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安保 2022-06-1/ 06.05 “김정은 남벌 야망, 꿈 아닌 현실 -
06.05 “김정은 남벌 야망, 꿈 아닌 현실...핵공격 위협에 美 참전 주저할 수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북한 핵이 권총이라면, 한국의 재래식 무기는 물총일 뿐”
“북한에게 남한은 (북한이) 소리만 지르면 현금을 대주는 ATM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남벌(南伐), 즉 적화통일의 대상이 됐다. 30여년간 제로(zero)였던 ‘남벌’ 시나리오 가능성은 지금 10%로 높아졌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도전을 과소평가하고 착각에 빠져선 안 된다.”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호주국립대(ANU) 교수(1996~2004년)을 거쳐 2004년부터 국민대 교수로 재임하고 있다. 국내 대학에서 러시아어 강사로 일한 4년을 포함하면 한국 생활만 올해로 22년째다./송의달 기자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59) 국민대 교수의 진단이다.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에서 1990년 ‘조선시대 사색(四色) 당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84년 9월부터 10개월간 평양의 김일성대학 유학을 포함해 남북한에서 23년째 살아 남북한 양쪽 사정을 꿰뚫고 있다.
그래서 2013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를 불러 대북 정책 조언을 듣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북한이 핵 무기와 각종 미사일 도발의 빈도를 부쩍 높이는 가운데, 기자는 지난달 31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 연구실을 찾아가 란코프 교수를 만났다.

▲란코프 교수가 쓴 한반도 및 북한 관련 저서들. 모두 총13권의 저서를 냈고 영어, 한국어, 러시아어 등으로도 나왔다./안드레이 란코프
◇“증원군 보내려는 美에 핵 공격 위협할 것”
- 북한 경제와 국력이 한국 보다 한참 열세인데, ‘남벌(南伐)’이 가능한가?
“북한은 모든 국력을 핵·미사일 개발에 집중해 큰 성공을 이뤘다. 북한은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핵 미사일을 확보했거나 조만간 갖게 될 것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핵보유국과 싸우기 위해 참전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국이 참전하지 않는 핵심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가 핵보유국이어서다. 북한의 남벌은 꿈이 아닌 ‘현실’이다.”
- 북한이 남침해도, 핵 때문에 미국이 참전 못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한미(韓美)동맹의 힘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지만, 미국이 1954년 한국과 동맹관계를 맺을 때, 북한은 LA나 뉴욕을 폐허로 만들 능력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이 서울을 지키기 위해 참전한다면, 미국 대통령은 LA나 샌프란시스코 또는 뉴욕이 북한의 ICBM 공격을 여러 발 받아 많은 희생자가 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미국에서 경제 위기가 발생하거나 고립주의가 고조될 때, 남한을 지킬 의지(意志)가 약한 미국 대통령이 등장하는 경우, 북한은 이를 ‘기회’로 보고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미국이 증원군 등을 남한으로 보내려 할 때 북한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뉴욕이나 LA 핵공격을 위협한다면, 미국 대통령은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2016년 2월 중순 실시된 대한민국 육군 제2작전사령부와 미군 제8군사령부의 한미 연합 전시증원(RSOI) 훈련 모습. 훈련)에 참여한 미군 증원 물자들이 전방전개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조선일보DB

▲북한이 ICBM 시험 발사 같은 위협적인 행동을 할 때 마다, 미국은 전략자산을 동북아에 전개해오고 있다. 미군의 대북 전략 자산인 B-2 스피릿 폭격기는 핵 무기 탑재가 가능하다./조선일보DB
◇“‘통일대통령 되겠다’는 헛꿈 버려야”
- 북한이 목숨 걸고 ICBM을 확보하려는 이유가 이런 건가?
“남침 같은 유사시에 한미동맹을 마비시키고 한국과 미국을 분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ICBM이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ICBM과 SLBM(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 수소폭탄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전술핵 개발에도 성공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 북핵 고도화로 남북한의 군사적, 전략적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김영삼부터 박근혜까지 역대 보수 대통령들은 북한이 붕괴해 자신이 통일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한 번씩은 가졌다. 전시(戰時)작전권 전환을 처음 추진한 것도 보수 정부였다. 하지만 이제 그런 꿈이 완전히 사라졌다. 1990년초 이후 30년간 사라졌다가 되살아난 ‘남벌’의 위협을 한국 정부는 냉정하게 직시(直視)해야 한다.”
란코프 교수의 이어지는 말이다.
“지금 한국 입장에서 국가 안보와 국가 생존은 가장 중요한 제일과제이다. ‘경제 외교’가 아니라 ‘군인들에 의한 외교’가 더 중요해졌다. 이 마당에 한국 대통령이 ‘통일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은 망상(妄想)일 뿐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22년 1월 출간한 <대통령은 왜 실패하는가>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건네는 6가지 조언 중 하나로 "'통일 대통령'의 꿈을 버리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라"고 제언했다. 그는 "대통령의 무지(無知)는 '죄'가 된다. 미래를 상대로 경쟁하라"고도 했다.
◇“韓美동맹을 美日동맹 수준으로 격상해야”
- 북한의 ‘남벌’ 의지를 무력화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한국 일각에서 제기하는 자체 핵 개발은 불가능하다. 한국이 정말 핵무장을 시도한다면, 국제 제재로 경제가 무너진다. 미국의 전술핵 배치나 미국과의 핵 공유는 유의미하지만 최종적으로 핵무기 사용 버튼을 누르는 딱 한 명은 미국 대통령이다. 마지막이자 유일한 방법은 한미(韓美) 동맹을 미·영(美英) 미·일(美日) 동맹에 버금가도록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 한·미 동맹은 지금도 단단하고 강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미·영, 미·일 동맹의 결속도가 10점이라면 한미동맹은 6~7점에 불과하다. 이게 9~10점이 되도록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매력을 더 높여야 한다. 한미 동맹을 과신(過信)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러나 한국의 생존을 지켜주는 다른 대안(代案)은 없다.”
◇“韓美동맹을 美日동맹 수준으로 격상해야”
- 북한의 ‘남벌’ 의지를 무력화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한국 일각에서 제기하는 자체 핵 개발은 불가능하다. 한국이 정말 핵무장을 시도한다면, 국제 제재로 경제가 무너진다. 미국의 전술핵 배치나 미국과의 핵 공유는 유의미하지만 최종적으로 핵무기 사용 버튼을 누르는 딱 한 명은 미국 대통령이다. 마지막이자 유일한 방법은 한미(韓美) 동맹을 미·영(美英) 미·일(美日) 동맹에 버금가도록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 한·미 동맹은 지금도 단단하고 강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미·영, 미·일 동맹의 결속도가 10점이라면 한미동맹은 6~7점에 불과하다. 이게 9~10점이 되도록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매력을 더 높여야 한다. 한미 동맹을 과신(過信)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러나 한국의 생존을 지켜주는 다른 대안(代案)은 없다.”

▲2022년 5월23일 도쿄 미나토구의 고급식당 핫포엔(八芳園)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기시다 총리의 부인인 유코(裕子) 여사가 직접 끊인 차로 바이든 대통령을 대접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부부는 이날 1시간 반동안 함께 일본 전통 요리를 즐겼다. 만찬장은 초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측근인 오쿠보 히코자에몬의 저택이 있던 곳으로, 약 4만㎡의 부지에 일본식 정원과 요정, 예식장, 다실 등을 갖추고 있다./뉴스1
◇“尹 정부, 대북 강경 구호 외칠 필요 없어”
- 윤석열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대북(對北) 정책을 펴야할까?
“북한과의 거의 모든 경제 교류가 거의 모두 금지돼 있고 남북한 교류와 미북 관계가 꽁꽁 얼어붙은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정상)이 제법 오래 지속될 것이다. 윤 정부는 오직 인도적 지원 정도만 할 수 있다. 이 마당에 윤 정부는 대북 강경 노선으로 비쳐지는 구호들을 크게 외칠 필요가 없다. 안보강화는커녕 ‘한반도 평화 파괴의 주범’이라는 공격 빌미만 될 뿐이다.”
- 북한을 향해 강경한 구호만 외치지 않으면 되나?
“대신에 미국과의 실질적인 동맹을 심화하고 북한에 대한 확장 억제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또 북한을 향해 크고작은 문화교류나 대북지원을 가끔 제안해야 한다. 그러면 ‘윤석열=강경파’라는 인식을 약화시키고 진보파의 공세를 차단할 수 있다. 북한의 도발이나 적대행위가 있을 때, 이게 열전(熱戰)으로 번지지 않도록 한반도 정세를 잘 관리해야 한다.”
◇“文 정부는 비현실주의적 환상에 사로잡혀”
- 문재인 정부 5년간의 대북 정책을 평가한다면?
“2017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전반부에서 문 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가능성을 줄였다. 평창동계올림픽 외교와 대북 특사단 방문 등으로 긴장 완화를 이뤘다. 그러나 문 정부가 내건 ‘한반도 운전자론’은 사실과 다른 거짓이었다. 당시 진짜 운전자는 북한이었다. 2019년 초부터 문 정부는 비현실주의적인 환상에 사로잡혀 북한 관계에서 실패했다.”

▲북한이 2022년 5월 공개한 남북정상회담 화보집 '북남관계의 대전환-2018'에 담긴 2018년 2월 김여정 부부장 등 북한의 대남 특사단과 문재인 대통령측의 만남 장면/뉴스1

▲북한 공연단이 2018년 9월 19일 오후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남북정상회담 축하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중 문재인 대통령 방문을 환영하는 공연을 하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왜 실패인가?
“2018년 말부터는 트럼프의 북한 공격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북한 입장에서 남한 정부는 아무 효용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국제 제재 때문에 문 정부는 일절 대북 지원을 할 수 없었다. 북한 입장에서 남한은 미국을 관리하는 도구도, ATM 역할도 못하는 무용지물이었다. 이 때문에 북한은 문 정부의 평화프로세스, 남북문화교류, 이산가족 상봉 제안 등을 철저히 무시했다.”
- 한국 진보 세력의 북한관을 평가한다면?
“한국 진보파들은 남한이나 다른 나라에 대한 정치 분석을 할 때, 집권 엘리트층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분석에선 이런 비판적 시각이 즉각적으로, 완전히 사라진다. 북한 엘리트들의 최고 목표는 체제와 권력 유지이다. 경제성장이나 주민생활 개선 등은 장식용일 뿐이다. 정작 한국의 586진보파는 이 사실에 눈감고 북한 엘리트층을 ‘자주평화통일’ 열망으로 가득한 동반자로 본다. 이는 터무니 없는 환상이다.”
그는 “북한 엘리트층이 받아들일 수 있는 통일방식은 적화통일 뿐인데도 진보파는 남북한이 자유왕래하는 세상, 즉 묘향산을 자유롭게 올라가 북한인들과 얘기하고, 서울역에서 KTX타고 북한 사리원을 구경하려 가는 미래를 상상한다. 이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꿈”이라고 했다.
◇“‘北 엘리트가 평화통일 동반자’라는 생각은 586의 환상”

▲북한이 2015년 10월 10일 오후 조선로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마친 후 평양시내 김일성 광장에서 북한청년 수천명이 참여한 대규모 횃불 퍼포먼스를 실시했다. 횃불공연 참석자들이 '로동당만세'라는 글자를 만들었다./조선일보DB
- 왜 불가능한가?
“북한 엘리트 입장에서 모든 남한인들은 ‘위험한 사상적 바이러스 보균자’이다. 남한인들의 옷, 신발, 태도, 몸짓, 피부색깔 모두 위험하다. 남한인들과 접촉할수록 북한 인민들의 체제에 대한 충성심이 흔들린다. 때문에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에서 보위부원 같은 ‘두꺼운 사상의 방역복’을 입고 있는 극소수 북한인들만 남한인들을 접촉할 수 있다.”
- 북한이 쇄국 정책이나 핵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나?
“북한 엘리트층은 체제 유지를 위해 핵무기와 쇄국정책, 주민 감시통제를 구사한다. 쇄국 정책을 풀고 주민 감시가 느슨해지면 수령 유일 독재 체제는 금방 무너진다. 핵은 국내 위기 발생시 외부의 개입을 막는 수단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비핵화는 자살(自殺) 행위이다. ‘북한 비핵화가 가능한가’라고 묻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500살까지 살 수 있느냐’는 질문과 똑같다.”
- 남북한 통일은 과연 가능할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2050년, 즉 남북 분단 100주년이 되는 시점까지 통일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영구 분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사를 보면 분단이 3~4세대, 약 100년동안 이어지면 공유하는 민족 의식과 통일에 대한 생각이 사라진다. 한국의 20~40 세대가 가진 경험과 가치관은 북한 동년배들과 180도 다르다. 한국 청년들은 점점 더 북한에 무관심하고 통일에 대해 적대적이까지 하다.”
◇“‘한국민족’과 ‘조선민족’ 따로 성장하는 중”
란코프 교수는 “2010년쯤부터 한반도 양쪽에 ‘한국민족’과 ‘조선민족’이라는 완전히 다른 민족의식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질성이 최근들어 더 빠르게 깊어지고 있다. 한국 청년들에게는 도쿄·뉴욕·파리가 평양 보다 훨씬 가깝고 친숙하다”고 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가운데)이 2022년 5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에 초청된 세계적인 K팝 스타 방탄소년단(BTS)을 취재진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날 백악관 브리핑룸을 가득 채운 취재진은 스마트폰을 내려놔달라는 요청에도 여러 차례 스마트폰을 들어 BTS를 촬영했다./로이터연합뉴스

▲한국 20~30대는 BTS, 해외 배낭여행 등에 친숙한 반면, 북한 청년들은 고난의 행군과 생존 투쟁에 바쁘다. 최근 백악관을 방문한 BTS(방탄소년단) 멤버들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환영하는 모습/트위터
- 남북 통일은 앞으로 꼭 필요할까?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은 언어와 문화가 거의 같지만 별도 국가로 정치체제가 다르다. 남미의 20여개국과 약 20개 아랍국가들 역시 언어와 역사를 공유하나 통일할 생각이 없다. 남북 통일은 더 넓은 시장이 생기고, 안보 불안 제거, 북한인들의 능력발휘 기회 확대 같은 점에선 긍정적이다. 그러나 통일후 20~40년간의 과도기는 매우 어렵고 혼란스러울 것이다.”
- 한국에 북한은 어떤 존재인가? 한국은 어떤 대북 정책 원칙을 가져야 할까?
“한국 정부나 주류 언론의 통일 담론을 보면, 주로 북한의 천연자원과 저렴한 노동력을 얘기한다. 저임금 단순노동력을 제공하는 새로운 경제영토로 북한을 보는 것이다. 이는 19세기 제국주의를 연상시킨다. 우리가 통일을 정말 원한다면 북한 주민들을 ‘자원’보다 ‘동포’로, 북한 땅은 ‘착취 대상’ 아닌 ‘우리나라 땅’으로 봐야 한다. 이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래야 통일 후 과도기의 어려움을 빨리 극복할 수 있고, 남북한 통합도 가능하다.”
- 한국 국민들이 북한과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럴 때에는 북한을 문제 많은 이웃 국가 중 하나로 간주하고 평화공존을 최고 목표로 삼아야 한다. 북한은 이 경우에 한국과 교류를 단절하고 가끔 군사적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남북한이 별개 주권국가로 공존할 경우, 가까운 미래에 한반도에서 완벽한 평화는 불가능하다. 그래도 위기를 관리하고 큰 충돌을 회피하는 공존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평화공존은 양측이 군사력과 억제수단으로 균형을 맞출 때 가능하다.”

