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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상 칼럼] 조선일보 2026/ 01.07 '김병기 녹취' 공개에 진짜 기겁할 사람 - 03.18 다시 김어준 유튜브에 농락당하고 싶지 않다면

상림은내고향 2026. 3. 16. 18:03

[정우상 칼럼] 조선일보 논설위원 2026

 

2003년부터 정치를 취재해왔다. 국회팀장, 청와대팀장,외교팀장, 정치부장을 지냈고 현재 정치 담당 논설위원이다.

 

01.07 '김병기 녹취' 공개에 진짜 기겁할 사람

李 체포안 가결되자
金 "민주당, 개가 된 날"
친문서 친명 '환승연애'

김병기 벼랑 끝 순간에
갑자기 공개된 녹취록
타깃은 김병기 너머에

 ▲2023년 7월,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뉴스1

 

2023년 9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당내 이탈표로 가결된 날, 김병기는 “역사는 오늘을 민주당 의원들이 개가 된 날로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을 향해 개라고 하는 건 주군에게는 충성을 맹세하고 반대파에게는 전쟁을 선포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 대표에게 “이제 칼날을 뽑아달라”고 했다. 이듬해 총선 때 김병기는 수석 사무부총장, 공천관리위 간사, 검증위원장으로 ‘비명횡사’ 공천을 주도했다. 손에 피가 흥건했지만 ‘이재명의 호위 무사, 블랙 요원’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문재인 대표 시절 친문으로 영입돼 “문재인의 그림자가 되겠다”고 했던 김병기의 ‘환승연애’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런 이력 때문에 김병기는 당내에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병기나 강선우나 보좌진 폭로로 위기를 맞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차이가 분명하다. 여가부 장관에 내정됐던 강선우는 변기 청소와 갑질이 문제가 됐다. 보좌관들이 폭로할 수 있는 딱 그 수준이다. 그러나 김병기는 다르다. 원내대표로 출마했던 지난 6월 아들 국정원 취업 청탁 의혹부터 강선우 공천 뒷돈 의혹까지 그를 겨냥한 6개월의 게릴라전이 벌어졌다. 민주당 사람들 표현을 빌리면 김병기를 향해 날아드는 공의 구질이 다양하고, 어디서 공이 날아올지 예측도 힘들다는 것이다. 아들 특혜 채용, 호텔 숙박권, 보좌관 갑질까지는 보좌관 수준에서 가능한 폭로다. 그러나 공천 뒷돈 녹취 공개는 김병기나 강선우 개인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와 대통령에게까지 충격을 줄 수 있는 핵폭탄이다. 보좌관 몇 명이 쿵짝할 사안이 아니다. 프로들은 안다. 이게 아마추어들의 장난인지 전문가 솜씨인지.

 

병기는 정치 인생의 화양연화에서 추락했다. 그가 충성을 다했던 인물이 대통령이 됐고, 그 덕에 거대 여당의 이인자까지 올랐다. 야당도 이런 권력자에게는 선뜻 손을 대지 못하는데 권력 초반기부터 당내 견제가 이어졌다. 작년 9월 김병기가 야당과 특검법을 합의하자 정청래 대표는 공개적으로 “지도부 뜻과 다르다”고 했다.

지도부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인데 원내대표의 협상을 당 대표가 남 이야기하듯 비난했다. 김병기가 기자들에게 존칭도 없이 “정청래에게 공개 사과하라고 하라”고 말할 정도면 믿는 구석이 있다는 말이다. 콩가루도 이런 콩가루가 없는데, 대충 봉합하고 넘어갔다. 곧이어 민주당 지도부 1명이 ‘한덕수·조희대 회동설’을 제기하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자 김병기는 “처음 거론한 분이 해명하라”고 했다. 원내대표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인사를 직접 비난한 것이다. 이 인사와는 쿠팡 임원 식사 문자 노출로 “공작 정치”라는 말까지 오가며 충돌했다.

