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直說 2024-10/ 10.01 갈 길 바쁜데 원전 가동 중단, 뼈아픈 탈원전 자해 여파 - 10-31 증폭되는 내우외환… 국론 결집 리더십 절박하다
正論直說 2024-10/
10.01 갈 길 바쁜데 원전 가동 중단, 뼈아픈 탈원전 자해 여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5년 탓에 기존 원전의 가동 연한 연장 절차가 지연되면서 기존 원전 가동이 하나둘 중단되고 있다. 작년 4월 고리 2호기에 이어 지난달 28일 고리 3호기도 운영 허가 만료로 가동 중단 절차에 들어갔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인공지능)용 데이터센터를 지으며 전력 확보 해법을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원자력발전은 매우 훌륭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빅테크 기업들은 탄소 중립적이면서 안정적 전력 공급원인 원전을 주목하고 있다. 오픈AI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를 대안으로 삼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과거 원전 사고로 폐쇄됐던 뉴욕주 스리마일섬 원전을 재가동해 향후 20년간 전력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원전 이상의 대안이 없다는 뜻이다.
AI 혁명이 도래하면서 전 세계가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로 무탄소 에너지원 필요성이 커진 데다, AI 산업의 비약적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프랑스, 체코, 네덜란드 등 세계 17국에서 원전 60기가 건설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선 기존 원전의 가동 연한을 연장하거나, 정지된 원전을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국내 원전 산업은 24조원 규모 체코 원전 수주로 부활을 예고했지만, 정작 국내에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가동 연장을 위한 보수가 끝났던 월성 1호기 조기 폐로, 다른 원전 가동 연장 취소 등 각종 원전 자해 정책을 5년 내내 실행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탈원전을 폐기하고 신한울3·4호기 신규 허가 등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으나 작년 4월 고리 2호기에 이어 지난달 28일엔 고리 3호기가 운영 허가 만료로 가동이 중단되는 등 ‘5년 자해’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문 정부 5년간 중단된 원전 가동 연한 연장 절차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원전은 가동 연한이 있지만 이는 설계상 잠정적 수치일 뿐 실제로는 연장 운영하는 것이 상식에 가깝다. 미국엔 설계 가동 연한의 두 배를 운영하는 원전이 숱하다. 주요 장비를 정비하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한울 3·4호기 신규 허가 업무에 집중하느라 고리 2·3호기 가동 연장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안정성 평가를 위한 법적 절차는 준수하되 그 기간을 단축하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2038년까지 신규 원전 3기와 SMR 1기를 추가 건설하겠다는 ‘11차 전력 수급 계획안’도 부족하다. 탄소 중립, AI발 전력 수요 급증을 감안하면 20년 내 원전 발전 용량을 기존(원자로 24기)의 2배 이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그에 맞춰 원전 부지를 미리 확보해야 한다. 시간을 놓치면 후회해도 소용없다.
조선일보 사설
10.01 대법원 "신속한 선거 재판" 권고, 대법원 먼저 법 지켜야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를 하기 위해 자리해 있다. /뉴스1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최근 일선 법원에 ‘선거법 위반 사건을 정해진 처리 기간 내에 끝내달라’는 취지의 권고문을 보냈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1심 6개월, 2·3심은 각각 3개월 내에 선고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행 규정’이다. 하지만 이를 제 맘대로 훈시 규정으로 간주하는 판사들이 법정 처리 기간을 지키지 않는 일이 잦아지자 “법을 지키라”는 권고문을 보낸 것이다.
선거법이 신속 재판을 규정한 것은 자격 없는 사람이 국민의 대표가 되는 일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규정은 사문화된 지 오래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황운하 의원은 1심 징역형 선고에만 3년 10개월이 걸렸다. 아직도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러면서 임기 4년 다 채우고 또 의원이 됐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도 기소 2년 2개월 만인 오는 11월에야 1심 선고가 나온다. 이 사건 1심 재판장은 재판을 1년 4개월 끌다 돌연 사표를 내기도 했다.
대법원도 다를 게 없다. 대법원은 드루킹 사건의 김경수 전 지사에 대한 유죄 확정 판결을 8개월 만에 내렸다. 이재명 대표의 TV토론 허위 발언 사건도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데 10개월이 걸렸다. 모두 김명수 사법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신속·공정한 재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큰 변화를 못 느낀다는 사람이 많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아니지만 2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조국당 조국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은 대법원에서 각각 7개월과 1년이 지났는데도 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다. 대법원부터 신속 재판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0.02 '생지옥' 천리마 운동에서 장점만 발굴해 낸 한국사 교과서

▲새 교육과정(2022개정 교육과정) 적용으로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할 새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결과가 공개됐다. 이 중 처음 검정을 통과한 한국학력평가원의 교과서는 보수적 시각으로 현대사를 서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교과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경우 주로 참고자료와 연습문제 형태로 제시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보자'라고 연습문제를 넣었고, 위안부 관련 단행본 발췌문과 사진·그림 등을 인용했다. 본문에서는 단 한 문장으로만 설명했는데 성 착취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 없이 '젊은 여성들을 끌고 가 끔찍한 삶을 살게 하였다'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연합뉴스
내년부터 고교에서 새로 쓰일 한국사 교과서 9종 중 해냄에듀 교과서가 ‘좌편향’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검정 심사를 통과한 한국사 교과서 9종 중 이 교과서만 유일하게 1956년 북한이 시작한 ‘천리마 운동’ 장점만 쓰고 한계점을 서술하지 않는 등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이 교과서는 천리마 운동에 대해 ‘천리마를 탄 것처럼 빠른 속도로 전후 복구와 경제 성장을 이룩하자는 운동이었다. 하지만 생산뿐만 아니라 문화, 사상, 도덕 등 모든 생활 영역으로 확대됐다’고 썼다. 다른 교과서들은 ‘유일 지배 체제의 기반 마련에 이용’ ‘강제 동원하는 방식이라 점차 한계’ 등으로 한계점을 명확히 적은 것과 차이가 있다. 이 교과서는 새마을 운동에 대해선 ‘유신 체제를 정당화하였다는 비판도 받았다’고 부정적 측면을 함께 서술했다. 이 출판사 교과서는 또 북한 핵무기 보유에 대해 ‘핵보유국 지위에서 미국과 협상해 체제를 보장받으려는 의도’라는 북한 입장을 비판 없이 그대로 담았다.
김일성이 6·25전쟁 이후 전개한 천리마 운동은 ‘새벽별 보기운동’ ‘천삽뜨고 허리한번 펴기운동’ 같은 구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주민들을 쥐어짜면서 희생을 강요하는 운동이었다. 물질적 보상이나 자금 투입, 기술 지원 없이 더 많은 사람이 더 오래 일하는 것만 독려하다 보니 반짝 효과가 나타났다가 오래 가지 못하고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궁극적으로 ‘고난의 행군’과 대규모 탈북이라는 생지옥을 초래했다는 것이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그럼에도 김정은은 ‘만리마 운동’이란 이름으로 주민 착취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반면 새마을 운동은 개발도상국 등 여러 국가가 농촌 발전 모델로 삼기 위해 배우러 오고 있다는 것은 굳이 덧붙일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북한 관련은 장점만 쓰고 한국 일은 비판까지 쓰는 것은 전형적인 좌편향 서술 방식이다. 저자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 자신의 눈까지 속이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끊임없이 청소년들에게 엉터리 역사를 주입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다.
조선일보 사설
10-02 푸틴 ‘우라늄’ 겁박과 원전 강국의 길
이미숙 논설위원
원전 연료 수출 제한 시사 푸틴
美 의회와 정부는 철저히 대비
한국은 베짱이처럼 마냥 방치
자체 연료 생산해야 원전 강국
경제안보시대여서 더욱 절실
尹 우라늄 농축 시설 주도해야
우크라이나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가 농축우라늄 등 전략 원자재 무기화에 나설 조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서방 진영의 대러 제재를 비판하면서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우라늄과 티타늄, 니켈 등의 제한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자유 진영이 소프트웨어 및 통신 장비, 생화학무기 재료 등 전략물자 대러 수출 금지를 한 데 대한 보복 차원에서 원전 연료 수출 통제에 들어갈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쟁은 교착 상태지만, 경기 호전 덕분에 버틸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 푸틴이 이제 본격적으로 원전 연료 수출 제한 등을 무기로 서방 진영을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푸틴의 전략 광물 수출 제한 시사와 관련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러시아산 원전 연료에 의존하는 서방 국가들의 원전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국영 로사톰은 세계 최대 농축우라늄 회사로, 글로벌 원전 연료 수요량의 3분의 1을 제공한다.
푸틴의 원전 연료 무기화 가능성은 예견됐던 일이다. 미국과 EU는 2022년 러시아산 석유 수출 금지와 함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 은행 축출 조치를 할 때 농축우라늄 수출은 예외로 했다. 갑자기 금지할 경우 각국 원전 가동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전 26기를 가동하는 우리나라는 연료 34%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93기를 가동하는 미국도 연료 20% 이상을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이후 한미 양국 대응은 개미와 베짱이를 연상시킨다. 미국은 ‘로사톰 무기화’에 대비해 개미처럼 부지런히 움직였다. 의회는 지난해 말 러시아산 원전 연료 수입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지난 5월 발효된 이 법에 따르면 러시아산 농축우라늄 수입 금지는 2028년까지 유예된다. 이 기간에 자체적으로 원전 연료를 생산할 수 있도록 우라늄 농축 공장 재가동용 정부 보조금도 지원한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러시아에서 수입한 원전 연료는 지난해 대비 30%가량이 축소됐다.
한국은 무사안일한 베짱이 같다. 국회는 러시아의 원전 연료 수출 통제에 대비하기 위한 입법을 방기했고, 정부는 푸틴 눈치를 보며 원전 연료를 계속 수입했다. 러시아의 수출 통제에 대비해 정부 방침을 마련한 뒤 한미원자력협정에 근거해 미국 측에 우라늄 안정적 확보를 위한 한미원자력고위급위원회 소집을 요구하는 게 정상이지만, 대통령실도 외교부도 나서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카자흐스탄 방문 때 발표된 공동성명에 ‘안정적인 우라늄 공급 합의’가 명시된 게 유일하게 눈에 띌 뿐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체코 방문 때 “팀 체코리아(Czech-Korea)가 되어 원전 르네상스를 함께 이뤄 나가자”고 했다. 한·체코 원전동맹은 “원전생태계 전 주기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고도 했다. 원전생태계 완성을 위해선 원전 설계에서 원자로 건설, 주기기 공급 및 원전 가동 및 유지 보수는 물론이고, 연료 생산까지 일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우라늄 채광에서 농축, 원전 가동, 방사성 폐기물 처리 등 전 과정을 연결하는 핵연료주기(NFC)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우라늄 농축을 못 해 전량 수입해 가공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 원전생태계는 불완전하고 NFC도 구멍이 뚫어진 상태다.
원전 강국 러시아와 중국, 프랑스는 자체 우라늄 농축 공장을 갖고 원전 연료를 만든다. 미국도 값싼 러시아산 등에 의지하다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그간 방치됐던 농축 공장 재가동에 들어갔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최근 원전 연료 공급 계약을 한 센트루스가 바로 그 회사다. 정부와 국회가 손을 놓고 있으니 기업이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원전 강국이 되려면 원전 연료 자체 생산이 필수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체코, 나아가 유럽·아시아 각국에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선 윤 대통령이 임기 내 그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원전 르네상스가 가능하다. 경제안보 시대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우라늄 농축 시설은 긴요하다. 이것만 잘해도 윤 대통령은 원전 강국의 길을 연 지도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

문화일보
10-02 진보도 보수도 아닌 ‘정신 승리’에 입각한 가짜 역사
일제 당시 여권에 조선인 국적은 다 일본
일본 아니라는 증거도, 대한민국 국적도 없어
거짓은 나라 안 잃었다는 ‘정신 승리’에서 비롯
국적과 국적보유자 간 차별도 구별 못한 무식
일제 시대 조선인의 국적이 일본임을 명시한 여권은 다수 남아있다. 반면 일제 시대 조선인의 국적이 일본이 아니거나 대한민국임을 보여주는 여권은 하나도 없다. 당연히 없다. 나라를 잃었으니까.
조선인의 국적은 1910년 일본의 조선 병합 이전에, 이미 1905년 을사늑약 이후로 대외적으로 일본이었다. 1907년 전라도 해남군에 주소를 둔 박창규라는 조선인의 여권에는 ‘일본제국 해외여권’ ‘조선신민(臣民)전용’이란 제목이 붙어 있다. 미국의 보호령인 괌의 주민이 대외적으로 미국 국적을 갖는 것과 비슷하다.
병합 이후인 1916년 하와이로 이민 간 천현희라는 조선인의 여권에는 ‘일본제국 해외여권’, 1938년 역시 하와이로 이민 간 이동진이라는 조선인의 여권에는 ‘대일본제국 여권’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다만 병합이 된 다음이어서인지 ‘조선신민전용’이란 말은 사라졌다.
이종찬 광복회장과 정청래 등 더불어민주당 몇몇 의원들이 국민을 상대로 겁박하듯 일제 시대 조선인의 국적에 대해 묻기 전까지 대다수는 그런 걸 생각해본 적이 없다. 동아일보가 보도한 마라톤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말소 사건도 있고 해서 당시 국적은 대외적으로 일본이지 않았겠나 추측하는 정도였다. 상식적인 추측이 옳았다.
내가 일제 시대 조선인의 국적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본 것은 2009년이다. 당시 보훈처발로 일제 시대 국내에 호적이 없어 ‘무국적자’로 취급받던 독립유공자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제 시대 국내에 호적이 있던 사람은 1948년 대한민국 국적법 제정 이후 대한민국 국적으로 자동 계승됐지만 호적이 없던 사람은 계속 무국적자로 남았던 것이다.
세계가 한 나라라면 국적은 필요 없다. 국적은 상대할 외국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 그래서 국적이라고 하면 여권을 떠올린다. 물론 여권에 기재되는 국적은 그 나라에 속해 있음을 증명하는 자료에 기초해서 주어진다. 그 자료가 일제 시대에는 호적이었다.
지금의 우리는 전근대적인 신분 사회에 산 것도 아니고 제국주의를 경험한 것도 아니어서 한 나라에 두 종류 이상의 내국인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잘 못한다. 일제하에서는 호적이 있는 곳에 따라 일본인 조선인 대만인 등으로 나뉘었다. 조선인 대만인 등은 일본인과 같은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 온전한 형사사법절차 등은 물론이고 외국적 취득 등 일본인에게 적용되는 국적법의 혜택도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는 하나 대외적으로 당시 조선인과 대만인이 일본 국적이 아닌 것은 아니었다.
미국 남부의 흑인들은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시민권과 국적 사이에 괴리가 있었다. 그들은 미국 시민으로서의 온전한 권리를 누리지 못했지만 국적은 미국이었다. 일제 시대 조선인 국적 문제는 스스로도 대내적인 권리의 문제와 대외적인 국적의 문제를 구별하지 못하는 자들이 이를 한데 뒤섞어 불러일으킨 혼란이다.
동아일보는 1923년 일제 시대 만주 간도 용정에서 일어난 탈적(脫籍) 운동을 보도했다. 그해 2월 용정에서 한 조선인이 중국인 병사에게 살해당하자 그곳 조선인들은 대회를 열어 중국 정부에 항의함과 동시에 일본 국적에서 벗어나자는 운동을 벌였다. 일본이 조선인을 보호해 주지도 않으면서 일본 국적에 매어 놓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조선인은 간도에 있는 조선인까지 국내에 호적을 두고 있는 한 일본 국적이었고 그 사실을 조선인 스스로도 잘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일제 때 나라 잃은 설움을 말하면 매국노 취급받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일병합이 국제법적으로 원천 무효이기 때문에 소급해 일제 시대에도 나라를 잃은 적이 없다는 주장은 법적(de jure) 상태와 사실적(de facto) 상태도 구별하지 못하는 치기를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삶이 법으로 환원되지 않듯이 역사는 법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한일병합이 무효이든 아니든 일본은 조선을 강점했고 그 사실이 선조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한일병합이 무효라고 해서 그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다.
일제 시대 나라를 잃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일제 시대 조선인의 국적이 일본이 아니라거나 대한민국이라는 주장은 치기가 치기를 낳은 끝에 생겨난 거짓말이다. 그것은 진보 사관에 입각한 것도, 보수 사관에 입각한 것도 아니고 그냥 ‘정신 승리’에 입각한 가짜 역사일 뿐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10.04 원전 운영 연장, 왜 우린 10년만 해주나
미국은 폐로 원전까지 되살리겠다는데
한국은 미국 방식 규제에 프랑스식 규제까지 겹쳐 시행
운영허가 연장은 절반만… 상식과 합리에 맞나

