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2022-06/ 06-09 대구 빌딩 화재 7명 사망…“방화 용의자 현장서 숨져” - 06.16 안락사 찬성률, 왜 76%로 급증했을까
06-09 대구 빌딩 화재 7명 사망…“방화 용의자 현장서 숨져”
변호사 사무실서…민원인이 불만 품고 불 지른 듯

▲9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법 인근에 건물에서 119대원들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입주자들을 이송하고 있다. 대구소방본부제공
대구지방법원 인근 법무빌딩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화 용의자는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9일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5분경 수성구 범어동의 한 7층짜리 빌딩 2층에서 “검은 연기와 폭발음이 들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차량 64대와 인원 160명을 투입해 22분 만에 진화에 성공했다.
이 불로 연기가 많이 나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이 긴급 대피했다. 사무실 수색 결과 직원 6명과 방화 용의자 1명 등 7명이 사망했으며 40명의 연기흡입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화재 발생 당시 재개발 관련 내용을 의뢰한 민원인이 불만을 제기한 정황이 있었다는 점 등으로 미뤄 방화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변호사 2명은 외부 출장 중이어서 목숨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현장 정리 후 2차 정밀 인명 검색을 실시할 예정이다. 경찰은 과학수사대 등을 현장에 투입해 정확한 화재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사건의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대구경찰청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집중수사에 돌입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06월 15일 화물연대 승리로 끝난 물류 파업, 떼法에 尹정부 밀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사태, 즉 ‘총파업’이 8일 만에 철회된 것은 국내외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일단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의 합의는 화물연대 측의 일방적 승리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시장경제와 법치 원칙을 훼손하면서 화물연대 측엔 날개를 달아주는 양보를 했다.
화물연대 측이 14일 밤 늦게 국토부와의 합의 직후 밝힌 핵심 내용은, 올해 말 일몰 예정인 안전운임제는 연장해 시행하고, 그 대상을 현행 컨테이너·시멘트 운송차량에서 다른 분야로 확대하는 논의도 이어간다는 것이다. 정부는 ‘영구화’ 대신 단순히 연장키로 한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지만, 실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게다가 확대에도 동의함으로써, 화물연대는 이를 빌미로 다른 분야 차량으로 세(勢)를 확산시킬 결정적 수단을 얻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유가 상승에 따른 보조금 제도 확대, 운송료 합리화 지원 등도 약속해주었다. 정부의 직접 지원을 늘리고, 화주(貨主)들을 압박하는 데 협력하겠다는 뜻이다.
더 한심한 문제는, 복귀한 화물연대 조합원에 대한 ‘일체의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는데 국토부가 적극 협조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불법 행위 등으로 입건된 사람에 대한 선처는 물론,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한 민·형사 책임도 면책해주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안전운임제는 가격 규제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시행되고, 점차 줄이면서 시장 기능에 맡기는 게 옳은 방향이다. 이번 합의는 이에 역행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강조했던 윤 대통령 취임사가 민망할 지경이다. 안전운임제의 실질적 효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사라졌고, 사용자 측의 입장도 묵살됐다. 시멘트 차주들의 순수입은 2년 만에 110.9% 올랐으나 대신 시멘트 회사의 물류비 부담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결국, 윤 정부는 파업 종료에만 초점을 맞춰 법치와 시장을 무시한 합의를 해준 셈이다. 이런 게 바로 떼법(法)에 굴복하는 행태다. 새 정부의 결기와 여론의 눈총을 의식했던 민노총은 더 과감한 투쟁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제라도 윤 정부는 경제적 손실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추궁하고,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6.16 화물연대 뜻대로 끝난 파업, 尹 정부 만만하게 보게 됐을 것
민노총 소속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정부와의 합의로 7일 만에 철회됐다. 고물가와 저성장이 겹쳐 모든 경제 주체가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파업 철회 자체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합의 내용을 보면 집단 행동과 불법을 앞세운 민노총에 대한 정부의 일방적인 양보다. 이럴 거라면 무엇을 위해 업계의 피해를 감수하고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일주일을 끌었는지 알 수 없다.
