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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 2023-12/ 12-01 [단독]'北에 해킹 당했다' - 12-29 벼랑 끝에 선 김정은의 ‘벼랑끝전술’

상림은내고향 2023. 12. 20. 19:59

자주국방 2023-12/

12-01 [단독]'北에 해킹 당했다' 국정원 경고에도, 점검 요청 안한 대법원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올해 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사법부 전산망이 북한 해커조직에 의해 뚫렸다는 정황을 통보받고도, 국정원에 아무런 조사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1일 확인됐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2023년 3월 금융보안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악용한 북한 발 해킹사고 대응 과정에서, 사법부 전산망도 피해를 입었다는 정황을 인지해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통보했다”며 “그러나 당시 법원행정처가 자체 조사 후 유출자료 확인 시 국정원과 협의를 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협의를 요청해 온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요청이 오면 법원행정처와 협의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국정원의 보안점검 대상이 아니어서 대법원이 요청할 때만 국정원의 추가 조사가 가능하다.

 

국정원이 대법원에 경고한 것은 ‘북한의 정찰총국 산하 해커그룹으로 알려진 ‘라자루스(Lazarus)’가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사법부 전산망에 침투해 최대 수백GB 이상의 내부 전자정보를 빼간 것으로 의심된다’는 정황이다. 라자루스의 공격대상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법원 서버에는 각종 자료가 저장돼 있다.

 

이 의혹은 전날 언론보도를 통해 뒤늦게 불거졌지만, 법원행정처는 “북한 측 소행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올해 초 보안 일일점검 중 악성코드가 감염된 것을 탐지했고, 악성코드 탐지 대응 분석 과정에서 특정 인터넷 가상화 PC에서 데이터 흐름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면서도 “소송 서류 등 유출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0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정원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보안점검(해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번 사건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해킹 의혹과도 닮은꼴이다. 국정원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북한 측 해킹 의혹 8건을 선관위에 통보했지만, 선관위는 대응하지 않았다. 선관위도 헌법기관이라 먼저 요청을 해야만 국정원 조사 착수가 가능한 구조다. 해킹 의혹 논란이 커지자 지난 7월에야 선관위는 국정원·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합동보안점검팀을 구성해 보안점검을 실시했다. 두 달 간 조사 끝에 국정원은 지난 10월 “북한 등 외부세력이 의도할 경우 어느 때라도 선관위 시스템 공격이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발표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12.01 "신문보다 작아도 포착" 軍정찰위성 쏜다…北선제타격 '킬체인의 눈'

한국군 독자 정찰위성 1호기가 오는 2일 새벽 발사된다. 6년 전 시작된 이른바 '425 사업'의 첫 번째 위성이다. 군 당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하는 해당 위성이 3축 체계 중 ‘킬체인’(Kill Chain)의 눈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이상 동향을 파악하고 적시 대응하는 역량이 크게 향상된다는 의미다.

 

▲미 벤덴버그 기지에서 발사를 준비 중인 팰컨9. 여기에 한국군 최초 독자 정찰위성이 실려있다. 사진 국방부

 

내년 전반기 군 정찰위성 1호기 전력화

국방부에 따르면 1일 현재 군 정찰위성 1호기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밴덴버그 공군기지 내 발사대에 세워져 발사 전 최종 점검에 들어갔다. 발사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다.

 

스페이스Ⅹ는 홈페이지를 통해 팰컨9이 오는 2일 오전 3시 19분(한국시간)에 발사돼 2분 22초 후에 1단 추진체가 분리돼 떨어져 나가고, 이어 19초 후에 페어링(위성보호덮개)이 분리된다고 공개했다. 이후 발사 12분 16초가 지난 시점인 오전 3시 31분쯤 2단 추진체에서 정찰위성이 분리돼 우주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발사 성공 여부는 오전 4시 37분 해외 지상국과 최초 교신이 이뤄지는 시점에 확인된다. 국내 지상국과 최초 교신은 오전 9시 42분으로 예상된다. 팰컨9은 지난 8월까지 모두 246번 발사돼 실패는 단 2번으로 99.2%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면 카메라, 통신장비, 광학장비, 적외선 장비 등 탑재체가 제대로 작동해 지상 시스템과 연동되는지 등을 시험한다. 위성체를 최종 임무 궤도로 조정하고 영상의 초점을 맞추는 검보정 작업과 영상 품질을 평가하는 작업 등도 이뤄진다. 국방부 관계자는 “짧으면 4개월, 길면 6개월 이 같은 운용시험평가를 거쳐 내년 상반기 내 전력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신문 한장보다 작은 물체 포착…세계 최고 수준 해상도

이번 위성 발사는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 탑재 위성 4대와 전자광학(EO)·적외선(IR) 탑재 위성 1대를 도입하는 425 사업의 일환이다. 군 당국은 이날 EO·IR 위성 발사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나머지 SAR 위성 4기를 계획대로 띄운다는 방침이다. 2017년 12월 사업비 1조2214억원으로 개발이 시작돼 지난해 1호기 발사를 목표로 했지만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일정이 미뤄졌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 우리 군 최초의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탑재한 '팰컨9' 로켓이 기립해 있다. 발사체 상단에 영문 'KOREA'(한국)와 태극 문양이 새겨진 이 로켓은 우리시간 2일 오전 3시19분 발사될 예정이다. SpaceX 제공=뉴스1

 

해당 위성의 해상도는 약 30㎝로 서브 미터급 위성 중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에 속한다고 한다. 신문지 한 장보다 작은 크기 물체를 하나의 점으로 포착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통상 군사위성은 카메라 해상도가 서브 미터급은 돼야 가로·세로 1m 이하 범위를 위성 사진에서 하나의 점으로 나타낼 수 있어 실효성을 인정받는다. 북한이 최근 쏘아올린 군사위성의 경우 해상도가 3m급으로 평가돼 군 당국은 군사위성으로서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찰위성의 성능을 세계 5위 이내로 보고 있다”며 “아리랑 3호보다 3~4배 정밀하다”고 설명했다. 아리랑 3호와 3A호의 해상도는 각각 70㎝급과 55㎝급이다.

 

▲북한이 지난 3월 18~19일 실시한 전술핵운용부대들의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 장면. 조선중앙통신

군 당국은 또 해당 위성이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는 점에도 의의를 부여했다. 주요 구성품의 국산화율은 60~70%이고, 설계 및 조립시험 등은 100% 국산화했다.

 

북한 핵·미사일 조기 탐지·선제타격 ‘킬체인’ 핵심

1호기 EO·IR 위성은 400~600㎞ 고도의 태양동기궤도로 한반도를 하루 두 차례 일정한 시간에 지난다. 낮 시간대 EO 카메라로 한 번, 밤 시간대 IR 카메라로 한 번 북한을 훑는 식이다.

 

여기에 전자파를 통해 영상을 만드는 SAR 위성 4기가 가세하면 더욱 촘촘한 대북 감시망이 형성된다. 가시광선에 의존하지 않아 기상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SAR 위성으로 찍은 내용이 의심스러울 때 EO·IR 위성으로 확인하면 상호보완적”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11월 21일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조선중앙통신

 

이들 위성 5기가 정상 작동하면 북한을 2시간 단위로 들여다볼 수 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향후 초소형 영상 레이더 위성도 개발해 감시 주기의 공백을 메울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대북 위성 정보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자 정찰위성 확보로 독자적 작전 수행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현 정부가 강조하는 3축 체계 중 유사시 북한을 선제 타격한다는 개념인 킬체인과도 연관돼있다. 고도화되는 북한 핵·미사일의 위협을 조기에 탐지하는 핵심 역량이 정찰위성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정찰위성을 보유했다는 사실 자체가 대북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군의 독자 정찰위성은 적을 압도하는 국방태세의 초석”이라며 “북한 핵·미사일 도발 징후를 신속하게 탐지하고 독자적 전략표적에 대한 감시능력을 증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12.02 “북한의 10배 이상 성능” 군 정찰위성 1호 미국서 발사 성공

▲2일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 우리 군 최초의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탑재한 '팰컨9'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되고 있다. /SpaceX 제공

 
 

한국의 첫 군사정찰위성이 2일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에 성공했다. 한국군 독자 정찰위성 1호기 발사 성공으로 그동안 대북 정찰위성 정보수집을 미국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온 데서 벗어나 국산 군 정찰위성 시대를 열게 됐다. 특히 북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 탐지 등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킬 체인’(Kill Chain) 등 한국형 3축 체계를 위한 대북 감시정찰 능력 강화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국방부는 2일 “우리 군 정찰위성 1호기를 탑재한 미국 스페이스Ⅹ사의 우주발사체 ‘팰컨9′이 반덴버그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군 정찰위성 1호기를 탑재한 미 스페이스Ⅹ사의 팰컨9 로켓은 이날 오전 3시 19분(현지시간 1일 오전 10시 19분) 당초 예정대로 발사됐다. 팰컨9이 발사된지 2분 22초 후에 1단 추진체가 분리돼 떨어져 나갔고, 이어 약 20초 후에 페어링(위성보호 덮개)이 분리됐다.

 

발사 14분 뒤인 3시 33분쯤 2단 추진체에서 정찰위성이 분리돼 우주 궤도에 정상 진입했고, 4시 37분쯤 해외 지상국과 첫 교신이 이뤄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위성체가 정상 작동되고 있고 해외 지상국과 교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발사 1시간10여분 뒤 성공이 최종 확인된 것이다. 군 정찰위성 1호기는 당초 지난달 30일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현지 기상 사정으로 연기됐었다.

 

정찰위성 1호기는 영상 초점을 맞추는 검보정 작업 등 운용 시험평가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전력화가 이뤄질 예정이다. 정찰위성 1호기는 전자광학(EO) 및 적외선(IR) 카메라를 장착하고,400∼600㎞ 고도에서 30㎝ 미만 크기의 물체도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정찰위성이 3m급 해상도를 갖는 데 비해 월등한 성능을 갖고 있어 “북 정찰위성이 초등학생이라면 우리 정찰위성은 대학생”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찰위성의 성능을 세계 5위 이내로 보고 있다”며 “아리랑 3호보다 3~4배 정밀하다”고 설명했다. 아리랑 3호와 3A호의 해상도는 각각 70㎝급과 55㎝급이다.

 

 ▲지난 17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항공우주연구원 위성시험동에서 군 정찰위성 개발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군 당국은 내년 4월부터 2025년까지 영상 레이더(SAR)를 장착한 정찰위성 4기를 추가발사, 총 5기의 국산 정찰위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전자광학/적외선 위성은 구름이 끼어 있거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사진을 찍을 수 없지만, 영상 레이더 위성은 구름이나 악천후에도 전천후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총 1조2214억원 규모인 군 정찰위성 사업은 독자적인 군 위성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15년 착수됐다. 425사업으로 불리는데 구름 낀 날씨 속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SAR’(싸)와 EO(전자광학) 카메라 영문명을 비슷한 발음의 아라비아 숫자인 ‘425(사이오)’로 표기한 것이다.

 

 ▲다목적 실용 광학위성인 아리랑3호. 정찰위성 성격을 겸하고 있으며 해상도는 70cm급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찰위성 5기를 모두 확보하면 북한을 2시간 단위로 감시, 정찰할 수 있다. 하지만 북 핵·미사일 위협이 급속도로 고도화하고 있기 때문에 군 당국은 초소형 위성 30여기 등을 추가로 발사해 대북감시 공백을 30분 이내로 줄일 계획이다.

조선일보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12-04 북한군의 치명적 약점을 공략하라

▲중국 관광객을 바라보며 해맑게 웃고 있는 북한 병사들. 많은 뇌물을 줘야 갈 수 있는 평북 신의주 인근 국경경비대임에도 영양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동아일보DB

 

남북 사이엔 군비경쟁이란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 경쟁은 비슷한 상대끼리 하는 것이다. 지난해 무역액 1조4151억 달러를 기록하고, 국방비로도 500억 달러 가까이 쓰는 대한민국과 지난해 무역액 15억 달러를 기록한 북한은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북한은 여전히 한국을 도발하기 위해 자신들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돈을 국방비로 쓴다. 정찰위성이 대표적이다. 그게 얼마나 쓸모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김정은은 앞으로 여러 기를 더 쏘겠다고 호기를 부린다. 북한 정찰위성이 아무리 허접하다고 해도 그들의 형편에선 어마어마한 지출을 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한 김정은은 전방에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 장비들을 전진 배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사단 하나만 재배치해도 병영과 진지, 신형 장비를 숨길 갱도를 수없이 지어야 한다. 백성들 주머니를 탈탈 털어서 겨우 1년에 1만 가구 아파트를 짓는 북한에는 감당하기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우리도 뒷짐만 지고 있진 않는다. 내년 국방예산은 59조5885억 원으로 4.5% 증가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2.2%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한국형 3축 체계’ 강화에만 7조1565억 원을 투입하며 그 외 각종 무기 도입과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구축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한다. 스텔스 전투기 F-35A 20대 추가 도입에도 3조3010억 원을 쓰는데, 단순 계산으로 1대에 1650억 원씩 주고 사오는 셈이다.

강력한 국방력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국방 예산을 보면 한 가지 크게 간과하는 것이 있다. 죽이고 부수는 것에만 골몰하다 보니 신형 무기를 사 오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북한군의 치명적인 약점을 공략하는 데는 소홀하다.

북한군은 그들의 고물 장비보다 더 치명적인 약점 두 가지를 갖고 있다. 우선 지휘 체계이다. 모든 부대에 부대장과 그 부대장에 대한 해임 권한을 가진 정치위원이 각각 있다. 그리고 이 둘을 다 자를 수 있는 보위부장도 있다. 이렇게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북한군은 쿠데타를 막는 데는 최적이지만 전쟁을 치르기엔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다. 비유하면 사장 3명을 둔 회사가 위기 상황에서 절대 잘 굴러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 치명적인 약점은 따로 있다. 바로 군인들의 심리이다. 북한군은 수령을 위해 죽는 게 구호인 김정은의 가병 집단이다. 세계 어느 나라나 전쟁에서 패배하면 잃을 게 많다. 그런데 북한은 김정은과 측근 몇 명만 잃을 게 많다.

북한군은 장마당 세대가 주축이다. 키가 142㎝만 넘어도 8년 이상 군에 끌려가야 하는 북한 청년들은 통일되면 자신들이 배불리 먹고살 수 있으며, 해외여행도 마음대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항복하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행복하게 된다는 것을 아는 세대다. 그들은 겉으론 충성하는 듯 보여도, 실제론 김정은을 위해 죽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건 탈북해 온 사람들만 인터뷰해도 알 수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북한군을 죽이는 데 집중하기보단 이들을 투항하게 만드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저항하면 죽음뿐이지만, 항복하면 당 간부보다 더 잘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유사시 “투항하면 중대장 30만 달러, 소대장 10만 달러, 병사 5만 달러씩 포상금을 준다”는 전단을 수없이 뿌린다면, 수십만 달러짜리 미사일로 진지를 부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밤에 경계진지에서 흰 발싸개(북한군 양말)만 흔들어도 당신들 진지를 내려다보던 무인기가 즉각 안전한 귀순 루트로 안내할 것이다”라는 식의 구체적인 안전보장책도 세워야 한다.

북한과의 전쟁에선 동족 청년들의 시신이 널려 있는 참호를 점령하기보단 ‘사면초가’를 불러주어 손을 들고 투항하는 병사들을 맞는 게 최선이다. 국군의 피도 훨씬 적게 흘리고, 통일 이후의 적개심도 최소화해 진정한 마음의 통일을 이룰 수 있다.

북한군의 심리를 정밀 연구해 가장 효과적으로 마음을 움직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에 탈북민이 3만5000명이나 와 있으니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국방예산에서 심리전 예산은 찾아보기 어렵다. 스텔스 전투기 하나를 사오는 돈만 심리전에 쓸 수는 없을까. 전쟁은 무기로만 하는 게 아니다. 사람이 하는 것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12.04 北 해킹조직 ‘안다리엘’, 방산업체서 軍 레이저 무기 기술 빼갔다

서버 망가뜨린 뒤 복구 대가로 비트코인 갈취해 북송

 ▲북한 해킹조직 안다리엘 범죄 개요/서울경찰청

 

경찰이 국내 방산업체 등 수 곳을 해킹해 기술을 탈취한 북한 해킹조직 ‘안다리엘’을 수사 중이라고 4일 밝혔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에 따르면 미 fbi와 공조한 경찰은 안다리엘이 통신 보안 it서비스 등을 하는 국내 대기업 자회사, 국내 첨단 기술원·연구소 및 교육기관, 방산업체, 제약업체 등 수십곳의 서버를 40여회에 걸쳐 해킹해 레이저 대공무기, 무기 제작 계획서 등 중요 기술자료와 개인정보 등을 탈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1.2테라바이트 분량의 파일이 탈취된 사실을 발견했지만 피해조차 인지하지 못한 곳이 대부분일 정도로 무방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1.2테라바이트는 HD화질의 영화 230편 이상의 분량이다.

 

경찰이 이번 해킹에서 사용된 구글 계정을 수사한 결과, 안다리엘은 신원이 명확하지 않은 가입자에게도 서버를 임대해주는 국내 서버업체를 이용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서버를 압수수색한 결과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평양 류경동”에서 총 83회 접속한 사실을 밝혀냈다.

