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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칼럼 2026-06-1/ 06.01 '친중 좌파'라는 경고음과 위기의 한미동맹 - 06.10 북핵 묵인…중·러·북 反美 핵 삼각연대 완성

상림은내고향 2026. 6. 2. 11:13

자유칼럼 2026-06-1/

06.01 '친중 좌파'라는 경고음과 위기의 한미동맹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4월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미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미하원군사위원회TV

 
 

지난해 경주 ‘APEC CEO 정상회의’ 특별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미국의 소중한 친구이자 동맹국”이라 했고,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도 “모범 동맹국”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불안한 경고음이 감지된다. 최근 미 정보당국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평안북도 구성에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고 언급한 것을 정보 유출 위험으로 보고 한국과의 정보 공유를 제한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주둔으로 안보 혜택을 보면서도 미국 지원에 소극적인 동맹국 중 하나로 한국을 거명했다.

 

미국 조야와 싱크탱크들도 한국의 정치와 외교 기조를 ‘친중(親中) 좌파’로 규정하고 있다. 브루스 클링너 전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작년 초 “한국에 새로운 진보(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베이징과 평양에는 유화적이고 워싱턴에는 더 적대적일 테니 중국이 매우 환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도 “중국은 친중국 성향으로 알려진 한국 민주당의 부상을 긍정적인 상황 전개로 볼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는 “한미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천명했지만, 엇갈린 행보로 미국에 오해와 불신의 빌미를 제공했다. 한국은 지난 2월 미국이 제안한 한미일 공중 연합훈련에 불참했으며, 서해상에서 실시한 주한미군의 공중훈련에 대해 항의했다.

 

이러한 신뢰 훼손으로 방산, 통상 영역에서도 한국의 배제가 감지된다. 미 국방부는 자국의 첨단 스타트업과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등 50여 기업 간 방산 공급망을 구축해 드론을 대량 생산하기로 했으나, 이 거대한 ‘드론 동맹’에서 한국은 제외됐다. 최근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주도한 지휘통제체제 연동 네트워크(IMN)에서도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필리핀 등 태평양 핵심 동맹국들은 대중국 군사작전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있는데 한국만 빠져 있다. 통상 분야에서는 데럴 아이사 미 연방하원의원이 “한국의 친중 좌파 정부가 메타와 ‘한국의 아마존’ 쿠팡 등 미국 기업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고, 공화당 연구위원회(RSC) 소속 하원의원 54명은 한국 내 미국 기업 차별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보냈다.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 동맹의 방기(放棄)는 국가의 존망과 직결된다. 중국은 2049년까지 세계의 중심이 되겠다는 ‘중국몽’을 내걸고 북한, 이란, 러시아 등 권위주의 체제와 연대해 미국 주도의 질서를 흔들고 있다. 북한은 핵 능력 고도화로 우리에게 ‘핵 그림자(Nuclear Shadow)’를 드리울 태세를 구축했다. 거래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이란 전쟁에서 미국을 적극 지원하지 않은 NATO 동맹국들에 분노하며 NATO 탈퇴까지 고려하고 있다.

 

만약 우리 정부가 ‘주권 강화’라는 명분만 내세운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9500마일 떨어진 대만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듯 주한미군 감축이나 전작권 조기 전환 등을 대북·대중 협상 카드로 던질 수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전작권 전환에 대해 “정치적 편의가 조건을 앞지르면 안 된다”고 경고한 이유다. 미국 국방전략서(NDS)는 중국 팽창 저지를 위해 규슈, 남사군도, 타이완, 루손, 보르네오를 잇는 ‘제1도련선’ 내 동맹국들의 역할을 강조한다. 조셉 힐버트 미 8군 사령관도 최근 “한국 역시 제1도련선에 속해 있다”고 못박았다. 중국 눈치를 보는 동맹국들은 미국 방위선에서 제외하는 ’21세기의 에치슨 라인’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워싱턴이 한국을 중국의 압력에 흔들리고 동맹의 핵심 요소마저 양보할 수 있는 국가로 오해한다면 ‘철통같은 동맹’이란 구호는 모래성에 불과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안보를 볼모로 삼는 국내용 포퓰리즘을 멈춰야 한다. 미국 조야의 깊은 우려를 해소하고 무너진 한미동맹을 재건할 정교한 전략과 실질적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조선일보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원장

 

06-01 호국의 달, 더 걱정되는 전작권 도그마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30일 싱가포르에서 있은 샹그릴라 대화에서 한국을 ‘부담을 공유하는 모범 동맹’으로 극찬했다.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서도 “동맹국이 더 빨리 더 많은 통제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것”을 환영했다. 동맹이 굳건하다는 메시지는 좋아 보이지만, 한반도에서 미군의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보여 아쉽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정책은 동맹국이 당면한 위협에 우선적인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그렇기에 국방비 증액과 전작권 전환을 반기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입장이 한국의 안보에 도움만 되는 일이 아니며, 76년 전 6·25전쟁의 참화를 겪었던 당시와 논리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6·25전쟁’은 김일성의 야욕이 원인이었지만, 한반도 상황을 오판한 주한미군 철수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미국 정부는 주한미군 유지에 비용이 많이 든다고 봤고, 한반도는 미국의 주요 억제 대상인 소련을 견제하는 데 벗어나 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주한미군을 철수하며 제안한 대안이 한국 경비대를 국군으로 전환하며 군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이를 반대하며 조병옥 박사를 대미 특사로 보내 설득을 시도했지만, 결정을 뒤집지는 못했다.

 

주한미군의 제3국 위협 억제와 국군의 역량 강화가 맞물리는 점이 오늘과 비슷하지만, 다행히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위협 대응뿐 아니라 중국 견제에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걱정되는 점은, 중국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을 ‘중국을 향한 단검’에 비유한 데 대해 ‘작전 환경’을 언급한 것으로 해명했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대중(對中) 전략이 바뀌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중국의 위협 문제에 소극적으로 임하며 대중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을 ‘실용’으로 여기는 듯하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산업을 견제하지 않으면, 우리의 핵심 산업군이 중국에 모두 따라잡힐 상황이 눈앞에 있는데도 말이다.

 

미국의 대중 안보 협력에 한국의 지원이 약해지면, 대북 억제력이나 공급망을 포함한 경제안보 협력에 미국의 지원도 약해진다. 한국을 향한 위협은 미국이 돕고, 미국을 향한 위협은 한국도 도와야 건강한 동맹이다. 그래야 북한 위협에서 경제안보에 이르기까지 미래 세대의 평화와 번영을 담보할 수 있다.

 

동맹의 견고함은 평시가 아닌 위기 때 확인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전작권 조기 전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기우가 아니다. 최첨단 군사력과 전쟁 경험이 풍부한 지휘관을 가진 미군 못잖은 작전통제 역량 보유를 위해서는 충분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위기 발생 시 국군의 역량이 부족하면 미군은 그들의 생명을 국군의 통제에 맡기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격변하는 역내 정세는 견고한 한미동맹을 요구한다. 북핵 위협, 중국 문제,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 전작권 전환, 방산 협력을 추진하며, 새로운 경제안보 지평을 열어갈 중심축이 돼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서로에게 ‘등’을 맡길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동맹으로 발전하는 길이 호국의 달 우리 역사의 교훈이다.

문화일보

 

06-01 기업 성과 강제 배분은 자본주의 일탈

오정석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년 연간 합산 영업이익이 60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두 회사의 법인세 합산액만 100조 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막대한 영업 성과에 두 회사의 노조들은 영업이익의 10∼15%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고 이는 다른 기업들로 급속히 확산하는 분위기이다. 여기에 정부 관계자들이 잇달아 반응하면서 이익의 사회적 분배를 둘러싼 전면적 논쟁이 촉발됐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과 원칙 훼손이 심히 우려된다.

 

초과이익 분배의 논거들을 간단히 짚어보자. 먼저, 반도체산업 성장은 세액 공제나 전력 및 용수 등 인프라 혜택, 인허가 특례 등 국가 지원의 결과이니 과실을 사회와 공유하자는 주장이 있다. 협력업체·소액주주도 이익의 이해관계자이니 노사 간에만 나누면 안 된다는 주장도 추가됐다. 또한, 전 국민이 반세기에 걸쳐 쌓아온 산업 토대에서 비롯됐으니 국민배당금 제도로 환원하자는 제안, 더 나아가 두 기업이 한국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 차지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자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기업의 성과를 어떻게 나누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칙은 몇몇 관계자의 단편적 주장과 특정 이익집단의 단체행동으로 결정돼선 안 된다. 많은 전문가의 심사숙고와 사회 구성원 전체의 공감대가 선행돼야만 하는 너무나 중차대한 문제이다. 당장 두 반도체 기업의 상황은 타 대기업 노조들의 신속한 반응을 유도해 모든 산업의 노사관계에 엄청난 불확실성을 퍼뜨렸다. 또한, 반도체 경기 호황이 일시적인지 구조적인지에 대한 자의적 판단에 기반한 급진적인 구상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당장의 호황기 상황에 근거해 규제와 관례를 포함한 국가 경제 운영 방식을 임기응변, 중구난방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

 

시장경제를 부인하지 않는 한 기업의 이익 사용에 대한 권한은 법적으로 주주에게 있다. 그런데 이 원칙이 빠르게 훼손되고 있다. 또한, 중요한 규제일수록 사전적(ex-ante) 규제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사후적(ex-post) 규제가 개입하기 위해서는 독점적 지위 남용 등 시장 실패가 명확해야 한다. 현재 반도체산업의 호황이 일시적인지 구조적인지, 또 반도체 회사들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는지 등은 명확지 않다. 심지어 초과이익의 정의조차 불분명하다. 사후적 규제가 필요하다면 초과이익의 원천을 명확히 파악해 근거를 마련하고, 시장 지위 남용에 의한 불공정 이익이라면 구조적 원인을 해소하는 접근을 해야 한다. 반면, 혁신·기술력·선행투자로 얻은 초과이익을 강제 분배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근간을 저해하는 행위다.

 

경영·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익의 분배는 기업 성과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전략적 도구다. 즉, 생산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자본과 자원, 노동력의 소유자들이 협업하게 만든다. 협력적 게임이론과 생태계 전략에는 이익의 분배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파이를 극대화한 성공 사례가 무수히 많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국가경제 전체 파이를 엄청나게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정부와 규제 관계자들은 이익 분배 논쟁의 초점을 국가와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적 관점으로 조속히 옮겨야 한다.

문화일보

 

06.01 코스피 환상 뒤 생계비 계좌 18만원

일반 사람들은 코스피 지수가 뭘 의미하는지도 잘 모르는데, ‘이재명 대통령을 뽑아놨더니 2000~3000대 코스피가 8000을 넘어 9000을 향한다’며 나라가 떠들썩하다.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는 국민 중 몇이나 주식으로 팔자를 고쳤을까.

전 세계적인 반도체 초호황 사이클에 올라탄 대기업 몇 곳을 두고, 좌파들은 대한민국이 경제 대도약을 맞이했다며 선전 선동에 혈안이다. 그러나 화려한 주가지수 뒤에는 고물가·고환율, 그리고 사상 최대의 법인·개인 파산 신청이라는 처참한 실물경제 파탄이 도사리고 있다.

나라를 구석구석 망가뜨리면서도 코스피 지수라는 환상으로 국민을 속이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실상을 알리는 기사들이 권력의 압박을 뚫고 보도됐다.

올해 1분기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580건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회생으로 버티지 못하고 아예 문을 닫는 기업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국가 산업의 뿌리인 산단 제조업체들이 폐업으로 증발하는 상황에서 주가지수 상승은 민생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법인 파산은 고스란히 개인 파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법원 조사 결과 개인 파산 원인 1위는 실직이 아닌 ‘생활비 부족’(48.76%)이다. 6%에 육박하는 신용대출 금리와 폭등한 물가, 기름값 앞에서는 대리기사 등 밤낮으로 일하는 가장들도 빚을 감당할 길이 없다. 회생을 시도하다 결국 파산으로 향하는 ‘채무조정 재수생’ 비율도 최근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민들이 채권자의 압류를 피하기 위해 찾는 ‘생계비 계좌’ 개설 수는 불과 두 달 사이 7만 개에서 14만 개로 2배 폭증했다. 이 계좌들의 평균 잔액은 고작 18만 원 남짓이다. 월 250만 원의 최저 생계비라도 지키기 위해 통장을 만드는 서민들의 현실이 민생의 민낯이다.

이 파국의 주범은 좌파 정부의 무분별한 현금 살포와 포퓰리즘 정책이다. 규제 혁신과 노동 개혁 대신 표를 얻기 위해 지원금 몇십만 원씩을 배급하듯 뿌린 결과, 시중 유동성이 과잉되어 국밥 한 그릇에 1만5000원이 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초래됐다. 푼돈을 쥐여주고 실질 소득을 앗아간 기만이다.

더욱이 선심성 빚 탕감과 현금 살포를 남발하면서, 사회 전반에는 성실하게 채무를 이행하는 이들만 바보로 만드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졌다. 중산층과 노동자를 운운하는 좌파 정부가 도리어 중산층을 붕괴시켜 빚더미로 내몰고, 국가 재정에 의존하는 배급 체제의 노예로 길들이는 것이다.

당장의 지지율 방어를 위해 마약성 지원금을 뿌리며 코스피 지수로 환상만 심어놓는 정부와 민주당의 행태는 국가적 범죄다. 구조개혁 없이 현금 살포만 지속한다면 그 끝은 중산층의 전멸과 국가 파산뿐이다.

자유일보  조성우 청년활동가

 

06.01 지치지 않는 좌파의 '분노 공격' 그 본질은 무엇인가

필자도 젊은 시절에 좌파 활동을 했다. 대학 졸업을 10여 일 앞두고 가두시위를 조직해 잡혀간 적도 있으며 김근태 씨가 지도하던 민주화운동청년연합 활동도 했다. 안양 공단에서 노동자 생활도 경험했다.

1987년 이후에는 학림사건의 주역이자 김대중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이태복 씨가 창간한 주간노동자신문 창간 멤버로도 활동했다. 필자가 가장 오래 인연을 맺고 최종적으로 좌파 운동을 정리한 계기가 된 운동조직이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이다.

공장 노동자 생활을 할 때 대학 후배가 급하게 연락해온 적이 있었다. 당시 필자는 쁘띠부르주아 성향을 지운답시고 운동권 선후배들도 만나지 않고, 티브이는 물론이고 신문이나 라디오도 일체 접하지 않는, 수도승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연락해온 후배는 캠퍼스 운동조직의 리더였다.

후배는 "캠퍼스에 난리가 났다"고 했다. NL(주사파)의 등장이었다. 필자도 주사파니 강철서신이니 하는 단어들을 흘려듣기는 했지만 별로 관심이 없었다. 공장 생활에 적응하느라 피곤한 탓이었다.

후배의 얘기로는 주사파 때문에 조직이 흔들리는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내세운 주사파와 제헌의회 소집을 내세운 CA그룹(제헌의회 그룹)의 충돌이었다. 후배도 어느 노선이 옳은지 판단할 수 없으니 도움을 요청해온 것이었다.

필자는 후배에게 주사파와 CA의 문건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후배가 가져온 자료에는 강철서신과 깃발이 포함돼 있었다.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강철서신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지만 자료들을 읽어갈수록 개량주의적이고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CA가 집필한 ‘깃발’은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필자는 이 판단을 후배에게 전달했고 모교의 운동권은 이후 다수파 NL과 소수파 CA그룹으로 갈라졌다.

CA와 필자의 인연은 이후 사노맹으로 이어졌다. ‘지옥훈련’ 등 초창기 활동을 같이 했다. 주사파는 이적성은 강하지만 과격성은 약한 편이다. 제도권 정당에 스며들어가 주도권을 장악한 것도 이런 대중노선 때문이다. 이는 평양 정권의 직접적 지도의 결과다. 반면 사노맹은 정통 마르크스 레닌주의의 비타협적 혁명 노선을 주장했다.

필자가 이념적으로 사노맹이 정통이라고 판단하면서도 그들과 결별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그들의 감정 과잉 때문이었다. 항상 감동하고 분노하고 격앙하고 분발하고 반성하고. 그런 정서적 긴장의 끈을 어떻게 그렇게 장기간 팽팽하게 유지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박노해가 처음 내놓은 ‘노동의 새벽’은 좋았지만 이후 그가 줄기차게 생산해내는 선동문건들을 읽고 있노라면 솔직히 말해 체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필자도 그들처럼 되려고 노력했고 흉내도 냈다. 하지만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들은 필자에게 "중앙은 당신에 대해 충성심이 부족하다는 것을 문제로 느낀다"고 했고, 인정했다.

제일 궁금했던 게 박노해 등은 자신의 시나 문건에서 말하는 그런 팽팽한 긴장의 끈을 유지하며 살고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었고, 만일 긴장감을 과장해 추종자들에게 전파하고 있다면 그건 사기라고 판단했다.

사노맹의 경험을 통해 필자는 ‘감정이나 정서도 하나의 자원’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모든 자원은 유한하다. 낭비하면 탈진한다. 그래서 비분강개를 트레이드마크로 삼는 좌파 운동권들이 의도하건 하지 않았건 본질적으로 사기를 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5·18 선동이 먹히고 스타벅스 불매 운동이 효과를 본다고 한다. 필자의 판단이 틀렸을까? 위안부·광우병·세월호 등등 좌파들의 레퍼토리는 끝이 없다. 계속 격앙하고 분노한다. 이들은 지치지도 않는 걸까? 아니 이들의 사전에는 애초에 자기반성이라는 단어가 삭제돼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유일보 주동식 정치평론가

 

06.01 '스타벅스 때려잡기'의 폭력성

빌 게이츠(Bill Gates)는 '적(敵)그리스도' 즉 악마라는 의심을 받은 적이 있다. 그의 이름 대문자 철자에 아스키코드(ASCII·미국정보교환표준부호)의 해당 값을 대입하면 성서 요한 계시록에 나오는 적그리스도의 상징 숫자 '666'이 나온다는 것이다.

 

아스키코드란 컴퓨터가 문자, 숫자, 기호 등을 이해해 처리하도록 숫자로 표준화한 것으로, 영문 대문자 A는 65이며 이후 계속 1이 더해져 Z는 90이다. 이를 'BILL GATES'에 대입하면 'B(66)+I(73)+L(76)+L(76)+G(71)+A(65)+T(84)+E(69)+S(83)'으로 '663'이다. 그래서 666을 만들려고 웃기는 조작이 더해졌다. 빌 게이츠는 '게이츠 3세'라며 3을 더했다. 웃기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왜 대문자 표기만 선택하고 대문자와 소문자를 섞어 쓰는 통상적 표기는 제외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설명은 없다. 후자의 표기 방식에 아스키코드 값을 대입하면 666이 아니라 888이 나온다.

 

이처럼 적그리스도로 만드는 방식은 자의적이다. 이름 철자 수로 666을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아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적그리스도가 됐다. 그의 이름 'George Walker Bush Jr'는 6개씩의 자모로 구성돼 있어 666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왜 이런 방식이어야 하는지 설명은 없다. A에 6을 부여하고 이후 알파벳 순서대로 계속 6을 더해 그 숫자를 해당 철자에 대입하는 방식도 있다. 이렇게 해서 키신저(KISSINGER) 전 미국 국무장관도, 컴퓨터(COMPUTER)도 666이 됐다. 이 역시 왜 A가 '6'이고, 알파벳 순서대로 6을 더해 가는지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다.

 

대통령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정부·여당·사회 일부 세력이 가담·증폭시키고 있는 '스타벅스 때려잡기'는 이를 빼다 박았다. 너무나 자의적이다. '5·18 조롱'으로 찍힌 '탱크 텀블러'는 2023년부터 한국뿐 아니라 호주·태국·일본 등에서도 '탱크'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려는 '네이밍'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스타벅스 때려잡기 진영은 탱크 텀블러에 5·18 계엄군 탱크를 오버랩시키고 '탱크' 이벤트 시작일인 5월 18일을 5·18과 연결한다. 그 추리력이 경탄스럽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설명은 이렇다. '탱크'는 물탱크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며, 5월 18일 출시한 것은 5·18과 겹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부주의(이를 좌파는 '역사 감수성 부족'이라고 욕한다)였다는 것이다. 거짓말로 들리지 않는다. 기업은 돈 버는 것이 제1의 목적이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이를 포기해야 할 자해행위를 의도적으로 기획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경탄스러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탱크' 텀블러의 용량(503㎖)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인(囚人) 번호(503)를 암시하고, '탱크 듀오 세트' 할인율(21%)이 계엄군 집단 발포일인 5월 21일을 상징한다는 주장,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2024년 4월 16일에 그리스 신화에서 선원을 유혹해 배를 난파시키는 반인반수(半人半獸) '세이렌'이 그려진 '사이렌 클래식 머그' 시리즈를 출시해 참사(慘事)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라는 대통령의 낙인찍기도 마찬가지다.

 

'503'이 박 전 대통령의 수인 번호임을, 5월 21일이 계엄군 집단 발포일임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좌파에게 '역사 감수성' 부족이라는 욕을 먹을 소리겠지만 기자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런 점에서 텀블러 용량에서 탄핵된 전 대통령의 수인 번호를, 할인율에서 집단 발포일을, 머그 출시일에서 참사의 상업적 이용을 읽어내는 그 연상(聯想) 능력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503은 미국 용량 단위(17온스)를 ㎖로 환산한 값이고, 21(%)은 가격 조정에 따른 단순 계산 결과이며, 4월 16일은 행사 업체와 일정 조율 과정에서 결정된 우연이라는 게 스타벅스코리아의 설명이다. 거짓말로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 세이렌은 1971년 스타벅스 창립 때부터 로고로 사용되고 있다.

 

'스타벅스 때려잡기'의 의도, 특히 대통령의 의도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겨냥한 세 결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유가 무엇이든 너무 악의적으로 보인다. 여기서 '우리사회의 폭력적 낙인찍기'를 본다. '역사 감수성'의 부족인가.⊙

매일신문 정경훈 논설주간

 

06.01 초과이익과 도둑놈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과 관련,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전통적 문법을 뛰어넘어 발생한 초과이익에 대해 세금, 판매·관리비, 재무적 비용 등을 빼고 어떻게 배부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노동부 주관으로 토론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초과이익을 나눌 사회적 궁리(窮理)를 해보자는 말이다.

 

초과이익은 누가, 어떻게 정하나?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74년이고, 첫 흑자(黑字)를 기록한 것은 1988년이다. 2023년에는 15조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삼성의 그 혜안(慧眼), 사업 위험, 적자(赤字)를 사회가 함께 부담했나?

 

문제는 또 있다. 땅을 파는 데 한 사람은 삽을 들고, 한 사람은 포클레인을 운전한다. 평소 하루 100톤을 파내는데, 어느 날 200톤을 파냈다. 그 100톤이 초과이익이라는 것도 웃기지만, 삽을 든 사람과 포클레인을 운전한 사람이 비슷한 성과급을 받는 것도 이상하다. 포클레인을 운전한 사람(장비 구입비 지불, 면허 취득 노력 등을 한 사람)과 삽으로 흙을 판 사람이 같은 성과급을 받는 게 맞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종사자(從事者)라고 해서 비슷한 성과급을 받는 게 맞느냐는 말이다.

