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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人) 이야기 2024-07/ 07.01 자영업자 연체율 10% 돌파, 25만원 용돈 뿌릴 때가 아니다 - 07-31 이재명 기소 검사까지 고발 민주당, 사법 방해 度 넘었다

상림은내고향 2024. 7. 13. 19:39

政治(人) 이야기 2024-07/

07.01 자영업자 연체율 10% 돌파, 25만원 용돈 뿌릴 때가 아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린 제19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정부와 국민의힘, 대통령실이 30일 고위당정협의를 갖고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정책자금 및 보증부 대출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기로 했다. 고금리와 내수 침체로 인해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데 따른 긴급 대책이다. 하지만 이 정도 대책으론 미흡하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1056조원에 달하는데,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인 취약 자영업자의 경우 대출금 연체율이 10.21%까지 치솟았다. 3개월 이상 연체한 자영업자 대출액이 31조원에 달한다. 1년 새 53% 급증했다. 대출금 상환 기간을 연장해 준다고 이들이 빚을 갚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올해 소매 판매가 전년 대비 2.3%나 감소하는 등 내수 침체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정협의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경기 회복 대책) 민생회복지원금은 무차별적이며, 일시적이며, 심각한 재정 부담을 야기한다”면서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은행은 근본 대책으로 ‘채무 재조정’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채무 상환 능력이 없는 자영업자의 빚 부담을 덜어줘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자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운영 중인 자영업자 채무 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 기금’ 사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새출발 기금은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의 빚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22년 10월에 도입했다. 채무 15억원까지 원금 70~80%를 감면하거나, 이자를 낮춰주는 방식으로 채무 조정을 해준다. 정부는 30조원까지 채무 조정 목표를 세웠으나 신청 요건이 까다로워 지금까지 조정된 채무액은 3조원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 올 들어 새출발 기금 신청자가 매달 4000명이 넘을 정도로 폭증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금 확충이 시급하다. 정부가 새출발 기금에 3조600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하고는 1조3000억원만 출연해 기금이 벌써 바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 국민에게 25만원 용돈 뿌리는 데 필요한 13조원의 10분의 1을 내놓을 여력밖에 없다는 뜻이다.

조선일보 사설 

 

07-01 ‘아버지’ 이재명과 ‘당대명’

“이재명은 민주당 아버지” 발언은
이견 사라지고 아부만 무성한
민주당 기존 분위기 연장선
직언 사라진 정당은 王政보다 못해

‘이재명 대표를 아버지처럼 모시자.’
‘이재명 대표를 임금님처럼 모시자.’


둘 중 어느 쪽이 더 부적절한 표현이고, 더 심한 아부가 될까. ‘군사부일체(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는 하나)’이니 거기서 거기일까, 아니면 그럼에도 차이가 있을까.

 

엄밀한 유교적 잣대로 보면 전자(前者)가 아닐까 싶다. 유교 경전인 ‘예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아버지의 잘못을 감추는 것은 괜찮지만 들춰내고 지적해서는 안 된다. 설령 지적을 하더라도 아버지의 낯빛이 바뀌지 않을 정도의 선까지만 부드럽게 하는 것이 자식의 도리다(유은무범·有隱無犯). 반면 왕의 잘못은 왕이 싫은 표정을 짓건 말건 굽히지 말고 직언(直言)해야 한다. 왕의 허물을 못 본 척해서는 안 된다(유범무은·有犯無隱).”

요컨대 아버지는 직언이 허용되지 않는 존재, 왕은 허용되는 것을 넘어 의무적으로 그렇게 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이야기다. 여기에는 전근대적인 왕정 체제조차도 맹목적인 복종과 아부가 아닌,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비판 위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는 함의도 담겨 있다. 하물며 민주국가의 민주적 정당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은 어떨까.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이라는 강민구 최고위원의 발언은 민주당이 나가고 있는 방향이나 전체적인 당내 분위기와는 무관한 돌출적인 것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강 위원의 발언은 민주당 안에 이미 존재하는 흐름의 연장선 위에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최고위의 다른 멤버들만 봐도 그렇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이 되기 전인 2021년 12월 ‘인간 이재명’이라는 책에 대한 독후감이라며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면서 인간 이재명과 심리적 일체감을 느끼며 아니 흐느끼며 읽었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최고위원이 된 뒤인 올 2월에는 “당의 시대정신이자 상징”이라며 이 대표를 축구 스타 손흥민에 비유하기도 했다. 정 의원이 최고위원이라는 당의 요직과 ‘국회 내 상원’이라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을 동시에 꿰찰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배경에서 봐야 쉽게 이해가 될 것 같다.

‘명심(明心)’과 ‘개딸’의 지지를 얻고 단독 입후보 끝에 사실상 추대된 박찬대 원내대표(당연직 최고위원)도 부쩍 피치를 올리는 중이다. “대표가 너무 착하다. 나보다 더 착하다. 이 대표가 너무 반대를 많이 해서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민주당 당무위가 당 대표의 사퇴 시한을 ‘대선 1년 전’으로 규정한 당헌의 예외 조항을 둘지 여부를 논의한 지난달 12일 회의가 길어진 이유를 설명하며 박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 당헌 개정은 대선 직전까지 ‘이재명 일극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하고 2026년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까지 열어주는 내용이다. 민주당의 오랜 전통인 ‘대권-당권 분리 원칙’을 허무는 중요 현안을 설명하는 와중에도 틈을 놓치지 않고 아부성 발언을 잊지 않는 게 놀랍다.

다가오는 8·18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최고위원직 5자리의 면면도 지금보다 못할 것 같지 않다. 가장 먼저 출마 의사를 밝힌 강선우 의원은 “이재명을 지키는 일이 민주당을 지키는 일”이라며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 아니라 당대명(당연히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대표의 연임을 ‘대세론’을 넘어 누구도 의견을 개진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당위(當爲)’로 격상시킨 것이다. 추가로 출마 의사를 밝혔거나 밝힐 예정인 10여 명도 ‘친명’ 일색으로, 벌써부터 낯 뜨거운 ‘명심 마케팅’만 난무하는 중이다.

민주당이 이렇게 된 데는 이 대표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된다고 보이거나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당내 인사들에 대해 ‘벌떼’처럼 달려들어 집단항의를 하고 ‘문자폭탄’을 날려대는 개딸의 존재가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도 이 대표와 지도부는 여기에 브레이크를 걸기는커녕 개딸의 입김을 점점 더 키우고 있다. 최고위원 선출 본투표에서 권리당원의 비율을 올리는 것으로 부족했던지 예비경선까지 권리당원이 좌우할 수 있게 하는 길을 텄다. 이렇게 되면 개딸은 갈수록 폭주하고 이 대표에 대한 ‘직언’이나 ‘비판’은 더욱더 질식될 것이다. 비판 너머의 존재인 ‘아버지 이재명’에게 개딸은 박수를 보낼지 모르지만, 다수 국민이 참아줄지는 의문이다.
천광암 논설주간 iam@donga.com

 
 

07-01 첫 법안 처리부터 거야 폭주, 국회 존재 이유 무너진다

국회의 근원적 책무는 국민의 다양한 생각과 이해관계를 수렴하는 일이다. 입법이란 단순한 법규의 제정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 국민 상호 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원칙’을 만드는 일이다. 최대한의 공감대 확보가 대전제다. 제22대 국회는 출발부터 이런 존재 이유를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 수렴과 공감대는커녕, 거대 야당의 소수 세력 겁박과 일방 독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 일정도 합의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170석(조국혁신당 포함 182석)을 앞세워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4일)까지 채상병특검법, 방송 3법·방송통신위법,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까지 강행 처리할 태세다. 2∼4일 열리는 첫 대정부질문도 일방적 공세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상병특검법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중인 사안이 대상인 데다, 특별검사를 야당이 일방 추천하도록 하는 등 중립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위헌 소지가 크다. 방송 3법 역시 KBS·MBC·EBS 이사회 추천권을 방송 관련 단체에도 주는 것이지만 단체 선정에 객관적 기준이 없어 평등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의 방송 장악 목적이 더 커 보인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들 법안이 불과 한 달여 전 21대 국회 막판에 윤 대통령의 재의 요구에 따른 재의결에서 폐기된 것들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의 헌법적 권능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320일 이상 걸렸던 법안들이, 2주일(방송 3법)과 3주일(채상병특검법) 만에 본회의에 넘겨지는 일도 벌어졌다. 반대 세력 주장은 안중에 없는 셈이다. 입법청문회를 빌미로 증인 출석을 강제하고, 10분 퇴장 명령을 내리는 등 인격 모독도 서슴지 않았다. 거대 야당은 입법 폭주를 하고, 대통령은 방어적 거부권을 계속 행사하지 않을 수 없는 국가 표류가 시작되려 한다. 1차적 책임은 야당에 있음을 알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7-01 英·佛 보수정당 몰락의 반면교사

김석 국제부장

대통령 5명 배출 프랑스 공화당
연금개혁·재정회복 정책 반대
보수 정체성 잃고 “실존적 위기”

英 보수당 총리들 논란 속 줄사퇴
190년 정당사 최악의 패배 눈앞
개혁도 품위도 없는 보수의 추락

1940년 5월 10일 독일군이 아르덴 삼림지대를 통과하는 ‘낫질작전’으로 마지노선을 무너뜨리자 프랑스군은 6주 뒤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고, 영국군은 많은 물자를 ?케르크에 남겨둔 채 본국으로 철수했다. 절망에 빠진 양국 국민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마무리 지은 양국의 지도자는 프랑스의 샤를 드골과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다. 이런 드골 전 대통령과 처칠 전 총리를 상징으로 하는 양국의 보수 우파 정당이 최근 위기에 빠져 있다.

드골 전 대통령이 결성한 신공화국연합의 후신인 공화당을 비롯한 드골주의 정당은 1958년 제5공화국 설립 후 5명의 대통령을 배출하며 프랑스를 이끌어왔다. 이런 공화당이 이번 총선(6월 30일 1차 투표, 7월 7일 2차 투표)에서 존망 기로에 서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의회 선거 패배에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선언했지만, 총선은 극우파인 국민연합(RN)과 좌파연합인 신인민전선(NFP),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르네상스 간의 각축전이다. 공화당은 끼어들 틈조차 없다.

2017년 총선에서 르네상스에 이어 2위로 제1야당이었던 공화당은 2022년에 RN에도 밀려 4위로 떨어진 데 이어 이번엔 군소 정당이라는 입지만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추락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유로 긴축재정을 국민에게 요구하고서 정작 엘리제궁 하루 식비로 1700만 원을 쓰는 행태로 2012년 대선에서 패했다. 이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들 지지율은 급락세다. 최근 공화당은 연금 개혁과 공공재정 회복 정책, 캐나다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등 보수 정체성마저 잃어 르몽드가 ‘공화당은 실존적 위기에 처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에리크 시오티 대표가 극우파에 연대를 제안했다가 제명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영국 보수당도 벼랑 끝 상황인 건 마찬가지다. 토리당 후신으로 1834년 창당된 보수당에서는 벤저민 디즈레일리, 아서 밸푸어, 처칠, 마거릿 대처 등 유명 정치인들이 잇달아 배출되며 여러 위기 속에서도 영국의 번영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둘러싼 내분을 기점으로 보수당은 가라앉기 시작했다. 당시 보수당 소속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EU 잔류를 위한 국민투표 승부수에 보리스 존슨 등 당내 인사들이 탈퇴 여론을 이끌면서 국민투표는 브렉시트로 결론이 났다. 탈퇴하면 이민자 차단 등으로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이들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EU와 연결이 끊기면서 물가 급등과 일자리 감소로 여론은 악화했다.

보수당 총리들의 행보도 당의 추락에 가속도를 더했다. 존슨 전 총리는 코로나19 봉쇄 기간에 술자리를 가진 ‘파티 게이트’로 사퇴했고,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450억 파운드(약 72조 원) 감세안을 발표했다가 파운드화 가치 급락·국채금리 급등 등 위기를 초래해 취임 44일 만에 물러났다. 첫 비백인 출신으로 총리에 오른 리시 수낵 총리는 난민 르완다 송환, 평생 금연법, 의무 복무제 등 섣부른 정책으로 당내 분란과 여론 악화를 불렀다. 이는 5월 지방선거 패배라는 결과를 불러왔고, 오는 4일 조기 총선에서는 창당 이후 190년 만에 가장 적은 의석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두 보수 정당 위기의 공통점은 눈앞의 표에 급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라는 보수 이념과 거리가 먼 정책을 내놓으면서 전통적 지지층이 떨어져 나갔다는 점이다. 선거 패배 등 여러 차례 위기에도 개혁보다는 봉합으로 어물쩍 넘겨온 것도 위기를 악화시켰다. 당 지도자들은 보수의 품격에 걸맞지 않은 좌충우돌 행보로 신뢰마저 상실했다.

이런 모습은 한국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과 오버랩 된다. 긴축 재정을 강조하고서는 총선에서는 철도 지하화, 생활필수품 부가가치세 한시적 인하, 5세 이상 무상교육 등 막대한 비용이 드는 선심성 공약을 쏟아냈다. 총선 패배 후에는 누구도 책임지거나 당을 쇄신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훈련병 영결식과 겹친 당 연찬회에서는 술자리를 가져 비판을 자초했다. 프랑스 공화당과 영국 보수당의 끝없는 몰락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기 어려운 이유다.

문화일보 

 

07-01 행정·사법 무력화 노리는 ‘입법독재’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민국은 이미 독재 시대를 겪었다. 9번의 헌법 개정 중 2번은 군사쿠데타로, 4번은 독재자의 장기 집권을 위해 헌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대통령 말기와 이후 박정희·전두환 대통령까지 3번을 겪고 나서야 힘겹게 독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독재국가가 나쁜 것은 독재 세력의 이익대로 모든 것을 실현하려 들기 때문이다. 미래 세대의 모든 선택권까지 무시하려 든다. 대선을 통해 정권교체가 가능해졌다고 해서 독재로부터 자유로운 게 아니다. 새로운 형태의 입법독재가 뿌리내리고 있다. 170석을 가진 제1야당은 전 국민 25만 원 지급을 법률로 강제하려 하고, 법관의 재량권을 옥죄는 법으로 사법권을 침범하려 든다.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도 일방적으로 배분해 버렸다.


이런 행태는 5년 전부터 등장했다. 거대 정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대북전단금지법,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등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사회·정치적 숙의 없이 법안을 단독 강행 처리해 왔다. 지금 낮은 대통령 지지율을 등에 업고 입법독재 시대는 본격화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처분적 법률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형성하려 들지 가늠할 수도 없다. 선거에서 이겼으니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는 마인드다. 선거민주주의의 한계를 오용한 다수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행정부 독재시대를 투쟁 끝에 마감시킨 대한민국이 이젠 입법독재와 싸워야 한다. 우리 사회는 어느새 자신의 이념을 관철하고 남을 설득 대상으로만 여기는 도그마 정치와 세력 싸움 분위기에 흠뻑 빠져 있다. 서로 체제전쟁 속에서 밀리면 끝이라 한다. 자신과 자기 세력의 기념비적 투쟁이 주변을 변화시키고 역사를 정화해 나갈 것이라 한다.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로 가는 사회에서 각종 권력 집단은 끊임없이 반대자들을 색출해 내며 자기의 존재 당위성을 재창출해 낸다. 친미·반미, 친일·반일, 인권·반인권, 재벌·서민, 원자력·탈원전, 경제성장·분배, 반조국(反曺國)·조국수호 프레임들 말이다.

반으로 나누기엔, 인간의 이성은 너무 예리하고 감성은 너무 복잡하다. 반이 다른 반을 죽이는 전쟁은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범죄행위일 뿐이다. 하이에크는 자신을 따르라고 시끄럽게 외쳐대는 사람들이 결국 인간을 ‘예종의 길(The Road to Serfdom)’로 이끈다고 말했다. 진정한 정치와 사회운동은 이런 도그마가 완성시켜 주는 게 아니다. 다양한 생각과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흩뿌리고 자신 위로 다양성을 연결시키는 것이 진정한 정치와 사회운동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도그마로부터 해방된 것이어야 한다.

지금의 야당은 모두를 예종의 길로 이끄는 이들로 북적인다. 반면, 여당 의석은 야당이 던져주는 상임위원장 자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무기력한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결국, 사법부까지 무력화해 입법독재를 견제할 수 있는 국가권력이 마비되게 되면 유사(類似)전체주의 체제는 한반도에서 완성되게 된다. 독재체제가 공고해진 주변 전체주의 국가들처럼 대한민국 국가체제는 행군하고 있다. 당장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뽑거나 평가하는 기본 기준부터 그 사람이 얼마나 도그마가 없느냐로 바뀌어야 한다.

문화일보

 

07.01 인간을 ‘인간도 아닌 것들’이라고 낙인찍을 때 벌어지는 일들

6월 8일 토요일 오후 저는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후배 기자의 결혼식이 열리고 있는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로 가고 있었습니다. 남대문을 지나면서부터 차량의 흐름이 정체(停滯)되기 시작했습니다. 차창 밖을 보니 한쪽 차도를 막고 집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촛불○○’인가 하는 단체의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였습니다. 참석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단상에서 연설을 마친 젊은이가 구호를 외쳤습니다.

“인간도 아닌 것들, 윤석열 일당 끌어내자!”

이어 단상에 오른 여자 사회자가 연설자에 대한 박수를 유도한 후 악을 쓰듯 외쳤습니다.

“다시 한 번 구호를 외치겠습니다! 인간도 아닌 것들, 윤석열 일당 끌어내자!”

순간 소름이 쫙 끼쳤습니다. 아직 임기가 3년이나 남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리가 나와서는 아니었습니다. 내로라하는 야당 국회의원들이 공공연히 ‘탄핵’을 주장하고 있는 판국이니, 이거야 새삼스러운 소리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소름이 끼쳤던 것은 ‘인간도 아닌 것들’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윤석열 정권에 대해 비판을 할 수도 있고, 비난을 할 수도 있습니다. 욕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도 아닌 것들’이라니….

‘인간 이하의 존재들’

‘인간도 아닌 것들’이라는 표현을 제가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은 얼마 전 윌리엄 L.샤이러의 《제3제국사》을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히틀러의 탄생부터 나치 독일의 패망까지를 다룬 책인데,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다룬 대목에서 ‘인간 이하의 존재’라는 표현이 여러 번 나옵니다. 다음은 1943년 4~5월 바르샤바 게토에서의 유대인 봉기를 진압한 친위대 장성 위르겐 슈트로프의 보고서 내용입니다.

“그날 몇 블록을 더 불살랐다. 쓰레기 같은 인간 이하의 존재들을 끌어내는 유일한 최종 방법이다.”

“유대인, 폭도, 인간 이하의 존재 180명을 말살했다. 바르샤바의 옛 유대인 구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처치한 유대인 총수는 체포한 유대인과 절멸을 입증할 수 있는 유대인을 포함해 5만6005명이다.”

“체포한 총원 5만6005명 가운데 약 7000명은 대규모 작전 도중 이전 게토에서 말살했다. 유대인 6929명은 트레블링카로 이송해 말살했다. 그러므로 말살한 유대인 총수는 1만3929명이다. 그 외에 폭파하거나 화염으로 죽이는 방법으로 유대인 5000명에서 6000명을 말살했다.”

슈트로프에게 유대인을 비롯해 나치에 반항하는 자들은 ‘인간 이하의 존재’에 불과했습니다. ‘인간 이하의 존재’이기에 슈트로프는 불사르고, 폭파하고, 수용소로 보내 그들을 ‘말살’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인간’을 죽인 게 아니라, ‘인간 이하의 존재’를 ‘말살’했을 뿐이었습니다.

독일의 의사 아우구스트 히르트가 인종학(人種學) ‘연구 자료’를 구하기 위해 친위대에 보낸 편지에서도 ‘인간 이하의 존재’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혐오스럽지만 특징적인 인간 이하의 존재의 원형을 대표하는 유대-볼셰비키 정치위원들의 두개골을 입수함으로써 우리는 이제 과학적 자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히르트가 원한 것은 이미 사망한 ‘유대-볼셰비키 정치위원들’의 두개골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살아 있는 ‘유대-볼셰비키 정치위원들’의 머리를 측정한 후, 그들을 죽여 두개골 표본으로 만들기를 원했습니다.

“머리가 손상되지 않는 방식으로 유대인들의 죽음을 유발한 뒤 외과의가 머리를 몸에서 절단해… 밀봉된 양철통에… 집어넣을 것입니다.”

인종학에 몰두하고 있던 친위대 사령관 힘러는 히르트의 편지에 크게 기뻐했고, ‘유대-볼셰비키 정치위원들’의 두개골을 넉넉히 제공해주었습니다. 그들은 어차피 ‘인간 이하의 존재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나치가 유대인 600만 명을 가스실로 보내 학살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였습니다.

‘돼지’로 묘사된 소련 부농들의 최후

윤석열 탄핵을 주장하는 이들이 ‘인간도 아닌 것들’이라고 악을 쓰는 순간, 제가 소름이 끼쳤던 것도 그 말이 유대인들을 지칭했던 ‘인간 이하의 존재들’이라는 말과 너무나 흡사해서였습니다.

지금 저들이 ‘인간도 아닌 것들’이라고 표현하는 대상은 몇몇 ‘윤석열 일당’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간도 아닌 것들’인 ‘윤석열 일당’을 끌어낸 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인간도 아닌 것들’ 밑에서 혜택을 보았던 사람들, ‘인간도 아닌 것들’에게 투표했던 사람들, ‘인간도 아닌 것들’을 끌어낸 세상에 대해 비판하고 불평을 말하는 사람들은 무사할 수 있을까요? 종국에는 ‘인간도 아닌 것들’에게 저항하지 않았던 이들도 무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들도 ‘인간도 아닌 것들’로 간주되어 가진 것을 빼앗기고, 수용소로 보내지고, 학대받다가 학살당하는 세상이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미국의 역사학자 티모시 스나이더는 《폭정》이라는 책에서 반대자들을 ‘인간도 아닌 것들’로 몰아붙이는 세상이 종국에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이렇게 경고했습니다.

“이오시프 스탈린 치하의 소련에서 부농(富農)은 선전 포스터에서 돼지로 그려졌다. 인격을 부정하는 이러한 이미지는 농촌이라는 배경을 고려할 때 분명히 도살(屠殺)을 암시한다. 때는 1930년대 초로, 당시에 소련은 시골을 장악하고 그 자본을 뽑아내 단기 집중 산업화에 투입하려고 했다. 남보다 땅이나 가축을 더 많이 가진 농민이 가장 먼저 재산을 잃었다. 돼지로 묘사된 이웃의 땅을 빼앗는 데 양심의 가책 따위는 없었다. 그러나 그 상징 논리를 따랐던 사람들은 자기 차례에서 희생자가 되었다. 빈농이 부농을 적대하도록 만들고 나서, 소련 정권은 다음 조치로 모든 사람의 토지를 강탈하여 새로운 집단농장을 만들었다. 농업집단화가 완료되자 많은 소련 농민이 기아에 허덕였다. 1930년에서 1933년 사이 우크라이나 소비에트와 카자흐스탄 소비에트, 러시아 소비에트에서 수백만 명이 끔찍하고 굴욕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그 기아가 끝나기 전, 소련 시민들은 인육(人肉)을 얻기 위해 인체에서 살을 발라냈다.”

당초 ‘돼지’로 묘사되었던 부농들뿐 아니라, 부농들을 ‘돼지’로 몰고 그들을 약탈했던 이들까지도 결국 인육을 먹는 ‘인간 이하의 존재’로 추락했다는 얘기가 섬뜩합니다.

참극을 막으려면…

저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참극(慘劇)이 벌어질까 봐 걱정입니다.

괜한 기우(杞憂)라고요? 어느 유명 좌파 작가는 몇 년 전 공공연히 “반민특위는 민족정기를 위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자 반드시 부활시켜야 한다. 그래서 150만 정도 되는 친일파를 단죄해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1980년대 주사파(主思派) 가운데는 사석에서 “통일이 되어도 특별독재대상구역(강제노동수용소)은 필요하다”고 말하는 자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소리를 하는 자들은 한 줌밖에 안 되는 정신 나간 자들일 뿐이라고요? 히틀러와 나치 패거리들도 처음에는 한 줌밖에 안 되는 정신 나간 자들이었습니다.

 

지금은 나치 시대, 스탈린 시대와는 다르다고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시진핑(習近平) 치하 중국의 신장위구르에 만들어진 강제수용소, 북한의 특별독재대상구역은 나치 시대, 스탈린 시대의 참극이 이 시대에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착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러지 않을 거라고요? 불과 74년 전 이 땅에서도 ‘인민의 적(敵)’ ‘반동’으로 몰린 사람들을 죽창으로 찌르고 바다에 밀어 넣어 죽이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세상이 오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먼저 ‘인격을 부정하는 이미지’, 즉 ‘인간도 아닌 것들’과 같은 말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경계하고 경고해야 합니다. 그런 말들을 입에 올리거나 조장하는 자들은 히틀러나 스탈린과 동류(同類)입니다. 누군가를 ‘인간도 아닌 것들’ ‘인간 이하의 존재’ ‘돼지’라고 낙인찍는 세상과 그들을 학살하고 도살하는 세상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기 때문입니다.⊙

월간조선 07월 호 글 : 배진영 월간조선 편집장 ironheel@chosun.com

 
 

07.02 '전 국민 25만원' 포퓰리즘 위해 법까지 만들겠다니

 민주당 의원 14명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요건에 ‘계층·지역·산업 간 양극화 해소’와 ‘취약 계층의 생계 안정’을 추가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에선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대내외 여건 중대 변화 등을 추경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더 확대했다. 이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돈을 풀자고 한 총선 공약을 뒷받침하는 법안이라고 한다. 정부가 추경으로 이 지원금을 지급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하자 추경 요건 자체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25만원 현금 살포로 양극화가 해소되고 취약 계층 생계가 안정된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25만원은 취약 계층만 지급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정치 포퓰리즘을 법으로 뒷받침한다는 것도 전례없는 일이다.

 

민주당의 포퓰리즘 법안은 이뿐 아니다. 남아도는 쌀을 세금으로 사들이는 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간병비 급여화, 통신비 소득공제 등 계속 발의되고 있다. 매 건 수천억, 수조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 그 돈은 대부분 빚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주당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세금 감면을 억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경제성장 둔화와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세입 기반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감세는 세수를 더 줄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문재인 정부 때는 국세 감면율 법정 한도를 수시로 어겼다. 2019년과 2020년의 국세 감면율은 각각 13.9%, 15.4%로 법정 한도(각각 13.3%, 13.6%)를 초과했다. 자신들이 예산을 담당할 때는 수시로 어기더니 야당이 되자 의무 규정으로 못 어기게 하겠다고 한다. 감세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정부의 경제 활성화 수단 중 하나다. 너무 지나치면 안 되지만 투자 확대 등을 위해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국가 재정을 걱정한다면 나라 살림의 적자 규모를 제한하는 재정 준칙부터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재정 준칙 도입을 반대해 무산시켰다. 그러면서 현금 살포 포퓰리즘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재정법이 아니라 국가재정을 악화시킬 법을 발의한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7-02 국가 총부채 ‘선진국 최악’…재정 둑 허물자는 무책임 野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 총부채(지난해 말 기준)는 6033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7배 규모였다. 기업부채가 2734조 원으로 가장 많았고, 가계(2246조 원), 정부(1053조 원) 순이었다. GDP 대비 총부채 비율 269.8%는 주요 20국(G20) 중 5위다. 지난 10년간 한국은 이 비율이 22.1%포인트 치솟은 반면, 미국(-8.9%p)·영국(-10.2%p)·유로존(-7.9%p) 모두 감소했다. ‘부채 다이어트’를 한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유일하게 경제 성장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빨랐다.

한국은행은 최근 고금리 속에 부채가 늘면서 취약층의 연체율 상승과 자영업자 도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을 3대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는데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이 두 달 연기돼 시장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보고서에서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가 2015년 40.8%, 2021년 51.3%, 2023년에 56.6%로 치솟았다고 우려했다. 재정건전성 자체는 다른 선진국보다 여유가 있지만 악화 속도가 문제다. IMF는 2029년에는 6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1일 천재지변이나 전쟁이 아니어도 양극화 해소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허용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론인 민생회복지원금 재원 13조 원을 마련하려는 의도지만, 사실상 추경 상시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나 다름없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민생지원금이 지급되면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단발성 재정 살포는 소비 증가보다 인플레이션만 자극하고 재정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여야는 이미 가덕도신공항(13.8조)·달빛철도(6조) 등에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무력화시키는 야합을 일삼아왔다. 어떤 유형의 부채든지 고금리와 맞물리면 경제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국가재정법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3% 이하로 제한하는 재정준칙부터 통과시켜야 한다. 부채를 줄여도 모자랄 판에 재정의 둑부터 허물려는 야당은 무책임한 발상을 접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7.02 '개딸' 문자 폭탄에 고통 호소 이 전 대표, 역지사지하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SNS에 “전화·문자 그만 좀. 시도 때도 없는 문자·전화는 응원·격려가 아니라 고통을 주는 것”이라며 “아무래도 수십 년 써 온 전화번호를 바꿔야 할 모양”이라고 썼다. 이어 “진심으로 대표님 생각한다면 그럴 수 없을 텐데”라고 쓴 지지자의 글을 리트윗(재게시)했다. 이 전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이 최근 당대표 연임을 위해 대표직을 잠시 내려놓은 이 전 대표에게 대량으로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 대표가 고통을 호소할 정도니 얼마나 극성스러운지 짐작된다.

