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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上萬事 2025-03/ 03.01 우울증은 죄가 없다 - 03-31 물 5000ℓ 한 번에 퍼붓는 軍 치누크 헬기 산불 현장 ‘단비’처럼 종횡무진

상림은내고향 2025. 3. 12. 14:25

世上萬事 2025-03/

03.01 우울증은 죄가 없다

열 명 중 한 명 우울증이라는데
치료 꺼리게 하는 '단단한 편견'
문제는 폭력성과 반사회성
과녁은 그쪽으로 맞춰야 한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누군들 아프고 싶어서 아프겠니.”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일상을 견디다 마음에 생채기가 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봤으면 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정다은(박보영)은 정신병동 간호사로 일하다 가까이 지냈던 환자의 죽음을 목격하고 우울증을 겪는다.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나중엔 최근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까지 보인다. 다은은 그럼에도 자신이 우울증이란 사실이 알려지면 사회생활이 어려워질까 두려워 병원에 가지 않으려 한다. 이런 다은에게 선배 간호사(이정은)가 말한다. “아픈 건 네 잘못도 죄도 아니다”라고.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 수는 100만명이 넘은 지 오래다. 2022년에 이미 100만744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실제 수는 훨씬 많다고 본다. 열 명 중 한 명이 우울증이란 말도 있다.

 

주변에 알리거나 치료하는 경우는 그러나 훨씬 적다. 우리나라의 우울증 치료율은 11%로 OECD 국가 중에서도 최저다. 단단한 편견이 이유다. ‘우울증은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 하는 이들이나 걸리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이들을 위축시킨다.

 

지난달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살해한 직후, 가해자에게 우울증 병력이 있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휩쓸린 여론이 바뀌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해당 교사가 우울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정황은 나중에 나왔다. 가해자가 사건 전부터 범행 도구를 여러 차례 검색했고 흉기를 미리 구입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우울로 인한 충동 범죄가 아니라 계획 범죄였다는 얘기다.

 

전문가들 목소리도 잇따랐다. “30여 년 동안 우울증 환자를 진료해 왔지만 다른 사람을 살인한 경우는 본 적 없다.”(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죄가 있을 뿐, 우울증은 죄가 없다.”(나종호 미국 예일대 정신의학과 교수) “우울보단 공격성, 폭력성, 반사회성을 봐야 한다.”(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과 폭력에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통계도 적지 않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절도·폭력 같은 강력 범죄를 정신 질환자들이 저지르는 비율은 대략 0.5% 정도로 약물 중독자보다 훨씬 낮았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연구팀이 3만여 명을 분석했을 때, 사람들이 폭력을 저지르는 주된 이유엔 보통 약물과 알코올 남용, 아동 학대 같은 불우한 환경이 있었다. 중증 장애나 정신 질환의 영향은 미미했다.

 

일각에선 앞으로 교사를 임용하거나 복직시킬 때 정신 건강 검사를 받게 해야 한다고 한다. 우울 병력이 있는 교사가 범죄를 저지르면서 사람들의 불안과 우려가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과녁이 우울증이 되면 실질적인 해결엔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대로 사건의 본질은 가해자의 폭력·공격성, 사이코패스 여부에 있기 때문이다. 관련 검사가 필요하다면 이쪽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우울’을 겨냥할수록 우울증 환자들은 숨을 수밖에 없고, 그 몫은 우리 부담으로 돌아온다. 우울증 환자의 절반이 한창 일하는 20~30대다.

 

환부(患部)를 잘못 보는 실수는 여러 차례 있었다. 한때 범죄자의 집에 만화책이 있으면 “가해자가 만화를 많이 봐서 범죄를 저질렀다” 했고, 범죄자가 PC방에서 잡히면 “게임 중독이 원인”이라고 했다. 시행착오 끝에 이것이 옳은 분석이 아님을 이젠 다들 안다. 우울에 대한 접근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다.

 

‘정신병동에도…’에서 힘겨워하는 다은에게 동료 의사 고윤(연우진)은 말한다. “(당신은) 비를 맞고 있을 뿐이에요. 같이 맞아줄게요.” 아프고 지친 우리 모두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던 건 나만은 아닐 것이다.

조선일보 송혜진 기자

 
 

03.01 기본에 충실하게 걸어서 남극 횡단… '한 걸음의 용기'를 응원합니다

[아무튼, 주말]
[박돈규 기자의 2사 만루]
남극대륙 첫 단독 횡단
산악인 김영미 대장

▲남극대륙을 스키로 ‘걸어서’ 단독 횡단한 김영미 대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세계에서 네 번째이며 한국인으론 최초. 김 대장은 “혼자 먹고 혼자 자고 혼자 걸었지만 세상에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어느 때보다 많이 느꼈다”며 “한번 더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어 돌아왔다”고 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남극 설원을 홀로 걸었다. 영하 30~40도의 추위도, 눈보라를 동반하는 강풍도, 빛이 난반사돼 온통 하얗게 보이는 화이트아웃도 이 여성 산악인을 꺾지 못했다. 혼자 먹고 혼자 자면서 동력 없이 두 다리로 남극대륙을 가로질렀다.

 

김영미(45) 대장이 한국인 최초로 남극대륙 단독 횡단에 성공했다. 지난해 10월 26일 출국한 그는 11월 8일(현지 시각) 남극대륙 해안가 허큘리스 인렛(남위 80도)에서 무게 100kg 썰매를 끌고 대장정에 올랐다. 49일 만인 12월 27일 ‘남위 90도 남극점’을 지났고, 해를 넘겨 1월 17일 마침내 길의 끝인 레버렛 빙하에 닿았다. 69일 동안 걸어서 1786㎞. 참고로 서울~부산이 약 400㎞다.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김 대장은 작지만 단단해 보였다. 2004~2008년 7대륙 최고봉 한국 최연소(28세) 완등 기록을 세운 이 산악인은 “에베레스트부터 남극까지 극과 극을 달리는 사람, 김영미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외롭게 남극대륙을 걷는 동안 가끔 자동 응답기에 남긴 말들은 소셜미디어(SNS)에 ‘남극에서 온 편지’로 올라와 인기를 모았다.

 

김 대장은 “내 인생의 미래 에너지까지 가불해 쓰고 싶을 만큼 힘든 여정이었다”며 “산에서 배우고 경험한 ‘인내’들을 매일 쏟아냈다”고 말했다. “제가 걷는 길을 먼 곳에서 마음으로 동행해 주신 분이 많았어요. 남극의 깨끗하고 맑은 기운을 담아 각자 삶의 무대에서 내딛게 될 ‘한 걸음의 용기’를 응원하겠습니다.”

 

▲김영미 대장의 남극대륙 횡단 루트. 그동안 스키로 '걸어서' 남극대륙을 단독으로 횡단한 사람은 2011년 펠리시티 애스턴(영국)부터 이번 김영미까지 모두 4명(남성 2명)이다. 아시아에서는 김영미 대장이 최초다. 루트는 김 대장이 1786km로 가장 길다. /노스페이스

한국인 첫 남극대륙 단독 횡단

김 대장은 2014년부터 노스페이스 소속이다. 신사업부 과장. 트레일 러닝이나 제품 테스트를 하며 피드백을 준다. 회사 밖에서 산악인으로 하는 일이 더 많다. 그는 “출근하지 않고 산에 오르거나 극지를 탐험하는 것도 업무의 하나”라고 했다.

 

-남극대륙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걸어서’ 단독 횡단에 성공한 소감이라면.

“좋은 사람들, 따뜻한 사람들의 응원을 생각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많은 것들을 견디면서 나아갔어요. 다치지 않고 무사히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어서, 그리고 긴 여정을 잘 마무리해서 기쁘고 행복합니다.”

 

-남극의 기운인지 표정이 밝네요.

“너무 멀쩡해 보이는지 ‘남극 다녀온 거 맞아? 남산 갔다 온 것 아냐?’라고들 해요(웃음). 고산 등반하면 얼굴이 타고 피부가 벗겨지거나 상해서 오거든요.”

 

-강행군을 마쳤는데 회복은 다 끝났나요.

“몸은 여기 있는데 마음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어요. 남극에서 겪은 일을 주변에서 자꾸 물어보시니까 ‘몸은 서울에, 마음은 남극에’죠. 엑스트라 푸드로 뱃살을 비축하며 6~7㎏ 체중을 늘려서 갔습니다. 체력 소모로 살도 많이 빠졌는데 지금은 찌우기 전보다 3㎏ 적어요.”

 

-남극에서 온 마지막 편지에 ‘쌀밥 한 숟가락에 시원한 김장 김치를 찢어 올려 먹고 싶다’고 썼는데.

“아직 못 먹었어요. 식탐이 강하지는 않아요. 먹고 싶다는 건 음식에 대한 게 아니라 누군가의 손맛,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더라고요. 강원도 평창(계방산) 고향에서는 아직도 김치를 땅속에 묻고 꺼내 먹어요. 인터뷰 마치고 가면 오늘 저녁에 먹게 될 것 같습니다.”

 

-69일 동안 남극에서는 뭘 드셨나요.

“썰매 무게를 줄여야 해 건조식을 먹어요. 파스타나 치킨 커리 등 서양식이 많죠. 마장동에서 소고기를 사서 식당에 조리 맡긴 후 동결 건조해 가져갔어요.”

 

-매일 같은 메뉴라니 질리겠습니다.

“그거라도 실컷 먹었으면 좋겠어요(웃음). 입맛이 없을 때를 대비해 고추장 500g을 가져갔는데 반찬은 그거 하나였어요. 운행할수록 썰매 무게는 감소하지만 체력이 소진되고 눈의 저항도 심해 가볍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짊어진 인생의 무게가 변하지 않듯이 썰매도 똑같구나 생각했어요.”

 

-실례지만 배설은 어떻게 하나요.

“남위 89도에서 90도 구간은 보호구역이라 배변 봉투에 수거해 와요. 나머지는 ‘오픈 토일렛’이죠. 어디든 일을 보는 곳이 화장실입니다.”

 

-이번 남극 횡단 성공의 의미라면.

“제가 사실 마흔이 넘으면서 그만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을 좀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또 한 번 도전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먹고 돌아왔어요.”

산악부에서 체력이 제일 약했다

1999년 강릉대 입학 후 ‘재미 삼아’ 산악부에 입회했다가 그 세계로 들어갔다. 너무 힘들어 그만둘까 했지만 ‘1년은 버티고 결정하겠다’고 마음먹으면서 결국 산꾼이 됐다.

 

-흔한 질문이지만 산이 왜 좋았나요?

“체력이 제일 약한 사람이 저였어요. 산이 좋았다기보다 산악부 사람들이 좋았습니다. 산에 다니면 도인처럼 누더기옷 입고 술도 안 마시고 이슬처럼 맑은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랐지요(웃음). 과거에 느껴보지 못한 정 때문에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어요.”

 

-만년 설산 첫 등정을 남극에서 했더군요.

“산악부 선배님이 운영하는 노스페이스 강릉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박영석 대장님의 히말라야 다큐멘터리를 종일 틀어놓았습니다. 그걸 제가 진지하고 재밌게 보니까 선배님이 박 대장님께 ‘지방에 있는 여성 산악인 한번 키워보면 어떻겠느냐’고 저를 소개한 거예요. 박 대장님 추천으로 2004년 오은선 선배와 함께 남극 최고봉 빈슨 매시프(4897m)에 올랐지요.”

 

-귀국 후 인생이 달라졌나요?

“다음 해에 박영석 대장님은 북극에 가셨어요. 당시 스폰서가 LIG손해보험 구자준 회장님이었는데, 같은 시즌에 북극과 남극 등반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식사 자리를 만들어주셨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박 대장님과 차를 같이 탔는데 ‘등반을 계속하고 싶다면 내 사무실로 와라’ 하셔서 ‘열심히 하겠습니다!’(웃음) 그렇게 해서 7대륙 최고봉 완등의 첫발을 뗀 거예요.”

 

7대륙 최고봉 등정은 순조로웠다. 2005년 5월 24일 북미 데날리(매킨리)를 시작으로 그해 여름 유럽 엘브루즈에 이어 겨울 남미 아콩카구아를 등정하고, 2006년 오세아니아 칼스텐츠, 2007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에 이어 2008년 에베레스트 등정을 이뤄냈다. 한국 여성으로선 오은선씨에 이어 두 번째이자 최연소 완등.

 

/에베레스트(8848m)

 

김영미는 2007년 에베레스트 남서벽 루트 등반 때는 친오빠나 다름없는 오희준과 이현조 두 선배의 주검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고산등반을 접지 않았다. 2008년 에베레스트 재도전에서 성공하고 2009년 박영석 대장의 에베레스트 남서벽 등반대에 합류, 로체 정상에 올라섰다. 그해 여름 가셔브룸2봉 원정에 나섰다. 당시 14좌 완등 레이스 중인 고미영이 낭가파르바트 등반을 마치고 오면 함께 정상 공략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런데 베이스캠프로 내려왔을 땐 하산길에 고미영이 추락사했다는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박영석 대장은 2011년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돼 결국 산이 되셨습니다. 고미영 등 여러 산악인의 비극을 마주했을 텐데, 그렇게 목숨 걸고 길을 떠나는 까닭이 뭡니까?

“죽으러 가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 누구보다 살고자 하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었다고 저는 생각해요. 어린 나이에 낙폭이 큰 일을 경험하게 돼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인생의 시작과 끝을 마음대로 결정할 순 없지만….”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요.

“누군가에게 없는 소중한 삶이 지금 나에게 주어진 거잖아요. 그들에게 간절하게 필요한 내일이 오늘 나에게 있으니까 이 시간을 허투루 보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짜 가슴 뛰고 두근거리는 삶을 살자고.”

 

-가슴 뛰게 하는 건 높은 산에 있었군요.

“그때가 인생의 기로였어요. 현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고, 내게도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걸 강하게 느꼈습니다. 그러나 돌아가거나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실내암장 운동과 산악스키에 몰두했고 마라톤에도 도전했다. 자전거 실력도 인정받아 2014년 독일을 출발해 폴란드~발틱3국~러시아~카자흐스탄~몽골~중국~러시아~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팀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대장정 1만5000km’에 참가했다.

 

▲이번 남극대륙 횡단 중 남극점에 도착한 김영미 대장. 2008년 에베레스트 등정 때 함께한 태극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썰매 안에는 텐트, 식량, 연료, 탈출 장비 등이 들어 있다. /노스페이스

에베레스트부터 남극까지

김 대장은 남극을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있었다. 남극점(2840m)도 거대한 빙산이다. 수직의 세계에서 오는 추락의 위험은 벗어나지만 히말라야만큼 극한 환경을 가진 장소. 2008년 에베레스트 등정 때 가져간 태극기도 챙겨갔다.

 

-왜 하필 남극이었나요.

“10여 년 전에 제가 아무것도 못 하고 좀 쫄아 있었어요. 한 걸음이라도 내디디려면 가장 단순한 기술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2013년부터 남극 자료를 준비했어요. 너무 멀고 돈이 많이 드는 게 문제였죠.”

-그래서 2017년에 꽁꽁 언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종단(724㎞)부터 도전했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했어요. 수직은 날씨와 환경에 따른 전략과 기술이 필요하지만 수평은 기본에 충실하기만 하면 됩니다. 기계적인 루틴을 얼마나 잘해내느냐가 중요하죠. 반복에서 오는 만족감도 있습니다. 바이칼 호수를 종단할 때 한 소설가가 제게 묻더라고요.”

 

-무엇을요?

“자전거도 있고 차도 있는데 왜 고행의 길을 택했나요? 그래서 되물었어요. ‘제 표정에 그런 괴로움이 보이나요? 그럼 한 줄이면 되는데 왜 길게 소설을 쓰세요?’라고. 각자의 꿈을 구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입니다.”

 

-통쾌하네요. 남극에 위험 요소는 없었나요?

“수직에 비하면 위험한 것보다는 어려운 것이 많아요. 혼자고 도와줄 사람이 없고 하루 12시간씩 바람에 노출된 상태로 밀고 나가야 합니다. 초반에는 짐이 무겁고 오르막이라 하루에 20㎞씩, 남극점 이후로는 30㎞씩 걸었어요. 스키는 신고 있을 뿐 탈 수는 없었고요.”

 

-작년 11월 8일 남극에서 운행을 시작할 때 마음가짐은.

“덤덤했어요. 남극점까지는 2023년 (아시아 여성 최초로) 무보급 단독 도달에 성공한 적이 있거든요. 이번엔 여정이 더 길다 보니 길의 끝에 서는 순간만 상상했습니다.”

 

-혼자 가는 게 리스크가 더 적은가요.

“그렇더라고요. 팀으로 가면 어느 날엔 A가 쓰러지고 어느 날엔 B가 ‘도저히 더 못 걸으니 헬기를 불러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컨디션이 좋아도 내 페이스대로 갈 수가 없어요. 외롭지 않고 서로 의지가 되지만 불화가 생길 수도 있고요.”

 

-미래 에너지까지 가불해 쓸 각오였다고요?

“제 인생에서 미래 에너지까지 당겨쓸 기회는 흔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소중한 여정이었지요. (몇 년 치를 가불했는지 묻자) 되게 웃긴 게, 잘 끝나니까 안 피곤해요. 보람이 큽니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녹음해 갔다

김 대장은 위도 1도를 넘을 때마다 전화(자동 응답기로 넘어가 녹음된다)해 지난 4~5일의 여정을 정리하며 생존 신고를 했다. 그 말들이 ‘남극에서 온 편지’로 SNS에 게시됐다. 동시에 GPS로 실시간 위치가 확인되면서 지도에 좌표가 달라붙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큰 하얀 캔버스 남극에서 제가 1786㎞를 걸어서 그린 그림”이라며 웃었다.

