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世上萬事 2024-11/ 11.01 대출자 울리는 중도 상환 수수료, - 11.28 남아도는 교부금, 고교 무상교육에 안 쓰면 어디에 쓰나

상림은내고향 2024. 11. 16. 18:29

世上萬事 2024-11/

11.01 대출자 울리는 중도 상환 수수료, '인하' 아니라 '폐지'해야

▲그래픽=양인성

 

금융 당국이 은행의 가계 대출 중도 상환 수수료를 내년부터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만기 이전에 갚는 대출금에 대해 물리는 중도 상환 수수료는 ‘계약 위반’에 따른 위약금 성격을 갖고 있다. 주택 담보 대출은 1.2~1.4%, 신용 대출은 0.6~0.8% 수준의 수수료를 물린다. 중도 상환 수수료로만 은행들이 매년 3000억원 이상 이익을 얻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도 상환 수수료는 대출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 금리 변동 위험을 대출자가 지는 변동 금리 대출과 위험을 은행이 지는 고정 금리 대출 간 중도 상환 수수료율 차이가 거의 없다. 대출 갈아타기를 막기 위해 은행들이 수수료율을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한다는 담합 의혹도 있다. 은행들은 수수료율을 산정하는 기준과 근거도 공개하지 않는다.

 

중도 상환 수수료는 인하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폐지해야 한다. 우리나라 가계 대출은 대부분 변동 금리 대출이라 금리 변동 위험을 대출자들이 진다. 대출 후 시장 금리가 오르거나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탈 기회가 있다면, 대출을 미리 갚거나 대출을 옮기는 것이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중도 상환 수수료는 이를 막으려는 은행을 위한 무기다. 미국, 프랑스, 뉴질랜드 등에선 고정 금리 대출에만 중도 상환 수수료를 받는다. 우리도 변동 금리 대출엔 중도 상환 수수료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

 

과도한 가계 부채는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 중 하나다. 대출 억제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마당에 빚을 미리 갚는 고객에게 벌금을 물리는 제도를 유지하는 게 맞나. 은행들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후에도 높은 대출금리를 유지하며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 중도 상환 수수료 폐지는 은행 간 대출금리 인하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대출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1.03 빌보드 강타한 '아파트'... 콩글리시마저 트렌디한 '힙 코리아' 시대

[아무튼, 주말]
한글도 이젠 히트 상품

▲그래픽=송윤혜

 

영어가 모국어인 외국인들이 콩글리시를 외친다. “아파트, 아파트!” 엘비스 프레슬리 이후 최단 시간에 빌보드 정상을 가장 많이 밟은 미국 가수 브루노 마스의 유튜브에 올라온 뮤직비디오에도 한글 ‘아파트’가 선명하다. 벨기에 래퍼 AR은 “대체 아파트가 뭐냐”며 검색하다가 ‘어떤 일을 하려는 상황에 적합하거나 딱 들어맞는…’이라는 뜻이 나오자 “이게 아닌데”라며 좌절해 웃음을 안겼다.

 

한글이 ‘힙(hip·멋진)’한 시대이다. 트렌드 좀 안다는 외국인이라면 한국어 가사 들어간 노래를 흥얼거리고, 부침개·소맥·막걸리 같은 한식을 즐겨야 한다. 외국 유명인이 몸에 문신으로 새길 만큼 한글은 트렌디한 문자가 됐다. 콩글리시도 아예 공식 영단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세상. 단군 이래 우리가 처음 맞는 ‘힙 코리아(멋진 한국)의 시대’다.

◇콩글리시, 공식 영단어로 신분 상승

지난달 30일 서울관광재단에 있는 한국 문화 체험 공간 ‘서울 컬쳐 라운지’. 한글 캘리그래피 수업에서 ‘사랑스러운 포리나’ 옆에 ‘귀여운 디아나’, ‘낭만적인 하스믹’이 앉아 열심히 글자를 쓰고 있었다. 저마다 자신을 표현하는 수식어를 정한 외국인들은 선생님이 써준 한글 이름을 보고 “정말 귀엽다” “막상 쓰려니 긴장돼”라며 붓펜으로 열심히 흉내 내고 있었다.

 

▲서울컬쳐라운지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적어보고 있다. 이 곳은 문을 연지 4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적어 기념품을 만들고 싶은 외국인 관광객 등이 몰리면서 벌써 6600여명이 찾았다. /서울관광재단

 

이곳은 문 연 지 4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 세계 78국에서 6600여 명이 찾은 서울의 명소. “이모님, 여기 김치찌개 1인분이요” “너 술 취했니?” 같은 한국어 배우기, 한글 이름 새긴 기념품 만들기, K팝 댄스 배우기 같은 6가지 프로그램이 날마다 1~2개씩 돌아간다. 탁정삼 서울관광재단 본부장은 “외국인들 사이에 인사동에서 한글 이름 새긴 도장이 유행하더니 이제 직접 한글을 써보는 체험이 인기”라며 “몇몇 프로그램은 3주 전 예약 시작과 동시에 마감된다”고 했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콩글리시의 표본으로 여겨지던 파이팅(fighting)을 ‘힘내’라는 격려의 의미로 공식 등재했다. 영어 치킨과 한국어 맥주를 합쳐 만든 ‘치맥’과 ‘먹방’ 같은 단어도 이 글로벌 영어 사전에 올랐다. 한국어와 한국식 표현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지위가 상승한 셈이다. 올해는 떡볶이·찌개·달고나 같은 단어를 추가 등재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지난 한글날 프랑스 리그1 이강인의 소속팀인 파리 생제르맹(PSG)은 선수들의 이름을 한글로 적은 유니폼을 제작·판매했고, 김민재가 몸담은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은 독일 국적 선수들이 “최고야” “사랑해” 같은 한국어를 연습하는 영상을 올렸다.

◇예술로 승화하는 한글

한글은 외국인들에게 가장 잘 팔리는 ‘매력 상품’이 됐다. 한글을 예술적 형상으로 보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패션계의 황제라 불린 고(故) 카를 라거펠트는 “한글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자”라며 “세모, 네모, 동그라미 모양의 자음과 모음이 점과 선, 면을 사용하는 추상 회화 ‘큐비즘’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 구찌는 작년에 한글로 ‘구찌’라 적은 한정판 제품을 내놓았고, 영국 디자이너 프린은 ‘긴장하라’는 문구가 적힌 핸드백을 패션쇼 무대에 올렸다.

 

▲올해 한글날을 맞아 노스페이스가 내놓은 한글 티셔츠. /노스페이스

 

한글이 세련된 그림이자 로고, 캐릭터가 되면서 기업들은 너나없이 한글 상품을 내놓는다. 다이소가 지난 8월 30일부터 내놓은 훈민정음·민화 콘셉트의 한글 제품 시리즈는 한 달도 안 돼 완판됐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도 올해 한글날을 맞아 현재 사용되지 않는 옛 한글 디자인을 적용한 ‘한글컬렉션’을 내놓았다.

 

한글이 몸에 새겨지기도 한다.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이탈리아 체조 선수 엘리사 이오리오의 등에선 BTS 앨범 ‘러브 유어 셀프’를 옮긴 ‘당신 자신을 사랑하세요’라는 한글 문신이 발견됐다. 팝스타 라우브의 팔에는 한글로 ‘맛살’이라고 적혀 있다. 한국에서 먹은 맛살이 너무 맛있어서 그랬다고.

 

▲한글이 써진 티셔츠를 입은 외국인. /인스타그램

 

한글을 캐릭터나 로고처럼 소비하다 보니 ‘긍정적인 에너지’라는 티셔츠를 입고 심각한 표정으로 포즈를 잡는 모델이나 한국어 욕설이 적힌 상품이 등장하기도 한다. 과거 미국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신흥호남향우회’라 적힌 원피스를 입었던 것처럼 말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외설스러운 문구나 욕설이 적힌 외국어 티셔츠를 입었다가 진짜 뜻을 알고 당황하는 한국인이 적지 않았는데, 상황이 뒤집혀 이젠 ‘외국인이 입은 한글 티셔츠’를 우리가 보게 된 것이다.

◇”한국 술게임은 종합 예술”

미식의 최전선에는 한식이 있다. 작년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 어워드에서 미국 전체 1위는 한식 레스토랑 ‘아토믹스’였다. 뉴욕의 대표적인 건물 록펠러센터는 아이스링크가 내려보이는 바로 앞 자리에 한식당 ‘나로’를 입점시켰다.

아파트 열풍으로 한국의 술 게임은 전 세계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놀이가 됐다. 로제가 아파트 게임을 설명하는 영상은 열흘 만에 조회 수 400만회에 육박한다. 최근 아파트만큼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술게임은 바니바니 게임. “하늘에서 떨어진 토~끼가 하는 말”로 시작해 지목된 사람은 ‘바니바니’를 외치고, 옆에선 ‘당근 당근’을 되뇌인다. 해당 숫자가 들어간 순번이 되면 박수를 치는 3·6·9 게임이나 소주 병 안에 회오리 만드는 법 같은 술 자리 기교를 알려주는 영상도 ‘한국식 술 문화’를 궁금해하는 외국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국이힙이다

 

해외에서도 맥주 컵에 탁구공을 빠뜨리는 비어퐁 게임이나 플라스틱 맥주 컵을 튕겨 뒤집는 플립컵 게임을 하지만 그 부류는 각자의 개인기가 중요하다. 한국 술 게임은 주제곡 같은 노래와 동작을 다같이 하고, 관심있는 사람을 계속 지목하거나 걸린 사람 대신 술을 마셔주는 역할(흑기사·흑장미)이 있다는 게 특징으로 꼽힌다. 한국의 술 게임은 “형식은 노래와 춤이 섞인 종합 예술이고 내용은 인간관계를 가늠하는 심리 게임”이라는 평가다.

 

▲로제 브루노마스의 아파트를 윤수일 버전과 믹스한 '아파트2'. 3일 만에 조회수 37만회를 넘어섰다. /유튜브

 

가수 윤수일의 ‘아파트’도 다시 조명받고 있다. 유튜버 ‘정했다일기석’은 윤수일과 로제, 부르노 마스가 각자의 ‘아파트’를 번갈아 부르는 것처럼 편집한 ‘아파트2′를 공개했는데 4일 만에 43만번 이상 조회됐다. “신축 아파트와 구축 아파트의 컬래버” “은마아파트보다 윤수일 아파트가 먼저 재건축 됐다” “42년째 건재한 튼튼한 아파트” 등 신박한 댓글이 달렸다. 외국인들까지 합세하면서 윤수일의 ‘아파트’ 재생 횟수도 200% 가까이 늘었다.

◇외국인 제작 콘텐츠 늘고, 짝퉁도

한국적인 것이 최신 트렌드로 여겨지면서 ‘해외에 진출할 때는 현지화한다’는 공식도 깨졌다. 걸그룹 뉴진스가 지난 6월 일본에 데뷔하며 내놓은 ‘슈퍼내추럴’은 가사의 90%가 한국어다. 해당 국가의 언어로 가사를 바꾸던 공식을 버린 것이다. 5만명 규모의 도쿄돔에서 진행한 팬미팅에서는 50대 팬들도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불렀다. 영국 BBC 스튜디오는 지난달 자연 다큐멘터리 ‘아시아’의 주제곡에 한국 민요 아리랑 가락을 반영하고, 한국어 가사를 넣었다.

 

▲나이지리아 제작 영화 '마이 선샤인' 포스터. /유튜브 kema mama 채널

 

해외 제작자들도 한국을 차용한다. 나이지리아 인기 래퍼가 제작한 현지 제작 청춘 드라마 ‘마이 선샤인’은 공식 포스터부터 ‘나의 햇살’이라는 한국어가 쓰였다. 주인공들은 “엄마” “어떡해” “빨리” 같은 한국어를 쉴 새 없이 뱉는다. 넷플릭스는 한국인 2세 스티븐 연을 주인공으로 한 ‘성난 사람들’로 에미상 8개 부문을 수상했고, ‘고독한 미식가’로 유명한 일본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는 첫 연출을 맡은 극장판의 배경으로 한국을 골랐다.

 

뭐 하나가 대박 나면 유사·짝퉁 상품도 등장하기 마련이다. 한국 소맥이 인기를 얻자 동남아 등에서는 유사 소주 상품이 마트를 채운다. 싱가포르 타이거 맥주는 ‘타이거 소주’라는 신제품을 내놓았고, 태국 소주 회사는 ‘태양소주’라는 이름으로 한국식 과일 소주를 판다.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인 벨푸드로열은 ‘로얄 강남치킨’ ‘홍대치킨’이라고 적힌 제품을, 인도밀크는 ‘서울 바나나우유’ ‘한국 딸기우유’를 판다. 현지 교민들은 “한국어가 적힌 포장지를 보고 제품을 구입했는데 ‘맛이 없다’는 반응이 많다. 한국 상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런 말이 나올 만큼 호시절이다.

조선일보 이미지 기자

 

11-04 필수의료 위해서도 ‘실손보험 연내 개혁’ 제대로 해야

올해 실손보험 손실이 2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1조 원에 육박한 도수치료를 비롯해 체외충격파·증식치료·백내장 수술 등 비급여 지급액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7년 사이 비급여는 53% 늘어난 18조 원에 달해, 전체 진료비의 14.6%를 차지한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한 남성은 지난 11개월 동안 병원 8곳에서 비급여 물리치료를 342회나 받아 8500만 원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과잉 비급여 치료는 의료기관과 환자의 도덕적 해이의 결합물이다. 의사가 비급여 치료를 권하면 환자들이 거절하기 어렵다. 급여 진료와 달리 진료비 책정도 의료기관 마음대로다. 결국 실손 보험료 인상을 불러 다수의 가입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적자를 메우려면 보험료를 매년 15% 이상 올려야 할 정도다. 실손보험 비중이 높은 피부과·안과·성형외과·정형외과 등이 의료 블랙홀이 된 것도 문제다. 필수의료 인력들이 대거 유출돼 의료개혁에 차질을 빚고, 의료 시스템 전반을 위협할 지경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연내에 실손보험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조차 병원 반발로 참여율이 17.3%에 불과하다. 이번 기회에 대만처럼 새로운 비급여는 사전에 등록·신고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비급여 목록과 가격도 관리할 수 있도록 제대로 개혁해야 한다. 병원과 환자 모두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만큼, 의대 증원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교하게 추진하는 일도 중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11.06 소나무 무덤

단풍인 줄 알았다. 울긋불긋한 산을 보며 ‘벌써 단풍이 들었네?’라는 짧은 의문을 가졌을 뿐 그게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라고 짐작을 못 했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는 위에서부터 말라 내려오는데, 그러면 잎이 불그스름하게 바뀌면서 단풍처럼 보인다. 특히 솔잎이 우산을 접은 것처럼 아래쪽으로 쳐지는 것도 또 다른 증상이다.

 

이런 소나무 재선충이 경남 밀양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창궐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022년 37만8079그루가 재선충으로 죽었다. 그러나 2023년에는 106만5067그루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89만9000여 그루가 고사했다. 지역별로 보면 경북, 경남, 울산, 대구, 경기, 제주, 전남 등 145개의 시·군·구에서 재선충병이 발생했다.

 

▲경남 밀양시 상남면 한 야산에 있는 ‘소나무 무덤’. 위성욱 기자

 

재선충은 소나무에 기생하는 선충(1㎜ 내외 크기)의 일종이다. 나무 조직 내 수분·양분 이동 통로를 막아 소나무를 말려서 죽인다. 하지만 맨눈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작아 스스로 나무를 옮겨 다니지 못해 솔수염하늘소 등 ‘매개충’ 몸에 침투해 다른 나무로 옮겨 다닌다. 특히 재선충의 번식력은 놀랍다. 암수 한 쌍이 20일 후 20만 마리까지 번식해서다. 현재는 백신도 없어 걸리면 죽을 확률이 100%여서 ‘소나무 불치병’ 등으로도 불린다.

 

 이렇게 해마다 재선충이 창궐하는 이유에 대해 산림청은 기후변화를 꼽았다. 지구온난화로 소나무 생육 여건이 악화하고 봄철 고온 현상 등으로 매개충의 조기 우화(번데기가 날개 있는 성충으로 변화)와 활동 기간 확대로 재선충병 발생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다. 여기다 예산 부족 등으로 기존 재선충 감염목을 다 제거하지 못한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는 차량 접근이 가능하면 벌목해 다른 곳에서 파쇄한다. 그렇지 않은 곳은 전기톱으로 병에 걸린 소나무를 1m 크기로 자르고 쌓아 여기에 약을 뿌리고 대형 비닐(가로 1m, 세로 1.2m, 높이 0.7m)로 밀봉하는 ‘훈증방식’으로 처리한다. 그런데 이때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만 벌목하는 것이 아니다.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이 발생하면 함께 있던 닭과 돼지를 무더기로 살처분 하는 것과 비슷하게 재선충이 발병한 소나무 인근 소나무 등도 ‘감염 우려목’으로 분류해 함께 처리한다. 훈증방식으로 처리한 대형 비닐이 구제역 살처분 장면과 겹쳐져 ‘소나무 무덤’처럼 보인 이유다.

 

살처분 장면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살아 있는 생명이 땅에 혹은 저장조에 무더기로 매장되는 장면이 얼마나 끔찍한지 안다. 산에서 들리는 ‘윙~’하는 전기톱 소리가 자꾸 살처분 때 동물들이 내는 비명과 겹쳐졌다. 더는 이런 방식으로 재선충에 대응해서는 안 된다. 해마다 피해가 극심한 특별방재지역은 수종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산림청의 입장은 그래서 반갑다.

중앙일보 위성욱 부산총국장

 

11.06 [속보] 앤디 김, 美상원의원 당선…한국계 최초 역사 썼다

▲한국계인 앤디 김 미국 하원의원이 지난 8월 21일 (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서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 연설에 나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앤디 김(민주·뉴저지) 하원의원이 첫 한국계 상원의원이 됐다.

 AP통신은 5일(현지시간) 오후 8시 투표 마감 후 김 의원이 사실상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AP통신 출구조사에서 김 후보는 라이벌인 커티스 바쇼를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시간 6일 오전 10시 20분 기준 20%의 개표율이 이뤄진 가운데 김 후보는 55.9%의 지지율로 커티스 바쇼 후보(42.6%)를 13.3%포인트 크게 앞서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민자의 아들인 그가 취임 선서를 하면 연방상원의 첫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상·하원 의원 선거에 출마한 한국계 현직 하원의원 후보는 4명이다.

 

 3선 하원의원인 앤디 김은 상원의원에 도전했고, 하원에서는 영 김(공화·캘리포니아 40선거구), 미셸 박 스틸(공화·캘리포니아), 매릴린 스트리클런드(민주·워싱턴주 10선거구) 등 3명이 재선을 노리며 개표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 의원은 ‘아메리칸드림’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한인 이민자 1세대 부모 밑에서 태어나 뉴저지 남부에서 자랐다. 정치 입문 전에는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로 활동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아프가니스탄 주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 사령관 참모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라크 담당 보좌관을 지냈다.

 

지난 2018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뉴저지주 3지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그는 당시 공화당 현역 의원이었던 톰 맥아더에 신승을 거두며 뉴저지주의 첫 아시아계 연방 의원이 됐다. 이후 뉴저지에서 내리 3차례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의회 입성 후에는 주한미군 주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미 관계 강화를 위한 다양한 입법 활동을 펼쳐왔다.

 

2021년 1·6 의회폭동 사태 때 묵묵히 의회를 청소하는 장면으로 전국구 스타가 됐다. 지난 8월 21일 민주당 전당대회 때는 당당히 연단에 올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찬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18년간 뉴저지에서 군림해 온 민주당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이 부패 사건에 연루돼 당적을 잃자 지난 6월 뉴저지주 민주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 출마해 81%의 득표율로 정식 후보가 됐다.

 

그는 지난달 6일 TV토론 도중 건강 문제가 생긴 상대 후보에게 다가가 “괜찮냐”며 경쟁자를 배려하는 모습까지 전파를 타면서 유권자들로부터 “품위 있는 행동을 보여준 예의 바른 정치인”이란 호평을 받기도 했다.

중앙일보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11.06 서글픈 노벨문학상

 송학은 뒤집히고 비뚤어진 근현대 역사를 밝히려다 엄청난 고초를 당했는데, 비뚤어진 역사를 더 비틀어 소설을 쓴 한강이라는 작가는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아직까지도 노벨상 자체가 권위 있는 상이기는 하다. 하지만 한강의 노벨상 수상으로 대한민국의 역사는 또한번 만신창이가 됐다.

 

한강은 역사를 비틀어 노벨상을 받으니 좋아 하겠지만, 그 왜곡된 역사 때문에 대한민국이 두고 두고 세계적 악마의 나라가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난다. 죽은 노벨이 올해 문학상 수상자 한강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개인적 생각이지만 노벨이 처음 주창했던 시점의 노벨상은 아닌 것 같다. 적어도 노벨상이라면 거짓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사람에게 주어야지, 진실을 거짓으로 뒤집은 사람에게 준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건 하나님께서 보셔도 화가 나실 문제다. 대한민국의 역사에 무지한 스웨덴 한림원도 문제고, 각 부문별 선정위원들이 몇 배 수의 후보자를 선정하는 과정도 그렇다. 작품성만 따진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 작품의 소재가 왜곡된 역사라면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더더욱 대한민국의 근현대 역사는 지금도 충돌을 일으키고 있고, 역사를 왜곡하고 비튼 자들에 맞서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전남 광주 출신의 한강은 올해 53세다. 지역을 떠나 자신의 작품 소재가 된 광주 5.18, 제주 4.3 문제는 역사에 대한 편식이다. 광주 5.18은 여전히 유공자 명단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

 

국가유공자라면 당연히 보훈부가 관리해야 하지만 지금까지도 광주시가 관리하고 있다. 유공자들 중에 이해찬같은 엉터리가 있어 양심을 속이지 못하고 유공자증을 반납한 김영환 전 의원도 있다.

 

특히 40년 만에 해제 된 5.18 당시 서울의 미국대사관이 본국 정부에 보고한 전문 내용을 봐도 뭐가 문제인지 알 것이다. 이런 미완의 역사를 왜곡하고 비튼 것도 모자라 한강의 노벨상 수상이 그 역사를 박제하는 힘이 될까 화가 난다.

 

수상을 축하한다 해도 왜곡된 역사가 소재가 된 점은 두고두고 국민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한강이 쓴 소설에는 소년이 온다라는 것이 있다. 2014년에 선보인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5.18의 희생자를 다루고 있는데 한림원의 평가는 이렇다.

 

잔인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통해 증인 문학이라는 장르에 접근한다. 신원 미상의 주검, 묻힐 수 없는 주검을 보며 안티고네의 기본 모티브를 떠올리게 된다.”

 

한림원의 평가는 그들의 평가일 뿐이다. 여전히 대한민국은 역사전쟁이 진행 중이다. 어뚱한 생각 같지만 만약 한강이 대구나 경상도 출신이었으면 이 소설을 어떻게 썼을까. 만약 한강이 어느 한쪽도 치우치지 않고 진짜 객관적 판단으로 썼으면 이렇게 섰을까.

 

지난 20여녀간 5.18 진실을 밝히려다 수많은 수사에 시달리고 재판에 시달린 제 입장은 한강에 박수를 보낼 수 없다. 그가 나처럼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초를 당하고 엄청난 벌금을 물었다면 이런 글을 안 썼을 것이다.

 

5.18은 여전히 의문투성이고 지금도 많은 국민이 싸우고 있으니 이 정도로 해두자. 다음은 제주 4.3이다. 소설 제목은 작별하지 않는다이다. 2021년 발간한 장편소설로 4.3 제주가 무대다.

 

한림원 평가다. “응축된 듯 정확한 이미지로 현재에 대한 과거의 힘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집단적 망각 상태를 드러내고 트라우마를 공동 예술 프로젝트로 전환하려는 친구들의 끈질긴 시도를 추적한다.”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이것도 한림원 평가인 것이다. 그런데 무엇을 보고 정확한 이미지로 현재에 대한 과거의 힘을 전달한다고 단정하는가. 현재에 대한 과거의 힘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에 대한 과거의 왜곡을 전달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물론 한림원의 평가가 왜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문학적인 가치성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 근대의 모든 역사에 있어 팩트에 접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강 작가에 대한 평가는 아마도 이것 하나면 충분할 것 같다. 문재인 정권 때인 2017 107일자 뉴욕타임스에 이런 글이 실린다. 바로 소설가 한강이 기고한 칼럼형 글인데 충격적이다.

 

내용인즉, ‘미국이 전쟁을 얘기할 적에 우리 한국은 몸서리쳐진다.’]

 

우리가 북한과 전쟁을 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굳이 전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는 결국 미국의 대리전으로 희생된다고 썼다. 꼭 문재인 정권의 주장을 듣는 것 같지 않는가.

 

북한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식견에서 쓰여진 글이라면 이해하겠다. 반면, 알고도 이런 글을 썼다면 좌편향된 사고방식을 가진 역사편식 지식인일 뿐이다.

 

어쩌면 이번 노벨문학상 선정은 노벨상의 가치 추락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내 눈이 잘못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저 칼럼에서 보듯이 이번 한강의 노벨상은 역사 왜곡의 정당화를 시켜준 문학 위선의 증명을 보여준 것이라 본다.

 

그것이 아니라면 5.18이 꽃 같은 중학생 소년과 순수한 광주 시민을 우리나라 군대가 잔혹하게 학살했다는 이야기로 풀어내고, 제주4.3 사건을 순수한 시민을 우리나라 경찰이 학살했다는 단편적 발상으로 풀어낼 수 있는가 말이다.

 

여기서 뭐가 잘했다 잘못했다 따지기엔 이미 많은 진실이 밝혀져 있다. 다만 진실을 믿고 싶어하지 않는 세력들이 정치와 권력으로 버티고 있어 인정 않고 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한강에게 하나만 부탁하겠다. 노벨상 수상은 가문의 영광이겠지만 다음 책을 쓸 기회가 있다면 5.18 4.3의 실체적 진실을 좀 써보시기 바란다. 김대중의 노벨상에 대한 과욕이 북한에 천문학적인 돈을 퍼다주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오늘날 한반도에 핵위기와 평화의 위기를 가져왔음은 한강도 잘 알 것이다.

 

그렇다면 한강의 노벨상 동력이 된 5.18 4.3에 대한 편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곰곰히 생각해보라. 역사는 종지부가 없고, 거짓된 역사는 영원히 묻히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장담컨데 5.18 4.3에 대한 진실만큼은 한강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노벨상을 받은 만큼 이후부터는 이런 소설로 나라 망신을 안 떨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카이데일리  송학 손상대TV 대표

11.08 [속보] 제주 비양도서 어선 침몰…해경 "실종 13명 중 한국인 10명"

▲8일 오전 4시 34분쯤 제주 비양도 북서쪽 약 24㎞ 해상에서 부산 선적 선망 어선 금성호(129t)가 침몰 중이라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승선원 가운데 인근 선박에 구조된 이들이 한림항에서 병원 이송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4시 34분쯤 제주 한림읍 비양도 북서쪽 약 24㎞ 해상에서 부산선적 129톤급 선망어선 금성호가 침몰 중이라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해경에 따르면 A호 승선원은 출입항관리시스템상 27명(한국인 16명·외국인 11명)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14명(한국인 6명·외국인 8명)을 구조해 한림항으로 이송했다. 이 중 한국인 선원 2명은 의식이 없는 상태(심정지)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다른 12명은 의식이 있는 상태로 파악됐다.

해경은 나머지 실종자 13명을 찾기 위해 현장에서 수색을 벌이고 있다. 실종자 중 10명은 한국인이고 3명은 외국인으로 파악됐다.

