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이야기 2021-11/
11월 01일 국민 돈으로 ‘1인당 최소 100만원’ 與후보의 노골적 매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전(全)국민 코로나 지원금 지급을 또 들고나왔다. 이번엔 “한 당의 후보로서 제안하는 것”이라며 ‘1인당 최소 100만 원’ 표현도 사용했다. 추석 명절을 앞둔 지난 9월 초 우여곡절 끝에 국민 88%에 대해 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하자, 경기지사였던 이 후보는 나머지 12%에게 별도 지급키로 해 논란을 빚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코로나 초기에 최소 1인당 100만 원은 되지 않겠느냐고 말씀드렸다”면서 “일부 집행되긴 했는데 턱없이 적다”고 말했다. 31일에는 “추가로 30만∼50만 원”을 적시했다. 2020년 4월 총선 직전의 전국민 대상 가구당(4인 기준) 100만 원, 최근 국민 88%에 대한 1인당 25만 원보다 훨씬 큰 규모다. 코로나로 피해를 본 국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부담자 역시 국민이므로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게다가 ‘위드 코로나’로 자영업 어려움을 줄여주려는 시점이다.
분배를 중시하는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조차 “세금은 꿀단지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선출된 뒤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강행, 음식점 허가 총량제 등 논쟁적 주제를 잇달아 꺼냈다. 대장동 사태를 덮고 국민을 현혹할 노골적 매표(買票)용 ‘이슈 파이팅’은 아닌지 우려된다.
문화일보 사설
11-02 안철수의 세 번째 대선 출마 선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어제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안 대표는 “5년마다 반복되는 기득권 양당의 적폐 교대가 아니라 선진화 시대로 나아가는 ‘시대 교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대통령이 되면 임기 중반에 중간평가를 받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안 대표의 대선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2년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협상 끝에 양보했고, 2017년엔 완주했으나 3위에 그쳤다.
안 대표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대선 불출마 약속이 바뀌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나는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해명했다. 서울시장이 안 됐으니 대선 불출마 약속은 무효라는 취지인데 지나친 억지다. 앞서 안 대표는 “절대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던 약속을 번복하고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선언했다. 서울시장 선거가 끝난 뒤에도 안 대표 측은 “대선 불출마 약속은 유효하다”고 말해 왔지만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통합이 무산되자 독자 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정치인의 공직선거 출마가 아무리 자유의사라고 해도 국민들에게 한 약속은 무거워야 한다.
그러나 안 대표의 대선 출마는 갈수록 혼탁해지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대선 판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거대 양당의 유력 후보들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고, 경쟁자를 향한 막말 공방은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 이렇게 유력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높으니 대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투표할 후보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이 절반이나 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 아니겠는가.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야 후보가 접전을 벌이더라도 박빙의 표차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럴수록 중도층 표심에 호소하는 안 대표는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기득권 양당정치를 바로잡겠다고 했으면 그 틀을 깨는 참신한 비전과 정책부터 보여줘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 사설
11월 04일 국회 면책특권도 언론도 틀어막겠다는 李후보 反헌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파격적인 공약과 이슈를 쏟아낸다. 대장동 의혹의 책임을 피하거나 본말을 뒤엎으려는 의도가 비치지만, 정책에 대한 입장 표명을 금기시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민주주의 근본을 훼손할 정도로 반(反)헌법적인 내용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음식점 허가제와 낙인 찍기용 친일(親日) 표시제, 주 4일제 등에 이어 국회의원 면책특권도 제한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자신의 의혹을 지적하는 기사를 ‘가짜 뉴스’로 몰아 언론에 징벌적 책임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통과도 재촉했다.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45조는 민주주의 국가 시스템의 핵심 조항이다. 1689년 영국의 권리장전에서 시작돼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이 모두 채택한 이유다.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 등 면책특권 때문에 세상에 공개된 경우가 수없이 많다. 이 후보는 3일 당 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면책특권이 범죄특권이 되고 있다”면서 “일부 제한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또 “고의로 가짜 뉴스를 살포해 민주주의 토대를 허무는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가짜 뉴스엔 책임을 부과하겠다”고 했다. 이런 발언은 국회와 언론 전체에 대한 모욕도 된다. 구체적 사례와 근거를 밝히기 바란다.
이 후보는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의 ‘조폭 출신 박철민 씨가 이 후보에게 현금을 전달했다’는 의혹 제기를 겨냥한 듯하다. 그러나 박 씨 주장은 충분히 구체적이었고, 대선 후보로서 당연히 해명해야 할 일이다. 박 씨가 제공했다는 사진의 진위 의혹이 제기되자, 문화일보는 ‘명함 속 업소가 2015년엔 없었다’는 사실도 취재해 보도(10월 19일)했다. 이런데도 가짜 뉴스 운운하며 국내외 비판으로 보류된 ‘언론 징벌법’ 처리를 국회의장 등에게 요구했다.
이 후보는 또 “가계부채 비율은 가장 높은데, 국가부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상태로 비정상”이라고 했다. 국가부채가 가장 낮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부채가 적어 비정상이라는 인식 자체가 비정상이다. 더 위험한 부채 증가 속도는 외면했다. 국가부채를 투자 아닌 현금 살포에 사용하는 용처도 문제다. 이러니 김부겸 총리조차 “주머니 뒤지면 돈 나오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을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11월 04일 물가 급등에도 현금 뿌리자는 무책임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지난 10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거의 10년 만의 최고 수준인 전년 동기 대비 3.2%를 기록했다고 한다. 달걀·대파·돼지고기·우유 등 농축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다는 소식이 몇 달째 계속되고 있고, 최근에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석유류는 물론,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도 줄줄이 오를 조짐이다. 게다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영향으로 월세와 공동주택 관리비도 인상되고 가공식품·개인서비스 요금도 덩달아 오른다. 경기침체 속에 물가는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소득만 빼고 모든 것이 천정부지이니 서민들 삶의 고달픔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사실 인플레이션 압력은 대다수 국가에서 오래전부터 예견됐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주요국이 앞다퉈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막대한 현금을 살포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은행은 이미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 지출을 줄이고 기준금리를 높이는 것은 시중의 현금을 흡수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담보대출을 비롯해 1800조 원이 넘는 막대한 가계부채가 쌓인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채무자의 이자 부담을 크게 키움으로써 막대한 부채의 늪에 빠진 자영업자와 서민의 삶은 더욱 위험해진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목전의 선거에만 몰두해 현금 살포형 정책을 마구잡이로 남발한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이미 5차례 재난지원금이 지급됐다. 현재 진행 중인 5차 재난지원금만 해도 총 17조8000억 원가량의 현금이 풀릴 예정이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자금을 회수하려는 한은과는 정반대로 가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이재명 여당 대선 후보가 제기한 전 국민 대상 추가적 재난지원금이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 이미 재난지원금을 수십 차례 지원해도 괜찮다고 주장했고, 중앙정부의 상위 소득자 배제 원칙에 반대해 경기도민 전원에게 5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국가부채 비율이 너무 낮아 아직도 한참 여유가 있다며 1인당 30만∼50만 원의 지원금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예산에 적극 반영하려는 움직임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문재인 정부처럼 재정을 마구 지출할 경우 국가부채가 내년에 1000조 원을 넘는 데 이어, 2026년엔 1500조 원, 2029년엔 200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3년부터는 국가가 갚아야 할 채무 이자만 연간 20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 후보의 주장대로 1인당 50만 원의 지원금이 집행된다면 현금 25조 원이 시중에 풀리게 돼 물가상승 압력은 더욱 커진다. 장기적으로 국가부채의 구조도 크게 악화할 게 틀림없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연말까지 약 10조 원의 잉여 세수가 예상되므로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정말 그런가. 잉여 세수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일정 부분을 먼저 부채를 갚는 데 써야 한다. 잉여 세수 10조 원이 있으니 15조 원을 더 빚내서 25조 원을 지급하자는 건 무책임할 뿐 아니라 스태그플레이션을 자초하는 것이다. 도대체 경제를 얼마나 더 망가뜨릴 참인가.
문화일보
11.06 대선 후보 윤석열, 정권교체 민심 담아낼 과제 안았다

▲국민의힘은 5일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윤석열 전 총장을 대선 후보로 최종 선출했다. 2021.11.05 이덕훈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합산 득표율 47.85%로 2위 홍준표 의원(41.5%)을 6.35%포인트 차이로 앞서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정권 유지보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20%포인트 이상 높은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이를 실현시켜야 할 책무를 지게 된 것이다. 윤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정권 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법치 유린이 계속되고 비상식이 상식이 돼 민주당의 일탈은 날개를 달게 될 것”이라며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고 대장동 게이트에서 보듯 거대한 부패 카르텔을 뿌리 뽑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 출신이다. 전 정권 ‘적폐 수사’를 이끌 당시만 해도 현 정권으로부터 ‘정의로운 검사’라는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비리,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공작,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로 수사를 이어가자 감찰과 징계를 받으며 쫓겨나다시피 했다. 현 정권의 내로남불과 폭거에 맞선 결기가 그를 정권 교체를 상징하는 인물로 만들고 야당의 대선 후보 자리까지 오르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경선 결과는 윤 후보에게 내년 3월 9일 대선까지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도 함께 안겨 주었다. 윤 후보는 당원 투표에서 21만표를 얻어 12만표를 얻은 홍 의원을 2배 가까이 앞섰지만 국민 여론조사에선 37.94% 지지율로 48.21%의 홍 의원에게 10%포인트 이상 뒤졌다. 홍 의원 지지 가운데 여당 지지층의 역선택이 포함됐다는 분석도 어느 정도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 해도 전체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당원들의 지지에 힘입어 대선 후보가 됐다는 사실은 대선 후보의 약점일 수밖에 없다. 윤 후보는 자신보다 홍 의원 쪽에 더 지지를 보냈던 2030 젊은 유권자, 그리고 중도층 유권자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더 겸허해야 한다. 그래야만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정권 교체의 사명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1.06 ‘정치 신인’ 윤석열, 이젠 득점할 수 있나
野 당원들, 정치 4개월차 尹을 정권 탈환전 선봉에 세워
“정권 교체가 비전”만으론 안 돼… 거친 태클 뚫고 정책 역량 보여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 참여 선언 4개월여 만에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면서 한국 정당사의 새로운 기록을 쓰게 됐다. 정치 데뷔 후 ‘최단기 후보 당선’ 기록이다. 국민의힘은 당의 뿌리를 1997년 11월 김영삼의 신한국당과 이기택의 민주당이 합당해 출범한 한나라당으로 삼고 있다. 한나라당의 첫 대선 후보였던 대법관 출신 이회창은 대선 후보 선출 1년 반 전에 입당했다. 윤 후보보다 훨씬 오랜 적응 기간을 거쳤다.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에 선출된 윤석열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당 점퍼를 입고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윤 후보와 경쟁한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정치 신인’에게 전례 없는 기회를 준 당원 선택이 야속할 것이다. 홍·유 두 사람은 20년 넘게 국민의힘 진영에서 대선 도전을 위한 벽돌을 쌓아왔다. 서로 갈라서긴 했지만 탄핵 사태 후 두 사람은 “적폐” “배신자”란 소리를 들으면서도 보수 세력의 명맥을 잇겠다고 대선에 나섰다가 패했다. 탄핵이 없었다면 두 사람은 이번 경선에서 더 선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민의힘 당원들은 절치부심하며 다시 대선에 도전한 두 사람 대신 윤석열을 선택했다. 윤 후보는 검사장 시절 국민의힘 진영을 궤멸 위기로 몰고 간 이른바 ‘적폐 수사’를 진두지휘했지만 당원들은 문제 삼지 않았다. 현 여권 사람들이 “윤석열은 쉬운 상대”라고 해도 국민의힘 사람들은 이를 교란 전술로 받아들였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자기 진영에 칼을 겨눈 사람을 대선 후보로 밀어 올린 것이야말로 정당사에 전례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적 동물’인 사람이 파격을 선택할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누가 뭐래도 윤 후보를 선택한 국민의힘 당심은 ‘정권 교체’다. 현 집권 세력의 ‘내로남불’에 넌더리를 낸 국민의힘 사람들은 현 정권을 상대로 저항과 승리의 기억을 가진 한때의 적장(敵將)을 정권 탈환전의 대장군으로 삼았다.
윤 후보 지인은 그가 경선에서 고전할 때마다 “윤석열은 현 정권과 600일 전투를 치른 사람”이라고 했다. 조국 수사를 계기로 현 권력과 2년 가까이 불화를 빚으면서도 살아남은 그를 호락호락하게 보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의 정치적 식견과 역량에 고개를 갸웃한 사람들에겐 “윤석열은 다식(多識)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윤 후보는 10여 차례 경선 토론에서 술자리 담화 수준을 넘어선 정책 역량이나 정치적 인식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구심을 씻지 못했다. ‘전두환 발언’은 맥락을 알 수 없는 ‘아무 말 대잔치’란 소리도 들었다. 국민의힘 입당 전 자신했던 “호남·청년·중도를 아우르겠다”는 포부를 입증할 이렇다 할 성과도 아직 내놓지 못했다. 윤 후보가 지난 6월 말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실점을 거듭했다는 지적을 그의 캠프 인사들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윤 후보는 이제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정권 교체가 비전”이란 말로는 부족하다. 과거의 전공(戰功)으로 후보 자리에 올랐더라도 이제는 집권하면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 또 그런 나라를 만들 수 있는지 비전과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공정을 내걸었지만 정작 공정에 목말라한 20대·30대·40대 지지율이 각각 3%, 9%, 8%에 머무는 ‘398후보’란 반대자 지적도 뼈아프게 들어야 한다.
제1 야당의 윤 후보 선출은 진영 대 진영이 권력을 향해 돌진하면서 빚어진 한국 특유의 ‘소용돌이 정치’가 만들어낸 측면도 있다. 그런 만큼 본선에서 만날 경쟁 세력은 선거전에서 일찍이 보지 못한 거친 태클을 걸고 나올 것이다. 정권 탈환전의 선봉에 그를 밀어 올린 지지자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하려면 이제 태클을 뚫고 골을 성공시켜야 한다.
조선일보 최경운 기자
11.08 윤석열·안철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보수·합리적 진보 포괄한 反전체주의·反부패 진영
‘내 정파만의 정권’ 아닌 ‘공동 정권’으로 설정해
악성 도둑정치부터 막아야…
후보 단일화로 정권 심판을
자유민주 정권 교체 진영에 ‘윤석열의 시간’이 왔다. 윤석열이 선도하는 자유민주 진영은 어떤 진로로 가야 할 것인가? 국민의힘 리더십부터 리모델링해야 한다. 이준석·유승민 리더십에서 윤석열 리더십으로 확실하게 바뀌어야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7월 7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당’은 당 노선도 재정비해야 한다. 보수의 폭이 좁으면 그 한계를 물론 넓혀줘야 한다. 반면에 기회주의·상업주의·역선택이 들어와 자유 정당 본연의 정체성을 왜곡한다면 그것도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의 힘은 후자에 해당한다. ‘중도 확장’은 필요하다. 그러나 중도는 중간이 아니다. 중도·중용은 최적(最適)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전체주의가 싸울 때 중도를 하겠다며 중간 쪽으로 좌클릭하면 그건 중도도 무엇도 아니다. 자유인과 한총련·남총련·통진당·경기동부연합 사이엔 산술적 중간이 있을 수 없다.