▲란코프 교수는 2018년 5월 평양을 비롯해 북한을 10일간 둘러봤다. 그는 김일성대학 유학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10차례 방북했다. 사진은 2018년 5월 평양 시내 모습/안드레이 란코프

▲2018년 5월 평양 시내에서 기념촬영한 란코프 교수/안드레이 란코프
◇“美中 대립속 北 위상 높아져...도발 기회 노려”
- 북한 엘리트들이 기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없나?
“경제적 어려움과 강력한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북한 엘리트들이 똘똘 뭉쳐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규모는 가족까지 포함하면 수십만명에서 최대 100만명 이상 된다. 로동신문은 물론 지방신문에서 사설을 쓰는 기자나 주민 감시에 열심인 보위부원, 수령님 만세를 외치며 미제(美帝) 타도를 외치던 선전일꾼들, 현대 기술이나 경영 방식을 모르는 북한 경제 일꾼들은 모두 한국 주도의 통일한국에선 설자리가 없다. 이들은 북한 체제가 무너지면 기존 권력과 특권을 모두 잃는다. 체제 유지에 결사적(決死的)일 수 밖에 없다.”
란코프 교수는 “아직 체제에 가깝지 않은 북한의 젊은 하급 엘리트 마저 현 단계에서 정치 운동을 하고 체제에 도전할 지는 의심스럽다. 그러나 이들에게 끊임없이 자유민주주의나 중국식 개혁개방 같은 대안을 들려줘야 한다”고 했다.
- 북한의 최근 대남 정책이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면?
“미중(美中) 전략 경쟁 격화로 중국 입장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높아진 게 첫 번째이다. 그 결과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훨씬 수월하게 기름과 식량을 공짜 지원받게 돼 한국이나 기타 국가와의 경제협력 또는 원조 필요성이 급감했다. 또 하나는 ICBM과 전술핵 등의 개발 성공이다. 이런 변화는 북한의 대남 정책을 공세적으로 바꾸고 있다. 올 4월 김정은 남매(男妹)의 ‘대남 핵 공격’ 발언에 적화통일의 야망을 읽을 수 있다.”

▲2022년 4월25일 조선인민군 창건 90주년 기념 경축연회에 참석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오른쪽)와 부인 리설주 여사 뒤로 김여정 당 부부장이 보인다./
◇“美 대통령이 트럼프식 고립주의 펼 경우 대비해야”
그의 이어지는 말이다.
“한반도 안보 상황은 최근 많이 위험해졌다. 미·중 대립으로 한반도는 전략적 최전선(最前線)에 서고 있다. 여기에다 북한은 남벌(南伐)을 획책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국제 정세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보다 젊고, 더 에너지 넘치는 리더가 트럼프식(式) 고립주의 같은 한반도 정책을 편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늘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
- 한국 국민과 엘리트들에게 충고한다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러시아는 자신의 능력은 과대평가하고 상대 능력은 과소평가해 고전(苦戰)을 자초했다. 또 안보에선 0.1%, 0.01%의 가능성도 무시해선 안된다. 한국인들은 세계 6위 군사력을 가진 한국군에게 낙후한 인민군은 위협이 될 수 없다고 믿는다. 그런데 한국의 재래식 군사력으로 정말 전술핵을 막을 수 있을까? 핵무기가 권총이라면, 한국의 최첨단 재래식 무기는 물총이다. 한국은 북한의 도전을 과소평가하고 착각에 빠져선 안 된다. 지나친 낙관주의는 판단력을 마비시킬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조선일보에서 홍콩특파원, 디지털뉴스부장, 산업1부장, 오피니언 에디터, 선임기자로 일했고 조선비즈에서 대표이사(CEO)로 근무했습니다. 저서 :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명>(2021), <세상을 바꾼 7인의 자기혁신 노트>(2020),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의회>(2000) 등
06.05 “北미사일 8발, 평양순안·개천·평북 동창·함흥서 발사

▲북한 전술유도탄(단거리탄도미사일 KN-24) 자료사진.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5일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8발은 평양 순안 등 4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쏜 것으로 포착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우리 군은 오늘 9시 8분경부터 9시 43분경까지 북한이 평양 순안, 평안남도 개천, 평안북도 동창리,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8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110km에서 670km, 고도는 약 25km에서 90km, 속도는 약 마하 3에서 6으로 탐지하였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했다.
원인철 합참의장은 라캐머라 연합사령관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화상회의를 통해 상황을 긴밀히 공유했다고 합참은 밝혔다. 이어 “북한의 어떠한 미사일 도발에도 즉각 탐지 및 요격할 수 있는 연합 방위 능력과 태세를 확인했다”고 했다.
합참은 “최근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심각한 도발”이라며 “이를 강력히 규탄함과 동시에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동하 기자
06.06 한미, 지대지 미사일 8발 동해 발사… 北미사일 8발에 맞대응
한미는 6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8발 도발에 비례해 지대지 미사일 8발을 공동으로 대응 발사했다.

▲한미는 6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8발 도발에 비례해 지대지 미사일 8발을 대응 사격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도발에 대응해 이날 새벽 4시 45분부터 약 10분간 연합 지대지 미사일 에이테킴스(ATACMS) 총 8발을 동해상으로 사격했다고 발표했다. 발사된 미사일은 우리측에서 7발, 미국 측에서 1발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2.6.6 /합동참모본부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도발에 대응해 이날 새벽 4시45분부터 약 10분간 연합 지대지 미사일 에이테킴스(ATACMS) 총 8발을 동해상으로 사격했다고 발표했다. 발사된 미사일은 한 측에서 7발, 미측에서 1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한미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은 북한이 다수 장소에서 미사일 도발을 하더라도 상시 감시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도발 원점과 지휘 및 지원세력에 대해 즉각적으로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며,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안보 불안을 가중시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김명진 기자
06.06 尹대통령 “공산세력 침략… 北 어떤 도발에도 단호 대처”
제67회 현충일 추념식 참석
”확고한 보훈 체계가 강한 국방력 근간
제복 입은 영웅들이 존경 받는 나라로
영웅들 희생, 유족의 눈물로 남게 하지 않을 것”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확고한 보훈 체계가 강한 국방력의 근간”이라며 “국가 안보, 국민 안전을 지킨 영웅들의 남겨진 가족을 돌보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했다. 그는 " 유가족 여러분의 가슴에 자부심과 긍지가 꽃피울 수 있도록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함께할 것”이라며 “제복 입은 영웅들이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국립현충원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낸 당신의 희생을 기억합니다’라는 주제로 열린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는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용기로 지킬 수 있었다”며 “나라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하신 모든 분께 경의를 표하며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고 했다. 아침부터 서울 지역에 장대비가 내린 가운데,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국가보훈처 관계자 들은 우의를 입고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확고한 보훈체계가 강력한 국방력의 근간”이라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훈 체계를 마련해 억울한 분들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더 이상 영웅들의 희생이 남겨진 가족의 눈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며 보훈 정책 강화를 예고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올해 4월 추락사고로 순직한 남부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소속 고 정두환 경감 등 5명의 유가족에게 국가 유공자증을 직접 수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점증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서는 “어제도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면서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안보 능력을 갖추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 번영을 이룩한 나라의 국민은 조국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이들을 정성껏 예우해왔다”며 “이들이 있기에 우리 국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꿈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제복 입은 영웅들이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 제67회 현충일 추념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40만 보훈 가족과 국가유공자 여러분
제67회 현충일을 맞았습니다.
이곳 국립서울현충원에는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투쟁한 순국선열들과
공산 세력의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킨 호국영령들,
그리고 목숨을 바쳐 국민의 생명을 지킨 분들이
함께 잠들어 계십니다.
나라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하신
모든 분께 경의를 표하며
머리 숙여 명복을 빕니다.
오랜 세월
가족을 잃은 아픔을 간직해오신 유가족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는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용기로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 무엇으로도 목숨보다 뜨거운 용기에
온전히 보답할 순 없습니다.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이
더욱 살아 숨 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희생을 빛나게 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더 이상 영웅들의 희생이
남겨진 가족의 눈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영웅들의 사명이었다면
남겨진 가족을 돌보는 것은
국가의 의무입니다.
국가유공자들과 유족들을
더욱 따뜻하게 보듬겠습니다.
확고한 보훈 체계는
강한 국방력의 근간입니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훈 체계를 마련해
억울한 분들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어제도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였습니다.
북한의 핵ㆍ미사일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입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면서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안보 능력을 갖추어 나갈 것입니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곁에는
국가안보와 국민 안전의 최일선에서
자신을 희생하신 분들이 계십니다.
지난 1월 민가 쪽으로 전투기가 추락하는 것을 막고자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순직한
공군 제10전투비행단 故 심정민 소령,
평택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인명구조 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故 이형석 소방정, 故 박수동 소방장, 故 조우찬 소방교,
대만 해역에서 실종 선박을 수색하고 복귀하던 중
추락사고로 순직한 남부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故 정두환 경감, 故 황현준 경사, 故 차주일 경사는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자신들의 꿈이었던 영웅들이었습니다.
국민을 대표해 모든 유가족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자유와 번영을 이룩한 나라의 국민은
조국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이들을
정성껏 예우해 왔습니다.
제복 입은 영웅들이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이들이 있기에
우리 국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꿈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후손들에게 더욱 자유롭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가꾸고 물려줄 사명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의 가치를 추구하는
위대한 대한민국은
조국을 위해 헌신한 이들의 희생을
가치 있게 만들 것입니다.
영웅들의 용기를
국가의 이름으로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유가족 여러분의 가슴에도
자부심과 긍지를 꽃피울 수 있도록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함께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06.07 서해 여섯 용사 ‘리멤버 357′
예비역 해군 대위 윤두호(80)씨는 서울 강동구 보훈병원에 1년 넘게 입원 중이다. 2002년 6월 29일 제2 연평해전에서 스물여덟 꽃다운 나이에 전사한 참수리 357호 정장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다. 지난해 봄 뇌졸중으로 쓰러져 팔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해 재활 치료를 받는 윤씨는 “2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영하가 너무도 그립다”고 했다. “군인 자식 둔 아비, 어미로서 감당해야 할 일”이라며 오열하는 유가족을 담담하게 다독여왔던 그였기에, 수화기 너머 떨리는 음성과 울먹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는 “제2 연평해전이 잊힌 전쟁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한 건 2012년 10주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윤 소령 어머니 황덕희씨는 “속상하고 답답할 때마다 악물어 어금니가 조각난 지 오래”라고 했다.

▲서해수호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3월 23일 경기도 수원시 삼일공업고등학교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참수리 357호 모형이 놓여있다. 삼일공업고등학교는 천암함 피격으로 전사한 故 박경수 상사의 모교이다./뉴시스
2022년 6월 대한민국은 스무해 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열기와 감동을 되새기고 있다. 축구 대표팀과 브라질의 친선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선 ‘어게인 2002′ 문구가 관중석에서 물결쳤다. 20년 전 한국과 터키의 3·4위 결정전이 열린 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에 맞서 산화한 여섯 용사를 지금 우리는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메모리얼 데이(미국 현충일)인 지난달 30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민주주의는 옹호해 줄 투사들이 필요하다. 군인과 가족들이 겪은 희생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본보기 중 한 명으로 꼽은 링컨 대통령은 1863년 11월 19일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용사들이 이곳에서 이뤄낸 것을 (세상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의 사명에 헌신하자”며 ‘남은 이들의 의무’에 대해 이야기했다. 러시아 침공에 100일 넘게 맞서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개전 초 수도 키이우 병원을 찾아 부상병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악수하며 결사 항전 의지를 다지는 장면은 4300만 우크라이나 국민이 하나로 뭉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지난달에는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게 불렀다. 희생자를 기억하고 유가족의 아픔을 공유하며 국민 통합을 위해 한 걸음 내디딘 의미 있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윤 대통령은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더 이상 영웅들의 희생이 남겨진 가족의 눈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재임 중 제2 연평해전 기념식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전임 대통령과는 결이 다른 행보다.
오는 29일 20주년 기념식은 ‘국가 안보와 국토 방위의 신성한 의무’(헌법 5조 2항)를 사수(死守)한 여섯 용사에게 군 통수권자가 ‘기억의 의무’를 다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위협에 맞서 ‘싸우면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결의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윤 대통령이 이달 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 참석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한 유가족은 “정상회담과 날짜가 겹친다면 기념식 일정을 하루 이틀 조정해도 괜찮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꼭 참석해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자리가 되길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다.
유가족 곁을 오래 지켜온 추모본부의 구호는 ‘리멤버 357′이다. 영웅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뜻이다. 윤영하·한상국·조천형·황도현·서후원·박동혁 ‘연평 6용사’ 이름을 딴 고속함 6척이 서해 파도를 가르는 가운데, 군 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이 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는 모습을 기대한다.
조선일보 채성진 기자
06.07 주한미군 미사일만 400여발... 한미, 유사시 1500발로 北 때린다
◇ 한.미, 역대 최대 규모 탄도미사일 8발 대응사격
한·미가 북한의 미사일 소나기 발사에 대응해 6일 8발의 미사일을 사격한 것은 규모상으로도 역대 최대급인데다 북 추가도발시 그에 상응하는 강력대응을 예고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미 양국은 이날 북한이 지난 5일 8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도발 원점(原點)을 정밀타격한다는 개념으로, 최대 사거리 300㎞인 에이태킴스(ATACMS) 미사일 8발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전략도발에 대해 한·미가 대응사격한 것은 현무-2(최대 사거리 300~500㎞)와 에이태킴스 미사일 3~4발 이내 수준이어서 전례 없는 수준으로 미사일 대응사격을 한 것이다. 북한이 다수의 미사일 쏜 데 대해 똑 같은 숫자로 일종의 ‘비례성’ 대응을 한 것도 처음이다.

