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이야기 2023-11-2/
11.16 민주당 지도부, 엉터리 선거제도 고치는데 왜 미적거리나
더불어민주당 의원 30명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위성 정당 방지법을 즉각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선거법을 고치지 못하면 지난 총선 때처럼 위성 정당이 난립하는 것을 다시 봐야 한다. 여야 모두 그런 일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데엔 공감하면서도 정작 선거제 개편을 논의해야 할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개점 휴업 상태로 방치하고 있다. 선거 1년 전 선거의 룰을 확정하라는 법정 시한은 이번에도 무시됐고, 총선 예비 후보자 등록일(12월12일)까지는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자기 당 지도부를 향해 ‘속도를 내라’고 주문한 것이다. 어느 당 때문에 선거법 개정이 차질을 빚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행 선거법은 21대 총선을 4개월 앞둔 2019년 12월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배제한 채 군소 정당들과 함께 강행 처리한 것이다. 공수처법 통과와 선거법 처리를 군소 정당들과 맞바꾸기 위해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일방적으로 바꿨다. 국민은 물론 의원들도 이해가 어려운 누더기가 됐다. 야바위 선거법이라고도 불렸다. 그 핵심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위성 정당 난립을 부채질했다.
국민의힘의 입장은 나와 있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단순 배분하는 원래 제도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입장이 불분명하다. 지도부는 원래 제도로 돌아가는 것을 선호하지만 이를 ‘정치 퇴행’으로 비난하는 군소 진보 정당들 시선을 의식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의 어정쩡한 태도로 선거법 개정 논의가 표류하는 사이 정치권에선 각종 신당 창당, 선거 연합 움직임들이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야권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등이 비례용 정당을 만들어 국회의원이 되려고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야가 밀고 당기다 결국 현행 선거법을 개정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2021년 65.6%였던 우리 국민의 국회 불신 비율이 작년 81%로 대폭 상승했다. 결정적 원인 중의 하나가 위성 정당이다. 이 선거법을 못 고치면 이번에도 거대 양당의 위성 정당이 우후죽순 생겨날 것이다. 4년 전 총선에서 이 제도로 국회의원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됐고, 위성 정당 기호를 앞당기기 위한 ‘의원 꿔주기’ 같은 일도 횡행했다. 이 난장판 선거를 막을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이런 선거 제도를 만든 책임도, 168개 의석으로 선거법을 처리할 수 있는 힘도 민주당이 갖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11-16 비례대표 의원 폐지 어려우면 ‘병립형’ 회귀가 正道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30명이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속내는 다르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위성정당 출현을 저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친야 정당에 길을 터주겠다는 의도로 비치기 때문이다. 우선, 이들이 거론하는 대책은 실효성이 없다. 정치자금법을 바꿔 총선 후 2년 이내 모정당과 위성정당이 합당할 경우 국고보조금을 절반 삭감하는 내용이다. 그 정도 불이익으론 위성정당을 막을 수 없다. 총선에서 이긴 뒤 법을 바꾸면 그만이다. 이탄희 의원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가 가장 좋은 총선 전략” “비례대표 골목상권 47석을 보장하면 여러 정당이 국회에 들어올 수 있고, 연합정치 토대에서 민주당이 (윤석열 정권 심판의) 맏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에서 나오는 200석 주장도 이런 발상의 연장선이다.
어떤 제도에도 장단점이 있다. 시대 정신과 정치 상황을 반영해야 하는 선거법은 더욱 그렇다. 4년 전 민주당 주도로 만들어진 ‘준연동제 선거법’이 야바위 정치를 불렀고, 비례대표 의원 실상을 보면 사표(死票) 줄이기와 소수자 대변 등 긍정적 기능보다 줄세우기식 친위세력 구축과 지역구를 노린 징검다리라는 부작용이 훨씬 더 심각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지역구를 늘리는 게 낫다. 소수 정당 배려와 사표 문제는 중대선거구제 등 다른 제도로 보완할 수 있다.
한때 국민의힘에서는 비례대표 폐지와 의원 정수 과감한 축소 주장이 나왔지만, 여야는 이미 의원 정수 300명과 비례대표 47명 시스템을 유지키로 의견을 모았다. 그렇다면 비례대표 방식을 병립형으로 바꾸는 것이 정도(正道)다. 현 연동형 제도는 국민의힘 반대를 묵살하고 민주당과 군소 정당들이 야합해 태어난 ‘귀태(鬼胎) 제도’다. 그런 점에서 병립형으로의 원상 회복은 정치적 당위성도 갖는다.
문화일보 사설
11-16 또 고개 드는 ‘연동형 사기극’ 정치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위성정당 만든 엉터리 선거법
근간 유지 전제로 온갖 움직임
조국 송영길 이준석 창당 모색
전국 3%이상 득표 미지수지만
비법률적 명예회복 발상 황당
야바위 선거법 편승 꼭 막아야
요즘 정가의 최대 관심사는 새 정당 출현이다. 과거 총선 때보다 훨씬 다양한 창당 시나리오들이 나돌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비명계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창당을 통해 총선에 참여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창당의 성공 여부는 선거 결과로 결정된다. 그런데 선거 결과는 기본적으로 유권자의 지지 정도에 달렸지만, 아울러 선거제도에 따라 큰 영향을 받기도 한다. 선거구마다 최다 득표자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와 달리 전체 의석 배분이 병립형이냐, 연동형이냐에 따라 각 정당이 확보하는 의석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 제21대 총선에서 의석 배분이 병립형에서 연동형으로 바뀌었다. 연동형에서는 비례대표 선거에서 각 정당이 득표한 비율을 기준으로 정당들에 할당되는 총의석수가 우선 결정된다. 각 정당이 지역에서 획득한 의석수를 제외한 나머지 의석을 비례대표로 채워 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한 정당이 비례대표 선거의 지지율에 따라 50석 의석 확보가 결정됐는데, 지역구 45곳에서 승리했다면 나머지 5석은 비례대표 의석을 할당받아 총 50석을 갖게 된다. 만일 55곳에서 이겼다면 이미 50석을 넘었기 때문에 비례대표 의석 할당은 없다.
간단히 말해서 정당이 확보한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의 합이 애초 비례대표 선거에서 결정된 총의석수에 일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위에서 예를 든 정당이 극단적으로 지역구 선거에서 단 하나의 의석도 얻지 못했다면 50석 할당이 모두 비례대표 몫에서 이뤄진다.
지난 총선에서는 이 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거대 양당은 비례대표를 공천하지 않았다. 대신에 위성정당을 만들고 이 정당은 지역구 공천을 한 명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유권자들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거대 정당과 연결된 위성정당을 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 정당들은 지역구 의석이 없으니 비례대표를 통해 의석을 최대한 얻을 수 있었다. 선거가 끝난 후 위성정당은 합당했다. 거대 정당들은 선거공학적 측면에서 의석 극대화를 이뤘지만, 제도의 원래 목적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국민의 심한 질타를 받았다.
연동형의 의석 배분 방식을 도입한 것은 병립형보다 소수 집단을 대표하는 군소 정당이 의석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소선거구제 대표 선출 방식으로는 다분화한 사회에서 다양한 소수 집단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전국 또는 권역별 정당 지지율에 기반해 전체 의석을 배분한다면, 군소 정당은 지역구 한 곳에서도 최다 득표자를 내지 못해도 할당된 의석을 모두 비례대표로 채울 수 있다.
선거법을 개정하면 내년 총선에서는 지난번과 같은 위성정당 전략은 금지될 것이다. 하지만 창당을 도모하는 정치인들 중 연동형에 따른 의석 획득을 기대하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송 전 대표는 민주당의 위성정당 격인 자매정당 창당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조 전 장관도 창당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신당을 만들어 본인들을 비례대표 2번에 배정하고 비례대표 봉쇄 조항인 3% 이상의 득표를 하면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될 것으로 계산하는 듯하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잖다. 지난 총선과 달리 민주당이 비례대표를 공천하게 되면 위성정당에 대한 지지가 높을 수 없다. 연동형 아래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송 전 대표나 조 전 장관의 신당에 투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비례대표 선거 결과가 전체 의석수를 결정하므로 신당에 대한 투표는 민주당 의석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당이 비례대표 선거에서 3%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다면 의석을 할당받지 못하고 그 지지는 사표가 되고 만다. 이런 상황은 민주당의 의석 감소만 초래할 뿐이다. 신당에 우호적인 유권자라도 3% 득표를 확신하지 못한다면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하게 된다.
총선은 정치인 개인의 비법률적 명예 회복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또한, 사법적 처리를 대비하는 보호 장치도 아니다. 그런데도 기어이 국민의 판단을 받아 보려고 한다면 창당을 통해 연동형 선거제도에 편승할 게 아니라, 본인이 자신 있는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방안을 권한다.
문화일보
11-16 “개딸 전체주의와 결별”… 비명계 4人, 쇄신 모임

▲비명 ‘이재명 사당화 우려’ 표명 윤영찬(가운데)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원칙과 상식’출범 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욱, 김종민, 윤 의원, 수화 통역사, 조응천 의원. 박윤슬 기자
‘원칙과 상식’ 출범 성명
“팬덤보다 당심·민심 조화 추구
대표 사법방어에 黨동원 중지”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모여 정치결사체 ‘원칙과 상식’을 공식 출범하고, 본격적으로 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에 나섰다. 원칙과 상식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 리스크에서 비롯된 ‘방탄정당’ 논란에 따른 당의 도덕성 실추 논란부터 강성 지지층의 극렬 행위로 인한 당내 민주주의 상실까지 다양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민주당의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원욱·김종민·윤영찬·조응천 민주당 의원으로 구성된 원칙과 상식은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당내 패권주의 대신 정당 민주주의를, 내로남불과 온정주의 대신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팬덤정치 대신 당심과 민심의 조화를 추구한다”며 “올해가 가기 전에 강한 야당으로 가기 위한 민주당의 변화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칙과 상식은 △도덕성 회복 △당내 민주주의 회복 △비전 정치 회복 등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민주당의 변화를 요구했다. 원칙과 상식은 “대표 개인의 사법 방어에 당을 동원하는 방탄정당을 이제 그만해야 한다”며 “돈봉투 사건, 코인 사건 등 민주당의 도덕성을 훼손한 사건에 대해 국민 눈높이 기준으로 조사하고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친명 감별사’들이 벌이는 친명 당선, 비명 낙선 운동은 민주당을 박근혜 정권 때 ‘진박 감별당’ 수준으로 추락시키고 있다”며 “우리는 단지 싸워서 이기는 ‘전투 정치’가 아니라 민생과 미래를 살리는 ‘비전 정치’로 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원칙과 상식은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이번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 당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한 달’이라는 시한을 제시했다.
김종민 의원은 원칙과 상식 출범을 공식화한 뒤 기자들과 만나 “본격적인 총선 운동 체제로 돌입하기 전까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는데, 그 안에 민주당이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영 기자 bigzero@munhwa.com
11-17 개표 手작업 확대 필요성과 독일 교훈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필자가 10여 년간 유학 생활을 한 독일은 한국인의 시각으로는 너무나 느린 사회였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라식 수술이 보편화한 당시 독일은 그 수술에 대해 검증이 필요하다며 국내 시술을 한동안 금지했었다. 또, 1980년대 중반에 우리나라는 광케이블을 깔았는데 독일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했다. 독일의 이런 자세는,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는 데는 매우 효과적이다.
독일의 이런 신중함은 정치 분야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2009년 3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전자 투·개표기의 하자와 조작 여부를 알아차리기 매우 어렵다’라는 유권자들의 우려가 있다며, 선거 과정에서의 전자기기 사용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2002년부터 전자 개표 시스템을 도입했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매우 크다.
우리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소쿠리 투표’로 상징되는 “희한한 투표 관리”를 했어도, 공정에 어긋나는 직원 채용 사례가 있어도 ‘독립성’을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이 북한에 의한 선관위 해킹 가능성을 통보했을 때도 꿈쩍하지 않았다. 해킹에 의해 전산망이 뚫릴 가능성이 있음을 국정원이 보여줘도 선관위는 많은 사람이 투·개표 조작에 참여해야 가능한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문제가 있음을 지적해도 독립성을 강조하거나 불가능만을 외치는 선관위가, 아무리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하겠다고 주장해도 유권자들이 이를 신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선관위가 그나마 잘한 일은, 앞으로는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한 뒤 사람이 직접 투표지를 확인하는 수(手)개표 절차를 거친 뒤에 심사 계수기를 돌리겠다고 언급한 것이다.
그런데 이왕이면 추가로 좀 더 확실히 해야 할 부분이 있다. 지난 7월 17일부터 9월 22일까지 선관위·국정원·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합동 보안점검팀을 구성해 국회 교섭단체가 추천한 여야 참관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보안 점검을 했다. 그 결과 ‘득표수 변경이 가능했는데, 이런 취약점을 방치해 해커에 의한 개표 결과가 그대로 개표 방송으로 나가게 된다면 선거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됐다.
그렇다면 표의 집계와 합산 과정에서도 컴퓨터에 득표수를 입력할 때마다 여야 참관인들이 이를 사진으로 채증하고, 최종적으로 입력이 끝나면 채증한 사진과 대조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선과 같은 선거의 경우 개표소마다 입력한 득표수가 정확한지, 그리고 총집계 시 이 수치가 정확히 전달됐는지를 ‘수작업’으로 확인하는 일도 필요하다. 선관위는 득표수 변경 가능성을 비롯해 국정원의 지적 사항을 대부분 개선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주요 정보통신 기반시설 보호대책 이행 여부 점검’에서 선관위 ‘자체 평가’가 100점 만점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선관위의 주장을 신뢰하긴 쉽지 않다.
독립성을 외치기 전에 신뢰를 회복해야 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수작업과 확인 작업의 범위를 상당히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것만이 여야를 막론하고 제기하는 부정선거 논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독일이 기술이 없어 수작업에 의존하는 선거 관리 시스템을 유지하는 게 아님을 상기해야 한다.
문화일보
11.18 여야 포퓰리즘 의기투합, 무방비로 폭주하는 11조원 고속철

▲지난 4월 전북 남원 지리산휴게소에서 만나 ‘달빛내륙고속철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특별법 공동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한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기정 광주시장(오른쪽). /광주광역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대구에서 국민의힘 소속 대구시장에게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을 오는 12월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대구시장은 “여야가 합의하고 국회가 결정하면 기획재정부는 따라오게 돼있다”고 했다.
대구(달구벌)와 광주(빛고을)를 잇는다고 해서 ‘달빛고속철도’라고 하는 이 고속철은 올 초 대구와 광주가 2038년 아시안게임을 공동 유치하겠다면서 추진해온 사업이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고, 이 법안에 국민의힘 109명, 민주당 148명, 정의당 1명, 무소속 3명 등 총 261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헌정사상 최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선거철마다 정치권이 선심성 SOC 사업 공약을 남발하는데 기획재정부가 예비 타당성 조사로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제동을 걸어왔다. 하지만 여야가 합작해 특별법을 통과시키면 기재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도 받지 않고 대형 국책 사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대구~광주 간 철도 건설은 20년 넘게 검토했지만 경제성이 낮아 그동안 추진이 되지 않았다. 2021년 발표된 국토부의 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대구광주선이 신규 사업으로 추가됐지만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0.483에 불과했다. 정부는 달빛고속철도에 부정적 입장이다. 2019년 추산했을 때 198.8㎞의 단선·일반철도 사업비가 4조5158억원이었다. 이번에 발의된 특별법안에 따라 205㎞ 구간에 복선·고속철도로 건설하면 최소 11조2999억원이 든다.
15년 뒤 아시안게임을 공동 유치하는 데 11조원 고속철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대구~광주 간 88올림픽고속도로가 동서 화합의 명분으로 1984년 개통됐다. 2015년에 2조원 넘게 들여 이 고속도로를 확장하고 명칭도 광주대구고속도로로 바꿨다. 하지만 하루 교통량(2022년 기준 2만2322대)이 전국 고속도로 평균(5만2116대)의 절반도 안 될 정도로 한산하다. 굳이 두 도시 간 철도가 필요하면 사업비가 절반 이하로 드는 일반철도로 건설해 고속 운행하면 86분 걸리는데, 고작 2분 단축해 84분 걸리는 고속철도를 11조원 넘게 들여 건설하겠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이 제 돈으로 어떤 일을 한다면 절대로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동안 국회는 국가 미래에 꼭 필요한 법안은 뭉개고 검토조차 하지 않더니 이 포퓰리즘 법안은 발의 석 달도 안 돼 상임위에서 법안 심사에 착수했다. 여야 의원 261명이 무더기로 발의했으니 법안 심사는 하나 마나다. 영호남 표심을 얻겠다고 여야가 국민 혈세 11조원이 드는 포퓰리즘 사업에 의기투합하니 견제하거나 막을 장치가 하나도 없이 무방비로 폭주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11.18 “이재명 대표님,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편하게 사시라”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카’ 펴낸
前 경기도청 7급 공무원 조명현씨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와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법카) 불법 사용과 불법 의전을 고발한 조명현씨가 2021년 경기도지사 공관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냉장고 안에 모닝 샌드위치 3종 세트가 들어 있다. 그는 “경기도 법카를 마르고 닳도록 긁었다”고 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 남자는 이름도 얼굴도 없이 2년을 살았다. 공익 제보자 A라는 익명으로 불렸다. 경기도청에서 일한 그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 카드(법카) 불법 사용과 불법 의전을 세상에 알린 2021년 겨울부터 사실상 도망자 신세였다. 공익 제보자 A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마침내 정체를 드러냈다. 조명현, 1978년생이었다.
“그들이 하마터면 대통령이 되고 영부인이 될 뻔했다. 잘못한 사람들은 멀쩡한데 나는 왜 이렇게 도망만 다니나? 겪은 일을 알리지 않는다면 큰 죄를 짓는 것이라는 기분이었다.”
조명현(45)씨는 단정한 양복에 넥타이 차림으로 나타났다. 성남문화재단에서 하우스매니저와 VIP 의전 등을 맡던 2005~2020년에도 그런 모습이었을 것 같았다. 그가 이달 초 펴낸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카’를 읽었다. 책장이 바삐 넘어갔다. 이 회고록은 대통령과 영부인이 될 뻔한 부부의 불법에 대한 폭로이자 살기 위해 허우적거리는 한 남자의 치열한 분투기였다. 입동(立冬)이던 지난 8일 서울 광화문에서 그를 만났다.
◇잘하면 본전, 못하면 독박
조씨는 2010년 성남시장 이·취임식 때 이재명 시장 부부와 처음 대면했다. 성남시장은 성남문화재단의 당연직 이사장. 이후 여러 행사가 열릴 때마다 그들의 의전에 “몸과 마음을 갈아넣었다”고 했다.
-VIP 의전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얇은 빙판과 같다.
“그 바닥에서는 ‘잘하면 본전, 못하면 독박’이라고 말한다. 실수하면 나 하나 때문에 전체 이미지가 나빠지기 때문이다. 성남시에서 성남시장은 절대 권력이었다. 간부부터 말단 직원까지 승진이나 자리 유지를 위해 눈치를 봤다.”
-의전을 잘했으니 2021년 3월 이재명 경기도지사 비서실로 뽑혀 간 것 아닌가.
“이재명 시장 의전을 담당했던 내 역할과 입지는 2018년 은수미 성남시장이 당선되면서 확연히 줄었다. 버티다 2020년 말 퇴직했는데 안면이 있던 배소현(5급 공무원)씨가 연락해 경기도청 비서관 자리(7급 공무원)를 제안했다. 결혼을 앞둔 때라 오래 쉴 수도 없었다. 잘한다고 생각해 나를 썼을 것이다.”
-이른바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되자 배씨가 ‘이제부터 안 보이고 안 들리고 말 못 하는 거 축하한다’고 했다고?
“VIP 의전은 보안 사항이 많다. 사생활을 보호하며 가십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출근하자마자 ‘텔레그램을 깔라’고 했다. 그때까지는 내게 닥칠 일을 예감하지 못했다.”

▲성남시 수내동 이재명 경기도지사 자택으로 올린 초밥. 역시 법카로 구매했다. 정육식당에서 식사를 한 것처럼 카드를 긁고 스테이크용 소고기를 포장해 가져다주기도 했다. /조명현 제공
-정치 성향이 궁금하다.
“나는 왼쪽도 오른쪽도 아니다. 중도라고 생각한다. 민주당 국회의원 중 누구라도 나를 돕겠다고 손을 뻗었다면 잡았을 것이다.”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자 무엇이 달라졌나?
“공익 제보자 A로 살 때는 늘 낭떠러지 위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지금은 절벽에서 뛰어내린 느낌이다.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다. 그냥 추락하는 중이다.”
-바닥이 어디인지, 끝이 어디인지 보이나?
“퇴직 후 공황장애와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요즘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바닥? 알 수 없다. 예상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다.”
-지난 2년 동안 어떻게 숨어 지냈나.
“처음에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아내와 함께 모텔을 전전했다. 공익 신고자가 된 뒤부터는 신변 보호를 받고 있다. (스마트워치를 보여주며) 위급할 때 비상 버튼을 누르면 경찰이 현장으로 출동한다. 일종의 내부 고발자라 새 직장을 구하기는 어렵다. 지난 9월까지 야간 택배 일을 하다가 다쳐 그만뒀다. 일가친척의 도움을 받거나 빚을 얻어 생활해 왔다.”
-회고록을 쓴 이유를 묻는다면.
“2021년 겨울에 1차 제보를 한 뒤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고발한 정치인은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곧장 국회의원이 됐고 거대 야당의 대표로 선출됐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멀쩡하게 세상을 휘젓고 다닌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불이익을 받고 있다. 책을 쓴 이유는 세 가지다. 내 명예를 회복해야 했고, 세금을 쌈짓돈처럼 쓴 사람들에 대해 국민이 실체를 파악하길 바랐다. 공익 제보자들이 신고 후 얼마나 서글픈 삶을 사는지도 알리고 싶었다.”

▲조명현씨가 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카'. 이 책의 부제는 ‘이재명 부부 법인카드 미스터리를 풀다’다. /천년의상상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야~”
경기도청 7급 공무원 조명현씨가 했다는 업무는 지면에 옮기기 민망한 수준이다. 경기도지사 공관에 넣을 샌드위치와 과일 등을 픽업해 냉장고에 채웠다. 이재명 지사의 와이셔츠를 세탁소에 맡겼고 속옷을 빨기도 했다. 성남시 수내동 이재명 지사 자택으로 올라갈 초밥, 소고기 등도 부지런히 실어 날랐다. 일일이 사진을 찍어 배소현씨에게 보고했다.
-비서가 그런 일을 하다니, 자괴감을 느꼈겠다.
“공무원 입사 초기에는 그동안 해온 의전 업무의 연장이라고 여겼다. ‘내가 늦게 들어온 막내라서 허드렛일부터 시작하는구나’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일반적인 비서 업무를 시키겠거니 정신승리를 하며 버텼다.”
-경기도지사 비서실은 어떤 구조였나.
“두 팀이 있었다. 하나는 정무와 정책을 조율하는 정무팀. 유명한 정진상, 김현지 등이라고 보면 된다. 다른 하나는 지사 수행을 담당하는 의전팀이다. 의전팀은 다시 ‘지사님팀’과 ‘사모님팀’으로 나뉘는데 배씨와 나는 사모님팀으로 김혜경씨 수발을 전담했다.”
-배씨는 사모님팀을 가리켜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야~’라고 했다고?
“본인도 스트레스를 받으니 자조 섞인 말이었다. 일과의 90%가 배달이었기 때문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입을 것과 먹을 것과 생활용품을 챙기는 일을 했다. 명절 선물부터 제사 음식까지 준비했다. 공식적으로는 비서였지만 실제로는 하인, 공노비와 같았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국정감사에서 김혜경씨의 법카 유용과 관련, ‘감사 결과 최소 61건에서 최대 100건까지 사적 사용이 의심된다”고 말했는데.
“정확한 수치는 수사 기관이 밝혀줄 것이다. 내가 8개월쯤 있었는데 법카를 긁는 게 일상이었다. 하루에 두 번 긁어야 할 땐 날짜를 배분했다. 주말에는 일단 우리 개인 카드로 긁고 평일에 가서 취소한 뒤 법카로 다시 긁었다. 내 지갑에는 속칭 ‘카드깡(카드 바꿔치기)’으로 인해 처리해야 할 영수증이 가득했다.”

