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狂氣의 탈원전 2021-1/ 01월 12일 ‘방사능 괴담’ 무지 아니면 혹세무민 - 03월 31일 천지原電 철회로 더 커진 탈원전 죄책

상림은내고향 2021. 4. 1. 15:14

狂氣의 탈원전 2021-1

01월 12일  ‘방사능 괴담’ 무지 아니면 혹세무민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요 며칠 동안 월성 원자력발전소 삼중수소에 대한 논란이 다시 뜨거워졌다. 급기야 여당 대표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하수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라는 말까지 했다. 그런데 지하수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되는 게 충격이라면 원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음을 자인한 것이다.


월성 원전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원전이 충분한 주민 보호를 위해 정해진 안전 기준에 따라 소내에서 지하수 등의 방사성물질을 수집해 기준에 맞게 처리해 배출한다. 지하수에서 검출된다는 것에 충격을 받으면 안 된다. 주민 피폭이 상당하거나 정해진 양 이상의 과다 배출이 있어서 충격을 받았다면 말이 된다. 한강에 물이 있다고 충격 받으면 안 되고, 물이 너무 많아 넘칠 지경이거나 넘치면 충격을 받아야 한다.


월성 원전 인근 주민들은 어쨌든 월성 원전에서 배출하는 삼중수소에 의해 피폭을 당한다. 0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충분히 안전한 수준의 관리 기준을 세우고 관리한다. 결과는? 주민들이 1년간 받는 삼중수소 피폭량이 0.6마이크로시버트 이하, 즉 바나나 6개 섭취 시 방사성물질에 의해 피폭 받는 수준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곳이니 멸치에 포함된 폴로늄에 의한 피폭과 비교하면 멸치 1g 안팎에 해당한다.


따라서 월성 원전의 삼중수소에 의한 주민 영향은 무시할 수 있다는 데 합의하고 다음 문제를 다루는 게 옳다. 바나나 6개가 문제가 안 된다면 월성 삼중수소도 문제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당 대표는 감사원 감사까지 문제 삼으며 “방사성 수소가 다량 검출돼 시설 노후화에 따른 월성 1호기 폐쇄가 불가피했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는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한 것이었고, 삼중수소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물어야 할 문제다. 엉뚱하고 무리한 문제 제기다. 그리고 월성 삼중수소 문제는 폐쇄를 정당화할 수준이 결코 아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정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국제적으로 공통 적용하는 식품 방사능 피폭 면제 기준이 연간 10마이크로시버트다. 그 이하면 면제 기준으로서 매우 낮은 방사선 피폭은 무시해도 좋다는 것이다. 월성 삼중수소 섭취 영향은 이 기준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이로써 발전소를 폐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내부에 고인 물에 대해 배출하는 물의 기준과 비교해 배출 기준 위반인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기준을 잘못 적용한 것이다. 차고에 세워둔 차를 주정차 위반으로 딱지를 끊을 수는 없다. 게다가 주변 주민에게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연간 바나나 6개 섭취 수준인데 주민 위험을 이유로 원전을 폐쇄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최근 조사에서는 바나나 3개 조금 넘는 피폭으로 측정됐다.


월성 원전의 방사성물질 배출은 2가지 기준으로 관리된다. 먼저, 주변 주민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만큼 배출 총량을 충분히 적게 해야 한다. 또한, 소량을 배출하더라도 배수구 바로 인근에도 영향을 주지 않게 하려고 배출 농도를 지켜야 한다. 월성 원전은 정해진 배출 총량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배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배출 농도도 위반하지 않았다. 설령 위반이 있더라도 그에 맞는 행정 조치를 해야 할 문제이지 조기 폐쇄할 일은 아니다.

문화일보

 

01.14  與 이번엔 월성 원전 괴담 몰이, 경제성 조작 덮으려는 꼼수

정권 측 신문·방송들이 최근 연이어 월성 원전 부지 내 지하수가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에 오염됐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민주당이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은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조치였음이 확인됐다”고 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1년 넘게 월성 원전을 감사해놓고도 방사성 물질 유출을 확인하지 못한 감사원은 뭘 감사한 것인지 매우 의아스럽다”면서 “원전 마피아와 결탁이 있었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광우병이나 사드 괴담 몰이 같은 것을 또 시작하려는 듯하다.

 

원전 건물 지하 집수조에 고인 물에서 리터당 71만베크렐 농도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고 한다. 원전 배출수 기준치(4만베크렐)의 18배나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수조 등의 물은 정화 처리하거나 냉각수로 희석해 최종적으론 10~20베크렐까지 농도를 낮춘 후 바다로 배출한다. 이 과정은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다. ‘18배'라는 것도 내용을 보면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4만베크렐짜리 물을 성인이 하루 2L씩 매일 마신다 해도 연간 방사선량은 의료용 CT 한 장 찍는 것의 10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괴담은 과학적 사실을 잘 모를 수밖에 없는 대중을 ‘18배'라는 등의 숫자로 현혹한다.

 

한수원은 2014년부터 두 차례 월성 원전 주변 주민 수백 명씩을 상대로 소변 검사를 했다. 삼중수소가 가장 고농도로 나온 경우의 연간 방사선 피폭량은 바나나 6개, 또는 멸치 1g을 먹었을 때의 섭취 수준이었다. 월성 원전 삼중수소 보도는 극히 작은 사실을 전체로 과장한 사실상의 가짜 뉴스와 다름없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을 실행했던 기관이다. 월성 1호기 폐쇄 전위대 역할을 한 문재인 정권의 수족 기관이다. 그런 기관이 월성 1호기 안전성을 문제 삼지 못하고 경제성 조작을 해야 했던 이유가 뭐겠나. 안전성 트집을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충격적”이라거나 “원전 마피아와 결탁”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탈원전파들로 채워진 원자력안전위원회나 한수원 책임자들이 “별 문제 아니다”라고 하는데도 여권에서 억지로 침소봉대하려는 것이다. 지금 검찰이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직접 걸린 사건이다. 삼중수소 검출 보도를 기화로 안전성을 트집 잡아 월성 1호기 폐쇄를 합리화하려 들고 있는 것이다. 국회가 감사원에 월성 1호기 감사를 의뢰한 대상은 경제성 평가의 적정성 여부였다. 그런 감사원에 방사성 물질을 시비거는 것도 앞뒤 안 맞는 이야기다.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을 하는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광우병이나 사드 괴담 때도 이와 비슷했다. 2008년 광우병 사태도 방송의 선정성 왜곡 보도를 계기로 시작됐고 2014년 사드 괴담도 마찬가지였다. 뇌에 구멍 뚫려 죽는다, 사드 전자파에 인체가 튀겨진다고 했다. 지금 들으면 웃음이 나오는 괴담이지만 당시엔 꽤 대중을 현혹했다. 민주당은 월성 1호기 수사를 막으려 그것을 재연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광우병과 사드 괴담 경험이 있는 국민에게 얼마나 통할지는 의문이다.

조선일보 사설

 

01.15  文 최악 결정 ‘탈원전’의 추진 과정 감사를 주목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최재형 감사원장이 2019년 11월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뒷쪽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은성수 금융위원장도 보인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산업부를 상대로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 관한 감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2019년 6월 야당 의원이 시민 547명 동의를 받아 “탈원전 정책은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로 법적 근거 없이 추진돼왔다”며 공익 감사를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감사와는 별도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국가 에너지기본계획의 원칙과 방향 범위 내에서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2017년 발표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0년의 원전 설비 비중을 11.7%로 잡아,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정한 2035년 원전 설비 비중 29%와는 크게 차이나는 내용이었다. 하위 계획이 상위 계획을 완전히 무시한 이 과정의 위법성을 주목해온 전문가가 적지 않다.

 

또 문제가 되는 것은 2017년 10월 24일 국무회의가 의결한 ‘탈원전 로드맵’이다. 신규 원전 백지화, 기존 원전 수명 연장 금지 등으로 국가 중대 에너지 정책을 180도 바꾸면서 국회 논의나 전문가 토론 등의 기본적 과정을 생략했다. 신고리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한 ‘장기 원전 정책 방향’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원전 축소’ 쪽으로 답이 많았다는 것이 유일한 근거였다. 이 중대한 국가적 결정을 비전문가 470여 명 설문조사로 정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당시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를 계속 지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위원회가 5·6호기 계속 건설을 지지했다. 사실상 원전을 유지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원래 논의 대상도 아니었던 ‘원전 정책 방향’ 관련 애매한 설문 하나를 끼워넣은 후 그걸 핑계 삼아 탈원전 정책을 확정지었다. 시민들은 원전을 계속 짓자고 의견을 모았는데, 정부는 “탈원전은 계속한다”고 틀어버린 것이다. 이 왜곡을 근거로 8차 전력계획이 수립됐고, 월성 1호기도 조작을 통해 폐쇄됐다.

 

국가 운명을 결정할 중요 정책은 전문가 토론과 여론 수렴의 숙려(熟慮) 과정을 거쳐야 하고 국회 논의도 필요하다. 이 정부의 탈원전은 그 기본을 다 무시하고 원전과 에너지 정책에 대해 문외한인 대통령 혼자 정했다. 그 후 정부 부처들은 대통령 명령을 무조건 이행하는 도구에 불과했다. 월성 1호기도 “언제 폐로시키느냐”는 대통령 한마디에 놀란 장관이 “너 죽을래”라고 부하들을 협박해 경제성 평가를 왜곡 조작해 폐쇄한 것이다.

대통령 한 명의 고집으로 월성 1호기 보수비 7000억원,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피해 7000억원, 신고리 5·6호기 건설 지체 1000억원의 손실이 났다. 기존 원전 조기 폐로와 신규 원전 백지화로 인해 향후 국민이 더 부담해야 할 전기 요금이나 세계 최첨단 수준 원자력산업의 쇠퇴로 인한 국가 피해는 가늠할 수도 없다.

조선일보 사설

 

01.16  ‘집 지키라 했더니 주인 행세’ 바로 이 정권 얘기 아닌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을 감사하는 감사원을 겨냥해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했더니 주인 행세를 한다”고 했다. 집 주인은 정권인데 왜 감사원이 주인 행세를 하느냐는 것이다. 주인이 탈원전 하겠다는 데 왜 간섭이냐는 것이다. 참으로 오만한 발상이다.

 

나라의 주인은 정권이 아니라 국민이다. 5년 임기 정권은 국민이 5년 동안 행정부 운영을 맡긴 것에 불과하다. 집으로 치면 5년 전세 사는 것과 같다. 전세 사는 사람은 벽지를 바꾸는 도배 정도는 할 수 있지만 기둥을 뽑고 벽을 허물어선 안 된다. 국가 에너지 정책의 뿌리를 뽑은 탈원전은 기둥을 들어낸 것이다. 지난 대선에선 유권자 60% 가까이가 문재인 대통령을 찍지 않았다. 임기도 1년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전세 든 처지에 제멋대로 집 기둥을 뽑고 벽을 허문 정권이 그 과정을 감사받게 되자 ‘주인에게 덤비지 말라'고 한다.

 

대통령 한 사람이 독단적으로 탈원전을 결정했다. 이 충격적인 결정에 참여한 전문가는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없는 것이다. 국회는 고사하고 국민 공론화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비전문적이고 즉흥적 결정으로 50년간 수많은 사람이 피땀 흘려 이룩해온 원전 기술과 산업이 송두리째 무너질 판이다. 7000억원 들여 새것이나 다름없이 만든 원전을 경제성 평가를 왜곡 조작해 폐쇄했다. 조작을 숨기려고 공문서를 삭제했다. 신한울 3·4호기도 어정쩡한 상태로 건설이 멈춰서 있다. 5년 대통령이 국가 백년대계를 마음대로 흔들 수 있는가. 임기 후 몰아닥칠 후폭풍을 문 대통령은 어떻게 책임질 건가.

 

5년 정권이 집 대들보를 들어낸 일은 헤아릴 수도 없다. 제멋대로 빚을 내 국가부채가 무려 340조원이나 늘어나게 됐다. 상상도 못한 일이다. 지역 토건사업에 매표용 돈을 뿌리려고 타당성 조사까지 없애버렸다. 거의 모든 전문가가 권하는 선별 재난지원금을 거부하고 선거용으로 전 국민에게 뿌렸다. 또 뿌리겠다고 한다. 4년 전 결론 난 김해신공항을 백지화하고 10조원을 들여 가덕도 신공항을 만들겠다고 한다. 부산시장 선거 때문이다.

 

선거법을 선거 당사자인 야당이 반대하는데도 마음대로 뜯어고치고 나라의 형사 사법 시스템인 공수처법도 합의 없이 멋대로 만들고 변경했다. 국민의 삶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주택임대차보호법도 마음대로 고쳐 단독 처리했다.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황당한 실험을 하다 실패하자 모른 척하고 있다. 전국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2025년에 전부 폐지해 일반고로 전환시키겠다고 했다. 대한민국이라는 집의 기둥과 벽을 허무는 것도 모자라 구들까지 파헤치고 있다.