 

류경동은 북한 최고층 건물인 류경호텔과 류경 정주영 체육관 등이 위치한 곳. 국제통신국과 평양정보센터 등이 자리잡은 평양에서도 시내로 꼽히는 곳이다.

▲북한 해킹조직 안다리엘 범죄 개요/서울경찰청

 

안다리엘은 해킹한 곳 중 3곳에는 랜섬웨어를 뿌려 서버를 망가트린 뒤 시스템 복구 대가로 4억70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갈취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경찰은 코인 거래소 압수수색 등을 통해 자금 세탁을 도운 외국인 여성 A씨를 특정했는데, 이 여성은 과거 홍콩 소재 환전업체 직원이었다. 경찰은 이 비트코인이 A씨의 계좌를 거쳐 중국 요녕성에 있는 중국 K은행으로 약 63만위안(약 1억 1000만원) 보내졌고, 이 돈이 북중 접경지역에 있는 K은행 한 지점에서 출금된 것으로 보아 북한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갔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김수경 기자

 

 

12.05 北 해킹 시도 하루 100만건, 레이저 기술까지 탈취했다니

▲북한 해킹조직 안다리엘 범죄 개요./서울경찰청

 

북한 해킹 조직이 또 국내 방산업체 등을 해킹해 주요 기술과 코인을 빼간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경찰청은 북한 해킹 조직 ‘안다리엘’이 방산업체, 통신보안업체, 기술원·연구소·대학교 등 수십 곳 서버를 40여 회에 걸쳐 해킹해 레이저 대공 무기 기술, 무기 제작 계획서 등과 개인정보 등을 빼갔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고화질 영화 230편 분량의 파일을 빼갔지만 해당 업체들은 피해를 당한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한다. 북 해킹 조직은 랜섬웨어를 뿌려 서버를 망가뜨린 다음 시스템 복구 대가로 4억70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뜯어가기도 했다.

 

이와 함께 법원 전산망도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커 조직 ‘라자루스’에 해킹당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자루스는 악성 코드를 심어 법원 전산망에 침투한 다음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정보를 빼갔다고 한다. 법원 전산망엔 판결문은 물론 재판 당사자들이 제출한 소장 등 유출될 경우 자칫 사회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감한 정보들이 담겨 있다.

 

북한의 사이버 테러와 해킹은 이제 일상사가 됐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언제 어떤 식으로 테러 공격을 해올지 모른다. 최대한 감시 체계를 촘촘하게 가동하고 징후를 조기 탐지한 다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국내 업체들과 각종 기관의 사이버 경각심과 방지 대책 마련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얼마 전에는 국정원 보안 점검 결과, 선관위 투·개표 관리 시스템이 해킹 공격으로 뚫릴 수 있을 정도로 취약한 것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해킹 우려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 왔다. 이런 사람들이 바로 북한의 먹잇감이 된다. 표적이 돼 정보를 빼앗겨도 그 사실조차 모를 것이다.

북은 우리를 해칠 궁리만 하는 집단이다. 우리를 상대로 하루 평균 90만~100만 건의 사이버 공격을 시도한다고 한다. 그 수법 또한 날로 진화하고 있다. 언제 어떤 대규모 피해를 입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국가 사이버안보 대응을 체계화할 수 있는 국가사이버안보법 제정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 사설

 

 

12-07 ‘NLL 영웅’ 보훈차관, 호국 헌신 제대로 기릴 새 계기다

신임 국가보훈부 차관에 중앙부처 과장 직급의 이희완 해군 대령이 임명된 것은 신선하면서 의미가 각별하다. 대통령실은 6일 “이 대령은 연평해전에서 양다리에 총상을 입고도 정장(艇長)을 대신해 고속정을 지휘하고 북방한계선(NLL)을 사수한 영웅이다. 영웅이 대우받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인선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그 취지대로 그의 차관 기용은 ‘호국 헌신’을 제대로 기리는 새 계기로 삼아야 마땅하다.

이 대령은 2002년 6월 29일 서해 NLL을 침범한 북한군과 벌인 제2연평해전 당시 중위로 참수리 357호 부정장이었다. 정장의 전사(戰死)로 지휘권을 이어받은 이 대령의 중상(重傷) 속 호국 투혼이 승전(勝戰)으로 이끌었다. 이는 ‘본보기가 될 만한 행위로 신체장애인이 된 군인은 현역 복무를 할 수 있다’는 군인사법이, 총상으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그에게 적용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좌파 일각은 제2연평해전을 두고 “승전이 아니라 패전” “한국 측의 과잉 대응으로 북한이 도발” 운운하며 ‘NLL 영웅’들의 호국 정신을 폄훼하다 못해 모독까지 해왔다.

미국 등에선 호국 헌신자의 고위 공직 기용이 드물지 않다. 대한민국도 그래야 한다. 이 대령은 “많은 고민 끝에 ‘각 처소에서 나라 지키는 이들이 당당하게 일하고, 이런 부모를 둔 자녀들이 자부심을 갖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보자’는 생각으로 직책 감당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런 다짐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범정부·범국민적 책무다.

문화일보 

 

 

12-07 “차관 내정소식 듣고 연평전우 떠올라 울컥… 보훈정책 수행은 소명”

 

이희완 보훈차관 임명자

 

“차관 내정 소식을 듣고 하늘나라에 먼저 간 전우들이 떠올라 왈칵 눈물이 났다.”

현역 해군 대령 신분으로 국가보훈부 차관에 깜짝 발탁된 제2연평해전 승전의 주역 이희완(47·해사 54기·사진) 차관 임명자는 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해군 소위 임관 후 지난 23년간 국가안보 현장에서 역할을 한 저에게 국가유공자와 제복근무자,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는 특별한 소명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차관 내정 소식을 듣고 북한군에 맞서 나라를 지키다 하늘나라로 먼저 간 윤영하 소령(정장), 한상국 상사, 조천형 상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의 전우가 떠올라 왈칵 눈물이 났다”며 “장관을 보좌해 ‘국가보훈정책’을 수행하는 막중한 임무를 주신 것에 대해 대단히 영광스러우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 차관은 “나라를 지키는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담담히 알리겠다”며 미래세대를 위한 안보의식 및 보훈 문화 확산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대한민국의 역사가 곧 보훈의 역사”라며 “미래 대한민국의 주역인 청년·학생들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군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억하고 계승할 수 있게 하고 국가유공자와 제복근무자를 존경하고 예우하는 보훈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저에게 주어진 소명을 잘 수행하기 위해 국가유공자를 비롯한 보훈 가족 등 보훈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분들의 요구와 눈높이에 맞는 보훈 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그동안 국가보훈을 발전시켜온 보훈 공직자, 관계 기관 등과 충분히 소통하고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2002년 6월 29일 해전 당시 참수리 357호정 정장이던 윤영하(당시 대위) 소령이 북한군 85㎜ 포에 맞아 전사하자 부장(부정장·당시 중위)이던 이 차관은 중상을 입고도 25분간 사투 끝에 승전을 이끌었다. 이 차관은 다리 관통상을 입어 결국 오른쪽 다리 끝을 절단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12-07 슬리퍼·구명조끼 ‘가짜근거’로… 국가권력이 ‘진실’ 조작했다

▲공무원 탔던 무궁화 10호  7일 감사원의 서해공무원 피살사건 감사결과 발표로 문재인 정부의 사실 은폐·왜곡이 드러나면서 국가권력의 부당한 집행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사건 발생 닷새째인 지난 2020년 9월 27일 무궁화 10호가 전남 목포시 전용부두로 입항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감사원 ‘서해 공무원 피살 왜곡’ 결론

구명조끼 착용·남겨진 슬리퍼
軍첩보에 없고 사실확인 안돼
감사 1년5개월만에 전모 밝혀

안보실·국방부·통일부 등
기관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여
한 개인에게 월북 책임 몰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감사해온 감사원이 7일 내놓은 최종 감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 지침에 따라 관계부서가 기민하게 움직여 사실을 은폐·왜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자진 월북’ 근거로 제시된 고 이대준 씨의 슬리퍼와 구명조끼 등도 군 첩보에 없거나 월북 근거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9월 22일 사건이 벌어진 지 약 3년 3개월만, 그리고 지난해 7월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한 지 약 1년 5개월 만에 문 정부의 월북 몰이 전모가 밝혀진 셈이다. 국가가 부당한 권력 집행을 통해 진실을 조작하고 개인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워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이날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 국가안보실, 해양경찰청, 통일부, 국방부 등 관계기관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 씨의 사망 전까지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막상 피살이 벌어진 뒤엔 사실을 덮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사건 당일 안보실은 오후 5시 18분쯤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북한 해역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발견된 사실을 보고받았지만, 통일부 등에 위기상황을 전파하지 않고 최초 상황평가회의도 실시하지 않았다.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은 상황이 종료되지도 않았는데 퇴근했고, 해경은 안보실로부터 발견 정황을 전달받고도 추가 정보를 파악하거나 수색 협조요청을 하지 않았다.

이 씨가 피살되기까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던 관계 당국은 정작 피살 이후엔 사실 은폐와 책임 회피에 나섰다. 국방부는 다음날인 23일 안보실로부터 지침을 받고 합참에 관련 비밀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했고, 합참은 오전 3시 30분쯤 실무자를 불러 밈스(군사정보체계)에 탑재된 첩보 보고서 60건을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같은 날 오후 4시 35분엔 이 씨 생존 시엔 보내지도 않던 대북전통문을 ‘뒷북’ 발송했다.

당시 국방부 등은 ‘다른 승선원과 달리 혼자 구명조끼를 착용했다’ ‘이 씨의 슬리퍼가 발견됐다’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분석보고서를 만들어 언론에 발표했지만, 수사결과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이들 근거는 군 첩보에도 없고 사실과 다른데도 안보실·국방부의 지시로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정보원은 합참이 제시한 4개의 월북 근거를 분석한 결과 ‘자진 월북 여부 불명확’으로 결론 내렸지만, 관계장관회의에 보고하지 않은 채 입을 다물었다. 해경 역시 무궁화 10호에 비치된 B형 구명조끼 수량에 이상이 없고, 이 씨가 착용한 구명조끼에 한자가 기재되어 있었음을 파악하고도 ‘월북으로 판단한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해경은 이 씨의 도박 사실이나 도박 채무 금액 등 사생활을 부당하게 공개하기까지 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12-07 “문재인 정부, ‘서해 피격’ 사실왜곡… 자진 월북몰이 주도”

■ 감사원 최종 감사결과

靑, 합참서 보고 받고도 은폐
국방부는 비밀자료 삭제 지시
서욱 등 13명 징계·주의 요구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피격) 사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중심이 되어서 국방부·통일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사실을 은폐·왜곡하면서 ‘자진 월북’으로 몰고 갔다는 감사원의 최종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감사원은 3개 기관 13명에 대해 징계·주의 요구 및 인사 자료 통보를 하고 6개 기관에는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촉구했다.

7일 감사원이 발표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점검’ 감사결과에 따르면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인 안보실은 2020년 9월 22일 당일 오후 해양수산부 소속 서해어업관리단 무궁화 10호 탑승 공무원인 이대준 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을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보고받고도 통일부 등에 위기 상황을 전파하지 않았다.

관련 규정과 매뉴얼에 따른 신변보호 및 구호 조치를 검토·이행하지 않았으며 대북전통문도 보내지 않았다. 당시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은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오후 7시 30분쯤 퇴근했다.

감사원은 “이 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소각된 이후부터는 관계 기관들이 사실을 덮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료 등을 삭제·왜곡하며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고 밝혔다. 9월 23일 새벽 1시에 개최된 관계 장관회의에서 안보실이 이 씨 시신 소각 사실에 대한 ‘보안 유지’ 지침을 내리자 국방부는 2시 30분쯤 합참에 관련 비밀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통일부가 실제로 사건을 최초 인지한 시점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전달받은 9월 22일 오후였다. 하지만 국회와 언론 등에는 23일 새벽에 열린 관계 장관회의에서 최초로 인지했다고 거짓으로 알렸다.

국방부와 국정원은 시신이 소각됐다는 상황을 파악하고도 안보실의 지침에 따라 ‘소각 불확실’ 또는 ‘부유물 소각’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날 감사원은 국방부와 통일부, 해경의 위법·부당 관련자 13명에 대한 징계·주의를 요구하고, 공직 재취업 시 불이익이 되도록 기록을 남기는 인사 자료 통보를 조치했다. 13명 중 주요 인사로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중간 감사 결과 발표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 전 장관 등 20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12-07 피살 공무원 유족 “文이 보고받고 지시했는지 감사결과에 빠져있다”

 

이래진씨 “추가 규명 이뤄져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시 어떤 보고를 받았고 지시를 했는지가 핵심이다. 오늘 감사원 감사 결과에는 그 내용이 빠져 있다.”

 

‘서해 피살 공무원’ 고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사진) 씨는 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날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미진한 부분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감사원 감사위원회 구성이 아직 문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위원 위주이기 때문인지 ‘감싸기’가 있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며 “당시 국군통수권자였던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장 포함 7인으로 구성되는 감사위 중 6명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다. 이 씨는 또 “정부라면 실종자 구조와 송환을 최우선으로 해야 했는데 당시에는 은폐와 조작이 먼저 진행됐다”며 “대체 북한에 어떤 약점이 있어서 굴종적으로 눈치를 봤던 것일까라는 생각이 여전하다”고 했다. 이 씨는 “동생이 자진 월북을 한 것이라고 발표했던 해양경찰청 발표는 대체 누구 뜻이었겠나”라며 “당시 수사 책임자를 승진시켰던 최종 인사권자는 문 전 대통령이었다”고 비판했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12.08 [단독] 감청부대, 첩보대로 보고서 올리자… “자진 월북 넣어라”

서해 공무원 피살 감사 결과 文 정부 ‘월북 몰이’ 드러나

 ▲2020년 9월 24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 북한의 총격으로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탑승했던 어업 지도선 무궁화 10호의 모습. 감사원은 7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정부기관의 사실 은폐와 왜곡이 있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 해역으로 표류했다가 북한군에 붙잡혀 총살당한 후 대북 첩보 부대에는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보고서를 만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하지만 실무자들은 ‘자진 월북’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어 관련 내용을 담지 않았다. 그러자 ‘정부 지침에 맞게 보고서를 만들라’는 지시가 거듭 내려왔고, 결국 이들은 근거 없는 내용까지 넣어 이씨를 자진 월북자로 몰아가는 최종 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정부의 실책을 감추기 위한 사실 왜곡 시도가, 객관적인 내용만을 담아야 하는 첩보 보고서까지 오염시킨 것이다.

 

 ▲그래픽=김하경

 

감사원은 7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점검 주요 감사 결과’라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이 사건에 대한 감사 보고서는 지난 10월 확정됐으나 원문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비공개됐고, 그 요지만 발표됐다.

 

보도 자료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문 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통일부, 국방부, 해양경찰청 등 관계 부처들은 이씨가 2020년 9월 21일 새벽 2시쯤 남측 해역에서 실종된 뒤 22일 오후 3시 30분쯤 북측 해역에서 북한 선박에 발견됐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무 조치 없이 사태를 방관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씨 발견 사실을 안보실에 보고한 뒤에는 ‘통일부가 주관해야 하는 상황이고 군이 대응할 것이 없다’며 가만히 있었다. 안보실은 오후 5시 18분 합참에서 보고를 받았으면서도 우리 국민이 북한에 억류된 경우 대응을 주관해야 하는 통일부에 이씨가 북측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안보실의 상황실장 격인 국가위기관리센터장과 1차장, 안보실장 모두 오후 7시 30분이나 그 전에 정상 퇴근을 했다. 위기센터장은 “북한이 이씨를 구조하고 나면 ‘상황 종결’이라는 보고만 하면 될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의 담당 국장은 이씨가 북측 해역에 있다는 소식을 안보실이 아니라 국가정보원을 통해 오후 6시 뒤늦게 전달받았다.

 

이씨는 그날 오후 9시 40분쯤 총살됐고 북한군은 10시 50분쯤까지 시신을 불태웠다. 안보실과 합참은 이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후에 관계 기관들이 한 일은 이씨가 북측에 산 채로 잡혀 있었다는 것을 우리 정부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는 것이었다. 합참은 이씨가 북측에서 발견된 뒤 피살된 상황과 관련한 군 첩보 보고서를 전산망에서 무단으로 삭제했고, 국방부는 언론에 이씨가 그저 ‘실종’ 상태인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다음 날인 23일 오전 10시 관계 장관 회의 때부터 문 정부는 이씨를 자진 월북자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안보실과 국방부는 이씨가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정해놓고, 합참과 정보 기관 등이 이 결론에 맞게 분석 보고서를 만들어 내게 했다. 합참은 24일 이씨가 처음 실종된 배에서 홀로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가 신발을 벗어두고 바다로 뛰어내렸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만들어 올렸고, 이 내용이 언론에 발표됐으나 이후 이씨의 ‘자진 월북’ 정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의 자진 월북을 뒷받침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는 9월 25일 대북 감청 및 신호 정보 수집 부대인 777사령부에도 하달됐다. 그럼에도 이 사령부 실무자들은 첩보를 통해 확인된 내용만을 적은 보고서를 만들어 올렸다. 이씨를 자진 월북자로 만들라는 지시를 사실상 따르지 않은 것이다. 그러자 사령부 고위 관계자가 “첩보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까지 보고서에 넣어라”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판단’도 포함시켜라”라며 보고서를 다시 쓰게 했다고 한다. 결국 합참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이씨가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보고서가 10월 6일 만들어졌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이 사건 관계자 20명에 대해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검찰은 서훈 전 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장관, 김홍희 전 해경청장 등 4명을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하 실무자들에 대한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감사원은 이와 별도로 13명에 대해 현직 공무원인 경우엔 징계·주의를 요구하고, 퇴직한 경우에는 공직 재취업 시 불이익을 받도록 자료를 남기게 했다.