합의의 핵심 내용은 올해 말 폐지 예정인 안전운임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 차량에 적용하던 안전운임 대상을 다른 분야로 확대하는 논의도 이어가기로 했다. 차주(車主)에게 최저 수입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는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과속·과적·과로를 막는 효과는 없고 화주(貨主)의 부담만 늘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앞으로 포퓰리즘 국회는 정부가 합의한 이상을 양보할 것이다.
파업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르고 남에게 피해를 준 사람들이 이번에도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사실상 동의했다는 것이다. 현재 조합원 78명이 불법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이 중 2명이 구속됐다. 업계 피해는 2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법을 어기면 누구나 처벌받아야 한다. 그동안 반복돼온 민노총의 상습적 불법 행동에 윤석열 정부도 면죄부를 주기 시작했다.
어려운 국내외 경제 상황에서 물류대란에 이르지 않도록 정부가 급한 불을 끌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도(正道)를 넘으면 결국 더 큰 피해가 오게 된다. 정부가 민노총과 법치와 시장경제 원칙까지 무너뜨리는 협상과 합의를 반복하면 기업은 해외에 공장 지을 생각을 더 하게 된다. 지난 정부 내내 촛불 탄핵의 청구서를 내밀면서 막무가내 파업과 폭력을 휘둘러온 민노총은 이번 일로 윤 정부도 쉽게 다룰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6월 16일 화물연대 사태가 남긴 4가지 잘못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파국으로 치닫던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속칭 ‘총파업’) 사태가 지난 14일 밤 극적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던 물류 마비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일단은 다행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해결되지 못한 여러 과제를 남겨 뒀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지우긴 어려울 것 같다.
일단 용어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파업’이라고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정확한 용어가 아니다.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은 기본적으로 개인사업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더구나 주장 내용도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등 근로조건에 관한 내용이 아니어서 헌법 제33조에서 말하는 노동 3권의 행사로 보기는 어렵다. 이런 이유로 정부에서도 ‘파업’이라는 단어 대신 ‘집단운송거부’라는 표현을 쓴다.
이번 화물연대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문제점과 과제를 남겼다.
첫째, 민주적 절차부터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안전운임제의 일몰 연장 또는 폐지의 타당성은 기본적으로 화주와 운송자 간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정될 사항이다. 그러나 화물연대는 대화와 타협보다 실력 행사를 우선시했다. 이런 사례가 반복된다면 대화와 토론에 기반한 선진 민주사회와 법치주의를 확립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사회적 갈등만 증폭될 우려가 있다.
둘째, 실력 행사의 시기도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우리 경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원자재 가격 고공 행진에 따른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 인플레이션 지속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 복합적인 경제위기 상황이다. 물가 급등으로 온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노·사·민·관 모두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야 할 이때 국가 경제의 혈관에 해당하는 물류 시스템을 마비시켜 큰 피해를 줬다.
셋째, 기업과 산업이 본 피해에 대한 구제책이 없다. 집단운송거부 사태의 직접적인 피해를 본 기업들은 생산 차질, 생산설비 가동 중단, 납품 지연 등의 막대한 손실을 봤다. 이 과정에서 업무방해·강요·협박 등의 불법행위도 있었다. 직접적인 피해 규모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수조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많다. 이로 인해 국민 생활 불편도 가중됐다. 이처럼 우리 경제에 큰 피해를 남겼건만 그 배상 논의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기업들도 속앓이만 할 뿐 하소연을 하지 못하고 있다.
