 한국은행 추산에 따르면 남북 경제력은 45배쯤 차이가 난다. 명목 국민총소득(GNI)을 기준으로 한 비교다. 꼭 이런 수치를 들먹이지 않아도 남북의 경제력은 비교가 무의미한 수준이고, 그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압도적으로 강하면 욕을 먹거나 미움을 받을지언정 무시를 당하거나 우습게 보일 일은 거의 없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무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인 한국은 언제부턴가 최빈국 북한에 조롱·모욕당하는 게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특등 머저리’ ‘태생적 바보’ ‘겁먹은 개’ ‘미국산 앵무새’ 같은 모욕적 표현만이 아니다. 과거에는 북의 거친 입에서 어떤 목적이 보였다면, 요즘은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투의 경멸뿐인 느낌이다. 김여정은 우리 대통령에게 “세상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 좀 돌아보라” “처신머리 골라 하라”며 아랫사람 훈계하듯 했다. 최소한의 예의·배려도 없다. 조금이라도 한국을 두려워하고 후과(後果)를 걱정한다면 이러지 못한다.

 

이런 기막힌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핵(核)이라는 최후의 보루에 대한 믿음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대북 협상에 오랫동안 관여했던 전직 고위 인사는 “우리가 북한을 향해 언제 한번 국력을 집중해 쏟아부은 적이 있느냐”고 했다. 이것이 한국이 얕보이는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북한·북핵 문제는 우리 국민의 목숨과 미래가 달린 최우선 안보 현안이지만 그렇게 다뤄진 적이 없다. 항상 국내 정치, 선거의 하위 변수로 소모됐다. 이 부분에선 진보·보수 정권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치 논리가 앞서니 한쪽이 정책을 펴면 반대쪽은 기를 쓰고 반대한다. 대화든 압박이든 힘을 받지 못한다. 현장 관료들은 정권 바뀔 때마다 ‘적폐’로 찍혀 나가 경험이 축적되지도 않는다. 적을 눈앞에 두고 오른손과 왼손이 싸우는 셈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쟁(政爭)은 상수이지만 안보 문제를 놓고 이렇게 적전 분열하는 나라는 드물다.

 

북한 김씨 일가는 휴전선 이남의 국력이 하나로 뭉치지 않는다는 것을 수십 년에 걸쳐 체득했다. 이 정권 들어서는 아예 한국 정치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은 방어 무기인 사드 하나 들여오는 걸로 난리가 났고, 국제사회와 함께 수년에 걸쳐 쌓아 올린 대북 제재 시스템은 남북쇼에 목을 매다 스스로 허물었다. 김정은은 ‘대화 재개’ ‘올림픽 참석’ ‘서울 답방’ 카드도 여전히 갖고 있다. 적절히 운만 띄우면 선거를 앞둔 레임덕 정권은 덥석 받을 것이고 나라는 또 두 쪽 날 것이다. 국력이 50배든 100배든 김정은이 한국에 겁을 낼 이유가 없다.

 

이스라엘을 둘러싼 몇십 배 이슬람 인구는 이스라엘을 증오하지만 결코 무시하지 못한다. 이스라엘은 국가 생존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똘똘 뭉쳐 무엇이라도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란이 핵개발에 나서자 이스라엘은 이란 핵과학자들을 차례로 암살했고 이란 수도에서 500㎏에 달하는 극비 자료를 빼내 세계를 경악시켰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해야 한다고 했을 때 누구도 빈말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우리가 이스라엘식 암살·공작을 따라 할 필요는 없지만, 국력을 낭비하지 않고 한곳에 집중시킬 때 상대방에게 어떤 위협을 줄 수 있는지는 새겨봐야 한다.

 

‘안보엔 좌우가 없다’는 말은 그냥 나오지 않았다. 오랫동안 외교 안보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고민한 진짜 전문가들은 배제하고 정파 이익이 최우선인 정치인, 이들에게 잘 보여 한자리 얻으려는 폴리페서, 영혼을 파는 일부 관료들만 설친다면 ‘특등 머저리’ 신세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조선일보 임민혁 기자

 

04월 09일 北 “불참”에도 도쿄올림픽 文·金 쇼 집착, 제정신인가

김정은 북한 정권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환상은 ‘망상(妄想)’ 수준이라는 것이 또 확인됐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앞으로 시간이 남아 있으며 북한이 참여하기를 기대한다”며 오는 7월 23일 개막될 일본 도쿄올림픽에 “불참”을 공식 선언한 북한의 참가를 설득하겠다는 취지로 밝혔다. 청와대가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 직후 “도쿄올림픽이 평화의 올림픽으로 치러지도록 외교적 노력을 하겠다”고 한 발표의 연장선으로, 제정신인지부터 묻게 한다.


북한은 지난 6일 코로나19 사태를 핑계로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참가하지 않기로 토의·결정했다”며 북한올림픽위원회의 3월 25일 확정을 뒤늦게 공개했다. 문 대통령이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도쿄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하겠다”며 겨냥한 ‘문·김(文金) 쇼’ 구상에 대한 정면 거부다. 그런데도 매달리려는 것은 대북 굴종 차원을 넘어, 앞뒤를 분간하는 최소한의 이성(理性)이나마 있는지부터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의 ‘문·김 쇼’가 북핵 해결에 유용하긴커녕 되레 폐해만 남긴다는 사실은 이미 확연하게 드러났다. 문 대통령부터 이제라도 정신 차려야 한다. 임기 내에 그런 쇼를 더 하겠다고 집착하는 것은 대한민국 모독이기도 하다.

문화일보 사설

 

04월 09일 무너진 文정부 대북 구상

방승배 정치부 차장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속담이 있다. 애써 하던 일이 실패로 돌아가 어찌할 도리가 없는 지경. 북한이 오는 7월 도쿄올림픽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허탈감에 빠진 문재인 정부의 상황과 오버랩된다. 문 정부는 그동안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미·일 간 마지막 대형 이벤트에 많은 공을 들여 왔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 ‘죽창가’로 ‘반일(反日) 몰이’에 집중했던 문 정부가 태도를 바꿔 도쿄올림픽의 성공을 내걸며 일본에 접근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도쿄올림픽은 한·일간, 남·북간, 북·일간 그리고 북·미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도쿄 이벤트는 문 정부 외교의 종착점처럼 보였다. 북한의 올림픽 불참으로 지난 4년간 국정 모든 분야에서 실패한 문 정부가 남북 관계에서 레거시(업적)를 만들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문 정부가 대북 물밑접촉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을 불참 사유로 들었지만, 북한의 이번 결정은 문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지난달 16일 담화에서도 이런 의도가 읽힌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은 문 정부가 도쿄올림픽을 평창동계올림픽 때처럼 관계 전환의 계기로 삼으려는 것도, 이것이 좌절되면 무척 아파할 것이라는 것도 너무 잘 안다. 북한이 문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은 그동안 문 정부의 ‘희망 고문’에 많이 속았고, 한·미·일 3각 협력과 ‘보텀업(상향식) 대북협상’을 강조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문 정부의 중재자 역할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북한 매체들이 일본 비난에 열을 올리는 것을 보면 올림픽과는 확실히 담을 쌓으려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北京) 동계올림픽을 동맹국들과 함께 보이콧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한국 정부로서는 설상가상이다. 내년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열리는 올림픽은 남·북·미 회담을 성사시킬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중국 샤먼(廈門)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 뒤 올림픽 지지 성명까지 낸 문 정부로선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이 정부의 외교·안보 바이블인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북한의 호응이 없으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비핵평화’ 같은 적극적 평화가 아니라 핵 문제는 제쳐 두고 눈앞의 안정만을 택한 ‘선(先) 평화’를 강조하다 보니 대화를 위한 대화와 이벤트 자체가 목표가 되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그동안 문 정부가 벌였던 남북 이벤트들이 가져다준 공허함이 이를 증명한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2012년 11월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캠프의 ‘정책공약 발표문’에 처음 나왔다. 탄생한 지 9년, 4년 실험으로 약효가 없음이 증명됐으니 이제 용도폐기해야 한다. 지붕으로 올라간 닭이 내려와 봐야 기대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내려올 턱이 없다. 이제 지붕 위의 닭은 그만 쳐다봐야 한다.

