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世上萬事 2025-11/ 11.01 부동산 포모(FOMO)와 현미 씹는 사람들 - 11.29 "필승!" 장교된 장남 신고에 이재용 회장 "수고했다"

상림은내고향 2025. 11. 15. 17:41

世上萬事 2025-11/

11.01 부동산 포모(FOMO)와 현미 씹는 사람들

민주당 정부發 부동산 '포모'
현미를 씹으며 눈물을 삼켰다
'10·15 규제'는 서울의 평양화
실패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올해로 결성 6년 차가 된 대학 동기 카톡방이 있다. 이름은 ‘안티 현미 클럽’. 친구 A의 병문안을 했던 인연들인데, 오프라인 모임을 하면 반드시 현미가 들어간 밥이나 술을 곁들인다. 다 함께 현미를 오도독 씹으며 ‘김현미 국토교통부’의 피해자인 A에게 위로를 보내고, 다시는 정부에 속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진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실거주 의무화가 되며 수도권 아파트 월세가격 상승률이 최근 10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에 전·월세 안내문이 붙어있다./뉴스1

 

A는 2020년 여름 급성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결혼 준비를 했는데, 신혼 전셋집을 두고 약혼자와 ‘서울 역세권 구축 복도식’과 ‘언덕배기 신축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 중에서 고민하는 사이에 6·17 대책과 임대차 3법 쓰나미를 맞았다. 며칠 새 전세 물량이 확 빠지거나 2억원 이상 폭등하는 아비규환이 펼쳐지자 A는 약혼자와 서로를 탓하다가 파혼했다. 구내식당과 BMW(버스·지하철·걷기)를 애용하며 재형저축으로 목돈을 모았던 친구는 자고 나면 부동산 시세가 1억~2억원씩 뛰는 현실에 억울해하다 쓰러졌다. “문재인 정권이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고 했잖아. 그 말을 믿은 내가 바보지.”

 

헌법재판소가 지난 4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선고하자 A는 서울 동작구 아파트를 대출 끼고 일사천리로 샀다. 14억원이던 매매가가 요즘엔 20억원을 넘겼다고 한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규제로 집값이 폭등한다는 기출문제가 나와 있는데, 누가 알고도 또 틀리겠어.” 멤버 B는 ‘집값 폭락론’을 신봉하던 직장 동료가 추석 연휴에 서대문구 아파트를 샀다면서 “2022년 ‘둔촌주공 미분양’ 때도 낄낄거리던 사람이, 이번엔 가보지도 않고 계약서부터 쓰더라”고 했다. C는 맞선 본 얘기를 했다. “못생기고 매력 없던 상대방이 ‘나는 왕십리에 아파트가 있다’고 위세를 떨길래 꼴사나웠거든. 그런데 서울을 평양처럼 묶어버린 10·15 규제 이후엔 그 사람이 특별하게 보이는 거야.”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이끄는 ‘보이는 손(visible hand)’은 이미 수도권 노른자 땅에 집을 (더러는 여러 채) 가진 관료와 정치인이다. 이들의 행태를 ‘내로남불’로 꼬집는 것은 지겹고도 불충분한 비판이다. 간통죄가 폐지된 이상 로맨스든 불륜이든 타인의 사생활은 알 바 아니나, 정부가 주택 거래에 장벽을 쌓고 세금을 멋대로 부과하는 일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재산권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옥죄는 치명적인 간섭인 까닭이다.

 

200년 전 다산 정약용조차 “사대문 밖으로 절대 이사 가지 말라”고 자녀들에게 신신당부할 만큼 수도권 부동산은 유구한 수요를 자랑한다. 마땅한 공급책도 없이 증세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올해 코스피가 연초 대비 약 70% 올랐지만 주식 ‘포모(FOMO·나만 돈 못 번다는 불안함)’를 호소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반면 아파트 포모는 도처에 널렸다.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이들도 최종 목적지는 부동산이다.

 

현 여권 세력을 권력 투쟁에서 승리한 정치 귀족으로서 존중한다. 이들은 운동권 화염병처럼 무장 투쟁까지 불사하는 권력 의지를 드러낸 끝에 ‘촛불 혁명’과 ‘빛의 혁명’을 거쳐 국회를 압도하는 입법 귀족이 됐다. 귀족이란 본디 법을 입맛대로 만들고 법 위에 군림하는 특권을 누리기 마련. 특정인을 위해 대법관을 늘리거나 재판을 없애려 들고, 검찰청을 해체하고, 가짜 뉴스를 살포하면서 축의금과 출판 기념회로 재산을 불려도 귀족이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서민 아파트 15억원’ 운운하며 국민의 둥지까지 어설픈 배아파리즘 갈라치기로 파괴하려 든다면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현미를 오도독 씹으며 벼르는 사람들이 있다.

조선일보 양지혜 기자

 

11.01 '2년만 우승' LG트윈스, 최대 53억 '배당금 잭팟' 받는다

▲프로야구 LG 선수들이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한화를 꺾고 통합 우승을 달성한 뒤 염경엽(가운데 맨 위) LG 감독을 헹가래 치며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2025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 통합 우승을 달성한 LG트윈스가 역대 최대 규모의 우승 배당금을 받을 전망이다.

 

KBO에 따르면, KBO리그는 올해 포스트시즌 16경기(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 준플레이오프 4경기, 플레이오프 5경기, 한국시리즈 5경기)가 모두 매진을 기록해 총 33만5080명의 관중이 모였고, 입장권 판매로 약 157억원을 벌어들였다.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 수입이었던 지난해 기록(약 146억원)을 11억원가량 경신한 것이다.

 

KBO는 수입금에서 행사 진행에 들어간 비용을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다섯 구단에 나눠준다. 다섯 구단이 나눠 가질 배당금은 약 88억원으로 추정된다. 배당금은 정규시즌 우승팀이 20%를 먼저 갖고, 나머지 금액의 50%를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갖는다. 이어서 24%가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14%가 플레이오프 패배 팀, 9%가 준플레이오프 패배 팀, 3%가 와일드카드 결정전 패배 팀에 돌아간다.

 

LG는 이에 따라 정규 시즌 우승 배당금으로 17억6000만원을 받고,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35억2000만원을 추가 수령할 전망이다. 총 52억8000만원. 한국시리즈에서 패한 한화 이글스는 16억9000만원, 플레이오프 패배 팀인 삼성 라이온스는 9억9000만원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LG는 KBO 우승 배당금 외에도 모기업에서 상당한 금액의 ‘우승 보너스’를 받을 예정이다. KBO 규정에 따르면 우승팀 모기업은 전체 배당금 최대 50%를 보너스로 제공할 수 있다. LG그룹이 상한선을 꽉 채워 보너스를 주면 LG 구단은 26억4000만원을 더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앞서 LG는 2년 전 우승 당시엔 배당금으로 29억4000만원, 보너스로 14억7000만원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한국시리즈 MVP(최우수선수)로 뽑힌 김현수에겐 KBO리그 부상(副賞)인 전기차와 함께 구단이 제공하는 별도의 포상금이 주어진다. 2년 전 LG 우승의 MVP였던 오지환은 고(故) 구본무 회장이 남긴 롤렉스 손목시계를 받았다.

조선일보 김동현 기자

 

11.02 어느 노부부의 선택

지난주 국제뉴스 중 심금을 울린 건 90대 노부부의 선택이었다. 미국 워싱턴주의 한 부부가 같은 날 삶을 마감한 것이다. 말기 심장 질환을 앓던 아내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생을 정리하기로 결심하자, 남편도 "아내 없이 살 수 없다"며 같은 선택을 했다. 당연히 이런 의사결정 과정에 의료진이 두루 참여했다. 국내 언론이 전하는 당시 상황은 다음과 같다.

"사망 당일 둘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손을 잡았다. 의료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 안에는 잔잔한 음악이 깔렸다. 이들은 약물을 복용한 뒤 와인으로 마지막 건배를 나눴다. 부부는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딸은 ‘결국 두 사람은 두려움을 함께 이겨냈다. 그건 사랑의 완성이었다’고 말했다."

안타깝다. 하지만 위엄있는 죽음이 뭉클하다. 단 기사엔 다소 오류 가능성이 있다. 기사는 부부의 동반 존엄사라고 표현했으나, 앞뒤 정황으로 보건대 존엄사가 아닌 안락사에 속한다.

둘은 비슷한 듯하지만 다르다. 존엄사는 연명치료 중단을 통한 자연사 유도가 포인트다. 구체적으로 인공호흡기 제거 같은 것이다. 안락사는 훨씬 적극적인 의료 개입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약물을 투입해 환자 생명을 단축한다. 그래서 안락사를 의료 조력 자살로도 부른다. 미국 노부부는 그 케이스다. 지난해 여름 타계한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도 생전 안락사를 원했다. 하지만 2~3년 뒤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연사했다. 그만큼 복잡하다.

안락사는 현재 국내에선 불법이다. 미국에서는 10개 주만 합법이고, 스위스 등 일부 유럽 국가는 허용한다. 때문에 국내에서 만일 의료진이 환자를 대상으로 안락사를 할 경우 형법상 살인 행위에 해당한다.

그럼 우리가 마냥 꽉 막힌 나라인가? 그건 아니다. 존엄사는 꽤 열어뒀다. 즉 조건부 합법이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많이 바뀐 것이다. 환자 본인이 연명치료를 거부한다는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미리 해두거나, 그게 불가능한 상황에서 가족 3분의 2가 동의하면 존엄사가 허용된다.

문제는 상당수 사람이 우리도 유럽처럼 안락사가 허용돼야 한다고 성급한 목소리를 내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덜하다. 삶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위엄있는 최후의 선택이 무엇일지, 이제부터 치열하게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자유일보 조우석 문화평론가

 

11.03 1년 새 38% 급증, 방치 못 할 월세 폭발적 확산

▲수도권 아파트 월세가격 상승률이 최근 10년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에 월세 안내문이 붙어있다./뉴스1

 

지난 9월 월세 거래 건수가 1년 전보다 38.8% 늘어났다고 국토교통부가 발표했다. 전체 주택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 9월 57.1%에서 올 9월엔 65.3%로 치솟았다. 전세 대신 월세가 증가하는 것은 저금리와 1~2인 가구 증가 등으로 10여 년 전부터 진행돼 왔지만 최근의 증가세는 ‘쇼크’로 불릴 만큼 너무도 가파른 구조적 격변이다. 전세 대출을 어렵게 만든 6·27 대책 등 각종 대출 규제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다 수도권 주택 대출을 초강력 수준으로 조인 10·15 대책이 월세화 현상을 더욱 가속시킬 수 있다. 정부는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겠다며 내놓은 10·15 대책에서 전세를 낀 갭 투자를 사실상 원천 차단하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했다. 투기 수요를 억제할 순 있으나, 전세 매물을 위축시켜 임차인을 더욱 강하게 월세 시장으로 내몰게 분명하다.

 

집 살 돈이 없는 서민들에게 전세 제도는 내 집 마련으로 가기 위한 ‘주거 사다리’이자 자산 형성 수단의 역할을 해 왔다. 전세가 줄고 월세가 급속하게 확산되면 고물가·고금리에 시달리는 서민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더욱 급감시키고 생활고를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소비 중 주거비 지출의 비율이 자가·전세는 8.5%인 반면 월세는 21.5%라고 한다. 월세가 늘어나면 주거 취약층이 더욱 어려운 처지로 내몰리게 된다.

 

정부는 ‘전세의 월세화’가 불가피한 추세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그냥 방관만 할 일이 아니다. 미국은 저소득층이 민간 주택을 임차할 때 소득의 30% 안팎만 월세로 내고 차액은 정부가 집주인에게 보조하는 ‘주거 바우처(Section 8)’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주거 복지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투기 목적이 아닌 실거주 목적의 영세민, 청년,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층에 대해서는 전세 대출 한도를 오히려 확대하고 DSR 규제에서도 예외를 두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10·15 대책이 임차 시장에 미칠 연쇄 충격을 전면 재점검해 ‘전월세 대란’에 대한 완충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03 꽁꽁 숨긴 마약 1t 찾아낸 '국경의 코'

탐지견, 세관이 놓친 마약도 발견
평소엔 실제 압수한 시료로 훈련

▲지난 15일 인천 영종도 관세인재개발원 탐지견훈련센터에서 훈련견 '오웬'이 훈련을 받고 있다./장경식 기자

 

“옳지, 잘했어!” 지난달 15일 인천 영종도의 관세청 탐지견훈련센터. 래브라도 리트리버 ‘오웬(1·암컷)’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수하물 컨베이어벨트를 서성였다. 코끝을 들이대던 오웬이 한 가방 앞에 멈춰 섰다. 가방 틈새를 비비며 킁킁대다가 천천히 주저앉았다. 박종수(51) 교관이 가방 안에서 숨겨둔 마약을 꺼내고 오웬을 쓰다듬자 꼬리를 흔들었다. 박 교관은 “탐지견에게 마약을 찾는 일은 ‘놀이’”라며 “신나게 놀아줘야 냄새를 기억한다”고 말했다.

 

 ▲장경식 기자 지난달 15일 인천 영종도의 관세청 탐지견훈련센터에서 훈련견이 마약 탐지 훈련을 받고 있다.

 

 한국 수사 당국에 적발된 마약 밀수량이 최근 급증하면서 범죄 조직의 은닉 방식도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지난 1월 인천공항세관은 말레이시아에서 들어온 특송 화물에 숨겨져 있던 필로폰을 적발했다. 원형 목재 의자 내부에 필로폰 7.8㎏을 숨겨놨다. 캄보디아에서 온 한 특송 화물에선 운동화 밑창과 과자 포장 사이에서 마약이 발견됐다. 불상(佛像)이나 찻잎 더미 속에 야바(합성마약)를 숨겨 들여오는 경우도 있었다.

 

세관은 모든 수화물을 엑스레이로 확인하고 화면에서 수상한 점이 보이면 노란색 전자 실을 부착한다. 이 표식을 보고 정밀 검사를 진행한다. 이런 수색 절차에서도 빈틈은 있다. 이를 메우는 게 ‘국경의 코’라 불리는 탐지견의 임무다.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관세청이 적발한 마약 4085건 중 482건(11.8%)을 탐지견이 찾아냈다.

 

▲지난 15일 인천 영종도 관세인재개발원 탐지견훈련센터에서 마약탐지 훈련견이 전자기기 등에 숨겨진 마약을 찾아내는 모습./장경식 기자

 

이날 오후 래브라도 리트리버 ‘헤이즐(1·수컷)’이 구령에 맞춰 라디오와 밥솥, 진공청소기 등을 코끝으로 훑었다. 탐지견이 통과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관문은 밥솥처럼 냄새가 새어 나오기 힘든 전자기기 등에 숨겨진 마약을 찾아내는 일이다. 한참 고민하던 헤이즐이 낡은 진공청소기 앞에 엎드렸다. 청소기 내부에서 야바 두 정이 나왔다.

 

훈련센터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거쳐 실제로 압수한 마약을 훈련 시료로 사용한다. 관세청 관계자는 “코카인은 순도가 높을수록 냄새가 나지 않는다”며 “냄새의 농도까지 조절하면서 반복 훈련해야 실제 상황에서 탐지견이 마약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4월 2일 강원 강릉시 옥계항에 정박한 외국 선박에서 코카인으로 추정되는 대량의 마약을 적발한 동해지방해양경찰청과 관세청 관계자들이 1kg 단위의 코카인 클록 수십 개가 들어있는 박스를 옮기고 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지난 4월 강원 강릉 옥계항에서 노르웨이 국적 화물선(3만톤급) 기관실 내 밀실에서 코카인 1690㎏이 발견됐다. 멕시코를 출발한 배였다. 당시 탐지견 ‘딜론’이 기관실 냄새에 반응해 탐지 범위를 빠르게 좁혔다. 대형 선박에 마약을 숨기는 마약 조직의 수법이 교묘해지면서 탐지견은 어두운 컨테이너, 가파른 계단 등 실전 상황에서 훈련을 반복해서 받고 있다.

 

탐지견들은 생후 12개월 전까지는 수건·공 놀이 등을 통해 숨겨진 물건을 찾는 ‘즐거움’을 먼저 익힌다. 이후 컨베이어벨트나 차량, 선박 등에서 탐지 훈련을 한다. 16주 양성 과정을 거쳐 최종 평가(60점 이상)를 통과하면 현장에 배치된다. 올해 훈련 중인 ‘헤이즐’ ‘오즈’ ‘오웬’ 등은 내년 상반기 인천공항·부산항 등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마약 탐지견이 인천 중구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해외 배송 수하물의 냄새를 맡고 있다. /뉴스1

☞ 관세청 탐지견훈련센터

마약류 등 불법물품 탐지를 위한 전문 탐지견과 교관(핸들러)을 양성하기 위해 2001년 인천 영종도에 설립된 관세청 산하 기관. 1987년,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미국 관세청이 폭발물 탐지견 6두를 기증한 것이 우리나라 탐지견 제도의 출발점이며, 1995년 김포국제공항 마약견센터를 거쳐 현재와 같은 체계적 훈련센터로 발전했다. 오는 14일 인천 영종하늘체육공원에서 ‘탐지견 경진대회’가 열려 공항·항만 등 현장 탐지견들이 탐지·기량·교감 능력을 겨룬다.

조선일보 인천=구아모 기자

 

11.03 새벽 배송은 개인의 계약과 자유, 책임의 문제

택배 노동자들의 새벽 배송 문제가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민노총 택배노조가 ‘심야 시간(자정~오전 5시) 배송 제한’을 민주당에 제안한 것이 계기였다.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서도 좌우 진영 많은 논객들이 새벽 배송 찬반 논리를 전개하며 대립하는 양상이다.

새벽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의 논거는 단순하다. 야간 노동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다. 쿠팡 심야 노동의 경우 2020년 이후 배송 기사 등 사망 사건이 20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는 심야 노동을 방치할 수 없다는 이상론에 가깝다.

반면 새벽 배송 존치 주장은 현실론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일자리 문제가 있다. 쿠팡과 마켓컬리 등의 새벽 배송 서비스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확산 일로다. 현재 쿠팡 물류센터의 직접 고용 인력만 해도 5만8000여 명으로 2018년 대비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쿠팡의 야간 고정 배송기사도 1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새벽 배송을 제한할 경우 이용자들의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물류가 낮에 몰려 교통 혼잡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론과 현실론이 대립하면 토론은 평행선을 그리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진영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현상은 덤이다. 이번 심야 노동 제한이라는 주제에서는 누군가가 타인의 노동을 도덕적으로 판단하고 규제하는 일이 가능하고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논의를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심야 노동 제한론자들은 규제 근거로 이미 시행 중인 아동 노동이나 장애인 노동의 제한을 예로 든다. 이는 예외적인 사례를 보편적인 기준으로 차용하는 왜곡이다. 아동이나 장애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노동 조건을 판단할 능력이 없기에 계약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인정되는 것이다. 정상적인 성인에 대해 이런 개입이 인정되어서는 안된다.

개입론자들은 성인도 자신의 노동 조건에 대해 착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다면 그것을 해소하는 데 제도적 노력을 기울여야지, 개인의 의사 결정권에 대한 개입을 제도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것은 파시즘의 출발점이 된다.

자신의 노동 계약에 다른 사람이 개입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개입이 집단의 외피를 빌리면 문제가 달라진다. 그 외피는 대개 노조나 사회나 국가 또는 제도의 이름을 빌린다. 그래도 그 본질은 결국 ‘타인의 개입’이다. 좌파들은 집단의 이름을 빌려 타인의 자유에 개입하고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이익을 챙긴다.

인간은 자신의 문제를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걸 대신할 타인은 없다. 노동 계약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계약에 개입하는 집단은 그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다. 모든 계약은 본질적으로 개인과 개인 사이에 성립한다. 모든 개인은 자신만의 고유한 요구와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노조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단체협약은 불합리하다.

진보는 다양화이고 자유의 확대와 불가분의 관계이다. 다양화와 자유의 확대는 개인의 선택과 책임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다. 경제적 개선도 이 문제와 연결된다. 그러나 좌파들은 개인도, 자유도, 책임도, 경제적 개선도 부정하고 증오한다. 그들은 겉으로만 진보를 위장할 뿐 반(反)진보적이고 반동적인 세력이다.

