危機의 韓半島(外交) 2024-12/ 12.02 트럼프·김정은 북핵 '빅딜'은 불가능하다 - 12-28 美 정부 “최상목 권한대행과 협력할 준비가 됐다”
危機의 韓半島(外交) 2024-12/
12.02 트럼프·김정은 북핵 '빅딜'은 불가능하다
북의 지금 구세주는 러시아… 식량·에너지·외화벌이까지 보장
트럼프 1기보다 절박하지 않아 더 많은 양보 받아내려 할 것
북, 제재 해제·미군 감축 요구 등 트럼프 부실 거래 막으려면
일본과 공조, 미국 조야 설득하고 해악 최소화 위한 스몰 딜 집중
도널드 트럼프의 귀환은 한미 관계와 대한민국의 안보에 많은 도전을 예고한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국익에 반하는 미·북 간 거래를 막는 것이 가장 벅찬 도전이 될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7월 선거 유세 과정에서 “핵무기를 많이 가진 자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김정은과의 재회에 관심을 보인 바 있고, 트럼프 1기에서 국무부 대북 특별 부대표로 미·북 정상회담에 관여한 알렉스 웡(Alex Wong)을 국가안보부보좌관에 발탁한 것도 심상치 않다.
김정은이 먼저 트럼프에게 손을 내밀 것 같지는 않다. 2018년 미국과의 정상회담에 절박하게 매달리던 시기에는 2017년 6차 핵실험과 화성-15 대륙간탄도탄(ICBM) 발사에 대응하여 채택된 유엔 안보리의 가혹한 대북 제재가 북한 경제를 질식으로 몰아가고 있는 절박한 상황이었으므로 미국과의 딜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북한은 이제 러시아라는 구세주를 만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지원한 대가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던 실존적 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게 되었고, 핵을 포기하지 않고도 기사회생할 길을 찾았다. 러시아가 앞장서서 대북 제재를 허물어 주고 있고, 식량과 에너지 지원과 함께 대규모 외화 벌이도 보장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먼저 손을 내민다면 뿌리칠 이유는 없다. 북한의 입지가 강화된 만큼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정상회담에 연연할 이유는 없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 국면에 들어가면 트럼프의 공명심과 정치적 흥행에 대한 갈증이 김정은과의 회동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미·북 정상회담이 재개된다면 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저해하고 핵 보유를 정당화시켜 줄 딜을 막는 것을 현실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 북한이 모든 핵을 일거에 내놓는 조건으로 북한이 원하는 것을 내주는 빅딜은 불가능하고, 몇 단계의 스몰딜을 통해 비핵화의 진전을 이룰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2019년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스몰딜에도 실패한 것은 김정은이 동결 대상을 영변 단지로 한정하고, 영변 밖에 숨겨둔 비밀 농축 시설을 계속 가동하여 핵 전력을 증강해 나가는 조건으로 대북 제재의 해제를 요구하는 과욕을 부렸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가 요구한 대로 김정은이 부분 동결 대신 비밀 핵시설까지 포함하는 전면 동결을 수용했거나 미국을 겨냥한 ICBM 몇 개만 내줄 각오를 했다면 딜은 성사될 수 있었고, 이런 딜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런 거래는 한국을 겨냥한 핵무기를 북한이 고스란히 지킬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재앙이지만 트럼프는 이를 거부하기 힘들 것이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ICBM 폐기로 미국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이 사라지면 확장억제 공약을 실행하는 데 부담이 줄어들고, 그만큼 확장억제의 신뢰성이 높아지므로 한국의 안보에도 궁극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우리 정부의 반발을 무마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이미 100개 가까운 핵무기와 이의 제조에 필요한 핵 물질을 확보한 만큼 전면 동결을 수용하더라도 잃을 것이 별로 없고, 이미 확보한 ICBM 가운데 일부를 내놓고 실험을 중단하는 것도 대수가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가 이에 부여하는 정치적 가치에 비례하여 북한은 제재 해제와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넘어 주한 미군 감축까지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러한 딜을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 해악을 최소화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한가지 방법은 미·북 간에 시도될 스몰딜을 완전한 비핵화 목표의 틀 속에 묶어 1단계 비핵화 조치로 규정하고, 2단계 딜과 연결 고리를 만들어 두면서, 비핵화의 최종 상태를 정의해 두는 것이다. 이런 내용이 포함되어야 1단계 스몰딜이 설사 2단계 딜로 나가지 못하더라도 북한 핵의 불법성이 유지되고, 북한 내부에 변고가 발생할 경우 한미 연합군이 북한 핵무기의 폐기와 반출을 강행할 명분과 법적 근거가 강화된다. 트럼프가 한미 연합훈련과 주한 미군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것을 막지 못할 경우에는, 이를 북한의 비핵화 진도와 연계토록 하여 일단 시간을 벌고, 북한의 핵 사용을 거부할 군사적 역량 확충을 서두르는 길밖에 없다.
한국의 독자적 외교 역량만으로는 트럼프가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부실 거래를 막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우리와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일본과 공조하여 한일 양국이 수용할 수 있는 딜의 한계와 조건을 설정하여 공동으로 미국 조야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 천영우 前 청와대 외교안보수석·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12-03 中 철강 공급 테러에 맞설 反덤핑 관세 적극 추진할 때
정부가 3일 중국산 철강에 잠정 덤핑방지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중국이 철강을 저가에 밀어내기 수출을 하면서 한국 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중국산 후판은 지난 2년간 80%나 수입이 늘어났고, 가격은 국내산 대비 최대 20% 싸다. 포스코는 포항 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을 폐쇄하고 현대제철도 제2공장 폐쇄를 추진 중이다. 동국제강도 생산량 감축에 나서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 잠정 덤핑방지 관세는 최종 판정까지 절차를 단축시켜 내년 2월쯤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철강 생산국이지만 내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과잉생산의 돌파구로 출혈 수출에 나서자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0월 중국 철강 수출은 1118만t으로 전년 동월 대비 40.8%나 폭증했다. 지난 4월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긴급 지시로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7.5%에서 25%로 올렸다. 중국산 시장점유율이 27%에 이른 유럽에서도 세계 2위 아르셀로미탈이 프랑스 공장 두 곳을 폐쇄하고 독일 최대인 티센크루프스틸도 인력 40%(1만1000명)를 감축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중국산 철강에 탄소국경세 1단계를 도입한 데 이어 추가적인 산업 보호조치 검토에 들어갔다.
한국은 철강뿐 아니라 석유화학·태양광·디스플레이 등에서도 중국 ‘공급 테러’의 최대 피해국이다. 과거 마늘 사태, 사드 보복, 희토류·요소수 파동 같은 트라우마에 짓눌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피해를 키우고 있다. 글로벌 추세에 맞춰 당당하게 대처할 때다. 미적대면 미·유럽에서 밀려난 물량까지 몰려들어 관련 산업이 붕괴할 수 있다. 트럼프 2기 시작과 함께 더 격화할 관세 전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도 정교한 자구 조치를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2-03 러·북 불량동맹 역이용하기
김윤희 정치부 차장
별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올해는 조로(朝露)수호통상조약 140주년이자 한·러 수교 34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과 러시아는 1990년 수교를 계기로 이념 장벽을 넘어 경제·문화 교류의 폭을 넓혀 왔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한군의 러시아 전선 파병으로 양국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러·북 군사협력이 한국에 중대한 악재임은 분명하다. 러시아는 1990년대 이후 한국과 북한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등거리 외교를 해왔다. 정부도 ‘한·러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이명박),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박근혜), ‘신북방정책’(문재인)을 펼쳤다. 그런 양국 관계를 러·북 조약과 북한군 파병으로 단번에 비틀어버린 것이다. 이제 한국은 러시아 군사기술의 북한 유입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북한군 파병이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 참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울 지도를 보란 듯이 펴놓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선택에 반발해 반(反)서방의 거대한 축을 차지하는 군사대국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길이 아니다. 오히려 러시아의 의중을 파악하고 긴밀하게 소통해야 우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러·북 조약과 관련해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왔다. 러·우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북한의 군사 지원이 절실했지만, 그렇다고 한국을 적으로 돌려 관계를 끝장낼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공언한 ‘유라시아 안보체계’의 일환으로 러·북 밀착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러시아는 서방이 주도하는 안보 틀을 벗어나 유라시아에 새로운 안보 체계를 창설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 왔다. 우크라이나 전황과 북한의 경제 상황은 러·북 군사 밀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러시아와 한국은 서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나라다. 러시아로서는 전쟁 후유증과 대러 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과의 경제협력이 필수적이다. 러시아가 최근 북한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30여 년간 쌓아온 한국과의 경제협력 성과에 비할 바는 아니다.
북핵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한·러 관계를 궤도상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는 북한을 움직이는 강력한 창구가 될 수 있다. 적어도 지금처럼 러시아가 북한에 힘을 몰아줘 우리에게 방해가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정부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는 정책 선회에 대한 고민이 묻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윤 대통령은 브라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도 “러시아가 한국 정부가 무엇을 우려하는지 알고 소통해왔다”고 전했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넘어 새로운 다극 체제의 국제질서에도 주목할 때다. 긴 호흡으로 대러 제재를 완화하고 경제·문화 교류 재개를 대비해야 한다.
문화일보
12. 03 북한군 러시아 파병,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군이 유사시 북한군을 쉽게 제압할 수 없는 상황 됐다”
⊙ “러시아가 한국군 北進 가로막는 역할 할 것”
⊙ 국방부 고위당국자, “우크라에 155mm 포탄 지원은 사실상 힘들어”
⊙ “핵무기에 이어 전투 경험까지 더하는 것”
⊙ 러·북 조약,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없는 ‘자동 군사개입’ 조항 담겨
⊙ “북한 핵보유국 선언 후 러시아가 핵잠수함을 ‘리스(임대)’해 줄 수도”
⊙ “한국군 군사전략, 수세(守勢)에서 공세(攻勢)로 바꿔야”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지난 6월 19일 북한 평양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 어느 한 나라가 공격을 받으면 상호 지원을 제공하는 ‘유사시 상호 지원’ 조항도 포함됐다. 사진=뉴시스/AP

