危機의 韓半島(外交) 2024-11-2/ 11.18 한국은 '트럼프 취약국' 아니다 - 11-28 러·우 종전협상과 미·북 직거래 대비책
危機의 韓半島(外交) 2024-11-2/
11.18 한국은 '트럼프 취약국' 아니다

▲전쟁기념관의 6.25전쟁 조형물 '호국군상' 뒤로 보이는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현수막의 모습. /국방일보
트럼프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요구할 것이라는 잿빛 전망에 한 외교부 당국자는 “방위비 분담금이 한미 동맹의 전부인 양 묘사하는 건 잘못 짚는 것”이라고 했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한미 동맹이 흔들릴 것도 아니지만, 국제적으로 봐도 한국은 ‘트럼프 리스크’에 취약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7월 전 세계 국가 정보를 분석하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미국의 주요 70개 교역국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얼마나 취약한지 순위를 매겼다. 트럼프가 전쟁을 선포한 무역, 안보, 이민 분야를 종합한 결과 트럼프 리스크가 가장 큰 국가는 멕시코였다. 3위 독일, 6위 중국, 7위 일본, 9위 베트남 순이었다. 한국은 10위권에 없었다.
“동맹국도 돈을 내야 지켜준다”는 트럼프식 동맹관으로 보면, 방위비 분담금은 한국이 아니라 독일과 일본이 더 걱정해야 할 처지다. 해외 주둔 미군 규모는 일본(5만5000여 명), 독일(3만5000여 명), 한국(2만8500여 명)이 세계 1~3위다. 그러나 트럼프가 강조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 면에서는 한국만 모범 국가다.
지난 4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작년 세계 군사비 현황을 보면,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은 2.8%다. 미국의 3.4%와 비교해 낮지 않다. 독일은 1.5%다. 영국(2.3%)과 프랑스(2.1%)도 우리보다 낮다. 유럽의 나토(NATO) 국가 대부분이 2%를 넘지 못한다. 일본은 1.2%로 최하위권이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2배 이상인 일본(502억달러)의 국방비는 총액으로도 한국(479억달러)과 비슷하다. 트럼프 1기 당시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가 최근 소셜미디어에 한국과 폴란드(3.8%), 인도(2.4%), 이스라엘(5.3%)을 가리켜 트럼프의 자주 국방 동맹 모델이라고 했을 정도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요구할 것이라는 잿빛 전망에 한 외교부 당국자는 “방위비 분담금이 한미 동맹의 전부인 양 묘사하는 건 잘못 짚는 것”이라고 했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한미 동맹이 흔들릴 것도 아니지만, 국제적으로 봐도 한국은 ‘트럼프 리스크’에 취약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7월 전 세계 국가 정보를 분석하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미국의 주요 70개 교역국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얼마나 취약한지 순위를 매겼다. 트럼프가 전쟁을 선포한 무역, 안보, 이민 분야를 종합한 결과 트럼프 리스크가 가장 큰 국가는 멕시코였다. 3위 독일, 6위 중국, 7위 일본, 9위 베트남 순이었다. 한국은 10위권에 없었다.
“동맹국도 돈을 내야 지켜준다”는 트럼프식 동맹관으로 보면, 방위비 분담금은 한국이 아니라 독일과 일본이 더 걱정해야 할 처지다. 해외 주둔 미군 규모는 일본(5만5000여 명), 독일(3만5000여 명), 한국(2만8500여 명)이 세계 1~3위다. 그러나 트럼프가 강조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 면에서는 한국만 모범 국가다.
지난 4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작년 세계 군사비 현황을 보면,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은 2.8%다. 미국의 3.4%와 비교해 낮지 않다. 독일은 1.5%다. 영국(2.3%)과 프랑스(2.1%)도 우리보다 낮다. 유럽의 나토(NATO) 국가 대부분이 2%를 넘지 못한다. 일본은 1.2%로 최하위권이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2배 이상인 일본(502억달러)의 국방비는 총액으로도 한국(479억달러)과 비슷하다. 트럼프 1기 당시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가 최근 소셜미디어에 한국과 폴란드(3.8%), 인도(2.4%), 이스라엘(5.3%)을 가리켜 트럼프의 자주 국방 동맹 모델이라고 했을 정도다.
조선일보 박국희 기자
11.18 北 감싸던 시진핑이 달라졌다 "한반도 충돌∙혼란 용납 못한다"
15~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압박하는 무대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함께 모인 자리에서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각기 대면해 양자회담을 하면서도 대북·대러 영향력을 발휘하라고 조율된 메시지를 발신했다. 북한군의 실전 투입이 이미 시작된 가운데 시 주석이 참석하는 다자 정상회의를 기회로 한·미·일이 똘똘 뭉쳐 직접 이를 의제화한 것이다.
16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군 수천명이 러시아에 파병된 것은 유럽과 인도태평양 모두의 안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위험한 확전”이라고 비난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온라인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에) 영향력과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에 북한군이 추가 투입돼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확전이나 긴장 고조 행위는 없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는데, 북한군의 진입은 이러한 입장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 간 협력이 심화하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며 “그것이 대한민국에 대한 직접적인 도발이든, 추가 미사일 실험이나 7차 핵실험이든, 우리는 이에 대해 계속 경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시 주석에게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느냐’고 직접 물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의 대남 도발은 한반도의 긴장 격화로 이어지고, 이런 과정에서 북한과 군사 원조 조약을 맺은 러시아의 개입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7차 핵실험은 중국이 중시하는 ‘동아시아 유일의 핵보유국’ 지위에 대한 정면 도전이 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대화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이는 이전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의 북한 관련 언급보다 구체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회담에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의지”를 강조했고, 2022년 11월엔 “북한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하도록 중국이 촉구해야 한다”는 수준으로 발언했다.
당시만 해도 다른 굵직한 현안들에 밀려 북한 문제가 심도 있게 다뤄지지 않았는데, 파병이라는 무리수 감행으로 오히려 미·중 간 의제 중 우선순위가 높아진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도 이런 상황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이미 우크라이나전 조기 종전에 수차례 의지를 보였는데, 북·러 간 결착의 고리를 끊는 건 이런 과정에서 필수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다소 의미심장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 측은 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시 주석이 “중국은 한반도의 충돌과 혼란을 용납할 수 없으며, 중국의 전략적 안보와 핵심이익이 위협받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북한이나 러시아를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한반도의 충돌’ 언급은 단순히 한·미의 대북 확장억제 강화 등 뿐만 아니라 북·러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도 볼 여지가 있다.
실제 이는 2년 전 미·중 회담 때와는 온도 차가 있다. 당시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직시하고,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균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북한을 두둔한 셈이다.
윤 대통령도 15일 시 주석과 2년 만의 정상회담에서 북한군 파병 문제를 제기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우크라이나 전쟁, 러·북 군사협력에 대응해 한·중 양국이 역내 안정과 평화를 도모하는 데 협력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과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과 관련,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다고도 전했다. 한·미 정상이 하루 간격으로 시 주석을 만나 거의 동일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중국 역시 역내 정세의 완화를 희망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 오로지 당사자들이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북·러 협력과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 측은 공식 발표에선 “윤 대통령이 공동의 도전에 함께 대응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만 밝혔다. 북한을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윤 대통령의 문제 제기 자체는 공개했다.
이시바 일본 총리도 15일 시 주석을 만나 “납치 문제를 포함한 북한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일본 외무성이 밝혔다. 시 주석은 14~16일 총 8개국 정상과 회담했는데, 한·미·일 외에 뉴질랜드도 이를 거론했다. 회담 상대 절반이 중국의 대북 역할을 촉구한 것이다. 뉴질랜드 외교부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럭슨 총리는 “북한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안보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이 보유한 영향력과 접근권을 활용하도록 독려”했다.
물론 이런 국제적 압박이 중국의 직접적 행동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중국이 북·러의 불법 행위에 가담하지 않도록 분리해내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외교가의 전반적 평가다. 북·중·러가 한데 묶여 폭주하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한·미·일의 대중 메시지는 함께 모인 자리에서 더 강하게 발신됐다. 15일 3국 정상회의를 통해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파병을 거론하며 “북한과 러시아의 지도자들이 러시아의 일방적 침략 전쟁을 위험하게 확대하기로 한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다자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회담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공동성명 도출 자체가 이례적이다.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약속한 대로 3국 정상회의 연례 개최를 통한 협력의 제도화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상징성이 크다. 3국 정상은 한·미·일 협력사무국 설치에도 합의했다.
16일에는 한·일 정상이 만나 한목소리를 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러·북 간의 군사 협력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단합된 메시지를 계속 발신할 수 있도록 양국이 더욱 긴밀히 공조하자”고 합의했다.
리마=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11-18 트럼피즘 과잉 반응 경계하고 ‘득실 리스트’ 따져볼 때
‘트럼프 스톰’에 대한 한국의 과잉 반응이 유독 심각하다. 미 대선 이후 코스피는 6.21% 하락했고, 원화 가치도 7.92% 곤두박질했다. 지난 주말 미국이 배터리 공장의 IRA 보조금 폐지를 시사한 데다 한국을 환율 관찰국으로 지정했다. 서울 시장에서 탈출해 미 주식이나 코인으로 쏠리는 ‘머니 무브’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공포 뒤에는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444억 달러의 대미 무역흑자가 놓여 있다. 하지만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중국이 3800억 달러로 압도적 1위고, 멕시코(1300억 달러)·베트남(1200억 달러)·캐나다(850억 달러)·일본(700억 달러) 순이다. 한국은 8위로, 아일랜드나 대만보다 적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도 트럼프 2기는 중국 및 유럽과 정면 충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이 최전방 타깃이 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도 트럼피즘에 취약한 나라로 멕시코-중국-캐나다-베트남-독일-일본-대만-인도-아일랜드-한국 순으로 꼽았다.