▲부산 기장군 해안가에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오른쪽)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고리1, 2, 3, 4호기. /뉴스1
고리 2호기에 이어 고리 3호기가 며칠 전 발전을 중단하고 멈춰섰다. 둘 다 멀쩡한 원전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1차 운영허가(40년) 만료를 앞두고 미리 해뒀어야 할 운영허가 갱신 절차를 밟지 않았던 탓이다. 두 원전의 2년 남짓씩 가동 공백으로 국가적으론 수조 원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국민들은 자기 지갑에서 직접 돈을 빼내가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통증을 못 느낄 뿐이다.
한국과 대조적으로 미국에선 2019년 폐로(閉爐)시켰던 펜실베이니아주(州) 스리마일 원전 1호기를 다시 돌리겠다고 한다. 스리마일 1호는 1979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사고를 냈던 스리마일 2호기와 같은 부지에 있는 형님 원자로다. 2호기 부분 노심용융 사고의 충격파가 얼마나 컸던지 미국에선 그 후 30년 신규 원전 건설을 시도할 수 없었다. 그런데 사고 기(基)의 형제 원자로를, 그것도 45년 가동 후 폐로시켜 5년간 숨이 끊어져 있던 원자로를 다시 살려내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별 반대 움직임이 없다. 무탄소 전력의 확보가 너무 시급하기 때문이다.
세계적 원자력 재부흥 흐름 속에서 우리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한국은 왜 정상 절차를 밟아 운영허가를 연장(갱신)하는 원전에 대해 추가 가동 기간을 10년밖에 허가해주지 않느냐는 점이다. 고리 2·3호기를 포함해 2029년까지 계속운전 대상인 원전은 10기나 된다. 이것들은 운영허가 갱신을 받아 계속운전에 들어가더라도 그로부터 10년 뒤엔 다시 운영허가 연장 심사를 받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운영허가 연장에는 두 가지 모델이 있다. 하나는 프랑스 모델인데 별도로 최초 운영허가 기간을 설정해놓지 않고, 10년마다 주기적안전성평가(PSR)라는 안전성 종합 평가 절차만 두고 있다. 10년 주기로 주요 기기의 상태, 열화 정도, 위험 분석 등을 해가면서 가동 기간을 늘려가는 방식이다. 유럽과 캐나다가 이 방식이다. 반면 미국 모델은 최초 40년 운영허가 기간(한국의 경우 구형 원전은 40년, 신형 원전은 60년)을 설정해놓고 그 후 20년씩 허가를 갱신하는 방법이다. 이때 기기수명평가(LER)와 방사선환경평가(RER), 그에 따른 설비 보강을 거치게 된다. 대신 프랑스 방식의 10년 간격 주기적안전성평가는 따로 하지 않는다. 미국은 작년 6월 기준으로 92개 원전 가운데 88기가 20년 연장 허가를 받았고, 두 번째 운영허가 갱신을 통해 ‘80년 운영’에 들어간 원자로가 벌써 6기다.
희한한 것은 우리가 프랑스 모델과 미국 모델을 결합하면서 두 과정에 필요한 절차를 중복해 거치도록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방식이면 프랑스 방식대로, 미국 방식이면 미국 방식대로 하면 될 것이다. 우린 그게 아니라 프랑스 방식을 따라 10년마다 주기적안전성평가를 받도록 돼 있고, 거기에 미국 방식으로 운영허가 갱신 때 기기수명평가와 방사선환경평가를 별도로 하고 있다. 일본도 ‘프랑스+미국’의 중복 평가 방식이긴 하다. 그러나 일본은 추가 운영허가를 20년씩 내주고 있다. 우리만 프랑스 방식과 미국 방식을 더해 규제를 곱절로 하면서 계속운전 기간은 10년으로 최소로 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10년 계속운전’을 ‘20년’으로 바꿔보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 반대로 무산됐다는 것이다. 원안위 공무원들 입장에선 10년을 20년으로 늘려줬다가 다음번에 원자력에 비우호적인 정부가 들어서기라도 하면 어떤 날벼락을 뒤집어쓸지 모른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원안위에선 “바꾸고 싶으면 법에 넣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배의 지금 국회 상황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과학과 기술로 판단해야 할 문제를 정쟁의 아수라장인 국회로 던져 넣어 책임을 피하겠다고 한 것이다.
프랑스 방식 주기적안전성평가를 하는 데 18개월, 미국식 기기수명평가와 방사선환경평가에는 24개월 걸린다. 계속운전을 위한 설비 개선 비용은 2000억(경수로)~6000억원(중수로)까지 든다고 한다. 그런 데다가 고리 2·3호기처럼 정치적 이유로 허가갱신 절차가 늘어지면 그나마 10년의 짧은 운영허가 기간마저 까먹게 된다.
고리 2호기의 경우 작년 4월 1차 허가 기간(40년) 만료로 가동을 중단한 후 내년 중반에야 원안위의 계속운전 허가가 떨어지면 사실상 8년짜리 허가가 되고 만다. 앞서 월성 1호기도 5900억원 들여 설비를 보강했지만 계속운전 심사에만 6년이 걸렸고 지난 정부에선 탈원전 소동에 휘말려 4년 5개월 일찍 폐로되는 바람에 실제론 1년 11개월밖에 추가 가동을 하지 못했다. 상식과 합리의 눈으로 볼 때 앞뒤가 맞지 않는 제도라면 고쳐야 한다. 문제는 지금 정부에 그런 불합리를 고쳐나갈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선일보 한삼희 기자
10.04 통일하려면 북한 하급 간부들 마음을 잡아야
남북한의 통일 정책이 크게 달라졌다. 북한은 더 이상 한국이 피를 나눈 형제가 아닌 주적이라 선언하고 통일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지웠다. 윤석열 대통령은 8·15 광복절 연설에서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다. 이제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여론조사에 따르면 ‘상황이 개선된다면 통일을 지지하겠다’는 여론이 2007년 71%에서 2023년 45%로 떨어졌다. 통일에 대한 지지가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역대 한국 정부는 계속해서 통일 정책을 추진해왔다. 북한의 통일 정책 폐기는 전략적 전환을 의미한다. 북한은 경제·문화면에서 북한을 압도하는 한국이 북한 정권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
지도층과 주민 사이에서 큰 역할
남한 사정 알고 정보 접근도 가능
통일에 긍정적 믿음 갖게 해줘야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연설에서 강조한 “북한 주민들이 자유 통일을 강력히 열망하도록 배려하고 변화시키는 과제”는 북한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 연설 이후 북한이 철저하게 침묵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정책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북한 주민들’이 누구를 의미하는 것이냐가 그것이다. 북한 최고 엘리트층인지 일반 주민인지 아니면 그 중간에 위치한 계층인지 말이다.
북한 최고 엘리트층이 만족하고 동시에 한국 국민이 만족하는 통일 방안을 제안하는 것은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윤 대통령이 제안한 통일 방식은 북한이 이미 ‘흡수 통일’이라고 일축한 방법으로 북한 최고 엘리트층의 권력·지위·부를 빼앗는 방식이다.
독일 통일 당시 북한 정권은 간부를 대상으로 공원에서 전전하는 궁핍한 삶을 사는 동독 공직자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주며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면 겪게 될 미래의 모습이라고 교육했다. 만약 통일된 한반도에서 북한 지도층이 일정한 권력을 보장받는다면 한국 국민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권력투쟁에만 능하고 현대적 통치 기술은 전무하며 더군다나 인권유린 범죄에 가담했던 자들이 자신들을 통치하는 상황을 한국 국민이 받아들일 리 없기 때문이다. 독일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통일에 정답은 없다. 통일로 인해 동독 인사들이 겪어야 했던 결과로 아직도 옛 동독 측에는 앙금이 남아있다. 마찬가지로 남예멘과 북예멘의 통일 후 남아있던 전 남예멘 인사의 원한은 결국 예멘의 분단으로 이어졌다.
굶주리고 있는 북한 주민에게 평화 통일의 장점을 설득시키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통일이 빈곤 탈출과 삶의 풍요를 가져다줄 거라고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 주민에게 이를 알리는 일이다. 북한 정권은 주민에게 외부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철저한 방어막을 세웠다. 그런데 지도층과 주민 사이에서 전략적 결정은 내리지 않지만, 북한 지도부의 명령을 실행하는 백만 명의 하급 간부 세력이 있다. 이들은 평양에 주거하며 대부분의 북한 주민과는 달리 정보와 USB를 사용할 수 있는 기기에 접근할 수 있다.
김정은의 통일 정책 폐기에 실망했을 이들이야말로 어쩌면 평화 통일의 장점을 설득시킬 수 있는 최적의 대상이다. 북한 정권 지도부가 “충성도가 약화하고 있다”고 계속해서 한탄하는 바로 그들이다. 이들이 통일된 한반도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면 평화 통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통일을 원하게 되려면 통일된 한반도에서 더 높은 삶의 질 뿐만 아니라 존경과 특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이 통일로 가는 길목에 놓인 걸림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연설에서 북한 인권 유린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지만, 앞서 말한 북한 하급 간부층은 인권 유린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들은 한국이 인권을 강조하면 할수록 통일된 한국에서 자신들을 기다리는 것은 법의 심판이라고 두려워할 것이다.
이들이 통일을 지지하려면 처벌 면제가 보장돼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피해자와 외부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위해 싸워 온 많은 이들을 분개하게 할 것이다. 정답은 없다. 그러나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고, 하급 간부층에 전달하는 메시지가 한국 측의 입장을 잘 반영한 것이어야 하는 점은 분명하다.

중앙일보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10.07 해외 탈출 2800곳 vs 국내 유턴 22곳, 기업 내쫓는 나라

▲그래픽=양진경
지난해 해외로 진출한 국내 기업이 2816곳에 달한 반면 해외에서 돌아온 국내 복귀(유턴) 기업은 22곳에 불과했다. 7년간 법인세 100% 감면, 최대 400억원의 투자 보조금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하며 기업 유턴을 적극 유도하고 있지만 초라한 실적에 그쳤다.
미국은 ‘리쇼어링’으로 불리는 기업 복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매년 평균 300곳 이상의 자국 기업이 돌아오고 있다. 일본의 유턴 기업도 연 평균 600곳을 넘는다. 반면 한국은 지난 5년간 유턴 기업 수가 총 108곳에 그쳤다. 그중 대기업은 4곳에 불과하다. 자동차 산업만 봐도 일본 도요타·혼다·닛산 등은 미국과 멕시코 공장을 자국 내로 옮기거나 해외 생산 물량의 일정 비율을 국내 생산으로 돌리는 등 리쇼어링 성과가 뚜렷하다. 반면 현대차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돌발 악재 탓에 러시아·중국 공장을 폐쇄하면서도 리쇼어링 대신 인도에 새 공장을 짓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차이는 한국과 경쟁국의 기업 투자 여건이 천양지차인 데서 비롯된다. 한번 고용하면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한 낡은 노동법, 최저임금 과속 인상에 따른 과도한 인건비,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이라는 주 52시간제, 산업재해 사망 때 최고경영자가 감옥행을 감수해야 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수도권 공장 입지 규제 등 이중 삼중의 규제가 주는 공포가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 무역투자진흥공사 조사에 따르면, 해외 진출 기업의 95%는 “국내 유턴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한 국가의 경제 성장은 기업 활동에 달려있다. 지금처럼 기업들이 국내 대신 해외 투자에 몰두하게 해선 산업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둘러싼 미·중 경제 전쟁과 자국 보호주의 확산 등을 치닫는 글로벌 흐름을 감안하면 공급망 안정 등의 경제 안보 측면에서도 기업 리쇼어링이 절실하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 외에 다른 해법이 있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10-07 송전망 부족해 일부러 신재생 발전 중단하는 황당한 현실

▲경기도 안산시 시화호에늘어선 송전탑. 동아일보 DB
특정 지역에서 전기가 필요 이상으로 생산돼 발전을 일부러 멈추거나 억제하는 ‘출력 제어’가 급증하고 있다. 날씨, 계절에 따라 생산량이 들쭉날쭉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증가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송전망을 훨씬 촘촘히 깔아 치밀하게 전력을 제어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확충해야 하지만 막대한 빚에 짓눌린 한국전력의 재정 사정과 님비(지역 이기주의) 현상 때문에 관련 투자는 계속 지연되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전국의 내륙 지역에서 발생한 신재생에너지 출력 제어는 31차례로 연간 2차례였던 지난해의 15배였다. 송전선이 육지와 연결되지 않아 남는 전기를 처리할 방법이 제한된 제주 지역의 1∼8월 출력 제어 횟수는 83건으로 내륙 지역보다 훨씬 많다.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전력 생산에만 집중되고, 필요한 곳에 전기를 보낼 송전망 투자는 지연돼 발전설비를 억지로 놀리는 황당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발전량이 사용량보다 너무 많으면 과부하가 걸려 전력망이 망가지게 된다. 대규모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출력을 낮춰야 하는 이유다. 충분한 준비 없이 신재생 발전설비를 늘린 탓에 관련한 손해는 불어나고 있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출력 제어로 인한 전력 손실액이 198억 원에 이른다. 넘치는 전기를 저장해두는 장치인 ESS의 신규 도입은 막대한 비용, 화재를 우려한 지역주민의 반발 때문에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
현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를 지난 정부 때의 30.2%에서 21.6%로 크게 낮췄다. 그럼에도 현재 비중이 9.6%란 걸 고려하면 달성이 쉽지 않다. 길게는 10년 넘게 걸리는 송전망 건설의 속도를 높이지 못하면 2011년 9월 발생했던 ‘블랙아웃’ 사태가 4년 뒤쯤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 전기차의 확산으로 안정적인 전력 생산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대한 과제가 됐다. 아까운 전력을 날려버리는 일을 줄이려면 송배전망 건설에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처리가 급하다. 일시적으로 성장의 벽에 부딪힌 이차전지 산업을 지원해 ESS 보급을 확대하는 전략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동아일보 사설
10-08 필리핀까지 확장된 원전·방산·공급망 협력, 의미 크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및 핵심 원자재 공급망 협력 등에 대한 20여 건의 양해각서(MOU)를 교환함으로써 수교 75주년 만에 격상된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걸맞은 성과를 냈다. 특히, 바탄 원전은 1976년 착공됐으나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여파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인데, 마르코스 대통령이 전력난 해소를 위해 먼저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중동·유럽에 이어 동남아에서도 K-원전 기회가 열린 셈이다.
필리핀은 니켈 세계 2위, 코발트의 세계 6위 생산국인 자원 부국이다. 신냉전 시대 핵심광물 공급망 교란이 일상화하는 상황이어서 필리핀과의 원자재 협력은 더 긴요하다. 아울러, 필리핀 군 현대화 사업 및 필리핀에서 진행되는 연합군사훈련에 한국의 참여 확대 합의가 이뤄진 것도 의미가 크다. FA-50 경전투기와 호위함 등 방산 물자 수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수출입 물동량의 40%, 원유·가스 등 수입 에너지 90%가 통과하는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전, 자유항행은 경제안보와 직결된다.
필리핀은 6·25전쟁 때 7420명을 파병해준 ‘혈맹’이다. 1960년대 한국의 롤모델이었던 필리핀은 개혁 실패로 1인당 GDP가 3400달러 수준인데, 정부의 필리핀 공적개발원조(ODA)는 연평균 1억 달러를 밑돈다. 일본은 필리핀과 협력을 강화하며 공적안보원조(OSA)까지 신설, 해상 감시 레이더 등을 지원한다. 인구 1억1000만 명인 필리핀과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도 발을 뗀 만큼, 경제 사회 안보 전방위 협력을 위해 공적원조도 늘릴 필요가 있다.
문화일보 사설
10-08 尹대통령, 싱가포르와 세계 첫 ‘공급망 협정’ 체결
AI협력 등 기술·경제 MOU
“의료개혁 흔들리지 않을 것”
싱가포르 =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얼굴)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양국 간 세계 최초로 ‘공급망 협력협정(SCPA)’을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SCPA 계약을 포함한 6건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윤 대통령은 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저와 웡 총리는 점증하는 국제 경제의 불안정성에 대응해 전략물자의 공급망과 에너지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자 간 SCPA를 맺는 건 전 세계에서 처음이다.
양 정상은 또 인공지능(AI) 분야 협력, 스타트업 상호 지원, 인적 교류 확대 등 첨단 기술과 경제 분야에서 MOU를 체결했다. 아울러 양국 간 범죄인 인도 조약도 이번에 처음 맺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국내 의료개혁 현안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 정국과 낮은 지지율이 개혁의 장애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있는 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성장 동력을 지키려면 의료체계를 개혁해야 한다”며 “세계 최고의 의료서비스가 격차와 쏠림으로 지속가능성을 위협받고 있고 이것이 의료개혁을 시작한 핵심적 이유”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10.08 중산층 문제가 된 상속세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한 상속세법 개정안이 뜨거운 감자다. 25년 만에 고치는데다 집값 상승으로 상속세 대상이 늘면서 관심이 커졌다. 여야는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온도 차가 있다. 민주당은 상속세를 여전히 부자 세금으로 여긴다. ‘누구 좋으라고 상속세를 깎아주느냐’는 국민 정서가 깔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금이 잘 안 걷히는데 자꾸 감세를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현실론 또한 만만치 않다. 정부 안은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자녀공제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올렸다. 민주당 안은 최고세율 50%를 유지하되 일괄공제를 5억원에서 8억원, 배우자공제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인상했다. 양측이 공제를 엇비슷하게 늘린 데 비해 최고세율은 입장 차가 크다.
서울 아파트 한 채 물려받아도 대상
세율 높고, 과표구간 현실 반영 못해
공동재산인데 배우자에 과한 세금
유산세 방식도 논란, 근본 손질해야
최고세율 50%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다. OECD 평균은 26%다. 50%까지 올린 건 1999년 김대중 정부 때다. 외환위기로 서슬 퍼렇던 시절이다. 재벌과 부자를 손봐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 속에 별 논란 없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 후 25년째 그대로다. 외환위기의 유산인 셈이다. 일괄공제는 1997년부터 5억원에 묶여 있다. 그 사이 물가는 두 배로, 소득은 세 배 넘게 올랐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시대가 변하면 세율과 과표 구간, 공제를 적절히 조정해야 한다. 역대 정부와 국회는 그러지 않았다. 세금이 많이 걷히니 적당히 눈 감고 미룬 것이다. 일종의 직무유기다.
상속세는 더 이상 부자 세금이 아니다. 일괄공제·배우자공제를 합쳐 대략 10억원 넘는 재산을 물려받으면 상속세를 내야 한다. 서울에서 10억원 이상 아파트 비중이 40%에 달한다. 올해 평균 매매가격은 13억원이다. 지난해 상속세 납세자(1만9944명)의 절반이 10억~20억원의 재산을 물려받았다. 어느새 상속세가 중산층 세금이 됐다. 아파트 한 채만 있어도 상속세를 걱정하고, 세금 내려고 살던 집을 팔아야 한다면 정상은 아니다. OECD에서 캐나다·호주 등 15개국은 상속세가 없다. 상속세가 있는 나머지 23개국 가운데 5개국은 자녀 상속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미국은 최고세율 40%여서 한국과 엇비슷한 것 같지만, 면세 한도가 150억원 안팎으로 엄청나게 높다. 중산층이 상속세 걱정할 일은 없다.
이중과세와 배우자 상속세는 또 다른 논란거리다. 피상속인(사망자)이 생전에 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내고 남은 재산에 다시 상속세를 물린다. 하나의 재산에 이중·삼중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셈이다. 배우자 상속세는 더 심각하다. 재산은 부부가 평생 함께 일군 것이다. 하지만 상속 때 공동재산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이 사망해 배우자가 재산을 물려받으면 상속세를 낸다. 여성이 더 오래 살고, 재산이 남편 명의로 돼 있는 경우가 많아 주로 부인이 대상이다. 미국·영국·프랑스에선 공동 재산으로 보고 배우자에게 상속세를 물리지 않는다. 이혼 때는 공동재산으로 간주해 재산을 나눈다. 과도한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위장 이혼이 늘고 있다. 여성가족부나 수많은 여성단체는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여성이 불이익을 받는 세제인데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유산세 방식도 과도한 부담을 낳는다. 어느 가족이 20억원을 물려받았다고 치자. 유산세는 20억원 전체에 먼저 세금부터 물린 후 남은 돈을 나눈다. 누진세여서 상속 재산을 한 덩어리로 묶어 계산하면 세금이 늘어난다. 유산세를 시행하는 OECD 국가는 한국·영국 등 4개국뿐이다. 19개국은 유산취득세다. 유산취득세는 상속 재산을 가족별로 먼저 배분한 뒤 각자의 몫에 세금을 부과한다. 가족 3명이 8·6·6억원으로 나눴으면 각각에 세금을 매긴다. 상속세가 줄어든다. 상속세와 비슷한 증여세는 유산취득세를 적용해 형평성 논란도 있다. 일본은 최고세율 55%로 OECD 1위지만, 유산취득세여서 실제 상속세는 우리보다 대체로 작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유산취득세 법률안을 이르면 내년 상반기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30억원을 세 자녀에게 물려줄 때 유산취득세를 적용하면 상속세가 2억7000만원 줄어든다. 민주당 반대로 국회 통과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한국의 상속세는 전 세계에서 유독 과중한 편이다. 세율이 높고, 과표 구간은 촘촘하다. 공제는 적고, 유산세를 택하고 있다. 상속세는 부자 세금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극심한 좌우 대립 속에 합리적 주장이 설 자리가 없다. 상속세 문제를 거론하면 부자 편을 드는 우파라는 비난이 돌아올 뿐이다. 부자를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부자라고 불합리한 세제로 과도한 부담을 져서는 안 된다. ‘혼 좀 내줘야 한다’는 식의 과세는 실패로 끝난다. 종합부동산세가 그런 경우다. 문제가 있는 줄 알면서 세수 부족을 이유로 과세를 강행하는 것도 곤란하다. 세수 부족은 거둬야 할 곳에서 제대로 걷고, 엉뚱한 지출은 막아서 해결해야 한다. 상속세는 공제를 늘리는 땜질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손질할 때가 됐다.