조선일보 김경필 기자

 

 

12.08 서해 공무원 ‘월북몰이’ 확인,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답하라

감사원 “전 정부 은폐·조작”, 당시 과정 공개

국민 생명 내팽개친 국가 범죄의 몸통 밝혀야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 해역에서 표류 중 북한군에 붙잡힌 사실을 당시 문재인 정부가 알았음에도 손을 놓고, 이씨가 피살돼 소각된 뒤에는 근거도 없이 ‘자진 월북’으로 몰았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공개됐다. 사실이라면 상상을 초월한 국기 문란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어제 감사원에 따르면 국군 합동참모본부는 그날 오후 4시43분쯤 전날 실종된 이씨가 38시간 만에 북한군에 발견된 사실을 파악해 윗선에 보고했다. 그러나 문재인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관계 기관들은 방관만 했다. 국방부의 구출 작전, 통일부의 송환 노력, 해경의 수색 구조도 없었다. 특히 해경청은 이씨 표류 사실을 안보실로부터 전달받고도 수색에 나선 경찰 실무진에 알리지 않아 27㎞ 떨어진 곳에서 헛수고만 하게 했다.

 

이씨는 그날 밤 9시40분쯤 북한군에 사살돼 시신이 불태워지는 참극을 당했다. 그러나 안보실은 밤 10시쯤 이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은폐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군과 국정원은 각각 관련 첩보 60건과 46건을 무단 삭제했다. 또 이씨 피살 반나절 뒤인 23일 낮까지도 ‘실종’ 상태라고만 알려 그가 살아 있는 양 국민을 속이기까지 했다.

 

최악의 대목은 이씨를 ‘자진 월북자’로 둔갑시킨 것이다. 안보실은 “자진 월북으로 원 보이스(한목소리) 대응하라”는 지침을 내려 관계 기관들이 이에 맞춰 보고서를 만들게 했다. 합참은 어업지도선에서 발견된 슬리퍼가 이씨 것이란 증거가 없는데도 그가 맨발로 뛰어내려 20여㎞를 맨몸으로 수영했다는 황당한 보고서를 냈다. 해경도 월북과 배치되는 증거들은 배제하고 “도박 빚이 많았다”며 자진 월북자로 몰아갔다.

 

“사람이 먼저다”는 구호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팽개치고 ‘월북자’ 낙인까지 씌운 정황이 확인됐으니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이와 관련해 서훈 안보실장, 박지원 국정원장, 서욱 국방장관(당시) 등이 수사를 받고 있지만 이런 엄청난 일을 그 윗선의 지시 없이 진행했을지 의문이다. ‘월북몰이’의 몸통이 누구인지 분명히 가려야 한다. 당시 컨트롤타워는 청와대 안보실이었고, 그 최고 지휘자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씨 피살 3시간 전 상황을 보고받고도 심야 대책회의에 불참했고, 피살 사실을 보고받은 건 다음 날 아침이었다. 국민이 사살·소각되는데도 대통령이 잠만 잤다니 그걸 과연 누가 믿겠는가. 더구나 이 사건과 관련된 대통령 보고·지시 내용은 15년간 열람이 금지돼 있다니 기가 막힐 지경이다. 이제라도 문 전 대통령은 당시 어떻게 보고받고, 어떻게 대응했는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12-08 北표적 상시 감시할 정찰위성 완비 급하다

 
 

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따른 군사 위협이 예사롭지 않다.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의한 ‘정면돌파전’을 내세운 북한은 지난해 9월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해 비핵화 불가 입장을 못 박았다. 12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군사정찰위성 개발을 올해 중점과업으로 택했다. 뒤이어 지난 11월 21일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천리마-1형’ 로켓을 발사했으며, 이 위성체는 우주궤도 진입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북한이 정찰위성을 쏠 만큼 자체기술을 확보했는지는 미지수다. 그런데도 앞으로 러시아가 위성체 관련 고급 우주 기술 지원을 확대할 경우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국군은 러시아의 북한 위성 발사 지원을 우려하고 있으며,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개발에도 러시아 기술 유입이 의심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일 국군이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로 군사정찰위성 1호를 발사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위성체는 당초 계획대로 우주궤도에 안착해 교신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수개월 동안 필요한 준비를 거치면 바로 전력화될 것으로 보인다.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으로 독자적인 대북 감시 능력이 진일보하게 됐다. 이는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인 ‘킬체인’의 조기 전력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킬체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지휘 및 지원체계, 고정·이동 표적에 대한 감시정찰과 유사시 ‘선제적 자위권’ 수단으로 적의 전쟁 의지 자체를 제거하려는 핵심 전쟁억지력이다.

향후 고체 우주발사체 개발이 완료될 경우 우리 군은 직접 정찰 및 탐지, 추적을 위한 위성을 적기에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우리의 고체연료 로켓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북한과는 기술력에서 크게 앞선다. 특히 우리의 위성체 기술은 북한을 압도한다. 세계 5위의 위성체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국군의 정찰위성은 해상도가 3m급인 북한 위성에 비해 격차가 100배인 해상도 0.3m급으로 세계 최정상 수준이다. 더욱이, 우리 기술로 개발된 감시정찰용 합성개구레이더(SAR·Synthetic Aperture Radar) 위성은 악천후 및 주야간에도 영상을 획득할 수가 있다. ‘군집 활용’의 장점을 지닌 SAR 등 우리의 위성 기술력은 향후 킬체인의 조기 전력화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에 큰 힘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군사정찰위성은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킬체인 전력의 핵심이란 점이 중요하고, 미래 불확실한 안보 정세에도 대처할 수 있는 자위력의 토대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독자적 위성발사체 능력 향상을 통해 국군의 대북 정찰 및 미사일 감시 능력이 더욱 강화되도록 해야 한다. 실시간으로 북한 전역을 감시하기 위한 적정 규모의 정찰위성 보유가 필요한 이유다. 그러므로 고고도 정찰위성의 빈 곳이라 할 수 있는 시간적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량의 저고도 위성 운용도 필수다. 그래야만 고체연료 기반의 북한 핵·미사일을 실시간에 탐지해 실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 전역의 핵심 표적에 대한 영상 정보를 상시 획득하기 위한 다수의 정찰위성 및 미사일 조기경보위성, 초소형 위성 체계의 조기 확보가 긴요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따른 안보 위협이 목전에 이른 만큼 외국 위성발사체 이용과 함께 우리 발사체도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적정한 국방예산이 지원돼야 한다.

문화일보 

 
 
 

12.09 간첩 피고인들 재판 지연 방치하다 전원 석방해 준 법원

▲'창원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경남진보연합 관계자들이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1.3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창원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피고인 4명이 서울중앙지법의 보석 결정으로 석방됐다. 지난 3월 기소된 이들은 서울이 아닌 창원에서 재판받겠다며 관할 이전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하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이 역시 불허되자 항고·재항고를 반복해 수개월 동안 재판을 지연시켰다. 지난 8월 첫 재판이 열렸는데 자신들의 인적 사항에 대한 진술도 거부했다. 그러고는 법관 기피 신청을 하고 재판장을 고발해 재판을 또 중단시켰다. 결국 1심 구속 기한이 임박해 재판부가 보석으로 풀어줬다. 간첩 피고인들의 재판 지연 전략에 법원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다.

 

다른 간첩 사건도 재판이라고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지난 4월 구속 기소된 ‘제주 간첩단’ 사건 피고인들은 재판 한번 안 받고 지난 9월 다 석방됐다. 이들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뒤 항고·재항고를 반복했는데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되기까지 187일이 걸렸고, 그 사이 재판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간첩 혐의로 지난 5월 기소된 전 민노총 간부들도 같은 방법을 동원해 지난 10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2년 전 기소된 ‘충북동지회’ 사건 피고인들도 법관 기피 신청, 위헌 심판 신청 등 온갖 지연책을 동원해 이미 다 석방됐다. 새 정부 들어 구속된 간첩 사건 피고인들이 재판도 제대로 받지 않고 전원 석방된 것이다.

 

현행법은 심급별로 6개월 구속 기간 내에 재판을 못 끝내면 피고인을 석방하게 돼 있다. 구속이 장기화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막고 피고인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기한을 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간첩 사건 재판은 그 법 제도와 절차를 이용해 사법 시스템을 농락하고 무력화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를 막을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간첩 사건 재판은 수사 정보 누출 우려 때문에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으로 하기에 부적절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기각 결정을 빨리 하면 된다. 그런데 최종 결정까지 4~5개월씩 걸리니 재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간첩 피고인들의 재판 농락엔 판사들도 큰 책임이 있다.

 

지금 여러 간첩 사건 피고인들 뒤엔 민변 변호사 수십 명이 버티고 있다. 판사들이 이들에게 무책임하게 끌려다니고만 있다. 판사가 간첩 사건조차 민변 눈치를 보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12.09 안보용어를 바르게 사용하자

 

국가안보는 이념과 정파를 초월해야 하는 지고(至高)의 영역이다. 그러나 현실은 많이 다르다. 안타까움을 넘어 걱정이다. 특정이념이나 고정관념에 경도된 극단적 주장이 국론분열을 낳고 북한은 이같이 취약한 공간을 교묘하게 파고든다. 용어혼란전술이 활개를 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다. 북한은 우리와 달리 ▲'자주’를 주한미군 철수 ▲'평화’를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와 한반도 비핵지대화 ▲'민족대단결’을 국가보안법 폐지와 공산당의 자유로운 활동 보장 등으로 해석하고 그 이행을 요구해 오고 있다. 우리 사회는 무심코 이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세력들은 북한주장에 동조한다. ‘주체’, ‘우리민족끼리’, ‘전쟁이냐 평화냐’와 같은 레토릭도 같은 선상에 있다. 지금부터는 우리가 쓰고 있는 국가안보 관련 용어 가운데 국체(國體)에 맞지 않거나 논란 소지가 있는 것을 살펴보며 대안을 제시해 본다.

 

첫째, ‘반(反)국가세력’을 ‘반헌법세력’이나 ‘반대한민국세력’으로 개칭할 필요가 있다. 반국가세력은 너무 포괄적이어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으므로 보다 특정화하자는 것이다. 국가는 영토, 주권, 국민의 3요소만 갖추면 되므로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정부도 국가일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리고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도대체 국가를 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마녀사냥이다”는 논박에 답변이 옹색해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지향하는 나라는 사회주의나 연방제 통일국가가 아닌 헌법 전문과 제4조에 규정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기초한 국가, 통일이라는 점을 보다 명백히 하는게 옳다.

 

둘째, ‘대북심리전’을 ‘북한 자유화운동’ 이나 ‘대북 전파프로젝트’로 개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리전’은 군사용어인데, 정부와 민간이 사용하면 전(戰)이라는 단어로 인해 호전적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군과 국정원을 제외한 여타 정부부처와 민간은 보다 순화된 표현을 사용하는게 좋다. 현재 대북심리전은 김정은체제를 맹목적으로 비난하기 보다는 인류보편적 가치와 한류·외부세계 소식을 전파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김정은을 호칭할 때 ‘국무위원장’ 표현보다는 ‘당총비서’ 또는 아예 직책없이 ‘김정은’으로 부르는게 헌법정신과 국민정서에 보다 합치한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 남북관계 특수성을 고려하여 북한을 국가에 준해 예우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김정은을 호칭할 때는 국가(國) 최고지도자를 상징하는 국무위원장이 아니라, 무리(黨)의 우두머리라는 의미로 ‘당총비서’로 부르는게 맞다.

 

김정은의 핵위협이 도(度)를 지나치고 있다. 우리 사회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다양하고 심각해지고 있다. 그 어느때보다 정확한 정세관과 현실인식이 중요한 시기이다. 이런 상황하에서 우리가 대한민국을 김정은의 통일전선전술 책략으로부터 보호하고 더 나아가 자유 통일한국을 주도적으로 건설해 나가기 위해서는 안보용어에 대한 바른 이해와 정확한 사용이 중요하다.

 

바야흐로 지금은 네이밍(naming)의 시대이다.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고양하고 하나로 결집시켜 나가는데 있어서 일종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효과’(brand identity effect), 즉 소비자의 태도를 호의적으로 바꾸고 구매를 증진시키는 밀도있는 노력이 가미되어야 한다. “모름지기 사람은 이름을 잘 지어야 한다”는 선친의 말씀이 생각난다.

조선일보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국민대 겸임교수

 

 

12-12 막 오른 남북 우주 군사경쟁, 대북 우주력 건설 박차 가해야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4일 제주 인근 해상에서 발사된 우리 군의 고체추진 우주발사체가 목표 궤도(약 650km 고도)에서 지구관측용 소형위성을 분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16년 미국에서 발간된 ‘유령함대’는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수도 있는 미중 간 전쟁 시나리오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중국의 기습 공격은 미국의 첨단 위성망을 파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중국의 레이저 공격과 사이버 해킹 등으로 미국의 ‘눈(정찰위성)’과 ‘신경망(통신위성)’은 순식간에 마비된다. 이어 주요 국방안보 전산망이 ‘셧다운’되면서 중국군의 전방위적 파상공세에 미국은 속절없이 무너진다. 가상전쟁 소설이지만 미군 훈련 교재로 다뤄질 만큼 사실적이라고 당시 미 언론은 보도했다.

실제로 ‘스타워즈’는 더 이상 공상과학(SF) 영화 속 얘기가 아니다. 미국 등 주요 강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 패권을 둘러싼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한반도 바로 옆 중국은 스파이 위성을 비롯해 수백 기의 위성을 지구 궤도에 쏴 올려 주변국을 샅샅이 훑어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상에서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 수백 km 고도의 위성을 파괴하는 능력까지 확보한 게 10여 년 전이다. 러시아도 중국에 버금가는 우주전력을 갖췄고, 이를 벼리는 작업에 전력투구하는 실정이다.

남북 간 ‘우주경쟁’도 사실상 서막이 올랐다. 지난달 북한의 군사정찰위성(만리경-1호)과 이달 초 우리 군의 정찰위성 1호기가 지구 궤도에 잇달아 진입하고, 군이 개발한 고체추진 우주발사체의 위성 발사도 성공하면서 남북 간 군사 대결장이 땅과 하늘, 바다를 넘어 우주공간까지 확대된 것이다. 만리경-1호의 정찰 해상도는 3∼5m 안팎(가로세로 3∼5m 크기의 물체를 하나의 점으로 표시) 수준으로 추정된다. 우리 정찰위성의 해상도(30cm)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북한이 향후 러시아, 중국의 도움을 받아 고해상도 광학장비를 갖춘 위성을 속속 올린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북한이 고성능 정찰위성을 10기 이상 배치할 경우 한반도 재방문 주기를 1∼2시간 정도로 당겨 최대한 실시간에 가깝게 괌과 주일미군 기지 등 미 전략자산의 발진 기지와 우리 군 동향을 염탐할 수 있다. 김정은이 정찰위성을 계속해서 많이 쏘라고 누차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군도 정찰위성 1호기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5기의 전자광학·레이더 위성을 연이어 배치하는 한편 초소형 위성 수십 기를 쏴 올릴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최소한 30분마다 북한 상공을 지나가면서 핵과 미사일 기지, 수뇌부 동향 등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수십 기의 남북한 정찰위성이 우주공간에서 쫓고 쫓는 시대가 머잖아 현실로 닥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찰위성은 적의 고정 및 이동표적을 사각지대 없이 더 세밀히 추적해 병력과 장비 움직임은 물론이고 핵심기지 동향도 감시할 수 있다. 더욱이 정찰위성이 수집한 초정밀 표적 정보가 미사일을 비롯한 육해공 타격수단과 결합할 경우 그 정확도와 파괴력은 획기적으로 증대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다량의 정찰위성을 쏴 올리겠다고 위협한 것도 이 같은 방식으로 한미를 겨냥한 핵타격 위협을 고도화하려는 것이다.

 

더욱이 북한은 러시아나 중국의 지원을 받아 위성요격무기(ASAT)를 개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무기를 갖게 되면 유사시 지구 저궤도의 한미 정찰위성을 파괴해 한미 대북 감시망을 원천봉쇄하는 수준까지 진화할 수 있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미 위성을 무력화하는 무기에 관심을 기울여왔다는 게 정설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수천 km 고도까지 발사한 전례로 볼 때 ASAT의 잠재력을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이 옛 소련제 방공무기의 유도·항법 기술을 개량한 뒤 자국의 탄도미사일에 결합해 위성요격무기 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리 군도 대북 우주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시점이다. 레이저로 적 위성을 파괴하는 첨단 우주무기 개발과 우주부대 창설, 우주작전 계획 구상 등을 하나씩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다수의 정찰위성을 통합적으로 관제·운용하고, 위성 사진 등을 분석해 고급정보로 재가공한 뒤 적시적소에 배포하는 범국가적 위성 컨트롤타워부터 설치하는 게 급선무라고 필자는 본다.