삼성전자가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현대자동차는 첫 외국인 CEO를 발탁하는 등 자구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트럼프 진영이 조선·방산·원전 등에서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있다. 이런 카드를 잘 활용하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서울 증시의 유상증자가 12년 만에 최소로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속출한다. 이제 과민 반응을 경계하면서 냉철하게 득실 리스트를 만들고 따져볼 때다. 그래야 트럼프 행정부와의 ‘이익 거래’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11.19 北 우크라 파병에 놀란 中, '북 도발 감싸기'가 자초한 것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각)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16일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에선 러시아 파병 등 북한 도발을 제어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과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하자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 긴장을 원치 않는다. 윤 대통령과 역할을 함께해 나가겠다”고 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해 북한의 추가 파병을 막아야 한다” “북·러 협력 심화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키운다”고 했다. 시진핑은 “중국의 전략적 안보와 핵심 이익이 위협받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년 전 APEC 계기 한중 정상회담 때만 해도 시진핑은 “한국이 남북 관계를 적극 개선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이 지적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는 눈감은 채 한국의 대북 정책에만 불만을 드러냈다.
바이든이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안 된다고 촉구할 의무가 있다”고 하자, 시진핑은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풀어줘야 한다”고 했다. ‘북 우려’란 대북 제재를 의미한다. 중국은 김정은이 무슨 도발을 해도 노골적으로 감쌌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는 경제 교류를 늘렸다. 북·러 군사 밀착의 불길이 유럽을 넘어 중국 안보까지 위협하는 상황에 이른 것은 중국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2017년 북이 6차 핵실험에 이어 ICBM 발사에도 성공하자 중국은 ‘북이 또 핵실험을 하거나 ICBM을 쏘면 유류 반입을 추가로 제한한다’는 유엔의 자동 제재 결의안에 찬성했다. 북한 노동력도 추방하기로 했다. 북한 무역의 96% 이상이 중국 관련이다. 북이 핵·ICBM을 만드는 데 필요한 탄소섬유와 고강도 알루미늄, 전자 소재 등은 대부분 중국을 통해 확보된다. 북 무기 개발 자금으로 쓰이는 해킹 암호 화폐의 현금화와 돈세탁도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중국에 나간 수만 명의 북 노동자 임금은 김정은의 주요 수입원이다. 중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북 제재만 제대로 이행했어도 북한 도발과 위협은 상당 부분 억제됐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북한을 이용해왔다. 하지만 북이 도를 넘어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런데 러시아와 북한이 동맹을 맺고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파병한 사태는 중국의 이러한 ‘핵심 이익’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중국이 이를 바로잡고 싶다면 유엔에서 스스로 찬성한 대북 제재만 제대로 지키면 된다.
조선일보 사설
11.19 '트럼프 바람'도 비껴가는 나라
세계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트럼프를 중·러·나토는 예의 주시
우리는 격랑의 세계 정세 아랑곳 않고 여야가 피 터지게 싸우느라 바빠
尹 대통령, 난국의 리더십 발휘해 트럼피즘 파도 극복해야
야권은 정치 투쟁으로 소일하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
‘트럼프 바람’이 무섭다. 이념적으로는 미국 보수화 또는 미국우선주의의 바람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복수의 바람이기도 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오래 준비한 듯이 미국의 골수 우파 전사(戰士)들을 거침없이 차기 정부의 요직에 선발하고 세계를 향해 미국이 변하고 있음을 선포하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를 독재자·범죄자·반(反)민주주의자라고 비난했던 사람들은 지금 떨고 있다.
트럼프 바람은 미국에만 부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특히 미국과 거래가 밀접하거나 불가피한 나라들도 트럼프에 맞춰 춤을 출 준비에 분주하다. 나토(NATO)나 동아시아의 미국 우방뿐 아니라 러시아·중국 등 미국과 대착점에 있는 나라들도 트럼프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관찰하며 대응에 들어가고 있다. 좋은 현상인지 나쁜 현상인지 몰라도 트럼프는 가히 세계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한국도 트럼프 바람에 긴장하고 있기는 하다. 가장 빠른 쪽은 기업이다. 트럼프가 당선된 지 보름 만에 외국인을, 또는 미국인을, 또는 미국을 잘 아는, 특히 트럼프 성향에 익숙한 사람들을 전면에 배치하는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그런데 정치권은 아니다. 도대체 트럼프 바람의 실체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어떤 파장을 몰고 올 것인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느긋하고 느리다. 느리기만 하면 또 모르겠는데 아예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끼리 피 터지게 싸우느라고 바쁘다. 트럼프 바람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새다.
이미 예정된 것이라 어쩔 수 없는 행사라지만 그래도 하필 이 시점에 우리 대통령은 저 멀리 남미에서 레임덕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는 한가한 사진만 뉴스에 뜬다. 그리고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비 오는 거리에서 악에 받친 듯 윤 대통령과 정부를 매질하는 사진만 뜬다.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바 없고 우리끼리 싸우는 데 몰두하는, 천방지축 나라의 꼴로 비칠까 걱정된다.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의 역할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대한민국이 트럼프 바람을 극복하는 길을 찾는 것, 그것이 윤 대통령이 남은 2년 반 동안 해야 할 일이다. 안보 면에서 미국의 철통 같은 안보 공약을 더욱 공고히 하거나 굳이 미국이 그 비중을 줄이겠다면 우리도 핵화(核化)하는 길로 가는 것이 그 하나고, 경제 면에서 한국이 미국과 자원 협력국으로 가면서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가 무위로 끝나지 않도록 경제외교를 강화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윤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윤 대통령은 미국이 왜 트럼프를 선택했는지를 공부해야 한다. 미국 국민은 트럼프의 범죄적 요소를 몰라서 또는 그를 좋은 인격자인 줄 착각해서 그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미국인이 트럼프에게 베팅한 것은 그것이 지금 미국을 부양하는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여기서 길을 찾아야 한다. 윤 대통령의 그 어떤 부족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라의 정체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난국을 이겨내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우리의 우파는 정치를 소홀히 해서 망하지만 좌파는 우파의 실수를 먹고 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 국민도 인식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에 대한 법원의 징역형 판결은 지금 우리 정치를 짓누르고 있는 두 사안의 격(格)이 다른 것임을 극명하게 일깨워주고 있다. 윤 대통령의 문제는 부인의 문제이지만 이재명 대표의 문제는 이 대표 자신의 문제라는 것, 그리고 윤 대통령 부인의 문제는 처신에 관한 문제이지만 이 대표의 문제는 범죄의 문제라고 판시된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우리가 격랑의 세계 정세, 특히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극(極)보수화-우경화-그리고 미국 우선주의의 파도를 어떻게 타고 넘을 것이냐의 문제다. 북한은 갈수록 군사화하고 블록화하면서 우리를 압박하고 있고 러시아·중국과 더불어 핵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어떤 극단적 자국 보호주의도 마다 않는 매가(MAGA)주의에 매몰돼 있다. 이런 것을 세상은 트럼피즘이라고 한다. 이제 막 세계 여러 나라와 어깨를 겨누고 세계의 반열에 발돋움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절체절명의 국가적·민족적 과제이며 시험대다. 그런데 여기서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약속한 조치들에 미온적이거나 시간을 낭비한다면, 그리고 야권은 탄핵 등 정치 투쟁으로 소일한다면 그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
11.19 [단독] "文정부, 중국에 사드 배치 브리핑… 미국이 항의했다"
감사원, 정의용 등 4명 수사 요청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한국 정식 배치를 늦추기 위해 사드 미사일 교체 관련 한미 군사작전 일정 등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시민 단체에 유출한 정황이 감사원 감사에서 포착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이유로 사전 설명 차원에서 주한 중국 대사관 소속 국방 무관(武官)에게 사드 미사일 교체 작전명과 작전 일시, 작전 내용 등을 사전에 알려준 혐의도 적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중국에 사전 설명한 것과 관련해 해당 군사작전 종료 이후 한국 정부에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5월 14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기지 모습./뉴스1
감사원은 이런 혐의를 수사를 통해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달 초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서주석 전 안보실 1차장,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이기헌(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참여비서관 등 4명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과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감사원은 2급 비밀에 해당하는 사드 미사일 교체 관련 군사작전 내용을 시민 단체 관계자와 외국군(중국군) 장교에게 알려준 것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이날 “감사원이 보내온 자료에 대한 검토가 끝나는 대로 사건을 일선 검찰청에 배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7월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2월 문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사드 정식 배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킨 의혹이 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장성단의 청구 가운데 일부가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난해 10월부터 특별조사국을 투입해 국방부·외교부 등 11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해 군사기밀 유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박상훈
사드는 미국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탄도 미사일 요격 체계로, 북한의 핵·탄도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주한 미군의 핵심 무기 체계다. 레이더와 포대, 지대공 미사일 등으로 구성된다. 중국은 사드 레이더가 자국의 탄도 미사일 발사를 조기에 탐지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며 사드 한국 배치에 강력 반발해 왔다. 유사시 중국이 발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사드가 조기에 탐지할 경우 미·중 간 핵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하고, 이듬해 4월 경북 성주군 소성리 골프장에 사드를 임시로 배치했다. 이후 사드 반대 시민 단체가 ‘사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파가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고 주장하자, 한미 정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해 이들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검증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2017년 5월 취임한 문 전 대통령은 환경영향평가 실시 계획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고,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는 6개월 안에 끝나는 소규모 평가가 아니라, 1년 이상 걸리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사드의 정식 배치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2020년 10월 22일 국방부가 경북 성주 사드 기지에 공사 장비를 반입하려 하자, 일부 주민과 사드 반대 단체 관계자들이 반입 저지에 나서면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5년간,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평가협의회를 구성하지 않았다. 2019년 2월 미국이 환경영향평가를 받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해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정부와 주민 대표,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구성해야 했지만, 관련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이 2019년 12월 문 전 대통령의 방중(訪中)을 앞두고 평가협의회 구성을 미뤘다는 사실이 지난해 국방부 문서가 공개되면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런 행위가 문재인 청와대 관계자들이 사드 정식 배치를 지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것 아닌지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2020년 5월 29일 사드 미사일 교체를 위한 한국군과 주한 미군 공동 작전이 문재인 청와대와 국방부 관계자들에 의해 작전 전에 외부에 유출된 정황도 포착했다고 한다. 한미는 그날 밤 기습적으로 수송 작전을 개시해 사드 기지에 있는 노후 미사일 등 장비를 교체하려 했다. 사드 관련 장비 반입을 막는 주민과 시민 단체 관계자들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실제 작전 과정에서 주민과 경찰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감사원은 청와대 관계자가 사드 반대 시민 단체 측에 작전 일시를 미리 알려줘, 이들이 반입 저지에 나설 수 있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의 반발을 막는다며 중국 정부에 여러 차례 ‘사전 설명’을 했다. 2019년 2월 주한 미군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다음 날에도 문재인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 정부에 관련 사항을 설명했다. 사드 미사일 교체 작전 당시에도 문재인 정부는 “다양한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 측에 사전 설명을 했고 이해를 구했다”고 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러한 ‘사전 설명’에 2급 비밀에 해당하는 군사작전 내용이 포함되는 등 통상적인 외교적 설명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감사원 조사에서 “외교적인 이유로 그랬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사드 미사일 교체 작전 직후 “미국은 중국의 이익을 해하지 말고 중·한 관계도 방해하지 말라”고 반발하고 나왔다. 미국도 한국이 중국에 ‘사전 설명’을 한 것에 대해 군사작전 이후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11-19 中과 反사드 단체에 기밀 유출한 文정부…전모 밝힐 때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2016년 7월 공식 발표 이후 8년 이상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배치를 일부러 늦추고, 군사기밀 정보를 중국 및 사드 반대 단체 등에 유출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감사원은 최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4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한다. 지난해 7월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의 ‘2019년 12월 문재인 대통령 방중을 앞두고 환경영향평가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킨 의혹이 있다’는 공익감사 청구에 따라 조사한 결과다.