2022년 3·9 대선은 자유민주주의와 전체주의의 싸움, 공정·상식과 ‘대장동’의 싸움, “내 집 마련할 수 있다”와 “할 수 없다”의 싸움, “식당을 마음대로 열 수 있다”와 “마음대로 열지 못한다”의 싸움이다. ‘문재인 5년’은 그래서 1948년에 세운 대한민국, 산업화를 성공시킨 대한민국, 그 후 민주화까지 이룩한 대한민국, 그래서 마침내 세계 10대 교역국이 된 선진 한국이 난폭하게 유린당한 시대였다. 3·9 대선은 그렇게 망해간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느냐, 아니면 그 길로 계속 망하게 내버려 두느냐가 걸린 절체절명의 내전이다. 이 선택에서 자유인들은 결코 패배할 수 없고, 패배해서도 안 된다.
자유인들은 그렇다면 어떻게 싸움에서 이길 것인가? 자유인들이란 보수주의, 자유주의, 합리적 진보의 모든 스펙트럼(빛깔)을 관통하는 광의의 반(反)전체주의·반(反)부패 카르텔을 말할 것이다. 공정하고 문명적인 일류 국가를 지향하는 다양한 자유인들은 다음 정권을 ‘내 정파만의 정권’이 아니라,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 정권’으로 설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권 교체를 이룰 대동단결이 가능하다. 빛깔과 빛깔 사이의 세부 다툼은 뒤로 미루고, 일단은 악성 양아치 좌파 파시스트 도둑 정치부터 막아놓고 봐야 한다.
구체적으로 이 연대는 윤석열·안철수 연대를 말할 수도 있다. 어느 재야 법조인 말대로 윤석열 대통령, 안철수 책임총리, 최재형 대법원장, 원희룡 법무장관을 말할 수도 있다. 윤희숙 경제부총리는 어떤가? 장기간 감옥에 갇힌 고령 전직 대통령들의 석방을 바라는 여망도 안아들여야 한다. 이 조합은 이를테면 그럴 수도 있다는 예시(例示)일 뿐이다. 다른 조합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음 정권을 ‘끼리끼리’ 전리품으로 독식하지 말자는 것이다. 권력 속성상 그건 안 되는 일이라 할지 모른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망하도록 내버려 둘 순 없다는 절실한 위기의식만 있다면, 자유인들은 정권 교체기에 그런 비상한 사회계약에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사회계약은 ‘자유대한민국 회복 국민 연합’ 같은 것이다. 정권 교체 필승 전략인 셈이다. 선거에 단일 전선으로 임하자는 것이다. 단체나 기구를 만들 것까진 없다. 서로 만나 합의하고 서약하면 된다. 좀 보수든 좀 진보든 좀 무엇이든, 자유로운 삶의 양식에 대한 인간 본성의 욕구, 천박한 조폭적 좌파에 대한 경멸만 공유하면 이 연대는 가능하다. “정권을 저들에게 내주면 어떤 세상이 올 것인가”를 상상하면 그 연대는 더더욱 가슴에 불을 지를 수 있다. 어떤 세상이 올 것인가? 이 물음에 아래와 같은 말이 퍼뜩 떠오르는 건 과민(過敏)일까 가능성일까?
민중주의 독재, 민노총 사회 대전환, 시장 통제, 역사관 통제, 기업 통제, 완장 찬 주민자치법, 언론 통제, 전교조 세뇌 교육, 일당 독주, 사법부 시녀화, 포퓰리즘, 사유재산 침해, 중산층 없애기, 원전(原電) 폐허, 안보 해체, 종전 선언, 미군 철수, 연방제…. 설마? 과민이겠지, 아니 실제 그럴지도…. 정말? 진짜? 그래서 떨리는가? 그렇다면 후보 단일화로 정권 심판할 수밖에 없다.
경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내부 총질을 너무 했다. 주적 개념이 없어졌다. 윤석열을 불러들여 고사시키려 했다. 안철수에겐 참기 어려운 모욕을 했다. 그와 단일화하자는 거간꾼은 징계하겠다, 운운. 그렇게 당한 안철수가 왜 튀지 않겠는가? 그가 튀는 그만큼 공멸이다. 윤석열도 안철수도 홍준표도 원희룡도 이제는 자신보다 정권 교체를 더 높게 자리매김해야 할 때다. 분별력이 한 줌이라도 있다면 말이다.
조선일보 류근일 언론인
11.08 尹 컨벤션 효과...양자대결 윤석열 47.3% vs이재명 35.2%
다자대결 尹 43%, 李 31.2%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4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1.2%로 조사됐다.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 후보의 컨벤션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국민의힘 차기 대선 후보가 확정된 직후인 지난 5일부터 이틀간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집계됐다. 두 후보 간 격차는 11.8%포인트로 윤 후보 지지도는 지난주보다 10.6%포인트 급등했고, 이 후보는 2%포인트 하락했다.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4.7%, 심상정 정의당 후보 3.7%,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새로운 물결) 1.4% 등이었다.
양자 가상대결에서도 윤 후보 47.3%, 이 후보 35.2%로 두 후보 간 격차가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밖으로 벌어졌다. 지난주에는 윤 후보 36.6%, 이 후보 36.5%였다.
‘내년에 치러질 차기 대선 성격’에 대해 “정권 교체돼야 한다”는 응답은 53.6%, “정권 재창출돼야 한다”는 37.0%였다. 지난달 8~9일 조사 대비 정권교체 응답은 2.1%포인트 올랐고, 정권재창출 응답은 2.7%포인트 줄었다.
조선일보 김동하 기자
11.09 보수 ‘리부팅’이 정권 교체만큼 절실하다

▲2021년 11월 5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후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우리나라의 보수는 폭삭 망했었다. 대통령에게 입바른 소리 한번 못 하고 떡고물만 바라보던 정치인들은 당의 대들보와 서까래가 무너지는 난리 통에서 제 몸들만 겨우 빼냈다. 의기양양한 민주당은 보수 궤멸과 20년 장기 집권을 호언장담했다.
그런데 불과 몇 년이 흐른 지금, 정권 교체 전망이 어둡지 않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한껏 고무된 분위기에서 치러진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간의 정당 혁신에 힘입어 국민의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자화자찬에는 걱정이 앞선다. 스스로의 한계와 과제를 짚어내지 못하는 정치 세력이라면 선거에서 이긴다 해도 국가의 미래를 밝힐 수 없다.
냉정하게 봤을 때, 지금 야권이 대권을 노릴 수 있게 된 것은 보수가 혁신적 대안 세력으로 우뚝 섰기 때문이 아니라, 청와대와 여당의 참담한 실패 덕분이다. 젊은 당대표 선출 등 신선한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한국 보수 정치의 정신이 뭔지 알겠다는 이는 찾기 어렵다. 미래 대비와 국가 개혁의 과제를 설계하고 책임지는 모습보다 어설픈 진보 따라 하기로 나라 곳간 허물기에 슬며시 끼어드는 장면이 더 익숙하다. 이번 경선 과정에서도 보수가 더 나은 미래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보다는 저 모양이라도 민주당보단 낫지 않겠냐는 체념이 지배적이었다.
5년 전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이게 나라냐’를 외친 대상이 보수 정치 세력이었다는 것을 상기하면, 근본적 쇄신 없이 이들이 권력만 탈환했을 때 국민이 또 한번 절망하지 않을 수 있을지 비관적이다. 이 망국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정권 교체를 향한 국민 열망이 강한 바로 지금, 보수의 전면적 리부팅이 절실하다. 지적·도덕적으로 파산해버린 자칭 진보 세력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보수가 감당해야 할 역사적 사명이기도 하다. ‘(수단 방법 안 가리고) 합니다’라 떠벌리다 화천대유로 만신창이가 돼버린 여당 후보를 이기는 것만 유일한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리부팅의 내용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우선 시대를 읽고 대처하는 유능함이다. 디지털 전환과 기후 대응, 미·중 관계의 변화 등 한반도를 둘러싼 변화가 숨 가쁘고, 경제력 격차와 고령화 등 내부의 어려움도 무겁다. 세계가 움직이는 방향과 발 디딘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앞길을 뚫을 수 있을지에 국민 삶이 걸려 있다.
게다가 코로나 동안 풀린 유동성, 미뤄놨던 구조 개혁으로 수습하고 거둬들여야 할 것들이 한가득이라 다음 정권은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 그러니 뚜렷한 청사진으로 희망을 제시하되, 어려운 상황을 정직하게 털어놓고 고통스러운 개혁에 대한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둘째, 약자 배려와 격차 완화에 보수가 소극적이라는 통념을 불식할 진정성이다. 근래 보수 정권 10년이 가장 박한 평가를 받은 게 양극화 대처와 사회 통합이다. 사회 통합 실패는 정권의 실패뿐 아니라 극심한 포퓰리즘을 불러들여 민주주의 체제까지 위협하게 된다. 틈만 나면 국가 재정을 정권 유지 도구로 써먹는 여당을 비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국민 한 사람도 소외시키지 않겠다는 의지와 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 정치를 향한 각오다. 사실, 여당 및 자칭 진보가 공적 가치와 책임을 내던지고 패거리 이익만 좇는 괴물이 된 데는 기득권 카르텔이라 불신받은 보수에 절반의 책임이 있다. 생계형 이익집단으로 전락한 진보가 법치를 농락하고 내로남불만 일삼다 몰락했다고 해서 보수가 미래를 열 리더십을 자동으로 갖추는 것이 아니다. 무책임 정치로 국민 신뢰를 잃고 무기력하게 권력을 갖다 바친 것이 바로 우리의 보수다. 지금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여당이 한심하지만, 국민의 눈에는 기득권을 절대 내려놓는 법이 없고 망해도 책임지는 이가 없었다는 점에서 보수도 딱히 다르지 않다.
오랫동안 우리 국민은 믿고 존경을 보낼 정치를 갈망해왔다. 자신의 언행을 천금과 같이 여기는 정치인, 거짓이 드러나거나 정책이 실패하면 국민 앞에 책임을 지는 정치 세력이 이미 국민 눈높이다. 이것이 보수 정치의 뉴노멀이 돼 한국 정치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더구나 어차피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치 세력이라면 현재와 같이 지축을 흔드는 환경 변화를 뚫고 국가를 번영으로 이끄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앞으로 넉 달의 대선 경주 동안 보수 정치가 스스로를 리부팅할 수 있을지가 나라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조선일보 윤희숙 전 국회의원
11월 10일 뒤틀린 ‘李 경제관’ 文보다 위험하다

문희수 논설위원
국민 세금으로 나랏빚 갚는데
정부 빚내 소득 확대 조삼모사
식당 총량제는 창업자유 침해
文정부 실패한 공공임대 더 확대
기본공약은 韓銀 발권력도 넘봐
시즌2 땐 전체주의식 통제 국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임기 말 문재인 정부의 국정을 뒤흔든다. 문 정부와 차별화한다며 특유의 정책 구상과 발언을 쏟아낸다. 대장동 의혹에서 빠져나가려는 프레임 바꾸기다. 대표적인 게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이다. 이 후보는 “가계부채는 세계적으로 높은데, 국가부채 비율은 너무 낮다”며 1인당 30만∼50만 원의 지원금을 더 주려고 당정을 압박한다.
그는 얼마 전에는 “올해 초과 세수가 40조 원가량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치 부풀리기다. 이 가운데 31조5000억 원은 이미 지난 2차 추가경정예산 때 다 쓰고 없다. 나머지 10조 원 정도 역시 40%는 지자체와 지방교육청 등에 줘야 하고, 소상공인 지원 등에 쓰고 나면 얼마 남지 않는다. 이에 민주당은 납세유예 꼼수로 ‘예산 분식’까지 하며 내년 1월에 방역지원금을 주겠다고 나서 정부조차 반발하고 있다.
이런 소동은 이 후보의 잘못된 이해에서 출발한다. 당장 세수 초과분은 국가부채를 우선 갚도록 규정한 국가재정법 위반이다. 또 초과 세수가 생겼다고 재정이 적자에서 흑자로 바뀐다는 뜻이 아니다. 올 재정 적자는 90조 원이나 된다. 이 때문에 적자 국채 발행은 지난해(102조8000억 원)에 이어 올해(104조 원)도 100조 원을 넘었다.
더구나 문 정부 들어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향후 5년간 증가율이 선진국 중 1위라는 게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이다. 나랏빚은 정부가 아니라 세금을 내는 국민이 갚는다. 내년 국가부채는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는다. 1인당 1868만 원꼴이다. 이 후보는 국민이 갚을 나랏빚을 더 늘려 국민에게 이전소득을 주어 가계부채를 줄인다고 말하는 것이다. 원숭이도 웃을 조삼모사다. 이 정도로 가계 빚이 줄지도 않는다. 이치가 이런데도 이 후보는 정부 적자는 민간의 흑자이고, 나랏빚은 민간 자산이라는 폐쇄경제 식의 괴이한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가계부채 급증 이유를 아는지부터 의문이다. 문 정부의 공공임대 중심 정책이 민간 주택 부족을 빚고, 보유세·양도세 폭탄이 입구·출구를 모두 막는 전방위 실패로 집값이 수억 원씩 치솟아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다. 게다가 임대차규제 3법은 전셋값까지 폭등시켰고, 이 때문에 전세 대출 금액과 건수가 급증했다. 이 후보는 문 정부의 부동산 실패를 사과하며 ‘이재명 정부’에선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공약은 공공임대 확대로 문 정부와 닮은꼴이다. 민간주택 부족이 문제인데, 중소형 공공 임대주택을 100만 채 지어 무엇을 어떻게 해결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주택·소득·금융 등 그의 기본공약 시리즈는 모두 막대한 재정을 필요로 한다. 기본소득은 1단계 1인당 연 50만 원 지급에 26조 원, 최종 3단계인 연 600만 원엔 무려 300조 원이 든다. “증세 없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상위층을 겨냥한 국토보유세 신설이 있다. 캠프에선 기본주택과 주택관리매입공사 신설 공약으로 한국은행 발권력까지 넘본다.
심지어 음식점 총량제 발상엔 전방위적인 국가 통제 욕구가 스며 있다. “자살할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라며 국가가 필요시엔 ‘창업의 자유’쯤은 일거에 무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사회주의 발상이라는 비판에 일단 말을 접었지만, 언젠가는 되살려 실현하려는 의중도 엿보인다.