▲야간투시경 등 현대전 장비로 무장한 북한군이 열병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AP
국가정보원은 11월 13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지난 2주간 쿠르스크 지역으로 이동해 전장에 배치를 완료했고, 이미 전투에 참여 중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2023년 8월 이후 현재까지 북한이 70여 차례에 걸쳐 컨테이너 1만3000 개 이상 분량의 포탄·미사일·대전차로켓 등 살상무기를 러시아에 지원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2022년 2월 24일 발발)이 993일 차(2024년 11월 13일 기준)를 맞았다. 고착된 전선에서 양측은 소모전을 하고 있다. 국력만 놓고 보면 우크라이나가 불리하다. 여기에 지난 11월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선 “취임 첫날 종전(終戰)하도록 하겠다”고 밝혀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됐다.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은 러시아군에게 점령당한 상태다. 국토의 20%에 해당한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 8월 러시아 중서부에 있는 러시아 영토 쿠르스크를 공격해 일부를 확보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전선을 유지하기 위한 병력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서방의 지원과 관심은 줄고 있다.
우, 러시아 기술로 만든 천궁–2 지원 요청
우크라이나는 한국에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천궁–2를 비롯해 155mm 포탄을 지원해 달라는 입장이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방공망이 상당 부분 붕괴됐다. 미국도 생산에 차질이 있어 더는 ‘PAC–3(패트리엇)’를 제공하기 어렵다.
문제는 한국이 천궁–2를 지원할 때 운영요원도 현지에 파견해야 한다는 것. 이는 곧 파병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 또 러시아가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응하고자 북한에 최신 무기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으로 S–400(이동식 지대공미사일)이나 Su–35 전투기 등이 있다. 북한이 방공망을 개편(改編)하면 우리 공군의 제공권 장악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역설적으로 한국이 자랑하는 K2 전차와 현무 미사일, 천궁, 신궁(휴대용 지대공미사일) 등은 러시아가 개발한 무기를 기반으로 한국이 만든 작품이다. 러시아 입장에선 불쾌할 수 있다.
북한은 파병에 앞서 다양한 방식으로 러시아와 협력해 왔다. 122mm와 152mm 포탄 등을 지원한 데 이어 KN–23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각종 무기를 러시아에 제공해 왔다. 여기에 북한 기술자도 현지에 파견해 실전 사용 데이터를 수집하고 무기 성능 개량에 활용하고 있다. 이제는 실제 전장에 병력을 투입해 실전 경험까지 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북한군 파병 목적을 ▲외화벌이 통한 김정은 통치자금 확보 ▲대(對)러 협력 통한 첨단 군사기술 확보 ▲실전 경험 통한 북한군 현대화·정예화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군사 개입 여건 조성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 재정립 등을 꼽는다.
러시아, 적극적으로 北 체제 보장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 두진호 박사는 “북한은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 파병을 계기로 정치외교·경제·군사 등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실익(實益)을 창출할 수 있다”며 “대규모 파병 대가로 러시아는 북한에 ‘안보 우산’을 확약하고 필요시 전략적·선택적 확장억제를 제공해 체제를 보장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의 책임 있는 당사자로 국제무대에 등장해 전략적 지위 상승 국면을 활용하며 미국과 핵 군축 협상 및 단계적 제재 해제 등 정치적·경제적 실익을 도모할 것”이라고 했다.
두 실장의 분석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번 파병으로 최소 7000억원 이상의 통치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부수적 효과를 더하면 최소 1조원 이상의 가치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2만 명×(월급 300만원+참전수당 150만원)×12개월×0.85+(군사기술 잠재적 가치)=최소 1조원+@]
0.85는 북한 당국이 해외 파견 노동자가 벌어들인 수입의 80~90%를 징수하는 관행을 적용한 값이다.
《월간조선》은 지난 11월호에서 우크라이나 국방부 국제협력관실 소속 페트로 야첸코(46) 소령을 인터뷰했다. 지난 9월 말에 가진 인터뷰 당시 페트로 소령은 “대규모 무기 지원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북한군이 파병되거나 개입했다는 내용까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군 파병이 인터뷰 후 10월 초부터 본격화됐음을 추측할 수 있다.
북한군 1만1000~1만3000명 파병
현재 우리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군 파병 규모를 1만1000~1만3000명 선으로 추산한다. 이 중 3000명가량이 이미 전선으로 이동했으며 일부는 이미 전투를 치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언론은 북한군에서 사상자가 나왔다고 보도하지만, 현재까지 북한군의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과 함께 인터넷에는 사살된 북한군에게서 발견됐다고 주장하는 ‘조선인민군 신분증’ 사진이 돌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에게 물으니 이 관계자는 “(신분증은) 사실로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양측 모두 자국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포하며 전방위에서 인지전(認知戰)을 펴고 있다.
북한군이 본격적으로 전장에 투입되기까지는 현지 적응, 재교육 등을 거쳐 3~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경운 국방부 자문위원은 “언론에 보도된 북한군 규모, 러시아군이 북한군에게 제공한 무기 체계, 우크라이나 국방부장관의 발언, 전장 환경과 전투 행태를 고려할 때 북한군은 특정 지역에 여단 규모로 배치돼 대대급(500명) 수준에서 러시아 지상군과 연합작전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국방부장관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이 4~5개 지역에 총 1만5000명 규모로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각 지역에는 약 3000명 규모의 여단급 부대가 배치되고 각 여단은 약 600명 규모의 대대 4개와 이를 지원하는 부대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에 파견된 북한군은 제11군단(폭풍군단) 소속이다. 경보병, 저격병, 항공육전병 등으로 편성돼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특공부대에 해당한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서 특수작전을 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에 대해 정 자문위원은 “북한군은 전통적인 보병 전술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군의 작전 방식은 특수부대와는 무관하다”며 “북한군에게 지급된 개인화기, 기관총, 박격포 등은 전통적인 보병 기본 장비다. 보병 대대급 이하 수준에서 운용된다”고 했다.
“러·북 조약, 군사동맹의 명백한 복원”
지난 11월 9일(현지 시각)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 쌍방 중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면 다른 한쪽이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상호방위조약(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이하 러·북 조약)’에 서명했다. 소련 해체 이후 1996년 폐기된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부활한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자동개입 조항은 없다.
러시아 국방무관을 지낸 김규철 박사는 러·북 조약으로 러시아가 1990년대 중반 이후 30년간 유지한 ‘한반도 균형정책’의 무게추가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한러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규정했으나 이를 조약이 아닌 공동성명 수준으로만 채택하는 데 그쳤다고 했다.
김 박사는 “특히 조약 제4조는 체약국(締約國) 중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면 타방은 유엔헌장과 양국의 법에 준해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기타 원조를 제공하도록 규정했다”며 “이는 군사동맹의 명백한 복원”이라고 했다. 또 “제3조에는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실천적 조치를 합의할 목적으로 쌍무협상 통로를 지체 없이 가동한다’고 돼 있다. 이는 동일한 위협 인식을 갖고 공동으로 대처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 소위 ‘가치 외교’에 근거해 러시아를 적대시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우회 지원, 러시아의 적성국인 폴란드에 대한 무기 수출 등을 러시아는 자국에 실질적 위협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이에 대응하고자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도 했다.
“이름만 폭풍군단, 순전히 알보병부대”
러시아 총참모대(우리의 국방대)에서 공부해 동유럽 사정에 밝은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은 “전투 일선에 투입돼 전장을 체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이를 경험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북한군이 러시아군의 통제를 받지 않고 일선에서 독자적, 주도적으로 작전을 기획하고 수행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러시아군의 예비대, 경계 보초 병력에 그치면 북한군도 크게 배우는 게 없을 것”이라고 했다.
“독자적으로 부대를 편성하고 작전 구역을 맡아 실제 전투를 치러야 전략·작전·전투기술 등 여러 차원에서 배우고 경험합니다. 하지만 현재 파병된 북한군에는 전차나 장갑차와 같은 기계화 병력이 편성돼 있지 않습니다. 이름만 폭풍군단이지 순전히 (총알받이) 알보병부대입니다. 일단 북한군이 어디서 어떻게 싸울지를 좀 더 지켜봐야 무얼 배운다, 배우지 못한다를 말할 수 있습니다.”
주 소장은 이번 러·북 조약이 한국군과 미군의 북진(北進)을 가로막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어떤 사태가 벌어지면 한미연합군과 유엔군이 북진해 올라갑니다만, 한국군과 달리 미군과 유엔군은 어느 선 이상은 넘지 못할 겁니다. 그 이북(以北)은 한국군의 영역이죠. 문제는 밀착된 중·러·북 관계 때문에 한국군이 북한군뿐만 아니라 중국·러시아군과도 접촉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는 점입니다.”
주 소장은 “이번 북한군 파병을 계기로 한국군의 군사전략을 수세(守勢)에서 공세(攻勢) 중심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한국의 수세적 전략을 만만하게 보니 대량의 탄약과 병력을 지원한다는 의미다. 또 현대전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전훈(戰訓·전쟁교훈)을 도출하기 위해 우리 정부의 우크라이나 참관단 파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성은 현역 군인이나 공무원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민간이 주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투 경험이 계급보다 중요”
베트남전에 참전하고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이번 전쟁의 결과는 한반도에도 영향을 끼친다”며 “남의 나라 전쟁이 아니다. 한국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의료나 시설 복구 등 인도적 지원으로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패배하는 것은 두 번째 문제입니다. 김정은이 자기 군대를 죽을 게 뻔한데도 저렇게 보내는 것은 그만큼 얻을 게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자기들이 만든 무기도 시험하며 새로운 전쟁에 적응하려고 할 겁니다. 핵무기에 이어 전투 경험까지 더하는 겁니다.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실전 경험입니다. 베트남전에서 나는 전투 경험이 계급보다 중요하다는 걸 몸소 체험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라크 파병을 두고 고민이 많았지만, 대통령에게 ‘(정부가 주창하는) 자주국방을 하려면 전투 경험이 필요하다’고 설득해 파병을 밀어붙였습니다. 우리도 우크라이나에 전투병을 파병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크라이나를 도울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다면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 전 원장은 야당이 현지에 참관단 파견을 반대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 참관단을 보낼지 말지는 군사적인 필요성을 근거로 해야 한다. 이를 정쟁화해선 안 된다”며 “과거에도 다른 나라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이를 보고 배워 실력을 키웠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돕지 않으면 나중에 한국이 위험에 빠졌을 때 세계가 우리를 도와주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김병주도 전훈분석단 출신
▲민주당 김병주 의원. 사진=뉴시스
민주당은 우리 정부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육군대장) 출신 김병주 의원이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포병 출신인 김 의원도 전훈분석 임무를 했다. 2003년 우리 정부는 이라크전 파병 문제로 국내에서 정치적 논란이 되자 전훈분석단이라는 명칭 대신 ‘파병협조단’이라는 이름으로 전훈분석단을 파견했기 때문이다. 이때 김병주 의원이 파견돼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중부사령부에서 전훈분석 임무를 맡았다. 이를 두고 김 의원은 ‘협조단’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은 전훈분석단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김 의원은 전방 28사단 교육훈련참모(중령) 시절 한국군의 이라크전 전훈분석단 파견 이야기를 듣고는 참모 임기도 끝내지 않은 채 미국 중부사령부로 떠났다. 당시 교훈참모였던 자신이 포병병과 동기들보다 보직 우선순위상 앞으로 계속 뒤처지겠다고 생각해 전훈분석단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향후 진급에 유리한 위치를 갖기 위한 목적이었다.
앞서 김 의원은 28사단 포병대대장을 마친 뒤 포병여단 작전참모로 가길 원했으나 포병 동기에게 밀려 갈 곳이 없는 상태였다. 이에 당시 Y모 사단장이 김 의원을 배려해 사단 교훈참모에 앉혀놓은 것이었다. 보직 없는 군인을 Y모 사단장이 구제해 줬지만 김병주 중령은 교훈참모 임기(1년)도 끝내지 않고 약 4개월 만에 다시 자리를 옮겼다. 사단장은 반대할 수도 있었으나 김 의원의 미래를 배려해 큰 결단을 내렸다. 당시 사단은 후임 보직자도 받지 않은 상태였다.
당시 김병주 중령을 전훈분석단으로 선발했던 K모 장군은 “전훈분석팀이 꼭 전투 현장에 있을 필요는 없다. 김 의원은 미 중부사령부에서 전훈분석을 했다”고 했다.
이 시점은 우리 정부의 자이툰 부대 파병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이었다. 김 의원은 현역 중령으로서 국회 동의 없이 파견(파병)된 것이다. 이름만 협조단이었을 뿐 임무는 전훈분석이었다. 김병주 의원은 자신의 과거가 드러나니 인제 와서는 말을 바꾸고 있다.
“북한군, 전쟁 지속 능력 확보”
▲지난 7월 육군 6사단이 강원도 인제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TCT)에서 실시한 한·미·UAE 3국 최초 연합 KCTC 훈련에서 연합전투단의 한·미 장병들이 산악 지역 수색정찰을 실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KTCT 참여를 통한 간접 실전 경험이 우리 안보 환경에선 최선이라고 말한다. 사진=육군
구원근 전 육군동원전력사령관은 예비병력·동원 분야 전문가다. 구 전 사령관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라며 “파병을 계기로 한국군이 유사시 북한군을 쉽게 제압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군이 베트남전에 파병돼 오랫동안 복무한 것이 전후(戰後)에도 전투력을 유지하는 데 상당히 기여했습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러시아 파병 경험을 계기로 높아진 전투력을 상당 기간 유지할 겁니다. 그간 ‘북한은 오랫동안 전쟁을 지속할 수 없다’고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파병 대가로 전쟁 지속 능력을 확보하게 됐죠. 또 유류와 식량, 각종 장비 등을 러시아로부터 지원받을 겁니다. 동원 입장에선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제 북한을 쉽게 제압할 수 없게 됐습니다. 지금까지는 북한군이 가진 장비나 물자에 맞춰 대응하는 노력을 했다면 이제는 러시아제 물자와 장비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현역뿐만 아니라 예비군까지도 엄청난 파급이 생길 겁니다.”
구 전 사령관은 “북한군의 실전 경험은 유사시 한국군에게 적용될 것”이라며 “북한군이 어떤 교육을 받고 파견되는지, 러시아에선 북한군에게 어떤 교육을 하는지 파악한 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전 사령관은 한국군의 부족한 실전 경험을 만회하기 위해 예비군을 대상으로 KCTC(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 훈련을 확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을지훈련에서 비상대비계획 연습해야”
전시(戰時)를 대비하는 민관군(民官軍) 차원의 비상계획은 충분할까? 유사시 민관군 협력 실무를 담당하는 직책으로 ‘비상계획관’이 있다. 정부는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기습 시도를 계기로 비상대비계획인 ‘충무계획’을 세웠다. 비상계획관은 충무계획에 근거하는데 주로 군에서 복무한 뒤 전역한 이들이다. 정부 기관이나 기업 등에 채용돼 전시는 물론 평시에도 활동한다. 자동차 생산업체에 파견된 비상계획관은 유사시 공장에서 군수물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조하며 대응한다.
이정곤(예비역 소령) 충북교육청 비상계획관은 중국의 국가전략을 담은 《초한전(超限戰)》을 한국어로 완역한 바 있다. 이 비상계획관은 “우·러 전쟁을 계기로 비상대비 업무에 전문성을 가진 이를 비상대비계획 실무자로 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비상대비 업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이와 관련한 내용에 정통한 이가 없습니다. 국방비서관은 현역 장군으로 비군사 분야, 정부 조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비상대비 업무는 국방보다 상위 단계입니다. 비상대비계획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민간 분야 기술과 인력을 유사시 적극 수용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간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비상계획관을 활용해 미래 전쟁에 대비할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 민관군을 통합시키는 역할이 필요하죠. 부처별로 전시 각 기관의 임무와 역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을지훈련을 실효성 있게 해야 합니다.”
한국산 무기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2년부터는 방위산업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높아졌다. 한편에선 방산 수출을 두고 ‘한국군에 우선 배치돼야 할 무기가 수출하는 데 먼저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폴란드에 수출한 K2, FA–50 등이 그 사례다.
“K–방산, 정치 선전 도구로 악용하면 안 돼”
송방원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겸임교수는 “한국군이 현재 보유한 무기를 수명 연장해 활용해도 전투력 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무기 수출 때문에 전력 보강이 늦춰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대비 태세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런 식으로 수출을 우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연간 155mm 포탄 생산량은 약 250만 발이다. 전시를 대비한 우리 군의 포탄, 탄약 비축량은 부족함이 없을까?
송 교수는 “전쟁이 장기화해 휴전선에서 치열한 소모전이 계속되면 포탄과 탄약이 부족할 수 있다. 그때는 현재 생산량으로는 부족하다”면서도 “유사시에는 우방국에서 탄을 대여하거나 급히 구매해 올 수 있기에 큰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드론의 활약상이 강조되고 있지만 살상력이 강한 무기체계는 재래식 전력”이라면서도 “우리 군이 보유한 개별 무기는 강력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지휘체계 통신망은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기 체계에 대한 후속 군수지원을 유사시 어떻게 할지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 둬야 한다. 지금은 짧은 기간 훈련하는 것으로 갈음하는 식이었다. 이를 보완해 재래식 전력 운영에 완전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송 교수는 K–방산의 성과의 전망을 과장하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고도 지적했다. 우리나라 방산 수출은 우·러 전쟁이 발발한 2022년 최고치를 기록한 뒤로 답보 상태다. 여기저기 수출될 것인 양 언론에 오르내리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계약까지 이른 사례가 적다는 의미다.
“북한, 핵잠수함 건조는 불가능”
▲지난 6월 19일 러·북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협정서가 서명된 날 러시아에서 열린 방산전시회장에서 북한 해군 간부가 러시아 잠수함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일부에선 러시아가 북한의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지원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이에 대해 잠수함연구소(경남 김해)를 운영하는 최일(예비역 대령, 초대 손원일함 함장) 소장은 “북한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잠수함은 기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산업 인프라(기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북한에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러시아 전략핵잠수함이 북한 마양도와 같은 곳에서 북한 잠수함과 연합훈련을 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라며 “이 단계에서 더 발전한다면 북한이 핵보유국을 선언하고 러시아가 이를 지지하는 형태로 핵잠수함을 ‘리스(임대)’해 줄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인도는 러시아(당시 소련)로부터 핵추진잠수함을 임대해 운영했다. ▲INS Chakra(K–43, 1988년) ▲INS Chakra(K–152 Nerpa, 2012년)에 이어 2019년에도 Chakra III 도입을 위한 임대계약을 체결했으나 2022년 우·러 전쟁이 발발한 후 진척이 없는 상태다.
최 소장은 “러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과의 관계 때문에 섣불리 핵추진잠수함 건조 기술을 북한에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러시아가 북한 해군 승조원을 교육하거나 양국 해군이 연합훈련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한국과 그 동맹국에는 큰 위협이 된다.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우리 사회가 러시아의 대북(對北) 군사기술 지원을 부풀리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무기’를 러시아가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걱정 섞인 과장이다.
“한국, 北의 저강도 드론 도발에 효과적 대응 수단 없어”
▲러시아가 이란과 협력해 만든 샤헤드 136 자폭 드론 생산공장. 샤헤드 136은 이란이 개발했다. 전문가들은 자폭 드론 일부가 인천국제공항이나 서울 일부 지역을 공격하면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진=X(구 트위터)
사회주의 과학기술을 공부한 이춘근 박사는 우크라이나 정보부장이 ‘러시아가 북한에 저(低)위력 전술핵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을 제공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북한이 위와 같은 능력을 보유하면 한국에는 큰 위협이 된다”면서도 “‘기술’이라는 말에 한계가 있다. 북한은 기술만으로는 실현할 수 없는 열악한 제반 여건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의 설명이다.
“무기체계 지원은 기술과 소재·부품·장비가 함께해야 진정한 효력을 발휘합니다. 이에는 상당한 물동량과 운송이 필요하죠. 북한과 러시아 간에 어떤 물품이 어디서 얼마나 오가는지 주목해야 합니다. 북한이 컨테이너로 포탄과 미사일을 실어 나르고 러시아가 컨테이너나 운반 용기를 북한에 반환할 때 그 안에 무엇이 실려 어디로 가는지를 봐야 합니다. 북한이 자체 소재와 부품만으로는 생산·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이를 통해 러시아 무기체계와의 호환성 확보와 북한 무기체계의 성능 개선, 생산성 확대, 취약 분야의 기반 구축과 도약 등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미사일 항법·유도체제 개선과 내열 소재 공급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베트남전 참전에서 무엇을 얻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짐작이 갈 것입니다.”
방공병과 예비역 준장인 A씨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드론과 그 기술, 운용법을 들여오면 한국에는 큰 위협이 된다. 특히 민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첨단 방공망을 자랑하는 이스라엘도 하마스 습격 당시 방공망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하마스가 재래식 전력과 드론 등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죠. 드론은 값이 싸지만 이를 방어하는 무기체계는 값비쌉니다. 북한이 이른바 ‘섞어쏘기’ 방식으로 우리 방공전력을 소진한 후 도발을 이어간다면 수도 서울이 안전할까요? 당장 북한이 GPS 전파 교란만 해도 인천공항에서 비행기가 오르내리지 못합니다. 현행 방공체계로는 드론을 대비하는 데 상당한 한계가 있습니다. 북한이 출발지를 알 수 없는 곳에서 무인기 여러 대를 띄워 인천공항과 서울을 공격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우리 군이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겠습니까? 도발 강도는 약할지 몰라도 한국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합니다. 드론은 도발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생각하기에 이를 보복하기 위한 방식도 까다롭습니다.”
전 국방부 장관 B씨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관찰해 가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 역시 “북한이 파병했으니 북·러 조약에 따라 러시아군도 한반도에 들어올 수 있다. 이게 가장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방부, “대리전에 휘말리지 않도록 고심 중”
B씨는 전시 대비 포탄·탄약 비축과 방산 수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지원으로) 한국군 비축량이 문제 된다?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빈 만큼 미국이나 유엔사를 통해 조달하면 되기에 큰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방산 수출을 할 때 딜레마가 있습니다. 우리도 실전 배치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방산 수입국에서 ‘무기를 빨리 보내달라’고 요구할 때입니다. 국방부와 합참이 의사 결정을 합니다. 군 당국은 ‘당연히 안 된다’고 밝히지만, 정부 입장은 다를 수 있죠.”
지난 10월 25일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155mm 포탄 지원은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살상력이 우수한 재래식 수단이기 때문이다. 북한군 파병이 공개된 후 대통령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조하던 시점이다. 이 관계자는 “상황마다 그에 걸맞은 지원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대리전(代理戰)에 휘말리지 않도록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간조선 12월 호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12. 03 안보전문기자 이정훈의 담대한 전망
폭풍군단, 집단 탈영으로 북한민주혁명 길 열릴 수도
⊙ 방어벽 구축, 경의선 폭파, 무인기 소동, ‘두 적대적 국가’ 주장, 우크라이나 파병은 ‘북핵 실패’의 결과
⊙ 김정은, 한미 동시에 빨아먹으려다가 ‘하노이 노딜’로 실패하고서도 미국과 러시아 상대로 같은 짓 되풀이
⊙ 북한의 대전차구 구축, 경의선 차단 등은 국군의 북진 걱정한 것
⊙ 북한이 한국 무인기가 비행했다고 주장한 천리마구역에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 있을 것
⊙ 김정은, 트럼프에게 두 번 당하면 권력 유지 어려울 것

▲김정은은 2019년 2월 28일 하노이에서 트럼프와 만났지만, ‘노딜’로 끝나고 말았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남북을 잇던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에 깊이는 각각 3m와 5m, 폭은 10m 정도인 대전차구(對戰車溝)를 파고, 이 구덩이에서 나온 흙으로 그 북쪽에 높이 11m, 길이는 100m가 넘는 토산(土山)을 쌓고, 겨울이 코 앞인데도 나무를 심었다.
대전차구는 전차가 건너오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해자(垓子)다. K-2 흑표 전차는 몸체 길이가 7.5m이니 폭이 10m인 대전차구를 건널 수 없다. 흑표 전차의 최대 등판(登板) 각도는 31도인데 토산의 각도는 이보다 높은 것으로 보여, 역시 전차의 진입을 막는 용도로 보인다.
그러나 유사시가 되면 무소용이 된다. 우리 공병의 교량전차가 달려와 대전차구 위에 22m 길이의 철제 다리를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토산은 그 다리를 건너간 불도저가 밀어 30도 이하로 만들면 그만이고, 그때 나무도 다 뿌리째 밀려 나가게 된다.
우리 군(軍)은 유사시 인민군이 토산의 흙으로 대전차구를 메워 남침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만의 하나’에 대비한 염려로 보아야 한다. 북한이 이 시설을 만든 것은 그들의 공격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북진(北進)을 염려해서일 것이다.
이 공사를 하기 전 북한은 그 북쪽에서 두 도로를 폭파해 없앴고, 방벽(防壁)을 설치하고 지뢰를 뿌렸는데, 이것도 우리의 북진에 대비한 것이 확실하다. 북한은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도 파괴하고 레일 밑의 침목을 빼 역시 이용하지 못하게 했다.
폭풍군단

▲김정은은 2017년 8월 백령도 등 서해 도서 탈취 훈련을 한 특수작전군 부대를 시찰했다. 사진=연합뉴스
역지사지(易地思之).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폭풍군단 산하의 경보병여단(우리의 특전사여단)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한 김정은을, 그의 처지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민군은 국군보다 부대를 적게 편성한다. 평시 우리의 상비사단 병력은 8900명 정도이나 인민군 사단은 5000명 남짓이다. 김정은이 파병한 1만2000여 명은 2개 사단 병력을 능가한다.
폭풍군단은 특수전 부대라 사단이 아니라 여단 편제를 한다. 우리 특전사도 그러해서 이들은 여단-대대-지역대-중대(팀이라고도 한다)로 편제돼 있다. 1개 특전여단은 1000여 명 정도다.
폭풍군단도 비슷할 텐데 1만2000여 명을 파병했으니, 이는 12개 여단이 된다. 여단 두 개를 한 개 사단으로 볼 수 있으니, 이는 여섯 개 사단이 된다. 김정은은 병력 면에서는 두 개지만, 전투력에서는 여섯 개 사단을 러시아에 파병한 것이다.
우리 군은 육군 차원에선 특전사, 군단 차원에선 특공연대, 사단 차원에선 수색대대라는 특수전 부대를 두고 있다. 인민군은 이들을 묶어 ‘특수작전군’을 만들었는데, 특수작전군 가운데 지상전 부대를 폭풍군단으로 부르고 있다.
우리의 심리전(心理戰)이 강화됐으니 경제난이 심각한 북한에서는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우리는 특전사를 대규모 시위에 대비한 충정작전 부대로 지정했었다. 북한에서도 심각한 폭동이 일어나면 폭풍군단 예하 부대를 동원할 것이다.
국군의 입체고속기동전
인민군은 육군 항공사령부의 지원을 받는 우리 7기동군단의 진격도 염려해야 한다. 우리는 공군과 육군 포병을 동원해 압도적인 화력을 퍼부은 후 항공사와 7기동군단의 아파치 공격헬기를 출격시켜 우리의 예상 진격로를 쓸어버릴 수 있다. 그 직후 두 부대의 수리온 수송헬기가 7기동군단 직속의 강습대대와 2신속대응사단 부대원을 태우고 가 인민군 후방에 강하시키게 된다.
그때 수기사나 8기동사단, 11기동사단이 전차 부대를 돌격시켜 인민군 방어선을 뚫어버리면, 장갑차 부대가 따라 들어와 전과를 확대하고 장갑차에서 내린 보병 부대가 산개해 후방 차단을 한 강습대대 및 신속대응사단 부대와 함께 인민군을 섬멸하게 된다. 전격전(電擊戰)의 진수인 ‘입체고속기동전’을 펼치는 것이다.
10월 12일 인민군 총참모부가 ‘전시정원 편제대로 완전 무장된 8개의 포병여단을 (10월) 13일 20시까지 사격 대기 태세로 전환하고, 각종 작전 보장 사업을 완료하라’고 한 것은 우리 포병과 화력전(火力戰)을 펼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일 수 있다. 경의선과 동해선을 틀어막은 것은 항공사와 결합한 7기동군단의 진격을 막으려는 조치로 보인다.
살고 싶은데 죽어야 하는 김정은의 운명
핵심 부대를 파병한 만큼 북한은 노출된 허점을 보강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1965년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미국이 참전한 베트남에 육군 2개 사단(맹호·백마)과 해병대 1개 여단(청룡)을 파병했다. 미국이 우리 처지에서는 전투력이 월등히 좋은 2개 주한미군 사단을 베트남으로 차출하려고 했기에, 박 대통령은 한국군 파병을 단행한 것이다.
당시 주한미군 부대는 유지됐음에도 전력(戰力) 공백이 발생했기에 북한의 도발을 당했다. 1968년 폭풍군단의 전신인 124군 부대원들이 서울로 침투해 박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를 습격한 1·21 사태를 일으켰다. 그해 10월 30일에는 6·25 전쟁 때의 지리산 빨치산처럼 울진과 삼척을 해방구(解放區)로 만들려는 인민군 유격대의 침투를 허용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반(反)우크라이나 세력에게 비밀리에 무기를 제공해 게릴라전을 하게 했다.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미국도 저항 세력에게 무기와 정보를 제공해 반소(反蘇) 게릴라 활동을 하게 했다. 러시아 파병이 장기화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면 북한에서는 우리의 심리전에 동조하는 세력이 일어날 수 있다. 이들을 우리가 지원할 수 있으니 김정은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
김정은은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수소폭탄까지 개발했다고 한 북한은 유사시 제1격으로 핵을 사용할 수 있다. 살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인데 때문에 한미(韓美)도 유사시 제1격으로 북핵(北核)과 김정은 제거를 진지하게 검토하게 된다. 살기 위해 핵을 만들어 사용하려고 하는데, 이것 때문에 제일 먼저 제거 대상이 됐다는 것이 김정은에게는 난제이자 두려움이 된다.
핵은 사용 후는 물론이고 사용 전에도 결정적 위기를 불러오는 것이라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도 여러 차례 전술핵 사용을 거론했지만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김정은은 화성포-19형 등을 쏴 공포를 조장하면서 자기방어를 한다. 변죽을 울리는 것이다.
한국 무인기가 천리마구역을 비행했다면…