한국과 미국은 박근혜 정부 때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하고, 이듬해 4월 경북 성주 골프장에 사드를 임시로 배치했다. 그러나 그 사이 집권한 문 정부는 사드 반대 단체와 더불어민주당 등이 ‘사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 ‘참외가 전자파에 오염된다’는 괴담을 퍼뜨리자 환경영향평가 실시계획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문 정부는 6개월 안에 끝나는 소규모 평가가 아닌 1년 이상 걸리는 일반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고 해놓고 임기 5년 동안 평가협의회 구성조차 하지 않았다.
문 정부는 중국 반발을 막는다는 이유로 주한 중국대사관 무관에게 2급 비밀에 해당하는 군사기밀을 전달, 미국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심지어 2020년 5월 29일 밤 노후 사드 미사일을 교체할 때 국군과 미군의 주민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공동작전을 실행키로 했는데, 청와대 관계자가 사드 반대 단체에 작전 일시를 알려줘 주민과 단체가 반입 저지에 나설 수 있도록 한 정황도 파악했다고 한다. 검찰은 중대한 국기 문란 범죄로 보고, 가담자는 물론 배후까지 전모를 밝혀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1-19 尹대통령 “美·中 택일 문제 아니다” 동맹 오해 없게 해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재선 이후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이 더욱 커졌다. 이런 민감한 상황에서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 참석차 브라질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에 있어 미국과 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한미동맹을 기본 축으로 하면서” “미·중 관계가 국제사회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는 등의 언급을 추가했지만, 동맹과 우방에는 미·중을 유사한 반열에 두고 줄타기하겠다는 신호를 줄 수도 있다.
실제로 국내외에서 윤 정부 외교 기조 변화로 읽히거나, 문재인 정부 시절 ‘균형 외교’를 상기시킨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파문이 일었다. 대통령실이 해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익 중시 외교 전략은 바뀐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안보·경제 협력 파트너를 찾다 보니 우연히 그런 나라들이 자유가치 민주주의 경향을 띠고 있었고, 국익 중시 차원에서 협력했던 것”이라고 부연한 것이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자유주의 가치는 수단일 뿐이고, 안보·경제 이익을 위해 중국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선택의 문제라는 언급은 한중관계 개선 차원의 덕담이라고 해도 오해 소지가 크다. 게다가 지난해 4월엔 방미를 앞둔 윤 대통령이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했고, 중국은 한국 정부가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더 미국 측으로 다가섰다며 거세게 반발했었다. 이런 냉온탕 식의 급격한 입장 변화는 한국 외교의 신뢰와 역량 자체도 훼손한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내년 경주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빈말에 그쳤던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을 성사시키기 위한 인사치레로도 비친다. 그러나 중국은 북핵 문제에 있어 계속 북한을 두둔했고, 지금도 사드 보복 조치를 완전히 거두지 않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당선인은 윤 대통령에게 조선 협력을 먼저 제의하는 등 우호적 제스처도 했다. ‘미·중 양측에서 러브콜을 받는다’고 했던 박근혜 정부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11.20 윤 대통령 “미·중은 선택의 문제 아냐”…실용외교 살려가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중앙일보 김현동 기자]
한·미 동맹 강화하면서도 중국과 협력할 것은 해야
트럼프 2기 중국 압박 속 적절한 속도 조절은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그제 “한국에 있어 미국과 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한국은 미·중 양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브라질을 방문한 윤 대통령의 현지 언론 인터뷰 중에 나왔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외교·안보 인식과 기조의 변화 가능성을 내포한 듯해 주목할 만하다. 2022년 5월 취임 이후 최근까지 윤 대통령은 일각에서 지나친 ‘미국 일변도’라고 지적할 정도로 한·미 동맹에 올인하는 행보를 보여왔었다.
지난해 3월 한·일 관계 정상화를 시작으로 한·미 동맹 신뢰 강화에 이어 한·미·일 안보 협력으로 줄곧 직진해 왔다. 대체로 옳은 방향이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중국 및 러시아와 불필요한 마찰을 야기한 언사들이 국익에 맞느냐는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지난 15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022년 이후 2년 만에 성사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페루 한·중 정상회담이 윤 대통령의 인식 변화에 적잖은 영향을 줬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당시 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과 파병 등 위험한 북·러 군사 밀착에 대해 “중국이 건설적으로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시 주석이 “역내 정세의 완화를 희망하고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며 긍정적 기조로 화답했다. 두 정상이 그동안의 불편함을 뒤로하고 상당히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대화했다고도 한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끈끈해진 북·러의 군사적 밀착은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도 어긋나 중국 측이 상당히 불편해한다는 게 외교가의 정설이다. 이 와중에 그동안 소원했던 한·중 간 관계 회복의 공간과 모멘텀이 생겼다. 실제로 지난 5월 한·일·중 정상회의에 중국 총리가 4년여 만에 방한했고, 최근엔 한·중 양측이 상대국 주재 대사를 교체해 새롭게 출발할 분위기도 마련됐다.
미국 우선주의, 고립주의, 관세 전쟁을 예고한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국제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에도 상당한 파장이 몰아닥칠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 경쟁하면서도 북핵 등 안보와 반도체 등 경제 분야에서 상호 협력할 분야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가치와 이념보다 실리와 실용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외교 기조를 조정, 관리한다면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예측 가능성이 낮은 트럼프 2기의 성향을 고려한다면 특정 방향으로 과속하지 말고 적절한 속도 조절은 필요할 것이다. 천안문 성루까지 올라가며 성의를 보였지만 ‘사드 보복’을 당한 박근혜 정부, 중국을 큰 나라로 추앙하더니 ‘혼밥 외교’ 홀대를 자초한 문재인 정부의 저자세 시행착오만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11-20 푸틴 “비핵국도 핵 보복 대상”…한국도 단호히 대응해야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1000일 넘게 전쟁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공격 조건과 범위를 대폭 넓힌 ‘핵 교리’ 개정안에 서명, 핵전쟁 위협을 본격화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새 교리 핵심은 비(非)핵보유국이 핵보유국 지원으로 러시아를 공격할 때 핵으로 대응한다는 것, 그리고 미사일·항공기·무인기 등으로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에도 핵무기 사용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푸틴의 핵 협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 “우리를 방해하면 역사상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을 당할 것”이라며 핵 사용을 처음으로 시사했고, 지난해 6월엔 우크라이나에 인접한 동맹국 벨라루스에 전술핵 배치를 한 뒤 훈련까지 했다. 이번엔 미국이 초강력 장거리미사일 에이태큼스 사용을 승인한 19일 핵 교리를 바꿔 핵 보복 위협을 최고 수위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토(NATO)가 러시아의 핵 공격시 확증파괴를 할 수 있는 재래식 및 핵 억지력을 갖고 있어 푸틴이 오판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핵 공격은 곧 푸틴 체제의 종말임을 알 것이다.