문화일보

 

04.12 "천안함 재조사, 이인람 위원장 지시였다…수시 채근도"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규명위)가 ‘천안함 재조사’에 나서게 된 배경에 이인람 규명위 위원장의 조사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규명위 내부 사정에 밝은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11일 이 위원장은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민주당 추천)의 진정이 접수된 이후 실무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사개시’ 의견으로 위원회에 천안함 재조사 상정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실무자들 반대에도 '조사개시' 상정 지시"
"비상임위원들에 알리거나 의견청취 안 해"
사건 초기 '북 어뢰 공격'에 "넋 빠진 것" 비판

/이인람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중앙포토]

 

한 소식통은 “지난해 9월 당초 규명위로부터 ‘진정 반려’를 통보받은 신상철 전 조사위원이 고상만 규명위 사무국장에게 항의 전화를 해 규명위가 발칵 뒤집혔고, 결국 진정을 접수 처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이후 상임위원이 주관하는 조사과 회의(과장단 회의)에선 ‘조사개시’ 의견으로 ‘7인 위원회’에 올리는 것을 놓고 내부 반대가 심했지만, 이 위원장이 강행 처리했다”고 말했다. 재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이른바 ‘7인 위원회’는 위원장, 상임위원 및 5명의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된다.
 
또 다른 소식통은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질 만큼 중요한 사건인데도 사전에 비상임위원들에게는 보고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의견 청취도 따로 하지 않았다”며 “이를 모르는 위원들은 천안함 사건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다른 안건들과 함께 ‘조사개시’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비상임위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천안함 사건인 걸 사전에 알았더라면 위원회에서 어떻게 통과시켰겠느냐”고 당시를 설명했다. 규명위 위원들은 언론 보도(중앙일보 4월 1일자 12면)로 관련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2일 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천안함 재조사를 각하 처리했다. 
 
다른 소식통은 또 “(천안함 재조사) 사건이 조사1과로 배당된 이후 이 위원장이 수시로 회의를 소집해 담당 과장에게 ‘왜 적극적으로 조사를 진행하지 않느냐’고 채근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이같은 주장에 대한 이 위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로 수차례 연락했으나 이 위원장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천안함 재조사’ 논란 주요 사건 그래픽 이미지.

 

이 위원장은 군 법무관(육군 중령) 출신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활동해왔다. 이 위원장은 천안함 폭침 사건(2010년 3월 26일)이 일어나자 정부 조사와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당시 개명 전 이름(이기욱 변호사)으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2010년 4월 7일 보도)에서 “군 전문가 의원이 한 명도 없고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도 부족하다. 그런 의원들이 뭘 아느냐”며 “(당시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 가능성을 주장한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에 대해선) 넋 빠진 것이다, 사태의 본질을 못 짚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신상철씨의 항의 전화를 받았던 고상만 규명위 사무국장의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과거 발언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고 사무국장은 2017년 3월 29일 '나꼼수' 멤버인 김용민씨가 진행하는 팟캐스트(김용민 브리핑)에 출연해 천안함 재조사를 주장했다.

 

고 사무국장은 당시 이 방송에서 "북 어뢰에 폭발 침몰이라고 정부는 말하고 있는데, 폭발하기 위해선 매우 엄청난 화약이 폭발해야 하지 않나"라며 "그런데 사건 당시 화약 냄새를 맡은 생존자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탕 안에서 방귀를 뀌었다고 어디 안 간다. 뽀글뽀글한 거품이 올라와서 수면 위에서 뻥 하고 터진다"며 "그 순간에 냄새를 맡아보면 바닷속에서 터졌기 때문에 냄새가 안 날 수 있단 말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계에 실패해서 패배한 전쟁인데 이 패배한 전쟁에 책임을 진 군인은 아무도 없다”며 “심지어 이 천안함 사건의 당사자이면서 부하 46명을 잃었던, 그리고 천안함을 잃게 한 천안함장, 이 사람조차도 처음에는 징계를 받았지만, 이것에 대해 이의제기를 해서 징계처분이 유예됐다”고 말했다.       
김상진ㆍ박용한 기자 kine3@joongang.co.kr

 

04.13 차라리 대북 아닌 백신에 올인하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여러 번 만난 중국 인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와의 만남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게 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20~30년 뒤를 생각하며 이야기하던 모습"이라고 했다. 

북, 13개월 남은 정권 상대 안할 것
돌파구 찾아 중·일에 목매면 곤란
백신 확보나 다자 외교에 힘써야

조부 김일성은 46년, 아버지 김정일도 17년간 통치했다. 김 위원장은 이제 37세. 그런 그가 20~30년 뒤를 이야기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를 상대해야 할 한·미 정상의 정치적 수명은 슬플 정도로 짧다. 한국은 5년, 미국은 연임 시 8년, 실패하면 4년이다. 그럼에도 이들 역시 욕심 있는 인간이기에 재임 중 청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고작 열세 달 남짓. 마음이 바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문 대통령이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며 한 당부는 이랬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성공시키기 위해 마지막 노력을 해 달라"고. 그러니 정 장관이 대북 문제의 물꼬를 트기 위해 뛸 수밖에. 

 

문 정부를 보는 김정은 정권의 시각은 어떨까. 북한 고위인사들을 자주 접한 외교관들의 전언 중엔 이런 게 있다. 북한이 꼽는 최악의 외교 참사는 클린턴 행정부 때 맺은 비핵화 합의를 2001년 취임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바로 깨버린 일이라는 것이다. 이때 북한은 정권 교체 시 어떤 약속도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음을 절감했다고 한다. 김정은 정권이 트럼프 집권 2년 차인 2018년에 서둘러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연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구도에선 아무리 정 장관이 뛰어다닌들, 북한이 꿈쩍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본에, 중국에 매달린들 나올 게 별로 없다. 이들의 협조를 얻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친한 척하거나 외교 관례에 안 맞게 행동하면 거부감만 일으킨다. 이제 우리도 세계 10위권 안팎의 강대국이다. 중국을 지렛대 삼아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는 전략도 절대 쉽지 않다. 나온들 13개월짜리 정권과 무슨 알맹이 있는 약속을 하겠나. 외교에도 공짜는 없다. 일본에 앞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이루기 위해 우리도 뭔가를 약속했을 게 뻔하다. 미·중 간 대결에서 중국 편에 서겠다고 다짐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우리에겐 대북 문제처럼 중요한 사안은 없다. 외교 당국이 여기에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책임 못 질 대북 사업을 벌이거나 약속을 해서도 안 된다. 차라리 마음을 비우고 백신 확보에 외교력을 쏟는 게 옳다. 외교적 과제들은 얼마든지 있다. 미세먼지·황사 등 환경문제, 원자력 활용 방안 등은 아무리 관계가 나빠도 한·중·일 세 나라가 부담 없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다. 유엔 가입 30주년인 올해를 맞아 개발도상국 지원 등 다자 외교에 눈을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참에 이념을 뛰어넘는 일관된 대북 정책이 절실함을 온 사회가 깨달아야 한다. 독일 통일의 최대 비결로 꼽히는 건 정파를 초월한 동방정책이다. 1960년대 말 진보적인 사민당 정권이 표방한 동방정책을 보수적인 기민당 정권이 집권 후에도 계속 이어받았다. 이 덕에 동·서독 관계가 안정돼 결국 서독은 통일을 끌어낼 수 있었다.   


