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2021-11/
11.01 급증하는 돌파감염, 부스터샷 앞당기기 검토해야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나흘 연속 2000명대를 기록한 가운데, 백신 접종을 완료했는데도 코로나에 걸리는 돌파 감염이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코로나 확진자 중 돌파 감염 비율은 10월 2주 차 기준 33.5%까지 늘었다. 9월 5주차(22.9%), 10월 1주 차(27.7%)에 비해 증가세가 확연하다. 위드 코로나가 안착하는 데 최대 복병 중 하나가 돌파 감염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올해 2월 국내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후 8개월이 지나면서 예방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실내 활동이 늘어나는 겨울철에 느슨해지는 방역 기조가 맞물려 돌파 감염이 폭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10월 2주 차 자료를 보면 60대는 75.5%, 70대는 80%, 80세 이상은 70.3%가 돌파 감염이라는 점이 우려스럽다. 그런데 현재 정부의 지침은 면역 저하자와 얀센 접종자 외에는 접종 완료 후 6개월이 지나야 부스터샷을 맞을 수 있다. 이에 따라 50대 이하는 물론 60~74세 상당수도 내년 2~3월에나 부스터샷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방역 당국이 올 추석 전 1차 접종률 70%를 달성하려고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간격을 12주로 늘린 여파가 부스터샷 접종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회담에서 저소득국에 대한 백신 지원에 함께 기여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미 AZ 백신을 이란에 100만회분, 베트남과 태국에 각각 110만회분과 47만회분을 제공했다. 백신에 여유가 있으면 백신 부족 국가에 지원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접종 상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우선이다. 6개월을 기다리지 말고 4개월째부터는 부스터샷을 접종하자는 전문가도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7월 접종 완료 후 5개월이 지난 사람들에게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했다. 더구나 우리나라엔 아직 미접종자가 1000만명 이상 있다. 우선 국내 부스터샷 접종을 촘촘하고 확실하게 대응한 다음 해외에 백신 제공을 고려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1-01 ‘일상회복 첫날’, 코로나19 신규확진자 1686명 발생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686명 발생했다.
1일 질병관리청 중앙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 1666명, 해외 유입 확진자 20명이 발생했다. 총 누적 확진자는 36만6386명으로 집계됐다.
의심 신고 검사자 수는 4만5239명, 임시선별검사소 검사 건수는 5만6237건(확진자 452명)이다.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지역별로 서울 646명, 부산 55명, 대구 57명, 인천 127명, 광주 5명, 대전 9명, 울산 12명, 세종 2명, 경기 564명, 강원 13명, 충북 21명, 충남 47명, 전북 26명, 전남 18명, 경북 27명, 경남 50명, 제주 2명 등이다.
해외 유입 확진자 유입국가는 중국 외 아시아 10명, 유럽 8명, 아메리카 1명, 아프리카 1명 등이다. 이중 내국인은 14명, 외국인은 6명이다.
코로나19 입원 치료 환자는 48명 감소한 448명이며 재원중 환자는 11명 증가한 343명이다.
사망자는 9명으로 누적 사망자 2858명(치명률 0.78%)이다.
한편 이날 기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는 2736명이 추가돼 누적 접종자는 4113만8792명(인구 대비 접종률 80.1%)이며 2차 접종자는 2만354명이 추가돼 누적 접종자 3868만1202명(인구 대비 접종률 75.3%)이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11.10 다른 나라 타령만 할 때인가

▲지난 6월 2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마친 뒤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다른 나라도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4일 김기남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왜 고령층에게 6개월보다 더 빨리 부스터샷을 접종시키지 않느냐’고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영국·독일·프랑스도 6개월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우리도 똑같이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는 한가하게 외국 사례만 쳐다볼 상황이 아니다. 이달 1일부터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확진자가 급증세다. 특히 백신을 맞았는데도 감염되는 ‘돌파 감염’이 심상치 않다. 최근 2주(10월 17~30일) 확진자 자료에 따르면 60대 확진자는 81%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들이었고, 70대와 80세 이상도 각각 84.4%, 74.6%가 접종 완료자였다. 어르신 확진자 10명 중 7~8명은 백신 접종을 받았는데도 코로나에 감염됐다는 뜻이다.
고령층 중심으로 돌파 감염이 늘면서 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8일 중증 환자(425명)는 지난 8월 27일 이후 74일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11월 첫 주 사망자(118명)는 8월 초(21명)와 비교해 5.6배 수준으로 올랐다. 현재 백신 접종률이 크게 올랐는데도 이런 수치가 나왔다는 건 백신 ‘약발’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백신 접종을 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코로나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는 점점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받고 6개월쯤 지나면 중화항체값이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져 부스터샷이 필요하다. 특히 고령층은 6개월 전이라도 시급히 맞는 게 좋다”(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고 한다.
그런데도 방역 당국은 ‘다른 나라 사례’만 기다리며 부스터샷 접종 시기를 더 당기는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스라엘(5개월 만에 부스터샷)을 제외하면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6개월 만에 부스터샷을 맞히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지난달 폐기된 모더나 백신의 양만 78만회분인데, 아까운 백신을 버리지 않고 고령층에 부스터샷을 접종시켰다면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
우리 방역 당국의 ‘외국 사례 의존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백신 도입 때나 외국인 입국 제한, 아스트라제네카나 모더나 접종 연령 제한 등 주요 방역과 백신 정책을 정할 때마다 미국과 유럽의 결정을 곁눈질했다. 덴마크·노르웨이 등은 모더나 접종 시 심근염·심낭염 위험이 있다며 독자적으로 18세 미만 접종을 제한하기도 했는데, 우리는 중요 정책을 독자적으로 결정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방역 당국이 부스터샷 접종 시기를 당기는 일을 미루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아버지·어머니가 코로나에 쓰러지고 있다. 하루 사망자가 20명 안팎 쏟아지는데 왜 외국 사례만 보고 있나. 해외 사례를 ‘면피거리’로 삼을 요량이 아니라면 올겨울 불안하게 보낼 어르신들을 위해서라도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조선일보 김성모 기자
11.18 확진자 5000명 전망까지, 위중증 환자부터 줄여야 한다
신종 코로나 방역 체계를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지 보름여 만에 주요 방역 지표가 크게 나빠지는 등 적신호가 커졌다. 돌파 감염 증가세가 뚜렷해지면서 17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역대 두 번째인 3187명을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 수도 정부가 안정적 관리 한계라고 밝힌 수준(500명)을 넘어 522명을 보였다. 현재의 의료 여건을 고려할 때 이미 비상 수준인데, 이제 겨울의 시작이라 앞으로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달 중 하루 확진자가 5000명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선 급한 것은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를 잘 치료하는 일이다. 전체적인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보다 고령층 중심으로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는 점이 우려를 낳고 있다. 위중증 환자 522명 중 84.3%인 440명이 60대 이상이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76.7%로 점점 여유분이 없어지고 있다. 정부가 일상 회복을 일시 중단하는 ‘비상 계획’(서킷 브레이커) 발동 기준으로 예시한 75%를 넘어선 수치다. 특히 서울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80.6%에 달하고 있다. 김부겸 총리가 “수도권만 놓고 보면 하루하루 버텨내기에도 벅찬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다.
