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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이야기 2021-01/ 01.02 ‘문재인·이낙연 合作’ 제2의 6·29선언 내놓나 - 01.30 민주당의 판사 탄핵 추진, 전체 판사들 겨냥한 노골적 겁박

상림은내고향 2021. 2. 3. 19:38

정치(인) 이야기 2021-01

01.02 ‘문재인·이낙연 合作’ 제2의 6·29선언 내놓나

‘이게 나라냐’ 했던 대통령에게 ‘이게 나라냐’고 다시 묻는 국민
김종인 위원장, 불쏘시개처럼 자신을 태워야 黨과 나라 살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적절한 시점에 이명박·박근혜 전(前) 대통령 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선거의 해다운 출발이다. 현 집권 세력은 정치에 생사(生死)를 건 집단이다. 국민의 힘보다 몇 배 고수(高手)다.

 

두 전 대통령 사면 건의 발상(發想)은 전두환-노태우 합작품(合作品)인 1987년 ‘6·29 선언’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노태우 민정당 대표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김대중 사면 복권과 시국 관련 정치 사범 석방을 대통령에게 공개 건의하고 이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치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노 대표는 발표문을 읽고 그길로 국립 현충원에 참배했다. 기획자의 예상대로 야권은 김영삼과 김대중 진영으로 분열됐고 노 대표는 그해 12월 16일 대통령선거에서 36.6%를 얻어 당선됐다.

 

‘2021년 1월 1일’과 ‘1987년 6월 29일’은 사정이 다르다. 1987년의 전두환은 무대 뒤로 완전히 몸을 숨겼다. 발상·기획·연출을 도맡고도 무대 전체를 주연배우에게 내줬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밀담(密談) 결과는 이 극화(劇化) 과정을 거쳐 ‘선언’으로 승격(昇格) 포장됐다. 두 전 대통령 사면 문제는 6·29 선언 소재만큼 폭발적 소재가 아니다. 문 대통령이 주연배우에게 모든 빛나는 역할을 통째로 내줄지도 미지수다.

 

현 정권은 얼마 전까지도 두 대통령의 징역(懲役)살이를 짐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한때는 훈장처럼 여기기도 했다. 대통령 취임사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문 대통령은 ‘불행한 대통령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이 불행한 역사는 종식돼야 합니다.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새로운 모범이 되겠습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세상 이치는 간단하지 않다. 깃털처럼 가벼운 솜도 시간의 강(江)을 건너며 물을 먹으면 천근만근(千斤萬斤)이 된다. 코로나 병동(病棟)이 돼버린 구치소 안 두 대통령은 이미 쇳덩이만큼 무거워졌다.

 

그래도 두 대통령을 내놓겠다는 발상은 여권의 정치 머리가 여전히 작동(作動)하고 있는 걸 상기시킨다. 한두 명 정치 책사(策士)의 꾀가 아닐 것이다. 여권 상당수의 집단 창작(創作) 가능성이 크다. 쇳덩이를 내려놓는데 무슨 꾀가 필요하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국민의 힘이 광주를 내려놓는 데 40년 걸렸다. 지난 총선에선 자기네 당이 배출한 두 대통령을 구치소에 놔둔 채 국민에게 한마디 없이 선거를 치렀다.

 

대통령에게 질려서, 정권의 실정(失政)과 행태에 억장이 무너져 투표장에 나갔다가 몇 번을 망설였으나 손이 야당 쪽으로 나가지 않더라는 세대(世代)와 계층(階層)의 표가 쏟아져내린 결과가 야당 대참패였다. 그 대승(大勝)이 여당의 교만을 키워 지금은 독(毒)이 됐다.

 

선거는 상대가 못해서 이기는 경우가 더 많은 경기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습니다. 대통령 문재인은 바로 그 질문에서 새로 시작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국민은 그때보다 몇 배 성난 목소리로 ‘이게 나라냐’고 묻고 있다.

 

사회적 빈곤층은 코로나가 번지기 전인 2018년에 16만 명, 2019년엔 13만8000명이 늘어 정권 출범 이전보다 50만 명이 증가한 272만 명에 달했다. 전국 226개 시·군·구 가운데 절반인 111곳을 부동산 규제 지역으로 묶었는데도 전국 아파트 값 상승률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스물다섯 번째 대책이 나온다고 한다.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상대로 지휘권 발동·직무 정지라는 위법(違法)·무법(無法)의 칼을 휘둘러 나라를 뒤집었다. 법원이 가로막지 않았더라면 사법 체계는 벌써 결딴나고 말았을 것이다. 이러는 사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구치소를 점령했다. 동맹국 미국은 대북 전단 금지법을 청문회에 올려놓고 한국에 표현의 자유가 있는지 북한 인권에 관심이 있기라도 한지 따진다고 한다. ‘이게 나라냐’는 소리가 이보다 높을 수는 없다.

 

그러나 선거는 ‘이게 나라냐’라는 성난 목소리만으로 승패가 갈리지 않는다. 야당이 ‘당신네가 대안(代案)’이라는 국민과 만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현 집권 세력은 제 몸을 앞으로도 열 번은 더 바꿀 것이다. 동남풍(東南風)이 분다 싶으면 헛것 먼저 보이는 게 정치다. 느슨한 야당 분위기에서 그 낌새가 느껴진다. 김종인 위원장은 87년 6·29와 그 결과를 가까이서 지켜봤던 사람이다. 김 위원장이 스스로를 태우는 불쏘시개가 돼야 ‘국민의 힘’이 진짜 국민의 힘으로 되살아난다.

조선일보 강천석 논설고문

 

01.02 설민석이 차라리 낫다

평소 그의 강의 마무리처럼 깔끔하고 명쾌하긴 했다. ‘스타 강사’로 이름난 설민석씨는 최근 잇따라 강의 내용의 사실 오류를 지적받았고, 지난 29일엔 교육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의 52%가 표절이라는 지적이 불거졌다. 이날 그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저의 과오”라며 표절을 인정하고 모든 방송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설민석 페이스북 캡처/페이스북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유명인이 남의 글을 베껴 학위 논문을 쓴 일은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겸손한 마음으로 다시 더 배우고 공부하겠다”는 그의 말은 훗날 재기(再起)할 여지를 남긴 반성으로 보였다. ‘국민 언니’란 말을 듣던 스타 강사 김미경씨도 2013년 석사 논문을 표절했다는 지적을 받고 방송 출연을 그만뒀다. “내가 잘못했고 무지했다”고 밝힌 김씨는 이후 방송에 복귀할 수 있었다.

 

애초에 대중이 설씨와 김씨에게 열광한 것은 그들이 학위 과정에서 얻은 전문성보다는, 강의 내용을 듣는 이 귀에 쏙 집어넣어 감동을 줄 수 있는 탁월한 전달 능력 때문이었다고 봐야 한다. 강의의 질(質)보다 ‘예능감’을 우선시하고, 진지한 성찰 대신 사회적 정서에 편승한 담론을 재생산한 것은 사실 당사자와 사회가 그 책임을 함께 짊어져야 할 일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부분은 상대적으로 깨끗해 보이는 그들의 승복과 물러남이다. 정치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서울대 법학 석사 논문이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일본 책에서 33곳을 가져다 짜깁기한 등의 사례가 드러났으나 사과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경기도 교육감을 지낸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은 석·박사 논문에서 ‘압도적 분량의 일문(日文) 표절’이란 지적을 받았으나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자신에게 학위를 준 대학을 공개적으로 비하한 적반하장도 있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석사 논문의 절반 이상이 표절로 의심된다’는 문제 제기가 있자 학위를 반납했을 뿐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제가 어디 이름도 모르는 대학의 석사 학위가 필요하겠느냐”고 했다.

 

세 사람 모두 해당 대학의 자체 조사에서는 ‘문제가 있으나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조국·김상곤)거나 ‘시효가 지나 심사 대상이 아니다’(이재명)라는 판정을 받았다. 설사 면죄부를 받았다 해도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설민석·김미경처럼 반성하는 기색이라도 보여야 하겠지만, 이제 이들에게 표절 논란 정도는 코웃음 칠 사안이 돼 버린 듯하다.

 

왜 이러는 걸까. 정치인은 강사와 달리 늘 거짓말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니 표절 좀 했다고 해서 이상할 게 없다고 여기는 것일까? 아니면 그 정도 비난은 개의치 않을 정도로 철면피인 것일까? 결과적으로 이들은 설민석 같은 사람을 실제보다 훨씬 선량해 보이게 하고 있다.

조선일보 유석재 기자

 

01.07  여성 팔아 자기 정치한 여성운동가

‘남윤인순’은 한국 여성운동에서 빛나는 이름이다. 부모 성 함께 쓰기 운동을 시작한 1997년부터 국회의원 3년 차인 2015년 주민등록상 성명인 ‘남인순’으로 돌아올 때까지 꼬박 18년이 걸렸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국장부터 상임대표에 이르는 기간, 그의 성장과 함께 여성 인권도 신장됐다.      

남인순, 박원순 피소 사실 유출 의혹에 변명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바꾼 것도 주도

그러나 정치인 남인순은 여성운동가 남윤인순과 전혀 다른 사람인가. 더불어민주당의 젠더폭력TF 위원장인 그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주도했다. 지난해 7월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모인 단톡방에선 ‘피해자’ 대신 ‘피해 호소인’으로 표현하자는 그의 주장을 관철했다. 몇몇 의원이 반대했지만 결국 그의 뜻대로 결정됐다. 
  
얼마 후 ‘피해 호소인’ 프레임이 역풍을 맞자 민주당은 뒤늦게 ‘피해자’로 고쳐 불렀다. 남인순은 박 전 시장 측에 피소 사실을 유출한 의혹까지 받았지만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거짓말이 들통났다. 일주일 가까이 침묵하다 내놓은 해명은 “관련 내용을 물어본 것이 전부다. ‘피소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유출한 바 없다”(5일)는 것이었다.  
      
