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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安保 2022-03/ 03.05 北, 대선 나흘 전 또 미사일 도발…올해 9번째 - 03월 31일 북핵 대응 ‘잃어버린 5년’의 재앙

상림은내고향 2022. 4. 6. 19:45

무너진 安保 2022-03/

03.05  北, 대선 나흘 전 또 미사일 도발…올해 9번째

합참 “비행거리 270km, 고도 560km”

 합동참모본부는 5일 오전 8시 52분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6일 만이자 올 들어 9번째 미사일 도발이다. 합참은 통상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경우 출입기자단에 상황을 공지한다.

 

합참은 이어 오전 9시 45분 “우리 군은 오전 8시 48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오후 12시12분에는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270km, 고도는 약 560km로 탐지했으며, 세부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덧붙였다.

 

합참은 “최근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국제사회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안전에 중대한 위협으로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 후 북한은 다시 예정된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올 연초 유례 없이 잦은 도발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5일과 11일 자강도 일대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주장 탄도미사일을 연속 발사했다. 같은 달 14일엔 평안북도 피현 철로 위 열차에서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쐈다.

 

같은 달 17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선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로 불리는 KN-24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쐈다. 25일에는 동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27일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2발을 발사한지 사흘 만에 추가 도발을 한 것이다. 사흘 뒤 30일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28일 만인 지난달 27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쐈고 6일 만에 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03.07  “평화 수단만으로 평화 이룬다는 건 도그마… 종전 선언땐 안보 위험”

[유용원이 만난 사람] 야전 군인으로 독일서 첫 역사학 박사 딴 류제승 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

 류제승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이 6일 조선일보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과 전망, 교훈 등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류 부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힘이 없는 평화의 허구성과 동맹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며 “오직 평화적 수단으로 평화를 이룬다는 도그마에 빠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남강호 기자

 

지난달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국제적인 파장이 커지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엄포에 그치거나 국지전을 펼 것이라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전면 침공을 택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됐던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 지도자와 국민들의 강한 항전 의지로 러시아군이 고전하며 장기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전면 침공 배경과 현재의 전황(戰况) 분석, 향후 전망과 우리에게 주는 교훈 등에 대해 류제승(65)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예비역 육군중장)을 6일 조선일보사에서 만나 들어봤다. 류 부원장은 국방부 정책실장 등을 지내 국제 안보정세와 국방 정책, 전략·전술에 밝은 전문가다.

 

러시아가 키이우 점령하려는 이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는데 푸틴과 러시아의 전쟁계획 및 공격작전의 목적은 무엇인가?

“푸틴의 전쟁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포기, 중립화, 비무장화, 친러 정권으로의 교체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영향권에 묶어 두려는 데 있다. 이러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군사작전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중심인 키이우를 점령하고자 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를 위해 작전선(Line of Operation)을 북부·동부·남부 축선(軸線)으로 계획해 공세를 취하고 있다. 작전선은 작전 목표에 이르는 경로로 결정적 지점들을 연결한 선이다.

 

최종 목표 키이우에 이르는 축선 상의 전략적 요충지인 하르키우, 오데사, 마리우폴, 헤르손 등지가 결정적 지점이며 결정적 전투가 이뤄지는 곳이다. 이 중 현재 헤르손은 러시아군의 수중에 떨어진 상태다.”

 

-러시아군이 예상 외로 고전하고 있는데 러시아군에 문제가 많은 것인지, 아니면 우크라이나 군과 국민들의 기대 이상 선전 때문인지.

“러시아군이 고전하는 이유는 러시아군의 전쟁전략 및 작전에 내재된 문제와 함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중심이 된 총력 항전에 있다고 본다. 우크라이나는 정치 지도부를 중심으로 민군(民軍)이 혼연일체가 돼 결사 항전을 벌이고 있다. 반면 러시아군은 식량과 유류를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데 기갑 및 기계화부대가 주력부대이기 때문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쟁이 아닌 훈련에 참가하는 줄 알았다는 러시아 병사의 증언, 우크라이나 여성이 건넨 휴대전화로 고향의 어머니와 통화하며 눈물을 흘리는 병사의 모습 등에서 왜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의식과 정신무장이 부실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 해빙기가 되면서 생겨난 ‘라스푸티차(진흙뻘)’로 인해 도로망에 의존해 기동해야 하는 제약이 따르면서 러시아군의 기계화 및 차량화된 공격부대 이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전쟁 준비 및 수행 과정 부실

-러시아군이 아직까지 제공권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 같은데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전력을 비교해보면 뜻밖이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나.

“상대적으로 우세한 전력을 보유한 러시아군의 전쟁준비와 전쟁수행을 위한 과정이 부실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군사작전은 1단계 여건 조성 작전, 2단계 결정적 작전 , 3단계 전투력 지속 작전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2단계 결정적 작전에 있어 러시아군이 속전속결을 기도했다면 1개 축선에 주공(主攻) 임무를 부여하고, 다른 1개 축선에 조공(助功) 임무를 부여해 전투력을 집중 운용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광활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부·동부·남부 3개 축선으로 분산해 운용함으로써 결국 모든 축선에서 충격력이 부족해지고 공격 기세가 둔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본다.”

 

-’도시는 병력의 늪’이라는 표현도 있는데 키이우 등 대도시에서 시가전을 벌이면 러시아가 장기전의 늪에 빠질 수 있는 것 아닌가?

“군사 교리는 ‘도시는 병력을 삼킨다. 공격 작전 시 도시는 최대한 우회하라. 방어 작전 시 도시는 장애물로 이용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지금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도심 곳곳의 병목 지점을 잘 알기 때문에 대전차지뢰 등을 설치해 적 전차나 장갑차의 기동을 정지시키고, 그 순간 대전차 미사일, 화염병 등으로 습격하기 때문에 러시아군의 전차와 장갑차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용산 국방부에서 류제승 당시 국방부 정책실장과 토머스 밴달 미 8군 사령관이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특징 중의 하나는 러시아는 물론 우크라이나도 치열한 하이브리드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하이브리드전은 기존의 재래식 전쟁·비정규전·사이버전에다 가짜뉴스 등 심리전, 외교전, 소송전 등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온갖 도구를 동원, 상대에게 타격을 입히고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 개념이다.

 

-그동안 하이브리드전은 러시아의 강점 중 하나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번엔 오히려 우크라이나가 SNS 등을 활용한 여론전에서 앞서고 있는 듯한데.

“어떤 전쟁이든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고 패배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는 긴급히 IT 부대를 창설하고, 전 세계 해커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세계적인 기업들이 호응에 나섰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이버전과 정치심리전, 미디어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전쟁시대로의 전환점이 되었다는 역사적 평가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전쟁의 4분의 3은 정신적 전투력”

-이번 전쟁은 현대전에서도 역시 정신력, 정신자세가 가장 중요한 변수 중의 하나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닌지.

“‘전쟁론’으로 유명한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과 전투에서 정신적 전투력이 3/4, 물리적 전투력이 1/4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파했다. 전쟁 수행 방식이 복합적이고 고도화될수록 그 주체인 인간의 사유와 판단력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정신력이 결정적 성격을 띠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에게는 죽음을 겁낼 권리가 없다’며 결연한 국가 수호 의지를 표현하고 있는데 그의 결연한 자세는 2차 대전 때 윈스턴 처칠에 비유될 정도로 전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항전 의지, 일부 러시아군의 한심한 모습을 보면서 현재 우리 군의 정신력, 훈련 태세 등을 걱정하는 분들도 있는데.

“우리 국민과 군은 위기 상황에 직면하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더 강해진다. 다만 평소 정치 지도부와 군사 지휘부가 국민의 의지와 국가적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될 수 있도록 효과적인 국가안보위기 관리체제를 유지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하루속히 우리 장병들과 국민들의 대적(對敵) 관념을 회복해야 함은 물론이다. 전쟁을 하지 않으려면 전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략적 역설은 진리이고, 평화는 전쟁억제의 다른 표현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힘이 없는 평화의 허구성과 동맹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오직 평화적 수단만으로 평화를 이룬다는 것은 도그마(교조주의)이며 여기에 빠져서는 안 된다.”

 

-푸틴은 전면 침공 개시와 동시에 핵 사용 위협을 시작해 위협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데 정말 핵전쟁으로 비화할 위험은 없는가.

“푸틴은 전면 침공과 동시에 ‘러시아는 최강의 핵국가’라며 첫 핵사용 위협을 한 후 치밀하게 준비된 각본에 따라 위협 및 압박 강도를 단계적으로 높여 가고 있다. 푸틴은 전황이 불리해질수록 우크라이나의 항전을 약화 또는 무력화하기 위한 방책으로 핵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이다. 다음 핵 협박의 수순은 벨라루시에 전술핵을 전진 배치하는 조치가 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핵 보유 필요성 재인식

-우크라이나는 1991년 세계 3대 핵강국이었고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믿었다가 결국 침략을 당했다. 김정은이 이번 사태를 보면서 ‘핵 포기를 절대 해선 안 된다’는 결심을 더욱 굳힐 것 같은데.

“김정은은 자신과 체제 생존을 위해 핵을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고 재인식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결국 침략당했다. 상대국이 군사 모험주의를 추구하는 성향이 강할수록, 외교적 조정력은 쉽게 한계를 드러내기 마련이며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한반도에서 남북 화해협력 관계조차 제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말뿐인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푸틴의 과도한 전쟁 목적, 이에 대해 즉각적인 휴전과 러시아 군대의 철수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을 지키려는 젤렌스키의 응전 목적은 어떤 타협점을 찾기 힘들다고 본다.

 

푸틴이 서방과 국제사회의 외교·경제제제와 압박을 그럭저럭 버티면서 전쟁 의지를 굽히지 않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총력 항전 기세와 서방 국가들의 지원이 지속된다면 이번 사태는 쉽게 종식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진행 중인 주요 도시 중심의 전투가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로 확산되면서 장기화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류제승

1957년 인천에서 태어나 1975년 육군사관학교 35기로 입교한 뒤 독일 육사 유학을 했다. 야전 군인으로는 처음으로 독일에서 박사 학위(루르대 역사학박사)를 땄다. 한미연합사 기획참모부 차장과 11사단장, 국방부 정책기획관, 8군단장, 육군 교육사령관 등을 역임했다. 육군 중장으로 전역한 뒤 국방부 정책실장 재직 시절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등의 실무 책임을 맡았다.

조선일보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03.09  南 내려온 北승선자 7명… 당국, 심문 끝나기도 전에 “귀순의사 없는 듯”

北 경비정, 대선 전날 NLL 침범… 9·19 군사합의 후 처음, 해군 경고사격 받고 北으로 퇴각

대선을 하루 앞둔 8일,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군이 NLL을 침범한 것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체결 이후 처음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오전 9시 30분쯤 서해 백령도 동쪽 방향 10㎞ 인근 해상에서 용도가 확인되지 않은 길이 10m가량 철제 선박 1척을 예인해 관계 기관에서 조사 중”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선박을 쫓아 내려온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했다. 이에 해군 참수리 고속정이 40mm 함포 3발로 경고 사격을 가했다. NLL 이남 1km 지점까지 내려왔던 북한 경비정은 해군 경고 사격 이후 항로를 북쪽으로 틀어 돌아갔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북한 경비정이 NLL 남쪽 해역에 머문 시간은 7분가량이었다.

 

북한 경비정은 군함(軍艦)의 일종으로 남북의 민간 어선이나 상선, 어업지도선 등과는 구분된다. 경비정이 NLL을 침범한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합참은 ‘북한에 항의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시 경고 통신과 경고 사격을 했고 대북 통지문도 두 차례 보냈다”고 했다.