정부는 대형 병원들에 추가 병상 확보를 지시했지만 지시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들은 추가 병상 확보의 어려움과 함께 심각한 의료진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의료진이 많은 대형 병원들은 그나마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코로나 환자를 보는 지방의료원 등은 문제가 심각하다. 다른 내과 전문의들이 코로나 중환자를 볼 수 있도록 단기 교육을 서두르거나 내과 전문 군의관들을 지원하는 등 의료진을 보강해줄 필요가 있다. 코로나 병상 확대와 중환자 증가로 다른 일반 중환자들이 입원이나 수술에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닌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이 모든 일이 정부와 방역 당국이 해야 할 일이다.
지난 12일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코로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가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정식 품목 허가를 받았다. 코로나 확진자들이 위중증으로 가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지난 5일까지 국내 127개 병원에서 고령자와 고위험군 2만여 명에게 이 치료제를 투여했다. 치료제 사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백신 부스터샷 접종 시기를 앞당긴 것은 적절한 조치다. 백신 확보와 해외 제약사의 먹는 치료제 도입에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 국민도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에 대한 경각심을 더 높여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18 코로나 신규 확진 3292명 ‘역대 최다’...위중증 506명
지난 17일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3292명이라고 18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밝혔다. 이날 발생한 확진자 중 국내 지역발생은 3272명, 해외 유입 사례는 20명이다. 하루에 발생한 신규 확진자 기준으로 역대 최다 기록이다. 종전 기록인 지난 9월 24일(3270명)보다 22명 많다.
사망자도 29명 늘어 누적 3187명을 기록했다.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16명 줄어 현재 506명이다.
이날 국내 지역발생 3272명 중 서울 1423명, 경기 965명, 인천 195명 등 수도권에서 2583명(78.9%)이 확진됐다. 비수도권의 경우 부산 90명, 대구 73명, 광주 34명, 대전 36명, 울산 9명, 세종 10명, 강원 61명, 충북 26명, 충남 80명, 전북 54명, 전남 40명, 경북 50명, 경남 98명, 제주 28명 등이다.
17일 국내 진단검사량은 16만6140건으로 양성률은 1.98%다. 의심신고 검사가 5만5391건이었으며, 임시선별검사는 11만749건이 이뤄져 1184 명이 확진됐다.
코로나 백신 접종자는 1차 접종자 기준 4211만여명을 기록했다. 방역 당국은 17일 신규 1차 백신 접종자는 4만4991명으로 지금껏 총 4211만652명(전체 인구 대비 93.1%)이 1차 접종을 받았다고 밝혔다. 신규 접종 완료자는 6만5899명으로 누적 4031만2386명(인구 대비 90.7%)이 접종을 완료했다.

조선일보 김민정 기자
11월 18일 자화자찬 반복하더니 부스터샷도 失機(실기)한 K방역 민낯
코로나19 재확산이 폭발적이어서, 지난 1일 시행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도 위기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18일 0시 기준 하루 신규 확진자가 3292명이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첫 환자 발생 이래 최다로, 처음으로 이틀 연속 3000명 이상이다. 위중증 환자도 506명으로, 하루 전 522명에서 다소 줄었으나 현재 의료체계로 감당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던 500명을 초과했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자화자찬을 반복해온 사실을 되돌아보기조차 민망하게 하는 K방역의 민낯이다. ‘백신 추가 접종(부스터샷)’도 실기(失機)한 탓이 크다. 질병관리청은 ‘기본 접종 완료 후 6개월’로 고집하던 부스터샷 시기를 상황이 악화한 뒤인 17일 허겁지겁 ‘4∼5개월’로 조정했다. 하지만 앞당겨야 한다는 전문가들 촉구는 오래전이었다. ‘기본 접종 3∼4개월 후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 여름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60∼74세 고령층의 부스터샷이라도 서둘렀다면, 없었을 위기를 문 정부가 자초한 것으로, “완벽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지역의 17일 기준 코로나 중환자 병상도 345개 중에서 67개만 남은 상황이라고 한다. 문 정부는 “수도권 병상이 모자라면 비수도권으로 중환자를 옮길 수 있다는 방역 당국의 말을 듣고 아연실색했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중환자는 전원(轉院) 자체도 위험하다”고 한 의료진의 개탄이나마 더 늦기 전에 경청해야 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11월 19일 단계적이지 못한 일상회복

이용권 사회부 차장
정부가 말하는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지 3주가 지났다. 누구나 이전보다 확진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은 했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가 전 국민 80%에 육박하는 데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을 때보다 확진자 규모가 더 크고 속도가 빠르며 위중증 환자도 급증하면서 많은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데 왜 이럴까. 위드 코로나 때문일까.
사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위드 코로나는 그동안 매번 정부가 반복해왔던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 완화 및 강화의 연장 선상으로 볼 수 있다. 현재는 단계적 일상회복이라는 이름으로 거리두기 단계가 하향됐고,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하듯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을 발동하게 된다. 거리두기 단계 조정이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이름만 바뀐 것뿐이다.
