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主國防 2022-11/
11월 02일(수) 北 미사일 첫 NLL이남 도발에 공습경보, 압도적 대응해야
북한이 2일 동해 울릉도 쪽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울릉도 지역에 첫 공습경보가 발령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강원도 원산 등에서 쏜 10여 발의 탄도미사일 중 한 발은 울릉도 부근 북방한계선(NLL) 이남 공해상에 떨어졌다. 북한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5차례 이상 탄도미사일 도발을 했지만, 남쪽을 겨냥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결국 대한민국을 노린 것임이 드러난 셈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울릉도 지역에는 “지하 대피시설로 대피하라”는 6·25 남침 후 첫 공습경보가 내려졌다. 이 미사일은 울릉도 앞 우리 영해 인근에 떨어졌지만, 2010년 연평도 포격전처럼 국지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북한이 울릉도 방향으로 탄도미사일 도발을 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한 대응으로, 보다 직접적인 대남 무력 협박이다. 박정천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2일 남쪽 방향으로 미사일 도발을 자행하기에 앞서 담화를 내고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외무성 대변인은 “보다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들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도발을 예고했다. 북한은 지난 10월 미국 항공모함을 포함한 연합 해군의 해상연합기동훈련이 진행될 때 전투기 150대를 동원해 특별감시선 북쪽 지역에서 공중 무력시위를 했고, 한·미 양국 군의 사격 훈련에 맞서 연쇄 포병 사격 도발을 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엔 대한민국 영토 방향으로 탄도미사일을 쏘는 호전성을 보인 것이다.
김정은이 노리는 것은 명확하다. 무력을 앞세워 윤 정부를 겁먹게 만들어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시키고 더 나아가 한미동맹을 형해화하려는 꼼수다. 윤 대통령은 이번 미사일 도발을 “실질적 영토 침해”로 규정했다. 그런 만큼 더 강력한 위력을 동원해 엄정 대응해야 한다. 3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확장억제를 더욱 강화하고, 연합훈련도 더 자주, 더 강도 높게 실시해 대북 억지력을 키워야 한다. 북한의 무력 도발에는 압도적 위력을 과시하며 제어해야 자유와 평화를 지킬 수 있다.
문화일보 사설
11월 02일 연례행사 그쳐선 안 될 비질런트 스톰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2015년 ‘비질런트 에이스’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이 오는 4일까지 계속된다. 2017년 가을 스텔스기 전력과 전략폭격기가 동원된 훈련 이후 5년 만인 올해는 그전의 규모를 회복하며 한·미 연합 공군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240여 대의 군용기가 참가한 이번 훈련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담화를 통해 “미국과 추종 세력들이 벌이고 있는 침략형 전쟁연습”이라면서 ‘보다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 ‘특수한 수단 사용 고려’ 등으로 위협했다. 이에 미 국방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비질런트 스톰은 오랫동안 계획한 방어 훈련이라며 “한국과 역내 우리 동맹을 방어하기 위해 협력하는 군대들의 상호 운용성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반박했다.
예상했지만, 우리가 한 가지 짚어봐야 할 점이 있다. 북한과 중국은 우리나라가 미국과 대규모·고강도 연합 군사훈련을 하면 역내 군사적 긴장을 불러온다며 여러 채널을 통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 왔다. 그러나 미국이 일본과 고강도 연합 군사훈련을 하는 데 대해선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번 ‘비질런트 스톰’ 훈련 시작 직전이던 10월 말, 오키나와와 제주 남방 해역에서 폭격기와 항모전단을 동원해 일본과 연합 해상봉쇄훈련을 했다. 이어 일본 전투기 12대와 주일미군 항공 전력이 동원된 가운데 동해상에서 대규모 장거리 타격 훈련도 했다. 거의 매월 실시하는 미·일의 이러한 대규모 연합훈련은 이번 한·미 연합훈련처럼 별도의 명칭이 붙지도, 언론의 대대적인 관심을 받지도 않는다. 이러한 훈련은 ‘행사’가 아니라 ‘일상(日常)’이 돼 크고 작은 규모로 각지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고 조용히 진행되기 때문이다.
일본이 미국에 밀착해 훈련 빈도와 규모를 계속 키우는 것은, 미군이 대대적인 변혁의 과정에 있고 그 변혁을 따라잡지 못하면 향후 유기적인 연합작전 수행이 어렵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수준과 교리 차이가 큰 군대 간의 연합훈련은 그저 연례 정치 행사 정도의 의미에 그치고 만다. 미군은 지금 육·해·공·해병·우주 등 군종을 막론하고 무기와 교리, 부대 편제를 갈아엎는 대대적인 군사 변혁의 시기를 거치고 있다. 최근 주한미군 스트라이커여단 배치와 2사단 포병대 부활 등 조용하게 진행되는 변화들도 그 일환이다. 미군의 변혁은 지상·해상·공중·우주·사이버 공간을 초월하는 다영역작전(Multi-domain operation)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을 지향한다.
우리는 국내외 정치적 상황에 부닥쳐 최근 몇 년간 미·중 패권 경쟁이 격해진 속도만큼 빨라진 미군의 변혁 과정을 연합훈련을 통해 체득하고 따라갈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번 비질런트 스톰 같은 한·미 연합훈련을 ‘연례 훈련’ 정도로 치부하고 만족해서는 안 된다. 미군 F-35나 B-1B 폭격기 및 항공모함과 같은 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되고 수백 대의 군용기와 수십 척의 함정이 동원되는, 실전적이고 높은 강도의 훈련이 연례행사 아닌 ‘일상’이 돼야 한다. 그래야 강력한 한·미 연합 군사 대비태세가 유지될 수 있고, 우리를 겨냥한 잠재적 위협들에 대한 억지력이 발휘될 수 있다.
문화일보
11.02 합참 “北, 강원고성 일대서 동해 완충구역에 100여발 포격”
북한이 2일 오후 1시 27분 강원도 고성군 일대에서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북방의 해상 완충구역 내로 떨어지는 100여 발의 포병사격을 했다고 합참이 밝혔다. 이날 오전 북한한계선(NLL)을 넘어 울릉도 인근에 탄착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데 이어 이날 오후에는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설정된 해상 완충구역에 대규모 포격 도발을 벌인 것이다.
11.02 軍, 北도발에 전투기 띄웠다… NLL이북 공해에 미사일 3발 대응사격
합동참모본부는 2일 북한의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응해 NLL 이북 공해상으로 공대지미사일 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공군 F-15K 합동직격탄 발사 훈련. /뉴스1
합참은 “우리 군은 오늘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우리 공군 전력에 의한 정밀 공대지미사일 사격을 실시했다”며 “우리 공군 F-15K, KF-16의 정밀 공대지 미사일 3발을 동해 ‘NLL 이북 공해상, 북한이 도발한 미사일의 낙탄 지역과 상응한 거리’의 해상에 정밀 사격을 실시했다”고 했다. 발사된 미사일은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개량형인 슬램-ER(SLAM-ER)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보잉사에서 제작한 슬램-ER은 기존 슬램 미사일의 사거리 연장형으로, 우리 군 주력 전투기 F-15K에 장착하며 사거리는 280㎞다.
합참은 “이번 우리 군의 정밀사격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와 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군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도발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이후 발생되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게 있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경고하는 바”라고 밝혔다.
합참은 “군은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상시 압도적인 승리를 보장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北, 동·서해 10여발 동시 도발… 탄도미사일 1발 속초 앞바다에 떨어져
북한은 이날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포함해 10발 이상의 미사일을 동·서해상으로 발사했다. 미사일 발사 지점은 원산 일대를 포함한 다수 지역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6월 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8발을 섞어서 쐈는데, 10발 이상을 쏜 것은 이번이 올해 처음이다.
특히 북한은 이날 울릉도를 향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1발이 NLL 이남 해역에 떨어졌다.
합참에 따르면 군은 이날 오전 8시 51분쯤, 북한이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포착했다. 이 중 1발은 동해 NLL 이남 공해상에 떨어졌다. 북한 미사일이 떨어진 해역은 NLL 이남 26㎞ 해상으로, 속초 동쪽 57㎞, 울릉도 서북쪽 167㎞ 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영해는 12해리(22km)이기 때문에 우리 영해에 근접한 해역에 북한 미사일이 떨어진 것이다. 북한 탄도미사일이 NLL을 넘은 것은 6·25전쟁 이후 처음이다.
이날 경북 울릉군 지역엔 “가까운 지하 대피시설로 대피하라”는 내용의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강신철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일 서울 용산 국방부 1층 브리핑룸에서 북한의 도발과 관련한 우리 군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뉴스1
◇尹, NSC서 “실질적 영토 침해… 대가 치르도록 엄정 대응” 지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북한 도발에 대응해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북한의 도발이 분명한 대가를 치르도록 엄정한 대응을 신속히 취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도발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NLL을 침범해 자행된 미사일에 의한 실질적 영토침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군이 만반의 태세를 유지할 것과 향후 북한의 추가적인 고강도 도발 가능성에도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합참은 “우리 군은 이러한 북한의 도발 행위를 결코 묵과할 수 없으며 감시 및 경계 태세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11.03 北 NLL 남쪽으로 미사일 발사, 南 내륙 넘기는 도발 가능성 있다
북한이 동·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 25발을 연달아 발사했다. 하루 쏜 양으론 역대 최다다. 이 중 한 발은 원산에서 울릉도 방향으로 발사돼 동해 NLL(북방한계선) 남쪽 26km 공해상에 떨어졌다. 속초에서 57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6·25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사실상 우리 영토를 침범한 것이나 다름없다. 울릉도에는 요격 미사일도 없다.
북한 군부 1인자는 도발 직전 한미 연합 공중 훈련을 비난하며 “특수한 수단들을 지체 없이 실행할 것이며 끔찍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리고 곧바로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고 동해 완충 구역에 100여 발의 포격을 했다. 9·19 남북 군사합의를 사실상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
최근 북 도발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방식도 새로워지고 있다. 북은 지난 9월 부산에 입항한 미국 항공모함을 겨냥한 듯 같은 거리만큼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쐈다. 저수지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지난달 4일엔 일본 상공을 넘어 태평양 쪽으로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전투기 150대를 한꺼번에 띄우고 동·서해 완충 지대로 수백 발의 포격을 했다. 지난달 25일에는 북한 상선이 백령도 부근 NLL을 고의적으로 침범한 뒤 10여 발의 방사포를 쐈다.
북은 앞으로도 예상치 못한 방식의 도발로 우리를 흔들어 놓으려 할 것이다. 우리 상공을 직접 넘어가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 나라 전체에 공습 경보가 울리고 국민들이 대피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백령도나 연평도를 넘기는 미사일을 쏠 수도 있다. 김정은은 우리 사회에 공포와 불안, 분열, 혼란을 일으킬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북은 조만간 7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BCM)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핵실험은 종전과 같은 방식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ICBM 발사도 마찬가지다.
우리 군은 이날 북 도발에 대응해 공대지 미사일 3발을 NLL 북쪽 해상으로 발사했다. 하지만 북이 도발을 멈출 리 없다. 북이 도발 수위를 점점 높여갈 것을 기정사실로 보고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천안함, 연평도 사태처럼 북한에 허를 찔려 허둥지둥해선 안 된다. 북이 이럴 수 있는 것은 핵 보유에 따른 자신감 때문이다. 아무리 도발해도 미국이 자신들을 공격할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실제 그럴 가능성이 있다. 우리 안보의 이 구조적이고 치명적인 약점에 대해 모두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03 北 미사일 공습경보에 우왕좌왕, 울릉도만의 문제 아니다
북한이 2일 오전 8시 51분 원산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울릉도를 향하자 경북 울릉군 전역엔 8시 55분부터 사이렌이 울렸다. 군 경보 레이더와 연계된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에서 공습 경보를 자동으로 발령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사이렌 소리만 요란했을 뿐 어떤 상황인지 안내가 없었던 탓이다. TV를 보던 일부 주민만 뉴스 자막을 통해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반면 울릉군 공무원들은 군 청사 내 지하공간 등으로 신속하게 대피했다고 한다.
울릉군의 재난안전 문자메시지는 경보 발령 20여 분 후인 9시 19분에야 발송됐다. 안내 방송은 9시 40분에야 이뤄졌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다. 주민들은 실제 상황임을 파악한 뒤에도 어찌할 줄을 몰랐다. 울릉군엔 총 8곳의 지하 대피소가 있고 총 3000여 명 수용할 수 있지만, 평소 민방위 훈련 경험이 거의 없어 대피 장소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겨우 대피한 뒤에도 주민들은 4시간 가까이 불안해야 했다. 오후 2시가 돼서야 공습경보가 해제되고 경계경보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북의 도발 상황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안내가 부족했다. 북 미사일이 고장 등으로 통제에서 벗어났다면 울릉도를 덮칠 수도 있었다. 전국에서 TV를 보던 시청자들도 자막으로 뜬 공습 경보와 경계 경보에 어리둥절했다.
앞으로 어느 곳이 북의 다음 과녁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민방위 훈련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 연간 30시간에 달했던 민방위 교육은 2000년대 들어 1~4시간으로 단축됐고,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유명무실화했다. 현 정부도 국민 부담 경감을 이유로 교육 축소 방침을 밝혔다. 어제와 같은 혼란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
11.03 “北 미사일 발사, 하루에 7000만달러 썼다”…1년 쌀 수입액 맞먹어
북한이 2일 분단 이래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가운데, 이날 발사된 미사일이 약 1000억원어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국 랜드연구소의 북한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한 발에 200만~300만달러 정도인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5발을 쐈으며, 총 비용은 최소 5000만달러(약 714억원)에서 최대 7500만달러(약 1071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은 한 발에 1000만~1500만달러 정도 드는 중거리 미사일보다 저렴한 단거리 미사일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만큼의 위력은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7000만달러는 북한이 한 달간 필요한 물품을 수입하는 데 필요한 액수와 비슷하다고 RFA는 지적했다. RFA는 “북한이 8월 중국에서 수입한 물품 규모는 7154만달러, 9월에는 9007만달러였다”고 전했다.
이 돈은 코로나 유행 이전에 북한이 1년간 중국에서 쌀을 수입한 액수와 비슷하다. 북한은 지난 7월 515만달러 상당의 쌀 1만t을 수입했다. 2년 10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북한의 올해 쌀 생산량이 136만t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1994년의 150만t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복지는 뒤로 하고, 미사일 시험과 군사력 증강에만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오경묵 기자
11.03 2010년 연평도 때와 달랐다...軍, 전투기 띄워 3배로 응징
[합참, 3시간만에 전례없는 대응]F-15K·KF-16, NLL 넘지 않고미사일·스마트폭탄으로 정밀사격軍, 왜 北미사일 요격 안했나강릉 패트리엇 부대서 탐지했지만우리 영토밖이어서 대응하지않아
우리 군은 2일 북한의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NLL 이북으로 공대지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우리 측을 위협한 만큼 이에 비례한 맞대응을 한 것이다. 우리 군이 NLL 북측을 넘어 미사일을 발사한 건 6·25전쟁 이후 처음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우리 군은 오늘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우리 공군 전력에 의한 정밀 공대지미사일 사격을 실시했다”며 “우리 공군 F-15K와 KF-16의 정밀 공대지미사일 3발을 동해 ‘NLL 이북 공해상, 북한이 도발한 미사일의 낙탄 지역과 상응한 거리’의 해상에 정밀 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NLL 이남 26㎞, 속초에서 57㎞ 떨어진 지점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우리 측도 이에 상응하는 만큼의 NLL 북쪽 지역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설명이다. 발사된 미사일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량형인 슬램-ER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 전투기들은 NLL을 월선하지 않고, 남쪽 지역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 도발과 우리 군 대응
군은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에도 전투기를 띄웠지만 실제 사격은 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K-9 자주포를 동원한 반격만 있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전례 없는 도발에 우리 군도 전에 없던 대응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합참은 “이번 우리 군의 정밀 사격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와 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도발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이후 발생되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경고하는바”라고 했다. 군 관계자는 “NLL을 넘어온 북한 미사일이 1발이지만 우리 군이 3발을 발사한 것은 단호한 대응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는 차원”이라고 했다. 군의 대응은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지 3시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군은 속초 앞바다에 떨어진 탄도미사일을 요격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낙탄된 지점에는 강릉 패트리엇 부대가 있었는데 사거리 밖에 있었다”며 “탐지는 하고 있었지만, 요격 범위는 아니었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엄밀히 이야기하면 우리 영토는 아니라 요격 대상은 아니다”라고 했다. 북한 미사일이 우리 측 요격미사일 사정권을 벗어나 요격 가능성을 피하면서 우리 영토를 위협하는 치밀한 도발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군 안팎에서는 향후 북한의 도발 강도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돼 더욱 실효성 있는 맞대응을 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NLL 이남에서 미사일로 대응하는 방법도 있지만, 북한이 두려워하는 스텔스 전투기를 이용해 NLL 북쪽으로 올라가 폭탄 투하 방식으로 맞대응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미군은 지난 2017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계속되자 전략폭격기인 B-1B를 NLL 북쪽 동해 공역으로 올려 보냈다. F-15 전투기의 호위를 받은 B-1B는 두 시간가량 NLL 북측 지역에 머물러 있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는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꼽힌다. 지근거리에서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를 하며 강력한 경고장을 날렸던 것으로 해석됐다.
조선일보 양승식 기자
11.03 오로지 핵·미사일, 되레 北에 치명적?…전쟁 억제할 상쇄전략
가시권에 들어온 북한의 핵 위협,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북, 재래식 밀리자 핵·미사일로
북핵 상쇄 전략으로 억제 가능
핵우산과 초정밀 무기로 제거
최후의 수단은 한국의 핵무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반도에 엄청난 재앙을 안겼던 북한 침공에 의한 한국전쟁(6·25 전쟁)이 1953년 7월 휴전협정으로 멈추자 미국은 새로운 고민에 들어갔다. 한국전쟁을 돕기 위한 160만 명에 달하던 육군 병력을 대폭 감축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미국은 육군 사단이 26개뿐인데 소련은 175개로 미국을 압도하고 있었다.
과도한 국방비에 부담을 느낀 미국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묘수를 냈다. 적은 비용으로 소련의 거대한 군사력을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전술핵무기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SLBM(잠수함탄도미사일)을 활용한 대량보복 전략이다. 소련의 재래식 군사력을 핵으로 압도하는 1차 상쇄전략(offset strategy)이다. ‘뉴룩전략(New Look Strategy)’이라 불렀다.
미국, 상쇄전략으로 소련에 대응
그런 뒤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미국의 핵전략에 맥을 추지 못한 소련이 핵무기를 대량으로 생산해 미·소 사이에 핵 균형을 이루게 됐다. 그런데다 소련은 대규모 기계화군단으로 유럽을 위협했다. 미국은 재래식 전력에서 또다시 열세가 됐다.
1970년대 중반 헤럴드 브라운 미 국방장관은 소련 군사력에 새로운 기술로 대응하는 2차 상쇄전략을 입안했다. 조기경보통제기, 무인 고공정찰기, 정찰위성 등 감시정찰 자산을 기존 무기와 연동시켰다. 소련군 정보를 미 공군에게 신속하게 제공해 정밀 타격하는 것이다. ‘공지전투(Air-Land Battle)’라는 전술이다. 미국은 2차 상쇄전략으로 소련의 기계화 군단으로부터 서유럽을 방어할 수 있게 됐다. 이 전략 덕분에 미국은 1991년 걸프전에서 완승했다.
그런데 최근 10년 사이 또 문제가 생겼다. 미국은 2002년부터 추진해온 ‘국방변혁(Defense Transforming)’이 경쟁국에 대해 더는 비교우위를 점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기술진보가 혁신적이고, 러시아와 중국이 신기술을 활용해 AI(인공지능)에 기반한 무인전투체계를 개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군사력 팽창도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고민에 빠진 미 국방부는 기존 계획을 중단시키고 새로운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 등 신기술을 활용하는 척 헤이글 국방장관의 3차 상쇄전략이다. AI 기반 무인체계, 스텔스 공중작전, 작전거리 확장, 해저작전, 전 세계 감시타격체계 등이다. 지금 미국은 50년 만에 이뤄지는 3차 상쇄전략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북한, 재래식 전력 밀리자 핵·미사일에 의존
한반도는 어떤가. 북한은 지난 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1발 쐈다. 북한이 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처음이다. 미사일이 속초와 울릉도 북쪽에 떨어져 피해는 없었지만,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대한민국 어디든 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한 것이다. 그 미사일에는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다. 북한은 조만간 7차 핵실험을 통해 전술핵을 본격적으로 생산할 가능성이 크다. 상황에 따라선 북한이 핵을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NLL 이남 우리 관할수역에 떨어뜨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 군사력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오로지 핵과 미사일에 의존한 외통수 전략이어서다. 북한이 130만명의 대규모 병력과 전차 4300대, 야포 8800문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노후화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재래식 전력을 개량하고 싶어도 경제가 나빠 불가능하다. 그래서 핵과 미사일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한·미 연합군이 더 강력하다. 따라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짧은 시간에 제거할 ‘북핵 상쇄전략’이 있다면 북한 정권은 기댈 곳이 없어진다. 북한이 핵·미사일과 재래식 군사력 모든 면에서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을 위협할 수 없다. 김정은 북한 정권은 그때야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이다.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는 유지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미국 확장억제력이 당장 가능한 상쇄전략
이런 북한 핵·미사일 상쇄전략에는 다양한 수단과 방법이 필요하다. 먼저 현재 가장 동원하기 쉽고 실행이 가능한 수단은 미국의 확장억제력이다. 평시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고, 유사시에는 북한 정권과 핵·미사일 기지를 신속하게 제거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미국이 제공한다는 확장억제력의 문제는 신뢰도다. 리처드 존슨 미 국방부 핵·대량살상무기(WMD) 부차관보는 지난 1일 “미국과 동맹의 핵심이익을 위협하는 극단적 상황 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을 쓰면 미국도 핵으로 응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ICBM을 완성하면 미 대통령은 서울을 구하기 위해 뉴욕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미 대통령이 막판에 북한에 대한 핵무기 응징을 주저할 개연성이 있다.
따라서 미 확장억제력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선 한반도 유사시 미 전술핵을 자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한·미가 핵사용 작전계획 수립과 훈련을 함께 해야 한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 체제를 본뜬 한국식 핵공유도 실행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미 전술핵을 평시에는 괌 등에 미리 배치했다가 유사시 작전계획에 따라 자동으로 3~4시간 만에 한국에 공수해오는 것이다. 그런 뒤 한·미 스텔스 전투기 F-35A에 장착해 북한을 타격하는 방법이다.
첨단 재래식 전력으로 북 핵·미사일 상쇄
한국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재래식 전력에 의한 상쇄전략은 우리의 의지로 가능하다. 우선 북한 핵과 미사일 기지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초정밀 미사일 다량 확보다. 한국군은 이미 오차범위 1.2m 수준인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군의 모든 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군 핵·미사일 관련 시설을 거의 파악하고 있다. 북한 미사일과 발사대 보관시설, 액체연료 주입시설, 미사일 발사 장소, 핵탄두 보관 의심시설 등이다. 우리 군이 다량의 초정밀 미사일로 개전 초기에 한꺼번에 타격이 가능하다.
북한 핵·미사일을 실시간에 정밀 타격하기 위해선 우리 군의 정찰·감시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국방부가 추진 중인 4.25 정찰위성 사업에 더하여 초소형 위성사업을 확대해 신속하게 추진하면 20여분마다 북한 상공을 정찰할 수 있다. 킬체인으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타격할 수 있다.
그래도 생존해 우리에게 날아오는 일부 북한 미사일은 요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리 군의 중고도 미사일방어체계 L-SAM, 저고도 방어체계 M-SAM과 패트리엇을 모두 연동시켜야 한다. 또 최근 진수한 정조대왕함급 이지스함에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SM-3을 장착해 더 높은 고도에서 한 번 더 요격할 수 있어야 한다. 한·미 미사일방어체계도 실시간 연동해야 방어효과를 높일 수 있다.
북한에 대한 대량응징보복 능력도 효과적인 전쟁억제 수단이다. 괴물 미사일인 현무-5를 활용해 북한 전쟁지도부 벙커를 파괴하고, 극소형 곤충형 로봇으로 북한 전쟁지도부 핵심 요원을 제거하는 방안도 있다. 한·미 특수부대와 F-35A 등 스텔스 전투기와 폭격기도 북한이 겁내는 응징보복력이다.
한국 핵무장하려면 최소 시간에 추진해야
이론적으론 북핵을 상쇄할 최후 수단은 한국의 핵무장이다. 사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이다. 한국이 핵무장하면 미국이 북한의 ICBM에 맞을 부담도 적다. 북한의 핵전략은 이미 통제수준을 넘어섰고, 비핵화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따라서 미국만 수용한다면 핵무장이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의 제재 등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할 땐 신속한 실행과 한·미 간 마찰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핵무장을 위해 정부의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핵개발 과정에서 NPT 일시 탈퇴 등 외교적 절차와 국내 행정조치, 핵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시설, 자원의 확인 등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그 정권을 반드시 소멸시킬 수 있는 우리의 의지와 능력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리의 일부 피해도 감수해야 한다. 국방부도 관성적인 전력증강을 북한 핵·미사일에 대비해 획기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상쇄전략(offset strategy)=적의 핵심적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혁신과 비대칭적인 방식으로 군사력 우위를 달성하는 전략
☞NATO식 핵공유=서유럽에 대한 러시아 위협에 대비해 미국이 NATO의 5개국 공군기지에 전술핵폭탄을 배치했다가 유사시 전투기에 장착해 대응하는 시스템
중앙일보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11.03 NLL 넘어온 북 미사일…도발엔 대가 따를 것
남한이 전술핵 타격 목표임을 드러내
추가 도발 대비, 위협엔 단호히 맞서야
북한이 어제 오전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속초에서 50여㎞ 거리의 해상에 떨어졌다. 탄착 지점이 공해라고는 하지만 우리 영해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곳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남북 간 해상 경계선인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온 건 초유의 일이다. 이 때문에 미사일 궤도 방향선상에 있는 울릉도에는 6·25 이후 처음으로 공습경보가 내려졌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어제 하루동안 북한이 동해와 서해 양쪽에서 쏜 미사일이 최소 25발에 이른다. 이와 별도로 동해 완충구역을 향해 100여 발의 포격을 해 왔다. 이태원 참사로 국민애도기간을 보내고 있는 남쪽 동포를 향한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호전적 행위다.
북한이 여태까지 시험발사 또는 훈련 명목으로 동쪽 방향으로 쏘던 것과 달리 NLL 너머 남쪽으로 미사일을 날려보냄으로써 북한의 핵 전력이 남한을 1차 타격의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이 더욱 명확해졌다. 앞으로는 더욱 더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방식으로 위협을 가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이처럼 도발의 강도를 끌어올리는 의도는 분명하다. 핵 무력을 앞세워 한국을 굴복시키고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동맹의 틈을 벌려놓은 뒤 궁극적으로는 자신들이 한반도의 주도권을 쟁취하고 핵보유국 인정 등 뜻하는 바를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한·미 공군 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이 실시되고 있는 것에 맞춰 북한 군부가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란 담화를 내고 새로운 유형의 도발을 감행해 온 것에서 북한의 속셈을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의 도발 강도가 갈수록 높아진다고 해서 무력 위협에 굴복할 수는 없다. 어제 우리 군은 공군을 출격시켜 공대지 미사일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도발의 강도에 상응하는 비례적 대응 조치를 취하는 것은 추가 도발을 억지하기 위한 첫걸음이란 점에서 적절한 조치다. 향후 예상되는 시나리오별로 더욱 정밀한 대응 방안을 수립해 둘 필요가 있다. 또한 북한이 도발하면 할수록 한·미 간의 공조 대응태세가 더욱 더 강화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그들의 오판을 막을 수 있다. 곧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회(SCM) 등 기회 있을 때마다 확장 억제를 재확인하고 연합훈련 강화 등 행동으로도 보여야 한다.
도발을 멈추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도발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우리 내부적으로도 무력을 앞세운 협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결기와 각오를 다시 한번 다질 필요가 있다. 안보 태세에 흐트러진 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느슨해진 안보의식을 다잡아야 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군, 안보 당국은 물론 여야 정치권과 국민이 북한의 도발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단결된 모습으로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일보 사설
11월 03일 北 ICBM까지 전방위 도발, 한미일 공조해 단호 응징해야
북한이 동해 북방한계선(NLL) 너머로 미사일을 쏜 데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전방위 도발을 자행, 한반도와 동북아에 북핵 위협이 가중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3일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추진체와 탄두 등이 분리됐으나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ICBM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5월 25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한·일 순방 직후 발사한 ICBM처럼 고각 발사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2일 NLL 이남 울릉도 방향으로 탄도미사일 발사 등 총 4차례에 걸쳐 25발 이상의 미사일과 100여 발의 방사포를 쏜 데 이어 ICBM 도발까지 자행했다. 이태원 참사로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돼 미·중·러 정상까지 조의를 전하는 상황임에도 김정은은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핑계 삼아 대남·대미 핵 협박을 하는 것이다. 북한은 전술핵 부대까지 운용하는 ‘핵보유국’인데다 중·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편을 들고 있어 ICBM 도발을 해도 손해 볼 게 없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북한의 ICBM 도발 때 “한반도와 국제평화를 위협하는 중대도발”로 규정한 바 있다. 그런 만큼 3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계기로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정권은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이번에 그런 의지를 구체화해야 한다. 한·미·일은 북한 미사일 도발에 비례적 대응을 통해 단호히 응징하며 자유 진영과 함께 북한 체제가 견디지 못할 정도의 고강도 제재를 가해야 한다. 대북 제재를 회피하는 중·러에 대해서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부과해 김정은의 핵 개발 기반을 무력화할 필요가 있다.
문화일보 사설
11.04 북 ICBM 또 발전, 다음엔 핵실험, 韓 안보 이대로 안 돼