▲주말 이재명 지사 밥상 차리기. 굿모닝하우스(경기도지사 공관) 지하 주방에서 2층으로 준비된 밥을 올리는 일을 하기 위해 출근했다. 배소현씨에게 이렇게 텔레그램으로 보고했다. /조명현 제공
-총액은 얼마나 될까.
“엄청난 금액일 텐데 계산해 보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틀리면 역공받을 게 뻔하니까. 이재명 지사가 먹던 모닝 샌드위치 3종 세트(샌드위치, 닭가슴살 샐러드, 과일 등)만 말하자면 한 끼에 3만원대, 한 달에 100만원 이상이었다. 주말에도 출근해 법카로 수라상을 차려야 했다. 공무원들에게는 ‘부패하지 말라, 돈 받지 말라’던 사람이 경기도에 있는 국고를 자기 아침밥을 위해 쓴다는 게 말이 되나?”
-경남으로 출장 간 이재명 지사가 쿠팡 물류센터 화재 사고 때 급히 올라왔는데, 이튿날 먹을 샌드위치가 준비되지 않아 당황한 적이 있다고?
“그는 야채 때문에 빵이 눅눅해지는 걸 싫어했다. 지방 출장을 가면 현지에서 수행팀이 샌드위치를 조달했다. 그런데 큰불이 나 일정을 축소하고 복귀한 것이다(이재명 지사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로 내정하고 마산에서 함께 떡볶이 먹방을 촬영한 날이었다). 배소현이 전화해 ‘해결하라’며 짜증을 쏟아냈다.”
-일본 샴푸를 사러 서울 청담동에 다녀온 대목도 읽었다. 휴일에 공무원을 부리고 샴푸 값은 경기도 세금으로 지불했다고?
“반일 선동을 목숨 걸고 하면서 자신이 쓰는 일제 샴푸를 사라며 공무원을 주말에 청담동으로 보내고 그런 짓을 했다. 옆에서 본 이재명 지사는 어떤 기준이 없다. ‘내가 존경한다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며 말을 확 바꾸듯이 자기한테 유리한 상황만 생각한다. 지킬과 하이드처럼 이중적이다. 밖으로는 ‘노 재팬’을 외치면서 안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일제 샴푸를 쓴다.”
-경기도 법카가 ‘마르고 닳도록’ 긁어졌다고 썼는데.
“내 제보의 핵심은 불법 의전과 국민 세금으로 초밥, 소고기, 백숙, 샌드위치 사 먹으면서 개인 돈처럼 쓴 법카 유용 의혹이다. 청담동 샴푸, 김혜경씨 생일 선물 등 법카로 살 수 없는 물품들은 여러 부서에서 갹출한 업무 추진비나 출장비로 구매했다. 과연 공직자 의식이 있는지 묻고 싶다. 김혜경씨가 공관에 다녀가는 날이면 냉장고가 텅텅 비었다. 배씨가 ‘음식을 많이 채워두지 마라. 다 가지고 가니, 적당히 넣어 두라’고 할 정도였다.”
-얼마 전 이재명 대표가 단식을 했다.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나.
“자기에게 실익이 있는지 없는지만 따지는 사람이다. 단식으로 수사와 재판을 50일가량 지연시키지 않았나.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니 했을 거다.”

▲일제 쿠오레 AXI 샴푸. 주말에 서울 청담동에 가서 구매했는데 왕복 3~4시간이 걸렸다. 조명현씨는 책에 "이 샴푸뿐만 아니라 약, 과자, 제사상 차림, 명절 선물, 김혜경 생일 케이크, 개인차 수리비 등 개인 돈을 써야 하는 것들에 경기도 법카를 긁었다"며 "첫째 아들 병원 퇴원 수속하고 약 챙겨주고, 대리 처방까지 비서실 일꾼인 내가 직접 처리했다"고 썼다. /조명현 제공
◇공익 제보로 시작된 싸움
조씨는 모든 일을 기록하고 녹음했다. 이재명이 대선 출마를 위해 도지사에서 물러나자 어공 생활도 끝이 났다. 그는 아내의 지지를 받으며 ‘이재명·김혜경 경기도 법카 불법 사용’에 대한 제보를 결심했다. 용기를 내 2022년 1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을 상대로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왜 그 싸움을 결심했나.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그가 혹시 대통령에 당선되면 ‘세금 도둑’이 대한민국을 이끌게 될 테니, 이대로 덮어두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막막했을 텐데.
“엄청 겁이 났다. 나는 보잘것없는 개인이고 상대는 거대 여당의 대선 후보 아닌가. 제보는 내 인생 전부를 걸고 한 일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김혜경씨가 ‘(김건희씨를 표적 삼아) 후보 배우자까지 무한 검증을 해야 한다’는 인터뷰를 한 직후에 법카 불법 사용에 대한 첫 보도가 나왔다. 당시 짜릿했나?
“전혀. 낭떠러지에 서 있다가 몇 발자국 뒤로 갔을 뿐 ‘나는 살았구나!’ 하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상대가 더 과격하게 나올 텐데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더 컸다.”
-이재명 후보는 당시 ‘직원들의 과잉 충성’이라며 ‘논란을 야기한 것조차 내 불찰이고 관리 부실이니 사과한다’고 했다.
“잘못을 인정한 게 아니라 ‘나는 몰랐다’로 넘어간 것이다. 경기도 7급 공무원 한 명을 5급 공무원 배소현이 마음대로 빼내 이재명과 김혜경을 위해 부려먹었는데, 그걸 이재명과 김혜경은 몰랐다고? 말이 안 된다. 불법 의전, 법카 유용 같은 비리들은 이재명 지사가 ‘오케이’ 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수사를 받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2022년 2월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과잉의전 논란 관련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단체장의 배우자를 공무원이 수행하거나 의전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전담 인력을 배치해도 안 된다. /뉴스1
-메시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메신저가 공격을 받는데.
“실제로 그랬다. 돈이 목적이다, 의도가 불순하다, 배후에 국민의힘이 있다….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빠져나가려는 얕은 수였다. 각오한 일이었지만 속상했다.”
-후원과 응원도 쏟아졌다고 책에 적었는데.
“나를 돕는 분들이 소셜미디어로 후원 요청을 했고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내 이야기를 해주었다. 1년 치 담뱃값을 보내주시고 담배를 끊겠다는 분, 늦은 밤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찾아서 소액을 보내주신 어르신 등 응원이 쇄도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 힘으로 잘 버텼다. 욕설과 함께 18원을 보낸 사람도 많았지만.”
-협박이나 물리적 위협을 느낀 적은?
“극심한 공포와 긴장,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이재명은 하나의 종교와 같다. 극렬 지지자들이 보기에 그의 앞날을 막은 나는 제거해야 할 걸림돌이다. 협박처럼 들리는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고 있지만, 내가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는지는 기사에 쓰지 말아 달라.”
-대선일에 개표 방송을 보면서 윤석열·이재명 후보 못지않게 긴장했겠다.
“그날 잠을 못 잤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개표 상황을 보면서 피가 말랐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해외 도피까지 생각했다. 0.7%p 차이로 그가 졌다. ‘한고비는 넘겼구나’ 싶었는데 이재명의 정치 생명은 끊어지지 않았다. 다시 은둔 생활을 해야 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약자인 당신의 무기라면?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속담이 있는데, 나는 ‘바위를 향해 먼지 던지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나만의 무기? 사실과 증거다.”

▲조명현씨는 "무슨 왕실도 아니고 고위 공무원 가족이 잔심부름을 시키고 부려 먹을 '몸종'을 고용해 국가 세금으로 월급을 줄 이유가 전혀 없다"며 "그런데 경기도 7급 공무원 조명현은 일과의 90% 이상을 이재명, 김혜경 심부름을 하는 데 써야 했다"고 말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내가 바라는 해피엔딩
배소현씨는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씨는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지난 8월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공금횡령 및 공금횡령 교사를 했다며 이재명을 고발했다. 그는 “범죄나 잘못을 저질렀으면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며 “경기도 법인 카드 부패의 진짜 몸통은 이재명”이라고 했다.
-서문에 ‘사실은 우리 모두가 피해자’라고 썼는데.
“공익을 위해 사용돼야 할 세금으로 한 정치인 가족이 사익을 추구했다. 국민이 모르는 사이에 수발 드는 사람의 월급을 댔고, 이재명의 일제 샴푸와 모닝 샌드위치 세트 그리고 김혜경이 먹는 초밥과 소고기 등에 부당하게 사용됐다. 수내동 자택으로는 6~7인분이 올라갔다. 그 많은 음식은 누가 다 먹었을까? 아직도 미스터리다.”
-이 책에 대한 이재명 대표 측의 반응은?
“판매 금지 신청이나 고소·고발을 할 수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경기도 법카는 사용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걸 문제 삼으면 본인이 더 불리해진다는 걸 아는 것 같다. 나는 민주당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게 아니다. 좌우 따지지 말고 객관적으로 판단해 주길 바랄 뿐이다.”
-도피 중이던 지난해에 결혼을 했다.
“사복 경찰 도움을 받아 조심스레 진행했다. 직계 가족과 아주 친한 지인 말고는 초대할 수도 없었다. 제일 행복해야 하는 날에 마음껏 기뻐하지 못했고 신혼여행은 아직도 못 갔다. 아내에게 미안하다.”
-공익 제보를 계기로 앞으로 정치를 할 수도 있나?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사람이 그런 생각까지 할 수는 없다. 이재명 대표가 수사를 받고 책임을 졌으면 좋겠다. 지금 나와 그가 비슷한 게 하나 있다.”
-그게 뭔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 같다는 점이다. 살기 위해 지푸라기도 잡는다. 명분 없는 출퇴근 단식도 그렇고 상식적이지 않다. 책임 안 지고 자꾸 도망가면 나도 물에 빠진 사람처럼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2017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전형수(왼쪽)씨에게 성남시 행정기획조정실장 임용장을 준 후 찍은 사진. 이 대표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전씨는 2023년 3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성남시청
이재명과 관련해 주변 인물 다섯 명이 사망했다. 2023년 3월에 극단적 선택을 한 전형수 전 비서실장은 이런 유서를 남겼다. “이제는 정치를 그만 내려놓으십시오.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 관련 본인 책임을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합니다.”
-그 유서를 본 심정은?
“성남시장비서실장 때부터 알았는데 점잖고 좋은 분이었다. 한동안 마음을 잡기 어려웠고 무엇보다 두려웠다. 그 시점에서 가장 위험군에 속한 사람은 두말할 필요 없이 나였으니까.”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당신이 저지른 위법 행위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사실과 정직이 ‘정의’라고 믿는다. 당시에는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지만,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마땅히 책임을 지겠다.”
-이 사태의 해피엔딩이라면?
“나는 ‘오늘 저녁은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고 소망하고, ‘다음 달 카드 값 어쩌지’를 걱정하는 평범한 사람이고 싶다. 그렇게 돼야 내가 이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로 머물지 않겠다. 이제부터는 세상 밖으로 나와 당당히 내 삶을 사는 것, 그것이 해피엔딩이다.”
-이재명 대표를 독대한다면 꼭 하고 싶은 말은.
“속 시원하게 사실을 말씀하시고 편하게 사시라.”
조선일보 박돈규 주말뉴스부장
11.20 소형 원자로 332억 깎고 국회 예산 364억 늘린다니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모습. 2023.7.10/뉴스1
국회가 혁신형 소형 모듈 원자로(SMR) 연구·개발 예산 332억원은 전액 삭감을 추진하는 반면, 내년도 국회 예산은 의원 보좌진 급여 인상 등을 위해 364억원 증액하기로 했다고 한다. 나라의 미래 성장 동력과 관련된 SMR 예산은 전부 날려 버리고, 자신들의 의정 활동을 명분으로 내건 예산은 그보다 큰 금액을 늘린다는 얘기다.
SMR은 발전량이 500메가와트(㎿)급 이하인 소형 원전으로,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경제성이 뛰어나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SMR 예산 삭감을 주도하는 민주당은 “신규 원전 연구·개발 예산을 늘리는 건 세계 에너지 정책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해 SMR 연구·개발에 16억5000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프랑스도 10억유로를 투자하겠다고 했고, 영국은 2050년까지 SMR 16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근 미국의 SMR 시범 프로젝트가 원가 상승 등 문제로 일시 중단되기는 했지만, 국가 차원의 차세대 에너지원 연구·개발 자체를 중단한 나라는 없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지난 대선 때 SMR 개발을 공약했고, 송영길 전 대표도 SMR 개발을 적극 주장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예산을 전부 깎겠다고 한다. 정부가 탈원전 5년 허송세월을 바로잡으려 하자 여기에 발목을 잡으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세계적 에너지난 와중에도 우리나라에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한 것은 원전 덕이 크다. 지금 SMR을 개발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원안 통과를 주장하지만 민주당이 밀어붙이면 뾰족한 수가 없다.
여야는 예산안을 놓고 각 상임위에서 원수처럼 싸우고 있지만 자기들이 쓸 돈을 늘리는 데는 한 몸처럼 행동했다. 국회 운영위는 내년도 국회 예산을 올해보다 364억원 늘어난 7881억원에 합의했다. ‘정책 전문성 강화’라는 명목으로 6급 이하 국회의원 보좌진 인건비를 43억4300만원 올리겠다고 한다. 과거에도 보좌진 급여를 여러 차례 올렸지만 의원들의 의정 활동이 개선됐다는 평가는 들어보지 못했다. 여기에 의원실 인턴 명절 상여금 및 급식비, 국회 경내 통신망 교체, 국회 식당 및 고성연수원 시설 개선 비용 등이 포함됐다. 1인당 60만원가량이 드는 국회의원 의자 교체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20 이동관 “총선까지 방통위 마비시키려는 폭주… 가짜 뉴스 방치하면 그게 탄핵 대상”
[김윤덕이 만난 사람]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1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만난 이동관 위원장은 “민주당 탄핵은 무고로 고발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입법권 남용을 막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련성 기자
이동관은 거침이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말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 재발의를 예고했으나 그는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걸핏하면 탄핵으로 국정을 마비시키는 거대 야당의 폭주가 민심의 탄핵을 받을 것”이라고 맞섰다. 취임사에서 “털 하나 머리카락 하나마저 병들지 않은 게 없으니 당장 개혁이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정약용의 ‘경세유표’를 인용해 대대적인 공영방송 개혁을 예고했던 그다. 1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만난 이 위원장은 “억지로 탄핵 사유 만들려 애쓰지 말고 이동관의 방통위를 총선까지 마비시키려는 게 진짜 목적이라고 솔직히 말하라”고 했다.
◇나에 대한 민주당 탄핵은 무고
-민주당은 왜 이리 집요하게 이동관 탄핵을 밀어붙일까.
“진영의 나팔수로 전락한 공영방송을 바로잡으려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동관을 ‘언론 장악 기술자’라고 한다.
“이명박 정부 때 내가 언론을 장악했으면 박근혜 정부 때든, 문재인 정부 때든 적폐 청산 대상으로 뭐든 하나 걸려들었어야 하지 않나. 오히려 PD수첩이 촉발한 광우병 파동, 미네르바 사건, 그리고 현직 판사가 국가 원수를 가카새키 짬뽕이라고 모독한 일들이 버젓이 벌어졌는데 무슨 언론 장악인가. 문재인 정권의 KBS에서 강규형 이사 쫓아낼 때처럼 홍위병들 동원해 학교로, 교회로 찾아가 난동 부리고 망신 주는 정도는 돼야 언론 장악 아닌가.”
-’기울어진 언론 지형을 바로잡겠다’는 말 때문 아닐까.
“왼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오른쪽으로 기울게 하겠다는 게 아니다. 그냥 평평하게 하겠다는 거다. 언론 장악이 아니고 언론 정상화다. 나도 기자 출신이다. 권력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누가 막을 수 있나. 탄핵 사유를 억지로 갖다 붙이지 말고 차라리 이동관이 싫다, 이동관의 방통위를 총선 전에 무조건 마비시켜야 하기 때문이라고 정직하게 말했으면 좋겠다.”
-탄핵 사유가 5가지나 된다.
“그중 한 가지도 위법하지 않다. 민주당은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중대 사안을 결정한다고 문제 삼았지만, 방통위설치법 어디에도 2인 위원회가 의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다. 또, KBS 사장이 불법 선출되는 걸 방치했다는 것도 사유로 올렸던데, 방통위가 KBS 이사회의 사장 선출에 관여하면 그게 탄핵 사유다.”
-그래도 2인 방통위는 기형적이다. 야당 몫 상임위원으로 추천됐던 최민희를 받아들이면 안 되는 거였나?
“그건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판단하실 문제다. 그리고 최민희에겐 여러 결격 사유가 있었다. 우선 정보산업연합회 상근 부회장을 지낸 점이다. 방통위설치법에는 임명 전 3년 이내에 방송·통신 관련 사업에 종사했던 사람은 위원이 될 수 없다. 이해 충돌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건 절차상 문제다. 관례상 여야 합의로 추천하게 돼 있는 상임위원을 민주당 단독으로 추천했다.”
-법적 근거 없이 가짜 뉴스를 심의 단속했다는 것도 문제 삼았다.
“지금 전 세계가 가짜 뉴스 단속에 나서고 있다. EU는 ‘디지털 서비스 법’을 이미 시행하고 있고, 영국은 ‘온라인 안전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일본과 브라질도 가짜 뉴스 방지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 조작 사건처럼 가짜 뉴스의 파괴력은 엄청나다. 지지율이 4~5% 출렁였다. 그야말로 깻잎 한 장 차이(0.73%p) 대선 아니었나.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가짜 뉴스를 단속하지 않는 것이 탄핵 사유가 돼야 한다.”
-민주당은 정권 입맛에 안 맞으면 가짜 뉴스로 탄압하려는 의도라고도 주장한다.
“우리가 규제하려는 가짜 뉴스란 청담동 술자리, 뉴스타파 인터뷰 조작처럼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정치적·상업적 목적으로 퍼뜨리는 허위 조작 정보다. 카카오 다음의 축구 응원전 여론 조작 사건으로 구성된 범부처 TF가 가짜 뉴스 근절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가짜 뉴스 유통의 온상인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제화할 것이다. 반복적이고 중대한 위반을 한 매체는 영업정지를 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사이버 중대재해로 처벌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장인 전주혜 원내대변인과 정경희 원내부대표(왼쪽)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 재추진 관련 탄핵안 철회를 수용한 김진표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정지가처분신청서를 제출에 앞서 취재진에게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방송3법은 ‘좌파 방송 영속화 법’
-손준성·이정섭 검사도 탄핵소추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재명 대표를 구하기 위해 사법 행위를 방해하는 범죄다. 헌법과 국민이 부여한 입법권 남용이다. 위장전입했다고 검사를 탄핵한다면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탄핵당할 것이다.”
-국회를 탄핵할 방법 없냐고 묻는 국민도 있긴 하다.
“현재 할 수 있는 건 선거라는 민심의 탄핵뿐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87년 체제의 모순이 한꺼번에 폭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한다.”
-87년 체제의 모순이라면?
“1987년 개헌으로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이 사라졌다. 반면 3선 개헌 때 박정희 대통령이 국회의원들 회유하려고 도입한 의원·장관 겸직제도는 그대로 뒀다. 국회가 자기네 불리한 건 없애고 권한만 계속 늘려왔다. 대통령도 탄핵하는 시대 아닌가. 검사가 기소를 잘못해 무고한 사람이 피해를 입으면 그 검사는 탄핵될 수 있다. 그런데 국회가 무고한 사람을 탄핵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나. 개헌을 통해서라도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에 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권력은 이미 제왕적 아닌가.
“탄핵 정치로 국정이 마비되는 건 어쩔 건가. 최장집 선생이 말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의 위기’다. 붕당, 도당으로 전락한 정당 민주주의의 붕괴다.”
-방송법은 왜 문제인가.
“한마디로 좌편향 방송을 영속시키겠다는 법안이다. 거부권 행사를 공식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다.”
-대통령과 국회가 추천해온 공영방송 이사진 11명을 21명으로 늘려 언론 관계 단체와 시청자 위원회 등에서 다양한 이사진을 추천받겠다는 것 아닌가?
“늘어나는 이사진 10명을 좌파 성향 언론 관계 단체와 시청자 위원회가 추천한다. 심지어 언론 단체 3곳 중 1곳은 주무 관청의 설립 허가도 받지 않았다. 그들이 어떤 대표성이 있어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하는 이사가 될 수 있나. 문재인 정부 때도 이 법을 관철하지 않았다. KBS 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약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다양성으로 포장한 대국민 사기극, 눈속임이 아니고 뭔가.”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의장대 사열을 하며 양국 국기에 예를 갖추고 있다. KBS는 이 장면에서 "윤 대통령이 일장기에만 경계를 했다"는 방송 이후 태극기가 함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과했다. /연합뉴스
◇수신료란 毒이 낳은 KBS 방만 부실 경영
-KBS 박민 사장의 부임 직후 9시 뉴스 앵커 등 진행자들을 교체한 바람에 시끄러웠다. 배후에 이동관이 있다고 한다.
“생각은 자유다. 중요한 건 KBS는 방만 부실 경영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공기업 중 최악이다. 그 원인이 수신료라는 독(毒)이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수신료로 먹고살 수 있으니 자기 혁신을 안 한다. 평균 연봉이 1억이다, 50%가 먹고 논다는 말들은 과장됐다 하더라도 정권이 바뀌면 밥그릇 싸움이나 하는 공영방송은 당연히 개혁해야 한다. 국민세금, 준 조세로 경영하는 공적 기관 아닌가. 전기료에 병합한 수신료 100% 징수는 기네스북에 오를 일이다.”
-시청자들과 작별인사할 시간은 줬어야 하지 않나.
“문 정권에서 꽹과리 치며 쫓아낸 사람들이 그런 말할 자격 있나. 후안무치다.”
-사장이 바뀌니 ‘윤땡 뉴스’만 나온다고 조롱하는 시청자도 있다.
“박장범 앵커가 KBS의 불공정 편파 보도에 대해 사과할 때 눈물 흘렸다는 시청자들이 많다. 정권 편을 들라는 게 아니다. 공정하게, 비판할 건 하면서 공영방송의 위상을 지키라는 거다. 대통령이 일장기에 경례하는 것처럼 보이게 조작한 KBS 뉴스다. 김만배 조작 인터뷰를 내보내고도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았다. 영국 BBC였으면 사장부터 총사퇴했을 일이다.”
-구조 개혁은 어떻게 진행될까.
“박민 사장이 이미 임원들 임금을 30% 반납하게 했고, 명예 퇴직도 신청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KBS2도 광고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 있다. 수신료 받는 방송이 막장 드라마이나 예능으로 경쟁하면 되겠나.”
-노조의 저항이 크지 않을까?
“예전 같으면 출근 저지 투쟁을 했을텐데 이번엔 조용하지 않은가. 그들도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러다 KBS가 문 닫을 수 있다는 위기감. 과방위원들이 KBS2의 민영화 방안까지 내놓은 상태다. 공습경보가 아니고 실제상황이란 걸 절감한 것이다.”
-박민 사장은 방송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는 우려를 듣는다.
“대통령은 방송계 내부 인사로는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보셨다. 카르텔을 깨고 제대로 개혁하려면 외부의 칼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사장이 교체되는 소란은 언제까지 봐야 하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지형이라면 교체될 일 없다. 그러나 공영방송이 진영의 나팔수로 전락했다면 그건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 국정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신임 특보단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함께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백용호 정책실장, 김진선 지방특보, 이 대통령. 뒷줄 왼쪽 끝은 박형준 사회특보, 오른쪽 끝은 이동관 언론특보.
◇큰 거짓말일수록 잘 속는다
-사실 일반 국민은 방송법이나 탄핵의 내용을 자세히 모른다.
“탄핵 정치를 보면서 ‘큰 거짓말일수록 잘 속일 수 있다’는 괴벨스의 큰 거짓말 이론(Big Lie Theory)을 떠올렸다. 국민도 처음엔 탄핵이 웬 말이냐 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언제 탄핵하나, 하면서 그 정당성 여부는 잊는다. 한 장관처럼 그때그때 순발력 있게 대응했어야 했다(웃음).”
-민주당을 설득하는 노력은 안 하나?
“민주당이 총선이라는 큰 그림을 갖고 밀어붙이기 때문에 대화가 불가능하다. 예산만 해도 20%를 깎았다. 의결을 위한 부대 조건도 내걸었다. 가짜뉴스 심의 중단하라, 공영방송 이사 해임 관련 소송 다 중단하라…. 그런데 무슨 대화를 하겠나.””
-탄핵이 의결되면 방통위는 어떻게 되나.
“업무 마비다. 당장 11월 말 MBN을 시작으로 지상파 3사, YTN, 연합뉴스TV 등에 대한 재승인 재허가 절차가 중단돼 각 방송사가 무허가 불법 방송을 하게 된다. 현재 진행 중인 네이버·구글에 대한 조사 및 과징금 처분이 중단되고,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가짜 뉴스 범람으로 인한 여론 왜곡도 막을 수 없다. 스팸을 비롯한 방송통신 사업자의 부당행위를 규제하지 못하게 돼 국민 불편이 가중되는 문제도 있다.”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징수 등 OTT 관련 현안도 많던데.
“유럽처럼 넷플릭스 같은 해외 OTT들이 어떤 형태로든 세금에 준하는 기금을 내도록 하는 게 전세계적 추세다. 공익과 관련한 규제를 받고 망 사용료도 지불하는 국내 기업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는 주장도 있다. 방송발전기금 납부를 비롯해 국내외 격차 해소 차원에서라도 법제화가 필요하다. 주권국가로서 당연히 요구해야 할 부분이다.”
-취임사엔 국내 OTT를 육성해 글로벌 미디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도 담겨 있다.
“문체부, 과기정통부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콘텐츠를 어떻게 육성하고, 글로벌 거대 미디어 자본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하고,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할 것인지 등등 할 일이 너무도 많은데 탄핵 정국에 갇혀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
-정계로 온 걸 후회하지 않나?
“수처작주(隨處作主). 새로운 광야에 가면 새로운 경지가 열린다(웃음).”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의 입’으로, ‘원조 핵관’으로 활약한 때가 전성기일까?
“나는 늘 지금 이 순간이 전성기이자 인생의 절정이라고 생각한다.”
-탄핵 정국에서도 그런가?
“민주당 덕분에 내가 지금 머리털 나고 가장 유명해졌다(웃음). MBC는 청문회 때 나와 관련된 뉴스를 6꼭지씩 보도하더라.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그게 내 인생 철학이다.”
☞이동관
1957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동아일보 도쿄특파원,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낸 뒤 2007년 이명박 대선 캠프에 합류, 청와대 대변인, 홍보수석, 언론특보를 역임했다. 윤석열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로 일하다, 지난 8월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됐다. 회곡록 ‘도전의 날들’을 펴냈다.
조선일보 김윤덕 선임기자
11-20 의원 세비도 확 줄여야 한다