 

-옛날 삐삐처럼 음성 메시지를 남기는 방식이었군요.

“여정 초반에 음식 문제로 구토와 설사를 했는데, 누군가의 위로나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누구에게 전화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사실 그런 전화를 받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남극을 혼자 걷다 보니 누군가와 얘기하는 기분만으로도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었지요.”

 

-덜 춥고 바람이 거의 없는 날엔 ‘선물을 받았다’고 표현했는데.

“날씨가 안 좋다고 해서 안 걷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 남극답구나’ 받아들이지 않으면 온종일 힘들고 수렁에 빠지는 기분이 듭니다. 텐트 치기도 어려울 정도로 강하게 불던 바람이 잠잠해지면 얼마나 고마운지.”

 

-시야가 잘 보이지 않을 땐 음악을 들으면서 신나게 걸었다고요?

“싸이의 흠뻑쇼, 댄스 가요 등 여름 컬렉션으로 준비했습니다(웃음). 유튜브에서 ‘동기 부여 노래’로 검색하니 플레이리스트가 있더라고요. 내려받아 갔죠.”

 

-2년 전엔 남극에서 나침반이 고장 나 막막했다고 하셨는데 이번 횡단에서 가장 힘든 상황이라면.

“남극점을 지나고 나니 체력이 많이 떨어졌어요. 부족한 거리를 만회하려면 더 오래 걸어야 했습니다. 12~17m/s의 바람이 문제였어요. 몸이 휘청거릴 정도라 물도 제대로 못 마셨습니다. 정신을 부여잡고 가야 했지요. 그런 날에는 한국에서 녹음해온 응원 메시지를 들었어요.”

 

-예를 든다면.

“대학생 때 읽은 책의 한 구절을 후배가 읊어줬습니다. ‘뜻이 높은 사람은 쉼 없이 준비한다. 보란 듯이 떠벌리지 않고 남모르게 알차게 준비한다. 알피니스트란 산에 오르기 위해 평소에 몸과 마음을 준비하는 사람을 두고 부르는 이름이다…’로 흘러가요. 어떤 산을 내 안에 들어앉게 하는 태도입니다.”

 

/김영미 대장이 녹음한 '남극에서 온 편지'는 이렇게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다. /노스페이스

 

-살면서 종종 망각하는 초심과 연결돼 있군요.

“네, 그걸 지키고 싶어서 그 문구를 가지고 다녔어요. 혼자 남극에 가면 사람들 생각이 정말 많이 납니다. 제 짐을 들어줄 물리적 파트너로서 사람이 아니라, 제 어깨를 다독여주고 힘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죠. 그래서 사람들 목소리를 녹음해 갔습니다.”

 

-어떤 산을 내 안에 들어앉게 하는 일이 뭔지 설명해주신다면.

“산에 있을 때만 산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언제나 산에 갈 준비를 하는 훈련을 일상 속에 스며들게 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마음 안에 산을 들어앉혀 준비하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는.”

 

-이번에 남극 원정 떠날 때 어머니 말씀은.

“제가 잘 설명을 안 해요. TV에 나오는 딸 모습을 보고 상상하시겠지만, 어떻게 보면 일부러 말없이 계시는 것 같아요. 말린다고 떠나지 않을 것도 아니고, 걱정한다고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남극의 매력은 ‘정직함’

그가 남위 84도에서 85도로 향해 갈 때 한국 사회는 비상계엄 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남극대륙 횡단을 완수하고 칠레로 빠져나온 다음에야 그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그럴 땐 세상에서 뚝 떨어져 있는 사람이 부럽군요.

“사실 남극에서 통화하려고 들면 다 하거든요. 세상의 소음이나 잡음을 듣지 않는 자발적 고립을 택했는데 나중에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특권을 누리고 왔네요(웃음).”

 

-길의 끝에서 감정이 북받쳤겠습니다.

“끝없는 지평선이 아니라 뭔가 사물이 보이는데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거의 다 왔구나! 이제 끝나는구나! 세상과 가까워지고 있는 뭉클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어요. 썰매와 연결된 벨트를 푸는 순간 몸에서 에너지가 다 증발해버렸고요.”

 

-돌아보면 남극의 매력은 뭔가요.

“가도 가도 같은 풍경이 펼쳐지지만 지루할 틈이 없어요. 요행이나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고 기본기에 아주 충실하게 한 발 한 발 걸어나가는 여정이었습니다. 남극의 매력은 그런 정직함이라고 생각해요. 남극을 온전히 느끼는 방법은 인내하며 걷는 것이고요.”

 

-두 다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라면.

“매일 든 생각이지만 제가 봐도 기특합니다. 어떻게 또 걸어지냐? 걸으면서 혼자 이렇게 중얼거리곤 했어요.”

 

-남극에게도 한마디 한다면.

“남극의 바람 소리를 들으면서 걸었고 남극은 제 숨소리를 기억할 것 같아요. 남극에서 있던 일을 온전히 나눌 수 있는 대상은 남극뿐이고, 그 좌표의 어떤 순간을 기억해주는 존재도 남극뿐입니다. 우리는 서로 말이 필요 없는 사이가 됐어요.”

 

-등반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은 뭔가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죠. 인천공항으로 귀국할 때 마중 나온 사람들의 눈빛에서 깊은 걱정과 안도를 느꼈습니다.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 내 손을 잡아주는 온기를 느끼려고 먼 곳까지 갔다 왔구나 생각했어요.”

 

-그건 너무 비효율 아닌가요?

“하하하, 그러네요. 집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잊고 지낸 것들을 재발견하는 남극 탐험이었습니다.”

산악인들은 보통 사람들과 섞여 사는 도시 생활이 따분하지 않을까. “산에 가는 데 에너지를 많이 쓰다 보니 사회적으로는 미숙한 구석이 많아요. 고산 등반가들끼리는 이런 농담을 합니다. 우리는 해발 5000m 이하에서는 쓸 데가 없어!(웃음) 대자연에서 얻은 맑은 에너지를 사회로 가져와 순환시킨다고 생각해요.”

 

맑고 정직한 남극을 가슴에 품고 김 대장이 돌아왔다.

 

▲키가 157cm인 김영미 대장은 "산에서 배우고 경험한 ‘인내’들을 남극에서 매일 쏟아냈다”고 했다. “제가 걷는 길을 먼 곳에서 마음으로 동행해 주신 분이 많았어요. 남극의 깨끗하고 맑은 기운을 담아 각자 삶의 무대에서 내딛게 될 ‘한 걸음의 용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조선일보 박돈규 기자

 

03.05 증원 혜택 의대 신입생들이 "증원 반대" 수업 거부

▲지난해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휴학한 의대생들의 복학 가능성이 낮아지며 일부 의과대학이 개강일을 3월 중순, 말 또는 4월로 늦추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에 따르면 일부 의과대학은 학사 일정을 원활히 소화하기 위해 3월 중순~4월로 개강일을 연기했다. 3일 서울 소재 의과대학의 모습. /뉴시스

 

의대 증원 혜택을 본 올해 의대 신입생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수업 거부에 동참하고 있다 한다. 의대 정원은 지난해 3058명에서 올해 4567명으로 늘었다. 이번 의대 신입생들은 그 정책의 혜택을 본 학생들이다. 그런 신입생들이 ‘의대 증원 반대’를 위한 수업 거부에 나선다면 ‘염치없는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개탄스러운 일이다.

 

의대 신입생들이 수업 거부를 하는 것은 선배들 입김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고 한다. 의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을 대상으로 ‘투쟁 필요성’을 설명하거나 휴학을 권유했다고 한다. 교육부가 의대 내에서 휴학 강요 행위와 관련해 작년 12월 말부터 최근까지 경찰에 5건을 수사 의뢰했다.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1년 넘도록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새 학기를 맞았다. 지난해 정부가 갑자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밀어붙인 것은 무리한 정책이었다. 그렇다 해도 의료계 일부에서 내년 의대 모집 중단까지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 많은 국민이 1년 넘게 고통과 불편을 감수하며 의료 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했으면 한다.

 

현실적으로 지난해 의대 신입생 3000여 명, 올해 신입생 4500여 명을 동시에 교육하기는 벅차다는 견해에는 일리가 있다. 내년 의대 정원은 각 대학 자율에 맡기고 의료인력수급추계위에서 적정한 의대 정원을 산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의료 사태가 2년째로 넘어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3.05 사기꾼이었던 하의도 천사상 작가

전남 신안군 하의도 천사상을 만든 최바오로(71)씨는 파리7대학 명예교수로 알려졌지만 목공소 출신 사기 전과자였다는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최씨는 최근 본지 통화에서 이번 논란으로 자신과 가족에게 가해지는 형벌이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연탄가스로 자살을 기도했다거나, 119 덕분에 살아났다거나, 몸이 아파서 누워 있다며 수십 분 동안 장광설을 펼쳤다.

 

‘파리 에콜 데 보자르, 파리 4대학 졸업’ ‘베를린대학 예술학부 교수’ ‘피렌체 미술관 전속 작가’ ‘파리 제7대학 예술학부 명예교수’…. 2019년 신안군이 천사상 미술관을 개관하며 소개한 최씨 이력이다. “6·25전쟁 때 고아가 되고 이탈리아 유명 화가의 양아들로 입양됐다” “프랑스·독일·로마 목공방에서 ‘리틀 로댕’으로 불렸다”는 설명도 있었다.

 

이런 경력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물었다. 청송교도소 출소 후 1990년대 한 예술 잡지와 ‘21세기를 이끌어가는 예술인’을 주제로 인터뷰했는데, 해당 잡지에서 자신을 ‘파리7대학 명예교수’로 설명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었다. “젊은 시절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을 조각한 서울대 김세중 교수 조수로 일했다” “대학로 극장에서 무대 미술도 했다”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청송교도소로 옮겨 갔다” 등 현란한 일대기를 읊었지만 믿기 어려웠다.

 

“파리고 베를린이고 가 본 적도 없다”는 최씨는 “인터넷에서 내 허위 경력은 부풀려졌지만 내가 인터넷을 못하니 고치지 않았다”고 했다. “차라리 마음먹고 사기를 쳤으면 서울대 조소과를 나왔다고 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김대건 신부 묘 앞에 설치된 피에타 조각을 “한국 사람 모습으로, 죽어도 남겠다 싶게 아름답게 만들었다”며 “그것도 사기꾼 작품이냐”고 했다. “짜장면 맛있게 하는 주방장이 과거 전과가 있었으면 짜장면이 갑자기 맛이 없어지냐”는 대목에선 정치인의 연설을 듣는 기분마저 들었다.

 

최씨의 제작품은 고속도로 휴게소나 여느 관광지에서 파는 기념품보다 조금 나은 수준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제작품도 ‘파리7대학 명예교수’라는 후광(後光)을 입으면 세계적인 조각가의 깊은 신앙심이 우러나는 걸작이 된다. 사랑과 평화, 용서와 화해를 표현했다는 최씨가 전국 각지에서 전시회를 열고 가톨릭 성당·성지에 ‘예술’을 납품하는 동안 미술계·종교계는 그의 정체를 까맣게 몰랐다.

 

미술계에선 최씨에 대해 “정식 조각가도 아니고 듣도 보도 못 한 인물”이라고 했다. 이 때문인지 2000년대 미술계 중심에서 대담하게 ‘예일대 박사’를 사칭했던 신정아 사건에 비하면 빠르게 잊히는 분위기다. 하지만 프랑스·독일·이탈리아 3국을 망라하는 이력을 제대로 검증조차 하지 않았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변명을 들으며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의 문화 사대주의, 변방 열등감은 여전한 것 아닌가 씁쓸한 기분이 든다.

조선일보 안준현 기자

 

03.06 포천서 폭탄 8발 오폭..."쾅 소리 후 땅 흔들, 마을 유리 다 깨져"

공군 "비정상 투하된 폭탄 8발 중 불발탄 없어"

▲6일 오전 경기 포천에서 한미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 중 공군 KF-16에서 MK-82 폭탄 8발이 비정상 투하되며 탄이 떨어진 노곡리 민가에 연기가 발생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이 실시된 6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의 한 민가에 공군 공대지 폭탄이 떨어져 경찰특공대가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6일 경찰과 군 당국은 주민대피령을 내린 후 군 폭발물처리반(EOD)을 투입해 오발 사고가 난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일원에 불발탄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살폈다.

 

공군은 “공군 KF-16 전투기에서 비정상투하된 폭탄 8발 모두 탄착점을 확인했다”며 “불발탄은 없다”고 밝혔다.

 

공군에 따르면, 낙탄 위치는 승진성당 인근지역, 인근 육군부대 연병장, 도로, 농지 등이다.

아직 현장은 당국 관계자만 출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인근에 거주하는 천만호(68)씨는 “전쟁 난 줄 알았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폭탄 떨어진 곳에서 20m 정도 거리에 집이 있는데, 지붕이 무너지고 유리창도 깨지고 나무도 다 부서졌다”며 “무슨 상황인지 가보니 다 박살나 있고 검은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고 했다.

 

사고 지점에서 약 1km 떨어진 마트에 있었다는 40대 A씨는 “하늘에서 공기를 가르는 듯한 소리가 들리다가 ‘쾅’ 하는 소리에 사방이 울렸다”며 “주민들은 다 대피하라고 해서 일단 몸은 피했는데, 마을 유리들이 다 깨져있다”고 했다.

 

오선길 포천 이동면 사격장 대책위 사무국장은 “포탄 떨어진 곳에서 200m떨어진 곳에서 집 2채가 파손됐다”며 “주민들이 (사고 지점에)들어가서 확인하겠다고 했는데 출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주민들이 겁에 질려있다. 불안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4분쯤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민가에 한미연합훈련 중이던 군이 쏜 폭탄이 떨어지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오후 2시 기준 모두 15명이 다쳤다.이 중 2명은 중상, 13명은 경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주택 2채와 군 성당 일부가 파손되고 차량 1대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일보 포천=김수언 기자 포천=김현수 기자

 

03.06 포천 민가에 전투기 폭탄 떨어져… 15명 부상, 주택·성당 파손

합참 "한미연합훈련 중 사고 발생"

▲6일 오전 10시 5분쯤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민가에 군이 발사한 폭탄이 민가에 추락해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뉴스1

 

6일 훈련 중인 우리 공군 전투기가 잘못 발사한 폭탄이 경기 포천시의 민가에 떨어지는 사고가 나 모두 15명이 다쳤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분쯤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낭유대교 인근 노상에서 “민가에 포탄이 떨어졌다”는 취지의 119신고가 18건 접수됐다.

 

이 사고로 오후 2시 기준 2명이 크게 다치고, 13명이 경상을 입는 등 모두 15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관계자는 “현재까지 심정지 및 의식이 없는 환자는 없다”고 했다. 부상자는 민간인 13명, 군인 2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 2명은 당시 성당에 있다가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의정부성모병원과 국군수도병원, 포천의료원 등으로 분산돼 치료 중이다.

 

또 주택 5동과 창고 1동, 군 성당 1동, 비닐하우스 1동, 1톤 화물차 등이 파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은 장비 30대와 인력 78명을 동원해 사고 현장을 수습 중이다.

 

소방은 한미연합훈련 중 전투기 폭탄 오발로 인해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합동참모본부는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한미연합훈련 중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고 발생 지역은 훈련장에서 6km떨어진 지역으로, 민간 피해 외 군 피해는 아직 보고된 바 없다”고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했다.

 

공군은 “6일 오전 10시 4분 경 공군 KF-16에서 MK-82 일반폭탄 8발이 비정상투하되어 사격장 외부 지역에 낙탄됐다”며 “이 전투기는 공·육군 연합·합동 화력 실사격 훈련에 참가 중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군과 주한미군은 2025년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의 시작에 앞서 이날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양국 공중·지상 전력이 대거 참여하는 실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공중 전력으로는 공군작전사령부 예하 F-35A, F-15K, KF-16, FA-50 등 13대의 4·5세대 전투임무기들이 참가했다.

조선일보 포천=김수언 기자 포천=김현수 기자

 

03.08 의료 사태 끝낼 계기 마련됐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 복귀 및 의대교육 정상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3.7/뉴스1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지난해 증원하기 이전인 3058명으로 원점 회귀하는 방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의대생들이 3월 내에 전원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의대 총장·학장단이 교육부에 제출한 ‘정원을 동결할 경우 의대생을 반드시 복귀시키겠다’는 건의문을 수용하는 형식이다.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했던 정부가 백기를 드는 것이다. 애초에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 없이 갑자기 대폭 증원을 한 것이 무리수였다.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로 시작한 의정 갈등이 1년을 넘으면서 그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치료를 받지 못해 고통받는 환자가 많을 것이다. 특히 중증 환자를 보는 대형 병원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면서 환자가 목숨을 잃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의대 증원 등에 반발해 수련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집단 휴학한 의대생도 1년 이상을 허송세월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 의대 정원을 동결하면서 이런 갈등을 끝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 국회는 소위에서 의료인력수급추계위를 구성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의료계 요구대로 보건의료 단체들이 추천하는 위원이 과반수를 차지하도록 한 법안이다. 정부가 앞으로는 필수 의료 의사가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경우 의료 사고가 발생해도 처벌받지 않는 의료 사고 안전망 강화 방안도 내놓았다. 상당수 중증 수술과 중환자실 수가를 인상하는 등 필수 의료 수가를 대폭 높이는 방안도 진행 중이다.