문제는 그동안 정부가 방역 과정 중에 내놨던 거리두기 규제 완화는 하나같이 정책 실패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지난 연말 전국을 사실상 셧다운시켰던 3차 대유행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과소평가한 정부가 지난해 10월 거리두기를 1단계로 완화하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또 지난 7월 7일부터 지금까지 매일 네 자릿수의 확진자를 쏟아내고 있는 4차 대유행 역시 정부가 하반기부터 완화된 거리두기 개편안을 적용하겠다고 홍보하면서 국민 방역의식을 흐렸고, 사적 모임 기준 등을 일부 완화한 게 주된 원인이다.
이번 위드 코로나 시행도 유사하다. 4차 대유행 시작부터 5개월 동안 확진자 규모는 1000명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고 확진자 규모는 더 커지고 있었지만, 정부는 위드 코로나를 서둘렀다. 물론 위드 코로나 시행에는 이전의 방역 완화 때와 달리 높은 백신 접종률이라는 확실한 차별점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위드 코로나 진입에 신중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거리두기와 높은 백신 접종률이 시너지를 내서 각종 방역지표가 안정된 뒤에 위드 코로나에 진입했으면 백신 효과가 더 빛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백신만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건 위드 코로나를 먼저 시행한 영국 등 유럽에서 이미 확인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지난 1일부터 다중이용시설 규제를 대거 풀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고통받는 소상공인과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신속하게 규제를 푸는 게 맞겠지만, 이후 방역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져 또다시 강한 규제가 불가피해지면 부담은 더 커진다. 내년 대선을 앞둔 정부가 ‘9월 국민 70% 접종,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무리하게 끼워 맞추기 위해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뒤늦게 시행 3주째에야 부스터샷 접종 일정을 앞당기고, 병원장들을 만나 병상 확보 방안을 논의하고, 코로나19 위험도 평가 기준을 재정비하면서 규제 점검을 시작했다. 위드 코로나 시행 처음부터 대거 규제를 완화한 만큼 앞으로 확진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은 ‘위드 코로나’ 방침을 수정하고 방역 규제를 빠르게 재도입하고 있다. 우리도 정밀한 ‘단계적’ ‘점진적’ 일상회복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문화일보
11.22 “AZ 항체 화이자의 5분의 1” 알고도 추가 접종 미적거렸다니
60~74세가 집중적으로 접종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접종 완료 후 중화항체량이 화이자 접종자의 5분의 1, 모더나 접종자의 7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0~59세 의료진 등 969명을 조사한 결과다. 그나마 3개월 뒤엔 AZ 백신의 이 수치가 절반 아래로 뚝 떨어졌다. 델타 변이에 대해서도 화이자 접종자는 338에서 5개월 후 168로 줄었지만, AZ 백신은 207에서 3개월 만에 98로 감소했다. 백신 효과는 중화항체 역할이 핵심인데 이 수치가 백신별로 차이가 크고 3개월만 지나도 급감한다는 것을 국내 수치로 처음 확인한 것이다.
60~70대의 접종 완료율은 93~95%에 달한다. 그런데도 20일 신규 확진자 3120명 중 60세 이상이 36%에 이른다. 특히 위중증 환자 중 60대 이상 비율은 최근 5주 사이 65%에서 82%로 급증했다. 이 연구 결과를 보면 주로 AZ 백신을 맞은 고령층 위주로 돌파감염과 위중증 환자가 급증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보건 당국이 이 수치를 확인했다면 추가 접종(부스터 샷)을 더 서둘렀어야 했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연일 3000명을 넘는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백신 부족으로 정부가 1·2차 접종 간격을 12주까지 늘리면서 60~74세에 대한 2차 접종은 대부분 지난 8월 전후로 이루어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추가 접종을 검토하지 않다가 최근 중환자가 급증하면서야 다급하게 추가 접종 간격을 60대 이상은 4개월, 50대는 5개월로 앞당겼다. 그래도 60~74세 상당수는 내년에나 추가 접종을 할 수 있다. 겨울에 확진자가 증가하는데, 겨울이 거의 지난 다음에나 추가 접종 효과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백신 조기 확보 실패로 정부는 AZ·화이자·모더나·얀센 등 다양한 백신을 구하는 대로 들여와 접종했다. 그런 만큼 연령별, 백신별, 접종 간격별 효과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추적 조사하는 것이 보건 당국의 기본적이자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번 항체 분석 조사는 의료진을 중심으로 실시한 데다 60세 이상은 빠져 있고 일부 백신은 델타 변이에 대한 조사가 빠지는 등 부실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올 2월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고령층 등 취약층을 보호해 사망자·중환자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했었다. 그러면서 정작 항체 조사에선 고령층을 배제하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보건 당국이 실책을 만회하고 신뢰를 회복하려면 추가 접종에 최대한 속도를 내는 방법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11.22 무장 경관이 범죄 현장에서 도망, 이런 경찰 왜 필요한가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층간 소음 흉기 난동 사건은 대한민국 경찰의 존립 이유를 묻고 있다. 범죄를 방치하고, 범행 현장에서 도망치고, 범인 제압을 회피한 경찰이 국민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경찰법이 규정한 경찰의 3대 임무는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 범죄 예방과 진압, 범죄 피해자 보호다. 지난 15일 범죄 현장에서 경찰은 3대 임무를 모두 저버렸다.
피해자 가족이 청와대 인터넷에 올린 청원 내용은 기가 막힐 정도다. 가해자가 칼부림 난동을 부릴 때 함께 있던 경찰관은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았다. 칼에 찔려 피를 쏟던 피해 여성을 내버려두고 소리를 지르며 현장에서 뛰쳐나갔다. 피해자는 지금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한다. 현장에 있던 피해자 딸도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다쳤다. 자리를 뜬 경찰은 피해자 가족에게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내려갔다”며 “최선의 구호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말이라고 하나. 무전기는 장식품인가. 삼단봉과 테이저건은 왜 갖고 출동했나. 그가 현장을 떠난 사이 피해자 딸이 홀로 맨손으로 범인을 막았다.