 

금성호 선체는 완전히 침몰했다고 해경은 전했다. 현재 사고 해역에서는 해경 경비함정 9척, 항공기 4대, 해군 함정 3척과 항공기 1대, 남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선 1척 등이 동원돼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장의 가용자원 및 인력을 총동원하여 인명 수색과 구조에 만전을 다하고, 구조대원의 안전에도 유의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사고 관련 보고를 받고 해경과 국방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에 이같이 지시했다고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이 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렸다. 한 총리는 행정안전부·해양수산부·해경에 가용한 모든 함정과 주변을 운항 중인 어선, 상선, 관공선 등을 동원해 신속한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국방부에는 야간 수색 작업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조명탄을 지원하고, 항공기를 투입해 해경의 구조 업무에 최대한 협조하라고 주문했다.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11.08 역사를 비틀면 안 된다

세상은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 승리한 쪽이 있으면 패배한 쪽이 있고, 빼앗는 자가 있으면 빼앗긴 자가 있으며, 이득을 본 자가 있으면 반드시 손해 본 자가 있다. 그러나 이득도 손해도 보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왜곡도 거짓도 안 되고 비틀어도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역사다.

 

왜곡된 역사엔 이득을 본 자가 있는 반면 손해를 본 자가 있다. 거짓 역사엔 혜택을 누리는 자가 있는 반면 피해를 보는 자가 있다. 흔히 역사는 승리한 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승리한 자의 마음대로 역사를 기록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역사의 편향과 편식은 너무도 위험한 것이다. 역사의 왜곡과 비틀기는 더 위험하다. 한강의 소설을 두고 소설이니 소설로 보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너무도 무책임한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역사는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살아 있는 존재라고 한다.

 

과거의 역사는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왜 이런 말들을 하겠나. 불운한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 때문이다. 즉 과거의 경험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진실의 역사가 필요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열쇠라는 것이다. 어느 국가 어느 민족이건 역사를 통해 인류가 겪어 온 다양한 시험과 도전·성취와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있다.

 

역사란 우리 삶의 연대기이자 인류가 걸어온 경로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행동·생각·감정·사건들이 축적되어 현재를 형성하는 중요한 자료로 작용하는 것 아니겠나. 이런 점에서 볼 때 후대 세대는 앞선 역사를 통해 다양한 문화와 사상을 배우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들이 각 시대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관점을 느끼게 하는 것 아니겠나.

 

이로써 사회 구성원들은 서로 다른 관계와 사회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된 역사적 경험이 우리의 일상적인 삶과 함께해야 하는 것이다. 픽션이라는 가면으로 가려 사실을 왜곡시키려는 의도를 가져서도 안 된다. 한강에 묻는다. 5·18 4.3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소설을 쓴 것인가.

 

아니면 모르고 그저 소설의 소재로 이용한 것 뿐인가. 알고 썼다면 당신은 대한민국 근·현대 역사를 해친 사람이고, 모르고 썼다면 당신은 지금부터 당신의 책 내용이 대한민국 역사로 박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노벨문학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신이 태어나 오늘에 이르게 한 대한민국의 역사다. 노벨상은 물론 그 어떤 것도 대한민국 역사의 종지부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당신의 책을 근거로 이득을 보고자 하는 세력이 나오고 있으니 그 책임 정도는 져야 한다. 그들은 노벨상과 당신을 앞세워 왜곡되고 비뚤어진 역사를 자기들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이래서 역사 소설은 비록 소설이라 해도 진실을 근거로 해야 하고, 더더욱 우리나라처럼 남북이 대치하고 있고, 남한 내 주사파와 종북 세력이 득세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은 소설로만 보라며 당신의 소설이 남긴 부작용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직 역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누구는 비뚤어 지고 뒤집어진 역사를 바로잡으려다 감옥에 가고, 누군가는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으려다 엄청난 벌금을 물고, 누군가는 진실을 밝히겠다며 사람을 해치고, 누군가는 역사를 뒤집었다가 목숨을 잃는 일도 벌어지는게 역사 논쟁이다. 모두가 암울한 이 나라 역사이건만 지금도 역사 왜곡이 판을 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

노벨상의 기쁨은 혼자 다 차지하고 또다시 시작되고 있는 역사 논쟁의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는 것이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625전쟁이 그렇고 5‧18 4.3이 그렇다. 한국 사람만 죽은 것도 아니고, 전라도와 제주도 사람만 죽은 게 아니다. 다른 사람의 죽음은 가볍게 여기면서 특정지역 사람들의 죽음만 억울하다 표현하면 바로 그것이 지식 편식이자 역사 편식인 것이다.

 

지적하자니 너무 많아 한가지만 따져 묻겠다. 당신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는 두부처럼 잘리어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이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광주에 투입된 공수 부대원들이 소녀의 젖가슴을 칼로 베었다는 것으로 인식된다. 필자가 알기로 이것은 터무니 없는 것이다.

 

이 내용은 당시 좌파들이 시민 선동을 위해 없는 사실을 만들어 뿌린 전두환 광주살육작전이라는 유인물에 들어 있는 것 아닌가. ‘전두환 광주살육작전에는 끔찍한 내용이 많이 들어 있다.

 

첫째, 경상도 군인이 전라도 사람 싹쓸이 하러 왔다.

둘째, 공수부대원이 여자의 젖가슴을 대검으로 도려냈다.

셋째, 공수부대원이 임신한 여자의 배를 대검으로 찔렀다.

넷째, 죽은 시민을 불도저로 밀면서 처리하는 과정이 TV에 나왔다.

다섯째, 공수부대원이 광주에 들어 오면 광주시민을 무자비하게 죽일 것이다.

여섯째, 공수부대원 곤봉 속에는 철심이 박혀 있다.

일곱째, 공수부대원들이 독한 술과 환각제를 먹었고, 사거리 20m의 화염방사기를 쏘았다 등이다.

 

이걸 믿나? 이거 누가 만든 건지 아는가. 이 유언비어 유인물을 작성한 사람은 광주 운동권 김현장이라는 인물이다. 김현장은 조선대학교민주투쟁위원회 명의로 이 문건을 작성했다. 당시 김현장은 전남 구례의 천은사에 기거하고 있었다.

 

김현장은 유인물 초안이 완성되자마자 전주의 정의구현사제단에게로 달려가 이를 전달한다. 유인물을 전달받은 문정현 신부는 곧바로 전주성당의 고속복사기로 수만 장 복사하여 천주교 조직을 통해 전국으로 보낸다. 그런데 악성 유언비어 유인물을 작성한 김현장은 5·18 광주 현장을 직접 목격한 목격자가 아니었다.

 

김현장이 김대중을 만나러 서울에 도착했지만 김대중이 연 되었다는 뉴스를 듣자마자 곧바로 구례 천은사로 피신했기 때문이다.

 

김현장은 천은사에서 북한 방송이 퍼뜨리는 유언비어와 구례의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에게서 들은 유언비어를 토대로 1980 521 전두환의 광주살육작전이라는 유인물을 완성시킨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악성 유언비어 유인물 속의 내용을 소설 속에 그대로 묘사할 수 있는 걸까. 바로 전두환 광주살육작전’이란 유인물의 두번째 내용이 그 내용이 아니냐고 묻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국민이 그 문장을 읽으면 공수부대원들에 치를 떨지 않겠나. 아니, 전체 군인을 증오하지 않겠는가.

 

이런 터무니 없는 유언비어에 작가의 상상력을 덫칠해 또 다른 분노와 증오를 유발시킨 것이다. 반드시 사실 여부를 알아보고, 아니라면 국민과 공수부대원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

 

제발 앞으로의 책은 한강 작가 개인의 상상력을 동원해 대한민국 역사를 난도질 하지 말기 바란다. 한강 개인의 문학성이 결코 대한민국의 역사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많은 분이 한강 작가와 소설을 비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전 총신대 총장을 지내신 정성구 박사의 우려에 공감하면서 그의 주장을 여기에 옮긴다.

 

한마디로 그는 오늘의 자유 대한민국을 저주하고, 국가를 범죄 집단으로 몰아가는 좌파 이론을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서 실현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6·25 김일성의 남침 전쟁을 북조선의 주장대로 한국이 북침했다고 쓰고 있고, 이승만 대통령이 자유 대한민국을 세우는 중에 이를 반대하기 위한 건국 반대세력에 동조하고, 또한 공산당의 준동으로 이루어진 사태 들을 희생자의 입장에서만 바라보았다.’

 

수많은 비판 중에 정성구 박사의 글을 일부 소개한 것은 이분이 기독교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강은 회개는 못할지라도 이분의 지적을 꼭 곱씹어 보기 바란다. 왜냐하면 당신은 5‧18, 4.3폭동을 군과 경찰이 진압하지 않았으면, 진압하더라도 성공하지 못했다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됐을까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당시 진압을 못했다면 당신에겐 책 쓸 자유도 허락되지 않는 세상이 먼저 왔을 것이다. 당신의 노벨상 수상을 함께 축하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울분을 모른 척 하면 당신은 진짜 나쁜 사람이다.

스카이데일리 송학 손상대TV 대표

 

11.09 근조 화환의 나라

학교부터 연예회사까지

항의성 근조 화환 넘쳐

"죽었다"는 선언 수단

다만 저주는 아니어야

 

죽지 않았는데 조화(弔花)를 보낸다. 유행이라면 유행이다.

 

서울 성수동 SM엔터테인먼트 앞에 근조 화환 1000개가 놓였다. 인기 아이돌 그룹 라이즈 멤버 홍승한(21)씨의 탈퇴를 요구하며 지난달 11일 팬들이 보낸 것이다. 사생활 문제 잡음으로 잠시 활동을 중단했던 홍씨가 1년 만에 복귀를 발표하자 이를 반대하는 집단행동이었다. 화환 1개당 대략 국화 100송이가 꽂힌다. 일대 꽃집에서 국화 품귀 현상이 빚어질 정도였다. 한밤의 빌딩숲 일대가 일순 빈소(殯所)로 뒤바뀌는 가장 한국적인 장관. 한 영국인 팬은 “근조 화환은 본래 죽음을 경건하게 애도하는 표시 아니냐”며 “존중의 문화가 누군가를 괴롭히는 전술로 사용되는 상황이 끔찍하다”고 미국 NBC뉴스에 말했다.

 

고인(故人)에게 바치는 꽃, 실력 행사의 수단이 돼가고 있다. 지난 4일에는 경기도 분당의 네이버 본사 앞에 근조 화환 10개가 배달됐다. 연재 중인 네이버 웹툰 ‘이세계 퐁퐁남’이 여성 혐오적 색채가 짙다고 주장하는 일부 네티즌이 벌인 일이었다. 인도 위에 조화와 검은 리본이 나부끼는 살풍경. 네이버 맞은편은 주택가이고, 바로 옆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다. 지난봄에는 보건복지부(의대 증원 반대), 여름에는 대한축구협회(홍명보 감독 선임 반대) 등에 근조 화환이 대거 배달됐다. 법원, 방송국, 시청 등 거의 모든 이슈의 장소마다 근조 화환이 놓인다. 아무도 죽지 않았는데 “죽었다”는 선언만 넘쳐난다.

 

▲지난달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앞에 늘어선 항의성 근조 화환. 아이돌 가수 팬클럽이 보낸 것이다. 리본 문구 중에는 '명복을 빈다' '꺼져라' 같은 원색적 비난도 적지 않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근조 화환은 가성비 좋은 소품이다. 어떤 가치의 상실을 강조하고, 눈길도 확실히 끌어준다. 개당 5만원 수준에 당일 무료 배송·설치까지 해준다. 법적으로도 떳떳해졌다. 지난해에는 지방선거 당시 도지사 후보들을 비방하는 내용의 근조 화환 50여 개를 설치한 시민 단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선거 기간 화환 설치를 금지하는 선거법 조항도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을 받았다. 이제는 화가 나면 그냥 근조 화환을 보낸다. 물량 공세를 통한 세(勢) 대결 양상까지 띠고 있다. 경찰 측에서도 근조 화환을 집회 용품으로 간주할 정도다.

 

시위 도구가 돼버린 죽음의 메타포. 컴컴한 바깥에 소복 입은 귀신마냥 서있는 일련의 근조 화환을 보자면, 일부러 밤중에 국화를 감상했다는 다산 정약용의 일화를 떠올리게 된다. “촛불을 밝혔더니 기이한 무늬와 형체가 순식간에 벽면 가득히 나타났다… 윤이서(친척)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발을 구르고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 기이하고 기이하네. 천하에 다시 없는 광경일세(여유당전서).” 국화가 아닌 국화 그림자를 관찰하는 일은 그러므로 필요할 것이다. 기이한 풍경을 골똘히 살피다 보면, 거기서 의외의 순간이 드러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경기 성남시 서현초등학교 앞에 100개 넘는 근조 화환이 늘어섰다. 학부모 및 인근 주민들이 주문한 것이었다. 심각한 학교 폭력이 일어났다. 6학년 여학생 한 명을 동급생 다섯 명이 괴롭힌 사건. 모래 섞인 과자를 먹으라고도 했다고 한다. 50m 정도의 통학로를 흰 국화가 뒤덮었다. 처벌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교육 당국을 향한 충격 요법이었다. 다만 학부모들은 다음과 같은 주의 사항을 서로 공유했다고 한다. “근조 리본에 욕설, 과도한 비방 절대 금지. 초등학생이 보고 있으므로 응원의 말, 절제된 문구 쓰기.” 근엄할수록 목소리는 더 오래 살아있을 것이었다.

조선일보 정상혁 기자

 

11.10 임현택 의협 회장 취임 반년만에 탄핵...비대위 체제로 전환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긴급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착석하고 있다./뉴스1

 

10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탄핵됐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이날 오후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회장의 불신임안을 표결했다.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은 찬성 170표, 반대 50표, 기권 4표로 가결됐다. 의협 회장 탄핵안은 총회에서 재적 대의원 246명 가운데 3분의 2(164명)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대의원 가운데 3분의 2가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5월 취임한 임 회장은 최근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한 미흡한 대응, 간호법 국회 통과, 연이은 막말 논란 등으로 코너에 몰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임원진 단체 대화방에 임 회장에 대한 비방 글을 올린 지역의사회 임원을 고소하고, 취하 조건으로 임원에게 1억원을 요구한 사실까지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로써 임 회장은 취임 6개월 만에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의협은 정관에 따라 60일 이내 회장 보궐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보궐 선거로 새 회장이 선출되기 전까지 집행부 공백은 비상대책위원회가 메울 전망이다.

 

이날 임시 대의원총회에서는 비대위 구성에 대해서도 표결했다. 비대위 구성 안건은 찬성 106표, 반대 63표로 가결됐다. 비대위원장은 오는 13일 오후 8시 투표로 결정된다. 새 비대위의 임기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의협은 보궐 선거 일정을 앞당겨 한 달 이내 새 회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면 의정 갈등 해소가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대립해 온 임 회장이 물러나면 전공의들도 의협과의 대화에 참여할 것이고, 통일된 의견을 바탕으로 정부와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임 회장은 역대 두 번째로 탄핵된 의협 회장이다. 첫 사례는 지난 2014년 탄핵된 노환규 전 회장이다.

조선일보 정해민 기자

 

11.11 정치 투쟁 올라타고 다시 고개 드는 민노총 폭력

▲지난 9일 오후 4시부터 민노총,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등이 진행한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 대회’에서 일부 집회 참가자가 경찰의 질서유지선을 들어 올리고 있다. 약 4만 명이 운집한 이날 집회에서 경찰을 밀치고 신고된 집회 장소를 이탈한 참가자 11명은 입건 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독자 제공

 

민주노총 등이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개최한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경찰과 충돌해 11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사전 신고한 집회 장소를 넘어 전(全) 차로를 점거하려다 이를 막으려는 경찰 펜스를 거세게 밀어붙였다. 일부는 경찰관에게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다. 신고 범위를 넘어선 집회는 불법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집회 참가자들이 허가받은 범위를 벗어나거나 경찰 지시에 불복하면 강력하게 진압한다. 그런데도 민노총은 “경찰이 집회에 난입해 충돌을 유도하고 폭력 연행을 했다”며 참가자들이 연행된 경찰서 앞에서 석방 투쟁을 벌였다.

 

민노총의 폭력 집회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심지어 민노총에 우호적이었던 문재인 정부 때도 불법 점거와 폭력을 일삼았다. 현 정부 들어서도 서울 도심에서 돗자리를 깔고 불법 노숙 방뇨 시위를 벌여 도심을 난장판으로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불법을 저지를 수 있던 것은 문 정부가 경찰 공권력을 무력화한 영향이 컸다. 문 정부가 만든 경찰개혁위는 ‘사소한 불법을 이유로 시위를 막지 말라’고 권고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불법 시위에 원칙 대응하기 시작하면서 작년 중반 이후부터는 민노총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좌파 단체를 중심으로 정권 퇴진 투쟁 움직임이 일자 다시 폭력 행위가 등장한 것이다.

 

민노총은 오는 20일과 다음 달 7일에도 총궐기 집회를 벌이겠다고 했다. 민주당과 좌파 단체들도 정권 퇴진·비판 집회를 연이어 예고한 상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 사건 1심 선고가 불리하게 나오면 이 집회들이 더욱 폭력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불법 폭력 집회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엄정한 법 집행밖에 없다. 정부 차원에서 집회는 보장하되 불법은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반발이 있을 것이고, 각종 사고를 유도하려는 시도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법과 원칙을 양보하면 악순환만 낳게 된다.

조선일보 사설 

 

11-11 의사에 대한 존경의 원천

권도경 사회부 차장

지난 7월 서울 한 외과전문병원엔 장이 찢어진 80대 췌장암 환자를 수술해줄 수 있냐는 전화가 왔다. 원장은 거절했다. 협심증 등 기저질환이 너무 많았다. 고민하던 원장은 대학병원 담당 교수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환자 상태를 자세히 들어보니 당장 응급수술을 해야 했다. 원장은 “일단 수술할 테니 환자가 안정되면 다시 받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수술을 마친 환자를 앰뷸런스에 태워 대학병원에 손수 인계했다. 원장은 지난 2월 이후 대형병원이 수술하지 못한 환자를 받아 왔다. 인터뷰 당시 그는 의대 증원에 대한 반발심을 감추지 않았다. 수술실을 닫지 않은 이유는 이랬다. “할 때는 해야죠. 그게 외과예요. 그런 이들이 의사인 거죠.”

외과 수술은 할수록 적자가 난다. 수술 원가의 80%만 보전받아서다. 외과 중 화상 분야는 더 열악하다. 화상 사고는 특성상 부유층보단 사회적 약자가 많이 당한다. 화상 전문의가 되려면 외과 전문의를 딴 후에도 화상 치료만 5년 이상 더 배워야 한다. 난도는 높지만, 보상은 박하다. 전국 화상 전문의가 50명 남짓한 이유다. 대구·경북 유일한 화상전문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 목표는 지역에서 다친 중증환자를 골든타임 내 치료하는 것이다. 돈 문제에선 자유롭지 않다. “왜 이런 수익 구조로 환자를 치료하냐”란 질문도 자주 받는다. 그때마다 병원장은 이런 답을 들려준다. “그러려고 의사가 됐으니까요. 우리 도움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 외과 의사로서 할 일을 하는 것뿐이에요.”

전남 순천엔 ‘외인부대’ 같은 주산기전문병원이 있다. 원장을 비롯한 전문의 10여 명은 모두 다른 지역 출신이다. 의료취약지인 전남 동부권 고위험 산모와 미숙아를 지키기 위해 뭉친 것이다. 원장은 의료 파행 사태에서 내적 갈등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의사도 파업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전제는 뒀다. 그는 “파업이 마지막 수단인가, 정말 이렇게 할 수밖에 없나 등 질문을 끝까지 던져 답을 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의업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물음도 내놓았다. “의사들에겐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이 중요해요. 여러 가치관이 충돌할 때도 사회 구성원의 생명을 보호하는 걸 최우선으로 해야 해요.”

올 초 전공의 1만여 명이 집단사직했는데도 병원이 무너지지 않은 건 이들 같은 의사들이 자리를 지킨 덕분이다. 한 사직 전공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병원에 복귀하려면 의사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다시 생겨야 한다고 했다. 의사의 사회적 지위가 높은 건 도덕적 책무 때문이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9개월간 드러눕는 ‘탕핑’으로만 일관했다. 협의나 대안 없이 ‘의대 증원 백지화’만 외친 이들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볼 수 있을까. 사회적 존중은 남이 베푸는 게 아니라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의사들은 수많은 갈림길에서 손해 나는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환자를 통해서만 사회적 존중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 의사가 돈을 위해 존재하는 직업이 아니라는 사실도 입증했다. 모든 직업은 일하는 의미를 모르면 가치를 잃는다. 의사이기에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문화일보

 

11.11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삼촌 한충원 목사가 '돌팔매'를 각오하고 쓴

‘조카에게 보내는 편지’

"과거의 상처를 헤집어 파는 듯한 시각으로만 쓰지 말고... <채식주의자>는 청소년들에게 읽혀서는 안 돼 

▲한충원 목사. 사진=페이스북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작품세계와 역사인식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강 작가의 삼촌인 한충원 목사가 페이스북에 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에게 보내는 삼촌의 편지’가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한강 작가의 형 한승원 작가보다 17살 아래인 한충원 목사는 전남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신학교로 진학, 현재는 대전 행복이넘치는교회(기독교한국침례회) 담임목사로 있다.

 

200자 원고지로 120매가 넘는 장문의 글에서 한충원 목사는 먼저 “형님 가문의 영광이요 대한민국의 쾌거”라면서 한강 작가의 수상을 축하하고, 한강 작가의 형인 한승원 작가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를 이야기하면서 한강 작가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을 되새겼다. 또 ‘37년 전에 셋째형님의 장례식에서 그 형님의 구원 문제로 형님과 나 사이에 큰 충돌이 일어난 후로 형님 집안과 소원’하게 된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 후 한충원 목사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이후로, 국내에서 노벨문학상의 권위는 물론 조카의 작품에 대한 외설성 비판과 청소년 유해성 시비가 일어나고(전국학부모단체의 반대와 국회에서 논란), 5.18 민주화운동과 4.3 사건에 대한 평가 시비가 새삼 일어나고, 주한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 노벨문학상 취소와 한림원 규탄 시위까지 벌어지며, 조카의 작품을 비판했던 어떤 작가가 특정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되는 상황을 보면서 나는 이 나라의 장래가 심히 걱정되었다”면서 “최근에 자주 SNS 단체방에 조카의 작품에 대한 비난 글들이 게시되고, ‘조카의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지인들의 전화까지 받을 때는 참담하기 그지없었네. 온 국민이 함께 기뻐해야 할 일인데, 조카의 작품에 대한 극단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지는 지경에 이르니 그저 가슴이 아플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목사는 “이 글을 인터넷에 올리자마자 수많은 사람이 나를 향해 ‘나쁜 놈’이라고 돌팔매질할 수도 있음을 익히 알고 있지만 이 편지를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한충원 목사는 이어 ▲ 4·3사건이나 5·18 등 현대사에 대한 한강 작가의 역사인식, ▲ 한강 작가의 작품 속에 나타난 성(性)에 대한 묘사, 그리고 ▲ 기독교 목회자의 관점에서 본 문제점 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 중 앞의 두 문제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작가가 비극적 현대사를 다룰 때는 극히 조심해야"

한충원 목사는 “제주 4‧3 사건과 6‧25 한국전쟁은 이념 대립의 비극적인 산물이고, 5.18은 군사독재정권의 재탄생에 반대하다가 확대된 비극적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한 목사는 “그리스도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4‧3과 6‧25는 ‘하나님이 없다’ 하는 유물론자들과의 대립 과정에서 발생한 민족적 비극”이라면서 “또한, 6‧25는 미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진영(그리스도 교회를 인정함) 국가들과 북한을 앞세운 소련과 중국의 공산독재진영(그리스도 교회를 인정하지 않음) 국가들과의 전쟁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한 목사는 4‧3 사건에 대해 “제주 4‧3은 남로당(공산주의자)의 선동과 난동에 휩쓸려 선량한 시민들까지 죽임을 당한 비극적 사건”이라면서 “당시의 미군정(美軍政)은 대한민국의 헌정 수립을 반대하는 공산주의자들의 난동을 묵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목사는 “진압 과정에서 남로당으로 몰려 죽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충원 목사는 “문학 작가가 비극적 현대사를 다룰 때는 극히 조심해야 하네. 그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 아직도 살아 있고 서로 다른 관점들이 대척을 이루고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건을 어느 한쪽의 관점만으로 평하는 듯한 시각을 작품에서 드러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네”라면서 “잘못하면, 작가는 본의 아니게 특정 집단과 세력을 지지하는 홍위병 역할을 하게 되네.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큰 상처를 주고 그들에게서 분노를 일으키게 만든다”고 경계했다.

 

한 목사는 또 “국가비상사태 속에서 평범한 시민들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 불가항력의 피해를 받았다고 한다면, 가해자인 경찰이나 군인이 자원해서 가해했겠는가를 생각해 보소”라면서, 가해자로 지목받는 군경의 입장도 생각해 볼 것을 요청했다.

 

“우리나라같이 두어 사람만 건너면 거의 다 알 만큼 높은 관계 밀도의 사회에서 이성적인 군경이 쉽게 총탄을 발사할 수 있겠는가? 시위 현장의 군경(軍警)들은 상부의 명령에 따라 국가 권력을 집행하는 사람일 뿐이네. 그들도 우리의 동족이요 한 가정의 가장이요 아들이었네. 그들이 그 현장에서 죽었다면, 그들도 국가 권력에 의한 피해자라고 볼 수 있네. 일반 시민이건 군경이건 다 불쌍한 사람들이라네.”

 

한충원 목사는 “작가는 어떤 역사적 사건 속에 처한 인물의 모습을 그리되 그 사건의 진실 여부를 밝히듯이 풀어내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국내의 현대 역사를 바라볼 때 작가의 시선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나침반의 바늘처럼 움직여 그 진실 여부에 대한 판단을 독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의 세몰이에 영합하는 듯한 작품을 쓰지 말고..."

한강 작가의 대표작인 <소년이 온다>을 염두에 둔 듯, 한충원 목사는 “5.18의 발발 원인은 몇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자신이 20대 중반에 그 시대를 살았고, 5.18의 시작이요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남대 출신(1975학번)임을 밝혔다.

 

한충원 목사는 “당시에 ‘김대중 선생’이 한국에 없었다면 5.18이 일어났을까? 아마 5.18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5.18은 민주화를 염원한 시민의식에서 기인했다고 하지만 그 원인을 한두 가지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충원 목사는 “조카는 마치 이 대한민국이 정의롭지 못하여 살 만한 나라가 아닌 것처럼 여기도록 만드는 작품을 몇 편 쓴 것으로 알고 있네”라면서 “그런 (문학상) 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오늘날 국내의 예술인들과 문학인들이 괜찮은 대접을 받는 것, 단편소설 한편의 원고료로 한 달 정도의 생계를 꾸릴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이만큼 잘 살게 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목사는 “이제 문학 작가들도 이념이나 지역 갈등을 부추겨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정치인들의 세몰이에 영합하는 듯한 작품을 쓰지 말고 공평한 자세로 써야 할 것으로 생각하네”라면서 “과거의 상처를 헤집어 파는 듯한 시각으로만 쓰지 말고 이제는 양쪽의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쓰면 좋겠네”라고 말했다.

 "소설 <채식주의자>는 분별력 약한 청소년들에게 읽혀서는 결코 안 돼"

한충원 목사는 한강 작가의 작품 <채식주의자>를 둘러싼 외설(猥褻)논란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한 목사는 “형부‧처제의 관계 및 장면 묘사는, 아무리 작품의 구성상 필수 불가결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작품의 극히 일부라 할지라도 충분히 비판받을 만하네”라면서 “나의 어린 시절에 우리의 어머니들이 미혼 딸한테 결혼한 딸집에 놀러 가지 말라고 당부하셨던 뜻은 무엇일까? 형부와 처형‧처제 관계는 인간의 연약함으로 인륜을 깨뜨릴 위험이 있음을 아셨기 때문이네”라고 상기시켰다.