 

어떤 사람이 인터넷 익명 커뮤니티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압도적 영업이익에는 한전이 적자를 감수하며 저렴한 산업용 전기 공급을 한 점도 기여했으니, 영업이익을 한전도 공유해야 한다"는 취지(趣旨)의 글을 올렸다. 이 논리라면 "포클레인이 공사 현장으로 편하게 이동한 것은 도로 덕분이니 도로공사와 성과급을 나누어야 한다. 포클레인 기사가 일을 잘할 수 있었던 것은 밥을 배불리 먹은 덕분이니 벼농사를 지은 농부들과 성과급을 나누어야 한다"는 논리도 성립한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이익을 내기까지 사회적 도움을 받은 것은 맞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매년 막대한 세금을 냈고, 그 재정(財政) 덕분에 도로를 건설하고, 전기를 생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빵 장수가 이웃을 위해 빵을 굽나? 아니다. 자본주의는 각자 자기 이익을 위해 일하지만 결과적으로 서로를 돕는 구조다. 그 과정에서 모두 세금을 낸다. 그런데 이웃이 기대 이상 영업이익을 냈다고, "내 덕분이다. 이익 공유하자"고 한다. 스스로 의적(義賊)인 줄 아는 모양인데, 날도둑놈이다.

매일신문 조두진 논설위원

 

06.02 6·3 지방선거 후 닥칠 정치폭풍

민주공화국 수호와
합리적 보수 재건이라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민심을 거스르는
공소취소 특검에 맞설
새로운 희망 살려야 한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 출범식·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내일이면 뜨거웠던 6·3 지방선거가 막을 내린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어디까지 커지고, 국민의힘은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판가름하는 시험대였다. 그래서 선거 후 한국 정치에는 두 개의 큰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하나는 민주공화국을 지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보수 재건이다. 커질 대로 커진 민주당 권력은 헌정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죄 없애기에 매진했다. 검찰 해체가 결정되고, 소위 사법개혁 3법으로 사법부는 거의 무력화됐다. 이제 공소 취소 특검으로 사법부를 허수아비로 만들려고 한다.

한 사람이 법 위에 서게 되면 그게 왕이고, 민주공화국은 껍데기만 남는다. 그걸 막아야 할 국민의힘은 그 자체가 문제다. 헌법 가치를 지킬 새로운 보수가 나오지 않으면, 민주공화국은 위기에 처할 것이다.

 

보수 진영은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래 총선에 3연패했다. 수도권과 충청권을 잃고 지역정당으로 전락했다. 윤석열 집권으로 재기할 기회를 얻었지만, 12·3 비상계엄으로 더 깊은 나락에 떨어졌다. 그런데도 장동혁 지도부는 윤어게인을 고수했다. 진보 유튜버 김어준씨는 장 대표를 “민주당 전략 자산”이라며 조롱했다. 이제 민주당의 공세가 보수의 심장 대구까지 밀려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6·25전쟁 때 팔공산 전투 같다. 윤어게인이 절망의 몸부림이란 걸 이보다 더 확실히 보여줄 수 없다.

 

하지만 보수의 새로운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바로 부산 북갑 선거다. 이곳 선거는 사실 한동훈 대 장동혁의 대결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총동원됐고, 한 최고위원은 ‘하정우 파이팅’까지 외쳤다. 부산에 간 박근혜 전 대통령도 “박 후보가 봉사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래서 이 선거는 보수의 미래를 다투는 전투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도 자신의 분신으로 하정우 후보를 내려보냈다. 대한민국을 AI 강국으로 만들 인재를 정치적 카드로 허비하는 셈이다. 한동훈만은 안 된다는 이 대통령의 결의가 이렇게 절박하다. 결국 부산 북갑에 대한민국 최대 권력이 모두 모였다. 한국 정치의 앞날도 이 회전에서 결정된다는 뜻이다. 한 후보는 뜻밖에도 선전하고 있다. 검사 출신에 수퍼 엘리트, 미숙한 정치가란 세평에도 불구하고 민심에 다가섰다.

 

공소 취소 특검이 헌법을 위협하고, 국가 시스템을 뒤흔드는 초미의 현안이란 사실은 지난 1년간 충분히 목격해 왔다. 민주국가라고 예외가 아니다.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권력으로 덮으려고 특별검사를 해임하고, 법무장관을 압박했다. 각종 범죄 혐의로 3개 재판에 회부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23년 이후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 개인에게도 공소 취소 특검보다 더 중차대한 사안은 없을 것이다.

 

이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은 길어야 한 달 남짓이다. 8월에 전당대회를 치르는 민주당은 7월 중순부터 전국 합동 연설회와 순회 경선을 진행한다. 특검 문제는 그전에 결정 나야 한다. 하지만 민심이 문제다. 지난달 15일 공개된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소 취소 권한을 가진 특검에 반대 44%, 찬성 27%다. 지난해 11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도 48%가 부적절, 29%가 적절하다고 답했다. 지난해 5월 28일 갤럽 조사는 대통령에 당선돼도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55%에 달했다.

 

민심은 명확하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란 거다. 갤럽 조사를 보면, 진보 진영의 31%조차 공소 취소에 반대한다. 지난해 조사에서도 진보 측 33%는 재판 지속을 원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공소 취소 추진 민주당 의원 모임이 “이상한 모임”이고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3월 10일, 장인수 전 문화방송 기자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이 대통령의 공소 취소 거래설을 폭로했다. 대통령 최측근이 검찰 스스로 공소 취소를 해주면, 검찰의 보완 수사권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했다는 거였다. 이튿날 한 출연자는 “사실이라면 대통령 탄핵 사유”라고까지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민심의 큰 물결과 싸워야 한다. 특히 6월 한 달, 그리고 향후 4년간, 대한민국은 그 싸움으로 고통당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민심이 마음을 맡길 정당이 없다는 게 문제다.

 

합리적 중도층에겐 이번 지방선거가 괴롭다. 견제와 균형으로 민주공화국을 지키자면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 그러나 야당 중엔 대안을 찾기 힘들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면 장동혁 체제의 연명을 도울 뿐이다. 결국 선거 뒤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지키는 싸움에서 새로운 희망이 드러날 것이다.

조선일보 김영수 영남대 특임교수

 

06.02  6월 3일은 단순한 선거일이 아니다

취임 후 약 12개월이 지난 지금, 이재명 정권이 ‘권위주의 체제’를 닮아간다는 우려가 국민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문제점은 사법 장악, 반(反)기업 포퓰리즘, 동맹과의 관계 파탄이라는 세 가지 행태로 압축된다.

먼저 사법 장악을 살펴보자. 지난 2월 정부와 여당은 ‘사법개혁 3법’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핵심은 대법관 정수를 26명으로 늘리고, 대통령 임기 중 최대 22명의 신규 임명이 가능하게 한 것으로, 코드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법원이 권력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반기업 포퓰리즘 정책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8월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을 대폭 완화해 기업의 경영 부담을 가중했다. 한국은행이 3월 발표한 작년 경제성장률은 1.0%에 그쳐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고, 기업의 해외 투자 이탈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가장 극명한 통제 사례는 지난 5월 18일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이다.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를 강도 높게 비판했고, 행안부·국가보훈부는 정부 행사에서 스타벅스 상품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신세계 그룹은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전격 경질했다. 이 사건은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적 기업 통제라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경제 전반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투자 환경 악화에 대한 공식 우려를 표명했으며,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을 "예측 불가능한 포퓰리즘 국가"로 바라보는 시각도 확산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 재임 중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라는 대일 강경 발언 이후,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외화보유액이 급감한 상황에서 일본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이는 국내 정치적 수사가 국제 자본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보여준 뼈아픈 역사로 남아 있다.

이재명 정권의 과도한 기업 압박과 동맹국과의 갈등은 자본 유출과 경제·안보 위기를 반복할 위험이 있다. 6월 3일은 단순한 선거일이 아니다. 국민은 민주주의와 견제·균형을 복원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과도한 포퓰리즘으로 경제가 파탄 났던 1997년 IMF 구제금융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자유일보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정교모 공동대표

 

06-02 핵심 사안 배제한 개헌은 안 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방선거에 부속된 개헌 투표

결국 실패했지만 당연한 귀결

발의도 좌절도 국민 관심 저조

 

단계적 개헌의 필요성 있지만

특정 政派 입장 치우쳐선 안 돼

독자적 로드맵과 공감대 중요

 

또 한 번 대한민국 헌법을 개정하려던 시도가 좌초됐다. 1987년에 제9차 개헌을 한 이후 수많은 헌법 개정 시도가 있었지만 개헌안의 발의까지 간 것은 3번 있었으며, 그 가운데 하나가 지난 4월 3일 범여권 국회의원 187명이 발의한 개헌안이다.

 

이 개헌안은 공고절차를 거친 이후 5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졌지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투표 불참으로 투표 의원 수가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에 못 미치는 상황이 돼 이른바 ‘투표 불성립’으로 끝났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에 이어 제1 야당과의 합의 없는 일방적 개헌안이 좌절된 또 하나의 사례가 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5월 8일 개헌안을 다시 발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새 개헌안이 발의되지는 못했고, 이번 개헌안 발의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39년 만의 개헌 시도가 왜 실패했는지를 정확하게 분석해야 더는 늦어서는 안 될 제10차 개헌의 성공 조건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개헌안 발의는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그 실패에 대한 국민의 반응도 그다지 뜨겁지가 않다. 그 결과 어쩌면 여당이 기대했을 야당의 반대로 개헌이 좌절된 것에 대한 국민의 비판조차 별로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이미 2018년 문 대통령 개헌안 발의 당시에도 제1야당의 협조 없이 일방적으로 개헌안을 발의했다가 그로 인해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도 같은 일을 반복한 것은 국민이 개헌의 진정성을 의심하도록 만드는 부분이다.

 

둘째, 2017년 국회 개헌특위나 2018년 문 대통령 개헌안 발의 당시에는, 그 실질적 의미에 대한 논란은 접어두더라도, 국민 참여 개헌을 위해 국민 의사를 수렴하려는 노력이라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개헌안 발의 과정에는 국민 의사를 반영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볼 수 없었다. 그러면서 국민적 지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셋째, 39년 만의 개헌에 대해 국민이 기대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제9차 개헌에 버금가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고 이끌어 갈 헌법 개정이 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개헌안의 내용은 도대체 무엇인가? 시대정신을 반영할 개헌의 핵심 사항들, 예컨대 제왕적 대통령제의 극복은 모두 피하면서 지엽적인 문제들만 몇 가지 들어서 개헌하자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물론 근 40년간 축적된 모든 개헌 사항을 한꺼번에 처리하자는 것은 그로 인한 정치권 및 국민 사이의 갈등을 매우 심각하게 만들고 오히려 개헌의 성공 가능성을 극도로 낮춘다는 점은 이미 2017년 개헌특위의 실패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단계적인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단계적 개헌이라 하더라도 핵심 사항들을 놓친 개헌이 돼서는 안 된다. 또한, 단계적인 개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헌의 핵심 사항들을 중심으로 분명한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특정 정파(政派)가 원하는 몇 가지 사항만 개헌한 이후에 또다시 40여 년을 기다려서 나머지 사항들을 개헌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그동안 6·3 지방선거를 개헌의 중요한 계기로 삼았던 것은 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자는 주장이 강하게 작용한 때문이다. 그러나 헌법 개정의 의미와 중요성을 생각할 때 지방선거에 부속돼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돌이켜보면 1987년 10월 27일 시행됐던 제9차 개헌 국민투표의 의미와 비중은 그 직후인 12월 16일 실시된 제13대 대통령 선거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눈앞의 직접적인 영향만을 생각해서 개헌보다 대선을 중시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지방선거에 부속해서 헌법 개정을 하려고까지 한다. 이는 개헌의 시대적 소명을 너무 가볍게 평가하는 것 아닌가!

 

6·3 지방선거 이후의 개헌 시간표는 2년 후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나 4년 후의 대통령 선거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설계돼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개헌을 통해 헌법질서를 정상화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정도(正道)이다.⊙

문화일보

 

06-02 ‘무원칙’ 실용외교의 함정

김남석 정치부 부장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한국인 2명 등 친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이 탑승한 구호선단이 이스라엘군에 나포된 사건을 거론하며 “너무 비인도적이고 심하다”라며 “법적 근거가 뭐냐”고 비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발부한 체포영장을 언급하며 “유럽 거의 대부분 국가가 자국 내로 들어오면 네타냐후 총리를 체포하겠다고 발표하지 않았느냐”며 “우리도 판단을 해보자”고 말했다. 생중계되는 공개 석상에서 외국 정상을 ‘전범’으로 체포하는 방안을 거론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4월에도 이스라엘방위군(IDF) 병사들이 팔레스타인인의 주검을 지붕에서 떨어뜨렸다는 2년 전 영상을 SNS에 공유하며 “위안부 강제, 유대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 없다”며 맹비난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지난달 4일 한국 선사가 운영하고 한국인 6명 등 선원 24명이 탑승한 HMM 나무호가 이란 대함미사일에 피격된 사건에 대한 반응은 사뭇 달랐다. 피격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공격을 받았다”고 밝힌 것과 달리 정부는 “피격 가능성이 확실치 않다”며 ‘폭발·화재’ 표현만 썼다. 1주일 만인 10일 현장조사 후 ‘미상의 비행체 2기가 타격’ 사실을 발표하면서도 “공격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외교행낭까지 동원, 비행체 잔해를 한국에 가져온 지 12일 만인 지난달 27일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이란제 누르 대함미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결론 냈다”고 밝혔다. 미사일 한 발이 불발돼 탄두 형태가 온전하고 엔진 부품에서 이란 제조사 각인까지 나왔지만 이란 공격이라고 발표하는 데 23일 걸렸다. 무엇보다 평소 세세한 사안까지 챙겨 ‘만기친람’ 수식어가 붙은 이 대통령은 나무호 피격 후 열린 지난달 12일 국무회의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의 보고를 받은 뒤 “수고하셨다”고 말했을 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는 ‘실용외교’를 표방해왔다. 국무조정실은 정부 출범 1년간 성과 중 하나로 실용 부문에 ‘미·중·일 3국과 정상외교 전면 복원, 실질 협력 강화’를 꼽기도 했다.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국익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유연한 외교를 하겠다는 취지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하지만 국제법·인권을 강조하며 이스라엘을 압박하다 한국 선박을 공격한 이란의 군사행동이나 인권 탄압에는 침묵하는 모습에서 장기 전략이나 기준을 찾기 어렵다. 가치외교를 표방하려면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실리외교를 하려면 철저하고 냉정한 계산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메시지는 정제된 언어로 발신하고 남발돼서는 안 된다. 결정권자의 즉흥적 판단·직관에 따라 외교 기준이 달라지면 국제사회 신뢰를 얻기도, 국민의 공감을 사기도 어렵다. 이강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한인회장은 지난달 20일 SNS를 통해 “대통령 한 명이 우방인 나라를 적으로 내모는 중”이라며 “자기 영해도 아니면서 지나가는 모든 배를 막아서고 공격하는 이란에 대해 한마디 단호하게 하면 어떨까”라고 꼬집었다. 실용외교도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문화일보

 

06.02 홍위병 광란 60년 … 1966 중공엔 어린 홍위병, 2026 한국엔 늙은 홍위병

무엇이 다르고 같은가

한국의 정치적 광기는 5060 주도

모두 권력이 배후에서 조종하는 선동정치

▲ 션판의 『홍위병 : 잘못 태어난 마오쩌둥의 아이들』 ⓒ 황소자리

[편집자 주]

한국 학계-출판계-언론계 등 지식인 사회는 지나치게 좌파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좌파 지식인들이 담론을 장악, 한국 사회 전반을 좌경화시키고 있다.

 

그런 좌경화에 맞서 싸우는 우파 인터넷신문 뉴데일리는《자유의 파수꾼》임을 자임하고 있다. ① 자유민주주의 ② 자유시장경제 ③ 자유통일 이라는 사시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창간 20주년을 맞은 뉴데일리는기업이 대한민국이다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그 슬로건에 걸맞는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책을 보다》연재가 그것. 매주 한 권의 책을 골라 소개-분석-비평하는 기획이다. 단순 서평 차원을 넘어 반(反)대한민국-반자유민주주의 세력과《담론 투쟁 / 이론투쟁》을 벌여나갈 생각이다.

 

스물 세 번째 책으로 션판『홍위병』이 선정됐다.

필자는 도희윤 한국자유회의 사무총장 .

한국 천주교 평신도협의회 화해평화위원장 직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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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공의 어린 홍위병들의 광기를 보라. 60년 후, 우리의 보금자리 대한민국엔 늙은 홍위병들의 광기가 분출하고 있다. ⓒ

 
 

■ 국가권력과 선동폭력의 기억

1966년 중국의 거리는 붉은 완장을 찬 청소년들로 뒤덮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정의를 실현한다고 믿었다.

낡은 것을 파괴하고, 반혁명분자를 색출하고, 스승과 부모와 지식인을 끌어내려 모욕하는 것이 혁명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그들이 외친 정의는 곧 폭력 이 되었다.
그 폭력은 한 세대의 영혼을 파괴했다.
 

션판 『홍위병 : 잘못 태어난 마오쩌둥의 아이들』은 바로 그 시대를 내부자의 눈으로 증언한 책이다.

 

저자 션판은 열두 살이던 1966년 홍위병 조직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이 책은 문혁을 경험한 홍위병 당사자의 자전적 기록으로 소개되어 있으며, 한국어판은 2004년 황소자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홍위병의 만행》을 고발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저자가 자신도 그 광기의 일부였음을 고백한다는 점이다.

 

션판은 자신이 처음부터 괴물이었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시대가 요구한 언어를 배웠고

 국가가 허락한 분노를 정당하다고 믿었으며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고통을 외면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혁명이 인간을 해방한 것이 아니라 인간을 괴물로 만들었다 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책은 그래서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라 참회록에 가깝다.

부산일보는 이 책을 “혁명의 광기가 어떻게 개인의 삶을 유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끔찍한 경험담”으로 소개한 바 있다.

또 문화일보 역시 이 책이 "단순한 경험담을 넘어 중국 정치상황의 전개까지 배경으로 삼는다"고 평가했다.

 

■ 홍위병은 왜 괴물이 되었는가

홍위병의 비극은 그들이 젊었다는 데 있지 않다.

젊음은 본래 순수하고, 정의를 갈망하며, 불의에 분노한다.

문제는 그 젊음이 국가권력에 의해 이용되었다 는 데 있다.

 

문혁은 자연발생적 폭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권력의 위기 속에서 모택동(마오쩌둥) 이 대중을 동원해 체제 내부의 반대자와 지식인, 전통문화, 사회질서를 공격하도록 만든 정치운동이었다.

홍위병은 자발적 혁명세력처럼 보였지만, 그들의 분노는 권력에 의해 허가되고 조장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보아야 할 핵심은 이것이다.

 

홍위병은 어느 날 갑자기 광기에 빠진 것이 아니다.

그들은,

 국가가 만들어 준 언어 를 사용했고

 국가가 지정한 적 을 미워했으며

 국가가 허락한 폭력 을 정의라고 믿었다.

 

폭력은 권력의 암묵적 허가를 받는 순간, 양심의 통제를 잃는다.

그리고 그 폭력은 가장 먼저 청소년과 청년의 순수성을 삼켜 버린다.

 

션판 『홍위병』이 오늘 다시 읽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괴물이 된 홍위병을 외부에서 저주하지 않는다.

자신이 그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슬프게 바라본다.

 

그 슬픔은 역사적 반성의 출발점이다.

 

▲ 모택동이 문화대혁명이란 그럴 듯한 이름을 붙인 피바다가 일어난지 60년이다. 그 당시 피빛 광기에 취해 광란극을 벌인 어린 애들도 이제 70대 노인이 됐다. 지금 한국엔 정신의 성숙이 정지된 늙은 홍위병들의 광란극이 한창이다. ⓒ 챗GPT

 
 

■ 1966년 중국과 2026년 한국은 무엇이 다른가

물론 오늘의 대한민국은 1966년의 중국이 아니다.

중국 문화대혁명 과 오늘의 한국을 그대로 동일시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부정확하다.

 

1966년 중국에서 국가권력이 어린 청소년들을 혁명의 전위대로 내세웠다면, 2026년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문제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오늘 한국의 정치적 광기는 청년세대가 아니라, 오히려 청년기의 정치적 열광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부 5060 운동권 세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들은 생물학적으로는 기성세대가 되었다.

하지만, 정치적 상상력은 여전히 1980년대의 거리, 투쟁, 적대, 선동의 언어에 머물러 있다.

자신들이 한때 가졌던 민주화의 기억을 도덕적 특권으로 삼고, 다른 의견을 가진 시민을 반민주·반개혁·반역사로 낙인찍는 태도는 문혁기의 홍위병식 사고와 위험하게 닮아 있다.

 
 

■ 청소년 홍위병과 늙은 홍위병

중국의 홍위병은 어렸다.

그들은 미성숙했기 때문에 쉽게 선동되었고, 선동되었기 때문에 자신들의 폭력을 정의라고 믿었다.
 

그러나 오늘 한국사회의 문제는 더 씁쓸하다.

지금의《홍위병식 정치문화》를 주도하는 일부 세력은 더 이상 어린 청소년이 아니다.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기성세대다.

자녀 세대에게 자유와 품격, 법치와 관용을 가르쳐야 할 부모 세대다.

 

그런데 그들이 오히려 가장 거친 언어로 사회를 갈라놓고 있다.

 기업을 적으로 만들고

 반대자를 악마화하고

 법치를 정치보복의 도구로 여기며

 시민사회를 진영의 병영으로 바꾸려 한다.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처벌의 대상으로 보는 순간, 민주주의는 선거제도만 남은 채 속에서부터 무너진다.

 

반면 오늘 대한민국의 2030 세대는 놀라울 만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집단주의적 구호보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고, 진영의 명령보다 상식과 공정을 요구한다.

 

부모 세대가 아직도 과거의 이념전쟁에 사로잡혀 있을 때, 자녀 세대는 세계와 경쟁하고, 기술과 시장을 이해하며, 국가가 아니라 개인의 가능성으로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이 점에서 오늘의 한국은 역설적이다.

나라를 무너뜨리는 것은 젊은 세대가 아니라, 젊음을 잃어버리고도 미성숙함만은 버리지 못한 일부 기성세대 일 수 있다.

 

1966년 중국에서는 청소년들이 홍위병이 되었다.

2026년 한국에서는 청소년기를 벗어나지 못한 일부 기성세대가 스스로《늙은 홍위병》이 되고 있다.

 

■ 국가권력의 책임

그러나 모든 책임을 대중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문혁의 본질은 홍위병 개인의 광기가 아니라, 그 광기를 허가한 국가권력 에 있었다.
 

홍위병을 만든 것은 마오쩌둥 의 권력이었다.

권력은,

 적을 지정했고

 분노를 조직했고

 폭력을 묵인 했다.
 

그러고는 필요가 다하면, 그들을 산간벽지로 보내거나 버렸다.

 

오늘의 한국도 이 대목을 무겁게 보아야 한다.

시민의 분노는 있을 수 있다.

정치적 갈등도 민주주의의 일부다.

 

그러나 국가권력이 해야 할 일은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절제시키는 것이다.

권력이 특정 기업, 특정 계층, 특정 지역, 특정 정치세력을 겨냥한 대중적 적대감을 사실상 방조하거나 조장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선동정치다.