김세동 논설위원
세비 1억5426만 원 세계 최고
의정지원 1억1279만 원 별도
보좌진 급여 합하면 연 8억 원
국민 평균소득 4배 넘는 고소득
절반 이상 삭감이 정치 개혁 요체
의원들이 자신 세비 결정도 문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지난 3일 ‘2호 혁신안’을 발표했을 때 언론에 따라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이나 ‘불체포특권 포기’ ‘구속 국회의원 세비 전면 박탈’ 등에 초점을 맞췄으나 개인적으로는 ‘세비 삭감’에 더 눈길이 갔다. 혁신위는 “세비와 관련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희생을 요구하기로 했다”며 “1인당 국민소득에 비해 과잉 수준으로 받고 있는 국회의원 세비를 다시 책정해야 한다”고 했는데, 정치 개혁의 요체를 제대로 짚었다.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축인 의회를 바로잡고 나아가 한국 정치를 올바른 길에 올려세우기 위해선 세비를 대폭 줄여 국회의원의 질을 높여야 한다. 올해 기준 국회의원 1명에게 지원되는 수당과 활동비(세비)는 연간 1억5426만 원이다. 여기에다 의정 활동 지원 경비로 1억1279만 원이 더 들어간다. 보좌진(4급 2명, 5급 2명, 6·7·8·9급 4명, 인턴 1명) 9명의 급여 5억3865만 원까지 합하면 의원당 8억570만 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정치는 4류인데, 의원 1인 유지비가 세계 최고로 비싸다. 사무실 운영지원, 공무출장 등 교통지원, 입법 및 정책개발 지원 비용은 별도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의원은 연간 선거자금으로 1억5000만 원, 선거가 있는 해엔 3억 원까지 후원금을 모을 수 있다. 가히 국회의원 천국이다.
사실상 급여인 의정 활동 지원비(1억1279만 원)는 논외로 하고 세비(1억5426만 원)만 놓고 보면 미국(2억2367만 원), 일본(2억1500만 원), 독일(1억7794만 원) 등에 이은 세계 9위다. 하지만 경제 규모로 따지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의원 세비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3.65배다. 비과세가 많아 세후 연봉으로 따지면 4배를 넘을 수도 있다. 2.31배인 일본, 2.28배인 미국, 2.03배인 영국보다 훨씬 높다. 덴마크(1.54), 스웨덴(1.38), 노르웨이(1.22) 등 북유럽 선진국의 의원 연봉은 GNI의 1.5배 안팎에 그친다.
이처럼 너무 많은 봉급이 한국 정치를 망치는 주범이다. 각종 특권은 차치하고 급여만으로도 일반 국민의 4배를 버는 고소득이니 한번 잡은 의원직을 절대 놓지 않으려 한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의원직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니 권력자나 당 지도부의 눈 밖에 날 바른 소리는 언감생심이고 자기 진영이나 실세를 위한 돌격대, 홍위병, 앞잡이로 나서는 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다. 선거 때마다 40∼50% 물갈이를 해도 여의도 정치판이 달라지지 않는 이유다.
북유럽 선진국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스웨덴 46.4%, 노르웨이 46.2%, 핀란드 45.5%, 덴마크 43.6% 등으로 절반에 육박하고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의 여성 비율도 40%에 달한다. 사회 투명성, 민도 등이 높아 정치가 권력이 되기 어렵고 그만큼 ‘먹을 게’ 없는 점도 있겠지만, 세비가 많지 않아 국회의원이 매력적인 직업이 못 되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 평균 수준의 급여를 받고, 권력자보다 봉사자로 일할 사람이 아니면 정치판을 찾지 않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정치가 깨끗해진다.
우리나라 의원 세비 지급의 근거가 되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은 ‘이 법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국회의원의 직무활동과 품위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실비를 보전하기 위한 수당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로 시작하는데, ‘품위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실비 보전’이라는 문구에 절로 헛웃음이 나온다.
무엇보다 국민 혈세로 지급되는 의원 보수 결정을 의원들이 한다는 데 근본 문제가 있다. 어물전을 고양이에게 맡긴 셈이다. 의원들은 나라 경제에 무슨 일이 벌어져도 자기들 세비 올리는 데엔 의기투합한다. 철천지원수처럼 머리 터지게 싸우다가도 세비 인상 땐 사이가 좋다. 세비 관련 결정은 국회의원의 손길이 닿지 않는 독립기구에 맡겨야 한다. 세비를 국민 평균 소득의 1.5배 정도로 고정해 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평소라면 세비 삭감이 어림도 없겠지만, 국회의원 선거를 4개월여 남겨 놓고 있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총선 승리에 사활을 걸고 있는 여야 지도부에 세비 절반 또는 3분의 2 삭감을 공약으로 제시하길 권한다. 여론조사를 해보나 마나 이 공약 하나로 압도적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다.
문화일보
11-20 또 고개 드는 ‘연동형 사기극’ 정치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위성정당 만든 엉터리 선거법
근간 유지 전제로 온갖 움직임
조국 송영길 이준석 창당 모색
전국 3%이상 득표 미지수지만
비법률적 명예회복 발상 황당
야바위 선거법 편승 꼭 막아야
요즘 정가의 최대 관심사는 새 정당 출현이다. 과거 총선 때보다 훨씬 다양한 창당 시나리오들이 나돌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비명계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창당을 통해 총선에 참여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창당의 성공 여부는 선거 결과로 결정된다. 그런데 선거 결과는 기본적으로 유권자의 지지 정도에 달렸지만, 아울러 선거제도에 따라 큰 영향을 받기도 한다. 선거구마다 최다 득표자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와 달리 전체 의석 배분이 병립형이냐, 연동형이냐에 따라 각 정당이 확보하는 의석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 제21대 총선에서 의석 배분이 병립형에서 연동형으로 바뀌었다. 연동형에서는 비례대표 선거에서 각 정당이 득표한 비율을 기준으로 정당들에 할당되는 총의석수가 우선 결정된다. 각 정당이 지역에서 획득한 의석수를 제외한 나머지 의석을 비례대표로 채워 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한 정당이 비례대표 선거의 지지율에 따라 50석 의석 확보가 결정됐는데, 지역구 45곳에서 승리했다면 나머지 5석은 비례대표 의석을 할당받아 총 50석을 갖게 된다. 만일 55곳에서 이겼다면 이미 50석을 넘었기 때문에 비례대표 의석 할당은 없다.
간단히 말해서 정당이 확보한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의 합이 애초 비례대표 선거에서 결정된 총의석수에 일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위에서 예를 든 정당이 극단적으로 지역구 선거에서 단 하나의 의석도 얻지 못했다면 50석 할당이 모두 비례대표 몫에서 이뤄진다.
지난 총선에서는 이 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거대 양당은 비례대표를 공천하지 않았다. 대신에 위성정당을 만들고 이 정당은 지역구 공천을 한 명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유권자들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거대 정당과 연결된 위성정당을 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 정당들은 지역구 의석이 없으니 비례대표를 통해 의석을 최대한 얻을 수 있었다. 선거가 끝난 후 위성정당은 합당했다. 거대 정당들은 선거공학적 측면에서 의석 극대화를 이뤘지만, 제도의 원래 목적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국민의 심한 질타를 받았다.
연동형의 의석 배분 방식을 도입한 것은 병립형보다 소수 집단을 대표하는 군소 정당이 의석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소선거구제 대표 선출 방식으로는 다분화한 사회에서 다양한 소수 집단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전국 또는 권역별 정당 지지율에 기반해 전체 의석을 배분한다면, 군소 정당은 지역구 한 곳에서도 최다 득표자를 내지 못해도 할당된 의석을 모두 비례대표로 채울 수 있다.
선거법을 개정하면 내년 총선에서는 지난번과 같은 위성정당 전략은 금지될 것이다. 하지만 창당을 도모하는 정치인들 중 연동형에 따른 의석 획득을 기대하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송 전 대표는 민주당의 위성정당 격인 자매정당 창당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조 전 장관도 창당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신당을 만들어 본인들을 비례대표 2번에 배정하고 비례대표 봉쇄 조항인 3% 이상의 득표를 하면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될 것으로 계산하는 듯하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잖다. 지난 총선과 달리 민주당이 비례대표를 공천하게 되면 위성정당에 대한 지지가 높을 수 없다. 연동형 아래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송 전 대표나 조 전 장관의 신당에 투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비례대표 선거 결과가 전체 의석수를 결정하므로 신당에 대한 투표는 민주당 의석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당이 비례대표 선거에서 3%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다면 의석을 할당받지 못하고 그 지지는 사표가 되고 만다. 이런 상황은 민주당의 의석 감소만 초래할 뿐이다. 신당에 우호적인 유권자라도 3% 득표를 확신하지 못한다면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하게 된다.
총선은 정치인 개인의 비법률적 명예 회복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또한, 사법적 처리를 대비하는 보호 장치도 아니다. 그런데도 기어이 국민의 판단을 받아 보려고 한다면 창당을 통해 연동형 선거제도에 편승할 게 아니라, 본인이 자신 있는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방안을 권한다.
문화일보
11-20 2030은 모르겠고 표는 얻고 싶은 민주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2030 겨냥한 민주당 현수막 논란
내부서도 “최악” “시대착오” 비판
더불어민주당이 23일 공개될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한 ‘티저’용으로 준비했다가 논란이 된 현수막 문안이다. 17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도 보고됐고, 각 시도 당 위원회 등에도 관련 공문이 내려갔다고 한다.
민주당 설명에 따르면 이 캠페인은 ‘개인성과 다양성에 가치를 두는 2030세대’를 주로 겨냥한 것으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가 ‘나에게 쓸모 있는 민주당’으로 변화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즉 내년 총선을 앞두고 2030 청년세대의 호감을 사기 위해 마련한 전략적 캠페인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민주당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이 현수막은 당내에서조차 청년세대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파동’이라는 이름을 가진 민주당 내 ‘청년당원 의견그룹’이 17일 “근래 민주당의 메시지 가운데 최악, 저질”이라는 격한 논평을 냈을 정도다. 같은 날 당직자와 보좌진들이 모인 당 홍보국 단체대화방에도 “문구가 너무 시대착오적”이라는 등의 비판이 줄을 이었다.
파문이 커지자 민주당은 19일 뒤늦게 홍보 문구를 교체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문안은 업체가 준비한 시안”이라며 “당이 개입한 사안은 아니다”라는 해명을 내놨다. 최고위원회의에 보고되고 시도 당 위원회에 공문까지 내려갔는데, 해명치곤 구차스럽다.
민주당이 청년과 관련된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는 민주당 후보였던 박영선 전 의원이 낮은 20대 지지율에 대한 설명으로 “20대 같은 경우는 아직까지 과거의 역사에 대해 30, 40대나 50대보다는 경험한 경험 수치가 좀 낮지 않냐”고 말한 것이 논란이 됐다. 이에 앞서 20대 남성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지지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던 2019년에는 설훈 의원과 홍익표 의원의 ‘민주화 교육 부족’, ‘반공 교육’ 발언이 문제가 됐다.
그래도 이전까지는 개인 차원에서 나온 실언의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이번 현수막 게시는 개인이 아닌 당 차원에서 진행된 일이라는 점에서 좀 더 심각하다. 청년당원들 모임인 ‘파동’이 “지금까지 우리 정치사에서 어느 정당이 당의 이름을 내걸고 한 세대를 조롱한 적이 있던가”라고 개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이번 현수막은 내용 면에서도 종전 발언들에 비해 문제의 정도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우선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라는 문구 속에 상정된 청년들의 초상(肖像)은 정치가 만들어 나가는 국가와 공동체의 운명이나 미래에는 무관심하면서, 자신의 삶만 나아지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모습이다.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라는 문구 속에 비치는 청년들의 초상도,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좋은 결과나 요행을 바라는 일그러진 모습이다. 왜곡도 이런 왜곡이 없다.
지금의 2030은 과거 어느 세대보다 공정의 가치를 중시하는 세대다. 불이익도 참지 않지만, 나만의 특혜도 바라지 않는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나만의 요행이 아닌 누구에게나 부여되는 공정한 기회다. 성향이 다르다고 해서 이런 청년들을 모독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물론 민주당이 일부러 청년세대를 비하하기 위해 이런 현수막을 내걸려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정치나 경제를 모르는 사람도 잘 살고, 돈 많이 벌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정당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치에 관심을 갖고, 알고, 고민하고, 참여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포기하거나 양도할 수 없는 주권자의 소중한 권리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청년들이 진정으로 자신을 위하는 정책과, 당장은 입에 달지만 결국 ‘나랏빚’으로 쌓여 언젠가 자신의 부담으로 돌아올 싸구려 ‘포퓰리즘’ 정책을 구별해 내려면 경제를 몰라서는 안 된다. ‘정치나 경제를 몰라도 괜찮다’는 건 당당한 주인이기를 포기하고 포퓰리즘의 제물이 되라는 이야기다. 기회만 있으면 ‘참여’를 말하는 정당이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앞서 ‘파동’의 논평문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청년세대의 신뢰를 얻고자 한다면, 어설픈 ‘현수막 마케팅’이 아니라 제대로 된 ‘민생 정책’을 선보이기 바란다.”
‘2030은 모르겠고 표는 얻고 싶다’는 식의 민주당 기성세대가 두고두고 곱씹어야 할 말이다.
천광암 논설주간 iam@donga.com
11.20 민주, 원전 예산 모조리 잘랐다...1900억 삭감 단독 의결
산자중기위 전체회의에서 단독 의결
文정부 추진한 SMR 예산도 전액 삭감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가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열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원전 분야 예산 1900억원을 삭감한 내년도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안을 의결했다../연합뉴스
내년 원전 예산이 국회에서 대폭 삭감됐다. 원전 생태계 복원에 나선 윤석열 정부의 정책 집행에 차질이 예상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원전 분야 예산 1900억원을 삭감한 내년도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채 열린 이날 전체 회의에서 민주당은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 개발 사업 333억원을 예상대로 전액 삭감했다. i-SMR 예산은 문재인 정부에서 계획해 올해부터 시작한 사업이지만, 정작 내년부터 본격적인 R&D(연구·개발) 착수를 앞두고 관련 예산은 모조리 삭감됐다.
이 밖에도 지난 정부에서 수주 가뭄에 시달렸던 원자력 생태계 지원을 위한 예산 1112억원, 원전 해외 수출을 위한 기반 구축과 수출보증 등에 쓰일 예산도 각각 69억원과 250억원이 잘렸다. 원전 등 무탄소 에너지 확산을 위한 CF(무탄소) 연합 관련 예산 6억원도 통과되지 못했고, SMR 제작지원센터 구축을 위한 1억원도 삭감되면서 원전 분야 총 삭감액은 1889억원에 달했다. 원전 예산 가운데 ‘탈원전’ 성격이 강한 원전 해체 R&D 사업은 256억원이 증액된 채 통과됐다.
반면 신재생에너지금융지원(2302억원), 신재생에너지보급지원(1620억원) 등 신재생 관련 예산은 대거 정부안에서 증액된 채 상임위를 통과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탈원전 폐기와 원전 생태계 회복 등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죄다 막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조재희 기자
11.21 원전 수출 예산까지 자른 민주당 “탈원전 회귀” 선언하라
20일 국회 산자위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내년도 원전 관련 예산 1820억원을 삭감해 의결했다. 원자력 생태계 지원을 위한 예산 1112억원, 혁신형 소형 모듈 원자로(i-SMR) 기술 개발 사업 332억원은 물론 원전 수출을 위한 수출 보증에 쓸 예산 250억원까지 삭감했다. 원전 해체 관련 예산 정도만 남기고 모조리 잘랐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신재생 에너지 관련 예산은 대폭 증액해 3900억원을 통과시켰다. 아무리 야당이라도 정도가 있다. 이 정도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폐기시키고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복구하겠다는 것이다. 국정이 아니라 의석 수를 무기로 감정적 복수를 하는 것 같다.
탈원전은 문 정부의 수많은 정책 실패 중에서도 대표적 사례다. 국민과 나라의 미래에 말할 수 없는 피해를 남겼다. 문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7000억원을 들여 거의 새로 만든 원전을 경제성 평가를 조작해 폐쇄해 버렸다. 그리고 고비용·저효율의 신재생 에너지 보급에만 매달렸다. 원전 감소분을 단가가 비싼 LNG 발전으로 대체하는 바람에 한전의 부담이 가중됐다. 한전은 30조원 적자 덩어리로 전락해 지금은 이자 낼 돈 빌리기도 어렵다고 한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YONHAP PHOTO-3256> 여당 의원들 없는 국회 산자위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가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열리고 있다. 2023.11.20
xyz@yna.co.kr/2023-11-20 14:39:25/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탈원전은 세계적 조류와도 정반대다. 각국은 지금 ‘원전 적극 수용’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탄소 중립이 절박한 과제인 데다 우크라이나·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은 어떤 전력 생산 방식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고, 한번 연료를 채우면 2년을 가동할 수 있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최적이다. 유럽과 미국은 원전을 친환경 무탄소 에너지로 인정했다. 일본도 원전 수명 규제를 없애 60년 이상 활용을 극대화하기로 정책을 선회했다. 반면 탈원전을 고집했던 독일 정부는 “메르켈 정부 16년의 에너지 정책은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에너지 정책은 ‘100년 대계’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이루고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된 데는 안정적 에너지 공급원이 됐던 원전 덕이 크다. 원전은 수출을 통해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줄 성장 동력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정권을 내준 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중 하나가 이 탈원전 문제일 것이다. 정부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탈원전 정책 폐기 및 원전 생태계 회복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정권을 잃고도 실패한 정책을 고집하겠다고 한다. 아직 국회 예결위와 본회의 심사가 남아 있다. 민주당은 이런 행동이 나라는 물론이고 당 차원에서도 이득인지 생각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21 4월 총선 대차대조표
국힘 패배하면 尹정부 기능 상실
‘선장 없는 나라’ 혼란 피하려면
임기 상관없이 결단해야 할 것
민주당이 승리하면
정치는 이재명 시계대로
대선 재도전으로 이어질 것
국회의원 뽑는 선거로 보이지만
결국은 尹·李 신임투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일대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하고 있다 2023.11.11./뉴시스
내년 4월 10일 총선거는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중간평가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신임투표다. 국회의 과반수를 국민의힘이 가져가면 윤 정권은 2년 만에 비로소 실질상의 정권교체를 달성하는 것이고 민주당이 이기면 ‘윤 정권’은 더 이상 기능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존재하기조차 힘들게 된다. 그리고 정치는 이재명의 시계대로 흘러간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총선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대결이라는 형식을 빌린 윤석열 대(對) 이재명의 재(再)대결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쪽이 이기면 다른 쪽이 망하는 승자 독식, 패자 독박의 시소게임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는 윤석열과 이재명의 운명만 걸려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미래가 걸려 있는 것만도 아니다. 국회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는 말할 것도 없이 의미가 없다. 관건은 대한민국의 진로다. 한국의 체제관(體制觀)-가치관-세계관의 대립이다. 어떤 체제·가치·세계관을 가진 사람과 집단이 다수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미래의 지평과 지형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총선의 결과에 따른 정치적 대차대조표(貸借對照表)를 그려보는 것도 선거에 임하는 유권자들의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국민의힘이 국회의 과반을 얻게 되면 윤 정부는 일단 안정을 확보하고 나라를 이끌어가는 동력을 얻게 된다. ‘초보 대통령’으로서의 미숙함, 리더십 훈련의 부재(不在), 인적 자원의 제한성 등이 여전히 윤 정부의 과제로 남겠지만 일단 거부권 행사로 근근이 유지해온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 운영의 큰 걸림돌이었던 소수 정권의 불구성(不具性)에서 벗어날 수 있어 국정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기대된다.
국힘이 선거에서 패배하면 윤 대통령의 정부는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다. 국민의 과반이 대통령을 불신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임기 안에 또다른 선거는 없다. 그래서 마지막 평가다. 더욱이 기고만장한 좌파 세력의 폭주 앞에서 대통령은 촌각도 살아남을 수 없다. 레임덕이 문제가 아니다. 임기와 상관없이 물러나는 것만이 ‘선장(船長) 없는 나라’의 혼란과 참담함을 면하게 하는 길이다.
지금도 민주당은 당선된 지 2년도 안 되는 대통령을 퇴진하라고 흔들어대고 일부는 탄핵하겠다고 난리인데 총선에서 승리하면 민주당에 더해 온갖 좌파단체와 세력들의 퇴진과 탄핵 요구는 강도가 더 높아질 것이고 정국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 뻔하다. 가히 무정부 상태를 연상할 수 있다. 윤 대통령에게 애국심이 있다면 임기를 구실로 이런 난국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또다시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민주당의 승리는 이재명씨의 득세와 독주로 이어진다. 엄청난 사법 리스크 속에서도 당을 이끌어 승리를 이끌어냈으니 그의 정치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이제 이 대표의 유일(唯一)체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대표에 대한 사법적 추궁은 속도를 낼 수 없고 결국 그에 대한 재판은 ‘야당 탄압’의 아우성에 묻히게 마련이다. 그것은 곧 이 대표의 대권 재도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그동안 물 밑에서 거론되던 민주당 내의 탈(脫)운동권, 탈(脫)친북세력화 움직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이것을 뒤집어 말하면 민주당의 패배는 역설적으로 민주당이 정통 진보·좌파 정당으로 복귀하는 계기를 마련했을 수도 있다. 이재명 체제의 붕괴, 운동권 세력의 퇴진, 친북노선의 수정을 통해 우리 정계에 건전한 정당 정치를 되살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거듭 말하지만 이번 총선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이면서 동시에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점에서 대통령에 대한 신임투표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국민 각자는 우리 지역의 대표로 어느 사람이 더 적절한가를 판가름하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윤 정부가 더 지속되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여기서 윤 정부의 존재 가치는 끝났다고 보는지, 그 대안으로 이재명 체제가 더 바람직하다고 보는지를 우선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내가 던지는 한 표가 대통령과 정부와 여야의 향배를 통해 나라의 내일을 결정한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 한 표의 날이 정확히 4개월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
11.21 대통령 탄핵 발의가 총선 승리 전략? 이성 잃은 민주 강경파
‘처럼회’ 김용민·민형배 “반윤 연대 위해 150석 발의”
당 지도부, 오만한 행태 방치 땐 중도층 역풍 각오를
더불어민주당 강경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하자고 공개 주장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 명분이란 게 ‘반윤 연대’를 꾸려 내년 총선에서 이기자는 전략적 차원이라니 한참이나 도를 넘었다. 그제 민형배 의원의 광주 북콘서트에서 김용민 의원은 “민주당이 윤석열 탄핵 발의를 해놓아야 반윤 연대가 명확해진다”고 말했다. 민 의원도 민주당이 150명으로 탄핵 발의를 해놓자고 맞장구를 쳤다.
이들의 주장이 어처구니없는 이유는 긴 설명이 필요없다. 대통령 탄핵은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에만 가능하다. 요건도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까다롭다. 이제 취임 1년6개월 된 윤 대통령에게 명백한 탄핵 사유가 없는데도 이런 주장을 꺼낸 것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정치적 겁박일 뿐이다. 이 두 의원은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겪었던 국가적 갈등과 혼란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가. 노 전 대통령 탄핵을 무리하게 추진한 세력이 총선에서 참패한 역풍도 모르는 건가.
두 의원은 당내 강성 초선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밀어붙인 주축이었다. 민심 이반에 따른 대선 패배와 정권 교체를 자초한 당사자가 그들이다. 김 의원은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윤 대통령에게 “이제 그만두셔야죠”라고 말해 ‘인성’ 논란까지 불렀다. 민 의원은 검수완박 입법을 강행하려고 ‘꼼수 탈당’했다가 은근슬쩍 복당한 뒤 ‘한동훈 같은 ××들’ 식의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 정치 발전에 하등의 도움이 안 되는 행태뿐이다.
‘탄핵 중독증’에 걸린 민주당의 일부 세력은 총선에서 ‘반윤 연대’를 내걸고 200석을 넘길 경우 여차하면 대통령 탄핵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듯하다. 민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통화했더니 ‘검찰독재종식정치연대’란 표현을 쓰더라”고 전했다. 조 전 장관은 대통령의 당무 개입이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지시·공모가 확인되면 임기 내에도 탄핵 사유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선거의 키를 쥔 중도층이 과연 이 황당한 ‘조국의 주장’에 호응할 것 같은가. 자중과 반성의 여생을 보내야 할 이가 조국 전 장관이다.
과반 힘 자랑하다 대형 선거에서 세 번 연패했던 민주당 지도부가 이들의 이성 잃은 오만을 방치한다면 지난 강서구의 승리는 일장춘몽에 그칠 것이다. 처럼회에는 코인 논란에 탈당한 김남국 의원, 징역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잃은 최강욱 전 의원 등이 소속됐었다. 민주당에 가장 큰 해악인 세력은 무모한 당내 강경파들이다. 그러니 국회의원 소환제를 도입하자는 여론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앙일보 사설
11-21 민주당 ‘원전 예산 난도질’ 미래 쪽박 깨는 매국 행위다
원자력 기술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의 중요한 성장동력 및 먹거리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세계 최고 기술력과 시공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앞세워 내년도 원전 관련 예산을 난도질했다. 윤석열 정부 발목잡기 차원을 넘어 국익 파괴 행태가 가위 매국(賣國)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문 정부에서 추진했던 원전 관련 예산도 삭감했다니 더욱 어이없다. 최종적으로 어떻게 조정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상임위 차원의 행태만으로도 세계 시장에서 한국 원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안을 조장하고 원전 수주도 훼방하는 일이다.
민주당은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원전 관련 예산 1820억 원을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원자력 생태계 지원 1112억 원, 소형 모듈 원자로(SMR) 연구·개발 사업 332억 원, 원전 수출 보증 250억 원 등 전 분야에 걸친 삭감이 이뤄졌다. SMR은 문 정부 때 추진을 결정했고,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이었다. 이재정 산자위원장도 우크라이나 인사를 만나 “한국은 SMR 기술 개발에 매진 중이다. 우크라이나에 접목할 수 있다면 양국 모두에 이익”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삭감 예산안이 확정되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SMR 연구·개발 사업은 멈추게 된다. 2028년까지 총 3992억 원을 투입하기로 한 국책 사업이 표류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윤 대통령의 중동 순방 때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담수화 플랜트에 SMR을 적용하기로 MOU를 체결했다. 원전 수출 지원을 위한 중소·중견 기업 대상의 수출 보증보험 발급 예산도 전액 삭감됐으니 관련 업계 타격이 우려된다. 체코, 폴란드, 영국, 루마니아에서 원전 수출을 추진 중인데, 한국의 원전 정책이 오락가락 불안하다는 인식이 퍼지면 해외 수주는 보나마나 빨간불이다.
반면 민주당은 한시바삐 폐교해야 할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 예산은 127억 원 늘렸다. 국회의원은 취임 때 국민 앞에 ‘국익 우선’을 선서한다. 민주당의 원전 예산 삭감은 국회와 국회의원 존재 이유도 짓밟는 일이다.
문화일보 사설
11-21 “암컷이 설친다” 野 행사 막말과 끝없는 여성 모독 행태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면서 “암컷이 나와서 설친다”고 했다. 검수완박 법안 처리 때 위장 탈당한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구을)의 지난 19일 출판기념 행사에서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는 건 잘 없다”면서 “암컷을 비하하는 말이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되풀이해 주장했다.
김건희 여사를 빗댄 말로 받아들여졌고, 동석한 강기정 광주시장과 민주당 의원들은 박장대소했다. 사실 여부에서도 따져볼 부분이 많지만, 그전에 김 여사는 물론 여성 전체에 대한 모독도 된다. 암컷은 인간이 아닌 동물의 ‘새끼 배는 쪽’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 “공화국도 아닌 동물의 왕국”이라고 했다. 오죽하면 사회자가 “술도 안 드시는데 이렇게 과격한 말씀”이라고 했을까. 그런데도 최 전 의원은 “할 줄 아는 게 술 먹는 것뿐인 놈보다 훨씬 낫다”는 막말도 쏟아냈다.
그러잖아도 최 전 의원은 여성 보좌진이 있는 데서 이른바 ‘짤짤이’ 발언을 해 중앙당윤리심판원에서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도 받고 재심을 신청한 바 있다. 북콘서트에서 그런 발언을 할 정도이면 성인지 감수성은 말할 것도 없고 ‘인간 말종’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11.22 이번엔 “암컷” 막말, 이 당이 200석 얻어 대통령도 탄핵한다니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며 “암컷이 나와 설친다”고 했다. 지난 19일 같은 당 민형배 의원의 북콘서트에서 윤 정부를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비유하면서 “동물농장에서도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없다”고 한 것이다. ‘암컷’은 김건희 여사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싫어하는 사람이라 해도 써서는 안 될 말이 있다. ‘암컷’은 여성 전체에 대한 모욕이다.
최 전 의원은 여성 보좌진이 있는 자리에서 이른바 ‘짤짤이’ 거짓말을 해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았고,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가 인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이런 사람이 자중은커녕 여성 혐오 발언을 쏟아냈는데도 북콘서트 현장에 있던 민주당 인사들은 박장대소했다고 한다. 여성 의원들도 있었지만 아무도 문제 제기하지 않았다. ‘인권’과 ‘젠더 감수성’을 입버릇처럼 강조하지만 자기편의 허물엔 눈을 감는다.

