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危機의 韓半島 2021-01/ 01.06 한국 배 나포해 인질극 벌이는 이란 - 04월 30일 바이든 “더 강력한 對北 억지력”…靑은 허망한 대화 타령

상림은내고향 2021. 5. 3. 22:06

危機의 韓半島 2021 -01

01.06  한국 배 나포해 인질극 벌이는 이란

이란 혁명수비대가 4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한국 국적 유조선을 나포했다. 선원 20명 중 5명이 우리 국민이다. 정부는 주한 이란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미국도 “석방하라”고 했다. 이란 측은 “한국 배가 기름 유출로 해양을 오염시킨 혐의가 있다”고 했지만 아무 사고도 없는 배에서 기름이 유출될 수는 없다. 이란은 2013년 자국 원유 수입을 줄인 인도의 유조선을 보복 차원에서 나포한 적이 있다. 한국 유조선 나포 이유도 따로 있을 것이다.

 

외신들은 이란이 한국에 원유를 수출하고 받지 못한 돈 70억달러(약 8조원)가 문제라고 한다. 미국의 이란 제재로 국내 은행에 묶인 돈이다. 최근 한국 정부는 동결된 자금으로 이란이 필요한 코로나 백신을 대신 사주는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했다고 한다. 금명간 우리 외교 당국자가 이란을 방문할 계획도 있었다. 그런데 이란이 우리 유조선 나포부터 한 것이다. 이란의 동결된 자금은 일차적으로 미국과 이란이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한국 유조선을 희생양 삼아 해결될 것이 아니다. 돈 달라고 납치 인질극을 벌이는 건 폭력 집단이나 하는 행위다. 왜 미국 배를 나포하지 않고 권한도 없는 한국의 배를 나포하나. 미국은 두렵고 한국은 만만한가. 이란은 하루빨리 억류한 한국 선박과 무고한 선원들을 돌려 보내야 한다.

 

이란은 2019년부터 주이란 한국 대사관을 통해 ‘동결된 자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닌 의약품이나 식료품 대금 결제를 해달라는 요청도 했다고 한다. 그 무렵 일본은 총리가 이란을 방문한 데 이어 이란 대통령을 일본에 초청하기도 했다. 우리 외교부도 좀 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1.19  탈북선원 강제북송·공무원 피살… 유엔, 한국 인권대응 6차례 비판

北 인권문제엔 후속조치 권고
우리 정부는 원론적 답변 일관
”인권 후진국 오명” 비판 나와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지난해 우리 정부에 인권 문제 관련 총 여섯 차례 의견 개진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치에 우려를 표명하며 개선 및 후속 조치를 권고한 게 세 차례나 됐다. 그때마다 우리 정부는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이 대통령인 한국이 무리한 대북 유화책을 구사하다 ‘인권 후진국’ 오명을 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OHCHR은 인권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기구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07년부터 6년여간 부대표를 지낸 곳이다.

 

OHCHR이 지난해 우리 정부에 입장을 요구한 것은 여섯 차례에 이른다. 같은 기간 일본에 대한 질의는 한 차례였다. 질의는 주로 북한·탈북민 사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치를 문제 삼는 데 집중됐다. 혐의 서한(allegation letter)만 세 차례 발송됐다. 인권조사·기록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유엔이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정부의 답변을 요구한 것”이라고 했다.

 

 

유엔은 2019년 11월 20대 북한 선원 2명을 강제 북송(北送)한 것을 언급하며 “북으로 돌아가 심각한 인권 침해를 마주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북송을 강행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다”고 했다. 지난해 6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 이후 정부가 북한 인권 단체들에 대한 사무 검사에 착수했을 때는 “충분한 설명 없이 이루어지는 검사는 시민사회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지난해 11월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유가족이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 접근을 하고 있지 못하다. 경찰 수사가 월북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지적했다.

 

▲북한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지난해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이 유가족(고교생 아들)에 보낸 답장을 보여주고 있다. /뉴시스

 

OHCHR의 문제 제기는 국제 사회에서 권고적 효력만을 가지지만, 회원국은 60일 이내에 답변을 제출할 의무를 가진다. 우리 정부가 제출한 답변은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선원 북송 문제에 대해 “귀순 의향에 진정성이 없어 추방했다”고 했고, 통일부 사무 검사에 대해선 “처벌이 아니라 역량 강화가 목적”이라고 했다.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서는 18일 공개한 답변에서 “수사 중인 사안이라 정보 공개가 어렵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선 주로 북한 관련 사안에서 국제 사회가 한국에 대해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의회가 이른바 ‘대북 전단 금지법’에 대한 청문회를 준비 중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13일(현지 시각) 발간한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 인권 등에서 인권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에 지속적으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OHCHR은 강경화 장관의 ‘친정 격’이다. 강 장관은 코피 아난·반기문·안토니우 구테흐스 등 유엔 사무총장 3대에 걸쳐 중용되며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는 인권 전문가로 성장했다. 또 청문회 당시 어려움을 겪자 전·현직 인권대사들이 “민주 및 인권의 가치 실현을 해낼 적임자”라고 구명(救命)에 나서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유엔의 잇따르는 지적이 더 아프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1993년 설립돼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인권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기구다. 특별 보고관들이 세계 곳곳에 파견돼 인권 이슈에 대해 평가하고, 각국에 개선과 예방 조치를 권고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07년부터 6년 동안 부대표로 일했다.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01.22  정부, ‘한·미 동맹이 최우선’ 분명히 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한국시간)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렬 지지층이 워싱턴 의사당을 점거할 만큼 극도의 분열상을 노정했던 미국이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갈린 나라를 통합하고, 땅에 떨어진 글로벌 리더십을 재건하길 바란다.     

바이든 취임, 대북 기조 전환 불 보듯
“한·미 동맹, 북한보다 우선” 밝히고
한·일 관계도 개선해 신뢰 회복해야

바이든 대통령도 기대에 화답하듯 취임사에서 “내 모든 영혼은 통합에 있다”고 선언했다. 또 “동맹을 회복하고 다시 한번 전 세계에 관여할 것”이라고 강조해 트럼프의 ‘미국 일방주의’를 폐기하고 친동맹, 다자노선으로 회귀할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귀환’을 다짐한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은 한반도 정책에도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지난 19일 인사청문회에서 “대북 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톱다운’ 대신 ‘보텀업’식 접근 등 보다 신중한 대북 정책으로 전환할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중국에 대해선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노선을 계승할 입장임도 못 박았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전격 교체한 것은 이런 미국의 대북 기조 급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후임 외교부 장관에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기용함으로써 기존 정책을 고수할 뜻을 내비쳐 걱정스럽다. 바이든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을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 실패작으로 꼽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간 대북 정책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따라서 정부 당국은 바이든 취임을 계기로 서울에 대한 워싱턴의 불신을 해소하고, 갈등의 골을 좁히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에 불신이 강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 우리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impose)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을 조기에 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회담의 시점이 아니라 메시지다. 대한민국엔 한·미 동맹이 최우선이고, 북한은 하위 변수라는 믿음을 바이든 행정부에 심어 줘야만 회담이 성공한다. 바이든은 동맹주의자다. 동맹을 우선하지 않는 나라와는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인물임을 문 대통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IPSR)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외교 어젠다는 북한이 아닌 중국이다. 정책의 모든 포커스가 중국에 맞춰질 텐데, 서울은 워싱턴에 북한 얘기만 한다면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미국과 일본·호주·인도가 참여하는 집단안보협의체 ‘쿼드(Quad)’에 참여하는 문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일 관계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 바이든이 동북아에서 가장 중시하는 외교의 축이 한·미·일 협력임은 너무나 잘 알려진 얘기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21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취임 축전에서 “한국은 미국의 굳건한 동맹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여정에 언제나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첫 메시지로선 방향을 잘 잡았다. 다만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바이든’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슬기를 보여주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01.22 “싱가포르 선언, 2005년 6자 합의보다 크게 후퇴… 뭘 계승하라는 건가”

[논설실의 뉴스 읽기] 文 “트럼프 계승”에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미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 “트럼프 정부에서 이뤘던 성과를 계승해서 발전시켜야 한다”며 “싱가포르 선언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구축에 매우 중요한 선언이었다”고 했다. 21일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임인 트럼프의 ‘싱가포르 성과’를 이어가라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과 그 외교·안보 참모들의 공식 반응은 아직 없다. 속내는 어떨까.

 

▲바이든 대통령 외교·안보 참모의 트럼프·김정은 회담 평가

 

◇2000년 미·북 코뮤니케와 거의 같은 싱가포르 합의

최근 워싱턴의 민주당 인사들과 접촉한 외교 소식통은 “2018년 싱가포르 합의는 2000년 클린턴 민주당 정부 때 미·북 코뮤니케의 짝퉁 수준이라고 여기더라”고 했다. 민주당 정부가 18년 전에 한 것과 다를 게 없는데 뭐가 ‘성과’냐는 것이다. 당시 김정일 특사로 방미한 조명록 차수와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싱가포르 합의처럼 ‘미·북 관계 근본적 개선’ ‘한반도 긴장 완화’ 등을 담은 외교 성명을 발표했다. ‘과거 적대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계 수립’ ‘회담 중 모든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지’ ‘미군 병사 유해 발굴’ 등도 합의했다. 식량·약품을 포함한 인도적 지원 문제까지 협의했다. 싱가포르 합의보다 진전된 내용이 많았다. 이번에 국무부 부장관으로 지명된 웬디 셔먼이 코뮤니케 작성의 주역이었다.

 

이후 북한 비핵화에 관한 구체적 합의는 2005년 6자 회담에서 나왔다. 합의문 첫 항에서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명시했다. “북은 모든 핵무기와 핵 계획을 포기할 것과 조속한 시일 내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조치에 복귀할 것을 공약했다”고도 밝혔다. 그런데 싱가포르 합의에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모호한 내용만 담겼다. 2005년처럼 ‘북핵 포기’라는 말도 없다. 그 대신 쓰인 ‘한반도 비핵화’는 북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때 써먹는 말이다. 13년 전 합의문보다 후퇴한 걸 들고 ‘성과’라고 자랑하는 건 트럼프식 ‘TV 쇼’일 뿐이라고 보는 것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민주당 측은 싱가포르 회담으로 한·미 연합 훈련이 중단된 걸 우려한다”고 했다. 바이든이 중시하는 동맹의 핵심이 연합 훈련인데 트럼프가 국방부에 묻지도 않고 없애 버렸다는 것이다. “앞으로 훈련은 철저히 군(軍) 입장을 반영할 것”이란 워싱턴 인사 얘기도 전했다. 싱가포르 회담은 ‘계승’이 아니라 ‘청산’ 대상이라는 뜻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날 서명한 행정 명령 17개 중 9개가 ‘트럼프 뒤집기’였다고 한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한국 정부가 바이든 측에 ‘싱가포르 정신을 계승한다는 말만 좀 해달라. 그래야 북이 안심하고 회담에 나올 것 아니냐’는 말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바이든 측도 임기 초에 북 도발로 외교 판이 깨지는 건 원치 않을 것이란 계산을 하는 것이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선 북한보다 코로나와 경제, 이란 핵, 중국 등이 더 급한 발등의 불이다.

 

◇트럼프 계승, 문 대통령에게 박 전 대통령 계승하라는 것

전 외교부 차관은 “트럼프와 내전(內戰) 수준의 선거를 치른 바이든 행정부에 ‘트럼프 계승’을 말하는 건 완전한 난센스”라고 했다. “막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 업적을 계승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바이든 입장에서 ‘트럼프’는 ‘적폐’와 동일어나 다름없다. 특히 트럼프는 바이든 승리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극성 지지자들의 미 의회 난입을 선동한 혐의로 탄핵 과정에 있다. 그런 트럼프 정책을 계승하자는 문 대통령을 바이든 대통령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 성과’를 강조하는 건 북이 ‘트럼프·김정은 회담’을 외교 치적으로 선전하는 것과 관련 있을 수 있다. 북은 이번 노동당 대회에서도 “북미 수뇌회담은 세계 정치사의 특대 사변”이라고 했다. 바이든 측이 싱가포르 회담 결과를 공개적으로 깔아뭉갤 경우 북이 반발하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이 새 외교장관에 정의용 전 안보실장을 기용한 것은 2018년 싱가포르 회담 재연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 조야에선 당시 정 실장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부풀려 전해서(oversell) 트럼프의 ‘쇼 본능’을 자극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외교 전문가인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처럼 문 정부가 말하는 ‘북 비핵화 의지’를 믿을 가능성은 없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 직후 “미국이 더 안전해지지도 않았고 미국의 영향력만 더 감소했다”고 비판했다. 작년 대선 토론에선 세 차례의 미·북 정상회담을 “방송용”이라고 했다. “단 하나의 북 핵무기도 파괴되지 않았고 단 한 명의 검증단도 현지(북)에 없다”고도 했다.

 

바이든의 외교 사령탑인 블링컨 국무장관은 더 직설적이다. 트럼프·김정은 회담은 “무의미했다”며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은 김정은에게 유리한 도둑질의 기술로 바뀌었다”고 했다. “김정은의 핵 포기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바이든과 블링컨 모두 김정은을 “불량배(thug)”라고 불렀다. 외교 투톱이 될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도 싱가포르 회담 직전 “북은 경제적으로 숨 쉴 공간을 얻으려고 (핵 관련) 약속을 하고 나중에 파기하는 것이 오랜 전략”이라고 했다. 윌리엄 번스 CIA 국장 내정자 역시 지난해 “세 차례 미·북 정상회담 시도가 의미는 있지만 김정은은 가까운 장래에 비핵화를 할 의지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 팀과 달리 바이든 팀은 외교·안보 현장에서 수십 년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북핵 문제가 어렵다는 것도 알고 북한 기만술에 쉽게 넘어갈 사람들도 아니다.

 

바이든 시대에 트럼프식 김정은 쇼가 재연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다만 바이든 정부의 북핵 해결 방식이 우리 안보에 더 바람직할 것이냐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바이든 정부엔 외교 협상과 군축을 강조하는 전문가가 다수 포진해 있다. “북핵 해법도 이란 핵 협상에서 찾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북핵은 이란 핵과 크게 다르다. 군축은 ‘동결’에서 시작되는데 북핵 동결은 사실상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전 외교 고위 당국자는 “과거 미국이 북핵을 군축 차원에서 다루려 했을 때 역대 한국 정부는 강하게 반대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환영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1년여 남짓 남은 문 정부 임기 내에 그 정도 진도를 낼 수 있을 만큼 바이든 정부가 북핵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바이든 외교서 북한은… 이란 핵·중국·러시아 이어 4순위쯤]

미 바이든 행정부 앞에 놓인 외교·안보 현안의 시급성은 이란 핵, 중국, 러시아(나토), 북한 순인 것으로 분석된다. 블링컨 국무장관의 인준 청문회에선 이란과 중국이 100번씩 언급되는 동안 북한은 15번쯤 나왔다. 대선 기간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한 이란 핵 협상 복귀를 첫째 외교 공약으로 내세웠다.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깊숙이 관여한 협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란이 심상치 않다. 3.67%로 제한된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로 올리겠다고 하고 트럼프 제재 때문에 묶인 돈을 내놓으라며 한국 배를 억류하기도 했다. 특히 오는 6월 이란 대선을 앞두고 대미 강경파인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이 재출마를 선언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상황이다. 강경파가 당선되면 이란은 다시 핵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 중동 전체가 위험해진다.’중국 압박'은 바이든 행정부가 유일하게 계승할 트럼프 정책일 것이다. 미국 내에서 이론이 없다. 올 7월이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다. 시진핑 주석은 ‘중화 부흥’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에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중국 견제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일본·호주 등 동맹 결속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가 흔들어놓은 나토 동맹 관리도 시급하다.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센터장은 “현재 북한 문제는 4순위쯤 된다”며 “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북한 문제는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3월 예정된 한·미 연합 훈련도 북 도발을 부를 정도로 대규모는 아닐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적 지원으로 시간을 벌려 할 것이다. 경제난이 심각한 북한이 관심 순서를 앞당기려고 전략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최대 변수로 꼽힌다.

조선일보 안용현 논설위원

 

01.25  취임 이틀 만에 “북핵은 위협” 못 박은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북핵은 심각한 위협”이라고 못 박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2일 “대통령의 관점은 의심의 여지 없이 북한의 핵탄두 미사일과 확산이 세계 평화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일본 등 동맹들과 긴밀한 협의 속에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 대신 실무협상부터 밟아 가는 ‘보텀업’과 동맹과의 공조를 중시하는 다자주의적 접근을 취할 것을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와 다른 ‘새 대북 전략’ 다짐
문 대통령, 선제적·능동적 대응 절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이틀 만에 북핵에 대한 입장을 천명한 건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세 번이나 만났지만 북한은 해마다 6~7기씩 핵무기를 늘려 최다 70~80기의 핵무기를 축적하는 등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인식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후보자처럼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북한을 다루면서 평양에 불신이 깊어진 한반도 전문가들로 채워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중단을 요구한 3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서도 미국이 아니라 북한 측과 협의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2일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핵(무력)’을 36차례나 언급했다. 이어진 야간 열병식에선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공개하며 핵무장 야욕을 과시했다. 워싱턴포스트가 22일 “앞으로 몇 주 동안 김정은의 현란한 미사일 발사나 무력시위를 피할 길이 없을 것”이란 사설을 낸 건 북한의 위험한 도발 가능성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문 대통령으로선 1년여 남은 임기 안에 남북관계에 성과를 내고 싶은 마음이 급할 것이다. 그러나 4년 임기를 막 시작한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선 성급한 대북 접근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을 막고 한·미 동맹의 균열을 초래하리란 우려를 낳을 뿐이다. 급할수록 동맹을 중심에 두고, 향후 두세 달이 걸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리뷰 기간에 공동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을 구축해 가는 것이 순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한·미 정상은 “북핵은 심각한 위협”이란 공동성명(2015년)을 냈다. 당시 바이든 부통령은 오바마와 회담하기 위해 방미한 박근혜 대통령을 이례적으로 관저에 초대해 오찬을 대접하며 공동성명의 틀을 논의한 바 있다. 문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하게 되면 북핵의 위협에 대한 인식부터 공유하고, 그 사실을 공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미 간에 신뢰가 회복돼 워싱턴에 대한 서울의 발언권이 커질 수 있음을 유념하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01.28  文 중국 공산당 칭송, 中 해군은 연일 우리 서해 압박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통화에서 “중국 공산당 성립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시 주석의 강한 영도 아래 중국이 방역에 성공하고 주요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한 국가가 됐다” “중국의 국제 지위와 영향력이 날로 강해지고 있다”고도 했다.

 

중국 공산당 창당일을 6개월이나 앞두고 ‘진심 축하’를 전하며 시진핑을 칭송한 세계 민주국가 지도자는 문 대통령이 유일할 것이다. 중국의 인권 유린과 홍콩 민주화 시위 탄압 이후 세계에서 중공 체제에 대한 경계심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더구나 미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정책 중 유일하게 계승하는 것이 ‘중국 압박’이다. 안보 협력체로는 미·일·호주·인도에 한국을 더하는 ‘쿼드(Quad) 플러스’를, 경제 협력체로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 등을 구상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한국을 어떤 눈으로 보겠나.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라고 여기겠나. 미국 없이 북의 핵 미사일을 단 한 발이라도 막을 수 있나.

 

문 대통령이 중국 공산당을 칭송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는 중국에 가서 중국 측의 의도적인 냉대를 받으면서도 중국을 ‘큰 봉우리', 한국을 ‘작은 나라’라고 비하하면서 중국몽에 함께하겠다고 했다. 중국에서 코로나가 창궐할 때도 중국인 입국 금지를 끝까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이 먼저 한국인 입국 금지를 했다. 중국에 안보 주권을 내주는 충격적 양보도 했다. 어떤 국익 고려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국가 정상의 이런 비굴한 태도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합참 자료에 따르면 중국 경비함들이 거의 매일 서해상 동경 123~124도 해역에 출몰하고 있다고 한다. 백령도 코앞까지 접근하는 것이다. 한·중이 아직 서해 경계선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국 쪽에 치우친 동경 124도는 중국이 제멋대로 그어놓은 선이다. 중국은 한국 해군에 이 선을 넘어오지 말라고 위협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중국 군용기의 서해상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도 60번이 넘는다. 한국을 무력화하고 서해 전체를 중국 바다로 만들려는 서해공정이다. 중국의 우리 주권 위협에 대해 문 대통령이 항의하거나 우려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중국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찬양했다.

 

시진핑이 한·미 정상 간 첫 통화 직전에 문 대통령과 통화를 한 이유는 뻔하다. 미국의 동맹 중에서 한국을 가장 약한 고리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에게 “동주공제(같은 배를 타고 건너자)”라고 한 것이다. 지금 김정은은 한국을 공격할 핵 미사일은 완성했고 시진핑은 서해를 자신들 내해(內海)로 만들려 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의 허락을 받지 않고는 군사 장비 반입도 못 하고 다른 나라와 동맹도 맺지 못하는 나라가 됐다. 한국 해군은 이미 서해 중간선을 포기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 눈치만 보며 국가가 아니라 진급과 보신을 먼저 생각하는 현재 군의 체질상 그런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1.28 “공산당 100년 축하” 文발언...중국, 바이든 보란듯 대대적 보도

중국 요청으로 40분간 통화
文 “중국 영향력 날로 커져… 공산당 100주년 진심 축하”
中 신문·방송 일제히 보도
홍콩언론 “美계획 저지 공세”, 靑은 “신년 인사” 의미 축소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에서 “시진핑 주석의 견고한 지도 아래 중국이 방역에서 성공을 거두고 전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한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27일 보도했다. 또 중국은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도 공개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 지도자가 공산당 창당일을 6개월 앞두고 ‘진심 축하'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바이든 미 행정부가 최우선 외교 정책으로 중국 견제를 위한 ‘전 세계 민주주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약한 고리'인 한국을 흔들어 이탈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중국의 국제 지위와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으며, 두 번째 100년의 분투라는 목표 실현을 향해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했다. 중국은 공산당 창립 100주년인 2021년과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100주년인 2049년을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의 기점으로 보고 있다. 인민일보는 이날 두 정상의 통화를 1면 오른쪽 머리기사에 배치했다. 신화통신과 CCTV 등 관영 매체도 관련 기사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문 대통령 발언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것이다. 반면 우리 측이 공개한 시 주석의 “남북, 북·미 대화 지지” “조기 방한 성사” 등 발언은 중국 측이 보도하지 않았다. 40분간 이어진 통화는 중국 측이 먼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와대는 “양국이 협의한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한·중 정상의 통화를 분석한 기사에서 “한국을 민주국가들의 반중(反中) 연합에 끌어들이려는 바이든 미 행정부의 계획을 좌절시키려는 중국의 매력 공세”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우리 정부를 이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청와대는 “한국과 중국의 설 연휴 및 춘절을 앞둔 신년 인사였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의미를 축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앞선 시 주석과의 통화가 ‘의례적 행사'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통화 직후에는 짧은 서면 브리핑 자료만 냈다가 중국이 두 정상 간 통화를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뒤늦게 내용을 추가 공개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공산당 100주년 축하’ 등은 뺐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상적인 덕담”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 간의 통화도 조속하게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서로 다른 곳 보는 동맹… 미국은 北·中 압박, 한국은 美·北대화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과 함께 한·미 외교안보 채널의 정책 협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양국은 ‘동맹 강화’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북핵·중국 등 핵심 이슈에서 우선순위·방향에 대한 시각차를 노출했다. 미국이 대중(對中) 견제를 위한 한국의 협조와 대북 제재·압박 유지에 무게를 두는 동안,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유산인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계승을 강조했다. 바이든 외교안보팀 주요 포스트에 대북 강경파가 속속 들어서면서 한·미 사이의 마찰음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韓 발표엔 미 강조 ‘인도·태평양’ 없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7일 상원 인준을 받고 취임한 뒤 바로 캐나다, 일본, 한국 순으로 통화를 했다. 미측 발표에 따르면 블링컨은 강경화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를 위한 동맹의 역할’을 먼저 강조한 뒤 ‘한·미·일 3자 협력 지속’ ‘북한 비핵화의 필요성 지속’을 언급했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만든 ‘인도·태평양’ 용어를 앞세워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최우선순위가 어디 있는지를 확실히 한 것이다. 또 한·미·일 삼각 협력 강조 역시 ‘동맹을 규합해 중국에 맞선다’는 외교 기조에 동참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반면 한국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인도·태평양, 한·미·일 협력 내용은 뺀 채 “북핵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시급히 다루어져야 할 문제라는 데 공감했다”고 했다. 미국이 빨리 ‘싱가포르’ 때처럼 북한과 다시 마주 앉는 그림에 대한 기대를 표출한 것이다.

 

이런 시각차는 전날 한·중 정상 통화와 맞물려 논란을 더 키울 전망이다. 이날 통화로 문 대통령이 동맹인 미국보다 중국과 먼저 대화하며 ‘시진핑 주석 리더십’을 칭송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중국은 미국의 반중 연대에서 ‘약한 고리’ 한국을 흔들려는 속내를 드러냈고, 한국은 이에 맞장구를 친 셈이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미 조야에서 한국이 중국에 기울고 있다는 의구심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책을 그대로 잇고 있다. 지나 러만도 상무장관 후보자는 이날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의 행동은 반경쟁적이고 미국 근로자와 미국 기업에 손해를 끼치고 잔혹한 인권 침해로도 비난받을 만하다”며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경쟁할 수 있도록 공격적으로 나가겠다”고도 했다.