▲2020년 10월10일 노동당 창당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의 신형 ICBM인 '화성-17형'. 북한은 3일 오전 평양 순안 일대에서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3일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을 발사했다. 최종 성공은 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시험 발사를 거듭하며 성능이 개선되는 모습이 뚜렷하다.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은 사거리가 1만5000㎞에 달해 미국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특히 2~3개의 다탄두를 탑재해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에 핵으로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북한은 2020년 10월 열병식 때 처음 선보인 이 미사일을 올해 2월부터 총 6차례 시험 발사했다. 2단 분리까지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고 고도도 처음으로 2000㎞에 육박했다. 다음 발사 때 정점 고도 6000여㎞, 최고 속도 마하 20을 기록하는 완성품이 나온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북한이 핵탄두를 여러 개 실은 사거리 1만5000㎞ ICBM을 갖게 되면 그들 입장에선 게임 체인저가 된다. 미국은 자신들의 본토를 핵으로 때릴 수 있는 나라엔 다르게 대응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북이 핵으로 한국을 공격해도 미국이 반격하려면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런 결정을 내릴 미국 대통령은 없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북은 7차 핵실험도 곧 강행할 것이다. 이제 목전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 직전에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것은 과거 6차례 핵실험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남 타격용 단거리미사일에 탑재할 소형 전술핵 탄두 양산을 위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술핵은 폭발력이 전략핵보다 작아 실제로 쓸 수 있는 핵으로 평가된다. 북은 한 번이 아니라 두 차례 핵실험을 거의 동시에 실시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은 5년 전과 닮았다. 2017년 김정은은 체제의 모든 자원과 역량을 핵·미사일 개발에 동원해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다가 2018년 초 돌연 평화 공세로 태세를 전환했다. 북은 이번에도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 ICBM을 완성한 뒤에 미국과 협상을 벌여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대북 제재를 해제하려 할 것이다. 미국민에게 안전을 주는 대신 한국민을 핵으로 깔고 앉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이 핵실험을 할 경우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유엔 추가 제재는 중국, 러시아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미의 제재는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하고 있다. 북핵의 효용성을 한순간에 ‘0′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한국의 핵 보유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해도 미국을 설득해 한 발짝씩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것이 북이 치를 가장 확실하고 혹독한 대가다.
조선일보 사설
11.04 北은 매일 미사일 쏘는데 우리 요격 미사일은 또 고장
북한이 미사일 25발을 쏟아낸 2일 우리 공군이 훈련으로 대공미사일 3발을 쐈지만 이 중 2발이 발사에 실패했다. 국산 지대공 미사일 ‘천궁’ 1발은 발사 후 약 25㎞를 날아가다 교신 불안으로 자폭했다. ‘패트리엇(PAC2)’미사일은 2발 중 1발은 성공했지만 다른 1발은 발사 직전 레이더에 오류가 포착돼 발사를 아예 못 했다. 군은 이 미사일들은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항공기 요격용이어서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3축 체계’의 핵심 전력은 아니라고 했다. 또 이번 훈련은 문제점을 찾아서 보완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실패라고 단정할 일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런 측면도 있겠지만 실전 배치된 미사일 3발 중 2발이 실패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지난달엔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쏜 ‘현무-2′ 미사일이 발사 방향과 반대로 날아 강릉 군부대에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벌어졌다. 이어 발사한 에이태킴스 미사일도 2발 중 1발이 비행 도중 신호가 끊겨 실종됐다. 당시에도 군은 이를 감추고 “가상 표적을 정밀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2020년 북한이 우리 GP에 총격을 가했을 때 군은 “적절하게 대응했다”고 했지만 당시 K-6 기관총 원격 사격 체계는 먹통이었다. 이 때문에 32분이 지나서야 수동 사격으로 대응했다. 당시도 군은 거짓말을 하다 언론 보도로 알려진 뒤에야 사과했다.
어떤 무기 체계도 완벽할 수는 없다. 미사일 오작동도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천궁은 2017년 전력화 이후 지난해까지 17발 모두 발사에 성공했고, 패트리엇도 2013년 이래 수십 차례 시험에서 한 번 빼고 정상 발사됐다고 한다. 이 무기들을 관리, 운용하는 데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북의 위협은 날로 고도화하는데 우리 군에선 이런 일이 벌어지니 답답하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04일 잇단 北미사일 도발도 한미훈련 탓한 민노총 反안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도 한·미 훈련을 탓했다. 민노총은 3일 ‘이러다 정말 큰일 난다. 한·미 당국은 선제타격 연합연습 ‘비질런트 스톰’ 즉각 중단하고, 북도 이에 조응해 현재의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지금 상황을 멈출 방법은 오직 지금 진행하고 있는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포함한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고도 무시한 채, 중·장·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전방위화하고 7차 핵실험까지 ‘예고’했다. 그런 위기 속의 방어훈련을 “선제타격 전쟁연습”으로 매도한 민노총은 북한의 왜곡·궤변을 복창한 것과 다름없다. 북한 정권 대변단체를 자임하는지부터 묻게 한다. “지금의 한반도 전쟁 위기 사태를 만든 장본인은 1차적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 동조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이라고 뒤집어씌운 것도 마찬가지다. ‘맹목적 친북을 고질화(痼疾化)한 민노총’ 비판까지 나올 수밖에 없다.
민노총은 지난 8월 13일 ‘광복 77주년 8·15 자주평화통일대회’를 열어 ‘한미동맹 해체’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주장한 바도 있다. 북한 단체인 조선직업총동맹의 “미국이 침략전쟁 연습을 광란적으로 벌이려 한다” 운운한 연대사를 대독하기도 했다. 그런 행태는 ‘반(反)안보’ 전형이라는 사실부터 민노총은 깨달아야 마땅하다.
문화일보 사설
11.05 괌서 핵 공동작전… 美핵폭격기 뜨면 한국 전투기도 동시 출격
“북핵 대응 위해 매년 핵우산 훈련” 한미 국방 공동성명
한미가 3일(현지 시각)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핵우산’ 훈련을 매년 실시하기로 했다. 미국 전략자산도 한반도에 상시 배치하는 수준으로 전개하기로 합의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미국 버지니아주(州) 알링턴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개최한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북한 외무성은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대변인 성명에서 “적대 세력들의 그 어떤 기도에 대해서도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초강력 대응으로 대답할 것”이라며 “미국은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미는 공동성명에서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억제 수단(핵우산) 운용 연습’을 연례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이 미국 전략자산 운용에 참여하는 훈련을 하겠다는 것이다. 양국은 또 공동성명에서 “필요에 따라 미 전략자산을 적시에 한반도에 전개하고, 북한을 억제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들을 찾아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이 장관은 회견에서 “미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 배치하는 수준에 준하도록 전개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장관은 ‘핵우산’을 제때 펴기 위한 군사 능력과 정보 공유, 협의, 기획,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한다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명시했다.
‘김정은 정권 종말’이란 문구도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담겼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이나 동맹·우방국에 대한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4일 군용기를 대거 출격시켜 180여 개의 항적이 식별되는 비행 활동을 했다. 지난달 31일부터 한미가 240여 대의 군용기를 동원해 연합 공중 훈련을 하는 동안에도 북한이 맞대응 도발을 한 것이다. 북한 항적은 전술조치선 이북과 동·서해상 등 여러 지역에서 잡혔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이날 잇따른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고, 7차 핵실험 준비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이번 한미 SCM은 북핵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를 억지할 수 있는 실질적 수단 마련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다. 미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 배치하는 수준으로 전개하기로 합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등은 미국 내 부정적 견해도 많은 만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협의한 것이다. 이종섭 국방장관은 3일 기자회견에서 “미 전략자산의 전개 빈도와 강도를 확대하는 방식을 통해 상시 배치에 준하는 효과가 있도록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한미는 전략자산이 ‘적시’에 ‘신속히’ 한반도에 전개하도록 일종의 ‘핫라인’ 채널을 만들기로 했다. 군 당국 고위급 채널을 상시 가동해 북한의 고강도 도발로 미 전략자산의 전개가 필요할 경우 바로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뜻이다. 합참과 한미 연합사 간 실시간 소통으로 우리 측 의견을 미측에 전달하는 방법이 논의됐다. SCM을 마치고 이 장관과 오스틴 장관이 펜타곤 인근 앤드루스 기지를 찾아 B-1B와 B-52 전략폭격기 아래 나란히 선 것도 ‘실질적 상시 배치’ 합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국 전략자산인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과 핵 추진 잠수함 애나폴리스함 등이 연이어 한반도를 찾은 것이 대표적 방법이다.
양국이 ‘확장 억제 수단(핵우산) 연습’을 정례화하기로 한 점도 주목된다. 이 훈련은 지난 5년간 2차례밖에 열리지 않는 등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군 관계자는 “미국의 확장 억제 수단(핵우산) 연습’에 우리가 참여하는 것은 전략자산 운용 능력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며 “이 훈련을 정례화하고 업그레이드할 경우 미 ‘핵우산’에 대한 우리의 발언권도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장관은 이 훈련을 “최근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해 개최할 것”이라고 했다.
‘확장 억제 수단(핵우산) 연습’은 미국의 핵 투발 수단인 전략폭격기와 핵 추진 잠수함, 미사일 방어 전력 등이 참여한 가운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 관계자는 “한반도에서 2시간 거리인 괌에서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가 전개될 때 한국 전투기가 엄호 비행을 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공동 작전 훈련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훈련이 발전할 경우 우리 전투기가 괌 등으로 가서 미국 핵무기를 싣고 미군과 함께 연습하는 방식도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는 핵 전략 지침인 ‘맞춤형 억제 전략(TDS)’도 1년 내 개정하기로 했다. 북한 김정은의 성격과 리더십 특성, 북핵 능력 등 각종 사항을 종합 분석해 이를 억제할 수 있는 최적화한 ‘핵우산’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군 관계자는 “TDS 개정에 따라 각종 훈련 내용도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합의로 핵정보 공유 수준도 높아질 전망이다. 이날 공동성명에 정보 공유가 명시됐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한국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로 구성된 파이브아이즈(Five Eyes) 협력 수준으로 한미 정보 공유 수준 향상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의 독자 핵무장 등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미측이 여전히 부정적이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한미가 ‘핵우산’을 아무리 촘촘히 짜도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완성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며 “미국이 서울을 지키기 위해 뉴욕을 북핵 공격에 희생시킬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결국 ‘핵 버튼’은 미국이 쥐고 있기 때문에 ‘핵우산’ 공동 훈련 정도로는 북핵 위협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7차 핵실험 의지를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북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종말에 직면하므로 결국 북한이 핵을 갖고 있어도 사용할 기회가 없을 거라고 느끼게 함으로써 핵실험을 억제하도록 하는 게 우선적 대응”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노석조 기자
월간조선 11월 호
‘핵이 사용 가능한 무기’가 된 시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김정은 등 北 수뇌부에 대한 대량 응징 보복이 답이다
⊙ 北, 40~60개의 핵무기를 初戰부터 대규모로 사용할 수 있어 핵무기 활용한 ‘7일 전쟁계획’ 검토(랜드硏-아산정책硏)
⊙ 자체 핵개발, 핵 공유, 선제타격은 어려워… 화학무기·참수작전 등 강구해야
⊙ 北, 2020년에 이미 핵무기 67~116개 보유
⊙ 북한·러시아, “핵전쟁은 생각할 수 없는 사태가 아니고, 세상의 종말도 아니다”라는 소련의 핵전쟁 교리 계승
⊙ 북핵 대응을 할 수 있는 자체적인 무기 없이 美 항모에 올라 큰소리치는 軍 수뇌부
⊙ 재래식 군사력은 남한 100 對 북한 97이지만 핵무기 포함할 경우에는 남한 100 對 북한 113
朴輝洛
1956년생. 육사(34기) 졸업, 연세대·美 국방대 석사, 경기대 국제정치학 박사 / 국방부 대북정책과장, 국방대학교 교수, 국민대 교수,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역임. 예비역 육군대령, 現 한반도선진화재단 북핵대응연구회장 / 저서 《북핵외통수》

