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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이야기 2023-09/ 09.01 ‘세월호’ 때처럼 핼러윈 참사 재발방지법은 관심도 없다 - 09.30 김민전 “이재명 관련 비리에 20여명 구속, 정작 본인은 법원 덕에 활보”

상림은내고향 2023. 9. 22. 19:34

정치(인) 이야기 2023-09/

09.01 ‘세월호’ 때처럼 핼러윈 참사 재발방지법은 관심도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단독 처리했다. 특별법은 ‘세월호’처럼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조위는 검경의 수사 요청, 감사원의 감사 요구를 할 수 있고 국회에 특별검사 임명도 요청할 수 있다. 8년에 걸쳐 9차례 수사와 조사를 되풀이한 세월호 참사가 떠오른다. 이 과정에서 운동권 인사들이 세금으로 월급 받는 일자리만 생길 것이다. 민주당은 양곡법, 간호법처럼 국회 본회의까지 강행 처리 후 대통령의 거부권을 유도하는 전략을 쓸 것이다.

핼러윈 참사는 좁은 골목길에 막대한 인파가 몰려 일어난 사고다. 그 책임을 물어 용산경찰서장과 용산구청장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참사 직후부터 각종 음모론을 제기하는 등 ‘재난의 정치화’에 매달렸다. 세계에서 이런 압사 사고는 종종 일어나지만 이렇게 정치화시키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민주당 주도로 국회 국정조사가 55일간 이어졌지만 새롭게 드러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도리어 참사 현장에서 민주당 의원이 남편과 함께 의료진의 긴급 이동 수단인 ‘닥터카’를 콜택시처럼 이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민주당은 행안부 장관을 탄핵 소추했지만 헌재는 전원 일치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특별법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해난 사고가 도리어 더 늘었다고 한다. 원인은 다 밝혀졌는데 없는 원인을 더 찾는다고 음모론과 한풀이 정치를 벌이다가 정작 중요한 안전은 거꾸로 간 것이다. 제2, 제3의 핼러윈 참사를 막으려면 군중 밀집 사고 대비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주최자가 따로 없는 행사의 경우 관할 지자체에 안전 관리 대책 수립을 의무화하고, 재난 관리 주관 기관도 별도 지정해야 한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정부가 제출했지만 국회에서 8개월째 잠자고 있다. 국회가 재발 방지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이 법부터 처리하는 게 순서다.

조선일보 사설 

 

09.01 제1 야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 공감 어렵고 명분도 없다

정기국회 전날 극한 투쟁 선언, ‘정치 실종’ 자

체포동의안 상정 임박 시점도 논란, 즉각 중단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느 모로 봐도 공감하기 어렵다. 169석을 보유한 제1 야당의 대표임을 망각한 무책임한 처사란 비판이 과하지 않다. 지금 나라의 현실을 보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더욱 위중해졌고, 경제도 생산·소비·투자가 동반 위축된 가운데 자동차·조선 등 주력 업계의 파업 위기로 빨간불이 켜져 있다. 입법 권력을 장악한 원내 1당의 대표가 단식 운운하며 의회를 내팽개치는 듯한 행동을 할 시점이 아니다.

단식은 자신의 의사 관철을 위한 가장 극단적인 방법이다. 더구나 제1 야당 대표의 단식은 선언만으로도 정국을 급랭시켜 정치가 실종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당장 1일 개원하는 정기국회부터 여야의 강대강 대립 속에 파행할 공산이 커 산적한 민생 입법과 예산 심사가 공전할 우려가 높다. 이 대표 말마따나 윤석열 정부가 국정에 미흡한 측면이 있다면 국회에 들어가 시시비비를 따져 개선을 촉구하는 게 원내 1당이자 공당의 올바른 자세다.

게다가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대북송금 게이트 등 개인 비리 의혹으로 올 들어 다섯 번째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를 조사한 뒤 정기국회 회기 중 두 번째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불체포특권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구체적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체포동의안 말씀들 자꾸 하시는데 여러분은 이게 구속할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나”라고 반문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던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는 다른 기조를 보였다.

이러니 그의 단식 선언을 놓고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상정되면 부결 표를 던지도록 민주당 의원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방탄용 노림수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것이다. 무기한 단식 카드로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켜 사법리스크 논란과 대표직 사퇴론을 덮으려는 속내가 있는 건 아닌지도 의문이다. 과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이 대표는 시점과 상황 어디에도 맞지 않는 극단의 행동을 멈추고 정치인의 책무가 무엇인지 돌아봐야 한다.

1일 개원하는 의회는 21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다. 여야 모두 한발씩 물러나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이 대표는 명분 없고 국민의 공감도 얻기 어려운 단식을 중단하라. 정권을 견제하되 민생에는 협력하는 야당 대표의 본분으로 복귀해야 한다. 정부·여당 역시 일방독주식 국정으로 야당 대표가 극한 선택을 하게끔 빌미를 준 책임은 없는지 성찰하며 협치로 국정을 풀어가야 한다. 국민이 부여한 자신의 책무를 외면한다면 민심의 호된 회초리를 맞을 뿐이다.

중앙일보 사설

 

09-01 급기야 ‘방탄 단식 쇼’ 벌인 李, 이러고도 민생 운운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정기국회 개회 첫날 일정을 단식 속에 시작했다. ‘민생 회복’을 강조했던 원내 제1당 대표가 정작 민생이 중대한 시기에 극단적 시위에 나선 것만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이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무기한 단식을 밝히며 민생 파괴·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통령 사과, 일본 오염수 방류에 반대 천명, 전면 개각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오히려 거야(巨野)의 입법폭주로 대통령이 두 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하고, 정부 제출 법안 200여 건이 국회에 쌓일 정도로 국정 발목 잡기에 대한 성토가 더 많은 상황이다. 도대체 누가 사과해야 하나.

오염수 방류 반대 주장도 괴담 선동 수준인 데다 실효성 없는 요구를 내걸었다. 이 대표는 단식 중단 조건을 묻자 “단식은 국민 절망감에 함께하겠다는 뜻”이라고만 했다. 요구사항이 비현실적임을 스스로 시인한 것 아닌가. 명분도 공감도 부족하다. 그러니 겉으론 윤석열 정부를 겨냥하고 있지만 속셈은 ‘방탄 단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는 오는 4일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했고, “수사는 전혀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으로 다섯 번째인 검찰 출석과 조사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즈음에는 단식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나올 공산이 크다. 혹여 동정 여론이라도 일면 검찰로선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설령 체포동의안이 제출돼도 이 대표의 신변 상황이 표결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이번 단식은 검찰 수사, 체포동의안을 통제하고 사퇴론을 막아 대표직을 유지하는 일거양득 꼼수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이 이를 모를 정도로 무심하지 않다. 이 대표는 지난 1년간 끊임없이 ‘방탄 올인’ ‘사당화’ 논란을 일으켰다. 제21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마저 책무를 외면하고 사익을 위해 파행으로 몬다면 국민이 가만히 있겠는가.

문화일보 사설

 
 

09.02 이재명 단식장, 극단 성향 유튜버들의 파티장 됐다

유튜버와 만난 극단의 정치

 ▲지난달 31일 여의도 국회 본청 앞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농성장 주위에서 이 대표를 지지하는 이른바 ‘개딸’ 유튜버들과 이 대표 구속을 주장하는 유튜버들이 고성을 지르며 대치하고 있다. /뉴스1

“범죄자 새X는 감방에나 들어가라!” “니들은 방사능 회 X먹고 뒈X버려라!”

지난달 31일 오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단식 첫날 밤은 아수라장이었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이른바 ‘개딸’ 유튜버와 이 대표 구속을 주장하는 극단 성향 유튜버들이 주고받는 고성과 욕설이 난무했다. 극단 유튜버들은 이 대표가 단식 중인 천막을 촬영하며 “야, 이재명!” 고함을 질러댔다. 이에 개딸 유튜버들은 이 대표를 호위하듯 겹겹으로 인(人)의 장막을 치고 휴대폰과 카메라를 치켜들었다.

이 대표는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도 미소를 지으며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 역시 당 지도부와 함께 자신의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여기(천막)는 평화로워 보이는데 이 앞은 난리”라며 “국회 풍경 한번 잠시 보여드릴게요. 여러분이 출연할 기회”라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 유튜브 카메라가 현장을 한 바퀴 돌아보며 이 난장판을 송출했다. ‘수퍼 블루문’이 뜬 이날, 국회 경내를 산책 중이던 한 시민은 “달구경 하러 왔는데 광기(狂氣)에 날뛰는 사람들에게 다칠까 봐 서둘러 집에 가는 중”이라고 했다.

 

유튜버들이 이 대표 단식장에 몰려온 이유는 조회 수가 나오기 때문이다. 한 유튜버는 ‘이재명 단식 김부선이 간다!’라는 제목을 달고 방송했다. 2016년 사건을 소재로 한 ‘낚시 방송’이었지만, 조회 수는 6만회를 넘었다. 친명 유튜브에선 “몸 상하시면 안 돼요” “우리도 같이 단식해요” 등 개딸들의 응원이 빗발쳤다. 정치권 관계자는 “저질 유튜브와 극단 정치가 한 몸이 된 한국 정치의 단면”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1일 이 대표를 향해 “체포 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방탄 단식’을 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민주당 친명 인사들이 “단식 철회 조건은 없다”(장경태·박성준)는 데 대해 당내에서조차 “대의명분이 없다” “황당한 단식” 같은 반응이 나왔다. 과거 거물 정치인들의 단식 투쟁은 정치범 석방 등 구체적인 조건을 내걸었는데, 이번엔 그런 것도 없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이날 단식 천막 아래서 최고위를 열고 “단식 외에는 정권의 퇴행과 폭주를 막을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너무 심해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하는 상황이 염려스러워 전화를 했다”며 “건강을 잘 챙기기 바란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잘 견뎌내겠다”고 답했다고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전했다. 이날 저녁 국회에선 민주당 의원·당원·지지자 수백 명이 총집결한 촛불 집회가 열렸다. 일부는 ‘친일 매국노 용산 X차반 탄핵 꺼져 2(이)X끼야’라고 적힌 윤석열 대통령 비방 현수막까지 들고 나왔다.

 

이 대표는 밤 10시쯤까지 천막에서 김민석 정책위의장 등과 윤 대통령을 성토하는 장면을 유튜브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을 ‘이 사람’으로 지칭하며 “이 사람이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어. 평생 실패를 안 해봐서 그런가” “낙선 안 해보면 거만해져서 새상이 안 무서운 거야” 같은 발언을 했다. 한 지지자는 이 대표 앞에서 무릎을 꿇고 흐느끼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 소환 일정을 놓고 검찰과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 측은 당초 오는 4일 출석해 오전에만 조사받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수원지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전 2시간 만에 조사를 중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 수원지검의 ‘오전 조사’ 거부에 이 대표 측은 11~15일 중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09-02 김만배 기획·신학림 실행... 허위 인터뷰, 대선 3일전 터뜨렸다

“尹이 부산저축銀 수사 봐줘” 주장
인터뷰 공개 다음날, 민주당 총공세

 “김만배가 1억6500만원 주고 산 책” -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1일 오후 경기 고양시 집 근처에서 ‘대장동 사건’ 주범인 김만배씨에게 1억6500만원에 팔았다는 자신이 펴낸 책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 지도’를 기자들 앞에 펼쳐 보이고 있다. /뉴스1

대장동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1일 신학림(65)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신씨는 2021년 9월 15일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와 인터뷰하고, 대선 사흘 전에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김씨의 허위 인터뷰 내용을 자신이 전문위원으로 있는 뉴스타파를 통해 보도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씨는 인터뷰 직후 김만배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1억6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압수 수색 영장에 “신씨는 인터뷰 내용을 제20대 대통령 선거 직전 보도해 달라는 김만배씨의 청탁과 함께 2021년 9월 20일 1억6200만원을 송금받았다”는 등의 혐의를 적시했다고 한다.

그래픽=송윤혜

뉴스타파는 작년 3월 6일 ‘윤석열 후보가 검사 시절 자신의 사무실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를 만났고 조씨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의 ‘김만배 인터뷰’ 녹음 파일과 그 내용을 공개했다.

 

검찰은 그 인터뷰 내용이 허위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사자인 조씨가 2021년 11월 등 몇 차례 검찰 조사에서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받을 때 만났던 검사는 윤석열 검사가 아니라 박모 검사” “2021년 9월 김만배씨에게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윤석열 등이 커피를 타줬다고 (인터뷰에서) 말할 테니 양해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선거법 공소시효(6개월)가 끝나 신씨에게 청탁금지법을 적용했다.

 

김만배씨 인터뷰는 2021년 9월 초 대장동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 직후 이뤄졌고 그 한 달 뒤부터 민주당이 ‘윤석열이 대장동 몸통’이라 주장하기 시작했다. 검찰 관계자는 “뉴스타파 보도 시점은 대선 사흘 전”이라며 “대선 개입이 의심된다”고 했다.

 

신씨는 이날 “내가 쓴 책 세 권을 부가세를 포함해 총 1억6500만원에 김씨에게 팔았다. 김만배씨 인터뷰가 거짓인지 아닌지는 판단할 수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뉴스타파는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신학림씨가 녹음했던 ‘김만배 인터뷰’ 녹음 파일 편집본과 그 내용을 보도했다. 인터뷰는 지난 2021년 9월 15일 성남 판교의 한 커피숍에서 약 1시간 12분 동안 진행됐다고 했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 김만배씨에 대한 보도가 시작된 직후였다.

 

녹음 파일에는 김씨가 신씨에게 “(2011년 조우형씨가 조사를 받으러 갔더니)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 “박○○ (검사가) 커피 주면서 몇 가지를 물어보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라고 말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김씨는 “내가 박영수를 소개해 줘” “윤석열은 (박영수가) 데리고 있었지” “통할 만한 사람을 소개한 거지” “통했지. 그냥 봐줬지”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2011년 대검 중수2과장으로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주임 검사였고, 조우형씨는 다른 사업자가 대장동 초기 사업을 주도할 때 부산저축은행 대출을 알선한 브로커였다. 박영수 전 특검의 부탁을 받은 윤 대통령이 후배 검사를 시켜 조우형씨를 봐줬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서는 조씨가 박모 검사만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조씨는 2021년 9월 김만배씨에게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윤석열 등이 커피를 타줬다고 (인터뷰에서) 말할 테니 양해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위 인터뷰에 대한 ‘입단속’ 정황이라는 것이다.

녹음 파일에는 김만배씨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 “(성남시가 화천대유에 대장동 사업 운영비 250억원을 부담하도록 만든 건) 이재명이 했는지 누가 했는지 아주 기가 막히게 해놓은 거지. 이재명이 난 놈이야”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됐기 때문에) 내가 (이 대표) 욕을 많이 했다. 공산당 같은 XX”라고 하는 부분도 있다. 이는 다른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도 했던 말로, 이 대표가 배임 혐의를 방어하는 근거로 자주 활용했다. 대장동 민간 사업자에게 가혹하게 비용 부담을 시켰으니 배임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학림씨는 이 녹음 파일을 6개월 동안 가지고 있다가 대선 사흘 전에 뉴스타파를 통해 공개했다. 뉴스타파 보도는 그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중적으로 올라갔고 대부분 추천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좋아요’ 수가 조회 수보다 많은 게시물이 발견되고 자정쯤 2만개가 넘는 댓글과 추천 수가 몰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와 관련, 서울경찰청은 작년 8월 뉴스타파 보도 관련 게시물을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리고 기계적 조작으로 추천 수를 높인 용의자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기도 했다.

 

뉴스타파 보도 다음 날인 작년 3월 7일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대장동 몸통으로 지목당했던 이재명이 해왔던 말이 맞았는지, 대장동 몸통이라며 누명 씌우던 사람들이 했던 말이 진실인지 국민 여러분께서 판단해 달라. 그리고 3월 9일 투표로 보여달라”고 썼다.

뉴스타파 보도에 앞서, 민주당은 신씨가 김만배씨를 만난 지 한 달 뒤인 2021년 10월부터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그해 10월 16일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수사 주임 검사로서 대장동 대출 건을 수사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구속될 사람은 이재명이 아니라 윤 후보”라는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TV 토론에서도 윤 대통령에게 “조우형에게 왜 커피를 타줬느냐”고 물었다.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는 “저희가 일관되게 주장했던 대장동 몸통이 왜 윤석열과 박영수인가가 드러나는 김만배 녹취록이 공개됐다”고 했다. 백혜련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대장동 비리의 시작점인 부산저축은행 대출 비리부터 화천대유에 이르기까지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윤석열 특검’을 요구했다.

 

신씨가 1억6500만원에 팔았다는 책 세 권은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 지도’ 1~3권이다. 2020년 출간됐는데 현재 시중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신씨는 이날 “책 판권(版權)을 넘긴 게 아니라 책 세 권을 넘긴 것”이라며 “판권을 왜 넘기느냐. 몇 십억 원 받아야 하는데”라고도 했다.

 

신씨는 1984년 한국일보에 입사한 뒤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미디어오늘 사장, 뉴스타파 전문위원 등을 지냈다. 김씨와는 한때 한국일보 동료였다.

 

한편, 뉴스타파는 입장문을 내고 “당시 기사는 녹취 내용을 사실로 볼 근거가 갖춰진 상태에서 나갔다”면서 “신씨가 자신의 저작물을 김씨에게 판매했다는 사실은 뉴스타파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이세영 기자

 
 

09.02 언론노조 민낯 보여준 허위 인터뷰와 책 3권값 1억6천

 검찰이 1일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신씨는 2021년 9월 김만배씨와 허위 내용으로 인터뷰하고, 이 내용을 지난해 3월 자신이 전문위원으로 있는 뉴스타파를 통해 보도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씨는 인터뷰를 마치고 김씨로부터 1억6000만원대 돈을 받았다고 한다.

뉴스타파는 이 인터뷰를 바탕으로 대선 사흘 전인 작년 3월 6일 ‘윤석열 후보가 2011년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사건에 등장하는 대출 브로커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로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검찰은 이 인터뷰 내용이 거짓이라는 정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이 브로커가 수사받으면서 윤 대통령을 만난 적이 없었고, 김만배씨가 브로커에게 전화해 인터뷰에서 허위 내용을 말하더라도 문제 삼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것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은 그동안 이 인터뷰를 근거로 “검찰은 왜 부산저축은행 건은 수사하지 않느냐” “대장동 사건은 윤석열 게이트”라고 주장해 왔다. 신씨와 뉴스타파의 행태는 도저히 언론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가 없을 정도다. 대선 3일 전에 허위 인터뷰를 대서특필하자 다수의 야권 성향 언론들이 받아서 썼다. 이 정도면 어떤 세력의 전위대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신씨는 김만배씨로부터 1억6000만원대의 돈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그것이 자신이 저술한 책 3권 값이라고 했다. 책 한 권에 5000만원 이상을 받았다는 해명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나. 신씨는 2003∼2007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2013∼2016년에는 미디어오늘 대표 등을 지냈다. 명색이 기자 생활을 했다고 하는 사람이 내놓은 해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황당하다. 이런 사람이 수십 년 언론을 대표하는 노조 활동을 했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조선일보 사설 

 

09-04 자기는 살고 黨은 폐족 만드는 죄

오승훈 논설위원

원내1당 당수 단식은 명분 없어
사법리스크 속일 치트키일 뿐
당권 유지와 총선 영향력 속셈

당은 방탄 늪 속 사당화는 가속
팬덤 맹위와 내홍 반복이 현실
수권정당 망치는 李 책임 위중

집권 가능성이 있는 야당을 수권(受權)정당이라고도 한다. 타당한 국정 대안을 제시해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지향한다. 선거를 통해 정치권력이 이동하는 민주주의 제도에선 그런 가능성을 입증하는 게 야당의 책무다.

지난달 3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1주년을 맞아 꺼낸 건 ‘무기한 단식 농성’이다. 내년 4·10 총선을 7개월여 앞두고 뭔가 집권 전략이 나오겠거니 했는데 ‘자해 전략’이 전부였다. 명분은 정치 쟁점들을 아전인수로 뭉뚱그려 놓고 대통령 사과와 개각을 요구하는 것뿐이었다. 자신도 약하다 싶었는지 단식 중단 조건을 묻자 “조건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겪고 계신 절망과 어려움에 함께하겠단 뜻”이라고 했다. 민주화 조치를 내걸어 진영을 단합시킨 김영삼, 지방자치 실시를 끌어낸 김대중처럼 정치사의 물줄기를 바꾼 단식과는 함께 거론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단식투쟁은 생명을 건 극단의 시위 방식이다. 소수파로, 중대한 국가 사안에 다른 해결 방법이 없을 때라면 또 모를 일이다. 현안마다 여야 간에 찬반 갈등이 있고 대통령의 말과 프로세스에 거친 측면이 있다고 해도, 지금이 객관적으로 ‘국민 항쟁’ 운운할 상황인가. 더욱이 그는 168석을 가진 국회 제1당의 당수(黨首)다. 숫자를 앞세워 절대적 입법 권력을 휘둘러왔고, 얼마든지 상임위원회 활동을 주도하며 국정을 견제할 수 있다. 유권자를 빼놓곤 누구에게도 굽신할 필요가 없는 위상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런 유력자의 단식에 공감할 사람이 ‘개딸’을 빼면 몇이나 되겠는가.

아무리 따져봐도 이 대표가 결심한 이유로는 단식의 다른 쓸모밖엔 없다. 당면한 검찰 소환 조사(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와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응할 묘수가 필요했을 것이다. 단식 이틀째 이 대표가 ‘2시간짜리 조사’를 고집하면서 속내의 일단이 드러났다. 검찰이 수용하지 않아 무산됐지만, 앞으로 ‘단식 중’이라는 핑계는 사법 절차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 치트키(cheat key)가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머그샷 효과’를 벤치마킹했을지도 모른다. 미국 사상 초유로 전직 대통령이 범죄인 기록 사진을 찍었는데 지지율이 올라갔다. 단식카드도 수사의 정치적 피해자로 인식시켜 동정 여론을 얻게 해 줄 수 있다. 재판까지 지연시킨다면, 당 대표직 유지는 물론 내년 총선에서 설욕전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 대표가 사는 길이 민주당은 죽는 길이었다. 당이 윤리·도덕성 위기와 내로남불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한 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였다. 대선 패배자가 국회에 입성하고,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등극한 이후 1년이 그러했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돈봉투, 김남국 코인, 김은경 파동 등에 휘말릴 때마다 자정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대표가 만든 프레임 ‘정치검찰의 야당 죽이기’에 따라야 했다. 우두머리가 범죄자 논란의 중심에 있는데 그 일파가 도덕성을 바로 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든 장외투쟁과 강경 투쟁은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강도를 높일 때 나왔다. 2, 4, 6월에만 있는 임시국회를 상시 국회로 만든 것도,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해 개딸의 문자 폭탄과 분당 직전의 내홍을 겪게 한 것도 그였다. ‘방탄·사당화’에 휩싸인 동안 당 지지율은 여권의 실책에도 반등 고삐를 잡지 못했다.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7%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혁신은 고사하고 팬덤정치만 날뛰며 내분 위기가 반복되는 정당, 그게 민주당의 현주소다.

수권정당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정당은 존립의 이유가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안희정은 2007년 대선에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배하자 “친노라고 표현돼 온 우리는 폐족(廢族)”이라고 했다.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으니 조상이 큰 죄를 지어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폐족과 같다는 것이다. 유인태 전 의원이 이재명체제 1년에 대해 “대표로 나와선 안 됐다”고 한 게 단지 그만의 탄식은 아닐 듯하다. 실정법을 어긴 죄는 판사가 가리고, 부도덕함은 유권자가 심판한다. 당을 폐족의 위기에 빠뜨린 것도 민주당엔 중죄일 것이다.

문화일보  

 

09.04 거액 받고 ‘가짜뉴스’ 내보낸 전직 언론노조 위원장

김만배 일방적 주장 인터뷰해 주고 억대 금품

“책 3권 값으로 받았다” 해명, 누가 납득하겠나

찰이 지난 1일 신학림 전 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의 집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신 전 위원장은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로부터 거액을 받고 지난해 3월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공격하는 ‘가짜뉴스’를 퍼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전 위원장이 전문위원으로 있던 한 인터넷 매체는 대선 투표 사흘 전인 지난해 3월 6일 1시간12분 분량의 인터뷰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이 파일에는 신 전 위원장이 2021년 9월 김씨를 인터뷰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뉴스의 공개 시점이나 내용으로 볼 때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려 한 의도가 엿보였다.

그중에는 2011년 막대한 부실 대출로 퇴출당한 부산저축은행 사건에서 당시 윤석열 대검 중수부 검사가 나서 대출 브로커 수사를 무마했다는 김씨의 주장이 포함됐다. 하지만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인물은 검찰 조사에서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씨는 신 전 위원장과 인터뷰하기 전에 해당 인물에게 전화해 “(거짓말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신 전 위원장은 김씨의 일방적 주장을 소개하면서 윤석열 후보의 반대 세력에 힘을 실어줬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대선 토론회에서도 후보 간 공방이 오갔을 정도로 중요한 이슈였다.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등은 이 인터뷰를 근거로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검찰의 부실 수사에 윤 후보가 관여한 의혹이 있다고 공격했다. 이런 인터뷰 내용이 허위였다면 사기꾼의 거짓말에 온 나라가 놀아난 격이다.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사실 확인도 없이 한쪽의 주장을 섣불리 기사화하지 않는다. 언론사 경력만 40년에 가까운 신 전 위원장이 이런 언론의 기본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검찰은 신 전 위원장이 인터뷰 직후 김씨에게서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를 포착했다. 신 전 위원장은 검찰의 압수수색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씨에게서 받은 돈은 책값”이라고 말했다. 신 전 위원장이 2020년에 낸 책 세 권을 김씨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1억6500만원을 주고 샀다는 주장이다.

 

문화재급 고서적도 아니고 몇 년 전에 발간한 책을 권당 5500만원에 팔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만일 신 전 위원장이나 김씨가 ‘가짜뉴스’로 대선 결과를 좌우하려고 했다면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 범죄다. 한때 언론 노조를 대표하며 활동했던 만큼 신 전 위원장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사실관계를 명백히 밝히길 바란다. 검찰은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로 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09.05 지난 대선 가짜뉴스 뒤에도 정치 브로커와 검찰·KBS·MBC 있었나

 대장동 핵심 업자인 김만배씨가 지난 대선 직전 가짜 뉴스를 만들어 정치 공작을 벌인 정황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한다. 2021년 9월 김씨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만나 ‘윤석열 후보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때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모씨를 만나 커피를 타 주고 사건을 무마했다’는 허위 인터뷰를 했다. 그 뒤 김만배씨는 조씨에게 “내가 아주 엉뚱한 방향으로 사건을 끌고 갈 것이니 너는 그냥 모른 척하고 있으면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당시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윤 후보 커피’를 내세워 “대장동 사건은 이재명 게이트가 아니라 윤석열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그 주장의 근거가 모두 날조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만배씨는 신학림씨에게 가짜 뉴스를 제보한 후 1억6000여 만원을 주고, 조씨에게는 입단속을 시켰다. 그러나 조씨는 그해 11월 검찰 조사에서 “내가 만난 건 윤석열 검사가 아니라 박모 검사”라고 진술했다. 그런데도 당시 ‘문재인 검찰’은 이 진술을 듣고도 모른 척했다. 검찰이 가짜 뉴스 날조에 가담한 것이다.

 

▲2022년 3월 7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여 년 전 '대장동 관련 불법 대출 정황을 포착하고도 사건을 덮었다'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의 대화 육성파일을 <김만배 "윤석열이 그냥 봐줬지..사건이 없어졌어"> 라는 제목으로 보도하고 있다./MBC

이재명 후보는 TV 토론에서 윤 후보에게 “왜 조모씨에게 커피를 타줬느냐”고 계속 질문해 가짜 뉴스를 기정사실화하려 했다. 대선 3일 전 김만배씨 인터뷰 녹음 파일을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가 보도했고, 이를 KBS, MBC 등이 받아썼다. MBC는 네 꼭지나 할애했다. 지금도 ‘대장동 사건은 윤석열 게이트’라는 황당한 말을 믿는 사람이 국민 40%에 이른다는 조사가 있는데, 그 근원이 여기에 있다.

대선 직전 가짜 뉴스를 퍼뜨려 승부를 뒤집으려고 공작한 사례는 한두 번이 아니다. 2002년 대선 당시 김대업씨가 이회창 후보 장남의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그때도 KBS는 대선 기간 중 9시 뉴스 대선 보도의 71%를 김대업 관련 내용으로 내보냈다. MBC도 비슷했다. 하지만 폭로한 녹음 테이프는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대업 사기극에도 찬조 출연한 검사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후보는 낙선한 뒤였다.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주가 조작설’도 KBS와 MBC가 연일 의혹을 부풀리고 결국 특검까지 했지만 무혐의로 결론 났다. 나중에 다시 조사했지만 결론은 같았다.

 

대선 가짜 뉴스는 국민 모두를 속이는 국가적 사기다. 나중에 허위로 판명돼도 대선 결과를 뒤집을 방법이 없다. 거짓말 사기극을 벌여서라도 권력을 잡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공작이 지난 대선 때도 있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도 정치 브로커와 검찰, KBS, MBC 등 등장 기관들이 같다. 진실을 철저히 밝혀 한국 정치 최대 악습인 대선 가짜 뉴스가 반복되지 않도록 고리를 끊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9.05 대선 사흘전 밤 10시 신학림 날조 기사 송고… 그러자 밤새 벌어진 일

뉴스타파, 소속 직원 날조 발언을 제3자 증언처럼 보도
그러자 한겨레·경향·오마이 등 줄줄이 심야 베껴쓰기
커뮤니티선 추천수 조작으로 최상단 노출
날 밝자 이재명 해당 기사 걸며 “진실이 이긴다”

▲2022년 3월6일 대장동 사건 몸통이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취지의 뉴스타파 보도에 '제보자'로 등장한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당시 그는 뉴스타파로부터 돈을 받고 기사를 쓰는 계약관계에 있었다. /뉴스타파 

검찰은 1일 옛 언론노조 위원장 신학림씨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신씨가 대장동 게이트의 중심에 있는 회사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이자 전직 기자인 김만배씨의 제안에 따라 2021년 9월15일 ‘조작 인터뷰’를 진행하는 대가로 현금 1억6500만원을 ‘책 3권값‘이란 명목으로 받아 청탁금지법 등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둘의 조작된 대화가 담긴 음성 파일은 6개월 간 파일로만 남아 있다가 대선 직전 뉴스타파의 인터뷰 기사로 보도됐다. 대응도 힘들고, 대응을 하더라도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엔 시간이 부족한 대선 사흘 전 밤 10시 가까운 시점이었다.

 

인터넷 군소 매체의 일요일 밤 기사 한 건에 친민주당 진영은 민첩하게, 그리고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친민주당 성향의 제도권 매체들이 확인이나 반론 절차조차 없이 해당 기사를 줄줄이 받아썼고,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로 퍼날라졌다. 기사는 여러 커뮤니티에서 밤사이 ‘추천 폭탄’을 받으며 다음날 아침 ‘최다 추천 게시물’ 랭킹에 진입, 이용자들 눈에 잘 띄는 장소에 노출됐는데, 어떤 사이트에선 ‘읽은 사람’보다 ‘추천한 사람’이 더 많은 기이한 광경도 연출됐다.

 

밤새 모든 작업이 끝나고 아침이 밝자, 그동안 ‘대장동 배후’로 지목돼왔던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페이스북에 뉴스타파의 날조 인터뷰 기사를 걸며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수면 아래 반 년... 대선 앞둔 마지막 주말 보도된 조작 인터뷰

대선을 앞둔 마지막 일요일인 지난해 3월6일 오후 9시40분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가 기사 한 건을 게재했다. <[김만배 음성파일]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이란 제목의 기사로, 대장동 게이트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때문에 벌어진 일이란 취지의 기사였다.

기사 속 영상에는 뉴스타파로부터 돈을 받고 기사를 써주는 용역 관계였던 신학림씨가 ‘제보자’로 등장, ‘윤석열 검사가 대장동 핵심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를 수사선상에서 빼줬다’는 얘기를 김만배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했다. 기사에는 김만배씨가 신씨와의 대화에서 ‘조씨가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갔더니 윤석열 당시 검사가 나타나 직접 커피를 타줬다’는 취지로 말한 녹취도 담겼다. 모두 날조된 내용이다.

 

일방 주장이 담긴 이 기사를 친민주당 매체들이 1~2시간만에 줄줄이 받아썼다.

 

경향신문이 이날 오후 10시54분에, 한겨레신문이 오후 11시27분에, 오마이뉴스가 자정이 지난 다음날 오전 12시37분에 줄줄이 추종 인용 보도를 했다. 뉴스타파 기사는 진술, 그것도 비(非)당사자의 전언 외에 물증은 전혀 없는 기사였지만, 이를 받아쓴 매체들은 제목에 상대(윤석열 후보) 측 반론 없이 일방 주장만 담았다.

▲김만배씨와 신학림씨의 음성 녹음이 2022년 3월6일 오후 9시40분 뉴스타파에서 보도되자, 경향신문과 한겨레, 오마이뉴스가 연달아 이를 추종 보도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뉴스 갈무리

그러자 국내 주요 커뮤니티에는 이 보도를 전하는 게시물이 최상단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월 2000만명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MLB파크에 올라온 ‘(추천주의!!)화천대유는 윤석열의 봐주기 수사가 시작이었군요’라는 제목의 글엔 만 10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2330개의 추천이 붙었다. 글은 단숨에 앞 화면의 ‘추천순서로 보기’ 상단을 차지했다.

 

평소 MLB파크 최다 추천 기사의 10배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MLB파크(엠팍) 외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좋아요’ 수가 조회수 보다 많은 게시물이 발견되는가 하면 자정쯤에 2만개 넘는 댓글과 추천수가 몰리는 등의 특이현상도 포착됐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사이트 관리자 측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해 8월 해당 게시물이 추천수 조작 게시물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이 사건을 넘겼고, 지난해 11월 검찰은 피의자 A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사건 관련 일부 언론의 책임도 적지 않다”며 “당시 조작 인터뷰를 4개의 아이템으로 할애해 보도한 방송사 등 집중적으로 가짜뉴스 실어 나른 매체들이 있었다. 기획된 정치 공작에 스피커 역할이 결과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당시 MBC는 해당 인터뷰를 총 4개의 아이템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JTBC는 “조우형씨에게 커피를 타준 주임검사가 윤 대통령”이란 남욱 변호사의 허위 발언을 확인을 거치지 않고 가장 먼저 보도했던 곳이다.

◇신씨 “내 책 값은 1.65억원 보다 더 비싸”

검찰은 신씨가 김씨로부터 1억6500만원을 받고 이와 같은 조작 인터뷰를 보도해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책 3권 값으로 1억6500만원은 비상식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씨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반 시민들이 (책 값이 말이 안 된다는) 인상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이 자료의 중요성을 알면 오히려 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황을 묻길래 책을 썼다고 하자 김씨가 그 책을 산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씨는 이 돈을 자기 채무와 자녀들 학자금을 갚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최훈민 기자

 

09-06 국내 ‘가짜 뉴스 카르텔’은 세계 최악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199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던 가짜 뉴스들은 마케도니아 대학생들의 일종의 재밋거리에서 시작됐다. 그렇게 만든 거짓 기사들로 경제적 수익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급속히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장난처럼 시작된 가짜 뉴스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몸살을 앓는 심각한 골칫거리가 돼 버렸다.

이후 가짜 뉴스는 여러 형태로 진화했다. 명예훼손 같은 개인 권리를 침해하는 것들이 주를 이루지만, 정치적·경제적 목적을 갖고 조직적으로 가짜 뉴스를 생산·유포하는 산업이 돼 버렸다. 실제로 일부 유튜브나 인터넷 매체들은 가짜 뉴스로 큰 수익을 창출한다. 또, 러시아와 중국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은 국가 차원에서 심리전 수단으로 활용한다.

우리나라 가짜 뉴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내용상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정치가 가짜 뉴스를 지배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짜 뉴스들이 주로 정치적 의도에서 생산되고, 생산자도 정치권이나 정파성이 강한 매체들이다. 일부 정치 유튜버들은 극렬 지지층을 기반으로 적잖은 경제적 이익도 누린다.

가장 큰 차이점은 ‘가짜 뉴스 카르텔’이다. 정치권에서 제기됐거나 정치인들이 발언한 의혹들을 같은 정치 성향의 유튜브나 인터넷 매체들이 가짜 뉴스로 가공해 확대·재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된 가짜 뉴스들을 기성 언론 특히 KBS나 MBC, TBS 같은 공영 매체들이 사실로 규정해 재확산시킨다. 정치권에서 생산된 가짜 뉴스들은 카르텔을 거쳐 기정사실이 되고 정치적 소재로 재활용되는 순환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의 가짜 뉴스는 ‘같은 정치 성향을 지닌 정파와 인터넷 매체 및 언론’ 간 ‘콜라보’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지난 정권이 언론노조를 앞세워 장악한 공영방송과 주요 뉴스 매체들이다. 즉, 정치권력이 언론 통제를 통해 구축한 ‘기울어진 운동장’의 산물이다.

이번에 드러난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대장동 관련 거짓 인터뷰’ 역시 이처럼 견고하게 구축된 편파적 언론 환경에서 시도된 것이다. 특히,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만든 가짜 뉴스는 민주주의의 근본을 위협하는 반민주적 범죄행위다. 이런 조작된 가짜 뉴스로 만일 선거 결과가 바뀌었다면 이들의 반민주적 조작 행위가 영원히 묻혀 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 가짜 뉴스 중심에 기성 언론, 특히 공영방송이 위치해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이 가짜 뉴스의 숙주인 다른 나라들과 확연히 다른 점이다. 이는 가짜 뉴스를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기성 언론들의 정확한 객관 보도에 있음을 암시한다. 유럽연합(EU) 역시 가짜 뉴스 대응 방안의 하나로 기성 언론의 정제된 뉴스를 지적하고 있다.

최근 후쿠시마 오염처리수와 관련된 근거 없는 의혹이나 가짜 뉴스들이 좀처럼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일련의 공영방송 정상화 조치와 무관치 않다. 가짜 뉴스의 진앙지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폐지됐고, KBS와 MBC 정상화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가짜 뉴스 카르텔’의 한 축이 급속히 약해지는 것이다. 가짜 뉴스 문제가 역설적으로 공영방송 개혁의 정당성을 입증해 주는 셈이다.

문화일보

 
 

09-06 김남국·새만금… 몰염치 끝 어딘가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민주당 제 식구 감싸기 되풀이
참사 대응 여당도 오십보백보
법조계 카르텔은 언급도 없어

공정 설명하는 ‘무지의 장막’
선거에 임하는 정치권에 교훈
내로남불 아닌 역지사지 절박

이제 ‘내로남불’이란 단어는 일상적인 말이 돼 버렸다. 내 편은 항상 옳고 상대는 항상 틀렸다는 편협함이 정치판을 지배하고 있다. 일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우리 편인지 여부가 선악의 판단 근거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치에서 논리와 토론을 통한 합의가 불가능한 지경이다.

덕분에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은 거의 잊어져 간다. 어떠한 결정이 공정한지를 판별하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나와 상대의 처지가 바뀌었을 때 똑같은 선택을 하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거대 양당은 현재의 여야 입장이 바뀐다 해도 현재와 같은 주장을 할 것인지 스스로 물어보면 된다. 그리고 문제를 야기한 우리 당 국회의원이 타당 소속이어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할 것인지 자문(自問)해 보면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당들은 공정하지 않다.

민간인으로 구성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김남국 의원에 대해 제명을 권고했다. 그런데 이후 절차인 국회 윤리특위 소위원회에서는 제명안을 부결시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 각 3인으로 구성된 회의에서 4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민주당 소속 의원 3명이 모두 반대표를 던짐으로써 부결된 것이다. 해당 민주당 의원들은 김 의원이 차기 총선 출마 포기를 선언한 것을, ‘당선 가능성이 있는데도 의원직을 포기하는 희생을 감수’한 것으로 간주한 모양이다. 비난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민주당의 제 식구 감싸기다.

공정하지 못함은 국민의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다수의 희생자를 발생시킨 사고에 대해 국민의힘이 야당이었다면 중앙정부의 책임을 어떻게 물었을지 궁금하다. 지금처럼 고위공직자들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할 것인지, 아니면 장관 사퇴를 요구할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심지어 난리가 난 새만금잼버리 사태에 대해서도 양당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것을 보면서 정치인의 몰염치에 국민은 또 한 번 고개를 돌린다.

대통령은 사회 곳곳에 만연한 이권 카르텔과 부패 카르텔을 혁파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용역과 관련된 전관예우 문제가 주목 받고 있다. 그러나 사실 가장 뿌리 깊은 전관예우의 폐해는 법조계에서 자행되고 있다. 이미 인사청문회에서 여러 차례 밝혀진 것처럼, 고위직 판·검사들은 은퇴하고 변호사가 되면 단기간에 엄청난 돈을 버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관예우의 관례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처럼 고소득을 올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변호사법, 공직자윤리법, 청탁금지법 등 제도적 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관예우 관행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법조계 카르텔로 인해 국민의 사법(司法) 불신은 심각하다. 가장 뿌리 깊은 이득 카르텔임에도 수능 출제의 카르텔까지 발본색원하겠다는 대통령은 법조계 카르텔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어떻게 공정함을 이룰 수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존 롤스는 ‘무지의 장막(veil of ignorance)’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무지의 상태란 가상적인 상황인데, 구성원들이 자신의 처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규칙을 정하게 되면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가가 가난한 사람을 얼마나 도와야 하는지를 정할 때 구성원들이 자신이 가난한지 아닌지 알지 못하는 무지의 상태라고 가정해 보자. 사람들은 자신이 가난한 처지에 놓일 가능성을 대비해서 국가 지원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약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구성원들이 동의하는 상황에서 공정이 성취될 수 있다는 것이 롤스의 설명이다.

롤스가 말하는 무지의 상태는 가상의 조건이다. 그러나 선거를 거쳐 권력을 획득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당들은 무지의 상태에 비견되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다. 즉, 여당은 앞으로 야당이 되고 야당이 여당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신중한 태도가 요구된다. 여당은 권력이 독점되는 게 아니란 관점에서 권력 사용에 신중하고, 야당은 국정의 견제자라는 동반자 역할을 해야 한다. 여당은 협치의 모습을 보일 때, 그리고 야당은 대안 정당의 모습을 보일 때 국민의 지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제발 남의 정당 일에 품위 없이 비아냥거리지 말고 자기 정당 일이나 제대로 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09.06 [단독] “윤석열 검사 모른다 했지만, 언론이 정반대로 보도”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 진술

 ▲2023년 2월 17일 김만배 씨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심사에 출석하는 모습(왼쪽), 같은해 5월 4일 조우형 씨가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김지호 기자, 뉴스1

대장동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가 지난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커피’ 가짜 뉴스를 만들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씨 등에게서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5일 전해졌다.

 

그 가짜 뉴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 주고 수사를 무마했다’는 내용이다. 김만배씨는 2021년 9월 15일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윤석열 수사 무마’ 허위 인터뷰를 했고, 그 한 달 뒤부터 일부 언론이 유사한 내용을 보도하면서 민주당의 의혹 제기가 대선 때까지 이어졌다.

 

법조계와 대장동 관계자들에 대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조씨는 이와 관련해 검찰에서 “김만배씨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기 전에는 ‘대장동 사업은 성남분들 사업’이라고 했다가 대장동 의혹이 보도되자 ‘유동규(전 성남도개공 본부장) 개인 일탈’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조씨는 또 “당시 김씨는 ‘천화동인 그분은 유동규야’라며 ‘누가 물어보면 그렇게 얘기하라’고 했다”면서 “(2022년 3월 6일) 뉴스타파의 ‘신학림 인터뷰’ 보도를 보고 김만배가 다 나에게 집어 던진(책임을 지운) 걸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조씨는 “김만배씨가 2021년 10월 중순 전화에서 ‘형(김만배)이 멀리 갈 거야, 광야로 갈 거야. 엉뚱한 방향으로 갈 거야. 그럼 사람들이 따라올 건데 시간이 지나 다 끝나고 나서 ‘아니지’라고 할 거야’라고 말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해 10월 말쯤 조씨가 김씨에게 전화로 “내가 (’윤석열 수사 무마’는)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기사에 한 줄도 안 나온다. 미쳐버리겠다. 형이 좀 해결해 달라”고 얘기했더니 김씨가 재차 “나처럼 너도 먼 곳으로 가라. 시간이 지난 뒤에 돌이킬 수 없을 때 ‘아니지’라고 하면 돼”라고 답했다는 진술도 확보됐다고 한다.

아울러 조씨가 “2021년 10월 경향신문, JTBC 등에 ‘윤석열 검사는 알지도 못했다’고 말했는데도 그 부분은 전혀 보도되지 않고 김씨 쪽 주장만 실렸다”고 진술해 검찰은 그 배경도 조사 중이다. 조씨가 말한 것과 정반대로 보도됐다는 것이다.

한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 사건에 대해 “희대의 대선 공작 사건”이라며 “대선을 사흘 앞두고 녹취록을 풀어 대선 결과와 바꾸려 한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유종헌 기자

 

09.06 [단독] 30분 넘게 “수사 무마 없었다” 했는데… 쏙 빼고 보도한 언론

조우형, JTBC·경향신문 언급
검찰, 신학림에게 ‘오늘 출석’ 통보

대장동 민간 사업자 김만배씨가 만든 ‘윤석열 수사 무마’ 가짜 뉴스를 보도한 언론에 대해,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씨는 “아니라고 했는데 정반대로 보도됐다”는 진술을 최근 검찰에 한 것으로 5일 전해졌다. 해당 가짜 뉴스는 윤석열 대통령이 2011년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하면서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 사건을 덮어줬다는 것이다.

 ▲JTBC가 2022년 2월 28일 ‘조우형씨가 부산저축은행 사건으로 조사받을 당시 주임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커피를 마셨다’는 취지로 보도하는 장면. 같은 달 21일에 이어 반복해 보도했다./JTBC 캡처 

JTBC는 작년 2월 21일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씨는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주임 검사가 커피를 타줬고 되게 잘해줬다고 조우형씨가 말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며 “당시 주임 검사는 윤석열 대검 중수2과장”이라고 보도했다. 그해 2월 28일에도 JTBC에 같은 내용이 보도됐다.

 

경향신문도 그해 2월 21일과 24일에 “2021년 10월부터 수차례 조씨 인터뷰를 진행했다”면서 ‘조씨에게 커피를 타주면서 조사한 검사는 윤석열 중수2과장’이라는 남씨 진술을 보도했다.

 

그런데 조씨는 지난 7월 검찰에 “2021년 10월부터 JTBC, 경향신문 등과 한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사에게 조사받은 적 없고 누군지 알지도 못했다’고 밝혔지만 내 입장은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며 “이 언론들은 ‘윤석열 검사가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내용만 반복 보도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조씨는 “JTBC 기자에게 30분 넘게 ‘대장동 대출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대상이 아니었고 대검 중수부가 나를 수사한 자체가 없다’ ‘수사가 없었는데 수사 무마는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면서 “JTBC 기자도 ‘알았다’ ‘이해했다’고 해놓고 그 내용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조씨는 앞서 ‘문재인 검찰’이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던 2021년 11월에도 같은 취지의 진술을 했는데, 이번에는 훨씬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이 언론들이 보도한 남욱씨 진술은 2021년 11월에 나온 것이었다. 같은 해 12월 남씨는 조우형씨와의 대질신문에서 “김씨에게 들은 말이라 착각했다”며 그 진술을 번복했다.

 

해당 JTBC 기자는 대선 이후인 작년 10월 뉴스타파로 이직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대선을 사흘 앞두고 신학림씨가 한 ‘김만배 허위 인터뷰’를 보도한 매체다. 이 기자는 본지에 “의혹 당사자인 조씨보다는 제3자인 남욱씨 진술이 더 신빙성 높다고 판단했다”며 “남씨의 진술 번복은 알지 못했다”고 했다. 검찰은 신학림씨에게 6일 출석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이세영 기자

 

09.06 “尹이 대장동 몸통” 총공세 폈던 민주당, 진상 드러나자 침묵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사흘 앞두고 ‘김만배 녹취 파일’이 공개되자 “대장동 비리의 몸통이 윤석열 후보라는 것이 확인됐다”며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하지만 해당 녹취록이 감만배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 뉴스’라는 진술과 정황이 공개된 지난 1일 이후로는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3월 6일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가 김만배 녹취 파일을 공개하자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김용민·최강욱·김영배·박성준 의원은 다음 날인 3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가 대장동 특혜의 씨앗이자 출발점”이라며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김용민 의원은 “윤 후보는 지금이라도 후보를 사퇴하고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김영배 의원은 “윤석열 주임 검사와 박영수 변호사, 김만배 씨가 깐부였다는 게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1일부터 해당 인터뷰 내용이 허위라는 검찰 조사와 관련자 진술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민주당은 침묵하고 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지난 4일 관련 질문에 대해 “내부에서 이야기된 바는 없고, 사실 관계는 계속 지켜보겠다”고 했다. 박주민 의원은 5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단계에서 과거의 보도가 무조건 다 허위였다고만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인지 그런 부분을 조금 더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게 사실인지 판단하기 애매모호한 상황”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뉴스타파 보도는 아무런 검증 없이 기정사실화하더니, 지금은 ‘확인된 게 없으니 언급을 자제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물타기에 나섰다. 김용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통령실 김만배·신학림 거짓 인터뷰, 희대의 대선 정치 공작 사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10원 한 장 피해 주지 않았다면서요. 그런 대통령실에서 이런 소릴 하니 헛웃음만 납니다”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장모가 ‘10원 한 장 피해 준 적 없다”고 말했지만 지난 7월 장모 최은순씨가 통장 잔액증명 위조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조선일보 양지호 기자

 

09-06 대장동 몸통 조작 가담한 일부 매체와 가짜 뉴스 카르텔

언론은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의혹이 허위로 밝혀져도 법적 책임을 면제받는다. 이런 특권은 가혹하리만큼 엄격한 취재·보도 윤리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대장동 몸통 조작’ 가짜 뉴스의 생성과 보도 과정에서 일부 매체들이 언론이기를 포기한 행태를 보였다는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해당 뉴스의 당사자 조우형 씨는 지난 7월 검찰에서 ‘언론에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정반대로 보도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만배 씨가 주도한 가짜 뉴스는 당시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하면서 조 씨에게 커피를 타주고 수사를 덮었다는 내용이다. 조 씨는 “2021년 10월 JTBC 기자에게 30분 넘게 ‘대장동 대출은 부산저축은행 수사 대상이 아니었고 대검 중수부가 나를 수사한 적이 없다. 수사가 없었는데 무마는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고, JTBC 기자도 알았다고 해놓고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JTBC는 조 씨 인터뷰 4개월 뒤인 지난해 2월 21일 “남욱 변호사가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주임검사가 커피를 타줬고 잘해줬는데 주임검사가 윤석열 대검 중수2과장’이라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일주일 뒤 같은 내용을 다시 보도하기도 했다. 경향신문도 조 씨로부터 같은 설명을 들었지만, 지난해 2월 21일과 24일 “조 씨에게 커피를 타주면서 조사한 검사는 윤석열”이라는 남 변호사 진술을 보도했다. 그러나 해당 진술은 남 변호사가 이미 2개월 전 조 씨와의 대질 신문에서 부인한 내용이다.