 

그동안 개딸은 이 전 대표와 조금이라도 의견이 다른 정치인들을 ‘수박’ ‘×파리’라 비하하며 문자 폭탄을 퍼부었다. 지역구 행사에 찾아가 욕설을 퍼붓고, 사무실 앞에서 트럭 시위를 하고, 집까지 쫓아가 스토킹했다. 작년 이 전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짐작되는 의원들에 대한 색출 작업을 주도한 것도 이들이다. ‘반동’ ‘반란군’ 운운하며 “어떤 표결을 했는지 밝히라”고 다그쳤다. 표적이 된 의원들은 4·10 총선에서 대부분 공천 탈락했다. 친이재명계 의원들에겐 한없이 너그러웠다. 국회 회의 중 코인 거래를 한 의원에게는 “힘내라”고 하고 ‘돈 봉투’ 의혹 전 대표에게는 “파이팅”을 외쳤다.

 

지금 민주당은 이런 악성 팬덤에 완전히 휘둘리고 있다. 얼마 전엔 국회의원만 참여하던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권리 당원 투표를 20% 반영하기로 했다. 최근 경선에서 개딸 지지를 받던 추미애 후보가 탈락한 뒤 벌어진 일이다. 국회의장 선출에까지 개딸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은 당원의 참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민주당도 이를 알 테지만, 개딸 1만5000명 이상이 탈당을 신청하며 추미애 아닌 다른 사람을 찍은 의원들을 색출하겠다고 나서자 두 손을 들었다. 당 원로인 정대철 헌정회장은 “개딸은 집단 민주주의가 아니고, 집단 민주주의의 폐해”라고 했다.

 

당 내부에서 “질식할 지경” “당내 민주주의가 와해됐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그동안 이 전 대표는 개딸을 말리는 시늉만 해왔다. 오히려 개딸에 대해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정치 행태”라며 “정말 큰 힘이 난다”고 했다. 체포동의안 반란표 색출 때도 ‘자제를 요청할 생각이 없느냐’는 물음에 “노동 환경 개선에 더 관심을 가져 달라”고 동문서답했다. 자제 요청이 아니라 부추긴 것이다. 그런 이 대표가 고통을 호소했다니 다른 사람들이 당한 것도 역지사지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7-02 탄핵 폭주에 또 방통위長 사퇴, MBC 민영화가 근본 해법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사퇴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 결정 때까지 직무가 중단되는 만큼, 방통위 기능 마비를 막으려는 고육책이다. 이동관 전 위원장이 취임 3개월여 만에 사퇴한 흑역사가 김 위원장 취임 6개월여 만에 되풀이된 것이다. 국가기관이, 국회 의석을 무기로 삼은 ‘탄핵 폭주’로 행정 불능 상태가 된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의 탄핵소추 시도는 친야당 성향이라고 판단하는 현 ‘MBC 경영진 지키기’ 의도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방통위의 2인 의결 체제를 문제 삼고 있으나, 국회 추천 위원을 빨리 선임해 5인 체제를 갖추게 하면 될 일이다. 방통위가 선임권을 가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임기 만료(8월 12일)를 의식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서둘지 않았을 것이다. 방통위가 지난달 28일 현행법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계획안을 의결한 것을 두고,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정치적 의도를 헤아려서 할 일을 하지 말라는 강요인가. 다수당의 뜻대로 행정·사법부를 움직이겠다는 행태 자체가 삼권분립 훼손이다.

정부는 1인 체제가 돼버린 방통위의 비정상 상태를 오래 둬선 안 된다. 이 전 위원장 사퇴 때도 방통위 업무 중단으로 KBS, SBS 등 34개사가 면허 없이 한 달 간 방송한 바 있다. 민주당은 정부의 방송 정책을 비판만 할 게 아니라, 국회 몫 위원 3명(여당 1명, 야당 2명)의 추천을 서두르는 것이 현실적인 과제다. 차제에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벌어지는 방송 장악 논란을 끝내야 한다. 공영방송이 너무 많다. 공영방송이 방송사 내부 정치 세력화와 편파 방송의 방패막이가 돼선 안 된다. MBC 민영화가 근본 해법이다.

문화일보 사설

 
 

07-02 방송 3법 재탕과 압도적 의석의 저주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前 한국선거학회 회장

제22대 국회 원 구성이 마무리되자마자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가 다시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른바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또, 2일 자진 사퇴함으로써 헛수고가 되고 만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도 지난 27일 다른 군소 야당과 함께 발의했다. 민주당에 묻는다.


첫째, 방송 3법이 민주당이 주장하는 ‘공영방송 정상화 법안’인가? 그렇다면 왜 집권 때인 문재인 정부에서는 추진하지 않았는가? 당시엔 기존 방송법을 통해 방송을 장악해 놓고 정권이 교체되니까 방송사의 지배구조를 바꿔 다시 방송을 장악하려는 것 아닌가? 방송 3법의 골자는 공영방송인 KBS·MBC·EBS의 이사회 정원을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방송·미디어학회와 방송 종사자 단체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결국 공영방송 이사회를 민주당 입맛대로 구성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둘째, 탄핵소추를 하려면 공직자를 ‘파면’할 정도로 헌법·법률 위반이 명백해야 하는데 김 위원장의 중대한 위법 사항은 무엇이었는가? 거대 야당은 김 위원장 탄핵 추진의 주요 사유로 ‘방통위가 2인만으로 의사를 진행하고 의결해 위법’이라는 점을 내세웠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방통위법이 ‘회의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로 소집하고,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민주당이 방통위를 마비시켜 공영방송의 차기 임원 선임을 방해하려는 노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이 걸핏하면 민주주의와 개혁을 들먹이지만, 이렇게 탄핵을 남발하며 정부를 겁박하는 것은 오히려 삼권분립의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의회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셋째, 민주당은 국회법을 준수하고 있는가? 민주당은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국회법 준수를 들먹인다. ‘관례도 중요하지만, 국회법보다 우선일 순 없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법률 제·개정 때 국회법이 규정한 최소한의 조치를 준수하고 있는가? 통상 법률 제·개정안은 일정 숙려 기간을 갖고 상임위 법안심사소위 심사를 거친 뒤 전체 회의에서 의결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방송법을 다룬 상임위에서 숙려 기간을 생략하고 곧바로 전체 회의에서 심의하도록 결정해 심사소위에서 법안의 상세 내용을 심의하는 과정을 생략했다.

국회법 운운하면서 국회법을 무시하고 졸속으로 입법을 추진하는 민주당은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말할 자격이 없다. 민주당이 일방적 의사일정을 통해 강행 처리하려는 방송법, 양곡관리법과 이른바 노란봉투법 등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대통령의 재의 요구로 폐기된 법안들이다. 그런데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민생의 어려움을 내팽개친 채 정쟁 법안에만 몰두해 의사봉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은 협치(協治)를 강조한 총선 민심을 왜곡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의 압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총선 승리에 도취해 자제를 잃은 채 입법 폭주에 나선 민주당은 2년 뒤 대선에서 정권을 빼앗겼다. 민주당이 ‘총선 승리의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작금의 정쟁 유발 법안들보다 경제를 살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민생 입법에 매진해야 한다.

문화일보 

 

07-02 나경원 “보수재건”… 원희룡 “민생”… 윤상현 “대혁신”… 한동훈 “외연확장”

손 잡은 4명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윤상현(왼쪽부터)·나경원·원희룡·한동훈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비전발표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호남 기자

 

 ■ 국힘 당권후보 4명 비전 발표

나 “최저임금 구분적용 논의”
원 “당정 매월 민생경제회의”
윤 “당 사무국을 민원국으로”
한 “원외인사 후원제도 신설”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하는 한동훈·원희룡·나경원·윤상현 후보가 2일 대표 출마 이후 처음 한 무대에 올라, ‘대한민국을 바꾸는 비전’과 ‘국민의힘을 바꾸는 비전’을 주제로 경쟁을 벌였다. 한 후보는 ‘외연 확장’을, 원 후보는 ‘민생’, 나 후보는 ‘보수 재건’, 윤 후보는 ‘대혁신’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ASSA 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전발표회는 입구에서부터 각 후보 지지자들이 현수막을 내걸며 각 후보를 연호, 시작부터 응원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가장 먼저 발표에 나선 한 후보는 “승리를 위해, 우리 당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며 “수도권·중도·청년에게 매력 있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원내 당협위원장 사무실과 원외 정치인의 후원금 제도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아울러 외연 확장의 수단으로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 대한 개혁 의지도 드러냈다. 한 후보는 “외부전문가들과 연계해 정치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우리 당의 외연을 더욱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을 바꾸는 비전 주제와 관련, 한 후보는 “새로운 기술 발전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했다. 한 후보는 “지금이 변화의 골든타임”이라며 “우리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방법은 변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 후보는 “정치는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것”이라며 “당 운영 100일 계획을 세웠다. 첫째는 민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를 낮추기 위해 당이 그 논의를 주도하겠다”며 “민생경제비상회의를 당과 정부가 매월 열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자영업자와 직장인, 영끌 대출자, 청년 채무자 등 유형별 긴급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 당정 관계와 관련해서도 원 후보는 “레드팀 팀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인 레드팀 운영 계획도 밝혔다. 그는 “당내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분과 언론인, 외부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민심을 날것 그대로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했다. 이어 원 후보는 “당원 연수와 인재 발굴 기능을 대폭 강화해 청년과 각계각층 인사에게 공천 우선권을 부여하겠다”면서 “또 이 과정에서 오래된 당원이 역차별받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 후보는 “강인한 보수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다른 후보와 차별성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나 후보는 ‘5선’ ‘수도권’ ‘원내’ 키워드를 순서대로 나열하며 “이제 전장은 국회다. 국회를 모르면 의회 독재에 속수무책”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어젠다도 던졌다. 나 후보는 외국인 가사도우미·간병인 도입 관련 최저임금 구분적용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와 원 후보를 우회해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당 대표, 대통령에 빚 갚아야 하는 당 대표 둘 다 안 된다”며 “지금은 대권 경쟁할 때가 아니라 똘똘 뭉쳐서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지난 총선 패배와 관련 “예견된 참패”라고 진단하며 3가지 혁신안을 꺼냈다. 윤 후보는 “(총선 패배 후) 책임을 묻는 사람도, 책임을 지는 사람도 없었다”며 “당 중앙을 폭파시키겠다는 절절한 심정으로 창조적인 파괴, 전면적인 대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가치정당 △민생정당 △혁신정당 등 3대 혁신 계획을 밝혔다. 가치정당과 관련해선 “이익집단이 아닌 자유민주주의 우파 이념에 투철하자는 것”이라며 여의도연구원에 대한 개혁 의지를 밝혔다. 이어 민생정당과 관련 윤 후보는 “중앙당 사무국을 혁파해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민원국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문화일보 윤정선·김보름·염유섭 기자

 
 

07.03 이재명 대선 가도 방해되면 다 탄핵, 국기 문란 수준

▲더불어민주당 전용기(오른쪽부터), 장경태, 민형배, 김용민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비위검사 엄희준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도 밀어붙여 김 위원장이 자진 사퇴하도록 했다.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이재명 대표 사건을 담당해 온 검사 등에 대해서도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정부 고위직과 검사들에 대해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탄핵을 추진한 경우는 없었다. 방통위를 마비시키고 이 대표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의 도 넘는 탄핵 공세에 국정은 흔들리고 법적인 수사의 차질까지 빚어지게 됐다.

 

김홍일 위원장은 2일 민주당의 탄핵 공세에 밀려 결국 사퇴했다. 전임자인 이동관 전 위원장에 이어 벌써 두 번째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개월 간 방통위 업무가 마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뚜렷한 위법도 없는 사람이 취임 6개월여 만에 물러나야 했다.

 

민주당의 방통위원장 탄핵 공세는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 방송을 해온 MBC를 제 편으로 묶어두기 위한 것이다. 방통위가 8~9월 임기가 만료되는 MBC·KBS 등 공영방송 관련 이사진 선임 계획을 의결하자 이를 막기 위해 김 전 위원장을 고발하고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이다. 법률상 탄핵 대상이 아닌 부위원장도 함께 고발하면서 탄핵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작년 말에도 같은 이유로 이동관 전 위원장을 탄핵하려 했다. 이 전 위원장은 취임한 지 100일도 되지 않고 구체적 법 위반도 없는데 자진 사퇴해야 했다. 이로 인해 방송 재허가 업무가 마비되면서 MBC·KBS 등 34개 방송국이 한 달간 면허 없이 방송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민주당은 국회 몫 방통위원(3명) 추천·표결도 거부해 ‘위원장·부위원장 2인 운영 체제’를 초래했다. 그러고선 ‘2인 체제’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진을 바꾸지 못하도록 식물 위원회로 만들려 한 것이다.

 

후임 방통위원장은 대통령이 지명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7월 말~8월 초 취임할 수 있다. 하지만 MBC 사장 교체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는 민주당은 새 위원장에 대해서도 어떤 이유를 대서든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방통위원장 3명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는 것이다. 도저히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민주당은 이미 공영방송 이사진을 자기들 뜻대로 임명하고 사장 교체도 못하게 하는 방송 3법을 국회 상임위에서 일방 처리했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는 이 법안 내용과는 정반대로 공영방송 사장들을 폭력적 방법으로 쫓아냈다. 그런데 다시 야당이 되자 ‘언론 개혁’이라며 밀어붙이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7-03 헌정 파괴와 무고죄 수준 이른 巨野의 무분별 탄핵 발의

대통령을 제외한 고위 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발의와 과반수 찬성으로 가능하다. 그럼에도 헌정사상 지난 국회 이전엔 거의 없었던 것은, 단순한 의석 숫자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파면할 정도의 명백하고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어야 한다는 대전제 때문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장악 이후 이런 원칙이 깨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2일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했던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무더기로 발의했다. MBC 경영진 교체 등과 관련해 민주당이 탄핵소추에 나서자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은 같은 날 사퇴했다.

민주당은 박상용·엄희준·강백신·김영철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2일 발의하고, 본회의 보고와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정청래) 회부 동의안까지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해당 검사들은 ‘쌍방울 대북송금’ ‘대장동·백현동·성남FC’ ‘윤석열 커피’ ‘전당대회 돈봉투’ 등 이 전 대표나 민주당 관련 사건을 수사했었다. 법사위는 이제 조사 명목으로 해당 검사들을 불러 추궁할 수 있다. 법사위에는 이 전 대표의 대장동 사건 변호를 맡았던 인사도 있다. 가위 적반하장 모양새다. 그런 과정과 본회의 의결을 거쳐 실제 탄핵소추가 이뤄지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민주당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밀어붙이는 이유는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헌재에서 기각될 때까지 4∼6개월 직무가 정지되고, 공직자 개인이 방어해야 하는 등 곤경에 처하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이재명 관련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판사 등에 대한 간접적인 압박 효과다. 이미 협박성 발언과 ‘좌표 찍기’ 등이 횡행한다. 따라서 직무정지 자체가 목적인 탄핵소추는 국회의원의 직권남용으로 봐야 한다. 사소한 문제를 침소봉대해 파면할 만큼의 중대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 낙인찍는 것은 ‘무고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 물론 무고한 탄핵소추에 대해선 처벌 조항이 없지만, 남발될 경우엔 명예훼손 등 민·형사상 대응도 불가피하다.

미국의 경우, 하원(국회)의 탄핵소추가 있더라도 상원(헌재 역할) 의결까지 직무가 정지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헌법의 허점을 악용해 탄핵소추를 남발한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헌법 101조와 국정감사·조사법 8조 위반임을 지적했다. 민주당 행태는 사법적 적반하장을 넘어 삼권분립과 법치주의 자체를 흔드는 헌정 파괴에 근접하고 있다.

문화일보 사설

 
 

07.03 명백한 불법 증거 없는 탄핵은 민주주의 파괴다 

 검사 4명 탄핵에 “이재명 처벌 모면용” 비판 일어

피고인 측이 검사 조사하는 황당무계 벌어질 판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의 횡포가 선을 넘고 있다. 민주당은 어제 이재명 전 대표나 민주당이 연루된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엄희준·강백신 검사는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성남FC 수사를, 박상용 검사는 이 전 대표의 대북송금 수사를, 김영철 검사는 민주당 돈봉투 수사를 각각 맡은 전력이 있다.

 

헌법 65조 1항은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즉 위법이 명백하고 중대해야만 탄핵이 가능하다는 게 헌법 정신이다. 그런데 이 검사 4명이 어떤 불법을 저질렀는지가 아리송하다. 민주당은 이들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를 회유하거나 재판에서 위증을 교사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일방의 주장이고 객관적 사실로 확인된 부분은 거의 없다.

 

탄핵 소추가 의결되면 검사들은 곧바로 직무가 정지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짧아도 수개월, 길면 1년이 넘을지 모른다. 이처럼 심각한 행정권 침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국회의 탄핵은 신중해야 하며, 법리적으로 결함이 없어야 한다. 특히 자신들과 악연이 있었던 검사를 탄핵하겠다면 더더욱 오해를 살 빌미를 만들면 안 된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한쪽 얘기만을 근거로 탄핵을 벌이는 건 일종의 정치 보복이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동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민주당의 탄핵 소식에 “수사와 재판을 못 하게 만들어 이재명 전 대표라는 권력자의 형사처벌을 모면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한 건 일리가 있다.

 

앞으로 민주당은 탄핵한 검사 4명을 차례로 국회 법사위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법사위엔 이재명 전 대표의 변호를 맡았던 의원들도 있다. 피고인 측이 검사를 조사하는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질 판이다. 어제 결국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물러나면서 유야무야되긴 했지만 민주당이 김 위원장 탄핵을 추진한 것도 법리적으론 무리수에 가깝다. 민주당은 방통위가 2인만으로 의사를 진행하고 의결한 것이 위법이라고 주장하지만, 방통위법엔 2인 체제가 위법이란 규정은 없다.

 

민주당의 부실 탄핵은 이미 전례가 있다. 2023년 2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이유로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안을 통과시켰지만 그해 7월 재판관 9명의 전원 일치로 탄핵안이 기각됐다. 지난해 9월엔 유우성씨 보복기소를 이유로 안동완 검사 탄핵안을 통과시켰지만 이것도 지난 5월 재판관 5(기각)대 4(인용)로 기각됐다. 그런데도 또 검사를 4명이나 탄핵하겠다고 한다. 민주당이 4월 총선의 민의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걸핏하면 탄핵으로 행정부를 위협하는 건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폭거다. 

중앙일보 사설

 
 

07.03 "野, 도둑이 경찰 때려 잡겠다는 것" 현직 검사장들 집단반발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와 민주당 관련 수사를 맡았던 박상용·엄희준·강백신·김영철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데 대해 3일 현직 검사장들을 포함한 검사 60여 명이 집단 반발했다.

 

대검찰청이 전날 오후 이원석 검찰총장의 기자회견 요지를 정리해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올린 게시글에는 이날 오전 11시 20분 기준 6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 총장은 전날 회견에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 추진을 ▶위헌탄핵 ▶위법탄핵 ▶사법방해 탄핵 ▶보복탄핵 ▶방탄탄핵으로 규정하며 “이재명 대표가 재판장을 맡고, 민주당이 사법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작성자 가운데는 이 전 대표 관련 수사·재판을 담당 중이거나 담당했던 검찰 간부들도 다수 포함됐다.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등에 대한 수사·재판을 이끄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우리나라의 법치가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질 줄은 몰랐다”면서 “삼권분립이 명확히 규정된 대한민국 헌법 하에서 입법부의 ‘탄핵소추권 남용’은 반드시 바로잡혀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적었다.

 
 

이 전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재판을 담당하는 김유철 수원지검장은 “위헌·위법·사법방해·보복·방탄, 총장께서 명징하게 밝힌 이 야만적 사태의 본질을 기억하자”며 “그리고 우리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안병수 수원지검 2차장도 “물극필반(物極必反·모든 사물은 극에 달하면 제자리로 돌아온다)”이라며 “그때까지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신재민 기자

 

박영진 전주지검장은 “무수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부패한 정치인 또는 그가 속한 정치세력이 검사를 탄핵한다는 건 도둑이 경찰 때려 잡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입법 독재를 넘어선 입법 폭력”이라고 썼다. 정유미 창원지검장은 “몇 년 새 광기 어린 일부 인간들의 무도함이 빠른 속도로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과연 그들은 훗날 역사 앞에 이 죄를 어떻게 씻으려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박세현 서울동부지검장은 “이런 비정상적이고 무책임한 시도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며 “법치주의를 지키고 범죄에는 반드시 처벌이 따르도록 우리 본연의 할 일을 흔들림 없이 더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박영빈 청주지검장은 “정략적 목적으로 헌법이 규정한 탄핵을 남발하고, 더욱이 특정 사건의 수사 검사들을 표적으로 해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이리 가벼이 탄핵을 한다고 하니 검사로서 참담할 뿐”이라고 했다. 박기동 대구지검장과 박재억 인천지검장 역시 각각 “억지 탄핵으로 아무리 그물을 찢으려 해도 천라지망을 벗어날 수는 없다”, “탄핵 사유에 대한 최소한의 소명도 없이 일방의 주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복·방탄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고 적었다.

 

이 전 대표 수사 당시 수사부서나 요직에 있었던 검사들은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언젠가 이런 정치적 보복과 압력이 있을 것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수사팀에서 사소한 절차상 시비도 없도록 수사했다(최재순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 “(탄핵 대상이 된 검사들은) 국정농단을 수사할 때와 같은 검사들이다. 사건이 바뀌자 입장을 바꾸어 수사팀을 비난하다가 심지어 탄핵까지 하는 것을 누가 용납할 수 있겠나(이희동 서울남부지검 1차장)” 등이다. 2년간 법무부 대변인을 맡았던 신동원 서부지검 차장은 “특정인을 지키고자 국민 모두의 자산인 형사사법 시스템을 철저히 파괴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적었다.

 

다른 여러 검사들도 “검사는 사건을 고를 수 없다. 어떤 검사에게 이런 일이 닥칠지 알 수 없다” “민주 국가에서 일어날 것이라 상상도 못했던 일” “무차별, 무분별, 무책임한 탄핵 정치” “탄핵 사유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면서도 국회의원으로서의 직업적 양심까지 저버렸다” 등의 댓글로 동조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07-03 현금 뿌리려 재정法도 흔드는 野 궤변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지난해 국가 경제는 56조 원에 이르는 ‘역대급 세수(稅收) 부족’을 기록했다. 그 가장 큰 요인은 악화한 법인세수였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국세 수입은 367조3000억 원이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법인세수 전망은 여전히 비관적이다. 법인세수를 가늠케 하는 ‘12월 결산법인 코스피 705개 상장기업’의 개별 기준 영업이익은 총 39조6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45% 급감한 수치다. 올해 법인세 수입을 지난해보다 28% 낮춰 77조7000억 원으로 잡았지만, 법인세수 달성을 낙관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민생 지원을 명분으로 현금 살포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민생회복 특별법’을 제22대 국회 1호 민생 법안으로 발의했다. 퍼주는 법안이 1호 법안이라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철학도 비전도 없는 이념 부재 정당으로 인식되기 알맞다. 1인당 25만 원을 지급하려면 13조 원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 결국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재정을 일으키면 그만큼 국가채무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국가재정법(제89조)은 추경 편성 요건을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 관계 변화, 경제 협력’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그 우려가 있을 때로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추경 편성 요건 충족이 여의치 못하자, 추경 편성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추경 편성 요건에 ‘계층·지역·산업 간 양극화 해소’와 ‘취약 계층의 생계 안정을 위해 재정 지출이 시급히 필요한 경우’를 추가했다.

‘양극화 해소’와 ‘취약계층의 생계 안정’을 일회성 추경으로 접근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이 놀라울 뿐이다. 정책 안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양극화 해소는 거대 담론의 정책 의제이며, 취약 계층의 생계 안정은 다양한 사회복지 정책으로 촘촘히 메워야 할 사안이다. 추경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추경 편성에 중독됐다. 연도별 추경 규모는 2020년 66조8000억 원, 2021년 49조8000억 원, 2022년 78조9000억 원이다. 윤석열 정부는 추경을 편성하지 않았지만 양극화가 더 심해지지 않았으며, 취약 계층의 생활 안정이 더 열악해지지 않았다. 추경이 편성되지 않음으로써, 그만큼 국가부채 누적이 완화됐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부자 감세 정당’으로 낙인찍는다. 법인세수 감소도 부자 감세를 했기 때문이란다. 그러면 법인세율을 올리면 법인세를 더 거둘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법인세수의 다과는 법인세율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세전(稅前) 이익을 올려야 법인세를 거둘 수 있다. 따라서 법인세를 거두려면 ‘기업 하기 좋은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 기업이 열심히 뛰도록 해야 한다.

민주당은 반도체 투자 세액 공제, 금융투자소득세 개편을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몰아간다. 부자 감세 프레임은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것이다. 부자 나라는 세금을 내는 사람이 많은 나라이고, 가난한 나라는 그렇지 않은 나라다. 세금을 내는 사람이 많아야 빈곤한 사람을 빈곤의 늪에서 구해 낼 수 있다. 좌파는 부의 생성과 축적 그리고 환원에 대한 동태적 안목이 부족하다.

문화일보

 

07.04 비상식적 검사 탄핵, 뭘로 막을까

 작년 11월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당시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 검사(현 대전고검 검사)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수사를 맡고 있었다. ‘쌍방울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을 비롯해 쪼개기 후원’ ‘법인카드 유용’ 의혹, 쌍방울의 횡령·배임 사건 등이 그가 이끄는 특수수사팀 산하 부서에 재배치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해 12월 1일 민주당이 탄핵 소추를 의결하면서 그의 직무는 정지됐다. 헌재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권한 행사를 정지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50조 때문이다. 그사이 대북 송금을 비롯해 이 전 대표의 수원지검 수사는 줄줄이 밀렸다. 이 전 대표가 수원지법 법정에 서는 대신 이 검사가 헌재의 탄핵 심판정에 섰다.

 

이 검사에 대한 탄핵이 ‘수사방해형’이라면 2일 발의된 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 검사에 대한 탄핵은 ‘보복형’ 내지 ‘재판방해형’이다. 엄·강 검사는 각각 중앙지검 반부패 1·3부장으로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의혹을, 김 검사는 반부패 2부장으로 민주당 돈봉투, 박 검사는 대북 송금 수사를 했었다. 기소된 후에는 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탄핵은 수사나 재판, 징계 등 정상적인 방법으로 공직자를 파면할 수 없는 경우에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비상(非常) 절차다. 직무 집행 과정의 헌법과 법률 위반을 이유로 국회 과반수가 탄핵 소추를 의결하고,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파면된다.

 

판사나 검사가 잘못했다면 수사를 해서 재판에 넘기면 된다.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는다. 탄핵은 처벌 규정이 없거나 정상적인 재판이 불가능한 비상 상황에서나 쓰이는 제도다.

 

이런 비상 절차가 남발되는 것은 검사들을 수사하고 재판받게 할 자신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탄핵 사유로 내세운 ‘검찰청 술자리’ 는 교정 당국의 호송 기록 등으로 없는 사실임이 드러났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의 위증 교사 의혹도 문재인 정권 검찰에서 무혐의로 결론 났다. 이정섭 검사의 위장 전입, 전과 조회도 수사나 재판에서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니 오로지 국회 다수결로 이들을 헌재 심판정에 끌고 와 망신 주자는 것이다. 헌재의 최종 결론은 중요하지 않다. 그때까지 이들의 손발을 묶어 두고, 다른 판·검사들도 위축시키면 그만이다. 한 판사는 “대놓고 사법 시스템을 무시하는 발상”이라고 했다.

 

특정인의 방탄을 위해 수사 검사를 탄핵하는 ‘국기 문란’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처방은 사법 시스템의 정상적인 작동이다. 법정 기한(1심 6개월)의 네 배 가까이 늘어지고 있는 공직선거법 재판,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마저 ‘혐의가 소명된다’고 했던 위증교사 재판을 원칙대로 신속하게 진행해 결론을 내야 한다. 적어도 ‘판검사를 탄핵해 유죄 판결을 막을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은 더 이상 주지 말아야 한다.

조선일보 양은경 기자

 

07.04 검사 탄핵 민주당, ‘물극필반’ 교훈 새겨야

더불어민주당이 검사 4명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2일. 이원석 검찰총장은 점심을 물리고 직접 입장문을 작성한 뒤 기자실을 찾아 회견을 열었다. 이례적이다. 그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을 언급했다. “매사 극에 달하면 반드시 원위치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당나라 측천무후가 아들을 대신해 섭정하며 전횡을 일삼자 대신 소안환(蘇安恒)이 “물러나시라”는 상소를 올리며 쓴 말이다. 측천무후는 이 말을 무시하고 황제에 셀프 등극해 폭주를 거듭하다 친위군의 쿠데타로 폐위당했다. 민주당의 검사 탄핵에 ‘물극필반’만큼 어울리는 말도 드물 것이다.

 

탄핵 칼날을 맞은 엄희준·강백신 검사는 이재명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수사를, 박상용 검사는 대북송금 수사를, 김영철 검사는 민주당 돈 봉투 수사를 맡았던 이들이다. 전 세계 어느 법치국가에서 공당이 당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을 탄핵하는가. 입법 횡포를 넘어 헌법질서 근간을 파괴하는 위헌적 책동이다. 오죽하면 진보 신문마저 “입법권 남용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을까.

 

민주당은 이들이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 때 허위 진술을 강요하고, 김만배·신학림씨의 대선 개입 허위 보도 사건 때 위법한 수색을 했다고 탄핵 이유를 적었다. 하지만 김·신씨는 ‘증거 인멸과 도망 우려’가 인정돼 구속됐고, 신씨는 구속적부심마저 기각됐다. 수사가 위법했다면 법원이 두 번이나 검찰 손 들어주긴 쉽지 않았을 거다. 이 사건을 수사한 ‘죄’로 탄핵 칼날을 맞은 강백신 검사는 조국 재판 실무를 총괄했던 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자신을 통영지청으로 발령내자 하루 10시간씩 버스로 서울~통영을 왕복하며 조국 재판에 참석한 강골이다. 민주당이 그를 미워하는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탄핵은 도가 지나치다.