좌파는 민주화의 명분 아래 우리 사회에 집단화의 길을 강요해왔다. 결과적으로 21세기가 요구하는 선진화와 합리화의 길이 막히고 청년들의 미래 일자리가 사라졌다. 그나마 주어진 것이 새벽 배송 같은 막다른 선택이다. 그런데 좌파들은 그 선택마저 가로막으려 한다. 이것은 계약과 개인의 책임, 자유의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자유일보  주동식 정치평론가

 

11.04 일하려는 사람 발목 잡는 나라에 어떤 미래가 있나

/그래픽=송윤혜

 
 

▲지난 2024년 2월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단지에서 택배 기사들이 상차 작업을 하고 있다./뉴스1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심야 배송을 금지하자는 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의 요구에 택배 기사들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택배노조는 노동자 건강권과 과로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당사자인 현장 택배 기사들은 “민노총이 무슨 권한으로 내 일자리를 빼앗으려 하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쿠팡 위탁 택배 기사 1만여 명이 소속된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가 야간 택배 기사 24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3%가 새벽 배송 금지에 반대했고, 95%가 “심야 배송을 지속하겠다”고 답했다. 민노총은 새벽 배송이 ‘과로와 착취의 상징’인 듯 주장했지만, 현장 기사들은 ‘교통 혼잡이 적고(43%)’ ‘수입이 더 좋으며(29%)’ ‘낮에 개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22%)’는 점 등을 들어 새벽 배송을 선호한다고 했다.

 

새벽 배송은 2000여 만명이 이용하는 생활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15조원 규모로 성장한 시장이 멈추면 그 피해는 맞벌이 부부 등 소비자와 소상공인에게 돌아간다. 오죽하면 민노총 위원장 출신인 노동부 장관이 “소비자 입장과 산업적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겠나.

 

택배 기사들은 새벽 배송이 주간 근무에 더해 강제로 하는 추가 노동이 아니라, 밤에 출근해 새벽에 퇴근하는 별개의 근무 형식이라며 민노총이 현장 실정을 모른다고 반박하고 있다.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민노총이 실제로는 일하려는 사람의 기회를 빼앗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 일하려는 사람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택배 분야만이 아니다. 주요국 중 가장 경직적이라는 주 52시간제처럼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박힌 규제가 많다. 중국은 반도체와 전기차, 자율 주행 등 첨단 산업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6일 일하는 ‘996 근무제’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의 추격에 놀란 미국 실리콘밸리 업체들이 중국식 996 근무제를 속속 도입할 정도다. 그런데 한국은 오후 6시면 연구소 전원과 컴퓨터가 꺼져 더 일하고 싶은 연구원은 근처 카페에 가서 일하는 지경이다. 능력껏 일하고, 일한 만큼 더 보상받을 기회를 정부가 막고 있는 것이다.

 

노동은 인간의 존엄과 생계를 지탱하는 기본 행위다. 지금 한국은 과로와 착취를 막는다는 명분 아래 ‘일할 자유’를 빼앗고, 경쟁과 혁신을 막고 있다. 일하려는 사람의 의지를 존중하고, 자기 선택권에 따라 더 일하고 보상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11.04 민노총 "새벽 택배 금지"… 기사 93%가 "반대"

노조 "야간 근무는 건강에 무리"
택배 기사 "수익 좋고 車 안 막혀"

민주노총이 택배 기사의 건강권 보호를 앞세워 ‘새벽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지만, 오히려 반발만 커지고 있다. 당사자인 택배 기사들은 “(민노총 주장은) 우리 업무를 방해하고 고용 안정만 해치는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에 나섰고, 소비자 단체·학계·정부·정치권에서도 반대 또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최근 국감 자리에서 “(새벽 배송 제한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래픽=송윤혜

 

새벽 배송은 새벽 시간 배송을 통해 주문 다음 날 물건이 바로 배송되는 것으로 2014년 도입됐다. 2018년 500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는 2023년 12조, 올해는 15조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는 지난달 민주당과 정부, 택배사들이 참여한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논의에서 “야간 노동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규정한 발암 물질”이라며 “오전 0시부터 5시까지 배송을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국회 안팎에선 연내 노사정 합의 형태를 통해 새벽 배송을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논란은 정치권까지 이어져 보수, 진보 진영 간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이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이 라디오에 출연해 격돌하기도 했다.

 

정작 당사자인 택배 기사들은 “야간 노동을 무조건 과로로 취급하는 접근 자체가 오류”라고 반발한다. 낮부터 밤까지 일하는 게 아니라 낮에는 쉬고 야간에 일하는 형태인 데다, 배송업 특성상 밤에 하는 게 수익도 좋고 훨씬 편하다는 것이다. 주간에는 차 막힘, 엘리베이터 사용 어려움 등 때문에 오히려 피로도가 더 커지고, 보수도 줄어드는데 이런 부작용은 민노총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새벽 배송 업계 1위인 쿠팡의 위탁 택배 기사 1만명이 소속된 쿠팡파트너스연합회는 3일 “노동자의 해고는 살인인데, (택배노조가) 심야 배송 택배 기사들을 사실상 해고하려 한다”며 “수많은 기사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결정”이라는 비판 성명을 냈다. 이들은 새벽 배송을 하는 기사 204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했는데 응답자의 93%가 새벽 배송 제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학계에선 새벽 배송 제한 시 소비자 편익과 일자리 감소, 영세 업체들의 연쇄적 피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최동현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새벽 배송과 주 7일 배송이 가능해지며 직접 시장 규모 외 6조원가량의 부가가치가 창출됐고, 1만9000명가량의 취업·고용 효과가 생겨났다. 최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신선 식품 등을 제때 받지 못하게 돼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야 할 경우, 평균 18분의 이동 시간, 교통비 부담 등 구매 1회당 7100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교통 접근성이 좋지 않은 지역이나 나이가 많은 이들이 더 큰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신선 식품 시장 위축 등에 따른 중소 상공인의 매출 타격도 불가피하다. 유통망이 줄수록 기존 판로가 적은 영세 업체가 더 타격을 받는 것이다. 한국중소상공인협회는 “새벽 배송은 수많은 중소 식품·납품업체, 농가, 물류 중소기업이 의존하는 생태계”라며 “배송 중단은 거래망 단절과 매출 급감으로 이어져 영세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직접 위협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아사 기자

 

11.04 부동산 규제의 역설-부자만 더 부자된다

한국은 규제포획의 나라다. 조선시대 탐관오리의 수탈이 체계화된 게 규제포획이라고 보면 쉽다. 빈자를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부자를 위하는 규제인 것이다. 다주택 규제를 역설해온 이들의 ‘내로남불’이 볼 만하다.

미시적으로 부동산은 한국 경제의 급소다. 잘못 누르면 나라 전체가 자지러진다. 거시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블랙홀이다. 자원을 모두 빨아들인다. 한국은 자본주의가 아니라 ‘자산주의’다. 바로 부동산 자산주의다. 자본가를 배격하는 좌파가 부동산 자산을 더 탐닉한다. 인지부조화다. 앞에서 욕하고 뒤에서 좋아하면 그건 어딘가 이상한 것이다.

사실 투자건 투기건 자유다. 그리고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다. 문제는 규제포획이다. 방법은 판을 흔드는 것이다. 실은 정책보다 정보가 더 중요하다. 규제는 즉각 시장을 흔든다. 하지만 규제정보는 결코 동시적이지 않다. 일반인들은 언론을 통해 그 정보를 듣지만 누군가는 규제변화의 방향을 미리 접할 수 있다. 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관료·정치인, 그 주변인들이다. 정보 비대칭이 자산증식 기회가 되는 것이다.

정보는 ‘돈’ 이다. 정책이 공식화되기도 전에 해당 지역의 땅 거래는 모두 끝난다. 대중이 뉴스를 들었을 땐 이미 ‘비정상 과열’ 상태다. 누군가 한국을 부동산 약탈 국가라고 표현한 적 있는데, 그 약탈 메커니즘이 바로 규제포획이다. 시장 왜곡 방지를 위한 규제당국이 오히려 규제를 통해 순식간에 거대 사익을 챙긴다.

규제자와 피규제자가 하나다. 이해관계가 달라 보이지만 알고보면 이해관계가 같다. 서로 이윤추구를 돕는 격이다. 규제는 형식이고, 내용은 자원 재배분이다. 그에 따라 새로운 자산계급이 출현한다. 이른바 강남좌파다. 그들은 정책 변화를 파악하고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정보 우위를 지닌다. 그들 부의 근원은 정보와 네트워크다. 정치권과 관료조직과 연계해 정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책이 중립적이지 않은 이유다.

한국 부동산 규제의 역설이 여기에 있다. 규제강화가 부자들의 자산증식 수단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수도권 초집중화로 인해 지역 간 자산격차가 심화된 상태다. 한국에서 부의 기준은 어디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느냐다. 거북이가 앞서 뛰는 아킬레우스를 따라잡을 수 없듯 지방의 자산가치는 수도권의 자산가치를 따라잡을 수 없다. 공간 양극화가 경제적 불평등이다. 그 사실을 넘겨짚는 한국 좌파는 비겁하거나 불평등을 심화시키려는 음모론자들이다.

한국 정책엔 패턴이 존재한다.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 ‘주거 안정’을 이유로 부동산 시장에 규제를 가한다. 판을 흔드는 격이다. 그 결과, 부자들이 더 큰 부자가 된다. 그 부자들은 대개 정파적 이해를 갖는 이들이다. 규제를 통해 주거 빈민들이 더 양산된다. 자산기반 투표이론에 따르면, 주거 상태가 불안한 이들은 정치적으로 편향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좌파 정책의 피해자들이 역설적이게도 좌파 정당을 열렬히 지지하는 경우다.

한국 정책은 정치다. 최선(first-best)보다 차선(second-best)를 전제하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먼저 챙긴다. 그러니 사람들은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 정책은 점차 규제포획을 통한 누군가의 ‘자산증식 체제’로 수렴하고 있다. 규제 자체가 정치편향적 부자들에게 더 큰 부를 몰아주는 ‘맞춤형’ 메커니즘이 되어버린 것이다. 부동산 정책은 더욱 그렇다. 정부의 정책 목표에 진짜 무주택자와 실수요자가 있는지 묻고 싶다. 삶의 질이나 주거안정보다는 자산증식과 이해관계 방어가 더 큰 정책 목표로 보인다.

규제포획 방지를 위해 두 가지가 꼭 필요하다. 하나는 사전 예고제다. 즉 정책 변동과 규제는 그 정보를 미리 공개해 시장 내 자동조정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이해상충 차단이다. 정책 입안자들이 그 정책과 어떤 이해관계를 갖는지 그 정보를 미리 공개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규제를 가해놓고 뒤늦게 그 정책 관련자들의 ‘내로남불’이 불거지는 건 허무 개그일 뿐이다. 규제와 정보가 소수를 위한 자산증식 수단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한 공정한 기회로 작동할 때 사회 전체 후생이 증가할 것이다.

자유일보 이양승 군산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11-06 노동 유연성 없는 ‘65세 정년’ 강행은 청년 일자리 뺏기

더불어민주당이 ‘65세 정년’(고령자고용법 개정) 입법을 올해 안에 국회에서 처리할 태세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2025년 국회 입법 통과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6일 민노총과 간담회를 가졌다. 정년 연장 문제는 고령화 대응, 일자리 세대 갈등, 기업의 생산성과 채용, 국민연금 수급 연령 등과 연계된 복잡한 문제다. 시한을 정해두고 밀어붙인다면, 절차에서도 내용에서도 큰 후유증을 자초할 것이다.

 

민주당 내 정년연장특위는 신중한 접근을 하는 듯했다. 지난 3일 첫 회의에서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년 연장은 전반적인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종합적 과제”라면서 “고용위축과 기업의 부담 증가 가능성도 충분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양 노총과 경영계도 참여했다. 만 60세인 정년을 순차적으로 2033년까지 65세가 되게 하고, 그때까진 경영계가 제안한 ‘퇴직 후 재고용’ 시행안도 논의됐다고 한다. 하지만 양 노총은 “퇴직 후 재고용은 임금 삭감 방식”이라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일률적인 정년 연장은 청년 일자리를 위협할 수밖에 없다. 이미 60세 정년 연장으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고령층 근로자가 1명 증가할 때 청년층 근로자는 0.4∼1.5명 감소했다는 보고서(한국은행)도 있다. 연공서열식 임금체계·고용보호 제도 등을 개혁해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정년만 연장할 경우, 노동시장 이중구조 악화 등 세대·노사·노노 복합 갈등만 조장하게 된다. 지지 세력 눈치만 보다 미래세대를 더 나락으로 내몰아선 안 된다.

문화일보 사설

 

11.06 노조 철밥통 키우기식 정년 연장은 청년층에 재앙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5일 국회에서 65세 법정 정년 연장 입법 연내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올해 안에 65세 정년 연장을 입법하라고 정부 여당에 요구했다. 양대 노총은 “보편적이고 일률적인 65세 정년 연장 방안을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양대 노총은 ‘임금 삭감 없는’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정년 연장은 필요하다. 저출생·고령화가 가장 큰 이유다. 지금 60대의 건강은 과거의 60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지기도 했다. 현재 법정 정년은 60세인데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은 63~65세여서 정년을 더 늘려야 고령층 ‘소득 공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방식은 신중히 정해야 한다. 노조 주장대로 ‘법정 정년 65세’로 하면 인력 유지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기업은 신규 채용을 거의 줄이고 자동화를 늘릴 수밖에 없다. 청년들에게 재앙이 닥친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 근로 방안’ 보고서에서 2016년 법정 정년 연장으로 고령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0.4~1.5명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정년 연장이 노조원 철밥통 키우기 방식으로 도입될 경우 청년 세대는 고용 절벽을 만날 것이 확실하다.

 

지금도 노동시장 양극화가 문제인데 정년 연장 혜택도 노조가 있는 대기업 일자리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근속 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형 임금 체계와 고용 경직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법적 정년만 연장할 경우 그 부작용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법정 65세 정년’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방식이며,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와 기업이 감당할 수 없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지만 ‘65세 정년 연장’을 법으로 강제하지는 않았다. 정년 연장, 정년 폐지, 계속 고용 가운데 하나를 기업 스스로 선택하게 했다. 고령층이 퇴직 후 재계약할 경우 임금을 평균 40%가량 삭감했다. 지금도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는 청년 세대는 이번에 정년을 연장하면 혜택을 보는 세대의 자녀들이다.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노조원들은 보다 합리적인 정년 연장 방안을 마련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06 ‘한국판 미네르바대’ 태재대에서 무슨 일이…

‘親中 인재 양성 기관’이라며 떠난 학생들, 그 진실은?

⊙ 1기생 3명 중 1명 자퇴… “혁신 표방하지만 중국 공산당 위해 움직이는 대학”(자퇴생 A씨)
⊙ 입학 후 갑자기 ‘홍콩 6개월’이 ‘중국 1년 체류’로 바뀌어(1기 학생회장 김정범씨)
⊙ “중국에 배울 점은 배워야… 중국 공산당 시스템에서도 배울 점 있다는 게 설립자 생각”(염재호 총장)

▲서울 종로구 소재 태재대 정문. 사진=조선DB

 

말 그대로 ‘혁신’이었다. 기존 대학의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 2023년 개교한 태재대는 ‘한국판 미네르바대’로 불렸다. 출발부터 달랐다. 가장 큰 특징은 세계를 무대로 한다는 점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수업을 듣는다. 모든 강의는 영어로 진행된다. 목표는 ‘글로벌 리더’ 양성이다.

수업은 교수 중심이 아니다. 학생이 주체가 되는 ‘액티브 러닝(Active Learning)’ 방식을 택했다. 토론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구조다. 수업당 인원은 20명 이내로 제한했다.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실리콘밸리 현장 학습과 유럽 문명사 그랜드투어도 참여한다.

국내 대학 최초로 9월 학기제를 도입했다. 2023년 9월, 첫 신입생 32명이 입학했다. 13대 1의 경쟁률을 통과한 학생들이었다. 해외 의대나 스카이(SKY)대를 다니다 온 학생, 국제대회 수상자 등 이력도 화려했다.

입학식 ‘라인업’도 화제를 모았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이주호 당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운찬·한승수·김황식·정세균 전 국무총리, 유홍림 서울대 총장,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미국 미네르바대 창립학장이자 전 하버드대 사회과학대 학장인 스티브 코슬린도 참석해 ‘문제 해결형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연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이 무렵 한 신입생의 ‘입학 후기’가 학교 홍보 효과를 배가시켰다. 국내 명문대를 자퇴하고 태재대에 입학한 A씨는 입시 커뮤니티 ‘오르비’에 글을 올렸다. 그는 “암기식 강의와 형식적 학점 경쟁에 회의를 느끼던 중, 태재대의 실험적 교육 모델을 알게 됐다”며 “진정한 배움의 가능성을 발견해 입학을 결심했다”고 썼다. 또 “이사장, 총장과의 대화를 통해 배움의 본질은 실천과 창조에 있음을 깨달았다”고도 했다. 이 글은 차츰 퍼져나갔고, 더 많은 이가 태재대를 주목했다.


1기생 세 명 중 한 명 자퇴

▲2023년 8월 30일 서울 종로구 태재대에서 열린 1기 신입생 입학식에 모인 염재호(오른쪽 첫째) 태재대 초대 총장과 교수진. 사진=뉴시스

 

햇수로 3년째. 이런 태재대에 이상 기류(氣流)가 감지되고 있다. 자퇴생이 잇따르면서다. 특히 1기 입학생 32명 중 9명이 학교를 떠났다. 세 명 중 한 명 꼴이다.

이탈자 중에는 1기 총학생회장 김정범씨도 있다. 그는 연세대와 호주 멜버른대 의예과를 거쳐 2023년 태재대에 입학했다. 두 학기 차석을 했으며, 태재대 평의원회 부의장, 등록금심의위원회 위원, 태재미래전략연구원(구 여시재) 1기 인턴 등 학교 주요 기구를 두루 거쳤다. 그만큼 학교 사정에 밝았다.

올 초 자퇴한 그는 “수면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친중(親中) 학교’라는 정체성(正體性)을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김씨에 따르면 당초 모집 요강과 홍보 자료 어디에도 ‘중국 체류’ 일정은 없었다. 그러나 입학 후 ‘중국 1년’이 새로 추가됐다고 한다.

실제로 2024년도 모집 요강까지도 첫 3학기는 서울, 4학기 도쿄, 5학기 뉴욕, 6학기 홍콩, 7학기 모스크바를 거쳐 8학기 때 다시 서울에서 수업을 듣는다고 명시돼 있다. 한 학기에 한 곳씩 4개국을 도는 방식이었다. 김씨는 “국제정세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단서가 있었지만, 그 무렵 홍콩에서는 새로운 변수가 없었다”면서 “그런데 어느 날 홍콩 6개월이 중국 1년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2024년이 되자 학교 측이 ‘설립자(조창걸)의 뜻에 따라 중국에 1년 보내기로 했다’고 통보했다”며 “1기생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입학했다”고 했다. 이 결정에 따라 1기 학생들은 2026년부터 1년간 중국에 체류하게 된다. 갑작스럽게 홍콩 대신 중국에 머물게 된 셈이다.


설립자, “중국은 가야 한다”

“학교에서는 ‘중국 1년은 무조건 가야 한다’는 학교 설립자의 생각이 완고하다고 했다. 이후 나는 설립자와 면담을 하고, 그 내용을 녹음했는데, 그때 설립자는 ‘다른 나라는 모르겠고, 중국은 가야 한다’는 식으로 답했다.”

김씨는 이어 “학교 내부 문건에 적힌 ‘중국에 가야 하는 이유’는 그 내용이 거의 찬양 수준”이라고도 주장했다.

 

“가령 ‘중국은 근대 통일국가 건립 이후 독특한 사회 시스템으로 정치·경제적 강국으로 비상했다’ ‘중국의 문화 및 독특한 정치·경제 사회체계에 대한 경험 학습은 글로벌 리더에게 필수적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양립하는 독특한 체제’ ‘엄청난 인구가 강한 단결력을 보이는 나라’ ‘뒤늦게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융합하고 국민의 사상(思想)을 통합하여 강력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이웃 국가’ 등의 문구가 담겨 있었다.”

그는 또 “국가별 교류 대학 수준도 편차가 크다”며 “중국은 베이징(北京)대, 선전(深圳)대 등 명문대와 협력하지만, 일본은 세계 대학 랭킹 1000위권 밖의 무명 대학이고, 미국 파트너로 제시된 샌프란시스코대(USF)는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UCSF)와는 전혀 다른 별개의 사립대”라고 말했다. 김씨는 “학교는 ‘심화하는 미중(美中) 갈등 속 조화를 추구하는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실제 운영을 보면 중국 쪽으로 기운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고 했다.