어느새 이 후보는 ‘이재명 정부’를 기정사실화했다. 문 정부에 이은 4기 민주정부라더니 경선 한 달도 안 돼 말을 바꿨다. 정치권에선 유리하면 손을 잡고, 불리하다 싶으면 말을 바꾸고, 그것도 아니면 모른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며 쑤군거린다. 화려한 언변의 변호사답다. 그러나 이 후보가 고 박정희 대통령까지 소환하며 성장이 1호 공약이라고 주장해본들 역시 문 정부 시즌2다. 그가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한 적도 없다. 문 정부보다 ‘이 정부’가 더 위험해 보인다. 그는 뒤틀린 경제인식에 더해, 자신에게 불리한 가짜뉴스를 만든다며 언론 탄압과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까지 대놓고 거론한다. “이재명은 한다면 한다”는 그의 말에선 약속 이행보다 독주·독선·독단의 본능이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 내년 3월 9일 대선 투표일 직전까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전방위적인 국가통제를 희구하는 전체주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문화일보
11.10 윤석열과 동시특검 주장에… 이재명 “내가 뭘 잘못했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0일 대장동 의혹과 고발사주 사건 등을 동시 특검하자는 주장에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수사권 쇼핑을 위한 꼼수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비리는 드러난 게 맞지 않느냐”며 “내가 무슨 문제가 있느냐. ‘직원을 잘못 관리했다, 100% 유능하지 못했다’는 지적 외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느냐”고 했다.
이어 “0대 10인데 왜 이걸 1대1로 만들려고 하느냐. 우리는 한 골도 안 먹었다”며 “저쪽은 현재 입건된 것만 여덟 건이고 그 외에도 여러 건이 있는데 섞어서 세트로 하면 누가 이기겠느냐”고 했다.
이 후보는 수사기관의 결과를 지켜보기보다는 바로 특검을 해서 모든 의혹을 밝히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는 “특검 만능주의적 사고”라고 반박했다.
그는 “특검이 문제를 만들었다는 의혹도 있지 않느냐”며 “특검은 절대적으로 정의롭고 절대적으로 유능하냐, 그에 대해서 의문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1.11.10 국회사진기자단
이어 “국민의힘이 개입한 화천대유 부정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충분히 공정하고 엄정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빠른 시간 내에 검찰이 실체에 접근하고 책임을 묻는 과정을 거치기를 요구하고, 그렇지 못하면 바로 특검을 하되 대상도 (윤 후보의 부실수사 의혹까지) 확장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노석조 기자
11.11 李 “특검 필요” 진심이면 ‘즉시 李·尹 동시 특검’ 수용해야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해 10일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되 미진한 점, 의문이 남는다면 특검이든 어떤 형태로든 더 완벽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대장동 특검에 대해선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원내 정당이 찬성하고 있어 이 후보만 수용하면 곧바로 개시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검을 줄곧 거부하던 이 후보 입에서 많은 조건이 달리긴 했지만 이날 처음으로 특검 수용 가능성이 언급된 것이다.
대장동 의혹에 대한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후보의 진심이라면 더 기다려볼 필요도 없이 지금 당장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 검찰 수사는 이미 미진한 수준을 넘어 의도적 태업·부실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은 경찰이 한나절 만에 찾아낸 유동규씨 휴대폰을 열흘간 찾지 못하면서 거짓 해명을 내놓았다. 수사 착수 22일 만에 진행된 성남시청 압수 수색에서 시장실과 비서실은 빼놓았고 서버 압수 수색에서 이 후보 이메일 기록도 포함하지 않았다. 이 후보 최측근인 정진상 선대위 부실장은 검찰 압수 수색 직전 있었던 본인과 유동규씨의 통화 사실이 보도되자 “사법 당국에 강력히 경고한다”고 했는데, 검찰은 “어떤 내용도 언론에 알려준 사실이 없으며 당사자의 명예와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엎드렸다. 이러니 국민 10명 중 6~7명이 특검으로 진상 규명을 서둘러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특검 수용 의사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언급도 했다. “특검이 문제를 만들었다는 의혹도 있으며 특검은 절대적으로 정의롭고 유능한지 그에 대한 의문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대장동 의혹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향해 제기되는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동시 특검하자는 주장에 대해 “저쪽은 현재 입건된 것만 여덟 건이고 그 외에도 여러 건이 있는데 내가 잘못한 것이 무엇이 있느냐”고 했다. 대다수 국민이 대장동 특혜에 이 후보가 개입했다고 보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와는 동떨어진 인식이다. 이미 윤 후보는 대장동과 고발 사주에 대한 동시 특검을 수용했다. 이 후보의 ‘특검 필요’ 발언이 진심이라면 이를 수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상설특검법을 활용해도 특검 준비 기간과 활동 기간을 합쳐 최소 90일이 소요된다. 내년 3월 9일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2월 15일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주 초까지는 도입 결론이 나야 한다.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에 한 점 꺼릴 것이 없고, 그래서 특검으로 결백을 인정받고 싶다면 하루 이틀 사이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 시기를 넘긴다면 이 후보의 특검 수용 발언은 대선 전에 수사 결과가 나올 수 없는 시점까지 끌고 가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11.11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민주당에 등 돌리는 20·30세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은 과거의 대한민국이 아니다”고 했다. 코로나 방역과 경제회복에서 세계의 모범이 되었고, 세계 10위 경제 대국, 수출 6위 무역 강국으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1인당 국민소득도 처음으로 G7을 추월했다며 자랑했다. 그 이면의 그늘은 간단하게 스치듯 넘어갔다. “세계에서 저출산이 가장 심각하고, 노인빈곤율·자살률은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문제는 “여전히 최고의 민생문제이면서 개혁 과제”라고 딱 한 줄 언급했다.
하지만 지난 4년이 할퀴고 지나간 상처는 넓고 깊다. 우리가 최근 한 달간 목도한 장면들만 더듬어 봐도 그러하다. 문 대통령의 취임사 제목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였다. “지금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고 했다. 실제로 그렇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취임사와 달리 불편하고 뒤틀린 모습이다. 우리 사회가 망가지고 병들어 가는 현장들이다.
부동산·조국 사태와 2030의 반란
무능과 위선이 진보 진영에 치명상
민주당 처음 경험하는 뼈아픈 재앙
정치적 재생산 기반 무너질지 몰라
#두 쪽으로 쫙 나눠진 좌·우 진영

▲이철호의 퍼스펙티브
지난달 30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가장 장엄한 국가장인데도 군데군데 자리가 비어있었다. 뉴스1은 현장 사진을 전송하면서 ‘누군가의 빈자리’란 제목을 달았다. 헌법재판소장,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의 의자가 숭숭 비어 썰렁했다. 사방 빈자리 속에 꼿꼿이 앉은 김부겸 국무총리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도드라져 보일 정도였다.
지난달 30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가장 장엄한 국가장인데도 군데군데 자리가 비어있었다. 뉴스1은 현장 사진을 전송하면서 ‘누군가의 빈자리’란 제목을 달았다. 헌법재판소장,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의 의자가 숭숭 비어 썰렁했다. 사방 빈자리 속에 꼿꼿이 앉은 김부겸 국무총리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도드라져 보일 정도였다.
영결식은 코로나 거리두기와 ‘검소한 장례’를 주문한 고인의 뜻에 따라 참석자를 50명으로 한정했다. 대부분 서울대 병원 빈소에 조문했던 인사들이다. 하지만 민주당 광주 의원들과 진보 지지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장시간 언론 카메라에 노출되는 영결식 참석을 불편해하는 조짐이 번지기 시작했다. 영결식 당일 불참자가 쏟아지자 일부 유족은 “숭숭 뚫린 자리가 보기 흉하니 빈 의자들을 치우고 간격을 좁혀 앉자”고 했다. 하지만 대다수 유족과 국가장례위원회에는 “혹시 나중에라도 올지 모른다”거나 “이것도 역사의 현장이니 빈자리는 빈자리대로 그냥 두자”는 의견이 더 많았다.
진보 진영 내부에선 물밑에서 끔찍한 몸살을 앓았다. 실제로 영결식에서 추모 기도를 올렸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는 내부 비판에 사퇴 위기까지 몰렸다. 이 목사가 “영결식 참석은 5·18 광주의 마음을 중심에 두고 사고하지 못한 중대한 잘못”이라고 공식 사죄했을 정도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보수·진보로 완전히 쪼개진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국가장으로 결정할 때는 별말이 없었다. 다들 장례위원인 데다 빈소 조문까지 해 놓고 마지막 영결식장에 불참자가 많아 안타까웠다”고 했다. 일부 초청 대상자는 “다른 인사를 대신 참석시키면 안 되겠느냐”고 떠보았다가 그마저도 없던 일로 돌렸다. 국가장을 추진한 정부 측과 유족들만 두 쪽으로 쪼개진 영결식에 난감해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이야기도 나왔다. “그나마 노 전 대통령이 먼저 돌아가셔서 국가장이라도 가능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전두환 전 대통령이 먼저 타계했다면 국가장은커녕 장례식을 놓고 온 나라가 두 쪽 났을 게 분명하다.” 정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광경이다.
#성남시의 정치적 집단 린치?
대장동 사태의 속살을 보려면 지방 신문을 잘 살펴야 한다. 지난 8월 31일 ‘이재명 후보님, 화천대유 자산관리는 누구 것입니까’를 단독 보도한 경기경제신문이 대표적이다. 지난 1일 성남 도시개발공사 윤정수 사장의 폭탄선언도 마찬가지다. 홈페이지에 “대장동 사업은 공사 직원들의 업무상 배임 행위와 민간사업자 측이 이런 행위에 적극 가담한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는 보고서를 올린 것이다.
윤 사장은 3년 임기를 가까스로 마치고 지난 6일 퇴임했다. 폭탄선언의 배경이 궁금해 그에게 문자를 보내고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응답이 없었다. 며칠이 지난 뒤 간신히 짧은 통화가 이뤄졌다. 그는 “언론에 더 이상 말할 입장이 아니다”며 입을 닫았다. “궁금한 게 있다면 지난 8월 분당신문과 성남일보의 기사를 찾아보라”며 답변을 대신했다. 네이버에도 잘 검색이 되지 않는 작은 지방신문이다.
이 기사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성남시의회는 윤 사장 해임촉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재석 의원 34명 중 27명이나 찬성했다. 같은 해 12월 은수미 성남 시장은 그를 해임했다. 윤 사장은 곧바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법원에서 인용됐으며, 1심에서 “해임은 은 시장의 재량권 남용으로 위법하다”는 승소를 끌어냈다. 완승이었다.
이 지방지 기사들은 해임 과정에서의 정치적 의구심과 표적 감사 의혹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인터뷰에서 윤 사장은 “시 의회 의원들의 각종 청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다만, 그런 정치적 배경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다”며 말을 아꼈다. 지방지 보도들에 따르면 해임 사유의 하나였던 공사 직원의 근무시간 중 비트코인 채굴은 그 이전 감사에서 이미 적발된 사안이었고, 여직원에게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음해성 ‘미투’는 정작 해당 여성직원이 그런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점심시간을 위반했다는 혐의도 카드 결제 내역을 보면 대부분 1시 5분, 1시 10분 정도였다. 한마디로 억지로 꿰맞추는 표적 감사였다는 인상을 풍긴다.
재판부는 “임직원의 개인적 일탈 행위의 책임을 물어 공사 사장을 해임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변호인들도 법정 공방에서 “성남시의 논리대로라면 공무원들의 성매매, 성희롱, 음주 운전 등의 비위가 적발된 성남시장부터 벌써 해임돼야 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윤 사장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은 대장동 보고서 공개 전후 최고조에 달했다. 보고서 공개 4분 전에 은 성남시장의 “공개에 신중을 기하라”는 공문이 도착했다. 초 고강도 최후통첩이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윤 사장이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올리자 직접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나섰다. “해임됐다가 복귀한 ‘그 분’의 개인적 의견에 불과하다”며 메시지 대신 메신저를 깔아뭉갰다. 대장동 파문을 덮기 위한 안간힘이 묻어난다. 되짚어 보면 지난 1년간 사방에서 윤 사장을 향한 정치적 집단 린치가 일어난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도 21세기 대한민국 수도 바로 옆 성남시에서….
#5년 만에 뒤집어진 진보·보수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는 대목이었을 것이다. 모두 감격하며 큰 기대를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더 이상 이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조국 사태 이후 공정이라는 낱말이 사라졌으며, 부동산 재앙 이후 평등과 정의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어색해하는 느낌이다. 스스로 머쓱했을 것이고, 청와대 참모들도 “더 큰 역풍을 부를 수 있다”며 만류했다고 한다.
오히려 대비되는 장면이 지난달 11일 부산에서 열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모임이었다. 보수 지지자들은 “문 정부에선 기회가 평등하지 않았고, 과정은 공정하지 않았으며 결과 또한 정의롭지 못했다”며 “윤 후보만이 ‘기회가 평등한 나라, 과정이 공정한 나라, 결과가 정의로운 나라’로 이끌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과 5년 만에 입장이 정반대로 뒤바뀌었다. 평등·공정·정의의 상표권이 좌파에서 우파로 넘어가 버린 것이다. 정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장면이다.
아찔한 속도로 뒤바뀐 것 중의 하나는 20·30세대의 정치 성향이다. 민주당의 핵심 인사는 이렇게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로만 병 든 게 아니다. 대장동 사태도 나라가 병든 한 단면이다. 전통적으로 ‘부동산 투기=악(惡)’은 진보의 대표상품이었다. 그런데 문 정부에서 화천대유 등 비생산적인 부동산이 변호사·회계사 등 최고급 인력을 빨아들인 블랙홀이 됐다. 20·30세대의 좌절과 분노에 불을 붙인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이들을 어떻게 설득시킬지 걱정이다.”
윤석열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398 후보(20대 3%, 30대의 9%, 40대 8% 지지율)’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한 자릿수 지지율이란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된 이후에는 양자대결에서 20대 지지율이 41.8%로 이재명 후보(23.3%)를 압도하고 있다(리얼미터).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는 18~29세의 윤 후보 지지율(34.8%)이 이 후보(14.7%)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냉정하게 보면 윤 후보 인기가 급등했다기보다 청년층이 철저하게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는 의미다.
해방 이후 20·30세대는 줄곧 진보 쪽의 든든한 지지 기반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지옥과 조국 사태가 이들로 하여금 민주당에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굳어지면 진보 진영의 정치적 재생산 기반이 무너질지 모른다. 20·30세대의 반란은 민주당이 처음 경험하는 뼈아픈 재앙이다. 무능과 위선이 좌파 진영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는 게 빈말이 아니다.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11.12 ‘재난지원금’ 당정 혼란, 이런 것 해결하라고 대통령직 있는 것
김부겸 국무총리는 10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요구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정부에는 현재로선 대책이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 후보는 ‘초과 세수로 나라 곳간이 꽉꽉 채워지고 있다’고 했지만 올해 재정 적자가 무려 90조원을 넘는다. 꽉꽉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빚을 내야 한다. 김 총리는 “주머니 막 뒤지면 돈 나오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아무리 여당 대선 후보 요구라도 들어줄 재정 형편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자 민주당은 올해 거둘 세금 일부를 내년으로 미뤄 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대선용 현금 살포를 위해 ‘납세 유예’라는 꼼수까지 꺼낸 것이다. 국세징수법상 납세 유예는 부도·상해 등 국민 사정이 불가피할 때만 허용한다. 전 세계에서 매표용 현금 살포를 위해 올해 낼 세금을 내년에 내라는 정권이 어디 있겠나. 참으로 황당한 일이다. 여당이 하라는 대로 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조차 10일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납부를 유예해주면 국세징수법에 저촉된다”고 했다. 총리도, 부총리도 전 국민 지원금은 재정상, 법률상 어렵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11일엔 ‘가상 화폐 과세 1년 유예’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회와 정부가 내년 1월부터 250만원이 넘는 소득에 대해 과세하기로 합의했지만 뒤집겠다는 것이다. 청년층 표를 얻으려는 포퓰리즘이다. 선거에 눈이 멀면 이성적·합리적 판단이 마비된다. 나라 걱정은 물론 하지 않는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이럴 때 방향을 잡아줘야 하는 것이 대통령이다. 그것이 대통령이라는 직책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청와대는 재난지원금 갈등에 대해 “당정이 조율해 현명한 결론을 도출하길 바란다”고 했다. 또 뒤로 숨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년 넘게 국정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모습을 감추거나 나 몰라라 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이 1년 가까이 충돌했는데도 “검찰총장은 검찰총장 일을 하고, 법무장관은 법무장관 일을 하면 된다”고 한 뒤 숨어버렸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국민이 들끓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만이라도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안 된다”고 하라. 대통령다운 일을 할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1.12 권경애 “개떡같은 정치인들아, 혁명 약속 귀착점이 이재명인가?”