형식논리상 꼭 틀린 말은 아니다. 남인순이 박 전 시장 측에 알린 시점은 아직 ‘피소 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가 유출한 것이 정확히 ‘피소 사실’은 아니다. 손으로 해를 가리려는, 참으로 구차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는 “‘피소 사실’을 몰랐다고? 피소 예정과 피소는 다르다 이런 것이냐”고 반박했다. 정의당조차 “질문과 유출이 뭐가 다르냐,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남인순이 이번 사건에 대처하는 방식은 과거 여성운동가로서 보여줬던 그의 진정성까지 의심케 한다. 여성계의 대모로 불리던 그가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를 저격한 사실 자체도 충격인데, 일말의 반성도 없이 이제는 해괴한 말로 피해자와 국민을 우롱한다. 그 결과 여성을 팔아 권력과 명성을 얻은 것이라는 비판까지 직면했다. 지난해 “통절히 반성한다”던 그의 울먹임은 정녕 악어의 눈물이었던 걸까. 
  
2013년 그는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 보호 법안까지 발의했던 인물이다. 그때는 아직 남윤인순이라는 이름을 쓸 때였다. 그가 남인순으로 이름을 고쳐 쓰면서 여성 인권에 대한 의식까지 버린 걸까. 아니면 이제야 “여성운동가의 탈을 쓴 ‘여성운동 호소인’의 민낯을 드러낸 것”(한무경 의원)일까. 무엇이 됐든 그의 후안무치는 수십 년간 쌓아온 여성운동의 뿌리까지 뒤흔들고 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피해자와 국민 앞에 진실을 고백하고 사죄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위안부 할머니를 자신의 입신과 출세에 이용한 윤미향처럼 여성운동사의 오점으로 길이 기억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01.07  남인순, 그리고 K 페미니스트라는 괴물

 

지난달 30일 검찰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 피소 유출 사건’ 당사자로 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대책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성운동 대모’ 남인순 의원을 지목했을 때 전혀 놀랍지 않았다. 그저 추측이 맞았구나 싶었다. 정작 놀랄만한 일은 따로 있었다. 김대중 정부부터 노무현·문재인 정권에 이르기까지 여성 몫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여성부 장관 자리를 독식하다시피 해온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이 수사결과 발표와 동시에 남 의원에게 피소 사실을 알린 김영순 여연 상임대표에 대한 직무 배제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이다. 윤미향 사건을 비롯해 지금까지 여연이 보여준 내 편 챙기기 행태에 비춰볼 때 검찰이나 언론을 비난하며 관련 사실을 부인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침묵을 택할 줄 알았는데 대응이 빨라도 너무 빨랐다.     

여성 팔아 굴리는 K 페미 시스템
권력 유지 위해 피해자도 짓밟아
선배 ‘꽃길’만 따르는 이익공동체

알고 보니 빠른 게 아니라 늦어도 너무 늦은 거였다. 사건이 처음 불거진 지난해 7월부터 여성계 내에선 김영순 대표에서 (여연 대표를 지낸) 남 의원을 거쳐 남 의원 보좌관 출신인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 그리고 박 전 시장으로 이어지는 대략의 유출 경로를 파악하고 여연의 소명과 징계를 요구했지만 검찰 발표 전까지 침묵했다. 여연의 방조 속에 남 의원은 본인의 장기를 맘껏 발휘했다. 윤미향 사건 당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자금 유용 문제 제기를 “친일 세력의 피해자·활동가 분열 책략”이라고 물타기 하며 공작을 서슴지 않았던 그는 이번에도 ‘피해 호소인’이라는 해괴한 용어를 만들어 사실상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유도했다. 
  
김 대표와 남 의원뿐만이 아니다. 여성을 위한다며, 혹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우대받고(공천 가산점) 한 자리씩 차지한 민주당의 다른 여성 의원들도 정치적 득실만 따져 피해자를 외면하는 이익공동체 일원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김상희 국회부의장과 진선미 전 여가부 장관, 여성 몫 최고위원에 오른 양향자 의원 등은 사건이 불거진 직후 민주당 여성 의원들의 단톡방에서 남 의원의 ‘피해 호소인’ 주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유출 당사자의 사건 물타기에 공범 노릇을 했다. 심지어 고민정 의원은 명백하게 드러난 성희롱 피해 사실마저 인정하지 않은 채 박 전 시장 영결식 사회를 봤다.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치가 있을 땐 피해자 중심주의 운운하더니 권력 편에 서서 “도움을 청한 사람을 짓밟은 것”(정의당)이다.  
      
가히 K 페미니스트다운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여성의 권리와 인권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이 과정에서 때론 불이익까지 감수하는 게 진정한 페미니스트라면 K 페미니스트는 이처럼 권력을 얻기까지만 여성을 위하는 척 여성의 지위를 이용하다가 여성 몫을 참칭해 권력이 쥐어지면 권력에 붙어 오히려 여성을 억압하는 노릇을 해왔다. 남 의원의 행태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성노동자를 대변한다며 여연에 합류해 꼭대기까지 밟고 올라간 후 비단 여성정책을 결정하는 기관뿐 아니라 정부 부처의 온갖 위원회에 전방위적으로 이름을 올리며 경력과 인맥을 쌓아 권력 핵심부에 진입한 그는 이같은 K 페미니스트 시스템의 발전적 계승자라 할 수 있다. 수도사범대 국문과 출신으로 여성노동 관련 시민단체 경력이 전부였지만 권력과 결탁한 적잖은 여성계 선배가 그러했듯이 KBS 이사, 대법원 양형위원회, 교육과학부 법학교육위원회 등을 발판으로 국회에 입성해 3선 의원이 됐다. 그리고선 3선이 갖는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피해자 여성을 짓밟고 피해자를 돕는 여성운동가들을 배신하는 데 썼으니 하는 말이다. 
  
남 의원의 K 페미니스트적 행보가 더욱 문제인 건 본인의 그릇된 행동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본인이 대표인 단체로부터 직무 배제를 당한 김영순 대표의 잘못된 선택은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김 대표는 남 의원이 걸었던 권력에의 꽃길을 그대로 걷던 중이었다. 검찰의 피소 유출 발표 직전인 지난해 12월 말까지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의 회의비를 챙기는 등 양형위원회, 총리실 소속 양성평등위원회,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비상임이사, 서울시 성평등위원회 위원으로 권력의 핵심에 한 발 한 발 다가가던 중이었다. 이러니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자가 안중에 있을 리 없다. 여연 앞에 붙은 비판 대자보의 표현 그대로 “정치적인 이익에 눈이 멀어 가해자와의 함께하기를 택한” 이유다. 
  
대체 언제까지 권력만 탐하는 이런 불순한 여성인사들에게 여성의 이름으로 온갖 정치적 지분과 혜택을 거저 쥐어줘야 하나. 이런 여성 몫이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

 

01.07  제 발등 찍은 조국·추미애…3전 3패 속에 숨겨진 비밀

왜 판사들의 과감한 판결이 꼬리를 무나 

 

요즘 친문 진영은 ‘판사 닥공(닥치고 공격)’이 한창이다. 지난 연말 중요한 재판에서 뼈아픈 3전 3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배제·정직 중지 가처분 신청을 잇따라 인용한 행정법원 판사들을 향해 ‘사법 쿠데타’ ‘판레기(판사+쓰레기)’라며 저주를 퍼붓는다. 정경심 교수의 1심에는 “증거 없이, 의심과 선입견에 따른 나쁜 판결”이라며 ‘사법 개혁’이란 미명하에 “판사들도 손봐야 한다”며 핏대를 세운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40만 명 넘게 몰려가 ‘판사 탄핵’을 요구한다. 전방위로 마구 물어뜯고 있다.  

행정법원 새 판사들의 독립성과
특수부 검사 수사능력 과소평가
형사사건을 정치화 시키거나
검찰총장 찍어 내기의 부작용

문제는 이 모두가 헛발질이란 점이다. ‘문파’들이 과연 판결문은 제대로 읽어 봤는지 의문이다. 법조계도 이번 3개의 판결문을 이례적이라고 본다. 우선 분량부터 남다르다. 보통 행정법원의 가처분 판결은 1쪽짜리가 대부분이다. ‘긴급한 필요에 의해 신청인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또는 기각)한다’는 딱 한 줄짜리 결정문도 흔하다. 굳이 자세한 설명을 달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 직무배제를 뒤집는 조미연 부장판사의 결정문은 9쪽이나 되고, 윤 총장을 복귀시킨 홍순욱 부장판사의 결정문은 24쪽에 이른다. 정 교수 1심 판결문은 무려 550쪽이다. 워낙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안인 만큼 판단 이유를 자세하고 분명하게 밝혀 놓은 것이다. 판결문만 꼼꼼히 읽어봐도 쓸데없이 흥분할 이유가 없다.     

행정법원의 숨은 비밀 … 사법 개혁의 역풍 

지난달 19일 한 진보신문에 묘한 기사가 실렸다. 청와대 관계자를 인용해 추·윤 갈등의 뒷이야기를 전하며 민정수석실의 오판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실수는 민정실에서 윤 총장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거라고 올린 보고가 문제였다. 윤 총장이 직무 정지될 것으로 본 것이다.” 왜 그랬을까. 당시 김종호 민정수석은 감사원 출신이다. 검찰과 법원을 잘 모를 수밖에 없다. 그 밑의 핵심은 이광철 민정비서관이다. 민변 출신인 그는 판·검사를 해본 적이 없다. 뼛속까지 ‘조국 라인’이다. 지난달 공수처법이 통과되자 SNS에 “여기에 이르기까지 조국 전 수석과 그 가족분들이 겪은 멸문지화 수준의 고통을 특별히 기록해 둔다”는 글을 남겼을 정도다. 이러니 극소수의 추미애 라인 검사나 좌파 판사들의 의견이 과잉 반영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보고가 헛다리를 짚은 것이다. 
  