러시아가 겨냥한 비핵보유국은 일차적으로 우크라이나이지만, 한국도 그 대상이다. 지난 6월 체결된 북·러 조약에는 유사시 상호 자동개입이 보장됐다. 우크라이나의 오늘은 한국의 내일이 될 수 있는 만큼, 윤석열 정부가 자유진영과 단결해 핵 협박에 단호한 결기를 보이면서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무기 지원도 해야 한다. 미국이 약속한 핵우산이 도널드 트럼프 시대에 펴지지 않을 것에 대비해 자체 핵 능력 확보 등을 위한 작업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문화일보 사설
11.21 핵 국가가 비핵국 침략에 핵위협 전술 사용하는 현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핵 사용 문턱을 낮추겠다며 ‘핵 교리(핵 사용 규정)’를 바꿨다. 핵 없는 국가라도 핵보유국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핵으로 보복한다는 내용이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미사일로 러시아를 공격하자 우크라이나를 핵 공격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은 20일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 정보가 있다며 대사관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대피시켰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러시아 파병 북한군이 현지 공수여단과 해병대에 배속돼 일부는 전투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북한 외무상이 푸틴을 만난 데 대해선 “중요하고 민감한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라며 김정은의 방러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이날 북의 파병 대가로 ‘핵 추진 잠수함 기술 이전’을 예상했다. 북이 무제한 잠항이 가능한 핵 잠수함에 핵미사일을 싣고 바닷속에 숨을 수 있으면 우리에겐 재앙이다. 대놓고 우리를 향해 ‘핵 공격’을 겁박할 것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황이 어려워질 때마다 ‘핵 위협’ 카드를 썼다. 전쟁 초 핵무기 부대에 특별 전투 임무 돌입 명령을 내렸다. 우크라이나에는 항복하라는 경고이며 미국 등 서방에는 관여하지 말고 대러시아 제재를 풀라는 협박이다. 지난 8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를 공격하자 ‘핵 교리 개정’을 선언했다. 이번에 실제 핵 교리를 바꿔 핵 위기를 고조시켰다. 핵무기를 자위권도 아닌 다른 나라 침략에 사용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다. 핵을 가진 독재자들이 핵을 어떻게 악용할 수 있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북한 김정은은 더할 것이다. 핵을 완성하기도 전에 한미를 향해 ‘불바다’ ‘핵 공격’ 위협을 했다. 2013년 분쟁 상대국에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핵보유국 지위 공고법’을 제정했고, 2017년 6차 핵실험 이후에는 한국을 향해 핵을 쓰겠다는 협박을 공공연히 해왔다. 김정은은 직접 한국을 적으로 규정한 뒤 전술핵 대량 생산을 지시했다. 최근에도 핵무력과 전쟁 준비 완성을 강조했다. 이런 북·러를 상대해야 하는 한국은 핵도 없고, 단합된 국론도 없다.
조선일보 사설
11.21 민·관 소통으로 ‘트럼프 파고’ 위기를 기회로 삼자
칩스법·IRA 혜택 기대 대미 투자 ‘폐기’ 위기
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 지정 통상 압박 강화
규제 혁파·내수 활성화 등에 힘써 충격 최소화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2기 출범을 앞두고 국내 산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내수 부진까지 이어지면서 내우외환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10월 국내 신용카드 승인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 늘어나는 데 그쳐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여기에 각종 실물 지표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 ‘트럼프 파고’가 위협적이다. 반도체·자동차 같은 우리 산업 분야에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제정한 반도체지원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혜택을 노리고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를 폐기 혹은 수정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정책 변화에 긴밀히 대응해야 한다.
미 정부는 자국에서 제조한 전기차에 차량 한 대당 보조금 7500달러를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한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등은 약속을 믿고 미국에 공장을 지었는데 보조금을 없애겠다고 하니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보조금 폐지를 반도체로 확대하고 10∼20%의 보편관세까지 물릴 경우 반도체와 자동차·배터리산업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6%에 달하는 한국 경제에는 여간 큰 타격이 아닐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 재무부가 한국을 1년 만에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재지정했다. 트럼프는 무역적자를 미 경제의 적으로 보는데 한국을 겨냥한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대미 무역 흑자국 8위인 우리도 중국·멕시코 등에 이어 타깃 국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관찰 대상국 지정의 파장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 2016년 4월 이후 줄곧 대상국이었다가 지난해 11월과 올해 6월 대상국에서 빠졌는데 이번에 재차 포함된 것이다. 이 조치는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의 환율과 경제정책을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2022년 280억 달러에서 지난해 444억 달러로 늘었고 올해는 5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연간 경상수지 흑자도 6월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3.7%에 달한다. 트럼프가 이를 빌미로 한국을 미 보호무역주의의 희생양으로 삼지 말란 법이 없다. 고환율도 걱정스럽다. 가뜩이나 원·달러 환율이 달러 당 1400원대로 치솟은 상황에서 정부 운신의 폭이 축소될 수 있다. 과도한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경우 외환 당국이 시장개입에 나서야 하는데 이것이 자칫 ‘환율 조작’으로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트럼프 2기에 특히 우리가 중시해야 할 것은 경제·산업 분야이다. 반면 기대도 작지 않다. 미국의 대 중국 견제 심화로 중국 상품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과도한 위축은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민간기업과 정부가 한국의 제조업이 가진 강점을 내세워 철저하게 준비하면 위기가 기회로 바뀔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직접 대응해 본 경험을 지닌 통상전문가들은 “한국 기업 없이는 미국이 원하는 제조업 재건도 어렵다. 미국이 원하는 조선·방산·원자력 분야에서 투자와 협력을 제공해 윈윈으로 대응하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여하튼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 극복이 긴요하다. 정부는 규제 혁파와 서비스산업 등 내수 활성화에 힘써 트럼프 2기에 거세질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기업들도 위축되지 말고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글로벌 전략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경제단체·정부와의 원활한 소통으로 ‘트럼프 파고’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것이다.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사설
11.21 장진호 전투의 교훈과 한미동맹 확장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의 전환점
생존·승리 위해 강력한 동맹과 군사협력 필수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공항에서 책을 구입하고자 하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책이 장진호 전투에 관한 것이었다.
6·25전쟁 중 장진호 전투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한 전환점이자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강조된 사례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세계 역사를 주도하는 초일류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한미군사동맹·한미원자력동맹·한미과학동맹·한미기독교가치동맹의 관점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교훈과 전략을 제시한다.
장진호 전투의 교훈과 그 적용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27일∼12월11일 함경남도 장진군 지역에서 발생한 전투로, 미 해병 제1사단이 중공군 제9병단의 포위망을 뚫고 철수한 작전이다. 당시 미 제10군단은 서부전선의 미 제8군과의 연락을 유지하기 위해 동부전선에서 장진호 북방으로 진격했으나 중공군의 7개 사단 규모 포위망에 맞닥뜨렸다. 이 지역은 험준한 산악 지형과 혹독한 추위로 유명했으며, 최저 기온은 영하 45도에 달했다.
미 해병 제1사단은 장진호에서 흥남까지 126km를 철수해야 했다. 당시 스미스 사단장이 “우리는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한 대로, 부대는 산악 지형과 추위 속에서도 중공군의 포위를 뚫고 질서정연하게 철수했다. 후퇴 중에도 간이활주로를 통해 부상자 4312명과 전사자 137구를 후송하는 등 군사적 위기를 잘 넘겼다.
장진호 전투는 ‘군사상 가장 위대한 후퇴 작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제2차 세계대전의 덩케르크 철수작전과 비교되기도 한다. 덩케르크 철수작전에서 영국군은 많은 장비를 버려야 했으나, 장진호 전투에서는 미 해병 제1사단이 대부분의 병력과 장비를 안전하게 철수시켰다. 결국 중공군의 포위 작전은 실패로 끝났고, 미 해병대의 철수는 전술적 승리를 거두었다.
장진호 전투의 의미는 무엇일까. 장진호 전투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 유엔군, 특히 미국 해병대와 한국군이 절망적 상황에서도 조직적 퇴각과 재집결을 통해 전투력을 유지하며 자유민주주의를 방어한 사례다. 이는 끈기·희생·협력·전략적 유연성의 중요성을 보여 준다.
한미군사동맹 관점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생존과 승리를 위해 강력한 동맹과 군사 협력은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이를 적용해 보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정례화하고 실전 중심의 동맹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장진호 전투와 같은 위기가 재발생할 경우 공동 대응 시스템을 발전시키기 위해 인공지능(AI)과 드론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통합 방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북한 및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을 억제하기 위해 한미군사동맹의 신뢰를 국제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한미원자력동맹의 관점에서의 교훈은 에너지와 안보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오늘날 적용하면 한국의 원자력 기술을 발전시키고, 미국과 협력하여 핵 비확산 정책과 안전한 원자력 사용의 글로벌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통해 소형모듈원자로(SMR) 같은 원자력 기반의 국방 에너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 한미과학동맹으로 관점이 확대되었을 때의 교훈은 생존과 혁신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첨단 무기 및 레이더·전자전 시스템 같은 방위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극한 환경에서의 생존 기술을 포함한 AI 기반 전략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 군사 기술을 민간 혁신으로 확장해 한미과학동맹을 글로벌 혁신 허브로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미기독교가치동맹의 관점에서 주는 교훈은 극한 상황에서도 희생과 봉사의 정신이 동맹의 기초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진호 전투의 2024년 현대적 적용
이제 한미기독교 단체와 교회들이 인도적 지원·군목 상호 파견 등을 통해 연합 활동을 전개하여 동맹의 윤리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기독교적 정의와 평화를 바탕으로, 전시와 평시 모두에서 동맹의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 역사적 사례는 군사·에너지·과학·가치 등 한미동맹의 모든 측면에서 전략적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 준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교훈을 바탕으로 첨단 기술과 도덕적 가치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며,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세계 평화와 번영을 이끄는 초일류 국가로 도약해야 한다.