우리도 보수·진보 간 논의를 통해 이념을 초월한 통일정책을 만들려는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1998년 출범한 민화협을 필두로 박근혜 정권 때의 통일준비위원회, 현 정권이 추진한 통일국민협약 등 여럿이다. 그런데도 이런 단체가 내놓은 아이디어들이 국가적 통일정책의 근간으로는 거의 활용되지 못했다. 정권이 여론을 무시한 채 자기 신념만 따라간 결과다.  

 
지금처럼 친북 소리를 들을 정도의 대북 정책을 폈다 다음 정권이 보다 강경한 태도로 나온다면 '널뛰기 외교'라는 비아냥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정치권이 나서든, 이제라도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균형 잡힌 통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4월 13일 행안부조차 ‘실제 훈련’ 요구하기 이른 한심한 코드 軍

어떤 국가든 전시(戰時),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계획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도 준비 없이 당한 6·25전쟁 때의 국가 혼란을 교훈 삼아 1969년부터 ‘충무계획’을 수립해 매년 훈련하면서 보완·발전시켜 오고 있다. 2008년 정부 조직개편으로 청와대 직속이던 국가비상기획위원회가 행정안전부로 흡수 통합된 후 비상대비정책국 등에서 이런 기능을 수행해 왔다.


그런데 최근 행안부가 합동참모본부에 ‘충무 사태(전시상황)별 조치 사항 160건에 대한 실제 훈련이 전무한 상태’라며 ‘실질적인 동원 절차 연습 수행으로 국가 동원 체계를 검증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 3월 24일 그런 취지의 공문을 보내 전시동원 상황 등에 대비한 민·관·군 합동 훈련을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행안부는 이어 3월 25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 후에 합참이 정보를 공유하지 않자 재차 공문을 보냈다. 행안부 장관은 친문 핵심으로 분류되는 전해철 장관이다. 합참의 행태가 오죽 한심하면 코드 인사가 수장인 행안부조차 합참에 잇달아 공문으로 문제를 제기했겠는가. 전·후방 모두 심각하다.


개성 연락사무소를 폭파해도, 공무원을 사살해도 문 정부는 북한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다. 그럴수록 군(軍)이라도 확고한 경계태세를 갖추고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행정 차원의 비상 대책을 총괄하는 행안부조차 걱정할 정도가 됐다. 을지프리덤가디언 등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2018년 싱가포르 회담 후 중단됐다. 을지태극연습도 사라졌다. 이쯤되면 군대도 아니다.

문화일보 사설

 

04월 13일 北, NLL침범·서해도서 점령뒤 韓美 반격땐 ‘核사용 협박’

 

■ 아산정책硏·랜드硏이 밝힌 ‘北 핵전술 5가지 시나리오’

② 서울 등 주요도시 ‘核 인질’
③ 전쟁 초반 40~60개 대량사용
④ 美 위협하며 ‘확장억제’ 와해
⑤ 핵탄두 다량 생산해 해외판매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 현재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수준의 핵무기를 보유하기까지 지속적으로 핵 능력을 끌어올려 온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이 오는 2027년쯤 보유하게 될 핵무기만 최대 242개,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수십 기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북한의 핵 능력이 증대됨에 따라 한·미 등에 가할 수 있는 위협의 양상이 한층 다양해질 것이란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13일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연구소가 1년여에 걸친 공동연구를 통해 공개한 ‘북한 핵무기 위협 대응(Countering the Risks of North Korean Nuclear Weapons)’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북한이 확보한 플루토늄 총량은 30∼63㎏, 농축우라늄 총량은 최소 175㎏에서 최대 645㎏으로 추정된다. 이를 기준으로 판단할 때, 오는 2027년 북한이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을 사용해 확보할 수 있는 핵무기 수량은 151∼242개로 전망됐다. 수십 기의 이동식 ICBM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각종 미사일의 사거리, 정확도, 폭발력 등이 획기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한국은 물론 미국 본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가하게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핵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향후 핵 선제 공격(preemption)을 포함, 훨씬 더 강압적이고 다양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로는 △협박·강압·억제 목적의 핵무기 사용 △제한적 핵무기 사용(limited nuclear use) △핵무기의 대규모 사용(major warfare with nuclear weapons)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와해 △‘핵확산’ 등이 거론됐다.


특히 제한적인 핵무기 사용과 관련, 서울 등 한국의 주요 도시를 ‘핵 인질’로 삼고, 이들 도시에 대한 핵 공격을 통해 한·미 대응 의지를 꺾으려 할 것이란 전망이 제시됐다. 만약 한·미의 반격이 이어질 경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군기지나 일본,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까지 위협하고 나설 가능성도 나왔다. 북한은 전쟁 초반에만 40∼60개의 핵무기를 써 한국의 정치·군사적 핵심 목표를 타격할 수도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보고서는 북한이 핵탄두를 100개 이상 보유하게 되는 순간, 이를 해외에 판매하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면서 ‘핵확산’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핵 능력의 극대화를 원하고 이를 통해 미국의 인정을 받길 원한다”면서 “미국과 협상하려는 이유 또한 미국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핵 역량을 키워 나가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봤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04월 14일 文 ‘전단금지법 치욕’ 갈수록 키운다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원장 前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오는 15일 미국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톰랜토스인권위원회가 문재인 정부를 대상으로 ‘대북전단금지법’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청문회를 연다고 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명색이 동맹국인 한국이 인권 문제를 놓고 북한과 같은 선상에서 취급되는 자체만으로도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다. 더 큰 문제는, 북핵 대응, 쿼드(Quad) 참여 문제 등으로 한·미 양국이 엇박자로 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청문회가 한미동맹을 한층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데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자유민주주의·법치 등 ‘공유된 가치’를 기반으로 한 동맹국 협력 체계를 추구하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홍콩 선거제 개편, 신장위구르와 티베트 등 소수민족 탄압을 비판하며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내세워 시진핑 국가주석을 몰아붙이고 있다. “중국은 인권 유린 대가를 치를 것이며, 시 주석도 그것을 안다”고까지 한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은 너무도 분명하다.


이런 큰 흐름 속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미국에 예외일 순 없다. 인권을 강조하면 한반도 평화 구축이 어려워진다는 논리는 국제사회에서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다. 지난 수십 년 간 인권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북한이 단 한 번이라도 호의적으로 나온 적이 있는가. 그런데도 문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12월 14일 전단금지법을 강행 처리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이 법안에 대해 비판 여론이 쇄도한 것은, 한국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북한에서는 바깥세상에 대한 주민의 알 권리가 박탈됐기 때문이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은 일찍이 한국의 전단금지법과 같은 조치들이 “미국의 신행정부 정책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커비 위원장의 예측은 적중했다. 이번에 열리는 미 의회 청문회는 어떻게 보면 전단금지법뿐 아니라, 문 정부가 그동안 취해 온 일련의 대북 인권정책에 대한 총체적인 경고일 수도 있다. 3년 연속 북한인권결의 공동제안국 참여 거부, 국제법을 무시한 북한 선원 2명 강제 북송, 국내 북한 인권 단체들에 대한 사무조사 등의 조치들은 그동안 미국을 불편케 한 게 분명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과의 협력을 강화해 중국의 팽창주의에 맞서겠다는데, 한국은 북한 인권을 무시하고 중국과 북한 눈치만 보면서 미국과의 갈등을 초래한 것이다.