▲북한 국방성은 지난 10월 19일 평양 상공에 침투한 한국군 무인기 잔해라는 것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10월 28일 북한 국방성이 “10월 8일 23시25분30초 백령도에서 리륙하여 우리 공화국의 령공에 침범한 한국 군사깡패들의 무인기는 (중략) 남포시 천리마구역(옛 지명 강선) 상공을 거쳐 우리 수도 상공에 침입하였다는 것이 해명되였다”고 발표한 것도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13일 《로동신문》 등은 핵무기연구소를 현지 지도한 김정은이 생산 현장을 돌아보며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 “자만하지 말고 원심분리기 대수를 더 많이 늘리는 것과 함께 원심분리기의 개별 분리능(能)을 더욱 높이며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른 새 형의 원심분리기 도입 사업도 계획대로 내밀어 무기급 핵물질 생산 토대를 더한층 강화해야 한다”라고 했다며, 원심분리기 시설 앞에 있는 김정은 사진을 게재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천리마구역에 있는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 안에 김정은이 방문한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보고 있다. 2010년 북한이 미국의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를 불러 보여준 농축 시설은 평안북도 영변에 있는 것이 확실한데, 영변보다는 강선의 시설이 훨씬 더 크다. 영변이 연구용이라면 강선은 본격 생산용이다.
한국의 무인기가 천리마구역에 들어갔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 시설을 살펴봤다는 뜻이 된다. 북한은 강선농축공장이 한미연합군의 1차 목표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이 무인기가 ‘천리마구역 상공을 거쳐갔다’는 발표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보유한 최고의 방공무기는 S-300인데, 이란이 보유한 네 기의 S-300은 F-35A 스텔스기를 동원한 이스라엘 공군의 공격에 맥없이 파괴됐다. 러시아군은 더 신형인 S-400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 5월 우크라이나군의 기습을 받아 일부가 파괴됐다.
한국 공군이 S-300을 뚫을 수 있는 F-35A를 40대,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는 F-35B를 40대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북한에는 부담이 된다. 무인기도 스텔스 성능이 있는데 미국은 중형인 리퍼 무인기도 동원할 수 있다. 북한의 핵 시설은 이러한 무기에 의해 1격으로 날아갈 수 있으니 살고 싶다면 김정은은 다른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러시아의 약점을 파고든 북한
11월 9일 러시아는 푸틴이 두마로 불리는 러시아 하원이 비준한 상호방위가 들어가 있는 북·러 동반자 조약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북한도 11월 12일 김정은의 정령(政令)으로 이 조약이 비준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이 조약의 효력 발효를 공개한 것은 북한의 강력한 요구 때문일 수 있다.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빼앗긴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초 나토(NATO)가 지원한 기동무기를 동원해 무리한 반격을 했다가 러시아군이 뿌려 놓은 살포 지뢰에 걸려 큰 실패를 했다. 이에 올해 작전을 바꿔 러시아와 직접 싸우지 않고 러시아가 지뢰를 매설하지 않은 국경선을 넘어 러시아의 쿠르스크주(州) 일부를 점령했다.
러시아는 반격을 가하기에는 힘이 달렸다. 반격을 하려면 병력과 물자를 동원해야 하는데, 이러한 지원을 할 수 있는 것은 북한뿐이었기에 푸틴은 김정은의 요구를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즉 북·러 동반자 조약 발효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김정은과 그의 참모들은 러시아의 약점과 아쉬운 점을 정확히 파악해 파고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국적의 젊은 남성은 1년간 의무 복무(육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의무병(義務兵)으로 구성된 부대는 전투력이 약하다. 이들이 희생되면 어머니들이 가만히 있지 않기에, 푸틴은 의무병 부대를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자원자로 구성된 부대와 PMC라고 하는 민간군사기업 구성원을 투입했다.
PMC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위험한 전투가 많았던 돈바스 전선에 투입됐던 프리고진의 바그너 그룹이었다. 2023년 프리고진이 의문사(疑問死)를 당하면서 떠오른 것이 공화국의 자원자 조직이다. 러시아를 구성하는 24개 공화국은 군대는 없지만 자치권은 갖고 있기에 경찰은 있다. 이러한 공화국에서 무장경찰 조직을 자원자로 꾸며 보내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체첸 공화국의 수장이 자원자로 꾸며 보낸 무장경찰대 ‘아흐마트’다.
주체를 포기한 주체의 나라
푸틴은 러시아 여론에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소수(少數)민족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동원하려고 한다. 그런데 동반자 조약을 근거로 북한군을 불러들이면 우크라이나를 침략했기 때문에 불렀다는 비난이 있을 수 있으니, 폭풍군단원들을 몽골계와 튀르크계가 다수(多數)인 부랴트공화국과 사하공화국인들로 위장시켰다. 주체의 나라에 주체를 포기하게 한 것이다.
김정은과 그의 참모들은 바보라서 주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김씨 조부자(祖父子) 3대가 추진한 핵개발이 실패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이들이 30여 년에 걸쳐 핵개발에 전력한 것은 ‘대가(代價)’라고 하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핵을 개발하면 미국과 수교(修交)해 안보를 보장받고 경제를 발전시킨다, 대한민국을 위기에 몰아넣어 한반도 공산화 계기를 잡는다, 천년 숙적(宿敵)이라 사사건건 북한에 개입하지만 미국에 맞서기 위해 할 수 없이 궤를 맞췄던 중국의 간섭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등등.
그런데 수폭까지 완성한 지금 김정은은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원자력은 체코로 돈을 벌러 가는데, 북한의 핵은 한미연합군의 공습에 대비해 깊이 숨어들어야 한다. 인민군의 러시아 파병만큼 국가 전략으로서 북핵이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설은 없다.
때문에 김정은은 최선을 다한 ‘지략 짜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소수민족 공화국을 동원해야 하는 러시아의 절박함을 수용해 폭풍군단원을 몽골계와 튀르크계가 많은 부랴트와 사하공화국 사람으로 둔갑시켜 자원 출병하게 한 것이다. 주체를 버린 만큼 챙길 것은 챙기려 했다.
‘적대적 두 국가 관계’의 함의
북한이 러시아로 하여금 하원이 동반자 조약을 비준하고 푸틴이 서명한 것을 공개하게 한 것은, 유사시 러시아로 하여금 북한을 지키게 하기 위해서일 수 있다. 유사시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는 북핵만으로는 북한을 지킬 수 없으니 그래도 미국에 맞설 수 있는 핵을 가진 러시아를 끌어들여 북한을 지켜보자며, 1만2000여 명의 젊은이를 러시아인 소수민족 자원자로 위장해 파병하고 그 약속을 공개하라고 한 것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이 남북한을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바꾼 것도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를 정전 상태인 한 국가가 아니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바꿔놓으면, 유사시 북한은 한미의 작전을 침략으로 주장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의 도발로 한미가 강력히 대응하면 이를 침략으로 규정해 러시아에 연대(連帶)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주체의 중점을 자존심에서 실리(實利)로 옮겼을 수 있다.
11월 5일에 있었던 미국 대선(大選)에서 트럼프가 승리했다. 미국 내 주요 언론과 이를 베낀 한국 언론은 해리스의 당선을 기대했지만, 냉정한 이들은 트럼프의 압승을 예상했다. 북한도 미국을 냉철하게 분석한다. 김정은과 그의 참모들도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한 것으로 보인다. 후보 시절 트럼프는 러시아-우크라이나전 조기 휴전을 거론했다. 김정은은 이것과 더불어 너무 오래돼 성능이 의심스러운 북한 무기를 사가고 병력 모집에 쩔쩔매는 러시아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은 오래된 무기를 처분하고 러시아로부터 기술을 받아 신무기를 만들자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북한의 방어 능력을 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러·우 전쟁 조기 휴전을 주장했으니, 그는 절박한 푸틴을 도와줄 수 있는 시간이 짧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푸틴을 도와줘 뭔가를 받아내려면 트럼프가 당선되기 전에 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하노이 노딜의 추억
그리고 트럼프에 맞서는 모습을 보이다가 정전(停戰)협상이 진행되면 철군을 하는 깜짝쇼를 해, 대미 관계도 개선해 보자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트럼프가 당선된 후 파병하면 트럼프는 김정은을 적대시할 테니 그가 당선되기 전에 파병해 푸틴으로부터 크게 챙기고, 트럼프가 미국을 이끌 때 철군을 해 또 한 번 챙겨보자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트럼프는 이 전쟁을 빨리 끝내려 하니 김정은은 인민군 희생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김정은은 북한 이전에 러시아의 유일한 동맹국이었던 벨라루스가 개전(開戰) 초기엔 러시아군이 벨라루스를 통해 키이우로 침공하는 것을 허락했지만 이후로는 푸틴의 압력을 교묘히 거절한 것에도 주목했을 수 있다.
이 전쟁이 러시아에 불리한 구도로 정전되더라도 김정은은 러시아는 망하지 않는다고 봤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전쟁이 정전되면 러시아는 복구사업을 하는데, 참전을 한 북한이 유일하게 러시아에 초청되는 나라가 된다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 김정은과 그의 참모들은 러시아와 미국을 동시에 빨아먹자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2018년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대한민국과 트럼프의 미국을 동시에 빨아먹으려다가 2019년 하노이 노딜을 당해 실패한 적이 있다. 김정은이 그때의 실패를 뒤집을 수 있을지는 김정은이 아니라 트럼프가 결정한다. 트럼프가 노선을 바꾸면 김정은의 도박은 2019년처럼 일장춘몽(一場春夢)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동반자 조약 발효를 발표한 푸틴도 얼마든지 노선을 바꿀 수 있다.
폭풍군단을 희생시켜 미국과 러시아를 모두 빨아먹으려는 김정은의 도박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떠오르게 한다. 문재인 정부는 우리가 한반도의 국제정치를 주도해야 한다며 미국을 설득해 종전(終戰)선언을 하려고 했다가 실패했다. 김정은은 문재인이 못 한 일을 해낼 수 있을까.
북한 민주혁명의 기회 온다
1991년의 소련 붕괴는 1979년 소련이 친소(親蘇) 공산 세력을 돕는 쪽으로 아프간 내전을 종식시켜 평화를 만든다는 명분으로 특별군사작전을 펼침으로써 시작된 측면이 있다. 그 즉시 미국이 반소 세력을 지원해 이 내전은 장기화됐다. 친소 세력의 집권을 도와준 후 철군하려고 했던 소련의 계획이 어긋난 것이다. 이로 인해 소련의 경제력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소련은 아프간 개입을 결정한 브레즈네프가 죽고 안드로포프와 체르넨코가 권력을 쥐었어도 철군을 결심하지 못했다. 소련은 고르바초프가 서기장이 된 후 철군을 검토했다. 이를 위해 고르바초프는 아이슬란드의 수도인 레이캬비크에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을 만났는데, 레이건은 노딜을 선언하며 협상장을 떠났다. 이러한 미국은 소련의 ICBM을 무력화(無力化)하는 SDI(전략방위구상)도 추진했다.
이로 인해 미소 간의 격차가 커지자 고르바초프는 미국의 주장을 수용해 양국의 핵무기를 줄이는 START 협상에 응하고, 아프간은 물론 동유럽에 파병한 소련군도 철수시켰으나 너무 늦어 동유럽의 공산주의가 무너지는 혁명을 맞았다.
이러한 경험이 있는 미국이 북한에 손을 벌리는 러시아를 상대로 조기(早期) 휴전을 제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트럼프 측도 당선 후에는 조금씩 말을 바꾸고 있다.
한데 이러한 변화 위에 타고 있는 이가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팔 때도, 파병을 할 때도 대(對)우크라이나 전략을 바꾸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보낼 수 있다는 말만 거듭했다. 윤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를 지원한다면, 이는 트럼프 측과 합의가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합의가 트럼프에게는 좋은 취임 선물이 된다. 이러한 선물은 향후 윤 정부가 미국과 할 방위비 분담금 획정 협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트럼프를 향한 깜짝 선물은 김정은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보낼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선물이 있은 후 이뤄지는 우크라이나 파병 인민군 철수는 깜짝 선물이 아니라 후퇴가 될 수 있다. 러·우 전쟁 정전 후 러시아가 군비를 견디지 못해 흔들린다면 24개 공화국은 독립을 추구할 수도 있다. 그때가 북한 민주혁명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이 된다.
대북 공작의 방향 바꿔야
요인(要人) 귀순에 초점을 맞췄던 우리의 대북(對北) 공작의 방향을 바꿀 필요도 있다. 조선로동당 비서인 황장엽과 김정남(김정은의 이복형)의 이종사촌인 이한영 등을 데려왔지만 북한은 끄떡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독은 동독 주민들의 마음을 바꿨기에 통일을 할 수 있었다. 서독의 민주화 공작에 동조한 젊은이들이 라이프치히에서 촛불시위를 벌이면서 서독은 통일의 기회를 잡았다.
이런 점에서 다시 볼 것이 폭풍군단 요원들이다. 공산국가인 북한은 계급을 타파했다고 하지만 엄격한 계층을 유지하고 있다. 소작농 출신으로 공산주의에 적극 참여한 주민은 핵심계층으로 여기고 지주 출신으로 공산주의에 반대한 주민은 적대계층으로 본다. 그 중간 세력은 왔다 갔다 한다며 동요계층으로 본다.
인민군은 최전방 지역 서쪽에서부터 4·2·5·1군단을 배치하고 있는데, 이들이 바로 전연(前緣·전방)군단이다. 북한은 이러한 전연군단엔 핵심계층의 젊은이들만 보내고 있다. 그래야 적개심을 갖고 국군에 대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요계층이나 적대계층의 청년들은 후방군단에 입대시킨다. 북한에서 살아가려면 조선로동당의 당원이 돼야 하는데, 전연군단 제대자들의 30% 정도가 조선로동당원이 된다. 후방군단 제대자들이 당원이 되는 비율은 매우 낮다.
문제는 폭풍군단도 후방군단이라는 사실이다. 특수전부대는 침투를 해야 하니 전선을 맡지 말아야 한다. 전선을 맡지 않았기에 폭풍군단에는 동요계층이지만 몸이 좋은 젊은이들을 주로 배치한다. 인민군도 후방군단일수록 군기(軍紀)가 엉망인데 폭풍군단만 좋다고 한다. 최정예를 뽑아 강하게 양병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러시아군으로 위장했기에 러시아군의 지휘를 받는다. 러시아군 지휘부는 월(月) 2000달러를 받고 온 이 이민족 군대를 위험한 작전에 더 많이 투입할 수 있다. 이들과 러시아군 지휘부를 연결하는 것은 통역관이다. 팀장이 아니라 통역관이 이들에 대한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을 쥐게 될 것인데, 이는 필연적으로 민족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김정은, 너무 엉성하게 위험한 도박 참여
북한은 정예부대인데도 폭풍군단의 경우 신병을 주로 뽑아 파병했다고 한다. 그래야 명령에 복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눈으로 전쟁을 보고 민족갈등을 느끼고 총알받이로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이들은 표변할 수 있다. 집단 탈영을 해 우크라이나로 귀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이 한국으로 온다면 우리는 동요계층을 흔들 수 있는 좋은 심리전 자료를 얻게 된다. 경의선 동해선 봉쇄로 국군의 진격을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대북심리전은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생연후(我生然後)에 살타(殺他)’라고 했다. 싸울 때 완벽하게 가드를 올린 후 펀치를 날려야 한다. 김정은은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너무 엉성하게 위험한 도박에 참여한 것 같다. 트럼프에게 두 번 당하면 그는 권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월간조선 12월 호 글 : 이정훈 이정훈TV 대표 milhoon@hanmail.ne
12.04 反간첩법’으로 한국인 구속한 중국의 전방위 공작 실태
“中, 2010년대 중반부터 댓글로 한국 내 여론 몰이, 정치 개입, 갈등 조장”
⊙ “‘갈라 치기’ 목적으로 10~20%의 극우 성향 글도 올려”
⊙ “한국인 가장한 중국인 댓글은 분열 조장 목적, 중국인임을 드러낸 댓글은 ‘비정상의 일상화’ 전략”
⊙ 현역 장교, 정보사 전·현직 군무원, 중국에 포섭되어 기밀 유출
⊙ 카이스트 교수, 수십억원의 금품과 고급 주택 등을 제공받고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핵심 정보 유출
⊙ 안보 전문가 A씨 “왕하이쥔, 韓日中 정상회담 당시 서울공항에 나타나”
⊙ 政 “반간첩법 위반 혐의 등으로 中 당국에 체포되면 관할 한국 공관에 알려야”