일각에선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이 제대로 된 우주전력을 갖출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패착이 될 수 있다. 북한은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예상보다 훨씬 빨리 개발해 우리 군과 정부 당국의 허를 찌른 바 있다. 우리 군의 대북 우주전력 건설에서도 같은 전례가 반복돼선 안 될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12.12 통일부, 권해효·김지운 감독 등 조총련 무단 접촉한 영화인 조사

 영화제작 과정에서 반국가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인사를 정부 당국에 사전 신고 없이 접촉한 김지운 다큐멘터리 감독 등 영화인들이 통일부 조사를 받게 됐다.


 통일부는 12일 재일동포 차별을 다룬 영화 ‘차별’을 제작한 김지운 감독에게 지난달 조총련이 일본에서 운영하는 조선학교 인사들과 접촉하고도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영화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를 만든 조은성 프로듀서, 영화인 권해효 씨가 대표인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몽당연필)에도 같은 내용으로 통일부 공문이 발송됐다.

▲조총련 강령 제1조 /조선일보 DB

 

1955년 창설된 조총련은 북한 조선노동당의 외곽 조직으로 일본에서 북한대표부 역할을 한다. 대법원은 1970년 조총련을 ‘대한민국을 부인하고 북괴를 지지·찬양하는 반국가단체’라고 판시했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르면 조총련 인사와 접촉하려면 통일부에 대북 접촉계획을 사전 신고해야 한다. 예상치 못하게 접촉하게 된 경우에는 사후에 신고해야 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조사가 시작된 배경과 관련해 “올해 국정감사에서 두 영화 제작진의 사전 접촉신고 미이행에 대한 지적이 제기돼 법령 위반 여부를 파악하게 된 것”이라며 “몽당연필은 웹사이트에 조선학교 방문·교류 사실이 공개돼 있으나 역시 사전 접촉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을 인지해 경위를 알아보는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는 과거 북한주민 접촉 과정에서 남북교류협력법이 다소 느슨하게 적용된걸 바로잡기 위해 엄격한 법 적용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질서 있고 지속가능한 교류협력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관련법 위반 시 선택적으로 봐주기도 했던 과거 관례에서 벗어나 법 규정에 따라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령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앞서 통일부는 접촉 신고 없이 조총련 행사에 참석한 윤미향 의원에 대해서도 신고 의무 위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조선일보 김민서 기자

 

 

12-13 獨사민당이 또 일깨운 햇볕정책 파탄

 

고상두 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 명예교수


미국과 유럽 중에서 어느 쪽이 우크라이나를 더 많이 지원할까? 유럽연합(EU) 본부가 815억 달러로 미국보다 60억 달러를 더 지원하며, 세계 3위는 221억 달러를 지원한 독일이다. 그런데 전쟁 초기에는 달랐다. 독일은 지원을 망설였고, 우크라이나는 독일의 대(對)러 유화정책이 전쟁을 불러왔다며, 외교장관 시절 친러 행보를 보인 독일사민당 출신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을 거절했다.

사민당이 최근 전당대회에서 외교 반성문을 썼다. ‘유럽의 평화는 러시아와 협력할 때 가능하고 러시아를 적대시하면서 얻을 수 없다’던 사민당이 ‘러시아가 내부적으로 변화할 때까지 관계 정상화는 없다’는 결의문을 채택한 것이다. 사민당의 결심을 일깨운 것은 유권자다. 이달 초 독일 정당 지지율 조사를 보면 사민당은 14%로 기민당, 독일대안당, 녹색당보다 낮은 제4당으로 추락했다. 집권 제1당이 존립을 걱정하게 된 것이다. 독일 국민은 생존을 걱정한다. 국민의 18%가 러시아와의 전쟁을 우려하는데, 지난해에는 35%에 달했다.

국내 정책이 실패하면 정부가 몰락하지만, 안보 정책이 실패하면 국가가 몰락한다. 사민당은 러시아의 안보 위협을 과소평가했다는 국민의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빌리 브란트 전 총리의 신동방정책 비판에는 반대했다. 1960년대 말 소련과의 협력은 필요한 시대정신이었고, 동서 진영의 긴장 완화와 독일 통일을 가져다줬기 때문이다.

사민당의 신동방정책은 기민당에 의해 계승됐고, 사민당과 기민당의 연립정부는 북해 해저 가스관 건설로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을 강화했으며 민스크 평화협정을 체결해 우크라이나 돈바스 사태를 중재했다. 전쟁 징후가 있었지만, 독일 정부는 미국과 동맹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스관 건설을 관철했다.

햇볕정책은 한국판 신동방정책이다. 햇볕정책은 퍼주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이 우리 사회의 실상을 알게 되고, 우리 국민이 평화의 가면을 쓴 북한 정권의 실체를 알게 됐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전무한 건 아니다. 독일에 비해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도 보수 정당이 햇볕정책의 유산인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이어받았지만, 북한이 거듭 핵실험을 강행하자 투자 비용과 경제 이득에도 불구하고 차례차례 폐기했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일은 사라졌고, 북한은 2006년 이후 3년 주기로 하던 핵실험을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두 차례 연속 실시한 뒤 6년이 넘도록 하지 못하고 있다.

핵을 가진 북한을 상대로 한 통일정책은 수정된 햇볕정책이어야 한다. 대화와 협력을 추구하되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이 목표가 돼야 한다. 2개의 코리아는 지난 70년 동안 체제경쟁을 했고, 통일이란 민족 차원에서 나은 체제를 선택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평화통일을 하려면 북한 주민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체제를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표현과 의사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북한 당국이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지능적으로 북한 주민을 일깨우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과거 정책의 실패를 반성하지 않고 협력과 합의로 평화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맹신하는 낭만적 햇볕주의자는 유권자가 깨우쳐줘야 한다.

문화일보 

 
 

12.13 ‘친푸틴’ 반성한 獨 사민당, ‘친김정은’ 민주당은?

▲지난해 2월 15일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해 회담하고 있다. 회담은 코로나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4m 거리 두기 테이블’에서 열렸다. 같은 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기습 침공 이후 독일 집권 여당인 독일사회민주당(사민당)의 친러 정책이 유럽 안보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라르스 클링바일 사민당 대표는 10일 전당대회에서 “(사민당이) 푸틴과 먼저 더 거리를 두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AFP 연합뉴스

 
 

독일 집권 여당인 사회민주당이 과거 자신들의 친푸틴 정책에 대해 “명백한 잘못”이라고 했다. 사민당은 지난 10일 폐막한 전당대회 결의문을 통해 “러시아와 경협을 강화하면 러시아가 민주화할 것이란 당의 가정은 잘못된 것이었다”며 “러시아가 주권국을 정복·억압하는 한 관계 정상화를 거부하겠다”고 했다. 이어 “군대는 평화를 지키기 위한 정책적 수단”이라며 안보에서의 주도적 역할과 무기 산업의 비효율 극복을 강조했다. 재무장과 군비 확충을 통해 유럽 방어에 앞장서겠다는 얘기다.

 

사민당의 친러 정책 뿌리는 1970년대 브란트 총리의 동방 정책이다. 브란트 동방 정책은 단순한 친러시아가 아닌 국가 전략이었다. 그러나 사민당은 그 후 친러시아, 친푸틴으로 기울면서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에 나섰다. 슈뢰더 총리 시절인 2002년엔 탈원전법까지 만들었다. 이에 따른 에너지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러시아~독일을 잇는 초대형 가스관 사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유럽 전체가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하게 됐다. 이후 푸틴은 걸핏하면 가스관 밸브를 잠그며 유럽을 농락했다. 사민당의 친푸틴, 친러 정책이 러시아 민주화는커녕 푸틴의 에너지 무기화만 부채질한 것이다. 푸틴은 자신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해도 유럽이 어쩌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유럽에선 ‘독일 책임론’이 들끓었다.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하던 독일 기업들은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유럽의 경제 엔진으로 불리던 제조업 강국 독일은 이제 ‘유럽의 병자’란 조롱을 받는다. 사민당의 반성은 이런 안팎의 지적·비판을 수용한 결과일 것이다. 독일 사민당이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한 것은 책임 정치라는 면에서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 정치와 비교하면 놀랍고 부러운 풍경이다.

 

한국 민주당은 북한을 도와주면 북이 개혁·개방에 나서고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이른바 햇볕정책을 20년 이상 추종하고 있다. 20여 년 전 100만명 이상의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거의 망해가던 북한은 민주당 정권의 대대적인 지원으로 살아나 핵 개발에 성공했다. 민족의 미래에 핵 구름이 드리워졌는데도 햇볕정책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북핵을 변호하고 옹호하면서 친김정일, 친김정은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북한·중국·러시아와 같은 전제적 독재 집단과도 대화하고 협상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친북, 친중, 친러시아 정책과는 달라야 한다. 민주당 대표단은 2006년 북이 핵실험을 한 직후 북한을 방문해 북 정권 인물들과 춤을 추기도 했다. 민주당으로부터 ‘햇볕정책으로 국민을 핵 위협 아래 놓이게 했다’는 반성을 듣게 된다면, 그때 김정은도 생각을 달리하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2-13 신원식 “北 평화 해치는 망동 땐 파멸의 지옥…文 평화프로세스 완벽한 사기극”

▲1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청사에서 열린 2023년 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신원식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북한에겐 평화냐 파멸이냐 두 개의 선택지뿐"
"우리 군 평화지킴이 소임 다하려면 확고한 정신전력 전제돼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12일 올해 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북한에게는 평화냐 파멸이냐 하는 두 개의 선택지 밖에 없다"며 "북한이 평화를 해치는 망동을 한다면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파멸의 지옥뿐이며 우리 군은 북한에게 이를 명확하게 각인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장관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이것이 진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북한의 선의와 초현실적인 낙관에 기댄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완벽한 가짜로 잘 짜여진 한 편의 사기극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라며 "우리 군이 평화 지킴이 소임을 다하기 위해선 장병들의 확고한 정신전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에 맞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 불의의 기습을 당하고도 하마스를 응징하고 있는 이스라엘, 그 힘의 원천이 바로 정신전력"이라고 강조했다.

신 장관은 "우리의 안보 상황은 매우 엄중하며 우리 모두 응징이 억제고, 억제가 평화라는 인류 역사의 변하지 않는 교훈을 가슴 깊이 새여야 할 때"라며 "만약 적이 도발하면 ‘즉·강·끝(즉각·강력히·끝까지) 원칙’으로 단호히 응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군인복지 기본계획’을 통해 초급간부(소위·하사) 급여를 중견기업 수준으로 인상하고 주거여건과 의료서비스 개선 등을 약속드렸다"며 "앞으로 장병들이 적과 싸워 이기는 본연의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복무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신 장관은 "국가관, 대적관, 군인정신 확립을 통해 대적 필승의 정신전력을 고취하는 것이 전투준비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새로 발간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및 다양한 MZ(밀레니얼+제트)세대 맞춤형 콘텐츠들을 활용해 ‘지켜내야 할 조국에 대한 국가관’, ‘맞서 싸워야 할 적에 대한 대적관’, ‘어떻게 적과 싸워 이길 것인가에 관한 군인정신’을 올바르게 확립할 수 있도록 지휘관 중심의 정신전력 교육 체계를 정착해 나가기로 했다.

신 장관은 마무리 발언에서 "그동안 일각에서, 상대의 선의에 기댄 거짓 평화를 믿으며 북한이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이는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로 완벽한 환상이자 헛된 믿음이었다는 것이 명백히 증명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한 군대만이 전쟁을 억제할 수 있고, 평화를 보장한다는 것을 인식한 가운데, 힘의 원천은 장병들의 ‘강한 정신력’과 ‘숙달된 전투원’임을 명심하고, 내년에는 장병 정신전력 교육과 실전적 교육훈련을 강화해 적의 어떠한 도발에도 ‘즉각·강력히·끝까지’ 원칙으로 단호하게 응징하는 부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명수 합동참모의장,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양용모 해군참모총장, 이영수 공군참모총장,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 국방부 합참 각 군 및 기관의 주요직위자들이 참석했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가중되는 엄중한 안보상황을 고려하여 일부 지휘관들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가했다.
문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

 

 

12-14 간첩 수사 역량 복원 위한 단계적 대책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내년 1월 1일부터 폐지된다. 문재인 정부가 권력기관 개혁을 명분으로 국정원법을 개정해 북한의 간첩공작 핵심 억지력(deterrent)인 대공수사권을 폐지한 결과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한 지 1년7개월이 지났는데도 국회 의석수를 탓하며 여당과 함께 거대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예견되는 국가안보수사의 공백을 방치한 현 정권과 여당 및 야당도 그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내년 4·10 총선 등 국내 정치 일정 및 안보 환경 변화에 편승해 북한의 대남 간첩 공작과 이와 연계된 국내 세력의 온·오프라인 안보위해(危害) 요인이 점증할 것이다. 늦었지만, 여당은 내년 총선에서 안보부문 최우선 공약으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내걸고 국민적 지지를 도출해 내야 한다.

그러면 내년부터 대공수사권을 전담할 경찰은 어떤가? 문 정권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대신 경찰청에 독립적인 안보수사처를 신설하겠다고 했으나, 제21대 국회에서 원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자 이를 뒤집고 일반 범죄수사를 전담하는 국가수사본부의 일개 국(局)으로 편제시켰다. 또한, 전담 인력을 증원하기는커녕 125명(23%)을 줄이고 예산과 조직을 감축하는 등 안보수사 무력화를 단행했다.

경찰은 올해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에 따른 안보수사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역량을 강화하려는 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국정원과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점검 목록을 설정하고 이행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서 안보과를 폐지하는 등 안보경찰 인력을 재배치해 1000여 명 수준으로 안보수사 인력을 재편하는 자구 노력을 하는 중이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된 마당에 국가 총량 대공수사 인력은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경찰 지휘부가 민생치안에 주력해 안보경찰 총량을 증원해 주지 않으니 ‘아랫돌 빼서 윗돌 놓는’ 식이 돼 버렸다. 일선 안보경찰들은 좌파 정부도 유지했던 경찰서 안보과를 대폭 폐지하는 게 우파 정부가 할 일이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최소한 문 정부가 감축한 125명의 안보수사 인력을 우선으로 충원해 주고, 단계적으로 3000여 명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안보 파수꾼이 부족한데 경찰 혼자서 어떻게 간첩 등 안보위해 사범을 다 제어한단 말인가.

현재 경찰 안보수사 체제는 문 정부가 대공수사 기능을 무력화하기 위해 만든 체제다. 단기적으로는 경찰청 및 소속 기관 직제령(대통령령)을 개정해 안보수사국을 국가수사본부에서 독립시켜 운영함으로써 안보수사의 특수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경찰법을 개정해 ‘국가안보수사본부’(가칭)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도 경찰이 대공수사권을 원활히 행사하려면 국정원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경찰도 국내로 직접 침투하는 간첩에 대한 수사 역량은 축적돼 있다. 그러나 2000년 이래 북한의 간첩 공작이 제3국을 경유한 우회침투로 바뀌고 있는데, 경찰은 해외 대공 정보망이 없다. 따라서 국정원의 대공 정보 수집·분석·전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경찰도 잘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일부 안보경찰 간부에게 묻는다. 간첩이나 안보위해 사범을 말이나 서류로 검거할 수 있는가.

문화일보

 
 

12.14 남북 군사정찰위성과 김정은의 착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이 귀에 걸렸을 것 같다. 두 번이나 실패했던 천리마 1호(오른쪽 사진)가 만리경 1호를 싣고 우주로 솟구쳤기 때문이다. 북한은 2021년 1월 제8차 당 대회를 통해 군사정찰위성 확보 방침을 결정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시험용 정찰위성을 발사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지난 3월 국가우주개발국(현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군, 일본 자위대, 그리고 태평양의 미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라고 지시했다. 또 “5년 안에 다량의 군사정찰위성을 태양동기궤도에 다각 배치하라”고 명령했다.

한국보다 먼저 북한 발사 성공
겉으로는 남북 우주경쟁 양상
위성 정확도와 경제력서 격차

 ▲시론

 

드디어 발사 D데이가 정해졌다. 그러나 지난 5월의 첫 발사는 실패했고, 8월의 2차 발사도 실패했다. 북한은 “10월 중에 3차 발사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지난 9월 김정은-푸틴 정상회담이 이뤄지면서 연기됐다.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인공위성 개발을 돕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에 소수의 러시아 과학자가 북한에 들어와 기술적 조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21일 세 번 만에 정찰위성을 우주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만리경 1호는 고도 500㎞ 상공에서 하루에 15회 정도 지구 주위를 돈다. 한 바퀴 도는데 94.7분이 걸리는 셈이다. 하루에 2~3회 정도 한반도 상공을 지나간다.