중앙일보 고현곤 편집인
10.09 우리가 알던 그 '삼성전자' 어디로 갔나

▲삼성전자가 3분기 중 9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시장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어닝쇼크였다. 이날 반도체 수장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뉴시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약 9조1000억원으로, 2분기보다 13% 줄어들었다. 증권사들이 예상한 전망치 평균보다 16%나 밑돌았다. 세계 1위인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2분기 6조4500억원에서 3분기 5조원대로 감소한 탓이 컸다. 메모리 시장 점유율 2위인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6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처음으로 반도체 영업이익 1위가 바뀔 수도 있다. 2년 전 챗GPT 등장 이후 엔비디아가 이끄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에서 소외되고, 고부가가치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을 하이닉스에 선점당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의 중심축이 범용 D램에서 고객별 맞춤형 시스템 반도체로 옮겨가는 시장 트렌드를 간과하고, HBM 투자를 소홀히 하는 전략적 실수를 범했다.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뒤늦게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은 당초 올 3분기 중에 엔비디아 납품용 HBM3E 양산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양산은커녕 아직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삼성전자는 5년 전 171조원을 투자해 2030년에는 1위로 올라서겠다는 비전을 발표했지만 빈말에 그치고 있다. 2019년엔 대만 TSMC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가 50% 대 20%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62% 대 12%로 더 벌어졌다.
글로벌 투자 은행들이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해 어두운 보고서를 내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9조원 이상 투매한 것을 두고 과도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3분기 실적은 비관론에 일리가 있었음을 보여줬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사장이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면서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초격차’를 자랑하던 기업이 ‘경쟁력 저하’를 자인하며 투자자와 고객들에게 사과하는 지경이 됐다. 낯선 풍경이어서 우리가 알던 그 삼성전자가 어디로 갔느냐는 생각이 든다.
삼성전자의 고전을 보면서 시대의 흐름을 꿰뚫는 전략적 판단 능력, 경쟁자들을 압도하던 속도, 최고와 1등이 되지 못하면 큰일이라고 여겼던 정신이 어디로 갔는지 묻게 된다. 삼성전자는 1994년 세계 최초 256M D램을 개발한 이후 신제품을 낼 때마다 ‘세계 최초’ 기록을 양산해왔지만 2020년부터 경쟁 기업에 최초 기록을 빼앗기고 있다. 혁신 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최고 경영진들의 실책이 크겠지만 어느 사이 기업 문화 자체가 ‘삼무원(삼성+공무원)’이란 말이 나올 만큼 나태해졌다. 경영자가 ‘열심히 하자’고 독려하면 ‘네, 열심히 하세요’라고 비아냥거리는 글이 곧바로 뜬다고 한다. 국내 최고 대우를 받는 직원들이 최근 돈 더 달라며 파업까지 했다.
삼성전자가 해이해진 것은 이재용 회장이 8년이나 사법 리스크에 시달린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문제들도 적지 않다. 대만 TSMC가 최고의 반도체 전문가들로 이사회를 구성했는데, 삼성전자는 관료·금융인·교수 등 기술 문외한들이 사외이사로 포진해 있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들이 어떻게 경영진에게 비상벨을 울리고 혁신적 의사 결정을 하겠나. 삼성전자가 ‘초격차’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기술만이 살길’이라는 명백한 진리에 충실하게 의사 결정 시스템과 경영 체제를 바꿀 필요가 있다.
특급 기술 인재들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하고, 이 회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진들은 수비 위주의 소극적 자세를 버려야 한다. 불량품을 모조리 불태워버렸던 ‘애니콜 화형식’ 같은 정신을 되찾지 않으면 삼성전자의 부활은 어렵다. 삼성전자의 미래는 한국 경제의 미래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10.09 삼성전자 실적 쇼크, 신기술 경쟁력의 복원 서둘러야
반도체 위기론 속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석 달 사이 주가가 30%가량 하락하며 ‘5만 전자’까지 밀린 데 이어, 3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주가 하락과 기술 경쟁력에 대한 우려에 경영진은 이례적으로 실적 부진에 대한 사과 메시지를 냈다.
삼성전자가 어제 발표한 3분기 잠정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전기 대비 6.66% 늘어난 79조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12.84% 줄어든 9조1000억원이었다. 이미 하향 조정됐던 시장 전망치 10조원대를 밑돌며 주가는 약세를 이어갔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삼성전자 순매수액도 석 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시가총액 비중도 2년 만에 최저치로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가 맞은 위기는 인공지능(AI) 혁명 등 새로운 경제 환경에 제대로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 탓이다. AI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서 SK하이닉스 등 경쟁 업체에 뒤처진 데다, 엔비디아 납품도 늦어지고 있다.
부동의 1위였던 D램 시장의 지위도 흔들리며, 메모리반도체 1위 자리도 내놓을 수 있다는 우울한 진단까지 나온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기술력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고전 중이다. 대만 TSMC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TSMC(62.3%)는 2분기 삼성전자(11.5%)와의 점유율 격차를 50.8%포인트로 더 벌렸다.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위기는 개별 기업을 넘어 우리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만큼 위기 극복을 위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인 만큼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는 전영현 반도체부문(DS) 부문장의 다짐대로 삼성은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초격차’ 유지를 위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 역시 치열한 반도체 전쟁에서 우리 기업이 앞서 나갈 수 있도록 각종 규제 개선과 제도 마련을 비롯, 전력 및 용수 공급 등 인프라 구축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가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10.09 5·18 유공자 좌파교수 190여 명… 교육계 '정치 세력화'
민교협·민주교수평의회 등 자유주의 반대… 교육계 흔들어
민주화 ·5·18 이중 유공자 69명… 좌파 정권서 '물 만난 고기' 행세
전교조 출신 5·18 유공자 80여 명… 초·중·고 공정교육 해쳐

▲ 스카이데일리가 단독 입수한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 일부. 교육계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스카이데일리
5·18 유공자인 것으로 드러난 정근식(67) 서울시 교육감 좌파 진영 후보를 비롯해 교육계 인사 중에는 교계의 정치세력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는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스카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화유공자이면서 5·18유공자인 이른바 ‘이중 영웅’은 69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5·18유공자 가운데는 민교협(민주교수협의회)이나 민주교수평의회(원) 등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과 유사한 활동을 벌이는 교수가 무려 190여 명으로 집계돼, 자유민주 체제를 반대하는 활동을 벌였다는 의혹에 휩싸였던 인물들이 교육계 지평을 뒤흔든 것 아니냐는 새로운 관점이 대두된다.
정근식 후보가 균등 교육을 책임질 교육계 수장으로서 적합한 인물인지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본지가 전교조의 태동과 사회에 끼친 영향을 살펴본 결과, 교육계는 전교조와 민교협 출신 인사들의 입김에 따라 좌편향의 내리막길로 치달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교육계 5·18유공자들은 5·18유공자의 지위 취득을 기화로 특정 정치 세력화하거나 특정 정권 들어 지위 상승의 마중물로 이용했다는 비판도 있다.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하고 처벌받아도 ‘특별·특수계급’으로 비판받는 5·18유공자로서 지위를 이용해 민간인과 달리 법 적용에서 제외된다는 관점이다.
전교조는 1960~1961년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던 한국교원노동조합총연합회의 맥을 이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노총’) 산하 교원노동조합으로 존재를 드러냈다.
1987년 6·29 선언으로 촉발된 노동자 대투쟁의 영향으로 1989년 5월28일 법외노조로 출범했으나 정부의 견제로 공개 행보를 보이지 못하다 1999년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합법적인 교원 노조의 지위를 얻었다.
노동단체지만 ‘전교노’라고 명명하지 않은 전교조는 회원 교사 대부분이 공립학교에서 근무하면서 학교 민주화를 내세우지만 사실상 정치세력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전교조의 태동은 5·18유공자인 윤영규 전 전교조 위원장에서 비롯됐다. 윤 전 위원장의 주도로 1989년 5월28일 출범 당시 참석했던 교사 대부분이 해직됐고 이들이 5·18유공자로 지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1980년 5·18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교사들이 대부분으로 어떤 공로로 5·18유공자로 지정됐는지 유공자 선정 기준을 정부가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교육계 관계자는 “공정과 상식을 펼치고 훈육해야 할 교사들이 민주화유공자와 5·18유공자로 지정됐다는 것은 교사 스스로 자신의 교사로서 직업관과 삶의 가치관과 신념을 판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5·18 당시 수많은 중고등학생에게 악법이라도 지켜야 한다고 교육했어야 할 교사들이 위법·불법행위를 하라고 교육했다면 역사적으로 재평가하지 않을 수 없는 위중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전교조 소속 초중고 교사 중 5·18유공자로 추정되는 사람은 8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교조로 밝혀진 주요 인물 중 월북자 윤기권의 담임 박행삼은 5·18 당시 시민군을 지휘해 해남에서 광주로 들어오고 1989년 5월 남도예고 교사로 재직 중에는 전교조 광주전남 준비위 결성대회에 참가했다. 그는 당시 법외 노조였던 전교조 가입 사실로 해직돼 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만 원 처분을 받았으며 2003년 5월 민주화 유공자로 등록됐다.
대동고 영어교사 박석무는 군부가 나올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국군장병에게 보내기도 했고 수필가이자 전남 나주 다시중 교사인 조성자는 전교조 가입 사실이 드러나며 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만 원 처분을 받고 2002년 4월 민주화유공자로 등록된 뒤 또다시 5·18유공자가 됐다.
광주희망재단 이사장 이상호는 문재인이 언론에 친구라고 언급했으며 전주완산여중 교사로 1980년 5월21일 광주에서 탈출한 유공자 김현장(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 쥬범) 광주5·18민중항쟁동지회장이 작성한 '전두환의 광주살육작전' 유인물을 배포하다 해직됐고 서울 덕산중 교사로 복직했다.
2017년 5월18일 전주민중문화제 관련 보도는 “이상호가 1970년대 경희구국선언으로 문재인과 함께 옥고를 치른 후 고향 전북김제에 내려와 야학운동, 전주시내 한 야간고교에서 역사선생으로 살면서 결혼"했다고 다뤘다.
5·18기념재단 설립자 윤한봉의 형 윤광장은 5·18 당시 대동고 교사였다. 광주농고 교사로서 전교조에 가입한 사실이 들통나 해직됐으며 민주화 '이중영웅'으로 등록돼 있다.
이곤섭은 문재인선거대책본부 새날중앙공동대표로서 2018년 거창군수에 출마했다. 이돈채는 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로 1995년 5·18특별법 제정을 지지했다.
전교조 경남지부장 송영기는 지만원 박사 폭행자 중 한 명이고 손호만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대구 미문화원방화사건에 가담했으며 이선철은 전교조 울산지회장과 울산의회 교육위 의원으로 2대에 걸쳐 8년간 활동했다.
권영국은 전교조 충북지부장, 김귀식은 전교조 노동위원장, 정찬홍은 전교조 전북지부 정책실장으로서 교육감에 출마했다. 정남석은 광주시남구 새마을협회 회장으로 문재인 시절 대통령 훈장을 받았다.
김준태는 5·18기념재단 이사장으로 광주를 예수와 불사조라고 노래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1980년 6월2일 전남매일신문에 게재했고 김희규는 무장 시위대 지원 활동을 한 광주일고 미술교사다.
강분희는 들불야학 4기를 강학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출신이고 김경옥은 들불야학 1기 강학자이자 1986년 5월10일 교육민주화실천대회를 주도했다. 이영주는 들불야학에서 강학했고 5·18 당시 전남기계공고 교사로 투사회보등사조로 활동한 광주서부교육장 출신이다.
정현애는 송백회(구속된 부인들의 모임) 회장 겸 녹두서점 김상윤의 처로 오월여성제 추진위원장과 4·6대 광주시의회 의원을 역임했으며 교사 출신 홍희윤(필명 홍희담)은 소설가 황석영의 전처로 1988년 민주화운동 관련 소설 ‘깃발’을 쓰기도 했다.
정경자는 전남대 총학생회 섭외부장(여학생 담당) 겸 흥사단 소속으로 넝마주이 대상 야학을 운영했으며 5·18과 관련해 지명 수배돼 6월1일 체포·제적됐다. 교사 임용이 제외된 것과 관련해 2005년 민주화유공자가 됐으며 1990년대 말 김대중정부가 들어선 후 교사에 임용됐다.
고재성은 진도 세월호대책위·팽목4.16 기억공간 조성을 위한 행사에 참석했고 김영모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부위원장·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국연합 고문으로 등장하며 윤경중은 좌익 보도연맹 출신으로 사상을 의심받아 시골학교로 전근갔다고 증언한 사실이 있다.
백현국은 5·18민중항쟁 대구경북동지회회장으로 5·18민중항쟁 헌법전문 수록 국민운동본부 대구경북진보연대 상임대표, 김기대는 천안함사건 진실규명범시민대책협의회에 등장하는 목사로 LA평평해대 대표를 지냈고 하연호는 민주노동당 김제·완주 지역구에서 제18대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진보광장 대표이다.
부산에서 5·18 유인물 제작 살포를 기도하다 체포된 신종권은 1980년 5월 당시 영남상고 교사로 부산한살림이사장, 부산5·18동지회 회장을 맡았으며 이광호는 동아대생으로 신종권과 유인물을 배포하고 1989년 전교조 활동을 하다 해직됐다.
정해숙 당시 광주효광여중 교사는 1981년 5월 김난수 대위의 딸 아람의 백일잔치에서 광주사태 유인물을 배포하고 반국가단체(아람회)를 결성한 혐의로 1981년 9월 피포됐고 황보윤식은 공군 장교로 1979년 긴급조치 위반으로 이등병으로 강등·전역된 전력이 있는 자로 징역 7년을 받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 공동대표·교수로 활동하면서 지난해 8월부터 함석헌 평화연구소장으로 있다. 박해전은 중학교 윤리 강사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사람일보 회장으로 2009년 10월 국가배상 판결을 받았다.
1978년 6월 교육지표 사건과 관련해 김재형·박병기·김선출·문승훈·정용화·안길정(서울시교육감후보 정근식과 친구,국방부 헬기사격 특조위 조사관)·김윤기·박준구·노준현(자유노트, 민청학련, 윤상원과 전남도청 최후 잔류자) 등 복학생들은 교수들의 활동에 동조하다 무기정학이나 제적을 당하기도 했다. 교육지표 사건은 전남대·조선대 교수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지표 사건에는 조선대 교수로 5·18 당시 해직된 김제안·김종재·권광식·김수남·김수중·김영곤·김영관·나하엽(평교수회 결성추진으로 해직)·문병란(민주교육실천협의회 국민운동본부 대표)·박동철·오병인(목포교육감 역임)·임영천·허정·정철인(조선대총장 박철웅의 처남)·정철인의 아들 정영조(63년생·호주교포)는 한국자동차경주협회장으로 2010전남 영암에 F1 대회 1회 개최 주도)·김재형 조선대 민주평화연구원장과 교육지표 사건과 무관한 박용수·박용현(59년생·조선대법대학장·상생포럼공동대표)·민교협 광주전남지부장 강기원 등이 연루돼 있다.
전남대 교수 송기숙은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창설’을 주도했고 이석연·김정수·김현곤·노희관·민준식(전남대 총장)·박영근(전남대 교수평의회 결성 추진)·박영준·박종률·서명원·안용섭·안진오·송현종·정석종(전남대 총장)·박광순(한국장애인인권포럼 대표·풀뿌리희망재단이사) 등이 교육지표 사건 연루자이면서 5.18 유공자이고 오병문(교육부장관)·명노근·이상식·이광우·정익섭(교수평의회 의장) 등은 해직과 관련해 1999년 2억9000만 원을 보상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6300여 명의 교수 회원을 둔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8일 성명에서 “교육은 대한민국의 기적과도 같은 번영의 원천이었지만 자랑스러운 한국 교육은 ‘진보’라는 이름의 가장 위선적인 카르텔에 의해 무참히 무너져 버렸다”며 교육의 이름으로 반(反)교육이 자행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교조’의 이른바 진보 교육은 이념과 역사의식을 전도(轉道)시킨 거짓과 기만의 편향된 ‘정치교육’을 일반화시켰고 기본 학력마저 급격히 떨어뜨렸다”며 “이번 보궐 선거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른바 ‘진보 교육감’ 조희연에게 있고 전교조 교사에 대한 불법 채용은 조희연 전 교육감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정교모는 “보궐 선거는 560억 원의 국민 세금을 낭비하게 된다. 이것은 주권자 국민에 대한 약탈이자 개인의 범죄를 넘는 공동체 전체에 대한 범죄”라며 유권자의 엄정한 심판과 슬기로운 선택을 촉구했다.
10-10 종부세 20년… 재산세와 통합할 때다
서승환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前 총장
조세 저항 키우는 징벌적 세금
최저·최고 세율도 재산세 10배
종부세 건수는 6% 세액은 60%
종합소득세 취지·구조와 흡사
근본 차이는 징벌적 세율 급등
누진세율 조정해 일원화 가능
토지나 주택 등 재산을 보유한 집주인에게 부과하는 세금이 재산세다. 다주택자에게는 보유한 주택마다 재산세가 부과된다. 재산세와 별도로 고가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와 다주택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이다. 개인이 보유하는 주택의 가치를 합한 금액에서 기본공제 금액을 차감한 후 중과세한다. 조세 형평성을 높이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목적으로 2005년 1월 5일 시행된 이래 지난 20년 간 끝없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으며, 다른 세금에 비해 조세 저항도 매우 거센 편이다. 종부세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지는 의문이지만, 재산이 많은 사람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걷는다는 종부세의 개념 자체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다. 그런데도 거센 조세 저항이 있는 것은 종부세의 차별적인 부과 방식이 징벌적이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 상승률이 높으면 종부세의 납부자 수와 징수액도 당연히 늘어난다. 그러나 여기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종부세 제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이다. 종부세 납부자 수는 2006년의 약 24만 명에서 10년쯤 뒤인 2017년에는 약 33만 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 뒤인 2022년에는 약 120만 명으로 급증했다. 2017년에 1.1%였던 주택 가격 상승률이 2021년에 8.5%로 급등한 것도 원인 중 하나이다. 하지만 2008년 이후 80%로 유지되던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2021년에 95%로 급격하게 올렸던 영향이 더 컸다.
재산세의 최저세율이 0.1%이고 최고세율은 0.4%인 반면, 종부세는 최저세율이 0.5%이고 최고세율은 5%에 달한다. 재산세와 비교하면 징벌적 세율임이 분명하다. 세율이 높은 만큼 세 부담도 크다. 2022년의 경우 종부세 납부자 120만 명은 재산세 납부 건수 1950만 건의 약 6%인 반면, 종부세액 4조1300억 원은 재산세액 6조7000억 원의 60%에 이른다. 평균적으로 보면 종부세 부담이 재산세 부담의 10배 정도 된다는 것이다. 종부세율이 징벌적인 만큼 재산세만 내던 사람이 종부세 대상이 되는 순간 세 부담은 급격히 늘어난다. 조세 저항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득이든 주택이든 금액이 클수록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해서 많은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은 상식에도 맞고 형평의 차원에서 바람직하기도 하다. 높은 세율이 종부세 조세 저항의 근본 원인은 아니다. 종부세가 차별적인 징벌적 과세라는 것이 근본 원인이다. 종합소득세(종소세)의 개념은 다주택자 종부세 개념과 거의 같다. 소득세 누진세율 체계에서 근로소득·이자소득 등 개별 소득원별로 납부한 세금의 합은 모든 소득의 합인 종합소득에 부과되는 세금보다 적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종합소득을 고려해서 세금을 더 걷는 것이 종소세다. 다주택자 종부세가 다주택자가 보유한 모든 주택의 공시가격의 합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종소세의 개념과 똑같다. 개념은 같으나 양자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종소세는 하나의 소득세 누진세율 체계에서 부과되는 세금이다. 소득원과 상관없이 모두 너의 소득이니 종합소득에 따라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적용되는 소득세 누진세율대로 세금을 내라는 것이다. 세금이 많더라도 특별한 불만이 생길 이유가 없다. 그 반면에 종부세는 재산세와 별개인 종부세의 징벌적 누진세율 체계로 부과된다. 주택 공시가격의 합이 일정 금액을 넘어서는 순간 모든 집주인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재산세 누진세율이 아니라, 특별하게 별도로 고안된 징벌적 세율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무슨 일을 특별히 새로 벌인 것도 아닌데, 느닷없이 특별하게 고안된 불이익의 대상이 된다면 누구라도 분기탱천(憤氣탱天)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고가의 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가 높은 보유세를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특별히 다른 법까지 만들어서 징벌적 세율로 불이익을 주는 상황을 계속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재산세 과표구간과 누진세율을 완만하게 조정해서 세수(稅收) 결손이 없고 부동산교부세도 최대한 유지하면서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이것이 재산세는 지방 공공재를 공급하는 재원이라는 조세 원리에도 더 적합하다.

문화일보
10.11 임종석씨는 그 입 다물라
독립운동가의 산실이었던 안악
자유와 풍요의 기운이 넘쳤던 땅
김정은 남매의 협박은 졸망스런 발악
임종석은 누구 좋으라고 통일 막나
황해도 안악군 안악면 판팔리. 일확천금을 꿈꾸며 가슴에 새겼던 주소다. 26년 전,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 떼를 끌고 판문점을 넘어 북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TV로 하염없이 바라보던 외할머니가 돌연 내게 속삭였다. “할마이가 6·25 피란 나올 때 금덩이를 마당에 왕창 파묻고 왔으니까니 통일되면 꼭 찾으러 가보러 마.” 실은 파묻은 게 황금빛 놋그릇 더미였다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우리 외가 뿌리인 안악엔 안악 3호분 같은 고구려 벽화고분을 비롯해 문화유산이 산재한 터라, 외할머니의 속삭임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주인공처럼 언젠가 저 땅에 가서 보물 탐사를 해보리라는 꿈을 심어줬다.
안악(安岳). 천석꾼은 함부로 이름도 못 내민다는, 재령평야 자락의 풍요로운 마을. 교육열도 남달랐던 안악은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불령선인(不逞鮮人)의 산실이었다. 조선일보 안악 지국을 경영하다가 중국으로 건너가 임시정부 군자금 모집에 힘쓴 장해평 선생, 안악의 3·1 만세 운동을 주동했고 한국광복군 창립에 기여한 김기형 선생 등 숱한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105인 사건’의 발단이 되는 ‘안악 사건’도 여기서 벌어졌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우리 강토 13도마다 안악 같은 고을이 하나씩만 생겨도 이 나라의 문명은 10년 안에 일본을 따라잡게 될 것”이라고 안악을 극찬했다.
6·25전쟁이 터졌을 때 외할머니는 열일곱 소녀였다. 해맑고 철없던 안악 최가네 막내딸 팔자는 전쟁이 헤집어놨다. 아버지·삼촌·오빠 가릴 것 없이 집안 남자들이 전쟁 통에 증발해 버렸고, 언니도 넷이나 죽었다. 외할머니의 황금빛 청춘은 그렇게 도둑맞았고, 어렵사리 피란 온 부산에서 최씨 여자들끼리 밑바닥부터 기어 올라왔다. 기구한 삶이었지만 어깨만큼은 당당하게 펴고 산 것은 “이래 봬도 안악 출신”이라는 뿌리에 대한 자부심 덕분이다. 서울 아파트촌에서 나고 자라 이렇다 할 고향이 없는 나로서는 내 몸의 반쪽이 북에서 왔다는 사실이 신비로웠고, 안악의 후손답게 당차게 살아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선사받았다.
외할머니는 환갑 무렵 고향이 그립다면서 38선 윗동네로 이사했다. 북한 땅이 눈앞에 보이는 강원도 고성군의 실향민 마을로 간 것이다. 거기서 30여 년을 기다렸지만 분단은 공고했고, 당신만 쇠약해져서 지난달 맏아들네로 거처를 옮겼다. 평소 할머니가 ‘나라 지키는 고마운 소리’라던 22사단의 포대 훈련을 배경음악 삼아 이삿짐 싸기를 돕다가 나는 분해서 울어버렸다. 죽기 전 고향에 한 번만 다시 가보고 싶다는 할머니의 소원은 끝내 응답받지 못했다.
북한 김씨 정권은 한국 드라마 본 죄로 미성년자를 공개 총살하더니 남북을 잇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고, 온갖 문서에서 ‘통일’을 지워버리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면서 오물 풍선과 핵으로 도발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북한이 이 더러운 풍선을 한가득 날려 보낼 때마다, 김씨 일가는 X 덩어리만도 못하다는 실상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다.
안악이 그랬듯 이북 너머의 저 땅에도 본디 자유와 풍요의 기운이 넘쳐흘렀다. 다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들어선 이후부터 그러지 못했을 뿐이다. 한반도와 한민족이 하나인 것은 지극히 당연해서, 우리 헌법 3조와 4조를 애써 거론할 필요도 없다. 남북이 ‘적대적 두 국가’라는 김정은 남매의 협박은 국제 정세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졸망스럽기 그지없는 발악일 따름이다.
임종석씨가 “통일하지 말자”고 김정은을 거들고 나섰다. 누구 좋으라고 통일을 가로막나. 내 할머니가 살아서 고향에 못간다면 나라도 가서 한풀이하려고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남북의 통일과 평화는 김씨 일가가 사라져야 온다. “김정은 물러나라”고 함께 외치지 못할 거라면, 임종석씨는 그 입 다물라.
조선일보 양지혜 기자
10.12 이재명 관련 '헌법 84조' 논란에...헌재 "대통령, 당선무효형 나오면 직 상실"