스카이데일리 김태연 前명지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전문인선교원장
11.23 한국 安保 최대 위협은 한국 정치다
트럼프 혁명·김정은 위협… 複合 위기 대처 못하는 한국 정치
대구·경북 유권자와 호남 유권자가 대통령과 이재명 바꿀 힘 행사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최대 위험 요인은 무엇일까. 김정은과 그가 가진 핵무기일까. 미국을 뒤엎고 세계를 바꾸겠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일까. 아니면 트럼프와 김정은이 한국을 제쳐놓고 북한 핵과 한반도 문제로 머리를 맞대는 것일까.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1만 명 넘는 북한군을 파병하면서 김정은은 더 위협적 존재가 됐다. 북한은 러시아의 유일한 혈맹(血盟)이다. 푸틴과 김정은은 보유 핵무기로 비핵(非核) 국가인 적대국과 교전국을 공격할 수 있다고 공언(公言)하는 국가 수령(首領)이다. 국가 간 관계에 공짜는 없다. 대륙간탄도탄, 핵잠수함 제조 필수 기술 등이 오갔을 것이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러시아가 북한에 평양을 방어할 대공미사일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공군력 우위를 흔드는 변화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기간 ‘대통령에 취임하면 딱 하루만 독재를 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대통령 비서실과 내각의 장관들을 짜나가는 속도를 보면 빈말이 아닌 듯하다. 첫 명령은 미국 국민에게 ‘미국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 나게 느끼게 해줄 군(軍)을 동원한 불법 입국자 체포·추방 같은 내정(內政) 사항일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안보보좌관·국무장관·국방장관 등 외교 안보 3축(軸)을 맨 먼저 확정 발표했다. ‘트럼프 혁명’은 내정에서 시작해 안보·외교 쪽으로 흘러갈 것이다. 트럼프가 선거 유세에서 가장 자주 언급한 인물은 푸틴과 김정은이다. 국가로선 중국·우크라이나·러시아·NATO(EU)국가·이스라엘·한국·북한을 불러낸 횟수가 많았다. 동맹국의 안보 ‘저임(低賃)승차’를 비판하면서도 일본은 빼놓았다.
이름을 불렸다고 다 속앓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같은 속앓이지만 증상은 나라에 따라 경중(輕重)이 다르다.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중국은 미국 매에 15년 이상 단련돼서인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더 결정적 일격(一擊)을 날린 다음 트럼프 위신(威信)을 세워주며 평화 회담에 응할 태도다. 1기 트럼프 정부 때 미국에 부담을 넘기고 헐값으로 안보를 사려 한다 해서 NATO 탈퇴 위협을 받았던 유럽 국가들은 국방 예산 증액에 시동을 걸었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서 솜씨를 보여주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정전(停戰) 혹은 휴전 협상 테이블에 앉혀야 한다. 테이블에 앉히려면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어느 한쪽 팔을 비틀어야 한다. 우크라이나 팔을 비틀기가 더 쉽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법의 질서’와 ‘힘의 질서’의 배합(配合) 비율이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드러난다. 트럼프가 뿌린 ‘평화의 씨앗’은 ‘믿을 수 없는 미국’이란 불신(不信)을 심어 독일이 애써 눌러왔던 자력(自力) 안보 욕구를 자극해 유럽을 흔드는 ‘재앙(災殃)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는 다음 임기가 없는 대통령이다. 임기의 2년이 지나면 레임덕 현상이 온다. 트럼프는 그 전에 북한 핵 문제의 돌파구도 뚫으려 할 것이다. 어느 땐가 김정은을 만난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에게 북한 핵 문제는 선(先)이 미국을 북한의 핵 ICBM 위협 밖에 놓는 것이고 후(後)가 동맹국 한국을 맨몸뚱이로 북한 핵 위협에 노출시켰다는 비난을 받지 않는 것이다.
트럼프·김정은이 만나기 전에 몇 번일지 모르지만 윤석열·트럼프가 만날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20년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강력한 대통령이다. 상원과 하원을 지배하고 미국 국민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받고 있다. 거래(去來)하는 대통령이다. 거래의 달인(達人)은 상대의 약점(弱點)부터 본다. 그런 트럼프가 윤 대통령의 정치적 처지가 자신과 반대라는 사실을 이용하지 않을 리 없다. 대통령의 약점은 국가의 약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안보 최대 위협은 김정은도 트럼프도 아닌 한국 정치다.
한국 정치가 한국 안보를 위협하는 막장에서 벗어나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대통령이 자신과 부인 그리고 정치 스타일을 혁신해 국민 지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대신할 차기 대통령 후보를 찾아내 국가를 마비(麻痹) 상태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국민 신뢰를 받아 정권 교체를 실현할 세력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대통령을 바꿀 힘은 대구·경북 유권자가 쥐고 있고, 호남 유권자가 등을 돌리면 그 날로 이재명의 숨이 끊어진다. 두 변화 모두 무혈(無血)혁명이고 명예혁명이다. 어느 혁명이 가능할까. 혁명밖에 기댈 곳이 없는 나라에서 혁명이 불가능하다면, 그다음에 무엇이 오겠는가.
조선일보 강천석 기자
11.23 김정은식 외교의 노림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또다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이유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고, 둘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정상회담 등 북·미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현 상황을 언뜻 보면 김정은식 외교가 성과를 내고 있는 듯하다. 우선, 그는 러시아 파병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강력한 군사적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한반도 유사시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러시아의 개입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무기 지원으로 국제적 고립 탈피
미·러 정상과 직거래로 위상 강화
트럼프의 재집권도 김정은에겐 호재로 볼 수 있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동안 “‘김정은에게 긴장을 풀고 함께 야구경기를 보자’고 제안했었다”면서 여러 차례 김정은과의 친분을 언급했었다. 실제 김정은을 미국으로 초대할지는 불투명하지만, 적어도 물밑 접촉을 통해 조 바이든 정부와는 다른 북·미 관계를 만들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트럼프의 공약대로 조기에 종결된다면, 김정은의 입장에선 정말 쾌재를 부를 일이 될 것이다. 자국민의 큰 희생 없이 러시아와 공동운명체를 형성해 미국에 맞서는 공동 전선의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결시키겠다고 나선 인물은 바로 자신과 세 차례나 정상회담을 한 트럼프 아닌가. 자신을 유일하게 호의적으로 대우하고 만나준 미국 전직 대통령의 재집권은 김정은에게 설렘을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아마도 김정은은 지금 세계 최강인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들과 당당하게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자신의 위치에 크게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편, 트럼프는 다른 나라의 전쟁 등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고립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그는 내년 1월 취임 후 점령지를 인정하고 국경을 재설정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계획을 추진할 것이다. 평화를 되찾고 미국의 국력 소모를 막겠다는 것이 명분이다. 이는 푸틴과 김정은 모두가 원하는 시나리오로, 영토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아무리 반대를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미국의 지원 없이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지속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이런 선택을 할 경우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쪽은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와 북한이 될 것이다. 특히 파병으로 인해 러시아를 등에 업은 북한의 목소리에는 더욱 힘이 들어갈 것이다. 이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인해 무기력에 빠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새로운 제재가 어려운 상황이다.
김정은의 행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중동에까지 미치고 있다.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는 하마스와 이란을 포함한 ‘저항의 축’ 세력에도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김정은이 이처럼 오지랖을 넓히는 것은 핵무기 개발의 반대급부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고립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우방국과의 연대를 통해 고립에서 벗어나고 안전보장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까지 챙기겠다는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북한의 유일한 강점인 군사력이 역할을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재등장은 윤석열 정부에게 만만찮은 도전이 될 것이다. 동맹의 이익을 하찮게 여기고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만을 외쳐대는 트럼프의 외교정책에 휩쓸려 상대적으로 우리의 존재감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위축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북한의 외교적 광폭 횡보를 거시적으로 분석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짜면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집권 2기의 트럼프가 또다시 “북한 핵 위협과 전쟁 가능성을 줄였다” 등 터무니없는 논리를 내세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최익재 국제선임기자
11.25 사도 광산 공동 추도 무산, 日本이 양국 협력 해치고 있다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 및 참석자들이 추모 묵념을 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 관계자 및 유가족의 자리가 비어 있다. 한편 정부는 일본 주최 사도광산 추도식에 우리 정부가 불참하기로 결정했으며 사도광산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은 별도로 추모 행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스1
한일이 공동으로 열기로 했던 24일 사도광산 희생자 추도식이 일본만 참석한 채 반쪽으로 진행됐다. 일본 대표의 야스쿠니 신사(A급 전범 합사) 참배 의혹이 불거진 데다 추도사 내용도 우리 측 요구에 미치지 못하자 정부는 23일 불참을 결정했다. 일본 매체들은 추도식 대표인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이 “2022년 8·15 때 야스쿠니를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날 “한반도 노동자들이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힘든 노동에 종사했다”고 했지만 징용의 강제성을 인정하거나 반성하는 내용은 없었다. 한국은 25일 희생자 유족 9명과 함께 별도 추도식을 열기로 했다.
일본이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사도광산을 등재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배려 덕분이었다. 사도광산은 조선인 강제 노역의 현장이다. 세계유산 등재는 유네스코 회원국의 전체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이 반대하면 무산될 수밖에 없다. 일본은 한국 동의를 얻으려고 희생자 추도식과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를 약속했다. 우리 정부는 한일 관계 개선이란 큰 틀을 위해 일본의 약속을 믿고 찬성표를 던져줬다. 그런데 일본은 조선인 노동자 전시 공간을 광산에서 2km 떨어진 곳에 마련하더니 ‘강제 노역’ 관련 표현도 쓰지 않았다. 이번엔 공동 추도식 약속까지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일본은 군함도 탄광 세계유산 등재 때도 그랬다. 한국 정부가 강력히 반대하자 “1940년대 한국인 등이 자기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환경 아래서 강제 노역한 일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전시 시설에 희생자를 기리는 내용을 담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등재에 성공하자 말을 바꿨다.