 

한 목사는 “작가는 양심과 기본적인 도덕률을 지키는 범주 안에서 작품을 써야 하네”라면서 “작품 구도상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면 자신을 속이는 것이고, 스스로만이 아니라 인류공동체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 목사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상황 윤리로 패륜적인 것이 정당화된다면, 근친상간 행위도, 수간(獸姦) 행위도, 심지어는 인육(人肉)을 먹는 범죄 행위도 얼마든지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미화시킬 수 있네”라면서 “그것은 타락의 극치네. 그런 작가는 인류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길 포기한 사람이라고 지탄받을 만하네”라고 지적했다.

 

한 목사는 “소설 <채식주의자>는 혈기 왕성하고 절제력과 분별력이 약한 청소년들에게 읽혀서는 결코 안 된다고 생각하네. 어른들에게도 추천하기가 두려운 작품으로 여겨지네”라면서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에도 나오는 패륜 관계니까 괜찮을 것이라는 왜곡된 윤리 의식과 성 관념을 청소년들에게 심어주고 모방 범죄도 부추길 수 있네”라고 지적했다.


한충원 목사는 “그렇지 않아도 우리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일들이 진저리나게 많이 일어나고 있는 이 세상에 어둠과 절망을 더 얹어주는 작품이 아니라 세상을 밝게 비춰 주고 세상 사람들에게 소망을 안겨주는 작품을 쓴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라고 당부하면서 “30년 동안 수많은 작품을 쓰느라 너무 수고했으니, 이제는 쉬엄쉬엄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고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길 바라네”라는 기원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아래는 한충원 목사의 글 전문.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에게 보내는 삼촌의 편지’

 사랑하는 조카,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네. 조카 개인의 크나큰 영광이요 아버지 한승원 작가 형님 가문의 영광이요 대한민국의 쾌거네. 나도 조카와의 관계를 아는 지인들로부터 꽤 많은 축하 메시지와 전화를 받았다네.

 

나도 지난 40여 년 동안에 100여 편의 논문과 연구보고서를 쓰면서 체험한 바로는 한편의 작품을 쓴다는 것이 마치 자신과의 씨름처럼 힘든 일인데, 하물며 상상의 세계를 글로 옮기는 창작은 얼마나 힘든 일이겠는가? 오죽하면 창작 활동을 임신과 출산에 비유하겠는가? 특히 분량 면에서 볼 때도 소설작품은 다른 장르에 비해 창작의 진통이 상상하기가 힘들 것이네. 나도 과거에 몇 편의 중ㆍ단편소설과 시와 수필 등을 써보면서 조금은 경험한 일이라서 공감할 수 있다네.

 

조카가 그런 세월을 3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이룩한 위업에 대하여 어떻게 몇 마디 말로 존경과 찬사를 표현할 수 있겠는가? 여하튼 가슴 벅찬 축하를 보내네.

 

게다가 조카를 낳고 키우신 아버지 한승원 작가 형님 내외분에게도 뜨거운 축하를 보내드리고 싶네. 어쩌면 형님은 자제인 조카를 통하여 젊은 날의 고된 나날에 대한 보상을 받으셨다고도 할 수 있다네. 교사 생활과 창작 활동을 겸하면서 자녀 3명을 부양하고, 어린 동생 3명을 돌보시며, 대가족 집안의 가장 역할까지 하셨으니 형님은 인간적으로 거인이셨네.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희랍인 조르바”의 주인공 ‘조르바’나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초인과 같은 모습이었다고 할까?

 

그래서 17살 아래 동생인 나의 청소년 시절에 형님은 나의 영웅이었네. 형님은 내게는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대한 분이었네. 어떻게 보면, 나는 그분의 분신처럼 성장했다네. 형님은 나의 문학적 재능을 알아보고 나의 병역특례 기간(5년)이 끝나면 김원일ㆍ김원우 작가와 같은 형제 작가로 살아가자고 제안하셨네. 나는 형님의 은덕을 갚고자 형님이 교사직을 그만두고 작가로 활동하시던 초기 4년 동안 나의 월급 절반 이상을 형님에게 보내드리면서 형님의 전업작가 생활을 도왔다네. (그때 조카는 초등 시절이었네.) 게다가 형님은 나의 결혼 주례로 작가 이호철 선생님을 세워 나의 작가 활동 발판을 마련해주실 만큼 나를 아끼셨다네.

마치 아들을 챙기듯이.

내가 손위ㆍ아래 누이 둘과 함께 형님 집에서 살았던 10년 세월의 힘들고 슬프고 어려웠던 시절이 떠올라 목이 메네. 아버지의 생전까지 꽤 괜찮았던 우리 집안(9남매)은 아버지의 소천 이후로 갖가지 비극적인 불행들이 덮쳐오면서 암울했고 가세까지 크게 기울었다네. 그래서 나는 중등 1년부터 누이 둘과 함께 광주에 사시던 형님에게 맡겨져 함께 지내게 되었네. 우리는 두어 번의 이사 끝에 형님의 처가에서 지어준 한옥집에서 살았네.

 

그 한옥집은 광주 신역(新驛) 뒤와 로켓 배터리 공장 옆에 위치하였는데, 비포장도로와 퇴비 적치장에서 몰려오던 먼지와 파리를 막아내야 했고, 밤마다 근처 판자촌 남정네들의 객기 부리는 소리를 들어야 했네. 그때 조카는 유년이었고 나는 고등ㆍ대학 시절이었네. 그 시절의 추억들이 가슴 아리게 되살아나네.

 

내가 고등 2년 어느 날 늦은 밤에, 형님은 술에 취해 퇴근해서 나를 툇마루로 불러내더니 나한테 이런 말씀을 하셨네. “우리 집안은 대대로 문필가만 있다. 무관도 있어야겠다. 네가 육군사관학교에 가는 것도 좋겠다. 이사장님이 나를 불러서 내가 그런 작품을 계속 쓰면 나를 해직시키라는 경고를 어떤 기관으로부터 받았다는구나. 군사독재정권이 싫지만, 네가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하는 것도 괜찮겠다. 어떤 작가는 자기 형님이 고급장교라서 잡혀가도 바로 풀려나더라. 너한테 정말 미안하구나.” 형님과 나는 툇마루에서 서로 껴안고 한참을 울었네.

 

형님은 교사 생활과 창작 활동을 병행하기가 힘들었는지 자주 아프셨다네. 창작 활동에만 전념하길 갈망하셨지. 나는 거의 매일 밤과 새벽에 형님의 타자기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중ㆍ고ㆍ대학을 마쳤다네. 측간(변소)에 들어가면 형님이 퇴고하신 원고지(휴지)를 읽느라 다리에 쥐가 나기도 했다네.

 

조카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 항상 차분하고 다소곳하며 혼자 방에 누워서 무슨 생각엔가 골몰하곤 하던 조카의 모습이 기억나네.

 

조카가 아기 때 엄마 형수님이 담장 없는 1층 양옥집 마당에서 밥 짓는 불을 지피는 동안에 조카를 업어주었는데, 조카가 하도 울어대는 바람에 짜증이 나서 내가 조카의 엉덩이를 꼬집어 더 울렸다네. (이 자리를 빌려 용서를 구하네.)

 

내가 대학 1년 때 교양 영어 작문 리포트를 써놨는데, 5살 조카가 내 책상에 올라가서 리포트에 색연필로 그림을 그려놓아 황당했다네. 리포트를 새로 베껴 쓸 시간이 없어서 색연필 그림이 그려진 이유를 리포트 위에 써서 그대로 제출했는데 교수님한테서 ‘Excellent’를 받았던 일이 떠오르네.

 

형님의 제안으로 조카가 중등 2년에 영어교과서를 다 외우면 상금을 주기로 했었는데 석 달 후에 조카는 거짓말처럼 한 자리에서 교과서 전체를 연습문제까지 단 한 문장도 틀리지 않고 다 외웠네. 나는 기겁했고 그때 이미 조카의 비범함을 직감했네. 나는 어깨에 힘주면서 형님 내외분 앞에서 조카에게 상금을 주었다네.

 

지금부터 18년 전에 형님의 김동리문학상 시상식에서 내가 조카의 얼굴을 본 이후로 편지로나마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네. 지금부터 37년 전에 셋째형님의 장례식에서 그 형님의 구원 문제로 형님과 나 사이에 큰 충돌이 일어난 후로 형님 집안과 소원해져 있었지만, 그래도 나의 인생에서 은인이신 형님의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려고 갔던 자리였네. 그 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조카를 가끔 매스컴을 통해 보곤 했다네.

 

그 동안에 멀리서 조카의 맨부커상 수상 소식을 들었지만,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자 나는 복잡한 감정에 빠졌다네. 솔직히 말해, 기쁨에 앞서 적잖은 충격과 놀라움과 걱정에 빠졌다네. 노벨상 수상으로 인하여 오히려 형님 집안이 하나님의 구원에서 더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조카의 작품에 대한 평가로 한국 사회가 두 쪽으로 갈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라네. 20여 일이 지나는 동안 충격과 놀라움이 많이 사그라지고 마음이 정리되어 이제야 축하 편지를 보내네. 형님 집안과 아예 단절된 상태에서 조카의 전화번호나 주소를 전혀 몰라 불가피하게 공개편지를 보내게 되었네.

 

사실, 조카와 나의 단절도 예수 그리스도 신앙을 미워하고 배척하신 형님에게서 비롯되었음을 이 자리에서 밝히고 싶네. 지금부터 39년 전에 2년 동안 형님과 나는, 알코올중독에 빠져서 인생이 망가져 가는 셋째형님의 치유 방법을 놓고 두 해 동안 서로 첨예하게 갈등하였네. 그러다가 셋째형님은 돌아가셨고 그 형님의 장례식 기간에 “예수 그리스도 이외에는 어떤 사람도, 어떠한 것(문학 포함)도 인간의 영혼을 구원할 수 없다”는 나의 주장에 분노하여 형님은 3일 동안 나를 가혹하게 핍박하셨네. (그 핍박이 어떤 것인지는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없네.) 형님은 “피를 뽑고 뼈를 갈듯이 글을 써서 너를 가르쳤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면서 그 말을 취소하라고 요구하며 삼우제 날 새벽까지 나를 심문하셨다네.

 

문학을 목숨처럼 여기면서 작가 활동을 해오셨던 형님에게 “문학에는 구원이 없다”는 나의 말이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일으켰던 것이네. 그때부터 형님과 나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오게 되었네. 40대 중반에 잠깐 세속에 빠졌지만, 나는 지금까지 38년 동안 예수 그리스도 신앙으로 영혼과 인생이 망가진 이웃들이나 붕괴 직전의 가정들을 회복시키는 일에 전념해왔다네. 하지만 형님 집안의 구원에 대한 나의 눈물의 기도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네.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이후로, 국내에서 노벨문학상의 권위는 물론 조카의 작품에 대한 외설성 비판과 청소년 유해성 시비가 일어나고(전국학부모단체의 반대와 국회에서 논란), 5.18 민주화운동과 4.3 사건에 대한 평가 시비가 새삼 일어나고, 주한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 노벨문학상 취소와 한림원 규탄 시위까지 벌어지며, 조카의 작품을 비판했던 어떤 작가가 특정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되는 상황을 보면서 나는 이 나라의 장래가 심히 걱정되었다네.

 

최근에 자주 SNS 단체방에 조카의 작품에 대한 비난 글들이 게시되고, ‘조카의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지인들의 전화까지 받을 때는 참담하기 그지없었네. 온 국민이 함께 기뻐해야 할 일인데, 조카의 작품에 대한 극단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지는 지경에 이르니 그저 가슴이 아플 뿐이네.

 

나는 조카의 혈육이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도(신학)를 공부하여 안수받고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를 목양하고 있는 목회자요, 초등시절부터 29살까지 시간만 나면 국내는 물론 세계 문학ㆍ사상 서적들을 탐독하다가 21살에 처음 써봤던 단편소설이 대학문학상에 당선되고 22살에 두 번째 써 봤던 단편소설이 지방신문의 신춘문예(소설 부문)에 당선되었고 그 후로 29살까지 작가의 길을 준비했던 휴면(休眠)작가요, 또한 부강한 조국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려고 45년 동안 국방연구개발 현장에서 세 번이나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일했던 공학자 출신이네.

 

이런 인생을 살아온 삼촌으로서 조카의 작품에 대한 논란거리를 중심으로 포괄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조카의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대해서 제안하고 싶다네. 어찌 되었건 나의 청소년 시절에 내게 은덕을 베푸신 형님의 자제요 내 등에 업어주기도 하고 예뻐하면서 함께 자란 조카의 작품에 대하여 논한다는 것 자체가 마치 가슴에 생채기를 난 것처럼 마음이 아프네.

 

이 글을 인터넷에 올리자마자 수많은 사람이 나를 향해 ‘나쁜 놈’이라고 돌팔매질할 수도 있음을 익히 알고 있지만 이 편지를 쓰지 않을 수 없네. 편지를 써야 할지 말지를 하나님께 여러 번 여쭤보기도 했네. 보름 남짓 기도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이 편지를 쓰면서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르겠네.

 

나는 대의를 위하여, 나의 조국의 백성들과 후손들의 영혼을 위하여 이 편지를 공개하기로 결심했네. 이 시대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더욱 급속도로 소돔과 고모라와 같이 성적으로 타락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네. 우리나라마저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동성애의 합법화가 시도되고, 영혼까지 파괴하는 성폭력이 수없이 자행되며, 이혼율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거의 1위를 차지하는 것은 통탄할 일이네.

 

따라서 문학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대하여 사회ㆍ윤리적인 책임 의식을 갖게 하고, 우리 국민이 문학작품에 대하여 분별력을 갖도록 하며, 이 땅에서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도록 애쓰는 목회자로서의 사명감으로 이 편지를 공개하게 되었네. 깊이 이해하길 바라네.

첫째, 노벨문학상의 권위에 관한 의견

노벨상은 어쩌면 세계 최고의 상이라고 할 수 있네. 매년 물리학, 화학, 생리학ㆍ의학, 경제학 분야에서 학문적 업적이 뛰어난 학자들에게 수여되는 영광스런 상이기 때문이네. 나도 과학기술 분야에서 종사해서 잘 알지만, 과학상은 우리나라의 과학ㆍ의학자들도 관심이 많은 상이라네. 한데, 문학상은 과학상과는 달리 대중적으로 더 큰 관심을 받는 상이지.

 

조카의 수상은 우리 국민에게 큰 충격과 감격을 안겨 준 거라네. 외국어로의 번역이 어려운 한글의 특성상 노벨문학상의 변방으로 여겨지던 한국에서 처음으로 수상자가 나왔으니 얼마나 놀랍고 기쁜 일이겠는가? 역사적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

 

그런데, 한편에서는 조카의 수상에 대하여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얘기가 나오니 정말로 마음이 아팠다네. 왜 온 국민이 기뻐하지 않을까? ‘노벨번역상’이 더 낫겠다는 비아냥 조의 시비, 지구촌 지역 안배 차원이나 격년으로 남성ㆍ여성을 번갈아 가면서 수여하는 정치적 방식에 관한 시비, K-문화 세계화에 편승했다는 시비, 국내의 어떤 작가들이나 이웃 나라의 작가들과 비교하는 중량감 시비, 4.3사건과 6.25 전쟁과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시비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네. 질투와 시기 때문에 비판한다고 이런 시비와 비판들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하네.

 

사실, 나도 20대에는 소설 문학 작가로 살아갈까 하고 고민했던지라 노벨문학상에 관심이 지대했네.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에게 찾아오셨던 30세 전까지는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들을 사서 탐독했었다네. 그래서 노벨문학상 작품들과 소위 세계 명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작품들을 비교해 볼 수 있었다네. 수많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중에 그때만 반짝했다가 잊힌 작가들이 대부분이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노벨상 수상 작품 중에 나를 감동시킨 작품들이 별로 없었다네. 하지만 게오르규, 헤밍웨이, 스타인벡, 레마르크, 시엔키에비치 등의 작품들은 읽은 지 40여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네. 이처럼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이라고 후세 사람들에게 다 사랑받진 않는다네.

 

그리고, 노벨상위원회는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윈스턴 처칠’ 수상에게 평화상을 주기가 석연찮으니까 그의 자서전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을 근거로 그를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네. ‘사르트르’는 노벨문학상을 거부했는데, 이는 작가와 철학자란 자신이 속한 체제나 이념에 얽매이거나 동조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네. 사르트르의 이런 신념은 국내 작가들이 4.3 사건, 6.25 한국전쟁, 5.18 민주화운동 등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작품을 써야 하는지를 교훈해주네.

 

내가 감동적으로 읽었던 세계명작소설들은 당시의 어떤 체제나 이념을 비판하거나 옹호하지 않고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이 그 상황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어떤 체제나 이념에 대한 판단을 맡기는 식으로 풀어갔다네.

 

또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 않았네. ‘베토벤’이 악성(樂聖)이라고 불린다면, ‘톨스토이’는 성인(聖人)으로까지 불린다는 것을 잘 알 것이네. 그는 단순히 소설가만이 아니라 인류의 도덕적 방향을 담아낸 사상가였으며 자신의 소설작품인 ‘부활’ 속의 주인공처럼 살았던 작가였다네.

 

이처럼 노벨문학상은 분명한 수상 기준이 없이 수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네. 따라서 조카는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서 작가로서 정상이요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제부터가 시작이라 생각하고 후세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명작’의 반열에 들어갈 작품을 남기길 기원하네.

둘째, 조카의 소설작품 ‘채식주의자’에 대한 외설성 비난과 청소년 유해성 논란에 관한 의견

소설은 허구(虛構)이지만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글이네. 허구는 상상에서 오지만, 그 상상을 글로 표현할 때는 책임이 뒤따른다네. 그래서 상상을 글로 표현할 때는 절제가 있어야 하네. 숨겨야 할 것은 숨겨야 하네.

 

도둑놈도 자기 자식한테는 도둑질하는 것을 숨긴다네. 자식 딸린 매춘부도 자기 자식한테 몸 파는 장면은 안 보여준다네. 불량 식품을 파는 장사꾼도 자기 자식한테는 그 불량 식품을 먹이지 않는다네.

 

불의하고 못된 사람들도 이처럼 행동하는 것은 그들에게도 창조주 하나님이 주신 양심이 있기 때문이네. 그 일말의 양심도 없다면 인간은 영혼이 없는 동물과 다를 바 없네. 육체의 욕구가 이끄는 대로 행동하기 때문이지.

 

피해자인 내가 아무리 억울하다고 해서 할 말 다 한다면 내가 속한 공동체는 깨질 수 있네. 그래서 어떤 경우는 죽을 때까지 비밀을 품고 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가해자가 죽은 뒤에 그 비밀을 말하거나 그 후손들의 명예를 생각해서 영원히 비밀에 부칠 경우도 있다네. 이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양심이며 기본적인 도덕률이네.

따라서 작가는 양심과 기본적인 도덕률을 지키는 범주 안에서 작품을 써야 하네. 자기가 속한 사회에 대하여 도덕적ㆍ윤리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네. 돈 버는 데 혈안이 된 포르노 작가가 아닌 이상 작가에게는 그런 기준이 있어야 하네. 작품 구도상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면 자신을 속이는 것이고, 스스로만이 아니라 인류공동체를 파괴하는 행위이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상황 윤리로 패륜적인 것이 정당화된다면, 근친상간 행위도, 수간(獸姦) 행위도, 심지어는 인육(人肉)을 먹는 범죄 행위도 얼마든지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미화시킬 수 있네. 그것은 타락의 극치네. 그런 작가는 인류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길 포기한 사람이라고 지탄받을 만하네. 그런 작가는 윤리적 타락의 선봉장이 되는 것이고 그 사회가 소돔ㆍ고모라와 같이 불 심판을 받게 되는데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네.

 

사람들의 영혼과 인생을 망가지게 하고 파괴하는 데 도움을 준 작품을 써서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번다면, 그 작가는 30여 년 전에 아프리카 수단에서 독수리가 들판에 쓰러져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는 광경을 촬영하고 그냥 지나쳤던 사진작가가 퓰리처상을 받은 것과 다를 바 없다네. (그 사진작가는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네.) 의과대학 교수가 위급 환자를 수술하려고 해부해놓은 뒤에 제자 학생들에게 환부를 보여주면서 강의하다가 환자를 죽게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네.

 

하나님께서 창세에 우리 인류에게 일부일처제(一夫一妻制)를 주신 이유는 경건한 자녀를 얻도록 하시기 위함이었네.(말라기 2:15) 또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십계명(十誡命)을 주신 이유는 우리에게 주신 영혼(하나님의 형상)을 지키고 가정을 비롯한 사회공동체를 거룩하게 지키기 위함이었네. 성경(레위기 18장 1~30절)은 근친상간(近親相姦) 12가지를 비롯하여 형부와 처형ㆍ처제의 상간을 금지하며, 또한 간음(奸淫)과 동성애(同姓愛)와 수간(獸姦)을 엄금하고 있네. 그런 성적 범죄는 악행이며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닮게 만들어졌기 때문에(창세기 1:26~27) 동물이나 버러지와 같이 살지 말라는 것이네. 천륜(天倫)과 인륜(人倫)을 지키라는 뜻이네.

 

조카의 작품 “채식주의자”에서 형부ㆍ처제의 관계 및 장면 묘사는, 아무리 작품의 구성상 필수 불가결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작품의 극히 일부라 할지라도 충분히 비판받을 만하네. 시대가 다르지만, D.H. 로렌스의 소설 “채털리 부인의 사랑”도 그런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묘사는 하지 않았네.

 

나의 어린 시절에 우리의 어머니들이 미혼 딸한테 결혼한 딸 집에 놀러 가지 말라고 당부하셨던 뜻은 무엇일까? 형부와 처형ㆍ처제 관계는 인간의 연약함으로 인륜을 깨뜨릴 위험이 있음을 아셨기 때문이네. 우리의 어머니들은 아무리 피곤해도 장성한 아들들이 안방에서 나간 뒤에 자리에 누우셨다네. 그분들은 동방예의지국 백성다운 윤리 의식을 지니고 계셨다네.

 

소설 “채식주의자”는 혈기 왕성하고 절제력과 분별력이 약한 청소년들에게 읽혀서는 결코 안 된다고 생각하네. 어른들에게도 추천하기가 두려운 작품으로 여겨지네.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에도 나오는 패륜 관계니까 괜찮을 것이라는 왜곡된 윤리 의식과 성 관념을 청소년들에게 심어주고 모방 범죄도 부추길 수 있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성’(性)은 쾌락의 도구이지만 자손 유지를 위한 거룩한 선물이네.(창세기 1:28) 그 선물이 음란하고 난잡한 가학적 변태성욕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청소년들이 인식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네. 조카에게 청소년 자녀가 있다면 그런 내용의 책을 그 자녀에게 읽혀도 좋을까?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에서 육욕을 절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성폭행이나 가스라이팅 성범죄, 청소년들의 성범죄 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조카의 작품은 이 시대의 음란한 풍조에 돛을 달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네. 중고생들의 필독서로 선정되는 것은 삼촌인 나도 결사적으로 반대할 것이네. 굳이 그렇게 작품을 구성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다른 방향으로 풀어낼 수 있었을 텐데… 그저 안타까울 뿐이네.

셋째, 조카의 소설작품 세계에 대한 의견

조카의 대표적인 작품들은 대부분 그 종결이 비극으로 끝나네. 작품을 읽는 내내 어둡고 답답하여 책을 덮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네. ‘카프카’의 소설 “변신”도 그 정도는 아니었네. 내가 29살까지 빠져 있었던 그 짙은 어둠과 절망을 다시 접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날 정도였다네. 그런대로 지성이 있고 분별력 있는 독자들은 억지로라도 작품이 주는 교훈을 얻을 수 있겠지만 청소년과 같이 분별력이 약한 독자들은 ‘인생이 다 그런가 보다’ 하고 작품의 세계에 동화할 위험성이 있네. 더구나 노벨문학상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니까 조금의 의문이나 비판도 없이 주인공의 인생을 당연한 것처럼 여길 수도 있네. 조카의 작품들은 독자들에게 허무와 절망을 심어주고 가끔 분노를 일으키게 하고 심지어 인생은 살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겨지게끔 만드는 힘이 있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트르의 슬픔”이 출간된 후로 독일을 비롯한 유럽 사회에서 청년들의 자살이 급증했던 것은 대표적인 일이네. 문학은 어디까지나 문학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조카의 작품이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데는 역기능(逆機能)을 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네. 사회의 어두운 면과 인간 본성의 악한 면을 까발려 놓기만 했지 미래지향적인 대안이 없다네. 그렇다고 종교성 강한 작품을 요구하지는 않네. 조카가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옙스키’나 ‘톨스토이’ 같은 작가가 되길 바라는 것은 아니네. 이 시대가 아무리 암울하고 악하다고 하더라도 사람은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임을 보여주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러시아의 ‘도스토옙스키’는 나폴레옹 전쟁과 농노 반란 등으로 어지럽고 어두운 시대에도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음을 그의 작품들을 통하여 보여주었고, 볼셰비키 혁명으로 피 냄새가 진동했던 러시아의 ‘파스테르나크’도 그랬고, 미국의 대공황이라는 어둡고 힘들었던 시대를 살았던 ‘스타인벡’이 그랬으며, 2차 세계대전에 모국 독일을 떠나 망명하면서 목숨을 부지했던 ‘레마르크’도 그랬다는 것을 잘 알 것이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작가들이 극히 드물다는 게 안타깝네.

넷째, 제주도 4.3 사건, 6.25 한국전쟁,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시각

제주 4.3 사건과 6.25 한국전쟁은 이념 대립의 비극적인 산물이고, 5.18은 군사독재정권의 재탄생에 반대하다가 확대된 비극적 사건이었네. 그 원인과 결과는 이미 상당히 밝혀졌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거론하지는 않겠네. 하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 아직도 논란이 그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울 뿐이네.

 

단지, 그리스도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4.3과 6.25는 ‘하나님이 없다’ 하는 유물론자들과의 대립 과정에서 발생한 민족적 비극이네. 또한, 6.25는 미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진영(그리스도 교회를 인정함) 국가들과 북한을 앞세운 소련과 중국의 공산독재진영(그리스도 교회를 인정하지 않음) 국가들과의 전쟁이었다고 할 수 있네.

 

제주 4.3은 남로당(공산주의자)의 선동과 난동에 휩쓸려 선량한 시민들까지 죽임을 당한 비극적 사건이네. 그러나 당시의 미군정(美軍政)은 대한민국의 헌정 수립을 반대하는 공산주의자들의 난동을 묵과할 수 없었을 것이네. 진압 과정에서 남로당으로 몰려 죽은 사람들이 많았네. 정말 가슴 아픈 역사라네.

 

어찌 되었건 우리나라는 6.25 한국전쟁과 갖은 혼란 속에서 넘어지고 비틀거리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해 왔네. 이것을 보면서 인류 역사의 뒤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느끼게 된다네. 우리 그리스도인은 그 힘을 하나님(God)이라고 한다네.

 

그래서 문학 작가가 비극적 현대사를 다룰 때는 극히 조심해야 하네. 그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 아직도 살아 있고 서로 다른 관점들이 대척을 이루고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건을 어느 한쪽의 관점만으로 평하는 듯한 시각을 작품에서 드러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네. 잘못하면, 작가는 본의 아니게 특정 집단과 세력을 지지하는 홍위병 역할을 하게 되네.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큰 상처를 주고 그들에게서 분노를 일으키게 만든다네.