▲김정원 헌법재판소사무처장이 11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11일 국회 법제사법위 국정감사에서 대통령 임기 중 당선 무효형이 선고되면 직(職)을 상실하는지와 관련해 “법률 효과상으로는 그렇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이날 법사위의 헌재 국정감사에 출석해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박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불법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해 “만약에 이분이 대통령이 되면 재판 결과에 따라서 임무 수행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예견된다”며 “일부에선 헌법 제84조를 억지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있다”고 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두고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기소된 사건은 재판이 중지되지 않는다는 견해와, 대통령 재임 중에는 재판이 중지된다는 의견이 갈린다. 박 의원 주장은 재판이 중지된다는 야당 일각의 주장을 ‘억지 해석’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가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 가운데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사건 재판은 다음 달 1심 판결 선고가 나온다. 하지만 이 사건들을 포함해 대장동 사건 등 상당수 사건이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는 2027년 5월 전에 대법원 상고심 판결이 내려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임 중 헌법 84조에 따라 불소추 특권 대상이 되는지, 아니면 재판이 계속 진행되는지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페이스북에 “제가 전에 이 대표 관련 헌법 제84조 얘기를 여러 번 했었다”며 “오늘 헌재 사무처장 답도 같다”고 했다. 김정원 처장 답변은 재판이 중단되지 않는다는 데 힘을 실은 것이란 주장이다.
조선일보 이세영 기자
10.12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의 저자 최범
“우리 사회의 문제는 ‘독재 vs 민주’가 아니라 ‘근대 vs 전근대’의 문제”
⊙ 민예총·희망제작소 등에서 일한 좌파 예술운동가 출신
⊙ “한국 좌파, 조선말 衛正斥邪 守舊派의 후예이자 종족주의자”
⊙ “1919년 건국설을 주장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인정하기 싫어서 그런 것”
⊙ “현재 대한민국은 물질적으로는 근대화됐지만 정신적으로 근대화되지 않아”
⊙ “8·15는 자유주의혁명기념일… 한국 근대화 과정이야말로 세계사적인 혁명”
⊙ “문재인 정권 때 세월호 참사·위안부 소녀상 논란 등 겪으면서 충격”
⊙ “사회·문화적 혁명 없이는 정치·경제 혁명의 재생산 불가능”
張源宰
1967년생. 고려대 국문과 학사, 런던대 로열헐러웨이 컬리지 박사(비교연극사) / 前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MBC 라디오 앵커, 現 배나TV·(주)戰後70년 ‘생생현대사TV’ 대표 / 저서 《북한요지경;배나TV 장원재입니다》 《끝나지 않는 축구 이야기》 《논어를 축구로 풀다》 《장원재의 배우열전》

‘어떤 통일이라도 분단보다 낫다’는 사람이 있다. 북한 주도 통일도 포함해서다. 그들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과 전체주의 노예제 사회 북한을 동등하게 평가한다. 그러면서 진지하다. 농담이 아니다. 불가사의(不可思議)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이 의문에 답하는 책이 나왔다. 최범(崔範·67) 평론가의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몸은 한국인 정신은 조선인》(기파랑 펴냄)이다. 현대 한국인은 겉보기에는 근대인(近代人)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정신적으로는 아직도 봉건주의 전근대(前近代)에 머물러 있는 중세인(中世人)이라는 논증(論證)이다. 근대와 전근대가 기형적으로 얽혀 있기에 이를 물리치고 극복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필자는 우리에게 간곡하게 호소한다. 좌우의 대결이 아니라, 근대와 전근대의 충돌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수구좌파는 反근대화 세력”
― 이념 차이가 아니고요?
“저는 한국의 현재 정치 지형을 크게 셋으로 나눕니다. 수구좌파(守舊左派), 보수우파(保守右派), 진보우파(進步右派)입니다.”
― 좌파는 자칭 진보주의자라고 하는데, ‘수구’로 평가하네요.
“저는 한국의 지금 좌파는 조선말의 위정척사(衛正斥邪) 수구파의 후예라고 봅니다. 위정척사라는 말 자체가 ‘자신들이 옳다(正), 그래서 배타적 독점권(獨占權)을 가지고 상대방을 탄압할 수 있다’라는 사상을 깔고 있지요. 그 사람들, ‘우리 민족’을 강조하잖아요? 다 연결되어 있는 겁니다.”

▲2018년 9월 10일 창덕궁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맞은 것은 조선 전통 의장대였다, 사진=연합뉴스
― 어떻게 연결되는 겁니까.
“김일성(金日成)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거죠. 좌파가 말하는 ‘우리 민족’은 거의 종교적으로 신성(神性)시하는 개념입니다. 이순신(李舜臣)도, 박정희(朴正熙)도, 김일성도 다 우리나라 사람. 완전히 다른 세계관과 멘털리티를 가지고 살았다는 차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그냥 ‘종족적으로 한민족이다’ 이게 중요한 거죠.”
― 이런 논리대로라면, 김씨 족속이 수많은 인권 유린을 자행하는 건 아무 문제가 아니라는 말인가요? 그들이 주민들을 노예로 부리고, 고난의 행군 때 80만~300만 명이 죽었습니다. 그런데도 종족주의자들에겐 이런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까? 북한 주민은 ‘우리 종족’이 아니라는 말인가요?
“그것도 모순되지만, 중요한 건 다른 거죠. 국제사회가 공격하는 건 주민들이 아니라 김씨 왕조잖아요? 우리 민족 중에 남들이 공격하는 사람이 있으면 우리가 편들어야 한다, 왜? 같은 종족이니까. 이런 종족주의가 주된 세계관인 집단이 한국의 좌파라는 거죠. 서양의 좌파와는 본질에서 차이가 납니다.”
평론가 최범은 ‘종족주의’의 실례로 문재인 대통령 시절의 국가 행사를 들었다.
“2018년 9월에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창덕궁에서 공식 환영식을 열었습니다. 국가 의식을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언어도단(言語道斷)입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빈 방문한 외국 원수를 맞는 공식적인 행사는 국제사회의 관례에 따른 고도의 정치적인 행위잖아요. 이건 문화 행사가 아니고 정치 행사입니다. 정치 행사라는 것은 두 국가의 정체성에 맞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죠.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럼 자기가 조선 시대 왕이라는 얘기입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이죠.”
― 대한민국의 정체성(正體性)이 훼손되었다는 말씀이네요.
“그날 의장대 사열도 했죠. 군대도 대한민국 국군이 아니라 조선군 복장을 하고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의장대 사열은 방문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식입니다. 그럼 대한민국이 아니라 조선이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맞이한 겁니까? 제가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를 검색해 보니까 조선 시대 복식 등을 자문해준 사람이 있더라고요. 이런 사실을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올렸다는 건 문재인 정부가 이 일에 대해 아무런 모순을 느끼지 못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뜻이잖아요? 그러면 대한민국이 조선인 겁니까? 그건 아니잖아요. 이런 모순조차도 감지를 못 했다는 것이 너무 놀라워요. 양국 정상이 공식 행사 끝나고 뒤에 전통문화를 즐겼다면 그건 정치적인 공식 행사가 아니니까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
“대한민국은 혁명국가”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사진=조선DB
― 그런데 광화문 광장에는 여전히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이 계십니다.
“그러니까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은 우리 민족의 위대한 영웅입니다. 하지만 그곳은 민족의 영웅을 모시는 데가 아니고 공화국의 영웅을 모셔야 하는 곳입니다. 제 주장의 기본 요지는 ‘대한민국은 혁명국가이고 그리고 대한민국 혁명은 한국 근대 혁명의 한 일환이다’라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혁명의 소중한 결과물인 공화주의에 상처를 내고 있어요. 공화국 대한민국은 우리가 힘써서 아끼고 보수(補修)해야 유지될 수 있습니다. 늘 지금과 같은 형태로 살아남아 우리에게 유·무형의 이익을 영원히 주리라고 보는 건 착각입니다.”
― 상처를 낸다고 하셨는데, 사실은 더 홀대하죠. 공화국 대한민국은 생일조차 미확정입니다. 아직도 건국(建國) 시점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가를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방증(傍證)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런 사달이 일어난 거죠. 이인호 교수님 말씀처럼, ‘1919년 건국절’ 주장은 논박할 가치도 없어요. 1919년에 건국했다면, 그다음에 했던 일련의 독립운동, 독립군 활동에 ‘독립(獨立)’이라는 말을 써서는 안 되는 겁니다. 제가 이런 논쟁을 보면서 도대체 왜들 이러는지를 생각해봤습니다. 논점을 아주 단순화하면, 1919년 건국설을 주장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인정하기 싫어서 그러는 겁니다.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고 하는 《해방 전후사의 인식》류의 인식이랑 똑같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부정하는 거죠. 그러니까 이건 역사에 대한 다른 해석이라기보다는 그냥 반대한민국적인 태도예요. 이것도 조선조의 전근대성과 이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이성계는 조선의 5대 임금?”
― 좀 더 말씀해주십시오.
“제 개인의 역사적 상상입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정상일까? 자기들도 아닌 걸 알면서 억지를 쓰는 걸까? 아니면 진짜 뭐 믿는 구석이 있나? 조선 시대에는 누군가가 영의정이 되면 4대 할아버지까지 추존(推尊)했습니다. 그래서 이성계만 해도 목조(穆祖), 익조(翼祖), 도조(度祖), 환조(桓祖) 4대를 추존하잖아요?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가 바로 추존왕까지 신격화(神格化)하는 내용이잖습니까? ‘육룡(六龍)이 나르샤’의 여섯 용이 태조, 태종에 4대조를 합친 거죠.
자, 그럼 조선을 건국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태조(太祖) 이성계입니까, 목조입니까? 태조가 아니라 목조 때부터 조선을 개국했느니라, 1919년 건국설이 이거랑 뭐가 달라요? 종묘(宗廟)에도 목조를 개조(開祖)로 모셨습니다. 거기서 이성계는 5대 임금이에요. 1919년 건국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조선 사람들의 사고(思考)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흡사합니다.”
― 이렇게 조선을 좋아하는 분들은 천부인권(天賦人權), 남녀평등, 재산권 이런 것들이 없는 조선 사회로 돌아가자는 걸까요?
“정신적으론 그렇죠. 정확하게 말하면 이런 중요한 차이들을 간과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우리 인간의 한계와 부조리함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시장에서 콩나물 살 때 100원을 깎는 사람이 다른 경제적인 부분에는 무지해서 엄청난 손해를 보고 살아간다, 그럼 이런 걸 우리가 비웃잖아요. 그러니까 조선과 한국을 보는 것도 혈연 중심주의를 기준으로 하면 다른 가치는 다 하위 기준이 되는 겁니다. 다른 모든 것이 거기에 다 쓸려 들어가서 죽어버리는 거죠. 한국의 혈연 민족주의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모든 사회적인 삶의 가치를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같이 돼버렸어요. 그럼 이 블랙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좌파의 사고방식은 인지부조화 모순”
― 조선에도 자랑스러운 문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선왕조실록》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인류적 자산이죠.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됐다는 건 우리가 얼마든지 자랑스러워해도 좋습니다. 문제는, 객관적 비판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에요. 《조선왕조실록》은 500년간의 역사를 정밀하게 다뤘지만, 그건 그 시기를 살아간 1% 양반층의 기록입니다. 거기 나오는 사람들은 다 조선의 왕후장상(王侯將相)이죠. 민중의 얘기는 안 나와요. 여자들도 거의 안 나옵니다.”
― 왜 그런 겁니까.
“사관(史官)들이 보기에 그들은 아예 사람이 아니었으니까요. 기재하려고 해도 이름이 없었으니까 기록할 수 없었겠죠. 《조선왕조실록》은 물론 중요한 기록물입니다. 그 사실을 우리가 부정할 이유는 하나도 없어요. 하지만 그 방대한 기록물이 조선 시대 1%의 기록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어야죠. 말을 바꾸면, 조선은 그런 나라였다는 겁니다. 1%만 기록할 가치가 있고 다른 중생들은 기록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던 나라가 조선이었다는 겁니다.”
― 대한민국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네요.
“그렇죠. 대한민국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하는 나라인데 이 두 차이는 정말 어마어마한 차이잖아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차이인데 좌파가 볼 때는 둘 다 우리나라입니다.”
― 수구좌파는 왜 이 차이를 간과하는 겁니까? ‘우리 민족끼리’가 중요하다면 조선과 북한의 모순과 수탈엔 왜 관심을 안 두는 거죠?
“우파는 자유를 추구하고 좌파는 평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고 하죠. 그래서 한국 좌파의 이런 사고방식은 당연히 모순입니다. 좌파의 평등 개념은 또 자세히 얘기하려면 할 얘기가 많지만, 그냥 한마디로 인지 부조화 모순이라고 정리하겠습니다.”
‘외부로부터 주어진 근대’를 ‘주체적 근대화’로
― 대한민국은 근대 국가입니까?
“네. 현재의 대한민국은 외부로부터 주어진 근대를 우리가 받아들여서 주체적으로 수용한 결과물이죠. 이제 2년 뒤면 개항(開港) 150주년입니다. 150년간 우리가 근대를 수용해서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지금 이만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누리고 경제적으로도 발전하고 잘살잖아요. 이게 주체적인 근대화죠. 그래서 저는 1948년 8월 15일을 건국 기념일이 아니라 ‘혁명 기념일’로 명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대한민국 건국이 그만큼 혁명적인 역사적 사건이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죠. 자유주의 혁명 기념일이라고 해야죠. 5000년 역사에서 우리 한국인이 지금처럼 정치적 권리를 갖고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남녀가 차별 없이 살았던 적이 있나요? 이런 게 혁명이 아니면 도대체 뭐가 혁명이에요? 하늘에서 맨날 뭐 뭐가 떨어져야 혁명입니까? 한국 근대화 과정이야말로 세계사적인 혁명인데 드라마틱한 폭력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위대한 혁명을 혁명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족예술》 편집장 지내

▲민예총 문예아카데미 기획실장 시절(1997~1999년 사이) 최범 작가.
강연이나 책을 통해서 우익적 가치를 힘써 전파하는 자유주의 전사(戰士)지만, 최범의 사상적 출발점은 좌파다. 민예총 문예아카데미 기획실장, 희망제작소 간판문화연구소 소장, 청주 국제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을 지냈다. 그는 2000년대 중반까지 좌파 예술 진영에서 날리는 이론가 중 한 명이었다. 1957년 부산 생으로, 파란만장한 유년기를 보낸 것과 관련이 있을까?
“1960년대의 부산은 일제(日帝) 시대 분위기가 물씬했어요. 저만 해도 일본식 주택에서 살았죠. 여러 시대가 겹쳐 있던 공간입니다.”
부모님은 모두 경상도 시골 출신이다. 부친은 대한제국 시절인 1899년생. 아주 늦은 나이에 아들을 본 셈이다.
“당신 말씀에 의하면 10대 때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너무 배가 고파서 지게를 벗어던지고 그 길로 바로 부산으로 왔답니다. 막 공장들도 생기고, 일자리가 많았다고 하셨어요. 일제 시대 초기에 만들어졌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근대 공장인 조선방직 짓는 현장에서 노무자로 일하시고, 일본의 영역인 조선, 만주, 일본의 공사판을 전전하면서 사셨죠. 해방 이후에 귀국하셨고 어머니를 만나 제가 태어났습니다. 말년엔 부산에서 장사를 하면서 지내셨고, 제 아래로 동생이 셋 있습니다.”
소년 최범은 그림 그리기가 취미였다. 초등학교 때 별명이 ‘만화가’였다. 봉건적이었던 아버지는 아들의 그림 취미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최범의 10대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미대에 갈 수 있었다. 고등학교 중퇴 후 서울로 올라와 고학(苦學)으로 검정고시를 보고, 화실과 미술학원에 다녔다. 그러다 군대에 갔고 제대 후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에 진학했다. 동기들보다 5~6세가 많았다.
1991년 대학원 졸업 후에는 민중문화운동에 투신했다. 민중미술협의회에 가입해 열성적으로 활동했고 1995년부터는 민예총(민족예술인총연합)으로 자리를 옮겼다. 민예총은 소위 민중문화운동 단체가 총집결한 연합체였다. 민중 음악, 민중 연극 등 모든 장르를 망라한 그곳에서 최범은 《민족예술》이라는 기관지 편집장을 맡아 일했다. 10년 동안의 민중운동을 배경으로, 2000년대엔 좌파 시민운동가의 삶을 살았다. 무려 20년을 좌파 진영에서 이론과 실천의 핵심 운동가로 활동한 것이다.
‘좌파가 재난을 다루는 방식’
도대체 어떤 사건이 그를 우선회(右旋回)하도록 만든 것일까?
“문재인 정권 때 세월호 참사 문제라든가 위안부 소녀상 논란 등을 겪으면서 충격을 받고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특히 좌파가 재난을 다루는 방식을 보고요.”
―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였습니까.
“1990년대 중반에 한국에서 일어났던 커다란 재난으로는 성수대교 붕괴와 삼풍백화점 붕괴가 있습니다. 그런데 재난을 대하는 자세는 이 두 사건과 세월호의 경우가 많이 달랐어요. 그 당시에도 이런 재난에 대해서 많은 개탄이 있었고 잘못한 사람들,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질타가 있었지만, 그것을 정치적 채권(債權)이라고 할까요? 자기의 정치적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쓴 사람은 없었습니다.”
― 세월호 때는 그런 접근이 많았습니까?
“세월호는 참사를 다루는 방식이 달랐죠. 저는 구조적인 부조리(不條理)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를 고민했어요. 한국 사회가 커다란 사회적인 재난을 겪고, 보다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랬는데, 보면 볼수록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한국 사회의 관점이나 태도가 완전히 그 반대로 가는 겁니다. 소위 좌파 시민단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이 재난을 다루는 방식은 전혀 근대적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았어요. 심지어 민주적이지도 않았죠. 그래서 저는 이건 주술적(呪術的)인 대응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 주술적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말씀하는 겁니까.
“잘못을 누구에게 뒤집어씌운다든가, 사고의 과학적 검증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없다든가, 어떤 원한의 문제로 이 사태를 풀어간다든가 하는 겁니다.”
최범 작가는 세월호 사고 당시, 사고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이에 따라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 규모를 산정해 보상하는 절차는 우리 사회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사고의 수습이 1차 목표가 아니라, 정치적인 의도에 의해서 사태가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구체적 근거 없이 특정인을 비난하고, 또 그걸 가지고 사고(事故)의 카테고리를 넘어서서 정치 영역으로 치환(置換)했죠.”
필자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일부 극소수 세력의 목표는 사태의 수습이 아니라 문제의 확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특정 정치 세력을 공격했습니다. 합리적인 접근이라기보다는 비합리적인 정념(情念)에 가득 찬 방식이었어요. 사건을 대하고 사안을 몰아가는 방식을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위안부 숭배와 상업화 동시에 일어나”

