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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아트4/ 포토 에세이4/ 신수진의 사진 읽기/ [1] 69층 현장의 고달픔도 잊은 평화 - 포토 에세이(주간조선) - 포토 투어

상림은내고향 2021. 2. 9. 13:57

포토 아트4/ 포토 에세이4/ 신수진의 사진 읽기/ 사진심리학자

[1] 69층 현장의 고달픔도 잊은 평화로운 휴식

미국 뉴욕의 록펠러 센터 건설 현장을 찍은 이 사진은 무려 80년 전 근로자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대공황 시기에 미국 내에서 실행된 유일한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였던 이곳에서 수많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얻었다. 놀라운 것은 69층 높이 공사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그들의 모습이 기이하리만치 자연스럽고 여유롭다는 점이다. 아찔한 마천루는 그들 삶의 터전이 되었다. 땅을 일구는 농부나 바다에 뛰어드는 해녀처럼 그들은 하늘을 올랐을 것이다. 사진에 담긴 그곳에서의 점심 식사는 일상적이고 평화롭다. 하지만 이러한 휴식은 잠시일 뿐이다. 이와 같은 현장에서 현기증 나는 공포나 목숨을 건 치열함을 피해갈 순 없었을 테니 말이다. 사진 속 근로자들의 모습에서 읽히는 평화는 삶을 지탱하기 위한 악전고투의 다른 얼굴인 것이다.

 

하늘 위 식당 - 루이스 하인,‘ 록펠러 센터 건설 중 GE빌딩 69층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근로자들’, 뉴욕, 1932.

 

 

사진은 시간을 담는다. 찰나의 순간이 고정되면서 사진은 시대의 목격자가 되기도 하고 마음을 위로하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사진으로 다시 경험할 순 있다. 과거를 바라보는 창문이 되기도 하고, 동시에 나의 현실을 반추하는 거울의 의미를 지니기도 하는 것이다.

이 사진을 찍은 루이스 하인(Lewis Hine·1874~1940)도 사진 속 근로자들처럼 직업인으로서의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사람이다.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하면서 거의 10년 동안 대학 진학을 미루고 온갖 잡역을 전전해야 했다. 이후 교육학과 사회학 공부를 계속하면서 30년 가까이 꾸준히 활동했지만, 이 사진을 찍기 전까지 생계를 이어가는 일은 그에게 고단한 짐이었다. 결국 환갑을 앞두고 찍은 '일하는 사람들' 연작을 통해 그는 사회적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불멸의 명작을 남기게 되었고 지치지 않는 열정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되었다.

나와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일하는 시간은 고귀하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일을 통해서 많은 사람과 생각을 나누고 가치를 공감할 수 있다면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루이스 하인의 사진을 다시 보며,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고귀함과 행운이 함께하길 바라 본다.

 

[2] 대공황 온몸으로 버텨낸 '어머니'의 얼굴

도로테아 랭 '이주민 노동자'… 니포모, 캘리포니아, 1936.

 

 

1929년 뉴욕 증시가 붕괴되면서 찾아온 미국 경제 대공황의 폭풍은 거셌다. 도로테아 랭(Dorothea Lange·1895~1965)의 사진 속 여인처럼 대도시는 물론이고 농촌 지역에 이르기까지 집을 잃고 먹을거리를 찾아 떠도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그들이 짊어져야 했던 삶의 무게를 상징적으로 기록한 이 작품은 사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물사진 중 하나가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어머니이다.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온 그녀에게 세 아이는 운명처럼 주어진 벅찬 고단함이자 살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쭈그려 앉은 양 어깨에 얼굴을 파묻으며 매달리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녀는 살아야 한다. 혼자가 아니기에 그녀의 하루하루는 더 가혹했겠지만, 혼자가 아니기에 그녀는 반드시 살아남았을 것이다. 홀로 어딘가를 응시하는 그녀의 눈빛에는 운명에 순응하는 자의 허망함과 결연함이 함께 깃들어 있다.

당시 미국의 행정부는 경제 위기로 양산된 이주민 노동자들을 재정착시키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경제학자 로이 스트라이커의 지휘로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지역을 순회하며 현장을 기록하는 일을 사진가들에게 의뢰했다. 도로테아 랭은 1935년부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14개 주를 돌며 1700마일에 달하는 여정을 소화해 냈다. 본래 꽤 인기 있는 인물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던 그녀는 이 일을 계기로 안락한 일터를 등지고 거리로 나아가 사회적 다큐멘터리에 집중하게 된다.

열정적인 그녀의 카메라에 포착된 수많은 장면 중에서도 이 사진이 유독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이유는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도로테아 랭은 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촬영하면서 스스로 세운 원칙을 고수했다고 한다. 억지로 꾸며대지 않고 자신이 마치 그들의 일부인 것처럼 현장에 남은 과거의 흔적과 현재를 고스란히 담고자 했던 것이다. 덕분에 이 사진에는 영원히 살아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남게 되었다. 오래전 낯선 아이들에 둘러싸인 여인의 모습에서, 우리의 어머니를 본다. 비록 남루하고 초라할지라도, 가족을 위해 기꺼이 젊음을 헌신한 모든 어머니에게 이 사진의 감동을 바치고 싶다.

 

[3] '찍는' 대신 암실에서 '만드는' 사진

제리 율스만, 무제 /1972, 한미사진 미술관 제공

 

 

제리 율스만(Jerry Uelsmann·1934~) 1972년에 만든 이 작품에는 거대한 손과 여인의 나신, 입술과 깍지 모양의 식물, 거대한 자연 풍경 등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각각의 소재를 따로따로 한 장씩 보았다면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는 평범한 장면들일 수 있겠지만, 각각의 사진 원고들의 위치와 크기를 정교하게 계산해서 중첩시킨 한 장의 사진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해석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 되었다.


그의 사진은 전통적인 '원샷 원킬(one shot, one kill)', 즉 단 한 번의 순간 포착으로 결정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사진의 방법과는 정반대되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그는 1960년대부터 여러 장의 사진에 담긴 수많은 시간과 공간을 엮어 초현실적 장면을 만드는 일에 몰두했다. 디지털 기술의 확산으로 필름과 암실 작업이 구시대의 유물처럼 되어버린 듯한 지금도 그는 암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여러 장의 필름 원고를 차례로 중첩시켜 인화하는 세공적인 방법을 통해서 그는 사진을 '찍는(taking)' 대신 '만드는(making)' 사람이 되었다.

사진 속 여인은 요람과도 같이 커다란 손에 안긴 듯 누워 우리를 응시하고 있다. 엄지공주처럼 작아 보이는 그녀는 힘없이 나약한 모습이지만 선명한 눈빛은 그녀에게 가늠하기 어렵도록 숨겨진 이면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그녀의 몸 한가운데에 놓인 세계는 변화무쌍한 자연과 영원불멸의 생명을 동시에 상징하는 듯한 장면으로 채워져 있다. 처음 이 작품을 접한 사람들은 대부분 작가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장면을 만들었는지 궁금해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작가의 생각이 아니라 우리들의 마음에 있다. 이러한 작품의 완성은 작가에게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보는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제리 율스만이 현존하는 최고의 스토리 텔링 작가라는 평을 얻은 것은 그의 사진이 한 가지의 명료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모호하고 비현실적인 장면들을 제시함으로써 감상자로 하여금 자신의 경험이나 기억,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른 상상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도록 하는 것이 작가의 핵심적인 역할인 것이다. 상상을 자극하는 힘이야말로 현대 예술이 추구하는 중요한 과제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시대가 변해도 예술이 기술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이유이다

 

[4] 죽은 자와 산 자, 모두의 비극적 운명

사진기자들처럼 길에서 마주치는 사건을 기록하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퍼(street photographer)들에게 전쟁은 꿈의 무대나 다름없다. 인류가 경험하는 가장 극단적 비극의 현장일 뿐 아니라 사진 한 장으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순간을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터에 나가는 종군기자라고 모두 역사적 사진을 찍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순간은 운명처럼 다가오는 것 같다.

에디 애덤스(Eddie Adams·1933~2004) 1968 2 1, 그러한 운명과 마주했다. 2차에 걸쳐 30년을 이어갔던 베트남전쟁 사상 가장 독한 사진을 남기게 됐으니 말이다. 사이공의 거리에서 미군을 살해한 베트콩 포로를 끌어다 즉결심판으로 처형한 이 사건은 아주 순식간에 일어났다고 한다. 누구도 이 순간이 카메라에 담겨서 인류에게 목격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두 손을 뒤로 묶인 자가 총에 맞는 순간이 너무나도 가깝고 생생하다. 마치 현장에서 오금이 저려 꼼짝도 못하며 바라보는 듯한 충격을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사진은 이념이나 정치의 논리를 뛰어넘는 반전 논쟁을 촉발시키기에 충분한 한 장이 되었다.

 

에디 애덤스, 사이공의 처형(Eddie Adams, Saigon Execution, Vietnam, 1968)

 

 

전쟁을 기록한 사진의 잔혹성에는 여러 층위가 있다. 표면에는 물론 전쟁이라는 사건 자체가 지닌 비일상적 폭력성이 드러난다. 이때 사진은 상식과 도덕을 저버리는 현장을 기록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또 다른 폭력에 눈을 뜨게 되는 인류의 잔혹함이 숨겨져 있다. 그것은 바로 현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안락한 방 안에서 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심판자적 태도이다.

이 사진은 에디 애덤스에게 꿈에도 그리던 퓰리처상은 물론이고 평생의 영예도 안겨 주었다. 그러나 이 현장에서 살아남은 다른 한 명, 즉 총을 쏜 자인 로안 장군에게는 살인자의 낙인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비극을 가져다주었다.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행사하며 가한 폭력보다 훨씬 가혹한 심판이 미국으로 이주해 신분을 감추고 살았던 그의 생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되었다. 결국 그가 죽던 해에 에디 애덤스는 "장군은 총으로 베트콩을 죽였지만, 나는 카메라로 로안 장군을 죽였다"는 통한의 고백을 하였다.

전쟁은 이렇게 패자와 승자,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 숨은 자와 드러난 자 모두의 운명을 뒤흔드는 비극인 것이다

 

[5] 빛을 향해 한걸음, '희망 본능'

유진 스미스, 낙원으로 가는 길, 1946

 

 

거부하기 힘든 매력으로 사랑받는 사진이 있다. 이 작품은 1955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처음 기획된 후 전 세계 순회 전시로 기록적인 성공을 거둔 인간 가족(The Family of Man)전의 마지막 사진이다. 안락하고 평화로운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의 이면에는 고통과 좌절 속에 웅크렸던 작가가 있었다.

자부심 넘치는 원칙주의자였던 유진 스미스(Eugene Smith·1918~1978)는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향해 부단히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사진가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십대에 이미 자신의 사진을 팔기 시작했던 그는 사진이야말로 시대와 인간을 증언하는 도구라는 신념으로 무장하고 수많은 역작을 남겼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중에 '라이프(LIFE)' 소속으로 미군을 따라 일본 등지에서 취재했던 사진들은 그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러던 중 치명적 부상을 입게 된다. 2년간 지속된 수술과 요양으로 완전히 활동을 멈추고 있던 어느 날 아이들에게 이끌려 집 근처를 산책하던 중 그는 우연처럼 손에 들려 있던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그에게 익숙한 치열함의 현장과는 거리가 먼 일상적 장면에서 또 하나의 전설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죽을 만큼 힘들고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좌절을 느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그런 고통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 사진이 주는 위로는 아이들의 걸음걸이가 의지에 가득 찬 전진이라기보다는 그저 빛을 향해 본능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힘겹고 지칠 땐 목표를 향해 억지로 힘겹게 내딛는 대신 잠시 멈춰 서서 자연스럽게 때가 이르기를 기다려도 될 것 같다. 빛이 인도하는 곳으로 향하기만 해도 그 너머에 낙원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우리의 마음을 다독인다.

 

[6] 또 다른 도전을 자극하는 '실험 정신'의 美德

맨 레이, 앵그르의 바이올린, 1924

 

 

맨 레이(Man Ray·1890~1976)는 이미 20세기 초에 여러 매체를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였다. 조각, 사진, 회화, 동영상 등이 그의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뒤섞여 자유로운 표현의 도구로 활용되었고, 이러한 방법은 그에게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힘을 지닐 수 있도록 해주었다. 과거로부터 영감을 받아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시도함으로써 훗날 누구나 따라 하고 싶은 표현 양식을 지닌 작품들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누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완벽한 형태미를 보여주는 여인의 뒷모습은 매끈하고 결점 없는 뽀얀 피부와 풍만한 여성미를 아름답게 표현했던 신고전주의 회화를 연상시킨다. 이 작품의 모델이 된 여인은 당시 파리 사교계의 여왕이라 칭송받았던 '몽파르나스의 키키'이다. 터번을 쓰고 단순한 배경 앞에 반듯하게 앉아서 살짝 고개를 돌린 얼굴에서 나른한 매력이 흐른다. 하지만 앵그르와 키키만으로 이 작품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여인의 뒷모습 사진 위에 현악기 전면에 있는 에프(f) 모양의 그림을 그려 넣은 후 다시 사진을 찍음으로써 전통적인 누드와는 거리가 먼 혁신적인 변형을 만들어냈다. 단순한 붓질을 더했을 뿐인데 키키의 몸은 악기를 연상시키게 되었고 카메라 앞에 놓여 있던 현실은 상상의 세계로 던져졌다. 덕분에 우리는 그의 작품을 보며 가벼운 미소를 지을 수도 있고 오묘한 울림이 있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게 되었다.

예술가들의 실험적 도전이 지니는 가장 큰 미덕은 그가 남긴 작품이 후세 수많은 사람의 또 다른 도전을 자극하는 것이다. 맨 레이의 이 작품은 지금도 수많은 모작과 차용이 이루어지고 있을 만큼 인류 역사에 각인된 작품이 되었다. 평생을 실험 정신으로 무장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하겠지만, 영감을 주고받는 일이야말로 진정 예술적인 것이다.

 

[7] 포크를 볼 것인가, 그림자를 볼 것인가

 

일상적인 장면 속에서 낯선 조합을 찾아냈을 때, 사물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한 물건이 시야에 가득 차 들어올 때, 빛과 그림자처럼 당연하게 여기던 짝들이 서로 밀쳐내듯 독립적 힘을 지닌 것처럼 보일 때, 특정 거리에 있는 대상을 선명하게 보기 위해 주의를 집중하면 주변이 아득하게 몽롱해지는 것을 느낄 때, 우리는 시각 경험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원초적 즐거움에 빠져들곤 한다.


시각 과학자들에 따르면, 일상적 시각 활동의 첫 번째 질문은 '대상이 무엇인가'이다. 전경과 배경을 구분하여 대상의 이름을 파악하고 나에게 유해한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것이 생존과 관련된 시각 활동의 기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술은 어떠한가? 시각 예술 작품도 역시 시각 활동을 통해서 감상하는 것이므로, 작품을 접하는 사람들도 같은 첫 질문을 거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거기에 멈춘다면 예술적 체험의 폭은 터무니없이 줄어들 것이다. 다시 말해 예술 경험은 첫 번째 질문, 즉 생존과 관련된 시각의 일차적 목표를 뛰어넘는 과정에서 비로소 의미를 지니게 된다.

사진은 이런 점에서 매우 불리한데, 누구나 한눈에 답을 얻을 수 있는 속성 때문에 오히려 그다음 단계의 감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진에 찍힌 것은 포크이다. 이렇게 답하고 나면 그다음은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 아닌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것은 '포크'가 아닌 '그림자'이다. 포크를 넋 놓고 쳐다보는 것은 한심한 일일 수 있겠지만, 그림자를 바라보는 것은 관찰이며 발견이고 감상이다. 그림자는 주인공이 아니며, 그림자는 변화하는 것이고, 그림자는 밝혀진 세상의 뒷모습이기 때문이다.

먹고사는 것에 우선적 가치를 두게 되면 나 자신을 정답이 있는 세계에 가두어야 한다. 먹고사는 일보다는 소비하고 즐기는 일에서 자신만의 생산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적어도 이 사진을 찍은 케르테츠는 그런 사람이었을 것 같다.

오늘도 포크와 그림자가 묻는다. 무엇이 보이느냐고.

