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포시즌 2026-05/
05-04 조종사 양성비용 운영·유지비 합쳐 수백억 원인데…베테랑 파일럿 10년간 896명 공군 떠나
전투기 조종사 730명 등 유출…코로나19 시기 주춤하다 다시 증가세
F-35A 숙련 조종사 1명 양성비용 최소 61억…공군 “처우 개선 노력 중”

/안규백 국방부장관이 지난달 7일 강원 원주시 공군 제8전투비행단을 방문해 특별강연을 실시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최근 10년간 공군을 떠나 민간 항공사로 자리를 옮긴 베테랑 전투기 조종사가 900명에 육박하는 등 인력 유출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보수 격차와 열악한 근무여건 등 처우 문제가 가장 큰 유출 원인으로 꼽혔다.
4일 공군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10년간 자진해서 전역한 숙련 조종사는 모두 896명으로 집계됐다. 숙련 조종사는 8~17년차 조종사로, 독자적으로 작전 운영을 할 수 있고 저등급 조종사 비행훈련을 지도할 수 있는 공군 핵심 인력이다.
공군을 떠나 전역한 조종사 유형별로는 전투기 조종사가 730명으로 가장 많았고, 수송기 148명, 회전익 18명 등이었다. 공군을 떠난 숙련 조종사들이 향한 곳은 대한항공이 622명(69.4%)으로 가장 많았고, 아시아나항공 147명(16.4%), 저가항공 103명(11.5%) 등으로 집계됐다.
공군 숙련 조종사 유출 인원은 매년 100명을 웃돌다 코로나19 직후인 2021년 7명까지 급감했으나 이후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올해 들어서도 3월까지 47명의 조종사가 공군을 떠나 민간 항공사로 이직했다.
숙련 조종사 양성에는 평균적으로 1인당 10억 원 이상 재원이 투입된다. 기종별로 숙련 조종사 양성에 투입되는 비용(비행교육·비행훈련)은 F-35A 전투기가 61억7000만 원으로 가장 많고, F-15K 전투기 26억7000만원, (K)F-16 전투기 18억4000만원, FA-50 경공격기 16억3000만원, C-130J 수송기 12억1000만원 등의 순이다. 항공기 운영·유지비 등 전비태세 유지비용까지 포함하면 조종사 양성비용은 1인당 수백억 원 규모까지 늘어난다.
공군은 조종사 유출을 막기 위해 의무복무기간 제도를 운영해왔지만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공군사관학교 출신 고정익(전투기·수송기) 조종사의 의무복무기간은 15년, 비공사 출신은 10년(2015년 이후 임관자부터 13년)인데 전역한 숙련 조종사들의 평균 복무기간은 각각 15.2년, 10.6년으로 집계됐다. 의무복무기간을 채우자마자 군을 떠난 셈이다.
조종사 유출이 계속될 경우 남아 있는 조종사들에게 임무가 가중되면서 조종사 유출 악순환이 발생할 우려도 제기된다. 공군이 지난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조종사 유출 사유로는 민간항공사 조종사와의 보수격차, 고난도·고위험 임무 및 비상대기 지속에 따른 스트레스, 잦은 인사이동에 따른 가족 문제 등이 꼽혔다. 공군 관계자는 “지난해 연장복무 장려수당을 인상하는 등 숙련급 조종사 유출 방지 대책을 재정립해 시행하고 있으며 조종사 복무·처우개선을 위해 지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
05-04 軍 허리인 부사관 태부족인데 육군 신임 부사관 과반이 ‘임기제’…절반이 1년 미만 복무 택해
최소 복무기간 등 제도 정비 목소리

/올해 3월 전북 익산 육군부사관학교에서 열린 2026-1기 현역과정 육군 부사관 임관식에서 신임 부사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육군 제공
최근 5년 동안 육군에 신규 임관한 부사관 중 ‘임기제’ 출신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이들 중 태반은 임관 당시 1년 미만 기간만 더 복무하겠다고 신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의 허리인 부사관이 태부족인 상황에서 임관 부사관마저 복무기간 짧은 임기제가 절반을 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군 안팎에서는 인구절벽, 병사 월급 인상에 따른 임관 저조 등의 영향으로 하사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기제 부사관들의 복무 전환을 독려하기 위한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육군본부와 육군 인사사령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육군 부사관 신규 임관자 총 3만1760여 명 중 1만8000여 명이 임기제 부사관으로, 전체 신규 임관자의 56%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임관자 총 9340여 명 중 임기제 임관자는 약 5720명으로 61%를 차지했다. 2022년 7700여 명 중 4250여 명(55%), 2023년 4830명 중 2530명(52%), 2024년 4430명 중 약 2750명(62%)이 임기제 부사관이었다. 지난해 임기제 임관자는 3200여명으로 같은 해 육군 부사관 임관자 5460명 중 58%를 차지했다.
임기제 부사관 제도는 현역병 복무를 마친 후 6개월에서 4년 범위에서 본인이 복무기간을 선택·지원해 부사관으로 복무하는 제도(병역법 제20조의2)다. 정부는 2020년 12월 병 전역 후 6~18개월 복무하는 기존 유급지원병(전문하사) 제도를 임기제 부사관으로 바꾸면서 복무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한편, 이들의 급여·수당 체계를 단기 부사관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을 개정했다.
임기제 부사관은 병사로 근무했던 부대에서 부사관으로서 임무 수행하며 앞선 복무기간 동안 체득한 주특기 전문성을 발휘하고 이를 발전시켜 전투력을 유지·강화할 수 있어 인구절벽에 따른 병력 감소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제도가 본격화한 2021년부터 지원자 절반 이상은 희망 복무기간으로 1년 미만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1년 임기제 부사관 임관자 총 5700여 명 중 2800여 명(약 50%)이 6개월 이상 1년 미만 복무기간을 신청했다. 2022년 임관자 4200여 명 중 2100여 명(50%), 2023년 2500여 명 중 1300여 명(약 52%), 2024년 2700명 중 1470명(약 54%), 지난해 3200명 중 2100여 명(약 65%)이 1년 미만 복무기간을 신청했다.
반면 2~4년 복무를 신청한 사람은 2021년과 2022년에 17%, 2023년과 2024년에 16%, 지난해 9%에 불과했다. 신규 임관 부사관 중 임기제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복무 기간을 짧게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 인력부족 해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하는 셈이다.
2021년 임기제 부사관 전역자는 총 4279명으로 같은 신규 임관 규모의 75%를 차지했다. 이듬해 임기제 전역자는 3981명으로 동년 임관 규모 대비 94%를 기록했고, 2023년에는 임관자 2500여명을 뛰어넘는 3117명이 군을 떠났다. 2024년에는 1897명(임관 대비 70%), 2025년에는 2014명(임관 대비 62%)의 임기제 부사관이 각각 전역했다.
올해 3월 기준 육군 하사 정원은 2만9000여 명이지만 복무 인원은 1만4000여명이고 보직률은 48%에 그친다. 이 가운데 임기제 부사관은 연간 최소 2300명에서 3100명대를 차지해 하사 보직 인원의 20%대에 머물고 있다.
장기 복무 임기제 부사관보다 단기 복무자가 월등히 높은 상황은 결국 장기적인 보직률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공석인 하사 보직을 중사가 맡거나 겸직하는 미봉책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중사 보직률은 88%이지만 운영률은 78%를 기록했다. 반면 하사 보직률은 49%이지만 59% 운영률을 보였다. 중사들이 하사 보직을 겸직, 대리하면서 하사 보직 운영률을 끌어올린 것이다. 이는 상사 보직 운영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상사 보직률은 96%였으나 운영률은 84%였다.
올해는 하사 보직 운영률을 높이기 위해 중사 업무 부담이 보다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중사 보직률은 83%이지만 운영률은 68%로 지난해보다 10%포인트 줄었다. 반면 하사는 보직률 48% 대비 운영률 65%로 집계됐다.
최근 만성적인 초급 부사관 부족 상황에서 고무적인 점은 2024년을 제외하고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1000명 넘는 임기제 부사관이 단기복무로 신분을 전환해 군에 남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2021년 임기제 부사관의 단기복무 전환 규모는 1700여명을 기록했고, 2022년 1600명, 2023년 1200명을 기록했다. 2024년에는 740여명이 단기복무로 전환했는데, 이는 2023년 병사 월급 인상 여파로 해석된다. 지난해에는 1100명의 임기제 부사관이 단기복무로 신분을 전환해 군에 남았다.
육군은 임기제 부사관의 복무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인력획득담당관이 홍보자료를 개별 발송하고, 찾아가는 상담(기동상담) 활동 등을 통해 단기 전환 홍보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또 임기제 부사관이 복무하는 해당 부대 지휘관, 주임원사가 주기적으로 상담, 관리해 단기전환 신청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 안팎에서는 임기제 부사관의 복무 내실을 높이기 위해 최소 복무기간 6개월을 1년으로 상향하고 부사관 전반의 처우 개선 등 제도,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백 의원은 “부사관은 군을 유지하는 핵심 주축으로, 임기제 부사관들이 안정적으로 복무를 전환하며 직업적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처우 개선을 넘어 ‘군 복지 패러다임 대전환’을 통해 ‘복무하고 싶은 군’으로 전환해야 병력난 해소 등의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
05.07 北 새 헌법, 서해 NLL은 여전히 도발 대상 해역
북한의 개정 헌법이 6일 공개됐다. 주목되는 대목은 제2조 영토조항이다. 영토조항은 "남(南)으로는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 북쪽으로 중국·러시아와 접하는 영토와 그에 기초한 영해와 영공"으로 규정했다. 휴전선이 육지 국경선으로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내용은 명기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영해·영공 국경은 명확하지 않다. 북한은 1953년 정전협정 당시 유엔군과 합의한 서해 NLL을 1970년대부터 부정해왔다. 따라서 서해는 여전히 북한의 도발 예상 해역으로 잠복해 있다.