 

국가비상사태 속에서 평범한 시민들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 불가항력의 피해를 받았다고 한다면, 가해자인 경찰이나 군인이 자원해서 가해했겠는가를 생각해 보소. 우리나라같이 두어 사람만 건너면 거의 다 알 만큼 높은 관계 밀도의 사회에서 이성적인 군경이 쉽게 총탄을 발사할 수 있겠는가? 시위 현장의 군경(軍警)들은 상부의 명령에 따라 국가 권력을 집행하는 사람일 뿐이네. 그들도 우리의 동족이요 한 가정의 가장이요 아들이었네. 그들이 그 현장에서 죽었다면, 그들도 국가 권력에 의한 피해자라고 볼 수 있네. 일반 시민이건 군경이건 다 불쌍한 사람들이라네.

 

그래서 작가는 어떤 역사적 사건 속에 처한 인물의 모습을 그리되 그 사건의 진실 여부를 밝히듯이 풀어내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네. 특히 국내의 현대 역사를 바라볼 때 작가의 시선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나침반의 바늘처럼 움직여 그 진실 여부에 대한 판단을 독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네. 세계의 명작이라고 하는 소설작품들 대부분이 그런 식으로 풀어가고 있네.

 

예를 들자면, 5.18의 발발 원인은 몇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네. 나는 20대 중반에 그 시대를 살았고, 5.18의 시작이요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남대 출신(1975학번)이네. 전남대 학생 40명이 5.18 현장에서 죽었다고 하네.

 

나는 대학 졸업(1979년) 후 1년여 동안 병역과 직장생활을 겸하던 중 1980년 5월 17일(토)에 친구들을 만나러 광주에 갔었네. 다음 날인 5월 18일(일)에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충남 태안의 근무지로 돌아가려고 군산행 16시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네. 한두 시간만 늦었어도 광주에 갇혀 5.18을 겪어야 했고, 나의 기질상 그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네. (멀리서 5.18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나는 오랜 세월 자책감에 빠져 있었네.)

만약, 당시에 ‘김대중 선생’이 한국에 없었다면 5.18이 일어났을까? 아마 5.18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네. 계엄령 선포 후 김대중 선생이 구금되었는데도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는 학생들의 데모가 수그러들고 멈췄네. 그러나 광주는 데모가 더욱 심해졌네.

 

5.18은 민주화를 염원한 시민의식에서 기인했다고 하지만 그 원인을 한두 가지로 말하기는 쉽지 않네. 고대 일본에 찬란한 문화를 전수했던 백제왕국(678년간 존속)의 멸망부터 후백제(44년간 존속)의 멸망, 조선 선조 때의 기축옥사(호남의 지식인 1000여 명이 죽음), 호남인들이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과 함께 조선을 수호했다가 정유재란 때 일본의 보복을 당한 일(호남인 12만 학살설), 구한말에 호남에서 시작된 동학 전쟁과 일본의 호남 의병 수천 명 척결, 일본 강점기에 조선 분열 정책에 의한 호남 분리와 수탈, 1929년의 광주학생독립운동 후 일본의 노골적인 호남 탄압, 박정희 독재정권의 17년 집권 기간에 호남 홀대 등으로 인한 피해의식이 호남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배어 있었다네. 호남의 샛별 같았던 김대중 선생의 구금이 광주 사람들의 그런 피해의식 속에 배어 있는 분노에 불을 질렀다고도 할 수 있네.

 

나는 전라도에서 태어나고 23살까지 자라났다네. 지금도 내 고향 전라도를 사랑하는 마음과 자부심은 누구 못지않다고 생각한다네. 고향을 떠난 지 45년이 지났는데도 프로야구 해태ㆍ기아타이거즈를 응원한다네. 주위에서 누군가 전라도를 안 좋게 말하면 핀잔을 주기도 했다네.

 

대학 시절에 학생운동의 아지트라고 할 수 있는 ‘아카데미’(흥사단 대학생 단체)에 두어 번 초청받았네. 하지만, 절대로 데모하지 말라고 통사정하시던 노모가 생각나서 그 단체에 발길을 끊었고 군사독재정권 반대 데모에 참여하지 않았네.

 

1980년대 초엔가, 학생운동을 했다는 고향 친구들이 국방연구기관에 근무하고 있던 나한테 ‘나라의 충견’이라고 비아냥거렸는데, 그 친구들은 나중에 입시학원 강사로 취직해서 적잖은 돈을 벌었다네. 사회주의 이념에 물들어 마치 정의의 사도인 양 은근히 북한 공산체제를 옹호하며 우리나라의 정체(政體)를 부인하던 그들이 오히려 자유민주 체제의 혜택을 많이 받은 것이네. 나는 45년 동안 국방연구기관에서 죽을 고비를 세 번이나 넘기면서 조국의 국방과 경제를 키우는데 내 인생을 통째로 바쳤네. 안전사고로 파열된 왼쪽 고막이 지금도 온전하지 않다네.

 

조카는 마치 이 대한민국이 정의롭지 못하여 살 만한 나라가 아닌 것처럼 여기도록 만드는 작품을 몇 편 쓴 것으로 알고 있네. 여러 개의 국내 문학상도 탔네. 문학상 상금이 적잖은 금액일 것이네. 그런 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오늘날 국내의 예술인들과 문학인들이 괜찮은 대접을 받는 것, 단편소설 한편의 원고료로 한 달 정도의 생계를 꾸릴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이만큼 잘 살게 된 덕분이라고 생각하네.

 

조카가 30대에 한국 PEN협회에 선발되어 얼마 동안 외국을 순방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네. 북한과 같은 공산독재 국가의 작가들은 꿈도 못 꾸는 일이네. 그 여행비용이 다 국민의 혈세에서 지급된 것이네. 우리나라의 산업일꾼들이 땀 흘려 벌어들인 외화라네.

 

1970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모국 소련에서 추방까지 당했네. 중국의 몇몇 작가들은 인근 나라로 망명하여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고 하네. 공산주의 국가의 작가들처럼 추방당하거나 망명하지 않고 모국에서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한다는 것에 조카는 감사하는 마음이 얼마나 있는지 묻고 싶네. 아니, 종북 인사라고 비판받는 다른 작가들이나 정치인들도 그런 감사의 마음이 있는지 이 자리에서 묻고 싶네.

 

우리가 이만큼 자유롭고 넉넉하게 살게 된 것은 우리의 모국 대한민국이 공산화되지 않고 1948년에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세워지고 발전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네. 6.25 한국전쟁에서 피 흘려 죽은 순국ㆍ호국 영령들의 희생의 덕이요, 우리 조국의 자유를 지키려고 피 흘려 죽은 자유 진영 국가 장병들의 희생의 덕이네.

 

지금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를 도우려고 1만 5천 명의 군대를 파견한 것을 보소. 그리스도 교회를 잔해하고 자유와 인권을 유린하고 있는 북한의 공산체제를 보소. 현재 북한의 국민 복지 수준은 세계 172개국 중에 140위 권이라고 하네. 우리나라는 20위 권 안에 들어와 있다네.

 

오죽하면 그 많은 북한 주민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해서 우리나라로 오겠는가? 8.15 광복 후 79년을 지나면서 한국의 자유민주 체제가 북한의 공산독재 체제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월하다는 것이 충분히 입증되었네. 이제 우리는 4.3과 6.25의 역사적 의미를 냉철하게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네.

다섯째, 5.18 민주화운동 관련 문학작품을 어떤 시각으로 쓰면 좋을까?

광주는 ‘빛고을’이라는 뜻이네. 그 이름처럼 ‘광주’를 중심으로 형성된 호남은 대체로 정의감과 의리와 단결력이 강한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네. 내가 태어나서 23살까지 살아왔고 24살부터 지금(68세)까지 외지에서 살아온 바로는 대체로 그렇게 느껴진다네. 한국 사회에서 3대 단체로 ‘대한민국 해병대 전우회’, ‘고려대학교 교우회’와 ‘호남향우회’를 꼽는다네. 그래선지 호남에서 태어나 고려대를 졸업하고 해병대까지 나왔다면 국내에서 연결되지 않을 사람이 없다는 우스갯말도 있다네.

 

내 고향 호남은, 조선 중기에 무능하기 짝없는 선조왕 때 ‘천하공물론’(天下公物論)과 ‘하사비군론’(何事非君論)의 공화주의를 표방하며 신분의 차이가 없는 평등한 사회를 꿈꾸며 고향 사람들에게 가르치다가 모반죄로 몰린 정여립 등 1000여 명이 기축옥사(己丑獄事)로 죽었던 정의로운 지역이네. 그 사건으로 반역의 땅이라는 오욕을 뒤집어썼으면서도 기축옥사 1년 뒤에 발발한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과 함께 남해안 바다와 전라도를 사수했고 조선에서 제일 많은 의병이 일어나 나라를 지켰던 정의로운 지역이네. 그 의병들이 경상도(진주)에까지 원정 가서 장렬한 죽음을 맞이했던 정의로운 지역이라네. 구한말에 탐관오리의 학정과 외세의 침략에 항거한 동학농민전쟁을 일으켰으며 잔존한 동학도들이 반일 의병 투쟁을 이어갔던 정의로운 지역이네. 일제강점기에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이 일어나 전국으로 들불처럼 퍼져나갔던 정의로운 지역이라네.

 

‘의인은 고난이 많다’는 성경 말씀과 같이 정의감이 높은 호남지역은 역사적으로 고난을 많이 겪었네. 6.25 한국전쟁 때도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그리스도 교회’가 공산주의자들에 의하여 순교를 당했다네.

 

성경에는 ‘참새 두 마리가 한 앗사리온에 팔리는 것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시지 않으면 그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씀과 ‘전쟁은 하나님께 속했다’는 말씀과 ‘하나님께서 문을 열면 능히 닫을 자가 없다’는 말씀이 있네. 이 세상의 역사와 만물을 하나님께서 주관하신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씀이라네. 이처럼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고난들도 하나님의 허락하심 속에서 일어났다고 볼 수 있네. 어떻게 공의와 사랑의 하나님이 그토록 잔인할 수 있느냐면서 수긍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네.

 

하지만, 이스라엘의 역사를 하나의 모델로 놓고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네. 하나님께서는 사랑하시는 자기 백성 이스라엘의 죄악을 씻어내기 위하여, 자기 백성을 징계하기 위하여 이방 나라 바벨론의 왕 ‘느부갓네살’을 사용하셨네. 70년의 바벨론 포로 기간이 끝나자, 하나님은 페르시아 왕 고레스를 통하여 이스라엘 포로들을 해방하셨네. 성경은 이처럼 하나님께서 모든 나라의 왕들을 세우시고 폐하시기도 한다고 기록하고 있네.(다니엘 2:21)

 

성경의 역사관으로 본다면,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 관여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알 수 있네. 하나님께서는 때를 따라 우리나라에 이방 국가와 지도자들을 세워 사용하셨다고 생각하네.

 

야만적이지만 선진화된 일본의 강점기에 하나님은 우리나라를 500년 왕조 국가에서 자유민주공화국으로 바꾸는 기초 작업을 행하시고 현대화의 기반을 놓게 하셨다고 생각하네. 이승만을 지도자로 세워 우리나라를 자유민주공화체제로 세우고 공산주의(하나님이 없다 하는 사상) 세력으로부터 지키셨네. 박정희를 지도자로 세워 부강한 나라의 기초를 놓으셨네. 전두환과 노태우를 지도자로 세워 박정희가 다져놓은 기초 위에 우리나라를 부강한 나라로 발돋움하게 만드셨네. 김영삼과 김대중과 노무현을 지도자로 세워 경제의 터전 위에 자유와 인권과 복지라는 나무를 심어 우리나라를 명실공히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만드셨네. 하나님은 그 후로 세워진 지도자들을 통하여 나름대로 이 나라의 부족한 데를 채우고 부서진 데를 보수해 오셨다고 생각한다네.

 

지나간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가 아무리 독재정치에 항거해도 그 독재자나 지도자들이 자기의 역할을 다 할 때까지는 그 자리가 굳세게 지켜지는 것을 보았네. 때가 되면, 즉 지도자들의 역할이 다 끝나면 그들이 퇴임하거나 폐위되는 것을 보았네.

 

성경의 기록을 보면, 하나님은 자기 백성 이스라엘을 야만 국가 바벨론의 포로로 보내는 징계를 하셨지만, 자기 백성에 대한 뜨거운 긍휼지심(矜恤之心)으로 선지자 이사야에게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고 명령하셨네. 앞으로 4.3이나 5.18을 다루는 작품을 쓰는 문학 작가들이 이런 역사관과 시각으로 그 사건들을 다룬다면 어떨까?

 

5.18은 불의하고 야만적인 정권 탈취자에 대한 의로운 항거였네. 하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처참하게 실패했네. 하나님의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네. 그 후로 5.18은 명예 회복이 되고 그 피해는 보상되었네.

 

이제 문학 작가들도 이념이나 지역 갈등을 부추겨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정치인들의 세몰이에 영합하는 듯한 작품을 쓰지 말고 공평한 자세로 써야 할 것으로 생각하네. 또한, 과거의 상처를 헤집어 파는 듯한 시각으로만 쓰지 말고 이제는 양쪽의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쓰면 좋겠네.

 

어둠을 말하되 빛을 말하고, 절망을 말하되 희망을 말하고, 다툼과 갈등을 말하되 화해를 말하며, 고통을 말하되 회복과 위로를 말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나님께서 선지자 이사야한테 자기 백성 이스라엘 백성을 위로하라고 말씀하셨듯이, 양쪽의 피해자들과 상처받은 광주시민 모두를 위로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이고 참다운 인류애를 구현하는 것이 아닌가 싶네.

 

게다가 이 자리를 빌려 말하고 싶은 게 있네. 5.18이 정당화(正當化)되고 국가 차원의 역사적인 기념비가 되려면, 이제 광주광역시도 유공자 명단을 온전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명단 관리를 국가보훈부로 넘겨야 할 것이네. 유공자 보상금이 국민의 혈세인 국가 예산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네. 유공자 명단 관리를 국가보훈부로 넘기지 않는 것은 엄밀히 따지면 반국가적인 행위로 볼 수도 있네. 그것은 5.18 정신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이네. 따라서 명단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5.18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길이네. 광주는 정의로운 지역답게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네.

 

또한, 과거의 상처에 붙들려 있어서는 안 되네. 대를 이어가면서 후손들에게 분노를 물려주어서는 안 되네. 이제 5.18의 진상이 충분히 규명되었고 피해를 보상받았다면 과거를 용서하고 빛고을답게 밝게 살아야 할 것이네. 이제부터는 국내 작가들이 5.18을 그런 방향으로 그려야 하지 않을까?

 

광주시민을 비롯한 호남인들은 공의와 불의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하네. 예를 들자면, 하나님이 미워하시는 동성애(同姓愛)를 합법화하려는 세력은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깨뜨리려는 불의한 세력이네. 광주시민과 호남인들은 영적 분별력을 갖춰서 그런 불의한 세력을 비판함으로써 하나님의 공의 실현에 협조해야 할 것이네. 그래야 우리의 후손들이 건전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네.

여섯째, 조카가 세상에 밝음과 소망을 주는 작가가 되려면

조카는 50세를 넘었네. 예부터 50세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라고 하네. 하늘의 명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우리 인간과 세상이 어디서부터 왔는지를 아는 것이 더 우선적이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네. 조카가 세상에 빛과 소망을 주는 작가가 되려면 먼저 우리 인간의 근원을 알아야 할 것이네. 성경 이외에 세상의 어떤 책도 우리 인간과 세상의 근원에 대하여 확실하게 말해주지 않는다네. 그러나 성경은 우리 인간과 세상이 창조주 하나님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네. 지금도 나를 비롯한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그 하나님을 믿고 있다네.

 

전지전능하시고 거룩하신 창조주 하나님은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를 만드시되 자기 형상을 닮게 만드셨다네. 하나님이 자기를 닮은 인간 아담과 하와를 얼마나 사랑하셨겠는가? 우리는 자식 사랑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고 표현하네. 우리 인간을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은 그보다 더 한 것이네. 다윗이 “내 부모는 나를 버렸으나 여호와(하나님)는 나를 영접하시리이다”하고 노래할 만큼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신다네.(시편 10:10)

 

그러나 하늘나라에서 쫓겨난 천사장 루시퍼(마귀)는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질시하여 인간이 선악과를 따먹도록 유혹하였다네. 그것이 최초 인간의 타락이었는데, 그 타락으로 인하여 인간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형상이 파괴된 것이네. 그 파괴된 형상은 후손에게 유전되고 있다네.

 

그 후로 지금까지 ‘하나님’과 ‘공중 권세 잡은 자(마귀)의 영’은 인간을 가운데 두고 서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네. 마귀는 자기를 따르는 타락한 천사(귀신)들까지 동원하여 인간의 영혼을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고 광분하고 있다네.

 

마침내 2000년 전에 하나님은 마귀의 권세로부터 우리를 구출하시려고 자기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보내셨다네. 이 세상을 불로 멸망하기 전까지 우리 인류를 구하려고 예수님을 이 세상에 보내신 것이네.(요한복음 3:16~17) 그 예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네.

 

“도둑이 오는 것은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요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요한복음 10:10)

 

여기서 도둑은 마귀를 가리키네. 마귀는 우리 인간의 영혼을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일을 행하네. 그 일은 우리 인간이 육체의 일을 행하게 만들어 죄악 속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네. 곧 음행과 더러운 것과 호색과 우상 숭배와 주술과 원수 맺는 것과 분쟁과 시기와 분냄과 당 짓는 것과 분열함과 이단과 투기와 술 취함과 방탕함 등 어둠의 일이네.(갈라디아서 5:19~21) 즉, 십계명을 어기는 일들을 행하게 만드네.

 

우리 인간은 빛이고 진리이신 하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어둠 속에 빠져 있다네. 아무리 세상 종교와 학문에 뛰어난 사람일지라도 그는 몽학 선생에 불과하네. 우리는 태초에 범죄했던 아담과 하와의 후손이기 때문이라네. 다윗도 “내가 죄악 중에서 출생하였음이여. 어머니가 죄 중에서 나를 잉태하였나이다”고 탄식했네.(시편 51:5)

 

결국에 하나님은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서 죽게 하심으로 우리 인류의 죄를 용서하셨다네. 그리고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죽음에서 다시 살리심(부활)으로써 우리에게 영생(永生)이 있음을 보여주셨다네. 부활 후 40일 만에 예수님이 하늘(천국)로 승천하셨고, 그 10일 후에 우리에게 예수님 대신에 성령(聖靈)을 보내주셔서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 성령님을 의지하면서 살도록 만드셨다네. 하나님을 믿는 자는 얼마나 복된 사람인가?

 

나는 조카의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가련한 인물들 같은 사람들을 하나님의 생명의 말씀과 성령의 능력으로 치료해서 하나님의 형상으로 회복시키는 일을 하고 있네. 조카도 하나님이 어떤 분인 줄 모르기 때문에 조카는 영적인 어둠 속에 빠져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데, 나는 조카같이 하나님의 빛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 빛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네. 그들의 상처 난 심령을 치유하여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일을 한다네. 그들의 부부생활과 가정을 회복시켜 건강하게 만들어준다네. 그래서 그들이 하나님의 복을 받아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도록 만들어주고 있네.

 

사람들 대부분은 원치 않게 태중에서부터 그 심령이 상처를 받고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외부 환경에 의해 상처를 받는다네. 107년 전에 어떤 어머니는 이미 5자녀를 두고 있는 데다 궁핍한 가계로 인해 임신한 막내를 낙태하려고 양잿물도 마시고 몇 번이나 언덕에서 뛰어내렸지만 결국 그 막내를 출산했다네. 그 막내가 바로 박정희 전대통령이라네. 그분은 태중에서 얼마나 큰 공포를 느끼면서 깊은 상처를 입었겠는가?

 

1984년에 제작된 낙태 반대 교육 영화 “소리 없는 비명”(https://youtu.be/YXi7NmLw-nU)을 보길 권하네. 태중의 아이는 웃고 울기도 하고 음악ㆍ노래 소리와 부모의 말을 듣고 반응한다네. 인간에게 영혼이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라네.

 

나는 잉태 1년여 전에 교통사고로 다리에 큰 장애를 입으신 아버지와 손위 누이의 출산 후유증으로 얼굴이 심하게 뒤틀려진(와사증) 어머니 사이에서 쉰둥이로 태어났네. 두 분의 절망감과 우울증과 열등감과 대인기피증을 물려받았는지 그 증상들이 유독 사춘기와 청년 시절에 극심한 허무감으로 나타났다네. 그 시절에 일어난 집안의 불행한 일들로 인하여 그 허무감은 극도에 달했다네. 자살도 생각할 정도였다네.

 

그런데 30세에 나의 상처받은 심령이 성령 하나님의 능력으로 치료받았다네. 하나님의 빛을 받은 것이네. 그 후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세상의 빛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복음 전도자로 살아왔다네.

 

나의 영혼이 다시 태어남(거듭남)을 경험한 후부터, 나는 영혼이 마귀에 의하여 망가지고 깨지고 상한 사람들을 하나님의 구원으로 인도하고 회복하는 일에 전념해왔다네. 하나님은 정신의학을 비롯한 현대 의학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영혼들을 치료ㆍ회복시키는데 나를 사용하셨다네.

 

성경은 일곱 귀신 들린 창녀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님을 만나 귀신이 쫓겨나가고 회복되어 예수님의 제자가 된 사건을 기록하고 있네.(누가복음 8:2) 군대 귀신이 들려 미친 남자가 예수님을 만나 고침 받은 사건도 기록하고 있네.(마가복음 5:2~4). 성경은 마귀의 졸개인 귀신들이 심령이 약한 사람들 속에 들어가서 그 영혼과 인생을 파괴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네. 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병도 귀신들의 장난이라고도 할 수 있네.

 

조카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세상의 권력이나 인습 등의 억압으로 그 심령이 파괴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영혼들이 마귀한테 도둑질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네. 우리 그리스도인은 그런 질병이 예수 그리스도의 성령의 능력과 말씀으로 치유된다고 믿는다네. 우리 주 예수님이 그렇게 하셨기 때문이네. 그런 사람들의 심령 속에 하나님의 빛이 비추어지면 그들의 영혼은 살아나고 회복된다네. 그리스도 교회 안에서 정신질환자나 알코올ㆍ마약 중독자나 동성애자가 치유된 일들이 수두룩하고, 나의 교회도 그런 경험이 있다네. 조카가 부디 하나님의 빛을 받기 바라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기를 축원하네.

 

영화 “벤허”를 알 것이네. 그 영화의 원작인 “그리스도의 이야기”는 ‘루이스 월리스’라는 대중 소설가의 장편소설이네. 지독한 불신자였던 그는 기독교를 혐오하여 성경 속의 ‘예수 그리스도’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관련 근거들을 찾다가 결국 회심하고 그 소설을 썼다네. 그 근거 자료들을 토대로 쓴 그 소설은 물론 영화가 수억 명의 사람들에게 넘치는 감동과 소망을 안겨주었다네. 그는 노벨문학상은 못 받았지만, 그 한편의 작품으로 전 세계인의 마음속에 밝은 빛을 비추어주고 있네. 나는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그 영화를 서너 번 보았고 주위 사람들에게 권하기도 하네.

 

10여 년 전에 “기적의 사과”라는 책을 읽어보았네.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사과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기무라 아키노리’의 체험담을 쓴 전기이네. NHK에서 방송했던 “기적의 사과”를 시청했던 어떤 아가씨는 자살을 계획하다가 포기하고 감사의 글을 기무라씨에게 보내왔고, 아오모리현의 조폭 야쿠자 두목은 자기 부하들을 보내서 기무라씨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했다네. 우리 부부는 그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큰 감명을 받았는지 모르네. 나는 그 책을 한 권 더 사서 나의 자녀들에게 읽혔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선물했다네.

 

나의 사랑하는 조카가 앞으로는 그 같이 이 세상에 빛과 소망을 안겨주는 작가가 되길 바라네. 내가 조카의 책 수십 권을 사서 주변 이웃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의 저자가 바로 내 조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 않아도 우리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일들이 진저리나게 많이 일어나고 있는 이 세상에 어둠과 절망을 더 얹어주는 작품이 아니라 세상을 밝게 비춰 주고 세상 사람들에게 소망을 안겨주는 작품을 쓴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먼저 조카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의 빛을 받아 그 빛을 세상에 비추기를 바랄 뿐이네. 이 지구촌의 영원한 베스트셀러요 인류를 향하신 창조주 하나님의 핏빛 사랑의 편지인 성경책을 반드시 반드시 읽어보길 바라네.

 

나의 사랑하는 조카가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과 같이 뜨거운 사랑의 작가요 창조주 하나님께 인정과 칭찬을 받는 작가요 사람들한테서도 사랑받는 작가로 다시 태어나길 축원하네.

사랑하는 조카에게 다음의 말씀(전도서 12장)을 전하고 싶네.

7. 흙은 여전히 땅으로 돌아가고 영은 그것을 주신 하나님께로 돌아가기 전에 기억하라.

8.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

9. 전도자는 지혜자이어서 여전히 백성에게 지식을 가르쳤고 또 깊이 생각하고 연구하여 잠언을 많이 지었으며

10. 전도자는 힘써 아름다운 말들을 구하였나니 진리의 말씀들을 정직하게 기록하였느니라.

11. 지혜자들의 말씀들은 찌르는 채찍들 같고 회중의 스승들의 말씀들은 잘 박힌 못 같으니 다 한 목자가 주신 바이니라.

12. 내 아들아, 또 이것들로부터 경계를 받으라. 많은 책들을 짓는 것은 끝이 없고 많이 공부하는 것은 몸을 피곤하게 하느니라.

13.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

14. 하나님은 모든 행위와 모든 은밀한 일을 선악 간에 심판하시리라.

맺는말

사랑하는 조카,

 

내가 지금까지 조카에게 한 말들이 조카의 마음을 아프게 찌를 것을 생각하니 나도 이 편지를 쓰는 내내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몇 번을 울었다네. 과거에 조카가 매스컴에서 “나도 빛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네. 그래서 더더욱 이번에 조카에게 ‘참 빛’이 무엇인가를 얘기해주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네.

 

지금까지 조카는 그 ‘참 빛’을 모르고 살아왔겠지만, 이제 세상을 비추는 ‘참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요한복음 1:9~12)를 만나 온 세상에 사랑과 평화와 위로를 안겨주는 위대한 작가가 되길 기도하네. 30년 동안 수많은 작품을 쓰느라 너무 수고했으니, 이제는 쉬엄쉬엄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고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길 바라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영생을 누리면서 살아가길 축원하네.

2024년 11월 7일

한강 작가를 사랑하는 삼촌 한충원 목사

대전 안골에서

월간조선 11월 호

 

11.12 한강·고은·백낙청 사이의 수상한 커넥션

광주5·18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나는 한강의 좌익 본능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곤 제주4.3을 형상화했다는 작별하지 않는다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전라도 시인 정재학은 한강의 문학은 독()이라고 일갈했지만, 들여다볼수록 곤혹스럽기 때문이다.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한강은 1948년 당시 갓난아이를 포함해 열 살 미만의 어린이 1500명이 군경의 총에 의해 몰살당했다고 서술했다.

 

한강은 광기가 허락되었고, 외려 포상되었다 이른바 국가 폭력을 다시 무한 저주했다. 그리고 당시 사망자가 총 3만 명이라고까지 말했다. 모두 터무니없다. 당시 사망자는 1만 명 내외다(김동일 지음 제주4.3 사건의 거짓과 진실’). 왜 그는 좌익의 거짓 선전을 확대 재생산하는가. 급기야 반미를 외치고, 서청(서북청년회)을 극우로 모는 대목에서 난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이 섬(제주)에 사는 삼십만 명을 다 죽여서라도 공산화를 막으라는 미군정의 명령이 있었고 그걸 실현한 의지와 원한이 장전된 이북 출신 극우 청년단원이 이 주간의 훈련을 마친 뒤 경찰복과 군복을 입고 섬으로 들어왔고”(문학동네판 작별하지 않는다’ 317).