여시재와의 관계

여시재(與時齋)라는 싱크탱크가 있었다. 2015년 출범했다. 이름은 ‘시대와 함께하는 집’이라는 뜻으로, 《주역(周易)》의 구절 ‘범익지도 여시해행(凡益之道 與時偕行)’에서 따왔다. 시진핑이 같은 해 여러 차례 공식 석상에서 인용해 화제가 된 문구다.

여시재는 조창걸 한샘 창업자가 자신의 사재(私財)로 만든 ‘한샘드뷰 연구재단’이 출자해 세웠다. 출범 당시부터 이사진이 화려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이사장을, 노무현 정부 시절 실세였던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부원장을 맡았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 김도연 포스텍 총장, 안대희 전 대법관,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 각계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여시재는 ‘이념을 초월한 미래 연구기관’을 표방했다. 그러나 2018년 베이징에서 열린 ‘신문명도시와 지속가능발전포럼’ 이후 친중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논의된 ‘스마트시티’ 구상이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는 감시도시 모델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7년 ‘동북아 포럼’에서는 한중 통관 절차 간소화, 비자 면제, 북극항로 개발 등 중국 중심의 북방 의제가 주를 이뤘다. 미·일 협력 논의는 거의 없었다. 포럼 참석자도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등 일본 내 친중파와 후안강(胡鞍鋼) 칭화대 교수 등 중국 인사들이 다수였다. 이후 여시재는 일각에서 ‘중국 중심 구상’을 뒷받침하는 기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시재에서 1기 인턴 생활을 한 김정범씨는 “여시재는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 중국과 연계된 학술 교류 및 연구 활동을 활발히 수행했다”고 말했다.


여시재, ‘태재미래전략연구원’으로 개칭

▲2022년 태재학원과 여시재(현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의 산학협력협약서. 양 기관이 교육·연구, 인재 교류를 연계·협력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그 여시재가 2023년 3월 ‘태재미래전략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러고 한 달 뒤,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은 같은 이름의 원격대학(사이버대)을 세웠다. 그 대학이 바로 태재대다.

대학 측은 당시 “태재대는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이 인재를 직접 양성하기 위해 세운 대학”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설립인가신청서 등에는 양 기관이 교육·연구, 인재 교류를 연계·협력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김씨는 “산학협력협약서에는 ‘태재대와 당시 여시재가 함께 인재를 양성하고 우수 인재를 공급한다’는 조항이 있다”면서 “과거 여시재의 활동을 보면, 태재대의 성향을 짐작할 만한 근거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비단 김씨만 하는 게 아니다. 앞서 ‘태재대 홍보’에 크게 한몫했던 A씨 또한 지금은 학교를 떠난 상태다. A씨는 최근 태재대 관련 유튜브 영상과 기사에 아래와 같이 댓글을 달았다.

“겉으로는 혁신을 표방하지만 실상은 태재미래전략연구원과 중국 공산당을 위해 움직이는 대학이다. 샅샅이 수사하면 국가보안법에 걸릴 만한 건이 나올 수도 있다.”

A씨의 지인에 따르면 그 역시 학교 내부 문건을 본 후 친중 학교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A씨는 자퇴 후 타 대학 재학 중으로,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다.


‘소통이 되지 않는 학교’

▲태재대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댓글 게재가 금지된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2024년 9월에 입학한 2기생의 자퇴도 이어졌다. 2기생은 329명이 지원해 42명이 합격했는데, 이 중 절반가량이 등록을 포기했다. 지난해 3월 예비교육과정을 거쳐 9월 최종 등록자는 25명이었다. 이들 또한 학기 중에 4명이 자퇴했다.

자퇴생 B씨는 “1기 학생회장, 2기 학생회장·학생부회장 등 학교와 소통이 가장 많았던 각 기수 대표 4명 중 3명이 자퇴했다”면서 “지방 4년제 대학만큼도 소통이 되지 않는 학교였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대화의 장(場)이라는 게 없었다. 학교는 학생을 ‘피(被)교육자’로 규정했다. 학생들은 교육자의 정책을 따라야 하는 존재였다. 학생과 관련된 규정은 학생과 함께 상의해야 하지만, 이를 예고 없이 바꾼 뒤 홈페이지에 올렸다. 학생준칙으로 예를 들면 ‘총학생회를 둔다’가 ‘학생회를 둘 수 있다’로 바뀌었다. 소통 방식도 문제였다. 대학 어느 부서에도 유선 전화가 없고, 대표 번호도 없다. 홈페이지에는 Q&A 게시판조차 없다. 혜화동에 있던 입학처도 최근 폐쇄됐다. 소통은 오직 이메일만 가능한데, 답장이 며칠씩 걸렸다. 태재대 유튜브 채널도 댓글을 막아놓은 상태다. 과연 이게 혁신적인 학교라고 할 수 있나?”

앞서 ‘친중 의혹’을 제기했던 A씨는 교육 시스템 전반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는 입시 커뮤니티 ‘오르비’에 “태재대의 혁신 교육에 큰 기대를 품었지만 실제 수업은 달랐다”면서 “‘액티브 러닝’이라 했지만 학생 참여는 적었고, 토론보다는 교수 중심의 강의였다”고 했다. 예를 들어 전적 대학에서는 t-분포를 다룰 때 확률변수·확률분포·가설검정의 원리를 가르쳤지만, 태재대에서는 ‘t-검정은 수식이 복잡하니, 숫자 몇 개 넣어보자’는 식으로 단순히 넘어갔다는 설명이다.

A씨는 또 “창의적 사고(Creative Thinking) 수업이 4지선다형 암기시험으로 진행되는 등 창의적 학습과 거리가 있었다”면서 “목표는 거창했지만 실제 수업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를 갖다 놓고 포스터를 만들게 하는 수준이었으며, 학생들은 챗지피티로 대충 과제 제출하고 A+를 받아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출연금(出捐金) 규모 또한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정범씨는 “교육부 설립인가신청서와 관련 문건에는 2210억원으로 기재돼 있는데, 학교 측은 대외 홍보나 언론 인터뷰에서 매번 3000억원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홍보와 다른 실체

▲2024학년도 태재대 모집 요강. 서울, 도쿄, 홍콩, 모스크바에서 로테이션 수업을 한다고 돼 있다.

 

1기 자퇴생 C씨는 “홍보 내용과 달랐던 건 이뿐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모든 수업을 20명 이하로 진행한다고 했는데, 올해 9월 입학한 3기생은 한 반에 35명씩 듣는다. 모집 요강에는 여전히 ‘20명 미만 수업’이라 적혀 있다. 하버드, 예일, 시카고대 등 세계 석학을 겸임교수로 뒀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1년에 한 번 줌 세미나를 여는 게 전부다. AI 피드백 시스템을 도입해 학생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평가한다고 했지만 2년 동안 피드백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학교의 장학금 또한 홍보 내용과 달랐다고 한다. 조창걸 설립자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학생의 절반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혀왔다. 자퇴생 D씨는 “입학 당시 말했던 장학금 체계와 실제는 전혀 달랐다”고 했다. A씨 또한 태재대 관련 기사 댓글에 “전액 장학금 받는 학생은 소득 분위 5분위 이하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 이마저도 해외로 나가기 몇 달 앞두고 말을 바꿔 학생들이 경제적 걱정으로 학업에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있었다”고 썼다.

김씨는 태재대 입학 전 의대 입시 컨설턴트로도 활동했다. 기존 고등교육에 회의감을 느끼던 그는 “그 무렵 유일하게 가고 싶은 학교가 태재대였다”고 했다. 실명을 밝히고 인터뷰에 임한 이유에 대해 그는 “학교 홍보 자료는 넘쳐나지만 그 이면(裏面)을 전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나는 이제 자퇴를 했으니 어떤 이해관계도 없다. 입시철을 맞이해 태재대 진학을 고민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박지훈 법무법인(유) 충정 파트너 변호사는 “국가 인가(認可)를 받은 고등교육기관은 법에 따라 운영돼야 하는 공적(公的) 기관”이라면서 “상황에 따라 규정을 바꾸는 것은 법치주의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어 “홍콩 6개월 과정이 중국 1년으로 변경된 사례를 포함한 태재대의 운영 및 홍보상의 문제는 단순한 행정 미비로 보기 어렵다”면서 “고등교육법 제64조가 규정한 ‘허위 또는 부정한 방법에 의한 설립 인가’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관련자는 형사처벌(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으며, 학교는 인가 취소나 폐쇄 명령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자퇴생들의 일방적 주장”

한편 염재호 태재대 총장은 “자퇴생들이 제기한 일련의 문제점은 모두 사실관계를 왜곡한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고려대 총장을 역임한 그는 지난 2023년 태재대 초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염재호 총장은 우선 1·2기에서 다수의 자퇴생이 발생한 것은 “이탈이 아닌 탈락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해외 로테이션 비용 부담을 이유로 중도에 포기했다는 설명이다. 염 총장은 “태재대의 커리큘럼은 육군사관학교 수준으로 엄격하게 설계돼 있다”면서 “여타 대학처럼 무분별하게 휴학을 반복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임신·출산·감염 등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휴학을 허용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 때문에 그간 중도 탈락자가 생겼지만 3기생은 현재까지 큰 문제없이 학업을 잘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학교 혁신 대학 탐험 프로그램에 선발된 한 학생은 몇 달 사이 에스토니아, 옥스퍼드, 도쿄를 넘나들며 수업을 들었다. 그 학생은 태재대 생활이 꿈같다고 할 정도로 만족하며 다니고 있다.”

수업 인원 논란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모든 강의는 20명 미만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다만 3기 전체 재학생이 68명이라 일부 과목에서 30명 안팎이 함께 수강하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염 총장은 “교수 추가 영입 과정에서 기존 교수가 한시적으로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면서 “전공 과목 중에는 5~6명만 듣는 소규모 수업도 있다”고 했다.

설립자 출연금액이 과장됐다는 지적에는 “사실 30억원만 있어도 사이버대 설립이 가능하지만, 설립자가 3000억원을 학교 재단에 출연하기로 했고, 이 중 2210억원이 이미 들어왔다”면서 “필요시 개인 자금 20억원씩을 매년 추가 지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작년에만 법인에서 180억원을 지원받았으며, 연세대·고려대·카이스트 외에는 100억 이상 법인 지원을 받는 대학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장학금 수혜 비율 60% 이상”

“학생 절반이 장학금을 받는다”는 홍보가 과장됐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한국의 국가장학금 제도는 10분위로 나뉘며, 태재대는 기초생활수급자부터 5분위 이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실제 장학금 수혜 비율은 60%가 넘는다”고 했다. 염 총장은 오히려 “학교에 돈이 많다는 인식 탓에 일부 학생이 지나치게 많은 걸 기대했다”고 토로했다.

“장학금에는 명확한 기준이 있다. 예를 들어 외국인 학생 지원은 부모 모두가 외국인이고, 12년 이상 해외에서 교육을 받은 경우에만 해당된다.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도 불만을 제기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이는 학교가 아닌 학생의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문제였다. 또 기숙사비는 1인실 기준 월 110만~120만원이지만, 학교가 보조해 학생은 60만원만 부담한다. 그런데 일부 학생은 식사 제공이 없다는 이유로 불만을 제기했다. 이러한 혼선을 줄이기 위해 제도와 규칙을 명확히 세우는 과정이다.”

그는 이 같은 일부 학생의 불만이 과도하게 부각되는 것 같다면서 “학교의 긍정적인 측면도 함께 조명해야 한다”고 했다. 염 총장은 특히 2025년 4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세계적 컴퓨터 학술대회 ‘CHI’에서 태재대 학생팀이 ‘학생 디자인 부문’ 우승을 차지한 사례를 언급하며 “이런 혁신적인 측면도 북돋아줘야지, 사소한 부분을 끄집어내 트집만 잡으려 한다면 발전은 없다”고 했다.


“소통 부재도 어불성설”

소통이 안 된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총장인 내가 매 학기 학생들과 직접 만나고, 매년 학부모 초청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듣는다. 이렇게 하는 학교는 없다. 학교에 대표 전화가 없는 것은 학교를 21세기형 조직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고려대 총장 시절에도 직원들이 낮 동안 전화받느라 야근하는 것을 보고 대표 번호의 비효율을 느꼈다. 지금은 대부분의 글로벌 기관이 전화 대신 이메일과 온라인 시스템으로 소통한다. 서울대는 수천 명, 고려대는 수백 명의 직원이 있지만 태재대는 직원 수가 50명도 되지 않아 모두 멀티태스킹으로 일하고 있다. 이럼에도 입학설명회와 개인 맞춤 상담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처음 2년간은 혜화동에 입학처를 두고 운영했지만, 방문자가 50명도 안 돼 효율을 위해 폐지했다. 외부 환경에 따른 학교의 결정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염 총장은 “20세기식 사고에 머문 사람들이 21세기형 학교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고 ‘소통이 안 된다’고 말한다”면서 “답답한 일”이라고 했다.

“학교가 막 설립된 직후 입학한 학생들은 각자 나름의 생각과 기대가 많았다. 그래서 운영 방식이나 제도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예컨대 2기생 중에 학교신문을 만든 뒤 편집장을 하겠다던 학생이 있었다. 그러나 학교는 편집 주관 교수를 두고 기자를 선출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원칙을 설명했다. 결국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학생이 ‘소통이 안 된다’며 나갔다. 초기에는 규정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일부 학생은 학교를 자신이 주도할 수 있는 ‘대안학교’로 착각한 면이 있었다. 여러 측면에서 뜻대로 되지 않자 ‘소통 부재’로 몰아간 셈이다.”

친중 논란도 일축했다. 염재호 총장은 “학교가 친중이라면 미국, 일본, 러시아에는 왜 가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이 같은 오해는 설립자가 중국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친중? 배울 건 배워야”

“설립자는 공산주의 자체에는 부정적이지만, 중국의 리더 양성 시스템에는 배울 점이 있다고 본다. 중국에는 약 1억 명의 공산당원이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논문 제출과 평가 과정을 거쳐 단계적으로 선발된다. 그중 약 3000명이 지방 행정 단위의 장으로, 다시 수년간의 검증을 거쳐 300명 정도가 대성(大省)급 지도자로 올라간다. 최종적으로 약 25명이 정치국 상무위원이 돼 국가 경영을 맡는다. 이 구조는 일종의 현대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다. 리더를 단계적으로 검증·양성하는 제도적 시스템이며, 이 과정에서 리더십과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게 설립자의 생각이다.”

염 총장은 또 “설립자는 ‘우리는 중국을 버리고는 생존할 수가 없다’며 학생들이 중국을 직접 경험하고, 역사와 리더십의 작동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고도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리더십도 마찬가지로 배워야 한다. 미국은 식민지 13주(州)에서 출발해 250년 만에 세계 최강국이 됐다. 독립, 삼권분립(三權分立), 나사(NASA)를 통한 과학 혁신 등 정치·기술 시스템을 직접 탐구해야 한다. 태재대의 글로벌 로테이션 프로그램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이처럼 각국의 리더십 구조를 학문적으로 분석하고 훈련받는 과정이다.”

 

그는 또 “과거 여시재 시절 초대 원장이었던 이광재 전 원장이 중국을 잘 안다는 이유로 ‘친중’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학교의 핵심 철학은 ‘21세기 글로벌 리더는 미·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조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이 오랜 대립 끝에 유럽연합(EU)을 탄생시킨 것처럼 인류가 협력의 질서를 세워야 한다. 보수적인 시각에서는 ‘친미(親美)만 해야지, 왜 친중을 하느냐’고 하지만, 이는 시대착오적이다. 세계 문명사가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는 이 시점에 한국이 미·중 간의 갈등을 중재(仲裁)할 수 있는 나라고, 이를 위해 양국의 문명과 사상을 깊이 이해하는 리더를 길러야 한다는 게 학교의 목표다.”

홍콩 6개월 과정이 중국 1년으로 바뀌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리는 온라인 기반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중국은 구글 등 주요 서비스가 차단돼 있어 우선 홍콩을 선정했던 것”이라면서 “그런데 홍콩 정세 불안이 이어졌고, 베이징과 선전에서 안정적으로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피드백을 받아 본토로 변경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왕이면 홍콩보다 본토가 낫지 않으냐”면서 “이를 문제 삼는 학생에게는 서울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방법도 있다고 안내한다”고 했다.


“외부 환경에 맞춰나가야”

중국과 다른 나라의 파트너 대학 수준 격차에 대해서는 “학생에게 중요한 건 명문대 간판이 아니라 현장 경험”이라고 했다.

“스탠퍼드에 가서 물어보면 미네르바대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하물며 이제 막 생긴 태재대를 누가 알겠느냐. 하루아침에 모든 걸 이룰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실리콘밸리의 미래 지향적 문화를 직접 체험하게 하고, 수업은 우리 교수진이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파트너 대학이 어디든 크게 상관없다는 얘기다. 핵심은 학생이 성장하는 경험 그 자체다.”

그는 “외부 환경에 맞춰 제도를 바꾸면 ‘왜 바꾸느냐’는 비판이 따르지만, 오히려 변화를 감행할 땐 해야 한다”고 했다.

“처음 만든 제도가 비효율적이면 더 나은 방식으로 고쳐야 한다. 관료주의에 매달려 규정만 따르는 건 어리석다. 고려대 총장 시절에도 답답하게 관료적으로 거기 매달렸던 직원이 있었다. ‘고치면 안 되냐’고 했더니 ‘규정 때문에 안 된다’고 하더라. 그 규정은 학교가 만든 것 아닌가? 그럼 학교가 바꿀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태재대 역시 스스로 만든 규정을 환경에 맞게 개정하며 발전해 나가야 한다.”

염 총장은 또 “학교가 이렇게까지 학생을 위해 노력하는데도 이를 고맙게 여기는 학생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를 보면서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결국 우리가 키우려는 건 지식인이 아니라 ‘인간이 된 리더’다.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가 안타깝다. 앞으로는 학생 선발 과정에서도 이런 부분을 더 세밀하게 보려 한다.”⊙

월간조선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11.06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란봉투법으로 민노총은 핵폭탄급 무기를 갖게 됐다”

⊙ “이재명 정부, 노사 게임의 규칙 바꿔… 노조 전성시대”
⊙ “노조, 내년 3월 이전 최대한 많은 것 얻어내려 할 것”
⊙ “정말 엄청난 변화가 사회 전반에 불어닥칠 것”
⊙ “노동법 근본적 취지는 무조건적 약자 보호가 아니라 기업·노동자의 상생”
⊙ “일본 토요타 노조는 법적 제도 없지만, 원청이 ‘큰형’의 자세로 하청업체 ‘아우’ 챙겨”
⊙ “슈뢰더 총리가 노동개혁 들고 나왔을 때 왼쪽 성향 학자들도 우호적 평가”
⊙ “한국 기업은 글로벌 수준, 노조는 계급 투쟁적 옛날 사고”
⊙ “독일 노조 간부는 빨간 조끼 대신 정장 입어”

朴志淳
고려대 법학과 졸업, 고려대 법학대학원 석사,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대 법학박사 /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자문회의 위원,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한국연금학회 감사, 한국노동법학회 이사, 문화체육관광부 미래전략포럼 위원, 한·EU 노동부문 국내자문단 자문위원,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제30대 회장, 고려대 노동대학원 대학원장 역임. 現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기업집단과 노동법》 《사회보장법》 《노동법 강의》 등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그게 행복을 가져다줬나요? 지난 10년 동안 우리 사회의 논란거리였던 노란봉투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앞으로 핑크빛 미래가 오기보다는 새로운 노사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박지순(朴志淳)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걱정했다. 독일에서 노동법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노동법과 사회보장법을 주로 강의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한국노동법학회·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등에서 보직을 맡아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했던 박 교수를 지난 9월 30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만났다. 박 교수로부터 노란봉투법 시행이 몰고 올 사회적 파장, 1953년에 제정, 시행된 노동관계법의 한계, 우리 사회에서 노사 갈등이 끊이지 않는 이유 등에 대해 들었다.