‘통일’ 관련 헌법 조항은 모두 삭제됐고 ‘국무위원장(김정은)의 핵 사용권’을 명기해놓았다. 헌법에 통일 조항을 삭제한 이유는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통일 환상’을 갖지 말라는 조치다.
북한의 헌법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헌법과 그 위상이 완전히 다르다. 북한체제의 기본은 세습수령독재다. 북한은 수령-당-인민대중 체제다. 공산주의 체제는 공산당 일당독재로 당이 국가를 영도한다. 당은 지도기관, 국가는 집행기관이다. 마르크스·레닌은 국가를 ‘착취기관’으로 간주하고 공산주의 높은 단계에 이르면 국가는 조락(凋落)한다고 보았다. 자유민주주의 체제 국가 개념과 다르다.
스탈린·마오쩌둥 사망과 함께 구소련·중국은 수령제가 벌써 없어졌지만 북한은 훨씬 개악된 형태로 남아 있다. 1974년 수령의 지위와 역할을 명문화한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이 제정되어 수령(김일성·김정일)의 신격화·절대화·무조건성이 확립됐다.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한 후 2013년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은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으로 이름만 바뀌었고 수령(김정은)의 지위·역할은 그대로다. 북한 체제는 이 ‘10대 원칙’이 최상위에 있고, 그 아래 조선노동당 규약, 맨 아래에 헌법이 위치한다. 수령을 제외한 모든 주민들은 헌법보다 10대 원칙이 100배 더 중요하다.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80% 정도가 10대 원칙 위반자들이다.
따라서 북한이 ‘정상국가화’ 하려면 맨 먼저 수령제와 10대 원칙을 폐지해야 한다. 6일 통일부 기자간담회에 초청된 서울대 모 교수가 개정 헌법에 대해 "북한을 정상국가화 하는 차원"이라고 언급했다는데, 공산주의 이론과 실제, 특히 북한체제에 기본 이해도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자유일보
05.08 한·미·일의 '별'들은 왜 대만에 집결했나
한국과 경제격차 벌린 대만
안보에는 처절한 몸부림
'국방력 5위' 도취된 한국은
월남·아프간 될까 두렵다

▲지난해 실시된 대만의 연례 군사훈련 '한광연습'의 일환으로 무장 군인이 군용 차량에 타고 도심을 통과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 RTI
대만 중부 난터우현에서 지난달 11~13일 시민단체 복화회(福和會)가 주최한 민방위 연합훈련이 열렸다.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여든 230여 명이 전쟁 발발 시 민간인 대피와 부상자 응급 조치 등을 익혔다. 그런데 훈련보다 눈길을 끈 건 외국인 참관단이었다.
그 면면을 보자. 먼저 찰스 플린 예비역 미 육군 대장. 2024년 11월 육군 태평양사령관으로 전역할 때까지 여러 차례 북한·중국의 위협을 경고하며 동맹 연합 훈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참관단엔 임호영 한국 육군 예비역 대장도 있었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그 역시 북한 위협에 맞서 한미 연합 전투 태세 유지를 강조해 왔다. 이와사키 시게루 전 자위대 통합막료장(합참의장 격)은 2014년 사상 첫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에 참석했다. 레오데빅 기니드 전 필리핀 육군 소장은 중국과의 분쟁 격화 시기에 육군 부사령관을 역임했다. 이 ‘별’들의 집결은 ‘대만은 고립돼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내기에 충분했다.
이 훈련 2주 전엔 존 커티스(공화당), 진 섀힌(민주당) 의원 등 미 상원 의원들이 대만 국방 싱크탱크 국가중산과학연구원을 찾아 구멍이 뚫린 5㎝ 두께의 강판 등을 봤다. 대만이 미국 방산업체와 공동 개발한 드론 ‘징펑(勁蜂·힘센 말벌) 4’에서 발사된 탄두가 만든 구멍이었다. 미국은 중국의 위협을 좌시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읽혔다.
이런 장면들은 반도체와 1인당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 지표에서 한국을 앞지른 대만의 절박함을 보여준다. 양안(兩岸)과 한반도는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이념에 따라 분단된 점, 상대방의 핵 위협에 직면했다는 점도 그렇다. 대만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아이언돔’을 본뜬 미사일 방어 체제 ‘T돔’ 구상을 발표했다. 지난 3월에는 야당 협조로 입법원(국회)이 미국산 첨단무기 구매 절차를 간소화했다.
대만의 절박함은 한국의 느슨함과 대비된다. 북한 핵시설 위치를 공개했다가 미국의 정보 공유 차단 조치 책임자로 지목된 통일부 장관은 비판하는 야권에 “숭미(崇美)가 지나치다”며 북한 매체에 나올 법한 단어를 썼다. 장관 해임 건의 절차 진행 때 여당 의원들은 의사당을 나가며 조롱하듯 기념사진을 찍었다.
북한은 지난달 대량 살상용 집속탄 탑재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다. 위협이 더 고조되고 있지만 대통령은 한국이 5위로 랭크된 미국 민간단체 군사력 지수를 언급하며 “왜 외국 군대가 없으면 자체 방위가 어려울 것 같은 불안감을 갖느냐”고 일갈했다. 양안과 한반도는 다르다고 반론할 수도 있다. 압도적 국력을 앞세운 중국이 대만 주권을 부정하며 무력 통일을 정당화하는 반면, 북한은 한국을 공존할 수 없는 적대 국가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강하니 괜찮다’는 인식의 위험성을 북한 김정은이 일깨워줬다. 최근 그는 러시아 파병 전사자 위령 시설 준공 연설에서 자폭 병사들을 “명예를 지키고자 자결의 길을 주저 없이 선택한 영웅”으로 칭송했다. 최고 존엄에게 세뇌된 병사들이 2차 대전 가미카제 대원들처럼 우리를 향해 돌진할 수 있음을 암시한 장면이다.
월남전 때 남베트남도, 아프가니스탄전 때 친서방 정부도 객관적 군사력에서 상대방에 우위로 평가받았다. 패망 전까지는 말이다. 대만의 절박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군사력 지수에서 북한(31위)은 대만(22위)뿐 아니라 러시아 침공으로 쑥대밭이 된 우크라이나(20위)보다도 아래다. ‘게임 체인저’인 핵 전력을 반영하지 않고, 재래식 무기와 군비지출 등을 기준으로 삼은 통계는 현대전 전력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 자만 대신 절박함, 방심 대신 준비가 내일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다.⊙
조선일보 정지섭 기자
05-12 외교장관 “이란 드론 韓선박 타격 아는 바 없어…비행체 잔해 곧 도착”
“잔해 국방부 등에서 조사할 것”
조현 외교부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을 타격한 비행체와 관련, “잔해는 곧 (한국으로)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 장관은 “(잔해는) 국방부 등에서 조사할 것”이라며 “감식을 맡은 관련 전문성이 있는 연구소 등에서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잔해는 외교 행낭을 통해 들여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격에 사용된 무기의 잔해를 조사할 만한 연구소로는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이 거론된다.
조 장관은 이란제 드론 ‘샤헤드-136’이 한국 선박 타격에 사용됐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며 “섣불리 (초기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해 있던 한국 선박 HMM 나무호에서 폭발과 화재가 일어났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미상 비행체 2발의 연속 타격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
문화일보 이근홍 기자
05.13 “나무호 사건 때 국가는 없었다”…위기관리 없는 국가의 위험한 침묵

/국민의 안전을 위한 적극적 국가대응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프롤로그
4일 페르시아만의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생한 ‘HMM 나무’호 피격사건은 단순한 선박사고가 아니었다. 한국 관련 민간상선이 국제해협 외항 묘박지(OPL)에서 외부공격 정황 속에 피해를 입은 사실만으로도 국가 차원의 즉각적인 위기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초기 대응은 지나치게 늦고 조용했다. 사건 초기에는 “선박 화재”라는 표현이 반복 사용됐다. 정부 조사단이 CCTV 영상과 선체 손상 분석을 통해 미식별 비행체 2기의 타격 정황을 공식 발표했지만, 이미 국민 불안은 커진 뒤였다.
당시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는 민간상선 피격과 드론 위협, 자동식별장치(AIS) 차단 증가가 반복되고 있었다. 그 해역에는 한국 관련 선박과 선원, 교민들도 함께 노출돼 있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외교·군사·해양수산·정보 당국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 상황실을 가동하면서 위험해역 내 한국 선박·국민의 안전을 실시간으로 관리했어야 했다.
특히 미국은 강력한 정보·감시·정찰(ISR) 체계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일대를 실시간 감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무엇을 알고 있었고, 어떤 보호조치를 하고 있었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결국 이번 사건이 남긴 가장 큰 문제는 공격 자체만이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위기 순간 국가의 상황 판단과 컨트롤타워가 국민에게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무호 사건은 국제해협의 위기가 더 이상 먼 중동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동시에 그것은 위기의 순간 국가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고, 얼마나 정확히 설명하며, 국민을 실제로 보호할 수 있는가를 시험한 사건이었다.

/위기 발생시 신속·정확한 정보공개의 필요성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 처음부터 이상했던 사고
나무호 사건은 처음부터 일반적인 해상 사고와는 다른 특징을 보였다. 나무호는 군사작전에 투입된 선박이 아니었다.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호르무즈 해협 외곽 외항 묘박지에서 통과 대기 중이던 민간 상선이었다. 즉 항행 중 교전 상황에 휘말린 것이 아니라 정지 상태에서 피해를 입은 사건이었다.