▲사진=조선DB
중국 체류 한국인이 지난 5월 ‘반(反)간첩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중국 정부는 11월 8일부터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10월 28일 KBS는 중국 안후이성(安徽省)에 거주하던 50대 한국 교민이 지난해 12월 국가안전국 요원들에게 잠옷 차림으로 잡혀갔다는 소식을 전했다. 반대로 한국에선 지난 6월과 11월 중국인들이 군사 시설 및 국가정보원 등을 드론(drone)으로 촬영해 경찰에 적발됐으나, 현행 형법상 간첩죄는 ‘적국(敵國)’인 북한을 위한 행위만을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어 반간첩법을 시행하고 있는 중국처럼 간첩 혐의로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11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들 사안에 대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온라인 공간에서도 대한(對韓) 여론 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학계의 분석이 나왔다. 김은영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홍석훈 국립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와 지난 8월 30일 〈한중(韓中) 경쟁 산업 분야에 대한 중국 영향력 공작 실태 파악 연구〉 논문을 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적어도 2010년대 중반부터 댓글 공작을 통한 방법으로 국내 여론 몰이와 정치 개입, 갈등 조장, 친중(親中) 및 혐한(嫌韓) 분위기 조성, 한중 경쟁 산업 분야에서의 중국 측 지원과 한국 측 공격 등을 수행해 왔다”고 한다.
그간 중국의 온라인 공작에 대한 세간의 의심은 있어 왔지만 이에 대해 학계에서 직접 댓글 하나하나를 분석한 건 윤민우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포털 사이트 ‘네이버’ 뉴스 댓글을 빅데이터 분석 기법으로 크롤링(데이터 추출)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김 교수는 “외국에선 중국의 온라인 여론 조작과 같은 ‘영향력 공작’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관련 학술지도 많이 나왔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 분야에 대한 경각심이 낮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12월 안에 SSCI(저명 사회과학 인용색인)에 이번 논문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월 4일 김은영 교수를 만났다.
좌우 진영 극단화, 역할 분담까지

▲김은영 가톨릭관동대 교수.
김 교수는 국내 포털 사이트 이용자 중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유형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대놓고 스스로 중국인임을 명확하게 밝히는 ‘중국인 정체성(正體性) 유형’이 있다. 이들은 중국어로 댓글을 다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로, 중국인임을 의도적으로 밝히진 않고 친중 성향의 댓글을 다는 ‘국적을 밝히지 않는 친중 정체성 유형’이 있다.
세 번째는 ‘한국인으로 가장한 친중 정체성 유형’이다. 한국인이라고 추정할 만한 단어들을 사용하지만 중국 관련 기사에 집중적으로 반응하고 친중 서사의 댓글을 다는 유형이다. 보통 중국의 댓글 부대라고 하면 이 유형을 떠올릴 만큼 전형적인 유형이다.
마지막이 가장 극단적인 ‘한국인으로 가장해 한국 비하 및 한국 사회 분열 조장 정체성 유형’이다.
김 교수는 이들에 대해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의 극좌, 또는 극우로 가장해 이러한 정체성과 일치하는 내러티브(서사)를 작성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극좌 90%대(對) 극우 10%, 또는 극좌 80%대 극우 20%의 비율로 내러티브를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여론 공작이 실재한다면, 어째서 해당 댓글들은 일관되게 한쪽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양쪽의 편을 들면서 제각각의 유형을 드러내는 것일까. 김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목적이 ‘갈라 치기’에 있으니까요. 이러한 여론 공작은 ‘극단화’를 부추겨 분열을 노리는 겁니다.”
― 유형이 나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롤(role·역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인 척하고 작성하는 댓글은 분열을 부스팅(Boosting)하는 테스크(task·과업)에 따른 것이고, 중국인임을 드러내는 댓글은 이른바 ‘회색 지대 전략’을 통해 비정상의 정상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서해의 우리 영해에서 중국 어선들이 불법 조업을 처음 시작했을 땐 충격적인 사건으로 파장이 컸지만, 요즘엔 그런 소식을 들어도 늘 있는 일인 것처럼 인식이 되고 있습니다. 문제의식이 옅어지도록 비정상의 일상화를 노리는 역할이 따로 있는 거죠.”
장백산, 인조고기, XI, WANG…

▲'빵즈’는 중국에서 한국인을 비하할 때 쓰는 단어다. 자료=김은영 교수 제공
― 학자들은 수사권이 없으니 중국인 추정 댓글이 실제 중국인이 작성한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듭니다.
“그게 제일 중요하죠. 실제 중국인이 작성한 댓글을 구분하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요. 조직적인 댓글에 대해 ‘공작’이 있었는지를 분석하는 게 저희 연구의 가장 우선적인 목적이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오랫동안 댓글들을 분석하면서 중국인임을 확인할 수 있을 만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문헌 분석을 선행했어요. 그리고 외국의 인지전(認知戰·상대국에 거짓 정보를 유포해 잘못된 인지를 심는 전술) 사례들을 분석했고요. 우리나라는 관련 연구가 거의 없었지만 미국이나 프랑스, 호주 등에선 2017~2018년부터 정보기관 산하의 연구소 또는 사기업에서도 이러한 공작의 사례를 분석했어요. 이를 참고했죠.”
―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중국인으로 추정할 수 있나요.
“지금은 ‘챗GPT(ChatGPT·인공지능 대화)’가 발전해 번역이 매끄러워졌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주 서툰, 외국어를 직역한 듯한 댓글들이 보였어요. 예를 들면 ‘나는 어디에도 소속돼 있지 않아요’라는 걸 ‘나는 개인이오’라는 식이죠.”

▲자료=김은영 교수 제공
― 직역한 듯한 문체라고 해서 모두 중국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요.
“기자님, 혹시 ‘외교관 잡지’가 뭔지 아세요?”
― 네?
“영어로 번역해 보시겠어요?”
― 디플로맷(diplomat)…. 아, 혹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Le Monde diplomatique·프랑스의 국제 관계 월간지)》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한국인의 언어 습관이 아닌 것들이죠. 대체육을 ‘인조고기’라고 쓰기도 합니다. 이러한 댓글들의 정체성은 작성자의 아이디(ID)에서 드러나요. 중국에서 많이 쓰는 라스트 네임(성·姓)을 쓰죠. XI(시), WANG(왕), CHEN(첸) 등이 있습니다. 단어를 쓸 때도, 중국에서 백두산을 가리키는 ‘창바이산(長白山)’이라는 말을 쓰거나 하는 등의 특징을 보입니다. 또 한국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지만 중국 사람들에겐 예민한 주제가 있잖아요. 예를 들면 중국의 인권 문제, 티베트, 위구르 문제, 파룬궁, 시진핑(習近平·중국 국가 주석) 등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그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반박합니다. 심지어 보통 한국인들은 잘 모르는 샤오미 회장의 일대기, 옌리멍(閻麗夢·코로나19가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 중국 학자) 등에 대한 내용도 댓글로 적어놓아요.”
― 중국의 댓글 공작이 있다면, 그 배후엔 누가 있다고 봅니까.
“영향력 공작을 하는 추진 체계가 있어요. 중국 공산당, 중국 인민해방군, 중국 정보기관, 경찰, 그리고 민간인도 있습니다.”
서울공항 인근에 나타난 왕하이쥔

▲한국 내 중국 비밀경찰서 논란’의 당사자, 왕하이쥔. 사진=뉴시스
사실 정보 활동의 내밀한 특성상, 그 실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아무리 충격적인 주장이 나와도 여간해선 와닿지 않는다. 같은 날, 안보 전문가 A씨를 찾아갔다. A씨에게 중국의 공작 활동이 실제로 심각한 수준인지, 그렇다면 왜 국내에서 관련 ‘조직’이 적발되지 않는지 물었다. A씨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휴대폰을 꺼내더니 사진 여섯 장을 보여줬다. 그러고는 주위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국내 상황을…. 제가 우려하는 것들이 있긴 있어요.”
― 무슨 말입니까.
“이것 좀 보세요.”
A씨는 지난 5월 서울에서 ‘제9차 한일중(韓日中) 정상회의’가 열렸을 당시 (경기도 성남 소재) 서울공항 맞은편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한 중국인 무리 속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 어? 이 사람….
“네. (한국 내 중국 비밀경찰서 논란의 당사자) 왕하이쥔(王海軍·중식당 ‘동방명주’ 대표)입니다. 이 중국인들은 유학생과 교민이에요. 여기서 리창(李强·중국 총리) 지지 시위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잘 보세요. 왕하이쥔이 서 있는 위치, 그리고 동작을 봤을 때 마치 이 무리를 지휘하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이 사람이 당시 그곳에서 중국인 무리를 조율하고 지휘한 것으로 보고 있어요.”
― 무리 가운데, 옷깃에 배지를 달고 있는 사람들은 화교 관련 단체 소속인가요.
“네. 그리고 이 유학생들을 주도한 게 인천 소재 모(某) 대학교에 있는 중국인 유학생 대표입니다. 그 사람이 서울, 경기 지역에서 중국인 유학생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고 있고요. 이 사람들이 여기에 모인 게 과연 자발적인 행동일까요? 이것 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있습니다.”
A씨는 중국의 공작 조직이 한국에서 적발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사진을 보여준 것이라며 “중국은 언론, 학계, 민간 등 각계가 중국 정보기관을 비롯한 당국과 ‘느슨한 고리’로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해외에 각종 민간 단체, 유학생 단체 등을 조직해 모이는 자리를 만들고 인터널 코드(Internal code)를 주고받는다”며 “명확한 지휘 통제 라인이 있는 게 아닌, 척도 없는 네트워크로 활동한다”고 덧붙였다. A씨에게 사진 제공을 요청했지만 그는 “관계 기관 자료라서 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
“中, 의심만으로 출국 불허 가능”
중국은 지난해 7월 1일부터 반간첩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간첩죄 기준이 지나치게 선언적이고 포괄적”이라는 입장이다. 11월 8일, 정부 관계자는 반간첩법 제4조에 대해 “간첩 행위 판단 기준인 ‘국가 안전과 이익’ 등에 대한 개념 정의가 없어 중국 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법 적용이 가능하다”며 “간첩 행위 유형에 ‘의탁’을 포함했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간첩으로 판단한 사람과 친분 관계만 유지해도 간첩죄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에서 리서치(조사) 활동을 하거나 각종 통계를 확인만 해도 반간첩죄가 적용된다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반간첩법 제24조, 제34조, 제39조, 제53조, 제54조에 대해서도 “사법부의 판단이나 물증 없이 안전 당국의 판단과 의심만으로 출국 불허, 경고, 구류, 과징금, 강제 추방 등 행정 처분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데이터’라는 개념이 동법 제4조, 제26조, 제28조, 제30조 간첩죄 적용 범위에 포함돼 있어 외국 기업의 활동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중국 당국이 반간첩죄 위반 혐의를 내밀며 조사에 착수할 경우 혐의자의 문건, 데이터, 자료 등의 검열 및 수거는 물론, 혐의자의 근무지 전체를 조사할 수도 있고 ‘혐의가 있는’ 장소와 재물에 대해서도 압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를 두고 ‘기업의 비밀 자료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中 방문 시 유의 사항
이처럼 반간첩죄의 내용이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식이다 보니, 중국에 방문할 땐 불필요한 의심을 살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정부는 중국을 방문하는 우리 국민에게 몇 가지 유의 사항을 당부했다. 우선, 공개된 자료라도 중국 당국이 국가 안보 관련성을 주장할 수 있는 문건·지도·사진·통계 등은 저장하거나 출력해 휴대하지 않는 게 좋다. 또 GPS(인공위성을 통한 위치 파악) 장치를 기반으로 하는 위치 애플리케이션(앱)은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지형 정보를 취득하는 것으로 오인을 받을 수 있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군사시설·방산업체·주요 국가기관 등 보안시설 인근에선 촬영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사적으로 해당 장소에 접근하는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 중국 영토·인권·지도자·종교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지속 표현하거나, 관련 게시물을 인터넷에 게재하는 등 중국 당국을 자극할 수 있는 활동도 자제해야 한다. 중국으로 출장을 갈 경우엔 업무상 반드시 필요한 데이터만 취급하고 업무 자료 등을 휴대하거나 중국 밖으로 전송할 경우, 중국의 규정과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가족이나 연고자에게 중국 내 행선지·연락처 등 정보를 알려주고 비상 상황 발생 시 즉시 연락이 가능하도록 대비해야 한다.
중국 당국에 연행·수색 당하면…
만약, 중국 당국으로부터 연행되거나 수색을 당할 경우 도주하거나 정보 통신 기기와 자료 등을 파기하는 행동은 위법 혐의를 확신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하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반간첩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되거나 조사를 받을 경우엔 그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한국 공관 또는 외교부 ‘영사 콜센터’에 관련 사실을 알려야 한다. 부득이 직접 연락이 불가능할 땐 우리 공관을 대상으로 체포, 조사 사실을 통보하거나 영사 접견을 원한다고 중국 당국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이는 ‘한중(韓中) 영사협정’에 근거한 것으로, 양국은 상대국 국민을 체포하거나 구금할 경우 4일 이내에 영사 기관에 통보하고 영사 접견 신청 4일 이내에 접견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이럼에도 중국 측이 영사 접견 주선을 거부한다면, 가족을 통해 영사 접견 희망 의사를 우리 당국에 전달해야 한다.
사실상 대내(對內) 방첩 수준을 넘어 중국 내 외국인에 대한 무한 통제에 나서겠다는 중국은 반대로, 대외 공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은 현행법상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인 ‘북한’에 대한 것으로만 한정하고 있음에도 중국의 대한(對韓) 공작은 관련자들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을 정도로 노골적이다. 《월간조선》은 정부 기관을 통해 중국이 벌인 굵직한 공작 사건 4건을 확인했다.
중화인민공화국 반간첩법 주요 내용
제4조
이 법에서 지칭하는 ‘간첩 행위’는 아래의 행위를 말한다.
(1) 간첩 조직 및 그 대리인이 실행 또는 지시·후원을 통해 타인이 실행하도록 하거나, 국내외 기관·조직·개인이 이와 결탁해 중화인민공화국의 안보를 해치는 활동.
(2) 간첩 조직에 가담 또는 간첩 조직 및 그 대리인으로부터 임무를 받거나 이에 협력하는 일(의탁).
(3) 간첩 조직 및 그 대리인 이외의 국외 기관·조직·개인이 실행 또는 지시·후원을 통해 타인이 실행하도록 하거나, 국내 기관·조직·개인이 이와 결탁해 국가 기밀 및 정보 그리고 국가 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자료·물품을 절취·정탐·매수·불법 제공한 경우, 또는 책동·유인·협박·매수를 통해 국가 공직자가 반란을 일으키게 하는 활동.
(4) 간첩 조직 및 그 대리인이 실행 또는 지시·후원을 통해 타인이 실행하도록 하거나, 국내외 기관·조직·개인이 이와 결탁해 국가기관·기밀 관련 부처 또는 핵심 정보 기반 시설 등에 대해 사이버 공격·침투·교란·통제·훼손을 하는 활동.
(5) 적을 위해 공격 목표를 제시하는 일.
(6) 다른 간첩 활동을 전개하는 일.
간첩 조직 및 그 대리인이 중화인민공화국 영역 내에서 중화인민공화국 공민과 조직 혹은 다른 조건을 이용해 제3국에 대한 간첩 활동에 종사함으로써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가 안보를 해한 경우 이 법을 적용한다.
제24조
국가안보기관 실무자는 법에 따라 방첩 업무를 수행할 때, 규정대로 비표를 제시하면 중국 공민 혹은 외국인의 신분증을 확인할 수 있고, 연관된 개인과 조직에 관련 상황을 질의할 수 있으며, 신분이 불명확하거나 간첩 행위가 의심되는 사람은 소지품을 조사할 수 있다.
제26조
국가안보기관 실무자는 법에 따라 방첩 업무를 수행할 때, 국가의 관련 규정에 따라 관할 구역 시(市)급 이상 국가안보기관 책임자의 승인을 받으면, 관련 문건·데이터·자료·물품을 열람하고 수거할 수 있으며 연관된 개인이나 조직은 이에 협조해야 한다. 열람과 수거는 방첩 업무상 임무 수행에 필요한 범위와 한도를 넘어선 안 된다.
제28조
국가안보기관이 간첩 행위를 조사할 때, 관할 구역 시(市)급 이상 국가안보기관 책임자의 승인을 받으면 법에 따라 간첩 행위 혐의가 있는 사람·물품·장소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여성에 대한 몸수색은 여성 실무자가 진행한다.
제30조
국가안보기관이 간첩 행위를 조사할 때, 관할 구역 시(市)급 이상 국가안보기관 책임자의 승인을 받으면 간첩 행위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장소·시설 또는 재산을 법에 따라 봉쇄 및 압수 수색을 하고 동결할 수 있다.
제34조
국무원 국가 안보 주무부처는 입국 후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가 안보를 해하는 활동을 할 가능성이 있는 외국인에 대해 이민관리기관에 통지해 이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
제39조
국가안보기관이 조사를 통해 간첩 행위에 범죄 혐의가 있음을 밝혀낸 경우, 중화인민공화국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입건하고 조사를 진행한다.
제53조
간첩 행위를 실행해 범죄가 성립된 경우는 법에 따라 형사 책임을 추궁한다.
제54조
개인이 간첩 행위를 했지만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 국가안보기관에 의해 경고 조치 또는 15일 이하의 행정 구금에 처하거나 단일 처벌 또는 동시 처벌로 5만 위안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하 생략)
줄줄 새는 軍·産 기밀
2014년 중국으로 유학을 간 한국의 현역 장교가 중국 정보기관에 포섭돼 중국에 군사 기밀을 유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첩보를 입수한 국가정보원과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는 합동 수사에 착수했고, 중국 정보기관이 현역 해군 소령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해 포섭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해당 소령은 중국 측에 다수의 군사 기밀을 제공했고, 2017년 3월 대법원은 그에게 군사기밀보호법상 군사상비밀탐지죄와 수집죄, 그리고 군형법상 기밀누설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징역 4년의 형(刑)을 확정했다.
2015년엔 국군정보사령부 전·현직 군무원들이 외국에 군사 기밀을 다수 유출하고 있다는 첩보를 우리 정보기관이 입수해 검찰과 함께 수사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혐의자 2명의 신원을 특정하고 이들이 우리 군사 기밀인 주중(駐中) 한국 군인 신원 사항을 중국 측에 유출한 사실이 입증됐다. 이에 대법원은 2019년 10월 군사기밀보호법 및 형법상 일반이적죄, 뇌물죄 등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이들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중국은 산업 기술 분야에도 마수(魔手)를 뻗고 있다. 2018년 우리 정보기관은 삼성디스플레이사(社)와 ‘플렉시블OLED 패널’ 제조 장비를 공동 개발한 톱텍사(社)가 설비 제작 기술을 해외에 유출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조사 결과, 톱텍이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기밀 유지 협약을 어기고 ‘위장 업체’를 통해 공동 개발한 장비를 중국에 납품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톱텍 대표 등 관련자 9명 전원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또 우리 정보기관은 중국의 해외 고급 인재 유치 계획인 ‘천인계획(千人計劃)’ 관련 정보를 수집하던 2019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교수 A씨가 중국 ‘천인계획’에 참여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해당 첩보를 검증한 결과, A씨는 수십억원의 금품과 고급 주택 등을 제공받고 중국에 한국과 동일한 연구 주제를 수행할 연구 센터를 건립, 여기에 한국 인력까지 동원해 중국의 모(某) 대학과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연구를 수행하며 국가 R&D(연구 개발) 과제이자 핵심 기술인 ‘라이다(LIDAR)’ 등을 유출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대법원은 지난 5월 A씨에게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을 확정했다.
政 “中, 최근 SNS로 포섭 시도”
이 사례들을 보면, 처벌을 받은 이들은 모두 내국인인 것을 알 수 있다. 정작 공작 행위를 한 중국 측 관련자들은 처벌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형법상 ‘외국을 위한 간첩죄’ 조항이 없어 군사기밀보호법·산업기술보호법 등 특별법에 근거하여 이에 대응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형법 개정을 통해 외국을 위한 간첩 행위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외국 정보 요원들의 국내 활동을 견제하기 위한 외국 대리인 등록법 마련 등 법 제도적 정비가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원이 방첩 본연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외교·안보·국방 전략 및 정책에 관한 기밀 수집과 함께, 경제적으로는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 제재 이후 우리의 반도체 기술을 포함한 첨단 기술 입수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중국의 정보 활동은 민간 학자로 위장한 정보 요원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비대면으로 우리 공직자·학자·군인·기업인 등에게 접근하여 자료를 요구하거나 세미나 등을 빌미로 주요 인사를 현지로 초청하여 향응이나 금품을 제공하고 포섭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술 유출 역시 과거에는 중국 정부가 전면에 나서 ‘천인계획’ 등의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을 내세우며 해외 기술 인력 영입을 주도했으나 최근에는 ‘신창타이(新常態)’ ‘치밍’이라는 이름 아래, 국가 개입 사실은 숨기고 민간 업체를 내세워 해외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월간조선 12월 호 글 : 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kj961009@chosun.com
12.04 트럼프 재집권에 대한 한일의 대응
日·대만, 美에만 목매지 않아… 한국에 ‘플랜 B’는 있는가
⊙ 일본, 트럼프 시대 대비하는 한편 중국과 물밑대화, 나토·동남아 국가들과 군사협력 등 ‘플랜 B’ 가동
⊙ 윤석열-바이든의 ‘워싱턴 선언’, 트럼프 당선으로 휴짓조각 될 위기
⊙ 트럼프, 중국 견제 위해 김정은과 빅딜 나설 수도
⊙ “강의식 설교 대신 짧게 말하고, 주의·주장이 아니라 실질적 得失 염두에 둔 언행 중요”(일본 외무성, ‘트럼프 취급 설명서’)
⊙ 이시바, ‘아시아판 나토 결성, 괌 미군기지 내 자위대 상주’ 주장
劉敏鎬
196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일본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 졸업(15기) / 딕 모리스 선거컨설팅 아시아 담당, 《조선일보》 《주간조선》 등에 기고 / 現 워싱턴 에너지컨설팅 퍼시픽21 디렉터 / 저서 《일본직설》(1·2), 《백악관의 달인들》(일본어), 《미슐랭 순례기》(중국어) 등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압승했다. 공화당은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도 승리해 원내 다수당이 됐다. 대통령과 상·하원 모든 자리를 공화당이 차지하는 이른바 ‘트리플 레드(Triple Red)’ 탄생이다. 사법부 최고봉인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保守) 성향이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미국의 모든 권력이 통째로 공화당, 나아가 트럼프 손안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입장에서는 나라가 망했다고 탄식하겠지만, 공화당 지지자들의 입장에서는 모처럼 하나 된 리더십이 탄생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선거 결과를 대하면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어떻게 트럼프가 승리했는지, 그것도 압승을 했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한국 신문·방송 대부분은 ‘트럼프=거짓말과 인종차별의 화신(化身)’처럼 보도했다. 트럼프를 지지하거나 찬성하는 듯한 보도 자체가 정의에 반하는 것 같은 분위기도 팽배했다. 미국 내 실제 상황도 모르고 편향적인 리버럴 미디어만 따라가다가, 2016년에 이어 또다시 ‘오보(誤報)’를 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나 CNN 같은 리버럴 미디어만 보면, 트럼프는 지구상에서 추방해야 할 ‘악(惡)’ 그 자체다. 그러나 트럼프는 악마도 천사도 아니다. 주장과 표현이 강하고 원초적일 뿐, 크게 보면 다른 정치가와 오십보백보다. 선악·도덕·윤리 같은 잣대로 쉽게 평가할 정치인이 아니다.
‘PC 공장’ 돼버린 리버럴 미디어
20세기 말 이후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지만, 미국 리버럴 미디어는 인종·지역·다양성에 기초한 ‘정치적 올바름(PC) 공장’이 돼버린 지 오래다. 리버럴 미디어의 대명사인 《뉴욕타임스》를 보면 일선 기자 대부분이 아시아·히스패닉·흑인·여성들이다. 이들은 소수자(minority) 인권과 다양성이란 명분으로 과거 주류이던 백인을 공격하거나 미국 역사를 파괴하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처음에는 여기 공감하던 사람들도 시간이 흐르며 그 독선과 아집에 지치게 된다.
대통령 선거 막판인 11월 초 실시된 여론조사는 리버럴 미디어의 뒤틀린 자세를 여실히 보여준다. ‘카멀라 해리스 승리, 트럼프 낙선’이 그 최종 결론이었다. 국내 언론도 ‘해리스 대세론’을 열심히 따라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인 절대다수는 여기에 놀아나지 않았다. 리버럴 미디어의 엉터리 주장에 이미 면역력이 강해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깊고도 넓은 나라다. 도시를 기반으로 한 리버럴 미디어가 주장하는 PC에 반대하는 중도·보수세력의 ‘안티 PC’도 많다. 그들의 존재가 잘 안 보인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스스로의 판단력에 기초해 살펴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답은 항상 현장과 자기 자신에게 있다. 남이 던져주는 어설픈 정보보다, 본인이 판단해서 얻은 현장의 단서 하나가 해결의 출발점이 된다.
리버럴 미디어의 ‘트럼프 악마화’는 트럼프가 2기 임기를 시작하는 2025년 1월 이후 한층 더 심해질 것이다. 그런 미국 리버럴 미디어를 맹종하다 보면 트럼프뿐 아니라 미국도 악으로 여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수록 ‘현장의 목소리’에 기초한 스스로의 판단이 중요하다.
플랜 B의 시대
트럼프 2.0 시대는 ‘플랜 B 시대’다. 이미 트럼프 1.0 시대에 부분적으로 경험했지만, 플랜 A, 즉 기존 정책이나 1차 원안(原案)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렵다. 트럼프-김정은 직접 회담에서 보듯, 한반도 안보에 대한 기존의 정책들이 두 사람 사이 ‘딜(deal)’에 의해 한순간 떠내려갈 뻔한 적도 있었다. 이런 쓰나미에 휩쓸려 가지 않으려면, 기존의 약속·환경·상황이 아예 실종될 것에 대비한 플랜 B가 필수적이다.
앞서 강조했듯이, 트럼프는 선도 악도 아니다. 미국 국민의 절대 지지하에 탄생한 대통령, 미국의 국익(國益)을 극대화하려는 지도자일 뿐이다. 다만 ‘세계경찰’을 표방해 온 기존의 미국 대통령들과 다르다는 점에서 위화감(違和感)이 들 뿐이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를 악당이라고 무시할 수는 없다.
물론 기존의 한반도 안보, 그리고 경제·외교는 ‘굳건한 한미동맹’이라는 플랜 A를 기반으로 해왔다. 하지만 트럼프의 정치관과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할 때, 트럼프 2.0 시대에도 과연 플랜 A가 기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2023년 4월 한미 정상, 즉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내놓은 ‘워싱턴 선언’은 북한이 전쟁이나 핵도발을 감행할 경우 동맹국인 미국이 직접 나서 핵으로 대응하겠다는 선언이다. 이에 따라 핵협의그룹(NCG) 신설, 전략핵잠수함(SSBN) 등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인 한반도 배치 등이 이뤄졌다. 한미동맹에 근거한 플랜 A에 의하면 북한의 핵공격은 자멸(自滅)을 의미한다.
기로에 선 ‘워싱턴 선언