▲2022년 6월 2일 북한은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사진=AP/뉴시스
〈공격〉 0000년 1월 1일 05:00 북한 방송은 남한이 평양에 미사일 공격을 가하여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피해 장면을 보도하였다. 동시에 서울을 비롯한 한국의 다수 도시에 미사일 공격이 가해졌고, 그중 한 발은 핵(核)미사일이었다. 한국 언론은 공격 사실과 참상을 보도하기 시작하였고, 정부와 군(軍)도 비상사태를 선포하였으나, 그저 분주할 뿐이었다. 07:00 일부 언론에서 북한군의 문산 지역 돌파가 보도되자 북한은 법령에 의거한 자위권 차원의 반격이라고 주장하였다. 11:00 북한군의 선발대가 구파발 지역에 출현한 후 13:00에 서울 중심부로 진출하였고, 17:00경에 서울외곽순환도로 남측(판교 북방)까지 진출하였다.
북한은 일방적 휴전을 선언하고 협상을 제안하면서 한미연합군의 반격 시 대대적인 핵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협박하였다. 미국은 결국 보복하지 못한 채 협상을 수용하였다.
〈잠정결과〉 휴전 협상이 계속 지체되는 가운데 북한은 서울 시민들의 요구라면서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발표하였다. 미국은 평양에 대한 미사일 공격은 북한의 자작극(自作劇)이고, 북한이 비(非)지속성 화학무기를 한국군 전방부대에 사용하였다면서도 보복 조치는 강구하지 않았다. 기어코 북한은 주민투표에 근거하여 서울 합병을 발표하였고, 다른 지역에도 유사한 절차를 적용하겠다고 공표하였다.
북한 핵무기 법제화는 핵 공격 선언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2022년 9월 8일 2013년 4월 1일 법제화한 내용을 더욱 구체화하여 핵무기에 관한 아래의 11개 항을 법제화하였다. (1) 핵무력의 사명 (2) 핵무력의 구성 (3) 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 (4) 핵무기 사용 결정의 집행 (5) 핵무기의 사용원칙 (6) 핵무기의 사용조건 (7) 핵무력의 정상적인 동원태세 (8) 핵무기의 안전한 유지관리 및 보호 (9) 핵무력의 질양적 강화와 개선 (10) 전파방지 (11) 기타에 관한 사항이다.
이 법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자신들이 핵무기 공격을 가할 수 있는 5가지 상황을 열거하였다.
첫째,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로 북한이 공격당했거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둘째, 국가 지도부나 국가 핵무력지휘기구를 대상으로 한 적대 세력의 핵 또는 비핵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셋째, 국가의 주요 전략적 대상이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을 받았거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넷째, 유사시 전쟁 확대 및 장기화를 막고 전쟁 주도권을 쥐기 위해 작전상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
다섯째, 기타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 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생겨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됐을 때.
즉 북한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라도 그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부 학자들이 충성스럽게(?) 변호해왔던 북한의 핵무기 개발 동기(체제 안정, 미국과의 협상 카드, 내부 결속)와는 전혀 달리 북한은 적화통일을 위하여 핵무기를 개발하였음을 숨김없이 공표한 셈이다.
北, 핵잠수함도 건조 중

▲북한은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에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했다. 사진=뉴스1
북한은 극단적인 고립 국가이기 때문에 누구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 수준을 알 수는 없다. 스웨덴에 있는 평화연구소(SIPRI)에서는 2021년을 기준으로 북한이 2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고, 45~55개까지 개발 가능한 핵물질을 생산한 것으로 추측하였다. 그러나 2021년 4월 미국의 랜드연구소와 한국 아산정책연구원의 공동보고서는 북한이 2020년에 이미 67~116개를 보유하였고, 매년 12~18개를 생산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2027년에 151~242개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결사의 정신으로 핵무기 생산에 매진해온 북한이라면 위 공동보고서가 진실에 가까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욱 위협적인 것은 북한은 핵무기를 다양한 단거리 미사일에 탑재하여 언제 어디서든 남한을 공격할 수 있고, 화성-15·16·17을 비롯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북극성-3·4·5를 비롯한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에 탑재하여 미국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은 SLBM을 탑재할 3000톤급의 잠수함도 완성했고, 핵잠수함(SSBN)도 건조하는 과정에 있다. 이들이 SLBM을 탑재하여 태평양으로 나갈 경우, 미국이 자국 도시에 대한 핵미사일 공격을 각오하지 않는 한 한국에 약속한 핵우산(또는 확장억제)을 제공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2022년 들어서 김정은과 김여정은 핵무기의 사용 가능성을 계속 시사하고 있다. 핵무력을 통한 남한 협박이나 통일 이외에는 체제 생존을 위한 대책이 없는 북한으로서는 핵억제(nuclear deterrence)가 아니라 핵전쟁 수행(nuclear warfighter)으로 태세를 전환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핵 공격 가능성으로 위협하고 있듯이 냉전 시대 소련은 핵전쟁은 “생각할 수 없는 사태가 아니고(not inconceivable event), 세상의 종말도 아니다(not be the end of the world)”라면서 핵전쟁 수행 교리를 발전시켜왔고, 이것이 러시아와 북한에 그대로 계승되었다고 봐야 한다.
사태가 워낙 심각해져서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하지만, 잘못의 반복에 대한 반성도 병행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북핵에 대하여 무관심과 무대비로 일관했던 우리 국민 모두가 반성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최소한 2018년 3월에 북한의 김정은을 만난 후 그가 핵무기를 포기하기로 약속했다던 안보실장은 김정은이 하지 않은 말을 전달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김정은에게 속았는지 밝혀야 한다. 이 말을 무조건적으로 믿은 채 4년 동안 오로지 비핵화 협상에만 매달린 채 북한에 엄청난 핵무력 증강 시간을 부여하고 만 문재인 정부의 주요 인사들에게는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만을 맹목적으로 지지했던 정치인, 학자, 언론인들도 책임이 적지 않다. 이들은 북한과 대화만 하면 핵문제는 해결된다고 주장해왔고, 이러한 평화의 약속 때문에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았으며, 사회의 주도층을 형성해왔다. 북한 문제를 연구한다는 소위 진보 성향의 학자들은 정치권의 평화 타령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골몰한 채 북핵의 억제와 방어에 관해서는 아무런 연구도 하지 않았다. 이들이 북한의 사기극에 놀아나는 결정적인 5년 동안에 북한은 폭발적으로 핵무기를 증강했고, 한국은 북핵 대비 태세를 전혀 강화하지 못했으며, 결국 미국의 핵우산 없이는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이들은 고해성사(告解聖事)를 통하여 속죄해야 하고, 당분간 안보 문제에 관해서는 침묵하면서 자성(自省)해야 한다.
軍 수뇌부, 정치권에 부화뇌동

▲2018년 9월 21일 국방부 장관 이·취임식에서 국방부기를 인수인계하는 송영무 전 장관과 정경두 신임 장관. 문재인 정권 시절 군 수뇌부는 정치권에 부화뇌동했다. 사진=조선DB
그러나 무엇보다 책임이 큰 곳은 군대이다. 국민과 정부 모두가 안일에 빠졌더라도 군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대비해야 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군 수뇌부조차 정치권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여 북핵 문제에 대해 제대로 토론하지도 않았고, 북핵 대응을 위한 조직을 설치하거나 강화하지도 않았다. 군사학교에서 핵억제 이론을 강의하지도 않는 상태이다. 그들은 진급에만 목을 매면서 내 임기 마칠 때까지만 무사하기를 기도하였고, 결국 북핵 대비 태세가 극도로 미흡한 현재의 군대로 방치하고 말았다. 장교로 임관할 때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필요하다면 생명까지 바치겠다고 맹세했던 이들이 그동안 일반 샐러리맨과 다를 바 없는 사람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들은 엄청난 죄책감을 가져야 하고, 필요하다면 그 당시 실상을 고발함으로써 사죄해야 하며, 현재의 군 수뇌부는 배전의 각오로 북핵 대비에 전념해야 한다.
국민들은 믿지 않겠지만, 현재도 한국 정부와 군 내에 북핵 문제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담당하는 조직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이종섭 국방장관이 10월 4일 국정감사에서 국방부에 핵문제를 전담하는 과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국방장관, 합참의장이 책임지고 있다지만 그들의 예하에 북핵 문제를 전적으로 담당하는 실무자들이 몇 명이나 편성되어 있는지, 북핵 문제가 잘못되었을 경우 누가 벌을 받는지 분명하도록 업무분장표가 작성되어 있는지, 정부나 군대가 업무분장표에 의거하여 북핵 대응을 위한 긴급회의를 개최한 적이 있는지, 북핵 대응을 위하여 긴요하게 확보해야 할 무기체계를 식별하고, 이를 위한 예산 보장을 건의한 적이 있는지, 북핵 대응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충분히 갖춘 간부들을 육성하고, 활용하고자 노력한 바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북핵 위협 시대에 특공무술 시범이라니…
지난 10월 1일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개최된 제74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우리 군은 통상적인 국군의날 행사처럼 특수부대원의 고공강하, 다양한 헬기와 공군기들의 전투기동, 그리고 다연장로켓,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미사일, 패트리엇, 전차와 자주포 등의 열병식으로 국민들을 안심시키고자 했다. 특공무술 시범도 있었다. 그런데 과시된 무기 중에서 북한 핵미사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방어하는 데 유용한 것은 패트리엇밖에 없다. ICBM과 SLBM을 주축으로 하는 북한의 열병식과 스스로 비교해보라. 북핵 위협 시대에 특공무술이 웬 말인가?
실제로 국군의날 행사 당일에 북한은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에 핵무기가 탑재되었다고 할 경우 위 무기체계 중에서 유용한 게 무엇인가? 상대가 총과 대포를 새롭게 개발했을 경우 그에 맞게 방어할 수 있도록 더욱 강한 총과 대포를 개발하거나 방탄이 되는 탱크나 장갑차를 제작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이 갖고 있는 칼과 창이 예리하다고 자랑한다면? 군 수뇌부들은 ‘미국’의 항공모함이 마치 우리 것인 양 착각한 채 올라타 큰소리치는 것만 같다.
군 수뇌부가 미국에만 의존한 채 자체적인 북핵 대응 태세를 소홀히 한다면 왜 대규모 국민 혈세를 사용하면서 우리 군을 유지해야 하고, 그들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 그들이 미국의 핵우산을 유도하는 연락 임무만 수행한다면, 국민이나 대통령은 엄청난 봉급과 권한을 주면서 그들에게 연락 임무를 기대하는 대신에 미군 대장인 유엔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에게 직접 핵우산을 제공하도록 협조하는 것이 낫다. 북핵 대비를 위한 군 수뇌부의 환골탈태(換骨奪胎)와 집중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핵무기 포함하면 북한이 우위

▲김승겸 합참의장(앞줄 맨 오른쪽)은 폴 러캐머라(앞줄 오른쪽에서 둘째) 한미연합사령관과 함께 지난 9월 27일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미국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에 올랐다. 사진=합참
세계 각국의 군사력을 비교하여 제시하는 ‘세계화력지수(Global Firepower Index)’에 의하면 한국의 군사력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에 이어서 6위이다. 한국은 프랑스(7위)와 영국(8위)보다 강하고, 북한은 30위에 불과하다. 이전 정부 인사들은 이 자료를 제시하면서 국민들을 안심시키곤 하였다. 그러나 이 자료는 경제력을 중심으로 하는 20개 정도의 다양한 요소를 반영한 평가로서, 핵무기는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핵무장국인 프랑스나 영국보다 한국의 군사력이 강하다고?
핵무기는 ‘절대무기(absolute weapon)’로 불리듯이 몇 발이 모든 재래식 무기의 위력을 상쇄시킨다. 미국이 엄청난 재래식 무기를 사용해 4년 동안 항복시키지 못한 일본을 2발의 핵무기가 해결했다. 핵무기 2발은 미국이 4년 동안 쏟아부은 전투력보다 더욱 센 셈이다. 이스라엘은 몇 발의 핵무기로 엄청난 인구와 군사력의 아랍국가와 군사력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최근에는 대규모 공격은 전혀 받지 않고 있다. 파키스탄의 경우에도 국력은 인도에 비교가 되지 않으나 핵무기로 전략적 균형을 이루어 수년 동안 인도와 분쟁 없이 지내고 있다. 북한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기만과 협박을 일삼고, 우리가 경제력으로 비교도 되지 않는 북한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오로지 핵무기 때문이다.
필자는 2018년 《의정논총》(제13권 제2호)에 게재한 〈남북한 군사력 비교에서의 북한 핵무기 영향 판단: 시론적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핵무기를 포함하여 남북한의 군사력을 비교한 적이 있다. 재래식 군사력 수준은 남한의 질(質)과 북한의 양(量)이 상쇄되어 남한 100 대(對) 북한 97이었다. 핵무기를 재래식 무기의 ‘승수(乘數·multiplier)’로 인식하여 평가한 경우에는, 미국의 핵우산이 제공된다 해도 북한은 자체 핵무기라서 자유자재로 사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남북한의 군사력 지수는 남한 100 대 북한 113으로 북한이 우세하게 평가되었다. 한국이 가장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 즉 미국의 핵우산이 제공되지 않는 상태에서 기습공격을 가하는 경우에는 100 대 189로 북한이 2배 정도 강한 것으로 계산이 되었다. 실제 핵무기가 갖는 엄청난 파괴성을 고려할 때 이 비교 또한 북한의 핵무기 위력을 낮게 평가한 결과일 수 있다.
이 글의 서두 북한 ‘공격’의 상황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이제 북한은 핵공격 또는 핵공격 위협하에서 서울에 대한 제한적 공격과 점령을 기도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핵공격 또는 핵공격 위협하에 전면적인 공격도 시도할 수 있다. 북한이 어느 정도의 핵무기를 한국의 주요 도시에 투하하여 극도의 혼란을 조성한 다음에 철원 축선(軸線)과 김포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돌파와 도하를 감행한 후 남한 전체를 전격적으로 점령하고자 할 경우 한국은 대책이 있는가? 랜드연구소와 아산정책연구원의 보고서는 북한이 40~60개의 핵무기를 초전(初戰)부터 대규모로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하였다. 북한의 수뇌부들은 2013년 핵무기 개발 직후 ‘7일 전쟁계획’이라는 명칭으로 핵무기를 활용한 전격적인 공격계획을 검토했으며, 그동안 이 계획은 더욱 구체적으로 발전되었을 것이다.
北에 대한 선제타격 어려워져