▲국방부가 지난 2021년9월 공개한 고위력 탄도미사일 명중 장면. 골프에서 홀인원하듯 표적 한가운데에 정확히 명중해 강력한 지하 관통 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미사일은 실제 현무-4 탄두중량보다 훨씬 작은 2t급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 북, 4곳서 35분간 단거리 미사일 4종 소나기 발사
북한은 5일 오전 약 35분간 평양 순안, 평남 개천, 평북 동창리, 함남 함흥 일대 등 4곳에서 KN-23 등 4종의 단거리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합참은 이들 미사일이 비행거리 약 110~670㎞, 최대 고도 약 25~90㎞, 속도는 마하 3~6 등으로 탐지됐다고 전했다. 북한은 변칙기동을 하는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를 비롯, KN-24 ‘북한판 에이태킴스’ 미사일, 탄도미사일로 분류되는 600㎜ 초대형 방사포(KN-25), 신형 단거리 전술지대지미사일 등 4종의 미사일을 2발씩 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발사지역은 한·미가 발사한 에이태킴스의 최대 사거리에서 벗어난다. 군 소식통은 “물리적인 타격거리를 떠나 한·미가 똑같은 타격수단으로 대응을 하는 ‘동맹’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수준에 방점을 두고 에이태킴스 미사일만 발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한미 지대지 미사일, 북 핵.미사일 대응 ‘킬 체인’의 핵심 수단
지난달 25일 북한이 화성-17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KN-23 미사일을 쐈을때는 한국군은 현무-2, 미군은 에이태킴스 미사일을 각 1발씩 동해상으로 발사했고, 공군 F-15K 30여대가 활주로에 전개해 지상활주하는 ‘코끼리 걸음(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무력시위를 했었다.
그동안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전략도발에 대해 한·미는 도발 수위 및 수단에 따라 대응수단을 달리해왔지만 지대지(地對地)미사일은 빠짐없이 사용돼왔다. 지대지 미사일은 북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킬 체인’(Kill Chain)과 ‘대량응징보복’ 전략의 핵심수단이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군이 북한의 6월5일 단거리탄도미사일 8발 발사에 대응해 6일 새벽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 8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한미, 에이태킴스 미사일만 500발 이상 보유
특히 탄도미사일의 경우 북한의 주요 미사일 기지와 공군기지, 지휘소 등 전략목표물을 5~10분 이내에 정확히 타격할 수 있다. 한·미가 6일 발사한 에이태킴스 미사일은 1발에 수류탄과 비슷한 위력을 갖는 자탄(子彈) 900여발을 탑재하고 있어 축구장 3~4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한국군도 미국으로부터 111발을 수입했고 주한미군도 400발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 주력은 국산 현무-2 탄도미사일과 현무-3 순항미사일이다. 현무-2 미사일은 사거리 300~800㎞ 수준인 A·B·C형이 있는데 미사일 지침 폐기에 따라 사거리 제한이 없어짐에 따라 800㎞ 이상 미사일도 개발중이다.
지난해엔 세계 최대급 탄두중량의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현무-4는 세계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상 유례 없이 5~6t을 넘는 탄두(사거리 300㎞ 기준)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1발로 금수산태양궁전 파괴할 수 있는 ‘괴물 미사일’ 현무-4
현무-4는 고폭탄두를 쓸 경우 1발로 평양 최대 건물중 하나인 금수산태양궁전을 무력화할 수 있고, 관통탄두를 쓸 경우 지하 100m 이하에 있는 이른바 ‘김정은 벙커’도 파괴할 수 있다. 군 소식통은 “현무-4 미사일은 김정은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느끼게 해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토록 할 수 있는 핵심 전략무기”라고 말했다. 정부와 군 당국은 지난해 9월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과 함께 고위력 탄도미사일 시험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는 현무-4가 아니라 현무-4보다 훨씬 가벼운 2t급 탄두를 탑재한 것이었다. 보안유지를 위해 다른 미사일 영상을 공개한 것이다.
현무-3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에 비해 탄두 위력은 약하고 속도는 느리지만 정확도가 뛰어나다는 게 장점이다. 사거리 500~1500㎞의 3가지 형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부 잠수함·함정에도 탑재돼 있다. 한국군의 정확한 미사일 보유규모는 비밀이어서 확인이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현무-2·3 미사일을 합쳐 1000여발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북 이동식 발사대 등 이동표적 타격능력 신속 보완 필요
현무-2가 600여발, 현무-3이 400여발로, 현무-2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 당국은 유사시 신속한 대북 타격을 위해 탄도미사일인 현무-2에 좀더 비중을 두고 증강하고 있다. 하지만 현무2·3 미사일 모두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핵심인 이동식 발사대 등 이동 표적 타격능력은 없는 상태에서 이에 대해 시급한 보완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200기 이상에 달하는 북한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에 대해선 공군 전투기에서 정밀유도폭탄과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안, 현무-3 순항미사일을 성능개량하는 방안, 스텔스 무인공격기 등으로 북 방공망이 살아있는 상태에서도 타격할 수 있는 방안 등이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고도화되고 있다”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면서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안보 능력을 갖추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06.08 외면당한 영웅들 “그동안 다른 현충일을 맞이했다”
- 나라를 위해 희생된 영웅들에 대한 국가의 태도

▲2021년 6월 6일 천안함 최원일(예비역 대령·왼쪽) 전 함장 등 생존 장병 16명이 국립서울현충원 인근에서 시위를 마치고 현충탑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이들은 생존 장병의 국가유공자 지정, 천안함 폭침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2021.6.6 / 고운호 기자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밝히라”
불과 1년전 현충일에 행사장에서 기자는 기이한 상황을 목격했습니다.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과 생존 장병들이 천안함 폭침에 대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알려달라는 시위가 열린 것입니다.
현충일 추념식에 초대받지 못한 그들은 청와대 경호실과 경찰들이 막아놓은 울타리에 막혀 행사가 모두 끝나고 문 전대통령이 떠난 후에 현충탑을 찾아 참배할 수 있었습니다. 나라를 위해 우리 바다를 지키다 전우들이 희생되고 살아 남았어도 현충일에 초대받지 못한 영웅들이 지구상에 또 어디에 있을까요?
최원일 전 함장은 기자에게 “그동안 같은 나라, 같은 장소에서 다른 현충일을 했다”면서 “다시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오는 9일 윤석열 대통령은 최원일 전 함장과 천안함 생존 장병들, 연평해전과 북한 목함지뢰 도발 희생자 가족 등을 초청해서 오찬을 가질 예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현충탑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2.6.6 / 뉴스1
조선일보 고운호 기자
06.10 호국 선열과 유족 가슴의 피멍, 이제라도 풀리길
▲윤석열 대통령과 천안함에서 순국한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오찬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천안함, 연평도, 연평해전, 목함 지뢰 등 북한 도발에 맞선 장병과 유족을 초청해 오찬을 열고 “나라를 지킨 영웅들을 예우하고 유가족들을 따뜻하게 모시는 것은 정상적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고 했다. 국방부 의장대와 레드 카펫이 이들을 맞았다. 천안함 전 함장은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부정하는 세력이 정치·언론·교육계에 많다”고 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좌초설 등 온갖 괴담을 유포하던 사람의 요구에 따라 천안함 폭침을 재조사하려 했다. 민주당 전 부대변인은 “천안함 함장이 자기 부하들을 다 수장(水葬)했다”고도 했다. 함장에게 막말을 퍼부은 교사까지 있었다.
천안함 전사자의 백발 어머니는 ‘북한 공격을 교과서에 잘 담아서 학생들이 잘 배우게 해달라’고 했다. 고교 교과서 대부분이 천안함 폭침을 언급도 않거나 ‘사건’ 등으로 얼버무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평도 전사자의 어머니는 “평화라는 이름으로 비난 한마디 못 한 지난 정부의 대북 정책에 가슴 아픈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연평도 공격에 책임을 묻기는커녕 10주기 때 휴가를 갔다. 전사자 추모도, 유족 위로도, 도발자 경고도 없었다. 당시 통일부 장관은 북 규탄이 아니라 ‘분단 탓’을 했다. 과거 주사파 운동권이 북 도발에 물타기 할 때 ‘분단 탓’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공식 석상에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전사자 어머니가 문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 “이게 누구 소행인지 말씀 좀 해주세요”라고 절규하자, 잘 들리지도 않는 소리로 “북한 소행이란 정부 입장이 있다”고 했을 뿐이다. 천안함을 ‘우발적 사고’라고 한 사람을 장관에 앉히더니 천안함 폭침 주범인 김영철을 국빈 대접했다. 천안함 유족을 초청한 자리에선 김정은과 손잡고 찍은 사진 책자를 나눠 주기도 했다. 유족은 충격으로 체하기까지 했다. 문 정권은 현충일 추념식에 천안함 유족을 뺐다가 뒤늦게 포함하고는 ‘실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확실한 보훈이 강력한 국방의 기초”라고 했다. 미국의 진짜 국방력은 항공모함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과 가족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예우하는 데서 나온다. 북한조차 그렇게 한다. 그래야 나라가 유지된다. 호국 영웅과 유족의 가슴에 쌓인 피멍이 이제라도 풀리기를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06월 10일 “확실한 보훈이 강력한 국방” 교과서에도 담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호국 영웅 보훈(報勳)’의 정상화도 본격화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등으로 전사·순직한 장병 유가족과 생존 장병을 비롯한 20여 명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9일 초청한 윤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인 제가 여러분을 지켜드리겠다”고 했다. “나라를 지킨 영웅을 제대로 예우하고, 유가족의 억울함이 없도록 따뜻하게 모시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확실한 보훈 체계 없이 강력한 국방이 있을 수 없다”고도 했다.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호국 영웅들의 남겨진 가족들을 돌보는 것은 국가 의무’라고 강조한 데 이은 ‘실질적 보훈 의지’ 재천명으로, 그 의미가 크다. 참석자들이 문재인 전(前) 정부의 ‘홀대’를 새삼 적나라하게 밝힌 이유도 달리 없다. 이성우 천안함유족회 회장은 “생존 장병을 ‘패잔병’이라 하고, ‘좌초설’ 등 희생자 명예를 훼손하는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 제기가 무수히 많았지만, 전 정부는 방치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비난 한마디 못 한 지난 정부의 대북 정책에 가슴 아픈 시간을 보냈다”는 유족들 증언도 이어졌다. 천안함 함장이던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은 생존 전역자 등의 어려운 처지도 전했다.
동석한 국방비서관에게 즉각 ‘생존 장병 불이익 실상의 확인’을 지시한 윤 대통령은 천안함 승조원이던 고(故) 민평기 상사 모친 윤청자 여사의 간절한 호소도 실현에 나서야 한다. 그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해전 같은 북한 도발을 교과서에 소상히 적어,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제대로 배울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현행 교과서 다수가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이 참담한 현실이다. 그 호소의 취지대로 모든 교과서에 분명하게 담아, 미래세대가 호국 영웅들에 대한 보훈의 당위성을 체화하게 이끄는 일도 서두를 때다.
문화일보 사설
월간조선 06월 호
북한은 ‘문재인 정권’을 어떻게 ‘취급’했나?
北 막말·협박엔 ‘침묵’… “北의 개, 문재인” 비난한 국민은 ‘고소’
⊙ “아랫사람들이 써준 것 그대로 읽어… 세게 웃기는 사람”
⊙ “북쪽에서 사냥총 소리만 나도 똥줄 갈기는 주제에…”
⊙ “내뱉는 한마디, 하는 짓거리가 그렇게 완벽하게 바보스러울까?”
⊙ “국수 처먹을 때는 요사 떨더니 한 일 없어… 주방 구이로에 처넣고 싶어”
⊙ “온갖 정의로운 척하며 평화의 사도처럼 채신머리 역겹게 하는 꼴불견”
⊙ “채신머리 골라할 줄 모르는 데서는 둘째가라면 섭섭해할 특등 머저리들”
⊙ “‘서울 불바다’보다 더 큰 위협 가할 것… 함부로 입 놀리지 말아야”
‘문재인 정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란 구호를 외치면서 끝났다. 문재인(文在寅)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라고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정말 그 다짐대로 대한민국 국민에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선사’한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운운했다.
그는 5월 3일,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자신의 임기 안에 대한민국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됐다는 식으로 자화자찬했다. 그 전인 3월에도 ‘문재인 청와대’는 같은 제목의 《문재인 연설문집》을 발간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문재인 5년’에 대해 “대한민국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됐다”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무나 흔드는 나라’가 된 대한민국
‘문재인 5년’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은 ‘아무나 흔드는 나라’ 또는 ‘스스로 흔들리는 나라’로 전락했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집권 기간 ‘혈맹’인 미국의 한국 주재 대사는 해리 해리스, 단 1명뿐이다. 해리스 전 대사의 재직 기간인 26개월을 제외하면, 문재인 정권 60개월 중 34개월 동안 미국 대사 자리는 ‘공석’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중국에 가서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중국몽 함께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쏟아냈다. 당연하게도 중국은 우리의 안보 정책에 참견하고, 중국 대사가 주재국 내정과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는 듯한 발언을 거리낌 없이 했다. 한미 동맹과 자유민주주의 국제 연대를 강조해온 윤석열 신임 대통령 취임식 날에는 “미국 진영에 합류할 경우 한국의 이익을 훼손하고 한국 경제 발전의 추진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의 ‘반(反)국가단체’인 북한 독재 정권은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지난 5년 동안 각종 대남(對南) 모욕과 협박을 숱하게 했다. 최근에는 김정은이 대남 타격용인 전술핵무기의 실전 배치를 지시하고, 노골적으로 대남 핵 공갈을 자행한다. 그럼에도 문 전 대통령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됐다는 식으로 스스로 위로하는 행태를 보인다. 이 같은 ‘문재인의 허상·망상’을 입증하는 차원에서 지난 5년 북한 독재 정권이 문재인 전 대통령 또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쏟아낸 막말을 정리했다.
“문재인처럼 추악한 親美 분자는 처음”
2017년 5월 19일, 문재인 정권을 향한 북한 독재 정권의 첫 대남 비난이 개시됐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10일 만의 일이다. 문재인 정권은 당시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과 관련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전제한 대화’를 언급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노동당 통일전선부 외곽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를 통해 “새로 집권한 남조선 당국이 이번 (미사일) 시험 발사의 사변적 의의를 외면하고 무턱대고 외세와 맞장구를 치며 온당치 못하게 놀아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7월 4일, 북한은 당시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한미정상회담을 맹비난하면서 외세 의존적 정책을 버리라고 요구했다. 북한 노동당 전위기구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은 “천사만사를 제쳐두고 미국 상전에게 먼저 찾아가 위대한 한미 동맹이 자신의 뿌리이고 그것이 있어 오늘이 있다느니 뭐니 하며 온갖 추태를 다 부리다 못해 미국의 승인이 없이는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느니, 대화를 해도 미국의 승인하에서 하겠다느니 하고 떠들어댔으니 실로 개탄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조국전선은 또 “우리 겨레는 외세 추종과 대미 굴종을 일삼은 매국 역적들을 결단코 용납하지 않았다”면서 “이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고 촛불 민심이 넘겨준 권력을 제멋대로 남용하면서 친미 굴종의 행적부터 새기고 있는 남조선의 현 당국자는 자신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같은 달 11일, ‘북남 관계 개선에 역행해 나선 동족 대결 행각’이란 《로동신문》 글에서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이런 추악한 친미 분자는 처음”이라고 비난했다. 당시 《로동신문》은 “입으로나마 ‘자주외교’니,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느니 하고 곧잘 외우던 현 남조선 집권자(문재인)가 역대 매국노들을 무색게 하는 굴종적 추태를 보인 것이야말로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그 무슨 ‘굳건한 동맹 토대 마련’을 떠벌리면서 상전의 환심을 사보려고 갖은 추태를 연출한 남조선 집권자의 망동은 선임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족 분열의 원흉이고 온갖 불행과 고통의 화근인 미제 침략군을 ‘생명의 은인’처럼 떠올리다 못해 치욕과 불행의 근원인 미국과의 굴욕적인 ‘동맹’을 ‘위대한 동맹’으로 미화·분식하는 이런 추악한 친미 분자는 보다 처음이다”라고 헐뜯었다.
2017년 7월 28일, 북한 독재 정권이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인 소위 ‘화성-14형’을 2차 발사했다. 김정은은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것이 뚜렷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북한 도발 1시간 후,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시까지 전개하지 않은 ‘종말 단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발사대 4기에 대한 배치 지시를 내렸다. 이는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며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받은 뒤 사드 배치를 완료하겠다고 발표한 지 불과 15시간 만의 일이다.
북한은 이튿날 대외선전단체인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의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때 사드 배치의 재검토를 떠들며 마치 큰일이라도 치를 것처럼 놀아대던 남조선 당국자가 미국 행각 시 상전으로부터 단단히 침을 맞고 사드 배치 강행으로 돌아섰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친미 굴종의 길로 계속 나간다면 박근혜 역적패당과 같은 비참한 파멸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북한의 ICBM 발사 도발에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는 2017년 8월 6일, 북한의 석탄과 철광석 등 주요 광물 자원의 수출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은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를 가결했다. ‘문재인 청와대’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식민지 하수인에 불과한 괴뢰들이”
북한은 대남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를 통해 “뒤를 감당하지도 못할 주제넘은 망발을 줴쳐댄(기자 주: 지껄이다) 괴뢰 당국은 가장 참혹하고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 민화협은 같은 달 7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어중이떠중이들도 우리의 초강력 대응이 두려워 긴장해하고 있는 때에 한갓 식민지 하수인에 불과한 괴뢰들이 더러운 주둥이를 함부로 놀려대며 북데기(짚이나 풀 따위가 함부로 뒤섞여서 엉클어진 뭉텅이) 속의 쥐새끼 소리를 내지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서 “유엔 결의가 채택되자 괴뢰 청와대 것들은 누구에게 선손(선수)을 떼울세라 쫄딱 나서서 혓바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주제넘은 망발을 줴쳐대고 있다” “필리핀을 행각하고 있는 괴뢰 외교부 장관 강경화 X은 ‘유엔 결의의 성공적 채택에 대해 평가하고 감사한다’고 입 부리를 마구 놀려댔다”고 막말을 늘어놓았다.
8월 8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해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러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북한은 소위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다음은 당시 북한의 협박 내용이다.
“우리에게는 미국의 그 어떤 군사적 선제 타격도 앞질러 짓부실 수 있는 우리 식의 독특한 선제 타격 방식이 있다. 우리의 핵 및 로켓 기지들에 대한 선제 타격을 운운하는 그 자체가 가소롭기 그지없다. 우리 식의 앞선 선제 타격은 미국의 무모한 선제 타격 기도가 드러나는 그 즉시 서울을 포함한 괴뢰 1·3야전군 지역의 모든 대상을 불바다로 만들고 남반부 전 종심에 대한 동시 타격과 함께 태평양작전 전구의 미제 침략군 발진기지들을 제압하는 전면적인 타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우리 식의 앞선 선제 타격에 참가할 모든 타격 수단들도 임의의 시각에 내리는 명령에 따라 정의의 불줄기를 세차게 뿜어낼 대기 상태에 있다.”
“주제넘은 잡소리… 분수없는 망동”
2017년 8월 17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핵탄두 탑재해 무기화하는 수준”을 북한이 넘지 말아야 할 이른바 ‘금지선(레드라인)’이라고 주장했다. 그 어떤 객관적 근거도 없는 자의적인 규정일 뿐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쉽지 않은 대목이다.
이처럼 문 전 대통령이 ‘레드라인’을 운운하자, 북한 독재 정권은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의 ‘주제넘은 잡소리를 걷어치우라(8월 28일)’라는 글을 통해 “남조선 집권자가 우리의 초강경 공세에 질겁하여 상전(미국)도 감히 내뱉지 못하는 북핵 금지선 타령을 늘어놓은 것은 대세의 흐름도 분간 못 하고 뒷일을 감당해낼 수도 없는 주제넘은 망동에 불과하다”며 “이런 채신머리없는 처사가 어찌 괴뢰 정계를 소란케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자위적 핵 억제력 강화 조치에 대해 그 무슨 ‘금지선’ 따위를 운운하며 이러쿵저러쿵 나발질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자들의 분수없는 망동”이라며 “대세의 흐름도 모르고 미국 상전의 장단에 춤을 추며 우리 혁명무력의 총구 앞에서 함부로 설쳐대다가는 단단히 졸경(모진 고문 또는 형벌)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문재인의 평화 마케팅