 

 국가가 시민에게 분노의 대상을 제공하고,

 지지자들이 그 분노를 행동으로 옮기며

 권력이 이를 보며 미소 짓는 구조.

이런 구조야말로 가장 위험한 국가폭력의 초기 형태 다.

 

폭력은 반드시 물리적 폭행 으로만 시작되지 않는다.

먼저 언어가 폭력화 되고,

그다음 여론이 폭력화 되며,

마지막에는 제도가 폭력화 된다.

 

문혁 은 바로 그 과정을 보여준 역사적 비극이었다.

 

■ 왜 지금 『홍위병』인가

션판 『홍위병』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이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과연 홍위병 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국가가 정의라고 말하고,

 학교가 혁명이라고 가르치며

 친구들이 모두 같은 구호를 외치고

 권력이 침묵 속에 폭력을 허락한다면,

우리는 과연 끝까지 인간의 양심을 지킬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중국인에게만 던져진 것이 아니다.

오늘 한국인에게도 던져진 질문이다.

 

우리는 지금 60년 전 중국을 비웃을 수만은 없다.

중국의 문혁과 한국의 오늘은 제도도, 역사도, 폭력의 수준도 다르다.

 

그러나

 권력이 선동을 이용 하고

 진영이 양심을 압도 하며

 집단적 분노가 개인의 존엄을 짓밟는다 는 점에서는

섬뜩하게 닮아 있다.
 

『홍위병』은 괴물의 기록이 아니다.

괴물이 되어가는 인간의 기록 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국가가 어떻게 평범한 아이를 괴물로 만들고,

그 아이가 훗날 자신이 저지른 일 앞에서 어떻게 슬퍼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오늘 한국사회에 경고한다.

정치가 시민을 홍위병으로 만들기 시작하면, 그 나라는 이미 자유민주주의의 길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 시대정신은 분노가 아니라 성숙

2026년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것은 다시 거리의 광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낡은 혁명 언어를 되살리는 것도 아니다.

특정 기업과 개인과 집단을 적으로 몰아세우는 것도 아니다.

 

지금 필요한 시대정신은 성숙이다.

 법치의 성숙

 시민의 성숙

③ 국가권력의 성숙, 그리고

 기성세대의 성숙이다.
 

2030 세대는 이미 새로운 대한민국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과거의 원한보다 미래의 기회를 원한다.

 진영의 충성보다 공정한 규칙을 원한다.

 국가가 삶을 대신 결정해 주는 사회보다,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책임지는 사회를 원한다.

 

그런 젊은 세대를 짓누르는 것이 일부 5060 운동권 정치문화라면, 이제는 말해야 한다.

 민주화의 기억이 민주주의의 면허증이 될 수는 없다.

 과거의 공로가 현재의 오만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혁명의 언어를 오래 붙들고 있다고 해서 영원히 정의의 편에 서는 것은 아니다.
 

문혁 60년을 맞아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홍위병의 붉은 완장 이 아니다.

그 완장을 채워준 권력의 손 이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도 거리의 청소년이 아니라, 국가권력과 결합한 선동의 정치 다.

 

션판 『홍위병』은 말한다.

한때 자신이 정의라고 믿었던 것이 훗날 참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의 정치적 광기도 언젠가 누군가의 참회록이 될 것이다.

 

그 참회록을 쓰기 전에 멈춰야 한다.

그것이 문혁 6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역사적 양심이다.⊙

뉴데일리 도희윤 한국자유회의 사무총장

 
 

06.02 반도체가 공공재? 초과이익 사회적 분배? 다 틀렸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최근 발언이 논란을 낳고 있다. 그는 반도체를 두고 ‘공공재’라고 표현했고, 이어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분배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반도체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공공재가 되었으며, 그 생산 과정에 국가와 사회의 기여가 있었으므로, 그 성과 또한 사회적으로 나누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이 발언에 경제학 용어는 등장하지만 경제학은 없고, 사회적 정의를 말하지만 정작 자유 사회의 기초인 재산권에 대한 이해는 빠져 있다.

우선, 반도체는 공공재가 아니다. 경제학에서 공공재란 국방이나 치안처럼 특정인을 배제하기 어렵고, 누군가 소비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소비가 줄어들지 않는 재화를 말한다. 반도체는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반도체는 대가를 지불해야 소비할 수 있고, 한 사람의 소비는 다른 사람의 소비 가능성을 제한한다. 반도체는 전형적인 사적재(私的財)다.

고위 관료가 "반도체는 이미 공공재가 됐다"고 선언한다고 해서 사적재가 하루아침에 공공재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경제학은 진작에 폐기됐어야 할 학문이다.

공공재 발언이 경제학적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면,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뒤에 이어진 ‘초과이익의 사회적 분배’ 주장이다. 기업의 성과가 기업과 투자자의 전유물이 아니며, 국가와 사회가 기여했으니 그 성과도 국가와 사회가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논리다.

김영훈 장관은 삼성전자 성공에 국가와 지역사회의 기여가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성공의 원인을 잘못 짚었다. 국가와 지역사회라는 조건은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같은 특정 기업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적자를 낸 기업에도, 시장에서 퇴출된 기업에도, 국가와 지역사회는 동일하게 존재했다. 그런데 왜 어떤 기업은 이른바 ‘초과 이익’을 내고, 어떤 기업은 손실을 보고, 또 어떤 기업은 퇴출되는가?

만약 국가와 사회의 존재 자체가 기업 성공의 핵심 원인이라면 대부분의 기업이 비슷한 성과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기업은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어떤 기업은 생존조차 버거워한다. 같은 법과 제도, 같은 인프라, 같은 사회 안에서도 기업의 성과는 크게 달라진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존재라기보다는 기업가의 판단과 책임, 투자와 혁신 능력,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다.

이 지점에서 하나의 질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성공한 기업이 국가와 사회의 기여 덕분이라고 한다면, 그 국가와 사회 안에 같이 존재했던 다른 기업들의 실패는 누구의 책임인가? 성공한 기업에게나 실패한 기업에게나 동일한 조건이 아니었나?

성공한 기업의 이익을 이야기할 때는 국가와 사회의 기여를 강조하면서, 실패한 기업의 손실을 이야기할 때는 국가와 사회가 아닌 기업의 책임만을 말한다면 그것은 원칙 없는 기회주의적 태도의 전형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포퓰리즘 정치의 특징과도 닮아 있다. 비용과 책임은 배제한 채 성과와 분배만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국가와 사회의 기여를 이유로 이익에 대한 사회적 권리를 주장한다면, 같은 논리로 손실에 대해서도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손실을 보거나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그것을 국가와 사회의 책임으로 돌리고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는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다면 성공은 국가와 사회의 몫이고 실패는 국가와 사회와는 무관한 기업만의 몫이라니, 이런 비대칭이 어떤 근거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발언이 국가의 역할에 대한 혼란을 드러낸다는 사실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재산권 보호는 정부의 선택적 기능이 아니라 엄중한 존재 이유다. 재산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계약의 이행을 강제하며, 소유권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 책무다.

이번 발언은 그 방향과는 전혀 다르다. 재산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특정 기업의 성과를 사회적 분배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이익의 재분배를 논의해야 한다며 국민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반도체는 중요하다. 그러나 중요하다는 이유만으로 공공재가 될 수는 없다. 국가와 사회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의 성과에 대한 권리가 자동으로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이런 논리가 받아들여진다면 국가와 사회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모든 산업과 재화에서 나오는 이익은 언제든 사회적 청구의 대상이 된다. 그 순간 재산권은 권리가 아니라 조건에 따라 조정되는 허가로 변질된다. 재산권은 유명무실해진다.

자유 사회는 성공한 사람을 무조건 칭송하는 사회가 아니다. 그러나 성공의 보상과 실패의 책임이 같은 주체에게 귀속되어야 한다는 원칙만큼은 분명히 요구한다. 성공이 국가와 사회의 덕이라면 실패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어야 하고, 실패가 개인의 책임이라면 성공 역시 동일한 구조 위에서 설명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재산권은 더 이상 권리가 아니라 국가가 필요에 따라 인정하고 조정하는 허가로 전락한다. 그런 사회는 자유 사회가 아니다.⊙

자유일보 권혁철 자유시장연구소장·경제학 박사

 

06.03 '대북 송금' 공소 취소, 누가 해도 범죄다

명백한 공소 취소 사유 없는데
장관이 취소 지휘하면 직권남용
특검이 직접 취소하면 직무유기
법 왜곡죄에도 걸려 처벌 불가피

검찰이 수사하던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특검이 공소 취소할 수 있게 한 ‘조작 기소 특검법’은 전례가 없는 법이다. 공소 취소는 원래 사건 담당 검사가 하는 것이다. 이제껏 숱하게 특검법이 통과됐지만 공소 취소 권한을 특검에 부여한 적은 없었다.

 

민주당이 이런 ‘조작 기소 특검법’을 발의해 지방선거 이후 강행 처리하려는 것은 법무부와 검찰을 통해선 공소 취소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공소 취소는 진범이 잡히거나 명백한 사건 조작이 드러났을 때 극히 예외적으로 하는 것이다. 기소 자체를 없던 걸로 하는 것이니 검사로선 치욕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인 대북 송금 피고인들은 유죄가 확정됐고, 대장동 민간업자들도 1심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에서도, 민주당이 강행한 국정조사에서도 조작의 실체는 드러난 게 없다. 이 상황에서 검사가 이 대통령 사건을 자발적으로 공소 취소할 가능성은 0%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통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수 있지만 거기에도 한계가 있다. 공소 취소 사유가 없는데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공소를 취소하게 하면 명백한 직권남용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그걸 모를 리 없다. 공소 취소에 대한 그의 입장이 몇 차례 바뀐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는 지난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기 직전엔 “공소 취소가 맞다”고 했다가 인사청문회에선 “정치인 입장에서 말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월 ‘공소 취소 거래설’이 불거졌을 때는 “공소 취소를 지휘할 생각 자체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 달 뒤 국회 법사위에선 “수사 과정 위법성을 조사해 그게 문제가 된다면 입법적 결단에서 가능하다고 본다”며 특검에 의한 공소 취소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발언을 했다. 자기는 빠지고 특검에 미룬 것이다. 비겁한 행태다.

 

그렇다면 특검이 하면 문제가 없나. 아니다. 민주당은 특검이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검찰에서 강제로 이첩받아 공소 취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특검이 검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으면 성실하게 공소를 유지해야 하는 의무도 생긴다.

취소 권한만이 아니라 유지 의무도 동시에 생기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누가 봐도 수긍할 만한 공소 취소 사유가 없는데도 지엽적인 문제를 내세워 취소한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대북 송금 사건만 해도 민주당은 검찰이 쌍방울 대북 송금 피의자들을 ‘연어 술 파티’로 회유했다고 주장했지만 핵심 당사자인 쌍방울 전 회장은 “술 마신 적 없다”고 했다. 그는 북에 준 800만달러가 ‘이 대통령 방북비’가 아니라 ‘쌍방울 주가 조작용’이란 민주당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그가 북측 인사에게 돈을 건네고 받았다는 영수증 같은 증거가 남아 있다. 특검이라도 이런 사건을 공소 취소하면 법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직권남용죄 공소 시효는 7년, 직무유기는 5년이다. 충성파 특검이 현 정권에선 직무유기 처벌을 피할 수 있고 이후 조금만 더 버티면 공소 시효가 끝난다고 생각해 공소 취소를 감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무유기를 피한다고 해도 공소 시효가 10년인 법 왜곡죄가 기다리고 있다.

 

법 왜곡죄는 판·검사 또는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해 재판 및 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10년 이하 징역형으로 처벌하게 돼 있다. 부당한 공소 취소도 그 대상이고, 특검도 ‘범죄 수사 직무를 수행하는 자’에 포함돼 훗날 처벌될 각오를 해야 한다. 민주당이 판·검사를 압박하려 강행한 법 왜곡죄가 특검에게 족쇄가 된 셈이니 누굴 탓할 수도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 최원규 논설위원

 

06.03 주주의 이익이 언제든 침해당할 수 있는 나라

삼성전자 성과 뒤엔
단가 상승, 첨단 설비와
누적된 투자가 있었다

보상의 원칙 허문 기업에
누가 쉽게 투자하겠나
파업 견제할 장치 필요해

나라 경제를 볼모로 잡은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위협이 일단 봉합되었지만 앞으로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성과 보상의 원칙은 “성과를 올리는 데 기여한 만큼 보상”하는 것인데, 성과가 있다고 어떤 기여를 했는지 따지지도 않고 파격적 보상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300조원은 전대미문의 성과이며, 대부분 단가 상승에 의한 것이고 생산 증가로 얻은 실질적 성과는 미미하다. 현재 반도체 생산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가 이룬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반도체 제조는 한 대에 수천억 원 하는 첨단장비가 하는 것이고, 나노 단위의 첨단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노동이 성과를 높일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없다.

 

진짜 일등 공신은 현재의 공급 능력을 만들기까지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퍼붓는 데 기여한 주주들이다. 2021년 22.6조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연구개발 투자는 작년 37.8조원까지 늘었다. 5년간 148조원, 작년에는 하루에 1000억원이 연구개발에 투입되었다. 반도체 부문(DS)의 설비투자에 최근 5년간 233조원이 투입되었다. 이 기간 중 반도체 부문이 낸 이익은 78.1조원에 불과했다. 휴대폰 부문(MX)이 낸 61.5조원은 물론 전체 영업이익 178조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반도체 설비투자에 쓴 것이다. 주주들이 더 많은 배당을 요구했더라면 이런 투자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익이 났을 때 더 많은 성과급을 요구하지 않은 과거의 직원들도 투자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특별 성과급이 그간의 부서별 투자 기여도를 반영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현재 메모리 분야 근무자는 6억원, 휴대폰 분야 근무자는 600만원을 받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기여한 바의 차이로 설명이 되지 않으니 납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익 창출의 일등 공신이 투자라면 앞으로 경쟁력 유지·강화를 위한 기술개발, 설비 투자에 영업이익의 가장 큰 몫을 가장 먼저 배분해야 한다. 올해처럼 기대 이상의 큰 이익이 난 해에는 장차 적자가 날 때도 투자를 유지할 수 있는 금액까지 확보해야 한다. 2023년 반도체 부문이 14.9조원 손실을 냈을 때도 48.4조원 설비투자를 계속했던 것처럼.

 

앞으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이번 삼성전자 노사 합의에서 2029년부터는 영업이익이 100조원만 넘어도 특별성과급을 주기로 한 것은 조만간 수익이 줄어들 것을 노사가 다 알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엄청난 돈을 버는데 경쟁업체들이 수수방관할 리가 없다. 미국 정부는 인텔에 직접 투자를 했고, 중국은 정부 주도로 인해전술 수준의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일본도 메모리 반도체 부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공급부족 상황은 오래 가기는 어렵다. 초과 세수로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겠다는 경제부총리의 말이 반드시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

 

길게 보면 더 큰 문제는 ‘주주의 이익이 언제라도 침해당할 수 있는 나라’라는 인식이다. 이런 환경에서 주식 투자든 실물 투자든,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누가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냐는 것이다. “기업의 이윤은 손실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한 주주들의 몫”이라는 대통령의 언급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노동부장관이 노사 협의에 개입해 노조 편을 들고, 나아가 “대기업 초과 이익의 사회적 배분”을 거론하는 나라의 기업에 투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미 카카오, 현대차, HD현대중공업,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에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내놓으라는 요구가 일고 있으며, 양대 노총은 협력 업체들을 부추기고 있다.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일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 효과가 저감될 수도 있고 대통령의 발언도 그 진의를 의심받게 될지 모른다.

 

노조가 부담 없이 파업을 할 수 있게 만든 노란봉투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견제 장치라도 마련해 줘야 한다. 반도체처럼 사실상 나라의 명운이 걸려 있는 기업의 경우, 방위산업처럼 파업을 제한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는 헌법 개정 사항이라 당장은 어렵다.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수원지방법원의 결정처럼 “파업 시에도 핵심 시설의 점거를 금지하고, 회복할 수 없는 손실 발생을 막기 위한 수준의 공장 가동은 유지할 의무”라도 부과해야 한다.

 

경제운용의 최종 목표는 실물투자 활성화이다. 주식시장 활황이 실물투자 활성화로 이어지기도 전에 꺾이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제발 한번이라도 자본의 편에 서 주기를 바란다.

조선일보 박병원 퇴계학연구원 이사장·前 청와대 경제수석

 

06.03 전작권 전환선언보다 중요한 전쟁지도능력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5월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전작권 조기 회복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5월 30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대화(샹그릴라 대화)에서 한국의 전작권 전환 문제를 언급하면서 "솔직히 동맹국이 더 많은 통제권을 더 빨리 가져가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EPA 연합뉴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언젠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전작권 전환 또는 환수라는 말은 실체를 오도하는 말이다. 전작권의 한국군 단독행사가 정확한 표현이다. 지금은 한미 군통수권자가 공동행사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의 권한행사를 진지하게 하지 않았고 미군에게 전적으로 의지해 놓고 지금 와서 전작권이 미군에게 있는 것처럼 오도하여 주권국가에 전작권이 없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주권국가가 자국 군대를 스스로 지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전작권을 가져오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있느냐이다.

 

◆북한군 120만과 단독으로 맞설 준비는 되어 있는가

최근 전작권 전환 논의에서는 '군사주권 회복'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은 구호로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북한군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북한은 현재 약 120만 명의 현역군과 600만 명이 넘는 예비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수전 부대만 약 20만 명 규모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장사정포는 1만 문 이상, 각종 탄도미사일 수백 기, 핵탄두는 국제기관 추정으로 50~90기 수준까지 거론된다. 러·우전 참전 경험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지휘집단이다

1980년대 초 미 국방정보본부(DIA)가 실시한 북한군 실태분석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핵심 지휘집단을 구성하는 김일성종합대학 출신 엘리트들의 평균 지적 수준은 상당히 높게 평가되었다. 반면 당시 한국군 장교단의 평균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바 있다. 물론 현재는 시대가 달라졌지만 핵심은 북한이 오랫동안 군사 엘리트를 국가 차원에서 육성해 왔다는 사실이다. 전쟁은 병사들이 아니라 지휘관들이 결정한다.

 

북한은 국가 전체가 전쟁을 준비하는 체제다. 반면 우리는 전쟁보다 복지와 정치가 우선되는 사회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전작권만 가져오면 군사주권이 완성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위험한 착각이다. 간부들은 사명감은 있는데 많은 인원이 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떠나고 장교 부사관을 막론하고 충원은 잘 안 된다.

 

◆크레벨트가 말한 전투력의 핵심은 숫자가 아니다

이스라엘의 군사학자 마틴 반 크레벨트는 전투력을 단순한 병력 규모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전투력을 P=NVQ로 설명하였다. 여기서 P는 전투력(Power), N은 병력 규모(Number), V는 다양성과 유연성 변수(Variety), Q는 질(Quality)을 의미한다. 결국 전투력을 결정하는 핵심은 질이다. 장교단의 수준, 부사관의 숙련도, 지휘관의 판단능력, 교육훈련 체계, 조직문화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매일신문

 

06.03 초과 이윤은 기업이 이룬 것, 초과권력은 당신들이 만든 것

/제 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행정복합청사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달 29일과 30일 양일간 실시된 제 9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의 사전선거 투표율은 역대 지방선거 가운데 가장 높은 23.51%였다. 4년 전 제 8회 지방선거 때의 20.62%에 비해 2.89%포인트나 높아졌다. 작년 대통령 선거, 2024년 제 22대 총선 때보다는 많이 낮았지만 지방선거로서는 의미 있는 사전 투표열기였다고 할만하다. 미리 투표하고 공휴일인 본 선거일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겠다는 유권자가 많이 늘어났을 수 있지만 시기적‧정치적 배경이 더 크게 영향을 미쳤으리라 추측되기도 한다.

 

투표율 상승이 희망적이긴 한데 우려스러운 측면도 없지 않다. 그것이 과도한 진영·이념 대결의 표현이라면 ‘지방자치’의 의의는 희석되거나 변질되고 만다. 주객전도가 된다는 뜻이다. 지방행정의 중앙정치 예속화, 중앙당들의 지방선거 대리전화는 지방자치의 퇴행으로 이어진다. 정당들이 지방자치제 강화를 떠들면서 기실은 정당간의 전면전에 지방자치단체들까지 끌어들이는 ‘자치의 실종’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물론 이는 최종투표율이 상승했을 때나 가능한 진단이다).

 

민심이 정권을 교육하는 선거될까

짐작되기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당초 기대처럼 압승을 하게 되면 이미 습관화 단계에 이른 일탈은 상시화를 넘어 일상화 단계로 들어서게 된다. 예컨대 이재명 대통령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를 특검으로 하여금 강행토록 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질 것이다. 당 내분이 표면화될 경우라면 몰라도….

 

국민의힘이 저항하고 나서면 “국민은 내란세력 척결을 명했다. 따라서 국민의힘 정당해산 심판 청구도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압박할 개연성이 있다. 선거 참패로 국민의힘 내홍이 격화되면 실제로 그 시도를 할지도 모른다. 기를 한없이 죽여 놓으면 개헌도 쉬워진다고 계산할 수 있다. 단계별 개헌보다는 일괄 개헌을 더 선호하게 될 것 같기도 하다.

 

최근의 여론조사 추이로 미루어 보면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공소취소의 명분 조성을 위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조작기소 특검법 발의’를 강행한 이후부터 선거 현장 분위기가 냉각되기 시작했다. 압승을 예상했던 서울 부산 대구 울산 경남 등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선전을 거듭해 접전 양상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이 지역들 일부에서라도 만약 국민의힘이 이긴다면 그것만으로 민주당은 패배한 것이 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기세를 올릴 기회를 얻는다. 당연히 이 대통령의 국정 견인력에도 타격이 가해진다. 다만 그간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보여 온 행태로 미루어 지방선거 결과를 과소평가하면서 당초의 계획을 밀어붙이려 할 가능성이 크다. 물러서는 훈련이 돼 있지 않은 정권이기 때문이다.

 

진격만 있는 정부의 상징적 사례 중 하나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달 11일 밤 페이스북 글이었다. 김 실장은 해당 글에서 ‘초과세수 국민배당금제’을 제안했다.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이)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그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되어야 한다. 이것이 설계의 정당성이자 원칙이다.”

 

그는 이에 앞서 지난달 8일 페이스북에 ‘코스피 7500 그리고 1만의 문턱 앞에서’라는 글을 통해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들의 호황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26~27년 세수는 역사적 규모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바 있다.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설계해야 하고 그게 이른바 ‘국민배당제’라는 것이 그의 제안이었다.

 

정부 또 무슨 돈 뿌릴 꾀 내고 있는지

언론들은 즉각 이를 ‘초과이윤 국민배당제’로 보도했다. 해당 기업들이 실로 모처럼만에 만들어내고 조우한 대호황으로 엄청난 이윤을 남기게 된 것을 정부가 ‘초과이윤’으로 규정했다. 평균보다 훨씬 높은 이윤을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간에 들인 고민․결단․개발․노력․투자의 대가다. ‘이윤’의 머리에 ‘초과’라는 수식어를 씌움으로써 정치․사회적으로는 ‘과도한 이윤-횡재-사회가 환수해야 할 몫’으로 읽히게 만든 것이다.