與 인사들 실명 거론하며
“받은 기회 모두 탕진
귀착점이 이재명이면
실패한 현실도 인정해야...
우리가 무너져야 새 초지 생겨”

▲권경애 변호사 /조선일보 DB
민변(民辯) 출신 권경애 변호사가 10일 밤 페이스북에서 운동권 출신의 유력 여권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혁명을 논하고, 평등한 세상을 갈망하고, 동지들의 분신을 잊지 말자고 했던 언약의 귀착점이 고작 이재명이냐”는 글을 올렸다가 얼마 뒤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변호사는 “나 술 좀 취했다”라고 시작하는 페이스북 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정치인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운동권 시절) 그 청춘들의 인생들 훈장 삼은 대표성으로 국회의원 배지 달고, 당 대표하고 장관 자리 얻고, 한, 그 결과가, 그 귀착점이, 결국, 꼴랑, 이재명이냐”고 했다. 권 변호사는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땅투기 사기꾼들과 영합해 정치력 조직 세력 확장한 인물”이라고 했다.
이어 “뭘 해야, 이 40년 가까운 실패한 위선의 세대의 마지막이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느냐”며 “뭘, 더 하지 말자 제발”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신들만큼, 사람들의 부채의식 볼모 삼아 기회를 부여받은 세력, 세대가 있었더냐”며 “그만큼 받았으면, 그만큼 받은 기회 다 탕진하고, 그 귀착점이 이재명이면, 이제 능력의 한계, 무능의 한계, 실패의 무거운 현실의 결과를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권 변호사가 쓴 페이스북 글은 현재 삭제됐는데, 원문이 일부 커뮤니티와 모바일 메신저에서 공유되고 있다. 권 변호사는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술에 취해 쓴 글은 페북이 알아서 삭제해주었네요”라고 썼다. 자신이 직접 삭제한 것을 이렇게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연세대 83학번인 권 변호사는 학생운동을 거쳐 서울과 안양 등지에서 노동운동을 했고, 대학 입학 12년 만인 1995년 졸업했다. 200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운동권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로 일했다. 2005년 참여연대, 2006년 민변에 가입했지만, 작년에 두 단체에서 탈퇴했다.
아래는 권 변호사가 썼다가 지웠다고 공유되고 있는 글 요약. (정치인 실명과 일부 거친 표현은 순화했음)
나 술 좀 취했다. 술 잘마신다고 알려졌지만, 술자리에서 술 안취하고 정신줄 붙잡고 있는 긴장감 유지 능력이 좀 있는거지, 나 술 사실 되게 약하다. 그니까 나는 거의 술이 잘 안취한다는 건데, 술 취한 내 자신을 잘 용납 못하는 강박이 있는 인간이라는 건데, 술 취했다. 그래서,
아, ***, ***, 등등...빌어먹을 선배 동료들아. 그 시절, 우리가 전두환 군부독재 종식, 직선제 쟁취 위해, 광주학살 원흉 감옥 보내야 한다고, 전태일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분신하는 동지들의 죽음을 넘고 넘으며, 원피스 한번 제대로 차려 입어 보지 못하고, 운동화에 청바지 데모 의상만 줄창 입고, 그 청춘 바쳐서, 대학졸업장도 기득권이라고, 데모하고, 감옥가고, 군대 강집 당하고, 노동자 신분 얻자고 위장취업하고, 그 청춘들의 인생들 훈장 삼은 대표성으로 국회의원 뺏지 달고, 당 대표하고 장관 자리 얻고, 한, 그 결과가, 그 귀착점이, 결국, 꼴랑, 이재명이냐? 땅투기 사기꾼들과 영합해 정치력 조직 세력 확장한 꼴랑 이재명이냐고?
혁명을 논하고, 평등한 세상을 갈망하고, 동지들의 분신을 잊지 말자 언약하던,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한평생 다하자던 언약의 귀착점이, 고작 이재명이냐고? 사회의 약자의 생존 방식이랍시고 조폭 칼부림 하는 방식으로 제거하는 뒷골목 문화를 익혀 정점에 다다른 자, 그 약자의 성공신화가, 약자를 대변하는 대표자라고, 자신을 속이며, 당신들이 아직도 정의고 선이냐.
우리는 뭘 할 수 있냐. 뭘 해야, 이 40년 가까운 실패한 위선의 세대의 마지막이 부끄럽지 않을 수 있냐. 이 신분 세습 공고화 세상을 만든 죄 값을 치를 수 있냐. 뭘, 더 하지 말자. 제발. 우리, 당신들 만큼, 사람들의 부채의식 볼모 삼아 기회를 부여 받은 세력, 세대가 있었더냐. 그만큼 받았으면, 그만큼 받은 기회 다 탕진하고, 그 귀착점이 이재명이면, 이제 능력의 한계, 무능의 한계, 실패의 무거운 현실의 결과를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
네 발로 지팡이 없이 걸어 다닐 수 있는 시간 몇 십년도 남지 않았는데, 뭘 하면, 이 역사에 지은 죄를 탕감하고 갈 지를 생각하고, 힘 기울여야 할 때다. 취했는데, 글 쓰다 보니 깬다. 더 깨기 전에 그만. (사람이름 열거)...
아. 이제 그만하자. 니들이 죽어야 세상이, 니들이 만든 세상을 보라고. 니들? 그 니들에 나 포함, 그간 조국 사태에 침묵하거나 동조했던 386, 다 포함된다. 도망칠 데도 물러날 데도 없다. 니들이, 우리가 죽어야, 다 무너져야. 후대가 싹 튀울 새 초지가 생긴다. 어쩔래. 어쩔거냐고. 그냥 마음이 아프다고. 진중권 생각해도 마음이 저리고. 결국 실패할 걸 아는, 그래도 자신이 할 일을 하는, 이 시대 유일하게 남은 지식인.
(386 정치인들 실명 언급)니들은 뭘 걸건데. 진교수는 교수 직이라도 걸었다.니들은 뭘건적 있냐. 국회의원 뺏지라도 걸어 본 적 있냐. 386 정신을 다 엿 바꿔먹은, 부패 ***를 대선 후보로 만든 주범들, 이 개떡같은 선배 정치인들아.
조선일보 김승재 기자
11.15 윤석열 대통령 되면 검찰공화국 된다는 비판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 되면 검찰을 수족처럼 부릴 거라고?
‘윤석열 모델’의 성공을 보고 후배 검찰, 권력에 맞설 것
‘이재명 모델’이 성공한다면 제2의 이재명 또 출현할 것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우리 헌정사에는 새로운 기록이 남게 되었다. 87년 민주화 이래 가장 유력한 두 대선 후보가 모두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첫 번째 대선이 치러지게 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윤석열의 경우는 더욱 이채롭다. 그는 공식적으로 정치에 입문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그야말로 정치 신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경력을 두고 우려를 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약 그가 당선된다면 본격적인 정치 경험이 전무한 이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권력을 손에 쥐게 되니 말이다. 윤석열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 특히 ‘조국 사태’ 당시 윤석열을 가열차게 비판했던 이들도 있다. 그들은 검찰총장이 곧장 대선에 나와 대통령이 되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랬다가는 이 나라가 ‘검찰 공화국’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나는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참일 것이라 생각한다. 검찰총장 윤석열이 곧장 정치에 뛰어들어 대통령이 된다면, 청와대와 검찰의 관계는 이전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으리라고 본다. 섣부른 우려만큼이나 성급한 낙관도 피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검찰 조직을 완전히 장악하여 수족처럼 부리는 신공안 통치는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윤석열이 만든 역할 모델 때문이다. 그는 검찰총장이 되기 전부터 문재인 정권에서 가장 촉망받는 검사였다. 지난 박근혜 정권을 상대로 한 수사를 총괄하고 지휘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다. 그랬던 그가 검찰총장이 된 후 청와대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직간접적 압박을 무릅쓰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기소했다. 그 후의 이야기는 오늘까지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바와 같다.
현재의 지지율대로 대선 결과가 나온다고 가정해보자. 윤석열이 뽑은 검찰총장은 어떤 생각을 할까? 고개를 들어 청와대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앉아 있다. 검찰총장이 원칙을 지키고 권력에 굴하지 않으면 국민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롤 모델이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검찰총장이 과연 윤석열 이전의 검찰총장들처럼 국민적 비난과 모욕을 감수하면서 권력의 칼 노릇을 하는 데 만족할 수 있을까? 그보다는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 싸우며 ‘제2의 윤석열’이 되려고 하지 않을까?
전자의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후자의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정치는 유행이 빨리 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팬클럽 노사모의 지지를 통해 당선되자 그 후로 모든 정치인들은 팬클럽을 꾸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에 청계천 공사를 하고 대통령이 되자 지자체장들은 눈에 보이는 치적 만들기에 열을 올렸다. 검찰총장 윤석열의 대선 직행은 후배 검사들, 더 나아가 모든 공직자에게 어떤 식으로건 역할 모델이 될 수밖에 없다. 검찰총장이 곧장 대통령으로 출마해 당선되는 사례가 생기면, 권력이 검찰을 통제하는 것은 오히려 더욱 힘들어진다. 역사는 이렇게 역설적이다.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는 것은 그 후 정치계에 ‘이재명 모델’이 대세가 된다는 말과 같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음주운전을 비롯한 총 4범의 전과 내역, 가족을 상대로 한 폭언과 욕설, 그 외 개인적 신변을 둘러싼 여러 논란들이 떠오르지만, 여기서는 그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내용이 있다.
그는 경기도지사 당선 후 자신에게 껄끄러운 질문을 하는 언론사의 생방송 인터뷰를 단칼에 중단한 바 있다. 더 큰 권력을 손에 쥐면 언론을 어떻게 다룰까? 이재명은 일개 네티즌 등을 상대로도 고소 고발을 꺼리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재명 모델’을 ‘윤석열 모델’보다 위험하다고 보는 것은 그래서다. 국회에서 무슨 법이 나오고 통과되어도 놀라지 않을 준비를 해야 한다. 권력에 민감한 검찰과 경찰 조직이 어떻게 움직일지 또한 예상 가능하다.
검찰총장의 대선 직행.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검찰 공화국을 운운하는 비판 혹은 비난은 타당하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2의 윤석열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또 다른 이재명의 출현을 예고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조선일보 노정태 철학에세이스트
11.16 표만 되면 정책 돌변, 정권 ‘세금 정치’ 어디까지 가나
올해분 종합부동산세 고지를 앞두고 민주당이 갑자기 1주택자 양도소득세 면제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당론만 정해놓고 입법엔 소극적이었는데 종부세 민심이 심상치 않자 급히 양도세 완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작년보다 10만명 많은 76만5000명에 이르고 납부액도 60%나 늘어난다. 민주당은 내년 초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위해 올해 추가 세수 10조원을 내년으로 넘기는 ‘꼼수’도 추진하고 있다. 법에도 없는 사상 초유의 ‘세금 납부 유예’를 들고 나와 논란을 일으켰다. 정교하게 설계해야 할 세금 문제를 면밀한 검토 없이 선거 논리에 따라 즉흥적으로 던진다. 세금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도 내년부터 시행될 가상 화폐 과세를 1년 유예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2030 세대의 표심을 얻으려는 선거 포석임이 뻔하다. 이 후보는 모든 토지에 매년 세금을 물리는 국토보유세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상위 10%가 아닌데도 반대하는 것은 바보짓”이라고도 했다. 국민을 90%대 10%로 갈라서 대립시키는 것이다.
재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상속세 개편은 계속 외면하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25년째 그대로인 상속제 공제 한도(10억원) 상향 조정 등의 개선안을 건의했으나 기재부는 이런 내용은 빼고 “상속세 세율을 낮추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표가 적은 소수나 비(非)지지층에겐 세금을 더 물리고 지지층과 표 많은 다수에겐 ‘면세’로 영합하는 것이다.
세금 정치는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계속돼왔다. 주택임대 사업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하더니 집값이 급등하자 이들을 투기꾼으로 매도하면서 세제 혜택을 하루 아침에 폐지해 버렸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란 과세 기본 원칙을 깨고, 고소득층과 대기업만을 겨냥한 증세로 일관해 왔다. 기준은 오직 하나, 어느 쪽이 표가 많으냐이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44%에서 49.5%로 올린 결과 상위 1% 고소득 근로자가 전체 소득세의 41%를 내는 반면 근로자 10명 중 4명은 세금을 한 푼도 안 내고 있다. 심각한 비정상이다.
세금 정치와 포퓰리즘이 합쳐지면서 문 정부 5년간 국가 채무가 400조원 이상 급증했다. 반성은커녕 재집권을 위해 더 심한 ‘세금 정치′를 시도하고 있다.
조선일보
11.16 李 “언론 기울어져”, 與 대변 공영방송들로도 부족한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신에 대한 언론 보도와 관련, “기울어져도 너무 기울어진 운동장, 너무 심각하다”고 했다. 자신의 부산 관련 발언 보도에 대한 말이었지만 사실상 대선 보도 전반을 비판한 것이다. 정치인들은 언론이 자신에게 좋은 보도를 하면 ‘바른 언론’이고 비판 보도를 하면 ‘나쁜 언론’이라고 한다. 거의 예외가 없다. 그런데 자신을 둘러싼 언론 환경 전체가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대중적 전파력을 가진 언론은 공영방송인 KBS다. 대부분 언론 관련 조사에서 그렇게 나온다. 그 KBS가 얼마 전 시사 프로에서 이 후보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대장동 의혹 특집 보도를 50분 동안 방송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문에 대장동에 투기꾼이 모였고 한나라당 시의원들 때문에 민관 공동 개발을 시작했다는 취지다. 구속된 남욱 변호사를 ‘전 한나라당 중앙청년위 부위원장’이라고 소개하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관련된 사건을 어떻게든 부각하려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어떻게든 투기 세력을 막으려고 한 정치인으로 묘사됐고, 투기 논란으로 유명한 김의겸 의원과 친여 기자 주진우씨가 주요 해설자로 등장했다. 공영방송이 아니라 이 후보 캠프 유튜브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이렇게 기울어져 있다. 같은 때 MBC도 대기업 총수 가족의 투기 개입 의혹 등을 제외하면 KBS와 거의 비슷한 내용의 대장동 의혹 특집 보도를 50분 동안 내보냈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세계 어느 여당 정치인도 공영방송으로부터 이런 대우를 받지 못할 것이고, 어떤 공영방송도 이런 방송을 내보내지 못할 것이다.