통일부는 최근 미 인권 청문회에 대해 “국내 청문회와 성격이 다르다” “의결 권한이 없다”는 등으로 톰랜토스인권위원회의 조치를 애써 일축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2008년에 별세한 랜토스 전 하원의원을 가족처럼 여겼다는 사실을 알고 한 언급인지 잘 모르겠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금 인권과 가치를 앞세워 국제질서를 ‘자유진영 대 중국’ 구도로 만들려 한다. 이 와중에 자유 진영에 있어야 할 한국이 미 인권 청문회 대상이 됐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북한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되는 걸 자초하는 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대북전단법을 폐지해야 한다. 만약 훼손된 우리 이미지와 정체성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다면 바이든이 구상하는 가치동맹 구축에 자연히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미 인권 청문회에 서는 치욕이 앞으로 반복될 수도 있다.

문화일보

 

04.19 "천안함 폭침 아닌 좌초" 나랏돈으로 이걸 캐려했다(단독)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규명위)의 '천안함 재조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신상철씨(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ㆍ당시 민주당 추천)가 주장해온 '좌초설'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18일 드러났다.     

국방비로 신상철씨 '음모론' 재조사 계획 세워
신씨 주장 반영해 "부검 군의관 참고인 조사"
"실무자 서명 규정 어기고 조사계획서 작성"
당초 '진정 반려' 통보 사실도 문건으로 드러나

/대전국립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 앞에는 "천안함은 (북한군) 어뢰에 의한 수중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버블효과에 의해 절단돼 침몰됐다"는 민군합동조사단의 침몰원인 조사결과가 적힌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는 이같은 정부 입장이 단 한번도 바뀌지 않았는 데도 불구하고 '천안함 재조사'를 결정하면서 신상철씨가 주장한 '좌초설'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조사하겠다"는 조사계획을 세운 것으로 18일 밝혀졌다. [뉴스1]

 

규명위가 국민의힘 하태경ㆍ한기호 의원에게 제출한 '조사개시 결정안'(지난해 12월 14일 작성)에 이런 내용의 '조사계획서'가 담겼다. 계획서에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 잠수정 어뢰 공격으로 인한 폭발에 의한 것인지, 좌초 후 충돌에 의해 발생한 것인지에 대한 과학적 검증 및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적혀 있다. 이는 천안함 폭침 사건(2010년 3월 26일) 이후 신씨가 11년간 펼쳐온 ‘음모론’을 나랏돈(국방부 예산)을 들여 재조사하려 했다는 의미다. 
 
또 계획서는 "천안함 생존 장병과 사건 당시 부검 군의관 등을 참고인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명기했다. 이 역시 "군의관 시신 검안 보고서에는 46명 전원 사인이 '익사'로 돼 있어 어뢰 폭발로 사망했다는 것은 논리상 타당하지 않다"는 신씨의 주장을 반영한 것이다.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가 지난해 12월 14일 '조사개시 결정'을 할 당시 위원회에 보고한 '조사계획서'. 이 계획서에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 잠수정 어뢰 공격으로 인한 폭발에 의한 것인지, 좌초 후 충돌에 의해 발생한 것인지에 대한 과학적 검증 및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적혀 있다. 또 계획서는 “천안함 생존 장병과 사건 당시 부검 군의관 등을 참고인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하태경·한기호 의원실 제공]     

 

규명위의 서모 조사총괄과장과 나모 조사기획팀장이 작성한 이 계획서는 고상만 사무국장과 탁경국 상임위원이 결재해 위원회에 보고됐고, 이를 토대로 '조사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이와 관련, 규명위 조사과장을 지낸 김영수 청렴사회를 위한 공익신고센터장은 "규정상 실무를 담당한 조사관 2명이 서명하게 돼 있고, 그렇지 않은 조사계획서는 본 적이 없다"며 "이런 정황을 볼 때 내부 실무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규명위 일부 간부들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정인 요건 안돼→진정인 자격 있음 번복 

규명위가 당초 내부 법률 검토를 통해 신씨의 진정을 반려한 사실도 문건으로 확인됐다.〈중앙일보 4월 6일자 6면〉 규명위가 신씨에게 보낸 '진정서 반려 안내 통지문'에는 진정 신청 3일 뒤인 지난해 9월 10일 조사총괄과 법무팀이 작성한 '법적 검토' 결과가 첨부돼 있다. 이 서류는 "(신씨가) 진정인의 요건을 갖추지 않았고, 진정 사유로 사망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고 의심되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진정 사유와 관련해선 "국방부에서 민군합동조사단(2010년 3월 31일)을 구성해 조사결과를 발표(2010년 5월 20일)한 사안"이라고 명시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반려 통지서는 이인람 규명위 위원장 명의로 신씨에게 발송됐다.  
     

그런데 진정이 접수된 이후엔 같은 사안을 놓고 규명위의 판단이 달라졌다. 사전조사를 맡았던 규명위 조사기획팀이 작성한 '천안한 진정사건 처리방안 검토 보고서'(지난해 12월 7일 위원장 보고)에선 신씨를 두고 "군의관, 생존자(목격자) 등으로부터 사고사(폭발) 처리 관련 합리적 의심 정황을 인지한 자"라며 "군사망사고를 목격한 사람에게 그 사실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전해 들은 사람에 해당한다"고 적었다. 즉 신씨가 진정인으로 적격하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국가인권위원회 등 다른 조사기관은 제3자 진정에 대해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않는 경우 각하하도록 돼 있으나, 규명위는 이와 같은 규정이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런 규명위의 해석에 대해선 천안함 전사자 유가족과 생존 장병들이 강력히 규탄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조사 결정 때 '천안함 사건'으로 보고 

신씨의 진정이 반려된 뒤 다시 접수 처리되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 규명위가 한기호 의원에게 서면 답변한 자료에 따르면 신씨는 반려 통보를 받은 이후 진정에 대한 아무런 보완 조치를 하지 않았다. 다만 규명위의 모든 진정 접수가 공식 마감되고 한 달 뒤인 지난해 10월 14일에야 신씨가 진정 접수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고상만 사무국장은 중앙일보에 "내가 신씨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튿날 이를 보고받은 이인람 위원장 등이 접수를 처리토록 지시했다는 것이 규명위의 해명이다.〈중앙일보 4월 12일자 10면〉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진정 접수가 2020년 9월 14일 마감돼 이튿날부터는 접수가 불가하다″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한편 규명위 속기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4일 조사개시 결정을 한 정기 회의 때 '천안함 사건'으로 보고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 7명(위원장, 상임위원 포함) 중 사전에 이를 보고받지 않았던 비상임위원 5명이 이를 눈여겨보지 않고 간과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당시 속기록에는 "○○○ 외 45명 사건에 대한 조사개시 결정안"이라며 "이 사건은 일명 천안함 사건으로서 희생자가 상당수 나온 사건이고 본 건 진정인은 특별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진정인 적격이 갖춰져 있다"고 적혀 있다. 규명위 위원들은 언론 보도(중앙일보 4월 1일자 12면)로 관련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2일 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천안함 재조사를 각하 처리했다.        
김상진ㆍ박용한 기자 
kine3@joongang.co.kr

 