 

해군이 북한 경비정을 향해 ‘퇴각하라’는 경고 통신을 하자 북한군은 ‘돌려보내라. 어선이다. 거부하면 모든 사태의 책임은 귀측에 있고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는 취지로 위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 당시 북측의 해안포 일부가 개방된 정황도 포착됐다고 한다. 이런 탓에 NLL 해역 긴장이 한때 높아졌고, 합참은 교전 등 만일의 상황에도 대비했다.

 

월남한 철제 선박은 해군이 나포해 백령도 인근으로 예인했다. 관련 당국이 합동 신문을 진행 중이다. 이 배엔 군복을 입은 6명, 사복 차림 1명이 탑승했으나 무장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이들의 신분에 대해선 “북한 군인인지 일반 주민인지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해당 선박은 군함은 아니며 어선 또는 수송선으로 보인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이들은 당국에 “이삿짐을 나르기 위해 이동하다가 항로를 잘못 설정해 월남하게 됐다”며 “귀순 의사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이들이 귀순 의사가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절차에 따라 송환(북송)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월남 경위가 석연찮은 데다 신문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정부 안팎에서 ‘귀순 의사가 없다’ ‘송환’ 언급이 나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대선에 임박해 탄도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의도를 알 수 없는 NLL 침범 사건을 자초한 이유에 대한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우발적인 상황일 수도 있지만 ‘이삿짐 표류’ 같은 사유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월남 선박엔 이삿짐은 전혀 실려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19년에도 북한 선원 2명이 어선을 타고 동해 NLL을 넘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진정성이 없다”며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한 적이 있다. 당시 이 선원들은 동료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흉악범은 우리 국민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므로 추방한다”고 했다. 귀순한 북한 주민을 강제 북송한 첫 사례였다.

 

당시 북한 선원 2명은 동료 살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시신과 흉기는 모두 바다에 버렸다”고 밝혔다. 당시 범죄 전문가들은 “범행의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자백만으로 추방을 결정한 것은 비상식적”이라고도 했다. 또 정부는 북한 선원들이 타고 온 선박에 대한 혈흔 감식 같은 정밀 조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뒤늦게 나타나 논란이 됐다. 오히려 증거 인멸이 될 수 있는 ‘소독’ 작업까지 한 뒤 북한에 어선을 넘겼다는 것이다.

 

합참은 8일 나포한 북한 선박과 관련, “코로나 방역 지침에 따라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선박 소독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탑승자들에 대한 코로나 검사도 실시했다고 한다. 합참은 ‘탑승자들의 범죄 혐의도 조사 중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 중”이라고 했다. 또 탑승 인원들의 귀순 의사와 북송 방침에 대해 너무 섣부르게 판단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관련 절차에 따라 조사 중이므로 결코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

 

남북은 2018년 9·19 군사합의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한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올해에만 탄도·순항미사일을 9회 발사했다. 북한은 또 ‘해안포 포문을 폐쇄한다’는 합의 내용을 어기고 지난해부터 계속 포문을 개방하고 있다. 이날 NLL 침범 때도 북한은 포문을 개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를 북한이 앞장서서 폐기하고 있는 격”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03.10  北 노골적 핵·ICBM 활동, 새 정부 길들이기 도발 대비를

 미국 17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북한이 핵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미 북부사령관도 조만간 북의 새로운 ICBM 도발 가능성을 경고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북한 영변과 강선 핵 단지, 평산 우라늄 광산에서 새로운 활동 징후가 포착됐다”고 했다. 한국 대선을 앞두고 국제사회가 일제히 북의 핵·ICBM 도발을 경고한 것이다.

 

올 들어 북은 9차례에 걸쳐 각종 미사일 13발을 쐈다. 극초음속 미사일을 포함해 ‘정찰위성 개발용’이라며 준중거리 탄도미사일도 2차례 발사했다. 위성 발사체는 ICBM과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ICBM 도발 수순을 밟는 것이다. 북이 2018년 폭파 쇼를 벌였던 풍계리 핵 실험장에도 새 건물이 들어섰다. 핵실험 재개 준비일 수 있다. 김정은은 이미 1월 핵·ICBM 모라토리엄(유예) 파기를 예고했다. 오늘 당장 핵·ICBM 도발을 해도 이상할 게 없다.

 

김정은은 한국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예외 없이 전략적 도발을 해왔다. 2012년 대선 직전에 ‘위성 발사’라며 장거리 로켓을 쏘더니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곧이어 영변 원자로 재가동 선언으로 긴장 수위를 높였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 넉 달 뒤에도 6차 핵실험을 했다. 다시 두 달 만에 사거리 1만3000km에 달하는 ICBM까지 발사하고 “국가 핵무력 완성”이라고 했다.

 

지금 김정은은 과거 한국 대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 봉쇄와 국제 제재가 장기화하면서 경제는 파탄 직전이다. 내세울 건 핵·ICBM뿐이다. 내부 결속을 다지고 외부 지원을 받아내려면 위기를 고조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도발밖에 없다. 예상을 뛰어넘는 핵·ICMB 도발 가능성은 농후하다. 새 정부가 맞닥뜨릴 안보 환경도 불리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중 패권 경쟁이 불러온 신냉전이 대북 제재의 국제 공조를 흔들고 있다. 김정은이 새 정부를 시험하는 도발은 기정 사실로 보는 것이 옳다. 오늘부터 대비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3-10 새 정부는 자유와 평화 대열에서 국방정책 수립해야

우크라 사태, 우리 안보문제 재정립 기회
러·中·北, 무력 통한 정권욕 지금도 여전
자유 침해하는 군사행위, 대한민국의 적이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예상하지 못했던 우크라이나 사태에 접하면서 국민들은 대한민국 안보문제의 재정립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대통령 후보들도 뚜렷한 국방문제를 제시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계는 우크라이나 다음이 중국과 대만의 문제이며 아직 해결되지 못한 남북 간의 문제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민들은 6·25전쟁의 역사적 진상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어떤 나라도 6·25가 한국이나 미군의 북침이었다고는 믿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 미국은 침략국이고 공산 러시아가 해방군이었다고 발언하는 지도층을 볼 때는 국민들의 안보의식까지 걱정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출범은 1948년 8월 15일이었다. 그러나 북의 공산정권은 1945년 10월 3일, 평양 공설운동장에서 김성주가 김일성 장군으로 등단할 때부터 출발했다. 소련군정이 북한국민이 고대하는 김일성 장군을 만들어 지도자로 내세웠던 것이다. 그 후 1년 정도가 지난 후에는 김일성이 정치 주도권을 행사했다. 북의 국정이 정착되면서부터 공산정권은 남침의 필연성과 그 기회를 탐색하고 있었다. 국제공산정권이 가장 먼저 점령해야 할 지역이 동유럽지역과 한반도 남반부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1년 10개월 만에 북한이 전쟁을 감행했다는 사실이 무엇을 뜻하는가. 남침전쟁은 이미 기정사실로 되어 있었다는 증거다. 6·25가 발발하는 1950년의 3·1절에는 평양에서 탱크부대의 행진이 있었고, 그 전차들은 평양기차역 건축을 가장한 포위장벽 속에 숨겨 놓았다. 생각 있는 북한 동포들은 전쟁을 예상하고 있었다.

전쟁 준비를 갖춘 북한은 대한민국의 전쟁 무기를 점검하기 위해 국지전을 실험해 보았다. 우리 군대는 그 저의도 모르고 반격한 후에는 전쟁이 나면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라는 철없는 얘기를 퍼뜨렸다. 그러면서 북에서는 조만식을 남조선으로 보낼 테니까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공산당 간부 이주하 김삼룡과 교환하자는 평화 제안을 조작하기도 했다.

북의 전술이 얼마나 치밀했고 우리 정부가 어느 정도 무관심했는지를 자성해 보는 지도자까지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6·25전쟁은 일요일 새벽에 발발했다. 그때 우리 국군은 어떠했는가. 용산 국방부 남쪽에 그 당시로서는 분에 넘치는 규모의 육군회관을 건축하고 그 낙성식 잔치를 대대적으로 개최했다. 전국 주요 부대 지휘관들이 그 축하연에 초대됐고 부하장병들에게는 주말휴가를 주었다. 북한의 탱크부대가 쳐들어올 때 군 장성들은 육군회관에서 술을 마시며 잔치에 취해 있었다. 휴가를 받은 군인들은 서울과 큰 도시로 나와 즐기고 있었다. 그 당시 서울에 살던 국민들은 군 장병들에게 즉각 부대로 복귀하라는 거리의 방송을 듣고 놀랐다. 잔치에 취해 있던 지휘관들은 서둘러 전선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 이틀 후부터 3개월 동안 서울에서 벌어진 혼란과 비극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일들을 왜 회상해 보는가. 히틀러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때도 그랬고, 스탈린이 소련연방국을 건설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폴란드의 지성인 3만 명을 나치 독일이 학살했다고 선전했으나 그 사건의 장본인이 스탈린 자신이었음이 드러났을 정도다. 아직도 우리 주변국에는 제2의 히틀러나 스탈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공산주의 이념은 러시아에서도 생명력을 잃은 지 오래다. 그러나 무력에 의한 정권욕의 패권주의는 러시아, 중국, 북한에 지금도 그대로 계승되고 있다. 이런 역사적 현실과 북한의 핵무기 전쟁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안보와 자유를 유지해야 한다. 일본은 러시아, 중국, 북한을 동격의 적대국으로 본다. 적어도 중국이 민주국가로 성장할 때까지는 미국을 위시한 자유선진국들과 정치 군사의 공동정책을 지속하는 입장이다. 인권을 위한 평화와 국민의 자유는 인류의 절대조건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는 세계인과 러시아 안에서까지 반전운동이 증대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 김정은 정권과의 약속을 믿고 따르는 동안에 북한의 핵무장을 증강시켰다는 것이 국제여론이다.

자유와 평화를 침해하는 정치·군사행위는 인류의 절대가치를 파괴하는 죄악이다. 인류에 대한 범죄인 동시에 대한민국의 적이다. 새로운 정부는 유엔과 세계 역사의 평화를 위한 대열에서 최선의 국방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와 정파의 문제를 넘어 국민의 절대적 참여가 뒤따를 수 있어야 한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03.15  ICBM 개발에 총력 기울이는 김정은의 속내

“미 본토 타격” 위협해 주한미군 철수 노려
핵·ICBM 개발은 北 몰락 재촉한다는 점 깨닫게 해야
새 정부, 한·미동맹 강화 위해 이익 넘어 가치 공유를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그다음은 대만이나 우리가 될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2021년 1월 당대회를 통해 1만5000㎞ 이상 떨어진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핵 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을 확보하라고 했고, 올해 1월에는 2018년 이후 유지해 오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유예 조치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전후해 북한은 지금까지 9차례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 지난 11일 한미 군사 당국은, 최근 두 차례 발사한 북한 탄도미사일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최대 사거리 시험을 앞둔 성능 시험인 것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화성-17’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모습. 사거리 1만3000㎞ 이상으로 추정되는 화성-17형은 길이 23~24m이고 이동식 발사대 바퀴가 22개에 달해 세계 최대의 ‘괴물 ICBM’으로 불린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의 머릿속에는 ICBM을 개발하여 괌·하와이는 물론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다고 미국을 협박하면, 미국이 주한 미군 철수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ICBM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ICBM 개발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대기권 재진입 시 엄청난 열을 견디는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것이 큰 난관이라고 볼 수는 없다. 북한 미사일 전문가인 미국 미들버리 국제관계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박사는 2022년 2월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북한이 2017년 이미 2종류의 ICBM 관련 연구를 마쳤으며, 일부 기지에 ICBM이 배치되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미국은 미 해군의 최강 전력 중 하나인 원자력 추진 잠수함 네바다호가 괌에 정박 중인 모습을 공개했는데, 일반적으로 작전 지역을 극비로 하던 관례에서 벗어난 이례적인 일이다. 네바다호에는 미사일이 총 20기 실려 있고, 100개나 되는 핵탄두가 탑재되어 있다. 이런 모습을 공개했다는 것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였다. 미 해군 잠수함 함장 출신인 톰 슈가트 신(新)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위원은 “우리가 핵탄두 100여 개를 (적국) 문턱에 갖다 놔도 알아챌 수 없고, 알아도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미국의 경고를 북한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김정은이 그 나름대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과연 그럴까? 고모부를 고사총으로 공개 총살하고, 이국 땅으로 도피한 이복형을 독살하며, 주민 대부분을 추위와 기근에 시달리게 하면서도 대량 살상 무기를 개발하는 사람을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김정은에게는 1만명에 이르는 충성파 엘리트와 체제 유지에 협조하는 열성 지지층이 100만명 이상 있다고 한다. 김정은이 이러한 정치적 지지에 도취되어 위험한 선택을 할 가능성은 있다고 보인다.