▲금년 국군의날 홍보 영상에 등장한 고위력 현무미사일. 단 한 발로 북한 지하 벙커까지 무력화할 수 있는 이 미사일은 KMPR의 핵심 무기가 될 것이다.
우리의 핵무장론과 미국 핵무기 공유(共有) 방안은 북핵 대책을 논의할 때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모두 현실성이 없다. 우리의 핵무장은 핵무기 제조를 위한 기본적인 물질인 플루토늄이나 고농축우라늄, 또는 그것들을 만들 수 있는 공장이 없어서 불가능하고, 미국이 이를 허용해줄 리도 없다. 미국의 핵무기를 한반도나 그 주변에 배치하여 공유하는 방안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사례가 있으나 중국 및 러시아와의 핵전쟁으로까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추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제 우리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두 방안을 토론하는 대신에, 한국이 할 수 있는 바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지원을 받더라도 최선을 다한 우리의 자체적인 방어책이라는 기초가 있어야 한다.
현재 한국군의 대응 방향은 ‘3축(3K) 체계’인데, 이것은 상당한 논리성을 갖고 있다. 첫째, 선제타격을 통하여 북한이 발사하려고 하는 핵미사일을 사전에 제거하고(Kill Chain), 둘째 그래도 발사되면 한국형 미사일 방어로 공중에서 요격시키며(KAMD), 셋째 핵공격을 받을 경우 북한 수뇌부에 대한 참수(斬首)작전을 전개한다(KMPR·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선제타격은 북한의 고체연료 핵미사일 개발로 불가능해졌다. 현재 한국군이 구상하고 있는 킬 체인은 25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북한은 5분 이내에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의 경우에도 북한이 개성 근처에서 낮게 단거리 핵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탐지도 못한 채 서울에 핵미사일이 떨어질 수 있다. 결국 한국의 현 능력으로서 시행 가능하고 효과가 기대되는 것은 KMPR밖에 없다.
참수작전 매진해야
북한은 김정은의 안전을 무엇보다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KMPR은 효과가 클 수 있다. 그래서 한국군은 2013년부터 그의 시행에 필요한 무기를 증강하고, 특전부대 1개 여단에 참수작전 수행 임무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이전 정부에서는 중단되었고, KMPR은 선제타격에 통합되고 말았다. 현 정부가 KMPR을 부활시켰지만, 그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능력은 불충분한 상태이다.
이제 한국은 참수작전의 필연성을 인식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능력을 구비하고 훈련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열(熱)압력탄 등 첨단 재래식 무기로 북한 수뇌부를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필요시 그 능력을 과시해야 한다. 김정은을 경악시킬 수 있는 기상천외한 신무기나 기습적인 공격 개념을 개발하고, 최악의 상황에서는 북한군 수뇌부가 거주하거나 은신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제한된 화학 공격을 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필요시에 신속하게 제조할 수 있는 잠재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상대가 불법적인 핵무기를 사용하는데 우리는 합법에만 의존하다가 국가의 생존을 위태롭게 만들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전방 지역 돌파를 방어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지금까지 항전(抗戰)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최초 공격에서 키이우(키예프)를 사수(死守)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서울이 점령되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적인 지원이 제공되기 어렵다. 한국군은 서울 북방에서의 초기 돌파를 허용하지 않도록 필요한 대비 조치 강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북한이 화학무기 나아가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더라도 지탱할 수 있도록 진지를 보강하면서 필요한 장비를 보급해야 한다. 북한군의 전진을 저지시키는 데는 ‘살포식 지뢰’가 최선이라는 점에서 유사시 단기간에 대량 살포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核민방위 대책 요구해야
북한이 핵무기 사용에 관한 법을 공포함으로써 핵무기 사용 의지를 과시하자 군 수뇌부들은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압도적으로 대응할 것이고” 하여 “북한의 생존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이들의 말을 믿고 대통령도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하면 한미 동맹과 우리 군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그런데 묻고자 한다. 어떤 방법과 수단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인가? 6·25 직전에도 군은 북한이 공격 시 즉각 반격하여 “점심은 평양,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겠다고 말한 후 3일 만에 서울을 내준 채 패퇴(敗退)하였다. 미국의 핵우산과 지원 전력을 믿고 그렇게 말하는가? 실제로 군 수뇌부들은 미국의 항공모함에 올라가서 유사한 경고를 날렸다. 그렇다면 우리 군은 왜 존재하는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기 이전에 자체적인 방어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의 행동에 가장 주목하고 있는 나라는 북한일 것이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북한의 핵무기 사용도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강압적인 주민투표로 우크라이나 일부의 합병에 성공한다면, 북한의 적화통일 의지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대응이 결국 와해된다면 북한은 바로 한국을 침략할 것이다. 제3자적인 입장이 아니라 우리와의 관련성 속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분석하고, 필요한 교훈을 끌어내어 대비해야 한다.
당연히 전쟁 승리나 국토 수호의 핵심은 국민·정부·군대의 ‘3위 일체(三位一體)’이다. 필자가 요구한 것처럼 군과 정부가 우선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하지만, 국민도 북핵 위협 대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북핵의 위급성을 자각하고, 군과 정부의 철저한 대비를 촉구해야 한다. 국가안보를 우선시하겠다는 정치인에게 투표함으로써 그들의 여론을 전달해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 폭발 시 생존할 수 있도록 민방위 대책도 적극적으로 요구하면서 참여해야 한다. 군에 간 내 자식이 다소 힘들어하더라도 훈련에 충실하고 전투 준비 태세에 만전을 기하는 지휘관을 격려해줘야 한다. 다른 어느 때보다 총력안보 태세가 요구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으니 걱정스러울 뿐이다.⊙
월간조선 11월 호
정보사 對北 휴민트 붕괴의 내막
류경식당 탈북 주도 정보사 대령들, 文 정부 3년간 재판받았다
⊙ 회식비 9만8900원 쓴 것 등을 업무상 횡령으로 몰아 3년간 재판… 정권 말 무죄 선고
⊙ “북한 열차 미사일 관련 첩보 들어왔는데 死藏돼”
⊙ 당시 정보사령관, “여론 휩쓸려 두 대령 有罪로 몰아선 안 된다” 발언
⊙ 전·현직 정보사 관계자들 “文 정부 때 초토화된 對北 공작망… 再建에 10년 이상 소요”
⊙ ‘국정원 개입설’ 있지만 국정원은 부인

문재인 정권 당시 군(軍)검찰이 현직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대령들을 대상으로 무리한 수사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20년 이상 대북(對北) 공작 활동을 한 이들은 지난 2016년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등을 주도해 당시 내부에서 발군(拔群)의 공작관이라는 평가를 받던 인물들이다. 전·현직 정보사 관계자들은 “사실상 휴민트(Humint·인간정보)망(網)의 핵심에 있는 두 현직 대령을 지난 정부에서 3년간 재판장에 세워 수족(手足)을 묶었다”면서 “이에 따라 정보사 내 핵심 휴민트망이 모두 붕괴된 상태”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수사와 재판을 받는 중 탈북어민 북송 사건과 서해 공무원 이대준씨 피격 사건이 발생했다. 정보사 소식통들은 “대북 정보망이 마비된 상태에서 벌어진 사건들이라 진상조사가 어려운 것”이라면서 표적수사 의혹도 제기했다.
핵심 휴민트 몰려 있는 부대 초토화
대한민국의 모든 군은 전쟁 대비 상태다. 그런데 평시(平時)에도 전쟁을 하는 부대가 있다. 정보사 내 대북 공작 담당부대다. 정확한 수치는 대외비(對外秘)로, 대북 공작을 하며 첩보·정보전(戰)을 벌이는 인원은 소수로 알려져 있다. 정보사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 중에서도 ‘○○○ 부대’에 핵심 휴민트가 몰려 있는데 재판을 받은 두 대령은 모두 이곳 소속이다. 한 정보사 관계자는 “부대 내 모든 사항이 극비인 만큼 세간에서는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을 것”이라면서 “문재인 정권하에 이 조직이 초토화되다시피 했다”고 했다.
지난 2019년 7월 군검찰 수사를 시작으로 2020년 1월 기소된 이들은 2022년 1월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1심 무죄였는데, 군검사는 항소를 포기했다. 문 정권 말기였다. 군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담솔 홍승민 변호사는 “1심 무죄 후 항소 포기는 검사 스스로 ‘무리한 기소’임을 인정하는 격”이라면서 “애초 이 정도 사안으로는 압수수색을 나가지도 않는다. 더군다나 재판정에 세웠다는 건 미증유(未曾有)의 사건으로 유사한 전례조차 없다”고 했다.
수사 시작부터 무죄판결에 이르기까지 햇수로 4년간 이 둘은 공작 업무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그사이 탈북어민 북송 사건(2019년 11월 7일)과 서해 공무원 이대준씨 피격 사건(2020년 9월 22일)이 발생했다.
이들 대령과 지난 20년간 함께 공작 활동을 한 현직 첩보원(에이전트)은 “수십 년 첩보 활동을 하며 이런 황당한 이유로 공작관을 재판장에 세우는 일은 처음 봤다”고 했다. 한 정보사 소식통은 “(검찰 수사 전) 내부 감찰 단계에서 당사자 조사도 없이 검찰로 넘어간 뒤 기소돼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던 사건”이라고 했다. 홍승민 변호사는 “감찰 단계에서 당사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는 것은 기본”이라고 했다.
‘피해자 대한민국’

▲재판을 받은 정보사 B대령은 지난 2016년 중국 닝보의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을 주도했다. 사진은 류경식당 전경. 사진=조선DB
《월간조선》이 입수한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대령에게는 총 11가지, B대령에게는 6가지 혐의가 씌었다. A대령의 죄목은 업무상배임교사, 허위공문서작성교사, 허위작성공문서행사교사, 업무상횡령, 업무상배임, 사기,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보고교사, 허위보고다. B대령은 업무상횡령, 업무상배임,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허위보고다.
판결문에는 이들의 공작 내용과 정보망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보안 사항 유출 우려로 공소요지를 구체적으로 기재하기는 어렵지만, 요약하자면 이렇다. ‘업무상배임’의 경우다. 군검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A·B대령을 기소했다. 이 사건 피해자는 ‘대한민국’이다.
“피고인들은 2017년 11월 23일 서울 동대문구 소재 ○○○ 동태찜 식당에서 이미 필요한 사업(판결문 각주(脚注)에 따르면 ‘공작’을 의미) 활동을 완료하였음에도, 같은 날 서울 소재 ○○ 술집에서 추가적인 사업 활동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술자리를 추가적으로 가지고 그로 인해 발생한 주대 9만8900원을 피해자 대한민국의 사업 활동 예산을 사용하여 결제하기로 모의하였다. (중략)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고인 본인들에게 9만8900원에 해당하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대한민국)에게 같은 액수에 해당하는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재판부는 이에 “(공작원들의) 활동은 정형화돼 있지 않고, 신변에 대한 위험성이 내재돼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친분관계를 넘어선 깊은 신뢰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B대령이 ○○○ 동태찜 식당에서 이미 필요한 사업 활동이 완료됐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배임의 의사를 추단할 수 있을 만큼 과도한 액수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공작 업무 관계된 인물들 무차별적 조사”
이 밖에도 모든 죄목이 비슷한 수준의 내용이다. ‘사기’의 경우 “A대령의 사업 활동 대상자(모씨)가 현재 사업이 어려워 활동을 하지 못할 정도이니 100만원 정도 지원해달라”고 사업 활동의 담당 사업관에게 부탁했는데, 이 돈이 결국 모씨 명의의 계좌가 아닌 다른 계좌로 들어간 정황으로 인해 기소됐다. 조사 결과 이 계좌는 한 음식점 주인 소유였고, 모씨가 공작 활동을 하며 지불한 식대를 음식점 주인 계좌로 직접 부친 것이었다.
재판부는 “공작원은 사업대상자에 대해 조종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처럼 대상자의 채무를 변제하는 방법으로 지급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봤다. ‘허위공문서작성’ 등은 요컨대 “2명이 식사한 것을 3명으로 적어냈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대부분의 죄목에 공통적으로 “증거에 의하여 입증되어야 할 것이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모두 뚜렷한 증거 없이 기소했다는 얘기다. 확인 결과 해당 군검사는 기소 이후 전역한 상태였다.
무죄를 받았지만 이미 피해는 막심했다. 우선 이 둘의 재판 진행 동안 공작부대 내부 분위기가 얼어붙다시피 했다. A·B대령과 10년 이상 공작 업무를 했던 모(某) 중령은 “이번 재판으로 목숨 걸고 공작 활동을 해야 하는 후배들의 업무 또한 상당히 위축됐다”면서 “괜히 트집을 잡혀 재판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 명목으로 공작 업무와 관계된 인물들을 무차별적으로 조사했다는 점이다. 그 바람에 전·평시 적에게 상당한 전략적 피해를 끼칠 수 있는 필수 핵심 군사전력인 주요 대북공작망이 모두 무력화(無力化)됐다.”
망가진 휴민트 재건에 10년 이상 걸릴 수도
공작원들은 북한 접경지의 사업가들과도 긴밀히 공조한다. 제3국(북한 접경지)에서 A대령의 정보원 활동을 한 사업가 D씨를 만나 공작망 무력화 과정을 들어봤다.
D씨의 사무실은 한국에, 사업장은 북한 접경 지역에 있다. 그의 제3국 사업장에서는 다수의 북한 노동자들이 일했고, A대령은 이곳을 주요 공작 거점 중 하나로 삼았다고 한다. D씨가 제3국에서 사업권을 따내고, 현지인을 비롯해 다수의 북한노동자들을 고용하기까지 걸린 시간과 비용 모두 A대령의 공작 활동에 포함되는 셈이다. 망가진 휴민트 재건(再建)에 10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D씨는 “나 같은 에이전트(첩보원)의 신분은 어떤 일이 있어도 노출돼서는 안 된다”면서 “특히 출장 중에는 보안상 한국과는 절대 통신 연락을 하지 않는데, 이번 사건으로 내 신원과 사업내용이 수사기관에 모두 넘어갔고, 그 직후 사업 종결에 이르렀다”고 했다.
“2019년 11월 출장을 나가 있는데, 한국 사무실에 검찰이 압수수색을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무실뿐 아니라 자택, 경리 직원의 오피스텔까지 탈탈 털어갔다. 그중에는 영장에 명시된 호실이 아닌 곳도 포함돼 있었다. 경리 직원에 따르면 검찰은 ‘너네 회사 대표가 A대령에게 돈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도 추궁했다고 한다. A대령에게 출장비 명목으로 받은 돈보다 정보 수집을 위해 내가 쓴 사비(私費)가 더 많다. 압수수색 이후 제3국 현지 발주처로부터 갑작스럽게 ‘계약 강제 종료’ 통보를 받았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장비들을 철수해야 했다.”
그는 “아무 문제없이 잘 진행했던 사업인데, 우리 업체만 콕 집어 종료시켰음에도 발주처는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지 않았다”면서 “단순 사업 손해액은 100억원 이상이고, 국익 손실분까지 더하면 추산 불가”라고 했다.
정보사 공작 장교 출신 한 인사는 “정보요원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 통신인데, 수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비밀공작 중인 첩보원에게 마구잡이식 전화 연결을 한 것부터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북한 열차 미사일 관련 사업망 종료”

▲A대령은 북한 풍계리 지역에 통신시설을 심은 유일한 공작관이라고 한다. 사진은 지난 2018년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거수경계를 하는 모습. 사진=조선DB
귀국 후 참고인 조사도 몇 차례 받았다는 D씨는 “빗대자면, 3명이서 커피를 마시다가 1명이 자리를 뜬 후 2명이 남은 상태에서 커피 한 잔을 더 시켜 먹었다는 이유로 ‘횡령’을 언급하기도 했다”면서 “이런 미미한 사안을 무려 3년간 소명하는 과정에서 두 대령의 중차대한 공작기밀이 사법기관으로 모두 유출됐다”고 했다.
지난해 전역한 모 중령은 “A대령이 진행하던 북한 황해남도 해주(海州)와 함경북도 청진(淸津) 지역의 사업들도 2019년 무렵 (D씨의 경우처럼) 모두 종결됐다”면서 “해주망이 살아 있었다면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을, 청진망이 있었다면 청진 출신 탈북 어민들의 북송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데 이렇게 난항을 겪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SI(Special Intelligence·특별취급정보)가 남아 있다지만 휴민트망이 있었다면 좀 더 빠른 진상 조사가 가능했다는 뜻이다. A대령은 또한 과거 북한 길주군 풍계리 지역(핵실험기지)과 미사일 기지에 실시간 동향 파악이 가능한 통신장비를 심어 실시간 감시하던 인물이라고 한다. 이 중령은 이어 “사업 종료 전인 2019년 무렵 정보사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 열차 미사일 관련 첩보가 들어왔는데 사장(死藏)된 일도 있었다”면서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북한 열차 미사일 관련 사업망 또한 그해 종료됐다”고 했다. 2019년 무렵 끊긴 휴민트와 관련된 사건이 모두 지금에서야 공론화된 셈이다.
“정권 교체 이후 역적으로 몰려”