▲트럼프 당선으로 2023년 4월 윤석열-바이든 대통령이 내놓은 ‘워싱턴 선언’은 휴짓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트럼프 2.0 시대에도 ‘워싱턴 선언’이 지켜지겠느냐는 것이다. 많은 한국인이 ‘미국 의회가 보장하는 한미동맹’이라는 식의 보도에 익숙할 듯하다. 트럼프가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려 해도 미 의회가 막을 것이란 주장이다. 오해이자 착각이다.
트럼프가 어떤 정책을 강행할 경우, 미국 의회도 대통령의 생각에 맞춰나갈 수 있다. ‘트리플 레드’는 트럼프가 성취해 낸 정치적 위업이기도 하다. 공화당 의원 가운데 트럼프에 반대할 사람은 극히 드물다. 트럼프 1.0 시대와 달리 트럼프 2.0 시대에 트럼프는 의회와의 협조에 별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만이 아니라 미국 의회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한반도 안보와 미래를 남의 나라 의회에 맡기려는 생각 자체가 너무도 순진하다.
한국인 대부분이 걱정하는 것처럼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북핵 딜’이 이뤄지면 ‘워싱턴 선언’은 휴짓조각이 돼버릴 수 있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다시 만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아메리카 퍼스트’를 이해한다면, 두 사람이 언젠가 만날 수 있다는 데 방점을 둘 필요가 있다. 트럼프 스스로 해결사로 나설 의향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 이후 미국 대통령 가운데 어떤 국제문제에 해결사로 직접 나선 인물은 극히 드물다. 잘못될 경우 대통령 본인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 조직이나 전문가들을 통한 협상이 대세였다. 그런 상황에서 국무부는 ‘입’, 국방부는 ‘주먹’의 역할을 해왔다.
트럼프는 기존의 그 같은 해결 방식에 반대한다. 그것은 느리기도 하지만, 관료나 전문가가 협상하는 과정에서 미국 국익이 무시될 수 있다면서, 대통령 본인이 직접 나서 챙겨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의 생각이다.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포퓰리즘 정치의 전형적인 모델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인은 트럼프의 그 같은 ‘정면대응 결의’에 박수를 보낸다.
트럼프, 한국 패싱하고 김정은과 합의할 수도

▲2019년 6월 3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과 판문점에서 만났지만, 주로 김정은과의 만남에 관심을 기울였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의 상징이기도 한 ‘아메리카 퍼스트’는 트럼프 본인이 직접 나서 ‘미국 국익’을 실천·확장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른바 톱다운(top-down) 방식 리더십이다.
‘대통령보다 잘난 사람은 필요 없다’는 말은 11월 6일 이후 사실상 시작된 트럼프 2.0 시대 참모 인선의 기준이다. 자신을 지지해 줄 충복(忠僕), 팔다리만 필요할 뿐, 머리와 입은 본인이 맡겠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북핵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일사천리로 처리될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의 ‘팔방미인 뚜쟁이 외교’ 때문에 트럼프는 자신의 생각만 믿을 뿐 한국의 제안이나 조언을 멀리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임자 문재인과 다르다고 아무리 설득해 봤자 ‘그 밥에 그 나물’로 여길 것이다.
트럼프가 마음만 먹으면 트럼프-김정은 라인은 언제든지 다시 이어질 수 있다. 김정은이 어떤 메뉴를 준비할지 모르겠지만, 트럼프 입맛을 돋우는 식단이라면 아예 한국을 논외로 제쳐놓고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드러나겠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변방의 변수(變數)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푸틴을 상대로 한 협상이 트럼프의 주된 메뉴가 될 것이다. 2400여 년 전 아테네가 작은 섬의 도시국가 멜로스(Melos)를 전멸시킬 당시 던진 말은 우크라이나 해법의 모범답안이 될 수 있다.
‘강자(强者)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멋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약자(弱者)는 그들이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The strong do what they can, and the weak suffer what they must).’
딜의 기본이지만, 변수가 많을수록 결론을 내기 어려워진다. 핵심 당사자끼리의 신속한 결정이 딜의 요체(要諦)다. 결과가 어떻게 내려지는지에 따라 생사(生死)가 갈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딜의 당사자는 자신이 중시하는 결론에 충실할 뿐, 타인은 안중에도 없다.
‘트럼프 취급 설명서’
11월 6일 이후 나타난 변화와 상황을 고려할 때, 한미동맹에 기초한 플랜 A는 트럼프 2.0에 ‘결코’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플랜 B가 있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지금 한국 정부에 플랜 B가 있기나 한지 의문이다. ‘트리플 레드’를 기반으로 한 ‘절대 1강 트럼프 2.0’에 어울릴 플랜 B는 무엇일까? 이웃 일본의 움직임을 보면 한반도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플랜 B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잘 알려져 있듯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는 트럼프 1.0 당시 미국의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친구로 통했다. 트럼프 본인도 그렇겠지만, 현재 일본인 대부분은 세상을 떠난 ‘아베 레거시’를 그리워하고 있다.
아베는 2016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지 9일 만에 뉴욕 트럼프 타워를 공식 방문, 당시 트럼프 당선자와 만난 최초의 외국 정상이 됐다. 아직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 공식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루어진 이 ‘무례한 방문’을 계기로 두 사람 간의 끈끈한 우정이 시작됐다.
아베가 남긴 외교 레거시 덕분이지만, 트럼프 2.0 시대가 열리자마자 일본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 확정 이틀 뒤, 일본 외무성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에게 ‘트럼프 취급 설명서(トランプ取扱説明書)’라는 제목의 긴급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아베가 축적해 놓은 트럼프와의 사교법(社交法)이 주된 내용이다. 이 프레젠테이션은 주미 일본 대사관 관계자, 트럼프-아베 정상회담 당시 통역을 했던 일본 외교관의 체험과 조언에 바탕을 두었다.
‘트럼프 취급 설명서’의 핵심은 ‘강의식 설교가 아니라 짧게 말하고, 핵심을 얘기하되 주의·주장이 아닌 실질적인 득실(得失)을 염두에 둔 언행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참모가 아니라 자신의 판단 하에 즉석 결정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어가 있다.
이시바, 트럼프와 케미는 안 맞지만…

▲아베 전 총리(왼쪽)와 이시바 현 총리는 출신 성분만큼이나 성격도 다르다. 사진=AP/뉴시스
트럼프는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사람이다. 실내형인 애연가·애주가에 비해 실외형 취미에 관심이 많다는 의미다. 필자가 아는 한 이시바는 먹다 남은 만두를 양복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먹을 ‘20세기형 인물’이다. 근검절약이라는 일본적 가치에 충실한 서민형 정치인이다. 트럼프나 아베의 눈으로 보면 ‘촌놈 정치인’의 전형(典型)이다.
트럼프와 이시바는 흔히 하는 말로 ‘케미’가 맞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는 입버릇처럼 ‘~하지 않으면 안 된다(~しなければならない)’는 표현을 자주 쓴다. 강한 책임감과 결의의 발로로 볼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보면 ‘꽉 막힌 책상머리 범생이’ 같은 느낌을 준다.
이시바의 캐릭터는 융통성 있고, 적당히 넘어가면서 웃음을 만드는 아베의 방임형 캐릭터와는 다르다. 하지만 트럼프 2.0에 대한 이시바, 아니 일본의 준비는 치밀하고 정교하다. 개인적 케미의 문제가 아니라 국사(國事)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트럼프 1.0 당시 미국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했던 몇 안 되는 서방 국가 중 하나다. 트럼프가 요구하는 대로 주일미군 주둔 비용을 대폭 늘렸고, 방위비도 국내총생산의 2% 이상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미일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할 것이다. ‘반미(反美)면 좀 어떠냐’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의 눈에는 낯간지럽고도 굴욕적인 행동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 미일동맹을 기초로 한 플랜 A의 효능과 가치를 믿고 있고, 믿으려 한다.
트럼프, 김정은·푸틴 이용해 중국 견제하려 할 것
한국 신문·방송을 보면,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만남에 올인할 것처럼 보인다. 착각이고 과장일 뿐이다. 북핵은 트럼프 군사·외교정책 우선 순위 다섯 손가락 밖에 있다.
트럼프건 바이든이건, 2028년 대선에서 당선될 차기 대통령이건 간에, 미국 대통령에게 가장 큰 군사·외교·경제 현안은 중국이다. 크게 볼 때 북핵 문제는 중국의 하부 변수에 불과하다.
김정은이 미국에 접근하는 것에 대해 시진핑(習近平)이 불쾌해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미북관계가 좋아질 경우 중국에 대한 김정은의 자세도 급변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김정은이 지금 반미(反美) 노선을 걷고 있는 것에서 표변해 반중(反中) 정서를 표출할 수도 있다. 트럼프의 입장에서 김정은은 미국이 중국에 맞서는 데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시진핑으로서는 푸틴-김정은 밀월(蜜月) 관계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시진핑은 김정은을 중국 영향권 내에 ‘영원히’ 묶어두고 싶어 한다. 북한이 미국·일본에 맞서는 중국의 방패나 창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미국이나 러시아로 돌아다닐수록 시진핑에게는 불리하다.
트럼프가 푸틴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인 것도 대중(對中) 견제정책의 연장선에서 판단해야 한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분명히 반인륜적·반문명적이다. 그러나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관점에서 보면 대국(大國) 러시아의 푸틴을 달래면서 중국 견제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젤렌스키의 생각만 따라가다가는 미국의 국익이 손상될 수도 있다.
트럼프에게는 세습 독재자 김정은이건 전범(戰犯) 푸틴이건 누구나 딜의 상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시진핑은 ‘결코’ 딜의 대상이 아니다. 미국과 무엇을 주고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제압하겠다는 것이 시진핑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일본도 중국을 현실적·직접적 위협이라고 보고 있다. 아니,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미국보다도 더 강하다. 트럼프와 일본의 공동이익은 반중(反中)이란 공통분모에서 출발한다.
일본은 이미 플랜 B 가동 중
흔히 일본인들은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가 다르다고 말한다. 겉보기에는 상냥하고 밝지만, 속마음까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일본에 1년 이상 살아도 마음을 트고 지낼 만한 일본인 친구 하나 만나기 어렵다. 만난 지 1시간이면 마음을 여는 친구가 될 수 있는 한국인들과는 다르다.
외교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미일동맹에 바탕을 둔 플랜 A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플랜 A가 만병통치약이라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
일본은 빠르면 11월 중으로 트럼프-이시바 회담에 앞서 이시바-시진핑 회담을 성사시킬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미국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지만, 미국의 사실상 적인 중국과의 관계도 결코 경시하지 않는다. 일본은 20세기에 벌어진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 ‘플레이어(Player)’로 참가한 전력(前歷)을 갖고 있다. 일본은 국제정치 속 변수(變數)처럼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상수(常數)로 활약해 왔다. 미일관계가 한계에 달할 경우, 언제라도 중국과 손을 잡을 수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에게 미일동맹이라는 플랜 A는 생존을 위한 수단일 뿐, 이념이거나 목적은 아니다.
일본은 이미 다양한 형태의 플랜 B를 ‘이미’ 가동하고 있다. 트럼프 1.0 시대부터 동맹에 준하는 다양한 군사·외교관계를 확장해 왔다. 나토 및 동남아 국가들과의 군사협력이 그 예다.
한국에서는 일본과 합동군사훈련이라도 하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법석을 떨지만, 일본은 호주·뉴질랜드, 이탈리아·영국·프랑스·독일·스웨덴·폴란드, 인도·필리핀·베트남·인도네시아 등과 정기적으로 합동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과의 개별적 군사협력 방안에 대한 뉴스도 거의 매주 나오고 있다.
이시바는 평소부터 ‘아시아판 나토’ 결성과 괌 미군기지 내 자위대 상주를 주장해 왔다. 실현 가능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일본은 아시아 전체를 염두에 둔 반중 군사·외교·안보 구조를 만들어내려 노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일본 120억 달러, 한국은 3억 달러 지원