처음 사건이 알려졌을 때 정부와 일부 언론은 이를 “기관실 화재” 또는 “선박 화재”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이후 정부 합동조사단 발표는 상황이 단순 화재와는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특히 조사단은 CCTV 영상 분석 결과 미식별 비행체 2기가 약 1분 간격으로 나무호를 타격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선체가 손상된 형태 역시 일반적인 기관실 화재와는 다른 특징을 보였다. 조사 결과 선체 외판에는 대형 파손 흔적이 있었고, 내부 프레임은 안쪽으로 굴곡되고 외판은 바깥으로 돌출된 형태가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엔진 잔해까지 현장에서 수거됐다.
중요한 것은 약 1분 간격으로 두 차례 타격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 기계 결함이나 우발 화재보다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의도성과 표적성을 가진 공격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다시 말해 특정 민간 상선을 선택적으로 겨냥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초기 반응 역시 의문을 키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건 초기부터 “한국 선박이 공격받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단정적으로 내놓았고, 한국 선박이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해상 안전체계와 별개로 움직이다 피해를 입었다는 언급까지 했다. 미국이 이미 상당 수준 이상의 상황 정보를 확보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면 한국 정부는 상당 기간 외부 공격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물론 공격 주체와 무기 체계를 섣불리 단정하지 않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공격했는가 이전에 실제로 위험이 존재했는가와 정부가 그 위험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가의 문제다.
더구나 당시 호르무즈 해협과 걸프만 일대에서는 민간 상선 피격과 드론 위협, AIS 차단 증가, 선택적 통항 제한 경고가 반복되고 있었다. 국제 해상 보험료와 전쟁위험보험 역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결국 나무호 사건은 단순한 선박 사고가 아니다. 그것은 국제해협에서 민간 상선조차 선택적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위기대응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I. 침묵은 어떻게 대응이 됐나
나무호 사건 이후 국민들이 가장 크게 느낀 불안은 공격 자체만이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실제 상황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늦고 조심스럽게 움직였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사건 초기 정부와 일부 관계기관은 “선박 화재”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물론 초기 상황에서 정확한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고, 성급한 발표가 외교적 파장을 키울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후 정부 스스로 CCTV 영상과 선체 손상 분석 결과를 토대로 미식별 비행체 2기가 약 1분 간격으로 선체를 타격한 정황을 공식 발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기 설명과 이후 발표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문제는 단순한 표현 차이가 아니다. 핵심은 정부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알고도 지나치게 늦게 설명했는지에 대한 불신이다. 특히 미국과 국제사회에서는 비교적 초기부터 외부 공격 가능성을 거론했는데 한국 정부만 오랫동안 “화재” 중심 설명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축소하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 조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미확인 비행체’라는 표현만 반복하면서 상황을 모호하게 설명하려 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당시 호르무즈 해협과 걸프만 일대에는 한국 관련 선박 수십 척이 운항하거나 체류하고 있었고, 현지에는 다수의 한국 교민과 기업 관계자들도 활동 중이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단순히 ‘조사 중’이라는 설명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현재 어떤 위험이 존재하고 있으며 어떤 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지 더욱 적극적으로 설명했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늦장 대응이 단순한 일회성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위기관리 부재와 연결돼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 군사적 위기 상황에서는 위험 지역 내 자국 선박과 국민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면서 이동 경로와 위험 수준, 행동 지침을 지속적으로 조정하는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국민이 확인한 것은 너무 늦은 설명과 보이지 않는 상황실이었다. 국민이 위기 상황에서 원하는 것은 완벽한 정보가 아니다. 국가가 위험을 인식하고 있으며, 상황을 관리하고 있고, 국민 보호를 위해 실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다.
결국 이번 사건이 남긴 가장 큰 문제는 단순한 공격 자체가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위기의 순간 국가의 침묵이 대응을 대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국민의 궁금증을 신속하게 해결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II. 보이지 않았던 상황판
나무호 사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단순한 정보 공개 지연만이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사건이 발생하는 동안 국가 차원의 통합 위기관리 체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위기가 발생했는데도 국민은 “누가 지금 상황을 통제하고 있는가”를 알 수 없었다.
나무호 사건은 전혀 예측할 수 없던 돌발 상황이 아니라, 이미 고위험 상태로 진입한 해역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외교부·국방부·합참·해양수산부·정보당국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 상황실을 운영하면서 위험 해역 내 한국 선박과 국민의 위치와 이동 경로, 위험 수준을 실시간으로 관리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 과정에서 확인된 것은 국가 차원의 통합 컨트롤타워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었는지조차 불분명했다는 사실이다.
실제 군사적 위기 상황에서 상황실은 단순히 보고서를 작성하는 공간이 아니다. 상황실은 현재 어디에 누가 있으며, 어떤 위협이 접근하고 있고, 어떤 선박이 이동 중이며, 어느 시점에서 정지하거나 우회해야 하는지를 실시간으로 판단하는 공간이다. 특히 국제해협과 같은 고위험 해역에서는 선박 한 척의 위치와 이동 경로, 통과 시점 하나까지도 전략적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
군에서는 일반적으로 위험 지역 내 자국 선박과 국민의 위치를 상황판 위에 실시간으로 표시하면서 통합 관리 체계를 유지한다. 위험 수준에 따라 항행 지속 여부를 판단하고, 필요하면 ‘고(GO)’ 또는 ‘노 고(NO GO)’ 지침을 전달하며, 이동 시간과 경로까지 세부적으로 조정한다. 동시에 동맹국과 정보 공유를 확대하고, 필요 시 긴급 철수와 구조 계획까지 함께 검토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국민이 체감한 것은 이러한 통합 관리 체계의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그 부재였다. 사건 이후에도 정부는 위험 해역에 한국 선박이 얼마나 있는지, 어떤 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지, 선박과 선원들에게 어떤 행동 지침을 전달하고 있는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공백이 단순한 행정 미비 수준을 넘어 국가책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험에 처할 때 가장 먼저 움직여야 한다. 위험 해역에 국민과 선박이 있다면, 국가는 그들의 위치를 알고 있어야 하고, 상황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이동과 정지, 대피와 보호를 지시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나무호 사건이 남긴 가장 큰 질문 가운데 하나는 이것이다. 위기의 순간, 실제로 국민을 지키고 있었던 것은 누구였는가. 그리고 바로 그 침묵과 공백이 이번 사건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과 정보공유가 중요한 점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V. 미국은 보고 있었는데 한국은 무엇을 했는가
나무호 사건 이후 가장 주목받은 장면 가운데 하나는 미국의 초기 반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비교적 단정적인 어조로 “한국 선박이 공격받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고, 한국 선박이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해상 안전체계와 별개로 움직이다 피해를 입었다는 언급까지 했다.
이 발언이 주목받은 이유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 때문이 아니다. 미국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과 걸프만 일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ISR 체계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와 제5함대를 중심으로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MQ-4C 트리톤 무인정찰기, 군사위성과 신호정보(SIGINT·시긴트) 자산 등이 해협 일대의 선박과 공중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처럼 긴장이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국제해협 전체가 사실상 실시간 감시 상태에 가까운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민간 상선의 이동 경로와 AIS 변화, 공중 비행체 접근과 해상 이상 움직임까지 상당 부분 탐지·추적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은 사건 초기부터 외부 공격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분위기를 유지했고, 이후 한국 정부 조사단이 CCTV 영상과 선체 손상 분석을 통해 미식별 비행체 2기의 타격 정황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초기 판단과 일정 부분 연결되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미국은 보고 있었는데, 한국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라는 질문이다. 한국은 미국과 군사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한미연합사령부 체계를 통해 다양한 정보 협력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과 같은 고위험 해역에서 장기간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면, 연합 정보체계를 통한 상황 공유와 위험 평가 역시 충분히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해외 분쟁 지역이 아니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의존도가 높은 국가이며, 상당수 에너지 수송선이 이 해역을 통과한다. 따라서 호르무즈의 불안정은 곧바로 한국의 경제와 산업, 물류와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안보 사안에 가깝다. 그렇다면 정부와 군, 외교·정보당국은 이미 상당 기간 전부터 위험 수준을 높게 평가하고 대응 체계를 가동했어야 했다.
그러나 실제 국민이 목격한 것은 미국의 초기 반응과 달리 한국 정부의 지나치게 신중하고 늦은 움직임이었다. 미국은 외부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었는데, 한국 정부는 오랫동안 “선박 화재”라는 표현을 유지하고 있었다. 미국은 위험 해역의 긴장을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있었는데, 한국 정부는 통합 상황실 운영 여부조차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물론 국가 간 정보 공유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미국이 확보한 모든 정보를 한국에 즉시 제공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세부 기밀이 아니라, 국가가 실제 위험을 얼마나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어떤 대응을 준비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신뢰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한미동맹이 실제 국민 보호와 위기관리 차원에서 얼마나 현실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ISR 체계를 통해 상당 수준의 상황 정보를 확보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한국은 왜 보다 적극적인 정보 공유와 대응 체계를 가동하지 못했는가. 위험 해역에 한국 선박이 수십 척 존재하고 있었는데, 왜 정부는 보다 강력한 보호 조치와 항행 지침을 공개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는가.
결국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단순히 누가 공격했는가가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위기의 순간 국가가 무엇을 알고 있었으며, 왜 국민은 그 사실을 제때 알 수 없었는가에 있다.