 

의료계 반발의 대상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받고 있는 지금 계속 의정 갈등을 이어가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이제 의료와 교육을 정상화하고 남은 문제들은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

 

의사 증원이 의사들 반발에 막혀 또 무산되면서 이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환자 단체 등은 “의료 공백과 의사 부족 해소를 기대하며 1년간 고통받고 인내해 온 국민과 환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내년 의대 정원을 동결한 것은 의료 공백과 의대 교육 파행이 심각한 지경에 이른 데다 이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의료계가 화답해 여기서 갈등을 끝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3.11 ‘경찰 스피커 맞아 즉사’ 2017년 3월10일 무슨 일 있었나

3월10일 박근혜 대통령 ‘언론기사 사기 탄핵 소추’ 인용한 헌재
수 만명 박 대통령 지지자 헌재 앞 몰려가 2만 명 무장 경찰과 대치
병원 실려간 이들 수 십 명, 사망 확인된 자만 4명 ‘사망자 더 있어’

▲ 2017년 3월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열린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경찰이 설치한 차 벽을 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탄핵 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회원 수만 명이 (2017년) 3월10일 당일 탄핵 기각 결정이 인용되니 헌재로 몰려갔다. 겹겹이 경찰차 벽이 둘러쳐져 헌재 앞으로 갈 수가 없어 차 벽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가, 경찰 진압 차량인 소음 관리 차량에서 100kg에 달하는 소형 냉장고만 한 대형 스피커가 떨어졌다. 여기에 깔려 故 김완식 씨가 즉사했다. 지하도로 들어간 이들은 완전무장 상태에서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방패를 든 경찰과 대치하다 맨 앞 열이 밀리며 뒷 열까지 밀려 심정지 수준의 압사 사고가 일어났다. 故 김주빈·故 이정남 씨 등가 안국역사 안에서 심정지로 사망했다. 경찰의 긴 장대에 밀려 경찰 버스 지붕에서 아래로 추락하며 사망한 이가 故 김해수 씨다. 당시 CPR을 받고 구급차를 타고 실려 간 이들 중 상당수가 이후 사망했다. 이름이 밝혀진 이들 외에도 몇 명이 사망했는지 현재도 알 수가 없다. 경찰이 입을 다물었고 유가족들도 진상규명 의지가 없고 여당 의원들도 이채익 (전 새누리당) 의원 외에는 일동 입을 다물었다.”

 

2017년 3월10일 박근혜 대통령이 조작적 탄핵을 당한 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3.10 순국 항쟁’ 애국열사 추도식을 매년 찾는다는 제보자는 애국열사 4인(故김주빈·이정남·김해수·김완식)의 죽음에 대해 11일 스카이데일리 기자를 서울 모처에서 만나 이 같이 털어놨다.

 

현재에도 몇 명의 애국열사가 당시 죽임을 당했는지 알 수가 없다. 배경에는 경찰청의 조직적 침묵과 은폐 및 법원의 봐주기식 판결이 있었다. 사실 확인도 되지 않고 수사 과정 중에 있던 박 대통령 관련 국정농단 사건에 관해 기사 몇 개로 탄핵 심판을 밀어붙이는 정치권을 여당 의원들은 철저하게 외면했다.

 

당사자인 서울시와 서울경찰청 및 경찰청의 조직적 은폐 의혹에 법원 판결로도 경찰 측 중대 과실로 사망한 것이 확인됐다. 사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3.10 안국(安國) 항쟁 열사’ 4명에 대한 추도식은 벌써 8주기를 맞이했다.

 

11일 스카이데일리는 이들 애국 열사와 밝혀지지 않은 죽음의 과정을 역추적했다. 2017년 3월10일 ‘대통령을 파면한다’라는 헌재 판결에 항의하고자 지하철 3호선 안국역 4번 출구 앞 도로에서는 탄기국 집회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경찰은 최고 수위의 경계 태세에 해당하는 ‘갑(甲)호 비상’ 발령을 했다. 경찰은 헌재 주변에 270개 중대·2만 명이 넘는 경찰력을 투입했다. 당시 경찰 방호 차 벽이 헌재 정문을 중심으로 사람 한 명 정도가 겨우 비집고 들어갈 정도로 빽빽하게 2차로를 막았다.

 

경찰들은 진압 방패 등 경찰 장구와 신체 보호복을 착용하고 박 대통령 탄핵 인용에 성난 시민을 진압했다. 일부 참여자는 경찰차 벽으로 돌진했으며 이 가운데 충돌이 빚어졌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경찰 버스 위로 올라갔고 경찰 유리창이 깨지기도 했다. 경찰들은 진압 방패로 참여자들을 가로막았고, 경찰은 시민을 향해 캡사이신을 뿌리고 태극기를 뺏는 등의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시종일관 이어졌다.

 

3월10일 병원 실려간 이들만 76명

사망자 알려진 이들 4인 외에 '더 있어'

스피커 차량 관리 과실은 경찰 측, 재판부 '판결'

 

‘3.10 불법 탄핵 선고 태극기 집회 피해자 현황 자료’에 의하면 당일 4명의 애국열사가 사망했으며 68명이 병원에 이송됐다.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한 사람은 8명으로 76명이 다치거나 사망에 이르렀다. 서울대 병원을 비롯해 백병원에도 시위 현장에서 총 10명이 실려 왔다.

 

8명은 경상, 나머지 2명은 중환자실로 심장박동만 살아있을 뿐 의식 불명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당시 탄기국 현장에서는 ‘애국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 탄핵 반대 시위자 14명이 사망했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서울시와 경찰청의 비협조로 책임자처벌 및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당시 진상조사 규명위원회에 참가했던 법조계 인사는 스카이데일리에 “유가족들도 돈 문제로 들고 일어서지 않았고 무엇보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일제히 외면했다. 경찰들은 아무것도 밝힐 수 없는 다고만 하며, 당시 실려 나간 사람 중 신원미상의 인사가 많아 몇 명이 추가로 사망했는지 현재에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압사로 질식사할 뻔한 이들이 백병원등에 실려갔으나 사고 이후 사망하더라도 유족이 알리지 않을 경우 이를 알 수 있는 도리가 없다”며 “당시 경찰과 대치 및 경찰 진압으로 사망한 이들이 알려진 4인외에 몇 명이 더 있는 것은 명백한 팩트”라고 강조했다.

 

그는 “더욱 억울한 건 언론들이 경찰 버스로 방호벽을 들이받아 그 충격으로 경찰 소음 관리차에 설치된 무게 약 100㎏의 대형 스피커를 떨어지게 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과격분자로 애국열사들을 오도했고 여기에 이 같은 오명에 아무도 해명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라고도 했다.

 

▲ 2017년 3월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뒤 서울 종로구 안국역 사거리에서 열린 탄기국 및 박 대통령 지지자들의 시위와 경찰과의 대치 모습. 연합뉴스

 

한편, 2017년 9월6일 서울고등법원 사건 관련 판결문은 ‘스피커 추락 사망사건’은 “경찰 과실”이라는 판결이 담겼다. 스카이데일리가 이날 입수한 판결문은 정 모 씨에 대한 것이다.집회 당시 경찰버스를 탈취, 운전해 50차례에 걸쳐 경찰 방호 차 벽을 들이받아 특수폭행치사 등으로 검찰에 기소된 이다.

 

당시 경찰은 “경찰버스를 탈취해 소음 관리 차 벽을 들이받은 집회 주최 측(탄기국)의 과격 시위에 책임이 있다”고 했으나 재판부는 “경찰의 차량 및 스피커 관리 부실을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봐야 한다”라고 했다.

 

스피커 추락 가능성 등을 교육받은 경찰이 스피커가 추락 전 충격으로 기울어진 것을 인식하고도 이를 방관했다는 것이다.

장혜원 기자hyjang@skyedaily.com

 
 

03.11 수원 일가족 사망… ‘미흡한 경찰 대응’ 도마 위 올라

동거가족 CCTV 확인 안 해… 이튿날에야 시신 발견
A씨 사망 당시 B씨와 자녀들… 살아있었나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것과 관련해 경찰은 사건 당일 추락사한 40대 가장 A씨의 신원을 확인했으나 한 집에 사는 부인 B씨와 10대 자녀 두 명의 시신은 하루 이상 지난 뒤에야 발견했다. '경찰 대응이 미흡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연합뉴스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것과 관련해 경찰은 사건 당일 추락사한 40대 가장 A씨의 신원을 확인했으나 한 집에 사는 부인 B씨와 10대 자녀 두 명의 시신은 하루 이상 지난 뒤에야 발견했다. '경찰 대응이 미흡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경찰은 나머지 가족에 대한 CCTV 영상을 확인하지 않는 등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다가 뒤늦게 현관문을 개방하고 들어가 B씨와 자녀들의 시신을 발견했다. A씨 사망이 확인된 후 하루 이상 지난 시점이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9일 오전 4시 30분쯤 ‘A씨가 숨져 있다’는 신고를 받았고 지문을 감식해 ‘오전 7시 55분’쯤 그가 이 아파트 주민인 것을 파악했다고 한다. 이날 경찰은 A씨가 25층으로 올라가 창밖으로 뛰어내리는 CCTV 영상을 확인했지만 나머지 가족들의 영상은 확인하지 않은 채 초동 조사를 마쳤다.

 

이후 '10일 오전 11시'에 현관문 개방 후 B씨와 자녀들의 시신을 확인했고 언론에는 이들이 모두 한날한시에 사망한 것처럼 발표했다.

 

경찰은 9일 A씨의 집을 찾아가 몇 차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고 반응이 없자 수색을 종료했다고 한다. CCTV를 확인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이웃 주민 1명으로부터 이 집 가족들이 주말마다 여행을 간다는 진술을 들었기 때문"이었다며 A씨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여행 중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B씨가 출국한 사실이 없는 것은 확인했지만 소재 파악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즉 B씨와 자녀들이 아파트를 드나드는 모습에 대한 CCTV를 확인하지 않았다. 이후 A씨의 신원이 확인된 지 약 27시간 가량이 지난 10일 오전 11시쯤, 주민센터를 통해 다른 유족을 찾아냈고 집 비밀번호를 알아내 문을 개방했다.

 

경찰은 안방에서 B씨와 중학생인 큰 아들, 초등학생인 작은 딸의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의 목 부위에는 졸림 흔적과 불을 지필 때 쓰이는 도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으며 유서는 없었다고 한다.

 

경찰이 일가족 시신 발견 시간을 '10일 오전 11시'로 발표한 것을 두고 비판이 일자, 담당 경찰관은 "언론에서 A씨 시신 발견 시간과 다른 가족 3명의 시신 발견 시간을 구분해서 질문하지 않아 생긴 착오"라며 "어떤 의도를 가지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공부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A씨가 추락한 이후에도 B씨와 가족들이 살아 있었던 상태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이 가족들의 CCTV 영상만 확인했더라도 이들이 집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즉시 문 개방에 나섰을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현재로선 경찰은 휴대전화 메시지내역 등을 토대로 A씨 추락 이전에 이미 가족들을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이들이 다른 사람과 금전 관계 등을 맺고 있었는지 등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할 계획이다.

 

아울러 사망자들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 의뢰해 정확한 사인과 사망 시간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분석 결과 A씨 사망 이후에도 B씨와 가족들이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면 경찰은 큰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세희 기자saylee@skyedaily.com

 
 

03-11 내년 의대 신입생 뽑지 말자는 의협 발상과 학부모 분노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탄핵 사태로 정부의 의료개혁 동력이 흔들리는 와중에, 의사단체에서 내년 의대 신입생을 아예 뽑지 말자는 발상이 나왔다.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국민 모두를 분노케 할 오만한 행태다. 전공의·의대생 집단 이탈 뒤 1년을 넘기고, 증원된 의대 신입생이 입학했음에도 ‘2000명 증원’ 사태의 해법은 겉돈다. 정부 책임이 무겁다. 이 때문에 법치 파괴 비난을 받으면서도 양보에 양보를 거듭해왔다. 급기야 이주호 교육부 장관 주도로 이달 내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내년 신입생 증원 0명이라는 극단적 방안까지 내놨다.

올바른 직업윤리를 갖춘 의사들이라면 문제 해결을 위해 가능한 방법을 모색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8일 내부 회의에서 ‘2026학년도 의대 신입생을 한 명도 뽑지 말자’는 의견을 내놨다고 한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정부가 무기력하게 주춤주춤 물러서니 더 극단적 요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물론 의대 증원을 지지하는 국민의 백기 항복을 강요하는 집단이기주의의 극치다.

안정적인 입시를 위해 대입전형은 입학년도 4년 전 공표하는 ‘4년 예고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당장 내년 의대 입시부터 안갯속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부터 중심을 잡아야 한다. 떼법과 불법에 굴복하면 정부도 아니다.

문화일보 사설 

 
 

03.11 [단독] '文 표창' 태양광 시공업자, 위조 서류로 900억 떼먹은 혐의 기소

 공사대금 명목으로 900억원대의 허위 대출을 받고, 회삿돈 8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태양광 발전소 시공사 대표가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 표창을 받았던 것으로 11일 드러났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11일 사기·사문서 위조·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장모(44)씨가 운영한 태양광 발전소 시공사 A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우수 중소기업이라며 표창까지 받은 중소 태양광 개발사다. 이 회사는 2020년까지 매출 1000억 원을 넘기며 급격히 몸집을 불렸다가 2021년 460억원의 손실을 냈다고 한다.

 

장씨는 시공사와 시행사를 실질적으로 함께 운영하며 펀드 운용사를 속여 2020년 6월~2021년 12월 약 911억원을 대출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21년 2월~2021년 11월 법인 명의 계좌에 있던 약 80억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정황도 검찰 조사 결과 적발됐다. 무문별한 사업 확장과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공사 지연이 겹치며 회사 재정 상태가 악화되자 하도급 업체에게 공사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거나 개인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빌리는 등 회사 채무가 가중됐으나, 그런 상황에서도 장씨는 회사 자금 약 80억원을 자신의 계좌로 보내 가상자산을 매수하는 등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에 서울남부지검은 11일 장씨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조선일보 강지은 기자

 

03-12 대전 초등생 살해교사는 48세 명재완…신상 공개

 
 

▲대전경찰청 홈페이지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김하늘(7) 양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여교사 명재완(48) 씨의 신상이 공개됐다.

대전경찰청은 12일 오전 살인 혐의를 받는 명 씨의 이름과 나이, 얼굴 사진 등을 공개했다.

명 씨의 신상정보는 내달 11일까지 30일간 대전경찰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찰은 전날 오후 2시부터 명 씨에 대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범행의 잔인성과 피해의 중대성, 피해자 유족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개를 의결했다.

한편 명 씨는 지난달 10일 오후 5시 50분쯤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하늘 양을 시청각실 창고로 유인해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화일보 박준우 기자

 
 

03-12 의대 신입생, 무조건 등교해야 한다

최현미 논설위원

의대 증원 동결이라는 고육책
서울 지역 학장들 ‘원칙 대응’
국민 고통 의료개혁으로 승화

자기주장만 하는 ‘나홀로 게임’
의·정은 ‘협의의 링’ 오르고
국회는 추계위 당장 구성해야

3월이 의대 정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3월 말까지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동결키로 한 데 이어 주요 대학이 미복귀 학생에 대해 제적 등 강경 대응 원칙을 밝혔다. 새 학기,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내년에 3개 학년을 동시에 가르쳐야 하는 ‘불가능’한 상황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대규모 제적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여전히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3월 복귀 전제조건은 협박이라고 맞서고 있다. 완전한 증원 백지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철회 등 무리한 요구를 재차 반복하고 있다. 정부가 2026학년도 증원 제로라며 한 걸음 물러서자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아예 내년에 의대생을 뽑지 말자는 주장까지 했다.

학부모는 분노하고, 환자 단체는 정부의 의료개혁 의지를 믿고 피해와 고통을 감수하며 기다렸는데, 결국 의사에게 백기를 들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매번 강경 대응을 천명하다 상황에 밀려 양보해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원칙 대응을 주문하다 신입생마저 수업 거부에 동참할 기미를 보이자 전격 동결을 결정했다.

다급한 마음은 알겠으나 의료개혁이라는 틀에서 논의돼야 할 의대 정원이 원칙도, 계획도 없이 1년 넘게 온갖 피해를 참아온 국민에게는 양해도 구하지 않고 덜컥 제시됐다. 무리한 2000명 증원이라는 첫 단추는 잘못 채워졌지만 어렵더라도 응급실 뺑뺑이, 소아청소년과 오픈 런, 3분 진료 등을 해결해보자며 기다린 끝에 2020년 사태가 되풀이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2020년 의료계가 의약분업에 반대해 휴진하자 정부는 의대 정원을 줄였고 공공 의대 설립을 포기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자문이었던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는 상호 신뢰, 호혜성의 규범, 협력적 네트워크가 작동해서 만들어지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중요성을 말하며 사회적 자본이 없는 파편화된 사회를 ‘나 홀로 볼링’(bowling alone)이라는 흥미로운 용어로 설명했다. 말 그대로 모두 흩어져 자기 혼자 볼링을 한다는 것이다. 그의 책 제목이기도 한 이 말은 의정 갈등이 1년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우리 상황을 설명해 준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긴 시간 동안 당사자들이 한 번도 한자리에 앉지도 못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공동의 룰도, 철학도, 협력 네트워크도 없이 듣거나 말거나 자기 말만 해왔다. 의료계 내에서조차 입장에 따라 제각각이다. 파편화된 끼리끼리의 의견은 언제나 더 ‘강경’으로 치닫기 쉽다.

‘사회적 자본’의 핵심은 ‘신뢰’이다. 상대가 호의적이거나 최소한 악의적이지는 않을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우리에겐 없었다. 의료계는 대놓고 정부를 불신하고, 정부는 의료계를 믿지 않고, 국민은 의사와 정부 모두를 신뢰하지 않는다.

새 학기 의대에서 일어날 변화를 계기로 ‘나 홀로 볼링’을 접고 ‘모두가 함께하는 링’에 올라야 한다. 이 게임은 한 사람이 금메달을 따는 올림픽 게임이 아니다.

