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종 칼럼 문화일보 논설위원 2022/
01월10일(월) 제 우물에 침 뱉는 ‘보수’론 못 이긴다

與는 대표가 나서 재명학 공부
反李 의원들도 비판 입 닫아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옛말
野, 대여 공격보다 후보 흔들기
직원이 경쟁사 제품 홍보하는 격
절박성에선 이미 與가 野 앞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다리를 다쳤다. 두 차례 수술하고도 휠체어를 탄 채 종횡무진이다. 주변에선 이재명 후보가 아니라 송 대표가 출마한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얼마 전에는 이 후보를 알아야 한다면서 책 5권을 쌓아놓고 ‘재명학’을 공부한다고 올렸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 후보의 음주운전 전과조차 “공익적 활동” 운운하며 감싸는 것을 보면 당내에서도 너무 심하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이 후보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받은 공약을 말하면 앞장서서 입법화를 독려한다. 이러니 지난 7일 열린 한 행사장에서 이 후보는 “송영길 선대위원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특히 다른 데(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비교하니까 너무 잘하지 않습니까”라고 극찬했다.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는 한동안 선거운동 지원 요청을 거부하다가 최근 전격 합류해 호남지역 선거운동에 동행하고 있다. “인성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절대 지지할 수 없다고 했던 ‘반(反)이재명’ 의원들도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닫았다. 할 말은 많지만 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 누구 하나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몇 년 전만 해도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는데, 이번 선거에선 보수에 통용되는 얘기가 됐다.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무엇보다 정권을 빼앗기는 것이 곧 ‘죽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경우엔 정치권뿐만 아니라 검찰 등 정부 측의 친정권 인사들조차 자신들이 저지른 일의 사필귀정을 걱정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습된 행동이기도 하다. 노선이 다르면 밥도 같이 먹지 않는다는 것이 진보 운동권의 생리였는데, 그런 절박함이 이들을 변모시켰다.
반면, 국민의힘을 보면 입으론 정권교체를 외치지만 오로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 집단의 전형이다. 경선을 통해 윤석열 후보를 뽑아놓고도 상대 당 후보보다 더 흔들고 있다. 그 중심에 이준석 당 대표와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이 있다. 극적 봉합을 했지만 이 대표의 언행이 윤 후보 지지자들에게 입힌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언제든 수틀리면 뛰쳐나갈 태세다. 자신이 인정하듯 방송이나 언론에서 한 얘기의 9할은 선대위, 1할은 후보를 공격하는 발언이었다. 윤 후보에게 지하철 인사를 하라는 ‘연습문제’를 냈는데 안 받아들이자 “윤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빈다”고 사돈 남 말 하듯 했다. 정부 여당 비판은 듣기 어렵다 보니 ‘민주당 선대위원장’ 비유까지 나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자당 의원 80%를 통신 사찰했다고 규탄하고 있는데 대여 공격 한마디 하지 않는다.
홍 의원은 여전히 ‘후보 교체’의 미몽(迷夢)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새해부터 ‘홍카콜라’ 유튜브를 재개하면서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능력과 처가비리 문제다. 그게 가장 본질적인 문제다”라고 비난했다. “윤석열이 당선되면 대한민국이 불행해진다”고도 했다. 적군인지 아군인지 모를 지경이다. 만약 자신이 후보가 됐고, 윤 후보가 ‘돼지 발정제’ 운운하며 비판했다면 어떻게 대응했을까.
경선에 나섰던 유승민 전 의원은 행방 자체가 묘연하다. 선거 때만 되면 나와서 입바른 소리 하다가 지면 아무 말 없이 사라지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별의 순간이 왔다”면서 윤 후보를 치켜세우며 총괄선대위원장을 했던 김종인 전 위원장은 윤 후보의 결별선언 직후 ‘윤 씨’라고 불렀다.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비전이 보이지 않으니 지금까지 이렇게 헤매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본모습은 어려울 때 나타난다. 국민의힘에는 어제까지 먹던 우물에 침을 뱉는 사람이 득실거린다. 최종적으론 후보 책임이겠지만, 선거는 진영의 명운을 건 대회전인데 이렇게 흔들고 있으니 여론이 좋을 리 없다. 회사 직원들이 자기 회사 제품보다 경쟁사 제품이 더 좋다고 선전하는 격이다. 대선은 미래지향적 투표를 한다. 유권자 입장에서 콩가루 같은 집단을 선택할 리 만무하다. 대선에 패배한 뒤 또 뼈를 깎겠다며 무릎을 꿇는 쇼를 하려는 것일까. 야당에 더 깎을 뼈가 남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절박성에서부터 밀린다.
02월 07일 이재명 후보 부부의 이중생활
억강부약 대동세상 외치던 李
공무원들이 부부의 집사 노릇
대리 藥 처방과 소고기 심부름
제사 준비에 친지 선물도 배달
너무나 다른 말과 행동의 간극
대장동·성남FC 겹쳐 신뢰 위기
16년간 독일을 이끌다 최근 퇴임한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는 ‘무티(Mutti)’라는 별명처럼 엄마 같은 푸근한 이미지를 가졌다. 언제나 비슷한 옷차림에 검소하면서도 일이 끝나면 평범한 일반인으로 돌아가는 것은 우리 정치권에서는 매우 낯선 일이다. 한 언론사 베를린 특파원은 메르켈이 일주일에 한 번꼴로 정부청사 근처에 있는 오래된 슈퍼에서 장을 보는 것이 진짜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를 기다렸다고 한다. 혹시 쇼 아닐까 하는 생각은 현장에서 깨졌다. 슈퍼에 온 메르켈은 일반인과 똑같이 장을 보더라는 것이다. 정육점 주인, 빵집 아줌마, 계산원 그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993년에 생긴 이 슈퍼에 메르켈은 물론 장관, 하원 의장, 야당 거물 정치인 등이 일상적으로 찾아와 장을 봤고,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모습이었다고 한다. 독일이 왜 선진국이고 강국인지는 정치인들의 이런 행보 하나에서도 읽을 수 있다.
퇴근길에 광화문에서 시민들과 소주 한잔 나누고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년여 동안 광화문 광장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광화문 정부청사로 대통령실을 옮기겠다더니 경호 때문에 못 옮기겠다고 했다. 가끔 명절 전에 김정숙 여사와 마트에서 장을 보는 어색한 장면을 언론용으로 연출했지만 그뿐이었다. 문 대통령의 측근들은 메르켈의 진짜 모습을 닮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독일 정부가 퇴임식을 해준 것만 부러워 문 대통령도 전례가 없는 퇴임식을 하겠다고 한다. 마지막 기자회견도 취소하면서 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시장에서 장을 보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음식이나 찬거리를 사고는 경기지사 시절 중점을 뒀던 지역 화폐로 지급했다. 김 씨는 상인들과 인사를 하는 이 후보를 뒤에서 안는 ‘백 허그’를 하며 친근감을 표시하곤 했다. 금실 좋은 중년 부부들도 잘 하지 않는 행동인데 서슴없다.