 

◇대북 강경파들 속속 국무부 합류

미 국무부의 주요 포스트가 모두 대북 강경파로 채워진 것도 향후 한·미의 간극을 더 벌려 놓을 가능성이 있다. 이날 정 박 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로 합류했다. 그는 ‘김정은 비핵화 의지’ ‘싱가포르 회담’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해온 인사다. 그는 저서와 기고문을 통해 “김정은의 관심은 평화가 아닌 갈등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옹호하기 위해 반(反)북한 연설이나 활동을 약화시키는 데 권력을 사용했다”고 했다.

 

이 같은 인식은 바이든 대북 라인 전체가 공유하는 것이다. 북한과의 협상 경험이 많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성 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 등은 북한에 대해 근본적인 불신을 갖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는 ‘어게인 싱가포르’를 외치지만 바이든 팀 머릿속에는 싱가포르가 아니라 ‘2·29 합의’가 있다”고 했다.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2년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유예 대가로 식량 원조를 한다는 ‘2·29 합의’를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은 불과 2주 만에 이를 깨버렸고, 미국은 이후 ‘전략적 인내’로 대북 기조를 바꿨다. 이 소식통은 “바이든 팀에 싱가포르 합의는 북한의 핵보유 의지를 재확인한 쇼나 다름없다”며 “그런데도 줄기차게 ‘싱가포르 정신 계승’을 요구하는 문재인 정부를 바이든 측이 어떻게 보겠냐”고 했다.

조선일보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김아진 기자 임민혁 기자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01월 28일  中에 굽실대고 美와 사사건건 입장差 보이는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내비친 정세 인식 및 외교 방향에는 우려할 만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 통화가 임박한 와중에 40분간 통화한 모양새부터 외교 감각 결여를 보여준다. 바이든 대통령이 추구하는 한·미 동맹, 인도·태평양 구상과 쿼드 등 대중(對中) 및 세계 전략, 유럽·일본 등 우방들의 민주주의 연대(D10) 움직임과 입장차(差)를 보이기 때문이다. 한·중 양자 관계에 있어서도 문 대통령은 정작 해야 할 말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은 많이 했다. 이런 와중에 중국 요청에 따른 의례적 신년 인사라는 변명을 함으로써 이번엔 시 주석까지 불쾌하게 만들게 됐다. 우왕좌왕 무능 외교의 단면이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사드 보복 해제와 중국 항모의 서해 침범,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침범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화사 통신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중국공산당 성립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했다. 중국공산당 100년 역사를 보면 6·25 때 항미원조를 앞세워 대한민국에 엄청난 피해를 보였다. 과거 임시정부 독립운동을 도와준 장제스 국민당 정부와도 내전을 벌였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아무리 덕담이라도 ‘중공 100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해선 결코 안 된다. 결과적으로 중국에 한없이 굽실댄 모양새다. 청와대가 공 들인 시 주석의 방한 문제 등은 정작 중국 측 발표에는 없었다.


동맹인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문제에 관한 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동일한 접근법을 견지하고 있다. 주유엔 대사 지명자가 청문회에서 “중국은 전략적 적수”라고 규정한 것이나, 백악관 대변인이 중국의 코로나19 발원지 책임론과 화웨이 제재를 역설한 데서 그 같은 기류가 선명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회견 때 “바이든 행정부와 코드가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고 했지만, 실제적으로는 미국의 대중 견제에 반대하는 데다 한·미·일 협력 강화 입장에도 회의적이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집중하며 대북전단금지법을 강행하고 북한 인권 문제도 방치하고 있어 사사건건 입장차가 벌어지는 상황이다. 3월 한·미 훈련 문제를 둘러싸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훈련 축소 및 대북제재 완화 등을 언급해 한·미 갈등은 더 커질 조짐이다.

문화일보 사설

 

02.02  중국에 관한 한 트럼프가 옳았다

트럼프의 대중 전략, 中 본질 제대로 꿰뚫어봐
美의회 초당적 지지 속 바이든도 이어받을 것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지난달 19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미 상원 청문회에서 ‘특이한’ 발언이 나왔다. 바이든이 취임과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정책을 모두 뒤집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블링컨 후보자는 트럼프의 정책 하나를 콕 집어 계승의 뜻을 밝혔다. 그는 “중국에 강경한 접근법을 취한 트럼프 대통령은 옳았다. 우리 외교에 도움이 됐다고 믿는다”고 했다. 공화당이 즉각 화답했다. 론 존슨 공화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사람이 중국의 사악한 의도에 대해 눈을 뜨도록 해줬다”고 말했다. 이 순간 미국의 대중 강경 노선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추진될 것임이 확실해졌다.

 

개인적으로 트럼프란 인물에 부정적이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본 신문 기사가 아직 생생하다. “1959년 13세 소년 트럼프는 음악 교사에게 주먹을 휘둘러 눈을 멍들게 했다. 교사가 음악에 대해 쥐뿔도 몰랐다는 이유였다.” 선거 때 상대 후보나 경쟁 당에 대한 공격·비판은 “그럴 수 있다”고 넘겼는데 트럼프의 사람 됨됨이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후 4년 동안 이런 인상을 바꿀 계기를 못 찾았다. 최근엔 그가 재임 기간 3만573번 거짓말을 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하지만 그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구석이 있다. 미 갤럽에 따르면 트럼프의 재임 중 평균 지지율은 41.1%였다. 미 국민 상당수가 그를 지지하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 이유 중 하나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대중(對中)’ 전략이라고 본다. 트럼프는 중국이 적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했고, 공격적인 전략을 실행에 옮겼다. 이전 어떤 미국 대통령도 하지 못한 일이다.

 

지난 6일 열린 바이든 대통령 당선 확정을 위한 미 상·하원 합동 회의를 앞두고 국내에서도 “미 대선 결과가 뒤집힐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상·하원 회의에서 일부 개표 결과가 무효화되고, 상원 의장인 펜스 부통령이 대선 결과를 뒤집을 것이라고 그들은 믿었다. 국내에도 이런 극성 트럼프 지지자가 많다는 걸 알면 놀랄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지지·응원 수준을 넘어 거의 영웅시하는 경우도 봤다. 최근 한 트럼프 지지자를 만났더니 “트럼프야말로 중국의 정체를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어 본 인물”이라고 했다.

 

미래학자 기 소르망은 2000년대 초부터 공산당 1당 독재의 중국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럼에도 서구 사회가 경계심을 갖지 않은 건 두 가지 전략적 판단 착오 때문이었다. 첫째 중국이 이토록 빠르게 성장해 엄청난 부를 쌓을 거라 예상 못 했고, 둘째 잘살게 되면 한국처럼 자유민주주의가 꽃필 거라 오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4년 초 한 인터뷰에서 “중국공산당 창건 100주년인 2021년 중국 1인당 GDP는 2010년(4434달러)의 2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국 1인당 GDP는 이미 작년에 1만7200달러(IMF 통계)에 달했다. 그런데도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 싹은 찾아보기 어렵다. 부자인 중국은 더 위험한 존재가 됐다.

 

파이낸셜타임스가 2018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미·중 충돌을 표현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이 구조적 긴장 때문에 전쟁으로 치닫게 된다는 ‘가치 중립적’ 진단으론 미·중 격돌의 의미를 제대로 담을 수 없다. 이 대결은 아테네와 스파르타 중 누가 이길까 하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누가 승자가 되느냐에 따라 세계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나라가 한국이다. 우리가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선일보 장일현 기자

 

02.02  이러다 중국에 서해 다 뺏긴다

 

영토 수호는 국민의 생명 보호만큼이나 중차대한 국가의 책무다. 그런데도 모르는 새 우리의 하늘과 바다가 유린당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엔 묻혔던 불편한 진실이 튀어나왔다. 중국 군함이 지난해 말 한국 쪽 바다로 10㎞나 침범, 백령도 40㎞까지 왔었다는 소식이었다. 이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하루 전인 2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이런 덕담을 했다. “중국의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은 나날이 강해졌다”고.     

중 군함, 갈수록 해상 경계선 무시
“서해 전체의 71%가 중국 몫” 주장
한·미 동맹, 비대칭 전력 활용해야

중국이 대놓고 해상 경계선을 무시하는 건 어제오늘이 아니다. 하지만 갈수록 도를 넘는다. 중국 군함의 한반도 인근 출몰은 2016년·2017년 각 110여 회에서 2018년 230여 회, 2019년 290여 회로 확 뛰었다. 지난해는 8월 말로 170회를 넘었다. 바다뿐이 아니다. 중국 군용기의 한국 하늘 유린도 심해지긴 마찬가지다. 지난 3년간 60번 넘게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넘었다고 한다.
 
이런 무도함엔 영토적 야심이 깔려 있다. 2004년 중국 입장을 대변해 온 신화사의 주간지 ‘료망동방주간(瞭望東方週刊)’엔 이런 글이 실렸다. “한국 논리대로 35만㎢의 서해를 등거리선 원칙대로 나누면 절반인 18만㎢가 남북한으로 넘어가 분쟁 소지가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25만㎢ 해역을 차지해야 한다.” 이는 서해 전체의 71%로 터무니없는 요구다. 중국 측 궤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해상 경계를 인구와 경제 규모까지 고려해 정해야 한다”는 해괴한 주장도 나온다.
 
이 같은 중국의 ‘서해공정’은 2012년 시 주석이 해양강국 건설을 외치면서 본격화했다. 2017년 그가 또다시 해양강국 가속화를 주문하자 중국 측 침범은 심해졌다. 여기에 최근 미·중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서해 침범은 더 잦아졌다고 한다. 미국의 대중 포위망에서 한국은 빠지라는 무력시위인 셈이다.
 
중국의 침범은 한국뿐이 아니다. 대만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 24일엔 중국 군용기 15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넘나들었다. 지난해에는 380번 이상의 ADIZ 침범이 이뤄졌다. 중국 군함의 해상 경계선 무시 역시 부지기수다.
 
하지만 양국의 대응은 확연히 다르다. 한국은 대충 넘겨온 반면 대만은 큰소리를 내며 의연히 맞서 왔다. 대만은 대규모 침범이 자행될 때마다 군·외교부 또는 총통부에서 비판 성명을 냈다. 심지어 주미 대사는 기고와 인터뷰를 통해 중국을 규탄하며 미국 측 도움을 구했다. 이에 미 국무부는 지난 24일 “중국은 대만을 겨냥한 군사적 압박을 멈추라”는 성명으로 화답했다.  
     
우리도 대만처럼 한·미 동맹의 힘을 빌려 중국의 해상·공중 침범을 막아야 한다. 그냥 두면 관례로 굳어 언제 자기네 바다라고 우길지 모른다. 원교근공(遠交近攻), 먼 강국과 힘을 합쳐 옆 나라를 견제한다는 건 옛 중국에서만 통하는 지혜가 아니다. 옆 강대국 중국과는 영토·자원 등을 놓고 다퉈야 하는 게 우리의 숙명이다. 미국과의 동맹을 토대로 중국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특히 미국 편에 서지 말라고 위협하면 할수록 한국은 한·미 동맹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중국에 주지시켜야 한다.
 
안으로는 중국의 침범에 단호히 맞설 수 있게 힘도 길러야 한다. 물론 총체적 전력으론 상대가 안 된다. 하나 ‘고슴도치 전략’이라는 게 있다. 맹수도 이 작은 짐승을 만만히 보고 덤볐다가는 가시에 찔려 치명상을 입는다. 대만도 중국이 쉽게 침략하지 못하도록 독침 같은 비대칭 전력 개발에 온 힘을 쏟는다. 대만과 미국은 비대칭 전력 구축을 위한 ‘연합특전지휘부’ 설치도 검토했다.
 
우리 역시 중국의 위협에 맞설 비장의 비대칭 전력을 마련해야 한다. 언제까지 중국이 누르면 눌리는 신세로 살 건가. 크림전쟁을 앞두고 19세기 영국의 존 러셀 총리는 이렇게 역설했다. “명예롭게 지켜지지 못하는 평화는 더 이상 평화가 아니다.”    
남정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02.03 “文의 中공산당 축하 실망… 이러려고 우리가 피흘려 한국 지켰나”

[바이든 시대의 외교]
차기 美상원 외교위원장… 밥 메넨데스 민주당 의원 인터뷰

워싱턴= 조의준 특파원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미 연방의회의 밥 메넨데스 차기 상원 외교위원장이 1일(현지 시각) 조선일보와 단독 화상인터뷰를 하고 있다.

 

밥 메넨데스 차기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은 1일(현지 시각) 본지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에서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한 데 대해 “실망스럽고(discouraging) 걱정된다(concerning)”고 했다. 그는 “중국이 홍콩인들에게 한 일, 대만에 가하는 위협 등은 정말 우려스럽다. (중국 공산당의) 그런 역사에 크게 기뻐할 일이 뭐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이 인공지능(AI)과 안면인식 등 최첨단 기술을 동원한 “’디지털 전체주의'를 자국뿐만 아니라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촉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시진핑을 띄워주기(flatter) 위해서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그것(중국 공산당의 가치)들이 우리가 세계나 한국과 공유하는 가치가 아니란 점을 이해하고 있기를 바란다”면서 “이러려고 우리가 함께 피를 흘리고 한국의 방어와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계속 자원을 투입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이 중국에 맞서 반드시 미국 편을 들어야 한다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파괴적인 (6·25)전쟁 후에 한국을 강한 나라, 믿기 힘든 경제적 호랑이로 만들었던 그 원칙들을 옹호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미·중 간의 대결에서 한국이 미국 편을 드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공유한 민주주의, 자유 시장, 법치, 반(反)부패, 분쟁의 평화롭고 외교적인 해결, 인권 같은 가치들을 수호하기 위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아는 한국인들은 항상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인권을 준수하며 국제 질서, 법치, 공정하고 개방된 무역 시장을 믿었다”며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하고 있는 일을 본다면 한국이 역사의 어느 편에 서고 싶은지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과 나란히 선 메넨데스 -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밥 메넨데스(오른쪽) 미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가 지난 2013년 10월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나란히 서있다. 바이든은 당시 부통령이었다. 메넨데스는 1일(현지 시각) 본지 화상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에서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한 데 대해 “실망스럽고 걱정된다”고 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는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의 계승에도 부정적이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했던 일들은 전부 김정은을 정당화(legitimize)해주고 그를 국제적으로 버림받은 인물(pariah)에서 수용 가능해 보이는 인물로 만들어줬다”고 했다. 또 “트럼프가 했던 위험 부담이 많은 개인적 외교는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북한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진전시켰다”면서 “어떻게 이런 역사를 알면서도 그것이 바이든 행정부가 계속해야 하는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우리가 만약 그런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면 그건 ‘재앙을 부르는 길(recipe for disaster)’”이라고도 했다.

 

작년 말 공포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그는 “문 대통령은 그것(대북 전단)이 도발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정보의 흐름은 보편적 권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는 북한 사람들에게 그들이 고통받을 때 우리가 그들 편에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에선 전 세계적으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미국 외교의 주춧돌(cornerstone)로 격상시킬 것”이라며 “(상원 외교)위원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원하는 대북 제재 완화·해제 가능성에 대해선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관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했다. “만약 북한이 한반도를 비핵화하고 핵 프로그램을 되돌리고 국제 사찰을 받으려 한다면 제재의 해제나 현 수준 유지를 포함해 여러 가지 대응을 할 만하다”면서 “그러나 이는 김정은에게 달린 것”이라고 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을 발의한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지난달 미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가 발생했을 때 YTN 라디오에 출연해 “미국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훈계할 상황일까 의문이 든다”고 했다. 송 위원장의 카운터파트가 될 메넨데스에게 이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의사당에 난입한 폭도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본질은 아니다. 어두운 날이었지만 미국 민주주의와 인권의 제도들은 굳건했고 폭도들은 미국민의 뜻을 뒤집지 못했다”고 했다. 또 “한국에 훈계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미 동맹의 슬로건인) ‘같이 갑시다’는 우리가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무슨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민주주의와 인권이란) 그 가치들을 한국민들이 지킬 것이라 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위안부 배상 판결 등으로 악화한 한·일 관계와 관련해선 “최근 (이수혁 주미) 한국 대사에게도 말했지만 한국이 일본과 대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의 깊은 상처를 이해한다”면서도 “북한과 중국을 모두 억지하기 위해서 미국, 일본, 한국 간의 전략적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란이 지난달 한국케미호를 나포하고 국내 은행에 동결된 70억달러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한국이 계속해서 이란에 대한 국제 제재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밥 메넨데스 의원은

뉴저지주에 지역구를 둔 3선 상원의원으로 현재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다. 새로 출범한 연방의회에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 됨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 중 신임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쿠바 이민자의 아들로 뉴욕에서 태어나 뉴저지에서 자란 그는 2006년 상원의원에 당선된 뒤 15년째 상원의원을 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3~2015년 라티노(중남미계)로는 처음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냈다.

조선일보

 

02.04  中共 찬양 文 향해 “왜 우리가 함께 피 흘렸나” 물은 美 의원

메넨데스 차기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 본지 인터뷰에서 친중(親中), 친북(親北)으로 기우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민주당 소속으로 바이든 대통령과 가까운 그는 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통화에서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 것에 대해 “(중공) 역사에 크게 기뻐할 일이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실망스럽고 걱정된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 가치를 한·미가 공유할 수는 없다면서 “이러려고 우리가 함께 피를 흘리고 한국 방어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계속 자원을 투입한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6·25에서 한·미 군은 중공군에 맞서 나라를 지켰다. 중공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죽고, 통일을 하지 못했고, 아직까지 우리는 질곡에 빠져있다. 메넨데스 의원은 문 대통령에게 ‘중공을 칭송할 것이라면 그때 왜 우리가 피 흘려 싸웠느냐'고 묻는 것이다. 이 질문을 문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한국민도 많을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는 유일한 트럼프의 정책이 ‘중국 압박’이다. 바이든 백악관도 공개적으로 “이어받아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의 중국은 패권 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홍콩과 대만을 억압했고 동·남중국해에선 무력으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우리 서해도 내해(內海)로 만들려는 서해 공정을 벌이고 있다. 자국 소수민족의 인권은 짓밟는다. 지금 미국 조야는 이런 시진핑의 중공에 대해 경계심을 크게 높이고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바이든에 앞서 시진핑과 먼저 통화하며 “중국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찬양했다. 세계 민주국가 지도자 중 유일할 것이다.

 

메넨데스 위원장은 “6·25 이후 한국을 경제적 호랑이로 만들었던 그 원칙들을 옹호해 달라”고 했다. 무조건 미국 편을 들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자유 시장, 법치, 인권 같은 가치의 편에 서달라는 것이다. 전쟁 잿더미의 한국을 세계 주요국으로 일으켜 세운 건 공산당 독재가 아니라 자유 시장과 민주 법치였다. 중국 공산당에 무엇이 있다고 칭송하나.

 

그는 ‘대북 전단 금지법’에 대해서도 “북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했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트럼프가 한 일은 전부 김정은을 정당화해준 것”이라며 “북한은 핵·미사일을 진전시켰다”고 했다. 메넨데스 위원장은 “어떻게 이를 알면서도 (문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계속해야 하는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싱가포르식 회담을 계속하려는 것은 “재앙을 부르는 길”이라고도 했다. 더 보탤 말이 없다.

조선일보 사설

 

02.08  文 정부 향해 ‘北 입장 美에 설득할 생각 말라’는 바이든 행정부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확산 의지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김정은은 한반도 정세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지도자로 비핵화 의사가 아직 있다”고 한 것에 대한 공개 반박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협상팀이었던 랜들 슈라이버 전 국방부 차관보는 “김정은이 비핵화 약속을 준수하겠다는 증거를 목격하지 못했다”며 최대한의 대북 압박 정책을 제안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특별보좌관과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특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증거 없이 김정은이 비핵화에 진지하다는 주장을 바이든 행정부에 해선 안 된다”고 했다. 북한과 핵 협상을 했던 전직 관리들까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부정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면서 “트럼프 정부가 이뤄낸 (대북) 성과가 차기 정부로 잘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정책 지우기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트럼프식 정상회담에 나서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최근 당 대회에서 36번이나 핵을 강조하면서 전술핵과 핵 추진 잠수함 개발을 공언했다. 2017년 이후 남북, 미·북 정상회담 과정에서도 줄기차게 핵 고도화를 해왔다고 했다. 김정은이 비핵화 생각이 없다는 건 상식에 가깝다. 자신이 죽을 처지에 몰릴 때만 비핵화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는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어떻게든 김정은과의 평화 이벤트를 재개해 재미를 보겠다는 속내일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찌감치 트럼프·김정은의 회담을 “무의미한 TV용 쇼”라고 비판했다. 전반적인 대북 정책 재검토에 들어갔고, 대북 제재를 강조하는 인사들로 팀을 꾸렸다. 4년 만에 북한인권특사도 지정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바이든 정부의 속내도 모르고 트럼프식 평화쇼를 권했다가는 한·미 관계가 어떤 몸살을 앓게 될지 모른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보증 설 생각 말라”는 경고를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

 

02.08  ‘고래 싸움’에 또 ‘새우 등’ 터질 건가

美, 中 포용하던 시대 끝나
백악관·국무부 아시아팀에 중국 전문가 대거 입성
홍콩·신장·북한 인권 문제무역 등
핵심 경제 분야서 中 압박하고 갈등 빚을 것

한국인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에 익숙하다. 이 속담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 대해 우려할 때 자주 쓰인다. 중국과 미국이 충돌할 때 한국은 불편한 상황에 놓인다. 트럼프 행정부 때도 자주 그랬다. 남중국해 항행 자유, 홍콩 민주주의와 인권, 화웨이를 제외한 5G 네트워크, 사드(THAAD) 등의 문제에 대해 한국은 선택을 강요당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통:웬디 셔먼,토니 블링컨, 커트 캠벨,윌리엄 번스,데이비드 /조선일보 DB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 확정적인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몇 가지 확실한 부분은 있다. 첫째, 미국이 중국을 ‘책임 있는 이해관계자(responsible stakeholder)’로 대우하던 시대는 끝났다. 오바마의 핵심 아시아 보좌관이었던 커트 캠벨과 엘리 래트너는 중국을 ‘포용 대상’에서 ‘전략적 경쟁자’로 전환한 첫 번째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중국이 자유 무역 질서를 이용만 했을 뿐 정치적으로 개방하지도, 국제 시스템의 공공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도 않았으므로 포용 정책은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둘째,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안보팀은 중국을 상대해 본 경험이 많다. 백악관의 아시아 수석 조정관 캠벨은 오바마 정부에서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정책을 만든 사람이다. 그의 미 NSC 아시아팀에는 중국 전문 지식을 갖춘 외교관 에드거드 케이건, 국무부와 NSC 모두에서 중국을 담당해본 로라 로젠버거가 있다. 국무부 아시아팀은 베테랑 중국 전문가인 댄 크리튼브링크 베트남 대사가 이끌 것이라는 소문이다. 셋째, 그럼에도 트럼프 때처럼 예리하게 날을 세우지는 못할 것이다. 정책이 부드러워진다는 뜻은 아니다. 정책은 여전히 경쟁적이라 해도 외교적 수사는 덜 모욕적, 적대적일 것이라는 의미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정책에 대해 네 가지 잠재적 모델을 예측해볼 수 있다. 어느 한 가지 모델만 따르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당면 이슈에 따라 서로 다른 인물들이 서로 다른 모델을 이끌며 지속적인 긴장과 밀고 당김을 만들어갈 것이다.

 

이런 모델 중 하나가 ‘전략적 권력 경쟁’, 즉 미국과 중국 간 물리적 힘의 경쟁이다. 이 모델에선 양국 정부를 이끄는 사람이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라는 점은 별로 중요치 않다. 두 강대국은 시스템 안에서 지위 때문에 폭넓게 경쟁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전략적 경쟁 관계는 영토, 글로벌 규칙과 규범, 국제 정치적 권위 같은 국제 시스템의 세 가지 핵심 측면에서 미·소 냉전과 다르지 않은 양태가 될 것이다.

 

두 번째 충돌은 무역 관련 몇몇 분야에서 벌어질 치열한 경쟁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의약품과 하이테크 분야의 취약성이 부각됐는데, 이들 분야의 공급망 복원이 핵심 경쟁 영역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 우주개발, 차세대 무선통신,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분야도 핵심 영역이다. 중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분야이다. 한국은 이미 5G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라는 미국의 요구와 관련해 이 이슈를 어느 정도 경험한 바 있다.

 

미·중 경쟁 관계의 세 번째 모델은 가치관과 민주주의에 초점이 맞춰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양국 관계에서 민주적 가치와 인권 증진에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바이든은 다를 것이다. 홍콩, 신장 자치구, 북한 등 어디에 관해서든 미국이 중국을 몰아세우며 더 전통적인 인권 의제로 회귀할 것이라는 의미다.