▲2019년 2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하노이 회동’을 통해 전 세계는 그간 북한이 강조한 ‘비핵화’가 ‘사기’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진=뉴시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은 그해 연말까지 총 10회에 걸쳐 각종 미사일 발사 도발을 자행하고, 6차 핵실험(9월 3일)마저 강행했다. 계속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탓에 전쟁 직전까지 갔던 한반도 정세는 미국이 ‘북한과 대화 가능’이란 신호를 보내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렉스 틸러슨 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은 2017년 12월 12일, “우리는 북한이 대화하고 싶을 때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기꺼이 첫 만남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보리 대북제재에 ‘돈줄’이 막힌 김정은은 못 이기는 척 대화 국면으로 전환했다.
2018년 1월 1일, 김정은은 그해 2월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른바 본격적인 ‘위장 평화 공세’의 시작인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같은 달 3일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은 한반도의 평화를 알리는 나팔이 될 것”이라고 선전했다. 문재인 정부는 대대적인 ‘평화 마케팅’을 전개했다.
이후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김정은의 비핵화 사기극은 크게 ▲정의용의 김정은 면담(2018년 3월 5일) ▲정의용의 ‘김정은 비핵화 의지’ 주장(2018년 3월 6일) ▲정의용이 트럼프와 김정은 만남 중개(2018년 3월 9일) ▲문재인과 김정은의 판문점 회동(2018년 4월 27일) ▲트럼프와 김정은의 싱가포르 회동(2018년 6월 12일) ▲문재인의 평양 방문(2018년 9월 18~20일) ▲트럼프와 김정은의 하노이 회동(2019년 2월 27~28일) 순으로 진행됐다.
“바보는 클수록 더 큰 바보가 된다”
하노이 회동을 통해 자신의 ‘비핵화 사기극’이 탄로 나자 북한의 김정은은 다시 도발을 했다. 2019년 5월 4일, 북한 독재 정권은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KN-23) 2발과 300mm 신형 방사포를 발사했다. 18개월 만에 이뤄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와 “남과 북은 지상·해상·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지한다”는 ‘9·19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었다. 북한은 5월 9일에도 KN-23 2발을 쐈다. 이 역시 9·19군사합의 위반이다.
북한은 대남 막말 폭탄 투하도 재개했다. 김정은은 2019년 7월 25일, 우리 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과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문제 삼으면서 KN-23 발사 도발을 직접 지도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지목하며 “남조선 당국자(문재인)가 사태 발전 전망의 위험성을 제때에 깨닫고 최신 무기 반입이나 군사연습과 같은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고, 오늘의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8월 10일에는 신형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문재인 청와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장관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이와 관련, 북한은 다음 날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권정근’ 명의의 담화로 ‘문재인 청와대’를 향해 “겁먹은 개”라고 비난했다.
“바보는 클수록 더 큰 바보가 된다고 하였는데 바로 남조선 당국자들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 (중략) 똥을 꼿꼿하게 싸서 꽃 보자기로 감싼다고 하여 악취가 안 날 것 같은가. (중략) 지난번에 진행된 우리 군대의 위력시위사격을 놓고 사거리 하나 제대로 판정 못 해 쩔쩔매어, 만 사람의 웃음거리가 된 데서 교훈을 찾을 대신 저들이 삐칠 일도 아닌데 쫄딱 나서서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다. 청와대의 이러한 작태가 남조선 국민의 눈에는 안보를 제대로 챙기려는 주인으로 비칠지는 몰라도 우리 눈에는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
4일 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임기 내에 비핵화와 평화 체제를 확고히 하고 그 위에 평화경제를 시작해 통일로 나가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다음과 같이 비난했다.
“남조선 당국자의 말대로라면 저들이 대화 분위기를 유지하고 북남협력을 통한 평화경제를 건설하며 조선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仰天大笑·하늘을 보며 큰 소리로 웃는다)할 노릇이다. (중략)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이다. (중략) 남조선 국민을 향하여 구겨진 체면을 세워보려고 엮어댄 말일지라도 바로 곁에서 우리가 듣고 있는데 어떻게 책임지려고 그런 말을 함부로 뇌까리는가 하는 것이다. 아래 사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 남조선 당국자가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인 것만은 분명하다. 북쪽에서 사냥총 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에 애써 의연함을 연출하며 북조선이 핵이 아닌 경제와 번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역설하는 모습을 보면 겁에 잔뜩 질린 것이 역력하다.”
北, 문재인 정부 역할 전면 부정
2020년 1월 10일,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2박 3일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생일(1월 8일) 축하 덕담 전언을 당부해 적절한 방법으로 북한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북 협상이 하노이 회동 이후 파탄 난 게 아니라 물밑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그 와중에 문재인 정부가 ‘중재자’ ‘촉진자’ 노릇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북한 독재 정권은 외무성 고문 김계관 이름으로 담화를 내고, 문재인 정부의 역할을 전면 부정했다.
“미국 대통령(트럼프)이 워싱턴에 기어간 청와대 관계자(정의용)를 만난 자리에서 우리 국무위원장(김정은)에게 잊지 말고 전달해달라고 부탁한 내용이라고 하면서 남조선 당국이 대긴급통지문으로 그 소식을 알려왔는데, 아마도 남조선 당국은 조미(미북) 수뇌들 사이에 특별한 연락통로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것 같다.
남조선 당국이 숨 가쁘게 흥분에 겨워 온몸을 떨며 대긴급통지문으로 알려온 미국 대통령의 생일 축하 인사라는 것을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친서로 직접 전달받은 상태이다. (중략) 남조선 당국은 이런 마당에 우리가 무슨 생일 축하 인사나 전달받았다고 하여 누구처럼 감지덕지해하며 대화에 복귀할 것이라는 허망한 꿈을 꾸지 말고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겁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2020년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과 막말, 우리 국민을 향한 협박을 쏟아냈다. 사진=뉴시스
같은 해 3월 3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대남 비난 대열에 나섰다. 김여정은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글에서 ‘문재인 청와대’를 “완벽한 바보” “겁먹은 개”라고 헐뜯었다.
“우리는 군사훈련을 해야 하고 너희는 하면 안 된다는 논리에 귀착된 청와대의 비논리적이고 저능한 사고에 ‘강한 유감’을 표명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이다. 이 말에 기분이 몹시 상하겠지만, 우리 보기에는 사실 청와대의 행태가 세 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중략) 정말 유감스럽고 실망스럽지만 대통령(문재인)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아닌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 하는 짓거리 하나하나가 다 그렇게도 구체적이고 완벽하게 바보스러울까. 참으로 미안한 비유이지만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
김여정은 2020년 6월 4일, 북한 독재 정권을 비판하는 국내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반공화국 망동”이라고 강변하면서 ‘스스로 화를 청하지 말라’는 글을 내놨다. 김여정은 해당 글에서 “사람값에도 들지 못하는 쓰레기들이 함부로 우리의 최고 존엄까지 건드리며 ‘핵 문제’를 걸고 무엄하게 놀아댄 것”이라며 “태 묻은 조국을 배반한 들짐승보다 못한 인간 추물들이 사람 흉내를 내보자고 기껏 해본다는 짓이 저런 짓이니 구린내 나는 입 건사를 못하고 짖어대는 것들을 두고 똥개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서 “똥개들은 똥개들이고 그것들이 기어 다니며 몹쓸 짓만 하니, 이제는 그 주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며 문재인 정부를 협박했다.
“가장 부적절한 시기를 골라, 가장 비열한 방식으로 ‘핵 문제’를 걸고 들면서 우리에 대한 비방·중상을 거리낌이 없이 해댄 똥개, 쓰레기들의 짓거리에 대한 뒤 감당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묻고 싶다. 나는 원래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그것을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 (중략) 분명히 말해두지만, 또 무슨 변명이나 늘어놓으며 이대로 그냥 간다면 그 대가를 남조선 당국이 혹독하게 치르는 수밖에 없다. 응분의 조처를 따라 세우지 못한다면 그것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쓸모없이 버림받고 있는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있어야 시끄럽기밖에 더하지 않은 북남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 합의 파기가 될지 하여튼 단단히 각오는 해두어야 할 것이다.”
“신의도 양심도 없는 쓸개 빠진 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심지어 북한 평양 소재 식당 ‘옥류관’ 주방장 오수봉에게 “우리의 이름난 국수를 처먹을 때는 큰일이나 할 것처럼 요사를 떨더니 지금까지 한 일이 전혀 없다”는 핀잔까지 들었다. 사진=뉴시스
북한은 이후 각종 대남 선전 매체를 동원해 문재인 정부에 ‘대북 전단 금지’를 강요했다. 그 와중에 6월 13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한 평양을 방문한 2018년 9월 19일, 김정은 내외와 함께 옥류관에 가서 냉면을 먹은 일을 끄집어냈다. 당시 대통령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한 우리 측 재계 총수들이 북한 조평통 위원장이라는 이선권으로부터 “지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란 핀잔을 듣는 모욕을 당했는데, 이제는 옥류관 주방장이라고 하는 ‘오수봉’ 명의의 투고를 통해 ‘대한민국 대통령’을 향해 “우리 주방의 구이로에 처넣고 싶은 심정” “우리의 이름난 국수를 처먹을 때는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한 일도 없다” “가장 무자비한 철추를 내려 그 값을 톡톡히 받아내야 한다” “뻔뻔스럽게 놀아댄다”고 조롱을 했다.
“인간쓰레기 ‘탈북자’ 놈들을 내몰아 우리의 최고 존엄(김정은)을 악랄하게 중상 모독한 남조선 당국자들의 망동 짓으로 하여 우리 인민이 받은 상처는 백 년이 가고 천 년이 가도 잊을 수 없고 아물 것 같지 않다. 이제 당장에라도 달려나가 그 더러운 똥개 무리와 그것들의 망나니짓을 묵인하며 한짝이 되어 돌아친 자들을 몽땅 잡아다가 우리 주방의 구이로에 처넣고 싶은 심정이다.
평양에 와서 우리의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는 주제에 오늘은 또 우리의 심장에 대못을 박았으니 이를 어찌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옥류관의 모든 종업원이 독사는 열백 번 허물을 벗어도 역시 독사라고, 신의도 양심도 없는 쓸개 빠진 자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무자비한 철추를 내려 그 값을 톡톡히 받아내야 한다며 모두가 치를 떨고 격노해하고 있다.
북남 사이에 적대 관계가 아무리 뿌리 깊고 동족에 대한 적의가 골수에 차 있다고 해도 어느 정도이지 어떻게 우리 인민의 목숨과도 같은 최고 존엄을 마구 헐뜯는 데 대해 그대로 방치해두고도 그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없는 듯 이 뻔뻔스럽게 놀아댈 수 있단 말인가.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는데 천벌을 받을 대역죄를 저지르고도 안하무인격으로 놀아대는 남조선 당국자들이 어떤 파국적인 후과를 초래하였는가를 뼈아프게 느끼게 가장 혹독하고 몸서리치는 징벌을 안겨야 한다.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