  /최근 주요 판결에 대한 도를 넘는 비판·저주                                                            

 

 

법조계가 보는 진짜 숨은 원인은 따로 있다. 문재인 정권이 밀어붙인 사법 적폐 청산이 그것이다. 오래전부터 행정법원은 워낙 중요하고 예민한 재판이 많아 대법원장이 믿고 맡길 수 있는 법원행정처·대법원 재판연구관·사법연수원 교수 출신을 앉히는 게 인사 관행이었다. 서울대 법대 출신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법 농단 파문 이후 이런 성골(聖骨) 판사는 청산 대상으로 전락했다. 2018년부터 이런 경험이 전혀 없는 일선 부장 판사 중 실력이 뛰어나고 꼿꼿한 인사들을 행정법원에 입성시키기 시작했다. 그 상징적 인물이 홍순욱·조미연 판사다. 각각 고려대와 성균관대를 나와 줄곧 일선 법원에서 재판만 해왔다. 홍 판사는 ‘만점 판사’로 꼽혔고 조 판사는 학생운동에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의 진보적 성향이다. 
  
한 고위 판사는 “현 정권이 결과적으로 자기 발등을 찍은 셈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성골 출신 판사였다면 예전에 모셨던 대법원장이나 청와대를 의식해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을지 모른다”고 했다. 오히려 홍·조 판사가 정치적 눈치를 살피지 않고 구체적 증거와 법리만으로 깔끔하게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려버린 것이다. 국가 행정권 남용을 견제하는 행정법원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확실히 입증한 셈이다. 지금은 누구도 일선 판사들에게 함부로 입김을 넣거나 압박할 수 없다. 그런 독립적 판사들이 추미애 대신 윤석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친문으로선 사법 적폐 청산의 역설이다.   

대통령의 뒤늦은 태세 전환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실의 잘못된 보고를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법무부를 향해 징계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는 진보 성향의 조 판사가 ‘맹종’ ‘전횡’ ‘몰각’ 같은 날 선 표현을 동원한 것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홍순욱 판사의 결정문도 마찬가지다. 문파들은 “(판사 성향 문건이)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부적절하다”는 대목만 뽑아내 ‘윤석열=유죄’라고 흥분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다만~’으로 시작되는 그 다음 문장에 주목한다. “추가로 심리할 필요가 있으며 신청인의 본안 청구 승소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인사권자로서 사과드린다”는 발표가 곧바로 나왔다고 한다. 본안 소송에서도 이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검사 출신은 절대 민정수석에 앉히지 않겠다고 했다. 이번에 그런 의지를 접고 검찰 출신의 신현수 민정수석을 발탁한 것도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다.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아마추어들에게 맡겼다간 어떤 낭패를 당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한 것이다. 더 이상 중도성향의 판사와 검사까지 적으로 돌리다간 자기 무덤을 판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문파의 난독증과 특수부 과소평가  

최근 문파들은 정 교수의 1심 재판부, 특히 임정엽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8기)만 골라서 패고 있다. 법조계는 이 역시 헛다리를 짚었다며 혀를 찬다. 대등재판부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임 판사는 재판 진행만 맡았을 뿐 의결권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실제로 판결문 상당 부분은 권성수 판사(29기)가 썼다고 한다. 서로 의견이 갈릴 때는 가장 선배인 김선희 부장판사(26기)가 중심을 잡아준 것으로 전해졌다. 대등재판부의 의결권은 철저히 n분의 1이다. 
  
법조계가 가장 놀라는 대목은 검찰의 실력이다. 이번 수사와 재판에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옛 특수부)가 핵심이다. 엘리트 검사들의 집합소다. 당시 검찰 수뇌부는 “법무부 장관에다 문 대통령의 강력한 후계자 가족에 대한 수사였던 만큼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어 가장 뛰어난 특수 2부를 투입시켰다”고 고백한다. 이들이 동양대 강사휴게실 컴퓨터와 딸의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 움직일 수 없는 명백한 증거들을 촘촘하게 캐낸 것이다. 
  
추미애 장관에 의해 이 수사팀은 산산조각이 났다. 조 장관 가족 수사를 총지휘한 고형곤 부장검사는 대구지검으로 쫓겨갔다. 하지만 매주 서울로 출장 와 직접 재판에 참여했다. 통영지청으로 추방된 강백신 부부장검사도 매주 2회 서울을 오가며 정 교수 재판에 매달렸다. 왕복 9시간의 강행군을 마다치 않은 것은 직관(수사검사가 재판까지 직접 관여하는 것)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는 공판검사가 기록만 보고 재판에 임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수사 검사로서 사건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는 데다 상대측 변호사들이 어떻게 나올지 사전에 충분히 고민해 정밀 대응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증거와 법리까지 깔끔하게 정리해 재판에 임한다.    

“조 장관이 서울대 형사법 교수 맞나?”

정 교수 측 변호인단은 총 15명이다. 반면 검사들은 5~6명으로 맞서고 있다. 그럼에도 정예 특수부 검사들의 능력이 1심 재판을 판가름 지었다. 이들은 공소장 변경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공소장 취소 대신 새로 캐낸 표창장 조작일 등 세부 사실을 수정해 추가기소라는 극약처방을 선택했다. 이중기소 논란에 따른 무죄 판결까지 각오했지만, 결국 신의 한 수였다. 재판부로부터 “이중 기소가 아니다” “정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판단을 끌어낸 것이다.  
      
   1심 결과에 대해 조 전 장관은 “너무도 큰 충격이다. 장관에 지명되면서 이런 시련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되었나 보다”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과연 조 장관이 서울대 로스쿨 형사법 교수인지 의문”이라며 고개를 흔든다. 형사소송법은 움직일 수 없는 팩트가 드러나면 이를 인정하고 그 위에서 해석의 차이를 다투는 게 대원칙이다. 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전면 부인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 항소심에 대한 전망도 비슷하다. 법조계에는 ‘여섯개의 눈은 두 개의 눈보다 더 많이 본다’는 법언(法諺)이 있다. 세 사람(합의부)은 한 사람(단독 판사)보다 훨씬 잘 심판한다는 뜻이다. 정 교수의 1심은 대등재판부가 여섯개의 눈으로 내린 판결이다. 게다가 판사들의 성비(性比)나 출신 대학(서울대·연세대·한양대)이 황금비율이다. 법조계에선 워낙 팩트가 확실하게 드러난 만큼 향후 어떤 재판부도 사실관계는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면 양형은 다소 줄어들 소지가 있다고 전망한다. 
  
조 장관 측은 여전히 “(딸의 스펙에) 일부 과장은 있어도 허위는 아니며 설사 도덕적 비난의 대상일 수는 있으나 법적으로 판단할 사안은 아니다”고 주장한다. 검찰 개혁에 저항하려는 과잉·표적 수사라는 정치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초동 변호사들은 “추미애 장관이 판사성향 문건을 흔들었는데도 왜 피해자인 판사들이 연거푸 윤석열 총장의 손을 들어주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법조계는 조 장관 측이 사법 문제를 자꾸 정치적 사안으로 변질시키는 것은 자승자박(自繩自縛)이나 다름없다고 안타까워한다. 결국 판사들은 팩트와 사실관계, 그리고 구체적인 증거에 따라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제 조 장관 측이 법정 전략을 선회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01.08  "윤석열 형"→"똑바로 앉으라"...야당이 벼르는 박범계 변심

“윤석열을 사건 수사에서 배제해 버린 것은 더는 사건을 확대하지 말고 조용히 처리하라는 청와대의 명백한 수사외압이다.” 
  
2013년 10월 19일 민주당 의원 11명이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팀’ 팀장인 윤석열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의 수사팀 배제에 항의해 내놓은 공동성명의 한 대목이다. 성명을 주도한 건 문재인 대통령(당시 민주당 의원)이었고, 거든 것은 박범계ㆍ전해철 등 이른바 ‘친문(親文)’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성명에서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검사의 사기를 꺾어 버리고, 몇몇 정치 검사들을 이용해 검찰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드는 청와대의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윤 총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맡았다가 국정원 직원에 대한 압수수색과 체포 영장 청구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팀에서 배제(2013년 10월 18일)됐다. 이후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해 정직 1개월의 징계까지 받았다. 그런 윤 총장을 민주당은 “의로운 검사”라고 추켜세웠다.      

  
문 대통령이 주도한 7년 전 성명이 다시 주목받는 건 이름을 올린 의원들이 정권 핵심으로 떠오른 데다가, 윤 총장에 대한 이들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성명 발표 3년 7개월 뒤(2017년 5월) 문 의원은 대통령에 당선됐고, 전 의원은 지난달 24일 행정안전부 장관에 임명됐다. 박 의원은 지난달 30일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윤 총장 징계안(정직 2개월)을 직접 재가했고, 박 후보자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윤 총장과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특히 박 후보자를 두고 야당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말 바꾸기가 도를 넘었다”(전주혜 국민의힘 의원)는 비판이 나온다. 박 후보자는 2013년 11월 윤 총장이 징계를 받자 페이스북에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사표를 내서는 안 된다. 범계 아우가 드리는 호소”라고 ‘윤석열 지키기’의 선봉에 섰다. 2013년 11월 1일 법사위 국정감사에서는 “윤 검사는 감정에 치우친 것도, 민주당을 위해서 수사한 것도 아니고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를 한 것”이라고 윤 총장을 두둔했다. 
  