“이제는 노조 전성시대”

▲2025년 8월 19일, 국민의힘 김형동 환노위 간사와 경제6단체 이동근 상근부회장 및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계단에서 노동조합법 개정 반대 경제계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조선DB

 

“대한민국 노사 관계는 노란봉투법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엄청나게 변화할 것입니다. 보수, 진보 정부의 차이는 뭘까요? 보수 정부는 법과 원칙을 중시해 노조의 불법(不法) 행위에 대해 엄정합니다. 노조의 반칙 플레이가 통하지 않죠. 가령 노조의 내부적 비리가 밝혀질 때 그것을 묵과하지 않습니다. 반면 진보 정부는 노조가 불법 행위를 해도 눈감아줍니다. ‘노조는 약자니까 반칙을 해도 대충 봐주겠다’는 식(式)입니다. 당연히 노동계 입장에서는 보수 우파보다 진보 좌파를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 노조가 법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닌데, 노조든 국민이든 불법 행위를 하면 법적인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노동과 관련해 과거부터 끊이지 않는 논란이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게 냉정하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이냐입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노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노총)은 ‘노동자는 사회적 약자’ 프레임을 주장해 왔고 일정 부분 먹혀들었습니다. 사실 윤석열 정부가 노조 회계 투명성을 들고 나온 것은 노조의 아킬레스건을 절묘하게 집어낸 일이었습니다. 노조의 투명하지 않은 회계 시스템에 법과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것이었으니까요.”

― 이제 좌파 정부가 들어섰는데요.
“과거의 좌파 정부는 노조가 법을 지키지 않아도 어느 정도 눈감아주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아예 법을 바꿔서 노조의 권한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노조가 불법 행위를 해도, 회사의 경영권을 침해해도 괜찮다고 합니다. 노조원이 사측과 직접 계약 당사자가 아니어도 회사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완벽하게 게임의 규칙을 바꿨습니다. 이제는 노조 전성시대입니다.”


‘네이버’ 손자회사, “이해진 나와”

▲네이버와 네이버 손자회사 6개 법인의 노동조합원들이 8월 27일, 분당에 있는 네이버 본사 앞에서 2025년 임금협상 및 단체교섭, 복지 개선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노조 전성시대’라는 말이 확 와닿네요.
“내년 3월에 노란봉투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법규정의 내용과 한계가 불명확하니까 노조 마음대로 게임의 규칙을 만들어내기 위해 목소리를 크게 낼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3월 이후에는 매뉴얼이든 지침이든 어느 정도 행정부의 해석 기준이 마련될 것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노조는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고자 할 겁니다. 노조는 무한정 투쟁만으로 자신들의 모든 주장을 관철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에는 원청(原請), 대기업 총수 등을 상대로 정년 연장, 주 4.5일제, 최고 수준의 성과급 등 모두 던지고 볼 겁니다. 이후에 어젠다별 우선순위를 정해 차츰차츰 밀어붙일 겁니다. 일종의 선전포고죠.”

― 양대 노총이 어떤 이슈부터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전망합니까.
“우선은 당장 근로자에게 임금 상승의 효과가 있을 수 있는 성과급 문제에 손을 댈 것 같고, 이후 정년 연장을 주장할 것 같습니다. 하청 노조, 비정규직 노조 등도 양대 노총의 지시에 따라 원청을 상대로 무리한 요구를 쏟아낼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껏 노조가 가보지 못했던 길, 이제는 권력과 법이 그들을 받쳐주는 최상의 조건이 갖춰졌습니다.”

박지순 교수는 ‘노조 전성시대’의 예로 노란봉투법이 통과(8월 24일)된 지 3일 만에 ‘네이버’에서 벌어진 일을 언급했다. 네이버 노동조합은 손자회사 6곳(그린웹서비스·스튜디오리코·NIT·NTS·인컴즈·컴파트너스)의 임금, 단체교섭 결렬의 책임을 네이버에 직접 묻겠다며 총력 투쟁을 언급했다. 네이버 노조는 “최근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된 만큼, 6개 법인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진 네이버가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란봉투법 통과로 파트너의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네이버의 손자회사가 오너인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의 소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란봉투법이 통과가 안 됐더라면 임금이 적다고 내부적으로만 볼멘소리를 했을 텐데, 이제는 네이버를 향해 공개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오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네이버였다면 무시하면 되지만 이제는 법 적용이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둘째, 과거에는 노조의 요구가 임금 인상, 복리 후생 문제 안에 있었는데, 이제는 회사의 새로운 생산 시설 도입, 사업장 이전, 사업 매각, 회사의 인수합병까지 왈가왈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말 엄청난 변화가 사회 전반에 불어닥칠 겁니다.”


“민주당 강경파가 손대며 B급 태풍이 A급으로

▲2025년 7월 16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 도로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노조법 2, 3조 즉각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양경수 위원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조선DB

 

― 문재인 정부는 민노총에 일종의 부채의식이 있다고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다르지 않나요? 민노총에 꼼짝 못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이번 대선에서 민노총은 한노총과 달리 모두 민주당에 베팅했죠. 또한 민노총 지도부는 이재명 대통령과 성남시장 시절부터 긴밀한 네트워크가 있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민주당의 입법 속도는 거의 광속(光速) 수준입니다. 내용의 합리성과 정합성은 거의 무시하고 무조건 통과시켜 보자는 식입니다. 민주당은 정권 초기에 개혁 입법을 쏟아내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사실상 본인들이 원하는 개혁이 어렵다는 것을 여러 방면으로 학습했습니다. 노조 역시 이를 알고 있어서 정권 초기에 청구서를 확실히 내미는 겁니다. 또한 노란봉투법은 여느 법안과는 달리 확연히 반대의 형태를 보였습니다.”

― 어떻게요?
“처음에 쌍용차 노조의 불법 사태로 불거졌을 때는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한다는 민사 면책이 노란봉투법의 기본 내용이었습니다. 이랬는데 2022년에 대우조선 하청 노조가 극단적 투쟁을 하면서 원·하청 간의 노동 시장 이중 구조 문제로 커졌죠. 이런 중 민주당 내에서 친(親) 노조 성향의 강성 의원들이 ‘이번 기회에 판을 바꾸자’고 하면서 노조가 전방위적으로 대기업을 압박할 수 있도록 법안을 수정한 것입니다. 손해배상 책임 제한에서 시작해 사용자 범위 확대, 사업 경영상의 결정에 관여 등으로 커진 거죠. 노란봉투법은 노조가 발의하고 민주당 내 강경 인사가 키워서 B급이었던 태풍을 A급으로 만든 케이스입니다. 통상적인 노동운동은 레벨 10에서 시작하더라도 여론의 탐색,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정치적 개입 등을 통해 5~6 정도로 수렴합니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은 수면으로 나타날 때마다 덩치가 커지더니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더군요.”

― 재계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 정도로 노조의 주장이 고스란히 반영될지 몰랐다고 하더군요.
“대우조선 사태 때만 해도 기업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여당 입장에서도 노란봉투법을 연기하거나 또는 노조의 요구를 대폭 수정할 명분이 있었는데 여지없이 빗나갔습니다. B급 태풍이 A급이 된 것은 민노총의 청구서가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민주당 내에서도 검찰개혁, 방송법, 노란봉투법을 3종 세트로 두고 밀어붙였고, 사실 대통령실에서조차 통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민노총의 청구서 그대로 반영”

― 3종 세트 중 하나였다면 이렇게까지 밀어붙인 것이 이해는 갑니다만.
“노란봉투법의 통과는 민주당의 일부 세력이 대한민국의 노동 질서를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바꾸겠다는 것, 또 집권 여당이 노조 내부에서 일어나는 태풍의 열기를 적절히 제어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원·하청 교섭 관계로까지 문제를 확대할 때 어떤 일이 생길지, 이번 법률 개정에 합리적 교섭 질서를 위해 특례 규정이 필요한지 아무런 구체적 논의도 없이 이렇게 법이 통과되는 게 가당키나 한가요? 민노총이 원하는 아주 진정한(박 교수는 genuine이라고 표현했다) 형태로 관철됐습니다. 빠진 게 있다면 노동쟁의의 범위 중에 ‘모든 근로 조건에 관한 것’ 정도입니다. 이것을 제외하고는 민노총의 청구서가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 정말 대통령실조차 컨트롤하기 힘들었을까요?
“초강성의 민노총이 어느 순간, 이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현 정부가 잘 알고 있다고 봅니다. 때문에 노란봉투법까지는 민노총의 주장을 모두 들어주었으니 더 이상은 청구서를 들이밀지 말라는 암묵적인 약속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으로 민노총은 핵폭탄급 무기를 가지게 됐습니다.”

― 노란봉투법은 이제 시작이군요.
“노동 우위를 여는 서막입니다. 다만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우선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간에 임금 인상, 성과급 지급 등을 두고 충돌할 가능성이 큽니다. 원청 노조가 SK하이닉스처럼 1억원의 성과급을 받는데 하청 노조가 그만큼 받을 수 있을까요? 결국 원청 노조가 양보해 자신에게 돌아갈 파이를 줄여야 하청 근로자에게도 만족할 만한 성과급이 지급될 텐데 과연 원청 노조가 이렇게 할까요? 지금까지의 경험상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토요타, 기득권 과감히 포기”

― 인간의 이기적인 습성 때문인가요, 아니면 우리나라 노조가 특히 그러한가요.
“원래 노동운동의 모토는 원청, 하청을 가리지 않는 노동자의 단결, 연대(連帶)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원청 노조는 기득권의 확대 재생산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대기업 노조는 정규직 근로자 중심으로 동질적 집단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비정규직이나 하청 근로자들과 공유하며 연대를 실천해 본 경험도 거의 없습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기업별 노조체제를 가진 일본과도 대비됩니다.”

일본 토요타 노조의 사례는 우리 언론에도 종종 실리곤 했다. 경영 실적이 좋지 않았던 토요타는 2012년에 영업이익을 회복했지만, 노조는 연봉 인상을 스스로 미뤘다. 토요타 노조의 기본급 인상 유보는 3년째였다. 일본 ‘교도통신’은 2019년에 “토요타 노조가 내년 봄 회사에 자발적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요청, 성과 연봉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경제지 《닛케이》에 따르면, 개편안의 핵심은 성과 기반으로, 개인 평가 결과를 그대로 임금 인상에 적용하는 것이었다. 2022년에는 “유능한 인재는 임금을 올려줘야 회사가 발전한다”며 사측에 호봉제 폐지를 요구했다.

“2024년에는 원청인 토요타와 하청업체, 그리고 노초 측 대표로 ‘확대노사간담회’를 구성해 임금의 합리적 인상안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 인적 투자(임금·역량) 등 의제를 협력회사까지 확장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는 하청 근로자의 임금 및 근로 조건 문제를 간접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합니다. 하청 근로자의 근로 조건이 개선돼야 원청도 원청 노조도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해서였습니다. 일본의 상급 노동단체는 원청의 하청 도급단가 인상을 통해 하청 근로자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빈번하게 조직하고 있습니다. 원청 노조가 큰형으로서, 상대적으로 작은 하청 노조를 챙기라는 겁니다. 일본의 협력적 노사 관계는 상생을 도모하는 원동력입니다. 원청 노조는 하청 근로자와의 공생을 위하여 자신의 기득권을 과감하게 포기하기도 합니다.”


“윤 정부 ‘상생협의체’가 현실적”

▲이정식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2023년 1월 11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조선업 상생협의체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고용노동부

 

― 우리나라는 이런 적이 있었나요?
“토요타 노조처럼 자신들의 기득권을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 조건 개선을 지원한 모델이 될 만한 사례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우리 원·하청 근로자 관계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원청 노조가 하청 노조를 동정할 뿐, 같은 목표를 위해 투쟁하는 동지로 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 원·하청 이중 구조 문제가 분명히 문제는 있는데 해결책은 없습니까.
“윤석열 정부에서 했던 ‘상생협의체’에 노조까지 참여시켜 법제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었습니다. 토요타의 확대노사간담회와 유사한 구조입니다. 원청 입장에서는 양질의 인력을 확보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숙련된 하청 근로자들이 이탈하지 않아야 하고, 하청 근로자도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원청 노조 수준의 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이런 기구가 꼭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 시장 이중 구조 해소를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업종마다 원하청상생협의체 구성을 제도화하고 이를 통해 하청 근로자의 임금 및 근로 조건을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했는데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실패했습니다.”

― 윤석열 정부의 첫걸음이 맞기는 맞았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법률로 상생협의회 구성을 제도화해 조선업을 시작으로 자동차, 철강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여기서 노사 간, 원·하청 노조 간 나눔을 통해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충격을 줄이면서 점진적으로 근로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맞아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1년도 되지 않아 올스톱됐습니다.”

― 다단계 원·하청 구조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특유의 기업 문화라고 하던데, 문제를 애당초 안는 셈이지요?
“원청이 아웃소싱을 주는 것 자체는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 현상입니다. 다만 그 아웃소싱이 2, 3, 4, 5차 등 N차 구조로 가는 원·하청 구조, 이로 인해 원청과 하청 근로자의 근로 조건 격차, 기업복지 격차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특히 원청 노조의 소극적 자세가 문제를 확대시켰습니다. 일본의 토요타 사례처럼 원청 노조가 적극적으로 지붕 역할을 해 하청 근로자에게까지 온기가 퍼져나가도록 하면 원·하청 이중 구조의 문제가 어느 정도는 줄어들 수 있을 텐데 전혀 그러지 않았죠. 원청 노조가 자기만의 리그를 만들었습니다.”


독일 유학 후 노동법에 대한 시각 바뀌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사진=뉴시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한창 전공을 고민했던 때에 국내에서는 국가보안법 반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폐지 등의 이슈로 형법이 유행이었다. 이후 민주화 투쟁에 이어 노동자 대투쟁이 다시금 화두로 떠오르며 노동법을 전공하기로 한 박 교수는 슈뢰더 독일 총리(1998~2005년)가 재임하던 기간에 독일 아우크스부르크(Augsburg)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아 슈뢰더 총리의 노동개혁과 그에 반발해 거리로 뛰쳐나오는 노동자들을 현지에서 직접 봤다.

“노동법을 전공하기로 한 이유는 노동운동을 법적인 관점에서 지원하고 조력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였습니다. 사회민주화의 확대, 노동자의 삶의 질(質) 확보에 대해 많이 공감했거든요. 그런데 노동법을 공부하면서, 또 노동이 가야 할 미래에 대해 고민하면서 생각이 좀 더 복잡해졌습니다. 특히 독일로 유학을 다녀오면서 노동법의 근본적 취지는 무조건적 약자 보호가 아니라 기업과 노동자의 상생, 공생, 공존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 종전의 노동법을 바라보던 시각이 바뀌었군요.
“기업 없이 근로자가 없고, 근로자가 없는 기업은 없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기업과 노동자가 서로 파탄, 파멸시키는 것은 정상적인 노동법의 범주를 벗어나는 길이었습니다. 슈뢰더 총리가 노동개혁을 밀어붙이고 대연정을 구상하는 시기였죠. 유럽은 21세기로 넘어가면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제3의 길’을 주장하며 보수, 진보의 타협을 꾀했고, 슈뢰더 총리는 새로운 유럽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좌파운동을 전개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개혁이었고 이는 전체 유럽을 휩쓴 트렌드가 됐습니다.”


슈뢰더, “정권 잃어도 상관없다”

▲게르하르트 슈뢰더(Gerhard Schröder) 독일 전 총리. 사진=뉴시스/산업통상자원부

 

― 노동법으로 박사 과정을 할 때였으니 당시 학계에서 슈뢰더 총리를 비판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나요?
“독일의 학계와 사회민주당을 지지하는 왼쪽 성향의 학자들도 노동개혁을 우호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제가 몸담았던 대학도 그랬고요. 장기적 경제 위기와 새로운 노동 시장 환경이 복잡하게 전개되던 1990년대 후반 이후부터 독일의 경제가 회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존의 노동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었습니다. 결국 누가 개혁의 총대를 메고, 국민과 노조를 설득하느냐의 이슈였는데, 그 총대를 좌파인 사회민주당이 움켜잡았습니다. 같은 좌파 진영에서는 ‘회색분자’ ‘진보의 탈을 쓴 보수’라며 슈뢰더 총리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끝없이 뒤집어씌웠지만, 슈뢰더 총리는 뚝심 있게 노동개혁의 전도사로서의 역할을 했습니다. 슈뢰더 총리는 ‘정권을 잃어도 상관없다. 독일의 미래를 위해서 희생해도 좋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슈뢰더 총리의 사회민주당은 정권을 잃었지만 오늘날 슈뢰더 총리의 노동개혁의 성과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모습을 목격하고 유학에서 돌아왔지만 한국의 노동계는 제가 떠나기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더군요.”

― 어땠습니까.
“한국 사회에서는 노동운동을 신성불가침, 민주화운동과 동일시하고 있었습니다. 유럽에서 노동운동은 일반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대전제에서 존재하는 영역이며 특혜 집단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노동계는 여전히 특혜를 받아야 할 조직이라는 사고가 남아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한 시각 교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노조도 법과 원칙 준수해야”

▲홈플러스 노조원이 집회에 앞서 단결-투쟁이 적힌 머리띠를 묶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사진=뉴시스

 

―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까.
“첫 번째는 당연히 기업과 노동자의 공존에 대한 성찰이고, 두 번째는 노조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질서에 관한 법과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셋째는 고용안정의 전제로서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협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력, 품질, 원가 경쟁 등 상품에 비중을 두지만, 제가 유학했던 시절 유럽은 노사 관계의 경쟁력, 노동법 제도의 경쟁력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기업이 자국의 시장을 넘어서 전 세계에서 경쟁해야 하는 숙명에 놓인 상황에서 선진국 글로벌 기업보다 불리한 제도에서 경쟁해야 한다면 우리 기업에 경쟁력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적어도 국가 간 경쟁 조건은 같아야 싸움이 되겠지요. 그러려면 노동법부터 노사 관계 수준까지 글로벌 스탠더드에 올려놓아야 하고, 이런 점에서 우리의 노사 관계가 어떻게 하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느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노사 관계라는 것이 참 요원해 보입니다.
“기업 중에 선진적인 노사 문화를 가진 곳도 물론 있지만 제 눈에 비친 모습은 쌍용차 사례와 같이 노조가 극단적인 투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노조는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을 시작했고, 우리의 노조는 한국의 경제력 규모, 또 우리 기업의 위상에 비춰봤을 때 여전히 과거의 계급 투쟁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여기에 더해 노동법 제도는 마치 갈라파고스 규제처럼 고립된, 우리나라만의 것이 되고 있어서 안타까웠습니다.”

― 우리만의 바람직하지 못한 쪽으로 계속 발전해 가는군요.
“외국의 기업은 유연한 근로시간 제도를 통해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제고(提高)의 효과를 거두고, 근로자는 반대급부로 상당한 여가를 누리는 선순환 구조인데, 우리는 여전히 그렇지 못합니다. 한국의 노사 관계 경쟁력은 세계 100위권 밖이고 노조는 갈등적, 전투적, 투쟁적입니다. 해외 투자자들은 여전히 우리나라 노조에 불안한 시선을 갖고 있고,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기업 성장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왜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은 계급 투쟁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협상과 타협을 통한 상생의 관계로 전환하지 못하는가, 노조원들은 왜 아직도 머리띠를 매고, 빨간 조끼를 입고 사업장을 점거하고 있어야만 하느냐는 물음이 계속 따라다녔습니다.”

― 해외에서는 빨간 조끼를 입지 않나요?
“독일은 노사가 교섭하거나 노조가 큰 행사를 할 때면 노조 간부들도 캐주얼 또는 정장을 입고 참석합니다. 사진을 찍으면 누가 사용자고, 누가 노동자인지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유럽은 직장 점거를 통한 시위가 불법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광장으로 뛰쳐나와 호루라기 불면서 춤추면서 자신들의 요구 사항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합니다. 이게 시민에게 호소하는 모습입니다.”


“MZ 세대 노조가 볼 때 너무나 비정상적인 모습”

― 우리로서는 상상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낮에는 계급 투쟁의 장에서 엄숙하게 서로 대치하다가, 밤에는 야합을 이루며 비정상적인 대화를 하는 방식은 이제 생명이 다했습니다. 젊은 세대들, MZ 세대 노조가 볼 때 너무나 비정상적인 모습이 많습니다. 저는 대기업에서 30대 노조 위원장이 나와 협력회사 근로자들의 근로 조건까지 아우르며 청년들의 일자리와 자신들의 노후 문제를 함께 고민하면서 교섭 문화를 캐주얼하게 바꾸는 것이 건전한 노사 관계의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의 합리적 인식과 사고방식이 우리의 노사 관계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동법을 손보기 어려운 이유

우리나라의 노동법은 1953년 8월 9일에 ‘근로기준법’(법률 제286호)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이 법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여러 차례 근본적인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7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그 골격이 유지되고 있다.