 

[8] 몰입하면 보이는 '낯선' 日常의 모습

피망, 혹은 일그러진 시선 - 에드워드 웨스턴, 피망 No. 30, 1930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다시피 즐거움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즐거움의 필요조건은 '몰입'이다.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에 몰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그것을 통해 더 많은 즐거움을 능동적으로 찾아가는 방법을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몰두할 수 있는 일을 갖는 것은 그 자체로 삶을 풍부하게 하는 경험이며, 몰입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독려해야 한다. 몰입과 이완,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이 둘 간의 균형감을 통해 우리는 평범한 삶을 조금은 특별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에드워드 웨스턴(Edward Weston·1886 ~1958)의 사진은 일상적 장면에서 어떻게 순수한 시각적 몰입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지 깨닫게 해준다. 그는 작고 흔한 물건에 오래도록 주목하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 사진을 완성했다. 그가 대상에 몰입하는 방식은 어떠한 꾸밈도 덧붙이지 않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의 상태로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사진 속 피망은 화면의 중앙에 큰 비중을 차지하도록 배치되었고, 대형 카메라로 클로즈업되어 세밀한 디테일까지 살아있는 듯 묘사되었다. 그리하여 하나의 피망은 그 이상의 무언가가 되었다. 그의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새로운 물건이나 세계를 바라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누군가는 웅크리고 앉은 사람을 볼 수도 있고 누군가는 깊은 동굴의 서늘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웨스턴의 사진이 주는 즐거움은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음 직한 평범한 대상을 처음 보는 물건인 양 들여다보게 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그로부터 불러일으켜진 수많은 기억과 상상 속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것이다. 웨스턴처럼 담백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만 있다면, 섬세하고 예민한 눈길을 조금만 더 천천히 거둘 수 있다면, 세상은 예기치 못한 신선한 몰입과 이완의 즐거움으로 가득한 보물 상자일 것이다.

 

[9] 급변하는 時代에 대응한 '知的 실험'

역사적 인물들의 업적을 들여다보면서 그들이 이 시대에 산다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때가 있다. 인재가 타고나는 것만이 아니라면 다른 시대적 환경 속에선 그들도 평범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다가도, 그들의 시대에 대한 대처 방식이 오늘날에도 유효하지 않을까 하고 상상해보는 것이다. 어쨌거나 인재는 시대와 함께 만들어진다.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던 백 년 전의 유럽에서 활동했던 작가 중엔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 예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사람이 많다. 라슬로 모호이너지(Laszlo Moholy-Nagy·1895~1946)도 그중 하나다.

 

빛으로 그린 그림 - 기계로 만든 규격화된 생산품들을 암실에 갖고 들어가 빛을 비추자 이름과 기능은 사라지고 추상화된 그림만 빛의‘흔적’으로 남았다. 라슬로 모호이너지, 포토그램, 1939

 

 

헝가리 태생으로 독일 바우하우스를 거쳐서 후에 시카고 뉴 바우하우스를 이끌었던 그의 활약은 눈부시다. 화가이자 사진가, 교수이자 이론가로서 그의 활동 분야는 조각·영화·디자인·광고·무대 및 전시 설계 등을 넘나들었다. 그야말로 유토피아 정신으로 무장한 전 방위적 예술가였다. 이 모든 활동을 관통하는 그의 관심사는 기술과 산업이 이끄는 환경의 변화를 예술에 통합하는 것이었다. 포토그램(photogram)은 카메라를 이용하지 않고 암실에서 인화지 위에 직접 빛을 주어서 그림자만으로 형태와 명암을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말 그대로 빛으로만 그리는 그림이다.

모호이너지에게 사진은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을 다루기에 가장 적합한 도구였다. 안료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이전 시대의 유산이라면 전기를 활용하는 인공 조명을 가지게 된 20세기 인간에게 '빛으로 그리는 그림'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사진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예술적 표현 도구로 활용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 중에서도 모호이너지가 유독 포토그램에 매료되었던 이유는 그것이 물질성과 비물질성, 구상과 추상, 사고와 감정을 넘나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당시의 인류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의 본질을 꿰뚫어 인류가 변화하는 시대에 더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믿었던 그가 우리 시대에 다시 살아난다면 무엇을 했을까 하는 공상에 빠져본다.

 

[10] 눈의 한계를 뛰어넘다, 시간의 틈새를 메우다

사진이 눈에 보이는 것만 보여주는 도구였다면 오늘날 우리가 사진에 주목하는 것의 의미는 훨씬 축소됐을 것이다. 사진 발명 초기부터 사진 기술은 우리가 볼 수 있는 것 이상을 추구해왔고, 그 결과 사진은 인간의 눈을 변화시켜 왔다. 눈은 뛰어난 감각 기관이지만 한계를 갖고 있다. 아주 작거나 거대한 것, 매우 느리거나 빠른 것처럼 눈이 볼 수 없는 대상에 관심을 갖는 일은 말 그대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시도였다.

 

이드위드 머이브리지, 생물의 운동기능, Plate 167(부분), 1887

 

 

이드위드 머이브리지(Eadweard James Muybridge·1830~1904)는 사진을 통해 눈으로 볼 수 없는 순간을 잡아내기 시작한 장본인이다. 그는 1880년대부터 생명체들의 '동작'을 찍기 시작했다. 말이나 사람의 동작을 정교하게 촬영하기 위해선 대략 1000분의 1초 이하의 짧은 순간을 찍을 수 있어야 하는데, 유리 원판을 사용하는 '콜로디온 습판'이란 당시의 기술 수준으로는 적어도 10초 이상의 노출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후원자들을 설득해 비용을 마련하고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해 셔터와 감광유제 등의 기술적 한계를 개선했다. 그리고 1887 2만장이 넘는 남성, 여성, 어린이, 조류를 포함한 동물의 동작 사진을 담은 '생물의 운동기능(Animal Locomotion)'이라는 전설적 업적을 출간한다. 그 안에는 인류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시간의 틈새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후 마르셀 뒤샹, 프랜시스 베이컨을 비롯한 화가들의 작품은 물론이고 영화 매트릭스의 동작 묘사에서도 그의 시각적 선구성은 확인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사진이라는 기술이 어떻게 인간의 인식을 확장시켜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의 시도가 지닌 역사적 의의는 처음 이 사진을 본 사람들과 130여년이 흐른 지금 이 사진을 보는 우리의 반응 차이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오늘날 누구도 이 장면이 충격적이거나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여기지 않는다. 다시 말해 시간의 틈새를 익히 보아 알고 있는 것 자체가 그만큼 우리의 눈이 달라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좋은 작품은 볼 수 없던 것을 볼 수 있게 해준다.

 

[11] 시각적 혁명이 만들어낸 혁명적 시각

알렉산드르 로드첸코, 나팔 부는 개척자, 1930

 

 

예술이 지니는 사회적 기능에 대한 예술가들의 자각이 가장 두드러졌던 시대와 장면을 꼽는다면 아마도 혁명기의 러시아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알렉산드르 로드첸코(Aleksandr Rodchenko·1891~1956)는 예술가의 사회적 책무와 새로운 미학적 시도라는 두 토끼를 모두 잡은 작가로 꼽힌다. 그는 사진과 그래픽 디자인, 조각 등 다양한 표현 매체를 섭렵하면서도 기하학적 표현 양식이나 천장에 매다는 설치 조각 등 획기적 구성주의(constructivism) 실험에 매진했다.

로드첸코의 인물 사진은 사회 구성원이 시대에 맞는 시각을 가지게 하기 위한 자극제이자 활력소가 되고자 했던 작가의 의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사용한 방법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큼 단순하면서도 명료하다. 위와 아래를 뒤집는 간단한 방법으로 변화를 주도하는 새로운 질서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인물 사진은 정면 얼굴을 찍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시절에 그는 과감하게 카메라를 턱 밑으로 들이댔다. 눈높이에서 수평적으로 바라보는 대신 수직적 시각으로 미학적 혁명을 시도한 것이다. 턱 밑에서 올려다보니 배경이 단순해지고, 단순해진 배경은 인물의 존재감을 부각했다. 익숙한 것을 다르게 보는 시도만으로도 시대의 개척 정신을 웅변적으로 드러낼 수 있음을 확인해 준 것이다.

그가 찍은 인물 사진에서 주인공은 모두 이 사진 속 소년처럼 평범한 사회 구성원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는 과감한 시점의 선택으로 사진 속 인물은 '개척자'가 되었다. 그의 사진이 비록 사회주의 혁명의 안정화에 기여하는 선전선동에 동원되었다고는 하지만, 이와는 무관하게 그의 '새로운 시각(new Vision)'이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동시대 독일 바우하우스의 주역들은 물론이고 후대의 수많은 예술가가, 평범하고 일상적인 대상을 전혀 다른 방향과 환경에서 바라보려는 시도야말로 이 세계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그의 신념과 실천에 공감했던 것이다.

 

[12] 3代에 걸쳐 완성된 장인적 예술성

완다 율츠, +고양이, 1932

 

 

사진이 발명된 후 적어도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사진술은 만만한 기술이 아니었다. 그 시기에 사진이라는 신기술을 예술적 도구로 활용하고자 했던 이들은 우선 기술을 장인의 수준으로 온전히 습득해야만 했다. 그러고 나서야 특출한 기술적 완성도를 바탕으로 사진에 자신만의 표현방식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단계, 즉 예술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 비록 한 사람이 당대에 그 과정을 모두 이루진 못하였지만, 세대를 이어 축적한 기술을 종국에는 예술로 승화시킨 경우도 있다.

이탈리아 미래주의에 동참했던 완다 율츠(Wanda Wulz·1903~1984)는 가업으로 사진 스튜디오를 이어받았다. 그의 할아버지 주세페 율츠는 1868년에 슬로베니아와의 국경지대에 위치한 항구도시인 트리에스테에서 영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솜씨는 고객들을 만족시켰고 자연히 그의 스튜디오는 잘 자리 잡았다. 그는 아들에게 기술을 전수하였고, 그의 아들은 다시 어린 딸들을 일찌감치 모델과 조수로 훈련시켰다. 자매가 성장하여 스튜디오 운영을 물려받은 후, 특히 완다는 아버지의 장인적 기술을 바탕으로 그 집안에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기에 이른다.

그녀는 전통적인 인물사진에 만족하지 않고 한 장의 사진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해석과 상상을 보여주기 위해 암실에서 여러 장의 사진을 합성해내는 실험에 몰두한다. 고양이와 자신의 얼굴을 절묘하게 합성한 이 작품은 당시 아방가르드를 꿈꾸던 동료 예술가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눈의 위치와 얼굴의 크기를 딱 맞추어서 두 장의 사진을 중첩시킴으로써 그녀는 잠재의식으로부터 끌어올려진 초현실적인 조합을 만들어냈다. 완벽한 기술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해져서 한번 보면 잊기 어려울 만큼 강렬한 예술 작품이 탄생하였음은 물론이고, 세대를 거듭한 기술의 축적이 역사에 남을 예술 작품으로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13] 이상적인 고결함인가, 유혹적인 분방함인가

젊은이들은 두 갈래 길 앞에서 서성인다. 미래의 가치를 위해 절제하는 길과 눈앞에 놓인 쾌락을 따르는 길은 한 인간의 삶을 완전히 다른 곳으로 인도할 수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한 장의 사진에 담는 것은 마치 한 편의 연극을 축약해서 보여주는 것과도 같이 어려운 과제이다. 19세기에 사진술을 자신의 예술적 표현에 활용했던 작가들 중에는 유독 이런 장황한 이야기를 사진에 담는 일에 몰두한 경우가 많았는데, 마치 화폭에 그림을 그리듯이, 사진을 회화적 도구로 쓰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스카 레일란더(Oscar Gustav Rejlander·1813~1875)는 그의 대표작인 '인생의 두 갈래 길'에서 '조합인화(combination printing)' 방법으로 지극히 연극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재현했다. 작품은 두 개의 무대로 양분되어 있고, 각기 다른 선택을 한 젊은이 앞에 펼쳐지는 상반된 즐거움이 묘사되어 있다. 수많은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듯한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레일란더는 서른두 장의 사진을 6주에 걸쳐 이음매 없이 매끈하게 조합해냈다. 당시로는 놀라운 세공적 완성도에 감탄한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구입하여 아들인 앨버트 왕자에게 선물하면서 크게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오스카 구스타브 레일란더, 인생의 두 갈래 길, 1857

 

 

1857년에 처음 전시된 이 작품에는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수많은 등장인물 중에 옷을 입은 사람들의 얼굴은 쉽게 확인이 되지만 옷을 벗은 모델들은 교묘하게 얼굴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벗은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보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을 테지만, 호사가들은 작가가 값싼 모델을 구하느라 매춘부를 동원했다고 입방아를 찧어댔다. 본질을 벗어난 비난에 지친 레일란더가 사람이 아닌 풍경만 찍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라고 하니, 사진으로 비유와 상징의 세계를 표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논쟁과 좌절이 있었는지를 짐작하게 되는 지점이다.

 

[14] 사진을 혐오한 천재 시인의 초상 사진

에티엔 카르자, 보들레르의 초상, 1863년경,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사진은 산업화와 기계문명을 상징하는 예술이다. 프랑스 정부가 사진을 하나의 기술적 발명품으로 인정한 1839년 이후 정확하게 20년 만에 샹젤리제 궁에서 열린 미술전에선 전통적인 회화와 나란히 사진협회가 주관하는 전시가 열리게 된다. 이로써 사진이 독립적인 예술의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음에도 이를 예술의 위기라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이 사진의 주인공 샤를 보들레르는 '현대의 대중과 사진'(1859)이라는 평론을 통해 사진이 예술을 오염시키고 있다며 맹렬히 비난했다. 사진은 무능하고 게으른 화가들의 도피처일 뿐이라고 폄하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보들레르는 에티엔 카르자(Etienne Carjat·1828~1906)가 찍은 이 사진을 비롯해서 인상적인 초상 사진을 여러 장 남겼다. 비평가로서의 날 선 공격과는 달리 당시 첨단 유행이라 부를 만했던 초상 사진에 그 역시도 열광하고 있었던 것이다. 망명지에서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 함께 '정확하면서도 흐릿한' 사진을 찍으러 가기를 고대한다는 말을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사진은 어쩌면 그의 맘에 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빠진 머리카락과 깊게 파인 볼, 모든 결점과 주름이 다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에 그가 좋아했던 어떤 낭만적인 흐릿함을 지닌 사진들보다도 그의 날카로운 천재성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으로 남았다.

사실 보들레르의 비난은 사진에 대한 것이라기보단 산업화가 가져올 파행적 맹목성에 대한 경고였다. 보이는 것이 전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더 이상 행복을 꿈꾸지 않는 '산업적 광기'에 대한 우려였던 것이다. 오늘날 그가 예고했던 '사진의 공습'은 성공적으로 실현되었다. 그것을 재앙으로 만들 것인지 행복으로 바꿀 것인지는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사진 속 보들레르가 지켜보고 있다.

 

[15] 연출된 죽음 앞에서 슬퍼하는 대중

사진의 예술성은 기록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형성되어왔다. 사진의 사실성, 즉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사실적으로 기록하는 능력은 모두를 감탄시킬 만한 것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사진 발명 초기에 사진술을 자신의 예술적 표현 도구로 삼았던 작가들은 사진을 이용해서 기록 이상의 상상력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이야기가 담긴 사진'에 대한 관심은 사진의 새로운 예술성을 시험하기에 적합한 과제였다. 작가들은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사진 속 장면들을 연출하기 시작했다.

 

헨리 피치 로빈슨, 임종, 1858.

 

 

헨리 피치 로빈슨(Henry Peach Robinson·1830~1901) 1858년에 발표한 이 작품은 폐결핵에 걸려 죽음을 앞둔 소녀와 그녀를 둘러싼 가족들의 모습을 묘사하였다. 창백한 얼굴로 힘없이 눈을 감은 아이와 허무한 눈빛으로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어머니, 그리고 절망으로 무거워진 등을 보이며 돌아선 아버지의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서 작가는 5장의 원화를 조합해 마치 그림을 그려 넣듯이 각각의 인물과 배경들을 치밀하게 구성했다. "사진가는 현실과 인공을 혼합하기 위한 모든 기교를 동원해서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할 준엄한 의무를 지녔다"고 주장한 그의 신념이 낳은 결과였다.


감상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완벽하게 연출된 사진에서 슬픔을 공감하기도 했지만, 실제 죽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장면을 꾸며내서 찍는 것은 사진의 기록성에 위배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어떤 이들은 회화에서는 가능하지만 사진에는 부적합한 주제라는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회화와 사진, 영화와 드라마는 모두 연출된 장면으로 기록과 상상의 예술이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현실보다 꾸며진 장면에 눈물 흘리는 일이 더 많아진 것이다.

 

[16] 좌절한 발명가의 초상

이폴리트 바야르, 익사자 같은 자화상, 1840.