/위기관리를 위한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그림
V. 위기관리 없는 국가는 국민을 지킬 수 있는가
나무호 사건은 단순히 한 척의 선박이 피해를 입은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사건이 남긴 가장 중요한 질문은 훨씬 더 근본적이다. 과연 지금의 국가 위기관리 체계로 한국은 앞으로 반복될 수 있는 국제해협 위기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실제로 보호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오늘날의 위기는 과거와 다르다. 과거의 전쟁은 군함과 군사기지, 국경선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지금의 전략 경쟁은 점점 더 민간 상선과 에너지 수송선, 물류와 해상 교통로 자체를 압박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즉 군인이 아니라 민간 선원과 상선이 먼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호르무즈 해협과 걸프만 일대에서는 민간 상선 피격과 드론 위협, AIS(자동식별장치) 차단 증가, 선택적 통항 제한 경고가 반복되고 있다. 국제해협은 아직 완전히 닫히지 않았지만, 동시에 누구도 완전히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이러한 구조에 매우 취약한 국가라는 점이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와 LNG 의존도가 높고, 상당수 에너지 수송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다시 말해 호르무즈의 불안정은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산업과 물가, 물류와 국민 생활 전체에 직접 연결되는 국가안보 문제에 가깝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사후 브리핑이나 일회성 조사 발표가 아니다. 진짜 필요한 것은 위기가 발생하는 순간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국가 위기관리 체계다.
우선 가장 필요한 것은 상설 통합상황실 구축이다. 위험 해역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경우 외교부·국방부·합참·해양수산부·정보당국이 함께 참여하는 국가 차원의 통합 상황실이 즉각 가동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실은 단순한 보고 체계가 아니라, 위험 해역 내 한국 선박과 선원, 교민과 기업 관계자의 위치와 이동 경로, 위험 수준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실제 콘트롤타워로 작동해야 한다.
특히 위험 해역을 항행하는 한국 선박에 대해서는 실시간 위치 추적과 항행 안전지침 체계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상황 변화에 따라 판단을 내리고, 필요 시 우회 항로와 대기 위치, 이동 시간까지 조정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또한 한미동맹 차원의 정보 공유 구조 역시 현실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강력한 ISR(정보·감시·정찰) 체계를 운용하고 있으며, 상당 수준 이상의 상황 정보를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한국 역시 이러한 정보 자산과 보다 긴밀하게 연계하면서 위험 해역 내 한국 선박 보호와 위기관리 체계에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 방식 역시 바꿔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완벽한 정보가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국가가 위험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상황을 관리하고 있고, 필요한 보호 조치를 실제로 수행하고 있다는 신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책무에 대한 인식이다. 국가는 위기 이후 해명하는 조직이 아니다. 국가는 위기가 발생하는 순간 가장 먼저 움직여야 하는 존재다. 위험 해역에 국민과 선박이 있다면, 국가는 그들의 위치를 알고 있어야 하며, 상황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필요하면 멈추게 하고 이동시키며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이번 나무호 사건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명확하다. 국제해협의 위험은 더 이상 먼 중동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곧바로 한국의 해운과 에너지, 산업과 국민 생활 전체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 시대에 국민을 지킬 수 있는 국가는, 위기 앞에서 침묵하는 국가가 아니라 위기의 순간 가장 먼저 움직이는 국가다.

/신속하고 종합적인 대응체계의 필요성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에필로그
호르무즈 해협은 아직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일부 LNG선과 벌크선은 제한적으로 항행하고 있으며, 미국과 이란 역시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해상 통제와 선택적 압박, 드론 위협과 민간 상선 피격 위험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나무호 사건은 바로 그 현실이 더 이상 먼 중동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한국 사회에 직접 보여줬다. 한국 관련 민간 상선이 국제해협 인근 외항 묘박지에서 실제 외부 공격 정황 속에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이제 한국 역시 이러한 위험의 직접 영향권 안으로 들어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더 심각했던 이유는 공격 자체만이 아니었다. 국민들이 더 큰 불안을 느낀 이유는 위기의 순간 국가가 어디에 있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정부는 늦게 설명했고, 상황실은 보이지 않았으며, 국민은 어떤 보호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 체감하기 어려웠다.
위기 상황에서 국가의 역할은 단순한 사후 발표가 아니다. 국가는 위험을 가장 먼저 인식하고, 국민에게 설명하며, 필요한 보호 조치를 실제로 가동해야 한다. 특히 국제해협과 같이 위험이 장기화되는 공간에서는 선박과 선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위험 수준에 따라 이동과 대기, 우회와 철수를 판단할 수 있는 통합 위기관리 체계가 필수적이다.
결국 나무호 사건은 단순한 선박 사고가 아니다. 그것은 국제해협의 질서가 흔들리는 시대에 한국의 위기관리 체계와 국가책무가 어디까지 준비돼 있는지를 시험한 사건이었다. 국가는 위기 이후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는 위기의 순간 존재해야 한다.⊙
글: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 명예교수
문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
05.18 美中 회담 끝나자마자 칼 빼든 김정은…北, ‘남부국경 전쟁태세’ 선포
■ 김정은, 전군 지휘관 긴급 소집...“남부국경 난공불락 요새화”
“주적의식 높이라” 사상전 독려…대남 적개심 노골화
미중 회담 직후에 군사행동…국제사회 향한 무력시위
北 ‘적대적 두 국가론’ 현실화…한반도 긴장 다시 고조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17일 전군 사단·여단 지휘관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남부국경을 지키는 제1선 부대를 강화하고 국경선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
북한 김정은 정권이 미중 정상회담 직후 전군 지휘관들을 긴급 소집해 남북 접경지역 군사력 강화를 지시하며 다시금 한반도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다.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중동 정세 등에 집중하는 사이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실제 군사전략으로 구체화하며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17일 전군 사단·여단 지휘관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고 1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남부국경을 지키는 제1선 부대를 강화하고 국경선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라”고 지시하며 사실상 군사분계선 일대의 무력 태세 강화를 공식 선언했다.
특히 김정은은 군 지휘관들에게 “계급의식과 주적의식을 계속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남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선동했다. 북한이 최근 헌법 개정을 통해 대한민국을 별개의 적대 국가로 규정한 이후 김정은이 공개적으로 ‘남부국경’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조치를 체제 결속과 대외 압박을 동시에 겨냥한 정치·군사적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 개정 헌법에서 기존 통일 조항을 삭제하고 북한 영토를 한반도 북측 지역으로만 명시했다. 과거의 ‘통일전선 전략’ 대신 군사적 대결 구도를 제도적으로 고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정은은 이번 회의에서 “군사기술 장비 현대화에 맞춰 작전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군 구조 개편과 첨단 무기 중심의 전력 재편 방침도 밝혔다. 또 “앞으로의 5개년 계획 과제가 수행되면 전략적 행동 준비태세가 현재와 비교할 수 없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해 추가 무력 증강 가능성도 시사했다.
북한의 이번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정상회담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미 백악관은 17일(현지시간) 공개한 미중 정상회담 팩트시트를 통해 양국 정상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다시 북핵 문제를 의제로 올릴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 기간 김정은과의 ‘깜짝 회동’ 없이 귀국한 뒤 곧바로 북핵 문제를 언급한 점도 북한 지도부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정은 정권은 그동안 미중 갈등 구조 속에서 전략적 공간을 확보해 왔지만, 미중이 일정 부분 북핵 문제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경우 외교적 압박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여자축구단 ‘내고향여자축구단’이 남한을 방문한 날과 같은 시기에 김정은이 전군 지휘관 회의를 열어 대남 적대 노선을 재확인했다는 점도 의미심장히다. 북한 매체들은 축구단의 방남 사실을 철저히 침묵했고, 오히려 군사적 긴장 메시지를 집중 부각했다.
이는 북한이 민간·체육 교류와 별개로 체제 내부에는 철저한 반남(反南)·반통일 노선을 주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국제 스포츠 행사에 참여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주적 의식’을 강화하며 군사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이중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한과의 관계를 철저히 적대적 국경 관계로 규정하려는 의도가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북한의 이런 군사적 행태가 단순한 내부 선전 차원을 넘어 동북아 전체 안보 질서를 흔드는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이미 핵무력 고도화를 공식화한 상태에서 재래식 군사력까지 전면 재편하려 하고 있으며, 접경지역 긴장을 의도적으로 높여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상력을 동시에 확보하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김정은 정권은 주민들의 민생 파탄과 국제적 고립 속에서도 체제 유지 수단으로 군사적 위협과 적개심 조장을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제사회 역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단순한 선전이 아니라 실제 군사행동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을 더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유일보 곽성규 기자
05.20 전병헌 "김정은의 '두 국가론' 올린 통일백서 정상인가 … 매국이자 위헌"
李 향해 "위헌 용인 책임 … 김정은에 비굴
"정동영에 "통일 팔아 분단백서 발간 … 사임해야"

▲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 ⓒ뉴데일리DB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정부의 통일백서를 두고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사실상 추종하고 승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대표는 20일 SNS에 "이재명 정부의 첫 통일백서는 남북 관계를 사실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며 "위헌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제4조 역시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남북을 '사실상 두 국가'로 규정했다는 논란이 일자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명백한 위헌 문서이자 반통일적 문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체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추종하는 굴종적 반통일 문건"이라고 질타했다.