 

그러면서 정작 해야 할 노동개혁, 공공개혁, 구조개혁은 하나도 하지 않고 오히려 전부 퇴보시켰다. 보다 못한 국민들이 “이 나라가 네 것이냐”고 묻게 됐다. 이 정권이 그 물음에 내놓은 답은 ‘이 나라는 내 것이다'이다. 무슨 잘못을 저질러도 선거에 이기니 이렇게 오만한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1.19  국민 생업 걷어차는 脫원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두산중공업 공장에 신한울 3·4호기에 들어갈 부품이 녹슨채 쌓여 있는 모습. 신한울 3·4호기는 2017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공사가 중단됐다./김동환 기자

 

“아랍에미리트에 처음 수출할 때는 납기 독촉 받으면서 밤새 일해도 피곤한 줄도 몰랐습니다. 직원들도 애국심과 자부심이 대단했죠. 근데 지금은 ‘적폐’가 돼버렸습니다. 선친에게 물려받은 논밭 다 팔고, 집도 경매로 날아가고. 남은 거라곤 신용불량자란 딱지뿐입니다.”

 

최근 경남에서 만난 한 원전 부품 업체 대표는 인터뷰 도중 위장약을 포함한 예닐곱 알의 약을 먹으며 말했다. 그는 30여 년간 국내와 해외 원전에 부품을 납품해 왔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탈(脫)원전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일감이 끊겼다. 은행 신규 대출은 막혔고, 대출 상환 독촉만 심해졌다.

 

그는 “신문에 내 이름은 적지 마소. 회사 힘들단 소식 나가면 은행이 득달같이 알고 빚 갚으라고 닦달하니까”라고 했다.

 

두산중공업 본사가 있는 경남 창원과 부산 지역에서 만난 원전 부품 협력 업체들의 상황은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라에서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해 천지·대진 등 신규 원전 6기를 짓는다기에 그 말을 믿고 대출받아 공장 부지 확장하고, 수십억원이 넘는 고가의 장비를 사들였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뒤엎었다. 이미 발전사업허가까지 받은 신한울 3·4호기 공사도 중단시켰다. 일감은 끊겼고 대출 상환 독촉장만 쌓여갔다. 도산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에서는 위험해서 안 한다면서 해외 수출은 지원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해외에 나가 “40년간 단 한 건의 원전 사고도 없었다”며 원전 세일즈를 했다. 그러나 원전 부품 업체 대표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됩니까?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가 다 죽었습니다. 설사 수주해도 납품까지는 최소 5년 이상 걸릴 텐데 그땐 이미 수십년간 기술 개발하고 익혀온 공장들 다 문 닫고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졌을 겁니다.”

 

정부는 원전 부품 업체 대표들을 모아놓고 ‘업종 전환’을 하라고 했다. 원전 부품 업체 대표들은 “그 말을 한 고위 공무원에게 ‘수십년 공무원만 한 당신에게 하루아침에 다른 일 찾으라면 하겠나’라고 물었더니 아무 말 못 하더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게다가 경기 침체로 다른 업종도 일감이 없어서 죽을 판이란 것이다.

 

어쨌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다. 가족처럼 한솥밥 먹던 직원들 자르고, 자식 같던 기계 내다 팔며 버텼다. 하지만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 그들은 피울음을 토했다.

 

“피땀 흘려 일군 한 몸 같은 공장 문 닫게 생겼는데, 그걸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마음 상상이 됩니까. 50여 년에 걸쳐 원전 개발하고 이제 세계 최고가 됐는데, 5년짜리 대통령이 다 허물고 있습니다. 국민을 먹고살게끔 해주지는 못할망정 밥그릇 빼앗고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어요. 이게 나라입니까.”

조선일보 안준호 기자 편집국 산업2부 기자

 

01.21 “원전 필요” 65% “필요 없다” 15%

한수원 연례 국민여론조사
탈원전 내건 文정부 출범 후 필요하다는 의견 매년 증가
과학이 공포 눌렀다… “원전 안전” 응답 25%→40%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원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원전에 대한 찬성 여론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가 탈(脫)원전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국민의 인식은 정부 정책과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20일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원전산업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4.7%가 ‘원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14.6%) 보다 4배 넘게 많았다. 이 조사는 한수원이 매년 여론조사 전문 기관에 맡겨 실시하는 것으로 지난해에는 11월 엠브레인이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만 19~59세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원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56.5%에서 해마다 늘어나는 반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18.5%에서 계속 하락하고 있다. 또 이번 조사에서 원전이 ‘안전하다’는 응답(40.3%)이 ‘안전하지 않다’(24.1%)보다 크게 앞섰다.

 

한국원자력학회가 2018~2019년 3차례에 걸쳐 진행한 원전 인식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다수(10명 중 7명)가 원전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었다. 당시 정부는 “원전 관련 학회에 의한 조사여서 신뢰성이 의심된다”고 했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의 총대를 메고 있는 한수원의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면서 미세 먼지와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원전이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2017년에는 원전이 ‘안전하다’는 응답은 25%인 반면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이 38.1%였다. 하지만 원전이 ‘안전하다’는 응답은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40.3%까지 올랐다.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은 매년 줄어 작년에는 24.1%로 떨어졌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원전이 ‘위험하다’는 이슈가 터질 때마다 과학적 논쟁과 검증을 거치면서 원전 안전성에 대한 여론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컨대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고리 원전 1호기 영구 정지 기념식에서 탈원전을 공식 선언하면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원전의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에서 방사능 피폭 사망자는 한 사람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여권은 월성 원전에서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방사성 물질이 기준을 넘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원전 밖으로 유출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번 조사에서 향후 원전 비중을 묻는 질문에 대해 ‘축소해야 한다'(42.4%)는 응답이 ‘늘려야 한다'(32%)보다 많았다. 하지만 2017년 ‘축소’(49.7%)가 ‘확대’(22.1%)보다 2배 넘게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좁혀졌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원전 대신 재생에너지와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늘릴수록 환경 파괴와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원전 산업 생태계 붕괴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탈원전의 실체’를 국민도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안준호 기자

 

01.21  문 정부의 엉터리 연금술

 

때아닌 주인 논쟁이 요란하다. 거창하게 ‘국가의 주인이 누구냐’는 건데, 요란한 수레만큼이나 속이 비어 허무하다. 물건을 채우지도 못한 수레가 똑바로 서지도 못하고 기울어 오히려 서글프다.    

선출된 권력을 침범불가의 성역으로 여기는 여권
국민투표로만 주권 제한한 유신헌법 따라하기?
권력 행사 클수록 사후 제재도 커야 하는 게 당연
쇳덩이 금 만들어주겠다는 약속 믿은 국민만 불행

이번 소란은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감사원의 공익 감사 착수에서 시작됐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 절차적 위법성이 있는지 감사를 시작하자 여권이 최재형 감사원장을 향해 집중포화를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그 말들이 참으로 놀랍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집을 잘 지키라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듭니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했더니 주인 행세를 합니다.”
 
감사원은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 (헌법 제97조)’을 목적으로 한 헌법기관이다. 행정기관과 공무원의 직무를 감사하지 않으면 감사원이 헌법적 소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임 전 실장의 의식에는 이런 감사원을 그저 집을 지키는 개 정도로 여기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것도 주인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충견이다. 집안 살림을 내다 파는 안 도둑은 물면 안 되고, 대문 밖에서 들어오는 낯선 사람(손님일지도 모르는)한테만 짖어대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위헌적 발상이다. 감사원이 집 지키는 워치독(watchdog)이 맞다고 해도, 헌법이 규정하는 감사원의 임무는 명백히 안 도둑을 잡아내는 것인 까닭이다. 외부 침입자를 지키는 건 외교부와 국방부 그리고 군이 할 일이다. 분명 감사원이, 감사원장이 제 할 일을 하고 있는데, 임 전 실장 눈에는 그것이 ‘일탈’이요 ‘정치’로 비치는 것이다

개가 주인을 무는 꼴?

▲이훈범의 퍼스펙티브 그래픽=신용호

 

사실 그런 시각은 그가 처음이 아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자신과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일 때 이렇게 말했었다. “국민들은 검찰 개혁을 요구하면서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묻고 있으며,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견제를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였던 이원욱 의원도 지난해 “임명받은 권력이 선출권력을 이기려고 한다.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라고 외쳤다. 같은 당 김두관 의원 또한 지난해 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복귀를 판결하자 이런 분노의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권력을 정지시킨 사법 쿠데타에 다름 아니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헌법적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는 ‘윤 총장 탄핵’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주위에서 우려하자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이 여권 전체를 대변한다고는 할 수는 없을 터다. 하지만 대체로 여권은 선출된 권력이 마치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나 되는 것처럼 여기는 것 같다. 곧 대통령이 국가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적어도 그런 사고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들이 국민주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그것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 알다시피 국민주권이란 국가의 최종 의사결정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이다. 헌법 제1조 2절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이 그것의 표현이다.
 
국가의 주인이 곧 국민이라는 말인데, 따져보면 ‘국민’이란 말이 허상에 가깝다. 마치 대기업의 ‘소액 주주’와 같다. 모든 사람이 소유권을 가졌다는 것은, 아무도 소유권을 갖지 못했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렇기에 이른바 선출 권력이라는 한 줌의 무리가 껍데기에 불과한 ‘국민의 이름’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이다

왕조적 민본사상의 한계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무리들이 그 짓을 되풀이하고 있는 게 더 가증스럽다. 그런 면에서는 차라리 유신 헌법이 더 솔직하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하여 주권을 행사한다. (유신 헌법 제1조 2항)”
 
쉽게 말해 국민이 주인이 될 때는 국민투표를 할 때 딱 한 번이란 얘기다. 나머지는 선출 권력이 다 알아서 하니 무조건 따르라는 것이다.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그것이 현 정권의 태도·모습과 빈틈없이 겹치는 게 아이러니다.
 
국민주권의 실현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될 때만 가능하고, 국민주권의 행사는 정치적 기본권을 구현함으로써 이뤄지며, 정치적 기본권은 표현의 자유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런데 지금의 선출 권력은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일체의 다른 해석을 금지하고, 북한 인권에 대해서도 정부의 판단 외에는 다른 견해를 허용하지 않는다. 내가, 우리가 이렇게 결정했는데 어딜 감히! 이런 논리다.
 
현 정권이 국민주권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선출 권력의 잘못을 사후 응징할 수 있다. 최장집 교수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1차대전 당시 독일군 공동 총사령관이자 군사 독재자인 에리히 루덴도르프와 막스 베버의 논쟁이다.
 
베버가 말한다. “인민은 그들이 신뢰하는 한 사람의 지도자를 선출한다. 이어 선출된 사람이 말한다. ‘그대들은 아무 소리 말고 복종하라. 인민과 정당들이 지도자와 상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이에 루벤도르프가 답한다. “그런 민주주의라면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러자 베버가 이렇게 말한다. “그런 다음에 인민은 심판할 수 있다. 만약 지도자가 잘못한다면, 그를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 (『소명으로서의 정치』)
 
극단적인 예지만 선출 권력의 권력 행사가 클수록 사후 제재의 강도도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보면 엄청난 사후 제재를 예방하기 위해서 감사원과 검찰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정부에서 출범한 공수처 또한 마찬가지다. 사후 제재가 크면 선출 권력의 피해도 크겠지만, 국민이 입는 피해도 클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런데 현 정권은 감사원과 검찰의 예방 작업을 방해하고 있다. 곧 국민주권주의의 부정이다. 대신 이 정부는 지극히 유교적인 민본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 같다. 민본(民本)은 『서경(書經)』에 나오는 ‘민유방본(民唯邦本)’에서 비롯된 말이다. 오직 백성만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뜻이다. 하늘이 보고 듣는 것이 백성이 보고 듣는 것, 즉 민심이 천심이라는 게 민본주의의 기본이고, 맹자 같은 이는 “천자의 자리는 하늘이 준 것이요, 백성이 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백성은 정치적 객체일 뿐이다. 덕치(德治)나 왕도(王道)·위민(爲民) 같은 용어들은 결국 어리석은 백성을 올바로 이끌고 은혜를 베푼다는 의미가 강하다. 어떠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선출 권력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탈원전이 결정되는 게 그래서 가능한 것이다.
 
왕조시대의 민본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선출 권력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국가의 진짜 주인인 국민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괴테는 엉터리 연금술사에 비유했다. 국가는 모루고 지배자는 망치, 국민은 쇳덩이다. 망치로 아무리 두드려도 쇳덩이가 금이 되지는 않는다. 금으로 만들어주겠다는 말을 믿은 국민만 죽을 맛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늘 선출된 권력

 문제는 늘 선출된 권력이었다. 히틀러까지 거론할 것도 없이, 의회 난입 사건을 부추겨 인명사고까지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역시 선출된 권력이었다. 4년 동안 트럼프에게 달라붙어 그의 거짓 선동과 분열 조장, 인종 차별에 눈 감고 귀 막았던 공화당 의원들도 모두 선출된 권력이었다.
 
그것은 산업화된 정치 시스템 탓이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권력의 배신』에서 이 선출된 권력, 즉 “정치권력이 국민의 이익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미국의 정치 시스템은 “자기 잇속만 챙기는 이익 추종자들이 스스로 규칙을 정하는 정치 산업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대로라면 기득권을 장악한 두 거대 정당만이 승리하고 국민은 패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두 거대 정당의 기득권 챙기기에 국민은 골병이 든다. 지난 총선 전 거대 정당의 독점을 막는답시고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법을 도입했지만, 이들은 ‘위성정당’이라는 기상천외 꼼수를 발휘해 두 거대 정당을 제외한 소수당의 입지를 더욱 좁혔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권교체라는 게 의미가 없다. 국민은 교대로 권력을 남용하는 독점적인 두 거대 정당에 교대로 농락당할 뿐이다. 그들은 정치의 최종 소비자인 국민은 안중에 없다. 다음 선거만이 관심인 까닭이다. 당 지도부와 권리당원들의 눈에만 들만 그만이다. 해결해야 할 수많은 현안은 미래세대에 넘겨 버린다. 이들은 늘 비선출 권력, 즉 선거와 정치에 휘둘리지 말라고 임명직으로 만든 공무원들을 장악하고자 한다. 그래서 늘 문제가 돼오지 않았던가.
 