 

 

사진 기술은 한 사람이 발명한 것이 아니다. 완벽한 그림에 대한 열망은 세계를 완벽하게 재현해 내겠다는 순수 의지로 이어졌으며, 그 성과물인 사진이야말로 시각적 경험의 진실을 가장 충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도구라고 믿게 만들었다. 1839 8 19일 프랑스 정부가 루이 자크 망데 다게르라는 상업 화가에게서 사진 발명의 특허권을 사들인 사실을 공포하자 유사한 기술을 시험하고 있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기운이 빠져버렸을 것이다. 무엇을 추구했든 선두를 놓쳐버린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폴리트 바야르(Hippolyte Bayard·1801~1887)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프랑스의 재무부 서기였던 그는 자신이 발명한 기술의 완성도와 독창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파리에서 30여 점의 사진을 선보이는 전시를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특허청은 그의 기술이 다게르의 것과 유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게르의 이름을 딴 '다게레오타입'이 화려한 구경거리로 인기를 끄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그는 자신의 비통한 마음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았다. 자신이 물에 뛰어들어 익사한 시신처럼 보이도록 꾸며서 좌절과 비탄으로 만신창이가 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비록 1등 발명가로 금전적인 보상을 받진 못했지만, 바야르는 이 획기적인 자화상으로 역사에 남는 작가가 되었으며 인류 최초로 사진을 소통의 도구로 활용한 인물이 되었다.

오늘날 사진의 힘은 표현과 소통에서 나온다. 바야르의 선구성은 사진이 현실의 직접적인 거울이라고 믿었던 시대에 현실이 아닌 것을 보여주기 위해 사진술을 활용한 점이다. 때론 비운이 인생의 또 다른 기회를 열어주기도 한다.

 

[17] 일주일에 7만장이 팔린 최초의 '스타' 사진

작가 미상,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부군인 앨버트 공을 촬영한 명함판 사진, 1859년경.

 

 

누구나 좋아하고 즐기는 사진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낯선 기술이었던 사진이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초상 사진 덕이었다. 자신이나 가족의 얼굴 사진을 소유하고자 한 열망이 사진을 매력적인 물건으로 인식하게 하였던 것이다. 특히 시민혁명 이후에 새로운 주도 세력으로 자리 잡은 시민들은 초상 사진을 통해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상징하는 자아상을 만들곤 했다. 사진관에 찾아가서 비용을 지불하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일이 과거 초상화에 등장하는 귀족들처럼 당당하고 중요한 인물로서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권리라고 여겼던 것이다.

사진에 찍혀 본 경험이 늘어나면서 자연히 다른 사람의 사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때마침 등장한 '명함판 사진(carte de visite)'은 획기적인 비용 절감을 통해 사진을 간편한 수집품으로 만들었다. 1854년 처음으로 이 방법을 고안해낸 프랑스인 앙드레 디스데리는 한 장의 사진을 만들어내던 감광판을 여덟 조각으로 나누어 작은 명함판 사진을 제작할 수 있게 함으로써 초상 사진 수집 열풍을 일으켰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정성스럽게 꾸민 앨범에 가족과 친구는 물론이고 정치인과 귀족 등 유명인사들의 명함판 사진을 채워 넣는 취미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타인의 얼굴을 소유하고자 하는 열망의 실현은 미디어의 홍수 속에 유명인에게 열광하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만나본 적도 없는 인물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얼굴을 통해 그들의 삶에 다가갈 수 있다고 믿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부군인 앨버트 공이 서거하였을 때 그의 얼굴이 담긴 각종 명함판 사진이 한 주 동안 7만 장이나 팔렸다는 기록은 놀랍기만 하다. 이것이야말로 작가의 이름도 없이 대량 복제된 사진들이 대중적인 스타의 힘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는 전조인 셈이다.

 

[18] 유혹과 배신으로 이어진 영원한 사랑

앨프리드 스티글리츠가 촬영한 조지아 오키프, 1918.

 

 

미국의 예술계에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커플을 꼽으라면 사진가 앨프리드 스티글리츠(Stieglitz·1864~1946)와 화가 조지아 오키프(O'Keeffe·1887~1986)를 빼놓을 수 없을 거다. 20년이 넘는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연인이며 배우자, 예술적 동반자로서 특별한 사랑을 이어갔다. 스티글리츠가 82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25000통에 이르는 편지가 그들이 30년간 이어온 사랑의 역사로 남았다.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스티글리츠는 뉴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진작가이며 기획자였고 오키프는 그의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행운을 얻은 텍사스 출신 무명 화가였다. 오키프의 독특한 작품 세계와 인간적 매력에 사로잡힌 스티글리츠는 그녀를 여성으로 느끼기 시작했고 "당신 손을 찍고 싶다"는 고백을 하기에 이른다. 강력한 카리스마의 소유자였던 스티글리츠의 카메라 앞에서 오키프는 두려움과 설렘으로 그의 지시에 따라 자세를 잡았다. 그녀의 눈빛에선 이제 막 화가로서 이름을 가지기 시작한 오키프의 자기애와, 그녀를 통해 자신의 상처받은 영혼을 달래려 했던 스티글리츠의 욕망이 교차한다. 또한 기묘하게 얽힌 그녀의 손은 안락한 사랑의 둥지를 꿈꾸던 오키프의 철없는 기대와, 결국은 그 모든 것을 채워줄 수 없었던 이기적 예술가인 스티글리츠의 자의식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팽팽한 긴장감으로 잉태된 것이었다.

결혼 생활을 시작하고 5년 만에 오키프는 홀로 뉴욕을 떠나 뉴멕시코로 이주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만의 세계를 꽃피울 만한 작품 소재와 색을 찾아냈고, 수많은 동료와 후원자를 만났으며, 다시는 스티글리츠의 곁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것이 사랑과 예술과 결혼을 공존시키기 위한 그녀의 유일한 해결책이었던 것이다.

 

19 모두가 答이라고 말하는 곳엔 答이 없다

로버트 프랭크, 영화 시사회, 할리우드, 1955 ~1956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인생에 진리를 찾아주는 강연이 유행이다. 수년 전부터 다양한 그룹을 대상으로 한 강의가 많이 생겨나더니 이젠 방송서도 흔한 프로그램이 되었다. 평소에 강의할 일은 많아도 들을 기회는 드문지라 우연하게라도 다른 사람의 강연을 대하면 나도 모르게 집중하게 된다. 세상엔 참 내가 모르는 것도 많고 지혜도 많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런데 정작 내가 강연 방송을 보면서 가장 즐기는 부분은 청중의 반응이다. 어떤 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하고, 또 어떤 이는 딴생각에 빠져드는 것을 숨기려고 애쓴다.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평범함과 특별함 사이에서 고군분투 중인 우리의 초상을 본다.

지혜의 가르침을 찾는 것은 자신의 평범함을 받아들이는 일에서 시작된다. 내가 지금 겪는 어려움이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누구나 피해갈 수 없어서 누군가는 분명히 그에 대한 답을 찾았으리라고 믿고 싶은 것이다.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그들이 전해주는 지혜를 따라가면 나보다 앞서간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찾아낸 답이 내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자신을 특별하다고 여긴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문제가 아무리 평범하고 하찮은 것이라도 그 앞에서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이유는 그게 바로 하나밖에 없는 ''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모르는 인생의 초보자인 것을, 만고의 진리가 무슨 소용이랴. 결국 나를 특별하게 만들려면 나만의 고통을 나만의 방법으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사진가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 1924~) 1950년대에 촬영한 '미국인들'이라는 연작(連作)으로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스위스 태생의 이민자였던 그는 2년간 미국 전역을 돌며 자신의 눈에 비친 낯선 미국인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지금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지만 당시 서른을 갓 넘긴 나이였던 그는 이미 슬하에 두 아이를 둔 가장이었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아무런 확신도 가질 수 없는 청년이었다.

평범한 그에게는 고통스러운 현실과 처절하게 싸워야 할 삶이 있었을 뿐이다. 그의 고통은 그의 사진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가 찍은 사진에서 단시간에 세계의 주인공으로 성장한 미국의 자부심이나 기회의 땅에서 희망을 찾은 미국인들의 성취감은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 성장과 성공의 이면에 남은 이들의 모습이 담긴 것이다.

할리우드의 영화 시사회장에서 촬영한 이 사진 속 주인공은 영화배우가 아니다. 화면 중앙에 크게 자리 잡은 여배우는 초점이 맞지 않아 흐려졌고 로버트 프랭크의 시선은 저 너머 뒤편 관객들을 향했다. 어찌 보면 그리 대단할 것도 없어 보이는 이 시선에 그를 거장(巨匠)의 반열에 올린 비밀이 숨겨져 있다. 남들이 주인공이라고 여기는 사람을 지나쳐서 다른 곳을 바라보는 눈은 스스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선택하는 용기를 만나서 그만의 특별함을 만들어냈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아마도 세상보다는 자신의 불안한 현재와 소외된 고독감에 더 집중했을 것이다. 그가 단지 세상에만 관심이 있었다면 남들이 보고 싶어 하고 남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찍을 수 없었을 것이다. 철저하게 자신의 고통에 집중함으로써 그 아픔만큼 특별한 ''를 만든 것이다. 무엇을 바라볼 것인지, 어디에서 답을 찾을 것인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2014.01.13 지금 그대로의 당신에게 경의를 - 時間(시간) 앞에 의연하게

반듯하게 버티고 선 제빵사처럼 충실한 사람이 세계의 주인공
자신·타인 尊重이 인간의 소양

 

신수진 사진심리학자

 

사진은 본질적으로 현실의 일부를 담는다. 사진으로 현실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순 없다고 하더라도 사진에 찍힌 현실을 통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는 있다. 사진이 보여주는 현실이 직접적일수록 그 사진의 가치는 현실의 이면에 가린 내적 진실을 추구하고자 하는 노력으로부터 생겨난다. 따라서 다큐멘터리 사진은 현실을 보여주고 실재를 창의적으로 탐구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가치를 지니게 된다.


독일의 사진가 아우구스트 잔더(August Sander·1876~1964) 1910년에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 대한 원형적 초상을 집대성하겠다는 생각으로 장대한 다큐멘터리 프로젝트에 돌입하였다. 그는 개인의 초상을 통해서 거대한 사회 구조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가능할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20세기의 인간상()'을 사진에 담았다. 농부로부터 시작해서 기술자·변호사·국회의원·군인·은행가·학자·예술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과 계층을 체계적으로 촬영한 인물 전도에 포함된 사진은 그야말로 방대했으며, 초상 사진 위주 다큐멘터리 사진의 전형을 제시했다고 할 만큼 중요한 시도로 평가된다.

잔더의 야심 찬 계획의 첫 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시대의 얼굴'이 출간된 후 나치 정권은 그의 활동이 아리안 우월주의에 위배된다는 생각으로 그를 불온 사상가로 지목하고 원판을 파기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사람은 바뀌어도 사진은 남는다. 나치는 사라졌고 지금 우리는 잔더의 사진을 보고 있다.

 

아우구스트 잔더, 제빵사, 1928.

 

 

그의 인물 사진은 1928년에 촬영된 이 제빵사처럼 어떠한 꾸밈도 없이 단순하고 직접적이다. 둥근 얼굴에 흰 가운을 입은 퉁퉁한 몸집, 반죽을 만드는 주걱과 그릇을 잡은 손, 흰 가루가 덮인 작업 공간은 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를 말로 설명할 필요 없이 선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정면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눈과 반듯하게 버티고 선 두 다리 아래에서 검게 반짝이는 구두는 그가 비록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이지만 누구보다 자기 역할에 충실한 사회인임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있는 모습 그대로를 진중하고 반듯하게 바라보는 방법만으로도 유능함과 자존감이 어우러진 자긍심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순수한 사진이 지금도 우리 눈을 사로잡는 이유는 잔더가 꿈꾸었던 사회적 가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사진은 당대의 정치와 권력의 그림자를 벗어나면서 비로소 진정한 다큐멘터리로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한 세기 전 평범한 제빵사 모습에서 빈부귀천(貧富貴賤)을 떠나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를 다하는 사람들이 곧 시대와 세계의 주인공이라는 철학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우구스트 잔더의 사진적 시각에 내재한 인간관은 존중과 자긍의 미덕을 일깨워 준다. 나와 남을 존중하고 긍정하는 태도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고 신념을 실천하게 하는 힘을 만든다. 우리 모두가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진정으로 믿고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기본 소양이며 세계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인 것이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잔더의 눈을 빌려 가장 자신다운 모습으로 필요한 자리를 지키는 모든 이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05.12 살아남은 이여, 日常을 사랑하라

화사한 봄옷을 장에서 꺼내 들었다가 이내 다시 넣는다. 아직은 어두운 색이 차라리 마음 편하다. 지난 4월의 허망함과 고통스러움은 서서히 일상 속에서 희석되어 갈 것이다. 아직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너무 빨리 잊을까 두렵다.

예술은 현실 앞에서 때론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마치 우리가 가라앉는 배를 어찌하지 못하고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었던 것처럼 세상의 온갖 난제들을 풀어내기에 예술은 너무나 나약한 도구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예술은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일상의 진정한 가치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사진가 이갑철은 지난 20여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한국인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집합적 정신의 원형을 사진에 담아왔다. 그의 '충돌과 반동' 연작에는 농촌과 어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각종 제례(祭禮) 의식을 통해서 산 자들이 죽은 자를 기억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근간에는 살아있는 자의 일상에 내재되어 있는 죽음의 의미에 대한 한국적 해석이 있다. 그의 사진에 찍힌 장소는 시골집의 앞마당이거나 제사를 준비하는 부엌이거나 깊은 산에 지어진 절처럼 특별할 것이 없는 곳이다. 하지만 그러한 장소에서 그가 포착해낸 장면들은 사람이 태어나고 삶의 터전을 일구며 살다가 저승으로 떠나가는 여정의 중요한 순간들을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그가 사진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한 것은 원시종교에서 삼라만상(森羅萬象)에 깃들어 있다고 여기는 혼령들이다. 실제로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 혼령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사진에서 혼()의 기운을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살아있으면서도 이승에 완전히 속해 있지 않은 듯하고, 배경이 되는 장소들은 현실을 떠난 다른 세상처럼 보인다. 삶과 죽음을 공존시키고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지점을 보여줌으로써 세대를 넘어 면면히 이어지는 노동과 희생의 숭고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사진 속에 지붕을 고치는 스님을 보라.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지붕은 산자락과 맞물려 저 멀리 하늘로 이어진다. 지붕과 산과 하늘 사이에 올라앉은 이는 본래 이 세상에 속해 있지 않았던 것처럼 일을 마치면 땅으로 내려오는 대신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자태이다. 어쩌면 그는 자신이 돌아갈 세상 저편을 향해서 다리를 놓듯이 묵묵히 고개를 숙여 일에 몰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모습에서 따분하고 무미건조한 노동의 비루함은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 오늘의 삶을 탄탄하게 만들고 나의 죽음 이후에도 누군가에 의해 이어질 일상의 신성한 가치를 확인시켜준다.

 

이갑철, 충돌과 반동, 해인사, 1993.

 

 

누구에게나 죽음은 찾아오지만 누구도 죽음에 익숙해질 순 없다. 그래서 타인의 죽음은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지금의 희생과 고통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미래에 우리가 이루게 될 변화와 성취가 오늘 상처받은 마음도 보상해줄 것이라고 믿는 것은 또 다른 성과지상주의적인 착각에 불과하다. 오늘이 행복하지 않은 자, 마음이 병든 자에겐 영원히 행복이 찾아오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의 죽음이 우리의 삶에 의미 있게 드리우도록 자신의 존재와 그것을 지속시키는 일상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복원된 일상의 가치가 나의 죽음 이후에도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도록 하는 것이 살아남은 자의 뼈 아픈 의무이다.

 

06.09 24시간이 모자란 사람들을 위한 변명

내 주위엔 밤낮없이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 많다. 해외 업무가 많은 기업인, 규칙적으로 생방송을 내보내야 하는 프로듀서, 저녁 식사 후에 다시 연구실로 돌아가는 교수, 브랜드를 여러 개 맡고 있는 의상 디자이너,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작품 활동을 지속하는 작가 등 연령이나 경력, 직종에 관계없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보내는 그들을 나는 좋아한다. 유유상종이라 했으니, 아마도 나 또한 그런 부류일 것이다. 해야 할 일 목록이 줄어들기가 무섭게 다시 다른 할 일들로 가득 채우는 일상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보니 가끔 일중독자가 된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이내 걱정하는 시간이 아까워진다.

하루를 짧게 느낄 만큼 일이 많다면 스트레스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경제활동을 하는 성인들은 업무 때문에, 주부들은 아이들 양육 문제로 늘 바쁘고 힘들다. 치유와 위로를 전면에 내세우는 인생 지침들은 우리에게 더 이상 고단하게 살지 말라며 어깨를 두드려 준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달리는 열차에서 과감히 내려설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일이나 양육 같은 과제는 훌쩍 벗어버리거나 가벼이 여길 수 있는 짐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인생을 더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한 기회이자 수단이기 때문이다. 힘겨운 일상이 없다면 아름다운 성취도 없다.