 

집권 초 여당 원내대표가 야당 공격이 아니라 내부 분열인지 견제인지 애매한 무언가로 무너졌다. 개인 문제로 벼랑 끝에 몰린 순간, 그의 녹취가 공개돼 당의 공천 뒷돈 문제가 터지며 상황이 급변했다. 김건희를 공격할 때 사용했던 ‘매관매직’의 칼이 민주당의 목을 겨누고 있다. 통화도 아닌 의원 간 대화를 녹음한 김병기 취향은 괴이하다. 강선우 급과의 대화를 저런 선명한 음질로 녹음했다면 그의 녹음은 일상적이라고 봐야 한다. 왜 녹음했고, 누가 보유하다가 공개했는지 아직 추측의 영역이다. 그러나 총선 때의 ‘비명횡사’가 됐든, 권력 내부 이야기가 됐든 김병기와 은밀한 대화를 나눈 사람들이 기겁해 잠을 설치고 있을 것만은 분명하다.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녹음 관련 거짓말로 물러났다. 워터게이트 1년 뒤 상원 청문회에서 닉슨이 집무실에서 나눈 모든 대화를 녹음했다는 증언이 나왔지만, 닉슨은 녹취를 은폐하려 했다. 사건 22개월 뒤에야 녹취 일부를 공개했지만, 이 또한 은폐 조작됐다. 지지층까지 등을 돌렸고 대법원은 녹취의 전면 공개를 명령했다. 닉슨의 녹취 습관이 자기 발목을 잡은 것이다. 닉슨 측근은 “닉슨은 자기 말을 후세에 남기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김병기까지 자기 말을 후세에 남기려 했을 리는 없겠고, 왜 자기 대화를 녹음했고 왜 지금 누군가는 이를 공개했을까.

 

 ‘김병기 녹취록’은 김병기 너머의 목표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 신호다. 김병기는 추가 녹취에 대해 “결단코 더 이상은 없다”고 했지만, 왜 강선우 것만 녹음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녹취가 쌓여 있을 것 같다”는 말이 더 신뢰를 얻고 있다. 김병기와 사선을 넘나들며 많은 것을 공유했던 인사는 이제 김병기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기 어렵게 됐다. 지금부터 강선우가 아닌 김병기 신병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01.28 국민의힘이 민주당 '정치 AI'에 맞서려면

정청래와 한병도는
과, 총학, 전대협부터
40년째 '생업 정치'

장동혁과 송언석은
판사, 차관 하다
인생 2모작 '부업 정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병도 신임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꽃다발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이 후보 때였다. “정치 신인인데 바로 대통령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사실 검찰이라는 곳이 엄청난 정치가 이뤄지는 곳 아니냐. 경력 20년 정치인과 다를 바 없다”고 답했다. “그 정치랑 이 정치는 완전히 다르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자칫 토론이 될 것 같아 넘어갔다. “정치 신인 맞다. 그래서 주변 분들과 많이 대화하고 경청하겠다”는 기대했던 답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검찰, 대학, 병원, 기업에서도 정치는 작동한다. 검찰총장, 대학총장, 병원장, CEO 같은 분들을 보면 정치인 못지않은 정치력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균질한 엘리트 집단을 상대로 하는 정치와 재산, 학력, 배경이 천차만별인 대중 정치는 수영장 수영과 바다 수영만큼 다르다. 시장에서 국밥 몇 그릇 먹는다고 속성 체득되는 게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회장 선거는 좋은 정치 훈련장이다. 물론 국민의힘에도 중고교 때 공부 잘해 반장, 전교회장 한 분이 많다. 그러나 민주당처럼 과·단과대·총학생회·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서총련)·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같은 다단계 조기 교육을 받은 경우는 드물다. 상급 단위 학생회로 올라갈수록 유권자는 늘어나고 선거 전략도 차별화해야 한다. 평소에는 개량 한복 입고 반미(反美)와 장군님 타령이나 하던 사람들이 선거 때만 되면 알록달록 꽃단장에 등록금 인하, 최신 자판기, 학생 식당 인하 같은 복지를 들고 나왔다. 민족해방 같은 구호 대신 ‘사람사랑’ ‘생활진보’ 같은 포근한 말을 썼다. 선거가 뭔지 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는 전대협 2기, 3기였다. 학교는 달라도 조국통일위원장과 총학생회장, 전대협까지 이어진 운동권 인맥에 2004년 ‘탄돌이’라는 이름으로 배지를 같이 달았다. 정치 경력이 20년 같지만, 실제 이들의 정치는 대학 입학 때인 40여 년 전에 시작됐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학교, 시민 단체, 지역구에서 눈만 뜨면 정치 궁리만 했다. 평소 거친 언행의 정 대표가 왜 자기 쇼츠에는 국밥이나 먹고 동네 아줌마들과 춤추는 장면을 올리고, 술 한잔 못 하는 한 원내대표가 어떻게 수많은 인맥을 관리할 수 있을까. 이들은 어릴 때부터 유권자 눈높이에 맞추고, 적과의 전선을 그어 내 편을 최대화하는 정치를 몸으로 체득해 왔다. 40년 이상의 득표 노하우와 데이터가 축적된 정치 머신, 요즘 식으로는 ‘폴리티컬 AI’가 탑재된 정치인들이다.