 

네 번째 모델은 세계가 함께 직면한 ‘글로벌 위협’에 관한 것이다. 위의 세 모델은 경쟁과 관련되지만, 이 모델은 협력 지향적이다. 가장 확실한 사례는 세계의 모든 지도자들이 바이러스를 억제하고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코로나 사태다. 이 범주에서 바이든 정부가 가장 강조할 이슈는 기후변화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 정책이 모든 정책에서 보편적인 요소가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기후 전문가인 브라이언 디스를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코로나 사태 이후 ‘녹색경제 회복 계획’을 입안하는 것에서 확인된다. 외교 면에서도 존 케리를 ‘기후 차르’로 임명했다. 케리 임명은 환경뿐 아니라 안보, 경제, 정치 등 NSC가 내릴 결정이 기후변화 측면에서 저울질될 것이라는 뜻이다. 미·중 관계의 3개 모델은 지속적인 경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지만 기후 의제가 미·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케리 장관은 중국과 협력적인 대화를 추진하고 2060년까지 탄소 중립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중국의 약속을 격려하려 노력할 것이다. 기후 문제는 지난 두 정부 때보다 더 중요한 변수가 되겠지만, 다른 세 가지 경쟁 모델을 상쇄할 만큼 충분한 협력적 자극을 줄지는 확실치 않다.

조선일보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02.09  바이든 행정부와 처음부터 충돌한 정의용 외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청와대 안보실장을 지낸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 경과 보고서를 어제 여당 단독으로 채택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를 파탄낸 장본인이어서 “부적격하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그의 외교부 장관 임명안을 어제 결재했다. 현 정부의 인사청문회는 여당과 청와대의 일방통행식이다. 정 장관의 청문회와 임명도 마찬가지였다.     

정의용 “북, 비핵화 의지” “평화 일상화”
미 국방부 “평양, 군사력 증강 열망해”

정 신임 외교부 장관 앞에 놓인 우려스러운 일은 한둘이 아니다. 당장 미국과 부닥친다. 북한과 대치 중인 한국의 외교부 장관이 먼저 챙겨야 할 나라는 동맹국인 미국이다. 그런데 그의 청문회 발언에 미 국무부와 국방부가 반박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고, 한반도 평화가 일상화됐다”고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평양(북한)이 군사력 증강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북한은 지난 1월 열린 8차 당대회에서 대남통일 노선을 ‘연방제통일’에서 핵·미사일에 의한 ‘무력통일’로 바꿨다. 북한은 무력통일 노선을 헌법에 우선하는 노동당 규약에 명시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무기 증강과 함께 남한을 언제든지 타격할 전술핵무기와 미국에 대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잠수함용 미사일(SLBM) 등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평화의 일상화’가 아니라 앞으로 ‘북한 핵 위협 일상화’가 뚜렷해질 조짐이다. 이처럼 북한을 보는 한·미의 시각이 서로 다른데 성급한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은 또 다른 외교 문제를 부를 소지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정책에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진짜 비핵화하지 않으면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남북 관계 실적을 내기 위해 북한과 중국을 의식하다 미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우려도 있다. 정 장관은 청문회에서 2019년 강제 북송된 탈북 어부에 대해 “그런 탈북민은 우리 국민이 아니다”고 했다. 북한을 의식한 발언이다. 탈북민은 헌법에서 우리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고, 탈북 어부의 강제 북송은 ‘북한이탈주민법’ 위반이다. 중국 관계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중국과는 물리적 충돌은 아니라도 극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트럼프 전 대통령 못지않게 날카로운 각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의 눈치를 과도하게 보면 한·미 관계가 어려워진다.
 
지금 우리 앞에는 복잡한 외교 현안이 산적해 있다. 북·중 외에도 강제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배상 판결로 인한 한·일 갈등,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무질서해진 국제사회 복원, 동남아 국가에 대한 신남방정책 등 헤아릴 수 없다. 정 장관은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고립무원의 한국 외교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바란다.

중앙읿보 사설

 

02.09  같은 말을 왜 또 사려 하는가

 

2018년 3월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고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더 나아가 북·미 정상회담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사실까지 전했다. 세간엔 북한이 핵을 버리고 대외 개방으로 전환할 것이란 기대가 넘쳐났다. 그 무렵 북한과의 협상에 깊이 관여했던 전직 고위 당국자 A를 만났더니 “아직 진실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며 성급한 판단을 경계했다. 2008년 6월의 경험 때문이었다. 당시 북한은 6자회담 불능화 합의의 일환으로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했다. 전 세계가 CNN 중계로 지켜봤다. 그러자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던 워싱턴 강경파의 목소리는 쑥 들어갔다. 냉각탑이 없으면 원자로를 가동하지 못하고 핵폭탄 원료를 더 이상 뽑아낼 수 없으니 그럴 만도 했다.      

“북한 비핵화 의지 있다”는 문재인
두 번 속지 않는다는 바이든 행정부
첫 단추부터 삐걱이는 한·미 공조

하지만 그 뒤 비핵화 협상은 검증이란 ‘악마의 디테일’에 걸려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북한은 6자회담의 판을 깨고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했다. 위성으로 살펴보니 냉각탑 대신 인근 구룡강 물을 끌어들여 냉각수로 사용하고 있었다. 재가동을 위한 방책을 마련해 놓고 폭파 쇼를 했다는 의미다. 대북 협상에 임했던 사람들의 실망과 분노는 말로 표현할 바가 아니었을 것이다. 당시 영변 현장에서 냉각탑 폭파를 지켜본 사람이 이번에 바이든 행정부의 동아태 차관보 대행으로 뽑힌 성 김이다. A는 냉각쇼 폭파를 ‘치팅(cheating·속임수)’이라 표현하며 “진정한 불가역적 행동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북한의 말만 믿고 의심을 풀면 안 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 뒤에도 북한은 몇 차례 오바마 행정부의 뒤통수를 쳤다. 2009년 4월 오바마 대통령이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역설하려던 찰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올리고 한 달 뒤 2차 핵실험을 했다. 2012년 북·미 간 2·29 합의는 잉크도 마르기 전인 4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휴지 조각이 됐다.
 
대북 정책과 관련, 오바마 행정부 사람들은 “같은 말(馬)을 두 번 사지 않는다”는 영어 속담을 입에 달고 다녔다. 바이든 본인도 그렇거니와 새로 구성된 워싱턴 외교안보 라인의 주축은 오바마 시절 일했던 사람들이다. 트럼프 시절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비핵화 성과 없이 북한에 시간을 벌어주고 김정은의 위상만 높여준 리얼리티 쇼라고 보는 배경엔 오바마 시절 겪었던 경험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새해 들어 보다 분명해진 두 가지 사실이 있다. 연초의 북한 당대회에서 확인된 핵 증강 노선이 그 하나고, 그에 아랑곳없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아직 살아 있다”고 믿는 한국 정부의 신심(信心) 혹은 일편단심이 나머지 하나다. 북한 당대회 발표문에서 핵 증강은 36차례 언급됐는데 비핵화는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지금 바이든과 바이든 행정부 사람들에게 트럼프 시절의 협상 방식을 되살리자고 하는 건 “한 번 산 말, 두 번 왜 못 사나”는 말과 다를 바 없다. 그러니 한·미는 첫 단추부터 삐걱거릴 것이다. 미국뿐이 아니다. 중국 외교부 발행의 월간지조차 “북한의 핵보유 의지가 점차 노골화·명문화됐다”며 북·미 정상회담 등 지난 3년의 외교를 ‘허다실소(虛多實少)’로 평가했다. 이게 국제사회의 상식이다.
 
대화는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만드는 예술이라고 한다. 의지가 없는 상대방이라 할지라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때로는 강하게 압박해 의지가 돋아나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냉철한 현실에 바탕한 전략적 사고의 뒷받침 없이 상대방이 한번 약속한 것이니 믿고 보자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국가의 운명을 그런 믿음에 맡길 수는 없다. 예로부터 “사람이 너무 착하면 남들이 속이고, 말이 온순하면 사람이 올라탄다(人善被人欺 馬善被人騎)”고 했다.        
중앙일보 예영준 논설위원

 

02월 10일  미·중 사이 ‘어설픈 중간자’ 위험하다

김재한 한림대 교수·정치학

바이든-시진핑 통화 아직 없어
“민주 자질 없다” “극심한 경쟁”
文은 바이든 앞서 시진핑 통화
한국 선착장·중재자役 비현실
지금은 우방과 관계 강화할 때
국내 통합과 정체성 확립 시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이후 세계 여러 정상과 통화를 했다. 그 가운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이미 두 차례나 통화하는 재빠른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일 방영된 미국 CBS 인터뷰에서 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지 않느냐는 앵커의 질문에, 시 주석은 뼛속에 민주주의가 1도 없는 지도자라고 표현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과, 지지난주에는 시 주석과 각각 통화했는데, 그 시점과 분량을 두고 벌어진 국내 논란은 미·중 간의 각축에서 대한민국이 취해야 할 정책 방향을 깔고 있다. 오늘날 미·중 양국은 네트워크 구축으로 상대를 견제한다. 강대국 간의 네트워크 경쟁에 대응할 한국의 방책을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미·중 양국의 네트워크를 모두 포괄하는 새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는 방책이다. 두 네트워크의 접점은 구심력이 크지 않은 한 새 협력 네트워크의 허브가 되지 못하고, 이해관계나 정체성의 충돌점이 되기 쉽다. 대신, 네트워크 접점의 선착장(pier) 역할은 가능하다. 대륙에서 해양으로, 또 그 반대로의 교두보처럼 연결에 의한 번영 방책이다. 하지만 현재 미·중은 한국에 압력을 행사할 뿐 교두보 역할을 기대하며 뭔가를 제공하려는 게 아니다. 선착장 역할은 한국의 확장성을 인정받아야 가능하다.


둘째, 미·중 경쟁의 중재자 역할이다. 격투기 경기 때 선수가 휘두른 주먹이나 발길에 심판이 맞는 일도 있다. 대체로 심판의 위치 선정이 나쁠 때 발생한다. 특히, 당사국들이 전혀 인정하지 않을 때의 중재자 자임은 자충수가 되기도 한다. 중재하려는 제3국의 국력은 중재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사국이 수용할 수 있는 스탠스다. 힘 분포의 중간에 위치한 스탠스는 어떤 다른 스탠스와 1 대 1로 경쟁해도 힘에서 밀리지 않는다. 삼국시대 신라는 국가위기를 그런 중간적 위치 설정으로 극복했다. 한국 입장을 미·중이 수용할 수 있는 이슈 프레임에서는 한국의 국익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 국제질서 프레임은 자위적 국뽕 대신 타국이 인정하고 받아들일 요소에 기반해 설정된다.


셋째, 전혀 관여하지 않는 중립이다. 막다른(dead-end) 곳이 아닌 길목에선 중립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가도멸괵(假道滅虢·다른 나라의 길을 임시로 빌려 쓰다가 나중에 그 나라를 쳐서 없앰) 고사 속 우나라는 진나라에 길을 빌려줬지만 정벌됐고, 또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중립국 벨기에는 길을 빌려주지 않았지만 독일에 점령당했다. 마키아벨리는 두 세력이 서로 싸울 때 중립을 선택하지 말라고 권고한 바 있다.


넷째, 새로운 우방 만들기다. 국제관계에서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 그런데 두 경쟁자 가운데 일방과 소원해진다고 해서 다른 일방과 반드시 친해지는 건 아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한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여기는데,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한국을 이전보다 더 우대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일방과의 친밀도 증진이 적어도 다른 일방과의 소원도(疏遠度) 증가보다 커야 한다. 만일 쌍방 모두와 친구 하기 어려우면 일방이라도 확실한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우방 관계 강화다. 국가들은 적대국을 견제하기보다 동맹국을 돕기 위해 참전하는 경향이 있다. 무릇 동맹은 공유할 수 있는 전리품이 있을 때 잘 결성되고 잘 유지된다. 공유는 자국 소비가 동맹국 소비를 줄이지 않는 이른바 비(非)경합적 재화에서 극대화된다. 인권·자유·민주주의 등의 가치 또는 질서는 비경합적 재화의 대표적 예다. 유사한 가치관의 세력과 동맹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방책이다. 연대 파트너는 대체로 누가 더 위협적인지로 정해진다. 서로 앙숙인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배를 타고 갈 때 상대보다 풍랑을 더 큰 위협으로 느끼면 협력하게 된다. 오월동주(吳越同舟)다. 반면, 멀리 있는 잠재적 위협보다 가까이 있는 위협을 더 크게 느끼면 원교근공(遠交近攻)의 행동을 보인다.


끝으로, 내부 결속도 효과적인 대외 방책이다. 만일 국내의 경쟁 세력이 외부의 세력보다 더 큰 위협으로 인식된다면 국가 정체성과 국가 존립은 위태롭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의 국민 통합은 시급하다.

문화일보

 

02.11 “한국, 전작권 전환하면 北에 복속”

벨 前 주한미군 사령관 경고
“北이 핵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한
전환 강행은 역사적 실수 될 것…
美와의 안보동맹에 전념해야”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 /이태경 기자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10일 “북한이 핵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한, 한국이나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추진해선 안 된다”며 “전작권 전환이 강행되면 한국은 북한에 복속될 위험이 커진다”고 했다. 2006~2008년 주한미군을 지휘한 벨 전 사령관은 이날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보낸 성명에서 “전작권 전환은 한국민의 역사적 실수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서욱 국방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내 재임 기간 중 전작권 전환을 위해 진전된 성과가 있어야 되겠다”고 했다. 벨 전 사령관은 “한국은 주권 국가로서 어떤 방식으로든 전작권 전환에 속도를 낼 권한과 역량을 갖는다”고 전제하면서도 “미국이 전작권 전환 결정을 검토한 뒤 성급한 결정이었다고 판단할 경우, 전쟁 발발 시 미군 파병을 심각하게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미군 파병을 제한하면 오랜 동맹에 균열이 커지고 한국은 북한 정권 아래 복속될 위험이 커진다”고 했다.

 

벨 전 사령관은 “중국의 전적인 대북 군사적 지원이 보장된 가운데 미국이 동맹 파트너 역할에 완전히 전념하지 않는다면, 북한군은 궁극적으로 전투에서 한국군을 격퇴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벨 전 사령관은 또 “한국은 전투 상황에서 미국 외에는 전투 부대를 파견해 방어를 도울 만한 유의미한 동맹이 없다”며 “미국이 없다면 한국은 북한에 홀로 맞서게 될 수 있으며, 북한은 중국과 심지어 러시아의 전적인 지원을 얻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서욱 장관은 최근 “군 대비 태세가 확실하니까 이를 믿고 안심해도 좋다고 국민께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에 대해서도 한·미 동맹 능력과 우리 독자적인 능력을 통합해서 억제하고 대응하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벨 전 사령관은 “미국이 ‘한국을 위한 핵우산’을 제공하는 한, 전투 병력에 대한 전작권은 미국에 남아 있어야 한다”며 “전작권 전환을 완전히 연기하고, 미국과의 안보 동맹에 전념할 것을 한국에 강력히 권고한다”고 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2일 공개한 ’2020 국방백서'에서 “한·미는 전·평시 우발 상황에 대비하여 연합작전 계획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규모 병력·장비를 동원하는 야외 기동훈련(FTX)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지휘소 훈련(CPX)으로 실시되는 다음 달 연합훈련마저 북한의 반발로 축소·연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연합훈련에 대해 ‘북한과 협의 가능하다'고 한 데 대해서도 미국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02.17  각자도생 세계의 崇中事大

조선의 왕들은 정월 초하룻날 중국 황제에게 올리는 망궐례(望闕禮)를 치렀다. 대궐에 중국 황제를 상징하는 궐패(闕牌)를 모신 뒤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군신(君臣)의 예를 갖춘 것이다. 1898년 폐지될 때까지 거른 적이 없다.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에는 성안으로 쫓겨들어간 인조가 명(明) 황제에게 바치는 망궐례 모습이 나온다. 청나라 군대가 성을 포위하고 지켜보는 가운데 인조는 세자와 함께 곤룡포를 휘날리며 춤추고 노래 부른다. 조선이라는 나라의 치욕과 무력감이 극에 달하는 장면이다.

 

/중일 국방장관 회담…"방위교류 본격화"

 

지난 설날 정세균 총리, 박병석 국회의장, 이재명 경기지사 등 정부·여당 인사들이 중국 공산당 선전 매체에 대거 출연해 “감동의 역사” “우정” 등의 표현을 써가며 신년 인사를 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불현듯 ‘망궐례’가 떠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인터넷 망을 통해 중국 네티즌들에게 근황을 전한 적이 있고,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중국 국영 cctv를 통해 새해 인사를 건넨 적은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 고위급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한 것은 처음이다. 도종환 의원은 “중·한 수교 29주년이 되는 해”라며 한국보다 중국을 먼저 불렀다. 누가 한·일 관계를 ‘일·한 관계’라고 불렀다면 어떤 봉변을 당했을까.

 

문 대통령이 앞장서 그 길을 텄다. 2017년 중국 방문 때 “한국과 중국은 운명 공동체” “한국은 작은 나라, 중국은 큰 봉우리”라고 했다. 노골적 친중 선언이었다. ‘3불 약속’은 안보 문제를 중국이 정해주는 대로 따르겠다는 자발적 굴욕이었다. 백령도 코앞까지 중국 경비함들이 드나들어도 항의 한번 못 한다. 대통령부터 이러니 집권 세력 전체가 중국에 굴종하는 것이다.

 

이런 숭중사대(崇中事大)의 망상을 깨트리는 책이 얼마 전에 나와 화제다.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책의 저자 피터 자이한은 세계적인 지정학 전략가. 그의 분석에 따르면 바이든의 미국은 트럼프의 미국보다 더 세계 질서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중국은 10년 이내에 실패하고 성공 신화의 종언을 고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중국은 과대평가됐다. 아시아의 우두머리는 일본이 될 것이다. 미국은 일본을 아시아의 지역 맹주로 낙점했다”고 썼다.

 

일본의 해군력과 공군력이 중국을 압도하기 때문에 중국은 일대일 싸움에서도 이기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한국은 다시 부상하는 일본과 경제적으로 융합하는 길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당혹스러운 제언이지만 일본의 재부상에 따른 국제 역학 변화에 대비하라는 주문이다.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망궐례를 치르던 바로 그 시기, 때마침 일본에 머물던 조선통신사 일행은 예상치 못한 수모를 겪었다. 당초 사신 파견의 목적과는 달리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모시는 신사인 닛코의 도쇼구(東照宮)를 참배해달라는 막부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눈보라 치는 강추위에 통신사 일행 214명은 도쿄에서 닛코까지 다녀오는 데 일주일 걸렸다. 일종의 양보였다. 청나라와의 관계가 절박한 상황에서 일본과의 관계까지 험하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일본 기록은 전한다. 통신사 일행은 1643년, 1655년 두 차례 더 참배했다.

 

피터 자이한의 전망대로 ‘미국이 빠져나가고 막강한 해상력을 보유한 일본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공해상에서 동북아시아 지역의 만사를 중재하게 될 경우’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조선통신사 일행이 닛코 도쇼구 참배를 강요받았듯이, 태평양 전쟁의 전범들을 신으로 모시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요청하는 그런 상황은 오지 않을까. 요즘 이 정권 사람들의 막가파 행태를 지켜보면 이런 터무니없는 악몽까지 떠오를 정도다.

조선일보 정권현 선임기자

 

02.18  지금 놀라운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중국 쪽으로 기우는 한국
미국 내에서 점증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짜증’
변곡점 지나는 미국 인내
미국의 일본 중시론 속
한국 배제론도 꿈틀

우리는 음력 1월 1일을 우리 설날이라고 하지만 세계에선 ‘차이니스 뉴 이어 데이(Chinese new year day)’라고 한다. 음력을 중국이 만들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서구 초등학교에선 백인 아이들이 중국식 용 모자를 쓰고 중국 음식을 먹기도 한다. 이 중국 설을 공휴일로 정한 나라를 찾아보았더니 거의 전부 화교가 많거나 주축인 동남아 국가들이다. 아닌 나라는 한국과 몽골뿐이다. 특히 미국 동맹국 중엔 한국밖에 없다. 싱가포르도 있지만 화교권 도시국가다.

 

일본은 1873년 음력을 없앴고 그걸로 끝이었다. 우리도 1896년에 음력을 폐지했지만 아직도 1월 1일은 음력으로 따져 최대 명절로 하고 있다. 풍습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세계가 중국 명절로 아는 날을 가장 큰 명절로 쇠는 거의 유일한 미국의 동맹국이 한국이라는 사실이 미·중 사이에 놓인 우리 처지에서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최근 미국과 서방권에선 이런 우리와 관련해 놀라운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에 대해 "우리는 미국 국민과 동맹국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새로운 접근법을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9일 한 말부터 놀랍다. 기자가 ‘북의 핵 미사일 시험을 우려하느냐’고 묻자 “(그것보다) 우리가 한국, 일본과 긴밀히 협력하지 못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더 걱정된다”고 답했다. 일본은 미국과 이견이 없다시피 한 나라다. 결국 이 답변은 북핵보다 한국이 일본을 대하는 태도가 더 걱정이라는 것이다. 한·일 관계에 대한 우려지만, 그 속엔 한국이 왜 미·일이 아니라 중·북 쪽으로 기우느냐는 시선이 있다.

 

과거에도 미국엔 앞으로 한국은 100% 중국으로 붙고, 일본은 100% 미국으로 붙는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엔 이런 시각이 주류를 이뤄가는 듯한 불길함이 있다. 중국, 북한에 도를 넘게 호의를 표시하고 일본엔 도를 넘게 적의를 드러낸 문재인 정권 4년의 결과다. 미국의 조야가 중국의 부상에 심각한 경각심을 공유하게 되고 더 늦기 전에 중국을 억제해야 한다는 절박하고도 일치된 견해가 등장하는 시기와 문 정권이 맞물리면서 이제 미국에서 한국은 동맹이라기보다는 ‘표류하는 나라’로 표현되고 있다. 몇몇 견해가 아니다. 광범위하게 그런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 인식은 명확한 근거를 통해 강화되고 있다. 미국 민주당 외교에 영향을 미치는 아인혼 전 국무부 고문은 문 정권이 중국을 의식해 북핵 방어용 사드를 강력히 반대했다고 지적한다. 이 일로 한국은 주한미군, 심지어는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보다 중국과의 관계를 더 중시할 수 있는 나라라는 인식이 미국에 심어졌다. 롤리스 전 국방부 부차관은 한국이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도 거부한 사례를 들고 있다. 한국은 미국을 위해 중국 견제에 동참할 뜻이 없고, 미국을 위해 조금이라도 희생할 생각은 더욱 없는 나라라는 것이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중국 공산당에 축하 인사를 보낸 문 대통령을 향해 ‘이러려고 미국 청년들이 중공 침략에서 한국을 지키기 위해 피를 흘렸느냐’고 공개적으로 분개했다.

 

/2017년 12월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아시아에서 미국이 믿을 수 있는 진짜 동맹은 일본뿐이라는 인식은 견고하게 확산하고 있다. 부시, 오바마 행정부 때 올라간 한국의 위치는 원위치보다 후퇴했다. 일본과 정반대로 중국 견제에 일절 불참하는 한국에 대한 문제 의식은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보다 더 강하다. 바이든의 한·일 관계 회복 주문은 한국을 향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입장을 분명히 하라는 뜻이다. 미국의 유명한 지정학 분석가는 최근 저서에서 “한국은 일본과 치고받고 있다. 미국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짜증을 느꼈다”고 했다. 미국의 ‘이루 말할 수 없는 짜증’이 이제 변곡점을 지나는 것 같다.

 

헤이글 전 미 국방 장관등 각국 고위 안보 관리 출신이 만든 ‘핵과 동맹’ 관련 보고서가 며칠 전 바이든 행정부에 제출됐다. 보고서는 호주, 일본, 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판 핵기획그룹을 창설해 미국이 핵무기 운용을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그 직후 미국에서 ‘한국은 빼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아인혼은 ‘한국은 중국을 의식해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세이모어 전 백악관 조정관은 ‘반대할 수 있는 동맹에 미국이 먼저 제안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롤리스 전 부차관은 한국이 결국 핵을 보유한 북한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은 일본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해 중·북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 경우 미·일은 나토식 핵 공유 협정을 맺게 될 것이다.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한국은 북에 복속될 수 있다’고 했다. 베넷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이 일본을 공격할 경우 미국의 대북 군사작전에서 한국 입장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견해도 미국에서 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외교의 거목 조지 케넌이 역사적 전문을 통해 소련 봉쇄를 주장한 지 40여 년 만에 소련이 무너졌다. 최근 미국에서 그에 비견되는 익명의 기고문이 등장했다. 중국 전체가 아니라 시진핑을 봉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진핑 봉쇄 방책에서 한국의 비중은 거의 없지만, ‘한국이 중국 쪽으로 계속 표류하고 있다’는 인식이 적시돼 있다. 동맹국과 그 적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 동맹은 결국 껍데기만 남는다. 우리는 그 후 어디까지를 생각하고 있나.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

 

02.18  美항모 다가오자, 中 격침훈련… “대만해협, 가장 위험한 화약고 됐다”

[최유식 전문기자의 Special Report]
美·中 패권경쟁 틈바구니 대만, 동북아 화약고 될 판
국지전 발발 위험 높아져

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그래픽=양인성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나흘째인 지난 1월 23일 대만해협 인근 해상에서는 미·중 간에 한바탕 워게임이 벌어졌다.