▲최범 작가는 ‘위안부 소녀상 숭배’ 현상을 비판했다. 사진=조선DB
세월호 참사는 최범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한국 사회가 자신이 이해했던 것과 전혀 다르다는 자각(自覺)이다. 한국 사회가 원래 이러했던가? 아니면 급격하게 바뀐 것인가? 처절하게 고민하는 와중에 위안부 소녀상 숭배와 이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언론 기사를 장식했다.
“저 자신이 미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더 엄하게 볼 수밖에 없었죠. 위안부 소녀상 논란은 어떤 의미에선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힘들 정도로 성역화(聖域化)한 면이 있습니다. 이것도 문제지만, 저는 숭배와 상업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 무슨 뜻입니까.
“위안부 소녀상이 전국 곳곳에 세워지고, 목도리를 둘러준다든지 신발을 신겨준다든지, 이런 현상들을 보면서 저는 너무 놀랐어요. 이것이 역사를 대하는 바람직한 방법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일본 대중문화 서브컬처 용어에 ‘모에화’라는 말이 있잖습니까? 물체, 개념, 형상 등을 귀엽고 예쁘게 꾸미고 여성화시키는 것이죠. 위안부 소녀상이 전국에 조각품, 복제품이 많이 만들어지고 미니어처도 나왔습니다. 그걸 가지고 무슨 액세서리 같은 것도 만들어서 인터넷에서 팔고 그랬어요. 한쪽에서는 그걸 숭배하면서, 똑같은 세력이 다른 한쪽에서는 그것을 모에화해가지고 상품으로 판다? 모에화와 숭배 대상화가 동시에 일어난 것이죠. ‘엄정한 역사적 문제라며 사람들에게 묵시적으로 숭배를 강요하듯 하면서, 동시에 이토록 가볍고 쉽게 접근하는 건 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벨기에의 오줌싸개 동상은 옷도 갈아입히고, 이것저것 다 하잖습니까.
“오줌싸개 소년이야 말 그대로 가공의 역사고, 그냥 귀여운 동상이니까 그것 가지고 재미있는 장난을 친들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위안부 소녀상은 일방적으로 숭배해서도 안 되지만 장난쳐도 안 되는 거죠.”
몸은 한국인, 정신은 조선인
이에 30여 년간 갖고 있던 한국 사회를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깨달음이 왔다. 기존의 방식, ‘독재와 민주’로는 우리 사회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찾아낸 화두(話頭)가 ‘근대와 전근대’였다. 여기에 초점을 맞추니 새로운 것이 보였다. 대한민국의 문제는 부분적 근대화라는 것, 다시 말하면 몸은 한국인, 정신은 조선인으로 사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었다. 정치·경제는 근대화되었지만 사회·문화는 아직 근대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인터뷰 첫머리에 수구좌파 이야기를 하시면서 전근대적이라고 비판했는데, 그럼 우파도 근대화를 이룩하지 못했습니까.
“개인주의는 ‘개인이 개성적으로 사는 것을 용인하자’라는 사상이고, 집단주의는 개인보다는 전체가 중요하다, 가문 등 소속 집단이 중요하다, 이런 건데 우익 중에서도 집단주의를 선호하는 분이 계십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좌우를 막론하고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를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한국에는 자유주의자가 드물다는 증좌(證左)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전혀 다르고 심지어 정반대 개념인데, 일부 우익 운동을 하는 분 중에는 정치·경제의 근대화는 중요시하면서도 사회·문화는 여전히 종족주의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개인주의의 반대는 집단주의다. 민주화 이후 한국인들은 정치적 자유를 획득했다. 하지만 사회적 감시와 압력은 나날이 커지는 중이다. 이것을 사회적 전체주의, 여론 전체주의라고 이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어쩌면 줄어드는 추세인지도 모른다. “개인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건 대부분의 우파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저는 ‘엄밀하게 말하면 한국에 우파는 없고 좌파만 있다’라고까지 생각합니다. 좌우를 가르는 기준은 말 그대로 근대적인 의식이 있느냐 없느냐인데 개인을 인정하면 우파, 인정하지 않으면 집단주의자 좌파라고 봐요.”
‘보수우파’ ‘진보우파’
― 그런데도 ‘보수우파’라는 말을 썼습니다.
“보수우파들도 집단주의자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굳이 ‘보수우파’라는 말을 써서 ‘수구좌파’와 분리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보수우파들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수구좌파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조차 없는 거죠.”
― 자유주의 우파는 없습니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합리적 개인주의가 창출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진보우파인데, 저는 대한민국에서 자유주의 ‘진보우파’는 극소수라고 생각합니다.”
― 왜 그렇게 봅니까.
“간단히 말해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아닙니까? 대한민국에선 자유가 제일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선 ‘자유’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요. 교과서를 보면 민족이 어떻고 국가가 어떻고 이런 얘기만 하지 자유를 얘기하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 교과서에서 왜 자유가 다 빠졌는지 이해가 돼요.”
― 왜 그렇습니까.
“개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자유는 개인의 자유거든요. 자유라는 말은 개인의 자유를 뜻하지, ‘국가의 자유’ 이런 말은 존재하지 않아요. 집단의 자유, 회사의 자유 이런 말도 없습니다. 자유는 당연히 개인을 전제하고 있어요.”
― 그럼 우리가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인을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합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개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집단주의와의 투쟁을 먼저 해야죠. 개인은어느 날 짠! 하고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집단주의의 지배로부터 서서히 벗어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거든요. 서양도 그래요. 개인주의가 금방 나온 게 아닙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예를 들어 국가권력, 종교와의 투쟁 같은 걸 통해서 비로소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승만과 박정희

▲최범 작가가 2020년 금보성아트센터에서 〈한국 근대미학의 기원: 새마을운동, 근대화, 디자인〉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 우리는 그런 과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이 위대한 거예요. 문제는 이승만이 대한민국 국민 전체에게 통째로 자유를 준 것이지 ‘개인’까지 만들어준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승만 개인이 할 수 있는 과업도 아니었고요.”
―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십시오.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건국함으로써 대한민국 국민에게 자유를 선사했죠.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이 ‘개인의 자유’를 영접하기 위해서는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하죠. 이승만은 헌법적 권리로서 이전에는 없던 자유를 우리에게 줬습니다. 그런데 이승만이 부여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완성이 되려면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유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이승만이 어떤 단초를 제공한 건 맞지만, 이승만이 완성할 수도 없고 이승만 개인이 할 수 있는 과제도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 박정희는 어떻습니까.
“경제적 자유 없는 정치적 자유는 큰 의미가 없죠. 그래서 박정희도 위대합니다. 저는 그래서 이승만 대통령이나 박정희 대통령을 좌파가 폄하(貶下)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봅니다. 다만, 한국의 역사적 과제가 이승만과 박정희를 복권(復權)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이승만과 박정희를 계승하는 일은 그분들의 업적을 넘어서는 것이니까요.”
― 청출어람(靑出於藍)을 말하는 거군요.
“자식이 아버지보다 더 잘돼야 서로가 자랑스럽겠죠. 이승만은 우리 국민에게 헌법적 자유를 부여했다. 박정희는 경제적 자유의 기반을 닦았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자유를 실현하는 것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주권자라는 의식을 가질 때 그때 바로 그 자유가 우리 모두의 것이 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 누리는 자유는 선언적이고 추상적인 수준이지 개개인이 완전히 그 자유를 체현(體現)했다고 보기는 좀 힘든 것 같아요.”
“‘동원을 통한 성공 이후’가 문제”
― 보수우파를 동도서기(東道西器)파의 후예, 진보우파를 개화파(開化派)의 후예로 본다는 말씀도 했더군요.
“대한민국 사회가 중세 사회에서 근대로 이행할 때 수구파, 동도서기파, 개화파의 3자 대결이 있었는데 수구파는 시대착오적 전통주의자입니다. 지금 좌파가 수구파의 후예라는 건 앞에서 말씀드렸습니다.
한국의 우파, 제가 보수우파라고 하는 세력은 정치·경제적인 근대화, 즉 물질적 근대화를 담당한 세력을 말합니다. 이승만, 박정희 두 분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동도서기라는 것이 뭡니까? 말 그대로 동양의 정신을 유지하면서 서양의 기술과 도구를 쓰자는 말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논리적인 모순인데, 우리 역사에선 실현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동도서기’가 가장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 그런데 왜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겁니까.
“현재 대한민국은 물질적으로는 근대화됐지만 정신적으로는 근대화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니까 대한민국 혁명이 맞고 혁명국가인데, 문제는 정치·경제 영역에서만 혁명이 일어났지 사회·문화적인 혁명, 그러니까 의식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정치·경제 혁명에 걸맞은 사회·문화적 혁명이 일어나 줘야 통합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 지금은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살면서도 머릿속은 여전히 조선인이라는 말씀입니까?
“정치적인 근대화는 이승만 대통령이 토대를 쌓았고 그다음에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적인 자유화를 이룩했죠. 그런데 두 분이 동원할 수 있는 에너지가 없었기 때문에 민족주의와 전통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건 불가피했다고 봐야죠. 불가피했지만, ‘동원을 통한 성공 이후’가 문제입니다.”
\‘절반의 혁명’
― 말하자면 정치·경제의 근대화에 이은 사회·문화적 근대화의 방도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군요.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과제가 그것입니다. ‘지난 몇십 년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정치·경제 혁명은 놀라운 성취였다. 하지만 반쪽짜리 혁명이었다. 그래서 대한민국 혁명은 사회·문화적 혁명까지 이룰 때 완성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사회·문화적 혁명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사회·문화 혁명은 정치·경제 혁명하고는 성격이 다르죠.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 이승만이나 박정희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가 끌고 가는 것이 불가능해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사회·문화적인 혁명이 정치·경제 혁명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어요.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어쨌든 이것이 이것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안 하고 지금처럼 살 수는 없습니까?
“‘일단 반(半)이라도 한 게 어디냐? 그거 안 한다고 우리가 죽는 건 아니잖아. 그냥 우리가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안 살면 되지 뭐’, 이럴 수도 있는데 사회·문화적 혁명 없이는 정치·경제 혁명의 재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정치·경제 혁명 한 번 했다고 사회가 굴러가지 않습니다. 모든 인간 사회는 재생산이 기본입니다. 밥을 먹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처럼, 사회도 재생산해야 유지 발전이 됩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립했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저절로 유지되고 굴러가는 건 아니잖습니까? 우리가 지난 76년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고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 전쟁도 하고 산업화·민주화도 한 것 아닙니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선호하고 이것이 우월한 체제임을 인정한다면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지속가능하도록 계속 연료를 공급해줘야 합니다.”
― 그렇군요.
“그런데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사회·문화적인 근대성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쉽게 말하면 민주적인 시민이 있어야 제대로 작동합니다. 절반의 혁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나머지 혁명이 이뤄져야 해요.”
“근현대 살면서 여전히 중세적 가치관 고수”
최범 작가는 문명사(文明史) 이야기도 했다. 고대(古代) 사회는 우리끼리 그냥 뭐든지 하면 되는, 그러니까 우리 기준이 다 통용되던 시대였다면 중세와 근대는 다르다고 했다. 중세는 이슬람 문명권, 기독교 문명권, 동아시아 문명권 등 거대 지역에 하나의 중심부가 있고 주변부가 종속적으로 위계질서에 맞춰서 살아가던 시대였다. 그때 동아시아 문명권에선 중국의 천자(天子)가 표준을 정했다. 그것에 우리가 맞춰서 살면 되는 시대였다. 하지만 근대라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표준이 새로 제정된 시대다.
“그래서 근현대에 살면서 여전히 중세적인 가치관을 주장하고 고수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모순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그것이 지금 우리 한국이 처한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저는 현재 대한민국을 문명사적으로 이렇게 진단합니다.”⊙
10.12 유럽 우파의 부활이 한국 자유우파에 주는 교훈
역사·이념에 대한 당당한 태도로 젊은층과 대중 붙잡아야
⊙ 유럽 우파 포퓰리즘 정당, 전통적 가치·국가주의 강조하면서도, 현대적 문제들에 대한 실용적인 해결책 제시
⊙ PC(정치적 올바름)와 정체성 정치에 대항하는 젊은 남성 유입 성공
⊙ 한국 우파 정치의 성공은 국가 시스템, 전통적 가치, 사회 질서의 복원·계승에 달려 있어
⊙ 유럽 ‘극우’, 파시스트라기보다는 PC적 가치에 입각한 정치 엘리트 관료주의로 변질된 EU 체제에 반감을 뜻하는 유럽 회의주의자들
⊙ “서방 미디어, 정치적으로 나이브하지 않은 사람들, 현실적·실용적인 문제 해결 원하는 사람들을 극우로 매도”(스웨덴 건설업자)
沈揆珍
1978년생.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미국 미시간주립대 텔레커뮤니케이션 석사, 시러큐스대 뉴하우스스쿨 매스커뮤니케이션 박사 / 청주방송(CJB) 기자, 미디어다음 뉴스파트장,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실장, 싱가포르 경영대 교수, 호주 멜버른대 교수, 現 스페인 IE대학교 교수 / 저서 《73년생 한동훈》

▲프랑스 국민연합 지도자 마린 르 펜(왼쪽)과 조르당 바르델라 당대표 대행. 국민연합은 젊은 대표를 내세워 젊은층에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사진=AP/뉴시스
필자가 일하는 곳이 자리한 스페인의 정치 지형은 여러 면에서 한국의 판박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흡사한 점이 많다. 스페인 내전(內戰)을 수습하고 현대화의 기틀을 닦은 군부(軍部) 통치자 프란시스코 프랑코(1892~1975년)는 여러모로 현대화된 한국의 초석을 다진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이 연상된다. 강력한 군부 리더십이 종식되고 민주화가 시작된 이후의 정치 흐름도 놀랍도록 유사하다.
우선, 지역감정과 지역 토호(土豪) 정치가 좌우 정치 이념과 결합되어 있는 점이 그렇다. 한국의 호남 정치가 이념적 좌파 정치와 결합되어 있는 것처럼, 스페인 또한 카탈루냐 민족주의 진영과 토호 세력이 범(汎)좌파적 성격을 띤다. 2010년 이후 좌파 정치의 주류화(主流化)가 진행되면서 대두된 정체성 정치(正體性 政治·identity politics)가 젠더, 계급 갈등을 부추기고 현금성 복지가 남발되어 재정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도 그렇다.
한국에서 박근혜(朴槿惠) 정권이 탄핵되고 문재인(文在寅) 정권이 출범한 약 1년 후, 스페인에선 역사상 처음으로 의회 불신임에 의해 보수(保守) 정당의 내각과 총리가 실각했다. 우파 정치는 페미니즘과 LGTBQ+, 친환경주의 등으로 대변되는 뉴노멀에 완패(完敗)하고 대중성을 상실한 듯 보였다. 한국, 스페인, 그리고 유럽과 전 세계에서 말이다.
그랬던 스페인에 우파 정치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지난 2023년 총선에서 보수당인 인민당(PP)은 극우(極右) 복스(VOX)와 우파 연합을 형성해 집권당인 사회노동당(PSOE)과 좌파 연합을 이기고 제1당 자리를 차지했다. 인민당 라호이 내각의 주요 인사들이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불명예 퇴진한 지 불과 5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현재 스페인의 우파 바람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젊은층을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진 극좌 포퓰리즘의 탄생과 성장, 실패를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좌파 포퓰리즘 정당 포데모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스페인은 높은 실업률과 경제 침체에 시달렸으며, 기존의 주요 정당들이 부패와 비효율로 얼룩진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포데모스는 반(反)긴축 정책과 사회적 평등, 부(富)의 재분배를 강력히 주장해 청년층과 노동계층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는 전통적인 양대 정당인 스페인 사회노동당과 인민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포데모스로 눈을 돌리게 만든 주요 요인이었다.
극좌 정당 돌풍의 중심에는 스타 폴리페서[Polifessor·정치(Politics)와 교수(professor)의 합성어로 ‘정치교수’라는 의미-편집자 주]인 1978년생 포데모스 창립자 파블로 이글레시아스(Pablo Iglesias)가 있었다. 그는 정치학 교수 출신으로서 여러 방송 출연과 좌파 정치 자문으로 활동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다. 경제 민주화와 사회적 평등을 목표로 삼은 그는 소셜미디어(SNS)를 적극 활용하여, 전통적 매체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대중과 소통하려는 새로운 정치적 접근을 시도했다. 이러한 혁신적인 정치 스타일과 강력한 메시지는 2015년 마드리드 시장을 포데모스가 차지하는 파란으로 이어졌다. 1980년대 이래로 전통적으로 보수당의 텃밭이던 마드리드가 좌파에게 ‘뚫린’ 일대 사건이라 할 만했다.
포데모스의 급부상은 스페인의 정치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왔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당 내부의 부패와 권력 다툼이 드러나면서 지지율이 하락하게 되었다. 특히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자신이 마드리드 근교 고급 부동산 구입 문제로 비판을 받으면서 좌파 특유의 ‘내로남불’ 행태가 큰 비난을 샀다.
좌파 정권의 PC 정책