 

 ▲정청래 대표의 먹방 쇼츠. 한 편당 조회수가 300만회 이상을 넘고 있다.

 

반면 장동혁 대표는 2020년에 정치를 시작해 2022년에 국회에 들어왔다. 그전에는 행정고시와 사법시험을 거쳐 판사를 했기 때문에 정치 경력은 5년 정도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고시 출신으로 기재부 차관을 지내다 8년 전 정치를 시작했다. 둘 다 서울대를 졸업했고 엘리트 집단에서 승승장구했다. 인생 1모작은 판사·관료, 인생 2모작은 정치인이다. 지금 대한민국 보수 정당은 경력 10년 이하 정치인들이 지도부를 할 만큼 기반이 취약하다. 물론 국힘에도 지방 의원부터 수십 년 정치를 해온 분이 많지만, 이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지역구에서만 통한다. 지난 세 번의 총선 공천을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미래를 생각한 인재 발굴을 하지 않고 대통령과 가깝다고, 당장 표가 된다고 공천을 줬다.

 

서울 최고 부자동네 지역구 의원이 최근 장동혁 대표 단식으로 유명해졌다. 의사인 그는 간호사를 보낸 국회 관계자에게 “우리가 필요한 건 간호사가 아니라 의사”라며 큰소리를 쳤다. 이 순간 전국의 간호사와 그 가족들 표가 우수수 날아가는 것을 그는 모를 것이다. 민주당의 정치 AI라면 의사 표와 간호사 표, 갑과 을의 심리가 투표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했을 것이다. 국힘은 이혜훈 후보자의 지명 철회에 환호할 게 아니라, 자신들이 그런 사람을 5번이나 공천한 것을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래야 국밥 먹고 춤추다 갑자기 정당 해산하라며 정색하는 민주당 대표를 상대할 수 있다.

 

경력 40년 민주당 지도부를 경력 10년 이하 야당 지도부가 맞서고 싶다면 특별 전략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상식을 깨는 혁신과 협력이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딥시크의 저비용 AI와 화웨이의 자체 칩 개발 및 부품 국산화로 돌파했다. 엔비디아 GPU가 없으면 개발할 수 없다던 AI를 오픈 AI의 5% 비용으로 성공시켰다. AI는 돈 싸움이라는 고정관념에 도전한 혁신 때문에 가능했다. 중국 IT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도 국가적 차원에선 협력하며 힘을 키웠다. 우리 야당은 반대다. 민주당의 ‘생업형 정치’에 맞서겠다는 국힘의 ‘부업형 정치’는 혁신과 협력이 아닌 퇴행과 분열로 치닫고 있다.⊙

 

02.25 김어준 방식대로 김어준 공격하는 '뉴이재명'

묻지 마 음모론, 닥치고 지지
민주당 상왕이 된
그 방식 그대로
'합당 음모론' '닥치고 친명'
김어준 공격하며 "쫄지 마"

요즘 지령이 안 먹힌다. 북한이 아니라 김어준이다. 김어준이 하는 말은 민주당 핵심 지지층을 움직여 당론이 된다고 해서 지령이라 불렀다. 그가 2023년 매입한 100억원대 건물 주변은 매일 아침 유튜브에 출연하려는 국회의원들의 검정 세단들로 붐볐다. 국회에서 야당에 버럭 화를 냈던 청와대 정책실장에게는 “앞으로 더 세게 하라”는 지침을 줬고, 그의 지시에 국회의원들이 단체로 큰절을 한 적도 있다.

 

그런데 그의 왕국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정청래 대표가 기습 발표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에 기다렸다는 듯 지원군으로 나섰는데 이게 화근이었다. 김어준이 엄호 사격을 하고 그의 여론조사 회사가 찬성 여론이 높다고 했는데도 논란은 더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까칠한 정 대표에게 불만을 품던 대통령 강성 지지층은 합당 추진을 대통령에 대한 도발로 여겼다. 민주당 지도부보다 김어준이 먼저 합당을 알았다거나 김어준이 조국 대표까지 당에 끌어들여 ‘비명횡사’ 공천으로 밀려난 친문의 부활을 노리고 있다는 ‘음모론’이 가세했다. 단순 합당이 아니라 차기 민주당 당권, 더 나아가 차기 권력 창출을 위한 시나리오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이런 일까지 개입하느냐는 불만이었다.