내년이 한일 수교 60주년이다. 김정은의 핵 폭주는 브레이크가 없고 중국의 패권 야욕은 노골적이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중 관계도 격랑이 예상된다. 어느 때보다 필요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정부는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을 배려했다. 그런데 일본은 상응하는 조치로 답하고 있지 않다. 이래서야 어떻게 미래를 위한 한일 관계를 열어갈 수 있겠나.
조선일보 사설
11.25 안일한 대응으로 일본에 또 뒤통수 맞은 외교부

▲한국 정부 대표와 유족 참여 없이 24일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 제2차 세계대전 전범 추도 시설인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으로 알려진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차관급)이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해 헌화와 인사말을 했다. 사도=김현예 특파원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에 극우 정치인 대표 결례
행사 이틀 전에야 통보받고 불참 결정 자성해야
어제 일본의 사도시 아키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한국인 희생자의 첫 추도식에 한국 정부 관계자가 불참하며 반쪽짜리 행사로 끝나고 말았다.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때 매년 현지에서 추도식을 열기로 약속했고, 한국 정부와 유족도 참석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일본이 2022년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 추모 시설인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던 극우 정치인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을 추도식의 일본 대표로 선정하며 국내에서 비판 여론이 일자 외교부가 행사 불참을 결정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비판적인 국내 여론에도 불구하고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섰다. 12년 만에 셔틀외교를 복원하고, 지난해 북한의 위협에 한·미·일이 공동으로 대응키로 한 ‘워싱턴 선언’이라는 결과물도 내놨다. 어제 행사도 일본이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며 한국에 약속한 ‘진정한 사과’의 일환으로 마련됐었다.
하지만 일본이 한·일 갈등 봉합의 장에 극우 정치인을 대표로 내세우며 파행을 맞았다.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다. 일본은 고위 직업외교관이나 친한 인사 참석을 통해 한국의 입장을 배려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행사 이틀 전에야 이쿠이나 정무관을 대표로 결정했다고 알려온 것도 큰 결례이자 문제다. 챙길 것만 취하려는 태도만으로 한·일의 밝은 미래를 담보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3월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제시로 어렵사리 마련한 전향적 양국 관계 복원의 흐름 속에서 일본은 남은 반 잔의 물을 채우는 데 더욱 노력해야 마땅했었다.
우리 외교부도 해방 79년 만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려던 행사의 파행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추도식은 기획 단계에서 일본 정부가 아닌 사도시와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가 주관키로 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컸었다. 정부는 과거사 논쟁의 한복판에 있는 민감한 행사를 꼼꼼하게 챙겨야 했지만 일본이 통보할 때까지 대표조차 파악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상대 국가 대표단의 면면을 사전에 파악하고 조율하는 건 의전과 메시지를 중시하는 외교의 기본이다.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 등 일본 관련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고위 당국자가 뒤늦게 나서 반대 여론 설득에 나섰다.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때도 그랬다. 상대 입장을 고려해 국내 여론을 설득할 게 아니라 먼저 상대국을 설득해 이익의 균형을 이루는 게 외교다. 야당은 이번 사태를 “굴욕적 대일 외교”라고 비판했다. 북·러가 밀착하고, 트럼프 2기를 맞아 한·일 협력과 외교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정부는 “외교 참사”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새겨듣기 바란다. 여론의 지지가 성공적 외교의 으뜸 조건이다.
중앙일보 사설
11-25 ‘安美經中’ 설 자리 없는 신냉전 시대
김석 국제부장
트럼프 2기 인사 키워드 ‘反中’
공산 독재 中 부상에 견제 강화
이념 놓고 맞붙은 신냉전 시대
美中 대결 최전선에 있는 AI
대중 반도체 수출도 쉽지 않아
중국에 의존하는 생각 버려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승리 이후 거의 매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그중 트럼프 2기의 외교·안보·통상을 맡을 인물들은 초기에 지명됐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하나의 키워드로 통일된다. 바로 반중(反中)이다.
국무장관에 지명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홍콩 민주주의 및 자치권 침해 문제와 관련해 홍콩·중국 당국자들을 제재하는 법안을 주도하는 등 미 의회 차원의 각종 중국 제재 활동에 항상 이름을 올려왔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클 왈츠 하원의원은 하원 중국 특별위원회에서 활동했고, 2021년 한 행사에서는 “우리는 공산당과 냉전 중”이라고까지 선언한 인물이다. 상무장관으로 발탁된 하워드 러트닉 캔터피츠제럴드 CEO도 “중국에 관세를 매기면 4000억 달러(약 560조 원)를 벌 수 있다”고 말한 강경파다. 이들은 하나같이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고 있으며, 이러한 도전을 분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신형대국관계를 내세워 미국 패권에 도전해왔다. 시 주석은 2013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광활한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대국을 수용할 만큼 넓다”고 말했고, 2023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만남에서는 “넓은 지구는 중국과 미국이 각자 발전하고 함께 번영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겉으로는 미·중 공존을 내비친 것이지만 말 속에는 미국에 대한 도전 의사가 담겨 있었다. 특히, 중국은 홍콩 반환 당시 국제사회에 약속했던 일국양제를 저버리고 홍콩의 자유민주주의를 말살시켰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는 미국의 경계심을 자극했고, 미국은 공산 독재국가인 중국이 더 이상 부상하는 것을 막으려 움직이고 있다. 이는 트럼프 1기에서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오커스(미국·영국·호주 3국 안보동맹)와 한미일 3국 협력으로 나타났다. 세계가 다시 한 번 이념을 놓고 다투는 신냉전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이러한 전쟁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되는 곳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이다. AI와 같은 첨단산업은 과거 전기나 도로와 같이 향후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될 기술이다. 미국은 이러한 AI 등 첨단기술에서 앞선 지금이 중국을 누를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철저하게 중국을 배제하는 중이다. 과거 소련과의 냉전 시대에 핵을 놓고 다퉜다면, 이젠 AI 등을 놓고 경쟁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대중 반도체 수출이 중국에 단순히 반도체를 파는 경제적인 문제라고 설명한다고 해서 용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아직 먼 얘기지만, 트럼프 집권 2기가 끝난다고 하더라도 중국을 분쇄하려는 미국의 정책에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국 의회 초당적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과의 첨단기술 경쟁에 앞서기 위해 AI와 양자 기술 투자 확대 및 대중국 수출 통제 강화를 권고했다. 특히 범용인공지능(AGI)을 개발하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폭탄 개발 계획 이름을 딴 ‘뉴 맨해튼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중국과의 경쟁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을 앞서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군국주의 일본을 패망시켰던 핵폭탄 개발 계획 이름을 언급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인민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두고 치열하게 맞붙는 신냉전 시대에 들어선 지금, 국익을 위해서는 중국에 의존적인 경제 구조를 바꿀 전략을 짜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브라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있어 미국과 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미·중을 같은 반열에 놓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때문에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현재 한미동맹이라는 외교의 축을 중국으로 바꿀 수 있음을 내비쳤다는 우려를 낳았다. 지금은 잘살기 위해 경제를 놓고 경쟁하는 시대가 아닌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이념을 놓고 싸우는 신냉전의 시대다. 다시 찾아온 냉전의 시대에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같은 줄타기 외교가 설 자리는 그리 넓지 않다.

문화일보
11-26 “내년 경제 美·中 겹악재” 기업들만 선제 대응 안간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캐나다·멕시코·중국에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 산업 분야 국책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이 25일 내년 경제성장률을 2.1%로 전망하며 “미국이 보편적 관세(10∼20%)를 강행하면 대미 수출이 8.4∼14.0%(약 55억∼93억 달러) 급감할 것”이라고 했다. 이 여파로 성장률을 0.1∼0.2%포인트 갉아먹으면 1%대 저성장 늪에 빠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연구원은 10개 주력 분야 중 자동차·철강·정유·석유화학·섬유·반도체·디스플레이 등 7개 업종이 차이나리스크에 노출될 것으로 봤다. 특히 미·중 ‘겹악재’에 시달릴 업종으로 자동차·철강·섬유 등을 지목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기업들은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화제를 모으는 현대차그룹의 A4 두 장짜리 안내책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가 1986년 현지에 진출한 이후 205억 달러를 투자해 57만 개 일자리를 창출했고, 6800만 달러의 사회공헌을 했다는 점을 짧고 강렬한 문장과 구체적 숫자·산뜻한 시각디자인의 3박자로 표현한 홍보자료다. 현지에서 “트럼프2기 입맛에 딱 맞는 내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자동차와 부품 수출이 대미 무역흑자의 75%를 차지하는 만큼 통상 마찰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사실상 손 놓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도 전방위 협상력을 발휘할 때다.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는 444억 달러로, 중국(2794억 달러)이나 멕시코(1524억 달러)보다 한참 뒤진 8위에 불과하다. 한국은 대미 투자 1위국으로, 215억 달러를 투자해 22만5000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트럼프 1기 때 재협상을 거쳐 개정한 바 있다. 경쟁국인 일본·중국·대만 등이 미국과 FTA가 없는 것과 비교된다. 정부가 논리적으로 설득하면 얼마든지 트럼프 2.0 리스크를 기회로 역전시킬 길이 열려 있다.