▲북한 독재 정권은 2020년 6월 16일, 우리 국민 세금으로 짓고 운영하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사진=뉴시스
김여정은 같은 날 다시 등장해 “말귀가 무딘 것들이 혹여 ‘협박용’이라고 오산하거나 나름대로 우리의 의중을 평하며 횡설수설해댈 수 있는 이런 담화를 발표하기보다는 이제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며 “우리는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며, 대적(對敵) 사업 연관 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00년 6월 당시 ‘김대중-김정일 회담’ 때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착용한 넥타이를 빌려 매고 찍은 이른바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행사 영상 축사에서 북한을 향해 “대화의 문을 닫지 말 것을 요청한다”고 했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을 특사로 보내겠다고 했다. 북한 독재 정권은 이를 거절하고, 6월 16일 오후 3시쯤 우리 국민 세금으로 만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중대 도발을 저질렀다.
이 같은 김여정의 대남 협박과 연락사무소 폭파 도발에 대해 ‘문재인 청와대’는 6월 17일, “북측의 사리분별 못 하는 언행을 우리로선 더는 감내하지 않을 것을 경고한다” “최근 북측의 일련의 언행은 북측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 결과는 전적으로 북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도발 행태를 감안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에 불과하지만, 그나마 이 정도가 ‘문재인 5년’ 동안 내놓은 대북 입장 중 가장 강경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애같이 희망에 부푼 소리만 토사”
이에 김여정은 같은 날 다시 등장해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담화’를 내놨다. 김여정은 먼저 문 전 대통령의 ‘영상 축사’를 문제 삼았다. 그는 “북남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남조선 당국자(문재인)가 드디어 침묵을 깼다”면서 “2000년 6·15 공동선언 서명 때 남측 당국자(김대중)가 착용하였던 넥타이까지 빌려 매고 2018년 판문점 선언(문재인-김정은) 때 사용하였던 연탁 앞에 나서서 상징성과 의미는 언제나와 같이 애써 부여하느라 했다는데 그 내용을 들어보면 새삼 혐오감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서 “한마디로 맹물 먹고 속이 얹힌 소리 같은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만 구구하게 늘어놓았다” “자기변명과 책임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된 남조선 당국자의 연설을 듣자니 저도 모르게 속이 메슥메슥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조롱했다. 다음은 당시 김여정의 ‘문재인 비난’ 중 일부만 정리한 것이다.
“특유의 어법과 화법으로 ‘멋쟁이’ 시늉을 해보느라 따라 읽는 글줄 표현들을 다듬는데 품 꽤나 넣은 것 같은데 현 사태의 본질을 도대체 알고나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중략) 짐승도 한번 빠진 함정에는 다시 빠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런데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미련한 주문을 한두 번도 아니고 연설 때마다 꼭꼭 제정신 없이 외워대는 것을 보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정신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중략) 항상 연단이나 촬영기, 마이크 앞에만 나서면 마치 어린애같이 천진하고 희망에 부푼 꿈같은 소리만 토사하고 온갖 잘난 척, 정의로운 척, 원칙적인 척하며 평화의 사도처럼 채신머리 역겹게 하고 돌아가니 그 꼴불견 혼자 보기 아까워 우리 인민들에게도 좀 알리자고 내가 오늘 또 말 폭탄을 터뜨리게 된 것이다.”
“입 건사 잘못하면 ‘서울 불바다’”

▲2016년 당시 북한이 대남 위협용으로 제작한 〈서울 불바다〉 영상.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북한은 두 차례 ‘서울 불바다’ 운운하며 우리 국민 목숨을 위협했다. 사진=뉴시스
같은 날, 북한의 소위 ‘통일전선부장’ 장금철은 “청와대가 감히 그 누구를 위협하는 따위의 가소로운 입질까지 해대고 있다.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느니 하며 그나마 체면치레라도 해볼 심산으로 눈을 질끈 감고 비명 같은 소리를 질러대는 꼴을 지켜봤다”며 “제 집안 내부에서도 굴욕적인 저자세 정책, 북(北) 하명에 굴종하는 정책이라는 비난 공세를 받아와 이번만은 체면 유지가 절실했던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역시 같은 날, 조선중앙통신은 ‘파렴치의 극치’란 글을 통해 ‘서울 불바다’를 꺼내면서 대남 위협을 가했다.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 북남합의를 놓고서는 북침전쟁 연습을 포함한 온갖 적대행위를 공공연히 감행하면서 그것을 지금껏 체계적으로 위반하고 파기해온 남측이 입이 열 개라도 합의위반에 대해 떠올릴 자격조차 없게 되었다. 남조선 청와대는 이제 무슨 더 큰 화를 당하고 싶어 그따위 소리가 망탕 튀어나오도록 내버려 두는지 실로 의아스럽다. 입 건사를 제대로 못 하는 데서는 남조선 국방부도 짝지지 않는다. 누가 어쩌지도 않는데 겁먹은 똥개마냥 짖어대며 입만 벌리면 추적감시요, 확고한 대비태세요, 강력한 대응이요 뭐요 하는 과시성, 허세 부리기에 급급하면서 상대를 자극하고 대결적인 분위기를 야기시키는 언행을 끊지 못하고 있다. 말과 행동에는 결과가 따르게 되어 있다.
입 건사를 잘못하면 그에 상응하여 이제는 삭막하게 잊혀가던 ‘서울 불바다설’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고 그보다 더 끔찍한 위협이 가해질 수도 있겠는데 그 뒤 감당을 할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하리라고 본다. 개성공업지구에서 울린 붕괴의 폭음이 북남 관계의 총파산을 예고하는 전주곡으로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입 부리를 함부로 놀리지 말아야 한다.”
“둘째로 가라면 섭섭해할 특등 머저리들”
2021년 1월 10일, 북한이 노동당 대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심야 열병식을 한 정황을 포착했다는 우리 군 당국 발표에 대해 김여정은 같은 달 12일, “우리가 그 누구를 겨냥하여 군사연습을 한 것도 아니고 그 무엇을 날려 보내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목을 길게 빼들고 남의 집안 동정을 살피느라 노력하는가”라며 “세상 사람 웃길 짓만 골라 하는데 세계적으로 채신머리 골라 할 줄 모르는 데서는 둘째로 가라면 섭섭해할 특등 머저리들”이라고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3월 한미 연례 기동훈련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대체·축소했다. 한미훈련에 반발하는 북한 독재 정권의 눈치를 본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김여정은 3월 16일,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란 글을 통해 훈련 자체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며 문재인 정부를 “태생적 바보” “판별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떼떼(말 더듬는 이를 조롱하는 표현)”라고 비난했다.
“참으로 유치하고 철면피하며 어리석은 수작이 아닐 수 없다. 태생적인 바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늘 좌고우면하면서 살다 나니 판별능력마저 완전히 상실한 떼떼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어쨌든 다시 보게 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동족을 겨냥한 합동 군사 연습 자체를 반대하였지 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하여 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중략) 남조선 당국은 또다시 온 민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하였다. (중략) 우리를 적으로 대하는 남조선 당국과는 앞으로 그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 없으므로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중대 조치들은 이미 우리 최고수뇌부에 보고드린 상태에 있다. 우리는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며 감히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군사분야합의서도 씨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 행동에는 언제나 결과가 따르는 법이다. (중략) 남조선 당국이 앞으로 상전의 지시대로 무엇을 어떻게 하든지 그처럼 바라는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은 미국산 앵무새… 비루한 꼴 역겨워”
북한 김여정은 또 같은 달 3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에 우려를 표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5일 전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를 비난했다. 김여정은 “나는 분계선 너머 남녘 땅에서 울려나오는 잡다한 소리를 접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아연해짐을 금할 수 없다. 특히 남조선 집권자(문재인)가 사람들 앞에 나서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우리에 대해 뭐라고 할 때가 더욱 그렇다”며 다음과 같이 비난했다.
“지난 26일 그 무슨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이라는 데 나타나 남조선 집권자가 한 기념사는 또다시 우리 사람들을 놀래웠다. (중략) 그 철면피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초보적인 논리도, 체면도 상실한 것이다. 이처럼 비논리적이고 후안무치한 행태는 우리의 자위권을 유엔결의 위반이니,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니 하고 걸고 드는 미국의 강도 같은 주장을 덜함도 더함도 없이 신통하게 빼닮은 꼴이다. 미국산 앵무새라고 ‘칭찬’해주어도 노여울 것은 없을 것이다. 자가당착이라고 해야 할까, 자승자박이라고 해야 할까. 틈틈이 세상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 좀 돌아보는 것이 어떤가 싶다.”
2021년 5월 22일, 미국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한 직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기쁜 마음으로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밝혔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1979년부터 우리의 미사일 최장 사거리, 탄두 중량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일종의 ‘규제’였다. 이에 대해 북한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일을 저질러놓고는 죄의식에 싸여 이쪽저쪽의 반응이 어떠한지 촉각을 세우고 엿보고 있는 그 비루한 꼴이 실로 역겹다”고 비난했다.
“김여정이 문재인의 상왕이냐?”
이게 바로 대통령직을 내놓으면서 문재인 정권이 그토록 자랑했던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북한 독재 정권으로부터 받은 취급이다. 반국가단체 수괴의 여동생인 김여정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국민 기본권 침해 등을 이유로 국내외 전문가들이 반대한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을 뚝딱 만들어내고,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자 규모를 축소했다. 이런 까닭에 당시 야당은 “김여정이 문재인 정권의 상왕이냐?”라고 꼬집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북한이 갖은 막말과 조롱, 비난을 하는 것은 물론 우리 국민의 목숨을 빼앗겠다고 협박할 때도 거의 ‘침묵’으로 일관했으면서, 자신을 가리켜 “북조선의 개”라고 비난한 우리 국민은 ‘모욕죄’로 고소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2017년 대선 당시 “대통령이 됐을 때 승복할 수 없는 비판, 비난을 받아도 참겠다(2017년 2월 9일)”고 밝힌 문 전 대통령은 대리인을 통해 자신을 비난한 국민을 고소했다. 그래 놓고서는 2020년 8월에는 “정부를 비난하거나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며 “대통령을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앞뒤가 다른 언행을 보였다. 이처럼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일반 국민을 모욕죄로 고소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야말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든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 6·25전쟁 당시 인민군 등에 학살당한 종교인들
인민군, 6·25 당시 종교인 1145명 학살·납치
⊙ 충남 논산 병촌교회, 예배를 보게 한 후 인원 파악했다가 밤에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66명 집단학살
⊙ 전북 정읍교회 장로 및 우익인사 167명 불태워 죽여 … 전남 신안에서는 기독교인들을 구덩이에 생매장
⊙ 진실화해委, 종교인 학살사건에 대해 직권조사에 착수하기로

▲6·25전쟁 당시 기독교인들이 북한 공산군으로부터 박해를 당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사진=전남 염산교회
올해는 6·25전쟁 72주년이 되는 해다. 전쟁은 무고한 희생을 불러온다. 국가기록원 자료에 따르면 6·25전쟁 당시 민간인 희생자는 37만여 명이다. 6·25전쟁 당시 북한군과 좌익 세력들은 국군과 미군 이외에 ‘우익이거나 군경 가족, 인공 치하에서 반동으로 모함을 받았던 사람, 종교인’ 등을 주요 공격 대상으로 선정했다.
특히 6·25전쟁 시기 종교인들은 인민군 등 소위 적대 세력의 중요한 공격 대상 중 하나였다. 인민군과 적대 세력에 의해 전국에서 희생된 기독교인은 849명으로, 피랍된 177명을 포함하면 희생자는 총 1026명이었다. 여기에 천주교인까지 합치면 1145명에 달한다. 물론 이밖에 더 많은 희생자가 존재할 것이다. 1145명이라는 숫자는 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연구소(소장 박명수)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의뢰를 받아 발표한 〈6·25전쟁 전후 기독교 탄압과 학살 연구〉를 통해서 나온 것이다.
인민군 등 적대 세력들은 종교인들을 개별적으로도 탄압·학살했지만, 집단학살 사례가 더 많다. 이들은 전국에서 이 같은 만행을 저질렀다. 그중에서도 충남, 전북, 전남 지역에서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집단학살을 가했다. 또 이들은 전쟁이 한창 진행 중에도 종교인들을 죽였지만, 특히 퇴각 과정에서 더 많은 집단학살을 자행했다.
서울신학대 연구팀은 이와 같은 북한군과 공산당원의 기독교인 집단학살이 퇴각 과정에서의 일시적이거나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계획된 숙청이었다고 밝혔다. ‘종교 말살 정책’을 기조로 “기독교를 불순 세력으로 규정하고 탄압하라는 정책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독교는 1920년대부터 민주주의와 인권 등을 가르치면서 ‘반공’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 박명수 연구소장은 “이 때문에 북한과 남한의 좌익 세력은 해방 직후부터 6·25전쟁에 이르기까지 기독교를 친미·반공 세력으로 규정하고 말살 정책을 펼쳤다”고 말했다.
특히 6·25전쟁 당시 김일성은 1950년 7월 전국에 ‘전과 불량자, 악질 종교 등’을 처벌할 것을 명령했는데, 악질 종교에 기독교가 포함되었다고 한다. 보고서에는 “기독교인의 숙청은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지시 사항에 따른 것”이라며 “지시에 의하여 인민공화국은 기독교인들을 학살했다”고 적혀 있다. 또한 “이런 학살은 대부분 제대로 된 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도 했다. 현장에서 ‘사냥’ 형식의 만행이 난무했다는 것이다.
인민군·적대 세력 퇴각 과정서 종교인 무자비하게 학살