 

‘한명숙’을 탄핵 이유로 든 것도 황당하다. 한명숙이 대법원에서 징역 2년 유죄가 확정된 게 9년 전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뒤집어보려고 했지만, 무위로 끝났다. 한명숙은 노무현 정부 총리를 지낸 친노의 대표다. 이재명 전 대표가 이끄는 지금의 민주당은 노무현 지키기에 그리 열성적이지 않았다. 노무현을 ‘불량품’이라 맹공한 양문석을 4·10 총선에 공천해 금배지를 달게 하지 않았나. 정세균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노무현을 욕보이고 조롱한 자를 후보로 내는 건 당의 정체성 파괴”란 성명까지 냈지만 이 전 대표는 “표현의 자유”라며 양문석을 대놓고 감쌌다. 이런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이 뜬금없이 ‘한명숙 구하기’를 들고 나왔으니 어안이 벙벙하다. “탄핵의 진짜 속내는 오직 권력자(이재명)를 지키는 것”이란 이 총장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민주당은 김영철 검사에 대해선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특검 당시 장시호씨에 허위 증언을 유도하는 등 ‘뒷거래’ 의혹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장씨가 경찰·공수처에서 의혹을 부인하면서 “너무 큰 거짓과 나쁜 말을 지어냈다”는 문자를 김 검사에게 보냈는데도 말이다. 모든 것을 떠나 국정농단 사건을 발판으로 집권한 정당이 그 사건 수사에 조작과 뒷거래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건 자가당착 아닌가.

 

민주당은 박상용 검사에 대해 “2019년 1월 울산지검 청사에서 검사들이 특활비로 술판을 벌이고 민원인 대기실에서 배변을 본 사건에 연루됐다”며 칼날을 겨눴다. 한데 이 주장을 제기한 이성윤 의원은 그 직후인 2019년 7월부터 근 반 년간 검찰 인사를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낸 이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면 당시 검찰국장으로서 해당 검사를 인사 조처했어야 할 텐데, 그때는 가만있다 왜 인제 와서 문제로 삼는지 의문이다.

 

검사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민주당도 잘 안다. 그런데도 밀어붙이는 이유는 뻔하다. 우선 해당 검사들이 최소한 몇 달간 직무가 정지돼 이재명 사건 수사와 공판 동력이 떨어지게 된다. 개인적으로도 월급이 기본급만 나오는 데다 변호사 수임비까지 써야 하니 “변호사 개업하고 말지”란 생각이 들게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이 노리는 게 이거다. 검사들의 사기를 꺾어 이재명 사건 수사와 재판을 한없이 공전시키려는 것이다. 한데 현실은 그런 계산대로만 돌아가는 것 같지 않다. 3일 하루에만 현직 검사장·검사 수백명이 탄핵 폭거에 공개 반발하며 화이팅을 다짐했고 검찰동우회와 변호사 단체도 가세했다. 판사들도 민주당이 ‘판사 선출제’ 운운하며 겁박하는 데 격분하며 들끓고 있다고 한다. 판사들 화나게 하면 손해 볼 이는 다름 아닌 이재명 아닌가. 민주당이 ‘물극필반’을 명심하며 폭주를 멈춰야 할 이유다.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07-04 소추案 내용으로 거듭 확인된 ‘방탄 탄핵’ 당장 접으라

헌법은 고위 공직자의 탄핵과 관련,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제65조)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특히 탄핵을 민·형사상 책임과 구분함으로써, 직무집행과 직접 관련된 명백하고 중대한 위헌·불법 행위에 국한하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 제출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案)을 이런 헌법 취지에 비춰 보면, 탄핵 사유는 황당하고, 그 근거 또한 대부분 친야 매체의 보도일 정도로 빈약하다. 관련자들이 모두 부인하는 5년 전 ‘대변 소동’이나 12년 전에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난 사안을 소환했다.

박상용·엄희준·강백신·김영철 검사의 소추안을 보면 각각 다른 사건을 적시하고 있지만, 공통점은 이 전 대표와 민주당 관련 사건을 수사했다는 점이다. 앞서 탄핵소추된 이정섭 검사도 마찬가지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의 경우, 첫 번째 탄핵 사유로 2019년 울산지검 근무 중 소문이 떠돈 대변 소동을 적시했다. 청사 간부 식당에서 행사 중 술을 마시고 민원 대기실에 설사했다는 내용인데,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인 이성윤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4일 국회 법사위에서 제기했다. 그러나 박 검사는 “명백한 명예훼손 발언”이라며 “당시 회식이 끝나고 오후 9시에 퇴근했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 회유 의혹도 뉴스타파 등의 일방적 보도뿐이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과 관련, 모해위증교사 의혹으로 탄핵소추 대상이 된 엄희준 검사 경우, 문재인 정부 시절 박범계 법무장관이 수사 지휘권까지 발동해 조사했지만 불입건으로 종결된 바 있다.

이 전 대표 수사를 지휘했던 송경호 부산고검장은 “나를 탄핵하라”고 반발했고, 검사장을 포함한 검사 수십 명도 실명으로 강력히 비난했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신속히 절차를 진행, 곧바로 기각해 위헌·위법적 탄핵소추라는 것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이런데도 민주당은 법사위 조사라는 명목으로 해당 검사들 출석을 요구할 태세다. 사법적 적반하장이나 다름없다. 이제라도 이성을 되찾고 ‘방탄용 탄핵 쇼’를 중단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7-04 검사 탄핵 폭주는 법치 파괴 입법폭력

배병호 前 성균관대 교수, 변호사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이재명 전 대표나 당이 연루된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본회의 보고와 법제사법위원회 회부동의안까지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이재명 관련 사건 등을 담당하는 검사·판사 등에 대한 압박을 가할 목적으로 보인다. 국회 법사위에는 이 전 대표의 대장동 사건 변호를 맡았던 인사도 있다.


민주당은 탄핵소추 사유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에 대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허위진술 강요와 회유’를, 대장동·백현동 사건을 수사한 엄희준 검사에 대해서는 ‘2011년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 재판 때 재소자에 대한 허위진술 강요’를 주장한다. 또, 대장동·백현동 사건을 수사한 강백신 검사에 대해 ‘대선 개입 연론 조작사건의 위법한 압수수색’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수사한 김영철 검사에 대해서는 ‘장시호 씨와 뒷거래를 한 의혹’ 등을 사유로 내세운다.

관련 검사들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한다. 이 전 부지사는 1심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돼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한 전 총리도 징역 2년이 확정돼 복역하다가 만기출소했으며,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도 법원에서 지난달 21일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으며, 뒷거래 의혹도 장시호 씨의 메시지 공개로 근거가 없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전 대표의 방탄을 위한 탄핵이자, 위헌·위법·사법방해·보복·방탄 탄핵”이라며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전 대표), 그리고 민주당 소속 의원인 변호인과 민주당이 ‘법정을 국회로 옮겨’ 피고인 자신이 재판장을 맡고 민주당과 국회가 사법부 역할을 맡아 재판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도 “특정 정치인을 수사한 검사에 대해 보복적으로 탄핵이라는 수단을 꺼내 드는 것은 탄핵제도의 취지에 반한다”며 “검찰의 중립성과 형사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을 제외한 고위 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과반수 찬성으로 가능하다. 민주당 의석이 과반수를 충족하므로 탄핵소추는 가능하다. 그러나 헌법 제65조 1항은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하고, 제3항은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고 규정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까지 대개 수개월이 걸리고 그 기간에 권한행사가 정지되므로, 탄핵 사유는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중대하고 명백하게 위배한 것이어야 한다.

검사가 공익의 대표자로서 주어진 사건을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적법 절차를 준수했다면 직무집행에 헌법이나 법률을 준수한 것이므로 탄핵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 권력자를 엄정하게 수사해 기소한 것을 이유로 국회에서 탄핵 발의를 한다는 것은 권력자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못 하게 하여 형사처벌을 모면하겠다는 것으로, 그것이야말로 헌법 위반이다. 4명의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는 헌법에서 천명하고 있는 사법권 독립과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입법권 남용 내지 입법폭력이므로 근절돼야 한다.

문화일보

 

07-04 방탄탄핵·일방특검 이어 與 빠진 개원식? … 거야발 초유의 ‘파행국회’

▲치고받는 여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순직 해병 특별검사법에 대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에서 반대 이유를 밝히고 있다.(왼쪽 사진) 반면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특검법 처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왼쪽 두 번째)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오전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다가 물을 마시고 있다.(왼쪽 세 번째)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격정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뉴시스 연합뉴스 곽성호 기자

 

■ ‘채상병 법안’ 단독의결 돌입

필리버스터 종료후 표결 진행
방탄 탄핵·특검 강행 독주 속
대정부 질문까지 줄줄이 무산
사상 첫 개원식 파행 우려까지


 

 더불어민주당이 4일 오후 해병대원 특별검사법을 강행 처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국의 긴장 수위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상임위원장 단독 표결과 ‘보복 탄핵’에 이어 여야 간 입장 차이가 첨예한 쟁점법안까지 단독 의결 수순에 돌입하면서 5일로 예정된 국회 개원식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불참하는 ‘반쪽 행사’로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정치권에서는 거대 야당이 이전에 본 적 없는 ‘초유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탓에 22대 국회가 파행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특검법 상정으로 전날 오후 3시 40분쯤부터 시작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가 24시간 만인 이날 오후 종료되면 범야권 주도로 법안 표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 106조의2에 따르면 필리버스터에 대한 ‘종결 동의’ 제출 후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킬 수 있다. 박성준 원내운영수석부대표 등 민주당 의원 170명은 전날 오후 3시 45분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종결 동의를 제출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범야권(192석)은 필리버스터 종결을 위한 의결 정족수(180석)를 충족한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는 ‘용산 방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특검법 표결 처리 후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오후 의원총회에서 대정부 질문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특검법이 이날 오후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통과되면 의장은 이번 주중 법안을 정부로 이송할 것으로 보인다. 의장실 관계자는 “특검법 통과 시 가능한 한 빨리 이송할 것”이라고 전했다. 법안이 이송되면 대통령은 헌법 53조에 따라 15일 이내에 법안을 공포하거나 법안에 대한 재의 요구를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채 상병 순직 1주기인 19일 전후에 재의 요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국민의힘은 전날 우 의장이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민심의 요구를 받아들여 현명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한 발언이 중립 의무 위반이라며 강력히 성토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의장이 특정 법안의 표결을 앞두고 찬성 입장을 표명하고, 특정 정당과 같은 입장을 제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의장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날 특검법 상정에 따른 필리버스터로 대정부 질문이 무산되는 등 여야 간 극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5일 국회 개원식은 윤 대통령과 여당 불참으로 ‘반쪽 행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이 사실상 개원식을 안 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적은 한 번도 없다. 1960년 5대 국회 때는 대통령 선출 이전이어서 국무총리가 참석했고, 7대(1967년)·10대(1979년) 국회 당시에는 국무총리가 축사를 대독했다. 개원식에 여당이 참석하지 않은 사례는 없다.
문화일보 나윤석·김대영 기자

 
 

07.05 오자, 오류, 소문으로 채워진 엉터리 탄핵안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4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검사 탄핵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에 대해 억지 탄핵을 밀어붙이다 여론이 나빠지자 변명을 하고 있다. “지금 탄핵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게 아니라 법사위로 넘겨 탄핵 의혹이 진실인지 조사해 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탄핵은 고위 공직자의 불법 행위가 구체적이고 심각할 때 최후의 수단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무조건 탄핵부터 한 뒤 사실인지 조사하자고 한다.

 

민주당 탄핵안은 ‘카더라’ 수준의 의혹만 나열하고 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 검사에 대해 오래전 검찰 회식 때 음주 추태를 벌였다고 주장했지만, 동석자들은 그런 일이 없었다고 했다. 설사 사실이더라도 어떻게 탄핵 사유가 되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술자리 회유 의혹도 검찰이 구치소 출정 일지 등을 공개하며 반박하자, 날짜와 음주 여부까지 오락가락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 수사 검사에 대해선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때 재소자를 불러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며 탄핵했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무혐의 결론이 난 사안이다. 민주당 돈봉투 사건 수사 검사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때 최씨 조카에게 위증을 강요했다고 했지만, 그 조카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탄핵 사유 중 어느 한 가지도 사실에 부합하는 게 없다.

 

민주당 탄핵소추안은 오자투성이다. 돈봉투 사건 수사 검사가 언론에 피의 사실을 공표했다는데 날짜부터 틀렸다. 보도 언론사 이름과 압수 수색 날짜도 틀렸다. 작년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탄핵 때도 엉뚱하게 ‘검찰청법’에 따라 탄핵한다고 써냈다. 다른 사람 탄핵안을 복사해 붙인 것이다. 탄핵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고 남발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겠나.

 

민주당은 탄핵안이 발의된 수사 검사들을 법사위로 불러 조사하겠다고 한다. 공개적으로 망신 주며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수사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이러다 판사들까지 탄핵한다며 불러 조사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도 대한변협 추천권을 아예 빼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특검 추천권을 갖도록 했다. 이것은 특검이 아니라 ‘민주당 검사’다. 말도 안 되는 억지와 법을 빙자한 폭력이 횡행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7-05 국회 본회의는 野 의총, 법사위는 野 수사기관 행세

제22대 국회 임기 시작 뒤 37일째인 5일 뒤늦게나마 열릴 예정이던 개원식이 기약 없이 연기됐다. 21대 경우(7월 16일)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1987년 개헌 이후 최악 기록을 세운다. 이런 상징적 오점을 넘어, 실제로 역대 어느 국회에서도 볼 수 없었던 반(反)의회주의적 행태가 곳곳에서 벌어진다. 거야(巨野) 폭주에 더해,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까지 노골적으로 야당 편을 들면서 브레이크 기능도 사라졌다. 그 결과 본회의는 야당 의원총회처럼 됐고, 이미 방탄 로펌 비판도 받는 법제사법위원회는 수사기관 행세까지 하려 든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3일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예정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뒤로 미루고 채상병특검법을 먼저 상정했다. 우 의장 결정에 의석에 있던 야당 의원들이 환호와 박수로 칭찬하자 민망한 듯 “박수 치지 말라”고도 했다. 당내 선거에서 예상과 달리 추미애 의원을 꺾었던 우 의장은 당선 일성으로 “민주당에서 제시하는 방향과 법안을 국회에서 실현할 것”이라며 “국회의장의 역할은 사회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가 의전 서열 2위에 중립을 위해 당적 보유도 금지된 국회의장이 대놓고 자기 당을 편들겠다고 하고, 그 실행에 나선 셈이다.

법사위는 더 가관이다. 입법청문회 명목으로 해병대 장성과 전직 국방장관을 불러 놓고 정청래 위원장이 ‘10분 퇴장’ 등 갑질과 모욕 주기를 반복했다. “손 들고 서 있으라”는 조롱까지 나왔다. 급기야 법사위 조사권(국회법 제131조)을 활용해 탄핵소추가 발의된 검사 4명에 대한 청문회를 열겠다고 한다. 조사권은 국정감사·조사에 준하기 때문에 자료 제출과 증인·참고인 등을 부를 수 있다. 헌법 취지에 맞지 않고 내용도 엉터리인 탄핵소추안을 발의해놓고 조사 명목으로 검사들을 겁박하려는 것이다.

이런 행태는, 일단 아무렇게나 기소해 놓고 그 뒤에 수사하겠다는 행태와 다름없다. 더욱이 이재명 전 대표 관련 사건의 변호사였던 박균택·이건태 의원이 법사위원으로서 해당 검사를 추궁하겠다는 것은 적반하장 아닌가. 안타깝게도 국회 해산권이나 국민소환제 등 이런 국회에 대한 심판 수단이 없다. 국회의 야당 2중대 행태가 4년 내내 계속될 판이다. 국가와 국민의 입장에서 불행한 일이다.

문화일보 사설

 
 

07-05 개악된 채상병특검법 ‘도돌이표 의결’은 헌법 조롱

더불어민주당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라는 긴 명칭의 안건을 강행 처리했다. 이른바 채상병특검법으로,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거부권)에 따라 재표결(5월 28일)을 거쳐 폐기된 지 37일 만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법안을 재추진하려면, 현저한 사정의 변화를 분명히 제시하거나, 대통령의 거부권 취지를 존중해 법안의 내용을 수정하는 게 헌법에 부합한다.

이미 채상병 사건 자체는 경찰이, 특검법 취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중이다. 더구나 공수처는 민주당이 그런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만든 기관이다. 재의 요구 당시 법무부는 ‘후보 추천권을 민주당이 독점,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을 침해해 삼권분립 원칙에 위반된다’ ‘수사 결과가 미진할 때 예외적으로 도입하는 특검 원칙에 정면 배치된다’고 밝혔다. 이번 특검법도 이런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오히려 훨씬 더 개악됐다. ‘대한변호사협회 추천’ 대신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1명씩 추천’ ‘대통령이 3일 내 임명하지 않으면 연장자 자동 임명’ 등이다. 심지어 공소 취소 권한까지도 부여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민주당은 제3, 제4 특검법을 내자는 주장도 한다. 엉터리 입법과 거부권의 도돌이표 반복이 불가피하다. 헌법의 삼권분립과 법치주의 원칙에 대한 조롱을 넘어 도전으로 비친다.

문화일보 사설

 
 

07-05 국회 탈선, 더 커진 헌재·법원 책무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

 국가권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우리 국회는 부끄러운 별칭이 많다. 과거 여야 간에 충돌이 많았던 시절의 국회는 ‘폭력국회’였고, 폭력이 난무하던 국회가 국회선진화법으로 ‘식물국회’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형사사법으로부터 제 식구 감싸기를 하면서 국회는 ‘방탄국회’로 변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방탄국회는 아직도 진행형이며, 이에 더해 이제는 헌법을 무시하고 탄핵소추를 일삼는 ‘탄핵국회’가 돼 가는 중이다.

 

국회는 헌법에 근거해 법률제정권을 위임받은 입법부로, 헌법 제1조 제2항에 따라 국민에 의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국가권력이다. 국회를 구성하는 국회의원은 국민이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하며,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고 필요한 법률을 제정한다. 이와 함께 권력분립 원칙에 따른 견제와 균형의 논리를 실현하기 위해 국회는 행정과 사법을 견제하면서 국정 운영에 동참하고 감시와 감독을 한다. 그렇지만 헌법에 근거한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행정과 사법에 직접 관여하거나 참여하는 것은 금지된다.

현대 국가에서 권력분립은 법치국가원리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원칙이다. 법치국가는 정당한 법에 의해 지배되는 국가로, 헌법 우위의 원칙과 법 우선의 원칙이 적용된다. 권력분립 원칙은 집중된 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했던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나왔다. 국민주권국가에서 국민은 헌법에 따라 모든 국가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원천이며, 대의제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제22대 국회는 지난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이 5분의 3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국회는 민주당과 군소 야당의 의석을 합치면 200석에 가까운 거대 야당이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민주적으로 정당화된 국회가 거대 야당이 지배하면서 본질과 본분을 잃어버린 국민의 대표기관이 되고 있다. 헌법이 요구하는 권력분립 원칙이 거대 야당의 지나친 입법과 탄핵소추 등으로 무너지고 있다.

22대 국회 출범 이후 야당은 각종 탄핵소추를 통해 다른 국가권력인 행정과 사법을 압박한다. 헌법이 국회에 탄핵소추권을 부여한 것은, 형사사법 제도로 바로잡기 어려운 행정과 사법의 고위공무원들을 견제하고 직무를 정지시킨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가부를 결정하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국회는 헌법의 명령과 요구를 무시한 채 마치 형사사법기관처럼 탄핵소추권을 오남용한다.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에 의해 좌우되는 국회의 무리한 행보는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 탄핵심판을 맡은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탄핵소추권 오남용을 막고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하게 탄핵심판을 해야 한다. 다른 한편에서 법원은 국회의원이 피고가 된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하는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됐다.

좀 더 헌법적 시각에서 보면 국회의 비정상적인 작금 행태에는 사법부의 책임도 크다. 헌법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한다. 이 기본권에 따라 법원은 신속한 재판을 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 그런데 사법부는 정치인이 연루된 특정 사건에서 신속한 재판 진행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 법원은 위헌적인 사법작용으로 스스로 법치국가원리를 위배하고 사법 정의를 무너뜨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 된다.

문화일보

 

07-05 “김건희 여사, 지난 1월 한동훈에 ‘명품백 사과 의사’ 5차례 밝혔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복수의 여권 고위관계자 확인
“金, 뭐든지 하겠다는 취지 문자
韓 응답 없어… 전화도 안받아”

韓측, ‘김여사 문자 수신’ 인정
“대통령실과 공적 통로로 소통”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월 초·중순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5차례에 걸쳐 ‘명품백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 의사 등을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여사는 “당이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뭐든지 하겠다’”는 취지로 한 후보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는 5차례의 문자와 별도 전화 연락에 번번이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 기간 김 여사가 선거에 누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컸다”며 “그래서 한 후보에게 ‘대국민 사과하겠다. 뭐든지 하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5차례 보냈는데 한 후보는 전혀 답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핵심 관계자도 “김 여사는 대국민 사과 등과 관련한 상의를 하기 위해 문자에 더해 전화 연결도 시도했으나, 한 후보는 받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여사가 문자 등을 보낸 시점은 지난 1월 초순부터 ‘윤·한 갈등’이 극적으로 표출된 1월 21일 직전까지다. 1월 21일은 이관섭 당시 대통령실 비서실장, 한 후보, 윤재옥 당시 원내대표가 ‘3자 회동’한 날이다. 이 전 실장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한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집권당의 비대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총선 기간 대통령실과 공적 통로를 통해서 소통했다”고 밝혔다. 또 “(언론에 알려진 문자의) 내용을 재구성했다고 하지 않나. 내용이 좀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 후보 측은 해당 문자를 1월 19일에 받았다고 확인했다. 문자가 오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 공식 라인을 통해 사과 필요성을 수차례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07.06 뒤늦은 '김 여사 사과' 불발 논란, 지금이라도 사과하길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 김 여사가 지난 1월 명품 가방 문제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지만 한 전 위원장이 보고도 무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뉴스1·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총선 전인 지난 1월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명품 가방’ 문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한 위원장이 무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때문에 사태 해결의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당시 명품 가방 논란에 대해 한 전 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분노해 한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이 와중에 김 여사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몇 번이나 국민께 사과하려 했지만 윤 대통령 후보 시절 사과를 했다가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진 기억이 있어 망설였다.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는 주장이다. 며칠 뒤 윤 대통령이 한 전 위원장에게 사퇴 요구를 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한 전 위원장은 “당 비대위원장이 대통령 부인과 사적인 방식으로 논의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대통령실과 공적 통로를 통해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당 대표 선거 출마 후보들은 “한 전 위원장이 상식적으로 호응했으면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판단력이 부족했고 대통령과 관계도 우려스럽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 여사가 수차례 문자를 보냈는데도 한 전 위원장이 일부러 답을 피하며 방관했다면 문제가 있다. 김 여사 입장을 즉각 받아들이고 대통령실과 논의하면 될 일이었다. 법적으로 경직된 생각으로 일을 잘못 처리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당시 김 여사 대국민 사과가 실현됐다면 선거 흐름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한 전 위원장은 김 여사 사과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김 여사 문제가 여전히 그대로라는 사실이다. 김 여사 문제는 윤 정부의 최대 아킬레스건이자 모든 문제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김 여사가 당시에 사과할 의향이 있었다면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나와 그간의 문제를 사과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07.06 취임도 안 한 방통위원장을 또 탄핵한다니

▲5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와 현재 사진. 다른 사람인 줄"이라며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과거 모습과 현재 모습을 함께 올렸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5일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지명에 대해 “정말 제정신인가”라며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10번이든 100번이든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탄핵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현 의원은 “탄핵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임인 이동관·김홍일 위원장처럼 이진숙 지명자도 탄핵으로 쫓아내겠다는 것이다. 탄핵은 공직자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을 때 국회가 할 수 있는 극단적인 조치다. 그런데 이 지명자는 취임도 하지 않았다. 방통위원장으로서 법률을 위반할 수가 없는데도 탄핵부터 거론하고 있다.

 

민주당 김성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지명자의 과거·현재 사진을 비교하며 “다른 사람인 줄”이라고 적었다. 2019년과 지난 4일 방통위원장 지명 소감을 발표하는 사진을 나란히 올려 외모 품평을 한 것이다. 외모와 방통위원장으로서 능력이 무슨 관련이 있나. 일반 직장에서 이런 식의 외모 비교나 평가는 성희롱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 이것이 여성에게 할 일인가. 정치적 공격에도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이 있다.

 

민주당의 방통위원장 탄핵 남발은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 방송을 해온 MBC를 자신들 편으로 붙잡아두기 위한 것이다. MBC·KBS 등 공영방송의 현 이사진은 오는 8~9월 임기가 만료된다. 김홍일 전 위원장이 이사진 교체 계획을 의결하자 민주당은 이를 막으려고 김 전 위원장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방통위원장을 탄핵 소추하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위원장 직무 정지와 함께 방통위가 마비돼 방송사 이사진과 사장을 교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동관 전 위원장도 취임 석 달여 만에 민주당 MBC 지키기의 희생양이 됐다. 민주당이 이진숙 지명자까지 탄핵 추진하면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방통위원장 3명이 구체적 법률 위반도 없이 탄핵 위협을 받게 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 외에도 방송 재허가, 통신·인터넷 정책 등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민주당의 위원장 탄핵 추진으로 방송국 수십 곳이 면허 없이 방송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AI 이용자 보호법’처럼 빠르게 변하는 통신·인터넷 환경에 맞춰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시급하다. 그런데 민주당은 MBC를 지키려고 방통위를 수시로 마비시키고 있다. 정략 외에 국정은 안중에도 없다.

조선일보 사설

 

07.08 민간 전문가들, 해병 사단장 '불송치' 의견

▲경북경찰청 전경. /뉴스1

 

해병대원 순직 사건을 수사해온 경북경찰청이 지난주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 피의자 9명 처리 문제를 검토한 끝에 임성근 전 해병 1사단장 등 3명을 검찰에 ‘불송치’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러자 민주당은 주말 사이 대변인 논평 3건을 통해 “대통령의 입맛에 맞춘 결과” “수사심의위가 대통령 심기보좌위로 타락했다”고 했다.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가 내놓은 의견인데 어떻게 이런 무책임한 주장을 하나.

 

수사심의위는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자문 기구다. 경찰 내부 인사도 일부 참여하지만 대부분 위원이 변호사, 대학교수, 교육·언론계 종사자 등 민간 전문가들이다. 공정한 심의를 위해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깜깜이 심의, 밀실 심의가 어떻게 공정성을 담보하느냐” “익명성은 무엇을 숨기는 위장막이냐”고 따졌다. 자기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만든 제도를 “깜깜이” “위장막” 등으로 공격했다.

 

민주당은 수사심의위 결정을 비판하면서 “특검의 필요성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줬다”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지난주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특검법은 법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부실투성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특검 후보를 1명씩 추천하고, 대통령이 3일 이내에 임명하지 않으면 연장자가 자동 임명되도록 한 조항이 대표적이다. 자기들 입맛에 맞는 인사를 특검에 앉히려고 작정한 것으로, 대통령 거부권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진상 규명보다 정치 공세가 목적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오죽하면 조국혁신당조차 “특검 추천권을 포기하겠다”고 했겠나.

 

경북경찰청은 오늘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임 전 사단장을 송치하든 불송치하든 민주당은 특검을 주장할 것이다. ‘기승전 특검’이란 답을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공수처도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문 정부 시절 민주당 주도로 만들어진 공수처는 상설 특검이나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그런 공수처마저 믿지 못하겠다며 특검을 밀어붙였다. 그런 사람들이니 자신들이 도입한 경찰 수사심의위의 검토 의견마저 트집 잡는 것 아니겠나.

조선일보 사설

 

07-08 본말전도에 공작 의혹도 있는 與 ‘김건희 문자’ 자해극

김건희 여사가 총선을 앞둔 지난 1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냈다는 문자가 보름 앞 전당대회 쟁점으로 떠올랐다. 각종 조사에서 4명의 대표 후보 중 선두라는 한 후보를 공격하는 소재가 됐다.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7일 한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회견을 하려다 취소하는 소동도 있었다. 한 후보는 공적 통로로 여러 차례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해명했다.

이번 문자 파문은 여러 차원의 문제점이 있지만, 우선 득표 전술 거품을 걷어내고 큰 틀의 사실관계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 후보는 당시 김 여사의 명품백 문제에 대해 ‘몰카 공작’이라면서도 온갖 의혹을 잠재울 사과 필요성을 제기했었다. 첫 문자 이전에 한 후보 주위에서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이 나왔고, 한 후보도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며 완곡하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 바람에 사흘 뒤 윤석열 대통령이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한 후보는 명품백 문제를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윤 대통령 부부는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진의도 불분명하다는 문자를 보내놓고, 한 후보가 사과를 막았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본말전도다. 그 때문에 총선에서 패배했다는 주장은 혹세무민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누가 왜 지금 문자가 공개되게 했느냐이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사적인 문자는 두 사람만 알 것이다. 한 후보가 공개했을 리 없으니, 최초 출처는 김 여사로 볼 수밖에 없다. 김 여사가 어떤 목적에서 문자를 흘렸는지, 김 여사에게서 관련 정보를 받았던 누군가가 한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유출했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 어느 경우든 정치 공작 의혹이 비친다. 김 여사가 결백하다면 유출 경위에 대해 수사를 자청해야 할 상황이다.

경위가 어떻든, 여당에도 윤 대통령 부부에게도 부메랑이 될 자해극이다. 대통령실이 서둘러 “전당대회 개입과 관여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한 배경일 것이다. 야당은 당무 개입을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 여사 통화·문자와 관련, 대선 때 ‘서울의 소리’와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돼 악영향을 끼친 데 이어 명품백을 전달한 최재영 목사와의 카톡 내용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김 여사가 직접 소명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늘었다.