30년 전 사진 속 이름 모를 엄마의 모습에서 고단한 일상의 힘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이 사진을 찍은 권태균 작가는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의 모습을 꾸준히 기록해 왔는데, 그의 담백하고 솔직한 시선은 시간을 뛰어넘어 그 속에서 변하지 않는 정신을 느끼게 한다. '나인 투 화이브'라는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두 아이를 건사하며 서 있는 엄마의 얼굴은 힘겨워 보인다. 정해진 근무시간이 없으니 퇴근도 없고 매일 반복되는 일과 속에서 누가 크게 알아주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반듯하게 맞잡은 손과 온몸으로 업은 아이를 버티고 선 자세에서 그녀의 모든 시간이 온전하게 아이에게 바쳐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헌신은 끝이 없고 보상은 불투명하다. 헌신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일은 헌신이 아니다. 밤낮으로 몰두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일이다. 나를 바쳐서 나를 이루는 것이다. 마치 부모가 아이를 두고 자신의 미래를 계산하지 않듯이 무언가에 나의 시간을 온전히 쓰고 있다면 그것은 곧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설령 보상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후회하지 않는다.

 

권태균, 엄마는 24, 마산, 1983.

 

 

현대인들에게 헌신의 의미와 가치를 의심하게 만드는 위협적인 요소 중 하나는 건강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건강의 적이며 수명을 단축시킬 것이라는 두려움이 우리를 주춤거리게 만든다. 건강심리학자들의 최근 연구는 스트레스에 대한 자기 확신과 신체 건강의 관계에 대해 흥미로운 발견들을 내놓았는데,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황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가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한 믿음이 건강에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다. 무엇에 헌신하는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다만 자신의 헌신에 대한 확신이 우리를 지치지 않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07.14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발자국

본격적인 찜통더위가 시작되니 만나는 사람마다 여름휴가 계획을 물어온다. 머뭇거리는 사이 요즘 새로 뜨는 여행지를 권해주기도 하고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여행법을 전수해주기도 한다. 이미 다녀본 곳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더라도 나는 잠자코 듣고 있는 걸 좋아한다. 누군가의 여행담을 듣는 것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그 사람의 세계로 들어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가지고 싶어하는지, 원하는 것을 어떻게 취하는지, 누구와 즐거움을 나누는지 등 여행에 대한 기억은 한 사람의 역사에 관한 기대 이상의 정보를 지니고 있다.

인류가 기억하고 기대하는 가장 매력적인 여행지 중 하나는 아마도 달이 아닐까 싶다. 1969 7, 3인의 우주인이 탑승한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다. 닐 암스트롱(Neil Amstrong·1930~2012)이 전인미답(前人未踏)의 땅에 첫발을 내려놓는 장면은 텔레비전 카메라에 찍혀서 온 지구인에게 목격됐다. 달 표면에 찍힌 최초의 인간 발자국은 암스트롱 자신이 남긴 명언처럼 "한 인간으로선 작은 발걸음에 불과했지만 인류에겐 거대한 도약"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에 달 착륙에 관한 진실 공방이 있다고는 하나, 중요한 것은 당시 전 세계 5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함께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목격한 것은 한 사람의 달나라 여행이 아니라 모든 지구인의 영토가 우주까지 확장되는 역사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닐 암스트롱이 달에 남긴 최초의 인간 발자국, 1969 7 20.

 

 

그날 이후 암스트롱의 족적은 끝을 알 수 없는 미지 세계로의 멈추지 않는 도전과 개척 정신의 상징이 되었고 그 위대함의 상징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게다가 이 사진에 대한 설명엔 항상 '달에는 바람이 없으니 닐 암스트롱의 발자국은 백만년이 지나도 남아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따라다닌다. 지워지지 않는 족적이라니, 근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45년간 달에 다녀온 사람은 여전히 손에 꼽을 만큼 적고 본격적인 우주여행 시대는 기대했던 것보단 훨씬 더디게 다가오고 있다. 비록 우주 관광의 대중적 실현 가능성이 아직 요원한 듯하지만, 달은 더 이상 토끼가 방아를 찧는 동화 속 세계만은 아니다. 우리는 보름달을 쳐다보며 소원을 빌기도 하지만 언젠간 저 곳으로 휴가를 갈 수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한 장의 사진은 우리에게 달에 관한 더 많은 상상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한 개인의 역사와 기억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어떤 이는 늘 가던 곳에서 빈둥거리면서 휴가를 보내고 어떤 이는 한 번도 가지 않은 곳을 순차적으로 점령하듯 휴가를 보낸다. 어디에서 무얼 하든 여행은 비일상적인 경험을 일시적으로 소유하게 해줄 뿐이지만, 그 경험을 오랫동안 자신의 것으로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바로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이다.

여행의 시간과 장소는 제한적이며, 그 경험은 내가 아닌 누군가에 의해 또다시 점유되고 소유되며 소비된다. 하지만 나의 카메라로 기록된 여행에 대한 기억은 나를 영원한 주인공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이 파리의 에펠탑, 포카라의 사원, 몽골의 초원에서 사진을 찍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 순간을 자신의 기억 속으로 끌어들여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신세계가 아니면 어떤가. 내 인생에서 절대 지워지지 않을 만한 발자국을 기억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08.18 영웅이 아니어도 괜찮아

말복과 입추가 함께 지나고 나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공기가 달콤하다. 절기(節氣)가 참으로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인지, 절기를 아는 덕에 더 예민하게 느끼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바싹 다가온 가을 기운에 벌써부터 마음이 급해지는 사람들도 많다. '이제 곧 가을이 깊어지면 한 해를 마무리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올 텐데, 뭐 달리 해놓은 것도 없이 왜 이리 시간만 빨리 가는 걸까?' 연휴에 만난 친구가 성급하게도 전형적인 가을 타기 푸념을 늘어놓는다. 요즘 한창 흥행몰이 중인 전쟁영화와 교황 방한에 관한 이야기 끝에 나온 말이다.

우리는 영웅이 빈곤한 시대에 살고 있다. 누구는 영웅에 목말라 하고 누구는 영웅이 되고자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영웅은 찾기도 되기도 어렵다. 어린 시절 영웅을 꿈꾸던 소년은 사라지고 어느새 인생의 계절을 감지할 수 있는 나이에 다다른 사람들에게 영웅은 그저 빛바랜 일기장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나라를 구하고 세상을 구하는 꿈을 꿀 권리가 있다. 사실 지금 내가 최선을 다하는 이 일이 오로지 나 하나 잘 살자고 하는 일이라면 신이 나서 뛰어다니며 고통을 감내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혼자가 아닌 무리 속에서 찾아낸 사명과 소명 의식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의미가 될 수 있다. 비록 그것이 영웅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말이다.

 

김녕만, 전라북도 고창, 1975

 

 

김녕만(1949~)은 신문기자와 사진 전문지 발행인으로 활동하면서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근면한 생활인이자 사진가로서의 시선을 지켜왔다. 그의 작업을 총망라한 사진집 '시대의 기억'(2013)에는 처음 사진을 시작하던 시절 고향에서 찍은 사진들에서부터 최근까지 40여 년의 세월 동안 한순간도 멈추지 않아 온 노력의 결과물들이 담겨 있는데, 그의 사진의 기본적인 특성은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의 이익과 가치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군청 홍보실에서 시작해서 신문사와 잡지사로, 그의 사진들은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역할에 얼마나 감사하면서 성실하게 달려왔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열성적으로 일을 하다 보니 세계적인 에이전시로부터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제안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그는 두리번거리지 않고 현재에만 몰두하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미련이 남지 않을 순 없겠지만,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만으로도 옳은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의 사진들은 시간과 함께 무르익어 자연스럽게 그가 지킨 자리와 시대의 기억과 역사로 남을 수 있게 되었다.

 

교육심리 전문가 마이클 거리안이 제시한 영웅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덕목 중엔 명예로움과 진취성, 책임감과 친밀감 등 타인과의 관계나 집단적 가치를 전제로 하는 자질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모든 걸 갖추진 못했다 하더라도 아직 포기하지 않고 지켜나가는 것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의 삶은 영웅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영웅은 이루는 것이 아니라 꿈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녕만의 책에 실린 수많은 사진 중에 하필이면 이 사진이 지금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아마도 열심히 일한 사람이 자신에게 주는 작은 선물의 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영웅이 아니어도 괜찮다. 아직 꿈꾸고 있다면, 아직 길 위에 있다면, 가을이 오기 전에 지난여름 땀 흘린 당신을 위해 잔을 들어도 좋지 않겠나. 어제의 땀과 오늘의 위로가 내일의 당신을 특별하게 만들지 누가 알겠는가.

 

2014.10.01 한국 女性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가을은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에겐 손님맞이에 바쁜 계절이다. 몇 년씩 준비해온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여드는 전문가들과 시간을 나누다 보면 이런저런 이야기로 가을이 깊어간다. 최근 몇 주 동안 내가 만난 외국인들은 작가이거나 전시 기획자이거나 학자이거나 사업가였는데, 성별이나 연령 구분 없이 한국에 대한 인상으로 빠트리지 않는 말이 있었다. 한국의 여성들이 특별히 아름답다는 것이다. 처음엔 그러려니 하고 흘려들었는데 짧은 시간 동안 반복해서 같은 말을 듣다 보니 자연히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한국적'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매우 취약하다. 무엇이 '우리다움'의 핵심인지 말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영국적 '전통(傳統)', 프랑스적 '취향(趣向)', 일본적 '절제(節制)', 중국적 '규모(規模)' 등과 같이 다소 거칠지만 당연한 합의가 우리에겐 별로 없다. 그래서 더욱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공통적으로 느낀다는 한국적 여성미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한국적'이라고 습관적으로 이름 붙여온 한복을 입은 여인의 뒷모습이나 온화한 어머니상은 아닐 것이다. 아름다움은 현재진행형의 체험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정보에 민감하고 준거집단의 표준에 충실한 성향을 지녔다. 그러다 보니 주변인들의 영향을 쉽게 받고 유행을 잘 따르기도 한다. IT 강국이기도 한 우리는 온 국민이 손에 쥔 스마트폰을 무기로 쉴 새 없이 자료를 흡수하고 나눌 수 있으며, 그 결과 빠르게 변화한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일에서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유명인의 화보 사진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연예인의 공항 패션이 아름다움의 교과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작 유명인을 찍은 사진의 가치를 인정하는 일에는 대체로 인색하다. 그것은 사진 한 장이 지니는 영향력의 수명이 아주 짧아서, 감상되기보다는 소비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김혜수, 2004. /박상훈 사진작가

 

 

하지만 모든 유명인의 사진이 그렇게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니다. 사진가 박상훈이 촬영한 배우 김혜수의 사진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아름답다. 이 사진이 지닌 다중(多重)적인 여성미가 오랫동안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다. 성적 매력을 강조하는 의상과 포즈는 그녀의 독립적 시선과 엇갈리면서 기묘한 부딪침을 만들어낸다. 타인의 시선에 의해 효력을 발산하는 관능미(官能美),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우러나는 자의식(自意識)이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가리기보다는 세밀하게 드러내는 박상훈 작가 특유의 완벽한 조명과 집요한 시선이, 공존하기 어려울 것 같은 두 가지 아름다움을 모두 담아냈다. 순응하면서도 군림하는 여성미야말로 이 사진의 두드러진 강점이자 동시에 한국적 여성성의 정수(精髓)인지도 모른다.

외모의 아름다움은 우리의 기대와 달리 개인적 행복에는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외국인이 한국 여성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과 한국 여성들의 행복은 별다른 관련이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아름다우면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아름다움의 그늘을 만들 수도 있다. 이제 충분히 아름다워진 한국 여성들이 돌아봐야 할 것은 그 그늘까지도 밝힐 수 있는 자존감이다. 자신을 믿고 누릴 수 있는 자만이 시간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지닐 수 있다.

 

11.05 삶이 작은 膳物(선물)이라면

누구나 아는 가르침대로 활기차고 감사하게 오늘을 살아야겠지만 때때로 몸은 무겁고 삶은 버겁다. 유난히 부고(訃告)도 많이 전해지는 것 같고, 나도 모르게 살아온 날과 남은 날을 가늠해 보면서 어느새 세월의 덧없음을 느낀다. 그 와중에도 단풍은 참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그렇게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가을을 타나 보다. 계절 탓이든 무엇이든 하루하루를 선물이라고 느끼며 살아가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행복과 감사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이유 없이 헛헛한 마음이 드는 조용한 아침이면 나는 잠깐씩 사진 들여다보기를 즐긴다. 직업이 매일 사진을 보는 일이지만 시간이나 과제에 쫓기지 않고 책장에 꽂혀 있는 사진집을 꺼내서 무심히 넘기다 보면 찍은 사람과 찍힌 세상에 대한 온갖 상상으로 천천히 가슴에 온기가 도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미 알고 있는 작가들 사진이라도 매번 다른 느낌이 드는 건 아마도 나의 마음이 늘 같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김기찬(1938~2005) '골목 안 풍경'은 어쩌다 한번을 들여다보아도 항상 다른 감흥을 찾게 해주는 선물 같은 책이다. 오늘 내 눈을 사로잡은 사진 속에선 아이가 길을 걷는다. 부슬부슬 내리다 땅을 흥건히 적신 듯한 빗속을 걷는다. 집을 나서서 친구 집으로 향하는 것인지, 아니면 실컷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지 작은 손을 머리에 얹어 비를 가리고 타박타박 발걸음을 옮긴다. 아이의 작은 키만큼, 딱 그만한 그림자가 발끝에 달려 있다. 비는 내려도 해는 떠 있구나. 아이가 향하는 곳은 우리 눈에 잘 보이진 않지만 빛이 있는 곳이다. 아무도 없는 골목에서 찬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도 가야 할 길이 있고 다가갈 빛이 있으니 누군가의 삶의 한 순간이라는 게 참으로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김기찬, 골목 안 풍경, 서울 도화동, 1989.

 

 

1960년대 말부터 30년 넘게 서울의 공덕동·행촌동·중림동 등지에서 골목 풍경을 촬영했던 사진가 김기찬은 자신의 작업을 되돌아보면서 이런 말을 했다. "골목 안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고, 어른들은 노인이 되었다. 재개발 사업으로 그곳에 살던 골목 안 사람들은 모두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 골목은 내 평생의 테마라고 했는데 내 평생보다 골목이 먼저 끝났으니 이제 '골목 안 풍경'도 끝내지 않을 수 없다." 변화란 아무리 대비해도 낯선 만큼 갑작스럽게 다가오고야 만다. 더 이상 볼 수 없는 풍경이 되고 나니 사진 속에 남은 모습이 날이 갈수록 더 특별하게 보이듯이, 변화가 있어서 과거도 미래도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다.

인간의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형편없다. 하버드의 심리학자 댄 길버트는 우리가 미래에 다가올 시간의 힘을 저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고 지적하면서, 시간에 관해서 오직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우리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역설하였다. 인간은 변화 가능성을 너무 낮게 평가하고 반대로 현재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을 과대평가한다. 이러한 성향이 추정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불안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에 충실한 자에게 시간과 그에 따른 변화는 언제나 세상을 새롭게 경험할 기회로 이어진다. 평범한 골목 풍경이 특별한 삶의 순간으로 읽힐 수 있듯이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의 선물처럼 다가올 수 있다. 모든 것은 변한다. 아이가 아니어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앞에서 우리는 모두 무엇이 될지 모르는 존재인 것이다.

 

2014.12.10 時間(시간) 앞에 의연하게, 變化(변화) 앞에 용기 있게

세상만물은 변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포함한 세상은 변하고 있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듯이, 매일 태양이 떠오르고 어제와 오늘의 하늘빛이 다르듯이 어느 한순간도 우리는 고정된 시간을 경험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인간이 변화를 감지하고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기회는 매우 한정적이다. 어느 날 문득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서 부모님과 닮은 흰머리나 주름진 얼굴을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미래는 예측 가능한 듯하지만 변화라는 이름으로 갑자기 찾아와서 당혹감을 안겨준다. 변화는 주목받고 인지되는 순간 비로소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원치 않는 방식으로 몰려온 변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있다. 전진만을 원하고 발전만을 칭송하는 세상에서 어제보다 나아진 오늘은 그리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인다. 반대로 부정적인 변화, 즉 퇴보로 받아들여지는 변화는 쉽게 우리를 혼란에 빠뜨린다. 원치 않는 자리로 인사 발령을 받았거나 병에 걸려서 억지로 쉬어야 하는 경우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하루아침에 찾아든 재앙처럼 호들갑스럽게 받아들이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란 불가능하다. 길고 긴 시간 속에서 지금 나에게 감지된 변화가 앞으로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를 의연하게 파악하고 용기 있게 맞서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다.