윤 총장이 2016년 12월 1일 국정농단 사건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팀장에 지명되자 박 후보자는 “윤석열! 그가 돌아온다. 복수가 아닌 정의의 칼을 들고”라고 반색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임명됐을 때도 박 후보자는 극찬 일색이었다. 박 후보자는 당시 “(윤 총장은) 성격이 호방하고 술을 잘 마신다. 디테일에 강하고 집념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2019년 6월 윤 총장의 검찰총장 청문회를 앞두고는 “억지공격에 잘 방어를 하면서 상대(자유한국당)에 역습을 날려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랬던 박 후보자는 ‘조국 사태’ 이후 윤 총장이 정권 비리 의혹 수사에 나서자 입장을 바꿨다. 지난해 8월 윤 총장이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민주주의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라고 발언하자 박 후보자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자주 쓰는 표현”이라며 “검찰의 정치화가 심각하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는 박 후보자의 태도 변화를 보여주는 하이라이트였다. 박 후보자는 윤 총장을 향해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며 “똑바로 앉으라”고 거듭 호통을 쳤다. 이에 윤 총장은 “선택적 의심 아니냐. 과거에는 저에게 안 그러지 않았느냐”고 뼈있게 반박했다. 박 후보자는 최근 윤 총장에 대한 입장을 묻자 “청문회장에서 말 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야당은 “박 후보자의 말 바꾸기 논란을 청문회에서 꼭 짚고 넘어가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부ㆍ여당의 윤석열 찍어내기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박 후보자가 장관 바통을 넘겨받은 것”이라며 “윤 총장에 대한 입장 돌변에 대해 박 후보자가 어떤 변명을 할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01.09  국민의힘, 정권에 맞서는 감동 줘야 국민의 힘을 얻는다

연초 여론조사에 드러난 민심… 국민은 정권 교체 바라는데
서울시장 安, 대선 후보감 尹… 제1야당은 존재감 없어
무위, 안일, 세태 영합으론 안 돼… 헌 껍데기 찢고 나와야

연초에 여러 여론조사 기관들이 민심의 추이를 전했다. 다수 국민이 문재인 정권에 등을 돌리고 정권 교체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권에 기울었던 중도층, 왔다 갔다 층, 무당파층, 일부 호남표, 상당수 3040, 일부 여성층이 이탈한 결과라 했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국민의힘 지지가 더불어민주당 지지보다 약간 웃돌았다. 부동산 정책을 통한 586 운동꾼들의 중산층 죽이기, 자영업 폭망, 대기업 흔들기, 왕년의 유신(惟新) 국회보다도 무지막지한 입법 독주, 그리고 치사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었던 윤석열 찍어내기 등이 자초한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주목할 현상이 또 하나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차기 대통령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3강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는 야권(野圈) 후보감들이 다 국민의힘 소속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서울시장 후보감으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선두를 달리고 있고, 대통령 후보감으로는 야권 전체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단연 앞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실패의 반사이익을 누리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차기 대안 권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건 ‘현재로선’ 아니라는 뜻이다.

 

586 운동꾼들이 내리막길을 달릴수록 국민의힘이 “다음엔 너희다”라는 압도적 신임을 받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너희는 글쎄다”라는 떨떠름한 반응을 얻고 있다면 이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그간의 전략적 행보가 중대한 차질을 빚었다는 이야기밖엔 안 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4·15 총선 때부터 보수·우파·자유·장외 투쟁을 ‘극우’로 몰아치고 그 대신 좌 클릭과 어정쩡한 우왕좌왕을 새 간판, 새 패션으로 내걸어 왔다. 그래야 젊은 층, 여성층, 호남 유권자들,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다는 타령이었다. 그러나 그런 국민의힘 대통령 지망자들은 지금 겨우 2~4% 정도의 ‘쪽팔리는’ 지지율만 보이고 있을 뿐이다. 반면에 뚜벅뚜벅 소신껏 자신의 길을 간 윤석열은 15~30.4%의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야당이 야당다움을 극대화하지 않고 그것을 솔선 폐기 처분해버린 탓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진보 여러분,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여러분, 우리도 당신들 쪽으로 반은 갔습니다. 우리를 제발 보수·반동으로 보지 말아주세요”라고 영합하고 주뼛주뼛했다. 그러나 그 효과는 그들이 말한 ‘외연 확장’으로 나타나지 않고 초라한 2~4%짜리로 쪼그라들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세웠던 가설(假說)이 적어도 최근 여론조사 상으론 꽝이었다는 뜻이다.

 

반면에 그동안 국민의 힘이 하지 않거나 못한 당당한 원칙주의적 가치 투쟁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2천여 검사들, 검찰총장 정직 처분에 ‘노’라고 말한 조미연, 홍순욱 판사, 전광훈 피고에게 무죄를 선고한 허선아 판사, 정경심 피고에게 유죄를 선고한 임정엽 판사, 최재형 감사원장, 몇몇 진보 출신 비판적 지식인들과 활동가들, 그리고 팩트로 말하려는 몇몇 우파 유튜버들이 고군분투하듯 했다. 국민의힘은 이런 현상도 ‘중도 실용’이 아니라서 ‘극우’로 매도할 작정인가? 민심은 그러나 이 용감한 캐릭터들을 정의의 주인공 ‘아이언맨’처럼 바라보고 있다. 힘의 대세에 맞서 진실을 말하는 용기라야 진한 감동을 유발하는 것이지, 국민의힘 지도부 같은 무위(無爲), 안일, 세태 영합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그렇다면 이 각성한 민심, 이 뒤처진 국민의힘을 두고 이제부터 ‘목마른 사람들’은 무엇을 갈망해야 할 것인가? 국민의힘 안에는 개인 차원에서 당차고 우수한 의원들이 꽤 있다. 이 알맹이들이 현 지도부, 헌 껍데기를 찢고 나와 더 광활한 지평을 향해 나비처럼 날아갈 순 없을까? 이 나비가 민심의 추세 ‘아이언맨’ 현상을 돌아보며 극좌 파시즘에 멍든 이 땅의 꽃들에 새 희망의 틀을 짜 보일 순 없을까? 그럴 수 있었으면 한다. 민심이 아무리 바뀌었어도 여러 반(反)전체주의 계열들이 지지율 고작 2~4% 체급들의 쪼잔한 입신양명 다툼에 제각기 따로 홀려버린다면 모두 다 공멸할 것이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류근일 언론인

 

01.11  호랑이 등에서 내려오는 법

文 “퇴임 후 잊혀지고 싶다” 했지만 잊혀지기 더 어려워졌다
정치셈법·암계는 소용 없어… 클린턴 성공 기원한 아버지 부시
전두환 초청한 DJ의 ‘도량’ 배워야 권좌에서 곡절없이 내려올 수 있다

고대 아테네의 개혁자 솔론은 왕이 되기를 권유받자 “왕이 좋은 자리이긴 하나 내려올 방법이 없다”고 거절했다. 일단 왕이 되면 내려오고 싶지 않거나, 내려오기가 두려운 것이다. 대통령도 그렇다. 1948년 이후 70여 년간 곡절 없이 청와대를 떠난 대통령은 없었다.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이삿짐을 싸며 “이제부터 죽은 자의 심정으로 삽시다”라고 말했다 한다. 정상적으로 취임한 대통령도 임기 말이 되면 ‘죽은 자의 심정’이 된다. 지나친가? 그렇지 않다.

 

우리의 전임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슬프고, 비참하며, 비극적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다 정치 보복의 악순환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불행한 대통령’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고, 이 불행한 역사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어떤 일이 일어났나. 얼마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은 80세 생일을 감옥에서 맞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감된 지 4년이 다 됐다. 전임 정부의 공직자 수백 명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평생 쌓은 명예가 무너지고, 금전적 곤란에 시달렸다.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등 3명은 자살했다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AP

 

대통령의 퇴임 후 안전은 지난 70여 년간 한국 정치에서 심각하고도 현실적인 문제였다. 민주화 이후는 더욱 그러했다. 임기가 끝나면 물러나야 했기 때문이다. 국가적 폐해만 생각하면, 전임 대통령에 대한 처벌 금지를 제한적 형태로나마 헌법에 규정하는 것도 고려해 봄 직하다. 미국 정치에는 ‘도량(度量)’이라는 더 멋지고 효과적인 전통이 있다. 재선에 실패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1993년 1월 20일 백악관을 떠나며, 집무실 오벌 룸 책상 위에 승자인 클린턴 대통령에게 편지를 남겼다. “이제 당신의 성공은 우리나라의 성공이오. 당신을 열심히 응원하겠소(Your success now is our country’s success. I am rooting hard for you).” 퇴임 후 부시와 함께 재난 구호에 나선 클린턴은 “저는 그와 함께 배우고 웃을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소중히 여겼습니다. 그냥 그를 사랑했어요”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통령직은 전임 대통령이 되기 위한 고된 직업이라고 한다. 퇴임한 미국 대통령보다 행복한 사람은 드물다. 대선 불복 여파로, 미국도 지금 그 전통이 깨지고 있다.

 

/아버지 부시 전 미국대통령이 1993년 1월 20일 백악관을 떠나며, 집무실 오벌 룸 책상 위에 승자인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남긴 편지.“이제 당신의 성공은 우리나라의 성공이오. 당신을 열심히 응원하겠소(Your success now is our country’s success. I am rooting hard for you).” 라며 클린턴대통령의 성공을 기원했다./트위터

 

우리도 본받을 사례가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사면했다. 당시 당선인 신분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좋습니다”라고 동의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80년 신군부에 의해 사형 선고를 받았다. 증오심이 전신을 휘감았다고 한다. 하지만 2001년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를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용서의 정치’였다.

 

전직 대통령들도 자주 청와대에 초청해 함께 밥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세상을 하직할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은 병문안을 갔다. 그때 “청와대에 10번 가까이 초대받아서 세상 돌아가는 상황도 상당히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리고 “김 전 대통령이 현직에 계실 때가 전직 대통령들은 제일 행복했다”고 회고했다. 애석하게도 지금 이 훌륭한 전통은 사라졌다.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를 마친 후 어떤 대통령으로 남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통령이 끝나고 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답했다. 진심일 것이다. 사실 조국·추미애 장관이 야기한 소란, 공수처법 논란 등 최근 한국 정치를 파탄 직전까지 몰고 간 모든 소용돌이 밑에는 보이지 않는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잊히고 싶다는 소망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제 점점 더 잊히기 어렵게 되었다.

 

퇴임 후를 고려한 정치적 셈법은 쓸모가 없다. 그런 암계(暗計)가 오히려 스스로를 찌르는 칼날이 된다. 윤석열 사태가 그랬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인사회에서 새해는 ‘통합의 해’이고, ‘마음의 통합’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두 전임 대통령의 사면도 제기되었다. 그런데 반성이 먼저라고 하고, 선별 사면도 고려 중이라고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거의 두 개의 나라다. 어떻게 마음에서부터 하나가 되나. 아버지 부시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서 배울 수 있다면 최선이다. ‘복수의 정치'를 멈춰야 민주주의가 완성되고, 대한민국이 하나가 된다. 그것이 권좌라는 호랑이 등에서 내려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조선일보  김영수 영남대 교수·정치학

 

01.14  ‘외주 정당’에 미래는 없다

 

4월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둔 야권이 ‘안철수’라는 블랙홀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안 대표(국민의당)의 느닷없는 서울시장 출마 선언 이후 단일화 논란이 다른 이슈를 삼켜버렸다. 대선 직행을 외쳐온 그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12월 중순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넘어서고, 4월 보선에서 야당 승리를 바라는 여론이 높아지는 흐름이 굳어지던 시점이란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동산·민생 정책 실패와 편 가르기, 독단·편파적 국정 운영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임기 말 레임덕 징후다. 신년 들어 더 뚜렷해져, 지난주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집권 후 최고점을 찍었다(한국갤럽 55%,리얼미터 61.2%).     