김정은은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의 존재가 3대(代) 세습 체제 유지에 커다란 정치적 위협이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위협을 없애는 것을 지상 과제로 설정했을 것이다. 한반도를 적화통일하려면 최대 걸림돌인 주한 미군이 철수해야 하고, 이것만 성공한다면 김정은은 자신의 정권이 탄탄대로를 걸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김정은이 저 헛된 꿈에서 깨어나야 하며, 그것이 바로 우리와 미국이 해야 할 일이다. 문제는 북한 핵에 미국 본토가 위협당하지 않으려면 미국의 안보 공약을 철회해야 한다는 케이토연구소의 더그 밴도와 같은 사람이 워싱턴에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김정은이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고, 참모들에게 자신이 재선되면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했다는데,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북한이 핵무기와 ICBM을 가지는 것이 1인 체제를 강화하기보다는 정권의 몰락을 재촉할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야 한다. 러시아가 만일 미국에 대해 독일·폴란드·불가리아 등 NATO 회원국에 배치되어 있는 미군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니 철수하라고 요구하고, 미국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ICBM으로 미 본토를 공격하겠다고 하면 미국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김정은이 ICBM으로 미국을 협박하더라도 미국은 한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출범할 우리 정부는 한미 동맹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몇 년간 한미 동맹은 도전에 직면해 왔는데, 근본 원인은 인민민주주의라는 말로 포장된 전체주의 국가들에 대한 착시와 동맹의 목표에 대한 혼란 때문이다. 인민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는 둘 다 민주주의라는 호칭을 사용하지만 인민민주주의에는 자유가 없고 자유민주주의에는 자유가 있다. 동맹은 이익을 추구함을 넘어 자유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공유해야 지속될 수 있다.

조선일보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03월 16일  ‘아시아형 핵 공유’ 추진할 때다

 이미숙 논설위원

최대 핵보유국의 우크라 침공
규범에 기반한 세계질서 파괴
中·北도 푸틴식 접근법 노릴 것

일본선 美전술핵 배치론 대두
尹정부 안보 우선 對日 외교로
한·미·일 핵공유 협정 협의해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9·11테러나 베를린장벽 붕괴에 맞먹는 충격적 사건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세계 최대 핵보유국인 러시아가 안보 우려를 내세워 이웃 국가를 공격한 것은 국제법과 규범에 기반한 세계 질서를 파괴하고, 핵과 무력이 통하는 약육강식 시대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도박이 성공한다면, 러시아보다 더한 독재국인 중국이나 북한 등이 핵을 앞세워 푸틴식 접근법을 쓰려 할 것이다.

이런 와중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미국 핵무기의 자국 배치를 허용해야 한다며 나토식 핵 공유 필요성을 제기했다. 아베는 지난달 27일 “부다페스트 각서를 맺을 때 우크라이나에 전술핵을 남겨뒀으면 어땠을까 하는 논의가 있는데, 일본도 여러 선택지를 논의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세계 각국이 안전을 지키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금기시해서는 안 된다”면서 일본의 ‘비핵 3원칙’ 폐기 필요성까지 시사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핵무기 제조·보유·반입 관련 비핵 3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일축했지만, 자민당 최대 파벌의 보스가 운을 뗀 뒤 정치권의 동조 기류는 확산 추세다.

나토식 핵 공유는 대선 때 제기됐던 이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대선 후보 TV토론 때 “전술핵 반입은 피하면서 오키나와와 괌에 있는 것을 활용하는 협정이 필요하다”며 이른바 ‘한국형 핵 공유’를 제안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에 대해 언급을 피한 채 확장억제 강화론을 피력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간사로 임명된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안철수식 핵 공유와 유사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해 안보전문가들과 함께 쓴 ‘북한 핵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공감한반도연구회 보고서)에서 “나토식 핵 공유 협정을 통해 핵우산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또 “동해상에 미국 핵잠수함을 배치해 동맹 공동관리 아래 두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제안도 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아베의 제안에 대해 공식 언급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일 ‘일본에서 제기되는 새로운 핵 논쟁’이란 사설에서 ‘핵 공유는 미국이 아시아에서 동맹을 심화시킬 기회’라고 평가했다. 또, 아베의 제안에 대해 ‘글로벌 질서 파괴 시대에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푸틴의 도발로 자유주의 세계 질서가 흔들리는 혼란기엔 새로운 방식으로 국가를 수호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는 만큼 미국도 아베의 파격적인 제언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중이 아시아에서 푸틴식 도발을 벌일 경우, 한국과 일본은 꼼짝없이 우크라이나처럼 당할 수 있다. 대만은 더 위험하다. 따라서 아베의 나토식 핵 공유 제안에 대해 미 주류사회에서 긍정론을 편 만큼 바이든 행정부도 그간 상상할 수 없던 것을 생각하는(think unthinkable) 쪽으로 입장을 선회할 수 있다. 아시아 핵심 동맹국인 한·일이 함께 목소리를 내면 더욱 그럴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금기도 깰 수 있다는 입장이다. 비핵국가인 호주에 핵잠수함을 제공키로 한 오커스 안보협정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일 관계가 치유 불능 상태에 빠진 게 문제지만, 정권 교체가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윤 당선인이 11일 통화 때 “동북아 안보와 경제 번영 등 향후 힘을 모아야 할 과제가 많다”고 한 데 대해 기시다 총리는 “관계 개선을 위해 협력하고 싶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동아시아에 드리운 안보 위협에 대해 한·일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으면서 미국과 안보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면 위안부·징용 갈등을 해결할 의외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한·일이 당면한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동맹인 미국과 핵 공유 문제를 협의하는 것은 꽉 막힌 양국 관계를 획기적으로 푸는 성동격서 식 해법이 될 수도 있다. 5월엔 바이든이 한·일 등 아시아를 순방한다. 한·미·일이 바이든 방문을 계기로 아시아형 핵 공유에 합의한다면, 한·일은 안보 협력을 통해 과거사 갈등을 푸는 새로운 단계로 나갈 수 있다.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바꾸는 과감한 역발상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일보 

 

03월 17일  韓美 ‘핵·미사일 동맹’ 화급하다

 전성훈 前 통일연구원장 국민대 겸임교수

한국과 우크라 안보에 유사점
비핵화 공동선언은 휴지조각
부다페스트 의정서와 같은 꼴

北은 美 차단 뒤 무력도발 전략
북핵 배제한 국방태세 무의미
동맹 격상 ‘이승만 리더십’ 절실

핵보유국 러시아가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한 자유민주국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다. 각국의 주권과 영토를 존중하고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국제사회의 기본원칙을 무너뜨린 행위다. 2008년 조지아, 2014년 크름(크림)반도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의 패권 야욕을 무시하고 체임벌린식의 유화정책으로 일관한 서방 세계의 책임이 크다. 소련제국의 부활을 꿈꾸며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독재자 푸틴의 야심을 간파하고 초기에 단호히 대처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전쟁이다.

러시아의 침공은 우크라에 핵무기가 없었기에 가능했다. 푸틴은 한 손에 핵을 쥐고 재래식 무력으로 우크라를 공격했다. 그는 러시아가 핵 강국이며 타국이 개입할 경우 역사에서 볼 수 없던 피해를 볼 거라고 경고했다. 전쟁 개시 전에 핵미사일 발사 훈련을 참관한 것도 핵전쟁이 날 수 있으니 참견하지 말라는 신호였다. 서방의 경제 제재에는 핵전력 경계태세 강화로 맞섰다. 전쟁 시 선제 핵 사용 전략을 경고한 것이다. 급기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까지 핵전쟁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우크라는 1991년 소련 해체 후 독립하면서 1800여 개의 핵무기를 포기하고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에 비핵국가로 가입했으며, 러시아가 소련의 핵보유국 지위를 승계하는 데도 동의했다. NPT는 1968년에 핵보유국의 수를 줄이려는 미국과 소련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NPT상의 핵보유국인 양국은 비핵국가에 대해 핵으로 위협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러시아의 침공은 이 NPT의 문안과 정신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다.

국제사회가 핵을 포기한 우크라에 제공한 추가 안전보장 장치가 1994년에 미국, 러시아, 영국, 우크라가 서명한 부다페스트의정서다. 미·러·영 3국은 우크라의 독립과 주권 및 국경선을 존중하고 무력의 사용이나 사용 위협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우크라가 침략을 받으면 즉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푸틴의 침공은 부다페스트의정서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

우크라 사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우크라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월남의 공산화와 주한미군 철수에 대응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핵개발계획이 미국의 압력으로 저지되면서 비핵국가로 NPT에 가입했다. 서독도 핵무장 가능성을 검토하다가 포기하고 한국과 같은 길을 따랐다. 냉전 시기 미국은 공산주의의 위협으로부터 동맹을 보호하기 위해 서독과 한국에 다수의 핵무기를 배치했다. 냉전이 끝난 후에는 한국에서만 핵무기를 모두 철수했고, 이때부터 북한은 NPT를 거부하고 핵 개발에 전력투구해서 비공인 핵보유국이 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1년 핵 보유는 물론, NPT가 허용하는 재처리·농축까지 포기하는 비핵화를 선언함으로써 자체 핵 개발의 싹을 잘라 버렸다. 이후 북한을 끌어들여 만든 비핵화 공동선언은 처음부터 북한의 거짓과 사기로 점철됐고, 결국 부다페스트의정서처럼 휴지 조각이 됐다. 그 결과, 핵을 독점한 북한이 핵이 없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편안하게 재래식 도발을 자행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됐다.

우크라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북한이 훈련 명목으로 서북도서와 수도권 인근에 병력을 결집하고 핵미사일 시험으로 장거리 타격 능력을 과시해 미국의 개입을 차단한 후에 도발하는 상황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북한의 핵 사용 위협을 상정하지 않는 국방 태세는 의미가 없다.

새 정부는 반드시 임기 내에 확실한 핵 능력을 구축해야 한다. 국민의 90%가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믿지 않으며, 자체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를 지지하는 여론도 71%와 56%에 이른다. 문제는, 한국의 핵 접근을 미국 정부가 철저히 막고 있다는 점이다. 핵 문제에서 독일과 한국을 다르게 대하는 동맹 차별 정책이 너무 지나치다. 떠나려는 미국을 붙잡아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이승만 대통령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 정부는 자체 핵무장으로 배수진을 치고, 한미동맹을 핵시대에 맞는 핵·미사일 방어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문화일보  

 

03월 22일  北 도발엔 절절매고 ‘尹 용산 집무실’ NSC 연 文 몽니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속내는 착잡하고 또 복잡할 것이다. 특히, 윤석열 당선인 측이 점령군처럼 밀어붙인다는 불만이 클 것이다. 대선 기간에 윤 당선인이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물음에 “해야죠”라고 답한 것과 관련, 문 대통령이 ‘강력한 분노’를 공개하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21일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윤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계획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관련 비용 496억 원의 예비비 지출 안건을 22일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문제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상정은 어렵다”고 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탁현민 등 청와대 인사들의 발언을 자제시키거나, 용산 대통령실 문제도 협조 방침을 밝혔는데, 한나절 만에 돌변했다.