▲6·25전쟁 당시 인민군에 의한 종교인 학살 통계 자료. 사진=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1950년 9월 말 인민군이 퇴각할 때 인민군과 좌익에 의해 처형 형식의 대량 학살 사건이 벌어진다. 인천상륙작전과 함께 유엔군의 대대적인 반격으로 더는 지탱할 수 없게 되었다. 북한노동당은 9월 중순경 인민군 전선사령부에 후퇴 명령을 내리는 한편, 각 지방당에 다음과 같이 지시를 내렸다.
1) 전세가 불리하여 후퇴한다.
2) 당을 비합법적인 지하당으로 개편할 것.
3) 유엔군 상륙 때 지주(支柱)가 되는 모든 요소를 제거할 것.
4) 군사시설로 이용될 수 있는 것은 파괴할 것.
5) 산간지대 마을을 접수하여 식량을 비축할 것.
6) 입산 경험자와 입산활동이 가능한 자는 입산시키고 기타 간부들은 남강원도까지 후퇴케 할 것.〉
이러한 지시를 받은 각 도당위원회는 9월경, 추석 다음 날부터 며칠 동안 전국적으로 학살을 시작했다. 기독교인들에 대한 학살도 이때 이뤄졌다. 특히 인민군 퇴각 과정은 각 지역에 따라 달랐다. 대부분의 인민군은 9월 말부터 퇴각을 시작했다. 그런데 전라도 지역에서는 10월 초 퇴각했고, 바로 직전 신안군 도서 지역에서 학살이 자행됐다. 유엔군은 인민군을 공격하며 빠르게 북상했다. 이때 미처 퇴각하지 못한 인민군들은 산간지대로 도피했다. 이들은 유엔군이 지나가고 나서 마을로 다시 내려와 우익 세력을 공격하여 그 지역을 좌익의 점령지대로 만들려 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전남 영광군이다. 산속에 숨었던 인민군이 다시 마을로 내려와 우익 세력과 기독교인들을 무차별 공격했다. 이 사건으로 당시 영광군에서 많은 기독교인이 억울하게 희생됐다. 당시 전국 많은 산간 지역이 여전히 미수복 지역으로 남아 있었다. 사람들이 낮에는 태극기를, 밤에는 인공기를 들고 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교회에 감금한 후 불태워 죽여
박명수 소장은 “이번 조사를 진행하면서 많은 사실이 드러났다. 인민군이 퇴각하면서 죄 없는 수많은 사람을 학살했는데, 단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어야 했던 사람들도 많이 속해 있었다”고 했다.
박 소장은 “1950년 9월 충남 논산의 병촌교회에서는 기독교인 66명이 북한군에 의해 집단학살됐다. 공산당원들은 기독교인을 ‘예수를 믿으면 다 죽이겠다’고 협박하며 삽과 몽둥이, 죽창 등으로 구타하고 구덩이에 파묻었다”며 “죽은 사람들 가운데에는 젖먹이를 가슴에 안고 죽은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광동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은 “가장 대표적인 기독교인에 대한 집단학살은 충남 논산의 병촌교회, 전남 영광의 야월교회와 염산교회, 그리고 전북 지역의 교회들에서 일어났다”면서 “충남, 전남, 전북 지역에 집중된 것은 남한의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교회와 기독교인의 숫자가 많았고 교회가 그 지역공동체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상임위원의 말이다.
“충남 논산의 병촌교회에서는 66명의 기독교인이 집단학살을 당했다. 전남 영광의 염산교회에서는 김방호 목사를 비롯하여 77명이 집단학살을 당했다. 영광 야월교회도 교인 전체라고 할 수 있는 65명이 교회에 감금당한 채 전원이 불에 타 죽었다. 전남 영암군에서는 영암읍교회 교인 26명, 상월교회 나옥매 전도사 외 30여 명 등 가장 많은 교인이 집단학살로 순교하였다.
”이성영 병촌교회 목사는 “당시 치안대들이 교인들을 죽창이나 몽둥이로 무차별 학살했다”면서 “교회에서 예배를 보게 한 다음 인원을 파악했다가 야음을 이용해 집집이 찾아다니며 죽였다”고 말했다.
이성균 신안 진리교회 목사는 “제 조부님도 기독교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희생됐다”면서 “전쟁 전 이웃이었던 사람들이 인민군 치하에서 죽창과 몽둥이를 들고 사람들을 마구 학살했다. 하지만 우리 교회는 그들을 사랑으로 용서했다”고 강조했다.
‘기독교민주동맹’
인민군은 기독교인들을 학살하기도 했지만 납치해 북한으로 데려가기도 했다. 서울신학대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북한으로 끌려간 기독교인은 확인된 수만 177명이다. 이밖에도 확인되지 않은 기독교인 납북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단편적인 예로 인민군의 서울 점령 이후인 7월 10일경, 과거 경동교회 교인이던 김욱(金旭)이 종로 YMCA에 ‘기독교민주동맹’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위원장으로 행세했다. 김욱은 8월 23일을 전후하여 많은 교인에게 집회에 참석하라는 초청장을 보내어 교인들을 유인하여 집단으로 납북했다. 김욱의 초청장을 받고 마지못해 불려 나갔던 김유순 목사가 그 피해자였다. 이때 지하에 숨었다가 자수한 교역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궐기대회에 나가서 남북통일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러고 이틀 후 궐기대회에 참석했던 많은 교인이 검속(檢束)되거나 북으로 끌려갔다.
박명수 소장은 “북한이 기독교인들을 강제로 끌고 간 것은 이들을 공산주의 체제에 맞는 기독교인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일 것”이라며 “당시 북한은 서울에 남아 있던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에게 우호적이라고 착각해서 그들을 데려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소장은 “당시 서울에 남아 있던 기독교인들은 미처 피란을 가지 못했거나 북한 체제에 대해 ‘그들도 사람인데 설마 죽이기야 하겠느냐’는 잘못된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겪어보니 그게 아니었고, 북한에 끌려가서도 말을 잘 안 들었을 것이다. 북한은 끌고 간 기독교인들을 대부분 숙청했다”고 덧붙였다.
선전 목적으로 기독교인 拉北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 사진=조선DB
박 소장의 말이다.
“북한은 이들을 끌고 가 친소(親蘇), 친공산주의 기독교인으로 만들어 국제사회나 남한에 있는 주민들에게 자신들이 종교를 탄압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6·25전쟁 전 북한의 종교탄압을 피해 남한으로 내려온 기독교인들이 그들의 정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사람들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김광동 위원은 “북한으로 데려간 기독교인들이 종교 지도자일 경우 충분히 선전 목적으로 데려갔을 것이다”면서 “이들을 데려가면서 그를 따르는 많은 일반 신도까지 데려갈 목적이었다. ‘너희 지도자도 공산주의를 선택했으니 너희도 따라와라’는 식으로 많은 기독교인을 데려갔을 것”이라고 했다.
6·25전쟁 당시 전국에서 종교인들이 인민군과 적대 세력에 의해 희생당했다. 그중에서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충남 논산 병촌교회에서는 9월 27~28일 신자 16명과 가족 등 66명이 인민군과 적대 세력들에 살해됐다. 전북 김제 만경교회에서는 10월 1일 공산군 퇴각 후 우물에서 남녀 교인들의 시신이 발견됐다. 15명의 신도가 쇠망치로 뒷머리를 맞거나 죽창에 찔려 사망했다.
전북 정읍 두암교회에서는 10월 26일 22명의 교인이 칼과 총으로 살해당했으며 예배당도 불태워졌다. 두암교회에서의 학살 한 달 전 북한군은 전북 정읍경찰서 유치장에 감금된 정읍교회 장로와 우익 인사 167명을 불태워 죽였다.
전남 영광 염산교회에서는 10월 26일~12월 4일 77명이 학살됐으며, 이외 전남 영광 야월교회와 법성교회, 전남 영암 구림교회와 매월교회 등에서 끔찍한 학살이 자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몸에 돌을 달아 바다에 빠뜨리고, 공동묘지에 생매장하고, 산 채로 불을 지르는 등 온갖 잔인한 수법이 동원됐다.
이밖에도 경남 울산 월평교회에서 6명, 강원도 철원 장흥교회와 철원교회에서 6명이 학살됐다. 이는 서울신학대 연구팀이 자료조사와 증언을 통해 밝혀낸 것이다
6·25전쟁 시기 희생된 종교인 90%가 전라도인 이유는?

▲6·25 전쟁 시기 남한을 점령한 북한군이 기독교 신자 66명을 살해한 충남 논산 병촌교회의 순교자 기념탑. 사진=병촌교회
다른 곳에 비해 전라도 지역이 상대적으로 희생자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전라도 지역에서 희생자가 다수 발생한 원인을 두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는 기독교가 전파되기 시작한 곳이 한반도 서쪽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군산, 목포를 중심으로 남포, 신의주, 평양 등으로 퍼져나갔다. 또 다른 주장은 유엔군이 인민군을 밀고 북쪽으로 올라갈 당시 미처 퇴각하지 못하고 산에 숨어 있던 인민군과 적대 세력이 전라도 지역에 많이 남아 유엔군이 지나가자 산에서 내려와 민간인과 기독교인을 학살했다는 것이다.
이성영 병촌교회 목사는 “충남 논산군 성동면 병촌리의 경우 여운형의 가족인 여씨 문중이 살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좌익 사상을 추종하는 사람이 많이 모여 있었고, 좌우 갈등이 심한 편이었다”면서 “전쟁이 일어나자 좌익들이 들고일어났고, 사람들을 무참히 학살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목사는 “이들은 기독교인만 죽인 것이 아니라 그 일가족까지 모두 학살했다”면서 “희생자 가운데는 임신부도 있었고, 어린아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성균 신안 진리교회 목사의 경우 당시 적대 세력에 의해 교회 장로로 있던 할아버지와 가족을 모두 잃었다.
이 목사는 “인민군이 우리 할아버지를 기독교인이라고 잡아다 고문을 하는 등 며칠을 감옥에 넣었다 집으로 돌려보냈다”면서 “그날 일반 신도들이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집에 모였다. 당시 모인 신도가 20여 명 정도 됐었다.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예배가 진행됐다. 그런데 적대 세력들이 우리 할아버지 집으로 쳐들어와 그곳에 있던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 뒷산으로 끌고 갔다. 이들은 우리 할아버지와 가족을 죽이기 위해 미리 구덩이를 파놓은 상태였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할아버지와 가족, 그리고 신도들까지 구덩이에 생매장했다”고 말했다.
기독교, 해방 직후 북한 사회의 중추 역할
북한은 공식적으로 교회와 성당을 운영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종교탄압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평양에 봉수교회와 장충성당을 두고 있다. 물론 이는 눈속임일 뿐 실제 북한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다. 아니 종교를 탄압하고 있다.
북한은 언제부터 종교를 탄압했을까.
해방 직후 북한 기독교인들은 북한 사회의 중심부에 있었다. 특별히 서북 지역의 기독교인 대다수는 일제와의 투쟁 경력과 아울러 미국 유학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태평양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끝나면 새로운 나라는 기독교적인 민주국가가 될 거라 생각했다. 또한 일본 당국도 자신들의 패전 이후 연합군의 진주에 이르기까지 기독교인이 치안을 담당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평남 건국준비위원회는 조만식 장로, 평북 자치위원회는 이유필 장로, 황해 건국준비위원회는 김응순 목사가 선출됐다.
이들은 임시정부를 환영하며 민주공화국을 세우고자 했다. 하지만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소련이 북한에 진주했고, 소련은 이들을 공권력으로 제압하고, 공산주의자들이 주도하는 인민위원회를 만들도록 했다. 만일 이런 소련의 강제가 없었다면 북한은 자연스럽게 민주주의 사회가 됐을 것이다
목사 출신 강양욱의 변절
처음 북한에서는 서로 인정하며 공생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도 잠시 1946년부터 기독교와 공산주의 간의 본격 갈등이 시작된다. 1946년, 해방 이후 처음 맞는 3·1절 행사를 시작으로 이들의 불편한 동거는 깨지고 말았다. 김일성은 기독교인도 함께 모여 3·1절 행사를 같이하려고 했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은 여기에 응하지 않고 장대현교회에 따로 모여 예배를 드렸다. 이후 조만식의 석방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로 인해 기독교와 북한 당국의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났다. 또 3월 5일 북한이 토지개혁을 시행하며 당시 기독교인들이 가지고 있던 토지를 몰수했다. 당시 수많은 기독교인이 월남하기 시작했다.
김일성은 기독교인들이 공산주의에 대해 반대하자 자신의 외숙부인 강양욱을 내세워 기존의 교회와 구분되는 ‘기독교 분리파위원회’을 조직했다. 이는 곧 공산주의에 순응하는 독보적인 기독교를 새로 만든 셈이다. 당시 김일성의 외숙부인 강양욱은 장로교 목사로 일하고 있었다. 김일성의 외가는 기독교 집안이었다.
김광동 위원은 “당시 깨어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기독교인이었다. 만약 근대문명사회를 몰랐다면 공산주의에 순응하고 적응을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들은 다시 군국주의나 전체주의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싸움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도 1945년부터 50년까지 5년간 기독교와는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라며 “일찍이 기독교가 자신들의 적대 세력이라는 것을 알고 이같이 무참히 학살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독교인 집단학살 사건 국가 차원의 첫 조사
6·25전쟁 당시 기독교인이 집단학살된 사건에 대해 국가 차원의 첫 조사가 시작된다. 1950년 말 북한 인민군 퇴각 과정에서 기독교인의 집단 희생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지만, 그동안 정부의 공식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조사로 당시 기독교 등에 대한 탄압의 구체적인 피해 규모와 역사적 배경 등이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4월 26일 진실화해위는 제23차 위원회를 열고 한국전쟁 전후 기독교인 등 종교인 학살 사건에 대해 직권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직권조사는 진실화해위 차원의 자체 조사를 의미한다. 통상 진실규명 신청을 받은 개별 사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많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경우 신청 여부와 상관없이 진실화해위가 직권으로 조사에 나선다.
2020년 12월 출범한 2기 진실화해위의 직권조사는 이번이 세 번째가 될 전망이다. 지난 2월 ‘납북귀환 어부 인권침해 사건’ 조사를 의결했으며, 이날 ‘한국전쟁 전후 신안군 민간인 희생’에 대한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진실화해위는 “한국전쟁 전후 인민군, 지방 좌익, 빨치산 등 적대 세력에 의해 기독교가 광범위한 지역에서 탄압을 받고 희생됐다”며 “기독교 희생 사건은 역사적이며 전체적인 맥락에서 학살 피해의 원인과 성격에 대한 정확한 진실을 위원회에서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배경을 설명했다.
또 “전쟁 시기에 기독교인에 대한 광범위한 학살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방어권도 주지 않은 채 개인의 생명권이 박탈된 반인권적 사건”이라며 “진실규명이 필요한 중차대한 문제”라고 규정했다. 이어 “적대 세력에 의한 다른 희생 사건보다 기독교 희생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은 미흡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김광동 상임위원은 “5월 24일부터 조사를 시작해 1년 반 동안 진행될 전망이다”면서 “조사는 용역보고서를 토대로 보안작업을 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들과 협력해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박명수 소장은 “국가 차원에서 기독교 희생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 역사를 바로잡고, 우리 선조들이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제대로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 정광성 월간조선 기자 jgws89@chosun.com
●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취임식 참석한 국군포로들
“北에 남아 있는 국군포로 데려와 달라”
⊙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대통령 취임식 참석”(유영복·94)
⊙ “몸은 안 좋지만 마음은 靑春… 다음 대통령 취임식도 참석하고파”(김성태·91)
⊙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 대통령이 되길”(이규일·90)
⊙ 國軍, 6·25전쟁 실종·포로 8만2318명 발생… 귀환 용사는 80명, 생존 15명. 거동 가능한 국군포로는 3명
⊙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脫北 국군포로 늘어
⊙ 국군포로의 끝나지 않은 싸움, 경문협 상대로 손해배상 상고심 준비 中