 

얘기는 지금부터다. 분명 한강의 문학은 반국가·반대한민국을 전제로 하는데, 여기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누구이겠는가. 몇 해 전 퇴출된 시인 고은(본명 고은태)이다. 고은의 경우 대표작이라는 연작시집 만인보에서 전방위로 현대사 뒤집기를 시도했다. ‘만인보는 내 눈에 시로 쓴 거대한 국가 반역의 기록이 맞다. 일테면 그는 해방 공간의 전설이던 서북청년회, 즉 서청을 표적 삼아 저격했다. 우리 문학사에서 서청을 그렇게 공격한 거의 첫 사례다.

 

백색테러가 시작되었다/ 유혈 낭자/ 군정청 경무부장 조병옥의 지원을 받았다// 선우기성/ 점점 살벌해졌다 인간보다 비인간이 더 치열했다// 38 이남이 떨어댔다”(‘만인보’ 18 선우기성’).

 

이 시에 실명으로 등장하는 선우기성은 서청 지도자의 한 명으로 유명하다. 그가 말하는 백색테러라는 게 대체 뭔가. 해방 직후 좌익의 무자비한 파괴 공작, 즉 적색테러에 맞선 행위다.

 

당연히 정당방위였고, 대한민국 건국의 초석이 아니었던가. 상식이지만 서청이 학정을 피해 38선을 넘은 이북 출신 청년들이 만든 단체의 연합체로 결성된 게 1946년 말의 일이다. 지금도 서청 하면 억센 주먹과 의협의 투쟁 정신을 떠올리는 건 누구도 흉내 못 낼 그들의 용맹성 때문이다. 회원 중 나홀로 월남자가 적지 않아 합숙하면서 기동성을 높였고, 그게 동지애를 키웠다.

 

당하면 반드시 보복한다는 독한 신념은 좌익과의 싸움에서 더욱 강화됐다. 그런 서청의 최대 활동이 남로당의 정치 투쟁에 맞선 대()테러 활동이었다. 그런 빛나는 업적의 하나가 부산의 좌익 검사 저격이었고, 제주4.3사건 진압 투입작전이었다. 그렇게 서청의 위업을 두고 소설가 한강은 극우 청년단원이라며 냅다 구정물을 퍼부은 것이다.

 

세상에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을 향해 이렇게 손가락질하는 건 또 뭔가. 한강, 너는 어느 나라 작가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 한강의 소설이란 문학의 이름으로 된 정치 투쟁이라고 규정하기로 했다. 어쨌거나 한강과 고은은 그 점에서 유유상종이다. 얘기를 한 걸음 진전시키자. 한강과 고은의 뒤에는 누가 있는가. 바로 백낙청이다.

 

병든 한국 문단의 숨은 황제인 그는 오래전부터 현실 정치를 주물러 온 호메이니이지만 다 아시듯 출발 지점은 문학이었다. 그런 백낙청의 눈에 안 보이는 연출로 20년 전부터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자로 고은이 지목되어 왔던 것도 우린 잊으면 안 된다. 그러던 고은이 성추문 사건으로 탈락하자 이번에 한강을 대타로 기용해 막후 로비를 했다는 게 문단의 상식이다.

 

안타깝다. 그런데도 아직도 사람들은 백낙청의 실체를 모르고, 그가 거느린 한강·고은의 문학이 왜 독극물인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다. 고은의 만인보는 말 그대로 만인의 삶에 대한 기록이란 뜻이며, 한국사에 명멸한 인간 군상의 부침과 영욕을 담아냈다고 얼치기 평론가들은 설명하지만, 말짱 엉터리 같은 소리다. ‘만인보 전체가 현대사에 대한 무한 저주로 가득하다.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라는 인식 탓이다.

 

현대사에선 기회주의가 득세하고 정의가 짓밟혔다는 노무현식 자학(自虐)이 아니면 뭘까. 그러던 고은이 불명예 퇴장하고 난 뒤 세상이 좀 나아지려나 하던 차에 등장한 게 한강이라는 또 다른 괴물이다. 이제 그는 노벨상의 후광까지 엎고 반국가·반대한민국의 심볼로 떴다. 그런데도 모든 이가 입을 열어 한강을 찬양한다. 이 나라에 제정신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이렇게 없나.

 조우석 평론가·전 KBS 이사스카이데일리

 

11.12 대한체육회를 제 아성으로 만들려는 사람의 행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공직복무점검단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체육회 관계자 8명을 부정 채용과 후원 물품 횡령, 그리고 예산을 낭비한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이 회장의 부적절한 언행과 업무추진비의 부적정 집행 등에 대해선 문체부에 감사와 징계를 요청하기로 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이 회장은 자녀의 친구를 대표팀 선수촌 직원으로 채용하기 위해 필요한 경력과 자격 요건을 없애라고 간부에게 지시했고, 이를 반대하는 간부에게 욕설과 폭언을 했다. 이 회장은 평창올림픽 체육회 후원 물품 중 6300만원어치를 가져가, 이 중 17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지인들에게 나눠준 정황이 있다고 조사단은 밝혔다. 올해 파리올림픽 참관단 98명 중 5명은 체육회와 관계없는 이 회장 지인이었고, 이들은 경기 참관 대신 파리 관광을 했다고 한다.

 

대한체육회는 연간 4200억원의 예산을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이 돈을 17개 시도체육회와 가맹 경기단체에 나눠주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지난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대한체육회와 일부 경기단체의 문제가 드러나자, 정부는 내년부터 생활체육 예산 중 416억원을 지자체가 시도체육회에 직접 주도록 했다.

 

2016년 당선된 이 회장은 2020년 1차례 연임해 현재 8년째 회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재임 중 체육계의 각종 성추문이 터졌고, 파리올림픽 때는 안세영 선수가 배드민턴협회의 후원 물품 비리와 선수 관리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정부 조사를 통해서도 대한체육회의 누적된 비리가 일부 드러났다.

 

이 회장은 문체부 반대에도 3선 도전을 공식화하며 그의 12년 체제 구축에 나섰다. 체육회장은 체육회 대의원과 종목단체에서 선정된 2000여 명의 선거인단 투표로 선출된다. 8년간 회장으로 재임한 이 회장의 조직력은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채용 비리와 후원 금품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게된 인사가 마치 자신만의 아성을 구축한 듯 대한체육회를 농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신의 비위 혐의가 드러나자 탄압이자 ‘선거 개입’이라며 정치인 같은 행태를 보였다. 국회 출석을 피하려고 자기 돈을 들여 해외 출장까지 갔다. 드러난 문제만으로도 자격을 상실했다.

조선일보 사설

 

11.12 '전공의 리더' 박단, 이젠 전면에 나서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참고인 조사를 위해 지난 8월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의실에 모인 의협 대의원 224명이 임현택 의협 회장의 탄핵안을 다수 표결로 가결했다. 하지만 대신 집행부 역할을 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안건은 부결시켰다. 비대위가 어떤 역할을 할지 대의원들 사이에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표결을 마친 대의원들이 속속 회의장을 떠났다. 그때 박단 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일어나 “차기 의협 회장 선출 전까지 비대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곧바로 재투표가 열렸다. 방금 전 부결된 비대위 출범이 삽시간에 ‘가결’로 뒤집혔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박 위원장이 아니었다면 비대위 재투표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박단의 힘’이 드러난 장면이다.

 

전공의들은 지난 2월 시작된 ‘의료 파행’의 당사자다. “전공의가 정부와 합의하면 사태는 끝나고, 거부하면 안 끝난다”(서울대병원 교수)고 한다. 이 전공의들의 리더가 박 위원장이다.

 

의학전문대학원 출신인 박 위원장이 의과 대학 출신이 대부분인 전공의 사회에서 ‘겉돌고 있다’는 얘기도 한때 있었다. 헛소문이었다. 취재를 할수록 그의 내부 악력(握力)은 더 세게 느껴졌다. 그는 최근 별다른 의견 수렴 없이 여·야·의·정 협의체 불참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를 공개 비판한 전공의는 아무도 없었다. 박 위원장은 지난 4월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아직도 대다수 전공의와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본지와 만난 한 사직 전공의는 “면담 후에 단체 채팅방에서 여러 전공의가 대통령과 무슨 얘기를 했는데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박 위원장은 오히려 ‘왜 이리 궁금한 게 많으시냐’고 날 선 반응을 보이더라”고 했다.

 

의협 회장이 무기력하게 탄핵당한 것도 박 위원장이 7일 대전협 명의로 발표한 ‘임현택 탄핵 요구’ 성명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현 상황에서 박 위원장은 대통령과 함께 의정 갈등을 풀 수 있는 양대 권력자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주도로 11일 여·의·정 협의체가 출범하자, 박 위원장은 “무의미하다”고 절하했다. 당사자인 전공의, 그들의 대표인 본인이 빠지면 모든 대화가 허사라는 스스로의 ‘위치’를 드러낸 것 같다.

 

하지만 권력엔 책임이 따른다. 의정 사태 10개월간 환자도, 병원에 남은 의사도 지칠 대로 지쳤다. 이제 키를 쥔 박 위원장이 차라리 의협 회장을 맡아 선봉에 섰으면 한다. 정부와 대화를 하든, 대치를 하든 그가 주도해서 성과를 내고 또 책임을 져야 할 시기 아닌가.

 

책임은 안 지고 뒤에서 권한만 행사하려는 것은 ‘수렴청정’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박 위원장은 그간 다른 의료 단체와 정부 사이에서 대화가 시도될 만하면 퇴짜를 놓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박 위원장이 사태 해결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조선일보 조백건 기자

 

11-12 또 도진 민노총 불법 폭력시위, 더 나쁜 野 “백골단” 궤변

지난 9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도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 집회에서 고질적인 불법 폭력 시위가 재발했다. 민노총은 세종대로 양방향 9개 차로 중 허가받은 5개 차로를 벗어나 전체 차로를 점거하고, 이를 저지하는 경찰관 105명에게 부상을 입혔다고 경찰이 밝혔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민노총 등이 주도한 민중 총궐기 때 경찰 129명이 부상한 이래 최대 규모다. 지난해엔 불법 노숙 집회로 물의를 빚었다.

경찰은 일반 시민의 최소한의 통행을 위한 차로만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분리대를 넘어오지 말 것을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민노총 조직쟁의국장의 ‘(폴리스라인을) 밀어내자’는 선동과 함께 펜스를 들어 밀어붙였고, 이 과정에서 많은 경찰이 넘어지고 다쳤다. 가위 무법천지였다. 경찰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11명을 현장에서 체포했고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검찰은 4명에 대해 영장 청구했다고 한다. 경찰은 양경수 위원장 등 민노총 지도부 7명에 대해서도 내사에 들어갔다. 법치주의와 공권력에 대한 이런 도전에 대해선 철저한 수사를 통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배후까지 밝혀 엄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의 비호다. 이재명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980년대 폭력경찰 백골단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는데, 정복 경찰의 질서 유지 노력을 매도하고, 불법 시위 공범임을 자처하는 듯한 궤변이다. 이 대표는 “군을 동원해서 전쟁을 유발하려 하는 것 같고, 경찰을 동원해서 폭력을 유발하려 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밑도 끝도 없는 적반하장 선동이다. 민노총은 오는 20일과 다음 달 7일에도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 대표야말로 폭력 시위를 유발하려는 것으로 의심받을 만하다. 자신의 선거법 위반 재판 등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더라도 이런 언행은 지도자 자격을 팽개치는 것과 다름없다.

문화일보 사설

 

11-13 [속보]‘음주 뺑소니’ 김호중 징역 2년 6개월…“무책임·죄질불량”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5월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호송차에 타 있다. 연합뉴스

 

음주 뺑소니 혐의로 기소된 트로트 가수 김호중(32) 씨가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1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호중은 음주운전을 하다가 피해자 운전 택시를 충격해 인적·물적 손해를 발생시켰음에도 무책임하게 도주한 데서 나아가 매니저 등에게 자신을 대신해 허위로 수사기관에 자수하게 했다”며 “초동수사에 혼선을 초래하고, 경찰 수사력도 상당히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호중은 객관적 증거인 CCTV에 의해 음주 영향으로 비틀거리는 게 보이는데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며 (범행을) 부인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김 씨는 지난 5월 9일 오후 11시 44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서 술을 마시고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 도로 택시를 들이받은 뒤 도주하고, 매니저에게 대신 자수를 시킨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김 씨는 잠적했다가 17시간 뒤 경찰에 출석해 운전 사실을 인정했다. 음주 의혹에 대해선 사건 발생 10여 일이 지나 시인했다.

검찰은 김 씨가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 번 술을 마셔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음주운전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9월 김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 구형했다.
문화일보 곽선미 기자

 

11-14 의대 증원후 첫 수능… “N수생 고려 변별력 확보”

N수생 16만명 최대규모 응시

“킬러문항 배제… 공교육 중심”

 

의대 증원 후 첫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4일 전국 1282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실시됐다. 2025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장인 최중철 동국대 교수는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출제했다”고 밝혔다. 출제진은 올해 수능에 21년 만에 최대 규모 N수생이 응시했다는 점에서 N수생 비율·수준 등을 고려해 시험 난이도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수능 출제방향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 여파로 응시자 52만2670명 중 2004년 이후 역대 최다인 16만1784명의 N수생(졸업생)이 응시한 데 대해 “N수생과 관련해 지난해 수능부터 올해 6·9월 모의평가 결과와 수능 응시원서 접수자료를 면밀하게 분석해 난이도를 조절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N수생 비율을 추산하고 N수생과 재학생 간 (성적) 평균 같은 데이터를 분석해 출제에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수능에는 최상위권 학생들을 겨냥한 적정 변별력 확보가 관건으로 꼽힌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이 적용돼 초고난도 문항보다는 중고난도 문항을 늘려 난이도를 조정하는 방식이 사용된 것으로 분석됐다. 최 위원장은 “적정 난이도의 문항을 골고루 출제해 변별력을 확보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올해 수능은 문·이과 통합형 체제로 치러지는 네 번째 수능이기도 하다. 올해 수능의 EBS 연계율은 문항 수 기준 50% 수준이다. 수능 성적 통지표는 오는 12월 6일 수험생에게 배부된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11-14 “노벨상 조카 한강, 구원서 멀어질까 걱정” 절연한 목사 삼촌의 편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와 그의 삼촌이자 대전의 한 교회 담임목사인 한충원(오른쪽) 목사. 연합뉴스, 한충원 목사 페이스북

 

최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목사 삼촌이 조카에게 남긴 장문의 편지가 공개됐다. 한 작가의 삼촌 한충원 목사는 편지에서 “노벨상 수상으로 인해 오히려 형님 집안이 하나님의 구원에서 더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조카의 작품에 대한 평가로 한국 사회가 두 쪽으로 갈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예감이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대전의 한 교회 담임목사로 있는 한충원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에게 보내는 삼촌의 편지’란 제목이란 글에서 “사랑하는 조카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 목사는 “형님 집안과 아예 단절된 상태에서 조카의 연락처를 전혀 몰라 불가피하게 공개편지를 보내게 됐다. 조카와 나의 단절도 예수 그리스도 신앙을 미워하고 배척하신 형님에게서 비롯됐다”면서 “목회자의 사명감으로 이 편지를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 목사는 편지에서 한 작가의 작품을 비판했다. 한 목사는 “‘채식주의자’에 대한 외설성, 청소년 유해성 논란과 관련해 형부·처제의 관계 및 장면 묘사는 충분히 비판받을 만하다”면서 “D.H. 로런스의 소설 ‘채털리 부인의 사랑’도 그런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묘사는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절제력과 분별력이 약한 청소년들에게 읽혀서는 결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에게도 추천하기가 두려운 작품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한 목사는 또 한강의 다른 소설 ‘소년이 온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등과 관련해 “제주 4·3사건과 6·25 한국전쟁은 이념 대립의 비극적 산물이고, 5·18은 독재정권 재탄생에 반대하다가 확대된 비극적 사건”이라면서도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건을 한쪽의 관점만으로 평하는 듯한 시각을 작품에서 드러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한 목사는 “이제는 문학 작가도 이념이나 지역 갈등을 부추겨 정치 이익을 얻으려는 정치인의 세몰이에 영합하는 듯한 작품을 쓰지 말고 공평한 자세로 써야 한다”면서 “과거의 상처를 헤집지 말고 양쪽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목사는 “조카는 마치 대한민국이 정의롭지 못해 살 만한 나라가 아닌 것처럼 여기도록 만드는 작품을 몇 편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목사는 “내가 지금까지 조카에게 한 말들이 조카의 마음을 아프게 찌를 것을 생각하니 나도 이 편지를 쓰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면서 “‘빛을 찾고 싶다’는 조카가 ‘참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위대한 작가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화일보 임정환 기자

 

11-15 표준점수 최고점 국어138·수학 145점으로 낮아져… 상위권 변별력 약화

▲어느 대학 갈까…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다음 날인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종로학원에서 수험생들이 가채점을 토대로 정시모집 배치 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 학원가 수능 가채점 분석

1등급 커트라인 일제히 상승
국어·수학 다소 쉽게 출제돼
탐구과목서 변별력 커질 듯

수험생들 눈치싸움 치열 전망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불수능’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벗어나 지난해보다 평이하게 출제되면서 시험 난이도를 나타내는 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과 1등급 커트라인이 요동치고 있다.

입시업계는 의대 증원 여파로 몰린 21년 만의 최대 규모 N수생 응시자 등 최상위권에 대한 변별력은 다소 약화한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국어 영역이 지난해보다 크게 쉽게 출제되면서 정시에서 상대적으로 수학·탐구과목 변수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15일 오전 8시 기준 EBSi가 공개한 수험생들의 수능 가채점 결과를 종합하면 국어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 150점에서 올해 138점으로 12점, 수학은 148점에서 145점으로 3점 하락했다. 표준점수는 통상 시험이 쉬우면 낮아진다는 점에서 국어 난도가 대폭 하향된 것으로 분석된다. 수학 역시 선택과목 간 난이도 차이는 있지만 공통과목은 지난해보다 쉬워졌다는 평가다. EBSi와 입시업체들이 분석한 원점수 기준 1등급 커트라인도 일제히 상승해 국어는 지난해 대비 2∼4개, 수학은 1개 문제를 더 맞혀야 1등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수학 선택과목 중 미적분은 상당히 까다로웠다는 수험생들의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미적분은 이과생들이 주로 선택한다는 측면에서 상위권 이과생들 간 변별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전체적으로 지난해 수능보다 변별력이 약화했는데 특히 국어가 쉽게 나와 이과생들에게는 미적분으로 당락이 갈리는 시험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 역대급 규모의 N수생이 응시한 만큼 국어는 물론 수학 미적분에서도 상위권 동점자가 밀집될 수 있다. 올해는 자연계열 학생들이 과학탐구보다는 공부량이 적은 사회탐구 영역에도 발을 걸치는 ‘사탐런’ 현상이 나타났다. 이번 수능에서 사회탐구 과목 변별력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으로 분석되면서 탐구 과목별 유불리도 첨예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수험생으로서는 지원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워 어느 때보다 치열한 눈치싸움이 불가피하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보통 난도가 높으면 동일등급 내에서도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는데 이번에는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평이해 다른 양상이 예상된다”며 “최상위권을 기준으로 보면 점수들이 촘촘해져 정시 지원전략을 세우는 데 혼선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시모집에서 원서접수 전략·대학별 고사 성적이 더욱 중요해져 불안해진 학생들이 컨설팅 업체로 몰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올해는 의대 모집인원 확대로 수험생의 중복합격과 이로 인한 추가합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이사는 “의대 모집인원 확대로 최상위권에서부터 수시 중복합격으로 인한 추가합격이 많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정시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가합격이 많아지면 합격선은 낮아질 수 있다. 추가합격 정도에 따라 수시·정시 모두 일부 대학에서는 합격선이 지난해보다 상당히 내려가는 대학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11.15 경찰 공권력 ‘악마화’ 프레임에 또 넘어갈 것인가

105명 부상당한 경찰에 강경 진압 등 책임 전가
경찰관 폭행 행위에 ‘강력 처벌’ 요구 점점 커져
본지 특집 “5·18 죽음 뒤엔 계엄군 아닌 무장 괴한”

 ▲경찰이 서울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총궐기에서 물리적인 충돌을 빚는 등 불법 행위에 가담한 혐의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집회 참가자들을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한 가운데 13일 법원이 이들 조합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연합뉴스

 

최근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대규모 시위에서 경찰 105명이 부상당한 사건은 그 자체로 큰 충격을 안겼다. 이러한 폭력적 시위와 경찰의 강경 대응 사이에서 일부는 경찰의 과잉 진압을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공권력에 대한 부당한 폭력 행위가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같은 일부 집회 주도 세력은 오히려 경찰 등 공권력이 폭력을 휘두른다면서 책임을 씌워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 이어 이번 주말에도 민노총을 비롯해 종북 성향 단체들이 ‘윤석열 정권 퇴진’을 목표로 집회·시위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이번엔 더불어민주당도 가세하겠다고 나섰다. 9일에 열린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 집회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를 보면 집회 세력이 불어나는 이번 주말에는 그 폭력성이 더욱 극렬해질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불법 집회 및 폭력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강경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입장이다. 경찰은 여러 차례의 해산 명령에도 불법 도로 점거와 폭력을 일삼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물리적인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부상을 입은 이유는 바로 민노총을 중심으로 한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을 밀치고 폭행했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관 105명이 부상당했다.

 

그럼에도 민노총은 경찰의 강경 진압을 과도하게 비난하며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민노총과 그 지지 세력뿐 아니라 일부 언론도 경찰을 ‘폭력의 상징’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권력의 몽둥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또 다른 문제는 법원이 총궐기 당시 경찰과 충돌해 공무집행방해·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청구된 민노총 조합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는 사실이다. 김미경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전원 기각한 것이다. 폭력적 시위에 지나치게 관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집회·시위 참여자가 경찰관을 폭행하는 사례가 늘면서 올해 관련 경찰관 부상자가 9년 만에 최다치를 기록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집회·시위 현장에서 발생한 경찰관 부상자는 총 33명으로, 여기에 9일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 집회에서 발생한 105명이 더해지면서 올해 경찰관 부상자는 최소 138명에 이르게 됐다.

 

집회·시위 문화가 폭력으로 퇴행하면서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공권력을 무너뜨리는 행위가 강력한 처벌로 이어지지 않아 이런 폭력 시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러한 폭력적인 시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불법 집회·시위를 벌이는 주최 측은 단순히 경찰관을 폭행함으로써 공권력의 근본적인 권위를 훼손하고 사회의 법질서를 위협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에게선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찰에 ‘악마화’의 프레임을 덧씌우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이 상황은 본지 기획시리즈 ‘5·18 진실의 문을 열다’ 특집기사를 통해 한 시민의 죽음 뒤에는 소문으로 알려진 것처럼 ‘계엄군’이 아니라 ‘무장 괴한’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 만들어 낸 ‘악마화된 공권력’ 프레임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일부 좌파 세력에 의해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한다. 부디 우리의 현명한 국민이 그들의 정치적 계산에 의한 왜곡된 주장에 또다시 속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스카이데일리 사설

 

11.19 대비 부족 부천 화재 사망 7명, 대비한 안산 화재 사망 0명

▲지난 17일 새벽 3시 38분 경기도 안산시 소재 6층짜리 상가건물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불이 난 건물 외벽의 유리 창문이 모두 깨져있다. 안산소방서 소속 119구조대 박홍규(소방위) 3팀장은 화재 열기와 연기를 배출하기 위해 외벽 유리창을 깨면서 화재 현장에 진입했다. 이날 소방 당국은 건물 내 모텔 투숙객 등 52명을 구조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

 

17일 새벽 경기 안산시 6층 상가 건물에서 불이 났지만 52명 전원이 구조됐다. 건물 5·6층에 있는 숙박업소에 화재 당시 수십 명이 투숙해 있었는데도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다. 소방대원들이 창문을 다 깨고 열기와 연기를 빼면서 신속하게 진입해 투숙객들을 구조했다고 한다. 특히 소방대원들이 건물 외부에 설치한 에어매트로 5층에서 뛰어내린 2명도 무사히 구조됐다.

 

반면 지난 8월 경기 부천 호텔 화재 때는 투숙객 7명이 숨졌다. 9층짜리 호텔 8층 객실에서 발생한 불은 건물 전체로 번지지 않았지만 연기가 내부에 퍼지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 숨진 7명 중 5명이 질식사였다. 나머지 2명은 8층에서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다 에어매트가 뒤집히면서 숨지는 안타까운 상황도 벌어졌다.

 

이런 차이가 난 데는 두 사고의 화재 발생 지점이 달랐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호텔 객실에서 불이 난 부천 화재와 달리 안산 화재는 건물 1층 음식점에서 먼저 불이 나 투숙객 구조에 상대적으로 시간이 있었다. 눈에 띄는 차이는 에어매트 구조 과정이다. 에어매트는 소방대원들이 네 귀퉁이를 잡은 상태에서 신호를 보낸 뒤 낙하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부천 화재 때는 에어매트 주변에 소방대원이 없었다. 그 상황에서 여성이 에어매트 가장자리로 떨어지면서 에어매트가 뒤집혔고, 이어 몇 초 뒤 남성이 뛰어내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번 안산 화재 때는 소방대원들이 밑에서 “한 분씩 최대한 멀리 뛰어내려야 한다”고 큰 소리로 안내한 뒤 투숙객들이 뛰어내렸다. 실제 안산소방서는 부천 화재 이후 에어매트 전개 훈련을 강화했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 하던 것을 2~3주에 한 번씩 했고, 고층에서 마네킹을 떨어뜨리는 훈련도 했다. 미리 대비하고 훈련한 것이 효과를 본 것이다. 화재 초기 대응, 진압, 대피 등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이뤄지면 대형 참사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기본을 지키고 대비하면 큰 피해는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안산 화재가 그것을 실증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11.19 알면 뒤집어지는 한강의 섬뜩한 머릿속

모든 작품에서 꼴페미·反서구·反폭력·극렬 생태주의 일관
그녀 작품은 ‘정치적 올바름’ 추구하는 좌파 PC문학의 전형
지독한 좌익 무죄·우익 유죄 세계… ‘한국 문학이 낳은 괴물’

 알고 나면 모두 뒤집어질 작가 한강의 멘탈리티를 드러내 볼 생각입니다.” 며칠 전 조희문 전 영화진흥위원장과의 통화에서 그렇게 호언했다. 내 판단은 이렇다. 작품 속 주인공이나 화자(話者)의 말이란 결국 작가의 분신이니까 그걸 통해 많은 걸 추론할 수 있다. 그런 작업을 거쳐 한국 문학이 낳은 괴물인 한강을 분석하는 작업은 꼭 필요하다. 이 칼럼은 그 첫 작업이다.

 

우선 광주5·18을 다룬 소년이 온다를 보면 소설임에도 전두환이란 이름이 실명(實名)으로 수도 없이 노출된다. 그때마다 살인자·학살자란 수식어가 반드시 따라붙는다. 전두환은 몸서리쳐지는 국가 폭력의 상징이란 걸 독자에게 주지시킨다.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는 말도 반복한다. 이게 뭐지? 그건 한강이 책임있는 지식인이 아니라 지역감정에 포로가 된 광주의 딸 수준임을 새삼 암시한다.

 

그가 심히 뒤틀린 역사 인식을 뿌리 깊게 가졌음을 보여 주는 대목도 수두룩하다. 역사 속의 인면수심의 잔인함과 폭력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제주도에서, 광동과 난징에서, 보스니아에서, 모든 신대륙에서 그렇게 했던 것처럼”(창비판 소년이 온다’ 135). 얼핏 평범해 보이는 문장인가? 뜯어볼수록 고약한 진술이고, 한강의 멘탈리티가 한눈에 들어온다.