윤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계획에 크고 작은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 대통령의 분노 섞인 반대는 매우 부적절하다. 무엇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 장관회의까지 소집하는 요란을 떨며 ‘안보 불안’을 내세운 것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개성공단 연락사무소 폭파, 해수부 공무원 피살 때에도 김정은을 향해 분노를 표출한 적이 없다. 오히려 절절맸다.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 사무소 폭파 때도 NSC를 주재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만 해도 청와대 관계자들이 용산 이전에 협조할 것처럼 언급했는데 NSC 회의 결과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돼 안보 역량 결집이 필요한 교체기에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와 국방부, 합참 이전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임을 밝혔다. 혹시 그런 측면이 있다면 더욱 빈틈없이 협조하는 것이 정상이다. 결국, 김정은 도발보다 윤 당선인의 ‘청와대 전면 개방’에 더 큰 우려를 표명하는 황당한 일이다. 북한 김여정이 반발하자 현 정권에서는 도발 표현이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여정 하명법’ 조롱을 받는 전단금지법까지 통과시켰다.

문 대통령은 5월 9일 밤 12시까지 헌법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지지층 결집을 통한 지방선거 지원, 새 정부 출범 뒤 제2 광우병 사태 등을 노린다는 얘기도 나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을 방해하는 ‘몽니’ 행태에는 책임도 따른다.

문화일보  사설

 

03.23  북 위협 내내 눈감던 文, 尹 공격 위해 “군 통수권 책무 한다”니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은 한순간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며 “임기 마지막 날 밤 12시까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거의 참석도 않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갑자기 열더니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계획에 ‘안보 공백’을 이유로 반대했다. 5년 내내 북 도발과 위협에 눈감고 있던 문 대통령이 갑자기 이러는 것은 안보는 핑계일 뿐 대통령실 이전 반대를 위한 정치적 의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북한이 ‘화성-12형’과 ‘북극성-2형’을 연달아 발사한 다음 날 휴가를 갔다. 북이 탄도미사일을 쐈을 때 청와대 혼자 “방사포”라고 주장했다. ‘불상의 발사체’라는 이상한 말도 만들어 냈다. 2019년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을 연달아 쏘고, 작년 김정은이 핵추진 잠수함과 전술핵, 극초음속무기 개발을 공언했을 때 문 대통령은 침묵했다. 김정은이 “남조선에 보내는 경고”라며 10여 차례 미사일을 쏴도 “북은 군사 합의를 한 건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방장관은 “도발이라고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작년 “북한 핵 개발이 전력 질주하고 있다”고 했지만, 문 대통령은 “한반도 종전 선언을 하자”고 했다.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상공을 침범해 경고 사격을 하는 초유의 사태 때도 NSC에 불참했다.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서해상에서 우리 공무원을 사살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불태워지는 끔찍한 상황인데 잠자느라 몰랐다고 했다. 김여정이 한미 훈련을 문제 삼자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훈련 없는 컴퓨터 게임으로 만들었다. 외교·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주장에 연일 맞장구를 쳤다.

 

문 대통령의 “군 통수권자” 운운을 묵과할 수 없는 것은 북의 도발에 희생된 우리 국군 장병에 대한 그의 태도 때문이다. 문 정부 국방장관은 천안함 폭침을 ‘우발적 사건’이라고 했다.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우리가 이해할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이것이 바로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지구상 어떤 군 통수권자가 자신의 부하가 적에 의해 떼죽음을 당했는데 이런 태도를 취하나. 문 대통령은 북 도발로 순국한 장병을 추모하는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대부분 불참했다. 선거 있는 해만 참석했다. 대신 표가 되는 일반 화재·지진·선박 사고엔 어김없이 달려갔다. ‘군 통수권자’라기보다는 ‘민주당 선거 통수권자’라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3.23  갑자기 안보 강조하는 문 대통령, 민망하지 않나

▲2020년 6월 17일 북한 조선중앙TV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장면을 보도하고 있다. 남북연락사무소와 인근 지원센터 건물 건립 등엔 세금 700억 이상이 투입됐다. [조선중앙TV 캡쳐=뉴시스]

북한 도발에 5년간 눈감고 침묵하다

집무실 이전 놓고 연일 안보 메시지

 

정치 지도자든, 일반 시민이든 메시지의 진정성은 얼마나 일관되느냐에 달려 있다. 아무리 훌륭한 말이라도 수년간 보인 언행과 다르면 지켜보는 이들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임기 50여 일을 남겨둔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안보 메시지가 딱 그렇다.

 

문 대통령은 22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가원수이자 행정 수반,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며 “국정에는 작은 공백도 있을 수 없다. 특히 국가 안보와 국민경제, 국민 안전은 한순간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회의 내내 불안한 한반도 정세를 강조했다고 한다. 전날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 관계장관회의에서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돼 안보 역량 결집이 필요한 교체기에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와 국방부, 합참 이전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5월 10일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한 제동임은 불문가지다.

 

용산 이전을 놓고 안보 우려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고, 일면 타당하다. 하지만 5년 내내 숱한 북한 도발에도 나서지 않던 문 대통령이 신구 정권 인수인계 국면에서 연일 ‘안보’를 강조하는 건 쓴웃음을 짓게 한다.

 

올해 들어서도 정부는 북한이 각종 미사일을 계속 발사해도 ‘도발’이라 하지 않았다. 유엔 대북 규탄 결의안에도 세 번 불참했다가 최근 입장을 바꿨다. 북한 김여정이 “‘도발’이란 막돼먹은 용어”를 쓰지 말라고 지적하자, 이 정부 안보 수장들은 도발이 아닌 ‘위협’이라고 부르고, 수백 억원 세금을 들인 개성공단연락사무소를 폭파해도 항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여당 대표는 “미사일로 안 쏜 게 어디냐”고 했다. 국민은 우리 공무원이 서해 찬 바다에서 피살돼 훼손되고, 탈북한 어부들이 눈이 가려진 채 강제 북송되는 걸 지켜봐야 했다.

 

북한이 군사 도발을 해도, 대통령에게 ‘삶은 소대가리’ ‘특등 머저리’라고 모욕해도 “좀 더 과감하게 대화하자는 속내를 보인 것”으로 해석하며 대화와 종전선언에만 매달렸다. 문 대통령은 현충일에도 남침 대신 북한군의 남하라고 했다. 6·25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천안함 희생자 추모식엔 2020년 이후에야 참석했다. 위협의 주체를 희석해 버린, 국민의 자존심도 무너뜨린 지난 5년이었다.

 

이러니 ‘안보 신경도 안 쓰다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 얘기가 나오자 트집을 잡고 있다’ ‘지방선거 앞두고 국가 안보가 아닌 정권 안보가 비상이냐’는 비아냥을 듣는 거다. 집무실 이전과 관련한 안보 공백은 신구 정권이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인수인계 거부니, 선거 불복 같은 말이 나오는 파국의 상황이 돼선 안 된다.

중앙일보  사설

 

03.23  '용산' 우려 표명 前합참의장들 "文정부 악용 개탄…尹에 협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을 추진 중인 가운데 22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의 모습. 연합뉴스

 

역대 합참의장을 지낸 예비역 고위 장성들은 2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이전에 대해 “안보태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가운데 이상없이 추진될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이같은 취지의 입장문을 대통령경호처장이 유력한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과 윤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측에 전달했다.

 

앞서 조영길 전 합참의장(국방부 장관 역임)을 비롯한 역대 합참의장 11명은 19일 윤 당선인 측에 청와대의 용산 이전이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면서 신중히 추진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전달한 바 있다.

 

이들은 “19일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데 것에 대한 역대 합참의장 11명 명의의 입장문을 낸 것은 윤석열 새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지난 5년간 ‘안보 실정(失政)’을 바로 잡고 정권 교체기 국가안보에 한 치의 오차도 없도록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국가안보 전문가 입장에서 제시한 애국충정의 발로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이를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반대로 왜곡하여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양상의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는 작금의 사태를 개탄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 경고하는 동시에 이런 작태가 지속될 경우 강력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역대 합참의장들은 “북한의 수차례에 걸친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대한 무대응, 한미 연합훈련 축소ㆍ폐지, 북한군에 의한 서해상 공무원 피살 만행 외면 등 ‘안보 무능’과 대북 구걸 외교로 일관한 현 정부는 ‘안보공백’을 논할 일체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아울러 우리는 윤석열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이전이 안보태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가운데 이상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고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03-23  역대 합참의장들 “文정부, 안보공백 논할 자격 없어”

“충정어린 집무실 이전 우려를 반대로 왜곡…국민 갈라치기
北도발에 침묵, 한미훈련 축소-폐지 해놓고 안보 운운하나”
尹측에 “용산 이전, 안보태세 영향없게 협조” 입장문 전달

역대 합참의장을 지낸 예비역 고위 장성들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이전이 안보태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가운데 이상없이 추진될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이같은 취지의 입장문을 대통령경호처장이 유력한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과 윤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측에 전달했다. 앞서 조영길 전 합참의장(국방부 장관 역임)을 비롯한 역대 합참의장 11명은 19일 윤 당선인 측에 청와대의 용산 이전이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면서 신중히 추진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전달한 바 있다.

이들은 “19일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데 것에 대한 역대 합참의장 11명 명의의 입장문을 낸 것은 윤석열 새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지난 5년간 ‘안보 실정(失政)’을 바로 잡고 정권 교체기 국가안보에 한 치의 오차도 없도록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국가안보 전문가 입장에서 제시한 애국충정의 발로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이를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반대로 왜곡하여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양상의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는 작금의 사태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 경고하는 동시에 이런 작태가 계속될 경우 강력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역대 합참의장들은 “북한의 수차례에 걸친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대한 무대응, 한미 연합훈련 축소·폐지, 북한군에 의한 서해상 공무원 피살 만행 외면 등 ‘안보 무능’과 대북 구걸 외교로 일관한 현 정부는 ‘안보공백’을 논할 일체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종환 전 합참의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오로지 국가안보를 위해서 역대 합참의장들이 표명한 입장과 충언을 새 정부 발목잡기와 국민 갈라치기로 악용하는 상황을 묵과할수 없다”며 “현 정부는 안보공백 운운할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입장문 전문

대통령 집무실 이전 입장문 정치적 악용에 대한 엄중 경고 및 중단 촉구

1. 2022. 3. 19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데 대한 역대 합참의장 명의의 입장문은 윤석열 새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지난 5년간 ‘안보실정’을 바로잡고 정권 교체기 국가안보에 한 치의 오차도 없도록 신중하게 검토해야한다는 국가안보 전문가의 입장에서 제시한 애국충정의 발로였음.

2.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서는 이를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반대로 왜곡하여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양상의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는 작금의 사태를 개탄하며 즉각 중단 할 것을 엄중 경고하는 동시에 이런 작태가 지속될 경우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임을 천명함.

3. 북한의 수차례에 걸친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대한 무대응, 한미 연합훈련 축소, 폐지, 북한군에 의한 서해상 공무원 피살 만행 외면 등 ‘안보무능’과 대북 구걸외교로 일관한 현 정부는 ‘안보공백’을 논할 일체의 자격이 없음.

4. 아울러 우리는 윤석열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이전이 안보태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가운데 이상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고 동참할 것임.