 

김어준 태도까지 문제가 됐다. 김민석 총리가 서울시장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라고 했는데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변호인을 특검 후보로 추천한 것을 두고도 “걸러내는 건 청와대 민정의 몫”이라며 청와대를 겨냥했다. ‘뉴이재명’으로 불리는 지지층들은 김어준의 오만함에 화가 났다. 유튜브 구독자가 감소했고 덩달아 옆 동네 ‘매불쇼’까지 조국 편을 든다고 ‘조불쇼’로 불리며 유탄을 맞았다.

 

예상 밖 상황 전개에 김어준은 “권력 초반에 차기 권력을 두고 이렇게 집안싸움이 벌어진 건 처음 본다. 이런 싸움에 ‘이재명’ 명패를 다는 건 반칙”이라고 진압에 나섰다. 민주당 내부의 권력 투쟁에 자신을 이용하거나 개입시키지 말라는 항변이었다. 그러나 “집안싸움은 자기가 시작해 놓고 이제와서 뭔 헛소리냐”는 비난 댓글만 수천 개 달렸다. 과거 개딸들이 이낙연 전 총리 측을 비난할 때 쓴 ‘수박’이라는 멸칭이 그에게 붙었다.

 

지금의 김어준을 성장시킨 토양은 ‘묻지 마 음모론’ ‘닥치고 지지’ ‘쫄지 마’ 이 세 가지다. 광우병, 천안함, 세월호, 사드 같은 민감한 사안에 팩트보다는 “뭔가 냄새가 난다”는 음모론을 지폈다. 선거 때는 ‘닥치고 지지’와 ‘쫄지 말라’는 행동 지침을 내렸다. 성인용품 판매로 시작해 지금의 100억원대 건물을 올린 것은 이 지령과 교리에 열광한 신도들의 열성적 조공 덕분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신도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김어준과 정청래, 조국이 뭔가를 꾸미고 있다” “김어준 유튜브에 쫄지 말라”며 ‘탈(脫)김어준’을 하고 있다. 김어준을 상왕에 오르게 한 그 방식 그대로다. 자신이 숭배하던 교주라 해도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 대신 나를 가르치려 들자 그에게 배운 방식 그대로 공격에 나선 것이다. 이는 ‘프랑켄슈타인’ 서사를 떠올리게 한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죽음에 생명을 불어넣는 데 성공하지만, 이 괴물은 자기 통제를 벗어나 폭주하며 그를 공격한다. 괴물은 프랑켄슈타인 박사에게 “나는 스스로 선택한 적이 없다. 당신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며 항변했다. 이제 개딸들과 뉴재명은 김어준에게 “난 당신이 설계한 음모론과 팬덤으로 무장한 채 싸우고 있다”며 자기들에게 복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씨에게 남은 선택지는 기존 신도들의 버림을 받거나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다시 광란의 춤을 추는 것뿐이다.

 

20여 년 전 유시민과 김어준, 정청래 대표 같은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자 당시 민주당 중진들은 “철없는 것들”이라며 혀를 찼다. 그러나 진영 논리와 팬덤으로 무장한 신흥 세력은 민주당 주류를 ‘난닝구’로 공격하더니 어느 덧 안방을 차지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역전됐다. 김어준을 벗어나자는 ‘탈어준’이 벌어지고, 유시민 씨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을 “미친 짓”이라고 했다가 “비정상”이란 비판을 받았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 팬카페에서 강제 퇴출당했다.

 

물론 이 생소한 현상에 국민의힘이 환호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자신들의 지리멸렬로 민주당을 견제할 세력이 없다는 생각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여야가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 정권을 주거니받거니 할 수 있다는 여유가 ‘탈어준’과 ‘뉴이재명’ 현상을 만들고 있을 뿐이다.⊙

 

03.18 다시 김어준 유튜브에 농락당하고 싶지 않다면

음모론으로 재미 봤더라도
자기 재판 음모론까지
반길 권력자가 누가 있나

재판재개 막을 유일한 길은
4심제도 공소취소도 아닌
성공한 대통령 되는 것

 