▲민변이 류경식당 종업원 탈출에 대해 ‘기획탈북’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들의 북송을 주장하자 탈북자 단체 회원들은 2018년 5월 23일 민변 사무실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사진=조선DB
정보사 일각에서는 이들의 무리한 수사 배경에 ‘육사 출신’이라는 배경이 한몫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육사 독식’ 구조 탈피를 위해 비육사 출신을 중용해왔다. 정보사 한 소식통은 “당시 여단장과 부대장 포함 비(非)육사 출신이 득세하는 분위기였다”면서 “자연히 정권 방향에 협조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보사 내부에서 표적 수사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들이 지난 2016년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을 주도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육사 선·후배 관계인 A·B대령은 지난 2016년 4월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에 있는 북한 류경식당 종업원 12명의 집단 탈북을 추진한 인물이다. 좀 더 정확히는, 후배인 B대령이 주도하고 A대령은 지원 역할을 했다. 이번 판결문 또한 “피고인은 과거 탈북민 집단 귀화를 성사시킨 사례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시 사정에 밝은 정보당국 관계자는 “류경식당 집단 탈북을 물꼬로 이후 6개월간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 행렬이 이어졌다”면서 “박근혜 정부는 류경식당 사건을 계기로 흡수통일이 가능하다고 봤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구상의 핵심에 두 대령이 있었고, 둘은 누구보다 통일에 진심이었다”면서 “국정원의 개입은 사후(事後)에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도 류경식당 종업원들에 대해 “자유의사에 따라 탈북했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에서 ‘기획탈북’ 의혹을 제기했고 인권위는 탈출 2년 3개월이 지난 2018년 7월 직권 조사를 결정했다. 또 다른 정보사 소식통은 “B대령은 당초 류경식당 관계자의 ‘집단 탈북을 원하는데, 도와줬으면 한다’는 육성 등 당시 진실이 담긴 증거물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면서 “인권위에서 ‘강제성이 없었다’는 결론을 낸 이유”라고 했다.
그간 정보사는 물론 군에서 직접 집단 탈북에 관여했다고 인정한 적은 없었다. 정보사 소식통은 “회유나 협박 등 강제성이 있었다면 군사도발의 빌미가 됐겠지만, 지극히 인도주의적 탈북 지원이었다. 류경식당 집단 탈북은 정보사 내부에서도 ‘우수한 공작 사례’로 꼽힌다”면서 “박근혜 정부 때 훈장 수여 예정이었던 B대령은 정권 교체 이후 역적으로 몰렸다”고 말했다.
복수의 전·현직 정보사 관계자들은 “군검찰 조사의 가장 큰 문제는 기소된 사안과 관계가 없는 다른 대북공작망까지 요구했다는 점”이라면서 “이에 따라 고도의 보안이 생명인 대북 공작 내용이 고스란히 조직 외부로 유출됐다”고 했다.
두 대령, 암에 걸려 수술받아
실제로 이들은 류경식당 종업원 탈북 이후 ‘제2의 집단 탈북’도 구상했는데, 이와 관련한 내용까지 수사기관에 노출된 상태다. B대령은 재판을 받으며 제2의 집단 탈북 구상을 위해 만났던 인물을 ‘왜 만났는지’까지 일일이 해명해야 했다. 판결문 내용 중 일부다.
〈피고인은 의견서에 “저는 2016년 4월 중국 닝보에서 북한 식당 종업원을 탈북시켰으며, 이로 인해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사업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B대령이 비용지출을 한 대상)을 만난 것은 그와 관계된 인물 중 북한 인력 ○○명(수백 명, 구체적 인원수는 보안상 비식별 처리)을 관리하는 인원이 있어 제2의 집단 탈북을 추진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추진할 의도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접촉을 추진한 것입니다”라고 기술했다.〉
재판 기록에 남은 A대령의 말이다.
“전시(戰時)든 평시든 군 전력에 피해를 주게 되면 ‘이적행위’로 엄한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적절한 시기에 관련자들에 대해서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 공작망은 단시간 내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평시에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전력(戰力)이다. 공소장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대한민국이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정보사령부 ○○○부대의 휴민트 전력 전체가 와해·무력화됐기 때문이다. 무기체계를 예로 들면 미사일 사령부에 있는 전략미사일을 외부로 반출하여 전부 고철 처리한 것이다.”
정보사 소식통은 “문재인 정권 동안 받은 재판으로 A대령은 갑상선암, B대령은 피부암을 얻어 수술을 받았다”면서 “‘한 명의 공작관이 1개 군단을 움직인다’는 말이 있다. 두 대령이 지난 20년간 쌓아온 휴민트망의 재건에는 10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국정원 개입 의혹
정보사 일각에서는 이 수사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해당 수사 과정을 잘 안다는 정보사 관계자는 “당초 이 사건은 2019년 4월 국정원 감사 때 비용 관련 문제제기가 되면서 시작됐다”면서 “이후 내부적으로 ‘문제없음’으로 넘어간 사안인데 갑자기 3개월 뒤 같은 건에 대해 군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됐다”고 했다.
본지는 앞서 정보사 대북 공작관 출신인 정규필 전 대령의 간첩 조작 사건을 보도했다. 서훈·박지원 원장 시절 국정원이 정 전 대령을 간첩으로 몰았고,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결정이 나오자 별건 기소를 위해 검찰에 ‘기소 청탁’을 한 정황이 있다는 내용이다. 이 보도는 지난 9월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거론됐다. 한덕수 총리는 정 전 대령 사건과 관련 “필요할 경우 감사를 진행할 수 있다”며 “결국은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수사 주체는 다르지만, 두 현직 대령도 정 전 대령과 마찬가지로 2019년 중순 무렵부터 수사를 받기 시작했다. 정보사 소식통은 “실제로 국정원의 관여가 있었다는 정황상 근거도 있다”면서 “그중 하나가 검찰 수사 시작 이후인 2019년 말 당시 지휘관이었던 C정보사령관이 A대령을 두 차례 불러 ‘나를 원망 마라. 국정원 지시라 어쩔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C 전 사령관은 “국정원 지시 같은 것은 일절 없었다. 정보사령부는 국정원의 지시를 받아 임무를 수행하는 곳이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당시 여단장이 수사의뢰를 건의하는 문서를 들고 왔고 이후 법무장교의 의견을 받아보니 ‘사안이 중대하니 수사의뢰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 서명을 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A대령은 물론 그 누구와도 본 건 수사와 관련해 단 한 차례도 언급한 일이 없다. 지휘 계통을 통해 보고받고 결정한 사항을 국정원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것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된다”면서 “개인 비리 차원의 일에 국정원이 개입할 이유도 없으며, 국정원에서는 이 사건을 알 이유도, 알 필요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당시 사령관 “죄 없는 대령들 몰아가는 분위기”
군검사 출신인 홍승민 변호사는 “이 정도 수준의 일을 만에 하나 ‘비위행위’라고 정의한다고 하더라도, 공작 업무의 특성상 지휘관은 작전 사항 유출 방지를 위해 내부 감찰 단계에서 징계 처리를 밟도록 했어야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C 전 사령관은 “금전적인 문제인 만큼 내부 감찰 후 징계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검찰 조사가 필요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면서 “군 재직 당시 한 번도 법과 규정에 벗어난 일을 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수사와 송사를 겪는 동안 재직한 정보사령관은 두 명이다. C 전 사령관은 두 대령이 기소될 무렵 전역했다. 이후 재판 시작부터 무죄판결을 받을 동안은 E 사령관이 재직했다. E 전 사령관에게도 당시 사정을 물어봤다. E 전 사령관은 “지휘관으로서 특정 여론이나 분위기에 휩쓸려 이들(A·B대령)을 죄가 있는 것처럼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했다. ‘여론’과 ‘분위기’의 의미를 묻자 그는 “그 외 추가적인 답변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편 ‘이 사건에 국정원이 개입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정원 측은 “사법기관의 법적 사실에 따라 진행한 것으로 국정원이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보사 공작장교 출신 한 인사는 “설령 국정원의 수사 개입이 없었더라도 대북 휴민트망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역할은 해줬어야 했는데 서훈·박지원 원장 시절 국정원은 이 기능을 하지 않았다”며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정원 측은 “업무와 무관한 개인 비리 문제에 관한 내용으로 국정원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국정원 간부 출신 한 인사는 “정보사의 공작예산은 국정원에서 통제한다”면서 “업무와 무관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국군정보사령부는?
군의 비밀공작을 총괄·감독하는 정보사는 국방정보본부 예하 조직이다. 해방 직후 육군 정보국으로 시작해 1972년 육군정보사령부를 거쳐 1990년 3군 정보부대가 통합하면서 국군정보사령부가 됐다. 국정원의 전신(前身)은 육군첩보부대 출신들을 모아 설립한 중앙정보부다. 국정원 간부 출신 한 인사는 “정보사가 대한민국 정보기관의 뿌리인 셈”이라면서 “문재인 정부는 2017년 국정원 무력화, 2018년 기무사령부 해체에 이어 2019년 이들의 뿌리인 정보사 붕괴를 끝으로 대한민국 국가 정보의 3대 축을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했다. 정보사 공작 장교 출신 한 인사도 “지난 20년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휴민트 조직의 방향성이 공격적, 또는 수동적으로 바뀌긴 했지만, 역대 진보 정권에서는 그래도 근본은 지켰다”면서 “문재인 정권은 십수 년간 쌓아온 대북 공작망을 하루아침에 완전히 도려냈다”고 했다.
11.07 김정은이 알아듣는 건 힘의 논리뿐
최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자국 내 핵무기 배치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을 받았다. 양국 총리는 지난 1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핵무기 배치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우리는 미래를 위한 어떤 문도 닫아두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스웨덴과 핀란드는 핵무기 배치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며 똑같은 형식을 취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나토(NATO) 가입 문제와 관련해 기자 회견을 하는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왼쪽) 와 사나 마린 핀란드 총리. AFP=연합뉴스
중립국을 선언해 평화 이미지가 강하지만 스웨덴은 사실 1950년대에 소련의 위협에 직면하자 진지하게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던 국가다. 그 후 국제정세 변화와 국내 반핵 여론 때문에 핵 개발을 단념했다. 하지만 올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에 경악한 스웨덴은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고 나토 합류를 선언한 데 이어 핵무기 반입까지 검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국가 안보에 대한 스웨덴의 이런 단호한 태도는 조만간 북한의 7차 핵실험을 맞이할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평가받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통해 전술핵무기 개발까지 성공한다면 한국의 안보엔 끔찍한 재앙이 될 것이다. 북한은 미사일 기습발사 능력을 갈수록 고도화해 한국의 킬 체인(Kill Chain, 선제타격)을 무력화하고 있으며, 낮은 고도로 날아오다 비행 막판에 튀어 오르는 ‘풀 업 기동’을 하는 신형 미사일을 개발해 요격도 어렵게 만들었다. 여기다 김정은이 심혈을 기울이는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까지 몇 년 내로 실전 배치되면 그야말로 한국의 생존이 핵폭풍 전야에 서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상대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려면 우리도 핵무장을 해 ‘공포의 균형’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게 군사안보의 영원한 진리다. 물론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쓰면 미국이 핵으로 보복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1961년 미국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겠냐”고 따졌던 프랑스 드골 대통령의 말처럼, 미국이 유사시 서울을 보호하기 위해 LA를 기꺼이 북핵 위협에 노출시킬 것이란 보장은 아무 데도 없다. 미국의 핵우산은 미국 정치 사정과 내부 여론에 따라 얼마든지 구멍이 뚫릴 수 있는 불확실한 공약이다.
따라서 당장은 어렵겠지만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독자 핵무장을 위한 장기 플랜을 세우고, 장기간에 걸쳐 미국을 끈질기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무장을 해제할 경우 한국도 그에 맞춰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하면 된다. 독자 핵무장이 장기 목표라면 나토식 핵공유,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 및 전략자산 상시 순환배치, 핵개발 잠재력 확보 등도 중·단기 과제로 검토해야 한다.
스웨덴·핀란드 총리가 핵무기 반입 가능성을 시사했던 날 한국 최대 정당의 이재명 대표는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한반도의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무책임한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지난 4일엔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응한 한미 연합훈련 연장에도 반대하고 대북특사를 제안했다. 북한 정권으로부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란 비아냥을 듣고도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대북 대화에 미련이 많은 모양이다. 대북특사가 김정은에게 핵무기 좀 포기해 달라고 사정이라도 하란 말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를 접견했다. 김성룡 기자
독재정권이 알아듣는 건 힘의 논리밖에 없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후퇴하고 있는 건 젤렌스키의 연설에 감동해서가 아니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에 세게 얻어맞았기 때문이다. 또 시진핑이 대만 침공을 망설이는 건 민간인 피해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대만을 신속하게 제압할 확신이 아직 없어서다. 마찬가지로 김정은이 핵무력 사용을 포기하는 건 핵무기로 공격하면 자신도 핵무기로 반격을 받아 끝장이 난다는 게 아주 명백해질 때뿐이다.
중앙일보 김정하 정치에디터
11월 07일 핵 균형 없는 ‘확장억제’ 공허하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국제정치학
북한은 한반도를 ‘상시분쟁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9월 말부터 한 달 넘게 전례 없는 양의 미사일 도발을 하고 있다. 핵 보유 이후 더 무모해져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속초 앞바다로 미사일을 쐈다. 북한 미사일에는 핵탄두가 탑재될 수 있어 그 위협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이 중차대한 시점에 지난 3일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는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 공조 방안이 논의됐다. 미국 ‘핵태세검토보고서(NPR)’는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김정은 정권은 끝이라는 강력한 경고를 담고 있다. 한·미 국방장관이 공동성명에서 김정은을 직접 겨냥한 이 경고를 되풀이한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회담에서 새로운 것은 나토식 핵 공유 모델에 따라 ‘한국형 확장억제’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북핵 억제 문제에 관한 한 한국은 몰라도 된다는 식의 고압적 자세를 취해 왔다. 최근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 대사의 기자회견에서 ‘거친 언사’가 비난의 대상이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외교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 어려워지고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하자 국민적 안보 불안감이 크게 높아졌다. 국민 여론의 70%가 한국 독자 핵 개발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번 회담에서는 이런 국내 여론의 압박이 실질적으로 크게 작용했다.
양국은 핵우산과 관련해 한국과 ‘정보 공유, 위기 시 협의, 공동 계획, 공동 실행’을 통해 북핵 확장억제력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나토(NATO)식 핵공유협정을 모델로 해 한미확장억제위원회를 사실상 ‘핵기획그룹’ 형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다만, 유럽 모델과의 커다란 차이점은, 나토 회원국에는 전술핵이 배치돼 있고 한국에는 전술핵이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 핵우산의 신뢰도에 대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국민적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은 국내 전문가들이 요구하는 전술핵 재반입에 반대하고 있다. 전술핵이 한국에 재배치되면 북한의 공격 대상이 돼 위험하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전술핵을 재반입하면 한반도가 더 불안정해진다는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 전술핵을 재반입하면 공포의 균형이 만들어져 오히려 한반도가 더 안정적으로 될 것이다. 전술핵 재반입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해 한·미 국방장관은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에 조율된 방식으로 배치함으로써 북핵 공격에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그래도 남는 문제는, 북한 핵미사일은 한국에 몇 분이면 떨어지는 반면, 괌에서 전략자산이 전개되는 데는 2시간 이상이 걸린다는 점이다.
이번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보면서 국민이 우려하는 것은, 계속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윤석열 정부의 자구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 도발 때마다 국가안보회의는 열렸지만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 국방비를 증액하거나 북핵 미사일 요격체제를 시급히 구축하거나 하는 자구적 노력은 하지 않고 미국 옷소매나 붙잡는 ‘의존형 안보정책’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한·미 미사일 대응 정책협의회’를 구성하겠다는 것도 한가한 소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처럼 윤 대통령도 종합적 국방안보 대책을 내놓고 대국민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문화일보
11.08 “울산 앞바다에도 순항 미사일 쐈다” 北 주장 자체가 심각

▲북한군 총참모부는 7일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기간인 지난 2일 울산 앞바다에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북이 지난달 12일 발사한 순항미사일. /노동신문·뉴스1
북한군 총참모부가 지난 2일 오후 울산 동쪽 80㎞ 해역에 순항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처음 듣는 얘기였다. 합참은 “북한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북이 거짓 주장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탐지에 실패한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지난 2일은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울릉도 방향으로 발사해 휴전 후 처음으로 울릉군 전역에 공습 경보가 발령됐던 날이다. 이 미사일이 NLL을 넘어 속초 동쪽 57㎞ 해역에 떨어지자 우리 군은 전투기를 출격시켜 NLL 북쪽 공해상에 3발의 미사일·유도폭탄 사격을 실시했다. 그러자 북이 다시 울산 앞바다에 보복 타격을 가했다는 게 북의 주장이다. 북은 미사일 탄착 해역의 좌표와 비행 거리도 밝혔다.
북은 과장과 거짓말을 일삼는다. 그럼에도 이를 일축하기 어려운 것은 순항미사일의 특성상 탐지 실패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포물선 궤적을 그리는 탄도미사일은 우리 군의 레이더로 탐지할 수 있지만, 지상 수십~수백m의 저고도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은 지상 레이더로는 탐지가 어렵다. 발사 당시 공군 조기 경보기가 하늘에 떠 있지 않았다면 놓쳤을 수도 있다. 북 순항미사일엔 핵탄두 탑재도 가능하다.
북한 주장이 거짓이든 아니든 분명한 것은 북이 이제 울산 앞바다에까지 미사일을 쐈다고 공공연히 주장한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실제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주장 자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북 순항미사일은 탐지만 되면 우리 군의 지대공 미사일 천궁으로 요격할 수 있다. 하지만 천궁은 최근 사격대회에서 교신 불안으로 자폭하는 사고가 있었다. 그러자 군은 9일 열릴 예정이던 2차 사격 대회를 갑자기 취소했다. 군은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지만 또 발사에 실패할까봐 취소했을 가능성이 있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11.09 미사일 11발 중 6발 실패, 45% 성공률로 北 도발 어찌 막나