▲지난 19일 광주에서 열린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북콘서트에 참석한 민주당 '처럼회' 출신 전·현직 의원들. 왼쪽부터 최강욱 전 의원, 김용민·민형배 의원./유튜브 ‘나두잼TV’
암컷 발언은 대통령 탄핵 주장으로 이어졌다. 김용민 의원이 “반윤 연대를 형성할 수 있는 행동을 민주당이 먼저 보여야 한다. 그 행동이 윤석열 탄핵 발의”라고 하자 민 의원이 “굉장히 설득력 있는 얘기”라고 했다. 최 전 의원도 “반윤석열, 반검찰 전선을 확보해야 한다”며 거들었다. 민 의원은 ‘위장 탈당’이라는 희대의 꼼수로 민주주의 절차를 훼손하고 국회를 농락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쓴 ‘탈당의 정치’란 책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암컷’ ‘탄핵’ 얘기가 난무했다. 북콘서트 무대에 오른 세 민주당 전·현직 의원은 모두 친이재명계 모임 ‘처럼회’ 소속이다.
송영길 전 대표도 어제 라디오에 나와 “나라가 더 이상 망가지기 전에 200석을 만들어 윤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얼마 전엔 한동훈 법무장관 탄핵을 주장하며 ‘건방진 ×’ ‘어린×’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최근 청년용 현수막이라며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살고 싶어’ 등을 제작하려다 반발을 자초했다.
민주당은 이미 국무위원의 3분의 1 가까운 사람들에게 탄핵 위협을 하고 실제 한 사람을 억지 탄핵 소추했다. 취임 석 달도 안 된 방통위원장, 이재명 대표를 수사하는 검사도 탄핵한다고 한다. 실제 탄핵 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총선 때까지 이들이 일을 못 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폭주한다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
조선일보 사설
11.22 “미래 짧은 분” “어린놈” “암컷”… 비하 3종 세트
野, 노인·청년·여성 비하 파문
더불어민주당이 노인·청년·여성 ‘3종 비하’ 파문에 휩싸였다. 지난 총선(4400만명) 기준, 50~60대 남성(약 750만명)을 제외하면 대다수를 차지하는 광범위한 유권자 집단을 비하하는 발언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은 지난 7월 “왜 미래가 짧은 분(노인)들이 젊은이와 똑같이 1대1 표결을 하느냐”는 발언으로 노인 폄하 논란을 일으켰다. 송영길(60) 전 대표는 최근 한동훈(50) 법무부 장관에게 “어린놈” “건방진 놈”이라고 했고, 민주당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살고 싶어’ 같은 현수막을 내걸려다가 청년 비하 파동을 야기했다.

▲그래픽=백형선
이런 가운데 친명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 출신 최강욱(55) 전 의원이 “암컷이 설쳐” 발언을 한 것이다. 민주당 안팎에선 ‘비하의 트리플 크라운, 화룡점정을 찍었다’ ‘최강욱이 기어이 홈런을 쳤다’는 탄식이 나왔다. 최 전 의원은 지난 19일 광주(光州)에서 열린 민형배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사회자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언급하자 “동물농장에도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며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와 그의 모친을 언급하며 “짐승들”이라고도 했다.
처럼회 소속 민형배·김용민 의원은 암컷 발언에 함께 웃었다. 민주당 소속 송갑석·조오섭·윤영덕·강민정 의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 등도 행사에 참석했다. 여성 의원들은 문제 발언에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조승현 국민소통위원회 수석상임부위원장은 21일 본지 통화에서 “암컷 발언은 제가 봤을 때 김건희 여사를 뜻한 것”이라며 “부적절하고 불편한 발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암컷’ 발언에 침묵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국민에게 실망과 큰 상처를 주는 매우 잘못된 발언”이라며 최 전 의원에게 ‘엄중 경고’했다. 강선우 대변인도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비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은 과거 최 전 의원의 ‘짤짤이’ 발언을 거론하며 “이번에도 계속된 최 전 의원의 막말과 현장에서 누구도 제지하지 못했던 의원들의 모습은 우리 당의 도덕성 상실과 성 인지 감수성의 후퇴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했다.
그러나 강경 지지층은 오히려 최 전 의원을 감쌌다. 친명 유튜브(구독자 48만명) ‘박시영TV’를 운영하는 박시영(55)씨는 “최강욱의 ‘암컷 나와 설쳐’가 김건희를 특정해서 한 말인데 뭐가 문제?”라고 했다. 민주당의 각종 비하 발언이 계속되는 배경으로는 86 운동권의 남성 중심주의, 선악(善惡) 이분법 세계관이 거론된다. 야당 관계자는 “5060 남성이 주류인 이 집단이 여전히 진리를 독점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이런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여성 의원 전원은 이날 최 전 의원의 정계 퇴출, 암컷 발언 동조자 전원 출당을 요구했다. 김기현 대표는 “혐오와 분열의 삼류 정치”라고 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우리 여성들은 모두 암컷으로밖에 보이지 않는가. 우리 여성은 남성과 똑같은 존엄한 인간”이라고 했다. 이 단체는 최 전 의원이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여성계까지 반발하자 이재명 대표는 이날 저녁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경고 대상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고,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사과 표현도 없었다. 한 비명계 인사는 “자신의 강성 지지 세력인 ‘처럼회’에서 문제가 터지자, 경고하는 시늉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11-22 진중권, 최강욱 ‘암컷’ 발언 “형수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 한 분 대표로 모신 당이어서 그런가”
"폭언을 하는 의원과 폭력을 쓰는 개딸 집단만 남아"
진중권 작가는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정부는 암컷이 설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관련해 "형수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한 분을 대표로 모신 당이어서 그런가"라며 비꼬았다.
진 작가는 21일 저녁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최근 민주당 의원들 입이 매우 거칠어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무위원을 향해 놈, 자식 등 막말을 퍼붓더니 급기야 암컷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면서 "김대중, 노무현의 민주당은 어디로 가고, 그 자리에 폭언을 하는 의원과 폭력을 쓰는 개딸의 집단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누구 말대로 이제는 고쳐 쓰기도 힘든 당이 됐나 보다"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라고 했다.
최 전 의원은 지난 19일 광주 북구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열린 민형배 민주당 의원의 책 ‘탈당의 정치’ 출판 기념회에서 "동물농장에도 보면 그렇게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거는 잘 없다"고 말했다.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인용해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자 나온 발언이다. 그는 "암컷을 비하하는 말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국민의 공복(公僕)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진 작가는 "이 분(최 전 의원)이 실성을 했는지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이런 말을 하면 원만한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강성 지지층의 분위기 속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건데 비단 지금 이거뿐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이 한동훈 장관을 향해서 놈이니 자식이니 이런 막말들을 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진 작가는 ‘청년 비하’ 논란에 휩싸인 당 현수막 문구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정치는 몰라도 잘 살고 싶다, 경제는 몰라도 돈은 많고 싶다’. 이건 20·30을 모른다는 얘기"라며 "민주당도 한 때는 젊었지만 이제 그들도 늙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늙은 사람들이 젊은 애들 탓할 때 하는 얘기"라고 했다.
진 작가는 "20·30은 무주공산이고, 여기를 누가 장악하는가(가 총선의 키포인트)인데 20·30을 내치는 발언에다 이번에 암컷 발언했다"면서 "대선 때도 그나마 20·30에서 균형을 잡아준 게 누구 표였나. 여성들 표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거기다가 암컷이라고 얘기해 버리면 그 표마저도 날려버리겠다라는 건데 이래서 어떻게 선거를 치르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문화일보 조성진 기자
11.23 피의자 당선시켜 면죄부 주는 ‘선거판 법정’
범죄 혐의자가 제 편 많은 지역 출마해 당선된 뒤
‘국민이 무죄 선고했다’ 선언할 수 있는 구조
유권자가 배심원 돼 내 편에 무죄 내리는 한미의 선거 정치
지금 한국과 미국 정치에서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가 범죄 혐의자들이 선거로 면죄부를 받겠다고 나서는 일이다. 조국 전 장관이 총선 출마 질문에 대해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 회복 길을 찾아 나서겠다”고 한 것은 한 사례일 뿐이다. 각종 비리로 1심에서 징역 2년 유죄를 선고받은 조씨는 2심에서 무죄가 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래서 내년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되는 것으로 정치적 면죄부를 받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당선되면 “국민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할 것이다.
조씨 생각은 특이한 것이 아니다. 민주당에는 이미 이런 전례가 적지 않다. 이재명 대표는 한국 정치인으로는 가장 많은 불법 혐의를 받고 있는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자 사실상 수사가 중단됐다. 대선에서 패했지만 바로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당대표 선거에 당선되면서 그 많은 수사를 다 피해가고 있다. 20명 가까운 종범들이 구속됐는데 ‘주범’ 격인 그만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 대표가 국회의원과 당대표 선거에서 패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4년 전 총선은 ‘선거로 피의자들 면죄부 주기’가 성행했던 선거였다. 희대의 선거 공작이라는 청와대 울산 선거 개입의 핵심 피의자인 황운하씨가 민주당 공천을 받고 ‘당당히’ 당선됐다. 그러자 4년이 돼가는 아직까지 1심도 끝나지 않는다. 일반인이면 어떻게 이런 대접을 받겠나. 4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조국 아들의 인턴 증명서를 허위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는데 ‘당당히’ 당선됐다. 그도 최근에야 유죄가 확정됐지만 4년 의원 임기를 거의 채웠다. 선거로 면죄부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4년 전 총선이나 내년 총선이나 유권자들은 같은 사람들이다. 선거로 면죄부를 준 사람들이 또 투표한다.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선거로 면죄부를 받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송 전 대표가 지금은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가 된 원래 자신의 지역구에 다시 공천을 받아 나간다면 거의 당선될 것이다. 그러면 ‘국민이 나에게는 무죄를, 현 정권에는 유죄를 선고했다’고 할 것이다.
핼러윈 참사 문제를 논의하는 국회 회의장에서 코인 거래를 한 김남국 의원도 다시 출마할 수 있다. 코인에 대한 법률 미비로 김 의원에 대한 수사는 진척이 없다. 김 의원의 코인 거래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지만 수사가 안 되고 법 개정도 안 되는 상태에서 출마 못 할 이유가 없다. 그도 원지역구에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나는 지금도 무죄이고 그때도 무죄였다’고 할 것이다.
지금 양쪽으로 갈라진 한국 유권자들은 사실상 패싸움 수준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편이면 무슨 일을 해도 눈감고, 남의 편이면 작은 일에도 불을 켠다. 선과 악, 진짜와 가짜, 옳은 것과 틀린 것 등 거의 모든 판단의 기준이 ‘편’이다. 어느 지역에 어느 쪽 편이 많이 산다는 것은 국민 상식처럼 돼 있다. 범죄 혐의자가 자기편이 많이 사는 동네에 출마해 당선된 뒤 ‘국민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선언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극단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위안부 할머니들 돈을 횡령한 혐의로 2심 유죄판결을 받은 윤미향 의원도 자기편이 많이 사는 지역에 공천만 받으면 얼마든지 당선될 수 있다.
‘선거로 면죄부 받기’는 1년 뒤 미국 대선과 3년 뒤 한국 대선에서 주요 이슈로 부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와 관련해 중요한 판결이 최근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주 연방법원은 ‘트럼프가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을 선동해 반란에 가담했지만, 트럼프의 대선 출마를 막을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미국 헌법 14조 3항은 ‘헌법 수호를 맹세한 공직자가 반란에 가담하면 다시 공직을 맡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콜로라도 법원은 이 ‘공직자’에 대통령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미국에선 대통령이 국가 반란에 가담해도 다시 출마해 당선될 수 있다. 이런 기조에 따르면 트럼프는 사기 등 다른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지만 대선 출마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당선=모든 범죄 면죄부’가 될 것도 분명하다.
한국의 이재명 대표는 트럼프보다 조건이 더 좋다. 트럼프의 ‘반란’ 혐의를 인정한 미국 판사처럼 ‘간 큰’ 판사는 한국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이 대표와 민주당이 승리하면 이 대표의 각종 혐의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도 다음 대선 전까지 내려지지 않을 것이다. 이 대표의 대선 출마 길을 막아 그에 따른 정치적 비난을 견딜 대법관들도 거의 없을 것 같다. 선거로 범죄 혐의에 면죄부를 주는 데엔 판사들도 공조하고 있다.
배임을 저질러 주민에게 수천억 손해를 입히고, 북한에 불법 송금을 하고, 선거에서 거짓말을 하고, 위증을 시키는 등의 불법 혐의는 이제 두 종류의 재판을 받는다. 하나는 진짜 법정이고 다른 하나는 선거판 법정이다. ‘선거판 법정’에선 유권자들이 배심원이 돼 ‘내 편엔 무죄, 네 편엔 유죄’를 내린다. 선거판 무죄 선고가 법정의 유죄 선고보다 빠르고 위력적인 것이 한국과 미국의 선거 정치다.
조선일보 양상훈 기자
11.23 민주당, 저질 막말 정치인 단호하게 퇴출시켜야
“암컷 설쳐” 최강욱, 여론 끓자 당원정지 6개월
솜방망이 처벌로는 습관적 막말 근절 어려워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의 잇따른 거친 언사가 도를 넘어섰다. 노인과 청년 비하를 넘어 여성을 혐오하고 국민 전체를 깔보는 안하무인의 수준으로까지 치달았다. 허영 의원은 그제 선거제도 개편 회의 후 기자들 앞에서 ‘국민들은 준연동형 비례제 산식(계산법)을 알 필요가 없다. 국민들이 그걸 알고 투표하느냐’는 말을 했다. 유권자를 얼마나 우습게 알았으면 이런 무시 발언이 나왔을까. 귀를 의심케 한다. 국민 위에 군림하겠다는, 특권의식에 찌들어 있음을 고백한 것과 다름없다. 현행 선거법의 핵심인 준연동형 비례제는 정치적 야합으로 탄생한 누더기 법이다. 전문가가 아니면 그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허 의원의 국민 비하 발언은 선거법이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일깨워주기도 했다.
이틀 앞서 최강욱 전 의원이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면서 언급했다는 “소설 『동물농장』에도 보면 암컷들이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는 발언은 입에 다시 올리기조차 민망하다. 김건희 여사를 동물에 빗대어 저격한 것으로 보이는데, 전체 여성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최 전 의원은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처지다. 지난해엔 여성 보좌진 성희롱성 발언으로 당원 자격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은 전력도 있다.
최 전 의원은 정치권 안팎의 비난이 쇄도하는데도 “It’s Democracy, stupid!(이건 민주주의야, 멍청아!)”라는 반박 글을 SNS에 올려 더 큰 공분을 불렀다. 민주당 지도부도 구체적인 조치는 거론하지 않고 “관용 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이재명 대표), “엄중하게 경고했다”(조정식 사무총장)라며 엄포를 놓다가 어제 부랴부랴 비상 징계라는 이름으로 최 전 의원에 대해 당원 자격정지 6개월 징계를 의결했다. 침묵하고 있던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도 여성 혐오와 비하가 내포된 발언이라며 최 전 의원의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했다. 총선을 앞두고 여성계 반발 등 비판 여론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음을 뒤늦게 직감한 것이다.
민주당은 올해에만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부터 청년 무시 현수막, 여성 혐오·국민 무시 발언에 이르기까지 막말 릴레이를 펼쳤다. 이쯤 되면 특정인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다. 당 전체가 서민과 중산층 대변, 여성 인권 보장 등 진보적 가치보다는 강성 지지층에게 휘둘린 정파적 이해에만 빠져든 저열한 정치의 악순환에 갇힌 탓이 크다. 최 전 의원에 대한 솜방망이·꼬리자르기식 징계로 들끓는 여론을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치 황폐화와 혐오를 부추기는 습관적 막말에 대한 단호한 퇴출 없이는 떠나가는 중도층 표심을 결코 얻을 수 없음을 명심하라.
중앙일보 사설
11.23 '민주당스럽다' 는 말 또 나오게 한 최강욱