문화일보 사설

 
 

07-08. 검찰의 李 부부 ‘법카’ 수사, 정치적 오해 없도록 해야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부인 김혜경 씨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지난 4일 통보했다. 이에 민주당은 7일 “순직 해병 특검법이 처리되고 비위검사 탄핵이 거론되는 이 시점에 갑자기 소환하겠다고 한다”면서 “이번 출석 요구는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검찰 리스크’를 동시에 덮기 위한 국면 전환 쇼로 보인다”며 “방탄수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 전 대표 관련 사건 수사 때마다 ‘검찰독재정권’의 정치 보복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대응한다. 이 전 대표 관련 사건 등을 수사하던 검사 4명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이틀 만의 소환 통보는 감정적 대응의 성격으로 주장할 순 있겠지만, 비위 검사 방탄 운운은 궤변이다. 탄핵소추안 내용을 보면 사법 방해로 보인다.

이 전 대표 부부가 경기도청 별정직 5급 공무원 배모 씨가 업무추진비로 보내준 초밥, 샌드위치, 소고기, 복요리, 과일을 먹은 것은 물론 제사용품까지 받아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 2년5개월여 만으로 수사 속도가 너무 늦은 감이 있다. 폭로 뒤 6개월이 넘은 2022년 8월 23일 경찰이 김 씨를 소환했고, 8일 뒤 배 씨와 함께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이 전 대표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했는데, 수사 부실 지적이 많았다. 처음 폭로했던 조명현 씨가 지난해 8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고, 권익위는 이 전 대표가 카드 유용을 묵인했다고 보고 10월 검찰에 이첩했다.

배 씨에게 올해 2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것에 비춰 ‘왜 지금 이재명을 소환하냐’는 항변이 일부 일리가 있어도 이 전 대표 부부에 대한 수사는 당연한 일이다. 검찰이 이 전 대표 관련 사건과 재판이 많아 법카 수사가 지연됐는지 모르지만,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 정치적 오해의 여지가 남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7-08 “장인이 왜 부엉이바위 갔나 곱씹어라”… 노무현 사위 곽상언에게 막말

 

이재명 팬카페서 검사탄핵 기권 곽 의원 비난
강성 당원들 “징계·탈당” 요구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와 강성 지지층이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검사 탄핵소추안을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해 조사하는 안건에 기권표를 던진 곽상언(사진) 민주당 의원을 향해 비난을 쏟아내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지지층은 곽 의원의 장인인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징계·탈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8일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팬 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곽상언 의원님, 장인께서 왜 부엉이바위에 올라가셨는지 곱씹으며 의원 활동을 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 작성자는 “네 장인이 검사들한테 시달리다가 그리 된 것을 모르느냐”며 “욕도 아깝다.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 선봉장이 되지는 못할망정 뭐하는 짓이냐”고 주장했다. 이 게시글에는 “사위라고 공천해준 우리 잘못이 크다” “정신 차려라. ‘쓰레기 개검들’ 정리하는데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못 하나. 장인 묘에 가서 사죄하라” 등 도를 넘은 ‘패드립(가족을 비하 표현의 소재로 삼는 모욕성 발언)’성 댓글이 달렸다. 민주당 당원 커뮤니티인 ‘블루웨이브’에도 원내부대표직 사퇴와 징계·탈당을 촉구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측근인 김지호 민주당 부대변인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서 곽 의원을 향해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진술 조작에 의한 날조된 사건이라 확신한다”며 “진술 조작 범죄 의혹이 있는 당사자의 탄핵안에 대한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법사위 조사가 끝난 뒤 해당 검사에 대한 탄핵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면 찬성표를 던지라고 압박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를 비롯해 대장동·백현동 사건을 담당한 엄희준·강백신 검사, 민주당 돈 봉투 사건을 수사한 김영철 검사에 대한 탄핵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뒤 본회의에서 법사위로 회부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07.08 경찰, 임성근 前사단장 불송치... "대대장이 수색지침 임의 변경"

채상병 사건 수사 결과 발표
6명은 업무과실치사 혐의 송치

 ▲해병대원 사망사건과 관련해 경찰에서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뉴스1

 

지난해 7월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원 사망사고’ 수사를 벌인 경북경찰청은 업무상과실치사,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에 대해 불송치 결정했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8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고발된 임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인 제7포병대대 정보과장과 통신부소대장 2명에 대해서도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해병대원 사망사고’의 직접 원인으로 제11포병 대대장이 임의로 수색 지침을 변경했다는 점을 꼽았고, 임 전 사단장은 이를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경찰에 따르면, 제 11포병 대대장은 작전수행 관련 지적과 질책을 이유로 임의로 수색지침을 변경했다. 임 전 사단장은 제11포병 대대장과 직접 소통하고 지시하는 관계가 아니었으며, 제11포병 대대장이 임의로 지침을 변경할 것을 예상할 수 없었기에 그에게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사고 당일 수색 지침은 ‘수중이 아닌 수변에서, 장화 높이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고, 이후에도 변경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 전날인 지난해 7월 18일 오후 9시 30분쯤 포병여단 자체 결산 회의에서 대대장 중 선임인 제11포병 대대장은 “내일 우리 포병은 허리 아래까지 들어간다. 다 승인받았다”라고 사실상 수중 수색으로 오인케 하는 지시를 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 “포병부대 수색 지침 변경이 채 상병 사망 요인”

제11 포병 대대장이 수색 지침을 변경한 이유에 대해 경찰은 포병부대가 수변 수색에 익숙하지 않은 점과 군 조직의 보여주기식 행정이 원인이 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포병부대 지휘관들이 수변 수색의 개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군 조직 특성상 자기 부대가 수색을 적극적으로 한다는 것을 (대내외에)보여주기 위해 지침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이 수색 작전 당시 지휘 계통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점 역시 불송치 요건이 됐다. 수색 작전은 육군 50사단장 작전 통제하에 신속기동부대인 해병대 7여단이 포병대대를 지휘하는 형태였다. 수색 과정에서의 지휘 책임은 7여단장에게, 수색 작전은 제11포병 대대장, 7포병대대장 등이 진행했다. 임 전 사단장은 7여단장의 상급자로서 수색 지침을 보고받았지만, 이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지시를 하는 식으로 장병들을 추가적인 위험에 빠뜨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임 전 사단장의 “바둑판식으로 수색하라”등 업무 지시는 지침대로 면밀히 수색할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수색 지침을 바꾸거나 새로운 위험성을 창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구명조끼를 준비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당시 군과 소방 측이 구체적인 실종자 수색 구역, 역할, 방법 등을 결정했고, 이중 해병대는 수변 수색을 맡은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안전 장비를 마련하지 않은 점이 채 상병 사망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물 속에 들어가지 마라” 소방 경고도 공유 안 돼

경찰은 해병대 1사단 7여단장, 제11·7포병 대대장, 7포대대 본부 중대장, 본부중대 소속 수색조장, 포병여단 군수과장 등 현장지휘관 6명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송치하기로 했다. 7여단장은 회의 결과를 조금 더 상세하고 정확히 설명 및 지시했어야 하며, 기상상황과 부대별 경험을 고려해 작전 배치를 하는 등 세심한 관리 감독이 있음에도 소홀히 했다고 봤다.

 

채 상병이 실종되기 전 수색 작전 회의에서도 소방 측이 “물살이 너무 세니 물 속으로 들어가면 안된다”고 했지만, 7여단장은 이 같은 내용을 포병대대 지휘관들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포병대대 지휘관들 역시 3차례에 걸친 군과 소방 등의 수색 작전 회의에도 숙영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경북경찰청은 지난해 8월 국방부조사본부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후 24명의 수사전담팀을 꾸려 해병대원이 왜, 어떤 경위로 위험한 하천 본류에 들어가 수색을 하던 중 사망하게 된 원인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군ㆍ소방ㆍ지자체 등 관련자 67명에 대한 조사와 현장감식, 해병대 1사단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190여점의 자료분석, 군,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학 수사자문단 등과 함께 합동 실황 조사도 진행했다. 또 자체 편성한 법률자문팀의 의견과 각 분야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의 의견을 참고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김형률 경북경찰청 수사부장이 8일 오후 경북경찰청에서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조선일보 노인호 기자  권광순 기자  이승규 기자

 
 

07.09 경찰도 '사단장 무혐의' 결론, 순리로 풀었으면 없었을 사태

 해병대원 순직 사건을 수사해 온 경북경찰청이 어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고발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혐의가 인정된 6명은 여단장 1명, 대대장 2명 등이다. 경찰은 직접적인 사고 원인으로 한 대대장이 임의로 수색 지침을 변경한 점을 꼽았다. 원래 수색 지침은 ‘수중 아닌 수변에서, 장화 높이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사고 전날 이 대대장이 “내일 우리 포병은 허리 아래까지 들어간다. 다 승인받았다”며 수중 수색으로 오인할 수 있는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군 인권 단체 등은 임 전 사단장이 “수변으로 내려가 바둑판식으로 수색하라”고 지시하고 ‘가슴 장화’ 지원을 언급해 혐의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같은 정황들과 사망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바둑판식 수색’ 지시는 기존 지침을 바꾸거나 새로운 지시를 한 것이 아니고, ‘가슴 장화’ 언급 역시 수중 수색 지시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병대라는 게 눈에 띄게 하라’는 지시를 내려 해병대원들이 구명조끼를 입지 못했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 경찰은 언급하지 않았다. 임 전 사단장은 이와 관련, “누군가 사단장을 참칭한 것”이라고 해왔는데 경찰도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11개월을 끈 경찰 수사가 끝났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이 사건은 이렇게 커질 일이 결코 아니었다. 해병대원 순직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사단장에게까지 과실치사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도를 넘는 일이다. 이런 식이면 군 전체의 지휘가 마비될 수도 있다. 법이 바뀌어 해병대 수사단은 아무런 수사 권한도 없었다.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가 잘못됐다면 전문가인 경찰, 그다음 검찰에서 얼마든지 걸러질 수 있었다. 그런데 대통령실이 그것을 참지 못하고 경찰로 넘어간 조사 결과를 회수하는 통에 일이 커지고 말았다. 그에 더해 공수처 수사를 받던 전직 국방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하고 출국까지 시키는 감정적 대처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다.

 

어제 경찰의 수사 결과는 이미 그 의혹이 커진 상황에서 나왔다. 민주당은 “특검 당위성을 선명하게 할 뿐”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이 문제를 더 이상 정략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이 특검을 두고 국회 여야 대치도 이어질 것이다. 충분히 순리로 처리될 수 있었던 문제를 이렇게 만든 사람들은 어떤 책임 의식을 갖고 있나.

조선일보 사설

 

07-09 채상병특검법 2차 거부권…野는 공수처 수사 지켜봐야

정부가 9일 국무회의에서 이른바 ‘채상병특검법’ 재의 요구 안건을 의결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덕수 총리는 “(한 차례 재의 요구된) 법안을 국회가 재추진한다면 문제가 제기된 사항을 수정·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법안은 기존 문제점에 더해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훼손하는 내용도 포함된, 위헌에 위헌을 더한 법안”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재가함으로써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제21대 국회 막바지에 야당이 단독 처리했고, 거부권 행사와 지난 5월 28일 재표결을 거쳐 폐기된 바 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제22대 국회 ‘당론 1호’ 법안으로 추진했으며, 이번에 2차 거부권이 행사된 것이다.

수사 외압 규명 등을 대상으로 한 특검법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자체를 수사해온 경찰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위법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송치 결정을 한 것은 특검법의 정당성을 더욱 약화시킨다. 윤 대통령 격노설 등은 임 전 사단장 등에 대한 형사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알려져 있는데, 윤 대통령이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이 그런 취지의 언급을 했더라도 정당한 지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경찰청은 8일 해병대 1사단 7여단장과 제11·7포병 대대장 등 6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송치했다. 24명의 전담 수사팀이 11개월 간 수사한 결론이고 변호사·법학자 등 외부위원 위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인 것이다. 경찰 수사 발표 내용을 보면, 임 전 사단장에 대해 도덕적·정치적 책임을 물을 순 있지만, 과실치사·직권남용 등의 사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단은 타당해 보인다. 야당은 즉각 용산 맞춤형 수사라고 비난하며, 경찰 수사도 특검 수사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민주당 주도로 만들어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상설 특검과 마찬가지다. 더는 제3·제4 특검법 운운하지 말고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7.09 검찰 여태 뭐 하다 지금 이 전 대표 부부 소환해 논란 자초하나

 검찰이 지난 4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 부부에게 소환을 통보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대장동 비리 등 이 전 대표 관련 의혹을 수사한 검사들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지 이틀 만이다. 민주당은 소환 통보 사실을 공개하면서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검찰 리스크를 덮기 위한 국면 전환 쇼”라고 했다. 검찰은 입장문을 통해 “통상의 수사 절차”라고 했다. 이 전 대표 부부는 이 사건으로 고발돼 있고, 고발된 피의자에 대한 소환 조사는 새삼스러울 게 없는 일이다. 하지만 검사 탄핵안 발의 직후 이뤄진 소환 통보를 통상 절차라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이 전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부부가 도청 별정직 공무원에게 과일·초밥·샌드위치 등 개인 음식값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게 했다는 폭로가 나온 게 지난 2022년 1월이다. 사건 성격상 수사에 시간 걸릴 게 없다. 그런데도 검찰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건을 뭉개다 첫 폭로 1년 9개월 뒤인 작년 10월에야 본격 수사에 착수했고, 다시 9개월 뒤에 소환 통보를 했다.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시점으로 따져도 거의 2년 만이다. 그래 놓고 민주당이 검사들을 탄핵하자 갑자기 이 전 대표 부부에 대한 소환 통보를 했으니 정상적인 절차라고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전 대표가 자신을 수사하는 검사들을 탄핵하겠다는 것은 국기를 어지럽히는 심각한 행위인데, 검찰이 이에 보복하는 듯한 행태를 벌이면서 이 문제가 마치 민주당과 검찰의 정치 싸움처럼 보이게 됐다.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일이다. 검찰 수사는 내용은 물론 외관도 공정해야 한다. 그래야 중립성을 의심받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검찰은 몇몇 수사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수사 지연으로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만 키우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7.09 尹·韓의 무대가 아니다

어떻게 살아남을지
지선·대선 어떻게 치를지
이 논쟁이라면 100번도 좋아
지금 시비 보니 기가 막힐 뿐
尹 정부는 자유, 민주 마지막 보루
무너지면 수십 년 후퇴
우선 당부터 재건하라
지금은 尹·韓 갈등 무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왼쪽은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뉴시스

 

오랜 기자 생활에서 정치란 상대방의 약점을 먹고 사는 괴물이라는 것을 터득했다. 자기 장점(長點) 하나 없어도 상대방 약점만 파악하고 그것을 물고 늘어지면 꽤 떵떵거리며 행세할 수 있는 동네가 정치판이란 것을 알았다. 그 상대방이 나와는 다른 가치관과 세계관을 가졌을 때 그 ‘괴물’은 더욱 극악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음을 요즘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 새삼 배우고 있다. 같은 동네 사람끼리 싸우는 일이 더 극렬하다는 것을….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패배했다. 기진맥진해야 정상이다. 고개 숙이고 자숙하며,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이 있어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그나마 국민에 대한 ‘패자(敗者)의 도리’다. 그런데 당대표 싸움이 시작되자 국힘당은 보란 듯이 벌떡 일어났다.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마치 본선(本選)에서는 쓰지 않고 감춰뒀던 비장의 힘이라도 있는 양 열심히 싸우고 있다.

 

그것도 국민의힘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을지, 그리고 굳건히 재건해서 2년 뒤 지자체 선거, 그 1년 뒤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목표를 두고 논쟁하는 것이라면 백번 싸워도 좋다. 그런데 기껏 싸운다는 것이 김건희 여사의 디올 백 속편을 두고 알았느니 몰랐느니, 연판장을 돌리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고, 더 나아가 친윤이냐 아니냐 문제로 시비를 벌이는 것을 보니 한마디로 기가 막힌다.

 

이번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네 사람 면면을 보면 모두 역량이 있는 분들이다. 모두 당을 이끌어가는 데 손색이 없는 정치인이고 이런 유(類)의 경선에 익숙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실망이다. 실로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서도 볼 수 없는 소재와 방식으로 싸우는 것을 보니 실망 정도를 넘어 배신감마저 든다. 더욱이 티격태격하며 주고받는 말싸움 수준을 보며 그들에 대한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닐지도 모른다. 일부 전언에 따르면 한동훈씨가 검사 시절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문제 등이 후보 토론장의 도마에 오를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당의 대표 뽑는 것이 아니라 무슨 청문회나 특위라도 하는 모양새다. 이쯤 되면 국민의힘의 자해(自害) 행위는 도(度)를 넘을 수밖에 없다.

 

이 네 사람에 대한 실망도 실망이지만 제일 피해를 많이 받는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물론 윤 대통령이 누구를 선호하느냐는 것은 그간 언론과 당 안팎의 지적으로 짐작할 수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윤 대통령은 중립이다. 중립인 척하는 것으로 오해하도록 방치하는 사람이 많다. 더구나 사안부터가 윤 대통령 부인이 관련된 것이고 한동훈씨가 장관일 때 일이어서 불똥이 윤 대통령한테 튈 것은 당연하고 윤 대통령으로서는 그것을 지레 방어할 필요도 있겠지만 거기까지다.

 

당의 미래를 위해 윤 대통령은 저만큼 물러서 있는 것이 나라와 정부와 당을 위해 바람직하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본인이 국정을 운영하는 데 여당의 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당대표가 누가 됐으면 하는 희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만일 개인적 호불호(好不好)와 당의 선택이 어긋날 경우, 그러지 않아도 거의 협치 불능 상태인 대야(對野) 관계와 국정은 당·정의 불협화음이라는 또 다른 난맥에 부딪힐 것이 뻔하다. 그것은 상황에 따라서는 총선에서 패배한 것보다 더 큰 타격일 수 있다. 한편으로 당대표가 대통령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국민이 뽑은 것이고 당대표는 당원이 뽑은 것, 그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다. 그런 의미에서 윤 대통령은 자신의 절대적 중립을 당내외에 직접 천명하고 가능하다면 네 후보와 함께 만나 그런 중립을 공개화·공식화할 필요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 대한민국의 자유·민주 체제를 지켜낼 마지막 보루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윤 정부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은 수십 년 후퇴한다. 윤 정부가 무너지기를 고대하고 있는 세력은 지금 윤 정권이 총선에서 패배하고 보수 세력 안의 경쟁에서도 패배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것은 윤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호불호 문제도 아니고 윤 대통령 개인이 누구를 좋아하느냐와도 상관없다. 그는 자기가 이 나라의 오늘과 내일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명감으로 모든 사적(私的)인 것을 넘어서야 한다. 우선 당부터 재건하고 그것을 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해 이 시국, 이 나라는 윤·한 갈등의 무대가 아니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

 

07-09 요건 안 되는 ‘尹 탄핵’ 국회 청문회 연다는 민주당 저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9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관련 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서류제출,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의 건도 의결한다고 한다. 국회의 국민동의 청원은 30일 안에 5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 소관 상임위에 회부된다. 지난달 20일 시작돼 9일 오전 기준 132만여 명이 동의했다. 법사위는 오는 19·26일에 청문회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대통령 탄핵소추 같은 중대 사안은 단순한 동의 숫자만으로 처리해선 안 된다. 더 기본이 되는 것이 청원의 성격이다. 심각한 정치 양극화를 고려할 때 국회 해산이나 야당 해산 등의 내용을 올려도 어느 정도 숫자를 채우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청원법과 국회법에도 그런 취지가 분명히 적시돼 있다. 청원법은 공무상 비밀, 감사·수사·재판·행정심판·조정·중재 등이 진행 중인 사항, 허위의 사실 등은 ‘청원 처리의 예외’(제6조)로 규정했다. 이번 청원은 해병대 박정훈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행사, 명품 수수·주가조작·양평고속도로 노선 조작 비리, 전쟁 위기 조장, 강제 징용 친일 해법 강행,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 방조 등을 사유로 열거했다. 수사 중인 사안이거나, 의혹 수준, 야당 선동 되풀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에 해당하는 사안들이다. 법리를 따질 것도 없이 상식적으로 청원 요건이 되지 않는다.

민주당도 이런 이치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검사 4명에 대한 청문회 절차를 보류했다. 탄핵안 부실이 드러난 데다 검찰 반발이 커지자, 대통령 탄핵소추 청원으로 타깃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월이면 이재명 전 대표가 받는 4개 재판 가운데 2개(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의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당내 반발은 물론 국민 여론도 급변할 수 있다. 선제적으로 ‘윤석열 탄핵’ 불씨를 지피고, 탄핵 캠페인으로 정국 초점을 분산시키며, 이 전 대표의 지지층을 더욱 결집시키려는 저의로도 비치는 이유다.

문화일보 사설

 
 

07-09 검사 탄핵 부추겨놓고 고소당하자 발뺌한 이성윤 추태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가 ‘대변 사건’ 당사자라는 의혹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음 제기한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검사 실명을 거론한 적이 없다”는 식으로 발뺌하고 나섰다. 이 사안은, 민주당의 박 검사 탄핵소추안의 첫 번째 이유로 적시돼 있는데, 이 의원의 언급이 결정적 단서였다. 그런데 여러 증언으로 허위일 가능성이 커지고, 박 검사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자 말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지난달 14일 법사위 회의에서 대변 사건을 거론하며 실명을 거명하진 않았지만, 화면에 박 검사의 카톡 프로필 사진, ‘박상용 검사’가 명시된 이화영 편지를 띄웠다. 이화영 전 경기 부지사를 수사한 박 검사임을 ‘공연히 적시’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국회 직무상 발언’으로 면책특권을 주장할 수 있지만, 이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그런 의혹을 제기했다”라고 했다. 같은 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영교 의원은 “박상용 검사 관련한 험한 이야기가 지난 법사위에서 나왔다”고 확인했다.

명예훼손(형법 제307조) 법리는 일반인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다. 직접 거명하지 않아도 특정(特定)할 수 있으면 성립한다. 주장 내용이 사실이어도 처벌받을 수 있으며, 허위이면 ‘5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이 무겁다. 이 의원 행태는 결국 후배 검사의 탄핵소추안에 적시된 사건을 확인도 하지 않고 발언했다가 형사책임을 피하려 변명하는 추태로 비친다. 이런 사람이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을 거쳤다니 더 개탄스럽다.

문화일보 사설 

 
 

07.10 이유도 없는 '대통령 탄핵' 청문회, 탄핵을 정치 장난처럼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국회 법사위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문회’를 19일과 26일 두 차례 열기로 했다. 증인으로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씨, 이종섭 전 국방장관, 임성근 전 해병 1사단장 등 39명을 채택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130만명을 돌파한 것을 명분으로 청문회를 밀어붙였다. 국민동의청원을 근거로 탄핵 청문회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 때도 146만명이 탄핵 청원을 했지만 탄핵 청문회는 열리지 않았다. 상식 밖이기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이런 상식 밖 일을 예사로 하고 있다.

 

탄핵은 공직자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정도가 심해 공직 수행이 불가할 때 내리는 극단적 조처다. 그 대상이 대통령이라면 더욱 극도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원이 든 사유는 청원 처리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수사·재판 중인 사안이거나 일방적 의혹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전쟁 위기 조장’ ‘강제징용 친일 해법 강행’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방조’ 등도 탄핵 사유라고 했다. 이런 저급한 선동이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민주당이 잘 알 것이다.

 

한국은 정치 양극화와 국민 분열이 매우 심한 나라다. 어느 대통령이 집권하든 탄핵 청원이 올라오면 어렵지 않게 100만명 이상의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때마다 탄핵을 한다고 나서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어제 국민의힘 의원들이 법사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임기 당시 146만명의 탄핵 청원이 있었는데 그때는 청문회를 왜 안 했느냐”고 묻자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당시 국회 법사위가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탄핵이란 엄중한 문제를 놓고 법사위원장이 무책임한 말장난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얼마 전 이재명 전 대표 수사 검사 3명 등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이것을 비롯해 민주당이 현 정부 출범 후 발의한 탄핵안만 11건에 달한다. 탄핵 소추 전 사퇴한 방통위원장 2명까지 합치면 13건이다. 취임도 하지 않은 방통위원장 지명자에 대한 탄핵도 예고했다. 언젠가 탄핵을 장난감처럼 휘두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7-10 국민청원으로 ‘尹 탄핵’ 청문회 연다는 野… 듣도 보도 못한 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어제 전체회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촉구 국민청원과 관련한 청문회를 19, 26일 두 차례 열기로 하고 그 계획서와 서류 제출 요구,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 안건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증인에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 씨도 포함됐다. 이 청원은 지난달 20일 국회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지 사흘 만에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법사위에 회부됐다. 국민청원에 따라 청문회가 열리기는 처음이다.

국민청원을 근거로 한 대통령 탄핵 청문회는 국회 권력을 쥔 거대 야당의 또 다른 힘자랑이 아닐 수 없다. 야당은 국민 130여만 명이 동의한 청원에 대한 적법한 절차라지만 그 청원 자체가 처리 요건에 맞는지부터 논란거리다. 청원법은 공무상 비밀이나 감사·수사·재판 등이 진행 중인 사안, 허위 사실 등은 처리의 예외로 규정했다. 이번 청원이 사유로 든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행사, 명품 수수와 주가조작 등 비리, 전쟁 위기 조장, 강제동원 친일 해법 강행 등은 수사 중인 사안이거나 정치적 논쟁 사안이어서 청원 요건으로 보기 어렵다.

야당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잠자고 있던 국회법 조항을 흔들어 깨워”(정청래 법사위원장)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국민청원 청문회를 꺼내든 저의는 뻔하다. 민주당은 앞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검사 4명에 대한 청문회 절차는 슬그머니 보류했다. 부실한 검사 탄핵안에 따른 반발과 역풍이 거세자 논란을 논란으로 덮는 식의 무리수를 가동한 것이다. 나아가 머지않아 나올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법원 판결에 앞서 여론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미리부터 대통령 탄핵의 군불을 때기 시작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청원은 어디에도 하소연하기 어려운 힘없는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소통 창구다. 지난 21대 국회에 접수된 국민청원도 100여 건에 달하지만 대부분 방치되다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희소병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급발진 의심 사고 입증책임 전환 같은 절박한 민생 청원들이다. 그런 청원들은 못 본 척하면서 정략적 사안만 끄집어내 일방적 공세까지 벌이겠다는 야당의 무리한 정치는 결국 민심의 심판을 부를 것임을 알아야 한다.

동아일보 사

 

07-10 검사 탄핵서 드러난 ‘이재명 유일 체제’의 봉건성

‘유일 지도자는 잘못을 저지를 수 없다’
‘지도자를 잘못이라고 하는 쪽이 잘못’
검·판사 탄핵은 유일 체제의 논리적 귀결
정치 민주화 이후의 새 정치 민주화 필요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는 정치학자인 최장집 교수가 1987년 정치적 민주화 이후 경제적 사회적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 위해 쓴 말이다. 한국 정치학계에서 보기 드문 적절한 개념화이긴 하지만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 같은 착각도 없지 않다. 정치적 민주화가 1987년으로 끝난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정치는 한번에 영구히 민주화되지 않는다. 정치는 전진할 수 있듯이 퇴행할 수도 있다. 헤겔적 의미의 자유의 확산으로서의 역사가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끝나지 않고 독재자가 된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퇴행하고 있듯이, 또 심지어 민주주의의 모범 국가였던 미국에서조차 도널드 트럼프에 의해 퇴행하고 있듯이, 한국의 정치도 그렇다는 걸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이 보여주고 있다.

자신을 수사하는 검사들을 탄핵한다는 정치를 보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검찰 수사가 지나치다는 것과 검찰 수사가 조작됐다는 것은 다르다. 검찰의 수사나 혐의 적용이 지나칠 때가 있다. 윤석열 한동훈 때 국정농단 수사가 그랬다.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고 외과수술식 수사를 지향해 가던 검찰이 윤석열 한동훈 때 옛날 식으로 돌아갔다. 그렇다고 해서 검찰이 조작이나 하는 집단이라는 건 아니다. 대체로 검찰은 수사기관이 조작한 증거를 거르든가, 미처 거르지 못하든가 할 수는 있지만 스스로 조작하는 집단은 아니었기에 민주화 이후 득세할 수 있었다.

 

검찰 수사를 조작으로 걸고넘어지는 못된 버릇은 문재인 정권 때 한명숙에게서 시작됐다. 다만 그때도 검사 탄핵은 언급하지 않았다. 조작이라고 주장해 법원에서 증거력을 다투는 것이 부릴 수 있는 최대한의 억지였다. 검사 탄핵 추진은 억지의 최대치를 넘어 사악함을 드러낸 것이다.

이 대표 수사 검사들에 대한 탄핵 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다. 그럼에도 탄핵 소추를 추진하는 것은 탄핵을 다투고자 함이 아니라 이 대표를 건드리면 검사든 판사든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이라는 걸 민주당 의원들도 잘 알고 있다.

검사 탄핵 소추는 개탄스러운 일이지만 검사의 직무가 정지된다고 해서 재판이 중단되지는 않는다. 판사 탄핵은 다르다. 판사가 탄핵되면 판사 교체 등으로 재판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재판이 지연되면 이 대표는 주요 혐의에 대한 유무죄 확정 판단을 받지 않고 대선에 도전할 수 있다.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 공직자는 탄핵 소추됐다가 헌재에서 기각 결정을 받고 돌아오면 그만이지만 판사 탄핵으로 재판이 지연되면 회복할 수 없는 부정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은 검찰이 발동을 건 것이 아니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상대 후보 측이 제보하면서 불거졌다. 백현동 등 나머지 개발 의혹은 유사 사건으로 따라 나왔다. 선거법상 허위 사실 유포 의혹은 대선 토론에서 액면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수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짓말 좀 했다고 대선 출마를 막는 건 지나치지만 그로부터 파생된 위증 교사 의혹은 다르다. 쌍방울 대북송금 연루 의혹도 검찰이 그림을 그리고 접근한 게 아니다. 이재명 변호인들이 받는 수임료의 실상을 확인하다가 우연히 발견했을 뿐이다.