통일부의 해명에 대해서도 전 대표는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한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통일부는 "정부의 공식 통일 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남북 간 평화 공존을 제도화하는 중간 과정으로서 남북이 서로 다른 체제로 공존하는 '남북연합' 단계를 설정하고 있다"며 "(이번 백서가) 헌법과 배치된다는 주장은 사실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 대표는 "'남북연합'을 '적대적 두 국가'와 등치시키는 것이야말로 수준 미달의 교언영색"이라며 "벌건 대낮에 국민 앞에서 '사슴을 말이라 우기는 지록위마'의 억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통일백서'가 아니라 사실상 '분단백서'다. 그것도 김정은에게 곡필아세한 '곡필아김(정은)' 문건"이라며 "반통일적이고 반국가적인 문건을 내놓은 통일부는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했고 사실상 매국적 행위라는 지적에도 정당하게 반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서도 "헌법 준수 의무가 있는 이 대통령 역시 위헌을 용인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4대 세습 체제를 위해 선대의 유훈마저 짓밟고 있는 김정은에게 왜 이토록 비굴한 백서를 바쳐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향해서는 "통일을 팔아 이 대통령을 보위하려 한다는 의혹에서 자유롭고자 한다면 이번 '분단백서' 발간에 책임을 지고 통일부 폐지를 제안한 뒤 사임하는 것이 차라리 당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민은 지금 분단을 추인하는 정부가 아니라 헌법을 지키는 정부를 원한다"며 "통일부는 김정은의 논리를 대변하는 기관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을 실천하는 기관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데일리 손혜정 기자
05.20 [단독] 대한민국서 김일성 동상을 대놓고?...파주의 한 수상한 건물
■ ‘평양’ 포토존까지…주민 신고 이어졌지만 경찰은 “국보법 적용 어려워”
파주 감악산 인근 상가에 北 상징물 설치…시민들 “수상한 전시공간” 우려
건물주 “외국인 대상 북한 실상 알리려 만든 박물관”...北 찬양 내용은 없어
주민들 “북한 체제 미화 의심된다” 신고 빗발…행정기관 민원접수도 이어져
경찰 “노골적 찬양·고무 정황 부족”…법조계선 “국가보안법 사실상 사문화”

/경기도 파주시의 한 건물 내부에 설치된 김일성·김정일 동상 모습을 한 제보자가 건물 외부에서 촬영했다. 이에 대해 신고가 다수 접수됐으나, 경찰은 현행법상 제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보자
경기도 파주시 소재 한 건물 내부에 김일성·김정일 동상 등 북한 관련 내용물이 버젓이 전시돼 있어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행사를 운영중인 건물주가 외국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북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민들의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주민들의 경찰 신고가 다수 접수됐으나, 경찰은 현행 국가보안법 등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2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파주시 감악산 인근의 한 상가 건물에 지난 2월부터 김일성·김정일 동상 등 북한을 연상케 하는 전시물이 대거 설치되어 있다는 시민들의 신고가 현재까지 여러번 경찰에 접수됐다. 해당 건물은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2층짜리 개인 소유의 상가로, 현재는 정식 오픈을 하지 않은 상태다.
본지에 직접 제보한 파주시 시민 A씨는 "건물이 투명한 유리창으로 되어있어 건물 밖을 지나가다보면 내부가 훤히 보인다. 1층에는 1m가 조금 안 되는 작지 않은 크기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이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며 "내부에는 붉은 글씨로 '평양'이라 적힌 포토존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문구가 있었다"고 밝혔다.
/제보자에 따르면 해당 건물 내부에는 붉은 글씨로 ‘평양’이라 적힌 포토존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문구도 보였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또한 건물 안에는 5명이 동시에 쏠 수 있는 원점 사격장 형태의 시설도 존재했고, 2층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의 마네킹이 배치돼 과거 두 사람의 만남을 형상화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고 한다.
건물 주변 상인들에 따르면 해당 건물주는 전직 관광 가이드 출신의 여행사를 운영중인 인물로, 이 건물이 북한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여행사 고객들인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료 개방할 개인 소유의 '북한 박물관'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다수의 시민들이 "불순한 배후 세력이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를 했고, 해당 행정 민원센터에 민원 접수까지 넣었다. 한 민원인은 "해당 장소에는 북한의 체제를 상징하는 만수대 형태의 건축물과 함께 김일성, 김정일 동상 등이 설치되어 있으며, 더 나아가 평양의 화려한 도심 모습을 미화하거나 찬양하는 듯한 전시 공간이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에 경찰이 현장에 여러차례 출동했지만 현행 국가보안법 등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 없이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직접 출동했던 파주시 담당 경찰관은 "주민 민원이 여러번 들어와 여러차례 출동했으나 해당 건물이 북한 체제를 적극적으로 찬양, 고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국가보안법 적용은 어려웠다"며 "지금도 주민 신고는 계속 들어오는 중"이라고 밝혔다.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해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한 자는 처벌한다'고 돼 있고, 제5항에서는 '제1항 등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인공기, 북한 서적 등)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를 처벌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인공기 등)로 처벌받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목적이 입증되어야 한다. 결국 해당 건물이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는 있지만 홍보물 등에 명시적으로 북한 체제를 찬양, 고무하는 내용이 없는 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 다수의 의견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서울 한복판에서 인공기나 북한 관련 상징물을 소지·게시했으나 처벌받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로 2019년 서울 마포구 홍대 앞 ‘북한식 술집’ 사건 등을 언급하며 "현재 국가보안법이 다소 사문화(死文化)된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본지가 제보자를 통해 입수한 해당 건물 내부 사진의 외국어 설명 자료들을 직접 번역해 본 결과, 북한을 찬양하거나 옹호하는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출동했던 담당 경찰관 또한 "건물주가 (해당 전시물이) 북한을 찬양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올바르게 이해하고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지키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항변했다"고 전했다. 본지는 건물주와 직접 통화를 시도했으나 건물주의 거부로 성사돼지 못했다.⊙
자유일보 곽성규 기자
05.22 계엄 관련 장성 징계 37명… 軍 물갈이 '하나회 숙청' 넘어선다
계엄에 떨어져 나간 별들
파면·해임 등 중징계 계속돼
전 해군총장, 계엄버스 탑승자도
"군인으로서 최선의 선택이었다"
일각선 '정치적 숙청' 논란

▲2024년 12월 4일 새벽, 계엄군이 국회 본관 정문 앞에서 국회 사무처 직원, 보좌진 등과 대치하고 있다. 계엄군은 정문이 막히자 사무실 유리창을 깨고 진입했지만, 의원들이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을 위해 모인 본회의장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이날 국회에 투입된 병력은 약 280명으로 추정된다. /김지호 기자
12·3 계엄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군 장성이 이달 초 기준 37명으로 집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1년 6개월 만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전역했거나, 사실상 강제 전역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군 수뇌부가 급격히 물갈이된 건 1993년 하나회 숙청 사건 이후 처음이다. 당시 군복을 벗은 하나회 출신 장성은 40여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군에서는 그때와 같은 대규모 숙청이 30여년 만에 재현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조선시대 사화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에 따르면, 국방부가 밝힌 장성들의 징계 사유는 대부분 ‘법령 준수 의무 위반’이나 ‘성실 의무 위반’이다. 비상계엄 당시 군 병력을 국회와 선관위에 출동시킨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이 이 혐의로 파면됐다. 계엄·탄핵 국면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국회 문을 부수고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해임됐다. 파면당한 군인은 연금의 절반만 지급받고, 해임은 정상 지급된다. 국방부는 곽 전 사령관이 재판 과정에서 협조적으로 나온 점을 정상 참작해 파면이 아닌 해임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렇게 계엄 당시 계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하거나 병력 투입에 관여한 장성들은 모두 파면, 해임 등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내란 혐의 등으로 재판도 받고 있다. 징계·전역 대상 장성 숫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2차 종합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이고, 군에서도 이른바 ‘내란 청산’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조선시대의 사화(士禍)와 같은 일이 군인들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며 “언제까지 숙청이 계속될지, 누가 대상자가 될지 예상이 안 된다”고 했다.
◇“계엄 직접 연루 안 된 군인도 징계, 정치적 숙청”
문제는 어디까지를 ‘계엄 동조’로 봐야 할지다. 징계를 받고 전역 조치된 군인 중 일부에 대해서는 그 적절성을 두고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른바 ‘계엄 버스’ 관련 장성 일괄 징계가 대표적이다. 육군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2024년 12월 3일 밤 서울 용산 합동참모본부에 꾸려진 계엄 상황실에 파견할 인원을 추렸다. 계엄 버스가 충남 계룡대에서 출발한 건 다음 날 새벽 3시였다.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지 2시간 지난 뒤였다. 계엄 버스는 출발 25분 만에 돌아왔다. 이들은 “혼란스러운 와중 명령 체계 문제 때문에 버스가 뒤늦게 출발했다 돌아온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특검과 민주당은 늦은 출발이 ‘2차 계엄’을 위한 것이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버스에 탑승한 장성 14명이 징계 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계엄 버스 탑승자 중 상당수는 “계엄이 해제됐는데도 용산으로 출발한 건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관련 상황 등이 있었을 것이라 판단했다는 것이다. 명령에 따라 버스에 오른 것일 뿐, 정보 부족으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었다는 취지다. 계엄 버스 상경을 총괄한 것으로 지목된 고현석 전 육군참모차장도 “계엄 버스에 탑승한 육군본부 인력이 계엄사 구성과 무관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본인의 직위 때문에 계엄상황실로부터 역할을 부여받았던 합참 소속 일부 장성들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성실 의무 위반 혐의로 정직 1개월 중징계 처분을 받은 강동길 전 해군참모총장이 대표 사례다. 계엄 당시 합참 군사지원본부장이었던 그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인 작년 9월 대장으로 진급해 해군참모총장에 임명됐다.