안철수 블랙홀에 빠진 제1야당
당 밖에서 인물 찾는 ‘외주 정치’
노풍 부른 2002 국민경선 참고할만
인물난 탓 말고 멋진 경선판부터

게다가 도토리 키재기 수준인 국민의힘 예비 후보들에 비해 안 대표 지지(24.9%,리얼미터)는 압도적이랄 수 있다. 안 대표로서는 정치 입문 10년 만에 찾아온 황금 같은 기회다. 그러니 판을 흔들어 서울시장 보선과 대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욕심을 낼 만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2012년)·박원순 서울시장(2011년)에게 잇따라 후보를 양보하면서 얻은 ‘철수 정치’라는 오명과 ‘만년 3등’(2017년 대선과 2018년 서울시장 선거)이라는 비아냥을 떨쳐낼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여론의 추도 급격히 야권으로 기울고 있다. 4월 보궐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해야 한다는 여론(52%)이 여당 승리(37%,이상 1월 8일 한국갤럽 조사)를 압도한다. 20%대로 진입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상승세다(일부 조사에선 민주당을 추월). 한 정치학자는 “탄핵당한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 여론이 높다는 것은 대안만 내세우면 탄핵 세력을 지지하겠다는 의지의 표시”라고 해석했다. 
  
정권에 염증난 국민이 정권교체로 선회할 준비가 돼 있다는 걸 시사한다. 그런데 정작 국민의힘은 존재감을 찾기 어렵다. 경선 일정도 확정 짓지못한 채 우왕좌왕하면서 앞다퉈 안 대표에게 달려가기 바쁘다. 내부 경선은 시작도 하기 전에 설익은 통합을 제안하고(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 단일화를 전제로 한 조건부 출마를 제의한 것(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정치 공학만능적 사고이자, 무기력증에 빠진 만년 ‘외주(外注) 정당’의 민낯이다. 난관에 봉착했을 때, 스스로 체질을 바꾸고 자강(自强) 노력을 하기보다 당 밖으로 눈을 돌리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는 게 그간의 생존방식이었다. ‘외주의 고착화’다. 지난 총선이 절정이었다. 당내에 인물이 없다는 이유로 탄핵당한 박근혜 정권의 2인자(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간판으로 내세워 폭망했다. 그 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 물론 야권이 분열돼 3자 구도가 되면 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란 불안과 우려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럴수록 더 커 보이는 남의 떡에 군침 흘릴 게 아니라 혁신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방법을 찾는 게 정상적 사고다. 
  
‘노무현 돌풍’의 진원지가 된 2002년의 민주당 경선을 벤치마킹해볼 법하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지지율 1%대의 꼴찌 후보였다. 그랬던 그가 민주당 후보에 이어 대통령 당선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국민 참여 전국 순회 경선 방식에 있었다. ‘16부작 주말 드라마’로 불렸던 전국 순회 경선의 세 번째 무대 광주에서 노 후보가 대세론에 안주하던 이인제 후보와 DJ(김대중 전 대통령) 동교동계 적자 출신인 한화갑 후보를 따돌리고 1위를 함으로써 판을 뒤엎는 드라마가 펼쳐진 것이다.  
      
당시만 해도 당원·대의원이 아닌 일반인의 후보 경선 참여를 허용하는 건 도박에 가까웠다. 그러나 누구나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국민적 관심을 민주당 안으로 끌어모을 수 있었고, 전국을 도는 지역별 경선으로 조직·자금 동원 능력보다 인물·정책 대결을 부각할 수 있었다. 이를 정치 공학의 승리쯤으로 폄훼하는 건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형식 파괴뿐 아니라 ‘국민 참여’라는 시대정신을 담아낸 것이 성공의 요체였기 때문이다. 
  
“형식 없는 내용은 맹목적이고, 내용 없는 형식은 공허하다”고 한 칸트의 말처럼 내용과 형식은 서로를 규정한다. 형식의 변화가 내용의 변화를 견인하듯, 내용이 달라지면 형식의 외피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국민의힘은 인물난을 탓하기 전에 어떻게 경선을 성공시킬 것인지부터 고민하라.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당 안팎의 후보들로 멋진 경선판부터 만들어보라. “계속 간만 본다. 유감스럽다”(정진석 위원장)며 안 대표를 탓하는 건 시간 낭비다. 안 대표 지지율이 20%대의 박스권(2017년 21.4%,2018년 19.6% 득표)에 정체돼 있는 건 위기이자 기회다. 
  
혁신적인 경선 시스템을 도입해 멍석을 깔아주는 게 지도부가 할 일이다. 시대정신을 어떻게 당 안으로 갖고 들어올 것인지, 지지자를 결집시킬 힘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고민하는 가운데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땜질 처방에 급급한 ‘외주 정당’에 미래는 없다.      
중앙일보 이정민 논설실장

 

01.14  손혜원 "양정철은 문 대통령이 쳐낸 사람···생쇼에 속지 마라"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에 대해 “조용해질 때까지 미국에 있다가 다시 스멀스멀 기어들어와 대통령 만들기에 나설 것”이라며 독설을 날렸다.   
  
손 전 의원은 13일 밤 자신의 유튜브 채널 ‘손혜원 TV’를 통해 이른바 친문 핵심 ‘3철’(전해철·이호철·양정철) 중 한 명인 양 전 원장(노무현정부 홍보기획비서관)의 실상을 알아야한다며 폭로성 발언을 했다.   
  
그는 “대통령이 신뢰하는 사람에 양정철은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완전히 쳐낸 사람이기에 속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통령은 2017년 5월 양정철과의 연을 끊었다”며 “그 뒤로 한 번도 그를 곁에 두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걸로 안다”고 했다.   
  
손 전 의원은 또 “저는 사실 대통령이 사람을 잘 버리지 않기에 양 비서를 데리고 들어갈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양 비서를 버리는 것을 보고 주변의 많은 사람이 조언했구나 싶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 취임 직전까지 “양정철은 총무 비서관까지 기다렸지만 이름이 나오지 않으니까 마치 자신이 모든 자리를 고사하고 대통령 멀리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쇼를 했다”며 “이는 눈물을 흘리며 사랑하니까 떠난다는 부부처럼 쇼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정철에게 속으면 안 된다”고 했다. “늑대소년이 또 대중을 속이고 있다”고도 했다.   
  
폭로 배경에 대해 “양 전 원장이 너무 교활하게 언론플레이 하는 걸 보면서 누군가는 이걸 깨부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정숙 여사와 절친 아니다” 

 

손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절친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김 여사와 “여중, 여고 6년을 같이 다녔지만, 고3 때 단 한 번 같은 반을 했고, 반장, 부반장에 과외를 같이해서 좀 친해졌던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통령이 된 뒤 단 한 번도 통화한 적 없다”며 “사람들은 제가 영부인을 통해 정보라도 얻는 듯 생각하는데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01.15  주호영 "대한민국이 文의 나라인가"…윤건영·임종석 저격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차 온택트 정책워크숍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주 원대내표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이 문재인의 나라인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주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심복인 윤건영 의원,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임종석씨가 약장수처럼 엉터리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이 이 나라의 주인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 감사원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이 어디 머리를 드느냐. 이 나라의 주인인 대통령의 명령에 따르라’,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업은 감사 대상도 수사 대상도 아니다. 감사원과 검찰이 민주주의의 원리를 위배하고 있다’는 발언을 인용하면서 "민주화 운동 경력을 훈장으로 가슴에 달고 살아온 사람들이 내놓는 이야기로서는 수준 이하"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이런 발상을 가진 분들이 문재인 대통령 옆에서 보좌했다는 사실이 끔찍하다.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몰각한 발언들"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어 "‘대통령이 주인’이라고 외치는 윤건영·임종석씨,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이제 1년 남았다. 권력의 내리막길이다. 임명된 권력인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파면하고, 대법원이 그 대통령의 불법에 형을 선고하는 나라에서, ‘선출된 권력이 주인’이라고 오만을 떨지 말라"고 적었다.  
  
또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불법으로 조작하고, 감사원의 감사를 피하기 위해 산업자원부의 공문서를 400건 이상 파기한 자들을 처벌하지 않아야 하냐?"고 되물으며 "‘왜 빨리 (월성 1호기를) 폐기하지 않았느냐’는 대통령의 호통이 면죄부가 되느냐?"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을 엄벌하라’는 대통령의 엄명이 있었기 때문에, 정부 공식 정보망에 불법으로 들락거리면서, 형사 피의자도 아닌 한 개인을 마구잡이로 불법 사찰하는 것이 용인되어야 하냐?"며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끝으로 "‘선출된 권력, 국민의 위임을 받은 대통령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대통령 심복들의 오만한 발언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은밀하게 저질러온 많은 불법과 탈법을 증언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할 뿐"이라고 적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01월 25일 김종철 정의당 대표, 같은 당 장혜영 의원 性추행 사퇴

▲ 지근거리 김종철(오른쪽) 정의당 대표가 25일 오전 당 소속 장혜영(왼쪽) 의원을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대표직을 전격 사퇴했다. 사진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단 회의에 참석한 두 사람. 국회사진기자단

 

김종철, 장혜영 性추행 인정 
지난 15일 식사자리뒤 발생 
장혜영 “정치적 동지에게서 
인간적 존엄 훼손당해 충격”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25일 당 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입장문에서 “저는 피해자가 원치 않고 전혀 동의도 없는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행함으로써 명백한 성추행의 가해를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피해자인 장 의원은 “함께 젠더폭력 근절을 외쳐 왔던 정치적 동지이자 마음 깊이 신뢰하던 대표로부터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고 밝혔다.