작년 10월 대장동 관련자들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자 민주당은 대통령 재임 중에는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재판 중지법’을 추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때였던 작년 5월에 처음 추진했지만, 대선 이후 대통령 재판 5건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수면 아래로 들어간 사안이었다. 민주당은 ‘국정 안정법’이라는 간판까지 달았는데 청와대 반응이 뜻밖이었다. 청와대는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며 반대했고 당청(黨靑) 갈등으로 번졌다. 대통령 뜻과 무관한 정쟁 법안을 부각시켜 APEC 같은 대통령 성과가 묻힌다는 이유였다.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이유라면 청와대는 재판소원법(4심제), 대법관 증원법, 법 왜곡죄도 반대해야 마땅하다.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이 법들은 대통령 재판이 아니라면 이처럼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는 사안이다. 야당이 “대통령 방탄법”으로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통령의 우군인 민변과 참여연대까지 반대했지만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재판중지법’을 정쟁 유발이라며 중단시켰던 청와대가 정쟁 폭발 법안들은 수용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도와 달리 재판중지법이 청와대 심기를 건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중지법’이 시행돼도 결국 임기 후에는 재판을 받으라는 것인데 이 부분이 불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퇴임 후 재판 재개를 막을 방법은 검찰이 공소를 취소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일부 친명 의원들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모임을 만들었고, 유시민씨가 “미친 짓”이라고 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당 차원의 위원회로 승격시켰다. 4개월 전 재판중지법을 중단시킨 청와대는 공소 취소에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모든 대통령에게는 이성과 합리가 통하지 않는 사안이 있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아들 문제가 그랬고,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최순실이 그랬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문제에 무리에 무리를 거듭하다 계엄으로 자폭했다. 대통령이 어긋난 판단을 해도 누구도 말을 못 하다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구조다. 이 대통령은 외교나 탈원전 등에서 실용적 입장을 유지하며 50%대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실용주의는 자신의 재판 문제 앞에선 작동이 멈췄다. 4심제, 법 왜곡죄, 대법관 증원이 그렇다. 최근 김어준 유튜브에서 검찰과의 거래설을 제기해 난리가 난 공소 취소도 대통령 재판과 직결된 사안이다.

 

공소 취소 거래설 문제는 이런 맥락 속에서 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김어준씨는 그동안 “뭔가 냄새가 난다”는 음모론을 활용해 유튜브 권력이 됐다. 세월호도 이태원도 천안함도 부정선거도 다 이런 식이었지만 아무 탈이 나지 않았다. 팩트의 허술함은 진영의 끈끈함으로 방어할 수 있었고, 그런 것들이 누적돼 민주당에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권력이 됐다. 그런데 최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부터 검찰 개편까지 자기 말이 안 먹히기 시작했다. 이랬던 적이 없었다.

 

김씨 지인은 “김어준은 야당 때가 조회 수도 훨씬 잘 나오고 수익도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검찰 개혁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상왕 지위 공고화에 나서려 했겠지만 대통령의 가장 민감한 문제까지 ‘음모론’을 꺼냈다. 그러나 그 방식이 너무 서툴고 거칠었다. ‘음모론’으로 재미를 봤더라도 자기 문제에 ‘음모론’을 꺼내는 데 반길 권력자가 누가 있겠나. 대통령 재판 문제를 두고 검찰과 거래한 ‘냄새가 난다’고 했으니 청와대로선 자신들을 농락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김씨는 거래설 제기를 사전에 몰랐다고 했고, 민주당은 그를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새벽 5시부터 아이템 하나하나 직접 체크하는 김씨가 사전에 몰랐다는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씨는 이제 김민석 총리를 겨냥하며 “나 쉽게 죽지 않는다”며 진지전에 들어갔다.

 

재판 문제에서 시간은 대통령 편이 아니다. 오늘이 지나면 재판 재개 시간이 24시간 가까워지고, 곧 임기의 5분의 1이 지나간다. 민주당 정권이 연장되더라도 재판 재개를 막을 묘수는 없다. 김어준은 이런 약한 고리를 잘 알고 있다는 생각에 쉽게 접근하다 사고를 친 것이다. 대통령이 이번처럼 김씨 유튜브에 농락당하지 않으려면 문제의 근원을 제거하면 된다. 민주당에 공소 취소 위원회 해산을 요구하는 것이다. 사실 검찰이 공소 취소를 하든 대법관을 증원하고 4심제를 도입하든 재판 재개를 막을 왕도는 없다. 권력의 힘을 이용해 공소 취소를 한다면 나중에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이 대통령이 재판 문제를 정리할 유일한 길은 사분오열된 나라를 통합해 성공한 대통령으로 국민의 신뢰와 박수를 받으며 퇴임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