뉴스타파는 대선 3일 전 김만배 허위 인터뷰 기사와 녹취록을 보도했다. 당사자 조 씨의 정반대 주장은 원천 배제됐다. 이런 흐름에 다른 매체와 더불어민주당이 적극 가세했다. 정치권과 매체가 결탁한 ‘가짜 뉴스 카르텔’ 의혹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통해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9.06 이상한 나라의 ‘오펜하이머 호소인’들

당대표 장관 국회의원 출신이
불법 비위 연루되고 “억울해”
공직자의 책임감 실종된 그들
오펜하이머인 척 그만하길

 ▲영화 '오펜하이머'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미국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인류 최초의 핵무기를 조국에 선사하고도 간첩으로 의심받다가 공직에서 쫓겨났다. 그의 일생을 들여다보면 ‘억울’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의 삶을 다룬 대표적인 전기가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인 것도 억울함을 강조한 제목이다. 인간에게 불을 선물했다가 제우스에게 벌받은 프로메테우스처럼 원자폭탄을 만들고도 국가에 버림받았다는 의미다. 지난달 국내 개봉한 영화 ‘오펜하이머’도 그를 누명 쓰고 쫓겨난 인물로 그렸다.

 

우리나라 고위직 출신의 일부 ‘억울 호소인’들에게 이런 오펜하이머가 구원의 빛으로 다가왔나 보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혐의로 수사받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올봄 프랑스에서 귀국할 때 손에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들고 있었다. 자신이 부당하게 탄압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였다. 온 가족이 공모해 입시 부정을 저지르고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조국 전 법무장관은 지난주 자신이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책을 냈다. 소셜미디어에선 ‘조국은 오펜하이머’라는 글이 돌았다. 비서를 성추행하고 목숨을 끊은 박원순 전 시장 지지자들도 그를 억울하게 누명 쓴 오펜하이머라고 했다. 국회 회기 중 거액의 코인 거래를 해놓고도 법적 잘못은 없다는 말로 국민적 분노를 산 국회의원도 같은 부류다. 이들은 저마다 억울함을 토로할 뿐, 자신들의 행동이 사회에 끼친 해악은 외면한다. 이런 태도가 보여주는 의미는 명백하다. 공적 책임감의 실종이다.

 

오펜하이머가 국가의 기밀 접근권을 빼앗기고 공직에서 물러난 것이 단지 그가 받은 간첩 혐의 때문만은 아니다. 오펜하이머를 원자탄 개발 드림팀 책임자로 발탁했던 그로브스 장군은 보안 청문회에 소환당한 오펜하이머를 간첩이 아니라며 적극 변호했다. 그런데도 그를 공직에서 몰아내는 것엔 동의했다. 원자력 기밀 접근을 계속 허용하기엔 국가가 지게 될 위험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오펜하이머는 동생과 아내, 내연녀, 다수의 친구가 공산주의자였다. 자신도 한때 공산주의 사상에 동조했다. “소련은 2차대전 동맹국이니 핵폭탄 정보를 넘기자”는 유혹도 여러 차례 받았다. 동료 중에서 소련 간첩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그로브스는 오펜하이머의 결백을 믿으면서도 그에게 원자력 기밀 접근권을 주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던 것이다.

오펜하이머도 기밀 접근권 회수 결정을 받아들였다. 공직에서 쫓겨난 그에게 주변에서 “이런 대접을 받느니 다른 나라로 가라”고 했지만 “나는 조국을 사랑한다”며 거부했다. 개인적 억울함보다 국가에 대한 책임을 더 무겁게 여겼기에 보일 수 있었던 태도다. 이런 그에게 국가도 공직 접근만 제한했을 뿐, 죽을 때까지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도왔다.

프로메테우스에게는 에피메테우스라는 동생이 있었다. 앞날을 내다볼 줄 아는 프로메테우스와 달리 근시안적 인간이어서 유혹에 잘 넘어갔다. 제우스는 불을 갖게 된 인간을 혼낼 목적으로 에피메테우스에게 판도라를 보냈다. 판도라의 미모에 반한 에피메테우스는 “신이 주는 선물을 받아선 안 된다”는 형의 경고를 무시했다. 이후 판도라의 상자에서 모든 악덕이 쏟아져 나와 세상을 혼란에 빠뜨렸다.

 

당대표, 장관, 시장, 국회의원은 보통 사람 이상의 공적 책임을 지는 자리다. 법적 시비에 휘말린 이들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결론이 나오든, 그들이 높은 자리에 있는 동안 개인의 신원에만 매달렸고, 그 결과로 공적 가치에 대한 국민적 냉소와 조롱, 환멸과 불신을 키웠다는 점에서 억울한 오펜하이머일 수 없다. 기껏해야 오펜하이머 호소인이고, 더 직접적으로는 세상에 혼돈을 초래한 에피메테우스들일 뿐이다.

조선일보 김태훈 논설위원

 

09.06 기괴한 단식투쟁

“자네 생각이 결국 자살인가?”(도미니크 모런 신부)
“자살 같겠지만, 제게는 타살이에요.”(바비 샌즈)

“혹시 거룩한 희생을 꿈꾸나?”
“제가 그걸 바랄까요?”


“자네와 투사들은 생명을 존중하지 않아. 죽고 나면 삶을 알 기회가 없어.”
“신이 제게 벌을 내릴까요?”


“자살뿐 아니라 무모함에 대한 벌도 내리겠지.”
“목숨과 자유 둘 다 중요해요. 저는 제 삶을 존중하고 자유를 갈망해요. 신념을 끝까지 지키며 흔들리지 않을 거예요. 제가 옳다고 믿는 것에 목숨을 걸 겁니다.”


“그래서 나를 불렀나? 자신에 대한 의심 때문에?”

 

 죽음 무릅쓴 단식 말려야 하고
‘결사’를 가장한 단식도 막아야
어느 쪽이든 인간 존엄성 훼손

 영화 ‘헝거’(2008) 중반부에 등장하는 영국 북아일랜드 IRA(아일랜드공화국군) 대원 바비 샌즈와 신부(가톨릭) 도미니크 모런의 대사다. 사실을 토대로 삼은 이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받았다. 교도소 면회실에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대화하는 장면이 24분간 이어진다. 단식 결심을 밝히는 샌즈와 생명의 존엄성을 얘기하는 모런 신부 사이에 비장함이 흐른다.

샌즈는 1981년 3월 북아일랜드 메이즈 교도소에서 단식에 돌입했다. 북아일랜드 독립(영국으로부터)을 주장하는 무장조직 일원이었던 그는 방화와 무기 소지로 14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IRA 수형자들은 수인복과 노역을 거부했다. 전쟁 포로에 준하는 지위를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영국 정부는 거절했다. 샌즈를 시작으로 23명이 연쇄 단식투쟁을 벌였다. 물과 소금만 먹었다. 27세의 샌즈는 66일 만에 숨졌다. 그에게는 수감 직전에 결혼한 부인과 네 살배기 자식이 있었다.

샌즈 뒤로 9명이 같은 교도소에서 단식으로 사망했다. 단식 기간은 46일부터 73일까지였다. 교황청이 영국 정부에 서한을 보냈고, 세계 주요 언론이 보도했다. 마거릿 대처의 영국 정부는 다섯 요구사항 중 세 가지(수형자끼리 교류, 주 1회 면회 및 편지·소포 수신, 교도소 내 시위로 인한 형기 연장 취소)를 허용했다. 단식은 7개월 만에 끝났다. 복장·노역 규정은 바뀌지 않았다. 영화 ‘헝거’는 이를 승리의 역사로 미화하지도, 실패한 싸움으로 폄훼하지도 않는다. 관찰자 시각으로 전하는 장면들이 삶과 죽음, 신념과 인간의 한계를 생각하게 한다. 숨 막히게 진지하고 엄숙하다.

단식투쟁이 주목받는 것은 죽음을 무릅쓰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을 본능에 제일 반하는 방법으로 포기하는 방식 때문이다. 죽음을 불사하지 않는 단식투쟁은 단식투쟁이 아니다. 관심 끌기 이벤트이거나 자해 협박이다.

 

단식투쟁에 진정성이 있으면(죽음을 각오한 것이라면) 모런 신부처럼 말려야 한다. 사람이 죽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모르는 사람이건, 아는 사람이건 마찬가지다. 죽음을 방조하는 것은 종교·도덕적으로는 물론 법적으로도 죄가 된다. 단식투쟁에 진정성이 없어도(죽음을 불사한 게 아닐 경우) 역시 그만하게 해야 한다. 자기 목숨이나 건강을 담보로 벌이는 ‘셀프 인질극’은 생명 경시를 부추기는 행위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31일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오늘이 7일째다. 5일째에 함세웅 신부를 비롯한 정의구현사제단이 그를 만났다. 함 신부가 “(이 대표가) 시련을 잘 견딜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고 민주당 당직자가 밝혔다. 그날 이해찬 민주당 상임고문도 이 대표를 찾아갔다. 그는 “(이 대표가) 큰 결단을 해서 경각심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단식을 말렸다는 얘기는 없다.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결심이 아니라고 봐서일까? 이 대표 단식을 중계하는 유튜브 채널의 채팅 창에는 ‘힘내세요’ ‘파이팅’ 등의 메시지가 쏟아진다. 말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기괴한 현실이다. 진짜로 목숨을 건 것이든 아니든 멈춰야 한다. 인간 존엄성이 훼손되고 있다.

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09-06 제2 태평양전쟁과 ‘더러운 평화’

김세동 논설위원

이재명 방탄단식 명분 약하자
오염처리수 방류 물고 들어가
방사능 변화 없어도 괴담 계속

한미일과 한일 新연대 해치고
北·中에 이용당하는 괴담 선동
공교롭게 북한 지령과도 일치

말의 품격은 인격을 반영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이 거친 것은 성남시장 때부터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원내 제1당 대표의 품격은 언감생심이고, 자해 공갈 방식의 시위로 눈길을 끄는 극단적 시민단체 대표에나 어울릴 수준의 언사를 손쉽게 발설한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무능 폭력정권을 향한 국민 항쟁”을 시작하겠다며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내세운 명분이 정치 구호성이고 구체적이지 않아 검찰 소환과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 대표 사퇴 요구 등으로 코너에 몰린 그가 나름 묘책이라고 강구한 ‘방탄 단식’이란 분석이 곧바로 제기됐다. 무기한 단식의 명분이 약하다는 걸 알았는지 후쿠시마원전 오염처리수 방류도 물고 들어갔다. 그의 “정권은 안전을 걱정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괴담이라 매도하며 겁박하고, 국민과 싸우겠다고 선전포고한다”는 주장부터가 교묘하게 말을 비튼 괴담 그 자체다. 일반 시민들의 오염처리수 방류에 대한 안전 걱정이 뭐가 문제겠나. 원내 제1당으로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앞장서 과학적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황당한 헛소리를 퍼트리는 게 문제인 것이다.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된 방류 이후 바닷물 속 삼중수소 농도 변화는 민주당의 ‘기대’와 달리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본의 동북쪽 바다에 방류하는 만큼 시계 방향으로 도는 해류의 흐름을 타고 캐나다, 미국 서부 태평양, 북적도해류, 필리핀 등을 거쳐 일본 오른쪽 태평양으로 다시 돌아오는 데 4∼5년 걸린다. 이 과정에서 애초부터 큰 의미 없는 수준이었던 오염처리수의 삼중수소가 광대한 태평양 바닷물에 완전히 희석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일본이 서쪽 바다(우리의 동해)에 방류하고, 이게 해류 흐름을 역류해 며칠 만에 한국 연안에 도달할 것처럼 거짓 선동한다.

이 대표가 지난달 26일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윤석열 정부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한 발언은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는 “핵오염수 방류는 태평양 연안 국가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일본이 총과 칼로 전 세계 인류를 침범하고 살육했던 태평양전쟁을 다시 한 번 환경 범죄로 일으키려 한다”고 했다. 하마터면 대통령이 될 뻔했던 공당 대표의 용어가 지나치게 저열한 것도 지적받아야 하지만, 논리적으로 전혀 맞지 않은 데다 정치적 속셈은 더 문제다. 반일 선동을 통해 윤석열 정부를 흔들 수만 있다면 한국이 국제적 웃음거리가 돼도 상관없다는 것 아닌가.

한국 야당과 북한, 중국 외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승인을 받은 오염처리수 방류에 국제사회가 조용하고, 이재명 표현대로 하면 ‘독극물’ ‘핵폐수’를 가장 먼저 받는 미국은 심지어 환영 논평을 냈으며, 환경 이슈에 민감한 유럽연합(EU)이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 규제를 철회한 것에서 오염처리수 방류에 대응하는, 혹은 이용하는 ‘정치학’이 드러난다. 북한은 이미 문재인 정권 때부터 오염처리수 방류를 이슈로 반일·반정부 투쟁을 남한 내 친북 단체나 간첩 조직에 지령해 왔다. 조용하다가 최근 갑자기 오염처리수 방류 반대를 선동해 전(全) 인민의 가슴에 불을 붙인 중국의 속셈도 뻔하다. 중국과 북한은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드러난 한미일 및 한일 신(新)연대를 깨뜨리기 위해 오염처리수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이 대표의 오염처리수 무한전(戰)은 본의 아니게, 또는 본의대로 북한과 중국에 이용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4일 ‘정전 70주년 한반도 평화행동’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는 낫다”고 했다.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과 한미일 연대가 강화되는 데 대한 비판과 반박으로 이해된다. 일본에 대해선 없는 사실도 만들어 전쟁도 불사할 것처럼 선동하고 북한과 중국에 대해선 민망할 정도로 구차스럽다. 김정은이 최근 전군지휘훈련을 점검했고, 조선중앙통신이 ‘남조선 전 영토 점령’을 언급했으며, 연이어 남한을 겨냥한 미사일을 쏘는 데도 형식적으로나마 일언반구가 없다. 친북·반일이 민주당의 운동권 유전자 때문인지, 최근 간첩단 사건에서 보듯 진짜 북한의 지령 때문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문화일보 

 

09.07 당사자가 30분 부인해도 무시하고 보도, 언론의 탈 쓴 대선 사기

 대장동 핵심 업자 김만배씨가 만든 ‘윤석열 커피’ 가짜 뉴스에 등장하는 당사자 조우형씨가 “윤석열 검사에게 조사받은 적 없고 누군지 알지도 못한다고 수차례 말했는데도 JTBC나 경향신문은 내 말을 무시하고 정반대로 보도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당시 JTBC와 경향신문 보도 내용은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피의자 조우형씨가 ‘윤석열 검사가 내게 커피를 타주며 되게 잘해줬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장동 업자인 남욱씨가 조씨의 이 말을 전하는 형식의 보도였다. 남씨는 ‘윤석열 커피’ 이야기를 2021년 9월 김만배에게서 들었다고 했다. 김만배씨가 가짜 뉴스를 만들기 위해 1억6500만원을 준 신학림 전 노조위원장과 허위 인터뷰를 하고 남씨에게도 같은 얘기를 해 둔 것이다. 남씨는 그해 12월 조우형씨와 대질 신문에서 김만배가 거짓말한 사실을 알고 진술을 번복했다. 그런데 두 달 뒤 JTBC와 경향신문이 당사자 조씨 말은 무시하고 이미 번복한 남씨 진술을 인용해 보도를 한 것이다. 그러자 민주당이 이를 받아 ‘대장동은 윤석열 게이트’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JTBC와 경향신문은 보도 전 당사자인 조우형씨와도 인터뷰했다. 조씨는 “JTBC 기자에게 30분 넘게 윤석열 검사에게 조사받은 적이 없고, 윤 검사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말했다”’며 “당시 대장동 대출은 부산저축은행 수사 대상도 아니었다고 했고 JTBC 기자도 알았다고 했다”고 했다. 조씨는 “그런데 내가 말한 내용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고 했다. 해당 기자는 “의혹 당사자인 조씨보다는 제3자인 남욱씨 진술이 더 신빙성 높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어떻게 말을 직접 한 당사자보다 그 말을 전해 들었다는 사람이 더 신빙성이 있을 수 있나. 아무리 그런 의심이 들었다고 해도 최소한 당사자의 말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기는 해야 한다. 언론 기본 중의 기본이다. JTBC 기자의 보도는 언론 보도가 아니라 애초에 정치적 의도를 갖고 사실을 왜곡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 기자는 대선 후 김만배가 만든 가짜 뉴스를 최초 보도한 뉴스타파로 이직했다고 한다.

 

▲JTBC가 2022년 2월 28일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 측근들이 ‘조씨가 부산저축은행 사건으로 조사받을 당시 주임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커피를 마셨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보도하는 장면(위 사진). JTBC는 같은 달 21일에 이어 같은 내용을 반복해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그해 3월 6일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자신의 사무실에서 조우형씨를 만났고 조씨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김만배씨 녹음 파일을 보도했다. 이들 보도는 ‘가짜 뉴스’로 드러났다. /JTBC

언론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최대한 팩트를 수집하고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보도에는 당사자의 반론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는데도 완전히 무시하고 보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사회에선 이 상식 밖의 행태가 대선 때만 되면 ‘언론’이라는 탈을 쓰고 등장한다. 김대업 대선 사기 사건 때의 KBS, MBC가 그랬다. KBS, MBC는 이번 김만배 가짜 뉴스에도 어김없이 등장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데 일조했다.

 

이재명 당시 후보는 김만배가 신 전 위원장과 허위 인터뷰를 한 직후인 2021년 10월부터 ‘윤석열 커피’를 기정사실처럼 주장했다. 대선 3일 전 뉴스타파가 녹음 파일을 보도하자 불과 1시간 만에 자기 페이스북에 가짜 뉴스를 올렸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도 대량 배포됐다. 추천 수 조작까지 벌어졌다. 대선을 가짜 뉴스로 뒤엎는 세력들이 성공하는 나라엔 희망이 없다. 해당 언론사가 사과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윤 후보가 낙선했으면 이 대선 사기의 전모는 밝혀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언론사는 사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9.07 김만배 “견뎌라, 이재명 당선되면 감옥 나간다”...남욱·유동규 입단속

金 “대장동서 이재명은 지워라”
검찰, 재판서 공모 사실 밝혀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등으로 구속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추가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2023년 9월 7일 자정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남강호 기자 

대장동 사건의 ‘몸통’ 중 한 명인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가 지난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커피’ 가짜 뉴스를 만든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당시 김씨의 ‘사주’로 대장동 관련자들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면죄부’를 주는 언론 인터뷰를 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커피’ 가짜 뉴스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을 수사할 때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에게 커피를 타 주고 수사를 무마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뿐 아니라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2021년 9~10월, 대장동 관련자들에게 “이재명 후보는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언론에 얘기하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검찰은 그 말이 일종의 ‘교시(敎示)’가 됐고 이성문(전 화천대유 대표), 남욱, 조우형씨 등의 언론 인터뷰로 이어졌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들의 언론 인터뷰는 모두 김씨의 의도가 반영된 내용으로 진행됐다.

 

최근 검찰은 구속 상태에서 ‘대장동 재판’을 받고 있는 김씨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다루는 6일 재판에서 검찰은 “김씨는 대장동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불리한 영향이 생길까 우려했다”며 “본인뿐 아니라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조우형씨에게도 허위 인터뷰를 종용했다”고 밝혔다.

 

또 김씨가 대선을 앞두고 자신과 함께 기소됐던 남욱씨와 유동규(전 성남도개공 본부장)씨에게 법정 대기실에서 “잘 견뎌라.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나갈 수 있다”고 하면서 ‘입단속’을 했던 정황도 있다. 검찰은 이를 뒷받침하는 관련자 진술과 정황을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는 와중에,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는 이날 김씨의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기로 해 김씨는 이날 자정 무렵 석방됐다. 검찰은 이번에 ‘가짜 뉴스’ 혐의가 아닌, 100억원을 빼돌려 분양대행업자에게 제공한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김씨 수사를 추가로 진행한 뒤 ‘가짜 뉴스’ 혐의를 넣어 김씨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심각한 증거인멸이 이미 저질러졌고, 또 다른 증거인멸 우려가 현저한 점에 비춰 법원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석방돼 ‘가짜 뉴스’ 수사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래픽=김현국

‘허위 인터뷰’는 김만배씨가 가장 먼저 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2021년 9월 15일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을 만나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 대선후보가 검사 시절 조우형 사건을 무마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선 “(성남시가 화천대유에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했기 때문에) 내가 (이 대표) 욕을 많이 했다. 공산당 같은 XX”라고 했다.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특혜를 준 적이 없다는 이 대표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공교롭게도 이재명 대표도 ‘김만배 인터뷰’ 하루 전에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산당’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이 대표는 2021년 9월 14일 기자회견에 대장동 일당에게 추가 비용을 부담시켰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경기지사 시절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투자회사(화천대유) 대표가 법정 증언을 통해 저보고 ‘빨갱이 같다. 공산당 같다’고 했다”고 밝혔다.

 

2021년 9월 18일에는 당시 언론 접촉을 피하던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가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이씨는 “이재명을 모른다. 법정에서 딱 한 번 봤다”면서 “공무원이나 정치인과 결탁해 부정한 행위를 한 것은 한 건도 없다”고 했다. 이 신문사는 김만배씨가 과거 근무했던 곳이다. 지난 2020년 한국일보 간부가 김씨로부터 1억원을 빌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한 김씨는 2021년 10월 미국에 체류 중이던 남욱씨에게 연락해 ‘이제 우리랑 이재명은 한배를 탔다’면서 허위 진술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남씨에게 그런 얘기를 한 시점은 2021년 10월 12일 남씨가 JTBC와 첫 화상 인터뷰를 가진 직후였다고 한다.

 

당시 남씨는 JTBC에 “김만배는 유동규를 ‘그분’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재명 대표가 ‘그분’이라는 의혹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김씨의 연락을 받고 닷새 뒤 한국으로 귀국했던 남씨는 JTBC와 2차 인터뷰에서는 ‘그분은 이재명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말을 바꿨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등으로 구속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추가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2023년 9월 7일 자정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파노라마 촬영. /남강호 기자

김만배씨는 2021년 9월 초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에게도 비슷한 ‘지침’을 줬다. 김씨는 당시 조씨에게 “대장동은 유동규의 뇌물 사건으로 정리해야 한다”며 “인터뷰를 하게 되면 그렇게 말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실제 조씨는 2021년 10월 26일 JTBC 기자를 만나 “‘그분’은 유동규다. 100%다”라고 했다. 당시 조씨는 본인이 직접 관련된 ‘윤석열 수사 무마’ 부분에 대해서는 30분에 걸쳐 ‘윤석열 검사가 아니라 박모 검사를 만났다’ ‘대장동 대출은 부산저축은행의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해당 기자는 2022년 2월 조씨 해명은 빼놓은 채 ‘윤석열 커피’ 의혹만 2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이재명은 대장동과 무관하다’는 조씨 주장은 작년 10월 뉴스타파로 이적한 뒤 기사화했다.

성남시에서 대장동 사업 실무를 총괄했던 유동규씨도 대장동 의혹 초기에 잠적했다가 2021년 9월 23일 미디어오늘과 “대장동 사업에 특혜는 없었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했다. 유씨는 비슷한 시기에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으로부터 한겨레 기자를 소개받기로 했다가 성사되지 않은 일도 있었다고 했다.

 

김씨는 2021년 11월 구속된 뒤에도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감옥을) 나갈 수 있다”며 ‘대장동 일당’의 입단속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내 재판 대기실에서 만난 남욱씨뿐 아니라 유동규씨에게도 “이재명은 대통령 된다. 곧 나갈 수 있을 거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22년 9월 이후 남씨와 유씨는 “사실을 모두 털어놓겠다”며 검찰 수사에 협조하기 시작했다.

 

한편, 뉴스타파는 신학림씨가 했던 ‘김만배 인터뷰’를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밤 9시 22분에 보도했다. 이재명 대표는 한 시간 만인 그날 밤 10시 22분 페이스북에 “적반하장 후안무치의 생생한 현실을 널리 알려달라”며 뉴스타파 기사를 공유했다. 주요 매체 가운데 ‘김만배 인터뷰’를 가장 먼저 보도한 경향신문보다 31분 빨랐다.

조선일보 유종헌 기자  이세영 기자

 

09-07 “김만배 ‘이재명과 한 배… 李 살아야 우리도 산다’고 말해”

檢, 허위 인터뷰 ‘대선 공작’ 의혹 수사
“브로커에 ‘李 언급되면 안돼’ 라고 해”
방통위 “허위뉴스 한번만 해도 퇴출”
JTBC “‘尹 커피’ 보도 왜곡” 사과

▲지난해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관련 허위 인터뷰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만배 씨가 7일 0시 3분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구속기한이 만료돼 201일 만에 출소하고 있다. 김 씨는 출소 직후 ‘허위 인터뷰로 대선 국면을 바꾸려 했느냐’는 질문에 “제가 그렇게 능력 있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왕=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사진)가 2021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보도되자 남욱 변호사에게 “우리랑 이재명은 한배를 탔다. 이재명이 살아야 우리도 산다”고 말했다는 조사 결과를 법정에서 공개했다.

검찰은 또 김 씨가 검찰 수사 초기인 2021년 10월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에게 “이재명 후보 이름이 언급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대장동 사건의 ‘몸통’을 윤석열 대통령으로 몰아가려고 김 씨가 치밀하게 ‘대선 공작’을 벌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재명 살아야 우리가 산다”

검찰은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김 씨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 심문에서 김 씨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과 허위 인터뷰를 한 사실과 남 변호사 등에게 ‘가짜 인터뷰’를 종용한 정황을 공개하며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서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로 ‘그분’이 언급되자 남 변호사는 2021년 10월 JTBC와의 인터뷰에서 “김만배는 유동규를 ‘그분’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인터뷰를 본 김 씨가 남 변호사에게 전화해 “이제 우리랑 이재명은 한배를 탔다. 이재명이 살아야 우리도 산다”고 했다는 게 검찰의 조사 내용이다. 이후 남 변호사는 다시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분은 이재명이 아니다. 이재명은 (오히려) 사업권을 뺏어간 사람”이라고 했다.

검찰은 비슷한 시기에 김 씨가 조 씨에게도 “게이트가 되면 안 된다. (유)동규의 뇌물 사건으로 정리돼야 한다”며 허위 인터뷰를 지시했고 이후 조 씨가 JTBC와의 인터뷰에서 “그분은 유동규다. 유동규의 개인 일탈일 확률이 매우 크다”고 했다고도 밝혔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김 씨가) 증거 인멸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가릴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았고 김 씨는 6일 자정 구속기간이 만료된 후 석방됐다.

 

●“대장동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키는 언론 공작”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이 밖에도 지난해 대선 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 사건에서 언급되지 않도록 김 씨가 대장동 업자들을 단속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날 김 씨 자택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화천대유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씨는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기 직전 조 씨에게 “대장동 사업 자체가 ‘성남분들’ 사업”이라고 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이 후보의 이름이 언급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2011년 대검 중수2과장 시절 조 씨에게 커피를 타주며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시켰다는 취지의 ‘가짜 뉴스’를 김 씨가 만들어 대장동 사건의 ‘몸통’을 이 대표에서 윤 대통령으로 바꾸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조 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대장동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키는 언론 공작이었다”며 “김 씨는 내가 ‘윤석열’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신 전 위원장과) 허위 인터뷰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또 “대선 전 JTBC 등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분명히 ‘윤석열 검사는 모른다. 대장동 사건과 무관하다’고 말했는데도 보도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JTBC는 6일 저녁 뉴스에서 당시 보도에 대해 “중요한 진술 누락과 일부 왜곡이 있었다. 시청자께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 경험에 비춰 보면 (허위 인터뷰가 보도되는 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했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방통위는 이날 가짜 뉴스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허위 보도를 한 번이라도 하면 바로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가짜 뉴스 퇴치 TF를 가동해 사건 전모를 분석하고 있다. 보도 매체인 뉴스타파의 신문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09-07 “이재명 지워라” 인터뷰 공작, 李측과 교감한 것 아닌가

김만배 씨가 ‘윤석열 커피’ 등의 가짜 뉴스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면죄부를 주는 인터뷰를 지시한 정황도 짙어졌다. 특히 김 씨의 ‘허위 인터뷰’ 전날 이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어 유사한 내용을 주장하는 등 교감 논란까지 불러일으킨다.

2021년 9월 초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와중에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자 김 씨가 “이재명은 관련이 없다고 언론에 얘기하라” “대장동에서 이재명을 지우라” 등의 지시를 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는 9월 18일 인터뷰를 통해 “이재명을 모른다”고 밝혔고, 5일 뒤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특혜는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에 체류 중이던 남욱 변호사가 “김만배는 유동규를 그분으로 부른 적이 없다”고 말해 ‘그분 = 이재명’ 의혹이 제기되자 김 씨는 남 변호사에게 연락해 “우리랑 이재명은 한배를 탔다”며 허위진술을 종용했다고도 한다. 남 변호사는 귀국 뒤 “그분은 이재명이 아니다”고 말을 바꿨다. 김 씨는 구속된 이후에도 입단속을 계속했다. 재판 대기실에서 남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을 만나자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다. 곧 나갈 수 있을 거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일들이 김 씨 개인 판단만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 씨는 2021년 9월 15일 인터뷰 과정에서 이 대표에 대해 “(성남시가 화천대유에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해) 내가 (이 대표) 욕을 많이 했다. 공산당 같은 ××라고 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하루 전날 이 대표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재판에서 투자회사(화천대유) 대표가 법정 증언을 통해 저 보고 공산당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해당 인터뷰를 뉴스타파가 대선 3일 전인 2022년 3월 6일 오후 9시 22분에 공개하자 이 대표는 한 시간 뒤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적반하장의 생생한 현실을 널리 알려 달라”고 주장했다. 주요 매체가 보도하기 31분 전이었다. 대장동 몸통 바꿔치기 전모는 물론 교감·공모 여부까지 밝혀내 엄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선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자체가 무너진다.

문화일보 사설 

 
 

09.07 “커피는 檢직원이 타줘” 뉴스타파 ‘72분 김만배 인터뷰’ 들어보니

뉴스타파 당시 녹음파일 공개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의 허위 인터뷰 내용을 보도한 뉴스타파가 7일 김씨의 인터뷰 당시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72분 분량의 녹음파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에서 대장동 대출 브로커인 조우형씨 사건을 무마했다’는 취지로 거짓 발언하는 김씨의 육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김씨는 2021년 9월 15일 신씨와의 인터뷰에서 ‘커피를 타준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도 박모 검사도 아니고 (검찰)직원이며, 조우형씨 혼자 커피를 마셨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당시 신씨가 “조우형은 가 가지고 박○○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온 거야? 아니면 윤석열하고 마시고 온 거야?”라고 묻자 김씨는 “아니, 아니 (조우형) 혼자. 거기서 타주니까 직원들이. 차 한 잔 어떻게 (검사와) 마시겠어. 갖다 놨는데 못 마시고 나온 거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지난 대선을 사흘 앞둔 작년 3월 6일 보도에서 해당 부분을 제외하고 녹취록을 공개했다. 대검 중수과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무마해줬고 박모 검사가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씨에게 커피를 타준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녹음파일에는 신씨가 인터뷰 당시 계속해서 ‘윤석열이 수사 무마해줬다’는 김씨의 발언을 유도하는 듯한 질문을 던진 정황도 있었다.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지난 1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 위치한 자택 인근에서 검찰 압수수색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던 중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에게 판매한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을 공개하고 있다. /뉴스1

녹음파일에는 신씨가 뉴스타파에 몸담고 있다는 것을 알고 김씨가 인터뷰를 한 정황도 나타났다. 신씨가 부고 기사를 보고 김씨의 연락처를 구한 이후 김씨를 찾아왔고, 김씨는 ‘ㅇㅇㅇ선배’가 신학림 근황을 알려줬다면서 “(ㅇㅇㅇ선배가) ‘야, 내가 알아보니까 뉴스타파인가 애들하고 가끔 만나서 연금으로 술 먹으러 다니고. 잘 살고 있으니까 너 걱정하지 말라고 이러더라’(라고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뭐라 했냐면, 아니 그(신학림) 형 내가 아는데, 경제적으로 재주가 없고 누구한테 삥 뜯지도 못하는 형이라 지금 되게 힘들 텐데 내가 해줘야 하는데, 아 참 그형…(이라 했다)”고 했다.

김씨는 “그냥 우리 이거 좀 잠잠해지면 고문료나 많이 가져가서 형 편하게 살어. 고문. 부정한 회사 아니야. 알았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본인이 대주주인 화천대유의 고문직을 신씨에게 제안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신씨가 김씨에게 1억6500만원을 받는 대가로 허위 인터뷰를 한 정황을 포착한 검찰이 지난 1일 신씨를 전격 압수수색하자 뉴스타파는 같은날 입장문을 내고 작년 대선 직전 보도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뉴스타파는 보도 이틀 전인 작년 3월 4일 신씨로부터 녹음파일을 제보 받았으며, 보도 과정에 신씨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허욱 기자

 
 

09-07 태영호 의원을 “쓰레기” 매도한 민주당 의원의 北 복창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나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북한 정권을 복창하며 매도했다. “이런 것이 바로 공산 전체주의에 맹종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북한인권법 사문화를 비판한 태 의원을 향해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어” 하고 외친 사람이 박영순 민주당 의원이라고 한다. 영국 주재 북한 외교관이던 태 의원의 탈북 후 입국 사실이 공식 발표된 지 3일 후인 2016년 8월 20일부터 북한은 줄곧 “인간 쓰레기” 운운했다.

소속이 북한 정당인지를 묻게 하는 행태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부의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으로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선임행정관 등을 지낸 박 의원뿐만이 아니다. “부역자야” 하고 고함친 다른 민주당 의원도 마찬가지다. 태 의원을 ‘국가에 반역이 되는 일에 동조하거나 가담한 사람’으로 몬 것으로, 김정은 정권이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 ‘메아리’ 등을 동원해 끊임없이 욕하면서 규정해온 “배신자”에 발맞춘 셈이다.

이는 적반하장이기도 하다.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한사코 막아 ‘반(反)인권’의 북한 정권 비위를 맞춰주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에 대한 반역 행위일 수 있다. “김정은 편을 들면서 북한 인권 문제만 나오면 입을 닫고 숨는 민주당은 ‘민주’라는 이름을 달 자격도 없다”는 태 의원 지적이나마 민주당은 경청하고, 이제라도 정신 차려야 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09.08 탈북민 의원에게 “쓰레기” “부역자” 공격한 민주당 의원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쓰레기”라는 막말을 들었다. 지난 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7년째 가로막고 있는 민주당을 비판하며 “민주당은 민주라는 이름을 달 자격도 없는 정당” “이런 것이 바로 공산 전체주의에 맹종하는 것”이라고 했다가 공격을 당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북한에서 쓰레기가 나왔어, 쓰레기가”라고 했고, “부역자야” “빨갱이가 할 소린 아니지”라고 소리친 의원들도 있었다.

태 의원의 격앙된 반응도 사태를 악화시킨 면이 있다. ‘쓰레기’ 발언에 격분한 태 의원이 민주당 의원석을 향해 삿대질했다. 이 통에 여야 간 고성이 오가는 등 소란이 벌어지며 막말이 분출했다. 태 의원은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를 찾아가 막말 민주당 의원에 대한 출당 조치 등을 요구하다 민주당 관계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 마련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단식투쟁천막을 찾아 이 대표에게 항의하다민주당 관계자들에게 끌려나가고 있다. /뉴스1

아무리 그렇다 해도 목숨을 걸고 탈북해 동료 의원이 된 사람한테 ‘쓰레기’ ‘부역자’ ‘빨갱이’라고 할 수 있나. ‘쓰레기’는 북한 당국과 관영 매체들이 탈북민 앞에 관용적으로 붙이는 수식어다. 1997년 망명한 황장엽 노동당 비서를 ‘인간쓰레기’라고 표현한 것을 시작으로 탈북민을 지칭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번 일은 10여 년 전 운동권 출신 민주당 의원이 탈북 대학생 면전에서 “변절자”라고 한 일을 연상시킨다. 이 의원의 마음속 조국은 ‘북한’인 셈이다. 그러니 탈북민에게 ‘변절자’라고 한 것이다. 이 일로 탈북민 사회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했는데 한국 땅에서 북한 편에 선 정치인을 본 그들 심정이 어떻겠나. 이날 태 의원에게 ‘쓰레기’라고 한 민주당 의원은 전대협 부의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이다. 전대협은 북한 주체사상을 추종하던 그룹이 주도했다. 그들이 탈북민을 향해 ‘쓰레기’ ‘부역자’라고 하는 것을 보니 10여 년 전 탈북민을 ‘변절자’라고 공격한 일이 다시 떠오른다. 특히 이 주사파 운동권이 태 의원에게 ‘빨갱이’라고 한 것을 보고 어이없어할 국민이 많을 것이다. 이날 이 대표는 “한때 공산당이었던 사람을 국회의원까지 시키면서…”라고 했다. 그 공산당 비위를 맞추면서 시키는 대로 법까지 만드는 사람들이 할 소리는 아닐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9.08 대선 사기 기사 확산시킨 네이버, ‘언론’ 장사 그만둬야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윤두현 국민의힘 미디어정책조정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장겸 가짜뉴스괴담방지특별위원회 위원장, 원영섭 미디어법률단장 등 위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 '대장동 허위 인터뷰' 관련 김만배, 신학림 등 기자 7명을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기에 앞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9.7/뉴스1

지난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업자 김만배씨가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을 ‘대장동’에 엮으려 했던 허위 인터뷰는 그동안 대선 가짜 뉴스가 유통되어 온 방식 그대로다. 편향적 매체가 가짜 뉴스를 만들면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이 사실 확인 없이 퍼날랐다. 이런 매체들도 문제지만 그 과정에서 핵심 연결 고리가 된 네이버의 책임이 무겁다.

 

네이버가 가짜 뉴스와 여론 조작의 매개체가 된 사례는 한두 번이 아니다. 광우병 괴담이 급속도로 확산할 때 네이버는 언론사가 만든 뉴스를 실을 뿐이라며 방치했다. 그 언론사들은 검증된 사실 보도가 아닌 괴담 선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명백히 네이버도 그 선동에 가담한 것이다. 문재인 세력이 벌인 드루킹 댓글 조작의 주 무대도 네이버였다. 최근엔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자 여야 국회의원을 가해자로 지목한 가짜 뉴스 글도 네이버 맘카페를 통해 유통됐다. 이런 뉴스는 나중에 거짓으로 드러나더라도 피해를 수습할방법이 없고, 각종 블로그에 남아 피해자에게 씻기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네이버는 제휴할 언론사를 선택하고 뉴스 배열 편집권을 행사하는 사실상 언론사다. 어쩌면 한국에서 가장 파급력이 큰 언론사일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최근 조사에서 네이버로 뉴스를 접한 사람이 67%를 넘었다. 하지만 그에 걸맞은 책임은 외면했다. 이번에 가짜 뉴스를 만든 뉴스타파와 제휴한 것도 네이버의 결정이었다.

네이버는 이렇게 가짜 뉴스의 숙주 역할을 하면서 스스로 언론이 아니라면서 모든 책임을 피해 왔다. 클릭 수를 높여 광고 단가를 올리고 더 많은 부가 수입을 만들어내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 언론 기사는 ‘사회의 공기’로써가 아니라 장사 수단으로 활용할 뿐이다. 이에 따른 폐해와 인권침해는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네이버의 사회적 책임 회피는 민주당과 좌파 시민 단체들의 비호 아래 이뤄지고 있다. 민주당 등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의 뉴스 유통 방식을 개선하라는 요구가 나올 때마다 ‘포털 규제는 언론 장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네이버를 통해 괴담과 가짜 뉴스가 확산되는 것이 이들에게는 이로운 것이다. 이번 대선 가짜 뉴스에도 민주당은 네이버 규제를 반대하고 있다.

 

네이버 등 몇몇 대형 포털이 언론 기사 유통을 사실상 독점하는 현실에서 포털에 그에 걸맞는 책임을 지우는 것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네이버를 이대로 두면 괴담과 대선 사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조선일보 사설

 

09.08 [단독] ‘허풍’ 넘기려던 김만배, 돈거래 밝혀지며 ‘대선 공작’ 드러나

검찰, 대선 때 ‘김만배 역할’ 수사

 ▲대장동 사건의 몸통인 김만배씨가 7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하며 대기 중이던 기자들을 보고 있다(왼쪽).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1년 9월 김씨와 ‘가짜 인터뷰’를 하고 뉴스타파를 통해 보도해준 대가로 1억6500만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고 있다./남강호 기자·뉴스1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가 배후로 지목된 ‘윤석열 수사 무마’ 가짜 뉴스 파문이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김만배씨는 ‘대장동 사업 특혜 비리’뿐 아니라,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 제기된 ‘대장동 의혹’의 방향을 윤석열 대통령 쪽으로 돌리려고 한 ‘대선 공작’의 몸통으로 의심받는다.

 

김씨는 2021년 9월 15일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인터뷰를 했고, 신씨는 인터뷰 편집본을 자신이 전문위원으로 있는 뉴스타파를 통해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공개했다. ‘윤 대통령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주임검사 시절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씨의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신씨가 그 인터뷰 직후 김씨에게 1억6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인터뷰 사전 기획’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뉴스타파는 이날 뒤늦게 ‘김만배 인터뷰’ 녹취파일 전체를 공개했다. 김만배씨와 교감설을 부인하는 차원이었다.

 

그럼에도 ‘인터뷰 기획 보도’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았는데, 2022년 3월 뉴스타파 보도에서 윤 대통령이 수사 무마와 관련없다는 부분은 빠져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가령, 신씨가 김씨에게 “(조우형이) 윤석열하고 (커피를) 마시고 온 거야?”라는 묻자 김씨가 “아니”라고 답한 부분이 당시 보도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검사가 아니라) 직원이 (커피를) 타줬다”는 답변도 있다. 대신 김씨가 신씨에게 말한 “윤석열이 ‘니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 등의 대목은 당시 보도에 포함됐다.

 

7일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서울중앙지검은 그 배경에 김만배씨가 있다고 보고, 당시 보도 경위와 김씨의 역할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신학림씨의 ‘김만배 인터뷰’는 2022년 3월 6일 보도됐는데도 2021년 10월부터 민주당과 일부 언론이 그 핵심 내용을 다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JTBC는 2022년 2월 21일과 28일,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씨의 초기 진술을 토대로 ‘윤석열 커피’ 기사를 보도했다. 그 보도는 남씨가 “김씨에게 들은 말이라 착각했다”면서 나중에 번복한 진술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뉴스타파 보도가 나왔다.

 

검찰은 이 배후에 김씨가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 6월 26일 뉴스타파 인터뷰 보도와 관련된 검찰 조사에서 ‘허위 인터뷰’라고 인정했다.

김씨는 당시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주임검사가 누군지도 몰랐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2011년)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 준 박OO 검사가 주임검사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제가 윤석열을 언급하면서 신학림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 조미료를 많이 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죄송하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신학림이 녹음하는 줄 모르고 신학림에게 제가 좀 센 사람처럼 보이려고 조미료를 많이 쳤다”고 했다.

김씨는 또 검사가 ‘당신의 인터뷰 발언들은 윤석열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 때문에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질문하자 “그런 뜻으로 한 말임은 인정한다. 신학림에게 제가 조금 센 사람처럼 보이려고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말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김씨가 인터뷰 직후에 신씨에게 ‘책 세 권’ 값으로 1억6500만원을 준 게 드러나면서, ‘대선 여론 조작용 인터뷰’라는 의혹과 연결됐다. 김씨가 신씨에게 그 돈을 준 시점은 실제 인터뷰 닷새 후인 2021년 9월 20일이었다. 그런데 책 매매 계약서는 6개월 전인 2021년 3월 1일 자로 작성돼 있다고 한다. 한 법조인은 “인터뷰가 대선용으로 기획됐다는 걸 은폐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 6월 검찰 조사에서 검사가 ‘당신이 신학림과의 인터뷰 녹음 파일을 뉴스타파 측에 제공한 것인가’라고 묻자 “아니다. 신학림이 주지 않았을까요”라며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기획 인터뷰’가 아니라는 취지였지만, 1억6500만원이 오간 것으로 드러나면서 신빙성이 떨어지게 됐다. 검찰은 7일 신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그 부분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김씨가 2021년 9~10월 남욱·조우형씨 등에게 ‘우리는 이재명과 한배를 탔다’ ‘대장동은 유동규(전 성남도개공 본부장)의 뇌물 사건’이라는 ‘지침’을 주고, 당사자들이 이재명 대표에게 면죄부를 주는 언론 인터뷰를 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과 일부 언론도 비슷한 주장을 대선 당일까지 반복했다.

 

 ▲그래픽=박상훈

조선일보 이세영 기자

 

09.08 뉴스타파, 보도할 땐 원본 파일 짜깁기했다

“조우형이 만난건 박○○ 검사” 김만배 발언 있었는데도 누락… 尹과 만난 것처럼 들리도록 해

뉴스타파는 작년 대선을 사흘 앞두고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검사 시절 대장동 사건 주범 중 하나인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 일당의 부탁을 받고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봐줬다’는 취지의 기사를 김씨 육성 녹음 파일과 함께 보도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인터뷰 음성 파일 ‘짜깁기’를 통해 기사를 조작했던 사실이, 뉴스타파가 7일 스스로 인터뷰 전체 무편집 녹음 파일을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실제 대화에선 김만배씨가 ‘윤 후보의 사건 무마’ 주장을 뒤집고 ‘윤 후보 아닌 다른 검사가 봐줬다’는 취지로 분명히 말했음에도, 뉴스타파는 대화의 중간 부분을 잘라내고 뒷부분과 이어붙여 윤 당시 후보가 사건 무마에 개입한 것처럼 내용을 짜맞췄다.

 

원본 파일은 김만배씨와 전(前) 민노총 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씨 간 대화다.

 

당시 기사에는 김씨가 인터뷰에서 “(박영수 변호사가) 윤석열을 데리고 있던 애지”라고 말하자 신씨가 “아니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라고 말하고, 김씨는 “통했지. 그냥 봐줬지”라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뉴스타파는 내용이 불분명한 이 대화를 음성 파일과 텍스트로 보여준 뒤 “이 말은 ‘조우형을 전혀 모르고, 봐주기 수사를 한 사실이 없다’던 윤석열 후보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증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대화에선 “통했지” 이후 28초 분량의 대화가 더 있었다. 누락된 대화에서 신씨는 ‘그래서 도대체 조우형이 검찰에서 만난 게 누구란 건지’를 계속해서 묻는다. 얼버무리던 김씨는 계속된 질문에 결국 ‘윤석열 검사’가 아니라 “박길배를 만났는데. 박길배가 얽어 넣지 않고 봐줬다”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뉴스타파는 이 발언에서 ‘박OO가 얽어 넣지 않고’를 잘라내고 앞 문장과 이어붙였다. 사실상 주어(主語)를 ‘박OO’에서 ‘윤석열’로 바꾼 것이다.

 

뉴스타파는 이렇게 작성한 기사의 제목을 <[김만배 음성파일]”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이라 붙여 대선 사흘전 내보냈다.

조선일보 장상진 기자 최훈민 기자

 

09-08 [단독] 김만배, 검찰서 “‘尹 수사 무마’ 인터뷰는 거짓, 죄송하다” 인정

“센 사람처럼 보이려 조미료 쳤다”

대장동 사건의 ‘몸통’인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가 지난 6월 검찰 조사에서 2021년 9월 15일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허위 인터뷰를 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죄송하다. 물의를 일으켰다”는 진술까지 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김씨는 신학림씨와의 인터뷰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주임검사 시절 대장동 대출브로커 조우형씨를 만났고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인터뷰 녹취 파일 편집본은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신씨가 전문위원으로 있는 뉴스타파가 공개했다.