― 전후(戰後)인 1953년에 만든 노동법의 기본 골격을 아직도 적용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고 합니다.
“북한 체제와 경쟁 관계였던 이승만 정부는 1952년을 전후해 일본, 미국, 독일법을 가미해서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근로시간 규칙 정도의 항목만 들어갔어도 됐는데, 너무 자세히 만들다 보니 70년 넘게 유지됐는데, 그 골격과 체계가 사실 21세기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듯이 노동법을 손볼 기회가 많았을 것 같은데요.
“노동법은 근로자의 권리를 강화하거나, 또는 현대 산업 질서에 맞게 현대화(modernization)를 해야 합니다. 근로자의 권리만 확대 강화하는 것은 국회의원 입장에서 편합니다. 유권자의 대부분이 근로자니까 노동 존중을 외치며 그들의 권리를 강화하자고 하면 표를 잃을 위험도 없고 설득력이 큽니다. 핵심은 노동의 규칙을 현대 산업 질서에 맞게 모더나이제이션을 하는 것인데, 이러기 위한 핵심 요소는 노동의 유연성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노동의 유연성을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노동법을 손대는 것은 잘해봐야 본전입니다. 이러다 보니 노사가 합의를 해오면 국회의원들이 마지못해서 탄력적으로 바꾸는 척을 하며 근본적 개혁을 차일피일 미뤄왔습니다. 이것도 IMF, 해외발(發)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마지못해서 약간의 노동 유연성 요소를 넣는 방식으로요. 나머지는 전부 노동 존중, 노동자 권리 강화가 되다 보니 진영 논리가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 해외는 어땠나요.
“유럽은 1990년대에 경제적 위기, 실업의 증가, 청년 실업을 겪었습니다. 유럽 경제의 위기에 대해 모든 국가가 하나같이 노동개혁을 얘기하고, 사회보장 제도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스웨덴 등에서 노동개혁을 실제로 추진한 주체는 진보 정부였습니다. 독일의 슈뢰더 총리, 네덜란드 빔콕 총리는 노동계 출신입니다. 진보 정부가 편한 길로만 가고자 했다면, 노동계의 민원을 들어주고 포퓰리즘 정치를 하면 됩니다. 하지만 유럽의 진보 정부는 현재의 경제적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데 노동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인식했고, 노조를 설득할 수 있는 주체는 진보 세력밖에 없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보수 정부가 노동개혁을 외치면 친기업이라는 프레임과 오버랩되지만, 진보 정부가 노동개혁을 주도하면 설득력이 생깁니다. ‘우리는 너희와 친밀하지만, 우리의 후손을 위해서 이런 변화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사실 저는 문재인 정부가 좌파 정부로서 이런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노동법은 비가역적으로 권리화된다”

―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처음 한 일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전원 직고용을 약속한 건데요.
“그러게요. 노동법의 현대화 같은 개혁은 절대 하지 않더군요. 트럼프의 등장으로 세계 경기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문재인·이재명 정부가 만약 유럽의 진보 정부였다면 오랫동안 구체제에 갇혀 있던 노동 규범의 현대화를 시도했을 겁니다. 그런데 사실상 처음 한 일이 노란봉투법의 통과니 기절초풍할 일입니다. 노동법의 뿌리는 유럽입니다. 물론 독일은 보수와 진보의 정권 교체가 빈번하고, 중요한 경제·사회 정책의 상당수가 대연정을 통한 타협으로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한국의 좌파는 포퓰리즘적 성향이 과도하게 강합니다. 현실 여건을 무시한 경제·사회 정책을 급진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미래지향적인 개혁의 선봉장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해관계자인 노조와 야합을 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만 골몰합니다. 합리적 경쟁을 통한 지속가능한 공동체 통합이라는 대승적 목표를 절대 보지 못합니다. 무조건 보수를 궤멸시키고 행정, 사법을 아우르는 괴물이 되려고 합니다. 양심적인 진보가 있다면,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 우리에게 양심적인 진보가 있을까요?
“없다면 너무 불행한 일입니다. 우리의 진보는 너무나 거칠고 천박합니다. 노란봉투법뿐만 아니라 검찰개혁, 방송법 등을 보면 조악합니다. ‘모든 것을 내 뜻대로 하겠다’는 목표가 너무 명확하게 보입니다. 개혁을 외치지만 속내는 모든 것을 민주당 통치 아래에 두겠다는 겁니다. 미래지향적 사회 구조 문제를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했다면, 식견을 갖춘 전문가 집단의 지혜를 경청했다면, 과연 노란봉투법과 같은 법이 통과될 수 있었을까요? 미래에 대한 인식, 국가에 대한 비전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노동계와 야합한 결과물입니다. 굉장히 충격적이고 실망스럽습니다.”

― 대통령 정책실장이 일단 해보고 아니면 바꾸겠다고 하는데요?
“노동법은 비가역적(非可逆的)으로 권리화됩니다. 이미 노동자가 노조가 자기 권리라고 하는데 그걸 다시 법으로 되돌린다면 노동자 입장에서 권리를 뺏긴다고 생각할 겁니다. 결사적으로 저항하겠죠. 그런데 오늘의 노조 활동이, 불법 시위가 대다수의 시민에게 지지를 받고 있나요?”


“독일 노조, 경영 전략에 대해 협조”

― 귀족 노조라는 비판이 오히려 많아 보이는데요.
“독일의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수시로 파업하고, 독일 기관사도 자주 파업을 합니다. 당장 기관사가 파업을 하면 시민들은 출퇴근에 곤경을 겪습니다.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하지만 대다수의 시민은 심각하게 문제 제기를 하지 않습니다. 노조를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노조가 투쟁을 위한 투쟁, 명분을 위한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노사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신들의 의사 표현으로 예정된 시각에, 예정된 분량의 파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노조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거나 기업이 결정하는 경영 전략에 대해서는 협조를 합니다. 올해 자신들의 요구가 실현되기 어렵다면 내년으로 미루고, 또 근로자 대중을 설득합니다.

독일의 금속노조는 세계 최강의 산별 노조입니다. 하지만 총파업을 남발하지 않습니다. 대개는 특정 지역, 특정 회사를 상대로 상징적인 파업을 합니다. 독일은 제도화된 협력 시스템을 갖고 있고, 일본은 제도화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관행으로 리더십을 존중하는 시스템입니다. 일본은 1970년대에 과격한 노동운동이 있었지만 그것이 기업이나 근로자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협력 지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의 노조는 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투쟁을 위한 투쟁을 하지 않고, 회사의 큰 결정에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을까요? 스스로 반성해야 할 일입니다. 이번에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킨 것도 정말 노동자를 위한 것인지, 노조 간부를 위한 것인지를 묻고 싶습니다.”

“민노총의 최종 귀결점은…”

― 노란봉투법은 결국 일자리 감소로 귀결될 것이고, 노동운동가에게나 좋은 법이지 일반 노동자에게 좋은 법은 아니라는 얘기들을 하더군요.
“동의합니다.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12% 정도입니다. 수많은 기업에 노조가 있긴 해도 활동성 노조는 많지 않습니다. 저는 민노총의 최종 귀결점은 노동자 정당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원·하청 기업의 경계를 완화시켜서 하청 근로자의 노조 조직률을 높이자는 거죠. 정말 원·하청 격차를 줄이려면 원청 노조가 자신의 기득권을 양보해 성과를 나누어야 하는데 과연 할까요? 노란봉투법처럼 이념에 치우친 법을 만들어 노사 관계를 대립과 갈등의 구도로 몰아넣는 것은 답이 아닙니다. 기업을 압박하기보다 상생할 수 있도록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겁니다. 이런다고 하청 근로자의 행복 지수가 올라갈 리도 만무합니다. 결국 행복의 척도는 고용 안정인데, 과연 노란봉투법으로 이것이 이뤄질는지 고려해 봐야 할 시점입니다. 회사와 노동자의 공존을 위해 태어난 게 노동법이란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월간조선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11.06 [속보]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2명 구조, 7명 매몰 추정"

▲6일 오후 2시 6분쯤 울산 남구 용잠동 울산화력발전소에서 구조물이 붕괴돼 근로자들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울산소방본부

 

6일 오후 2시 6분쯤 울산 남구 용잠동 222 울산화력발전소 내 구조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오후 3시 기준으로 2명은 구조됐고, 근로자 7명이 무너진 구조물 잔해 밑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차량 13대 등을 투입해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조선일보 김주영 기자

 

11.07 9초 만에 9명 덮쳐… 매몰된 아빠의 청춘

울산 화력 붕괴, 2명 구조... 매몰 7명 중 사망 3명, 사망 추정 2명, 실종 2명

 ▲7일 오전 울산 남구 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매몰자 수색 및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뉴스1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로 매몰돼 있던 7명 가운데 사망자가 3명으로 늘었다. 2명은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소방 당국이 7일 밝혔다.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현장 브리핑을 통해 사고 당일 구조물이 낀 채 발견된 2명 중 1명은 이날 오전 4시 53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첫 사망자인 김모(44)씨는 전날 오후 3시 45분쯤 발견돼 소방 당국이 중점적으로 구조 작업을 벌이던 매몰자 중 1명이었다.

 

구조대원들은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김씨를 구조하려고 1~2명씩 교대로 좁은 틈을 뒤집고 들어가 바닥을 파내고 철근 등을 잘라내면서 그에게 접근했다. 의료진과 영상 통화를 하며 지도를 받아 진통제를 투여하고, 담요 등도 전달하며 구조 작업을 이어갔으나 김씨에게 심정지가 발생했다.

 

다른 1명은 소방대원이나 의료진 접근이 어려워 정확한 확인이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졌지만, 현재 사망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7시 34분부터 8시 52분 사이에 매몰자 3명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들 역시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추가 발견자 3명 중 2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소방 당국에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 사고로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원은 7명이다. 이중 현재 사망하거나, 사망이 추정되는 사람은 총 5명이다.

 

사고 당일인 전날 매몰 지점을 발견했던 2명은 D구역, 구조 이튿날인 이날 추가로 발견된 3명은 B구역에서 발견됐다.

 

매몰자 중 남은 2명은 현재까지 생사나 매몰 지점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날 오후 2시 2분쯤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60m 높이 보일러 타워가 무너져 9명이 매몰됐다.

 

소방 당국은 가용 인력과 장비를 모두 동원해 수색 및 구조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선일보 김미희 기자  김준호 기자 김주영 기자

 

11.09 연세대 집단 부정행위 정황…600명 시험서 190명이 커닝?

교수 "0점 처리하겠다…자수하라"

/연세대 본관

 

연세대학교 한 강의의 중간고사에서 집단적인 부정행위 정황이 발견돼 파장이 일고 있다. 정원 600명인 수업에서 최대 190명이 부정행위 저질렀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학생이 챗GPT 등 AI(인공지능)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연세대 신촌캠퍼스의 3학년 대상 수업 '자연어 처리(NLP)와 챗GPT' 담당 교수는 최근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다수 발견됐다"며 적발된 학생들의 중간고사 점수를 모두 '0점' 처리하겠다고 공지했다.

 

자연어 처리와 거대언어모델(LLM) 등 생성형 AI를 가르치는 이 수업은 약 600명이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원이 많은 만큼 수업은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중간고사 또한 지난달 15일 비대면으로 치러졌는데, 그 과정에서 부정행위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부정행위를 막으려는 조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험은 온라인 사이트에 접속해 객관식 문제를 푸는 식인데, 응시자에게 시험시간 내내 컴퓨터 화면과 손·얼굴이 나오는 영상을 찍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은 촬영 각도를 조정해 사각지대를 만들거나, 컴퓨터 화면에 여러 프로그램을 겹쳐 띄우는 식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정황을 파악한 교수는 학생들에게 '자수'를 권유했다고 한다.

 

실제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 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강생 사이에선 절반 이상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수강생은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양심껏 투표해보자"는 투표 글을 올렸는데, 353명 중 '커닝했다'가 190명, '직접 풀었다'가 163명이었다.

 

상당수는 부정행위 과정에서 AI를 몰래 쓴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수업 수강생 A씨는 연합뉴스에 "대부분 챗GPT를 사용해 시험을 치른다"며 "나만 안 쓰면 학점을 따기 어려울 거라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지난 학기 이 수업을 들은 B씨 역시 "저를 비롯해 많은 친구가 AI로 검색해 가며 시험을 봤다"고 털어놨다.

매일신문 김봄이 기자 bom@imaeil.com 

 

11.10 일류대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보는 참담함

대학 중간고사에서 연이어 부정행위가 발각돼 충격을 던지고 있다. 그것도 사학의 명문으로 알려진 연세대·고려대에서 일어난 일이다.

연세대에서는 수백 명이 수강하는 ‘자연어 처리와 챗GPT’ 과목 중간고사에서 집단 부정행위 정황이 드러났다. 600여 명이 수강하는 이 수업은 인원이 많은 만큼 비대면 수업에 중간고사 역시 비대면으로 치러졌는데 여기서 문제가 터졌다. 일부 학생들이 촬영 각도를 조정해 사각지대를 만들거나 컴퓨터 화면에 여러 프로그램을 겹쳐 띄워놓고 AI를 이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담당 교수가 자수하는 학생은 중간고사 점수만 0점 처리하고 발뺌하는 학생은 학칙대로 유기정학 처분을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대학 관계자는 현재까지 40명 정도가 부정행위를 ‘자수’했고 부정이 의심되는 10명은 자수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인공지능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시간들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자신의 머리를 쓰는 대신 자꾸 AI에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너 자신을 위해 AI를 적극 활용하라, 그러나 AI가 너의 생각과 글쓰기를 대체하도록 놔두지는 말라.

고려대에서도 중간고사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드러났다. 10일 한 신문 보도에 따르면 비대면 교양과목에서 ‘집단 부정행위’ 정황이 포착됐다. 문제가 발생한 수업은 ‘고령사회에 대한 다학제적 이해’로, 1400여 명이 수강하는 비대면 온라인 강의다. 이 강의에선 지난 10월 25일 컴퓨터를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중간고사를 치렀다. 그런데 일부 학생이 시험시간에 오픈채팅방에 문제를 공유하며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다른 학생들 제보로 밝혀졌다.

학교 측은 중간고사를 전면 무효화했다. 학교 측은 지난 10월 27일 공지를 통해 "명문사학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도저히 부정행위를 묵과할 수 없으므로 중간고사 전면 무효화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고 밝혔다.

연대와 고대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서야 비로소 들어갈 수 있는 일류 대학들이다. 미래의 엘리트로 이 나라를 이끌어나갈 이들이 가장 기본적인 윤리를 저버리고 있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정치·사법권을 비롯해 지금의 어른들이 이들에게 정의를 말할 자격은 있는가. 우리의 교육과 기성세대를 돌아보게 하는 참담함이다.
자유일보 사설 

 

11.10 꿀사과 골라 따는 로봇...'깐부' 맺은 농업과 AI

스마트팜 혁명 이끄는 첨단기술

4~5년 전, AI를 상상으로만 생각했던 그 때, 관련 논문이나 전문가들은 어떤 직업은 사라질 것이고 웬만한 노동력은 대체될 것이라는 얘기들을 했다. 그때의 예상들과 지금의 현실은 다르다. AI와 가장 거리가 가장 멀 것이라고 생각했던 창작 예술 분야(그림·음악·영상·소설 등)가 가장 먼저 정복당했고, 예상한 대부분(법·교육·정치·회계 관련 등)의 분야가 금전적 그리고 윤리적인 이유로 아직 AI의 침범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AI 거품론’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현재, 이제 일부에서는 AI를 효과적으로 그리고 부드럽게 녹여 사용하는 시기로 접어든 것 같다. 그 가운데 AI와 가장 어울릴 것 같지 않았지만 가장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분야가 농업이다.

 

스마트 팜에 자연스럽게 들어선 AI

농업은 인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류의 역사 그 자체다. 인류의 농업은 1950~1960년대에는 기후를 극복했고, 1980~2000년대에는 환경과 공간을 극복했다. 그리고 AI 시대인 현재는 노동력을 극복하고 있는 중이다.

농업은 인류가 발전하게 된 계기이자 언제나 첨단기술의 시험장이 되고는 했다. AI가 없던 1950~60년대에도 스마트 팜이라는 자동화 기술이 있었다. 비닐하우스가 투입되면서 인류는 날씨도 극복했다. 1989년에는 대한민국에서도 하우스 내부의 온도와 습도 등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첨단기술이 도입 보급됐다.

인터넷 네트워킹이 정착하면서 그 혜택을 초기에 받았던 것도 스마트 팜이었다. 해가 들지 않는 대형 건물 안에서도 인공태양 빛으로 작물을 키웠고, 흙도 필요 없는 아파트형 식물공장 단계에 이르렀다. 빌딩, 사막 그리고 우주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다.

AI 기반 자율주행 트랙터는 정해진 경로를 따라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며, 농부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이 모든 과정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한다.


한국인이 만든 똑똑한 수확 로봇

AI 기술이 적극 도입된 농업 사례들에는 노동력 부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 부족한 노동력을 파종부터 수확까지, 반복적이고 힘든 작업을 로봇이 대체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 팜 기술은 AI와 그래픽카드가 농업에 적극 투입되기 시작하면서 최첨단의 끝을 달리고 있다.

한국인 이길우 대표가 미국에서 창업한 ‘조르디’(Zordi)라는 회사는 정찰 로봇과 수확 로봇을 통해 농작물 수확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물을 자라게 하는 것까지 만들어놨으니, 이제 완벽하게 수확하는 것까지 구현된 것이다.

조르디는 스마트 팜 기술에 AI와 그래픽카드를 적극 투입하고 있다. 그래픽카드를 활용해 작물의 건강부터 품질 그리고 개별적 수확 여부 등을 판별한다. 이후 전문적으로 훈련시킨 로봇이 돌아다니면서 과일 하나하나를 확인하며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수확한다.

그동안 로봇을 이용한 수확은 품질의 등급을 포기해야 했다. 수확한 농산물을 인간이 일일이 다시 확인해서 등급별로 나누어야 했다. 하지만 조르디의 로봇은 지금 수확해야 될 것과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들을 알아서 구분하니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렇게 수확된 작물들은 최고의 품질을 약속한다.

 

▲카본 로보틱스의 레이저위더(왼쪽)의 카메라가 잡초와 작물을 구분하는 화면.

 

잡초 제거 특명 받은 가위 로봇

첨단 그래픽카드를 농업에 사용한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어떻게 보면 다소 단순하고 원초적 그리고 직관적으로 활용한 방법인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팜와이즈’(FarmWise)라는 기업은 잡초를 농약 없이 제거하는 로봇을 만들었다.

구조와 원리는 매우 단순하다. 10대의 카메라를 통해 논밭을 지나가면서 촬영하고, 이 촬영된 사진과 영상을 그래픽 카드를 통해 분석한다. 이후 가위같이 생긴 팔로 작물을 제외한 잡초를 물리적으로 헤집어 제거한다.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게 된 배경에는 역시 농촌의 노동력 부족 문제가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 56%의 농장주가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는데, 제초 작업 로봇은 같은 시간에 사람 10명분의 일을 할 수 있다. 팜와이즈는 부족한 인력도 메우고 하루 24시간 주 7회 일할 수 있는 로봇으로 그동안 인간이 할 수 없었던 일도 대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싸지만 효율 높은 레이저 로봇

제초 로봇을 만드는 또 다른 회사로는 ‘카본 로보틱스’(Carbon Robotics)가 있다. 지구의 잡초들은 인간이 만들어 낸 제초제에 계속 내성이 생기고 있다. 잡초와 제초제의 창과 방패 싸움으로 매년 새로운 제초제가 나오며 비용은 계속 올라간다. 농장 크기가 한국의 시 단위 크기인 미국에서는 사소한 제초제 문제가 천문학적인 돈으로 바뀔 수 있다.

카본 로보틱스에 개발한 로봇은 원리는 팜와이즈의 로봇과 비슷하지만 디테일이 다르다. 카본 로보틱스의 ‘레이저위더’라는 로봇은 이름처럼 레이저를 이용해 잡초를 제거한다. 피부과에서 얼굴에 검게 피어오른 기미를 레이저로 태워 제거하는 것은 연상하면 된다.

레이저위더는 24개의 그래픽 카드가 탑재된 AI를 통해 작물과 잡초를 구분해 잡초를 레이저로 지져 없앤다. 가위로 물리적으로 찢어 버리는 팜와이즈와는 다른 길을 간 것이다. 가위 대신 레이저를 사용한 장점으로는 기계공학적 복잡성이 줄어들어 관리가 상대적으로 편하다는 것이다.