▲북송되는 국군포로.
5월 10일 국회에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렸다. 이날 취임식에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탈북(脫北) 귀환 용사들이 ‘국군포로’ 자격으로 초대됐다. 초청받은 이들은 유영복(94), 김성태(91), 이규일(90)씨
自力으로 귀환한 국군포로
유영복씨는 1929년(주민등록상 1930년 출생)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공산당이 득세하자 억압을 피해 월남(越南)했다. 마포 숭문중학교에 다니던 유씨는 전쟁이 난 후 북한 인민군에 붙잡혀 강제 징집됐다. 인민의용군(人民義勇軍)이 돼 남하(南下)하던 유씨는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했다’는 전단을 본 후 의용군 대열에서 이탈했다. 이후 국군에 잡혀 포로가 돼 포로수용소에서 2년을 지냈다. 1952년 6월 석방된 유씨는 북송(北送) 심사에서 남한을 택했다.
유씨의 아버지는 그에게 “의용군 딱지를 떼기 위해 국군에 입대해 공훈을 세워야 한다”며 입대를 권했다. 1952년 8월 26일 국군에 입대한 유씨는 육군 5사단 27연대에 배치됐다. 6·25전쟁이 끝나갈 무렵 당시 27연대는 김화지구(강원 철원)에서 인민군·중공군과 고지전(戰)을 벌이고 있었다. 유씨는 휴전을 47일 앞둔 1953년 6월 10일 중공군의 포로가 됐다. 47년 동안 북한에 억류됐다가 2000년 8월 대한민국에 자력으로 귀환한 뒤 5사단에서 전역 신고를 했다.
김성태씨는 1932년 경기 포천에서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7세이던 1948년 소작농인 부모의 부담을 덜고자 나이를 속여 남조선국방경비대(오늘날 육군의 전신)에 입대했다. 육군 7사단 1연대 3대대(경기 동두천)에 배치된 김씨는 대대장 연락병으로 지내다가 1950년 3월에는 이등중사(하사)가 됐다.
개전 5일 뒤 김씨는 경기도 양주에서 다친 중대장을 업고 달리다 북한군에게 잡혀 포로가 됐다. 포로수용소에서 지내던 김씨는 정전(停戰)을 9일 남겨둔 1953년 7월 18일 탈출을 시도했다가 발각돼 이후 13년간 교화소에 수감됐다. 교화소 복역 후에는 군마 훈련소, 탄광 등에서 27년간 강제노역을 했다. 김씨는 북한으로 끌려간 지 51년 만인 2001년 6월 대한민국으로 돌아왔고 그해 8월 수도기계화보병사단에서 전역 신고를 했다.
18세이던 이규일씨는 1950년 12월 자원입대했다. 육군 3사단에 배속됐지만 두 달 만에 포로가 됐다. 북송된 후 57년 만인 2008년 11월 귀환했다. 현재 북한에는 그의 가족들이 남아 있다.
대통령 취임식에 국군포로 자격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한 3인을 지난 5월 10일 오후 (사)물망초 사무국(서울 영등포구)에서 만났다. 혈색이 모두 좋아 일흔 중후반쯤 된 평범한 동네 할아버지들처럼 보였다.
이들은 평소에도 아침잠이 없어 일찍 일어나는데 오늘은 오전 4시 반에 일어나 다섯 시에 준비를 다 마쳤다고 했다. 유씨는 경기 이천, 김씨는 경기 남양주, 이씨는 서울 양천구에 살고 있다. 물망초 직원 3명이 국군포로 3인의 취임식 참석을 처음부터 끝까지 도왔다.
“취임사 듣고 든든했다”

▲취임식장 단상에 오른 국군포로 3인. 왼쪽부터 김성태·이규일·유영복씨. 사진=태영호 의원실 제공
— 오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소감은 어떻습니까
유영복(이하 유): 감사할 따름입니다.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기에 취임식에도 초청받은 것 아닙니까.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랍니다.
김성태(이하 김):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오늘 윤 대통령이 밝힌 취임사를 듣고 든든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쏴도 우리 정부는 제대로 된 말 한마디 못 하지 않았습니까.
이규일(이하 이): 최고. 최곱니다.
이들은 새로 출범한 정부가 국군포로를 예우했다는 생각에 들뜬 감정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을 직접 본 소감을 물으니 김성태씨는 “북한에 할 말은 할 것 같아 듬직해 보였다”고 했다.
— 윤석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유: 탈북 국군포로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인데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새 정부는 국군포로에 대한 관심을 끝까지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북한에 국군포로가 얼마나 생존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송환이 힘들다면 북한에 사과라도 받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군포로가 남아 있지 않더라도 후손, 가족들은 북한에 남아 있습니다. 이들도 우리가 기억해야 합니다.
— 다음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하고 싶으십니까.
김: 아 그럼요. 당연하죠.
유: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죠.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도 대한민국에 왔기에 덤으로 살아 있는 거예요.
유씨는 “좀 더 일찍 탈북했으면 대한민국에 도움이 되는 일을 했을 텐데 너무 늦게 와 안타깝다”면서도 “북한에 남아 있는 억울한 전우들을 대변하기 위해 국군포로의 실상을 알리는 데 열심히 노력했다”고 했다. 유씨는 2013년 만들어진 귀환국군용사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각종 증언회와 청문회 등에 참석해 국군포로 문제를 앞장서 제기해왔다.
6·15공동선언 직후 脫北 결심

▲1호 귀환 국군포로 조창호 중위. 사진=조선DB
유씨는 2000년 6월 평양에서 열린 김대중-김정일 회담(6·15남북공동선언)을 본 후 탈북을 결심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온 모습을 북한에서 텔레비전으로 봤습니다. 남조선에서 대통령이 왔으니 국군포로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주변의 많은 국군포로도 그런 기대를 했습니다. 다들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에 고무됐지만 정작 김대중 대통령은 아무런 말이 없었죠. 국군포로들은 고향에 간다는 생각에 새 옷도 준비해두고 희망에 부푼 상태였습니다.”
옆에 있던 김성태씨는 “비전향 장기수는 북으로 다 보내주면서 국군포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당초 유씨는 북한에 있는 가족(어머니, 여동생)을 위해 북한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자 노력했다. 북한에서 훈장도 6개를 받았다. 하지만 적대 계층에 속하는 유씨 가족은 북한에서 불이익을 받으며 살아가야 했다. 그러던 참에 평양을 찾은 조국의 대통령이 자신들의 존재를 외면하자 큰 실망을 했다.
6·15공동선언 한 달 뒤 유씨는 더는 대한민국 정부에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에 탈북했다. 탈북을 결심하게 된 계기 중에는 탈북을 전문적으로 돕는 이른바 ‘브로커’의 접근도 있었다. 브로커는 유씨에게 남한에 있는 가족의 존재를 알렸다. 유씨의 이복동생은 유씨를 돕기 위해 중국으로 날아갔다. 유씨는 7월 20일 보따리상을 따라 두만강을 건넌 뒤 중국으로 갔다. 여권 문제로 중국에서 한 달을 보낸 유씨는 이복동생과 브로커의 도움으로 선양(瀋陽)에서 비행기를 타고 대한민국으로 왔다.
남한에 있는 가족들은 그가 전사한 줄 알고 매년 현충일이면 참배했다. 47년 만에 아들을 만난 유씨의 아버지(당시 93세)는 그가 귀환한 후 6개월 뒤 세상을 떠났다.
북한은 지금도 “국군포로가 없다”고 주장한다. 6·25전쟁이 끝난 뒤 국군포로를 모두 ‘내무성 건설대’에 편입해 ‘전향’시켰기에 ‘명목상의 국군포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1994년 조창호 소위(1932~2006 년, 귀환 후 중위 진급)가 생환하기 전까지 국군포로의 존재는 잊혀왔다. 정부는 ‘비전향 장기수를 북송하라’는 북한의 요구를 수용했으나 단 한 명의 국군포로도 돌려받지 못했다.
2010년 이후 억류 중인 국군포로 수 파악 못 해

▲물망초 사무국에서 만난 유영복씨.
휴전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으로 돌아온 국군포로는 2022년 5월 12일 기준 80명이다. 이 중 15명이 생존해 있다. 2010년도 이후 생환한 국군포로는 없다. 현재 북한에는 100~200명의 국군포로가 생존해 있으리라 추정하고 있다.
국방부는 2010년을 기준으로 약 500명이 생존해 있다고 밝혔다. 이 역시 탈북 국군포로의 증언에 기반한 수치일 뿐 정부 차원의 공식 조사는 진행된 바 없다.
유영복씨의 주장대로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국군포로의 귀환이 늘었다.
2020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연도별 귀환 국군포로의 수는 ▲1994년 1명 ▲1997년 1명 ▲1998년 4명 ▲1999년 2명 ▲2000년 9명 ▲2001년 6명 ▲2002년 6명 ▲2003년 5명 ▲2004년 14명 ▲2005년 11명 ▲2006년 7명 ▲2007년 4명 ▲2008년 6명 ▲2009년 3명 ▲2010년 1명이다.
대한민국으로 귀환한 국군용사 80인은 모두 남북 간의 공식 송환 절차가 아닌 자력 귀환 형식으로 돌아왔다. 일부는 국정원·국방부 등의 비공식적인 도움을 받기도 했으나 국군포로 귀환에는 남한에 거주하는 가족이나 이른바 브로커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브로커들은 국군포로들이 귀환하면 받는 정착지원금 중 일부를 받거나 남한에 거주하는 국군포로 가족에게 돈을 받는 방식으로 국군포로를 남한으로 돌려보냈다.
2001년 귀환한 김성태씨는 탈북한 뒤 중국 지린성 투먼(圖們), 선양(瀋陽), 다롄(大連)을 거쳐 배를 타고 대한민국 땅을 밟았다. 다롄항에서 인천항까지는 29시간이 걸렸다. 김씨는 귀환 당시 허재석·허태석 형제의 도움을 받았다.
국군포로인 고(故) 허재석(1932~ 2021년, 2000년 귀환)씨는 1997년 귀환한 ‘2호’ 탈북 국군포로 고 양순용(1932~2001년)씨의 도움으로 한국에 올 수 있었다. 귀환한 양씨가 아오지탄광에서 함께 지낸 국군포로 100여 명의 명단을 공개했는데 이 명단을 보고 허태석씨가 형을 구하기 위해 나섰기 때문이다.
동생의 도움으로 귀환한 허재석씨는 “함경북도 지역 탄광에만 500여 명의 국군포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는 2000년도부터 시작된 국군포로 귀환 행렬에 큰 역할을 했다.
김성태씨는 대한민국을 지상낙원이라고 표현했다. 복지관에서 영어와 일본어를 공부하고 컴퓨터 사용법을 익혔다. 덕분에 컴퓨터로 음악을 듣고 이메일도 보낼 수 있다. 스마트폰도 사용한다. 김씨는 “남한 교도소가 북한의 일반 사회보다 낫다”며 이렇게 말했다.
“하루는 남한 교도소에 견학을 갔어요. 너무나 신사적이었어요. 교도소 관계자에게 ‘교도소에서 지내는 사람은 고통이 좀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사상 개조가 되겠습니까’라고 말하기도 했죠. 북한 교도소는 서너 달만 있으면 사람이 버티질 못합니다. 제 청춘을 교화소, 탄광에서 보낸 걸 생각하면 골수까지 원한이 사무칩니다.”
국군포로 주제로 한 영화에 출연한 김성태씨

▲물망초 사무국에서 만난 김성태씨.
기자와 마주 앉은 김성태씨는 재주가 많고 농담을 좋아하는 할아버지 같았다. 정치에도 관심이 많았다. 최근 화제가 된 ‘검수완박’부터 한일 관계 정상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 시위,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 동의 문제 등에 관심을 보였다. 기자가 ‘정치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다’고 하니 크게 웃었다.
김씨는 최근 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에 참가해 논란이 된 해군특수전여단(UDT) 출신 이근 전 해군 대위와 함께 국군포로 구출 작전을 주제로 한 단편 영화 〈POW(Prisoners Of War·전쟁 포로, 2021년 작)〉에도 출연했다. 김씨는 여기서 국군포로 정영신 역을 맡았다.
— 건강은 괜찮으십니까.
유: 나이가 있으니까…. 노쇠하고 노환이 왔죠. 탄광에서 오랫동안 일하는 바람에 폐에 돌가루가 많이 껴 있어요. 아까 말했듯이 대한민국 땅을 밟은 덕분에 덤으로 사는 거예요.
김: 허리가 조금 아파요. 마음은 청춘인데…. 그래도 (보행용) 유모차를 밀고 다니면서 몸을 풀면 좀 나아져요.
김성태씨와 이규일씨는 지팡이가 필요하지만 유영복씨는 아무런 도움 없이 자유롭게 거동할 수 있었다.
— 소원은 없으십니까.
김: ‘빨리 통일이 됐으면…’ 하는 것 말고는 없어요. 나는 항상 행복해요. 북한에 있었으면 벌써 내가 죽었지…. 북한에선 환갑을 맞지 못하고 죽을까 봐 환갑을 앞당겨요. 57세, 58세…. 한국에선 요새 환갑잔치를 안 하잖아요. 여기가 지상낙원이라니까요.
이: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어요.
유영복씨는 “남북이 통일되면 좋겠지만 사실상 힘들지 않겠느냐”며 “남북 교류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솔직히 말해야 해요. 북한에 쌀도 주고 돈도 주고 비전향 장기수도 다 보내줬는데 국군포로는 하나도 데려오지 못한 이유를 말이에요. 이런 나라를 보고 유사시에 젊은이들에게 ‘돌격 앞으로’라고 할 수 있습니까. 북한을 ‘나쁜 나라’라고는 하지만 장기수랑 인민군 포로는 다 데려갔잖아요.
저승이라는 게 있는지는 몰라도 저승에 가면 전우들이 ‘왜 우리 실태를 똑똑히 증언하고 대변하지 않았느냐’라고 하면 뭐라 할 말이 없지 않습니까. 죽을 때까지 국군포로를 알리기 위해 힘닿는 데까지 노력할 겁니다.”
국군포로 3인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까지는 많은 이의 수고가 있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부터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정수한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 위원장(울산대 교수, 예비역 육군 준장),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신희석 법률분석관 등이 힘썼다. 여기에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 담당 간사인 이재준 연구과장과 물망초 직원 2명이 국군포로의 취임식 참석을 곁에서 도왔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된 국군포로 문제

▲귀환 국군포로. 사진=조선DB
정수한 위원장은 국군포로가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간 보수·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국군포로를 방치해왔습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죠. 이분들을 국가적 차원에서 예우해야 합니다. 물망초에서는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 송환과 귀환 국군포로 처우 개선을 위해 문제 제기를 꾸준히 해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신분일 때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국군포로와 관련된 정책을 건의했습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꾸려진 후에도 지속해서 의견을 냈고요. 덕분에 국군포로 세 분이 초청식에 참석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쁩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국군포로 문제도 포함돼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를 공개했다. ‘95. 남북 간 인도적 문제 해결 도모(통일부)’ 과제에서는 “남북회담 국제협력을 통해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 이후 지금까지 국군포로 80명이 귀환했고 이 중 15명이 생존해 있다. 취임식에는 왜 15명이 아닌 3명만 초대됐을까.
정 위원장은 “사실상 거동이 가능한 국군포로가 3명 정도였다”며 “열악한 환경에서 40년 이상을 지낸 후유증 때문에 나머지 귀환 국군포로들은 입원해 있거나 거동에 제약이 있다”고 밝혔다.
정수한 위원장은 “앞으로도 현충일이나 6·25전쟁 기념행사에 국군포로들을 모셔서 이분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예우를 표해야 한다”고 했다.
조태용·태영호 의원 등 노력