 

업계는 불안해했고 민심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이를 보도하자 주식시장에도 안 좋은 시그널이 나타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이 글을 올린 다음날인 지난달 12일 “청와대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의 의견으로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다음날에는 이 대통령이 직접 X에 글을 올려 김 실장을 비호했다. 김 실장의 말은 ‘초과세수를 국민에게 배당하는 방안’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정치적 비난이나 비판도 사실에 기반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해치는 게 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는 경고문을 덧붙였다. 그렇다면 ‘관계자’의 언급에 대한 해명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김 실장은 당시 글에서 국민배당금을 제안한 근거로 노르웨이의 국부펀드를 제시했다. “여러 참고모델이 있다. 노르웨이는 1990년대 석유 수익을 국부펀드에 적립하고 그 운용 수익을 재정 원칙에 따라 사회 전체에 환원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자원 호황을 일시적 횡재로 소비하지 않고 장기적 사회 자산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렇지만 노르웨이는 해저에 매장된 석유자원을 ‘국유화’한 경우다. 그런 다음 국영기업을 세워 석유수입금 상당부분을 가지고 국부펀드를 조성했다. 그걸 통해서 이른바 ‘사회 전체 환원’ 체계를 만든 것이다.그 이익을 국민이 배분받는 것은 주주들이 경영성과를 토대로 배당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노르웨이는 인구 560여만 명의 인구소국이다. 국가 경영방식이 같을 수가 없다. ‘초과세수’를 말한 것이지 ‘초과이윤’을 말한 게 아니라고 하는데 ‘국민배당’의 원천이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이런 말이 나오니까 또 정부의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좌파 정권은 국민에 대한 현금살포에 이력이 난 인상을 줘왔다. 현 정부 들어서도 민생회복 소비쿠폰(작년)과 고유가 피해지원금(올해)을 전 국민, 또는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지급했다. 후자는 지금도 지급 중이다. 고소득층은 그 재원을 부담할 의무만 지라는 식으로….

 

검찰 무오류 아니니까 법원 있는 것

현금지원은 시중의 유통경기를 자극할 수는 있겠지만 대신 지속성이 없으면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민심 얻기 인기 상품으로는 최적인 셈인데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나눠 줄 돈이 부족하면 정부로서는 증세, 축소예산, 국채발행 등으로 대처해야 한다. 임기 5년의 한시적 정부가 이런 식으로 나라 살림을 이어가면 언젠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다.

 

“임기 후의 일이야 내가 알 게 뭐냐”는 심사가 아니라면 국가예산의 용처는 백번 천번 고민한 후에 결정할 일이다. 무엇보다 국가경영자들, 수많은 고위 공직자들(4000명도 훨씬 더 되는 ‘오늘 선거’의 당선자들까지 포함해서)은 자신들이 생산자가 아니라 그들이 땀 흘린 결과를 나눠 받아서 사는 처지임을 명심해야 한다.

 

좀 다른 이야기인데 이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한 말이 아주 거북하게 들린다.

 

“혹시라도 무오류의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거다. 어느 기관도 마찬가지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간에 정부 여당에서 논의되고 시도됐던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견해를 피력한 셈이라고 하겠다. ‘피력’이라기보다는 경고 및 명령이라는 게 옳겠다. 선거 때문에 미뤄졌던 과제를 늑장부리지 말고 즉시 해결하라는 뜻일 터이다. 그 자신은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4개월 남은 검찰청 존속기간 안에 할 일은 다하라는 것일까?

 

대통령 자신은 무오류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있는지, 혹 잘못을 해서 사과하고 취소한 경험을 가졌는지 궁금하다. 검찰이 잘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판단은 법원에서 하는 것이 우리나라 형사사법체계다. 검찰이 다 결정해 버릴 것이면 사법부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선거 결과에 따라 국회가 ‘조작기소 특검법’을 적극적으로 입법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는 말로도 들리는데 8개 사건으로 5개 재판에 회부돼 있는 자신의 모든 공소를 일괄 취소하라는 것인가.

 

기업의 초과이윤을 이야기하면서 정부 여당의 초과권력은 왜 말하지 않는가? 기업은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이윤을 창출해 냈지만 집권세력은 자신들의 이익확대와 위험해소를 위해 초과권력을 스스로 만들어 행사하고 있다. 초과권력은 민주주의 파괴요인이 된다. 그걸 방지하고 걷어내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일 것이다.

데일리안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06.03 인민해방군 장교를 입교시킨 육군대학

크레벨트(Martin van Creveld)는 '전투력과 전투수행(Fighting Power)'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전투 효율을 유지한 이유를 무기 숫자가 아닌 조직문화, 전문성, 지휘체계에서 찾았다. 그리고 그중 핵심은 고도의 전문성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군은 이와 반대로 스스로 구조적 취약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 육군이 추진 중인 대병과 체계 개편안과 사관학교 통폐합은 그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대병과 체계 개편안에서 화력, 정보, 지휘통제, 방호를 전투지원 기능으로 분류한 것은 단순 행정상 오류가 아니라 현대전에 충격적일 정도로 무지한 증거이다.

 

현대전에서 정보는 전투 그 자체이다. 지휘통제 역시 센서와 슈터를 연결하는 전장의 중추 신경망이며 화력은 보병을 지원하는 보조 수단이 아니라 전장의 성패를 결정하는 핵심 전투 기능이다. 우크라이나군의 GIS-Arta, 미군의 JADC2, 심지어 북한군마저도 정찰-타격 복합체를 집착에 가깝게 발전시키고 있는 것은 모두 현대전이 탐지-결심-타격의 극단적 단축과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군은 여전히 행정이란 껍질 속에 갇혀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것이 구조적 문제라는 점이며, 그 중심에 군내에서 인사 기능의 비대화가 존재한다. 본래 인사는 전투력을 유지 및 배분하는 참모 기능에 불과하다. 그런데 인사사령부가 창설되면서 인사가 진급을 명목으로 군 조직 전체를 통제하는 하나의 권력 구조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군 내부에선 뚜렷한 변화가 식별된다. 병과 전문성보다 관리 효율성이 우선되기 시작했고 현장 지휘관의 전술적 전문성이 아닌 인사 시스템에 얼마나 잘 순응하는가가 더 중요한 조직문화이자 군 운용 논리가 되었다. 간부들은 수많은 인사 기능 M-MOOC 교육프로그램에 시달리며 전사가 되길 포기한 지 오래다. 결과적으로 군은 전투 조직이 아니라 관리 조직으로 변질되어 갔다.

 

특히 사관학교 통합 논의는 국방력 해체 발상의 절정이다. 합동성은 각 군의 정체성을 해체한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고도로 전문화된 각 군종별 전략문화와 작전개념이 어우러질 때 달성된다. 전주비빔밥을 생각해보자. 비빔밥에 넣을 모든 재료를 맨밥으로 만들어 버리면 그게 비빔밥인가. 미군이 육·해·공 사관학교를 통합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전은 범용형 인재를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문화된 각 기능들이 얼마나 빠르고 정교하게 연결될 수 있는가를 요구한다. 합동성은 ISR, 전자전, 화력, 기동, 지휘통제 등 모든 전투 수행 기능들이 실시간 네트워크에서 결합될 때 달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군의 개혁안은 오히려 전문성을 희석시키고 관리 효율을 우선시하고 있다. 이건 단순 정책 실패가 아니라 국방력 해체에 가깝다.

 

게다가 2025년 11월, 육군대학에 명백한 적군인 중국공산당 소속 인민해방군 장교가 입교하면서 한국군 영관장교단을 비롯 20여개 우방국의 장교들은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 있었다고 한다. 본래 이 제도는 2013년 6월, 한중정상회담에서 양국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설정하면서 그 일환으로 군사교류를 진행했고 이후 국방어학원에서 교육이 진행되었던 과정이다. 그러나 이후 중국은 일방적으로 동경 124도 안의 해상경계선을 설정하고 한국 해군에게 넘어오지 말라고 하는가 하면, 한미연합 해상훈련의 중단을 요구했다. 또 이어도를 포함한 우리 방공식별구역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중국 방공식별구역으로 선포하는 횡포와 함께 사드(THAAD) 배치를 문제 삼으면서 2016년 군사교류가 중단되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2018년 군사교류를 재개하면서 어학교육이었던 교육을 무슨 이유에선지 합동군사대학교 본 과정에 인민해방군을 입학시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코로나19로 인하여 다시 과정이 중단되었다. '윤석열 정부가 2024년 4월, 중국군 수탁 교육 재개 결정을 했다'는 국방부의 주장이 있지만 실제 입교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2025년 11월부터 다시 수탁생을 받기 시작했던 것이다. 2025년은 중국이 한중 배타적경제수역(EEZ)이 중첩되는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대형 철제 구조물을 설치한 이후 중국 해경이 감시활동을 강화하는 회색지대 잠식 전술이 한창이던 시기였다.

 

육군대학은 한국군 영관장교 및 우방국 20여개국 장교들이 군사기밀을 제외한 서방의 진일보한 전술과 전략을 공부해야 할 육군 중견 간부 교육의 근간이다. 육군대학에서 북한과 조중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을 통하여 군사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 우리 서해를 잠식 중인 중국 인민해방군은 잠재적 적일 수 밖에 없다.

 

군 당국은 '군사기밀을 배제한 일반과정'이라고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군사 기밀이라는 것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하는가에 따라 얼마든지 탐지가 가능해진다. 과거 나치 독일군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기 전에 각국으로 수탁교육을 보냈던 것 역시 해당 국가의 전술적 알고리즘과 의사결정 메커니즘, 전략적 관점을 몸에 익혀 맞춤형 침략 작전계획을 수립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프랑스의 패망이었다.

 

인민해방군은 불과 70년 전 우리 국민들을 도륙 낸 자들이다. 우리의 북진 통일을 피로써 막아 세웠고 순국 선열들은 피눈물을 머금고 1.4 후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인민해방군 장교들을 들여와서 군 교육 현장을 파괴하는 건 대체 무슨 저의인가.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이를 승인한 육군의 교육사령부, 인사사령부는 이 사태에 관하여 엄중하고 명백하게 해명해야 한다.

 

군대는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군 개혁의 기준은 오로지 전투력 강화, 이 한 가지면 족하다. 그 외 모든 잡다한 논의는 전투력 해체일 뿐이다. 오늘날 한국군 개혁 흐름의 중심에 있는 조직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지나치게 비대해진 인사 중심 구조와 그 정점에 위치한 인사사령부일 가능성이 절대적이다. 그러므로 인사사령부는 발전적으로 해체되어야 마땅하다. 병력이 부족하다고 일선 부대와 사관학교들은 통폐합하면서 참모 기능에 불과한 인사사령부는 대체 왜 유지하는가. 지금은 병과와 사관학교 통폐합을 논하기 전에 인사사령부 폐지를 먼저 논의해야 할 것이다.⊙

한국일보 임철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

 

06.04 구걸하다 대박… 그래서 더 무섭다

반년 뒤도 모르는 반도체 사이클
대규모 이익에도 기업은 살얼음판
분배 논란에 골든타임 허비하면
미래 위기 자초하는 결과 부를 것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파업 위협이 한창일 때,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후발 주자로서 ‘경쟁사 대비 헐값에 주겠다’며 구걸하듯 영업하고 다녔다. 그게 불과 6개월 전 일”이라고 했다. 반년 뒤 대호황을 예측조차 못한 채 빅테크들 앞에 고개를 숙여야 했을 만큼 반도체 사이클이 예측 불허라는 얘기다. 거꾸로 말하면, 지금의 역대급 반도체 호황도 6개월 뒤 어떤 이유로 신기루처럼 사라질지 모르는 공포스러운 현실을 보여준다. AI 붐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메모리 반도체의 민낯이기도 하다. 빅테크 수요에 종속된 채 호황기에는 잠시 칼자루를 쥐었다가 사이클이 꺾이면 가격 결정권을 내줘야 하는 K-반도체의 숙명이다.

 

그 뼈저림을 너무도 잘 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은 초유의 대규모 이익 행진 와중에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우리가 혹시 놓치고 있는 돌발 변수가 없나’ 하는 근원적 불안감에 두 회사 수뇌부는 강박적으로 수요처와 해외 동향을 체크하고 각계 의견을 청취한다고 한다. 물론 시장에선 ‘수퍼 사이클 지속론’이 나온다.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되고 감가상각 기간이 훨씬 긴 ‘AI 데이터센터’가 주도하는 이번 사이클은 과거 사이클과 달리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산업의 역사에서 ‘이번엔 다르다’는 낙관론만큼 위험한 신호도 없었다. 3년 전 7조7000억원 적자를 낸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7조원 영업이익을 냈듯, 그 역(逆)이 불가능하다는 어떤 보장도 없다.

 

진짜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민이 두 기업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해 5월 1~20일 기준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41.7%로 1년 전보다 19%포인트나 뛰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합계가 처음으로 코스피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두 회사가 내는 법인세가 국가 세수 규모를 좌우한다. 특정 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는 한국 경제를 위태롭게 한다. 두 회사가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동안 다른 제조업과 내수업종, 건설 분야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천문학적 영업이익이 우리 경제의 ‘K자형 양극화’를 숨기는 가림막이 되고 있다.

 

지금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다음 반도체 다운턴(하강 국면)을 버텨낼 기초 체력을 비축하고 기술 격차를 벌려야 하는 골든타임이다. 하지만 오늘 눈앞에 보이는 호황의 숫자가 온갖 명분의 분배 청구서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의 성과급 파열음은 봉합됐지만, 정부와 여당 일각에선 반도체 대규모 이익을 마르지 않는 ‘화수분’으로 여기는 듯하다. 민주노총 출신 노동부 장관의 ‘초과이익 배분론’만이 아니다. 재계에선 “지방선거가 끝나면 각 기업이 대규모 지방투자 발표를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그 투자가 기업 생존에 반드시 필요하냐는 질문은 무의미한 분위기다. 분기 수십조 영업이익을 올리는 기업이 권력 앞에서 “반년 뒤도 장담할 수 없다”며 우는 소리를 하기란 불가능하다.

 

밖으로는 경쟁의 강도와 지정학적 비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 72%, 삼성 7%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메모리에선 중국 CXMT가 글로벌 D램 점유율 8%에 도달하며 한국이 일본을 밀어낸 방식 그대로 추격해 오고 있다. 미국의 첨단 장비 반입 봉쇄로 중국 내 삼성 시안·SK 우시 공장의 미래는 불투명하고, 트럼프발 관세 폭탄을 피하려면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야 할 상황이다. 반도체 경영진의 살얼음판 걷기가 ‘쇼’나 기우(杞憂)로 치부되면 진짜 위기가 시작될 것이다.

조선일보 이길성 기자

 

06.04 군인 복지보다 정치가 먼저인가

/경기도 파주 한민고 인근에 학부모들이 공립화를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걸어놓은 모습. /독자제공

 

 

한민고는 군인 자녀를 위한 사립고로서 명실상부한 ‘공교육의 기적’이자 롤모델과도 같았다. 2014년 국고 보조금 350억원 등을 들여 개교했고, 당시 법적으로 공립고는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할 수 없어 사립고로 지어졌다. 모든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사교육에 기댈 필요 없이 우수한 교육 성과를 올리는 학교다. 해마다 200명 안팎이 서울대 등 우수 대학에 진학하는 명문고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작년에 정부·여당이 공립화를 선언한 후 한민고는 뒤숭숭하다. 올해 군 자녀 전형 모집(254명)에 지원자가 20명이나 부족해 첫 미달 사태까지 발생했다. 기자는 학부모들이 “정치적 이유로 멀쩡한 학교를 망치지 말아달라”고 호소한다고 이 문제를 보도했다. 그러자 국방부·교육부·경기도교육청은 설명 자료를 내고 “한민고 공립 전환은 외부 요구나 압력 때문이 아니다”라며 “정치적 공격에 따른 결과라는 보도는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정말 정치적인 이유가 없을까. 한민고는 설립 배경 탓에 교직원 등 구성원의 성향이 다소 보수적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그래서 진보 진영으로부터 종종 공격을 받았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민주당 의원이던 작년 4월 한 인터뷰에서 “(한민고가) 균형 감각이 없는 교육을 해 제2의 12·3 내란을 양산하고 키워주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치적 편견을 드러낸 것이다.

 

이후 공립화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도교육청 감사에서 한민고의 급식 계약 위반 등이 적발됐다는 이유로 갑자기 전교조와 민노총, 진보당 등이 공립화 서명운동에 나섰다. 이 단체들이 한민고와 대체 무슨 연관이 있나. 한민고 교사회도 “학교 구성원 모두가 반대하는데 당신들이 왜 그러느냐”는 성명문을 냈다.

 

한민고가 기적을 만든 배경엔 교사들이 3~5년 단위로 순환 근무하고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짜기 어려운 공립고가 아니라, 사립고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란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작년 말 국방부·교육부·경기도교육청은 외부의 주장을 토대로 업무 협약을 맺고 한민고 공립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의아하게도 국방부가 가장 적극적이라고 한다. 보도에 반박하는 자료도 국방부가 주도해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런 댓글들이 달렸다. “국방부에서 공립 전환을 막아야지 이게 뭔 소리여? 군인 가족들 다 반대하고 있는데...” 한민고 학부모회가 최근 학부모 6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617명(99.5%)이 공립화에 반대했다.

 

한민고는 잦은 근무지 이동으로 자녀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군인들에게 몇 안 되는 실질적 복지 혜택이다. 처우 문제로 군 간부 엑소더스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런 기반마저 흔들 필요가 뭔지 모르겠다. 군인 복지보다 정치가 먼저인가. 국방부는 정치 집단들에 휘둘리지 말고 군인 가족들 얘기에 먼저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조선일보 표태준 기자

 

06.04 단 한 명 유권자라도 투표 못했으면 헌법 위반

6월 3일,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투표소에서 뜻하지 않은 장벽과 마주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가락·문정·위례동 일대 다수 투표소에서 오후 들어 투표용지가 소진됐다. 수백 명의 유권자가 장시간 줄을 서거나 끝내 투표를 포기해야 했다.

단순한 행정 착오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태의 본질은,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이 선거 당일 현장에서 정면으로 유린당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았다"는 해명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말도 안된다. 투표율 상승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고 충분한 투표용지를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선거 관리 기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사태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기반이 강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은, 단순한 행정 실수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의혹까지 낳고 있다. 이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한, 선거 결과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회복될 수 없다.

국제 사례는 우리에게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2016년 오스트리아 대통령 선거에서 헌법재판소는 부재자 투표 개표 과정의 절차적 위반 및 참관인 부재, 봉투 조기 개봉, 결과 유출 등을 이유로 선거 전체를 무효화하고 재투표를 명령했다. 선거 결과의 유불리를 따지기 이전에, 절차적 정당성 자체가 훼손됐다는 이유만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독일 사례는 더욱 엄정하다. 베를린 주 헌법재판소와 연방헌법재판소는 2021년 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과 투표 지연으로 전체 유권자의 1% 안팎만이 영향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전체 무효를 선언했다.

법원은 마감 이후 출구 조사와 언론 보도에 노출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투표가 ‘자유선거 원칙’을 침해하며, 단일한 유권자 의사 형성이라는 선거의 헌법적 본질을 훼손한다고 명시했다. 피해 규모의 크고 작음이 아니라 원칙의 훼손 그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정교모(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를 포함한 많은 시민단체가 선거 전 이미 이 상황을 경고했다. "제도 개선 없이 치러지는 6·3 지방선거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성명 등을 통해 선거 이후 예상되는 혼란과 그 책임 소재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그 우려는 불행히도 현실이 됐다.

문제는 투표용지 부족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선거에서도 다수의 시민단체 참관인이 현장에서 직접 집계한 투표자 수와 선관위의 공식 발표 수치 사이에 5% 이상 격차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는 통계적 오차의 범위를 명백히 벗어나는 수준이다. 선거 결과의 신뢰성을 뒷받침해야 할 기초 데이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민주주의는 결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과정의 정당성, 절차의 투명성, 그리고 모든 유권자의 평등한 권리 행사 위에서만 선거는 헌법적 효력을 가진다. 헌법 제24조는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하고, 제116조는 선거의 공정·균등 원칙을 천명한다. 이번 사태는 이 두 조항을 동시에 침해한 중대한 헌법 위반이다.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은 하나다. 이번 선거는 그 결과를 확정하기에 앞서 절차적 정당성을 먼저 검증받아야 한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한 유권자가 단 한 명이라도 존재하는 한, 그 선거의 결과는 헌법적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즉각 무효로 선언돼야 한다.

재선거는 선택이 아니라 헌법적 의무다. 국회와 선관위는 정치적 유불리 계산을 내려놓고, 전국적 재선거 실시를 위한 법적·행정적 절차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 선거의 공정성을 회복하는 일은 어느 정당의 이해관계보다 앞서는 헌법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진상 규명은 독립적이고 전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전국 모든 투표소의 투표자 수, 투표용지 사용 내역, 개표 전 과정에 대한 재검토는 선관위 내부가 아닌 외부의 독립된 기구에 의해 수행돼야 한다. 시민단체, 각 정당 참관인, 법률 및 통계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 ‘진상조사위원회’만이 이 과정에 실질적인 신뢰를 부여할 수 있다. 조사의 범위와 방법, 결과의 공개 방식 모두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돼야 함은 물론이다.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선언한다. 그 선언이 실질을 가지려면, 국민의 한 표 한 표가 온전히 존중받아야 한다. 절차적 정당성을 잃은 선거는 민주주의의 외양을 빌린 허구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 주권과 참정권이 형식이 아닌 실질로 구현되는 선거 제도의 근본적 개혁이 요구된다.⊙

자유일보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정교모 공동대표

 

06.04 인터넷 자유 후퇴…정부 150만개 사이트 차단

지난 5월, 평소 들어가던 사이트가 갑자기 낯선 경고 페이지로 바뀌었다는 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국의 인터넷 검열이 네 번째 시즌에 접어든 순간이다.

나는 이 추격전을 기술적으로만 훑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자료를 따라가다 보니 한 가지 질문 앞에 멈춰 서게 됐다. 우리는 지금 어느 편에 서 있는가.

검열과 우회의 역사는 숨바꼭질 같았다. 초기 인터넷은 투명한 엽서와 같아서 정부가 길목에서 슬쩍 보고 불법 사이트다 싶으면 가로채기만 하면 됐다. 그러자 인터넷 세상은 편지를 암호로 잠그는 기술(HTTPS)을 도입했다.

알맹이를 볼 수 없게 된 정부는 이번에는 우체부의 ‘주소록’(DNS)을 가로챘다. 사용자가 목적지를 물어보면 엉뚱한 길을 가르쳐주며 차단막을 세운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보던 경고(Warning) 페이지의 정체다.

사람들은 곧바로 구글 등 해외 DNS를 쓰며 빠져나갔다. 그러자 정부는 편지를 보내기 직전, 아주 잠깐 봉투 겉면에 적히는 목적지 주소(SNI)를 훔쳐보는 방식을 도입했다. 2019년에 터진 이 차단 작전 역시 결국 주소마저 숨겨버리는 기술이 등장하며 다시 무력화됐다. 막으면 뚫고, 뚫으면 다시 막았다.

마침내 정부는 인터넷의 거대한 방패 클라우드플레어를 직접 압박했다. 2026년 5월부터 본격화된 이번 차단이 그 결과다. 흥미로운 건 클라우드플레어가 미국 무역대표부에 낸 하소연이다. 한국이 150만 개가 넘는 URL 차단을 요청했고 매달 3만 개씩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전례 없는 규모다. 참 어처구니 없는 숫자다.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은 불법 웹툰과 불법 도박 사이트를 막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막는 방식과 규모, 그리고 그 칼끝이 향하는 방향이다.