이런 선출된 권력의 위선을 극복하려면 중도적인 국민들이 깨어나야 한다. 눈을 부릅뜨고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 국민을 생각하고 오늘의 문제를 고민하는 중도 온건파들이 설 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국민 앞에는 또 당할 일만 남는다

이훈범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01월 21일  탈원전 선동 3년에도 국민은 갈수록 더 ‘原電 필요’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19일 고리 원전(原電) 1호기 영구정지 행사 기념사에서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을 선언했다. 당시 문 대통령이 제시한 경주 지진의 원전 위협, 후쿠시마 원전 사고 사망자 1368명, 선진국들의 급속 탈핵 등은 모두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에 비춰보면 전형적 선동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3년 이상 탈원전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과 공문서 불법 폐기 사건까지 일어났다.


다행히 대다수 국민은 속지 않았다. 한국수력원자력의 ‘2020년 원전산업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4.7%가 ‘원전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필요하지 않다’는 14.6%에 불과했다고 한다. 정부의 탈원전·탈핵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찬성 비율은 2017년 56.5%에서 1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원전이 안전하다는 비율도 25%에서 40.3%로 늘면서 안전·불안전에 대한 인식도 역전됐다. 이번 조사 주체가 탈원전을 주도하는 한수원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과학이 괴담을 극복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탈원전을 유지하면서 2050년까지 발전 부문 탄소 제로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의 80%까지 확대해야 하는데 500조 원 이상의 추가 투자가 소요된다고 한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원전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대형 원전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 있다면 차세대 소형 조립식 원자로(SMR)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1.29  윤건영 “소설”이라더니···北원전 건설안, 산업부 파일에 있었다

원전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2019년 12월 감사원 감사 직전 삭제한 530개 파일 목록이 28일 공개됐다. 이 가운데 2018년 작성된 북한 원전 건설 및 남북 에너지 협력 관련 문건 파일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지검 수사팀이 지난달 23일 문모 국장을 포함한 산업부 공무원 3명을 감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한 공소장에 첨부된 범죄일람표를 통해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     

삭제 목록 530개 공소장에 나와
탈원전 반대단체 동향보고도 지워
윤건영, 정상회담 때 원전 논의 부인

530개 삭제 파일 목록에는 2018년 5월 2일자 ‘에너지 분야 남북경협 전문가_원자력.hwp’ 파일부터 같은 달 5월 14일과 15일자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hwp’이 포함돼 있다. 작성 날짜 미상의 ‘북한 전력산업 현황 및 독일 통합사례.pdf’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 과제.PDF’와 같은 연구보고서도 포함됐다.
 
목록에 나오는 북한 관련 삭제 파일은 모두 17개며, 이름이 같은 것을 제외하면 13개다. 복원 결과 이 파일들은 모두 ‘60 pohjois’라는 상위 폴더 밑에 있었다고 한다. pohjois는 핀란드어로 ‘북쪽’이라는 뜻이다. 네이버 핀란드어 사전을 보면 ‘Pohjois-Korea’가 북한이다. 또 pohjois 폴더 아래엔 ‘북원추’라는 하위 폴더도 있었다. 

 삭제된 북한 관련 폴더 ‘pohjois’ 핀란드어로 북쪽…보안 상당히 신경 쓴듯

▲검찰 공소장에 첨부된 산업부 공무원들의 530개 파일 삭제 일람표. 빨간 네모 안은 북한 관련 파일.

 

북원추는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방안이란 삭제 파일 제목의 줄임말로 추정할 수 있다.
 
이들 문건은 대체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제1차 남북 정상회담과 그 뒤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제1차 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4·27 판문점 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한반도 신경제 구상을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그해 4월 30일 직접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김 위원장에게 신경제 구상을 담은 책자와 PT(프레젠테이션) 영상을 건네줬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PT 영상을 USB 저장장치에 담아 김 위원장에게 직접 전했다고 한다.
 
당시 남북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함께 산책하며 담화를 나누는 가운데 “발전소 문제…”라고 말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를 놓고 비핵화 이후 북한의 전력에 대한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중앙일보 2018년 4월 30일자 5면〉 

 
그러나 2018년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지난해 11월 북한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남북 정상회담 어느 순간에도 원전의 '원'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북한 관련 문건에 대해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탈원전을 선언한 상황에서 2018년 남북 정상회담 직후에 북한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것은 정치적·외교적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 핵심 관계자는 “당시 북한 원전 건설 관련 지시나 보고가 있었다고 들은 바 없다”며 “당시 산업부 담당 공무원들이 해당 문서를 작성했는지 여부 등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당시 새 남북관계가 열리는 상황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여러 계획을 준비할 수는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철재·김기환·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01.29 산업부 北원전 지원 문건, 핀란드어로 ‘북쪽’ 이름 달아 숨겼다

북한 원전 지원 비밀리에 추진한 듯, 윤건영 “소설”이라더니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2019년 12월 감사원의 월성 원전(原電) 1호기 감사 직전 삭제한 530개 파일 목록이 공개됐다. 본지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삭제 파일 중엔 2018년 작성된 ‘북한 원전 건설 및 남북 에너지 협력’ 관련 문건 파일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원전 파일 핀란드어로 저장 “외부 공개되지 않도록 보안 신경쓴 듯”

본지가 입수한 530개 삭제 파일 목록에는 2018년 5월 2일자 ‘에너지 분야 남북경협 전문가_원자력.hwp’ 파일부터 같은 달 5월 14일과 15일자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hwp’이 포함돼 있었다. 삭제된 파일을 검찰이 복원한 결과 이 파일들은 모두 ’60 pohjois’라는 상위 폴더 밑에 있었다고 한다. pohjois는 핀란드어로 ‘북쪽’이라는 뜻이다. 북한은 핀란드어로 ‘Pohjois-Korea’다. pohjois 폴더엔 ‘북원추(북한 원전건설 추진방안)’라는 하위 폴더도 있었다. 법조계 인사는 “북한 원전 추진 계획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도록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쓴 것 같다”고 했다.

 

폴더엔 ‘북한 전력산업 현황 및 독일 통합사례.pdf’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 과제.PDF’와 같은 연구보고서도 포함됐다. ‘에너지 분야 남북경협 전문가_원자력.hwp’ ‘KEDO 관련 업무경험자 명단.XLSX’등의 파일도 있었다. KEDO는 한국과 미국·일본이 1995년 설립한 기구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북한에 전력 공급용 경수로 2기를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한 기구다. 이 보고서들은 우리 정부가 2018년 5월 당시 북한 전력 지원 차원에서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방안을 또다시 검토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우리 정부는 ‘국내 원전 추가 건설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신규 원전 건설은 없고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도 없다”는 탈원전 공약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런 문 정부가 국내에 더 짓지 않겠다고 한 원전을 북한 지역에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한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일 등을 염두에 둔 장기 관점에서 미리 검토한 보고서일 수 있다”고 했다.

 

산업부가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보고서를 10여 건 만들어낸 2018년 5월 초·중순은 그해 1차 남북 정상회담이 있은 직후였다. 또 이 보고서들을 만든 직후였던 그해 5월 말엔 현 정부의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전직 경제 부처 고위 관계자는 “현 정부의 1·2차 남북 정상회담 사이에 산업부가 북한 지역 원전 건설 관련 보고서를 집중적으로 만들고, 북한 경수로 지원 사업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까지 물색했다면 단순한 장기 전망 보고서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윤건영 본지 보도에 “소설 같은 이야기”

이 같은 내용은 작년 11월 본지가 < 월성원전 세운 산업부, 北엔 원전건설 지원 추진했다>는 제목으로 보도했었다. 이에 대해 2018년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본지 보도에 대해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남북 정상회담 어느 순간에도 원전의 ‘원’자는 없었다”고 했었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를 진행 중이던 작년 12월 2일 산업부 원전 담당자들의 PC를 압수해 그 안에 저장된 문서 파일 444건이 삭제된 것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이 중 324건을 복원해 이 중에서 2018년 5월 초·중순에 작성한 북한 원전 건설 추진 관련 보고서를 10여 건 발견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이 보고서 10여 건을 포함, 산업부가 삭제한 내부 문건 목록 444건을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 송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이민석 기자

 

01.30  가짜 전문가 판치는 ‘정부 탈원전 방송’

정부 정책 홍보 프로그램에
“월성 주민 몸서 삼중수소 1g”
황당한 거짓 주장 버젓이
국민 호도 넘어 국격까지 훼손

‘KTV’로 알려진 한국정책방송원이 있다. 정부 정책 홍보를 주로 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이다. 최근 월성 원전 삼중수소 문제가 불거지자 KTV는 탈원전 정책의 일환인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당위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정부 기관인 KTV가 정책을 홍보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가짜 전문가들의 허위 주장을 증폭해 국민에게 전파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14일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본부 홍보관 앞에서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원들이 탈원전정책 폐기를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며칠 전 ‘최고수다’라는 KTV 프로그램에 원자력 관련 한 사설 단체의 대표와 정의당 전 사무총장을 지낸 모 변호사가 나와 대담했다. 그 대표는 탈원전 찬성론자들에게 전문가로 통한다. 그가 월성 주민의 몸에서 매년 1g씩 삼중수소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월성 주민이 2000명 정도 되니 매년 2kg의 엄청난 삼중수소가 나온다고 했다. 너무나 황당한 말이다.

 

삼중수소 1g에는 약 2x10의 23승개의 원자가 있다. 이만큼의 삼중수소에서는 초당 방사선 360조개가 나온다. 국제보건기구가 정한 음용수 기준 삼중수소 방사선 방출률은 물 1리터당 매초 1만개다. 즉 삼중수소 1g은 그런 물 360억톤에 해당되는 엄청난 양이다. 얼마나 무지한 주장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방사선 위험을 과장하고 싶었던 그는 월성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타 지역의 2.5배나 된다고 했다. 삼중수소가 몸 조직의 일부가 돼 오래 남아 있을 수 있어 바로 배출되는 칼륨과 달리 아주 위험하다고도 했다. 원전 인근 주민 1인당 암 발병률이 유독 여성 갑상선암만 다른 지역의 2.5배라는 주장은 2010년 발간된 한 보고서 내용이다. 그러나 이 수치와 원전과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은 한 고리 주민과 한수원 간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인정된 바 있다. KTV의 다른 프로그램 ‘정말 Live’에서 한 여성 변호사가 이 소송에서 주민이 승소했다고 말했지만 이는 대법원 판결을 모르는 몰지각한 주장이다.

 

삼중수소가 유기 결합을 통해 몸에 오래 체류하며 칼륨보다 더 큰 위해를 끼친다는 주장은 크리스 버스비라는 유럽의 한 사설 방사선 단체 인사가 한 것이다. 이 주장은 완전한 허위로 밝혀져, 영국 법원은 이 사람이 더 이상 방사선 문제에 대해 증언을 하지 못하도록 제재했다. 그럼에도 국내에선 이 일방적인 주장이 계속 전파된다. KTV의 ‘정말 Live’에 출연해 월성 1호기 문제를 얘기한 모 대학 교수도 이런 주장을 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방사성 핵종마다 방출하는 방사선의 종류와 에너지, 한 번 섭취했을 때 몸 안에 머무는 시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사선 방출률(베크렐)’과 ‘인체 위해도(시버트)’ 간의 환산 인자를 공표해 국제적으로 통용한다. 여기에 따르면 삼중수소의 위해도는 칼륨의 340분의 1에 불과하다. 삼중수소 방사선의 투과력과 에너지가 낮기 때문이다.

 

또 다른 프로그램 ‘최고수다’ 대담에서 모 변호사는 월성 1호기가 불법적으로 연장 운영되어 왔던 것을 안전성을 감안해 조기 폐쇄시킨 것이라 주장했다. 적법한 과정을 거친 월성 1호기 계속 운전을 불법으로 규정한 것도 몰지각한 주장이다. 2017년 7월 서울고등법원이 월성 1호기 계속운전 허가 처분 집행정지 소송을 기각한 일을 통해서도 객관적으로 입증된다.

 

‘삼중수소 1g’ 방송 내용이 문제가 될 것 같자, KTV는 그 방송을 유튜브에서 삭제했다. 정부 관할 KTV는 공영방송이다. 아무리 국정 홍보가 중요하더라도 사실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허위 발언이나 일방적 주장을 여과 없이 방송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국민 인식의 부당한 호도를 넘어 국격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주한규 교수·서울대 원자핵공학과

 

02.01 “원전 위험” 신한울 중단해놓고… 北에 송전하려 건설 재개?