이 대표에 대한 법인카드 불법 사용 수사는 분명 지나치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했던가. 법인카드 불법 사용 수사는 이 대표 부인 선에서 그치는 것이 적절하다. 다만 지나치다고 하는 건 자제하라는 뜻이지 조작됐다는 뜻은 아니다. 법인카드 불법 사용도 증거는 명백해 보인다.

이 대표와 배후의 원탁회의 세력은 이른바 ‘촛불’ 혁명의 완수를 위해 민주당에서 ‘이재명 유일(唯一) 체제’를 확립했다. 국민의힘 대표 후보자들이 ‘김건희 문자’를 놓고 다투는 모습은 졸렬하기 짝이 없지만 위험하지는 않다. 유일 체제는 위험하다. 유일 지도자는 잘못을 저지를 수 없다. 잘못이 있다면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쪽에 있어야 한다. 검·판사 탄핵은 유일 체제의 논리적 귀결이다.

탄핵 제도는 도둑이 들고 설치라고 있는 몽둥이가 아니다. 헌법 교과서에는 헌법 수호를 위한 저항권의 발동은 정당하다고 쓰여 있다. 도둑이 몽둥이를 들고 설치는 걸 국회도 정부도 법원도 막지 못하면 국민이 힘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2027년이면 민주화 40주년이 된다. 그 전에 또 한 번의 정치적 민주화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07-10 검사탄핵 기권한 ‘盧사위’ 곽상언, 野원내부대표 사퇴

▲더불어민주당 곽상언 의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검사 4명 탄핵소추안에 일부 기권표를 던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이 10일 원내부대표직에서 자진사퇴했다. 곽 의원은 서울 종로구에 지역구를 둔 변호사 출신 초선 의원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이날 “곽 의원은 당론 표결 과정에서 본의와 달리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했다”며 이같은 사퇴 소식을 전했다.

곽 의원 앞서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기권표를 던졌다. 당시 곽 의원은 입장문에서 “제안 설명만 듣고 탄핵 찬반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강성 지지층들은 곽 의원에게 징계를 주라는 등 비난을 이어갔다.

 

이날 윤 원내대변인은 “당 지도부는 당론의 엄중함과 사안의 심각성을 (곽 의원에게) 충분히 주지시켰다”며 “곽 의원이 당시 당론 채택 여부를 확실히 인지하지 못했을 뿐 검찰 개혁에 대한 충정이 변함없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내부대표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한 점을 참작해 주의 조치했다”고 했다.

이어 “(당 원내지도부에서 사의에 대한) 만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곽 의원도 당론 채택된 것을 확실히 인지했으면 찬성 표결 했을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07-10 헌법 65조 우롱하는 野 ‘탄핵 청문회’

임종훈 前 국회입법조사처장, 前 홍익대 법대 교수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지난달 20일 시작된 이후 참여한 국민이 100만 명을 넘어서자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야당 단독으로 청원과 관련한 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채택, 오는 19일과 26일 두 차례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특히, 26일로 예정된 청문회에는 김건희 여사와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씨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민이 국회에 입법을 촉구하는 수단으로 주로 활용되던 국회의 국민청원 제도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요구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것이 특이하고 이례적이다. 이번의 청원을 계기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제기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이미 문재인 정권에서도, 창구가 다르기는 하나 청와대 국민청원에 140만 명이 넘는 국민이 문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청원을 했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현시점에서 국민동의청원을 빌미로 야당 주도로 국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된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와 신분의 독립성이 보장된 법관 등에 대해서 헌법은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제65조)하고 있다. 즉, 탄핵소추 사유는 ‘직무집행’과 관련된 행위여야 한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일련의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결정을 통해 탄핵 사유는 단순한 헌법이나 법률 위반이 아니고, 헌법보호 의무를 위반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만큼의 ‘중대한 법 위반’이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과연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집행과 관련해 헌법이나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 있을까?

국민동의청원에서 제시한 윤 대통령 탄핵 사유로는 ①해병대 박정훈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행사: 군사법원법 위반 ②명품 뇌물 수수, 주가 조작,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조작: 부정 비리, 국정농단 ③전쟁위기 조장: 평화통일 의무 위반 ④일본 강제징용 친일 해법 강행: 대법원 판결 부정 ⑤후쿠시마 핵 폐수 해양 투기 방조: 국가와 국민의 생명 안전권 침해가 열거돼 있다.

국민동의청원에 제시된 탄핵 사유를 살펴보면, 대부분 대통령 본인의 직무 행위가 아니거나, 외교·국방에 관한 통치행위적 성격의 결정이거나, 증거가 없는 것들이다. 그리고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행사와 관련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지금은 그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설령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에 대해서 어떠한 지시를 한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 해도 그것이 과연 헌법보호 의무를 위반한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이 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국민동의청원에 제시된 탄핵 사유가 이러한데도 왜 야당은 지금 여기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빌미를 찾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하는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위한 방탄용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야당은 정쟁보다는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 민생 경제를 되살리고, 국제 경쟁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할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국민의 심판이 늘 정부만을 향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일보

 

07-10 법카 유용 사건 본질과 ‘李 탄압’ 궤변

서정욱 변호사, 前 영남대 로스쿨 교수

수원지검 공공수사부가 지난 4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과 관련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부인 김혜경 씨에게 소환조사를 통보했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한 번,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두 번, 백현동 특혜 의혹으로 한 번,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두 번에 이은 7번째 조사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무도한 정권이 정치검찰을 이용해 치졸하게 폭력적인 보복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도 “국민의 분노를 덮기 위한 국면 전환 쇼”라면서 “정권의 위기 때마다 이 전 대표를 제물 삼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검찰은 정권 수호를 위한 방탄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며 이 전 대표를 비호한다. 모두 거짓말로, 견강부회의 황당한 궤변이다. 공정한 수사라는 형사사법 제도의 근본을 훼손하고 법치주의를 뿌리째 흔드는 어불성설이다.

먼저, 샌드위치와 과일 등 개인 음식값 등을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허위로 지출 내역을 기재하는 방식으로 혈세를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 수사가 어떻게 치졸하고 폭력적인 보복 행위가 되는가. 그러면 공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횡령·배임에 대해 어떠한 수사도 하지 말아야 하는가. 이 의혹은 정치검찰의 기획수사로 시작된 게 아니라, 전 경기도청 별정직 직원인 조명현 씨가 녹취록을 통해 비리를 폭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결국, 정치 보복 운운하는 이 전 대표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 사건이 이미 몇 년 동안 수백 번의 압수수색, 수백 명의 소환조사를 통해 무혐의 불송치 결정이 났던 사건”이라는 이 전 대표의 주장도 법리와 사실 왜곡을 통해 국민을 기만하려는 꼼수다. 이 사건은 경찰이 종결한 사건을 검찰이 다시 수사한 것이 아니라,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 협력과 일반적 수사 준칙에 관한 규정’에 따라 수사가 계속 진행돼 왔다. 불송치 사건에서 경찰의 수사나 결정 이유에 부족한 점이 있을 때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하거나 송치 요구를 하는 것은 실무상 일반적인 사례다. 또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장소 136곳 중 129곳은 단순 법인카드 사용 내역만 확인한 것이며, 조사 인원도 30여 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 전 대표의 주장은 명백히 허위다.

“국면전환 쇼”라는 민주당의 주장 또한, 검찰이 지난 6월에도 사건 관계인 4명을 조사하는 등 계속 조사해 왔고 이 전 대표 부부 소환만 앞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전혀 근거 없다. 무엇보다 이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청 별정직 5급 공무원 배모 씨는 이미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지난 2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이는 사법부까지 이 의혹을 인정한 명백한 증거다.

‘내가 맞설 상대는 우리나라 거대 여당(당시) 대선 후보였다. 권력과 돈, 세력을 모두 갖고 있는 여당의 대선 후보를 상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이 사건을 최초 폭로한 조 씨가 책에 기재한 내용이다. 법불아귀(法不阿貴), 법은 결코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고 만인에게 평등하다. 공익의 대변자요 정의의 실현자인 검찰은 일체 좌고우면 없이 오직 증거와 팩트, 법리와 원칙에 따른 직진 수사로 이 전 대표 부부의 거악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국민의 혈세를 사적인 용도로 유용하는 범죄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해야 한다.

문화일보 

 

07-11 反기업·포퓰리즘 입법 폭주하면서 ‘먹사니즘’ 내건 李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10일 대표 경선 출마 선언은 예상대로 대선 출마 선언과 흡사했다. 경쟁 후보가 있긴 하지만, 이미 1인 정당이라고 불릴 정도로 장악력이 확고하기 때문에 당내 득표전보다 대국민 메시지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면서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라고 밝혔다. 국민이 공감할 주제다. 문제는, 이 대표와 민주당의 행태는 그런 취지와 크게 배치된다는 사실이다.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의 핵심이자 최고의 복지는 좋은 일자리이고,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기업의 법인세, 임직원들의 소득세는 국가 세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기업이 잘되게 하느냐가 먹사니즘 시금석이다. 민간단체 ‘좋은규제시민포럼’ 분석에 따르면, 민주당이 주도한 제21대 국회는 684개 법안을 가결해 1216개의 규제 조항을 만들었다. 22대 국회 들어서도 규제 러시다. 개원 후 한 달 간 규제 법안 283건이 발의돼 지난 국회 같은 기간의 2배에 육박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 사회 갈등과 기업 부담을 야기할 법안이 수두룩하다.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폐기됐던 악법들도 속속 재등장했다. 안전운임제를 상시 도입하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가맹점 사업자 권한을 제한하고 가맹점주단체에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 등이다. 친(親)기업 법안은 뒷전이다. 상속세제 개편, 배당 확대 기업 세액공제 등은 민주당의 관심 밖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유예도 마찬가지다. ‘노란봉투법’은 더욱 독소 조항이 강화돼 발의됐다. 쌀값 하락 때 정부 매입을 의무화한 양곡관리법, 1인당 25만∼35만 원을 지원하는 민생지원금 특별조치법 등 포퓰리즘 법안들도 7월 내 처리를 공언하고 있다. 에너지고속도로를 내걸면서, 정작 전력망 기본법, 고준위 방폐장법 등의 발목을 잡았다.

문화일보 사설 

 
 

07-11 ‘법 앞 평등’ 깨뜨리는 이재명 방탄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李 사법리스크 맞선 야당 행태
검찰과 사법부 공격으로 악화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도전

총선 승리가 면죄부 될 수 없어
지지율 하락만 봐도 착시일 뿐
법적 정치적 책임 회피 말아야

방탄의 사전적 정의는 ‘날아오는 탄알을 막음’이다. 즉, 총으로 공격하는 것에 대한 방어를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방탄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정치적으로 비중 있는 인물의 보호를 위해 다른 인물이 대신 공격을 받거나, 각종 제도를 앞세우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정치적 방탄이 대중화한 것은 ‘방탄총리’가 시작이다. 과거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던 시절, 총리는 형식상 정부의 2인자였지만, 실제로는 허수아비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각종 기념식에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하여 축사를 읽는 ‘대독 총리’,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고 등이 있을 때 대통령을 대신해 책임지고 물러나는 ‘방탄총리’라는 말이 나왔던 것이다.

요즘은 방탄총리보다 방탄국회가 더 많이 거론된다. 방탄국회라는 말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이용해 불법 혐의를 받는 의원의 체포를 피하려는 것을 지칭하며, 국회의 다수당이 임시국회의 소집 및 회기 연장, 체포동의안의 부결 등을 통해 국회의원을 체포해 수사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민주당에서 무리한 입법, 무리한 주장을 반복하면서 ‘이재명 방탄’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정국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심지어 여야 간의 공방을 넘어서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공격까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면서 이재명 방탄이 당분간 정국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 사용되는 방탄 개념에는 부정적 평가가 담겨 있다. 방탄총리, 방탄국회, 이재명 방탄을 막론하고 방탄이라는 말 자체에 정치적으로 비중 있는 인물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난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정치는 국민 앞에 책임을 지는 책임정치이다. 이러한 책임이 선거 등에 의해 확인되는 정치적 책임만은 아니다. 국민의 대표자는 불법을 저질러서는 안 되며, 만일 불법이 있다면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는 책임정치를 지향하는 민주주의의 요청일 뿐만 아니라, 헌법 제11조 제1항이 규정한 ‘법 앞의 평등’의 요청이기도 하다.

‘방탄총리’에 대한 비판이 많았던 것은 대통령의 책임을 국무총리가 대신 지도록 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점 때문이었다.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총리가 대신 지고 사임하도록 함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비난을 희석시키려는 것은 민주적 책임정치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방탄국회’에 대한 비판도 유사하다. 최근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가 많은 국민의 관심을 끌고, 여야 정당들에서 특권 포기에 관한 움직임이 있었던 것도 방탄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 때문이었다. 애초에 국회의원들의 면책특권 및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 개개인의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회의 원활한 기능에 장애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국회의원 개인의 보호를 위해 오남용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이재명 방탄’에 비할 바는 아니다. 오로지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를 축소·회피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방탄 활동이 미치는 범위 및 부작용은 방탄총리나 방탄국회에 비할 바가 아니며, 더욱이 이재명 개인을 위해 법질서가 왜곡되고 있다는 점에서 ‘법 앞의 평등’에 대한 침해도 더욱 심각하기 때문이다. 방탄총리, 방탄국회, 이재명 방탄의 공통점은 헌법상의 제도를 왜곡하며, 법 앞의 평등을 깨뜨린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방탄은 법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방탄은 법치뿐만 아니라 민주에 대한 위협이기도 하다.

이재명 방탄의 경우에는 최근 제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직후이기 때문에 마치 이재명 방탄이 국민에 의해 인정된 것처럼 착시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총선 당시에 비해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재명 방탄이 국민적 지지를 얻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재명 방탄은 법적 책임의 회피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책임의 회피이기도 하다. 국민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고 회피하는 정치가 민주정치일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문화일보 

 

07-12 근거 없는 폭로·비방과 막말…공멸 부를 與 전대 난투극

중반전에 접어든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근거 없는 폭로와 비방으로 집단 난투극을 방불케 한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 후보들의 주장은 일부 유튜버의 극단적 주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수준의 흑색선전에 가깝다. 대표 경선에 출마한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가나다 순)는 합리적이고 장점이 많은 정치인들인데, 일부는 스스로 정치적 자산을 갉아먹고, 전대 컨벤션 효과도 없애는 자폭적 행태를 보인다. 급기야 “고의 총선 패배”라는 황당한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김건희 문자로 진흙탕을 만든 것도 모자라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에 대한 책임감과 품격을 찾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11일 열린 제2차 TV토론(MBN 주관)에서 원 후보는 자기소개 시간에 한동훈 후보를 향해 “비대위원장 시절 비례대표 사천 의혹, 법무장관 시절 사설 여론 조성팀 운영 의혹, 김경율 회계사의 금융감독원장 추천 의혹 등 3대 의혹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책임지겠나”라고 포문을 열었다. 전날 기자들과 만나서는 “김 여사 문자에 답하지 않아 선거를 고의로 패배했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네거티브를 자제하겠다던 1차 토론회 때 약속을 뒤집었다. 한 후보는 “노상 방뇨하듯 그냥 오물 뿌리는 것 아닌가. 제 처가 (비례대표 후보자와) 일면식이라도 있다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며, 3대 의혹이 사실이 아니면 원 후보가 은퇴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원 후보의 공격이 근거 없음을 강조하기 위한 언급이었겠지만, 원 후보의 31년 전의 ‘노상 방뇨 사건’을 소환한 것은 스스로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태다.

원 후보는 한 후보 이모부가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처벌 받았고, 장인이 과거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하려 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보수를 잠식하고 진영을 재편하기 위한 누군가의 큰 그림 속에서 아이돌로 내세워진 게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원 후보 본인도 학생운동권 출신이고, 여당 내에도 운동권 출신 인사가 많은데 20년 동안 만난 적도 없다는 이모부 전력까지 거론하며 ‘좌파 프레임’을 씌우겠다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다. 이런 식이면 여당은 중도 확장이나 인재 영입을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문화일보 사설

 
 

07-12 與 자해 정치와 ‘김 여사 리스크’

신보영 정치부장

초유의 ‘김건희 문자’ 논란에
당권 경쟁, 폭로·비방전 변질
총선 대패에도 반성 못한 여당

대통령 포함 당사자 해명 필요
국민 부여한 108석 의미 되새겨
당 개혁과 정책 비전 제시해야

여당 대표를 선출하는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 분란이 점입가경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월 한동훈 당 대표 후보(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5차례 문자메시지가 당권 선거를 지배하고 있다. 당 대표 선거에 대통령 부인의 문자가 논란이 된 것도 유례가 없는데, 후보들의 ‘윤심(尹心) 팔이’에 더해 연쇄 폭로와 상호 비방까지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게다가 지난 9일 치러진 1차 방송토론은 문자에 담긴 사과 의사에 대한 해석 차이에 더해 몇 가지 의문점을 더 남겼다. 먼저, 한 후보는 4·10 총선 당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대통령 입장은 사과가 필요 없다고 했다”인데, 이게 사실이라면 대통령 내외의 입장이 조율되지도 않은 채 나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둘째, 한 후보는 김 여사가 보낸 문자 내용을 “다 밝히면 정부와 대통령실이 위험해진다”고도 했는데, 지금까지 공개된 문자 외에도 추가 내용이 있다는 것인가. 셋째, 원희룡 후보가 방송토론에서 언급한 뒤 10일 밝힌 “한 후보를 포함해 총선 비례대표 공천을 결정한 5명”은 또 누구인가. 한 후보가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견했던 김경율 전 비상대책위원을 금융감독원장으로 추천하려 했다는 의혹은 사실인가. 여기에 더해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주장하는 ‘한동훈 댓글팀’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가.

일단 문제가 제기된 만큼, 당사자들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대통령실은 “일절 간여하지 않는다”는 입장만 내놨지만, 김 여사 문자가 쟁점이 된 이상 당시 윤 대통령의 입장이 무엇이었는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이 모든 의혹의 핵심이 제22대 총선에서 대패한 원인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보수정당 총선 3연패 상황에서 총선 패배 원인 분석은 필수적이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103석밖에 얻지 못한 뒤 백서를 발간했지만, 4년 뒤에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백서가 패인으로 지적했던 중도층 지지 부족과 외연 확장 실패, 퇴행적 보수 이미지, 미래 비전 제시 미비 등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당권을 누가 쥐든, 더욱 철저한 원인 분석과 반성을 담은 백서를 지체 없이 만들어 공개해야 하는 이유다.

당 대표 후보들과 ‘친윤’ 정치인들의 ‘배신의 정치’ 프레임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윤 대통령의 진심은 알 수 없지만, 윤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2013년 국회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이 국민적 공감을 얻었기 때문 아니었나.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에도 신임 차관들에게 “대통령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 자유민주주의 헌법 시스템에 충성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 발언처럼 여당 대표라면 충성의 대상이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어야 하며, 국민을 위해 필요하다면 배신할 수 있어야 하는 게 또 정치인이다. 혹여 윤 대통령이 한 후보에게 인간적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면 이는 사적 관계에서 풀 일이다. 한 후보 역시 윤 대통령 부부와의 오랜 인연을 생각한다면 김 여사 문자 ‘읽씹’에 대해 개인적 관계 차원에서 사과해서 문제를 매듭짓길 바란다.

국민의힘 당권을 둘러싼 권력 암투는 명백한 ‘자해 정치’다. 당에도, 대통령에게도, 국익에도 해가 될 뿐 아니라 국민의 정치 혐오증만 키울 것이다. ‘내부에서의 총질’ 탓에 누가 대표에 당선되더라도 분열된 당 계파 간 갈등을 쉽게 봉합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거야(巨野)의 입법 독주와 일당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방안 연구는커녕, 단일대오 유지마저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야당 폭주가 아니라 ‘영부인 리스크’를 먼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전당대회에서 반드시 논의돼야 할 당 개혁과 체질 개선, 여당으로서의 정책 비전도 실종됐다. 대표 연임 출마를 선언하며 민생을 주제로 ‘먹사니즘’을 내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금은 더 여당 지도자 같을 정도다. 국민이 제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민주당 등 야권이 개헌저지선(200석)을 넘지 못하게 108석을 부여한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108석이 보수정치를 지키는 보루가 되기는커녕 국민의 ‘백팔번뇌’가 돼가는 듯하다.

문화일보

 

07.15 이번엔 상설 특검 꼼수, 민주당 머릿속에는 특검밖에 없나

 더불어민주당이 해병대원 사건 특별검사를 개별 특검법이 아닌 상설 특검법을 통해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신들이 주도했던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 재의결도 부결될 경우, 상설 특검법으로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2014년 도입된 상설 특검법은 법무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국회가 특검 임명 요청안을 의결하면 별도의 법을 제정하지 않아도 바로 특검을 가동할 수 있도록 했다. 171석의 민주당이 언제든 특검을 가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단 특검 후보자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할 때 법무 차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과 국회 추천 4명으로 구성된 특검 후보자 추천위를 구성해야 한다. 국회 규칙은 국회 추천 4명을 1당인 민주당과 2당인 국민의힘이 추천하도록 규정했다. 민주당은 현행 국회 규칙으로는 특검을 자신의 입맛대로 임명할 수 없게 되자,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들이 4명 모두를 추천하도록 국회 규칙까지 바꾸려 하고 있다. 거부권을 피하려 상설 특검이라는 우회로에 국회 규칙 개정이라는 꼼수까지 동원했다.

 

대통령이 해병대원 특검법을 국회로 돌려보낸 이유 중 하나는 특검 후보자 2명을 야당만 추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없는 편향적 특검을 통해 일방적 수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위헌 논란까지 제기됐다. 민주당이 상설 특검을 통하더라도 야당만 특검 후보자 추천위원을 구성하도록 규칙을 바꿀 경우 기존의 특검법과 다를 바가 없다.

 

경찰은 최근 해병대원 순직 사건과 관련해 6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임성근 전 사단장을 무혐의 처리했다. 수사 외압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 결과도 곧 발표될 것이다. 민주당은 경찰과 공수처 수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뒤 국민의힘과 협의해 특검법을 제출할 수 있는데도, 일방적 특검법 추진으로 정치적 갈등만 키우고 있다.

 

민주당은 총선 이후 해병대원 사건뿐 아니라 명품 가방을 포함해 김건희 여사 관련 7가지 의혹을 한꺼번에 수사하겠다는 ‘종합 특검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거기에 이재명 전 대표와 관련된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을 수사하겠다는 특검법까지 발의했다. 하루는 특검, 하루는 대통령과 검사 탄핵으로 날을 새는 셈이다. 민주당이 당대표 방탄과 특검, 탄핵에 쏟는 역량의 일부라도 민생에 쏟는다면 국회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7-15 상설특검 ‘국회 추천 위원’ 4명 野 독식은 위헌 발상

제2차 채상병특검법에 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 요구를 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재의결에서 또 부결되면 ‘상설특검’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별도의 특별법 제정 없이, 국회 본회의 의결이나 법무부 장관 판단으로 특검 수사를 할 수 있게 하는 ‘특별검사 임명법’을 활용하자는 발상이다. 대통령 거부권을 우회할 수 있는 이 법은 2014년 제정됐지만, 세월호 특검을 제외하고는 활용되지 않았다. 특검 결정권을 사실상 집권 세력이 갖는 구도여서, 주로 특검을 요구하는 야권 입장에서는 개별 특별법 추진이 정치적으로 더 유리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회 규칙 개정을 통해 이런 한계를 깨뜨리려 한다.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특검 후보 추천위원 7명은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당연직 3명과 국회가 추천한 4명으로 구성된다. 국회 규칙은 제1 교섭단체와 그 외 교섭단체가 2명씩 추천토록 규정했다. 현재 상황에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명씩 추천하고, 그러면 7명 중 최소 4명이 집권 측 인사들이 된다. 민주당은 사건 피의자가 대통령이나 대통령 가족 등일 땐 여당이 추천하지 못하도록 단서 조항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헌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한다. 행정부에 속하는 수사권에 대해 입법부가 직접 관여하는 상설특검법은 그 자체로 삼권분립 침해 소지가 있지만, 예외적으로 인정하기 위해 ‘여야 합의’를 대전제로 내세운 것이다. 상설특검법이 정치적 중립(제6조)을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다. 국회 규칙을 바꿔 야당이 특검을 결정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헌이고, 하위 법령으로 상위 법령을 뒤엎는 일도 된다. 미리 대통령을 피의자로 전제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결과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 그 경우에도 여야 합의가 기본이며, 그러지 않으면 헌법재판소가 제동을 걸어야 할 필요도 있다.

문화일보 사설 

 
 

07.16 이재명 재판 '한명숙 1심'처럼 해야 한다

한 전 총리 1심, 주 3회 재판… 본격 재판 한 달 만에 선고
李 전 대표 사건도 집중심리 필요… 대선 전 확정판결 해 혼란 막아야

 이제껏 기억에 남는 재판 중 하나가 2010년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 사건 1심 재판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재판 속도였다. 재판부는 세 번 공판준비 기일을 가진 뒤 매주 월·수·금 세 차례 재판을 했다. 첫 재판이 3월 8일 시작됐는데 증인 신문에 시간이 걸리면 재판을 밤늦게까지 했다. 그리고 한 달 만인 4월 9일 1심 무죄 선고가 나왔다. 이례적인 속도였다. 기소 시점으로 따져도 5개월 만이었다. 그렇다고 졸속 재판도 아니었다. 현장 검증 등 필요한 건 다 했다.

 

형사 재판은 이런 집중 심리가 원칙이다. ‘부득이한 사정이 없는 한 재판을 매일 열어야 한다’고 형사소송법에 규정돼 있다. 재판부가 원칙에 충실했던 것이다. 한 전 총리 측 협조도 있었다. 그해 6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뜻을 밝힌 그는 선거 전에 결론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도 미룰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본격 재판 한 달 만에 결론이 나온 것이다. 한 전 총리는 이 사건에선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나중에 불법 정치자금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됐다.

 

그런데 이런 신속한 재판이 요즘엔 거의 없다. 간단한 사건도 1심 선고에만 1~2년씩 걸린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재판부들이 사건에 치인다는 이유로 2~3주에 한 번씩 공판 기일을 잡는 탓이 크다. 법에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재판을 매일 열지 못할 때는 다음 공판 기일을 14일 이내로 잡아야 한다’고 돼 있다. 이 예외가 마치 원칙처럼 돼 재판이 하염없이 늘어지는 것이다. 판사들이 사실상 법을 안 지키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 사건도 마찬가지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2주에 한 번, 위증교사 사건은 거의 한 달에 한 번 재판을 열었다. 이 두 사건은 오는 10월 중 1심 선고가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비교적 간단한 사건인데도 위증 교사 사건은 기소 1년 만에, 선거법 위반 사건은 약 2년 만에 1심 판단이 나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장은 재판을 1년 4개월 끌다 선고도 하지 않고 돌연 사표를 내기도 했다. 정상이 아니다.

 

판사들은 사건 부담 때문에 집중심리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한 전 총리 사건 1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 재판이 없는 이틀 동안 다른 사건 재판을 했다. 주 5일 재판을 한 것이다. 집중심리는 힘이 들겠지만 못할 것도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재판부들이 사건에 치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니 판사들이 집중심리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재판이 이렇게 지연되면 대선 전에 이 전 대표 사건 확정 판결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비리 사건 재판은 아직 절반도 진행되지 못했고, 얼마 전 기소된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은 이제 시작이다. 이 두 사건은 이 전 대표의 핵심 의혹인데 재판이 언제 끝날지조차 알 수 없다.

 

만약 이 사건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전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면 큰 사회적 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이 전 대표가 당선되면 재판이 중단되느냐는 헌법적 논란도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반대 진영과 지지자들로 나뉘어 나라가 둘로 쪼개질 것이다.

 

이 혼란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법원이 대선 전에 유죄든 무죄든 확정 판결을 내리는 것밖에 없다. 사법부 전체가 책임의식을 갖고 신속하게 재판하면 못할 것도 없다. 이 전 대표 사건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당 재판부에 다른 사건을 맡기지 않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이 전 대표도 협조해야 한다. 그의 말대로 모든 사건이 ‘조작’이라면 지금처럼 재판을 지연할 이유가 없다.

조선일보 최원규 논설위원

 

07-16 마음에 안 들면 누구든 탄핵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野

더불어민주당의 ‘묻지 마 탄핵소추’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민주당 언론개혁TF 단장인 한준호 의원은 15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탄핵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방심위원장 신분을 민간인에서 정무직 공무원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헌법 제65조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을 탄핵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어서 방심위원장을 당장 쫓아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방심위는 방송통신위원회법을 근거로 설치된 민간자율기구로서, ‘독립적 사무’ ‘외부의 부당한 지시나 간섭 배제’가 보장돼 있음을 고려하면, 이를 무시하는 행태다.

법안은 ‘재직 중인 방심위원장에도 개정안을 적용한다’고 사실상 류희림 위원장을 겨냥했다. 민주당은 류 위원장이 ‘청부 심사’ ‘민원 사주’ 등으로 방심위의 공정성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의혹이 있다면 심의위원 제척 등 관련 규정과 형·민사상 법적 조치를 통해 충분히 시비를 가릴 수 있다. 민주당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누구든 탄핵하겠다’는 협박으로 보이는 이유다.

민주당은 앞서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해서도 탄핵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강유정 의원 등)을 발의했다. 인권위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독립 기관으로 탄핵 대상이 아니다. 민주당은 김 상임위원이 지난달 24일 “국회가 구태를 벗어던지지 못했다”고 말한 것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인권위원의 면직 사유에 국회 탄핵소추를 추가했는데, 기소만으로 유죄를 확정하자는 억지와 다름없다. 이런 법안이 위헌적이며, 대통령의 재의요구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민주당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밀어붙이는 것은 공직사회와 민간기구 등을 향해 민주당 쪽에 줄을 서라는 겁박으로 비친다.