문화일보 사설
11-26 ‘북한의 러 파병’ 역이용할 수 있다
고상두 연세대 명예교수
예측 못한 상황이 더 큰 충격파
역사에도 ‘검은 백조’ 수두룩
신라 -당나라 동맹이 전쟁 비화
파병 대가 놓고 러- 북 충돌 가능
러시아에 김정은 위험 알리고
한·중 전략대화 테이블 올려야
러시아와 북한이 확률은 낮겠지만, 무력 충돌할 수도 있다. 러시아가 자국 영토에 외국 군대를 끌어들이는 약소국 행태를 보이면서, 김정은에게는 북한 병사의 급료와 사망보상금이라는 든든한 충성 자금줄이 생겼다. 그가 ‘김주애의 나라’를 만들어 주려면, 노동당 금고를 꽉 채워놔야 하는데, 만일 러시아 당국이 파병 대가의 지급과 계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김정은은 절대 빈손으로 철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가능성이 큰 전망을 하고, 가능성이 작은 얘기는 헛소리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도 통계적으로 정상분포 영역 밖에 있는 극단치는 분석에서 제거해 버린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도 발생할 수 있고, 그 경우 초래되는 결과는 엄청나고 충격적이다. 이것이 상식 밖의 일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검은백조 이론’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유럽연합)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 같은 사건은 사전에 예측하지 못했지만, 이후에 많은 설명이 쏟아졌다. 이처럼 충격적인 사건의 경우 사후분석은 쉽지만 예측이 어렵고, 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발생 확률이 낮은 사태에도 경각심을 가지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2023년 6월 러시아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용병에 대한 공중 지원과 보급의 차질을 문제 삼아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 바그너 그룹은 2014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름 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점령할 때 만들어졌고, 이후 중동과 아프리카 분쟁 지역에 투입됐다. 주로 전직 특수부대원을 모아 소규모 작전을 수행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정규군이 고전하자 감형과 보상을 조건으로 약 5만 명의 죄수를 충원해 대규모 부대로 탈바꿈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공격의 주축을 맡은 바그너 그룹은 전쟁 와중에 러시아 국방부와 갈등을 빚었다. 푸틴의 측근이었던 프리고진은 수하 용병들의 무자비한 전투로 성과를 거두자, 국방부의 견제를 받았고 지휘권 문제로 갈등했다. 죄수 병사들은 훈련과 보급이 미진한 상태에서 최전선 돌격대로 나가 총알받이가 되거나, 적의 대포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미끼로 활용됐고, 그들의 희생은 사회적 무관심 속에 외면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과 미국은 나치독일에 대항해 함께 싸웠지만, 독일의 항복 직후부터 지금까지 싸우는 양국은 전승절도 하루 차이로 따로 기념한다. 러·북 전쟁 시나리오와 가장 유사한 역사적 선례는 나당전쟁이다. 신라는 삼국통일을 위해 당나라에 파병을 요청했고, 대동강을 기준으로 정복지를 나눠 갖기로 밀약했으나, 당이 영토 야욕을 보이자 연합을 깨고 연천 매소성전투에서 당군을 북으로 밀어내고, 금강 하구 기벌포전투에서 서해로 몰아냈다.
러·북 전쟁 가능성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러시아 정부에 프리고진의 교훈을 일깨워줘야 한다. 모스크바로 통하는 모든 채널을 가동해, 대북(對北) 핵·미사일 개발 지원이 러시아의 심장부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해야 한다. 북한이 워싱턴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확보하게 되면 모스크바도 타격권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
나당전쟁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중국에도 외교 공세를 펼쳐야 한다. 중국은 러·북 군사 협력을 불편하게 바라본다. 경제성장에 유리한 안정적인 안보 환경을 추구하기 때문에 북한이 역내 소란을 일으키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리고 핵 사용 금기를 깰 수 있는 북한을 위해 핵 역량을 키워주는 일은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동으로 간주한다. 중국의 부상이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게 아니라, 평화 질서를 책임지는 대국이 등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으로서는 러·북 군사 협력에 개입할 책무가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60%를 공언하는 등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이 절실하다고 느끼고 최근 한국 여행자에 대한 무비자 정책과 시진핑 주석의 방한 협의 등 한국에 협력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이런 협조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러·북 문제를 한·중 전략대화 테이블에 올릴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중국을 러시아 설득에 유용한 소통 채널로 활용해야 한다.

문화일보
11.27 트럼프 취임 첫날 관세 폭탄 예고, 대비하면 극복할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첫날 멕시코·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밝혔다. 두 나라가 마약 유입과 불법 이민자들을 제대로 단속할 때까지 관세 징벌을 때리겠다는 것이다. 마약류인 중국산 펜타닐 유입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중국에 대해서도 기존 추가 관세에 10% 관세를 더 매길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관세 표적이 된 멕시코·중국·캐나다는 미국의 1~3위 수입국이다. 관세가 면제되는 전통적 우호국인 멕시코·캐나다에까지 마약·이민 같은 비경제적 이슈를 문제 삼아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목적 달성을 위해 관세 카드를 적극적으로 휘두를 것임을 예고한다.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연 것이다.
트럼프 집권 1기도 미국 우선주의 정책, 중국과 무역 전쟁 등으로 세계 경제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집권 2기에 관세 장벽을 더 높인다면 우리의 최대 수출 시장인 대미 수출도 타격이 예상된다. 당장 멕시코에 25%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삼성전자·LG전자·기아차·포스코 등 미국 시장을 겨냥해 멕시코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 부담도 높아진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의 보편 관세(10∼20%)가 부과되면 대미 수출이 55억∼93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중 간 관세 전쟁이 벌어질 경우 한국의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까지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내년 경제성장률도 0.1~0.4%%포인트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정적 예측이 많지만 지나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 트럼프 1기 때 관세를 일률 부과한다고 발표했지만 한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는 안보 중요성 때문에 면제했다가 다시 쿼터제로 전환하는 등 변화를 거쳤다. 이익과 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에 비추어 볼 때 관세 부과와 관련해서도 나라별로 협상의 여지를 남길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은 제3국을 통한 우회수출 대신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해법을 찾아나갈 것이다.
관세 파고가 높아질수록 정부 역할이 중요해진다. 우리 기업들이 피해 보지 않도록 정부가 앞장서 미국과 정책 공조를 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에 투자하는 국가들, 미국에 생산 시설을 설립한 국가들은 관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은 미국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조선·원전 등 트럼프 당선인의 관심사에 부합되는 분야에서 한미 협력 방안을 더 선제적으로 제시하면서 한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만들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27 아관파천부터 우크라 파병까지… 한반도 노린 러시아 야욕은 계속된다

▲그래픽=김현국
지난 9월 초 러시아 함정이 청진항에 입항했다. 앞서 지난 6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서 합의한 군사동맹 조약에 따라 우크라이나 파병 병력과 무기를 수송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러시아 함정이 북한 항구에 입항한 것은 34년 만이다. 이로써 소련의 한반도 개입의 역사가 귀환했다.
소련군은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투하된 이튿날인 1945년 8월 7일 대일 참전을 전격 선언했다. 소련 육군은 빠르게 함경북도 웅기를, 해군은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천혜의 항구인 나남을 점령했다. 소련군은 일본의 항복 이후 일주일 만에 청진에서 군정을 선언하고 포고문을 발표했다. 소련 제25군 사령관 치스차코프 대장이 평양에서 일본군 평양 사령관 다케시타 요시하루 중장에게서 항복 문서를 받았다. 한반도 분단의 비극이 잉태됐다. 소련 군정은 김일성의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가 결성된 직후인 1946년 2월 15일까지 136일간 지속되었다.
이후 김일성은 북조선을 설립하고 4년 동안 남침 준비에 주력했다. 일차적으로 1948년 2월 조선인민군을 창설했다. 북한에 주둔한 소련군 88여단 병력과 준군사 조직들을 통폐합해 정규군 형태로 조직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련군의 전투 교리 등이 북한군에 접목됐고 빨치산 군대가 정규군이 됐다.
79년 전 한반도 분단 역사를 소환하는 것은 최근 동북아 국제정치가 6.25전쟁 당시의 북한·소련 간 결탁 구도와 유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과거처럼 연쇄적으로 러·북 최고 지도자들이 회동하고 있다. 김일성은 1949년 3월 처음 소련을 방문했다. 당시 모스크바 야로슬랍스키 기차역에 도착한 김일성 일행은 안드레이 그로미코 소련 외상 등의 영접을 받았다. 최근 러시아는 김일성의 첫 소련 방문을 기록한 기념판을 설치하며 러·북 관계의 오랜 역사를 조명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지난 11월 1일 이 기차역에서 열린 김일성 소련 방문 기념판 제막식에 참석했다.
양측은 상호 위기에 처할 때마다 흑기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러시아가 평양에 SOS를 보냈다. 김정은은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에서 푸틴과 정상회담을 했다. 올해 6월 마침내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포함된 조약을 체결했다. 지난 1991년 폐기된 조·소 우호조약을 완벽하게 복원했다. 북한의 자주포와 신형 방사포 등 일진일퇴 공방에서 위력을 발휘할 무기가 속속 쿠르스크 전선에 투입되고 있다. 북한군은 현대전을 직접 경험할 것이다. 체격이 작다고 북한군을 폄하하고 희화화하는 행태는 적절치 않다.
사단급 병력의 북한 지상군 파병은 우크라이나 전선이 처음이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되지만 신무기를 체험하는 만큼 김정은으로서는 파병의 이득이 크다고 판단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1000일이 지나며 60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러시아로서는 부분 징집제의 한계가 왔다. 모든 계층과 지역을 가리지 않는 전면 징집제는 푸틴의 권좌를 위험하게 할 상황에서 최대 10만명의 북한군 파병은 쿠르스크를 회복하는 데 결정적이다.