프리덤하우스가 매년 발표하는 인터넷 자유 보고서는 전 세계 72개국을 평가한다. 2025년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인터넷 자유는 15년 연속 후퇴했다. 조사 대상 72개국 중 무려 57개국에서 사람들이 온라인 표현을 이유로 체포되거나 투옥됐다. 사상 최고치다. 차단과 감시는 이제 권위주의 국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쯤일까. 보고서는 2년 연속 한국을 ‘완전한 자유’가 아닌 ‘부분적 자유’ 국가로 분류한다. 점수는 100점 만점에 65점. 같은 아시아의 일본 78점에도 못미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을 가지고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나라인 것이다. 이건 입장 차이가 아니라 점수로 찍힌 명백한 현실이다.

이제 남은 마지막 우회로는 VPN뿐이다. 데이터를 통째로 암호화하고 해외 서버를 경유하니 중간에서 들여다볼 틈이 없다. 정부 역시 알면서도 손대지 못한다. VPN을 전면 금지한 나라는 사실상 중국과 북한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 선을 넘는 순간 우리는 공산국가나 다름없게 되는 것이다.

검열을 옹호하는 논리는 늘 그럴듯하다. 모든 정책은 좋은 의도로 시작한다. 처음엔 불법 콘텐츠였다. 그런데 정부가 권장하는 것과 금지하는 것은 시대마다 정권마다 달라진다. 한번 깔아둔 차단 기술은 대상을 바꿔가며 얼마든지 다시 쓰일 수 있다.

오늘은 도박 사이트지만 내일은 무엇이 그 명단에 오를지 누구도 보장하지 못한다. 150만 개라는 숫자가 무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우리는 투명하게 확인할 수 없다.

차단 대상은 늘었는데 정작 불법을 저지른 운영자들은 해외 서버 뒤에서 멀쩡하다. 손 쉬운 통제를 택하고 어려운 추적은 미뤄둔 결과다. 말 그대로 바바리맨 잡겠다고 바바리를 금지시킨 상황이다. 150만 개의 문에 빗장을 거는 동안, 정부는 우리가 어디로 들어갈 수 있는지를 조용히 정하는 권한까지 손에 쥐었다.

자유를 한 칸 내주는 일은 언제나 사소한 명분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한 칸은, 한번 내주고 나면 좀처럼 돌려받지 못할 것이다.

자유일보 이태현 공학박사


06.04 李 검찰에 "잘못하면 사과·취소" 파문

6월 3일 지방선거를 단 하루 앞둔 지난 2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검찰청의 국정 성과 보고를 받은 뒤, 면전에 앉은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향해 "혹시라도 무오류의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며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은 정치권과 법조계에 즉각 파문을 일으켰다.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취소 여부가 문제되는 검사의 업무는 구속취소, 공소취소 2가지밖에 없는 것 같다"며 이번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짚었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특정사건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대놓고 재판 취소를 겁박한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고, 송언석 원내대표는 "선거 이후 본격화할 대통령 공소취소 시도의 예고편"이라고 규정했다.

현재 대한민국 검찰은 수사권이 폐지된 상태다. 수사권 없는 검찰이 업무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행할 수 있는 ‘취소’란, 사실상 기소한 사건의 소송을 종결시키는 ‘공소취소’ 외에는 없다. 법조계와 야권이 이번 발언을 단순한 행정 지도나 당부가 아닌, 대통령 본인이 연루된 사법 리스크를 무력화하라는 사실상의 ‘공소취소 명령’으로 해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직 대통령이 자신을 피고인으로 둔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과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등 아직 1심 선고가 나지 않은 사건들을 향해 사과와 취소를 운운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법치국가에서 가능한 일인가? 국가 권력의 정점에 선 자가 자신을 향한 사법 시스템의 칼날을 ‘오류’로 규정하고 이를 스스로 거두어들이라고 압박하는 행위는 헌법이 규정한 권력분립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 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을 발의했다가 사법 독립 훼손이라는 위헌성 논란과 선거 국면 부담으로 지방선거 이후로 처리를 미뤄둔 바 있다.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에 대해 대검찰청은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청구했고 법무부는 직무 정지 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이런 조치들 역시, 향후 검찰 스스로 공소를 취소하게 만들 명분 쌓기용 압박이라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만약 여권이 지방선거 직후 특검법을 재추진하거나 인사권을 동원해 검찰의 자발적 공소취소를 강제한다면, 이는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전례 없는 오욕으로 기록될 것이다. 작금의 현실 앞에서, 과연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정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유일보 전광수 청년사업가

 

06.04 과이불개(過而不改) 선관위

고대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명(名)과 자(字)를 지었다. 명은 부모와 스승 및 군주가 부르는 본명이고, 자는 성년이 되면 남이 부르게 만든 이명으로서 의미가 연결된다. 지금도 이름을 중국어로 명자(名字)라고 쓴다.

남송(南宋) 시인 유과(劉過)는 자가 개지(改之)이다. ‘잘못하면 이를 고치라’고 붙여진 이름이다. 무협소설 작가 금용(金庸)도 이를 본받아 ‘신조협려’(神雕俠侶) 주인공 이름을 양과(楊過)라 짓고 자를 개지라 했다.

잘못한 뒤에 고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람에 누가 잘못이 없겠는가? 잘못하고 고칠 수 있으면 이보다 좋은 일이 없다"(人誰無過? 過而能改, 善莫大焉)는 춘추좌전(春秋左傳)의 말이 공감을 얻는 이유다.

한시외전(韓詩外傳) 등에는 "잘못하고 이를 고치면 잘못하지 않은 것이다"(過而改之, 是不過也)라는 말까지 보인다. "잘못하고 고치지 않으면 이야말로 잘못이다"(過而不改, 是謂過矣)라는 논어의 말도 이 선상에서 이해된다.

자존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기 싫거나 책임을 회피하려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런 말이 나왔다. 그러나 잘못을 개선하면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되는 경우가 많다.

선거 때마다 갖은 잡음을 일으킨 선관위가 이번에는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황당한 사고를 쳤다. 가족회사라서 친인척 특혜 채용은 전통이라더니 도무지 잘못을 못 고친다.

후한의 채옹(蔡邕)은 독단(獨斷)에서 "잘못을 알고 고칠 수 있음은 공손이다"(知過能改曰恭)라고 했다. 또 대대예기(大戴禮記)에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못함은 게으름이다"(過而不能改, 倦也)는 말이 있다. 선관위는 과연 언제까지 국민에게 공손하지 않으며 업무를 게을리할 것인가?⊙

자유일보 홍광훈 前 서울여대 중문과 교수

 

06.04 北 ‘내고향축구단’의 정체

얼마 전 한국에 온 북한 ‘내고향 축구단’을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다.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스포츠 교류가 아니라 해당 축구단의 성격과 이를 둘러싼 정부 대응에 있다.

내고향축구단은 북한 국가보위성 산하 조직이다. 국가보위성은 독재 체제를 유지하는 핵심 권력기관으로 북한 내 인권 침해의 아성이다. 이 천인공노할 기관과 연결된 축구단이 우승 상금을 획득했다면 의문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

이번에 우승으로 확보한 상금 규모가 약 15억 원에 이른다. 북한에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물론 해당 자금의 실제 사용처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 체제 특성상 어디에 사용될지는 불보듯 뻔하다.

더욱 논란이 되는 부분은 정부 예산 지원 문제다. 통일부가 행사에 동원된 친북 응원단체들에 약 3억 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했다. 북한 인권 실태와 국가보위성 역할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것이다.

이 문제를 가장 무겁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탈북민들이다. 북한을 떠나 자유를 찾아온 이들에게 국가보위성은 공포와 억압의 상징으로 기억된다. 본인과 가족이 정치적 탄압을 받거나 감시와 통제 속에서 살아야 했던 경험을 가진 탈북민들에게, 국가보위성 소속 축구단이 환영받는 모습은 큰 상처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내고향축구단의 정체를 아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이상, 알 권리가 있다. 해당 축구단의 성격이 무엇인지, 정부 지원금은 어떤 근거와 절차에 따라 집행됐는지, 그리고 국민 세금이 사용된 사업이 과연 공익적 목적에 부합했는지에 대해 정부는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국민적 논란이 발생했다면 이를 정치적 공방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다.

남북 교류와 스포츠 교류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교류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유와 인권이라는 대한민국 가치에 부합하는지, 국민의 세금이 적절하게 사용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이번 논란은 우리 사회가 그 원칙을 얼마나 충실히 지키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자유일보 도명학 탈북작

 

06-05 중국 뺀 ‘친환경 무역 동맹’ 만들 때다

트럼프, 친환경 발전 중국 경계

中, 공급망 장악으로 이득 독식

보조금 통해 시장 지배력 강화

 

희토류 수요는 환경 오염 심화

원전 강화와 재생에너지 제한

산업 발전 수반돼야 지속가능

“유럽, 풍차를 멈춰라(stop the windmills).”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스코틀랜드를 방문했을 당시 풍력 발전 단지를 겨냥해 던진 독설이다. 풍력 발전기들이 자신의 스코틀랜드 골프장 미관을 해친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풍력 발전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적이 있는 데다 석유 등 화석연료에 대한 선호, 수시로 설화를 일으켜 관심을 유발하는 개인적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풍력 발전 반대에는 개인적·미관적 이유 못지않게 중국의 풍력 발전 공급망 장악 역시 중요한 고려 요소로 작용했다. “풍차는 거의 다 중국에서 만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발언은 그 증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기후변화 대응 혹은 친환경 정책은 우리 시대의 디폴트가 됐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넷제로 등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한국을 비롯해 각국에서 시행 중인 재생에너지·전기차 보조금 지원 등 각종 친환경 정책은 지구를 구한다는 고귀한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 중국 산업만 살찌우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전기차, 태양광 발전, 리튬이온 배터리 등 자국 친환경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조금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과잉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덤핑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2025년 기준으로 글로벌 풍력 발전 시장(신규 설치 기준)에서 중국 골드윈드는 1위를 달리고 있고 중국 엔비전이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윈디(Windey), 밍양, SANY, CCRC 등도 10위권 안에 포진돼 있다. 비중국 기업으로는 덴마크 베스타스, 독일·스페인 합작 지멘스 가메사, 미국 GE 버노바 등이 그나마 버티고 있을 뿐이다. 영국 에너지컨설팅회사 우드 매킨지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78%에 달한다. 중국에 속수무책으로 시장을 내준 유럽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힐난에 무게감이 실리는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태양광 발전은 더하다. 현재 글로벌 태양광 패널 시장의 약 90%는 중국에 의해 장악돼 있다. 특히, 진코 솔라, 룽지 그린에너지, 트리나솔라, JA솔라, 퉁웨이 등 중국 상위 5개 회사가 55%를 차지한다.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덩치를 불린 기업들이 앞다퉈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다. 정부 보조금이란 안전장치까지 장착한 채 말이다.

 

희토류 문제도 심각하다.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프라세오디뮴 등은 고성능 영구자석을 만드는 핵심 소재인데 전기차, 풍력 발전 터빈 등에 필수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넷제로 시나리오에서 2040년까지 희토류 수요가 3∼7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재생에너지·전동화 정책은 희토류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이는 정제 과정에서의 환경 오염 심화로 연결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기도 한다. 더욱이 희토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은 이를 활용해 관련 국가들을 수시로 압박하고 있다.

 

중국 국내에서 석탄 발전소를 계속 짓고 해외로는 친환경 제품을 수출하는 이중 플레이를 고려하면 중국을 겨냥한 친환경 정책의 수정은 불가피하다. 기후 변화 대응도 중요하지만, 국가 경제를 파괴하고 안보를 위협하는 도구가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중국 제품에 ‘제조 과정 탄소 배출’을 엄격히 반영한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미국·한국·일본 등 동맹국 간 친환경 무역 동맹을 결성해 공동 규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호주·캐나다 등 우방들과 희토류, 리튬 등 핵심 광물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국내 생산에 강력한 세제 혜택을 주되 중국 기업 참여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가장 현실적인 저탄소 에너지는 원자력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보완 역할로 제한해야 한다. 무조건적 보조금 대신 국내 기술 개발과 일자리 창출 실적이 있는 기업에 집중 지원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념적 그린’ 아닌 ‘현실적 그린’이다. 공급망 안보, 산업 경쟁력, 에너지 안정을 향한 균형 잡힌 접근만이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다.

문화일보 유회경 국제부장

 

06-05 투표용지 사태, 국정조사도 필요하다

이번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근본적 개혁이 더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임을 일깨운다.

 

서울 송파·강남·광진구 내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됐는데, 일부 투표소는 오후 4시30분쯤부터 투표용지가 공급되지 않다가 투표 마감 시각인 6시가 넘어서야 투표가 재개됐고, 심지어 밤 10시까지 투표 마감 시간을 연장한 곳도 있었다. 인천 연수구 등 투표소에서도 투표용지 부족 제보가 있었고, 투표용지를 기다리던 유권자가 투표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갔다는 인터넷 글도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방송 3사의 출구조사 발표는 예정대로 오후 6시쯤 공개돼 그 후의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만큼 사태 발생 후의 선거 공정성 확보를 위한 대처에도 매우 미흡했던 셈이다.

중앙선관위는 이전 지방선거까지는 사전투표인 수를 제외한 선거일 선거인 수의 60%까지 투표용지를 인쇄하도록 지침을 내렸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선거일 선거인 수의 50%로 투표용지 인쇄 기준을 낮췄다고 한다. 그것은 버려지는 용지가 많으면 투표 조작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 예상보다 투표율이 높아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변명한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사전투표를 포함해 총투표율이 50.9%였는데, 이번 선거에서 총투표율이 61%로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심한 것은 투표를 장려해야 할 책임이 있는 선관위가 그 책임은 망각한 채 부정선거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투표용지를 대폭 줄인 무책임성이다. 그리고 서울의 경우 위 3개 구(區)뿐만 아니라, 중랑·강북·은평·금천·관악구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선거일 투표인 수가 선거일 선거인 수의 50%를 넘어서고 있는데, 유독 국민의힘 후보가 초강세 지역인 위 3개 구에서 집중적으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방해 결과가 야기됐다는 점은 의문이다. 그것이 선관위 측의 고의적인 행위인지 관리 부실로 인한 결과인지는 국정조사 등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공직자 선거는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고, 더욱이 양극화가 심한 오늘날에는 선거의 공정성을 관철하는 일이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절실한 문제이다. 그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선관위는 정치적 중립에 엄격해야 하고 업무 처리에 신뢰를 받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선관위는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사전투표한 표들을 플라스틱 소쿠리 등에 담아 아무렇게나 운반한 일이 있었는가 하면, 2025년 대선의 사전투표에서는 투표용지와 회송용 봉투가 투표소 밖에 반출되는 것을 방치한 사례도 있었다. 그 밖에도 직원 자녀 특혜채용 의혹 등 각종 채용 비리 논란, 국가정보원의 선관위 전산망 해킹 취약점 지적 등 조직 구조 및 업무 처리의 신뢰를 의심케 하는 사건들이 이어졌는데도 선관위는 그동안 독립성을 내세우며 자정 노력을 게을리했다.

 

부정선거 시비에 대해서는 투표 결과에 한 점 국민의 의혹이 없도록 투표와 개표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책임이 선관위에 있다. 선거는 결과 이상으로 절차와 과정에 대한 유권자의 납득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한석훈 연세대 겸임교수, 前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06.06 6·3 선거의 패배자들, 대통령·정청래·장동

민주당 12골 넣고도
4골 내주고 패배 自認한
기묘한 선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보수 유권자가 걱정하던
버티기로 시한폭탄 터뜨려

민주당은 6·3 지방선거에서 12골을 넣고도 4골을 내줘 12대4로 졌다. 이치에 닿지 않는 이런 비(非)논리적 문장 하나가 한국 정치 현실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트럼프 못지않게 SNS에 말을 날리던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가 끝나고 침묵 모드로 들어갔다.

 

정청래 대표는 “전국적으로 민주당에 큰 승리를 안겨주신 국민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정 대표가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착륙(着陸)하는 데는 “다만 서울을 탈환하지 못해 아프다”는 목발의 도움이 필요했다. 대통령 파와 대표 파가 12골을 넣은 공(功)을 다투지 않고 4골, 실제로는 ‘서울 1골’을 내준 책임을 서로 상대에게 떠넘기는 걸 보니 이번 경기는 졌다고 자인(自認)하는 것 같다.

 

분위기로 봐 민주당이 진 건 알겠는데 어느 팀에 진 걸까. 민주당이 상대한 팀은 국민의힘이었다. 하지만 팀 주장 장동혁 대표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팀이 승리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장 대표는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면서 “막중한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당원과 함께 새 길을 찾겠다”고 했다. 대표직을 내놓지 않고 버텨 보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을 버렸던 보수 전통 지지층과 위헌(違憲) 법률 제조 공장이 돼버린 국회와 산산조각 난 사법부의 잔해(殘骸) 앞에서 민주주의 붕괴 조짐을 읽은 무당파(無黨派) 중간층이 투표장에 나갈까 말까 몇 번을 망설이게 만든 시한폭탄이 터진 것이다.

 

6·3 지방선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민주당이 12골을 넣고도 오세훈·한동훈에게 한 골씩 내줘 사실상 패배했다’가 될 것이다. 여당이 승리하면 야당이 패배자가 되고 야당이 승리하면 여당이 패배자가 되는 게 선거의 상식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그런 선거가 아니었다.

 

패배자는 ‘대통령’ ‘민주당 대표’ ‘국민의힘 대표’ 3명이다. 대통령은 서울시장 후보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재기(再起) 여부로 전국의 눈길이 쏠린 부산 북갑(北甲)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를 직접 뽑아 내보냈다. 둘 다 낙선했다. 민주당 대표는 “오빠라고 불러봐...”를 비롯한 여러 실언(失言)과 닳고 닳은 내란 청산 테이프를 돌려 유세장의 김을 뺐다.

대통령과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와 부산 북갑 보궐 선거에서 결정타를 맞았다. 한 곳은 국민의힘 후보가, 다른 한 곳은 무소속 후보가 승리했다. 오세훈 후보는 유세 기간 내내 장동혁 대표를 피해 다녔다. 오 후보는 1.15%포인트 표차(票差)로 승리했다. 만일 두 사람이 합동 유세를 벌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장 대표와 공동 유세를 벌인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낙선이 그 결과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장 대표는 전임자(前任者) 한동훈 대표를 제명했다. 그걸로는 부족했던지 무소속이 된 한 후보가 지역구를 정하자 자객(刺客)을 내려보내듯 국민의힘 공천자를 내보냈다. 중앙당 응원팀은 국민의힘 후보 당선보다 무소속 한 후보 낙선에 더 열심인 듯했다. 장 대표는 그렇게 한 후보 승리를 자신의 패배로 만들었다.

 

정치적 지위와 정치적 입장이 제각각인 대통령·여당 대표·야당 대표가 패배자라는 이름으로 함께 묶이게 된 것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해서는 안 될 일’을 구분하는 눈이 흐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이라 해도 대통령이 ‘조작 기소 특검법’을 만들어 특별검사에게 자신이 받은 재판과 앞으로 받을 재판에서 대통령의 죄를 지울 권한을 부여한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높은 지지율이 오만을 키우고, 오만이 국민을 우습게 보게 만들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저항하면 손해 볼 것”이라고 국민을 위협하는 것도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야당 대표 출신 대통령이 야당을 향해 “최악의 저질(低質)” “내 삶을 망치는 자들” “유치원 수준”이라고 퍼붓는 것은 자신의 과거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민주당 대표는 취임 이래 말과 행동 모두가 그의 정치적 욕심과 연관돼 해석돼 왔고, 그게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야당을 내란 세력, 야당 지지자들을 내란 동조 세력으로 모는 습관 역시 집권당 대표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국민의힘 대표는 어게인(again) 세력을 발판으로 등장해 그들을 추종하면서 제1 야당을 어게인 파의 둥지로 만들고, 이제 그들과 함께 절벽에서 뛰어내릴 참이다. 시대착오가 눈을 가리고, 욕심이 브레이크를 망가뜨린 탓이다.

 

그래도 대통령이 먼저 깨어난 게 다행이다. 대통령은 “지방선거에 담긴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 말이 ‘해야 할 일’을 앞세우고, ‘하고 싶은 일’은 뒤로 미루며, ‘해서는 안 될 일’은 하지 않는 것이기를 기대한다.

조선일보 강천석 기자

 

06.06 추경호의 독한 의지, 김부겸의 지원사격 공히 요구된다

6·3 대구시장 선거는 보수의 아성 대구에서 모처럼 펼쳐진 역대급 전투였다. 시민들은 투표를 통한 정치 효능감을 마음껏 느꼈다.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의 당선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끝의 안착이었다. 그는 당 공천 확정 이전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1 대 1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10%대 격차로 밀렸다. 선거전이 개시되면서 지지세가 서로 딱 붙었다. 개표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사전투표의 변수가 숨은 탓이기도 했으나, 초반 열세를 딛고 역전승했다. 53.92 % 대 45.05% 11만5천표 차이였다.

우리는 이 과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흔히 인용되듯 민심이란 '일반 의지(general will)'가 무섭다는 점을 깨닫는다. 엎치락 뒤치락 개표 과정은 대구시민들에게 잠시나마 신념이 다른 상대진영을 떠올리고, 대구의 미래를 고심하는 시간이 됐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승패가 가려진 직후 두 후보가 던진 소감부터 먼저 기억해야 한다.

김 후보는 승자의 당선부터 축하했다. "나 자신의 패배이지 변화를 열망하는 시민의 패배는 아니다"고 했다. "경쟁이 대구에서 벌어지면서 서비스로서의 정치 가능성을 보았다"고 평했다. 총리와 4선 의원의 성숙도가 묻어 있다. 추 후보도 호응했다. "김 후보에게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대구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았다"고 상대를 인정하면서 "선거과정에서 제시된 의견과 제안 역시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 경쟁속에 제기된 대구의 문제, 대구의 비전을 우리는 공유해야 한다.

대구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경제는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그게 정치적 퇴행에서 오는 것이든 대구 시민사회 전반의 몰자각에서 오는 것이든 절절한 변화를 요구한다. 당선자 추경호의 '독한 의지'가 필요하다. 신공항의 국가재정 사업화에서부터 반도체, 테슬라 공장, 대기업 유치는 화려하나 야당 시장으로서는 솔직히 버거운 공약이다. 독해야 하는 까닭이다. 낙선했으나 58만6천명의 유권자가 밀어준 김부겸의 지원 사격이 보태져야 한다.