문화일보 사설

 
 

07-16 민주당 ‘하명 수사기관’ 발상은 위헌

김성천 중앙대 교수·법학

대통령이 지난 9일 채상병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특별검사 후보 추천권을 야당이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군사경찰이 민간경찰로 사건을 이첩할 때 사단장에 대한 혐의 부분은 제외토록 했다는 의혹이 특검 대상이다. 그런데 현재 대통령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그래서 여당이 특별검사 후보 추천권을 가지면 곤란하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정당에 소속된 사람에 대해 특검을 할 때는 그가 속한 정당은 추천권을 가질 수 없어야 한다. 여러 정당에 소속된 사람들이 대상일 땐 국회가 특검 후보를 추천하면 안 된다는 말이 된다.


특별검사 후보 추천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국회규칙은 국회에서 추천하는 4명의 위원을, 제1 교섭단체와 그 외 교섭단체가 2명씩 추천하도록 규정한다. 이는 특검법에 따라 특별검사에게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독립하여 그 직무를 수행’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절차적 안전장치다. 이것이 특별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편임은 당연하다.

이미 종결된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된 해병대 제1사단장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군사경찰이 내렸던 결론과는 다르다. 그런데 3년 전에 군사법원법이 개정된 이후 군사경찰은 군인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 권한이 없다. 해병대 군사경찰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1주일 동안 조사한 것 자체가 월권이다. 군사경찰이 사단장을 비롯한 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내용을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한 조치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 당시 국방장관이 국방부 검찰단을 통해 사건 서류를 회수하고, 사실관계만 정리해서 사건을 넘기라고 지시한 조치가 오히려 정당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의 결론과 다른 판단에 대해서는 배척하는 경향을 보인다. 당 소속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와 유죄 입증을 해 나가는 검찰에 대해선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려 했다. 법원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리면 사법부에 대해서도 격렬한 반응을 보인다. 경찰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를 내놓자 이젠 경찰도 손을 보려는 기세다.

사법기관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자 이제는 상설특검 카드를 꺼내 들려고 한다. 사실,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식의 ‘하명 수사기관’을 만들려는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각종 특검법안을 상정하면서 ‘교섭단체 중 더불어민주당’에만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도록 하는 조항을 삽입해 정치적으로 자신들에게 편향된 인물이 선임되도록 하는 시도를 반복해 왔다.

이들 특검법안이 좌초되자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시키고자 국회규칙을 개정해서 ‘제1 교섭단체’만 특별검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발상이다. 국회규칙은 원하는 대로 개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하위법은 상위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도에서만 효력을 가진다. 국회 제1 교섭단체와 그 외 교섭단체가 동수의 특별검사 추천위원회 위원을 추천하도록 하는 규정은 상위법인 특검법에서 특별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한 조항을 절차적으로 구체화한 내용이다. 그러므로 국회규칙 개정 시도는 위헌적 발상이다.

문화일보

 

07.17 대법원이 '李 재판' 신속 진행 의지 보여야 일선 법원도 바뀔 것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가 수원지법에 배당된 자신의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재판을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대장동 사건에 병합해 달라며 낸 신청을 대법원이 기각했다. 신청 14일 만이다. 대장동 사건 재판은 백현동 비리, 성남FC 사건과 한데 묶여 1년 4개월째 1심 재판이 진행 중인데 아직 절반도 진행되지 못했다. 여기에 대북 송금 사건까지 합치면 1심 선고가 언제 나올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대법원이 병합 신청을 비교적 신속하게 기각한 데는 심각한 재판 지연을 막겠다는 뜻이 있을 것이다.

 

현재 이 전 대표는 4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대선 때 거짓말을 했다는 선거법 위반 사건, 위증교사 사건은 이르면 오는 10월 중 1심 선고가 나올 예정이다. 선거법과 위증교사 사건은 당사자가 혐의를 인정하는 등으로 시간을 끌 것이 없었다. 그런데도 두 사건은 각각 기소 2년, 1년 만에 1심 판단이 나오는 것이다. 심각한 재판 지연이다.

 

특히 대장동 사건, 얼마 전 기소된 대북 송금 사건은 1심이 언제 끝날지조차 알 수 없다. 이대로라면 이 사건들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전 대표가 다음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심각한 사회 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재판이 4~5년 넘게 걸린다면 누가 납득하겠나.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원은 이 전 대표 사건을 최대한 신속하게 재판해 대선 전에 확정판결을 내리겠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신속·공정한 재판을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큰 변화를 못 느낀다는 사람이 많다. 재판 진행 속도를 당기려는 움직임도 별로 없다. 대법원도 마찬가지다. 대북 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가 재판 지연을 위해 작년 말 법관 기피 신청을 냈을 때 하급심은 비교적 빨리 기각 결정을 내렸는데 대법원에서만 31일을 끌었다. 이 때문에 재판이 77일간 중단됐다. 사실상 재판 지연을 방치한 것이다. 후원금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전 의원은 작년 9월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지만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다. 당선무효형인데 판결이 늦어지면서 4년 의원 임기를 다 채웠다. 대법원이 이래선 일선 법원도 바뀌지 않는다.

조선일보 사설 

 

07.17 여야 전당대회, 한쪽은 자해·폭력, 다른 쪽은 '무조건 탄핵'

▲지난 15일 충남 천안시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참석자들 일부가 한동훈 후보에게 '배신자'라고 외치며 의자를 집어 던지려고 하자 경호원과 당직자들이 제지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일부 참석자가 욕설과 야유를 퍼붓고 의자를 집어던지며 몸싸움을 하는 난장판이 벌어졌다. 한동훈 후보가 연설에 나서자 일부 청중이 “배신자” “꺼져라”고 외쳤고 한 참석자가 의자를 집어들어 던지려 하면서 몸싸움이 시작됐다. 당대표 후보들이 연일 원색적인 비난전을 벌이더니 결국 폭력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소수당으로 전락한 집권당이 볼썽사나운 자해와 혐오 정치만 벌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전당대회에 일절 간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과거 당내 선거 때마다 되풀이됐던 대통령실 개입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결국 총선 참패 후 국정을 수습하고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할 전당대회가 오히려 내분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런 집권당이 의석도 태부족한데 어떻게 민생을 살피고 국정 개혁을 하겠나.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최고위원 출마자들이 앞다퉈 이재명 대표를 칭송하면서 ‘대통령 탄핵’만 외치고 있다. 당선이 유력하다는 후보는 대통령 탄핵 집회에 참석해 단상에 올랐고, 다른 후보는 “탄핵 열차 기관사가 되겠다”고 했다. “대통령 부부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를 장악한 정당의 지도부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국정 비전에 대한 정견 발표는 없이 한결같이 대통령 탄핵 얘기뿐이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대표 우상화도 도를 넘고 있다. “이 대표는 당의 아버지”라더니 “이 대표의 수석 변호인이 되겠다” “이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지도부가 돼야 한다”고 외친다. 이재명 사당(私黨)을 넘어 ‘북한 같다’는 말이 나오는 지경이다.

 

이 대표는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먹사니즘’을 앞세웠지만 민주당이 총선 승리 후 100일 동안 한 일은 대통령 탄핵과 이 대표 방탄, 입법 폭주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은 이날도 국회 법사위에서 이원석 검찰총장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윤 대통령 탄핵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지난 국회에서 합의했던 각종 민생 법안과 국민연금안 등은 손도 대지 않고 있다. 시급한 국정 과제는 쌓여 있는데 여당은 연일 분열이고 국회 장악 야당은 탄핵 타령뿐이다.

조선일보 사설  

 

07-17 엉터리 청문회에 검찰총장·연예인 무더기 부른 野 갑질

 거야(巨野)의 힘자랑이 헌법·국회법 취지와 민주주의 일반 원칙까지 저버릴 정도로 전방위 확산하고 있다. 청문회를 빌미로 김건희 여사 모녀를 비롯해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핵심 참모에 이어 이원석 검찰총장까지 증인 출석을 요청한 것은 상징적이다. 오는 19일과 26일 열릴 예정인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민동의 청원’ 관련 청문회에는 증인(45명)과 참고인(7명) 등 52명을 부르기로 의결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전례와 달리 24·25일 이틀 실시하고, 증인 26명과 유명 연예인·문화예술인 등 참고인 40명을 대거 채택했다. 자질 검증은 뒷전이고, 망신주기와 인민재판 행태가 앞서는 엉터리 청문회 예고나 다름없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는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직무집행에 있어서의 헌법·법률 위배’(헌법 제65조)가 있어야 가능하다. 단지 청원을 이유로 탄핵소추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해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에서 청문회를 연다는 발상도 놀랍지만, 청원 내용도 헌법 취지와 거리가 멀다. 청문회 근거부터 요지경인데, 검찰총장을 부르는 것은 더욱 문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 공정성을 위해 검찰총장이 국정감사 이외에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2022년 4월 ‘검수완박’ 입법 당시 김오수 검찰총장이 국회를 찾아 검찰의 입장을 설명하려다 사표로 항의를 대신했을 정도다. 이 총장은 “대통령 탄핵 청문이라는 유례없는 정치적 사안에 검찰총장을 끌어들이는 것은 정치가 사법을 정쟁으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증인 출석 요구서 수령을 거부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의 야당 의원들이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설운도·정우성 등 유명 연예인과 봉준호·박찬욱 등 영화 감독을 대거 참고인으로 부른 것은 갑질 코미디다. 이 후보자가 한 강연에서 연예계 인사들을 좌우로 나눈 것을 핑계로 정치 공세를 하겠다는 의도다. 그들을 불러 놓고 무엇을 묻겠다는 것인지 한심할 따름이다. 야당은 청문회에 불응하면 강제구인이나 고발 등의 조치를 위협한다. 그러나 엉터리 청문회에 출석해야 할 의무는 없다.

문화일보 사설 

 

07.18 '21세기 정치깡패'에 판 깔아준 정치권의 책임

▲지난 15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충청권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일부 유튜버와 지지자 등이 몸싸움을 벌이자 경호 요원들이 이를 말리고 있다. /뉴스1

 

지난 15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 연설회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는 유튜버들의 몸싸움에서 시작됐다. 연설회를 현장 중계하던 한 유튜버가 먼저 한동훈 후보에게 “배신자”라며 고함을 질렀고, 한 후보를 지지하는 다른 유튜버가 이를 제지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여기에 원희룡 후보 지지 유튜버가 가세하면서 싸움이 커졌다. 국민의힘 선관위는 이들 3명에게 전당대회 행사장 출입 금지 조치를 취하고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전당대회에서 폭력까지 휘두른 극렬 유투버들은 혐오 정치를 자양분 삼아 돈벌이를 해왔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 세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방송을 하며 조회 수를 높이거나 후원금을 요구했다. 방송 내용이 자극적이거나 음모론에 가까울수록 수입도 증가한다. 전당대회장이나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욕설을 하거나 고함을 지르면서 스스로 사건을 만들기도 한다. 1960년대 정치에 폭력으로 개입했던 정치 깡패들이 이제는 유튜브라는 신종 무기를 들고 21세기 정치판에 등장한 것이다. 지난 총선 때는 사전 투표소에 몰래 들어가 카메라를 설치한 유튜버가 구속된 일도 있었다.

 

극렬 유튜버들의 정치 폭력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개딸’로 불리는 이재명 전 대표 극렬 지지층들은 작년에 비명계 핵심 의원들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수박 규탄 집회’를 열고 이를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이들은 비명계 의원 지역구 간담회장까지 들어와 고성과 욕설을 하며 행사를 방해했다. 이 전 대표의 법정 출두나 기자회견 때는 수십 명의 유튜버들이 따라다니며 지지 구호를 외치며 이를 생중계하고 있다.

 

폭력을 휘두른 일부 유튜버들에게 정치 행사 출입 금지 조치를 취한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여야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들을 지지하고 상대 정파를 반대하는 극단적 유튜브에 출연하거나 협조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공생 관계를 유지해왔다. 당장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팬덤 정치와 증오 정치에 편승한 것이다. 처음에는 돈을 벌기 위해 자극적 내용이나 음모론을 펴던 정치 유튜버들은 조회 수가 늘어나게 되면 특정 진영의 스피커를 자처하며 정치권에 영향력까지 행사하고 있다. 지금 민주당의 ‘호메이니’라고도 불리는 인물도 유튜버다. 정치 유튜버들에 의한 폭력 사태는 이들이 활개 칠 수 있는 운동장을 깔아준 정치인들의 자업자득이다.

조선일보 사설

 

07.19 108석 소수당 된 것도 모자라 아예 쪼개지려 하나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원투표를 하루 앞둔 18일 당대표 후보들의 모습. 왼쪽부터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여성위원회 대회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 서울시의회 간담회에 참석한 한동훈 후보.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방송 토론회에서 나경원 후보를 향해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부탁한 적 있죠? 저는 거기에 대해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나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의 체포 영장 기각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 후보 책임론을 제기하자 “법무 장관은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고 대응하며 한 말이다.

 

패스트트랙 사건은 2019년 민주당의 선거법·공수처법 강행 처리 때 국회에서 벌어진 물리적 충돌로, 나 후보를 포함한 여야 의원이 무더기로 기소된 사건이다. 국민의힘으로선 소수 야당 시절 집권 민주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다. 한 후보의 발언은 이런 전후 과정을 감안하지 않은 말이다. 많은 당 인사는 “분별이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불법 폭로 대회가 됐다”고 했다. 한 후보는 결국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이 일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자해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전당대회 연설회에서 일부 참석자가 욕설과 야유를 퍼붓다 의자를 던지려는 싸움까지 벌어졌다. 정당의 전당대회에서 벌어질 수 있는 최악 상황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고 있다. 이런 도를 넘는 내분의 근본 원인은 당대표 경선이 윤석열 대통령 대(對) 한 후보 싸움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이러니 여권 전체가 죽기 살기로 맞붙는 싸움으로 비화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 패배로 108석의 최약체 소수 여당으로 전락했다. 대통령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쇄신 리더십을 선출해야 한다. 그런데 후보 간 상호 비난이 위험 수위를 넘더니 지금은 전당대회 이후에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잡음이 커지고 있다. 지금도 아무 일 할 수 없는 약체 정당이 분열까지 한다면 기다리는 건 파국뿐이다. 문제는 이 정당이 국정을 책임진 집권당이라는 사실이다.

조선일보 사설   

 

07-19 金여사 문자로 시작해 청탁 소동으로 막 내리는 與 전대

국민의힘 지도부를 선출하는 7·23 전당대회의 당원 모바일 투표가 19일 시작됐다. 1차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28일 결선투표로 결정된다. 대표 경선에 나선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를 중심으로 보수를 재건할 계기를 만들 것으로 기대했지만 ‘자해(自害) 전대’ 양상으로 흘렀다. 김건희 여사 문자 파문으로 시작해 공소 취소 청탁 논란으로 끝난다고 할 정도로, 6월 25일 후보 등록 마감 이후 한 달 가까이 내부 총질에 치중했다. 이런 황당한 행태야말로 여권 위기의 근원이다.

친(親)윤석열 세력과 친한동훈 세력의 반목은 전대 이후를 더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지난 총선 참패 책임 공방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번 전당대회 득표를 통해 당원의 심판이 드러나겠지만, 어느 한쪽이 정치적 치명상을 입고, 여권의 공멸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사생결단 행태는, 윤 대통령과 면담한 원 후보가 갑자기 출마하고, 친윤 세력이 지원하는 등 지난해 3월 전당대회 당시 윤심 논란이 되살아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선거 초반 지난 1월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김 여사가 보낸 문자가 공개되면서 ‘읽씹’ ‘배신자’ 주장이 난무했다. 한 후보가 ‘여론조성팀’을 운영했다는 친윤 인사 주장까지 나왔다. 급기야 “법무장관 때 왜 이재명을 구속하지 못했느냐”는 나 후보 질타에 한 후보가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기소된 나 후보가 공소 취소를 청탁했다는 취지의 언급까지 하면서 난장판이 됐다. 한 후보는 당의 어려움을 도외시한 발언이라며 정치적으로 사과했지만, 판사 출신인 나 후보의 그런 주장부터 비정상이었다.

집권 여당의 책임과 미래 비전을 보기 힘들었던 이번 전대가 누구의 승리로 끝나든, 용산 2중대냐 당·정 갈등이냐의 문제가 남는다. 이를 해결해야 할 정점에 윤 대통령이 있다. 거대 야당은 벌써 ‘대통령 탄핵’ 포석을 하고 있다.

문화일보 사설 

 
 

07-19 거부권 뻔한 25만원법·노란봉투법 강행한 野, 뭘 노리나

더불어민주당이 18일 ‘25만 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단독으로 통과시키고, 7월 임시국회 내 본회의 통과를 공언했다. 이재명 전 대표가 직접 발의한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은 국가·지자체가 모든 국민에게 ‘소득 수준에 따라 25만∼35만 원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금액’을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3개월 내 지급하도록 했다.

이미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의 소지가 크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왔다. 12조∼18조 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심각한 세수 결손과 재정 적자를 감안해도 정부로선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관리재정수지(5월 기준)의 적자가 세수 감소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조 원이나 증가한 74조4000억 원을 기록했다. 현금을 살포하면 많은 국민이 당장은 환호하겠지만, 물가를 자극해 금방 민생 고통을 가중시키는 부메랑이 된다. 이 전 대표의 ‘먹사니즘’이 포퓰리즘으로 비치는 이유다. 노동조합법 2·3조를 개정하는 ‘노란봉투법’ 역시 중소기업들을 필두로 경제 6단체가 강하게 반대한다. 지난 제21대 국회 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는데, 거부권 사유를 고려해 시정하긴커녕 더 역주행한 법안을 내놨다.

이런 법안들이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다면 대통령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이런 사정을 민주당이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강행하는 것은 다른 의도, 즉 윤석열 대통령의 직권 남용과 민의 무시 등 ‘탄핵 명분 쌓기’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법제사법위가 19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과 관련한 청문회(1차)를 연 것도 마찬가지다. 헌법이 정한 탄핵소추 요건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국민청원을 빌미로, 탄핵 쇼를 벌이는 셈이다. ‘윤석열 공격’이 최고의 ‘이재명 방어’라는 전략이겠지만, 국민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문화일보 사설 

 

07.20 태영호 향해 '좌익'이라던 민주당, 1년 만에 '극우'라니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 /뉴스1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민주평통 사무처장에 임명된 태영호 전 의원을 “극우주의로 똘똘 뭉친 사람”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 전 의원을 기용한 것은 “민주평통을 극우들의 놀이터로 만들려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사람이 ‘극우’가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고 말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민주당이 불과 1년 전 태 처장을 공격한 내용과 정반대여서 어리둥절할 지경이다.

 

민주당은 작년 국회에서 태 의원을 “빨갱이” “(공산당) 부역자”라고 공격했다. 태 의원이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가로막고 있던 민주당을 향해 “민주라는 이름을 달 자격도 없는 정당”이라고 비판하자 온갖 막말을 쏟아냈다. 목숨을 걸고 탈북한 사람이 어떻게 ‘빨갱이’일 수 있나. 이런 막말을 한 것으로 지목된 민주당 의원은 전대협 출신이다. 전대협은 김일성, 김정일을 추종하는 그룹이 주도했다. 주체사상파 운동권이 태 의원을 ‘빨갱이’라고 공격한 것도 사리에 맞지 않지만 1년 만에 ‘극우’라니 이토록 생각 없이 함부로 사람을 공격할 수 있는지 혀를 차게 된다.

 

‘극우’는 자유를 혐오하는 전체주의, 집단주의, 군국주의, 인종주의 성향이다. 나치즘이 대표적이다. 태 전 의원은 김씨 일가의 전체, 집단, 군국주의와 자유 탄압을 피해 탈출한 사람이다. 인종주의자도 아니고 민주적 질서와 절차를 무시한 적도 없다. 민주당은 ‘김일성 민족’ 운운하며 전체주의, 집단주의, 군국주의로 북 주민을 노예로 삼은 김정은 집단을 비판해야 정상이다.

 

민주당은 태 전 의원을 향해 “쓰레기”라고 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이 고위 탈북민 앞에 관용적으로 붙이는 수식어다. 1997년 망명한 황장엽 노동당 비서를 ‘인간쓰레기’라고 한 것이 시작이다. 문재인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어느 의원은 태 전 의원에게 “변절자의 발악”이라고도 했다. 과거 탈북 대학생 면전에서 “변절자”라고 한 운동권 출신 민주당 의원도 있었다. 북한 정권이 탈북민들을 비난하는 것은 예상되는 일이다. 그런데 한국의 민주당이 왜 이렇게 탈북민들을 적대시하는지는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7.22 이재명 92% 조국 99% 득표율, 위험한 비정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전당대회 지역 순회 경선에서 이틀간 91.7%의 득표율로 압도적 1위를 달렸다. 이 전 대표는 첫날 인천·제주 경선에서 91%를 얻은 데 이어 둘째 날 강원·대구·경북에서도 93%를 얻었다. 이 전 대표가 2년 전 전당대회에서 기록한 역대 최고 득표율(77.7%)을 훌쩍 넘긴 것이다. 제왕적 총재 시절에도 없던 일로 공산당 선거에서나 나올 법한 수치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명(親明)을 표방하며 ‘대통령 탄핵’을 외쳐온 정봉주 전 의원이 선두였다. 다른 후보자들도 “이재명의 수석 변호인” “집권 플랜 본부장”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친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도부 선거부터 시·도당 위원장 선거까지 당 전체가 친명 일색이다. 2년 전에도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선거였지만 그래도 ‘비(非)이재명’계 일부가 지도부에 들어가 이 전 대표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도 냈다.

 

하지만 지난 총선 때 비명계가 대거 공천 학살되고 강성 친명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이재명 1인 정당’이 돼버렸다. 이 전 대표에게 걸림돌이 되거나 다른 목소리를 내면 극성 지지층인 ‘개딸’에게 찍혀 문자 폭탄을 받고 정치 생명까지 위협받는다. 당 전체가 이 전 대표 의중에 따라 움직이며 아부와 칭송만 난무하고 있다. 70년 역사의 민주 정당이라고 하기 힘들다.

 

지금 민주당은 이 전 대표 방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위한 입법 폭주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방해가 되는 당헌·당규는 모두 바꿨다.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든다며 ‘수사기관 무고죄’를 신설하고 ‘표적 수사 금지법’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 수사 검사를 탄핵하고, 판·검사들을 겨냥한 ‘법 왜곡죄’도 추진한다고 했다. 아예 검찰청을 없애고 감사원 감사를 막는 법까지 냈다.

 

조국혁신당 대표 경선에 단독 입후보한 조국 의원은 99.9%의 찬성률로 연임하게 됐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외친 조 대표는 총 투표자 3만2094명 중 3만2051명의 찬성표를 얻었다. 아무리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2심까지 징역 2년형을 받은 조 대표가 선거로 면죄부를 받으려 급조한 정당이라지만 ‘99.9% 득표’는 북한식 선거를 연상케 한다.

 

지난 총선 때 이 전 대표와 조 대표는 형사 피고인 신분으로 선거 연대를 했다. 지금은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면서 채 상병·김건희·한동훈 등 6개 특검을 밀어붙이고 있다. 양당 의석을 합치면 180석이 넘는다. 국회에선 못할 게 거의 없다. ‘1인 정당’을 이끄는 두 사람이 손잡고 방탄과 탄핵 폭주에 나서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조차 하기 두렵다.

조선일보 사설 

 

07.23 국힘 새 당대표에 한동훈... "폭풍 뚫고 미래로 간다"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이덕훈 기자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한동훈 후보가 23일 선출됐다. 최고위원·청년최고위원에도 장동혁·진종오 후보 등이 당선되면서 친한(親韓)계가 지도부에 대거 입성했다. 한동훈 대표가 지난 4월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난 뒤 103일 만에 당대표로 복귀한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 당선자가 23일 오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기 인수 후 최고위원 당선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인요한·김민전·장동혁 최고위원. 한동훈 당대표. 김재원 최고위원, 진종오 청년최고위원./이덕훈 기자

 

한 대표는 이날 당원 투표(8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20%)를 반영한 모바일 투표와 ARS 투표를 합산한 결과 32만702표(득표율 62.84%)를 얻어 과반을 확보했다. 원희룡 후보는 9만6177표(18.85%)를 얻었고, 나경원 후보 7만4419표(14.58%), 윤상현 후보 1만9051표(3.73%) 순이었다. 이번 전대엔 1위 득표자가 과반을 얻지 못하면 1·2위 후보 간 결선투표가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한 대표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달성하면서 승부를 한 번에 결정지었다.

 

한동훈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우리는 폭풍을 뚫고 미래로 간다”며 “제가 당대표로 있는 한 폭풍 앞에 여러분을 앞세우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관계와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서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때그때 때를 놓치지 말고 반응하자”며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의 마음도 챙기겠다”며 “당내 이견이 있을 때 항상 당원과 동료들에게 설명하고 경청하고 설득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심을 어기는 정치는 없다”며 “국민의 마음과 국민 눈높이에 더 반응하자”고 말했다.

 

또 한 대표는 상호 비방전과 네거티브 공방으로 과열됐던 전대 과정에 대해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한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대선 경선에서 패한 뒤 ‘경선 과정에서 모든 일을 잊자. 하루 아침에 잊을 수 없다면 며칠 몇 날이 걸려서라도 잊자’고 말한 것을 언급하면서 “함께 경쟁했던 모든 분과 함께 가겠다. 각별한 정성을 기울이겠다”고도 했다.

 

당대표 선거와 별도로 1인 2표로 치러진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 후보가 각각 1~4위로 당선됐다. 김민전 후보는 최고위원 중 유일한 여성 후보여서 지도부 입성이 확정됐었다. 45세 미만 청년최고위원에는 친한계인 진종오 후보가 48.34% 득표로 선출됐다.

 

‘수평적 당정 관계’를 내걸고 출범한 한동훈 대표 체제는 앞으로 당내 통합, 당정 협력 등이 숙제로 남게 됐다. 국민의힘은 이번 전대에서 극한 비방·폭로전을 반복하며 후보들간에 반목이 이어져 왔다. 선거 막바지 한 대표가 공개한 나 후보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 논란 등을 두고 당분간 당 안팎의 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당원들의 요구로 한동훈 대표가 당선했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진 당내 ‘분열의 정치’를 어떻게 통합시킬지가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이세영 기자 

 

07.23 "정청래 제명" 7만명 넘어… 정쟁에 코미디 된 국민청원 청문회

국회 청원 제도, 정쟁 도구로 전락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국회의원직 제명’을 요구하는 국민 동의 청원이 23일 오전 7만명을 넘어섰다. 현재 정 위원장과 민주당은 “법대로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발의 청원과 관련한 국회 청문회를 밀어붙이고 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에 대해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른 정당한 절차란 입장이다.

 

지난 22일 ‘정청래 의원직 제명’ 청원은 국회법상 처리 요건인 ‘청원 30일 내 5만명 이상 동의’를 충족해 청문회를 열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 여권에서는 “그렇다면 ‘정청래 청문회’도 열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 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정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청문회 개최에 “찬성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라고 했다. 야당이 청원 청문회를 대통령 탄핵 등 정쟁용으로 활용하면서 국민 청원 제도가 희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이 장악하고 있는 법사위는 대통령 탄핵 청원보다 앞서 법사위에 접수된 ‘스토킹 범죄’ 피해 대책 관련 청원에 대해선 정작 청문회를 열지 않았다.

 

‘정청래 제명’ 청원은 지난 18일 국민 동의 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청원 사유는 정 위원장이 동료 의원들에게 “국회법 공부 좀 하라” 같은 막말을 하고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를 여야 합의 없이 강행하는 등 위법하게 법사위를 운영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 위원장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법대로 하자”며 이 청원에 대해서도 “대찬성, 환영한다”고 했다. 그는 이 청원이 적법하게 법사위로 회부되면 이 또한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국회의원에 대한 해임 또는 제명 청원은 국회 운영위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 사안은 법사위가 아닌 운영위 소관이란 것이다.

 

정 위원장의 ‘법대로 한다’는 논리에 대해 ‘선택적 법 적용’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법사위는 윤 대통령 탄핵 청원을 청문회로 넘기기에 앞서 ‘교제 폭력 관련 제도 개선 요청’에 관한 청원을 넘겨받았다. 청원인은 자신을 지난 4월 스토킹 폭행으로 숨진 21세 딸의 엄마라고 소개했다. 청원인은 “경찰 신고 11회에도 범죄를 막지 못했다”며 담당 경찰에 책임을 물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 매뉴얼을 개선하고, 교제 폭력 처벌법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런데 이 청원에 대해 법사위는 아직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한 법조인은 “사연이 절절한 청원인데 정 위원장이 왜 청문회를 안 여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청원이 시민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제도로 활용되기보다 정쟁용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이철원

 

또 국민 청원의 정쟁 활용은 또 다른 정치적 청원을 낳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청원에 대한 반발로 대통령 탄핵 반대 청원도 국회에 접수됐다. 이 청원은 10만여 명이 동의해 법사위로 회부됐다. 그러자 정 위원장은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청문회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 밖에 민주당 정당 해산 심판 촉구 청원, 신원식 국방부 장관 탄핵 소추안 발의 청원도 올라와 있다. 5만명 이상이 동의한 두 청원은 아직 소관 상임위로 넘어가지 않았다. 국회 관계자는 “양쪽 진영에서 5만명씩 동원하는 건 일도 아니다”라며 “이런 식이면 상임위에 쌓여 있는 민생 법안 대신 정쟁용 청문회만 열어야 할 판”이라고 했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국회 청원은 ‘입법 청원’이나 국민 피해 구제 등 ‘민원 청원’이 기본”이라며 “지금 야당은 헌법이 보장하는 청원권의 근본 취지를 무시하고 국민 청원을 희화화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정청래 위원장에 대해 “갑질 위원장의 오만함”이라며 “정 위원장께 권한다. 오늘은 국회의원 배지를 내려놓고 잠시 거울 앞에서 본인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시는 시간을 가지시기를 권해본다”고 했다. 그러자 정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거울 앞에 선 자기 사진을 올리며 “추경호 의원 권유대로 거울 앞에 섰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정환 기자

 

07-23 野 억지 청문회가 자초한 ‘정청래 제명·민주당 해산’ 청원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의 ‘맞불 청원’ 경쟁이 가관이다. 지난 18일 올라온 ‘법사위 파행 정청래 법사위원장 해임 요청 청원’은 나흘 만에 접수 기준(5만 명 동의)을 넘겼고, 23일 오전 6만5000여 명을 기록 중이다. 같은 날 제기된 ‘막말, 군 모독, 품위 및 국격 훼손 국회의원 정청래 제명 청원’ 동의도 2만5000명을 넘어섰다. ‘더불어민주당 정당해산심판청구 촉구 결의안 청원’은 5만80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반대 청원’은 10만8000명을 넘었고, ‘신원식 국방부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청원’은 5만10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청원과 관련한 국회 청문회를 밀어붙인 데 따른 후폭풍이다.