04월 19일 이젠 對北 방송도 막으려는 文정부, 反인권 공범 아닌가

국내외에서 ‘김여정 하명법’ 조롱까지 받는 대북(對北) 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에 이어 대북 방송도 막을 수 있는 법 개정이 문재인 정부에 의해 추진된다. 통일부는 지난 1월 22일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정부 발의’ 형태로 국회에 제출했으며, 2월 18일에는 외교통일위원회에 상정됐다. 이 법안은 남북교류협력 사업과 관련된 규제를 줄이고, 대북 사업 손실에 대한 재정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등 남북교류 활성화에 치중한 것으로 당초 알려졌고 정부도 주요 내용에서 그렇게 소개했으나, 방송 금지 근거도 포함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정부 법안에 따르면, 남북교류협력법 제2조 2호의 3에 ‘전자적 형태의 무체물 인도·인수 및 정보 통신망을 통한 송·수신 등’을 포함시키고, 이를 통일부 장관의 승인 대상으로 했다. 대북 라디오 방송은 물론 인터넷이나 위성 방송 등 다른 형태의 ‘전자 정보’ 유입도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확정·발효될 경우, 정부 승인 없이 대북 방송을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현재 많은 국가와 단체들이 대북 방송을 송출한다. KBS 한민족방송, 종교단체에서 실시하는 극동방송, 광야의 소리, 순교자의 소리, 북한선교방송, 대북 인권 단체들의 국민통일방송, 자유북한방송, 북한개혁방송 등이 있다. 미국은 미국의 소리(VOA), 자유아시아방송(RFA), 영국은 BBC, 일본은 납북 일본인들을 위한 시오카제(바닷바람) 등의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의회에선 지난 15일 전단금지법 규탄 청문회가 열렸다. 방송 금지는 더 큰 파장을 부를 것이다. 북한 주민 인권 유린의 공범이 되기로 작심하지 않았다면, 이런 법안을 추진할 수 없을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4 20 北 미사일 날아간 거리 틀린 軍, 맞힐 생각도 없었을 것

/북한이 '회피 기동'이 특징인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조선일보 DB

 

북한이 지난달 25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합참은 사거리가 450㎞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북은 600㎞ 날아갔다고 보도했고 한·미 정보 당국도 최근 북 주장이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우리 군이 놓친 150㎞는 서울~대전 거리다. 합참은 북 미사일 발사 전날에도 국회에 “특이 동향은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당시는 북이 순항미사일을 쏜 직후라 경계 태세를 높였을 텐데도 발사 징후를 포착하지 못한 것이다. 사전 탐지와 추적에 모두 실패하면 북 미사일 방어는 불가능해진다.

 

북이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쏘면 지구 곡면(曲面) 때문에 우리 레이더가 낙하 지점을 잡아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정확한 사거리는 미·일 정보 등을 종합해야 나온다. 일반 탄도미사일이라면 포물선 궤적을 보고 사거리를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북은 2019년 하강 단계에서 고도 등을 바꾸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KN-23)’ 발사에 성공했다. 지난달 25일 쏜 미사일도 KN-23 개량형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20㎞ 이하 저고도에서 수평 비행하거나 목표물을 앞두고 솟구치면 앞선 예측보다 멀리 비행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합참이 발사 당일 틀릴 가능성이 있는데도 짧은 사거리를 공개한 것이다. 미사일 도발 사실은 해외 언론보다도 늦게 발표했는데 미사일 사거리는 짧은 것으로 성급히 공개했다. 그 이유가 뭔가.

 

북 미사일 사거리가 600㎞급이면 제주도는 물론 일부 주일 미군 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다. 지난 4년간 우리 군은 북이 어떤 미사일을 쏴도 ‘별것 아니다’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탄도미사일이 명백한데도 ‘불상 발사체’라고 했다. 미·북 접촉이 이뤄지던 2019년 7월에는 600㎞인 KN-23 비행 거리를 430㎞로 발표해놓고 “한·미에 대한 직접적 위협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번 문제도 북의 도발은 어떻게든 축소하려는 심리 상태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금 군의 상황 판단 최우선 기준은 ‘군사작전'이 아니다. ‘대통령과 정권의 정치적 필요'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북 미사일 도발 발표는 정권이 싫어하니 미적거리고, 짧은 사거리라면 정권이 좋아하니 틀릴 수 있어도 성급히 발표한다. 군의 행태는 이렇게밖에 볼 수 없다. 지금은 150㎞가 틀렸지만 언젠가 안보의 근본까지 그르칠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

 

04.20 北 핵·미사일, 포용 정책이 키웠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국립외교원장

 

지난달 북한은 우리 군 현무와 유사한 KN23 개량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핵탄두를 실을 수 있게 탄두와 크기를 개량했고 요격을 회피하면서 600㎞를 날아가 한반도 전역을 정확히 핵 공격할 능력을 보여주었다. 우리 군은 유엔 제재 결의안 위반임을 피하고자 애써 미상 발사체라고 했지만, 지난 30여년간의 우리 대북 정책이 철저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냉전 붕괴 직후 한국은 모든 면에서 북한을 압도했다. 우리는 경제 발전과 민주화에 성공하여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반면, 북한은 동맹국인 소련과 중국이 자신을 버리고 한국과 수교할 정도로 고립무원이었고 체제 붕괴까지 점쳐지는 상황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별의 순간’이었다. 그런데 별의 순간에서 우리는 통일보다 공존을 택했다.

 

북한 체제 붕괴보다 변화를 모색했다. 지난 30년간 노태우 정부 이래 역대 정부는 정도 차이는 있지만 남북 협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어내어 점증적 평화 통일을 이루어간다는 포용 정책을 취해왔다. 냉전은 끝났고 붕괴는 감당하기 어렵고 남북 경쟁은 무의미하다고 보았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어떤 동맹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고 하여 민족주의가 대북 정책에 가미되었고, 김대중 대통령은 포용 정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햇볕 정책을 주창했다. 북한 정권이 개혁·개방을 하지 못하고 핵무기 개발에 매달리는 것은 냉전 구조 탓으로, 우리가 햇볕 정책으로 대북 적대를 버린 이상 남은 것은 미국의 적대 정책이라는 것이다. 미·북 적대 관계를 청산해야지만,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라 미·북 사이의 중재자가 되었다. 우리 포용 정책은 원하는 것을 주면 북한 스스로 변할 것이라는 전제에 입각했다.

 

30년의 포용 정책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포용 정책으로 북한은 변화했을까?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1995년 이래 발표해온 경제자유지수에 따르면, 북한은 27년째 조사 대상 178국 중 최하위다. 법치주의, 시장 개방, 규제, 정부 개입 등에 있어 100점 만점에 5.2점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꼴찌다. 이는 자유는 물론 개혁·개방의 흔적조차 없음을 의미한다. 계몽군주의 나라치고는 놀라운 결과다. 간접적이나마, 우리 포용 정책의 참담한 성적을 말해준다. 역사적 정상회담들도 있었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도 있었지만, 북한 변화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혹자는 북한 장마당을 이야기하지만, 장마당은 고난의 강행군하에서 북한 주민들이 자구책으로 만든 것이지 우리 정책의 결과가 아니다. 역설적이지만 선의에 입각한 햇볕 정책은 북한 정권에 변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국민 세금으로 천문학적인 지원을 북한에 제공했고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며 미·북 사이의 중재자를 자임하는 정책을 추진했지만, 김정은 정권은 민족을 겨냥한 전술 핵무기 배치를 공식화했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는 오롯이 한국을 겨냥한 것들이다. 지난 3년간 북한이 집중적으로 발사한 많은 탄도미사일은 모두 한국을 핵 공격하는 데 최적화되어있다. 북한이 미국의 적대 정책 탓에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도그마에 빠져 북핵이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는 본질의 부분을 망각했다. 북한은 미 본토를 겨냥한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지렛대로 하여 사실상 우리를 겨냥한 핵전력을 미국에 묵인받으려 한다.

 

언젠가부터 우리 정부는 미국을 겨냥한 장거리 미사일 실험에는 유엔 대북 결의안에 동참했지만, 정작 우리 국민을 겨냥한 북한 미사일 실험에는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지도 않는다. 한국 정부는 북한 미사일 활동을 외면하고 미·북 사이의 문제로 미루고 있다.