 

미 7함대 소속 루스벨트호 항모 전단이 바시해협을 통해 남중국해에 들어선 것은 이날 오전 10시(현지 시각)를 조금 넘은 시점이었다. 바시해협은 대만 남부에서 30~40㎞가량 떨어져 있다. 전날부터 루스벨트호를 추적해온 중국은 신형 전략 폭격기 훙-6K(H-6K) 6대와 젠-16(J-16) 전투기 4대 등을 이 해역에 띄웠다. 460㎞ 거리까지 접근한 중국 전략 폭격기들은 루스벨트호를 상대로 대함 초음속 미사일 잉지-12(YJ-12)로 발사하는 시뮬레이션(모의) 공격 훈련을 벌인 뒤 되돌아갔다.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사격이 YJ-12의 최대 사거리(400㎞) 밖에서 이뤄져 항모 전단에 위협을 준 건 아니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첫 주에 벌어진 이 사건은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충돌의 예고편이었다. 국제 전문가들은 대만이 ‘미·중 충돌의 화약고’가 될 것으로 본다. 양국이 최대한 충돌을 피하려 하겠지만, 과거 대국 간 전쟁이 그랬듯이 우발적 요인이나 오판에 의해 국지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3개 항모 전단 인도태평양에 배치

/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바이든 행정부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 국방부는 걸프만에 나가있던 니미츠 항모를 철수시켜 인도·태평양 지역에 전환 배치했다. 일본에 있는 레이건호 항모를 포함하면 3개 항모 전단이 동시에 투입된 것이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더 큰 전략지정학적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서두르는 것은 중국의 대만 공격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작년 5월 보안법 제정을 통해 홍콩을 대륙에 합병했다. 홍콩 자본주의 체제를 50년간 유지한다는 약속, 외자 유치 기능 등을 감안해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서방의 예상을 깼다.

 

시 주석의 주석 임기는 2023년 초까지이고, 당 총서기 임기는 2022년 말까지이다. 이미 국가주석 연임 제한 규정을 폐지한 시 주석으로서는 대만 통일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넘으면 마오쩌둥 전 주석처럼 종신 집권의 길을 열 수 있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기관지인 인민정협보는 1월 30일 “대만은 그대로 놔두면 서방의 반중 세력과 결탁해 중화민족 부흥의 대업을 가로막을 것”이라며 “대만 문제 해결은 너무 끌 수 없다”고 했다.

 

미국 입장에서도 대만은 전략적 요충지이다. 대만이 넘어가면 남중국해가 중국의 내해로 변하면서 미군의 서태평양 제해권이 타격을 입는다. 더그 베리시모 루스벨트 항모 전단 사령관은 “이곳은 세계 무역의 3분의2가 이뤄지는 중요한 지역”이라며 “모두의 번영을 위해 반드시 규칙 기반의 질서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했다.

 

◇미군, 무력 개입 시간 여유 확보가 관건

문제는 대만 방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과 대만 간 군사력 격차가 워낙 큰 탓에 단기간에 승부가 나면 미군이 개입할 시간이 없다.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은 “단 하루면 대륙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3개 항모 전단을 배치한 것은 개전 즉시 개입할 체제를 갖추겠다는 뜻이다.

 

중국의 군사력이 예전과 달라진 점도 부담이다. 중국은 요격이 쉽지 않은 중거리 탄도미사일 둥펑-26(DF-26),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17(DF-17) 등을 개발해 배치해두고 있다. 쉬광위(徐光裕) 전 중국군 총참모부 부부장(소장)은 관영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전쟁이 나면 미국 항모는 중국 항모 킬러 미사일의 사거리 밖에 떨어져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해와 오판이 전쟁으로 이어질 것”

외교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는 연초 발표한 ’2021년 예방우선순위 조사(Preventive Priorities Survey 2021)’에서 대만에서 미·중이 충돌할 가능성을 ‘2단계(Tier2) 위험군’에서 ‘1단계(Tier1) 위험군’으로 격상했다. 전쟁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다.

 

영국 리서치회사 에노도 이코노믹스의 다이애나 초이레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8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시 주석은 대만을 통일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찬 인물”이라며 “루스벨트 항모를 상대로 한 시뮬레이션 공격을 보면 양국 간 오해가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영국 외교관 출신의 정치 분석가 앨러스테어 뉴턴도 로이터글로벌마켓포럼에 “대만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약고”라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오판의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中, 매일 대만에 무력시위… 공포심 극대화해 전투 의지 꺾는 ‘회색지대 전쟁’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전략

중국은 대만 무력 통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장애물이 적잖다. 국제사회에서 장기간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것을 각오해야 할 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난제가 쌓여 있다.

 

가장 어려운 점은 대만 해안이 요새화돼 있어 상륙작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상륙작전이 지체돼 전쟁 기간이 길어지면 미국이 개입할 여지를 주게 된다는 게 중국의 고민이다.

 

이런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이 동원한 것이 ‘회색 지대 전쟁(grey zone war)’이다. 중국 해군은 홍콩 보안법 통과가 마무리된 직후인 작년 8월부터 대만 해협 사방에서 대대적인 실탄 사격 훈련을 벌였다. 이후 거의 매일 폭격기와 전투기, 대잠 초계기, 조기 경보기 등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하고 있다.

 

대만 공군으로서는 중국 군용기가 들어올 때마다 긴급 발진을 되풀이해야 한다. 해군도 마찬가지이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작년 9월 이후 연말까지 중국 군용기의 대만 출격 횟수는 100회를 넘는다.

 

이 같은 전술은 계속되는 훈련과 군용기 급습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대만군이 제풀에 지치도록 만들고 싸울 의지를 꺾어 놓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또 압도적인 군사력 차이를 보여줌으로써 대만 내부 여론을 흔들어놓겠다는 뜻도 있다.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게 최선’이라는 손자병법의 교훈에 충실한 전략이다.

 

중국 내에서는 수년 전부터 대만 통일을 위해 국공내전 당시의 ‘베이핑(北平·현재의 북경) 모델’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베이핑 점령 때처럼 무력 위협과 협상을 통해 대만을 투항시키자는 것이다.

 

1949년 1월 당시 국민당 정부의 화북지역 초비총사령관이었던 푸쭤이(傅作義)는 공산당군이 화북 주요 지역을 점령하고 톈진까지 함락하자 3차례 협상을 거쳐 공산당군이 베이핑에 무혈입성하도록 길을 터줬다. 그의 휘하에 있던 25만 군대는 공산당군에 편입됐다. 중국은 이를 ‘베이핑 평화 해방’이라고 부른다.

조선일보

 

02월 18일  ‘짝짓기 외교전’ 호루라기 울렸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장

美·中 다자협력 통해 패권 경쟁
슈퍼맨式 나 홀로 맞선 트럼프
바이든 스파이더맨 전략 선회
중국 다자주의는 레토릭 불과
사드·홍콩·호주 보복이 상징적
보편 가치 국가群이 결국 승리

 

 어릴 적 ‘둥글게 둥글게’ 노래를 부르며 원을 그리다가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불며 숫자를 외치면 재빨리 짝을 짓는 게임이 있었다. 살아남은 경우는 안도감과 짜릿함에 깔깔거렸지만, 실패하면 벌칙을 받거나 원 밖으로 방출되기 때문에 긴장감과 두려움도 꽤 컸다. 이 놀이의 기억이 왜, 미국도 중국도 앞다퉈 다자외교를 하겠다고 나서는 작금의 국제관계를 보며 떠오를까?


최근 국가 간 협력을 원칙으로 하는 ‘다자주의’가 미·중 패권 싸움이 치열한 외교·안보 현장의 화두가 되고 있다. 본디 다자주의란 3개 이상의 국가가 국익과 국제 협력의 균형을 추구함으로써 국가 간 실질적인 갈등을 줄이고 상호 의존의 국제질서를 만들고자 하는 접근 방식이다. 동아시아에서는 다른 지역과 달리 다자주의나 다자 안보 협력이 부족했다. 과거 중화 중심의 위계적 질서와 냉전기 미·소 강대국 진영 정치로 인해 수평적 다자주의를 경험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과 남미에서 다자주의적 접근 방식을 택했던 미국이 동아시아에서는 자국이 배제된 다자주의 대신 통제가 쉬운 양자주의를 선호했다.


다자주의와 동맹을 통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복원을 기치로 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동아시아 지역 차원에서도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로 이뤄진 다자안보협력체) 같은 다자동맹이 확대·강화되고 있다. 또, 바이든은 ‘트럼프 정책 갈아엎기’(ABT) 와중에도, 도널드 트럼프의 구상인 인도·태평양(인태)전략을 계승해 ‘내 편 모으기’에 한창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중국을 혼자 때려잡으려 슈퍼맨을 자처했다면, 바이든은 대중(對中) 포위 전선을 통한 스파이더맨 전략을 펴는 것으로 평가한다.


중국은 경제적 부상과 재정적·인적 기여를 통해 다자기구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적극 모색해 왔다. 특히, 트럼프가 국제기구·협약을 무효화·무력화(無力化)한 ‘미국의 빈틈’을 파고들어 다자외교 무대에서 자국의 입지를 굳혔다. 육상·해상 실크로드 인프라를 구축해 60여 국가를 중국과 연결하려는 일대일로 전략이나, 14개국과 체결한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지역 다자 협력을 표방하며 자국의 국제관계 이념과 주장을 강하게 표출한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중국식 다자주의는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남중국해 문제,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 등에서 보듯이 실제로는 자국의 이익과 정치·외교적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국제법이나 규범을 무시하고 군사적·경제적 지렛대(leverage)를 이용해 포식자적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바이든 취임에 앞서 서유럽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미국의 인태전략에 동참하는 정책을 발표하고, 남중국해에 군함을 파견할 계획을 세웠다. 호주의 경우,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표명했다가 중국의 대규모 경제적·인적 보복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호주가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연합 군사훈련을 하고, 반(反)화웨이 캠페인에 참여하며, 홍콩국가보안법에 반대 공동성명을 낸 것과도 무관치 않다. 하지만 호주는 중국의 조치에 굴하지 않고 자국의 가치들을 굳건히 유지할 것이라 했고, 미국은 적극적 지원 의사를 밝혔다. 아마도 이들 국가는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에서 ‘인류 보편적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국가군들은 장기적으로 항상 승리자가 된다’고 한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폴 새뮤얼슨과 같은 대경제학자들의 말을 귀담아들은 듯하다.


이제 짝짓기 전쟁이 본격화했다. 호루라기가 울리면 어느 한 그룹에 재빨리 편입돼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거나 남북관계나 국내정치적 목적으로 외교를 도구화한다면, 고립무원 신세를 자초할 것이다. 영국·호주·일본처럼 미국에 신뢰를 주는 동맹이 되려면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인권·민주주의·시장경제와 같은 가치와 규범을 공유하는 ‘동맹스러움’을 견지해야 한다. 대북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이나 (더구나) 북한 입장을 미국 새 행정부에 강의하려 들거나,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쿼드 참여를 우회적으로 피하는 행동은 스스로 우리를 원 밖으로 방출시키는 악수(惡手)가 될 뿐이다.

문화일보

02월 18일  美 “전세계서 1조4355억원 훔친 北정찰총국 해커 3명 기소”

법무부 “각국 은행·기업에서
해킹으로 현금·암호화폐 빼내”
中·러를 범죄활동 조력자 지목
美, 앞으로도 北 불법 돈줄 죄고
대북제재 지속할 의지 드러내

 미국 법무부는 17일(현지시간) 전 세계 은행·기업에서 13억 달러(약 1조4355억 원) 이상의 현금·암호화폐를 훔친 혐의로 북한 해커 3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 재무부는 이날 부처 합동으로 북한 악성 암호화폐 앱과 관련 ‘합동 사이버 권고’도 발표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향후 대북정책에서도 북한의 불법적 돈줄을 죄고, 대북제재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법무부는 이날 공개한 지난해 12월 공소장에서 “북한군 정찰총국 소속 해커인 박진혁(36)과 전창혁(31), 김일(27)은 은행과 기업으로부터 13억 달러 이상의 현금과 암호화폐를 훔치고, 일련의 사이버 공격을 가하기 위한 범죄 음모를 꾸민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메시지를 위장하거나 은행 컴퓨터를 해킹해 2016년 2월 방글라데시 은행으로부터 8100만 달러를 훔치는 등 12억 달러 이상의 절도를 시도했다. 또 현금인출기(ATM) 해킹과 암호화폐 회사 해킹, 암호화폐 절도 등을 통해 슬로베니아 암호화폐 회사 등으로부터 1억2000만 달러를 훔쳤다. 2018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피해자 컴퓨터에 침입할 수 있는 여러 개의 악성 암호화폐 앱을 개발해 해커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미 국무부와 국방부, 방산업체, 에너지 업체와 항공우주 업체들을 대상으로 악성코드를 심은 이메일을 보내 정보를 훔쳐가는 스피어 피싱도 시도했다.


존 데머스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는 “북한 공작원들은 총이 아닌 키보드를 사용해 현금다발 대신 암호화폐 지갑을 훔치는 세계적인 은행 강도”라고 비판했다. 데머스 차관보는 미국은 △북한의 국제적 범죄 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하고 △북한이 불법적으로 획득한 이익을 현금화하는 활동을 수사 목표로 삼으며 △북한의 범죄활동 저지를 위한 국제사회 동참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를 북한 범죄활동 조력자로 지목하면서 이를 근절하기 위한 협력을 요구했다. 실제로 법무부는 북한의 돈세탁을 도운 캐나다계 미국인(37)의 기소와 유죄 인정 사실을 밝혀 북한 불법 행동 조력자는 미국 사법 당국의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02.19  멕시코서 1200억 턴 北해커, 한국 계좌로 송금...누구에게?

美법무부, 북한 정찰총국 소속 해커 3명 기소 

/미 법무부가 공개한 북한 해커 박진혁 수배전단/AP 연합뉴스

 

미 법무부가 2014년부터 작년까지 광범위한 사이버 공격과 금융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북한 인민군 정찰총국 소속의 해커 3명을 기소했다고 17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들이 중국, 러시아, 싱가포르 등을 드나들며 세계 전역을 상대로 감행한 해킹을 통해 훔치려고 시도한 외화와 암호 화폐의 가치만 13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19년 북한의 민수(民需)용 수입 상품 총액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액수다. 존 데머스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북한의 공작원들은 총 대신 키보드를 써서 현금 다발 대신 암호 화폐가 든 전자 지갑을 훔치는 세계적인 은행 강도들”이라고 했다.

 

/17일(현지시각)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북한 해커들의 범행에대해 언론브리핑을 하고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미 법무부는 작년 12월 법원에 제출된 공소장에서 이들이 “북한 정권과 김정은의 전략·금융 이익을 진전시키려고 했다”며 ‘김정은 정권’이 최종 타깃임을 분명히 했다. 법무부가 이날 공개한 보도 자료에서는 ‘전창혁(32)’ ‘김일(27)’ ‘박진혁(37)’이란 피고인들의 이름을 한글로 병기하고 얼굴 사진이 담긴 수배 전단도 첨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30일에 맞춰 미 법무부가 사건을 대대적으로 알린 데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제재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의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도 이날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은 미국과 동맹, 파트너, 세계 다른 국가들에 위협이 된다”며 “대북 정책 리뷰에 북한의 위협과 악의적인 활동을 전체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뿐만 아니라 사이버 위협도 심각하게 보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뜻이다.

 

/북 해커 김일,전창혁 수배전단/AP 연합뉴스


공소장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돈줄이 막힌 김정은 정권이 얼마나 다양한 수법의 사이버 공격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려 했는지 생생히 나온다. 정찰총국은 2015~2019년 베트남, 방글라데시, 대만, 멕시코, 몰타 등의 은행 시스템에 멀웨어(악성코드)를 감염시켜 SWIFT(국제은행 간 결제 시스템) 코드를 해킹했다. 은행 내부 시스템에 접근해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제3국 계좌로 거액의 외화를 송금하도록 만든 것이다.

 

특히 미 법무부에 따르면 북한 해커들은 2018년 1월 멕시코수출입은행(Bancomext) 시스템에 접속한 뒤 총 1억1000만달러(약 1200억원)를 ‘대한민국에 있는 은행 계좌들’로 송금했다. 공소장에 구체적인 은행명은 적시되지 않았다. 이런 사기 송금은 주로 “해커들이 사용하고 통제하는 은행 계좌”로 이뤄진다고 미 법무부는 밝혔다. 북 해커들이 한국의 은행 계좌를 통해 멕시코 돈을 빼돌리려 한 것이다. 멕시코수출입은행은 이와 관련, 송금은 이뤄졌지만 다른 은행들과의 협조를 통해 “자금이 인출되기 전에 절차가 차단됐다”고 2018년 10월 밝혔다. 한국 금융 당국도 멕시코 측과 공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러스트=박상훈

 

피해자의 컴퓨터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마비시킨 뒤 이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는 ‘랜섬웨어’도 2017년 이후 북한 정찰총국의 단골 수법이 됐다. 2017년 6월엔 한국의 한 암호 화폐 거래 기업 시스템을 랜섬웨어에 감염시킨 뒤 1600만달러(약 177억원)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고객 정보를 유출시킨 일도 있었다. 2017년 8월엔 중미 국가의 카지노를 해킹한 뒤 “고객 정보를 유출하겠다”고 협박해서 230만달러(약 25억원)를 뜯어냈다. 정찰총국 해커들은 랜섬웨어에 감염된 컴퓨터에 있던 파일이나 자료를 유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돈을 요구했고, 때로는 “추가로 얼마를 더 내면 어떻게 이 컴퓨터에 접근했는지 알려주겠다”는 제안도 했다고 한다.

 

정찰총국 해커들은 또 외국 은행 시스템에 멀웨어를 감염시킨 뒤 관련 프로그램을 조작해 ATM(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하는 수법도 썼다. 2018년 10월 파키스탄의 한 은행을 해킹해 610만달러(약 67억원)를 훔쳤을 때는 캐나다 온타리오에 사는 미국인을 섭외해서 이 미국인이 운영하는 조직이 ATM에서 인출한 돈을 세탁하도록 했다. 2017~2018년부터는 암호 화폐 절도를 위해 ‘크립토뉴로 트레이더’, ‘유니온 크립토 트레이더’ 같은 암호 화폐 거래 앱을 9개 이상 개발했다. 마치 합법적인 앱인 것처럼 홍보해서 사용자를 모은 뒤, 앱을 쓰는 사람의 암호 화폐를 가로챘다. 작년 8월 이런 앱을 통해 뉴욕의 한 금융 서비스 회사 네트워크에 접근해서는 약 1180만달러(약 130억원) 상당의 암호 화폐를 빼돌렸다.

 

미 법무부는 이번에 신원이 밝혀져 기소된 3명 외에도 정찰총국에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해커가 많이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또 사이버 보안업계에서 ‘라자루스 그룹’ ‘지능형 지속 공격(APT) 38’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정찰총국 해커들이 서로 공모해 집단적으로 저지른 사건 48건을 특정해 기소했다.

 

2000년대 초반 김정일 교시에 따라 해킹 부대들을 창설한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해킹 역량을 활용해 외화 탈취 작전에 나섰다. 북한의 핵 폭주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로 북한의 돈줄이 말라붙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라자루스, 히든 코브라 등 북한 해킹 조직들이 연간 벌어들이는 돈은 최대 10억달러로 추산된다”고 했다.

조선일보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02월 19일  위안부 합의 깨놓고 이제 美·日에 손 벌리는 외교 재앙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정부의 외교를 보는 미국과 일본의 입장이 더 싸늘해졌다. 지난 4년 가까이 문 정부의 친북 일변도 정책, ‘죽창가’ 등 반일 캠페인에다 대북전단금지법 같은 반인권적 움직임 등이 누적된 결과다. 이에 압박을 느낀 듯,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한·일 관계 개선 문제와 관련해 “필요하다면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입장 선회는, 지금까지 문 정부 외교 행태를 돌아보면 굴욕적이라고 할 만큼의 외교 재앙이나 다름없다


 문 대통령이 최근 일본에 유화적 언급을 한 데 대해서도 일본 측은 “말보다 행동”이라며 거들떠보지도 않는 양상이다. 이런 반응은 문 정부의 외교 결과물이다. 박근혜 정부 때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실질적으로 파기했다.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고, 합의 자체를 외교 적폐로 몰았다. 2018년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선 사법부에 관여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방관해왔다. 일본 측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해결된 것이라는 입장에서 정부 간 협의를 요구했으나 이에도 응하지 않았다.


최근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를 인정하고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며 지소미아 파기를 밀어붙이던 것과는 딴판인 저자세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일 관계 정상화를 요구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 측 책임도 없지 않지만 문 대통령의 결자해지 진정성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문화일보 사설

 

02.22  中 쪽으로 표류하며 흘러가는 韓, 그 결과 책임질 수 있나

/미·일·호주·인도 ‘쿼드’ 외교장관 화상회의가 열렸지만 한국은 아직 참가 여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8일 미·일·호주·인도가 모인 ‘쿼드’ 외교장관과 미·영·프·독 외교장관 화상회의를 잇달아 열어 중국 견제 방안을 논의했다. 지금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정책 중 유일하게 계승한 것이 ‘중국 견제’다. 미국과 동맹국들을 촘촘히 엮어 대응하겠다는 ‘바이든표’ 전략까지 내놨다. 중국 시진핑이 패권 의지를 노골화한 이후 세계에서 ‘중공(中共) 체제'에 대한 경계심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그래서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쿼드’를 확대한 새 안보 협력체를 만들려고 한다. 여기서 빠진다는 것은 미국과의 동맹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강경화 전 외교장관은 “(쿼드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했다. 정의용 장관도 ‘투명, 개방적, 포용적이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중국 견제를 위한 쿼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장은 정 장관과 첫 통화에서 “이데올로기로 편을 가르는 데 반대한다”며 반(反)쿼드 압박을 가했다. 한국 정부는 쿼드 얘기만 나오면 답을 흐리고 있다. 한국은 미국 중심의 경제 공급망 구축 등에도 부정적이다. 태평양 연합 훈련에도 불참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를 다 거부하는 것이다. 미국이 이런 한국을 어떻게 볼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최근 미·일·호주 등 57국이 중국·북한 등의 자의적 외국인 구금 행태를 규탄하는 공동 선언을 발표했지만 한국은 불참했다. ‘인권’이란 말을 싫어하는 북·중의 눈치를 본 것이다. 한국은 자의적으로 외국인을 구금하지 말자는 데 반대하는 나라가 됐다. 정부·여당이 일방 처리한 ‘대북 전단 금지법’에 대해 민주 국가들뿐 아니라 옛 공산권에서조차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대북 인권 결의안 추진에 또 빠질 것이라 한다.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인권 문제엔 다 피하고 도망 다니며 반인권 편에 서고 있다.

 

문 정부는 일본의 역사 왜곡 등에 대해선 15차례 항의 성명을 냈다. ‘죽창가’를 부르며 반일 정서를 정치에 이용하기도 했다. 반면 북의 6·25 남침 때 우리 국토를 유린하고 통일을 막은 중국이 한반도 ‘평화 수호’를 위해 싸웠다고 하는데도 입을 다물었다. 우리 서해를 내해(內海)로 만들려는 서해 공정을 벌여도 성명 하나 없다. 중국의 홍콩 민주화 탄압 때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우려 표명은커녕 문 대통령은 바이든보다 먼저 시진핑과 통화해 “중국 영향력이 날로 강해지고 있다”고 칭송했다. 그는 중국에 가서 중국 측의 의도적 냉대를 받으면서도 중국을 ‘큰 봉우리’, 한국을 ‘작은 나라’라고 했다. 중국에 안보 주권을 내주는 충격적 양보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김정은 회담을 “TV용 쇼”라고 했다. 김정은은 핵잠수함까지 만든다고 한다. 사기 비핵화, 남북 쇼도 끝난 것이다. 그런데도 ‘남북'만 계속 붙들고 있으면 안보와 외교가 어디로 가나. 중국 시장이 크고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 없이 북의 핵 미사일을 단 한 발이라도 막을 수 있나. 미국 없이 중국의 한반도, 아시아 패권 야욕을 막을 수 있나. 미국 없이 현재의 번영이 가능했으며 앞으로 미국 없이 이 번영을 유지할 수 있나. 미국 사람들은 ‘한국은 중국 쪽으로 끊임없이 표류하며 흘러가고 있다'고 한다. 문 정권은 이 결과에 대해 책임질 수 있나.

조선일보 사설

 

02.23  ‘솔직한’ 김정은의 核 집착은 왜 못 들은 척하나

金, 당대회서 核만 36회 강조… 대화하되 어설픈 환상 버려야
文정부만 “北비핵화 의지 믿자”… ‘또 속아보자’와 같게 들릴 것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는 2018년까지 지상과 공중, 해상과 수중에서 핵 타격 능력을 완전하게 보유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 2014년부터 군 현대화 5개년계획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김정은을 평할 때 빼놓지 않는 말이 “솔직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포함해 통일부 장관, 전 비서실장 등 어림잡아 10여명이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경제 실패도 자인하고, 열악한 북의 교통 상황도 털어놓고, 우리 공무원 사살도 인정했다는 것이다. 그런 김정은이 당대회에서 36차례 ‘핵무기’를 강조하는 동안 ‘비핵화’는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솔직하게 ‘핵 포기는 없다’고 외친 것 같은데 우리 정부는 왜 ‘김정은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정반대 해석을 할까. 김정은이 김여정을 시켜 ‘특등 머저리’라며 문 정부에 대한 적대감을 솔직하게 표출하는데 왜 여기서 ‘과감한 대화 의지’를 읽어내나.