 

북한은 만리경 1호가 찍었다는 미국과 한국의 군사기지를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아직 한 번도 해당 사진을 공개한 적이 없다. 군사적 가치에 대한 평가가 두렵기 때문이다. 한국 해군은 북한의 1차 정찰위성 발사 실패 시 추진체와 탑재체를 수거했고, 한국국방과학연구소(ADD)가 이를 분석했다. 정찰 카메라의 해상도가 3m를 넘어 군사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도 지난 2일 새벽에 정찰위성 1호를 발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팰콘-9 발사체(왼쪽 사진)를 이용했다. 북한의 만리경 1호와 같은 태양동기궤도에 올렸고, 한반도 상공을 지나가는 횟수도 비슷하다.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북한의 만리경 1호는 해상도가 3m이지만 한국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30㎝라는 것이다.

 

정찰위성 해상도를 비교하면 100배 정도 차이가 난다. 한국은 ‘4·25 사업’에 따라 2025년까지 정찰위성 5기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번에 발사한 정찰위성 1호는 광학장비(EO)와 적외선 장비(IR)로 영상을 확보한다. 그러나 정찰위성 2~5호에는 전천후 촬영이 가능한 고성능합성개구레이더(SAR)를 탑재할 예정이다. 800㎏급 5기의 정찰위성이 운용되면 북한 지역을 2시간 단위로 촬영할 수 있다.

 

그러나 움직이는 표적이 2시간 동안 가만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2030년까지 소형위성 30여 기를 발사해 사각지대를 보완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30분 이하 단위로 북한에 대한 전략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 유사시 킬 체인과 대량보복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한국은 이미 그 가능성을 증명했다. 한국은 지난 4일 제주도 해상에서 고체연료 추진 발사체를 이용해 100㎏의 소형 위성(SAR 탑재)을 우주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북한도 만리경을 더 쏘아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한국의 정찰위성 수준이 되려면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국은 기상·과학·통신 위선과 다목적 위성 등 지난 30년 동안 다양한 위성을 쏘아 올렸다. 그사이 많은 기술이 축적됐지만, 북한은 그렇지 못하다.

 

또 하나의 걸림돌은 경제력이다. 4·25 사업 예산은 1조3306억원이다. 2030년까지 발사할 소형위성 30여 기의 사업예산도 1조4223억원이나 된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계획도 한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북한이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많은 정찰위성을 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남북한이 거의 동시에 정찰위성을 발사해 우주 경쟁에 불이 붙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기술·경제적 측면을 고려한다면 우주경쟁의 승패는 이미 끝난 듯하다. 아마도 북한은 핵·미사일과 정찰위성을 끌어안고 주저앉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 입이 귀에 걸렸던 김정은이 이런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면 코가 빠져 낙담할 것 같다.

중앙일보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12-16 ‘정보수장’이라는 자리

기관장 정치적 임면 흑역사… 정보전력 훼손
‘휴전국’ 한국서 정보기관 특수책임 막중
무거운 사명 수행할 전문 리더십 절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2001년 미국의 9·11테러 대참사와 10월 7일 하마스 무장 집단의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적 테러 공격 성공은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조기경보 부재, 즉 정보의 실패가 초래한 것이다. 둘 다 지나치게 첨단 기법의 감시정찰 능력만 믿고 정작 가장 중요한 인적정보(휴민트)를 소홀히 한 탓이다. 국가안보는 총구가 아닌 정보에서 시작되고 이는 먼저 적 심리 동향을 읽어 내는 휴민트 공작부터라는 기본을 간과했기 때문에 결정적인 기습을 당한 것이다.

우리 국가정보원도 지난 정권에서 이 음지의 그림자 정보전 수행 능력이 크게 훼손됐다. 북과 가짜 평화 환상에 빠져 대공, 방첩, 휴민트 공작 역량이 뿌리째 흔들렸다. 국정원의 존재 이유는 평소 국가안보의 창이요 방패로서 24시간 전략정보전과 정보심리전을 선제적이고 예방적으로 수행해 국정 전반을 보좌하는 것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좌파 정권의 정치 성향만 추종하다 보니 기본 사명과 특수임무를 망각한 것이다. 과거 필자가 요원들에게 국익 수호의 최전선에 선 이 몸 안에는 국가가 있다고 생각하라고 정신 무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도 바로 이 같은 정치적 모험과 위험 때문이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신임 국정원장은 무엇보다도 기본 임무에 충실해 그간 많이 흐트러진 조직 관리와 사기 진작, 그리고 정예 교육훈련에 철저히 내실을 기해야 한다. 예측 불가능한 정보 세계에서 예측 가능한 정보를 생산해 내야 하는 항상 불안전한 결과를 책임지는 고독한 자리가 정보수장직이다. 즉, 권한보다는 책임이 훨씬 더 크게 따르는 고도의 프로정신이 요구되는 자리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보의 성공은 당연해도 실패는 어떠한 형태이건 드러나고야 말기 때문에 일종의 존재하지 않은 명성 속에 지낼 각오를 해야 한다. 특히 정보와 정책의 경계선이 모호한 탓에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너무 가까워서도 안 되고 반대로 멀어서도 안 되는 불가원불가근의 직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한마디로 정보수장의 최대 적은 바로 자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남북한 관계의 이중적 현실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남북 관계는 최선일 때도 늘 긴장 상태에 있고 최악일 때는 전쟁 공포 분위기까지 조성되는, 적과 동시에 동족이라는 특수관계가 아닌가. 따라서 정보수장은 ‘우리는 지금 휴전 중이다’라는 확고한 안보관으로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만다는 위기관리 의식에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적시 첩보와 정보가 역사를 바꿀 수 있고 정보는 1%의 가능성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에 그만큼 성역이 없으며 완벽한 공작도 없다. 한마디로 정보전은 전·평시 구분이 없고 전·후방 경계도 없다. 따라서 이 세계에서는 무엇보다도 요원들의 충천한 사기와 정보수장에 대한 신뢰가 필수적이다. 그간 리더십에 대한 불신으로 내부 협업이나 정보융합 부재가 자주 있었음을 반성하고 조직의 안정과 요원들의 전문화 정예화 노력 없이는 단순 정보행정기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냉엄한 지적에 철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외교가 가능성을 추구하는 예술이라면, 정보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공작적 기술이고 이는 오직 뛰어난 전문 리더십 존재를 전제로 한다. 이스라엘 모사드와 미 중앙정보국(CIA) 수장이 정권이 바뀌어도 자주 연임되는 이유가 바로 이 지속성 때문이다. 즉, 우리처럼 권력 실세나 측근을 전문성 없이 정치적으로 임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날의 국정원장 수난사와 소위 적폐청산 몰이는 참으로 부끄러워해야 할 흑역사가 아닐 수 없다. 정보 세계에 대한 일반인들의 선의의 무지와 두려운 호기심, 그리고 정치권의 음모론적 편집증으로 국정원이 그간 얼마나 흔들렸었는지는 작금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려버린 대공전선의 비감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 제도권 안팎에서 광범위하게 암약하고 있는 종북 반국가세력이 민주주의를 이용해 바로 자유 민주주의 체제 그 자체를 위협하고 있음은 이미 대규모 간첩망 적발에서 잘 드러나고 있지 않는가.

결론적으로 국정원은 전쟁을 제외하고는 안보의 최선, 그리고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에 원장은 비장한 프로 정보맨으로서의 소명직이 돼야 한다. 특히 내년 남북한 정세는 갈수록 노골화돼 가는 북핵 공갈 협박으로 소위 늑대소년 증후군을 일으켜 자칫 정보 오판과 기만에 의한 우발 사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정보의 최종 보고자인 원장은 최종 소비자인 대통령의 올바른 판단을 이끌 무한 책임이 있다. 어쩌면 이번에 임명되는 국정원장은 가장 어려운 시기에 가장 무거운 사명을 감당해야 할 자리가 될지 모른다.

문화일보 남주홍 전 국정원 1차장·경기대 석좌교수

 

 

12-18 [속보]北, 동해로 탄도미사일 발사…이틀 연속 도발

▲자료사진.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전날에 이어 18일 오전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현재 군은 비행거리와 고도, 속도 등 제원을 분석 중이다.

북한은 지난 17일 밤 10시 38분경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2주기를 맞아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바 있다. 이번 발사는 지난달 22일 이후 26일 만이다. 전날(17일) 발사된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약 570km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

우리 군은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 15일(미국 현지 시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북한이 이달 중 ICBM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ICBM을 발사했다면 7월 발사 이후 6개월 만으로, 올 들어 5번째 발사가 된다. 1년 기준 최다 ICBM 발사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12-19 美 핵잠·본토 겨눈 北 도발… 한미 ‘일체형 핵우산’ 서둘러야

▲18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18일 오전 8시24분쯤 북한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탄도미사일'(LRBM) 추정 미사일 1발이 우리 군에 포착됐다. 북한의 이날 탄도미사일 도발은 전날 동해상을 향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발을 발사한 뒤 약 10시간 만에 이뤄진 것이다. 2023.12.18 사진=뉴스1

 
 

북한이 어제 오전 고체연료를 사용한 ‘화성-18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고각(高角)으로 발사된 이 미사일은 고도 6000km 넘게 솟아 약 1000km를 비행했다. 정상 각도로 발사했을 경우 1만5000km 넘게 날아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넣을 수 있는 사거리다. 앞서 북한은 전날 밤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해 570km를 날려 보냈다. 올해 들어 이틀 연속으로 탄도미사일 도발을 벌인 것은 처음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연쇄 도발은 강화되는 한미의 대북 확장억제 체제에 대한 반발이자 그에 맞서 대응력을 과시하려는 무력시위일 것이다. 한미는 지난주 워싱턴에서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열어 내년 6월까지 북한의 핵공격에 대응하는 핵전략 기획·운용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8월 한미 연합훈련 때 이를 적용한 핵 작전 시나리오 연습을 하기로 했다. 재래식 전쟁에 한정돼 있던 한미 연합훈련에서 처음으로 핵전쟁 대응 연습까지 이뤄지는 것이다. 이에 북한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NCG 회의 결과를 두고 “노골적인 핵 대결 선언”이라고 비난하며 ‘선제적·괴멸적 대응’을 협박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북한이 불과 10시간 차이를 두고 단거리와 장거리 미사일을 연달아 쏜 것도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접근을 막고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음을 과시함으로써 미국의 핵우산 가동을 무력화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번 도발에서 북한은 SRBM의 발사 방향을 남쪽으로 틀면 부산에 입항한 미 핵잠수함 미주리함을, 그리고 ICBM을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미 본토 전역을 각각 타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특히 언제든 기습타격이 가능한 고체연료 ICBM의 전력화를 서두르면서 한미 핵 작전에 맞설 북한 나름의 대응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 확장억제에 대응하는 북한의 맞짱 도발은 남북 간 9·19 군사합의가 폐기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둔 정치 변수까지 겹쳐 동북아 정세의 불안정성이 커지면 북한은 더 큰 도발로 안보 지형을 흔들려 할 것이다. 이제 “압도적 보복·응징” 같은 경고로 북한의 도발 충동을 꺾기는 어렵다. 한미는 경각심을 갖고 ‘일체형 확장억제’ 가동을 서둘러야 한다. 미군 전략사령부와 함께 손발을 맞출 한국군 전략사령부 창설을 앞당기는 등 우리 군의 능력과 체제 구축에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

 

 

 

12.19 유사시 대북 작전계획 5015에 ‘핵 대응’ 포함시켜야

▲지난 7월 12일 북한이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을 시험발사하는 장면./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17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이어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올 들어 5번째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ICBM 제조와 보관, 발사에는 막대한 돈이 든다. 김정은이 이 돈을 북한 주민을 위해 쓴다면 처참한 북 주민들의 생활은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다. 세계에 많은 독재 정권이 있지만 북한처럼 주민의 삶을 완전히 무시하고 무기 개발에만 매달리는 곳은 없다.

 

이번 북의 도발은 한미 양국이 내년 연합 훈련부터 북의 핵무기 사용을 상정한 ‘핵 작전’ 훈련을 하기로 한 데 대해 반발한 것이다. 한미는 15일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통해 양국 대통령이 핵 위기 상황에서 언제든 통화할 수 있도록 첨단 휴대 장비를 통한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미국의 핵 운용에 한국의 참여 폭을 넓히기로 한 상징적 조치다. 비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미연합사 작전계획(작계 5015)은 재래식 위주로 돼 있다. 북한의 핵 사용 시 핵으로 반격하는 대응책은 포함돼 있지 않다. 재래식 전력이 취약한 북한이 만약 전면전을 도발한다면 핵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연합사의 작전 계획에 북핵 공격에 대한 대응책이 아직 포함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내년부터 실시하는 한미 핵 작전 훈련을 토대로 재래식 무기와 핵 전력을 연합하는 방향으로 작계 5015를 수정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한국 안보에는 큰 관심이 없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에 대비해 핵우산의 제도화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다시 이벤트를 벌이며 한미 간 약속을 번복할 수 있다. 한·미·일 3국의 대북 군사 협력을 굳건히 한 캠프 데이비드 선언도 휴지 조각이 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해야 한다.

 

북핵을 의미 없게 만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두말할 것 없이 한국의 핵무장이다. 그러나 독자 핵무장이 어려운 현실에서 우리가 미국의 핵 운용에 참여하고 이것이 ‘실질화’되면 북한 스스로 핵 개발과 보유가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올 수 있다. 가장 바람직한 이 방안이 현실화되려면 한미의 핵 운용 협력이 형식적이 아니라 ‘실질화’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정은이 핵으로 얻을 수 있는 정치적, 군사적 이익이 무엇인지 회의를 품게 돼야만 북핵 해결의 단초가 열릴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

 

 

12-20 북핵 대비, 국정원 안정, 미 대선…과제 산적한 2기 안보팀

국가정보원장으로 지명된 조태용(왼쪽) 국안보실장과 외교부 장관으로 지명된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조태용 국정원장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 내정

북 도발 한·미 공조, ‘트럼프 리스크’ 대비 기대

 

윤석열 정부의 ‘2기 외교·안보팀’이 어제 출범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공석인 국가정보원장에 지명됐고, 조태열 전 주유엔 대사가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다. 신임 국가안보실장을 동시에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인선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출범한 ‘1기 외교·안보팀’은 5년 만의 정권 교체 이후 새로운 외교·안보 전략을 마련하고 기틀을 놓는 일에 주력했다. 한·미 동맹의 신뢰 회복, 한·일 관계 정상화, 한·미·일 협력 강화 등은 국내적으로 논란도 있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2기 팀 앞에 놓인 숙제는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따른 안보 위협을 최소화해야 한다. 북한은 올해에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다섯 차례 발사하며 한·미 동맹의 대비 태세를 시험했다. 특히 지난 18일에는 고체연료 ICBM을 발사해 한반도 평화에 심대한 위협을 가했다.

 

한·미는 지난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핵협의그룹(NCG)’ 2차 회의에서 내년 중에 양국이 ‘핵전략 기획·운용 가이드라인’을 완성하기로 했고, ‘핵 작전 시나리오’를 넣어 연합훈련을 하기로 했다. 2기 팀은 이런 양국의 합의가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긴밀하게 미국과 소통·협력해야 한다. 유엔 안보리에서 북핵에 맞선 다자 외교도 활발하게 펼쳐야 함은 물론이다.

 

지휘부 내의 내홍을 겪은 국정원의 기강을 바로잡고 조직을 추슬러 안정시키는 일은 조태용 후보자의 가장 중요한 숙제다. 조 후보자가 내정 직후 언급한 대로 “정확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해 올바른 정책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막중한 책임”이 국가 정보의 중추 국정원에 있다. 정보의 범위가 이전의 북한 관련에서 벗어나 경제통상, 미·중 관계, IT, 산업스파이, 테러 등 전방위로 확대되는 복합위기 시대에 국정원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미국 대선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앞서는 상황도 주시해야 한다. 미군 철수는 물론이고 북핵 용인 우려까지 거론되는 만큼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이 새 외교팀에 주어진 도전이다. 주미 대사와 주유엔 대사를 각각 역임한 조태용 국정원장,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그동안 쌓은 현지 네트워크를 확장해 미국 조야에 한국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금은 미·중 패권 경쟁이 과열되면서 안보와 경제의 장벽이 무너지고 ‘경제 안보’가 국익에 직결되는 시대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혼선에서 보듯이 미국 정부와 의회의 동향을 신속하게 포착해야 한다. 다자통상에 밝은 조태열 외교장관 후보자뿐 아니라 조태용 원장 체제의 국정원도 경제 안보를 적극적으로 챙겨줘야 할 때다.

중앙일보 사설

 

 

12-20 서울현충원에 ‘꺼지지 않는 불꽃’… 세계 최고 추모공간 만든다

 

보훈부, ‘재창조 구상안’ 발표
보훈체험공간·원형극장 조성
주변 대로 지하화, 접근성 개선

국립서울현충원이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 등과 같은 세계적인 추모시설로 거듭난다.

20일 국가보훈부는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서울현충원 재창조 자문위원회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수립한 ‘서울현충원 재창조 구상안’을 발표했다. 구상안에 따르면 서울현충원은 취약점으로 제기된 접근성과 관련해 주변 대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에 녹지 보행로를 조성해 한강시민공원에서 현충원까지 도보로 연결될 예정이다. 지하철 4호선 동작역 출구를 현충원과 직접 연결해 도심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 등을 서울시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 링컨기념관 앞에 있는 ‘링컨 메모리얼 리플렉팅 풀’과 같은 대규모 수경시설도 들어선다. 참전용사를 추모하는 ‘꺼지지 않는 불꽃’ 시설을 만들고 디지털 미디어 전광판도 설치한다. 안장자를 24시간 수호하는 경비체계 등도 도입될 계획이다. 보훈 체험공간과 원형 극장을 조성해 문화행사를 상시 개최한다는 구상이다.