이 경찰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경 자질’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는 본질이 아니다. 함께 출동한 남성 경찰 역시 밖에서 피해자 비명 소리를 듣고도 즉시 달려가지 않았다. 함께 있던 피해자 남편이 “빨리 가자”고 했는데도 동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남성 경찰은 삼단봉과 함께 실탄이 든 권총도 가지고 있었다. 결국 현장에 달려간 남편이 범인에게서 빼앗은 칼의 칼날을 쥐고 칼자루로 범인 머리를 내려쳐 기절시킨 뒤에야 범행이 끝났다. 그제서야 경찰이 현장에 나타나 테이저건을 발사하고 수갑을 채웠다고 한다.
논란이 벌어지자 경찰은 “시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은 인천 경찰의 소극적이고 미흡한 사건 대응에 사과 드린다”며 관할 경찰서장을 직위 해제했다. 사과조차 한심하다. 국민이 지급한 무기로 범죄를 막아 달라는 게 ‘시민 눈높이’인가. 그러면 범인에게 피해자를 맡겨 놓고 현장에서 도망치는 게 ‘경찰 눈높이’란 말인가. 게다가 당시 출동한 경찰관은 직무유기에 항의한 피해자 가족에게 “경찰의 신고가 빨랐기 때문에 구조가 빨라서 돌아가시지 않은 것만으로 위안을 삼으라”고 했다고 한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말이지만 경찰은 지금껏 아무 해명도 못 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22일 칼부림 현장 도망, SOS엔 헛발질…文정부 경찰 민낯
경찰이 얼빠진 행태를 반복하며 존재 이유부터 또 묻게 한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21일 입장문을 통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경찰의 가장 중요한 사명·소명인데도, 위험에 처한 국민을 지켜드리지 못한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으나, 진정성 없는 수사(修辭)로 들릴 수밖에 없다. 국민적 분노에 직면해서야 입장문을 내놓은 사건들의 전말(顚末)은 ‘문재인 정부 경찰’의 참담한 민낯이다.
칼에 찔려 의식불명인 피해자의 가족이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찰의 직무유기, 살인미수 방조를 고발한다’는 글을 올리기에 이른 사건은 대표적이다. 지난 15일 ‘층간 소음 갈등으로 인한 소란’ 신고를 받고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에 출동한 경찰관은 눈앞의 칼부림을 보고도 ‘지원 요청’을 핑계로 사실상 현장에서 도망쳤다. 함께 출동해 근처에 있던 경찰관도 비명을 들은 피해 여성 남편이 “빨리 (현장에) 가자”고 소리치는데도 미적댔다. 휴대한 무전기·테이저건·삼단봉 등도 장식용인 셈이었다. 출동 경찰관 2명의 ‘감찰 조사 후 엄정 조치’와 해당 경찰서장 직위해제만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지난 19일 ‘스토킹 피살 사건’의 경찰 헛발질도 오십보백보다. 가해자의 지속적 협박에 시달리던 피해 여성은 경찰이 준 스마트워치를 통해 급박하게 서울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 SOS를 쳤지만, 경찰은 엉뚱한 곳에서 헤맸다. 재요청까지 받은 경찰의 늑장 도착 전에 신변보호 대상 여성은 피살됐다. 문 정부는 ‘시기상조’ 비판에 아랑곳없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강행하며,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까지 경찰에 넘겼다. 기강 해이를 넘어 제정신인지조차 의심스럽게 한 사태에도 경찰 책임자 사과만 하고 넘어가선 안 된다. 국민의 생명·안전을 지키지 못한 문 대통령은 김 청장을 경질하고,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해야 마땅하다.
문화일보 사설
11.23 전두환 前 대통령, 연희동 자택서 별세
전두환(90) 전 대통령이 23일 별세했다. 유족 측은 이날 본지에 “전 전 대통령이 이날 오전 8시 45분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1931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 5세 대구로 이주, 대구공업고·육군사관학교 11기를 졸업했다. 6·25 전쟁에 참전했으며, 1959년 미 육군 특수전, 심리전 교육을 수료했다.

1961년 5월 16일 5·16 군사정변 당시 육사생도들의 쿠데타 지지 시위를 주도했다. 1963년 국가재건최고회의 비서관과 중정 인사과장 등을 거쳤다. 1970년 11월부터는 1년간 백마부대 29연대장으로 베트남 전쟁에 파병됐다.
1976년 3월 차지철, 박종규 등의 추천으로 대통령 경호실 작전차장보 겸 보안차장보로 발탁됐다. 1979년 3월 육군본부 보안사령관이 됐으며, 10·26사태 후 합동수사본부장으로서 박정희 암살 사건을 수사했다. 1979년 12·12사태로 군부 실세가 됐다.
이듬해 중앙정보부 서리직을 겸직했으며, 학생 시위가 거세지자 5·17 비상계엄 전국확대 조치를 발동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진압을 주도, 5월 27일에는 국보위를 조직하고 상임위원장이 됐다. 이를 통해 정부 실권을 잡고, 1980년 9월 1일 간선제를 실시, 제11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대통령직 퇴임 이후 7년 뒤인 1995년에 구속 기소돼 1심에서 내란죄 및 반란죄 수괴 혐의로 사형을,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1997년 12월 22일 사면·복권됐다.
전 전 대통령은 최근 건강이 악화해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조선일보 노석조 기자
11.23 전두환, 12·12로 정권 잡은 뒤 5·18 유혈진압… 별세 직전까지 법정에

23일 별세한 전두환(90) 전 대통령은 1931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대구공고를 거쳐 육군사관학교를 11기로 졸업했다.
1955년 육군 소위로 임관한 전 전 대통령은 5·16 후 최고회의의장실 민원비서관을 거쳐 박정희 정권에서 중앙정보부 인사과장, 대통령경호실 차장보 등을 맡았다. 1959년 이순자씨와 결혼해 3남 1녀를 뒀다.