[北원전문건 파문] 정상회담 직후 만든 ‘北원전 추진 파일’… 드러난 文정부의 모순

산업부 공무원들이 2018년 5월 작성한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문건에는 대북 원전 지원과 관련한 구체적인 검토 계획안이 적시돼 있다. ‘과거 경수로 건설이 중단된 함경남도 신포 지구에 원전 건설’ ‘비무장지대(DMZ)에 원전 건설’ ‘건설 중단 상태인 신한울 3·4호기를 완공해 북에 송전(送電)’ 등이다. 이런 내용은 정부의 탈(脫)원전, 친환경 드라이브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들이다. 문건을 작성한 당시는 남북 정상회담(4월 27일, 5월 26일), 1차 미·북 정상회담(6월 13일)이 이어지고 있었다. 정부가 남북 관계 및 북핵 돌파구를 기대하며 여러 대북 지원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도보다리를 산책하며 대화하고 있다. /공동사진기자단

 

◇'탈원전' 하면서 원전 지원?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이 안전하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으며,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며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했다. 산업부가 북한 원전 추진 문서를 만든 때는 이런 탈원전 기조에 맞춰 원전 폐쇄를 밀어붙이던 시점이었다. 2018년 4월 문 대통령이 ‘월성 1호기 폐쇄는 언제 결정되느냐’고 물은 것을 계기로 산업부 장관이 ‘폐쇄 의결 즉시 가동 중단’을 지시했다. 이후 시작된 경제성 평가에선 노골적인 왜곡과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이렇게 탈원전 총력전을 벌이는 가운데 산업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안을 검토하는 문건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야당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문건대로라면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명분과 근거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일선 공무원이 상부 지시 없이 이런 문건을 만들 수 있겠느냐”는 비판과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신한울 3·4호기 완성 후 송전’이 검토된 것 역시 이율배반적이다. 신한울 3·4호기는 현 정부 들어 건설이 무기한 중단됐고 건설 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다음 달 이후 전면 백지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울 3·4호기의 매몰 비용은 두산중공업의 기기 사전 제작 비용(4927억원)과 토지 매입비 등을 합쳐 79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울진 지역의 급격한 경기 위축 등에 따른 손실도 40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업계와 지역사회의 호소에는 귀를 닫고 있다가 북한 지원을 위해 180도 다른 정책을 검토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환경, 안보 차원에서도 문제

‘DMZ 원전 건설안’에 대해서도 ‘친환경’을 강조하는 정부의 논리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2019년 DMZ 관광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우리 세대가 겪은 분쟁의 시대, 자연 파괴의 시대를 벗어나야 한다”며 “미래 세대가 깨끗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누리도록 평화관광·환경생태관광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2019년 유엔 총회 연설에서는 남북 공동 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사업 추진도 제안했다.

 

대북 원전 지원 구상은 안보 차원에서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제사회는 1994년 제네바합의에 기반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구성해 함경남도 신포에 경수로 2기를 지어주기로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경수로는 핵무기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 추출이 불가능하다고 봤지만 이후 기술 발전으로 평가가 바뀌었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지금은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상태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비핵화 합의나 유엔 승인 없이 북을 대화로 견인하기 위해 우리 원전 기술이나 정보를 건네려 했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북한은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 때 경수로 제공을 끈질기게 요구해 합의문에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을 논의”한다는 문구를 포함시키는 등 원전에 강한 집착을 보여왔다. 북한의 비핵화가 확실히 담보된다면 북 전력난 해소를 위해 원전 제공 등을 검토할 수 있지만, 신포 경수로 때처럼 북이 약속을 어기고 핵 개발을 계속할 경우 북핵 문제는 더 꼬이고 천문학적 돈만 날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조선일보 임민혁 기자

 

02. 01  신포원전·DMZ원전·신한울...北 지원 3가지 방안 검토했다

삭제된 산업부 원전 지원 문건 보니

1. KEDO 경수로 지으려던 신포에 건설 2. DMZ에 건설 3. 신한울 3-4호기 완공해 송전

 

산업통상자원부 원전 담당 공무원들이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5월 작성한 ‘북한 원전건설 추진’ 문건에는 청와대와 여권의 주장과 달리 북한에 원전(原電) 또는 전력을 지원하는 3가지 지원 방안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감사원과 산업부 등에 대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019년 12월 1일 산업부 공무원이 삭제한 ‘북한 원전’ 관련 17개 문건 가운데 ’180514_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 방안' 문건에 대북 지원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겼다고 한다.

 

제1안(案)은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경수로를 지으려던 자리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2안은 비무장지대(DMZ)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3안은 신한울 3·4호기를 완공해 북한에 송전(送電)하는 방안이었다고 한다. 감사원은 2020년 산업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면서 해당 문건을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미·북 제네바 합의에 따라 KEDO는 2001~2006년 북한 함경남도 신포시 금호지구에 경수로 2기를 건설하다 중단한 적이 있다. 3세대 신형 경수로가 설치되는 신한울 3·4호기엔 7900억원이 투입됐으나,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신규 원전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건설이 중단됐다.

 

산업부가 북한 원전 관련 문건들을 만든 시기는 2018년 1차 남북정상회담(4월 27일)과 2차 남북정상회담(5월 26일) 사이다. 당시는 산업부가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 평가 결과도 나오기도 전에 ‘가동 중단’ 방침을 정하고 밀어붙이던 때이다. 산업부 안팎에서는 “전략물자(원전) 이전 문제를 산업부 국장급 이하 공무원 3명이 검토했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청와대 지시 없이는 하기 어려운 일”이란 말이 나왔다.

 

그러나 산업부는 31일 “아이디어 차원에서 만들어진 해당 보고서 안에 ‘내부 검토 자료이고,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돼 있다”며 “박근혜 정부 때부터 검토하거나 만들어진 자료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남북정상회담과 교류 협력사업 어디에서도 북한의 원전 건설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했다. 반면,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31일 “남쪽엔 원전 파괴, 북쪽에 원전 건설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분명한 답변을 요구한다”고 했다.

 

靑 “北에 USB 줬지만 원전의 ㅇ자도 없었다” 野 “원전게이트, 누구 지시로 극비 추진했나”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과 야권은 31일에도 정부의 북한 원전 건설 검토 계획을 놓고 충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9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적 행위”라고 한 데 대해 격노하며 “아무리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하지만 이런 식의 정치 공세는 이해할 수가 없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 대응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은 산업부 공무원이 삭제한 파일 530개 중에 북한 원전 검토 파일이 포함돼 있는 것에 대해 “해당 공무원 개인의 아이디어일 뿐, 청와대나 책임 있는 관료 등이 논의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또한 문 대통령이 2018년 4월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 때 발전소 내용이 담긴 USB를 건넨 것은 맞지만 그 안에 원전 관련 내용은 없다고도 하고 있다.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남북 정상회담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교류 협력 사업 어디서도 북한의 원전 건설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USB에 담긴 문서 내용을 주말 새 다시 열람했지만 원전의 ‘ㅇ’ 자도 없다”며 “해당 문서를 공개할지에 대해서도 검토했지만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과 같은 국가 기밀 문서라 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USB 자료에는 신재생 관련 발전소 건설 및 북한의 화력 발전소 개선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은 북한 원전 건설이 박근혜 정부 때부터 추진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 원전 구상은 2010년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천영우 외교통상부 2차관이 처음 언급했고,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라는 한마디에 정부 공공 기관들이 앞다퉈 아이디어로 내놨다”며 “색깔론과 북풍 공작 정치를 국민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수석을 지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원전 1기 건설 비용이 5조라는데 야당의 동의 없이 5조를 어떻게 마련해 몰래 건네줄 수 있나요”라고도 했다.

 

야권은 현 정부의 북한 원전 건설 검토를 ‘원전 게이트’로 규정하고 “대통령이 답하라”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실시를 요구하는 한편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국회에서 ‘대북 원전 의혹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제1 야당 요구에 청와대는 비정상적, 비상식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경천동지할 만한 중대 사안이다. 북한 원전 건설이 누구 지시에 따라 추진된 건지, 극비리에 추진한 사유가 무엇인지 밝히라”고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은 “우리나라에선 탈원전, 북한 앞에선 ‘원전 상납’ 아니었는지 국민이 묻고 있다”고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문 대통령은 무엇을 숨기나, 무엇이 두려운가”라고 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북에 원전을 적법 절차 없이 지어주려 했다면 그것은 이적 행위”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해당 보고서는 에너지 분야 협력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내부 자료”라며 정부 공식 자료는 아니라고 했다. 산업부 신희동 대변인은 그러나 해당 문건이 박근혜 정부부터 나온 것이라는 여당 주장에는 “박근혜 정부부터 검토하거나 만들어진 자료는 아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조백건 기자  송혜진 기자  김아진 기자

 

02.01  북한 원전 문건 삭제, 철저히 수사해야

산업자원부 공무원들의 월성 1호기 관련 ‘파일 삭제’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이 없앤 자료에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 문건 17개와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 동향 파악 문건까지 포함된 사실이 확인돼서다. 특히 북한 원전 문건과 관련해선 정치권 논란이 거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원전 게이트 수준을 넘어 충격적 이적행위”라고 비판하자 청와대는 “북풍 공작과도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맞섰다. 여당에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검토했던 일”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야 “이적행위”에 산업부 “아이디어 차원”
여권, 정쟁으로 몰지 말고 의혹 해명하길

논란이 커지자 산업부가 직접 해명에 나섰다. 산업부는 어제 오후 브리핑에서 “2018년 4월 27일 제1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이후 에너지 분야 협력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산업부 내부 자료”라며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고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예정 시간보다 자료 배포도 1시간 이상 늦은 데다 브리핑도 부실할 만큼 짧았다. 자료 삭제 이유에 대한 별도의 설명도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의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우선 산업부의 설명을 믿는다 하더라도 탈원전을 내세우며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한 문재인 정부에서 어떻게 북한 원전 건설 추진이란 아이디어가 나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자위적 수단으로 이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위협하는 북한에 핵연료를 제공할 수도 있는 상황을 미국과 유엔이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선 “국내 탈원전을 통해 발생한 잉여 장비와 인력을 북한에 투입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산업부의 ‘정부 정책으로 추진되지도 않은 아이디어 차원의 내부 자료’란 해명이 사실이라면 왜 굳이 고위 공무원들이 일요일 심야시간에 몰래 사무실에 들어가 없애려 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무리할 뿐만 아니라 상당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행동임에도 산업부는 “유감이지만 산업부 차원의 개입은 아니다”며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파기한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 등에 대한 보고서를 “동향 보고 수준”이라고 일축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여권 인사들은 그간 자신들에게는 ‘사찰 DNA’가 없다고 주장해 오지 않았나.
 
진실을 밝힐 책임과 능력이 있는 청와대와 정부가 이 사안을 정쟁으로 몰고 가면서 본질을 흐리고 있다. 이런 태도를 보면 왜 그토록 최재형 감사원장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공격했는지 짐작이 간다. 만일 최 원장과 윤 총장을 비롯한 수사팀이 친문 강성 지지자들의 압박에 물러섰더라면 삭제된 문건들의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와 산업부가 국민이 원하는 진실을 알리지 않겠다면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내는 수밖에 길이 없다.

중앙일보 사설 

 

02.03  文 정권이 중단시킨 신한울 3·4호기 北에 넘기자는 발상

산업부가 공개한 ‘북한 원전 건설 문건’을 보면 ‘구체적 추진에는 한계가 있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내부 검토 자료’라고도 적혀 있다. 그럼에도 17건의 문건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5월 2~15일 집중 작성됐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상부나 또는 그 윗선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원자력국 실무자들은 문건 작성 불과 한 달여 전 월성 1호기를 2년 반 더 가동시키자고 했다가 장관에게 “너 죽을래” 협박까지 들었다.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 한 기 5조원짜리 원전을 북한에 지어주자는 아이디어를 자발적으로 낼 수 있었겠나.

 

탈원전 정권에서 북한 원전 건설 발상이 나왔다는 것은 탈원전이 얼마나 준비되지 않은 혼란스러운 정책인지를 보여준다. 문건 작성 시점은 산업부가 회계법인과 한수원을 협박해 월성 1호기 경제성평가를 조작하던 때였다. 가장 황당한 것은 이 정권이 공사를 중단시킨 신한울 3·4호기 설비들을 북한에 넘겨주자고 한 것이다. 또 완공 후에 생산 전력을 북한에 보내주자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탈원전 정권의 행태가 정말 뒤죽박죽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17건 문건의 존재는 검찰이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혐의로 산업부 공무원들을 기소할 때의 공소장 기록에서 확인된 것이다. 야당으로선 당연히 의문을 제기해야 할 사안이다. 산업부 공무원들이 문건들을 다 삭제해버린 것도 그 속에 뭔가 감춰야 할 중요한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문서 목록에는 ‘KEDO 관련 업무 경험자 명단’도 있었다. 정부가 구체적인 추진을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고 봐야 할 정황이다. 더구나 청와대는 “도보다리 회담을 전후해 북측에 전달한 신경제 구상에 발전소 관련 내용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의문 제기에 대해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라고 했다. 청와대는 북에 준 USB를 공개하려면 “야당이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도박판에서 판돈을 한껏 키워 상대의 기를 죽이려는 수법과 다를 게 없다.

조선일보  사설

 

02.04  '멸치 1g 또는 바나나 6개' 통렬한 비교가 원전괴담 진압했다

월성원전 삼중수소 논란

 

모르면 속는다. 생소한 개념과 용어가 등장하는 과학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전문가들이 펼치는 공방을 따라가는 대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 편향에 빠지기 일쑤다. 그 결과는 공포를 자양분으로 삼는 가짜 뉴스와 괴담의 등장이다. 광우병 파동이 그랬고, 사드 미사일 배치를 둘러싼 소동이 그랬다.  