계엄상황실에 있었지만, 계엄과는 상관없다는 군의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공무원의 계엄 연루를 조사하는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가 올해 초 강 전 총장이 비상계엄 때 일정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고, 이에 따라 그는 징계를 받았다. 강 전 총장은 계엄에 동조하지 않았고, 오히려 반대하는 의견까지 냈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강 전 총장은 최근 2차 종합특검 조사에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이상함을 느껴 김명수 전 합참의장에게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계엄 발동 후 절차에 따라 계엄사령부가 설치됐고 거기에 합참 주요 인원이 들어가게 된 것”이라며 “주요 직위자라서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죄가 된다는 건 비합리적”이라고 했다.
이런 논란 때문에 계엄 관련 군 장성의 징계·전역이 사실상 ‘정치적 숙청’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은 “징계를 받은 대다수 장성이 항고하고 있다”며 “징계의 기준도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정당한 징계라기보다는 정치적 희생양 만들기에 가깝다”고 했다.
◇계엄 장성 물갈이 규모, 하나회 숙청 넘어서나
군에서는 계엄으로 인한 장성 물갈이의 규모가 하나회 숙청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전역해 국방부 징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인사들이 있고, 2차 종합 특검이 진행 중이며, 민주당이 3차 특검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례적인 인사 파동이지만, 크게 드러나는 군 반발이 없는 건 의아하다는 평가가 많다. 한 영관급 장교는 “군은 상명하복이 기본인 조직인데, 단순히 명령을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징계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얘기를 사석에서 많이 한다”며 “그러나 불법 계엄 자체가 워낙 중한 죄이기 때문에 대놓고 그런 말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방부가 비상계엄 불이행 장병을 예우하고 포상한 것도 군의 침묵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국방부는 작년 국군의 날 “부당한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10명에게 정부 포상을 수여했고, 일부는 특별 진급시켰다. 군 관계자는 “군인들에게 진급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진급 시기가 되면 경쟁자를 흠집 내기 위한 투서가 남발하는 게 현실”이라며 “장성이 수십 명 사라졌다는 건 누군가에겐 기회일 수 있다”고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하나회 출신 장성 숙청을 보도한 1993년 3월 9일 자 본지 보도. /조선일보 DB
☞하나회 숙청 사건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군 내 비밀 사조직 ‘하나회’의 멤버들을 숙청한 사건. 취임 11일 만에 핵심 보직 장성을 해임·전역·배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두 달만에 18명의 장군이 군복을 벗었고, 이후 여파로 총 40여명의 하나회 출신 장성이 예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회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주도로 결성됐으며 12·12 군사 반란을 주도했다.
이재명 정부, 軍 복종 의무 없앤다
12·3 계엄의 여파는 군의 기본 원칙이었던 ‘상명하복’도 흔들고 있다.
국방부는 작년 11월 ‘군인은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군인복무기본법 제25조 개정에 찬성한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냈다. 이 의견서에서 국방부는 ‘군인은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군인복무기본법 25조를 ‘군인은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직무상 정당한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단서 조항으로 ‘단, 명령이 명백히 위법한 경우에는 거부할 수 있으며, 이를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문구도 추가하자고 했다.
관련 법률 개정 움직임은 12·3 계엄 직후부터 있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은 군인의 명령 불복종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군인복무기본법 개정안을 다수 발의했다. 안규백 장관도 취임 전 국회의원 신분으로 법안 발의에 동참했다.
군 안팎에서는 이 같은 법률안 개정이 군 지휘 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군 관계자는 “정당한 명령이란 건 지극히 주관적인 개념”이라며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마저 자신의 소신을 지킨다며 항명한다면 앞으로 군 조직이 유지될 수 있겠나”고 했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상관의 명령에 대한 정당성 판단이라는 과도한 부담을 장병에게 떠넘겨 지휘의 즉각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 당시 상관의 명령에 따라 ‘계엄 버스’에 탔다가 정직 1개월 중징계를 받은 조재명 전 육군 사이버작전센터장은 최근 법정에서 “(버스에 타라는 명령에 따른 건) 군인으로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몇 번을 다시 생각해 봐도 그 순간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을 다하는 군인으로 남게 해주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조 전 센터장은 국방부를 상대로 정직 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조선일보 양승식 논설위원
05.25 "북한군 포로는 구출할 인권 피해자…‘두 국가론’은 흡수통일 공포 탓"
[인터뷰] 우크라 북한군 포로수용소 방문하고 온 '통일덕후' 동아대 강동완 교수
"러 파병은 김정은 정권 자금 위해 청년들 사지로 내몬 국가 주도 거대한 인권 착취"
"통일 삭제와 두 국가론은 흡수통일 대한 공포와 청년들 남한 동경 차단하려는 계산"
"김정은이 핵무기보다 무서워하는 주민들 눈·귀 깨울 진실·정보 전방위 유입시켜야"
"통일은 손익계산서 두드릴 문제 아냐...선대 분단 끝내야할 우리세대의 신성한 사명"

/지난 21일 본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북한 전문가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현지에서 확인한 북한군 포로의 참혹한 실상과 김정은 정권의 체제 노선 대전환의 본질을 날카롭게 짚어냈다. /강동완 교수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전격적인 ‘통일 개념 삭제’로 한반도 안보 지형이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다. 이러한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직접 우크라이나 전장의 북한군 포로수용소를 전격 방문하고 돌아온 학자가 있다. ‘통일덕후’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동아대학교 강동완 교수다. 지난 21일 본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강 교수는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확인한 북한군 포로의 참혹한 실상과 김정은 정권의 체제 노선 대전환의 본질을 날카롭게 짚어냈다.
강동완 교수는 먼저 우크라이나에 억류되어 있는 두 명의 북한군 포로, 백평강과 리강은(가명)의 소식을 전했다. 그는 “이들은 모 인터뷰에서 한국으로 가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들의 구명을 위해 현재 겨레얼통일연대(장세율 대표)라는 탈북민 단체가 치열하게 일하고 있으며, 탈북 과정에서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께서 이들을 자식처럼 생각하며 헌신적으로 돕고 계신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장 대표 등과 함께 지난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방부 전쟁포로처우조정본부 및 현지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 포로들의 강제 송환을 막기 위한 전방위적 외교 노력을 펼쳤다. 그는 “다행히 우크라이나 조정본부 측은 비인도적 강제송환 반대 원칙에 따라, 인도적 차원에서 이들을 포로 교환으로 강제 북송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명확히 밝혀줬다"며 "아울러 에스더기도운동본부(대표 이용희)에서 마련해 준 인도적 지원 물품과 영치금 2,000달러도 조정본부를 통해 포로들에게 무사히 전달했다"고 전했다.
최근 북한이 러시아 파병 전사자들을 ‘영웅화’하며 추모관과 기념곡까지 제작한 것에 대해 강 교수는 김정은 정권의 지독한 ‘죽음 마케팅’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 파병은 전쟁범죄에 가담한 공범 행위로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김정은이 청년들을 사지로 보내고 챙긴 것은 오직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통치 자금뿐이다. 자폭 용사나 국가 영웅으로 미화하고 있지만, 본질은 독재 정권을 위해 청년들의 목숨을 팔아넘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의 북한군 포로가 있는 수용소 앞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는 대한민국 민간 방문단. 왼쪽부터 이병림(북한정치범해체운동본부 본부장), 강동완 교수, 우영복(북한정치범해체운동본부 팀장), 장세율(겨레얼통일연대 대표). /강동완 교수
강 교수는 북한의 파병 구조를 ‘현대판 노예형 용병 체계’이자 ‘국가 주도의 거대한 인권 착취’로 규정하며 세 가지 차원으로 분석했다.
“첫째는 ‘수익의 국가 독점’입니다. 러시아가 지급하는 목숨값은 김정은의 통치 자금으로 들어갑니다. 청년들은 파병 사실조차 모른 채 전장으로 끌려왔습니다. 둘째는 ‘자유 의사의 완전한 박탈’입니다. 영양 상태가 부실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청년들은 거역하면 가족이 파멸한다는 공포정치와 강압적 세뇌 때문에 선택권 없이 전장으로 내몰렸습니다. 셋째는 ‘독재 정권의 생존을 위한 거래’입니다. 청년들의 생명을 희생양 삼아 러시아로부터 핵·미사일 기술과 경제적 보상을 챙기며 세습 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입니다.”
강 교수는 “이들은 스스로 참전을 선택한 용병이 아니라 생명권을 매매당한 반인도적 범죄의 피해자”라며 “대한민국과 국제사회가 이들을 단순한 적군이 아닌 ‘구출해야 할 인권 유린의 피해자’라는 관점으로 접근하고 자유 의사에 따른 송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 북한이 헌법에서 ‘통일’ 개념을 삭제하고 대한민국을 별도 국가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단순한 대남 전술이 아닌 ‘체제 노선의 근본적 대전환’이자 영구 분단을 노린 장기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첫째 의도는 ‘흡수 통일에 대한 공포와 남한 동경 차단’입니다. 남한 문화 유입으로 청년 세대의 사상이 흔들리자 ‘민족’ 개념을 완전히 지우고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명시해 독재와 세습을 영구화하려는 것입니다. 한국 영상물 시청 행위가 과거에는 단속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적대국 체제 하의 ‘이적행위’가 됩니다. 둘째는 ‘남한 타격을 위한 핵무기 사용의 법적 명분 축적’입니다. 대한민국을 외국이자 교전국으로 못 박음으로써, 유사시 남한 영토를 초토화하고 강제 점령하겠다는 핵 도발을 헌법적으로 정당화한 것입니다.”