▲우리 공군 KF-16 전투기가 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공해상으로 스파이스 2000 유도폭탄을 발사하고 있다. 하지만 두 발 중 한 발은 고장으로 발사되지 못했고, 군은 이 사실을 숨겼다. /합참
최근 북한 도발에 대응한 우리 군의 미사일이 잇따라 발사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일 북한이 동해 NLL 남쪽으로 탄도미사일을 쏘자 우리 군은 전투기를 출격시켜 북쪽으로 미사일 대응 사격을 했다. 그런데 2발이 오류로 발사되지 못했다. KF-16 전투기가 정밀 유도탄 ‘스파이스 2000′ 두 발을 쏘려 했지만 한 발이 나가지 않았다. 이에 F-15K 전투기가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슬램-ER’을 쏘았지만 이 또한 한 발만 발사됐다. 뒤따르던 예비기가 나머지 한 발을 쐈다. 미사일 장착 과정의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군은 정밀 타격에 성공했다고만 발표했다.
지난달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우리 군이 응징용으로 쏜 ‘현무-2′ 미사일은 발사 방향과 반대로 날아가 강릉 군부대에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났다. 곧이어 발사한 ‘에이태큼스’ 미사일도 두 발 중 한 발이 비행 도중 신호가 끊겨 실종됐다. 당시에도 군은 “가상 표적을 정밀 타격했다”고 했다.
북한이 미사일 25발을 쏜 지난 2일 군은 유도탄 사격대회를 열었다. 국산 지대공 미사일인 ‘천궁-1′은 발사 후 약 25㎞를 날아가다 교신 불안으로 자폭했다. ‘패트리엇(PAC2)’ 미사일 두 발 중 한 발은 레이더 오류로 아예 발사하지 못했다. 실전 배치된 6발의 미사일 중 2발만 제대로 발사되고 나머지 4발은 오폭·실종·불발된 것이다. 2일 공대지 미사일 실패까지 합치면 총 11발 중 5발만 성공하고 6발은 실패했다. 발사 성공률이 45%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40% 안팎의 낮은 미사일 성공률로 망신을 사고 있는 러시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래서 어떻게 북 미사일을 요격하고 응징하겠다는 건가.
발사 실패가 이어지자 군은 9일 예정됐던 2차 유도탄 사격대회를 취소했다. 겉으론 “북의 잇단 도발 상황에서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지만 일부 미사일 시스템에서 또 결함이 발견됐거나 발사 실패가 예견됐기 때문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국산 요격 미사일 ‘천궁-2′는 아랍에미리트에 4조원대 수출 계약이 체결돼 있다. 잇단 발사 실패가 수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천궁과 패트리엇 등은 발사에 실패한 적이 거의 없다. 군의 미사일 관리·운용에 큰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조속히 재정비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09 軍 초급간부 지원율·만족도 추락… ‘애국 페이’만 강요할 때 아니다
지난 7월 초 충남 계룡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관으로 열린 전반기 전군 지휘관회의는 외형상 ‘국방혁신 4.0′을 통해 AI(인공지능)·과학기술 강군을 육성하겠다는 내용이 핵심 주제였다. 당시 대외적으로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초급간부 등 직업군인들의 많은 관심을 끈 사안은 따로 있었다. 이날 회의에서 국방부는 간부들의 당직 근무비를 평일 1만원에서 3만원, 휴일 2만원에서 6만원으로 대폭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직은 군 특성상 격오지 등 열악한 환경에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수당은 공무원들의 평일 3만~5만원, 휴일 6만~10만원에 비해 턱없이 적어 큰 불만의 대상이 돼왔다. 국방부에서 초급간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8%가 당직 근무가 부담이 된다고 답했을 정도로 당직은 직업군인들을 힘들게 해온 존재다. 소대장 지휘활동비와 주임원사 활동비도 대폭 인상하겠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초급장교(대위 이하) 및 부사관(중·하사)으로 구성되는 초급간부는 군의 중추이자 기초로 불린다. 국방부가 이처럼 초급간부 처우 개선 대책을 제시한 것은 초급간부 확보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육군소위 임관자의 68%를 차지하고 있는 ROTC(학군사관) 모집에서 그 실상이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2014년 6.1대 1이었던 ROTC 지원 경쟁률은 2015년 4.5대 1, 2018년 3.4대 1, 2020년 2.7대 1로 해마다 줄더니 지난해엔 2.6대 1까지 떨어지며 반토막이 났다. 국내 1호 학군단인 서울대 학군단의 경우 1963년 1기생은 528명이 임관할 만큼 큰 규모를 자랑했지만 60년이 지난 올해 임관한 60기생은 단 9명이다. 1기생의 2%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명문대 학군단들이 존폐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군의 척추로 불리는 부사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육군 부사관의 경우 경쟁률은 2019년 4.1대1, 2020년 3.2대1, 지난해 2.9대1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그러면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걸까. 우선 ROTC의 경우 무엇보다 긴 복무 기간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ROTC 의무 복무 기간은 28개월이다. 1968년 이후 52년간 변화가 없었다. 반면 병사들의 복무 기간은 1968년 36개월에서 이젠 절반인 18개월로 줄었다. ROTC 복무 기간이 병사들보다 10개월이나 길게 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ROTC 복무기간을 24개월로 4개월 단축하겠다고 공약했지만 국방부는 아직 검토 중인 상황이다. 복무 기간 외에 병사보다 23배나 많았던 월급과 대기업 등 취업에 유리했다는 점 등도 과거 ROTC 인기의 배경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병사 월급이 100만원(2023년 병장 기준)에 달하게 됐고 취업률도 크게 떨어졌다.
부사관의 경우 2006년부터 우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대와 협약해 ‘부사관학과’를 운용하고 있지만 전국 34개 대학에서 부사관으로 임관하는 학생 비율은 30여%에 불과하다. 그렇다보니 “부사관학과를 나와도 임관이나 장기 어느 것도 보장되지 않으니 차라리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입대하는 게 낫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한다. 2020년 이후 군 자살자 중 간부가 차지하는 비율이 64~70%로 병사 자살률의 2배에 달하고, 간부 자살 중 초급간부 비율이 22~31%에 달하는 것도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들어 ‘병사 월급 200만원’이 추진되면서 초급간부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는 2025년 병장 봉급이 200만원으로 늘어나게 됨에 따라 초급간부들과 병사들의 봉급 차이는 급속도로 줄어들게 됐다. 국방부 분석에 따르면 병사 연봉은 올해엔 882만원인데 2025년엔 2232만원으로 2.5배가량 늘어나게 된다. ROTC는 올해 연봉이 3316만원인데 2025년엔 3467만원으로, 부사관은 올해 연봉이 3072만원인데 3225만원으로 각각 조금씩 늘어난다. 병사 연봉 대비 장교는 2022년 3.8배에서 2025년 1.6배로, 부사관은 2022년 3.3배에서 2025년 1.4배로 각각 격차가 크게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일각의 우려대로 올해 ROTC는 지원자가 감소해 모집 기간까지 연장했지만 경쟁률은 2.3대1로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초급간부 위기가 계속되면 약 20년 뒤인 2040년쯤에는 30만명 병력도 채우기 어렵다는 점이다. 올해 말까지 한국군 병력은 50만명으로 줄어드는데 병사는 30만명, 간부는 20만명 수준으로 구성된다. 간부 비율이 종전 35%에서 40%에서 늘어나는 것이다. 인구절벽에 따라 입영 대상(20세 남성 기준)은 지난해 29만명에서 2035년엔 23만명으로, 2040년에 13만명으로 급감하기 때문에 초급간부가 확보되지 않으면 한국군은 최소한의 병력 숫자조차 채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급속도로 고도화하면서 각종 첨단무기 도입을 통한 한국형 3축 체계 강화 등이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들 첨단무기를 실제로 현장에서 움직이며 3축 체계를 지키는 것은 초급장교와 부사관들이다. 이들이 무너지면 1000억원짜리 스텔스기도, 1조원짜리 이지스함과 3000t급 잠수함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사막의 여우’ 롬멜 장군은 “무능한 간부는 적보다 더 무섭다”고 강조했다. 우리 초급간부들은 병사들과 같은 이른바 MZ세대다. 이들에게 ‘애국 페이’ ‘열정 페이’를 강요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데도 당직수당 등 윤 대통령이 약속했거나 보고받았던 일부 사안들이 아직까지 실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통령실과 군 수뇌부가 직접 나서 챙겨보기 바란다.
조선일보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11.09 “북한이 이겼다”는 위험한 착각
북한 비핵화에 대한 비관론이 들끓고 있다. 한 외국 언론은 “북한이 이미 이겼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비핵화라는 정책 목표를 이제 포기해야 한다는 전문가 인터뷰를 싣기도 했다. 북한의 핵 보유를 암묵적으로 받아들인 상태에서 남북 간 군사 충돌 방지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드러난 상황만 보면 그렇다. 2019년 10월 스톡홀름에서의 북미 실무 회담을 끝으로 김정은은 미국의 대화 촉구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올 9월에는 핵의 선제 사용 가능성을 명시한 법을 제정했다. 최근에는 연이어 미사일과 포 사격을 감행하고 있다.
북한이 보여주려는 것만 쳐다보면 대북정책은 실패한다. 김정은이 감추고 싶은 사실을 간파해야 성공할 수 있다.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을 목표로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를 위해 강점은 드러내고 약점은 숨기려 한다. 운동경기로 비유하면 북한은 핵 고도화와 군사적 긴장 조성을 공격수, 경제적 자력갱생을 수비수로 운용하고 있다. 공격수로 한미를 압박해 비핵화를 포기하게 만들고 군축과 제재 해제를 맞교환하려 한다. 경제위기를 자력갱생으로 막는 것은 수비의 역할이다. 그 핵심은 취약성을 숨기고 성과를 강조해 상대에게 난공불락이란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북한은 강점 드러내고 약점 숨겨
비핵화 목표 포기는 이에 속는 것
북한 약점인 경제를 활용하면서
억지력 기르되 과잉 대응 피해야
실상 수비는 해체 상태다. 핵 개발이 경제에 미치는 기회비용은 연 1조 원(남한) 이상이다. 김정은의 집권부터 제재가 작동하기 이전인 2016년까지 북한 경제는 연평균 2∼3% 성장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2017년부터는 연평균 성장률이 -3∼-4%로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대 중반의 북한 국민소득을 20조 원으로 추정할 때 적어도 5%, 즉 1조 원 정도를 2017년부터 해마다 잃고 있는 셈이다. 미래도 암울하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지속되는 한 경제는 정체를 벗어나지 못한다. 비핵화 없인 제재를 해제 받기 어렵고 그 결과 북한으로 대규모 투자자본이 유입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를 이긴 독재자는 없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소련의 레닌은 극단적인 사회주의 이념을 실천에 옮겼다. 화폐와 시장을 없애고 생산수단을 국유화했으며 중앙계획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4년 만에 제조업 생산이 70%나 감소하자 백기를 들었다. 화폐와 시장을 재도입했으며 토지와 소기업의 사유권을 인정하고 중앙계획도 포기했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그가 일으킨 대약진운동으로 2500만 명 이상이 기근 등으로 사망하자 국가주석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룬 것 없이 권좌를 물려받기만 한 김정은의 카리스마는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킨 레닌, 국공내전을 승리로 이끈 마오쩌둥보다 훨씬 약하다. 성과로 능력을 입증해야 장기적으로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그에게 핵은 자산이 아니라 부채에 가깝다.
공격도 압도적이지 않다. 핵을 가졌으니 군사적으론 북한이 승리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군사력은 상대적이다. 핵을 보유함으로써 북한 군사력이 강해진 것은 틀림없지만 한국의 재래식 전력도 진화했다. 북한의 위협이 심해질수록 한미의 확장 억지도 강화될 것이다. 무엇보다 전쟁은 자원의 싸움이다. 북한 경제 규모는 남한의 1%에 불과하다. 북한 핵 개발은 남북 사이에 벌어진 엄청난 자원의 격차를 확대할 따름이다. 수비는 해체 상태인 데다 공격도 상대를 압도할 수 없는 북한이 어떻게 승자가 될 수 있나.
김정은의 연이은 무력도발은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라는 고백과 같다. 그가 이미 이겼다면 도발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북한 경제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던 1995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갔다. 고난의 행군이 1997∼98년 절정에 달했듯 향후 2∼3년이 김정은에게 결정적인 시기다. 핵과 경제 사이 선택을 강요받을 수도 있다. 지금의 도발은 그 시기가 오기 전 ‘핵과 경제를 병진’하겠다는 노림수다. 군사적 긴장 조성으로 판을 흔들어 한국이나 미국의 악수(惡手)를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우리는 패닉에 빠져 과잉 대응하지 않아야 한다. 북한의 격한 도발은 예상된 것이다. 김정은이 순순히 비핵화를 할 것이라며 순진하게 대응했던 까닭에 몇 년을 허비했을 뿐이다. 경각심을 가지고 군사적 억지력을 강화하면서도 냉철해야 한다. 당장 핵 무장하자거나 남한에 전술핵을 재배치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인 과잉 대응이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기와 한미공조 균열이 바로 북한이 노리는 바다. 더욱이 남북 모두 핵을 쥔 채 대립하면 한반도의 미래를 개척할 수 없다. 또한 정부는 제재 모니터링과 집행을 위해 인력과 예산을 늘리고 기업, 금융권과도 체계적으로 조율해야 한다. 특히 북한의 광물 수출을 차단하고 가상화폐 해킹을 막아 북한으로의 외화 유입을 줄여야 한다.
북한이 이겼다는 주장은 착각일 뿐 아니라 위험하다. 이 주장이 드세질수록 김정은은 자신의 계략이 맞아떨어졌다고 믿고 군사 도발의 수위를 높일 것이다. 김정은이 준비한 불꽃놀이만 쳐다보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 감춘 의도와 전략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
중앙일보 김병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
11.09 북핵 위협 상쇄할 실질적 카드 없나
북한이 분단 이후 처음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또 발사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기는 이제 시계 제로 상황에 접어들었다. 우려대로 조만간 7차 핵실험을 감행하면, 한·미·일 3국은 전례 없이 강력하게 북한을 제재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2017년 위기 때와는 달리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찬성하지 않으면 강력한 추가 제재도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힘들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안보 불안을 달래면서 핵확산을 방지해야 하는 어려운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지난 30년간 미국의 북핵 정책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빌 클린턴 정부의 북핵 제네바 합의,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의 6자 회담, 버락 오바마 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미치광이 전략’까지 미국의 북핵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
미국과 북한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합의했으나 형식적 합의에 불과했고,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도 실패했다. 조 바이든 정부는 북한에 더 제시할 마땅한 카드도 없어 보인다. 이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실제로 힘들다는 불편한 현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 북핵 정책 30년간 연속 실패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 심각해
미국 설득해 현실적 대책 제시를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은 이론적으로 독자적 핵무장, 전술핵 재배치, 핵무기 공유를 통해 핵 억지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런데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기 공유는 미국이 동의해야 가능하다. 독자적 핵 무장은 한·미 원자력협정과 미국 국내법 제한을 풀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제약도 해결해야 한다.
미국은 1958년부터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때까지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했다. 주한 미군은 1967년 전술핵을 최대 949기를 배치했고, 전술핵 철수 당시에도 150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은 당시 핵배낭·핵지뢰·핵포탄을 모두 폐기했기에 과거처럼 많은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기 어렵다. 한·미 양국 정부도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최근 부인했다.
핵 공유는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핵무기 관리와 유지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나토 회원국은 핵계획그룹(NPG)을 통해 미국과 관련 정책을 협의하지만, 핵무기 사용의 최종적인 권한은 미국이 갖는다. 독일·이탈리아·벨기에·네덜란드·튀르키예에 B61 전술핵이 배치돼 있다. 동북아에는 다자 동맹 체제가 없어서 적용하기 쉽지 않지만, 한·일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되면 사정이 달라질 수는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핵 위기에 대한 현실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확장억제에 너무 오래 기대온 탓인지 핵 억지력 강화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잘 안 보인다. 2021년 4월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연구소 예측에 따르면 이미 핵탄두를 50개 이상 보유한 북한은 2027년까지 200개 이상을 갖게 된다. 이제 한반도 핵질서의 현상유지는 더는 의미가 없다.
남은 해법은 독자적 핵무장인데 미국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관건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미국에 적대적 핵확산이지만, 한국의 핵무장은 우호적 핵확산이라는 점을 우리가 강조해야 한다.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하면 국제사회의 반대는 극복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를 주장하더라도 미국이 거부하면 제재는 실현될 수 없다.
핵무장 반대론자들은 한국이 NPT를 탈퇴할 경우 감내해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NPT 같은 국제조약도 국제정치적 합의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핵 전문가인 미국 퍼듀대학 루이 르네 베레 명예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국제법은 ‘자살 협정’이 아니므로 국가의 생존을 위해 조약도 탈퇴하거나 종료시킬 수 있다. NPT에는 탈퇴 규정이 있을 뿐 아니라 조약의 이행정지와 같은 해법도 있다. 정부가 결단을 내리고 미국을 설득하면 NPT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과 평화공존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미국의 확장억제에 계속 기대도 상관없다. 그렇지 않다면 이제는 현실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은 핵전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을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중앙일보 이창위 서울시립대교수·세계국제법협회 한국본부 회장
11월 10일 곳곳서 反국가 활동 적발… 국정원 대공수사권 유지해야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경찰의 역량과 적나라한 실상이 새삼 국민 앞에 드러났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권의 이른바 ‘권력기관 개혁 방안’에 따라 2024년 1월부터 국가정보원의 대공(對共)수사권까지 넘겨받는 등 경찰은 더욱 비대하게 된다. 검수완박으로 인한 반부패 수사 역량의 저하는 말할 것도 없고, 반국가 범죄 척결에도 차질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잖아도 문 정부 5년을 거치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수사는 위축되고, 반대로 반국가 활동은 곳곳에 더 깊이 침투했을 개연성이 크다.
국정원과 경찰이 경남·전북·제주 지역에서 보안법 위반(이적단체 구성, 회합·통신) 혐의를 받는 7명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시민단체 대표라는 A씨는 북한 공작원과 수십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국내 정보를 넘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제3국에서 북한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부터는 반국가단체인 ‘민중자통전위’를 결성해 활동한 혐의도 있다.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지난해 8월엔 F-35 스텔스기 기지가 있는 충북 청주의 간첩단 사건이 불거졌다. 그런데 이 사건으로 구속된 피의자 3명이 모두 구속 기간 만료로 풀려났고, 재판도 장기간 공전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대공 수사는 워낙 장기간 수사가 필요한 데다 묵비권 행사 등으로 증거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또, 적극적인 변론 활동을 펼치면서 법정 공방이 장기화하는 경우가 많다.
반국가 범죄는 적발도 수사도 매우 어렵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 발달로 반국가·간첩 행위가 더 은밀하고 교묘해졌으며, 그 분야도 단순한 국가 정보의 유출이 아니라 첨단 기술 등으로 급속히 넓어지고 있어 더욱 그렇게 됐다. 대공수사는 축적된 역량에 더해 국내·해외·과학·사이버 등 모든 정보가 유기적으로 융합된 분야다. 최근에는 직접 남파가 아니라 제3국을 통한 우회 침투가 많아지면서 해외 정보기관과의 공조 수사도 매우 중요하다.
해외에 조직과 정보망이 없는 경찰이 이를 수행하긴 어렵다. 경찰 내부에서도 승진과 인사 이동이 어려운 대공 수사 분야를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문 정부 때도 ‘안보수사청’ 등 대안이 제시될 정도였다. 일심회 사건, 왕재산 사건 등 2000년대 이후 굵직한 간첩단 사건은 국정원 수사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가 대공수사 능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국정원에 존치하는 논의를 시작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11월 11일 국정원 대공수사권 존치해야 할 이유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지난 2020년 12월 13일 문재인 정부는 국가정보원법 일부 개정을 통해 대공수사권을 폐지했다. 다만,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부칙의 경과 조치에 따라 2024년 1월 1일부터 완전 폐지된다.
우리나라에서 안보수사기관의 최우선 임무는, 현존하는 북한의 적화혁명 전략을 막아내어 헌법 체제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보를 지켜내는 일이다. 북한은 대남 적화혁명을 방해하는 역량, 즉 반(反)혁명역량으로 주한미군·국군·대공수사기관 및 국가보안법을 설정하고 이를 무력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 특히, 국정원의 대공수사권과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북한 간첩 공작 부서의 숙원 과제였다. 정찰총국과 같은 북한의 간첩 공작 부서가 70년 넘게 대남 공작을 전개하면서 극복하지 못한 상대가 바로 국정원의 대공수사국이었다.
그런데 문 정부는 대남 간첩 공작의 핵심 억지력(deterrent)인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해 버렸다. 더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이관받는 경찰의 안보수사 역량을 강화하긴커녕 안보수사 인력 20%를 줄이고 예산도 감축하는 등 사실상 안보 이적행위를 했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존치시키려는 의지나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또한, 약화한 경찰의 안보수사력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도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그 밖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존치해야 하는 이유 5가지를 꼽아 본다.
첫째, 북한이 해외를 통한 우회침투 공작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해외정보와 대북 방첩망을 운영하지 않는 경찰은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둘째, 북한의 간첩 공작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배합해 정교하게 구사되는 마당에 간첩 통신 감청, 해독, 사이버 교신 등 대북 과학 정보와 방첩 정보 수집 및 분석 역량이 미약하다. 셋째, 유관국 정보기관의 대북 간첩 정보 교환 등 국제 협력 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 넷째, 국가안보와 국익 보호를 위해 합법과 비합법 영역을 가리지 않고 간첩 활동을 탐지하고 제어해야 하지만 합법 활동 조직인 경찰에서 이를 수행하긴 어렵다. 다섯째, 일각에서는 국정원의 대공 정보, 해외 정보와 과학 정보 등을 경찰청에 공유시켜 대공수사를 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차단의 원칙’과 ‘경쟁심리’ 때문에 기관 간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제21대 국회의 의석 분포상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는 국정원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긴 어렵다. 따라서 국회에서 법 개정 상황이 조성될 때까지 윤 정부는 경찰청 안보수사력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안보수사국을 국가수사본부에서 독립시켜 국가안보수사본부 체제로 운영해 활동의 독립성을 확보해주고 인력·예산·장비·교육훈련 등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2024년 제22대 국회에서 법 개정 여건이 충족된다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켜야 한다. 대공수사의 감독 권한 강화와 수사 체제의 고강도 혁신도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대통령 소속의 ‘국가안보수사청’을 신설해야 한다. 21세기 초국가 안보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미국의 연방수사국(FBI)과 같이 간첩, 방첩, 대테러, 사이버 테러, 첨단산업보안 관련 안보수사를 통합적으로 독립 수행하는 안보수사기관을 신설해 국가안보 대응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일보
11.12 세월호 지원비로... ‘김정은·김일성 우상화’ 교육한 시민단체
안산시, 6년간 지원받은 110억… 유족과 무관하게 상당액 사용
미래세대 치유회복 명목으로 일부 시민단체 친북 정신교육
5명이 1100만원 지원받아 전주·신안·제주 관광가기도

▲세월호가 있는 목포신항에 노란리본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김영근 기자
정부와 경기도가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유족 지원 등을 위해 지급한 ‘세월호 피해 지원비’ 일부가 지난 6년간 북한 김정은 신년사 학습 세미나, 일부 시민단체의 외유성 출장, 각종 동네 소모임 활동비 등 본목적에서 벗어난 곳에 사용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횡령 정황도 포착됐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경기도 안산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유족들의 거주지인 안산시는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2017년부터 올해까지 6년간 매년 10억~20억원씩 정부와 경기도로부터 총 110억원의 세월호 피해 지원 사업비를 받았다. 사업비의 주 목적은 ‘세월호 피해자 지원을 통해 희생 피해 지역의 공동체 회복을 도모하는 것’이다. 안산시는 이 사업비를 ‘지역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명목으로 각종 시민단체에 지급해 관련 활동을 맡겼다.