그런데 최근 이 후보의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 7급 별정직 공무원이었던 A 씨의 폭로로 밝혀진 이 후보 부부의 ‘이중생활’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변호사 시절 경리를 맡았던 여직원 배소현 씨를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되면서 7급 공무원으로 채용해 사실상 집사처럼 부렸고, 경기지사에 당선되고부터는 총무과 5급 직원으로 승진시켜 데려와 똑같은 일을 시켰다. 지난해에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성남시 산하단체에 근무하던 A 씨를 데려와 배 씨를 보조하게 했다. 대리 약 처방에 속옷 정리, 냉장고 정리, 음식 배달, 소고기 등 장보기, 친척 선물 구매 및 배달, 제사 준비 등 온갖 잡일을 다 시켰다고 한다. 김 씨가 초밥 등을 먹고 싶다고 하면 직접 사서 집 앞에 걸어두고, 김 씨가 좋아하는 백김치는 꼭 챙겨야 했다. 개인 카드로 산 뒤 법인 카드를 쓸 수 있는 시간대에 다시 가서 결제하는 수고로움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채용됐던 A 씨가 폭로한 내용의 일부가 이 정도인데, 그 전에는 이보다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에는 대선 출마를 결심하고 뛸 때인데도 이런 것을 보면 성남시장 시절부터 공사 구분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와중에 열린 민주당 경선 TV토론 때 이 후보는 “제가 부정을 하거나 정말 단 1원이라도 부당한 이익을 취했으면 후보 사퇴하고 공직 다 사퇴하고 그만두도록 하겠다”고 했다. 법인 카드로 안심을 사서 먹는 것은 부당한 이익에 해당되지 않는 것일까. 이 후보 부부의 지시 없이 직원이 과잉 충성했다고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까. 다른 후보들이 경기지사 사퇴를 요구했는데도 이 후보가 오랫동안 거부한 이유가 ‘도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이중생활을 끝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의심마저 든다.
이 후보는 대선 출사표를 던지며 ‘억강부약(抑强扶弱) 대동세상(大同世上)’을 강조했다.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주면서, 모든 사람이 어울려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약속했다. 그런데 대장동, 성남FC 사건에 이어 이번 사건을 보면 이런 세상은 오기 힘들 듯하다. 말로는 강자를 누른다고 하지만 스스로 강자의 지위를 즐기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한국의 메르켈’은 언제나 볼 수 있을까.
03월 04일 사드냐 보일러냐, 우크라에 답 있다
러의 우크라 침공에 세계 경악
자유 민주진영 안보 각성 계기
침략 규탄 봇물에도 文은 침묵
李 ‘흉악한 사드’ 주장은 反안보
푸틴보다 더 위험한 北 김정은
적과 동지도 구분 못 하면 패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 세계 자유민주 진영 국가들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지전쟁, 대테러 전쟁 등은 있었지만, 초강대국인 러시아가 노골적으로 침략전쟁을 벌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경쟁에 이어 러시아와 유럽 간 대결의 서막이 열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 ‘정전 상태’인 우리로서는 국제질서의 급격한 재편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있는 와중에도 북한은 미사일 고도화를 위해 올해 들어 8번째 도발을 강행했다. 특히 북한은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 특별총회에서 중국조차 기권한 러시아의 즉각적인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에 러시아와 함께 반대표를 던졌다.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의 안보를 위한 법적 보장이라는 합리적 요구를 무시하고 공격 무기를 배치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자위권을 무시하고 주한미군을 배치해 자신을 위협하고 있다는 논리와 똑같다. 언제든 러시아와 똑같은 이유로 대한민국을 침략할 수 있다는 위협으로 읽힌다.
러시아의 도발이 현실이 되자 그동안 나토(NATO)의 리더이면서 군비 증강에 미온적이었던 독일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지난달 27일 의회 연설에서 무기 현대화에 1000억 유로(약 134조7690억 원)를 투자하고 미국의 첨단 스텔스기 F-35를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3% 수준인 국방비를 2%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중립국인 스위스 등도 관례를 깨고 경제 제재에 동참하는 등 러시아의 눈치를 보던 유럽의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와 국가 수호를 위한 결사항전 태도가 자유민주 진영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어느 나라보다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언행을 보면 별나라에서 온 것처럼 보인다. 이 후보는 충청 유세에서 “흉악한 사드 대신 보일러를 놔 드리겠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하고 위치가 충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반대 정서를 부추긴 것이다. 또 “전쟁은 이기더라도 공멸, 평화가 경제이고 밥” “대화로 평화적 해결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각국 정상들이 러시아에 대한 규탄 메시지를 낸 것과 달리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도대체 누구를 비난하는지 알 길이 없다.
평화를 원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러시아처럼 일방적인 침략을 하는 나라를 향해 아무리 평화를 얘기해봐야 소용없다. 문 대통령이나 이 후보의 주장은 “나쁜 평화가 전쟁보다 낫다”며 일본 침략에 앞장선 이완용의 논리와 다를 바 없다. 우크라이나가 지금이라도 항복하면 피해를 줄이고 굴종적인 평화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들은 목숨보다 소중한 자유와 민주주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항전하는 것이다.
1조 원이 넘는 사드 비용으로 각 가정에 보일러를 놓으면 당장 따뜻할 수 있겠지만, 소중한 안보는 잃고 만다. 자유를 빼앗긴 뒤 보일러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무기를 녹여 쟁기를 만들 때가 아니다. 김정은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절대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더 강해졌을 것이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독립 직후 보유했던 1400여 기의 핵무기를 미국 영국 러시아의 경제 지원과 맞바꾸지 않았다면 일방적인 침공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은 각종 미사일과 마하 10의 극초음속미사일에 이어 전술핵에 핵잠수함까지 개발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보다 더한 세습 독재자인 김정은이 자아도취에 빠져 돌발적인 도발을 벌일 수 있다. 각국이 안보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상황에서 ‘사드보다 보일러’ 식의 발상은 반(反)안보의 전형이다. 독일의 정치학자 카를 슈미트는 정치를 “동지와 적을 구별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우·적(友敵)을 분간하지 못하면 싸우기도 전에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피로 지켜줄 동맹이 누구이고, 자유를 빼앗을 적(敵)이 누구인지 자명한데도 헷갈리는 대선 후보가 있는 것 같다.
03월 28일 文 ‘방탄 인사’는 모래성 쌓기
좌절된 文의 인사 대못 박기
‘코드 감사원장’이 反旗 들어
검찰도 김오수 총장부터 변신
진혜원 징계, 산업부 수사 재개
文 퇴임 후 대대적 재수사 조짐
‘진실의 시간’은 尹도 못 막아
‘풀이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김수영 시인 ‘풀’의 한 대목이다. 풀만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 것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고 난 뒤 공직사회는 훨씬 더 빨리 눕는다. 그동안 수차례 정권 교체를 겪으며 공직사회가 터득한 생존의 비법이다. 5년 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 부처마다 적폐청산위원회를 만들어 공무원들을 탄압했던 것을 경험한 공직사회는 윤석열 당선인이 확정되자마자 변화 속도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문 대통령은 대선이 끝난 지 19일 만인 28일 윤 당선인을 만난다. 쉬울 것 같았던 회동이 이렇게 오래 걸린 것은 인사권으로 퇴임 후 안전을 도모하려던 고집 때문이다. 그동안 청와대는 40여 일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에게 부여된 인사권을 당선인에게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국은행 총재, 감사위원 2명,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인사는 자신이 하겠다는 취지다. 이미 한은 총재는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을 지명했고, 감사위원도 1명은 반드시 자신들이 추천하겠다고 버텼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했던 이남구 감사원 제2 사무차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민정수석실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근무했던 최재해 감사원장을 포함해 감사위원 4명만 확보하면 자신들의 뜻대로 감사를 막을 수 있다고 계산한 것이다. 월성원전은 이미 재판 중인데 태양광 및 풍력 발전, 4대강 보 해체, 청와대 특활비 사용 등이 벌써 주요 감사 대상으로 떠오르는 상황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 정권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인수위 업무보고를 한 감사원은 ‘현 정부와 새 정부가 협의되는 경우에 제청권을 행사하는 과거 전례에 비춰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입장은 최 원장의 승인이 있었다고 한다. 헌법 제98조 3항에 감사위원은 반드시 감사원장의 제청이 있어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기 때문에 감사원이 이런 입장을 낸 것은 문 대통령 추천인사를 임명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격이다. 감사원 내부 공무원들 분위기도 흉흉하다고 한다. 문 정권 5년 동안 인사 적체가 심각해 직원 전용 댓글 창을 잠시 닫을 정도로 내부도 불만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한다. 중앙선관위 2900여 명의 직원이 한목소리로 조해주 전 상임위원의 선관위원 임명을 반대했듯이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공직사회 반란이 시작됐다.