재미(在美) 사진가 장태원(1976~ ) '스테인드 그라운드(Stained Ground)' 연작은 변화를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을 담고 있다. 작가는 2006년부터 산업혁명 이후에 인류 생활의 기반을 형성해온 주요 산업에 대한 조사를 통해서 산업구조의 변화가 초래한 산업 풍경의 변모를 추적해 왔다. 철강·섬유·교통·석탄 등 인류의 번영과 풍요를 주도해온 산업들은 거대한 규모의 시설물을 구축함으로써 도시를 형성하고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결코 불이 꺼지지 않을 것 같은 번영을 구가하던 그곳에서도 변화는 계속되었다. 어느 곳에는 불이 꺼지고,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새로운 시설이 들어서면 다시 불이 켜졌다. 작가는 미국 전역과 한국·일본 등지를 돌며 이러한 장면들을 찾아내고, 번영과 쇠락이 커다란 변화의 흐름 속에서 순환되고 있음에 주목하게 되었다.

얼어붙은 호수에 드리운 달빛과 그 빛으로 푸르러진 하늘의 한가운데 위풍당당한 건물이 보인다. 낮이 아닌 한밤에 이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작가는 차가운 얼음 위에서 대형 필름카메라의 셔터를 열어놓고 네 시간을 기다렸다. 천천히 빛을 빨아들이는 필름 위에서 한때 미국 최고의 철강 생산량을 자랑하였지만 지금은 멈춰버린 베들레헴 스틸 공장은 다시 살아났다. 인간의 눈으로는 온전히 볼 수 없는 어둠의 깊숙한 곳으로부터 그들의 가장 빛나는 시간을 되살려 내기라도 하듯, 작가는 아무런 조작도 없이 환상적이면서도 강렬한 장면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게 그의 사진은 말 그대로 시간의 축적인 동시에 긴 시간에 대한 관찰의 도구가 되었다.

 

장태원, SG U 216, 미국 뉴욕 버펄로, 2013.

 

 

장태원이 작업에 임하는 방식은 철학자의 산책을 연상시킨다. 느린 걸음으로 세상을 탐색하며 서로 멀리 떨어진 것들을 연결시킴으로써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내기 때문이다. 발전을 당연하게, 퇴보를 위기로만 인식하는 이분법적 논리는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 뿐 아니라 좌절로부터 일어설 용기조차 꺾어버린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창의적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멈추지 않는 시간 앞에서 좌절하거나 원치 않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대신 오늘도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스스로 시간을 쌓아가야 하는 것이다

 

김영호의 정치인과 사진

2016.09.03 흔쾌히 흉터 보여준 2011년 박근혜

 

나는 정치를 잘 모르지만, 정치판에서 사진 작업을 하면서 즐거웠다. 즐겼기 때문이다. 사실, 내게 정치는 무심한 주제다. 누가 이기고 지는 것 또한 하찮다.

내게 중요한 건 생각이 다를지라도, 국가와 국민의 행복을 지향하는 정치인의 ‘얼굴’이다. 그 얼굴을 오직 인간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다 아는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며, Who are you?(누구세요)”라고 질문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을 하자는 거다.

한 번쯤은 선입견을 버리고 직관에만 의존해 사진을, 아니 얼굴을 감상했으면 싶다. 토요일 하루 정도는.

2011년 우연한 계기에 한 정치인의 사진을 찍어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처음 그 정치인을 만났을 때 뉴스를 접해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얼굴의 흉터 때문에 깜짝 놀랐다. 사진쟁이의 직감으로 나는 그 흉터를 부각해서 초상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제안을 했다. 그 정치인은 의외로 “어차피 제 인생 자체가 흉터투성인데요”라며 선선히 허락해 주었다. 그러곤 자신의 이야기를 짧게 들려주었다.

 

“부모님 두 분이 모두 흉탄에 돌아가셨고, 여자인데 얼굴에 큰 칼자국이 있고, 환갑의 나이에 혼자 사는, 여자 정치인.

 

“어차피 제 인생이 흉터투성이

예술 작품을 만들어 주세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찍었다

 

대부분 아는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그런 얘기를 직접 들었을 때의 충격은 컸다. 나는 정치에 관한 한 백지나 다름없을 만큼 무관심하지만 그녀의 흉터 있는 얼굴은 어쩌면 대한민국 정치사의 상징이자 우리의 자화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 정치인을 소재로 예술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그에게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제안했다. 그는 “예술 작품을 만들어 주세요”라며 흔쾌히 응해주었다.

 

1년여 동안 나는 그의 공식 혹은 비공식 동선을 쫓아다니며 다양한 시선의 작업을 시도했다. 그러던 중 실제가 이미지를 만들고, 거꾸로 이미지가 실제를 만들어 내는 시대에 한국의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어쩌면 정치인에 대한 다양한 시선의 부재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주로 그의 뒷모습을 찍었다. 그건 정치인의 행적이 아닌, 정치의 목적을 알고자 함이었다. 즉 내 카메라의 시선은 주로 그와 마주 서 있는 국민을 향해 있었다. 사진 속 사람들의 표정은 그를 비추는 거울이었다(작은 사진). 하지만 내 작업은 말만큼 쉽지 않았다. 그의 뒤에서 서성거리다 보면 앞모습을 찍어야 하는 사진기자들로부터 “방해가 된다”는 불평과 욕을 듣기 일쑤였다. 대선 캠프가 만들어지면서 내 작업에 대한 캠프 스태프들의 불만은 더 큰 걸림돌이었다. 요약하자면 “전쟁 같은 이 상황에 지금 예술 하게 생겼느냐?”는 것이었다.

 

캠프에서 필요로 하는, 인증샷 같은 앞모습 사진을 그의 뒤나 옆에서 찍지 말고 다른 기자들과 같은 라인에서 찍어 달라고 채근해오기 시작했다. 점점 근접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도 제한되기 시작했다.

 

그런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나는 현장에 나가지 않게 됐다. 내 다큐멘터리 사진작업은 중단되었다. 그는 대통령이 되었다.

 

얼마 전 그를 찍었던 ‘수십만 장’의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 하나를 골랐다. 내 스튜디오에서 처음 만난 날 그가 거울을 보기 위해 잠시 뒤돌아보던 순간을 찍은 뒷모습이다. 벌써 5년의 시간이 흘렀다. 대통령으로서의 시간이 15개월여 남아 있는 지금 문득 다시 그의 뒷모습을 찍어 보고 싶다. 그리고 궁금하다. 5년 전에 비해 지금 그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표정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사진작가 강영호 kyhsang@gmail.com

 

 

포토 에세이(주간조선)

2461 별을 품은 도서관

 

5월 마지막날, 도심 한복판에 웅장한 도서관이 들어섰다.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2800㎡ 면적에 13m 높이의 대형 서가가 3개나 된다. 보유한 장서만 5만여권. 이 도서관의 정체는 쇼핑몰 도서관이다.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파는 곳이다. 다 무료다. 편히 앉아 책을 읽어도 좋고, 강연을 들어도 좋고, 특별전 관람을 해도 좋다. 지금은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열린다. 지난 6 6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스타필드 별마당도서관, 그러고 보니 스타필드는 우리말로 별마당이다. 밤에는 천장 유리로 별빛이 쏟아져내린다.

김민희 차장대우 minikim@chosun.com

 

2462 염소와 함께 요가를

 

한 걸음, 또 한 걸음…. 아슬아슬하다. 나이지리아 드워프 염소가 균형을 잡으려 안간힘을 쓴다. 저 작은 발바닥으로 수강생의 등과 허리, 어깨를 꼭꼭 지르밟는다. 너무 세지도 약하지도 않아 딱 좋은 강도다. 최근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끄는 염소요가의 한 장면이다. 치유 효과가 입소문 나면서 수강생이 꽉 찼다. 대기인원만 1200명에 달한다. 지난 6 4일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있는 라벤더우드 농장(Lavenderwood Farm). 하도 재미있어 턱이 아플 정도로 웃는 수강생도 있다 한다.

김민희 차장대우 minikim@chosun.com

 

2463 겨울 호주의 누드 축제

 photo AAP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수많은 성인 남녀가 지난 6 21일 호주 최남단 태즈메이니아섬의 주도(州都)이자 항구도시인 호바트의 더웬트강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구 남반부에 있는 호주는 현재 겨울. 이날 열린 누드수영대회 역시 ‘다크 모포(Dark Mofo) 겨울축제’ 프로그램의 하나로 펼쳐졌다. 사실 겨울이라고 해봤자 한국의 늦가을 날씨인 10도 내외 정도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단체로 빨간 수영모자만 눌러쓰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이동훈 기자

 

2464 하늘을 나는 보드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쫘악~! 불과 1초 만에 20m 상공으로 솟구쳐 오른다. 상공에 떠서 가만히 있을 수도 있고, 공중에서 한 바퀴 돌 수도 있고, 수퍼맨처럼 수평으로 날 수도 있다. 조종기 따윈 없다. 몸이 도구다. 몸의 균형감각 하나로 속도와 방향을 조정한다. 마치 새처럼….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또 하나의 종목 ‘플라이보드’를 만들어냈다. 보드에 고압호스를 달아 제트스키에 연결하면 된다. 지난 6 19일 경기도 가평 청평호수에서 플라이보드를 선보이는 박진민 선수. 박씨는 올해 프랑스에서 열린 월드챔피언십 우승자다.

 

2465 꾀꼬리의 첫 비행

 

이제 때가 됐으려나? 푸득~푸득~. 어미 새의 먹이를 받아먹던 새끼 새가 힘찬 날갯짓을 해본다. 한 번 두 번 연습하다 자신감이 붙으면 새끼 새는 둥지를 떠난다. 영영 그렇게 떠나버린다. 새의 새끼가 둥지를 떠나는 것을 이소(離巢)라고 한다. 새의 독립선언이다. 혼자 힘으로 날 수 있고, 혼자 힘으로 먹이를 구할 수 있으면 새끼 새는 더 이상 부모 도움이 필요 없다. 인간과 참 다르다. 지난 7 4일 강원도 강릉의 한 농촌마을에서 새끼 꾀꼬리가 첫 비상을 시도하고 있다.

김민희 차장대우

 

2466 재인폭포의 전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비가 쏟아졌다. 긴 가뭄 끝, 오랫동안 기다려온 비. 마른 땅은 물기를 머금고, 빛을 잃은 나뭇잎은 초록을 되찾았다. 끊긴 폭포는 물줄기를 되찾고, 바닥을 드러냈던 연못은 다시 차올랐다. 연못의 신비로움도 차올랐다. 연못에는 줄타기에 능한 재인이라는 남자와 재인의 아리따운 아내에 얽힌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다. 지난 7 7, 경기도 연천군 고문리 재인폭포.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주상절리가 비에 젖어 보석처럼 빛난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김민희 차장대우

 

2467 서퍼들의 명소 양양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토요일 오후 3, 서핑의 거리에 젊음의 긴장감이 넘실댄다. 7 15일 강원도 양양의 죽도 해변가. 죽도 해변은 서퍼(surfer)들의 주말 휴양지로 자리 잡았다.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요즘은 주말이면 1000여명이 찾는 서핑 명소가 됐다. 서핑을 즐기려면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한다. 언젠가는 자신에게 맞는 파도가 온다. 좋은 파도와 함께라면 거센 풍랑도 기꺼이 이겨낼 수 있다. 서핑은 2020년 도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하주희 기자

 

2468 서울, 여름, 하늘

 photo 뉴시스

 

 

“오늘 날씨는 가을 같아.” 탄성이 여기저기 들린 날이었다. 꿉꿉함이 싹 가시고 보송보송하니 살결에 와 닿는 바람이 상쾌한 날이었다. 그날 서울 하늘은 이랬다. 눈 시리도록 새파란 코발트빛 하늘에 흐르는 흰 구름마저 그림 같았다. 34도까지 치솟은 지난 7 25,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북 전경. 도심 한가운데 너른 강이 흐르고 아기자기한 산으로 뱅 둘러싸인 곳은 세계적으로 흔치 않다. 서울은 축복받은 땅이다.

김민희 차장대우

 

2469 매미의 성인식

 

매미의 성인식은 한밤에 치러진다. 천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전엔 땅속에서 나무뿌리즙을 빨아먹는 유충 상태로 5년 이상을 보낸다. 허물을 벗고 날개를 펴는 우화(羽化)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4시간. 지난 8 3일 경남 함양군 함양읍 상림공원에서 날개를 말리는 매미를 포착했다. 상림공원은 신라시대 고운 최치원 선생이 조성한 인공숲이다. ‘천년의 숲’으로도 불린다. 성충 매미의 수명은 길어야 한 달이다. 숲의 시간과 매미의 시간, 그 접점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간. 유난히 더운 이 여름도 뒷모습을 보일 날이 다가온다.

하주희 기자

 

2470 아빠는 야구, 나는 물놀이!

 

야구장에서 바캉스를? 대전에 있는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여름에도 야구장에서 ‘풀 페스티벌’을 연다. 아이들을 위한 ‘키즈풀존’도 있고 야자수, 파라솔, 해먹 등을 설치한 ‘바캉스존’도 있다. 위치는 외야수 관람석. 이때만큼은 외야수 관람석이 인기 최고다. 지난 8 5일 대전 중구 한화생명이글스파크 키즈풀존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 8 4일에 개장한 키즈풀은 20일까지 운영한다. 경기 시작 1시간30분 전부터 경기 끝날 때까지 이용할 수 있다.

김민희 차장대우 minikim@chosun.com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247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보드라운 보라색 병조회풀에 꿀벌이 한 마리 날아들었다. 가만, 꿀벌 등 솜털이 저리 보슬보슬했구나…. 접사촬영한 꽃과 벌은 낯설다. 처음 본 듯 새롭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알아야 사랑스럽다.’ 고한 함백산 야생화 축제의 주제다. 지난 8 4일 강원도 정선군 ‘고한 함백산 야생화 축제’에서 매크로렌즈로 찍은 컷. 축제가 열린 해발 1330m의 만항재는 한여름에도 낮 최고기온이 20℃에 머문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김민희 차장대우

 

2472 대난지도의 낙조

 

황금보다 눈부시다. 하늘도 바다도 온통 금빛으로 빛난다. 저런 구름, 저런 태양이 만나야만 저런 낙조가 연출된다. 구름이 두꺼우면 해를 가리고, 구름이 없으면 해만 덩그러니 밋밋하다. ‘얄브리하게’ 퍼진 구름을 뚫고 퍼져나가는 은은한 태양빛이 온 세상을 몽환적 분위기로 덮어버렸다. 저 광경을 직접 바라보는 화면 속 백패커들은 얼마나 더 황홀할까? 지난 8월 초 충남 당진시 대난지도 수살미해변. 대난지도의 낙조는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김민희 차장대우

 

2473 두 왕자의 추모

 

 20년이다. 1997 8 31일 다이애나비가 세상을 떠났다. 교통사고였다. 37세에 떠난 비운의 다이애나비에 대한 영국인들의 사랑은 여전하다.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그를 기억하는 방식은 진화 중이다. 그를 추모하는 분수도 생겼고, 그를 추모하는 자물쇠는 수천 개를 넘어섰으며, 그의 사진으로 도배한 카페도 여럿이다. 지난 8 30일 영국의 윌리엄 왕세손과 동생 해리슨 왕자가 런던 켄싱턴궁 앞에서 어머니 다이애나비 사망 20주기를 맞아 사람들이 헌화한 추모 꽃다발과 메시지를 보고 있다.

김민희

 

2474 가을 입구

 

백로(白露). 밤이 되면 풀잎에 투명 이슬이 옹글옹글 맺히

는 시기. 서늘한 밤과 더운 낮을 온몸으로 맞는 풀잎들은 가을빛으로 갈아입기 시작한다. 어떤 잎은 초록이고, 어떤 잎은 누런빛이다. 저 늙은호박도 여름과 가을 사이에 있다. 여름의 초록과 가을의 누런빛이 얼룩덜룩 세() 다툼을 한다. 저 호박이 다 익으면 가을의 한복판이겠지. 지난 9 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천공원 호박터널에서 늙은호박과 수세미가 익어가고 있다.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김민희 차장대우

 

2475 카시니의 유산

 

무인 토성탐사선 카시니(Cassini)호가 20년간의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1997 10 1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카시니는 2004년부터 토성 궤도를 돌기 시작했다. 카시니가 밝혀낸 비밀이 많다. 토성의 얼음 위성 엔셀라두스에서는 간헐천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을, 최대 위성 타이탄에서는 메탄호수를 발견했다. 이제 카시니는 마지막 임무 수행에 나섰다. 토성 고리 안쪽으로 진입해 토성의 신비를 푸는 것. 카시니가 토성 대기권에 진입하면 뜨거운 마찰열 때문에 1분 만에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죽음의 다이빙’ ‘위대한 최후’라고 부른다. 2017 9 15일이 그날이다. 카시니가 그동안 지구로 전송한 사진들이다. photo AP·연합

 

 

 

 

 

 

 

▲ 나사(NASA)에서 공개한 카시니의 ‘죽음의 다이빙’ 순간.