하지만 경기도·안산시 사업비 정산보고서를 보면, ‘안산청년회’라는 시민단체는 2018년 다른 단체들과 공동으로 사업비 2000만원을 타 내 ‘미래세대 치유회복 사업’이란 명목으로 김정은 신년사 등이 주제인 세미나를 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세미나 커리큘럼에는 ‘자본주의 사회가 내부 모순으로 붕괴하고 공산·사회주의 사회로 발전한다’는 마르크스 역사 발전 5단계론 등도 포함돼 있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4대강 삽질 반대’ 등 이 단체의 그간 활동 내역을 참석자들에게 소개하는 차례도 있었다. 이 단체는 전체 사업비 가운데 약 390만원으로 제주도로 2박 3일 외유성 출장을 간 것으로 드러났다.

▲'평양갈래?'라고 표기된 현수막이 안산시 한 지하철 역에 붙어있다. 이 현수막은 세월호 피해 지원비로 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산시

▲안산시 한 시민단체가 세월호 피해 지원금으로 개최한 세미나의 한 교육 자료. 이 단체는 김일성, 김정은 관련 공부를 했다고 사업비 지출내역에 사진과 같은 교육 자료 등을 첨부해 제출했다. /안산시청
안산청년회는 이와 별도로 안산시에서 500만원도 받았는데, 역시 세월호 피해 지원 관련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대신 이 자금으로 ‘김일성 항일투쟁의 진실’ 영상 상영, ‘북한 식량 자급률 90%’ 등과 같은 내용의 교육 강좌를 열었다. 지역 대학생이나 시민이 대상인 이 강좌의 참고 서적은 ‘수령국가’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 등이었다. 이 단체는 ‘평양 갈래?’라는 문구 등이 표기된 현수막 25개를 안산 시내 곳곳에 설치했다는 내용을 관련 사진과 함께 사업비 지출 내역 보고서로 제출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해 써야 할 세금이 친북 단체 정신교육, 선전 활동 등에 쓰인 것이다.
인터넷에 검색도 되지 않은 소규모 단체들이 1000만원에서 많게는 4000만원의 세월호 사업비를 받아내 다과 활동을 하거나 전국 각지를 수차례 여행한 사례도 파악됐다. 2020년도 경기도·안산시 자료를 보면, 한 예술단체는 ‘비빌 언덕찾기’라는 사업명으로 1100여만원을 교부받아 5명이서 전주 한옥마을, 신안 염전·박물관, 제부도, 제주도에 ‘현장 체험’을 하는 데 대부분 지출했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하는 행복한 벚꽃 사이 마을 만들기’란 사업명으로 1000만원을 타 내 여름철 성수기에 대부도의 수영장 딸린 펜션에서 자녀들과 1박 2일 여행을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있었다. 이들은 세월호 유족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안산시 한 단체가 안산시에서 받은 세월호 피해 지원비 일부로 여행 가 숙박한 대부도의 한 펜션의 모습. 이 단체 관계자는 자신의 자녀들과 이 펜션에서 1박 2일 묵고 87만원을 결제한 내역을 안산시에 제출했다. /안산시

▲세월호 피해 지원비로 요트 여행을 한 시민단체도 있었다. 이 여행에 세월호 희생자 유족은 없었다. /안산시
B단체는 ‘청년들을 위한 마음치유 워크숍’이라는 사업명으로 1580여만원을 안산시로부터 받았지만, 1000만원에 대한 지출 내역만 제출하고 나머지 500만원은 누락하고 반납도 하지 않았다. 안산시 관계자는 “횡령 등 범죄 소지가 있어 조사 중”이라고 했다. 이들이 제출한 사업 지출 내역서를 봐도 필라테스, 토크 강좌, 대부도 여행 등 세월호와 무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관광지에서 풀 펜션 2박 숙박비로 160만원, 카페 사용료로 80만원을 지출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는 1900만원을 교부받아 ‘청소년의 행복한 공동체 생활을 위한 신문 제작’ 사업 등을 했는데, 이 가운데 930여만원 상당의 인쇄·홍보 일을 자신의 배우자에게 맡겼다. 청구한 인쇄 분량은 500부였는데, 실제 인쇄량은 300부에 불과해 안산시의 감사 지적을 받기도 했다. 안산시청 한 직원이 세월호 사업비를 받은 단체들에 여러 차례 초빙 강사 형식으로 초청돼 간단한 사진·영상 제작 강의를 하고 총 1000만원에 가까운 사례비를 챙기는 일도 있었다.
안산 지역 한 아파트 단체가 945만원을 교부받아, 2018년 월드컵 스웨덴전 응원 행사에 300만원, 작은 음악회, 층간 소음 방지 슬리퍼 무료 제공 등에 쓰는 경우도 있었다. 한 커피 소모임은 200만원을 받고 배우자가 운영하는 카페에 10명을 모아놓고 바리스타 교육을 하는 데 160만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200만원을 받아 9명이 동네 공원을 2회 산책하고, 휴대폰 사진 촬영을 했다고 지출 내역 보고서를 제출한 단체도 있었다. 664만원을 받아 쓰레기봉투 100만원어치를 사서 나눠 가지거나, 440만원을 받아 건강다이어트 강좌를 듣고 안산천변을 걷고 운동한 단체도 있었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 /연합뉴스
서범수 의원은 “6년 치 세월호 피해 지원금 지출 내역을 분석해본 결과, 전체 110억원 가운데 약 30~40%는 세월호와 무관한 곳에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참사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쓰여야 할 국민의 혈세가 더는 일부 시민단체의 배를 불리는 데 쓰이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노석조 기자
11.14 세월호 지원금을 ‘김정은 신년사’ 학습에 썼다니

▲세월호 피해 지원비로 요트 여행을 한 시민단체도 있었다. 이 여행에 세월호 희생자 유족은 없었다. /안산시
세월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지급한 ‘세월호 피해 지원비’ 상당액이 북한 김정은 신년사 학습 세미나, 일부 시민단체의 여행 경비, 각종 동네 소모임 활동비 등으로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예산을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쓰는 것도 정도가 있지 천벌을 받을 사람들이다.
경기도 안산시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안산시는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정부와 경기도로부터 2017년부터 올해까지 6년간 매년 10억~20억원씩 모두 110억원의 사업비를 받아 ‘지역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명목으로 각종 단체에 지급했다. 그런데 한 시민단체는 2018년 사업비 2000만원을 받아 김정은 신년사 등이 주제인 세미나를 열었다고 한다. 이 단체는 ‘김일성 항일투쟁의 진실’ 영상을 상영하고 ‘평양 갈래?’ 문구 등을 담은 현수막을 안산 시내 곳곳에 설치하기도 했다. 도대체 김정은 신년사 학습이 세월호 아픔 치유와 어떤 관련이 있을 수 있나.
이 밖에도 세월호 지원금을 자기들 친목 회비 쓰듯 낭비한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소규모 단체들이 1000만~4000만원씩 지원금을 받아 다과 활동을 하거나 전국 각지를 여행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한 예술단체는 ‘비빌 언덕 찾기’라는 사업명으로 1100여만원을 받아 전주 한옥마을, 제주도 ‘현장 체험’을 하는 데 대부분 지출했다. 이런 식으로 전체 110억원의 지원 예산 중 30~40%를 세월호 피해와 무관한 곳에 써버렸다고 한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차마 세월호 지원금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돈을 이런 식으로 쓰는 것을 상상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 세월호 지원금을 2018년 지방선거 직전 3개월 동안 100만~500만원씩 아파트 부녀회 등 동네 모임에 집중 살포된 정황도 있다고 한다. 당시 안산시장은 민주당 소속이었다. 세월호 지원금을 지방선거 득표에 이용했다면 도덕적 비판을 넘어 범죄 행위다. 많은 단체들이 시민단체라는 간판을 내걸고 민간 보조금 또는 민간 위탁금 형식으로 혈세를 지원받아 허비하고 있다. 일부 좌파 단체들이 사회적 참사가 발생하면 기다렸다는 듯 참사의 아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이를 통해 금전적 이득까지 얻으려고 시도하는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도 그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적 비극을 자기들 잇속 차리는 데 이용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낱낱이 밝히고 뿌리 뽑아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14일 친북 활동에 세월호 지원비, 수사로 요지경 전모 밝히라
경기도 안산시가 2017년부터 올해까지 정부와 경기도로부터 매년 10억∼20억 원씩 받아 각종 단체에 지급하거나 직접 사용한 ‘세월호 피해 지원비’ 일부는 친북·반미(親北反美) 활동에도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공개한 경기도·안산시 자료에 따르면, 안산청년회는 2018년 2500만 원을 받아 ‘김정은 신년사’ 등을 학습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이와 별도의 강좌에선 ‘(문재인 정부 시기) 남북 관계 파탄의 원인은 미국의 내정 간섭과 한미 워킹그룹 때문’ 등으로 왜곡·선동하며, ‘김일성 항일 투쟁의 진실’ 등 영상물도 상영했다. ‘평양 갈래?’ 현수막 25개를 곳곳에 설치하기도 했다.
세월호특별법에 따른 6년간 지원비 110억 원의 용처는 요지경이 따로 없다. 어느 단체는 1100만 원 대부분을 전북 전주 한옥마을, 제주도 현장체험 등 5명 관광비로 썼다. 또 다른 단체는 200만 원으로 9명이 동네 공원을 2회 산책하고 휴대폰 사진을 찍었다는 지출 내역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제종길 당시 시장은 안산시 25개 행정동 전역의 아파트부녀회·봉사조직·협동조합·시민단체 96개에 100만∼500만 원씩 줘, 민주당의 경선 경쟁자 등으로부터도 “선거법 위반 아니냐”는 항변까지 자초했다.
한 푼도 허투루 쓰여선 안 될 국민 혈세인 지원비의 위법 사용 정황이 드러난 만큼, 그 전모를 수사로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특별법에 따라 내년부터 3년간 추가 지원이 예정된 30억 원도 피해 지원과 무관하게 엉뚱한 사람들의 사욕을 채우는 황당한 일탈을 미리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11월 17일 ‘30년 과오’ 만회할 출발점은 핵 균형
박찬주 예비역 대장, 前 제2작전사령관
흔히 5·16 군사정변으로부터 노태우 정부까지의 30년을 군사정권이라 부르고, 김영삼 정부의 출범을 기점으로 이후를 문민정권이라고 부른다.
군사정권 30년간 여러 가지 과오(過誤)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역사적 성과를 꼽는다면 배고픔을 극복하고 선진 경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반면, 문민정권 30년의 여러 성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역사적 과오는 바로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 못했다는 점이다.
김영삼 정부로부터 시작해서 6개의 정부를 거쳐 윤석열 정부에 이르는 동안 우리가 북핵을 저지하지 못한 데는 몇가지 인식의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북한의 핵을 어떤 경제적 지원이나 보상을 통해 포기시킬 수 있는 대상으로 착각해 왔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은 체제 유지와 연결돼 있다. 그래서 ‘핵을 가지면 체제가 무너진다’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 한 북핵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둘째, 베트남식 개혁·개방(도이머이)이 핵 포기의 유인책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머이 이후 경제적 성장을 이뤄 왔으나, 공산당 1당 지배체제에서도 3∼5년 주기로 정권은 교체돼 왔다. 백두혈통에 의한 체제 유지가 지상과제인 김정일-김정은 부자에게 개혁·개방은 핵 포기의 유인책이 아니라 위축 요인이었다.
셋째, 북한 핵 개발의 주요 고비마다 우리는 늘 북한을 과소평가해 왔다. 핵 개발 초기의 기폭 장치 기술이나 우라늄 농축, 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능력, 핵무기 소형화, 잠수함 발사 미사일의 개발 등 주요 단계에서 북한은 항상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과소평가가 습관처럼 반복되는 동안 우리의 적절한 대응은 이뤄질 수 없었다.
결국, 문민정권 30년 동안 우리는 북핵 저지에 있어서 30년의 진전이 있었던 게 아니라, 5년을 여섯 번 반복하면서 그 어떤 진전도 이뤄 내지 못한 채 북한의 핵 위협은 현실로 다가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모든 과오의 결정체였고, 북한이 자유롭게 핵 개발의 마지막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줬다. 북핵 개발에 대해서는 아무런 우려도 없고, 그동안 이뤄진 각종 선언에서 만족감을 얻는 것으로 미뤄 보면 아마도 그들은 북한의 핵 개발을 통해 희열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문민정권 30년이 지났지만 북핵 저지에는 실패했고 북한의 핵 위협은 현실화했다. 이제 우리의 주노력(main efforts)은 ‘북핵 저지’에서 ‘힘의 균형 회복’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윤 대통령은 한·미, 한·일, 한·중 정상회담과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에 대한 우리의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고, 역내 세력 균형의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북한 핵 위협이야말로 동북아의 가장 큰 현상 변경이다. 이를 용납할 수는 없다.
1990년대 초 노태우 정부는 북한의 핵 개발 빌미를 제거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했다. 한반도에 배치된 전술핵무기를 역외로 철수한 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성사시킨 게 그것이다. 이제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화한 이상, 전술핵무기를 되돌려놔야 한다. 힘의 균형이 곧 평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제시한 ‘무장평화’ ‘전술핵무기 재반입’과 ‘핵공유’ 제안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문화일보
11월 18일 北, 가상화폐 해킹 1회로 미사일 31발 … 차단 대책 급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사후 응징은 당연하지만, 자금원 봉쇄 등 사전 차단은 더욱 중요하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17일 ‘북한 암호화폐 탈취 대응 심포지엄’에서 “북한은 지난 3월 ‘엑시 인피니티’라는 게임회사 해킹으로 6억2000만 달러를 탈취했다”면서 “단 한 건으로 상반기 발사한 31발의 탄도미사일 발사 비용 전체를 벌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 비용을 4억∼6억5000만 달러로 추산하고 “북핵 위협 근저에 암호화폐 탈취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타당한 지적이다.
암호화폐(cryptocurrency)는 가상화폐(virtual currency) 또는 디지털화폐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 금융 당국 기준을 적용하면 ‘화폐’로 부를 만한 가상화폐는 사실상 없다. 그만큼 신뢰가 낮고, 공식 결제 수단이 될 가능성도 거의 없지만 현실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북한은 이 틈새를 이용하는 것이다. 유엔 제재와 코로나로 무역까지 중단된 상태여서 가상화폐 도둑질은 중요한 달러 벌이 수단이다. 북한 정찰총국이 양성해 가상화폐 범죄에 투입하는 해커만 7000명이라고 한다.
김정은 체제가 거대한 사이버 범죄조직이다. 따라서 사이버 범죄를 차단하고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서도 가상화폐 해킹을 차단할 국제적 노력이 시급하다. 그러지 않아도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FTX 파산으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면서 세계 금융시장까지 흔들리고 있다. 북한의 가상화폐 도둑질과 현금화를 막기 위한 한·미·일 3국 공조는 물론, 중국의 협력도 필요하다. 중국이 지난해 5월 가상화폐 거래·채굴을 전면 금지한 만큼 가능할 것이다.
문화일보
11월 18일 북한, ‘확장억제 강화’에 위기감… 잇단 도발로 3각공조 흔들기

▲韓국방부 찾은 美국방부... 17일 국방부에서 하대봉(왼쪽) 국방부 방위정책관과 김수광(왼쪽 두 번째) 합참 핵·WMD대응센터장이 리처드 존슨(오른쪽) 미 국방부 핵·WMD대응 부차관보 등 미측 대표단과 북핵·미사일 위협 대비 확장억제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한미일에 ‘강대강’ 맞선 北
어제 단거리 SRBM으로 韓위협
오늘은 美 겨냥 장거리 ICBM
지난3일 해상추락 만회 목적도
韓美 미사일협의체 첫 회의서
“대응태세 강화 협력 속도낼것”
북한의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미·일 3국의 확장억제 공조 강화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무력시위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이달 들어 지난 3일에 ICBM을 발사했다가 실패한 뒤 다시 보름 만에 발사를 강행하는 도발에 나섰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10시 15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됐으며 65분간 비행한 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인근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떨어졌다.
이날 북한은 전일 한·미·일 3국의 확장억제 강화 합의에 반발해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데 이어 이틀 연속으로 또다시 도발을 강행했다. 특히 ICBM 추정 장거리미사일을 발사, 한·미·일 공조에 ‘강대강’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북한은 지난 3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화성-17형 추정 ICBM을 발사했지만 해상으로 추락하자 이번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 ICBM 도발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
군사전문가들은 18일 ICBM이 3일 발사 실패한 화성-17형 재발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3일 발사한 화성-17형은 1단과 2단, 2단과 탄두 등 2차례 분리 등 일부 기술적 진전은 있었지만, 고각발사에 따라 6200㎞ 정도는 올라가는 게 정상 비행으로 간주됐지만 추력을 얻지 못하고 고도 1920㎞, 비행거리 760㎞로 탐지돼 제대로 비행하지 못하고 동해상에 추락, 정상 비행에 실패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번 ICBM 도발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 6월 제1부상에서 승진한 후 첫 공개 담화에서 “미국이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하면 할수록, 조선반도와 지역에서 도발적이며 허세적인 군사적 활동들을 강화하면 할수록 그에 정비례해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협박한 직후인 17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초대형 방사포(KN-25) 추정 SRBM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데 이어 이틀째 ICBM 도발로 도발 수위를 높인 것이다.
한·미 국방부는 18일 서울 국방부에서 제1회 미사일대응정책협의체(CMWG)를 개최했다. CMWG는 한·미가 미사일 분야에서 더욱 심층적 정책 공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한미억제전략위원회(DSC) 산하에 신설한 실무협의체로, 지난 3일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보고 승인된 뒤 북한 도발이 재개되자 이날 처음 가동됐다. 한국 측에서는 김근원 국방부 미사일우주정책과장이, 미국 측에서는 릴 크로마시 국방부 미사일방어정책과장이 각각 참석했다.
북한이 ICBM과 각종 SRBM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준까지 도달한 것으로 평가되자, 한·미 국방 당국 간에 북한 미사일 대응 실무협의체 구성 필요성이 제기됐었다. 북한은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을 35차례, 순항미사일을 3차례 각각 발사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만 미사일 발사가 25회에 이른다.
국방부는 “한·미는 이 협의체를 통해 양국 국방부 간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동맹의 미사일 대응 능력과 태세 강화를 위한 정책적 협력을 한층 속도감 있게 추진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17일) 국방부를 방문한 리처드 존슨 미 국방부 핵·대량파괴무기(WMD) 대응 부차관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경고한 내용의 핵태세검토보고서(NPR) 등을 우리 측에 직접 설명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11.19 미 본토 핵 타격 ‘게임체인저’ 눈앞 北, 안보 지형 격변 대비를