검찰은 더 빨리 누웠다. 문 대통령이 법무부 차관에 이어 감사위원에 임명시키려다 당시 최재형 감사원장의 반대로 임명을 못 시킨 뒤 윤 당선인 후임으로 검찰총장에 임명된 김오수 총장의 변신은 놀랍다. 임기를 1년 이상 남긴 김 총장은 ‘윤핵관’의 사퇴 요구를 일축하면서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의 독자 예산편성권 등 윤 당선인의 공약을 지지하고 나섰다. 3년 동안 수사를 안 했던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에 착수하고,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한 진혜원 검사에 대한 징계를 1년 8개월 만에 정직 1개월로 결론을 내렸다. 아마 이재명 전 후보가 당선됐으면 묻혔을 사건들이다.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용도 경기도 감사관이 대선이 끝나자 경기남부경찰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장관 수사 때도 별다른 제동을 걸지 않았던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울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가져왔을 때 가장 분노했다고 한다.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을 돕기 위해 청와대 8개 비서관이 동원될 정도였는데 예상되는 파장을 문 대통령도 알았을 것이다.
검찰, 감사원, 경찰은 그 어떤 안전장치를 하고 방탄막을 하더라도 이미 문 대통령 편이 아니다. 권력의 압력으로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일들이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 여권 인사 대거 연루 소문이 있는 라임, 옵티머스펀드 사기 사건, 문 대통령 사위에게 특혜를 준 이스타항공 사건도 재수사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윤 당선인이 문 대통령을 배려해 어떤 압력을 넣는다면 이것도 훗날 적폐가 될 수 있어 개입할 수도 없다. 문 대통령은 대못을 박아보지만, ‘진실의 시간’은 피할 수 없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니까.
04월 20일 ‘민주’ 없는 민주당 민낯
한 명 반대 없이 172명 전원 발의
북한 최고인민회의 모습 닮아
반대 용납 않는 反민주 민주당
청년 비대위원 쓴소리도 외면
‘文위병’ ‘明위병’ 위세 떨쳐
검수완박 한다고 수사 못 막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72명 전원 명의로 발의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보면 ‘여기가 북한 아닌가’라고 착각할 정도다. 내용은 물론 법리에도 맞지 않고, 위헌 성향도 뚜렷한 법안을 발의하는데 한 명의 반대도 없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김정은이 당원증을 들어 찬성을 표시하면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찬성을 표시한 북한 최고인민회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박탈(검수완박)하는 이 법안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주철현, 소병철, 김회재, 조응천, 백혜련 의원 등 검사 출신 의원들도 이름을 올렸다. 회의적 반응을 보였던 이상민, 박용진 의원도 있다. 말도 안 되는 법안에 “나는 반대”라며 빠진 의원 한 명 없는 것이 ‘172석 민주당’의 민낯이다. 조응천 의원이 뒤늦게 반대 입장을 담은 친전(親展)을 돌린 것이 전부다.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피리 소리를 무작정 따라가는 ‘쥐떼’를 연상시킨다. 강성 지지층 반발은 물론 정치 생명도 위협받기 때문일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반대했던 금태섭 전 의원이 낙천 보복을 당한 학습 효과도 있다.
국회의원 개개인은 정당에 소속돼 있긴 하지만, 그에 앞서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선서한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다. 그래서 9명의 비서진을 비롯해 많은 특혜를 주고 있다. 그래도 과거엔 내부에서 치열한 토론도 했다. 민주당은 당명이 바뀌어도 꼭 ‘민주’만큼은 자신들의 독점적 용어처럼 써 왔는데, 지금 민주당에 민주주의가 있다고 자신할 사람이 있을까. 이번 법안을 발의하면서 그 흔한 공청회나 토론회도 한 번 거치지 않았다. 심지어 청년층을 위한다며 영입한 청년 비상대책위원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올해 26세인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에서 “검수완박 이슈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는 이 시점에 과연 우리 국민의 최대 관심사가 검찰 문제인지 자문해 봐야 한다”고 했다. “지방선거에서 지역주민의 삶을 어떻게 개선하고, 어떻게 지역을 발전시킬 것인지, 코로나 방역 조치를 해제한 다음 어떻게 국민 건강을 지킬 것인지, 날로 치솟는 물가와 전세보증금에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지가 실종돼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34세의 권지웅 비대위원은 당론 채택을 위해 소집됐던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검수완박이 통과됐다는 당의 발표와는 정반대 분위기를 전했다. “우리는 지난 5년의 국정 운영 평가, 다수당으로서의 국회 운영 평가로 대선에서 졌다. 아깝게 진 게 아니라 국정농단과 촛불의 힘으로 지기 어려운 선거를 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장일치 당론 채택이란 말은 제가 본 현장의 토론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말”이라며 “이견이 존재했고, 그 이견들이 좁혀지지 않은 채로 결정됐다”고 반발했다. 이런 청년의 질타 앞에 의원들은 부끄러워해야 하지만 속으로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할 것이 뻔하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등 민주당을 이끄는 학생운동권 출신 586 의원들이 배운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다수는 소수에 복종해야 하고, 당 중앙이 정하면 따라야 한다’는 중국·러시아·북한식 ‘민주집중제’다. 최강욱, 김용민, 김남국, 황운하 의원 등 강경파 의원들의 모임인 ‘처럼회’와 장외 극렬 지지층, 586 의원 등이 실질적인 당 중앙이고, 이들이 정하면 따라야 하는 구조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에 반대하면 노골적으로 당을 나갈 것을 요구하고, 일부는 외부에 이런 사실을 알려 문자 폭탄을 유도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의 홍위병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文)위병’ ‘명(明)위병’이 위세를 떨치고 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으로 권력 범죄 수사가 중단될 것으로 생각했다면 착각이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라임·옵티머스 사건,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대장동 개발 사건 수사 등은 잠시 혼선은 빚겠지만 진실은 숨길 수 없다.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공수처, 위성정당을 인정한 공직선거법, 임대차 3법 등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자명하다. 뒤늦게 ‘뼈를 깎는 반성’ 운운하지 말고 제발 이성을 되찾기 바란다.
05월 16일 민주당 성범죄 ‘폐당(廢黨)’ 걱정할 사태다
박완주 안희정 박원순 오거돈
성추행하고 피해자 되레 협박
민노총·전교조 10년 지나 사과
586 ‘조직 보위’ 성범죄 악용
겉으로는 약자·인권 외치지만
문재인·이재명도 언행 불일치
또 터졌다. 박원순·안희정·오거돈 사태 이후 끝난 줄 알았던 더불어민주당 내 성범죄 사건이 재연되고 있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용서를 구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할 지경이다.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충남 천안을에서 3선을 하고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 의장까지 지낸 중진인 박완주 의원의 성범죄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조직 자체가 심각한 병에 들었다는 신호다. 사건 자체도 심각한데 피해자를 회유·협박하는 행태는 범죄집단을 닮았다. 박 의원은 15년이나 함께 일한 보좌진에게 몹쓸 짓을 해 놓고 돈과 일자리로 회유하려다 안 되니까 피해자의 서명까지 조작해 의원면직 사직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가짜로 들통나자 직권면직까지 하려고도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상담한 선배들은 박 의원의 부역자 행태를 보였다고 한다. 결국, 당에 신고하고서야 진상이 세상에 드러났다.