정치 의도 다분한 ‘공포 호들갑’에
팩트·감성 결합 언어로 적극 맞불
광우병·사드 사태와는 다른 양상
‘탈진실 시대’의 과학 소통법 주목

 최근 월성원전 삼중수소를 둘러싼 논란도 광우병과 사드 괴담의 데자뷔가 될 뻔했다. 월성원전 부지 내 집수정에서 기준치를 넘는 삼중수소가 발견됐다는 한 지역방송의 보도에 원자력 공학자들과 탈원전 세력 간의 공방이 벌어졌다. 그런데 분위기는 과거 광우병 파동이나 사드 논란 때와는 조금 달랐다. 민관합동조사단이 현장 조사를 하기로 하는 등 논란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탈원전 진영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증폭되는 상황은 아니다. 조사단에 원자력 전문가들이 포함된 것 자체가 그 증거다. 삼중수소 논란은 막연한 공포의 대상이 아닌 과학적 검증과 토론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무엇이 괴담을 조기 진압했는가. 만연한 가짜뉴스에 대한 효과적 대응과 관련해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고인 물에 ‘배출 기준 위반’ 보도

발단은 지난달 초·중순 포항MBC의 연속 보도였다. 포항MBC는 월성 원전 3호기 터빈 건물 하부 지하수 집수정에 고인 물 2톤 가량에서 ‘배출 관리 기준’의 18배인 리터당 71만 베크렐(Bq)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파장은 컸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방사성 수소 유출 은폐에 ‘원전 마피아’가 관여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환경특위 소속 의원들이 월성원전을 방문한 것은 며칠 뒤였다. 탈원전 단체들의 공세도 시작됐다. “원전 주변 지하수가 삼중수소로 오염됐다.” “원전 인근 주민들 몸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삼중수소가 DNA를 지속해서 파괴한다.”
 
팩트부터 짚어 보자. 문제의 물은 문제가 될 이유가 없었다. 71만Bq이 검출된 물은 ‘배출된’ 물이 아니라 ‘배출 전 고여 있는’ 물이었다. 배출할 때는 해수로 희석해 배출 농도 기준인 리터당 4만Bq보다 훨씬 낮은 13Bq 수준이 된다. 삼중수소가 지하수에 섞여 원전 밖으로 나갔다는 의혹도 사실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인근 지하수나 해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빗물보다도 낮았다. 언론중재위는 “삼중수소 농도를 배출 기준의 18배로 표현할 수 없으며,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가 원전 부지 바깥으로 퍼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한국수력원자력의 반론 신청을 받아들였다.
 
의문은 남는다. 삼중수소 농도가 그 정도로 치솟은 까닭은. 한수원 측은 시설 누수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이후에는 그런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고인 물이 증발하는 과정에서 공기 중 삼중수소가 녹아 들어가면서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흥대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장도 “원인을 찾던 중 관련 논문 하나를 찾았다. 이에 근거해 1리터의 물을 75일 동안 대기 중에 놓아두는 증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삼중수소 농도가 최대 1800배 높아진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물론 정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합리적 추론을 외면한 채 흥분해서 덤벼들 일은 아니다

 
호응 못 얻은 탈원전 세력의 공세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이 지난달 18일 원전 홍보관 앞에서 탈원전 정치의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탈원전 세력의 공세는 별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국면은 북한 원전 제공 의혹으로 재빠르게 흘러갔다. 이들의 ‘공포 마케팅’이 먹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원자력 과학자들의 적극적 대응이다. 보도 직후 정치권과 탈원전 세력의 공세에 원자력 전공자들은 SNS와 언론 매체를 통해 이들 주장의 비과학성과 비합리성을 지적했다. 과학자 출신은 아니지만 정재훈 한수원 사장도 “팩트와 과학적 증거에 기반을 두지 않고 극소수 (환경) 운동가가 주장하는 무책임한 내용이 확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현 정부에 의해 임명된 한수원 사장이 여당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는 이례적이다. 압권은 ‘멸치 1g 또는 바나나 6개’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주민 소변에서 검출된 삼중수소 방사선량은 최대치로 따져도 0.0006 밀리시버트(mSv)로, 그 정도 음식을 먹었을 때 받는 피폭량과 같다”고 정리했다. 공포를 부추기는 호들갑스러운 공세가 웃음거리가 되는 순간이었다.
 
둘째, 탈원전 세력의 어설픈 지식 체계다. 삼중수소 보도 직후 민주당과 탈원전 운동가들은 자책골을 남발했다. “삼중수소가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공원소”라든가 “원전 인근 주민 한 사람 몸에서 1~2g의 삼중수소가 나온다”는 발언이 대표적 예다. 삼중수소는 우주에서 오는 고에너지 입자인 우주선(宇宙線)과 대기 물질의 상호 작용으로 연간 200g 이상 만들어진다. 정 교수는 “월성원전이 1년간 배출하는 삼중수소가 0.4g인데, 어떻게 한 사람 몸에서 1g이 나오냐”고 반격했다. 상식 이하의 발언이 탈원전 세력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셋째,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심 때문이다. 여당과 탈원전 세력의 공세는 월성원전을 둘러싼 감사와 수사를 공격하기 위한 여론전 성격이 짙었다. 감사원장에 대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냄새’ 발언, 여당 대변인의 감사원과 검찰에 대한 공격 논평 등이 의구심을 더했다. 문제 제기의 ‘진정성’이 인정받기 힘들었다

 
광우병·사드 사태의 학습효과

▲월성원전 삼중수소 쟁점

 

세 가지 이유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학습 효과’다. 비이성적 선동 앞에 과학적·합리적 담론이 무력하게 무릎 꿇었던 경험이 반면교사로 작용했다. 쇠고기 파동 당시 이성적이고 과학적 토론은 ‘뇌송송 구멍탁’ 구호 앞에서 무력했다. 사드 때 나온 ‘전자파로 익은 참외’도 마찬가지였다. 구멍 뚫린 뇌 이미지는 위험 확률 계산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전자파를 받고 끓어 오르는 참외와 인체 이미지 앞에서 레이더의 각도나 이격 거리를 따지는 일은 부질없었다.
 
‘멸치 1g, 바나나 6개’는 감성적 프로파간다에 맞서 과학 진영이 오랜만에 날린 ‘카운터 펀치’라 할만하다.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팩트와 감성을 결합한 강렬한 ‘카피’(문구)였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일반인들에게 일상생활의 방사선 피폭량과 비교할 수 있도록 한 효과적 비유이자, 원전 위험성을 과장하는 세력들에겐 충격을 안겨 준 일격”이라고 평가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전문적인 과학 지식을 대중들에게 전하는 방식이다. ‘정확하게’는 당연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짜뉴스가 판치는 ‘탈진실’ 시대, 사실과 지식을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식은 이성과 과학 진영의 고민거리다. 참과 거짓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복잡한 수치와 개념의 체계인 과학이 정치와 엮일 때 그 위험성은 더욱 높아진다. 진실을 지키려는 과학계가 대중과 호흡하는 효과적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모르면 속는다.
 

삼중수소와 크리스 버스비

/크리스 버스비

 

삼중수소를 둘러싼 또 하나의 논란이 삼중수소의 ‘DNA 변형설’이다. 삼중수소가 몸속에 오래 체류하면서 지속해서 유전자를 파괴·변형시킨다는 주장이다. 주로 보건 의료계 쪽에서 탈원전 운동을 펼치는 사람들의 단골 주장이다. 이들은 “삼중수소가 결합했다가 분열된 자리에 수소가 아닌 다른 물질이 오면서 손상이 일어나게 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정용훈 교수는 “삼중수소가 몸속 다른 결체의 구성성분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틀린 것으로 판명 난 크리스 버스비(사진)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고 페북에 썼다. 크리스 버스비가 누구길래.
 
크리스 버스비는 국내 반원전 운동가들로부터 추앙받는 반핵 인사이자 체내 방사선 연구자다. 반핵 단체 초청으로 국내 강연도 수차례 했으며, 2015년 원전 인근 주민의 갑상샘암 소송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체내로 들어온 방사성 물질에 의한 내부 피폭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저선량 영역의 방사선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선량 방사선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이론인 ‘이차사건이론(SET)’의 주창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버스비는 주류 과학자들로부터 신뢰를 의심받고 있다. 그가 설립한 ‘유럽방사선위험위원회(ECRR)’는 사설 단체에 불과해 공신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2016년에는 영국 정부와 호주 해안 핵실험 피폭자들과의 소송에서 법원으로부터 “ICRP 위험도 평가 모델이 잘못됐다는 주장의 증거물들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평결을 받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는 내부 피폭 위험성을 줄여준다는 미네랄 보충제 판매와 관련됐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이현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02.10 ‘원전 조작’ 실무자만 구속, “너 죽을래” 겁박 장관은 기각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과 즉각 폐쇄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영장 판사는 “범죄 혐의 소명이 충분치 않다”고 했다. 이치에 맞지 않는다.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고 관련 자료를 삭제한 산업부의 원자력 국장 등 실무자 2명은 구속됐다. 영장 기각 이유대로라면 이 실무자들이 장관 지시 없이 독단적으로 이런 범죄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말이 되는가.

 

원자력국 실무자들은 당초 월성 1호기를 2년 반 더 가동한다는 안(案)을 갖고 있었다. 원자력국 국장·과장은 2018년 3월 15일 그 계획을 백 전 장관과 채희봉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백 전 장관은 2주 뒤인 4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 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건지 물었다’는 산업정책비서관실 설명을 전달받고는 담당 과장에게 “너 죽을래?”라면서 ‘월성 1호 조기 폐쇄 결정 즉시 가동중단’을 지시했다. 원자력국 실무자들은 장관의 협박조 지시를 받고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고 한수원 이사회의 즉시 가동중단 의결을 유도했다가 구속됐다. 그러나 이를 지시한 장관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소명 부족’이라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면전에서 지시받은 사람이 진술했는데 그 이상의 증거가 어디 있나.

 

백 전 장관은 구속 심사에 들어가면서 “국민 안전을 위한 국정 과제였다”고 주장했다. 어이없는 얘기다. 월성 1호기가 국민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안전 문제를 들어 폐쇄시켰어야 한다. 그런데 왜 경제성이 없다고 평가를 조작하는가. 2018년 6월 한수원 이사회 때의 조기 폐쇄 안건 설명 자료에도 ‘계속운전 안전성평가, 후쿠시마 후속 안전 점검,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만족으로 평가됐다’고 했다. 안전성에 무슨 문제가 있었다는 말인가. 경제성 조작을 변명할 수 없자 상관도 없는 안전성을 끌어대고 있는 것이다.

 

사실 백 전 장관도 중간 책임자에 불과하다. 월성 1호는 ‘영구 중단은 언제 하느냐’는 대통령 말이 산업부에 전달되면서 ‘2년 반 더 가동’ 계획이 ‘즉각 폐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감사원 감사로 이 사실이 드러나자 국무총리가 작년 11월 산업부를 직접 찾아가 원전 담당 부서 등에 ‘적극행정' 상패를 주는 황당 행보를 했다. 대통령은 산업부에 이례적으로 3차관 신설 약속을 했다. 검찰에 사실을 진술하지 말고 버텨달라는 뜻 아닌가.

조선일보 사설

 

 02.10  박정희의 원전, 김일성의 핵폭탄

南 혜택받고 자라나 北 추앙해온 586주사파
‘善惡의 쌍생아’ 같은 남북 역사 되돌아보길

▲2014년 1월 30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우주인인 촬영한 한반도 야경 위성사진.대한미국과 압록강 건너 중국의 밤은 휘황찬란하지만 전력난이 심각한 북한은 평양등 일부만 빼곤 암흑처럼 캄캄하다. /NASA

원자력발전이나 핵폭탄이나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기는 매한가지다. 우라늄은 핵이 중성자를 흡수했을 때 터지는 우라늄 235와 터지지 않는 우라늄 238로 나뉘는데 자연 상태 우라늄에는 235가 0.7%밖에 없다. 나머지는 238이다. 원자력발전을 하려면 우라늄 235를 농축해 비율을 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핵폭탄은 90%다. 농축 차이에 따라 우라늄은 전기가 되기도 하고 폭탄이 되기도 한다. 원전과 핵폭탄은 그래서 ‘선악(善惡)의 쌍생아’다. 농축해 터뜨리는 것보다 제어해 전기를 만드는 일이 더 어렵다. 미국은 우라늄을 농축해 실험도 안 해보고 히로시마에서 터뜨렸지만, 원전으로 상업용 전기를 만드는 일은 폭탄이 터지고 10년 뒤에나 가능했다.

 

한반도 남북에 우라늄 복음이 전해진 시기는 비슷했다. 미국의 시슬러가 이승만을 만나 원전을 조언한 게 1956년이다. 1인당 국민소득 70달러짜리 나라가 38만달러를 들여 연구형 원자로를 들여왔다. 비슷한 시기 김일성은 소련의 첫 원전 오브닌스크 기공식에 초대받았다. 실험용 원자로를 도입하고 소련에 유학생도 보냈다. 우라늄으로 전기를 만들고 폭탄을 만드는 일이 남북 모두에게 백일몽 같던 시절이었다.

 

1970년대 들어 핵폭탄을 가진 5대 강국을 제외한 나라들에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모두 가지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남의 지도자는 전기를 택했고 북은 폭탄을 택했다. 박정희는 600메가와트짜리 상업용 원전 건설에 뛰어들었다. 그는 1978년 고리 1호기 준공식에서 “2000년엔 8만메가와트 시대”를 예언했다. 지금 대한민국 발전설비가 12만메가와트니 그의 예언은 얼추 맞아들었다. 김일성이 핵폭탄 개발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1980년대 초로 추정된다. 세습왕조 체제를 지키려는 선택이었다. 영변의 연구용 원자로는 상업용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핵폭탄 연료를 만드는 생산 기지가 됐다.