▲북한의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이동식발사대에서 솟아오르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18일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을 발사했다. 최고 고도 6100㎞, 비행거리 1000㎞, 최고 속도 마하 22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사거리가 1만5000㎞에 달한다. 미국 전역에 도달하는 거리다. 이 미사일은 다탄두 탑재형으로 설계돼 완성되면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에 핵 타격할 수 있다. 앞으로 이 미사일을 태평양을 향해 정상 각도로 발사해 1만5000㎞ 실제 비행과 탄두 재진입 실험을 할 것이다. 여기까지 성공하면 개발이 완료된다.
이 미사일은 ‘게임 체인저’로 평가된다. 북한이 미국 대도시들을 핵으로 공격할 수 있게 되면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 핵우산의 신뢰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국민의 대량 희생 가능성을 무릅쓰고 한국을 위해 핵우산을 제공할 미국 대통령은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북한이 기를 쓰고 미 본토를 핵공격할 미사일을 개발한 것도 바로 이를 노린 것이다. 북은 바보가 아니다.
북한의 핵 질주는 아무도 막지 못하고 있다. 각종 미사일을 난사하는 북을 규탄·저지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회의가 빈번하게 소집됐지만 중·러의 반대로 추가 제재는 고사하고 규탄 성명도 내지 못했다. 올해에만 10차례 되풀이된 장면이다. 중국·러시아가 ‘식물 안보리’를 만들어 북한의 화성-17형 완성을 도운 것이다. 이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한미는 또 대북 제재 강화를 말하고 있지만 더 추가할 제재도 크게 없는 상황이다.
군은 이날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띄워 북 이동식 발사대 타격 훈련을 최초로 실시했다. 하지만 은폐해 있다 갑자기 발사하는 북 미사일을 발사 전에 타격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핵을 가진 상대를 선제 타격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당장 미국이 막고 나설 것이다. 미국이 ‘확장 억제’를 강화한다는 것도 근본 대책이 아닌 한국에 대한 무마용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냉정한 현실 인식이다.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외면하면서 현실을 회피해왔지만 더 이상 그럴 수 없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11.21 김홍희 前해경청장 “文정부 靑안보실 지시로 자진월북 발표”
서해 공무원 피살 진상은폐 수사
서욱 “靑 지침 받아 전달했는데 부하가 내 지시 오해해 정보삭제”
검찰은 “서욱이 지시” 진술 확보

▲서욱, 김홍희
‘서해 공무원 피살 진상 은폐’ 사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지시로 고(故) 이대준씨에게 자진 월북(越北) 정황이 있다는 발표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20일 전해졌다. 김 전 청장은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지난달 22일 구속됐다가 지난 11일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된 상태다. 검찰은 조만간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김 전 청장을 상대로 당시 이대준씨의 ‘자진 월북’ 근거가 부족한데도 ‘월북 정황’을 발표하라고 해경에 지시한 이유를 조사해 왔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그 당시 김 전 청장은 해경이 발표했던 월북 정황들과 배치되는 상황도 알고 있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피살된 이씨가 입고 있었던 구명조끼에 한자(漢字)가 적혀 있었고 국내에 유통되는 구명조끼 중 한자가 적힌 제품은 없다는 걸 부하들로부터 보고받고도 “나는 (보고서를) 안 본 걸로 할게”라고 말했다고 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청장은 검찰 조사 초반 자신의 혐의와 청와대 지시를 일체 부인하다가 최근 석방된 이후 당시 해경의 ‘월북 정황 발표’가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식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검찰 조사를 받은 다른 해경 간부들 역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지시로 이씨 월북 발표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구속된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지난 11일 오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구속적부심 인용 석방으로 나오고 있다./뉴스1
서울중앙지검은 ‘서해 공무원 피살 진상 은폐’ 사건과 관련해 서욱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서도 최근 수차례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장관은 2020년 9월 20~24일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에 올라온 기밀첩보 가운데 이대준씨의 월북 정황과 배치되는 첩보들을 삭제하라고 군에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김홍희 전 해경청장과 같은 날 구속됐다가 지난 8일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났다.
서 전 장관은 김 전 청장과는 달리 “청와대 국가안보실 지침을 받은 것은 맞지만 삭제 지시는 아니었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장관은 “청와대로부터 ‘보안 유의’ 지침을 받고 관계 기관·부대에 ‘정보를 공유하더라도 군 기밀은 공유하지 않도록 배포선을 잘 지키라’고 지시했다”며 “내 지시를 부하들이 잘못 알아들은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다른 군 관계자들로부터는 “서 전 장관이 이씨의 월북 정황과 배치되는 첩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게 맞는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 전 청장은 청와대 지시를 인정했고, 서 전 장관도 부하들에게 미뤘지만 어떤 형태로든 청와대 지침이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시인한 셈”이라며 “문재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한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 관계자들에게 이씨의 ‘월북’이 아닌 ‘표류’ 가능성이 담긴 기밀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 관계자들은 검찰에 “2020년 9월 23일에 ‘원장 지시 사항’으로 기밀을 삭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23일 청와대 관계 장관 회의에 참석했고 ‘원장 지시 사항’은 당시 국정원장 비서실장 노모씨를 통해 국정원 오전 간부 회의에서 전달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노씨는 검찰에서 “내가 독단적으로 판단해 삭제 지시를 내린 것”이라며 박 전 원장과의 관련성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김정환 기자
11월 21일 核 세습 의지 과시한 김정은…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북한 김정은이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후 “후대들의 꿈을 위해 핵병기를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딸과 함께 참관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지난달 중앙간부학교를 찾아 “후사(後嗣)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유능한 일꾼을 키워내라”고 했다. 권력의 4대 세습은 물론 핵무기 세습 의지까지 과시한 것이다. 2018년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김정은이 했다는 “아이들이 핵무기를 짊어지고 사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발언 역시 사기극임이 재차 확인됐다.
김정은은 특히 “적들이 핵 타격 수단들을 끌어들이며 위협을 가해 온다면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답할 것”이라고 했다. 1992년 비핵화 선언 이후 한국과 미국은 핵무기로 북한을 위협한 적이 없다. 김정은은 최근 한·미의 전략자산 전개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한 최소한의 방어적 조치일 뿐이다. 이런 적반하장의 거짓 주장을 거듭하는 것은 7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에 대한 명분 쌓기일 것이다.
이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김정은 주장을 그대로 돌려줄 때가 됐다. 북한의 ICBM 개발은 유사시 미국의 지원이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김정은 감싸기까지 고려할 때, 상시 배치 수준의 전략자산 전개만으론 부족하다. 전술핵 재배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북한의 유엔 회원국 제명 절차도 추진할 때가 됐다. 중국·러시아의 거부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 한·미·일 3국은 물론 자유 진영 국가와 결속해 안보·경제·외교 전방위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1월 22일 북 해킹 차단, 3축 체계만큼 중요하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필자는 20년 전 각종 정보기관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최초로 ‘북한의 IT 발전 전략과 강성대국 건설’ 제하의 책을 출간했다. 올해 초 20년 동안 북한 동향을 추적해 개정판을 냈다.
김정일은 1998년 ‘단번도약(great leap)’이라는 전략으로 IT 발전을 역점 정책으로 추진했다. 초기에는 경제발전에 IT를 활용한다는 세계적인 추세에 동참한다는 명분이었으나, 2000년대 중반부터 군사력 증강과 해킹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군사 정보를 해킹하는 미림대학을 신설하고, 2016년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대북 제재로 점차 쪼들리는 군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본격적인 해킹에 나섰다. 북한 정찰총국 산하에 7000명의 해커가 세계의 암호화폐(cryptocurrency) 곧 가상화폐(virtual currency) 같은 디지털화폐를 강탈 중이다.
미국의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는 북한이 지난해 모두 4억 달러(약 5400억 원) 규모의 가상화폐를 해킹한 것으로 집계했다. 북한 정찰총국 산하 ‘라자루스’라는 집단이 주도했다. △2014년 북한 체제를 조롱한 영화를 제작한 미국 소니픽처스 해킹 △2016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 △2017년 랜섬웨어 ‘워너크라이’ 유포 △2019년 인도 현금인출기 공격 등을 저질렀다. 수법은 날이 갈수록 고도화해 탐지가 쉽지 않다. 아일랜드 가상화폐 업체인 코인컵은 북한이 지난 5년간 해킹한 금액이 16억 달러라고 밝혔다. 다양한 가상화폐를 섞어 해킹한 뒤 이를 여러 차례에 걸쳐 세탁하고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플랫폼을 사용했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최근 “북한은 단 한 건의 해킹으로 상반기에 발사한 최소 40차례의 미사일 발사 비용 전체를 벌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올해 북한의 미사일 비용을 4억∼6억5000만 달러로 추산하고 “북핵 위협 근저에 암호화폐 탈취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올해 36차례의 미사일 발사 비용이 해킹으로 조달되고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커다란 블랙홀이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2019년 북한의 해킹 조직 라자루스 등을 제재했고, 이듬해에는 정찰총국 소속 해커 전창혁과 김일 등을 기소했다. 하지만 북한의 가상화폐 해킹 및 탈취 규모는 빙산의 일각만 알려지고 사이버상에서 추적이 쉽지 않다.
북한은 지난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쏘아 올렸다. 이에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은 ‘위험천만하고 불법적이며, 무모한 행동을 깊이 우려한다’는 성명을 냈고, G7 외무장관들도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던 유엔 안보리는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비토권 행사로 아무런 결론도 없이 22일 산회했다.
거대한 사이버 범죄 조직인 북한의 치밀한 해킹을 막지 못하면 평양의 위험한 군사 도발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상에서 발사되는 핵미사일 못지않게 가상세계에 대한 대비책이 균형 있게 마련돼야 한다. 눈에 잘 안 보이는 해킹의 시대에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민·관의 협력 및 국제 공조를 통한 대응 노력이 미사일 방어를 위한 3축 체계 구축 등 첨단무기 도입 못지않게 중요해졌다. 구제 불능 수준인 북한의 위협을 막아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문화일보
11월 29일 北 ‘핵군축 노림수’에도 대비할 때
전성훈 前 통일연구원장, 경민대 겸임교수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지난 24일 담화에서 ‘서울 과녁’을 들먹이며 대남 협박 막말을 쏟아냈다. 앞서 18일 북한의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된 후 한국이 독자 제재를 검토한다는 데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북한의 화성-17형 발사와 안보리의 제재 결의 무산, 김여정의 담화 등 일련의 사건은 현 한반도 상황의 축소판이자 앞날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김정은 위원장은 부인·딸과 함께 화성-17형 발사를 참관하는 이례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잔악한 독재자 이미지를 불식하고, 미래 세대의 안전을 담보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등 여러 해석을 낳았다. 이는 강력한 핵·미사일 무력을 바탕으로 우리끼리 살고 싶으니 건드리지 말라는 신호다. 조건이 맞으면 일부 핵군축도 할 용의가 있지만, 비핵화는 꿈도 꾸지 말라는 메시지다.
북한이 올해 63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안보리가 추가 결의 채택에 실패한 것은 미·중, 미·러 대결로 상징되는 신냉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북핵 문제는 비확산 규범을 유지하기 위해 강대국들이 협력해야 할 사안이 더는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을 상대로 벌이는 패권경쟁의 도구로 변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동북아 질서를 교란하고 미국을 피곤하게 만든다면 나쁠 게 없다는 것이 중·러의 계산이다.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북한에 군수물자를 요청하고 중국이 대북 식량 지원을 늘리는 등 북·중, 북·러 관계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국제사회의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 2003년 중국이 주최국이 돼 시작한 북핵 6자회담이 외교 무대에서 실종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최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원치 않는 것은 분명하지만, 북한을 통제할 능력이 있는지 자신할 수 없다고 했다.
2017년 이후 5년 만에 재개된 북한의 대규모 도발은 화성-17형 발사를 기점으로 최고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다음 행보는 미·북 핵군축 협상일 것이다. 도발을 최고 수위로 끌어올리는 것은 협상력을 최대한 키우겠다는 뜻이다. 김정은의 내년 신년사가 협상 국면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이 원하는 방식의 핵군축 협상에 나오면 7차 핵실험을 자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미국이 비핵화를 고집한다면 북한은 대미 압박 차원에서 핵실험 도발을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의 최근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북한과 군축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두 나라가 마주 앉아 대화할 수 있다면 군축은 언제든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북한 비핵화는 물 건너갔다는 인식이 미국 사회에 정착된 가운데, 군축정책 최고 책임자가 공개 석상에서 북한과의 군축 회담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한 것이다. 핵군축 협상은 안보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다. 정부는 북한 비핵화에 올인하다가 낭패를 당하지 않도록 미·북 핵군축 대화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문화일보
11월 29일 北 독거미 · 核마스코트 전술
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육두문자를 동원해 섬뜩하고 자극적이며 원색적인 말폭탄 저주를 3년 넘게 퍼붓고 있다. 김여정은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계기 첫 방남 때만 해도 ‘백두공주의 화해·평화 메신저’로 세계의 이목을 끌며 화려한 데뷔식을 가졌다. 이것이 치밀히 계획된 사기극임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핵담판 노딜로 학수고대한 대북 제재 해제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북한은 표변했다.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 ‘인간추물’ ‘정신병적인 광태’ ‘특등 머저리들’ 등 김여정이 입만 열면 독설과 화약 냄새가 천지를 진동한다.
핵폭탄급 ‘독설의 화신’이 된 김여정은 지난 24일 담화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일컬어 ‘천치바보들’ ‘미국이 던져주는 뼈다귀나 갉아먹으며 돌아치는 들개’ 등 경멸과 조롱 섞인 독설 행진을 이어갔다. 김정은 본인은 뒷짐 지고 여동생에게 독설과 저주의 말폭탄을 퍼붓는 ‘악역’을 맡겨 자신의 심정을 대변하도록 하는 역할 분담은 김씨 세습정권 아니고서는 찾기 힘들다. 김정은은 핵폭탄, 김여정은 막말폭탄 담당의 기괴한 역할 분담이다.
29일은 김정은의 핵무력 선언 5주년이다. 김정은이 “자식이 핵 짊어지고 살길 원치 않는다”고 한 말은 완벽한 속임수였음이 드러났다. 김정은이 신뢰하는 백두혈통 여성에 대한 강한 의존과 그에 따른 백두여성의 정치적 역할·비중 확대는 10살 난 딸의 ‘핵(核)마스코트 전술’에서 극에 달한다. 북한이 세계 최강의 ICBM이라 선전하는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 등 공개 석상에 김정은 붕어빵인 둘째 딸 김주애는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백두혈통 딸을 활용한 핵마스코트 전술이다. 4대 핵세습 후계자 조기 데뷔 시각도 나온다. 핵마스코트 전술에는 천문학적 핵·미사일 개발비로 경제가 도탄에 빠지자 주민들과 군부의 불만을 무마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며, 핵폐기가 아닌 핵강국만이 미래 세대의 희망임을 세뇌시키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입만 열면 김여정은 대남 독설을 퍼붓는 ‘독거미 전술’을 구사하고, 핵강국 북한의 미래를 보증할 어린 딸 김주애의 ‘핵마스코트 전술’은 김정은 핵세습정권의 기상천외한 신형 대남혁명전술의 백미다. 김정은이 윤석열 정부 들어 ‘여동생 독거미’ ‘딸 핵마스코트’ 전술을 본격적으로 구사하는 배경은 초조감과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고분고분하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 정부 들어 연합훈련과 핵확장 억제정책 강화로 숨이 턱턱 막힐 판인데, 이번에는 한·미가 핵·미사일 제조 및 통치자금으로 활용해온 가상화폐 등 불법 해킹 차단에 본격 나서자 위기가 극에 달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대북 제재까지 겹친 북한 경제는 파탄 일보 직전 상태로 주민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고양이를 무는 막다른 골목의 쥐가 돼 막가파 행태를 보인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제2 천안함 폭침’, 비무장지대(DMZ) 인근 미사일을 활용한 특대형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국지전 모험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문화일보
11월 29일 [속보] 文정부 靑안보수장 서훈, ‘서해 공무원 사건’ 구속영장
검찰, 직권남용 및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 적시
사건 당시 국정원장이던 박지원 향후 소환 전망
당시 국방장관·해양경찰청장은 구속됐다 풀려나
지난 2020년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안보수장이었던 서훈(사진)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 2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서 전 실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 등을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4~25일 연이틀 서 전 실장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을 상대로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전후 어떤 대응 조치 지시를 내렸는지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이 씨가 서해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에 피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쯤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서 전 실장이 이 씨의 ‘자진 월북’을 속단하고 이와 배치되는 기밀 첩보를 삭제하도록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지시에 따라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에서 감청 정보 등 기밀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역시 국정원에 첩보 보고서 등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의혹을 받는다.
그러나 서 전 실장을 비롯한 사건 당시 문재인 정부 대북·안보라인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 달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월북몰이’를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도 근거도 없는 마구잡이식 보복에 불과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서 전 실장 역시 이 씨 사건 당시 상황을 모두 투명하게 밝혔으며, 근거 없이 이 씨를 월북으로 몰거나 자료 삭제를 지시한 사실도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서 전 실장에 대해 이번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조만간 박 전 원장도 불러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서 법원은 해당 사건과 연관된 서 전 장관 및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으나, 이후 구속적부심을 통해 이들을 석방하기도 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