KBS 직원연대와 노동조합이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집계한 KBS 대선 관련 방송의 불공정 편파 사례는 60건이었다. 라디오 시사 프로 중 청취율이 가장 높다는 TBS의 김어준씨는 완전히 이 후보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것으로도 부족한가. 다음 정부는 이 비뚤어지고 기울어진 공영방송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16 팀 리더로서의 대통령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윤석열씨는 30여 년 공직 생활을 하면서 선출직에 나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물며 ‘대통령’임에랴. 그런 그가 검찰총장으로 현직 대통령의 ‘불법’에 제동을 걸었고, 지난 5월 대선의 길에 나선 지 6개월 만에 제1 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정됐다. 이런 일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없던 일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6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2021.11.5 /국회사진기자단
그는 정치 인생 거의 전부를 ‘대통령 꿈’에 걸다시피 살아온 많은 정치인과는 크게 다르다. 그 점에서 그는 준비된 ‘대통령 지망생’이 아니다. 대중적 리더십에 익숙하지도 않고 대통령으로서 지녀야 할 자질과 능력을 제대로 검증받을 기회도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그릇’에 대해 불안감이 없지 않다. 이른바 검찰 만능주의 사고방식을 걱정한다. 또 그가 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보수적 사고방식과 몇 마디 ‘말실수’, 사진 한 장(개 사과), 그의 가족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보다도 그의 세계관과 안보, 국방 등에 관한 전략적 사고(思考) 등을 제대로 접해볼 기회가 적었다. 오래 고정된 ‘대통령’이란 자리의 관념에 비추어 볼 때 윤석열은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우리는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의 단점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그는 ‘지도자’라기보다 ‘때 묻지 않은 사람’이다. 우리는 과거의 고착된 제왕적 대통령관(觀)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시대 전환에 대비할 ‘맞춤형 관리자’로서 대통령 기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과거 정치 거물들을 대통령으로 뽑아왔다. 그런데 그런 거물들이 우리에게 과연 무엇을 가져다주었는가? 사람들은 윤석열을 두고 호감·비호감 운운하며 호감 타령을 하는데 ‘호감 대통령’의 말로가 어떤 것인가를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다. 또 이번 대선은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기보다 나라의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정권 교체 마당이다. 우리는 무능함에도 제왕처럼 군림해온 대통령에게 식상할 만큼 식상했다. 우리는 나라 곳간이 비어 가는데도 퍼주는 데 급급한 한국판 베네수엘라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윤 후보는 다재다능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적어도 그는 타협 방식에도 익숙하지 않다. 능소능대한 정치인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오로지 법과 질서와 정의와 공정으로 세상을 재는 법률 직업인으로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 대통령이 되면 그는 그 생김새대로, 쓰임새대로 세상일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그는 문재인 정권이 비틀어 놓았던 것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에 열심일 것으로 믿는다. 정권 교체의 사명이 그에게 달려 있다. 어쩌면 윤석열의 쓸모는 거기까지인지도 모른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이 시대에 우리에게 요구되는 지도자는 팀 리더로서 정부를 이끄는 사람이다. 지금은 1인 지배형 권력이 아니라 팀워크를 갖춘 합동작전이 필요한 시대다. 그런 의미에서 윤 후보는 국민 앞에 그의 ‘팀’을 미리 선보여주는 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 시스템을 가동했으면 한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총리에는 누구, 경제팀은 누구누구, 문화·교육은 누구누구, 외교 안보는 어떤 인물을 앉힐 것임을 사전에 국민 앞에 제시함으로써 국민으로 하여금 ‘윤석열 정권’의 방향을 미리 가늠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국민은 후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의 팀을 보고 표를 주는 것이다. 그것은 윤 후보 개인으로서도 미숙한 경험과 실전(實戰) 대응 능력 등을 보완해주는 것이고, 또한 대선 승리 후 논공행상 차원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인사 난맥과 잡음을 예방하는 선제적(先制的) 대응일 수도 있다.
윤 후보는 지금 팀워크에 관한 예비 시험을 치르고 있다. 바로 선대위원회 구성과 위원장 선정 문제다. 그가 팀워크로 갈 것인지, 거물 명성에 이끌려 갈 것인지를 우리는 여기서 가늠해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또 윤 후보가 2030세대에 취약하다며 그들을 끌어안는 대책을 말하는데, 2030세대는 자기들에게 돌아오는 떡고물에 이끌려 다니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윤 후보도 덩달아 우왕좌왕하지 말기 바란다. 허황된 돈 공약보다 소박함, 솔직함, 성실함 같은 것이 더 중요하다.
윤 후보는 당인(黨人)도 아니고 기성 정치인도 아니기 때문에 견문(見聞)에 취약한 측면이 있지만 부채 의식도 없다. 민주당과 그 후보는 윤 후보가 취약해 보이는 ‘기술로서의 정치’라는 기성 프레임으로 그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그리 끌려가면 윤석열은 죽는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
11.16 경제弱者, 與 외면하는 이유
문재인 정부는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소득 주도 성장을 내세웠지만 정작 가난한 이들에게 인기가 없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생활수준별로 상‧중상층 42%, 중층 38%, 하층 30%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상‧중상층 38%, 중층 37%였고 하층은 21%에 머물렀다.
여당의 이재명 대선 후보도 마찬가지다. 최근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사 공동 조사에서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는 지지율이 상위층(38% 대 35%)과 중위층(39% 대 36%)에서 차이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하위층(40% 대 28%)에선 이 후보가 12%포인트나 뒤졌다.
지난주 입소스‧한국경제신문 조사도 월 소득 700만원 이상 최상위층은 윤 후보(33.6%)보다 이 후보(43.6%) 지지율이 높았지만, 월 소득 200만원 이하 최하위층은 윤 후보(58.2%)가 이 후보(24.6%)를 두 배 이상 앞섰다. 최근 윤 후보의 상승세와 이 후보의 침체가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계층이 저소득층이란 조사 결과다.
지난 7월 이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抑强扶弱) 정치로 모두 함께 잘사는 대동세상(大同世上)을 향해 가야 한다”고 했다. 스스로를 ‘흙수저 비주류’라고 칭하며 어렵게 살던 유년 시절을 자주 언급하기도 했다. 야당을 향해선 ‘부자(富者) 정당’이라며 공세를 펼치곤 했다. 부자와 빈자 갈라치기 프레임이다. 하지만 오히려 경제 약자(弱者) 다수가 이 후보를 외면하고 있다. ‘함께 잘살자’를 표방하는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에게 가난한 이들이 등을 돌리는 이른바 ‘지지율의 역설(逆說)’이다.
이 후보가 주장하는 ‘전 국민 재난 지원금’도 얼마 전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경제 하위층의 대다수인 67%가 반대했다. 나랏빚으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물가가 치솟으면 저소득층이 가장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경제가 수렁에 빠지면 맨 먼저 타격받는 게 서민이란 것을 모를 리 없다. 빈곤층은 평등을 강조해온 현 정부에서 고용 악화와 불평등 확산의 직격탄을 맞아 생활고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평등의 역습(逆襲)’은 이들에게 악몽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를 가장 원하는 계층도 빈곤층이다. 입소스 조사에서 ‘정권 교체를 원한다’는 응답이 소득 최상위층(43%)보다 최하위층(60%)에서 훨씬 높았다. 여당은 요즘 정권교체론이 높아지자 “여당 승리도 정권 교체”란 신기한 논리로 역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돈 뿌리기 포퓰리즘, 세금 만능주의, 부자·빈자 편 가르기 등과 완전히 선을 긋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 시즌2′의 등장을 경계하는 유권자가 줄지 않을 것이다.
11.17 이번엔 ‘한명숙 건’ 공수처 尹에 4번째 공세, 하는 일이 이것뿐
공수처가 이번엔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 위증 교사 수사 방해’라는 것을 들고나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서면 진술을 요구했다고 한다. 지금 공수처는 윤 후보를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등 4건의 사건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인데, 윤 후보 본인에 대한 직접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수처가 윤 후보를 서면 조사한다는 사건은 ‘한 전 총리가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처벌당한 것은 검찰이 증인에게 위증을 강요해 조작했기 때문인데,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이 강요에 대한 수사를 막았다’는 주장이다. 터무니없는 내용이다. 한 전 총리가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받고 만기 복역한 것은 증인 진술 때문이 아니라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확실한 물증이 나왔기 때문이다. 건설업자가 건넨 1억원짜리 수표가 한 전 총리 친동생의 전세 자금으로 쓰인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검찰이 거짓 진술을 강요할 이유가 없었다. 추미애, 박범계 법무장관이 잇달아 무리한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해 계속 조사했지만 모두 위증 강요는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검찰총장이던 윤 후보가 수사를 방해한 일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근거 없는 것으로 확인된 의혹을 공수처가 재탕, 삼탕으로 또 수사하는 것이다.
야당 대선 후보도 불법이 있다면 조사받아야 하지만, 윤 후보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는 납득하기 힘든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공수처는 시민단체가 고발장을 내자 사흘 만에 윤 후보를 ‘고발 사주’ 의혹 피의자로 공개 입건하면서 “죄가 있느냐, 없느냐는 그다음의 이야기”라고 했다. 이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5개월간 묵혀뒀던 ‘판사 사찰’ 의혹을 끄집어내 윤 후보를 추가 입건했다. 이어 한 전 총리 관련 의혹에 대한 서면 조사까지 나간 것이다. 야당 대선 후보를 표적 삼아 파상 공세를 갈수록 높여가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공수처가 지난 1월 출범 이후 수사해온 사건 전체 12건 가운데 4건이 윤 후보 관련이라고 한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공수처 규모로는 1년에 3~4건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 공수처는 수사 역량 전부를 야당 대선 후보 수사에만 총력 동원하고 있는 셈이다.
공수처는 출범 300일이 되도록 여권 유력 정치인, 고위 공무원 등 ‘살아 있는 권력’의 범죄를 한 건이라도 잡아낸 게 없다. 살아 있는 권력의 범죄 혐의로 온 국민이 분노하는데도 모른 척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실상 윤 후보 한 사람만 쫓아다닌다. 정부 기관이 여당 편을 드는 것이 흔히 있다고는 해도 이렇게 노골적이고 편집증적으로 달려드는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조선일보 사설
11.17 기재부 ‘현금 뿌릴 돈도 법도 없다’ 난색에 與 ‘국정조사’ 겁박
민주당 원내대표가 “초과 세수가 50조원이 넘는데 세입 예산에 잡지 못한 건 재정 당국의 직무 유기를 넘어선 책무 유기”라며 “의도가 있었다면 국정조사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에 정부가 재정 형편을 이유로 어렵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자 여당 원내대표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를 겁박한 것이다. 여당이 같은 정권의 정부 부처를 국정조사하겠다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초과 세수라는 것은 기재부 예상보다 세금이 더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 ‘초과 세수’가 들어와도 올해 재정 적자는 90조원에 달한다. 엄청난 빚이다. 이렇게 빚투성이 나라 살림인데 ‘초과’라는 말이 갖는 어감을 이용해 무슨 남는 돈이나 있는 양 국민을 속이려 한다. 초과 세수가 무엇인지 모를 리 없는 여당이 국정조사까지 거론하며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선거 전략의 핵심인 현금 살포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문재인 정부라고 해도 ‘초과 세수’라는 것이 말장난일 뿐이고 국가재정법상 그 초과 세수라는 것도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국채상환에 먼저 써야 한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자 여당은 일부 세금 징수를 내년으로 미뤄 그 돈으로 선거 직전 재난지원금을 뿌리자는 ‘예산 분식’ 꼼수까지 내놓았다. 이에 대해서도 홍남기 부총리가 “국세징수법이 규정한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했다. 납세 유예는 부도·상해 등 국민 사정이 불가피할 때만 허용하게 돼있다. 결국 여당이 국정조사로 정부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성을 잃은 것이다. 이 와중에도 국정 최고 책임자인 문 대통령은 침묵만 지키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대선 2개월 전인 내년 1월 10조~15조원을 들여 전 국민 1인당 20만~25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한 것이 이번 논란의 시작이었다. 이제 한국은 대선 직전 현금 뿌리기를 내놓고 시도하는 나라가 됐다. 지금은 국정조사이지만 다음엔 무엇으로 이 매표 행위를 밀고나갈지 알 수 없다. 믿을 건 국민의 분별력뿐이다. 다행히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국민 70%가 반대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11.17 정치인 이재명을 만나면서 세 번 당혹했던 이유
거침없고 현란한 말로 떴지만 쉽게 말 바꾸고 오류 인정 안 해
비판 언론엔 “폐간하겠다” 공격… 대장동·가족 논란 불신 늪 빠져
2016년 성남시장이던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처음 만났다. 기초단체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는 게 무척 생경했다. 하지만 그와 대화를 나눈 후 생각이 달라졌다. 말은 재치 있고 시원시원했다.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를 넘나들면서도 막힘이 없었다. 자기주장을 펴는 논리력과 디테일 또한 놀라웠다. 그는 반드시 근거 수치를 댔다.
다 외우고 있는 것 같았다. 당혹스러울 정도로 자신만만했다. 똑똑하고 유능해 보였고 수완도 있었다. “행사장에서 한번 봤는데 다음 날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말해달라’는 전화를 받고 놀랐다”고 전하는 각계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후보를 수차례 만나면서 의문이 싹텄다. 그는 “내가 기본적으로 보수인데 보수가 나를 몰라준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어떻게 보수냐”고 했더니 자신이 얼마나 시장경제를 신봉하고 동맹과 안보를 중시하는지 길게 설명했다. 그런데 실제 그의 공약은 시장 통제와 세금으로 퍼주는 포퓰리즘이 상당수였다. 대북 정책과 한미 동맹에 대한 인식도 보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가 정책과 공약을 설명하면서 내세운 수치도 때론 정확한지 의심스러웠다. 대화가 길어지면 이전 발언과 다르거나 모순되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가 대표 치적으로 자랑한 계곡 정비 사업은 남양주시와 ‘원조 논쟁’에 휩싸였다. 지역 화폐 정책엔 국책 기관이 의문을 제기했다. 기본소득 시리즈는 현실성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음식점 총량제나 주4일제 같은 설익은 공약도 간 보듯 쉽게 던졌다. 이 지사의 말과 공약을 어디까지 신뢰할지 당혹스러웠다.
대장동 의혹에서도 이 후보 말은 앞뒤가 잘 맞지 않았다.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 사업으로 내가 직접 설계했다”고 하더니 화천대유에 8000억원 넘는 특혜가 간 것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추가 이익 환수 장치를 두자는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자신이 아닌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그랬다고 했다. 친형과의 불화에 대해 “형이 시정에 개입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형이 대장동 사업에 의문을 제기하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을 비판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 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다는 의혹도 부인했지만 사실이었다.
이 후보는 잘못이나 오류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았다. 자기 생각에 반대하면 가차 없이 몰아쳤다. 그의 방침에 반기를 든 남양주시에 대해선 감사를 벌였다. 지역 화폐의 문제점을 제기한 국책연구원장을 향해 “청산해야 할 적폐”라며 문책을 요구했다. 비판 보도는 가짜 뉴스로 몰았고 무더기 고발·소송으로 대응했다. 이 후보에 대한 비판 기사를 냈다가 “언론사를 폐간시키겠다”는 말까지 들었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까 놀라웠다.