김민희 차장대우

 

2476 원앙의 꿈

 

원앙 한 쌍이 호수로 날아들었다. 흐드러지게 피어오른 연꽃과 연잎 사이로. 수컷 원앙이 물살을 가르며 다가가고 암컷 원앙은 도망가기 바쁘다. “나 잡아 봐라~” 하듯. 원앙의 깃털 하나, 눈빛 하나까지 생생하다. 자수명장 김현희(71)씨 솜씨다. 조선 순종의 차녀 복온공주의 방석을 재현했다. 50년 넘게 한 땀 한 땀 자수를 놓아온 김현희씨는 요즘 ‘한국의 미’를 전파한다. 10 17일부터 ‘한국문화의 집’에서 그의 자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 
김민희 차장대

 

2477 꽉 찬 가을

 photo 신현종 조선일보 기자

 

 

탱글탱글 여문 알밤이 밤송이에 꽉 들어차 있다. 금방이라도 터질 기세다. 후두둑 하고 떨어질 듯하다. 고 녀석, 반질반질하니 탐스럽게 잘도 익었다. 한 시인은 대추 한 알이 익기 위해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그리고 무서리 내리는 몇 밤과 땡볕 두어 달이 필요하다고 했지. 저 혼자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알밤이든 풀포기든 사람이든…. 익어가는 모든 것들에 새삼 감사하다. 9월 초 충남 공주시 반포면의 밤 농장에서 땡볕 아래 알밤이 익고 있다.
신현종
 조선일보 기자 
김민희 
차장대우

 

2479 울릉도 연가

 

어디까지가 바다이고, 어디서부터 하늘일까? 하늘 높은 가을날, 바다와 하늘이 하나가 됐다. 쪽빛과 옥빛, 초록과 흰구름이 어우러진 전경이 한 폭의 수채화다. 어떤 색 물감을 써야 저 빛을 흉내낼 수 있을까. 구불거리는 해안선마저 그대로 그림이 된다.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아 태곳적 신비가 전해온다. 지난 9월 말, 울릉도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오른쪽으론 죽도가, 왼쪽으론 관음도가 내려다보인다. 맑은 날엔 저 멀리 독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김민희 차장대

 

2480 푸른 하늘 은하수

 

별빛보다 불빛이 밝은 도시에서는 잊고 지내기 쉽지만 하늘에는 강이 있다. 별빛이 강물처럼 흐른다고 해서 은하수(銀河水). 도시의 휘황찬란한 조명을 걷어내고 나면 늘 그랬듯 촘촘하게 빛나는 별빛 강물이 보인다. 흩뿌려진 듯 빛나는 은하수의 별빛은 인공적인 방법으로 재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지난 10 26일 새벽 경남 산청군 둔철산 천문대에서도 청명한 가을 밤, 은하수가 관찰됐다.

 

2481 60일의 기적

 

때가 됐다. 수확의 계절이 왔다. 씨 뿌린 지 60여일, 작은 점만 한 무씨가 쑥쑥 자라 어른 팔뚝보다 굵은 무가 됐다. 봐도 봐도 신기하다. 그 작은 씨앗이 두 달 만에 저리 큰 무가 되다니. 무는 추위와 더위를 싫어한다. 너무 습해도, 건조해도 안 된다. 강한 빛을 좋아하고 물빠짐이 좋은 가벼운 흙에서 잘 자란다. 농심(農心)은 그 모든 걸 다 안다. 지난 11 1일 경남 거창군 가북면 강계마을에서 농민들이 단무지용 무 수확 전 무청 자르기 작업을 하고 있다. - 김민희

 

2482 경계에서

 

계절의 경계가 호수의 경계에 담겼다. 가을과 겨울 사이, 호수에 내려앉은 자욱한 물안개가 만든 풍경이 꿈인 듯 현실인 듯 아슴푸레하다. 영화 ‘마이 리틀 자이언트’의 한 장면처럼 초현실적이다. 영화 속에서는 호수의 경계가 현실과 꿈의 경계였다. 저 투명한 호수 속으로 퐁당 빠져들면 환상적인 꿈속 세계가 펼쳐졌지…. 지난 11 6, 경남 남해군 삼동면 내산마을 인근 산기슭 호수의 늦가을 정경. - 김민희

 

2483 우포늪에서 평창까지

 

평창 동계올림픽 D-84, 11 15. 성화는 경남 창녕군 우포늪을 건너고 있다. 봉송주자는 환경지킴이 주영학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마음,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우포늪의 생태가 고스란히 보존되길 바라는 마음을 함께 실어나른다. 우포늪의 어슴푸레 새벽녘을 밝히는 성화가 유독 밝고 희망 차 보인다. 성화 봉송에는 7500명의 주자와 2018명의 지원주자가 참여해 101일간 2018㎞를 달린다.

 

2484 땅끝 마지막 암자

 

깎아지른 듯한 바위절벽 위, 작은 암자 하나 보일 듯 말 듯 숨어 있다.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입구를 내고, 돌멩이를 쌓아올려 담장을 만들었다. 속세를 떠나 끝으로 끝으로 숨어들어온 은신자들의 마지막 거처 도솔암이다. 전남 해남 땅끝마을, 땅끝마을의 끝산 달마산에 있다. 달마산은 ‘한국의 장자제(張家界·장가계)’ ‘남도의 금강산’으로 불린다. 도솔암을 본 사람들은 여러 번 놀란다. 이런 곳에 암자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한국에 이렇게 아름다운 바위산이 있다는 사실에 또 놀라고, 이곳이 아직 덜 알려졌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란다.

 

2485 神의 모자이크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cyprus)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자이크가 있다. 네아 파포스(Nea papos) 모자이크. 고고학적으로 희귀하고 뛰어난 미학적 가치를 지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사진은 여러 모자이크 중 테세우스의 저택 거실에 장식된 모자이크로,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의 대결 신화를 테마로 했다. 강하게 내리쬐는 지중해 햇살을 받은 모자이크는 신비감을 더한다. 가만히 서서 보고 있으면 섬세한 색 표현과 세부적인 묘사에 감탄사만 흘러나온다.

 

2486 겨울왕국

 

눈이 내렸다. 눈꽃이 피었다. 잔가지마다 잎새마다 빠짐없이 핀 눈꽃 덕에 온 산이 겨울왕국이 됐다. 어쩜 이리 눈부실까. 햇살을 많이 받은 눈꽃일수록 눈부시다. 그러나 찰나의 눈부심이다. 곧 저 햇살에 스르륵 녹아 사라져버리겠지. 시한부 아름다움이다. 햇살 받은 눈꽃은 더 빛나지만 짧은 생을 살다 간다. 그늘에 숨은 눈꽃은 덜 빛나지만 오래 머물다 간다. 사람도 대체로 이 같지 않을까. 굵고 짧은 삶과 가늘고 긴 삶. 지난 12 4일 강원도 평창군 발왕산 일대가 새하얀 눈으로 뒤덮였다.

 

2487 꼬마 까마귀들의 합창

 

해 질 녘, 울산 태화강 삼호대숲 상공. 쪽빛 하늘을 도화지 삼은 까마귀들의 군무가 시작된다. 울산에서 까마귀는 흉조의 상징이 아니다. 태화강의 기적이 만들어낸 길조다. 시민, 환경단체, 기업, 지자체가 하나 되어 오염된 태화강 살리기에 동참한 결과 2004년 겨울부터 까마귀가 서서히 늘기 시작했다. 현재는 그 수가 10만마리에 이른다. 시베리아에서 날아든 떼까마귀와 갈까마귀들이 이곳에 와서 겨울을 난다. 이 까마귀들은 토착종인 큰부리까마귀와는 달리 작다. “까악~까악~”이 아니라 “짹~~” 울어대며 곡식을 쪼아먹고 곤충을 잡아먹는다.

 

2488 굿바이 2017

 

12m짜리 초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실내에 등장했다. 천장 높은 도서관,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도서관 한가운데. 사방에 황금빛 별이 반짝반짝 빛난다. 트리 꼭대기에도, 천장 여기저기에도 빛난다. 큰 별, 작은 별, 모양도 제각각이다. 지난 12 14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고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금색은 행운의 상징이라고 한다. 2018년 새해 행운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소망이 황금빛 크리스마스 트리를 타고 환하게 퍼져나간다.

김민희 차장대우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2489 평창의 해

 

구름에 가려 뜨는 해를 보지 못할 줄 알았다. 어둑한 구름 사이로 어스름히 비치는 빛을 보며 간절한 마음으로 두 손을 맞잡은 지 이십 분. 구름을 뚫고 붉은빛을 뿜으며 나타났다. 2018 평창올림픽을 앞둔 강원도 강릉 경포대 차가운 겨울 백사장에서 해를 기다리던 사람들 사이로 탄성이 터져나왔다. 새해에는 오로지 찬란한 일만 있기를. 무술년(戊戌年) 새해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에 환한 빛이 내려앉았다.

조현호 영상미디어 기자 
김효정 기자

 

2490 수퍼문이 된 울프문

 photo 뉴시스

 

2018년 새해 첫날 밤, 휘영청 밝은 달이 떴다. 수퍼문(Supermoon)에다 울프문(Wolfmoon)이다. 수퍼문은 보름달이 지구 가장 가까운 지점을 지나는 달, 울프문은 매년 처음 뜨는 달이다. 이 둘이 겹치는 것은 아주 희귀하다. 일반 보름달보다 14% 크고 30% 더 밝은 수퍼문. 수퍼문이 새해 첫날 찾아왔으니 좋은 징조다. 그야말로 밝은 새해가 밝았다. 올 한 해 저 달처럼 밝은 일이 가득하길…. 지난 1월 1일 밤 서울 여의도 LG쌍둥이빌딩 사옥 사이로 보이는 수퍼문.

김민희 차장대우 minikim@chosun.com

 

2492 라쿤과 커피를!

 

매달리고, 깨물고, 잡아 뜯고…. 홍대앞 라쿤카페 ‘맹쿤’에서 사고뭉치 라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가 돌아오는 마법을 느낄 수 있다. 야생에서는 독립적이고 공격적인 라쿤이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사람의 손에 자라 야생의 습성이 거의 사라져 애교와 호기심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라쿤의 애교에만 열광하는 것일까. 동물과의 관계에서는 ‘오해’라는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라쿤은, 애완동물은 늘 같은 자리에서 한결같이 반겨주고 반응한다. 사회와 사람에게 받은 상처, 라쿤의 애교 한 방으로 날려보자.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2493 견공들의 시위

 

온갖 견공들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 앞에 모였다. 자연주의 화장품 더바디샵(THE BODY SHOP)의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인간 가까이에서 인간에게 기쁨과 위안을 안겨주는 반려견들이 ‘동물실험 반대’ 푯말을 목에 걸고 어딘가를 애처롭게 바라본다. 더바디샵은 1993년부터 동물실험반대 캠페인을 꾸준히 해왔다. 이런 노력은 유럽연합(EU)으로부터 2013년부터 유럽에서 판매되는 화장품의 동물실험을 금한다는 결실을 이끌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구촌 어딘가에서는 동물실험이 자행된다. 그렇게 희생되는 동물이 매년 50만마리에 이른다.

 

2494 팔당호의 선물

 

한낮 기온 영하 18도. 간만에 찾아온 동장군은 폐 속까지 얼려버릴 듯 위압적이다. 사나운 동장군은 의외의 선물도 안겼다. 북한강과 남한강의 물길이 만나는 곳, 그래서 웬만해선 잘 얼지 않는 팔당호까지 꽝꽝 얼려버렸다. 덕분에 호수 속 나무 코앞까지 저벅저벅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내주었다. 색다른 경험이다. 새하얗게 덮인 눈은 빙판 위를 걷는 공포감을 한결 덜어준다. 어디가 호수이고, 어디가 땅인지 분간이 잘 안 간다. 지난 1월 26일 오후 3시경 경기도 하남시 팔당댐 인근.

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2495 6代 이은 꽃신

 

공정만 72단계. 꽃신 한 켤레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과정이다. 곡선으로 살짝 치켜 오른 신발코에서는 인체 공학적 디자인을, 십장생으로 수놓은 화려한 비단에서는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조상들의 염원을 읽는다. 투박한 손의 주인공은 국내 유일의 화혜장 국가무형문화재인 갖바치 황해봉씨. 조선 25대 철종 때부터 궁궐 가죽신을 제작, 5대째 150년 전통을 잇고 있다. 그의 두 아들도 갖바치여서 6대째 이어지게 됐다. 설을 앞두고 꽃신을 짓는 황씨의 손에서 전통을 잇는 경건함이 전해온다.

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2497 복사꽃이 피운 봄

 

낙엽을 보내며 한 장, 첫눈 맞는 설렘에 한 장, 대설(大雪)의 소란함에 또 한 장, 입춘을 지나 개구리가 깨어나길 기다리며 두 장. 겨울을 견딘 복사꽃은 다섯 장의 꽃잎으로 피어난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대표적인 봄꽃 중 하나다. 인간은 봄꽃을 보며 시작을 예감한다. 가을녘 꽃눈으로 태어나 묵은 가지에서 겨울을 지켜본 복사꽃에게, 봄비는 이별의 신호다. 2월 중순 세종시의 한 복숭아 농장에서 갓 피어난 복사꽃을 만났다.

사진 한준호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  하주희 기자

 

2500 사라지는 북성포구

 

인천 북성포구는 노을이 피어날 때가 가장 아름답다. 두 낚시꾼이 황금빛으로 출렁이는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이곳에선 공장의 실루엣마저 한 폭의 풍경화가 된다. 1883년 인천항 개항과 함께 조성된 북성포구는 인천 해안에 남은 유일한 갯벌 포구로 매립의 역사가 깃든 곳이다. 북성동 해안은 산업화시대를 거치며 매립을 통해 창고와 공장부지로 조성됐다. 당시 매립으로 생긴 열십자 형태의 수로 때문에 ‘십자굴’이란 별명이 생겨났다. 그런데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유산으로 선정한 북성포구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2010년부터 ‘악취’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며 지역주민들의 청원이 빗발쳤고 결국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2020년까지 악취 해소와 환경 개선을 위해 7만㎡에 달하는 갯벌 일부를 매립하기로 결정했다. 준설매립에 들어가는 예산은 약 300억원. 지금도 갯벌 매립을 놓고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는 팽팽하게 대립 중이다. 원래 매립을 통해 생겨난 이곳이 다시 매립으로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사진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  김태형 기자

 

2501 외도의 봄바람

 

반세기의 열정이 푸른 보석으로 맺힌 곳. 3월 27일의 외도 보타니아는 ‘꽃 대궐’이 될 준비에 한창이었다. 외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섬이다. 거제에서 약 4㎞ 떨어져 있다. 배로 20여분 남짓 걸린다. 이창호·최호숙 부부가 1969년 섬 전체를 사들여 30여년간 해상 식물원으로 일궜다. 1997년 개장 후 23년간 2000만명 이상이 찾았다. 야자수, 선인장, 선샤인 등 아열대식물과 바닷바람이 어우러져 이국의 정취를 자아낸다. 봄부터 꽃의 행렬이 시작된다. 4월엔 튤립·수선화·아이리스가, 5월부턴 꽃양귀비·디기탈리스·천사의나팔이 인사를 건넨다.

사진 유재력 사진가 /  하주희 기자

 

2506 청보리 밭의 초대

 

'모양현(牟陽縣)’, 보리 모에 볕 양. 전북 고창의 옛이름이다. 백제시대까지 쓰였다. 햇살의 계절이 돌아오면, 고창에선 청보리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4월 21일부터 5월 13일까지다. 고창은 풍수적으로 독특한 고장이다. 비산비야 지형, 산도 들도 아니란 뜻이다. 방장산 여맥 위에 자리해 주변보다 산야의 높이가 낮은 탓이다. ‘격암유록’은 말세가 오면 몸을 숨길 곳으로 비산비야를 꼽았다. 고창은 바람이 키운 시인, 미당의 고향이기도 하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미당의 ‘푸르른 날’은 4월의 보리밭이 낳은 게 아닐까. 지난 5월 1일 고창 공음면 학원농장을 찾았다. 청보리 물결 너머 언뜻 그리운 사람이 비친 것 같기도 하다.