온갖 추문의 중심인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의 최강욱 전 의원이 여성 비하 발언으로 또 구설에 올랐다. 그는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을 위장탈당했던 민형배 의원의 북 콘서트에 참석해 김용민 의원 등과 검찰개혁 관련 대화를 하다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사회자가 조지 오웰의)『동물농장』에 비유했는데 유시민 선배가 말씀하신 코끼리, 침팬지 비유가 더 맞다" 며 "『농물농장』에도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없다"고 했다. 살짝 아쉬웠는지 한 문장 더 걸쳤다.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 "
또 나온 '암컷' 발언 속 여성혐오
실수 아닌 당의 내재된 습성 의심
여심 호소하다 선거 후엔 늘 돌변
여성혐오 혐의가 짙은 천박한 언어사용에 대한 비판은 일단 젖혀두고, 참 뜬금없다. 최 전 의원식 표현을 빌자면 수컷들끼리 치고받았던 검찰개혁 논의에 웬 "설치는 암컷" 타령인가. 이 맥락을 이해하려면 9개월 전 발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지난 2월 민주당 의원들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일 때, 유시민 작가의 지난해 tbs 라디오 인터뷰를 인용했다. "코끼리가 한 번 돌 때마다 도자기가 아작 난다. 코끼리가 도자기를 때려 부수려고 들어온 건 아닌데 (그저) 잘못된 만남이다. " 윤 대통령이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국정을 망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그런데 최 전 의원은 굳이 이 비유를 끌고 와 김 여사 비하에 활용했다. "(코끼리) 한 마리도 부담스러운데 암놈까지 데리고 들어가는 바람에…도자기가 어떻게 되든 암컷 보호에만 열중한다. "
북 콘서트 때 튀어나온 "설치는 암컷" 발언은 현장 분위기에 휩쓸린 돌출 발언이나 실언이 아니라 그의 일관된 여성혐오를 드러내는 계획된 신념 표명이었던 셈이다. 다만 그가 계산하지 못한 건 특정인을 조롱하려다 그의 한심한 여성관까지 통째로 노출해버려 국민 욕받이가 된 상황 정도일 것이다.
당시 객석에는 민주당 강민정, 부동산 논란으로 제명당한 무소속 양정숙 의원 등 여성 의원들도 있었으나 문제 제기는 일절 없었다. 다른 민주당 여성 의원들도 똑같았다. 과거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당시 피해 여성을 피해호소인이라 부르며 2차 가해를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비판 대신 침묵을 택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마지못해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명의로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는 성명을 냈을 뿐이다.
이런 민주당 분위기와 달리 SNS는 들끓었다. 적잖은 여성들이 '수컷이 설치면 안 되는 이유를 직접 보여주는 중'이라거나 '수컷 같지도 않은 것들이 설친다'며 최 전 의원 발언을 비튼 비판을 쏟아냈다. 최 전 의원은 당 지도부 경고와 비판 여론에 아랑곳없이 SNS에 영어로 'It's Democracy, stupid! (이게 민주주의야, 멍청아)라고 썼다.
대체 누가 멍청한 것인지, 이런 행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인간에 대해 알지 못하겠다면 해답을 동물에게서 찾으라"는 조언(생물학 권위자 히다카 도시타카 교토대 명예교수)에 따라 진짜 수컷에 대해 찾아봤다. 일본의 기생충 박사로 유명한 후지타 고이치로 도쿄대 의치과대학 명예교수의『유감스러운 생물, 수컷』에 보면 수컷은 생존에 불리해도 번식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도 진화하는 다윈 진화론의 '성 도태(성 선택)' 사례가 많이 등장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암컷을 필사적으로 꼬시는 수컷의 눈물겨운 구애 말이다. 가령 극락조 수컷은 화려한 색의 장식 날개를 등에 업고, 코믹한 구애춤까지 춘다. 극락조와 같은 화려한 치장도, 그렇다고 진심으로 여성의 마음을 얻으려 하지도 않는 최 전 의원은 동물의 세계로 보자면 선택은커녕 도태되기 쉬운 수컷일 뿐, '번식' 혹은 지지층 확대라는 관점에서 봐도 결코 수컷다운 수컷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가 n번방 추적으로 유명세를 탄 박지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화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사실 수컷이니 뭐니 따질 필요도 없이, 민주당 전체가 여성 비하 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대 국회 때 표창원 의원은 국회에서 현직인 박근혜 대통령의 누드 그림 전시를 강행했고, 박원순 전 시장 외에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의 성 추문이 내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이번엔 점잖게 "관용 없는 엄정한 대처"를 말하며 최 전 의원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본인 역시 지난 대선 당시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형수 욕설' 녹음이 공개돼 평소 여성을 대하는 저열한 태도를 드러내지 않았나. 이런 당이 지난 대선 때 n번방 추적으로 젊은 여성들 지지를 받던 박지현을 내세워 여성 표를 구걸했다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유감스러운 생물, 수컷』에 진짜 수컷답지 않은 치사한 수컷 얘기도 나온다. 수컷 각다귀붙이는 교미가 끝나면 방금 전 암컷에게 준 먹이 선물을 힘으로 빼앗은 뒤 또 다른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선물로 재활용한다. 선거 때마다 목격하는, 딱 민주당 행태 아닌가.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
11-23 “암컷” 막말도 형식적 징계에 그친 민주당의 패륜 본색
더불어민주당이 22일 “설치는 암컷” 막말을 한 최강욱 전 의원에게 당원자격 6개월 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중징계 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표는 “당이 경각심이 없고 느슨해졌는데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견 고강도 조치로 보이지만 실효성이 없는 징계다.
최 전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 허위 인턴 경력서를 써준 혐의로 지난 9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했고, 내년 총선에 출마할 수 없다. 더욱이 지난해에 이미 성희롱 발언으로 6개월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불복해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동일 범죄로 가중 처벌을 해야 할 판이다. 게다가 반성도 않고 SNS에 ‘이게 민주주의야, 바보들아’라는 글을 올렸다. 제명도 하지 않은 채 엄정대처 운운한 것은, 총선 악재가 되는 걸 막으려 황급히 눈 가리고 아웅한 격이다.
무엇보다 당의 막말 본성은 그대로다. 최 전 의원의 말에 호응한 김용민·민형배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는 논의되지 않았다. 소속 의원들의 온라인 채팅방에선 “당이 망가졌다”는 걱정이 나오자 되레 “동의 못한다. 언론 비판이 과도”(민형배) 등 두둔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사흘이 지나서야 사과 요구 성명을 냈고, 이 대표의 팬카페에선 중징계 처분을 규탄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올해 들어서도 특정 연령층 비하 발언이 속출했다.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은 노인을 “미래가 짧은 분들”이라고 했다. 송영길(60) 전 대표는 한동훈(50) 법무부 장관에게 “어린놈” 이라고 했다. 청년 비하 현수막도 내걸었다. 이 정도면 패륜이 당의 본색이랄 수 있는 지경이다.
문화일보
11.24 “암컷” 막말도 잘못 아니라는 ‘개딸’들, 보고만 있는 이 대표
민주당이 “암컷이 설친다”는 발언을 한 최강욱 전 의원에게 징계를 내리자 스스로를 ‘개딸’이라고 부르는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 대표 온라인 팬 카페와 당원 커뮤니티 등에는 “동지를 지켜주지 못할망정 물어뜯나” “김건희 여사에게 암컷이라 한 것은 당연하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개딸은 이 대표의 여성 지지자들로 알려져 있다. 여성 전체를 모욕하는 발언에 분노해야 마땅할 텐데 도리어 옹호한다. 이들의 상식 밖 행태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 일은 너무 도를 넘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2023.11.23/뉴스1
최강욱 전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인턴 확인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로 유죄판결이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어차피 피선거권이 박탈됐기 때문에 6개월 당원권 정지는 징계의 의미가 없다. 하나 마나 한 징계인 것이다. 최 전 의원은 사과는커녕 반성하는 기미도 없다. 막말을 하고 상식과 동떨어진 행동을 할수록 극렬 지지층의 지지를 받으니 사과할 필요를 못 느낄 것이다. 개딸들은 국회 회의 중 수백 회 코인 거래가 드러난 김남국 의원에게 “힘내라”고 하고,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받는 송영길 전 대표에게 “파이팅”을 외쳤다. 반면 이 대표에게 조금이라도 비판적 발언을 하면 문자 폭탄을 보내고, 사무실과 집까지 쫓아가 욕설을 퍼붓는다. 이번 사건에 일부 의원이 “아무것도 안 하면 실수도 없다”며 최 전 의원을 옹호한 것도 개딸 눈치를 봤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 여성 의원조차 ‘암컷’ 발언에 3일간 침묵했다. 당내에서 “개딸 때문에 질식할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오지만 말릴 사람이 없다.
이들의 폭주를 막을 사람은 이 대표뿐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대선 패배 후 개딸의 전폭적인 지지로 국회의원, 당대표가 됐다. 개딸이 민주당에 방탄 국회를 압박하고, 체포동의안 가결표를 색출해가며 이 대표를 보위했다. 최근에는 이 대표 말도 잘 듣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에도 이 대표가 “부적절 언행은 관용 없이 엄정 대처하겠다”고 했지만 개딸은 반대로 갔다. 그래도 이 대표는 개딸에 대해선 보고만 있다.
조선일보 사설
11-24 이번엔 예타 면제까지 巨野 폭주, 나라 살림 안중에 없나
예비 타당성조사는, 김대중 정부가 국가 재정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 특히 정치적으로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그동안에도 예타 면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예타 면제 입법까지 단독으로 밀어붙이면서 재정적·정치적 타락이 더 심각해졌다. 민주당은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서울지하철 5호선의 김포 연장’ 예타를 면제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와 여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음을 알면서도, 여당 ‘메가 시티’에 대한 맞불 차원에서 그렇게 했다.
개정안 자체의 문제가 심각하고, 절차 역시 ‘예타완박(예비 타당성조사 완전 박탈)’이라고 할 만큼 일방적이다. 5호선 연장은 서울 방화역∼김포 장기역 구간 23.89㎞를 신설하는 사업이다. 교통망 확충 때마다 법안을 개정하면 국가재정법은 누더기가 된다. 사업성 점검 절차가 유명무실해져 제도의 근간이 무너진다. 김포는 민주당 개정안의 ‘인구 50만 명’ 요건을 충족하지도 못한다. 외국인도 포함해야 가능한데, 민주당은 그러자고 우긴다.
더 큰 문제는, 여당도 대놓고 반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마찬가지다. 여당이 불참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배경이다. 예타완박 입법은 여당의 ‘메가 시티’에 대응한 득표 전술임이 뻔하다. 야당이 여당을 향해 “겉으로만 김포를 위하는 척한다”고 비판한 데서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예타 면제의 부담은 결국 국민이 지게 된다. 국민 혈세를 낭비하면 필요한 곳에 지출할 돈이 사라지고, 국가채무가 늘어나 미래세대에 빚을 지우게 된다. 거대 야당의 폭주가 예타 면제까지 이른 것은 ‘국익 우선’ 의무(헌법 제46조)도 저버린 개탄스러운 일이다.
문화일보 사설
11-24 인요한 혁신위 동요와 김기현 역주행…무너지는 與 기반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충격 속에 출범한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한 달여 만에, 그리고 김기현 대표와 인 위원장의 지난 17일 ‘봉합 회동’ 일주일 만에 존립 위기에 처했다. 정치권 밖에서 영입된 혁신위원 일부는 24일 더 이상의 활동이 무의미하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김 대표와 ‘친윤 핵심’ 행태를 보면 혁신위를 장식품으로 악용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여당은 23일 5·18 폄하 발언 등으로 사퇴한 김재원 전 최고위원 후임에 김석기 의원을 선출했다. 전국위원회 선출 절차를 거치긴 했지만, 단독 출마 등에는 김 대표 의중이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했다고 한다. 게다가 김 의원은 TK 지역구(경주시)에다 경찰 고위직 출신이다. 최근 사무총장에 임명한 이만희 의원도 경찰 출신이고 김 의원과 인근 지역구(영천시·청도군) 출신이다. 김 대표(울산 남구을)와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구을)까지 포함하면 ‘낙동강 정당’임을 전국에 선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25일 지역구에서 의정 보고회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선거구 고수 의지를 과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미 장제원 의원은 비슷한 행사를 가졌다. 그러나 영남 지지만으로는 정권을 유지할 수도, 재창출할 수도 없다. 여당의 영남 의원들이 마치 자신들이 잘해서 윤 정권이 출범했고 지탱된다고 생각한다면 거대한 착각이다.
여당 지도부의 대응은 혁신위 존재 이유 자체를 부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오히려 혁신위의 혁신적 제안이 나올 것에 대비해 ‘김기현 친위대’를 구축하는 역주행으로 비친다. 김포 편입 문제나 야당 실언 등의 효과는 금방 사라진다. 수도권·중도층·젊은층으로의 확산은커녕 기반을 스스로 허물고 ‘영남당’으로 쪼그라드는 길을 가고 있다.
문화일보 사설
11.25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어느 쪽이 절박한가
국민의힘, 수도권에서 현재보다 4배 의석 더 얻어야 多數黨
인요한 혁신위 動力 떨어지고, 黨內 반발 높아진 것 걱정해야
내년 4월 10일 오후 6시 투표가 끝나면 곧이어 공중파 방송들의 출구(出口)조사 결과가 공개된다. 2020년 21대 총선 땐 6시 15분 결과가 나왔다. 출구조사의 정확도가 높아져 각 당의 예상 확보 의석 숫자가 10석 이상 빗나가지 않는다.
21대 총선에선 지역구 253석을 민주당 163석, 미래통합당(국민의힘) 84석으로 갈랐다. 서울·경기·인천 121석 가운데 103석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실망감과 혐오감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였다. ‘통합당이 강남·영남·부자당(黨)이란 이미지에 갇힌 사이 20~40대 마음을 잡지 못하고 50대가 된 586 출신 유권자들은 여전히 민주당에 충성을 바친 결과’라는 분석이 따랐다.
내년 4월 10일 오후 6시 30분 무렵 발표될 유권자 출구조사 결과는 이것과 얼마나 다를까. 결과는 세 가지 가운데 하나다. 첫째 여당 국민의힘이 반수 넘는 안정 의석을 확보한 다수당이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수도권 121석 중 최소 절반인 60석 이상은 얻어야 한다. 국민의힘 현재 의석은 17석이다. 4배는 더 당선돼야 한다. 약진(躍進)으론 부족하고 대(大)약진이 필요하다.
둘째는 민주당이 현재처럼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셋째가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하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에서 떨어져 나온 반(反)윤석열 계열 우파(右派) 정당, 민주당을 이탈(離脫)한 반(反)이재명 계열 좌파 정당, 기타 군소 정당이 원내 제3 세력, 제4 세력을 형성하게 된다.
국민의힘이 안정 과반수를 획득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년 만에 온전한 대통령이 된다. 지금까지는 행정권만을 가진 ‘3분의 1 대통령’이었다. 정책을 입법(立法)으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시행령으로 국정을 운영했던 ‘시행령 대통령’이었다. 국민 전체 이익에 어긋나는 야당의 법률 통과에 거부권만으로 맞서야 했던 ‘거부권 대통령’이었다. 임명한 장관들이 야당의 탄핵 소추로 줄줄이 업무 정지 상태에 몰렸다. 문재인 정권과의 친분(親分) 때문에 임명된 사람들이 정부와 정부 관련 기관 곳곳에서 버티는 사태도 막을 내리게 된다.
이렇게 정권이 실질적으로 교체되면, 대통령은 각종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만나야 된다. 그에 대한 사법적 심판은 사법부가 할 일이고, 야당 대표를 상대해야 하는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 여당이 크게 승리하면 여야 영수회담의 야당 얼굴이 바뀔지도 모른다.
민주당이 지금처럼 원내 과반수를 차지하면, 그 이후 사태는 길게 이야기할 게 못 된다. ‘대통령이 없는 대통령 중심제 국가’ 아니면 ‘대통령이 용산에 한 명, 여의도에 또 한 명’ 있는 머리가 두 개 달린 괴수(怪獸)를 닮아간다. 다음 대선을 겨냥한 선심(善心) 정책과 법률이 홍수를 이뤄 국가 운명에 일격(一擊)을 가할 것이다. 북쪽에는 원자폭탄, 남쪽에는 ‘여의도 폭탄’을 두고 사는 꼴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해도 여소야대(與小野大)다. 대통령의 정치력이 중요한데 앞날이 평탄할 리 없다.
한국 정치에서 여론은 정치권 공기를 순환시키는 기능을 잃었다. 대통령 부인, 사실은 국민의 2분의 1을 차지하는 여성을 ‘암컷’이라 비하(卑下)해도 민주당은 간판을 내리지 않는다. 전직 대표가 현직 장관을 ‘어린놈’이라고 불러도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트럼프 전(前) 대통령의 범죄 혐의가 추가될수록 후원금이 증가하는 미국과 같다. 이 상황에서 정당 간 상호 공격은 자기 진영 단결을 강화할 뿐 상대 진지를 약화(弱化)시키지 못한다.
내년 4월 10일 저녁 세 가지 시나리오 중 무엇이 현실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날의 승패는 좌-우 각 당의 확고한 지지자가 결판 내지 못한다. 어정쩡하다고, 소신 없다고, 정치에 관심과 책임이 적다고, 양다리 걸친다고 비난받아 온 중간층 무당파(無黨派) 30% 유권자 손에 달렸다. 그들 가운데 얼마가 투표장에 나가 어느 쪽에 표를 던지느냐가 결정한다. 변화하려고 절박하게 몸부림치는 쪽에 설 것이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절박한가, 아니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더 절박한가.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인요한 혁신위의 동력(動力)이 크게 떨어지고 당내 반발이 높아진 것을 걱정스러워해야 한다. 민주당 쪽은 그다음에 쳐다봐도 늦지 않다.
조선일보 강천석 기자
11.26 ‘황태자’ 꼬리표부터 떼야 한다... 정치인 한동훈의 조건

▲지난 11월 21일 CBT 대전센터를 방문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지자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내년 4월 총선 출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치권이 들썩인다. 한 장관은 그간 끊이지 않는 출마설에 선을 그어 왔지만, 최근 미묘한 태도변화를 보이면서 총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됐다. 한 장관은 대구, 대전, 울산 등 연이어 지역 현장을 방문하면서 지지자들과 소통하고, 반복적인 총선 출마 질문에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 15일 배우자인 진은정 변호사가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 역시 출마설에 불을 지폈다.
정치권에서는 한 장관 등판론을 두고 셈법이 분주하다. 한 장관은 남다른 대야 전투력과 이른바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활용법에 따라 여당을 승리로 이끌 적임자이지만, ‘윤 정부 황태자’ 꼬리표로 중도층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관련 기관장들이 지난 10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있다. photo 뉴시스
“한동훈 만나러 전주서 3시간 운전해 왔다”
“만약에 여의도에서 일하는 300명만 쓰는 고유의 화법이나 문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문법이라기보다 ‘여의도 사투리’ 아닌가요. 저는 나머지 5000만이 쓰는 언어를 쓰겠습니다.” 지난 11월 21일 대전을 찾은 한 장관은 본인의 화법이 ‘여의도 문법’과 다르다는 평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총선 출마나 개각에 대한 질문에는 “저는 제 일에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다” “개각은 제가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하며 말을 아꼈지만, 정치 경험이 없어 여의도 문법을 모른다는 지적에는 ‘국민의 문법’을 언급하며 맞받아친 것. 정치권에서는 이 발언으로 한 장관이 사실상 출사표를 던졌다고 봤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는 동시에, 기존 정치인과의 차별화를 부각한 답변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날 한 장관의 CBT 대전센터·카이스트 방문 일정에는 20~30명가량의 지지자들이 동행했다. 법무부 홈페이지에서 한 장관의 공식 일정을 확인하고 한 장관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온 이들이다. 지지자들은 한 장관이 센터 앞에 도착하자 연신 “한동훈”을 연호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한동훈 파이팅’이라고 적힌 빨간 팻말을 흔들며 한 장관을 응원했고, 한 장관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사인지를 준비해온 팬도 있었다. 지지자들은 한 장관이 센터에 입장하자 건물 밖에서 한 줄로 서서 그를 기다렸다. 일부 보수성향 유튜버들은 행사 내내 한 장관을 따라다니며 실시간 방송을 송출하기도 했다.
CBT 대전센터 건물 앞에서 만난 한 40대 부부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한 장관이 센터 내부를 둘러보는 모습을 시청하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장관을 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전주에서 3시간을 운전해왔다던 부부는 “고속도로가 공사로 막혔는데, 다행히 일찍 도착해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었다. 준비해온 꽃도 드렸다.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았다”며 한 장관을 만난 소감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 장관이 좌천됐을 때 사법연수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는 한 여성 지지자는 “(한 장관이) 과거 운동권들이 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민생에 관한 일을 하시지 않느냐”며 “다른 것도 다 멋있지만, 일을 완벽하게 잘한다. 우리는 한동훈 대통령까지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치적 팬덤이 형성된 유일한 여권 인사로 꼽힌다. 공식 팬클럽 ‘위드후니’에는 1만3600여명에 달하는 회원이 모여 있다. 전문가들은 한 장관이 기존 정치인과는 다른, ‘검사 출신 엘리트’라는 차별화된 이미지로 보수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팬덤을 형성하게 됐다고 분석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 장관은 586운동권과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형성했다. 586그룹은 이데올로기적이고 추상적이다. 반면 한 장관은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고, 검사 생활을 통해 민생 현장에 있었던 만큼 사회와 국민이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봤다. 이어 “한 장관이 대선 주자 가운데 가장 젊은 만큼, 한 장관의 팬덤 역시 기존 정치 팬덤에 비해 젊다”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팬덤과 비교했을 때에는 더 합리적이고, 여성까지 포용한다는 점에서 범주가 다르다”고 평가했다.