우선, 정부는 원칙을 갖고 적극적으로 협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현재 가능한 ‘모두의 링’으로는 의료계와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해 의대 정원을 논의할 법적 기구인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가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법안심사 소위를 열어 추계위를 구성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으로 국회 본회의 처리와 추계위 구성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살려내야 한다. 의료계는 여전히 추계위가 심의권이 아닌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반대하고 있지만, 의료계 의견을 대폭 반영해 의료계 인사가 추계위 위원의 과반을 차지하게 됐다. 다급하게 이뤄진 결정이지만 2026학년도 정원도 동결됐다. 국민이 피해를 감수한 지난 1년 동안 상급 종합병원의 전환도 이뤄지고, 진료지원(PA) 간호사도 합법화되고, 필수수가 조정도 이뤄졌다.

전공의는 진정한 의료개혁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의대생은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완전 항복 선언을 받겠다며 ‘모두의 링’에 오르지 않으면 결국 돌아오는 건 ‘기권패’일 것이다.

문화일보 

 

03.14 줄넘기 과외, 초등 의대반, '사회악' 낳는 대학입시

▲이수지가 2월 유튜브에 공개한 '제이미맘 이소담씨의 별난 하루'. 몽클레르 패딩과 샤넬백, 포르셰 등 강남 부유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패션과 나긋나긋한 말투, 사교육 과의존 같은 특징을 잡아냈다. /유튜브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가 29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조1000억원(7.7%)이나 증가했다. 4년 연속 최고치 경신이다. 1인당 월평균 지출액(47만원)은 물론 참여율, 참여 시간도 모두 늘었다. 1년 사이 학생 수는 521만명에서 513만명으로 8만명 줄었는데 사교육비 총액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특히 서울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78만원으로 치솟았다. 온 나라가 사교육 광풍에 휩싸였다.

 

최근 학부모와 학원가에선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4세 고시’, 초등 입학 전 유명 초등 수학·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7세 고시’란 말이 유행이다. 이런 행태가 초등의대반, 영재입시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학교에서 중간·기말고사 대신 수행 평가를 시행하면서 제기차기 과외, 줄넘기 과외, 자전거 과외, 농구 과외가 성행하고 있다. 미친 바람이란 말이 과장이 아니다.

 

교육부가 사교육을 줄이겠다며 늘봄학교, 수능 킬러 문항 배제 등 온갖 대책을 내놓았는데 아무 소용이 없다. 정부의 대책은 학부모의 불안을 낳는다. 사교육은 학부모의 불안을 먹고 자란다. 근본적인 문제를 놔두고 지엽적인 문제만 건드리는 것보다는 그냥 놔두는 것이 낫다.

 

이런 끝 모를 사교육 경쟁은 가정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아이들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것이 분명하다. 사교육은 거의 광적으로 행해지는데 우리나라 과학 수준은 얼마나 높아졌는가. 한편으론 아파트 값이 매년 오르는데, 사교육비까지 이렇게 오르면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을 수 없다. 대학 입시가 거의 ‘사회악’이 됐다. 헌법을 고쳐서라도 사교육을 제한하자, 과잉 사교육을 유발하는 초등의대반 금지를 입법하자는 제안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우리나라 교육이 학생, 학부모를 괴롭히면서 학생의 건강한 발달과 나라 학문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분명한데 어떤 대책을 써야 할지 답이 없는 상황이다. 대학 서열화, 실력 아닌 학벌 사회, ‘내 자식만 잘되면 된다’는 이기심이 어우러져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로 뿌리를 내렸다.

조선일보 사설 

 

03.14 홈플러스 기업 회생절차 관련 기자간담회

“대기업과 브랜드 점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세업자 채권은 곧 지급이 끝날 것”

▲ 김광일·조주연(오른쪽) 홈플러스 공동대표가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날 조주연 사장은 “이번 회생절차(법정관리)로 인해 불편을 겪고 계신 협력사·입점주·채권자 등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이어 “13일까지 상거래채권 3천4백억 원 상환을 마쳤다”라며 “대기업과 브랜드 점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세업자 채권은 곧 지급이 끝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이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왼쪽)가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원 기자jwlee@skyedaily.com

 

03.15 "의사 세계는 좁다, 배신자 낙인 평생 간다" 복귀 막는 선배들

집단행동 압박받는 신입생들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너희는 한 학기만 가만히 있어라.”

 

올해 수도권 한 의대에 합격한 A씨는 지난달 술자리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24학번 선배들이 참석하는 자리인 줄 알았는데, 전공의 선배들까지 여럿 몰려와 ‘의정 갈등’ 얘기를 꺼냈다. 선배들은 “무조건 단일 대오”라고 수차례 말했다고 한다. A씨는 “너무 무섭고 당황했다”며 “이런데 학교에 어떻게 가겠느냐”고 말했다.

 

/그래픽=양진경

 

정부가 2026년 ‘증원 0명’을 내세우며 이달 말까지 의대생들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지만 좀처럼 의대생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증원 정책 수혜를 본 25학번 신입생들까지 수업을 거부하는 건 문제”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선배들의 강요 때문에 학교에 못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사람들은 “성인인 대학생이 어떻게 선배 압박에 수업 거부를 하느냐”며 의아해하지만, 도제식 수련이 많고 커뮤니티가 좁은 의료계 특성상 선배의 회유와 압박이 먹히고 있는 것이다.

 

을지대 의대 학생들은 최근 신입생을 대상으로 ‘1학기 수업 참여 여부’를 묻는 익명 설문조사를 수차례 진행했다. 첫 조사에선 ‘수업을 듣고 싶다’는 응답이 절반 가까이 나왔지만, 조사를 반복하고 결과를 공개하니 결국 ‘수업 거부’ 응답이 늘어났다고 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수업 거부’ 의견이 다수가 될 때까지 조사를 거듭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강원 지역 한 의대 선배들은 학장이 주재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직후 신입생을 집합시켰다. 이들은 신입생들에게 “의사 세계는 좁다. 한번 (배신자) 낙인찍히면 평생 간다”는 취지로 말하며 수업 거부 동참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서울대 의대 선배들은 25학번들을 모아놓고 ‘필수 의료 패키지’ 등 정부 의료 개혁의 문제점을 알리는 설명회를 열었다. 이 밖에도 선배들이 보는 앞에서 휴학계를 쓰게 하거나, 휴학계 인증 사진을 취합하는 학교도 나왔다.

 

학교에 복귀하겠다는 학생을 공개 비판하며 ‘의료계 커뮤니티’에서 완전 배제하겠다고 협박한 사례도 14일 교육부에 신고됐다. 건국대 본과 3학년 휴학생들은 지난달 입장문을 내고 “이탈자의 파국적인 행동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이탈자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며, 향후 모든 학문적 활동에 참여할 수 없다”고 했다. 이 학교 본과 2학년 B씨는 “최근엔 ‘복귀자들은 빼고 단체 채팅방을 새로 만들 거니까 어차피 신상은 공개된다’는 공지를 받았다”면서 “휴학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측은 14일 “수업 방해 부당 행위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걸 확인했다”면서 “학칙에 따라 징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공지했다.

 

충청권 한 의대에서는 선배들이 ‘신입생 OT’를 연다고 하자 휴학을 종용당할까 봐 우려한 신입생 학부모가 대학 측에 신고하는 일도 있었다.

 

복귀한 의대생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심각하다. C씨는 “복귀 의사를 표명하자 ‘시험 기출 문제’를 볼 수 있는 구글 드라이브 접근 권한이 없어졌다”면서 “메시지로 ‘소명할 기회를 드리는 게 우리(휴학생들)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니 이유를 말해보라’고 한다. 죄인 취급을 당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한 본과 3학년 복귀자는 “이미 동기 선후배에게 너무 많은 조롱과 비난을 받고 있다”며 “전공의로 수련을 더 할 생각인데 이미 낙인이 찍혀 학회에서도, 병원이나 진료과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것 같아 두렵다”고 했다.

 

학부모들도 속이 탄다. 한 수도권 의대 25학번 학부모는 “선배들이 애를 불러내 ‘술 마시고 미팅이나 열심히 하라’고 했다는데, 수업 듣지 말라는 얘기 아니냐”면서 “힘들게 의대에 보내놨는데 마음대로 수업도 못 듣는 걸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작년 3월부터 ‘휴학 강요’ 등 의대생 괴롭힘 신고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14일까지 신고 사례 14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복귀자 명단과 욕설이 올라오고 있다.

조선일보 강다은 기자 오주비 기자

 

03.17 [인터뷰] “무안공항 참사는 인간의 오만함이 부른 폐해”

尹탄핵 사태 여파로 사고 수습 공백… “재발 방지 특단책 없으면 악순환”
철저한 진상 조사 통해 사고 원인 밝혀 희생자 恨 풀어 주길
국민적 고통·피해 있는 곳이라면 누군가는 그 자리 지켜야

▲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에 있는 서각사의 참선 염불선원 선원장 진원 불일 스님은 대규모 사회적 재난이 발생하면 사고 현장으로 가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아픔을 겪는 유가족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스카이데일리

충격의 12.29 무안국제공항 참사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에 서각사라는 이름의 한 사찰이 있다. 그곳에서 대규모 재난 상황에는 전 국민이 위로받아야 한다고 외치며 전국 방방곡곡을 누벼 온 한 스님을 만났다. 사단법인 한국불교약사회 총재이자 한국효문화실천회 회장·대연각사 아미선원 회주·서각사 참선 염불선원 선원장으로 있는 진원 불일 스님이다.

 

불일 스님은 이태원참사 등 국가 차원의 대형 악재가 발생하면 즉시 사고 현장을 찾아 피해자와 유가족을 치유하고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비는 49재 때까지 이들과 동고동락하며 깊은 애도를 표한다.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한달음에 달려가 현장에서 사고 희생자와 유족의 곁을 지켰다. 그러면서 참혹함만이 남은 곳곳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했다. 이 모든 것은 부처님의 뜻이기에 삶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피해자와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걸어갈 것이다.

 

스님은 국민에게 잊히지 않을 상처로 남은 대형 참사에 대해 이야기하며 최근 발생한 ‘제주항공의 무안국제공항 참사를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했다.

 

전라남도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참사는 2024 1229일 발생했다. 탑승객 181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하면서 현재까지도 최악의 참사로 회자되고 있다.

 

사고 발생일로부터 두 달 넘게 시간이 흘렀지만 진원 불일스님은 사고가 발생한 그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뉴스를 통해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사고가 난 무안공항으로 향했다. 실제로 현장에 가 보니 사고 당시 처참한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에 현장에 머물며 망연자실한 유가족을 돌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러나 스님이기에 앞서 한 사람으로서 아비규환 속 상황에서 지내기란 쉽지 않았을 터다.

 

스님은 이에 대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굳은 신념이 대규모 재난 상황을 외면하지 않도록 붙잡았다고 말했다.

 

무릇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게 국가의 중요한 책무이건만 비록 의도하진 않았더라도 정부가 못 챙기면 국민이라도 나서야 하지 않겠냐는 말로 스님은 본격적인 대화를 이어 갔다.

 

▲ 불일 스님은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피해 현장 최일선에서 유가족을 살피는 것을 마다하지 않지만 다시는 그런 아픔이 없도록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고 발생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명확한 진상 규명 등 진정성 있는 노력이 수반되어야만 사고의 재발 방지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스카이데일리

천막 생활 불사한 국민 지킴이

사고 이후 참사 현장에서 스님이 처음 목격한 광경은 비참함 그 자체였다. 사고가 휩쓸고 간 여파로 각종 파편이 공항 활주로 철책 밖 200m까지 떨어져 있었다.

 

사고는 랜딩기어 작동 오류로 동체 착륙한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며 철근 콘크리트 소재의 둔덕형 로컬라이저에 부딪혀 폭발하면서 일어났다. 이 때문에 승객들은 벨트를 풀기도 전 착석 상태에서 기체로부터 무방비하게 튕겨 나갔다. 아수라장이었던 현장처럼 망자의 모습 또한 온전할 리 만무했다.

 

여러 조각으로 분리된 시신은 여기저기 흩어졌으며 절단된 시체 일부는 피로 뒤덮여 형체를 식별하기조차 어려웠다. 오죽하면 가족도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라 했겠는가.

 

스님은 사고 현장엔 오직 탄식과 절규만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 모습이라도 보겠다고 달려왔건만 유족은 훼손된 시신을 마주했다. 이 같은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다. 유가족 중에는 사고로 일가족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시신 수습 현장도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한 스님에 따르면 육안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로 훼손된 시신 일부가 도착할 때마다 화장하고 장례가 치러졌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 상황에 따라 유족은 처음 치러진 장례식에서 슬픔을 모두 털어 내기도 전에 다른 시신 일부가 발견되면 또다시 화장하고 장례를 치러야 했다.

 

스님은 사망자 전원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로 발견됐기 때문에 유가족은 두 번 세 번 네 번, 심지어는 다섯 번이나 고통스럽게 목 놓아 울어야 했다고 가족을 잃은 슬픔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장례로 등 떠밀려야 했던 유족들을 언급했다.

 

공항 내 합동분향소 공간이 마련되면서부터는 49재가 열리는 날까지 적게는 50일부터 많게는 100일간 현장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스님은 피해 유가족이 겪는 고통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기를 기도하며 이들에게 살을 맞대고 온 힘을 다해 살폈다.

 

··강풍에도 천막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먹고 자고 하는 생활을 마다하지 않은 건 아무리 고통이 극심해도 유가족이 겪는 것에 비할 바냐. 이 사고로 무려 179명의 생명이 육체를 제대로 보전하지 못한 상태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라고 한탄하며 스님은 염불하며 망자의 이름을 하나하나 읊었다.

 
 

이어 더 이상 제2·3의 이런 사고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그래도 (아픔이 있다면) 누군가는 이 자리를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

진심이 피해의 근본 해결책

소중한 사람을 잃은 누군가의 슬픔에 정쟁이 개입되거나 진심이 부족해서는 안 된다는 스님의 신념이자 바람이 어수선한 시국에 한 줄기 빛을 드리웠다. 이는 진정성 있는 노력이 없다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하다는 의미와도 같다.

 

그런데 문제는 피해가 발생한 후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며 해결되지 못한 아픔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반복됐다는 점이다.

 

특히 무안국제공항 참사와 관련해서는 대통령 탄핵으로 현재 나라가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됨에 따라 피해 복구의 공백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이로 인해 희생자와 유가족 보살핌은 사각지대에 놓인 상태다.

 

스님은 이번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은 다른 지역의 국제공항에 비해 공항 활주로 길이가 현격히 짧다 불필요한 콘크리트 둔덕의 존재도 화를 키운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 해결을 위한 주체인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전라남도와 항공사에서 사고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는지가 의문이라며 무안국제공항이 위치한 자리는 대표적인 철새 서식지로 평가받는 지역인 만큼 사고 원인 중 새 떼는 충분히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사고기는 연식이 오래된 노후 여객기였음에도 사고 발생 이전부터 국내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국제노선 일정에 활용되는 등 무리하게 투입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더라면 사고 예방이 가능했을 것이라면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아울러 무안국제공항이 전 세계를 오가는 국제공항으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봤다. 스님에 따르면 준비되지 않은 공항에 항공기를 운항한 한국공항공사도 마찬가지지만 시급하게 공항을 개시하도록 밀어붙인 더불어민주당과 전라남도에 더 큰 책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님은 국제공항으로서의 자격이 부족한 공항을 개방하면서 자유롭게 하늘을 오가던 새의 활동 공간이 막혔다 이는 돈을 벌기 위해 자연의 섭리에 역행하며 공항을 급하게 개방한 탓에 일어난, 인간의 오만한 욕심이 부른 폐해라고 꼬집었다.

 

지금이라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고를 막지 못한 책임자를 가려야 한다며 단호한 입장을 표한 뒤 사고 원인에 대해 정확한 분석하고 정부가 주축이 된 진상 규명을 통해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만이 유가족의 한을 풀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하루속히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며 자신의 진심을 전하고 공항 이용객과 유가족이 희생자들을 추모할 수 있도록 사고 지점에 피해자들 이름이 새겨진 추모탑을 세우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여=글·사진 이유경 기자leeyk@skyedaily.com

 
 

03.18 "내가 알던 제자 맞나" 서울대 의대 교수들 고언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원장, 오주환 교수, 하은진 교수, 한세원 교수

 

서울대 의대 교수 4명이 1년 넘게 의료·교육 현장을 떠나 돌아오지 않고 있는 의대생·전공의를 향해 “현재의 투쟁 방식과 목표는 정의롭지도 않고 사회를 설득할 수도 없어 보인다”는 성명을 냈다. 교수들은 “여러분은 의료 시스템을 개선할 로드맵도, 설득력 있는 대안도 없이 1년을 보냈다”며 “오직 탕핑(躺平·가만히 누워 있기)과 대안 없는 반대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결정할 때”라고 했다. 보태고 뺄 것 없이 많은 국민이 의대생·전공의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교수들은 또 “의료 기사 댓글 등에는 환자에 대한 책임도, 동료에 대한 존중도, 전문가로서 품격도 찾아볼 수 없는 말들이 넘쳐난다”며 “정말 내가 알던 제자, 후배들이 맞는지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교수들은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도 오만하기 그지없다” “여러분은 자신을 피해자라고 하지만 진짜 피해자는 지난 1년 동안 외면당하고 치료받지 못한 환자들, 그 가족들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부가 잘못한 것이 맞지만 극단적 대립은 나라를 파괴한다. 그런 승리가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했다. 상식을 가진 많은 사람이 이 지적에 공감할 것이다.

 

정부는 의대생들이 3월까지 복귀할 경우 내년 의대 모집 인원을 원래 정원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했다. 나머지 문제들도 협상으로 풀어나갈 여건이 돼 있다.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이 더 이상 복귀를 미룰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했던 정부가 백기를 든 것이기 때문이다.