포데모스의 위세는 한풀 꺾였으나, 2019년 총선에서 극심한 혼란이 이어진 끝에 사회노동당과 포데모스의 좌파 연립정부가 탄생하게 된다. 좌파 연립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노동법 개정, 주거권 보호 강화, 여성 권리 증진, 기후변화 대응 정책 등을 성과로 내세웠지만, 실정(失政)도 그에 못지않게 많았다.
먼저 스페인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입으면서,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과 급증하는 국가 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무리한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 정책도 국민들의 반감을 샀다. 단적인 예가 트랜스젠더법이다. 이 법은 정신 감정이나 신체검사 없이도 본인이 원한다면 신분증과 여권의 성별(性別)을 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정부는 군(軍)으로 복무하는 여성들에게 더 많은 월급과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더 많은 혜택을 받기 위해 심지어 일부 남성 군인과 경찰들까지 성별을 여성으로 변경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그 결과 좌파 연립정부는 2023년 스페인 총선에서 인민당과 복스가 연대한 우파 연합에 제1당 지위를 내주고 말았다. 어느 진영도 과반을 달성하지 못해 사회노동당 산체스 정권은 재집권에 성공했으나, 정국의 극심한 분열과 대립은 고착화되었다. 정권 유지를 위해 산체스 정권은 극단주의적 카탈루냐와 바스크 독립주의 정당들과 손을 잡았는데, 이는 카탈루냐 독립운동에 반대한다는 당의 원칙을 깬 것이다. 스페인의 전통주의자들과 대중으로부터 법치와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는 거센 반발에 직면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좌파 정치의 부상과 포퓰리즘의 득세, 우파의 반격과 좌파의 불복, 시스템과 법치(法治)의 위기…. 좌우의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와 불복의 문화가 고착화되는 상황도 양국은 판박이다. 모든 면에서 스페인 정치는 한국 정치의 거울이며 반면교사(反面敎師)인 측면이 있는 것이다.
유럽 회의주의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에서 우파가 부활한 과정을 좀 더 살펴보기 전에, 먼저 용어를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유럽 정당들은 극좌에서 극우까지 그리고 여러 지역 정당이 난립해 매우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우파와 극우를 구분하는 것일까?
서방 미디어에서는 EU 체제에 대한 찬반 여부로 급진 세력과 온건 세력을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EU 체제에 비판적인 ‘유럽 회의주의(懷疑主義)’ 민족주의 우파 정당들을 보통 ‘극우’로 분류하곤 한다.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에 집착해 세계화와 유럽연합을 거부하는 퇴행적(退行的) 정치 행태를 보이고 소수자(少數者)에 대한 혐오를 공공연히 표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친환경, 친난민, 친여성과 같은 PC적 가치에 입각한 정치 엘리트 관료주의로 변질된 EU 체제에 대한 반감을 뜻하는 유럽 회의주의는 이미 여러 통계에서 나타난 것처럼 더 이상 소수 정치 집단의 급진적 어젠다가 아닌 대중이 요구하는 현실적인 정치적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2010년대 글로벌 금융 위기, 유로존 부채(負債) 위기, 이민 및 난민 위기 속에서 EU에 대한 반대는 최고조에 달했다. 2012년에는 EU 시민의 거의 3분의 1이 연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했으며, 이런 와중에 2016년 영국이 EU 탈퇴를 결정하는 중대한 사태가 발생했다. 이러한 유럽 회의주의적 태도는 2016년 브렉시트 이후 대중 사이에서 다소 수그러들었으나, 유럽 각국 의회에서 유럽 회의주의 정당들의 지지율은 2020년대 초반까지도 계속해서 기록적인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
또한 우파 유럽 회의주의 정당들은 국내 선거는 물론 유럽 의회 선거에서도 의석수를 늘려가며 지속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프랑스의 국민연합(National Rally), 폴란드의 법과 정의당(PiS), 헝가리의 피데스(Fidesz), 이탈리아의 이탈리아 형제당(Brothers of Italy) 및 동맹당(Lega), 스웨덴의 스웨덴 민주당(Sweden Democrats), 네덜란드의 자유당(PVV), 스페인의 복스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당들은 유럽 통합이 자국의 자치권을 침해한다고 우려하며, 유럽 내 더 자유로운 이민 및 사회 정책에 반대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복지천국’에서 ‘범죄천국’ 된 스웨덴
필자가 유럽 주요 국가 정당들의 어젠다와 정치적 스탠스를 분석한 결과, 정당의 좌우 스펙트럼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사회 어젠다는 첫째가 난민 수용에 대한 입장, 그리고 페미니즘과 다양성 등 정체성 정치에 대한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진보의 요람’이던 유럽은 왜 보수로 회귀하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살기 좋은 복지국가에서 갱단의 천국으로 급전직하한 스웨덴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스웨덴은 지난 수십 년간 ‘인도주의 슈퍼파워’로 불리며 관대한 난민 정책을 펼쳐왔다. 그 결과, 인구 1050만 명 중 약 200만 명이 외국 태생으로, 이민자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그러나 사회 통합에 실패하면서 스웨덴의 범죄율은 급격히 상승했다. 지난해 총기 관련 범죄로 사망한 사람은 62명에 이르렀는데, 이는 인구 대비로 보면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무엇보다 부모가 모두 외국 이민자인 가정의 자녀들이 스웨덴 태생 가정의 자녀들보다 범죄율이 3.2배 높다. 이러한 상황은 우파 포퓰리즘이 부상하며 작년 9월 우파 연정(聯政)이 집권한 배경으로 작동했다. ‘도덕주의’로 유명한 스웨덴 사람들은 과연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현재 서방 미디어에서는 정치적으로 나이브하지 않은 사람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문제 해결을 원하는 사람들을 극우로 매도하고 있지요.”
올여름, 학회 참석차 방문한 스웨덴에서 만난 건설업자 비욘 씨는 복지국가로 세계 각국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스웨덴이 이상주의적인 난민 정책으로 범죄천국으로 전락했다고 한탄했다. 그는 선대(先代)의 재산을 물려받아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스웨덴 주류 중산층은 위선적이고 나이브한 현실 인식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심각한 사회 갈등과 범죄 증가로 이어진 난민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것은 민족주의와 같은 정치적 퇴행이 아닌 실용적인 정치적 태도라는 주장이다. 그는 또 대부분의 유럽 난민은 본래 난민 포용 정책의 취지에 부합하는 정치적 이유의 난민이 아닌 브로커들의 돈벌이에 이용당하는 불법적인 ‘경제적 이민자’들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유럽이 난민을 받아준다는 ‘희망고문’ 때문에 외려 많은 아프리카인이 목숨을 걸고 위험을 감수하며 난민 브로커 산업의 희생양이 되고 있어요. 자발적인 현대판 노예 시장이 열린 셈이죠. 그러나 서방 미디어는 난민에게 온정을 베풀자는 메르켈식 상아탑 휴머니즘에만 집중할 뿐, 실제로 사하라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현실에는 관심이 없지요.”
이대남은 극우 민주당, 이대녀는 좌파 사민당 지지
2010년에 유럽을 휩쓴 난민 열풍과 이에 따른 사회 혼란, 높아지는 범죄율, 치안에 대한 불안감은 우파 포퓰리즘의 주요 동력으로 전환되었다. 지난 2022년 스웨덴 총선에서 범우파 진영에서 제1당을 차지한 스웨덴 민주당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네오나치’로 분류되던 군소(群小) 극우 정당에 불과했다. 2010년에야 겨우 원내에 진입할 수 있었던 이 군소 정당이 불과 12년 만에 보수를 대표하는 주류 정당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스웨덴 민주당은 인종주의와 네오나치 논란 등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반난민, 반이슬람, 반EU와 같은 ‘강경 보수 어젠다’를 대중화하는 데 주력했다. 이들의 방식은 기존 스웨덴 정치 기득권의 엘리트주의, 위선적 도덕주의와 차별화되었으며, 청년층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공동체 질서와 미덕을 그리워하는 보수 지지층, 난민으로 인해 자신들의 복지 혜택이 위협받을 것을 걱정하는 은퇴자 및 서민층까지 새로운 지지층으로 유입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스웨덴 총선의 특징 중 하나는 젊은 세대일수록 성별에 따른 정당 지지율 격차가 더 크다는 점이다. 19~29세를 대상으로 선거 직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는 여성들 사이에서 좌파 사회민주당이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했지만, 남성들 사이에서는 스웨덴 민주당이 오히려 1위를 차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 세계적인 젠더와 세대 갈등이 첨예하게 나타나는 스웨덴의 사례는 핵심 지지층을 레버리지로 삼아 대중적 우파 어젠다를 선도하는 포퓰리즘 우파의 전략을 보여준다.
유럽 우파,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 지지
다시 스페인으로 눈을 돌려보자. 세고비아 캠퍼스에서 강의하는 한 동료 교수는 평소 EU 체제를 비판하면서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을 자주 내비치곤 했다. 그러던 그가 최근 일어난 농민들의 고속도로 점거 트랙터 시위 때문에 마드리드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차가 막혀 고생했다고 푸념했다. 정통적인 프랑코주의자에 가까운 이 스페인 교수는 그러나 “탁상공론적인 친환경 정책으로 농민들에게 과다한 부담을 지우니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서민들의 민생도 힘들어지는 것”이라며 농민들의 시위를 지지한다고 했다.
최근 유럽에서는 농민들의 고속도로 점거 트랙터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좌파 정당이 아닌 보수 정당들이 이들의 편을 드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보수와 진보, 좌와 우의 가치와 지향이 변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보수의 가치는 법치를 중시하며, 세계화에 발맞춰 규범을 준수하고 이익을 최대화하는 데 집중한다. 현재 유럽의 주요 중도 우파 정당들도 이처럼 규범적이고 체계적인 정치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우파 포퓰리즘 정당들은 철저히 기득권 엘리트와 좌파 관료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며, 친대중주의 노선을 따른다.
2024년 유럽 농민 시위는 농업 관련 정책과 무역 협정에 대한 불만으로 확산되었다. EU의 그린 딜에 따른 환경 규제 강화와 비유럽연합 국가와의 무역에 반발하여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폴란드, 스페인 등에서 농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프랑스에서는 농민들이 도로를 봉쇄하며 정부에 압박을 가했으며, 독일에서는 디젤 세금 감면 폐지에 대한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네덜란드 농민들은 질소 배출 규제에 반대하며 시위를 지속했고, 폴란드에서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에 반발하여 고속도로를 막는 시위를 벌였다. 스페인에서는 카탈루냐 농민들이 프랑스 국경을 봉쇄하며 지역 생산 우선과 농업 에너지 세금 감면을 요구하는 시위를 전개했다. 이러한 저항은 농산물 가격 상승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을 반영하며, EU의 농업 정책과 무역 협정이 농민들의 경제적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유럽의 우파 포퓰리즘 정당들은 최근 농민들의 시위에 대해 발 빠르게 반응했다. 강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이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국민연합(RN),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당, 네덜란드의 농민-시민운동(BBB) 등은 모두 농민들의 요구를 지지하며, EU의 환경 규제와 자유무역 정책이 농업 부문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법치나 사회적 의무 등의 가치보다는 ‘농민들의 편’ ‘EU의 적(敵)’이라는 정치적 전선(戰線)을 명확히 함으로써 확실한 정치적 아군 확보 및 대중적 지지 기반 확충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1995년생 당대표 내세운 佛 국민연합
우파 포퓰리즘 정당들이 약진하며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는 현상은 지리멸렬한 한국의 우파 정치권에 많은 것을 시사(示唆)한다. 특히 집권에 성공한 이탈리아 형제당(FdI)은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주류 정치 세력으로 안착한 모습이다. 이탈리아 형제당은 보수적, 우익 포퓰리즘, 민족주의적 성향을 가진 정당으로, 이들의 이념적 뿌리는 이탈리아 사회운동(MSI)과 같은 역사적 파시스트 정당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FdI는 이러한 역사적 연관성을 부인하며,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정치 절차를 존중하는 현대적인 우파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이들은 민족주의와 국가 주권을 강조하며, 전통적 가치와 이탈리아 문화의 보전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동시에 경제 정책에서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며 세금 감면, 규제 완화, 행정 간소화 등을 통해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프랑스의 마린 르 펜은 국민전선을 주류 우파 정당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나치 무장친위대(SS) 출신인 아버지 장마리 르 펜의 극단적 발언과 거리를 두고, 당의 반유대주의와 인종차별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명 또한 국민전선에서 국민연합으로 바꿨다. 이후 2022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마린 르 펜이 당대표직에서 사임하면서, 조르당 바르델라가 당대표 대행을 맡게 되었다. 1995년생인 바르델라는 국민연합 내에서 젊고 활기찬 이미지를 대표하는 인물로, 청년층을 겨냥한 정책과 메시지를 통해 당의 이미지를 현대화하고 확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의 등장은 국민연합이 세대교체를 통한 이미지 쇄신과 정치적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 우파, 청년층 잡는 데 성공
이처럼 유럽의 우파 정당들은 반이민 정책, 전통적 가치 수호, 국가 주권 강화 등의 메시지를 통해 대중의 불안을 정치적 지지로 전환했다. 성공적인 우파 포퓰리즘 정당은 정치 엘리트와 기득권의 시각이 아닌, 지지층 및 일반 대중의 정치적 요구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선명한 메시지로 신속하고 확실한 변화를 이야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울러 파시즘적 전통과 과감하게 결별하면서 극우적 이미지를 벗었다. 즉 전통적 가치와 국가주의를 강조하면서도, 현대적 문제들에 대한 실용적인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대중적 우파 담론을 선도하는 것이다.
우리가 유럽의 정당 사례에서 기억해야 할 점은 더 있다.
주요 유럽 국가에서 청년층이 우파 정치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우파 정치에서 세대 연합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PC와 정체성 정치에 대항하는 젊은 남성·청년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이러한 세대 연합뿐만 아니라 보수 우파 진영 내의 역할 분담, 즉 대안 우파 정당이 스핀오프(spin-off)적인 정당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경 우파 정당들은 친대중주의 노선을 통해 정치적 관료주의와 보신주의(保身主義)에 빠진 주류 보수 정당이 다루지 못했던 민감한 사항들에 대해 정면승부를 하면서 지지세를 크게 확장했고, 오히려 스핀오프 정당이 본진 정당을 뛰어넘는 정치적 영토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
더 선명한 우파 경쟁을 통해 중도 우파 정당들도 난민 문제와 PC주의 문제에서 좀 더 선명한 우파 노선을 지향하도록 하여, 전체적인 우파 정치의 기조를 우측으로 이동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역사·이념에 대한 당당한 태도 필요
한국 우파 정치도 이러한 유럽의 사례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확실한 지지층과 지지 기반을 결집시키는 메시지 전략이 필요하다. 농민, 청년, 자영업자, 중소기업, 그리고 복지 혜택에 민감한 은퇴자들까지, 현대 정치는 대중의 피부에 와닿는 ‘이득’과 ‘실용’을 강조하며 상호 정치적 이득의 공간을 넓혀 나가야 한다.
둘째,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체성에 대한 가치 복원과 전통적 공동체의 회복이 필요하다. 유럽의 민족주의 정당들이 청년들에게도 지지를 받는 이유는 PC 정치와 맞서 싸우는 동시에, 국가와 민족을 지탱하는 전통적 규범과 가치를 긍정하고 자부심을 일깨우려는 노력 때문이다.
셋째, 역사와 이념에 대한 당당하고 단호한 태도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 우파 정치권은 좌파의 상습적인 친일(親日) 공세와 군사 정권 시절의 인권 탄압 논란에 지리멸렬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우파 정치는 청산해야 할 과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끊어내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성취와 역사를 자랑스럽게 지켜내는 국민적 합의를 주도해야 한다.
결국, 한국 우파 정치의 성공 열쇠는 국가 시스템과 전통적 가치, 그리고 사회 질서의 복원과 계승에 달려 있다. 한국 우파 정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수호하고 국가적 자부심을 고취시키며, 대한민국의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파편화된 국민들을 공통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는 공동체로 결합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유럽의 우파 포퓰리즘 정당들이 보여준 성공의 비결을 한국 정치에 적용한다면, 대중적 지지와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월간조선 10월 호
10.12 한국 정치에 어른거리는 포퓰리즘의 검은 그림자
이재명의 ‘기본 소득’, 개딸에게 포위된 ‘팬덤 포퓰리즘’
⊙ 문재인 정부, 국가주의·포퓰리즘·민족주의 결합… 재정 지출 크게 늘린 ‘욜로(YOLO) 정부’
⊙ 이재명, “소득, 주거, 교육, 금융, 에너지, 의료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구성원의 기본적인 삶을 권리로 인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기본 사회’” 주장
⊙ “포퓰리스트 정권이 집권하고 15년 정도 지나면 정상적 성장했을 때와 비교해 1인당 GDP가 10% 정도 낮아져”(마누엘 푼케)
⊙ “한국 팬덤 정치의 배경에 ‘정당 체제의 불안정성’ 있다”(박상훈)
⊙ 국가 정체성 강화, 대항 담론 생산, 과감한 정당 개혁, 팬덤 병리현상 극복 힘써야
金亨俊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대학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역임. 現 배재대 석좌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개딸’로 불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은 2023년 9월 21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체포동의안 부결을 촉구했다. 사진=조선DB
최근 한국 정치에서 전례 없는 포퓰리즘(populism)이 확산되고 있다. 통상 포퓰리즘은 인기 영합의 정치로 설명한다. 과거에는 남미 국가들에서 나타난 방만한 경제 운영을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 포퓰리즘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복잡하고 다양하다. 이 용어를 쓰는 사람마다 각기 서로 다른 맥락과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포퓰리즘) 개념은 신발은 있지만 거기에 맞는 발은 어디에도 없는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같이 되어버렸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케임브리지 사전》은 라틴어 ‘포풀루스(populus)’에서 유래된 포퓰리즘을 “보통 사람들의 요구와 바람을 대변하려는 정치 사상,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사회적 양극화(兩極化)의 심화, 미래에 대한 불안감 증대, 기존 정당 정치에 대한 불신 등이 포퓰리즘 정치를 이끌고 있다.
민주주의나 포퓰리즘 모두 다수를 위한 정책을 형성하고 다수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호 유사성을 갖는다. 그러나 두 개념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고(故) 박세일(朴世逸)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포퓰리즘이란 정치인이 자신의 단기적·정파적 이해, 즉 정치적 지지나 인기 확보 때문에 국가의 장기적 이익을 저버린 채 국민의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요구에 아부하고 영합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규정했다.
대의제 기구를 우회하는 대중 동원
좌파 포퓰리즘, 우파 포퓰리즘, 경제 포퓰리즘, 복지 포퓰리즘 등 포퓰리즘의 모습은 나라마다 각기 다소 상이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서울대 강원택 교수는 〈포퓰리즘 논쟁과 한국 정치의 선진화 방안〉이라는 정책 보고서에서 포퓰리즘의 다섯 가지 특성을 제시했다.
첫째, 반(反)엘리트적, 반기득권적 특성이다. 포퓰리즘은 기득권 지배 계급이 만들어낸 기성질서에 대한 인민의 분노, 저항을 담고 있으며, 따라서 반엘리트적 특성을 지닌다. 즉 대중과 엘리트 간의 상호 적대감, 대립이 포퓰리즘의 기본적 속성을 이룬다.
둘째, 의회와 같은 기존의 대의제(代議制) 기구를 우회하는 대중 동원이다. 인민의 직접적 참여를 통한 정치를 강조한다. 특히, 카리스마적인 권위를 갖거나 대중적 인기가 높은 정치 지도자의 존재가 있는 경우, 지도자와 대중 간의 직접적 연계에 의해 의회를 압박하거나 아예 우회하는 방식의 정치 과정이 생겨날 수 있다. 대의제에 대한 근원적 불신을 갖고 있으며 다수 인민이 직접 자신의 의지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셋째, 계급 연합적 특성이다. 이런 특성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두드러진다. 그 구성이 도시 노동자, 프티 부르주아지, 경제적 비활동자, 농촌 이주자, 심지어 학생, 지식인, 군인 등이 포퓰리스트 운동의 중심에 포함되어 있다.
카리스마적 지도자에 의존
넷째, 카리스마적 지도자에 의존한다. 아르헨티나의 페론 대통령,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 프랑스 국민전선의 장마리 르 펜 당수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카리스마적 지도자는 대중의 막연한 불안감, 편견, 적개심에 호소한다. 위기 상황에서 인민을 구출하고 수호해줄 수 있는 특별한 권능을 지닌 존재로 부각되며, 인민의 내부에 실제로 존재하는 차이와 이질성을 극복하고 통일성과 동질성을 구현하게 만드는 존재로 받아들이도록 선동한다.
다섯째, 특정 집단에 대한 적개감이다. 사회 내 특정 소수(少數) 세력에 대한 적개심, 배타성이다. 유럽 극우(極右) 정당들은 이민자, 실업자, 소수 인종, 동성애자(同性愛者) 등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들을 혐오 세력, 주변부 세력, 극단 세력으로 몰아붙이며 비난하고 이를 토대로 사회적으로 불안감이나 불만을 지닌 세력들의 지지를 흡수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적대감과 같은 배제성을 통해 지지를 이끌어낸 것이 대표적 사례다.
포퓰리즘이 형성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기존 질서하에서 경제적·사회적 위기 상황으로 계층들은 불안을 느끼면서도 이 위기가 극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위기는 극복되지 않고 더 악화되면서 불만과 좌절을 느끼게 된다. 결과적으로 기존 정치에 대한 분노가 쌓이고 이를 극복해줄 수 있는 ‘대리 통제(proxy control)’를 찾게 되고 이 과정에서 카리스마적 리더가 등장한다. 카리스마적 리더는 유권자 지향적임을 강조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대중의 막연한 불안감, 편견, 적개심에 호소한다.
김대중 정권 때부터 포퓰리즘 언급 본격 등장