 

북 김씨 일가가 수십 년에 걸쳐 체제의 명운을 걸고 개발한 핵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건 상식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이 정말 생각을 바꿨는지는 몇 번이라도 검증해야 한다. 우리가 ‘하노이 노딜’ 이후 본 것은 십여 차례의 미사일 실험, 연락사무소 폭파, 막말과 저주다. 이 정도면 ‘시간 벌기 위해 또 사기를 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김정은에게 비핵화 의지를 직접 확인했다’며 무조건 믿으라고 한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 설명도 해주지 않고 잘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정보도 없고 복잡한 외교 함의를 읽어낼 능력도 없는 보통 사람들의 괜한 걱정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북을 믿지 말라’고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집단이 북한과 직접 마주 앉았던 협상가, 북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무부 2인자에 오른 웬디 셔먼은 과거 클린턴 대통령 방북을 추진했던 대북 포용론자였다. ‘최악의 유화정책을 편 인물’이라는 욕까지 먹었다. 하지만 셔먼은 북이 약속을 잇따라 파기하고 핵 개발을 멈추지 않는 것을 경험한 뒤로는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 정권이 붕괴할 수 있을 만큼 혹독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6자 회담 주역인 크리스 힐 전 국무부 차관보는 어떤가. 그 역시 ‘김정힐(김정일+힐)’ 조롱까지 들으며 북 입장을 이해하려 했지만 지금은 “무엇을 하든 북이 잔혹한 정권이라는 본질을 잊지 말라”고 경고한다.

 

‘평창 이후 김정은’은 다르다는 반박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때 국방부 인도·태평양 차관보로 싱가포르 합의에 깊숙이 관여했던 랜들 슈라이버의 말이 참고가 될 것이다. 슈라이버는 본지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합의를 존중해 비핵화로 간다는 증거를 본 적이 없다. 싱가포르 합의 이전의 최대 압박 전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김씨 금고지기’의 사위로 평양 내부 사정에 정통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북핵은 체제 안정과 직결되기 때문에 김정은은 비핵화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이 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인가.

 

지금 바이든 행정부 등에서 강력한 대북 압박을 주장하는 대부분은 ‘매파 전쟁광’이나 ‘네오콘’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북핵을 외교로 해결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북 입장을 배려하며 대화를 이끌어 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그 과정을 통해 북이 말하는 ‘비핵화’가 한·미가 원하는 것과 근본부터 다른 개념임을 체감했다. 그렇기 때문에 북과 대화를 계속하되 어설픈 환상 따위는 버리라는 것이다. 상대방 실체를 냉정하게 파악하는 건 협상의 기본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지금 “김정은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니 믿자”는 한국 정부의 요구는 “또 한 번 속아보자”는 말과 다르지 않게 들릴 것이다.

조선일보 임민혁 기자

 

03.02  4년 反日몰이 文이 돌연 “과거사 발목 안돼” 이것도 외교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사에서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며 “역지사지 자세로 머리를 맞대면 과거의 문제도 얼마든지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한일 관계 파국은 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면서 시작됐다. 그 후 4년 동안 마치 나라가 10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반일 몰이, 토착왜구 몰이가 벌어졌다.

 

문 대통령은 2018년 3·1절에는 “전쟁 시기 반인륜적 범죄 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2019년에는 “친일 잔재 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라고 했다. 이런 말을 한 사람과 지금의 문 대통령은 다른 사람 같다. 이 정권은 한일 문제에 대해 외교적 해법을 얘기하면 바로 ‘토착왜구’로 몰았다. 청와대 참모들까지 나서 ‘죽창가’를 거론하며 지금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친일파' 공격까지 했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 “과거의 문제를 미래의 문제와 분리하지 못하고 뒤섞음으로써 미래의 발전에 지장을 초래한다”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고 한다. 과거를 이용하려고 미래를 막은 세력이 누군가. 문 대통령의 이중성은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무슨 설명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나.

 

아무 대책 없이 한일 문제를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할 대로 다 이용한 다음 대통령 말과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대통령 스스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중대한 흠결이 확인됐다” “새롭게 협상을 해야 한다”고 파기해 놓고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그 합의가) 양국 정부 간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하루아침에 180도 뒤집을 때도 아무 설명이 없었다.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미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자 말을 뒤집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것도 없다. 국제사회에서 이런 한국을 어떻게 보겠나. 이것도 외교인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조선일보 사설

 

03.02  정부 “北 인권 향상 노력” 소가 웃을 일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이 24일 독일 외교부 주관으로 제46차 인권이사회 고위급회기 계기에 개최된 '다자주의 연대 화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외교부 차관이 유엔인권이사회 고위급 기조 연설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 내 인권 상황에 엄청난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 인권을 실질적으로 향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했다. 그런데 북 인권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 사례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문 정부는 올해도 유엔의 ‘북 인권 결의안’ 제안국에 불참할 것이라 한다. 3년 연속이다. 북이 화낼까 봐 눈치를 보는 것이다. 5년 전 제정된 북한 인권법이 만들라고 규정한 북한 인권재단의 사무실은 ‘재정적 손실’을 이유로 폐쇄했다. 북한 인권대사도 임명한 적이 없다. 대체 무슨 노력을 했다는 건가.

 

2019년 정부가 귀순 의사를 밝힌 북 어민 2명을 흉악범이라며 강제 북송하자 유엔 인권보고관이 “깊이 우려한다”고 했다. 철책을 넘어온 귀순자가 강제 북송이 두려워 우리 군을 피해 다니는 지경이 됐다. 김여정 하명에 따라 ‘대북 전단 금지법’을 만들었다가 미 의회 ‘인권 청문회’ 대상국이 될 판이다. 지난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북 인권 문제에 관한 문 정부 조치에 우려를 표한 것만 세 차례다. 한국이 ‘북 인권 탄압국'으로 몰리는 실정이다.

 

정부는 선원 강제 북송 뒤 국회에서 “어민들이 ‘죽더라도 (북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는 거짓말을 했다. 북 목선이 삼척항에 정박했을 때는 마치 배가 표류한 것처럼 거짓 브리핑을 했고, 대통령이 “남북 대화가 다양한 경로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 다음 날 북 외무성 국장이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중에서도 ‘북 인권 개선 노력' 운운한 거짓말은 최악이다.

조선일보 사설

 

03월 03일  한미동맹 흔드는 文 아집

/김석 워싱턴 특파원


 영국과 프랑스 양국은 1969년 3월 공동으로 개발한 새로운 여객기의 첫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콩코드 여객기다. 콩코드의 최종 개발이 마무리되고 실제 비행에 들어간 건 1976년이었다. 콩코드는 일반 항공기로는 8시간이 소요되는 런던∼뉴욕 구간을 3시간 30분에 주파했다. 하지만 연료 소모량이 너무 많은 데다 좌석은 100석도 되지 않아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었다. 기체 결함과 소음 등 여러 문제도 발생했지만 양국은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 사업을 접지 못했다. 콩코드는 결국 총 190억 달러를 허공에 날린 뒤에야 2003년 4월 운항이 중단됐다. 경제학에서 ‘콩코드의 오류’ 또는 ‘매몰 비용의 오류’로 불리는 이 사례는 과거 투자 비용이 아까워 잘못된 선택을 밀어붙일 때 더 큰 손해를 보게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매몰 비용의 오류가 떠오른 건 올 1월 새로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내년 5월이면 물러나는 문재인 정부 간에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터져 나오는 파열음 때문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월 19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합의에도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를 계속하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실패로 판단하고 새로운 판을 짜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중재로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두 차례 정상회담, 두 정상의 한 차례 판문점 회동 등 그동안 대북 정책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을 매몰 비용으로 처리하고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미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측에 트럼프 행정부 대북 정책 계승은 물론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트럼프 행정부 대북 정책 성과 계승 발전을 주장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소 주최 토론회에서 인도주의를 내세워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했고,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는 대북 제재로 북한 주민의 삶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같은 달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아직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을 믿고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반응은 냉랭하다. 미 국무부는 김 위원장 비핵화 의지 발언에는 “북한의 핵확산 의지는 세계 비확산 체제를 위태롭게 한다”고 반박했고, 인도주의를 내세운 대북 제재 해제 주장에는 “북한 주민에게 지원을 제공하려는 인도주의 기관 등의 노력을 저해한 건 북한의 조치”라고 지적했다. 최근 북한이 공개한 김 위원장 위인전(위인과 강국시대)은 ‘핵에는 핵으로’ 대목에서 “강위력한 핵무력으로 미국의 일방적인 핵 위협의 역사를 끝장내야 한다”며 이를 김 위원장 신조로 소개했다. 북한의 잇단 핵 보유 의지 피력에도 대북 포용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의 아집에 한반도 안보와 한·미 동맹이 흔들리고 있다.

문화일보

 

03.04  “美는 韓이 안보 희생해 대선에 北 이용할까 우려한다”

/조셉 윤(화면 왼쪽 아래)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민주당 친문 모임이 주최한 '한미 관계' 관련 화상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민주주의 4.0 연구원 제공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일 민주당 친문 모임이 주최한 ‘한미 관계’ 화상 회의에서 1년여 남은 한국 대선을 언급하며 “워싱턴은 한국이 안보를 희생하면서 북한을 선거에 활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원하는 행동을 북한이 안 하면 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오바마·트럼프 행정부에 걸쳐 대북 대표를 지낸 그는 워싱턴의 대표적 대화파로 꼽힌다. 이날도 트럼프·김정은의 싱가포르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런 그가 민주당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안보 자해'를 우려한 것이다.

 

문 정부가 2018년 주선한 ‘싱가포르 미북 쇼’는 한국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열렸다. 선거 두 달 전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도 했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나중에 사기극으로 판명 났지만 지방선거에선 압승했다. 2019년 김정은이 ‘남조선 경고용’이라며 신형 탄도미사일을 무더기 발사했다. 여기에 핵탄두를 실어 장사정포와 섞어 쏘면 미군도 막기 어렵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불상의 발사체’라며 항의 한마디 안 했다. 김정은이 남북 군사 합의를 깨고 서해 NLL에서 해안포를 쐈지만 감싸기에 바빴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평화가 왔다’는 선전을 하려고 북 위협에 눈 감았다.

 

그러는 사이 우리 안보의 버팀목이던 3대 한미 연합 훈련은 전부 없어졌다. 지난 3년간 한미가 연대급 이상에서 총 한 발 같이 쏴 본 적이 없다. 8일 시작하는 훈련도 “컴퓨터 연습”이라고 한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컴퓨터 훈련만 하면 “실전에서 혼비백산한다”고 우려하는 지경이다. 김정은은 올 초 노동당 대회에서 남한을 공격할 핵 추진 잠수함과 전술핵 개발을 공언했다. 그러면서 무력에 기반한 통일 의지도 천명했다. 적이 노골적으로 위협하면 동맹과 훈련을 강화하는 등 안보 태세를 다져야 정상이다. 그런데 범여권 의원 35명은 북이 반발하니 ‘한미 훈련을 연기하라’는 성명을 냈다. 이 세상에 적이 싫어한다고 방어 훈련 하지 말자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군사 위협을 하는데도 대응책을 지시한 적이 없다. 오히려 한미 훈련을 “북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통일부 장관은 ‘대북 제재 재검토’를 말하고 여당 일각에선 “김정은 답방”을 거론하기도 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김정은과 다시 ‘남북 쇼’를 벌일 궁리를 하지 않을 리 없다. 선거만 이길 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사람들이다. 미국까지 이를 우려하는 지경이다.

조선일보 사설

 

03.04  反中 상징 독립문 앞에서 反日 만세 부른 文

수백 년 중국 속박에서
독립한 기념으로 세운
독립문에서
反日 행사 벌인 대통령
미국의 중국 견제 본격화
어쩔 줄 모르고 손 놓은
한국의 운동권 학생 외교

/2018년 제99주년 3·1절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독립문까지 대형 태극기를 들고 행진한 뒤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절에 지인들과 카톡방 대화를 하다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이 항일 독립 의지를 위해 지은 것으로 아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독립문은 중국의 압제에서 벗어나게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서재필 선생이 주축이 돼 지은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 항중(抗中) 독립문을 항일로 오해하는 것은 우리 사회 현대사 인식의 굴곡 지점을 보여준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중국과 일본에 많은 피해를 당했지만 그 정도를 따진다면 중국이 준 굴욕과 고난이 훨씬 크다. 그 수모의 세월이 500년이 훨씬 넘는다.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한반도는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해 우리를 분노케 했지만 사실 그들은 500년 이상 그렇게 생각해 왔다. 조선은 무력을 사실상 포기하고 중국 밑으로 스스로 기어들어 간 나라였다. 중국 황제가 승인해야 왕이 될 수 있었다. 매년 바쳐야 하는 온갖 공물에 백성의 진이 빠졌다. 심지어 중국 사신의 서열이 조선 왕보다 높았다. 사신이 한번 뜨면 조선의 산천초목이 떨었다. 중국 조정에 뇌물을 바치고 사신에 임명된 자들이 조선에 와 본전의 몇 배를 뽑았다. 나라가 매번 거덜 날 지경이었다.

 

중국 사신이 오면 조선 왕이 나가 영접하던 곳이 영은문(迎恩門)이었다. 중국 황제의 은혜를 맞이한다는 것이다. 1894년 청일전쟁에서 중국이 패하자 조선은 마침내 중국에서 독립을 선언했다. 이후 영은문을 헐어 없애고 중국의 속박에서 벗어난 역사적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1897년 바로 그 자리에 세운 것이 독립문이다.

 

이 독립문을 엉뚱하게 항일 상징으로 아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은 반일(反日)이 정치 수단이 된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을 존경하고 반일을 내세우는 민주화 운동권이 권력을 잡으면서 중국이 우리에게 준 막대한 피해는 묻히고 잊혔다. 마침내 6·25 남침을 김일성과 함께 모의하고 우리 국민 수십만 명을 살상한 마오쩌둥을 가장 존경한다는 대통령 두 명(노무현 문재인)까지 등장했다.

 

독립문에 대한 오해가 희극이 돼버린 사례가 문 대통령의 2018년 3·1절 기념식이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을 서대문 형무소에서 개최하고 강한 반일 연설을 했다. 그러더니 참석자들과 함께 인근 독립문으로 행진하기 시작했다. 대통령 일행은 독립문 앞에 서서 함께 만세 삼창을 했다. 항일 행사가 반중(反中) 만세로 끝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중국에 가서 한국을 ‘작은 나라’라고 비하하고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라고 우러러본 사람이다. 그가 독립문이 중국에서 독립했음을 기념하는 상징이란 사실을 알았다면 결코 거기서 만세를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독립문이 세워지기 10년 전 조선은 자주 외교를 하고자 미국에 공사를 파견했다. 당시 중국의 조선 ‘총독’이 28세 위안스카이였다. 아버지, 할아버지뻘 조선 대신들을 때리고 의자를 집어던지기도 하던 그는 속국이 무슨 외교냐며 제동을 걸었다. 미국의 도움으로 겨우 박정양 공사가 워싱턴에 도착했으나 즉각 중국 간섭에 가로막혔다. 독자적으로 미국 관리를 만날 수 없고 만날 경우엔 반드시 중국 공사 밑에 앉으라고 했다. 그 수모에서 벗어나자고 세운 독립문 앞에서 반일 만세를 부른 대통령은 정작 중국 방문 때 박정양이 당한 수모 못지않은 모욕을 당했다.

 

한국의 사드 배치에 불만을 품은 21세기 위안스카이 시진핑이 한국에 버릇을 가르치겠다며 문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문 대통령에게 연속 혼밥의 망신을 주었고, 한국 기자는 중국 경호원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실명 위기까지 갔다. 마지막 날 정상 만찬에서도 시진핑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있던 우리 기업인은 “민망하고 긴장돼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고 했다. 막판이 돼서야 시진핑은 입을 열고 대화를 시작했다. 다 짜놓은 각본일 것이다. 한국은 제대로 길들여졌다. ‘사드 추가 배치 않겠다' ’미국 미사일 방어망에 참여 않겠다’ ‘일본과 동맹 맺지 않겠다’는 3불 약속을 해줬다. 한국은 주권을 중국 앞에 자진 포기한 나라가 됐다. 중국 밑으로 또 기어들어 간 것이다. 반중(反中) 독립문 앞에서 반일 만세를 부를 수도 있는 대통령이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중대한 이슈는 중국 공산당의 경제적, 군사적 부상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는 미국의 결의와 행동이다. 영·일 동맹 이후 실로 100여 년 만에 보는 놀라운 장면이 얼마 전 있었다. 영국과 일본의 외교·국방장관이 연석 회담을 열고 영국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의 일본 주둔과 훈련에 합의했다. 프랑스 강습 상륙함도 일본에 온다. 미·일·호주·인도의 반중 쿼드에 영국 프랑스도 참여하는 것이다. 중국은 “새 아편전쟁이냐”고 한다. 아편전쟁은 열강의 중국 침략이었지만 쿼드는 중국의 패권 침략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남중국해 거의 전체를 자기 소유라고 하는 중국은 우리 서해는 아예 제 집 마당으로 여기고 있다. 이 세계사적 길목에서 한국의 운동권 학생 외교는 어쩔 줄 모른다. 독립문 앞에서 반일 만세 부른 그 수준일 뿐이다.

조선일보

 

03.09  고종의 파천 길을 되풀이할 것인가

국제 정세 몰랐던 고종, ‘러’ 막겠다는 英 제안에 ‘아관파천’ 정반대 행동
한국을 홍콩 취급하는 中에 허울 좋은 ‘균형 외교’ 안돼
강력한 동맹으로 대처해야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국립외교원장

 

1885년 영국 해군은 돌연 거문도를 점령한다. 교과서에서 가르치지 않는 조선 패망의 발단이 된 사건이다. 당시 중국과 일본이 공히 강력한 러시아의 남진을 큰 위협으로 보고 전전긍긍하던 시기였다. 청나라는 황준헌의 조선책략에서 보듯이 러시아 남진을 막기 위해 속방 조선이 일본,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도록 하고, 독일인 묄렌도르프를 조선에 보내 외교 전권을 장악했다. 그런데 묄렌도르프는 자신을 고용한 청을 배반하고 조국 독일의 이익을 챙겼다. 숙적 러시아가 유럽보다 아시아에 힘을 쏟게 하려는 간계였다.

 

그는 고종과 왕후 민씨에게 중국과 일본이 두려워하는 러시아와 손을 잡는 것이 조선이 살길임을 알렸고 솔깃해진 고종은 조선을 러시아가 보호해주는 조건으로 러시아가 그토록 바라던 부동항을 제공한다는 조·러 밀약을 수용한다. 밀약을 알게 된 영국은 러시아 함대가 탐내는 거문도를 선제 점령한다. 당시 패권국 영국은 신흥 강국 러시아의 바다를 향한 남하를 철저히 봉쇄하여, 러시아와 100년에 걸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영국에 번번이 봉쇄당한 러시아는 발칸, 아프가니스탄, 인도를 거친 동진 끝에 막다른 지점 한반도에서 영국과 충돌했다. 영국 힘에 눌린 러시아는 조선에서 물러난다. 그러나 10년 뒤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조선 왕 스스로 자국 땅에서 러시아 공관으로 망명하는 전대미문의 일이 일어난다. 아관파천이다. 러시아에는 한반도가 넝쿨째 굴러들어 온 셈이었다.

 

조선은 패권국 영국의 역린을 건드렸다. 조선은 강대국에 휘둘리고 지정학적 추세도 못 읽고 위협의 본질을 망각했다. 불과 10년 전 거문도 사건의 경험에서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했다. 역내 국가들이 러시아 위협에 대처하고자 했는데, 조선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거문도 사건 당시, 영국은 러시아 남하를 막는 데 조선이 협력한다면 적극 지원할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전달했지만, 조선은 종주국이 청임을 들어 교섭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는 연대에 동참했다면, 최소한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반면 일본은 국제 역학 관계와 지정학적 추세를 보면서 러시아의 위협을 파악했고 철저히 영국에 붙었다. 영·일 동맹은 일본에 러·일 전쟁 승리와 조선을 식민지로 얻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역사는 반복된다. 중국이 러시아를 대신하는 대륙의 신흥 강국으로 등장하면서 패권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중국은 미국 포위망을 뚫고 태평양으로 진출하려고 한다. 중국은 차근차근 우리를 중국의 일부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한다. 고구려를 필두로 한반도 국가들을 중국 지방정부로 보면서 한국사를 중국 역사로 둔갑시키고, 한복에서 김치에 이르기까지 중국 문화로 만들고 있다. 외교 의전에 있어서도 한국을 홍콩이나 마카오와 같은 대우를 한다. 과거 전통적인 종주국과 속방의 관계를 복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중국이 지역 패권을 갖게 되는 날, 우리의 위상은 어떠할까?

 

패권국 미국은 아시아를 중국이 지배하는 것을 막고자 군사력 동원은 물론 동맹국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영·불의 항공모함이 동아시아에 전개되고 역내 국가와 안보상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보다 강한 일본, 인도조차 미국과의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고, 우리만큼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은 호주나 대만도 이 연대에 참여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일본이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를 주도하는 모습은 100여년 전 영·일 동맹을 연상하게 한다. 반면, 우리는 한·미 동맹의 분량을 줄이고 그만큼 중국을 중시하는 것을 균형 외교라 하고 미·중 냉전에서 기껏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지혜인 양하고 있다.

 

고구려가 당에 멸망한 이래, 우리는 한 번도 역사적 대전환기에 스스로 선택한 적이 없다. 주위에 센 놈이 나타나면 힘으로 복속당하든지 알아서 추수해왔다. 한국은 G7 규모의 선진 민주 국가이며, 동맹 없이 표류하던 조선과 달리 강력한 동맹도 있다. 미·중 냉전의 핵심인 하이테크 경쟁을 좌우하는 반도체에 있어 한국은 강력한 우위도 갖고 있다. 최악의 지정학 조건이지만 발상을 전환하면, 한국은 미·중 경쟁에서 누구도 무시할 수 없고 상당한 지렛대를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갖고 있다. 한국은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다시 맞붙는 대전환의 위기에서 스스로 극복하는 힘을 보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위기를 극복한 나라와 실패한 나라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는 결국 지도자의 자질이다. 강대국에 휘둘려 추세도 못 읽고 위협의 본질을 망각하고 우왕좌왕하던 혼군 고종의 아관파천 길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선일보

 

03.10  “10년간 칼 갈겠다”는 중국, 우린 무엇으로 맞서나

/지난 5일 : 리커창 리커창 중국 총리가 인민대 회당에서 개최 된 양회에서 사회 및 경제 개발 계획에 대한 연설을 하고 있다./TASS 연합뉴스

 

지난 주 중국 공산당 양회(兩會)에서 리커창 총리가 국가 전략적으로 육성할 8대 산업, 7대 과학기술을 발표하면서 “10년 동안 단 하나의 칼을 가는 심정으로 매진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기술 봉쇄에 맞서 산업·과학기술 자립으로 돌파구를 열겠다는 것이다.

 

리 총리는 ‘10년간 칼을 갈' 전략 분야로 대형 LNG 운반선, 신에너지 차량, 신약 등의 신산업과 인공지능(AI), 집적회로, 유전자공학, 헬스케어 등의 신기술을 열거했다. 그 대부분이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주력 분야이거나 우리가 미래 먹거리로 삼는 업종과 겹친다. 중국의 칼 갈기 집념이 성공해 우리의 산업기술 경쟁력을 따라잡는다면 우리를 먹여 살릴 산업이 남아있지 않게 된다. 우리보다 인구는 29배, 경제 규모는 9배, 국가 예산은 8배 큰 중국의 물량 공세 앞에서 한국 경제가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한국 경제는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새로운 성장 전략을 짜야 할 변곡점을 맞고 있지만, 정부는 4년 내내 선거 정치만 해왔다. 산업 정책을 펼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소득주도 성장을 비롯한 일련의 반기업·반시장 정책으로 경제 활력에 물을 끼얹고 기업 의욕을 위축시켰다.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노동 개혁이나 규제 혁신은 완전히 뒷전이었다. 단 하나의 개혁 혁신도 하지 않았다. 산업 현장에선 소프트웨어 인력이 부족해 아우성인데, 이들을 양성하는 대학 컴퓨터공학과 정원은 15년째 동결됐다. 반도체로 먹고사는 나라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송전선을 설치하지 못해 몇 년을 허비해야 할 지경이다.

 

정부는 5년간 160조원을 투입해 신재생 에너지, 수소차, AI 등 신산업을 키운다는 ‘한국형 뉴딜' 구상을 내놓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기존 사업 재탕이 대부분이다. 노후 상수도 정비 사업을 ‘그린 뉴딜'로, 등기 업무 전산화를 ‘디지털 뉴딜’로 포장하는 식이다. 뉴딜 사업 첫해 예산의 84%가 기존 사업 관련으로 드러나는 등 국가 전략이라고 이름 붙이기조차 창피한 수준이다.