 

동서 냉전이 붕괴하고 사회주의권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던 고립무원의 북한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김정은은 한국군을 제압할 핵 무력을 배경으로 한반도 정치·군사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더욱이 시대는 탈냉전이 아닌 미·중 신냉전으로 진입했으며, 북한은 기댈 수 있는 강력한 후원 세력을 갖게 되었다. 좋은 시절은 지나갔다. 한국은 한반도 정세를 주도할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우리 대북 정책이 실패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 이유는 한반도 전략 환경의 근본적 전환에도 불구하고, 시대착오적인 냉전적 국제관과 사고에 입각, 90년대 탈냉전 시대의 해법을 여전히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햇볕 정책을 지속하고 냉전 동맹이라는 한미 동맹을 해소해도, 북한은 변화하지 않을 것 같다. 30년을 경험해보고도 대북 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없다면, 결국 우리는 동맹도 잃고 북한이 아닌 우리가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국립외교원장

 

04월 20일 北 ‘수용소 군도’ 거들 대북방송 금지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역주행이 심해지고 있다. 대북 정보 유입을 차단하는 조치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외에서 ‘김여정 하명법’ 조롱을 받는 ‘대북전단금지법’ 제정에 이어, 2탄에 해당하는 ‘대북방송금지법’을 통일부가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통일부가 지난 1월 말 발의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에 따르면, 장관의 승인이 필요한 반출·입 항목에 ‘정보통신망을 통한 송·수신’이 신설됐다. 본래 남북교류협력법 제2조에서는 남북 간 반출·반입을 ‘매매, 교환 등을 목적으로 하는 남한과 북한 간의 물품 등의 이동’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물품, 용역 거래뿐 아니라 ‘정보통신망을 통한 송·수신’도 통일부가 관리하는 반출·반입 대상으로 포함했다. 정부 승인 없이 대북방송을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대북 라디오 방송의 주요 전파 전달 방식이 정보통신망을 통한 송·수신이라는 점에서, 이 법안이 북한 인권 등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민간단체의 대북 라디오 송출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은 불가피하다.


논란이 확산되자 통일부는 “대북방송 규제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대북 라디오 방송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의 규정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법 제정 이후 30년이 지나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통제 목적이 아니라면 법 개정의 실익은 별로 없다. 자유로운 정보 전달로 북한 주민들이 독재 체제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 이상 전파 통제는 불필요하다. 오히려 기술 발전에 대해 통제하지 않는 게 대북 정보 유입에 긍정적이다. 그런데 방송마저 규제한다면 북한 주민들은 최소한의 체제 밖 소식을 어디서 들으란 말인가. 과거 동서독은 1950년대부터 활발한 우편과 방송 교류로 통일의 물꼬를 텄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최근 북한은 20·30세대들의 자본주의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차단하기 위해 라디오를 청취하는 주민들을 처벌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들었다. 197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련의 반체제 작가 솔제니친의 소설 ‘수용소 군도(群島)’에는 인간의 단계적 통제 방법이 적나라하게 소개돼 있다. 북한의 인권 유린 행태는 수용소 군도 수준을 넘어선다. 미국에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논란으로 의회 청문회가 열렸는데, 정부가 대북 방송까지 막는다면 국제적 논란 확산은 명약관화하다.


정부의 역주행이 아직도 4·27 판문점 선언의 미망에 집착한 결과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1954년 가수 백설희는 한국인의 애창 대중가요 1위인 ‘봄날은 간다’에서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고 노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년 전 4월 27일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약속했던 달콤한 ‘그 맹세’의 추억에서 벗어나기는 평생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 노래는 2절에서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고 한다. 특히, 김여정은 3월 담화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뻔뻔스러움의 극치’ ‘그 철면피함’ ‘미국 앵무새’ 등 원색적으로 비난했는데도 청와대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여전히 ‘실없는 그 기약’을 믿고 일편단심 평양을 배려하는지 구중궁궐 밖에서는 알 길이 없다.

문화일보

 

04.23 이번엔 北 총격이 “사소”, 말 事故 주워 담기 바쁜 鄭 외교

정의용 외교장관이 21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북한군의 우리 GP 총격과 서해 해안포 사격에 대해 “사소하다” “절제했다”고 했다. 작년 북한군이 쏜 고사총 4발은 우리 GP 외벽에 조준한 듯 탄착군(彈着群) 형태로 명중했다. 14.5㎜ 고사총은 장갑차도 뚫는 위력이다. 자칫했으면 우리 장병의 목숨이 위태로웠는데 어떻게 ‘사소’라는 말을 하나. 2019년 김정은은 연평도 포격 9주기에 서해 NLL 인근 창린도 부대를 방문해 “한번 사격해보라”고 지시했다. 남북 군사 합의 핵심인 ‘서해 포 사격 중지’를 대놓고 파기한 것이다. 대한민국 영토를 다시 공격할 수 있다는 협박인데도 “굉장한 절제”라고 했다. 오죽했으면 외교부가 “(장관의) 용어 선택이 적절치 못했다”고 했겠나. 정 장관이 설익은 협상 내용을 공개한 ‘한·미 백신 스와프’에 대해서도 ‘백신 협력'이라는 표현으로 대체해 달라고 했다.

 

그는 북이 문재인 대통령을 ‘삶은 소대가리’라고 조롱한 것에 대해 “협상을 재개하자는 절실함이 묻어 있다”고 했다. 청와대도 개·바보라는 북 막말을 “협상 의지 표현”이라고 했었다. 문 정부는 북의 손짓 발짓 하나까지 협상 의지로 해석하고 싶어 하는데 북은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협상에 나온 적이 없다. 오히려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반면 일본이 문 정부의 위안부 합의 파기를 비판한 것에 대해선 “우리를 매도하는데 일본이 그럴 자격이 있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정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강제 북송한 탈북 어민 2명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안 봤다”고 했다. 헌법 3조에 따라 흉악범이라도 북 주민은 우리 국민이다. 국민 자격도 맘대로 박탈하는 발언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아직 있다”고도 했다. 청문회 한 달 전 김정은은 당 대회에서 ‘핵’을 36차례 강조했다. 전술핵과 핵 추진 잠수함 개발까지 공언했다. 어디에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말인가. 안보실장 시절엔 “군사적 능력은 우리가 북한보다 훨씬 앞서고 있다”고 했다. 핵 없는 나라가 핵 가진 집단보다 ‘군사적으로 앞선다’는 말을 누가 믿나. “북이 TEL(이동식 발사대)로 ICBM을 발사할 능력이 없다”고도 했다. 그런데 북은 2017년에만 세 차례나 TEL로 ICBM을 쐈다.

 

외교장관의 말은 국제사회에서 그 나라의 공식 입장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단어 하나 하나에 극도의 신중을 기한다. 1시간 인터뷰를 해도 발라서 쓸 말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입만 열면 사고가 나서 아랫사람들이 주워 담으려 전전긍긍하는 외교부 장관은 다시 보기 힘들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4월 27일 북핵위기 더 키운 文의 오판

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남북 정상이 ‘한반도 평화의 봄’을 선언한 4·27 판문점 선언 3주년인 지금 한반도 시계는 핵폭풍 전야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판문점 선언 및 9·19 남북군사합의 준수로 지금의 한반도가 3년 전보다 더 안전해졌다고 강변하지만, 되레 북핵 위기는 더 커졌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 사기극 뒤에서 첨단 미사일 개량 등으로 핵무기 능력을 3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증강시켰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2019년 2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하노이 노딜’을 계기로 거추장스러운 평화의 가면마저 벗어던졌다. 2019년 11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창린도 방어부대 방문 중 포사격 지시를 신호탄으로 지난해 5월 전방초소(GP) 총격사건→ 6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9월 실종 해양수산부 공무원 화형 도발→ 올 1월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 개발 발표로 판문점 선언과 9·19 남북군사합의는 종잇조각이 됐다. 김여정이 소대가리, 특등머저리, 미국산 앵무새라고 문 대통령과 문 정부를 향해 무지막지한 막말과 분풀이를 해대는 저간의 사정은 이렇다.