이 후보는 달변가다. 하지만 말이 너무 현란하면 외려 불신을 키운다. 당장은 넘어가도 근본적 의문을 해소하진 못한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신뢰를 주지 못하는 유능함은 오래갈 수 없다. 이 후보를 오래 지켜보면서 그의 현란한 말솜씨에 한번,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말에 또 한번, 가차 없는 말 공격에 다시 한번 놀랐다. 국민은 조금 어수룩해 보여도 솔직한 사람,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를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을 더 신뢰한다. 집권당 후보가 되고도 지지율 정체의 늪에 빠진 이유가 무엇인지 이 후보는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조선일보 배성규 논설위원
11월 17일 李 “룰 어기며 하는 주장 응원…나도 전과자” 法治 허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불법’을 불사해도 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철학자나 시민운동가 입장에선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대한민국 정부의 최고 책임자가 되겠다는 인사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가 헌법 수호, 즉 국가 정체성 및 국토의 보존과 ‘법의 지배’ 실현인데, 여기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수많은 사람이 ‘정해진 룰’ 안에서 주장을 펼치고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원초적 근거인데, 이런 대전제 역시 무너뜨린다.
이 후보는 16일 기후 활동가들과의 간담회에서 “공동체의 협의된 룰을 일부 어기면서 이 주장을 세상에 알리는 것조차도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석탄발전소를 짓는 두산중공업을 찾아 녹색 스프레이 칠을 하고 민·형사 제소를 당해 23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대통령이 지나갈 때 도로에 뛰어들기도 했다’ 등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이 후보는 “그런 식의 삶도 응원한다”면서 “범법하는 때도 범법자로 몰릴 때도 있다. 그게 옳은지 그른지는 각자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석한 양이원영 의원이 “조심하라고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이 후보는 오히려 “나도 전과자”라면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후보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전과 내역은 무고 및 공무원(검사) 사칭,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특수공무집행 방해 공용물건 손상, 선거법 위반 등 4건이다. 이 후보 발언의 전체 취지는 기후변화 대응 등 환경운동을 하는 청소년·청년 활동가들을 격려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더 일반인이 수용할 수 있는 합법적 방법으로 ‘투쟁’하라고 하는 게 옳다. 그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이라는 이유로 막무가내로 행동하도록 부추기면 법치국가는 무너지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부를 뿐이다.
문화일보 사설
11월 18일 與 지자체長까지 번진 현금 살포 광풍…노골적 관권선거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금 살포’가 중앙정부 차원은 물론 광역·기초 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3단계에 걸쳐 경쟁적으로 이뤄지려 한다. 무차별 현금 살포의 재정 효율과 지자체 재정자립도 모두 낮은 현실을 고려하면 매표(買票)용 광풍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울산광역시는 시민 1인당 10만 원의 일상회복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17일 발표했다. 소요 예산 1143억 원은 정부 교부금과 시 추가경정예산으로 마련하겠다고 한다. 울산시가 지난 3년간 발행한 지방채만 3300억 원에 이른다.
앞서 인천·광주·전북도 10만 원 지원금을 발표했다. 울산을 포함해 모두 더불어민주당 출신이 단체장을 맡고 있다. 야당 출신 단체장과 지방의원들도 끌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도지사였던 경기도는 지난 9월 정부가 소득 하위 88% 가구에 지원금을 지급하자, 나머지 12%에게는 도 차원에서 지급했다.
기초자치단체도 뒤지지 않는다. 전남 순천시는 1인당 10만 원을 지급하겠다며 290억 원의 추경안을 16일 시의회에 제출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의 ‘재난지원금 100만 원 채워주기’ 입장에 따라 전국민 1인당 40만∼50만 원을 추가 지급하려 했으나, 정부 반대로 일단 1인당 20만 원 수준으로 낮췄다.
간접 지원이나 마찬가지인 지역화폐 발행도 폭증한다. 올해 1∼9월 전국에서 발행된 지역화폐만 17조3000억 원인데, 할인보조금 등 부대 비용이 2조 원가량 된다고 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해 ‘지역화폐가 다양한 손실과 비용을 초래하면서 경제적 효과를 상쇄하는 역효과를 내고, 국가 전체적으로 소비 증대 효과가 없다’는 보고서를 냈다가 이 후보로부터 “얼빠졌다”는 비판까지 들었다. 조세연구원은 그런 이 후보 주장도 재반박했다.
기초단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43%에 불과하다. 이런 현금 뿌리기는 정부 재정을 더욱 악화시킨다. 자유당 시절 ‘고무신 선거’보다 죄질이 덜하지 않은 관권·금권 선거 행태다. 당시엔 몰래 하는 시늉이라도 했고, 재정에서 빼내지도 않았다. 중앙선관위도 지난 9월 “선거를 앞두고 정부·지자체가 재난지원금을 지나치게 홍보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경우,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다. 유권자를 타락시키고 민주주의를 망칠 행태에 대한 국민 각성이 절실하다.
문화일보 사설
11.19 분별력 있는 국민 여론이 ‘선거용 현금 살포’ 철회시켰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에 대해서라도 시급히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말 ‘1인당 30만~50만원의 전 국민 지원금 추가 지급’을 주장하고 나선 지 약 3주일 만에 철회한 것이다. 이 후보는 “야당이 반대하고 정부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이유를 댔지만, 여론조사에서 국민 60%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는 등 달라진 여론에 따른 선거 전략상 후퇴로 보인다.
이 후보의 전격 철회로 매듭지어졌지만, 그동안 전 국민 지원금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혼란과 파행은 국정이 선거에 휘말릴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생생히 보여주었다. 민주당은 이 후보 요구를 뒷받침하려 온갖 무리수를 서슴지 않았다. 올해 거둘 세금 일부를 내년으로 미뤄 지원금 재원으로 삼자는 사상 초유의 ‘납부 유예’ 꼼수까지 동원했다. 경제부총리가 “국세징수법에 저촉된다”고 반대하자 ‘국정조사’ 운운하며 정부를 협박했다. 이 후보는 기재부의 예산 편성 기능을 박탈하겠다고도 했다.
이 후보가 “초과 세수로 나라 곳간이 꽉꽉 채워지고 있다”고 현실을 호도하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자체장들도 현금 살포 대열에 가담했다. 울산·인천·광주 등 민주당 소속 광역 자치단체장들은 1인당 10만원의 코로나 지원금을 주겠다고 잇달아 발표했다. 순천시가 1인당 10만원씩 주겠다며 290억원의 추경안을 시의회에 제출하는 등 현금 뿌리기 바람이 시군 단위까지 확산됐다.
민주당은 “초과 세수” 운운하며 세금이 남아도는 것처럼 현실을 호도하지만, 실제로 정부 살림은 올해도 90조원 적자다. 원래 정부 예측보다 세수가 더 걷혔다는 뜻일 뿐 나라 살림이 대규모 적자인 것은 변함이 없다. 오죽하면 총리까지 “대책 없는 이야기”라며 재난지원금에 반대하겠나. 재난지원금 철회에서 보듯, 포퓰리즘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것은 여론의 힘뿐이다. 분별력 있는 국민이 ‘국가채무 증가 속도 세계 1위’라는 엄중한 현실을 직시하고 정치권의 폭주에 계속 제동을 걸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19일 李후보, 反시장 국토보유세도 기본시리즈도 접으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전(全)국민 코로나 지원금 주장을 철회한 것은 늦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이미 전국민 지원금은 재정 효율이 낮고, 소득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등 원천적 문제점이 확인된 상태다. 당장 재원 확보도 어렵다. 이런데도 민주당은 세금 납부 유예 등 불법적 방법을 거론하고, 국정조사로 위협하는 행태까지 서슴지 않았다. 시장경제와 법치의 기본조차 파괴할 수 있다. 여기에다 국민 여론마저 등을 돌렸다. 또, 오는 21일 이른바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충돌 상황도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집권 세력 후보라면, 야권 후보들보다 국정 책임감을 더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 후보는 반대였다. 국토보유세, 음식점 총량제, 룰 지키지 않는 행태 옹호 등 최근에도 반(反)시장·반헌법 주장을 이어갔다. 국토보유세는 원론적으로도 문제가 많지만, 무엇보다 국민을 10 대 90으로 편 가르기 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토지와 주택을 불로소득으로 보는 발상부터 잘못이다. 다수가 혜택을 본다며 소수의 재산에 약탈적 조치를 하면 인민민주주의로 흐른다. 비록 1%가 대상일지라도, 대중 환호를 앞세워 재산권을 침해하면 안 된다. 이 후보의 ‘일산대교 무료화’가 법원에 의해 곧바로 뒤집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이 같은 날 기본사회위원회를 발족시킨 것도, 전국민 지원금 철회 주장의 취지와 배치된다. 이 후보의 기본시리즈 3대 축인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은 아직 세부 사항까지 나오진 않았지만, 시장경제 틀을 흔들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유사한 취지로 출발한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비정규직 제로, 세금 일자리, 공공주택 정책의 부작용만 봐도 알 수 있다. 차제에 사회주의 경제를 연상시키는 기본시리즈를 접고, 필요한 곳에 필요한 지원을 하는 ‘선택과 집중’으로 선회하는 게 옳다.
문화일보 사설
11월 19일 이재명의 리스크는 이재명이다

박민 논설위원
20대 대선은 진영 간의 혈전
승패 좌우할 30%대 스윙보터
후보 자질보다 태도에 민감
악재에 거짓과 궤변 일관한 李
신뢰 하락 막을 정치자산 부족
與 프리미엄과 尹 실수가 변수
20대 대선은 진영 간의 혈전이다. 대선 결과에 따라 한쪽 진영이 궤멸하거나 나라가 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식은 여론조사에 그대로 반영된다. 지지 후보를 바꾸지 않겠다는 응답률이 70% 안팎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웬만한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후보로 확정된 이후 지지율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오차범위 밖의 우세를 지켜왔다. 그러나 국민의힘 컨벤션 효과가 사라지고 위기감으로 여권 지지층이 결집하면 결국 균형을 찾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18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이 35% 안팎으로 수렴됐다. 격차는 1%포인트에 그쳤다.
대선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30% 안팎의 스윙보터다. 이들은 이념, 정당, 개인 연고에서 자유롭다. 20대와 50대, 수도권 거주, 중도성향 등의 속성이 중첩적으로 나타난다. 시대교체와 세력교체에 높은 공감지수를 보인다. 따라서 정당, 중량급 정치인, 선대위 조직 등의 영향력은 줄어든다. 진보와 보수가 섞여 있는 50대와 실용적인 20대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정책에 반응한다. 그러나 두 후보가 경쟁적으로 공약을 내놓으면 변별력은 떨어진다. 따라서 후보 본인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
스윙보터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후보의 태도’다. 이들은 후보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 리더십, 도덕성 등의 자질은 개인마다 평가 기준이 달라 흐름을 형성하기 어렵다. 반면 후보자의 태도는 감성을 자극해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비호감도를 증폭한다. 태도에는 ‘정동영 노인 비하 발언’이나 ‘반기문 퇴주잔 논란’ 같은 해프닝도 있다. 그러나 후보의 인성이나 대국민 인식을 보여주는 것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악재와 실수를 대하는 방식이다. 스윙보터는 잘못이 있으면 사과하고 오해가 있더라도 오해를 초래한 것에 대해 먼저 사과하길 원한다. 거짓이나 궤변, 화려한 언변이나 임기응변으로 잠시 위기를 모면할 수는 있겠지만, 악재는 해소되지 않고 후보에 대한 신뢰는 떨어진다. 이런 태도는 유권자를 무시하거나 ‘바보’로 취급한다는 인상을 준다.
이 후보는 그간 여배우와의 스캔들, 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 형수 욕설 등과 관련, 의례적 사과에도 인색했다. 상대 탓을 하거나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대장동 비리에 대해서는 ‘최대 공익 환수 사업’이라며 국민의힘에 책임을 돌렸다. 국정감사에서 조폭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비아냥으로 일관했다. 그럴수록 이 후보에 대한 신뢰는 하락했지만 뒤를 받칠 정치적 자산은 빈약했다. 정치적 급성장 과정에서 평가받던 행정 경험과 실천력은 대장동 비리 등 각종 개발 비리 의혹으로 평가절하됐고 현금 살포 포퓰리즘으로 비판받았다. 이 후보의 팬덤은 규모나 결속력에서 친노나 친문에 미치지 못한다. 여당과의 원팀은 요원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탄핵이란 초유의 정치적 호재를 누렸지만 지금은 정권심판론이 정권안정론을 앞선다. 결국 이 후보의 최대 리스크는 이 후보 본인이다.
반전은 가능할까. 이 후보는 지난 17일 부동산 정책에 대해 “정말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앞서 21대 총선을 겨냥한 위성정당 창당도 사과했다. 자신의 의혹 대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잘못을 사과하는 방식으로 태도 변화를 시도하는 듯하다. 현 정권과의 차별화는 정권교체 지지층을 흔들 수 있다. 여권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국정조사로 행정부를 겁박하면서 매표용 재난지원금 예산을 요구하는 여당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정권 수호처라는 비판에 어울리는 표적 수사를 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윤 후보 우세로 흐름이 잡히면 여당과 정부와 사정기관의 균열과 이반은 필연이다. 다만, 윤 후보가 오만해져 이 후보의 ‘태도’를 답습하거나 국민의힘 구태 정치인들이 파리떼처럼 전면에 등장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선거는 자신이 잘하는 것보다 상대가 잘못할 때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1992년 이후 6번 치러진 대선 중 2002년 대선을 제외한 5번의 대선에서 선거 4개월 전 지지율 선두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됐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도 향후 3∼4주를 분수령으로 봤다. 대선이 110일 앞이다.