왜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이들에게서 유독 이런 일이 발생하고 주변 인물들도 가담해 조직적 은폐가 일어날까. 몇 해 전 최영미 시인이 고은 시인의 성 추문을 폭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진보의 대의를 위해 활동하는 운동조직을 적의 공격으로부터 보위해야 하며, 따라서 내부에서 성폭력과 같은 몹쓸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이를 조직 밖으로 알려선 안 된다는 논리가 팽배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1980년대 운동권 내부의 많은 성폭력 사건이 은폐되고 피해자들이 이중·삼중의 고통을 당한 것도 바로 운동권의 ‘조직 보위’ 논리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이 대표적이다. 수배 중이던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전교조의 소개로 전교조 조합원 교사의 집에 몸을 숨겼다. 그런데 연락책을 맡은 민주노총 간부가 이 여성 조합원을 성폭행하려 했다. 이에 항의하는 피해자에게 조직은 “전교조나 민주노총이 매우 어려운 시기다. 정부나 보수언론이 이 사실을 알면 이를 빌미로 탄압하고 조직을 와해시키려 할 것이다. 참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 사건에 대해 전교조는 10년이 지난 2018년 3월에야 성명을 통해 사과를 표명했다.
민주당은 박 의원에 대해 제명 처리한 12일 당일 하루 정도 사죄의 뜻을 밝히다 다음 날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 접대 문제를 거론하며 정치 쟁점화를 시도했다. 자신들만 죽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더욱이 이번 지방선거의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재명 상임고문은 이 사태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이 공동비대위원장들과 생각이 같다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대선 패배의 책임도 모른 체하고 두 달 만에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것부터 할 말이 없는데 이런 중대한 사태에 입을 다물었다. ‘검수완박’에는 온갖 꼼수와 편법을 동원해 일사불란(一絲不亂)하던 의원들은 기자들 눈길만 피해 다닌다. 여성운동의 대모를 자처하던 여성 의원들은 얼굴도 내밀지 않는다. 이들의 출세 통로가 된 여성가족부 폐지론이 들끓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일이 더 있다는 민주당보좌진협의회 증언이다. 남성의 자위행위를 일컫는 말을 해 놓고 ‘짤짤이’라고 했다고 강변하는 최강욱 의원은 ‘여죄’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원이(전남 목포) 의원은 보좌진 남성에게 성폭행 당한 여성 보좌진의 도움 요청을 싸늘히 거절했고, 되레 피해자에게 “왜 알렸냐”는 2차 가해를 했다고 한다. 전형적인 조직 보위 논리다.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장애인이나 성폭력 피해자 등 약자를 위한 이의신청권을 없애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인권변호사들이 간절히 철회를 요청했는데 막무가내였고, 인권변호사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 직전에 법안을 공포하고 떠났다. 마치 자신들만이 약자들의 친구인 것처럼 행세하다가 ‘자기 보위’를 위해선 앞뒤 가리지 않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주당은 또 뼈를 깎는 반성을 하겠다고 한다. 이제 국민은 입에 발린 거짓말인지 아닌지 다 알아버렸다. 지난해 박 의원 자신이 목청 높여 ‘성인지 감수성’ 운운하더니 뒤로는 범죄를 저지른 이중성에서 그들의 민낯을 보고 있다. 이러니 지지율도 급전직하다. 이젠 폐족(廢族)이 아니라 폐당(廢黨)을 해야 할 지경이다.
06월 17일 尹정권이 맞은 첫 위기, MB에게 배워라
금융위기 때 靑 벙커회의 상설
국민 정부 기업에 긴장도 높여
신속한 대응으로 위기 극복해
대선·지선 끝나자 난제 봉착
대통령은 말 아닌 행동 나서고
여당은 내분 아닌 총력 다할 때
지금은 영어(囹圄)의 몸이 돼 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응은 평가받을 일이다. 2008년 9월 미국 4위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는 급속히 퍼져나갔고,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러시아, 한국, 브라질 등이 곤경에 빠졌다”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신들은 한국이 금융위기의 첫 희생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고, 국내 언론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떠돌던 ‘9월 위기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외화 고갈에 대비해 통화 스와프로 급한 불을 끈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1월 신년 국정연설에서 ‘비상경제 정부’ 구축을 천명했다. 청와대 지하별관에 비상경제상황실을 마련했고,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에서 30개의 비상경제상황실을 설치해 범국가적 시스템을 만들었다. 일명 ‘지하벙커회의’라고 불린 회의는 매주 목요일 정기회의를 비롯해 모두 145차례에 걸쳐 198개의 안건이 논의됐다. 비상경제 대책회의는 거시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물가 안정과 일자리 창출 방안을 비롯한 경제난 해결 대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금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다. 해외에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설득하기 위해 만든 ‘한국 경제 바로 알기 지원단’ 단장이 지금 한국은행 총재인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이런 회의 덕분에 부처 간 소통이 빨라졌고,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이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 국민에게는 위기감을 불어넣어 긴장감을 주고, 정부와 기업은 유기적 협조 시스템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모은 것이다. ‘경제는 심리’라고 하듯 기업가 출신 이 전 대통령의 순발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 전 대통령이 당시 너무 무리한 탓에 심각한 폐 질환을 앓았지만, 혹시 경제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해 극비로 하고 약을 먹으며 버텼다고 회고록에 쓰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인플레이션이 덮쳐오고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제가 복합 위기에 빠졌다. 허니문을 즐길 시간도 없이 대선 이후 지방선거까지 치르고 나니 위기가 눈앞에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아직 부처 장관 인사조차 끝내지 못한 상황에서 ‘태풍’을 맞았지만,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인 국민의힘이 대처하는 모습은 미덥지 못하다. 윤 대통령은 15일 비상상황을 선포하고 3일간 외부 일정 없이 경제 관련 보고만 받겠다고 했다. 경제장관회의를 비상경제 장관회의로 전환하고 총력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2008년 금융위기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자칫 잘못 대응할 경우 정권 자체가 휘청거릴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서민과 젊은 세대의 삶이 한계 상황에 달할 수 있고, 이런 불만은 고스란히 윤 정권을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윤 대통령은 위기의 실상을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하고 고통 분담을 호소해야 한다. IMF 사태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눈물로 국민에게 고통 분담을 호소했고, 국민은 ‘금 모으기 운동’으로 화답했다. 윤 대통령의 모든 일정, 발언 하나하나 위기 극복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거나 빵집을 들르는 사진 등이 자칫 국민에 안이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연일 논란이 되는 김건희 여사의 행보와 팬클럽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처음 해봐서 잘 모르겠다. 알려 달라”는 식의 발언이 나와선 안 된다. 지금 국민은 대통령만 쳐다보고 있는데 준비가 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선 불안감만 증폭시킨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더 한심하다. 이준석 대표는 “자기 정치를 제대로 해보겠다”면서 연일 안철수 의원이 합당 때 추천하기로 한 2명의 최고위원을 비토하는 데 메시지를 집중하고 있다. 지금 최고위원 한두 명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방송, SNS를 통해 안 의원과 대립각을 세우는지 알 수 없다. 어떡하든 야당 지도부를 만나 국회라도 정상화하는 데 정치력을 모아야 할 판에 내부 싸움만 벌이고 있다. “국민은, 사육사가 아무리 잘해줘도 비위에 거슬리면 사육사를 물어버리는 호랑이다. 왜냐고 묻는 게 바보다. 그게 국민이다”라고 했던 김종필 전 총리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07월 14일 이준석, 민심의 바다로 가라
20대 발탁 30대 대표 벼락출세
기성 정치인과 다른 DNA 가져
선거 3번 승리 이끌어도 외면
거친 언행과 공격에 友軍 잃어
文에겐 90도 인사 尹에겐 목례
默言하고 내면 잘 들여다보길
이준석 대표는 한국 정치사에 특이한 인물인 것은 틀림없다. 서울과학고-하버드대 출신으로 2011년 불과 20대에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벼락출세하며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30대에 여당 대표가 됐다. 3번 총선에 출마해 떨어져 ‘마삼(마이너스 3선)’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정치권에 반짝스타들은 있었지만, 국회의원 경험 없이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된 인물은 찾아볼 수 없다. 선거 연전연패로 기존 리더십의 불신이 심각한 상황에 변화를 원한 민심과 당심에 잘 편승한 결과다. 이후 이 대표는 선거에 3연승하고 승승장구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 왜 당과 국민으로부터 차갑게 외면받는 것일까. 도대체 누구의 잘못일까.