문 대통령이 최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북정책을 “변죽만 울렸다”고 비판하자 트럼프가 발끈하며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존중한 적이 없었고, 문 대통령은 지도자로서, 협상가로서 약했다”며 ‘천기누설’까지 하는 낯뜨거운 상황이 벌어졌다. 한반도 평화쇼 세 주역이 겉으론 가까운 사이인 척 쇼를 했지만 음모와 배신, 오판으로 파국의 불씨를 잉태하고 있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트럼프는 자신이 대북제재를 해제할 경우 사람들이 자신을 바보라고 놀릴 것이기에 북한의 비핵화 없는 제재 해제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회고록에 기술했다. 비핵화 협상 실패는 중재자인 문 정부의 정세 판단 미스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정은은 2017년 핵무기 완성을 선언한 뒤 2018년 ‘핵 모라토리엄(동결)’ 협상을 하겠다고 한 적은 있지만 ‘핵보유국 지위를 버리겠다’고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실제 하노이회담 때 김정은은 ‘영변 핵 폐기와 개성공단 재개’ 맞교환에 트럼프가 합의할 것이란 한국 측 중재안을 철석같이 믿고 기차 안에서 서울에 3번씩이나 확인 전화를 하며, 평양 입성 후 팡파르를 울릴 것으로 기대했다가 국제적 대망신으로 끝나자 사색이 됐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북정책을 비판해온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훈수까지 둬 우려를 키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훈수를 수용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김정은의 비핵화 사기극이 백일하에 드러난 마당에 선의와 대화만으로 김정은의 태도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북한 사기극에 대한 오판을 솔직히 인정하고, 동맹 강화와 대북제재 유지를 통해 북핵 포기를 강제하는 쪽으로 대북정책 방향을 바이든 정부와 조율해야 한다. 동맹이 힘을 합쳐야만 북핵은 공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김정은이 기어코 핵보유국 망상을 버리지 않겠다면 핵을 안고 자폭하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 비핵화의 유일한 해법이다.

문화일보

 

04.28 김정은 인간개조론의 예비타당성 조사

 

김정은은 지난 4월 초에 열린 당세포비서대회에서 집권 이래 처음으로 인간개조론까지 꺼내 들었다. 노동당 최말단조직의 책임자들이 모인 대회에서 그는 인간개조 사업을 적극 벌여야 한다며 ‘수백만 당원이 한 사람씩 맡아 교양 개조하면 모든 사회 성원들을 사회와 집단을 위해 몸 바쳐 일하는 성실한 근로자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심각한 경제난을 인정한 8차 당대회 이후 여러 회의에서 사상 무장과 반(反)부패 투쟁을 강조해온 것과 맥을 같이한다.    

김정은이 꺼내든 인간개조 사업
체제 위기 막으려는 절박한 시도
제재의 칼을 막으려는 종이 방패
주민 의식 변화로 성공할 수 없어

그러나 실증적, 역사적으로 인간개조 사업의 예비타당성을 조사하면 그 결과가 재앙에 이르지 않으면 다행이다. 김정은이 지적한 대로 비(非)사회주의 풍조는 북한에 널리 퍼져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김정은 통치 기간에 탈북한 1천명 이상의 주민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서 살 때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를 더 지지했다는 응답자는 15%밖에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자신이나 가족보다 집단을 더 우선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15%에 불과하고, 뇌물을 주지 않고 살았다는 탈북민도 15%에 그친다. 주민 85%가 비(非)사회주의자인 셈이어서 북한이 공식적으로 표방하는 사회주의 이념은 껍데기만 남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상 교육도 효과가 없다. 서울대 경제학부의 이정민·최승주 교수와 필자, 컬럼비아대의 이석배 교수가 수집한 탈북민 자료에 따르면, 생활총화는 주민의 가치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사상개조 사업을 담당하는 노동당원이 자본주의를 더 지지하기도 한다. 김정은의 인간개조론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또 정권이 사상 무장을 강조할수록 주민 불만은 증가한다. 사상 교양 사업에 대해 주민의 60%가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주민은 10%에 불과하다. 사상 교육을 아무리 많이 해도 주민의 생각은 바뀌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불만이 증가하고, 당원이 더 자본주의를 지지한다면 김정은식 인간개조론의 운명은 너무도 분명하지 않은가.
 
사회주의라는 역사 실험도 마찬가지 결론을 내린다. 인간의 이기심은 자본주의 체제의 산물이기 때문에 공산주의에선 자연히 사라진다는 마르크스의 주장은 소련 경제를 처음부터 대혼란으로 내몰았다. 이기심이 없어졌다고 믿고 경제정책을 편 결과,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3년 만에 산업생산은 1913년 대비 80%나 감소했다. 이 학습 결과 소련은 1930년대부터 사회주의 인간개조론을 실제로는 버렸다. 변한다던 인간 본성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 이를 선전선동, 감시와 처벌로 억누르려 했을 뿐이다. 1980년대에 출판된 ‘호모 소비에티쿠스(소련형 인간)’란 소설은 사회주의가 이타심이 아니라 더 저열한 형태의 이기심 추구를 자극했다며 풍자했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소련이 40년 전에 버린 사회주의 인간개조론을 주워들고 문화대혁명을 벌였다. 고(故) 리영희 교수는 『전환시대의 논리』에서, 많은 중국인이 사회주의 낙원 건설이란 일념으로 잠자는 시간마저 줄이려고 들판에서 잠을 잤다며 문화대혁명이 인간개조에 성공한 듯 찬양했다. 그러나 그는 무수한 죽음과 부당한 폭력, 강제 이주를 초래한 소위 ‘혁명’의 잔인성을 보지 못했다. 그의 저작은 ‘뒤집어 보기’엔 성공했으나 ‘바로보기’엔 실패했다. 결국 중국도 인간개조론을 버리고 1978년부터 개혁·개방에 나섰다.
 
소련이 80년 전, 중국이 40년 전에 포기한 사회주의 인간개조론을 김정은이 지금 들고 나왔다는 사실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암시다. 인간개조는 제재와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벼랑으로 내몰리자 주민의 불만이 정권으로 향하지 않도록 차단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이는 상황을 악화시킬 따름이다. 시장 활동을 통해 생계를 꾸리는 다수 주민은 사상 교육 때문에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하는 것을 싫어한다. 관료에게 뇌물을 주어서라도 빠지려 한다. 이는 김정은이 강조하는 부패와의 투쟁에 역행한다. 주민과 관료가 부패를 고리로 유착이 되면 김정은의 통제력은 더욱 약화한다. 그가 두는 수는 이처럼 무리수, 자충수다.
 