1979년 3월 국군보안사령관에 임명된 고인은 10·26 사태 직후 권력 공백기에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아 전면에 등장했다. 이후 자신을 따르는 신군부를 중심으로 12·12 군사 반란을 주도해 정권을 거머쥐었다. 전 전 대통령은 1980년 군사 반란에 대한 민주화 운동이 거세지자 전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강제로 유혈 진압했다

전 전 대통령은 1980년 9월 1일 장충체육관에서 간접 선거를 통해 대한민국 제11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후 1981년 1월 창당된 민주정의당 총재가 됐고, 개정된 헌법에 따라 그해 3월 간선제를 통해 제12대 대통령에 올랐다.
전두환 정권은 야간통행 금지 조치 해제와 학원 두발·복장 자율화 등 유화 정책을 폈다. 한편 ‘사회정화’를 내걸고 삼청교육대를 창설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다.
전두환 정권의 민주화 운동 탄압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이어 연세대 이한열 열사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사망하면서 6·10 민주항쟁으로 이어졌다. 결국 1987년 6월 29일, 고인의 후계자인 민주정의당 노태우 대선 후보가 ‘6·29 선언’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1988년 대통령에서 퇴임한 뒤 백담사에 머물렀다. 1989년 국회 ‘5공 비리 청문회’에 나왔고, 1990년 백담사를 나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이후 5·18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이 내란 및 내란목적살인 혐의로 전 전 대통령을 고소했고, 1995년 검찰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불기소 처분을 취소하고 검찰은 ‘12.12 및 5.18특별수사본부’ 설치 후 재수사를 개시했다. 결국 전 전 대통령은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돼 안양교도소에 구속 수감된다.

1996년 5·18 사건에서의 내란죄·내란목적살인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전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사형과 2259억원의 추징금이 선고되고, 2심에서 무기징역 감형과 추징금 2205억원이 선고된다. 1997년 형이 확정된 후 특별사면되면서 석방됐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회고록을 출간했지만, 조비오 신부 유족 등이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작년 11월 전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다. 올해 8월 9일 수척해진 모습으로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것이 공개석상에서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조선일보 김동하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 33년전 백담사로 떠난 날 세상 떠나
친구 故노태우 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별세

전두환(90)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8시 45분쯤 별세했다. 이날은 전 전 대통령이 1988년 11월 23일 대통령 재임 기간 과오에 대해 사과하고 아내 이순자씨와 강원도 백담사에 들어간지 만 33년되는 날이다.
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친구이자 후계자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정권을 물려줬지만, 5공(共) 청산 과정에서 백담사로 2년 ‘유배’를 갔다. 그날 그는 전 재산 헌납을 포함한 대(對)국민 사과문을 서울 연희동 자택 응접실에서 발표했고, 집 앞에서는 5·18 진상 규명 등 각종 시위가 열렸다.
이날은 그의 육사 11기 동기(정규 육사 1기)이자 정치적 후계자였던 노 전 대통령이 별세한지 29일째 되는 날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11월 23일 전두환 前대통령 별세…역사의 반면교사로 남았다
제11·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영면(永眠)한 지 한 달도 안 돼 전 전 대통령도 뒤를 따름으로써 12·12 군사쿠데타와 5·18 민주화운동 진압 등에 대한 책임은 이제 역사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0·26 사태로 서거할 때 국군보안사령관이었던 전 전 대통령은 군부를 동원한 강압으로 1980년 제11대 대통령에 취임하고, 다음 해 개헌을 통해 제12대 대통령이 됨으로써 이른바 ‘5공화국’을 열었다.
전 전 대통령은 7년 단임 약속을 지킴으로써 평화적 정부 이양의 길을 닦고, 재임 중 경제를 안정화하고 서울올림픽을 유치하는 등의 업적을 이뤘지만, 쿠데타로 헌정을 중단시키고, 1980년 서울의 봄과 광주 민주화운동을 짓밟은 과오는 영원히 씻을 수 없다. 그나마 노 전 대통령은 반성의 노력을 보여주었지만, 전 전 대통령은 광주 유혈 진압에 대한 책임을 임종 때까지 부인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전 전 대통령은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결성해 1979년 12·12 쿠데타를 주도했다. 1980년 5월엔 비상계엄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헌정을 중단시키고 권력을 장악했다.
전 전 대통령이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을 동시에 이뤄낸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민주화 운동에 대한 탄압은 그의 일생에서 지울 수 없는 낙인이다. 반란·내란죄·뇌물죄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을 확정 판결 받았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결정으로 사면·복권됐다. 타계 직전까지도 회고록에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비판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다시는 이런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제는 전 전 대통령을 역사의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1.24 현대사 아픔과 갈등, 굴곡, 논란 안고 떠난 전두환 전 대통령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2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고 전두환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돼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1.23. photo@newsis.com
전두환 전 대통령이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한 명 예외없이 영욕이 교차한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들 가운데에서도 전 전 대통령만큼 끊임없이 비판받고 마지막 순간까지 논란을 일으킨 경우는 없었다. 지난달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전 전 대통령까지 눈을 감으면서 격동의 현대사가 또 하나의 장을 넘기게 됐다.