 

대장동 사건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김씨는 지난 7일 새벽 구속기간 만료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김씨는 ‘대선 국면을 바꾸려는 의도는 없었나’라는 질문에는 “제가 그렇게 능력 있는 사람은 아니다”고 했고, ‘신학림씨와 인터뷰 내용이 허위냐’는 질문에는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제가 여러 가지 성실하게 답한 부분이 있는데 그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대검 중수과장으로서 그런(조우형씨 수사를 무마할)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만 했다. 애매한 김씨의 답변을 두고 일부 언론은 김만배씨가 ‘허위 인터뷰’를 부인한 것이라는 식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 6월 검찰 조사에서 뉴스타파 인터뷰에 대해 ‘허위’라고 인정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 6월 26일 검찰 조사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주임검사가 누군지도 몰랐다”고 진술했다. 검사가 “신학림과의 대화에서 ‘윤석열이 니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라고 언급했는데, 주임검사가 누군지도 몰랐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김씨가 이처럼 답한 것이다.

 

김씨는 이어 “(2011년)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 준 박OO 검사가 주임검사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제가 윤석열을 언급하면서 신학림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 조미료를 많이 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죄송하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신학림이 녹음하는 줄 모르고 신학림에게 제가 좀 센 사람처럼 보이려고 조미료를 많이 쳤다”고 했다.

김씨는 또 검사가 “인터뷰 발언들은 조우형 사건을 윤석열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 때문에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질문하자 “그런 뜻으로 한 말임은 인정한다. 신학림에게 제가 조금 센 사람처럼 보이려고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말했다”면서 재차 “죄송하다”고 했다.

김씨는 “당신이 신학림과의 인터뷰 녹음 파일을 뉴스타파 측에 제공한 것인가”라는 검사 질문엔 “아니다. 신학림이 주지 않았을까요. 저는 신학림과 얘기할 때 신학림이 녹음하는지도 몰랐다.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김만배씨 자신이 ‘기획’한 인터뷰가 아니라는 얘기였다.

김씨는 당시 이런 진술로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검찰은 김씨가 2021년 9월 인터뷰 직후 신학림씨에게 책 세 권 값으로 1억6500만원을 줬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또 그 돈이 2022년 2월 대선 직전에 나온 뉴스타파 보도와 관련이 있다는 정황을 확보, 김씨가 주도한 ‘대선 공작’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씨가 신씨에게 그 돈을 준 시점은 실제 인터뷰 닷새 후인 2021년 9월 20일이었다. 그런데 책 매매 계약서는 6개월 전인 2021년 3월 1일 자로 작성돼 있다고 한다. 한 법조인은 “인터뷰가 대선용으로 기획됐다는 걸 은폐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이세영 기자

 

09-08 [단독]“‘신학림 인터뷰 형 작품이냐’ 묻자, 김만배 ‘뭘 그런걸 묻냐’고 해”

검찰, 대장동 일당 진술 확보
“尹, 당시 수사무마할 위치 아니었다”… 풀려난 김만배, 인터뷰 내용 번복
신학림 인터뷰엔 “사적 대화였다”… 檢 “金, 사건 축소시키려 꼬리 내려”
1.6억에 산 신학림 책 사무실에 방치

 
 

검찰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허위 인터뷰 의혹을 전담 수사하는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고강도 수사에 착수했다.

7일 구속 기간 만료로 출소한 김 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수사를 무마할 영향력이 없었다며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위원장과의 2021년 9월 15일 인터뷰 내용을 번복했다. 하지만 검찰은 허위 인터뷰 파장이 심각해지자 김 씨가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말을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대선 직후 신 전 위원장과의 인터뷰가 대선용 공작이었냐는 대장동 일당의 질문에 김 씨가 “뭘 그런 걸 묻느냐”면서 부인하지 않았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만배 “인터뷰 아닌 사적인 대화

 김 씨는 7일 0시 3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한 직후 취재진에게 “(신 전 위원장이) 사적인 대화를 녹음하는지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대선 국면을 바꾸기 위해 허위 인터뷰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그렇게 능력 있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했다. 해당 인터뷰가 지난해 대선 사흘 전 보도된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당시 구치소에 있었다”며 부인했다. ‘윤 대통령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당시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의 수사를 무마해 줬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당시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과장으로서 그런 영향력이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선 김 씨가 인터뷰가 아닌 ‘사적 대화’라고 주장하고 인터뷰 내용을 뒤집은 걸 두고 “사건을 축소시키기 위해 꼬리를 내린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검찰은 강백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장을 팀장으로 하고 검사 10여 명을 투입한 특별수사팀에 수사를 맡겨 허위 인터뷰의 배후까지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 김만배 “형 작품이냐” 질문에 부인 안 해

 검찰은 김 씨가 대선 직후 ‘신학림 인터뷰’가 대선용 공작이었다는 걸 부인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고 한다. 김 씨가 대선 직후 대장동 일당 A 씨로부터 “신학림 인터뷰가 형 작품이냐”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김 씨가 “뭘 그런 걸 묻느냐, 인마”라며 부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김 씨가 2021년 3월경 “신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언론재단을 만들어 언론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얘기를 해왔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김 씨가 출소 직후 신 전 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해 “15∼20년 만에 처음 저한테 전화가 오고 찾아왔다”고 주장한 것과 상반되는 대목이다.

7일 신 전 위원장을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조사한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전날 경기 성남시 화천대유 사무실 압수수색에선 김 씨가 1억6500만 원에 샀다는 신 전 위원장의 자필 책 3권이 방치된 채 발견되기도 했다.
 

 

● “커피, 직원이 타 줬다” 뉴스타파 보도선 누락 

지난해 대선을 사흘 앞두고 김 씨 인터뷰를 보도한 뉴스타파는 이날 신 전 위원장과 김 씨의 인터뷰 녹취 파일 72분 분량과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에는 신 전 위원장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당시 조 씨가 커피를 마셨다는 검사가 박모 검사인가, 윤 대통령인가”라는 취지로 묻자 김 씨가 “아니, (조 씨) 혼자. 거기서 직원들이 타 주니까”라고 말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신 전 위원장이 ‘누구 검사를 만났는데?’라고 묻자 김 씨는 “박○○ 검사를 만났는데”라고 답했다. 조 씨가 만난 검사가 윤 대통령이 아니라는 게 명확한 대목이다. 그런데 뉴스타파는 지난해 대선 사흘 전 커피를 타준 게 직원들이란 대목과, 윤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다는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

여야는 연일 허위 인터뷰 의혹을 두고 충돌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정·경·검·언 4자 유착에 의한 국민주권 찬탈 시도로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반역죄”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재명 대선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공세의) 근거로 삼았던 법정에 제출됐던 정영학 씨의 녹취록이다. 김 씨 인터뷰에는 관여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09-08 방탄·종북·저질 국회와 특권 폐지론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

우리나라는 헌법에 따라 입법부인 국회를 구성하기 위해 총선을 실시한다. 국민의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은 4년이란 임기 동안 입법작용을 포함한 국정 운영의 중심에서 국민을 위해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며 역할을 한다. 국회는 국민이 직접선거로 선출한 국회의원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민주적으로 정당화된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그런데 최근 일부 국회의원의 행태를 보면 국민의 대표기관인지 의심하게 된다.

헌법은 국회에 대해 국가작용에서 가장 중요한 법률제정권을 주면서,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행정부와 사법부를 통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여러 권한도 줬다. 헌법은 중요한 권한을 국회에 주기 때문에 다른 한편에서는 직접 명문으로 국회의원에 대해 청렴의 의무와 국익 우선의 의무를 부여한다. 또한, 헌법은 국정 감시와 통제를 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주었다.

왕정 시대도 아닌 자유민주주의 시대에도 국회의원에게 특권을 주는 것은 국민을 위한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라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질서로 하는 국가에서 국회의원의 특권은 구시대 유물이라며 폐지를 주장하는 견해가 많지만,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려면 특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그런데 요즘 국회의원의 행태를 보면 특권이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몇 달 전 야당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헌법 명문의 특권은 포기한다고 해서 없어지진 않지만, 국회의원이 스스로 특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없다. 지금도 체포 대상 국회의원은 ‘방탄 국회’를 이용한다. ‘내로남불’을 넘어 국민의 대표로서 주어진 특권을 후안무치하게 오·남용한다. 누구보다도 법질서를 준수해야 할 국회의원이 본분을 망각하는 것이다.

국회는 그동안 상식 이하의 모습으로 ‘폭력국회’ ‘방탄국회’라는 오명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이와 함께 각종 회의, 대정부 질문 등에서는 고성과 욕설 등 상대방에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사또 국회’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선 시대의 사또처럼 상대방의 발언을 묵살하고 소리치는 국회의원의 모습은 역겹기만 하다. 이렇게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란 자신의 지위도 망각한 채 대의제 민주주의도 후퇴시키고 있다.

방탄국회 논란 속에서도 국회의원인 야당 대표는 단식투쟁으로 법 집행을 회피하고 있다. 북한이 주적(主敵)임을 알아야 하는 국회의원이 적을 추종하는 단체의 행사에 참석했다. 그들은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제도에 따라 국민이 선출한 대표로서, 법률을 만드는 입법부의 구성원이다. 그런 그들이 헌법과 법률에 따른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법질서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특권에 안주하면서 법질서를 무시한다.

이런 국회에 헌법은 특권을 준다. 헌법이 명문으로 특권을 규정하는 이상,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국회의원의 특권을 없앨 수 없다. 그런데 법을 만드는 국회가 특권을 행사하지 않고 법의 평등을 실행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에서 평등은 실현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주어진 특권을 오·남용하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다. 특권을 오·남용한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국민적 대응과 준엄한 법의 심판이 필요하다.

문화일보 

 
 

09.09 文정부 검찰, ‘尹이 수사 무마’ 가짜뉴스 알고도 방치했다

2021년말 남욱·조우형 조사 “尹 만난 적 없다” 진술 받고 침묵
대선 직전까지 일부 언론들 오보

▲그래픽=양인성 사진=뉴스타파

지난 대선 국면에서 대장동 사건을 수사했던 ‘문재인 검찰’이 2021년 말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이 허위라는 점을 파악했으면서도 이를 방치해 일부 언론의 가짜 뉴스 보도로 이어진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이 부분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윤석열 수사 무마’ 가짜 뉴스는 ‘윤석열 대통령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씨에게 커피를 타 주고 수사를 덮었다’는 내용이다.

 

이 가짜 뉴스는 JTBC가 2022년 2월 21일과 28일 두 차례 보도했고, 뉴스타파도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와 했던 인터뷰 녹음 파일 편집본을 공개하면서 유사한 내용으로 보도했다.

 

 

 ▲그래픽=양인성

그러나 당시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수사팀은 그 보도들이 나가기 전인 2021년 11~12월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조우형씨 조사 등을 통해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이미 파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두 사람 조사를 진행하던 때는 민주당이 ‘윤석열이 대장동 몸통’이란 공세를 본격화하던 시점이었다. 한 법조인은 “그때 검찰이 오보(誤報) 대응을 제대로 했더라면 JTBC나 뉴스타파는 그런 보도를 못 했을 것”이라며 “검찰은 그 가짜 뉴스들이 나온 뒤에도 침묵했다”고 했다.

 

당시 대장동 수사 지휘 라인은 ‘친(親)문재인 정권’ 성향으로 알려진 김오수 검찰총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김태훈 4차장검사 등이었다.

 

김만배씨가 신학림씨와 인터뷰를 하고 한 달 뒤인 2021년 10월 16일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수사 주임 검사로서 대장동 대출 건을 수사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구속될 사람은 이재명이 아니라 윤 후보”라는 글을 올렸다.

 

이틀 뒤인 10월 18일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은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수사팀에)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을 수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송기헌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김오수 당시 총장의 말대로, 이후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 수사가 이뤄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은 2021년 11월 19일 남욱씨를 조사했다. 당시 남씨는 “조우형이 2011년 2월 대검에 처음 출석했을 땐 10시간 이상 조사받고 나왔고, 그날 밤에 (대검 인근) 대법원 주차장에서 조우형을 만났는데 얼굴이 하얘져 가지고 사시나무 떨듯이 떨었던 기억이 난다”고 진술했다.

 

남씨는 또 “김만배가 (두 번째 조사를 앞둔) 조우형에게 ‘오늘은 올라가면 커피 한잔 마시고 오면 된다. 물어보는 질문에 다 협조하면 된다’고 말했다”며 “실제로 조사를 받고 나온 조우형이 ‘주임 검사가 커피를 타 줬고 첫 조사와 달리 되게 잘해줬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 ‘주임 검사’에 대해 남씨는 “그 사람이 윤석열 중수2과장이란 것을 김만배로부터 (2011년) 들은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당사자인 조우형씨는 닷새 뒤인 2021년 11월 24일 정반대로 진술했다. 조씨는 ‘대검에서 윤석열 중수과장을 만나거나 조사받은 적 있나’라는 검사 질문엔 “없다.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당시 조씨는 “2011년 4~5월 대검 중수부에 세 번 정도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며 “부산저축은행 김모 부회장의 부탁으로 박모(로비스트)에게 돈을 전달한 적이 있는데 그와 관련된 내용을 조사받았다”고 진술했다.

조씨는 “1회 출석 땐 휴대폰 사용 내역 동의서를 작성했고, 박 검사가 ‘수사에 협조할 뜻이 있느냐’ 등을 질문하기에 변호인과 상의해보겠다고 답변한 뒤 간단히 진술서를 작성했다”며 “돈 가방 구매 영수증 등을 모아서 제출하기 위해 2회 검찰에 출석했다. 3회 출석 땐 박 검사가 돈 전달 경위에 대해 조사했다”고 했다.

민주당 주장과 달리, 당시 대장동 초기사업자의 부산저축은행 대출로 조사받은 게 아니었던 것이다. 조씨가 2015년 처벌받은 ‘대출 커미션 10억여 원 수수’는 2014년 예금보험공사 조사에서 드러난 혐의였다고 한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5조원의 공적 자금 손실을 초래한 초대형 금융 비리 사건이었다. 2011년 검찰 수사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 청와대 홍보수석과 정무비서관 등이 구속됐다. 부산저축은행 회장, 부회장과 감사 등 고위 임원 14명도 사법 처리됐다. 총 50여명이 구속 기소되고 40여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수사에 검사와 수사관 200여명이 투입됐다. 대검찰청 중수2과장으로 주임 검사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를 지휘했다. 한 법조인은 “중수2과장이 누구의 부탁을 받고 조금이라도 사건을 무마할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남씨와 조씨의 진술이 엇갈리자 2021년 12월 대질 신문이 이뤄졌다. 여기서 남씨가 ‘주임 검사’에 대한 자신의 진술을 번복했다. 남씨는 “조씨에게 직접 듣지 않아 착각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JTBC 사과 - JTBC 앵커가 6일 'JTBC 뉴스룸'에서 JTBC가 작년 2월 윤석열 대통령 관련 허위 뉴스를 보도한 데 대해 사과하고 있다. /JTBC

당시는 언론들이 민주당이 쟁점화한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을 취재하던 때였다. 관련 기사도 이어졌지만, 검찰은 사실상 침묵했다. JTBC의 ‘윤석열 커피’ 보도,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 보도는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JTBC는 2022년 2월 21일과 28일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조우형씨에게 커피를 타 주고 대장동 관련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검찰이 조씨 계좌추적도 했다’고 했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그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남욱씨와 조씨가 각각 2021년 11월에 했던 진술 조서를 가진 상태에서 남씨 진술만 보도했다고 지난 6일 JTBC가 사과하기도 했다. 해당 기자는 본지에 “의혹 당사자인 조씨보다는 제3자인 남씨 진술이 더 신빙성 높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 기자는 작년 10월 뉴스타파로 이직했다.

 

첫 보도가 나온 작년 2월 21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 JTBC 기사를 공유하면서 “후안무치 적반하장”이라고 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2월 22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대장동 사건은 윤석열 검사의 커피 게이트”라고 했다. 안 의원은 “(대장동 특혜의) 시발점은 윤석열 검사가 타 준 커피로부터 시작됐다”며 “이 부분에서 새로운 프레임을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안 의원은 최근 김만배씨가 신학림씨에게 ‘책 세 권’ 값으로 1억6500만원을 준 것이 드러나자 YTN에 “(김씨는) 50억도 주는 사람인데 뭐 1억 정도야 줄 수 있다. 그것도 책값으로 줄 수도 있는 그런 성격의 소유자라 본다”고 했다.

 

법조인들은 “당시 ‘윤석열 수사 무마’ 가짜 뉴스 확산의 배경에 ‘문재인 검찰’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순차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이세영 기자

 

09-11 가짜 뉴스와의 전쟁, 더 미룰 수 없다

김석 국제부장

AI시대 가짜 뉴스 위험 더 증가
펜타곤 화염 사진에 증시 요동
김만배 허위 인터뷰보다 진화

美·유럽 AI 콘텐츠 규제 착수
민주주의 파괴하는 가짜 뉴스
표현의 자유 대상 될 수 없어

몇 달 전 TV를 보다 한 방송인이 인공지능(AI) 목소리를 자신의 실제 목소리와 비교하는 광고를 처음 접하고 놀란 일이 있다. 목소리가 너무 비슷해서이기도 했지만 ‘AI를 누구나 악용할 수도 있는 시대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서였다. AI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사용한 가짜 발언을 만들어내면 일반인으로서는 구별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5월 미국 상원 법제사법위원회 사생활·기술·법소위가 처음으로 개최한 AI 청문회에서 민주당 소속 리처드 블루먼솔 소위 위원장은 자신의 목소리로 이런 가능성을 제기했다. 위원장은 직접 개회사를 말하는 대신 스피커로 자신의 목소리를 닮은 음성을 들려준 것이다. 블루먼솔 위원장은 “오디오는 내 연설을 학습한 AI 음성 복제 소프트웨어였고, 발언문은 챗GPT에 ‘내가 이 청문회에서 어떤 연설을 할 것 같으냐’고 물었을 때 나온 결과”라며 “만약 이것이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블라디미르 푸틴을 옹호하는 내용이라면 어땠을지 공포스럽다”고 말했다.

누구나 AI를 활용할 수 있는 시대를 맞으면서 편리성은 높아졌지만, 그에 비례해 블루먼솔 위원장이 이야기한 공포스러운 일도 가까워졌다. 예전에는 단순히 문자로만 된 가짜 뉴스가 퍼졌다면 이제는 AI를 통해 사진이나 영상, 음성 등을 조작한 가짜 뉴스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AI를 이용한 가짜 뉴스가 선거에 악용될 경우 피해는 걷잡을 수 없다. 대선 전인 지난 2021년 9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중수2과장 시절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알선 브로커 의혹을 받았던 조우형 씨를 만나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내용의 허위 인터뷰를 녹음해 뿌렸다. 일부 매체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도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받아 대선 당시 ‘대장동은 윤석열 게이트’라는 억지 주장을 펴면서 선거판이 흔들렸다.

그런데 내년 총선이나 추후 대선에서는 AI로 아예 당사자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악용해 가짜 영상과 녹취록을 만드는 이들이 생겨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22일 미 국방부청사(펜타곤) 주변에 연기가 치솟은 사진이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졌다. 9·11 테러를 연상시킨 사진에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4분 만에 85포인트 하락하는 등 주식시장이 요동쳤다. 이 사진은 AI를 이용해 만든 가짜 사진임이 밝혀졌다. 지난해 3월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항복을 선언하는 영상이 유포됐는데, 이 영상은 AI로 이미지와 영상을 합성해 진짜처럼 만든 딥페이크였다.

AI를 이용한 가짜 뉴스 위협이 높아지면서 이를 막기 위한 각국 정부 움직임도 빨라졌다. 러시아나 중국, 북한 등이 AI를 이용한 가짜 뉴스로 사회 불안을 야기하고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7월 21일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픈AI 등 AI 빅 테크 7곳이 AI가 만든 콘텐츠를 식별할 수 있는 워터마크 표시를 넣는 자발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10일 AI가 만든 딥페이크를 이용한 가짜 뉴스 규제 검토에 착수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25일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엑스(X·옛 트위터), 유튜브 등 19개 초대형 플랫폼에 대해 가짜 뉴스 예방 시스템 마련과 AI 생성 정보 노출 시 표기 의무 부여 등이 담긴 규제 법안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가짜 뉴스 방지법이 표현의 자유 논란으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다른 체제보다 우월한 것은 경쟁에 선거라는 룰이 있다는 점이다. 선거가 있기에 정치는 패하면 삼대가 멸족당하는 전쟁과도 같은 배틀그라운드에서 벗어나, 현재 패자라도 미래 승자가 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스포츠그라운드가 됐다. 가짜 뉴스는 이러한 선거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못하게 해 결국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게 된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를 가장 먼저 도입한 미국과 유럽은 표현의 자유 논란에도 가짜 뉴스 규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가짜 뉴스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없는 것이며,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적이다.

문화일보

  
 

09-11 다가오는 총선…가짜뉴스 엄단 필수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한 인터넷 언론매체가 지난해 대선 직전에 허위 인터뷰 기사를 배포하고 대형 언론사들이 이를 보도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려 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사건이 매우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책값’ 명목으로 1억6500만 원이 오갔다고 하니 정상적인 취재와 보도 관행에는 부합하지 않는 듯하다. 이 사안은 지난 대선 사흘 전에 공개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고, 이 허위 사실을 근거로 상대편 후보를 공격하기도 했다. 선거 때마다 발생하는 전형적인 네거티브 행태다.

선거 결과를 왜곡하려는 시도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파괴하는 행위로, 모든 민주주의국가에서 엄벌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허위의 사실을 공표해 선거인의 올바른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을 보장하며, 후보자 등에 대해 명예를 훼손하는 비방행위를 금지함과 아울러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은 선거에서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면 허위사실공표죄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도 선거 때마다 계속 허위사실공표가 문제 되고 고의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사례가 빈발하는 원인과 대책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허위 사실 공표 행위를 유형화해 고의로 대선 같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한 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대선이나 총선은 국민을 대신해 국정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사람을 선출하는 절차다. 이런 중요 선거에 영향을 미쳐서 선거 결과를 왜곡하면 현재보다 더 엄격한 중형을 내려야 한다. 나아가 사면이나 가석방 등을 제한함으로써 장차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을 방해한 이들은 정치권에서 영구 퇴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다음으로, 이른바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인터넷 언론 매체 등에 대한 규제를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예전에 가짜 뉴스의 주요 생산지는 해외의 중소 언론이었다. 해외 언론 보도라는 이유로 국내에서도 1차로 쉽게 인용됐고, 언론 보도를 거치면서 사실처럼 과장·조작된 허위 사실이 유포된 게 전형적인 가짜 뉴스의 유포 경로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소규모 인터넷 매체들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면 기존 언론사들이 이를 인용하는 방식이 일반화하고 있다. 따라서 가짜 뉴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인터넷 매체들이 쏟아내는 가짜 뉴스를 신속히 심의해 유포를 근원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악의적으로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 매체에 대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 제도 도입도 이제는 좀 더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기존 중대형 언론사들과 인터넷 포털의 자성 및 성찰이 필요하다. 매체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더 신속하게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을 찾게 되는 건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사실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가치와 저널리즘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특히, 선거와 관련된 가짜 뉴스는 국가의 기본을 흔드는 중대 범죄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주요 선거 때는 팩트 체크 기능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

문화일보 

 
 

09.11 정말 갈 데까지 간 막장 국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9.8/뉴스1

지난 8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고성과 야유가 오가며 정상적 진행이 힘든 상황이 빚어졌다. 한동훈 법무 장관 답변 도중 의석에 있던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묻는 말에 답변해야지”라고 소리를 지르고, 한 장관이 “야구장 오셨느냐”고 받아치자 정 의원이 “한동훈”이라고 다시 소리치며 난장판이 벌어졌다. 사회를 보던 민주당 소속 김영주 부의장이 참다 못해 “민주당 의원님들도 경청해 달라”며 주의를 줄 정도였다. 정 의원은 지난 6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연설 중에도 “땅땅땅” “울산 땅” “땅 대표”라고 소리 지르며 의사 진행을 방해했었다.

야당 의원들이 정책 질의가 아닌 꼬투리 잡기 공격에 나서고 국무위원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일은 국회에서 일상사가 되었다. 이날도 “(답변 태도를) 사과하라”(안민석 민주당 의원) “국민에게 이상한 욕설 같은 것도 하시는 분”(한동훈 장관)이라는 등의 설전이 벌어졌다. 한덕수 총리가 “오염수 문제로 (민주당이) 국민에게 거짓말하고 있다”고 하자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이런 태도로는 더 이상 질문 못 한다”고 소리쳤다. 김 부의장이 다시 나서 “최악의 대정부 질의로 가고 있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이렇게 말싸움 할 바에는 대정부 질문을 뭐 하러 하나.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 대한 존칭을 생략하는 일도 벌어진다. 최강욱 민주당 의원은 5일 대정부 질문에서 “윤석열씨”라고 불러 논란을 불렀다. 지난달엔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윤석열 밑에서 (금감원 부원장) 임기를 마치는 게 치욕스러웠다”고 했고, 지난 3월엔 민주당 청년위원회가 “윤석열씨는 대한민국 대통령인가, 조선의 총독인가”라는 기자회견을 했다. 고민정 의원은 4일 상임위에서 “답변하는 걸 보니 이동관씨를 도저히 (방통위원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국리민복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단식 농성에 대해 국민의힘은 “실제 단식인지 단식 쇼인지도 의문”(김기현 대표) “단식인 듯 단식 아닌 웰빙 단식”(대변인)으로 조롱했다. 탈북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쓰레기”라고 모욕한 민주당 의원들의 극언까지 나왔다. 역대 어느 국회에서도 지금처럼 수시로 고성을 지르고 말싸움을 하며 사사건건 충돌하진 않았다.

여야 모두 자기가 잘해 국민 지지를 얻으려 하기보다 남의 실책을 부각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뺄셈의 정치에 올인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사생결단의 정쟁이 난무하는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런 일들이 더욱 빈발할 것이다. 유권자가 정신 똑바로 차리는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09.11 꼭 ‘부먹’이나 ‘찍먹’ 둘 중에 골라야 하나

성리학 정통 밝히는 문묘종사
백성들 삶과는 관계없는데 250여 년간 지독히도 싸워
지금 정치 싸움은 다른가

 ▲서울 성균관대학교에 있는 성균관의 문묘 대성전 /문화재청 

지금 시선으로 과거 조선 시대를 보면 허망한 정치 싸움이 여럿이다. 뭐 그리 중하다고 목숨 걸고 싸웠는지 먼 미래 사는 후손이 보기엔 한심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당대 논리 속에선 리(理)가 우선인지 기(氣)가 바탕인지, 임금 어머니 1년상이 맞는지 3년상이 옳은지 같은 주제는 목숨 열 개라도 바칠 중대한 문제였다. 정치권력을 잡느냐 놓치느냐 여부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여러 해 전 인터넷에 퍼진 우스개 글이 있다. 조선 시대 당쟁을 탕수육 먹는 법에 빗대 쓴 글이다. 중국 음식 탕수육이 조선에 들어오자 논쟁이 벌어졌다. 소스를 부어 먹어야 한다는 ‘부먹파’ 동인(東人)과 찍어 먹어야 한다는 ‘찍먹파’ 서인(西人)이 다툼을 벌였다. 동인은 둘로 나뉘었다. 소스를 붓더라도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남인(南人)과 양해는 무슨, 그냥 부으면 된다는 북인(北人)이다. 서인도 분열을 피하지 못했다. 소스에 여러 번 찍어 먹는 게 좋다는 소론(少論)과 여러 번 찍으면 부어 먹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노론(老論)이다. 원칙론자 노론은 다른 방식으로 먹는 자들을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규정했다. 이후에도 소스에 찍고 나서 간장 찍으면 어떠냐는 시파(時派), 소스에 찍으면 됐지 간장은 왜 찍느냐는 벽파(僻派)로 분열을 거듭했다. 헛웃음이 나오는 우스갯소리지만 깊은 통찰이 담겨있다. 당시 목숨 걸고 싸웠던 당쟁이 고작 탕수육 먹는 방법 놓고 다툰 것처럼 하찮은 일 아니었느냐는 인식이다.

 

임진왜란 이후 벌어진 문묘종사(文廟從祀) 논쟁도 온 일 제쳐놓고서라도 반드시 싸워 이겨야 하는 중대한 문제였다. 임금의 왕위 계승 정통을 밝히는 종묘(宗廟)보다 성리학 정통을 높이는 문묘(文廟)가 당대 정치인에겐 더 중요했다. 우리 당(黨) 스승 위패를 문묘에 모셔 공자로부터 이어진 이른바 도통(道統)을 계승해야 했다. 죽은 자의 권위를 높여 산 자의 권력을 강화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그래야 고관대작부터 미관말직까지 우리 편에게 ‘떡 고물’을 줄 수 있지 않은가.

서인의 스승 율곡 이이(1536~1584) 위패는 인조반정 직후인 1623년부터 숙종 7년인 1681년까지 58년 논쟁 끝에 문묘에 모셔졌다가 남인의 반격으로 8년여 만에 쫓겨났고, 5년 후 다시 문묘에 종사되는 곡절을 겪었다. 온 나라가 들끓었다. 중앙 관료부터 함경도 유생에 이르기까지 글 좀 안다는 이들이 모두 말을 보탰다. 편을 나누고 세력 모으기에 휘발성이 큰 주제였다. 같은 하늘 이고 살 수 없다는 듯 서로에게 극단의 언어를 구사했다. 이 싸움에 끼지 않으면 당에 대한 충성심을 의심받을 터였다. 백성들 살림살이와 무슨 관계 있나 같은 말은 “나이브(순진)하다”는 비난 들을 일이었다.

참 지독한 싸움이었다. 문묘종사 논쟁은 19세기 말 고종 20년인 1883년에도 벌어졌다. 300년 전 인물인 조헌(1544~1592)과 김집(1574~1656) 위패가 논란 끝에 문묘에 들어갔다. 그렇게 시급한 일이었나? 중국에서 아편전쟁이 벌어지고 일본에 흑선(黑船) 온 지 30년 이상 지난 때였다. 세계 정세보다 문묘종사가 더 중대한 문제였나?

 

지금 정치 싸움은 과연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절실한 주제를 놓고 벌이는 것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미·중이 대립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고, 북이 미사일 쏘아대는 때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관심 모으고 능력 키우기보다 제 세력 결집하는 21세기 문묘종사 운동을 벌이는 건 아닌가? 훗날 먼 미래 후손이 지금 시대를 한심하다고 여기지는 않을까? 불행한 일은 예나 지금이나 ‘부먹’도 ‘찍먹’도 아닌 입장은 양쪽에서 다 배척받는다는 사실이다.

조선일보 이한수 문화부장

 

09.11 “후쿠시마 선동한 이재명과 86그룹, 한국 정치사상 지적 능력 가장 떨어져”

[김윤덕이 만난 사람] ‘민주화운동 동지회’ 민경우

 ▲2023년 9월 5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미술관 인터뷰룸. 광우병시위 반성하며 후쿠시마 괴담 비판하는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호 기자

“여기가 보수의 심장이군요”라고 민경우는 말했다. 골수 주사파였던 그는 조선일보가 신기한 듯 연신 두리번거렸다. “젊을 때 형성된 생각의 원형은 쉽게 바뀌지 않아요. 새로운 지식, 경험을 통해 사람이 변한다고요? 개뿔입니다.” 한미 FTA 반대와 광우병 시위 주동자로 후쿠시마 괴담의 허구를 설파해 온 그이지만, 여전히 자기 검열에 시달린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나쁘다, 검찰은 악이다처럼 무의식 중에 학습된 판타지를 깨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아직도 ‘전대협 진군가’를 들으면 울컥하니까요.” 그는 지난 8월 15일 주대환, 함운경과 함께 ‘586 설거지론’을 주창하며 ‘민주화 운동 동지회’를 출범시켰다.

 

◇후쿠시마 괴담… 反윤석열 위한 미끼

-2008년 광우병 시위 때 사실 검증은 없었다고 폭로한 것이 후쿠시마 괴담의 확산을 막는 데 기여했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캠프 데이비드 합의 등 한·미·일 군사 협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민주당과 시민 단체가 이를 저지하기 위한 약한 고리로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이 한·미·일 군사 협력 기조가 옳다고 판단하면서 선동에 휩쓸리지 않았다. 여기에 광우병 학습 효과로 국민이 민주당이 아닌 과학자들의 말을 신뢰한 결과다.”

 

-광우병 시위대의 관심은 오로지 이명박 퇴진이었다고 했다.

“후쿠시마도 마찬가지다. 오염 처리수의 과학적 진실 여부는 그들의 관심이 아니다. 오로지 윤석열을 반대하고 이재명의 사법 처리를 막는 게 목적이었다.”

 

-당시 광우병의 진실에 조금도 의구심을 갖지 않았나?

“여러 명의 전문가에게 광우병의 존재를 물어봤다. 아무도 관심이 없더라. 당연히 토론도 없었다. 술자리에서 방송사 PD와 교수가 통화하는 내용을 들었을 뿐이다. 소들이 픽픽 쓰러지는 영상을 보여주면 국민들이 충격을 받을 거라고. 광우병은 그저 미끼에 불과했다.”

 

-그때는 국민들이 왜 휩쓸렸을까?

“광우병을 아는 과학자가 별로 없었고, 안다고 해도 시민사회가 거세게 압박하니 발언하지 않았다. 후쿠시마 괴담은 원자력 싸움의 경험이 있는 과학자들이 적극 나서줘 막을 수 있었다.”

 

 ▲광우병 해군기지 반대 해상시위

◇주사파 최대 프로젝트 ‘이승만 죽이기’

-FTA와 광우병 사태를 겪으며 운동권에 회의를 느꼈다고 했다.

“FTA가 체결되면 미국 식민지로 전락하는 줄 알았다. 오로지 반미(反美)가 목적인 주사파는 상대가 미국이라서 투쟁한 것뿐이었다. 그즈음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일본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 전부를 합친 것보다 크다는 보고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삼성은 매판자본이 아니었다.”

 

-21세기에 한국이 식민지라는 생각을 했다는 건가?

“의심하기 시작한 건 90년대 서태지와 룰라가 나왔을 때부터다(웃음). 그러나 인정하지 않았다. 식민지를 부정하는 순간 주사파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니까.”

 

-’진보의 재구성’이란 책이 그 무렵 나왔다.

“내가 20년 활동해 온 주사파가 틀렸다는 첫 선언이었다.

 

-주사파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나?

“나를 비롯한 80년대 학생운동가들은 독립운동처럼 혁명을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제일 좋아하던 노래가 독립군가다. 조국이 ‘죽창가’ 운운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연설은 또 얼마나 장엄하고 비장한가. ‘영원한~’ ‘인간 해방’ ‘끝장내자’ 같은 감성적이고도 격렬한 단어들. 그땐 혁명 이외의 삶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주사파를 우습게 보는 건 기독교를 우습게 보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주체사상은 마르크스·레닌 같은 사상이 아니라 종교에 가깝다. 책이 아니고 노래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격동시키고 일체감을 조성한다. 지식인의 합리주의는 무력하다. 몇 글자 책으로 세상이 바뀔 거라고 보는 건 운동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다. 트럼프의 포퓰리즘이 얼마나 위력적인가. 주사파는 대중의 가슴을 자극하는 판타지를 심는다.”

 

-주사파는 ‘대한민국은 친일파가 세운 나라’라는 ‘해방전후사의 인식’과 궤를 같이한다고 썼더라.

“한국 사회 모든 악의 근원은 친일 잔재를 청산하지 않은 것이라는 게 ‘해전사’의 핵심이다. 이를 토대로 주사파는 80년대 중반 이승만을 깎아내리기 위한 대항마로 김구를 띄우기 시작했다. 김일성의 보천보 전투는 거부감을 줄 수 있으니, 김구를 대안으로 등장시킨 것이다. 북한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김구의 ‘삼팔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단독정부는 안 된다’고 한 말을 이용했다. 주사파 역사상 가장 성공한 프로젝트였다.”

 

◇86세대의 신화 만들기

-’86세대의 민주주의’란 책에서 87년 6월 항쟁이 많은 부분 과장되었다고 했다.

“영화 ‘1987′은 학생운동을 신화로 만들기 위해 선악을 극단적으로 묘사한 대표적인 경우다. 당시 순수한 학생운동이란 없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비롯해 인문대·사회대·자연대 학생회장이 다 주사파였다. 87년 배경의 드라마 ‘설강화’가 북에서 지령을 받는 대학생이란 설정으로 역사 왜곡 논란이 있었는데, 내가 웃었다. 당시 주사파 운동권은 ‘한민전’이라는 북한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시위의 방향을 정하고 조직했다.”

 

-6월 항쟁의 진짜 주역은 김영삼의 민추협이지 학생운동이 아니라고도 썼다.

“학생운동이 직선제와 호헌 철폐를 외친 건 87년 4월~6월 두 달 정도다. 그 전엔 줄곧 반미(反美)를 외쳤는데 이게 안 먹히자 구호를 바꾼 거다. 오히려 김영삼이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가 판세를 좌우했다. 6월 24일 김영삼이 전두환과 마지막 담판을 하면서 직선제가 아니면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한 것이 6·29의 기폭제였다.”

-김영삼이 저평가됐다는 뜻인가.

“86세대가 스스로를 신화로 만들기 위해 김영삼을 희화화했다.”

 

-신영복도 터무니없이 우상화된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통혁당 사건의 주모자들은 60년대 초반 서울대 상대에 있었던 몽상가들이다. 그런데 80년대 주사파들이 마치 그가 운동의 적자인 것처럼 신화를 썼고, 대통령이 된 문재인이 신영복을 가장 존경한다고 말하면서 또 한번 판타지를 만든다. 그러나 신영복에겐 이렇다 할 사상이 없었다. 문익환, 백기완처럼 운동의 한복판에 있지도 않았다. 고상한 인문학적 글쓰기로 포장된 사람일 뿐이다.”

 

-학생운동이 아니어도 민주화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베이비붐 세대라는 인구 집단과 경제 성장이 맞물리면서 민주화로 갈 수밖에 없었던 사회구조가 작동했다는 뜻이다. 80년대 학생운동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이를 부풀리고 정치적으로 이용한 세력이 역사를 퇴행시켰다.”

 

-문재인 정치 그룹이 가장 위험하다고 했더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엔 그래도 엘리트 집단이 포진해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80년대 몽상에 사로잡힌 운동권이 장악했다. 문 대통령의 ‘능라도 연설’을 들으며 깜짝 놀랐다. ‘민족 자주’ ‘남쪽 대통령’ 같은 80년대 운동권 용어들이 그대로 들어 있다. 세계는 AI 혁명으로 가는데 문 정권은 검찰 독재, 역사 청산으로 퇴행했다. ‘짱깨주의의 탄생’ 등 70~80년대 사고의 원형에 갇혀 있는 그가 추천하는 황당무계한 책들을 보라.”

 

-86세대는 시위만 했지 공부는 안 했다는 지적에 동감하나.

“나는 문재인에 이어 현재 이재명 주위에 있는 그룹이 한국 정치사상 지적 능력이 가장 떨어지는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김대중과 노무현의 이미지를 팔아먹으며, 과격한 발언들로 존재감을 과시할 뿐이다. 민주당은 처럼회, 개딸들과 결별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15일 오전 서울시의회 앞에서 민주화 운동 동지회 발족식이 열렸다./이태경기자

◇조국보다 위험한 사람들

-그런데 지지자들은 왜 여전히 많을까.

“정책 경쟁보다는 무의식의 싸움이라고 본다. 민주화 세대가 만들어낸 80년대 판타지가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도 86세대 아닌가?

“윤석열의 문화적 원형은 80년대 중반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 있다. 대선 후보 시절 학생운동의 상징인 함운경을 찾아가지 않았나. 그러나 윤석열이 이념에 편향되지 않고 균형을 잡게 된 건 아버지 윤기중 교수의 영향이었다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이 자유주의 시장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을 ‘인생의 책’으로 꼽는 이유다. 부모의 영향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북 출신으로 동대문에서 장사를 하신 부모님은 민경우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줬나?

“강한 생존력. 아들이 학생운동 하다 감옥에 가는 걸 걱정하면서도 쿨하게 받아들이셨다. 이북에선 흔히 보던 풍경이라(웃음).”

 

-서울대 의예과로 입학했다가 중퇴하고 국사학과로 다시 들어가 실망이 크셨겠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도 ‘왜 의대를 그만둔 거냐’ 원망하시더라.”

 

-왜 국사학과였나.

“초등학교 때 라디오로 들은 월남 패망 뉴스, 선생님이 들려주던 4·19혁명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다. 의대가 싫었다기보다 역사, 철학 공부를 하고 싶었다.”

 

-운동권과 결별 후 수학 강사가 됐다.

“학창 시절 수학을 제일 잘했다. 국보법으로 감옥에 두 차례 구속돼 있을 때도 수학 문제를 풀었다(웃음). 교육 혁신 기업을 하고 싶었는데 사업 수완이 없어서 망했다. 공부 머리와 사업 머리는 전혀 다른 것 같다.”

 

-’민주화운동동지회’를 결성했다.

“해방전후사의 인식이 초래한 반(反)대한민국적 역사 인식부터 설거지하자는 뜻에 공감하는 분들이 모였고, 500여 명이 동참했다. 내가 우파로 돌아선 건 조국보다도 조국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조국은 한 치의 잘못도 없고 검찰이 엮은 것이란 말에 충격을 받았다. 한명숙 정치자금 수수, 김경수 드루킹 사건도 반성하지 않더라. 그들은 더 이상 민주 세력이 아니었다.”

 

-조국은 ‘차라리 날 남산에 끌고 가 고문하라’고 했던데.

“내 가까운 친구는 거리 싸움을 나간 적도, 화염병을 던져본 적도 없는데 자기가 민주 투사였다는 망상에 빠져 그 시절을 묘사하며 분노한다. 86세대엔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많다.”

 

☞민경우

1965년 서울 출생. 서울대 의예과를 다니다 중퇴, 국사학과에 재입학했다. 인문대 학생회장,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을 지내며 국보법 위반으로 두 차례 구속됐다. 한미 FTA 반대 운동본부 정책팀장으로 광우병 시위를 주도했다. ‘진보의 재구성’ ‘86세대 민주주의’ 등을 펴냈고, 현재는 수학 강사로 일하며 ‘미래대안행동’을 이끌고 있다.

조선일보 김윤덕 선임기자

 

09-12 ‘커피보도 피해’ 尹대통령… “가짜뉴스 방치땐 민주주의 위협”

■ 국무회의서 폐해 강조

“AI·디지털 오남용 우려 커져
시장경제·미래세대에도 피해”
정부차원 가짜뉴스 척결 의지

“순방 기간 33개 정상회의 열어
해외시장 누비고 다녀야 경제 활력”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가짜뉴스 확산을 막지 못하면,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시장경제가 위협받고, 우리의 미래와 미래 세대의 삶 또한 위협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선거 직전에 유포된 ‘커피 대접’ 가짜뉴스의 직접적 피해자인 윤 대통령이 가짜뉴스로 인한 부작용과 폐해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정부 차원에서 전방위적 가짜뉴스 척결에 단호하게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AI(인공지능)와 디지털에 대한 공정한 접근과 디지털의 안전한 사용이 보장돼야 디지털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며 AI·디지털의 오남용이 만들어내는 최근의 가짜뉴스 확산에 위기감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가짜뉴스의 확산이 ‘자유민주주의 위협 → 시장경제 위협 → 미래세대의 삶 위협’ 3단계로 대한민국의 기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송두리째 위협한다는 인식을 명확히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세력의 정치적 의도와 이로 인한 폐해가 극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부 진영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허위정보를 그럴싸하게 포장해 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전파시키는 행태를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인도네시아·인도 순방 직전인 5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의 2022년 대선과정에서 불거진 ‘대장동 브로커 수사 무마 인터뷰’에 대해 “희대의 정치공작 사건”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인식의 연장선에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성명’ 형태의 입장이었지만 사실상 가짜뉴스 피해자인 윤 대통령의 직접적 메시지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또 5박 7일간의 순방 성과를 설명하며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리나라는 해외시장을 안방처럼 누비고 다녀야 경제에 활력이 돌고 일자리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 6개의 다자회의, 20개의 양자회담 등 총 33개에 이르는 각국 정상들과의 회의에서 기업의 해외 진출과 중간재·자본재 수출을 가로막는 상대국의 규제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

윤 대통령은 “불합리한 정부 규제 관여와 예측 불가능성은 기업의 투자와 교역을 꺼리게 만든다”며 “역내 및 글로벌 안보협력은 자유로운 투자, 교역, 성장의 기반”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또 전례 없이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단호하게 대응할 방침도 재차 밝혔다. 윤 대통령은 “많은 나라의 정상들이 북한의 핵 위협이 인태 지역의 평화와 경제 발전에 중대한 방해 요소임을 지적했다”며 “유엔 회원국들은 물론 모든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이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중 관계 개선 등을 통해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도 이날 밝혔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09-12 정권 탈취 노린 ‘김만배 가짜뉴스’ … 허위정보로 대선판 뒤집을 뻔

 

‘김만배 가짜뉴스’ 분석

악의·허위 정보는 개인·조직·국가에 해악 끼치는 오염물… 권력의 쟁취·유지·재생산이 목적
김만배 일당, ‘윤석열 커피’ 지어내며 병풍 - 광우병 - 세월호 선동 계보 잇기… 법질서 짓뭉개는 범죄

 뉴스는 사실을 토대로 생산된다. 따라서 ‘가짜+뉴스’라는 결합은 ‘뜨거운 얼음’처럼 그 자체로 기형적이다. 가짜뉴스의 범람은 사실관계의 완전성을 인정하지 않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이기도 하다.

가짜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훨씬 더 빨리, 멀리, 널리 전파된다. 가짜가 진짜보다 더 새롭고, 자극적이며, 오감을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좌파의 가짜뉴스는 우파의 그것보다 더 집요하고 치열하며 조직적이다.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궁극적 목적은 권력의 쟁취·유지·발전·재생산에 있다.


◇가짜와 뉴스의 결합

루머나 괴담, 콘텐츠 조작을 동반하는 가짜뉴스의 폐해는 과거에도 있었다. 정확히 100년 전인 1923년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일본 정부가 ‘조선인들이 폭동을 조장하고 있다’고 가짜뉴스를 퍼뜨렸고, 이는 참혹한 인종청소를 몰고 왔다.

오늘날의 가짜뉴스는 복잡성이나 규모 면에서 디지털로 촘촘히 연결된 세계에 미증유의 도전을 안겨준다. 정치적 대립·갈등이 첨예하고 사회적으로 점점 더 양극화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가짜뉴스는 뉴스라는 형식으로 제공되는 오염된 정보를 말한다. 오염된 정보는 오인(誤認) 정보(misinformation), 악의 정보(mal-information), 허위 정보(disinformation)를 포괄한다. 뒤로 갈수록 악랄하고 불법적이다.

‘오인 정보’는 개인이나 조직에 피해를 입힐 의도가 없는 잘못된 정보를 말한다. 오인 정보가 뉴스로 제공되면 오보가 된다. ‘악의 정보’는 일부 사실을 과장하거나 편집·조작해 해악을 일으키는 정보다. 이 개념은 유럽평의회(CoE)가 2017년 펴낸 보고서 ‘정보 장애(Information Disorder)’에서 공동저자 호세인 데락산(Hossein Derakhshan)이 제시한 것으로, 후일 유네스코가 공식 용어로 채택했다. ‘허위 정보’는 개인이나 조직·국가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거나 피해를 주려 의도적으로 꾸며낸 것으로, 가짜뉴스의 최상위 단계를 구성한다.

가짜뉴스는 결국 재정적 또는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편법적이고 때론 불법적인 방식으로 뉴스 소비자들의 시선을 끄는 ‘옐로 저널리즘’이다. 주로 페이크 뉴스(fake news)로 번역되고, junk news, pseudo-news, hoax news 등으로도 쓰인다. 서구의 일부 PC(정치적 올바름) 그룹이나 좌파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부르짖는 ‘대안 사실(alternative facts)’도 비슷한 뜻을 담고 있다.


◇가짜뉴스 생태계

가짜뉴스 생산·유포자들의 궁극적 목적은 정치권력의 쟁취·찬탈·장악, 그리고 유지·발전·확대재생산에 있다. 김대업 병풍 사건(2002년), 광우병 선동(2008년), 세월호 괴담(2014∼2016년), ‘김만배 인터뷰’ 파문에서 드러난 대장동 몸통 바꿔치기 공작(2022년) 등이 대한민국 정치를 오염시킨 가짜뉴스 사례들이다.

김대업 병풍 사건은 노무현과 이회창이 맞붙었던 2002년 대선을 수개월 앞두고 튀어나왔다. 이회창 아들의 병역 면제를 위한 모의가 있었다는 뉴스가 퍼지면서 이회창의 지지율은 급전직하했다. 사법부의 판결로 가짜뉴스임이 드러났지만 이미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고 2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2008년 봄부터 여름까지 전국적인 촛불시위를 불러온 광우병 선동은 막 출범한 이명박 정권을 뒤집어놓았다. ‘뇌송송 구멍탁’을 선동하던 지상파 방송의 노조위원장은 후일 문재인 정권에서 사장 자리를 꿰찼다.

박근혜 정권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고의 침몰설’ ‘청와대 굿판’ 등 괴담에 시달리던 정권은 끝내 탄핵으로 무너졌다. 최근 전모가 드러나고 있는 김만배 일당의 ‘대장동 몸통 바꿔치기’ 사건은 0.73%포인트 차로 승부가 갈린 지난해 대선 판도를 뒤집을 뻔했다.