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는 앞서 국회 브리핑을 통해 “당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부끄럽고 참담한 소식을 알려드리게 됐다”며 “지난 15일 발생한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피해자는 당 소속 국회의원인 장혜영 의원”이라고 공개했다.


정의당에 따르면 성추행 사건은 지난 15일 여의도에서 김 대표가 장 의원과 당무상 면담을 위해 가진 저녁 식사자리 이후 발생했다. 배 부대표는 “면담은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면담 종료 후 나오는 길에서 김 대표가 장 의원에게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당 젠더인권본부는 장 의원의 요청을 받아 지난 18일부터 1주일간 사건을 비공개로 조사했고, 이날 비공개 대표단 회의에 최초 보고했다. 


정의당은 김 대표에 대한 직위해제와 당 징계위원회 제소를 결정했다. 김 대표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였고 피해자는 큰 상처를 받았다”며 “피해자는 평소 저에 대한 정치적 신뢰를 계속해서 보여주셨는데 저는 그 신뢰를 배반하고 신뢰를 배신으로 갚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의당과 당원, 국민 여러분께도 씻지 못할 충격을 드렸다.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당과 SNS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공개적인 책임을 묻기로 마음먹은 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자 제가 깊이 사랑하며 몸담은 정의당과 우리 사회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01.25  與 대선 주자들

‘빚 내서 돈 풀기’ 막가는 경쟁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정세균 총리의 자영업자 손실 보상 법제화 구상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일괄 재난 지원금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이 대표는 그제 방송에서 정 총리가 자영업자 보상안에 난색을 표한 기획재정부를 “개혁 저항 세력”이라고 몰아 세운 데 대해 “기획재정부 곳간지기를 구박한다고 무엇이 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독하게 얘기해야만 선명한 것인가” “당정 간에 얘기하면 될 일이지 언론 앞에서 비판하고 다니는 것이 온당한가”라고도 했다. 정 총리의 언행이 코로나 피해 대책보다는 사실상 개인의 정치적 이득을 겨냥한 것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돈 뿌리자는 당을 총리와 경제 부총리가 함께 재정 걱정을 하며 막아서야 하는데, 반대로 당 대표가 부총리를 두둔하며 총리를 견제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도민 모두에게 10만원씩 주겠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도 “(경기도만 먼저 할 것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여당 대표가 나라 걱정을 하며 점잖게 정 총리와 이 지사를 타이른 것처럼 보이지만, 이 대표도 사실 이런 말 할 처지가 못 된다. 이 대표는 이 대표대로 좋은 실적을 낸 기업들이 이익 일부를 자영업자 등 코로나 피해자들에게 나눠주는 이익공유제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익공유제의 일환으로 은행들이 자영업자의 이자를 감면하거나 아예 받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특별법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자발적’이라고 하더니 점점 팔 비틀기로 바뀌고 있다. 이것으로도 부족해 민간 기업과 금융회사들에서 별도 기부금을 받아 수조원대 기금을 만들어 소상공인 등에게 나눠주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정 총리, 이 대표, 이 지사는 2022년 대선을 노리는 집권당의 차기 주자들이다. 세 사람이 각자 포퓰리즘 상품을 내걸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 총리와 이 지사가 나라 재정을 자기 주머니 돈인 양 퍼주자는 쪽이라면, 이 대표는 돈 많이 버는 기업을 털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겠다는 로빈 후드 흉내까지 내고 있다는 점이 차이가 있을 뿐이다.

 

상호 비방전도 달아오르고 있다. 얼마 전에는 독자적으로 재난기본소득 지급안을 발표한 이 지사를 향해 정 총리가 “단세포적 발상에서 벗어나라”, 이 대표는 “지금 거리 두기 중인데 소비하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왼쪽 깜빡이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국민 의식 수준을 무시하는 것”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반박했다.

 

세 사람은 서로 치고받으며 ‘마이웨이’를 주장하지만 국민 눈에는 똑같이 ‘무차별 돈 뿌리기’일 뿐이다. ‘정세균 표(標)’ ‘이낙연 표’ ‘이재명 표’로 맞바꾸려는 포퓰리즘 상품은 전부 국민이 갚아야 할 나랏빚이고 민간기업들에게서 갈취하는 준조세다

조선일보 사설

 

01-26  말로는 “性평등” 행동은 성추행… 정의당 대표의 위선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같은 당의 장혜영 국회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어제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이달 15일 김 대표가 장 의원과 저녁 식사를 하고 나와 신체 접촉을 했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김 대표를 직위 해제하고 당 징계위에 제소하기로 했다.


당 대표의 여성 의원 성추행은 유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가해자가 성폭력 근절을 강조해 온 제도권 정당의 대표였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다. 특히 김 대표는 지난해 당 대표로 선출되며 진보정치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인물로 주목받아 온 만큼 충격이 더하다.

 

진보진영의 거물 정치인들이 권력형 성범죄로 낙마하면서 위선의 바닥을 드러내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2018년 수행 비서를 성폭행한 죄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지난해 4월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직원 성추행으로 사퇴한 데 이어 7월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비서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는 민주화 세대를 자처하는 정치인들조차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권위주의 시절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은 안 전 지사 사건이 불거지자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를 설치하고 오 전 시장 사건 후엔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모두 빈말에 그쳤다. 박 전 시장도 ‘성희롱·성폭력 없는 성평등 도시’를 내걸었지만 피해를 막지 못했다. 민주당이 두 전 시장의 성비위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당헌을 바꿔 가며 후보를 내는 것을 보면 성폭력 근절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당의 여성 의원들마저 ‘피해 호소인’ 운운하며 2차 가해를 방치하는 모습에 비슷한 성범죄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하게 된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장 의원은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는 남성들조차 왜 번번이 여성을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것에 실패하는지 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의 성추행 사퇴는 성폭력이 진영 논리로 면죄부를 줄 수 없는 보편적 인권 문제라는 인식이 정치권 전반에 뿌리내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

 

01.26  박범계 법무 후보자 참으로 후안무치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25일 국회 인사청문회는 단 한 명의 증인도 없이 진행됐다. 야당이 박 후보자의 사시 준비생 폭행 의혹, 공천 헌금 묵인 의혹 등과 관련한 증인들 채택을 요구했지만 여당이 전부 거부했기 때문이다. 박 후보자는 야당이 요청한 ‘가족 국민연금 자료' ‘법무법인 수임 내역' 등도 “개인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상당수 제출을 거부했다고 한다. 핵심 증인과 검증 자료들이 빠진 ‘깜깜이 청문회’다. 청문회라고 부를 수도 없지만 이 정권 들어 이 비정상은 정상이 됐다.

 

박 후보자는 야당 시절 증인 불출석과 자료 미제출에 대해 누구보다 강하게 비판했다. 2016년 국정 농단 사건 국정조사 당시 검찰총장 등이 ‘수사상 중립’ 문제로 불출석하자 “주권자인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했다. 2013년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자가 개인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자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후보자의) 도덕적 자질을 검증하는 장이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얘기는 맞지 않는다”고 했다. 5년 전 자서전에선 “고위 공직 후보자의 자료 제출과 관련 빠져나갈 구멍이 없도록 법을 보완해야 한다”고도 했다. ‘미제출 방지법’까지 주장해놓고 자신은 “개인 정보”라며 가족 관련 자료들을 내놓지 않은 것이다. 참으로 후안무치하다.

 

박 후보자는 자신과 아내의 재산을 공직자 신고에서 누락한 것에 대해 “실수”라는 해명만 반복했다. 임야·아파트·콘도·건물 등 한두 건이 아닌데도 ‘실수’라는 것이다. 교통 위반 과태료 미납에 의한 자동차 압류도 어떻게 이렇게 많을 수 있나. 아예 법규를 무시하고 산 사람 아닌가. 현재 야당 당직자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까지 된 상태다.

 

검사가 법무장관을 ‘피고인’으로 세울 판이다. 박 후보자는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 금지’에 대해선 무시하면서 이 불법을 공익 신고한 것에 대해선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불법이 아니라 불법을 신고한 것을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월성 1호 경제성 조작 수사도 막을 뜻을 내비쳤다. 조국, 추미애에 이어 내로남불과 무법(無法)이 문재인 정권 법무장관의 기본 요건이 됐다.

조선일보 사설

 

01월 26일  安·吳·朴 이어 김종철 성추행…진보 정치의 끝없는 위선

김종철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은 그 자체로 심각한 일인데,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다가오면서 박원순 전 서울·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더욱 죄질이 나쁘다. 게다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도 ‘위력에 의한 간음 및 추행’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한결같이 민주·진보를 자처하고 여성 인권도 주창했던 사람들이어서 이들의 끝없는 추악한 위선에 더욱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김 대표는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책임을 공개적으로 시인하고 25일 사퇴했다. 지난 15일 장 의원 초청으로 이뤄진 만찬 뒤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고 한다. 성평등 운동에 앞장서온 정당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김 전 대표 행태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고, 사퇴는 당연한 일이다. 장 의원은 자신의 문제 제기 배경에 대해 “성폭력 근절을 외친 동지로부터 존엄을 훼손 받아 충격”이라며 “아무리 훌륭한 삶을 살아오거나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더라도 예외는 없다”고 했다. 권력형 성범죄를 없애기 위해 꼭 필요한 인식이다. 정의당의 후속 조치에 국민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당의 존립이 위험할 수도,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비하면 더불어민주당과 친문 세력의 성추행 사건 대응은 사악하다. 피해자를 ‘꽃뱀’에 비유하고, 가해자를 자살에 이르게 했다며 살인죄로 고발하겠다는 패륜 행태도 서슴지 않는다.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비하하고, 고소 사실 유출 의혹을 받는 의원은 여성운동가 출신이다. 뒤늦게나마 국가인권위가 25일 “박원순 언동은 성희롱”이라는 결론을 발표했다. 박원순 성추행 묵인, 유출, 2차 가해, 무고 등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1월 27일  정권보위처 本色 드러낸 “공수처와 민주당 협업 관계”

태생부터 위헌·불법성이 켜켜이 쌓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많은 전문가의 예상대로 정권 보위 기관이 될 조짐이 더 농후해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취임 인사차 예방한 김진욱 공수처장에게 “공수처와 민주당은 협업 관계라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상징적이다. 이 대표 측에서는 공수처 활동을 돕겠다는 원론적 덕담이라고 해명할 수도 있겠지만, 발언의 전후 맥락과 김 처장의 반응 등을 종합하면 정권 편향이 뚜렷이 짚인다.