전 전 대통령이 철권통치했던 8년(1980~1988년)은 정치적 억압과 권위주의 통치, 인권 탄압이 이어진 시기였다. 그는 12·12 쿠데타를 통해 권력 기반을 잡은 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무력 진압하며 집권했다. ‘80년의 봄’으로 상징됐던 민주화 바람은 그의 등장으로 싹이 꺾였다. 군사독재에 반대하는 민주화 시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고 많은 시국 사범들이 잡혀가 옥고를 치렀다. 언론에 대해선 보도 통제와 사전 검열이 일상화됐다. 박종철·이한열 등 대학생들이 고문이나 시위 중에 숨졌다. 다만 경제적으로는 2차 오일쇼크의 경제 위기를 벗어나 1980년대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았다. 정치적으로 암울했지만, 단군 이래 처음이라는 ‘물가 안정’ 등 경제적으로는 발전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전 전 대통령은 육군사관학교 4년제 첫 기수(11기)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으면서 군부의 핵심으로 성장했다. 그가 정치사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1979년 10월 박 전 대통령 시해 사건 직후 보안사령관으로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을 전격 체포하면서다. 합동수사본부장이 되어 10·26 사건을 수사했고, 신군부를 규합해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체포하는 12·12 쿠데타를 일으켰다. 민정 이양 요구를 외면한 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뒤 1980년 9월 장충체육관에서 관제 선거인단 투표로 11대 대통령에 올랐다. 곧이어 개헌을 통해 이듬해 3월 임기 7년의 간선제 대통령에 다시 취임했다. 이런 비민주적 집권은 재임 내내 정통성 시비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5·18은 전 전 대통령이 생을 마치는 날까지 그를 짓누르는 업보가 됐다. 그는 미얀마 방문 때 북한의 아웅산 테러로 정부 각료급 14명이 순국하는 참사도 겪었다.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연장 대신 육사 동기이자 쿠데타 동지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후계 자리를 넘겼다.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6월 29일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이는 결단으로 국가적 파국을 피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 직선제 수용은 사실 자신의 뜻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전 전 대통령이 직선제 개헌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했던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유혈 사태를 통해 권력을 잡고 폭압 체제로 국민을 억눌렀던 전 전 대통령은 권력을 순순히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예상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런 예상을 깨고 평화적 과정으로 권력을 이양해 우려됐던 국가적 비극은 피할 수 있었다.
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단죄를 받았다. 5공 청산 청문회에 불려 나갔고 백담사에 유폐됐다. 김영삼 정부 때는 12·12 군사 반란 및 5·17 내란, 2200억원대 뇌물 비자금 조성 혐의로 사형 선고까지 받았다가 사면됐다. 전 전 대통령은 5·18 당시 계엄군에게 발포 지시를 내린 적이 없고 헬기 기총 사격도 없었다고 부인했다가 고령의 나이에도 법정에 나와 재판을 받아야 했다. 그는 끝까지 5·18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그는 남은 현금이 29만원뿐이라며 1600억원대 미납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텨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때 검찰 수사로 가족·친척 명의로 돼 있던 800억원대 재산이 압류됐지만 추징금 956억원은 내지 않은 채 남았다.
그의 집권기 경제적 성과는 좋았다. 1979년 박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중동 오일쇼크 여파로 경제 상황은 최악이었다. 하지만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발탁해 전권을 맡기는 등 경제 회생 정책으로 호황기를 만들었다. 유가·금리·환율 등 ‘3저(低)’ 호재가 겹치면서 수출이 날개를 달고 대기업들도 급성장했다.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0%에 가까웠고 물가도 안정됐다. 1986년 아시안 게임, 1988년 서울 올림픽도 유치했다. 그는 사회적으로는 야간 통행 금지를 풀고 교복 자율화를 시행했다. 과외 금지 조치도 실시했다. 당시 경제 발전과 개방 정책으로 늘어난 중산층은 1980년대 말 민주화 요구를 분출시켰다.
지금 우리 사회는 좌우 진영과 지역, 계층으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다. 이 대립과 갈등이 격화된 출발점이 바로 전 전 대통령 집권 과정이었다. 이 갈등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그 격동의 현대사 중심에 서있던 전 전 대통령이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런 점에서 전 전 대통령이 5·18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고 떠난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5·18 희생자 중 한 사람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고 했다. 이제는 어두웠던 역사의 기억도 그와 함께 떠나보냈으면 한다. 그의 죽음과 함께 우리 사회도 대립과 갈등, 상처를 넘어서는 길로 가기를 바랄 뿐이다.
조선일보 사설
11.24 하루 확진 4000명 육박 역대 최다... 위드코로나 일시중단 기로
병상 대기중 사망도
정부 “비상계획 검토”
23일 전국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작년 초 코로나 사태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을 또 경신했다. 이날 오후 11시 기준 전국에서 3700명 이상이 새로 확진 판정을 받아 기존 일일 최고치(17일 3292명)를 이미 뛰어넘었다. 이날 자정까지 집계하면 4000명 가까이 되거나 뛰어넘을 수도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중증 환자 병상이 꽉 차면서 일부 환자는 병상이 없어 응급실 등에서 병실이 나기만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당국이 지난 1일부터 시작해 4주째를 맞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조치를 수도권 또는 서울에서만이라도 일시 중지할지 기로에 놓였다.
이날 10시 현재 시도별 확진자는 서울이 1600명을 넘었고 경기도는 1000명, 인천은 220명을 각각 초과했다. 수도권 확진자가 전국 총 신규 확진자의 80%에 육박한 것이다. 최근의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는 사태는 지난 추석 직후 벌어졌던 일시적인 3000명대 확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1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3187명(11월16일)→3292명(17일)→3034명(18일)→3206명(19일)→3120명(20일)→2827명(21일)→2699명(22일) 등이다.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일일 확진자가 꾸준히 3000명대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확진자 누적으로 중증 병상이 부족해지면서 코로나로 입원 대기 상태에서 병상을 받지 못하거나 병상 배정 도중 사망한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은 현상이다. 방역 당국은 이날 병상이 없어 대기 중 사망한 코로나 확진자가 지난 14~20일 일주일간 3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위드 코로나 직전인 지난달 31일 이후부터 치면 총 6명이 ‘병상 대기 중 사망’으로 기록됐다. 작년 초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지적돼 온 병상 부족 사태가 4차 대유행 국면에서 또 벌어진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병상 부족으로 숨지는 사태가 또 재연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준비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비상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3일 코로나 확진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중증 환자 수 역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입원 대기 중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위드 코로나’가 중대 고비를 맞았다.