 

의정 갈등이 1년을 넘으면서 그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치료를 받지 못해 고통받는 환자가 많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정부 때문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충분한 연구와 의견 수렴 없이 대폭 증원을 결정한 정부의 잘못이 크다. 그렇다고 아픈 사람을 외면하고 노조처럼 파업한 의사들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이 의료와 교육을 정상화하고 남은 문제들은 대화로 해결해나가는 길에 들어서야 할 때가 됐다.

조선일보 사설 

 

03.18 서울의대 교수들 일침에…"을사사적" "참스승" 의료계 두쪽 났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강희경(왼쪽) 교수와 하은진 교수가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더 나은 의료시스템을 함께 만들어가는 의료소비자·공급자 공동행동'이 연 '우리의 현주소: 의료시스템 수행지표의 팩트 검토' 토론회에 참석해 발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생과 전공의의 수업·병원 복귀를 전면 거부하는 현재 투쟁 방식 등을 비판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4명의 비판 성명에 의료계 안팎에서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김경진 기자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계 인사 등 490여명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는 성명을 주도한 교수 4명(하은진·오주환·한세원·강희경)에 대한 비판이 쇄도했다. 이 채팅방엔 성명을 낸 강희경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

 

몇몇 교수들은 "의사를 악마화했다", "안타까운 자폭"이라며 강 교수 등을 비판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845명이 참여하는 단체 채팅방에선 "이건 아니다. 왜들 이러시나. 협박에 가깝다"(방재승 교수)는 항의가 나왔다. 전날 하은진 교수 등 4명은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나와 내 가족이 아플 때 이들에게 치료받게 될까 두렵다"며 의대생 복귀를 막는 의대생·전공의를 '작심 비판'했다.

 
 

/성명 다섯번째 항목.

 

성명서가 게시된 강 교수의 페이스북에는 3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상당수가 "의적의(의사의 적은 의사)" "1905년 을사오적이 있었고 2025년엔 당신들이 을사사적" 등 의사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비난 댓글이었다. 욕설·막말이 섞인 인신공격성 댓글도 있었다. 한 사직 전공의는 "서울의대 교수 4명은 배신자로 완전히 찍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성명을 낸 서울의대 교수 4명을 비판하는 의료계 인사들은 특히 성명서 중 '동료애'를 언급한 다섯 번째 항목를 문제삼았다. "응급실에서의 응급 처치, 정맥 주사 잡기 등의 술기를 응급 구조사와 간호사에게 배우지 않았나"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응급구조사·간호사가 전공의를 가르치는 일도 당연히 없고, 교수가 전공의에게 흉관삽입술·중심정맥삽입술·기도삽관술 등을 직접 가르쳐주고 있다"며 "복귀자에 대한 비난을 멈춰달라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성명 내) 응급의학과 관련 내용은 정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국에 의대 교수는 이 4분만 있다", "할 말을 해줘 감사할 따름"이라는 응원과 지지도 잇따랐다. 익명을 요청한 의대 교수는 중앙일보에 "강경 목소리가 과대 대표될 뿐이지 침묵하는 다수는 성명에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환자단체들은 이들 4명 교수에 대해 "제자를 위해 참 스승의 면모를 보였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응원한다"(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입장을 밝혔다. 단체 대표인 김성주씨는 "의료계 내부자로서 그동안 아무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공표해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환자 입장에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성명서 맨 앞에 이름을 올린 하은진 교수는 "(교수들을 향한) 사이버 공격은 스스로 부끄러워지는 날이 올 것"이라며 "성명을 계기로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 건설적인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채혜선·남수현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03-18 배달앱 시장 개혁 필요하다

김만용 전국부장

최근 광주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던 50대 자영업자 A 씨는 직원들이 퇴근한 후 가게 화장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6년 전 거액의 빚을 내 식당을 차린 A 씨는 창업 초기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했지만, 이번 불경기까지 버틸 힘은 없었다. 그는 유서에서도 ‘장사가 안돼 힘들다’고 괴로워했다. 코로나19라는 혹독한 시련을 견딘 음식업계가 요즘 더 큰 고통을 호소하며 하나둘 쓰러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570만 명이었던 자영업자가 올해 1월 55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불과 두 달 사이 20만 명이 폐업을 선택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 수준이다. 음식업 자영업자는 전체의 10% 정도 된다. 하지만 한국의 음식업계는 영세한 경우가 많아 폐업 비중은 훨씬 높다. 2023년 음식사업자 폐업률은 16.2%로 전체 업태 중 최대였다. 당시 폐업한 음식사업자는 15만8279명으로 월평균 1만3190명이 문을 닫았다. 이는 2020년(14만282명)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엔 2023년 수준을 뛰어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음식업계의 고통이 가중되는 이유는 원재료비가 상승하고 인건비와 임차료 부담까지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배달앱 수수료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 시민단체의 조사 결과, 외식업 점주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요인은 배달앱 수수료였다. 음식업계는 가장 악질적인 배달앱으로 시장점유율이 60%에 달하는 배민(배달의민족)을 겨냥하고 있다. 2010년 창업해 2018년 유니콘 기업이 된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민은 2020년 독일 기업에 매각된 이후 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배민의 수수료는 지난해 10% 수준까지 올랐다. 최근 여론의 압박에 밀려 매출에 따른 차등 수수료제로 바꾸긴 했지만, 포장 주문만 해도 중개 수수료를 6.8%나 떼어가는 폭리 구조는 여전하다. 과도한 수수료 논란으로 국회 국정감사에 단골손님으로 끌려 나갔던 카드업계도 현재 영세 가맹점에 대해 0.5%만 수수료를 받는다.

음식업계에선 아무리 장사가 잘돼도 매출의 30% 이상이 배민 등 배달앱으로 넘어가는 구조라고 증언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2023년 매출액 3조4155억 원, 영업이익 7000억 원으로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그해 배당으로 독일 모기업에 유출된 돈만 4127억 원이었다. 해외 유니콘 기업들은 인공지능, 로봇 등 미래 자국의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는데, 한국의 유니콘 기업이라는 회사는 국내에서 자영업자들의 고혈만 빨아들이며 영업이익률 20%를 넘겼다. 또, 그 이익의 절반 수준은 해외로 빼돌리는 모양새다. 외국에도 음식 배달 기업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배민만큼 이익률이 높고 자영업자들에게 절대적인 갑으로 존재하는 기업은 없다. 배민의 주인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는 매년 거액의 적자다. 미국 1위 딜리버리 기업인 도어대시도 2023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제 자영업자를 착취하고 배달 라이더만 경쟁의 질주로 내모는 배달 기업을 근본적으로 손볼 때다. 정부와 국회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배달앱 시장 개혁을 통해 증명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03.22 의대생 복귀 시작, 의료 사태 해결의 길로 가야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40개 대학 총장들이 의대생들이 제출한 휴학계를 승인하지 않고 21일까지 반려하기로 결정했다. 21일 경기도 내의 한 의과대학 건물 앞에 산수유꽃이 피어있다./뉴스1

 

의대가 있는 전국 대학들은 의대 증원 등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대해 1년 넘게 집단 휴학 중인 의대생들에게 이달까지 수업에 복귀하라고 했다. 21일은 연세대, 고려대, 경북대가 정한 의대생들의 복귀 시한이었고 27~28일인 나머지 대학들의 복귀 시한도 속속 다가오고 있다. 아직 정확한 복귀 현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21일이 시한인 한 대학의 경우 대상자의 절반 가량이 복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귀 흐름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의대생들이 3월까지 복귀할 경우 내년 의대 모집 인원을 원래 정원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했다. 정부가 백기를 든 것이다. 의대 정원 동결이라는 큰 줄기가 잡혔고 나머지 문제들도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여건이 돼 있다. 의대생들이 수업 복귀를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적지 않은 의대생들이 학교 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일부 의대생들이 복귀 학생 명단을 공개하며 도를 넘은 인신공격을 가하고,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이른바 ‘족보’로 불리는 학습 자료에 접근할 수 없게 차단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개탄스럽다.

 

의대생들이 강의실에 복귀하는 것은 의료 사태를 수습하는 첫 단추다. 의대 증원이 내년에는 백지화됐고 그 후에는 의사들이 좌우하는 단체에서 증원 규모를 추산하기로 했는데 이를 못 믿겠다며 복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들은 정당한 사유 없는 의대생들의 휴학계를 모두 반려하고 강의실로 돌아오지 않는 의대생을 학칙에 따라 유급 혹은 제적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복귀 의대생들이 집단 유급·제적을 당하는 것은 향후 수년 동안 대규모 의사 인력 공급 부족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학생들 개인에게도 불행한 일일 수밖에 없다. 의대생들 복귀가 흐름을 탄만큼 약간의 시간을 더 주더라도 최대한 많은 학생이 복귀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도 합리적으로 판단해 옳은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03.22 전동 휠체어 위의 당찬 미소... 한국계 젊은이 얼굴 새긴 美 국민동전 마침내 나왔다

8월 유통 앞두고 기념세트 먼저 선보여
최근 세상 떠난 할머니 장례식장서 선보여
밀번, 동전 기념인물 중 가장 먼저, 가장 최근에 세상을 떠나

 

/조지 워싱턴(왼쪽) 초대 대통령과 스테이시 박 밀번의 모습이 앞뒤로 새겨진 25센트(쿼터) 동전. 8월 유통을 앞두고 최근 기념세트로 먼저 선보였다./미 연방 조폐국

 

지난 3월 15일 미국 오하이오주의 소도시 먼로에 있는 작은 교회. 슬하 5남매와 손주 열 한 명, 증손·고손주 여섯명을 남기고 떠난 뷸라 밀번 할머니의 영결식이 열렸다. 고인과의 작별의 시간이지만 영결식장의 분위기는 따뜻하고 밝았다. 고인이 104세까지 장수한 호상(好喪)이기도 하지만, 밀번 집안의 새로운 가보(家寶)가 이날 선보였기 때문이다. 식장 입구에는 은빛으로 번쩍이는 동전 다섯개가 담긴 상자, 그리고 그 중 한 동전을 확대해 인쇄한 그림이 놓였다.

 

/스테이시 밀번 가족 제공 스테이시 박 밀번의 가족들이 고인의 얼굴이 새겨진 25센트 동전 기념세트를 받고 미소짓고 있다. 왼쪽부터 여동생 제시카, 어머니 진, 아버지 조엘, 남동생 데이비드.

 

이 동전은 올해 시중에 풀릴 25센트(쿼터) 동전. 앞면에는 미국의 건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 뒷면에는 단발머리를 한 젊은 여성이 커다란 뒷바퀴와 작은 앞바퀴가 달린 전동휠체어에 앉아 웃는 모습이 새겨졌다. 고인의 손녀이면서 한국계 최초로 미국 화폐 도안 인물이 된 장애인 인권운동가 스테이시 박 밀번(1987~2020·한국이름 박지혜)이다. 밀번의 얼굴이 새겨진 동전이 마침내 실물로 등장했다. 2023년 10월 연방 조폐국이 미국사회에 공헌한 여성들의 얼굴을 쿼터의 고정인물인 조지 워싱턴과 함께 앞뒷면에 새겨서 기리는 ‘아메리칸 위민 쿼터스 프로그램’에 밀번을 포함시킨다고 발표한지 1년 5개월만이다.

 

/스테이시 박 밀번 가족 지난 3월 15일 열린 뷸라 밀번의 영결식장에 먼저 하늘나라로 간 손녀 스테이시 박 밀번의 얼굴이 새겨진 동전과 설명글이 놓여있다.

 

쿼터는 주차장·마트 등 미국인들의 일상 생활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동전이다. 2022년 시작돼 올해까지 매년 다섯명씩 진행되는 아메리칸 위민 쿼터스 프로그램에는 퍼스트레이디·작가·우주비행사·팝스타 등 쟁쟁한 여성들이 포함됐다. 서른 셋 짧을 삶을 살다 코로나 시기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세계는커녕 미국사회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밀번을 이 프로그램에 포함시키고 싶다는 연락을 2022년 조폐국으로부터 받고 어안이 벙벙했던 부모는, 생전 모습 그대로 전동 휠체어에 당찬 표정을 앉은 딸아이의 얼굴이 새겨진 동전을 받아봤다. 밀번의 얼굴이 새겨진 쿼터 동전은 오는 8월부터 시중에 유통된다.

 

/스테이시 박 밀번 가족 어머니 진 밀번씨가 15일 열린 시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영결식 손님에게 딸의 얼굴이 새겨진 동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에 앞서 한정수량으로 발행되는 기념품 세트(Proof Set)가 먼저 선보였다. 밀번과 함께 올해 발행되는 쿼터 동전에 얼굴이 새겨지는 여성 언론인이자 인권운동가인 이다 웰스(1862~1931), 걸스카우트 창립자 줄리엣 고든 로(1860~1927), 천문학자 베라 루빈(1928~2016), 흑인 여성 테니스 스타 앨시어 깁슨(1927~2003)의 얼굴이 새겨진 동전 다섯점의 실물이 특수표면처리 돼 케이스안에 담겨있고, 이 동전이 진품임을 알려주는 연방 조폐국 증명서가 첨부돼있다. 밀번의 어머니 진 밀번씨는 영결식을 찾은 손님들과 동전을 보며 환담했다.

 

/스테이시 박 밀번 가족 지난 15일 뷸라 밀번의 영결식장을 찾아온 손님들이 고인의 손녀로 먼저 세상을 뜬 스테이시 박 밀번을 기린 동전 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진씨는 “하늘나라에 벌써 가있는 아이가 할머니를 마중나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넉 달쯤 뒤인 8월에는 워싱턴DC 국립여성사박물관에서 연방 조폐국이 주최하는 공식 행사와 함께 앞면에는 조지 워싱턴, 뒷면에는 밀번의 얼굴이 새겨진 쿼터 동전이 최대 7억개 발행된다. 밀번은 주한미군 헬기 조종사였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서울에서 태어났을 때부터 근육 퇴행성 질환을 앓았다. 부모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로 이주한 뒤 초등학교 4학년 때 낙상 사고를 겪은 것을 계기로 자신의 근육이나 체력이 다른 이들과 다르다는 점을 본격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스테이시 박 밀번 가족 지난 15일 열린 뷸라 밀번의 영결식장을 찾은 추모객들이 스테이시 박 밀번의 얼굴을 새긴 동전 기념세트를 촬영하고 있다.

 

이후 장애를 안고 살아가면서 사회 곳곳에서 겪는 불편함과 부당함, 그리고 사회가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등 생각을 담은 진솔한 블로그 글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청소년 장애인 인권 운동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스무 살이던 2007년 노스캐롤라이나의 공립 고교 교육과정에 장애인 역사를 포함시키는 사안을 공론화하고 관철시켰다. 젊은 인권운동가로 주목받으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선 당시 장애인을 위한 대통령위원회 위원으로 지명돼 활동했다.

 

/미국 연방 조폐국 올해 25센트에 얼굴이 새겨진 동전을 한 데 모은 기념품 세트. 왼쪽 아래가 스테이시 박 밀번이다

 

노스캐롤라이나 메소디스트 대학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했다. 그는 장애인 인권 단체인 ‘장애인의 정의(Disability Justice)’를 창설하여 권리 증진 운동에 뛰어들었다. 2019년에는 캘리포니아 지역 전력 회사가 산불 대비 훈련 일환으로 일부 지역에 예고없이 전기를 끊어 산소호흡기 등에 연명하는 중증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위험에 처했을 때, 이 이슈를 점화하는데 선봉에 섰다. 2020년 1월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그는 장애인과 저소득층, 노숙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마스크와 긴급 의약품·위생용품을 전달하는 긴급대응 팀을 구성해 활동했다.

 

/스테이시 박 밀번이 생전에 전동휠체어에 앉았을 때 모습. 밀번은 전동휠체어를 능숙하게 운전했다. /스테이시 박 밀번 가족 제공

 

하지만 지병이 악화되면서 서른세살 생일이던 그해 5월 19일 세상을 떠났다. 불편한 몸으로 전동 휠체어에 의지해 이동했던 그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친절하고 배려심이 넘치면서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했던 젊은이로 기억되고 있다. 평소 “나는 스테이시 밀번이 아니라 스테이시 박 밀번”이라고 할 정도로 한국 핏줄을 자랑스러워했던 그는 엄마의 나라 한국 여행을 더없이 좋아했다. 한국의 장애인 인권단체들과 만났었고, 앞으로도 계속 협력하며 한·미 우호의 범위를 넓히는 청사진까지 계획했다.

 

/미 연방 조폐국 4년간 진행된 '아메리칸 위민 쿼터스' 프로그램의 마지막해인 올해의 주인공들. 한국계 장애인 인권 운동가 스테이시 박 밀번도 있다.

 

‘미국인이면서 한국인’으로 기억되길 원했던 딸의 뜻을 이어받아 가족들은 동전 발행과 함께 출시되는 각종 기념품들에 최대한 한국 색채를 입힐 계획이다. 특히 밀번이 생전에 정말로 좋아했던 한국의 상징 동물 호랑이의 디자인도 들어갈 전망이다. 밀번을 비롯해 올해 여성 네 명의 동전 발행을 끝으로 4년 동안 진행되어온 ‘아메리칸 위민 쿼터스 프로그램’은 막을 내린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시인이자 소설가 마야 안젤루, 여성 최초 우주비행사 샐리 라이드, 할리우드 첫 중국계 배우 안나 메이 웡, 첫 흑인 여성 비행사 베시 콜먼, 쿠바 출신 라틴 팝스타 셀리아 크루즈 등이 쿼터 동전으로 부활해 미국인들과 만났다.