▲정수한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장과 이재준 물망초 연구과장. 사진=정수한·이재준 제공
인수위에서는 외교·안보 분과에서 실무위원으로 활동한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실 장영일 보좌관이 국군포로 초청을 위한 실무를 맡았다. 당초 좌석 배정 문제로 국군포로 3인과 이를 보조할 물망초 직원 1명 등 4명만을 초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물망초가 “국군포로 3인을 각각 부축하고 모셔야 한다”며 참여 인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장 보좌관이 취임식 준비 부서와 협의해 국군포로 3인을 포함해 총 6명이 행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조율했다.
태영호 의원은 국군포로 3인이 귀빈들이 앉는 ‘단상’에 앉을 수 있도록 인수위 측에 의견을 냈다.
유영복씨를 모시고 취임식 행사를 다녀온 이재준(34) 연구과장은 “국군포로 어르신들이 취임식에 초청받았다는 소식을 듣곤 국군포로 어르신의 존재를 국민에게 알리고 국가적 차원에서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정말 기뻤다”며 “국군포로에 관심을 표명한 윤석열 정부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2018년부터 물망초에서 근무한 이재준 과장은 지난 4년간 국군포로송환위원회를 담당하면서 탈북 국군포로의 복지와 명예 회복을 위해 힘써왔다. 2018년에는 당시 생존 탈북 국군포로 30명 중 17명을 직접 만나 증언집을 만들었다. 이 과장은 “국군포로의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군포로 송환을 위한 노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먼저 시작됐다. 2004년 재미(在美) 정용봉 박사가 국군포로송환위원회를 설립해 포로 송환 노력을 펼쳤다. 2013년 5월에는 물망초에도 국군포로신고센터(센터장 김현 변호사·법무법인 세창)가 개설됐다. 정용봉 박사가 고령으로 활동이 힘들어지자 국군포로신고센터가 미국 국군포로송환위원회를 인수했고 그해 9월 24일 (사)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로 확대 출범했다. 초대 위원장은 김현(전 대한변협 회장) 변호사가 맡았다.
유엔에도 국군포로 문제 제기
취임식에 참석한 국군포로 3인은 지난 2월 19일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Tomás Ojea Quintana)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을 만나 국군포로 문제에 대한 관심을 요청했다.
귀환 국군포로들은 2020년 6·25 전쟁 70주년을 맞아 다른 유엔 특별보고관들에게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국군포로들은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에게 “▲우리 정부에 과거 전시 민간인 납북자 문제와 마찬가지로 정부 차원의 조사위원회에서 진상조사와 국제법 위반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고 ▲현재 국방부 군비통제과(arms control division)에서 담당하는 국군포로 업무를 전담할 부서를 새로 만들며 ▲국정원과 국방정보본부 등 대북 관련 정부 기관의 공식 업무에 국군포로·납북억류자 및 탈북자 구출을 위한 정보 수집과 송환 지원을 명시하도록 권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국군포로 한만택 사건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도 요청했다. 한씨는 2004년 12월 탈북 후 2005년 1월 중국이 북한에 강제 송환한 뒤 정치범수용소로 이감됐다. 이후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만택씨는 현재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WGEID) 및 자의적 구금 실무그룹(WGAD)에 진정이 계류 중이다.
북한·김정은·경문협 상대로 소송전 벌인 국군포로

▲2019년 6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 인사들과 탈북 국군포로가 북한 당국과 김정은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국군포로들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 10월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는 귀환 국군포로인 노사홍(93)·한재복(88)씨의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을 위해 소송을 시작했다. 북한에서 고생한 국군포로의 명예를 회복하고 북한과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독재자들의 불법행위를 역사에 남기려는 취지였다.
1366일간 벌어진 소송전 끝에 2020년 7월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영아 판사는 노사홍·한재복씨가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사건번호 2016가단 5235506)에서 “피고(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김정은)는 원고들에게 각각 21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당시 국군포로를 대리한 변호인단은 민법상 ‘상속의 원리’를 동원해 김일성-김정일의 불법행위가 김정은에게 상속된다는 법리(法理)를 만들었고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문제는 북한 당국과 김정은에게 손해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국군포로 2명을 채권자, 북한과 김정은을 채무자, 경문협을 제3채무자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내렸다.
경문협은 이른바 ‘남북 저작권 교류 사업’이란 명목 아래 북한 단체들과 맺은 협약에 따라 북한 저작물 사용료를 국내 업체에서 거둬들여 북한에 송금하는 일을 해왔다.
2006년 경문협은 저작권료를 수금하기 위해 ‘남북저작권센터’를 신설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한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남북저작권센터의 초대 대표를 지냈다. 신 비서관은 NL 계열의 운동권 조직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문화국장 출신이다.
경문협은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2004년 1월 남북 민간교류 협력을 명목으로 세운 법인이다. 여기에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민주당 우상호 의원과 2018년부터 해외 도피 중인 옵티머스자산운용 설립자 이혁진 전 대표 등이 참여했다. 각각 부이사장, 등기이사,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임종석 이사장의 지역구(서울 중구성동구갑)를 물려받은 홍익표 의원도 경문협 이사 출신이다.
경문협은 ‘저작권료’ 명목으로 수취한 자금 중 7억9000만원을 북한에 송금(2005~2008년)했다. 2008년 당시 북한의 금강산 관광객 사살 이후 대북송금이 금지되자 지금까지 23억원(2009년~)을 법원에 공탁했다. 법원 공탁금은 청구권자가 돈을 가져갈 수 있는 날로부터 10년 안에 찾아가지 않으면 국고로 귀속된다.
경문협이 법원에 공탁한 자금 중 2009년도분 2266만원, 2010년도분 2억790만원은 각각 2019년과 2020년에 환수돼야 했지만, 경문협은 국고 귀속일이 다가오자 ‘회수 후 재(再)공탁’ 수법을 써서 ‘북한 저작권료’를 보호했다.
국군포로 측은 경문협이 현재 보관 중인 북한 저작권료 23억원에서 4200만원을 배상하라는 별도의 소송을 서울동부지법에 냈으나 지난 1월 14일 동부지법은 국군포로의 청구를 기각했다. 저작권료가 북한 당국과 김정은이 아닌 저작자 개인들에게 지급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당초 국군포로에게 승소 판결을 한 서울중앙지법은 경문협이 수취한 북한 저작권료가 사실상 북한 당국 소유라고 보았다. 물망초는 현재 경문협을 상대로 2심 재판을 준비 중이다.⊙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06.14 사드 전자파 ‘무해하다’ 조사 결과 감춘 文 정권

▲경북 성주 기지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가 배치돼 있다. 민주당과 좌파단체들은 사드 레이더 전자파가 인체 유해하다고 주장했지만, 국방부의 조사 결과 인체 유해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왔다. 정부는 이를 4년 간 공개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성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방부가 2018년 3월부터 4년간 측정한 사드 레이더 전자파는 유해 기준치의 2만분의 1이었다. 휴대전화 기지국의 1000분의 1로 인체 무해성이 입증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알리지 않고 감췄다. 민주당과 좌파 단체에서 “사드 전자파에 내 몸이 튀겨진다”며 유해성을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문 정부는 환경 평가를 이유로 5년 내내 정식 배치를 미뤘다. 좌파단체가 사드 기지 내 물자 반입을 막아도 수수방관했다. 무해하다는 조사 결과를 숨긴 것은 좌파 단체들의 사드 반대가 힘이 빠지지 않게 도우려는 것이었다.
문 정부의 은폐 왜곡은 이뿐이 아니다. 산업부가 탈원전을 하면 전기요금이 2030년까지 40% 오를 것이라는 보고서를 올렸지만 입도 벙긋 못하게 했다. 그러곤 “전기료 인상은 절대 없다”고 거짓말했다. 문 대통령의 “월성 1호기는 언제 폐쇄하느냐”는 한마디에 산업부는 경제성을 조작했다. 부동산과 일자리·소득 통계 또한 정권 입맛에 따라 수시로 왜곡·분식했다.
권력 비리 사건도 축소·은폐되기 일쑤였다. 울산시장 불법 선거 개입 사건은 대통령 앞에서 수사가 멈췄고 재판은 2년 넘게 미뤄졌다. 청와대와 검찰 핵심 인사들은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 수사를 덮으려 했다. 이용구 전 법무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은 경찰이 축소·은폐했다. 문 대통령 딸의 해외 이주를 도운 이상직 전 의원 의혹도 내막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정권 인사들의 성범죄도 숨기거나 봐주려 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에 대해 경찰은 끝내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는 총선 이후에야 공개됐다. 기소하는 데 9개월, 첫 재판에 14개월이 걸렸다. 박완주 의원 성범죄도 5개월이나 은폐돼 있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공무원이 서해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소각되자 “진실을 밝히겠다”고 하더니 계속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항소까지 했다. 김정숙 여사 옷값과 청와대 특활비 공개도 끝까지 막았다. 유엔 인권사무소가 언론중재법을 반대·비판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민주당은 숨겼다. 문 정부가 왜곡하고 은폐한 일들은 앞으로 하나하나 드러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6-14 北 핵고도화 맞서려면 대북 확장억제를 ‘확장’해야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2일(현지 시간) 미 본토에서 날아온 B-1B 전략폭격기가 괌 앤더슨 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사진 출처 미 인도태평양사 홈페이지

앤드루 퍼터 영국 레스터대 교수는 저서 ‘핵무기의 정치(The Politics of Nuclear Weapons)’에서 이스라엘 핵정책의 중심에는 ‘핵모호성(nuclear ambiguity)’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는 ‘팩트’로 인정되지만 이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정책 때문에 국제적 비난을 회피하고, 자국 안보를 증진시키는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주변 아랍국과의 거듭된 전쟁 이후 미국의 묵시적 동의하에 이스라엘이 개발한 핵무기의 억지력은 무기 자체보다도 모호성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흥미롭다.
이는 한미의 대북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끝난 당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겨냥한 대적(對敵) 투쟁 등 ‘강대강(强對强)’ 정면승부를 선언하면서 7차 핵실험까지 준비하는 북한을 저지하려면 뻔한 패를 다 보여주는 기존의 확장억제책은 한계에 봉착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 확장억제 조치는 20여 년에 걸친 북한의 ‘핵·미사일 폭주’에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북한의 도발 때마다 한미는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전략폭격기와 핵추진 항공모함 등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북한의 핵무력이 미 본토를 위협할 수준에 이르자 미국이 워싱턴과 뉴욕을 포기하고 한국을 지키겠냐는 ‘확장억제 회의론’까지 제기되는 판국이다. “북한이 대북 확장억제를 ‘종이호랑이’로 여기지 않고서야 핵무력을 이렇게까지 고도화할 수 있었겠냐”는 군 안팎의 지적을 한미 당국은 곱씹어봐야 한다.
북한의 핵능력이 증강될수록 지금 방식의 대북 확장억제는 ‘무뎌진 칼’로 취급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수소폭탄급 전략핵과 다량의 전술핵으로 한미를 동시에 조준하면 대북 확장억제를 비롯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은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북핵 대응 및 방어의 우선순위를 두고서 한미 간 ‘동맹 디커플링(분리)’이 발생하지 말란 법도 없다. 북핵 위협에 대처하려면 대북 확장억제의 패러다임부터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그 일환으로 한국의 핵무장을 제외한 모든 옵션을 대북 확장억제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한미가 추진해야 할 때라고 필자는 본다. 대북 확장억제의 범위를 북한의 핵위협에 상응해서 지금보다 훨씬 유연하게 넓혀가자는 얘기다. 이를 통해 대북 확장억제가 ‘엄포’가 아님을 북한에 확실히 각인시키고, 핵도발을 하면 북한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수단과 방식으로 보복을 당할 것임을 주지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주변에 미국의 핵전력을 상시 순환 배치하는 한편 북한의 핵위기 고조 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 같은 전술핵 배치 등도 확장억제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한반도 주변에 배치된 미국의 핵잠수함을 한미가 공동 지휘하거나 괌에서 한미 공군의 전투기가 전술핵 투하 훈련을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미국이 전략핵잠수함(SSBN)에 실전 배치한 1kt(킬로톤·TNT 1000t의 폭발력) 미만의 ‘저위력핵무기’를 대북 확장억제의 주축으로 활용하는 조치 등도 검토될 수 있다.
이런 방안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강력히 반발할 것이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북한의 핵개발을 이 지경까지 방치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을 정조준한 작금의 북핵 위협이 주변국 입장을 고려할 만큼 한가로운 상황도 아니다. 북핵 사태를 계속 수수방관하거나 한미 대응에 ‘딴지’를 건다면 지구적 핵확산을 초래하는 자충수가 될 것임을 두 나라에 분명히 경고해야 한다.
향후 대북 확장억제 기조는 북한의 ‘핵도발 문턱’을 높이고, 남북 간의 ‘핵균형’을 견지하는 데 집중돼야 할 것이다. 지난달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핵’이 대북 확장억제 수단으로 처음 명기된 것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외신 인터뷰에서 “지난 5년간 북한 눈치를 보며 지나치게 유화적인 정책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핵·미사일 협박’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북한이 절감토록 대북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게 그 첩경일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06월 14일 ‘서해 공무원 피살’ 관련정보 곧 공개… 묻혔던 진실 드러나나
■ 정부, 尹 공약대로 이르면 주내
“공개해야 한다”법원 판결에
文 정부가 제기한 항소 취하
기록물 지정된 자료 공개도
당시 대통령 보고·지시 등
진상 규명에 큰 도움될 듯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이르면 이번 주에 공개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정보 공개 판결을 존중해 전임 정부가 제기했던 항소를 취하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자료를 추가로 공개하기 위한 수순이다. 진상 규명의 전망과 함께 현 정권과 전 정권 간 갈등으로의 비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14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이 사건 관련 정보를 이번 주 중에 공개하는 쪽으로 방침을 세웠다. 지난 2020년 서해에서 북한군 총격으로 해양수산부 공무원 A 씨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유가족에게 진상규명 필요성을 위해 정보 공개를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수사·첩보 자료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던 유가족 측 손을 들어준 법원 판결에 맞춰 청와대 국가안보실·해양경찰청이 냈던 항소도 취하될 것으로 보인다. 항소 취하와 함께 재판 변론기일로 잡혀 있는 오는 22일 이전에 관련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주 중으로 공개 시점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정보 공개를 강행하는 경우 당시 상황에 대한 진상 규명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건 당시 청와대와 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20년 9월 21일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던 A 씨는 실종 후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시신은 불태워졌다. 이틀 뒤인 23일 오후 정부는 “실종자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이 포착됐다”고만 발표했으나, 당일 밤 언론 보도로 피살 사실이 알려지자 다음 날 “북한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냈다. 23일 새벽 한반도 종전선언과 관련해 국제사회 지지를 호소하는 문 전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고려해 보고가 지연됐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12월 “제가 집권하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관련 자료를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국가안보실에 배치된 관계자들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유가족 측과 소통하며 진상규명 준비를 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은 당시 대통령 보고가 언제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지시 내용 등이 드러난다면 진상 규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