이달 1일부터 시작된 위드 코로나 4주 차에 들어선 23일 0시 기준 코로나 중증 환자 수는 549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지난 17일 522명 이후 6일 만에 다시 최고치를 뛰어넘은 것이다. 문제는 확진자 누적에 따른 의료 현장의 부담 가중이다. 4일 이상 병상 대기자가 122명에 달하는 등 하루 이상 병상 대기자가 총 836명이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0월 31일부터 11월 20일까지 3주간 입원 대기 환자 가운데 6명이 숨졌다. 이 중 2명은 확진 후 24시간 이상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사망했다. 입원 대기 상태에서 숨진 환자는 10월 31일부터 2주일 동안 3명이었는데, 최근 일주일 만에 3명이 더 숨졌다. 사망자 발생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병상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는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사적 모임 기준의 일시적 강화 등 조치가 담긴 ‘비상 계획(서킷 브레이커)’ 발동 여부도 동시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 상황이 계속 엄중해진다면 비상 계획을 비롯한 여러 조치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숙고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정부는 의료 체계에 과부하가 걸릴 경우 영업 시간과 사적 모임 제한 강화, 행사 규모 제한·축소 등을 재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정부는 백신 접종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날부터 접종률이 낮은 12~17세를 대상으로 접종 예약이 재개됐다. 앞서 12~15세는 지난 12일, 16~17세는 지난달 29일 각각 예약이 마감됐는데 다시 예약을 재개한 것이다. 접종일은 오는 29일부터 내년 1월 22일 사이에서 정할 수 있고, 예약 홈페이지(ncvr.kdca.go.kr)나 콜센터(☎1339)를 통해 다음 달 31일 오후 6시까지 예약 가능하다.
16~17세는 이달 들어 코로나 발생률이 감소 추세로 전환됐지만, 접종률이 낮은 12~15세 발생률은 계속 증가 중이다. 이날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12~15세 청소년 2228명에게 백신을 두 차례 투여한 뒤 7일에서 4개월 동안 추적 관찰한 임상 시험 결과, 100%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임상 시험에서 백신을 맞은 청소년들의 감염 사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선정민 기자
11월 24일 도망친 경찰과 文정부 국민생명 경시

김성천 중앙대 교수·법학
경찰의 황당한 사건 대응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 인천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다툼이 일어났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소란을 부리는 위층 사람과 실랑이를 하던 피해 주민은 사태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고 판단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격앙된 상태의 위층 주민을 일단 본인의 집으로 올려보냈다. 이후 여성 경찰관은 현장인 3층에 피해자 및 딸과 함께 남아 있었고, 남성 경찰관은 남편과 함께 1층으로 내려가 사건 경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이때 가해자가 칼을 숨기고 내려와 다짜고짜로 피해자의 목을 찔렀고 다시 찌르려는 순간 옆에 있던 딸이 그의 손목을 잡고 버티는 상황이 됐다.
피해자의 비명을 들은 남편은 남성 경찰을 보고 따라오라고 외치며 3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여기서부터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이 전개됐다. 3층에서 칼부림 상황을 보고만 있던 여성 경찰관은 아무런 대응조치도 하지 않고 119를 불러야 한다며 자리를 피했다. 1층에 있던 남성 경찰관은 무전으로 지원 요청만 하고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 이 경찰관은 현관문 비밀번호를 몰라서 올라가지 못했다고 변명했단다. 비명을 들으면 곧바로 달려가는 게 대한민국 경찰이라는 국민의 기대는 망상에 불과했다.
피해자 가족은 이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 모두 세 차례나 경찰에 신고했다. 가해자는 평소 피해자 가족에게 죽여 버리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물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극도로 위험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를 경찰이 취하는 데는 제도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래서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무작정 경찰을 탓할 일이 아니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건 상황을 뻔히 보고도 자리를 피해 버리는 경찰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굳이 이해하자면 현 정부의 정치철학이 경찰의 무사안일주의를 조장했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2년 연속 참석하지 않았으며, 천안함 피격사건이 북한의 소행임을 잘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어업지도선에 근무하던 공무원이 바다에 빠져 북한 해역으로 갔다가 북한군에게 사살당했을 때는 그가 월북(越北)한 것으로 몰아갔다. 해상작전을 수행하던 청해부대에는 백신을 공급하지 않아 200여 명이 집단 감염 당하게 만들었다. 이런 일들을 놓고 보면, 군 복무 중 전사한 사람들을 예우하지 않으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게다가 부동산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려놓고는 집 없는 사람들이 빚을 내어 겨우 아파트 한 채 구하려 하자 대출을 막아서 계약금마저 날리게 하는 모습에 이르면 정부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한다. 국민의 목숨도 지켜주지 못하면서 달랑 집 한 채 장만하는 것마저 방해한다면 국가가 왜 있어야 하는가. 경찰도 국민이다. 남의 생명을 지켜주려다 죽으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경찰의 사명감은 사라지고 월급 받는 직장인만 남았다. 이렇게 국가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 새삼, 기본만이라도 제대로 하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화일보
11.25 최다 확진자에 최다 위중증 사태, ‘부스터 샷’ 기간 3개월로 줄여야
24일 신종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4116명으로 코로나 발생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종전 최다 기록인 지난 18일의 3292명보다 824명이나 많아 ‘위드 코로나’가 중대한 고비에 처했다. 위중증 환자도 586명으로 역대 최다를 경신했고, 사망자도 35명으로 지난 7월 4차 유행 이후 가장 많이 발생했다. 수도권과 60대 이상 고령층을 중심으로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모두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의료 체계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할 수밖에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확진자가 늘더라도 백신 효과 등으로 위중증 환자 숫자가 적으면 그나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 확진자 가운데 중증으로 악화하는 환자 비율인 중증화율이 10월 첫째 주 1.56%에서 10월 넷째 주 2.36%로 급증했다. 중증화율이 1.5배나 높아진 것은 기존 백신 접종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60대 이상 확진자의 경우 접종을 완료한 사람 비율이 80%를 넘어서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경우 3개월만 지나면 항체 수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정부가 지난 17일 추가 접종(부스터 샷) 간격을 60대 이상은 4개월, 50대는 5개월로 단축했지만 더 단축할 필요성이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 우선 60대 이상 중에서 AZ 백신을 맞은 사람이라도 2차 접종 후 3개월이 지나면 추가 접종을 받을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확진자가 위중증으로 가는 것을 막는 일도 시급하다. 보건 당국이 24일 감염병 전담 병원 등에 공급해온 국산 항체 치료제를 요양병원과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중 50대 환자나 기저질환자, 폐렴 소견이 있는 환자 등에게까지 확대 투여하겠다고 밝혔다. 항체 치료제를 이보다 확대 공급하는 방안도 주저할 필요가 없다. 의료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환자가 희망하면 제한 없이 공급해 위중증으로 가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의료계는 급한 불을 끄려면 추가 병상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 예상보다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병상 확보에는 3∼4주가 걸리는 만큼 추가 병상 확보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26 재난지원금 55조원의 1000분의 1만 썼어도 병상 부족 없을 것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25일 위중증 환자가 612명으로 늘어나 국내 코로나 발생 이후 처음으로 600명을 넘었다. 사망자도 39명으로 올 들어 가장 많이 발생했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전날보다 0.2%포인트 높아져 83.9%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은 345개 중 295개를 사용해 85.5%를 보였고, 서울 시내 대형 병원 5곳에 남은 중환자 병상은 모두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을 중단하는 기준 중 하나로 제시한 ‘중환자실 가동률 75%’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의료계에서는 의료 인력 확보와 입·퇴원 등에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병상이 80%만 차도 추가 환자를 받을 여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의료 시스템 한계가 다가온 것이다.