이 대표와 방송 출연을 같이하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자신의 발언 차례가 아닐 땐 노트북으로 뭔가 작업을 한다. 보통 일반 패널이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하는데, 그는 토크 와중에도 무슨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컴퓨터를 전공한 그는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으로 가상화폐 투자를 해서 꽤 많은 돈을 벌었다고 자랑도 했다. 멀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방송이 끝나면 퀵보드를 타고 집으로 가는 모습을 보면 기성 정치인과는 참 다른 모습이다. 밤낮없이 SNS로 자신의 의사를 은유 또는 직설적으로 전달하고, 방송에 나와 속사포 같은 공격적 입담으로 상대방을 공격할 때면 확실히 기성 정치인과는 DNA가 다르다. 남을 공격한다는 것은 엄청난 심리적 부담이 있는데 이 대표는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특이한 이 대표의 언행은 늘 정치적 논쟁을 몰고 왔고 타성에 젖은 기성 정치권을 자극했다는 면에서 많은 사람이 지지를 보냈다. 대표 경선 때 이 대표의 공격에 나경원 전 의원도 눈물을 흘릴 정도다. 성적만 놓고 보면 이 대표 취임 이후 4·7 재·보궐선거, 3·9 대선, 6·1 지방선거에서 3연승을 했으면 꽃가마를 태워도 부족하다. 그도 지난 7일 윤리위원회에 들어가면서 “선거기간 목이 상해 스테로이드를 먹었더니 몸이 부어서 왜 이렇게 살이 쪘냐는 놀림까지 받았다. 그 시기에도 누군가는 선거 이기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라며 울컥하는 모습도 보였다.
조국, 유시민 등을 두고 “말은 맞는데 싸가지 없이 한다”는 평가를 많이 한다. 아무리 잘못을 해도 교묘한 논리로 빠져나가고, 상대방엔 날카로운 비수를 꽂는다. 이 대표도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에 대해선 끝까지 말 복수를 한다. 서울 노원병에서 국회의원을 두고 겨뤘던 안철수 의원과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에 대해선 “간장(간철수+장제원) 한 사발” “까마귀” “대포차” 등 어디서 그런 말을 생각해 낼까 할 정도로 뼈아프게 공격한다. 마치 정치를 게임 하듯 절대 지지 않는다. 지난 대선 땐 윤석열 대통령에 맞서 두 번이나 가출 유랑을 떠나고 가차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겐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면서 윤 대통령에게는 목만 조금 숙일 뿐이다. 한마디로 존경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당원권 6개월 정지에 맞서 당원 모집을 독려하며 지구전을 펼칠 태세이지만 왜 자신이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자기성찰은 찾아볼 수 없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이른바 ‘꼰대들’이 자신을 몰아내려 근거도 없는 문제로 부당한 공격을 한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60%가 넘는 응답자가 이 대표에 대한 징계가 적절하거나 미흡하다고 답하고 있다. 당 대표가 ‘부당한 징계’를 받았는데 당사 앞에 시위하는 사람도 없고 힘을 실어주는 의원들도 없다. 이 대표가 정치 언어와 기술에서는 뛰어나지만, 정치의 근본인 타인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치는 동지를 만드는 과정이고, 비판은 상대를 승복시키는 것이다. 무조건 이기면 된다는 정치 행태는 스스로 피폐하게 만들 뿐이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지혜를 잊어선 안 된다.
이 대표의 정치 행태는 청년 정치의 싹을 짓밟는 소영웅주의다. 묵언하고 전국을 돌며 민심의 바다에 한 번 빠져 본다면 자신의 문제가 더 선명히 보일 것이다. 이 대표는 호불호를 떠나 우리 정치의 자산이자 청년 정치의 성공과 맞물려 있다. 재승박덕(才勝薄德)이 청년 정치의 본모습은 아니다.
08월 08일 ‘이재명민주당’의 어두운 미래
변질된 ‘중산층과 서민 정당’
李의원 “부자들이 우리 지지”
反明에 ‘수박’ ‘박쥐’ 맹비난
당헌까지 개정해 李에 면죄부
대표 1인 위한 爲人設法 추진
개혁 아닌 범죄옹호당 땐 비극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김대중 전 대통령 이래 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자랑하는 정체성이다. 늘 약자의 편에 선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당에도 ‘을지로위원회’를 두고 ‘갑·을’ 관계에서 을의 편을 들었다. 민주노총, 전교조 등이 탄압받던 사회적 약자 시절에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이 됐다. 당내 의원들도 상당수가 과거 학생·노동운동을 했던 인물이다. 개혁·혁신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런데 3기 민주정부라던 문재인 정권은 잘못된 부동산 정책 때문에 사회적 약자들의 사다리를 끊어 버렸다. 서울에서 밀려 수도권으로 옮기고 자가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월세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준다는 이유로 시행된 주 52시간, 최저임금 인상은 결과적으로 대기업, 공무원 등 안정적 직장을 가진 이들에게 좋은 정책이었지만 저소득층·자영업자들에겐 일자리와 수입 감소로 ‘투잡’을 뛸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것은, 후보의 문제도 있겠지만 민주당이 더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차기 민주당 대표로 유력한 이재명 의원은 “저학력, 저소득층 가운데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다”고 했다. “고학력, 고소득자, 이른바 부자라고 하는 분들은 우리 지지자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를 “언론의 왜곡 보도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발언을 두고 당내에서 비판이 쏟아지는데 유독 추미애 전 장관만 “이 의원의 말이 옳다”고 편들고 나섰다. 초록은 동색인 모양이다.
힘없고 저학력인 국민이 언론의 왜곡 보도에 휩쓸려 보수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인데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아주 나쁜 편 가르기다. 자신들의 잘못된 지향과 정책으로 지지층을 잃어 놓고선 반성보다 언론 탓만 한다. 특히, 당의 핵심 지지층도 ‘문빠’에서 ‘개딸’로 바뀌었다. 최근엔 아예 파란 티셔츠에 ‘잼딸(이재명의 딸)’이라고 새기고 경선장을 압도하고 있다. 정치 훌리건처럼 ‘반이재명’ 그룹의 국회의원에게 ‘수박’ ‘박쥐’라고 비난하고 거친 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이를 자제시켜도 모자랄 판에 이 의원은 아예 ‘욕 플랫폼’을 만들어 자신을 비판하는 의원을 대 놓고 망신주자는 발상도 내놨다. 김일성의 조선노동당이나 마오쩌둥(毛澤東)의 중국 공산당, 레닌의 볼셰비키, 히틀러의 나치처럼 반대파를 인민재판으로 심판하겠다는 발상과 다름없다. 민주당에는 늘 7 대 3의 원칙이 있었다. 주류가 7이면 3은 비주류이고, 이들을 건강한 비판세력으로 함께 가는 전통이 있었는데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이재명민주당’에선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상징적인 조치가, 부패 사건으로 기소될 경우 당원권이 정지되는 것을 명시한 당헌 제80조의 개정이다. 개딸을 중심으로 청원이 이뤄졌고 5만 명이 넘어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치개혁의 결과물인 제80조를 개정하겠다는 것이야말로 이 의원 맞춤형 당헌 개정이다. 법인카드 사건 등으로 기소될 것이 확실해지자 아예 당헌을 바꿔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다. 위인설법이 아닌 ‘위인설헌(爲人設憲)’이다. 주변에서 바꾸자고 해도 말려야 할 판에 기자회견까지 열어 ‘정치 보복’ ‘국기 문란’이라고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비난하는 이유도 당헌 개정을 부추기기 위한 계산된 행보다.