 

전 세계와 거꾸로 가는 탈원전 드라이브는 세계 최고로 꼽히던 한국형 원전 생태계를 붕괴 직전으로 몰아넣었다. 4차 산업혁명을 양질의 전기 없이 무엇으로 이루나. 4차 산업혁명 대표 분야인 원격의료, 공유 차량 기업들이 첩첩이 쌓인 규제 장벽을 피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실정이다. 거대 중국이 총력전인데 한국 정부는 혁신을 방해하고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자해(自害)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 결과가 나타나는 데는 10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3.11  반중 연대 본격화…한국 눈치외교 안 통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발 빠르게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그 시발은 12일 열리는 쿼드 4개국(미국·일본·호주·인도)의 첫 화상 정상회의다. 지난달 외교장관에 이어 논의의 격을 정상회의로 높인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얼마만큼 반중(反中) 전선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 환경 급변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만 당장 한국은 끼어들 자리가 없다. 쿼드에 한국과 뉴질랜드·베트남을 더한 ‘쿼드플러스’ 논의가 오가지만 정부는 소극적이다. 겉으로는 미·중 사이의 균형 외교를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눈치 외교로 일관하는 현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 주도 쿼드 4국 정상회의 12일 개최
우리도 국격과 실리를 고려해 결심해야

바이든 행정부는 대외 정책 과제 가운데 중국 견제와 억제에 압도적인 비중을 두고 있다. 그 수단으로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의 연대를 통한 네트워크 구축을 내세우고 있다. 쿼드 정상회의에 이어 곧바로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을 일본과 한국에 보내는 것에서 그 의지가 읽힌다. 쿼드뿐 아니라 한·미·일 3각 협력 강화를 중국의 부상에 맞서는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의미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일 양국과 방위비 협상을 신속하게 타결한 것은 동맹 결속 강화를 위한 정지작업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계속 머뭇거리는 태도로 일관하면 급변하는 국제 환경의 조류 밖으로 밀려나 외톨이가 될 우려가 있다. 백악관은 지난 3일 발표한 안보전략지침에서 중국을 “국제체계에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나라”로 표현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또한 중국을 “안정적이고 개방된 국제질서에 심각하게 도전할 힘을 가진 유일한 국가”로 규정했다. 일본·호주·인도와 유럽 주요국들의 반중 연대 동참은 기본적으로 이런 인식에 동의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중 연대가 미·중 간 힘의 경쟁뿐 아니라 가치 경쟁의 양상을 띠고 있음을 간과하면 안 된다. 쿼드 혹은 쿼드플러스를 동북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논의의 향방에도 주목해야 한다.
 
다음 주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2+2(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한국의 대중 전선 동참 요구가 본격화될 것이란 게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전망이다.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압도적인 한국으로선 섣불리 반중 연대에 동참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동맹 간 굳건한 신뢰가 뒷받침된다면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미·일 협력이든, 쿼드 혹은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이든, 또는 이들의 조합이든 한국의 참여 방안과 수준이 여러 갈래로 열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지못해 외부의 압력에 끌려가는 소극적 입장이 아니라 국격과 원칙, 그리고 실리를 함께 고려한 끝에 스스로 우리의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3.15  쿼드에서 재확인된 ‘완전한 북한 비핵화’

/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등 인도태평양 4개국 협의체인 쿼드의 사상 첫 정상회의가 지난 12일 화상으로 열렸다.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하는 대(對)중국 전략에 대한 협력 방안이 논의된 가운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목표를 재확인했다. [워싱턴=UPI 연합]

 

한반도 정세와 동북아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굵직한 외교 이벤트가 이번 주 잇따라 열린다. 지난 주말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쿼드 4개국의 첫 정상회의가 화상으로 열린 데 이어 이번 주중에는 미국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방문한다. 뒤이어 18일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알래스카에서 중국 외교 사령탑인 양제츠 공산당 국무위원과 회담한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50여 일간 숙려해 온 대외전략의 큰 방향을 설정하고 본격적인 실행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주 미 국무·국방장관 동시 방한
빈틈 없는 공조로 대북전략 조율해야

지난 주말의 쿼드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하겠다는 것을 재확인한다”고 명기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이는 수 주일 내에 모습을 드러낼 미국의 새 대북 정책 검토 결과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임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재검토에는 다양한 입장을 가진 민관 전문가들이 참여했고, 그 결과물에 대해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의 관측들이 제기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의 종착역을 두고 결코 어정쩡한 타협을 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북한이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을 암묵적 북핵 용인이나 이를 전제로 한 군축 협상 등은 바이든 행정부가 채택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예고한다.
 
17일로 예정된 미 국무·국방 장관의 동시 방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리뷰가 마무리되기 전에 한·미가 마지막으로 조율할 수 있는 기회다. 한국 정부가 섣부른 대북 제재 완화론을 제기해 한·미 공조에 엇박자를 내는 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한 치의 빈틈도 없는 국제사회의 공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북한 핵무장 수준의 고도화로 이제 더 이상 시행착오를 되풀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일의 결속과 이를 바탕으로 중국, 러시아까지 끌어들여 북한을 압박하고 설득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그 시발점인 한·미 공조가 흔들리면 안 된다.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복원시키려 하는 한·미·일 3국 공조의 공식화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북한의 눈치를 보고 발을 빼는 모습을 다시 보여선 안 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중국 전략에 대한 협조와 참여도 필요하다. 큰 그림에서 미국의 대외전략을 인정하지 않고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만 협력을 구한다면 그 성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지난주 최종건 외교1차관이 한국의 쿼드플러스 참여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것은 상당히 부적절한 발언이다. 지금 한반도 주변의 강대국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논의와 움직임 하나하나가 우리의 운명과 직결된다는 대국적 인식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중앙릴보 사설 

 

03.15 한국이 ‘쿼드’에 참여해야 할 4가지 이유

한·미 동맹 보강하고 美 대중 전략 과열도 순화
출범 초기 우리 입장 반영, 中 움직일 ‘지렛대’ 확보
중국의 보복·반발 두려워 굴종·예속 택해선 안 돼

천영우 (사)한반도미래포럼이사장

 

/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회의체 구성도./뉴시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3일 백악관이 발표한 임시 국가안보지침(Interim National Security Guidance)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행한 연설에서 외교 안보 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분명히 제시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을 기존 국제 질서에 도전할 종합적 국력을 보유한 유일한 국가로 지목하고 미·중 관계를 “21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시험”으로 규정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나 동맹 체제를 그 중심에 두고 전방위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이러한 전략의 핵심은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와 일본·호주·인도를 규합한 쿼드(Quad) 확대이며 이는 17일 5년 만에 재개되는 한·미 ‘2+2 회담’의 핵심 의제가 될 것이다. 우리의 쿼드 참여 여부는 한·미 관계의 미래와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입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중대 사안이다. 대한민국이 쿼드에 참가해야 할 이유를 네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쿼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 지형 재편과 이에 따른 지역 정세의 불확실성 속에서 대한민국의 생존과 안전을 지킬 보험으로써 의미가 있다. 한·미 동맹이 우리 안보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지만 쿼드는 이를 보강할 재보험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에 대한 실존적 위협은 역사적으로 항상 역내 신흥 패권 세력에서 왔다는 사실을 망각하면 안 된다. 1894년 청일전쟁에서 태평양전쟁이 종식되기까지 반세기 동안 아태 지역의 평화를 파괴하고 한반도 침탈을 초래한 주범이 일본의 패권적 야욕이었듯이 21세기 역내 평화와 한국의 사활적 이익에 대한 최대의 위협은 중국의 패권적 야망과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한 강압적 팽창 정책에서 온다.

 

둘째, 쿼드가 실체를 갖추기 전에 참여하여 목표와 방향, 원칙과 운영체제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우리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 쿼드가 지난 12일 정상회의로 격상되긴 했으나 아직은 중국의 위협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핵심 4국 간의 협의체에 불과하며 추구할 목표와 방향도 아직 원론적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한국의 참가 여부와 무관하게 인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안보 질서 수립을 주도할 구심점으로 발전할 것임은 분명하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사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고 남중국해와 인도양 해상 수송로는 한국 경제의 명줄이다. 우리의 국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이 한국이 배제된 자리에서 논의되고 결정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스스로 변방으로 전락하고 화를 자초하는 길이다. 더구나 유사시 우리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줄 나라들이 우리의 사활적 국익과 관련된 논의를 하는 모임이라면 당당히 참여하여 발언권을 행사해야 한다.

 

셋째,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중국의 힘과 위협을 과대평가하여 과잉 대응하는 것을 견제하는 데도 쿼드는 도움이 된다. 쿼드에 참여하는 역내 국가들은 중국을 견제하는 데는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도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이 과열되어 자칫 군사적 대결과 충돌로 비화할 위험성을 우려하고 미국의 무리한 대중 정책에 끌려다니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쿼드 참여는 일본·호주·인도와 함께 미국의 대중국 전략을 적절히 순화하고 중심을 잡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끝으로 쿼드 참여는 중국에 대한 레버리지를 강화한다. 국제 관계에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상대방의 선의를 확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움직일 레버리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안보 이해관계가 구조적으로 대립하는 중국에 대한 한국의 레버리지는 중국이 원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능력에 비례하고 안보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나라와 공조할 때 더 커진다. 중국의 각개격파 전략에 개별 국가가 단독으로 대항하기는 어렵지만 일개 국가에 대한 경제 보복을 모든 쿼드 참가국에 대한 보복으로 간주하여 공동 대응하면 승산이 있다.

 

레버리지를 포기하는 것은 굴종을 자초하는 것이다. 중국의 반발과 보복이 두려워 굴종과 예속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쿼드 차원에서 공동 대응하는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자주 독립과 자존은 공짜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이 새로운 인도·태평양 안보 질서 형성의 주체가 될 것인지, 힘이 지배하는 지정학적 게임에 운명을 맡기는 객체로 전락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진실의 순간을 맞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전략적 안목과 외교력이 혹독한 시험대에 서 있다.

조선일보

 

03월 15일  정상선언으로 공식 출범한 ‘쿼드’와 적극 동참 당위성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정상이 12일 화상 정상회의 후 발표한 5개 항의 공동선언 ‘쿼드의 정신’은 역사적이라고 할 만큼 외교적 의미가 크다. 우선,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협의체 공식 출범을 의미한다. 공동성명은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평화로운 인도·태평양을 위해 법치와 민주적 가치, 항행·영공 비행의 자유 지지, 코로나19 및 기후변화 공동 대응과 핵심 기술 협력을 약속했다.


쿼드 ‘연합국’과 중국 관계가 어떻게 형성될지 지켜봐야겠지만, 2차 대전 와중이던 1941년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윈스턴 처칠의 대서양 헌장을 연상시킨다. 대서양헌장의 8개 원칙에 기반해 유엔이 출범하며 전후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기반이 됐듯, 쿼드 공동성명은 21세기 인도·태평양 질서의 원칙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쿼드 공동성명은 중국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강압에 구속되지 않는’이란 문구엔 미국이 생각이 맞는 동맹과 연대해 중국의 질서 파괴 행위를 저지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특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한 것은 한국에 매우 중요하다. 쿼드가 그 지향을 분명히 선언한 만큼 문재인 정부는 미적대지 말고 적극 동참해야 하다. 수입 에너지 및 수출품 해상 수송로인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은 대한민국 생존에 직결되고, 한국이 빠진 채 한반도 문제가 논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속한 결단이 당연하다.

문화일보 사설

 

03.16  바이든의 다자주의와 불안한 '린치핀 한국'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미 외교·국방장관, 한·일 방문 계기
약화된 한·미·일 공조 복원 시급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외교 안보팀은 역시 프로답다. 두 달도 채 안 된 신 행정부가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월 말 G7 회의와 뮌헨 안보회의에서 유럽 동맹국들에 동맹 복원과 다자주의 회복을 천명한 데 이어 지난주엔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참여하는 쿼드(Quad) 정상회의를 최초로 개최했다.
 그리고 이번 주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장관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순방지로 일본과 한국을 방문해 ‘2+2회의’를 진행한다. 이들은 귀로에 알래스카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도 할 예정이다.    

 
    두 장관이 바쁜 와중에도 동북아까지 날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새 행정부가 역점을 두는 다자적 연대가 정작 최대의 지정학적 도전 지역이라고 규정한 인도·태평양의 동북쪽에서 가장 취약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발표된 미·일 동맹 보고서는 명쾌한 답을 준다. 미·일 동맹이 아·태 지역과 국제질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연대 노력의 핵심이고 북핵 억제를 달성하기 위해 한·미·일 안보 협력이 시급한데 한·일 갈등이 큰 장애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방한 중 미국의 대북 정책 검토 상황도 공유하겠지만, 무엇보다 미국은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최악인 한·일관계 개선을 독려할 것이다. 

 
    바이든의 다자주의는 종래의 기능적 접근방식보다 훨씬 더 포괄적이다. 중국·러시아·북한 등 지정학적 도전에 대해 동맹과 우방국들의 연대를 바탕으로 중층적 다자 연합체 구성을 통해 전략적 목표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쿼드와 한·미·일이 함께 움직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아·태 안보를 미·일과 한·미 동맹이 각각 주춧돌(Cornerstone)과 핵심축(Linchpin) 역할을 하며 주도하던 구조가 이제는 쿼드가 주도하는 세력 전이가 생기고 있다. 호주 총리가 쿼드 정상회의를 역사적 순간이라고 부른 이유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지금 큰 그림을 못 보고 다양한 연합체의 진화 과정에 적시 대응하지 못하면 '지정학의 귀환' 시대에 주변화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가 나갈 길도 분명하다. 첫째,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변화하는 아·태 지역 안보환경에 맞춰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을 양자·지역·글로벌 차원에서 더욱 심화하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한·미 관계처럼 '빛 샐 틈 없는 동맹'으로 복귀해야 한다. 

 
    둘째, 미국의 북핵 억제 전략 검토에 맞춰 미국의 확장억제 역량을 강화하고 양자 협의 장치를 활성화하며 다자적 확장억제 장치를 새로 마련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아시아와 유럽 동맹국 인사들이 건의한 '아시아 핵 기획 그룹'이 좋은 구상이다. 이미 양자 장치가 있으므로 다자화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셋째, 다자 차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약화한 한·미·일 공조를 복원하는 것이다. 우선 한·미·일 외교와 국방 장관 회의를 조기에 개최하고 정보와 안보 협력을 강화하면서 정상회의까지 가야 한다. 또한 쿼드 참여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조기에 밝혀야 주변국들에 대한 지렛대도 커진다. 인도의 유연한 입장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한·미 동맹은 '가치 동맹'이므로 바이든 행정부 대외 정책의 또 한 축인 가치‧규범 외교 분야에서 능동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올해 영국과 미국이 각각 주최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쿼드와 유럽 국가들이 새로운 다자주의 국제질서를 함께 모색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부담이 있다고 우리가 인도·태평양에서 핵심축 역할을 포기하면 주춧돌인 일본과 새로운 핵심축으로 떠오른 인도가 그 역할을 대체할 것이다. 한국이 ‘없어도 되는 나라’ 가 돼서는 안 된다. 지금이 꽉 막힌 한국 외교의 출구가 될 기회다.

중앙일보

 

03.16  김여정 "3년전 봄날 오기 힘들것…美, 잠 설칠 일 만들지마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또다시 대남 비난 담화를 발표했다. 지난 8일부터 진행 중인 한미연합훈련에 "감히 엄중한 도전장을 간도 크게 내밀었다"고 반발하면서다. 김 부부장의 대남 비남 담화는 지난 1월 12일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이날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실린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김 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이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을 강행하는 길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부부장은 "우리 당 중앙은 이미 남조선 당국의 태도여하에 따라 3년 전 봄날과 같은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에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입장을 천명했다"며 "이것이 해마다 3월과 8월이면 되살아나는 남쪽 동네의 히스테리적인 전쟁 연습광기를 염두에 둔 것이며, 북남관계의 마지막 기회로 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경고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자들은 늘 하던 버릇대로 이번 연습의 성격이 연례적이고 방어적이며, 실기동 없이 규모와 내용을 대폭 축소한 컴퓨터 모의방식의 지휘소 훈련이라고 광고해대며 우리의 유연한 판단과 이해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며 "참으로 유치하고 철면피하며 어리석은 수작"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우리는 지금까지 동족을 겨냥한 합동군사연습 자체를 반대했지 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뒷골방에서 몰래 진행되든 악성 전염병 때문에 볼품없이 규모가 쫄아들어 50명이 참가하든 그 형식이 이렇게저렇게 변이되든 동족을 겨냥한 침략전쟁연습이라는 본질과 성격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인내심을 발휘하며 충분한 기회도 주었지만 남조선 당국은 또다시 온 민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며 "3월의 봄계절에 모두가 기대하는 따뜻한 훈풍이 아니라 스산한 살풍을 몰아오려고 작정한 것"이라고도 했다.
 
김 부부장은 "병적으로 체질화된 남조선 당국의 동족대결의식과 적대행위가 이제는 치료불능상태에 도달했으며, 이런 상대와 마주앉아 그 무엇을 왈가왈부할 것이 없다는 게 우리가 다시금 확증하게 된 결론"이라면서 "현정세에서 더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대남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언급했다.
 
또 "남조석 당국과는 앞으로 그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없으므로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 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며 "이러한 중대조치들은 이미 우리 최고수뇌부에 보고드린 상태에 있다"고 덧붙였다.

 

美 향해선 "잠설칠 일거리 만들지 않는 게 좋을 것" 경고 

이날 담화에는 올해 초 취임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김 부부장은 "이 기회에 우리는 대양건너에서 우리 땅에 화약내를 풍기고싶어 몸살을 앓고있는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최근 여러 차례 접촉 시도에도 북한이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백악관 입장이 나온 가운데 북한이 내놓은 첫 메시지로 해석된다. 앞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에 접촉을 시도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며 "일본, 한국 등 동맹들에게 계속 조언을 구하고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03월 18일  文정부 ‘국제 외톨이’ 자초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장

 미·중 경쟁 격화 G-제로 시대
바이든 행정부 가치연대 강화
일본 인도 호주와 강력한 쿼드
‘중견국들 순간’ 기회 못 살리고
한·중 협력이 평화의 축 신기루
양자택일 강요당하는 위기 봉착

 

1년 넘게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초국가적 협력과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 인류 공통의 위기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현주소는 글로벌리즘보다는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하는 ‘정글의 세계’다. 더욱이 팬데믹 전부터 가열돼온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은 미증유의 위기를 맞아 협력의 모멘텀을 찾긴커녕 책임 공방과 상호 불신만 키워 글로벌 리더십 실종이라는 ‘G제로(G-Zero)’ 시대를 초래했다.


이런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상황 속에 ‘중견국들의 순간(moment of middle power)’이 주목받고 있다. 중견국 역할론은 미·중 전략경쟁 과정에서 중소국가들이 전략적 불확실성뿐 아니라 양자택일의 압박에 처하면서 대두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집권 시기 미국은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고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책임을 회피했고, 그 틈새를 파고든 중국이 주장하는 다자주의 국제 협력은 신뢰하기 힘든 상황에서 중견국 협력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중견국 연대는 전후 자유주의 국제질서(LIO) 속에서 시장경제·자유무역·민주주의·다자주의를 지향하며 성장과 번영을 구가한 국가군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LIO를 유지·발전시키는 게 자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이들이 자율적 공간을 확보하긴 쉽지 않다. 더욱이 강대국의 압력이나 회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중소국들의 속성상 ‘이탈자’ 없이 강대국에 대응하는 굳건한 연대 구축도 어렵다.


그런데 코로나19 위기는 글로벌 리더십 부재 상황에서뿐 아니라 백신 연구 자금 지원, 기후변화 퇴치, 개방무역 유지와 같은 분야에서 중견국의 역할과 잠재력에 대해 주목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에 더해 가치동맹과 다자주의 연대를 강조하며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위한 전략 추진에 있어 중견국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공조를 강조한다. 미·중 양국도 경쟁·갈등이 거세질수록 가능한 한 많은 지지 세력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중견국 연대는 수적 우세와 단결된 목소리로 강대국에 대해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런 추이 속에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 신화에 이어 정보기술(IT), 한류 열풍, K-방역으로 무장한 한국의 중견국 역할론이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실제로 중견국 연대를 구축하고 이끌어갈 외교적 역량이나 경험을 축적해 왔느냐 하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글로벌 코리아’를 기치로 중견국으로서의 책무와 글로벌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분단 이후 지금까지 한국은 북한 리스크와 주변 4강 관리라는 블랙홀에 빠져 외교적 역량을 소진해 왔다.


설사 북한발 비핵화 쇼의 ‘선의’를 믿었더라도 외교·안보 라인은 냉철하게 전략적 현실을 진단하고 북한 비핵화는 결코 양보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동맹국 및 가치를 공유하는 유사 입장(like-minded) 국가들과 다자적 연대 구축을 통한 대북 전략을 추구했어야 했다. 하지만 미·북 정상회담을 ‘중개’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해 전쟁 없는 한반도를 만들었다는 것을 최대 외교 치적으로 내세운 현 정권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대변하는 데 외교 역량을 쏟아부었다. 하노이 미·북 협상 결렬 2년이 넘고 북한의 도발·막말이 점입가경인데도 “김정은을 만난 세계 모든 지도자가 그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는 두둔 발언을 이어갈 뿐이다. 설상가상, 현 정권은 한반도 전쟁 억지력의 핵심인 동맹 전략보다 한·중 협력이 ‘동북아 평화의 축’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최근 들어 미국·일본·인도·호주 등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공동 지향점을 공유하는 아·태 동맹국 연대를 강화하는 쿼드(Quad)가 닻을 올렸다. 우리만 중국의 엄청난 반발을 우려해 빠졌다. 미국은 18, 19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개최될 미·중 고위급회담에서 중국의 ‘호주에 대한 강압,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인) 센카쿠 열도에 대한 괴롭힘, 인도 국경에서의 공격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우왕좌왕하다가 중견국의 순간과 민주주의 다자동맹의 기회를 놓쳐 버린 한국은 지금 미·중 양자택일의 순간(moment of truth)에 무기력하게 홀로 서 있다.

문화일보

 

03.19  文 정권이 한미 공동성명에 ‘北 비핵화’ 못 넣게 막은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외교·국방장관이 1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5년 만에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은 희한한 모습으로 끝났다. 지금 한미 동맹의 최대 현안은 북핵이다. 김정은은 전술핵 개발까지 공언한 상태다. 그런데 이날 한미 공동 성명에는 눈을 씻고 봐도 ‘비핵화’란 말이 단 한마디도 없었다. “북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우선 관심사이고 해결한다”고만 했다. 5년 전 공동 성명에선 모든 핵과 탄도미사일의 완전한 폐기를 촉구하며 “비핵화를 위한 북 압박”을 명시했다. 지난 5년간 북은 수소폭탄에 이어 요격이 어려운 탄도미사일까지 성공했다. 북핵이 훨씬 심각해졌는데도 한미 성명에 ‘비핵화’란 말조차 쓰지 못한 것이다. 이 이상한 일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벌어진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16일 일본과 외교·국방장관 회담 성명에서 “완전한 북 비핵화”를 명시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한 ‘쿼드’ 정상회의 성명에도 이 문구를 넣었다. 그런데도 한미 성명에만 ‘비핵화’가 빠진 것은 한국 측에서 그렇게 요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입장은 대통령만이 정할 수 있다. 미국 측은 한국과 첫 대면에서 마찰음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대신 블링컨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북 비핵화에 전념해야 한다” “북 비핵화를 위해 동맹과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 인권과 중국 문제도 마찬가지다. 5년 전 성명에는 “북 인권 침해”가 담겼지만 이번엔 빠졌다. 그러자 블링컨 장관은 기자 회견에서 “북 주민이 광범위한 학대와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한미 성명에는 ‘중국’이란 단어도 없지만 미 장관들은 한국에 오자마자 ‘중국 위협’과 ‘반중(反中) 전선’을 강조했다. 중국공산당의 홍콩 억압과 위구르족 인권 탄압도 공개 비판했다.

 

북핵의 가장 큰 피해국이자 실질적인 유일 피해국이 한국이다. 이런 처지에 미국이 ‘북 비핵화’란 말을 빼자고 해도 한국이 넣자고 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북 비핵화'란 말을 빼자고 했다. ‘왜 빠졌느냐'는 질문에 한국 외교부는 “분량 제한 때문”이라고 했다.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이렇게 해서 김정은 쇼를 다시 한번 하고, 그걸로 대선에서 승리하는 게 이 정권의 목표일 것이다. 이들은 머지않아 북핵 묵인과 방조의 본색을 드러낼 수도 있다.

조선일보 사설

 

03.20  2+2 회의<한·미 외교·국방장관>서 드러난 미국의 기조 변화,직시해야

지난 17~18일 5년 만에 서울에서 개최된 '한·미 2+2 (외교·국방 장관) 회의'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유달리 강한 톤으로 북한과 중국의 인권 탄압을 비난했다. 이어 중국의 공격적 행동에 대해 '동맹의 공통된 접근'을 촉구했다. 미 국무장관이 서울에서 북한 인권은 물론 홍콩·신장의 인권 탄압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공동 대응을 요구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본 회담에서도 북한·중국 인권에 대한 한국의 명확한 입장 표명과 한·일 관계 개선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안보 협의체)와 유럽연합(EU) 등 동맹들과 조율을 통해 숙성시킨 뒤 던진 카드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가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만 고수하며 수용을 기피할 경우 대한민국은 동맹울타리 밖의 외톨이 신세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미, 북·중 인권 비난하며 공동 대응 요구
정부는 침묵하며 '한반도 비핵화' 강조
현실 인정하고 동맹복원 전력 기울여야

  이런 우려는 회담이 끝나자마자 현실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두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빈틈없이 공조할 것"이라고 했다.'한반도 비핵화'는 주한미군의 철수를 전제한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화'와 같은 뜻이란 오해를 살 수 있다. 블링컨 장관이 회담 모두 발언에서 '북한 비핵화'라고 콕 집어 발언한 것과 대비된다.  