▲더불어민주당은 트럼프가 당선된 직후인 11월 1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외정책과 한반도’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조선DB
반면에 한국은 여전히 플랜 A에 바탕을 둔 북핵 대응과 한미동맹에만 매달리고 있다. 1만 명 이상의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립 서비스로 일관하고 있다. 아마 대다수 국민들은 물론 유력 정치인들마저 ‘왜 우리가 머나먼 남의 나라 전쟁에 끼어들어야 하느냐?’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연히 전쟁에 개입하고 싶어 하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유럽은 물론 일본도 자신이 어려워질 때에 대비한 ‘보험’으로 생각하고 우크라이나를 적극 돕고있다. 주는 만큼 받고, 받는 만큼 줄 수 있다는 것이 국제정치의 철칙이다.
일본은 나토와 함께하는 플랜 B라는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플랜 A, 즉 한미동맹 하나에 모든 것을 걸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 건너 불’로 여기고 있다.
2024년 초 기준으로 일본은 120억 달러의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미국은 800억 달러, 독일은 250억 달러를 제공했다. 한국이 제공한 액수는 3억 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G7에 버금가는 G8, G9 후보로 꼽히는 나라지만, 우크라이나에는 개발도상국 수준의 지원만 하고 있는 것이다.
종전 후 우크라이나 복구사업에는 약 6000억 달러가 투자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첨단 무기 시험장이었던 우크라이나에서는 21세기 들어 최대 규모의 글로벌 건설 붐이 일어날 것이다. 유럽은 물론 일본도 달려들 것이다.
현재 일본은 영국·이탈리아와 함께 최첨단 전투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2030년대 이후 한 대에 수억 달러에 달하는 첨단 전투기를 유럽과 전 세계에 판매할 예정이다. 현행 일본법에 상살용 무기 수출은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공동 생산한 전투기를 영국·이탈리아를 통해 우회 판매하면 된다. 꼼수처럼 여겨지겠지만 말이다.
일본이 유럽을 상대로 전개하고 있는 플랜 B는 단순히 외교·안보 측면에서 플랜 A의 대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확장 수단이기도 하다.
한국의 플랜 B는 무엇인가
바이든은 재임 중 세 번이나 ‘대만 유사시 미군 개입’을 천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2.0 시대에 들어서면서 바이든의 약속과 결의는 물거품이 돼가고 있다.
현재 대만은 나름대로의 플랜 B, 아니 플랜 C, 플랜 D 준비로 날밤을 새우고 있다. 워싱턴에서 대만 로비가 줄을 잇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국의 플랜 B는 무엇인가? 지금까지는 ‘워싱턴 선언’ 하나에 매달려왔지만, 만약 트럼프가 이를 무시할 경우의 플랜 B는 무엇인가? 좋든 싫든, 트럼프를 악마로 보든 천사로 보든, 강대국 아테네에 속절없이 짓밟힌 멜로스의 처지는 우크라이나, 대만, 그리고 한국의 현실과 오버랩되고 있다.⊙
월간조선 12월 호
12.04 트럼프와 딜(deal)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 미북 빅딜 시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해야
⊙ 트럼프, “주한미군은 정말 철수시키고 싶은 것이 본심”… 종전선언에 집착
⊙ 트럼프, 한국 안보 취약해지더라도 미국에 대한 북핵 위협 억제하는 데 초점 둘 가능성
⊙ 한국,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일관계 복원, 서방과의 방산 협력 등으로 동맹으로서의 가치 입증
⊙ “트럼프가 일본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틀림없다”(전 주미 일본 대사)
金昇泳
1960년생. 서울대 불어교육과 졸업, 美컬럼비아대 석사(국제안보정책), 터프스대 플레처외교법률대학원 박사(국제관계) / 《조선일보》 외교·통일 담당 기자·뉴욕특파원, 영국 애버딘대 정치학과 조교수, 셰필드대 동아시아학과 부교수 역임. 現 일본 간사이외국어대학 국제공생학부 교수(20세기 미국·동아시아 국제정치사)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당시 트럼프와 김정은. 사진=AP/연합뉴스
일본 정·재계와 언론들은 오래전부터 트럼프가 재선될 가능성에 대해 논의해 왔다. 하지만 정말로 트럼프가 《뉴욕타임스》 제목처럼 ‘폭풍처럼 돌아오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며 앞으로 미일(美日) 관계의 전개 방향들을 전망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무엇보다 8년 전 아베 신조(安倍晉三) 당시 총리가 트럼프의 당선 직후 20분간이나 통화를 나눈 후 그다음 주에 트럼프와 최초의 회담을 가진 외국 지도자가 됐던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비해 트럼프 재선 직후 겨우 5분 동안 전화 통화를 나눈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아베처럼 트럼프 당선자와 ‘케미’가 맞을지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이시바 총리 측은 11월 중순 남미 순방길에 미국에 들러 트럼프 당선자와 첫 회담을 시도하기로 하고, 아베 총리 시절 트럼프 통역을 맡았던 외교관을 동행하기로 한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전한다. 그러면서 과연 최근 총선 패배로 국내 정치 기반이 취약해진 이시바 총리가 아베 정권 당시처럼 트럼프 2기 정권과 어느 정도 협력 무드를 확보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외교 현안들은 일본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다. 트럼프의 안보 비용 분담 요구에 대응하면서 미일동맹을 유지해 가고, 관세폭탄 등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미중(美中) 갈등에 대응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일본의 존재감을 美도 인정”

▲아베 전 일본 총리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절친한 관계를 맺었다. 사진=아베 트위터
하지만 트럼프가 미일동맹의 가치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적이 없는 상황이라 우리나라에 비해 초조감은 덜한 편이다.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晉輔) 전 주미 일본 대사는 11월 8일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일본 측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미국 지도자들은 우방으로서 일본의 존재감(가치)을 인정한다”며 “트럼프가 일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베 전 총리 당시부터 일본은 자위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부족한 군사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맡아왔다. 기존 평화헌법의 한계 안에서 인·태 지역에서 자위대가 최대한 대미(對美) 군사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해 온 것이다. 2015년 미군을 도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입법조치를 통과시킨 데 이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앞으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늘리기로 하는 등의 조치들을 취해 왔다. 아베 퇴임 이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두 전직 총리들도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지역에서 중국의 일방적인 군사조치에 미국과 함께 대응하겠다고 거듭 확인해 왔다. 이 같은 조치들은 인·태 지역 방어에 힘이 부치고 있는 미국의 군사 및 예산 부담을 줄여주고 있어, 트럼프 측에서도 불만을 제기할 상황이 아니다.
볼턴, “트럼프 2기, 고립주의 가능성 높아”
트럼프 집권 2기 동안 안보 측면에서 한미 관계의 최대 현안은 북핵(北核) 문제에 대한 대응과 한미 두 나라 사이의 방위비 분담이 될 것이다. 유세기간 중 트럼프 본인이 해온 발언 등으로 볼 때, 이 과정에서 트럼프 특유의 접근방식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언론들 역시 트럼프 집권 2기 동안에는 과거 집권 1기 내내 외교·국방 현안들에서 트럼프의 충동적 선택들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했던 ‘어른스런 참모’들의 역할이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측해 왔다. 권력에서 밀려나 있던 지난 4년 동안 트럼프는 여러 차례 “외교·안보 문제에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나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등 때문에 소신껏 외교를 주도하지 못했다”며 집권 2기에는 “본인의 판단에 따라 대외정책도 실행하겠다”고 다짐해 왔다. 《요미우리신문》 11월 9일자는 “트럼프 2기 미국 외교는 고립주의적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는 볼턴 전 보좌관의 인터뷰를 실었다.
실제로 유세기간 중 트럼프의 주한미군 관련 발언들은 종종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수준이었다. 유세 도중 트럼프는 “한국은 부유한 나라로 미국이 요구만 하면 돈을 내주는 ‘현금지급기’ 같은 입장인데, 역대 정부들이 방위비 분담 요구를 하지 않아왔다”는 비판을 계속 했다.
트럼프, “문재인, 너무 평화만 바라고 있다”
2018년 4월 트럼프와 만난 아베 총리가 문재인 정권 내 일부 인사들이 주한미군 규모를 감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우려를 표시하자, 트럼프는 “주한미군은 정말 철수시키고 싶은 것이 본심이지만, 미국이 약하게 보이게 되기 때문에 실행 못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아사히신문》의 국제담당 대기자였던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의 신간 《아베정권의 기록》(문예춘추사)에 따르면, 김정은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던 당시 트럼프는 “문재인은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불쾌감을 표시하고 “그는 너무 평화만 바라고 있다”며 웃었다고 한다. 자신은 강온(强穩) 양면술을 구사하며 북한에 대응해 왔지만 “문재인은 여자들처럼 부드러운 대응만 좋아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직전, 북한과의 ‘종전(終戰)선언’ 채택을 놓고 아베 총리와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귀에 듣기에는 좋지 않냐”며 상당한 집착을 보였다고 한다.
북핵 문제에 대해 트럼프는 올해 유세기간 중 “핵무기를 많이 가진 나라와 잘 지내는 것이 미국에 도움이 된다”면서 “김정은도 나와의 회담 재개를 고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늘 푸틴이나 시진핑(習近平) 등 권위주의적 지도자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려는 트럼프는 김정은과도 정상회담을 다시 열어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당시 볼턴 등 보좌진의 만류로 결행하지 못했던 북핵 문제에 ‘빅딜’을 시도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트럼프 2기의 각료나 백악관 참모들 임명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loyalty)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각료 인선을 맡고 있는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밝히고 있다. 따라서 집권 2기에는 즉흥적이고 정상회담을 통한 톱다운 방식의 해결을 선호하는 트럼프 본인의 협상 방식이 더욱 여과 없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동맹관계도 거래나 흥정의 대상으로 간주하며 파트너의 양보를 유도하기 위해 먼저 엄청난 비용 분담을 요구하는 ‘부동산 거래식’의 외교가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한국, 국방비 3.5%까지 올려야”

▲오브라이언 전 미 국가안보보좌관.
하지만 전 세계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미국 외교의 특성상 집권 2기의 미국 대외(對外)정책 전반이 트럼프 대통령의 원맨쇼로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 본인을 포함한 공화당 진영 전반이 미국우선주의를 강조하고 있기는 해도 고립주의 노선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는 유세기간 중 자신을 비판해 온 볼턴 전 보좌관이나 리즈 체니 전 공화당 의원 등을 ‘전쟁광’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같은 비판은 대외정책에서 매파적 성향이 강한 그들(네오콘)의 건의에 휘둘리다 보면 불필요한 해외 전쟁에 말려들어 결국에는 미국의 재정과 군사력까지도 고갈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기초한 측면이 있다.
트럼프 2기에도 중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2019~21년 재임)은 ‘힘의 우위에 기초해 평화 회복을 추진’했던 집권 1기 당시의 대외전략이 2기에도 유지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는 지난 6월 외교 전문 계간지 《포린 어페어》에 기고한 글을 통해 “트럼프의 대외전략은 미국우선주의를 기조로 하면서도 협력국들과 함께하는 세계전략(America First is not America Alone)”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등 군사적 핵심 위협국에 대해서는 강력한 군사적 대비태세를 유지하되 최대한 해외에서의 군사 개입을 자제하고, 동맹국들의 기여와 안보비용 분담을 높여 미국의 부담은 줄이는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노선이다.
다만 북핵 문제에 대해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강력한 군사적 대응과 외교적인 접근을 병행함으로써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중지하게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과의 마찰을 기억해서인지, 트럼프 1기 당시 강화시킨 동맹 파트너들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일본, 이스라엘, 아랍 걸프 제국(諸國)은 언급하면서도 한미동맹은 언급하지 않았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올해 9월 27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현재 GDP 대비 2.7% 수준인 국방비를 3~3.5%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측 전략가들은 일본도 2022년 12월 기시다 정권 당시 결정한 GDP 2% 수준보다 높게 국방비를 책정해야 하며, 특히 대만의 경우 미국의 보호를 계속 받으려면 현재보다 훨씬 국방비를 높여가야 한다고 말해 왔다.
“중국에 대응할 에너지를 유럽에서 소진”

▲엘브리지 콜비 전 미 국방부 부차관보.
트럼프 진영의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인·태 지역의 안보와 관련해서는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간주한다. 이 점에서는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과 별 차이가 없다. 실제로 안보 및 반도체동맹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현재 진행되는 미국의 대(對)중국 봉쇄정책은 트럼프 1기 때 시작된 것이다. 오브라이언 등 트럼프의 측근들은 내년 1월 말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중(對中) 봉쇄망의 강도를 더욱 강화해 갈 것이라고 밝혀왔다.
2018년 미 국방부에서 대중 봉쇄전략을 입안했던 엘브리지 콜비 전 전략·전력개발담당 부차관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올인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중 경쟁에 대응할 에너지를 유럽에서 소진했다”는 인식을 밝혀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 및 무기 지원에 제동을 걸어온 공화당 의원들도 콜비식 논리를 상당 부분 수용해 왔다. 한마디로 바이든 행정부의 과도한 우크라이나 지원이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을 가로막고, 독일·프랑스 등 유능한 나토 강국들이 스스로 유럽 방어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게끔 만들었다는 시각이다. 그 결과 사활적(死活的)인 인·태 지역에서 미국이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이나 무기체계를 갖추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은 한일 양국이나 필리핀 등 대중 봉쇄를 실현하는 데 긴요한 기존의 인·태 지역 동맹국들과의 관계는 공고히 유지하되, 방위비 분담 압력을 가해 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와 가까운 공화당 측의 전략가들은 한미 마찰이 끊이지 않았던 문재인 정부 당시에 비해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의 군사협력 관계를 복원해 온 사실을 평가해 왔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때마다 한반도로 배치되어 온 전략자산의 전개 등을 위해서는 한국 측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결국 한국의 안보비용 분담을 끌어내려 할 것이다.
미·북 빅딜 가능성
미일 양국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미북(美北) 협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하마스·레바논 전투가 연계된 중동 사태에 밀려 트럼프 집권 후 제1순위 외교과제는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참전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간접적으로 한반도 문제와 연계되어 있고, 북한도 ‘대미(對美) 억지력’ 확보를 위해서라며 대륙간탄도탄(ICBM) 실험을 계속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한반도 관련 현안이 트럼프 외교의 전면에 부상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북한 입장에선 김정은-트럼프 협상을 서두를 이유가 많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선 파병을 기화로 러시아의 군사기술 이전을 앞당겨 ICBM 기술을 우선 확보한 후 유리한 입지에서 트럼프와 협상에 나서려 할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 지난 5월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북한으로서는 러시아의 입장도 배려해야 한다. 따라서 우·러 간 휴전 방안의 윤곽이 미·러 간 협의 등을 통해 드러나야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 적극성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게 될 경우, 북한 측은 ‘이제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이 됐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한다는 기초 위에서 핵군축협상을 하자’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미사일이나 핵탄두 개발을 제한하는 대신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조치 등에 제한을 가하자는 방식에 합의해 줄 가능성이 있다. 또 한국을 타격 목표로 하는 북한의 단거리 핵미사일은 애매한 합의로 보유를 허용해 줄 우려도 있다.
스스로 ‘거래의 달인’이라 자부하는 트럼프가 북한에 대한 호텔 건설 등 대규모 투자와 함께 종전선언, 국교(國交) 수립 등의 카드를 내세우며 모종의 빅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까지 선거 유세 중이나 집권 1기 당시 싱가포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트럼트 본인이 해온 발언들에 비춰보면 충분히 실현될 수 있는 시나리오다.
한국이 가진 카드들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우리 정부와 국회도 지금부터 면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물론 우리 측도 미국과의 반도체 기술동맹 등 대중 봉쇄에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이 중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세인 해군 함정 정비나 보수를 올여름부터 지원하기 시작했다는 협상 카드들을 갖고 있다. 실제로 미 해군대학의 조너선 캐벌리 교수가 “차라리 대만을 포기하고 미국의 군사력을 보존하는 편이 낫다”는 기고문을 지난 8월 《포린 어페어》지에 게재할 정도로 태평양 지역에서 미 해군력의 쇠퇴는 심각한 상황이다.
미중 경쟁 시대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동맹으로서 한국이 보여온 협력은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 측도 무시할 수 없는 기여였다. 트럼프 1기 당시 한미 마찰의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인 대북 유화(宥和)정책, 한일관계 파탄, 과도한 중국 눈치보기 등이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비해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한일관계를 복원시켰고, 방산(防産) 협력을 통해 폴란드·호주 등 서방 진영 국가들의 안보에 기여해 왔다. 계산을 중시하는 트럼프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동맹다운 동맹’으로 입지와 역량을 보여온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대북 빅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을 반영하게 할 수 있는 지렛대들을 우리도 어느 정도는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동맹국의 안전보다는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트럼프이니 만큼, 장기적으로 한국의 안보가 취약해지더라도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 위협을 줄이는 데 최대한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해야 한다.
일본, 기회 있을 때마다 핵 관련 양보 얻어내

▲2015년 4월 22일 박노벽(오른쪽) 외교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협상 전담대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한미원자력협정 가서명본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조선DB
때문에 북미 간 빅딜이 진행될 경우, 우리 외교당국은 반드시 대응조치로서 미국 전술핵의 한국 내 재배치나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농축 및 재처리 권한 확보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잠재적 핵능력을 확보하는 데도 필요하지만, 국내 원전(原電)에서 나오는 방사능 폐기물 관리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기술이다. 특히 국내 원전 가동에 필요한 농축우라늄은 전량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태로, 국제 공급선의 대부분을 러시아와 중국이 지배하고 있는 불안한 현실을 지적해서 미국의 지지를 받아내야 할 것이다.
일본은 1967년 이래 ‘비핵(非核) 3원칙’을 천명하는 한편, 1985년 ‘플라자 합의’ 등 미국이 무리한 경제적 요구들을 해올 때마다 그 대가로 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 등을 허용하게끔 외교력을 발휘해 왔다. 1988년 미일원자력협정 개정이 그런 성과다. 우리나라도 1994년 제네바 합의 때 북한에 경수로 2기를 지어주게 되는 부담을 안았을 때나 이라크 파병처럼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계기에 일본처럼 원자력 외교를 실행했어야 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핵 비확산을 거의 종교적인 신념처럼 중시한 바이든 행정부에 비해 트럼프 진영의 공화당 전략가들은 한국이 처한 특수한 안보환경 등을 고려해 비교적 유연한 입장을 시사(示唆)해 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지난 5월 22일 아시안리더십회의(ALC) 참석 당시 “제2기 트럼프 행정부 때 한국에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한미원자력협정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왜 안되겠는가(Why not)”라고 답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도 2021년 출간한 저서 등을 통해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과 북한이 동시에 미국에 핵위협을 가하는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만큼, 미국이 우방인 한일 양국의 핵무장을 우호적으로 허용해 주는 것을 고려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5월 ALC회의나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토론에서 사실상 한국의 핵무장 허용이나 전술핵 도입 등 모든 방안을 선택지로 검토해야 할 시기가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일 협력 긴요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하려면 정부·여당의 노력뿐 아니라 현재 국회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 야당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야당 일각에서는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에 올인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장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 상황에는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구상이다. 전시(戰時)작전권 회수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이전의 민주당 정권들이 주장해 온 ‘독자적인 안보주권’을 확보해 가기 위해서도 일본 수준의 잠재적 핵무장 능력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그들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제2기 트럼프 정권 출범에 대응해 가기 위해서도 한일 양국 간에 안보·경제 현안 등에서 실용적인 협력을 추구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긴요해졌다. 트럼프 측근 인사들도 작년 8월 바이든 행정부가 캠프데이비드 협상을 계기로 출범시킨 한미일 정상급 협의 체제에 대해 ‘미국 외교에 도움이 되는 조치’라고 평가해 왔다. 지도자 간 1대1 협상을 선호하는 트럼프가 얼마나 성의를 보일지는 미지수이지만, 한미일 3국 간 고위급 협의 체제는 트럼프의 다소 성급한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월간조선 12월 호
12.04 美에 이 말, 中에 저 말 들통난 '사드 재앙'
미국엔 "사드 의구심 버려도 좋다"
중국엔 "사드 운용 제한"
약속 신뢰 다 잃었는데 '기밀' 묶어 놔
'매국적 외교' 국민만 몰라서야