특히 핵무력 사용 권한을 위임할 수 있도록 명문화한 것은 지휘부 유고 시 핵무기가 자동으로 발사되도록 하는 ‘자동 핵응징 체제’의 구축 시도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는 작은 우발적 충돌만으로도 전면 핵전쟁이 촉발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실존적 위협"이라며 "동시에 한미 군 당국의 참수작전 시도가 있더라도 반드시 핵 반격이 실행된다는 공포를 심어줌으로써 선제타격 옵션을 무력화하고 김정은 체제를 영구 보존하려는 극단적인 핵 거부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역설적이게도 강 교수는 북한 체제를 흔들 가장 강력한 무기는 군사력이 아닌 ‘외부 정보 유입’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물리적인 군사력은 콘크리트 장벽과 핵무기로 방어할 수 있을지 몰라도, 북한 주민들의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자유의 가치와 진실은 그 어떤 방어망으로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드라마나 라디오, USB를 통해 들어가는 진실과 정보는 배급제와 당에 대한 충성심이라는 허구를 완전히 깨뜨리는 역할을 한다. 특히 장마당을 통해 자생한 젊은 세대는 정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북한 정권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나 ‘평양문화어보호법’을 만들어 남한 말투나 영상 시청을 사형에 처할 정도로 가혹하게 처벌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 강 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내부로부터의 사상적 동요가 결국 세습 독재를 뿌리째 흔들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비대칭 전력임을 정권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라며 "따라서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은 대북 정보 유입을 정교하고 강력한 방식으로 전방위적으로 전개해야 힌디”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국내에서 북한 인권 담론이 약화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대한민국 보수 진영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보수 진영은 북한 인권을 보편적 인권과 국가 안보의 핵심 과제로 재정립해야 한다"며 "대북 정보 유입 사업을 법적·제도적으로 전폭 지원하고, 미 의회 및 국제 인권단체들과의 글로벌 연대를 주도해야 한다. 인권 개선이 곧 한반도 자유 통일의 도약대이자 독재 정권을 흔드는 가장 평화적인 무기임을 증명해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국민들이 경계해야 할 핵심 요소로 ‘안보 불감증’과 ‘감상적 민족주의’를 꼽았다. 강 교수는 “북한이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명시했음에도 과거의 관성에 젖어 단순히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동조(同朝) 세력으로 바라보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머 "평화라는 가짜 프레임에 가려져 안보 의식이 느슨해지는 순간 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우리가 반드시 붙들어야 할 핵심 가치는 ‘자유의 보편성과 연대’다.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알 권리와 자유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곧 우리의 체제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어벽이 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북한군 포로들이 있는 수용소 벽에 손을 대고 기도하고 있는 대한민국 민간 지원단. /강동완 교수
중학생 시절 “조국과 민족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라”는 설교를 듣고 비전을 품었다는 강동완 교수. 그는 북중 국경에서 조국의 반쪽 땅과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매년 두 권 이상의 책을 내며 북녘의 실상을 전하는 학자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진실을 은폐하지만 생생한 증언과 생활사 유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 기록들은 향후 북한 독재 정권의 인권 침해를 고발하는 법적 증거이자 역사적 자산이 될 것입니다. 제 꿈은 북한박물관을 세워 국내외에 북한 인권 담론을 확산시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강 교수는 ‘통일덕후’라는 별명답게, 젊은 세대를 향해 통일의 당위성을 숫자가 아닌 ‘역사적 소명’으로 뜨겁게 역설했다.
“많은 이들이 경제적 비용을 숫자로 들이밀며 통일을 설득하려 하지만, 손익계산서를 두드릴수록 마음은 오히려 더 멀어집니다. 통일은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 땅에 태어나 마땅히 짊어져야 할 사명입니다.”
그는 선대 세대가 피와 눈물로 일구어낸 ‘한강의 기적’과 ‘위대한 민주화’를 언급하며 현 세대의 책임을 무겁게 물었다.
“솔직히 말해 지금의 우리 세대는 앞선 세대가 피땀 흘려 쌓아 올린 풍요와 자유를 거저 물려받았을 뿐, 조국을 위해 무엇 하나 제대로 바친 적이 없는 세대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거저 받은 이 번영의 이면에는 ‘분단’이라는 아픈 유산이 남아 있습니다. 선대 세대가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우리에게 건넸다면, 이 분단의 비극을 끝내고 온전한 조국 통일을 이루어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세대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신성한 사명입니다.”
아래는 강 교수와의 본지의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
◇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마주한 북한군 포로의 실상
Q. 최근 민간 방문단으로 우크라이나의 북한군 포로들이 있는 포로수용소에 다녀오신 것으로 압니다. 어떤 계기로 가시게 되었고, 실제로 가셔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자세하게 알고 싶습니다.
강동완 교수 (이하 강):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백평강, 리강은(가명)이라는 두 명의 북한군 포로가 있습니다. 이들은 모 인터뷰에서 ‘자폭하지 못하고 살아있는 게 불편하고 죄스럽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국으로 가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언급했고 도움을 달라고 요청한 상태입니다.
이들의 구명을 위해 현재 겨레얼통일연대(장세율 대표)라는 탈북민 단체가 치열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탈북 과정에서 아들을 잃은 한 탈북민 어머니께서 이 북한군 포로들을 자식처럼 생각하는 마음으로 헌신적으로 돕고 계십니다.
저는 이분들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다녀왔습니다. 현지에서 포로 문제를 담당하는 우크라이나 국방부 전쟁포로처우조정본부를 비롯해 국회의원, 현지 시민단체와의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희는 이들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다행히 우크라이나 조정본부 측은 ‘비인도적 강제송환 반대 원칙’에 따라 인도적 차원에서 이들을 포로 교환 등의 방식으로 강제 북송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명확히 확인해 주었습니다. 아울러 에스더기도운동본부(대표 이용희)에서 마련해 준 인도적 지원 물품과 영치금 2,000달러를 조정본부 측을 통해 북한군 포로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성과도 거두었습니다.”
◇ 김정은 정권의 ‘죽음 마케팅’과 인권 착취 구조
Q. 최근 북한이 러시아 파병 전사자들을 ‘영웅화’하며 추모관과 기념곡까지 제작했습니다. 이를 두고 교수님께서는 ‘죽음 마케팅’이라고 표현하셨는데, 김정은 정권이 청년들의 희생을 어떻게 체제 유지에 이용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강: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전쟁범죄에 가담한 공범 행위이며 명백한 국제법 위반입니다. 김정은이 청년들을 죽음의 전쟁터로 내몰고 그 대가로 받은 것은 결국 자신의 독재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통치 자금입니다.
정권 차원에서 이들을 ‘자폭 용사’, ‘국가 영웅’으로 미화하고 있지만, 이는 어떤 명분으로도 미화될 수 없습니다. 그저 독재자의 안위를 위해 청년들의 목숨을 팔아넘긴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현재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보장법 등을 통해 청년 세대의 사상을 극단적으로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는 외부 정보가 북한 내부에 확산하면서 사상적 이완이 발생하자 김정은이 선택한 통제 방식입니다. 결국 청년들을 사지로 내몰고 이들을 영웅화하는 것은 내부적인 체제 결속을 도모하고 정권에 대한 충성도를 억지로 높이려는 의도입니다.”
Q. 국제사회에서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사실상의 ‘현대판 용병 체계’이자 ‘국가 주도의 인권 착취’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 청년들이 전장으로 내몰리는 구조를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강: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단순한 군사 지원이 아닙니다. ‘국가 주도의 거대한 인권 착취’이자 ‘현대판 노예형 용병 체계’로 보아야 합니다. 이 비극적인 구조는 크게 세 가지 차원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수익의 국가 독점’입니다. 러시아가 지급하는 파병 군인들의 목숨값은 청년들 손에 쥐어지지 않습니다. 전부 김정은 정권의 통치 자금으로 흡수됩니다. 심지어 포로들의 인터뷰를 보면 자신이 어디로 파병되는지조차 모르고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과거 해외 파견 노동자를 착취하던 구조가 이제는 목숨을 담보로 한 ‘군사 노동’의 형태로 악화된 것입니다.
둘째는 ‘자유 의사의 완전한 박탈’입니다. 전장으로 끌려온 인력들은 대부분 영양 상태가 부실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어린 청년들입니다. 이들에게는 거부할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오직 국가의 강압적인 세뇌, 그리고 명령을 거역하면 본인과 가족이 파멸한다는 공포정치에 짓눌려 전장으로 내몰린 것입니다.
셋째는 ‘독재 정권의 생존을 위한 거래’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청년들의 생명을 희생양 삼아 러시아로부터 핵·미사일 고도화 기술과 경제적 보상을 챙기며 세습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들은 스스로 참전을 선택한 자발적 용병이 아닙니다.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에 생명권을 매매당한 ‘반인도적 범죄의 피해자’일 뿐입니다. 대한민국과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전장의 북한군 포로들을 대할 때, 단순한 적군이 아니라 ‘구출해야 할 인권 유린의 피해자’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철저히 그들의 자유 의사에 따른 송환을 추진해야 합니다.”
◇ ‘적대적 두 국가론’의 본질과 핵 도발 명분
Q. 북한이 최근 헌법에서 ‘통일’ 개념을 삭제하고 대한민국을 별도 국가로 분명하게 규정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장기 전략은 무엇이며, 이를 단순한 대남 전술로 봐야 할지 아니면 체제 노선의 근본 변화로 봐야 할까요.