▲지난 11월 21일 대전을 방문한 한동훈 장관.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이날 대전에서 한 장관 역시 지지자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며 화답했다. 스무 명가량의 지지자들에게 20분가량 시간을 할애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요청을 들어줬다. 이 같은 한 장관의 모습은 ‘한동훈 총선 등판론’이 구체화된 지난 대구 방문도 연상케 했다. 한 장관은 지난 11월 17일 법무부 연계기관을 방문한다는 목적으로 대구로 향했지만, 시민들이 몰려들자 기차 예매시간을 3시간 늦추면서까지 지지자들의 요청에 응했다. 한 장관이 “평소 대구 시민들을 대단히 깊이 존경해왔다”며 대구 시민에 찬사를 보낸 것 또한 관심을 모았다. 이에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보란 듯이 ‘보수의 심장’ 대구를 찾아 공개 행보를 펼쳤다. 총선을 향한 들뜬 속내를 숨기지 못하는 듯했다”고 논평했다.
한 장관의 전국구 행보가 연말 개각 논의와 맞물리면서 서초동에서는 후임 법무부 장관 인선설까지 돌았다. 대통령실이 한 장관 후임자 검증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오면서,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 등 일부 후보군의 실명도 거론됐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면 선거 90일 전인 내년 1월 11일 전까지 공직을 내려놔야 하기 때문. 다만 12월 초 예정된 개각에서 한 장관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에서는 한 장관이 이민청 설립 등 이민 정책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법무부 현안을 마무리한 이후 몸값을 높이다가 막판 출마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장관은 카이스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12월 내에 외국인 과학기술 인재들에 대한 비자 정책 특혜 계획을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11월 21일 대전을 방문한 한동훈 장관이 지지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아래사진은 이날 지지자들이 한 장관에게 건네준 캐리커처.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한동훈 활용법’ 힘 받는 시나리오는
한동훈 장관의 총선 출마설이 유력해지자 여권에서는 ‘한동훈 총선 활용법’을 두고 다양한 방안이 거론된다. 비례대표 출마설, 종로 출마설, 자객 공천설 등이다. 반면 올해 초중반 용산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국무총리설은 힘을 잃었다. 당초 한 장관이 내각에 남아 국무총리를 맡고, 향후 대선 직행코스를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지만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수도권 위기론’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당내 분위기가 급변한 데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도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탓이다. 최근에는 당 지도부가 이미 윤 대통령에게 한 장관 차출을 요청했다는 보도와 함께, 법무부 참모진들이 한 장관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재명 대항마설’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일찌감치 등판하면서 희미해지는 모습이다. 지난 대선 때부터 ‘대장동 1타 강사’를 자처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공세를 펼쳤던 원 장관은 최근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히며 이 대표와의 맞대결을 예고했다. 원 장관은 주변에 “만약 출마하면 가장 어려운 지역에서 가장 센 상대와 붙고 싶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21일에는 해당 발언의 취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민과 당을 위해 필요로 되는 일이라면 어떠한 도전과 희생이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답하면서 ‘명룡대전’ 성사 가능성을 끌어올렸다.

비례대표 출마설은 한 장관을 비례대표에 배치하고 선거대책본부장 같은 직책을 맡겨 나머지 총선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전국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한 장관의 지명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 장관이 비례대표라는 양지에 배치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만약 한 장관이 비례로 나가거나 대구에서 나가게 되면 우리 당이 일종의 태자당(중국 혁명 원로나 고위 관료의 자제들로 이뤄진 집단)이 돼버린다”고 우려했다. 보수성향이 짙어 안정적인 지역으로 꼽히는 강남권 출마설 역시 같은 이유로 비판의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한 장관의 비례대표 출마설에 대해 “명분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한 장관은 아주 좋은 곳도, 아주 험지를 갈 수도 없다”며 “한동훈·원희룡 장관 정도가 나가려면 선거에 의미 있는 지역, 즉 ‘승률이 40% 정도였는데 이 사람들이 들어가면 이길 수 있다’ 싶은 지역에 가면 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 장관의 강남권 출마설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대표는 “국민의힘이 그간 강남을 소홀히 했다. 강남에 대권 주자를 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아무나 내세웠다”고 말했다. 또 ‘강남우파’의 상징적 인물인 한 장관이 강남에서 소구력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로 출마설은 한 장관을 상징성 높은 ‘정치 1번지’에 출마시켜 수도권 선거 돌풍을 일으켜야 한다는 방안이다. 한 장관이 종로에 출마할 경우 현재 거론되는 민주당 후보들을 안정적으로 제칠 수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데다, 한 장관 입장에서도 당선 시 단번에 차기 대권 잠룡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나 종로 지역구는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지역이다. 민주당 의석수를 가져올 수 있는 지역이 아닌 데다, 최 의원의 재당선 가능성도 있다. 최 의원 역시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종로를 지켜야겠다”며 재선 도전 의지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3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며 박진 외교부 장관 이후 10년 만에 종로를 국민의힘에 안겨준 바 있다

▲한동훈 장관(오른쪽)이 2022년 5월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후 윤석열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파급력 클 것” vs “제2의 황교안 불과”
인물난에 시달리던 여권에서는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데다, 막강한 대야 전투력을 지닌 ‘조선제일검’의 등판을 환영하고 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지난 11월 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직 (한 장관이)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결정된다면 참 좋은 일”이라며 “이민정책위원으로서 이민정책 토론할 때 많이 봤는데 아주 합리적인 분이고, 저보다 젊지만 제가 존경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22일에는 OBS 뉴스에 출연해 “빨리 당에 와서 도와야 한다. 한 장관에게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한 장관 총선 출마에 대해 “총선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비장의 카드는 맞는 것 같다. 다른 어떤 영입 인재나 정치적 호응보다 (파급력이) 훨씬 클 거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총선 승리에 외연 확장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윤 정부 2인자로 꼽히는 한 장관의 등판이 중도층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가 높아진 만큼 한 장관이 ‘윤 대통령 최측근’ 꼬리표를 떼지 않고 당내에서 입지를 키울 경우 외려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지난 11월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 부정평가가 상당히 고착화돼 가는 분위기에서 (한 장관이) 윤 대통령의 황태자 또는 후계자 이미지로 선거에 진입하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야당에서는 한 장관이 반짝 관심을 받고 있지만, 정작 총선 등판 파급력은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한 장관은 아직까지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지금은 한 장관이 국무위원이라는 메리트를 누리고 있지만, 총선에 나오게 되면 여러 예비 후보 중 한 명이고, 당선되더라도 국회의원 300명 중 한 명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에서 자리를 맡게 된다 하더라도 법무부 장관으로서 개인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과, 당 내부에서 여러 의견을 조율해 이야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황교안 전 총리를 기억하면 된다. 황 전 총리도 처음에는 중도보수를 이야기하다가 어려워지니까 태극기 극우로 확 돌아서면서 정치적으로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주간조선 여다정 기자
11.26 인요한 “이준석, 버르장머리 없어… 부모 잘못도 있다”

▲26일 태안 만리포 홍익대학교 만리포해양연수원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함께 청년 및 당원 혁신 트레이닝’ 워크숍에서 인 위원장이 강의를 하고 있다./뉴스1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6일 이준석 전 대표를 겨냥해 ‘도덕이 없는 것은 부모 잘못’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은 이날 충남 태안군 홍익대 만리포 해양연수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청년 및 당원 혁신 트레이닝 행사에서 “한국의 온돌방 문화와 아랫목 교육을 통해 지식, 지혜, 도덕을 배우게 되는데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며 “그것은 준석이 잘못이 아니라 부모 잘못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고 현장 참석자는 전했다.
인 위원장은 한국의 장단점을 이야기하던 중 한국의 예의 문화를 거론하며 부모로부터 여러 가지 가정교육을 받으면서 도덕성을 배운다는 장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말했다고 한다. 인 위원장은 특히 지난 4일 이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부산 토크콘서트 현장을 찾았을 당시 이 전 대표가 행사 내내 자신을 향해 영어로 응대한 데 대해 서운함을 표하며 이처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그러면서 “준석이가 버르장머리 없지만 그래도 가서 끌어안는 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정치하는 데 부모 욕을 박는 사람은 처음 본다. ‘패드립’(패륜적 말싸움)이 혁신이냐”고 반발했다. 인 위원장과 이 전 대표는 지난 4일 부산 토크콘서트 이후 줄곧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일보 김태준 기자
11-27 “준석이 도덕 없는 건 부모 잘못” 인요한에 이준석 “어디서 배워 먹었나” 격앙

▲인요한(왼쪽)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친이준석계, “선 넘었다…K-꼰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27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자신을 겨냥해 ‘준석이가 도덕이 없는 것은 부모의 잘못’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에 대해 “어디서 배워먹은 건지 모르겠다”며 불쾌함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정치를 12년간 하면서 논쟁을 벌인 상대도 많고, 여러 가지 일로 날 선 대화를 주고받은 사람도 많지만 부모를 끌어들여 남을 욕하는 건 본 적이 없다”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나이가 40세가 되고, 당 대표를 지냈던 정치인에게 ‘준석이’라고 했다”며 “미국에서도 어머니, 아버지 이야기하면서 남을 비난하면 좋은 평가를 못 받을 거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위 젊은 사람들이 패드립(패륜적 말장난)이라 그러는데, 패드립이 혁신이냐”고 비판했다.
또 인 위원장이 자신을 만나기 위해 부친에게 연락했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공개적으로 남의 집을 건드리는 게 반복되고 있다”며 “어느 문화에서도 이건 용납되지 않는 그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스터 린튼’ 발언으로 자신에게 제기됐던 인성론에 대해서는 “한쪽으로 가면 꼰대론”이라며 “정치라는 것은 굉장히 냉정하게 각자의 정견을 겨루는 곳인데 거기서 인성을 들고나와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당시) 저는 인요한 위원장의 가문에 대한 존경으로 제 말을 시작했는데, 이건 아니지 않느냐. 아버지, 어머니 얘기가 도대체 왜 나오나”라고 반박했다.
친이준석계인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 허은아 의원 등도 “완전히 선을 넘었다”고 인 위원장을 비판했다. 천 위원장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본인만 평가하거나 비판해도 되는데 그걸 또 부모님까지 끌고 왔다”며 “정치의 영역에서, 특히 공개된 당원들 앞에서 이렇게 부모님 욕까지 한다는 것은 완전히 선을 넘은 것 같다. 너무 존중이 없는 ‘K-꼰대’ 같은 발언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허 의원은 이날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인 위원장을 향해 “아랫목 이야기하면서 월권 이야기하고 나라님 말씀하시던 그때 그 시절의 눈으로 요즘 분들을 바라보시면 저희 당은 정말 미래가 없어진다”며 “X세대 Y세대에게 훈장질하는 게 맞냐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기인 경기도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수지간에도 부모는 건드리지 말라고 했다. 대체 어디가 바닥인가”라며 “조급함을 알겠으나 선은 넘지 맙시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전날 충남 태안군에서 열린 국민의힘 청년 및 당원 트레이닝 행사에서 “한국의 온돌방 문화와 아랫목 교육을 통해 지식, 지혜, 도덕을 배우게 되는데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며 “그것은 준석이 잘못이 아니라 부모 잘못이 큰 것 같다”고 했다.
문화일보 박세영 기자
11.27 이해찬 전 대표가 감추고 불태웠던 건 대체 무언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왼쪽)가 지난 9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이재명 대표의 단식투쟁천막을 방문해 이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뉴시스
위안부 할머니 돈을 빼돌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윤미향 의원이 출판기념회에서 “2020년 8월 검찰 조사 받은 뒤 회계 자료를 들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찾아갔더니 이 대표가 ‘당신네들은 왜 그런 자료를 다 남겨놨어. 우린 운동하면서 다 태웠는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시 윤 의원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료를 불태웠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왜 안 태웠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증거 인멸은 대표적 사법 방해 행위다. 당시 집권당 대표가 증거 인멸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도 충격적이고, 국회의원이 그 일을 공개된 장소에서 말할 정도로 무감각하다는 것도 놀랍다.
이 전 대표는 윤 의원 관련 의혹이 제기되던 2020년 5월 “윤미향 당선인에 대한 신상 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했다. 범죄 의혹은 문제가 아니고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이 잘못됐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석 달 뒤엔 “왜 자료를 안 태웠느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자료만 없애면 국민을 속이고 진실을 가릴 수 있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명백한 물증이 나와 대법원 유죄 판결까지 받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도 무죄라며 궤변 몰이에 앞장선 사람이다. 야권의 ‘대부’ 격인 그의 말은 민주당 일부 세력에 스며 있는 운동권식 사법 방해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가 그동안 무엇을 감추고 태웠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전 대표가 정치적으로 후원한다는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에서도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 전 대표와 이 대표 양쪽 모두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을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가 번복했다. 민주당이 검찰청에서 연좌 시위를 벌이고, 이 대표 측근 의원이 이 전 부지사 아내·측근과 접촉한 직후였다. 불법 경선 자금 8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법정에서 자신의 행적을 조작한 알리바이를 제시했다가 들통났다. 이 대표 측근이었던 이들에게 ‘감시용’ 변호사가 붙은 의혹도 제기됐다. 증거 인멸을 조언했다는 이해찬 전 대표의 말을 보면 이런 일들을 다 우연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조선일보 사설
11.27 11조짜리 볼썽사나운 ‘달빛 협치’
17년 후 아시안게임 명분 철도 건설 채택시키고
총선 다가오니 건설비 2.5배 고속철도로 또 뻥튀기
정치적 세 과시가 대구·광주 성장모델인가

▲홍준표 대구시장(왼쪽)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홍 원내대표는 "영남과 호남의 주요 거점도시 연결을 통해 지방도시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정기국회 내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 처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최악으로 평가받는 21대 국회가 진기록을 남겼다. 여야 협치를 내팽개쳐 놓고는 느닷없이 헌정 사상 최다 공동 발의 법안을 탄생시켰다. 국민의힘 109명, 민주당 148명, 정의당 1명, 무소속 3명 등 261명이 무더기로 이름 올린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일사천리로 심의 중이다.
애초 대구(달구벌)와 광주(빛고을)를 잇는 달빛철도 건설이 2021년 6월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들어간 것부터가 이례적이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년간의 연구 끝에 2021년 4월 22일 공청회에 공개한 잠정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다른 철도 사업에 비하면 시급성이 떨어져 후순위인 24개 추가 검토 사업에 들어있었다. 두 달 뒤인 6월 발표된 확정안에서 24개 추가 검토 사업 중 유일하게 달빛철도만 ‘발탁’됐다.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용섭 광주시장이 달빛철도 건설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총리한테 전달하고 그 며칠 뒤 2038년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를 발표했다. 해당 지역 언론조차 “이전까지 두 도시 모두 아시안게임 유치와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는 점에서 다소 놀랍다” “대회 유치의 성사 여부를 떠나 달빛철도사업을 국가 사업으로 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을 정도다.
2년 전 확정된 4차 국가철도망의 44개 신규 사업 대부분은 사전타당성 조사, 예비타당성 조사 등 절차대로 순서를 기다리는 중이다. 대구와 광주는 영·호남의 정치적 힘을 무기로 또 욕심을 부렸다. 4차 계획에는 ‘단선·일반철도’ 건설을 전제로 4조5158억원의 예산이 잡혀있는데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기정 광주시장이 그보다 2.5배(11조2999억원) 더 드는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들고 나왔다. 총선이 다가오니 아예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해 주자고 여야 의원 261명이 특별법안에 숟가락을 얹었다.
고속철도 놓으면 84분, 일반 철도로 고속 운행하면 그보다 2분 더 긴 86분 걸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니까 고속철도를 고집하지는 않겠다고 약간 물러섰다. 그렇지만 대구와 광주가 주장하는 ‘복선·일반철도’ 건설에 최소 8조7110억원이 든다.
영·호남의 맹주 도시가 의기투합한 ‘달빛철도’는 크게 두 가지를 시사한다. 우선 대구와 광주는 ‘지방 균형 발전’ 차원이라는데 국가 전체의 철도 예산과 건설 계획을 보면 절대 그런 얘기가 안 나온다. 힘센 지자체의 불공정한 새치기에 가깝다. 국제 행사 간판 내세워 공항 등 SOC 예산 따오기가 주 목적이었던 새만금 잼버리와도 닮은꼴이다. 도로 투자에 밀려있던 철도 투자가 친환경적 교통 수단으로 재평가되면서 2000년 이후 확대됐지만 그럼에도 연간 나라 전체 철도 투자는 10조원이 채 안 된다.
우리나라의 수송 분담률은 철도가 11.5%(2021년)에 불과하고 도로가 88.3%로 월등 높다. 대구와 광주 사이에도 40년 전 건설되고 8년 전 2조원 예산을 더 들여 확장한 고속도로가 있다. 하루 통행량(2만2322대)이 전국 고속도로 평균(5만2116대)의 절반도 안 돼 기차 없다고 아시안게임 못 치를 것도 아니다.
둘째로 더 근본적 고민은 철도 놓아주고 아시안게임 치른다고 대구와 광주에 얼마나 도움 되겠느냐는 사실이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41조원 넘게 돈을 썼다. 그 중 37조원이 경기장 짓고 도로·철도 놓는 인프라 건설에 쓰였다. 수입은 1조원에 불과한 적자 행사였다. 2026년 일본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예산 10억달러(1조3000억원)로 치르는데 그조차 전면 재검토 중이다. 건설비가 2배 넘게 뛰어 선수촌 건립도 포기하고 경기장 주변 호텔을 활용한다. 수영·다이빙·승마 등은 350㎞ 떨어진 도쿄로 가서 경기 치르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4년 전 대전·세종·충남·충북이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2030 아시안게임 유치를 공동 추진했다가 무산됐다. 표면적 이유는 제출 기한 내에 유치 의향서를 못 냈기 때문이지만 지역 내 반대 여론도 적지 않았다. 적자에 탈도 많았던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타산지석 삼아 “명분도 실익도 없는 무분별한 국제대회는 철회해야 한다” “시민의 삶이 우선이다”는 반응들이 있었다. 대구와 광주가 곱씹어 봐야 한다.
지금 대구와 광주는 2028년에 결정되는 2038 아시안게임을 위해 철도 놓고 경기장과 선수촌 짓는 데 돈과 힘을 쏟아도 될 만큼 한가한 처지가 아니다. 젊은이들이 빠져나가고 아기가 안 태어난다. 발밑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영·호남의 교육·일자리·의료·문화 허브 기능을 하면서 인구 급감도 멈추고 주변 지자체와 광역 경제권을 형성해 지속 가능한 공생 방안을 찾는 것이 훨씬 시급하고 중요하다.
그런데 얼마 전 비수도권 대학이 100곳 넘게 경합해 10곳이 선정된 ‘글로컬대학 지원사업’에서 대구와 광주의 대학은 선정이 못 됐다. 정치적 입김을 배제하고 외부 전문가가 심사하니 기득권 내려놓은 대학, 지자체도 적극 협력해서 혁신안을 만든 곳들이 선정됐다. 정치 근육을 실룩이며 새치기로 ‘달빛철도’를 건설한들 그런 비전 결여된 ‘꼰대’ 마인드로는 달빛이 먹구름에 가리는 캄캄한 미래를 피할 길이 없다.
조선일보 강경희 기자
11-27 포퓰리즘 차단 없이 혁신·도약 어렵다