▲한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모습. /연합뉴스
4일 민주당이 감사원장 탄핵 소추안을 강행 처리하면 문재인 정부의 주요 비리 의혹들에 대한 감사는 차질을 빚는다. 사드 배치 고의 지연 의혹, 북한 GP(감시 초소) 철수 부실 검증 의혹, 부동산·소득·고용 통계 조작 의혹이 대표적이다. 사드와 통계 조작 의혹의 범죄 혐의는 검찰에 수사 의뢰됐지만, 감사 결과는 의결 기구인 감사위원 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국민에게 감사 결과를 알릴 수 없다. 북한 GP 의혹 감사는 이제 시작이다. 현 감사원장 직무가 중지되면 문 정부가 임명한 감사위원이 이를 대행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사드 의혹은 드러난 것만 해도 기가 막힌다. 감사원의 수사 의뢰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가 사드 관련 한미의 군사작전 내용을 중국과 사드 반대 시민 단체에 유출한 정황이 드러났다. 문 정부는 ‘사드 3불(不)’이 우리의 입장 표명일 뿐 국가 간 합의나 약속은 아니라고 했지만, 당시 국방부 문건에는 ‘한중 간 약속’이라고 적시됐다. 사드 추가 배치 등을 안 한다는 3불 외에 기존 사드 운용에 제한을 둔다는 ‘1한(限)’에 대해서도 문 정부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국방부 문건에는 “양국(한중)이 합의한 ‘3불1한’은 유지돼야 한다”는 표현이 나온다. 국민을 속인 것이다.
더한 문제가 있다. ‘사드 기만’을 잘 아는 인사는 “미국에 이 말, 중국에 저 말 했다가 들통난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7월 미국에서 의회 지도자들에게 “혹시라도 저나 새 정부가 사드를 번복할 의사를 가지고 그런(환경영향평가) 절차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고 했다. 그해 김정은이 핵·ICBM 폭주를 하자 문 정부는 미국 측에 사드를 정식 배치하고 기지 운영도 정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동맹의 말을 신뢰했을 것이다.
그런데 2017년 12월 문 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정부 말이 달라졌다. 난데없는 ‘사드 3불’로 군사 주권을 내줬다. 중국 외교부는 3불은 물론 1한까지 약속 사안이라고 공개 주장했다. 3불은 미래에 추가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지만, 1한은 이미 배치한 사드의 운용까지 중국 눈치를 보겠다는 뜻이어서 더 심각한 안보 주권 포기다. 문 정부는 ‘3불’은 약속이 아니고 ‘1한’은 없는 일이라고 했으나 미국도, 중국도 바보가 아니다.
트럼프 국방 장관이던 마크 에스퍼는 회고록에서 “2020년 한국 측에 ‘사드 철수를 고려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사드 정상화 약속을 계속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에 한 약속과 중국에 한 약속이 서로 상반된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것이다. 중국도 문 정부의 ‘한 입 두 말’을 모를 리 없다. 미·중 모두 ‘한국은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라고 여겼을 것이다. 외교 재앙이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균형 외교, 실용 외교”라고 자화자찬했다.
국민이 알아야 할 사드 진실은 산더미 같지만 관련 내용 대부분은 문 정부가 대통령 기록물이나 외교·국방 기밀로 묶어놔 공개가 불가능하다. 공개를 검토하면 야당 측은 ‘외교 협상 과정이 드러나면 국익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 외교 내용을 몰라야 할 미국과 중국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우리 국민만 군사 장비 운용에 외국의 간섭을 허용한 매국적 교섭 경위와 이면 계약 의혹 등을 몰라야 한다. 이래서 재발을 막을 수 있겠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외교부나 국방부가 가치가 떨어진 기밀 일부만 풀어도 국민은 진실을 알 수 있다.
조선일보 안용현 기자
12-05 미국 국무부 부장관 “윤 대통령, 심하게 오판한 것”

▲연합뉴스
■ 美정부 강도 높은 비판
“韓민주주의 견고… 소통할 것”
설리번 안보보좌관 동맹 강조
“韓 모범 보이는것 지켜보겠다”
블링컨 국무장관, 경고성 발언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미국 정부에서 “윤 대통령의 심각한 오판” “매우 불법적” “심각한 우려 사항” 등 강도 높은 비판적 발언이 나오고 있다. 특히 ‘법치’와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윤 정부에 비슷한 상황을 다시 만들지 말라는 경고도 잇따랐다.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한국을 지칭할 때 ‘South Korea’ 대신 ‘ROK(Republic of Korea)’라고 불러, 한국이 국민에게 주권이 있는 공화국(Republic)이라는 점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 2인자인 커트 캠벨(사진) 부장관은 4일(현지시간) 아스펜전략포럼이 워싱턴DC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윤 대통령의 전날 계엄 선포에 대해 “윤 대통령이 심하게 오판(badly misjudged)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동맹국 정상의 결정에 대해 ‘오판’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례적으로, 그만큼 미국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캠벨 부장관은 또 “사람들이 나와서 이것이 매우 불법적인(illegitimate) 과정임을 분명히 할 준비가 돼 있었다”며 “우리가 여기서 일부 위안과 확신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간접 화법이지만 ‘불법적’이라는 표현을 통해 미국 정부가 계엄 선포가 적법한 절차가 아니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전달한 것이다. 캠벨 부장관은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에 따라 계엄이 해제된 것에 대해 “한국의 민주주의 강도와 깊이에 대해 매우 안심한다”며 “우리의 목표는 우리의 동맹(한·미 동맹)이 절대적으로 견고하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국의 계엄 선포 관련 질문에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한국의 민주제도가 적절히 작동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민주주의는 견고하고 회복력이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한국의 대화 상대방과 사적으로 소통하며 그 중요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이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 상황에 대해 “모든 논쟁이나 정치적 이견은 법치에 따라 평화롭게 해소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외교장관회의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한국의 민주주의 발현과 민주적 회복성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례이며 한국이 계속해서 모범을 보이는 것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 계엄 선포가 법치와 민주주의에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또다시 계엄 선포와 같은 유사 사태를 만들지 말라는 경고성 발언이다.
숀 사벳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도 이날 X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어제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심각하게 우려했다”며 “민주적 가치와 법치는 한·미 동맹의 핵심이며 앞으로도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일보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12-05 더 절실해진 對트럼프 협상 전략 리셋
3일 밤 내려졌던 비상계엄령 후폭풍으로 새 국방부 장관이 내정되는 등 국정이 혼란스럽다. 하지만 정부와 여야는 오직 국가이익을 위해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으로 방 안의 코끼리를 끌어낼 대미 안보 협상 전략의 틀 리셋·리폼에 총력전을 펴야 한다.
국제정세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 파병과 도널드 트럼프 변수로 요동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재집권은 규칙 기반 자유민주주의 국제질서의 종언이자 동맹체제 지각변동으로 각국이 대응에 부심 중이다. 그간 국제질서 주도국이 세계경찰에서 손을 떼고, 잭소니언(Jacksonian) 전통을 계승한 대외정책과 미국 우선주의로 표변했다. 더욱이 트럼프 2기 외교안보 라인에 젊은 충성파 전격 기용은 설상가상이다. 글로벌 리더십 퇴조는 분절·파편화한 국제체제와 격한 미·중 패권 경쟁 이 어우러져 각자도생은 뉴노멀로 자리할 전망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이미 동맹관계가 거래 관계로 바뀌었으니 기존 관행과 협상 틀에서 탈피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대미 협상 의도와 전략을 감추고 그들과 마찰을 줄이는 넛지(Nudge) 전략이 긴요해졌다. 거인 골리앗에 맞서 이긴 다윗처럼 비대칭 전략 구사와 당초 목표 상향 또는 하향 조정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전승불복(戰勝不復)은 발상의 전환과 외교적 상상력·순발력에서 나온다. 과거 아베 신조 총리의 전략을 따라 하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장차 트럼프 태풍에 대비한 국가위기관리 차원의 협상 전략을 제시해 본다.
첫째, 등가성 기반의 주고받기다. 동맹을 거래 관점으로 보는 트럼프 행정부에 줄 것은 주고, 대가는 정당하게 받아내는 협상이 돼야 한다. 방위비 증액 요구에는 핵잠재력 확보나 핵추진잠수함 용인으로, 그리고 주한미군 감축·철수 압박에는 전술핵 재배치 또는 독자 핵무장 찬성 여론으로 빅딜해야 한다.
둘째, 대안 제시로 마찰·갈등 줄이기다. 미측에 기대를 넘는 대안 제시로 타협을 끌어내는 전략이다. 대중 견제 참여 요구에는 중동 및 남·동중국해 구축함 파견과 역내 안정 유지 활동 참여 등으로, 무역 불균형 해소 요구엔 미국산 석유·천연가스 수입과 무기 구매 증대 카드로 환심을 사 타협하는 전략이다.
셋째, 미국의 핵심 파트너 각인이다. 한국은 미국의 안보 서비스에 무임승차가 아니라, 인·태 전략 구현에 동참 기여하는 나라다. 대미 최대 투자국으로 내수 진작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반도체·배터리 등 공장 건설, 역내 미 해군력 유지 운영에 필수인 선박 건조,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능력을 보유한 대체불가 동반자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넷째, 북·미 핵군축회담 차단이다. 한국이 배제된 대북 제재 해제를 전제로 한 핵 동결과 핵 군축 논의는 북한 핵보유국 지위 인정에 남북 관계와 통일 문제 주도권까지 북한에 넘기는 재앙이다. 러시아가 북한에 핵우산까지 씌워 준 마당에 노벨 평화상을 노린 트럼프의 도박 현실화는 결단코 저지해야 한다.
끝으로, 일본과 연합 공조(共助)된 협상이다. 일본은 북한 위협·도발 시 정보 공유와 공동 대처(Co-belligerence)해야 할 우방이다. 더욱이 미국의 인태지역 전략 실현에 기여가 큰 만큼 대미 지렛대도 강하다. 일본과 연대 공조는 대미 협상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문화일보
12-11 軍통수권·외교권 공백, 한미동맹 빈틈없게 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덧붙여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가 중첩되면서 안보 불안정성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 상·하원이 단일안으로 마련한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주한미군의 현 병력 유지와 확장억제 공약 강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실제로 외교·안보 공백은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2선 후퇴 담화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헌법상 국가원수로서 외국에 대해 한국을 대표하며(제66조), 조약 체결 등의 외교권(73조)과 국군통수권(74조)을 갖는다. 동맹국인 미국은 물론 많은 우방이 이런 혼란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실제로 예정된 외교 일정들을 중단하고 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는 “우리는 누구와 대화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했을 정도다. 스웨덴 총리 방한이 취소되는 등 정상 외교는 멈췄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방한을 취소했다.
계엄 사태 직후 미국 행정부와 군 당국 등에서는 “심각한 오판” 등 상당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계엄 선포 자체는 한국 국내 문제이지만, 군 부대의 이동에 대한 협의가 없었다는 것은 군사동맹은 물론 한미 연합사령부 설립 취지를 배신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나마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불만이 오히려 걱정으로 바뀌는 듯하다. 한·미·일 고위급회의가 9일 도쿄에서 개최된 데에서도 계엄 사태에 따른 안보 공백 불식 및 북한의 도발 억제 의지가 읽힌다. 일본을 방문 중인 오스틴 장관도 “한국에 대한 억지력은 철통 같다”고 재확인했다. 통수권과 외교권 공백이 커질수록 한미동맹은 더욱 빈틈없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12-11 내년엔 ‘글로벌 안보 불안’ 더 커진다
트럼프 임기 시작 따른 큰 변화
美 日 유럽 전문가 대체로 공감
우크라가 패배하지 않도록 해야
각국 정치 리더십 불안이 변수
독일 프랑스 영국도 마찬가지
한국의 중추국 역할 중요한 때
지난 한 달간 미국·일본, 그리고 벨기에와 독일 등을 1주일씩 순방하면서 각국의 싱크탱크나 국제기구의 안보 전문가들과 대담할 기회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허드슨연구소, 카네기재단, 프로젝트2049 등을 방문, 도널드 트럼프 제2기 행정부 출범 이후의 안보정책이나 한미동맹 전망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일본에서는 육해공 자위대의 예비역 장성들 및 방위연구소 등 정책연구기관 소속 연구원들과 면담을 했다. 유럽 방문 중에는 브뤼셀의 나토(NATO) 본부와 유럽연합(EU) 관계자, 독일 함부르크 및 베를린의 기민당 본부와 국제관계연구소 등지에서 국제기구 관계자·전문가들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의 안보정책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해 토론했다.
공통적으로 미국과 EU 및 일본의 식자들은 미·중의 전략적 대립 심화에 더해 러-우 전쟁의 지속, 북한의 러-우 참전 등으로 인해 중·러·북과 이란이 결속을 다지면서 국제질서를 위협한다는 인식을 보였다. 최근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이들 국가를 ‘격변의 추축국들’(axis of upheaval)로 명명한 안드레아 켄들 테일러 등의 문제의식이 미국 조야는 물론, 유럽의 나토 회원국 간에도 폭넓게 공감되고 있었다.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유럽의 전문가들은, 러-우 전쟁에서 비록 우크라이나가 병력이나 장비 면에서 열세지만 러-북 연합이 승리하는 것은 극력 방지해야 한다는 인식을 보였다. 미·일 전문가들도 중국이 대만에 대해 무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공동으로 강력한 억제태세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국제안보 정책을 구상하고 추진해야 할 각국 정치 리더십이 불안정한 상황이란 판단을 공유하고 있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 아래 경제 재건이나 이민자 단속 등 국내적 과제를 제기하지만, 제2차 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구축해온 자유주의적 국제안보 질서의 유지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지난 10월 초에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도 아시아판 나토와 같이 국내적 동의를 얻기 어려운 정책 비전을 제시하거나, 자민당을 포함한 국내적 지지 기반을 구축하는 데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이미 리더십 결핍을 보인다는 평가가 많았다.
외견상 공고해 보이는 유럽과 나토의 정치 리더십에 대해서도 불안정을 우려하는 견해가 많았다. 나토 본부 관계자들은 유럽 최대의 경제력을 갖고 있는 독일의 경우, 현재 사민당 연립 정권이 러-우 전쟁을 주도적으로 대처해 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대외 문제에 대해 적극적 의견을 내긴 하지만, 그 자신이 의회 내 다수당의 기반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EU에서 탈퇴한 영국에도 당분간 리더십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견해가 많았다.
냉전시대 미국은 해리 트루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존 F 케네디 대통령 등이 비록 소속 정당은 달랐지만, 공산주의에 대응하는 일관된 전략적 비전을 제시하면서 민주주의 진영을 결속했었다. 프랑스의 샤를 드골 대통령이나 독일의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 그리고 일본의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 총리 등은 미국이 주도하는 전략에 힘을 보태면서도, 독자적인 외교의 공간을 마련해 미·소 대결이 파국적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다.
냉전시대 정치 영웅들의 국제민주주의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비전과 협력적 리더십이 21세기의 각국 정치지도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신흥 강국들의 정치지도자들이라도 국제민주주의의 비전과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글로벌 중추국을 표방한 대한민국이, 유사 입장 국가라고 볼 수 있는 일본·호주·캐나다, 그리고 브뤼셀을 거점으로 하는 유럽 국가들과 협력해 국제민주주의를 수호하면서도 강대국 간의 파국을 막는 역할을 주도해야 한다. 한국은 경제력이나 군사력, 게다가 문화적 영향력 등에서 이미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위상으로 부상했다. 그에 걸맞은 국제민주주의 리더십을 보이는 것이 여야를 망라한 우리 정치지도자들에게 미완의 과제가 될 것이다.