물론 장비가 장비니 만큼 가격은 어마무시하다. 한화로 약 21억 원에 달하는 장비지만, 놀랍게도 미국 농가에서 구입 후 잡초 관리 비용을 최대 80% 가깝게 절감하는 효과를 냈다고 한다.

▲조르디의 수확 로봇이 바라보는 세상. 꽃과 잎 그리고 과실의 익힘 정도까지 구분해서 수확이 필요한 과실만 골라 수확한다.


농업은 AI와 잘 만난 모범적 사례

농업을 위한 최첨단 기술은 스케일이 큰 미국의 농장에서나 가능한 기술만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작은 비닐하우스에서 AI 솔루션을 적용해 생산성을 40% 이상 높인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는 귀농을 꿈꾸는 청년 농업인에게 경험 부족이라는 큰 장벽을 허물어 주는 사다리가 되어주고 있다.

물론 단점도 존재하는 양면성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새로운 기술 도입에 필요한 높은 초기비용과 기술 적응 어려움이 있긴 하다. AI 기술 도입 여부에 따른 농가간 생산성 및 소득 격차가 더욱 벌어져 평준화가 힘들어진다는 것도 있다.

하지만 농업이 가지는 올드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그 어떤 분야보다 AI가 농업 첨단 기술에 친화적이며 자연스럽게 도입되고 있다. AI와 농업의 융합은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고품질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며, 나아가 환경까지 보호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추구한다.

전문가들이 우려한 것처럼 최근 들어 AI가 범죄에 악용되는 일들이 늘고 있다. 그 수법은 점점 치밀해지고 정교해져 간다. 안타깝게도 인류 역사에서는 항상 나쁜 것과 자극적인 것들의 발전 속도가 빨랐다. AI를 이용한 인류 친화적이고 모범적인 사례를 더욱더 많이 소개할 수 있는 세상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유일보 
이태현 전자공학 박사

 
 

11.12 처벌이 능사? 현장엔 서류만 쌓인다

대통령 엄포에도 줄지 않는 산재
노동부 안전 우수 건설사 졸지에
공개 망신주기 처벌 1호 기업 돼
해외처럼 처벌보다 예방에 집중을

지난 6일 울산화력발전소에서 최소 3명이 숨지는 중대재해 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산업재해 사망 사고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규정하며 징벌적 손해배상 등 강도 높은 규제를 지시했다. 이후 정부는 영업이익 5% 이내 과징금 부과, 건설사 등록 말소 등 초강력 대책을 내놨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산재 사망 사고를 줄이는 데 “직을 걸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한 시민단체가 언론 보도를 토대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산재 사망 사고는 7월 66건, 8월 71건, 9월 82건으로 늘었다. 대통령의 서슬 퍼런 엄포도, 정부의 고강도 처벌에도 사고는 줄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울산 사고 현장을 찾은 노동부 장관의 일성은 “압수 수색 등 강제 수사를 하겠다”였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엿새째인 11일 오전 발전소 후문 앞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앞줄 왼쪽 두번째)이 현장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는 다르다. 독일은 모든 사업장에서 위험성 평가를 의무적으로 시행한다. 근로자 대표가 안전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연방·주 정부, 산재보험 기관이 협력한다. 그 결과 독일의 산재 사망률은 인구 1만명당 2005년 0.12명에서 2022년 0.07명으로 떨어졌다. 일본도 2023~2027년 ‘제14차 노동재해방지계획’을 추진하며 외국인·특수고용직·고령자 맞춤형 안전 정책을 시행 중이다. 장기적인 계획과 자율적인 시스템으로, 일본 산재 사망자 수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포보다 신뢰, 처벌보다 예방 시스템이 중요하다.

 

산재는 대부분 복합 요인에서 발생한다. 기계 결함이나 관리 소홀뿐 아니라 근로자 부주의, 예측 불가능한 변수도 얽혀 있다. 삼성물산 사례를 봐도 그렇다. 지난 8월 고용노동부 장관이 20대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모은 자리에서 삼성물산은 안전 관리 우수 기업으로 발표를 맡았다. 2021년부터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전면 보장한 삼성물산은 위험이 감지되면 누구든 즉시 작업을 멈출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른 협력 업체 손실은 삼성물산이 보전했다. 위험 요소를 발견한 근로자에게는 포상도 지급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까지 무려 58만건의 작업 중지권이 행사됐고, 재해율은 2021년 0.18%에서 올해 0.12%로 떨어졌다.

 

이런 ‘안전 우수 기업’이 아이러니하게도 ‘중대재해 공시 1호 기업’, 공개 망신 주기 처벌의 첫 대상이 됐다. 지난달 29일 삼성물산의 판교 건설 현장에서 하청 업체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금융위가 상장사의 중대재해 공시를 의무화(지난달 20일)한 이후 나온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

 

일터에서 죽어서는 안 된다. 그 명제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해결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선 하루 평균 7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그렇다고 자동차 공장을 폐쇄하고 CEO를 처벌해야 할까. 중대재해를 줄이겠다는 목표는 옳지만, 기업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붙이는 방식은 잘못됐다. 요즘 기업들은 “시범 케이스로 걸리면 끝장난다”며 안전 관리보다 ‘책임 회피’용 서류 쌓기에만 급급하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안전 관리 임원은 “이러다 보니 정작 사고는 줄지 않고 현장 안전 관리자와 근로 감독 규제를 위한 서류 작업만 늘고 있다”고 푸념했다.

 

정부는 손쉬운 ‘군기 잡기’식 대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처벌 강화만으로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 산재 예방 시스템이 현장에 뿌리내리지 않는 한, 울산화력발전소와 같은 비극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비극의 악순환을 막으려면 AI 카메라로 사고 위험을 사전 감지해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스마트 안전 장비를 지원하는 등 실질적 안전 인프라부터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해결사가 아니라 기업과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안전 문화를 정착시키도록 돕는 조력자이자 조정자가 돼야 한다. 처벌을 앞세운 공포 정책만으로는 결코 생명을 지킬 수 없다.

조선일보 신은진 기자

 

11-12 시장 억압적 주택대책으론 백전백패

이주선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학 연구교수

충격적 10월 대책 부작용 속출

4개월 만에 부동산대책 3전3패

진보 정부 때마다 집값은 급등

실수요자도 자산 증식 더 중시

투기자와 억지 구분은 비현실

기존 공급책 신속 완결도 중요

 

이재명 정부는 출범 넉 달 만에 부동산 대책을 세 번이나 발표했다. 6월과 9월에는 대출 축소를 골자로 한 수요 억제책을 내놨다. 10월에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의 토지거래허가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 분양권 전매제한 기한 확대,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 다주택자 취득세·양도세 강화 등을 망라해서 시장에 큰 충격을 가했다. 정부가 이렇게 한 이유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해서이다. 출범 초이던 6∼7월 서울 주택 평균 가격은 14억 원대 초였는데, 9∼10월에는 15억 원에 근접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출범 후 4개월간 약 4.6% 올라 주택가격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문재인 정부 초기(2.3%)의 2배에 달했다. 특히, 성동·송파·마포구 등은 8∼11%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 대책들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현 상황에 대책이 부적절하므로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민주화 이후 서울 주택가격은 진보 성향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동안 급격히 상승했다. 주택 가격은 김영삼 정부 말 2억5000만 원에서 김대중 정부 말 3억5000만 원으로 40%, 또한 거의 모든 부동산 세제·규제를 총동원한 노무현 정부 말 5억3000만 원으로 77% 치솟았다. 다시 박근혜 정부 말 5억8000만 원에서 28회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문재인 정부 말에는 12억6000만 원으로 117% 폭등, 2배 넘게 올랐다. 그리고 현 정부에서 15억 원대에 근접했다. 강력한 수요 억제책이나 수요를 무시한 공급 대책이 가파른 가격 상승과 관계가 있음을 말해준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주택은 거주를 위한 소비재이자 강력한 투자 수단이다. 주택의 이 양면성은 수요 억제책에 의한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 정책 실패의 단초는 주택 실수요자와 주택 투자자(부동산 투기자) 구분에서 시작된다. 대개 실수요자도 거주보다는 자산 증식을 먼저 생각한다. 그러므로 실수요자와 투기자를 구분하려는 대출 제약과 세금 중과는 다양한 시장 왜곡과 부작용을 초래한다. 결국 이는 시장에서 실수요자는 거의 배제하고, 여유 자금을 가진 이른바 ‘투기자들’만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여유 있는 투자자들이 ‘똘똘한 한 채’를 택하고 매입 가격보다 낮아질 경우 보유를 택해서, 가격을 하방경직적이 되게 한다. 대대적 수요 억제책이 시행된 진보 정권 시기에 폭등이 반복된 것은 이런 정책에 대한 시장 반응에 기인한다.

 

다른 중요한 이유는, 수요는 실시간으로 변동하는데 공급은 상당한 시차(time lag)가 있어서이다. 서울 주택 수요자는 서울 시민만이 아니다. 지방 거주자, 기업, 외국인과 외국 기업, 금융자본 등 전 세계에 있다. 수요 억제책과 공급 제약은 투자 수익성을 크고 안정적으로 만들어 이들의 참여를 촉진한다. 5년 임기 정부가 주택 공급책을 지금 내놔도 임기 내 공급은 어렵다. 그러므로 공급을 확 늘리려면 새 공급책이 아니라 기존 공급책들을 신속히 완결해야 한다. 그러나 새 정부마다 이전 정부 공급책을 뒤엎고 이념에 입각한 정책을 시도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을 확신케 해 수요 확대를 촉발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동산 대책을 시장 친화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주택 수요자와 공급자를 투자자로 보고 그 인센티브에 부합하는 정책 방향을 택해야 한다. 다양한 대출 규제는 금융기관 건전성 기준에만 적합하면 완화하고, 거래세를 낮춰서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 또, 임기 내 공급 최대화를 위해 역대 정부의 기존 공급책 완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초과 수요인 서울과 수도권 공급을 늘리되, 수요는 서울에 있는데 과잉 공급 지역인 일산·파주나 지방 공급을 확대하는 헛발질을 그만둬야 한다. GTX 역세권 주택 공급 확대도 GTX 개통 일자 확정과 재정·예산 우선 투입으로 실현 가능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

 

또 하나, 신속 공급을 위해서 LH 등 공기업을 동원하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 과거 진보 정권들도 LH 등 공기업을 대대적으로 동원하고 임대주택의 획기적인 확대를 공언했는데 실현된 적은 없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공기업 임직원의 부패·비리가 발생해서 공분을 사고 정권에 심각한 부담을 안겼을 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화일보 

 

11.13 부천 제일시장에 1t 트럭 돌진…2명 사망 등 20명 부상

 
 

경기 부천시 제일시장 안으로 트럭이 돌진해 2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13일 경기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5분쯤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1t 화물트럭이 시장 안으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시장 안에 있던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또 18명이 다쳐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트럭이 시장 상가로 돌진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장비 21대와 대원 60명을 투입해 현장 조치를 했다.

 

 ▲13일 경기 부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A씨가 몰던 1톤 트럭이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트럭이 돌진해 지나간 자리에 물건들이 흩어져 있다./뉴스1

 

상인 진모(43)씨는 “가게 안에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차가 굉음을 내면서 지나가 쾅 소리를 내고 멈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사고 당시 소리가 너무 커 건물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운전자는 사고가 난 시장 안의 상인인 60대 남성 A씨로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다. A씨는 사고 당시 문에 끼여있었다가 구출됐으며 크게 다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를 교통사고특례법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씨는 경찰에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경기 부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60대 A씨가 몰던 1톤 트럭이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뒤 엉망이 된 시장 골목./뉴스1

조선일보 부천=이현준 기자 김은진 기자

 

11.14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교수의 공로

타당성·완성도와 별개로
시민운동권이 만든 성역에
정면으로 맞선 학술적 성과

이분법적 선악론 넘어
무겁게 닫힌 역사의 문을
박 교수가 힘겹게 열었다

 ▲2023년 10월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가 본인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의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취재진에게 심경을 밝히고 있다. /남강호 기자

 

지난 9월 말 연휴를 앞두고 논란의 책 ‘제국의 위안부’가 다시 화제가 됐다. 국내 출판계 대표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에서 그 책의 저자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에게 특별공로상을 주려다 비난 여론이 일자 취소한 일 때문이다.

 

2014년 나눔의집 고문 변호사 등이 책의 초판본에 대해 위안부 할머니 아홉 분의 이름으로 명예훼손 및 판매 금지 가처분 소송을 걸며 허위라고 지적한 109곳, 이후 원고 측이 수정 신청한 53곳,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에 따라 34곳이 삭제된 상태로 출판된 2판본 자료를 구했다. 그리고 긴 연휴를 이용해 그 내용을 살폈다. 2025년 7월 대법원의 최종 무죄판결에도 불구하고 읽는 게 내키지 않았으나 무위로 돌아간 출협의 공로상 해프닝이 기어이 필자를 험한 일로 떠밀었다.

 

예상대로 책의 내용은 불편했다. 그 대목들이다.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는 이들은 ‘위안’을 ‘매춘’으로만 생각했고 우리는 ‘강간’으로만 이해했지만, ‘위안’이란 기본적으로는 그 두 요소를 다 포함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 ‘위안’은 (중략) 수입이 예상되는 노동이었고, 그런 의미에서는 ‘강간적 매춘’이었다.”(120쪽 19줄) “일본 군인과 연애도 하고 위안을 애국하는 일로 생각하기도 했던 위안부들의 기억이 은폐된 이유는 그녀들이 언제까지고 일본에 대해 한국이 피해 민족임을 증명해주는 이로 존재해주어야 했기 때문이다.”(190쪽 5줄)

 

소녀상을 두고도 박유하 교수는 “협력의 기억을 거세하고 하나의 이미지, 저항하고 투쟁하는 이미지만을 표현”(207쪽 10줄)했다고 비판한다. 그 정결한 좌상 앞에서 한참 동안 발걸음을 뗄 수 없었던 필자였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답답함이 가슴을 눌렀다.

 

종합적으로 필자는 ‘제국의 위안부’가 담아낸 역사적 사실들, 인터뷰들, 그리고 그 해석의 타당성에 동의하지 않는다. 책 전반의 내용, 특히 논란이 되었던 초판 삭제 내용들은, 저자가 왜 일본 국가의 책임을 부인하고 업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을 받는지를 보여주었다. 책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더욱 잘 이해시켜 주는지도 의문스러웠다. 일본군과 위안부의 동지적 관계, 심지어 사랑이 싹튼 사례에 대한 서술에서는 문제의 본질인 거시적 맥락을 간과한 채 사실보다 감성을 앞세운 해석의 과잉이 느껴졌다. 지도 학생 논문이라면 그 부분들을 삭제하라고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이 책을 “학문적 타당성이 결여된 저작물이 노이즈 마케팅으로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절하하는 시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러한 신화를 구축해온 이들이 누구였는지를 우리는 이제 알고 있다. 박유하 교수의 책은 그 타당성 및 완성도와는 별개로, 권력화된 시민 운동권이 성역을 만들어온 위안부 도그마에 정면으로 맞선 학술적 성과물이었다.

 

인간의 삶과 역사는 모든 이에게 하나의 동일한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 다층적 현상이다. 합의된 해석이나 금기시되는 주제들에 대한 새롭고, 도전적이며, 심지어 상식을 벗어난 주장들을 통해, 우리의 인식은 확대되고 정밀해지며 실체적 진실에 접근한다. 학문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22조 1항)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학문이 누려온 자유는 제한적이었다. 권위주의 시기에 그 자유를 제약한 일차적 수단이 국가 보안이었다면, 지금은 명예훼손이 주요 수단이 되고 있다.

 

학자들이 누리는 자유만큼이나 연구 대상이 되는 이들의 명예가 소중함은 물론이다. 문제는, 진영화된 강성 시민단체들이 시대정신·정의·헌신의 명분에다 2차 가해 논리까지 더해, 과거 그리고 그 연장선으로서의 현재를 바라보는 자신들의 이분법적 선악론을 벗어난 관점들을 차단하는 수단으로 명예훼손을 오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역사의 명암에 대한 심층적 이해와 공감의 확대가 아닌 흑백논리식 편 가르기와 반감의 심화라는 악순환을 낳았다. 위안부, 4·3, 여순, 광주, 세월호, 이태원 등 그 리스트는 길게 이어진다. 현시점에서 12·3 비상계엄을 둘러싸고 같은 일이 반복되려 하고 있다.

 

명예는 부당하게 얻어지고 유지되는 평판이 아니라, 개인과 타인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구성되는 사회적 평가이다(박용상, ‘신명예훼손법’). 입막음이 아닌 열린 소통이 출발점인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 심부에 위치한 갈등과 분열의 뇌관을 들어내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닫힌 문을 박유하 교수가 힘겹게 열었다. 출협이 그 공로를 기리려 한 것은 온당한 일이었다.

 

/그래픽=이지원

조선일보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11.17 상주영천고속道 탱크로리, 화물차 등 연쇄 추돌… 2명 숨지고 4명 다쳐

▲17일 오전 3시 10분쯤 경북 영천시 신녕면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26t 탱크로리 차량이 앞서가던 화물차를 추돌하면서 화재가 발생, 소방 당국이 진화하고 있다./경북소방본부

 

고속도로에서 기름을 싣고 달리던 탱크로리와 화물차, 승용차 등이 연쇄 추돌하면서 화재가 발생,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17일 경북경찰청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12분쯤 경북 영천시 신녕면 화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 상주 방면 93.6㎞ 지점에서 1차선을 이용해 상주 방향으로 달리던 26t 탱크로리 차량이 2차선에서 주행 중이던 2.5t 화물차량의 좌측 적재함을 추돌했다. 이후 14t 화물차가 사고 탱크로리 차량 뒷부분을 추돌하는 등 뒤따라오던 승용차, 버스 등 차량 8대가 추가로 연쇄 추돌했다.

 

사고 발생 당시 화물차 1대에 실려 있던 H빔 다량이 반대 방향인 영천 방면으로 떨어지면서, 이를 피하려던 승용차와 13t 화물차 등 3대가 옹벽, 가드레일 등을 충돌하는 사고도 뒤따랐다.

 

▲17일 오전 3시 10분쯤 경북 영천시 신녕면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26t 탱크로리 차량이 앞서가던 화물차를 추돌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경북소방본부

 

▲17일 오전 3시 12분쯤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대형 교통사고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당국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사고로 현재까지 화물차 운전자 등 2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탱크로리 차량과 14t 화물차, 2.5t 화물차 등 차량 3대가 모두 불에 탔다. 탱크로리 차량 등 사고 차량 3대에서 난 불은 이날 오전 5시 40분쯤 모두 진화됐다.

 

경찰 관계자는 “추돌 사고를 낸 탱크로리 운전자가 술을 마신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며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은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사고 수습 등을 이유로 상주영천고속도로 사고 현장 인근 양방향 통행은 이날 오전 8시 현재까지 통제 중이다. 이런 탓에 동군위IC∼영천 방향(부산 방면) 5㎞ 구간, 부산에서 상주 방향 3.9㎞ 구간에서는 차량 정체가 이어지고 있어 경찰이 우회 조치 등에 나섰다.

 

▲17일 오전 3시 12분쯤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대형 교통사고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당국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사고 당시 탱크로리에 적재되어 있던 벙커C유 2만4000ℓ와 오염수 등이 인근 논밭 수로에 흘러들었다. 이에 영천시청 공무원들은 유·흡착지 등을 이용해 수로 방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조선일보 영천=노인호 기자

 

11-18 ‘귀족’노총에 전세금·수리비로 혈세 110억 퍼주려는 與

노동조합은 조합비로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제노동기구(ILO)도 협약에 명시하고 있다. 자율성 확보를 위해 정부나 사용자의 지원을 제한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영세사업장 등 취약한 노조의 대표성 보장이나 사회적 대화를 위해 정부가 도울 수는 있다. 이런 경우에도 투명성과 다른 이익단체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고, 특히 ‘돈’을 고리로 한 정치 편향이나 거래를 경계해야 한다.

 

정부가 내년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각각 55억 원의 임대 보증금과 사무실 개선 비용을 지원하는 예산안이 17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 예산안에는 없던 것을 끼워 넣었다. 민노총은 월세인 본관 사무실의 전세 전환, 한노총은 노총회관 승강기 교체 등의 용도라고 한다.