사실(fact)이 아니라 거짓(fake)·편견(bias)·의도(intent)에 토대를 둔 가짜뉴스는 교주-무당-맹신도-군중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생태계를 갖고 있다. 교주가 지령을 내리면 호위 무당들이 선전·선동하고, ‘최악의 것을 믿을 준비가 된’ 맹신도들이 퍼 나르며, 흥분 상태에 빠진 군중심리에 의해 사실로 굳어지는 과정을 거쳐 가짜뉴스는 ‘대안 사실’이 된다. 좌파의 가짜뉴스는 우파의 그것보다 집요하고 치열하며 조직적이다.

 
 

◇김만배, 돈, 권력

검찰 수사를 보면 김만배와 짠 일당은 돈과 권력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렸다. 대장동 이권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구미에 맞는 권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란 취지로 사실의 조각들을 과장·왜곡·짜깁기했고, 허위투성이 정보들을 생산했다. ‘대장동 몸통 바꿔치기→대선 판도 뒤집기’로 더 큰 이권이 돌아온다는 계산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재명은 대선 토론회에서 경쟁자 윤석열을 향해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고 몰아세웠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만배 인터뷰’ 관련 보도에 대해 “(대통령) 당선자를 바꿀 수도 있었을 만큼의 엄청난 충격을 줬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짜뉴스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한겨레신문은 이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참으로 황당한 궤변’이라고 비난했다(9월 11일자 사설). ‘커피 타준 검사가 누구였는지는 곁가지일 뿐이고,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은 언론으로서 당연한 것이며, 사소한 흠결을 들어 언론사 폐간 운운하며 협박하는 이 위원장은 어디 독재국가에서 살다 왔느냐…’ 대략 이런 요지다.

하지만 ‘참으로 황당한 궤변’은 이 신문이 하고 있다. 사설에 달린 여러 비판 댓글 중 가장 온건한 것으로 골라 소개한다. ‘언론권력이란 완장을 이용해서 어떤 목적을 위해 내용을 조작했다면 이건 언론자유, 언론정의에 반하는 것 아닌가.’

김만배 일당은 대선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 형식으로 ‘윤석열 커피’ 스토리까지 만들어냈다. 시각적·후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범죄 피의자에게 커피를 타주는 검사’라는 미장센도 동원했다. 악의 정보와 허위 정보의 절묘한 결합이다. 윤석열을 대장동 몸통으로,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김만배 인터뷰’의 진상은 결국 대장동 이권으로 거액의 돈을 챙기고 대선판에 개입해 선거까지 좌우하려 했던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표현의 자유

누구나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 하지만 그 누구도 가짜뉴스를 퍼트릴 자유를 갖지는 않는다. 보편적 상식과 규범, 법질서를 훼손하는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의 생산·유포는 범죄다. ‘대장동 몸통 바꿔치기’ 가짜뉴스가 바로 그런 것이다.


■ 용어설명

‘대안 사실’이란 객관적 사실이나 보편적 규범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화시키는 것. 의견이 다양하듯 사실도 다양할 수 있다는 논리로 사실관계의 보편성을 부정하는 상대주의·해체주의와 관련.

‘정보 장애’는 유럽평의회가 ‘탈진실’ 시대의 입법자와 연구자에게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기 위해 2017년 펴낸 보고서. 가짜뉴스를 구성하는 정보를 오인 정보, 악의 정보, 허위 정보로 구분.


■ 세줄 요약

가짜와 뉴스의 결합 : 가짜뉴스는 뉴스라는 형식으로 제공되는 오염된 정보. 여기엔 오인정보, 악의정보, 허위정보 등이 있음. 가짜뉴스의 범람은 사실관계의 완전성을 인정하지 않는 좌파 포스트모더니즘의 한 특징.

가짜뉴스 생태계 : 가짜뉴스의 탄착점은 정치권력의 탈취·유지·발전·확대재생산. 사실(fact)이 아니라 거짓(fake)·편견(bias)·의도(intent)에 토대를 둔 가짜뉴스는 교주-무당-맹신도-군중의 수직적 생태계를 구성.

김만배, 돈, 권력 : ‘김만배 인터뷰’에서 드러난 ‘대장동 몸통 바꿔치기’는 김대업 병풍-광우병 선동-세월호 괴담의 계보를 잇는 가짜뉴스 사례. 보편 규범과 법질서를 훼손하는 가짜뉴스의 생산·유포는 범죄행위.

문화일보  허민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09-12 [단독] ‘尹커피 가짜뉴스’ 나오기 전부터 “형이 쥔 카드면 尹은 죽어” 흘려

 

■ 판 커지는 대선 여론조작 의혹

親민주당 성향 ‘열린공감 TV’
김만배 - 정영학 녹취록 보도

20대 대선 직전 여론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해 1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입을 통해 “윤석열은 내가 가진 카드면 죽는다”는 발언을 전한 친더불어민주당 성향 열린공감TV의 보도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TBC·뉴스타파의 이른바 ‘윤석열 커피’ 보도보다 앞선 보도로 당시 민주당 측은 열린공감TV의 보도를 적극 활용했다.

12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3부장)은 ‘윤석열 커피’ 보도뿐 아니라 유사한 일련의 허위보도들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열린공감TV가 지난해 1월 29일 2019∼2020년 김 씨와 정영학 회계사 간 대화 녹취록이라며 김 씨가 “윤석열은 내가 가진 카드면 죽는다”고 강조한 보도도 분석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정 회계사에게 “형은 그 계통에 아직 나서고 싶지 않다. 서초동에서 탈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매체는 녹취록을 보도하면서 “김 씨 한 방은 윤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해석을 달았다.

해당 내용은 전날 YTN이 보도를 예고했다 보류했다. 그러자 당시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위원회 수석대변인인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비리 핵심 인물 녹취록에서 윤 후보 언급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보도를 촉구했다. 다음 날 열린공감TV는 다른 경로로 녹취록을 입수했다며 김 씨 발언을 공개했다. 보도 이후 이 후보 측은 해당 녹취록 내용을 SNS 등을 통해 공유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대장동 몸통’이라고 공격했다.

검찰은 이 후보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대선 판세가 초접전으로 치닫자 윤 대통령 관련 보도가 이어진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문화일보 염유섭·김무연 기자 

 

09.13 수산물 대신 “차라리 ×을 먹겠다”던 민주당의 횟집 회식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박광온 원내대표와 서영교·박찬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 10여 명이 지난달 30일 목포의 횟집을 찾았다고 한다. 이 대표 등은 이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대회’ 전에 단체로 횟집에서 오찬 간담회를 하며 수산물로 식사를 했다. 이 대표는 식사 후 “참 맛있게 잘 먹었다”는 글씨를 써 주기도 했다. 이날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지 1주일째 되는 날이다. 이 대표는 그다음 날 단식을 시작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단체로 횟집에서 식사를 한 것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타격을 입을까 걱정했던 우리 수산업엔 반가운 소식이다.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고 희석시켜 방류되는 오염수가 한국 땅의 1650배에 달하는 태평양을 돌아 우리 바다로 진입하게 되는 4~5년 후에는 안전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하지만 사람들에겐 꺼림칙한 기분도 영향을 미친다. 이 꺼림칙한 기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했던 것이 민주당의 괴담 선동이다. 그런데 오염수로 큰일 날 것처럼 하던 민주당 사람들이 스스로 횟집을 찾아 식사를 했다. 이는 일각의 꺼림칙한 기분을 덜어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목포의 한 횟집에 방문해 남긴 방명록. /페이스북

그런 한편으로 후쿠시마 사태가 시작된 이후 온갖 괴담을 퍼뜨리며 평생 수산물을 입에도 대지 않을 것처럼 행동해 왔던 민주당 지도부가 한마디 설명도 없이 횟집에서 회식을 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3월 국회에서 “방사능 밥상 웬 말이냐” 구호를 단체로 외쳤다. 국민의 힘 의원들이 우리 먹거리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수산시장을 찾자 “세슘 우럭 너희나 먹으라”고 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차라리 X을 먹겠다”는 말도 했다. 일본의 오염 처리수 방류 이후 수산물을 먹는 것은 목숨을 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유였다. 이 대표는 방류가 시작된 직후 “태평양 연안 국가에 대한 전쟁 선포”라는 말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우리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친일 매국 행위라는 주장도 했다. 그래 놓고 집회 전에 횟집을 찾아 식사한 후 “참 맛있게 잘 먹었다”고 서명까지 해주고 나왔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횟집 식사가 논란을 일으키자 “오염수 방류를 비판하는 것과 수산물을 먹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했다. ‘우리가 수산물이 위험하다고 한 말을 진담으로 받아들였느냐’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괴담 선동을 하더니 그 뒷감당도 앞뒤 안 맞는 괴담식으로 한다.

조선일보 사설

 

09.13 “쓰레기” 욕에 항의한 의원 징계 꺼낸 민주당 적반하장

더불어민주당이 탈북자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어”라고 욕한 박영순 민주당 의원은 감싸고, 이에 항의한 태 의원의 징계를 꺼냈다.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대표는 12일 “태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1 야당을 적대 세력으로 비난하고, 대표를 찾아가 행패를 부리고 소란을 피우고 갔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징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의 극치로, 후안무치 비판을 넘어 제정신인지도 묻게 한다.

‘품위 위반’으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돼야 마땅한 대상은 박 의원이다. 민주당의 북한인권법 사문화에 대해, 태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런 것이 공산 전체주의에 맹종하는 것”이라고 한 지적이 귀에 거슬리더라도 “쓰레기” 욕설을 고함치며 인격을 모독하진 말아야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단식하는 천막을 찾아간 태 의원이 “어떻게 제게 ‘쓰레기’ 막말을 본회의장에서 할 수 있나. 대표께서 책임지고 박 의원을 출당하고, 의원직을 박탈하라”고 요청한 것도 국회의원의 품위 위반일 순 없다.

단식 천막에서 행패를 부리고 소란을 피운 것도 태 의원이 아니라, “진짜 저거 사악해” “북으로 가라” 운운 막말을 거듭하고 태 의원을 강제로 끌어낸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이다. 민주당은 ‘품위’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러고 최소한의 사리 분별력이나마 갖춰야 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09.13 이재명 캠프의 유튜버 ‘블랙리스트’

이재명, “블랙리스트 그 시대,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더니…

⊙ 해당 문건, ‘우수’ ‘진보’ ‘보수’ ‘꼴통’으로 유튜버 성향 분류
⊙ 경기도, 2019~2021년 팟캐스트에 4억5300만원, 유튜브에 8억7200만원의 예산 사용
⊙ “자기들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것은 민주주의 최대의 敵”(황태순 정치평론가)
⊙ “권력 잡았을 때 ‘적폐청산’ ‘개혁’ 명분으로 해당 문건 활용할 가능성 있어” (장성호 건국대 교수)
⊙ 이재명 캠프 선대위원장 “전혀 모르는 이야기”

▲A4 용지 1장 분량의 〈정치시사 유튜브 현황(보수)〉 문건.

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李在明) 캠프가 작성한 정치·시사 유튜버 관리 문건들을 《월간조선》이 단독 입수했다. 해당 문건은 각각 〈경기도정 정치·시사 관련 협업 대상〉 〈경기도정 홍보 협업 정치·시사 유튜브 현황〉 그리고 〈정치·시사 유튜브 현황(보수)〉으로 모두 A4 용지 4장 분량이다. 특히, 11명의 보수 성향 유튜버와 1명의 친(親)이낙연 성향의 유튜버의 채널명이 기재된 〈정치·시사 유튜브 현황(보수)〉 문건에 대해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위 문건들은 지난해 11월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 김용씨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수사했을 당시 압수한 것들이다.

문건의 제목과 등장인물들의 직책 그리고 이들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등을 종합해볼 때, 위 문건들은 2020년 5월 이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이 대표는 경기도 지사로 재직 중이었다. 이 지사는 2018년 7월 1일부터 경기도 지사직 임기를 시작해 2021년 7월 1일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이후 2021년 10월 10일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50.29%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2위 이낙연 후보를 누르고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강성범 ‘우수’, 백광현 ‘꼴통’

A4 용지 2장 분량의 〈경기도정 정치·시사 관련 협업 대상〉 문건에는 36명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각 ▲팟캐스터(3명) ▲변호사(12명) ▲여론분석가(7명) ▲기자(4명) ▲전문가(4명) ▲개그맨(1명) ▲기타(2명) ▲기본소득(4명) 등 총 8개 활동 분야로 분류돼 있다. 이 중에는 현역 국회의원인 김남국(무소속), 2020년 5월 경기도청 공정경제과 과장에 임명된 김지예 변호사, 김용 전 경기도청 대변인의 이름도 있다.

학계 인사로는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정책 스승’으로 불리는 강남훈 전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이 후보의 ‘경제 책사(策士)’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가 등장한다. 이들은 ‘기본소득’ 분야에 이름을 올렸다. 또 최창렬 용인대 특임 교수도 ‘여론분석가’ 분야에 올라가 있다. 이들 교수는 2021년 8월 출범한 이재명 캠프의 싱크탱크 ‘세상을 바꾸는 정치 2022년’에도 참여하며 이 후보의 대권 도전을 지근거리에서 도왔다.

‘기자’ 분야엔 《아주경제》, 오마이뉴스, 《한국일보》, MBC의 차·부장급 기자 4명이 이름을 올렸다.

 ‘개그맨’ 분야엔 강성범씨가 이름을 올렸다. 강씨는 과거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수다맨’이라는 캐릭터로 출연하며 큰 인기를 얻은 코미디언으로 강성 이재명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정 홍보 협업 정치·시사 유튜브 현황〉 문건은 A4 용지 1장 분량으로 여기에는 이 후보를 지지하는 유튜브 채널 11개가 기재돼 있다. 각각 ▲강성범TV ▲김용민TV ▲민중의소리 ▲오마이뉴스TV ▲시사타파TV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뉴스타파 ▲팩트TV 뉴스 ▲딴지방송국 ▲서울의소리 ▲최인호TV다. 이 중 9개 채널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돼 있고, ‘최인호TV’의 성향란은 공란으로 돼 있다. ‘강성범TV’의 경우, 성향이 ‘우수’로 표기돼 있다.

A4 용지 1장 분량인 〈정치·시사 유튜브 현황(보수)〉에 이름을 올린 유튜브 채널은 ▲펜앤드마이크 ▲진성호 방송 ▲김태우TV ▲가로세로연구소 ▲배승희 변호사 ▲이봉규TV ▲고성국TV ▲황장수의 뉴스브리핑 ▲뉴스타운TV ▲조갑제TV ▲신의 한수 ▲백브리핑이다. 나머지 11개 채널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 것과 달리, 이낙연 후보를 지지한 ‘백브리핑’은 ‘꼴통’ ‘위험’이라고 돼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특정 인물을 상대로 한 이재명 후보 측의 주홍글씨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형적인 ‘내로남불’ 행태”

 〈정치·시사 유튜브 현황(보수)〉 문건에 이름을 올린 당사자들은 해당 문건이 이재명의 ‘블랙리스트’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펜앤드마이크 천영식 대표이사는 “단순히 ‘보수’다, ‘진보’다 성향만 분석해놓은 것이라면, 곧바로 ‘블랙리스트’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경우, 해당 문건을 ‘블랙리스트’로 활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면서 “일반적으로 후보 유세 활동은 진보 성향 방송이나 보수 성향 방송 모두에 출연해야 한다. 우리 채널이 해당 문건에 이름을 올렸음에도 정작 이 후보 측에서 따로 출연 관련 연락을 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천 대표는 “이재명 캠프 내부에서 우리를 기피 대상 혹은 혐오 대상으로 봤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갑제TV를 운영하는 조갑제 전 월간조선사 대표도 “선거 운동 차원에서 이 리스트를 만들었다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면서도 “만약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뒤 해당 문건을 악용했다면 그땐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봉규TV의 이봉규 시사평론가는 “그간 우리 채널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의 견제를 받았다. 또 민주당 측에서 나를 담당하는 모니터 요원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반대 진영의 집중 공격을 받아왔다”며 “해당 문건에 내 이름이 올라와 있는 것이 전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민언련은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로 지난 2017년 보수우파 성향의 패널 11명(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 황태순 정치평론가 등)을 ‘퇴출이 필요한 종편 출연자’로 선정해 이들이 출연한 시사 프로그램의 영상 일부를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게시하기도 했다.

이 평론가는 “이재명 지지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영상에 비방 댓글을 다는 ‘좌표 공격’을 많이 당했다”면서 “만약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마음 놓고 방송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보수 유튜버들이 모여 위기의식과 이재명 지지자들의 집중 공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의논하는 모임을 종종 갖기도 했다”면서 “만약 경선 및 대선이 한창일 시기에 위 문건이 유출됐다면 보수 인사들이 공동 대응에 나섰을 것이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정치 성향을 나눠 분류해놓은 문건이 공개되며 관련자 여럿이 감옥에 들어가지 않았나”라며 “이를 거세게 공격했던 민주당과 이재명 측이 결국 똑같은 짓을 한 것이다. 만약 이재명 후보가 정권을 잡았더라면 해당 문건이 반대파를 탄압하는 용도로 쓰였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자기들이 하면 문제가 없고, 국민의힘이 하면 안 된다는 전형적인 ‘내로남불’ 행태”라고 비판했다.

실제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명박 정권 당시 불거진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지은 죄만큼 처벌받는 게 맞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니까. 전직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이니까요. 똑같이 처벌받고, 조사받고 해야죠. 저는 이분(이명박 전 대통령)이 죄지은 게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예를 든다면 지금 블랙리스트 얘기도 저는 책임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죠. 당연히 수사해야 되고요”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낙연 지지자를 ‘꼴통’ ‘위험’ 인물로 분류

손상윤 뉴스타운TV 대표도 “해당 문건이 작성된 2019년부터 우리 채널을 향한 탄압이 시작됐다”면서 “그 시기부터 우리 채널에 계속해서 ‘노란 딱지(유튜브가 운영 기준에 위배되는 콘텐츠에 붙이는 아이콘으로 ‘광고 부적합’을 의미)’가 붙었고, 이듬해부터 수익 창출이 금지됐다. 그리고 2021년 뉴스타운TV 채널은 유튜브로부터 경고 한 번 받지 않고 삭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해당 문건은 명백한 ‘블랙리스트’”라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또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사건’과 같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나”며 “지난 정권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특정 채널 혹은 보수 성향 방송에 탄압이나 감시가 있었는지 대대적인 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사건’이란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020년 3월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TV조선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인사를 심사위원으로 선임하고, 재승인 심사 점수가 조작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사건을 뜻한다. 이에 따라 한 전 위원장은 지난 5월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한편, 이재명 캠프는 백브리핑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백광현씨를 ‘꼴통’ ‘위험’ 인물로 분류해놨다. 백씨는 이낙연 후보를 지지하며 이 후보가 주최한 포럼이나 토크 콘서트에서 사회를 맡기도 했다. 이 후보 또한 백브리핑 채널에 출연하며 유세 활동을 했다. 백씨는 해당 문건에 자신의 이름이 오른 것에 대해 “이재명 캠프의 본질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내로남불, 악마 만들기 그리고 찍어 누르기의 연속”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재명은 보수 정부를 향해 블랙리스트 타령을 멈추지 않았던 인물”이라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은 내가 아닌 이재명이고, 내가 ‘꼴통’이라면 이 문건을 작성한 이재명 조직은 ‘똥통’”이라고 일갈했다.

반면, 이재명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해당 문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낙연은 민주 진영 사람 아니다”

 〈경기도정 홍보 협업 정치·시사 유튜브 현황〉 문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 지사로 재직하고 있을 때부터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왔다. 2020년 5월 강성범씨가 경기도의 코로나19 극복 캠페인인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슬기로운 소비생활 31개 시·군 데이트’에 참여해 경기도의 경제 정책 홍보를 도운 것이 대표적이다.

김용민TV는 〈이재명 ‘네거티브 중단’ 선언, “뭘 해도 완승” 계산 끝났다〉(2021년 8월 11일), 〈이낙연 어서 와, 지옥은 처음이지?〉(2021년 8월 19일) 같은 영상을 올리며 친이재명 행보를 분명히 드러냈다. 또 민주당 경선 직전인 2021년 10월 6일 〈이재명 압승, 1등 공신은 이낙연〉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국민의힘,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을 위시하는 수구 언론들 그리고 이낙연 캠프가 함께 원팀을 (이뤘다)”고 비판했다.

시사타파TV도 2021년 8월 27일 〈이낙연만 모르는 이낙연 지지율 붕괴의 원인〉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업로드하며 이낙연 후보를 깎아내렸다. 이어 2021년 9월 1일 〈박영선 전 장관 이재명 지지, 천군만마 얻은 이재명 캠프〉라는 주제의 영상을 올리며 이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또 2021년 9월 24일에는 〈엘리트 기득권 이낙연과 변방의 비주류 이재명의 싸움에 이재명 후보가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이낙연은 민주 진영의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이낙연은 용서해서도 안 되고 용서할 수도 없다”고 힐난했다.

이재명 캠프로부터 ‘우수’ 등급을 받은 강성범TV는 2021년 10월 11일 올린 영상에서 이낙연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설훈 의원을 공개 저격했다. 강씨는 “설훈 의원, 대체 어쩌자고 이러시는 걸까. 아저씨!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이미 동지의 언어는 버리신 분이니까 그냥 까시고 이재명 구속하자고 주장하세요. 진짜로 구속이 되는지, 아저씨가 조롱거리가 되는지!”라고 면박을 줬다.

‘이재명 블랙리스트’가 더욱 문제가 되는 건 민주당 경선이 한창이던 2021년 8월 중순 이낙연 캠프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유튜버들의 명단이 담긴 문건이 유출되며 이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이다. 친이재명 성향의 유튜버들이 경기도로부터 거액의 출연료와 광고 수주를 받으며 이낙연 후보에 대한 비방 방송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문건의 주된 내용이었다.


親明 유튜버들, “경기도 광고 안 받았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캠프 내 모니터링 요원이 일상적인 업무를 하면서 정리한 내용”일 뿐 “블랙리스트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그러나 시사타파TV, 김용민TV, 이동형TV 등 위 문건에 이름을 올린 6개 유튜브 채널은 공동입장문을 내고 “전형적인 블랙리스트”라며 “이낙연 캠프는 괴문서를 폐기하고 문건 작성 경위를 밝힌 뒤 책임자를 즉시 파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낙연 후보는 이 괴문서에서 ‘몇몇 유튜버에 경기도 홍보비 수억원이 들어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우리가 특정 정치인의 이익을 위해 봉사했다는 식의 논리를 편다”면서 “이 후보는 근거를 대라. 당신이 거명한 매체 대부분은 경기도는 물론 그 어떤 공공기관으로부터 광고를 받은 바 없는 언론이나 유튜버”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도로부터 제출받은 ‘경기도 광고 홍보물 제작 예산 및 내역’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는 이 대표를 지지하는 팟캐스트나 유튜버 등에 예산을 지원했다. 경기도는 2019~2021년 2년 6개월간 팟캐스트에 4억5300만원, 유튜브에 8억7200만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이후로도 ‘블랙리스트’는 대선 기간 내내 각계 인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대선을 3주 앞둔 2022년 2월 15일 〈경기도정 정치·시사 관련 협업 대상〉 문건에 이름을 올린 오창석·김용민 시사평론가, 김윤우 변호사, 개그맨 강성범,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를 포함해 각계 인사 184명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무엇보다도 우리 대한민국이, 블랙리스트가 횡행하고 창작·표현의 자유 및 문화예술의 자유를 억압받고 독재나 정치공작이 난무하던 시절로 다시는 후퇴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이번에 뜻을 모은 저희는 우리 국민들의 창작·표현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발전에 비전과 철학이 있기에 이재명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22년 2월 7일 영화인 253명도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문화예술 공약을 지지하는 영화인 선언문’을 발표하고 “우리는 과거 보수 정권의 블랙리스트 암흑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미래를 이 후보와 함께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도 2월 23일 MBC 대선 방송 연설에서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문화예술 활동을 해야 했던 블랙리스트 그 시대,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면서 “문화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되 자율을 존중하고 간섭하지 않는 나라, 문화예술이 산업의 중심이 되어 세계로 뻗어가는 나라 문화강국, 저 이재명이 확실히 약속한다”고 화답했다.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 항상 같이 움직이는 법”

정치 전문가들은 이 문건이 ‘블랙리스트’로 기능할 위험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해당 문건은 민주당이 여당일 때 만들어진 것”이라며 “어떠한 형태로든 불이익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문건이 고소·고발 등 법적 절차로 바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자기들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것은 민주주의 최대의 적(敵)”이라고 지적했다. 황 평론가는 또 〈경기도정 정치·시사 관련 협업 대상〉 〈경기도정 홍보 협업 정치·시사 유튜브 현황〉 문건이 특정 인사에게 특혜를 주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가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는 항상 같이 움직이는 법”이라며 “자기네 사람들은 챙기고, 매수가 가능할 것 같은 사람들은 유혹하고,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은 불이익을 주는 것이 일반적인 행태”라고 말했다.

장성호 전 건국대 행정대학원장은 “어느 정권이든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세력을 방송에 내보내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면서도 “이재명 측이 권력을 잡았을 때 ‘적폐청산’이나 ‘개혁’ 등을 명분으로 해당 문건을 활용할 가능성은 있을 거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블랙리스트라는 것은 사실 없어져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미디어의 시대’인 지금, 앞으로도 정치판에서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간조선 09월 호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09.13 철학자 홍성기 교수가 말하는 ‘괴담 사회’의 실체

“괴담은 ‘스토리텔링’… ‘괴담 비즈니스’ 존재”

⊙ “한국에서 ‘괴담 비즈니스’는 대부분 정치적 영역에서 이뤄져”
⊙ “박근혜 탄핵은 대중적 저질 감정이 투사된 사건”
⊙ “괴담 발생하면 ‘民心이 天心’이라는 말 잊어야… 민심은 야수 될 수 있어”
⊙ “괴담은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진실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스토리”
⊙ “괴담 생산론자들은 조사기관의 권위를 해체하려 해”
⊙ “정부, 사회에 해악 끼친 괴담 유포 전문가에게 연구비 중단해야”


洪聖其
1956년생.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독일 뮌헨대 철학 박사, 자르브뤼켄대 철학 박사 / 서울미술관 학예실장, 아주대 다산학부대 교수 역임 / 저서 《불교와 분석철학》 《시간과 경계》 《고전논리학과 대화 논리학》 《거짓과 광기의 100일》 등

 

“소금 사자!”

최근 일본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放流) 논란의 와중에 천일염(天日鹽)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 후쿠시마 바다의 어류가 우리나라 해안까지 건너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알려졌음에도, 처리수가 방류되면 소금이 오염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자 생긴 현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후쿠시마 처리수 문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진정했고, 총력을 기울여 처리수 방류를 반대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지역구마다 현수막을 내걸고 처리수를 ‘핵폐수(核廢水)’로, 태평양으로의 방류를 ‘우물에 독을 넣는 행위’로 규정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에 의구심을 갖지 않지만, 후쿠시마 원전(原電) 처리수 괴담(怪談)은 이어지고 있다. 홍성기(洪聖基·67) 아주대 명예교수는 이에 대해 ‘괴담의 사회학’ ‘괴담 테크닉’으로 부를 수 있을 지경이라며 한탄한다.

스스로 자신을 철학자일 뿐, 괴담 전문가는 아니라고 말하는 홍성기 교수를 지난 7월 31일 한반도선진화재단이 위치한 서울시 중구에서 만났다. 불교 철학 전공자인 홍 교수에게 이 문제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한 것은 그가 얼마 전 한반도선진화재단에 기고한 ‘괴담 사회의 실체’라는 글이 워낙 명료해서다. 학자 중 ‘괴담 전문가’가 있을 리 만무하지만, 홍 교수가 써 내려간 괴담에 대한 사회학, 그리고 철학자로서 오늘날의 혼돈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날카롭다.

우리 사회를 파고든 괴담 비즈니스

▲2023년 8월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아동·청소년·양육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우리 사회에 괴담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지난 25년 동안 한국에서 ‘괴담 비즈니스’는 대부분 정치적 영역에서 이뤄졌습니다. 이회창(李會昌) 전(前) 한나라당 총재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광우병(狂牛病), 천안함, 세월호, 박근혜 탄핵 그리고 최근의 양평고속도로와 후쿠시마 처리수 괴담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목적을 띠고 있습니다. 괴담의 정치적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지 않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도구(tool)를 만들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괴담의 정치적 영향력이 미미했다면 괴담 비즈니스맨들은 업종을 바꾸었을 겁니다.”

 

― 괴담 비즈니스라고 명명하시네요.
“괴담은 대중, 혹은 대중사회와 분리 불가능한 현상입니다. 즉 괴담의 유포자는 괴담에 대한 대중의 수요, 그리고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움직인다는 점에서 비즈니스맨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맨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저는 괴담을 뿌리는 정당에는 그 효과를 아는 전문가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괴담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파괴적인 영향력은 가시적인 면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 괴담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군요.
“괴담은 정치에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 한국의 공당(公黨)과 언론, 사법부가 이런 거짓을 인정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까요? 우선은 괴담이 진실이라고 믿을 것이고, 그것이 거짓으로 판명 나도 아무런 제재조차 없으니, 이 사회는 ‘거짓말도 규모 있게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 밖에요.”


인간의 이중적 성격이 괴담의 조건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과 원자력지지시민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2023년 7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방사능 괴담 유포 즉각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괴담은 왜 생길까. 어떤 특정 세력의 집단적인 선동 없이 괴담이 자생적(自生的)으로 생겨날 수 있을까.

홍성기 교수는 “괴담이 생기는 원인은 인간의 조건에서, 사회학적, 정치학적으로 모두 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인간의 조건에서는 이성, 감정과 욕망, 기억, 상상력, 믿음 등에서 괴담의 발생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인간의 조건은 예외 없이 모두 이중적인 성격, 즉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이성은 합리적 판단의 원천이지만, 동시에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감정은 행복감 자체가 감정이기에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은 이성은 물론 사실 판단 자체를 흐리게 만들기도 한다. 기억은 인간이 학습할 때 필요한 장치이며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지만, 부정적으로는 과거가 미래를 덮어버리기도 한다. 상상력은 인간이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학문의 원동력이지만, 괴담 디자인의 작업장이기도 하다. 신념은 어려운 시기를 버틸 수 있는 등뼈이나, 명백한 증거와 진실 앞에서 눈을 감게 하기도 한다.

홍성기 교수는 “진리 탐구에 필요한 인간의 조건이 곧바로 가짜뉴스와 괴담 디자인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괴담(혹은 음모론)은 넓게는 각종 종교까지 포함해 항상 인간에게 있었던 스토리텔링의 하나다. 괴담이 그저 생각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서 잡담하는 형태로 끝난다면 그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 문제는 괴담이 ‘집단화’되고 ‘조직화’될 때다.

마녀사냥

▲2017년 3월 10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선고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판결문을 읽고 있다. 사진=조선DB

 

홍성기 교수는 16세기 말~17세기 초에 유럽에서 4만 명 이상을 희생시킨 마녀사냥을 예로 들었다. 이 시기는 소빙하기(小氷河期)로 식량 생산이 줄고 30년 전쟁의 참화로 고통받는 시기였다. 동시에 중세시대 신앙 중심의 세계관이 이성 중심의 계몽주의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일종의 이념 충돌이 일어난 때였다.

“사회적 어려움을 겪던 유럽의 일부 지역에서 이 문제를 특정인들에게 전가하는 마녀사업을 일으켰습니다. 가톨릭과 개신교 지역사회 모두가 관여했습니다. 유럽에서 ‘돈 많은 과부’들이 마녀로 몰려 처형당했는데 그 이유가 재산을 노린 것임은 물론이었습니다. 또 ‘아름다운 과부’들 역시 마녀로 몰렸는데 다른 여성들의 질투 때문이었죠. 마녀재판의 발생 지역은 단순히 어떤 이념에 의해 선을 긋기 어려운데, 분명한 것은 괴담의 위험성은 대중과 손잡을 때 일어난다는 겁니다.”

― 괴담 탄생의 배후에 공동체, 대중이 있군요.
“대중이 가진 저질(低質) 감정들의 배출구로 마녀사냥이 일어났다는 것은 대중심리학적으로도 인정됩니다. 박근혜(朴槿惠) 대통령 탄핵도 이런 대중의 저질 감정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여성이 아니었으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 보십니까.
“당연히요. 여성 독신(獨身) 대통령에 대한 의식적·무의식적 폄하가 있었고, 그중에는 성적(性的)인 측면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보톡스 주사니, 미장원을 운운하는 등이 바로 대중적 저질 감정이 투사된 예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서 놀라운 점은 매우 이성적(理性的)으로 판단하던 우파 시민사회의 지식인들이 너무 허망하게 괴담에 넘어갔다는 사실입니다.”

쿨레쇼프 효과

― 왜 그랬을까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어떤 신뢰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력에 회의(懷疑)를 가졌다’는 것이 탄핵의 근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도 사실 확인보다는 가치판단이 우선했습니다. 물론 괴담의 문을 여는 데 박 전 대통령이 일조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임명한 윤진숙(尹珍淑) 장관이 여수 유조선 사고와 관련해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 적이 있는 한 사진기자가 윤 장관이 코를 잡는 장면을 포착해 보도했습니다. 윤 장관은 독감에 걸려 기침을 한 것이지만, 사진은 기름 냄새에 코를 부여잡는 것처럼 보였죠. 사진이 진실을 포착하는 도구였지만 동시에 캡처와 합쳐지면서 쿨레쇼프 효과(Kuleshov Effect·쇼트와 쇼트 편집에 의해 색다른 의미와 정서적 효과를 유발)가 생깁니다. 내용이 왜곡되는 겁니다. 얼마 뒤 윤 장관은 전화로 해임을 통보받았습니다.

문창극(文昌克) 전 총리 후보의 낙마도 비슷한 사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괴담에 대해 적극적으로 결연하게 싸우지 않은 겁니다. 괴담이 발생하면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라는 말을 잊어야 합니다. 민심은 야수가 될 수 있습니다.”

― 대중 사회가 그만큼 무서운 거네요.
“19세기 이후 대의민주주의, 전체주의(파시즘·공산주의)가 시작됐다고 할 때 전체주의는 괴담 기반 선전선동에 갇혀 있는 체제입니다. 1920년대 독일에서는 유대인이 독일군을 후방에서 배신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했다는 ‘등 뒤의 비수(匕首)’라는 괴담이 퍼졌습니다. 이는 패전(敗戰)으로 상처 입은 독일 국민에게 사실로 받아들여졌고, 1930년대 대공황으로 경제 위기가 터지자 히틀러는 괴담과 포퓰리즘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괴담의 배경에는 조선인 이주 노동자로 인해 직업을 잃은 일본인 노동자들의 불만이 있었습니다. 최근에 영국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실행할 때 전 영국 총리였던 보리스 존슨은 ‘우리는 매주 3억5000만 파운드를 보내고 있다’는 거짓 뉴스를 버스에 붙이고 다녔습니다. 영국 국민이 손해보고 있다는 감정을 깊이 자극한 겁니다. 영국에서도 괴담, 가짜뉴스가 매력적인 수단이 된 겁니다.”


‘습관성 괴담 발작’

우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괴담이 사실이 아님을 봐왔다. 하지만 괴담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거기에 또 빠져든다. 철학자로서 홍성기 교수에게 물었더니 아주 기본적인 대답이 나왔다. 인간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의 지배를 받는다는 점이다. ‘사랑에 눈이 멀었다’ ‘증오에 눈이 멀었다’는 말처럼 호악(好惡)의 감정은 인간의 판단력을 순식간에 정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중의 ‘미러 셀(거울 반사작용)’이 작동하면 이들의 판단력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받듯이 집단화 운동을 하게 된다.

홍성기 교수는 “괴담에 의한 집단 히스테리의 소용돌이에 들어가 있으면 자신들이 가장 이성적이고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다고 믿게 된다. 수많은 사람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면, 그것은 옳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괴담은 사람들을 강하게 흡입하는데 그 규모가 커질수록 믿음의 강도도 높아진다. 바로 이 괴담 결사체(結社體)에 입문(入門)하는 데 어떤 어려움도 없게 된다”고 말했다.

― 그래서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도 빠져나오지 않는 건가요.
“대중이 괴담을 믿으면 그들 모두 공범(共犯)이 됐기 때문에 괴담의 거짓이 드러나더라도 누가 누구를 비판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광우병 촛불시위가 절정(絶頂)에 올랐을 때 한국 사회의 70~80%가 괴담을 믿었습니다. 사실상 국민 대부분이지요. 기자님 주변에서 당시 괴담을 믿었던 자신에 대해 반성하는 경우가 있나요? 전혀 없고 그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대중사회에서 규모가 큰 괴담의 발생은 후유증이 아무리 크더라도 이 괴담에 가담한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안전한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을 현혹하기만 하면 된다니 무섭네요.
“한국에서 주기적으로 괴담을 만들어내는 정당이 있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일종의 ‘습관성 괴담 발작’, 혹은 ‘괴담 비즈니스 중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괴담 전파는 ‘전문가-언론-정당-시민단체-국민’이라는 회로를 형성하는데, 이 회로 자체가 한국 사회의 절반을 흡수합니다. 괴담의 동조자들, 단체들은 모두 동지, 즉 공범이기에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살 수 있습니다.”

 

‘광우병 음모론 사전 작업’

― 가끔 ‘저 사람은 그렇게 말도 되지 않는 얘기를 하고서도 뻔뻔하게 얼굴 들고 다닌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이유 때문일까요.

“괴담 사회 내에서 그 사람은 얼토당토않은 얘기를 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들은 자기네 진영을 위해 전쟁터에서 싸우는 전사(戰士)입니다. 다른 한편 괴담은 진실이 아님이 나중에 밝혀지는 스토리가 아닙니다. 괴담은 발생 시점부터 이미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진실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스토리입니다. 이점이 괴담이 거짓임을 아는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의 근원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대표적인 괴담은 광우병, 천안함, 세월호 때 생겨났다. 우리는 광우병 사태를 2008년 봄, 한 시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면서 시작된 것으로 기억하지만, 홍성기 교수는 “촛불시위 이전에 긴 전사(前史)가 있었다”고 했다. 광우병 사태를 촉발한 MBC 〈PD수첩〉 뒤의 배경사진, 그림체 슬로건은 노무현(盧武鉉) 정부 당시 한미 FTA에 반대했던 민주노동당이 국회 앞에서 내건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광우병 음모론 사전(事前) 작업’에 수의학, 생물학, 보건의학 교수들이 가담했다. 사실 우리나라는 광우병 검사를 하지 않았고, 따라서 발병(發病) 보고가 없었던 만큼 광우병 전문가가 없었다. 그럼에도 ‘자칭 전문가’로 무장한 이들은 언론에서 광우병, 인간광우병의 위험성을 극도로 과장했다.

홍성기 교수의 얘기다.

“왜 그랬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그들은 ‘사전 예방의 법칙’을 내세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복어의 알과 내장, 피 등을 빼고 먹듯이 광우병 의혹을 받은 소도 특수 부위를 제거할 경우 안전했습니다. 그럼에도 자칭 전문가들은 미국의 안전 조치를 사사건건, 구구절절 왜곡 해석하며 미국을 식품 안전 미개국으로 몰아갔습니다.”

― 과학이 이미 발전했던 시기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 씁쓸합니다.
“광우병과 관련해 2008년 촛불시위 당시 이미 밝혀진 사실이 있습니다. 당시 《시대정신》에서 광우병 전문가들을 불러 국제 세미나를 했는데,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들은 모두 비정형(A-Typical)이라는 것으로, 광우병의 원조인 영국과는 무관했습니다. 비정형 광우병은 소 100만 마리에서 한 마리 정도로 추정됐습니다. 즉 광우병은 호주든 한국이든 어디서라도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중요한 사실이었지만 당시 집단 히스테리 상황에서 전혀 반향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괴담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지요.”


천안함 괴담

▲2012년 3월 20일,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열린 천안함 폭침 2주기 추모집회에 참가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규탄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홍성기 교수는 천안함 사고 이후에 국제합동조사단 단장이었던 윤덕용(尹德鏞) 전 카이스트 총장을 인터뷰했다. 장시간 공격적으로 질문했는데, 윤 총장의 얘기는 일관적이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어뢰에 폭침(爆沈)된 군함을 인양한 첫 번째 케이스가 천안함이라는 점, 따라서 어뢰가 폭발할 때 바닷물과의 화학반응에 의한 여러 가지 성분의 검출 등은 미지(未知)의 영역이었다는 점을 얘기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천안함을 인양해 조사했지만, 당시에 일어난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도 없고, 또 모든 일에 설명할 필요도 없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만 밝히면 된다는 소리다. 이는 비단 국제합수단의 조사뿐 아니라 어떤 조사도 마찬가지다.

홍 교수는 “합수단의 최종 보고서를 읽으면 어뢰에 의한 폭침 이외의 결론을 내리는 것은 ‘나는 논리, 과학적 판단을 할 수 없다’는 고백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명확하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대표가 ‘프로펠러가 왜 이 방향으로 휘었느냐’고 묻는데 그것은 당연히 알 수 없지요. 어뢰와 관련된 것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대답을 못 하면 ‘무슨 조사가 이렇게 부실하냐’고 비난하는 식이었습니다.”

― 세상에서 100%를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네. 이런 종류의 비과학적 질문의 변형 형태는 어떤 괴담에서도 부수(附隨)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무시할 만큼 확률이 낮더라도 0이 아니라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주장은 그때에도 등장했습니다. 이런 논쟁 아닌 논쟁은 의처증이나 의부증에서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이들을 단일망상장애라고 부르는데, 특별한 주제에 대해서만 견고한 망상(妄想) 체계가 형성돼 이성적으로 설득되지 않습니다. 가령 진료를 하는 의사에게 ‘의사 양반, 당신이 내 남편의 불륜(不倫) 가능성을 100% 부정할 수 있어요?’라고 질문하면 대부분의 의사는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 괴담의 논쟁 테크닉이 있군요.
“괴담 생산론자들은 이런 식으로 질문합니다. 우선 조사방법이나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거나, 조사기관의 권위를 해체하는 겁니다. 광우병 때는 자칭 전문가들이 국제수역기구(OIE)가 미국 측 산업자의 하수인이라고 하고, 후쿠시마 괴담 유포자들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일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이라고 할 겁니다. 물론 처리수가 방사능에 계속 오염돼 있는 것이 일본의 이익과 무슨 관계인지는 전혀 묻지도 않습니다. 물론 정상적인 과학에서도 조사방법, 데이터, 그리고 권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괴담에서는 이런 의문 제기의 근거도, 맥락도,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제기하고 있습니다. 야당 대표나 국회의원이 IAEA의 권위를 무슨 근거로 흔들려고 할까요? 오로지 한 가지 이유만 있습니다. IAEA의 견해가 자신들의 괴담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 대신 새로운 진정성을 찾았지요. 바로 구호를 든 어린이들입니다.”

그들이 과학을 신뢰하지 않는 까닭

― 왜 과학을 신뢰하지 않을까요.
“법치, 이성의 지배, 과학적 판단이란 크게 보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사실 및 가치 판단의 방식을 뜻합니다. 어떤 사회나 이들이 완벽하게 지배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잘못된 스토리텔링을 제거해왔습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서 가짜뉴스의 위험성이 급증하고, 또 포스트트루스(post truth) 시대가 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 혹시 과학자, 그들이 잘못한 것은 아닐까요.
“기후 변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산업혁명 이후 200년간 과학기술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제기하기 위하여 괴담을 사용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더 중요한 점은 과학과 정치와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한국의 식약청을 자신의 정치적 행로에 맞춰 비틀지 않았다면 한국 식약청은 국제 기준에 맞춰 광우병에 대해 제대로 판단했을 겁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오고 한국 식약청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판단을 했더니 ‘불과 몇 개월 전까지 미국산 쇠고기 위험 운운하던 식약청이 정권이 바뀌자 곡학아세(曲學阿世)했다’는 비판을 받은 겁니다. 한국의 공적 기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이지요. 여러 정권에 걸쳐 이와 비슷한 일이 4대강 환경평가와 관련하여 계속되었지요. 이처럼 정치적 독립성과 권위를 잃은 수많은 기관과 위원회들이 바로 괴담의 인프라에 속합니다.”


괴담의 유통 과정

홍성기 교수는 “독립성을 잃은 사실판단이 관행이 된 경우도 있다”고 했다.

“대형 참사가 일어나면 가장 중요한 일은 사고 원인을 파악해 재발(再發)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사고 원인 파악은 책임자 처벌이 주목적이 아닙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대형, 소형 참사를 막론하고 책임자 처벌이 목적입니다. 대형 참사의 경우 사고 원인 파악은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 광범위하고 정밀하게 사고를 재구성해야 합니다.”

― 괴담은 안전한 비즈니스라고 하니 도대체 괴담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괴담은 스토리텔링이고, 자신의 스토리를 풀어내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핵심 가치인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속합니다. 그런 점에서 괴담을 이야기하는 것 역시 자유민주주의의 보호 아래 있습니다. 바꿔 말해 괴담이나 가짜뉴스도 법적인 차원에서 형식적으로 허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지만, 괴담 유포에 대한 사법적 쟁소의 결과는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판결 자체뿐 아니라 효과도 미미한 듯합니다. 만일 괴담과 가짜뉴스의 법적 보호를 제한하려면 내용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사상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침해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 어떤 식으로요.
“일단 광우병이나 후쿠시마 괴담처럼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우만을 살펴봅시다. 여기서 괴담의 유통 과정의 고리를 끊는 방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괴담은 ‘전문가-언론-정당-시민단체-국민’이 언론과 인터넷,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방식으로 유포됩니다. 이때 전문가라는 고리를 끊으면 괴담의 전파 효과는 급격히 낮아집니다. 이번 후쿠시마 괴담이 대표적입니다.”

― 후쿠시마 괴담은 생각보다 파급력이 약했죠.
“실패했습니다. 이유는 IAEA라는 국제기구를 야당이 너무 과소평가했기 때문입니다. 또 한국의 원자력 전문가들이 광우병 때와 달리 열심히 진실을 알렸습니다. 국민에게 매우 파괴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스토리를 여과 없이 쏟아내는 것은 학문 윤리에 어긋납니다. 자연과학, 공학, 의학은 더욱 학문 공동체의 공동 숙의가 필수입니다. 동료 학자들로부터 논문, 토론 등을 통해 검증을 받아야 하고요. 문제는 일부 학자들이 괴담을 만들어내는 것을 법적으로 막을 도리는 없지만, 이들도 학문 윤리의 준수가 요구되지요.”

방어적 민주주의

― 학자들의 양심에 맡겨야 한다는 건가요.
“그걸로 부족합니다. 생각해봅시다. 법을 어기면 강제적 처벌이 따릅니다. 도덕적 규범을 어기면 일반적으로 양심의 가책을 받습니다. 그러나 괴담 전문가들은 양심의 가책은커녕 스스로 학자적 양심을 지켰다고 강변할 것입니다. 국민을 위해서. 그러나 윤리를 어길 경우 또 다른 처벌이 있습니다. 그것은 배제당하는 것입니다.

모든 대학은 학문 윤리를 위반한 교수를 제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점은 학문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그러나 국민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론이나 주장을 학문 공동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국민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학문 윤리에 위배될 수 있다는 합의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식약청의 허가가 나지 않은 식품이나 의약품을 국민에게 파는 것이 허용될 수 없음과 같은 이유입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괴담을 유포하는 전문가 개인을 법적으로 제재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속한 기관이 이 문제를 방치하거나 심지어 이들을 옹호할 경우 이런 기관에 대한 지원을 제한하거나 중단하는 겁니다. 그것은 세금을 사용하는 정부의 윤리적 판단이자 의무입니다. 저는 광우병 선동의 중심에 있던 한 교수가 이후 그 대학 학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경악했습니다.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라틴어 격언이 적힌 배지를 달고 다니는 대학에서 할 일이 아닙니다.”

 

― 그 정도로 강력하게 막아야 한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학문의 자유에 대한 보복적 제한이라는 비판이 나올 겁니다. 그럼 따져봅시다. 어디에서 보복이나 제한이 일어났습니까? 정부에서 괴담을 발표할 권리를 제한했나요? 학자의 입을 막는 조치도, 학문 활동을 제한하는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괴담이나 가짜뉴스와 관련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방어적 민주주의(wehrhafte Demokratie)’의 실행입니다.”

― 그게 뭔가요.
“1차 대전 후 바이마르 민주주의를 내부에서 민주적으로 파괴한 히틀러 집권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독일이 2차 대전 이후에 헌법에 명시한 조항으로 한국 헌법에도 도입돼 있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자유민주주의가 보호하는 자유를 남용해 내부적으로 자유민주적 질서를 파괴하는 일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사법부의 중심인 대법원은 선거무효소송 관련 재판에서 자유심증주의를 극한적으로 남용하고 있고, 공영 언론은 가짜뉴스 유포가 정상인 듯 언론의 자유를 남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괴담이나 가짜뉴스가 민주주의가 보호하는 권리나 자유를 이용해 내부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는 현상 중의 하나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또 정부의 기본 임무 중 하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보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정부가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방어기제가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는 해야 합니다. 한 가지 첨언하고 싶은 점은, 정부 소속의 전문기관, 혹은 정부가 관장하는 모든 전문가 위원회의 독립선언을 이들 기관과 정부가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문학에서도 사실판단이 가장 중요

― ‘넌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런 얘기에 휘둘리느냐’는 얘기를 합니다. 마치 괴담에 주로 흔들리는 사람들이 젊은이들인 것처럼요.
“광우병 촛불시위의 절정기에 한국 국민의 70~80%가 괴담을 믿었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모든 계층과 나이가 지지했다는 것이고, 괴담의 내적 기제를 보면 누구나 괴담에 낚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괴담과 나이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천안함 괴담은 누구나 잘 아는 한국의 좌파 원로가 열정적으로 지지했죠. 그에게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에 폭침당했다는 것은 ‘상상하기 싫은’, 따라서 ‘상상하기 어려운’ 사건이었습니다.”