2022. 3. 23
역대 합참의장 일동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03월 23일  정권 바뀌자 ‘核우산 복원’ 나서는 국방부의 안보 뒷북

 국방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는 내용을 보면, 지난 5년 동안 뭐하다가 이제 와서 북한 핵·미사일에 제대로 대응하겠다고 하는지 개탄이 앞선다. 송영무·정경두에 이어 서욱 현 국방장관은 각각 해군·공군·육군 참모총장 출신이다.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도 이번에 인수위에 보고한 취지를 당당히 건의하고, 북한에 끝없는 저자세를 보이며 안보 역량을 약화시키는 행태에 대해선 직을 걸고 직언했어야 했다. 그런데 오히려 부화뇌동했다. 4성 장군 출신들이라는 사실부터 민망하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도발이란 말도 못하던 국방부가 정권이 바뀌게 되자 호들갑을 떨며 적극적 안보 행보를 보이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긴 하다. 특히,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방안을 보고했다고 한다. 유사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순환 배치 등을 이 협의체를 통해 논의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핵(核)우산의 복원·강화를 위한 실질적 장치를 재가동하겠다는 의미이니 옳은 방향이다.

한·미 양국이 EDSCG에 합의한 것은 2016년 10월이다. 당시 임기 말이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대한방위 공약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 회의체 신설을 주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EDSCG 정례화’ 성명도 발표했다. 그러나 EDSCG는 이듬해 1월 회의를 끝으로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찢어진 핵우산’이란 우려도 나왔지만 국방부는 청와대 심기만 고려해 방관했을 뿐이다.

김정은의 비핵화 사기극에 맞장구치던 문 대통령이 느닷없이 “안보는 한순간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심이면 EDSCG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사드 기지와 연합훈련 정상화 조치라도 퇴임 전에 시행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3.25  ‘5년 평화 쇼’ 가짜 본색 드러내며 솟구친 북 ICBM

2020년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북한이 공개한 신형ICBM. 화성-17형으로 추정된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북 미사일 중 가장 높은 고도 6200km까지 올라갔다. 정상 궤도로 쏘면 미국 전역에 도달할 수 있다. 북의 ICBM 사거리는 과거에 이미 완성된 만큼, 이번에 탄두 재진입과 다탄두 시험이 성공했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북 ICBM 도발은 4년 4개월 만이다.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6차 핵실험을 하고 ICBM을 발사한 뒤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더니 문 정권과 ‘평화 쇼’를 시작했다. 핵실험과 ICBM 발사 유예를 선언했다. 그러고 평창 동계올림픽에 김여정이 참가했다. 핵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으면서 문 정부를 이용해 대북 제재만 풀려 했다. 미국이 그 속셈을 모를 리 없다. 북은 전략이 먹혀들지 않자 다시 ICBM 도발에 나선 것이다.

 

앞으로 상황은 거의 예정된 절차처럼 굴러갈 것이다. 미국은 추가 대북 제재에 나설 것이고 유엔 안보리에서 규탄과 제재 논의도 시작될 것이다. 북은 이에 반발한다면서 다시 핵실험이나 ICBM 발사에 나설 수 있다. 다음엔 ICBM을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방식으로 발사할 수도 있다. 내달 실시할 한미 연합 훈련엔 항모 전단과 전략 폭격기 등도 대거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긴장이 높아지겠지만 일희일비하는 것은 김정은이 바라는 것이다.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제는 한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북한 집단에 대한 환상만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 북은 핵과 미사일 외엔 아무것도 없는 집단이다. 선의를 베풀면 핵을 버릴 것이라는 생각은 망상이다. 그 망상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국민 눈을 가리고 국내 정치에 이용해온 것이 문 정권 5년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강력 규탄한다”고 했다. 북의 잇따른 도발에도 도발, 규탄이라는 말도 못 하더니 이제야 ‘규탄’이라는 말이 생각났나.

 

북한과는 앞으로도 협상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핵을 갖고 있으면 죽고, 버리면 살 때만 핵을 포기한다. 대북 협상은 그런 조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남북 쇼 하고 눈물 쇼 하는 TV 이벤트가 아니다. 북핵 폐기는 지난한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대북 협상의 끈을 놓지 않되, 우리 내부적으로는 북핵과 미사일을 기정사실로 보고 그에 대한 실질적인 군사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첨단 기술의 혁명적 발전이 핵에 군사적으로 대비하는 일까지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

 

03.25  5년 매달린 ‘평화 프로세스’ 파탄… 文 이제야 “北 강력 규탄”

[北 5년만에 ICBM 도발] 레드라인 넘은 北… 한반도 격랑 속으로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한국공동사진기자단

 

북한이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은 명백한 모라토리엄(핵실험과 ICBM 발사 유예) 파기인 동시에 문재인 정부가 집권 5년 내내 공들여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파산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모라토리엄 준수를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로 해석하며 미국에 대북 대화 재개와 제재 완화를 촉구하는 근거로 삼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희망과는 달리 북한은 표면적으로 모라토리엄을 지키는 척하면서 훨씬 강력한 ICBM을 만든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핵 고도화의 시간만 벌어준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 도발에 대해 ‘강력 규탄’ 입장을 냈다.

 

북한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2018년 4월 20일에 나왔다. 당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대대적 평화 공세를 펴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핵실험 및 ICBM 발사 중단 방침을 선제적으로 밝힌 것이다. 한국(4월 27일)·미국(6월 12일)과의 연쇄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었다. 모라토리엄 공약은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에도 깨지지 않아 미·북, 남북 관계의 파탄을 막는 ‘최후의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김정은은 지난 1월 20일 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모라토리엄 파기 가능성을 시사했고, 약 석 달 만에 이를 행동에 옮겼다.

 

북한이 국제 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레드라인’을 넘은 것은 내달 15일 김일성의 110번째 생일(태양절)을 앞두고 체제 결속을 다지는 한편 남한의 정권 교체기에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1월 당 8차 대회에서 고체연료·다탄두 ICBM, 정찰 위성 등을 5대 핵심 전략 무기로 제시했다. 국정원 1차장 출신인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는 통화에서 “신형 ICBM 발사는 군사적 목적과 함께 김일성 생일 110주년 ‘축포’ 등 체제 결속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용도 카드”라며 “자신들이 정한 시간표에 따른 ‘마이 웨이’ 식 무력 시위로 보인다”고 했다. 전직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의 대결 국면을 조성해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인민의 불만을 외부로 전가하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정권 교체기에 새로 들어설 ‘윤석열 정부’를 길들이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심이 쏠려있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도 풀이된다. 외교가에선 지난해 2월 출범한 바이든 정부가 대북 문제와 관련된 별다른 로드맵을 내놓지 않으면서 “북핵 순위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얘기가 꾸준하게 나왔다. 외교 소식통은 “대외 정세와 오는 5월 윤 당선인의 취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치·군사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에 발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을 전후로 핵실험과 ICBM 발사를 포함해 모두 11차례 미사일 도발을 했고,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도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날 ICBM 발사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내 추진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사망선고가 내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출신인 유성옥 진단과대안 연구소장은 “문재인 정부는 있지도 않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선전해주며 사실상 ICBM 도발을 방조했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완전히 파산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 도발에 대해 “강력 규탄한다”고 한 것은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ICBM 발사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북한은 평화 공세로 돌아선 2018년엔 무력 시위를 잠시 멈췄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그해 5월부터 무력시위를 재개, 지금까지 30여 차례에 걸쳐 각종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50여 발을 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한 번도 북 미사일 대응을 위해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지 않았고 ‘강력 규탄’이란 표현도 쓰지 않았다.

 

문제는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위성발사체’를 빙자해 ICBM을 추가 발사하거나 풍계리 등에서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될 경우 새 정부가 들어서는 시점을 전후로 남북 관계가 상당 기간 ‘강대강’ 대결 구도로 흐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북한의 도발에 대해 선제 타격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한미 동맹을 통한 단호한 대응’을 수차례 표명한 바 있다.

조선일보  이용수 기자  김은중 기자

 

03.25  미 본토 타격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끝내 레드라인 넘은 북한

북한 신형 ICBM 도발(화성-17형 추정).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정권 교체기 틈탄 도발은 파국 부를 뿐

신구 권력 다투지 말고, 안보 대처해야

 

북한이 기어코 선을 넘었다. 북한은 어제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고도 6200㎞, 비행거리 1080㎞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추정)을 발사했다. 71분 정도 날아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떨어졌다. 2017년 이후 5년 만의 ICBM 발사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종지부를 찍는 행위이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벌인 고강도 도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스스로 파기한 것으로, 한반도와 지역,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하고 유엔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했다”고 규탄했다. 대통령직 인수위도 “한반도와 동북아,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로 규정하고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촉구했다. 한·미 군 당국은 맞불 실사격 훈련으로 응징 의지를 보였다. 미국 백악관은 물론, 인도·태평양 사령부도 북한의 ICBM 발사를 강력 규탄한다는 입장을 내고 추가 행위 자제를 촉구했다.

 

북한은 정권교체기마다 도발로 한국 사회를 흔들었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 2017년 5월에는 화성-12형 중거리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을 했다. ‘핵보유국’으로 전략무기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미국과 맞서면서 무력시위를 통해 새 정부를 길들이는 게 목표다. 이번에도 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ICBM·핵실험 모라토리엄 폐기를 공언하고 각종 미사일 발사로 도발 강도를 높여 왔다.

 

그런데 안보 위협에 함께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고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신구 권력은 어떤 모습인가. 대선이 보름 지났는데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회동은커녕 공개적으로 말싸움을 벌이는 상황이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은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한국은행 총재 등 고위직 인사를 놓고 충돌을 거듭하는 모습에 국민은 당혹스럽다. ‘협치와 통합’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강조한 두 사람 아니었나.

 

핵탄두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은 미국의 인내 한계선을 넘은 것이다. 북한이 김일성의 110회 생일(4월 15일)까지 핵실험 등 추가 도발로 2017년 트럼프 대통령 때의 ‘화염과 분노’ 상황까지 몰고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으로 여력이 없고, 서방과 중·러 간 대결이 격화해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북 대응이 어렵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하지만 북한이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새 정부에서 한·미 간 협력은 더 공고해질 것이고, 국제사회에선 푸틴의 침공을 계기로 민주주의 국가 간 연대의 힘도 더 강해지고 있음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더는 상황을 파국으로 악화시키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증잉일보  사설

 

03뤌 25일  文 5년 평화 妄想이 김정은 ‘괴물 ICBM’ 길 닦아줬다

북한이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자행함으로써 레드라인을 넘었다. 김정은은 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직접 지시하고 참관했다고 북한 매체가 보도했다. 정점 고도 6248.5㎞, 거리 1090㎞를 4052초간 비행했다고 한다. 김정은은 발사 후 “ICBM 개발 성공”을 선언하며 “핵전쟁 억제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찰위성으로 위장하지도 않았다. “미 제국주의와 대결”도 언급, 미국 본토 타격용임을 분명히 했다. 2020년 10월 노동당 열병식 때 공개된 이 미사일은 세계 최장에 다탄두 형태여서 ‘괴물 ICBM’으로 불렸다. 북한 발표대로라면,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이던 2017년 11월 발사된 ‘화성-15형’보다 성능이 대폭 신장됐다.

 

북한이 이번 도발에 나선 것은 ‘비핵화 평화 쇼’를 접고 실력행사에 돌입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은 5년 내내 평화 망상(妄想)에 빠져 대한민국의 안보를 훼손해왔음이 입증됐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부터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회의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 위반”이라고 규탄했지만 만시지탄이다. 임기 내내 각국에 대북제재 해제를 요청했고, 안보리의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 규탄엔 동참하지 않았다. 북한을 엄호하며 핵 개발과 괴물 ICBM 제조 길을 닦아줬다.