 
    또 기자회견에서 나온 '싱가포르 북·미 합의 계승' 질문에 대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싱가포르 북·미 합의(계승)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지만, 블링컨 장관은 아예 언급을 피했다. 워싱턴에선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외교 실패'의 전형으로 낙인찍혀 사실상 폐기돤 상태다. 블링컨의 침묵이 '거부'의 메시지로 해석되는 이유다.  

 
    이런 엇박자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급변한 미국의 대북 기조를 외면한 정부의 비현실적 대응에 근본 원인이 있다. 블링컨 장관은 파트너인 정 장관과 말문을 트기 전에 북한·중국의 인권 상황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공동 대응 필요성을 역설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양보할 수 없는 선'을 못 박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마당에 정부는 한·미 연합 훈련을 3년째 축소 운용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띄우려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연합 훈련의 완벽한 철폐'를 요구하는 김여정의 담화였다.  

 
    동맹과 공조해 북한에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려는 바이든 행정부 시대에 트럼프 시절의 '정상회담 쇼'는 먹히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4년간 눈에 띄게 느슨해진 한·미 공조를 복원해 대북 제재를 강화하면서 북한을 대화로 유인할 전략 수립에 워싱턴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러려면 발빠른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한 한·미·일 협력 회복이 필수적이며 북한 인권 문제에도 목소리를 내는게 필요하다. 블링컨 장관의 발언에서 보듯 미국은 대중 압박에 북한을 끼워 넣는 '커플링' 전략으로 선회했다. 대중 압박 동참이 어렵다면 북한 인권에라도 목소리를 내야 동맹이 굴러갈 수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일 때다. 쿼드 참여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미국의 과도한 대중 압박에 제동을 걸며 운신의 폭을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일본과 인도·호주도 쿼드를 활용해 국익을 챙기고 있지 않은가. 

중앙일보 사설

 

03.20  국제 환경 급변에도 망상 헛꿈으로 고립 자초하는 南·北 정권

/18일 미 앵커리지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미중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미 측에선 블링컨 국무장관과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 측에선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이 외교장관이 참석해 난타전을 벌였다. /연합뉴스

 

말레이시아 법원이 유엔 대북 제재를 위반해 돈세탁을 한 혐의로 기소된 북한인의 미국 송환을 확정했다. 북의 동남아 불법 거래가 전부 드러날 수 있다. 그러자 북한은 2017년 김정남 암살 때도 말레이시아와 유지했던 외교 관계를 끊겠다고 반발했다. 북은 “미국도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미북 쇼’를 성과로 자랑하던 트럼프 대통령 때라면 통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엔 통하지 않는다. 비(非)미 노선을 걸어온 말레이시아가 왜 바이든 당선 직후 미 송환을 결정했겠나. 김정은은 핵 ICBM으로 미국을 위협해 대북 제재를 허물고 미군을 한국에서 철수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핵 무력으로 통일하겠다고 선언도 했다. 모두 망상일 뿐이다. 고립되고 궁지에 몰리는 건 북한이다.

 

헛꿈으로 고립의 길로 걸어가는 것은 북한만이 아니다. 한국 정권은 한미 공동성명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문구를 끝내 뺐다. 북한 인권 문제도 없어졌다. 정의용 외교장관은 ‘한반도 비핵화가 옳은 표현’이라고도 했다. 북이 늘 쓰는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란 미국 핵우산을 없애고 주한 미군까지 철수하라는 뜻이다. 외교 문외한인 트럼프가 2018년 싱가포르 합의에서 북 요구대로 이 문구를 넣은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정 장관은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싱가포르 (미북) 합의는 현재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와 전쟁과 같은 선거를 치른 바이든 측에 트럼프 실패를 계승하라고 하나. 미국 일본 호주 인도는 ‘쿼드'로 대(對)중국 전선을 펴고 있는데 한국은 중국 눈치를 보며 대책 없이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국내 정치에 반일을 이용하다 일본과는 원수처럼 됐다.

 

미국만이 아니라 서방 세계 전체가 중국의 패권 장악 시도를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미·중 충돌은 무역·기술을 넘어 인권 등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선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국제 정세는 급변하는데 김정은은 핵 자폐증에 빠져 있고, 문재인 정권은 이런 김정은의 비위를 맞춰 대선용 남북 이벤트를 벌이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

조선일보사설

 

03.23 이름이 잘못되면 일을 망친다

/로이드 오스틴(왼쪽부터) 미국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국방 장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서울=뉴시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지 비핵화 합의에 어깃장을 놓는 핑계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6자회담의 틀이 살아 있던 2007년 무렵 핵시설 사찰 수용과 검증 합의를 재촉하는 미국에 맞서 “남북 동시 사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사실상의 사찰 거부였다. 그 논거가 바로 “전 한반도의 비핵화를 합의하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결국 영변 원자로의 동결과 불능화 단계까지 갔던 합의는 사찰ㆍ검증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백지화되고 말았고, 그렇게 시간을 번 북한은 줄곧 핵무장 고도화의 길을 달렸다.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의 여운이 가시지 않던 2018년 10월 베이징에서 있었던 일이다. 싱가포르 다음 수순을 주목하던 해외 언론들의 관심이 군사 분야 국제회의인 샹산(香山)포럼에 쏠렸다. 모처럼 북한 대표단이 참석해 공개 발언을 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송일혁 조선군축평화연구소(외무성 산하기구) 부소장은 싱가포르 합의문에 적힌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를 친절하게 ‘해석’해 주었다. “조선반도 비핵화는 전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말한 것이다. 남북이 함께 비핵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예상보다 진실의 순간이 빨리 다가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북한 비핵화' 명기 못한 한·미 2+2/ 국제사회에서 덜 당당하다는 /정의용 장관의 진의는 무엇인가

그해 12월 조선중앙통신의 논평은 더욱 상세했다. “6ㆍ12 조ㆍ미 공동성명에는 분명히 ‘조선반도 비핵화’라고 명시돼 있지 ‘북 비핵화’라는 문구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우리의 핵 억제력을 없애는 것이기 전에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정의다.” 여기서 말하는 미국의 핵 위협 제거란 직접적으로는 핵우산 공약의 파기를 말한다. 이는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할 때마다 한반도로 날아오는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 반입 금지와 한ㆍ미 연합훈련 중지로 연결된다. 궁극적으로는 주한미군 철수로까지 이어지는 요구다. 이런 요구가 충족되지 않는 한 ‘북한 혼자만의 비핵화’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완전한 북한 비핵화’란 용어를 공식화하기 시작한 건 대북정책 재검토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잘 간파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의 강력 반발을 무릅쓰고서라도 처음부터 새로운 대북정책의 목표 지점을 분명히 하고 동맹국들 간에 공유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제는 우리에게 있다. 쿼드 4개국(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정상회의에서도, 미ㆍ일 ‘2+2 회담’에서도 공동성명에 명기됐던 ‘북한 비핵화’가 한국의 차례에 와서 쏙 빠진 것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국제사회에서 더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이 더 올바른 표현”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국제 합의, 즉 9ㆍ19 공동성명이나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한반도 비핵화’란 용어가 들어가 있음을 환기시킨 발언 아닌가 싶다. 그런데 어떤 용어는 왜 더 당당하고, 어떤 용어는 덜 당당하다는 건지 해독이 잘 안 된다. 한반도 비핵화의 핵심이 북한 비핵화란 사실은 국제사회의 상식이다. 그런데도 ‘북한 비핵화’를 주장하면 덜 당당해진다는 건 무슨 말인가. 북한이나 중국이 미국의 핵우산을 못마땅해하니 그 앞에선 당당하게 ‘북한 비핵화’를 주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면 차라리 솔직한 표현이었을까. 

    

 

외교 협상에서 작은 난관을 극복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해석의 길이 여러 갈래로 열려 있는 모호한 용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때로 있지만 본질적인 용어의 뜻은 분명해야 한다. 전략적 모호성이 영원히 지속될 순 없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비핵화의 개념이 지금 그런 순간에 도달해 있다. 논어 자로편은 공자 가르침의 핵심인 정명론(正名論)을 이렇게 설파한다. “이름이 바르지 못하면 말이 순리에 어긋나고, 말이 순리에 어긋나면 일을 이루지 못한다(名不正則言不順, 言不順則事不成).”

중앙일보  

 

03.23  北 인권 외면 文, 美는 박원순·조국·윤미향까지 지적했다

미 국무부가 2020년 국가별 인권 보고서 초안에서 한국의 인권 문제로 ‘표현의 자유 제약’을 가장 먼저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사례로 대북 전단 금지를 들며 “인권 활동가와 야당이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비판했다”고 했다. 다른 중요한 인권 문제의 하나로 ‘부패’를 꼽으며 조국 일가의 파렴치와 윤미향 민주당 의원의 ‘위안부 기금 유용’ 사건을 적시했다. “성희롱이 중요한 사회문제였다”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이 북한뿐 아니라 동맹국 한국의 인권침해까지 조목조목 거론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남북한 인권 문제를 동시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문 정부는 23일 채택 예정인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에 또 불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3년 연속이다. 반면 ‘인권과 민주주의 복원’을 선언한 바이든 행정부는 3년 만에 다시 공동 제안국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이 ‘미·북 쇼’에 빠져있던 트럼프의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최근 워싱턴에선 북 주민 인권이 날로 악화하는데도 외면으로 일관하는 문 정부에 대해 분노에 가까운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실망스럽고 부끄럽다” “부도덕하다”는 말도 공공연히 한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서울에서 ‘북 정권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주민 학대’를 공개 비판했다. 그런데 한미 외교·국방 공동선언에선 ‘북 인권’이란 문구가 끝내 빠졌다. 김정은과 남북 이벤트 할 생각뿐인 문 정부가 뺀 것이다.

 

미국만이 아니다. 얼마 전 유엔 북한인권보고관은 문 정부가 북한과 협상 시 인권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한다고 공개 권고했다. 5년째 표류 중인 북한 인권 재단 설립 등 북한 인권법을 제대로 시행하라고도 했다. 지난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탈북민 강제 북송 등 대북 인권에 관한 문 정부 조치에 우려를 표한 것만 세 차례다. 김여정 하명에 따라 만든 ‘대북 전단 금지법’은 옛 공산권까지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 안보 특보 출신은 “인권 문제가 대두되면 대북 협상이 깨질 수 있다”고 했다. 이들에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라는 것은 국내 정치 운동 수단일 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블링컨 장관을 만나 미얀마 군부의 인권 탄압을 비판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노예나 다름없는 북 주민 인권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미얀마 못지않게 고통받고 있는 중국 신장과 티베트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홍콩에서 자행되는 인권유린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인권 문제조차 내로남불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 주민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했다. 궤변이란 이런 말을 이르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3.23  외교의 바다에서 한국이 ‘고래’가 되는 법

멀리서 외교의 격랑에 휩싸이는 대한민국호를 볼 때마다 고래 싸움에 끼인 새우를 떠올리게 된다. 물론 한국은 새우에 비유될 작은 나라가 아니다. 세계 12위 경제 대국이며 10위 군사 강국이다. 그럼에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아슬아슬 외교적 스턴트를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왜 베이징에 가선 “중국은 높은 산맥의 나라”라 칭송하고, 워싱턴에 가선 미 대통령을 높이 치켜세워야만 했을까? 대통령의 외교적 과공(過恭)은 의전상의 비례(非禮)가 아니라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이념적 방황’이다.

 

최근 열린 미국·일본·인도·호주 4국의 안보 협의체 ‘쿼드(Quad) 동맹’ 정상회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공동성명에 천명된 ‘쿼드 정신’의 키워드는 법의 지배(rule of law), 자유, 개방, 포용, 민주적 가치 등이다. ‘쿼드 정신’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과 조화롭게 공명한다. 한국은 70년 한미 동맹 역사 속에서 경제 번영과 민주 발전을 이뤄온 자유 벨트의 수혜국이다. 헌정사의 정도(正道)에 따라 한국은 마땅히 네 나라와 더불어 ‘펜타(Penta) 동맹’을 이뤄야 한다. 나아가 베트남, 뉴질랜드가 참여하는 7국의 ‘헵타(Hepta) 동맹’을 견인해야 한다.

 

이유는 자명하다. 경제 강국으로 급성장한 중국이 여전히 인류의 보편 가치를 부정하는 공산당 일당 지배의 사회주의 ‘인민민주독재’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일당독재 국가는 중국·북한·쿠바를 포함해 8국 정도에 불과하다. 주요 유엔 회원국 대다수는 입헌민주주의(constitutional democracy)를 표방한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3월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스테이트 다이닝 롬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첫 쿼드(Quad)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스크린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AFP 연합뉴스

 

그럼에도 2019년 4월 시진핑 주석은 공식적으로 헌정(憲政·입헌주의), 삼권분립, 사법 독립의 길을 부정했다. 2021년 1월 10일, 중국 정부가 발표한 ‘법치중국 건설 계획’에 따르면, 중국의 ‘법치’는 “당의 집중적·통일적인 영도” 아래 인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고대 법가적 대민 지배에 불과하다. 국가 권력을 제한하는 입헌주의적 ‘법의 지배'가 아니라 법을 수단 삼아 독재를 정당화하는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다.

 

실제로 중국은 신체·표현·사상·집회·결사·언론·출판의 자유를 제한한다. 위구르족 100만명을 감금해 사상 개조를 시도한다. 2020년 5월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는 99.7%의 찬성으로 ‘홍콩 국가안전법’을 통과시키더니 2021년 3월 11일엔 99.97%의 찬성으로 홍콩 선거 후보자의 ‘공산당 충성도’를 심사하는 반민주적 법안을 승인했다. 현재 중국엔 정부의 독재를 견제할 수 있는 공화 시민의 저항권도, 정부 내의 권력 분립도, 다원화된 정당 정치도, 권력 남용을 막을 헌법적 안전 장치도 없다. 그 결과 오늘날 중국은 인류의 보편 가치를 공격하고 국제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국제 정치의 현실이 이토록 냉혹함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몽에 동참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외교부 장관은 동맹국의 임무를 망각하는 이른바 ‘3불 정책’에 동의했다. 굴종적인 저자세 외교로 일관했지만, 중국은 한국을 더 무시하고, 미국은 한국을 의심한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미·중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펼친다는 중간자의 환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시대착오적 친중 사대주의에 사로잡혀 인류 보편의 가치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경고한 그대로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현 정권이 헌법 수호의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은 중국에 눌리고 동맹국에 외면당하는 끈 떨어진 연의 신세가 돼버렸다.

 

어설프게 대(對)중국 경제 의존도를 핑계 삼을 순 없다. 중국은 현재 미국·일본·인도·호주 쿼드 4국 모두의 제1 교역국이다. 쿼드는 결국 중국의 주요 교역국들이 맺은 자유민주주의적 연대다. 중국과의 경제적 공생 관계야말로 이 국가들이 중국의 긍정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머뭇머뭇 전략적으로 모호하게 말할 때가 아니다. 인류의 보편 가치에 맞게,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에 따라 ‘쿼드’를 ‘펜타’로 확대하는 자유의 동맹에 동참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한국은 스스로 고래가 되어 대중국 외교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물론 ‘헌법 정신과 법치의 시스템’을 되살리는 낡은 리더십의 전면 교체가 급선무다. 무익한 ‘이념적 방황’을 멈춰야만 외교의 바다에서 대한민국호가 순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역사학

 

03.24  워싱턴 전략가들이 한미 동맹을 들여다봤다

한국, 日과 관계 개선 필요
다자 구상에 참여하지 않으면 中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돼
北은 비핵화할 때 제재 완화
군사훈련 같은 동맹 자산 을협상 카드로 써서는 안 돼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솔직히 말해서 미국 동맹국들은 지난 4년 동안 그들이 상대했던 미국을 인정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는 동맹을 전력 자산이라기보다 전력 부채(負債)로 보았다. 대통령이 된 후 이 비즈니스맨은 한국에 관해 세 가지만 신경 썼다. 첫째는 무역 적자, 둘째는 한국이 안보에 지불할 돈, 셋째는 북한 김정은과의 브로맨스(bromance)다. 한국은 그에게 김정은을 자신과 일대일 만남으로 끌어들이는 데 유용한 수단일 뿐이었다.

 

/존 햄리 CSIS 소장이 조선일보와 인터뷰를하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초당적 위원회를 구성해 한미 동맹을 위한 권고안을 만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존 햄리 CSIS 소장과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두 달에 걸쳐 위원회를 이끌었고, 필자는 프로젝트 책임자였다. 위원으로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 마크 리퍼트와 캐서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 대사, 랜들 슈라이버 전 국방부 차관보, 웬디 커틀러 전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료 캐트린 캐츠와 수미 테리, 마이클 그린 등이 포함됐다. 이번 보고서의 목적은 문 정부 집권 말이자 바이든 정권 출범기인 지금 동맹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었다. 다음은 이번 보고서의 핵심 권고이다.

 

첫째, 위원들은 지난 4년간 한미 동맹의 성과가 저조했다고 믿고 있다. 북한의 위협, 중국의 압박, 코로나 팬데믹, 전 지구적 민주주의 훼손이 고조되는 환경에서 한미 동맹은 양국 국익을 위해 더 나아져야 한다.

 

둘째, 한미 동맹은 양국 관계를 저해하는 전술적 장애를 제거해야 한다. 첫 단계로 지난주 양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무리한 요구로 교착 상태에 빠졌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 협정을 성공적으로 타결했다. 다음 단계는 안보 준비 태세와 필요한 사전 조건들에 따라 작전통제권(OPCON) 전환 문제를 조정하는 것이다.

 

셋째, 미국은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트럼프는 미국에 대한 북한의 ICBM 위협과 한국에 대한 단거리 미사일 위협을 분리해 대응함으로써 동맹으로서 신뢰를 떨어뜨렸다. 위원들은 한반도 미군 주둔으로 양국이 ‘운명 공동체’가 된다는 것을 최고위급에서 재확인하고, 미사일 방어와 한미 합동 공격 역량을 포함해 국방 역량을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확장 억지력을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다.

 

넷째, CSIS 위원회는 한미 동맹이 ‘회복 탄력적 아시아(Resilient Asia)’라는 목표를 향해 선제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민주주의와 인권, 무역의 자유, 경제적 강요로부터의 안전, 깨끗한 무선 네트워크, 투명하며 공정한 개발 지원,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등이 존중되는, 규칙에 기반한 환경에서 번영하는 아시아를 가리킨다. 이러한 원칙을 지지하는 것은 한국의 국익에 전적으로 부합한다.

 

다섯째, 위원회는 양국의 경제 관계가 한미 동맹을 넘어 더 넓은 경제 거버넌스 이슈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디지털 무역, 기후변화, 인공지능, 글로벌 보건, 4차 산업혁명 등 분야에서 한미 양국은 중요한 기준과 규칙을 세우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여섯째, 위원회는 일본과 한국 모두에 양국 관계를 개선할 것을 촉구한다. 한국은 일본과의 관계 악화가 국내 정치적 필요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의 전략적 이익을 해칠 것이다. 일본은 5G, 공급망, 블루닷 네트워크를 포함한 거의 모든 다자 구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나라다. 한국은 여러 다자 구상에서 점점 더 소외되고 있다. 이는 앞으로 한국이 점점 더 중국 변덕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북한에 대해 위원들은 트럼프 4년 만에 어느 때보다 더 첨예하게 커져 버린 북핵과 탄도미사일 문제에 대해 할 일이 분명해졌다고 믿고 있다. 어떤 정책을 고르든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계속 집중해야 한다.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조해야 하며, 군사 훈련과 같은 동맹 자산을 북한과의 협상 카드로 써버려서는 안 된다. 첫 단계로 핵 ‘동결’을 이루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이를 넘어 북한의 핵 물질 생산과 무기 실험, 확산 위협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북 제재를 완화할 수 있는 경우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대한 대가일 때뿐이다. 정상회담은 북한이 무장을 해제하겠다는 진정한 전략적 결단을 했을 때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

 

위원회는 이러한 정책 권고 중 어느 것도 쉬울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난주 미 국무·국방장관의 ‘2+2 방문’은 바이든 행정부의 출발이 순조롭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미 동맹은 험난했던 시절을 빠져나와, 정책 전문가들이 함께 전략적 과제와 양국이 함께 풀어나갈 정책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시기로 들어서고 있다.

조선일보

 

03.25  삼류 국가, 삼류 동맹

日과 정상회담 美 “文은 안 만나” 北·中만 보는 한국에 기대 잃어
‘인권 외면, 언론 통제국’ 경고… 민주·법치·방역·경제 모두 추락

배성규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왼쪽),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오른쪽)과 접견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얼마 전 한 외교 소식통을 만났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스가 일본 총리와는 내달 대면(對面) 정상회담을 갖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당분간 안 만날 것”이라고 했다. “꽉 막힌 한일 관계를 방치하고 대북·대중(對中) 정책도 보조를 안 맞추니 지금 만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기류는 우리 측에도 전달됐다고 한다.

 

최근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의에서도 한미 정상회담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회의 후 미국 측 분위기는 ‘혹시나’에서 ‘역시나’로 바뀌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관심은 ‘오로지 북한’이었고, 동맹보다 중국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동맹으로서 한국에 기대할 게 없다는 실망이 컸다는 것이다. 직전 방일(訪日) 땐 분위기가 달랐다. 미·일은 중국·북핵 등 현안마다 보조를 맞췄다. 일본이 미국의 ‘1급 동맹’을 확고히 하는 사이 한국은 ‘2급’도 아닌 ‘3급’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안보 협력을 끊임없이 주문했다. 미·일·인도·호주가 뭉친 안보 협의체 ‘쿼드’에도 들어오길 원했다. 알맹이 없는 ‘정상회담 이벤트’ 방식의 대북 접근도 반대했다. 그런데 정부는 ‘쿼드 논의는 없었다’며 사실상 걷어찼다. 미국이 강조한 ‘비핵화’ ‘중국’ ‘인권’도 공동성명에서 빠졌다. 트럼프 시대의 흘러간 ‘싱가포르 회담’ 계승만 외쳤다. 한일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 대안은 없었다. 미국이 겉으론 한미 동맹이 굳건하다고 했지만 속이 빈 껍데기라고 느꼈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자유·민주·인권’을 앞세운 ‘가치 동맹’을 새로 짜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북한·중국을 의식해 거리를 두고 있다. 간극이 넓어지면 한국은 미국에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나라가 될 것이다. 한미 동맹이 삼류(三流)가 되면 우리 안보 위상도 삼류가 된다. 미국 지지가 없는데 북한이 우리와 대화하려 하겠나. 핵·미사일로 위협하며 도발을 일삼을 것이다. 중국은 우리를 힘으로 무릎 꿇리려 할 게 뻔하다. 북한엔 경제적 지원 의사까지 밝혔다. 일본도 한국을 대놓고 무시할 것이다.

 

미 국무부는 인권 보고서에서 정부의 탈북 단체 억압과 대북 전단 처벌법을 비판했다. 유엔도 문재인 정부의 인권 문제를 18차례나 지적했다. 정부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제안에 3년째 불참했다.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의 나라가 인권에 눈감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제언론인협회는 한국을 러시아·필리핀 같은 언론 통제국에 추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국인 코로나 검사를 의무화했다가 각국에서 ‘인권침해’라는 항의를 받았다.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과 조국 전 장관 부패, 윤미향 의원 비리도 미 인권 보고서에 담겼다. 외국 눈에 비친 우리 국격(國格)이 삼류로 전락하는 치욕적 상황이다.

 

지금 한국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은 폭등하는데 공무원들은 땅 투기를 벌이는 나라다. 정권 비리를 감추려 검찰을 무력화하고 법치를 무너뜨리니 독재국가와 다를 게 없다. 정권이 헌법기관을 장악해 삼권분립은 무너지고 민주주의마저 위기다. 1인당 국민소득은 3만달러 초반에서 2년째 내리막이다. K 방역을 자랑하더니 백신 접종 100위권 국가가 됐다. 문재인 정부 4년 만에 동맹은 흔들리고 나라 꼴은 말이 아니다. 세계 경제 10위 대한민국이 ‘삼류 동맹’ ‘삼류 국가’로 추락 중이다.

조선일보

 

03월 26일  바이든 “北 도발에 상응 대응”…文은 4년째 ‘사드 훼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2개월여 만에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향후 외교 방향에 대한 기본 입장을 밝혔다. 중국에 대해선 “내가 보는 앞에서 중국이 세계 최강 국가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북한에 대해선 “외교 준비가 돼 있지만 비핵화라는 최종 결과가 조건”이라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이 유엔 안보리 결의 제1718호 위반임을 적시했고 “북한이 긴장을 고조한다면 상응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엔 결의 1718호는 2006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도발과 1차 핵실험 후 채택된 것으로 ‘완전한 북핵폐기(CVID)’를 처음으로 명문화한 결의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결의를 콕 집어 언급한 것은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을 국제 평화에 대한 도전으로 본다는 뜻이다. 북한은 26일 “신형전술유도탄 2기를 시험발사했다”고 발표하며 탄두 중량은 2.5t, 낙하지점은 동해상 600㎞ 수역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당 8차 대회 열병식서 공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추정되는데 한국 쪽으로 발사됐을 경우 성주기지 등이 타격권에 들 만큼 위협적이다. 그러나 합참은 ‘탄도’표현도 못한 채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했을 뿐이다. 청와대는 그냥 ‘미사일’로 표현하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 검토 중이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식으로 밝혔다. 한·러 외교장관이 서울에서 열렸지만, 러시아 측에 이런 도발을 자행한 북한에 대해 경고할 것을 요구하지도 못했다.