― 괴담 회로망의 또 다른 고리들은 어떻습니까.
“국민의 지지와 정당은 바다와 배의 관계에 있기에, 괴담 유포정당을 국민이 지지하면 사실 방법이 없습니다. 한국의 시민단체는 비정부기구(NGO)라기보다는 진영으로 갈라져 정권의 지원을 받는 기구가 되었기에 괴담과 관련된 경우 지원 감소나 중단이 가능하겠지만, 원칙적으로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입니다.

언론의 경우는 기자님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현재 한국의 언론들이 스스로 언론에 대해 많은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 BBC·NHK와 같은 공정한 공영 언론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합니다. 정치로부터 독립되어 사실확인의 기준이 되는 언론기관이 필요합니다.

예전에 런던에서 테러가 있었습니다. 그때 한국의 한 언론은 테러리스트 이름까지 확정해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영국, 미국, 독일, 일본의 언론은 이 사건에 대해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나눠 보도했을 뿐, 한국의 언론기관이 보도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 테러리스트들은 사건 당시 감옥에 있었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습니다. 이 사건은 국내 정치와 무관해 언론이 서둘러 추정 보도를 할 사안도 아니었습니다. 무엇이 한국 언론인들을 이렇게까지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철학교수로서 괴담 권하는 사회에서 지식인들이 지켜야 할 덕목은 무엇이 있을까요.
“자신의 분야에서 지식인의 사명은 비(非)인간적이어야 합니다. 지식인은 ‘사실확인-가치판단-결정’에 이르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인간입니다. 많은 인문학자가 인문학적 가치를 얘기하고, 또 가치의 세계가 사실의 세계 위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아마 여기서 인문학자들이 특별히 더 인간적인 가치를 중요시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인문학에서도 사실판단이 가장 중요함을 말하고 싶습니다.”⊙

월간조선 09월 호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09.14 대장동은 ‘커피 게이트’라더니

 작년 2월 22일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대장동 사건은 2011년 커피로부터 시작된 ‘커피 게이트’”라고 했다. 지금은 뉴스타파로 이직한 당시 JTBC 기자가 “2011년 윤석열 대검 과장이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에게 직접 커피를 타주고 수사를 봐줬다”는 ‘윤석열 커피’ 보도를 한 다음 날이었다. 대장동 사업 대출 단계에서 윤석열 검사가 수사를 봐줘 대장동 복마전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는 거친 논리였다.

하지만 조우형은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도 없었다. 가짜 뉴스였지만 민주당 이재명 대선 캠프는 “커피 한잔에 덮은 윤석열 게이트의 시작(강병원 의원)” “윤석열이 직접 타줬다는 커피는 1805억원짜리 ‘대장동 커피’(조승래 의원)” “커피 타주고 죄 덮어준 스폰서 검사 윤석열(박찬대 의원)” 등 총공세에 나섰다.

 

이재명 대선 후보도 2월 25일 TV토론에서 “조우형에게 커피는 왜 타줬느냐”고 윤석열 후보를 향해 공세를 폈다. 이후 대선 사흘 전인 3월 6일 뉴스타파는 김만배씨 녹취록을 짜깁기해 윤석열 검사가 직접 커피를 타준 것처럼 보도했다.

 

검찰이 최근 김만배씨로부터 1억6500만원을 받고 뉴스타파에 보도된 인터뷰를 허위로 한 혐의로 신학림 뉴스타파 전문위원을 수사하지 않았다면 진실은 묻혔을 것이다. ‘윤석열 커피’를 주장하던 뉴스타파는 이제 와서 “커피는 핵심이 아니다” “커피를 누가 타줬든 수사를 봐줬다는 게 본질”이라고 말을 바꿨지만, 윤석열 검사의 수사 무마 역시 드러난 게 없다.

2019년 ‘조국 수사’ 이후 뉴스타파는 집요하게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했다. 자신들이 직접 발굴한 사기 전과자 ‘제보자X’가 MBC에 실체 없는 ‘검·언 유착’을 주장하며 윤석열·한동훈을 코너로 몰아갈 때, 뉴스타파는 현직 경찰로부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문건을 받아 김건희 여사가 내사 대상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김 여사는 내사를 받은 적이 없었다. 내부 문건을 유출한 경찰은 작년 중징계를 받았다. 이야말로 ‘경·언 유착’이었다.

뉴스타파는 사기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죄수의 입을 빌려 윤석열 사단인 ‘한명숙 수사팀’이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유죄를 만들기 위해 죄수들에게 거짓 증언을 시켰다는 폭로도 이어갔다. 문재인 정권 ‘친문 검찰’이 사력을 다해 수사했지만, 김 여사를 주가 조작 혐의로 기소하지 못한 것처럼 이 역시 헛방이었다.

 

뉴스타파는 ‘윤석열 커피’ 허위 인터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가짜 뉴스에 대한 반성보다는 ‘언론 탄압’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다. 자칭 ‘탐사 보도 전문’이라는 뉴스타파는 ‘윤석열 검찰=악(惡)’이라는 결론부터 정해놓고 취재하는 ‘정파성 탐사 전문’은 아닌지, 괴물을 잡겠다고 스스로 괴물이 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조선일보 박국희 기자

 

09.14 검찰, ‘윤석열 가짜 뉴스’ 뉴스타파·JTBC 압수수색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지난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수사 무마’ 가짜 뉴스를 보도한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와 JTBC 등을 14일 압수 수색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본사 앞에서 뉴스타파 직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사건 관련 허위 보도를 한 혐의로 뉴스타파를 압수수색한다고 밝혔다./뉴시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에 있는 뉴스타파와 서울 마포구 JTBC 사무실, 뉴스타파 기자 A씨와 전직 JTBC 기자 B씨의 주거지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 수색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작년 10월 뉴스타파로 이직했다.

 

‘윤석열 수사 무마’ 가짜 뉴스는 ‘윤석열 대통령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씨에게 커피를 타 주고 수사를 덮었다’는 내용이다. 이 가짜 뉴스는 JTBC가 2022년 2월 21일과 28일 두 차례 보도했고, 뉴스타파도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와 했던 인터뷰 녹음 파일 편집본을 공개하면서 유사한 내용으로 보도했다.

 

당시 뉴스타파 전문위원 신씨는 인터뷰 직후 김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책 세 권’ 값으로 1억65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씨는 2022년 2월 25일 이후 뉴스타파 대표에게 ‘김만배 인터뷰’를 구두 보고했으며, 그해 3월 4일 인터뷰 음성 파일을 뉴스타파 측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 측은 “신씨가 보도 이틀 전에 녹음 파일을 제공해서 급히 검증하고 보도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조씨는 2021년 11월 24일 문재인 정부 검찰에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조사를 받으면서 윤석열 검사를 만나거나 조사받은 적이) 없다.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이 없다”며 “박OO 검사에게 조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뉴스타파가 보도의 근거로 활용한 인터뷰 음성 파일 당사자인 김만배씨도 지난 6월 26일 검찰 조사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주임검사가 누군지도 몰랐다”며 “(2011년)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 준 박OO 검사가 주임검사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신학림씨와 허위 인터뷰를 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신학림에게 제가 조금 센 사람처럼 보이려고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말했다”며 “죄송하다”고 진술했다.

 

민주당 등의 주장과 달리, 대장동 초기 사업자의 부산저축은행 대출 건은 2011년 당시 대검 중수부의 수사 대상도 아니었으며 조우형씨는 부산저축은행 김모 부회장의 돈 심부름을 해준 것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조씨가 2015년 처벌받은 ‘대장동 대출 커미션 10억여 원 수수’ 혐의는 2014년 예금보험공사 조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조씨의 계좌 추적도 검찰이 아니라 예금보험공사가 했다.

조선일보 이민준 기자

 

09.14 신장식, 대선 전날 ‘尹 커피’ 가짜뉴스에 “법정 증거 될 만큼 믿을만”

대선 이틀 전엔 지상파 라디오서 “봐주기 수사 정황이 드러났죠?”

 ▲TBS 라디오 '신장식의 샌장개업' 이미지. /TBS 홈페이지

정의당 사무총장 출신인 신장식 변호사가 지난 대선 전날 라디오에서 이른바 ‘윤석열 커피’ 가짜 뉴스에 신뢰성을 부여하는 발언을 수차례 한 것으로 13일 나타났다. 신 변호사는 당시 친민주당 성향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신장식의 신장개업(TBS 라디오)’ 진행자로 소개돼 출연했다. 지상파 라디오 진행자 자격으로 가짜 뉴스의 신뢰도를 높여준 것이다.

 

앞서 뉴스타파는 대선을 사흘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장동 대출 브로커에게 커피를 타 주고 수사를 덮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대장동 주범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대장동 허위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후 친민주당 성향의 라디오 진행자들이 팩트체크나 검증 과정 없이 이를 적극적으로 언급하면서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신 변호사는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해 3월 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대장동 허위 인터뷰에 대해 “본인(김만배)이 경험한 걸 직접 얘기하는 것은 법정에서 증거 가치도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그는 “김씨는 2021년 11월 4일 구속됐다. 따라서 구속 이후에는 이런 녹음을 할 수가 없다”며 “아무리 저쪽에서 ‘정치 공작이다’ 뭐다 얘기를 해도 2021년 9월 15일 (신학림과 인터뷰한) 시점에서 부산저축은행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굉장히 믿을 만하다”고도 했다. 김씨의 육성이 담긴 녹음이니 법정에서도 증거로 인정받을 만큼 신뢰할 가치가 있고, 인터뷰 시점도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지기 전이라 공작의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해야 할 진행자가 대선 하루 전 다른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해 검증되지도 않은 뉴스타파 보도에 신뢰성을 더하며 편향적인 발언을 한 셈이다. 신 변호사는 대선 이틀 전인 지난해 3월 7일에도 자기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에서 김만배 허위 인터뷰를 언급하면서 “봐주기 수사 아니었냐고 했는데, 봐주기 수사로 보이는 정황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드러난 녹취 파일인 거죠?”라고 말했다.

 

‘윤석열 커피’ 가짜 뉴스가 지상파 라디오 진행자들을 통해 퍼져 나간 것과 관련, 국민의힘은 이날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TBS 김어준, KBS 주진우·최경영씨를 형법상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내일 서울경찰청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신 변호사와 나머지 진행자들에 대해서는 발언 분석을 마치는 대로 순차적으로 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김승재 기자

 

09.14 ‘돈 봉투’ 만들고 전달한 사람 모두 인정하는데 받은 의원들만 부인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관련 의혹을 받는 송영길 전 대표(왼쪽), 윤관석 무소속 의원/연합뉴스·뉴스1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 재판에서 송영길 전 대표의 보좌관 박모씨가 윤관석 의원에게 현금 6000만원을 전달한 혐의를 법정에서 인정했다. 앞서 송 전 대표와 가까운 강래구 전 수자원공사 상임감사와 사업가 김모씨는 윤 의원에게 전달된 자금을 자신들이 조성했다고 시인했다. 돈 봉투를 만들고 전달한 사람이 모두 인정하는데 이를 받아간 윤 의원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윤 의원은 돈 봉투 사건이 터지자 “정치 검찰의 야당 탄압” “총선용 짜맞추기 기획 수사”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수사는 검찰이 시작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통화 녹취록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문제가 된 것이다. 녹취록에는 윤 의원 등이 돈을 달라고 요구하고 전달한 정황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봉투 10개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 ‘형님, 기왕 하는 김에 우리도 주세요’ 등 지어냈다고 볼 수 없는 내용들이다. 이 녹취록은 수사와 재판을 통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윤 의원이 구속된 뒤에도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것은 정치적 재기를 염두에 두고 동료 의원들을 감싸려는 의도일 것이다. 윤 의원이 버티는 덕분에 송 전 대표는 “나는 몰랐다”고 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검찰로 가서 ‘수사하라’고 하는 시위도 했다.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의원 20명도 한결같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윤 의원이 탈당한 후에도 그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올라오자 부결시켰다. 돈 봉투를 받은 의원들이 돈 봉투를 준 사람 방탄에 나선 격이다. 돈으로 표를 사고파는 행위는 당내 선거에서라도 없어져야 할 구태 중의 구태다.

지금 민주당 행태는 비슷한 점이 많다. 이재명 대표 역시 자신과 관련된 수많은 혐의가 다 ‘정치 보복‘이라고 한다. 자신이 결재하고 ‘수고했다’고 한 일도 모르는 일이라고 하는 정도다. 전당대회 돈 봉투도 녹취록이 나오지 않았다면 민주당은 지금도 ‘정치 보복’이라고 하고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9.14 “쓰레기” 조롱한 이들 北서 하루만 살게 되길

‘○○씨’ 부름 듣고 ‘나도 사람이구나’ 감격했던 탈북민들… 그들을 ‘변절자’ 욕한 이들
북에 가서 실제 북 주민 삶 살아보게 할 방법 없나… 그러고도 그 욕이 나올까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8일째 단식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찾아가 지난 6일 대정부질문 당시 태 의원에게 '쓰레기' 발언을 한 박영순 의원에 대한 출당 및 제명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뉴스1

태영호 의원이 국회에서 “쓰레기” 소리를 듣던 날 우연히 탈북민들이 자신들 이야기를 하는 동영상을 보게 됐다. 북한 주민들 어려움은 웬만큼 안다고 생각했지만 생생한 목소리로 듣는 실상은 또 달랐다.

 

탈북민들은 한국에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느끼는 듯 했다. 한 분은 “북에서 나는 인생을 산 게 아니라 벌레였다”고 했다. 한 분은 국정원에 도착해 ‘환영합니다’라는 말을 듣고 ‘우리가 한국에 한 일이 뭐가 있다고 우리를 환영하나’라는 생각에 울컥했다고 한다. “OO씨” “분”과 같은 호칭도 이들을 감동케 했다. “동무” 아니면 “야”만 듣던 그들이었다. “벌레 같았던 우리가 여기서 사람 대접을 받는다고 느낀 첫 순간”이었다고 했다.

 

그분들은 인천공항에 처음 도착한 순간을 잊지 못한다. 한 분은 그냥 인천공항에서 살고 싶었다고 했다. 탈북민들은 ‘우리가 모르는 우리’를 알려준다. 그분들끼리는 인천공항에 내리면 화장실부터 가봐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한다. ‘깨끗한 화장실’ ‘더운 물이 나오는 수도’가 우리에겐 당연하지만 그분들에겐 신기했다. 탈북민들은 모두 ‘밤에도 밝은 세상’에 충격을 받았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자신들만 안다고 했다. 전기가 언제 나가는지 잠을 안 자고 기다렸는데 날이 밝도록 전기가 들어오더라고 했다.

 

그분들에게 주민등록증과 여권을 받던 순간은 ‘감격’이었다. 한 분은 “갑자기 나도 모르게 대한민국 만세를 불렀다”고 했다. “그 때까지 죽을 고생이 그 순간에 사라졌다. 주민증은 자유고 생명이었다.” 탈북민 신변 보호를 위해 한동안 배치되는 경찰관도 이분들에겐 놀라웠다. 괴롭히고 빼앗고 때리는 보안원(북한 경찰)만 아는 이들은 ‘경찰의 보호’ 자체가 신기했다. 한 번도 보호를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북에선 조사를 받다가 조사관을 쳐다보기만 해도 때렸다고 한다. 중국에서 잡혀 북송됐던 열네 살 아이는 보위부(정보기관) 3일이 3년 같았고 진짜 지옥을 봤다고 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조차 이분들에겐 이상했다. 국가 위에 김씨가 있는 세상에서 산 탓인 듯 했다. 나중에 대통령이 국기에 경례하는 것을 보고 놀랐고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고 한다.

 

이분들은 ‘대한민국’이 찍힌 초록색 여권에 대한 자부심이 유달리 컸다. 여권이 뭔지도 모르던 사람들이었다. 어디든 가서 자랑하고 싶어했다. “중국에서 북한 여권을 보이면 개 취급하는 눈길이 느껴졌다. 대한민국 여권을 보이면 그 반대였다.” 한 분은 “아들이 갑자기 친구들하고 홍콩에 간대요. 아니 거기를 어떻게.... 하다가 아! 이제 어디든 언제든 갈 수 있다 생각이 들어요. 그냥 울었어요. 고마워서요.” 북에선 옆 동네도 쉽게 갈 수 없었다.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딴 이분은 김정은에게 학위 논문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네가 사람 취급도 안 하던 내가 박사가 됐다고 하고 싶어요.” 한국서 우연히 TV 출연을 한 분은 다음 날 전국에서 폭주하는 주문을 밤새도록 받으면서 계속 울었다고 한다. “고맙습니다. 잘 살겠습니다”라고 했다.

승용차 구입은 이분들에겐 ‘기적’ 같은 사건이었다.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선글라스와 장갑까지 사서 아무 곳이나 달렸다. 한 분은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다”라고 했다. 다른 분은 “북한군 복무 중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집에 갈 수가 없었다. 보내주지도 않지만 보내준다고 해도 며칠 걸려 도착하면 장례가 끝난 뒤”라고 했다.

이분들 사이에선 음식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 와서 갑자기 체중이 15kg 는 사람도 있었다. 한 분은 “젓가락을 줘서 놀랐다. 북에서 젓가락은 간부들만 썼고 우리가 쓰면 건방지다고 한다”고 했다. 다른 한 분은 “풀만 먹고 살았는데.... 밥 위에 부모님 얼굴이 떠올라 숟가락이 멈췄다”고 했다.

 

필자는 북한 실상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실제의 100분의 1도 모르는 것 같다. 치과병원이 없다시피 한 북에선 극심한 치통도 참고 버티다 못 견디면 동네 돌팔이에게 가서 거의 강제로 이빨을 뽑는다. 기절도 한다. 다른 치료가 없으니 한 분은 젊은데도 틀니를 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 이빨이 희고 고른 것이 정말 신기했다”고 했다. 북에선 중년 이상 태반이 틀니라고 한다. 칫솔질은 안 하거나 가끔 하는 것이고 칫솔 자체가 귀해 평생 칫솔 한 개로 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치과만 아니라 의료 전체가 이 지경일 것이다.

 

한 분은 “얼어붙었던 우리 마음에 봄이 왔다”고 했다. 다른 분은 “한국 와서 저녁 노을을 처음 봤다. 북에도 노을이 있겠지만 눈에 들어와서 느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열네 살에 북송됐다 재탈북해 성균관대를 졸업한 청년은 국회에서 일했다. 그는 ‘북에 있었으면 어떻게 됐겠느냐’는 물음에 여러 가능성 중 첫째로 “죽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분은 “수십억원을 준다고 해도 북에 안 간다. 굶어 죽는다 해도 여기서 죽겠다”고 했다.

 

태영호 의원에게 “쓰레기”라고 하고, 탈북민에게 “변절자”라고 했던 사람들은 모두 북한 김씨를 추종하던 주사파 운동권 출신이다.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정말 그들이 몇 달, 아니 단 하루라도 북한에서 실제 북한 주민들의 삶을 살아봤으면 한다. 그러고도 “쓰레기” “변절자” 소리가 나오는지 보고 싶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

 

09-14 오염수 방류에 차분한 일본

 

“도쿄(東京)에선 수돗물 마셔도 돼요. 서울에선 안 마셔요?”

최근 일본 도쿄에서 만난 직장인 도모아키 하라(43) 씨가 시내에 있는 수돗물 음용 시설에서 물을 마시면서 한 말이다. 도쿄를 휴가지로 선택하면서 가장 우려한 것이 바로 수돗물이었는데, 하라 씨는 오염처리수가 방류되기 시작한 후쿠시마(福島)에서 불과 250㎞ 떨어진 곳에 살면서도 매우 의연한 모습이었다.

한국에서 온 이방인의 눈에는 걱정스러웠다. 하라 씨는 “도쿄도는 평소처럼 수돗물을 믿고 안전히 마실 수 있음을 홍보하고 있다”며 “기준을 충족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결정도 있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한국에선 ‘독극물 해양 투기’란 비판이 나온다고 하자,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인체에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할 정부에서 수돗물 음용을 막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도쿄에선 하라 씨뿐만 아니라 수돗물을 마시는 현지인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도쿄도청 45층에 있는 전망대에는 수돗물 음용 시설이 있는데, 이곳에서도 수돗물을 마시는 현지인과 외국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앞서 도쿄 수돗물 음용률이 서울의 아리수보다 높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있었지만, 오염처리수 방류 후에도 수돗물 음용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일본 수산시장의 분위기도 차분했다. 도쿄 수산물 공급의 메카인 쓰키지(築地)시장 입구에는 ‘모든 수산물은 안전검사 후 판매하고 있다’는 안내문과 함께 신선한 수산물을 구매하기 위한 방문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처럼 방류수와 관련한 논란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일본 방송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 소식을 전하는 게 전부였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오염처리수가 위험하다면 직접적 피해를 보는 것은 일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물이 한반도 바다에 도착하려면 해류를 타고 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 4∼5년이 걸린다. 반면, 일본 해역에선 방류수가 바로 섞인다. 정부 방침에 순응적인 일본인이라 하더라도 자기와 가족의 생명을 위협할 사안에 희생할 국민은 세상에 없다. 그들이 오염처리수 방류를 받아들인 것은 과학을 근거로 한 ‘공적인 약속’을 신뢰한다는 뜻이다.

오염처리수 방류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 위험 요소에 불안감을 느끼는 건 정상적 방어기제에 해당한다. 그러나 일본의 방류수 못지않게 걱정되는 것은 바로 우리 정치권에 만연한 ‘비토크라시(Vetocracy·거부민주주의)’다. 상대 정당과 정부를 무조건 반대해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정까지 마비시켜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독극물 유포’가 아닌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주도한 민경우 전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팀장은 “광우병은 이명박 대통령 탄핵을 위한 수단이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당시 야권에선 광우병이 창궐했던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송송 구멍탁’이 될 것이란 괴담을 퍼트렸다. 그때도 한국과 달리 미국은 차분했다. 최근 오염처리수 방류에도 국내 수산물 판매는 늘었다고 한다. 야권의 비(非)과학적 대국민 접근법의 수명이 다했다는 방증이다.
문화일보
 

 

09.15 뉴스타파 대표님께

‘김만배 녹취록’ 보도 보며
나는 6년간 계속했던
뉴스타파 후원을 중단했다
여당의 ‘국가 반역’ ‘사형’ 운운엔
공포정치 불쾌감 느끼지만
사실 우선? 비당파성? 대안 언론?
피해자 코스프레 멈추고
후원자·국민에게 사과해야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리라 봅니다. 이 글을 쓰는 제 마음도 더없이 무겁습니다.

저는 며칠 전 6년간 지속해온 뉴스타파 후원을 중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짐작하시겠지만 ‘김만배 녹취록’ 보도 사건입니다. 이 일로 뉴스타파는 자신의 존립 기반을 허물었습니다. 더 나아가 언론 전체의 신뢰를 훼손했습니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독선적 태도로 일관하며 권력의 언론탄압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직원들이 14일 오전 대장동 허위 보도 의혹으로 압수수색 중인 서울 중구 뉴스타파 출입문 앞에 팻말을 붙이고 있다./연합뉴스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들입니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던 2021년 9월 15일, 사건의 핵심인 김만배씨는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을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김씨는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 당시 대출 브로커 조우형(대장동 자금책)씨의 부탁으로, 수사를 지휘하던 윤석열 주임 검사로 하여금 대장동 대출 비리를 덮게 했다’는 취지의 말을 합니다.

 

신씨는 6개월 후인 2022년 3월 4일 이 대화의 녹취록을 제보했고, 뉴스타파는 대선 사흘 전인 3월 6일 밤에 이를 보도했습니다. 일부 언론이 이 수사무마 의혹을 이미 보도한 바 있었고, 대선 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공격하기도 했지만, 녹취록의 등장은 차원이 다른 얘기였습니다. 친민주당 매체들이 앞다투어 이를 받았습니다. 보도의 누적이 사실을 구축하는 양, 카드 쌓기(card stacking) 저널리즘이 실천되었습니다.

 

검찰은 이 사건의 본질이 선거판을 흔들려는 날조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부터 뉴스타파의 녹취록 보도까지 이 사건의 전모에 대한 판단은 아직 섣부르다고 봅니다. ‘국가반역’, ‘사형’, ‘폐간’ 같은 여당 측의 거친 언사에 대해선 그 논리가 무엇이건 야만적 공포정치의 불쾌감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뉴스타파의 녹취록 보도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해서는 안 될 보도였습니다. 보도 시점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시급한 중대 사안이면 선거 당일에라도 보도를 하는 게 언론의 사명입니다. 문제는 그 시급함과 중대함이 사실(fact)에 의해 정립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뉴스타파는 녹취 내용을 사실로 볼 근거가 갖춰진 상태에서 기사가 나갔다고 주장합니다. 윤석열 후보, 조우형씨, 당시 담당 검사, 조씨의 변호인이던 박영수 전 특검에게 확인 절차를 거쳤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앞의 3인은 질의에 응하지 않았고, 박영수 전 특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실패한 사실 확인 시도는 있었지만 사실은 확인된 바 없었습니다.

이에 뉴스타파는 72분짜리 원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거기 담긴 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애쓰는 김만배 씨의 일방적 진술과 신학림 씨의 어설픈 맞장구가 다였습니다. 오인을 초래할 짜깁기가 있었음도 확인되었습니다. 뉴스타파는 이 녹취록과 일치하는 대장동 사건 관계자들의 증언이 있었는데, 검찰 수사 과정에서 그들이 말을 바꿨다고 주장합니다.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이 진실게임 상황을 뒤집을 보다 확실한 증언 내지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녹취록의 진실성을 입증하고 그에 대한 보도를 정당화하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뉴스타파는 윤석열 후보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김만배 씨의 진술을 선거 직전에 그대로 내보냈습니다.

 

설상가상 김만배 씨와 신학림 씨 간의 돈거래가 드러났습니다. 파문이 커지자 뉴스타파는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지만, 이 같은 거래는 언론 윤리상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사과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논점 흐리기 및 꼬리 자르기식 사과였습니다. 언론 주변에는 의도를 지녔거나 과대망상에 빠진 이들이 꾀기 마련입니다. 뉴스타파는 이들의 잘못이 아닌, 이들을 걸러내지 못한 자신의 잘못을 사과해야 옳았습니다.

 

뉴스타파는 사과문에 “무엇보다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실 우선의 원칙’과 결코 특정 진영의 편에 서지 않는다는 ‘비당파성의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왔습니다. 이 원칙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이 원칙들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섬뜩한 나르시시즘이 확인될 뿐입니다.

 

저는 뉴스타파의 꿈을 응원했습니다. 언론에 대한 회초리 역할을 지지했습니다. 거칠고 종종 야비한 고발 기사들을 인내하며, 그 관용이 우리 사회를 진전시키리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입니다.

 

김용진 대표님. 뉴스타파가 잘못했습니다. 권력의 언론 탄압 코스프레를 멈추고 국민 앞에 사과하기 바랍니다. 후원자들과 언론 앞에 죄송하다고 말하기 바랍니다. 그것이 사과문의 원칙을 지키는 길입니다. 그것이 대안언론의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그렇게 해주십시오. 부탁합니다.

조선일보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09-15 김진표 의장 “국회내 흉기난동, 민주주의 심각한 위협”

이재명 지지자 추정 50대 여성
단식중단 요구… 경관 2명 부상
김 의장 “필요한 모든 조치 할것”

이재명 단식 16일째 건강 급격악화

김진표(사진) 국회의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 중단을 요구하며 벌어진 국회 내 흉기 난동 사태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15일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며 “국회의장으로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전날 저녁 국회에서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로 추정되는 50대 여성이 이 대표 단식 중단을 요구하며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관 2명에게 흉기(쪽가위)를 휘두른 사건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 것이다.

이 대표의 단식이 길어지면서 강성 지지자와 유튜버 등 외부인들의 국회 출입이 잦아지는 만큼 경비 태세 또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향후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경내 안전 및 질서를 더욱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성을 통감하며 즉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피해 경찰관들의 쾌유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찰관들은 흉기에 의해 팔과 손등 등에 큰 상처를 입어 병원 치료 중으로, 가해자는 현행범으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날로 단식 16일째를 맞은 이 대표는 급격한 건강 악화로 단식 중단 고비를 맞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진교훈 민주당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자 지원을 위한 강서 현장최고위원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천준호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오늘 의료진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공복 혈당 수치가 매우 낮아 건강이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이 대표의 입원을 권고한다는 소견이 나왔지만 이 대표는 단식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매우 강하게 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번 주 월·수·금요일 열린 최고위는 물론 지역별 예산정책협의회에도 일절 참석하지 못하는 등 건강 악화로 사실상 당무를 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이번 주 초부터 저체온증으로 체온이 급격히 떨어졌고 말도 잘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명이 오는 등 한계 상황으로 단식도 이번 주말을 넘기기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

 
 

09.15 이재명 사법처리, 야당·법원의 양심에 달렸다

 

윤석열 정부 검찰은 지난 1년4개월 동안 여권 인사를 여럿 기소했다.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에 대해 도의원 예비후보 공천을 돕는 대가로 7000만원을 수수한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법원서 기각됨)했고, 보수 성향인 신경호 강원교육감과 임종식 경북교육감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임 교육감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신청(기각됨)했고, 신 교육감에 대해서도 관사·집무실을 압수 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했다.

 이, 9월 넘기려는 노련한 전술
검찰, 이달 중 체포동의안 청구
법원의 공정한 영장심사 절실

 검찰은 경기도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처남 김모씨도 지난 7월 기소했다. 사업시행사 대표였던 김씨는 공사비를 부풀려 17억원 넘는 개발부담금 납입을 줄이거나 피하려 한 혐의(사문서 위조·행사)를 받고 있다.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윈도우 프로그램인 ‘그림판’의 잘라내기와 붙이기 기능을 이용해 관련 업체의 도장 이미지를 오려 붙여 토사 운반 거리가 늘어난 것처럼 위조하는데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가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해 토사 운반 서류를 꾸며내기로 했다”는 게 공소장 표현이다.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상당히 구체적이다. 대통령 인척임에도 검찰이 ‘법대로’ 수사했다는 방증이다. 그런 만큼 ‘검찰 독재’라는 민주당의 비판은 억지라는 게 검찰 입장이다.

검찰 출신 법조인의 말이다. “정말 검찰 독재 국가라면, 이 대표를 진작 구속했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법원의 통제를 받아 모든 절차를 이행하며 수사해왔다. 그러니 1년 넘게 시간이 걸린 거다. 여당 지지층이 ‘검찰이 왜 이리 질질 끌려다니냐’고 할 정도 아닌가. 169석을 갖고 ‘검수완박’ 등 하고 싶은 입법을 마음껏 하는 민주당이 검찰보고 독재라고 한다면 상식에 어긋난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조사한 검사들은 이 대표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어야 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질문에 긴 답변을 내놨다고 한다. 소식통은 “A4 용지 3장 분량의 답도 있었다”고 했다. 검찰을 비판하는 정치적인 이야기들이 많았다고 한다. 검찰은 조서 작성에도 곤욕을 치렀다. 이 대표 측은 “말한 대로 적어달라”고 했다. 검찰이 “조서는 속기록이 아니다”고 했지만, 이 대표 측은 “토씨 하나까지 정확하게 적어달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이 “그러면 논란이 없게 아예 영상 녹화를 하자”고 했지만, 이 대표 측은 거부했다. “조사 현장이 적나라하게 공개되는 데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는 풀이가 나왔다.

 

이 대표는 12일 검찰에 재출석하면서 “검찰이 증거라곤 단 한 개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법조 소식통의 말이다. “피의자 조사는 검찰이 피의자에게 진술 기회를 주는 자리지, 증거를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다. 증거는 법정에 제시해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 용도다. 검찰이 왜 미리 패를 보여줘야 하나?”

 

중견 법조인의 말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이 대표의 대응을 보면,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9월을 넘기자는 전략일 공산이 크다. 10월은 국감으로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다. 그 사이 체포동의안이 접수돼도 12월에나 표결이 가능하다. 이때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등 물타기 카드로 또 시간을 벌어 해를 넘기려 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대정부 질문과 교섭단체 대표 연설 등으로 본회의가 몰려 있는 다음 주가 ‘검찰의 시간’이다. 본회의 열리는 날은 18일과 20·21·25일이다. 이날 중 하나에 검찰이 승부수를 던질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도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는 9월을 넘기면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이에 따라 체포동의안이 21일 본회의에 보고돼 25일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한 수순이다. 피의자가 단식한다고 사법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면 사법 시스템이 존재할 이유가 없지 않나. 이 대표도 지난 6월 국회 교섭 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 말이 지켜지기를 바라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체포동의안 표결 현장에서 민주당 의원 한명 한명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각별한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

 

한가지 변수는 ‘법원의 시간’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19~20일 열린다. 이어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표결된다. 국회의원 과반 출석, 과반 찬성을 얻어야하니 법원 입장에선 168석 원내 1당인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이 대표에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법원의 심사에 영향을 미쳐선 당연히 안 될 것이다.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 

 

09.16 결국 국회 유혈 난동까지 벌인 ‘개딸’

▲14일 오후 7시 35분 국회 본관 2층 현관 근처에 앉아 있던 50대 여성 A씨. 가져온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더니(사진 왼쪽) 그 안에 있던 쪽가위를 들고, 자기 주변에 있던 경찰관을 찌르고 있다(사진 오른쪽). /소셜미디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단식 중인 국회에서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그의 강성 지지자들이 잇따라 흉기 난동을 벌였다. 14일에는 이 대표 지지자라고 밝힌 여성이 “이 대표를 왜 빨리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느냐”며 소란을 피우다 이를 말리던 여경 2명을 가위로 찔렀다. 여경 한 명은 팔을 깊이 찔려 중상을 입었다. 15일에는 한 지지자가 “이 대표가 죽으면 좋겠냐”며 커터 칼을 들고 자해 소동을 벌여 이를 막던 민주당 당직자가 다쳤다. 극성 팬덤의 행태가 위험 수위로 가고 있다.

이 대표는 왜 하는지도 모를 단식을 보름 넘게 하면서 개딸들이 단식장에 찾아오는 것을 막지 않았다. 개딸들은 이 대표에게 큰절을 하고, 그를 지킨다며 국회에 남았다. 이 대표는 “‘개딸’은 세계사적 정치 현상”이라며 그들이 민주당 의원을 공격해도 모른 척했다. 개딸들은 이 대표에게 조금이라도 비판적 발언을 하는 정치인들을 ‘수박’ ‘X파리’라고 부르며 문자 폭탄과 함께 욕설을 의미하는 ‘18원’ 후원금을 보냈다. 지역구 행사에 찾아가 욕설을 퍼붓고, 사무실 앞에서 트럭 시위를 하고, 집까지 쫓아가 스토킹했다. “성적 희롱이 담긴 문자를 많이 받았다”는 사람도 나왔다. 반면 국회 회의 중 코인 거래를 한 의원에게는 “힘내라”고 하고 ‘돈 봉투’ 의혹 전 대표에게는 “파이팅”을 외쳤다. 당 원로인 정대철 헌정회장은 “개딸은 집단 민주주의가 아니고, 집단 민주주의의 폐해”라고 했다. 난동 후 김진표 국회의장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했다. 민주당과 이 대표가 극렬 지지층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9.16 국정 현안 팽개친 여야의 ‘개 연정’ 합의

▲지난 2020년 7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개고기를 반대하는 친구들' 회원들이 개 식용 반대 및 도살, 유기, 학대 금지를 촉구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여야가 ‘개고기 식용 금지’ 법안에 사실상 합의한 것과 같다고 한다. ‘개 연정(聯政)’이 이뤄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 표를 얻는데 여야가 있을 리 없다. 그런데 국가적으로 너무나 시급하고 중대한 노동 개혁, 연금 개혁, 공공 개혁, 규제 개혁, 교육 개혁은 사사건건 싸우며 반대를 위한 반대로 대립하는 여야가 이렇게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니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그동안 여야가 한목소리를 낸 것이 ‘개 연정’ 외에 몇 번 더 있었다. 국회의원 세비와 국회 예산 등 자신들 밥그릇 챙길 때였다. 아무리 여론이 국회를 비판해도 이들은 철면피가 된 듯 매년 자신들 처우를 높여가고 있다.

 

여기엔 여야가 없다. 또 한번은 의원들 지역구 민원과 퍼주기 예산을 편성할 때였다. 해마다 연말에 예산을 처리할 때 겉으로는 싸우지만 뒤에선 여야가 지역 예산 사이좋게 나눠 먹기에 여념이 없다.

 

‘개 식용 금지법’ 처리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 더 많은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정 현안에도 ‘개 연정’의 절반만이라도 타협 정신을 발휘했으면 한다. 세계 경제 블록화, 중국 경제 침체, 북·러 무기 거래 등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를 돌파하는 방법은 우리가 스스로 개혁해 체질을 건강하게 하는 것뿐이다. 여야가 국가 핵심 개혁 과제를 좀 더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성과를 만들었으면 한다.

조선일보 사설 

 

09.16 "섬뜩한 악의 느껴졌다"…대선 전날 'PD수첩' 내용 어땠길래

“20대 대선 전날 PD수첩 방송은 미디어를 악용한 부정선거나 다름없었다.”

지난 11일 보수 성향의 MBC 노동조합(3노조)은 성명을 통해 “방치하면 다음 선거 때도 PD수첩의 작가와 PD들이 똑같은 짓을 반복할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지난 대선 직전 PD수첩 방송에서 편파·왜곡 보도가 있었다는 MBC 내부의 자성 목소리였다.

 ▲제20대 대선 하루 전날인 2022년 3월 8일 방송된 PD수첩. '대선 D-1, 결정하셨습니까?'란 주제로 방영됐다. MBC

당시 방송분은 ‘대선 D-1, 결정하셨습니까?’란 제목으로 방영됐다. 진행자는 방송을 시작하며 “대선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을 집중 점검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 방송에 들어가기 전 각 진영의 후보 단일화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했는데,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의 단일화 설명엔 30초가량,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과정엔 4분가량을 할애했다.

 

시간상으론 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에 더 많은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용은 천양지차였다. ‘이재명-김동연’ 단일화를 설명할 때 두 후보가 웃으며 손을 잡거나, 대화하는 모습만 보도됐다. 반면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과정을 보여줄 땐 안 후보가 과거 윤 후보를 강하게 비판한 발언이나, 토론 과정에서 윤 후보 대답에 안 후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이 교차 편집돼 방송됐다.

 

또 ‘이재명-김동연’ 단일화에 대해선 상대 진영의 반응은 전혀 소개하지 않은 반면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엔 대해선 우상호 당시 민주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의 비판과 이를 역비판하는 국민의힘 측의 입장을 담았다. 당시 우 본부장은 “새벽에 갑자기 이뤄진 두 후보의 단일화는 자리 나눠 먹기형 야합으로 규정한다”며 “국민들에게 밝힐 수 없는 어떤 이면 합의가 있었는지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3노조는 “섬뜩한 악의가 느껴졌다”고 비판했다.

 

PD수첩은 데이터 분석 전문가와 함께 TV토론에서 나온 각 후보의 발언을 전수 분석했다면서 이 후보에겐 “거래의 리더십”, 윤 후보에겐 “응징의 리더십”이 보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전문가는 이 후보가 ‘거래 리더십’이 있다고 분석한 이유에 대해선 “본인이 문제 해결 능력이 있다는 것을 반복해서 어필하고 있다”며 “어떤 난관이 있을 때마다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결국 상대방한테 무언가를 내놓는 것이다. (이 후보가) 거국 내각을 만들자, 통합정부를 구성하자 손 내미는 것도 문제 해결을 하는 수단으로 거래를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했다.

반면 윤 후보의 ‘응징 리더십’ 이유론 “검사의 정체성이 결국 피의자인 상대방을 제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정치하면서도 동일하게 발현되는 것으로 이해가 된다”며 “응징의 대상이 대외적으론 북한, 대내적으론 민주당 정부 인사들이 될 수 있다고 해석된다”고 했다.

이외에도 3노조는 대선 전날 PD수첩 방송분의 왜곡 사례로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녹음 재생 ▶부동산 정책 비교 당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언급 전무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3노조는 “더는 공영방송이 특정 정치세력의 선거운동 도구로 추락해선 안 된다. 반드시 그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MBC 측은 응답하지 않았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09.18 느닷없는 내각 총사퇴 요구, 단식 출구 찾기용 상식 밖 행태

 더불어민주당이 주말에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전면적 국정 쇄신이 필요하다”며 내각 총사퇴를 공식 요구했다. 핼러윈 참사 때 민주당 일부 인사가 내각 총사퇴를 주장한 적은 있지만, 의원총회를 통해 이를 공식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각이 총사퇴하면 국정 운영이 마비된다. 국무회의를 열 수 없고 새 장관 인사청문회에 몇 달이 걸릴지 모른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정치 공세다. 민주당도 집권 시 야당의 내각 총사퇴 요구를 수용한 적이 없다.

더구나 소수 야당도 아니고 압도적 의석을 지닌 국회 다수당이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은 국회에서 민주당이 얼마든지 견제할 수 있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해병대원 순직 사건 특검,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김건희 여사 특검 등 특검만 3건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여기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새만금 잼버리 파행, 오송 지하 차도 참사, 정부의 방송 장악 음모 등 4건은 국정조사 실시를 당론으로 정했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란 걸 알면서도 민주당이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이재명 대표의 단식 때문이다. 이날 의총도 이 대표의 단식을 중단시킬 방안을 찾기 위해 소집됐다. 내각 총사퇴 요구는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할 명분을 정부·여당에서 제공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왜 하는지도 모르는 단식을 보름 넘게 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단식을 중단해달라며 여야 대표 회담을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거절했다. 대화를 거부하고 무조건 ‘전면 쇄신’, ‘총사퇴’만 주장한다.

민주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 건의안 제출도 결의했다. 민주당은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도 단독으로 통과시켰었다. 이상민 장관에 대해서는 탄핵 소추까지 했지만, 헌법재판소가 기각했다. 민주당이 탄핵을 거론한 사람은 윤 대통령과 한 총리, 장관 5명 등 7명에 달한다. 아무리 야당이지만 도가 지나치고, 너무나 상식 밖이다.

조선일보 사설

 

09.18 잡범과 정치범을 구별하는 법

중립 지대는 교도소 닮아
정치범은 나라 미래 생각하고 잡범은 오로지 출소 후 걱정
‘정치 잡범’ 농단 막아야

 ‘3류’는 딱 봐도 그의 직업을 알 수 있다. 3류 경찰, 3류 기자, 3류 주먹, 3류 국회의원 등은 겉으로 표시가 난다. 어깨 흔들며 거들먹거리고, 힘없는 상인에게 돈 뜯고, 장관에게 반말로 다그치고, 무엇보다 특권 의식에 절어 있고, 부끄러움이 없다. 소설가 김영하가 일찍이 한 말이다. 그들은 잡범 라벨을 이마에 붙이고 다닌다. 3류 땟국이 줄줄이 흐르는 그들이 노는 동네가 있다. 주인 없는 곳, 이쪽도 저쪽도 아닌 어중간한 곳에서 활개친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기대를 걸었다가 실망하게 되면 배신감을 느낀다.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는, 깨진 연애의 후일담 같은 것이다. 그러다 무당층, 중간파, 중도, 부동층 같은, 뭐라 불러도 좋은데, ‘그냥 나좀 내버려 둬 그룹’이 되는 것이다. 이해한다. 양심 엿 바꿔 먹고, 남 생각 절대 안 하고, 국민 상대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부류들 때문에 울화가 치밀 것이다. 선출직 공직자인지 ‘여의도 3류 건달들’인지 그들에게 실망하고 관심을 끊어버렸던 심정, 누가 모르겠는가. 차라리 무기를 든 아나키스트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내가 아는 선배 한 분은 젊었을 때 열렬한 좌파 ‘데모꾼’이었다. 머리 희끗해진 뒤로 열렬한 보수 우파로 변했다. 그런데 최근 만나면 “나는 중도야. 중립이라고. 원래 그랬어”라고 한다. 이해한다. 친구들도, 자식들도, 그리고 배우자까지도 그분의 ‘정치적 선택’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낌새를 알아차린 것이다. ‘선택을 드러내놓고 밝히는 일’은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 되고 말았는데, 이제는 그러고 싶잖은 것이다, 무책임한 염세주의자 소릴 들을망정.

 

이런 분들이 정치적 선택을 포기하고 등 돌린 사이에 ‘중도’라는 미명 하에 누적되는 ‘빈 공간’을 먼저 차지하려는 쟁탈전이 벌어진다. 그런데 동물적 본능으로 먼저 달려와 빈 곳을 차지하는 세력은 능력과 혜안을 갖춘 미래파가 아니라 귀 얇은 유권자의 약점을 귀신같이 파고드는 야바위 협잡꾼이다.

잠정적 무주공산인 중립 지대는 기묘한 교도소를 닮았는데, 그곳에는 정치범과 잡범이 뒤섞인다. ‘범털’인 정치범은 삭발, 단식, 분신 시도 같은 투쟁을 할 때가 있다. ‘개털’인 잡범도 가끔 흉내를 낸다. 정치범은 나라의 앞날을 생각하는 반면, 잡범은 오로지 출소 후를 생각한다. 정치범은 이념 투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잡범은 졸개를 모아서 선동을 한다.

팩트와 진실은 중립이 아니다. 가짜 괴담의 반대편에 있다. 2024년 봄 총선 이튿날 미래 세대에게 해명해야 할 것은 우리가 말하고 행동한 것에 덧붙여 행동해야 했을 때 침묵한 것까지 포함한다. 침묵하는 중립은 잡범을 돕는 것이다.

 

광복 후 해방 정국 몇 년 동안 이른바 중간파는 자유 대한민국 출범을 망칠 뻔했다. 1948년 남한에서 총선이 치러졌을 때 이승만은 선거의 본질은 자유주의를 따르는 민족주의자들과 전체주의를 따르는 공산주의자들 사이의 대결임을 일깨웠다. 소설가 복거일이 본지 연재물에 인용하고 있듯이 이승만은 “민족 진영에서 어떤 개인이나 어떤 단체가 승리할까가 우리의 문제가 아니요, 오직 독립주의와 독립 반대주의와 또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기회만 엿보는 중간주의 이 세 가지 중에서 어떤 주의가 성공해야 될 것인가를 생각해서 투표해야 한다”고 했다.

 

2020년 총선 결과는 정당별 득표율과 의석수가 엄청나게 왜곡됐다. 득표율에 비해 80석을 더 얻은 정당이 있는가 하면 5분의 1로 졸아든 정당도 있었다. 국민의 뜻이 극적으로 전도된 의회 구성은 정치 잡범들의 농단으로 선거제가 유린됐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에서 같은 결과를 막으려면 ‘중간주의 잡범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

조선일보 김광일 기자

 

09.18 최강욱, 의원직 상실…대법 "조국 아들 인턴확인서 허위 맞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아들에게 허위로 인턴증명서를 발급했다는 혐의를 받는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 대학원의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8일 최 의원의 업무방해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최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됐다.

 

공직선거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자는 형이 실효될 때까지 피선거권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1심과 2심에서 최 의원은 검찰이 조 전 장관의 주거지에서 확보한 하드디스크 속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문제삼았으나, 재판부는 증거능력에 문제가 없으며 인턴 확인서는 허위가 맞다고 판단했다.

최 의원은 불복해 상고했으나 이날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보고 최 의원의 상고를 기각했다.

최 의원은 이날 선고 후 “대한민국의 사법 시스템이 내린 결론이니 존중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정치 검찰이 벌여 왔던 마구잡이 사냥식 수사, 표적 수사, 날치기 기소에 대한 쟁점이 있고 법리적 논박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에 대한 판단이 없어서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염려하고 응원해주신 분들이 많았는데 아쉬운 결과로 말씀드리게 돼 송구한 마음”이라며 “앞으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서 어떤 자리에서든지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과 검찰개혁·사법개혁·국민인권 보호 등 평소 꿈꿔왔던 가치가 실현되는 데 미력이나마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찾아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최 의원의 의원직 상실에 유감을 표하며 “특정 인사를 제거하기 위한 정치적이고 편향적인 수사를 바로잡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정치검찰이 주도하던 사냥식 표적 수사에도 불구하고, 증거수집 과정의 위법성을 지적한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대법원의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09.18 [단독] 총선 직전 통계조작…실무진들도 "文자신감 이해 안돼"

▲2019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MBC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한 모습. 당시 문 대통령은 "집값을 잡아왔다"며 부동산 정책에 자신감을 표했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15일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사건’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한 감사원이 조사 중 가장 주목했던 시기가 있다. 21대 총선을 두 달 앞둔 2020년 2월부터 4월 사이다. 감사원은 부정적 여론을 우려한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문재인 정부가 수도권 추가 규제지역 지정을 늦추고, 주택 통계 사전 보고 및 조작 범위를 ‘서울 매매→수도권(서울·인천·경기) 매매’로 확대했다고 보고있다. 선거 기간 수도권 표심을 잡으려 ‘통계 마사지’로 집값을 눌렀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청와대가 2020년 2월부터 4월 2주차까지 10주간 국토부·부동산원에 수도권까지 확대된 집값 변동률을 사전 보고케 하고 상승 사유를 반복 확인하며 하락을 압박해 조작했다”고 밝혔다.