국회의원이 공수처의 중요한 수사 대상이라는 점에서 여당 대표가 ‘협업’ 운운한 발상부터 지극히 부적절하다. 설사 이 대표가 그러더라도 공수처장은 즉각 반박하고 엄정한 권력 비리 척결 의지를 밝힘으로써 오해를 없애야 했다. 이 대표가 또 “검찰을 포함한 권력기관 개혁의 한 축을 맡은 곳이 공수처”라고 하자 김 처장은 “저도 변호인으로 검찰의 조직 문화, 성과주의에 의한 무리한 수사를 봐 왔다”며 “공수처가 적법 절차에 따라 친화적인 수사를 해서 국민이 신뢰하면 검찰개혁도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고 호응했다. 현 정권의 검찰개혁이 검찰 장악, 즉 권력 범죄도 원칙대로 수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등을 무력화하는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일반인들도 알 정도가 됐다. 여론조사에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게다가 공수처 설립 취지도 검찰개혁 수단이 아니라 권력형 범죄의 척결이다.


정치 중립이 생명인 공수처장이 정치인들을 찾아다니는 것도 문제다. 수사기관은 오직 수사로 말해야 한다. 김 처장이 차장을 복수로 대통령에게 추천한다는데, 그 역시 중립성을 훼손한다. 정치인인 대통령의 선택권을 넓혀 주는 것은 권력 친위대 여지를 넓히는 것과 같다.


그러지 않아도 공수처와 김 처장의 역량을 볼 때, 권력 범죄 수사를 이첩 받아 마냥 뭉개는 식으로 권력 비리를 간접 비호할 것이란 의혹이 커지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대놓고 ‘불법 출금’ 사건의 공수처 이첩을 언급하고, 공익신고를 뭉개온 국민권익위는 맞장구쳤다. 공수처 수사 개시까지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벌써 이런 일이 난무하는 것은 공수처 본색(本色)을 보여주고도 남는다.

문화일보 사설

 

01월 27일  서민 “‘대깨문’, 대통령을 왕 모시듯… 文, 민망하지 않나”

▲  서민 단국대 교수가 지난 14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극성스러운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조국 사태 때… 잠이 안왔다 
文정권, 도덕성조차 없는 것 
윤석열 검찰총장, 다시 봤다 
자기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수모 견디는 모습이 감동적 
김종철 정의당 대표 性추행 
성범죄가 진보 특성 돼버려 
文, 명백한 자기 잘못인데도 
아랫사람들에게 모두 떠넘겨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확실히 괴짜다. 국내 대표적인 기생충학 박사로 기생충을 통해 인생사 그리고 정치인과 여의도 정치를 꿰뚫어보는 경지에 이른 사람이다. 요즘은 기생충보다 대한민국 정치와 사회를 더 열심히 연구한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출신 칼럼니스트로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줄줄이 비판해 유명해졌다. 하지만 이젠 이전에 보지 못한 결기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투사로 바뀌었다. 서 교수가 요즘 정치권과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의 말 하나하나가 서민(庶民)의 눈높이에 딱 맞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정치 평론엔 늘 해학과 재치가 담겨 있다. 메시지를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스스로 ‘관종’(관심 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이라고 고백하고 ‘못생긴’ 외모를 ‘디스’하는 겸손도 보인다. 서 교수와의 파워인터뷰는 지난 14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본업은 교수다. 학교에서 정치적 활동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나.
“사실 제일 무서운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학교 이사장이다. 이사장님이 ‘적당히 하라’고 하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을 항상 한다. 연말에 어느 결혼식에 갔다가 이사장님을 보고 인사만 하고 도망갔다.”


―부인이 걱정 안 하나.
“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했을 때는 불만이 많았다. 아내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응원한다. 다만 몸조심하라고 하더라.”


―친구들은 뭐라 하나.
“2000년도 즈음에 내가 노사모 활동을 했을 때 의대 동기들하고 술 마시다가 노무현 얘기로 싸우기도 했다. 요즘은 ‘서민이 우리의 영웅’이라며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해준다.”


―현 정부에 대해 의사들의 여론이 안 좋은가.
“지난해 공공의대 신설 문제로 난리가 났었다. 지역의 공공병원을 의사들이 외면하는 이유는 시설도 열악한데 월급도 많지 않아서다. 공공의대를 만든다고 나아질까. 10년간 의무복무하는 동안 얼마나 성심성의껏 진료할지도 의문이고, 그 기한이 끝나면 바로 떠날 것 아닌가. 아무래도 높은 분들이나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분들 자녀에게 특혜를 주겠다는 생각이 아니면 저런 발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완패로 끝난 윤석열·추미애의 전쟁, 어떻게 봤나.
“윤석열 검찰총장, 다시 봤다. 공직자가 자기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열심히 하고 수모를 견디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우리 공직자들은 위에서 압력을 넣고 부당한 명령을 내리면 다 따르지 않나. 참 보기 힘든,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검찰총장일 것이다.”


―그래도 검찰개혁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우리 검찰은 늘 정권의 개였다. 정치권력 앞에 검찰처럼 바보 같고 약한 존재가 어디 있겠나. 자기들끼리 특권의식을 갖고 아랫사람들을 괴롭힐 수는 있겠지만 사실 정치권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검찰개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검찰이 이러한 무소불위의 정치권력에서 독립해 마음대로 수사할 수 있게 하는 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애초엔 검찰이 권력자들을 수사하지 못하니까 독립된 수사기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는데 거꾸로 검찰과 사법부를 조지는 조직이 됐다. 완전히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결과다.”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가 동료 의원을 성추행하고 사퇴해 충격을 주고 있다.
“너무 어이가 없는 일이다. 이제는 진보의 위선이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는다. 성범죄가 진보의 특성이 돼버렸다.”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이익공유제에 이어 손실보상제를 추진 중이다.
“완벽한 선거용이다. 이 정부 사람들의 특성이다. 툭 하면 건수를 잡아서 법을 만든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비상시국이라는 점엔 동의한다. 하지만 법까지 만들어서 나라 재정을 털어먹을 일인가. 법은 코로나가 끝나도 남는다. 선거는 끝나도 법은 남게 된다. 그러고 나면 나라만 거덜 나는 것이다.”


―서 교수는 늘 권력에 비판적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독하게 싸우는 것 같다.
“뻔뻔스러움이 너무 지나쳐서 화가 난다. 어느 정권이든 무능하고 잘못할 수 있다. 근데 잘못에 대해서 이처럼 사과 안 하고 잘했다고 우기는 정권은 처음이다. 전 정권 탓이나 하고. 그래서 더 화가 난다.”


―계기가 있었나.
“아무래도 2019년 말 조국 사태다. 그때부터 분노가 치밀고 잠이 안 왔다. 이 정권이 잘한 것은 없어도 도덕성 하나로 버틴 것 아닌가. 조국 사태는 도덕성조차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뭐가 그렇게 분노할 정도였나.
“공부를 해보니 조국 교수가 했던 해명이 죄다 거짓말이었다. 사모펀드 건도 그렇고, 표창장 건도 그렇고 다 거짓이었다. 그런데도 또 거짓말하고 속이고. 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조 교수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그때 화가 많이 났다.”

“기생충 연구하는 사람이 정치에 쓴소리하는 상황 자체가 문제”
자기가 다 한 것처럼 굳이 백신업체 CEO와 통화 
사람들 쇼에 질려 한다… 왜이렇게 집착하나 
8·15집회 불허하고 민노총 집회 허용한 건 ‘편파’ 
방역의 정치적 이용… 정부에 신뢰 떨어져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잘한 점도 꼽아 달라.
“제일 큰 문제는 무능한 것이다. 그리고 잘못한 것을 반성하지 않는 태도도 그렇다. 이 정부가 잘한 점을 꼽는다면 역설적으로 조 교수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것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무능하지만 비교적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여전히 이 정부를 지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진보라는 세력의 민낯을 끝까지 몰랐을 것이다. 막상 민낯을 드러내니 이 세력이 무서워지더라.”


―무섭다는 말이 잘 와 닿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함께 잘살던 아내가 갑자기 나한테 ‘여보! 나 사실 당신의 아내가 아니야’라고 말하면 무섭지 않나. 원래 알던 사람이 전혀 다른 사람이 됐을 때 내가 저런 사람을 잠깐이라도 좋아했다는 사실을 반성하게 된다. 그때부터 우리 인생은 ‘안녕’하며 남남이 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를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
“이명박 정부가 능력 면에서 뛰어났다고 본다. 경제성장이나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욱 그러했다.”


―박근혜 정부와 비교하면.
“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싫어했던 이유는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왕이 지배하는 나라로 만들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문 대통령은 그런 생각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대통령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정부를 조선왕조 모시듯 한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그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 내가 문 대통령이라면 ‘얘들아, 그러지 말아라’하고 뜯어말렸을 것이다. 민망하지 않나. 대통령이 ‘대깨문·문빠’(문 대통령 극렬 지지자 지칭)에 기대어가는 것을 보면 참 어이가 없다.”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나왔다가 쏙 들어갔다.
“아직 때가 아니다. 반성하지 않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여전하다. 판결문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이 잘못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요즘 문 대통령이 하는 것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이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


―대통령의 리더십을 좀 더 평가해 달라.
“제대로 된 지도자라면 욕은 자기가 먹고, 공은 아랫사람에게 돌려야 한다. 옛날 왕도 가뭄이 들면 ‘나의 부덕 탓이다’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도 좌파들의 선동으로 드러난 광우병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이런 식으로 국민의 요구를 들어줬다. 그런데 지금 문 대통령은 명백한 자기 잘못인데도 아랫사람에게 떠넘기는 것이 보인다. 불리한 것은 무조건 침묵이다. 생색은 본인 몫이다. 최근 코로나 백신 논란 과정에서도 그러했다. 제발 K-방역 얘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 멀미난다.”