문화일보
12.14 韓 리더십은 붕괴됐는데 트럼프 "김정은과 매우 잘 지낸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제45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공개된 타임 인터뷰에서 북한 개입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이 더 어려워졌다면서도 “나는 김정은과 매우 잘 지낸다”고 했다. “김정은을 안다” “난 김정은이 상대해 본 유일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 김정은과 세 번 만났는데 내달 20일 취임하면 김정은과 다시 마주 앉을 가능성을 드러낸 것이다.
6년 전 트럼프와 김정은은 북한 핵무기는 그대로 놔두고 고철 같은 영변 핵 시설과 핵심 대북 제재를 맞바꾸는 거래를 시도했다. 핵보유국이 돼 대한민국을 겁박하려는 김정은의 목표가 성사될 뻔했다. 트럼프는 ‘정상회담 쇼’를 통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북 ICBM 폐기와 북핵 동결 조치로 미국이 안전해졌다고 자랑할 사람이다. 한국 안전과 동맹에는 별 관심이 없다. 대선 중에도 “핵무기를 많이 가진 사람과 잘 지내는 건 좋은 일” “김정은도 나를 보고 싶어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김정은은 감춰놓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했다. 다시 ‘핵 거래’를 시도할 것이다.
미 국방 장관 지명자는 소령,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대령 출신이다. 큰 부대를 지휘했거나 거시적 외교·안보 틀에서 전략을 세워본 적이 없다. 1기 때는 4성 장군 출신의 국방 장관과 3성 장군을 지낸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트럼프의 충동적 발상을 억제하는 ‘어른들의 축’ 역할을 했으나 이젠 없다. 국방 장관 지명자는 폭스뉴스 진행자일 당시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면 김정은이 원하는 걸 주자”는 말까지 했다. 김정은이 원하는 건 핵 보유와 제재 해제인데 우리 안보에는 재앙이다.
미 전략국제연구소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트럼프 전직 참모를 만났다며 “그들은 트럼프의 첫 100일이 아니라 첫 100시간에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많은 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한 미군·관세·반도체법을 거론했다. 트럼프는 1기 때 ‘주한 미군 철수’를 언급한 적이 있다.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부르며 11억달러 수준인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100억달러는 내야 한다”고 했다. 주한 미군과 방위비 인상을 연계하려 할 것이다. 대미 무역 흑자국인 한국에 10% 이상의 관세를 물릴 수도 있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거액의 보조금을 주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약속도 뒤집으려 한다. 트럼프 취임까지는 40일도 남지 않았다.
트럼프처럼 개성이 강하고 칭찬을 좋아하는 지도자와는 정상 간 개인적 유대가 매우 중요하다. 평소 트럼프에게 비판적이던 캐나다 총리도 ‘관세 폭탄’ 위협에 트럼프 별장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한국은 비상계엄 사태로 리더십이 붕괴하다시피 했다. 트럼프를 직접 만나 김정은과 위험한 거래나 주한 미군 철수, 무역 제재 등을 하지 말라고 설득하기가 어렵게 됐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회담 쇼라도 서두르면 어떻게 하나. 외교·안보 역량을 총동원해 리더십 공백 피해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야당도 이 문제만큼은 정쟁 소재로 삼을 생각을 접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2-16 한미 안보 협력도 해칠 군사정보 노출
최원상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겸임교수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헌정사상 세 번째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최초로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았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정 혼란 수습을 위해 정부 부처와 각 군에 국가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전군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모든 위기 상황에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국가안보회의(NSC)를 열어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빈틈없는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한 치의 안보 공백도 발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우리 정부는 외교·안보 정책의 차질 없는 수행과 한미동맹 발전에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철통 같은 한미동맹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음 달 20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 트럼프 1기가 출범하던 2017년 1월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었다. 이후 5월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으나, 한국의 불안정한 안보와 경제 환경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와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으로 대미 철강 수출 쿼터제 적용 등의 동인(動因)이 됐다.
트럼프 2기는 1기 때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하게 대외 안보와 경제정책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대통령 탄핵 정국인 한국에 미국의 이러한 대외정책 기조는 매우 불리한 정세이다. 동맹인 한국에 대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러한 안보와 경제정책 기조는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가 국정 운영의 상징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위해 보수적인 초강경 안보와 경제정책을 추진할 충성파 예스맨들로 내정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국가 위기관리 상황이 매우 불안하다. 사태와 관련된 위기관리 기관은 주요 직위자들이 구속되거나 직무정지 되고 구속영장이 청구돼 국가기관으로서의 정상적인 역할이 우려스럽다. 특히,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군 수뇌부 장군들이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국회 현안 질의 과정에서 비밀로 분류된 정보 요원 실명, 군사시설 위치, 무기체계 등의 군사기밀 내용을 답변에 포함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은 이들의 답변에서 군사정보를 확보했을 것이다.
국가 위기 상황일수록 군사정보는 더욱 보호돼야 한다. 특히, 70여 년 동안 북한과 휴전 상태인 한국에 그 함의는 더욱 크다. 지난해 한·미 정상의 워싱턴선언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출범한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성과 있는 추진과 한·미·일 3국 정상의 캠프데이비드 회의에 따른 공약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3국 간 대북 군사정보 공유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북한이 대한민국을 적대적 국가로 간주하고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한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 정국에 놓인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신뢰 있는 군사정보 보호로 한미동맹과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안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국가안보실의 혁신적인 역할이 매우 중요한 때이다. 국가 위기관리 태세 확립이 매우 절박한 시기이다.

문화일보
12.20 트럼프에게 줄 서는 세계… 우리만 오판할까 두렵다
트럼프 미국우선주의 정책, 각국이 성토하고 비방하지만
세계 도처 국제정치적 난제들 트럼프 희망대로 해결되는 중
중동은 이스라엘로 권력 몰리고 유럽은 너도나도 국방비 증액
이제 美는 대중 패권 경쟁 집중… 우리만 친중 굴종할까 두렵다
한국이 탄핵 정국의 혼돈에 휩싸여 세상사와 동떨어진 나라가 된 시기에, 나라 밖 국제 정세는 세기적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 대외 정책을 다들 성토하고 비방하면서도, 제2기 트럼프 행정부가 채 출범하기도 전부터 세계 도처의 어려운 국제 정치적 매듭들이 트럼프의 희망에 순응해 스스로 풀어지고 있다. 다들 트럼프가 무섭기는 무서운 모양이다. 앞뒤 안 가리고 아무 눈치도 안 보고 오직 미국의 국가 이익을 앞세워 돌진하는 그의 공격적 현실주의 외교 행태는 군사력보다 무서운 미국의 새로운 힘이 되고 있다.
가장 큰 변혁의 현장은 오랜 대립의 역사로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던 중동 지역이다.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 강렬한 친이스라엘, 반이란 성향을 띤 트럼프 대통령이 미처 취임도 하기 전에, 이스라엘이 앞장서 중동의 친이란 세력을 소탕 중이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하마스와의 보복 전쟁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대다수 중동 전문가는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 시리아 등 친이란 세력의 협공으로 이스라엘이 큰 위기에 처하리라 예견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스라엘의 군사력 앞에 맥없이 몰락했다. 북한에 버금가는 잔혹한 독재 정권이라는 시리아의 친이란 아사드 정권도 지난주 반군 세력에 의해 소멸했다. 이제 세력권을 잃고 홀로 남은 이란 핵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 여부만이 남은 현안이다.
제2기 트럼프 행정부의 나토 탈퇴와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막으려는 유럽 국가들의 움직임도 부산하다. 1990년대 냉전 체제 종식 이후 처음으로 유럽의 재무장과 국방 예산 증액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간 휴면 중이던 유럽의 무기 산업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이 나토 전체 군사비를 70%나 부담하고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3500억달러를 지출하는 동안 유럽의 지출액은 1000억달러에 불과한 불공평성을 비판한다.
미국이 나토에 잔류하려면 유럽이 안보 무임승차에서 탈피해 미국과 동등하게 지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토 회원국들은 이에 부응해 GDP 대비 국방 예산을 현재의 2% 미만에서 3%로 증액하고 종전 후 우크라이나에 유럽 평화유지군을 배치하는 문제를 논의 중이다.
중동과 유럽의 이 같은 선도적 변화는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의도했던 대로 대외 군사 개입을 줄이고 대중국 패권 경쟁에 군사력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의 도래를 의미한다. 제반 상황은 제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보다 미국에 한결 유리하다. 당시엔 중국이 2027~2028년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 경제 대국에 등극하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어서 미국이 시간에 쫓기는 처지였으나, 그간의 대중국 경제 봉쇄와 중국의 연이은 경제 정책 실패로 이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또한 당시엔 독일, 이탈리아, 한국 등 미국의 핵심 동맹국 일부가 미국의 적국인 중국과 밀착하는 일탈적 외교 행태를 보였으나, 현재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냉전의 도래를 계기로 자유 민주 진영의 총결집이 이루어진 상황이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전개해 나갈 대중국 패권 경쟁은 경제적으로는 관세 전쟁과 공급망 통제를 통한 디커플링, 군사적으로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군사적 견제라는 형태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그런 대중국 견제는 중국의 패권 도전 잠재력이 소멸할 때까지 장기간 계속되겠지만, 특히 2026년 전후로 예상되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외교·군사적 움직임이 활발할 전망이다. 한국은 대만 문제에 개입되기를 원치 않겠지만, ‘상호 방위’ 의무를 지닌 미국의 동맹국이자 주한 미군의 대중국 전초기지 소재지로서 미·중 대결의 영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 한국은 갑작스러운 국내 정치 혼돈으로 손발이 묶인 상황이다. 미·중 대결의 시대에 임하는 큰 틀의 전략적 결단은 물론, 눈앞에 닥친 방위비 분담금 문제, 주한 미군 감축 문제, 미·북 정상회담 문제 등에 대한 대응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그 혼돈의 터널 끝자락엔 더욱 큰 외교적 재앙의 싹이 도사리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의 삼엄한 체스판 위에서, 어쩌면 한국은 국가 정체성과 동맹 의무를 망각하고 또다시 친중 굴종 외교로 회귀하는 정치적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만일 그리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외교적 일탈을 과거처럼 참고 방치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12.24 주한미군 철수하면 한국에 무슨 일 일어날까
빨갱이들이 그리 외치던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로 되어가고 있다면 어정쩡한 보수와 무당파는 그래도 조용이 입닥고 참고 있을 것인가.
당신네들이 누리고 있는 선진 대한민국의 위상과 경제적 온갖 혜택을 송두리째 파괴시키려는 반국가세력과 내란을 선동하는 빨갱이들. 1949년도 미군이 철수했다. 그리고 1년여 만에 6·25전쟁이 발발했다는 사실을 그대들은 아는가.
75년 전 미군정 시절 해방된 국민이 공산주의자들에게 속아 미 군대를 철수하기를 원해 주한미군이 철수한 것을 기억하나. 그리고 1년이 지난 뒤 동족상잔의 비극의 남침 6·25전쟁이 발발했다.
그래도 그때는 미국과 유엔 회원국들의 재래식 무기로 육탄적으로 공산주의를 막았고, 국민의 75% 이상 공산주의 혹세무민에 속았다가 미군과 유엔군의 목숨과 핏값으로 지켜냈고, 뒤늦게 공산주의 만행에 치를 떤 국민이 정신을 차려서 이 나라를 전쟁으로부터 구하고 오늘의 선진 경제대국 대한민국이 되었다.
북괴는 핵으로 미국을 상대하고 있고, 이재명이는 미군을 점령군이라 인터뷰하고, 중국에는 웃는 얼굴로 "쉐쉐"하고, 이재명을 떠받치고 있는 핵심 세력은 매일같이 반미를 외친다.
어리석고 냄비 근성의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처럼 방송과 언론의 무분별한 거짓 여론에 속아 또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시킨다면 사회주의 공모자 악의 이재명이가 대통령 자리를 꿰차고 들어올려고, 서로 좌우 진영 싸움으로 불을 붙이고 폭동과 내전으로 치닫는다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과연 어떤 판단과 결정을 할까.
VOA(미국의소리) 방송은 미국 국무부를 대변하는 방송이다. 브루킹연구소 선임연구원이며 미 CIA 자문위원인 오헨런 박사가 VOA 대담 중에 확실하게 경고했다.
"만약 한국이 우리에게 떠나라고 하면 우리는 떠나고, 우리가 군대를 철수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섬뜩한 말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예측 했다. 한국에서 좌파 정부가 또 출범하면 ‘진보적 대북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동맹을 기꺼이 희생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말이 진보이지 빨갱이들 소굴로 위장된 걸 모르고 있나. 정신 차려라, 겁쟁이 보수와 무당파들아! 만에 하나 지나가는 소리라 하더라도 “미군철수” 한마디면 급격하게 경제가 추락하고, 달러는 순식간에 하늘을 뚫어 버릴 것이며 당신의 그 소중한 재산은 하루아침에…. 상상에 맡기겠다.
내 나라 대통령도 지키지 못하는 현실 속에 빨갱이가 완장 차고 설치는 세상이 오면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과 캄보디아 폴보트의 악령이 한순간에 되살아나고, 남미의 베네수엘라 같은 참담한 나라로, 아니 10달러에 몸을 파는 내 엄마·내 아내·내 누이가 창녀가 되는 그 지경까지 가는 나라가 되지 않도록 정신차려라.
전교조에 세뇌된 시대의 40~50대 젊은이여 제발 정신 차려서 냉엄한 국제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차라리 대한민국이 망해야 정신를 차릴까. 수많은 사람의 자조섞인 한숨이 하늘에 맴돌고 있다.
그래도 또 다시 힘내자, 뭉치자, 싸우자!

스카이데일리 ▲ 배창준 국제자유주권총연대 중앙공동대표‧민주평통 해외상임위원
12-24 미·북 담판에 앞서야 할 한미 ‘核동맹’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원장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은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의 정책 변화를 예고한다. 그중 우려되는 것이 대북정책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타임’과 인터뷰에서 “나는 김정은을 안다. 그리고 그와 매우 잘 지낸다. 나는 아마 그가 제대로 상대해 본 유일한 사람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7월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트럼프는 “핵을 많이 가진 상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했다.
우리가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간의 만남을 우려하는 것은, 과거 미·북 협상의 경험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8년 6월 김정은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가진 후 한국과는 상의도 없이 연합훈련 중단을 선언했다. 다시 김정은을 만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미국으로선 일단 동북아의 안보보다는 미 본토를 위협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만 제한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미·북 대화는 북한에 핵능력을 고도화하는 시간만 벌어줄 뿐이다. 미국은 북한과 만나기 전에 2018년 시작한 지난 3번의 정상회담 결과를 돌아봐야 한다. 북핵을 기정사실화했고, 김정은 권력의 정통성을 강화하는 데 이용된 게 지난 3차례 회담의 결과다. 김정은은 트럼프 당선인이 만나고 싶어 한다는 점을 내부 통치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159만 원으로 우리의 30분의 1 수준이다. 2022년 유엔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90달러(약 85만 원)로 세계 212개국 중 203위로 최하위권에 속한다. 이런 가운데 북핵이 통치 도구로 작동하면서 김정은은 미국과 회담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대외로 돌리려고 한다.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저지하지 못해 비판받았던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한계를 고려할 때, 어떤 방향으로든 북한과의 접촉 및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구상을 비판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 구상은 한국과의 긴밀한 협조 및 조율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핵 위협의 실태, 북·중 및 북·러 관계 현황에 대한 평가, 그리고 한반도 문제 해결과 관련해 한·미 양국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최종 목표’가 공유돼야 한다. 그래야 북한이 미·북 협상을 통해 한미동맹을 이간하고, 미·북 협상의 이면에서 끊임없이 미국을 기만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그것은 한·미 모두에 이익이 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북한과 대화할 생각을 하기 전에 먼저 한국과 만나야 한다.
1991년 조지 H W 부시 대통령 당시 미국은 한국에 있던 100여 개를 포함해 태평양에 있던 1200여 개의 전술핵무기를 철수했다. 북핵 능력이 고도화한 지금은 그중 20∼30개라도 재배치하는 것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핵무기는 군사무기 이전에,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 공포심을 유발하는 정치적 무기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국의 핵잠수함이나 원자력추진 항공모함은 정치적 무기로서 기능할 수 없는 만큼 전술핵무기의 재배치가 필요하다.
김정은과 잘 지낸다는 취지는 좋지만, 한·미 공조가 튼튼해야 정확한 메시지를 김정은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트럼프 당선인이 생각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12.27 계엄·탄핵 사태 속에서 확인된 중국인 개입
한국 사회 곳곳에 교묘히 파고드는 中영향력
공자학원·차하얼학회 등 트로이 목마 전술 경계
제주도 등 전국 땅 장악으로 정치 개입할 수도

최근 계엄과 탄핵 사태를 둘러싼 사회적 혼란의 와중에 중국인이 반정부 시위와 정치적 사건에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국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우리 사회 곳곳에 교묘히 파고들어 친중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한국 정치에 개입해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것에 대한 우려다. 이미 사회적·경제적 영역에서 감지됐던 중국의 영향력이 이제 정치적 영역에서도 노골적으로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계엄과 탄핵 사태는 한국 사회가 양분될 정도로 그간 누적돼 온 대한민국 세력과 반(反)대한민국 세력 간의 갈등과 대립이 폭발적으로 표면에 드러난 사건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될 이 시점에 제기된 중국인 개입 의혹은 자유 대한민국의 독립성과 정체성을 훼손시킬 수 있는 사태에 대한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
유튜브 등 일부 미디어가 영상을 통해 이미 보도했듯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는 시민 집회에 중국인 국적이라고 밝힌 여성이 버젓이 연단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시민을 선동하자 이에 참석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밖에도 탄핵 찬성 시위 참가자 중에 중국인들이 섞여 있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또 한 가지 주목되는 점은 12.3 계엄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에 머무르고 있던 90여 명의 인원 중 다수가 중국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시사IN’ 단독보도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당일 수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에 선관위 관계자와 민간인 등 약 90여 명이 외부 출입이 통제된 채 감금된 정황이 취재 결과 확인됐다. 당시 연수원에서는 1박2일 일정으로 선관위 소속 승진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크게 두 가지 의문점을 갖게 한다. 우선 이날 계엄군과 경찰이 출동한 선관위 관련 기관 중 수원 선관위 연수원에 가장 많은 병력이 투입됐다는 점이다. 선관위 서버나 자료가 있는 곳이 아닌 교육 위주로 운영되는 연수원에 가장 많은 군·경찰이 투입됐다는 점은 그곳에 머물고 있었던 인원이 과연 전국에서 모인 선관위 소속 한국인 직원들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일으킨다. 일각에서 이들이 중국인이라는 ‘설’이 나도는 이유다. 만일 그렇다면 ‘중국인이 선관위에서 뭘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뒤따른다.
또 한 가지 의문은 출동한 병력에 의해 연수원에 ‘감금’됐다는 사람들의 신분이 평범한 민간인이었다면 왜 지금까지 이런 상황에 대한 언론 보도가 당시 전혀 나오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게다가 ‘계엄’을 ‘내란’으로 몰아가는 민주당조차 이토록 명분이 좋은 자료를 왜 활용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점으로 남는다. 만에 하나 여기에 중국인들이 있었다면 이는 한국 정치에 대한 외세의 개입이자 민주주의와 자율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가 중국인에 대한 경계심을 품는 데에는 이미 사회적으로 그들이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학과 고등학교 등에 파고든 ‘공자학원’과 학계에서 장악력을 확장하고 있는 차하얼학회 등은 문화적·학술적 기관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트로이 목마’ 전술을 통해 중국은 한국 사회에 교묘히 그리고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
중국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은 정치·사회의 영역만이 아니다. 중국인들은 특히 제주도에서 상업용·농업용 토지를 중심으로 대규모로 땅을 매입하고 있다. 우려되는 점은 제주도에서 중국이 점차 경제적 우위를 점하게 되면 이를 바탕으로 한국 정치에 개입하려 할 것이라는 점이다.
스카이데일리 사설
12-28 美 정부 “최상목 권한대행과 협력할 준비가 됐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탄핵에 미 국무부 “헌법절차 평화적 따르는 것 목격”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이 민주적 회복력 보여주는 것”
미국 정부는 27일 국회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 소추와 관련해 “우리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및 한국 정부와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 권한대행이 탄핵소추 된 것에 대한 연합뉴스 질문에 “우리는 한국이 헌법에 명시된 절차를 평화적으로 따르는 것을 목격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이 민주적 회복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며 “우리는 이 과정 전반에 걸쳐 한국 국민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지난 수년간 많은 성과를 거둔 한미 동맹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방부도 연합뉴스 질문에 “우리는 한국, 한국 국민, 민주적 절차 및 법치에 대한 우리의 지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한미동맹에 대한 우리의 공약은 굳건하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몇년간 한미 동맹은 큰 진전을 이뤘다”며 “우리는 한국과 협력해 더 많은 진전을 이루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서는 ‘중대 우려(grave concern)’란 표현을 쓴 공식 입장을 내고 이를 비판했다. 이후엔 민주주의와 헌법 절차에 따른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 한국이 이를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4일엔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 방미 계기에 한국의 계엄·탄핵소추 사태로 미뤄졌던 양국간 주요 외교·안보 일정을 한 권한대행 체제 아래에서 재개하기로 했다. 다만 한 권한대행도 탄핵 소추돼 직무가 정지돼 한미간 외교·안보 협의가 다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미국의 정권교체기에 한국의 국정 리더십 부재 및 정치적 혼란도 심화되면서 한미 동맹 관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문화일보 염유섭 기자
# 危機의 韓半島(外交) 202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