 

즉 아우슈비츠의 사례도 곧잘 언급하던 한강의 머리엔 대한민국 제주4.3, 군국주의 시절의 일본,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 그리고 수백년을 거슬러 올라가 아메리카 신대륙을 차지한 콜롬부스와 미국의 폭력이 다 한 세트란 뜻이다. 그럼 왜 그는 크메르 루즈의 킬링필드나 동족 7000만 명을 죽인 문화혁명·대약진운동을 일으킨 마오쩌둥은 언급하지 않는 걸까. 벌건 대낮에 탱크로 수천 명을 깔아 죽인 천안문 사태의 덩샤오핑도 왜 건너뛸까.

 

당연히 1930년대 수백만 명 우크라이나 국민을 굶겨 죽인 스탈린의 잔학성도 패스다. 감 잡히는가. 크메르 루즈·마오쩌둥·덩샤오핑·스탈린 등은 모두 공산주의자이다. 그래서 무죄다. 한강은 철두철미 좌익 무죄·우익 유죄의 잣대를 가지고 있다. 한강은 깨시민(깨어 있는 시민)에 속하고, 미국 식으론 워크(woke·정치적 각성) 쪽이다.

 

문제는 그런 삼류 리버럴이 어느 순간 친공산주의·반대한민국 쪽으로 왕창 기울어져 이젠 손쓰기 힘들어진 케이스가 바로 한강이라고 볼 수 있다. 그걸 재삼 보여 주는 게 작별하지 않는다. 거기에서 한강은 서청(서북청년회)을 극우라고 욕하고, 빨갱이를 맘대로 죽여선 안 된다고 절규하며 미군정을 손가락질한다. 도저히 대한민국 국민이라 볼 수 없는 수준이다. 결정적으로 한강은 1960년대 파월 국군을 무한 저주한다.

 

 아시는가. 월남 파병 얘기와 전혀 무관한 주제인 소설 채식주의자에도 월남 파병 얘기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여주인공 영혜에게 손찌검질하는 아버지를 두고 월남에 파병됐던, 그래서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떡 하니 설정하는 식이다. 한강에게 월남 파병은 악의 꽃이다. 그런 월남 파병 얘기는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에도 반복해서 나온다.

 

그런 한강의 나이브함, 철딱서니 없음, 아니 제정신이 아님을 보여 주는 대목은 따로 있다. ‘소년이 온다에서 계엄군 총을 맞고 죽는 걸로 설정된 열다섯 살 소년 정대를 기억하나? 영혼으로 등장하는 그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 군대가 총을 쐈어. 난 목이 터져라고 애국가를 따라 불렀는데. 그들이 내 옆구리에 뜨거운 불덩이 같은 탄환을 박아 넣었다는 식이다.

 

독자는 울분을 토해 낼 것이다. 하지만 그 대목은 영화 화려한 휴가의 그 악명높은 설정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5·18 당시인 1980 521일 도청 앞에 모여 애국가를 부르는 시민군에게 국군이 일제사격을 가했다는 최악의 조작질을 재설정한 것이다. 그렇게 주인공인 소년 정대가 죽었으니까 온 세계는 슬퍼하라는 식이 그 작품이다. 정색하고 한강 당신에게 물어보자.

 

대한민국 군대는 실탄 없이 빈 총을 든 허수아비 의장대에 불과한 것일까. 44년 전 끔찍한 도시 폭동을 일으킨 시민군을 상대로 그냥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거나 방치했어야 하는가. 그렇게 하는 게 국가 폭력을 피하는 아름다운 공동체라고 당신은 믿고 있는가. 만일 그렇다면 당신이야말로 정치적 몽유병자 혹은 센티멘탈리즘에 빠진 풋내기 여고생에 불과하다.

 

그런 한강에게 꼭 1년 전 스카이데일리에 보도됐던 5·18 당시 주한미사령관이던 존 A 위컴의 당당한 발언을 들려 드릴까 한다. “위컴 장군 총 뺏은 폭도는 소탕 마땅’. 부제목도 이렇게 못을 박아 놨다. “공권력에 대응하는 (폭도의) 권력은 절대 있을 수 없어.” 오늘 얘긴 여기까지다. 한강은 한국 문학이 낳은 괴물이 맞고, 치유불가능한 병적 멘탈리티를 가진 환자다.

스카이데일리  조우석 평론가·전 KBS 이사

11.20 "밤길 안전하고 아파도 걱정 없어"…한국 이민 50% 늘었다

OECD 기준 '이민' 증가율 2위

▲일러스트=이철원

 

지난해 한국에 온 ‘이민자’ 증가율이 50.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국 중 2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가 지난 14일 발표한 ‘국제이주전망 2024′에 따르면, 지난해 OECD 회원국에 이주한 사람은 650만명으로 2006년 집계 이후 사상 최다였다. 미국이 118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영국(74만명), 독일(69만명), 캐나다(47만명) 순이었다.

 

OECD의 ‘이민자’ 집계는 시민권·영주권 등을 얻어 해당 국가에 완전히 정착하는 영구 이민뿐 아니라 난민, 유학생, 단기 취업자까지 포괄한다. 한국은 90일을 초과해 체류하는 등록 외국인 숫자를 매년 OECD에 보낸다. OECD 기준으로 지난해 한국에 온 ‘이민자’는 8만7100명. 2022년(5만7800명)보다 50.9% 늘어나 영국(52.9%)에 이어 둘째로 증가율이 높았다. 한국에 이어 호주(40%), 그리스(16%), 미국(13%) 순이었다.

▲그래픽=이철원

 

한국의 증가율이 높았던 이유는 2022년부터 일손이 부족한 농어촌에서 짧게 일하고 귀국할 수 있는 계절 근로자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 C-4 단기 비자 등의 각종 요건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사업장마다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을 종전 9명에서 12명으로 늘리고, 1개월 이상 일해야만 고용이 가능했던 요건도 1주일로 완화했다. 정부 관계자는 “최장 3개월 체류 가능한 C-4 단기 비자, 8개월 머물 수 있는 E-8 장기 비자 발급자가 모두 늘었다”고 했다.

 

그 결과 한국의 근로 관련 ‘이민’은 2022년 5700명에서 2023년 1만2900명으로 전년 대비 129% 늘었다. 정부는 올해부터 비전문 인력 취업 비자(E-9)를 기존 11만명에서 1만명 더 늘렸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취업 이민자가 증가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 공부하러 온 외국인 유학생도 2013년 8만5923명에서 2023년 18만1842명으로 10년 새 111% 증가했다.

 

한류로 한국의 문화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한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외국인도 늘어나고 있고, 실제 한국에서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총기 규제로 치안이 우수하고 음식도 맛있다” “대중교통이 첨단 과학 수준” 같은 ‘온라인 입소문’을 퍼뜨리면서 한국 이민의 인기도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본지가 직접 만난 한국 거주 외국인들은 한국의 장점으로 치안·교통·금융·의료·물가 등을 꼽았다.

 

한국에서 3년 차 영어 강사로 일하는 미국인 케이 시브라스(25)씨는 “의료 보험이 비싸 병원 갈 엄두도 못 내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싼 가격에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항상 감사한 마음”이라며 “식료품도 뉴욕의 3분의 1 수준이고 외식도 부담이 없다. 한국은 의식주가 모두 우수한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했다.

 

2011년부터 한국에서 사는 케냐인 필립 마카닝고(33)씨는 “내 고향과 달리 총기 사고도 없고, 소매치기 등 경범죄도 없어 살기 좋다”며 “항상 외국인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한국인들에게도 애정이 간다”고 했다. 케냐는 각각 2015년과 2019년 대규모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했었다.

 

인터넷에도 한국을 극찬하는 게시물이 많다. 한국에 거주하다 미국에 돌아왔다는 한 미국인은 “한국에선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어디든지 갈 수 있다”며 “한국 생활이 너무 그립다”고 했다. 한 프랑스인은 “서울은 파리와 달리 밤거리를 걷다가 칼에 찔리거나 성폭행을 당할 걱정이 없는 곳”이라며 “서울에서 난생처음으로 밤거리를 마음대로 걸을 때 감격스러웠다”고 했다.

 

조영희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정책과 한류 열풍이 이민 증가세를 ‘쌍끌이’하고 있다”며 “저출산·고령화를 타개할 주요 대안으로서 이민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OECD의 ‘이민’ 집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6년부터 회원국 ‘이민’ 통계를 내고 있다. 시민권·영주권을 받아 해당 국가에 완전히 정착하는 영구 이민뿐 아니라 난민이나 유학생, 단기 취업 외국인을 모두 포괄한다. 한국 정부는 90일을 초과해 체류하는 ‘등록 외국인’ 숫자를 매년 OECD에 제출하고 있다.

조선일보  안준현 기자 김병권 기자

 

11.20 병원장이 '보험 사기단' 두목이었다...실손보험 수십억 챙긴 기막힌 수법

▲보험사기범 일당이 설립한 병원 내부. 경찰 조사 결과 줄기세포 시술실이 실제로는 성형수술실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보험 사기’ 목적으로 병원을 차려 실손 보험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에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한 것은 처음”이라며 “병원을 범죄단체, 병원장을 두목으로 본 것”이라고 했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범죄단체 조직, 보험 사기,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병원장 A(60)씨와 브로커 3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손해사정사와 약사, 환자 등 761명은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마취·통증의학 전문의인 A씨는 2020년 12월쯤 부산 해운대에 K의원을 차렸다. 환자를 모집하는 브로커, 손해사정사, 약사 등도 채용했다.

 

A씨 등은 환자에게 성형 수술, 피부 미용 시술 등 비급여 진료를 한 뒤 도수 치료나 무좀 레이저 치료, 줄기세포 시술을 한 것처럼 진료 기록을 꾸며 실손 보험금을 청구했다. 올 4월까지 환자 2300여 명이 보험사에서 타낸 보험금은 64억원에 달했다.

 

브로커들은 환자를 연결해주고 병원비의 10~20%를 소개료로 챙겼다.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손해사정사가 나서서 해결했다. 경찰 수사에 대비해 환자들의 진짜 진료 기록은 부산 강서구의 한 창고에 숨겨두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을 아예 보험 사기 전문 조직으로 운영한 것”이라고 했다.

 

환자 중 150여 명은 보험 설계사였다. 경찰 관계자는 “실손 보험의 허점을 잘 아는 보험 설계사들이 이 병원의 주 고객이었다”며 “자기 실손 보험 고객을 브로커에게 연결시켜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들의 범행은 내부 제보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사기를 제보하면 최대 5000만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조선일보 부산=박주영 기자

 

11-20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에 이른 실손보험, 대수술 급하다

경찰이 19일 범죄단체 조직 등의 혐의로 부산의 한 병원장과 브로커 3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한 것은, 갈 데까지 간 실손보험 사기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병원장이 두목이 돼 브로커들이 모집한 가짜 환자에게 도수치료나 줄기세포 시술을 한 것처럼 기록을 꾸며 64억 원을 타냈다는 것이다. 18일에는 금융감독원이, 요양병원을 차려놓고 “좋은 공기 마시며 피부 관리도 하시라”고 멀쩡한 환자들을 유혹해 60억 원을 가로챈 숙박형 사기단을 적발했다.

범죄단체조직죄는 그동안 조폭들이 대상이었지만 최근에는 N번방 사건, 보이스피싱, 전세 사기 등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범죄단체조직죄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이고, 범죄 수익 전액을 몰수·추징할 수 있다. 이런 무거운 혐의까지 적용하는 데 이른 것은 실손보험 사기가 최악의 범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대법원 판결로 백내장 과잉 수술이 막히자 최근 브로커들이 성형외과·정형외과·한방병원·요양병원 등으로 몰려가 신종 과잉진료를 부추기고 있다.

실손보험은 가입자 중 65%가 보험금을 한 푼도 안 받는 반면, 4.4%가 전체 보험금의 64%를 타 간다. 올 상반기 지급한 4조8102억 원 중 59%가 도수치료·체외충격파·줄기세포 등 비급여로 나갔다. 5세대 상품부터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기 위해 자기부담금을 올리고 보장 범위·한도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 비급여에 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관리 허용 등 과잉진료를 막을 대수술이 급하다.

문화일보 사설

 

11.20 박정희 동상

 

▲ 영남대 민주동문회원들이 10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 교내에 설립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에 밀가루를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을 통합해 지방의 명문 영남대를 설립한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다소 의외일 수 있지만 이는 박 전 대통령이 국정 책임자로서 인재 양성과 교육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실감한 때문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대구사범을 졸업한 뒤 경북의 문경 공립보통학교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

 

일본 육군사관학교와 1946년 조선경비사관학교(육군사관학교 전신)를 졸업한 박 전 대통령이 영남대를 설립한 것은 재임 시절이던 1967년의 일이다. 1963년부터 1979년까지 재임한 박 전 대통령은 국가 발전을 이루기 위해 민족 중흥의 동량, 시대적 혁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신념에서 애국·애민 정신으로 학교를 설립했다.

 

그는 국민의 마음과 저력을 하나로 모아 대한민국을 경제대국으로 성장·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며 주도한 새마을운동은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있으며 한강의 기적’이 연출되는 중심에 그가 있었다. 한마디로 한민족의 5000년 보릿고개를 끝낸 주역이 바로 박 전 대통령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토대를 닦았다.

 

북한 같은 공산주의 국가뿐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민족의 지도자나 대중의 영웅을 기리는 동상을 세우고 머리 숙이며 꽃을 바친다. 세계 곳곳에 남아 있는 동상들 대부분은 오랜 세월을 견디며 청동빛으로 바래져 가면서도 그 경의와 위엄의 무게를 더해 간다. 한쪽에서는 독재자라고 비판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조국 근대화의 영웅’임에 틀림없다. 누가 뭐래도 공팔과이(功八過二)’로 평가함이 마땅하다.

 

영남대 교내에 세워진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이 탄생 107주년을 앞두고 얼마 전 밀가루 와 달걀 세례를 받는 곤욕을 치렀다. 과거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속칭 민주동문회라는 탈을 쓴 이들이 동상 철거를 요구하며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런 식의 폭력은 어린애처럼 생떼를 쓰는 철부지 행동에 다름 아니다. 자신들 판단만이 옳다는 아집이자 독선이다.

 

설립자의 숭고한 뜻을 기억하고 모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영남대 미주동창회가 동상 설립에 모든 비용을 댔다. 대학 측에선 절대빈곤 탈출과 부강한 나라의 토대를 닦은 박 전 대통령의 공적을 기리고 애국심을 본받자는 취지에서 동상을 건립한 것으로 안다. 동상을 철거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스카이데일리  박병헌 취재본부장

 

11-20 “66세부터 임피 적용해 75세 정년… 노인연령 올려 연금고갈도 해결”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이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빌딩 집무실에서 노인정책 관련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며 미소 짓고 있다. 이 회장은 “노인연령 75세 상향과 함께 정년연장으로 사회적 부담을 완화하고 지속적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호남 기자 

■ 현안 인터뷰 - 이중근 대한노인회장

2050년 노인 인구 2000만 시대
청·장년 1명이 노인 1명 부양꼴

어르신 1000만인데 회원 280만
임기 내 600만명까지 확대 목표

노인, 가족과 ‘집에서 임종’ 원해
국가 차원 在家 간병인 지원해야

노인들 지하철서 호통치지 말고
청년은 노인 실수 귀엽게 봐주길

“노인연령을 75세로 10년 상향하는 것과 함께 국가공무원 정년을 연장하고, 민간기업의 정년도 연장해야 합니다. 그러면 연금을 받는 시기도 함께 연동해 10년 연장할 수 있어 연금재정 고갈 같은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21일 제19대 대한노인회장으로 취임한 이중근(83) 부영그룹 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빌딩 집무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국내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에 달하는데 2050년이면 2000만 명이 된다고 한다”며 “전 국민이 5000만 명인데 노인 2000만 명에 어린이·청소년 1000만 명을 빼면 생산가능인구 1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셈”이라고 노인연령 상향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노인연령 기준을 현재 65세에서 75세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이 회장은 “내 명함에 ‘어른다운 노인’이라는 문구를 적어놓았다”며 “노인이 노인답고 어른다워서 사회의 규범, 모범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답지 못하면 우리 스스로 점수를 깎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대한노인회도 ‘노인답기’를 앞으로 더 열심히 강조하겠다”고 덧붙였다.

17대에 이어 19대 대한노인회장을 맡은 이 회장은 현재 280만 명인 가입 회원을 600만 명까지 확대하는 운동을 강력하게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단체라는 것이 전체 구성원의 50% 이상은 가입해야 대표성이 있다. 회원 수를 더 확대해야 대한노인회가 활성화할 수 있고 제대로 된 역할과 국가에 대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임기 동안 회원 수를 600만 명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19대 대한노인회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17대에 이어 두 차례나 도전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 번(17대) 했으니까 나갈 생각이 없었는데 주변에서 다들 이번에 꼭 나오라고 권유해서 고민 끝에 거의 막바지에 결심했다. 대한노인회장은 국가 장래와 후손들을 위해 중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라는 생각으로 입후보하게 됐다. 2050년이면 노인 인구 2000만 명을 생산가능 연령대 인구 2000만 명이 부양해야 한다. 산에서 작은 눈덩이가 굴러 내려오면 점점 커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노인 문제를 그대로 두면 점점 커져 감당 못할 상황이 될 우려가 있다. 지금 적당한 거리에서 눈덩이가 뭉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대처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의식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나라도 이것을 계속 일깨우고 목소리를 내야 국가가 대책을 세우고 대비하지 않겠나.”

―4년 임기 동안 꼭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먼저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노인연령을 75세로 높이는 노인 기준 연령 상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인복지 혜택을 10년 늦추는 대신 정년연장으로 생산활동에 동참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66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첫해 40%를 받고 연 2%포인트씩 줄여 75세 때는 20%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은퇴 전 500만 원 받던 사람이 75세 때 100만 원을 받게 된다. 월 지하철 요금 등을 고려하면 기초생활이 가능한 상태에서 생산 잔류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그렇게 76세부터 정식 노인으로 인정받게 되면 사회적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생산인구 수 증가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노인 숫자를 줄인다는 얘기는 우리 사회의 짐을 좀 덜어본다는 의미가 있다. 해당 연령대 노인들도 정년연장을 통해 생산성 있는 역할을 담당하고 여전히 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

―노인연령이 올라가면 연금 수급 시기가 늦춰지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노인연령 10년 상향과 함께 국가 공무원 정년을 연장하고, 민간기업의 정년도 연장할 수 있다. 그러면 연금을 받는 시기도 함께 연동해 10년 연장할 수 있어 연금 고갈 같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현재 연금 고갈을 고민하면서도 대안을 세우지 않고 시간만 끌고 있다. (노인연령 상향 및 정년연장으로) 연금 수급연령을 10년 연장하면 자동으로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인구부 신설을 건의했는데 여성가족부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등이 있음에도 꼭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에는 전 세계 국가들이 모두 자녀를 덜 낳고 인구수를 줄이는 정책을 펴왔다. 우리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중국은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이런 식이었다. 저절로 무성하게 자라는 풀밭의 풀처럼 인구를 관리했는데 이제 필요인구를 관리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저고위 등이 있지만 정책 집행 기능 등이 없어 실효성 있는 정책 수행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출생 지원과 청소년, 가족, 노인복지 기능을 전반적으로 담당하는 정부 부처를 신설해 현재 인구관리뿐 아니라 향후 국가가 사회적으로 필요로 하는 인구 수준까지 계획하고 관리토록 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노인에 대한 공경이라는 가치가 갈수록 약화하는데 되살릴 방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특별한 아이디어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내 명함에 ‘어른다운 노인’이라는 문구를 적어놓았다. 노인 스스로 자신의 가치, 품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노인이 노인답고 어른다워서 사회의 규범, 모범이 됐으면 좋겠다. 만약 지하철 경로석에 임산부나 몸이 아픈 학생이 앉아 있는데 노인이 와서 자리 비키라고 큰소리치는 행위는 자기 품위를 깎는 것이다. 자리를 양보하고 참고 묵묵히 서서 가는 것이 스스로를 높이는 결과가 될 것이다. 또 현재 노인 숫자가 너무 많은데 노인연령 상향으로 숫자를 줄이는 것도 노인의 가치를 높이는 방안의 하나일 수 있다. 젊은층에도 당부하고 싶다. 노인들이 실수해도 귀엽게 생각하고,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젊은층 가운데 노인이 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인답지 못한 점이 우리 점수를 깎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대한노인회도 ‘노인답기’를 앞으로 더 열심히 강조하겠다. 노인회장 입장에서는 모두 장래 회원들이고 또 우리 국민이다.”

―취임 공약 중 재가임종제도 아이디어는 어떻게 내게 됐나.
“옛날에 시골에서 어른이 돌아가시면 가족 모두 모여 손잡고 대부분 임종을 지켰다. 요즘은 중환자실에서 혼자 돌아가시고 가족들은 나중에 시신 찾아가라는 통지밖에 못 받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런 상황이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생각한다. 요양원이나 병원에 진심으로 가기를 원하는 노인은 거의 없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 심리적으로 버려졌다는 소외감 때문에 우울함에 쉽게 빠진다고 한다. 하지만 자녀들이 힘들어하니까 할 수 없이 가는 거다. 인생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살던 집에서 죽고 싶다는 게 노인들의 본심 같다. 집에서 임종하는 게 본인도 가족들에게 먼저 간다 말할 수 있고 가족들도 아쉬움이 덜하다고 생각한다. 예산이 문제인데 현재 요양원에서 숨지는 경우도 국가에서 일정한 비용 지원이 있다. 국가에서 요양원 지원 대신 가구당 재가간병인을 지원하고 정기방문을 통해 기초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간병인 인력 확보를 위해 외국 간호조무사들의 노인요양 및 호스피스 담당을 위한 국내취업을 허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만약 100만 명을 받는다면 한 사람당 노인 10명씩 1000만 명의 노인을 관리할 수 있다.”

―대한노인회의 회원 수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데.
“회원 수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2017년 처음 회장을 맡았을 때 회원 수가 350만 명이었는데 현재 회원 수는 280만 명 정도밖에 안 된다. 노인 수는 1000만 명으로 늘었는데 국가 지원은 똑같이 경로당 단위로 30만 원씩 나온다. 회원 수에 비례해 지원하는 게 아니라 똑같이 주니까 회원 수가 적으면 1인당 지원액은 더 많아져 신규 회원을 안 받는 것이다. 단체라는 것이 전체 구성원의 50% 이상은 가입해야 대표성이 있다고 본다. 노인 수가 1000만 명이면 500만~600만 명은 돼야 최소한 대표성이 있는 거다. 그래서 회원 확대 운동을 아주 강력하게 진행하려고 한다. 가입회비를 내지 않아도 신청서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 회원 수를 더 확대해야 대한노인회가 활성화할 수 있고 제대로 된 역할과 국가에 대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임기 동안 회원 수를 600만 명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초 부영그룹에서 2021년 이후 태어난 직원 자녀 1인당 1억 원의 파격적 출산 지원으로 큰 화제를 모았는데.
“출산장려 방안을 만들어 2~3년 전부터 이곳저곳 전달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랑 협의해 2월 5일 시무식을 하면서 줘버렸다. 정책에 상대 반응이 필요할 때는 더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회사와 논의 과정에서 3000만 원, 5000만 원 등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그래도 1억 원은 줘야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감흥을 느낄 것 같았다. 한국사회에서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1억 원 갖고도 어렵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줘야 조금이나마 만족할 수 있겠다 싶어서 선택한 것이다.”

―출산지원 정책 시행 후 직원 사기나 출산율에 영향은 있나.
“아직 제도 시행하고 1년이 안 됐으니 정확히 확인은 안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직원 출산율이) 상당히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직원 공개채용에도 전보다 지원자가 많이 몰린 것으로 알고 있다(지난 6월 부영그룹 경력·신입사원 공개모집 지원자는 이전 마지막으로 공개채용을 한 2017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다행으로 생각한다. 출산지원이 다른 기업에도 나비효과를 발휘해 그 회사도 많이 지원하고 우리 회사도 많이 왔으면 좋겠다. 다만 1억 원을 주는 회사는 아직 없고 5000만 원 정도를 주는 기업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고향 주민들과 초·중·고 동창, 군 동기·전우들에게도 큰돈을 기부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
“내 고향 순천에 김사천(1860~1925)이라는 부자가 있었다. 그분이 순천농업학교(현 순천대), 순천고, 순천여고를 다 세웠고 큰 재산을 장학기금 등으로 내놓았는데 지금은 학교만 남고 흔적이 없다. 문득 그런 부자 바로 옆집에 살던 사람들은 어떤 심정인지 생각해봤다. 밥은 몇 번 얻어먹었을지 몰라도 별 영향은 없었을 거다. 옛말에 이웃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들 했다. 그런 아픔은 병원에서도 낫게 하지 못한다. 약은 돈으로 보상하는 ‘금융치료’밖에 없다. 그래서 돈을 나눠주기로 한 거다. 사실 미웠던 사람들에게 주는 것은 아깝긴 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을 빼놓고 주면 그건 영원히 척지는 거다. 금전은 예쁘고 밉고를 구별해서는 안 된다.”

―개인 기부뿐 아니라 부영그룹도 누적 사회공헌액이 1조1800억 원에 달하는데 사회공헌에 힘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냥 사는 요령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순천·여수에 초등학교를 지어 기부한 게 처음이었다. 처음부터 마음씨가 좋아 기부한 게 아니라 사업 초기에 임대주택을 도시 변두리에 지었는데 가장 중요한 초등학교를 교육청에서 안 지어줬다. 그래서 ‘땅만 달라. 내가 학교를 지어 기부하겠다’고 했더니 들어주겠다고 하더라. 그러다 보니 형편 되는 대로 하나둘씩 기부를 하게 됐다. 전국에 기숙사 지어준 것도 100개가 넘는다. 장사꾼 머리로 시작했지만 기업 경영을 하면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자는 생각으로 계속하게 됐다.”

―‘세발자전거론’이라는 경영 철학을 갖고 계시는데.
“철학까지는 아니고 기업 운영 방식이나 사고가 그렇다. 두발자전거를 타면 넘어지지 않기 위해 거꾸로라도 가야 한다. 기동력이 좋아 빠른 대신 앞으로 못 가면 뒤로 가야 한다. 반면 세발자전거는 앞으로 못 가면 아무 때나 멈춰서 쉴 수 있다. 기업 경영이 빠르지는 못해도 안전과 전진을 조화롭게 하기에는 세발자전거가 더 낫다는 생각이다.”

■ 이 회장은…

△1941년 출생 △고려대 대학원 법학·행정학 박사 △학교법인 우정학원 이사장 △건국대 이사장 △한국주택협회 회장 △주택산업연구원 이사장 △세계태권도 평화봉사재단 총재 △부영그룹 회장 △재단법인 우정교육문화재단 이사장 △한국행정학회·한국헌법학회 회원 △제17·19대 대한노인회장
문화일보 김남석·유민우 기자

 

11.21 평일 도심 점령한 집회, 거리서 술판... "업무 차질, 퇴근 지옥"

서울 대낮부터 저녁까지 교통마비

시민들, 경찰 붙잡고 "언제 끝나요?"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주축이 된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본부’ 등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2차 총궐기’ 집회를 열고 있다. 이 집회로 평일 오후 서울 도심은 교통 혼잡을 빚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만명, 경찰 추산 6000명이 참가했다. /장련성 기자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이 주최하는 대규모 반(反)윤석열 대통령 집회가 평일인 20일 서울 도심에서 열리면서 인근 직장인과 시민들이 업무와 출·퇴근길에 불편을 겪었다. 시위대가 이날 오후 1~5시 집회를 신고하면서 오전부터 서울 광화문·시청 일대 교통이 통제됐고, 퇴근 시간엔 시위대가 해산을 거부하고 경찰과 대치하면서 서울역 등 도심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여기에 서울지하철 노조 태업이 이틀째를 맞으면서 시민들은 “출·퇴근길이 지옥이 됐다”고 호소했다. 지난 9일에 이어 2차 윤 대통령 퇴진 집회를 연 민노총 등은 다음 달 7일 대규모 3차 집회를 열 계획이다.