▲2002년 12월 19일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 소식에 환호하는 노사모 회원들. 노사모는 ‘정치 팬덤’의 효시였다. 사진=조선DB
포퓰리즘의 다섯 가지 특성과 이론적 형성 배경을 바탕으로 한국 포퓰리즘이 실체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단순한 정치적 담론에 머물러 있는 것인지, 포퓰리즘의 폐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포퓰리즘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요 사상은 좌파 혹은 우파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 정치에서는 좌파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 정치에서 포퓰리즘에 대한 언급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출범 이후의 일이다. 1997년 대선(大選)에서 여야(與野) 간 첫 평화적 정권 교체, 외환(外換) 위기라고 하는 상황의 변화가 기존의 기득권층, 엘리트층에 대한 의미 있는 변화의 모색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고(故) 김일영 교수는 김대중 정부를 ‘신자유주의적 포퓰리즘 정권’으로 규정했다. 그 근거로 김대중 정부는 소수파의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산적 복지 정책을 실시했다. 이것에 IMF 위기 상황에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으로 불이익을 받은 사람을 다시 지지층으로 모으기 위한 대중영합적 포퓰리즘의 측면이 담겨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는 의회와 정당 등 기존 대의 제도를 전면 우회하거나 무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포퓰리즘과는 거리가 멀다. 당시 포퓰리즘 논쟁은 정파적 수준의 담론 공방이 주를 이루었다.
한국 정치에서 포퓰리즘 논쟁이 보다 본격화된 것은 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이후다. 인터넷을 통한 대중의 정치 참여 증대와 깊은 연관이 있다. 보수(保守) 진영에서는 이를 ‘포퓰리즘식 대중 동원’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보다는 대중과 인터넷을 통해 관계를 맺으려고 했고 ‘노 정권과 코드가 맞는 네티즌들이 사이버 홍위병(紅衛兵)으로 동원’되어 기성 질서를 공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 김일영 교수는 “기존 질서에 대해 보여주는 ‘분노의 정치(politics of anger)’ 내지는 ‘배설의 정치(politics of catharsis)’는 포퓰리즘의 공격성과 파괴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적으로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세 등은 자유시장 경제를 위축시켰다. 이명박(李明博) 정부 시절 2010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무상(無償)급식 이슈의 부상(浮上)과 함께 복지 정책의 확대를 둘러싸고 포퓰리즘 논쟁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민주주의는 인민민주주의”
문재인(文在寅) 정부에 이르러 좌파 포퓰리즘이 극치를 이루었다. 보수를 대표하는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의 탄핵으로 권력을 장악한 문재인 정부는 각종 포퓰리즘 정책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대한민국 체제를 변혁해 ‘인민민주주의’를 구축하려고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정치 체제는 ‘자유주의 대(對) 전체주의’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를 구분으로 4개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A. Hayek)는 “자유주의는 정부 권력의 정도와 관련이 있고, 민주주의는 이 권력을 누가 갖고 있느냐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즉 자유주의는 국가 역할의 정도와 관련이 있고, 민주주의는 국가 권력의 획득 및 사용 방법과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두 개념의 차이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선 이들의 반대말을 살펴봐야 한다. 자유주의의 반대말은 전체주의이고,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권위주의(독재국가)다. 이런 분류에 따라 자유주의가 민주주의와 결합할 때 ‘자유민주주의’가 되고 권위주의와 결합할 때는 ‘연성(軟性) 권위주의’ 또는 ‘비(非)민주적 자유주의’가 된다. 한편 민주주의가 전체주의와 결합할 때 ‘인민민주주의’ 또는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되고, 권위주의와 전체주의가 결합될 때 ‘전체주의 독재체제’가 된다.
이런 기준에 따라 문재인 정부를 분류하면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인민민주주의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인민민주주의”라고 단정했다. 이는 인민 우선을 강조하는 포퓰리즘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욜로(YOLO) 정부’
문재인 정부의 국정(國政) 거버넌스는 ‘운동권과 청와대가 중심이 된 국가 주도’였다. 문재인의 대선 승리에 기여한 3대 핵심 세력은 ‘친북(親北) 성향의 진보, 86 운동권, 민주노총’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런 ‘선거연합’을 취임 후에 강화하면서 집단지도 체제와 같은 ‘통치동맹’으로 구축했다. 여기에 과거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을 요직에 대거 중용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부터 ‘국정농단 세력 척결’을 명분으로 보수 정권 인사들에 대한 정치 보복에 나섰다. 선거를 치르듯 통치를 함으로써 진보와 보수 간 극단적 양극화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주의, 포퓰리즘, 민족주의를 결합한 일방주의에 빠졌다.
특히 국가가 모든 것을 주도하면서 각종 정책은 실용보다 이념이 우선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강력한 국가주의를 수단 삼아 임기 내내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필두로 각종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국가가 개인의 삶을 책임질 수 있다’는 허황된 망상 속에서 취임하자마자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 이후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성과 없는 일자리 예산 54조원 투입, 환자가 비용 전액을 부담해야 했던 ‘비급여 진료를 급여화’하는 문재인 케어 등 포퓰리즘 정책이 기승을 부렸다. 문재인 정부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정부’였다. 정부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현금 살포형 낭비적 재정 지출도 크게 늘었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 채무가 400조원 이상 증가했다.
‘용서받지 못할 죄’
여기에 더해 2020년 총선에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돌발 변수에 힘입어 180석의 압승을 거뒀다. 21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민주당은 2020년 8월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일방 표결로 통과시켰다. 세금 인상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3법(소득세·법인세·종부세법)도 표결로 일방 처리했다. 민주당은 국민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법안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회법(제58조)이 규정한 소위원회 법안 심사, 축조(逐條) 심사, 찬반 토론 같은 절차를 무시했다. 제21대 국회는 삼권분립 헌법 정신과 국회법을 깡그리 무시하면서 오로지 청와대 하명(下命)에 따라 군사 작전하듯 법안을 밀어붙이는 통법부(通法府)로 전락했다. 문재인 정부는 무능(無能)과 망국적(亡國的) 포퓰리즘으로 인해 ‘부모 세대보다 못사는 첫 자식 세대의 문을 연’ 정부로 기록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문재인 정부의 ‘용서받지 못할 죄’는 나라를 두 동강 내며 인기에 영합하는 망국적 포퓰리즘에 함몰한 것이다. 포퓰리즘은 필연적으로 정치 양극화와 극단과 배제의 정치를 몰고 온다. 결과적으로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다. 윤석열(尹錫悅)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재건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망국적 포퓰리즘을 척결하겠다는 의지로 보였다. 하지만 야당에 의한 ‘다수(多數)의 폭정(暴政)’으로 국민은 변화를 체감(體感)할 수 없었다. 윤석열 정부하에서도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무기로 삼아 특정 세력의 표심을 잡기 위해 포퓰리즘 입법을 밀어붙였다. 간호법 제정안 단독 처리, 양곡관리법 개정안 강행 처리, ‘노란봉투법’ 등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 등 ‘입법 폭주’를 통해 국민을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랐다.
‘팬덤 포퓰리즘’
2022년 3월 대선 패배 후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인천 계양을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해 국회의원이 됐다. 그는 그해 8월에 민주당 대표가 되었다. 이후 이재명 대표의 제왕적 리더십 아래 민주당은 ‘이재명의 민주당’이 됐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7월 10일 당대표 연임(連任) 도전을 선언하면서 “소득, 주거, 교육, 금융, 에너지, 의료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구성원의 기본적인 삶을 권리로 인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기본 사회’는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선언했다. “출생 기본 소득, 기본 주거, 기본 금융, 기본 의료, 기본 교육 등을 점진적으로 시행, 확대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전 국민 25만원 기본 소득’ 지급을 주장해왔다.
더구나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에 잠식되어 팬덤 포퓰리즘 정치를 난무하고 있다. 민주당은 강령을 개정해 개딸로 상징되는 일반 당원의 권리를 강화했다. 이와 함께 당 강령에 이 대표의 이념인 ‘기본 사회’를 넣었다. 당의 정신이라 할 수 있는 강령 전문에 특정 정치인의 이념이 수록되었다는 것은 팬덤 포퓰리즘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다. 금태섭 전 의원의 지적처럼 “반지성주의(反知性主義)가 현실에서 나타난 현상인 팬덤 정치”다.
‘집단적 확증 편향’
편을 갈라서 극한으로 싸우는 팬덤 정치를 종식시키지 못하고 정치 지도자가 앞장서서 팬덤 정치의 수렁에 빠져들면 ‘팬덤 포퓰리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대깨문, 개딸과 같은 팬덤은 정치 퇴행(退行)이라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판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상을 선악(善惡) 대결로 보고 정의 실현의 미명(美名) 아래 불법과 폭력을 정당화한다. 문자 폭탄, 가짜 뉴스, 음모론을 일삼는다. 퇴행적 권위주의 문화를 확대 재생산한다. 여기에서 팬덤이 보여주는 ‘우리 편 아니면 적(敵)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기반을 둔 무비판적 확증 편향으로 배타성이 잉태됐다. 결과적으로 팬덤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집단적인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을 갖게 됐다. 이것이 그들을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인 집단 극단화로 이끄는 요인이 됐다. 급기야 내로남불과 위선으로 연결되고, ‘연성 독재’의 길로 치닫게 된다.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고 법치(法治)가 파괴되고 불의가 정의를 이기고, 거짓이 사실을 압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하튼 문재인의 좌파 포퓰리즘-이재명 일극 체제와 팬덤정치가 공공연해지면서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의원들의 이념 지형이 제16대 국회에서는 정상 분포(normal distribution)를 보였다가 제17대 국회부터 그 분포가 편향되기 시작했다. 제21대 국회는 ‘진보-보수의 양극화 국회’였다. 이런 현상은 이념적으로 극단적 성향을 띠는 의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이를 ‘교체 효과(replacement effect)와 적응 효과(adaptation effect)’로 설명한다. ‘교체 효과’란 중도적 위치에 있는 의원들이 이념적으로 극단적인 새로운 의원들에 의해 교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적응 효과’는 의회에 남게 된 의원들이 이념 양극화 속에서 정당의 성향에 맞게 이념적으로 적응하는 현상을 말한다. 중도적 의원들은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국회를 떠나고 이들을 대신하여 새로운 인물들이 국회 입성을 시도하는데 이들의 특징은 이념적으로 극단적 의원들이다. 이들에 의해 ‘교체 효과’가 나타난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협상의 파트너로 여기기보다는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혐오 정치가 판을 친다. 지지자들이 특정 정치인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상대 집단에 강한 혐오를 표출하는 ‘팬덤 정치’는 극복해야 할 포퓰리즘 현상 중 하나다.
윤석열 정부의 ‘포퓰리즘과의 전쟁’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20일 상공의날 기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대통령실
포퓰리즘의 영향은 포퓰리즘의 성격, 정책 집행 방식, 국가의 경제적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포퓰리즘 연구의 대가인 마누엘 푼케(Funke) 독일 킬(Kiel) 세계경제연구소 박사는 “포퓰리즘은 사회를 분열시키고 경제를 퇴보시키며, 한 나라에 독(毒)이 된다”며 “포퓰리스트 정권이 집권하고 15년 정도 지나면 포퓰리스트가 아닌 정권이 집권해 정상적으로 성장했을 때와 비교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 정도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했다. 푼케 박사는 포퓰리즘이 경제를 망치는 이유로 “포퓰리스트들은 국가 부채 수준이 높아도 나랏돈을 마구 풀면서 장기적 경제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포퓰리스트 집권자들은 민주적 제도를 공격해 한 나라의 법과 제도를 흔들고, 이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는 해외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높인다”고 설명했다.
푼케 박사의 경고 중 주목해야 할 부분은 “포퓰리즘은 한 번 감염되면 없애기 어려운 ‘고질병’”이며 “포퓰리즘을 한 번 맛본 나라에선 포퓰리즘 정부가 재집권할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한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20일 상공의날 기념식에서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 대한 이해 부족, 그리고 그릇된 이념에 사로잡힌 무원칙과 포퓰리즘이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켜왔다”고 했다. 또한 “재정 만능주의에 빠진 무분별한 포퓰리즘으로 국가부채가 불과 5년 만에 400조원이 늘어 100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며 “정부는 선심을 쓰고 청구서는 미래 세대에게 넘겨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4·10 총선 과정에서 언급한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 지원금’에 대해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으로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라면서 “경제적 포퓰리즘은 우리 미래에 비추어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는 집권 이후 좌파 포퓰리즘에 맞서왔다. 자유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헌법을 절대 가치로 내세웠다.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현금 살포의 유혹을 끊었고, 부동산 시장 정상화 등을 위한 각종 세제(稅制) 손질에도 나섰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脫原電) 정책도 폐기했다. 역대 어느 정권도 손대지 못했던 의료 개혁, 연금(年金) 개혁 등에 착수했다. 2025년 예산을 편성하면서는 “재정사업 전반에 타당성 효과를 재검증해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정부 정책을 무조건 반대하는 거대 야당과 좌파 언론 및 시민단체들에 포위되어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 자리를 빼앗겼지만, 좌파 포퓰리즘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국가 정체성 지켜야
그렇다면 지지 기반이 취약하고, 국정 운영 지지도도 20%대로 추락하고, 거대 야당이 의회 권력을 장악한 이중 권력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이 향후 좌파 포퓰리즘과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무엇보다 헌법 가치와 국가 정체성(正體性)을 지켜야 한다. 민주당 좌파 세력이 전 국민 25만원 지급 등과 같은 선심성 퍼주기식 정책뿐만 아니라 인민 중심과 기득권 타파를 외치며 대한민국 체제 변혁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국민을 적으로 규정하고 미래 세대에 책임을 떠넘기는 포퓰리즘을 배격하려면 헌법 가치를 지키며 대화와 설득을 통해 국민들이 공감하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20일 상공의날 기념사에서 “세계사를 살펴보면 자유시장과 자유주의 정치 시스템이 있는 곳에서 번영과 풍요가 꽃을 피웠다”며 “저는 무너진 헌법 가치를 바로 세우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복원해 더욱 강화하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버트 프리먼 버츠는 민주국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조건으로 “정치인·지식인은 물론 모든 국민이 그 나라의 건국의 역사와 이념, 헌법의 정체성, 민주시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이해와 신념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을 실현해야 헌법 가치를 파괴하는 반국가 세력에 의한 포퓰리즘을 막을 수 있다.
민간 싱크탱크 오래포럼의 함승희 회장은 독일처럼 체제 수호를 위한 개헌(改憲)운동을 전개할 것을 제안했다. 통일 독일기본법(헌법)은 79조 3항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을 지키는 데 핵심적 조항은 영원히 개정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0조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폐기하려는 자들에 대항하는 국민의 초법적 저항권”을 보장하고, 제21조 2항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침해하거나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려는 정당은 강제 해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대한민국 정체성과 헌법 가치를 부정하는 좌파 포퓰리즘에 대해선 헌법에 의해 ‘헌법의 적’ ‘체제의 적’으로 단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파의 대항 담론 만들어야