윤석열 당선인은 취임 전부터 북한의 괴물 ICBM 도발과 맞서야 하는 어려운 국면을 맞았다. 마침 25일 오후 시진핑 중국 주석과 전화 통화가 예정된 만큼, 중국에 확실한 대북 공조를 주문해야 한다. 중국이 대놓고 북한을 지원하며 제재를 회피하면 한·중 관계가 어려워질 것임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아울러 김정은이 핵·ICBM을 고수한다면 ‘정권 파멸’에 이른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도록 동맹 및 국제사회와 공조를 강화하며 대북 제재를 선도해야 한다. 오는 4월 한미훈련부터는 야외 실기동도 실시해 흐트러졌던 억제력을 다잡고, 문 정부 내내 방치된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 정상화로 핵우산 강화도 이끌어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3월 25일  화성-17 쏜 김정은 “美와 장기대결”… 美, 즉각 “응징”

 괴물 미사일 발사 북한이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장 지도 하에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한 장면을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통신은 화성-17형이 최대 정점 고도 6248.5㎞까지 상승해 거리 1090㎞를 4052초 비행한 뒤 동해 공해상 예정 수역에 정확히 탄착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 美, 北 공식발표 1시간 뒤 ‘미사일 메카’ 국방과학원 제재

北·러·中의 개인·단체 포함…안보리 5년만에 공개회의 소집
김정은 “국가안전 침해 땐 처절한 대가” 친필 명령 현장 지도

정철순 기자,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북한은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 현장 지도 하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김 위원장이 직접 핵·ICBM 시험 모라토리엄(유예)을 폐기하고 미국이 정한 레드라인을 넘도록 지시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미 제국주의와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하라”고 지시해 7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예고했다. 미국은 이에 맞서 북한이 화성-17형 발사 사실을 보도한 뒤 1시간 만에 대북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이날 노동신문은 “김정은 동지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며 “이번 시험발사를 통하여 무기체계의 모든 정수들이 설계상 요구에 정확히 도달되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화성-17형 발사 친필 명령서를 하달하고 시험발사 현장인 평양 순안비행장을 직접 찾아 화성-17형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지도했다. 김 위원장은 “누구든 우리 국가의 안전을 침해하려 든다면 반드시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자 바로 추가적인 대북 제재를 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 보도 1시간 뒤에 북한 미사일 개발을 주도하는 제2자연과학원(현 국방과학원) 국제업무 담당국과 북한 국적자 리성철 등을 제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5일(현지시간) 오후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공개회의를 개최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만나 북한 ICBM 발사를 강력 규탄하고 한·일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안보 공약을 재확인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5일 페이스북에 “북한에 엄중하게 경고한다. 도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하고 북한 ICBM 발사 문제 등을 논의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SNS에 “어제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한반도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해지고 있다”며 ‘강한 안보를 통한 평화’를 강조했다.

문화일보  정철순 기자 / 정치부

03.26  “강한 안보” 文, 진심이면 韓美 훈련 정상화 후 퇴임해야

 문재인 대통령의 국방 안보 관련 언행을 보면 마치 다른 사람 둘이 한 몸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은 6·25 남침 공로로 북한 훈장을 받은 사람을 ‘국군의 뿌리’라고 한 사람이다. 연평해전·천안함 폭침 등으로 순국한 장병 55명을 추모하는 국가기념일에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은 2020년 총선 때 처음 참석했다. 그때도 가해자인 ‘북한’을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북이 신형 탄도미사일을 연달아 쏘고 있었지만 ‘도발’ ‘규탄’ 말도 못 하고 ‘대화 노력’만 강조했다. 문 정권에서 국군은 ‘군사력 아닌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고 선언한 세계 유일의 군대가 됐다. 문 대통령은 2018년 김여정을 만나고는 “북한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고 했다. 5년 내내 허상을 보며 쫓아다녔다.

 

그러더니 임기 끝날 무렵에 돌연 “강한 안보” “강력 규탄”이라고 한다. 윤석열 당선인의 집무실 국방부 이전에 반대하면서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문 대통령은 과거엔 못 본 척하던 ‘서해 수호의 날’에 “강한 안보를 통한 평화야말로 서해 영웅들에게 보답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했다. 이 말을 문 대통령이 했다고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문 대통령은 재임 중 한·미 연합 훈련을 없앤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적과의 협상은 협상이고, 군 훈련은 훈련이다. 김정은의 가짜 비핵화가 드러난 이후 미국은 훈련 재개를 원했지만 문 정권은 반대했다. 김여정이 ‘훈련을 없애라’고 하자 통일부·국정원에 이어 범여권 의원 70여 명이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적이 싫어한다고 군사 훈련 하지 말자는 나라가 된 것이다.

 

김정은은 곧 7차 핵실험과 ICBM 태평양 발사 등으로 긴장 수위를 더 끌어올릴 것이다. 미·러, 미·중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유엔의 추가 대북 제재는 나오기 어렵다. 안보 위기가 닥치면 훈련을 강화하는 것이 기본이고 상식이다. 한·미 연합 훈련은 북한의 오판을 막는 안전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한·미는 지난 4년간 연대급 이상 실전 훈련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주한 미군 사령관이 ‘컴퓨터 키보드 게임’으로 전락한 연합 훈련에 대해 “실전에서 피를 부른다”고 걱정하는 지경이다. 4월 한·미 연합 훈련이 예정돼 있다. 문 대통령이 이 훈련을 정상화해 ‘안보’에 대한 최소한의 진심이라도 보여주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03.26 “김정은 보고 있나”… F35 스텔스기 28대 ‘코끼리 걸음’ 무력시위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 28대가 25일 활주로에 늘어서는 일명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코끼리 걸음) 훈련으로 대북 무력 시위를 벌였다. F-35A 스텔스기 28대는 우리 공군 전체 F-35A 40대의 70%에 달하는 전력이다. F-35A 스텔스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중의 하나로, 공군 F-35A가 대규모로 대북 무력시위를 벌인 것은 처음이다.

 

엘리펀트 워크는 코끼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걷는 모습처럼 항공기들이 활주로에서 일렬로 늘어서 위용을 과시하거나 실제로 최단 시간 내에 줄줄이 이륙하는 훈련이다. 상대방에 대한 무력시위 수단으로 종종 활용된다.

 

25일 '엘리펀트 워크' 훈련 중인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 (국방부 제공) /뉴스1

 

국방부는 이날 서욱 국방부 장관이 모 공군 기지를 방문해 F-35A의 엘리펀트 워크 훈련을 현장 지휘하고, 전날 북한의 ICBM 발사와 관련해 군사대비 태세를 점검했다고 밝혔다. F-35A는 지난 2018년 3월 1호기를 시작으로 지난 1월 마지막 4대가 인도돼 40대를 도입 완료했다. F-35A 도입에는 총 7조7700억 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됐다.

F-35A는 5세대 스텔스기로 스텔스 성능과 전자전 능력 등 통합항전 시스템을 갖췄다. 최대 속도는 마하 1.6이며, 전투행동 반경은 1093㎞에 달한다. 서 장관은 “북한의 ICBM 시험발사는 국제사회에 약속한 ICBM 발사 유예를 스스로 파기한 것으로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노골적 위반”이라며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심각한 위협행위”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군이 연합으로 북한을 겨냥해 대규모 엘리펀트 워크 훈련을 실시한 적도 있다. 지난 2012년 우리 공군 38전투비행전대와 미 공군 8전투비행단은 군산 기지에서 KF-16, F-16 등 양국 전투기 60여대가 참여한 가운데 엘리펀트 워크 훈련인 ‘한·미 연합 전시 최대무장 장착훈련’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미군은 지난 수년간 중국과 북한 등을 겨냥해 엘리펀트 워크 훈련을 늘리는 추세다. 주일 미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는 지난 2020년 6월 미사와 공군기지에서 31대의 각종 군용기를 동원해 첫 미·일 연합 엘리펀트 워크 훈련을 실시했다.

 

당시 훈련에는 일본 항공자위대의 F-35A 스텔스 12대, 미 공군 F-16 전투기 12대, 미 해군 EA-18G 전자전기와 P-8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미 공군 MC-130 특수전수송기 2대 등이 투입됐다. 지난해 미 해병대는 M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와 CH-53E ‘슈퍼 스탤리언’ 대형 헬기 40대를 동원해 엘리펀트 워크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https://tv.naver.com/v/25855935

조선일보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03.28  文정부 대북 물밑 지원·거래 내용 밝히는 ‘징비록’ 수준 백서 남겨야

4·27 판문점 회담 때 김정은에게 건넨 USB 내용 미공개 상태
9·19군사합의는 이미 휴지 조각, 공허한 종전 선언은 자충수
새 정부, 전단금지법 개정… 한미 동맹 강화로 도발 억지를

 북한이 대선 이틀 만에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짧게 보도했다. 북한이 남한 보수 후보의 당선을 이름까지 포함해 즉각 보도한 것은 이례적이다. 과거에는 일주일 이상 침묵을 지켰다. 통전부를 비롯한 대남 부서들은 대책 수립에 골몰할 것이다. 2007년 10·4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정부는 무리한 대북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대한 이행 여부를 둘러싸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평양 주석궁과 청와대가 2년간의 물밑 갈등 끝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 발생했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떤 대북 지원을 했는지, 4·27 판문점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에게 제공한 USB에 무엇이 담겨있는지는 미공개 상태다. 북한이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호의적이었던 문재인 정부에 막말과 욕설 퍼레이드를 퍼부은 이유는 미스테리다.

 

 남북관계 정책 제안

 

윤석열 당선인은 주종의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판돈 전체를 평양에 베팅했던 문재인 정부의 남북 관계는 과유불급 수준을 넘어서 갑을 주종 관계였다. 주종(主從)에서 주주(主主)로의 남북 관계 정상화의 핵심은 문 정부가 평양에 제공한 대북 선물 세트의 수정과 폐기다. 대북전단금지법, 9·19군사합의, 종전선언 등 이른바 3대 종합선물세트는 국민들의 자긍심과 국가 품격을 손상시켰다. 대북전단금지법은 일명 ‘김여정 하명법’이다. 2020년 6월 북한의 김여정은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것을 청와대에 요구했고 북한에 대화를 구걸하던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법을 일방 통과시켰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대북전단금지법은 김정은 남매를 달래기 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대북전단은 주민들이 북한 내부의 문제점을 인식할 수 있는 단초다.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하면 여소야대 정국이라 당장 법을 폐기하기는 어렵지만 처벌 수위를 낮추는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용지물로 변해가는 9·19군사합의는 폐기가 불가피하다. 전방초소(GP) 철거 등 남한의 일방적인 무장해제로 가는 군사합의는 비무장지대에 안보 취약점을 노출시켜 탈북자의 월북에도 깜깜이다. 실탄사격 전술훈련을 금지함에 따라 총 한 방 안 쏴 보고 GP 병사들이 전역한다. 유사시 북한의 기습 도발이 감행될 경우 대응 사격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이미 군사합의는 휴지 조각이 되었다. 선거를 하루 앞둔 3월 8일 북한 경비정이 NLL(서해북방한계선)을 7분간 월선함으로써 합의를 위반했다.

 

6·25전쟁 종전선언 카드도 접어야 한다. 하노이 노딜이후 끄집어낸 문 정부의 종전선언은 맥락과 시점이 맞지 않는 자충수 카드였다. 미·중은 물론 당사자인 북한조차 관심 없는 종전선언 카드는 임기 말 외교를 통한 국익 실현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제한된 국력으로 스마트한 외교가 필수적인 중차대한 시기에 당사자인 북한조차 공허하게 평가하는 종전선언에 올인한 정책은 국력 낭비 사례다.