사진 이신영 영상미디어 / 기자·글 하주희 기자

 

2507 파도를 낚다

 

제주도 서귀포 남동쪽의 지귀도. 철썩이는 파도가 몰아치는 갯바위에서 낚시꾼들이 손맛을 즐기고 있다. 5월 이맘때 이곳에서는 돌돔과 벵에돔이 많이 잡힌다. 동서로 긴 타원형 모양을 한 지귀도는 완만한 침강 해안에 있고 주변 왕래가 쉽다. 주위 바다는 수심이 얕으면서도 어종이 풍부해 갯바위 낚시터로는 제격이다. 요즘 국민스포츠로 부상하고 있는 낚시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가 많다.

사진 허만갑 낚시춘추 편집장 /  배용진 기자

 

2516 두물머리에 연꽃 필 때

 

북한강과 남한강이 한데 만나는 경기도 양평 팔당호의 두물머리에는 ‘물과 꽃의 정원’이라는 별칭을 가진 세미원이 있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여름이면 연못 가득 넘칠 듯이 연꽃이 핀다. 붉은색 연꽃이 푸른색 잎사귀와 어우러지는 홍련지(紅蓮池), 흰색 연꽃이 환하게 빛을 발하는 백련지(白蓮池)에 연못을 가로지르는 다리와 연못 옆 산책로가 정갈하게 나 있어 여름 연꽃 구경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사람 키만큼이나 높은 세미원의 연꽃밭을 거닐고 있노라면 연꽃 위에 앉은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수 있다.

원래 연꽃은 진흙탕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운다는 의미에서 굳건한 의지와 아름다운 마음, 영원한 생명을 상징하는 꽃이었다. 정호승 시인은 시 ‘연꽃 구경’에서 “아무리 사는 게 더럽더라도/ 연꽃 같은 마음으로 살아보자”고 말했고 이해인 수녀는 시 ‘한송이 수련으로’에서 “나를 위해/ 순간마다 연못을 펼치는 당신/ 그 푸른 물 위에 말 없이 떠다니는/ 한 송이 수련으로 살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장마철이라도 마음이 어지러울 때 걷기에는 연꽃밭이 제격일지도 모른다. 지난 6월 22일 시작한 세미원 연꽃축제는 8월 19일까지 계속된다. 야간에도 문을 열어 조명 아래 빛나는 연꽃을 색다른 마음으로 감상할 수도 있다.

사진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  김효정 기자

 

2517 투명카누 타고

 

주민이라고 해야 총 400가구 700여명. 여름이면 이곳에 하루 평균 3만명이 찾아온다. 한 달 남짓, 해수욕장 개장 기간으로 따지면 110만여명이다. 강원도 삼척의 장호·용화마을. 장호항을 바라보는 작은 어촌마을이 소위 대박이 났다. 수상스포츠와 어촌체험 프로그램 덕이다. 바닥이 보이는 투명 카누를 타고 바닷속을 탐험하다 옆 해변으로 옮겨 스노클링을 즐길 수도 있다. 수상스포츠가 별로라면 배를 타고 바다낚시를 떠나면 된다. 7월과 8월엔 투명카누를 매일 운영한다. 7월 13일 초록빛 바다를 투명카누가 유영하고 있다. 방파제용 블록마저 신비롭게 보인다.

사진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  하주희 기자

 

2518 폭염이 닿지 않는 곳

 

숨결에도 더위가 섞이는 도심 한복판에서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옆을 걷고 있노라면 속시원한 물소리, 나뭇잎으로 그늘진 계곡이 그리워질 때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서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에도 푸른 꽃들이 활짝 피었다. 깊은 물속까지 푸르게 물든 계곡 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속시원한 느낌이 들 정도다. 강원도 철원에 있는 날카로운 봉우리, 칼봉산에서 발원한 용추계곡에는 9곳이나 되는 풍경 좋은 곳이 있다 해서 용추9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용이 누웠다는 용추폭포도 나온다. 봄까지만 해도 가뭄에 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냈지만 어느새 깊은 물이 들어차 여름철 피서객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  김효정 기자

 

2519 제주 빛의 오름

 

제주의 밤을 ‘오름’이 수놓는다. 조명예술가 브루스 먼로의 작품이다. 작품명이 바로 ‘오름’. 1800여㎡의 대지 위에 3만여개의 LED 발광체로 무늬를 새겼다. 97개 빛의 서클은 오름의 생명력을 의미한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서 열린 조명 축제 ‘제주 라프(LAF·Light Art Festa)’에 출품된 작품이다. 라프의 올해 주제는 ‘평화의 섬 제주-빛의 바람이 분다’. 메인 작가인 브루스 먼로는 영국 출신 조명예술가다. 이번이 그의 첫 아시아 전시다. 대표작은 ‘필드 오브 울룰루(Field of Uluru)’다. 호주 울룰루의 바위를 LED로 덮은 작품이다. 그의 전시는 CNN이나 보그 잡지에서 각각 ‘가장 아름다운 전시’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전시’로 꼽혔다. 그는 제주 4·3사건에 대해 듣고 이번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먼로 외에도 5명의 작가들이 조명 작품을 선보인다. 축제는 10월 24일까지 열린다. 관람객들은 전시장 주변에 설치된 20m 높이의 ‘짚라인’을 타고 작품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사진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  하주희 기자

 

2520 동대문에 뜬 디자인의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필립 스탁, 알레산드로 멘디니, 하이메 아욘, 에에로 아르니오…. 한 번쯤 들어봄 직한 이름들이다. 현대 디자인계의 거장들이다. 한 명의 작품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데 10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의 작품을 한국에서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왔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루나파크전: 더 디자인 아일랜드’전이다. 국내 디자인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한다. 해외서도 화제가 됐다. 5m 크기의 고릴라를 비롯해 430여점의 작품들이 한 공간에 펼쳐져 있다. 인터파크가 처음으로 기획한 전시로 세계 3대 디자이너로 꼽히는 스테파노 지오반노니가 전시 총 디렉팅을 했다. 공간연출이 국내의 일반적인 전시와는 다르다. 다양한 섹션으로 분리해놓지 않고 테마파크처럼 한곳에서 즐길 수 있게 했다. 전시장에 처음 들어서면 “어, 이게 다야?” 싶지만 작품을 들여다보면 “와, 이것도 있네” 싶은 작품들이 끝이 없다. 디자인 잡지에서 많이 봤던 작품들이 공간 곳곳에 숨어 있다. 전시는 11월 6일까지.

사진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  황은순 기자

 

2521 죽부인과의 오수

 

수은주가 40도까지 치솟은 지난 8월 1일 서울 퇴계로 ‘한국의집’ 대청에서 외국인들이 죽부인을 끼고 뒹굴고 있다. 한국의집이 마련한 일명 ‘남산골바캉스’. 2000원을 내면 탁족을 즐긴 후 음료 한 잔을 대접받고 1시간의 낮잠을 즐길 수 있다. 과거 한국인들이 어떻게 폭염을 이겨냈는지를 체험하는 행사다. 한국에서 1년10개월간의 선교 기간을 끝내고 돌아가기 전날, 두 명의 몰몬교 선교사들은 죽부인들과 정을 나눴다.

사진 조현호 영상미디어 기자 /  배용진 기자

 

2522 별이 내리는 곳

 

가끔 고민한다. 소행성 B612에서 온 ‘어린 왕자’가 지구에 정착했다면 어디에서 살고 싶어했을까. 떠나온 별들을 언제든 볼 수 있는 곳, 여우가 몸을 숨길 바위가 있고, 밤이면 장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조용한 곳, 아마 ‘게르’를 고르지 않았을까. 몽골의 전통가옥 말이다.

게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를 상징한다. 우주를 본뜬 둥근 형태로 짓고, 천장 중앙엔 구멍을 뚫는다. ‘터너’다. 태양빛이 들어오고, 화덕의 연기가 나가는 통로다. 몽골의 선조들은 터너를 통해 인간과 하늘이 연결된다고 생각했다. 몽골은 세계적인 별 관측지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 뉴질랜드 테카포 호수, 호주 울루루와 나란히 꼽힌다. 아시아에선 유일하다. 지난 8월 4일 몽골 테를지국립공원, 밤하늘 별들이 땅에 사는 별, 인간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 김기환 월간산 기자 / 글 하주희 기자

 

2523 이슬람의 희생절

 photo AP·Mahmoud Illean

 

 

천국과 지옥이란 같은 곳을 관점을 달리해 부르는 걸지도 모르겠다. 예루살렘은 3대 종교의 성지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여기에 아르메니아정교까지 더해 예루살렘 구시가는 네 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8월 21일부터 25일까지 이슬람 구역은 축제 분위기였다. ‘이드 알 아드하(Eid al-Adha·희생절)’ 기간이었다. 희생절은 이슬람 최대 명절이다. 아브라함이 하느님을 향한 진정한 믿음으로 아들마저 제물로 바치려 했던 걸 기념하는 날이다. 아랍력으로 날짜를 정하기에 해마다 날짜가 바뀐다. 이슬람 금식기간인 라마단이 끝나는 날부터 2달10일째 되는 날 시작된다. 이날 전 세계 이슬람교도들은 소나 양, 염소를 죽여 제물로 바친다. 제물로 쓰인 짐승들은 3등분한다. 각각 짐승의 주인, 친지들, 불우한 이웃이 나눠 가진다. 축제가 끝나면 잠시 잊고 있던 분쟁의 화약 냄새가 다시 거리를 감싼다. 8월 21일 예루살렘 황금돔 사원 앞 광장, 희생절 축제를 맞아 광대가 아이들에게 스프레이를 뿌리며 재주를 부리고 있다.

하주희 기자

 

2524 자유2836

 

마고선이란 신선이 하늘로 올랐다는 그곳, 설악산 비선대. 오늘도 인간들은 비선대를 출발해 적벽을 타고 하늘로 오른다. 적벽은 설악산 천불동계곡 비선대산장 정면에 솟은 벽이다. 이름 그대로 붉은 색이다. 해외 원정 등반을 계획한 산악인들의 단골 훈련장이다. 8월의 마지막 날, 어느덧 높아진 가을하늘이 적벽에 의지한 인간들을 바라보고 있다. 등반 코스명은 자유2836. 코스를 개척한 산악인 전용학씨와 김선영씨의 개척 당시 나이를 나란히 붙여 만든 이름이다.

사진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  하주희 기자

 

2525 명장의 손끝

 

바다와 산이 사람의 손끝에서 만나 영원한 삶을 노래한다. 손대현 명장이 만드는 십장생 무늬 나전칠기 병풍 위에서다. 전통 장식기법 나전칠기(螺鈿漆器), 고려시대에 완성돼 현재까지 전해 내려온다. ‘나전(螺鈿)’은 조개껍데기를 붙여 무늬를 꾸미는 걸 뜻한다. 진주조개나 야광조개, 전복의 껍데기를 주로 이용한다. ‘칠기(漆器)’는 기물이나 나무에 칠을 해 마감하는 걸 의미한다. 세부적으론 옻칠과 생옻칠, 황칠, 칠화, 남태칠 등으로 나뉜다. 손 명장은 옻칠 분야의 명장이다. 옻나무의 원산지는 히말라야 부근이다. 옻나무의 수지를 정제해 목재 위에 바르면 목재의 수명이 늘어난다. 손 명장은 서울시 무형문화재 1호다. 흔히 인간문화재라 부르는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를 서울시 같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정할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50호까지 지정돼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처럼, 원활한 전수를 위해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다. 손 명장은 BMW·삼성전자와 함께 ‘옻칠 자동차’ ‘옻칠 텔레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사진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  하주희 기자

 

2526 팜파스의 가을

 

중남미 초원지대의 감성이 가을 하늘 아래 흔들린다. 9월 17일 충청남도 태안에 있는 청산수목원을 찾았다. ‘팜파스 억새 축제’가 열리고 있다. 팜파스 억새의 정식 이름은 팜파스그래스. 남미의 초원지대를 뜻하는 ‘팜파스(Pampas)’와 풀을 뜻하는 ‘그래스(grass)’가 만났다. 코르타에리아속의 벼과 식물이다. 뉴질랜드, 뉴기니와 남미의 초원지대에 주로 분포한다. 팜파스그래스는 가을에 빛을 발한다. 깃털 모양의 화서가 어떤 꽃에서도 느낄 수 없는 자신만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화서는 줄기나 가지에 직접 연결되어 꽃이 피어 있는 모양을 의미한다. 사진 속 팜파스그래스는 은색 화서가 빛나는 ‘서닝데일 실버(Cortaderia selloana Sunningdale Silver)’ 종이다. 최대 3m까지 키가 큰다. 팜파스 억새 축제는 11월 25일까지 열린다.

사진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  하주희 기자

 

2527 이것이 천고마비

 photo 뉴시스

 

 

천고마비(天高馬肥)는 원래 추고마비(秋高馬肥) 혹은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로 쓰이던 말이다. 기마술에 능한 중국 북방의 유목민족 흉노가 약탈을 시작하는 게 주로 가을철이었다. ‘가을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秋高馬肥)’ 시기가 되면 흉노족의 활동이 시작된다는 데서 추고마비가 ‘누구나 활동하기 좋은 계절 가을날’을 뜻하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는 설이 있다. 당나라 초기의 시인 두심언도 ‘가을 하늘이 높으니 변방의 말이 살찌는구나(秋高塞馬肥)’라고 읊으며 당나라의 승리를 기원하기도 했다.


그 어떤 유래를 비춰보더라도 가을은 승리의 계절이고 결실의 계절이다. 천연기념물 제347호인 제주마(馬)에게도 가을은 활동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그림같이 맑은 날씨를 보인 지난 10월 2일 제주시 용강동 말 방목지에서 제주마가 느긋하게 가을을 즐기고 있다.

김효정 기자

 

2528 붉은 잎의 이유

 

붉은 단풍의 뜻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나뭇잎이 붉어지는 이유 말이다. 나무 안에 분비되는 안토시아닌 때문이란 건 알지만, 왜 하필 가을이 되어야 분비되는 것인지는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어설픈 광합성이 나무에 해로운 활성산소를 배출하는 걸 막기 위해서란 분석도 있고, 진드기 같은 해충을 막기 위해서란 주장도 있다. 붉은 단풍잎이 나무 주변에 다른 수종의 발아를 막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분명한 건 나무에게 시련이 클수록 더 많은 안토시아닌을 분비한다는 사실이다. 산이 깊을수록 단풍이 수려한 이유다. 인간은 나무의 고뇌는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스스로의 아쉬움과 뿌듯함, 불안을 단풍에 투영한다. 여름의 기억이 아스라해졌다는 아쉬움, 한 해를 반 넘게 살아냈다는 뿌듯함, 어느덧 세밑이 다가온다는 불안.

이런 만남도 우리 세대만의 이야기로 끝날 수 있다. 지금의 추세로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2050년이면 한반도 남부에선 단풍을 만나기 힘들어진다고 학자들은 예측한다. 아열대성 사철수가 온대성 낙엽수의 자리를 대신해서다. 붉은 잎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영영 서로를 떠나보낼 수도 있겠다. 하긴 우리들이 매일 마주치면서도 해석하지 못하는 게 단풍뿐일까. 10월 9일 북한산 문수봉과 비봉 사잇길에서 바라본 가을이다.

사진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  하주희 기자

 

2529 2019 세계 달력에 이 풍경이…

 photo 신규호 사진가

 

 photo 오권열 사진

 

세계기상기구가 2019년을 열 풍경으로 경북 구미 약사암의 일출을 선택했다. 세계기상기구는 191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내년 달력에 들어갈 사진 공모전을 열어 1000여점 중 최종적으로 13점을 선정했다. 여기에 한국 기상청에서 낸 사진 2점이 포함됐다. 그중 신규호 사진가의 작품 ‘돌탑과 해무리’는 달력 표지에 들어간다. 2017년 10월 어느 새벽, 일출을 지켜보다 포착한 장면이다. 금오산 약사암의 돌탑 뒤, 꿈처럼 펼쳐진 운해 속으로 태양이 모습을 드러낸다. 두 겹 세 겹, 태양 주위로 해무리가 어려 있다. 오권열 사진가의 작품 ‘혹한의 아침을 열다’(아래)는 2019년 2월의 사진으로 뽑혔다. 2017년 1월 강원도 춘천 소양강에서 만난 아침 풍경이다. 겨울 아침 병풍처럼 둘러진 물안개 위로 일출의 시작이 서려 있다.