서울현충원은 지난 6월 국무총리 주재 국가보훈위원회에서 서울현충원 관리주체를 국방부에서 보훈부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후 보훈부는 건축·조경·도시계획·생태 등 전문가로 구성된 재창조 자문위원회를 열어 서울현충원 재구성안을 마련해왔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외국인들도 꼭 한번 방문하고 싶은 문화·휴식·치유의 상징 공간, 그리고 국민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호국보훈의 성지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보훈부는 군 훈련 중 사고로 셋째 또는 넷째 손가락이 한 마디 절단돼도 7급으로 판정해 월 56만8000원의 보상금을 주는 국가유공자 상이등급 판정 기준 개선안도 발표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12.21 요즘 우리 길거리에서 안 보이는 둘

10년 뒤 육군 29만명
20년 뒤엔 19만명
북한 육군은 100만명
국군이 ‘미니 군대’ 될 줄
북 김씨들이 알았다면
핵 개발 필요도 없었을 것

 ▲서울역을 찾은 군인 장병들의 모습./뉴스1

 

얼마 전 한 분이 “요즘 우리 길거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게 뭔지 아느냐”고 하셨다. “군복 입은 군인과 배부른 임신부”라는 그분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하루 시내를 돌아다녀도 군복과 임신부를 몇 사람 볼까 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20년 전만 해도 군인과 임신부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었다. 성격은 다르지만 군인과 임신부는 가족과 사회, 나라를 유지하고 지키는 기초인데 그 둘 다 희귀한 존재가 돼 가는 나라가 한국이다.

 

한 예비역 장성에게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10년 뒤 우리 육군 병력이 겨우 30만명일 것이라고 했다. ‘60만 국군에 50만 육군’이 상식처럼 돼 있는데 아무리 병역 기간이 단축되고 인구 절벽이라고 해도 ‘30만 육군’이라니 생소하고 놀라운 숫자였다. ‘그렇다면 10년 뒤에 북한 육군은 몇 명이냐’고 그분에게 물었더니 “분명히 100만명은 넘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육군 30만명 중 휴전선에 배치될 숫자는 20만명 정도일 것이다. 이들이 3~4배나 많은 적을 맞아 전선을 지킬 수 있나.

 

드론 감시 정찰과 원거리 정밀 타격 등 군사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병력 숫자는 전쟁에서 영원히 바뀔 수 없는 승패의 기본 요소다. 미군이 걸프전 때 온갖 무리를 해가며 100만 대군을 모은 이유가 있다. 이스라엘이 곳곳에 첨단 감시 통신 시스템을 세웠지만 하마스의 원시적 드론이 떨어뜨린 작은 폭탄들에 졸지에 무력화됐다. 하마스와는 차원이 다른 북한 군에 우리 군 감시 자산은 더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 기습당한 이스라엘이 결국 하마스를 제압할 수 있는 것도 병력이 10배 이상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대로 병력이 절대 열세다.

 

2023년 현재 우리 육군이 36만여 명이고 북한 육군이 110만여 명이다. 실제로는 우리 육군이 35만명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탈북민들에 따르면 김정일은 “남쪽이 아무리 무기가 좋아도 우리가 머릿수로 일시에 밀고 들어가면 못 막는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 말대로 몇 배 넘는 북 병력이 물밀듯이 밀려오면 정말 막을 수 있나.

 

‘10년 뒤 육군 30만명’이 사실인지 알아보았다. 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이미 지금 우리 육해공군 전체 병력이 50만명도 무너져 48만명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군에선 부인하지만 사실인 것 같다. 10년 뒤 육군은 30만도 아닌 29만명이고, 20년 뒤엔 19만여 명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다. 19만명이면 우리 인구의 5분의 1도 안 되는 이스라엘 병력과 같은 숫자다. 이때도 북한 육군은 100만명 이상을 유지할 것이다. 감당키 어려운 불균형이다. 향토예비군이 있지만 북에는 더 많은 예비군이 있다. 이스라엘 예비군은 실제 전력이지만 우리 향토예비군이 그런지는 극히 의문이다.

 

가장 큰 북의 위협은 핵이지만 사용하기 어렵다. 사용할 가능성을 ‘0′이라고 할 수 없어서 무서운 것이지만 그 위협이 당장 매일 마주치는 현실은 아니다. 그러나 병력 수가 4배, 5배 차이가 난다는 것은 다르다. 예비역 장성은 “북한 김씨들이 한국군 병력이 이렇게 줄어들 줄 미리 알았다면 굳이 큰 희생을 해가며 핵 개발을 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일부 탈북민은 ‘북한 110만 육군’이 과장이라고 한다. 북한군 복무 기간이 10년이지만 실제 육군은 80만~90만 정도라는 것이다. 이 중 상당수는 각종 노역에 항상 동원되고 있어 병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도 한다. 그러나 유사시 즉각 투입되는 군인이다. 북한군 출신 탈북민들은 “세뇌한 결과지만 대부분은 정신 무장도 잘돼 있다”고 한다. 북 육군이 80만~90만이라고 해도 우리와 차이가 너무 크다. 첨단 무기로 병력 차를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겠지만 한계가 있다.

 

북핵보다 더 현실적인 이 위협을 만들고 키우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유럽 흑사병 창궐 때보다 심하다는 초저출생과 복무 기간 단축 정치 포퓰리즘이 한국군을 ‘미니 군대’로 만들어간다. 초저출생 극복과 마찬가지로 ‘미니 군대’를 막기 위해서도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

 

금태섭 전 의원 등의 신당 ‘새로운 선택’이 ‘여성 징병제 검토’를 제안했다. 여성 징병제가 어렵다면 여성 병사 모병제라도 검토해야 한다. 이스라엘 여군은 행정 지원만이 아니라 일부 전투 임무도 한다. 18개월인 군 복무 기간은 여야 합의로 늘려야 한다. 정치인들이 복무 기간 단축으로 장난칠 때가 아니다. 예비군 중 50만명 정도는 현역병과 비슷한 수준의 준(準)상비 전력으로 유지해야 한다. 미국처럼 일정 자격을 갖춘 외국인이 군 복무를 마치면 시민권을 주는 방안도 있다. 미국식 민간 군사 기업(PMC)에 군 경계, 경비, 정비, 취사 등을 맡길 수도 있다.

 

병력이 적은 나라가 압도적 적 병력을 막기 위해 택할 수 있는 방안이 핵무장이다. 이스라엘의 핵무장이 그 경우다. 핵무장이 ‘비현실적’이라고 하지만, 10~20년 뒤 남북한 병력 차이가 핵무장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커진다. 이 심각한 문제를 거론하는 정치인이 없다는 것도 참으로 ‘비현실적’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기자

 

 

12-21 북 ‘포화공격’ 압도할 억지력 급하다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북한이 평양 근처에서 570㎞가량 떨어진 부산에 입항해 있는 미국의 미주리 핵잠수함을 마치 자로 잰 듯이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동해상 570㎞에 착탄하는 단거리 탄도탄을 발사했다. 그리고 연이어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고체연료 미사일 화성-18형을 고각 발사했다. 일본 방위성은 평양 근처에서 고각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이 고도를 낮추면 미국 본토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 1만5000㎞ 미사일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과 장사정포 숫자는 늘어만 가는데 한국은 이 위협을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겠는가? 거의 완벽하다고 평가되던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미사일 요격체계가 구멍이 숭숭 뚫린 채로 피격을 당해 이스라엘의 인명 손상 등 피해가 컸다. 미국·이스라엘 정도의 미사일 방어력을 키워온 한국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분석해서 만전의 준비를 해야 하겠다.

아이언 돔의 완벽성이 무너진 이유는 첫째, 짧은 시간에 수많은 로켓탄을 퍼부은 바람에 다량의 로켓포탄에 대응하기 어려웠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의 숫자를 미리 파악했고 이스라엘의 대응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로 공격해 완벽하게 막아내기 어려웠다. 이러한 공격을 포화(飽和)공격이라고 하는데 북한의 미사일·장사정포에 대한 대비도 하마스의 공격을 교훈 삼아 질적인 요격률뿐만 아니라, 수적으로도 북한의 공격 능력보다 훨씬 많은 양의 미사일로 대비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둘째, 로켓포탄의 사정거리가 길어졌다는 것이다. 아이언 돔의 요격능력은 대단히 높다고 평가된다. 이는 하마스의 로켓포탄의 사정거리가 15∼20㎞ 정도였기에 이에 대한 방어력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밝혀진 것은 하마스가 로켓포탄의 사정거리를 150㎞까지 늘리는 데 성공해 다양한 사정거리의 하마스 로켓탄 공격에 이스라엘은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본 것이다.

셋째, 기습 공격이었다. 이스라엘의 첩보수집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공격에도 첩보를 입수했으나 유사 첩보가 매일 들어오는데 기습 공격은 없다 보니 정보의 중요성이 없다고 뭉개 버린 탓이다. 소문처럼 떠도는 테러 정보가 워낙 많다 보니 긴장감을 갖고 대처하지 못한 탓이다. 북한의 위협에 놓여 있는 한국도 그 어떤 정보라도 절대로 놓치는 일 없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올해 북한은 ICBM급 미사일을 5회 발사했다. 한국은 북한이 무력도발을 하기만 하면 압도적으로 궤멸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국민의 안보 불안은 만성적으로 커지고 있다. 지금도 북한이 공격하면 대응하겠다는 것인데, 일본은 북한의 도발 조짐이 보이면 선제공격도 불사한다고 공언하고 있다. 한국도 이에 못지않은 국방 전략을 세워야 한다. 먼저 공격을 당하고 괴멸적 보복을 하더라도 우리의 피해도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감히 도발을 못 하도록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대한 국민의 안보 불안은 절망적 수준이다. 미국과 핵 외교를 더 적극적으로 펼쳐 북한의 핵무기를 억제할 실체적인 핵무기 보유를 추진해야 한다. 국가안보의 대전환을 윤석열 정부에서 꼭 이뤄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2.22  6·25 사료를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초등학교 교사 출신 탈북자와 6·25전쟁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북한에선 6·25전쟁은 미국과 남한의 전면적인 북침으로 시작됐고, 미국의 일방적 종전 요구로 북한이 승리한 전쟁”이라 가르친다고 전했다.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을 전승절로 기념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통일이 되더라도 6·25전쟁의 역사적 사실을 북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좋은 대책을 알려 달라고 했다. 필자가 보기에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북한이 남침했다는 역사적 기록물을 제시하는 것이다. 정전 70주년을 맞은 2023년의 끝자락에서 아직도 6·25전쟁을 외세의 침략에 맞선 조국해방전쟁으로 선전하는 북한의 역사 왜곡을 분명하게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6·25는 북침이다”는 북한 왜곡
역사적 진실 제대로 전수해야
후세대 역사의식 배양에 도움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에 북한군의 기습 남침으로 동족상잔의 비극이 시작됐다. 유엔은 당시 헌장 1조 1항에 따라 한국에 대한 지원을 결의했다. 6·25전쟁은 1945년 10월 24일 출범한 유엔이 최초로 유엔군을 파견한 전쟁이다. 유엔의 결의에 따라 병력지원 16개국, 의료지원 6개국, 물자지원 39개국이 유엔의 깃발 아래 한반도 평화를 지키려 피 흘리며 싸웠다.

 

유엔군 파견은 유엔의 기본 정신에 따라 적극적으로 세계 평화를 보장하고 안정적인 국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라는 역사적 가치가 있다. 7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최전방 감소초소(GP)에 유엔 깃발이 휘날리는 이유다. 사상 처음 ‘집단 안전보장 원칙’에 따라 국제사회가 행동한 사례다.

 

필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6·25전쟁 사료 및 자료를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올해 기준으로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은 『훈민정음』 『난중일기』(2013) 등 모두 18건이다. 세계에서 다섯째로 많은 기록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6·25전쟁 사료도 보존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6·25전쟁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을 경우 무엇보다 유엔의 설립 목적인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게 된다. 6·25전쟁을 새롭게 기억하게 해주고, 국제사회의 집단안보체제가 작동하고 있음을 일깨워 줄 것이다.

 

남북통일 이후 벌어질 수 있는 혼란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북한 주민에겐 6·25전쟁의 역사가 북한 정권이 억지로 왜곡해 주입한 한국의 북침이 아닌 북한의 남침이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국방부와 육·해·공군 및 해병대에서 소장하고 있는 6·25전쟁 기록물부터 먼저 등재를 진행해야 한다. 이어서 참전국과 의료 및 물자지원국 보관 자료를 추가로 올리고, 최종적으로는 러시아·중국 등의 자료까지 포함할 수 있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등재된 6·25전쟁 기록물을 기반으로 공간사(公刊史)까지 재발간한다면 금상첨화다. 공간사는 준비 단계부터 발간까지 20년 정도가 걸리는 방대한 편찬 작업이다. 6·25전쟁 발발 100주년이 되는 2050년쯤에는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6·25전쟁 기록물을 바탕으로 전투사 위주의 현행 서술 방식에서 벗어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아우르는 진정한 공간사가 재발간되길 바란다.

 

북한은 1959년 6·25전쟁을 자신들의 관점에서 서술한 『조국해방전쟁사』를 펴내 세계 곳곳에 뿌렸다. 1967년 발간되기 시작한 한국의 『한국전쟁사』보다 8년이나 앞섰다. 이는 올바른 역사를 담은 공간사 편찬을 위해 6·25전쟁 기록물을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하루 속히 올려야 한다는 당위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세계 최초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가 지난 11월 1일 충북 청주에서 개관했다. 센터 설립은 6·25전쟁 기록물을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데 더없이 좋은 기회다. 노자의 『도덕경』에 ‘제대로 세운 것은 뽑히지 않고, 제대로 품은 것은 빼앗을 수 없다(善建者不拔, 善抱者不脫)’는 구절이 있다. 6·25전쟁 기록물을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하고 공간사까지 재편찬한다면 후세의 역사의식을 배양할 또 하나의 튼튼한 토대를 얻게 될 것이다.

중앙일보 이성춘 원광대 연구교수·전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장

 

 

12.26 軍우주로켓, 파도치는 제주 바다서 쐈다…나로센터 안 간 이유

우주로켓 해상 발사

지난달 29일 오후 2시 40분. 제주 서귀포 중문 해안에서 남쪽으로 4㎞ 떨어진 해상에서 붉은 화염과 함께 거대한 연기구름이 솟아올랐다. 국방부가 국방연구원(ADD)을 통해 개발해온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의 3차 시험발사였다. 발사체는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중량 101㎏의 지구 관측용 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을 고도 650㎞의 지구 저궤도에 성공적으로 올려놨다. 앞서 지난해 3월과 12월의 1, 2차 시험발사가 충남 태안의 안흥종합시험장 내에서 진행된 것과 달리, 이번 3차 발사는 관련 기반 시설이 전혀 없는 제주 해상의 바지선에서 진행됐다.

 

▲지난달 29일 제조 중문 앞바다 바지선 위에서 민간 상용 위성을 탑재한 국방과학연구소의 고체추진 우주발사체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사진 국방과학연구소]

 

제주 앞바다서 우주 로켓 첫 발사
발사각, 민원 등에서 더 자유로워
스페이스X도 해상 발사장 준비
“해상 발사장, 경쟁력 있는 대안”

국내에 우주로켓의 해상발사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민간 상용위성을 실은 우주로켓을 국내 해상에서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T의 통신위성인 무궁화 5호가 2006년 해상에서 발사된 예가 있지만, 국내가 아닌 태평양 하와이 남쪽 적도 상이었다. 최근까지 우리나라에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릴 수 있는 곳은 두 곳뿐이었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와 국방부와 ADD가 소유한 충남 태안 안흥종합시험장이다. 나로우주센터가 누리호와 나로호 같은 액체연료 기반 로켓을 쏘아 올리는 곳이라면, 안흥종합시험장은 미사일과 고체 우주로켓을 위한 군용 발사장이다.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의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종합시험장에서 발사된 고체 우주로켓이 수도권 곳곳에서 관측됐다.[연합뉴스]

 

국방부가 제주도로 간 이유

국방부는 왜 충남 태안의 안흥발사장을 놔두고 굳이 제주도까지 내려가 파도가 넘실대는 불안정한 바다 위에서 고체 로켓을 발사했을까. 답은 민간이 우주산업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에 있다. 국내에선 충남 태안과 전남 고흥이 있지만, 정부 출연연 과제와 국방연구라는 본래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쓰기 어렵다. 고체 로켓 개발은 국방부와 ADD가 시작했지만, 그간 협업해온 한화그룹 등 민간기업들은 향후 기술이전을 통해 본격적인 우주기업으로 변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들에게 우주발사장 인프라는 풀지 않으면 안 되는 선결과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6년 말 완공을 목표로 나로우주센터 옆 청석금 해안에 민간 우주 로켓용 발사장을 건설하고 있지만, 당장의 수요는 물론 앞으로 생겨날 국내 로켓기업의 수요를 제대로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지상보다 운용이 까다롭고 비용이 더 들긴 하지만, 입지 제약에서 한결 자유로운 해상 발사장이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해상발사는 발사장소와 궤도 경사각의 선정이 자유롭다. 또 발사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낙하물의 위치나 영공 침범 문제에 대해 상대적인 이점이 있다. 전남 고흥반도 끝 외나로도 남단에 있는 나로우주센터는 남쪽으로 바다가 열려있는 이점이 있긴 하지만, 자유롭게 우주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각도가 15도에 그친다. 지리적으로도 한반도 동쪽에 일본이, 서쪽으로는 중국과 필리핀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제주 남쪽 마라도만 하더라도 발사각이 나로우주센터의 2배인 30도에 달한다. 이 같은 지리적 이점 때문에 1990년대 말 정부가 우주발사장 부지를 고를 때 제주를 1순위로 꼽았지만, 당시 제주지역 정치인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차선책인 전남 고흥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충남 태안 안흥발사장은 발사각 측면에서 전남 고흥보다 훨씬 더 열악하다.