 

/2022년 스테이시 박 밀번의 생일이자 기일을 맞아 구글이 특별히 제작한 로고. /구글 두들 아카이브

 

밀번은 이 중에서 세상에 가장 짧게 머물렀고, 가장 최근에 세상을 떠났다. 여성 참정권을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19조 100주년을 기념해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은 올해를 끝으로 4년 여정을 마무리한다. 동양계·장애인이라는 정체성 속에서도 미국 인권 개선에 헌신하다 요절한 밀번의 얼굴이 새겨진 국민동전이 특별해보이는 이유다.

조선일보 정지섭 기자

 

03.22 전국 27곳서 산불 비상… 진화대원 2명 숨지고 수백명 대피

충청·호남·영남 산불 위기경보 '심각' 발령
의성에 올해 두번째 산불 3단계 발령

 ▲22일 오후 산림청 항공본부 산림항공본부 산불진화 헬기가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에 나서고 있다./뉴스1

 

22일 전국 27곳에서 산불이 발생해 산림당국이 진화 작업 중이다. 산림청은 산불 재난 국가 위기경보를 상향 발령했다. 경남 산청군에선 산불을 끄던 진화대원 2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마을 주민 200여 명이 산불을 피해 대피했다.

 

이날 경남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진화대원 2명이 숨졌다. 창녕군 등에 따르면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된 창녕군 소속 산불 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9명이 산불 현장에 고립됐다.

 

이 중 5명은 자력으로 하산했지만, 창녕군 소속 산불 진화대원 2명이 숨지고 창녕군 소속 공무원과 또다른 진화대원 등 2명은 실종됐다. 산불진화대원들은 창녕군 기간제 근로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 당국은 현재 이들의 정확한 인적 사항과 사망 경위 등을 파악 중이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현장에서 숨진 대원 2명의 시신을 수습하고 사망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창녕군은 피해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장례 절차와 보상 방안 등을 유족과 논의할 방침이다.

 

전날 오후 3시 26분쯤 발생한 산청군 산불은 22일 오후 5시 기준 25시간이 넘도록 불길이 이어지고 있다. 바람이 불어 불줄기가 되살아나면서 한때 70%에 달했던 진화율도 줄어들었다. 오후 5시 기준 산불 피해를 받았거나 받을 수 있는 산불영향구역은 503ha(152만평)이며 화선(불줄기)은 바람을 타고 총 27km로 번졌으며, 이 중 17.5km 정도가 여전히 남아있다.

 

전날 불길이 거세지면서 산림당국은 올해 첫 산불 3단계를 발령했고, 산청군 7개 마을에 대피령이 떨어져 213명의 주민이 대피한 데 이어 이날은 8개 마을에 추가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중 1명은 연기 흡입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산림청 관계자는 “바람이 불고 건조한데다 골짜기가 많은 지형 탓에 진화 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용 진화 자원을 총동원해 산불 확산을 차단하고 빨리 진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불이 나 경북소방본부 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경북소방본부

 

이날 오전 11시 25분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의 한 야산에서 불이 나 산림청이 산불 3단계를 발령했다. 산불 3단계는 피해 규모가 100ha(30만평) 이상, 평균 풍속이 초속 11m 이상, 예상 진화시간이 48시간 이상일 경우 발령된다. 산불 3단계가 발령된 사례는 전날 발생한 경남 산청군 산불 이후 올해 두번째다.

 

이 산불로 철파리, 업리 등 인근 마을 주민 등 173명이 요양병원과 의성체육관 등으로 대피한 상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산불이 발생하자 오후 3시 45분 중앙선 의성∼안동역 구간 열차 운행을 일시 중지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서울 청량리역과 부산 부전역을 연결하는 709열차(승객 280명)는 안동역에서 경주역까지 버스 연계 수송을 하고 있다. 이날 밤까지 해당 구간을 지나는 열차는 6대로, 산불 진화 상황에 따라 운행 재개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산림당국은 산불진화헬기 28대와 진화차량 등 장비 36대, 산불진화대원 375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불 피해를 받거나 받을 수 있는 산불영향구역은 177ha(53만 평)으로 추산됐으며, 진화율은 오후 3시 기준 50%에 달한다.

 

의성군에서는 이날 안계면과 금성면에서도 산불이 나 산림당국이 진화 작업 중이다. 현재까지 3곳 모두 별다른 인명 및 재산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후 12시 12분쯤 울산 울주군 온산읍 운화리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경찰이 부산울산고속도로 울산방향 장안 IC와 부산방향 온양 IC 도로를 통제했다. 부산시와 울산시 등은 “산불로 부울고속도로 온양~장안IC 인근 양방향 교통이 통제 중이며 교통정보를 확인하고 우회도로를 이용해달라”는 내용의 안전안내문자를 보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8분쯤에는 대구시 북구 국우동의 야산에서 불이 났다가 1시간 22분만에 진화됐다. 이 산불로 0.5ha(1500평) 규모의 산림이 불에 탔다. 경북 의성군과 울산 울주군, 대구 북구 모두 별다른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는 없는 상황이다.

 

이날 오후 2시쯤 경남 김해시에서도 야산에 불이 나 산림당국이 산불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헬기 3대, 진화장비 8대, 진화인력 104명을 투입했다.

 

▲21일 오후 산림청 항공본부 공중진화대원들이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산불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밤샘 작업을 하고 있다./뉴스1

 

한편 산림청은 22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전국에 산불 재난 국가 위기경보를 상향 발령했다. 서울, 인천, 경기, 강원 지역은 위기경보 ‘주의’에서 ‘경계’로, 충청, 영남, 호남 지역은 ‘주의’에서 ‘심각’으로 올렸다.

 

산불위기경보가 ‘경계’로 발령된 지역에선 공무원의 6분의 1 이상, 공익근무요원 3분의 1 이상이 산불 재난 대응 목적으로 대기해야한다. ‘심각’으로 발령된 지역에선 공무원 4분의 1 이상, 공익근무요원 절반이 대기해야하며 입산 통제구역에 대한 입산허가가 중지된다.

 

 조선일보 이승규 기자 김준호 기자

 

03.23 주말동안 전국서 산불 45건 동시다발 발생… 진화대원 등 4명 사망

전국 각지서 축구장 약 4600개 크기의 산림 소실
경남 산청군서 진화대원 등 4명 사망‧6명 부상
22일 하루 발생한 29건의 산불은 역대 6위 규모

▲ 주말 사이 전국 각지에서 총 43건의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발생했다. 사진은 21일 오후 불이 난 경남 산청군 시천면 한 야산. 산림청

 

건조한 날씨가 지속된 주말 사이 22일 하루에만 29건의 산불이 추가로 발생하는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발생해 이를 진화하던 대원 4명이 숨지고 1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산림청의 발표에 따르면 21일부터 23일 오후 2시30분까지 총 45건(21일 6건‧22일 29건‧23일 10건)의 산불이 발생했으며 당청은 22일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와 함께 산청‧의성‧울주에 대응 최고 단계인 ‘3단계’를 발령했다.

 

이 중 21일 발생한 산청군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등 인력 1777명과 소방차 등 장비 212대를 투입했으나 23일 현재까지 진화되지 않았다. 이 산불로 산청군 시천면에서 진화 작업을 하던 진화대원‧공무원 등 4명이 불길에 고립돼 목숨을 잃었으며 중상자 5명‧경상자 1명이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모두 산청군에서 발생했다.

 

성묘객의 실화로 발생해 산청군과 같은 ‘3단계’가 발령된 경상북도 의성군 산불은 인력 596명과 장비 63대를 투입했으나 여전히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으며 이재민 약 500명이 인근 의성체육관 등으로 대피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또한 이날 오전 3단계로 격상되었다.

 

▲ 22일 하루 발생한 29건의 산불 집계 현황. 23일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23일까지의 각 피해 상황을 살펴보면 의성 951명‧산청 335명‧울주 80명‧김해 148명 등 1514명의 주민 피해가 발생했으며 의성 24동‧산청 10동의 주택이 전소했다. 산림 피해의 경우 의성 1802ha‧산청 1329ha 등 전국 총합 3286.11ha가 불에 탔으며 이는 축구장 약 4600개 크기이다.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산불은 진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으나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청과 의성의 진화율은 23일 오전10시 기준 30%대로 집계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2일 오후 6시부로 울산광역시‧경상북도‧경상남도 일원에 재난 사태를 선포해 △재난경보 발령 △인력‧장비‧물자 동원 △위험구역 설정 △대피명령 △응급지원 △공무원 비상소집 등 조치를 통해 범정부적 재난 대응을 펼치고 있다.

 

이한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차장은 동시다발적 산불의 원인으로 건조한 날씨와 사람의 부주의로 꼽았다. 이 차장은 23일 중대본 회의에서 “현재 산불이 건조한 날씨 속에 광범위한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라며 “입산과 성묘 시 화기 소지‧영농부산물 소각‧담뱃불 및 화목보일러 재투기 등을 금지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23일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산불 진화 과정에서 안타깝게 생명을 잃으신 진화대원과 공무원 네 분의 명복을 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피소에서 밤을 지새우는 이재민들과 모든 피해자분들게 위로를 드린다”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가용한 자산을 총 동원해서 산불을 빨리 진화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산림청 산불 일일 발생 건수 자료에 따르면 63건(2002년 4월5일) 50건(2000년 4월5일) 35건(2023년 4월2일) 33건(2001년 4월5일) 31건(2005년 3월22일) 순서이며 모두 기온이 높고 건조한 바람이 부는 3월 말~4월 초에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편, 경상남도 창녕군은 산청 화재 진압 중 숨진 4명을 추모하기 위한 합동분향소를 이날 창녕읍 창년군민체육관에 설치할 예정이며 빈소 또한 창녕읍 창녕전문장례식장에 마련할 예정이다. 조문은 24일 오전 9시부터 가능하다.

이태욱 기자twlee@skyedaily.com

 
 

03.24 이번엔 '양치기 소년' 안 되겠다는 정부

내년 의대 증원 0명 밝혔는데도
'알빠노 의대생'에 국민 여론 싸늘
파국 막기 위한 시간 딱 일주일
의대생도 일단 돌아와 '투쟁'하라

▲21일 대구에 있는 한 의대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이날 연세대·연세대원주·고려대·경북대·차의과대는 집단 휴학 중인 의대생을 대상으로 1학기 등록 신청을 마감했다. 대학들은 이날까지 등록하지 않은 학생들은 '미등록 제적' 처분을 할 예정이다. /김동환 기자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

사태 초기에 이런 말이 있었다. 정부는 1년 이상 지속된 의정 갈등 사태에서 판판이 졌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에게 대학·수련병원으로 돌아오라고 했지만, 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의대생들이 3월 중으로 돌아오면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0명’으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다. 2027학년도부터는 의료인력수급추계위에서 의대 정원을 정하기로 했다. 환자단체들은 “그동안 불편을 참고 기다린 국민을 기만한 조치”라고 분노했다. 정부 내부에서도 “2025학년도 의대 정원 1500명 늘리려고 이런 고생을 했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래도 교육부는 “계속 평행선을 달린다고 의정 갈등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욕을 먹더라도 총대를 메야 한다”며 강행했다.

 

지난 21일부터 주요 의대 등록 마감이 시작됐다. 정부가 사실상 ‘백기투항’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의대생은 절반 정도만 돌아왔다. 정부와 대학은 “이번에도 돌아오지 않으면 학칙대로 유급·제적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이들은 여전히 ‘대마불사’ 태도다. 이러다 보니 국민 여론도 급속하게 돌아서고 있다. 설사 정부 정책이 잘못됐다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나오는 건 해도 너무하다는 것이다.

 

‘알빠노’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많이 쓰는 말로 ‘내 알바 아니다’라는 뜻이다. 최근 의대생들을 만난 의대 교수들은 이 단어가 떠오른다고 했다. 우리나라 의료 체계가 무너지고, 의료 교육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조금씩 양보하자고 해도 의대생은 여전히 ‘알빠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원로 의사들은 “의료인은 ‘나의 최대 이익’이 아니라 ‘환자의 최대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 그게 이 직업의 본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별다른 반향이 없다. 의대 교수들마저 “앞으론 의대 입시에 인성 시험을 강화해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최근 일부 의대생들과 면담한 한 대학 총장은 “앞으로 의사 사위나 며느리는 안 보고 싶다”고까지 말했다. 똑똑한 의대생이 자기 나이의 세 곱절인 대학 총장을 대하는 태도에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는 취지다.

 

의대생이 복귀 조건으로 꼽는 필수의료 패키지 취소 등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많다. 의사 면허를 따도 일정 기간 수련을 하지 않으면 단독으로 진료를 보지 못하게 하는 ‘개원 면허 제도’ 등을 문제 삼고 있지만, 정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물러섰다. 실제로는 ‘비급여 진료 제한’ 등 미래 소득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반발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문제가 이렇게 된 데에는 정부 책임이 크다. 처음부터 의대 정원의 66%를 한꺼번에 늘리겠다는 무리수를 뒀다. 중요한 순간순간마다 지키지도 못할 말만 앞세우며 사태를 키웠다. 교육부는 집단 휴학은 절대 안 된다며 휴학을 승인한 서울대에 감사까지 진행했다. 그러다 막판에 대규모 유급 사태를 막기 위해, 휴학을 승인해주는 모양새를 취했다. 전공의들에게도 복귀 명령을 내렸다가 거둬들였다. 전공의들을 모집할 때도 매번 ‘이번에 한해서만’ 병역 수련 특례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번엔 진짜 행동에 나서겠다”고 외쳐도 아무도 믿지 않는 ‘양치기 정부’가 된 것이다.

 

정부 안팎에선 말뿐 아니라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압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정부·대학은 대규모 유급·제적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의대 편입 확대 등 ‘플랜B’까지 만들었다. 양치기 소년 우화가 결국 비극으로 끝났듯, 만약 이런 상황이 현실화되면 한국 의대 교육과 의료 시스템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의대생도 교육의 장에 돌아와 투쟁이든 협상이든 이어가야 한다. 의대 교육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딱 일주일 남았다.

조선일보 신은진 사회정책부장

 

03.25 현대차, 美에 30조원 투자… 트럼프 "위대한 회사, 美서 만들면 관세 없어"

트럼프, 백악관서 정의선 회장과 함께 발표
120만대 생산 체제 구축… 전기 제철소 건설
트럼프 "美서 생산하니 관세 낼 필요없어"
현대차, 한국에도 24조원 투자 집행

▲정의선 현대차 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24일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맨 왼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24일 백악관에서 전기 제철소 건설 등 2028년까지 4년 간 미국에 210억 달러(약 30조원)의 전략적 대미(對美) 투자를 집행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날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방 의전 서열 3위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스티븐 스컬리스 하원 원내총무,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는 “현대차는 정말로 위대한 회사”라며 “현대는 미국에서 철강과 자동차를 생산하기 때문에 그 결과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Hyundai will be producing steel and making its cars in America. As a result, they’ll not have to pay any tariffs)”고 했다. 이날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 발표는 트럼프가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4월 2일 직전에 이뤄진 것이다.

 

현대차는 자동차에 86억 달러, 부품·물류·철강에 61억 달러, 미래산업 에너지에 63억 달러를 각각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달 26일 준공식을 갖는 조지아주(州) 서배너 전기차 공장(HMGMA)의 생산 능력을 30만대에서 50만대로 확대해 미국 현지 생산 120만대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 HMGMA의 생산능력 확대에 맞춰 자동차 부품의 현지화율을 높이기 위해 루이지애나주에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저탄소 자동차 강판에 특화된 제철소로 현대차의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될 차량용 철강재를 제조하는데, 철강은 트럼프가 지난 12일부터 외국산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품목이다. 또 루이지애나는 존슨의 지역구로,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이른바 ‘레드 스테이트(red state)’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이날 “허가에 문제가 있으면 나를 찾아오라”면서도 “절대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성 김 현대차 사장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24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현대의 투자를 발표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트럼프의 소개를 받아 마이크를 잡은 정 회장은 “향후 4년 동안 추가로 21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이는 지금까지 (현대차가) 미국에 투자한 금액 중 가장 큰 것”이라고 했다. 루이지애나에 신축한다고 밝힌 전기 제철소 관련 “미국 내 자동차 공급망의 안전성을 높이는 기반이 될 이 시설에 대해 매우 기대하고 있다”며 “이 이정표를 기념하기 위해 랜드리 주지사, 존슨 의장, 스칼리스 원내총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방문하게 돼 영광이다. 미국과의 파트너십, 미국 산업 리더십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또 30억 달러(약 4조4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LNG 구매 계획도 밝히며 ”미국의 에너지 산업을 지원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트럼프를 향해 ”직접 우리의 최첨단 제조 시설을 방문해 미국과 미국 노동자에 대한 헌신을 확인해보시길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는 여기에 ”오케이”라고 화답했다.

 

트럼프는 이날 “정말로 위대한 회사인 현대와 함께하게 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투자는 관세가 매우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자동차를 만드는 현대차는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루이지애나 제철소에 대해서는 “현대차가 미국에 건설하는 최초의 제철소로 철강 노동자들에 14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제철소는 향후 몇 년 동안 현대가 미국에서 진행하게 될 210억 달러 규모 대규모 투자 계획의 일환이다. 아주 훌륭한 장소를 골랐다”고 했다. 트럼프는 연설에 앞서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성 김 현대차 사장,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등도 호명했다.