그 출발점 중 하나로 감사원이 제시한 건 2020년 2월 16일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다. 그해 정부는 서울 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이상 주택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20%로 제한한 ‘2019년 12·16대책’의 부작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서울 외곽과 경기 등 수도권 내 9억원 이하 집값이 급등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는 수원·성남·안양·의왕·용인 등 수도권 내 20여개 지역을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대폭 확대하는 정부 안을 회의에 들고 갔다. 대부분의 규제 지역이 ‘수용성(수원·용인·성남) 벨트’라 불린 21대 총선의 접전지였다. 하지만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총선에 불리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고, 정부는 회의 나흘 뒤 수원과 안양 5개 지역만 조정대상으로 선정한 부동산 규제안을 발표했다. 원안보다 대폭 후퇴한 방안이었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수도권 의석 121석 중 103석을 싹쓸이해갔다. 정부는 그 뒤 수도권 20여개 지역을 ‘투기과열 및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6·17대책을 발표하며 “초강력 대책”이라 홍보했다. 감사원은 부동산원 통계 로그 기록을 통해 선거 기간 수도권 매매 변동률이 낮춰진 조작 정황을 확보한 상태다. 감사원 관계자는 “총선 뒤엔 이미 집값이 오를 대로 올라 정책 효과가 먹히지 않았다”고 했다.

 

 ▲박경민 기자

감사원은 정부가 2020년 8월 임대인의 ‘4년 거주’를 보장한 주택 임대차 3법을 도입할 때 통계 조작 범위가 ‘매매→전셋값’으로 또 한번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임대차 3법 이후 전셋값 역시 조작된 정황이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무적, 정책적으로 주요 시기마다 통계가 활용됐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은 조사 과정에서 집값 폭등과 통계 조작에 대해 우려를 표한 실무진들의 내부 메시지와 진술도 다수 확보했다. 그중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집값을 잡아 왔다(2019년 ‘국민과의 대화 중)’”며 자신감을 표한 발언에 대해 “무슨 근거로 저런 말을 하는지 의아해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2020년 10월 감사원이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증거인멸로 구속되자 국토부 내 분위기도 술렁였다. 실무진 사이에선 “국토부판 원전사태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까지 오갔다. 애초 통계조작에 대해 처음 우려를 표한 것도 부동산원 노조였다고 한다. 이들은 통계조작에 대한 증거를 그대로 보존해 감사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의 정책 연구포럼인 ‘사의재’는 “조작 정치 감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감사원이 문제 삼은 모든 사안은 시장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현행법상 불법인 통계 사전 보고를 인정한 건 ‘범행 자백’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중앙일보 박경민 기자

 

09.19 이 대표 한 사람 때문에 국정 왜곡·마비, 더 이상은 안 된다

▲단식 19일차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검찰이 1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 2차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성남 백현동 아파트 개발 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쌍방울로 하여금 자신의 방북 비용 등 총 800만 달러를 대납하게 한 혐의 등이다. 19일째 단식 중이던 이 대표는 이날 건강 악화를 이유로 병원에 후송됐다. 민주당은 “잔인한 영장 청구”라며 정기 국회 일정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날쯤 이 대표 영장 청구는 예견됐던 일이다. 검찰은 지난 12일 조사가 마지막이라고 발표했다. 마지막 조사 후 일주일 전후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게 관행이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이날쯤 영장이 청구될 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대표는 검찰이 쌍방울 사건 조사를 위한 소환을 통보한 다음 날 단식을 시작했고,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 병원에 실려 갔다.

 

이 대표 수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 대표를 수사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개인 비리 혐의였다. 이 대표는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했고, 대선에서 패했다. 이후 1년 6개월간 민주당은 물론이고 한국 정치에서 벌어진 일은 모두 ‘이재명 방탄’ 때문에 벌어진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표는 대선에 지고 석 달 만에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의원 불체포특권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의원이 된 지 두 달 후 당대표에 출마해 총선 공천권까지 쥐었다. 국회 다수당까지 장악해 구속을 피하기 위한 장치를 모두 갖춘 것이다. 그리고 1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방탄 국회를 열었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약했지만 막상 체포동의안이 올라오자 불체포특권 뒤에 숨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기소돼도 당 대표직을 유지하고,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도 총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당헌을 고쳤다. 이 대표의 허위 사실 공표 혐의를 없애는 소급 입법, 이 대표 사건 검사와 판사를 ‘법 왜곡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법까지 추진했다.

방탄 국회 비난을 비켜가기 위해 입법 폭주를 했다. 양곡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법 등 자신들이 집권할 때도 못했던 법들을 밀어붙였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걸 뻔히 알면서 여야 대립을 극대화했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전되자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김건희 여사 특검 법안을 추진했다. 지금 당론으로 추진 중인 특검만 3개, 국정조사가 4개다. 외교부 장관 해임안도 통과시켰다. 날마다 장외집회를 열고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을 퍼뜨리고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이 행위들은 상식을 넘을 정도로 지나친 것이었고 이는 이 대표 구속을 막으려는 계산이 포함된 때문이었다. 탄핵과 해임안을 남발하던 민주당은 이 대표가 병원에 실려가기 직전 내각 총사퇴까지 요구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21일 국회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이미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당당히 영장심사를 받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그대로 되지 않으면 이 대표 단식과 그간의 모든 민주당의 행태가 오로지 이 대표 방탄을 위한 것이었음을 자인하는 것이 된다. 민주당 대표가 이재명이 아니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다. 이 대표 한 사람의 개인 불법 혐의 때문에 더는 국정 왜곡과 마비가 있어서는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

 

09.19 임기 83% 지나서 최강욱 의원직 상실형, 이게 정의인가

대법원이 조국 전 법무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써준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최강욱 의원에게 유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한 것이다. 이로써 최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기소된 지 3년8개월 만이다. 법원 판결이 늦어지면서 최 의원은 4년 임기 중 이미 3년4개월을 채웠다. 법원이 그의 임기 83%를 채워준 꼴이 됐다.

이 사건은 최 의원이 일했던 법무법인에서 조 전 장관 아들이 인턴으로 실제로 일했는지만 가리면 되는 간단한 사안이었다. 그런데 1심이 1년가량, 2심이 1년4개월을 각각 끌었고, 대법원으로 넘어와 또 1년3개월을 끌었다. 대법원에서 쟁점이 됐던 것은 조 전 장관 아내가 자산관리인에게 은닉을 지시하면서 맡긴 PC에서 나온 하드디스크를 증거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 하드디스크에서 최 의원이 만들었다는 허위 인턴 증명서가 나왔다. 하지만 이 역시 판단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2심 재판부는 “조 전 장관 아내가 하드디스크 은닉을 지시한 것은 사실상 처분 권한까지 준 것”이라며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상식적인 판단이고,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그런데 이 판단 하나를 하는데 1년3개월이 걸렸다는 것이다.

 

이 사건 주심은 오경미 대법관이다.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오 대법관은 애초 대법원 1부에 배당된 이 사건 결론을 1년가량 내지 않다가 지난 6월에야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로 사건을 넘겼다. 그래서 이제야 결론이 나온 것이다. 사건 처리를 의도적으로 늦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오 대법관은 지난 5월 국민의힘 의원의 회계 담당자에게 벌금 1000만원을 확정해 의원직을 잃게 만들었다. 2심이 끝난 지 3개월 만이었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 사건엔 1년3개월이 걸렸다. 대법원 판결이 공정하다고 생각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조선일보 사설

 

09.19  3년8개월 동안의 ‘지연된 정의’ 최강욱 유죄 판결

의원직 상실 형 확정됐지만 임기 거의 끝나가

조국·송철호·황운하·윤미향 등 판결 지연 다수

김명수 대법원장의 퇴임을 6일 앞둔 어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한다. 최 의원이 기소된 지 3년8개월 만이다. 사필귀정의 결과지만 국회의원 임기가 거의 끝나가는 상황이어서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 의원은 2017년 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가짜 인턴 확인서를 발급한 혐의(대학원 입시 업무방해)로 기소됐다. 그는 계속 검찰의 정치적 수사라고 맞섰지만 1·2심 법원은 “인턴 증명서가 허위”라고 판단했다. 최 의원도 이를 반박할 뚜렷한 증거는 내놓지 못한 채 ‘검찰의 보복 수사’ 프레임만 내세웠다. 법조계 안팎에선 최 의원 사건이 정치적 면죄부를 주기 위한 시간끌기적 성격이 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위법한 증거 수집 문제를 놓고 이견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대법원에서 1년4개월이나 계류할 만큼 법리 다툼이 치열한 사안은 아니었다. 이날 대법원 판결은 9대3으로 원심 확정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이와는 달리 선거사무소 회계 담당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이 선고돼 의원직을 잃은 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은 2심이 끝나고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석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두 정치인에 대한 법원의 뚜렷한 온도 차는 김 대법원장 재임 기간 내내 불거진 사법의 정치화 논란의 한 단면이다.

실제로 김명수 체제에선 유난히 지난 정권 실세들의 재판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자녀의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을 무마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월 1심 판결이 나기까지 3년2개월이 걸렸다. 내년 총선 전 확정판결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최 의원처럼 재판 상태의 출마가 가능하다. 심지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절친’ 송철호 전 울산시장 사건은 3년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1심 판결조차 나지 않았다. 송 전 시장은 이미 4년의 임기를 모두 마친 상태며, 함께 기소된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내년 임기까지 무난하게 채울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일선 법관들은 법과 정의의 원칙에 맞게 공정한 판결을 하려고 애쓰지만 김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원의 수뇌부는 재판이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특히 의도적 재판 지연은 지난 6년간 굳어진 김명수 법원의 고질적 병폐였다.

 

다음 주면 김 원장이 물러난다. 사법부의 새 수장은 정치적 판결과 재판 지연 등 법원의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어두운 그림자를 모두 걷어내야 한다. 포퓰리즘에 기댄 ‘가짜 민주주의’가 확산하는 요즘, 사법부가 자유·민주·공화의 가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나가길 기대한다.

중앙일보 사

 
 

09.19 친명계 “李 체포안 찬성 의원들 끝까지 색출, 정치 생명 끊을 것”

▲단식 투쟁 19일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가톨릭대학교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에서 녹색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3.9.1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비명계를 향한 친명계의 부결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 대표 지지자인 개딸들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 부결을 요구하는 문자 폭탄을 보내는 가운데, 친명계에선 공개적으로 “가결표 던지는 의원 색출하겠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원외 친명 인사인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사무총장은 19일 야권 성향 유튜브인 ‘새날’에 출연해 “이번에 가결표 던지는 의원들은 끝까지 추적, 색출해서 당원들이 그들의 정치적 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했다. 강 사무총장은 이 대표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경기농수산진흥원장·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장을 지냈고,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일정 담당을 했던 측근이다.

 

강 사무총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며 “적어도 당 대표께서 목숨을 건 투쟁 중이고, 윤석열 정부가 검사 독재 정권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무조건 부결해야 하고, 압도적 다수라면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했다.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당내 이견이 있는 것에 대해선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이 박정희·전두환 정권과 화염병, 쇠파이프를 들고 싸웠는데 무슨 토론이 필요하느냐”고 했다.

이 자리엔 장경태 최고위원도 함께 있었다. 장 최고위원은 “지지자들이 연차를 내고서라도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날인) 21일에 국회에 나와야 한다”고 했다.

체포동의안 표결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되지만, 개딸들은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부결·가결 여부를 묻는 질문을 한 뒤 답변 받은 문자를 온라인에 공개적으로 올리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런 식이면 답변을 안 한 의원들은 체포동의안에 가결했다고 좌표가 찍혀 개딸들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부 의원들은 당원들에게 “부결 찍겠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릴레이 인증을 벌이고 있다.

이 자리엔 장경태 최고위원도 함께 있었다. 장 최고위원은 “지지자들이 연차를 내고서라도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날인) 21일에 국회에 나와야 한다”고 했다.

체포동의안 표결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되지만, 개딸들은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부결·가결 여부를 묻는 질문을 한 뒤 답변 받은 문자를 온라인에 공개적으로 올리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런 식이면 답변을 안 한 의원들은 체포동의안에 가결했다고 좌표가 찍혀 개딸들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부 의원들은 당원들에게 “부결 찍겠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릴레이 인증을 벌이고 있다.

조선일보 주희연 기자

 

09.19 “세상이 어느때인데”...돈봉투 자백한 윤관석, 野의 감싸기 돌아보니

“국면 전환용 기획 수사” 주장
윤관석, 혐의 인정에도 사과 없어

윤관석 의원이 지난 8월 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윤관석 의원이 18일 법정에서 그동안의 결백 주장을 뒤집고, 혐의를 액수만 줄여 인정했다. 윤 의원은 2021년 4월 말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이던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경선 캠프 관계자들에게 돈 봉투 20개를 요구해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윤 의원의 혐의 시인을 계기로, 그간 민주당 인사들이 윤 의원 등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하는 과정에서 사건을 ‘검찰의 조작’이라며 강력 부인했던 발언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은경 전 민주당 혁신위원장은 지난 6월 언론 인터뷰에서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지만 (불체포특권이) 헌법상의 권리인 것은 맞다”면서 “돈봉투 사건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료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4월 13일 검찰이 윤관석 의원과 관련자들의 주거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다음날 “객관적 진실을 왜곡·조작하는 검찰의 행태가 일상이기 때문에 (돈 봉투 의혹이) 잘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로부터 나흘 뒤 돈봉투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사과 내용은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당은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국면 전환용 기획 수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지난 4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당대회에서 그럴 리는 없을 것 같다”며 “돈 봉투가 돌아다니고 지금 세상이 어느 때인데”라고 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같은 달 라디오 인터뷰에서 “녹음 내용을 보면 합리적 의심은 든다”면서도 “그렇지만 송영길 전 대표가 결코 돈 가지고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돈봉투 사건) 증거가 있느냐. 없으면 수사를 종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6월 12일 윤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었다.

지난달, 윤 의원이 구속됐지만,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한편 윤관석 의원 측은 그간 검찰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는데 재판을 시작하면서 입장을 바꿨다. 다만 윤 의원은 봉투당 300만원씩 6000만원을 받았다는 기소 내용과는 달리 봉투당 100만원씩 200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200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송영길 전 대표 보좌관 출신 박용수씨 변호인이 최근 법정에서 “윤 의원에게 6000만원을 전달했다”고 밝힌 것과 안 맞는다. 검찰은 윤 의원이 당시 민주당 의원 19명에게 봉투에 300만원씩 담아 건넸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조선일보 김명일 기자

 

‘검찰의 망신주기’라던 윤관석...“돈봉투 수수” 법정서 180도 달라진 이유

법조계 “공범들의 진술이 결정적 영향”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윤관석 의원이 지난 18일 첫 재판에서 “돈 봉투 20개를 수수했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윤 의원이 검찰 수사 이후 “돈 봉투 의혹과 무관” “검찰의 망신주기” 등 과거 강경 발언을 했던 것과 달리 법정에서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공범들의 법정 진술이 결정적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 핵심 피의자 윤관석 무소속 의원이 지난 8월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의원의 변호인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1-2부(재판장 김정곤) 심리로 열린 전날 재판에서 “국회의원으로서 불미스러운 일에 가담해서 범죄를 저지른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이정근(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씨 등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돈 봉투 10개씩 총 20개를 전달받은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의 변호인은 “당시 윤 의원이 봉투 속을 봤는데, 300만원이 아닌 100만원이 들어있었다”며 돈 봉투 수수 금액이 6000만원이 아닌 2000만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 말 당시 당대표 후보이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당선을 위해 경선 캠프 관계자들에게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게 제공할 현금 6000만원을 요청하고 실제 두 차례에 걸쳐 이 돈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22일 구속 기소됐다. 당시 이날 재판은 구속 기소 이후 처음 열린 재판이었다.

 

윤 의원은 그동안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지난 4월 12일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하며 ‘돈 봉투’ 수사를 본격화 한 이후 계속해서 ‘돈 봉투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 다음달 24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이후 윤 의원은 소셜미디어에 입장문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유일한 증거인 녹취록의 증거능력이 부인되고 뚜렷한 물증을 찾지 못한 검찰이 또다시 구속을 통한 망신주기, 강압적 자백 강요에 나선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영장 청구서나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감사의 공소장에도 돈을 받았다는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명시돼 있지 않다”며 “준 사람이 혐의를 부인하고 받은 사람에 대한 조사도 없이 영장을 청구한 전무후무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자 “검찰의 반(反)헌법적, 정치 보복적, 편법적인 구속영장 재청구에 단호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이처럼 강경 발언을 이어왔던 윤 의원이 돌연 혐의를 시인하자 법조계에서는 “윤 의원이 계속 버티면 돈 봉투 사건 자체를 혼자 덮어쓰는 불리한 형국이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윤 의원이 태도를 바꾼 배경에는 송 전 대표의 보좌관 출신 박용수씨(구속기소) 등 돈 봉투 전달에 관여된 핵심 인물들의 법정 진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지난 12일 재판에서 윤 의원이 돈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이정근씨를 통해 6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고, 그에 앞서 강래구 전 감사(구속기소)도 지난 7월 법정에서 윤 의원에게 전달된 6000만원 중 3000만원을 자신이 제공했다고 밝혔다. 한 법조인은 “공범들이 본인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법정 진술이 굳어진 상황에서 윤 의원도 혐의를 결국 시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부장 김영철)는 윤 의원으로부터 돈 봉투를 전달받은 의원 명단을 최종 확정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검찰은 혐의를 인정한 윤 의원을 상대로도 돈 봉투 수수 의원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주요 인물이 법정에서 어떻게 진술을 했는지는 재판부가 사건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라며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해 보강 수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허욱 기자 

 

09-19 돈봉투 살포 실토한 윤관석… 이젠 민주당이 진실 말할 때

정치 검찰의 야당 탄압” “기획수사”라고 했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의 주범들이 법정에서 혐의를 본격 시인하기 시작했다. 녹취록 내용이 생생하고 관련자 증언이 분명한데도 국회와 국민 앞에 뻔뻔하게 거짓말하더니, 법정에서는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동료 의원 19명에게 300만 원씩이 든 봉투 20개, 총액 6000만 원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관석 의원(민주당 탈당)의 변호인은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범행에 가담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다소 과장된 부분을 제외하고 사실관계 대부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봉투에 담긴 돈의 액수가 300만 원이 아닌 100만 원, 총 2000만 원으로 축소했다. 돈봉투를 전달할 의원도 자신이 정하지 않고 단순 전달만 했을 뿐이라고 했다. 무더기 돈봉투 살포 자체를 더는 부인할 수 없게 되자 형량을 줄여보겠다는 재판 전술일 것이다.

윤 의원은 지난 6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위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상정됐을 때 신상 발언을 통해 “짜 맞추기 기획수사”라며 부결을 호소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호응했다. 검찰의 영장 재청구 끝에 구속돼 재판에서 진실이 드러났지만,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공소장에 적시된 의원들은 여전히 “그런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다. 5000억 원대 배임 및 200억 원대 뇌물 혐의를 받는 이재명 대표가 구속영장 청구를 “정치 보복”이라며 단식하는 것이나, 돈봉투 사건 정점의 송영길 전 대표가 부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제라도 돈봉투 사건의 진실을 국민 앞에 고백하고 사죄하는 것이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책무다.

문화일보 사설 

 
 

09-19 “가결은 호랑이 입에 머리 디미는 격”… 특권 포기 않는 민주

■ 체포동의안 ‘가·부결’ 갑론을박

친명 “오명 받아도 李 지켜야”
‘개딸’은 부결 압박 문자 폭탄

전방위 압박에 비명계 ‘딜레마’
“대표 못 지키면 누가 표 주겠나”
“침묵하는 의원 중 가결표 상당”

19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제출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21일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당 안팎에서 가·부결 여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의 단식 장기화에 부결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는 모습이지만 비명(비이재명)계 일각에선 여전히 이 대표의 가결 요청을 통해 ‘방탄 정당’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친명(친이재명)계와 강성 지지층의 전방위 압박에 당 비주류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처하면서 비명계 내부에서조차 내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9일 SBS 라디오에서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해 “차라리 ‘방탄’이라는 오명을 받더라도 대표를 지키는 결정을 하자는 분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친명계는 보다 노골적으로 부결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김의겸 의원은 BBS 라디오에 출연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타인을 학대하며 쾌감을 느끼는 사디스트”라며 “한 표의 이탈도 없이 똘똘 뭉쳐 부결시켜야 한다.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를 집어넣을 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범계 의원 역시 MBC 라디오에 나와 “사법 살인에 가까운 수사에 순종할 의무가 없다”고 거들었다. 이와 함께 친명 원외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당 청원 게시판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달라’는 글을 올리며 지원 사격에 나섰고,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혁의 딸(개딸)’은 의원들에게 부결을 압박하는 문자 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은 21일 표결 전까지 한두 차례 의원총회를 열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인 가운데 비명계에선 엇갈리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부당한 수사로부터 대표를 지키지 못하는 당에 누가 표를 주겠느냐는 인식이 확산한 상황”이라며 “부결 쪽으로 의원들이 많이 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또 다른 의원은 “겉으로 부결을 주장하는 사람이 많지만 침묵하는 의원 가운데 가결 표를 던질 사람도 적지 않다”며 “(가·부결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예측했다. 이 대표가 직접 가결 요청을 통해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겠다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대국민 약속처럼 가결 요청을 하면 가결이 돼도 반란표가 아닌 셈”이라며 “만에 하나 부결이 된다 해도 당 대표로선 알리바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나윤석·이은지·김대영 기자
 

 

09.20 비리 혐의 민주 의원들, “탄압” 거짓말을 그토록 결연하게 했다니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오른쪽) 무소속 의원이 지난 6월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 회의장 앞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윤 의원과 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이덕훈 기자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구속된 윤관석 의원이 법정에서 뒤늦게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그동안 모든 범행을 부인하며 “검찰의 조작”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공범들의 자백이 이어지자 변호인을 통해 “사실관계 대부분을 인정하며 범행에 가담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사람이 부정 비리가 드러나면 부인하고 거짓말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정도가 있다. 이들은 거짓말을 ‘결연’한 태도로 하면서 “조작” “탄압”이라고 도리어 화를 내며 공세를 편다.

 

윤 의원은 “정치 검찰의 야당 탄압이며 망신 주기” “총선용 짜맞추기 기획 수사”라고 했다. 이성만 의원은 “녹취록이 편집됐다”고 했다. 송영길 전 대표는 “자신은 모르는 일로 야당을 표적 삼은 정치 수사”라고 했다. 민주당 인사들도 “검찰에 의해 만들어진 것” “국면 전환용”이라고 했다.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의원들도 “그런 일 없다” “여론 재판용 낙인찍기”라고 했다. 이들이 ‘돈 봉투’를 몰랐을 리 없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저토록 거짓말을 쉽게, 공세적으로 할 수 있는지 놀랍다.

 

돈 봉투 수사는 검찰이 시작한 것도 아니다. 민주당 전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통화 녹음이 언론에 보도된 것이 발단이었다. 녹음엔 “봉투 10개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는 등 구체적 정황이 담겼다. 송 전 대표의 전 보좌관과 돈을 제공한 스폰서, 중간 전달책 등이 줄줄이 돈 봉투 수수 사실을 자백했다. 자백하지 않을 도리도 없었다. 그런데도 민주당 의원들은 “녹취록이 조작됐을 수 있다”는 상식 밖의 주장까지 했다. 송 전 대표는 검찰 자진 출두 쇼까지 벌였다. 정작 휴대전화는 기록을 없애서 제출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대장동·백현동 비리와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등 10여가지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서 “정치 보복”이라고 단식까지 하는 이재명 대표는 과연 다르냐는 의문이 든다. 대북 송금은 관련자 대부분이 혐의를 시인하는데 혼자 아니라고 한다. 노웅래 의원도 돈과 청탁이 오가는 대화 녹음이 나왔지만 “탄압”이라고 한다.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20명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비리 수사 때마다 아무 거리낌 없이 거짓 주장을 하고 검찰에 역공 화살을 돌리는 게 일상이 됐다. 더 이상 거짓말을 하면 자신이 불리해질 것 같을 때에만 혐의를 인정한다. 후쿠시마 오염수로 수산물이 방사능 범벅이 될 것처럼 국민 앞에 주장해놓고, 자신들은 횟집에서 단체 회식을 하고 ‘잘 먹었다’고 사인까지 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해도 지지층은 굳건하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9.20 尹 정부의 오판인가, 이재명의 착각인가

李 ‘尹 검찰의 잔인한 영장’ 역공… 檢, 野 방탄 지옥 몰아넣기 수순
쇄신 없는 李 체제 6개월 연장… 與 총선 승리 반사이익 될 수도

 윤석열 정부 검찰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외나무다리에 마주 섰다. 두 번째 구속영장이다. 검찰은 지난번 대장동 비리보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과 백현동 비리가 더 확실한 카드라고 한다. 하지만 영장을 청구하기 직전 이 대표가 단식 도중 병원에 실려 갔다. 이 대표 구속 여부가 총선까지 정국을 흔들 뇌관이 됐다.

검찰은 혐의가 확실해 체포동의안만 가결되면 영장 발부는 자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표 수사는 벌써 2년째로 피로감이 크다. 민주당 지지층뿐 아니라 일부 중도층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한 게 맞느냐”고 묻는다.

 

검찰이 이 대표 단식 중에도 영장을 친 것은 미루지 않고 추석 전에 끝내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치에는 타이밍과 감성이 중요하다. 아무리 범죄 피의자라도 생명과 관련된 일이면 사정을 봐주는 게 관례다. 단식 19일째에 영장을 친 것은 가혹해 보인다. 당장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정권”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이 대표도 이런 상황에 주목했을 것이다. 그는 2년 내내 10여 가지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방탄을 위해 국회의원·대표에 출마하고 ‘검수완박’ 입법 폭주를 했다. 역대 이런 야당 대표는 없었다. 당내에서 사퇴 요구가 분출하자 ‘불체포 권리 포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게 다시 족쇄가 됐고 마지막 찾은 돌파구가 단식이었다.

 

소환 통보 직후 단식을 시작하고 영장 청구 때 병원으로 실려가는 등 타이밍이 절묘했다. 미리 지정한 병원에서 수액을 맞으며 단식도 이어간다고 한다.

 

친명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무도한 검찰과 싸우자”며 체포동의안 부결 몰이에 나섰다. 방탄의 족쇄를 풀려는 것이다. 이번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내년 총선까지 더는 없을 것이다.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공천권도 행사할 수 있다. 앞으로 최소 6개월은 여의도 정치의 주연이 된다. 총선까지 이기면 윤석열 정부를 무력화시키고 대선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이 대표에겐 부활의 길이다. 거꾸로 검찰엔 큰 오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와 검찰이 이 대표의 이런 속내를 모를 리 있을까. 영장 청구가 몰고 올 야권 내부의 거센 반발과 체포동의안 부결 기류를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오히려 이 대표와 민주당을 ‘방탄 지옥’으로 몰아넣을 묘수로 여겼을 수 있다. 당장은 윤 정부가 욕먹겠지만, 그 결과는 ‘방탄 민주당’ 고착화와 이 대표 체제 6개월 연장이라고 봤을 것이다. 이 대표가 공천권을 휘두른다면 비명계와 심각한 내분에 빠질 수 있다. 여당이 두려워하는 민주당의 쇄신과 젊은 지도부의 등장도 현실화하기 힘들다. 이 대표가 선거법 재판에서 유죄를 받는다면 리더십 위기가 재연될 것이다. 이 대표 구속 실패가 오히려 여권엔 총선 승리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윤 정부가 총선에 이기는 바람직한 길은 노동·교육·연금·공공·규제·산업구조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참신한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 상황은 좋지 않고 개혁 성과도 미흡하다. 새 인물 공천 또한 불확실하다. 그래서 여권은 내심 이 대표 방탄 체제가 유지돼 그 반사이익을 얻기를 바란다. 이재명 민주당은 총선까지 총력 투쟁을 외치며 극한 대치로 가려 할 것이다. 윤 정부의 국정도 발목 잡히게 된다. 나라엔 나쁘지만 여권엔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 당장 이 대표가 살 길은 단식과 방탄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착시다. 6개월 정치 생명 연장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진정한 리더라면 약속대로 영장심사에 나서는 결단이 필요하다. 혐의를 벗으면 당당하게 새 길을 갈 수 있다. 그게 민주당과 나라에도 좋은 일이다.

조선일보 배성규 기자

 

09-20 개딸 협박에 밀려 불체포특권 포기 뒤집으려는 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친이재명 세력이 부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친명계 원외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측은 “가결 표를 던지는 의원들은 끝까지 추적, 색출해서 정치적 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표결이 진행되는 21일 국회를 포위해야 한다며 총동원령을 내렸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연차를 내고서라도 나와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자를 일컫는 ‘개딸(개혁의 딸)’은 소속 의원들에게 부결 투표를 요구하는 문자를 보낸 뒤 답변을 받아 팬카페에서 ‘체포동의안 부결 의사 표명 의원’ 명단을 만들고 있다. 총선 후보 경선 등에서 생살부가 되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 무기명 비밀투표 원칙도 무너지고 있다.

의원들은 그런 기세에 눌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김민석 정책위원회 의장이 “부결표를 던지겠다”고 하자 개딸은 ‘그 정도는 돼야지’라며 지지 글을 쏟아냈다. “전쟁 중에 장수를 적군에 바치는 인간은 없을 것”(전용기) “잘 지켜 드리겠다”(허영) 등의 충성 맹세도 나왔다. 당 차원에서 ‘부결 총의’를 모으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사실상 당론을 추진하는 것이다. 20일 오후 국회에서 ‘윤석열정권 폭정·검찰독재 저지 대회’를 연다.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으로 맞불도 놓았다. 결집력 강화용으로 비친다.

스스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언했던 이 대표가 입장을 표명할 때다. 동의안 가결을 자청(自請)하면서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결백을 밝히겠다고 하는 게 대국민 약속을 지키고 당의 분열도 막을 정도(正道)다. 그러지 않으면 단식이 체포동의안 부결을 노린 술수임을 자인하는 셈이다.

문화일보 사설 

 
 

09-20 [속보] ‘후원금 횡령’ 윤미향, 항소심에서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의원직 상실형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횡령 등 관련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횡령액수가 8000만 원으로 크게 늘었고,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일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마용주 한창훈 김우진 부장판사)는 20일 사기·준사기·업무상횡령·업무상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윤 의원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정의연 전 이사 A 씨에게는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실제 보조금 사업에 진행된 사업비를 초과해 사업비가 청구돼 불필요한 국가 재정 지출이 초래됐다”며 “피고인들의 보조금 신청에 기망과 부정한 방법이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윤 의원은 누구보다 기부금을 철저히 관리하고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함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기대를 저버리고 횡령 범죄를 저질렀다”며 “피해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2011∼2020년 모금한 자금 1억여 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업무상횡령)로 기소됐다. 2015∼2019년 관할관청 등록 없이 단체계좌로 기부금품 41억 원을 모집하고 김복동 할머니의 장례비 등 1억7000만 원의 기부금품을 개인 계좌로 모집한 혐의도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보조금 3억 원을 허위 사실로 수령한 혐의(보조금법 위반) 등도 있다.

또 중증 치매를 진단받은 길원옥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여성인권상 상금 1억 원 중 5000만 원을 재단에 기부하게 한 혐의(준사기), 위안부 피해자 경기 안성쉼터를 시세보다 고가에 매입한 혐의(업무상 배임)도 받는다. 그는 관할관청에 신고하지 않은 채 2014∼2019년까지 안성 쉼터를 시민단체와 지역 정당, 개인 등에게 빌려주고 숙박비를 받은 혐의(공중위생관리법 위반)로도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1718만 원 횡령만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윤 의원이 횡령한 금액은 8000만 원으로 늘었다. 보고금법 위반 등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국회의원은 일반 형사사건에서 경우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잃는다.
문화일보 조성진 기자
 

 
 

09-20 불체포특권 포기한다던 이재명, 부결호소… “가결땐 정치검찰에 날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을 하루 앞둔 20일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부결을 당내에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병원에서 단식 21일 차를 맞은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은 지금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 가결하면 당 분열, 부결하면 방탄 프레임에 빠트리겠다는 꼼수”라며 “중립이 생명인 검찰권을 사적으로 남용해 비열한 ‘정치공작’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표결 없이 (영상)실질심사를 할 기회가 이미 있었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며, 저나 민주당이 이를 막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다”면서 “그럼에도 윤석열 검찰이 정치공작을 위해 표결을 강요한다면 회피가 아니라 헌법과 양심에 따라 당당히 표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제가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당당하게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었다”며 “그러나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국가권력 남용과 정치검찰의 정치공작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저들의 꼼수에 놀아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영장 청구가 정당하지 않다면 삼권분립의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한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이 생명인 검찰권을 국회 겁박과 야당 분열 도구로 악용하는 전례를 남겨선 안 된다”며 “검찰독재의 폭주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 세워달라. 위기에 처한 헌법질서와 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에 부쳐야 한다는 국회법에 따라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21일 본회의에서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체포동의안 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며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가결 요건이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법원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기일을 정하고, 부결되면 영장은 기각된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09.20 불체포 특권 포기한다더니...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 호소

단식 중 페북에 장문의 글
“가결은 정치검찰에 날개
검찰 독재 폭주기관차
국회 앞에서 멈춰세워달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부결해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단식 21일째인 이 대표는 2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검찰독재의 폭주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세워주십시오. 위기에 처한 헌법질서와 민주주의를 지켜주십시오”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날 부결을 시사한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부터 국정쇄신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 있다. 지난 18일부터는 서울 녹색병원에서 수액을 맞으며 병상 단식을 하고 있다. ‘수액 단식’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200자 원고지 10장 분량인 장문의 입장문을 낸 것이다.

 

입장문에서 이 대표는 정치 수사를 하는 검찰이 부당한 영장 청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검찰은 지금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며 “가결하면 당 분열, 부결하면 방탄 프레임에 빠트리겠다는 꼼수다. 중립이 생명인 검찰권을 사적으로 남용해 비열한 ‘정치공작’을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또 “윤석열 검찰이 정치공작을 위해 표결을 강요한다면 회피가 아니라 헌법과 양심에 따라 당당히 표결해야 한다”며 “올가미가 잘못된 것이라면 피할 것이 아니라 부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의 이 싸움은 단지 이재명과 검찰 간의 싸움이 아니다”라며 “윤석열정권은 검찰독재와 폭력통치로 정치를 전쟁으로 만들고 있다. 검찰을 앞세워 헌정질서를 뿌리째 뒤흔들고 입법부를 짓밟으며 3권분립을 파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당당하게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었다. 훗날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생각해봤다”며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국가권력 남용과 정치검찰의 정치공작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저들의 꼼수에 놀아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관계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접수하고 있다./뉴시스

이 대표는 검찰이 ‘공산주의자’라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그는 “검찰이 주장하는 백현동 배임죄는, 자유시장경제질서를 천명한 헌법에 반한다”며 “검찰은 이재명 앞에 서면 갑자기 공산주의자가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4시 의원총회를 열 예정이다.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하 이 대표 페이스북 전문

<검찰독재의 폭주기관차를 멈춰세워주십시오.>

검찰은 검사 약 60명 등 수사인력 수백명을 동원해 2년이 넘도록 제 주변을 300번 넘게 압수수색 하는 등 탈탈 털었습니다. 그러나 나온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번 영장청구는 황당무계합니다.

검찰이 주장하는 백현동 배임죄는, 자유시장경제질서를 천명한 헌법에 반합니다.

검찰은 이재명 앞에 서면 갑자기 공산주의자가 됩니다.

‘지자체는 인허가를 할때 이를 이용해 최대한 돈을 벌고 민간이익을 최소화할 의무가 있다’면서, ‘제가 그 의무를 위반해서, 공사를 개발사업에 참여시켜 200억원을 더 벌 수 있는데도, 토지 무상양여로 약 1천억 밖에 못 벌었으니 200억원 만큼 배임죄’라는 공산당식 주장을 합니다. 만일 시 산하기관이 참여해 200억 원을 벌도록 했다면 제3자 뇌물이라 우겼을 것입니다. 실제로 검찰은 성남시가 인허가를 조건으로 시 산하인 성남FC에 광고하게 했다고 제3자 뇌물로 기소했습니다. 돈 벌면 제3자 뇌물죄, 돈 안 벌면 배임죄라니 정치검찰에게 이재명은 무엇을 하든 범죄자입니다.

대북송금은 자던 소가 웃을 일입니다.

법률가출신의 유력정치인이 해도그만 안해도 그만인 1회성 방북이벤트와 인도적 대북지원사업을 위해, 얼굴도 모르는 부패기업가에게 뇌물 100억원을 북한에 대납시키는 중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3류 소설 스토리라인도 못되는 수준입니다. 더구나 이 스토리를 뒷받침할 증거라고는 그 흔한 통화기록이나 녹취, 메모 하나 없습니다. 이화영 부지사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입니다.

그런데 그는 기소되어 이미 재판 중인 것 외에도, 별건수사와 추가기소 압박으로 검찰의 손아귀에 잡혀 있고, 이미 수차례 진술을 번복하였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이는 증거가치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이제 정치의 최일선에 선 검찰이 자신들이 조작한 상상의 세계에 꿰맞춰 저를 감옥에 가두겠다고 합니다. 명백한 정치보복이자 검찰권 남용입니다.

저는 이미 “저를 보호하기 위한 국회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말씀드렸습니다. 민주당도 표결이 필요 없는 비회기 중 영장청구가 가능하도록 여러 차례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끝내 이를 거부하고 굳이 정기국회에 영장을 청구해 표결을 강요했습니다. 저를 감옥에 보낼 정도로 범죄의 증거가 분명하다면 표결이 필요 없는 비회기 중에 청구해야 맞습니다.

검찰은 지금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가결하면 당 분열, 부결하면 방탄 프레임에 빠트리겠다는 꼼수입니다. 중립이 생명인 검찰권을 사적으로 남용해 비열한 ‘정치공작’을 하는 것입니다.

제가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당당하게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었습니다.

훗날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국가권력 남용과 정치검찰의 정치공작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저들의 꼼수에 놀아나 굴복해서는 안됩니다. 표결 없이 실질심사를 할 기회가 이미 있었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며, 저나 민주당이 이를 막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앞으로도 비회기에 영장을 청구하면 국회 표결없이 얼마든지 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윤석열 검찰이 정치공작을 위해 표결을 강요한다면 회피가 아니라 헌법과 양심에 따라 당당히 표결해야 합니다. 올가미가 잘못된 것이라면 피할 것이 아니라 부숴야 합니다. 검찰의 영장청구가 정당하지 않다면 삼권분립의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국회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검찰의 정치개입과 헌정 파괴에 맞서는 길이라 확신합니다.

지금의 이 싸움은 단지 이재명과 검찰 간의 싸움이 아닙니다.

윤석열정권은 검찰독재와 폭력통치로 정치를 전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검찰을 앞세워 헌정질서를 뿌리째 뒤흔들고 입법부를 짓밟으며 3권분립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공정이 생명인 검찰권을 국회겁박과 야당분열 도구로 악용하는 전례를 남겨선 안 됩니다.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입니다.

검찰독재의 폭주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세워주십시오. 위기에 처한 헌법질서와 민주주의를 지켜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조선일보 양지호 기자

 

09-21 ‘불체포 포기 또 거짓, 단식은 방탄용’ 새삼 혀를 차게 하는 이 대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자신에 대한 체포 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20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체포 동의안 부결을 공개 요청했다.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 포기를 수차례 약속한 사람이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당당하게 영장 심사를 받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표결을 하루 앞두고 표변했다. 이 대표가 결국 이럴 것이라 예상한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국민들도 새삼 혀를 차게 만든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가 ‘정치 공작’이라고 하지만 그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것은 지금 정부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다. 지금 수사 중인 거의 모든 혐의가 문재인 정부 때 제기된 것이다. 혐의도 뇌물, 배임 등 민주당과는 상관없는 전형적인 지방자치단체장 개인 비리다. 그런데도 바로 구속되는 것도 아니고, 구속할지 말지를 결정할 법원 심사에도 못 나가겠다고 한다. 유죄라고 하더라도 영장 심사 단계에선 구속을 면하는 경우가 많다. 이 대표가 결백하다면 영장심사조차 두려워할 이유가 뭔가.

 

검찰의 영장 청구서는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다. 이 대표는 경기도 대북 사업과 관련해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최소 17차례 보고받은 것으로 돼 있다. 도지사 직인이 찍힌 공문도 나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화영씨가 자기도 모르게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한다. 영장에는 이 대표가 자신의 재판 관련 증인들에게 위증을 요구한 혐의도 들어 있다. 이 대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증인에게 직접 전화해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하면 되지”라며 허위 증언을 요구했다.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과 관련해선 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시켜 “국토부에서 협박이 있었던 것처럼 진술해 달라”고 담당 공무원을 압박했다. 이 비서실장은 지난 3월 이 대표에게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영장 내용이 사실이라면 자기 잘못을 덮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을 강요한 것이다.

이 대표의 지난 대선 이후 정치 활동은 전부 자신의 불법 혐의를 방어하고 구속을 막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에 지고 석 달 만에 국회의원에 출마한 일, 의원이 되고 두 달 후 당대표에 출마한 일, 단 하루도 빠짐없이 방탄 국회를 연 일, 체포 동의안이 올라오자 불체포특권 포기 공약을 깨고 특권 뒤에 숨은 일, 이를 위해 뇌물, 돈 봉투 연루 의원 체포 동의안까지 부결시킨 일 등 모두가 그랬다.

비판이 커지자 이 대표는 또다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그러나 검찰이 출석을 요구하자 갑자기 단식을 시작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 병원에 실려 갔고, 포기했다던 불체포특권을 또다시 행사하겠다고 한다. 결국 단식도 구속을 피해보려는 방탄 목적이었음을 자인한 것이다. 이 대표의 어떤 말을 믿어야 하는지, 믿을 말이 있기는 한지 알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9-21 특권 포기 뒤집고 ‘부결 지령’ 내린 李의 끝없는 파렴치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전날인 2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올가미가 잘못된 것이라면 피할 게 아니라 부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소속 의원들에게 ‘부결 지령’을 내린 것에 해당한다. 이 대표는 3개월 전 국회 대표연설에서 밝힌 불체포특권 포기와 이날 체포동의안 부결 요청 사이에 모순이 없다고 했지만, 궤변이다. 7∼8월 비회기 중 영장청구 기회를 줬는데, 정기국회에 체포안을 제출한 것은 “가결하면 당 분열, 부결하면 방탄 프레임에 빠트리겠다는 꼼수”라고 했다. 사실관계에도 따져볼 부분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수사에 정치를 가미하라는 주장과 다름없다.

게다가, 헌법 제44조는 ‘국회의원은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불체포특권 자체가 ‘회기 중’임을 전제하는 것이다. 수사 시기를 피의자가 정하는 것부터 특권 의식이고, 이제 와서 “정기국회가 끝난 뒤 청구하면” 식으로 말을 바꾸는 것은 거듭 국민을 우롱하는 말장난이다. 지난 대선 때도 특권 포기를 공약했지만, 지난 2월 1차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이 대표의 ‘출퇴근·병상 단식’도 진정성을 잃었다. 검찰과 조사 일정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다 느닷없이 내각 사퇴 등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가더니, 21일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부결을 요청하니 누가 봐도 방탄용이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142쪽에 달하는 검찰 구속영장에 적시된 구체적이고 중대한 범죄 혐의에 대해 “증거가 없더라”고 확언할 정도면, 스스로 밝힌 대로 당당히 영장심사를 받으면 될 일이다. 개인 비리와 관련된 최소한의 사법절차에도 응하지 않고 당의 위력을 동원해 막겠다는 인식, 그로 인해 당이 분열되고 신뢰가 무너지게 한 책임도 엄중하다.

문화일보 사설

 
 

09-21 사법방해 거드는 국회 표결은 反헌법

 

서정욱 변호사, 前 영남대 로스쿨 교수

‘하늘의 그물은 크고도 넓어서 성긴 듯하지만,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인용한 노자 ‘도덕경’의 경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142쪽 구속영장이야말로 한 치의 자의도 개입되지 않은 탄탄한 논리와 충분한 증거로 뒷받침되는 ‘정교한 논증’이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의 방탄 뒤에 숨지 않고는’ 빠져나갈 수 없는 천라지망(天羅地網)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20일이 넘는 ‘단식’ 중에 장문의 글을 올려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검찰 독재의 폭주 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 세워 달라”면서 “올가미가 잘못된 것이라면 피할 게 아니라 부숴야 한다”고 선동한다. 참으로 후안무치한 궤변이자 법질서를 정면 파괴하는 사법 테러다.

먼저, 대북 송금 건과 관련해 이 대표는 “정치의 최일선에 선 검찰이 자신들이 조작한 상상의 세계에 꿰맞춰 나를 감옥에 가두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야말로 ‘사법적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프레임을 전환해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로 ‘삶은 소가 앙천대소’할 일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안부수 아태협 회장, 국가정보원 직원, 신모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의 진술 등 수많은 인적 증거와 2019년 1월의 중국 선양(瀋陽) 협약식 동영상과 국정원 문건 등 수많은 물적 증거를 어떻게 가릴 수 있는가. 또, 이화영 경기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최소 17차례나 보고한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대표는 “나는 모르고 이화영이 다 한 일”이라고 하지만, 이는 ‘제2의 유동규’를 만들 뿐이다.

다음으로, 백현동 200억 원 배임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검찰은 이재명 앞에 서면 공산주의자가 된다”며 “돈 벌면 제3자뇌물죄, 돈 안 벌면 배임죄라니 정치검찰에 이재명은 무엇을 하든 범죄자”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또한 황당무계한 견강부회다. 만약 이 대표의 선거대책본부장 출신 ‘허가방’ 김인섭의 로비가 없었다면 4단계 용도 상향, 경기도시개발공사의 사업 배제, 기부채납 변경, 임대주택 비율 축소, 만리장성 같은 옹벽 아파트가 가능했겠는가.

끝으로, 검사 사칭과 관련한 위증교사의 경우 실제 위증을 한 2002년 당시 김병량 성남시장의 수행비서가 검찰 조사에서 위증 혐의를 인정하면서 이 대표와 나눈 통화 내용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야말로 빼도 박도 못하는 명백한 증거 아닌가. 결국, 이 대표와 관련한 위 세 가지 혐의는 하나하나가 독자적 구속 사유가 될 만큼 중대하고 양형기준표에 따르더라도 최소 30년 이상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중범죄다.

한편, 검찰은 전체 영장 중 51쪽 분량을 사법 방해 가능성에 할애했는데, 그동안 박찬대 최고위원과 천준호 비서실장의 이화영 전 부지사 회유 의혹과 이화영 변호인 측의 일방적 재판 파행 등을 고려하면 증거인멸 우려가 짙다. 조사 때마다 법꾸라지처럼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심지어 조서에 서명 날인을 거부하는 등 수사를 방해한 것도 심각하다. 이 대표는 이제라도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말고 법원 판단에 당당히 임하는 게 자신도 살고 당도 사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부결 표결’이야말로 삼권분립에 따라 법원이 판단할 기회를 박탈하는 ‘반헌법 행위’다.

문화일보 

 

09-21 ‘의결정족수 때문에’…“이재명, 침대에 누워 본회의장 올 것” 김근식 꼬집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된다. 현재 국회 재적 의원, 본회의 참석 가능한 의원 등을 보면 가결 정족수는 148표일 가능성이 점쳐지나, 이 대표가 표결에 참석하면 149표로 늘어난다.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을 지낸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침대에 누운 채 본회의장에 올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고 꼬집었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가결 요건이다. 현재 국회 재적 의원은 297명이고, 이 대표와 수감 중인 윤관석 무소속 의원, 해외 순방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을 제외하면 본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의원은 294명이다. 이들이 전원 참석한다면 가결 정족수는 148표다.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아 의원직을 상실한 최강욱 전 의원의 비례대표 승계자인 허숙정 의원의 임기가 이날 시작됐다. 허 의원이 표결에 참여한다면 출석 가능 인원은 295이나, 가결 정족수는 148표다. 이 대표가 본회의에 출석하면 296명이 돼 가결 정족수가 149표로 늘어난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이 대표가 입원 중인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아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한 당내 상황을 공유하고, 이 대표의 본회의 출석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이 대표가 출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당은 자식의 사적 이익을 위한 방탄용으로 활용하는 저질 정치인”이라며 “본인이 살기 위해서라면 보통사람은 상상도 못할 거짓말과 기상천외한 행태를 보여왔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몸을 망가뜨려가며 방탄 단식을 강행했고 창피함 무릅쓰며 부결을 호소했다”면서 “그것도 불안하니 오늘 침대에 누워 본회의장에 나온다. 가결하려는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 협박용뿐 아니라 부결에 본인 표 1표라도 보태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저질 정치인으로 인해 민주당이 늪에 빠지고 한국 정치가 늪에서 허우적대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조성진 기자

 

09.21 한동훈 “이재명, 조폭 사업가와 결탁해 北에 외화 상납한 중대범죄”

한 장관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 지킬 때”
野 “뭐하는 거냐” 항의... 의장 “제발 조용히”

한동훈 법무장관이 21일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 비리’ 등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범죄 혐의에 대해 “대장동, 위례 그리고 오늘 백현동 사업 비리까지 모두 이재명 대표가 약 8년 간의 성남시장 시절 잇달아 발생한 대형 개발비리 사건들”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09.21 野 29명의 반란...이재명 체포안 가결 됐다

찬성 149, 반대 136, 기권 6, 무효 4
헌정 사상 초유 野대표 체포안 가결
李 구속 기로에, 사퇴론 분출할 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1일 가결됐다. 야당 대표 체포안 가결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안을 표결했다. 재석 의원 295명 중 가결 149명, 부결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결과는 가결이었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 반란 표가 29표 나온 것이다.