당 대표 경선 첫 주 결과 이 의원은 74.15%로 압승했다. 70년대생인 박용진, 강훈식 후보의 도전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조짐이다. 이 의원 사건 관련자들의 잇단 극단적 선택과 거짓말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친문들이 ‘이니 마음대로’라며 맹종했던 결과는 정권 재창출 실패였다. 당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상황에 ‘이대로도 이길 수 있다’는 낙관론이 팽배해 박·강 두 후보에게 눈길을 주지 않지만, 개혁의 실패는 혹독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이 의원 관련 범죄 사실이 드러나고 기소된 뒤 이를 당 차원에서 대응한다면 민주당은 ‘범죄옹호당’으로 낙인 찍힐 수밖에 없다. 2024년 총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윤 정권의 반사 효과는 있겠지만, 이 기간 내내 당 대표 리스크를 떠안고 갈 민주당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09월 05일 이젠 ‘원내정당’ 논의할 때 됐다
與는 대통령과 대표 갈등 심각
野는 ‘개딸’ 팬덤에 포획 당해
민생 팽개치고 내부 권력 다툼
중앙당 중심 대중정당 수명 끝
미국처럼 원내정당 논의 시급
정쟁보다 국회 활동 중심 돼야
지금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고 있으면 ‘정당(政黨)’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집권 여당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과 이에 도전하는 당 대표 간의 ‘이중권력’ 혈투가 여권 전체를 마비시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한편으로 하고 당 대표에서 쫓겨난 이준석 전 대표는 법적 수단을 통해 당을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정치는 실종되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하다.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개딸(개혁의 딸)’이라는 팬덤에 포획됐다. 의사결정에서부터 당사(黨舍)와 당직자 전화 번호도 모두 ‘개딸’에 공개했다. 이 대표 취임 첫 조치다. 이들 눈에 거슬리면 살아남기 힘들다.
건국 이후 우리 정치체제는 대중정당에 의해 움직여졌다. 중앙당과 지구당이 있고 당 대표 또는 총재가 공천권 등 절대권력을 가졌다. 보스를 중심으로 한 계파가 당의 일부분을 차지해 당권 장악을 위해 끊임없이 내부 싸움을 벌여 왔다. 그래서 국회보다는 정당 내부 계파 정치가 주류를 이뤘다. 아무리 국회에서 입법 활동을 열심히 해도 보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공천을 받을 수 없다. 공천 제도를 개혁해 봐야 대표와 팬덤 눈 밖에 나면 끝이다. 그래서 윤핵관, 이핵관, 친명, 비명이라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
여당의 이중권력 폐해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이준석의 난(亂)’이다. 이 전 대표와 윤핵관의 싸움으로 보이지만 본질은 대통령의 절대권력을 이준석이 인정하지 않는 데서 시작됐다. 윤핵관이 당의 실세인데 이 전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자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역대 여당은 대통령을 넘어선 당 대표의 독자적인 권력 행사를 용인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김무성 대표와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결국, 이 갈등은 탄핵이라는 불행한 결론으로 끝이 났다. 윤 대통령을 향해 ‘신군부’ ‘절대자’ ‘개고기’ ‘양두구육’ 등의 극언을 서슴지 않는 이 전 대표의 행태에 당내 비난이 들끓지만 법원이 이준석을 편들면서 진퇴양난이다. 이 전 대표는 연일 당원 가입을 독려하며 당권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니 정치 생명을 건 이런 싸움에 민생과 국민이 차지할 공간은 없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대의원보다 권리당원 결정이 우선하는 당헌 개정이 좌절되긴 했지만, ‘이재명민주당’ 만들기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표는 첫 조치로 당원들에게 당사를 개방하고 당직자들의 전화 번호를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당원과 함께하는 민주당’이 되자는 취지이지만 ‘욕 플랫폼’을 만들어 국회의원들을 마음대로 욕하게 하자는 발상과 같다. 조직화한 정치 훌리건인 ‘개딸’이 당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의도다. 자신을 반대하는 의원이 있으면 개딸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조응천 의원은 “강성 당원들, 개딸들의 기를 살려주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과거 제2차 세계대전 전에 독일 나치당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한다. 반대를 용납하지 않고 극성 당원들의 정당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민심보다는 개딸의 여론이 중요하고 이들만의 정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상은 중앙당 중심의 대중정당 수명이 다해 간다는 징조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책임당원의 한 달 당비는 고작 1000원이고 정당들은 당비가 아닌 국고보조금에 의존해 운영된다”면서 “국민의 1%밖에 안 되는 표를 받아 정당의 대표가 된 후 정치를 쥐락펴락하는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당 대표 없이 국회의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원내정당화’가 본격적으로 모색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원내정당이 되면 의원들이 당의 실권자보다 민심과 유권자의 생각을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다. 유권자인 지역구민의 상향식 선출에 의해 후보가 되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에도 더 귀 기울이게 된다.
지금 대중정당 구조에서 아무리 정치 개혁을 부르짖어 봐야 계파에 소속되지 않고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의원은 극소수다. 정치와 민생이 이렇게 동떨어져 가는 상황에 정치의 근본 틀을 바꾸는 시도가 이젠 시작돼야 한다. 더는 정당 내부 권력 싸움 때문에 허송세월하기보다는 입법 경쟁을 통해 민심과 소통하는 정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
10월12일 김일성 ‘갓끈전술’과 이재명의 反日
법.윤리.종교보다 국가 생존
현존 위협에 과거 敵도 손잡아
이재명 “극단적 친일” “욱일기”
김정은은 전술핵 운용 노골화
사법리스크 피하려 安保 볼모
‘국가 수호’ vs ‘對北 굴종’
국가 생존을 위한 권력의 행사는 법과 윤리, 종교보다도 우선해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의 주장은 ‘국가 이성(raison d’Etat)’이라는 개념으로 요약된다. 국가가 없는데 법과 윤리, 종교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제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원수지간인 독일과 영국, 프랑스가 나토(NATO)라는 군사 동맹체제에 묶여 적(敵)인 러시아에 대항하는 이유도 국가 이성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일본에 대항하기 위해 마오쩌둥(毛澤東)과 장제스(蔣介石)가 국공합작을 한 것도 같은 이유다.
대한민국의 국가 이성은 당연히 공산·일당 세습 독재 세력인 북한으로부터 국가를 지켜내는 것이다. 주적인 북한에 대항하기 위해선 과거의 적이라 해도 자유민주주의체제라면 함께할 수 있는 것이 국제정치의 기본이다. 6·25전쟁 때 북한과 중국·소련에 맞서 자유 진영이 연합군으로 싸웠고, 제국주의 침략국이었지만 일본이 후방 병참기지 역할을 했던 것도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막기 위한 필수적인 행동이었다.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다. 이들의 국가 이성은 일본과 손을 잡느니 차라리 ‘우리 민족끼리’ 정신으로 북한과 함께할 수도 있다는 ‘극단적 친북’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해 “극단적 친일 행위로 대일 굴욕외교에 이은 극단적 친일 국방이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미·일이 연합해 북한 잠수함 침투를 겨냥한 대잠훈련을 독도에서 180㎞ 이상 떨어진 곳에서 한 것이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는 얘기다. 또 “일본군의 한반도 진주,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일이 실제 생길 수 있다”며 한발 더 나아갔다. 대선 당시 미군을 “점령군”이라고 하고 사드를 “흉악하다”고 했던 인식도 같은 맥락이다. 김일성이 1972년 김일성대 졸업식에서 주장했던 ‘갓끈전술’과도 맥이 닿아 있다. 남한이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개의 갓끈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데 이 중 하나만 잘라내도 갓이 머리에서 날아가듯이 남한이 무너진다는 대남 전략이다.