 

백악관은 별도로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트럼프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부흥을 위한 노력의 성과”라며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라고 했다. 한편 현대차는 “모빌리티 혁신 허브인 한국을 중심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에도 올해 사상 최대인 24조3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20조4000억원 대비 19% 이상 늘어난 것이다. 연구개발(R&D) 투자에 11조5000억원, 경상투자에 12조원, 전략투자에 8000억원을 각각 집행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과감한 투자와 핵심 기술 내재화, 국내외 톱티어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 등을 통해 미래 기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https://youtu.be/qqgmQUbuGrg

조선일보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03-25 35㎞ 날아간 ‘로켓불씨’ … 의성 산불 4일째 역대급 확산

▲마을 코앞까지… 지난 22일 발생한 경북 의성 산불이 안동 지역으로 확산한 가운데 25일 오전 안동시 백자리 야산에서 흰 연기가 퍼져나가고 있다. 윤성호 기자

■ 의성 산불 청송까지 위협

건조한 기후에 25m 강풍
의성군 11개 지역 초토화
헬기 66대 등 총동원에도
피해면적 1만2699㏊ 달해

당분간 비도 거의 안올 듯
대규모 산불피해 우려 커져


 22일 발생한 경북 의성 산불이 25일 4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건조한 날씨와 높은 기온에 강풍까지 타고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산불은 최초 발생 지역에서 안동을 거쳐 35㎞ 정도 떨어진 청송까지 위협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강풍은 당분간 지속하며 기대했던 27일 예보된 비는 5㎜ 미만으로 예상돼 역대급 피해를 낳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걷잡을 수 없는 불길 = 지난 22일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 진화율은 25일 오전 9시 기준 54%다. 전날 낮 12시 진화율이 71%를 보여 확산 저지를 위해 산림 당국이 전력했지만, 풍속이 초속 25m를 넘나드는 강풍에 밤사이 불덩이와 불씨가 흩날리며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이로 인해 전날 산불영향구역 7516㏊, 전체 화선 133.9㎞에서 이날 산불영향구역 1만2699㏊, 화선 길이 220.8㎞로 폭증했다.

산불은 강풍을 타고 의성군 18개 읍면 중 11개 지역을 초토화시키고 안동 길안면 현하리까지 확대됐다. 길안면은 청송군 파천면과 경계로, 이날 오전 현재 길안면 산불 지역에서 약 6㎞ 떨어져 있다. 청송군 관계자는 “불덩어리가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수㎞씩 이동하고 있는 데다 이 일대는 악산(惡山)으로 연결돼 있어 산불 영향은 시간문제”라고 걱정했다.

◇가용자원 총동원에도 속수무책 = 산림 당국은 이날 오전 일출과 동시에 산림청 12대, 군 18대, 소방 10대 등 총 66대의 산불진화헬기와 산불특수진화대, 군병력 등 총 3154명을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또 고성능 산불진화차량 9대도 투입했다. 하지만 기상 탓에 산불이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의성과 안동 지역엔 초당 최대 풍속 15∼25m의 강풍이 수시로 불고 있다. 이날도 오전부터 서서히 바람이 불기 시작해 오후엔 초속 15m 이상으로 강해질 전망이다. 27일도 마찬가지다. 산림 당국은 바람이 초속 6m로 불면 산불 확산 속도가 무풍일 때보다 26배나 빠른 것으로 보고 있다.

◇역대급 피해 우려 = 이에 따라 피해를 계속 키우는 의성 산불은 역대급 산불이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발생 4일째 산불영향구역이 무려 1만2699㏊나 된다. 이는 지난 2022년 3월에 10일 동안 번져 산림 1만6302㏊를 태운 경북 울진·삼척 산불보다 확산 속도가 위력적이다. 산불 피해 면적은 불을 완전히 진화한 후 실제 피해를 근거로 산출하지만 의성 산불은 피해 추세가 심상치 않은 실정이다. 울진·삼척 산불은 역대 2위급 산불이다.

 

또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2000년 4월의 강원 고성·강릉·삼척·동해 산불은 산림 2만3794㏊를 태웠다. 이 산불로 2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이재민 805명이 발생했고 피해액은 1072억 원으로 나타났다.

문화일보 의성=박천학·산청=박영수 기자

 
 

03.26 안동 2, 청송 3, 영양 4, 영덕 6명… '괴물 산불'에 사망자 속출

22일 진화대원 4명 사망
청송선 1명 실종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에 강풍에 날아온 산불 불씨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있다./연합뉴스

 

21일부터 시작된 영남 지방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26일 오전 6시 30분 기준 최소 19명으로 집계됐다. 확인된 사망자는 경북 안동 2명, 청송 3명, 영양 4명, 영덕 6명, 경남 산청 4명이다. 실종자도 1명 파악됐다. 소방 관계자는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망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6일 안동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0시 9분쯤 경북 안동시 임동면 박곡리 한 주택 마당에서 50대 여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남편도 화상을 입은 상태로 안동병원에 이송됐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산불을 피해 달아나다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수사 중이다.

 

▲25일 경북 안동시 남안동 IC 인근에서 바라본 안동시 일직면 야산이 불에 타고 있다./연합뉴스

 

앞서 전날 오후 6시54분쯤 안동시 임하면 신덕리 한 주택 마당에서도 70대 여성 B씨가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산불 연기 흡입으로 인한 질식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북 청송군에서는 산불로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25일 오후 6시쯤 청송군 파천면에선 거동이 불편한 80대 여성이 산불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됐다. 진보면 시량리에서도 70대 남성이 숨졌다. 대피를 도우러 온 마을 이장이 발견했다.

 

같은 날 오후 7시쯤엔 청송군 청송읍의 한 거리에서 여성 C(65)씨가 불에 탄 채 발견됐다. 인근에서는 C씨의 차량이 발견됐다.경찰은 C씨가 대피 명령에 따라 산불을 피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수사 중이다.

 

청송군 진보면 기곡리에선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여성이 행방불명됐다. 이 여성은 긴급 대피 시 주민들과 함께 합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경북 영양군 영양군민회관 대피소에서 산불로 인해 대피한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영양군에서도 산불 관련으로 4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오후 11시 11분쯤 영양군 석보면 포산리에서 불에 탄 시신 3구가 발견됐다. 또 60대 남성 1명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일가족으로 함께 차를 타고 대피하다가 전복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군 석보면 화매리 한 주택에서도 불에 탄 60대 여성 시신 1구가 확인됐다.

 

경북 영덕군에서는 군민 6명이 사망했다. 앞으로 추가 조사에 따라 피해는 더 늘 수 있다. 전날 오후 9시쯤 영덕읍 매정리 한 요양원 직원과 입소자가 차를 타고 산불을 대피하던 중 화염으로 차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차량 탑승자 6명 중 3명이 숨졌다.

 

또 영덕읍 매정1리에서 2명이 불에 타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축산면에서는 1명이 매몰돼 숨졌다.

 

영덕군에서는 26일 새벽 산불로 경정3리항 방파제와 석리항 방파제, 축산항 등 3곳에 고립됐던 주민 104명이 울진해경에 구조되는 일도 있었다.

 

지난 22일 경남 산청에서는 진화 대원 4명이 산불에 고립돼 숨졌다.

조선일보 안동=이승규 기자 박진성 기자 이가영 기자

 

03.26 안동·청송 주민 대피령, 국가 재난 상황이다

▲25일 경북 안동시 남선면 인근 야산으로 불이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주말 경북 의성 등 전국적으로 동시에 발생한 대형 산불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산불이 잡히기는커녕 강풍과 건조한 날씨라는 기상 조건과 맞물려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사상 최악의 동시다발 산불이다.

 

산불은 경남 산청·하동,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에서 진행 중이지만 특히 의성 산불이 문제다. 이 산불이 북쪽 안동시로 번지면서 불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근처까지 접근했다. 의성 산불은 청송군 쪽으로도 번져 주왕산 국립공원으로까지 불씨가 옮겨붙었다. 이에 법무부 교정본부는 경북북부교도소(옛 청송교도소)와 안동교도소에 있는 재소자 3500여 명을 긴급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안동시와 청송군은 재난 문자를 통해 전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정부는 25일에도 헬기 110대, 인력 6700여 명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불길을 잡으려고 했지만 피해 면적은 약 1만5000㏊로 커졌다. 주택과 공장, 사찰 등 건물 160곳 이상이 불에 탔다. 천년 고찰이자 국가 보물인 의성 고운사도 결국 산불 화마에 무너졌다. 이재민이 6000명을 넘었고, 5번째 사망자가 나오는 등 안타까운 인명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가히 대형 재난이다. 다행히 강풍이 잦아든다고 하고 내일은 약한 비도 예보됐다. 그때까지 어떻게든 불길을 잡아야 한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산불의 원인은 입산자 실화(30.5%), 쓰레기 소각(23.5%), 담뱃불(6.6%) 등이었다. 조금만 조심했으면 피할 수 있는 산불이 3분의 2에 달하는 것이다. 이번 산불도 묘지 정리나 농막 제작 과정에서 불꽃이 튀어 발생한 실화로 추정되고 있다. 국민 모두가 산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산불은 일단 번지면 무엇보다 물을 대량으로 담을 수 있는 대형 헬기를 사용해 진압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는 총 50기인데 그중 담수 용량이 8t인 대형 헬기가 7대뿐이라고 한다. 그나마 2대는 정비 중이어서 5대만 가동하고 있다. 대형 헬기도 더 구입하는 등 장비를 대폭 보강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내화력이 강한 활엽수를 많이 심고 방화선 역할을 하는 임도(林道)도 더 늘려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3.26 백종원 대표는 어쩌다 논란의 중심에 섰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도마에 올랐다. 흑백요리사의 흥행과 유가증권 시장 상장 성공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지난해와 달리 올해엔 각종 논란의 중심 인물이 됐다. 빽햄 가격 부풀리기, 감귤맥주 함량 문제, 원산지 표기법 위반, 백석 공장 및 학교법인 예덕학원과 관련된 농지법·산지관리법 위반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 20일에는 고용노동부가 이른바 직원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해 근로감독에 착수했다고 밝혔고 21일에는 빽다방의 제품 원산지 허위광고 의혹과 관련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각종 논란에 사과문을 쓴 백 대표는 국민을 향해 용납할 수 없는 잘못들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일련의 사태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가로 피해를 입었을 주주들에게도 전사적 혁신과 성장을 이끌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논란이 터질 때마다 더본코리아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작년 11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더본코리아는 상장 첫날엔 공모가 34000원 대비 큰 폭으로 올라 장중 64500원까지 찍어 공모가의 2배 수준에 근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계속 우하향하며 21일 현재 3만 원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공모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가 되는 셈이다.

 

손실 투자 비율도 압도적이다. 19일 기준 NH투자증권을 통해 더본코리아에 투자한 17377 가운데 99.89%는 원금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손실률은 26.65%에 달한다.

 

오너의 잘못된 행동은 주가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더본코리아 가맹점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백종원 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기업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는 가맹점 매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소비자들은 오너와 기업을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어 오너에 관한 논란은 기업에 악재로 작용한다.

 

더본코리아가 살아나려면 주가 부양을 위해 오너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산하 브랜드들의 실적이 받쳐 줘야 한다. 그런데 더본코리아는 오히려 가맹점 수가 줄어들어 앞으로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더본코리아에 따르면 작년 산하 외식브랜드 22개 가운데 59%에 해당하는 13개 브랜드의 가맹점 수가 줄어들었다. 가맹점 수가 가장 많이 감소한 브랜드는 연돈볼카츠로 1년 사이 49개 매장 가운데 18개가 문을 닫으면서 40% 가까이 줄었고 대표 브랜드인 백스비어와 새마을식당도 각각 10개 정도 매장이 줄었다. 중화요리 전문점 고투웍은 7개 매장 중 거의 전부가 폐점하면서 1곳만 남았고 닭갈비 전문점 백철판 0410은 작년에 모든 매장이 없어졌다.

 

주가는 반토막 되고 가맹점은 줄거나 사라지는 등 각종 악재에도 백종원 대표는 더본코리아로부터 한 해 26억 원에 가까운 돈을 받는다. 더본코리아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백종원 대표는 작년 더본코리아로부터 급여로 82200만 원을 받았다.  1주당 200원의 배당 계획이 발표되면서 주식 8792850(59.99%)를 보유한 백종원 대표는 최대주주로 175857만 원을 받게 된다.

 

백종원 대표는 방송 출연을 통해 프랜차이즈 전문가 겸 국민 셰프로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이미지로 인식돼 있다. IPO(initial public offering·신규 상장)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백종원 대표의 이미지 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백종원 대표의 좋은 이미지가 사라지고 있다. 백종원 대표는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지금까지 해 온 주먹구구식 경영보다는 더 신중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03.27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의대생들 볼모로 잡은 의협, 투쟁·책임 떠넘겨 비겁해"

의협 내부서 지도부 첫 비판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이 25일 본지와 만나고 있다. 의협 중앙대의원인 그는 “의협이 사지에 몰린 의대생들을 방치하면 안 된다”며 의협 집행부를 비판했다./이태경기자

 

“의대생이 자기 자식이라면 저렇게 하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지난 24일 소셜미디어와 대한의사협회(의협) 대의원회 단체 대화방에 글을 올려 “의료계의 투쟁은 전공의가 버려진 이후 이제는 자식 같은 의대생들에게 모든 것을 기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대생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에 떨고 있는데, 의협이 “(복학 여부는) 스스로 판단해 달라”며 뒷짐만 진다는 것이다. 의료계 강경 투쟁 선봉에 있는 의협 지도부를 향해 의협 내부에서 작심 비판이 나온 것이다.

 

의협 중앙대의원인 이 회장은 26일 본지 인터뷰에서 “(의협 지도부가)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고 비겁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투쟁 동참을 권유하고 있는 일부 전공의와 선배 의대생에게도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선배들’ 책임을 거론했나.

“의료계 투쟁이 장기화됐는데, 지금은 의대생만 투쟁하고 있고 모든 것을 감당하고 있다. 의대생 대량 제적 위기가 눈앞에 닥쳤는데 선배 의사들은 ‘의대생 절반이 복귀했다는 뉴스가 가짜’라는 인터넷 뉴스만 퍼 나르고 있더라. 한심했다. 복귀가 가짜냐, 진짜냐, 몇 명이 복귀했느냐, 아니냐가 본질이 아니지 않으냐.”

 

최근 ‘연세대 등에서 의대생 절반가량이 복학 신청을 했다는 건 가짜 뉴스’라는 말이 의사들 사이에 퍼졌다. 그러나 연세대는 지난 24일 의대 학생 881명 중 1학기 등록을 하지 않은 398명(45.2%)에게 ‘미등록 제적 예정 통보서’를 보냈다. 483명(54.8%)이 등록한 셈이다.

 

-의협은 단일 대오 투쟁이 필요하다는데.

“의협은 ‘(복학은) 의대생들이 결정할 문제’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학생들을 볼모로 한 잘못된 행동이고 이기적으로 후배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자기 자식 같으면 의대생들한테 저렇게 할 수 있겠나.”

 

-의협은 ‘1~2주 시간을 더 달라’고 정부·대학에 요청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무슨 의미가 있나. 2주가 지나면 학사 일정만 더 촉박해지고 양쪽의 피해만 커질 뿐이다. 사태가 장기화한 것은 의협이 계속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구체적으로 의협에 어떤 책임이 있나.

“지금 모든 짐을 의대생들이 떠안고 있지 않나. 의협은 의료계의 대표인데 책임과 의무는 전혀 지지 않고 있다. 의대생들 다 죽어가는데 방관만 하고 있다면 비겁하다. 박수를 받든 욕을 먹든, 책임 있는 자리에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집행부가 문제라고 보는 것인가.

“최근 석 달 동안 의협이 한 게 뭐가 있나. 상황이 나빠졌지 좋아진 것이 없다. (집행부가) 피해 보기 싫고 다치기 싫으니까 그런 것 아닌가. 그러니 아무것도 안 하면서 ‘탕핑(躺平·드러눕기)’만 하는 것이다."

 

-박단 의협 부회장(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어떻게 보나.

“김택우 회장과 둘이 다 알아서 하는데 불통이다. 박 위원장도 남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주변에선 의협을 어떻게 생각하나.

“부글부글 끓는 의사들이 많다. 특히 의협의 탕핑에 대해 ‘무책임하고 비겁하다’는 생각을 가진 의사들이 많다.”

 

-의협 회장직에 출마했었기 때문에 현 지도부를 비판하는 것 아닌가.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의료계에서 더 욕먹고 비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올바른 소리를 안 하니까 하는 것이다.”

 

-의협 지도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

“남 탓하지 말고, 현재의 위기에 대해 ‘내가 당사자다’ ‘내가 해결해야 될 문제’라는 태도로 의대생을 도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방법이) 없으면 없다고 하고, 더 이상 볼모로 잡으면 안 된다.”

 

-일부 의대생은 계속 투쟁하려 한다.

“1년이나 투쟁한 의대생들이 쉽게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은 이해한다. 그러나 의대생 혼자 싸우고 아무도 안 도와주는 상황에서는 지금까지 입은 피해보다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상당수 의대생은 어떤 상황인가.