 

지금 대한민국은 수백톤 쇳덩이를 다뤄 원자로를 만들어내 수출까지 한다. 안정된 전기 공급이 있어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이 가능했다. 해방 직후 한반도 전기의 90%를 생산하던 북한은 지금은 대한민국 전기의 20분의 1도 못 만들어낸다. 전체 발전설비가 고작 8000메가와트다. 암흑의 북한과 불 밝힌 대한민국은 수치 너머 선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전기 대신 핵폭탄 60기를 움켜쥔 북은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다. 수십년 전 남북 지도자의 선택이 있었고 우리는 그 결과 위에 살고 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직후 산업부 공무원들이 북한에 원전을 짓는 방안을 문건으로 만들었다. 문건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제작 중단된 신한울 3·4호 원자로(APR1400)를 함경남도 금호지구에 건설.’ APR1400원자로는 우리가 개발해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대한민국 원전 역사의 결정체다. 이걸 북한에 가져가 원전을 지어주자는 것이다.

 

이승만, 박정희의 대한민국이 준 혜택을 받고 자라나 김일성, 김정일의 북한을 추앙해온 이들이 1980년대 대학가의 주사파다. 그들은 얕은 지식과 깊은 오만으로 대한민국 탄생을 부정하고 성장 과정을 경멸했다. 586이 된 지금도 그러한지는 알 수 없다. 그들이 정권 핵심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원전을 북한에 보내자는 아이디어가 그들 머리 언저리에서 나왔다. 비핵화만 이뤄진다면 대북 원전 지원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586은 북에 원전을 주는 아이디어를 내기 전에 한반도 위에 펼쳐졌던 원전·핵폭탄 쌍생아의 60년 역사를 되짚어봤으면 좋겠다. 선악의 쌍생아와도 같은 남북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함부로 재단하거나 단죄하려 말고 역사 앞에 겸손했으면 좋겠다.

조선일보 이동훈 논설위원

 

02.10  靑 “원전 수치 뜯어 맞춰라” 산업부에 직접 지시

채희봉 前비서관, 에너지실장에 “월성 1호기 경제성 낮춰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 2018년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원전(原電) 담당 고위 공무원에게 “월성 1호기를 당장 가동 중단 시킬 수 있도록 원전 관련 계수(係數·수치)를 뜯어 맞춰라. 한국수력원자력을 압박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 행정관들도 다른 산업부 원전 담당 공무원들에게 이 같은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한 ‘경제성 평가 조작’에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정황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것이다.

 

감사원과 산업부 등에 대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채희봉 전 비서관은 2018년 4월쯤 당시 산업부 박모 에너지정책실장에게 월성 1호기 즉시 가동 중단을 위한 ‘수치 조작’을 지시했다고 한다. 월성 1호기 가동의 경제성이 낮게 나오도록 외부 기관의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월성 1호기의 전력 판매 단가와 이용률 수치를 낮게 잡아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채 전 비서관은 그러면서 이런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오도록 원전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수력원자력에 압력을 넣으라는 식의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 전 비서관 밑에 있던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 행정관 2명도 같은 시기 당시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국의 문모 국장(구속 기소)과 정모 과장(불구속 기소), 김모 서기관(구속 기소)에게 비슷한 지시를 했다고 한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산업부 담당 공무원들로부터 이 같은 청와대의 지시를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로부터 이 같은 지시가 내려오고 난 뒤부터 산업부 원전 담당 공무원들은 한수원 직원들이나 경제성 평기 기관 관계자들에게 “월성 1호기 즉시 가동 중단을 할 수 있도록 경제성 결과가 낮게 나와야 한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S회계법인은 월성 1호기 판매 단가와 이용률을 낮게 책정해 원전 가동의 경제성이 현저히 낮게 나오도록 했다는 게 앞선 감사원 감사 결과이기도 했다. 이런 경제성 평가 결과는 그해 6월 15일 한수원 이사회에 상정됐다. 한수원 이사회는 그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의결했다. 본지는 채 전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그동안 월성 1호기 폐쇄 과정에서 청와대의 직접적 개입은 알려진 것이 없었다. 2018년 4월 초 월성 1호기의 ‘한시적 가동’ 필요성을 보고한 산업부 정모 과장에게 백 전 장관이 “너 죽을래”라고 질책하며 “즉시 가동 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지시한 것만 알려져 있었다. 관가에선 백 전 장관이 이런 말을 한 것도 청와대의 ‘즉시 가동 중단’ 지시가 내려온 것을 보고받았기 때문이라고 관측한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는 법원이 백 전 장관 영장을 기각한 지 1시간 30분쯤 뒤인 9일 새벽 2시쯤 “영장 기각 사유를 납득하긴 어려우나 더욱 철저히 수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팀 내에선 영장 기각을 높은 강도로 반박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납득하긴 어렵다’란 말로 정리가 됐다고 한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일단 영장 기각 사유의 의미를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수사팀이 영장 발부에 무게를 뒀던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백 전 장관 신병 처리와 별개로 ‘경제성 평가 조작’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수사를 계속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법원이 밝힌 기각 사유에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원은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고, 범죄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이미 주요 참고인이 구속된 상태이고 관계자들의 진술이 확보된 상태여서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조선일보 조백건 기자 김아사 기자

 

02.15  靑, 산업부 고위공무원에 "계수 조작하라, 한수원 압박하라"

"백운규 전 장관, 한수원에 '허위 적자 보고서' 작성 지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8일 오후 대전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 2018년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계수(변수)를 조작하도록 지시·압박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백 전 장관은 같은 해 4월 초 산업부 공무원들을 통해 한수원이 "월성 원전은 가동할수록 적자가 난다"는 거짓 의향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하고 위력에 의해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文 "언제 가동중단하나" 한마디에 靑·산업부 전방위 압박

 채 전 비서관(현 가스공사 사장)이 같은 해 4월 2일을 전후로 산업부 공무원들에게 "계수를 조작하라""한수원을 압박하라"는 등의 부당한 지시를 한 것도 파악됐다고 한다.   
     

"靑·산업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계수 조작 지시"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백 전 장관은 2018년 4월 산업부 공무원들을 통해 한수원 스스로 "월성 원전은 가동, 운영할수록 적자가 난다"는 내용의 거짓 의향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작성하게 한 한수원의 허위 보고서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기존 '수명 연장' 결정을 2019년 말 '영구 정지'로 입장을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안위는 앞서 월성 원전의 설계수명 30년이 지난 지 3년 뒤인 2015년 안전점검을 마치고 '2022년까지 10년 연장해 재가동'하기로 결정한 바 있었다.
 
산업부는 2018년 3월 당시 월성 원전을 적어도 2020년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었지만 분위기가 급변했다고 한다. 청와대로부터 한수원이 즉시 가동을 중단하도록 하라는 압박하라는 지시가 내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공교롭게도 2018년 4월 27일로 예정된 1차 남북정상회담이 임박한 상황이었다.
 
채 전 비서관은 4월 2일께 박모 당시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에게,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 행정관 2명은 같은 날 산업부 문모 국장, 김모 서기관, 정모 과장 등에게 각각 "당장 월성 원전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계수를 조작하라. 한수원을 압박하라"는 등의 부당한 지시를 하고 압력을 가했다고 한다. 산업부 직원들은 이를 백 전 장관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했다.
 
이튿날인 4월 3일 백 전 장관은 정 과장이 "월성 원전의 즉시 가동중단은 한수원 이사진의 법적 책임 문제가 있으니 원안위의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 기간인 2020년까지 한시 가동한다"는 방안을 보고하자 "너 죽을래? 즉시 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백 전 장관이 정 과장을 크게 질책한 건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 보좌관에게 “월성 원전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고 질문했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결국 청와대와 백 전 장관의 즉시 가동중단 지시를 전달받은 한수원은 경제성 평가 핵심 계수들을 조작했고 같은 해 6월 15일 이사회에서 허위 경제성 평가 보고서를 근거로 월성 1호기 가동을 곧바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이듬해 2월 원안위에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백운규 적자 보고서→원안위 속여 월성 영구중단 승인"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8일 오후 대전지법에서 열린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이날 같은 시각 대전지방법원 앞에서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백 전 장관의 즉각 구속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원전에 관한 최종 결정은 정부나 한수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외부 전문위원들이 포함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 사항이다. 원전은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라 원안위 승인을 거쳐 가동을 개시할 수 있고, 중단도 마찬가지다. 정부로선 이들 원안위원을 설득할 객관적 데이터가 필요했다는 얘기다.   
     

백 전 장관이 손익분기점을 높이고 통상가동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수치를 조작한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 것도 원안위 전문가들을 속이려는 목적이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는 한수원이 외부 용역을 맡긴 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가 뒤집힌 것과도 일치한다.
     

백 전 장관 "계수 수정, 지시하거나 개입한 바 없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용역을 맡은 S회계법인은 2018년 5월 3일 최초 평가 때는 월성 원전 계속 가동의 경제성을 2772억원 흑자로 평가했다. 하지만 산업부, 한수원 관계자들과 수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같은 해 6월 11일 최종 평가 보고서에선 경제성을 '-91억원' 적자로 결론내렸다. 산업부의 압력에 의해 경제성 평가의 핵심 계수인 이용률(85%→60%)과 판매단가(1kWh당 평균 63.11원→51.52원)를 대폭 낮춘 탓에 '흑자' 원전이 '적자' 원전으로 뒤바뀐 것이다.
 
하지만 백 전 장관은 지난 8일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월성 원전 경제성 계수를 수정하라고 지시하거나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산업부 공무원들이 그 과정을 일일이 보고했다고 진술한 데 대해서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으며 일부는 해외 출장 중인 시점이라 알리바이가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채 전 비서관은 이와 관련한 중앙일보의 입장 요청에도 전화기를 꺼둔 채 응답하지 않았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02월 15일  신안풍력 효율성 ‘原電의 17분의 1’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전남 신안 해역에 48조5000억 원을 투자하는 세계 최대(8.2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선포한 신안 해상풍력단지는 현존 세계 최대인 영국 혼시 단지와 비교하면 7배 이상 크다. 서울과 인천의 모든 가정용 전기 공급이 가능하다고 한다. 12만 개 고용 창출 등 지역경제 회복과 ‘그린 뉴딜’ 선도 사업이라고 정부는 감개무량한 듯 자랑한다. 그리고 그날부터 세계 최초로 수소법이 시행됐다. 갑자기 세계 최초·최대 ‘노다지’ 에너지 사업 풍년이다. 그러나 노다지는 오래 가지 못한다. 쓸모없는 폐석이 더 많기 때문이다. 고리원전(原電)을 산업화를 위한 노다지로 간주해 왔지만 현 정부는 위험시설로 분류, 폐쇄했다. 그러면 신안풍력단지는 노다지인가?


풍력발전이 노다지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수명 기간 중 발전 원가 차원의 비교우위가 지속 입증돼야 한다. 특히, 원전 대비 원가 경쟁력이 확실히 입증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자료 공개가 왠지 제한돼 완전한 비교 평가는 어렵다. 이에 발전기 평균수명을 풍력 20년, 원전 60년, 그리고 일일 가동시간(평균 이용률)을 풍력 33%, 원전 80%로 간주하는 간이평가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풍력의 원전 대비 이용률은 14% 수준이다.


신안풍력 단위투자비는 정부 발표대로라면 기당 8조 원으로 본다(서울대 등). 신형 원전 투자비를 업계 주장대로 기당 5조 원이라면 이용률과 단위투자비를 두루 고려한 신안풍력 투자 효율성은 신형 원전의 176분의 1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신안사업이 고착된다면 서울과 인천 주민이 17배 이상 비싼 전기 요금을 낼 수도 있다. 물론 정부 규제로 이런 급등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신안풍력 실효 용량이 전체 발전설비의 1.5% 수준이라면 모든 국민에게 25% 정도 전기 요금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 물론, 추후 모든 정부 자료가 공개된 이후 국제공인 전력시스템 비용평가 모델로 정밀 검증해야 할 과제다.


최근 정부는 경제성 외 각종 환경 비용을 고려한 거시경제성 평가를 시행한다. 그러나 해양발전은 좁은 지역에 폐쇄된 태양광발전 등 기존 발전과는 달리 광활한 해역과 갯벌까지 연계된 공유지 차원의 평가를 요구한다. 특정 해역 공해는 결국 모든 바다로 확산되고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거대한 손실을 야기한다. 풍력발전의 풍류와 해저 지질 변화, 어업 손실, 갯벌 손상이 좋은 사례다.


과거 개발연대 갯벌 매립을 후회한 우리의 기억들은 어디에 있는가? 불확실한 주민이익공유제에 눈이 먼 것인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폐수 방류 위험을 걱정하면서 우리나라 풍력에는 눈 감는다. 세계 최고라는 북해 풍력을 가진 영국은 발전량과 소비량 간의 실시간 괴리 보완 방법이 없어 기술 혁신에 주력하면서 작게 그리고 천천히 간다. 그래도 영국은 탄소중립의 모범국이다.