 

민노총이 주도하는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와 전농 등 8개 농민 단체가 모인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중구 숭례문 앞 편도 전 차로를 점거하고 ‘2차 퇴진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시위대는 “우리가 갑오 농민군이다. 우리가 백남기다. 우리가 전봉준이다. 우리가 하늘이다”라며 “전봉준 정신으로 윤석열을 몰아내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 얼굴 사진이 걸린 허수아비도 있었다. 김 여사 허수아비엔 명품 ‘디올’ 쇼핑백이 걸려 있었다.

 

▲20일 오후 서울 숭례문 앞 도로에서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속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가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2차 총궐기 집회를 열고 있다. 일부 참가자들이 소주병을 준비해 술을 마시고 있다. /장련성 기자

 

오후 3시 20분쯤 태평로 삼성본관 앞에는 집회 참가자 8명이 둥글게 둘러 앉아 소주 3병과 치킨, 말린 안주, 귤 등을 나눠 먹고 있었다. 일부는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장소에서 흡연한 뒤 담배꽁초를 길가에 버리기도 했다. 한 참가자가 길거리에서 캔맥주를 마시자 경찰은 “여기서 드시면 안 된다”며 제지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가면을 쓴 사람들이 죄수들이 입는 소복을 입고 함거로 꾸민 트럭 위에 갇힌 채 끌려가는 ‘압송 퍼포먼스’도 펼쳤다. 윤 대통령 가면을 쓴 사람은 소주병을 들고 연신 마시는 시늉을 했다.

 

이날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농민들은 싹수가 노란 종자는 뽑아버리고, 쓸데없어진 논밭은 갈아엎어 버리지 않습니까”라며 “싹수가 노란 대통령 뽑아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 이어 “농민들은 전봉준 장군의 정신으로 백남기 농민의 뜻을 잇기 위해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섭시다”라고 했다. 사물놀이패가 징과 북, 꽹과리 등을 울렸다.

 

숭례문 앞에서 집회를 마친 시위대는 “용산 대통령실까지 행진하자”며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는 의미의 상여 2대를 앞세우고 서울역 방면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남대문경찰서 앞에 시위대가 닿았을 때 집회 신고 시각인 오후 5시가 됐다. 경찰은 “더 시위를 진행하면 불법 집회”라고 했고, 시위대는 “폭력 경찰 물러가라”며 1시간가량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상여에 불이 붙어 경찰이 소화기로 진화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윤석열 관(棺)이야” 목소리도 들렸다.

 

인근 직장인과 시민들은 평일 출·퇴근 시간에 영향을 끼치는 이날 불만을 호소했다.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방모(52)씨는 “집회 소음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다”며 “고객과 대화를 해야 하는데 목소리가 잘 안 들려 소통이 어렵고, 반복되는 악기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홍모(28)씨는 “창문을 닫았는데도 대형 스피커에서 나오는 구호와 꽹과리·북소리가 계속 들려서 너무 힘들다”며 “점심 시간에도 시위대와 경찰 버스가 곳곳에 몰려 불편했는데, 퇴근길엔 지하철 태업까지 겹쳐 암담하다”고 했다. 대학생 박진우(28)씨는 “덕수궁 관람을 마치고 나왔는데 평화로운 궁궐 안과 달리 시위대와 경찰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이날 오후 5시 40분쯤 집회 신고 시각을 초과하고도 해산 명령을 거부한 집회 참가자들로 서울역과 남대문경찰서 일대는 마비가 됐다. 시민들은 경찰을 붙잡고 “대체 언제 끝나요” “정류장이 어디예요”라며 항의했다.

 

서울역 일대는 시내버스와 경기도 광역버스 등이 모이는 곳으로 평소에도 매우 붐빈다. 서울역 앞 정류장은 경찰 차량 십수 대가 1개 차선을 통제하면서 차량들이 늘어서 도로가 주차장처럼 보였다. 서울시 교통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숭례문~시청역 구간 세종대로 차량 속도는 시속 2km까지 떨어졌다. 일대 버스 정류장이 통제되고 간이 정류장이 설치되면서 한 중년 여성은 “정류장은 대체 어디란 거야”라며 뛰어다니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세종대로 일대에 기동대 7000여 명과 교통 경찰 170여 명을 배치해 차량 우회 등 교통 관리에 나섰다.

 

시위대는 오후 5시 50분쯤 해산을 선언했지만 지하철 태업과 겹치면서 퇴근길까지 후폭풍이 이어졌다. 직장인 이모(29)씨는 “집회에 대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안내를 받았지만 버스, 지하철 어느 하나 정상 운행을 하지 않아 너무 불편하다”며 “4호선 배차 간격은 평소보다 두 배쯤 늦어졌고, 버스를 타지 못하고 지하철역까지 걸어가 평소보다 퇴근 시간이 2배는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33)씨는 “용산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서 버스를 타야 하는 건지 몰라 헤매고 있다”며 “20분이면 가는 거리가 한 시간을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당도 이날 도심에서 별도 집회를 개최했다. 민주당은 오전 11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관철을 위한 2차 비상행동’을 열고 시민들에게 특검법 촉구 서명을 요청했다.

집회에는 백혜련·박홍근·정성호 의원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오전 10시 광화문광장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초안 공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크나큰 비극이지만 배가 전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술 취한 선장을 끌어내리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서보범 기자 김도연 기자 김병권 기자 김보경 기자

 

11-22 시민도 경제도 아랑곳 않는 난장 시위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최근에 지인들로부터 중요한 약속에 늦어 낭패를 보거나 출근길에 연착된 지하철 때문에 발을 동동 굴렀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왜 그럴까? 노동계와 시민단체, 농민단체까지 합세한 정치성 집회와 노조의 투쟁으로 서울 시내 교통이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이달 초부터 민주노총과 농민단체 등이 소속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의 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9일 집회에서는 참여자들이 폴리스라인을 침범하고, 다수의 경찰에 부상을 입히는 등 불법행위까지 발생했다. 또, 평일이던 지난 20일에는 도심 집회로 인해 오전부터 서울 광화문과 시청 일대 교통이 통제됐고, 집회 참여자들이 해산을 거부하면서 퇴근 시간엔 서울역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퇴근하는 직장인, 영업하는 택시기사, 자영업자와 일반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집회에서 시민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집회 참여자들은 금연구역에서 거리낌 없이 흡연했고, 다른 참여자들은 노상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런데도 주최 측은 대규모 정치집회를 이어가겠다고 한다.

집회와 시위로 인한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민주노총 산하 현대트랜시스노조는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의 2배에 이르는 성과금을 요구하며 수차례 현대차 경영진의 자택 인근에서 시위를 벌였다. 노조의 요구 사항을 적은 현수막과 피켓을 동원한 시위로 주민들의 일상생활 피해 호소가 빗발쳤지만, 노조의 주택가 시위는 계속됐다.

산업 현장에서도 노조의 파업 예고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철도노조와 서울교통공사노조가 각각 12월 5, 6일부터 파업을 예고한 상태이며, 벌써 지연 운행에 따른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두 노조는 각각 2만여 명과 1만여 명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어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시민의 출퇴근 불편은 물론 여객과 물류 운송도 차질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더해 포스코노조는 어려운 회사 사정은 외면한 채 200억 원 규모의 기금 등을 요구하며 파업 찬반 투표를 강행하겠다고 한다.

지금은 정치집회와 파업으로 갈등을 키울 때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와 고환율·고금리·고물가로 국제경제 환경은 시계 제로(視界 zero)의 불확실성 시대에 접어들었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크다. 내수 침체와 함께 자금난도 심해지고 있다. 지난 3분기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44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가 늘어 역대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우리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변화와 혁신에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은 기업 경쟁력과 일자리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노조가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자신들의 요구 관철을 위해 민생을 볼모로 잡는 집회와 투쟁은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평일 대규모 도심 집회로 영업을 망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대기업 노조의 파업으로 도산 위기에 몰린 중소 협력업체와 지역경제 침체에 따른 지역 중소상인들의 고통과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힘을 앞세운 집회와 투쟁이 아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문화일보

 

11-22 ‘도심 행패’ 민노총·전농 시위, 부추기고 편승한 李·曺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주최한 ‘윤석열정권퇴진2차총궐기대회’가 평일인 20일 서울 도심에서 열려 인근 직장인들의 업무와 시민들의 퇴근에 엄청난 불편을 끼쳤다. 특히, 신고된 집회 시간(오후 1∼5시)을 넘기고도 해산을 거부하면서 서울역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마침 민노총 산하 전국철도노조와 서울교통공사 노조(제1노조)도 서울지하철 준법 운행(태업)에 나서면서 시민들은 극심한 교통 불편을 겪었다.

시위와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집회 시간을 넘겨서도 경찰과 대치하고, 준비해온 상여에 불까지 지른 건 명백한 불법이다. 시위 도중 길거리에서 소주·맥주·치킨을 먹거나 담배꽁초를 길가에 버리는 사람도 상당수였다고 한다. 이쯤 되면 시위가 아니라 행패 아닌가. 시위에서 내세운 구호도 노동자·농민 권익 차원을 넘어 정치 집회임을 보여주었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싹수가 노란 대통령 뽑아내야 하지 않겠나” 하고 외쳤다. 양 위원장은 지난 9일 도심 집회와 관련, 불법 행위를 사전 기획한 혐의 등으로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런 시위보다 더 고약한 것은, 국회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집회를 부추기거나 편승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같은 날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관철을 위한 2차 비상행동’ 서명운동을 벌였고, 조국혁신당은 그 직전 같은 장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 초안’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번 주말 민노총 불법시위로 경찰관 105명이 다쳤는데도 외려 “백골단” 운운하며 경찰을 비난했고, 민주당은 경찰청 예산 삭감에 나섰다.

문화일보 사설 

 

11.22 월소득 800만원 가구 학생까지... 대학생 75%에 뿌리는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 기준 내년부터 확대

전체 200만명중 150만명 받게돼

\예산 5조 첫 돌파 "포퓰리즘 과도"

 

내년에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자가 대폭 늘어나 전체 대학생의 75%가 대학 등록금을 지원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전국 대학생 200만명 중 절반 정도가 받는데, 내년엔 1년 만에 50만명이 늘어 150만명이 받게 된다. 국가장학금 총예산은 사상 처음 5조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21일부터 ‘2025학년도 1학기 국가장학금’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대학생 국가장학금은 학생 가구의 소득(재산 포함)을 10구간으로 분류해 차등 지급한다. 올해까지는 8구간 이하만 줬는데, 내년부턴 9구간 이하도 준다. 가장 소득이 높은 10구간을 제외하곤 9구간까지 모든 가구가 세금으로 대학 등록금을 지원받는 것이다. 가장 소득이 적은 기초·차상위 가구는 등록금 전액을, 9구간은 100만원씩 받는다.

 

9구간의 월 소득 인정액은 1220만~1829만원(4인 가구 기준)이다. 소득 인정액은 월 소득에다 부동산·차량 등 재산을 합해 환산한 금액으로, 국회예산정책처가 9구간의 월 소득 인정액을 통계청 소득 10분위(2023년 3분기)로 환산해보니 6~8분위(606만~806만원)에 속했다. 월 소득 800만원이 넘는 가구 학생도 내년부터 연간 국가장학금 100만원을 받는 것이다. 다자녀 가구 대학생에게 주는 장학금도 올해는 8구간 이하에 줬지만, 내년엔 9구간(최대 200만원)도 준다.

▲그래픽=김성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세수 펑크’가 심각한 상황에서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수 결손분이 29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내년에도 세수 결손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올 초 총선을 앞두고 ‘청년 지원’ 공약으로 내놓은 국가 장학금 확대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년부터 국가장학금 지원 구간을 8구간 이하에서 9구간 이하로 확대한 것은 대학생 자녀를 둔 중산층들의 국가장학금 체감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올해 국가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전체 대학생의 약 48%다. 둘 중 한 명은 지원을 아예 못 받는 셈이다. 그간 대학생 사이에서 “평범한 중산층 가정인데도 아무 지원을 못 받는다”는 볼멘소리가 많았다.

 

그렇다고 해도 세수 결손이 심각한 상황에서 지원 대상을 갑작스레 50만명이나 늘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2025년도 예산안에서 내년 국가장학금 총예산으로 5조3134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4조7205억원에서 1년 만에 5929억원(12.5%)이 늘었다.

 

증액 예산 가운데 학자금 지원 대상을 기존 8구간 이하에서 9구간 이하로 확대해서 늘어난 부분이 3878억원이다. 나머지는 근로장학금 지원 대상 확대(1705억원), 대학생 주거비 지원 장학금 신설(344억원) 등 때문이다.

 

월 소득 800만원이 넘는 가정까지 국가에서 등록금을 지원하는 것을 두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대학 취학률은 74.9%다. 4명 중 1명은 대학에 안 가는 상황에서 세금으로 대학에 가는 학생들만 폭넓게 지원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내년 장학금 지원 대상이 갑자기 급증한 것은 9구간에 그만큼 많은 가구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기존 지원 대상인 8구간 이하는 구간별 4만~17만명 정도인데, 9구간은 50만명에 달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교육계에선 “장학금 지원 대상을 9구간까지로 확대하려면 ‘구간 재설계’부터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는 그런 조치 없이 지원 대상만 확대해 버렸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도 최근 발간한 ‘2025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무분별한 국가장학금 확대가 불러올 문제를 지적했다. 예정처는 “현행 9구간 범위가 넓어 과도한 재정 부담이 발생하고, 국가장학금은 지출 구조 조정이 어려운데 등록금 인상 등 단가 인상 유인이 있어 향후 예산 소요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원 구간 재설계를 통해 정교한 지원을 도모하고, 급격한 재정 소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어렵게 확보한 대학 예산을 ‘포퓰리즘 정책’에 쓴다는 지적도 많다. 교육부는 내년 고등교육 예산을 올해보다 1조802억원 늘어난 총 15조5574억원으로 편성했다. 그런데 늘린 예산의 55%가 국가장학금에 투입됐다. 대학 경쟁력 강화에 쓰일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예산 상당 부분이 장학금 증액에 투입된 것이다. 한 수도권 사립대 총장은 “16년 넘게 ‘등록금 동결 정책’이 계속되면서 대학들 재정이 열악한데, 학생 등록금 지원에만 예산을 투입하는 게 맞느냐”면서 “정부가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이 늘어났다는 이유로 ‘등록금 동결’을 더 강요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학 등록금이 비싸지면 정부의 국가 장학금 예산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국가장학금 확대는 대학 입장에선 학생에게 받을 걸 세금으로 받는 것일 뿐, 수입에 변화가 전혀 없다”면서 “중국, 미국처럼 전반적인 대학 경쟁력 확대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표태준 기자

 

11.23 한강은 ‘Han River’로 써야

 지난 19일 서울시는 한강의 올바른 영문 표기를 ‘Han River’가 아닌 ‘Hangang River’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해당 영문 명칭을 사용하는 데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발표를 접하고 많은 영어권 출신 국내 거주자들은 당황스러웠다. ‘Hangang River’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한강강’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언론 매체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 일관성 없게 사용되는 한강 영문 표기가 외국인 관광객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시 관계자는 명칭과 관련된 공식적인 민원은 없었다고 했다.

 

 중앙그룹의 영자 신문인 코리아 중앙 데일리 (Korea JoongAng Daily)는 서울시의 요청을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코리아 중앙 데일리의 편집위원회 위원인 나는 이런 결정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신문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뉴스 전달의 핵심 요소로 뉘앙스까지 담겨 있다. 신문 기자는 사실 확인을 거친 심층적인 뉴스를 가장 효율적인 형태로 독자에게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 의무를 지키기 위한 도구가 바로 언어인 것이다. 기자는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사용해 중복이나 혼동될 수 있는 사항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Mount Halla’가 한라산의 정확한 영문 번역인 것과 같이 ‘Han River’는 한강의 정확한 번역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것처럼 한강을 ‘Hangang River’라고 표현하면 혼란을 없애기는 커녕 오히려 가중될 것이다.

 

말 그대로 ‘한강강’이 되어 ‘강’이라는 의미가 중복된다. 한국어 수준이 초급인 사람도 ‘강’이 ‘River’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한국에서 12년 이상 외국인으로 살면서 단 한 번도 한강을 영어로 표현할 때 ‘Hangang River’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한강’을 ‘Hangang River’로 표현하겠다는 것은 한국어에 대한 모욕으로도 볼 수 있다. 이는 한국어 ‘강’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어의 의미를 완전히 무시하고 불필요한 영어 단어를 추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외국인에게 어필하기 위해 스스로를 낮출 필요는 없다. ‘Han River’이나 ‘Hangang’을 사용해서 관광객들이 한국어로 ‘강(gang)’이 영어로 ‘River’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하면 된다. 미국과 멕시코를 관통하는 리오그란데 강은 ‘Rio Grande River’가 아닌 ‘Rio Grande’다. ‘Rio’가 스페인어로 강을 의미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jim.bulley@joongang.co.kr

 

11.25 [단독] 90만원 빚이 1000만원 됐는데… 경찰, 대통령이 지적하자 입건

'불법 독촉' 신고 받고도 방치

시달리던 싱글맘, 극단 선택

▲그래픽=박상훈

 

지난 9월 22일 홀로 6세 딸을 키우던 S모(35)씨가 사채업자들의 불법 빚 독촉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 13일 전, 경찰이 S씨의 피해 사실을 알고도 이를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24일 나타났다.

 

서울 성북구에서 성매매에 종사했던 S씨는 지난 8월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사채업자들에게 90만원을 연이율 수천%대에 빌렸다. 한 달도 되지 않아 이자만 1000만원 넘게 불어났다. 사채업자들은 S씨 주변에 딸이 다니는 유치원 주소까지 뿌려가며 협박했다. 현행법은 연이율 20%가 넘는 고리대금을 금지(이자제한법)하고 있고, 채무자·주변인 협박 같은 불법 빚 독촉도 처벌(채권추심법)한다. 하지만 S씨가 사채를 쓴 다음 달 전북 완주군에서 시신으로 발견되기까지, 그의 곁엔 법률은 물론, 불법 사채와 빚 독촉을 감시·처벌해야 할 금감원·경찰·지자체 같은 행정기관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픽=박상훈

 

서울경찰청이 S씨의 협박 사실을 그의 지인에게 신고받은 시점은 9월 9일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즉각 수사하지 않았다. 경찰 안팎에선 “취약 여성이 빚 독촉에 시달리는 건 흔한 일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본 듯하다”는 말이 나왔다. 경찰은 지난 12일에야 사채업자들을 입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빚 독촉에 대해 “악질 범죄”라고 말한 당일이자, 경찰 신고 64일, S씨 사망 51일 만이었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S씨 주거지 관할인) 서울 종암서에 배당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수사가 지체됐다. 안타깝다”고 했다.

 

S씨는 유서에서 여섯 살 딸에게 “죽어서도 다음 생이 있다면 다음 생에서도 사랑한다. 내 새끼, 사랑한다”고 썼다. 자신을 협박한 사채업체 상호도 명시했다. 하지만 경찰은 S씨 사망 2개월이 넘어가는 지금까지 사채업자들을 검거하지 못하고 있다.

 

본지가 24일 찾은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 지역은 을씨년스러웠다. 이곳은 내년부터 재개발로 본격 철거된다. 곳곳에 ‘철거’ ‘공가’ 같은 경고문이 붙어있는 가운데, 본지 기자들을 만난 S씨의 동료들은 “S씨는 생전에 번 푼돈도 오롯이 딸과 아버지에게만 쓰던 사람”이라고 했다.

 

S씨는 6년 전 남편과 이혼했다. 여섯 살 유치원생 딸과 뇌졸중과 심장병을 앓는 아버지를 부양했다고 하월곡동 사람들은 말했다. 딸도 최근 피부병에 시달렸다. S씨의 벌이로는 양육비·치료비를 대기가 빠듯했다. 아픈 가족을 돌보느라 6월부턴 한 달에 10일밖에 출근하지 못했고 수입이 줄었다. S씨는 지난 8월 생활비 90만원이 필요해 사채업자를 찾아가 연이율 수천%에 이 돈을 빌렸다.

▲그래픽=박상훈

 

‘미아리 텍사스’에서 3km쯤 떨어진 성북구청에 S씨 등이 이주 대책을 촉구하며 걸어둔 대자보가 있었다. 이 글에서 S씨는 “얼마 전 이혼 후 6년 만에 처음으로 7900원짜리 티셔츠 한 장을 사 입어봤다”며 “이 한 장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고 썼다. “아득바득 웃음 팔며, 몸 팔며 돈 벌어 내 자식, 병든 내 부모의 생계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데 직업이 무슨 상관이냐” “나는 내 아이에게, 내 부모에게 전혀 부끄럽지 않다” 같은 문장도 있었다.

 

S씨는 6세 딸을 향해 “다른 평범한 가정처럼 입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넘치도록은 아니지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부모로선 당연한 것”이라며 “친부에게도 버림받은 아이를, 내 배 아파서 낳은 내 자식을 버릴 수 없다”고도 썼다.

 

30대 싱글맘의 이 같은 의지는 불법 사채업자들의 빚 독촉에 무너졌다. 빌린 돈은 90만원에 불과했지만 차용증엔 원금 액수도, 이자율도 없었다. 사채업자들은 ‘백지 차용증’을 든 S씨의 사진을 찍어서 가져갔다. 그가 약속한 9월 초까지 돈을 갚지 못하자 이자만 1000만원 넘게 불어났다.

 

사채업자들은 S씨의 가족·지인들에게도 욕설이 담긴 빚 독촉 문자를 하루에 수백 통씩 보냈다. S씨의 가족 사진과 유치원, 집 주소를 포함, S씨가 차용증을 들고 찍은 사진까지 뿌려댔다. 이런 내용을 딸이 다니는 유치원 교사에게 보냈고 “아이를 만나러 가겠다”고 유치원에 전화하기도 했다.

 

대전 출신인 S씨는 6년 전 이혼 당시 남편에게 친권·양육권은 받았지만 양육비는 받지 못해 소송 중이었다. 쉬는 날마다 대전 본가에 내려가 아버지와 딸, 남동생을 만나고 오는 일이 삶의 유일한 낙이었다고 한다. S씨의 동료들은 그가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마다 딸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며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고 말했다.

 

S씨는 사망 일주일 전부터 주변에 “내가 잘 해결하고 있다” “사채업자들에게 연락받으면 수신 거부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평소 워낙 씩씩한 성격이라 지인과 동료들은 “정말 잘 해결하고 있는 줄 알았다”고 했다. S씨의 한 동료는 “그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지난 9월 23일 전북 완주의 한 펜션에서 S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펜션 업주는 “전날 입실하고 퇴실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열쇠를 반납하지 않아 방에 들어갔더니 타버린 번개탄과 시신이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고향이 대전인 S씨가 완주에서 삶을 마감한 이유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과거엔 대전 사람들이 완주로 많이 놀러 왔다”며 “어린 시절 추억 등 인연이 있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라고 했다.

 

S씨가 사망한 뒤에도 사채업자들은 유족들에게 “잘 죽었다” “그 여자 곁으로 너희도 다 보내주겠다”는 협박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이런 협박은 금융감독원·경찰·지자체 등에 신고, 처벌할 수 있는 엄연한 범죄다. 하지만 S씨는 생전 국가 법치(法治)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미아리 텍사스’에서 만난 한 60대 업주는 “여기서 일하다 보면, 세상이 우리를 자기네와 같은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했다.

 

이하영 여성인권센터 소장은 “경찰이 취약 여성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여기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통탄스러운 사건”이라며 “경찰 등 정부에 도움을 요청한다 해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취약 여성들 사이에 만연해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안준현 기자 고유찬 기자 강우석 기자 김도연 기자 김병권 기자

 

11-25 ‘30대 싱글맘 비극’ 뒷북 수사 호들갑, 참담한 경찰 무능

여섯 살 딸을 키우던 싱글맘 A(35) 씨가 사채업자들의 불법 빚 독촉을 견디다 못해 지난 9월 22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연은 많은 사람을 안타깝게 했다. 그런데 최근 경찰의 심각한 직무유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을 참담하게 한다. A 씨가 빌린 90만 원이 한 달 만에 이자만 1000만 원 넘게 불어나고, 사채업자들은 지인들은 물론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주소까지 유포하며 협박했다. 연 20%가 넘는 고리대금은 이자제한법 위반, 채무자·주변인 협박 빚 독촉은 채권추심법 위반이지만, 소용이 없었다.

악마 같은 사채업자보다 더 고약한 것은 경찰의 무능과 방관, 무사안일이다. A 씨 지인이 ‘비극’ 13일 전에 서울경찰청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피해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즉각 수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A 씨가 유서에 사채업체의 상호도 적었지만, 수사 착수를 미루다 지난 12일에야 사채업자들을 입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빚 독촉에 대해 “악질 범죄”라고 말한 당일이다.

문재인 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대부분 사건의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가지면서 거악 척결은 언감생심이고, 수사 능력 자체도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사 부서 기피가 심각하며, 베테랑 수사관들은 아예 경찰을 떠나 로펌 등으로 빠져 나간다고 한다. 형사사건을 빠르게 해결해준다는 변호사와 법무법인도 성업 중이다. 이번에 서울경찰청장이 “배당하는 과정에서 수사가 지체됐다. 안타깝다”고 했는데, 한심한 변명이다. 윗선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검수완박’ 뒤 수사 지체는 물론 수사력 저하라는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근본 대책도 시급하다.

문화일보 사설

 

11-25 한 방산비리 군무원의 철저한 패가망신 사례

〈징역 11년+벌금 20억+추징금 13억+징계부가금 117억〉

 

방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군무원에게 100억 원이 넘는 징계부가금이 부과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국방부 군무원징계위원회는 올 6월 해군 4급 군무원을 지낸 50대 A 씨에게 최고 징계 수위인 파면 결정과 함께 약 117억 원의 징계부가금을 결정했다. A 씨의 비위 금액이 약 29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그 4배를 징계부가금으로 부과한 것이다.

A 씨는 해군 함대에서 함정 정비 사업을 총괄하는 선거공장장으로 근무할 때 내부 정보를 흘려 업체들의 공사 수주를 돕고 가족 명의 회사를 통해 물품 대금인 것처럼 꾸며 약 13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군사법원 1심 재판에서 징역 11년과 함께 벌금 20억 원, 추징금 13억 원의 선고를 받았다. 징계부가금은 형사처벌과 별도로 부과된 것이다.

징계부가금 제도 도입 이후 100억 원 이상의 징계부가금이 부과된 것은 처음이다. 징계부가금은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비리 공무원에게 재산상 이익의 최고 5배까지 물어내게 하는 제도로 2010년 국가공무원법 개정을 통해 처음 도입됐다. 형사상의 추징금, 민사상의 손해배상액은 원칙적으로 손해를 끼친 액수를 환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정도로는 공무원 비리를 근절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 일종의 징벌적 배상을 가한 것이 징계부가금이다.