이민종 산업부장
아르헨티나 포퓰리즘으로 퇴보
무분별한 재정 방출 행태 지속
韓도 총선 의식 인기영합 난무
기업·가계 경제상황 살얼음판
고금리·고물가로 어려움 가중
화수분 여겼다간 후유증 심각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하비에르 밀레이가 당선된 것은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정치 입문 1년인 신인인 데다 헝클어진 머리, 아래로 내리깐 렌즈 너머의 눈빛, 도드라진 얼굴 근육 등에서 아르헨티나 정치·경제사의 오욕을 털어 버리겠다는 나름의 결기가 읽혔다. 물론 자신감만큼 성과를 낼지 지켜볼 일이다. 여하튼 그는 무분별한 정부 지출을 줄이겠다며 전기톱을 흔들고 유세를 펼쳐 오랜 세월 빈곤의 궁지에 몰려 있던 아르헨티나 국민의 표심을 얻었다.
밀레이 당선자는 한국 입장에서도 마약보다 더 무서운 포퓰리즘의 폐해를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 1997년 12월 3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에 대한 구제금융을 승인했다. 국가 부도 위기는 비껴갔지만, 대량 구조조정으로 전 국민이 혹독한 후유증을 치렀다. ‘세계 3대 곡창지대의 하나인 광활한 대평원 팜파스가 펼쳐진 목축 부국이자 농업 강국’ ‘은(銀)이 넘치는 땅이란 뜻을 지닌, 미국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세계 5대 경제부국’ 등의 수식어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아르헨티나는 이런 구제금융을 20번이나 받았다. 국가 부도를 9번이나 겪었다. 경제 전반이 만신창이가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대통령 리더십을 연구한 김충남 박사는 ‘한국의 10대 리스크’에서 “후안 페론(1895∼1974) 집권 이래 나라가 기울었고 이후 한국의 1997∼1998년과 비슷한 위기가 지난 70년 가까이 간헐적으로 계속됐다”고 분석했다. 아르헨티나를 침체의 늪에 빠뜨린 중심에서 ‘페론주의’라는 말을 만든, 후안 페론의 좌파 포퓰리즘을 배제할 수 없다는 건 중론인 듯싶다. 권태신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에서 “아르헨티나가 무너져 간 이유는 1950년대 이후 2000년대까지 위정자들이 청개구리처럼 포퓰리스트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수입대체 전략을 내세우며 반(反)개방의 길을 걸었고 수출세로 거둬들인 세금은 노조, 교원노조, 친정부 기업의 뱃속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아르헨티나 외에도 ‘남미의 베네치아’로 불렸던 베네수엘라와 멕시코, 페루, 칠레,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 그리스까지 복지 포퓰리즘의 부메랑을 맞고 휘청거렸다.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한국의 여야 정치권이 벌써 포퓰리즘 경쟁에 뛰어들었다. 개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리는 주식시장 공매도 개선, 김포의 서울 편입론으로 촉발된 메가시티, 거위의 배를 가른다는 반발을 사고 있는 횡재세의 법제화 추진,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없이 추진되는 공사비 11조 원 규모의 달빛(달구벌·빛고을) 철도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선거 때만 되면 비장의 카드처럼 내던지는 무상복지도 꿈틀거릴 수 있다. 지난 대선 때만 해도 국가 재정을 ATM(현금인출기)으로 여긴 듯 ‘기본 시리즈’가 번듯이 공약으로 등장한 게 선연하다.
천문학적인 가계·기업·정부 부채가 쌓인 속에서 최근 기업과 가계부문을 둘러싼 경제 상황은 적신호가 켜졌다. 3분기 말 전국 어음 부도액은 4조156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5% 가까이 치솟았다. 국제금융협회(IIF) 보고서를 보면 한국 기업 부도는 올해 1∼10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늘어 주요 17개국 중 2위를 기록했다. 은행권은 부실 경고를 발령했다. 대기업도 사법리스크 등으로 경영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다. 가계도 마찬가지다. 카드빚을 갚지 못해 연체했다가 카드사로부터 상환자금을 받은 대환대출 잔액은 1조490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7.5%나 늘었다. 자영업 연체액과 연체율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나빠졌다.
여야가 시계 제로의 불확실성에 봉착한 기업과 숨이 턱까지 차오른 서민·중산층의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이해타산과 몽니로 이전투구를 일삼고, 인기영합적인 정책으로 재정 곳간을 유린할 경우 후유증은 혹독할 것이다. 눈앞의 이익에만 집중해 아둔한 정책을 일삼는다면 결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포퓰리즘에 골몰하기보다 민생의 바다에 뛰어들고 규제를 걷어내 기업에 활로를 제공해야 한다.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개발하려는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를 배려하는 진정성에 민심은 마음을 열게 돼 있다.
문화일보
11-27 ‘예결 小小委’ 밀실 협상과 포퓰리즘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국가 예산은 나라의 살림 계획으로서 정부의 국정 운영 철학이 담겨 있으며, 국가 백년대계의 정책 집행에 필요한 구체적인 사업 얼개가 숫자로 표현된 것이다. 지난 1월 정부는 부처별 중기사업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8개월 간의 힘든 과정을 거쳐 지난 9월 3일 근 657조 원의 지출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어림잡아 총지출 규모를 인구수로 나눠보면 국민 1인당 1514만 원에 해당한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자산시장의 둔화 등으로 세수 여건이 저조해 살림의 여건은 결코 녹록지 않다. 이미 올해를 기준으로 국민 1인당 2200만 원의 국가채무를 지고 있고, 지난 정부의 국가채무증가율이 계속되면 미래세대는 더는 채무를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문제는, 예산을 넘겨받은 국회의 심의 과정이다. 법정 심의 기간인 90일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두 달 남짓은 국정감사와 정쟁으로 상임위원회 예산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11월 들어서야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가 본격화했고, 이제는 겨우 한 주 정도 계수를 조정하는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올해 예산심의가 파행적으로, 그리고 정치적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을까 우려했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세수 난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증액 요구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새만금과 관련, 국토교통위원회는 전주까지의 고속도로 예산 857억 원, 신공항 514억 원, 신항 인입철도 예산 100억 원을 증액 심의했다. 행정안전위원회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약인 지역화폐 예산 7053억 원을 증액하기로 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 에너지정책의 핵심인 원전 생태계 조성 관련 예산은 전액 삭감했다. 불과 한 달 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전(SMR) 기술을 외국 사절에 홍보했고, 민주당은 지난 5월 SMR 도입 촉진 법안을 통과시켰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삭감한 원전 예산 1820억 원 중에는 SMR 연구·개발(R&D) 예산 333억여 원도 들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8세 미만 아동에게 매월 10만 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을 12세 미만으로 그리고 규모도 2배로 키우고, 3만 원 청년패스 사업도 상임위를 통과시켰다. 향후 5년간 60조 원 가까운 초과예산이 필요한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사업의 타당성을 가리도록 설계된 예비 타당성조사의 면제라는 전가의 보도가 또 등장했다. 서울지하철 5호선의 김포 연장 예타를 면제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를 통과했다. 서울의 메가시티화를 지향하는 여권도 한배를 탄 것이다. 확장재정을 내세우는 포퓰리즘 증액 요구가 건전 재정 기조를 지키려는 정부의 재정 철학을 뒤흔든다.
까다로운 사안들은 2주간의 예결소위 심사가 끝나면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만이 참여하는 ‘예산결산소소위(小小委)’의 마지막 ‘밀실 협상’으로 마무리된다. 형해화하고 누더기가 돼 버린 예산안의 최종 과정은 투명성이라는 기준도 피해 간다. 누구를 위한 예산 과정이며, 결국 내 돈을 정부가 어떻게 쓰는가 하는 책임성의 관점에서 보면 예산 포퓰리즘은 경계 대상이다. 주인은 세금을 내는 국민이고, 국회의원은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길 때다.
11-27 분노유발 ‘총선용 신간’ TOP5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총선용 신간’ 출간이 줄 잇고 있습니다. 원래 선거를 앞두고 다들 ‘보여주기용’ 책을 낸다지만 이번엔 유독 뻔뻔하다 못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제목의 책들이 눈에 띕니다. ‘적어도 당신들이 그 주제를 말할 자격은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분노유발’ 신간 5권을 소개합니다.
‘윤미향과 나비의 꿈’
부동산 불법 의혹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출당된 윤미향 의원이 낸 책입니다. 윤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후원금 등을 빼돌린 혐의로 올해 9월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죠. 정의기억연대 자금 중 8000여만 원을 횡령하고,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등 1억3000만 원을 불법 모금한 혐의 등입니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았지만 사실상 무죄였던 1심 판결은 뒤집힌 겁니다. 그런 윤 의원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상징하는 ‘나비’를 제목에 붙인 책을 낸 거죠. 책 표지에는 한복 입은 모습의 할머니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는 ‘나는 무죄다’라는 제목의 첫 장에서 “2심 판결이 내려진 뒤 많은 고민이 있었다. 책이 대부분 무죄로 판명된 1심 판결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라며 “독자에게는 다소 혼돈을 줄 수 있겠지만 무죄를 선고받은 내 심정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썼습니다. 2심에서 유죄가 나왔는데도 1심 재판 결과만 갖고 얘기하겠다는 겁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직접 추천사도 써줬더군요. 그는 윤 의원을 향해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며 “2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윤 의원의 꺾이지 않는 마음은 여전할 것이라 믿는다”고 했습니다. 올해 10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여전히 “윤미향을 용서한 적 없다”고 했던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도 여기에 동의하실지 의문입니다.
추미애 ‘장하리’
“소설을 쓰시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소설을 쓰고 있네? 우리가 소설가입니까, 국회의원들이?”(윤한홍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
2020년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아들 관련 의혹을 따져 묻는 의원을 향해 “소설을 쓴다”고 비판했던 추 전 장관이 직접 소설을 썼습니다. 추 전 장관은 저 발언으로 한국소설가협회로부터 공개 사과 요구도 받았었죠. 당시 소설가협회는 성명을 내고 “소설 쓰는 것을 ‘거짓말하는 행위’로 빗대어 소설가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줬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거짓말은 상대방에게 가짜를 진짜라고 믿게끔 속이는 행위이고, 소설에서의 허구는 거짓말과 다르다. 소설을 ‘거짓말’에 빗대어 폄훼하지 말라”고도 했죠.
그때 소설 쓰는 법을 배운 걸까요, 추 장관은 페이스북에 책 제목이자 소설 주인공인 ‘장하리’를 소개하며 “검찰개혁 숙명 앞에 섰던 ‘장하리’가 절정으로 치닫는 국민의 분노와 시대의 소명을 광장의 촛불로 밝혀낸 주인공으로 장편소설 속에 재탄생했다”고 썼더군요. 책 소개에 따르면, “대한민국을 흔든 검찰 관련 사건들이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민주주의 역사 속에서 생생하게 등장하는 검찰개혁에 대한 다양한 인물들과 입장들을 만날 수 있다. 소설보다 ‘더 소설스러운 현실’을 소설로 담은 아이러니는 검찰개혁의 선두에 섰고 온몸으로 경험했던 저자만이 구현해낼 수 있는 서사”라고 하네요.
이건 거짓말이 아니라 소설인 거죠?
조국 ‘디케의 눈물’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올해 8월 낸 ‘디케의 눈물’을 앞세워 요즘 전국을 돌며 출판기념회 중이죠. 문재인 전 대통령의 평산책방에서 책 사인회를 여는가 하면, “명예 회복할 길을 찾겠다”며 사실상의 총선 출마 선언도 했습니다.
그의 책 제목 속 ‘디케’는 정의의 여신을 말합니다. 조 전 장관은 책 소개에서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법과 법치주의에는 오직 혹형만 강조되고 있을 뿐 ‘연민’과 ‘정의’가 빠져 있다”며 “책 제목의 ‘눈물’은 폭압적인 법 권력에 의해 신음하며 흘리는 ‘분노의 눈물’과, 그런 압력에 맞서면서도 주변의 아픔을 살피며 ‘연민의 눈물’을 동시에 흘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뜻한다”고 적었더군요. 굉장히 현학적이고 감정에 호소하는 제목이네요.
조 전 장관은 올해 2월 1심에서 자녀 입시 비리 혐의 7개 중 6개를 유죄로 인정받아 징역 2년을 받았습니다. 아들의 인턴십 증명서를 허위 발급하고, 미국 대학교 온라인 시험을 대신 치러준 혐의 등입니다. 그의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딸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이미 징역 4년을 확정받았습니다. 여기에 아들 입시 비리 관련해서도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이 추가됐고요.
조 전 장관은 “가족 전체가 도륙 났다”며 호소하지만, 반대로 따지면 온 가족이 입시 비리에 가담한 겁니다. 그런 그가 “정의의 여신이 울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법치를 논하다니요. 아무리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지만 적어도 지난 몇 년간 대한민국을 ‘조국유죄’와 ‘조국무죄’로 두동강 내놓고 각종 사회적 비용을 유발했던 그가 ‘연민’과 ‘정의’를 운운할 입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혹시 스스로에 대한 ‘연민’이고, 상대방에 대한 ‘정의’인가요. 이러니 ‘내로남불’ 소리를 듣는 겁니다.
심지어 정 전 교수도 27일 옥중에서 쓴 글을 모아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냈죠. 이제 아들만 출간하면 온 가족이 ‘작가 데뷔’ 성공이네요.
민형배 ‘탈당의 정치’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하기 위해 지난해 민주당을 ‘위장탈당’했다 1년 만에 복당한 민형배 의원의 책입니다. 처음에 제목을 보고 눈을 의심했습니다. 탈당과 복당하는 과정에서 커다란 사회적 논란과 물의를 일으켰던 사람이 책 제목으로 ‘탈당의 정치’를 쓴 게 맞나 싶더군요. 이 정도면 사람들을 조롱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미 헌법재판소도 민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 자격으로 국회 안건조정위원회에 들어가 제도 자체를 무력화한 것에 대해 “소수당의 심사권을 제한했다”며 위법 행위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민 의원 본인도 올해 4월 복당한 직후엔 페이스북에 “헌재(헌법재판소)와 당의 판단을 존중한다. 의도치 않게 소란스러웠다. 송구하다. 비판과 조언 겸허하게 듣겠다”고 썼었죠. 그래 놓고 선거를 앞두고는 다시 자신의 탈당 이력을 자랑스러운 홍보용으로 쓰려는가 봅니다.
실제 강성 지지층 사이에선 확실히 효과가 있는 듯하네요. 19일 광주에서 열린 그의 출판기념회에선 최강욱 전 의원의 ‘설치는 암컷’ 발언부터 김용민 의원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발의 주장까지 ‘막말 종합 세트’가 펼쳐졌습니다. 이 자리에 있던 관객들은 ‘암컷’, ‘탄핵’ 등의 발언에 격렬하게 호응하더군요. 그럴 때마다 의원들은 활짝 웃으며 더 센 발언으로 화답했고요. 한 민주당 의원은 “자기들 장사에는 이득일지 몰라도, 당에는 막대한 손해”라며 “지독한 해당(害黨) 행위”라고 했습니다.
‘송영길의 선전포고’
‘돈봉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송영길 전 대표도 최근 ‘송영길의 선전포고’라는 책을 내고 정치 복귀 신호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책 소개 글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경영대학에서 겸임교수로 지내던 송영길이 왜 한국으로 돌아와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게 되었는지” 등을 담았다네요.
그렇게 멋지게 선전포고할 거면서 왜 올해 4월 돈봉투 의혹으로 당이 사면초가에 처했을 땐 빨리 귀국하지 않았는지 의문입니다. 당시 오죽하면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초선 의원들까지 들고일어나 그의 조기 귀국을 촉구했었죠.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기자회견을 열고 “송 전 대표는 조속히 귀국해 사건의 실체를 밝혀달라”고 했고,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도 “송 대표가 귀국을 미루며 외국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건 당의 전직 대표로서, 또한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태도이자 처신”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어쨌든 송 전 대표의 때늦은 ‘선전포고’는 막말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는 이달 9일 출판기념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어린놈”이라고 불러 선거철 가장 조심해야 한다는 ‘막말 논란’에 불씨를 댕겼죠. 요즘 민주당은 송 전 대표가 또 어디서 무슨 소리를 할지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송영길의 선전포고가 혹시 검찰이 아닌 민주당을 향한 건 아니었을까요!
PS. 이렇게 책 소개는 해드렸지만 저는 사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11.28 민주 의원 75명 '위성정당 방지법' 발의…이재명에 당론 압박하나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75명이 28일 위성정당 방지법(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전제로 한 위성정당 금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이재명 대표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상희 의원(4선)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총선에 참여하는 정당이 반드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동시에 추천하도록 하는 동시에 지역구 후보자 추천 비율의 5분의 1 이상 비율로 비례대표를 추천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두 사항을 충족하지 못했을 경우 해당 정당이 추천한 모든 후보자 등록을 무효화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선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성정당 꼼수'를 최대한 사전적으로 방지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19대부터 21대까지 최근 세 번의 총선을 살펴보면, 19대 총선 22개 정당, 20대 총선 25개 정당, 21대 총선 41개 정당이 참여하였으나 실제 원내에 진입한 정당은 5개 미만이었다. 이 중 비례대표 후보만 낸 정당(비례정당)은 19대 3개, 20대 4개, 21대 20개로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시민단체 '2024정치개혁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연동형 유지 및 위성정당 방지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병립형 비례대표' 주장…민주 "왜 과거 회귀하려고"
비례정당은 정당으로서의 책임성이 부족하고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위성정당 방지법을 주장하고 있다. 단 국민의힘이 제시한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아니라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전제로 하자는 것이다.
병립형과 연동형의 차이는 '지역구 의석과의 연동 여부'에서 나온다. 가령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과 상관없이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정당 별로 의석을 나눈다. 거대 정당에 유리하다.
반면 연동형은 지역구에서 정당 득표율만큼의 의석을 채우지 못했다면 비례대표에서 그만큼 의석을 채워주는 것이다. 지역구에서 강한 거대 정당들에게는 불리하지만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에는 유리하다.
현행 제도인 '준연동형'은 지역구 의석과 연동을 하되 그 정도를 낮춘 것이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처음 이 방식을 따랐다.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 한해 준연동형 비례제를 적용했다. 연동형이었다면 채워줬어야 할 비례대표 의석의 절반만 준 것이다. 나머지 17석엔 기존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했다.
김상희 의원은 "정치개혁은 민주당의 수십년 숙원이며 한국 정치의 퇴행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현행 선거제도를 과거로 회귀하겠다는 것은 정치개혁의 의지를 우리 스스로 뒤집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금이라도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하여 어느 정당도 직접적인 위성정당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위성정당 방지법을 공동발의한 민주당 의원 75명은 이탄희 의원이 기존에 발의한 정치자금법도 함께 당론으로 채택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탄희 의원 법안은 총선 이후 2년 이내에 거대 정당과 위성정당이 합당할 경우 국고보조금의 50%를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11-28 野 “여당 승리 땐 계엄령” 국민 우롱하는 황당무계 선동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계엄령” 운운하는 황당무계한 발언까지 나왔다. 이재명 대표의 발언 자제 요청이 면피용으로 비칠 정도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980년 ‘서울의 봄’을 거론하며 “군복 대신 검사의 옷을 입고, 총칼 대신 합법의 탈을 썼다. 군부독재와 지금의 검찰독재는 모습만 바뀌었을 뿐”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민 의원은 한술 더 떴다. 그는 SNS에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것”이라며 “계엄 저지선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 단독 과반 확보 전략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이 투표로 선택한 윤 정부에 대해,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과 동일시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직접선거를 통해 8번째 대통령을 뽑은 민주주의 여정도 무시했다. 윤 정부에 대한 모독임은 물론, 국민과 민주주의를 능멸하는 거짓 선동이다. 이 대표의 대선 패배 인정도 스스로 짓밟는 자가당착이다. 그런 식으로 정부 정통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민주국가의 정치인 자격도 없다.
여당이 총선에서 이기면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라는 주장은 허무맹랑한 대국민 협박이다. 계엄령은 전시나 사변 등의 사태로 행정 기능이 무너졌을 때만 가능하도록 헌법에 명시돼 있다. 그렇더라도 국회가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즉시 해제해야 한다.(헌법 제77조) 민주당은 내년에 북한이 남침할 것으로 예상하는지, 아니면 남침해 주길 희망하는지 묻고 싶을 지경이다.
국민은 결코 그런 계엄령을 용인하지 않는다. 검찰 독재가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계엄령 운운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또 다른 모욕이다. 계엄령 발동을 막기 위해 과반 의석을 달라고 하면, 국민이 그런 궤변에 말려들 것으로 보는가. 오히려 그런 주장은 국민 불신을 키울 뿐이다. 국민을 개돼지 수준으로 낮춰 보면서 비이성적 논리로 현혹하는 혹세무민 선동이 개탄스럽다.
문화일보
11-28 정치인 패륜 막말 票로 심판해야 한다

김재한 한림대 교수·정치학
한국 정치에 막말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 정치인의 패륜적 언행을 보고 있노라면, 인생에서 그들과 엮이지 않아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들은 끼리끼리 지내서 그런지 남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무감각하고, 그들에게서 염치란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욕설에 관한 학술 연구에서는 욕설 동기를 공감, 중독, 고통 감내 등 여러 가지로 해석한다. 욕을 하게 되면 고통을 감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회실험 결과도 있는데, 일부 정치인도 고통을 감내하기 위해 막말을 할까? 그렇지는 않다. 비슷한 사회실험에서는 욕을 자주 하게 되면 오히려 고통 견디기가 더 어려운 것으로 나온다. 결국, 막말을 달고 사는 정치인이 자신의 고통을 감내하기 위해 막말한다고 볼 수는 없다.
양극화된 진영 정치판에서 막말의 대상은 주로 상대 진영이다. 막말 정치인은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고 상대 진영을 과도하게 욕할 뿐만 아니라, 그런 막말을 통해 강성 지지층을 선동하며 이용한다. 정책 수립, 입법 활동, 재정관리는 별로 안중에 없고, 자기 진영에 안주하면서 오직 상대 진영에 돌팔매를 던짐으로써 자신의 정체성과 공천 가능성을 키우려 할 뿐이다. 막말은 노이즈 마케팅처럼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도 하고 자신의 충성도를 과장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자기를 좋아할 사람이 많고 자기를 싫어할 사람은 적은 걸 선호하지만, 일부 정치인은 자기를 싫어할 사람이 2명 늘더라도 자신을 좋아할 사람이 1명 증가한다면 그것을 선택한다. 현행 정당·공천·선거 관련 제도가 정치적 혐오를 방치하거나 조장하며, 관련 제도를 고칠 수 있는 정치인이 이득을 보고 있어 바뀌지 않는 것이다.
진영화한 정치판에서는 설사 자기 당의 막말 정치인을 싫어하더라도 상대 진영의 정치인보다는 덜 싫어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막말 정치인의 징계를 정당 스스로 추진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논란이 된 정치인에 대한 당의 징계는 형식적인 것에 그치고 뒤에서는 오히려 이해하고 지원하기도 한다.
막말은 덧셈 아닌 뺄셈 방식으로 진행되는 일종의 네거티브 캠페인이다. 그래서 정치인의 막말은 정치 불신의 주요인 중 하나다. 단기적으론 정치적 효과가 있을 수 있겠으나, 더 많은 힘을 규합하는 쪽이 궁극적으로 승리하는 전쟁과 선거에서는 패착일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여러 선거 결과가 패배 정당의 막말 행태로 자주 설명되기도 한다.
각종 조사에서 일반 유권자는 막말하는 정치인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 사실, 정치인이 다른 직업군보다 막말을 더 하는 게 아닌데 그렇게 노출될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렇더라도 유교 정치는 물론 현대 시민 민주정치에서도 예(禮)는 정치인이 갖춰야 할 주요 덕목 중 하나다. 이는 시빌리티(civility)가 ‘시민성’ 또는 ‘문명성’으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사전적 의미는 ‘예’이고, 언시빌(uncivil)이나 인시빌(incivil) 모두 ‘무례한’의 뜻인 데서 알 수 있다.
정치는 정치인뿐 아니라 유권자의 학습 효과 때문에 주기적 속성을 지닌다. 위선을 타파하는 사이다가 더 큰 지지를 얻는 때도 있고, 반대로 몰염치를 응징하는 예가 더 큰 지지를 받는 때도 있다. 2024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어떤 게 더 셀지 넉 달 반 후 확인될 것이다.
문화일보
11.29 막말이 일상과 상식이 된 정당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이 현 정부를 12·12 쿠데타로 집권한 신군부에 빗대 “군복 대신 검사의 옷을 입고 총칼 대신 합법의 탈을 썼다”며 “군부 독재와 지금의 검찰 독재는 모습만 바뀌었을 뿐”이라고 했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세력과 국민이 선거로 뽑은 정부가 어떻게 같을 수 있나. 다른 곳도 아닌 국회 장악 정당의 지도부 회의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믿기가 힘들다. 같은 당 김용민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엄 저지선’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헌법상 계엄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만 가능하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 요즘 한 정치 영화의 흥행에 올라타려 괴담을 한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괴담성 발언은 너무 잦아 일상이 된 느낌이다. 이재명 대표부터 “(현 정부가) 선거 상황이 나빠지면 혹시 과거 ‘북풍’처럼 휴전선에 군사 도발을 유도하거나 충돌을 방치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했다. 북풍은 남과 북이 짜고 북한의 도발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지금 남북 관계에서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설사 누가 그런 일을 꾸민다 해도 거의 즉각 폭로될 것이다. 그런 사실을 이 대표가 잘 알 것이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11.08. bjko@newsis.com
의원들의 막말도 수위가 높아졌다. 최강욱 전 의원은 “암컷이 설친다”는 발언을 하고도 사과 한마디 없다. 그 말을 듣고 같이 웃었던 민형배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며 “‘발목때기’를 분질러 놔야 한다”고 했다. 이들이 막말하고 괴담을 퍼뜨리는 이유는 그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반면 정치적으로 이득을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을 거칠게 하고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황당한 선동을 할수록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고 후원금도 늘어난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28일 “민주당은 오래 지켜온 가치와 품격을 잃었고, 안팎을 향한 적대와 증오의 폭력적 언동이 난무한다”며 “당이 죽어간다”고 했다. 이원욱 의원도 “민주당은 지금 방탄이 원칙이 됐고, 막말은 상식이 됐다”고 했다. 두 사람은 한때 당대표, 원내수석을 맡아 당을 이끌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오죽하면 이런 말까지 했겠나. 당대표는 당의 역사와 전통을 지켜나갈 책임이 있다. 당 내부의 개탄을 이 대표가 새겨듣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11.29 오웰의 ‘동물농장’, 그곳의 암컷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스탈린 시대 소비에트를 풍자한 우화다. 평생 사회주의자로 살았던 오웰에게는 ‘배반당한 혁명’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국인 오웰은 1936~1937년 스페인 내전에 좌파 의용군으로 참가했다. 전선에서 총알이 목을 관통하는 중상을 입었으나, 공산당이 장악한 바르셀로나로 돌아온 뒤엔 통일노동자당 소속이란 이유로 쫓겨 다니는 신세가 됐다. 그런 혁명의 환희와 좌절이 『동물농장』에 담겼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북 콘서트에서 최강욱 전 의원이 이 책을 거론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의아했던 건 이런 까닭이다. 민주당 강경파는 이 우화에서 뭘 읽었단 말인가.
최 전 의원의 노림수는 자명했다. 그는 ‘검찰 공화국’이라는 사회자 말에 “공화국이라는 말은 그런 데 붙이는 게 아니다”라며 “동물의 왕국이 됐다”고 말했다. 사람이 아닌 동물, 공화국이 아닌 왕국. 국민 48.56%의 지지로 당선된 정부여도 존중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동물농장』에도 암컷들이 나와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며 “암컷을 비하하는 건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으로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를 지칭했는지 삼척동자도 안다.
‘암컷’이란 표현이 부각됐지만, 무서운 건 그 아래 깔린 세계관이다. 선거마다 집권 세력이 바뀌는 시대지만, 민주당 강경파에게 민주주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군사독재’를 ‘검찰독재’가 대신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윤석열 정권은 총선에서 조금만 유리한 결과가 나와도 계엄을 선포하고 독재를 강화하려고 할 것”(김용민)이란 뜬금없는 전망도 그런 인식의 발로다.
그들의 세계관에선 검찰에 맞서는 민주당은 ‘절대 선(善)’이 된다.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니 최 전 의원 징계 결정엔 “민주당 지지자 노릇 하기 참 힘든 날”(컨설턴트 박시영)이란 불만을, 당내 탄핵 신중론엔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있다”(민형배)는 비난을 터뜨리는 거다.
끝으로 한마디 더. ‘암컷’ 발언에도 오류가 있다. 최 전 의원의 호언과 달리 『동물농장』에 암컷이 여럿 등장한다. 암말(馬) ‘몰리’는 혁명을 도모하던 동물들에게 “반란 이후에도 설탕이 있을까요”라고 묻는다. 소설엔 ‘우둔한 질문’으로 소개됐지만, 현실 사회주의가 맞닥뜨린 핵심 난제였다. 독재자 돼지들에 가장 용감하게 맞선 이들도 암탉이었다. 식량난에 달걀을 모두 내놓으라는 통보를 받은 암탉들은 “이건 병아리 살해 행위”라고 항의하며 서까래로 날아올라 고공농성을 벌였다. 돼지들이 주동자 암탉을 처형할 때 내건 명분은 ‘적과의 내통’이었다. 이 역시 민주당 어디선가 자주 들리던 표현이다.
중앙일보 오현석 정치부 기자
11.29 이재명 대표가 재판을 우습게 보는 이유
李 사건 재판부, 내년 2월부터
1심 선고 못한 채 대부분 교체될 듯
‘재판장 2년마다 교체’ 내규 때문
그러니 李가 재판부 농락하는 것
웬만한 사람도 법정에선 주눅 들기 마련이다. 유·무죄가 갈리는 형사 법정에선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별로 긴장하지 않는 듯하다. 재판에 지각하고, 법정에서 가끔 하품도 한다. 단식 직후 열린 대장동 사건 첫 재판 때는 “앉아 있기도 힘들다”며 재판을 일찍 끝내고는 국회로 가 표결에 참여했다.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선 국정감사 때문에 불출석한다고 해놓고 국감장엔 가지도 않았다. 재판부를 농락한 것이다. 보통의 피고인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 근저엔 거대 야당 대표라는 특권 의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피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들도 이러지는 않았다.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중 하나는 이 대표가 지금 자기 재판을 맡고 있는 재판부 판사들이 1심 선고를 못 하고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부터 보자. 지난 대선 때 이 대표가 대장동 핵심 실무자를 몰랐다고 하고, 국토부 협박으로 백현동 개발이 이뤄졌다고 말해 허위 사실 공표로 기소된 사건이다. 오래 걸릴 재판이 아니다. 그런데 기소 1년이 넘었지만 재판은 절반밖에 진행되지 않아 내년 초 선고는 사실상 어렵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1심을 6개월 내에 끝내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이미 위법 상태인데 재판부는 재판을 서두르려고 하지도 않는다.
더구나 법원 인사철인 내년 2월 이 사건 재판장은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법원은 사무 분담 내규 등을 통해 형사합의부 재판장은 통상 2년, 배석판사는 1년마다 교체해왔는데 이 사건 재판장이 내년 2월 교체 대상이라는 것이다. 판사들이 형사재판을 꺼리다 보니 법원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부터 거의 예외 없이 이 원칙을 지켜왔다. 그러니 이 대표가 지금 재판부에 긴장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비리 사건 재판장도 내후년 2월 교체 대상이다. 먼 얘기 같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 이 사건 재판은 시작 단계다. 수사 기록만 수백 권에 달해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재판장 스스로 “1~2년은 걸릴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 이 사건 재판장도 내후년 2월까지 1심 선고를 못한 채 교체될 수 있다. 김만배씨 등 대장동 민간 업자들을 재판하고 있는 재판부도 내년 2월 재판장과 배석판사가 다 바뀌는데 그 전에 선고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한다. 판사들이 ‘재판 구경’만 하고 떠나는 ‘폭탄 돌리기’가 곳곳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다른 재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무책임한 일이다.
재판장이든 배석판사든 한 명만 바뀌면 재판은 ‘공판 갱신’을 해야 한다. 이미 이뤄진 공판을 다시 하는 것인데 앞선 재판을 간략히 요약하는 것으로 갈음할 수도 있지만 요즘은 피고인들이 이전 재판 녹음 파일을 다 듣자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거부할 방법이 없다. 대장동 민간 업자 재판 때도 배석판사들이 바뀌자 법정에서 두 달가량 주요 증인 신문 녹취 파일만 들었다. 이 대표도 재판부가 바뀌면 이를 요구할 테고 그러면 재판은 더 늘어질 것이다.
과거엔 판사들이 중요 사건을 맡으면 교체 시기가 돼도 사건을 해결하고 떠나는 경우가 있었다. 판사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다. 지금도 법원 사무 분담 내규엔 중요 사건 처리 등을 위해 교체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이 있다. 하지만 김 전 대법원장 때부터 판사들 눈치 보느라 거의 예외 없이 교체 시기를 지켰다고 한다. 사법 정의가 아니라 판사들만 위해 사무 분담을 짜고 인사를 한 것이다. 그게 지금의 ‘폭탄 돌리기’로 나타나고 있다. 심각한 문제다.
조선일보 최원규 논설위원
11.29 “권력 남용 정치 안 바꾸면 586정치인들 범죄 계속 나올 것”