끝으로, 화물연대와 협상 과정에서 화주인 기업들의 입장은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 안전운임제 연장 여부는 기본적으로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화주와 운송업체 간 협상을 통해서 논의할 문제다. 더욱이, 화주들은 운송운임을 직접적으로 부담하는 당사자인데, 이들이 이번 타협안 논의 과정의 당사자에 들어가지도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화물연대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천문학적인 피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 현장의 아쉬운 목소리들을 외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집단운송거부 사태는 많은 과제를 남겼다. 이번 일을 계기로, 향후 노사관계를 포함한 여러 집단 간 이해관계의 대립을 해소함에 있어 법과 원칙에 입각한 합리적인 프로세스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문화일보
06.16 안락사 찬성률, 왜 76%로 급증했을까
코로나로 호스피스 휴업 속출… 완화의료 인프라 붕괴 영향인듯
“웰다잉 제도 제대로 안만들면 안락사 요구 더 거세질 수밖에”

호스피스·완화 의료는 수개월 내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 등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줄여주는 서비스다. 이 중요한 서비스 인프라가 신종 코로나 사태 와중에 무너졌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 지난해 입원형 호스피스 기관 88곳 가운데 21곳이 휴업을 했다는 것이다. 국공립 의료기관이 운영해온 호스피스 병상을 코로나 병상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주춤해졌지만 상당수는 아직도 휴업 상태다. 풀가동해도 턱없이(1000병상 이상) 모자라는 판인데 인프라가 무너졌으니 말기 환자들은 어떤 임종을 맞았을까.
그 답을 유추해볼 수 있는 통계 수치가 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팀이 지난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안락사·의사 조력 자살에 대한 태도를 조사한 결과, 찬성 비율이 76.3%로 높아졌다. 2008년과 2016년 조사에서는 찬성률이 50% 정도였다. 여기에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말기 환자에 해당하고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이 발생하고 있을 경우 ‘조력 존엄사’를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곧 발의할 예정이다. 안 의원은 “5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겪어보니 불가피할 경우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기회를 주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무의미한 연명 치료 중단(존엄사)을 시행한 지 이제 겨우 4년이 지났다. 아직 이 제도가 안착했다고 보기 어렵다. 안락사는 또 다른 문제여서 도입하기 전에 많은 논의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확대해야 하고 예상 부작용 등을 면밀히 검토하는 시간과 토론이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안락사 찬성률이 높아졌을까.
혹시 호스피스·완화 의료 인프라가 무너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우리 사회가 코로나 치료와 웰빙에 치중하느라 웰다잉을 너무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닐까. 국내 완화 의료 인프라는 원래 부족했다. 지난 2020년 한 해 암으로 세상을 떠난 환자 8만2204명 가운데 23.0%(1만8907명)만이 호스피스 서비스를 이용했다. 전체 사망 환자로 따지면 6.2%에 불과하다. 미국은 전체 사망자의 51.6%가, 영국은 암 사망자의 95%가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호스피스·완화 의료 서비스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병원들이 제공하기를 꺼린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분야다. 그런데 대표적인 웰다잉 예산인 호스피스 기관 지원 예산은 올해 96억원에 불과하다. ‘문재인 케어’를 하면서 초음파와 MRI(자기공명영상) 진료비는 지난 4년간 10배가량 늘어 지난해 1조8476억원으로 늘어났다. MRI 예산의 100분의 1(180여억원)만이라도 웰다잉 인프라에 투입했다면 어땠을까. 그랬어도 안락사 찬성률이 이렇게 높아졌을까. 윤영호 교수는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웰다잉 제도를 제대로 정비하지 않으면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에 대한 요구가 더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김범석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장은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고 임종을 지켜보았다. 김 센터장은 “제도와 인프라는 발전하는 것이 상식인데 어떻게 완화 의료 인프라는 퇴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힘든 여건에서 왜 완화 의료 일을 계속하느냐는 질문에 “눈앞의 환자가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러웠으면 좋겠다. 우리 부모님이, 그리고 나 스스로가 좀 더 편하게 죽고 싶다”며 “어떻게 보면 나 좋자고, 좀 더 좋은 완화 의료 환경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도 언젠가 맞을 삶의 마무리에서 ‘나 좋자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때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존중받으며 삶을 마무리하는 데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조선일보 김민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