지난달 25일부터 7차례에 걸친 북한의 ‘전술핵 운용부대 훈련’에 대해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의례적인 규탄은 했지만 사실상 입을 닫고 있다. 국민의힘이 제안한 대북 규탄 결의안을 상임위에서 처리조차 하지 않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자유민주 국가들이 한목소리로 북한을 비난하는데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인 야당은 침묵하고 있다. 북한은 이제 시간, 종류, 목표지점에 상관없이 자유자재로 핵미사일을 쏠 수 있는 체제로 진화했다. 지난 문재인 정권 5년간 북한과 ‘평화 무드’를 즐기고 있을 때 물밑에서 박차를 가한 미사일·핵이 고도화된 자신감인지 미국 항공모함이 와도 숨지 않는다.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이런 북한의 약속 위반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국민을 안심시킬 조치를 찾을 것이다. 북한군에 사살된 서해 공무원 유족보다 탈북어민이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유족이 더 걱정된다(황희 의원)는 것이 지금 민주당의 인식 수준이다. ‘우리 민족끼리’ ‘주체·자주’ 사상에 세례를 받은 좌파 진영의 대북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몽상적 민족주의에 포획돼 냉정한 국제 현실을 보지 못하는 우(愚)를 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 중심에 대권 후보였던 이 대표가 있다는 것이 사법 리스크보다 더 큰 민주당의 리스크다.
문 전 대통령이 서해 공무원 피살이 일어난 지 몇 시간 뒤 유엔 연설에서 “남과 북은 함께 살아가야 할 생명공동체”라고 얘기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와중에도 북한에 엄청난 지원을 하는 10·4 공동선언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이러니 대북 제재 와중에 북한과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개최를 추진하면서 북한에 22조 원을 쏟아부어 고속철도, 5G 통신망 등을 건설하겠다는 황당한 계획을 제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전쟁과 평화를 넘어 ‘국가 수호’냐 ‘대북 굴종’이냐를 분명히 해야 한다. 한·미·일 훈련을 친일 운운하며 비난한 이 대표의 국가 이성은 어느 편인가. 자유 대한민국보다 허울뿐인 민족이 더 우선한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당론으로 내걸고 2024년 총선에서 국민 심판을 받아보기 바란다.
11월 07일 차라리 ‘민정수석실’ 부활하라
대형사고 전 반드시 징후 나와
사고 전 신고 무시, 지휘부 부재
尹도 이런 지휘·보고 붕괴 몰라
정보와 채찍은 국정 운영 필수
대통령실, 부처 장악 아직 못해
공약보다 중요한 건 국정 성과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여러 가지 징후가 나타난다고 한다. 1920년대 미국 한 보험회사 관리자였던 허버트 W 하인리히는 7만5000여 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해본 결과, 1 대 29 대 300이라는 ‘하인리히 법칙’을 발견했다. 1번 대형 사고는 그 전에 29번의 작은 재해가 발생하고, 그 이전에 같은 원인으로 300번 부상 당할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 법칙이 시사하는 것은 사소한 일을 무시하면 큰 사고를 불러일으킨다는 교훈이다.
이번 참사도 그랬다. 가깝게는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112신고센터에는 압사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는 신고가 잇달아 접수됐다. 오후 6시 40분쯤 최초의 신고는 ‘골목길에 내려오는 인파와 올라가는 인파 때문에 압사 사고가 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11차례 신고 전화는 무시됐다. 앞서 광화문에서 민주노총과 촛불집회, 보수단체 집회 등 하루에만 15건의 집회가 몰려 경찰이 집중적으로 배치됐다. 보수·진보 집회가 함께 열리다 보니 불상사에 대비하는 차원이었다. 그런데 윤희근 경찰청장은 충북 제천으로 산행을 떠났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관사 대신 강남 대치동 집에서 쉬고 있었다. 서울청 112신고센터 류미진 상황관리관은 5층 센터 대신 10층 자신의 사무실에 있었다. 현장 책임자인 이임재 용산서장은 현장 보고를 받고도 굳이 차를 타고 이태원으로 가겠다고 고집하다가, 걸어서 10분 거리를 차 안에서 1시간 가까이 허비했다. 누구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할 일을 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징후를 파악하고 있었을까. 그나마 국정상황실에서 소방청의 보고를 받고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경찰청장보다 빨리 사고를 파악해 보고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사후약방문이다. 경찰 조직의 지휘·보고 체계가 완전히 붕괴돼 있었다는 사실을 미리 감지하기엔 역부족이다. 물론 조짐은 있었다.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둘러싸고 경찰대 출신들, 특히 일선 서장을 맡은 총경들이 집단 반발했다. 윤 정권에 대한 충성도도 매우 떨어졌다. 임명된 지 3개월밖에 안 된 경찰청장이 서울 시내에 시위와 핼러윈 축제로 난리가 났는데 산행을 즐기다 전화도 못 받았다.
한비자는 제왕이 통치를 위해선 ‘법(法)·술(術)·세(勢)’ 3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법은 신상필벌을 위한 제도이고, 술은 사람을 부리는 용인술이다. 세는 권위라고 해석된다. 호랑이가 개를 이길 수 있는 것은, 긴 수염과 몸에 새겨진 매화 문양이 아니라 단단한 어금니와 날카로운 발톱이라고 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에게는 단단한 어금니와 발톱이 보이지 않는다. 요즘 관가에서는 윤 대통령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돈다. 대통령실이 부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보면서 청와대의 민정수석실을 없애겠다는 결심을 했다. 대통령이 권력을 이용해 불법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뜻은 이해하지만, 그동안 민정수석실에서 했던 공직기강 확립, 부처 간 이견 조율 등 긍정적인 효과도 모두 사라졌다. 특감반이 없어지면서 공직 기강을 감찰할 기구가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문제가 곪아 터져야 대통령실이 개입한다. 최근 국가정보원 조상준 전 기조실장의 갑작스러운 사퇴가 대표적이다.
이러니 경찰 수뇌부가 동시에 자리를 비우는 기강 해이가 벌어지고 있어도 대통령실은 속수무책이다. 또 부처 내에서는, 정권이 바뀌었는데 전 정권 때 잘나가던 인사들이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대통령 혼자 열심히 해봐야 정보와 채찍이 없는 대통령실을 공무원들은 무서워하지 않는다.
선의(善意)와 현실은 다르다. 국정 운영은 당근도 필요하지만, 채찍도 써야 한다. 약속 위반이라는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국가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면 민정수석실을 부활할 필요가 있다. 부정적 역할은 줄이더라도 공직 사회 기강을 잡고 정보의 신속한 수집과 판단을 위한 조직 개편이 절실하다. 윤 대통령은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공약을 어긴 것은 잠깐의 비난이지만 국정의 실패는 두고두고 비판받을 일이다. 지금이라도 과감한 국정 대개조에 나서야 한다.
12월 02일 법이 무너지면 국민이 피해자다
끝없는 더탐사의 일탈과 不法
언론 참칭한 자해 공갈단 수준
위법 행태에도 무기력 공권력
이런 유튜버와 협업한다는 野
‘여의도 김&장’ 조롱 되레 즐겨
사회적 약자 가장 먼저 피해
시민언론을 자처하는 유튜브 매체 ‘더탐사’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벌이는 행태는 엽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건희 여사를 ‘쥴리’라고 가짜뉴스를 퍼뜨린 전력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 그리고 김&장 소속 변호사 30명이 참석했다는 ‘청담동 룸바’ 술자리 폭로까지 아니면 말고 식의 거짓 선동의 극치를 보여줬다. 이것도 모자라 대낮에 기자를 자처하는 인물 4명 등 5명이 집단으로 한 장관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무단으로 들어가 초인종을 누르고 택배를 뒤지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나아가 자신들을 기소하라고 목청을 높인다. 언론을 참칭한 ‘자해 공갈단’과 다름없다. 심지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하는 방송을 하면서 광고로 ‘떡볶이 먹방’을 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이래 놓고 자신들을 ‘시민의 편에서 진실만을 향해 나아가는 시민언론’이란다.