김정은은 젊은 북한군의 핏값인 파병 대가로 수억 달러에 이르는 용병 비용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잠수함 및 평양 방공망 등 각종 군사기술도 속속 이전되고 있다. 심지어 아프리카 사자와 불곰 등 70여 마리의 동물이 모스크바에서 평양 중앙동물원으로 보내졌다. 동물을 활용한 중국의 판다 친선 외교까지 모방하며 군사동맹은 절정에 달하고 있다. 내년 트럼프 취임 이후 김정은은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과 정상회담을 하며 힘자랑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미시적인 거래 이외에 심각한 후폭풍이 깔려 있다. 가장 큰 중장기 우려는 향후 유사시 러시아군이 북한 내륙 및 항구에 진주할 가능성이다. 러시아 측은 한국의 우려를 감안한 듯 한국이 북한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위기 상황은 북한의 도발로 시작하기 때문에 시나리오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북한군의 대남 위협이 한·미 동맹의 확장억제 전략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국지적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북한군의 막대한 인명 피해는 김정은 체제의 균열을 가져올 가능성이 큰 만큼 대남 도발로 인민들의 불만을 호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러시아는 한반도 긴장의 틈새를 엿볼 것이다. 부동항을 찾는 전통적인 남하 정책의 일환으로 군사동맹을 내세워 북한에 진주하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 17세기 효종의 나선정벌(羅禪征伐) 이후 한반도와 러시아는 역사의 고비마다 악연을 맺었다.
1896년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했던 아관파천(俄館播遷)으로 러시아의 개입은 본격화됐다. 1980년대 소련은 MIG기를 무상으로 북한에 제공하고, 대가로 소련 함정이 1985년부터 청진, 나진, 웅기, 원산 등 거의 모든 항구에 자유 기항했다. 소련 항공기의 북한 영공 통과도 허용됐다. 소련은 1949년 북한과 협정을 맺고 30년간 나진을 조차(租借)했다. 당시 소련은 부동항(不凍港)이던 나진을 자국 영토로 만들려는 욕심까지 보였다.
이래저래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평양이 주장하는 속칭 ‘외세 개입’의 단초를 제공해 우리의 평화통일 독트린 실현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현대전을 피로 체험한 북한군은 대남 위협에서 핵무기만큼이나 위협적이다. 마가(MAGA) 정책을 선언하며 워싱턴에 복귀한 블랙스완 스타일의 지도자를 유인하기 위한 김정은의 도발은 명약관화하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전쟁의 종전 이후에는 북한 변수가 부상할 것이다. 한중 관계의 발전으로 북한을 견제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외교 전략도 필요하다. 불확실성만이 확실한 시대에 접어들었다.
조선일보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11.27 트럼프 2.0 시대를 한국이 낙관해도 되는 3가지 이유
한국을 포함한 많은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들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1월 백악관으로 복귀한 다음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궁금해하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트럼프 정부하에서 더욱 격동적일 수 있는 미국과의 관계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동맹에 대해서만큼은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해도 되는 이유가 크게 3가지 있다.
첫째, 트럼프와 공화당 지도자들은 미·중 경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힘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한국 및 일본과의 양자 동맹과 미·한·일 및 쿼드(미·일·호주·인도)를 포함한 다양한 파트너십은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기본 틀로 유지될 것이다. 트럼프는 한국, 대만, 일본을 관통하는 안보·동맹 관계와 반도체 공급망을 유지하지 않고서는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거나,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안정적이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을 유지할 수 없다.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발표한 트럼프 2기 정책 제언집인 ‘프로젝트 2025’에서도 한국과 일본을 ‘핵심 동맹국’으로 언급했다.
둘째, 한국은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 교체기에 직면했던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과 달리 차기 트럼프 팀에게 일찌감치 긍정적인 인상을 남길 준비가 잘 돼 있다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 고위층과 광범위하게 협력해 한미 동맹을 유지하며, 아시아·유럽 등지의 파트너들과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 윤 대통령은 작년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역사적인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경험했다. 따라서 북한과 중국의 위협이 사라질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3국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다.
한국 기업들도 지난 3년 동안 미국에 1140억달러(약 160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한국의 투자가 미국 각지의 경제를 활성화하며 미국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강조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조선 산업에서 한국과의 협력 기회를 언급했는데, 이는 최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체결한 한국 내 미 해군 함정 수리 계약을 확대한 것일 수 있다.
셋째,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은 트럼프 당선인이 첫 번째 임기 시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친분을 쌓은 것처럼 개인적 친분을 쌓을 수 있다. 워싱턴 DC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과 트럼프가 스타일과 성격이 비슷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주변을 충성스러운 사람들로 둘러싸고 인기가 없더라도 결정을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과 윤 대통령은 모두 보수적인 기반에서 정치적 힘을 얻고 있다.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 간 당선 축하 전화는 잘 이루어졌다고 한다. 두 사람은 12분간 통화했고 조만간 직접 만나기로 합의했다.
물론 트럼프는 잘 변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다. 앞으로 관세, 동맹 부담금 분담, 북핵 외교를 둘러싼 어려운 대화와 협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미 동맹은 70년 넘게 굳건히 유지되어 왔다. 미국과 한국은 강대국 경쟁의 시대에 함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첨단 기술, 경제 안보, 방위산업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의 길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전임 한미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윤석열 정부와 차기 트럼프 정부가 한미 동맹에 다가올 도전들을 잘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조선일보 앤드루 여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11-27 기술력과 협상력 ‘비교우위’로 트럼프 쓰나미 넘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마약 유입과 불법 이민 같은 비경제적 이슈를 문제 삼아 동맹이나 자유무역협정(FTA)에 아랑곳없이 관세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단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던 관세를 실제 보복 수단으로 삼았다. 첫 표적이 된 멕시코·중국·캐나다가 미국의 1∼3위 수입국인 만큼 대미 무역흑자 8위인 우리도 언제 사정권 안에 들지 모른다. 멕시코에 진출한 기업들부터 날벼락을 맞으면서 ‘니어쇼어링’ 전략도 위기에 봉착했다.
과도한 공포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강경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 대신 ‘관세 협상파’인 스콧 베센트를 재무장관에 지명한 것은 청신호다. 최근 베센트는 “관세 위협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기고도 했다. 트럼프도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위협은 상대방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고백했다.
트럼프 1기 때 한국의 대미 투자는 평균 150억 달러였지만 2021년 이후 3년 연속 거의 두 배인 280억 달러를 넘어섰다. 현지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장은 한·미 경제동맹의 상징이다. 이런 새 공급망은 미 제조업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굿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야 트럼프 측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술 경쟁력이다. K-조선과 K-방산에 트럼프 당선인이 먼저 손을 내미는 이유다. 무엇보다 한·미 FTA가 파기되지 않도록 협상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FTA가 없는 중국·일본과 비교해 한국 상품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누린 비밀 병기였다. 이런 기술력과 협상력의 비교우위를 통해 트럼프 쓰나미를 넘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1-28 러·우 종전협상과 미·북 직거래 대비책
이순천 前 외교안보연구원장
도널드 트럼프의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과 차기 내각 주요 구성원 내정 등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내년 1월 20일에 취임하면 한반도와 동북아, 유럽의 외교안보 지형이 격변할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후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려 할 것이며, 과거 김정은과의 브로맨스를 토대로 미·북 간의 빅딜(또는 스몰딜)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러-우 전쟁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 영토로 편입해 우크라를 분할하고, 우크라의 나토(NATO) 가입을 포기하게 하는 종전협정을 추진할 것이다. 공동 교전국인 북한은 종전협상에 참가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가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서 위상을 높이고 러시아로부터 첨단 군사기술 등을 얻으려 할 것이다.
러-북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 조약’과 북한의 러-우 전쟁 참전 이후 러시아는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묵인함으로써 핵보유국이며, 핵확산금지조약(NPT) 공동 수탁국의 역할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했다. 또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 9월 ‘북한은 2006년에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됐다’고 발언함으로써 이에 고무된 북한은 앞으로 우리 안보를 보다 노골적으로 위협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핵무기와 ICBM을 주한미군 감축 등과 연계해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으며, 방위비의 획기적 증대, 주한미군 감축, 대미 투자 증대 요구 등으로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한미동맹이 한·미 양국에 호혜적인 가치동맹이며, 미·중 간의 경제전쟁 시대에 믿을 수 있는 경제동맹이고,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동맹임을 미 조야에 인식시켜야 한다. 또한, 트럼프가 언급한 한·미 간의 공동 선박 건조 및 유지 보수 협력을 위해 우리의 조선업을 활용하고, 대미 투자 증대 및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안보 면에서는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또는 나토식 핵공유 가능성을 교섭하고, 우리의 안보 지분을 증대시켜야 한다. 전술핵 재배치가 어렵다면 우리도 NPT 체제 밖에서 핵무장 추진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 북핵과 러·북 군사동맹이 NPT 제10조의 우리 안보상 ‘최고의 이익(supreme interests)’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기에 우리에게 충분한 명분이 있고, 핵무장을 위한 과학기술력도 있다. 물론 국제사회의 제재로 일정 기간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북핵으로 NPT 체제는 와해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이제 유럽과 인·태 지역의 안보는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우리는 나토와 인태 4국(IP-4) 관계뿐 아니라 나토의 핵심 국가인 영국·프랑스 등과 긴밀한 안보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프랑스와 호주는 원자력잠수함 건조 계약을 했다가 2021년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 결성으로 무산된 바 있으니, 프랑스·영국과 안보 연합체를 구성해 우리 해군의 숙원인 핵잠수함 건조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우리는 새로운 외교안보 전략과 협상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모든 옵션을 가지고 미국과의 협상에 대처해야 한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