어쨌든, 미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하는 ‘공유지의 비극’만은 막아야 한다. 이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다. 따라서 ‘과학적 논리보다 개인·집단의 정치적 이익에 종속되는 것’만을 진실이라고 우기는 탈진실(post truth)의 해악에서 벗어나야 한다. 신안풍력단지의 속도와 폭의 큰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 세계 최초·최대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문화일보

 

02.16  빌 게이츠 “탄소 중립에 원전 필요”, 이 상식 안 통하는 한국

▲빌 게이츠가 2019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포럼에서 기후변화 대응이 시급하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아시아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한국이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원자력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 재앙이 닥치면 코로나의 몇 배 희생이 불가피할 것이며 이를 막기 위해선 원자력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빌 게이츠는 2008년 원전 기업 테라파워를 설립해 소듐 냉각 고속로 등 차세대 원전을 개발해왔다.

 

빌 게이츠 말은 너무나 당연하다. 원자력은 태양광·풍력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효율적으로 대량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 정부가 폐로시킨 월성 1호기는 규모가 작은 원전인데도 국내 최대 태양광 단지의 25배 전력을 생산하면서 온실가스와 미세 먼지는 배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기후과학자 제임스 핸슨과 케리 이매뉴얼 등도 “원자력이 기후변화 대응의 유일한 실효적 대안”이라면서 “세계가 매년 115기씩의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하면서 탄소 중립도 달성하겠다고 하는 것은 앞뒤 맞지 않는 모순이다. 태양광·풍력은 현재 국내 전력 소비의 4~5%, 전체 에너지로 따지면 1% 수준을 공급할 뿐이다. 탄소 중립을 이루려면 지금까지 전기를 쓰지 않았던 공장, 자동차, 건물 에너지까지 모두 전기로 바꿔야 한다. 빌 게이츠는 “세계적으로 전력 생산을 2.5배로 늘리고 그걸 모두 탈탄소 전력으로 조달해야 한다”고 했다. 태양광·풍력만으로 이 막대한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것은 망상이다.

 

빌 게이츠는 “현 세대 원전은 다른 어떤 발전(發電) 수단보다 안전하며, 개발 중인 차세대 원전은 안전도를 더욱 향상시켰다”고 했다. 전력 TWh당 사망자를 보면 석탄은 24.6명인데 원전은 0.07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강진이 발생하자 민주당에선 15일 원전 안전성을 문제 삼는 발언들이 나왔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지진으로 원전 안전 설비가 손상되거나 방사능이 유출된 경우는 없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에는 안전하게 멈춰섰는데, 그 후 쓰나미로 지하 비상 발전기가 침수된 탓에 사고가 났던 것이다.

 

탈원전으로 기술 개발이 중단되면 한국은 차세대 원전 경쟁에서도 탈락해 원자력 변방 국가로 전락할 것이다. 국가 경쟁력은 망가지고, 기후 대응에 기여할 수도 없고, 국민은 대기오염으로 고통받아야 한다. 현 정부는 겉으로 탈원전을 주장하면서 뒤로는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문제를 검토했었다. 이대로면 통일이 된 후 북한에 전력을 공급해줄 방법도 없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2.16  원안위, 논란 한 달 만에 “삼중수소 문제 없다”

유출 의혹 관련 뒤늦게 입장 밝혀

여당과 일부 환경 단체가 제기한 ‘월성 원전 방사성 물질(삼중수소) 유출 의혹’에 대해 침묵했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한 달 만에 “안전성에 문제없다”는 취지의 공식 견해를 밝혔다. 그간 전문가들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삼중수소 유출 주장을 반박해왔으나, 원안위는 지난달 17일 “민간 조사단을 구성해 조사하겠다”고 했을 뿐 사태를 방조해왔다. 야당은 “원자력 안전의 최고 책임 기관이 정치적 눈치를 보며 원전 괴담 유포에 가담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 원전 방사성 물질(삼중수소) 유출 의혹' 사건에 대해 15일 국민의힘에 제출한 18페이지 분량의 답변서. /국민의힘

 

15일 국민의힘이 원안위에서 받은 답변 자료에 따르면, 원안위는 “현재까지 월성 원전 제한 구역 경계에서 허용치를 초과해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사례가 없다”며 “차수막(遮水幕) 손상으로 인한 방사성물질(감마핵종)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배출 관리 기준보다 18배 많은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는 주장에 대해선 “지하수가 아니라 터빈 건물 지하 집수정(集水井)에 있는 고인 물에서 나온 것이고, 이곳에 있는 삼중수소는 외부로 방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원안위는 답변 자료 곳곳에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조사단을 통해 추가 조사가 이뤄질 예정’ 같은 전제를 내걸긴 했지만, 주된 답변은 전문가들이 의혹을 반박했던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때 원안위가 이런 입장을 밝혔다면 ‘원전 괴담’이 지금처럼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답변서에는 원전 내부 공기에 있던 삼중수소가 고인 물에 들어가 농축될 수 있기 때문에 삼중수소가 고농도로 검출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도 담겨 있다”며 “이 실험 결과를 즉시 공개했다면 불필요한 논란은 더 빨리 종식될 수 있었다”고 했다. 고인 물은 희석돼 안전하게 처리되기 때문에 이곳에서 삼중수소가 과도하게 검출될 수 있는 이유만 설명해줘도 충분했다는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선임연구원 출신인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원자력 안전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정부 기관인 원안위가 의혹 해소를 민간에 맡긴다는 발상도 책임 회피이자 직무 유기”라고 했다. 원안위는 민간 조사단 전문가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원전 전문가 집단인 원자력학회를 제외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더불어민주당 노후원전 안전조사 TF(태스크포스)는 지난 13일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강진을 거론하면서 국내 노후 원전이 불안하다고 주장했다. TF 위원장인 전혜숙 의원은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는 원전의 순기능은 필요하지만 노후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며 “월성 원전 삼중수소 문제는 그 진상과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승재 기자

 

02월 17일  與 탈핵 선동…빌 게이츠 “韓 원전 필요”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일부 환경 단체와 여당이 제기한 ‘월성 원전 삼중수소 유출 의혹’에 대해 침묵해 오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6일 ‘월성 원전의 삼중수소 별문제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회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나온 것이지만 중요한 내용이 있다. 괸 물에서의 삼중수소 농축 현상에 대한 실험 결과다. 이날 국내 언론들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한국의 탄소중립 실현에 원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고 보도했다.


그간 이낙연 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삼중수소가 배출 기준치의 18배나 검출됐는데 원인 파악도 안 돼 월성 원전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탈원전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그러나 혁신 원자로 개발에 투자해 온 게이츠는 여당 의원들과 상반된 입장이다. 누가 맞는가?


괸 물에서 삼중수소 농축 가능성에 대한 실험은 지난해 9월에 76일간에 걸쳐 진행됐다. 그 결과는 대기 수증기에 있는 삼중수소가 고인 물에서 녹으며 농축돼 농도가 최초보다 1837배 증가했다는 것이었다. 이는 기체의 용해도에 관한 헨리의 법칙에 따른 현상이다.


보통 물이 아닌 중수(重水)를 냉각재로 쓰는 월성 원전에서는 삼중수소가 보통 원전보다 더 많이 배출되고, 극미량의 누설과 증발은 피할 수 없다. 물론 주기적으로 관측되는 공기 중이나 지하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안전 제한치보다 훨씬 낮다. 실험 결과는 어떤 공간의 대기 중에 더 있던 삼중수소가 괸 물에서 계속 녹으면서 농도가 높아질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반핵 인사들은 이 괸 물에서의 농도가 배출 기준치의 18배나 됐다고 호들갑이었지만, 이 물은 배출 시 다량의 물에 희석되기 때문에 환경 피해가 없었고, 그나마 이 고농도 괸 물 검출 사건은 일회성이었으며 재발하지 않았다. 침소봉대의 전형이다.


반핵 인사들은 삼중수소가 유기결합 형태로 인체에 오래 체류하며 보통의 방사성 물질보다 더 큰 위해를 끼친다는 주장을 인용한다. 이는 영국 법원으로부터 더는 방사선 전문가로서 증언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은 크리스 버스비라는 엉터리 자칭 전문가의 주장이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핵종별로 정한 유효선량계수라는 위해도 인자를 보면 이 주장은 터무니없다. 괴담(怪談)에 불과할 뿐이다.(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홈페이지의 원자력 팩트체크 참조)


게이츠의 테라파워사는 TWR라는 장기 구동형 원자로를 개발해 오다 최근에 ‘나트륨’이라는, 더 작고 열저장이 가능해 재생에너지 발전원과 연계해 쓸 수 있는 혁신 소형모듈화원자로(SMR)를 개발하고 있다. 게이츠는 5년 뒤에 나트륨 원자로가 실현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 혁신 SMR는 기존 원전보다 훨씬 작고 싸며 안전하므로 원자력이 기후변화 대처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수송과 난방 등에 사용되는 화석에너지를 무탄소 전력으로 바꿔야 한다. 게이츠는 이 점을 명확히 했다. 현재는 선진국의 전력 수요가 정체돼 있지만 앞으론 2.5배가 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전은 지금도 생명 안전성이 으뜸이라며 한국의 탄소중립 실현에 원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무지와 선동에 따른 탈원전의 길을 계속 가지 말아야 함은 명확하다.

문화일보

 

02월 18일  ‘탈원전 어젠다’ 허구성 거듭 보여준 텍사스 정전 사태

미국 텍사스주 대정전 사태는 신재생 에너지 ‘환상’을 깨뜨리는 계기도 되고 있다. 기록적 한파로 전력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텍사스주 당국은 지난 15일 오스틴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비롯해 NXP, 인피니언 등 주요 공장에 가동 중단을 요구했다. 삼성 오스틴 공장은 가동 20년 만에 처음으로 멈춰 섰고,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도 더 심각해지게 됐다. 테네시주 등에서도 같은 이유로 포드 GM 토요타 닛산 등 완성자 업체들이 타격을 입었다.


텍사스주의 경우, 혹한과 폭설로 발전소 가동이 중단되면서 4만5000㎿의 전력 공급이 끊겼는데 특히 발전 비중 33%인 풍력발전소가 모조리 기능 부전에 빠져 위기를 증폭시켰다. 그나마 주 전체의 블랙아웃을 막은 것은 3기의 원자력발전이 100% 출력을 유지한 덕분이었다. 텍사스주는 서부텍사스유(WTI) 와 셰일가스 등이 많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최근 원전 2기(기존 4기)를 더 지으려다 포기하고 천연가스와 풍력발전을 늘려 왔다.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상황을 자세히 분석한 기사를 통해 ‘좌파 기후 어젠다의 역설(逆說)’이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파가 몰아쳤던 1월 초의 2주 동안 전력소비 피크 시간대에 태양광·풍력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한 비중은 1%에 불과했다. 작년 7∼8월 피크 시간대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도 평균 1%대였다. 필요할 때 무용지물인 것이다. 빌 게이츠도 최근 “원전은 밤낮과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다른 청정 에너지원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원자력이 악(惡)인 양 탈원전에 집착한다. 세계 최고 기술을 죽이고, 전기료 인상으로 경제에 충격을 주는 것은 물론 에너지 안보도 위협하는 반국가적인 행태다.

문화일보 사설

 

02.19  텍사스 정전 사태를 보라

▲텍사스 휴스턴에서 폭설과 한파로 전력이 끊기자 프로판가스로 난방을 하기위해 가스통을 충전하려는 사람들이 충전소에 줄을 서있다./AP 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전력 관리·감독기관이 143쪽 보고서를 내놓았다. 지난해 8월 14~15일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순환 정전 사태의 원인을 분석한 최종 보고서였다. 당시 섭씨 40도까지 치솟는 폭염 속에 정전 첫날에는 41만 가구, 다음 날에는 20만 가구에 예고 없이 최대 1시간 동안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보고서는 정전의 주요 원인으로 30년 만의 최고 기온과 함께 재생에너지를 지목했다. 정전이 시작된 시각은 8월 14일 오후 6시 38분, 8월 15일 오후 6시 28분. 해가 떨어지면서 태양광 발전 출력이 급격히 낮아지는 순간이었다. 캘리포니아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30%가 넘는데 그중 절반 가까이가 태양광이다. 보고서는 “저녁이 돼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아 냉방 수요는 여전한데 태양광 발전량이 갑자기 줄면서 전력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며칠 전에는 미 텍사스에서 기록적인 한파로 풍력발전기 터빈이 얼어붙어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텍사스는 최근 10년 새 풍력발전을 3배로 늘렸는데 추위 속에서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의 정전 사태는 원전을 접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천혜의 태양광·풍력 발전 조건을 갖추고도 재생에너지가 전력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는데 우리는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일사량이 많은 캘리포니아는 태양광 발전소의 설비 이용률이 25%가 넘지만 우리나라는 15% 수준이다. 한국과 비교할 때 텍사스는 바람의 세기가 강하고 일정해 풍력발전 이용률이 우리보다 높다.

 

이번 겨울을 거치면서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국내 전력 수급 안정성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증폭됐다. 한파가 몰아쳤던 1월 첫 2주 동안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피크 시간대에 태양광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한 비율은 0.4%였다. 큰눈이 내린 이후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태양광 패널 위에 쌓인 눈이 얼어붙어 며칠간 전력 생산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문제는 원전을 대신해 재생에너지와 함께 전력 공급의 한 축을 맡게 된 LNG(액화천연가스) 역시 에너지원으로서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 동북아 지역의 LNG 현물 가격은 작년 12월 초 대비 4배 넘게 급등했다. 강추위로 난방 수요가 급증한 데다 호주·카타르 등 주요 LNG 수출국에서 코로나 여파로 생산공장 중 20% 이상이 폐쇄돼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100% 수입에 의존하는 LNG의 가격 변동과 수급 불안은 전력 공급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이다.