반면,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는 4년째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사드 반대 단체와 일부 주민들이 시설개선 공사 자재·장비 반입을 저지하는 데도 문재인 정부는 먼 산 바라보듯 한다. 사실상 훼방을 놓는 셈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한·미 2+2회담 등에서 “동맹으로서 용납 못 할 일”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사드 발사대 4기가 추가 반입돼 충격적”이라며 진상 조사를 지시했는데 이미 반입된 것을 파악하지 못해 벌인 소동이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딕 더빈 미 민주당 상원의원 접견 때 “사드는 북핵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한·미 공동 결정”이라며 “기존 결정을 바꾸려는 게 아니다”고 해명한 바 있지만, 따져보면 새빨간 거짓말로 비친다. 한결같이 대한민국 안보를 좀먹는 행태들이다.

문화일보 사설

 

04.02 정의용 장관의 위험한 줄타기 외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일 중국을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연다. 역대 외교부 장관은 대부분 취임 후 미국 방문을 고위급 외교의 출발점으로 삼아 왔다. 전임 강경화 장관과 그 전임 윤병세 장관도 모두 취임 한 달 만에 미국을 방문했었다. 그런데 정 장관만 지난 2월 취임 이후 첫 해외 대면 외교 일정을 중국행으로 잡은 것이다. 현 정부의 장관급 고관들이 코로나로 해외 방문을 자제 중인 현실을 고려하면 정 장관은 중국을 유난히 각별히 챙긴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한·미·일 회의 맞춰 보란 듯이 중국행
한·미 동맹 토대의 ‘원칙 외교’ 절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날짜도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2일)와 겹친다.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는 미·중 갈등 속에서 북·중이 구축한 반미 연대를 깨기 위한 공동의 전략 도출이 핵심이다. 장소도 미국 메릴랜드주 해군사관학교로 정해 한·미·일 협력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연결하려는 취지를 분명히 했다.
 
그런데 한국 외교부 수장은 하필 이 시점에 전용기로 중국에 날아가 ‘긴밀한 한·중 관계’를 과시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중국이 정 장관을 초청한 장소도 미·중 간에 전운이 감도는 대만 코앞의 푸젠성 샤먼이다. 미·중 경쟁에서 중국 편에 서라는 노골적인 압박인 셈이다. 그런데도 정 장관이 순순히 샤먼행에 동의한 걸 보면 조선시대 ‘사대(事大) 외교’가 재연된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들 판이다. 정 장관은 “우연한 일치”라고 했는데 그런 궁색한 변명은 의혹만 더 부추길 뿐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시대 대한민국의 외교 노선은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 직접 밝혔다. 지난달 18일 미 국무·국방 장관 접견 도중 10문장 길이의 모두발언에서 네 차례나 ‘한·미 동맹’을 언급하며 외교·안보의 근간임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전 세계에 발신한 정부의 공식 노선인 셈이다. 그런데 정작 외교부 장관은 미국을 건너뛴 채 중국을 방문한다니 말과 행동의 간극이 너무 크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지난해부터 왕이 외교부장의 초청을 받았으나 아직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한국은 문 정부 4년 내내 중국에 경사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정 장관의 방중은 중국 경사론을 더욱 부추길 공산이 크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려면 정 장관은 중국에 할 말은 하고 따질 것은 따지는 당당한 외교를 해야 한다. 눈치보기식 외교는 동맹 이탈과 대중 예속을 부추기는 최악의 결과를 빚을 수 있다. 중국은 샤먼을 찾은 정 장관에게서 “한국이 미국 편에 서지 않겠다”는 발언을 끌어내고 싶어 할 것이다. 정 장관은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한·미 동맹에 금이 갈 만한 말과 처신을 조심하면서 우리가 요구할 것을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그것만이 한·미 동맹의 균열을 막고, 우리의 발언권을 키워 외교 입지를 넓히는 길이다. 

중앙일보 사설

 

04.05 韓을 약한 고리로 잡은 中, 우리가 자초한 수렁

3일 미국에선 한·미·일 안보실장 회담이, 중국에선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동시에 열렸다. 동맹을 강조하는 미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고 한·미·일 안보 수장 회의가 바로 열리는 것은 예견된 일이다. 중국도 모를 리 없다. 예정된 한·미·일 회담에 맞춰 한국 외교장관을 중국으로 부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중·일 외교장관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한·미·일 삼각 협력에서 한국을 가장 약한 고리로 보는 것이다.

 

정의용 장관은 한·중 회담 직후 “시진핑 주석의 조기 방한”을 강조했다. 4년째 방한 추진이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발표엔 시진핑 방한 관련 내용이 아예 없었다. 문 정부가 중국에 가장 원했던 것을 주지 않은 것이다. 대신 왕이 외교부장은 “한·중 경제는 이미 이익 공동체가 됐다”며 “5G, 인공지능, (반도체) 집적회로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자”고 했다. 한·중의 외교·국방 당국이 같이 만나는 ‘2+2 회담’ 개최도 합의했다고 했다. 경제는 물론이고 안보에서도 중국 편에 서라는 것이다. 중국이 받으려는 청구서는 거리낌 없이 내밀고 있다.

 

이런 모습은 우리가 자초한 것이다. 문 정부는 출범 초부터 중국이 원하는 건 다 들어줬다. 문재인 대통령 방중을 앞두고 ‘사드 삼불(三不)’ 약속으로 군사 주권까지 양보했다. 북의 6·25 남침 때 우리 국토를 유린한 중국이 한반도 ‘평화 수호’를 위해 싸웠다고 하는데도 입을 다물었다. 우리 서해를 내해(內海)로 만들려는 서해 공정을 벌여도 성명 하나 없다. 중국의 홍콩 민주화 탄압 때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우려 표명은커녕 문 대통령은 바이든보다 먼저 시진핑과 통화해 “중국 영향력이 날로 강해지고 있다”고 칭송했다. 중국은 알아서 고개를 숙이는 나라를 존중하지 않는다.

 

외교에서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선택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선후와 근본은 지켜야 한다. 한국이 70년간 북의 위협에 대응하며 기적 같은 경제성장을 이룬 바탕이 무엇인가. 한미 동맹 아닌가. 반면 중국의 영향력 아래 있을 땐 나라가 망하기까지 했다. 한·미·일 회담 직후 서훈 안보실장은 “미·북 협상 조기 재개 노력”을 강조했다. 그런데 백악관 발표엔 ‘미·북 대화’ 관련 언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완전 이행”을 밝혔다. 서 실장은 한·미 정상회담도 타진했으나 일정을 잡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 외교의 선후와 근본을 지키지 않았다가 미·중 양쪽에서 압박받는 신세가 됐다.

 

지난해 주미 대사가 “이제는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할 수 있는 국가”라고 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문 정부가 원했던 ‘미·북 대화’와 ‘시진핑 방한’을 미·중 모두 발표에서 빼버리지 않았나. 그 사이 북핵과 미사일은 날로 증강되고 있다. 우리가 자초한 안보 수렁이다.

조선일보 사설

 

04.12 美 ‘반중 전선’서 한국 제외, 70년 평화 번영 길 이탈인가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쿼드'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 인도, 호주 총리가 화상으로 연결됐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가 중국 견제를 위한 종합 대책을 담은 ‘전략적 경쟁법’을 공개했다. 군사·경제·첨단 기술 등 전방위에 걸쳐 동맹국과 ‘반중(反中) 연합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이 안 보인다. 군사 안보는 미·일·호주·인도 등 ‘쿼드’가 중심이다. 일본에는 장거리 미사일과 방공·정찰·감시 능력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한국에 대해선 “중요 동맹”이란 원론적 표현만 했다. ‘디지털 기술 무역 동맹’의 협상 대상자로 EU와 대만 등을 명시하면서 한국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려는 협력 사업에도 한국은 없었다. 미국 대외 전략의 기틀이 될 법안에서 한국이 사실상 제외된 것이다.

 

미국은 트럼프 때부터 ‘쿼드’를 강조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했다. 태평양 연합 훈련에 불참했고, 미국 중심의 경제 공급망 구축에도 부정적이었다. 반면 중국이 원하는 건 다 들어줬다. ‘사드 3불(不)’로 군사 주권까지 양보하고 문 대통령은 “중국몽(夢)에 함께하겠다”고 했다. 올 들어 미·일 등 57국이 북·중 등의 외국인 구금 행태를 규탄하는 공동 선언을 발표했지만 한국은 불참했다. 중국의 홍콩 민주화 탄압과 위구르족 인권유린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미국이 이런 한국을 어떻게 볼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보다 먼저 시진핑과 통화해 “중국 영향력이 날로 강해지고 있다”고 칭송했다. 중국 공산당 100년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했다. 그러자 ‘경쟁법’을 준비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러려고 (6·25 때) 우리가 함께 피를 흘린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의 중국 표류에 대한 경고였다. 얼마 전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열리던 날 중국은 한국 외교장관을 불러 “한중은 이익 공동체가 됐다”고 했다. 한국을 약한 고리로 잡은 것이다. 미 동맹 전선에서 한국이 밀린 건 문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그런 와중에서 대통령의 안보 멘토라는 사람은 일본 신문에 “한국이 미국 편에 서면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기 어렵게 된다”고 했다. 국립외교원장은 한미 동맹을 ‘중독’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중국으로 기운 결과가 무엇인가. 시진핑은 문 대통령 특사를 두 번이나 하석(下席)에 앉혔다. 중국 군용기는 제집처럼 한국 방공식별구역을 들락거리고 군함은 우리 서해를 내해(內海)로 만들려는 ‘서해 공정’을 벌이고 있다. 그래도 문 정부는 항의 성명 한번 내지 않았다.

 

한국은 6·25 전쟁 이후 미국과 동맹을 기반으로 북한 위협에 대응하며 기적 같은 경제 성장을 이뤄왔다. 반면 2000년 역사에서 중국이 부상할 때는 굴종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나라가 망하기도 했다. 미국의 ‘반중 전선'에서 제외된 한국이 70년 간 걸었던 평화 번영의 길에서 이탈하지 않을까 두렵다.

조선일보 사설

 

04월 15일 동맹 연대 실패한 조선末 되풀이되나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장

1885 거문도사건 英·러 격돌 때
조선 安保보다 정권 욕심 우선
‘우물 안 외교’ 亡國의 길 자초
美는 안보·기술·가치 同志 결속
동맹과 국익 지킬 혜안 급한데
中에 기댄 文정부 ‘쿠오바디스’

 

오는 30일 취임 100일을 맞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 옥죄기’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4자 안보협의체), 클린네트워크(반중 기술동맹), 민주주의 연대 강화 등으로 중국 입장에서는 ‘차라리 도널드 트럼프 때가 나았다’ 싶을 정도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노라면, 19세기 말 열강의 다툼과 타협에 자국의 운명이 좌지우지된 가장 큰 피해자이면서도 막상 당사국 문제에 소외됐던 조선과 거문도사건을 소환하게 된다.


영국은 1885∼1887년 근 2년간 거문도를 무단 점거했다. 이는 나폴레옹 몰락 이후 최강자로 부상한 영국과 러시아가 식민지 확장과 세계 질서 재편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100년에 걸쳐 ‘그레이트 게임’을 벌이던 과정에서 생긴 사건이다. 부동항을 찾아 발칸반도를 통해 남하하려던 러시아는 영국에 패퇴하자 중앙아시아와 태평양으로 관심을 돌렸다. 1885년 3월 러시아가 인도 접경 아프가니스탄의 북부 국경 마을을 점령하자 영국은 대러 전면전도 불사하겠다고 응수했다. 전쟁이 터지면 국지전이 아니라 세계적 규모로 확산할 거라 판단한 영국은 러시아가 ‘동쪽의 지브롤터(대서양과 지중해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라고 부른 거문도를 선제 점령한 것이다. 즉, 거문도는 두 고래 싸움에 터진 새우등이었다.


이 사건은 국제정세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집안싸움에 여념이 없던 고종(高宗)과 민비 및 대원군 세력이 조선독립권(국가안보)보다는 집권(정권안보)을 위한 사리사욕에 따라 열강을 끌어들였던 외교 실패와도 무관치 않다. 당시 패권국 영국은 청나라·일본·미국·독일 등을 결집해 러시아의 동아시아 남진을 집중 견제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고종과 민 씨 일파는 ‘인아거청(引俄拒淸)’, 즉 러시아와의 밀약을 통해 청의 영향력을 줄이려 했고, 이를 알게 된 영국은 거문도를 점령했다.


더욱이 영국은 러시아 저지 노력에 동참한다면 조선을 적극 지원한다고 했으나, 고종은 청이 조선의 종주국이라 교섭권이 없다고 했다. 이에 영국은 점령 사실도 한 달이 지나서야 청을 통해 간접적으로 조선에 통보했고, 청나라 이홍장(李鴻章)의 중재 아래 러시아가 향후 조선의 영토를 점령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에야 거문도에서 철군했다. 결국, 인아거청은 희망 사항에 불과했던 이른바 ‘초월적’(비현실적) 선택으로 물거품이 됐고, 청의 조선에 대한 내정간섭만 더 심해졌다.


오늘날 가열되는 다자주의 탈을 쓴 미·중의 진영 경쟁은 그것이 ‘내 편이 돼 달라’는 러브콜이든 ‘내 편이 돼라’는 협박이든, 그사이에 끼인 모든 나라에 심각한 외교적·전략적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한국도 선택을 강요받는다는 측면에서 구한말 영·러 대립과 매우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일각에서는 현 국제 정세는 과거와 많이 달라 한쪽에 올인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고 미·중 간 중재역을 하는 ‘초월적 외교’를 통해 레버리지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사드 보복’이나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보듯이, 중국이 힘의 논리로 우월한(dominant) 지위를 차지하려는 행태를 내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설사 중국 입장을 배려한다 해도 중국이 우리를 동등한 파트너로 대해 줄 것 같지도 않다. 현재 우리보다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은 호주와 대만, 유럽 국가들도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동참하는 추세다. 국제 판세를 읽고 미국의 다자동맹 네트워크에 편입돼 잠재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외교적 선택을 한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동지(like-minded)국가’에 대한 중국의 보복에 연대해 맞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만약, 조선이 대러 견제 연대에 참여했다면 나라를 잃어버리는 최악 상황은 면하지 않았을까? 러시아로서는 부동항 확보를 위해서라도 조선 병합을 탐낼 수밖에 없었지만, 영국은 자국의 패권 유지를 위해 러시아를 제어할 동맹연대가 필요했던 것이다.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한 일본은 영국에 적극 협조했고 동맹까지 맺었으며, 결국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쿠오바디스 한국 외교’…. 동맹과 실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꿰어찰 수 있는 지도자의 혜안과 전문가의 식견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문화일보

 

04월 21일 文 보아오 연설 충격…한미동맹 대신 ‘한중동맹’ 노리나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중국 주도의 ‘보아오 포럼’ 개막식에 보낸 영상 메시지는 거의 전방위로, 그것도 구체적 표현을 통해 중국 시진핑 주석의 노선을 지지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을 높은 봉우리, 한국을 작은 산이라고 지칭하며 “중국몽에 함께하겠다”는 등의 발언을 했지만, 대개 추상적 표현이었고,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가 지금만큼 첨예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중국 사이의 단층선이 선명하게 드러났는데, 대부분의 쟁점에서 공식적·노골적으로 중국 편에 선 것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식의 안미경중(安美經中) 겉치레조차 벗어던졌다.


대통령이 처음으로 포럼에 직접 참여한 형식부터 부적절했다. 문 대통령은 22일 미국이 주최하는 기후정상회의, 다음 달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고려하면, 미·중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반대 효과를 낼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중국과의 경쟁을 지휘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그런 주장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에도 시 주석과 먼저 통화한 뒤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했다.


본질인 발언 내용은 더욱 심각하다. 이번 포럼의 부제는 ‘글로벌 거버넌스와 일대일로 협력의 강화’이다. 문 대통령은 미·중이 반도체와 배터리 등의 공급망을 놓고 대립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아시아 국가 간 신기술 협력이 강화된다면 미래를 선도할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에서 신기술 보유국은 일본을 제외하면 한국과 중국밖에 없다. 얼마 전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전자까지 초청한 반도체 대책회의를 열었을 정도인데, 이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문 대통령은 “아시아 국가들은 구동존이(求同存異) 정신을 실천해 왔다”면서 극찬했다. 구동존이는 시 주석 외교 노선을 상징한다. 문 대통령은 “백신 선진국들이 자국민 우선을 내세우며 수출을 통제하려는 이기주의적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개발도상국에 백신 기부와 같은 활동을 펼치는 중국 정부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중국을 치켜세웠다. 겉보기에 그런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냉정한 국제 무대에서 중국 편임을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동맹은 기본적으로 ‘공동의 적’에 합의하고 함께 맞서는 것이다. 미국은 대한민국의 유일 동맹국이다. 그런데 미·중 간 첨예한 대립 와중의 이번 메시지는 한미동맹을 파기하고 중국 쪽으로 돌아서려 한다는 오해를 자초한다.

문화일보 사설

 

04.23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동맹 흔드는 발언 할 땐가

코로나19 백신 조달에 비상등이 켜져 한·미 공조가 절실한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북한과 중국을 편드는 메시지를 내 우려를 낳고 있다. 문 대통령은 21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정부가 거둔 성과의 토대 위에 (대화를) 진전시키면 결실을 거둘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건 실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북·중 편드는 언급으로 미국 자극
줄타기 외교를 접고 ‘가치 동맹’ 복원해야

바이든 대통령이 싫어하는 소리만 골라서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든은 북한의 숙원인 ‘선(先) 평화협정 후(後) 비핵화’를 실현해 준 싱가포르 합의를 ‘실패작’으로 못박았으며 “김정은을 만날 의향이 없다”(3월 29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고 공언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시점에 바이든 대통령의 기조와 정면충돌하는 메시지를 워싱턴에 던진 셈이다.
 
문 대통령은 미·중 갈등과 관련, “미국이 중국과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대중 압박은 당파를 초월한 국가적 결단이다. ‘ABT’(트럼프만 빼고)로 집권한 바이든조차 대중 정책만은 트럼프를 계승한 이유다. 그런데  동맹인 한국 대통령이 남 얘기하듯 “중국과 싸우지 말라”고 훈수했으니 워싱턴에서 “한국이 우리 동맹 맞냐”는 질문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상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중국 보아오포럼 개막식에 보낸 메시지에서도 “아시아 국가 간 신기술 협력이 강화된다면 미래를 선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이 중국과 ‘글로벌 기술 전쟁’을 개시한 상황에서 대놓고 중국 손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문 대통령은 개도국에 대한 중국의 백신 지원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5월 말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부담스러운 청구서를 쏟아낼 게 확실시된다. 미·중 전쟁에서 미국 편에 서고, 북한 비핵화에 공조하며 한·일 관계를 개선하라는 세 가지가 핵심이다. 문 대통령에겐 죄다 난제다. 그런데다 백신을 받아 와야 하는 과제까지 스스로 떠맡았다. 미국산 백신 도입이 절실한 마당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연일 북한·중국을 편드는 발언으로 미국을 당혹에 빠뜨리고 있다. 이래 놓고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원하는 결과를 얻어 온다면 ‘외교사의 기적’으로 남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줄타기 외교’를 접고 동맹 중심 노선으로 돌아가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인권의 가치와 북한 비핵화의 시급성 및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하는 정도의 메시지는 내놔야 한다. 또 쿼드(4개국 안보협의체)에 당장 가입이 어렵다면 산하 기구인 ‘코로나 워킹그룹’에라도 참여하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가치 동맹’을 복원하고 상호 신뢰를 회복해야 백신 도입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04.24 트럼프 “김정은, 文대통령 존중한 적 없어… 文, 지도자·협상가로 약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개설한 공식 홈페이지에 국내외 주요업적으로 올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019년 판문점 회담 사진./트럼프 홈페이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과시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성명에서 “가장 힘든 환경에서 알게된, 그리고 내가 좋아하게 된 북한의 김정은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을 존중한 적 없다(never respected)”고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지도자로서, 협상가로서 약했다(weak). 장기간 지속된 군사적 비용 떠넘기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고 했다.

 

AFP통신은 트럼프가 재임 기간 자신을 한반도 평화협상의 주도적 협상가로서 부각해왔다고 했다. 트럼프는 성명에서도 한국의 상황에 대해 “나는 항상 남쪽으로의 침략을 막는 사람 이었지만 그들에게 불행히도 나는 더 이상 거기에 있지 않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미국 대선 당시에도 자신의 업적을 자찬하며 “내가 (당선 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을 때 북한이 제일 문제라고 했고 전쟁이 있을 것이라고 암시했다”며 “나는 (북한과) 굉장히 좋은 관계를 갖고 있고 (김정은은) 다른 종류의 사람이지만 매우 좋은 관계로 전쟁이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조선일보 김수경 기자

 

04.26 文·트럼프 서로 비난, 北 비핵화 ‘TV 이벤트’의 끝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7년 청와대에서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명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을 “지도자로서, 협상가로서 약했다”고 공개 비난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존중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대북 정책을 “변죽만 울렸다”고 비판하자 바로 맞받아친 것이다. 자기 과시욕이 비정상적으로 강한 트럼프가 “실패했다(failed)”는 문 대통령 표현에 발끈했을 것이다. 한미의 전·현직 대통령이 서로 폄훼하는 유례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2018년 싱가포르 미·북 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님이시기 때문에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해내실 것”이라고 했다. 미·북이 만나기도 전에 “노벨(평화)상은 트럼프가 받으셔야 한다”고 했다. 2019년 트럼프·김정은의 판문점 회동 직전엔 “위대한 변화를 만드는 주인공이 바로 트럼프”라고 했다. 방미 때는 “세계사의 엄청난 대전환”이란 말까지 했다. 트럼프가 ‘아부’에 약하다는 걸 알고 미·북 쇼를 위해 과도한 찬사를 보낸 것이다.

 

트럼프도 당시엔 “문 대통령이 뛰어난 리더십을 갖고 있다” “탁월하게 잘해왔다”고 했다.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를 거론하며 “항상 감사드린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와 친구 이상의 관계”라며 ‘브로맨스’를 자랑하기까지 했다. 두 사람이 낯뜨거운 칭송을 주고받는 사이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을 빠르게 증강했다.

 

지난 3년 동안 문 정권과 트럼프는 북핵 폐기의 실질적 내용이 아니라 TV 쇼에 몸이 달아 있었다. 청와대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부풀려 전해 트럼프의 ‘쇼 본능’을 자극했다. 트럼프는 싱가포르에서 ‘내용 없는 성명에 서명하고 승리를 선언한 뒤 떠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다. 북핵 폐기가 어렵다는 걸 알고도 미 유권자들에게 ‘승리’를 선언하는 쇼를 한 것이다.

 

그 TV 쇼에 한·미 연합 훈련이 희생됐다. 하노이 회담 때도 미·북 간 비핵화 실무 협상은 부진한데 TV를 위한 의전 협상은 활발하게 이뤄졌다.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김정은과 단 4분여 만날 수 있었다. 트럼프는 쇼를 독점하고 싶었고 김정은도 문 대통령을 꺼려 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미·북이 사실상 적대 관계를 종식했다”고 선언했다. 북핵 폐기는 완전히 뒷전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김정은 회동을 “방송용”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김정은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 합의 폐기는 실수”라며 트럼프처럼 미·북 이벤트를 다시 열라고 촉구했다. 문 정부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남북, 미·북 쇼를 재개하려 안달하고 있다. 그러나 TV 앞 연기만으로는 단 한 발의 북핵도 없어지지 않는다. 미·북 이벤트가 얼마나 허황한 것이었는지를 문 대통령과 트럼프의 삿대질이 보여주었다.

조선일보 사설

 

04월 30일 바이든 “더 강력한 對北 억지력”…靑은 허망한 대화 타령

북핵·중국 문제 등을 둘러싸고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사건건 다른 입장을 표출하는 가운데 다음 달 21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일정이 확정됐다. 코로나 백신 같은 구체적 현안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결에 따른 전략적 문제까지 난제가 쌓여 있다. 동맹 강화에 초점을 맞춰 실무 조율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에게 이번 회담은 동맹을 강화하고 북핵 해법을 공조하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북핵, 인권, 쿼드 참여, 대중 압박 공조 등 현안에 대한 이견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 첫 상하원 연설에서 북핵을 미국과 세계 안보의 위협으로 규정한 뒤 “동맹국들과 협력해 외교와 단호한 억지(stern deterrence)를 통해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맹 공조를 무시한 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쇼에 치중했던 도널드 트럼프식 외교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아울러, 협상을 통한 북핵 해결을 추구하되 대북 고삐도 단단히 죄겠다는 뜻이다. 이런데도 청와대는 대화 타령이다. 청와대는 29일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보회의 상임위원회 후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북, 남북대화의 조속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한 동맹 공조를 주문하는 바이든 행정부와 정반대다.


김정은은 지난 1월 남북 방역·인도적 협력을 비본질적인 문제로 규정하면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관계 개선 조건으로 요구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남북이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대북 금융·석유 제재 해제 문제까지 꺼냈다. 문 정부가 북한에 대화를 구걸하는 것은 동맹보다 북을 우선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런 상태로 정상회담이 열리면 대북 관련 한·미 충돌이 불가피하고 동맹 갈등은 전방위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북한과의 대화 망상을 접고 국민 보건 위기 해소를 위한 백신 공조, 경제 회생을 위한 반도체·배터리 공조에 더 집중하는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