정 위원장 관련 청원인은 “위원회를 공정하게 운영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되레 막말과 협박을 일삼으며 품위마저 잊은 채 법사위를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정청래 청문회” 주장에 “대찬성”이라고 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운영위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정당해산심판 청구 청원도, 대통령 탄핵소추 반대 청원도, 신 장관 탄핵소추 청원도 청문회를 열어야 할 판이다. 양측 강경 지지층들이 요구하는 청문회를 모두 열어야 할 블랙코미디 상황이다.

헌법상 권리(제26조)인 국민 청원은 국가기관을 상대로 피해 구제, 입법 청원을 위한 제도다. 민주당과 정 위원장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청원을 빌미로 헌법상 탄핵 요건과 절차(65조)에 부합하지 않는 ‘억지 청문회’를 만들어 지난 19일 한 차례 개최했고, 오는 26일엔 2차 청문회를 강행할 태세다. 정작 취지에 부합하는 스토킹 범죄 피해 대책 청원에 대해선 이렇다 할 조치가 없다. 청원 청문회가 정치적 술수로 전락하면, 금방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위헌·위법적인 탄핵 청문회 쇼부터 멈춰야 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07-24 대통령이 국방장관에게 뭔가 지시했다고 한들

대통령 지시는 장관이 받아들이면 장관 지시

장관은 자기 이름으로 책임지는 자리
장관 지시 잘못 없으면 대통령으로 소급 못해
공수처는 수사 질질 끌지 말고 결과 내놔야

국방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각 군 참모총장과 국방부 검찰단장을 지휘·감독한다.


채 상병 사건에서 이종섭 국방장관(이하 모두 당시 직급)은 해병대 참모총장 격인 김계환 사령관에게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의 직무상 상관은 김 사령관이다. 박 단장은 군 사법경찰관이다. 군 사법경찰관은 직무상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박 단장의 직무는 수사 및 그와 연계된 이첩 등의 업무다. 군 사법경찰관은 유감스럽지만 군 검사와 달리 상관 명령의 적법성과 정당성에 대해 이견이 있을 때도 이의 제기를 할 권한이 없다.

박 단장은 김 사령관이 이첩 보류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김 사령관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청문회에 계속 빠지고 있으나 민주당은 그의 불출석만은 문제 삼지 않는다. 다만 부사령관을 포함해 주변인들은 모두 김 사령관이 이첩 보류 지시를 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박 단장이 지시를 어기고 이첩을 강행하는 바람에 항명이 되면서 사건은 국방부 검찰단으로 넘어갔다. 이후에는 이 장관의 직접 지휘·감독하에 있는 국방부 검찰단장이 박 단장이 수사한 내용에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몇몇에 대한 혐의 적용만 빼고 그대로 경찰에 이첩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는 국회 권한을 남용한 청문회이지만 소득도 없지 않았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밝혔다. 하나는 박 단장의 수사보고서에 이미 여단장이 사단장의 지시를 어겨 수색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임 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는 일단 배제하고 봐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박 단장의 수사보고서에 초급장교와 부사관에게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내용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상관의 지시를 따르는 것 외에는 어떤 권한도 없었기 때문에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리됐다. 박 단장의 수사보고서는 액면으로도 앞뒤가 안 맞았다.

전화번호 ‘02-800-7070’으로 이 장관에게 전화한 사람이 누구라는 걸 다 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다. 단지 이 장관이 말하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이 장관에게 전화로 뭔가를 지시했다고 해도 여기서는 문제 될 것이 없다.

대통령은 장관에게 지시할 수 있다. 주요한 국정은 다 대통령이 장관에게 지시해서 이뤄진다. 다만 그 지시가 부당하다면 장관은 거부할 수 있다. 아니 거부해야 한다. 그러나 장관이 수긍하고 부처에 지시했다면 그 지시는 장관의 지시가 된다. 장관은 책임지라고 있는 자리다. 장관이 책임지기 싫으면 장관 자리를 그만두면 된다. 그것이 장관이 장관 아닌 다른 공무원과 다른 점이다. 19세기 프랑스에 책임지지 않는다는 조건이라면 장관 자리를 맡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철학자 키르케고르가 조롱한 바 있다.

이 장관의 지시는 경찰 수사 결과와 일치하지 않았어도 적법했지만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덕분에 정당성까지 얻었다. 장관과 대통령 사이에 있었던 일은 더 따져 볼 필요도 없다.

대통령은 애초에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어야 한다. 어차피 정식 수사는 경찰에서 하게 돼 있으니 장관이 결제까지 한 박 단장의 보고서는 일단 받아들이는 것이 순리였다. 임 사단장은 자신의 지시와 다른 지시를 여단장과 대대장이 해서 넘어갔을 뿐 자신의 지시를 따랐다가 사고가 일어났다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대통령은 군 복무도 안 해본 사람이 어림잡아 알은체하다가 혼이 났다. 대통령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지금 논란이 되는 대부분의 사건은 ‘김건희 특혜 조사’를 포함해 대통령 쪽이 불필요한 고집을 부려 빚어졌다. 김 여사는 일반인보다 가혹하게 범죄 혐의를 적용받아서도 안 되지만 대통령 부인이라고 쉽게 범죄 혐의를 빠져나가서도 안 된다. 일반인이 주가조작에 계좌가 연루됐다면 4년 가까이 지나 검찰청사 밖에서 조사받을 수 있겠나.

다만 채 상병 사건은 이 정도로 끝내야 한다. 임 사단장 구명 시도가 있었고 거기에 ‘김건희 커넥션’이 있었다면 그것은 따로 수사해도 된다(물론 나 같으면 민주당 쪽의 수상한 변호사가 만들어내는 의혹은 더 철저히 검증하겠다). 채 상병 사건은 ‘김건희 커넥션’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과 장관 사이가 단절돼 있어 수사 외압으로 처벌할 수 없다. 공수처는 질질 끌면서 언론플레이나 하지 말고 신속히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07-24 韓 “국민 눈높이와 중수청”…보수 정치 재건 관건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가 23일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지지(62.84%)를 얻은 것은, 보수 정당의 전면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열망의 표출이다. 당원 투표와 일반인 여론조사 결과가 사실상 같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전반적 정치 혁신에 대한 국민의 갈망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들러리 후보가 아니라, 모두 최선을 다한 중진들과 4자 대결 구도에서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한 대표 득표율은 충격적 수준이다. 친윤 세력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자폭 전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 대표를 겨냥한 네거티브와 비방전이 난무했지만 결국 변화의 열망을 꺾지 못한 셈이다.

우선, 이번 전대 결과는 지난 2년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의 국정 운영에 대해 당원과 민심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총선 참패의 상당한 원인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실패에 있는 것이 자명한데도, 한 대표 책임으로 떠넘기려 했지만, 당원도 국민도 휘둘리지 않았다. ‘김건희 문자’와 ‘댓글 팀’ 같은 폭로로 한 대표를 흔들려 했지만, 되레 부메랑이 됐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 체제 첫날인 24일 새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하는 것은, 윤 대통령 역시 전대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인다는 방증이다.

압승에도 불구하고 한 대표 앞길은 험난하다. 윤 대통령과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한 대표는 취임사에서 “민심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면서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다. 특히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거야(巨野)에 맞서려면 압도적 민심 확보가 대전제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 방식이 문제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대표가 밝힌 대로 용산 대통령실과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제3자 채상병 특검법’ 문제가 시금석이다. 하나같이 간단치 않은 과제들이다. 상충하는 ‘화합과 혁신’을 함께 이뤄내는 일도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경쟁 세력과 함께하면서, 기득권을 쳐내야 하기 때문이다.

보수 정치의 재건도 시급하다. 한 대표는 “과거에는 우리와 상대방의 지지층이 3:2였다면, 지금은 2:3”이라며 외연 확장을 강조했다. 지난 대선에서 0.73%p 차이로 승리할 수 있게 했던 유권자 연합을 복원해야 한다. 구체적 방안은 중도층·수도권·청년의 마음을 다시 잡는 일이다.

문화일보 사설 

 
 

07-24 국민도 여당 당원도 갈망한 정치혁신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前 한국선거학회 회장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결정됐다. 이변은 없었다. 한동훈 후보가 62.84%, 압도적 지지를 받아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한 대표 선택은 친윤 세력이 퇴조하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며 “변화를 선택”한 결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우리는 폭풍을 뚫고 미래로 간다”고 했다. 하지만 그야말로 풀기 어려운 3대 난제에 직면해 있다.

첫째, 당 화합이다. 전당대회 기간에 ‘채상병특검법’ ‘김건희 여사 문자’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등을 두고 난타전을 벌였다. 한 대표는 “앞으로 우리 당에 정치 계파는 없을 것”이라 했다. 국민의힘은 “이견을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자유민주적 정당”이라고 밝혔다. 이런 레토릭으론 부족하다. 포용과 존중의 자세로 ‘행동하는 협력’을 통해 경쟁 후보들과 원 팀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당 혁신이다. 그동안 수많은 혁신안이 나왔지만 허사로 끝났다. 선언만 있었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실천이 없었기 때문이다. 표를 얻기 위한 인기 영합 식 ‘데코레이션 개혁’을 표방했기 때문이다. 당내 권력 교체 시 계파 갈등으로 인해 종종 개혁이 퇴색됐다. 권력을 가진 세력은 자신들이 주체이고 나머지는 모두 개혁의 대상이라는 오만과 착각도 걸림돌이 됐다. 국민의힘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진보적 전환을 위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 이는 보수 제3의 길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는 방안이다.

셋째, 당정 관계의 재정립이다. 한 대표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당정 관계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대통령과 당 대표 간의 갈등으로 정권을 잃은 사례는 많다. 민심을 앞세운 집권당 후보였던 이회창과 정동영이 현직 김영삼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몰아세웠지만, 정권을 뺏기고 10년 야당 신세가 됐다. 대권 의지가 강한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적대적 관계를 만들어 차별화하려는 위험한 도박을 해서는 안 된다.

최근 리얼미터 조사(18∼19일) 결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42.1%로 지난주 대비 4.1%p 오르면서, 더불어민주당(33.2%)보다 8.9%p 앞섰다.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도 조사(16∼18일 )에서도 국민의힘(35%)은 민주당(27%)보다 8.0%p 앞섰다. 모두 오차 범위를 벗어나는 큰 차이다. 한국갤럽은 주관적 이념 성향에서 ‘매우 보수’ 1점, 약간 보수 2점, 중도 3점, 약간 진보 4점, 매우 진보 5점을 부여해 ‘이념 점수’를 산출한다. 이념 점수가 3점을 밑돌면 보수, 웃돌면 진보 쪽으로 기운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올해 1월의 이념 점수는 2.91로 보수 32%, 중도 43%, 진보 26%였다. 총선 2개월 뒤인 지난 6월에도 2.93으로 각각 31%, 42%, 27%였다. 그 함의는 우리 사회가 결코 진보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며 향후 보수에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신임 한 대표가 하기 나름으로 극단적 여소야대를 극복하고 퇴행적 일극 체제에 빠진 민주당을 상대로 국정 운영의 동력을 찾아올 수 있다. 한 대표는 지난 총선 참패의 경험을 변화와 개혁, 정권 재창출의 토양으로 삼아야 한다. 경쟁했던 모든 후보와 협력하고, 실천하는 개혁을 하며, 정부와 ‘협력적 긴장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민심에 신속하게 반응하고, 자신들의 잘못에 무한 책임을 지며, 헌신하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길이 보일 것이다.

문화일보

 

07.25 불행한 역사를 피하는 학습능력

“검찰총장이 자기 정치를 한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항의하자 대통령실과 친윤 쪽에서 나온 반응이다. 이런 반응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을 소환한다. 윤 총장은 검찰 권한을 줄이려는 문재인 정부와 갈등을 빚으며 보수 진영 대선 주자로 부상했다. 2021년 3월 3일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완판(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것)”이라는 일갈을 남기고 다음 날 사표를 냈다. 그러자 문 정부 인사들이 공격했다. “검찰총장이 자기 정치를 한다.”

 

탄핵 비극에서 교훈 놓친 윤 정부

거대 야당 공격에 빌미 자꾸 제공

용산 견제 딛고 당 대표 된 한동훈

보수 일신의 구심점 될 수 있을까

 

 불과 3년여 만에 ‘복붙’(복사+붙이기)마냥 되풀이된 검찰 풍경에 당혹감이 앞선다. 적과 아군이 바뀌었을 뿐이다. 윤 대통령이 단숨에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 계기는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2013년 국감 발언이었다. 지금 용산이 검찰에 보내는 압력은 ‘사람에게 충성하라’는 노골적 사인이다. 지난 5월 검찰 고위 인사에서 법무부가 ‘친윤 검사’라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을 앉힐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조사받은 김건희 여사의 두 가지 사안(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명품백 수수) 모두 무혐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엄정한 조사와 냉철한 법리에 따른 결과라고 믿고 싶다. 문제는 여론이다. 그 수사 결과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일까. 민심은 녹록지 않다. 이렇게 된 데에는 용산의 실책이 크다. 호미로도 막을 일을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대응하다 가래로도 막기 힘들어졌다. “박절하지 못해서” “아랫사람이 깜빡해서 못 돌려줬다” 같은 변명이 국민의 화만 돋웠다.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은 “전 정부에서 탈탈 털었지만 별것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주가조작 관련 인물이 채 상병 사건의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과 연결되며 ‘김건희 네트워크’에 대한 온갖 억측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런 난처한 지경은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0.73%포인트 차로 간신히 당선된 윤 대통령 앞에는 172석 단일 거대 야당이 버티고 있었다. 윤 대통령 스스로 당선 전부터 “민주당이 탄핵 위협을 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정치적 입지는 위험했다. 보수 지지층에서부터 ‘부인 리스크’를 조심하라는 충고가 나왔다. 그런데도 제2부속실 설치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임명 같은 방안은 끝내 선택지 밖이었다. 결국 국정 난맥마다 여사 이름이 등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정 농단’이란 단어만 들어도 경기(驚氣)를 일으키는 우리 국민이다. 탄핵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 대통령답지 않게 이런 민감한 문제에 너무 둔감했다.

 

22대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것은 이런 둔감의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재임 중 단 한 순간도 여소야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역대 유일의 대통령으로 남게 됐다. 윤 대통령이 부르짖는 각종 개혁도 동력을 찾기 힘들어졌다.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는 야당 지도자와 정치적 생존 투쟁을 벌이는 서글픈 현실만 남았다. 그 불운을 누구에게 돌리겠는가.

 

한동훈을 새 대표로 뽑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는 보수의 구심점이 용산을 이미 벗어났다는 신호다. 배신자 공격, 문자 ‘읽씹’ 논란 등 용산의 전대 개입 정황이 뚜렷했지만, 당원들은 62.84%라는 압도적 지지로 한동훈을 택했다. 냉정한 것이 정치다. 대통령이 재집권에 도움이 못 된다고 판단하면 지지층은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도 외치지 않고 돌아설 것이다. 채 상병 문제, 김 여사 문제 등 각종 현안에서 용산의 획기적이고 전향적인 조치가 없다면 보수층의 이반은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소극(笑劇)으로.” 카를 마르크스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1804년 나폴레옹 1세의 황제 등극을 ‘비극’에, 48년 뒤 가문의 명성에 기댄 나폴레옹 3세의 황제 등극을 ‘소극’에 비유했다. 탄핵이라는 정치적 비극을 계기로 집권에 성공한 세력이 불과 몇 년 뒤 거꾸로 탄핵 위협을 받는 신세가 된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탄핵을 정치적 생존을 위한 거의 유일한 출구로 삼는 거대 야당의 폭력적 행태는 분명 문제다. 하지만 과감한 일신(一新)과 결단으로 약점을 끊어내지 못하고 계속해서 빌미를 제공하는 여권의 수동적 태도도 답답하다. 역사의 되풀이가 누군가에겐 소극일 수 있겠으나, 보수 지지층엔 끔찍한 비극이다.

 

한동훈 대표에게 거는 보수의 기대는 간단하다. 학습능력이다. 비극적 역사의 덫에 걸리지 않기 위한 제대로 된 공부다. 그가 욕하는 ‘여의도 화법’도 오히려 익혀야 한다. 그래야 그 동네에서 대화가 된다. ‘여의도 사고’에 빠지지만 않으면 된다. 무엇보다 ‘검사 티’를 벗어야 한다. 머리뿐 아니라 용기도 필요한 일이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4월 20일 페이스북)라고 스스로 말했다. 한 대표가 추진을 밝힌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의 성사 여부가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현상 논설실장 leehs@joongang.co.kr

 
 

07-25 진짜 청원 묻어버리는 野 청문회 정쟁

한석훈 연세대 겸임교수, 前 성균관대 교수
 

국민의 청원권은 정규 제도상으로 권리구제를 받지 못한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헌법이 보장하는 최후의 비상 권리구제 수단이자 국민이 직접 국가기관과 소통하는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그중 국회청원은 필요한 입법권 행사를 촉구하거나 정당한 행정부 통제를 요청하는 기능도 한다. 국회청원이 이를 넘어 오남용되거나 삼권분립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청원사항이 수사 또는 재판 중이거나 국가기관을 모독하는 등의 내용이면 국회의장은 이를 불수리 하도록 돼 있다.(국회청원심사규칙 제3조) 그러지 않고 국회의장이 청원을 수리해 공개하고, 그 후 30일간 국민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국민동의청원으로 접수해 소관 위원회에 회부하더라도, 그 위원장은 청원사항이 불수리 대상이거나 실현 불가능하면 더는 심사 절차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최근 좌파 시민단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청원을 하자, 더불어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를 수리해 소관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했고, 같은 당의 정청래 위원장은 이를 중요한 안건으로 보고 국회법 제65조 제1항의 청문회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그 탄핵 이유로 들고 있는 사항은 대부분 수사 중인 사항이거나 탄핵 실현이 불가능한 내용이다.

탄핵 이유 중 당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행사 여부나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은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검찰에서 수사 중이다. 나머지 사항인 윤 대통령의 대북정책,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제삼자변제 해법 추진, 후쿠시마(福島) 핵폐수 해양 투기 옹호 등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에 불과하여 대통령을 탄핵할 만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배로 볼 수 없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당연히 국회의장이 청원 초기에 이를 불수리 했어야 했고, 비록 소관 위원장이 청원을 회부받더라도 심리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다. 지난 제20대 국회 당시 10만 명 국민동의청원으로 접수된 문재인 대통령 탄핵촉구 청원에 대해서는 아무런 심리도 없이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시켰던 것과 대비된다.

정 위원장이 청원을 심리하면서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른 출석·증언 의무 등 강제력이 수반되는 청문회를 하는 것도 문제다. 청원 심리의 경우 국회증언감정법이 적용되는 게 아니라, 청원인·이해관계인 및 학식·경험 있는 사람 스스로의 협조 아래 그 진술을 들을 수 있을 뿐이다.(국회법 제125조 제4항)

민주당이 종전과 달리 국회법과 청원법을 오용해 윤 대통령 탄핵청원을 무리하게 다룸으로써 이에 대항하는 국민동의청원도 쇄도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반대 청원’ ‘법사위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정청래 법사위원장 해임요청 청원’ ‘더불어민주당 정당해산 심판청구 촉구 결의안 청원’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 촉구 청원’ 등이 그것이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의 파행적 국회 운영은 국민의 마지막 권리구제 수단이어야 할 청원권을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시키는 셈이다. 민생 정책을 청원하는 다른 수많은 청원 국민의 가녀린 목소리는 당리당략을 앞세우는 다수당 정치인들의 위력 아래 묻히고 있다. 이러한 국민청원권의 오용·남용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화일보 

 

07-25 장관·판사·검사 이어 ‘MBC’ 위한 탄핵… 국정 가로막는 거야

 

■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탄핵추진

이진숙 임명땐 2인 체제 가동
탄핵 통해 다시 1인 체제 전환
방문진 이사 선임 막기에 총력

국힘 “입법 폭주에 강력 대응
방송4법 하나하나 필리버스터”

 

 더불어민주당이 25일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 탄핵소추를 추진하는 것은 방통위 업무를 중단시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직무대행 후임 임명,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민주당 계획이 무력화될 수 있음에도 무리하게 탄핵 등을 밀어붙이는 것은 윤 대통령 탄핵을 위한 ‘마일리지 쌓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 직무대행을 향해 ‘방통위 1인 체제’에서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및 KBS·EBS 이사 선임과 관련한 행정 절차를 밟는 것은 안 된다고 경고를 했음에도 불법 행위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며 “여당이 (이사진 선임 절차를 중단하라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걷어찬 상황에서 민주당은 가능한 수단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탄핵소추를 추진한다는 논리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이 후보자와 이 직무대행 등 상임위원 2인으로 구성된 방통위가 곧바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후보자가 임명되더라도 이 직무대행 탄핵을 통해 방통위를 1인 체제로 만들어 이사 선임을 막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의도다. 민주당은 이 직무대행 탄핵 근거로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의 이달 초 사퇴에 따른 1인 체제에서 15∼19일 공영방송 이사 지원자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을 진행하는 등 선임 절차를 중단하지 않은 것을 내세우고 있다.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 탄핵소추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갈린다. 민주당은 헌법 65조가 탄핵 대상으로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 등을 비롯해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탄핵 추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법부가 직무대행을 탄핵한 전례가 없는 상황에서 직무대행이 탄핵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법 해석을 둘러싼 논쟁과 별개로 민주당이 실제로 이 직무대행 탄핵안을 발의하면 여권은 ‘후임 인사 임명’ 카드를 꺼낼 것으로 관측된다. 차관급인 이 직무대행은 대통령 몫 방통위 상임위원이다. 탄핵안 발의 후 이 직무대행이 자진 사퇴하면 윤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없이 후임 인사를 앉힐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안 발의 청원’ 관련 청문회와 검사 등에 대한 무더기 탄핵 추진이 윤 대통령 탄핵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훈·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 등을 놓고 민주당과 공조에 나선 조국혁신당은 이날 ‘3년은 너무 길다 특별위원회(탄핵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을 위한 입법 폭주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방송장악 4법이 본회의에 올라오는 대로 법안 하나하나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해 부당성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소속인 주호영 국회 부의장에게 “무제한 토론 사회를 거부해줄 것을 특별히 건의한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나윤석·윤정선·민정혜 기자

 
 

07-26 巨野 정치 횡포에… 초유의 ‘0명 방통위’

▲자진 사퇴한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연합뉴스

 

野, 대상아닌 직무대행 탄핵 발의
尹, 이상인 부위원장 면직안 재가
용산 “국회,미래 발목잡기 안돼”

野 “이진숙 임명 강행하면 탄핵”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에 자진 사퇴한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방통위 상임위원이 1명도 없는 초유의 사태 속에 대통령실은 곧바로 후임 인선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범야권 탄핵 추진→탄핵 대상자 사의→정부 재임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거대 야당의 ‘정치 횡포’에 민생과 국정이 마비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정치권의 극한 정쟁에 올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한 한국 경제가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은 이 직무대행의 사임을 재가했다”며 “방통위 부위원장 사임은 적법성 논란이 있는 야당의 탄핵안 발의에 따른 것으로 방통위가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실은 방송뿐 아니라 정보기술(IT)·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방통위를 무력화시키려는 야당 행태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국회가 정쟁에만 몰두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대변인실은 “국회가 더 이상 미래로 가는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이 직무대행의 사의를 즉각 수용하면서 방통위는 일시적으로 상임위원이 ‘0명’인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 직무대행은 대통령 몫으로 임명된 상임위원인 만큼 윤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없이 후임을 임명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임명해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전환되면 MBC 등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절차를 이어갈 수 있다.

‘이진숙 탄핵’도 벼르는 더불어민주당은 사흘째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이어가며 사퇴를 요구했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등을 검증하기 위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가 열린 이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방송 4법 강행 처리에 반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고 있다.
문화일보 나윤석·김규태 기자

 
 

07-26 직무대행 탄핵, 이진숙 청문회 사흘…정치 폭력 아닌가

국회 의석을 무기로 한 더불어민주당의 행태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특히 MBC 경영권 문제를 둘러싼 상황과 관련, 여야의 상반된 정치적 동기를 고려하더라도 민주당의 헌법·법률 오남용과 인사청문회를 악용한 갑질과 인신 공격 행태가 ‘정치 폭력’ 수준에 도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6일 전날 발의한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대해 “신속하게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이날 오후 본회의 표결을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자진 사퇴했다. ‘식물 방통위’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세 번째 ‘탄핵안 발의-표결 전 사퇴’다. 현재 방통위는 이 직무대행 1인 체제다. 인사청문 절차가 진행 중인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하면 2인 체제가 된다. 8월 12일 임기가 끝나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을 선임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민주당이 들고나온 게 초유의 직무대행 탄핵인 셈이다.

민주당은 직무대행 탄핵소추에 대해 헌법(제65조)과 방송통신위법(제6조)을 근거로 내세운다. 하지만 직무대행 탄핵의 명시적 규정은 없다. 민주당도 지난달 ‘직무대행도 탄핵대상에 포함한다’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상임위원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필요 없어 윤 대통령이 후임을 임명하면 된다. 실익도 없는 직무대행 탄핵을 강행하는 것은 방문진 이사 교체 훼방 의도밖엔 없어 보인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사흘째 열었다. 인격 모독에 가까운 발언도 난무했다. 첫날엔 최민희 위원장과 이 후보자 간에 눈썹 문신과 헌혈을 둘러싼 설전이 벌어졌다. 최 위원장은 “저와 싸우려 하시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25일엔 이 후보자가 MBC 내부망에 ‘콩밥’ ‘쥐 튀김’ 등으로 표현된 구내식당 식단을 보여주자, 최 위원장은 “피켓 투쟁하나”고 했다. 급기야 “나이가 몇 살이냐” “개인 정보”라고 맞서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모욕적인 창피 주기와 사퇴 압박, 탄핵 협박만 난무했다. 이런 식이면 정치 폭력이란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7.29 법안 강행과 거부권, 무한 반복되는 '바보들의 행진'

▲우원식 국회의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사회를 보던 중 이학영 부의장과 교대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방송 4법’ 강행 처리에 나서고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맞서는 상황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 방송 4법은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으로 공영 방송인 KBS·MBC·EBS 이사 숫자를 늘리고, 언론 단체 등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공영 방송을 반영구적으로 언론 노조와 야권 성향으로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은 지난 국회 때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번에도 거부권 행사가 유력하다.

 

이처럼 폐기가 예정된 법안이지만 국회는 다람쥐 쳇바퀴처럼 소모전이다. 민주당은 4개 법안을 차례로 상정하고, 국민의힘은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로 맞대응하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28일 오전까지 방통위법과 방송법 처리에만 54시간이 걸렸고, 30일 오전에야 4개 법안 처리가 완료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입장문을 내고 “여야 지도부가 국회의원들을 몰아넣고 있는 이 바보들의 행진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주 부의장은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도, 국민의힘이 벌이는 필리버스터도 중단시켜 달라”며 “거부권으로 무효가 될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입법권을 스스로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바보들의 행진’이 멈추기는커녕 줄줄이 대기 중이라는 데에 있다. 민주당은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이재명 전 대표의 총선 공약인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 처리를 추진 중이며,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대응할 계획이다. 25만원법은 헌법이 규정한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은 기업의 재산권 침해 논란이 있다. 강행 처리, 거부권, 재표결, 폐기로 입법권과 행정권이 무한 낭비되는데 정부와 여야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국회에는 노영(勞營) 방송과 민노총 지키기, 25만원법 같은 포퓰리즘 외에도 민생 과제들이 쌓여 있다. ‘바보들의 행진’을 중단하고 헌법 준수와 국민 복리 증진, 국익 우선을 다짐했던 ‘의원 선서’를 읽어보길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07-29 말 따로 행동 따로, 이재명의 빈껍데기 ‘먹사니즘’

‘막장 전대’ 국힘에 밀리는 민주당 지지율

이재명, 말로는 “성장” “경제” 외치며
파업 조장-포퓰리즘 입법 강행
‘MBC 사장’이 민생과 무슨 관계 있나

참 별일이 다 있다. 4·10총선 승리로 압도적 다수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최근 ‘자멸 전당대회’로 온갖 진상 행태를 보인 국민의힘에 뒤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18∼25일 중 실시된 전국 단위 정당 지지율 조사는 모두 8건. 이 가운데 한국갤럽 조사,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전국지표조사, 리얼미터 조사, 미디어리서치 조사 등 4개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오차범위를 넘어 민주당을 앞섰다.

앞의 3개 조사의 경우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먹사니즘’ 선언을 한 10일을 전후해 실시된 조사에서는 두 당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안에 있었다. 즉, 1∼3주 사이에 민주당이 열세로 밀리고 국민의힘이 치고 올라왔다는 이야기다. 미디어리서치 조사는 두 시기 모두 국민의힘이 오차범위 밖에서 민주당을 앞섰다. 8개 조사 중 민주당이 오차범위를 넘어 앞선 것은 여론조사꽃의 무선전화 면접 조사뿐이었다. 8개 중 나머지 3개 조사는 두 시기 모두 오차범위 내였다.