이 사태를 보며 드는 의문은 그동안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중환자 병상 등 코로나 병상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의료계는 지난해 여름부터 겨울철 코로나 대유행을 예견하며 충분한 병상 확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수십 차례 반복된 제언이다.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중환자 급증에 대비해 넓은 공터에 중환자 병상 시설을 만들거나 큰 병동을 비우고 중환자를 전담 치료하는 병동으로 지정해 인력과 장비를 집중시키자고 제안했다. 의료계 제안 이전에 코로나 같은 감염병 대처에서 병상 확보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정부는 그동안 확진자가 5000명, 1만명으로 늘어날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장담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뭘 대비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뭘 대비했는지 밝히라.
올해 정부 본예산이 558조원에 이르고 코로나에 대응하겠다며 수십조짜리 추경만 지난해 네 번, 올해 두 번 등 모두 여섯 번이나 편성했다. 코로나 재난지원금으로만 다섯 차례에 걸려 55조8000억원을 썼다. 55조원의 1000분의 1만 병상 확보에 썼어도 지금 같은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정도면 안이한 대응을 넘어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 겨울철이 다가오고 있다. 최근 확산세로 보아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어이없는 준비 부족으로 국민들의 생활과 건강, 생명이 위협받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할 것인가.
조선일보 사설
11.30 위중증·사망자 급증하는데,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악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일상 회복 2단계 전환을 유보하고 대신 앞으로 4주간 특별 방역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특별방역점검회의를 한 다음 내놓은 대책 중 실효성 있어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정부가 현재 코로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조차 의심하게 만든다.
문 대통령은 “어렵게 시작한 단계적 일상 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일상 회복 2단계 전환 유보 입장을 밝혔다. 2단계 전환 유보가 무슨 결단인 것처럼 말했지만 전환 유보는 너무 당연한 것이다. 국민들이 기대한 것은 날로 늘어나는 확진자 수, 위중증 환자 수, 사망자 수를 줄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었다. 그런데 확진자 수를 줄일 수 있는 방역 강화 대책도, 가동률이 수도권 86.7%로 위험 수준에 처한 중환자실 병상에 대한 확보 대책도 없었다. 다수 중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모듈형 병상에 대해서도 이제야 ‘도입 추진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앞으로는 재택 치료를 원칙으로 하고, 18~49세도 2차 접종 5개월 후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 입원하고 싶어도 병상이 없어서 재택 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18세 이상 추가 접종은 5개월 간격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굳이 서둘러 발표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 시급한 것은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60세 이상에 대한 대책인 것을 설마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잔여 백신을 활용해 60세 이상은 접종 완료 후 3개월, 50대 이하는 4개월 이후 추가접종을 할 수 있게 한 것이 그나마 눈에 띄는 조치다. 방역 당국은 이날 오전 코로나 주요 지표에 대한 위험도를 전국에 대해 ‘매우 높음’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런데 시급한 대책은 대부분 검토 중이거나 보류했다. 정부는 입으로만 코로나 대책을 세우는가.
조선일보 사설
11월 30일 병상 대란 불러놓고 ‘집에서 치료하라’ 이게 정부인가
확산 속도가 빠른 변이 코로나19인 오미크론의 세계 확산 속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방역은 무책임의 극치를 보인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9일 문 대통령 주재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고령층 감염 증가와 중증 환자 급증으로 의료 대응 체계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며 “모든 확진자가 집에 머물면서 필요한 경우에만 입원 치료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병상(病牀) 대란을 불러놓고, 장애인과 70세 이상 고령자 등을 제외한 신규 확진자는 ‘집에서 치료하라’는 것이다. 이게 정부인지부터 묻게 한다.
지난 1일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조치 전부터 확진자 폭증에 따른 병상 확보의 시급성이 지적됐다. 하지만 위중증 환자가 0시 기준 661명인 30일 집계된, 전날 오후 5시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서울 91.0%, 인천 83.5%, 경기 86.9% 등이다. 사실상 만실(滿室)이다. 입원 대기 중 사망 환자가 속출한다. 수도권뿐만이 아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가 “중증으로 갈 게 뻔한 환자들까지 재택 치료가 원칙이면, 치료를 제때 못 받고 죽는 환자가 줄줄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배경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민과의 대화-일상으로’에서 “정부는 5000명, 1만 명까지 확진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 대비했다”고 강변했다. “위중증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 병상 상황이 조금 빠듯하게 된 것이 조금 염려된다”며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취지도 덧붙였다. ‘K방역’의 허상에 집착해 끝없는 자화자찬만 늘어놓을 때가 아니다. 실효성 있는 치밀한 대책으로 국민 생명·건강을 지키는 것은 정부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인 책무다.▲
문화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