“많이 동요하고, 흔들리고 있다. 본인들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이 한다. 의대생들이 제적되면 고졸이 된다. 제적 후 구제가 안 될 수도 있다. 앞길이 창창한 이 젊은 아이들 인생은 어떡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어른들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경북대 의대를 졸업한 산부인과 전문의. 2018년부터 경기도의사회장을 맡고 있다. 의정 갈등 국면에서 1년 넘게 매주 토요일 집회를 여는 등 강경 투쟁을 이끌어온 인사로 꼽힌다. 현재 의협 중앙대의원으로, 의협 회장 선거에도 출마했었다. 경기도의사회는 서울시의사회와 함께 의협 산하 시·도 의사회 16곳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조선일보 곽래건 기자

 

03.28 일부 의대생 등록해 제적 피하고 또 휴학한다니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장단이 소속 의대생들에게 제시한 복귀 시한일인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대 대강의실에서 열린 우수의과학자 세미나에 학생들이 참석하고 있다. 2025.3.27 /박성원 기자

 

서울대 의대 학생회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등록 여부를 물은 결과 65.7%가 일단 1학기 등록을 하자는 데 동의했다. 이에따라 학생회는 “등록 절차를 마무리해달라”고 했다. 나머지 의대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의대생들이 3월 말까지 복귀할 경우 내년 의대 모집 인원을 원래 정원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했다. 내년 의대 정원 동결이라는 큰 줄기가 잡혔고 나머지 문제들도 얼마든지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의대 교수진을 늘리고 시설을 확충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의대생이 등록한 다음 또다시 집단 휴학을 하거나 수업 거부 등을 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연세대 의대 학생들도 투쟁 방침을 ‘미등록 휴학’에서 ‘등록 휴학’으로 변경했다. 각 의대가 휴학을 받아주지 않으니 제적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등록은 하더라도 또 휴학해 의료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대다수 국민은 의대 정원을 동결하겠다는 마당에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해달라고 요구하는지도 분명하지 않다고 한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 반대를 주장하며 수업을 거부하고 집단 사직한 지 벌써 1년 2개월째다. 특정 집단이 이렇게 장시간 집단행동을 한 전례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는 세계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 사태 정상화가 늦어질수록 환자는 물론 학생들도 피해가 클 것은 분명하다. 의대가 있는 대학 총장들은 올해는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뜻을 모았다. 만에 하나 등록 후 다시 휴학 또는 수업 거부를 이어가려는 움직임이 있을 경우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3.28 산불 현장의 따뜻한 손길

/일러스트=Midjourney·조선디자인랩

 

영남권 산불이 확산 일로에 있던 지난 23일 오후 경남 산청군 이재민 대피소는 100명에 가까운 자원봉사자로 붐볐다. 본인 마을이 반 넘게 탔는데도 ‘보다 급한 곳을 돕겠다’며 배식 봉사를 하는 60대 할머니, 주말도 반납하고 이웃 동네에서 달려왔다는 의용소방대원들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채 닦지도 않은 모습으로 부지런히 오가고 있었다. 이들에게 ‘왜 봉사에 나섰느냐’고 물어봤다. 답은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이웃’을 언급했다. “옆 동네가 불타고 사람까지 죽었는데요, 이웃이니 돕고 싶었어요.” “30년째 농촌에 사는데 이웃 어르신들 보면 제 부모 같아서 마음이 쓰입니다.”

 

서울에서만 나고 30년째 도시를 벗어난 삶을 살아보지 못한 기자에게 ‘이웃사촌’은 책에서만 보던 단어다. 사전적 정의로만 뜻풀이를 짐작할 뿐이었다. 그런데 산청 대피소에서 무슨 뜻인지 실감했다. ‘잔불이 다시 나는 것 같다’며 인터뷰 도중 연기가 피어오르는 뒷산으로 불을 끄겠다고 달려간 50대 아저씨, 분진을 뒤집어쓰고도 몇 시간이나 야외에 마련된 탁자에서 파와 무를 다듬고 있던 아주머니. 그저 하루아침에 집과 가재도구를 잃은 이재민을 돕겠다며 각자의 일상을 던져두고 재난 현장으로 달려온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사전에서만 본 ‘이웃사촌’의 화신(化身)이었다.

 

집과 일터를 잃고 멍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100여 명의 이재민은 고개를 숙이며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한 할머니는 배식 자원봉사자 손을 한참 동안이나 부여잡고 눈물을 흘렸다. “내 땜에 고생인데, 쪼매만 묵을게.” 모든 것을 잃었다고 느꼈을 산불 이재민들을 위로한 건 이런 평범한 이웃들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오히려 이재민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신원을 밝히기를 사양한 한 자원봉사자는 “식사 잘하시고 잘 버텨주셔서 오히려 제가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눈이 마주친 이재민과 봉사자들은 서로에게 ‘파이팅’을 외쳤다.

 

정치가 세상을 바꾼다고들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는 국민 삶을 얼마나 더 좋게 만들었을까. 역대 최악이라는 산불 상황에 대응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할 여야(與野)는 지금도 서로를 손가락질하면서 정쟁(政爭)을 되풀이하는 중이다. 산불이라는 국가 재난 상황에서도 상대 탓만 하며 입씨름만 벌이고 있다.

 

이웃 동네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산불 현장에 뛰어온 이런 범인(凡人)들 덕에 집을 잃고 가족을 여읜 이들이 매끼 식사를 거르지 않고, 몸을 뉘여 눈을 붙이고, 깨끗한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마음도 마을도 다 타버린 참혹한 현장에서 이재민들 마음을 달래준 건 떠들썩한 정치인의 입이 아니라 평범한 이웃이 건네는 조용한 손길이었다. 산청의 산과 마을은 검게 탔지만, 그 손길들은 한없이 눈부셨다.

조선일보 김병권 기자

 

03.28 산불 피해 커지자...野가 대거 삭감한 '재난 예비비' 도마에

與 "산불 피해 대응에 어려움"
野 "다른 방식으로 충당 가능"

▲산불 피해 마을 이장의 하소연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오전 산불 피해로 집들이 불타 무너져 있는 경북 의성군 점곡면 사촌1리에서 박기 마을 이장(왼쪽)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 대표는 26일부터 이틀째 경북 지역에 머무르며 피해 현장을 찾았다. /장련성 기자

 

영남권 산불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여야가 재난 대응 예비비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거야(巨野)가 재난 예비비를 대거 삭감해 산불 피해 신속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고 공격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예비비가 부족해도 다른 방식으로 돈을 끌어쓸 수 있는데 불필요한 정쟁을 벌이고 있다”고 맞받았다. 다만 양당은 이번 산불 피해가 커지는 만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27일 당 회의에서 “민주당이 2025년 본예산 예비비를 대폭 삭감해 올해 (재난 등에 쓰이는) 목적예비비는 1조6000억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민주당은 예비비를 삭감한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부터 하고, 재난 예비비 추경 편성에도 적극 협조하라”고 했다.

 

지난해 예산 편성과정에서 정부는 ‘정부 비상금’ 격인 예비비를 4조8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를 2조4000억원으로 삭감해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올해 예산에서 재난·감염병 대응 등 목적이 정해진 목적 예비비는 1조6000억원, 제한이 따로 없는 일반 예비비는 8000억원으로 감액됐다. 국민의힘은 제주항공 참사, 영남권 산불 등 대형 재난이 발생했고, 하절기 태풍·홍수 피해까지 염두에 두면 이번 추경에서 재난 예비비가 반드시 복구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 같은 예비비 복구 요구 자체가 ‘정쟁’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산불을 빌미로 (국민의힘이) 예비비 2조원을 복원하겠다고 으름장 놓고 있다”며 “산불 진화·피해 복구가 우선인 때에 또다시 정쟁만 일삼자는 저의를 도대체 알지 못하겠다”고 했다. 이어 진 위원장은 “소관 부처 예산이 부족하면 목적 예비비 1조6000억원에서 집행이 가능하고, 그것으로도 부족하면 재해대책 국고채무부담행위로도 1조5000억원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국고채무부담행위는 국가가 예산 확보 없이 미리 채무를 부담하고, 그 이행 책임은 이듬해로 넘기는 것이다.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

 

03.28 산불 덮친 마을, 물·전기·통신 모두 끊겨… "6·25 때로 돌아간 듯"

영덕·청송 피해 마을 가보니…

▲27일 오후 경북 영덕군 영덕읍 영덕국민체육센터에서 지품면 등 산불 피해 이재민들이 대한적십자사 등 자원 봉사자들이 준비한 식사를 하고 있다./뉴스

 

27일 오전 경북 영덕군 지품면. 지난 25일 산불이 덮쳐 전기 공급이 끊기고 수돗물도 나오지 않는 곳이다. 통신도 마비됐다. 불길에 정수장과 변전소 등이 불탔기 때문이다. 마을에 들어서자 휴대전화에 ‘네트워크에 등록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라는 문구가 떴다.

 

마을은 폭격을 맞은 것 같았다. 주택 여러 채가 새카맣게 불탔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면사무소에 가니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했다. 직원들이 한 손엔 손전등, 한 손엔 펜을 들고 산불 피해 신고서를 쓰고 있었다.

 

컴퓨터, 프린터는 전부 꺼졌다. 한 직원이 가스 버너로 물을 끓여 커피를 내왔다. 면사무소 직원 A씨는 “산불이 들이닥쳤지만 아직도 집에 있는 주민이 꽤 된다”며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라도 남아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통신사 통신망이 마비돼 휴대전화가 먹통이 됐다. 마을 이장들이 일일이 면사무소를 찾아와 “우리 동네는 산불이 다 꺼졌다”고 보고했다.

 

마을의 작은 소방서인 119지역대는 발전기를 돌리고 있었다. 직원 B씨는 “동네에서 유일하게 전기를 쓸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보건소도 문을 닫았다. 전산망이 불통이 돼 약을 처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품면 보건소 관계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영덕군 보건소로 가라고 안내만 하고 있다”며 “급한 환자라도 나올까 걱정”이라고 했다.

 

농협 마트는 셔터 문을 내렸다. ‘전력 차단으로 점포 및 마트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쓴 종이만 붙어 있었다. 거리 우체통에도 ‘산불 확산으로 우체통 수집이 중지됐다’고 쓴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

 

▲따뜻한 ‘어묵 나눔’ - 27일 오후 경북 영양군 군민회관 앞에서 이재민 등에게 어묵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 최민우(왼쪽)씨. /구동완 기자

 

지품면 신안리에 사는 김영락(73)씨 부부는 전기가 끊겨 쌀쌀한 방 안에 이불을 끌어안고 있었다. 김씨는 “어제도 잠바를 입은 채 이불 여러 채를 덮고 잤다”며 “안 그래도 앞이 잘 안 보이는데 밤에 불도 켤 수 없으니 화장실 가기도 어렵다”고 했다.

 

신안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박현숙(58)씨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는 “전기가 끊겨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이 다 녹거나 상했다”며 “앞으로 어떻게 다시 장사를 할지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

 

경북 청송군 청송읍에선 아파트 222가구가 물 없이 살고 있었다.

 

윤대근(66)씨는 “물이 안 나오니 요리를 할 수가 없다”며 “일회용 버너와 생수를 사와서 컵라면만 삼시 세끼 먹고 있다”고 했다.

 

단전이 된 청송군 신기 1리 마을에선 그을린 전신주와 녹아내린 송전선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었다. 마을에서 만난 최상순(84)씨는 “6·25 때 집에 전등이 나갔는데 지금이 그때랑 똑같다”며 “냉장고 음식도 상하고 있는데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불탄 마을에도 조금씩 희망은 보였다. 이재민들이 머물고 있는 영양군민회관 앞엔 자주색 푸드트럭 한 대가 문을 열었다. 영양군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최민우(53)·석유진(60)씨 부부가 차를 몰고 온 것이다. 붕어빵을 굽고 어묵을 끓여 이재민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내놓고 있다. 최씨는 “이재민 대부분이 단골손님들이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경북 안동시 대피소인 안동체육관에선 한의사 4명이 무료 진료에 나섰다. 한의원 문을 닫고 나왔다. 한의사 권도경(53)씨는 “침이라도 놓아 드리면 위로가 될 거 같아서 동참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영덕=강지은 기자 영양=구동완 기자 안동=김나연 기자 청송=안태민 기자

 

03.30 경찰, '의성 산불' 실화 혐의 50대 입건… "산림보호법 위반"

▲29일 경북 의성군 괴산리 야산의 최초 발화지점에 산림 당국의 출입 통제 라인이 설치돼 있다. 경북경찰청은 의성 산불 최초 발화 지점에서 증거 물품인 라이터를 확보했다./뉴스1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30일 실화 혐의(산림보호법 위반)로 A(5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 22일 오전 11시 24분쯤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 있는 조부모 묘소를 정리하다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당시 아내 및 딸과 함께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딸은 최초 발화 당시 119에 “불이 나서 산소가 다 타고 있다”고 신고했다. A씨 딸은 출동한 경찰에 “나무를 꺾다가 안 돼서 라이터로 태우려다가 바람에 불씨가 날려 산불이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과학수사계는 전날 경북 산불의 발화지로 추정되는 의성군의 한 야산을 찾아 현장 조사를 벌인 뒤 현장 보존 조치를 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산림연구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당국과 내주 중 합동 감식을 실시할 방침이다.

조선일보 최혜승 기자

 

03.30 하회마을 위협한 또 다른 의성 산불, 과수원서 쓰레기 태우다 시작

의성 안계면 산불이 하회마을 인근으로 번져
의성군 현장 조사…과수원 주인은 집에 없어

경북 의성에서 시작돼 인근 안동·청송·영양·영덕 등으로 번진 산불 화재의 실화자가 당초 알려진 성묘객 이외에 추가로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경북 안동시 길안면 한 야산이 산불로 인해 검게 변해 있다. /연합뉴스

 

산림 당국은 경북 의성군 안계면의 한 과수원에서 주인이 농사용 쓰레기를 태우다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산림 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2시 39분쯤 경북 의성군 안계면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 25분쯤 성묘객 실화로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불이 난 지 3시간쯤 지나서였다.

 

안계면에서 시작된 산불은 남서풍을 타고 안동 지역으로 번져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위협했다.

 

산림 당국과 의성군은 안계면 산불이 서산영덕고속도로 옆에 있는 과수원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과수원에서는 농자재 쓰레기와 농약 봉지 등을 태운 흔적이 발견됐다.

 

의성군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접수받아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과수원 주인은 현재 집에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의성군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기초 조사를 진행한 뒤 사건을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8일 의성군 특사경은 성묘객 실화로 발생한 안평면 산불 관련 수사를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다.

조선일보 의성=노인호 기자 김영우 기자

 

03.30 고대 의대생, 전원 복학 신청 완료...주요 대학 의대 사실상 '전원 등록'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연합뉴스

 

고려대 의대생 전원이 올해 1학기 복학 신청을 했다.

 

30일 고려대의료원 관계자는 “군 입대 등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 의대생 전원이 복학 신청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군 휴학생 110여 명과 이미 등록이 완료된 25학번 신입생을 제외한 모든 복학 대상자가 복귀를 한 것이다. 고려대 의대 학장단은 전날 오후 추가 복학 신청을 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1일 등록을 마감한 고려대 의대는 절차에 따라 미등록 학생들에 대해 제적 통지서를 발송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복학 희망자의 면담 신청이 잇따르며 등록 기간을 31일 오전까지 연장하기로 한 바 있다.

 

주요 의대에서 사실상 전원이 등록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의대에선 등록 대상자 전원이 등록해 제적생이 나오지 않았고, 연세대 의대에선 1명을 제외한 모든 학생이 수업 참여 의사를 밝혔다. 울산대, 성균관대에서도 학생들이 ‘전원 복학’으로 뜻을 모았다.

 

주요 대학들에서 학생 복귀가 이어짐에 따라 아직 등록 마감이 남은 학교에서도 복귀 행렬이 이어질지 교육계 관심이 쏠린다. 경희대·충북대 등은 30일까지, 가천대·건국대·계명대·단국대·대구카톨릭대·아주대·원광대·한양대는 31일까지 복귀 신청을 받는다. 교육부는 31일 전국 40개 의대의 학생 복귀 현황을 취합한다.

조선일보 김민기 기자

 

03-31 물 5000ℓ 한 번에 퍼붓는 軍 치누크 헬기 산불 현장 ‘단비’처럼 종횡무진 활약

▲육군 CH-47 치누크 헬기들이 지난 26일 경북 의성군 안계면 일대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치누크 헬기의 담수 용량은 약 5t으로, 지방자치단체 임차 헬기(1~1.2t)보다 많은 물을 뿌릴 수 있다. 육군 제공

 대형 프로펠러 2개 ‘탠덤 로터’로 대량 수송
육군·공군 치누크 100회 가까이 출격…주한미군도 힘 보태

경남 산청군·하동군, 경북 의성군·안동시·청송군·영양군·영덕군, 울산 울주군 등 경상권 일대를 뒤덮은 산불 사태가 일단락된 데는 풍부한 담수 용량을 자랑하는 군의 대형 헬기 CH-47 치누크가 ‘단비’처럼 종횡무진 활약했다는 평이 나온다.

31일 산림 당국의 평가에 따르면 지난 21일 발생해 약 213시간 만에 꺼지면서 역대 2번째로 길게 지속된 경남 산청 산불의 진화에는 치누크 헬기들의 공이 컸다.

미국 보잉이 제작한 치누크 헬기는 한국 육군과 공군이 각 32대, 10대를 운용하고 있고 주한미군도 보유했다.

치누크 헬기는 동체 길이 15.85m로, 14.96m짜리 국산 수리온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로터(프로펠러)를 포함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치누크는 대형 로터(프로펠러) 2개를 앞뒤로 나란히 장착한 ‘탠덤 로터’ 방식이다. 이에 로터를 포함한 전장은 30.1m에 달해 19m가량의 수리온보다 10m 이상 길다.

이를 토대로 최대 이륙 중량이 치누크는 2만2680㎏, 수리온은 8709㎏로 큰 차이가 난다.

치누크는 이번 산불에서 5천ℓ짜리 양동이에 물을 담아 진화에 나서면서 대형 헬기의 위상을 톡톡히 뽐냈다.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 50대 중 주력은 담수 용량 1000∼5000ℓ의 중형이고 11대는 1000ℓ 미만이며, 5000ℓ 이상의 대형은 7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번 산불에서 육군과 공군의 치누크는 100회 가까이 출격하면서 물이 필요한 곳곳에 ‘단비’를 뿌렸다. 주한미군의 치누크도 힘을 보탰다.

점차 대형화하는 산불 추세에 발맞춰 산림 당국이 대형 헬기 도입을 준비하는 와중에 군이 적재적소에 필요한 지원을 민간에 제공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화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

 

世上萬事 202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