한국은 중앙집권 국가이고, 대통령 이하 중앙행정부의 권한은 막강하다. 김 후보는 여야 협치와 대구 예산폭탄을 공언했었다. 지체된 TK신공항이 삽을 뜰 수 있도록 1조원 재정지원도 약속했다. 민주당 정권이 대구 민심의 균형추를 진정 인정한다면 없던 일이 되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국민의힘 12명 국회의원도 더는 손을 놓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6·3 대격돌을 겪으며 우리는 대구의 문제를 다시 인식했다. 대구의 갈 길이 멀다는 점도 새삼 깨달았다. 그 자각은 대구도약의 충전 에너지로 변환돼야 한다.⊙
영남일보

 

06.07 국민은 민주당에 백지수표를 주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는 단순히 지역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가 아니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국민이 현 정권에 보내는 첫 정치적 평가이자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선거 결과는 흥미로웠다. 전체적으로는 예측대로 여당 압승으로 끝났지만 서울시장 선거와 경남지사 선거 등 일부 지역에서는 예상 밖 결과가 나왔다. 조국혁신당의 기대 이하 성적 역시 적지 않은 정치적 시사점을 남겼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번 선거는 국민이 민주당에 백지수표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줬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위험한 권력은 독재 권력이 아니다. 선거 승리를 만능의 면허증으로 착각하는 권력이다. 의회의 다수 의석은 국민 위에 군림하라는 허가장이 아니라 더 큰 책임을 지라는 명령서일 뿐이다.


민주주의 역사는 권력을 제한하는 장치를 만들어 온 역사였다. 입법·행정·사법으로 권한을 나누고, 정기적인 선거를 실시하며, 언론과 시민사회에 감시 기능을 부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간은 누구나 권력을 가지면 오만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특정 지도자의 선의보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제도의 힘을 더 신뢰한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다수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의 반민주적인 입법 강행과 협치의 실종, 그리고 민주주의와 국가 운영의 기본 원칙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입법부의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와 특정 정치인의 사법적 심판에 정치권력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의구심도 적지 않았다.


국민은 이러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투표를 통해 이러한 우려를 표출했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몇 가지 예상 밖 결과는 거대 권력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한 결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결과가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나 신뢰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보수 야권은 격심한 분열과 혼란을 겪고 있으며 과거 어느 때보다 지리멸렬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투표를 통해 정치적 균형을 맞추려 했다. 정당이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자 국민이 직접 견제에 나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위대함이다. 민주주의의 최종 보루는 정당도 정치인도 아니다. 깨어 있는 시민이다. 국민은 어느 한쪽에 절대 권력을 맡기지 않는다. 끊임없이 감시하고 견제하며 균형을 맞춘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다.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특정 정당이 아니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다시 확인시킨 국민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액턴 경은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말했다. 100년이 넘도록 회자되는 이 말은 권력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이다. 민주주의가 끊임없이 권력을 나누고 견제하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선거는 끝났지만 민심의 메시지는 이제 시작이다. 민주당은 승리한 지역의 환호보다 패배한 지역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야당 역시 최악의 상태를 면한 것에 안도하기보다는 국민이 왜 다시 작지만 의미 깊은 기회를 주었는지를 성찰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는 강한 지도자에 의해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깨어 있는 국민의 감시와 견제에 의해 지켜진다. 이번 선거는 그 평범하지만 위대한 진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자유일보 염돈재 前 국정원1차장, 前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06.07 투표 사태, 개념 연예인·지식인들의 침묵

6·3 지방선거에서 서울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충격적인 것은 투표용지 부족이 특정정당에 유리한 지역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이에 재선거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시간을 연장했고 재선거 사유는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핵심은 그것이 아니다.선관위는 대한민국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를 책임지는 기관이다. 유권자가 몰릴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투표용지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국민이 투표를 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았음에도 투표용지가 없어 기다리거나 발길을 돌려야 했다면 이미 참정권은 심각하게 훼손된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사태에 대해 대학생들이 가장 먼저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이다. 경희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 총학생회들은 선관위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서울대·고려대·서강대 등도 잇따라 대응에 나섰다. 학생들은 선관위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진상조사,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정작 평소 민주주의와 시민의식을 강조하던 언론과 지식인들은 어디에 있는가. 과거 다른 정치적 사안에서는 누구보다 앞장서 목소리를 높이던 이들이 이번 사태에서는 유독 조용하다. 국민의 투표권이 침해됐다는 비판이 대학가에서 터져 나오는데도 대대적인 관심이나 공론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주의가 정말 중요하다면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같은 기준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 것 아닌가.


특히 진보 성향 지식인들과 연예인들, 정치인들의 침묵은 더욱 실망스럽다. 이들은 평소 민주주의와 인권, 정의를 강조하며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발언해 왔다. 그러나 선거 관리 실패로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는 눈에 띄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에 부합하는 사안에만 민감하고 그렇지 않은 문제에는 침묵한다면, 그것은 보편적 가치의 수호가 아니라 선택적 정의일 뿐이다.


민주주의는 특정 진영의 전유물이 아니다. 선거의 공정성과 국민의 투표권은 좌우를 떠나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침묵과 외면이 아니라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해명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대학생들의 문제 제기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청년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는데, 정작 민주주의를 외쳐 온 기성세대가 침묵한다면 누가 이 사회의 양심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자유일보 김원재 성인권센터장

 

06.08 6·3 지방선거 그냥 넘어갈 수 없다

6·3 지방선거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를 비롯해 전국 50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고갈되어 투표가 중단되고, 수많은 유권자가 주권을 행사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심지어 투표 대기 줄에 선 유권자들이 출구조사 결과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일까지 발생했다.

정부와 선관위는 단순한 행정 착오나 부실이라며 꼬리를 자르려 하지만, 이는 명백히 참정권을 유린하고 국가의 근간을 뒤흔든 참담한 일이다. 부정선거라 하면 ‘음모론’이 이어붙여지는 시대이기는 하지만, 정의롭지 않은 선거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경찰이 물리력을 동원해 미처 종료되지도 않은 투표함을 이송한 것은 심각한 위헌 행위다

1960년 이승만 대통령은 3·15 선거가 조직적 비위로 얼룩지자, 본인이 개입하지 않았음에도 선거의 정당성이 훼손된 결과에 전적인 책임을 지고 스스로 하야했다. 국가의 수장으로서 절차적 정당성이 상실된 체제는 존립 가치가 없음을 엄정하게 인정한 모범적 결단이었다.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에서 절차와 과정의 정당성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이자, 권력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유일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투표소에 갔는데 국가가 용지를 주지 않아 투표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이미 선거의 공정성은 원천 파괴됐다. 국가 기관의 직무유기로 유권자의 주권을 빼앗긴 것이다. 참정권을 훼손당한 국민을 어떻게 주권자라 할 수 있을까.

이런 선관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바로잡으려 했던 것이 윤석열 전 대통령 아니었나. 이참에 계엄 사과에만 급급했던 국민의힘과 장동혁의 기회주의적 태도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당한 통치 행위를 범죄로 몰아간 프레임에 스스로 동조하며 굴복을 선택한 나약함은 보수 정당의 정체성을 스스로 팽개친 처사다.

잠실에 모인 수많은 청년이 대변하듯, 이제라도 즉각 특검을 실시하고 선관위의 모든 문제와 부정부패를 수사하고 해체해야 한다. 특히 이번 투표용지 고갈 사태에 대해 낱낱이 규명해 정확한 상황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6·3 지방선거를 전면 무효화하고 즉각적인 재선거를 실시해야 마땅하다. 수많은 문제점을 가진 사전투표와 외국인 투표권 제도 또한 철폐해야 한다.

거대의석을 무기로 국가 시스템을 붕괴 수준에 이르게 하고, 정당성을 상실한 선거에도 꿈쩍않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절차적 정당성을 잃은 권력은 독재일 뿐이다. 국민의 준엄한 심판과 법치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자유일보 조성우 청년활동가

 

06.08 빼앗긴 한 표, 흔들리는 민주주의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여러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지면서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해야 했고, 일부는 투표를 포기했다고 한다. 이후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강한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투표소를 찾았음에도 국가의 준비 부족으로 사실상 투표권을 빼앗긴 데 대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사과했고 위원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 그럴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선거 결과에는 영향이 없었을 것이라거나 당락이 바뀌지 않으니 큰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본질을 놓친 주장이다.

민주주의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개표 이전에 투표다. 아무리 정확하게 개표가 이루어졌더라도 유권자가 투표할 기회를 박탈당했다면 민주주의는 이미 심각하게 손상된 것이다. 선거의 공정성은 개표의 정확성만이 아니라, 모든 유권자가 동등하게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기회를 보장받을 때 비로소 확보된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듯이, 선거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국민이 정해진 시간에 투표소에 도착했음에도 국가의 준비 부족으로 투표하지 못했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기본권 보장 의무의 실패다. 결코 가볍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부정선거냐 부실선거냐를 두고 갑론을박한다. 문제의 핵심은 그런 개념 규정에 있지 않다. 부정선거든 부실선거든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됐다는 사실 자체가 핵심이다. 결과가 바뀌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권리는 결과에 따라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단 한 명의 유권자라도 국가의 잘못으로 투표하지 못했다면, 이는 단지 한 표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의 침해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결코 가볍게 다루지 않았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투표용지 부족과 장시간 대기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결국 재선거가 실시됐다. 우리의 경우 재선거 여부는 사실관계와 법률적 판단을 거쳐 신중히 결정될 문제이겠지만, 베를린 사례는 민주주의 국가가 선거권 침해를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재선거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이다.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느끼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너무도 당연한 권리다. 따라서 재선거를 요구하는 청년들 목소리를 단순한 정치적 불만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이를 힘이나 권력으로 억누르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위험한 발상을 하는 인사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자유주의 정치철학자 존 로크는 정부를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권한을 위임받은 수탁자로 보았다. 대의민주주의와 시민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한 존 스튜어트 밀은 참정권을 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참여의 표현으로 이해했다. 즉 국민의 선거권 침해는 국민이 맡긴 신탁을 저버린 것이며, 동시에 시민의 기본적 정치적 권리를 훼손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선거 관리 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정당성과 민주주의의 기반을 훼손한 사건으로 보아야 한다.

선관위원장의 사퇴만으로 책임이 모두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누군가의 사퇴가 아니라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다. 선거 관리 책임은 물론 선관위에 있다. 하지만 선관위가 독립적 헌법기관이라는 이유로 대통령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헌법기관이자 국가의 수반이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다면 법적 책임과 별개로 국민의 기본권을 최종적으로 수호해야 할 국가 수반으로서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국민의 참정권이 명백히 침해된 상황에서 국가 수반의 공개적 사과는 정치적 책임의 출발점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침묵이나 무시가 아니다. 철저한 조사와 성실한 설명, 그리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요구가 외면된다면 이번 사태는 선거 관리의 실패를 넘어 정부와 국민 사이의 신뢰, 나아가 통치의 정당성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묻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국가가 국민의 한 표를 얼마나 무겁게 여기고 있는가. 민주주의는 잘 집계된 표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행사될 수 있었으나 행사되지 못한 한 표를 가볍게 여기는 순간, 흔들리는 것은 다름 아닌 민주주의 그 자체다.⊙

자유일보 권혁철 자유시장연구소장·경제학 박사

 

06.08 플라톤도 당황할 한국 대통령의 말

투표 독려하며 "최악의 저질들"
플라톤의 취지를 잘못 인용했고
갈라치기 화법은 너무 감정적…
더 신중하고 품위있게 말하기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플라톤의 말대로 최악의 저질들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투표 하셨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재명 대통령 엑스 캡처

 

오늘 기자회견을 하는 대통령에게 당부한다. 말이 간결하고 곧았으면 한다. 말재간을 자제하시고, 거친 말을 삼가시길 바란다. 그동안 대통령의 말은 품위의 하한선을 넘나들 때가 있었다. 스타벅스의 이벤트 논란과 관련, 대통령은 ‘저질 장사치’ ‘비인간적 막장 행태’ ‘인간의 탈’ 같은 과한 표현을 했다. 말도 힘 빼고 쳐야 멀리 간다. 상대를 비판할 땐 겸손해야 한다.

 

대통령의 투표 독려는 심했다. “투표 포기는 (…) 공동체를 해치는 그들을 편드는 것”이라 했다. 누굴 거명하진 않았으나, ‘공동체를 해친다’는 건 무서운 말이다. 한 발짝 더 나가면 ‘반국가 세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제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대통령은 ‘공동체’란 말을 6번 썼다. “공동체를 배반한 이들을 단죄” 같은 표현이다. 이 말은 “친일 반민족 행위자가 부당 축적한 재산” 같은 표현으로 이어졌다. 대통령은 취임사 때부터 ‘대동 세상’ ‘공동체’를 강조해 왔고, 최근엔 ‘약탈 금융’이란 말도 하던데 운동권 콤플렉스로 오해받기 좋다.

 

대통령은 5월 31일 “투표 포기는 (…) 국민을 속이고 사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며 나와 가족의 삶을 망치는 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 했다. 어금니를 앙다문 말투였는데 논리 구성이 요령부득이다. 지금 ‘사익을 챙기고’ ‘권력을 남용’할 수 있는 쪽은 집권 세력이다. 권력이 있어야 남용을 하든 말든 할 것 아닌가.

 

대통령은 플라톤을 인용했다면서 “정치 무관심의 대가(代價)는 최악의 저질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 말했다. 순간 뜨악했다. 같은 편이면 선량하고, 반대편은 최악 저질인가. 마치 내부의 적을 상정한 듯 감정적이었다. 갈라치기를 해서 ‘정치적 스파크’를 일으키는 수법은 대통령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플라톤 인용이 어색했다는 점이다. 플라톤이 쓴 ‘국가’에서 관련 대목은 플라톤의 발언이 아니다. 소크라테스가 글라우콘과 대화 중에 한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사람들이 스스로 통치하려는 마음을 갖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최대의 벌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통치를 당하는 것일세.”(‘국가’ 제1권 347c)

 

그런데 대통령은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최악의 저질’로 바꿨다. 영문법으로 지적한다면 ‘비교급’(worse)을 ‘최상급’(the worst)으로 바꿔 놓았다. 표현이 강하다고 메시지가 강력한 건 아니다. 억지 ‘최상급’보다 ‘진실’만을 말할 때 전달 효과가 크다.

 

게다가 플라톤은 ‘모든 시민이 꼭 투표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 대화를 전한 것이 아니었다. 플라톤은 참여 민주주의가 아니라 ‘철인 정치’를 주장했다. 플라톤이 전한 소크라테스의 말은 “통치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정치를 외면하면 자신보다 못한 부적격자들이 권력을 잡게 된다”는 맥락에서 나왔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본투표 당일까지 “플라톤의 말대로 최악의 저질들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투표하셨나요?”라고 했다. 제발 적당히 하면 좋겠다.

 
대통령 메시지에는 이런 표현도 있다. “선출된 그들이 (…) 충직한 머슴이 될지, (…) 악성 지배자가 될지는 주권자의 손에 달려 있다.” 옛날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3월 초 꼬맹이들에게 말했다. “내가 앞으로 순한 양이 될지 무서운 호랑이가 될지는 너희들 손에 달렸다.” 대통령이 국민을 초등생 취급한 건 아니겠지만,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말이 지나치면 화가 되어 돌아온다. 아무쪼록 오늘 회견을 하는 대통령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말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시기 바란다. 알고 있는 부분만 정직하게 답하면 된다. 그리고 비유법 좀 안 쓰면 좋겠다.

조선일보 김광일 기자

 

06.08 대구시장 선거 일등 공신

국민의힘은 6·3 대구시장 선거에서 질 뻔했다. 추경호 당선인이 후보로 선출된 직후(4월 26일)부터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빠르게 좁혔지만, 어느 시점부터 '박빙(薄氷)' 또는 '김부겸 후보 다소 우세' 경향이 이어지면서 고착화(固着化)되는 분위기였다.

보수세가 강함에도 추경호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은 추 후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국민의힘에 회초리를 대야 한다' '이번엔 대구 정치 지형을 바꾸자'는 기류(氣流)가 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민주당이 김부겸 후보를 공천해 '민주당 후보 자질 논란'을 일소(一掃)했다. 국힘이 질 뻔한 선거를 뒤집은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일등 공신(一等功臣)은 이인선 국민의힘 대구시당 위원장(수성구을 국회의원)이라고 본다.

대구에서 국민의힘의 강점은 조직이다. 지역에 뿌리내린 광역의원 및 기초의원 숫자가 민주당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문제는 국민의힘 지지층이 "민주당을 찍지는 않겠지만, 투표에 불참해 국힘을 벌하겠다"는 분위기가 팽배(澎湃)했다는 점이다. 결국 지지층을 얼마나 투표장으로 불러내느냐가 6·3 선거의 관건이었다.

선거가 끝난 후 국민의힘 광역 및 기초의원 출마자들은 "자원봉사자들이 전화기를 붙들고 살았다"고 말했다. 매일 지역구 주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 정당, 투표 의지, 심경 변화 이유 등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대구시당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지방의원 선거에 출마한 자신에 대한 지지와 함께 추경호 시장 후보 지지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고 한다. 시당과 당협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어떤 유권자는 자신이 지지하는 광역·기초의원 후보를 찍기 위해 투표장에 나가 추 후보까지 찍었고, 또 어떤 유권자는 추 후보를 찍기 위해 투표장에 나가 지방의원까지 찍었다. 이 '서로 돕는 전략'을 진두지휘(陣頭指揮)한 인물이 이인선 국민의힘 대구시당 위원장이다. 이것이 '국힘에 회초리' 분위기 속에서도 대구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동력이라고 본다.

역대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대체로 후보 혼자 싸우는 경향을 보였다. 역량이 엇비슷함에도 국민의힘 후보들이 민주당에 밀린 이유다. 이번에 대구시당이 보여준 '서로 돕는 전략'은 국민의힘이 앞으로도 새겨야 할 점이다.
매일신문 조두진 논설위원

 

06-08 ‘중국화’하는 형사사법제도

2017년 개봉한 영화 ‘더 킹’에 등장하는 검사는 권력의 화신이다. 박태수(조인성)와 한강식(정우성)은 자신이 든 칼을 사용해 정적을 제거하고 부와 권력을 누린다. 여권 머릿속에 박혀 있는 검찰의 모습이다. 그들이 해체를 주장해 온 ‘정치 검찰’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반면, 드라마 ‘검사내전’에서 그리는 검사는 사뭇 다르다. 한 지방 소도시에 모인 그들은 권력 투쟁과는 거리가 멀다. 쌓여 있는 사건 처리에 신음하는 직장인이면서도, 검사의 사명을 다하고 정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제 권력을 좇던 불나방 같은 검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여권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목표로, 힘 빼기에 매진해 온 결과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을 보면 여전히 검사를 한강식처럼 인식하며 ‘검사=악’이라는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을 앞두고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등 관련 정부 부처와 여당에서는 보완수사 폐지를 전제로 보완수사요구권을 검토하고 있다. 공소청법, 중대범죄수사청법을 처리할 당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보완수사권을 주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강경파인 김용민 의원 등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시민주도 형사소송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형소법 개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전건 송치 부활 및 검사 보완 수사 반대를 재차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심지어 보완수사요구권을 국민권익위원회에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여권은 중요한 질문을 계속 외면하고 있다. 제도의 변화로 가장 이득을 보는 자는 누구이고 가장 고통을 받는 자는 누구인가? 개혁의 부작용은 충분히 확인됐다. 사건이 부실하게 처리되고, 처리가 늦어지고, 심지어 ‘암장’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경찰의 무혐의 처분에 피해자 등이 이의신청을 해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지난해에만 1130건이다. 경찰이 피의자나 참고인을 찾을 수 없다며 수사를 중지한 사건은 2021년 8만5858건에서 지난해 12만4454건으로 늘었다. 그런데도 여권은 경찰권을 통제할 방안에는 무관심하다. 장애인권법센터 대표인 김예원 변호사는 “한마디로 ‘범죄자가 살판나는 신형사소송법’”이라고 비판했고,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는 “시민이 반대하는, 시민을 무시하는, 시민을 위험하게 만드는 개정안”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한 검사는 형사제도가 ‘중국화’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근거로는 검경수사권 조정 때 도입된 경찰의 불송치 결정과 검찰의 보완수사요구를 들었다. 공안(경찰)의 권력이 비대하고 검찰이 공안을 통제하지 못하는 중국 상황이 한국에 옮겨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검찰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중국 제도를 공부하면 된다”고 자조했다. 입법자들이 검찰 개혁 과정에서 중국 제도를 참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그리는 형사사법제도의 이상향이 설마 중국이겠나.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국의 사법제도는 계속 퇴보하며 사법 후진국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실재하는지도 불분명한 괴물을 잡겠다며 억울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던 ‘검사내전’ 속 검사를 사지로 내모는 일을 개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문화일보 조성진 사회부 차장

 

06.09 5월 주의보 98회, 올여름 '도깨비 오존' 심상치 않다

다른 오염 다 개선됐는데
오존만 지속 상승
주의보 10년 사이 네 배로

인체 건강 피해는
초미세먼지 수준 심각
마스크 써도 막을 수 없어

/서울에 오존주의보가 발령돼 시청역 인근 전광판에 해당 지역이 안내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환경은 지난 수십 년 드라마틱한 개선 경로를 밟아왔다. 예를 들어 지난 50년간 한강 노량진 지점 수질 오염도는 10분의 1로 떨어졌다. 안양천 오염도는 100분의 1이 됐다. 여전히 더 개선됐으면 하는 수준이긴 하다. 그렇지만 50년 사이 변화는 거의 천지개벽이다.

 

공기질도 그렇다. 지난해 서울 아황산가스 농도(0.0027ppm)는 1980년(0.094ppm)의 35분의 1로 떨어졌다. 1970~80년대 서울 공기 오염은 ‘멕시코시티 다음 세계 2위’라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끔찍했다(멕시코시티도 지금은 괄목할 수준으로 공기가 깨끗해졌다고 한다). 지금 세대는 그때의 오염을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최근 몇 년 주된 관심사는 초미세먼지 오염이었다. 초미세먼지는 2015년 공식 측정이 시작됐다. 그 후 10년 사이 전국 평균 오염도가 40% 개선(공기 ㎥당 26㎍→16㎍)됐다. 1986년 연세대 연구팀이 서울 신촌에서 1년간 초미세먼지를 측정했던 비공식 자료(109㎍)를 기준으로 한다면 40년 사이 거의 7분의 1로 떨어졌다.

 

그런데 이 모든 환경질 개선과 완전히 거꾸로 가는 지표가 있다. 공기 중 오존 오염이다. 오존(O₃)은 산소 원자 세 개가 결합한 형태로 반응성이 강한 산화 물질이다. 하수 살균, 수돗물 고도 정수 처리, 악취 제거 등에 활용된다. 하늘 꼭대기 성층권 오존은 해로운 자외선을 차단해 주는 이로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린이나 노인 등 민감한 사람들이 들이마시는 공기가 오존으로 오염돼 있으면 눈과 호흡기를 상하게 만든다. 그 오존의 연평균 농도가 2001년에서 2024년까지 1.6배(0.02ppm→0.033ppm)로 악화했다.

 

평균 농도보다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이 오존주의보 발령 빈도다. 오존의 공기 중 농도가 일정 수준(0.12ppm)을 넘으면 전국 권역별로 오존주의보가 발령된다. 미국 연구를 인용한다면, 우리의 주의보 수준 오염에 지속 노출되면 식물 조직이 파괴돼 콩 수확량이 50%, 옥수수는 25% 감소한다고 한다. 오존주의보 연간 발령 횟수를 5년 단위 평균치로 비교해보면 109회(2011~15년)에서 428회(2021~25년)로 10년 사이 네 배로 늘었다. 그런데 지난달 전국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가 98회에 달했다. 연 발령 횟수로 최악이었던 2024년의 5월 발령 횟수(82회)를 넘어섰다.