 

한노총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했고, 민노총은 진보당 후보와 협약을 맺었으나 그 후보는 이 대통령을 지지하며 사퇴했다. 혈세 지원은 ‘청구서’의 일부일지 모른다. 실제로 지난 9월 양 노총 위원장이 이 대통령과 회동할 때 거론했다고 한다. 민노총은 본부 예산만 연 200억 원이 넘는다. 산별 등 전체로는 1000억 원대로 알려져 있다. 노조 조직률이 13%대인 상황에서, 연봉 1억 원이 넘는 조합원도 많은 대기업·공기업 정규직 중심의 양 노총은 ‘귀족 노조’ 얘기를 듣는다. 양 노총이 기득권 강화를 외칠 수 있지만, 정부가 부화뇌동하면 국가 경쟁력도, 청년 채용도 나락으로 떨어진다. 없던 일로 하는 게 마땅하다.

문화일보 사설 

 

11-18 강남불패 더 굳힌 10·15 대책

권도경 산업부 차장

“딱 한 달짜리 정책이었어요. 규제는 집값 상승 신호예요.

 

‘3중 규제’로 수도권 37곳을 묶는 10·15 부동산 정책이 나온 지 한 달 만에 시장에선 약발이 다 떨어졌다는 말이 나돌았다. 공급이 빠진 규제 결과는 안 봐도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수요억제책을 쏟아냈던 문재인 정부 기조와 비슷하다는 점도 내성을 키웠다. 정책 입안자들도 ‘정답지’를 알려줬다. 정부 장차관급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등 고위 공무원들이 가진 아파트 10채 중 7채는 규제 지역에 있다고 한다. 22대 국회의원 10명 중 5명은 서울 강남에 집을 보유했다. 정책 신뢰도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진퇴양난이다. 시장에선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불장’을 잡기 위해 대출·실거주·세금 카드를 모조리 꺼냈지만, 정책 방향성엔 역주행해서다. 통상 거래량이 줄면 가격은 떨어져야 한다. 이번 규제 대상에 새로 편입된 서울 자치구 21곳과 경기 12곳 아파트 평균 매매값은 오히려 대책 이전보다 각각 1.2% 올랐다. 지난달 16일 이후 전국 대장주 아파트 10곳 중 8곳에선 신고가가 속출했다. 모두 강남이다. 반면, 서민이 사는 외곽지 아파트값은 2∼3년 전 고점을 밑돌고 있다. 부동산 정책이 ‘강남불패’만 재확인시켜준 셈이다.

 

강남불패 신화는 문 정부 이후 굳어지고 있다. 강남 3구는 이미 10·15 정책 이전부터 온갖 규제를 받아내며 올해 집값을 끌어올렸다. 수도권 외곽지까지 똑같이 규제받자 강남 3구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양상이다.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 시장은 ‘대책’을 만든다. 모든 지역이 규제를 받으면 수요는 수익이 많은 곳으로 몰리기 마련이다. 규제를 가할수록 집값이 치솟는다는 사실은 시장에서 입증됐다. 문 정부 당시 초고가 아파트 기준이었던 15억 원은 이제 서울 아파트 평균값이다. ‘진보 정권 말기엔 집을 팔고 보수 정권 말기엔 집을 사라’는 속설은 정설로 자리 잡았다.

 

10·15 정책 이후 신고가는 핵심지에서 외곽지로 톱다운 방식으로 내려오고 있다.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규제가 역설적으로 ‘거래 온기’를 강남 3구 이외 지역으로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정책 엇박자도 이어지고 있다. 대출 한도를 줄이자 무주택자는 집을 제때 사지도 팔지도 못한 채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보유세 강화를 두고는 당국자마다 말이 다르다. 풍선효과가 생긴 경기 화성·구리시를 놓고 ‘두더지 잡기식’ 추가 규제도 시사됐다.

 

유동성 증가, 공급 부족, 금리 인하 기대감, 고물가 등 집값 상승 요인은 넘쳐난다. 불장은 대출을 많이 해준 탓이 아니라 주택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통화량(M2) 9월 기준 잔액은 역대 최대치인 4430조 원이다. 주택 공급이 충분치 않은 시장에 돈을 풀고 인플레이션도 심해지면 집값은 뛸 수밖에 없다. ‘오르는 아파트만 오른다’는 학습효과도 쌓이게 된다.

 

부동산 민심이 사납다. 정부는 출범 5개월 만에 네 번째 부동산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진보 정권은 집권 기간 내내 부동산 시장과 싸웠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었다. 부동산을 잡지 못하면 정권이 잡혔다. 노무현 정부가 그랬고, 문 정부 역시 그랬다.

문화일보 

 

11.18 광화문 ‘감사의 정원’ 빼앗기지 않도록

광화문은 한국 현대사의 상징적 중심이자 좌·우를 막론하고 수많은 시민이 자유와 정의, 민주주의를 외치는 공간이다. 또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그런 상징적인 곳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6·25전쟁 참전국을 기리는 ‘감사의 정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기존 ‘100m 높이 태극기 게양대’와 ‘꺼지지 않는 불꽃’ 설치 계획이 국가주의를 떠올리게 한다는 좌파들에 의해 무산되자, 다시 절차를 밟아 선정한 것이다.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인지 이름도 위치도 모른 채 그저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참전한, 그리고 기꺼이 아들을 내어준 그들의 부모와 국가에 우리의 감사는 너무 인색하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대한민국도 없고, 우리도 김정은 따위의 통치를 받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이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 끔찍함을 우리는 너무 쉽게 생각한다.

그 ‘감사의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조성될 공간을 두고 여당 인사들의 비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무총리 김민석의 발언이 정책적 조언 범위를 넘어 사실상 서울시정 전반에 대한 정치적 개입으로 변질되고 있다. 본인은 부정해도, 김민석은 내년 당권 혹은 지방선거에 여당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총리가 서울시가 추진하는 핵심 사업들에 하나씩 개입하며 공세를 취하는 모습은 국정 챙기기가 아니라 분명한 정치적 행보로 보인다.

김 총리는 종묘, 한강버스 문제에 이어 ‘감사의 정원’ 공사 현장까지 직접 찾아 비판했다. 심지어 행안부에 사업의 법적·절차적·내용적 문제는 없는지 확인해 보고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지방정부가 행사하는 고유 권한에 중앙 권력이 계속 개입하는 상황이 정당화된다면, 앞으로 야당 출신으로 선출된 단체장은 그 어떤 사업도 추진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지방자치와 선거제도 전반을 위협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특히 ‘감사의 정원’에 대해 서울시는 참전국에 대한 감사라는 분명한 목적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광화문이라는 공간의 역사성을 고려하더라도 적국·전쟁·도발을 미화하는 조형물이 아닌 이상 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오히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6·25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인 광화문에서 말하지 못한다면 어디에서 말하겠나.

그럼에도 모 시민단체는 "외국 군대를 기념하는 권위적 공간·조형물 조성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서울시에 전달했다고 한다. 김민석은 이러한 좌 성향 시민단체의 반대 주장에 힘을 실으며 "국민이 이해하겠냐"는 식으로 서울시를 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음 정치 행보가 어떻든, 총리는 국정에 집중해야 한다. 국가적 경제 위기가 겹겹이 쌓여 있는 지금, 총리가 특정 사안에 대해 극단적인 한쪽 성향 여론만을 근거로 지방행정을 찔러보고 다니는 것이 과연 정상인가.

더욱이 광화문에 세우려는 것은 거창한 상징 조형물이 아니라, 자유를 위해 피 흘린 나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정치적 계산이 아닌 역사적 사실 앞에서, 그 의미를 다시 돌아보고 ‘감사의 정원’을 지키는 데 자유우파가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자유일보 김용식 前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11.21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 사고 나면 정치 이용만

▲20일 오전 전남 목포시 삼학부두에서 해경과 국과수가 2만6천t급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에 대한 감식을 하고 있다. 제주에서 267명을 태우고 목포로 향하던 퀸제누비아2호는 전날 신안군 장산면에 있는 족도(무인도)에 좌초됐다. 중대한 인명피해 없이 탑승 267명 전원 구조됐다. 해경은 선장 등 3명을 입건해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연합뉴스

 

전남 신안군 장산도 인근 해상에서 대형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무인도를 들이받고 좌초된 사고는 항해 책임자가 휴대전화를 보는 등 딴짓을 하다 벌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항해사는 뱃길이 좁은 협수로인데도 운항에 집중하지 않은 채 3분 동안이나 휴대전화를 보느라 방향 전환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이 여객선엔 승객 246명 등 267명이 타고 있었다. 자칫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문제는 수많은 승객의 생명을 책임진 사람들이 딴짓을 하느라 한눈을 파는 일이 이뿐이겠느냐는 것이다. 주변에서 버스 기사가 운전 중 휴대전화를 보거나 통화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2022년 11월엔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 화물열차 기관사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사망 사고를 냈다. 근래 2년 반 동안 코레일 기관사의 징계 사유 2위가 ‘휴대전화 사용’이었다는 자료도 있다. 수십 명, 수백 명의 안전을 책임진 사람들이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나마 버스와 열차는 각각 도로교통법과 철도안전법에 따라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항해사의 휴대전화 사용 규제는 마땅한 법규도 없는 실정이다.

 

굳이 대중교통 시설로 가지 않더라도 옆 차로에서 운전자가 휴대전화를 보느라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출발하지 않는 경우를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위험한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도 휴대전화를 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걷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근무자들이 휴대전화로 영화나 유튜브를 시청하다 회사가 안전사고 위험을 이유로 와이파이를 차단하자 노조가 강력 반발한 것이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사회 곳곳에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다.

 

사고 발생 전에 어느 한 부문에서라도 기본을 지키고 대비하면 대형 참사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런데 그동안 세월호 침몰, 핼러윈 참사 같은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사고는 언제라도 터질 수 있다는 인식 아래 기본을 지키고 대비했더라면 피할 수 있는 사고였다. 정치권도 기본을 정비하고 예방책을 세우기보다 그런 사고를 정치에 이용하기에 바빴다. 신안 여객선 좌초는 천만다행으로 일부 승객이 경상을 입는 데 그쳤지만 각 부문에서 기본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으면 그나마 전화위복일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1.22 키보드 진보, 진짜 노동자에게 당했다

"쿠팡보다 열악한 사업장 많다"
노동자 지적에 "아부"라며 공격
후배 세대들, 논리로 대반격
'키보드 진보'의 한계 노출

‘인텔리겐치아’가 ‘프롤레타리아’의 의식을 고양해야 한다’는 레닌의 속삭임은 80년대 무식을 겨우 면한 대학생들 피를 끓게 했다. 기자도 노동 영화 제작단에 들어가 노동자 목소리를 글로 풀며 주로 청소를 했다. 선배가 만든 영상 비평회가 있던 날이었다.

 

“옷이 왜 저래? 공장 다니면 빨강, 노랑 원색을 좋아한다니까.” 투옥 경력이 있는 서울대 선배는 ‘지력이 낮으면 원색을 좋아한다’며 화면 속 옷이 너무 연하다고 했다. 끼어들었다. “노동자를 너무 획일화한다. 구로동 가보면 다른 색도 많이 입던데.” 선배가 화를 냈다. “고대 애들은 왜 저렇게 머리가 나빠?”

 

그런 운동권에 신물이 났지만, 노동자가 ‘지적 약자’라는 생각을 다 버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최근 ‘쿠팡 논쟁’을 보며 기자의 굳은 머리를 때리고 싶어졌다.

 

▲서울 시내의 쿠팡 캠프에서 배송 기사들이 배송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뉴스1

 

민주노총이 노동자 건강권을 이유로 ‘심야(자정~새벽 5시) 배송’ 제한을 의제로 들고나왔다. 용접공으로 일하며 글을 쓰는 천현우 씨가 SNS에 글을 썼다. 참고로 그는 중소기업 현장 실습을 나간 첫날 산업재해를 당해 큰 부상을 입었고, 지인 글에 따르면 새벽배송 시스템을 혐오해 ‘쿠팡 선물’도 거절하는 사람이다. 천씨 글은 대략 이렇다. “쿠팡은 평균적 중소기업보다 좋은 일자리다…나도 새벽 배송을 없애고 싶지만, 전제가 있다. 노동자가 여타 중소기업에서 쿠팡보다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천현우 글에 노동운동가 P씨가 반박했다. “천현우의 글을 보니, 착취 기업 항문이나 핥는 행태가 여전하구나 싶다…쿠팡은 로켓 배송이라는 이름 아래 노동자를 쥐어짜는 괴물이다” “(그나마 쿠팡이 낫다는) 그런 분들이 한국을 장시간 노동, 야간 노동, 산업재해 불지옥으로 만든”것이라고 했다. 후배 운동가가 P의 글을 반박했다. “용접하고 글도 쓰며 사는 청년이 대관절 어떤 권능을 가졌기에 한국을 불지옥으로 만들 수 있는지 모르겠다…노동엔 오직 고통만 존재하는가? 이거야말로 방구석 룸펜의 배부른 상상력이라고 한다면 그는 뭐라 할 것인가.”

 

어느 노동 보건 전문가는 “주야 교대 근무보다 상시 야간 근무가 건강에 더 위협적이다. 상시적 야간 근무는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2급 발암물질”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런 비아냥이 나왔다. “고등어 굽는 연기에서 나오는 1급 발암 물질은 왜 언급하지 않으시나.”

 

페이스북에 자신을 ‘고졸 택배 기사’라고 적은 보수 성향 청년 노동자 글은 이렇다. “쿠팡 새벽 배송은 더더욱 과로사가 불가능하다. 9시 출근 물량 없는 날엔 1시 출근 배송은 7시 전에 끝내야 한다… 과로사가 가능하다면 그 이유는 주 5일을 강제당하니 모자란 소득을 채우기 위해 투잡을 뛰는 경우다. (2021년 택배 기사 잇단 사망) 그로 인해 10시 이후 배송 제한이 생겼고, 그 전에 끝낼 만큼만 구역을 수술당한 기사들이 택한 건 결국 투잡이었다… 기업과 정부보다 기사들을 더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건 당신들의 선의다.”

 

기자는 이 논쟁이 120년 전, 레닌과 로자 룩셈부르크의 ‘혁명 주체 논쟁’보다 더 흥미롭다고 본다. 노동자는 충분한 주체다. 주체끼리의 진일보한 논쟁을 기대한다.

 

한 물류 회사 CEO가 이런 말을 했다. “택배 기사는 좌회전을 안 한다. 신호 대기하느니 우회전 반복하는 게 빠르다고 한다. 아무리 AI로 알고리즘을 짜도, 현장을 장악한 택배 기사를 아직은 이길 수 없다.” 그들은 땀으로 일군 스마트 지능, ‘일머리’를 장착하고 발전한다. 여러 현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과 ‘키보드 진보’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 ‘새벽 배송 금지’보다 ‘새벽 망상 금지’가 운동권 발전을 위해 더 시급해 보인다.

조선일보 박은주 기자

 

11.23 학폭처분 대입 취소, 명확한 기준부터

최근 김영호 의원실에서 충격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해 대입 전형에서 학교폭력(이하 학폭) 처분이 확인된 지원자 397명 중 약 75%에 해당하는 298명이 학폭을 이유로 대학 입시에서 불합격 처분을 받았다. 수시 모집에서는 370명 중 272명이(73.5%), 정시 모집에서는 27명 중 26명(96.3%)이 불합격했다. 수능 성적 중심의 정시에서도 학폭 감점이 합격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주요 대학에서도 불합격 사례가 확인됐다. 서울대는 정시에서 2명, 연세대는 수시에서 3명이 학폭 이력으로 감점을 받아 합격하지 못했다. 한양대(12명), 서울시립대(10명), 동국대(9명), 경희대·건국대·성균관대(각 6명) 등도 학폭 이력이 평가에 반영됐다. 작년에는 학폭 반영이 대학 자율이었지만 올해는 모든 전형에서 의무화되는 만큼 탈락 사례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는 행위다. 따라서 가해 학생에게 책임을 물어 입시에서 결정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 자체는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된 실제 사례를 보면 과연 이것이 최선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최근 초등학교 3학년 A학생이 친구들 싸움을 말리려다 오히려 가해 학생으로 규정되어 학교폭력위원회 처분을 받았다. 과거의 학폭처분과는 다르게 요즘은 가벼운 욕설, 경미한 상처, 정당한 상황에도 학폭처분으로 판단된다. 이런 상황이 납득이 가는가?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고3인 B학생이 C학생을 상대로 고문에 가까운 괴롭힘을 자행했다. C학생은 B학생의 괴롭힘을 막는 과정에서 B학생 팔에 경미한 상처를 냈다. 추후에 이것이 발각돼 B학생은 학폭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B학생 부모는 피해자인 C학생을 학폭처분의 가해자로 신고하고, B학생의 학폭처분을 취소하는 행정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이에 학교는 C학생 역시 학폭처분을 내렸지만 C학생의 부모는 재력이 충분치 않아 소송을 제기하지 못했다.

현재 대학의 제도하에서는 친구의 싸움을 말리려던 A학생과 고문에 가까운 학폭을 당한 C학생은 학폭 가해자로서 대학에 떨어지게 된다. 반면 악독한 가해자 B학생은 행정소송을 제기한 덕분에 학폭처분을 연기시켜 대학에 떨어지지 않게 되는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대학 진학이라는 중대한 인생 이정표에서 학폭 사실이 미치는 파장은 매우 크다. 위 사례처럼 극단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단순한 갈등이나 미약한 충돌조차 ‘불합격’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이는 학생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이 된다.

물론 본래 목적인 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 책임 물음이라는 측면에서는 굉장히 좋은 제도지만, 위 사례처럼 회피하거나 악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 역시 사실이다. 결국 대학의 자의적인 학폭 퇴학 규제는 힘없는 피해 학생을 보호하려는 선의에서 출발했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그들을 옥죄는 옥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학폭자 퇴학 제도를 막연하게 운영하기보다는, 명확한 기준을 바탕으로 확실한 팩트가 확인될 때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억울한 피해자를 되레 처벌하는 아이러니를 막을 수 있다.

자유일보  김원재 성인권센터장

 

11.23 세운상가, 천지개벽에서 흉물로

궁금한 게 있다. 서울 종묘 옆 세운상가 지역은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된 공간일까? 흥미로운 건 그 지역이 종로의 허리에서 퇴계로 쪽까지 남북 방향으로 1㎞ 넘게 걸터앉은 형국 때문이다. 서울 강북의 교통은 청계천-을지로-마른내길-퇴계로가 보여주듯 모두 동에서 서쪽으로 흐름을 유지하는데 왜 세운상가만 다른 것일까?

핵심은 세운상가는 본래 소개(疏開)도로였다는 점이다. 공습으로 인한 화재를 걱정해 작정하고 비워둔 공간이었다. 시작은 일제말 1945년 3월 10일 미군기의 도쿄 대공습이었다. 화들짝 놀란 조선총독부는 서울 중심부의 기존 건물을 몽땅 헐어 폭 50m 길이 1㎞의 초대형 빈 공간을 조성했다.

급하게 하다 보니 그 빈터는 비 오면 진흙탕이고, 평소엔 흙먼지 휘날렸다. 그러던 세운상가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변신했다. 6·25가 터지며 월남민이 떼거리로 몰려와 무허가 판잣집을 그곳에 짓기 시작한 게 출발이다. 직후 사창가가 거길 파고들었다. 1950년 이후 1968년까지 세운상가 지역을 중심으로 종로 2~5가는 속칭 종삼 즉 사창굴의 대명사였다.

1966년 당시 갓 40세에 서울시장이 된 김현옥의 눈엔 그게 너무 끔찍했다. "어떻게 서울 도심에 저렇게 추잡한 공간이 방치됐단 말인가?" 대대적 정비는 박정희 대통령의 의지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비작전이라는 이름의 대단위 철거작업을 진행했다. 거기에서 일하던 창녀 1368명, 포주 111명, 속칭 삐끼 170명이 모두 쫓겨났다는 게 정부의 공식 통계다.

이후 역사는 우리가 안다. 그 빈터에서 들어섰던 역사적인 건축물이 세운상가 건물군이었다. 당시로선 천지개벽이었다. 단 60년 세월이 흐른 지금의 그 일대는 다시 도심 흉물로 변했다. 그 모습을 두고 최근 한 신문은 "처참하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도시의 폐허"라고 표현했다. 시정을 담당하는 서울시장 오세훈의 심정은 오죽할까?