 

▲1995년 설립된 최초의 우주로켓 해상발사 서비스 기업 씨런치의 해상 발사장. 통제선과 발사장으로 나눠져 있다.[사진 씨론치]

 

해상 우주 발사의 이점

국내 우주 스타트업 중에도 제주 해상발사를 준비하는 곳이 있다. 액체 메탄 연료 기반 소형 우주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제주 해상 바지선에서 우주발사체의 2단부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로켓과 해상발사대 모두 개발이 끝났지만, 국내 최초 민간 로켓의 해상발사인 만큼 규제 당국의 인허가 문제로 애초보다 발사 일정이 늦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는 그간 국내에 로켓 발사장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근까지 제주 서쪽 해안 한경면 포구의 방파제에서 과학로켓을 발사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해상 발사장을 본격적으로 고민하는 민간 우주기업이다. 일론 머스크는 2017년 9월 멕시코 국제우주대회에서 ‘로켓 지구여행’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화성 우주선으로 지구의 다른 곳을 간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진 뒤, 뉴욕에서 로켓에 탑승해 단 39분 만에 중국 상하이에 도착하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 ‘로켓 여객기’는 발사장과 도착장 모두 해상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많은 승객을 태워 짧은 시간 안에 지구 반대편 도시까지 가려면, 지금처럼 도시에서 먼 오지 발사장은 부적합하다. 그렇다고 도시 바로 옆에 발사장을 두면 소음과 음속을 돌파할 때 생기는 충격파인 소닉붐 등 여러 문제가 생긴다. 스페이스X가 내놓은 해법이 바로 해상의 발사장과 도착장이다.

 

먼 곳 이동해야 하는 단점도

해상 발사장의 장점이 많지만,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1995년 설립된 최초의 우주로켓 해상발사 서비스 기업 씨런치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경제성 등의 이유로 2010년 파산했다. 모항을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 항구에 두고, 발사 때 태평양 적도 부근으로 이동하는 방식을 택했다. 적도 부근은 지구 자전 속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우주발사장으로 최적지다. 남아메리카 적도 바로 위 프랑스령 기아나에 쿠루 우주기지가 있는 이유다. 씨런치는 2006년 발사된 우리나라 무궁화 5호를 비롯, 총 36차례 발사 서비스를 했다. 이창진 건국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해상발사는 주변 지역의 방해를 받지 않는 등 여러 장점이 있지만, 로켓을 싣고 먼 곳으로 이동해야 해 비용 측면에서 불리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바다는 여전히 유력한 로켓 발사장 대안 중의 하나로 꼽힌다. 김대래 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지상 우주센터가 가지는 지리학적 한계를 고려할 때 앞으로 국내 해상발사가 경쟁력 있는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

 

 

12-26 새해엔 ‘창끝 전투력’ 높여야 한다

권태오 前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 대표, 예비역 육군 중장

北도발에 정면 대응한 2023년
핵전쟁 대비 등 4大 분야 성과
한일협력 토대 닦고 9·19 탈피

안보 일선 강화해야 강한 군대
중소대장과 조종사 사기 저하
평화 뒷받침할 전투력 키워야

올해 첫날 새벽 초대형 방사포 사격으로부터 시작된 북한의 위험한 불꽃 쇼와 전쟁놀음은 연중 계속됐다. 18번이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 중 5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었다. 또, 미국의 글로벌호크를 닮은 무인정찰기, 무인잠수함 등을 열병식에서 자랑했고 전술핵공격 잠수함을 진수하기도 했다. 그리고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곤 ‘초강력타격(핵무기)을 인도하는 길잡이’를 확보했다고 선전했다. 나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필요로 하는 탄약을 주고 그 대가로 러시아의 선진 군사 기술을 이전받는 등 엄중한 국제 제재 속에서도 첨단 무기 체계 분야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루며 적대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가중된 북한의 위협은 우리 안보에서도 괄목할 만한 발전을 추동했다.

첫째, 핵전쟁 대비태세 구축을 위한 첫발을 뗐다. 4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역내 확장억제를 제고하기 위해 핵협의그룹(NCG)을 운용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2차례 NCG 회의를 통해 핵운용계획 수립에 한국이 참여하고, 양국 정상 간에 실시간 협의할 수 있는 통신망을 가동하며, 연합연습 때 핵전쟁 시나리오를 포함하기로 하는 등 실질적인 북핵 대응 체제를 갖추게 됐다.

둘째, 일본과의 안보 협력 기초가 마련됐다. 일본에는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유엔사 회원국들을 위한 유엔사 후방기지가 7군데 지정돼 있다. 일본 내 미군기지 곳곳에는 유사시 사용할 유류와 탄약 등도 저장돼 있다. 따라서 일본은 당연히 한국 안보에 밀접한 국가임에도 그간 양국이 군사 협력 체제 구축에 소홀함으로써 유엔사 회원국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었는데, 8월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대북 공조를 위한 3국 협력의 제도화가 합의됨으로써 한일 간에 간극을 없애고 역내 안보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셋째, 유엔사가 활성화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6·25전쟁 초기에 구성돼 정전 후에도 줄곧 작전을 총괄해 오던 유엔사는 1978년에 창설된 한미연합사로 작전통제권을 이관하며 정전 감독과 관리를 전담하는 기구로 축소됐었다. 그러다가 북핵과 미사일 문제가 대두되고 전쟁 재발 위험이 높아지면서 미국 측에서는 유엔사 회원국과 함께 조직과 기능 보강을 추진했으나 한국의 전 정부는 소극적이었고, 심지어 회원국 가입을 신청한 독일의 요청을 반려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다가 정전 후 70년 만에 최초로 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가 열렸고, 대표들이 ‘전쟁 발발 시 재참전’을 결의했다. 이는 국내외적으로 유엔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한국도 유엔사 활성화에 직접 참여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넷째, 9·19 남북군사합의의 제약에서 벗어나는 성과가 있었다. 2018년 남북 간에 합의했던 9·19 군사합의는 북한 입장만 반영된 일방적인 양보 문서였다. 전선지역에서의 정찰비행이 금지됨으로써 북한군의 전선지역 움직임을 볼 수 없던 상황이었는데, 11월 21일 북한이 유엔 제재로 금지된 ICBM 기술을 이용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우리 정부는 즉각 군사합의 중 정찰을 금지시킨 항목의 효력 중지를 선언하고 항공정찰을 재개했다. 상대의 선의를 기대하며 스스로의 눈과 귀를 가린 오류가 바로잡힌 것으로,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돌이켜보면 올 한 해 지난 정부에서 무너뜨리고 소홀히 했던 안보 체제를 정상 궤도에 올리며 숙원도 해결하는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국방에서의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국민의 우려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으니, ‘창끝 전투력’ 문제가 그것이다. 전투력은 창끝에서 나온다. 그런데도 창끝이라고 할 수 있는 중·소대장, 전투기 조종사들이 조기에 군을 떠나고 사기마저 떨어졌으며, 특히 육군 부사관의 경우 충족률이 77%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더 큰 위기는, 이런 상황을 위험하게 보지 않는 시각이다. 문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점증적으로 개선할 것이 있고 순식간에 조치해야 할 것이 있는데 이 창끝 전투력 문제는 후자에 해당하고 시급한 상황임을 알아야 한다.

부디 새해에는 이러한 숙원이 해결돼 그야말로 진짜 ‘평화를 뒷받침하는 강한 힘’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문화일보

 
 
 

12.26 [단독] 김관진 “전투형 강군의 핵심은 강인한 정신력과 훈련”

김관진 국방혁신위 부위원장 첫 단독 인터뷰

▲김관진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이 21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지난 정부 시절 약화됐던 군의 정신 전력, 교육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남강호 기자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전투형 강군’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강인한 정신 전력과 높은 수준의 교육 훈련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합니다.”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관진 전 국방장관은 지난 21일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방 혁신 과제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전날 윤 대통령 주재 국방혁신위 3차 회의에 참석했던 그는 국방부 직속 국방혁신위 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이 언론과 구체적인 국방 현안에 대해 단독으로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다.

 

김 부위원장은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국방혁신 4.0′의 핵심 어젠다는 ‘전투형 강군’ 및 ‘과학기술 강군’ 육성에 있다면서 이를 위해 국방혁신위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정부 시절 약화됐던) 우리 군에 대해 정신 전력, 교육 훈련, 획득(무기 도입) 체계 등 전투형 강군의 초석 전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을 갖고 있던 중 대통령께서 임무를 주셔서 작은 힘을 보태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국방혁신 4.0′에 대해선 “우리 군을 AI(인공지능), 무인 체계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의 ‘AI 과학기술 강군’으로 한층 더 격상시키는 미래형 종합 발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 및 지속적인 군사 도발, 미·중 패권 경쟁의 심화, 2차 인구 절벽으로 인한 병역 자원 감소에 따른 미래 상비 병력 유지 제한 등 다양한 안보 위협이 현실화함에 따라 국방혁신 4.0이 추진됐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 위협과 관련, “최근 북 정찰위성·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서 나타나듯이 북한은 끊임없이 핵·미사일 도발 위협을 가할 것이며 이를 멈추지도 속도를 줄이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평화는 9·19 군사 합의와 북한의 선의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확고한 대비 태세를 통해 북한이 감히 도발할 수 없도록 해야 확보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9·19 군사 합의에 대해서도 “9·19 합의가 있다고 북한의 우발 충돌을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며 “북한은 9·19와 관계없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도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전날 국방혁신위 3차 회의에서 강조됐던 대북 감시 정찰(ISR) 강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형 3축 체계를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감시 정찰”이라며 “감시 정찰 능력이 확보돼야 적 기습을 방지하고, 위협을 차단함과 동시에 지휘 결심 보장 및 실시간 타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형 3축 체계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창’에 해당하는 킬 체인(Kill Chain), ‘방패’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체계, 북 지휘부 등을 초토화하는 대량 응징 보복(KMPR)으로 구성돼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앞으로 강화될 우리의 감시 정찰 능력을 한미 간에 공유하고 한·미·일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활용해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감시 정찰 능력 강화를 위해 남북 모두 정찰위성을 발사하는 등 우주에서의 군사적 경쟁도 심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 김 부위원장은 “필수적인 우주 작전 수행과 군사 작전을 지원할 수 있도록 AI 등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우주 전력 확충을 지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충분한 수의 (군사용) 위성을 확보해 대북 감시 정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군 발사체 발사 권한의 확보와 군 전용 발사장 확보가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형 3축 체계 중 ‘킬 체인’에 대해서도 “북 핵·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백한 경우 자위권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미) 연합 연습과 연계한 연합·합동 미사일 타격 훈련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물리적·비물리적 수단을 활용해 미사일 발사 전에 이를 교란·파괴하는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 개념 발전과 함께 정전탄, 전자전기 등 무기 체계도 확보 중”이라며 사이버 전자전을 활용하는 이른바 ‘소프트 킬(Soft Kill)’ 전략도 발전시킬 것임을 밝혔다.

 

그는 전날 국방혁신위에서 윤 대통령이 강조했던 신속한 획득 절차와 관련, “소프트웨어는 특성상 3~6개월 내 업그레이드가 돼 새로운 체계가 등장하지만, (우리 군의) 연구·개발에는 14년이나 소요돼 혁신을 불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 신속 획득 절차를 정립한 뒤, 2020년 소프트웨어 획득 절차를 별도로 신설하고 국방혁신단(DIU)을 실리콘밸리 등에 설치하는 등 다양한 획득 절차를 신설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전력 획득(무기 도입) 절차에서 속도가 곧 안보”라며 “안보를 위한 전력 획득은 통상적인 정부 조달 절차와 엄격히 차별화돼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지시했다. 김 부위원장은 “기존 획득 절차와는 별도로 신속 획득 절차와 소프트웨어 획득 절차를 신설하고, 미 국방혁신단과 같은 민·군(民軍) 가교 역할 기관을 설립해 민간 기술이 군에 신속히 유입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김관진

1949년 전북 임실 태생으로 서울고, 육군사관학교(28기)를 졸업했다. 합참 군사전략과장, 35사단장, 2군단장을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 대장으로 진급해 3군 사령관, 합참의장을 역임했다. 이명박 정부였던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안보 위기가 커지자, 그해 12월 국방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됐다. 그는 “쏠지 말지 묻지 말고 선(先)조치하라”는 대응 지침을 내렸고, ‘북한이 가장 무서워하는 장군’으로 불렸다. 박근혜 정부 때 국방장관에 유임됐으며 이어 국가안보실장도 지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조선일보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12-26 국방부,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북한 추종세력은 내부위협”

대적관 분야 집중 보강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 명기
12월 말부터 배포…장병 정신교육 활용

 

국방부는 대적필승(對敵必勝)의 정신적 대비태세 완비를 위한 장병 정신전력 강화 차원에서 대적관과 군인정신이 더욱 강화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를 새롭게 개편·발간했다고 26일 밝혔다.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는 장병 정신전력교육의 기준이 지도서이다. 국방부는 전군에 배포해 장병 정신전력교육 시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교재는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등 대남도발 위협이 고조되는 엄중한 안보상황 속에서 우리 장병들이 맞서 싸워야 할 적을 명확히 인식하는데 중점을 뒀다. 또한 지켜낼 조국에 관한 올바른 국가관과 전투현장 중심의 필승의 군인정신을 신념화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개편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먼저, 맞서 싸워야 할 적에 대한 대적관을 명확하게 확립하기 위해 ‘북한정권과 북한군이 우리의 명백한 적’임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고 북한의 3대 세습과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침묵하며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을 ‘내부 위협세력’으로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을 비판하지 않는 세력은 적이라고 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재는 국가관, 대적관, 군인정신 등 3대 영역으로 구분했다. 각 영역은 3개 과제씩 총 9개 과제로 구성했다.

특히, 대적관 분야를 대폭 보완했다. 기존 안보관 영역을 ‘대적관’으로 변경했고,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 명백한 우리의 적’임을 명기해 우리 군이 싸워 이겨야 할 적에 대해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6·25전쟁의 발발원인과 책임, 전쟁의 교훈 등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최근 북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9·19 군사합의 위반 등 정전 이후 끊임없이 이어지는 북한의 대남도발 사례를 상세히 다루며 북한 위협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북한의 인권문제, 심각한 경제난 등 북한 실상에 대해 명확하게 기술했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한 한미동맹과 확고한 연합방위태세, 가치공유국과의 연대 강화를 강조했다.

이번 교재는 장병들이 올바른 국가관을 함양할 수 있도록 보강했다. 이에 따라 창군 과정과 창군 이후 국군의 발전상을 중점적으로 기술했다. 대한민국의 가치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체제의 우월성을 3대세습체제와 비교해 강조했다.

필승의 군인정신을 함양하기 위한 전투현장 중심의 실증적인 내용도 보강했다. 전장의 승리를 보장하기 위해 요구되는 군 조직의 특수성과 전쟁법 준수, 군인의 의무와 책임에 대해서 명확히 알고 실천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에 근거해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은 대남적화전략에 따라 1960년대부터 우리 사회 곳곳에서 지하당을 구축해 왔다”며 “2000년 이후에도 일심회 사건, 왕재산 간첩단 사건 그리고 2014년에는 국회의원의 내란선동죄로 국가보안법에 의해 정당이 해산된 사례는 법이 규정한 명백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장병들에게 이러한 세력의 위험성을 명확하게 인식시키는 것은 장병 정신전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며 “이를 부정하고 방관하는 것은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적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장병들에게 올바른 국가관과 명확한 대적관, 전투현장 중심의 군인정신을 함양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대한민국을 굳건히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각급 부대는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발간을 계기로 지휘관 및 정훈장교들의 선신념화 등을 통해 내실있는 정신전력교육을 추진하는 등 장병 정신전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12-27 [단독]국정원 대공수사권, 5일 뒤 경찰로 넘어가… 경찰 수사핵심인력, 국정원에 크게 못미쳐

간부 절반, 대공수사 경력 3년미만
국정원 파견직원도 5명 안팎 그쳐

국가정보원 청사 모습. 2023.11.1/뉴스1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이 내년 1월 1일부터 경찰로 완전히 넘어간다. 기존 간첩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와 구속영장 신청이 가능했던 국정원은 이제 해외 정보망 등을 통해 수사 첩보를 입수한 뒤 이를 경찰에 전달하는 역할만 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내년부터 간첩 수사를 지휘할 본청·시도경찰청 소속 경찰 간부 84명 중 절반 이상(51%)은 안보 수사 경력이 3년 미만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대공 수사의 중심에 설 본청 경찰 인력(142명)은 현재 국정원 대공 수사 인력 규모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안보수사국 내에 협의체를 두고 국정원 직원을 파견받아 노하우를 공유하고 적극 소통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내년 초 파견될 국정원 직원은 5명 안팎이 될 것으로 전해져 의미 있는 협업이 이뤄지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경찰은 본청 안보수사단과 시도청 소속 안보수사대를 합한 안보 수사 인력을 올해 724명에서 내년 1127명으로 403명(55.7%) 증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순수 대공 수사 인력은 750여 명 규모로 꾸려질 전망이다. 특히 핵심 수사는 본청 안보수사단이 사실상 전담한다. 지금의 국정원과 같은 역할은 안보수사단 내 142명 규모의 인력이 맡는다는 것. 사정 당국 고위 관계자는 “지방청 소속 안보수사대는 (간첩 수사) 지원 등의 역할을 주로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12-27 정부, 리창호 북한 정찰총국장 등 8명 제재

올 12번째 독자제재 착수
북한 ICBM 발사 대응 차원

정부는 27일 리창호 북한 정찰총국장 등 제재 물자 거래와 불법 사이버 활동에 관여한 북한인 8명을 대북 독자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한 것으로 올해 열두 번째,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열네 번째 독자제재다.