 

북한은 정초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12차례의 소나기 미사일 발사로 2018년 선언한 핵과 미사일 발사 유예조치인 모라토리엄을 파기했다. 레드라인을 넘은 ICBM 발사로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수명을 다했다. 하지만 문대통령이 주재한 NSC 발표문에는 여전히 ‘도발’ 표현이 없다. 5년간 안보불감증이었던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의 청와대 용산 이전 반대 이유로 안보를 내세우는 것은 내로남불이다. 문 정부는 5년간의 대북정책에 대해 자화자찬이 아닌 임진왜란 이후 징비록(懲毖錄) 수준의 남북관계 백서를 남겨 새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도록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능라도경기장 15만 군중 앞에서 연설하고 김정은과 부부동반으로 백두산 정상을 등반했는데 왜 북한이 세계 최장의 다탄두 형태 ICBM을 발사하는지 당사자로서 역사 앞에 진상을 밝혀야 한다. 무리한 물밑 거래나 지원 약속 등도 고백해야 천안함 폭침 같은 불행을 막을 수 있다.

 

문 정부는 동맹을 거래 수단으로 격하시키고 폄하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가치의 토대를 무너뜨렸다. 청와대는 함께 피를 흘리고 싸웠던 동맹은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망각했다. 어설픈 운전자론, 섣부른 중계자론의 망상으로 동맹의 품격을 내팽겨쳤다. 지난해 5월 미국은 백악관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참전 노병에게 미군 최고의 훈장 ‘명예 훈장(medal of honor)’을 수여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의 뿌리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기억하지 않는 한국 지도자에게 던지는 무언의 이벤트였다.

 

선거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한반도 현실은 냉엄하고 복잡하다. 대북정책은 리셋될 것이지만 과정은 성장통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북한은 역대 보수 대통령에 대해서는 취임 초반부터 강대강 전략을 택했지만 올해는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중 갈등으로 미국의 전선이 확대되면서 예사롭지 않다. 신형 ICBM의 추가 발사와 7차 핵실험 카드도 임박했다. 한국의 새 대통령이 확정된 날 김정은이 직접 ICBM 발사 재개를 공식화했고 실행에 옮겼다.

 

새 정부의 외교안보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스마트해야 한다. 한미동맹에 의한 강력한 억지전략을 토대로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것은 기본이다. 북한 비핵화를 유도할 로드맵도 필요하다. 한반도 안보의 파수꾼 역할에 실패한 국가정보원의 기능 정상화도 불가피하다.

 

지정학적으로 주변 열강들 사이에 ‘낀 국가’인 한국의 외교안보는 항상 긴장하고 깨어있지 않으면 사달이 날 수 밖에 없다. 한반도 북쪽은 끊임없이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지역이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간의 갈등은 동북아의 복합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동맹의 느슨해진 린치핀(핵심축)은 단단하게 조여야 한다.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수레바퀴가 작동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과거사 수렁에 빠진 한일관계도 일단 신작로로 견인해야 한다. 한 달을 넘긴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외교적 담판으로 거란으로부터 압록강 동쪽 강동 6주를 획득한 서희 장군의 스마트한 외교를 펼쳐야 하는 숙명적 과제를 안고 있다. 한반도 격랑의 시기다. 축배의 시간은 가고 고뇌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조선일보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03.29  ‘문재인 대통령님 귀하’ 국제인권단체가 보낸 공개 편지

휴먼라이츠워치(HRW)가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공개 편지(open letter)를 보냈다. 김부겸 총리, 정의용 외교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참조인으로 한 편지 내용은 이랬다.

 

 

 “문재인 대통령님 귀하

 

6국 28개 비정부기구와 전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등 4명의 개인을 대신해(on behalf of them) 귀 정부가 제49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연례 결의안 공동 제안 참여를 재개함으로써(resume the co-sponsorship of the annual resolution) 북한 내 끔찍한 인권 상황에 상응하는 행동을 취하도록 촉구하려고(urge your government to act in response to the dire human rights situation) 이 서한을 보냅니다.

 

북한의 인권 유린 심각성(gravity)은 익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는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엽기적 인권 침해를 조사해왔으며(investigate the ongoing systematic, widespread, and gross human rights violations), 북한이 정권 차원에서 절멸(絶滅·extermination), 살인(murder), 노예화(enslavement), 고문(torture), 투옥(imprisonment), 강간(rape) 및 성폭력(sexual violence), 강제 낙태(forced abortion), 정치·종교·인종·성별에 따른 박해(persecution), 강제 이주(forced transfer of populations), 고의적인 장기간 굶주림 방치라는 비인도적 행위(inhumane act of knowingly causing prolonged starvation) 등 반인륜 범죄를 저지르고(commit crimes against humanity)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엔 인권이사회와 총회는 그러한 실태를 강력히 규탄하는(strongly condemn) 결의안을 채택해왔으며, 한국 역시 2008~2018년 매년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해 북한 내 인권 보호·향상 노력에 필수적 역할을 했었습니다(play an integral role). 그런데 2019년부터 귀 정부는 결의안 공동 제안을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신 평화와 번영을 통한 인권 개선 노력을 하겠노라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정책 아래 성취된 결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인권 대화를 배제한(exclude human rights dialogue) 협력 추구는 지속적인 평화를 얻어 내지(secure a durable peace) 못했고, 끔찍한 인권 유린에 대한 침묵으로만 이어졌습니다(lead to silence on its horrific violations).

 

노선 변경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be crucial). 귀 정부가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 중대한 유린 행위를 저지른 자들에게 책임을 묻도록(hold accountable those responsible for grave abuses) 해야만 합니다. 대통령이 되시기 전에는 민주주의 투쟁 인권 변호사로서 끊임없이 노력하시지(work tirelessly as a human rights lawyer) 않았습니까.

 

대통령님께서 임기 말 마지막 공식 활동 중 하나로 올해 대북 결의안 공동 제안에 참여하시어 북한의 중대한 인권 유린에 확고한 원칙적 자세를 보여주실(take a principled stance) 것을 부탁드립니다.”

조선일보  윤희영 에디터

 

03.30  5년 내내 北·中에 휘둘리고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됐다니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글을 엮은 책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출간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나서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다짐한다”고 했다. 그러고 3년 만에 그런 나라를 만들었다고 선언한 것이다. 현실이 정말 그런가.

 

문 정부는 임기 내내 대북 저자세로 김정은 남매에 휘둘렸다. 다섯 차례의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했지만 ‘TV 용 이벤트’ 외에 실제 성과는 없었다. 북한 김여정 등이 ‘삶은 소대가리’ ‘겁먹은 개’ ‘특등 머저리’라고 조롱해도 아무 말 못 했다. 각종 미사일을 쏴도 ‘도발’이라는 말조차 못 했다. 김정은이 한미 훈련을 중지하라고 하니 “북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여당은 북이 싫어하니 훈련하지 말자고 했다. 결국 훈련을 컴퓨터 게임으로 만들었다. 김여정이 대북 전단 금지법을 만들라고 하자 그대로 시행했다. 북이 만들라는 법을 만드는 일이 실제 벌어진 것이다. 북한은 이제 극초음속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고 전술핵과 핵추진 잠수함 개발까지 공언했다. 우리 자체적으로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아무도 흔들지 못하는 나라를 만들었나.

 

이 정부가 중국에 약속한 ‘3불(不)’은 국가의 군사 주권을 외국에 내 준 것이다.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 방어망에 들어가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 결정할 주권 사항이다. 왜 외국의 허락을 받나.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문 대통령은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 한국은 작은 나라”라며 중국몽을 따르겠다고 했다.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했다. 한국 대통령 특사를 두 번이나 지방 장관이 앉는 하석(下席)에 앉혔다. 그래도 받아들였다. 굴종이다. 중국과 러시아 전투기들이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휘젓고, 중국 함정이 서해 중간선을 수시로 넘는 ‘서해 공정’을 벌이고 있지만 침묵하고 있다.

 

지금 우리를 흔들려는 나라는 북한과 중국이다. 이들은 핵과 미사일, 폭력적 압박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에 비하면 일본과의 역사 갈등은 부차적인 문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일본에 대해서만 각을 세웠다. 북한 중국에 5년 내내 휘둘리고서 임기 말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됐다고 한다. 아무리 임기 말 자화자찬용 책자라고 하지만 너무 심하지 않은가.

조선일보  사설

 

03.30  “北 비핵화 의지” 환상 만든 鄭 외교, 끝까지 궤변과 강변

문재인 대통령 특사로 2018년 방북한 정의용 안보실장이 김정은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8일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실패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는 질의에는 “단순하게 예스, 노로 대답할 수 없다”고도 했다.

 

정 장관은 2018년 안보실장 시절 김정은을 만난 뒤 워싱턴으로 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고 보증을 선 사람이다. 실제 김정은이 말한 것은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었다. 이 말은 북이 20년 넘게 해온 기만술인데도 ‘비핵화 의지’라는 있지도 않은 환상을 만들어 낸 것이다. 작년 1월 김정은이 ‘핵’을 36차례 강조하며 전술핵과 핵 잠수함 개발까지 공언했다. 그런데도 한 달 뒤 청문회에서 정 장관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아직 있다”고 했다. 그러자 미국 국무부가 “북의 핵·미사일 확산 의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2019년엔 “북의 ICBM은 이동식 발사대로 발사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존 동창리 발사장이 폐기되면 “북의 ICBM 발사 능력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도 했다. 그러나 북은 2017년에만 세 차례 ICBM급 미사일을 이동식 발사대로 발사했다. 이번 ICBM 발사도 이동식 발사대에서 했다. 청와대 안보실장과 외교부장관을 한 사람이 이렇게 틀린 사실을 말해도 되나. 이 사람이 판단한 국가 안보 정책은 어떤 것이었나. 그는 심지어 핵 없는 한국이 핵 무장한 북보다 ‘군사적으로 훨씬 앞서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했다. 모르고 했다면 자격이 없고 알고 했다면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정 장관은 북이 문 대통령 상중(喪中)에 미사일을 쏘자 “장례를 마치고 청와대로 복귀한 다음에 발사됐다”고 북을 감쌌다. 문 대통령을 ‘삶은 소대가리’라고 조롱하자 “협상을 재개하자는 절실함이 묻어 있다”고 해 실소를 낳았다. 탈북 어민 2명을 강제 북송한 뒤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안 봤다”고 했다. 범죄자라도 북 주민의 헌법상 지위는 우리 국민이다. 그렇게 가볍게 말할 사안이 아니다. 북한군 고사총이 우리 GP를 명중했을 때는 “사소하다”, 김정은이 남북 군사 합의를 깨고 서해 포 사격을 명령한 것은 “굉장한 절제”라고 했다. 오죽했으면 외교부가 “(장관의) 용어 선택이 적절치 못했다”고 했을 정도다.

 

정 장관은 작년 북이 ‘핵 폭주’를 재개했는데도 “대북 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라고 했다. 북이 무슨 도발을 해도 ‘합의 위반 아니다’는 말부터 했다. 지금 김정은이 ICBM을 쏘고 7차 핵실험까지 준비하는 안보 위기가 닥친 데는 정 장관의 책임도 크다. 그런데도 반성은 고사하고 끝까지 궤변, 강변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3월 30일 ‘천안함 막말’ 독립기념관 監事 임명은 호국영령 모독

 문재인 정권의 임기 말 ‘알박기’ 인사에는 ‘천안함 막말’ 장본인까지 포함됐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북한군의 기습 공격에 의한 천안함 폭침을 두고, 지난해 6월 방송에 출연해 “최원일 함장은 승진했다. 자기 부하들을 다 수장(水葬)시켜 놓고, 그 이후에도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한 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이 독립기념관 감사(監事)로 지난해 12월 임명된 것으로 30일 보도됐다. 파렴치한 차원을 넘어, 전사한 천안함 46용사를 비롯한 호국영령 전체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망언 이틀 만의 조 씨 “사죄”도, 당시 민주당 대표의 “죄송”도 쇼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독립기념관은 ‘민족정신과 올바른 국가관 정립’을 위한 법정기관이다. 감사 활동비 명목의 연봉 2400만 원, 별도의 각종 회의 수당 등 사실상의 국민 세금이 그런 식으로 쓰여서도 안 된다. “비상임이라 권한도, 의결권도 없다. 억대 연봉을 받는 것도 아니고” 운운한 조 씨는 ‘하는 일 없이 보수는 받는 자리를 특별히 배려해 준 것’이라고 실토한 것과 다름없다. “주변에서 지원자가 별로 없다며, 요청이 와서 공모에 신청했다”고 둘러대지만, 지원자가 16명이었다고 한다.