 

오존 농도가 높아지고 오존주의보가 수시 발령돼도 시민들이나 환경당국이 크게 긴장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존은 굴뚝이나 배기통에서 직접 배출되는 1차 오염 물질이 아닌 점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존은 자동차, 공장, 업소 등에서 배출한 오염 물질이 재료가 돼 강한 햇빛과 반응할 때 생성되는 2차 오염 물질이다. 다시 말해 오존이 만들어지는 데는 고온과 강한 햇빛 등의 기상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그래서 오존 오염은 5월에 시작해 6~8월에 최고조에 달한다.

 

희한한 것은 공기 중에 오존의 원료 물질이 많다고 해서 오존 농도가 비례적으로 상승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주된 재료 물질인 질소산화물은 햇빛이 강한 낮에는 오존의 생성 원료로 쓰이지만, 밤이 되면 거꾸로 오존을 깨뜨리는 반대의 작용을 한다. 그래서 도심보다 교외의 농도가 더 높은 경우가 흔히 있다. 이런 도깨비 같은 생성 메커니즘 때문에 지난 20여 년 전반적 대기 오염이 개선됐는데도 오존 오염은 악화돼 왔다. 생성과 소멸이 복잡하고, 자연 기상이 중요한 작용을 하는 데다, 뚜렷한 배출원을 지목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얽혀 경계심을 낮추고 대책 마련을 어렵게 했다.


그러나 오존 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의외로 심각하다. 울산과기대 옥유진 교수의 2023년 건강 위해성 평가 논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초미세먼지로 인한 심혈관·호흡기 질환 연간 초과 사망자 숫자는 1만431명이었고, 오존 오염 기인 초과 사망자는 1만419명이었다. 오존 오염과 초미세먼지는 거의 동등한 수준의 건강 피해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오존 오염에 대한 경각심은 초미세먼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슨하다.

 

초미세먼지는 앞으로 꾸준히 더 개선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석탄 발전이 축소되고 전기차 보급이 확산되는 추세 때문이다. 대기오염 가운데 마지막 남은 개선 목표는 오존이라고 생각한다. 오존은 가스 오염 물질이어서 입자 형태의 초미세먼지와 달리 마스크를 쓴다고 걸러낼 수도 없다. 오존 생성은 고온, 강한 일사량 조건에서 왕성해지기 때문에 기후변화가 진전되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올해는 수퍼 엘니뇨 도래가 예상돼 여름 폭염은 한층 가혹해질 가능성이 크다. 오존 오염은 장마 이후 특히 극성을 부린다. 올여름 오존 오염을 경계해야 한다.
조선일보 한삼희 환경칼럼니스트

 

06.09 선출된 민주당 권력이 '절대 반지'라는 착각

"민심 경고"에도 1년 평가 긍정
공소취소·부동산 정책 강행 방침
당권 싸움 중인 與, 2030 비하
'우린 옳고 뭐든 한다' 오만 버려야

6·3 선거에서 민주당 승리는 개운치 않았다. 최대 격전지인 서울·대구·경남에서 졌다. 재·보선에선 부산 북갑과 경기 평택을 등 5곳을 내줬다. 2030세대의 이탈과 투표 중단 사태의 후폭풍도 거세다. 자성론과 국정 쇄신 요구가 나올 법한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년 회견에서 “숫자 불문하고 국민의 경고” “나의 부족함”이라고 했다. 민주당에는 “포용과 통합의 그릇이 돼 달라”고 했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런데 부동산·경제·안보 등 국정 전반에 대해선 긍정 평가 일색이었다. 서울시장 선거의 승패를 가른 건 집값 불안과 전·월세 대란, 세금 폭탄 공포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은 선거에 좋은 영향이 더 많았다”고 했다. 민심과 큰 괴리가 느껴진다.

 

여당 압승 국면을 접전으로 바꾼 건 공소취소 특검이었다. 여권의 무리한 특검 추진이 민심 이반을 낳았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잘못됐으면 시정하는 것이고 법대로 하면 된다”고 했다. 누가 뭐라 해도 자기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국민 경고’에도 국정 기조 변화는 없다는 말로 들린다.


정부 여당에서도 위기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김민석 총리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사표를 던졌다. 여당은 반성은 뒷전인 채 당권 싸움에 들어갔다. 친명과 친청 간에 선거 책임론을 놓고 치열한 공방만 벌어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선 2030 세대의 상당수가 야당 지지로 돌아섰다. 여권의 독선과 부동산 실패가 이탈을 불렀다. 과도한 스타벅스 때리기에 대한 반감도 컸을 것이다. 투표 중단 사태에 대해서도 청년들은 집단 분노했다. 그런데 여권 인사들은 “2030에 몽둥이를 들자”“일베는 탱크로 밀어버려야 한다”고 했다. 영남 유권자들엔 “강도와의 스톡홀름 증후군에 걸린 인질”이라고 폄하했다.

 

이 대통령은 선거 당일 “최악의 저질들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투표하셨나”라고 했다. 자신들은 ‘민주 세력’, 상대는 ‘반민주 저질 세력’으로 편 가르고 낙인찍은 것이다. 말로는 ‘통합과 포용’을 주문했지만 ‘나만 옳다’는 운동권식 선민 의식과 독선적 행태는 변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선거에서 뽑힌 집권 세력은 뭐든 할 수 있다는 식의 ‘선출 권력 우위론’도 뿌리 깊다. 이 대통령은 “사법부는 직접 선출 권력인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여권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무소불위의 ‘절대 반지’를 지닌 듯 폭주해 왔다.

 

검찰 개혁을 앞세워 형사 사법 체계를 뒤흔드는 위헌 논란 법률을 줄줄이 통과시켰다. 법 왜곡죄와 재판소원제, 대법관 증원법 처리로 사법부 권한까지 침해했다. 대통령 재판 사건을 공소 취소하기 위해 청문회와 국정조사, 검사 징계와 수사까지 했다. ‘선출된 민주 세력’의 허울을 쓴 반민주적 행태였다. 이로 인해 법치와 삼권분립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민주당은 행정부도 하수기관처럼 여겼다. 공공기관장과 해외 공관장을 정치권 인사들이 줄줄이 꿰차면서 ‘정관(政官) 예우’라는 말이 나왔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정부 고위직과 공공기관장을 자르려고 법까지 고쳤다. 국회 파행과 독주는 일상화됐다. 국회의장의 중립 전통은 무너지고 강성 당원이 입법을 좌지우지했다. 정치 과잉이 도리어 정치를 실종시켰다.

 

민주당은 선거에 이길 때마다 통합과 협치보다 ‘힘 자랑’을 택했다. 이번에도 공소 취소를 밀어붙이고 부동산 정책을 강행하려 한다. 하지만 선거 후 여야 지지율 격차는 크게 줄었고 대통령 지지율도 떨어졌다. ‘우린 옳고 뭐든 할 수 있다’는 오만과 착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현실에 절대 반지는 없다. 경고음을 무시한 독주는 민심의 역풍을 부를 것이다.
조선일보 
배성규 기자

 

06.09 골프와 선거의 공통점

6·3 지방선거 민심

권력의 태도 저울질
집권 2년 차 李정부
절제·공평무사 힘써야

깊고도 묘한 민심이다.

6·3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기고도 반성문을 써야 할 여당이 있다. 그 옆에는 졌는데 승자의 표정을 짓는 제1야당이 있다.

민심의 저울을 더 무겁게 살펴야 하는 쪽은 잃을 게 더 많은 여당이다. 출구조사보다 못한 결과를 '샤이보수 결집'으로 뭉뚱그리는 건 단순한 독법이다.

'하인리히 법칙'은 이런 면에서 집권 세력에 '정직한 질문'을 형성해주는 사고의 틀이다. 큰 사고가 터지기 전 수많은 사전 징후가 발생한다는 산업재난 분야의 개념이다. 정치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민심의 채찍이 가해지기 전, 권력의 자만과 오판이 의심되는 징후들이 켜켜이 쌓였을 것이다.

그 메타인지가 안 된다면 정부와 여당은 억울할 수 있겠다. 지난 1년의 성과가 적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까다로운 무역협상을 타결했다. K증시의 비약적인 상승 흐름도 이어졌다. 혼돈의 의정 갈등이 봉합됐고, 일본과의 정상외교 성과도 단단하다.

 

하지만 잘한 것은 빨리 잊고, 잘못한 것을 챙겨야 건강해지는 법. 집권과 함께 풍성한 성과에 취했는지, 권력 내부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거친 메시지와 입법 무리수가 나타났고, 이는 민심의 견제 심리를 앞당긴 역학이 됐다.

저마다 여러 사건이 떠오를 텐데, 기자의 뇌리에는 네 개의 위험 징후가 선명하다. 조국 사면(2025년 8월)과 청와대 100m 집회 금지(올해 1월), 조작기소 특검법(3월), 스타벅스 때리기(5월) 이슈다. 사소한 것으로 보이지만 권력의 태도를 향한 일관된 물음들이다.

임기 시작 두 달 만에 단행된 광복절 특별사면을 보자. 조국, 윤미향이라는 이름은 개혁 정부의 이미지와 절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의 청와대 이전을 앞두고 벌어진 집시법 논란은 진보 진영까지 흔들었다. 당정이 '대통령 집무실' 반경 100m 이내 집회 금지를 담은 개정 법령을 통과시키자 참여연대는 '광장의 정신'을 촉구했다.

'공소취소 특검법'으로 불리는 여당의 조작기소 특검법 논란은 샤이보수의 집결을 촉발한 전환적 사건이었다. 스타벅스 텀블러 마케팅 논란도 권력의 볼썽사나움을 노출했다. 고관대작들의 거친 입과 보이콧 주장에서 청년세대는 '갑질'의 질감을 느꼈다.

선거 결과를 지켜보며 49.42%라는 숫자를 떠올렸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대선 득표율이다. 계엄의 상처 속 과반 득표가 가능했을 텐데 대선에서 국민은 온전히 절반을 허락하지 않았다. 6·3 민심은 아직 그 한계가 극복되지 않았음을 가리킨다.

당면한 개각과 지도부 개편에서 정부와 여당은 새 각오를 전할 것이다. 그 형식이 담백한 반성문이었으면 좋겠다. "뭘 더 하겠다"보다 "더 살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빛의 혁명'을 후퇴시켰다는 지적을 받은 집시법을 원상복구 한다면 진정성을 더할 것이다. 대통령 사면권도 함께 손볼 일이다. 수감 8개월밖에 되지 않은 인사를 자유롭게 풀어주는 건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특혜다. 법학계의 지적처럼 헌법적 통제도 검토할 사안이다. 향후 개헌 논의에선 이런 불편하고 본질적인 문제를 다뤄야 한다.

민심의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그 배를 넘어뜨리기도 한다.

"골프와 선거는 고개를 들면 진다"는 비유로 유명한 여당 5선 박지원 의원은 6·3 결과를 두고 "국민은 항상 옳다"고 했다.

들었던 고개를 내리고 공평무사를 살펴야 한다.

 

매일경제 [이재철 논설위원]

 
 

06.09 투표용지가 모자란 민주주의, 선관위는 국민 앞에 답하라

이인곤 전 호서대학교 법경찰행정학과 교수

 

투표용지가 모자랐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선거 현장에서,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았으나 국가는 그 한 표를 받을 준비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것은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다. 국민주권이 실현되는 가장 엄숙한 현장에서 국가기관이 국민 앞에 드러낸 중대한 헌법적 실패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심장이다. 국민은 투표소에서 한 장의 투표용지를 받아 들고 국가권력의 향방을 정한다. 그 종이 한 장은 단순한 인쇄물이 아니다. 헌법 제1조가 선언한 국민주권의 증서이고, 헌법 제24조가 보장한 선거권의 현실적 형태다. 그런데 그 투표용지가 부족했다. 이는 물품 관리의 실수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 앞에서 국가의 준비와 긴장이 무너진 사건이다.

헌법상 선거권은 국민 개인의 권리인 동시에 민주주의 질서를 떠받치는 공적 가치다. 선거의 정당성은 개표 결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불안과 혼란 없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어야 비로소 선거는 정당하다. 절차가 흔들리면 결과도 상처를 입는다. 투표용지가 부족한 선거는 그 자체로 선거관리의 가장 기초적인 신뢰를 무너뜨린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이 특별히 설치한 독립기관이다. 그러나 독립은 책임을 피하는 방패가 아니다. 독립은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하는 헌법적 명령이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다는 말은 국민 앞에서도 독립되어 있다는 뜻이 아니다. 선관위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정권도, 정당도, 언론도 아니다. 오직 국민이어야 한다.

 

선관위원장의 사과만으로는 부족하다. 선관위는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누가 어떤 기준으로 투표용지를 준비했는지, 부족 사태 발생 후 보고와 이송은 왜 늦었는지, 기다리다 돌아간 유권자는 없었는지, 있었다면 그 권리 침해를 어떻게 확인하고 책임질 것인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국민은 위로가 아니라 진실을 요구한다.

행정부와 정치권도 책임에서 비켜설 수 없다. 선관위의 독립성을 이유로 "우리가 관여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헌법적 책임을 너무 좁게 이해하는 태도다. 선거가 흔들리면 국가 전체의 정당성이 흔들린다. 정부와 국회는 선관위를 압박하라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재정비할 책임이 있다. 독립기관의 책임과 국가의 책임은 서로를 지워주는 관계가 아니다. 국민 앞에서는 모두가 함께 답해야 한다. 선관위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국민의 분노를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뼈를 깎는 각성이다. 중앙선관위는 문제 발생 투표소별 준비 수량, 부족 발생 시각, 추가 이송 시각, 대기 인원, 투표 포기 신고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책임자 문책은 형식적 경고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국회는 투표용지 작성·보관·배분·긴급 이송 체계를 법률과 규칙 차원에서 재점검해야 한다. "투표용지가 모자라 투표를 못 했다"는 말이 다시는 대한민국 선거에서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 사람의 유권자로서, 그리고 법을 가르쳐 온 사람으로서 이 사건은 참담하다. 국민은 거창한 특권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정해진 날 투표소에 가서 자신의 한 표를 행사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국가는 그 가장 기본적인 약속을 흔들었다. 국민이 "이게 나라냐"고 탄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탄식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헌법적 절규다.

민주주의는 선거일 하루에 완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선거일 하루가 무너지면 민주주의 전체가 의심받는다. 투표용지가 모자란 선거는 행정 실패를 넘어 국민주권에 남은 깊은 상처다. 선관위는 국민 앞에 고개 숙이는 데서 그치지 말고, 뼈를 깎는 제도 개혁으로 답해야 한다. 민주공화국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 국민의 한 표 앞에서 국가는 다시 겸손을 배워야 한다.
매일신문

 

06.09 투표용지가 부족한 나라

헌법 제114조 제1항에는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선거관리위원회를 둔다"라고 되어 있다. 한 문장이지만, 그 무게는 가볍지 않다. 대한민국 헌법은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해 입법·사법·행정의 삼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 헌법기관으로 최초 선거관리위원회를 1963년 창설했다. 위원은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이 아니고는 파면되지 않는다. 선관위는 이 나라에서 대통령도, 국회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기관이 되었다. 그렇기에 선관위는 오랫동안 감사원의 직무감사 범위를 둘러싼 헌법적 논쟁이 지속되어 왔고, 국회 등 정치 권력으로부터 강한 독립성을 보장받는 기관으로 '성역'에 가까운 지위를 누려왔다. 막강한 권한과 지위 때문인지 선관위는 그동안 감사원의 감사 문제를 둘러싼 논란, 채용 비리 의혹,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논란 등으로 국민에게 적지 않은 불신과 실망을 안겼다. 6·3 지방선거에서는 투표용지 부족사태라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줄을 서다 발걸음을 돌린 유권자가 얼마나 되는지 아직도 집계되지 않았다. 민주주의의 심장이라는 선거의 근간이 휘청거린 아찔한 상황이다. 이는 단발적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의 표출이다. 헌법이 보장한 독립성은 선관위의 책임을 물을 외부 감독과 책임 추궁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패로 기능해 온 측면이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독일은 선거관리기관의 권한보다 사법적 통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2021년 베를린 선거에서는 투표용지 부족과 장시간 대기, 절차상 오류 등이 발생했다. 독일 사회는 이를 단순한 실수로 덮지 않고 베를린 일부 지역에 재선거를 함으로써, 선거관리 과정 전반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다. 중요한 것은 실수가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실수에 대해 검증하고 책임을 묻는 제도가 작동했다는 점이다. 영국 역시 마찬가지다. 선거위원회는 선거법 준수를 감독하지만 절대적 권력을 갖지 않고 실제 선거는 지방정부가 관리한다. 법원이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고, 의회와 언론이 지속적으로 감시한다. 미국은 더욱 강력한 분산형 구조를 갖고 있어, 권한이 한곳에 집중된 한국과 같은 형태의 중앙선관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각 주에서 선거를 관리하고 법원이 이를 감독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선관위는 독립성은 강하지만 책임성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선거의 공정성을 책임지는 기관이 스스로의 공정성에 의문을 던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선관위는 선거마다 반복되는 사전투표 불신 논란에 방어적으로만 대응했고,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는 인색했다. 인사 교체와 수사만으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선관위라는 헌법기관 자체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한다.

 

국정조사로 다음 세 가지는 반드시 밝혀야 한다. 첫째, 투표용지 수량 결정이 어떤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는가. 둘째, 사전투표 관리 체계의 투명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셋째, 독립 헌법기관으로서 선관위를 견제할 민주적 책임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이다.

 

고대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는 "감시자를 누가 감시할 것인가(Quis custodiet ipsos custodes?)"라는 유명한 질문을 남겼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선거관리위원회를 바라보며 던지는 질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감시자는 자신이 공정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검증받을 수 있어야 한다. 선관위가 민주주의 시스템을 유지하는 진정한 주춧돌이 되려면, 국민의 감시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영남일보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06.09 왜곡, 편향 여전한 에너지전환포럼

지난 5월 말,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러나 해당 인터뷰에서도 그동안 보여온 편향된 시각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에너지 분야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국민들의 오해를 막고자 문제점을 짚어본다.


첫째,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불안정 문제를 원자력에서 비롯된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오래전부터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시스템 운영상의 문제와 대응 방안을 제시해 왔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3% 이내일 때는 기존 전력망의 여유도가 이를 감당할 수 있다. 이후 15% 수준까지는 출력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급전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또한 15%를 초과하면 유연성 확보를 위한 대규모 추가 투자가 필요하며, 적절한 보완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작년 스페인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석광훈은 이러한 사실을 외면한 채 전력망 문제를 원자력 탓으로 돌리려 하지만 절대로 설득력이 부족하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안정성 확보를 위해 에너지저장장치 설치를 병행하고 있다.


둘째, 재생에너지의 장점으로 "연료비가 들지 않는다"는 점만 강조하면서도, 전력 시스템 운영에 수반되는 각종 추가 비용은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송전망 확충, ESS 구축, 양수발전 확대, 예비력 확보, 출력제어 비용, 시스템 안정화 비용, 장주기 저장설비 구축 등 상당한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이로 인해 전체 시스템 비용은 다른 발전원에 비해 크게 증가한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태양광 발전의 시스템 비용이 원자력 대비 약 10배,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약 5배 수준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셋째, 미래 전력수요 증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인터뷰에서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 증가를 1990년대 닷컴버블 당시와 같은 거품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당시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닷컴버블 시기에는 통신망 수요 전망이 과장됐지만, 오늘날에는 AI 학습과 추론 서비스,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첨단 반도체 생산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메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원전 기반 장기 전력구매계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열 부문의 전기화까지 고려해야 진정한 탄소중립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열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소비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넷째, 소형모듈원전을 "실체 없는 거품"으로 단정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에서는 이미 소형 원전이 가동 중이며, 서방 국가에서도 GE 히다치 누클리어 에너지(Hitachi Nuclear Energy)의 BWRX-300, 테라파워의 나트리움, X-에너지의 XE-100 등 여러 SMR이 실제 인허가 및 건설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기술적·사업적 과제가 있지만, 이를 단순히 거품으로 치부하는 것은 과도한 주관적 왜곡이다.


다섯째, 원자력 발전의 전력 시스템 기여도를 지나치게 축소하고 있다.


기사에서는 원전을 마치 "재생에너지 확대의 장애물"처럼 묘사하지만, 원전은 대규모 무탄소 전력 공급, 시스템 관성 제공, 에너지 안보 강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국제 전력망과 연결되지 않은 경우 안정적인 기저 전원의 가치가 더욱 크다.


결국 석광훈 위원은 재생에너지가 초래하는 시스템 불안정과 비용 증가 문제는 충분히 다루지 않고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의 중국 의존도 심화에 따른 국내 산업 경쟁력 문제 역시 언급하지 않는다.


각 발전원이 가져오는 편익과 비용, 그리고 시스템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균형 있게 평가할 것을 에너지전환포럼 위원들에게 권고한다.⊙

자유일보 박상덕 원자력활동가·에너지 칼럼니스트

 

06.09 선관위원장 사퇴면 끝인가

제9회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되거나 연장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송파구 일부 투표소에서는 유권자 100여 명이 장시간 대기하거나 발길을 돌리는 상황까지 벌어졌고, 개표 과정에서도 투표함 반출을 막는 갈등이 이어졌다.


선거관리위원회는 8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투표소가 총 91곳이라고 밝혔다. 지난 5일 발표했던 50곳보다 대폭 늘어난 수치다. 선관위는 또 잠시라도 투표가 중단됐다가 재개된 투표소는 26곳이라고 밝혔다. 이 역시 5일 발표 22곳(서울 19곳, 인천 3곳)보다 늘어났다.


5일 노태악 선거관리위원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의를 표명했고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국민들은 잘 모르고 있겠지만, 선거관리위원장은 대법관이 겸직한다. 게다가 노 전 위원장의 대법관 임기는 이미 지난 3월 종료된 상태였다.


그러나 노태악 사임은 사태의 종결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 노 전 위원장은 공직선거법 제151조 제1항의 강행 규정을 위반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같은 조 제5항은 투표용지의 인쇄·납품·송부는 물론 수령·보관·인계 과정에서도 정당 추천위원의 입회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이 절차가 실제로 준수됐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만일 투표용지가 단순 분실이 아니라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면, 일련번호와 선거인명부의 일대일 대조를 통해 실제 투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재명 정권 아래서 선관위에 대한 독립적이고 정밀한 조사가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정조사나 특별검사 도입이 불가피한 이유다.


노태악의 사퇴가 법적 책임을 소멸시키지는 않는다. 재직 중 이루어진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형사책임(업무상 과실 또는 직무 유기)과 민사상 책임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2017년부터 3년간 재임한 권순일 전 위원장(전 대법관) 사례는 선거 관리 책임이 처벌로 이어지기 어려운 현실을 잘 보여준다. 그는 2020년 총선 관리 부실 논란에 이어 ‘대장동 50억 클럽’(화천대유) 의혹으로 2024년 8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26년 4월 검찰이 징역 1년을 구형했으나 최종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현재도 모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 관리의 최고 책임자가 퇴임 후에도 실질적 책임을 지지 않는 이러한 현실은 이번 노태악의 사퇴를 더욱 공허하게 만들고 있다.⊙

 

자유일보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정교모 공동대표

 

06-09 청년세대 ‘정당한 분노’ 배경과 해법

투표용지가 없어 투표하지 못했다.’ 사고 진상조사 보고서의 한 문장이 아니다. 국민의 주권 행사가 투표소에서 차단당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2030 청년들이 분노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들은 특정 정당의 승패보다 “정해진 시간에 투표소에 갔는데 왜 내 표를 행사할 수 없었느냐”고 묻는다. 수능장에 시험지가 없었다는 비유가 나올 만하다. 절차의 실패는 단순 행정 착오가 아니라, 국가가 주권 행사를 보장하지 못한 민주주의의 실패다.