하주희 기자

 

2530호 댑싸리가 그린 가을

사진 이한솔 영상미디어 인턴기자 /  김효정 기자

 

 

2018년 대한민국 가을은 핑크색이다. 높아지는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전국 곳곳 산책하기 좋은 공원마다 핑크색 꽃이 피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도 마찬가지다. 가을 하면 떠오르는 코스모스가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린다. 연한 핑크색으로 들판을 물들이는 핑크뮬리는 이제 가을의 명물이 됐다. 동그랗게 솟아올라 가을이면 진한 핑크색으로 물드는 댑싸리는 길을 따라 형형색색 빛을 내뿜는다. 조금씩 물들어가기 시작하는 댑싸리를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이 말 그대로 다채(多彩)롭다.

 

2531호 눈꽃 입은 가을

 photo 뉴시스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立冬)을 엿새 앞둔 지난 11월 1일 오전, 제주도 한라산 구상나무 가지마다 상고대가 영롱하게 피었다. 한기를 품은 바람을 타고 피어난 눈꽃이 때 이른 겨울 정취를 연출하고 있다. 상고대는 영하의 온도에서 대기 중에 있는 안개·서리와 같은 미세한 물방울이 나무 등 차가워진 물체의 측면에 달라붙어 생기는 것으로 ‘나무서리’라고도 불린다. 투명한 흰빛을 띠고 있는 상고대는 바람이 셀수록 크게 자란다.

 

2531 눈꽃 입은 가을

 photo 뉴시스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立冬)을 엿새 앞둔 지난 11월 1일 오전, 제주도 한라산 구상나무 가지마다 상고대가 영롱하게 피었다. 한기를 품은 바람을 타고 피어난 눈꽃이 때 이른 겨울 정취를 연출하고 있다. 상고대는 영하의 온도에서 대기 중에 있는 안개·서리와 같은 미세한 물방울이 나무 등 차가워진 물체의 측면에 달라붙어 생기는 것으로 ‘나무서리’라고도 불린다. 투명한 흰빛을 띠고 있는 상고대는 바람이 셀수록 크게 자란다.

 

2532 72,396 그들을 위하여

 photo AP·뉴시스

 

 

영국의 설치미술가 롭 허드가 지난 11월 7일 런던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파크에 설치된 자신의 작품 ‘솜의 수의(Shrouds of the Somme)’ 앞에 서 있다. 수의에 싸인 인체를 형상화한 조형물들은 1차대전 당시 프랑스 솜전투에서 사망한 7만2396명의 영국(영국령 포함) 병사들을 상징한다. 올해는 1차대전 종전 100주년이 되는 해로, 11월 11일 현충일을 맞는 영국을 비롯해 유럽 각국에서는 1차대전 100주년 종전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열린다.

 

2533 붉은 속살 과메기 바람을 먹다

지난 11월 9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해안 덕장에서 과메기가 붉은 속살을 드러내며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과메기는 꽁치를 짚으로 엮은 뒤 바닷가 덕장에 매달아 찬바람에 얼렸다 녹이기를 반복해 쫀득쫀득하게 말린 것이다. 속살이 붉은 곶감 빛을 띤 것이 특징이다. 경북 포항 구룡포는 신선한 꽁치가 잡히는 동해와 인접했고 해안가 덕장에 바람까지 잘 불어 대표적인 과메기 산지로 꼽힌다. 해안가의 뒷산이 너무 높으면 찬공기가 먼바다로 도망가버리고 만다. 포항 구룡포에는 낮은 구릉이 있어 바람이 해안으로 그대로 내려온다. 늦가을까지 구룡포에는 북동풍이 부는데 11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는 바람이 북서풍으로 바뀐다고 한다. 이때를 잘 이용해야 맛있는 과메기를 얻을 수 있다. 11월 제철을 맞아 붉게 익어가는 과메기를 보니 진짜 겨울이 온 모양이다.

 

2534 시간이 익는 덕장

 photo 거창군

 

 

지난 11월 20일 경남 거창군 신원면 산들깨비 곶감 덕장에서 농민들이 정성스럽게 깎은 감을 매달고 있다. 껍질을 벗겨도 가을빛을 가득 머금은 생감이 건조대에서 연주황색 물결을 일으킨다. 곶감 덕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은 지리산과 덕유산의 맑고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영글어간다. 이렇게 한 달을 보내면 반건시가 되고 두 달 정도가 되면 붉은빛을 띤 곶감이 된다.

 

 

 12.24 주간조선 2538호

산타클로스들의 달리기

 photo 뉴시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이 나라의 전통인 크리스마스 달리기 대회가 열렸다. 흰 머리카락에 수염까지 덥수룩한 남성이 불안한 표정의 여자아이 손을 잡고 출발선을 나서고 있다. 뒤따라오는 남자아이들은 금방이라도 어른 산타클로스를 추월하겠다는 듯 밝은 표정이다.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두면 매년 리투아니아에서는 달리기 행사가 열린다.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채 달리기를 하는 시합이다. 경주는 짧게는 6㎞, 길게는 12㎞ 코스에서 열린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난쟁이 레이스’로 불리는 500m 경주도 열린다.

 

 

포토 투어 2018

그림의 떡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직지사의 불두화

직지사 대웅전 옆의 불두화 나무에 치렁치렁한 꽃이 만개했다. 만개한 꽃 아래로 떨어진 꽃잎이 마치 쌀알을 흩뿌려놓은 듯하다. 흩어진 꽃잎이 마치 부처님 앞에 내어놓은 보시(布施) 같다.
문화일보

 

 

키스 아닙니다

‘젖 먹는 새’를 아시나요. 비둘기가 그 주인공입니다. 새끼 비둘기는 부모의 입속에 부리를 넣어 모이주머니에서 나오는 ‘피존 밀크’를 먹고 자랍니다. 암수 모두 젖을 줄 수 있는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일 뿐 아니라 ‘남녀평등의 상징’이기도 하네요.

거창군 제공 동아일보

 

 

스위스’ 바스타이 일대의 경관

독일 작센 주 ‘작센 스위스’에서 최고 명소로 꼽히는 바스타이 일대의 경관. 치솟은 바위 봉우리 사이로 아치형의 바스타이 다리가 놓여있다. 암벽등반으로 암봉 위에 선 이들이 아찔하게 보인다. 작센 스위스에는 이런 봉우리들이 자그마치 1000개가 넘는다. 문화일보

 

 

철쭉 명산 장흥 제암산

 

보성 초암산

 

인수봉 - 임채욱 사진전

 

거대한 바위 바이올린

이탈리아 돌로미테 바이올렛] 20년 기다려 오른 거대한 바위 바이올린 - 월간 산

 

 

유혹 - 동아일보

 

왕후의 좌석

 

엄마랑 장보러가요!

중국 운남성 라지미 마을에 사는  후이란(40) 지난 25 인근 마을로 물건을 사기위해 어린 딸과 함께 짚라인을 타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출처: 중앙일보]

 

 

엄마의 고민

동아일보

 

 

무관심

 

한 모금

 

이끼폭포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개 - 미국

사진=소노마·마린 페어그라운드 홈페이지 - 동아일보

 

 

청학동 계곡 - 조선일보

 

 

열매 - 동아일보

 

700km 순례길 133m 폭포 신을 영접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길’은 딱 두 개다. 하나가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이고, 다른 하나가 일본 와카야마현, 나라현, 미에현에 걸쳐 있는 참배 길이다. 1200년 전에 시작된 참배의 걸음은 지금도 계속돼 해마다 1500만 명이 이 길을 걷는다. 와카야마현의 참배 길 구간에서 가장 압도적인 경관을 보여주는 곳은 나치 폭포다. 참배 길이 지나는 신사에 세워진 삼층 목탑 뒤로 133m 높이의 나치 폭포가 수직 절벽에 걸려 있다.

 

 

시라하마(白浜)의 명소인 엔게쓰도(円月島)

 

일본 와카야마현의 휴양도시 시라하마(白浜)의 경관을 대표하는 명소인 엔게쓰도(円月島). 섬 가운데 오랜 침식 작용으로 생긴 원형 동굴의 모습이 마치 5엔짜리 동전을 닮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저물 무렵 관광객들은 섬이 잘 보이는 해안으로 몰려들어 동굴에 일몰의 해가 들어오는 순간을 기다린다.

 

 

미 소

 

하늘이 된 연꽃

 

박연폭포

 

 

미륵사지 석탑

20년에 걸친 수리를 마치고 20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미르사지 석탑. [사진 문화재청]

 

 

시원한 기적

 

‘평생 한번 보기 힘들다’는 고구마 꽃 활짝…‘폭염이 원인?

 완도군 신지면 한 텃밭에 핀 고구마 꽃.07 27

 

 

고구마 꽃 보셨나요. 
고구마는 무화과처럼 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 고구마꽃은 평생 한 번 마주치기 힘들 정도로 귀한 몸이다.

 
100년에 한 번 볼 수 있다고 전해질 만큼 귀한 꽃으로 알려졌다. 
꽃말은 행운이고 고구마 꽃을 보면 행운의 징조로 여긴다고 한다.
전남 완도군 신지면 한 텃밭에 고구마 꽃이 활짝 피었다.

이송현 완도군 신지면장은 26일 “원통형의 새하얀 꽃잎, 연분홍빛 속살이 언뜻 보면 나팔꽃을 연상케 하는 행운의 상징인 고구마 꽃을 최근 발견했다”고 밝혔다.

중남미가 원산지인 고구마는 아열대식물이어서 우리나라에서는 꽃이 피기 힘들었지만 요즘 이상고온으로 고구마꽃이 종종 눈에 띄고 있다고 한다.
식물학계는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지구 온난화로 고구마 꽃이 피었다고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연합뉴스>

 

 

폴댄스

 

 

독도 앞바다의 빛내림

 

신기한 신기루 피라미드

 

함양의 오도재 길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힌 길

 

 

협재해수욕장

 

녹조

 

 

 

 

 

09.18 제네바 호수에 난민 구조선 띄우는 소녀

2018.09.16(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의 한 공원 잔디밭에 페인트로 거대한 미술작품이 그려졌다.  소녀가 호수에 종이배를 띄우는 모습이다. 종이배는 지중해에서 활동하는 아프리카·중동 난민 구조선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조선일보

 

 

'아몬드 비'가 후두둑… 복숭아향이 터져나왔다 - 조선일보

캘리포니아 만테카의 아몬드 농장 ‘트라밸리&피픈’. 거대한 전동차 셰이커가 집게발로 나무 밑동을 붙들고 흔들자 아몬드 열매가 우수수 떨어졌다. / 로다이·만테카(미국)=사진가 오승현

 

 

은행나무 터널 걸으러 아산 갈까

10월은 짙은 가을색으로 물든 자연을 만끽하며 걷기 가장 좋은 때다. 은행나무 350여 그루가 장관을 이룬 충남 아산 은행나무길. [사진 한국관광공사]

 

 

설악산의 흰 다람쥐 - 문화일보

 

건재고택 - 문화일보

 

충남 아산 외암마을에서 가장 빼어난 조경과 건축미를 지녔다고 알려진 건재고택의 사랑채와 정원의 소나무. 후손의 빚과 금융기관의 불법대출 등의 사건에 휘말린 고택은 지금 예금보험공사 소유다. 건재고택은 그동안 문을 열어준 적이 거의 없는데, 경매를 앞두고 예금보험공사가 고택을 공개하고 있다.

 

거제 남파랑길

 

경남 거제 구조라리 ‘샛바람 소리길’ 초입의 신우대 숲길. 바람이 불 때마다 ‘쏴아’ 하는 소리를 내며 신우대가 이리저리 흔들리면 터널 같은 숲길이 어두웠다 환해졌다를 반복한다. 마치 비밀의 공간으로 이어지는 터널 같다. - 문화일보

 

 

‘하루’의 태동

 

해가 떠오릅니다. 우주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새들이 떠오르는 해를 맞으러 날아갑니다. 자연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떠오르는 태양이 빛을 비추고, 새가 지저귀면 비로소 사람들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일상적이고 사소한 하루는, 이렇듯 거대한 우주의 움직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동아일보

 

 

장태산 자연휴양림

 

페루의 무지개산

 

중국 귀주성 마령하 대협곡 · 만봉림 횡과수 폭포

 

 101m, 높이 78m로 아시아에서 가장 큰 황과수폭포

 

묘족들은 한족의 침략에 빨리 피신하기 위해 전 재산을 은 장신구로 만들어 몸에 달고 살았다.

조선일보

 

 

남녘의 백운산, 가을 단풍이 물들다

 

단풍의 물결이 어느새 남도 끝에 당도했다. 단풍을 두른 전남 광양 백운산 중턱의 절집 백운사. 본디 하백운암이란 암자였는데 지금은 어엿한 사찰이다. 백운사 위쪽으로 지금은 사라진 중백운암 암자 터가 있고, 그 위에 상백운암이 있다. 상백운암은 신리말의 선승 도선국사 이래 내로라하는 고승들이 수행했다는 전설 같은 암자다

문화일보

 

 

色의 유혹… 단풍에 물들고

일본 효고현 고베시에 있는 가장 오래된 온천 마을 ‘아리마 온천’. 1300여 년의 역사만큼 오래된 단풍나무가 멋스럽다/일본정부관광국(JNTO) 제공

조선일보 오카야마(현)·간사이=이혜운 기자

 

 

17세기 일본과 근대 유럽의 공존

일본 오카야마현 제2의 도시인 구라시키시에는 ‘구라시키 미관지구’가 있다. 에도시대부터 쇼와시대 초기까지의 경관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다. 수변에 수양버들이 늘어진 구라시키 미관지구의 수로에서 관광객이 뱃놀이를 즐기고 있다. - 문화일보

'

 

하늘에서 잠들다

평창 용평 재산리

동아일보

 

 

뭐하는 고니?

물가, 겨울 가객들의 몸동작이 심상치 않네요. 태권도 옆차기인지, 발레 점프인지…. 옆에 무서운 교관도 있군요. “고니 체면이 있으니 최대한 우아하게!

―충남 서산시 천수만에서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그림 같은 청풍호 수변

충북 제천 청풍호(충주호) 수변의 작은 교회가 있는 풍경이 마치 촬영 세트장처럼 보인다. 흰 외벽에 파란 지붕과 붉은 첨탑의 교회는 이래 봬도 역사가 65년이나 됐다. 본래 있던 교회는 수몰됐고, 지금의 교회 건물은 물이 차오르자 뒤로 두 번을 물러나 거듭 다시 지은 것이다.  

문화일보

 

 

쓰레기 매립지서 꽃피운 '아트 서커스'

국내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태양의 서커스‘쿠자’공연 중 하나인‘컨토션’. 곡예사 세 명이 극적인 유연성과 균형 감각을 뽐낸다. /PRM

조선일보

 

 

환상의 콜라보

변산 도청리의 솔섬은 노을과 바위섬의 실루엣이 만들어내는 조화가 압권이다

 

 

변산의 낙조 명소 솔섬에서 본 일몰. 소나무 자라는 외딴 섬과 어우러진 노을이 아름답다.조선일보

 

섬진강의 운해

 

지리4경 반야봉에 노을이 깔리면서 운무와 어울려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지리산의 고사목과 황혼 빛 노을이

 

 

마지막 잎새

 

 

그림같은 백제

이른 아침 열기구를 타고 충남 부여의 상공을 날았다. 일출 무렵 열기구에서 내려다본 궁남지의 모습. 하늘에서 부여 곳곳의 백제 유적을 내려다보면 옛 백제의 수도 사비의 윤곽이 어렴풋이 짐작된다.

문화일보

 

굿바이, 2018 - 주간조선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해넘이 명소가 있다. 인천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정서진(正西津)이다. 정서진은 옛 임금이 살던 광화문에서 말을 타고 서쪽으로 달리면 나오는 육지 끝의 나루터를 뜻한다. 정서진 광장에 도착하면 이곳의 랜드마크인 ‘노을종’을 볼 수 있다. 노을종은 서해안의 밀물과 썰물이 만들어낸 조약돌의 형태를 본떠 만들어졌다. 영종대교 주변으로 낙조가 번질 무렵이 되면 노을종 중앙에 붉은 해가 걸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서진 일대는 고려시대에 ‘장모루’라는 지명으로 불렸다. 남부지방에서 고려의 왕도인 개경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나그네들이 하루씩 묵으면서 피로를 푸는 곳이기도 했다. 당시 전라도에 사는 대갓집 아들이 과거를 보러 가면서 정서진의 여각(여관)에 묵었는데 여각집 딸과 사랑에 빠져 정서진의 노을을 보며 사랑을 다짐했다는 전설이 있다

 

2018 아듀

희망을 품은 새해의 붉은 해가 눈으로 가득 덮인 얼어붙은 땅 위로 떠오르고 있다. 눈이 탐스럽게 쌓인 올 1월 전남 나주 영상테마파크와 남도의 젖줄 영산강 일대의 일출 전경. 영상테마파크는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국내 최대 규모 영상(映像) 전문 공원이다. /전남도◎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