 

이날 정치권에선 이 대표 체포안 표결 결과에 대해 가결보다는 부결을 예상하는 전망이 다소 우세했다. 이 대표가 22일째 단식하며 지지층을 최고조로 결집시킨 상황에서, 검찰이 회기 내 구속영장을 청구한 행위 역시 야당 분열을 획책하는 ‘정치 개입’이라는 논리 역시 민주당에서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이 결국 반란 표를 던진 것이다. 전날 이 대표가 자신에 대한 체포안을 부결시키라고 직접 ‘지령’을 내린 것이 결정적 역효과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번복함으로써 정치인으로서의 신뢰를 스스로 망가뜨렸다는 것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스스로의 사법 리스크로 당을 검찰의 볼모로 만들어버린 측면이 분명 있었다”며 “당이 일시적 분열을 감수하고서라도 정치의 기본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분명 존재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표결 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박광온 원내대표와 만나 향후 당을 통합적으로 운영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당 운영에 대한 의원들의 우려를 알고 있으나 편향적인 당 운영을 할 의사나 계획이 전혀 없다”고 했다고 한다. 비명계의 반발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로 해석됐으나 이탈 표를 막을 수는 없었다.

 

“가결 의원들을 색출, 정치 생명을 아예 끊어버릴 것”이라고 협박에 나섰던 개딸 같은 극성 지지층, 그리고 이를 방조하면서 사실상 이용했던 이재명 지도부에 대한 피로감과 반감 역시 무기명 투표장에서 분출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이 대표 체포안 가결로 민주당은 그간 ‘방탄 정당’ 오명을 가까스로 벗게 됐다. 그러나 향후 친명·비명 간 당권 투쟁은 분당(分黨)을 우려할 수준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이 대표 스스로 부결을 요청한 체포안이 가결됨으로써 이 대표의 지도력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당장 당내에선 이 대표가 사실상 불신임당한 것이나 다름없는 만큼, 즉각 사퇴하고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 체포안을 부결시킨 의원도 당내 다수다. 친명계 의원들은 비명계를 향해 “외롭게 검찰과 맞서 싸우던 대표의 등 뒤에 칼을 꽂으면 안 된다”고 해왔다. 개딸 지지층 역시 “가결 의원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 “배신자들의 멱살을 잡고 끌고 나올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 역시 구속의 기로에 서게 됐다. 그가 불체포특권을 적극 행사하려고 했던 점은 향후 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도 불리한 정황이다. 그러나 친명계 일각에선 이 대표가 구속되는 한이 있어도 ‘옥중 공천’까지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의 사퇴나 비대위 구성은 ‘검찰이 획책하는 야당 분열 공작에 놀아나는 것’이라는 논리다. ‘당원이 직접 뽑은 대표를 검찰의 손에 내줄 수는 없다’는 주장 역시 지지층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러나 비명계는 ‘이재명의 강을 건너야 총선 승리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양 측 시각 차이를 좁히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09.21 한덕수 총리 해임 건의안 가결...헌정 사상 최초 국회 통과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총리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75년 헌정사상 처음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투표결과 총투표수 295표 중 가 175표, 부 116표, 기권 4표로서 가결되었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해임건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찬성이 가결 요건이다. 표결은 무기명 전자투표로 이뤄졌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 속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이 대거 찬성표를 던진 결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 연합뉴스

앞서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및 잼버리 파행 논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관련 논란 등의 책임을 물어 한 총리 해임건의안을 지난 18일 국회에 제출했다.

 

한 총리는 헌정사 처음으로 해임건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총리가 됐다.

 

과거 정일권·황인성·이영덕 총리 해임건의안은 부결됐고, 김종필·이한동·김황식 총리 해임건의안은 기한(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폐기됐다.

 

국회의 해임건의는 구속력이 없어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윤 대통령은 앞서 국회를 통과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무위원 해임건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표결에 앞서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 발언에서 "지난 16일 민주당은 비상의원총회에서 한 총리 해임 건의안 제출을 의결하고 이틀 뒤인 18일 실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말했다.

 

이어 "18일은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날로 이는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제출이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맞불 성격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표를 구하기 위한 정치공세로 국무총리 해임 건의안이 가결되면 우리 헌정사의 씻을 수 없는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행정, 외교, 안보, 경제 등 국정 전체에 광범위한 무능과 폭망 사태의 중심에 총리가 있었다"며 "무책임한 내각운영으로 민생과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싸우라는 말 한마디에 국민의 대의기관을 상대로 정쟁하고 고압적 태도와 비아냥으로 일관하며 국회와 국민을 조롱하고 멸시한 총리 또한 선을 한참 넘었다"며 "삼권분립의 경계를 총리가 앞장서서 훼손시키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대한 도전으로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총리 해임건의안 처리가 무능력 해체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민생경제 회복, 국민생명과 안전보장, 자주적 외교와 든든한 안보,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의 복원을 위해서라도 내각을 전면 개편하고 국정운영 기조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09.21 의원직 상실형으로 죗값 100분의 1도 못 갚을 윤미향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이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김복동 할머니 조의금 1억3000만원을 개인 명의로 불법 모금해 관련 없는 용도에 사용하고, 인건비를 허위로 계산해 수천만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은 혐의도 유죄가 됐다. 벌금형을 선고한 1심의 터무니없는 면죄부 판결이 2심에서 바로잡혔다. 징역형이 확정되면 윤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윤 의원의 가장 큰 파렴치 범죄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써달라는 국민 기부금을 사적으로 쓴 것이다. 그는 그 돈으로 갈비 먹고, 발마사지숍으로 보이는 곳에도 갔다. 동물병원, 과자점, 커피숍에서 쓴 것도 있다. 윤 의원은 돈의 정당한 사용처를 입증하지 못했고 재판부는 이 돈을 개인적으로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다. 일반인의 양심으론 상상할 수 없는 범죄다. 의원직 상실형은 윤 의원 죗값의 100분의 1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사건은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윤 의원에 대해 “30년 동안 할머니들을 이용만 해 먹었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그 순간 윤 의원은 의원직 자격을 상실한 것은 물론 인간으로서도 얼굴을 들고 살 수 없어야 마땅했다. 그런데도 그는 1심에서 면죄부 판결이 나자 횡령 정도는 죄도 아니라는 듯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일본 대사관 앞 시위에 나타나 “지난 3년간 너무 아프고 힘들었다”고 했다. 얼마 전엔 정부 공식 추도식은 외면한 채 조총련 등이 일본에서 주최한 관동대지진 100주기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1심 선고 직후 “그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미안하다. 잘못했다”며 윤 의원을 두둔하고 나섰다. 두 사람 다 뻔뻔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픽=김현국

윤 의원은 2심 선고 직후 “수많은 사람이 헌신하고 연대해 만들어 온 30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이 더 이상 폄훼되지 않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돈을 횡령한 사람의 입에서 나올 말인가.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오려면 적어도 수개월은 걸릴 것이다. 그러면 윤 의원은 의원 임기 4년을 거의 다 채우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법적 정의가 어디로 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9.22 李 대표 사퇴해 방탄 정국 끝내는 게 최소한의 도리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야당 대표 체포안이 통과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만 최소 29명이 찬성했다. 기권·무효까지 합치면 40표 안팎 반란표가 나온 것이다. 1년 넘는 방탄 체제에 대한 피로감과 총선 위기감이 쌓인 결과일 것이다.

이 대표는 몇 번이나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고 해놓고 또 체포안 부결을 호소해 지금 하는 단식도 순전히 방탄용이란 사실을 자인했다. 이 대표는 곧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과 백현동 개발 비리 혐의 등에 대해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받는다. 지금까지 불법 비리 혐의 10여 가지로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방탄 국회를 열며 구속을 피해 왔다. 이 대표는 대북 불법 송금과 관련해 최소 17차례 보고받고 직접 결재한 공문도 나왔지만 자신은 모르고 부지사가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관련 증인에게 위증을 요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혐의와 관련해서도 담당 공무원에게 “국토부 협박이 있었던 것처럼 진술해 달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자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심에 빠져 있다. /뉴스1

새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 4개월 동안 정치는 물론이고 국정까지 ‘이재명 방탄’의 볼모로 잡혀 있었다. 대선에 진 사람이 자신의 비리 방탄을 위해 야당 대표가 된 것부터가 정상적 여야 정치를 가로막는 장애가 됐다.

 

압도적 의석을 이용해 온갖 탄핵, 해임 건의, 특검, 국정조사 등으로 검찰 수사에 맞불을 놓으려 했다. 각종 입법 폭주도 정부를 압박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타협 정치는 불가능했고, 국정도 제대로 될 수가 없었다. 이재명 체포안 가결로 이런 국정 왜곡과 정치 실종 사태는 끝나야 한다.

민주당은 이번 체포안 가결로 ‘방탄 정당’의 오명을 어느 정도 벗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체포안에 반대한 친이재명계 의원이 여전히 다수다. 이들은 이 대표 사퇴를 끝까지 반대할 것이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배신자들을 색출하겠다”며 국회 난입까지 시도했다. 끝없는 방탄과 입법 폭주로 멍들었던 민주당이 정상화되는 것이 아니라 더 내분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가 최소한의 책임감이라도 느낀다면 이제 대표직을 사퇴하고 재판에서 혐의를 벗는 데 전력하는 것이 옳다. 그게 무엇보다 민주당을 위해 최선의 길이다. 끝까지 당권과 공천권을 지켜 민주당을 이용하려 한다면 민주당은 더 어려워지고 국정도 어지러워진다. 이제는 이 대표가 결자해지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9-22 방탄 실패에도 거꾸로 가는 민주당… 私黨 탈피 요원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21일 가결된 이후 민주당 내부가 폭격을 당한 듯 혼란스럽다. 그러나 큰 흐름은 이재명 체제 고수냐, 탈(脫)이재명 체제로의 전환이냐의 두 갈래다. 정치적 먼지가 가라앉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22일 오전 현재 친이재명 세력의 ‘피의 복수’ 결기가 당을 압도한다. 방탄 정당 오명에서 벗어나기는커녕 거꾸로 가는 행태가 더 횡행한다. 상식적으로 사퇴해야 할 사람은 이 대표인데, 엉뚱하게 박광온 원내대표가 물러났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입법 폭주와 국정 발목잡기가 더 기승을 부릴 상황이 우려된다.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은 “당이 구속영장 청구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했는데도 가결 투표를 했으므로 명백한 해당 행위자”로 규정됐다. 체포동의안은 총 295표 가운데 찬성 149표로 가결됐다. 민주당에서 최소 29명이 찬성했다. 이 대표가 전날 부결을 요청하면서 ‘방탄 단식’이었음을 사실상 시인한 역풍 효과도 있겠지만, 그간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사당(私黨)으로 인식된 데 대한 비판에 양심이 움직인 결과로 봐야 한다. 윤리를 다잡고 정책을 통해 국민 지지를 구하는 공당(公黨) 모습을 회복하는 게 올바른 진로 설정일 것이다.

하지만 본회의 가결 직후 의원총회에서 친명계 의원들은 “국민의힘과 협잡해 당대표를 팔아먹었다” “당원에 대한 배신” 등으로 맹렬히 공격했으며 “누구 하나 죽일 분위기였다”는 전언도 나왔다.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은 SNS에 “민주당 의원들이 개가 된 날”이라고 썼다. 비명계인 박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했는데, 당 대표 대행체제를 막으려 끌어내렸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들은 가결표를 찍은 의원들에 대한 색출 작업에 나서 팬카페에 올리고 있다.

여전히 민주당 주류는 체포동의안에 반대한 130여 명의 친명계다. 현 체제에서 공천 등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이들이다. 체포동의안이 처리되던 날 한덕수 총리 해임건의안과 검사 탄핵소추안 처리를 주도했다. 사사건건 윤석열 정부 입법을 저지하고, 여야 간 정상적 타협 정치도 가로막는다.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상관없이 이런 행태가 계속된다면 방탄 정당의 오명은 벗을 수 없다.

문화일보 사설 

 
 

09-22 李 체포동의안 가결… 민주당 ‘방탄’ 벗고 ‘쇄신’의 길 찾으라

총리 해임건의안도 사상 첫 통과… 꽉 막힌 정치의 현주소―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총투표소 295표, 가 149표, 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의결 정족수인 출석 과반(148석)을 1표 차로 넘겼다. 적어도 민주당 의원 30명가량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제1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어제 본회의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도 찬성 175표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이 대거 찬성한 결과다. 총리 해임건의안 통과 역시 사상 처음이다.

어제 체포동의안 가결은 이 대표가 스스로 한 약속마저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다수 의석을 무기로 자신의 안위를 보존하려다가 초래한 자업자득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 대표는 석 달 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그랬던 이 대표는 표결 전날 “정치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줘선 안 된다”며 소속 의원들에게 부결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사즉생(死則生)의 길을 걷겠다며 20일 넘게 단식을 이어 온 이 대표는 결국 자신의 구명에 급급하면서 생즉사(生則死)의 수렁에 빠진 것이다.

이번 표결 결과는 당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대거 이탈에 따른 것으로, 2월 첫 번째 부결 때와도 대비된다. 찬성은 10명 늘고, 기권·무효는 10명 줄었다. 적잖은 중립 성향 의원들이 가결로 돌아선 것으로 ‘불확실한 이재명 체제론 더는 안 된다’는 기류가 강했음을 보여준다. 이제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맡겨졌지만 당장 민주당은 거센 내분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됐다. 내년 총선이 2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여부, 공천 주도권 등을 놓고 갈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홍을 넘어 분당까지 치닫는 분열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민주당은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비록 1표 차이지만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로 ‘방탄 정당’의 오명은 씻을 수 있게 됐다. 이제부터라도 과감한 쇄신과 개혁을 통해 진정 국민의 마음을 얻는 수권정당의 길을 걸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 대표 스스로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의 호위에 기대려 하지 말고 어떤 선택이 당 전체를 위하는 길인지 자신의 거취를 깊이 숙고해야 할 시점이다.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현직 검사 탄핵소추안을 포함해 하루에 헌정사 초유의 기록을 세 개나 남긴 어제 국회 본회의는 우리 정치가 얼마나 삭막한 대결의 현장이 됐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이번 체포안 표결 결과가 검찰 수사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보긴 이르다. 이 대표 개인의 사법 문제는 이제 법원의 몫으로 넘기고 국회는 방탄 대치의 혼돈에서 벗어나 민생 국회로 전환돼야 한다. 이를 위해 여권부터 정치 복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총리해임안이 뜬금없긴 했어도 야당의 정치 공세 차원이라고만 치부할 일은 아니다. 국회 해임 건의를 윤석열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지만 적어도 그간의 국정 운영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 사설


 

09.22 영문 모를 ‘총리 해임 건의’, 민주당 당리당략엔 한계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21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한덕수 총리에게 “총체적 망국 내각으로 전락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에 무슨 책임을 져야 하는지 제대로 설명도 없었다. 한 총리는 23일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우리 정부 대표로 참석하는데, 영문도 모른 채 ‘해임 건의’를 받은 사람이 됐다.

한 총리 해임안 가결은 현 정부 들어 박진 외교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어 세 번째다. 1987년 헌법 시행 이후 36년간 총리·장관 해임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모두 여섯 차례인데, 그중 절반이 지난 1년 새 민주당에 의해 이뤄졌다. 해임건의안은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인데도 이렇게 기록을 갈아치우며 계속 통과시키는 것은 순전히 민주당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가능성이 높아지자 ‘내각 총사퇴’ ‘한 총리 해임안’으로 긴장을 고조시켜 민주당 내 이탈을 막으려 했다.

 

민주당은 이날 2014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도 의결했다. 검사 탄핵도 헌정사상 처음이다. 공수처는 이 사건 관련 검사를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그런데 9년 전 일 두고 지금 국회가 무슨 탄핵인가. 이미 행안부 장관 탄핵이 헌재에서 전원 일치 기각됐는데 또 억지 탄핵이다. 이 엉뚱한 일 역시 이 대표를 수사하는 검찰에 보복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정권을 잃고 이 대표가 취임한 뒤 하는 일마다 도가 지나치고 상식 밖이다. 대선에 진 사람을 석 달 만에 국회의원, 다시 두 달 만에 당 대표로 만들고 1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방탄국회를 열었다. 압도적 의석을 무기로 정부가 하는 일마다 발목을 잡았다. 취임 6개월도 되지 않은 대통령의 탄핵을 외쳤다. 대통령 거부권이 불가피하다는 걸 뻔히 알면서 자신들이 집권할 때도 못했던 법들을 밀어붙였다. 대통령 부인 특검법까지 추진한다. 모두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공통점은 전부 민주당 당리당략의 산물이란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9.22 단식이 명예훼손당했다

‘유사 단식’ 눈감아줬다… 단식은 약자의 마지막 무기니까
강자가 훔쳐온 단식 투쟁… 단식의 정의가 오염됐다

2000년 11월 5일, 28세 여성 이롬 샤밀라(Sharmila·51)는 인도 북동부 마니푸르주를 장악하고 체포와 살인을 저지르는 군의 만행을 저지하기 위해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군 특별권한법’ 폐지를 요구하며 그날부터 음식을 끊었다. 6일 후, 경찰은 그녀를 ‘자살 혐의’로 구속해 강제 식사를 시도했다. “입으로는 먹지 않겠다”고 버티는 샤밀라와 타협, 코에 급식 호스를 꽂았다. 샤밀라는 한 번에 1년까지 구속되어 호스로 음식을 공급받았다. ‘단식-구속-석방-단식’을 반복하며 16년이 흘렀다. 운동가들은 “마니푸르에서 첫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 기대했고, 대중은 ‘살아있는 성녀’라 칭송했다.

그러던 샤밀라가 2016년 8월 단식을 끝내고, 이듬해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상대는 약 2만표, 샤밀라는 90표를 얻었다. 단식 중 인도계 영국인과 만나 사귄 것에 보수적 민심이 돌아선 것이다. 2018년 11월 결혼 1주년이었던 샤밀라는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결혼하려고 단식을 끝낸 창녀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민심은 비정했다.

 

‘단식 16년’은 사실 명명이 틀렸다. 호스로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해도, 곡기를 끊는 건 커다란 고통이다. 샤밀라의 투쟁은 외로웠다. 그래도 ‘단식 16년’은 아니었다. 과학적으로도 불가능하다. 하나뿐인 목숨을 두고 벌이는 일이 단식 투쟁이다. 그런 점을 고려해, 국제사회와 언론이 단식이라 부른 것이다. 일종의 휴머니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50일, 100일씩 단식했다는 사례가 여럿이다. 수군거리면서도 “뒤에서 선식 먹었나” 대놓고 묻지 않고, 증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단식 투쟁은 ‘신뢰’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당뇨 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재명 대표가 지난 8월 31일 단식을 시작했을 때, 걱정보다 ‘응원’하는 이가 많았다. 정치인들이 줄줄이 현장을 찾아가 ‘인증샷’을 찍었고, 한 여성 지지자는 단상에 앉은 이재명 대표에게 절을 하려다 저지당했다. 실제 절을 올린 지지자도 여럿이다. 엄마들은 아이들을 데려왔다. YS의 명언대로 ‘사람은 먹지 않으면 죽는다’. 이 대표가 ‘죽음을 각오한 단식’을 시작했다고 믿었다면, 그런 현장에 아이를 데려와 사진 찍게 할 엄마는 없었을 것이다. 단식 보름께부터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양위’를 선언한 왕에게 읍소하듯, 은퇴한 원로들까지 나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단식농성 6일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천막에서 한 지지자의 큰절을 받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표는 지금도 ‘단식 중’이라고 한다. 지난 18일부터 이 대표가 입원해있는 녹색병원 원장은 “전해질을 공급하는 최소한의 수액 치료만 하고 있다”고 했다. 식염수나 포도당 수액(輸液)만 주는 것처럼 들린다. 한 가정의학 전문의는 “장기 단식 환자에게는 포도당, 지질, 아미노산이 든 ‘3 챔버백’ 같은 영양 수액을 공급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병원도, 이 대표 측도 수액 처방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는 출퇴근 단식을 하면서 검찰 조사를 받았다. 20일에도 원고지 10여 장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남 다르다.

단식은 수십 년에 걸쳐 한국에서 ‘명예훼손’ 당해왔다. 국민은 몰라서도, 알고서도 모른 척했다. ‘대의’를 존중해서다. ‘이재명 단식’을 두고 이전보다 의심과 조롱이 많아진 건, 출발점이 ‘대의’라고 보는 이가 적기 때문이다.

 

단식 기간 중 물과 소금 외 무엇을 먹은 적이 있는가, 없는가. ‘최소한의 수액’이란 ‘기초 수액제’를 말하는가 ‘영양 수액을 말하는가. 그런 수액을 맞으며 음식 끊은 것도 단식이라 부르는 게 맞는가. 야당 대표가 먼저 답해주면 좋겠다. 단식은 ‘약자의 마지막 투쟁 수단’이다. 강자는 그런 무기를 훔쳐 훼손해서는 안 된다. 불가피하게 썼다면, 더 투명해야 한다. 최소한의 염치다.

조선일보 박은주 부국장 겸 에디터

 

09-22 “이재명 대표직 내려놔야”… 민주 내전 격화

비명 “책임질 사람은 李”
친명 “가결파 응징하겠다”
李, 의원면담서 거취 침묵

법원, 26일 영장실질심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로 민주당 내 계파 내전이 격화하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는 박광온 원내대표에게 화살을 돌리는 친명(친이재명)계를 공격하며 이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하는 반면, 친명계는 ‘가결파’에 대한 응징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사퇴 요구를 차단했다.

비명계 3선인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22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박 원내대표의 사퇴와 관련해 “누군가한테 책임을 덮어씌우는 꼴”이라며 “책임질 사람은 이 대표를 비롯한 기존의 지도부”라고 직격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도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반면 친명계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압도적 지지로 뽑힌 이 대표를 부정하고 악의 소굴로 밀어 넣은 비열한 배신행위가 어제 벌어졌다.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이재명 지도부’는 끝까지 흔들림 없이 이 대표 곁을 지키겠다”고 맞섰다.

특히 전날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예상 밖 무더기 이탈표가 나온 배경에 공천권과 당 운영 방안 등을 둘러싼 이 대표 측과 비명계의 물밑 협상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비명계는 ‘부결’ 조건으로 통합적 기구 구성과 함께 공천권 양보 등을 요구했으나 이 대표가 “통합적 당 운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은 탓에 상당수 표가 가결 또는 기권·무효표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엔 김영진·우원식 의원 등 친명계 의원 16명이 이 대표가 입원 중인 녹색병원을 방문해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우 의원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저희의 뜻을 알았다는 정도로만 응답했다”며 “당 지도체제의 향방에 대해선 일절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당 최고위원들은 이날 오후 6시 이 대표와 면담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를 오는 26일 오전 10시에 진행한다고 밝혔다. 영장심사는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게 됐다. 이 대표 측이 심사날짜 연기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문화일보 나윤석·김대영·이현웅 기자 

 

09-22 체포동의안 가결…회복 어려울 정치적 상처 입은 이재명

국회가 어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집계된 투표 결과를 보면 민주당에서도 최소 29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표 개인의 방탄용 사당(私黨)이 될 것인지 아니면 정도를 걷는 공당이 될 것인지 선택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더는 외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 의원들의 대다수인 130여 명은 반대표를 던져 체포동의안은 정족수에서 딱 1표 넘긴 턱걸이로 가결됐다. 이들은 이 대표 지키기, 아니 정확히는 자신들의 공천권을 지키기 위해 불체포특권을 고수한 의원들이다. 대부분 친명계인 이들의 주도 아래 민주당은 올 들어 노웅래·윤관석·이성만 등 비리 의혹으로 영장이 청구된 의원들의 체포동의안을 4연속 부결시켜 ‘방탄 정당’ 오명을 자초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 공천 관련 자금수수 혐의로 청구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 체포안은 가결시켰으니 ‘내로남불 정당’이란 비아냥이 과하지 않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자당 의원들의 구속을 막기 위해 체포동의안 부결을 남발한 잘못을 국민에게 사과하고, 상식과 공정의 정치를 펴나가야 한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로 민주당의 정치적 부담은 커졌다. 특히 6월 국회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했다가 동의안 표결 전날 민주당 의원들에게 대놓고 부결을 요청한 이 대표의 리더십은 회복이 힘든 손상을 입었다. ‘상황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식언의 정치인’이란 낙인은 이 대표 본인은 물론 민주당에도 두고두고 큰 족쇄가 될 터이다. ‘심리적 분당 상태’란 말까지 나올 만큼 어지러운 당내 상황도 요동칠 형국이다. 체포동의안 가결을 계기로 비명계는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이 대표와 친명계는 이에 맞서 ‘옥중공천도 불사한다’는 식의 버티기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총선을 반년 앞둔 상황에서 분당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극심한 내홍에 빠질 우려가 커진 것이다.

 

민주당이 살길은 하나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가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영장 심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본인 주장대로 검찰 수사가 터무니없는 정치 수사인 게 사실이라면 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릴 것 아니겠는가. 반면에 영장이 발부된다면 민주당은 법원 판단을 존중해 리더십 혁신과 재정비에 들어가야 한다. 내분을 막고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이 대표 본인이 거취에 용단을 내리는 것 외엔 방도가 없다. 국민의 신망을 받는 양심적인 큰 인물로 당의 리더십을 개혁해 환골탈태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만이 민주당의 대안이다.

중앙일보 사설

 

09-22 분노한 개딸들 “수박과 전쟁… 총선 출마하지 말라”

▲강성 지지자들 “가결의원 체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사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 국민응답센터에 잇단 글
“이재명 지키자… 윤석열 퇴진하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로 ‘개혁의딸’(개딸)을 포함한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분노 섞인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민주당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은 박광온 의원의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불출마를 종용하거나, 국회에 억지로 진입하려다가 이를 제지하는 경찰을 폭행하는 등 도를 넘은 극렬 행위를 벌이고 있다.

22일 민주당 국민 응답센터에는 ‘박광온 원내지도부의 총선 불출마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개혁을 요구하는 민주당 전국대의원들’(민대련)과 ‘민주당의 민주화 운동’(민민운) 등 친명(친이재명) 단체들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겨우 136명의 국회의원만이 부결표를 던지는 참사가 발생했다”며 박 의원과 원내지도부의 총선 불출마를 청원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재명이네 마을’에도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약 3000개의 게시글이 쏟아졌다. 대부분의 게시글은 “수박과의 전쟁이다” “내년 총선에 나올 생각하지 마라”라며 비명(비이재명)계를 성토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전날 국회 앞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지켜본 강성 지지자가 경찰을 폭행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강성 지지자들이 “수박 척결하자” “당 대표는 죽어가는데 배신이냐” 등을 외치며 국회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을 때린 혐의(공무집행방해·재물손괴)로 60대 남성 A 씨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이날에도 지지자들이 ‘국회 진입 시도’와 같은 격앙된 모습을 보일까 예의주시하며, 이 대표가 입원한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앞에 경력을 배치했다. 녹색병원 앞에는 밤샘 노숙 시위를 한 개딸들과 유튜버 등이 모여 “한마음 한뜻으로 이재명 대표님을 지켜냅시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문화일보 김대영·강한·전수한 기자
 

 

09-22 면전서 육두문자…밑바닥 드러낸 민주당의 아수라장 심야 의총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임)이다.”
“국민의힘과 손을 잡고 당 대표를 팔아넘겼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직후 21일 밤 열린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는 한 마디로 ‘아수라장’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밤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이어진 의총에선 친이재명(친명), 비이재명(비명) 의원들간 서로를 향한 날선 발언이 이어지면서 회의장 밖에서도 고성이 들렸다.

홍익표 의원이 “탈당 선언을 하겠다”고 의총 도중 뛰쳐나오자 우원식 의원 등이 급히 만류하는가 하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초선 오영환 의원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5선 중진 안민석 의원은 이날 회의장을 나서면서 “20년 만에 이렇게 험한 분위기의 의총은 처음”이라고 했다.

● 가결파 “내로남불” vs 부결파 “존중하라”

이날 의총에서 설훈, 김종민 의원 등 그동안 가결의 필요성을 주장해 온 비명계 의원들은 발언대에 올라 “우리 의견도 존중해 달라”며 “이럴 때일수록 당이 뭉쳐야 한다”고 했다. 설 의원은 이 자리에서 “나는 이재명 대표를 탄핵한 것”이라고 발언했다고도 한다.

 그러자 친명계 의원들은 “소수가 다수의 의견을 따랐어야 한다” “당신들이 뭉치자고 말할 입장이냐”며 잔뜩 날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설 의원 면전에서 “‘돈봉투’ 의혹 명단에 본인 이름이 들어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을 땐 ‘당이 도와줘야 한다’더니 당 대표보고는 스스로 맞서라 한다. ‘내로남불’”이라고 저격했다. 박주민 의원은 “만장일치가 되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에 대비해 다수결 원칙이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이탈자들을 압박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면서 비명계 장철민 의원이 발언을 하려 하자 친명계 의원들로부터 “어딜 나서느냐”며 육두문자가 쏟아지기도 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의원들이 너무 흥분해 누가 나오든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최악의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설 의원의 ‘이재명 탄핵’ 발언 이후 의원들이 격앙됐다”고 전했다. 감정이 격해진 일부 의원들은 의총 도중 회의장 밖으로 뛰어나오기도 했고, 의총장 밖에서도 의원들 간 설전이 이어졌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제1야당의 밑바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의총이었다”며 “국민을 대표해 모여있다는 국회의원들끼리 서로를 향해 육두문자를 날리고, 고성을 내지르고 수준 이하의 모습을 노출했다”고 했다.

 

● 친명 “박광온 물러나라” 비명 “왜 박광온만 책임지나”

 이날 의총에서 의원들은 비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를 강하게 압박했다고 한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아 가결된 데 대해 책임을 지라는 취지다. 일부 의원들은 박 원내대표 앞에서 사퇴를 촉구하는 연판장에 서명을 받겠다며 나서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장에서 의원들에게 “노력했지만 모자랐다”고 사과하면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에 한 의원이 나서서 “사퇴 의사를 밝혀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을 하자 다른 의원들이 “사퇴하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또 한차례 소란이 일었다.

한 의원은 “이학영 의원이 박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말씀하신 게 맞느냐’라고 물었는데 박 원내대표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며 “그러니까 초선의원들이 미리 준비해 온 사퇴 연판장을 꺼내들면서 ‘사퇴를 하지 않으면 의원들의 서명을 받겠다’고 나섰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면 끝이 나지 않을 분위기로 몰아갔다”며 “면전에서 연판장까지 꺼내 드니 달리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박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이날 의원총회 후 총사퇴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09.23 책임질 사람은 그대로 있고 엉뚱한 사람들 사퇴한 민주당

체포 동의안이 가결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의 부족함은 질책하고 고쳐달라”고 했다. 이어 “국민을 믿고 굽힘 없이 정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선 언급 없이 ‘민주당의 부족함’과 ‘사퇴 불가’를 밝혔다. 당권과 공천권을 끝까지 놓지 않고 민주당을 지금 그대로 방탄에 이용하겠다는 뜻이다.

이 대표의 입장문은 강성 지지층의 당내 반란 표 색출 운동에 기름을 부었다. 이들은 명확한 부결 입장을 밝히지 않은 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살생부에 올리고 문자와 전화를 돌리며 무슨 표를 던졌는지 추궁했다.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당원들이 나서서 누가 해당 행위를 했는지 밝힐 것”이라며 색출 작업을 두둔했다. 한 최고위원은 가결표 던진 의원들을 ‘친일파’에 빗대기도 했다. 색출 바람을 못 이긴 의원들이 “부결 표를 던졌다”고 밝히고, 한 의원은 ‘부’라고 적은 투표용지 촬영 사진을 공개했다.

 

전날 체포 동의안 가결 후 열린 민주당의 심야 의원 총회는 거의 아수라장이었다. 비이재명계 의원들이 가결의 불가피성을 설명하자 야유와 폭언이 쏟아졌고, 다른 의원이 발언하려 하자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어딜 나서느냐”며 욕설을 했다. 험악한 분위기 속에 박광온 원내대표는 떠밀리듯 사의를 표했다. 민주당은 체포 동의안 부결 투표를 당론으로 정한 적도 없다. 그런데 이재명계가 자신들의 뜻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해당 행위로 규정해 엉뚱한 사람을 사퇴시켰다.

현재 이 대표가 연루된 비리 사건은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과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등 10개가 넘는다. 민주화 투쟁 등 전통 야당의 과거와는 전혀 다르고 민주당과도 상관없는 지방자치단체장 개인 비리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 대표 방탄 정당이 돼 역사와 전통의 민주당 명성에 먹칠을 계속해 왔다.

대선 후 이 대표의 정치 활동은 자신의 구속을 막는 것 하나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압도적 국회 의석으로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 전체가 동원되며 정상적 정치를 실종시키고 국정까지 왜곡 마비시켰다. 민주당은 68년 역사를 가진 정당이다. 세 차례 집권했다. 그런 당을 이렇게 만든 사람은 ‘당이 부족하다’며 자신의 책임은 회피하고, 아무 책임 없는 사람들이 사퇴했다. 지금 민주당에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일은 찾아볼 수가 없다.

조선일보 사설 

 

09.23 배신자 찾는 민주당… “가결 의원 처단하라” 광풍

이재명 체포안 가결 뒤 분열 극심

친(親)이재명계 중심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22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자당 의원들을 ‘해당(害黨) 행위자’로 간주하고 색출,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는 지도부 공백 사태로 사실상 당대표 권한을 행사하게 된 강성 친명 성향의 정청래 수석최고위원이 주재했다. 그는 전날 체포안 가결을 “자기 당 대표를 팔아먹은 것”이라며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당규를 보면 당의 지시·결정을 위반하거나 당무에 중대한 방해 행위를 했을 경우 최대 출당(黜黨) 조치까지 내릴 수 있다. 친명계와 강성 지지층에선 이를 근거로 “배신자들을 처단하자” “정치 생명을 끊어야 한다” 같은 주장이 나왔다. 무기명 비밀투표로 체포안에 찬성한 의원들을 찾아낼 방법에 대해 친명계 한 당직자는 “지지자들이 알아서 색출할 것”이라고 했다. 지지층은 온갖 임의 명단을 뿌려대며 “가결 의원을 출당시키라”고 했다.

그러나 비명계는 “책임져야 할 사람은 이재명”이라며 이 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이 대표에겐 표결 직전까지 명예롭게 퇴진할 기회가 있었다”고 했다. 비명계는 전날 친명계가 박광온 원내대표를 강제 사퇴시킨 데 대해서도 “친명 지도부도 같이 물러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체포안 가결 후 처음으로 낸 입장문에서 “더 개혁적인 민주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국민을 믿고 굽힘 없이 정진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사퇴를 거부한 것이다.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 입원 중인 그는 “윤석열 정권의 폭정에 맞서 싸울 정치 집단은 민주당”이라며 “민주당이 무너지면 검찰 독재는 더 거세지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09.23 ‘뭉쳐야 사는 黨’ ‘흩어져야 사는 黨’

이재명, 獄中에서도 공천권 쥐고 黨 통치할 것
民生 개선으로 대통령 지지율 높이고 국민의힘 쇄신해야

민주당 앞에는 두 길이 나있다. 상책(上策)은 사는 길이요, 하책(下策)은 망(亡)하는 길이다. 상책이 뭔지 몰라서 망하는 길로 들어서는 것이 아니다. 상책이 큰 이익은 될지언정 내 이익은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친명(親明)계가 딱 그렇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이재명 사람들은 억울하고 분통하다는 듯 온갖 소리를 내질렀다. 그런데 아무도 ‘생(生)니가 뽑혔다’고는 하지 않았다. 그들도 이 대표가 ‘생니’가 아니라는 사실은 다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들 속생각에도 이 대표는 언젠가 뽑거나 남에게 뽑힐 ‘앓는 이’ ‘상한 이’ ‘썩은 이’였다. 이 하나가 흔들거리면 입 전체가 구실을 못 한다. 씹지 못하니 훌렁 삼키거나 토해내는 기능밖에 못 한다. 당 대표라는 어금니가 흔들거렸던 지난 1년 민주당이 그랬다. 170여 개 가까운 이빨을 갖고도 국정 현안 어느 하나 잘 씹어 국민 입에 넣어준 적이 없다.

 

흔들거리는 이를 오래 둔다고 다시 붙는 일은 없다. 상한 이를 남이 대신 뽑아주면 못 이기는 체하며 재출발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은 그럴 형편이 아니다. 170명 가까운 전체 의원 중 130여 명이 자칭(自稱) 친명계다. 이 대표는 굴러온 돌이다. 총선을 치른 적이 없어 소속 의원들에게 공천을 준 적도 없다. 친명계 가운데 이재명이 정치를 그만두면 자기도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이 대표는 수십 가지 비정치적 범죄 혐의를 받고 있고, 지지하는 사람보다 혐오하는 사람이 훨씬 많고, 당장 며칠 후 구치소로 갈지도 모른다. 이런 그가 한국 최대 정당 최대 계파의 목줄을 쥐고 있다. 공천권(公薦權)이 목줄이다. 친명계 가운데는 그럴 듯한 사람도 제법 있다. 그들은 ‘이재명이란 이름’이 민주당의 ‘혹’이라는 걸 알고 있다. 판단력은 공천권 앞에서 맥을 추지 못한다.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대표 쪽에서 흘리는 옥중(獄中) 출마설은 공천권만은 절대 놓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대표 측은 체포동의안 가결 다음 날 의원 전원에게 ‘영장기각 탄원서’ 제출을 요구했다. 체포동의안 찬성 의원을 골라내려는 시도다. 천주교 신자를 색출하려고 예수 초상(肖像)을 밟고 지나가게 했다는 조선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수법이다. 조선노동당에서 벌어질 일이 대한민국 최대 정당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국회 회기(會期)가 끝나면 ‘석방요구결의안’을 제출할 수 있다. 정기국회 회기는 12월 초에 끝난다. 친명계는 이때를 기다려 이 대표 석방결의안을 제출할 것이다. 정치적으론 자살골과 비슷하겠지만, 그 길을 갈 것이다.

이제 한국 정치는 흑백(黑白)사진처럼 단순해졌다. 합리적 기대·상식적 판단·나라의 운명·민생(民生) 문제 등 모든 옷을 벗어던지고 알몸으로 부딪치는 일만 남았다. 정치가 뒷걸음치는 세계적 정치 퇴행(退行) 시대에 한국이 맨 앞줄에 선 것이다. 내년 4월 10일 총선 날까지, 문재인 시대 5년, 윤석열 시대 2년 합계 7년을 이렇게 보낸다.

 

녹슬지 않고 강철보다 강하다는 티타늄제(製) 비행기 날개도 요동과 진동이 계속되면 금속이 피로(疲勞) 현상으로 내부가 갈라진다. 날개 부러진 비행기 운명은 물으나 마나다. 한국 정치 제도, 경제 체제, 노사(勞使) 현장, 교육 시스템, 소멸(消滅)을 향해 구르는 인구 문제를 두드려보라. 귀 밝은 사람에겐 갈라지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의 양식(良識)은 묻지 않아도 꾀는 쳐줘야 한다. 그들이 바보는 아니다. 믿는 구석이 전혀 없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와 쇄신(刷新)과는 먼 국민의힘을 믿는다. ‘기회주의적 우파’와 ‘기회주의적 좌파’를 내쫓고 ‘순수 혈통(血統) 우파’와 ‘순수 혈통 좌파’가 부딪치면 승산(勝算)이 없지 않다고 믿는다.

이기지 않으면 죽는 싸움에선 누가 지는가. 필수품이 아니라 사치품 챙기는 쪽이 진다. 이념은 씨앗처럼 소중하다. 이념의 순수성은 더 귀하다. 썩지 않으면 100년 후에도 싹을 틔운다. 그러나 선거에서 민생(民生) 보다 중한 것은 없다.

보수의 역사는 작은 개울을 모아 큰 강을 이뤄 승리한 역사다. 이승만 대통령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다. 한민당과는 권력 구조부터 토지개혁 방식까지 생각이 달랐다. 그런데도 위기 앞에서 ‘크게 뭉쳐’ 대한민국을 세웠다. 뭉치고 아울러야 다수(多數)가 된다.

조선일보 강천석 고문

 

09.25  21세기 민주국가 정당에서 ‘배신자’ 색출이라니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 가결 이후 민주당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에 대한 색출 광풍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연일 “당대표를 팔아먹은 해당 행위자에 대해 상응 조치를 취하겠다”며 몰아붙이고 있다. 25일로 시한을 못 박아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내지 않은 의원은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간주해 징계하겠다고 한다. 이재명 대표도 “당원들이 질책하고 고쳐 달라”고 호응했다.

친이재명계 원외 조직은 비명계 의원들의 실명을 일일이 거론하며 “구한말 나라를 판 매국노와 같다. 출당시키라”고 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친일파와 밀정(密偵)에 비유하며 “이들 세력을 청산해야 민주당이 더 깨끗하고 건강해진다”고 했다. 다른 친명 의원들도 “가결 의원들은 스스로 존재를 드러내고 심판을 받으라”고 했다. 애초 민주당은 부결 당론을 정한 적도 없었다. 의원들 각자 헌법기관으로서 체포의 정당성을 판단하면 됐다. 그런데 지금 와서 해당 행위로 몰고 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전체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부결 표를 찍었는지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답하지 않으면 배신자로 낙인 찍겠다는 것이다. 체포안 표결을 비밀투표로 하도록 한 헌법 규정까지 무시한다. 공산 독재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일부 인사들은 “이 대표가 사퇴하지 말고 옥중 결재와 공천, 출마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10여 가지 불법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 왔고 구속영장도 두 번이나 청구됐다. 영장이 발부되면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이 대표를 지키겠다며 의회 민주주의의 상식조차 부정하고 있다.

이 대표와 친명계는 이를 위해 당 지도부를 친명 일색으로 바꾸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체포안 가결 책임을 씌워 박광온 원내대표를 억지로 끌어내렸다. 친명인 조정식 사무총장 사퇴서는 보류한 채 비명인 송갑석 최고위원의 사퇴서는 즉각 수리했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도 친명 인사들이 앞다퉈 나서고 있다. 지도부에서 비명은 빼고 전부 친명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 구속 시 옥중 결재와 공천을 보장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한다.

 

국민들은 이 대표 체포안 통과를 계기로 민주당이 자성하고 쇄신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1인 지배권을 지키기 위한 반민주·전체주의 정당으로 폭주하고 있다. 민주화 투사도 아닌 수천억원대 배임과 뇌물 비리 혐의를 받는 대표 한 명을 위해 68년 역사의 민주당 의원 130여 명이 어떻게 이런 비상식적 행태를 보이는지 납득하기 힘들다.

조선일보 사설

 

09.25 ‘100만명 탄원’에 가짜 뉴스까지, 도 넘은 영장 판사 겁박

26일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앞두고 민주당이 담당 판사에 대한 조직적 압박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 168명 전원에게 구속 영장 기각을 요구하는 탄원서 제출을 요구했다. 김현 전 민주당 의원은 영장 기각 탄원서에 지지자 100만명의 서명을 받겠다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참여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집단적인 탄원서 공세를 통해 판사를 겁주고 압박해 사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이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가짜 뉴스까지 들고 나왔다. 그는 방송에서 “검찰이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영장 전담) 판사를 선택했다”며 “그 판사가 하필이면 한동훈 장관의 서울대 법대 92학번 동기”라고 했다. 마치 한 장관이 영장 발부를 위해 대학 동기인 판사를 골라 영장을 청구한 것처럼 말한 것이다. 하지만 한 장관과 영장 전담 판사는 학번이 달랐다.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한다.

 

법무부가 부인 자료를 내자 김 의원은 “취재 과정에서 구멍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한 장관도 잔뜩 쫄아있는 것” “(한 장관의) 신경질적 반응” 운운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사실 오류에 대한 사과는 끝내 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 상식 밖의 가짜 뉴스를 끊임없이 퍼뜨려온 장본인이다. 이번에 또 확인도 없이 거짓 주장을 제기한 것은 판사에 대한 ‘신상 털기’이자 영장 기각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앞서 민주당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들의 실명을 ‘조직도’로 만들어 공개했다. 거대 야당이 수사 검사들을 위협하는 ‘좌표 찍기’에 나선 것이다. 경기지사 시절 이 대표에게 쌍방울 대북 송금을 보고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 청사를 찾아가 연좌 농성을 벌인 이후 진술을 다시 뒤집었다. 그랬던 민주당이 이젠 또 판사 압박까지 하려 한다.

제1 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 여부 결정은 어떤 법관이라도 큰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판사 겁박 행태를 즉각 멈추지 않으면 또 사법 방해를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판사가 오로지 법리와 증거에 입각해 판단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이성을 찾아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9-25 판사 겁박, 가결 색출… 민주당 ‘헌법 보호 대상’ 벗어난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뒤 더불어민주당 상황은 민주당이 ‘국가 보호를 받을 요건’(헌법 제8조)을 충족하는지 의문까지 들게 할 정도다. 헌법 보호를 받는 공당(公黨)이기 위해선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제2항)이어야 하는 것이 대전제이고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는 해산’(제4항)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의 헌법적 의무(제46조 2항)인 ‘양심에 따른 직무’의 대표적 사례인 무기명 비밀투표 결과를 공개하라고 공공연히 압박하고, 가결 표를 행사한 의원을 징계하겠다고 나선다. 이 대표 영장 기각 탄원서에 서명하라는 모양새로 가결 투표 고백이나 거짓말 사이의 택일을 강요한다. 민주적 활동·조직이라고 보기 힘든 행태다.

26일로 예정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맡은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대한 공격도 심각하다. 민주당 차원에서 ‘영장 기각 100만 서명 운동’을 벌이고, 김의겸 의원은 유 판사가 한동훈 법무장관과 서울대 법대 동기라는 가짜뉴스까지 유포하다가 들통이 났다. 유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했을 경우에 어떤 후폭풍이 일어날지를 암시하는 형태로 겁박하는 것과 다름없다.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뒤흔드는 행태다. 유 판사는 이런 위협이나 정치적 요인을 배제하고, 오직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등 법리와 증거에 입각한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판사도 인간인 만큼 위축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대표 영장심사 당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것도 소속 의원들을 압박하는 일이다. 비명계인 박광온 전 원내대표와 송갑석 전 최고위원의 사표는 즉시 받아들이더니 사퇴를 표명한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은 반려했다. 새 원내대표 후보 4명도 친명 일색이다. ‘이재명의 당’을 넘어 이제는 ‘이재명 1인 정당’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민주적 내부 질서 유지 의무(정당법 제29조)에 역주행한다. 재판에서도 자백이 나온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사실상 방치하는 것도 정당법 제50조를 짓밟는 행태다. 명분 없이 지역구를 주고 받은 송영길 전 대표와 이 대표와의 정치적 거래 의혹도 재조명된다. 이런 상황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지지 여부와 별개로 민주당이 헌법 보호와 국가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 정당인지에 대한 사법적 의문도 커간다.

문화일보 사설

 

09.25 또 가짜뉴스…김의겸 의원은 언론인 출신이 맞나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이재명 구속심사 판사, 한동훈과 대학 동기” 허위 주장

사실 확인없이 묻지마 폭로, ‘취재’ 단어 꺼내지도 말라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또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을 판사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서울대 법대 동기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김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서울에 영장전담 판사가 세 분 있는데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판사를 선택한 것”이라며 “선택된 판사가 하필 한 장관의 서울대 법대 92학번 동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한 장관과 해당 판사가 동기가 아니며 일면식도 없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92학번, 영장실질심사를 맡는 판사는 93학번이다.

주장이 허위로 드러나자 김 의원은 “취재하는 과정에서 구멍이 있었나 보다”고 했다. 그의 행위는 취재로도 보기 어렵다. 한겨레 신문 출신인 김 의원은 “서울대 법대 92학번 법조인이 정보를 주면서 ‘나, 한동훈 장관, 영장전담 판사 모두 92학번 동기다’라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법조인 대관을 보니 한 장관과 해당 판사가 73년생이고 고교 졸업도 1992년이라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제1 야당 대표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실질심사의 신뢰도를 문제 삼으면서 당사자나 대학 측에 최소한의 확인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다른 의혹을 제기했을 때도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아 몸담았던 언론계 전부를 먹칠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대통령·법무장관의 심야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대표적이다. 진원지인 여성 첼리스트가 ‘거짓’이었음을 진술했는데도, 그는 제대로 사과조차 않고 “그날로 돌아가도 같은 질문을 하겠다”고 했었다. 그가 얻는 정보엔 근거가 부족한 사례가 많았던 만큼 김 의원은 앞으로 ‘취재’라는 단어 자체를 입에 담지 말기 바란다.

 

김 의원은 야당의 명맥을 이어왔고 수차례 집권한 민주당의 얼굴에도 먹칠을 하고 있다. 당 대변인 시절 그는 이 대표를 면담한 주한 EU대사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는 남북 긴장이 고조돼도 대화 채널이 있어 해결책을 찾았는데 윤석열 정부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달했다가 항의를 받고 사과했었다. 정부에 흠집 내려 외국 대사의 발언을 조작한 것으로, 국격까지 훼손했다.

 

야당이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김 의원처럼 아니면 말고 식 폭로를 일삼는 행태는 지지층을 자극해 반사이익만 노리려는 폭거일 뿐이다. 최강욱 전 의원이 한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한국3M’인 노트북 후원자를 한 장관의 딸이라고 주장한 것이나 김남국 당시 민주당 의원이 ‘이모 교수’를 한 장관 딸의 이모라고 했던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오히려 당의 신뢰를 깎아내리는 해당 행위다.

중앙일보 사설 

 

09-25 탄핵 취지 일탈한 野 ‘검사 탄핵’ 행태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안동완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지난 21일 국회를 통과했다. 그중에서 검사 탄핵소추에 주목하는 것은, 총리 해임건의와 달리 탄핵소추는 엄격한 법적 요건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 공세의 수단으로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임성근 전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는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됐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는 기각됐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의 형성 없이 최초의 검사 탄핵소추를 가결했다는 것은 많은 국민을 의아하게 만든다.