 

이 항변을 곧장 극우화나 음모론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문제 해결을 포기하는 일이다. 물론 부정선거론에 편승하려는 세력은 있다. 부실한 선거관리에 대한 정당한 분노가 극우 운동의 재료로 쓰일 수 있다는 경계도 필요하다. 그러나 서울 잠실 집회에서 정치 구호와 특정 깃발을 밀어내려는 자정이 있었음을 직시해야 한다. 분노의 실체와 남용은 구별해야 한다. 분노는 인정하되, 음모론과 정치적 약탈은 차단해야 한다.

 

해법은 세 가지다. 첫째, 진상을 끝까지 밝혀야 한다. 어느 투표소에서 몇 명이 투표하지 못했는지, 투표용지 수량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산정했는지, 보고와 비상 공급은 왜 늦었는지 공개해야 한다. 선관위의 사과는 출발점일 뿐이다. 독립 조사 기구나 국회 조사를 거쳐 책임자를 특정하고, 징계와 피해 구제 기준까지 내놔야 한다. 투명성 없는 사과는 다음 실패의 예고편이다.

 

둘째, 재투표는 구호가 아니라 법으로 판단해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198조는 투표를 실시하지 못한 경우 재투표를 규정하면서도,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면 실시하지 않을 수 있게 한다. 전면 재선거냐, 전면 묵살이냐의 양극단은 모두 옳지 않다. 선거구와 투표소별 미투표 규모, 당락 영향 가능성을 따져서 결정해야 한다. 법 앞의 엄정함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셋째, 선거관리 행정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투표용지는 여분이 두려워 빠듯하게 찍어도 되는 물품이 아니다. 앞으로는 예상 투표율을 웃도는 예비 물량, 권역별 긴급 공급망, 실시간 재고 확인 체계, 현장 책임자의 즉시 발행 권한, 사후 감사 기록을 제도화해야 한다. 선거관리 행정의 첫 원칙은 비용 절감이 아니라 권리 보장이어야 한다.

 

정치권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청년의 분노를 선거 패배 책임 회피의 방패로 삼지 말고, 불편한 목소리를 극우 딱지로 봉인하지 말아야 한다. 유튜버의 조롱과 선동을 방치하는 침묵도 공범이다. 청년들이 요구하는 것은 승자의 교체가 아니라 규칙의 복구다.

 

더 큰 맥락도 있다. 청년들은 취업·주거·병역·성별 갈등 속에서 공정한 규칙을 요구해 왔다. 국가는 늘 경쟁하라 했지만, 최소한의 경기장 관리마저 실패했다. 신뢰를 회복하려면 청년을 훈계할 게 아니라 선거관리 개혁에 참여시켜야 한다. 청년정책도 표심(票心) 관리 아닌 생애 설계 회복으로 바뀌어야 한다.

 

투표는 시민이 국가를 세우는 행위다. 그 행위가 봉쇄당한 날의 분노는 이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낙인이 아니라 수리(修理)다. 망가진 제도를 고치고, 빼앗긴 권리에 가능한 보상을 하며, 다시는 투표용지가 없어 되돌아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것이 2030을 민주주의의 주역으로 다시 세우는 길이다.

문화일보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06-09 실패한 ‘부동산 정치’

정책 취지와 시장은 따로 놀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이들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이다. 대출 한도를 옥죄자 집을 사지도, 팔지도 못한 시장이 됐다. 전월세 대란은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다. 인식도 우려된다. 이 대통령은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 감소는 정상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전세난은 ‘공급 가뭄’과 실거주 의무, 대출 규제 등이 맞물린 부작용이다. 전세는 무주택자에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사다리’인데, 이를 걷어차는 셈이다. 이미 청년세대는 ‘월세 지옥’에 갇혔다. 올해 1분기 2030세대는 전체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소득이 감소한 반면, 월세 등 주거비 부담은 급증했다. 주거 불안에 허덕이던 이들은 ‘닥치고 공급’을 외친 야당 서울시장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문 정부보다 여건은 좋지 않다. 현 정부에서 입주 물량은 거의 없다. 당장 이달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0’건이다.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집값을 잡기 힘든 실정이다. 금융수익, 성과급 등 소득은 늘었고, 확장 재정으로 유동성이 많이 풀려 있다. 통화량(M2)이 늘면 인플레이션으로 집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공약은 식언이 됐다. 지방선거가 끝나자 증세 카드를 바로 꺼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유세 인상 방침을 공식화했다. 집은 필수재가 아닌 사치재가 됐다. 세금을 버티지 못한 다주택자들이 내놓는 매물은 공급 여력이 될 것이라고 봤다. 시장은 정부 뜻대로 움직일까. 1주택자도 집을 옮기지 못하는데 세금만 올리면 매물 잠김만 극심해질 수 있다. 세금도 세입자에게 전가되기 쉽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갈라쳐도 공급 부족과 규제를 둘러싼 불만을 잠재울 순 없었다. 이번 선거가 그랬다. 정부가 다음 달 보유세를 올리면 국민은 내년 7월부터 12월까지 고지서를 줄줄이 받게 된다. 2028년 총선을 넉 달 앞둔 시점이다.

문화일보 권도경 산업부 차장

 

06.09 "탱크로 밀어버려야 한다"는 마음

이기고도 진 민주당 지방선거 결과
비판과 이견, 적의 음모로만 보는 탓
우리 편 넘어야 확장된 정당 가능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이겼지만 졌다. 당 안팎의 충격과 균열이 크다. 여간해선 놓칠 수 없었던 서울시장과 전력을 다한 부산 북구갑을 내주고, 평택을과 전북에서 내분이 격화했으니 그럴 만하다. 압승하지 못한 이유도 대체로 알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고 국민의힘이 한심한데도 “짜증나서 민주당 못 찍겠다”고 할 이유들이 있었다. 사실 그 이유들이란 숱하게 비판받은 쟁점들이다. 민주당이 귀 막고 모른 척한 문제들이다. 결국 근본적인 건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민주당의 태도인 것이다.

 
공소취소가 담긴 조작기소 특검법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모든 언론이 비판했었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는 “고생하면서 뛰고 있는 동지들을 버릴 셈이 아니라면 신중해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특검법 통과를 유보했지만, 국회 다수 의석으로 대통령 재판을 취소할 수 있게 하는 게 권력 남용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100명 넘는 의원들이 공소취소 의원 모임을 결성해서 국정조사 40일 동안 조작기소를 부각시킨 결과 ‘사건이 통째로 조작됐으니 공소취소가 당연하다’고 믿는 지지자도 상당수다. 그런 이들을 뺀 다수는 절대 권력의 오만을 실감했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5월 18, 19일 성인 3,000명)에서 이 논란이 지방선거 지지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응답이 54%였다. 이 중 9%가 지지 후보를 바꿨다고 했는데 중도층(12%)에서 가장 많았다.

 

2030 여성들이 언제든 민주당을 손절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목소리는 또 얼마나 많았던가. 기성 정치가 진짜 청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티페미를 내세운 이준석 식 나쁜 정치가 득세할 것이라고 내가 썼던 게 이미 2021년부터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2022년 대선 패배 후 ‘졌잘싸’를 외치고는 여성을 지웠다. 젠더 이슈가 쟁점화할까 최대한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여성들의 실망을 차곡차곡 쌓았다. 청년 정책이 시혜를 베푸는 정도로 있긴 있었으나 검찰·사법 개혁 등 강성 지지층의 관심사보다 전면에 등장한 적이 없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2030 여성은 왜?’ ‘청년들이 어떻길래?’라고 물으면 듣는 그들이 더 황당하다.

 

민주당 주류에겐 비판이나 이견을 제기하기만 하면 보수 네트워크의 음모, 가짜뉴스, 수박으로 치부하는 게 문화가 되었다. 비판을 용납하지 않으면서 상대 진영을 멸시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이를 부추기는 정파적 유튜버, 인플루언서들이 있다. 극우화한 이대남을 향해 “온라인상에서 탱크로 밀어버려야 한다”(최욱) “몽둥이를 드는 방식이 필요하다”(정준희)고 막말을 하거나 "(내 방송에 출연해) 지지자들을 결집시키지 않아 졌다"(김어준)고 주장해도 호응하는 강성 지지자들이 똘똘 뭉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투표를 독려한답시고 X에 “최악의 저질들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투표하셨나요”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정서다. 객관적 사실조차 중요치 않다. 지지자들끼리만 말이 통하는 에코 체임버에 갇혀 있다.

 

쓴소리만 잘 수용했어도 민주당은 압승했을 것이다. ‘윤 어게인’ 세력은 발 디딜 자리를 잃었을 것이다. 지금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검찰·사법 개혁에 쏟아진 우려를 다시 짚어 개선해야 한다. 40대 중반 의원을 청년 대표라 부르는 청년 할당 시늉은 그만하고, 2030이 국회에 진입할 기회를 활짝 열어야 한다. 성평등 원칙을 흔들림 없이 구현하겠다고 천명해야 한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의 균열과 책임 공방은 깊어질 조짐이다. 민주당이 더 치열하게 싸웠으면 좋겠다. 당권 다툼으로만 끝내지 말고 민주당이 뭘 할지, 누구를 대변할지를 두고 싸우기를 바란다. 그것이 중도의 지지를 잡는 길이고 다 잡은 선거를 놓치지 않는 길이다.⊙

 

한국일보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

 

06-10 與 눈 가린 ‘여론조사 환각’

더불어민주당의 ‘뼈아픈 승리’로 마무리된 6·3 지방선거는 ‘여론조사 만능주의 시대’의 종언을 예고하고 있다. 선거 기간 쏟아진 ‘전화면접’ 방식의 수많은 여론조사는 물론,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도 심각한 오차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1.15%포인트 승리한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본지 여론조사만 동률이라는 결과로 역전의 가능성을 예고했을 뿐 대다수는 정원오 민주당 후보의 낙승을 예상했다. 전화면접은 정치에 무관심한 유권자의 표심까지 잡아낸다고 해서 ARS(자동응답시스템)보다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젠 더 믿을 수 없게 됐다. 터무니없는 통계 오류가 발생한 원인은 명확하다. 이재명 정부에 등을 돌린 중도·보수층과 2030세대의 침묵을 전혀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샤이 보수’의 실체가 드러난 셈이다. 이들이 조사원의 전화를 외면하고 선거일까지 칼을 간 것은 이재명 정부의 서슬 퍼런 국정 운영에 대한 거부감과 매주 발표되는 압도적인 대통령 지지율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실과 동떨어진 여론조사 데이터들은 결국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에게 독배로 돌아왔다. 만약 정 후보가 이렇게 패배할 줄 알았다면 정 후보는 도전자이면서도 챔피언인 듯 ‘침대 축구’로 일관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런 굴욕이 있을 줄 알았다면 이 대통령도 선거를 앞두고 스타벅스 불매운동을 주도하거나 SNS로 플라톤까지 소환해 ‘저질 정치 심판’을 외치며 상대 진영의 결집을 유도하진 않았을 것 같다. 전세난을 불러일으킨 부동산 정책도 다시 돌아봤을지 모른다. 대통령 지지율이 60%가 훌쩍 넘는다는 여론조사가 연이어 나오니 ‘내가 무엇을 하더라도 대구시장까지 가질 수 있다’고 착각하지 않았을까.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달콤한 여론조사에 갇혀 독선의 길을 걷는 사이 젊은층과 중도층의 냉소는 그렇게 수면 아래에서 뜨겁게 응축되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 대통령도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긴 했지만, 국민이 저 또는 이 정권에 주는 경고”라고 반응했다. 그렇다면 여론조사라는 눈가리개부터 벗어 던지고 겸손한 마음을 되찾아야 한다.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율을 ‘10%포인트’ 깎고 세상을 보기를 권한다. 실제 이번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얻은 득표율 총합은 52% 수준이었다. 아마도 그즈음이 대통령에 대한 민심의 정확한 온도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지방선거가 코스피 급등, 고유가 피해지원금 살포,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자책골 등 매우 우호적인 지형 속에서 치러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지지율은 그보다 낮을 수도 있다. 대통령 주변에선 또다시 여론조사를 앞세워 “일 잘하는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우겠지만, 정말 그런 것인지도 돌아보는 게 좋겠다. 일을 잘한다는 기준이 ‘윤석열 전 대통령보다는 열심히 한다’ 정도라면 곤란하다. 사실 여론조사의 숫자란 한번 뒤돌아보는 거울일 뿐이다. 진짜 민심은 침묵 속에서 더 매섭게 칼을 가는 법이다. 여론조사의 환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선 더 처절한 심판이 숨죽여 기다린다는 것이 이번 선거가 대통령에게 던진 교훈이다.⊙

문화일보 김만용 전국부장

 

06.10 언론사 출구조사가 틀린 진짜 이유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지 부족에 따른 참정권 침해, 희한한 사전투표수의 일치만이 문제가 아니다. 기성 언론의 심각한 신뢰성 문제도 드러났다.


특히 출구조사 실패는 그 불신이 숫자로 드러난 사건이다. 지상파 3사는 전국 615개 투표소에서 10만8727명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장, 경남도지사, 대구시장 등 주요 지역에서 예측은 크게 흔들렸다. 그 이유는 단지 조사 기술에 있지 않다.


언론은 원래 중계자여야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중계자가 심판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시민이 무엇을 말하는지 전하기보다, 그 말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먼저 정해준다. 선거 보도도 마찬가지다. 민심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가치관과 해석을 거쳐 가공된 민심을 내놓는다.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허위 생성)된 민심이다. 시민들이 언론을 믿지 않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일 정치커뮤니케이션 학자 노엘레 노이만은 ‘침묵의 나선’ 이론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이 소수라고 느낄수록 고립을 두려워해 침묵한다고 설명했다. 지금 보수 유권자들의 침묵도 이와 닮아 있다. 언론은 보수가 밀리는 것처럼 보도하고, 여론조사는 그 분위기를 반복한다. 그러면 보수 유권자들은 자신이 비주류라고 느낀다. 투표장에서는 선택하지만, 언론 앞에서는 말하지 않는다. 침묵은 다시 숫자로 왜곡되고, 왜곡된 숫자는 다시 침묵을 키운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여론조사가 여론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과 해석을 통해 여론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출구조사도 마찬가지다. 언론이 민심을 측정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민심을 재단하고 포장해 하나의 분위기로 만든다.


특히 선거 당일 발표되는 출구조사는 아직 개표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마치 승패가 결정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중계자가 경기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 도중 승자를 선언하는 셈이다. 더 황당한 건 일부 포털이 당선자가 확정됐음에도 출구조사 결과를 여전히 먼저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출구조사는 과연 필요한가. 몇 시간만 지나면 실제 개표 결과가 나온다. 그런데 방송사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예측을 내놓고, 틀리면 사전투표 보정이 어려웠다고 설명한다. 주요 언론은 사전투표를 전화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특정 성향의 응답만 더 잡힌다는 식으로 변명한다. 그럴 거면 여론조사만 하면 된다. 수십억 원을 들인 예측이 선거 1주일 전 여론조사와 큰 차이가 없다면, 국민은 왜 그 비용과 혼란을 감수해야 하는가.


이번 선거가 남긴 질문은 출구조사의 기술적 실패가 아니다. 왜 유권자가 언론 앞에서 침묵했느냐이다. 답은 분명하다. 믿지 않기 때문이다. 민심을 전해야 할 언론이 자신들의 편향으로 여론을 왜곡해온 대가가 결국 신뢰 추락으로 돌아왔다. 출구조사가 읽지 못한 것은 표심만이 아니었다. 언론을 향한 유권자의 불신이었다. 이번 지방선거의 진짜 패배자는 기성 언론이다.

자유일보 이정민 청년기업가

 

06.10 박상용 검사의 좌절과 분노

검찰총장 대행의 박상용 검사에 대한 징계 신청 사유가 재미있다. 서슬 퍼렇던 ‘연어 술파티’는 사라졌으나 남은 비위가 엄중하다.

2023년 봄날 불구속으로 조사받던 박상웅이 수원지검 부근 노브랜드버거에서 햄버거를 사서 검찰청에 들어가 김성태와 이화영에게 주었다. 박상웅은 쌍방울 이사였고 김성태는 쌍방울 회장이었며 이화영은 쌍방울 사외이사를 오래 했다. 검사는 수용자에게 외부 음식물 취식의 편의를 제공하면 안되고,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교도관에게 고지하고 조서에 남겨야 한다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나 보다.

커피에 얽힌 비위도 있다. 2023년 초여름날 박 아무개가 수원지검 부근 ‘커피여원’에서 구입한 커피를 수용자인 김성태·방용철에게 주었는데, 커피를 마시게 한 ‘편의 제공’도 박 검사의 비위사실이다.

연어회 술파티 비슷한 ‘회덮밥 비리’는 보인다. 2023년 5월 17일 수원지검 인근 식당에 무려 20만5000원 상당 회덮밥을 주문해서 김성태·방용철·이화영에게 제공하고 조서에 남기지 않았으니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단다. 그런데 설마 수원지검 근처에 한 그릇에 7만 원짜리 회덮밥이 있으려나? 밥을 굶길 수는 없었을 테고, 검찰 수사관들이나 교도관 몫까지 같이 시켜서 그렇게 계산이 나왔겠지. 어쨌든 ‘조서 불기재’라는 어마어마한 비위사실이 드러났다.

2022년 말 이재명 캠프 좌장이던 정성호 의원이, 수감 중인 정진상·김용·이화영을 차례로 특별면회했다. "알리바이를 만들라" "이재명 대표가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조언한 사실이 교도관 접견록에 남았다(2026. 4. 18. 조선일보 ‘박정훈 칼럼’ 이화영 아내가 "정신 차리라"고 꾸짖은 뒤 벌어진 일). 시점으로 보아 대장동 사건쯤이겠다.

정성호 의원이 법무부 장관이 된 후, 2025년 9월경 법무부는 ‘연어 술파티 정황이 발견됐다’고 언론에 발표했다. 당사자인 박 검사는 연어 술파티에 대해 조사받은 사실조차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비위 검사를 조사도 하지 않고 선제적으로 법무부가 비위 사실을 보도자료로 뿌린 일이 또 있었던가?

지난 4월 대한민국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박 검사를 조져댔다. 선서를 거부했다고 퇴장을 명하고 마구마구 고함을 질러도 그 자리의 검찰 수뇌부는 멀뚱멀뚱 구경만 했다. 박 검사는 직권남용죄를 범하던 국조특위 서영교 위원장에게 더 분노했을까, 연예인 지망생들이 오디션 온 양 단정하게 앉아있던 검찰 수뇌부에 더 좌절했을까?⊙

자유일보 홍승기 변호사·前 인하대학교 로스쿨 원장

 

06.10 북핵 묵인…중·러·북 反美 핵 삼각연대 완성

중국 시진핑 주석이 지난 8일-9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진핑의 방북은 2019년 6월 이후 7년 만이며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은 2025년 9월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북경에서 이루어진 이후 9개월 만이다. 특히 올해가 ‘북·중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 체결 65주년인데다 시진핑이 트럼프, 푸틴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개최한 직후 이뤄진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세대에 걸친 우호와 운명공동체, 수망상조(守望相助 : 지키고 살펴 서로 도와줌)는 중·북 관계의 뚜렷한 특징"이라 지적하고 "중·북 관계에 관한 정층설계(頂層設計 : 최고 높은 단계에서 전체적인 국면을 아우르는 하향식 설계)와 전략적 지도를 강화하고 더 큰 진전을 이루도록 추진해 나갈 것"임을 선언했다.

이어 시진핑은 양국 관계의 3대 불변원칙으로 ‘국제질서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중·북 전통 우호를 고도로 중시하는 확고한 입장’, ‘김정은이 영도하는 북한의 사회주의 사업에 대한 확고한 지지’, ‘중·북 쌍방의 공동 이익과 양호한 전략적 환경을 수호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선언했다.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4개 방향으로 ‘공고한 정치적 상호 신뢰’, ‘실질적 협력 수준 강화’, ‘국민간 유대 강화’, ‘전략적 협력 강화’를 제시하면서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목표를 거론했다.

이에 김정은은 "시진핑이 제시한 북·중 관계 발전을 위한 방안 이행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국의 핵심 이익 수호를 위한 정책과 입장을 굳건히 지지할 것이며 북·중 관계 발전을 국가의 가장 중대한 제1의 전략 사업으로 삼고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다짐했다.

이처럼 화려한 수사 뒤에 숨은, 시진핑·김정은 회담에서 양측이 거둔 성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으로부터 "북·중 관계가 북한의 가장 중대한 제1 전략 사업"이라는 선언을 이끌어냄으로써 러시아와 밀착하는 북한을 중국의 전략구도 안으로 견인했다. 또한 북한이 시진핑이 제시한 양국 관계 발전 방향을 환영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양국 관계 발전 방향 중 실질협력 수준 강화는 주로 경제 협력과 교류 강화를 의미한다. 경제난에 빠진 북한으로서는 우크라이나전 참전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으나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지원이 절실한 형편이다. 북한에게는 중국이 경제적 생명줄이 되고 있으며 이로써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중국은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북·중·러 협력 체제의 안정적 관리를 확보했다. 시진핑은 방북 전 가진 푸틴과의 정상회담에서 중·러간 전략적 전면적 협력관계를 강화했다. 이어 이번 방북에서 북한과 전략적 결속을 강화함으로써 중·북·러 3각 반미연대를 더욱 공고히 했다.

북한으로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무엇보다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받았다. 회담에서 시진핑은 북한 비핵화나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시진핑은 2019년 첫 방북 당시만 해도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지지"를 언급하는 등 북한 핵개발에 반대하는 인식을 보였다. 지난 5월 시진핑·트럼프 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양국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밝혔으나 중국은 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푸틴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 반대하는 입장만 밝혔다. 이러한 기조가 이번 회담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는 사실상 중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묵인한 것으로 북한의 숙원을 들어준 것이다.

또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난 극복과 군사력 고도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강력한 모멘텀을 확보했다. 중국이 제시한 경제 협력 강화로 경제난을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그동안 정상회담에서 공개 언급된 적 없는 군사 협력이 ‘공고한 정치적 상호신뢰’의 한 방안으로 거론됨으로써 군사력을 고도화할 모멘텀을 마련했다.

결론적으로 정상회담은 다음과 같이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 관계 강화에 이어 핵을 보유한 북한을 자신의 전략 영역에 편입시켰다. 미국에 대한 레버리지를 확대함으로써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대응하는 ‘다극화’라는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 구축 기반을 강화했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받음으로써 중국의 종속적 파트너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지위가 격상됐다. 대미·대남 입지가 강화됨으로써 중·북·러 반미 연대가 더욱 공고화됐다.

이에 따라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낸다는 탈냉전 시대의 패러다임은 이제 종말을 고했다.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립하는 동북아 신냉전 구도가 더욱 짙어질 가능성이 증가했다. 동북아 정세가 격변기를 앞두고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중국의 중재를 통해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를 풀어간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북·중·러 밀착이 가시화되고 북한의 핵보유가 사실상 인정됨에 따라 보다 정교하고 보다 광범한 전략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자유일보 김완규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자유칼럼 2026-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