유튜버들이 한 장관을 버젓이 스토킹하고 연일 공권력을 조롱하는데도 경찰의 대응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한 장관을 한 달 동안이나 스토킹한 이 매체 소속 인물에 대해 경찰은 압수수색을 나가고도 본인이 거절했다는 이유로 집행하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한 장관 아파트를 무단으로 간 이유도 공휴일에 압수수색을 당한 기자의 심정을 느껴 보라는 것이라고 당당히 얘기하고 있다. 심지어 경찰은 가해자에게 주면 안 되는 피해자 집 주소와 인적사항 등이 담긴 통지서를 실수로 가해자인 더탐사에 보냈고, 이들은 이를 버젓이 공개해 2차 가해도 서슴지 않는다. 법치를 총괄하는 법무부 장관이 이럴 지경인데 일반 스토킹 피해자들은 어떨지 짐작이 간다. 과연 국가가 자신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가 생길 수 있을까. 도대체 이들의 막가파식 행태를 막을 법은 없는 것인가.
한 유튜버의 일탈에 너무 과도하게 대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이들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협업을 하고 이들의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는 데 야당이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을 김어준 씨 등 ‘나꼼수’가 주도하고, 이해찬 전 의원 등이 ‘김어준만이 정론’이라며 힘을 실어준 것과 닮았다. 더탐사와 협업해 청담동 술자리를 공론화한 김의겸 의원은 여전히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최애’하는 대변인을 유지하고 있다. 제2의 국정농단, 특검 도입 등을 주장했던 민주당 지도부는 사과는커녕 “질문도 못 하냐”고 되레 화를 낸다. 법을 만들고 법치를 확립해야 할 제1당이 이런 행태에 협력하는 게 현실이다.
최고위원인 장경태 의원의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집착도 마찬가지다. 장 의원은 김 여사가 캄보디아 방문 때 심장병을 앓는 소년을 안고 찍은 사진을 두고 ‘빈곤 포르노’라고 비난하다 역풍을 맞더니, 이번엔 이 사진을 찍을 때 조명을 사용했다고 공격을 퍼부었다. 김 여사가 잘 나오도록 대통령실이 조명을 배치해 연출했다는 것이다. 이것도 대통령실이 부인하자 이젠 캄보디아에 직접 사람을 보내 확인하겠다고 나섰다. 대통령실은 당시 사진을 보면 조명은 등 하나밖에 없고 창문으로 들어온 빛이 전부라고 한다.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데도 계속 물고 늘어지겠다는 태세다.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일 뿐이고, 지지자들도 장 의원을 추켜세운다.
그런데 169명이나 되는 민주당에 계속 당에 누만 끼치는 ‘여의도 김&장(김의겸& 장경태)’을 따끔하게 혼낼 어른이 없다는 것이 더 참담하다. 중진들도 초선이나 ‘개딸 팬덤’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의정 활동하는 것보다 김&장처럼 논란을 한번 일으키면 더 인지도가 높아지니 비상식적이라도 논란의 전면에 나서는 것이다. 공천(公薦)을 위해 영혼까지 팔 기세다. 마약 중독처럼 한 번은 기분 좋고 쾌감을 느낄 수 있을지 몰라도 육체와 정신이 모두 망가지듯 민주당도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 모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법치가 무너지고 민생이 망가지면 우리 사회 최약자인 여성, 어린이, 노인부터 무너질 것이다. 윤 대통령의 말처럼 ‘법을 어기면 고통이 따른다’는 평범한 사실이 통용되는 사회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12-28 법치를 팬덤으로 무너뜨리려는 野
英 의회는 작은 범법에도 소환
신현영 ‘갑질’ 김의겸 ‘거짓말’
우리 국회에서는 버젓이 활동
李 방탄 3종 모자라 검사 공격
당내에서도 몰상식·맹종 비판
민생 투어 앞서 法治 투어 해야
의회정치의 모범이라는 영국에는 2015년 의원소환제가 도입됐다. 3가지 요건으로 의원을 소환할 수 있는데 첫째는 범법행위로 금고형 이상 판결을 받았을 경우다. 우리나라도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의원직이 상실되는 것과 같다. 둘째는 하원의원이 잘못을 저질러 의회 개회일 중 10일 이상 의회 참석정지 처분을 받으면 소환 요건이 된다. 거짓말이나 품위 상실이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는 의회윤리독립감사청(IPSA)에 의해 하원의원이 경비를 부당하게 청구했다는 사실이 적발돼 사실로 판단되면 소환 대상이다. 의원 소환은 해당 지역 유권자가 10% 이상 동의하면 가능하다.
그런데 소환돼 의원직을 잃은 사례를 보면 우리 국회 기준으로 ‘하찮은 수준’이다. 외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방문한 사실을 의회에 보고하지 않았거나, 우리 돈으로 100만 원 정도를 부당 청구한 경우에도 의원 소환으로 의원직을 잃었다. 또, 제한속도가 시속 48㎞인 도로에서 시속 66㎞로 과속하다가 적발돼 과속 통지서를 받았는데 자신이 운전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해 소환을 당한 의원도 있다.
우리 국회 기준으로 보면 별로 쟁점도 안 될 사안이 영국에서는 의원직을 잃을 정도의 중대한 요건이 된다. 최근 이태원 참사 현장에 ‘닥터카’를 불러 ‘갑질’ 논란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나 거짓 브리핑,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청담동 술집’ 허위 사실을 유튜브 채널과 협업한 김의겸 의원 정도면 아마 영국에선 의원 생활을 하기 힘들 것이다.
더욱이 국회 제1당인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받고 있는 검찰 수사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사업 의혹, 성남FC,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선거법 위반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 대표는 ‘망나니 칼춤’ ‘정적 죽이기’라고 검찰을 비난하지만 이미 자신의 최측근인 정진상·김용은 구속됐고, 다른 관련자들도 구속되거나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자신의 주변 측근들이 모두 구속돼 수사를 받는 사건을 ‘망나니 칼춤’ 운운하는 것부터 어불성설이다. 국회의원 보궐선거-당 대표-당헌 개정 등 ‘방탄 3종 세트’를 모두 갖췄지만, 검찰의 칼날을 피하기 어렵자 이젠 검찰 수사 자체를 ‘정적 죽이기’ 프레임으로 공격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처럼 팬덤 조직이 서초동에서 강력한 시위라도 벌여주면 좋겠으나 이것도 시들하다 보니 이젠 당 차원에서 수사 검사들의 사진과 이름 등을 담은 ‘웹 포스터’를 전방위로 살포하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한다. 공직을 수행하는 검사들을 마치 조폭 계보도처럼 그려놓고 ‘윤 사단’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같은 당 이상민 의원조차 “공당에서 권한을 오남용한 몰상식한 짓이고 이재명에 대한 과잉 충성과 맹종”이라고 비난할 지경이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인 법무부 장관 출신의 박범계 의원은 “수사 검사들이 누군지 국민이 알 권리가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과연 국민이 이 대표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들의 이름과 직책을 일일이 알고 싶을까. 5·18 유공자나 전교조 교사들의 이름은 개인 정보 보호 운운하며 끝내 공개를 거부했던 민주당이 왜 일선 검사들의 이름은 국민이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지 속셈이 뻔하다. 정말 국민의 알 권리는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격·소각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 사건의 진실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이 법원의 판결도 무시하고 관련 자료를 모두 대통령기록관으로 넘겨 국민의 알 권리를 짓밟은 것은 옹호하면서 검사 이름 공개는 알 권리라고 강변한다.
‘개딸’ 등 이 대표 지지 팬덤 조직에 먹잇감을 던져주고 물어뜯으라고 하는 신호나 마찬가지다. 법치를 팬덤의 힘을 빌려 뭉개 보겠다는 반(反)법치 발상과 다름없다. 차라리 민주당은 제1 야당 대표에 대해선 검찰이 수사하면 안 된다는 ‘이재명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검수완박’처럼 밀어붙이는 것이 빠를 듯하다.
민주당이 이 대표 방탄에 몰두하다 보니 점점 이성을 잃어간다. 입만 열면 국민·민생 운운하지만, 노골적으로 특권을 주장하는 게 현실이다.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은 검찰 소환 앞에 휴지 조각이 됐다. 민생 투어에 앞서 ‘법치 투어’부터 하는 게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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