조 씨는 “새 정부에서 사표 내라고 하면 내겠다”며 거취 결정의 책임도 떠넘겼지만, 스스로 사퇴해야 마땅하다. 독립기념관 임원추천위원회 추천, 국가보훈처장 제청, 대통령의 임명 등 조 씨 발탁 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監査) 등을 통해 진상을 밝히고 관련 책임자도 문책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3월 31일  北에 ‘체제 파탄’ 걱정하게 해야 한다

 이상현 세종연구소장

김정은 ‘용감히 쏘라’ 직접 명령
文 5년 굴종에 대한 배려 全無
평화프로세스 파탄 최종 확인

尹정부에 떠넘겨진 안보 난제
실효적 방어체계 획기적 보완
트리거 조항 발동도 서둘러야

북한이 끝내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했다. 지난 24일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발사된 이 ‘화성-17형’을 고각 아닌 정상 궤도로 발사할 경우 1만5000㎞ 이상 사거리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써 2018년 4·27 판문점선언과 6·12 싱가포르 미·북 공동성명을 양축으로 유지돼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특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약속한 미사일 모라토리엄(발사유예)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이었다는 점에서 한반도 잠정 평화 체제는 파국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화성-17형 발사는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를 약속한 9·19 남북 군사합의에도 명백히 위배된다.

북한의 ICBM 도발은 4년 4개월 만이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ICBM을 발사하고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2018년 4월 핵실험 및 ICBM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었다. 하지만 북한의 ICBM 시험발사 재개는 시간문제일 뿐 결국 언젠가는 단행되리란 게 일반적 예상이었다. 지난 1월 19일 북한 노동당 정치국회의에서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더는 묵과할 수 없는 위험선에 이르렀다며 “신뢰 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공지)했다”고 사실상 모라토리엄 파기를 예고한 바 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북한이 정찰위성 운용을 위한 장거리 로켓으로 포장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내놓고 ICBM이라는 사실을 감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술 더 떠 김 위원장은 군수공업부에 ‘용감히 쏘라’는 친필 명령서를 내렸다. 발사 후 북한 측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그동안 우리 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울여 온 노력에 대해서는 눈곱만큼의 고려도 없다. 동영상에서는 “화성포-17형은 거대한 전략무기로서 강력한 핵공격 수단, 핵전쟁 억제력”이며, “앞으로도 국방력 강화에 최우선적으로 집중해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북한의 도발로 5월 10일 출범할 윤석열 새 정부는 첫 안보 시험지를 받아든 셈이다. 북한의 의도는, 우크라이나 위기를 틈타, 미뤘던 미사일 시험을 재개하는 한편,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미국에 협상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한국에 대해서는 차기 윤 정부에 대한 길들이기와 함께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따라 향후 5년간 남북관계의 큰 흐름이 결정될 가능성이 큰 만큼 윤 정부의 첫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은 이상 우리도 북한의 선의에만 기대는 공허한 평화에 매달릴 수 없다. 북한이 결국 ‘갈 데까지 간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도발에는 확실하고 강력하게 대응하되, 선의의 조치에는 대화와 교류로 호응한다는 원칙을 세움으로써 ‘강대강 선대선’은 북한만 할 수 있는 게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당장 3축 체계의 강화 같은 실효적인 방어 체계를 시급히 갖춰야 한다. 비핵 평화의 일환으로 다양한 공격용 미사일 같은 비핵 억지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 등으로 도발 수위를 높인다면 우리는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를 포함, 확고한 대응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국제적으로는, 핵과 미사일을 아무리 가져도 북한은 여전히 ‘고난의 행군’을 할 수밖에 없음을 추가 제재를 통해 일깨워야 한다. 북한의 2017년 11월 29일 ICBM 도발 때문에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UNSCR) 제2397호는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이나 ICBM 발사를 할 경우 대북 석유 수출량을 축소할 것임을 공약한 ‘트리거’ 조항을 도입했다. 비록, 긴급 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북한을 규탄하는 언론 성명조차 내지 못했지만, 향후 대북 제재가 더 강화될 것은 분명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전 세계에 불황과 기아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북한의 잇단 도발이, 그러잖아도 어려운 북한의 경제난을 더욱 더 어렵게 할 것임을 평양의 최고지도자가 더 늦기 전에 깨닫게 해야 한다.

문화일보 

 

03월31일  임기 말 文 공허한 ‘안보 쇼’

 김석 정치부 부장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보면 ‘안보’를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온 사람 같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갑자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해 안보를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22일에는 국무회의에서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강조했다. 24일에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관련 NSC 회의를 열고 “강력 규탄”했다. 임기 내내 북한 문제에 뜬구름 잡던 문 대통령이기에 임기 말 안보에 의지가 생겼다고 믿는 이들보다 윤 당선인 발목잡기용 행보라고 의심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물론 문 대통령이 최근 상황이 진심으로 우려돼서 안보를 강조하고 나섰을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말대로 ‘국가원수이자 행정 수반, 군 통수권자’이기 때문에 진심을 증명하기는 어렵지 않다. 임기 내내 눈 감아왔던 세 가지 일만 하면 국민 누구도 문 대통령의 최근 안보 발언이 진심이 아니었다고는 하지 못할 것이다.

첫째,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도발이라고 말해야 한다. 지난해 9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지 말라”고 한 뒤 문 대통령이나 정부 외교·안보 인사들 발언에서 ‘도발’이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4일 직접 현장 지휘를 한 ICBM 발사를 규탄하면서도 도발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았다. 북한의 ICBM은 남침 시 미군의 추가 증원을 막기 위한 위협용으로, 결국 최종 목표는 한국이다.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을 도발이라고 말하지도 못하면서 안보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둘째, 현재 임시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정상 배치하는 것이다. 미국은 매년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사드 정상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중국의 경제 보복 위협과 일부 좌파의 주한미군 보호용 무기 논리에 휘둘려 사드 정상 배치 문제를 수년째 방치 중이다. 한국을 지원하기 위해 온 주한미군을 보호하려는 방어용 무기마저 북한 동맹인 중국, 북한 추종세력인 일부 좌파 눈치를 보느라 정식 배치조차 못 하게 하면서 안보를 외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셋째, 한·미 연합훈련을 정상화해야 한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대북 외교를 위해 연합훈련을 축소한 이래 지난 4년간 연대급 이상 연합 기동훈련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훈련에서 땀 한 방울은 전쟁에서 피 한 방울과 같기에 전·현직 주한미군 사령관들은 지속적으로 연합훈련 재개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깬 뒤에도 대화 가능성을 이유로 미뤄 왔다. 또, 코로나19 확산 때는 미국이 주한미군과의 협력을 위해 한국군에 백신을 우선 공급해줬음에도 연합훈련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코로나19를 이유로 들었지만, 종전선언이 실제 이유로 꼽힌다.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을 주장하면서 이처럼 온갖 이유로 연합훈련을 하지 않는 건 자가당착이다.

문 대통령이 퇴임 전 이 3가지만 정상화해도 느닷없는 최근 안보 발언이 새 정부 발목잡기 아닌 진심이라는 증명이 될 것이다.

문화일보

 

03월 31일  북핵 대응 ‘잃어버린 5년’의 재앙

 신보영 국제부장

北 ICBM 도발 이어 핵실험 징후
2017년 위기의 데자뷔 가능성
바이든 대응과 우크라이나 변수

북핵 능력 및 국제정세 더 복잡
외교 이벤트 몰두한 文과 달리
차별화된 尹 첫 단추 기대한다

한반도 정세가 급속하게 5년 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올 들어 9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던 북한은 지난 24일 ‘화성-15형’ 개조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 예고대로 핵·ICBM 실험 모라토리엄(유예)을 파기했다. 7차 핵실험 강행도 시간 문제로 보인다. 북한의 행보는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당시와 매우 닮았다. 북한은 2017년 7월과 11월 ICBM ‘화성-14형’을 두 차례 발사했고, 같은 해 9월 3일 6차 핵실험도 강행했다. 북·미 정상이 누구의 ‘핵 버튼’이 더 큰지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미국 정상의 입에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라는 표현까지 나왔던 그 2017년이다.

현재의 위기가 2017년의 재연이 될까. 행위자들의 의도와 변수에서 유사한 부분이 많지만, 분명 차이점도 있다. 첫째는 북한의 의도다. 현재 북한은 2017년처럼 긴장 조성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ICBM 시험발사 이전에 다각적인 연쇄 미사일 도발과 사전 경고 등의 행보가 매우 흡사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있다는 시점도 유사한데, 2017년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해였다. 한·미 정권 초기에 도발을 통해 ‘몸값 올리기’에 나서는 북한의 전형적인 플레이북에 가깝다. 다만, 2017년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과 대북 제재 해제를 교환하려 했다가 실패한 2019년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의 ‘교훈’을 잊지 않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핵·미사일 능력 과시를 통한 더 극단적 몸값 올리기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미국의 대응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입에 올리는 일은 없겠지만, 북한의 ‘나쁜 행위’에는 제재와 압박으로 대응할 것은 확실하다. 여기에서도 2017년과 다른 포인트가 하나 있는데, 제재·압박의 방식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하는 ‘단일 대오’는 해당 지역을 넘어선 세계적 차원이라는 점이다. 러시아가 전황에서 밀리기 시작하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 자신감이 북핵 문제에서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셋째는 한·미 관계다. 곧 시작될 바이든·윤석열 시기에는 2017년 당시 트럼프·문재인 때보다 소통과 공조가 긴밀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기대가 큰 만큼 한국에 대한 요구도 클 수 있다. ‘쿼드’에서부터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까지 줄줄이 현안이 터져 나올 것이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일대일 관계에서 한국의 양보를 강요했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요구는 다자적이며 체계적이다. 이는 넷째 변수로 꼽을 수 있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미국이 중국·러시아 견제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으며,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독일·일본을 포함한 주요국 군비 증강의 명분도 되고 있다.

종합하면,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주요 행위자의 셈법과 대응 방식이 바뀌었고, 대외 환경은 엄혹해졌다. 당장 피부에 와 닿는 사례가 있다. 5년 전 북한의 ICBM에 대응, 만장일치로 대북 제재 결의 제2371호를 채택했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5일에는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북한의 ICBM 도발을 규탄하는 언론 성명도 내놓지 못했다. 더욱 고도화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과 분열된 국제사회의 무기력한 대응, 이게 문재인 정부가 5년간 추진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서글픈 결말이다. 라종일 전 주일대사도 최근 발간한 ‘하노이의 길’에서 미·북 정상회담 실패로 가장 큰 처벌을 받은 것은 “남한 당국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한반도 평화 정책이었다”고 했다.

2017년 위기 뒤에 찾아온 외교적 기회를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이라는 이벤트성 행사로 날려버린 대가가 또다시 한반도를 긴장 국면으로 몰아넣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첫 단추가 너무나 중요한 이유다. 북한을 압박하고,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국제정세를 날카롭게 포착하면서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차별화된 윤 당선인의 정책을 기대한다. 역설적으로 문 정부의 실패가 도움이 될 것이다. 절대로 가서는 안 될 방향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