과연 안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는 탄핵제도의 본질에 부합하는 것일까? 아니면 본질에 반하는 부적절한 정치 공세인가?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이번 검사 탄핵소추가 안고 있는 3가지 문제점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첫째, 임 전 판사나 이 장관의 경우만 해도 나름으로 논의를 거쳐서 탄핵소추안이 마련됐다.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그리고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탄핵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생뚱맞다는 인상은 강하지 않았다. 다만, 퇴직이 임박한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가 부적절했고, 장관의 중대한 불법으로 보기 어려운 행위에 대해 탄핵소추한 것이 문제였다. 그 반면에 안 검사 탄핵소추는 왜 갑자기 10년 전의 사건을 소환해서 담당 검사를 탄핵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검찰을 공격하기 위해 검사 중의 하나를 탄핵하려고 물색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에 주목하게 됐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탄핵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탄핵은 과거사의 비리를 벌하기 위함이 아니라, 현재의 국정 운영에서 중대한 불법을 저지른 고위공직자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문제의 배경인 유우성 사건의 실체는 아직도 분명치 않다. 그가 간첩 혐의를 받고 재판을 받는 도중에 국가정보원의 증거조작이 드러나면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가 자신의 화교 신분을 속이고 탈북자 행세를 했던 것과 관련한 의혹들은 여전히 해명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탄핵소추의 이유로 들고 있는 보복 기소는 그 실체가 확인된 바 없다. 대법원 판결에서는 검찰이 기소유예처분을 4년여 후에 번복한 것에 대해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것이지, 그것이 보복 기소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탄핵소추의 핵심 사유를 보복 기소로 명시한 것부터 논란의 소지가 있다.

셋째, 공소권 남용이 탄핵 대상이 되는 중대한 불법인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동안 여러 차례의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소가 일관되게 밝히는 것처럼, 탄핵 결정을 위해서는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한 불법’이 인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검사들이 권력을 오남용한 사례들도 다양한데, 10년 전의 이 사건이 가장 심각하고 중대한 것인지도 문제가 되며, 판사들의 오판에 대해서도 모두 탄핵해야 형평에 맞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든다.

이상 세 가지 문제점에 대해 설득력 있는 답변이 없다면, 민주당의 이번 안 검사 탄핵소추는 매우 부적절한 정치 공세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문화일보 

 

09-25 ‘뉴스타파 인용’ KBS·JTBC·YTN 과징금 결정…역대 최고 징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뉴스타파의 ‘김만배 허위 인터뷰’를 검증없이 인용 보도한 KBS, YTN, JTBC 등에 최고 수준의 징계인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방심위는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KBS 1TV ‘코로나19 통합뉴스룸 KBS뉴스9’, JTBC ‘JTBC 뉴스룸’, YTN ‘뉴스가 있는 저녁’의 지난해 3월7일 방송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과징금 부과’는 방심위 제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위다. 지상파를 포함한 주요 방송사들이 이같이 무더기로 중징계를 받은 것은 방심위 출범 이후 최초다. 과징금 액수는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과징금이 부과되면 벌점 10점을 받는다. 이는 향후 방송사 재허가·승인 심사 과정에서 감점으로 작용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날 회의에는 여권 추천인 류희림 위원장을 비롯해 황성욱·허연회·김우석·윤성옥 위원이 참석했다. 야당 추천 위원인 옥시찬·김유진은 퇴장했다.
문화일보 안진용 기자

 

09.26 허위 보도 TV 중징계, 선거 가짜뉴스 뿌리 뽑는 계기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열린 20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대선 직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대장동 사건과 엮으려 했던 뉴스타파의 허위 인터뷰를 확인 없이 인용 보도한 KBS와 JTBC, YTN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과징금 부과는 법정 제재 중에도 가장 무거운 중징계다. 뉴스타파 허위 보도를 네 꼭지나 할애해 보도한 MBC도 같은 수준의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방심위는 방송 내용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감시하는 조직으로 객관성과 신속성이 존립 근거다. 그런데 지난 정권 방심위는 자신들 입맛에 맞는 방송의 허위 편파 보도에 대해 편파 심의, 지연 심의, 솜방망이 제재로 일관해 왔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수많은 허위 보도를 쏟아냈지만 단 7건을 제외한 대부분 사안에 아무런 법적 불이익이 없는 행정지도 처분을 했다. 김씨가 “정경심 공소장은 허위 공문서”라고 하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페라가모와 생태탕 의혹을 근거 없이 제기했던 것도 제재를 차일피일 미뤘다. 천안함 잠수함 충돌설 등 허위 가짜 뉴스 보도에도 면죄부를 줬다. 비판적 방송사는 사소한 멘트 하나까지 감시하면서 KBS와 MBC가 좌파 패널만 수십 번 출연시켜도 문제 삼지 않았다. 공영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가짜 뉴스를 확산시키는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사실상 방치했다. 만약 방심위가 최소한의 기능만 했어도 뉴스타파의 허위 인터뷰와 같은 막무가내 가짜 뉴스는 시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과거 방심위의 주축이 민언련이었다. 민언련은 언론을 감시한다는 명목 아래 뉴스 모니터링과 논평을 하지만 실제로는 민주당 정권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언론사를 공격하는 게 주된 일이었다. 그런 조직의 공동대표를 지낸 사람이 방심위원장을 맡았다. 뉴스타파 허위 인터뷰에 대해서도 방송사들이 사과까지 했지만 민언련 출신 위원은 긴급심의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조차 반대했다.

선거 가짜 뉴스로 인한 피해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2002년 김대업씨가 제기한 이회창 후보 병역비리 의혹은 훗날 검찰 조사에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내년 총선에도 가짜 뉴스로 선거에 영향을 주는 시도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뉴스타파 가짜 뉴스를 확대 재생산했던 KBS와 MBC는 지금도 드러내 놓고 편파적이고 정파적인 방송을 하고 있다. 방심위는 선거 가짜 뉴스의 경우 최대한 신속하게 심의해 조작 세력이 시청자들의 판단을 흐리는 일을 막아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9.26 ‘옥중 출마, 옥중 결재’ 글에 ‘좋아요’ 누른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앞둔 이재명 대표가 “옥중 출마, 옥중 결재도 하라”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구속되더라도 당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민주당 친이재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은 원내대표 선거 출마자들에게 “이 대표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공개 선언해달라”고 했다. 사실상 이 대표에 대한 ‘충성’과 ‘방탄’ 서약을 요구한 것이다.

친이재명계는 이 대표 체포 동의안이 가결되자 비이재명계 박광온 원내대표를 쫓아내듯 사퇴시켰다. 그리고 친이재명계 4명이 새 원내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이 중 세 사람이 방탄 서약을 했다. 국회의원이, 그것도 다수당을 대표하겠다는 사람이 국민 전체가 아니라 특정인을 지키겠다고 공개 약속할 수 있나. 현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대표는 10여 가지 불법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뇌물·배임 등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을 이용한 비리, 국가의 사법 시스템을 교란하는 위증 교사 등 혐의도 중대하다. 영장이 발부되면 물리적으로도 대표직은커녕 의원직도 수행하기 어렵다. 재판에서 유무죄가 확정될 때까지 일단 물러서 있는 게 상식이고 도리에 맞는다.

그런데도 옥중 결재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은 이 대표 개인과 친이재명계의 계파 이익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공천권을 쥐고 있어야 당내에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수 있고, 재판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계산할 것이다. 친이재명계는 내년 총선에서 다시 공천을 받으려면 이 대표가 공천권을 쥐고 있어야 한다. 일부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회 다수당이 끝없이 비정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취임 후 방탄에만 몰두해 국정을 왜곡, 마비시켰다. 체포 동의안 가결 후에는 당내 배신자 색출 작업을 벌였다. 이제 이 대표 옥중 공천에 대비해 시대착오적 충성 서약까지 강요한다. 전통 있는 민주당이 한 사람 때문에 거꾸로 가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9.26 다시 불붙은 ‘검찰 악마화’, 이재명과 민주당 살릴까

‘신檢부’’대한檢국’ 선동하며
조국 유시민 최강욱 의기투합
검찰·독재에 대한 국민 반감
총선 이용할 ‘약한 고리’로
‘후쿠시마’ 안 먹힌 反日감정
민주당 혐오만 깊어질 것

간첩 혐의로 두 차례 구속됐던 골수 주사파 민경우는 86세대 무용담은 걸러서 들어야 한다며 웃었다. 특히 고문·폭행담은 열 배, 스무 배쯤 과장된 것이라고 했다. “같은 시기 군대 폭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었고, ‘박종철 사건’ 이후 고문이 급속도로 사라졌는데도, 86세대 신화화를 위해 공권력의 악마성을 끊임없이 재생시킨다고 했다.

운동권이 제도권에 대거 입성한 문재인 정권 들어 86세대 신화 만들기는 절정에 올랐다. 문 정부 출범 직후 개봉된 영화 ‘1987′이 대표적이다. 학생운동을 절대선으로 띄우기 위해 치안본부 대공처장(김윤식)을 빨갱이 척결에 광적인 사명감을 가진 악의 화신으로 묘사했다. 형사들이 아무 때나 교회, 신문사에 난입해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도 등장한다. 87년 내내 거리에서 살았다는 민경우는 “올림픽을 1년 앞둔 1987년의 대한민국이 무법 천지였겠냐”며 “문 정권의 86세대는 70년대 유신 투쟁을 한 선배들의 고초를 자신도 똑같이 겪었다는 과대망상으로 스스로를 영웅화하고 보수 진영을 악마화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적폐 청산이 진행됐다. 강준만 교수는 이를 ‘퇴마 정치’라 명명했다.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는 퇴치해야 할 또 하나의 ‘악마’가 탄생했다. 조국 법무장관 임명에 반기를 든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정권 초기 특수부를 앞세운 적폐몰이에 무려 4명이 자살했을 땐 침묵했던 이들이, 조국 사태가 터지자 ‘검찰 개혁’을 외치며 서초동으로 몰려간 이유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검찰 악마화는 더욱 격화하고 있다. 그 선두에 대깨문이 ‘검찰 개혁의 희생양’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라 추앙했던 조국 전 장관이 있다. 딸 조민이 기소됐을 때 “차라리 나를 남산으로 끌고 가 고문하라”는 과대망상성 발언을 했던 조 전 장관은, 이달 초 ‘대한검국에 맞선 조국의 호소’라는 부제를 단 책을 출간한 뒤 최강욱 전 의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의기투합해 대통령 탄핵 분위기를 띄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발언 수위가 북한의 ‘정치적 미숙아’ ‘외교 백치’ 수준을 능가한다. 최강욱은 “전두환의 하나회에 버금가는 윤석열의 ‘신검부’가 법치주의를 완전히 도륙하고 있다”고 했다. 조국은 “용산이 전체주의에 장악됐다. 검찰권이라는 무력을 가진 윤 정권과 국민의 충돌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며 제2의 촛불을 암시했다. 유시민은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전쟁’을 선포했다. “이건 게임이 아니라 상대를 말살하려는 전쟁”이라고 규정한 그는 “기싸움에서 밀리면 진영은 무너진다. 당대표직 내려놓지 말고 옥중 출마, 옥중 결재하라”고 선동했다.

조국의 허언대로 “깨어나 보니 일제시대”에 살고 있다고 믿는 걸까. 이들의 황당한 폭주엔 믿고 의지하는 광신도 팬덤이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조폭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배신자 색출 광풍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민경우는 “주사파는 합리와 이성을 배제한 사이비 종교였고, 한 사람이라도 내 편으로 전취(戰取)하기 위한 선전·선동 기술은 지금도 대물림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거대 야당의 퇴마 정치는 성공하기 힘들 것 같다. 조국은 검찰이 국민들 공포의 대상이 됐다고 했지만, 검찰이 무서워 못 살겠다는 사람을 나는 아직 본 적이 없다. 공포로 치자면, 검찰보다 백주 대낮의 묻지 마 폭행범과 스토킹 살해범들이 훨씬 무섭다. 이들을 한 방에 퇴치하지 못하는 검찰의 무능과 나약함에 혀를 차는 중이다.

 

압수 수색을 백 번 했든 말든 그건 죄 지은 사람들 사정이다. 혐의가 너무 많아 ‘직업이 피의자냐’는 말까지 듣는 이재명 대표 아니던가. 신검부, 대한검국이라는 얄팍한 조어 선동에도 더는 속지 않는다. 한·미·일 군사 협력을 깨기 위해 반일 감정이란 약한 고리를 흔들어 후쿠시마 오염수를 선동했던 것처럼, 당대표 구속을 막고 총선 정국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반검찰, 반독재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는 걸 이미 많은 국민들이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혁신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백전백패 한다”는 친노 중에 친노 조기숙 교수의 말은 옳다. 지금이 그 절호의 기회다. 검찰을 비난하기 전에 수많은 민주화 동지들이 왜 눈물을 삼키며 민주당을 떠나갔는지 이제라도 귀 기울여야 한다. 65년생 투사 조국은 “정의의 여신 디케가 검찰 폭정에 눈물을 흘린다”고 했지만, 65년생 투사 민경우는 “친구야, 이제 좀 솔직해지자. 정의란 사실 앞에 정직한 것”이라며 웃었다.

조선일보 김윤덕 선임기자

 

09-26 ‘李 구속 땐 국가 마비’ 친명 겁박에 법치 밀려선 안 된다

이미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여부에 정치권은 물론 국민의 관심이 쏠린다. 정치적 파장을 넘어 사법부와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 인식에도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 앞의 평등’을 구현해야 할 법원의 책임이다. 권력자이든 일반 국민이든 오직 법리와 증거에 입각해 결정할 뿐, 정치적 고려나 유무형 외압에 영향을 받아선 안 되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재명 구속 저지’ 행동에 나선 상황이어서 이런 원칙의 견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 대표 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민주당 소속 의원 168명 중 161명이 서명해 ‘영장 기각 호소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그러나 궤변으로 가득하다. 탄원서는 먼저 “10월 재보궐 선거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부재할 경우 선거에 원활히 임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당은 당헌·당규로 대표 궐위 시 권한 위임을 명시하고 있다. 대표가 있더라도 비상대책위원회 등으로 선거를 치른 경우도 수두룩하다. 대표가 구속됐다고 선거를 못 치를 지경이라면 반민주적 1인 정당을 자인하는 것과 같다. 심지어 친명계가 ‘옥중 결재와 옥중 공천 불사’를 주장해온 것과도 모순된다.

탄원서는 또 “이 대표가 구속되면 국정 운영과 국가 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윤석열 정부의 행정권 집행은 물론 국가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사법부는 물론 국민을 향한 중대한 협박이다. 이 대표가 구속되지 않았을 때 정부 정책에 협조했다고 보기도 힘들다. 윤 정부가 제출한 200여 건의 법안 처리를 막아 왔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지난 21일엔 명분 없는 총리 해임건의안과 검사 탄핵소추안도 밀어붙였다.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를 미뤄 사법부 수장 공백을 만드는 책임도 무겁다.

민주당은 이날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는데, 후보가 친명계 일색이고 모두 ‘이재명 호위’를 공약했다. 입법권을 앞세운 압박이 더욱 커질 것임을 예고한다. 검찰은 이런 정치적 위력을 앞세운 증거인멸 등을 우려한다. 구속 여부가 범죄 혐의 자체에 대한 판단은 아니지만, 국민은 ‘유권무죄(有權無罪) 무권유죄’의 시금석으로 여길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9-26 가짜뉴스 퍼 나른 매체 징계와 포털 공정성 조사 당위성

언론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해야 하지만, 언론 자유에 기생해 발호하는 가짜뉴스 생성과 유포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AI까지 동원해 만든 더욱 그럴듯한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정치적으로는 내년 총선을 계기로 여론 공작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사이비 언론 감시 및 퇴출 노력이 더 절실해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5일 지난해 대선 3일 전 인터넷방송 뉴스타파가 보도한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KBS·JTBC·YTN에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과징금 징계에는 벌점 10점이 부과돼 재허가·재승인 심사(100점 만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3월 6일 뉴스타파는 대장동 주범 김 씨와 뉴스타파 전문위원인 신 씨의 대화 녹취를 공개하면서,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당시 윤석열 후보가 브로커 조우형 씨에게 커피를 타주고 봐줬던 것처럼 편집해 방송했다. 조 씨가 사실무근임을 이미 검찰과 JTBC 기자에게 진술했는데도 이들 방송은 ‘윤석열 검사가 수사를 덮은 셈’ 등의 제목으로 보도했다.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내용을 엄정한 검증 없이 퍼 나른 것은 언론임을 포기한 행태다. KBS 라디오는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재명 대표 영장 담당’ 유창훈 판사가 서울대 법대 동기라는 김의겸 의원의 허위 주장을 그대로 방송하는 일도 있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네이버 등 포털의 알고리즘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철저한 조사와 시정이 시급하다.

문화일보 사설

 
 

09.26 이재명 제치니 정청래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여권에선 “그냥 부결시키는 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말이 돌았다. 민주당이 이재명 간판으로, 방탄 이미지로 총선을 치르는 게 여권에 더 유리하지 않겠냐는 의미였다. 체포안 가결로 이 대표가 수감되고 퇴출당한 뒤 제1야당이 환골탈태해 거듭나면 국민의힘엔 오히려 악재라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현재 민주당 돌아가는 판세는 최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21일 표결 당일 밤, 온건파 박광온 원내대표를 완력으로 몰아낸 건 ‘친명 일극체제’의 서막이었다. 당 투톱(당대표ㆍ원내대표)이 부재하자 이튿날 회의에서 마이크를 잡은 건 강경파 정청래 최고위원이었다. 그는 가결표 의원을 겨냥해 “인간으로 해서는 안 되는 비정한 짓을 저질렀다. 제 나라 국민이 제 나라를 팔아먹었듯, 자기 당 대표를 팔아먹었다”면서 “윤석열 정부 정적 제거 공작에 놀아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다.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정치생명을 끊어놓겠다”는 노골적인 협박에 비명계는 허겁지겁 ‘부결 인증’을 공개하거나 “당원들이 사퇴하라면 사퇴하겠다”(고민정 최고위원)며 꽁무니를 빼기 바빴다. 계파 대격돌이니 반란 운운은 언감생심이었다.

체포안 가결로 당 변화 예상 깨고
비명 숨죽인 채 친명색채 더 강화
구속돼도 '이재명 체제' 굳건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행동 집회에서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당 밖은 더 흉흉했다. 표결 직후 친야 커뮤니티엔 ‘수박 당도 측정법’이란 게 유포됐다. 체포안 표결이 무기명 투표라 가결표 색출이 현실적으로 어렵자, 이를 추정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든 것이다. ‘개딸’의 거듭된 요구에도 ▶공개적으로 부결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자 ▶부결 여부를 묻는 문자ㆍ전화에 답변하지 않은 자를 우선 추리고, 이 대표 단식 중에 ▶농성장을 방문하지 않은 자를 포함하면서, ▶지난 7월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에 동참한 자(31명) ▶검사 탄핵소추안 발의에 불참한 자(62명) 등 공식 수치를 취합한 것이다. 지표 중 4개 이상 해당하는 현역 의원은 ‘수박 당도 4 혹은 5’로 측정돼 가결 확실로, ‘당도 1ㆍ2’는 가결 의심으로 분류된다. 단지 추정에 불과한 이 같은 ‘가결 리스트’가 내년 민주당 총선 공천을 좌우할 것이라고 한다.

 

이 대표 구속을 전제로 한 ‘옥중 공천’을 넘어, 이 대표 본인도 인천 계양을에 ‘옥중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비명계에겐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이 외려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이 대표가 풀려나면 통 큰 정치인으로 포지셔닝을 하기 위해 포용의 제스처를 취할 테지만, 이 대표가 수감돼 현재처럼 ‘극성 친명계’가 더 설치는 상황이 오면 비명계 공천 학살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설명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단식농성장에서 한 시민이 절을 하자 만류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제거’가 민주당 변화의 트리거가 되기는커녕, 이처럼 더 극렬한 ‘이재명 시즌2’로 변질되는 건 왜일까. 민주당 지지자 상당수가 심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현재의 윤석열 체제를 받아들일 수 없어서다. 특히 이 대표 단식 농성장에서 큰절을 올린 여성을 떠올려 보라. ‘이재명교(敎)’에 교화된 신도(개딸)에게 윤석열 정부는 ‘지옥불’인 것이다. 그런 엄혹한 현실에서 내 편의 작은 허물을 들추다니, 그건 용서될 수 없는 반역이다. 혹여 윤 대통령이 이 같은 개딸 정서를 간파하고 강경 기조를 여태껏 유지했던 것이라면, 가히 정치 9단이 아닐 수 없다.

2017년 대통령 탄핵-대선 패배 이후 자유한국당은 이듬해 지방선거에서도 2대14(광역단체장)로 참패했다. 우파 진영에선 그게 바닥이라고 여겼다. 아니었다. 지하는 더 깊었다. 당명만 바꾸었을 뿐 황교안 대표가 들어서면서 우파 성향은 더 뚜렷해졌고, 그 결과는 2020년 총선에서 역대급 패배였다. 하물며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석패했고, 168석이나 가진 거대 야당이 스스로 혁신한다? 교과서에서나 나올 법한 시나리오다. ‘이재명 체제’는 어떤 우여곡절에도 내년 총선까지 갈 것이다. 지하실로 들어서기엔 아직 빛이 환하다.

중앙일보 최민우 정치부장

 

09.27 이재명은 민주당을 소금 소태로 만들었다

對여당, 검찰 투쟁 아니라
민주당 의원 압박이
단식의 본질
민주당 사람들과의 싸움서
이 대표는 백전백승의 명장
온건파 축출된 그릇에
소금 결정이 타고 있다

물 1리터에 소금을 9g 정도 넣으면 우리 체액과 흡사한 생리식염수가 된다. 소금물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단식 기간 중에 정맥을 통해 맞은 수액주사도 소금물에 필요한 물질들을 녹인 제품이다. 소금물이 짠맛을 완전히 잃어버리면 맹물이고 과하면 독이 된다. 정당, 정치 결사체도 소금물과 마찬가지다. 핵심 지지층, 이념적 동질성, 충성도의 결합체가 소금이라면 중도층, 일반 대중의 지지가 물인 셈이다. 염도가 과하다 싶으면 물을 넣어야지 오히려 증발시키고 소금을 더 집어넣으면 소금 소태가 된다.

애초에 이재명 대표는 물의 양을 늘리겠다며 단식을 시작했다. 정부 여당에 불만이 많지만 이 대표와 민주당이 대안으로 눈에 차지 않는 대중에게 진정성을 인정받겠다고 했다. 단식 조건으로 내걸었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 국정 쇄신 요구 등은 야당 대표 입장에선 못 할 말이 아니었다. 여론조사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과반을 훌쩍 넘고 있었다.

 

‘방탄용’이라는 폄훼도 적지 않았지만 민주당 사람들은 “이 대표 본인이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하지 않았냐. 이미 스스로 족쇄를 채운 격”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단식으로 이 대표에 대한 지지세가 강해지면 정부 여당과 검찰도 압박을 받기야 하겠지만 그건 부대 효과일 뿐”이라고 말했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이 대표의 단식은 짠 소금물을 펄펄 끓여 댄 땔감이었다. 이십여 일간 불을 때고 나니 그나마 남았던 물도 증발해버렸다. 먼저 후쿠시마 오염수 이슈가 사라졌다. 중국 대사 관저를 직접 찾아가 부국장급인 싱하이밍 대사의 손을 잡고 “가능하면 함께 목소리를 내고 공동의 대응책을 강구하면 좋겠다”고 말했던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한 날 한덕수 총리는 시진핑 주석과 마주 앉아 한·중 우호와 한·중·일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했다. 그 자리에서 후쿠시마 이야기가 나올 틈이 없었다. 국회 경내에서 이른바 개딸이라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자가 경찰에게 쪽가위를 휘두르고, 커터칼로 자해 소동을 벌이는 뉴스가 나오는 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들의 여러 흠결에 대한 주목도는 오히려 떨어졌다. “용산이 어쩌고 하지만 그래도 국민의힘이 수박 색출하는 민주당보다는 민주적이지 않느냐”는 소리가 늘어났다.

이렇게 단식의 명분이 날아가버리자 초점은 이 대표 체포영장 동의안 처리 여부에 맞춰졌다. 표결 날짜가 잡히자 한총련 의장 출신으로 이 대표 외곽 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특보 강위원은 “이번에 가결표 던지는 의원들은 끝까지 추적, 색출해서 당원들이 그들의 정치적 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대표 본인은 물론 주위에서도 그 발언을 비판하거나 무마하는 사람은 없었다. 단식이 이십여 일이 넘어섰다는 이 대표가 투표 전날에 200자 원고지 10매 분량에 해당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부결을 독려한 것은 화룡의 점정이었다. 국민에 대한 호소, 여당이나 검찰에 대한 투쟁이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압박이 단식의 본질임을 드러낸 장면이다. 하지만 이러다간 물이 다 졸아붙겠다 싶은 의원들이 찬물을 한 컵 부었다.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켜 방탄 프레임을 깨버렸다.

그러자 이 대표는 소금을 퍼부었다. “민주당의 부족함은 당의 주인이 되어 채우고 질책하고 고쳐달라”고 강성 당원들을 독려한 후에야 단식을 해제했다. 마지막까지 계파 갈등을 조정해보려 애썼던 온건파 박광온은 원내대표 자리에서 축출됐다. 그 자리는 이재명 수호를 선언한 사람의 몫이 됐다. 지명직 최고위원 두 사람 가운데 전남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대협 의장을 지낸 현역 의원 송갑석은 비명계라는 이유로 밀려났다. 부산여대 총학생회장 출신 서은숙은 “가결 투표자를 징계하겠다”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임시로 당권을 쥔 정청래 최고위원은 ‘탈당자보다 입당자가 많다’고 득의만면한 웃음을 지었다. 소금 치기에는 일가견이 있는 유시민도 ‘노무현재단’ 유튜브를 통해 이재명에게 대표직 사수와 옥중 출마, 옥중 공천 불사를 주문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렇게 민주당을 소금 소태로 만들었다. 윤 대통령이나 보수 진영, 혹은 검찰과의 싸움은 모르겠지만 민주당 사람들과의 싸움에선 백전백승의 명장이다. 그러는 사이 물이 다 날아간 그릇에 남은 소금 결정들이 까맣게 타고 있다. 다시 물을 부어 염도를 조절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난 것 같다. 그릇을 박박 닦든가, 버리고 새 그릇을 구하든가.

조선일보 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

 

09-27 정상 法理로는 납득 힘든 李 영장 기각

김성천 중앙대 교수·법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다. 27일 새벽에 이 대표의 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백현동 개발 의혹과 관련하여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지만, 직접증거 자체는 부족해서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이나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서 이 대표가 관여됐다고 보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북한의 아태평화위원회와 경기도 사이의 남북교류협력 사업 협약식에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공무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협약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 신청을 했고, 돌아와서 보고서도 제출했다. 그런데 당시 도지사이던 이 대표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 이상하지 않을까.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이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를 경기도를 대신해서 북한에 건네줬는데 이 전 부지사가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앞으로 대북사업은 번창할 수밖에 없고 이를 모두 쌍방울에서 독점하게 해줄 것이니 재벌이 될 거라고 했다 한다. 경기도에서 그 정도 보장을 해주지 않았다면 사업 하는 사람이 그 많은 돈을 거저 투자를 했겠는가. 나중에 김성태 전 회장이 모친상을 당했을 때 이 대표는 자신의 비서실장이 대신 문상하게 했다. 조문을 간 비서실장은 ‘이 지사가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이 모든 사실관계를 두고 영장전담 판사는 상당한 의심이 들지만 직접증거는 부족하다고 했다. 경기도가 북한에 이 지사의 방북을 성사시켜 달라고 4차례 공문을 보냈는데, 당시 해당 문서의 결재권자는 이 지사였다. 백현동 개발과 관련해서 당시 국토교통부가 협박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라는 회유와 압박을 받았다는 공무원들의 진술도 있다. 공문의 내용을 모르면서 결재를 할 수도 있다. 진술은 사실과 다르게 이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측근들이 모두 구속기소가 되고 법정에서 이 대표가 연루돼 있다는 진술을 이어나가고 있는데도 직접증거가 부족하다는 영장전담 판사의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다.

당 안팎에는 이 대표가 결백하다고 믿는 사람들도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 극성 지지자들이 있다. 그리고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아야 하는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정치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은 공천을 받아야만 의원직을 가질 수 있다. 당대표를 선출한 것은 그들이지만, 투표한 이후에는 당대표가 칼자루를 쥐게 된다.

그러면 이재명을 지지하는 법조인은 무엇인가. 군사정권 시절 독재 타도가 지상의 과제였던 운동권에서는 좌파를 군부·법조계·정보기관 등에 심어놔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작전은 상당한 수준에서 성공했다. 좌파는 적을 섬멸하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적개심을 심어주는 일에 능통하다. 사안을 판단할 때, 옳고 그름이 아니라 어느 편인지가 기준이 된다.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일은 관점에 따라 결론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오늘의 영장 기각도 그 일환이 아닌지 의심된다. 아니면,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의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작업을 하면서 민주당이 파탄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든지.

문화일보

 
 

09.27 이재명 영장 기각에 엇갈린 반응…與”법원이 개딸에 굴복” vs 野“사필귀정”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여야가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민주당은 “사필귀정”이라고 환영했고, 국민의힘은 “법원이 개딸에 굴복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권칠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구속영장 기각은 당연하다”면서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권 대변인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야당 탄압과 정적 제거에 혈안이 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과 정치검찰의 무도한 왜곡·조작 수사는 법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권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본분으로, 검찰은 검찰의 본분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윤 대통령은 불통의 폭정을 멈추고 국민 앞에 나와 머리 숙여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내각 총사퇴를 통한 인적 쇄신 및 국정 기조의 대전환에 나서라”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결국 법원이 개딸에 굴복했다”면서 “법원이 한 정치인을 맹종하는 극렬 지지층에 의해 휘둘렸다는 점에서 오늘 결정은 두고두고 오점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표는 수사 과정에서 대한민국 법치를 농락해 왔다”면서 “각종 지연 작전과 검찰과의 실랑이로 검찰 조사를 방해하고, 단식으로 동정여론을 조성하려는 낯부끄러운 시도까지 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과연 어느 국민이 오늘 법원의 판단을 상식적으로 이해하실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제 대한민국의 어떤 범죄혐의자들이 사법 방해행위를 자행한다 한들 구속수사를 통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제 이 대표와 민주당이 마치 자신들이 면죄부라도 받은 양 행세하며, 또다시 국민을 기만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이어 강 대변인은 “검찰은 하루속히 보강을 통해 다시 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면서 “이 대표와 민주당 역시 오늘의 결정이 범죄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아님을 직시하고, 겸허한 자세로 더 이상의 사법 방해행위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는 민주당에 드리운 방탄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오직 민생을 최우선으로 21대 마지막 정기국회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야 할 때”라고 했다.

조선일보 양지혜 기자

 

09.27 생환한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파 ‘숙청 작업’ 들어가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27일 새벽 기각되면서 일단 민주당은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기소·재판은 이어지겠지만 당장 검찰과의 1차전에서 작은 승리를 거둔 것으로, 당내에서 이 대표의 입지도 다시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비명계에 대한 ‘피의 숙청’ 작업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전날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부터 당내 다수인 친명계와 ‘체포동의안 부결파’의 지지를 받은 홍익표 의원이 당선되면서 이 대표를 중심으로 결속하는 분위기에는 더 힘이 실렸다는 평가다. 홍 신임 원내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이 하나의 팀이 돼서 이재명 대표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그런 힘을, 동력을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까지 이 대표가 진두지휘하는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는 “만약에 내일 (구속영장이) 기각돼 (이 대표를) 뵙는다면 앞으로 당 운영과 관련해 대표님께 포괄적으로 협의하고 이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선거를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중에도 이 대표를 둘러싼 체포동의안 국면에 강성 ‘부결파’ 입장에 선 것으로 알려졌다.

 

24일간의 단식으로 회복 치료를 받아온 이 대표는 치료를 병행하면서 핵심 당무부터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동의안 가결 파동으로 박광온 전 원내대표와 송갑석 전 최고위원 등 ‘비명계’ 인사들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친명 지도체제’는 더 강고해진 상황이다. 이 대표는 조정식 사무총장 등 정무직 당직자들에 대한 사표는 반려했다. 당 관계자는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 등 당무 정상화 절차를 밟으면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투쟁 기조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다시 세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영장이 기각됐다고 사법리스크가 일거에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당대표 구속 상황이 될 경우 우리의 운명을 검찰에 맡겨 놓는 셈이라 더 리스크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구속 적부심이나 보석 신청, 석방결의안 등 그간 해보지 않은 선택지들이 이어진다는 점도 부담이 됐을 거라는 것이다.

비명계는 더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영장실질 심사 이후로 미뤄놨던 ‘가결표 색출·징계’ 목소리도 다시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강성 당원들과 당내 친명계 인사들은 체포동의안 표결 ‘양심 고백’을 통해서라도 징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가결표 행사는 ‘해당행위’라고 규정한 상태다. 홍 원내대표도 “일부 당원, 지지층에서 문제 제기한 것에 대해 잘 알고 그런 부분을 책임 있게 해결하겠다”며 “당대표의 지침을 받아서 당이 통합될 수 있게 잘 준비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민주성 다양성 보장돼야 하지만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도 져야 한다”고 해, 사실상 징계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한 친명계 인사는 “당대표를 검찰에 갖다 바친 배신자들에 대해 그냥 넘어가기는 어려운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비주류 진영에서는 이 대표가 ‘생환’했더라도 당을 혼란에 빠트린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비명계 인사는 “이 대표 스스로 ‘천원 한 장 받은게 게 없다’고 했었고, 그렇다면 자신이 했던 약속대로 불체포특권 포기하고 떳떳하게 출석했어야 한다”며 “당의 지도자라는 사람이 체포동의안 부결을 요청하면서 당을 혼란과 분열로 몰아넣은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경화 기자

 

09-27 이재명 1인 체제 치닫는 민주당, 우려 커진 국정 발목잡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이 사법적 유무죄와는 관련이 없지만, 정치적으로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이 대표 1인 체제로 치닫는 조짐이 이미 뚜렷해졌고, 대외적으로는 ‘야당 탄압을 위한 정치 수사’ 등 대여 공세 강화 근거로 활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6일 선출된 홍익표 원내대표는 27일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파면을 주장하고,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수용도 요구했다.

친명·비명 충돌은 야당 내부 문제이고, 긴 안목에서 정치적 득실도 예측하기 힘들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이 대표가 영장 기각을 ‘정치적 승리’로 규정하고 의석 수를 앞세워 국정 발목잡기를 강화하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지난 21일 본회의에서 처리가 무산된 실손의료보험 수급 간소화법, 보호출산법 등 90여 개 민생 법안은 볼모가 돼버렸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도 정치 외풍에 더 휘둘릴 가능성이 커졌다.

당내 민주주의 후퇴도 걱정된다. 이 대표가 송갑석 최고위원 사퇴를 수용하면서 최고위원은 정청래 등 친명계 6명만 남았다. 박광온 전 원내대표를 끌어내리고 친명계 원내대표를 선출했다. 이 대표에게 영장 실질심사를 받게 한 비명계에 대한 응징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지배적이다. 이 대표 강경 지지자들은 살생부를 돌리며 낙천 운동을 예고한다. 거대 야당이 방탄 정당에 이어 1인 정당으로 퇴행한다면, 민주당을 넘어 대한민국 정치의 불행도 된다.

문화일보 사설

 

09.28 총선 넘어 대선까지 이어질 尹·李 컬트 드라마

‘넘어서는 안 될 선’ 없고
‘한계’도, ‘설마’도 없는
한국 정치 컬트 드라마
내년 총선, 다음 대선엔
또 어떤 컬트 현상 나오나
모든 것은 尹 하기 나름

오래전에 TV에서 미국 영화 한 편을 보았는데 기이하고 충격적인 장면의 연속이었다. 물어보니 이런 영화를 컬트(cult) 영화라고 한다고 했다. 좋은 영화라는 느낌은 없었지만 충격적이어선지 지금도 몇몇 장면은 생생히 기억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소식과 그가 정치 인생의 최대 고비를 넘었다는 평가를 들으면서 먼저 든 생각은 컬트 영화였다. 기이하고 충격적인 장면이 연속되는 한국 정치가 또 하나의 기억에 남을 장면을 만들어냈다.

심각하고도 다양한 개인 비리 혐의를 받는 이 대표가 국회 압도적 다수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것 자체가 ‘컬트’적이었다. 상식선에서는 군소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되는 것도 어려워 보였다. 그런 그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날은 이 컬트 영화의 막이 오른 순간이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민주당 대선 후보들 중 이 대표 같은 사람은 없었다. 그의 많은 불법 혐의는 거의 모두 문재인 정권 때 드러난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피해자’라고 할 수도 없다. 이 대표의 과거 충격적 언행도 다른 민주당 후보들에게선 들어본 적이 없다. 특별히 민주당과 밀접한 삶의 궤적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그에게 민주당은 공천받고 당선되는 데 필요한 도구에 가까웠다. 그래도 대선 후보가 됐다. 이것이 한 개인의 빛나는 성취든, 한국 정치의 병리 현상이든, 분명한 것은 그 이후 우리 정치가 컬트 영화처럼 흘러갈 것이란 사실이었다.

 

이 대표는 대선에서 낙선했지만 접전을 벌여 대중적 지지 기반을 마련했다. 그런 그가 대선 기간 잠시 미뤄진 검찰 수사를 순순히 받고 법의 심판을 기다릴 리는 없었다. 이미 대선 기간에 이 대표에겐 낙선할 경우의 ‘플랜 B’가 있었고, 그것은 대선 후 즉각 국회의원이 되고 민주당 대표가 되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검찰 수사와 구속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려면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조기 당대표 선거가 필요했지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당시 민주당 대표가 당의 대선 패배 책임을 진다면서 사퇴해 당대표 선거를 만들어줬다. 사퇴한 대표는 또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면서 의원직까지 사퇴해 국회의원 보궐선거까지 만들어줬다. 대선이 끝나고 많은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컬트 영화는 2막을 알리고 있었다.

 

그 후 이 대표가 쉴 새 없이 탄핵, 해임, 국정조사, 특검을 요구하고 민주당이 여당일 때도 하지 못한 법들을 마구 통과시킨 것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위력 시위였다. ‘수사 중단’과 ‘국정 협조’를 맞바꾸는 딜을 하자는 것이었다. 윤 대통령이 딜을 할 뜻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해지자 택한 것이 ‘단식’이다. 야당 대표가 민주화 투쟁이 아니라 개인 비리 구속을 피하기 위해 단식을 했다. 한 마디로 컬트 단식이었다. 구속될 가능성이 있어서 단식까지 했는데 막상 그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도 컬트 영화에 어울릴 반전이었다. 이 기각으로 제일 놀란 사람은 이 대표일지 모른다.

아직 이재명 컬트 영화가 끝나려면 멀었다. 내년 4월 총선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대선 연장전처럼 돼버렸다. 국민의 40%가 ‘대장동은 윤석열 게이트’라고 답하는 실정이다. 4월 총선이 또 어떤 컬트적 결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할지 모른다.

이재명 컬트 영화가 계속 돌아갈 수 있도록 동력을 공급하는 것은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다. 윤 대통령 지지도가 높았다면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이렇게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선거를 많이 치러본 정치인들은 대통령 지지도가 40%에 못 미칠 때 여당의 총선 결과는 낙관할 수 없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안정적으로 40%를 넘은 적이 없다. 윤 대통령 스타일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여러 얘기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의 문제는 ‘이 일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고민이 부족하다는 데 있는 것 같다. 특히 선거에선 다른 사람들 정서를 잘 살피지 않으면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공천도 그중 하나다. 홍범도 동상 문제를 결정하듯이 공천이 이뤄지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 수 없다.

 

4월 총선은 다음 2027년 대선 컬트 영화의 예고편이다. 앞으로 이 대표 재판은 많은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대선 때까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재판을 받으며 대선에 출마하는 것 같은 일이 한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설마’는 통하지 않는다. 컬트 영화엔 ‘설마’가 없다. ‘한계’나 ‘넘어서는 안 될 선’도 없다. 윤·이 두 사람이 그리는 쌍곡선의 결말은 오리무중이다. 확실한 것은 모든 것은 윤 대통령 하기 나름이고, 윤 대통령이 져야 할 책임이라는 사실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

 

09.28 비이부주(比而不周) ‘유시민’

논어’에는 군자와 소인을 대비해 표현한 구절들이 많이 나온다. 예를 들면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동(同)이란 같은 편끼리 모인다는 것이고 화(和)란 같은 편이 아니어도 도리에 맞으면 그것을 따른다는 말이다.

또 “군자는 주이불비(周而不比)하고 소인은 비이부주(比而不周)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위와 거의 같은 뜻이다. 비(比)란 친비(親比)라고 하여 공적인 도리보다는 사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사람을 대한다는 말이다. 바로 ‘내로남불’이다.

 

이 두 말은 뒤집어 읽을 때 의미가 더욱 분명해진다. 즉 “화이부동하면 군자이고 동이불화하면 소인이며, 주이불비하면 군자이고 비이부주하면 소인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을 알아보는 잣대가 된다.

 

‘시경’ 상서(相鼠)편에서 “쥐새끼를 잘 살펴보면 몸뚱이가 있는데 사람이라고 하면서 예가 없도다! 예가 없는데도 어째서 빨리 뒈지지 않는가?”라고 했다. 이는 동이불화하고 비이부주하는 소인배에 대한 가차 없는 공격이다.

요즘 유시민이라고 하는 자칭 ‘어용 지식인’이 하는 언행을 보고 있노라면 딱 소인에 딱 ‘서(鼠)’ 그대로이다. 워낙 일의 이치[事理=禮]에서 벗어난 소리를 많이 했지만 얼마 전 “기 싸움에서 밀리면 진영이 무너진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갈 데까지 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생계의 방편으로 진영을 활용하는 자여야 할 수 있는 말을 내뱉은 것이다.

유시민은 과거 “60살 먹으면 뇌가 썩는다”고 했다. 이를 받아 진중권 교수는 “60살 넘으면 뇌가 썩는다는 자기 말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고 되돌려주었다.

 

또 유시민은 “20~30대 남성은 쓰레기”라고 독설을 내뱉었다. 자기 진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비이부주(比而不周)밖에 할 줄 모르는 이런 자들이야말로 올바른 공론(公論) 형성의 장애물이다.

조선일보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09-29 이재명의 ‘허언증(虛言症)’ 한가위 선물

“국민에게 희망 주는 정치” 말은 감동적
당에선 배신자 징계론… ‘개딸 전체주의’
영장기각 사유 “공직선거법 재판 출석 감안”
“고 김문기 모른다” 판결, 총선 전에 내려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마디는 민생이었다. 27일 새벽 자신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그는 서울구치소 문 앞에서 “이제 모레면 즐거워해야 마땅한 추석이지만 국민들의 삶은 참으로 어렵기 그지없다”고 했다.

휠체어에서 내려와 지팡이를 짚고 선 야당 대표의 말은 상투적임에도, 고마웠다. 그는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 나라 미래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기를 정부여당에도, 정치권 모두에도 부탁드린다”고 했다. 24일간 단식 끝에 오로지 나라와 국민만 생각하는 큰 정치인으로 거듭난 듯한 감동이었다. 무조건 정부여당부터 공격할 줄 알았는데 야당 대표한테 꼭 한가위 선물을 받는 것 같았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날이 밝자 이재명과 민주당에선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로 돌변하는 분위기다.

당장 체포동의안 가결파 징계론이 쏟아지고 있다. 개딸들의 ‘수박 쪼개기’ 주장이 속출하고 있고, 한총련 의장 출신으로 이재명 친위대 구실을 하는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사무총장도 “끝까지 색출해 정치적 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재명 단식 중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전략공천’된 진교훈 후보가 이 조직에서 나온 사람이다. 앞으로 전개될 피비린내 나는 친명 공천과 숙청 작업을 짐작게 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수호를 내걸고 새 원내대표가 된 홍익표는 어제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치 복원을 촉구하며 “무리한 정치 수사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실무 책임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파면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복원을 절대 하지 말라는 선전 포고나 다름없다. 구속영장 기각이란 구속을 않는다는 것이지, 잘못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대체 왜 대통령이 사과하고 장관을 파면해야 한단 말인가.

민주당은 법원으로부터 이재명 면죄부라도 받은 줄 아는 모양인데 착각이다. 이재명 대표 직인이 찍힌 공천장으로 총선 승리를 하겠다고, 이재명은 개딸들의 지지로 차기 대선 후보까지도 문제없다고 믿는 듯하다. ‘정당정치의 꽃 대의원’도 없애라는 개딸들이 당내 경선을 장악했으니 대선도 좌우할 수 있다고 믿지는 말기 바란다. 말이 좋아 ‘팬덤 정치’이지, 북조선이나 서조선(중국)에선 우상숭배다. 개딸을 이용해 이재명은 반대파를 쉽게 제거할 수 있어 좋다. 충성스러운 반대파를 용납 못 하는 ‘재명 전체주의’, 그 말이 싫다면 ‘개딸 전체주의’다. 그래서 이재명은 그 많은 비리 혐의에도 저토록 당당한 거다.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892자 영장 기각 사유 중 놓쳐선 안 될 대목이 있다.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라는 부분이다.

‘별건 재판’은 이재명이 3월부터 받고 있는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재판을 말한다.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사업 수사 중 숨진 채 발견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발언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작년 9월 불구속 기소됐다.

사람을 안다고 할 때 과연 어디까지 알아야 안다고 할 수 있을지, 따지고 들면 심란하긴 하다. 하지만 인두겁을 쓴 사람이면, 아무리 정치인이라고 해도 해서는 안 되는 거짓말이 있다. 사람의 목숨이 걸린 문제면 더욱 그렇다.

7월 14일 법정에 나온 고인의 아들은 “식사 도중이나 밤늦게, 주말에도 (아버지는) 방 안에 들어가서 전화를 받았고 (어머니가) 누구냐고 물으면 성남시장이라고 하셨다”고 증언했다. “어느 아버지가 아들에게 당신 업무 관련해서 거짓말을 하겠나. 저는 들은 그대로 진실만을 이야기했고, 아버지가 저한테 거짓말을 했을 것이란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그의 말을 나는 믿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했더니 정말인 줄 알더라”던 이재명 같은 정치인에게 더는 속고 싶지 않다.

1심 판결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나올 경우, 가볍게 볼 수 없다. 최종 확정되면 민주당은 선거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금액 434억 원을 당사를 팔아서라도 반납해야 한다. 이재명은 향후 5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최종 확정까진 안 가더라도 이런 당 대표를 제1 야당이 언제까지 떠안고 갈 것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재판부는 속히 판결하기 바란다. 민주당이 자격 없는 당 대표의 총선 공천장을 받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09.30 김민전 “이재명 관련 비리에 20여명 구속, 정작 본인은 법원 덕에 활보”

“가결 의원 피의 숙청? 개딸 움직여 경선서 날릴 것”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10여가지 범죄 비리 수사에서 20명이 넘는 인사들이 구속됐는데 정작 이 대표 본인은 법원의 영장 기각 덕에 구속을 면했다”며 “이것이 사법 정의라고 할 수 있느냐”고 했다. 김 교수는 조선일보 유튜브 ‘배성규·배소빈의 정치펀치’에 출연, “모든 범죄 비리의 정점에 이 대표가 있고 구속된 인사들도 이 대표를 지목하고 있는데, 정작 몸통은 처벌을 피해가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유창훈 영장전담판사는 이 대표가 야당 대표라 감시와 비판을 받으니 증거 인멸을 할 염려가 적고 그래서 봐줬다고 했지만 그와 반대로 이 대표는 당대표 자리를 이용해 자기 비리 방탄만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대표는 그동안 각종 방탄과 지연 전술로 수사와 재판을 피해 왔다”며 “법원이 이 대표의 그런 지연·압박 작전에 완전히 말려든 꼴”이라고 했다. 이번 영장 심사에서 이 대표가 야당 대표가 아니었다면 기각을 시켰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이 대표는 앞으로 재판을 한 없이 지연시키며 시간벌기 작전을 벌일 것”이라며 “그래야 총선까지 당대표직을 지키고 선거도 유리해진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번 영장 기각으로 총선까지 회생의 시간을 번 이 대표는 총선 승리를 위해 혈안이 돼 있을 것”이라며 “총선에서 이기면 윤석열 정부를 무력화시킬 수 있고 재판에도 유리하며 차기 대선도 바라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 대표와 민주당은 구속 영장 기각에 이어 총선에서 이기는 것이 곧 범죄 비리에 대한 면죄부를 받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은 죄는 영원히 없어지는 게 아니며 결국은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 대표는 일단 비명계를 바로 때리거나 복수하기보다는 일단은 화합하는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며 “하지만 그건 전혀 본심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비명 의원들에게 결국에는 피의 복수를 할 사람”이라며 “다만 곧바로 가결 의원을 색출해 공천 불이익을 주기 보다는 앞에서는 단합을 외친 뒤 개딸들을 동원해 해당 의원들을 주저 앉히거나 경선에서 떨어뜨릴 것”이라고 했다. 과거 금태섭 전 의원이 조국 사태 이후 경선에서 탈락했던 일이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 대표는 중도를 잡으려 가짜 화해 모드를 가려 할 것”이라며 “겉으로는 화합하는 척하면서 뒤로 반대파를 숙청하는 지능적인 전략을 쓸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배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