그는 4년 전 서울시의회 답변에서 "세운상가에 올라 종로2가, 동대문, 을지로 일대를 보며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유를 우린 안다. 전임 서울시장 박원순 등 좌파가 고집하는 이른바 도시재생사업 탓이다. 그들은 난개발을 걱정하지만 결과적으로 노후 지역을 방치한다.

어쨌거나 여기서 얻을 확실한 교훈은 더 이상 정치 논리는 안된다는 점이다. 도시를 도시답게, 그게 세운상가가 주는 교훈이다.

자유일보 조우석 문화평론가

 
 

11.24 피아니스트 노현진, 폴란드 '파데레프스키 국제 콩쿠르' 우승

3개 부문 특별상도 함께 수상…"더 겸손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

▲ 제13회 파데레프스키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노현진.ⓒPaderewski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피아니스트 노현진(24)이 '파데레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금호문화재단은 지난 22일(이하 현지 시각) 폴란드 비드고슈치에서 종료된 제13회 파데레프스키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노현진이 1위와 3개 부문 특별상(준결선 리사이틀상·모차르트 협주곡상· 파데레프스키 작품 최고연주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노현진은 1위와 특별상 상금으로 총 3만3000유로(약 5585만원)를 받게 됐다. 2위는 체치노 엘리아(이탈리아), 3위는 린 핀홍(중국)이 이름을 올렸으며, 또 다른 한국인 참가자 김지영(29)은 4위를 기록했다.

 

노현진은 "1위와 3개 특별상까지 받게 돼 정말 영광이다. 예전부터 꿈꿔왔던 무대들에서 연주할 기회를 얻게 돼 정말 행복하다. 콩쿠르에서 좋은 친구이자 멋진 피아니스트들을 만나서 특별한 시간이었고, 앞으로 더 겸손한 마음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파데레프스키 콩쿠르는 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작곡가이자 정치인이었던 이그나치 얀 파데레프스키(1860~1941)를 기리기 위해 창설됐다. 1961년 첫 대회가 개최된 이후 1998년부터는 3년 주기로 대회가 열리고 있다.

 

만 18세부터 32세 사이의 피아니스트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올해 콩쿠르에는 36개국에서 온 234명이 참가했다. 역대 한국인 수상자로는 에스더 정아 박(2004년 2위), 김현정(2110년 2위), 문지영(2013년 1위), 이혁(2016년 1위)이 있다.

 

콩쿠르는 지난 10~18일 치러진 1·2차 경연과 준결선을 통해 5명의 결선 진출자가 선발됐다. 노현진은 21일 결선에서 파데레프스키 포메라니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야쿠프 체레노비치)와 함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Op.73을 협연했다.

 

2014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노현진은 2024년 보더랜드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2위를 수상했다. 예원학교·서울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주희성을 사사했으며, 뉴잉글랜드음악원 변화경 사사로 석사과정 졸업 후 현재 현재 뉴잉글랜드음악원 전문연주자과정을 수학 중이다.

뉴데일리 신성아 기자

 

11.25 세금 55억 '친정' 주는 노동 장관

▲지난 2023년 6월 3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 입구에서 고용노동부 직원과 민노총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노동부는 이날 민노총 사무실 전세보증금으로 지급된 국고 보조금 활용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연합뉴스

 

2010년 7월 서울 중구 정동길 경향신문사 건물. 잘린 돼지 머리와 명태, 떡, 사과 등이 상에 올랐다. 민주노총 사무실은 1995년 출범 당시엔 서울 성북구에 있었고, 1999년 영등포구 대영빌딩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날 정동으로 사무실을 옮기며 고사를 지낸 것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고사상 앞에서 축문(祝文)을 읽었다. “고통받는 민중이 온갖 시름을 잊도록 평등·평화·통일 세상을 민주노총이 이루게 해주시라.” 그는 “민주노총이 11년 영등포 시대를 마감하고 사대문 안으로 들어오면서 국민과 가까워지고, 청와대와도 더 가까워졌다”고 했다.

 

그런데 이 사무실은 공짜가 아니다. 법적으로 엄연히 ‘임차’에 해당하는 빌린 것이다. 민주노총 본부가 쓰는 경향신문사 본관 12~15층은 보증금 19억원에 월세 2100만원, 금속노조와 사무금융노조가 쓰는 별관 2~3층은 보증금 11억5000만원에 월세 500만원이다. 이 건물이 아닌 다른 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등 4개 단체도 보증금 4억7400여 만원에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 문제는 전체 보증금 44억596만4000원 중 정확히 29억9860만4000원(68%)이 정부가 대준 국고 보조금이라는 점이다.

 

노동 분야를 취재하던 몇 년 전 이 사실을 알고 놀란 기억이 있다. 2002~2005년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지원한 돈인데, 말이 국고 보조금이지 그냥 준 돈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관리는 없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매년 활용 현황 등을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거의 매년 보고를 하지 않았다. 보고를 받아야 할 노동부 역시 이를 챙기지 않았다. 정부는 보조금을 줄 때 빌린 사무실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주먹구구였다.

 

상황이 이런데 현 정부는 민주노총의 월세 섞인 반전세를 완전한 전세로 바꿔주기 위해 55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당초 정부 예산안에 없었는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여당 의원 주도로 ‘쪽지 예산’ 형태로 들어갔다고 한다. 노동부도 금액에 대한 의견만 약간 달랐을 뿐, ‘지원해 주자’는 입장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한국노총도 서울 여의도 회관 건물 엘리베이터·난방 설비 교체 등을 명목으로 55억원 지원을 약속받았다.

 

여기서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국고 보조금은 명백한 세금이다. 노조 조합원이 아닌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 돈을 특정 이익 단체에 어떤 합리적 원칙도, 투명한 설명도 없이 퍼주는 행태를 누가 정당화할 수 있단 말인가? 정동으로 사무실 옮기며 고사를 지낸 민주노총 위원장이 15년 후 노동부 장관이 돼 세금 55억원을 ‘친정’에 안겨준 격이다. 국민이 수긍할 수 없는 편법적 특혜 아닌가.

조선일보 곽래건 기자

 

11-25 “자기 돈 한푼 안 낸 생계급여가 국민연금보다 많네” 77만원vs68만원

/연합뉴스

 

국민 연금이 최저 생활 보장 못한다는 의미…연금액수 늘려야

국민연금이 자기 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기초생활보장제의 생계급여보다 적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연금이 최저 생활을 보장할 정도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로 연금 액수를 늘리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국민연금의 노령연금 1인당 평균액은 67만9924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1인 가구의 생계급여 기준액은 76만5444원이다.

 

노령연금은 1990년대 국민연금 확대 때 5년만 가입해도 연금을 지급하던 특례연금, 이혼하면 지급하는 분할연금, 장애·유족 연금 등을 제외한 일반적인 형태의 국민연금을 말한다. 생계급여 기준액은 소득·재산이 없을 때 받는 최대치의 생계비다.

 

생계급여가 국민연금보다 많아진 것은 2023년이다. 그 전에는 국민연금 평균액이 조금씩 높았다. 기초생보는 2015년 생계·의료·주거·교육 등의 개별 급여 체계로 전환했다. 당시 1인 가구 생계급여는 43만7454원, 국민연금은 48만4460원이었다. 이후에도 국민연금이 1만~2만 원 많았다.

 

그러다 2023년 생계급여가 62만3368원, 국민연금이 62만300원이 되면서 생계급여가 3068원 많아졌다. 지난해에는 생계급여가 5만여 원 더 많게 벌어졌고, 올해 차이가 8만5520원으로 확대됐다.

 

역전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복지 강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2023년부터 복지를 결정하는 기준인 기준중위소득을 잇따라 역대 최고로 인상했다. 1인 가구는 더 올렸다. 또 기준중위소득의 30%이던 생계급여의 기준선을 32%로 올렸다. 이 조치 이후 1인 가구 생계급여가 연 7~14% 뛰었다. 그 전에는 2~6% 정도 올랐다.

 

반면 국민연금 평균액은 3~5% 인상에 그쳤다. 국민연금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연 1~3%)만큼 올린다.

문제는 둘의 차이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말 2026년 기준중위소득과 생계급여 기준선을 결정하면서 내년도 1인 가구 생계급여를 82만556원으로 정했다. 올해 12월 국민연금 평균액은 70만 원 살짝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급자는 7월 기준 726만여명으로 이 중 월 연금이 40만 원 안 되는 사람이 271만 명이다. 특히 이들의 상당수는 65세 이상 노인이다. 이들이 기초연금(34만2570원)을 온전히 받아서 국민연금과 합쳐도 1인 가구 생계급여(76만 5444원)에 못 미친다. 게다가 국민연금이 약 51만 원 넘으면 기초연금이 삭감되는 문제도 있다.

 

한 전문가는 “국민연금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없애고 소득에 비례해 연금이 올라가게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일보 임정환 기자

 

11.25 수백·수천 하청 노조와 교섭하라는 노란봉투법 시행령

▲민주노총, 진보당 등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입법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8.24 /뉴스1

 

내년 3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관련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예고된 일이지만 노사 교섭 기준을 지나치게 완화해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조도 원청 회사와 교섭을 가능하게 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입법이다. 반발과 비판이 커지자 노동부는 시행령 등으로 보완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행령을 보니 비판을 수용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노사 관계에서 있을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하청 노조도 원청 회사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시행령이라면 기업들은 1년 내내 원청·하청 노조와 교섭하느라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1차 협력사가 300여 곳, 2·3차 협력사 등까지 포함하면 8500여 개의 하청 업체를 두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1차 협력사만 2420곳, 삼성중공업은 1430곳, 한화오션은 1334곳에 달한다. 이들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파업을 벌일 수 있다. 글로벌 초경쟁 시대에 기업의 발목을 잡아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이미 법을 시행하기도 전인데 “원청 기업이 나서라”는 노조 압박이 많은데, 법을 시행하면 전국 사업장에서 어떤 혼란이 벌어질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섭 단위가 늘어나면 교섭이 오래 걸리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커지는 것은 상식이다.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도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청 노조 교섭 테이블이 여러 개로 나뉠 경우 이해관계 조정이 훨씬 더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란봉투법 문제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불법 쟁의 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 것도 하청 노조들의 과도한 행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노조의 폭력 행위나 작업장 점거 등이 다시 만연할 우려가 있다.

또 이번에 노란봉투법을 만들면서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노조의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시켰다. 경영계에서는 인수·합병이나 공장 이전, 해외 투자 등까지 노조 파업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은 졸면 죽는 글로벌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정부는 뒤에서 노조 편만 들고 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내년 시행 전에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 입법을 하겠지만 민주당이 응할 리 없다. 막대한 가계 부채, 환율 불안, 부동산 불안, 트럼프 관세, 엄청난 대미 투자 부담 외에 우리 경제에 무거운 짐이 하나 더 올려졌다.

조선일보 사설

 

11-26 노사관계 난장판 만들 노봉법 시행령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세칭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 3조’를 개정한 것이다. 그릇 하나에 너무 많은 것을 담은 것이 화근(禍根)이다. ‘노조법 제2조와 3조를 합쳐 한 번에 개정한 것’을 두고 노동계는 쾌재를 불렀지만, 이는 자충수로 ‘승자의 저주’가 아닐 수 없다.

 

노동계가 내심 원한 것은, ‘노조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조법 제3조의 개정이었을 수 있다. 쌍용차 노조의 옥쇄파업에 대한 사용자 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노조가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용자에 대한 손해배상 입증책임’을 강화하는 선에서 노조법 제3조를 개정했어야 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노동계와 손잡고 ‘금단의 열매’에 비유될 수 있는 ‘노조법 제2조’에 손을 댔다.

 

노란봉투법의 원죄는 ‘사용자의 범위’를 넓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사실상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 노동조합에 대하여 상대방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한 것이다. 그러면 도급계약에 기초한 원·하청 관계가 부정돼 원청은 하청 노조와 직접 단체교섭을 해야 한다. 계약서에 ‘노사관계 없음’이라고 적어도, 원청이 현장에서 인력배치·작업시간·임금 등에 구체적으로 개입하면 법적으론 사용자로 간주된다. 원청은 수많은 하청과 1년 내내 단체교섭을 벌여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개정된 노조법(노란봉투법)의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25일 입법예고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개정 노조법의 취지에 따라 하청 노조의 실질적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고 한편으론 안정적인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 간의 교섭의 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노조법 시행령의 핵심 쟁점은 ‘하청 노조와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원청사용자 판단 기준’과, ‘하청노조의 원청 상대 교섭창구 단일화’이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2011년 모든 사업장에 복수 노조 설립이 허용되면서 함께 도입됐다. 복수 노조가 들어서면 교섭 창구가 쪼개져 산업 현장의 혼란과 관련 비용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해 마련한 일종의 안전장치인 것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하청노조의 실질적 단체교섭권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교섭단위 분리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사실상 교섭 창구 단일화가 붕괴된 것이다. 기존 노조법은 복수노조 간 근로조건이 현저히 다를 때와 같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교섭단위 분리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의 분리 요건에는 ‘근무 조건과 교섭 의제는 물론 직무와 특성, 심지어 노조 간 이해관계’까지 포함돼 있다. 교섭단위는 무한히 쪼개질 수 있다. 이는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과 배치된다.

 

고용노동부는 교섭단위 분리 판단의 적합성 여부를 ‘노동위원회’에 맡긴다고 한다. 문제는, 교섭단위 분리 기준이 ‘직무·근로조건·이해관계’ 등 추상적이라는 데 있다. 그리고 노란봉투법의 핵심인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도 노동위원회가 맡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노동위원회에 과도하게 힘이 쏠리게 된다. 노동위원회가 친노조 성향이면 노사관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게 뻔하다.

 

근로계약을 하지 않은 도급계약을 ‘의제된 노사관계’로 엮는 나라가 전 세계에 또 있을까 싶다. 이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 명백히 역행한다.

문화일보 

 

11.26 새 정부 산재 사망 증가 "직 걸겠다"던 노동부장관 어디 있나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9월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기간 단축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올 들어 3분기까지 산업 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근로자가 457명으로 지난해보다 14명 늘어났다. 산업재해 사망자는 202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매년 감소세였는데 올해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건설업과 제조업은 예년 수준이었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자 수가 큰 폭 증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산재 사망 사고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까지 얘기하며 사고 현장을 찾아가 경영진을 강하게 질타했다. “모든 산재 사망 사고는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은 산재 감축에 “직을 걸겠다”고 했다. 그런데 사망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

산재 사고는 반드시 줄여야 할 우리 사회의 과제다. 아직도 한국의 산재 사망자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아무리 산업 현장이 많은 제조업과 건설업으로 먹고산다고 해도 한 달에 50명 정도가 산재 사고로 사망한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산재 사망에 대해 엄벌하겠다고 했는데 사망자가 오히려 늘었다면 정부의 처벌 위주 정책이 실효성이 있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2022년 경영 책임자에게도 산재의 형사 책임까지 묻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산재 사망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산재 사망 반복 기업 과징금 신설, 중대재해 발생 상장사 공시 의무화 등 경제 제재 강화 대책도 내놨다. 그럼에도 산재 사망자가 늘어난 것은 처벌과 제재 위주의 대책, 망신 주기가 능사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경총이 국내 기업 26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기업 73%는 정부 대책이 중대재해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 ‘예방보다 사후 처벌에 집중됐기 때문’(57%)이라는 점을 들었다. 정부도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엄포와 엄벌은 일시적으로 경각심을 갖게 할지 모르지만 산재 자체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산업재해를 줄이려면 안전 관리와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현장에서 실천하는 것 이외에 방법이 없다. 원인을 정확히 찾고 그에 맞는 대책을 수립하는 과학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현장의 만성적인 안전 불감증, 불법 하도급, 외국인 근로자의 소통 문제, 근로자의 전반적 고령화 등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하면서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예방 위주의 정교한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11.29 "필승!" 장교된 장남 신고에 이재용 회장 "수고했다"

이재용 회장 장남 이지호씨 해군 소위 임관
모친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 등 총출동

▲2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제139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수료 및 임관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이지호 신임 소위에게 경례를 받고 있다. /창원=김동환 기자

 

“필승! 신고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인 이지호(24)씨가 11주에 걸친 교육을 마치고 해군 장교로 임관했다. 임관식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어머니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도 참석했다.

 

2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139기 해군·해병대사관후보생 임관식’에서 소위 89명(해군 75명, 해병대 14명)이 임관했다.

 

이날 지호씨는 후보생 89명을 대표해 ‘대대장 후보생’으로서 제병 지휘를 했다. 제병 지휘란 군대 행사 등에서 제대를 통솔해 지휘하는 것을 말한다.

 

▲28일 오후 경남 창원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139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수료 및 임관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4)씨가 경례를 하고 있다./창원=김동환 기자

 

해군사관학교 관계자는 “훈련 기간 동기들과도 잘 지내고 바르게 생활하며, 훈련에도 열심히 참여했다”고 지호씨가 제병 지휘를 맡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지호씨는 지난 9월 15일 입대할 때보다 살이 빠져 날렵해진 모습이었다. 지호씨는 입교식 당시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임관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 지호씨의 할머니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과 고모인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외할머니인 박현주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부회장, 이모인 임상민 대상 부사장 등 지호씨의 친·외가 가족이 총출동했다. 입영 때 함께한 지호씨의 여동생인 원주씨는 이날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제139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수료 및 임관식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과 함께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창원=김동환 기자

 

▲28일 오후 경남 창원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139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수료 및 임관식에 임세령 대상 그룹 부회장과 임상민 부사장이 참석하고 있다. /창원=김동환 기자

 

지호씨의 부모인 이재용 회장과 임세령 부회장이 같은 공식 석상에 자리한 것은 지난 2009년 이혼 후 처음이다. 두 사람은 떨어져 앉아 아들의 임관식을 지켜봤다.

 

임관 장교 계급장 수여식 때는 이재용 회장과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이 직접 연병장으로 내려가 아들 지호씨에게 계급장을 달아줬다. 지호씨는 두 사람을 향해 경례 후 임관 신고를 했고, 이 회장과 홍 명예관장도 경례로 답례했다. 이 회장은 지호씨에게 “수고했어”라고 격려했다. 이 회장 등이 가족석으로 자리를 옮기자, 지호씨의 모친인 임세령 부회장과 임상민 대상 부사장이 지호씨에게 다가가 임관을 축하했다.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이 2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제139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수료 및 임관식에서 아들인 이지호 신임 소위를 격려하고 있다. /창원=김동환 기자

 

지난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난 지호씨는 복수 국적자이지만, 해군 장교로 복무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 현행법상 복수 국적자의 경우 일반 사병 입대 시에는 복수 국적 신분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장교로 복무하기 위해서는 외국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삼성가(家)에서 장교를 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호씨는 해군 명의의 발표를 통해 “지난 11주간의 고된 교육과 훈련을 받으면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어려움에 맞서고 이겨내는 마음을 갖게 됐다”며 “훈련기간 함께한 동기들이 있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해군 장교에 지원한 것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보직에서도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8일 오후 경남 창원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4)씨가 139기 해군; 해병대 사관후보생 수료 및 임관식이 열에서 동기들과 모자를 던지며 자축하고 있다. /창원=김동환 기자

 

이날 소위로 임관한 지호씨는 이날부터 3박 4일간 휴가를 갖는다. 내달 2일 해군교육사령부로 복귀하면 3주간 신임 장교를 대상으로 하는 초등 군사교육을 받게 된다. 이 기간 복무할 자대가 결정된다. 이후에는 부산에 위치한 해군 작전사령부로 이동해 함정 병과 통역 장교로 복무하기 위한 보직 전 교육을 받게 된다. 지호씨는 훈련 기간을 포함해 총 39개월을 복무하게 된다. 복무를 연장하지 않으면 2028년 12월 2일 전역한다.

 

한편 이날 임관식에는 지호씨 외에도 다양한 사연의 장교들이 눈길을 끌었다. 해군 소위 강병윤(24)씨는 강명길 해군 제5기뢰·상륙전단장(준장)의 아들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해양 수호 임무를 맡게 됐다. 명찬희(25)씨는 지난 6월 해군 장교의 길을 걷게 된 쌍둥이 동생 명찬양 해군 소위의 뒤를 따라 해군 장교가 됐다. 이솔(30)씨와 이주리(28)씨는 지난해까지 공군 장교로 군 복무한 후 이번에 다시 해군 장교로 임관해 두 번째 군번을 갖게 됐다. 육다빈(28)씨는 해병대 병사 복무 후 부사관을 거쳐 이번엔 해병 장교까지 하게 됐다.◎

조선일보 창원=김준호 기자

 

世上萬事 202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