 

한순간이라도 전력 공급이 수요를 맞추지 못하면 정전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위기는 한 번 터지면 피해가 막심하다. 에너지 안보를 운에 맡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조선일보 김승범 기자

 

02월 19일  월성1호 조작 범죄 피의자들, 포상과 영전 잔치

정부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혐의를 받는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가스공사 사장에 앉히려고 공모 과정을 ‘요식 행위’로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스공사는 2018년 11월 사장 공모를 했지만 채 전 비서관은 지원하지 못했다. 한 달 전 비서관을 그만둬 공직 퇴직 6개월이 지나야 한다는 공모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산업부는 최종 후보 2명을 모두 퇴짜 놓고 재공모를 지시했다. 재공모는 채 전 비서관이 자격을 갖춘 직후인 2019년 4월에야 이뤄졌다. 그가 취임하기까지 가스공사 사장은 10개월간 공석이었다. 청와대 내정자를 위해 공모 절차를 농단한 ‘화이트리스트 사건’ 아닌가.

 

채 전 비서관은 2018년 산업부 원전 담당 공무원에게 ‘월성 1호기를 당장 중단할 수 있도록 원전 관련 수치를 고치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고 물어본 그 시기였다. 청와대 지시에 산업부 담당 공무원들은 회계법인을 압박해 원전 경제성을 조작했고 월성 1호기는 폐쇄됐다. 이런 불법에 앞장선 대통령 비서관이 ‘조작 범죄 공로상’으로 받은 것이 가스공사 사장이었다.

 

당시 산업부 원전 과장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으로부터 “너 죽을래”라는 협박을 들었다. 이후 경제성 조작에 가담해 2019년 국장급으로 승진했다. 그해 말 조작을 감추기 위해 원전 자료를 불법 삭제했다가 불구속 기소됐다. 그런데 산업부는 형사 피고인이 된 직원을 징계하기는커녕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임명했다. 경제성 조작과 증거인멸을 했는데도 상으로 승진과 좋은 보직을 준 것이다.

 

국무총리는 작년 말 대전지검이 월성 1호 관련 공무원들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대검에 보고한 바로 다음 날 산업부를 찾아가 ‘적극 행정상’을 나눠줬다. 우리나라 정부 역사에 거의 전례가 없는 황당한 일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문 대통령은 산업부에 3차관 신설을 약속하기도 했다. 3차관 신설 역시 전례 없는 일이다. 3차관이 생기면 추가 승진이 따를 것이다. 대통령이 정부의 조직 신설과 공무원 포상을 자신의 범죄 혐의를 덮는 데 이용하고 있다. 월성 1호기 폐로 과정은 조작과 협박, 증거 은폐 등 조직 범죄단이 움직이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조직 범죄단은 가담자들에게 벌이 아니라 상을 준다.

조선일보 사설

 

03월 03일  탈원전으로 ‘우주 꿈’ 마저 꺾는 文

김상협 경제부장

 핵심 관건은 원자력 엔진 성패
美·中·英은 이미 사활 건 경쟁
게임체인저 선점 위해 총력전
문재인정부 탈원전 요지부동
꿈·미래 토대 허무는 아집일 뿐
脫이념과 과학서 해법 찾아야


 화성이 붐빈다. 3일 현재 화성에서는 세계 각국의 궤도선 8대, 착륙선 1대, 로버 2대가 활동 중이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이고 러시아, 유럽우주국(ESA), 아랍에미리트(UAE), 인도까지 나섰다. 지난달 19일 화성에 9번째 착륙선을 안착시킨 나사(미 항공우주국)는 5번째 로버 퍼시비어런스를 통해 역사상 최초로 지표면 흙을 지구로 가져올 예정이다. 중국은 톈원(天問) 1호의 화성 궤도 진입 성공에 이어 5월 착륙선과 로버를 지표면에 착륙시킨다. 미국은 민간기업까지 가세했다.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CEO는 2030년 안에 지구인이 거주하는 화성 식민지를 세우겠다는 꿈을 밝혔다.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을 만든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지구 환경을 해치는 공장의 달 이전을 공언했다. 블루오리진은 4월 첫 번째 유인 우주비행에 나설 전망이다.


대한민국의 ‘K-우주시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영화를 통해서나 태극기를 달고 화성과 우주정거장을 오가는 ‘승리호’ 선원들의 활약상을 보는 데 만족하는 실정이다. 정부 캘린더에 화성탐사 계획은 아직 없다. 달 탐사 사업은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일정이 당겨졌다가 늦춰지기를 반복했다. 결국 2016년 1월 착수한 달 탐사 궤도선(KPLO) 발사는 지난해 12월에서 2022년 8~9월로, 달 착륙선은 2025년에서 2030년 이후로 또 늦춰진 상황이다. 위성은 예정대로라면 10월 첫 국산화 로켓 누리호를 필두로 2027년까지 71개가 발사되면서 달·화성 탐사프로젝트의 발판을 마련하는 정도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협업하는 민간기업 300여 곳이 빅데이터, 6G 통신, 독자 항법위성 분야에서 첨단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이를 종합하고 체계적인 틀로 이끌어 나갈 정부의 역할은 매우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우주 전담 기관을 운영하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고작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내 과장급 부서 2곳이 관할하고 있다.


더 심각한 지점은 원자력 체계의 토대를 허물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다. 우주시대의 최대 핵심 관건은 게임체인저로 평가되는 원자력(핵추진) 엔진의 성공 여부다. 현재 반년 이상 걸리는 화성까지의 비행시간을 절반 이상 단축하는 방안은 원자력 엔진밖에 없다. 더구나 우주선이 태양에서 멀어질수록 태양광은 한계가 뚜렷하다. 목성, 토성 너머까지 가려면 원자력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달이나 화성기지에 필요한 안정적 전기 공급도 마찬가지다. 낮과 밤이 보름씩 되풀이되는 달이나 모래폭풍이 심한 화성에서의 태양광발전은 무용지물이다. 미국, 중국이 사활을 걸고 원자력 엔진을 추진하는 이유다.


최근 영국까지 대열에 합류했다. 그레이엄 터녹 영국우주국(UKSA) 국장은 올해 1월 롤스로이스와 손잡고 핵추진 엔진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나사는 수년 전부터 민간업체와 함께 차세대 핵열추진 로켓개발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방사성동위원소 열전기 발생기’(RTGs), ‘방사성동위원소 난방기’(RHUs), 동력·추진력을 얻기 위한 핵분열 원자로 등 ‘방사성동위원소 동력장치’(RPSs)의 활성화를 발표했다. 원자력으로 우주를 날고, 행성에서 발전과 난방을 하게 된다.


환경론자들이 원전 반대의 핵심 논거로 내거는 원자력의 재앙을 생각하면 도저히 수행해서는 안 되는 기술들이다. 자율주행차가 시험운행 도중 인명사고를 냈다고, 전기차 배터리에 화재가 났다고 현대자동차와 구글, 애플, 테슬라가 개발을 멈추지는 않는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단점은 과학적으로 극복해야 할 도전 대상일 뿐이다. 세계적인 최첨단 기술로 인정받는 한국의 소형모듈원전(SMR·Small Modular Reactor)도 꾸준히 업그레이드해 온 결과물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최근 저서에서 ‘원자력은 거의 모든 곳에서, 매일 24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무탄소 에너지원’이라며 ‘올바른 정책과 적절한 시장이 없으면 더 안전하고, 더 저렴한 차세대 원자로 기술과 과학은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이 아닌 탈이념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문화일보

 

03월 29일  천지원전 백지화 확정… ‘3.7兆’ 피해보상 등 후폭풍 불보듯

산업부 ‘예정지 지정철회’ 의결 

경수로 건설 8년반만에 취소
행정예고뒤 주민들 보상요구
道·郡 “직·간접 경제피해 커”
정부 “실질적 보상은 어려워
해상풍력 등 대안 사업 추진”


경북 영덕군에 건설 예정이던 천지 원자력발전소가 8년 반 만에 29일 지정 철회가 확정되며 백지화가 현실화했다. 2019년 강원 삼척시 대진 1·2호기 사업이 종결되고 경북 경주 월성 1호기가 조기폐쇄된 데 이은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강행 결과다.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3조7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직·간접 피해 보상·대책 마련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전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를 개최하고, 천지 원전 예정구역 지정 철회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산업부 차관이 위원장으로,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고위공무원단 총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은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관이 산업부 차관을 대신해 참석했다. 산업부는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지정 철회를 고시할 계획이며, 약 일주일 후 관보에 게재되는 대로 효력이 발생한다. 정부는 당초 영덕군 영덕읍 석리∼노물리∼매정리와 축산면 경정리 일대 324만7112㎡ 규모 부지에 가압경수로(PWR)형 1500㎿ 원전 2기(천지 1·2호기)를 건설하기로 하고 지난 2012년 9월 해당 지역을 예정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산업부는 이번 지정 철회에 대해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사업을 종결해 예정구역 유지 필요성이 없어졌고, 개발행위 제한에 따른 지역·주민 애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르면, 예정구역 내에서는 건축물 신·증축을 포함한 개발행위가 금지돼 있다. 한수원은 2017년 10월 정부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 같은 해 12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 후 2018년 6월 이사회에서 천지 원전 사업 종결을 결정하고 7월 지정 철회를 신청했다.

 

산업부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과 법률 검토 의견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지역사회의 반발은 거세다. 산업부가 2월 천지 원전 지정 철회 관련 사항을 행정예고한 뒤 경북도와 영덕군을 중심으로 피해 보상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영덕군은 이번 원전 건설 취소에 따른 고용 효과 등 직·간접 경제 피해가 60년간 3조7000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한수원이 이미 지출한 비용(904억 원) 중 일부에 대해 국민이 낸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통해 보전하는 것 외에 지역 주민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법률 검토 결과 기대에 대한 이익 보상은 어렵다”며 “대신 해당 지역에 해상풍력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 대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03월 31일 천지原電 철회로 더 커진 탈원전 죄책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산업통상자원부가 29번째 원전(原電) 후보지 경북 영덕군 천지의 예정구역 지정을 29일 철회했다. 150만㎾급 건설 예정지가 10년 만에 백지화된 것이다. 원전 취소에 따른 지역 경제 피해로 파열음이 예상된다. 원전과 석탄과 석유를 줄이며 태양과 풍력을 늘리려면 가스를 더할 수밖에 없다. 결국, 탄소중립으로의 여로는 요원해지게 된다.


독일에서 지난해 1차 에너지 소비 비중은 △재생 17% △원전 6% △가스 27% △석유 34% △석탄 16%로 나타났다. 발전원 중에서 석탄·가스·원전은 50%, 재생은 45%를 차지했다. 2019년 필립스부르크 2호기가 영구정지됐다. 국내 신형 경수로와 같은 1400만㎾짜리다. 지난해 원전 비중은 전년 대비 14% 줄었다. 게다가 올해 3기, 내년 3기, 총 800만㎾가 폐로 되면 러시아에 기대는 가스 비중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탈원전 중인 우리나라나 독일과 달리 미국·영국·중국·프랑스 등은 원전을 기저 전원으로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일본도 여기에 동승하는 분위기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풍력과 태양과 원전을 늘리고 석탄을 줄인다는 것이다. 독일과 한국을 제외하곤 원자력을 확대하거나 유지할 계획이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세웠다. 재생에너지 발전(發電) 비중이 42%에 이를 전망이다. 아울러 가동 원전 수명 연장과 출력 증강은 물론 신형 원전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영국은 2019년 기준 풍력발전 비중이 21%로 OECD 회원국 평균의 3배에 가깝다. 그런데도 가동 중인 원전 8기의 수명 연장과 함께 신형 원전 3기의 추가 건설도 추진 중이다.


중국은 2019년 26%였던 재생에너지 비중이 2035년 43%로 올라갈 전망이다. 원자력은 2035년 12%로 2019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무역 갈등이 장기화하는 시점에 에너지 자립 차원에서 원천 기술 개발과 신규 독자 건설에 주력하는 형국이다. 프랑스는 2019년 기준 원전 비중이 70%에 이르면서 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도 원자력을 기후변화 대응과 전력 공급 안정을 위한 중추 전원이라고 판단해 2050년까지 50%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사국인 일본도 2011년 이후 폭락한 원자력을 재가동한다는 계획이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는 원자력이 필수 불가결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2018년에 발표한 제5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원전을 탄소 감축 수단이자 주요 기저 전원으로 인식하고, 2019년 7%였던 비중을 2030년 22%까지 늘리겠다고 공표했다.


결국, 주요국 중 탈석탄에 탈원전까지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독일뿐이다. 두 나라는 타국 천연가스를 태우며 탄소와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하는 운명을 공유하게 됐다. 독일은 그나마 BMW와 포르쉐가 내연기관 개발을 지속하며 고속도로 탄소 감축에 다소 유연성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자칫 가스로 만든 전기와 수소가 범람하게 될 것이다.


전기와 수소를 탄소 배출 없이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원자력이야말로 지금과 마찬가지로 30년 후에도 한반도의 핵심 동력으로 손색이 없다. 다만, 신토불이 안전 문화 정착과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 확보가 선결 조건이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