이 전 대표의 ‘먹사니즘 선언’부터 최근까지의 기간은 여당에서 전무후무한 ‘진흙탕 전대’가 한창이던 때다. ‘명품백 사과 의사’를 밝힌 문자를 한동훈 후보가 ‘읽씹’했다는 논란으로 모자라 댓글팀 의혹 공방, 지지자 간 물리적 충돌, 공소 취소 청탁 폭로 등 온갖 ‘막장극’이 쏟아지고 그 후폭풍이 이어지던 때다.

 

그런데도 이런 지지율이 나왔다는 것은, 자중지란에 빠진 무기력한 여당보다 민주당의 행태가 국민 눈에 더 한심하게 비쳤다는 것 외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이재명이 곧 민주당이고 민주당이 곧 이재명인 일극체제’란 걸 고려하면, 최소한 이 전 대표의 ‘먹사니즘’ 행보가 아무런 반향도 일으키지 못했다는 해석을 하기에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 전 대표가 표방한 ‘먹사니즘’의 내용 중에서 고장 난 축음기처럼 반복되는 ‘기본○○ 타령’을 빼고 나면,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성장’이다. 이 전 대표는 출마선언문에서 “성장의 회복과 지속 성장이 곧 민생이자 먹사니즘의 핵심”이라며 ‘성장’을 14차례나 언급했다. 방향은 옳다.

문제는 그 방법론과 실천이다. 시장경제에서 성장을 견인하는 기본 주체는 기업이다. 성장엔진을 점화하려면 기업의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고, 국가는 건전한 재정·금융정책을 통해 안정적인 경제 환경과 ‘위기 안전판’을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과도한 규제를 혁파하고, 과격한 노사분규 문화를 개선하며, 국가 재정을 축내는 선심성 포퓰리즘을 과감히 배척해야 한다.

그런데 이 전 대표가 먹사니즘 선언 이후 보여준 행보는 이와는 정반대다. 가뜩이나 과격한 노동쟁의를 더 과격하게 끌고 갈 ‘노란봉투법’, 포퓰리즘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은 해당 상임위에서 여당의 반대를 뿌리치고 의결을 강행토록 했다. 조만간 본회의 통과까지 해치울 기세다. 이 중 기업 활동에 즉각적인 부담을 안기게 될 노란봉투법은 21대 국회에서 밀어붙였다가 대통령 거부권에 부딪혀 무산된 ‘이전 버전’보다 훨씬 개악된 내용이다.

이뿐 아니다. 이 전 대표가 먹사니즘 선언과 함께 신성장 전략의 키워드로 제시한 것이 ‘전력망’과 ‘인공지능(AI)’이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21대 국회에 상정됐다가 흐지부지된 ‘전력망특별법’과 ‘AI 기본법’의 제정이 필수적이다. 전력망특별법이 늦어지면 민간에서 480조 원이 투입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상당 부분이 전기 부족으로 무용지물이 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는데, 이 법안의 처리는 까마득한 후순위로 밀려 있다. AI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필수적인 ‘AI 기본법’은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간의 정쟁에 밀려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오죽 답답했으면 경제계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과학기술과 방송통신으로 분리해 달라”는 하소연이 나올까.

도대체 ‘MBC 사장’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무슨 관련이 있길래 시급한 ‘경제·민생법안’ 논의는 제쳐두고 국회 과방위와 본회의를 온통 ‘MBC 판’으로 만드나. 국무총리도 아니고 경제부총리도 아닌, ‘MBC 사장 선임을 위한 일회용 방통위원장’ 저질 청문회를 국민이 사흘씩이나 봐야 하나.

이 전 대표의 먹사니즘 행보는 차기 대선을 겨냥해 지지세를 중도로 확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말 따로 행동 따로, 겉 다르고 속 다른 빈껍데기 ‘먹사니즘’에 현혹될 중도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참 딱한 노릇이다.
천광암 논설주간 iam@donga.com

 
 

07-29  헌법 정신 파괴하는 巨野 탄핵중독증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요즘 정치권의 최고 화두는 탄핵이다. 매우 엄중한 말이라 함부로 쓰기 힘든 이 단어가 일상 용어가 됐다. 국회의 거야(巨野)는 윤석열 정부 들어 13명의 공직자에 대한 탄핵을 시도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의결됐다. 그중 이 장관을 포함한 2명의 건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고, 2명의 건은 심리 중이다. 제22대 국회 출범 후엔 두 달도 안 돼 탄핵 시도가 벌써 6건에 이른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사건의 수사 담당자 등 검사 4인, 방송통신위원장과 그 직무대행도 과녁이 됐다. 거야는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까지 열며 이제 예봉을 윤 대통령에게 돌리려 한다.

탄핵은 함부로 손대기 어려운 폭탄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는 오히려 그의 정치적 세를 불려줬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그뿐만 아니라 지지 기반인 보수층이 지리멸렬하는 계기가 됐다. 자기편을 다치게 할 수도 있는 핵폭탄이라 극히 조심스럽다. 그런데도 너무 자주 언급되고 너무 쉽게 시도된다.

1998년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은 빌 클린턴 대통령 탄핵 절차가 진행되던 때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정치적 계산이 빠르고 뼛속까지 정파적이면서 과감함의 상징이던 강성 깅리치가 정적에 대한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오늘날 우리 정치권이 귀담아들을 만한 그의 발언을 발췌해 보자.

“탄핵 조사를 하려면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여러 번 반복된 중범죄가 있어야 한다. 탄핵은 가십성 스캔들이 아니라 명확히 확인된 일련의 중범죄가 법체계를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판단될 때 하는 것이다. 탄핵 조사·심의는 나라를 혼란과 갈등에 빠뜨릴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해 탄핵 절차를 밟게 될 때도 요란하지 않아야 하고, 사실 위주로 가야 한다. 결정적으로, 가능한 한 초당파적·비정치적이어야 한다. 이렇게 신중해야 하는 이유는 탄핵이 자칫 법과 법치의 근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옳은 말이다. 이념 색채가 강하고 다혈질인 강경 우파 지도자 깅리치의 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신중한 발언이다. 그마저 이렇게 말할 만큼 탄핵은 함부로 정치적 카드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정치적 유불리를 예측하기 어렵고 사회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데 더해 근본적 이유가 또 있다. 탄핵은 선거민주주의와 권력분립이라는 기본적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당선된다. 그는 정당한 권한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 고위 공직자들을 임명한다. 그런 대통령과 공직자를 국회가 마구 탄핵소추 한다면 선거의 의미가 사라지고 권력분립의 원칙이 침해될 수 있다.

깅리치가 한국 정치를 지켜본다면 탄핵 남발 중독증에 경고를 보낼 것이다. 아무리 정치권의 양극화가 극에 달했어도, 최후의 수단이어야 할 탄핵 카드를 거대 야당이 이렇게 자주 꺼낸다면 나라의 법체계와 국정의 기본 틀이 흔들린다. 깅리치도 말했듯이, 탄핵은 사임 요구보다도 살벌한 흉기다. 거야가 나라를 절벽으로 몰지 않으려면 탄핵보다는 차라리 사임 요구를 무기로 쓰는 게 낫다. 법적 징벌보다는 윤리나 정책 차원의 당위적 논쟁을 수반하며 정부의 명암을 짚어보는 계기라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07.30 샘 올트먼의 '허무한' 실험과 이재명의 기본 소득

매달 1000달러 받은 사람들, 일·소득 줄고 여가도 허비
허공에 태운 돈 500억원, 누구를 위한 기본 소득인가

 ▲챗GPT로 유명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가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강연하는 모습. 올트먼이 2019년 11월부터 3년 동안 진행한 기본소득 실험의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실험을 통해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은 일은 적게 하고 (기본 소득을 뺀) 임금도 줄었다. /AFP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의 핵심 공약은 ‘먹사니즘’이라고 한다. 그 중심엔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주창해 온 ‘기본 소득’이 있다. 조건 없이 일정 금액을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정책이다. 효과와 실현 가능성 등 논란이 작지 않은 이 기본 소득을 역대 최대급 규모로 실험한 결과가 지난주 발표됐다. 챗GPT로 유명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가 시작해 비영리 연구소 ‘오픈리서치’가 3년간 진행한 프로젝트다.

 

올트먼은 기본 소득에 호의적이다. 테크계 거물이 대체로 그렇다. 빅테크 기업이 시장과 부(富)를 독점하는 데 따른 사회적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면죄부’처럼 기본 소득을 다룬다. 이 프로젝트를 처음 소개할 당시 올트먼은 이렇게 썼다. “기술이 일자리를 없애고 막대한 부를 창출하면 언젠가 국가 차원의 기본 소득을 도입하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 사람들이 더 많은 성취를 이루고 사회에 더 큰 이바지를 할까요?” 기본 소득으로 ‘밥벌이의 굴레’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쓰리라는, 유토피아적 설렘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올트먼이 돈을 대 시작한 실험은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2019년 11월부터 매달 1000달러(약 138만원)를 3년 동안 1000명에게 주고 삶의 변화를 추적했다. 500억원 가까운 돈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했다. 그런데 지난주 1차로 나온 보고서 두 건에 발표된 결과는 올트먼의 기대와 달랐다. 돈을 받은 사람들은 비교 그룹에 비해 연간 소득이 1500달러(기본 소득 제외) 줄었고, 일하는 시간은 한 주에 1.3시간가량 감소했다. 이렇게 얻은 시간을 자기 개발이나, 더 좋은 일자리를 찾거나, 육아 등 가족을 돌보는 데 쓰지도 않았다. 대부분 비생산적인 ‘이동 시간’ 등에 보냈다. IT 매체 와이어드가 미리 입수해 보도한 세 번째 논문에 따르면 이들은 빚도 더 내서, 결과적으로 자본(자산-부채)이 줄었다고 한다.

 

기본 소득 주창자들의 또 다른 논거는 일괄 지급한 돈이 사회 전반의 건강을 증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험 결과 이 또한 ‘환상’에 가까웠다. 연구자들은 담담하게 결론을 적었다. “기본 소득은 건강 증진에 ‘무(無)’의 영향을 미쳤다. 건강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선택적 복지가 더 효율적으로 보인다.” 올트먼은 ‘의미 있는 실험이었다’식의 코멘트만 하고 말았다.

 

대런 애스모글루 MIT 경제학과 교수는 책 ‘권력과 진보’에서 기술 혁신과 사회 발전의 관계를 다뤘다. 혁신의 ‘과실’을 나누는 방식에 따라 제분(製粉) 기술이 극소수 영주와 교회의 배만 불린 중세의 암흑으로 갈지, 전기 기술이 전반적 생활 수준 향상을 이끈 산업혁명의 찬란함으로 갈지 사회의 운명이 갈린다는 것이다. 그는 방대한 데이터, 첨단 반도체 등이 필수인 AI는 태생적으로 거대 기업 몇 곳의 독과점으로 수렴되기 쉬우므로 분배 방식을 특히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중 하나로 거론되는 기본 소득에 대해선 “‘당신들의 도태는 불가피하니 돈이라도 나눠주겠다’는 식의 패배주의적 내러티브”라고 반대한다. 그러면서 묻는다. “1%, 10% 혹은 20%가 권력을 독점하는 세상에서 ‘어쩔 수 없지. 빵 부스러기나 먹자’라며 행복해할 사람이 있을까요.”

 

이재명은 “미래엔 과학기술의 발달을 통해 노동력이 대체된다”며 “소비 수요를 유지하려면 기본 소득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편다. AI 엘리트가 이끄는 사회에서 내 삶의 효용이 ‘소비 수요 유지’라면 서글프지 않을까. 막대한 돈을 들인 결과가 일자리 위태로운 사람들의 ‘비생산적 잉여 시간의 증가’ 정도라면 국가는 이를 왜 도입해야 할까. 무엇보다 거대한 부를 만들어내 기본 소득의 재원을 댈 막강한 AI 기업이 한국에 있기는 한가. 잊을 만하면 다시 등장하는 기본 소득과 올트먼의 실험 결과를 보며 든 질문들이다.

조선일보 김신영 국제부장

 

07-30 상임위 독단 운영하고 탈북 與의원 모욕한 최민희 자질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사흘간 진행한 인사청문회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게 “몇 살이냐” “극우적 뇌 구조를 갖고 있다”는 등 인신공격성 막말과 편파 진행으로 물의를 빚었다. 급기야 29일에는 북한 과학자 출신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면전에서 모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 위원장은 이날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논의 자리에서 박충권 의원에게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하시다 보니 민주주의적 원칙이 안 보이냐”고 비아냥댔다. 귀를 의심할 만한 충격적 발언이다. 박 의원이 이 후보자에 대한 야당 공격을 지적하며 “한 인간에 대한 심각한 인신공격, 명예훼손, 인민재판 아닌가”라고 비판하자 나온 말이다. 목숨을 걸고 자유민주주의를 찾아온 탈북민 전체에 대한 모욕도 되지만, 최 위원장의 독단적 상임위 운영 방식이 민주주의 원칙에 맞는다는 말도 자가당착이다. 민주주의는 의석이 많다고 헌법과 법률을 벗어난 막무가내 입법을 하거나 소수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운영해도 되는 건 아니다. 의석수로 밀어붙이는 것이야말로 전체주의적이다.

비난이 쇄도하자 최 위원장은 “전체주의 운운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민주당의 탈북민에 대한 뿌리 깊은 적개심을 드러낸 것이다. 21대 국회 때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민주당 의원들이 “인간 쓰레기” 등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한 적도 있다. 한 탈북 청년은 2012년 임수경 민주당 의원에게서 “변절자 ××들아”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김여정 한마디에 바로 입법으로 화답해온 민주당은 어떤 뇌 구조인지 묻고 싶다.

문화일보 사설 

 
 

07-30 배지보다 높은 노조 무법시대

이용권 산업부 차장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청원 2차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선진화법을 들면서 여당 의원들에 대한 강력한 법적 조치를 주장했다. 앞서 19일 야당 의원들이 1차 청문회장에 입장하는 과정에서 여당 의원과 빚어진 물리적 충돌에 대한 발언이다. 전현희 의원은 “여당이 법사위 회의장 진입을 방해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며 “이는 명백한 국회선진화법 위반이며, 법사위 이름으로 강력히 법적 조치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당시 정청래 법사위원장도 “국회선진화법은 다중의 위력, 폭력은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형사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선진화법은 이처럼 물리적 충돌만 해도 고소·고발이 거론된다. 과거 국회에서 전기톱과 해머, 쇠사슬을 휘두르며 기물을 파손하고 사무실을 점거했던 위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법안이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법사위에서 벌어진 물리적 충돌에 대한 고소·고발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지만,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건 연루자는 고발됐다. 당시 법안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사무실 입구를 막았던 여야 의원 수십 명은 국회선진화법으로 기소돼 5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점거 등이 일상인 노조의 불법파업은 고소·고발과 처벌이 제대로 될까. 현재 거대 야당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보면 반대로 가고 있다. 해당 법안은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과, 노사관계에 있어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헌법상 합법적 파업은 불법이 아니다. 다만, 불법파업은 사용자가 업무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은 단체교섭이나 쟁의, 그밖에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의 경우 배상청구를 금지한다. 사실상 불법파업에 대한 면죄부다. 불법행위를 해도 노동조합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게 되고, 반대로 피해자는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못해 재산권을 침해당한다. 정부, 경영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극단적 불법쟁의행위를 조장하는 ‘불법파업 조장법’”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노란봉투법은 국회선진화법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국회의원들이 입법 독주를 막기 위해 벌이는 몸싸움은 국회선진화법으로 단죄하면서, 노조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벌이는 비슷하지만 더 강력한 불법파업 행위는 사실상 허용해주는 것이다. 노조가 국회의원보다 상위인 셈이다. 노조가 언제든 파업을 벌여도, 국회의원의 면책특권보다 더 좋은 노란봉투법이 면죄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 활동과 쟁의가 용이한 귀족 노조에 특혜를 주는 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전체 임금 근로자 중 노조 가입 근로자의 비율인 노동조합조직률은 2022년 기준 13%에 그친다. 앞으로 노동 정책은 정부와 국회 위에 있는 귀족 노조가 파업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할 수도 있다. 노란봉투법은 2015년 처음 발의됐지만, 문제가 많아 19·20·21대 국회에서 연달아 폐기됐다. 노조의 불법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문화일보 

 

07.30 겸손하지 못한 권력은 결국 국민 외면 받는다

 별 기대감이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다. 개원한 지 얼마 안 된 22대 국회에 대한 말이다. 서로 다른 정치 세력 간의 다툼이야 특별할 것이 없지만, 그래도 한 나라의 정치 엘리트라고 하는 국회의원이 보여주는 모습이 이 수준밖에 안 될까 하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격조와 절제는커녕 고함, 삿대질, 욕설이 난무하는 저잣거리의 싸움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거나 “당신은 겁쟁이야”라는 말은 우리 국회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말로 받아들여지지만, 좀 나은 정치를 하는 국가에서는 이 정도 말도 의회의 품격을 해치는 비의회적 표현으로 간주한다.

 

예컨대 영국 의원이 의회에서 이런 말을 썼다면 하원의장의 지적을 받고 심지어 한동안 의회 출입을 못하는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성질을 다스리고 절제된(good temper and moderation) 언어 사용을 의회 정치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다른 영역에서의 발전에 비해 정치는 여전히 개도국 시절의 4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22대 국회, 여전히 4류 수준 행태

여야 모두 책임, 민주당 잘못 커

탄핵 남발은 완장 찬 힘자랑 해당

국민의 권력 집중 우려 직시해야

 

 이렇게 된 데에는 여야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하지만 현재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다수당 민주당의 잘못이 더 커 보인다. 문제 삼을 만한 곳은 여럿이지만 그 중에서도 압권은 법사위원회다. 정제되지 않은 말과 고압적 태도로 지켜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법사위원장은 무려 4선 의원이란다. 그렇게 긴 시간동안 국회에 있었다는데 도대체 정치를 어떻게 배웠을까 하는 궁금증마저 들었다. 요즘 그에 대한 솔직한 느낌을 말하면 윤흥길의 소설 『완장』에 나오는 저수지 감시원 종술이나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오는 엄석대를 보는 느낌이다. 절제도 신중함도 없는 날것 그대로의 힘자랑, 곧 완장이다.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이 정청래 위원장에게 의사 진행 방식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의원뿐만 아니라 지금 민주당의 전반적인 모습이 완장을 찬 종술과 별로 달라보이지 않는다. 힘을 과시하는데 너무나 거리낌이 없다. 대표적인 것이 탄핵이다. 매우 예외적이고 제한된 상황에서 사용되어야 할 탄핵이 행정부나 사법부를 압박하는 손쉬운 정치적 도구로 가볍게 활용되고 있다. 탄핵으로 몰아갈 명분 축적도 없고 ‘직무상의 중대한 비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약한 상황에서 정파적 이해관계를 위해 ‘가진 힘’을 마구잡이로 쓰고 있다.

 

민주당은 무리하게라도 의회 권력을 활용해서 윤석열 정부를 압박하면 집권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쩌면 2016~2017년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의 생각은 좀 다르다. 요즘 민주당을 바라보면 이 정당이 대통령 권력까지 차지하면 우리 정치는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이 든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고 해서 입법부는 물론 행정부와 사법부까지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직까지 가져가게 되면 말 그대로 ‘민주당 천하’가 될 것 같다. 국회 의석 175석에 우군까지 합하면 190석에 가까운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정치 세력이 대통령과 행정부를 장악하게 되면, 지금도 권력 행사가 절제되지 않는데 그 때는 지금보다 더한 방식으로 사법부를 압박할 수도 있을 것이고, 결국 모든 권력을 하나의 정치 세력이 독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제도 간 권력의 분립이나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작동되기 어려워질 것이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를 비롯한 야당 법사위원들이 대통령 탄핵발의청원 증인 출석요구서 대리 수령 약속 번복 관련 야당 법사위원 대통령실 항의 방문을 위해 1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이동하던 도중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물론 가상의 시나리오지만 이런 우려를 갖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오늘날 민주당이 당내 이견이 용납되지 않는 일사불란한 단일대오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에 민주당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당의 지도자인 대통령 한 사람이 ‘민주당 천하’를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권력의 집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민주주의에는 언제나 부정적으로 작동했다.

 

정국을 주도하지만 민주당은 여태껏 제대로 된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힘에 의한 일방주의가 지금까지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이었다. 집권 이후 ‘민주당 천하’에서라면 집중된 권력 하에서 이러한 일방주의의 유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은 그만큼 더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지금 민주당이 누리는 의회 권력의 짜릿함은, 절제되거나 관리되지 않는다면, 민주당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야당은 반대당(opposition)으로 불리지만 동시에 집권 대안세력(government-in-waiting)으로도 불린다. 야당이라고 해도 반대만이 능사가 아니라 집권을 위한 역량과 신뢰,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겸손하지 못한 권력은 결국 국민의 외면을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총선 때 그로 인해 엄한 벌을 받았다. 향후 선거에서 겸손하지 못함에 대한 평가 대상은 아마도 민주당이 될 것이다. 마구잡이로 휘두를 때보다 칼집에 들어있을 때 칼이 더 무섭게 느껴지는 법이다.

 

 중앙일보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07.30 편파적일수록 정당하다는 뇌구조

 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이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겨냥해 ‘뇌구조’를 언급한 건 26일 청문회장만이 아니었다. 같은 날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일본 정부 대변인 같은 뇌구조, 극우적 뇌구조”라고 했다. 이 후보자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수로 칭해서다. 사상관 혹은 가치관이라고 해도 되는데 굳이 뇌구조라는 용어를 반복한 건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정신세계나 지능’을 강조하기 위해서일 듯싶다. 최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또 “이 후보자는 능구렁이같이 이랬다저랬다 하고, 거짓 답변을 사실처럼 얘기한다”고 했다. 인사청문회 와중에 국회 청문위원장이 방송에 나와 청문 대상자를 이렇게 난도질한 적이 있었던가. 앞서 최 위원장은 청문회장에서 “살다 살다 저런 궤변 처음 들어본다” “나이가 몇 살이냐”고도 했다. 참고로 최 위원장은 1960년생, 이 후보자는 61년생이다.

 

정청래, 최민희 등 상임위 폭주

유시민 '언론의 편향성' 부추겨

중립의 미덕, 뿌리채 흔들리나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불러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국회 상임위 진행? 솔직히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다. 과거 상당수 상임위원장도 암암리에 자당(自黨) 편을 들곤 했다. 다만 선이란 걸 지켰다. 뒷말 안 나오게 구색도 맞추려 했다. 왜? 눈치가 보여서다. 염치란 게 있어서다. 그런데 최근엔 막무가내다. 낯뜨거울 만큼 노골적이다. 편파적으로 몰아붙이고도 전혀 거리낌이 없다. ‘그렇게 꼬우면 선거를 이기든지’란 태도다.

 

그 압권은 물론 정청래 법사위원장이다. 이미 증인을 향해 “위원장이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토 달지 말라” “어디서 그런 버릇을 배웠냐” 등의 막말을 퍼부은 그다. 증인에게 회의실 밖 10분간 퇴장 명령도 내렸다. 누군가는 교사가 초등학생 벌주는 모습이라지만, 요즘 어떤 간 큰 교사가 이런 갑질을 하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청래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급기야 26일 법사위에선 성희롱성 발언도 나왔다. 김건희 여사에게 디올백을 건넨 친북 성향의 최재영 목사는 “부부생활이 없는 것 같다. 한 침대를 쓰는 분이 외간 남자들과 통화하거나 카톡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와의 심야 카톡을 거론하며 부부생활, 침대, 외간 남자 등의 단어를 국회 공개회의에서 발설한 것이다. 대통령 부부가 아니라 일반인을 향해서도 이런 언사를 한다면 말리고 제지해야 하건만 정 위원장은 외려 부추겼다. 그는 “야밤에 대통령 부인의 카톡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횟수에 대해서 정말 경악할 정도”라며 “옆에 있는 윤 대통령은 뭐하고 있었나”라고 했다.

 

정청래·최민희 위원장은 항의가 들어올 때마다 국회법을 성경 문구처럼 꺼내든다. 책자를 들고서 몇 조 몇 항에 이렇게 돼 있으니 문제없다고 뭉개기 일쑤다. 대신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국회 안으로 들어와 이진숙 후보자를 가로막고 겁박하는 건 눈감는다. 우리 편이 하는 모욕적 표현은 의견 개진이지만, 상대편의 반박은 법 위반이다. ‘사법부도 썩었고, 언론사도 정파적인데 무슨 얼어죽을 중립? 그게 더 위선 아니냐. 우리가 차라리 솔직한 거지’라는 속마음일지 모르겠다.

 

▲유시민 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은 후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발 더 나아간 인사가 있으니 바로 유시민씨다. ‘편파적인 게 문제가 아니라 편파적이지 않아서 문제’란다. 그는 최근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나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반헌법적이며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면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백히 선언했지만, 한국 언론은 판단하지 않는다. 그저 둘 사이의 중계방송을 한다”며 “누군가 반칙하고 있는데 중간을 지키면 한패 되는 것”이라고 했다.

 

유씨는 과거 정경심씨의 PC 은닉을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보전이라고 했다.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사찰했다는 허위 주장으로 벌금형을 받고도 사과는커녕 “네 팔뚝 굵다”고 조롱했다. 궤변과 거짓을 일삼던 그가 이제 버젓이 지상파에 나와 ‘우리 편으로 안 오면 재미없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중립이라는 미덕이 위태롭다. 국가기관도, 공론장도 악당에게 잠식당하고 있다.

중앙일보 최민우 정치부장

 
 

07.31 막말 갑질을 특허 낸 듯 하는 일부 국회 위원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이 후보자가 선서문을 제출할 때 인사를 하지 않고 가자 다시 불러 얘기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상임위에서 탈북민 출신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에게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하시다 보니 민주주의적 원칙이 안 보이나”라고 말했다. 박 의원이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 나온 막말과 갑질에 대해 “인민재판 아닌가”라고 묻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이 말은 박 의원의 배경을 조롱하고 인격을 훼손한 명백한 차별과 혐오 발언이다. 전체주의 북한을 탈출한 사람에게 할 말인가. 더구나 때마다 북한 김씨 정권을 옹호하는 정당에서 할 말은 더욱 아니다.

 

최 위원장은 나중에 사과했지만 민주당은 과거 탈북민 출신 태영호 전 의원에게 “빨갱이” “부역자”라고 하더니 최근에는 정반대로 “극우”라며 혐오 발언을 해왔다. 이번 일은 실수가 아니라 민주당 일부의 탈북민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런 차별과 혐오 발언은 형사 처벌 대상이다.

 

최 위원장은 방통위원장 이진숙 후보자를 손가락으로 부르는 듯한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이 후보에게 “몇 살이냐” “뇌 구조가 이상하다”고 했다. 비판이 일자 “전혀 취소할 생각이 없다. 뇌 구조 발언은 사고방식이 이상하다는 은유적 표현”이라고 했다. 기업에서 다른 사람에게 ‘뇌 구조’ 운운했다면 당장 막말과 갑질로 처벌받는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면책특권 뒤에 숨는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국회법을 언급하며 의원들과 증인의 발언을 중지시키거나 퇴장시키고 있다. 지난달 해병대원 특검법 청문회에서는 군복을 입고 출석한 장성을 포함한 3명에게 “토 달지 말고 사과하라. 일어나라”며 10분간 퇴장시켰다. 국회법 145조 2항은 상임위원장이 의원들의 발언을 금지하거나 퇴장시킬 수 있도록 했지만, 앞서 145조 1항은 위원장의 경고나 제지를 따르지 않을 경우를 퇴장의 전제로 하고 있다. 제 기분대로 퇴장시킬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국회법 146조와 147조는 모욕 발언과 발언 방해를 금지하고 있다. 민주당 상임위원장들의 갑질은 국회법에 근거한 게 아니라 반대로 국회법을 위반한 것이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국한될 뿐이다. 탈북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 발언은 상임위원장 직무와 아무 상관이 없다. 2007년 대법원은 “직무와 관련 없음이 분명하거나,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까지 면책특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막말 갑질을 특허낸 듯 하는 일부 국회 상임위원장의 자중을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07-31 이재명 기소 검사까지 고발 민주당, 사법 방해 度 넘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를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사건 공범으로 기소한 수원지검 형사6부 서현욱 부장검사를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앞서 민주당은 대장동, 백현동 등 이 전 대표 사건과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을 담당해 온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발의했다. 이번엔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부장검사까지 허위 공소장 작성 혐의로 고발함으로써 이 전 대표 방탄을 위한 민주당의 무리수가 도(度)를 넘었다.

민주당이 내건 이유는 검찰이 지난달 12일 이 전 대표를 기소하며 당시 이 경기지사가 이화영 평화부지사로부터 방북 비용 대납을 보고받고 승인했다는 근거로 제시한 국외출장결과 보고서가 부지사 전결 공문으로 이 지사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부지사는 2019년 1월 중국에서 김성태 쌍방울 회장과 함께 북한 인사들과 남북교류협력사업합의서를 작성하고 돌아와 이 지사에게 보고했다고 공소장에 적시돼 있다. 유엔 제재를 받는 북한에 이 지사 방북 비용 등 800만 달러를 보내면서 보고도 않고, 본인의 출장 보고서를 본인이 보고받고 전결처리 했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라고 해도 재판에서 다툴 문제다. 재판절차에 들어가기도 전에 공소사실이 허위라면서 민주당이 나서 기소 검사를 고발하는 것은 정상적인 사법절차를 방해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기소 내용이 허위인지를 민주당 의원들이 판단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 이 전 대표의 경기지사 때 사건을 국민 혈세를 지원받는 공당의 의원들이 앞장서서 방탄하는 것도 맞지 않다. 민주당은 사법 방해를 당장 멈추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