이날 제재 명단에 오른 북한인은 리창호를 비롯해 박영한 베이징(北京) 뉴 테크놀로지 대표, 윤철 전 주중북한대사관 3등 서기관과 팬 시스템스 평양 소속의 량수녀·김승수·배원철·리신성·김병철 등 8명이다. 리창호는 북한에서 대남·해외 공작 활동을 총괄하는 정찰총국 소속으로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을 주관해 외화벌이를 주도했다는 지적이다. 박영한은 북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를 대리해 무기 관련 물품을 대리했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왔다”며 “북한이 이런 사실을 깨달아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에 나오도록 미국, 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더욱 긴밀하게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들어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의 경제활동 상태가 전반적으로 호전됐고, 남한 생활 만족도도 조사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정착 환경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일보 김유진·조재연 기자

 

 

12-28 나흘 뒤면 ‘대공 수사’ 전담… 역량도 인력도 불안한 경찰

내년 1월 1일부터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이 폐지되고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게 된다. 나흘 뒤면 대공 수사 방식에 일대 변화가 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 역량과 인력은 턱없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안보 수사를 지휘하는 경찰 간부 84명 중 43명(51%)은 관련 수사 경력이 3년 미만이고, 이 중 26명은 경력이 1년도 채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핵심 수사를 맡는 경찰청 본청 안보수사단 규모는 142명에 불과하다.

간첩들의 보안 유지 방식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비밀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그림이나 음악 파일 등으로 위장하는 스테가노그래피 같은 첨단 수법을 이용해 수사를 어렵게 한다. 60여 년간 간첩 수사에 노하우를 쌓았고 베테랑 수사관들이 다수 포진된 국정원이 10년 이상 추적을 해도 물증을 잡기가 여의치 않은 이유다. 경험이 적은 간부들이 지휘하고 수사 인력마저 부족한 경찰이 이런 고난도의 수사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대공 수사의 핵심인 해외 수사에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대공 용의자들이 국내 감시망을 피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회합하는 것은 흔하다. 간첩단 ‘자주통일충북동지회’ 구성원들이 캄보디아에서 만나는 등 최근 5년간 적발된 국가보안법 위반 피고인 가운데 약 3분의 2가 해외에서 접촉했다. 외국에서 이들을 쫓으려면 해당국 정보기관과의 협력이 필수적이어서 경찰로서는 한계가 있다. 국정원이 해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앞으로도 가능하지만 제때 경찰과 공유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국정원과 경찰의 협업 시스템 정비, 경찰의 대공 수사 전문가 육성 및 대북 정보수집 역량 확대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 국정원법 개정 이후 3년의 유예기간 동안 진행됐어야 할 일이지만 지금까지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 지난해 경찰의 자체 평가에서도 대공 수사 관련 과제들에 대해선 ‘미흡’ 또는 ‘다소 미흡’으로 평가됐을 정도다. 하루속히 경찰의 대공 수사력을 끌어올릴 방안들을 마련하고 실행해 구멍을 메워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대남 공작에 무방비로 뚫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동아일보 사설

 
 
 

12-28 국정원 간첩 수사 폐지 코앞인데 경찰 대공 역량은 한심

대한민국이 ‘간첩 천국’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려 한다. 3년 전인 2020년 12월 당시 문재인 정권은 국가정보원법 개정을 강행,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2024년 1월 1일부터 폐지토록 했는데, 그 공백을 메울 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간첩 수사를 전담할 경찰의 대공 역량은 여전히 한심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단행된 경찰 간부 인사는 상징적이다.

경무관 승진 임용 예정자 31명 중 대공 수사를 담당할 안보수사단 소속 간부는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별’로 불리는 경무관 인사가 이런 식으로 진행된 것은 간첩 수사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문 정부 5년 동안 안보경찰 중 경무관 승진자가 2명뿐이었다는 것은 ‘친북 정권’ 탓이었다고 해도,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런 인사가 이뤄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안보수사단의 책임자인 안보수사심의관은 아예 대공 수사 경험이 없고, 간부 84명의 절반 이상도 대공 담당 경력 3년 미만 인사로 채워졌다. 그러지 않아도 대공 수사는 오랜 기간 ‘음지’에서 일하고 생색도 잘 나지 않는 분야이며, 툭 하면 인권 침해 등의 비난과 소송에도 시달린다. 이러니 2년 정도 적당히 일하다가 순환 보직 원칙에 따라 전출하면 그만이라는 발상이 팽배하다. 이번 인사는 그런 분위기를 더 부추길 것이다.

국정원법 개정으로 이런 상황을 만든 문 정권 죄책이 크다. 안보를 도외시한 반역적 행태다. 그렇다고 윤 정부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국정원과 경찰의 협업 체계 등을 내놨지만,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당장 안보경찰에 대한 대대적 보강과 사기 진작이 절실하다. 나아가 국정원 대공 수사권 부활이나 별도의 안보수사청 신설이 화급하다. 4월 총선에 공약으로 제시할 필요도 있다.

문화일보 사설
 
 
 

12.28 악천후에도 김정은 벤츠 추적한다… 우리 정찰위성이 北 압도하는 비결

 본격화한 남북 정찰위성 경쟁

“위성 카메라 반사경을 우리나라에서 미 LA(로스앤젤레스)까지로 늘렸을 때 반사경의 표면 가공 오차는 과속방지턱 높이 정도까지만 허용됩니다.”

 

지난달 17일 대전시 유성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KARI)에서 만난 군 정찰위성 1호기 개발 관계자는 정찰위성 1호 전자광학(EO) 카메라 제작 정밀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LA까지의 거리는 약 1만㎞에 달하는데 과속방지턱 높이인 10㎝ 정도의 오차만 허용될 정도로 초고정밀 제작 과정을 거쳤다는 얘기다.

 

군 정찰위성 사업은 ‘킬 체인(Kill Chain)’ 등 북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 체계 구축 등과 관련, 그동안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온 데서 벗어나 독자적인 군 위성 정보를 확보하고자 2015년 착수됐다.

‘425 사업’으로 불리는데 구름 낀 날씨에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SAR(사)’와, EO(이오) 카메라 영문명을 비슷한 발음의 아라비아 숫자인 ‘425(사이오)’로 표기한 것이다. 영상 레이더(SAR) 위성 4기와 전자광학/적외선(EO/IR) 위성 1기 등 위성 총 5기가 2025년까지 발사된다. 이 중 지난 2일 성공적으로 발사된 군 정찰위성 1호기는 전자광학/적외선 카메라 위성이다. 북한은 우리보다 10여 일 빠른 지난달 21일 밤 정찰위성 3차 발사를 통해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남북이 우주의 군사적 활용을 놓고 경쟁에 불이 붙은 형국이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전문가들은 우주 발사체와 위성으로 구분해 봤을 때 정찰위성 등 위성 분야와 고체로켓(발사체) 분야는 아직까지 우리가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고 평가한다. 우선 해상도 등 정찰위성의 감시정찰 능력에서 차이가 크다.

 

북한은 정찰위성(만리경1호)이 주한 미군 기지는 물론 미 워싱턴과 본토 해군기지 등의 촬영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진을 공개하지 않아 실제 성능은 미지수다. 군 당국은 북 정찰위성이 3m 이상의 해상도를 가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상도 3m는 수백㎞ 상공에서 가로·세로 3m 크기의 물체를 하나의 점으로 식별할 수 있다는 의미로 군사적 효용성은 크게 떨어진다. 반면 우리 정찰위성 1호기의 해상도는 30㎝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수백㎞ 상공에서 대북 감시정찰 최우선 표적인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는 물론 달리는 차량의 종류까지 식별할 수 있다. 이지형 방위사업청(방사청) 우주감시정찰사업팀장은 “북 정찰위성이 초등학생 수준이라면 우리는 대학생 수준”이라고 말했다.

 

군 정찰위성 1호기 개념도. /국방부

 

▲그래픽=김성규

 

군 정찰위성 1호기 개발을 주관한 항우연에 따르면, 우리 정찰위성은 북 정찰위성의 100배 정찰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식별 면적 기준으로 북한은 9㎡이지만 우리는 0.09㎡에 불과해 100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전자광학 카메라 위성은 가시광선을 활용해 찍기 때문에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야간이나 악천후에는 찍을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적외선 위성은 야간에도 찍을 수 있지만 악천후에는 제한된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전천후로 감시정찰을 할 수 있는 것이 SAR 위성이다. SAR 위성은 지구 궤도에서 지상 및 해양으로 레이다파를 쏜 후 레이다파가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차에 따라 선착순으로 합성, 고해상도의 지형도를 만들어 낼 수 있어 군사적 활용도가 높다. 우크라이나전에서도 핀란드 아이스아이 등 민간 업체들의 초소형 SAR 위성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특히 SAR 위성 분야에서 우리는 북한에 대해 ‘넘사벽’ 수준의 절대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내년 4월 425 사업 정찰위성 2호기로 대형 SAR 위성이 발사될 예정인데, 해상도는 50㎝ 미만급(級)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제주도 해상에서 초소형 SAR 위성이 고체로켓에 실려 발사된 것은 북한과의 정찰위성 1차 경쟁에서 ‘쐐기’를 박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게가 90㎏에 불과, 초소형 위성으로 분류되는 이 위성은 수백㎞ 상공에서 1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앞으로 1m 미만 수십 cm급으로 해상도를 향상시킬 예정이어서 악천후에도 북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나 김정은 전용 벤츠 등의 움직임을 추적 감시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 주도 사업으로만 진행돼 온 국내 위성 개발사(史)에서 첫 민간 주도 사업으로 개발됐을 뿐 아니라, 해외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국산 기술로만 개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래픽=김성규

 

한화시스템 등이 참여해 개발한 초소형 SAR 위성은 일반 위성과 달리 탑재체와 본체, 태양전지판이 일체화된 형태여서 발사체에 최대한 많이 실을 수 있도록 설계, 발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한국형 전투기 KF-21의 AESA(능동위상배열) 레이더 개발 과정에 축적된 송수신 장치 기술 등을 활용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2030년까지 초소형 위성 약 40기를 발사해 정찰위성의 북한 감시 주기를 2시간 간격(2025년 목표)에서 30분 간격으로 줄일 계획이다. 한화시스템은 앞으로 초소형 SAR 위성을 활용해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 분석을 통한 환경 모니터링 등 ‘한국형 뉴스페이스’ 모델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이번에 초소형 SAR 위성을 발사한 고체로켓도 현재까지 북한보다 크게 앞서는 분야다. 북한이 지금까지 정찰위성을 세 차례 발사하는 데 사용한 발사체는 모두 액체로켓이다. 고체로켓은 언제든지 신속한 발사가 가능해 군사용으로 적합하다.

 

하지만 남북 우주 군사 경쟁에서 우리가 계속 앞서가고, 중·러·일 등 주변 강국의 우주 위협에 대처하려면 해결돼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SAR 위성 등 초소형 위성 분야는 군(軍) 수요 의존도가 매우 큰데 발사장과 발사 권한이 과기부에 속해 있다. 김관진 국방혁신위 부위원장도 지난 21일 인터뷰에서 “감시정찰 능력 강화의 핵심인 군 정찰위성 발전을 위해 군 발사체 권한과 군 전용 발사장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와 군이 업체 등 민간 부문의 역할을 대폭 확대하는 ‘한국형 뉴스페이스’ 계획을 좀 더 강한 의지를 갖고 적극 추진하고, ‘사령탑’ 역할을 할 우주항공청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첫 민간 주도 사업으로 성공한 초소형 SAR 위성

 

지난 4일 제주도 해상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된 초소형 SAR 위성은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첨단기술연구원의 ‘미래 도전 기술 사업’으로 개발됐다. 미래 도전 기술 사업은 스마트 국방 혁신을 위해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접목한 혁신적인 무기 체계를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추진돼 왔다.

 

초소형 SAR 위성 개발은 오현웅<사진> 한국항공대 교수가 과제 책임자로, 위성 체계 및 탑재체는 한화시스템이, 위성 본체는 쎄트렉아이가 각각 참여해 설계, 제작, 시험까지 맡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주도 지구 관측(정찰) 위성 개발 사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업에는 지난 2019년부터 예산 198억원을 투입됐다. 오 교수는 “이번 과제를 통해 정부 주도 사업에서 민간 주도 사업으로 우주 개발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이미 해외에선 움브라, 카펠라, 아이스아이 등의 민간 업체가 빠른 기술의 선순환 구조에 기반해 초소형 SAR 위성 분야에서 우리나라와의 기술 격차를 벌려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오 교수는 “국내 우주 기술 개발 사업을 ‘추격형’이 아닌 ‘선도형’으로 전환하고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미래 도전 기술 사업’처럼 민간이 개발을 주도하고 정부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민간 주도 우주개발 사업이 정착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유용원 기자

 

12-29 벼랑 끝에 선 김정은의 ‘벼랑끝전술’

김호홍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대북전략센터장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6일 시작된 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2023년을 ‘위대한 전환·변혁의 해’로 평가했다. 2024년 신년사를 대신할 이번 회의를 통해 핵무력 고도화를 최대 업적으로 내세우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올해 30여 차례 핵·미사일 도발을 자행했다. 최근에는 군 정찰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연거푸 쏘아 올리며 ‘주저 없는 핵 공격’을 겁박했다. 국제사회를 상대로 ‘벼랑끝전술(brinkmanship)’을 구사하는 것이다. 김정은의 계산으로는 이쯤 되면 미국이 손을 들고나와야 맞는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오히려 한국을 비롯한 우방과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벼랑끝전술이 통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김정은으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에 북한은 벼랑끝전술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1993년 1차 핵위기 때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핵물질 재처리로 긴장을 고조시켜 경수로와 중유를 제공받는 제네바합의를 끌어냈다. 2차 핵위기 때도 마찬가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악의 축(axis of evil)’ 발언에 반발해 다시 핵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02년 10월 방북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에게 ‘고농축우라늄 핵 프로그램’을 시인해 판을 흔들었다. 결국,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또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에는 벼랑끝전술 성공보다는 실패의 기억이 더 선명하다. 남북 관계에서는 2015년 ‘목함지뢰 사건’을 들 수 있다. 국군 병사가 비무장지대(DMZ) 내 북한 목함지뢰에 크게 다쳤을 때 우리 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대응했다. 북한은 ‘준(準)전시상태’ 선포와 ‘48시간 내 군사행동’ 최후통첩 등으로 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러나 우리의 단호한 대응에 부닥치자 결국 먼저 대화를 제안하고 합의서에 ‘유감’을 명기하는 첫 사례를 남겼다.

김정은은 미·북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도 벼랑끝전술 실패를 경험했다. 싱가포르회담 목전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리비아 모델’ 발언을 빌미로 회담 재고를 언급하며 기선 제압을 시도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취소라는 초강수를 들고나오자 상황은 역전됐다. 김정은은 트럼프 발표 8시간 30분 만에 허겁지겁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통해 ‘유감’을 표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재를 해 달라고 요청하는 궁색한 처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벼랑끝전술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협박 수단이 위력적이어야 하고, 상대가 이에 굴복할 만큼 유약해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을 보면 김정은의 벼랑끝전술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한반도 안정을 볼모로 하는 김정은의 핵·미사일 도발은 이미 구태의연하다. 한·미 연합 방위력으로 제압이 어려울 만큼 위력적이지도 않다. 국제사회는 과거 수차례 잘못된 경험에 비춰 북한의 협박에 굴복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이를 행동으로 보여준다.

북한은 벼랑끝전술을 통해 단기적으로 이득을 챙기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패착이었다. 반복되는 ‘도발-보상-도발’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신뢰는 추락했고, 오히려 제재와 압박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북한 정권이 벼랑끝전술의 단맛에 빠져 경제난과 외교 고립에서 벗어날 기회를 스스로 내팽개침으로써 그 피해는 오롯이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김정은은 이런 현실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