강: “단순한 대남 전술이 아닙니다. 김정은 정권의 ‘체제 노선의 근본적 대전환’이자 영구 분단을 노린 장기 전략입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흡수 통일에 대한 공포와 남한 동경 차단’입니다. 한류 등 남한 문화 유입으로 북한 체제의 기반인 청년 세대의 사상이 흔들리자, 아예 ‘민족’ 개념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대한민국을 공식 ‘주적’으로 명시한 것입니다. 남한과의 연결고리를 원천 차단해 체제 붕괴를 막고 독재와 세습을 영구화하겠다는 계산입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한국 영상물을 접하면 ‘비사회주의 행위 단속’ 정도로 처벌받았지만, 이제 적대적 두 국가 차원에서는 ‘이적행위’로 간주되어 처벌 수위가 극단적으로 높아졌습니다.
둘째는 ‘남한 타격을 위한 핵무기 사용의 법적 명분 축적’입니다. 과거 ‘동족’이라는 프레임 안에서는 남한을 향해 핵공격을 가하겠다는 명분이 모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완전히 ‘외국이자 교전국’으로 못 박음으로써, 유사시 남한 영토를 초토화하고 강제 점령하겠다는 핵 도발의 명분을 헌법적으로 정당화한 것입니다.”
Q. 북한이 핵무력 사용 권한을 위임할 수 있도록 헌법에 명문화한 부분은 사실상 ‘자동 핵전쟁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로도 해석됩니다. 어느 수준의 위협으로 받아들여야 합니까.
강: “핵무력 사용 권한을 위임할 수 있도록 명문화한 것은 지휘부 유고 시 핵무기가 자동으로 발사되도록 하는 ‘자동 핵응징 체제’의 구축 시도입니다. 이는 유사시 작은 우발적 충돌이나 현장 지휘관의 오판만으로도 통제 불능의 전면 핵전쟁이 촉발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실존적 위협입니다.
동시에 한미 군 당국의 지휘부 타격(참수작전) 시도가 있더라도, 하부 지휘관에 의해 반드시 핵 반격이 실행된다는 공포를 심어주려는 의도입니다. 결과적으로 한미의 선제타격 옵션을 무력화하고 김정은 체제를 영구 보존하려는 극단적인 핵 거부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정보 유입,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비대칭 무기
Q.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 특히 한국 드라마·라디오·USB 콘텐츠를 접하면서 체제 인식에 변화가 나타난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정보 유입이 북한 체제를 흔드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보십니까.
강: “실제로 외부 정보 유입은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정권 붕괴의 강력한 무기’가 맞습니다. 물리적인 군사력은 콘크리트 장벽과 핵무기로 방어할 수 있을지 몰라도, 북한 주민들의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남한의 문화와 자유의 가치는 그 어떤 방어망으로도 막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 드라마나 라디오, USB를 통해 들어가는 외부 정보는 단순한 호기심 충족을 넘어섭니다. 북한 당국이 오랜 세월 주입해 온 배급제와 당에 대한 충성심이라는 허구를 내부에서부터 완전히 깨뜨리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장마당을 통해 자생한 북한의 젊은 세대는 외부 정보를 접하며 정권이 자신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정권의 배급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온 이들에게 남한의 눈부신 발전상과 자유로운 일상은 체제에 대한 깊은 괴리감을 일으키는 결정적 계기가 됩니다.
북한 정권이 최근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나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을 제정해 남한 말투를 쓰거나 영상을 시청한 사람을 사형에 처할 정도로 가혹하게 처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내부로부터의 사상적 동요가 결국 김정은 정권의 세습 독재를 뿌리째 흔들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비대칭 전력임을 정권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Q. 북한 정권이 핵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이 ‘진실과 정보’라는 분석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강: “북한 정권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핵무기를 개발하는 본질적인 목적은 체제 유지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들이 핵보다 더 두려워하는 무기가 바로 주민들의 눈과 귀를 깨우는 ‘진실과 정보’입니다.
물리적 군사력은 방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진실은 막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대북 정보 유입은 단순히 인도적 차원의 정보 제공을 넘어서야 합니다. 북한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김정은 정권을 강력하게 흔들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비대칭 전력으로 적극 활용되어야 합니다.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은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정권의 독재 기반을 와해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더욱 정교하고 강력한 방식으로 외부 정보를 북한 내부로 유입시키는 전략을 전방위적으로 전개해야 마땅합니다.”
◇ 대한민국 보수 진영의 역할과 학자로서의 사명
Q. 최근 열린 북한자유주간에 미국 의회와 국제 인권단체들이 북한 인권 문제를 다시 강하게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북한 인권 담론이 과거보다 약화됐다는 평가도 나오는데, 대한민국 보수 진영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강: “북한 인권 담론이 국내에서 약화된 현시점에서, 대한민국 보수 진영은 북한 인권을 단순한 이념적 공세가 아닌 보편적 인권과 국가 안보의 핵심 과제로 재정립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북한 주민의 실질적 인권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대북 정보 유입 사업’을 법적·제도적으로 전폭 지원해야 합니다. 동시에 미국 의회 및 국제 인권단체들과의 글로벌 연대를 주도하여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의 핵심 의제로 상시 유지시키는 외교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또한 국내외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 북한 인권 침해의 객관적 증거와 기록을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공개하는 아카이브 작업을 강화해야 합니다. 결국 보수 진영은 북한 정권을 향한 강력한 억제력 행사와 북한 주민을 향한 인도적 구출 노력을 병행해야 합니다. 인권 개선이 곧 한반도 자유 통일의 도약대이자 독재 정권을 흔드는 가장 평화적인 무기임을 스스로 증명해 내야 할 때입니다.”
Q. 현시점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북한 문제를 바라볼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무엇이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붙들어야 할 가치는 무엇입니까.
강: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안보 불감증’과 ‘감상적 민족주의’입니다. 북한 정권이 최근 헌법에서 통일과 민족 개념을 완전히 지우고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명시했음에도, 과거의 관성에 젖어 북한을 단순히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세력으로 바라보는 것은 극히 위험합니다.
핵무력 사용 권한을 위임하며 일촉즉발의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독재 정권의 본질을 직시해야 합니다. 평화라는 가짜 프레임에 가려져 안보 의식이 느슨해지는 순간 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붙들어야 할 핵심 가치는 바로 ‘자유의 보편성과 연대’입니다. 자유는 단순히 우리만 누리는 특권이 아닙니다. 북한 주민들을 포함한 인류 전체가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입니다.
따라서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알 권리와 자유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곧 우리의 체제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어벽이 됩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이 강력한 자위력, 그리고 자유 우방국들과의 철저한 안보 연대 위에서만 지속 가능하다는 냉엄한 현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
Q. 교수님은 언제부터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되셨습니까? 학자로서 현재 가지고 계신 사명이 있으시다면 함께 말씀해 주십시오.
강: “중학생 시절 부흥회에 오신 어느 목사님으로부터 ‘조국과 민족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라는 설교를 듣고 비전을 품었습니다. 북한에 대한 관심은 바로 그곳에 조국의 반쪽 사람들이 있고, 우리와 똑같은 자유와 풍요를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북중 국경 지역에서 조국의 반쪽 땅과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책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으로나마 북녘의 적나라한 실상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에 매년 두 권 이상의 책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은 끊임없이 진실을 은폐하고 주민들의 삶을 왜곡하지만, 물건과 사진, 그리고 탈북민들의 생생한 증언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라져가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사 유물을 철저하게 수집·보존하고 아카이브 작업을 하는 것이 현재 저에게 주어진 가장 큰 책무입니다. 이 기록들은 향후 북한 독재 정권의 인권 침해를 고발하는 법적 증거가 될 것입니다. 동시에 훗날 통일 한국이 되었을 때 남북의 문화적 간극을 메울 귀중한 역사적 자산이 될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꿈은 언젠가 ‘북한박물관’을 세우는 것입니다. 주민들의 눈과 귀를 열어줄 외부 정보 유입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역설하는 동시에, 국내외에 북한 인권 담론을 확산시켜 김정은 정권의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저의 평생의 학문적 사명입니다.”
◇ 통일은 손익계산서 두드릴 문제가 아니다
Q. 교수님께는 ‘통일덕후’라는 별명이 있으십니다. 하지만 현재 젊은 세대들은 통일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인데, 이들에게 통일의 당위성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겠습니까.
강: “저는 통일은 누군가를 설득하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 세대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이 젊은 세대에게 통일의 당위성을 설득하려 합니다. 하지만 경제적 비용이나 사회적 혼란을 숫자로 들이밀며 설득하려 할수록, 통일이라는 가치는 마음에서 오히려 더 멀어지곤 합니다. 통일은 손익계산서를 두드려 가며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이 땅에 태어나 마땅히 짊어져야 할 역사적 소명이기 때문입니다.
돌아보면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세대는 6·25 전쟁의 참혹한 폐허 속에서 오늘의 부강한 대한민국을 일구어내셨습니다. 독일의 어두운 탄광 속 광부로, 병원의 간호사로, 목숨을 걸었던 베트남 전장에서, 그리고 1980년대 중동의 뜨거운 모랫바람을 맞으며 벌어온 외화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셨습니다. 그 뒤를 이은 우리의 형님과 누님 세대는 피와 눈물로 이 땅의 위대한 민주화를 성취해 냈습니다.
그에 반해 지금의 우리 세대는 어떠합니까? 솔직히 말해 앞선 세대가 피땀 흘려 쌓아 올린 풍요와 자유를 거저 물려받았을 뿐, 조국을 위해 무엇 하나 제대로 바친 적이 없는 세대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거저 받은 이 번영의 이면에는 여전히 ‘분단’이라는 아픈 유산이 남아 있습니다.
선대 세대가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우리에게 건넸다면, 이 분단의 비극을 끝내고 온전한 조국 통일을 이루어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 그것이 바로 아무것도 한 것 없는 우리 세대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신성한 사명입니다.”⊙
자유일보 곽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