제재라는 칼을 막기 위해 김정은이 내놓은 인간개조론은 종이로 만든 방패에 불과하다. 그는 당원의 솔선과 충성을 부르짖지만 이미 그들은 시장에 마음을 빼앗겼다. 소련 프로파간다의 선봉에 섰던 공산당 기관지 ‘코뮤니스트(공산주의자)’는 소련 붕괴 직후 그 이름을 ‘스바보드느예 므이슬(자유사상)’로 재빨리 바꾸었다. 구소련·동유럽에서 자본주의로의 체제 전환에 가장 잘 적응한 사람 중에는 과거 공산당원이 많았다. 사회주의 내부를 잘 알수록 더 환멸을 느끼고 그 종말을 갈망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버티기’에 속아서 비핵화를 포기해선 안된다. 인간개조론까지 나온 것은 진실의 순간에 북한이 더 가까워졌음을 암시한다. 자력갱생과 인간개조는 실패할 것이다. 여기에 북한의 ‘중국 바라보기’도 효과가 없어야 비핵화의 길이 열린다. 이 길만이 남북 주민 모두를 상생과 평화로 이끌 수 있다. 지금은 비핵화를 우회할 때가 아니며 단념할 때는 더욱 아니다.     
중앙일보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04뤌 28일 ‘4·27 쇼’ 3년…안보와 국격 허물었다

전성훈 前 통일연구원장 국민대 겸임교수

 인간 방패를 대동하고 판문점에 나타난 김정은이 계산된 화술과 현란한 몸짓으로 한국 사회를 흔들어 놓은 지 27일로 만 3년이다.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북핵 문제도 해결될 것이란 장밋빛 희망으로 온 나라가 술렁이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하다. 북한 독재정권에 철저히 이용당하고 버림받았으며 나라 안팎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2018년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은 핵을 가진 북한이 대한민국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분단 이후 최대의 정치 이벤트로 기록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책은,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면 핵을 포기하고 변화할 것으로 믿고 시도했다가 실패한 햇볕정책을 더 세게 밀어붙인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책이, 북한의 독재를 강화하고 핵 개발을 부추긴 반면 북한 사회의 진정한 변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진실을 외면했다. 더 나아가 ‘평화’라는 미명 아래 군사훈련을 축소하고, 외교장관이 북한의 전방초소(GP) 총격이 ‘굉장히 절제’됐다고 하는 등 북한의 도발을 평가절하하는 우려스러운 사태가 일상화했다. 북한 정권이 극력 반대하는 대북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와의 마찰도 불사하는 지경이다.


판문점 선언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북한의 핵 폐기를 뜻하는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바로 다음에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고 적시한 것은 한국의 의무 사항도 있다는 뜻인데, 한국은 이미 핵을 포기하고 비핵화 공동선언을 완벽하게 이행하고 있다. 만약 한국의 역할과 책임이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조정을 뜻한다면 이는 김일성의 ‘조선반도 비핵지대화’ 유훈을 들어주겠다는 것으로, 그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운 심각한 문제다.


지금도 북한은 매년 6∼8개의 핵탄두를 만들고 있다. 장거리미사일은 물론 회피기동과 핵무장이 가능한 단거리미사일도 개발 중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가 핵 개발 포기의 신호라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이 실험장은 핵 개발이 완성돼 그 사명을 마쳤기 때문에 폐쇄한다고 김정은이 스스로 밝혔다. 문 정부의 평화 지상주의는 화려한 말과 이벤트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국가 생존의 위기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백주에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환부가 썩어 고름이 흘러내린 것과 같다. 국민 보호를 일차적 책무로 여기는 정부라면 핵을 가진 북한의 더 과감하고 무모한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문 정부가 남북 관계에 올인하면서 한미동맹 간에도 파열음이 생기고 있다. 문 대통령이 최근 외신 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정책에서 변죽만 울리고 성공하지 못했다고 비판하자 트럼프가 즉각 반박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서도 싱가포르 미·북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라고 했다. 두 발언 모두 남북 관계에서 성과를 내려는 문 대통령의 초조함이 묻어나는 언급이지만,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외교적 결례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후 지난 3년의 남북 관계는 국민 보호와 국가 발전에 기여하지 못했다. 국가안보가 정치 이벤트의 제물이 돼 국민의 안전은 더 위험해졌고 국격은 더 실추됐다. 북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내부를 정비하는 것은 차기 정부의 최대 과제다.

문화일보

 

04.29 반대 단체에 사드 장비 반입 예고해 난장판 시위 부른 軍

/28일 사드 발전 장비를 실은 군용 차량이 경북 성주군 사드 기지 앞 도로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가 27일 “사드 발전기 등 장비를 28일 성주 기지에 반입한다”고 예고했다. 반입할 발전기 사진까지 전례 없이 사전 공개했다. 사드 기지는 북핵 미사일을 막기 위해 필수적인 방어 시스템이 배치된 곳이다. 사소한 군수 물자라도 이동 시간과 동선 등은 군사 기밀에 해당한다. 중요한 군 장비는 함부로 사진을 찍을 수도 없다. 그런데 보안 유지가 더 요구되는 핵심 기지의 장비 반입 날짜는 물론 사진까지 미리 제공한 것이다. 세상에 군사작전과 기밀을 먼저 알려주는 군대가 어디 있나.

 

국방부는 “주민 이해를 돕기 위해 미군 측과 사전 협의했다”고 했다. 대체 무슨 이해를 돕는다는 건가. 무슨 죄라도 지었나. 미군이 흔쾌히 동의했겠는가. 당연히 사드 반대 단체는 28일 새벽부터 기지 앞에 진을 쳤다. 사드 발전기와 기지 물자 등을 실은 군용 트럭 40여대를 막고 경찰과 뒤엉켰다. 국방부가 사전 예고하는 바람에 두 달 전 물자 반입 때보다 더 난장판이 벌어졌다고 한다. 제 나라를 지키기 위한 일을 막고 나서는 시위대나 이를 사실상 방조하는 정부, 군이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지난달 방한한 미 국방장관이 사드 기지의 열악한 생활 환경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동맹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unacceptable)’이란 표현까지 썼다. 사드 반대 단체의 저지로 한·미 장병 400여명이 4년째 컨테이너에서 자고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하는 상황을 더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드 가동용 발전기 2대 중 1대는 노후화로 교체가 급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말도 안 되는 환경영향평가 핑계를 대면서 사드 정식 배치를 무한정 미루고 있다.

 

국방부는 “사드 능력 변화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작년 5월 한밤중에 오래된 요격 미사일을 바꾸면서도 “사드 성능 개량과는 상관이 없다”고 몇 차례나 반복했다. 우리가 배치한 사드 성능이 원래보다 좋아지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인가. 사드 능력이 몇 배 좋아져도 부족할 상황인데 좋아진 것이 없다고 강조하니 대한민국의 군인가, 북한군인가.

 

군은 작년 사드 장비 교체를 하면서 사전에 중국에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우리가 우리 안보를 위해 하는 군사적 조치를 왜 중국에 일일이 보고하나. 이 정권의 북·중 눈치 보기는 중증(重症)이지만 군까지 부화뇌동하고 있다. 군대라고 할 수도 없다.

조선일보 사설

 

04월 29일 北 체제·核 미화한 책 추천 曺교육감, 학생 종북 노리나

전교조 출신 4명을 포함한 해직 교사 5명을 불법 특혜 채용한 혐의가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북한 체제와 핵(核)무기 개발을 미화한 책까지 학교 교육용으로 추천했다고 한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은 서울시교육청이 5월 넷째 주인 통일교육주간에 초·중·고교에 지원하겠다고 제시한 ‘교실로 온 평화통일 꾸러미’ 추천 도서 36종을 분석한 결과를 28일 밝혔다.


그 내용은 조 교육감에게 학생들의 종북(從北)을 노린 건지부터 묻게 한다. 어떤 책은 ‘북측이 개발한 핵무기는 애초에 공격용이 될 수 없다’ ‘북측은 약속한 선언과 합의에 근거해 비핵화 절차를 실제로 진행하고 있다’ 등 북한의 거짓 주장을 복창한다. ‘북측 인민들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이어 반제(反帝)·자주의 가치를 계승할 지도자를 찾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가장 적격이라고 판단한 것’ 운운으로 3대 세습도 칭송한다.


이 밖에도 ‘북한 사람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구가하며 살고 있었다’ ‘탈북자들은 결국 자본주의의 노예가 될 것’ 등 혹세무민하며 종북을 선동하는 책이 수두룩하다. 서울시교육청은 “일부 도서의 내용 검증은 부족했다”고 둘러대고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조 교육감은 ‘교육 오염(汚染)’ 걱정을 더 키운 잘못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추천 도서 목록을 전면 재구성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문화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