 

A 씨의 비위 금액 4배에 해당하는 징계부가금은 형사재판에서 선고된 벌금 추징금을 합산할 때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치다. A 씨가 벌금 추징금을 합해 150억 원을 넘게 내고도 남는 재산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비위 금액에 비하면 엄청나게 큰 액수다. 공무원의 금품 비리는 사후 처벌 이상으로 재발 방지가 중요하다. 비위를 저지르다 적발되면 직장에서 쫓겨나고 감옥에만 갔다 오는 것이 아니라 전 재산이 털릴 수도 있다는 인식이 공무원 사회에 정착된다면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국방부의 결정이 각 부처가 ‘제 식구 감싸기’의 징계 행태에서 벗어나 징계부가금 도입의 취지를 충분히 살려 적용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 

 

11-25 “난민 받자더니 아들은 집에도 안 들여” 정유라, 정우성 저격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모델 문가비 씨와의 사이에서 혼외자를 출산한 배우 정우성 씨를 저격했다. 정 씨는 "피난민은 불쌍하면서 평생을 혼외자 꼬리표 달고 살아갈 자기 자식은 안 불쌍하다니 모순"이라며 "난민은 우리 땅에 받자는 사람이 자기 집엔 자기 아들도 안 들이네"라고 비판했다.

25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정 씨는 전날 SNS에 정우성 씨를 겨냥해 "정치에 관련된 말 그간 엄청 해왔으면서 정치랑 엮이는 건 싫어하더니, 이번에도 혼외자는 낳고 결혼이랑은 엮이기 싫어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씨는 "여기가 할리우드도 아니고 베트남도 아닌데 난민부터 시작해서 혼외자까지 혼자 글로벌적으로 한다"면서 "그 나이 먹고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피임도 안 하다니, 비슷한 일이 꽤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정 씨는 "책임은 진다면서 결혼은 싫다니 무슨 소리냐"면서 "정우성이 장가라도 가면 (문가비의 자식은) 혼외자 아니면 첩 자식 취급일 텐데 그게 어떻게 책임이냐"고 거듭 비판했다.

앞서 정우성 씨의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는 "문가비 씨가 SNS에 공개한 아이는 정우성의 친자가 맞다"면서 "아이의 양육 방식에 대해서 최선의 방향으로 논의 중이고 (정우성은) 아이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한편 정우성 씨는 지난 2014년부터 유엔난민기구 아시아 태평양 지역 명예 사절로 임명돼 약 10년간 활동한 바 있다. 특히 2018년에는 난민을 수용하자는 발언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문화일보 임정환 기자

 

11-25 [단독] 한국 작곡가 이하느리-김신, 바르톡 국제 콩쿠르 1·2위 석권

▲작곡가 이하느리(왼쪽에서 세번째)와 김신(네번째)의 콩쿠르 수상 모습. 바르톡 국제 작곡 콩쿠르 홈페이지 제공

 

작곡가 이하느리(18)가 23일(현지시간) 폐막한 바르톡 국제 작곡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작곡가 김신(29)은 2위를 차지하며, 한국 작곡가가 해당 콩쿠르 1·2위를 석권했다.

이하느리와 김신의 작품은 23일 헝가리 리스트 아카데미 솔티홀에서 열린 시상식 갈라 콘서트에서 심사위원이었던 피아니스트 유제프 발로그로부터 연주됐다. 1등상인 이하느리는 5000유로(약 732만 원), 2등상인 김신은 3000유로(440만 원)를 각각 받았다.

이하느리는 3위 마티아스 팹과 함께 에디티오 뮤직카로부터 특별상까지 받았다. 김신은 헝가리 소누스 재단으로부터 포커스 온 유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특별상을 받았다. 이들의 작품은 출판될 예정이다. 내년 바르톡 국제 피아노 콩쿠르 레퍼토리에도 포함된다.

이하느리는 올해 중앙음악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출전해 1위에 오른 한국 작곡계 신성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다. 김신은 2022년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음악경연대회와 제나바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연속 우승한 바 있다. 현재 영국 런던 왕립음악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문화일보 이정우 기자

 

11.26 [단독] 사직 전공의 절반, 의료 현장 돌아왔다...일반의로 재취업

지난 22일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 중 의료 기관에 일반의로 재취업한 비율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이로 인해 일선 병의원에 근무 중인 일반의는 의정 사태 후 큰 폭으로 늘었다. 응급·중환자 치료를 전담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일반의는 덩달아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사직이 확정된 전공의(레지던트)는 총 9198명이다. 이 중 의료 기관에 재취업해 의사로 일하고 있는 전공의는 4640명으로 전체의 50.4%를 차지했다. 두 달 전인 지난 9월(3114명)에 비해 49% 증가한 수치다.

 

정부가 지난 6월 전공의 사직서 수리를 허용한 이후 의료 기관에 재취업하는 전공의는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종합병원과 병의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의들이 급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체 일반의는 올해 2분기 6624명에서 3분기 9471명으로 약 43% 증가했다. 종합병원급 일반의는 236명에서 689명으로, 병원급 일반의는 253명에서 731명으로 각각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의원급 일반의는 4678명에서 6331명으로 35.3% 늘었다.

 

대표적인 전공의 수련 병원인 상급종합병원급 일반의도 같은 기간 203명에서 223명으로 약 10% 증가했다. 상급종합병원 일반의는 병원 검사실 등 전문의 자격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의료 행위 등을 한다. 다만 지난 21일 기준 수련 병원에 출근 중인 전공의(레지던트)는 1073명으로 전체 1만463명 중 10.3%에 불과하다.

 

한편 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다음 달 초 내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 계획을 공고한 뒤 전국 수련 병원별 전공의 모집 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련 특례를 적용해 사직 전공의들의 내년 3월 복귀를 열어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복지부는 “여·의·정 협의체가 가동되는 현시점에서 특례 여부를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 오유진 기자

 

11.26 유남규 딸 예린이가 해냈다... 한국 탁구 단체, 33년만에 세계 정복

주니어 세계탁구 여자단체 우승

▲여자주니어탁구 선수들 셀카 모습. /인스타그램

 

한국 여자 탁구에 샛별이 또 나타났다.

한국 여자 주니어 대표팀은 25일 스웨덴 헬싱보리에서 열린 2024 월드 유스 챔피언십 U19 여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대만을 매치 점수 3대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 탁구의 전설 유남규(56·한국 거래소 감독)의 딸 유예린(15·화성도시공사 유스팀)과 박가현(17·대한항공), 최나현(16·호수돈여고)이 주역들이다.

 

한국은 에이스 유예린이 첫 번째 매치에서 대만 예이톈에게 게임 점수 1대3(4-11 11-9 9-11 7-11)으로 졌지만 박가현이 정푸쉬안을 3대2(12-10 8-11 11-6 8-11 11-3)로 눌렀다. 이어 최나현이 천치쉬안을 3대0(11-8 11-2 11-9)으로 완파하면서 승기를 가져왔고, 박가현이 예이톈을 3대1(11-3 9-11 11-6 11-8)로 제압하면서 감격의 우승을 이뤄냈다. 2003년 처음 시작한 청소년 세계 탁구 대회 여자 단체전에서 사상 첫 우승이다. 그동안 일본(2회)을 제외하곤 중국이 모두 우승을 휩쓸었다.

 

성인 대표팀을 포함해서도 한국 탁구가 세계 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한 건 남북 단일팀이 정상에 오른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 이후 33년 만. 국제 탁구 연맹(ITTF)도 “한국이 더 많은 드라마를 약속하며 팀 역사를 새롭게 썼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세계 최강 중국을 격파하며 명실상부한 왕좌의 자격을 입증했다. 지난 23일 중국과 대결에선 유예린이 중국 친위쉬안을 3대2(7-11 11-8 3-11 11-6 11-7)로 잡아낸 데 이어 매치 점수 2-2로 맞선 마지막 매치에서 쭝거만과 맞서 1게임을 11-9로 잡은 뒤 2게임을 2-11로 내줬지만, 3게임과 4게임을 각각 11-8, 11-9로 따내며 결승행을 이끌었다. 2매치에서 박가현도 쭝거만을 3대1(12-10 6-11 14-12 11-7)로 잡아냈다.

 

▲그래픽=송윤혜

 

이번 대회 전까지 유예린은 친위쉬안과 쭝거만에게 최근 2년간 각각 2전 2패, 3전 3패, 박가현도 쭝거만에게 3전 3패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끈질긴 도전 끝에 기어이 승리를 이끌어냈다. 대한탁구협회는 “박가현이 중학교 졸업 이후 곧바로 실업팀에 들어가면서 기량이 급성장했고 유예린·최나현도 국제대회 경험을 쌓으면서 기량이 빠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 경기력이 폭발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택수 대한탁구협회 실무부회장은 “여자 탁구가 중흥기를 맞이할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파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여자 탁구 희망으로 떠오른 신유빈(20)과 함께 차세대 기대주로 손색이 없다는 걸 이번 대회에서 증명했다.

 

유예린, 박가현, 최나현은 모두 부녀(父女) 탁구 선수들로도 화제가 됐다. 박가현은 박경수 한남대 감독, 최나현은 최주성 대전동산중 감독 딸이다. 유예린은 한국 탁구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남규 감독 딸로, 이번 세계 대회 우승으로 아버지와 함께 ‘부녀 세계 대회 우승’을 달성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남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유 감독은 1989년 독일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에서 현정화(55) 한국 마사회 감독과 혼합 복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유 감독은 현역 시절 왼손잡이 펜홀더 공격수였고, 유예린은 오른손잡이 셰이크핸드 올라운드형 플레이어다.

 

유예린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닮은 실력과 승부 근성을 갖춰 ‘탁구 신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초등학교 시절 우승을 휩쓸었고, 중1 때는 고교 2년 선배들을 이기기도 했다. 2022년 월드 테이블 테니스(WTT) 유스 컨텐더 15세 이하(U-15) 부문 여자 단식 우승과 작년 동아시아 청소년 대회 단식 은메달, 올해 튀니지에서 열린 WTT 유스 컨텐더 17세 이하(U-17) 대회, 독일 베를린 U-17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조선일보 배준용 기자

 

11.26 지하철 ‘준법투쟁’은 퇴행이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소위 ‘준법투쟁’을 벌이고 있다. 철도노조가 임금인상과 인력 확충을 요구하며 준법 운행을 내세워 정해진 정차 시간과 쉬는 시간을 엄격히 지키는 방식으로 투쟁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열차 운행에 차질이 생기면서 시민들이 출퇴근길에 불편을 겪고 있다. ‘준법투쟁’은 듣기 좋은 허울일 뿐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해 이를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이용하겠다는 전술에 다름 아니다.

 

이처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공공의 불편을 초래하는 전술을 구사하는 준법투쟁은 ‘진보’를 주장하는 이들의 행동 방식이 급진주의로 흐를 위험성을 보여 준다. 진보는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려는 의도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를 ‘급진적 방식’으로 실현하려 한다면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함으로써 수단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사울 알린스키의 시카고 오헤어 공항 화장실 점거 시도를 들 수 있다. 급진적 사회 변화를 추구한 정치 전략가로 알려진 알린스키는 저서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에서 공항 화장실을 점거함으로써 공공의 불편을 초래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작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오헤어 시카고 공항이 표적이다. 오헤어 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번잡한 공항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화장실을 독점한다. 화장실에 들어간 다음 문을 잠근다. 그리고 하루 종일 있을 수 있다. 그러니까 화장실 칸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전술은 모든 화장실을 점거할 인원만 있으면 된다. 경찰이 뭘 할 수 있을 것인가.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와서 정당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를 대라고 할 것인가.”

 

알린스키의 전략은 비폭력적이지만 타인의 권리와 편의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급진적 사고의 전형을 보여 준다. 철도노조의 ‘준법투쟁’ 역시 같은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 이들의 투쟁 방식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 ‘보수’의 대립으로 쓰이는 ‘진보’라는 개념을 ‘급진주의’와 구분해서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진보와 급진주의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진보’라는 이념이 본래 추구하는 목표와 급진적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진보는 사회 발전을 위한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반면, 급진주의는 체제의 전복을 목표로 하며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역사에서 자칭 진보 진영으로부터 ‘보수우파’ ‘친일파’로 공격받고 있는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은 사실상 좌우를 떠나 사회의 획기적인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 낸 ‘진보’ 지도자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도입하고 국민 주권을 확립하며 국가의 기틀을 다졌다. 박정희 대통령 또한 농경 사회에서 중화학 공업 중심의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을 이끌며 산업화와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이들은 진보적 성과를 이뤄 낸 인물들로, 진보가 추구하는 ‘사회 발전’을 실현한 예라 할 수 있다.

 

반면, 급진주의는 이러한 점진적 발전을 중시하지 않는다. 급진주의자들은 체제 전복을 목표로 하며, 때로는 폭력적 수단까지 동원하여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이들은 사회적 합의나 협상을 거부하고, 자신들이 주장하는 이념을 강제로 관철시키려 한다. 급진주의가 진보와 구별되는 핵심적인 차이점은 바로 이 ‘수단’에 있다. 급진주의는 급박하고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며 이 과정에서 공공의 안전과 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

 

철도노조의 준법투쟁은 급진주의적 방식이 어떻게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고 공공의 불편을 초래하는지 잘 보여 준다.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시민들을 ‘볼모’로 삼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진보의 가치와는 거리가 멀며, 오히려 사회적 통합을 방해하고 갈등을 심화시키는 ‘퇴행적’ 방식이다.

 

우리에겐 이제 진보와 급진주의를 구분하고 진정한 진보의 가치를 되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보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며, 급진주의는 이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극단적인 접근법이다.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면서 갈등을 최소화하고 협력을 통해 변화가 이뤄질 때 이를 진보적인 개혁이라고 부른다. 진보는 좌우를 막론하고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힘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쓰여야 한다.

 

 

11.26 한강 배출한 ‘요지경 한국 문단’을 재론한다

 “문단의 이념적 뿌리는 反대한민국·친북 정서다”
김규나의 폭로는 모두 사실... 썩은 풍토에서 한강 등장
지금은 문화예술 전 장르와 전 사회에 ‘붉은 물’ 들어

 고백하지만 실로 얻은 게 많은 자리였다. ‘이념·역사·문화전쟁 어떻게 이길 것인가라는 주제로 21일 열린 스카이데일리 주최 제3회 열린포럼 말이다. 그날 병든 작가 한강에 던지는 질문 셋을 발제했던 나는 막상 함께 발제자로 나섰던 김규나 작가의 기울어진 운동장 한국 문단 처방전 있나에서 보고 듣고 배운 게 꽤 된다. 그의 위력 있는 발제문의 전문은 이튿날 신문에 보도가 됐지만, 재음미해 볼 가치가 여전하다. 놀란 건 두 가지다.

 

사전에 입을 맞춘 것도 아닌데 우리 둘의 시각은 너무도 닮았다. 실제로 두 발제가 상호 보완적이었다는 말을 토론회 이후 많이 들었다. 더 중요한 건 김규나 작가란 존재 자체다. 신문기자 출신인 나야 문단 관찰자의 신분이지만, 그는 어찌 됐든 문단 사람이다. 그런데도 내부고발자 역할을 거침없이 해내는 모습이 그렇게 야무져 보일 수 없다. 그래서 김규나는 우리가 얻은 전사다.

 

그에게 새삼 고마운 건 보증 효과 때문이다. 나야 문단 킬러로 악명 높다. 5년 전 좌파 문화권력 3인방이란 책을 펴내고 기회가 날 때마다 문단의 호메이니 백낙청과 그 추종자들을 때리지만, 무슨 악의가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그가 보여 준다. 실제로 그날 그는 한국 문단의 이념적 뿌리는 마르크스 공산주의에서 시작한 정치적 올바름(PC)이고, 가깝게는 반(反)대한민국·북한 추종·친북 정서다고 선언했다.

 

모두가 쉬쉬해 온 진실을 눈 하나 깜짝 않고 까발린 것이다. “북한과 김일성에 호의를 갖지 않은 작가가 없고,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에게 적의를 갖지 않은 작가도 본 적 없다는 놀라운 지적도 했다. 한국 문단을 실질적으로 장악한 건 창비의 오너 백낙청이라고 콕 찍기도 했다. 이쯤 되면 문학에 대한 여전한 환상을 가진 이들은 물을 것이다. 너무 과한 지적은 아닐까.

 

아니다. 그가 지적한 반대한민국·친북 정서가 직접 표출된 최악의 사건을 나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게 2005 7월 백두산에서 열린 남북한 작가들의 통일문학해돋이 행사였다. 5년 전 김대중김정일의 범죄적 정상회담을 경축하는 자리였는데, 대단했다. 그 자리에서 악

 

명 높은 시인 김남주의 시 조국은 하나다가 좔좔 낭송되는 충격 장면이 등장했다. 그것도 빨치산의 딸로 불리는 정지아가 마이크를 잡고 외쳤다.

 

“‘조국은 하나다’/ 이것이 나의 슬로건이다/ 꿈 속에서가 아니라 이제는 생시에/ 남 모르게가 아니라 이제는 공공연하게/ 조국은 하나다/ 양키 점령군의 탱크 앞에서/ 자본과 권력의 총구 앞에서/ 자본가 개들의 이빨 앞에서 조국은 하나다

 

거기 참석했던 백낙청고은 등이 모두 만세를 부를 때 등 돌린 채 터벅터벅 혼자 내려왔던 이가 소설가 홍상화다. 그는 훗날 대한민국의 몰락을 예견한 소설 디스토피아’(2005랜덤하우스중앙)를 펴냈다.

 

그 책에서 그는 말했다. “한국 문단이 사회주의 신봉자 (그룹)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런 내부고발을 했던 그는 물론 직후 평생 경험하지 못했던 지적 폭력과 모독을 경험하고 문단에서 사실상 추방되다시피 했다. 어쨌거나 21일 토론회에서 김규나에게 배운 건 디테일이다. 이른바 작가입네 하는 인간들이 어떤 자리에서 무슨 헛소리를 했고, 어떻게 좌익에 봉사했는가를 알게 되었다.

 

일테면 1960년 문제작 광장을 발표한 최인훈이 사망 몇 해 전인 2018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헌재의 판결문이 우리 현대사 최고의 명문장이라고 떠벌인 그 대목 말이다. 천하의 최인훈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기울어진 사람인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소설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얼마나 산업화를 악으로 규정했는지도 새삼 보여 줬다.

 

또 하나 흥미로운 건 1990년대 이후 문단 상황에 대한 그의 증언이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던 문단 패거리들은 그때부터 은희경·전경린·신경숙·공지영 등 여성 작가를 등장시켜 가부장제 비판 전통 가정 파괴 페미니즘에 몰두한다. 2000년 이후엔 포스트모더니즘이란 이름으로 도덕과 윤리 그리고 보편적 가치관 등을 파괴해 갔다. 소설 문법의 해체 작업도 본격화되었다.

 

그 이후 서사가 있고 문법에 맞고 논리 정연한 인과를 통해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소설은 한물간 구시대적 작법이라고 문단에서 배척되었다는 게 김규나의 지적인데, 정신이 번쩍 난다. 기억하시는가. 한강의 문장이 그토록 엉망진창이라고 나는 고발한 바 있는데, 바로 그 맥락이었다. 이제야 한강이란 괴물을 만들어 낸 괴집단 한국 문단과의 상관관계가 더욱 또렷하게 보인다.

 

새삼 밝힌다. 한국 문단에 대한 지적은 괜한 억하심정 때문이 아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공연한 한강 찬양·추앙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다. 특히 문단의 문제는 문학 장르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술영화 등 이웃의 전 장르 좌경화에 원인을 제공했고, 인문·사회과학 전체도 망가뜨렸다. 저들의 실체 규명은 이제 시작이다.

스카이데일리 조우석 평론가·전 KBS 이사

11.27 서울 20㎝ 폭설, 출근길 일부 도로 통제...최고 10㎝ 더 온다


 27일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수도권 지역 곳곳에 밤사이 내린 폭설로 인해 10㎝가 넘는 눈이 쌓였다. 특히 서울 일부지역엔 20㎝ 이상의 큰 눈이 내려 출근길 교통혼잡이 예상된다.

 

27일 기상청에 따르면, 오전 7시 기준 수도권과 강원내륙.산지에는 시간당 5㎝ 내외의 강한 눈이 내리고 있다. 전북동부 일부지역엔 시간당 1~3㎝의 눈이 내리고 있다.

 

같은 시각 서울 성북 지역엔 20.6㎝, 그밖의 서울 지역에는 16.5㎝의 눈이 내렸다. 주요지점 적설량은 양평 용문산 21.9㎝, 인천 4.3㎝, 홍천 서석 18㎝, 평창 대화 12.7㎝, 전라권 진안 9.8㎝, 무주 덕유산 6.8㎝ 등이다.

 

대설로 인해 서울 도심 일부 도로도 통제됐다. 서울시는 북악산로·삼청동길·인왕산길·감사원길 양방향 서빙고로 단방향(빙고고가교→강변북로 일산방향진입램프) 등 도로를 통제 중이라고 밝혔다. 시는 제설작업 추이를 보고 해제 시점을 결정할 계획이다.

 

▲서울 전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27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단지 주차장에 눈이 쌓여 있다. /전기병 기자

 

이날 오전 6시 기준, 서울 동북권과 경기도 양평에는 대설 경보가 내려졌다. 동북권을 제외한 서울 지역과 경기도 광명·과천·시흥·부천·김포·동두천·연천·포천·가평·고양·양주·의정부·파주·성남·안양·구리·남양주·군포·의왕·하남·이천·여주·광주, 인천, 서해 5도, 강원도 태백·영월·원주 등 15개 지역, 전북자치도 진안, 무주, 장수, 남원, 경북북동산지에는 대설 주의보가 발효돼 있다.

 

기상청은 28일까지 △경기동부·남서내륙 5~15㎝(많은 곳 20㎝ 이상) △서울, 인천, 경기서해안, 경기북서내륙 3~8㎝(많은 곳 10㎝ 이상) △강원산지 10~20㎝(많은 곳 30㎝ 이상) △강원내륙 5~15㎝(많은 곳 20㎝ 이상) △충북 5~10㎝(많은 곳 충북북부 15㎝ 이상) △전북동부 3~10㎝(많은 곳 15㎝ 이상) △경북북동산지 5~10㎝ △제주도산지 5~15㎝ 등 눈이 쌓일 것으로 예보했다. 특히 최고 30㎝ 이상의 가장 많은 눈이 예상되는 강원도는 영동에 이어 영서 지역으로 대설특보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서울 전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 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남강호 기자

 

기상청은 “눈구름이 점차 내륙으로 확대 강화하면서 내일까지 경기 지역에 최고 20㎝ 이상, 서울에는 최고 10㎝ 이상의 많은 눈이 내려 쌓이겠다”며 “내린 눈이 얼어 도로가 매우 미끄럽겠으니, 출근길 교통안전과 보행자 안전에 각별히 주의 바란다”고 했다.

 

28일 오전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 또는 눈이 내리겠다. 강원 중남부내륙·산지와 경북권내륙에는 같은 날 오후까지, 경기남부는 늦은 밤까지, 충청·전라·제주도는 29일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곳이 있겠다.

 

27일 오후부터 밤 사이 경기북부와 강원중.북부, 경상권은 소강상태를 보이는 곳이 있겠다. 29일 새벽부터 오전 사이 충청권 일부 지역도 소강상태를 보이겠다.

조선일보 이혜진 기자 김가연 기자

 

11.28 11월인데 서울 '역대 세번째 많은 눈'... 중부 최고 15㎝ 더 온다

전국 곳곳에 최대 20㎝ 이상의 많은 눈이 내린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직원들이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뉴스1

 

간밤 또 다시 폭설이 내리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최대 40㎝ 넘는 눈이 쌓였다. ‘눈 폭탄’은 28일 오전까지 떨어진 뒤 오후부터는 점차 소강상태를 보일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적설량은 경기 용인 47.5㎝, 수원 43.0㎝, 군포 42.4㎝, 서울 관악구 41.2㎝, 경기 안양 40.7㎝ 등을 기록했다. 11월에 성인 무릎 높이 만큼 많은 눈이 쌓인 것이다. 특히 수원은 1964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수원은 전날 이미 30㎝가량 눈이 쌓인 상태에서 밤사이 눈이 더 쏟아지면서 적설이 40㎝를 넘겼다.

 

서울에도 이례적으로 많은 눈이 쌓였다. 서울 적설량의 공식 기록으로 삼는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의 적설량은 오전 8시 기준 28.6㎝이다. 서울은 1907년 10월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눈이 높게 쌓였을 때가 1922년 3월 24일 31.0㎝, 두 번째가 1969년 1월 31일 30.0㎝, 세 번째가 1969년 2월 1일 28.6㎝였다. 기상 기록은 최신 기록을 앞에 두기 때문에 이날 적설로 역대 3위 기록이 바뀌게 됐다.

 

이밖에 강원에선 평창 30.30㎝, 원주 치악산 27.8㎝, 횡성 25.7㎝ 등의 적설을 기록했다. 충청권은 진천 39.1㎝, 음성 23.9㎝ 등이었고, 호남은 진안 24.2㎝, 장수 23.6㎝, 무주 덕유산 22.8㎝ 등으로 집계됐다.

 

중부지방 대부분과 경북북부에 내려진 대설특보는 여전히 발효 중인 상황이다. 이날 오전까지 중부지방과 남부내륙을 중심으로 습기를 머금은 무거운 눈이 시간당 1∼3㎝, 최고 5㎝ 안팎으로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눈은 무거운 습설이다. 이미 많은 눈이 쌓인 가운데 눈이 이어지고 있어 붕괴 사고 등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눈은 서울·인천·경기북부는 이날 오후, 경기남부와 강원내륙·산지는 밤에 각각 멎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더 내릴 눈의 양은 중부지방 3~15㎝, 제주산지 5~15㎝, 일부 호남권과 영남권에서 1~7㎝ 정도로 예상된다.

 

충청·호남·경북은 금요일인 29일에도 눈이 이어지겠고, 제주는 30일 이른 새벽까지 눈이 오겠다. 경남은 29일 새벽, 수도권과 강원내륙·산지는 29일 오후와 밤 사이 지금보다 양은 적지만 또 한 차례 눈 또는 비가 내릴 수 있다.

북극 찬 바람의 영향으로 기온이 크게 떨어지며 내린 눈은 녹지 않고 얼 것으로 보인다. 또 강한 바람 탓에 체감기온을 떨어뜨리겠다.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

 

11.28 남아도는 교부금, 고교 무상교육에 안 쓰면 어디에 쓰나

▲그래픽=이철원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를 놓고 정부·국민의힘과 민주당·시도교육청이 대립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고교 무상교육을 도입하면서 관련 예산을 올해 말까지만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각각 47.5%, 지자체가 5%를 부담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규정에 따라 내년 예산안에서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그러자 민주당과 시도교육청이 마치 고교 무상교육이 없어질 것처럼 정치적 여론 몰이를 하면서 정부가 계속 부담분을 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정부의 부담이란 것이 결국 국민이 낸 세금이다.

 

현재 내국세의 20.79%를 전국 시도교육청에 자동 배정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남아도는 상황이다. 초·중·고 학생 수는 크게 감소했는데, 교육교부금은 2010년 32조2900억원에서 올해 배 이상인 68조8732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교육청들은 늘어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억지로 쓸 곳을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도교육청들이 현재 10조원 안팎의 기금을 쌓아두고 있기도 하다.

 

고교 무상교육에는 2조원 정도의 돈이 든다. 교육청들이 남아돌아 쌓아둔 돈 10조원과 매년 주체할 수 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교부금으로 감당하고도 남는다. 이미 교육청들은 고교 무상교육 내년도 예산안도 짜놓았다.

 

그런데 갑자기 민주당이 정부가 3년 더 관련 예산을 부담하도록 하는 법안을 단독 처리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27일 “(고교 교육을 더 이상) 국가가 책임지지 않겠으니 알아서 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어불성설이고 혹세무민이다. 일부 교육청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다. 그 경우 기금을 써도 되고, 개별적 한시적으로 지원하면 된다. 일부 교육감들의 선심성 지출을 줄이면 얼마든지 예산 편성이 가능하다고 한다. 민주당은 문제투성이인 교육교부금 제도의 개혁은 거부하면서 국민 세금 낭비하는 데는 아무 곳에나 나서고 있다. 정말 이래선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