문화일보
11월 22일 4·15 부정 의혹…내년 대선은 괜찮을까

이신우 논설고문
4·15총선 재검표 차례로 진행
비정상적 투표용지들 줄줄이
원고측 변호인단 증거 축적 중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선거민주주의 책임론 불가피
윤석열 후보 입장 밝혀야할 때
유튜브 ‘권순활TV’는 권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운영하는 시사 프로다. 유튜버들이 구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큰일 났다’ ‘망했다’ 등의 용어를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담담하게 팩트만을 전한다. 그런데도 이 프로그램이 요즘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다. 올리는 내용마다 노란 딱지가 붙은 다음 광고가 차단되고 있다. 물론 해명 절차가 있어 시간이 지나면 다시 광고가 붙기는 하나 그때는 이미 구문(舊聞)이라 경영 압박을 받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한다. 배경에 누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4·15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다루는 내용이 많아 이런 것들이 백일하에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세력이 있음을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지난 총선을 둘러싸고 여러 선거구의 재검표가 반복되면서 그 같은 얄팍한 조치로는 더 이상 덮을 수 없는 차원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미 드러난 증거만 해도 정상적 선거가 아니다”(차기환 변호사). 최근의 파주을 선거구 재검표에서는 배춧잎 인쇄지, 두세 장씩 붙어 있는 투표지는 말할 것도 없고, 투표자 수가 유권자보다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프린터로 출력 자체가 불가능한 형태의 투표지들도 쏟아졌다. 크기가 다른 기표도장, 찌그러진 투표 관리관 도장도 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도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고 한다. 원고 측 변호사들이 일일이 증거로 축적하고 있으니 조만간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수많은 부정 의혹 증거들에 대해 선관위는 여전히 처녀가 ‘달빛’을 받아 잉태했다는 식의 반응으로 일관한다고 한다. 일례로 접혀 있지 않은 빳빳한 투표지들에 대해 ‘형상복원 능력이 있다’고 답변하고 있다. 원고 측 참관인단이 이성적으로나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설명이라고 항의하면 ‘성경에도 처녀 잉태가 있지 않으냐’는 투라는 것이다. 대법관들도 마찬가지다. 단호하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회피전술, 지연전술로만 일관하는 중이다. 여전히 100여 개 재검표 일정이 남아 있는 만큼 언제까지 이런 전술이 유효할지 궁금하다. 결국 재검표의 원활한 진행과 법적 심판은 다음 정권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4·15 총선 부정 의혹설은 일부의 주장일 뿐이라는 측도 만만치 않다. 야당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의혹 제기에 대해 “보수의 악성 종양”이라고 매도했으며, 홍준표 의원의 경우는 ‘난 당선됐으니 알 바 아니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을 정도다. 물론 그들이 주장하듯 모든 증거물이 선거관리 실수로 인한 현상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필자는 물론, 부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일단의 법조인들이 최악의 경우 개인적 명예 실추나 유언비어로 인한 사회적 책임 추궁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거꾸로 의혹이 사실로 판단될 때 이 나라의 무너진 선거민주주의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설령 그런 거창한 것들이 아니더라도 완벽한 사실 규명이 이뤄지기까지 끈질기게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두 가지 정치적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내년 3월에 치러질 대선 과정에 대한 감시의 눈길이 그만큼 날카로워질 것이다. 설령 부정선거를 꿈꾸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 한들 감히 무모한 행위에 나서기는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총선에서처럼 개표 요원에 중국인들이 다수 가담하는 식의 황당한 일이 반복되기도 어려울 것이다. 특히 사전 투표에 대한 불신이 심각해 관심과 논란이 증폭될 것이다. 둘째, 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맞닥뜨릴 정치적 환경을 일거에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금 서울시 의회를 절대다수로 지배하는 반대당 소속 의원들로 인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다.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한들, 지금의 국회 구성으로 볼 때 더 큰 저항을 받을 공산이 농후하다. 팔다리를 묶인 채 2년여 허송세월해야 할 것이 뻔하다. 반면 총선이 광범위한 부정 선거로 최종 결론 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지금의 국회는 당장 해산해야 한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풀리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이런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정치적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부정선거로 결론 나면 국회 해산이라는 황금 사과를 독차지할 수 있다. 이런 계산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문화일보
11.24 선거 주무 장관들, KBS 사장, 방심위 등 與 위한 대선 체제 완성
김부겸 국무총리가 “정권이 6개월 남았는데 무슨 개각을 하겠는가”라고 했다. 일부 장관들이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개각이 단행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지만 대선을 앞두고 선거 관련 부처 장관을 중립적 인사로 교체해달라는 야당 요구에도 선을 그은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선거 엄정 중립을 약속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말 따로 행동 따로다. 선거 관리 주무 부처인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에 여당 중진이자 친문 핵심인 박범계·전해철 의원이 그대로 있다. 박 장관은 지난 2월 국회에서 “저는 법무부 장관이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집권 여당 소속 국회의원”이라고 했다. 자신을 여당 의원이라고 규정하는 사람이 선거 주무 장관으로 있는 것이 ‘엄정 중립’인가.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 벌어진 대장동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55일째 이어지고 있지만 ‘윗선’과 ‘그분’에 관한 규명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반면 야당 윤석열 후보를 겨냥한 법무부·검찰·공수처의 감찰과 수사는 11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모두 박 장관 아래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여성가족부 차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등은 민주당의 대선 공약 개발에 관여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거나 수사 의뢰되기도 했다.
정권 방송들의 선거 개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SNS를 통해 야당을 ‘언론 적폐 원흉’이라 비난하고 윤 후보에 대해서도 비방성 글을 올린 사람이 KBS 사장 후보자로 임명을 앞두고 있다. 주요 방송사들은 지난 4년여간 일방적으로 정권을 편드는 방송을 해왔다. 김어준씨는 서울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TBS를 통해 노골적으로 이 후보를 옹호하고 윤 후보를 깎아내리는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이런 방송들은 당연히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제재 대상이다. 하지만 방심위 역시 정권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다. 여당을 위한 전방위적인 선거 체제가 완료된 셈이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25일 李 “한꺼번에 패스트트랙…저들 뚫고 가야…” 섬뜩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7월 “과감한 날치기” 발언을 했을 때에도, 지난달 18일 경기도지사 신분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해 10여 차례 “허허허” “킥킥킥” 등 웃는 모습을 보였을 때에도, 많은 국민은 국회의원 경험이 없어 의회정치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으로 이해하고 넘어갔다. 물론 야당 측은 “섬뜩함을 느꼈다”는 논평을 냈다. 그런데 이 후보가 ‘이재명의 민주당’을 선언하고 24일 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간사들과 정책위의장 앞에서 한 얘기는 이 후보의 본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공개 발언이라는 점에서 국민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번 간담회에선 정기국회 운영과 관련된 논의가 오갔다. 이 후보는 야당을 “저들”로 지칭하며 “발목을 잡으면 뚫고 가야 한다”고 했다. 조응천 국토위 간사가 “부동산개발이익환수법에 야당이 반대한다”고 하자 “저들은 할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서영교 행안위원장이 “법안이 1800여 건 있는데 여야 의견을 조율하겠다”고 하자 이 후보는 “위원장이 방망이 들고 있지 않냐. 단독 처리할 수 있는 건 하자니까요”라고 했다. 야당을 적으로 간주하고 협력 아닌 ‘패싱’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행정부와 국회에 대한 인식도 왜곡돼 있다. 강훈식 산자위 간사가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대해 “행정부와 이견을 먼저 줄이겠다”고 하자 이 후보는 “시간이 없잖아. 입법기구는 입법하고, 집행기구는 집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주요 쟁점 법안을 설명하자 이 후보는 “패스트트랙인지 그거 태우는데 한꺼번에 많이 태워버리지. 그냥 하면 되지 무슨”이라고 했다.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합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인식조차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기동민 국방위 간사가 “막 밀어붙이는 게 아니냐는 불협화음이나 공포가 있을 듯하다”고 했을까.
이 후보는 “성찰과 반성으로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며 큰절을 하기도 했다. 이 후보 말대로 하면 ‘이재명 청와대’는 야당을 무시하고, 정부와 국회를 허수아비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후보임에도 이 정도인데, 대통령이 되면 어떤 독주가 벌어질지 상상만으로도 섬뜩하다.
문화일보 사설
11.26 사과 큰절 뒤 폭력적 법안 처리 주문 李 후보, 당내서도 “공포” 우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당사에서 24일 열린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갑자기 카메라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하며 “대선 후보로서 국민의 아픈 마음과 어려움을 더 예민하고 신속하게 책임지지 못했으니 사죄의 절을 드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후보는 사죄 큰절을 마치자마자 쟁점 법안들에 대해 야당은 물론 정부와의 협의마저 건너뛰고 강행 처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야당을 “저들”이라고 지칭하며 “발목 잡으면 뚫고 가야 하고 책임 처리, 신속 처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패스트트랙인지 그거 태우는 데 한꺼번에 많이 태워버리지”라고 했다. 패스트트랙은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는 장치인데 법안을 무더기로 올려 싹쓸이하듯 밀어버리자는 것이다. “여당 위원장이 방망이를 들고 있는데 단독 처리할 수 있는 건 하자”고도 했다. 협상과 타협, 절충이라는 의회 민주의 기본을 무시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짓밟자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민주당이 막 밀어붙인다는 공포도 있을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 후보와 경쟁했던 이낙연 전 대표 캠프의 복지국가비전위원장을 맡았던 이상이 제주대 교수가 최근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당 징계위에 회부됐다. 사유는 이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 및 명예 실추다. 이 교수는 “기본소득은 진보가 아니라 터무니없는 낡은 관념일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교수는 자신의 징계 회부에 반발하며 “이재명의 민주당은 망국적인 기본소득 포퓰리즘의 적폐를 넘어 독재의 길로 들어선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이 민주당에 질린 이유 중 하나가 한 치만 다른 말을 해도 참지 못하는 독선적 태도였다. 이 후보 측 역시 토론 대신 폭력적인 응징에 나선 것이다.
이 후보는 한일 관계를 비롯한 외교 문제에 “국익을 앞세운 실용 노선”을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후보는 출마 선언 때부터 “대한민국은 친일 세력과 미 점령군의 합작으로 깨끗하게 출발하지 못했던 나라”고 했다. 사실 관계가 틀렸을 뿐 아니라 실용과도 거리가 먼 역사 의식이다. 이 후보는 “부동산 문제로 너무나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줬다”면서 “사과 드린다”고도 했다. 하지만 내놓은 대책은 20여 차례나 실패한 문재인 정부의 대책보다 더한 징벌적 과세다.
이 후보는 요즘 매일 사과하고 사죄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한다. 반성이라는 단어를 여덟 번이나 쓰기도 했다. 그래 놓고선 민주당이 해온 일을, 민주당보다 더 한 방식으로 하겠다고 한다. 무엇을 사과한다는 건지 모를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26일 [단독]“이재명 조카, 내 딸·내 아내 살해했는데 데이트 폭력이라니…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이 후보는 최근 회백색에서 흑발과 가까운 진회색으로 머리 색깔을 바꿨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조카 ‘모녀 살해 사건’ 피해자 아버지 인터뷰
“흉기로 딸·아내 37회 찔러
나도 심하게 다쳐 40일 입원
15년 지났지만 심장이 저릿
李 변호했는데 사과 한번 없어
보란듯 얘기하니 참 뻔뻔하다”
“한 가정을 망가뜨린 살인 범죄에 대해 데이트 폭력이라니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조카 김모 씨가 2006년 저지른 ‘모녀 살인 사건’으로 딸과 아내를 잃은 A 씨는 26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5년이 지났지만 그 일만 생각하면 심장이 저릿저릿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흉기로 딸과 아내를 총 37회 찌른 ‘반인륜적 살인 범죄’가 ‘데이트 폭력’으로 쉽게 규정되는 것을 보고 그는 분노하며 입을 열었다. A 씨는 “이 후보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며 “어찌 대통령을 하겠다고 하는지… ”라고 말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후보의 조카 김 씨는 2006년 5월 7일 당시 만나던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자 칼과 포장용 투명테이프를 들고 여성의 집을 찾았다. 여자친구가 헤어지자는 의사를 굽히지 않자, 김 씨는 A 씨의 딸과 아내를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했다.
A 씨 역시 그와 다투다 베란다 바깥으로 떨어져 1년 넘게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A 씨는 “죽을 때까지도 그 사건은 잊을 수가 없다”며 “지금도 어쩌다 가족끼리 그 생각을 하면 눈물만 흘린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당시 이 후보는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를 받은 조카를 변호하며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을 주장했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일관되게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당시 2심 재판장은 고영한 전 대법관이 맡았다. 이와 관련, A 씨는 “내 딸의 남자친구였던 그놈은 정신이상은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면서 “뻔뻔하게 심신미약, 정신이상을 주장했다는 게 참…”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피해자 유족들은 트라우마 속에 생을 보내고 있었다. 최근 이 트라우마는 이 후보의 발언으로 극적으로 발현됐다. 이 후보는 24일 서울에서 데이트 폭력 사건이 발생하자 특별 대책을 강구하겠다면서, “제 일가(一家) 중 1인이 과거 데이트 폭력을 저질렀고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A 씨는 “사건 당시에도 사과는 없었고, 현재까지도 이 후보 일가 측으로부터 사과 연락이 온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갑자기 TV에서 사과 비슷하게 하는 모습을 보니, 그저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탄했다.
유족들은 힘든 시간을 홀로 견뎌내고 있다. 되레 유력 인물을 상대로 억울한 심정을 밝혔다가 화라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A 씨는 “당시 심하게 다쳐 40일간 입원해 상도 제대로 못 치렀다”며 “그 일만 생각하면 머리가 빙빙 돌아 제정신이 아니었고, 1년 동안 병원에 있다 나와서도 계속 재활치료를 다녔다”고 회상했다. 그는 “우리는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이제 와서 예전 일을 끄집어내 보란 듯 얘기하는데 참 뻔뻔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문화일보 김보름·김성훈 기자
11.27 이번엔 ‘감옥에 가지 않을 대통령’ 뽑아야 한다
윤석열 지지도, 왜 정권교체 지지도보다 늘 낮은가
이재명, 대통령과 거리 두기 加速化하면 與野 구분 힘들지도
대통령 선거 구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구호가 ‘못 살겠다. 갈아보자’다. 1956년 첫 등장 때 회오리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여당은 선거 때마다 ‘못 살겠다···’ 바람을 저지하는 데 애를 먹었다. ‘갈아봤자 별수 없다. 구관(舊官)이 명관(名官)이다’라는 걸로 바람을 잡을 순 없어서다. 여당은 결국 ‘바람’ 대신 ‘조직’에 기댔고, 이렇게 해서 여당의 ‘조직 선거’, 야당의 ‘바람 선거’라는 구도가 정착됐다.
‘조직 선거 시대’는 2000년대 들어 막을 내렸다. 조직만으론 승리가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한국 대통령 선거는 부동층(浮動層) 확보 전쟁이다. 각종 여론조사는 여·야·부동층 비율이 30:30:25란 유권자 지도를 그린다. 승리하려면 고정 지지층을 끌어모아 가두는 ‘자물쇠’와 이리 기울었다 저리 기우는 부동층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함께 필요하다. ‘열쇠’를 강조하다 보면 고정 지지층에서 이탈자가 나오고, ‘자물쇠’를 단속하다 보면 부동층이 마음을 닫는다.
살기가 팍팍해졌는데도 정권 재창출을 지지하는 부동층은 없다. 대통령은 지난 21일 공영방송 KBS에 나와 자신이 거둔 경제 실적을 길게 자랑했다. 콧방귀 소리가 커지자, 청와대 수석은 ‘국민이 이룬 일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이라며 되레 목소리를 높였다. 말싸움보다는 통계 숫자가 낫겠다. 한 달 전 조사에서 문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가 6%였다. 75%가 부정적이었다. 경제 정책은 긍정 21%, 부정 62%, 고용노동정책은 긍정 25%, 부정 55%였다. 대통령은 여전히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못 읽고 있다. 부동산대책이 28번 나왔던 데는 이유가 있다.