안희정·이재명 수행했던 비서들의 폭로
지난 22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7년간 수행비서였던 문상철씨가 책 『몰락의 시간』을 냈다. 책은 안 전 지사가 의전 카르텔과 팬덤에 포획돼 권력정치에 오염된 끝에 여비서 김지은씨 성폭행 혐의로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는 등 몰락 과정을 생생히 담았다. 문씨는 김씨를 도운 첫 조력자이기도 했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공익신고한 전 경기도 공무원 조명현씨도 책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카』를 냈다. 보름 간격으로 민주당 586 지자체장 보스의 부패 의혹을 폭로한 비서 출신 두 사람의 공통점은 ‘의리’ ‘진영’ 대신 ‘팩트’ ‘공정’을 중시한다는 거였다. 문씨는 1983년생, 조씨는 1978년생. 둘 다 40대다. 정치 성향을 물으니 조씨는 “좌도 우도 아닌 중도”라 했고, 문씨는 “진보 성향이지만, 권력의 잘못을 따지는 데는 진영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문상철·조명현씨 잇따라 책 발간
문 “안희정 공? 성범죄 곱하면 0”
조 “민주당, 책 키워줄까 입 닫아”
“팩트가 잣대되는 정치 곧 올 것”
현금 든 상자 막으니 선배들 질책

▲안희정 전 지사 비서였던 문상철씨가 저서 『몰락의 시간(메디치미디어)』을 들고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누군가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알아야할 것을 기록하려고 담담하게 책을 썼다”고 했다. 김종호 기자
28일 문상철씨를 만났다. 첫 질문으로 ‘책이 출간된 뒤 안 전 지사나 민주당 반응’을 물었다. “반응이 없다. 다만 3년간 상무로 재직한 기업에서 사직을 권했다. 책에 부담을 느끼는 입장을 이해해 27일 사직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안희정’으로 상징되는 정치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권력이란 칼의 무게를 모르고 마구 휘둘러 국민을 베는 현실을 고치지 않으면 제2, 제3의 안희정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했다.
▶안 전 지사가 당신을 비롯한 보좌진에게 ‘가문’이란 말을 자주 했다고 썼다.
“가족처럼 서로의 잘못을 덮어주고 위계를 지켜야 한다는 의미였다. 가부장제 문화를 그대로 반영한 단어다. 안희정이라는 아버지를 위해 자식뻘 참모들이 희생해야 한다는 거다. 정치에 ‘가족’이 어디 있나. ‘가족이니 잘못 있어도 가려줘야 한다’는 강요일뿐이다. 공무에선 ‘가족’ 대신 법규와 제도가 잣대가 되어야 한다.”
▶안 전 지사가 역술인이나 해외 로비스트들과 자주 만났다고 했는데, 로비스트들과 ‘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내 기억 선에선 없었다. 물론 몰랐을 수 있다. 다만 로비스트들은 작은 문제 해결 대신 향후 안 전 지사에게 더 큰 요구를 하려고 준비를 꾸준히 한 것으로 본다.”
▶모 기업인이 안 전 지사 차에 돈다발이 든 과일 상자를 넣으려고 한 걸 당신이 막자 선배 보좌진들이 ‘네가 뭔데 그런 짓 하나’고 질책했다고 썼다. 그들은 현금 상자를 받았다는 얘기 아닌가?
“정치인 캠프는 대개 회계 처리가 쉽지 않은 비용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도움을 받는 것으로 안다. 특히 선거자금은 자금을 담당하는 극히 일부 직원들 외엔 절대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내가 아는 부분이 많지 않다.”

▲조명현
▶안 전 지사를 비롯해 박원순·오거돈 등 유달리 민주당에 성범죄 파동이 많다.
“보수 진영에도 그런 범죄를 저지른 정치인들이 많이 있었다. 좌우 막론하고 정치인이 권력을 책임감 있게 받아들이느냐가 판단의 잣대다. 다만 성범죄 사건이 터지면 어느 당보다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
▶“안 지사에게 성폭행당했다”는 김지은씨 말을 듣고 그를 돕는 편에 섰다. 안 전 지사를 보좌한 입장에서 고민도 있었을 듯한데.
“안 전 지사와 미래를 함께 하겠다는 생각만 하던 나로선 엄청난 고통이었다. 그러나 김씨의 고통을 생각하면 조금도 머뭇거릴 수 없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카
책에 따르면 안 전 지사의 피해자는 김지은씨뿐만 아니다. “김지은씨가 JTBC에 나와 성폭행당한 사실을 밝히는 순간 나와 TV를 같이 보던 후배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안 전 지사의) 또 다른 피해자로 추측됐다. ‘(안) 지사님 믿지 말라. 그렇게 좋은 사람 아니다’고 내게 말했던 여선배도 안 전 지사의 피해자임이 녹음파일로 드러났다. 그 밖에도 (피해자가) 몇 명 더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김지은씨 사건이 터지자 안 전 지사 편을 들었다.”
“‘노무현처럼 사라졌으면’ 하더라”
▶안 전 지사 성 추문이 터진 직후 “노무현 대통령이 주변을 걱정해 자살해 말끔히 정리돼 주변 사람들이 피해 안 봤다”고 말한 국회의원이 있었다고 썼는데.
“김지은씨를 도와달라고 호소하려고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찾아갔는데, 한 의원이 이런 얘기를 했다. 충격이었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우리 사회의 아픔인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너무나 쉽게 거론한 점, 또 하나는 안 전 지사가 사라져 자신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는 거였다. 난 피해자를 도왔지만, 안 전 지사의 안위도 걱정했다. 그러나 정작 측근이란 정치인들은 궁지를 모면할 궁리만 하고 있었다. 정치의 비열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안 전 지사 부인이 당신 가족에게 자녀 안부를 묻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는데.
“안 전 지사가 재판받을 당시, 김지은씨 측 증인의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에 정체불명의 사람이 ‘아이를 데리러 가겠다’고 했던 일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안 전 지사 부인이 내 아내에게 ‘잘 생각하라’는 문자와 함께 세 살배기 딸의 안부를 물은 건 엄청난 압박으로 느껴졌다. 이후 부인과 딸은 처가로 한참 피신해 있어야 했다.”
▶안 전 지사가 임기 초반 전자결재 시스템을 만드는 등 공도 있었다고 썼는데.
“맞다. 그러나 숫자가 아무리 커도 0을 곱하면 0 아닌가. 성과를 냈더라도 부하의 인권을 짓밟았다면 공을 평가할 수 없다. 책이 220쪽쯤 되는데, 원래는 안 전 지사의 또 다른 문제점들을 다룬 70쪽 분량이 더 있었지만 줄여서 낸 거다.”
“‘별 것도 아닌 걸로…’ 댓글이 압권”
조명현씨와도 인터뷰했다. 2021년 3월~10월 경기도 7급 공무원으로 일한 조씨는 ‘사모님 팀’에 배치돼 샌드위치·샴푸 등 이재명 지사(당시) 부부의 생활용품을 배달하고 법인카드로 계산하는 일을 담당했다. 이 지사 옷을 세탁소에 맡겼고 속옷을 빨기도 했다. 그는 “공식적으론 비서지만 실제론 하인·공노비 같았다”고 했다.
▶책이 나온 뒤 서점가와 민주당의 반응은.
“지난주 교보문고에서 정치·사회 부문 판매 1위에 올랐다고 들었다. 반면 민주당의 반응은 전무하다. 판매 금지 가처분은커녕 논평 한마디 없이 ‘나 몰라라’ 전략으로 가더라. 반응하면 책만 주목받게 되니 두려운 듯하다. 그래서인지 메신저인 나의 신상만 공격하더라. 댓글을 보면 내용이 똑같다. 누군가 내린 지침을 일제히 따라 하는 모양새다. ‘조명현은 김은혜 캠프에서 운동했다’ ‘7만 8000원짜리 사건일 뿐’ ‘이재명은 불기소 처분돼 무죄’란 식이다. ‘관상이 안 좋다’는 공격도 있다. ‘별것도 아닌 걸 갖고 청렴한 이재명을 깎아내린다’는 댓글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법인카드가 사적 용도로 쓰인 걸 몰랐다고 주장하는데.
“말이 안 된다. 이 대표 측근이자 내 상관이었던 배 모(5급 공무원)씨가 내게 ‘지사님이 야채 샌드위치 좋아하니 야채를 추가해 가져오라’는 식의 피드백을 끊임없이 줬다. 이 대표 취향이니 본인 얘기를 듣지 않고선 지시할 수 없는 내용 아닌가. 또 그 비용은 도청 내 여러 부서에서 예산을 끌어다 충당했는데, 부서장들이 도지사 승인 없이 결재했을 리 만무하다. 그랬다면 중징계에 연금까지 박탈된다. 이 지사가 성남시청에서 데려온 간부가 배씨 얘기를 듣고 (예산을 끌어다 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근황은.
“수원지검이 경기도청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는데 기각당했다. 이에 항의해 수원지법 앞에서 21일부터 매일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런데 ‘개딸’인 듯한 2명이 매일 내 근처에서 전화 통화하는 척하며 욕을 하고 나를 노려보더라.”
▶당신이 보는 ‘법카 사건’의 의미는.
“나라를 바로 잡아가는 과정이다. 국민도 정치인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진영 따지지 말고 팩트로 판단해야 한다. 나는 이 대표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 날까지 싸우는 게 목표다. 그 밖의 일은 머릿속에 없다.”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
11-29 [속보]‘선거개입’ 송철호·황운하 각 ‘징역 3년’ 실형…백원우는 징역 2년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원우·박형철·송병기도 유죄 “수사청탁 인정, 죄책 매우 무거워”
‘송철호 경쟁 후보 매수’ 한병도 의원은 무죄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김미경 허경무 김정곤 부장판사)는 29일 선고공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시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른바 ‘하명 수사’에 나선 혐의로 기소된 황 의원에게도 총 3년이 선고됐다.
공직선거법 분리 선고 규정에 따라 선거법 위반 혐의에는 징역 2년 6개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는 6개월이 선고됐다.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에게도 총 징역 3년이 선고됐다. 하명 수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는 징역 2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받은 송 전 시장과 황 의원, 송 전 부시장과 백 전 비서관은 “증거인멸이나 도망 우려는 없다고 봐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 조직과 대통령 비서실의 공적기능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해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선거개입 행위는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엄중한 처벌로 다시는 이런 일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공익사유가 매우 크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송 전 시장과 송 전 부시장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위를 황 의원에게 전달해 수사를 청탁한 점이 인정된다”며 “송 전 부시장은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송 전 시장은 그 정보를 황 의원에게 전달했고, 황 의원은 김 전 시장의 측근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송 전 시장과 황 의원, 백 전 비서관, 박 전 비서관은 순차 공모해 차기 시장에 출마 예정인 김 전 시장의 측근을 수사하게 함으로써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전부 유죄로 판단했다.
송 전 시장 경쟁자에 대한 경선 포기 권유 혐의를 받은 한 의원에게는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 전 청와대가 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송 전 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다.
문화일보 곽선미 기자
11.30 ‘울산 선거 공작’ 마침내 징역형 판결, 모든 책임은 文 전 대통령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민주당 황운하 의원에게 서울중앙지법이 1심에서 각각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겐 징역 2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이 기소된 지 3년 10개월 만이다. 이 사건은 청와대 비서실 조직이 문 전 대통령 ‘30년 친구’인 송철호씨를 당선시키려고 상대 후보에 대한 하명 수사, 후보 매수, 공약 지원 등 선거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법원은 핵심 혐의인 ‘하명 수사’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문재인 청와대가 경찰에 하명해 야당 후보를 수사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조직적 선거 개입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경찰 조직과 대통령 비서실의 공적 기능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선거 제도와 국민들의 참정권을 위협한 중대 범죄”라고 했다. 당시 벌어진 상황은 이 표현 그대로다. 문 전 대통령은 송씨 당선이 “소원”이라고 했다. 그러자 청와대 비서실 조직이 동원됐다. 송씨 측이 넘겨준 야당 후보 관련 첩보를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에게 넘겨 수사하도록 했고, 경찰은 야당 후보가 공천장을 받던 날 그의 사무실을 덮쳤다. 야당 후보는 나중에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선거에서 낙선한 뒤였다. 법원은 청와대의 이 공작을 다 유죄로 판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후 선거 공작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인사권을 이용해 검찰 수사팀을 공중분해시켰다. 검찰총장도 몰아냈다. 이 사건 재판을 맡은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는 15개월 동안 유무죄를 가리는 공판을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 문 정권의 불법을 그 수족이 된 일부 검찰 간부와 판사가 덮고 뭉갠 것이다. 그 사이 송씨는 시장 임기를 다 채웠고, 황운하씨는 민주당 국회의원이 됐다. 이제야 1심이 끝났으니 그는 내년 5월까지 임기도 다 채울 것이다. 수사 중단과 재판 뭉개기는 명백한 불법이다. 이 모든 불의의 진상도 언젠가는 다 드러나야 한다.
사건 자체의 진실도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사건을 비서관 혼자 벌일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윗선이 따로 있고 그게 누군지도 명백하다. 그런데도 검찰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전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에 대해선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기소하지 않았다. 이 엄청난 일을 수석과 비서실장이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
이 범죄의 정점에 문 전 대통령이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문재인의 친구를 위해, 문재인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문재인의 청와대 조직이 동원된 이 범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검찰의 윗선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항고가 이뤄졌지만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 판단을 미루고만 있다. “1심 결과와 증거 등을 더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사건을 전면 재수사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30 울산시장 선거 개입 유죄, “국가 질서 무너뜨린 국기 문란”
재판부 “경찰·청와대 사적 이용한 선거 개입 엄벌해야”
기소 3년10개월 만의 판결, ‘지체된 정의’는 더 큰 문제
2018년 울산시장 선거의 청와대 개입 의혹 사건 당사자들이 어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송철호 전 시장과 황운하 의원(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겐 징역 3년,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경찰 조직과 대통령비서실의 공적 기능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해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선거 개입 행위는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시했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은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을 표적 수사했다. 당 공천이 확정된 날(3월) 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청와대에 사전보고까지 됐다. 2월 40%였던 지지율은 두 달 뒤 29.1%로 곤두박질쳤다. 반면 송철호 후보는 같은 기간 19.3%에서 41.6%로 급상승했다.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하며 95쪽의 ‘불기소결정문’을 남긴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가 질서를 무너뜨린 국기 문란 범죄”라고 지적했었다.
재판부는 “송 전 시장과 황 의원, 백 전 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이 순차 공모해 김 전 시장의 측근을 수사하게 함으로써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며 “엄중한 처벌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공익 사유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당시 윗선이었던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은 검찰 기소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돼 법적 처벌은 면했지만, 도의적 책임까지 면죄부가 주어진 건 아니다. 특히 검찰 공소장에 이례적으로 35차례나 언급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어도 유감 표명은 해야 옳다. 이 모든 사건이 문 전 대통령과 그의 ‘절친’인 송 전 시장의 특수 관계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두 사람만 아니었다면 청와대가 무리하게 개입할 일도, 경찰이 하명 수사할 이유도 없었다.
판결이 나오기까진 우여곡절도 많았다. 수사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1년 반이 걸렸고, 검찰 기소부터 1심 선고까지는 3년10개월이 지체됐다. 수사 과정에선 ‘청와대 윗선’을 캐려는 수사팀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공중분해’ 시켰고, 사건 담당 판사는 기소 후 1년이 넘도록 공판을 열지 않았다. 지연된 정의는 사건 발생 후 6년 가까이 돼서야 1심에서 유죄가 밝혀졌다.
그새 송 전 시장은 4년 임기를 모두 마쳤다. 황 의원 역시 남은 임기를 무사히 마칠 전망이다.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시간을 끌면서 내년 총선에 다시 출마할 수도 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향후에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기를 훼손하는 선거사범을 일벌백계해야 한다. 법원도 신속하고 정확한 재판으로 ‘정의의 지연’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성찰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11-30 정치 편향 내부고발까지 나온 공수처, 폐지가 근본 해법
출범 이후 3년 가까운 기간 내내 온갖 구설과 난맥을 거듭해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심각한 내부고발까지 터져 나왔다. 검사 출신으로 지난해 10월 공수처 부장검사로 임명된 김명석 인권수사정책관은 30일 자 법률신문 칼럼에서 “희한한 경험”이라며 정치 편향과 인사 전횡 사례의 일부를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윤석열 검찰총장 때 벌어진 ‘총장 찍어내기 감찰 의혹’에 대해 올 초 검찰에서 검찰 간부 2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해 공수처로 이첩했다. 그런데 여운국 차장이 수사 경험이 없는 검사에게 배당하고,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를 찾아 주는 등 결론을 유도하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고 한다.
퇴근 뒤 발령이 공지되는 등 인사가 시도 때도 없이 이뤄져 내부에서 ‘인력 시장에 나온 잡부’라는 자조도 나왔다. 인력 이탈과 수사 실적은 심각하다. 공수처는 올해 1479건을 직접 처리했는데 재판에 넘긴 사건은 하나도 없다. 청구한 구속영장 1건마저 법원에서 기각됐다. 출범 이후 직접 공소를 제기한 사건은 3건,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한 사건은 5건뿐이고, 이 과정에서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네 차례 청구했으나 발부받지 못했다.
지난 5월과 3월 사직한 김성문·예상균 전 부장검사는 각각 “건강한 조직이 아니다” “수사기관 역할을 담당하기 어렵다”는 말을 남겼다. 공수처는 김 정책관을 감찰·고소하겠다는데 적반하장이다. 공수처는 출범 때부터 위헌 논란, 입법 과정의 짬짜미와 절차적 결함까지 겹치면서 ‘태어나선 안 될 기관’이란 지적을 받았다. 공수처를 폐지하고, 검찰의 특수 독립조직으로 만드는 게 근본 해법이다.
문화일보 사설
11-30 이동관 탄핵안 복붙, 野 ‘묻지 마 탄핵’ 본색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의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동관) 탄핵소추안’의 복붙(복사해 붙이기) 소동은 단순한 실수로 넘기기 힘든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한 공직자 파면의 실현보다 다수 의석을 이용한 직무정지에 더 관심이 있으며, 그러다 보니 내용은 제대로 살피지 않고 다른 탄핵소추안 주문(主文)을 복사해서 옮기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28일 이동관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재(再)제출했다. 고민정 등 소속 의원 168인이 참여했지만, 맨 앞의 주문에는 ‘헌법 제65조, 국회법 제130조 및 검찰청법 제37조의 규정에 의해’라고 돼 있었다.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안에 있는 부분이라고 한다. 다음 날 이를 철회하고 법안명을 고쳐 다시 제출했다.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내용에는 별 관심이 없으며, 탄핵안을 ‘묻지 마’ 식으로 남용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애초 처리 절차부터 위헌 소지가 컸다. 탄핵안은 지난 9일 국회법상 ‘본회의에 보고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보고 절차가 끝났다. 후속 본회의를 열지 못하게 되자 철회를 신청하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결재해주는 바람에 재발의가 가능해졌다. 국회법 농단이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의제가 된 법안의 철회는 본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김 의장이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정기국회 내 재상정이 불가하다는 점을 근거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국회법 해당 조항이 안건 상정 절차를 따로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회의 보고로 정식 의제가 됐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민주당은 의석을 앞세워 무조건 1일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당장 김 국회의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1일 본회의 일정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 의결(헌법 제54조)을 가정한 것인 만큼, 예산안이 상정되지 않으면 김 의장은 본회의를 개의해선 안 된다. 헌재 역시 무도한 탄핵소추안에 대한 결정을 가능한 한 신속히 내려 헌법 훼손을 막아야 할 책임이 막중하다.
문화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