―백신 업체 CEO와 통화해 백신을 확보했다고 하던 장면을 말하나.
“사실 그 마지막 전화통화는 필요 없는 것이었다. 굳이 자기가 전화해서 다 한 것처럼. 이런 것들이 다 탁현민(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작품 아니겠나. 사람들이 문 대통령의 쇼에 질려 한다. 왜 이렇게 쇼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정부의 코로나 방역 대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방역 대책이라. 대책이 있었나. 아! 국민 동선 파악하는 것 말하나. 동아시아 국가 국민이 대체로 정부 말을 잘 듣는다. 마스크 쓰라면 쓰고, 모이지 말라면 모이지 않고. 서양인들은 정부 말을 안 듣는다. 지금 우리나라가 확진자가 적은 것은 말 잘 듣는 국민 덕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할 일을 했는지 의문이 든다.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방역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데, 정치적으로 편파적이었다. 8·15 집회는 불허하고, 민주노총 집회는 허용하고, 뭐 이런 식이다. 그러면 정부의 방역에 신뢰가 떨어진다. 더 아쉬운 것은 특정인과 특정 집단에 대한 악마화다. 대구에서 코로나 환자가 많이 나왔다고 대구를 악마화하지 않았나. 코로나에 걸렸다고 죄지은 사람 취급하고, 방역수칙을 어기면 신고하게 한다. 포상금까지 준다. 너무 잔인하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적인 출국금지 건이 논란이 되고 있다. 
“윤석열 총장 징계와 같은 경우다. 절차를 지키지 않는 것이다. 이 정부 특기다. 뭐가 문제가 되면 뒤늦게 짜 맞추는 것이다. 과거 민주화운동을 벼슬 삼아 완장 차고 권력을 휘두르지만, 실제론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완전히 낮은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 지지자들이 언론에 대한 공격도 많이 한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너무 과하다. 대통령을 보호하고 지킨다면서 저러는 것인데 나는 이해가 안 된다. 대통령이 하는 일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쟤들이 대통령을 지킨다는 것일까. 자기들 편이었던 JTBC, 한겨레신문, 경향신문도 적폐라고 욕하고 공격한다. 문 대통령이 2017년 말 중국에 갔을 때 한국 기자가 중국 공안(경호원)에게 집단 폭행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대통령 지지자들은 오히려 ‘한국 기자가 잘 맞았다’고 반응했다. 난 충격을 받았다. 그때 ‘이런 극성 지지자들이 결국은 문 대통령을 망친다’고 봤다. 당시는 내가 문 대통령을 지지하던 때였다.”

―대통령을 중도·상식에서 멀어지게 하고 결국 대통령을 고립시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지지자들이다.
“사실 문 대통령이 사과를 못 하는 것도 지지자들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들 때문에 망한 사람이 정경심 교수(조국 교수 부인)다. 지지자들이 정 교수가 아무 잘못이 없다고 밀고 나가다가 결국 징역 4년형을 받았다. 만약 정 교수가 죄를 통감한다고 반성했다면 판결이 달라졌을지 모른다. 아주 바보 같은 전략이었다. 지지자들이 결국 문재인 정권도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최근 미국 의회의사당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하는 장면을 보면서 많은 지식인이 팬덤 정치의 위험성을 우려했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맹목적인 극렬함을 떠올리는 분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총기 소유가 허용되지 않으니 망정이지 문빠들이 총을 가졌다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는 것 아닌가. 이들처럼 24시간 항상 깨어 있어 대통령을 ‘실드(shield)’치는 집단이 또 어디에 있을지 싶다.”


―이전 정부에서는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공중파 방송에 출연했었다.
“사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 방송사의 인기프로그램에 출연하다가 하차한 일이 있었다. 내가 ‘문빠는 환자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제작진이 나를 불러서 소위 사상 검증을 하더라. ‘너의 정체가 뭐냐’ ‘박사모냐’ 등 그분들이 준비한 자료에 대해 내가 답변하는 형식이었다. 집에 돌아가서 생각해보니 기분이 나빴다. ‘내가 왜 이런 대접까지 받으면서 이 방송에 나가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장문의 문자를 보내고 그만뒀다. 그 프로그램이 망하길 바랐는데 더 잘나가더라.”


―TBS 교통방송의 편파성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국회의원 총선거 때 김어준 씨 등이 교통방송에 선거대책본부를 차리다시피 하며 ‘여당이 어떻게 하면 이길까’ 논의하더라. 그게 공영방송인가. 중립성을 지켜야 할 매체들이 최소한의 기본이 없다. 김어준 씨나 문빠들은 교통방송이 자기들 것인 줄 안다. KBS도 마찬가지다. 종영한 ‘저널리즘 토크쇼 J’는 끔찍한 프로그램이었다. 이런 방송은 내버려 두면서 정권을 비판하는 언론사는 손보겠다는 게 이 정부다. 그런데 보라. 이게 반드시 자기들 족쇄로 돌아올 것이다. 자기들이 오랫동안 집권할 것으로 보고 저러지만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보자.”


―노사모 출신이신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무엇이 달랐나. 
“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자였다. 사법부 독립과 야당과의 협치를 위해 많이 노력했다. 문 대통령은 모든 문제에서 책임지지 않고 난장판이 되도록 가만히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다음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대통령에게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대통령 수준도 어차피 국민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다. 다만 국민이 각 부처의 장관 이름을 몰라도 되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 박상기, 조국, 추미애, 박범계 등 법무부 장관 이름을 다 알아야 한다는 게 불만이다. 집값이 너무 오르니 우리가 김현미(전 국토교통부 장관) 이름을 알게 된 것 아닌가. 나 같은 기생충 연구하는 사람이 정치에 대해 쓴소리를 하게 되는 상황이 큰 문제다.”


―지금 거론되는 대선 후보 중 이 사람이면 좋겠다는 분이 있나.
“더불어민주당 후보만 아니면 다 좋다. 누가 되든지.”


―정권교체가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본다. 이렇게 나라를 개판으로 만들었으면 당연히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 아무리 보수가 싫더라도 이 정권이 나쁜 짓을 했으니 보수에 기회를 다시 주는 것이 옳다.”
인터뷰 = 김만용 정치부 차장 mykim@munhwa.com
정리=김수현 기자 salmon@munhwa.com

 

01월 29일  與의 판사 탄핵 추진은 권력범죄 코드 판결하라는 겁박

 모든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헌법 제7조에 의해 보장되지만, 법관의 경우엔 제106조에 의해 다시 한번 보장된다. 법관이 외부 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는 것이 민주주의 법치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당이 판사 탄핵을 추진하고 나섰다. 법관일지라도 심각한 잘못을 저지르면 당연히 탄핵될 수 있지만, 탄핵 이유를 보면 사법부 겁박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심각한 일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의원총회 후, 판사 출신인 이탄희 의원이 추진하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정의당,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 111명의 동의를 이미 받아놨다고 한다. 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 관련 칼럼을 썼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기자 재판에서 판결문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이던 임 부장판사는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된 칼럼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는 점을 판결문에 포함해 달라는 식으로 판결문 작성에 간여했다는 것이다.


1심 법원은 임 부장판사가 판결문 작성에 개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직권남용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판결이다. 임 판사의 행위가 부적절했다는 사실과, 기소하며 적용한 범죄 혐의에 비춘 유무죄 판단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임 부장은 재임용을 포기하고 2월 퇴임한다는 점에서 실효성도 없다. 결국, 정권 눈 밖에 난 판사들은 끝까지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이미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해 ‘코드 대법관’들이 장악, 이재명·은수미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해 면죄부 판결을 내렸다. 이런 대법원과 달리 일선 법원에선 최근 윤석열 총장 징계 집행정지 인용, 정경심 징역 4년, 원전 자료 조작 공무원 영장, 최강욱 의원직 상실형 등 엄정한 판결이 이어졌다. 여당 움직임은 여권에 불리한 판결을 하는 일반 판사들까지 길들이기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문화일보 사설

 

01.30  민주당의 판사 탄핵 추진, 전체 판사들 겨냥한 노골적 겁박

민주당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탄핵소추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일반 판사를 대상으로 국회 탄핵소추가 이뤄진 전례는 없다. 하지만 법관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180석 범여권이 나서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하면 탄핵이 이뤄진다. 무소불위 거여(巨與)는 못 할 일이 없다.

 

판사도 헌법, 법률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탄핵될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이 내놓은 임 판사 탄핵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일본 기자가 박근혜 전 대통령 ‘세월호 7시간 의혹’ 칼럼을 썼다가 명예훼손으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당시 임 판사가 후배인 재판장에게 일본 기자의 칼럼 내용이 사실 무근임을 판결문에 포함해 달라는 식으로 관여했다는 것이다. 임 판사는 이 일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임 판사가 판결문 작성에 개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직권남용은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률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법률 위반'으로 안 되자 임 판사가 법관 독립을 침해해 헌법을 위반했다고 한다. 판결문엔 임 판사 행위가 ‘위헌적 행위'라고 표현돼 있기는 하다. 하지만 판결문에는 “(임 판사 행위는) 권유나 조언 정도에 불과하여 재판권 침해가 없었다”고 명시돼 있다. 판결문 전체를 읽어보면 법관 독립 침해까지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임 판사는 재임용을 포기하고 2월 퇴임한다.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가결돼 헌재로 넘어가더라도 심리가 시작될 무렵 임기가 끝난다. 탄핵 실효성이 없는 것이다.

 

민주당이 무리수를 써가며 판사를 탄핵하려는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판사 탄핵 추진으로 다른 판사들을 겁박하겠다는 것이다. 대법원과 헌재는 정권이 완전 장악했지만 일선 법원까지 모두 장악할 수는 없었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집행정지 인용, 김경수 경남지사와 조국씨 아내 정경심 유죄 판결, 최강욱 의원직 상실형 등 법원에서 엄정한 판결이 이어졌다. 그러자 정권이 판사들을 겨냥해 ‘조심하라’고 위협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이 지경의 나라가 돼 있다.◎

조선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