1992년 클린턴 후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한 방으로 이라크 전쟁 승리로 지지도가 91%까지 치솟았던 부시 대통령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문 정권의 ‘바보야···’ 시리즈는 경제로 끝나지 않는다. 미·중(美中) 사이에서 헤매기, 한·미 관계 옥죄는 대일(對日) 외교 실패, 김정은만 쳐다보는 대북 정책, 모든 대통령이 국민감정을 거슬리면서도 손을 댔던 연금 개혁 방치, 행방불명(行方不明) 된 노동·교육·규제개혁, 볶은 씨앗을 뿌리고 싹트기를 기다려온 일자리·청년실업대책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비서실장·수석비서관 자리를 버리고 똑똑한 집 한 채를 택했던 대통령 사람들도 400만원이던 세금고지서 숫자가 하루아침에 1억6000만원으로 바뀐 걸 받아 봤을까. 그런데도 윤석열 지지도는 늘 정권 교체 지지도보다 10% 낮다. 민심(民心)을 다 담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에게 TV 화면으로 큰절을 받고 ‘섬뜩했다’는 반응이 의외로 많다. 뭔가 말로선 설명 안 되는 서늘한 분위기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 후보에게 짐일까 사다리일까. 대통령과 거리 두기 속도로 보면 대통령은 이미 ‘짐’이 됐지만 대통령에 딸린 고정표(固定票) 때문에 ‘모질게 내치기 힘든 짐’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시간이 흐르면 이재명과 윤석열 가운데 누가 여당 후보이고 누가 야당 후보인지 구별하기 힘든 날이 올지 모른다. 이 후보 입에서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구호가 흘러나와도 놀랄 일이 아니다.
그래도 대통령과 이 후보 혈관 속에는 같은 피가 흐른다. 러시아 민담(民譚)에 ‘농부 이반의 염소’ 이야기가 있다. 이반은 이웃인 보리스가 염소를 키우면서 나날이 살림이 피는 걸 보고 열심히 기도했다. 기도가 헛되지 않아 하느님이 꿈에 나타나 “이반아, 너도 염소를 갖고 싶냐”고 묻자 이반은 고개를 내저으며 ‘보리스의 염소를 죽여주십쇼”라고 소원을 말했다. 하느님은 대답 없이 사라졌다. 문 대통령이 실행한 정책과 이 후보가 내건 공약의 상당수는 ‘이반의 소원’을 닮았다. 대통령이 ‘이반의 길’을 좇는 나라는 결국 내리막길을 구른다.
두 전직(前職)이 한 달 간격으로 세상을 뜨면서 문 대통령 전임자(前任者)는 감옥 속 두 전임자(前任者)만 남았다.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12명이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내각책임제 속 대통령과 ‘징검다리 대통령’과 문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은 모두 불행했다. 살해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망명(亡命) 길에 올랐다. 본인과 자식들·형·동생·처남·동서(同壻)까지 감옥에 갔다. 부부를 함께 처벌하지 않는다는 법 집행의 관행 덕분에 법의 올가미를 모면한 대통령 부인도 몇 된다. 남미나 아프리카 국가에도 없는 대통령 역사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선 ‘감옥에 가지 않을 후보’가 누군가를 제1의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조선일보 강천석 논설고문
11월 29일 野 대선 조직·메시지 혼란 심각하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한국갤럽이 지난 22∼23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RDD 전화면접 조사, 응답률 1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5자 대결 구도를 가정할 때, 윤석열 후보는 38.4%, 이재명 후보는 37.1%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주 전 조사와 비교하면, 윤석열 후보는 3.3%P 떨어진 반면 이재명 후보는 4.7%P 올랐다. 윤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세, 이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세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는 이유 중 하나는 윤 후보 측이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지난 26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11월 23∼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 대상, 응답률 15%. 표본오차·신뢰수준 동일. 위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자신을 보수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는 30%, 자칭 중도는 33%, 그리고 자칭 진보는 22%로 나타났다. 한 달 전 조사에 비해 보수는 2%P, 중도는 1%P 증가한 반면, 진보는 1%P 감소했다.
이 여론조사를 보면, 현재 유권자의 이념 지형은 윤 후보에게 불리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윤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세라는 것은, 윤 후보 측에 문제가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게 한다. 그런 문제 중 하나가 선대위 구성을 둘러싸고 나오는 잡음이다. 선대위를 구성할 때 잡음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잡음이, 후보가 사안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하자가 있어 발생한 것이라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긴 어렵다.
선대위 구성원이 가지는 상징성은 중요하다. 특정 정치인이 가지는 상징성은 국민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무언으로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징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거에서 꼭 필요한 정치인의 영입이다. 즉, 상징성을 가진 정치인의 영입도 중요하지만, 선거에서 꼭 필요한 정치인을 영입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징성’과 ‘필요성’이 충돌할 경우, ‘필요성’을 선택하는 게 합리적이다.
예를 들면, 이 후보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 정권과 차별화된 ‘시장 친화적인’ 언급을 한다. 이는 상대 정책에 대한 ‘물타기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윤 후보 측은 이런 식의 ‘물타기 전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윤 후보 측은 상대의 정책이나 주장에 대해 비판만 할 뿐인데, 그보다는 상대가 주장하는 주요 공약들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되받아치는 전략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런 전략을 펼 수 있는 인사의 영입이 중요한 것이다.
지난번 ‘전두환 조문’ 문제만 봐도 그렇다. 오전과 오후의 메시지가 달랐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줬는데, 메시지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보면, 이것도 그냥 넘길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만일 선대위를 틀어쥐고 후보를 철저히 관리할 수 있는 인물이 있었다면, 이런 메시지의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앞으로의 판세가 달라질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윤 후보 측은 이제 ‘필요성’과 ‘상징성’ 사이에서 더 이상 고민해서는 안 된다.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그에 따라 결단을 내릴 것은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문화일보
11-29 낙원 꿈꾸는 이상주의 정치, 지옥을 부른다
역사상 실패로 끝난 이상주의 망령
文정권이 불러들여 國政도 실패
소득-대출-주택 기본인 ‘大同세상’
과연 李 신념인가, 대권욕인가

대낮 서울 한복판에 나타난 지옥의 사자. 무참히 사람을 죽이고 영혼을 지옥으로 끌고 간다. 형언할 수 없는 공포에 빠진 시민들에게 신흥 종교단체 지도자가 전하는 신(神)의 메시지. “너희는 더 정의로워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진짜 신의 메시지였을까, 아니면 신을 가장한 이 단체 지도자의 목소리였을까.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의 모티브지만, 중·근세 역사를 돌아보면 신의 메시지를 ‘독점’한 자들이 되레 지옥을 펼친 사례는 많다. “신이 그것을 바란다”는 교황의 선동으로 시작돼 200년 동안 기독교와 이슬람교 사이에 참화를 불러온 십자군 전쟁이 그랬고, 중세의 종교재판과 근세까지 이어진 마녀재판이 그랬다. 신의 대리인을 자처한 그들은 지상에 신국(神國)을 세운다며 지옥을 펼친 것이다.
20세기 들어서는 그런 신의 메시지가 신처럼 군림한 독재자의 이상주의(理想主義) 통치 형태로 나타났다. 독일의 유럽 정복을 꿈꾸다 결국 독일은 물론 세계를 전쟁의 불구덩이로 몰아넣은 히틀러의 ‘게르만 우월주의’, 빈자도 부자도 없는 평등사회를 지향했으나 종국에 빈곤과 공포만 남아 망한 구(舊)소련과 동구권의 공산주의, ‘문화(文化)’를 앞세웠지만 야만적인 사형(私刑)과 숙청, 권력투쟁만 남긴 마오쩌둥의 문화혁명….
멀리 갈 것도 없다. 오죽 불행하면 “우리는 행복해요”라는 구호까지 내걸었으나 오직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만 행복하고, 아직까지도 인민들에게는 지옥도를 펼치는 북한의 주체사상을 보라. 하나같이 지상에 낙원을 건설한다는 이상주의가 펼친 지옥이다. 여기서 드라마 지옥의 모티브를 차용하면, 그런 독재자들이 앞세운 이상은 과연 신념이었을까, 권력욕이었을까.
정치에서 이상주의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개인의 이기심이라는 인간 본성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이기심과 공동체의 이상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곧 정치다. 공동체의 이상을 실현한다며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면 그게 바로 독재다. 20세기 들어 그런 이상주의 정치 실험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 실패한 이상주의의 망령이 세계 10위권 이상 선진국 가운데는 유일하게 이 나라의 하늘을 배회하고 있다. 혁명이 아닌 촛불시위를 끝까지 ‘촛불혁명’이라고 우긴 문재인 정권이 그 망령을 불러들였다. 문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혁명을 내세운 이유는 자명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류의 이상주의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현실의 기반을 갈아엎을 명분이 필요했던 거다.
허나, 이제 우리는 모두 안다. 문 정부의 이상주의 국정(國政)이 거의 다 실패로 끝났고, 아름다웠던 대통령 취임사의 약속들은 공수표였음을.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에 무지한 운동권 집권세력이 워낙 무능하기도 했지만, ‘북-미 중재자론’을 필두로 탈원전과 소득주도성장, 비정규직 제로 등 그들이 내건 이상주의 정책이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탓도 컸다.
“평생 살 집 걱정 없는 대한민국”처럼 꿈같은 목표를 내세우더니, 정책이란 정책은 내놓는 족족 실패해 ‘벼락거지’를 양산한 부동산 정책. 사람은, 특히 청년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사는데, 그 희망이 없는 땅이 지옥 아니고 뭔가. 그러고는 ‘너희 2% 때문에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듯이 보복적인 종부세 폭탄을 투하하는 것이 정권 말의 풍경이다.
이만큼으로도 대한민국은 곪을 대로 곪고, 나라의 곳간은 거덜 날 지경인데 이번에는 더 센 분이 나타났다. ‘억강부약(抑强扶弱)으로 모두가 평등한 대동(大同)세상을 만든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다. 이 지구의 역사에 대동세상이 구현된 나라가 한 번이라도 있었나. 소득도, 주택도, 대출까지도 ‘기본’으로 제공되는 나라. 그런 낙원이 있다면 나도 한번 살아보고 싶다.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누구보다 풍파를 겪고 그 자리까지 간 분이 그러니 또다시 묻게 된다. 이 후보가 내건 이상주의 기치는 과연 신념인가, 대권욕인가. 위기의 대한민국, 지금 필요한 지도자는 이루고 싶은 이상과 이룰 수 있는 현실 사이에 균형을 잡고, 무엇보다 이 나라 청년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이다. 이상주의는 매혹적이지만 허망하다. 유토피아(Utopia·이상향)의 그리스어 어원을 풀어보면 ‘세상에 없는 곳’이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
11.30 나라 최대 걸림돌 된 민노총, 대선 후보들 입장 밝혀야 한다

젊은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여야 대선 후보가 수많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미래를 실제로 좌우할 핵심 문제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이 정권 들어 법 위의 권력으로 세력을 키운 민노총 문제다. 이들은 온갖 불법과 탈법, 폭력과 집단 괴롭힘, 고용 세습을 통해 필사적으로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고 있다. 대선 후보라면 이들의 기득권 철옹성을 어떻게 무너뜨려 젊은 세대에게 기회의 폭을 넓혀줄 수 있을지 답해야 한다.
민노총은 지난 주말 서울에서 조합원 9000여 명이 참석한 대규모 불법 집회를 강행했다. 서울에서 2만여 명이 참석한 불법 집회를 연 지 보름 만이다. 이들에겐 법도 없고, 코로나 방역도 없다. 지난 8월 3일 8000여 명이 참석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이후 불법 집회를 이어왔다. 그 직후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고 참가자 중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어도 개의치 않았다. 지난달엔 총파업까지 강행했다. 불법 집회로 구속된 양경수 위원장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난 지 사흘 만에 집회에 참석했다. 경찰은 이들의 불법 행동을 제대로 막은 적이 없다.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대선 후보가 어떻게 대한민국 법과 질서를 지키겠다는 것인가.
‘
분배’ ‘평등’ 등 그럴 듯한 구호를 내걸지만 민노총 행태의 본질은 남의 기회를 빼앗고 자신의 기득권을 대를 이어 누리겠다는 것이다. 택배 노조원이 비노조원을 폭행하고, 택배 대리점 업주에게 돈을 요구하고, 집단 괴롭힘으로 대리점주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알짜 운송 노선을 민노총이 차지하겠다며 거리를 불법 점거하고 원료 반입을 막아 멀쩡한 공장을 멈추게 했다. 민노총 방해로 잘 팔리는 차량을 더 만들지 못하고 새로운 공장을 국내에 짓지도 못한다. 회사에 고용 세습을 강요해 일자리를 대물림한다. 정권의 특권 대접까지 받자 민노총의 조합원 수는 4년 새 40% 이상 늘어 100만명을 넘어섰다. 그 피해자는 기회를 봉쇄당하는 젊은 층이다. 이 문제를 개혁하려 하면 파업과 불법 집회, 폭력으로 막아선다. 우리 사회 최대·최강의 기득권 집단인 민노총은 그 자체로 나라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민노총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을 뿐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달 총파업 직전 페이스북에 “자영업자와 청년, 심지어 동료 노동자마저 약탈하는 기득권 세력”이라고 했으나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민노총 문제는 노동 개혁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개혁의 핵심 과제다. 이 문제를 풀지 않고선 경제 발전과 혁신, 성장,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 앞으로도 이들에게 끌려갈 것인지, 부딪쳐 개혁하고 나아갈 것인지,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대선 후보라면 분명한 입장과 해법을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30일 ‘저학력·빈곤층이 尹 지지’ 가짜뉴스로 국민 모욕한 與
정치권이 국민을 통합하긴커녕 갈라치기에 앞장서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인데, 이번 대선전에서도 어김없이 또 등장했다.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현안대응TF 부단장인 황운하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지지자들은 1% 안팎의 기득권 계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저학력 빈곤층 그리고 고령층이다’고 했다. 논란이 되자 ‘보수 성향 유권자에 대한 일반론적 해석’이라고 해명했으나, 내용을 보면 사실상 기존 주장의 틀을 견지한 셈이다.
우선, 황 의원 주장 자체가 사실이 아닌 ‘가짜뉴스’다. 한국갤럽의 11월 3주차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연령대에서 국민의힘 윤 후보는 20·30대와 50·60대에서 모두 이 후보에 앞서거나 동률을 나타냈다. 생활 수준에서도 상·중·하 모든 계층에서 국민의힘 지지가 민주당을 앞서고 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야당이 2030에서 여당보다 지지율이 높다. 그런데도 고령층만 윤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둘째, 표리부동이다.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 약자의 정당을 자임해 왔다. 이 후보도 출마 선언에서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 정치로 대동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런데 황 의원 말대로 약자들이 윤 후보를 지지한다면, 민주당과 이 후보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금 여당의 지지가 뒤처지는 것은 지위 고하나 학력·연령에 상관없이 집값 폭등 등 문재인 정부 실정(失政)에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인데, 마치 거짓 선동에 놀아나는 무지몽매한 사람 취급하는 것은 국민 모욕이다.
유사한 국민 모욕 발언이 처음도 아니다.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30, 40대에는 훌륭한 인격체이지만 20년 지나면 뇌세포가 변한다” “어르신들이 2번 후보에게 마음이 있다면 코로나가 매우 위험하니 투표장에 가지 말라고 해라”는 등 민주당 인사들의 망언은 국민에게 커다란 상처를 줬다. 또 그런 행태가 나오기 시작한다.◎
문화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