▲오세훈 서울시장은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둘째, 좌파 포퓰리즘이 핵심으로 내세우는 가치에 대한 우파의 대항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 서병훈 숭실대 명예교수는 포퓰리즘의 핵심적 특성으로 ‘인민에 대한 호소’와 ‘선동적인 정치인에 의한 감성 자극적 정치’ 두 가지를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포퓰리즘은 “기득권 지배 계급이 만들어낸 기성 질서에 대한 인민의 분노, 저항을 담고 있으며, 따라서 반엘리트적 특성을 지닌다. 즉 사회는 궁극적으로 동질적이면서 적대적인 두 개의 진영, 즉 ‘순수한 인민’ 대 ‘타락한 엘리트’로 양분되어 있다”고 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면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 노무현 전 대통령은 ‘특권과 차별이 없는 세상’, 문재인 전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를 기치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이들은 ‘진보=선(善)=서민 중심=개혁 세력’인 반면 ‘보수=악(惡)=대기업 옹호=적폐 세력’으로 갈라 치기 했다.
진보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가치를 보수의 시각에서 담아낼 수 있어야 담론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각각 제기하는 ‘격차 해소’와 ‘약자(弱者)와의 동행(同行)’은 주목할 만한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첫 정책 비전을 보여줄 ‘격차해소특별위원회’가 9월 3일 닻을 올렸다. 첫 회의 결과 정책 명칭으로 ‘전체에 맞춰진 전격적인 격차 해소’라는 의미의 ‘전격’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격차 해소는 폭넓게 적용해야 한다. 가령, 현역 의원과 정치 신인, 남성과 여성,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격차 해소 등으로 확대되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약자와의 동행은 다수자(강자)가 소수자(약자)를 일방적으로 돕자는 게 아니라 서로 도와 더 안전하고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정신에 가깝다”고 했다.
서울시는 시의 공공 서비스와 각종 정책이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고 취약 계층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수치로 보여주는 ‘약자 동행 지수’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첫 평가 결과를 2023년 6월 19일 공개했다. 총지수는 기준 연도인 2022년(100) 대비 11% 오른 111로 나타났다. 지수별로는 기준 연도인 2022년(100) 대비 주거(125.1), 안전(124.9), 의료·건강(120.1), 생계·돌봄(100.8) 등 4개 영역에서 개선됐다. 반면, 교육·문화(98.4), 사회 통합(97.9) 등 2개 영역 지수는 하락했다.
이렇게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지향하는 가치를 점검하고 평가하는 것은 그동안 좌파 세력이 말로만 떠들며 선동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런 차이가 궁극적으로 좌파 포퓰리즘을 극복하는 최적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팬덤의 병리적 현상 극복해야
셋째, 대깨문(문재인 지지자), 개딸(이재명 지지자) 등 야권에서 나타나고 있는 팬덤의 병리적(病理的)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
정치인의 스텐스, 포지션, 사회에 대한 입장에 공감해 모인 팬덤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팬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자기 팬덤이 상대 진영이나 경쟁 상대를 증오하고 악마화하지 않도록 적절한 거리 두기와 팬덤을 향해서도 절제를 요구해야 한다.
지난 2017년 4월 3일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지지자들이 상대 후보 측에 18원 후원금과 함께 문자폭탄을 보내고 비방 댓글을 조직적으로 올린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는 황당한 대답을 했다. 심지어 일부 친문 의원과 문파는 문자폭탄을 ‘문자 행동’이라고 부르면서 ‘용기 있는 실행’ ‘참여민주주의의 새 지평’이라고 찬양하고 부추겼다. 이런 무절제한 팬덤 퇴행이 결국 문재인 정부의 국정 실패와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
총선 직후 지난 4월 13일 한동훈 대표의 팬 클럽 ‘위드후니’ 가입 회원은 2만 명 정도였지만 7월 말 기준 10만 명으로 급성장했다. 일각에선 한딸(한동훈 팬덤)이 개딸(이재명 팬덤)을 닮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한 대표의 팬덤은 아직까지는 아이돌 팬클럽 같은 성향이 있다. 한동훈 대표도 “팬덤에 기댄 정치는 결코 하지 않겠다”고 했다.
《73년생 한동훈》의 저자 심규진 교수는 “정치권에서 점점 더 중요시되는 건 ‘소프트파워’, 즉 강제나 보상이 아닌 설득과 매력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 능력”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소프트파워에 기반한 팬덤은 중도층을 흡수할 만한 외연(外延) 확장성을 갖고 중도우파 연대(連帶)를 통해 대깨문과 개딸 팬덤이 몰고 오는 악성(惡性) 포퓰리즘에 대항할 수 있다. 여기에 문자폭탄·개인신상털이 금지, 비속어·욕설·반말 금지, 인공공격·외모 신체 비하 금지 등과 같은 팬덤 운영 수칙도 지켜지면 소프트파워에 기반한 새로운 팬덤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정치의 제도화’
넷째, 정치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 연구위원은 한국 팬덤 정치의 배경에 ‘정당 체제의 불안정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 갈등을 제도적으로 해결할 정치 역량이 부족해 대규모 거리 집회가 일상화한 것도 팬덤 정치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선 “어떤 문제가 제기될 때 당사자들이 테이블에 마주 앉아 의사를 표출하고, 다투고, 교섭하고, 조절하는 민주주의 방식이 아니라 이질적이고 적대적인 열정이 시민들을 가르면서 팬덤 포퓰리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포퓰리즘은 카리스마적 리더에 의존하기 때문에 정치의 제도화가 이뤄지기 어렵다. 한동훈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차떼기’가 만연했던 20년 전에는 지구당 폐지가 ‘정치 개혁’이었다”며 “지금은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 신인과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치 영역에서의 ‘격차 해소’”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구당 부활과 같은 표피적인 것보다 정당 체제가 안정성을 갖기 위한 고강도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
새뮤얼 헌팅턴 교수는 제도화를 ‘정치적 조직이나 행동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규칙과 구조로서 자리 잡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정당의 제도화’는 곧 정당의 내부 조직, 운영 방식, 정책 결정 과정 등이 일정한 틀을 갖게 돼 안정성과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제도화 수준이 낮으면 민주적 절차와 의사 결정 구조가 확립되기 어렵고, 특정 개인이나 소수 집단이 권력을 독점하게 된다. 반면, 제도로서의 정당 정치가 정상화되면 매우 효과적인 정치적 대표성과 반응성을 갖게 되고 정치 과정을 효과적으로 통제함으로써 악성 포퓰리즘을 막을 수 있다.
최근 인터넷 및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시민들은 정당이나 시민단체와 같은 기존의 매개적 기구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대규모 정치 참여를 조직해낼 수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감성 우선의 정치가 강화되면서 포퓰리즘 정치가 강화된다. 정당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국민과의 연계 기능을 잘 수행하면 이런 폐해를 줄일 수 있다.
비대화된 중앙당 축소, 제왕적 대표 체제 폐지, 의원들이 자신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천 혁명 등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정당 개혁만이 정치 제도화로 가는 첩경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제왕적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한 사적 포퓰리즘을 막을 수 있다.
‘정치적 책임성’ 강화해야
1987년 민주화 이후 좌파 진보 세력에 의한 포퓰리즘은 담론 공방(김대중·노무현 정부) → 체제 변혁(문재인 정부) → 팬덤 포퓰리즘(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좌파 포퓰리즘에 대항하기 위해 우파 포퓰리즘으로 맞서는 것은 하책(下策)이다. 대신 자유 우파 세력은 ‘정치적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아무 정책이나 함부로 내세우지 말고 헌법 가치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정책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더불어 피터 드러커의 지적처럼 윤석열 정부는 국가 경영의 기본 원리로 ‘해야 할 일을 하는(doing the right thing)’ 것(효과성)과 ‘일을 제대로 하는(doing things right)’ 것(효율성)을 충족시켜야 한다. 예컨대 의대 증원 정책이 과연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지 냉정하게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단언컨대, 정부·여당이 효과적이지 못하고 효율적이지 못할 경우 망국적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게 된다.⊙
월간조선 10월 호 글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前 한국선거학회장
10-15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극찬한 ‘한국의 장점’ 흔들린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의 다론 아제모을루(57)·사이먼 존슨(61) 교수와 시카고대의 제임스 로빈슨(64) 교수가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발표됐다. 이들은 그 유명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저서를 통해 부국과 빈국의 차이를 정치 및 경제 제도에서 찾아냈다. 특히 한국을 북한과 대비해 극찬하면서 “한국을 보라. 경제 번영은 포용적 제도가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14일 기자회견에서도 “중국 같은 권위주의 체제 국가는 장기적으로 경제 발전을 이뤄내기 매우 힘들다”고 했다.
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착취적 제도는 경제 발전을 억압하고 포용적 제도는 경제 번영을 이끈다. 포용적 제도에는 보편적 민주주의, 강력한 재산권 보호, 효율적인 시장경제와 함께 사전 불평등 예방 등이 중요한 기둥이다. 이를 위해 ‘공정’과 ‘자유’가 기준이 돼야 하고, 적절한 규제도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들도 최근 한국이 고령화와 함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한다. 과도한 포퓰리즘, 과격한 노조, 극단적 정치 등이 그것이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2022년 문화일보의 국제 포럼인 문화미래리포트(MFR) ‘대한민국 리빌딩’의 주제 발표자로 참여해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서 “정치적 양극화는 타협과 소통이 어려워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경제의 체온계라는 증시만 보더라도 서둘러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 이미 ‘주식 이민’ 대열이 710만 명을 돌파했고, 지난 5년간 해외 상장지수펀드(ETF)가 14배 커질 동안 국내 ETF는 2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16년 전과 비교하면, 미국 나스닥이 6배 넘게 뛸 동안 코스피는 박스권에 갇혀 ‘박스피’ 비아냥을 받는다. 올 들어 나스닥이 25%, 일본 닛케이 평균지수가 19% 상승한 반면, 코스피는 1.2% 하락했다. 한국의 장점이 흔들리고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불길한 신호다. 포용적 제도 속에서 더 많은 혁신 기업들이 쏟아져 나오도록 해야 한다. ‘포용’은커녕 양극화에 저질화까지 더해가는 정치가 가장 심각한 암적 요소다.
문화일보 사설
10.16 나라인가, 아내인가
공민왕은 애민 군주였지만
노국 공주 떠난 뒤 자제력 잃어
태조 이성계의 세자 선택도
신덕왕후 때문에 정당성 잃어
통치자는 개인 초월한 존재
나라 위해서 때론 악인 돼야
태종·세종도 인간적 연민 극복
지금 국민의 인내, 한계 달했다
칸트로비치(E. Kantorowicz)에 따르면, 왕에게는 ‘두 개의 신체’(two bodies)가 있다. 자연인의 신체와 왕의 신체다. 왕은 한 개인인 동시에 왕국의 통치자다. 한 몸에 둘이 있으니,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왕의 영혼은 공인과 사인이 싸우는 거센 격투장이다. 공이 사를 이기면 나라가 산다. 그 반대면 나라가 망한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이 그런 사례다. 늙은 리어왕은 왕국을 삼분해 세 딸에게 상속하려 했다. 조건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고백이다. 하지만 상속을 노리는 사랑은 불순하다며 막내딸 코델리아가 거부했다. 분노한 리어왕은 두 딸에게만 상속하고, 코델리아는 추방했다. 하지만 딸들에게 버림받은 리어왕은 황야를 떠돌고, 전쟁이 일어나고, 모두가 죽었다.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은 탐욕이다. 그러나 첫 불씨가 된 건 리어왕과 코델리아의 착각이었다. 왕가의 사랑을 공적 문제가 아닌 개인적 문제로 오인했다. 우리 역사에도 그런 일이 많다.
고려말 공민왕은 총명한 애민의 군주였다. 전광석화처럼 친원파를 제거하고, 발본적 개혁도 단행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왕비 노국 공주가 출산 중 세상을 떠났다. 실성한 왕은 공주의 능을 무수히 배회하고, 초상화를 보며 흐느꼈다. 밤이면 만취해 내시들을 매질하다 암살당했다. 그는 고려 왕조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하지만 개인적 슬픔에 함몰되어 기울어가는 왕조를 더 깊은 수렁에 빠트렸다.
태조 이성계는 고려 말 왜구의 살육에서 백성을 구한 영웅이다. 그런데 조선 건국 후 개국 1등 공신 이방원을 내치고, 이방석을 세자로 세웠다. 이방원의 생모는 향처 신의왕후 한씨고, 이방석의 생모는 경처 신덕왕후 강씨다. 시골 무사 이성계가 왕이 된 공의 절반은 강씨 몫이었다. 이성계는 강씨를 사랑했다. 그 소생을 세자로 세운 까닭이다. 본래 정당한 왕권 계승법은 본처의 장자를 세우는 것이었다. 이성계의 선택은 공평성, 정당성을 모두 잃었다. 결국 제1차 왕자의 난이 일어났다. 이방석은 죽었고, 이성계는 왕위에서 쫓겨났다. 복수심에 불탄 이성계는 조사의의 난을 일으켰다. 국가 안위는 안중에 없었다. 만년의 이성계는 깊은 밤 궁궐에서 일어나 슬피 울었다.
태종 이방원의 손은 피로 얼룩졌다. 정몽주를 죽이고, 이복형제를 살해했다. 친형과 칼을 겨누고, 아버지와 싸웠다. 외척의 화를 우려해, 제1차 왕자의 난 때 생사를 같이한 처남 4명도 모두 죽였다. 그 충격으로 왕비 원경왕후 민씨가 쓰러졌다. 태종이 위험에 처했을 때, 스스로 칼을 들고 일어선 여장부였다. 양녕대군이 실행을 거듭하자 폐세자하고, 충녕대군을 세웠다. 태종이 죽었을 때, 개국공신 101명 중 20여 명만 생존했다.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 일어난 패륜이었다. 하지만 태종 재위기에 건국 30년도 안 된 조선은 확고한 안정을 다졌다. 그 뒤를 이어 위대한 세종의 시대가 꽃피었다.
태종은 세종의 처가도 척결했다. 세종의 장인은 영의정 심온으로, 그 장녀가 세종비 소헌왕후 심씨다. 태종은 강상인 옥사에 연루시켜 심온을 반역죄로 처형하고, 그의 아내와 자녀는 관노로 만들었다. 세종은 소헌왕후를 사랑했다. 하지만 태종의 잔인한 처사에 대해 “내가 감히 입을 열어 말하지 못하였다”고 회고했다. 즉위 후에도 즉시 처가 식구들을 구하지 않았다. 다만 소헌왕후의 외조부 잔치에 참석시켜, 서로 멀리서 보도록 했다. 즉위 8년 뒤 신하들이 요청하자 비로소 노비를 면제시켰다.
고종의 왕비 명성황후는 한말의 국정을 좌지우지했다. 조선 주차(駐箚) 미 공사관 서기관 샌즈(W. F. Sands)는 “시대를 앞섰고, 여성을 초월한 정치가”였다고 그녀를 평가했다. 1894년 동학혁명 때, 명성황후는 청나라 군대의 차병을 강력히 주장했다. 하지만 외국군에게 백성이 죽고, 다른 나라도 파병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 조정 대신들은 반대했다. 청병이 들어오자, 일본도 파병했다. 결국 청일전쟁이 일어나고, 조선은 열강의 싸움터로 변했다. 조선 왕조는 그렇게 망국의 길로 접어들었다.
왕과 대통령은 다르다. 그러나 통치자는 모두 개인을 초월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나라를 위해서는 때로 악인이 되는 길도 피할 수 없다. 마키아벨리의 충고다. 통치자란 이처럼 인간과 야수의 경계에 선 존재다. 인간의 따뜻함과 거리가 먼 붕망(朋亡·사사로운 관계를 끊음)의 길이다. 태종이 그랬다. 성군 세종도 인간적 연민을 누르며 인내했다. 진정한 통치자의 과업은 인간성(humanity)의 가장 가혹한 시련이다. 그래서 정치에 대한 헌신은 종교적 순교보다 어렵다. 김건희 여사의 부적절한 처신이 나라를 흔들고 있다. 국민의 인내가 한계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나라와 아내,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없다.
조선일보 김영수 영남대 교수·정치학
10.16 월 707만원 부부도 기초연금 주려고 25조 쓰는 나라
노후 준비한 세대 밀려들며
기준 높아져 '과지급' 구간 진입
노인에 복덩이·생명줄 기초연금
지속 가능하게 손볼 것은 손봐
복지부는 매년 사회복지 공무원들을 위해 기초연금 실무 매뉴얼을 펴낸다. 여기에 ‘기초연금 수급 가능 소득·재산 최대 금액’이라는 코너가 있다. 신청자가 기초연금 대상자인지 아닌지 한눈에 가늠할 수 있게 만든 표다.
이 표를 보면 맞벌이 부부의 수급 가능 최대 소득은 월 706만9000원이다. 근로소득만 있을 경우라는 전제가 있지만 연 8500만원 소득가구에 기초연금을 준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홑벌이 부부는 월 597만원, 1인 가구는 414만원을 벌어도 다른 재산이 없을 경우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올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인정액이 1인 가구는 213만원, 부부 가구는 340만원이라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건 어디까지나 소득인정액이 그렇다는 것이다. 소득인정액은 실제 소득·재산에서 공제할 것을 공제한 금액이다. 기초연금은 근로소득의 경우 110만원을 기본공제하는 데다 30%를 추가 공제하기 때문에 실제 소득과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월 700만원을 버는 부부의 경우 각각 110만원을 빼면 480만원, 여기에 0.7을 곱한 336만원이 소득인정액이다. 그래서 부부가 월 700만원을 벌어도 소득인정액 340만원 이하여서 기초연금을 받는 것이다. 소득인정액은 착시현상을 일으켜 기초연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용어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986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206만원이다.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젊은이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최저임금의 2배, 3배를 버는 65세 이상에게 전액 세금으로 기초연금을 주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기초연금이 과지급 구간에 들어서 있는 것이 명백하다.
이 같은 현상이 생긴 이유는 요즘 65세에 진입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어느 정도 노후 준비를 해서 소득·자산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소득·자산이 높은 사람들이 밀려드니 전체 평균이 올라가면서 소득 하위 70%를 끊는 기준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정부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지난달 연금 구조개혁 방안을 내놓는다고 했을 때,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관계 재설정이나 기초연금 대상자를 점차 줄여나가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정부는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만 내놓고 다른 방안은 나 몰라라 했다.
올해 기초연금 예산은 24조4000억원이다. 흔히 기초연금을 단군 이래 최대 복지사업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 액수가 일부만 40만원을 주는 2026년엔 31조5000억원, 전부에게 40만원을 주는 2027년 33조8000억원으로 늘어난다는 것이 복지부 추계다. 나랏돈을 이렇게 쓰니 국가 채무가 한해 70조~80조원씩 늘어나는 것이다.
복지 정책의 특성상 기존에 받던 사람에게 주지 않는 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다. 당장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통합하거나 기초연금 대상자를 축소하고 지급액을 늘리는 것 같은 근본적인 개혁이 어렵다면 우선 대상자와 예산이 한없이 올라가는 구조라도 막아야 한다. 그동안 학계에서 다양한 논의를 거쳐 내놓은 대안도 많다. 우선 새로 진입하는 65세 이상을 대상으로라도 기준을 ‘중위소득의 00% 이하’로 바꾸는 것이 그중 하나다. 대상자를 점차 줄여나갈 수 있는 방안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을 시행한 지 36년밖에 되지 않아 아직 노후소득 보장이 미흡한 상황이다. 그래서 많은 65세 이상 분들에게 기초연금은 자식 대신 효도하는 복덩이이자 생명줄이다. 이런 소중한 기초연금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손볼 것은 손보면서 가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김민철 기자
10-16 쌀 비축비 사상 최대인데 정부 수매 더 늘리는 황당 상황
남아도는 쌀을 비축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그렇지만 쌀 생산이 수요를 초과하면 정부는 양곡관리법에 따라 가격 유지를 위해 초과 물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 ‘쌀 딜레마’의 악순환이다. 게다가 이런 모순적인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가 국회에 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매매 손실을 포함한 쌀 비축비용은 1조7700억 원으로, 2022년(1조1802억 원)보다 50% 가까이 급증했다. 공공비축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최대다. 같은 날 농식품부는 양곡수급안정위원회에서 올해 시장 격리용 매입 물량을 20만t으로 결정했다. 지난해(10만5000t)의 거의 2배다.
통계청은 올 쌀 생산량이 작년보다 1.2%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농식품부는 1인당 쌀 소비량 감소 등을 고려해 올 수요 초과 물량을 12만8000t으로 예상했는데, 이보다 많은 쌀을 매입하는 것이다. 1년 전보다 13.5%(5일 기준) 낮아진 쌀값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소비는 감소하는데, 정부는 매입 규모를 계속 늘리고, 의무적으로 해외 수입도 해야 한다. 그러면서 매입한 쌀 비축에만 매년 조 단위의 엄청난 비용을 쏟아붓는 황당한 상황이다.
농업개혁의 필요성이 절박하다. 벼 재배 면적을 줄여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쌀 소비 감소에 대응해 쌀을 활용한 식품 개발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식량 안보를 명분으로 쌀값 보호만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농업과 농민에 해를 입힌다. 야당이 추진했다가 결국 폐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농업이 살길은 보호가 아닌 개혁에 있다.
문화일보 사설
10.17 과잉 쌀 비축 비용만 2조원, 누구를 무엇을 위한 낭비인가

▲충북 청주시에 있는 한 공공비축의 벼 보관창고에서 관계자들이 온도 습도 등 벼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매입하고 되파는 과정에서 지출한 쌀 비축 비용이 1조7700억원에 달했다. 공공 비축 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최대치로, 2022년의 1조1802억원에 비해 1년 사이 50% 가까이 불었다.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수요를 웃도는 초과 물량을 정부 재정으로 매입하도록 의무화한 양곡관리법 때문이다. 사들인 쌀을 보관·관리하는 데 쓴 비용도 지난해 3942억원으로, 2005년 이후 최고치였다. 비축 비용과 보관 비용을 합치면 2조2000억원에 달한다. 쌀은 남아도는데 정부가 수매를 보장해 주니 농가의 쌀 생산은 크게 줄지 않고 재정 지출은 지출대로 늘어나는 악순환이 빚어지는 것이다.
올해도 쌀 생산량은 작년 대비 1.2%밖에 줄지 않아 수요 초과 물량은 12만8000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보다 농식품부는 56% 많은 20만t을 매입하기로 했다. 1년 전보다 13.5% 낮은 수준에 형성된 시중 쌀값을 끌어올리려는 조치다. 정부 매입으로 일정 가격이 유지되니 농가도 쌀 경작을 줄이지 않는다. 그 결과 쌀 소비는 큰 폭으로 줄어드는데 정부는 매입 규모를 계속 늘리고 쌀 비축·관리에 연간 2조원 가까운 세금을 쏟아붓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도리어 쌀 의무 매입을 확대·강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해 야당이 강행 처리한 이 법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으나 민주당은 재추진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쌀 매입·보관비로만 연간 3조986억원(2030년 기준)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잉여 쌀 처리에 농식품부 전체 예산의 16%에 해당되는 천문학적 세금을 쓰겠다는 것이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일인가. 이성을 잃은 득표 포퓰리즘일뿐이다.
남아도는 쌀의 악순환에서 탈출하려면 농가가 벼 재배 면적을 줄여 나가도록 유도하는 방법뿐이다. 정부의 쌀 의무 매입 물량을 축소하고 쌀 경작 농가가 다른 작목으로 전환할 때 제공되는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적어도 쌀 소비가 줄어드는 만큼은 벼 경작 규모를 줄여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0.17 노벨상 수상자들 “한국은 국가 성공 모범 사례”
南 포용적 제도 vs 北 착취적 제도로 성패 갈려
北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도로 구간 등 폭파 참담
핵·미사일 의존 北선군정치론 미래 암울 직시를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하면서 마지막 남은 남북 경제협력 프로젝트에도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북한은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 북한은 이미 8월에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를 차단한 데 이어 이번에 도로 폭파로 남북 간 육로를 완전히 끊은 것이다. 9.19 군사합의를 전면 위반한 것이다.
세계 각국이 개방과 혁신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는 반면 시대 조류에 역행하는 북한의 행태에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 앞으로 강도 높은 도발을 해 올 예고편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헤즈볼라 분쟁, 미 대선으로 미국의 전력(戰力)이 분산되는 상황을 이용해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나온다.
그 도발의 본질은 한마디로 북한 정권 지키기다. 김정은은 체제 개혁보다는 익숙한 안보 위기 조성으로 정권을 지키려는 욕망에 가득 차 있다. 이제 우리는 상황 논리상 북의 모든 도발에 직접 대처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개혁·개방 모델인 ‘도이 머이’를 통해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룬 베트남을 보라. 쇄신의 길을 택한 베트남은 연평균 6.7%의 고성장을 계속해 1980년대 100달러 안팎에 그쳤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최근엔 5000달러에 근접하지 않았는가.
이에 비해 북한은 국가 폐쇄에 이어 과도한 국방비가 들어가는 핵과 미사일 무장으로 호전성만을 키우고 있으니 ‘인민’이 겪어내야 하는 삶의 피폐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일 것이다. 북한은 1990년대 김일성 사후 ‘고난의 행군’ 이후로 붕괴된 배급제가 회복되지 못해 북한 주민 70% 이상이 식량 배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다. 그래서 백두혈통 기반의 영도 체계에 대한 인식의 균열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식인층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리일규 주(駐)쿠바 북한대사관 참사가 2023년 11월 한국으로 탈북했다. ‘넥타이 꽃제비’로 불리는 북한 외교관들의 탈출 러시가 북한 내부에서 반향을 일으킬 경우 또 다른 ‘핵심 계층’의 연쇄 탈북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유엔과 미국 등의 강화된 대북 제재로 경제난과 당국의 통제 강화 등이 심해지면서 북한 엘리트층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고위 외교관들의 탈북 사례가 계속되는 것은 김정은 체제에 염증을 느끼며 미래가 없음에 좌절하는 엘리트 계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징후다.
14일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남북한 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격한 경제력을 비교한 수상 소감이 국제적 화제가 되고 있다. 3명의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들은 “한국 경제를 보라, 국가 성공 모범사례”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은 매우 가난하게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의 경제를 보라. 다른 나라에 비하면 정말 놀랍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국과 같은 성공한 국가들은 모두 포용적 제도를 도입한 나라라며 사유 재산권을 보호하고, 부당한 재산 착취를 허용하지 않으며 모든 시민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게 자유롭게 허용된다고 소개했다. 반면 착취적 제도는 북한 같은 독재체제가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남한과 북한을 주요 사례로 들면서 제도 차이가 어떻게 국가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비교해 설명한 것이다.
북한은 핵·미사일에 의존하는 선군(先軍)정치와 무자비한 숙청으로는 체제 존립 자체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 과도한 군사비와 폐쇄적 체제로는 ‘인민들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먹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고립만 자초할 뿐,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스카이데일리 사설
10-18 민심 더 악화하는데 ‘김 여사 리스크’ 관리 못 하는 용산
10·16 재보궐선거에서 온갖 악재 속에 그나마 여당이 두 군데를 이겨 체면치레했지만,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의 민심은 여전히 최악의 상황이다. 서울시교육감 및 강화군수 보궐선거 득표를 분석해보면, 최악의 참패를 당한 제22대 총선에 비해 더 쪼그라드는 형국이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과 국정 표류 등으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20% 초반(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맴도는데도 용산 대통령실은 최소한의 ‘리스크 관리’조차 못 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만나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여권 분열과 공멸로 치달을 수 있다.
이번 서울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진영으로 출마 한 두 후보의 지지율을 합해도 진보 진영의 정근식 후보가 얻은 표(50.24%)에 미치지 못한다. 강남 3구와 용산에서만 보수 진영의 조전혁 후보가 이겼을 뿐, 나머지 21개 구에서는 모두 패배했다. 2022년 6월 지방선거 때 오세훈 시장이 전 동(洞)에서 이기고, 중도·보수 후보 4명이 얻은 표가 58.56%에 달했는데 이번에는 못 미쳤다. 인천 강화군수 선거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 4월 총선 때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이 야당 후보를 27.5%p 차이로 이겼는데, 이번엔 그 격차가 8.8%p로 줄어들었다. 18%가량의 여당 지지율이 날아간 셈이다. 2021년 4월 보궐선거, 2022년 3월 대선,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이긴 여권이 수도권에서 연속으로 추락하고 있다.
수도권 지지율을 회복하지 않으면 여권의 지방선거·대선 승리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용산 대통령실에 비상이 걸려야 하는데, 반성도 대책도 감감하다. 선거 결과나 도이치모터스 불기소에 대한 입장도 대통령이나 대변인의 공식 발표가 아닌 관계자 언급으로 나오는 실정이다. 명태균 씨 문제는 대통령실의 자체 파악을 거쳐 대응해야 함에도 누구도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조사를 못 하니 입장을 내자마자 거짓 논란에 휩싸인다. 내주 초 열릴 것이라는 윤·한 회동을 이런 문제 해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부터 대통령실과 관저 울타리 너머의 합리적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10.21 소득 8만달러 美에도 뒤져, 저성장에 빠진 한국 경제
물가 자극 없이 달성 가능한 최대치를 뜻하는 잠재성장률이 올해 2.0%에 그쳐 미국(2.1%)에 역전당한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지난 5년 새 0.4%포인트나 떨어진 반면 미국은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성공하면서 잠재 성장률을 4년 새 0.2%포인트 끌어올린 결과다. 한국의 1인당 소득은 약 3만6000달러로, 미국(약 8만5000달러)의 42% 수준이다. 이제 막 선진국에 진입해 한참 더 성장해야 할 한국이 이미 완숙(完熟) 경제에 접어든 미국보다 성장 잠재력이 뒤처진 것이다.
경제 기초 체력에 해당하는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앞으로 실제 성장률이 그만큼 낮아져 만성적 저성장에 빠져들 수 있다는 신호다. 저출생·고령화 탓도 있지만 더욱 큰 원인은 혁신 능력 저하와 투자 부진, 노동생산성 악화 등으로 경제 활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인구구조 변화는 단기적으로 불가항력 요인이지만 규제 개혁과 신산업 육성, 기업 활동 장려 등의 정책적 노력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실제로 미국뿐 아니라 영국의 잠재성장률도 2020년 0.9%에서 올해 1.1%로 높아졌고 독일도 같은 기간 0.7%에서 0.8%로 상승했다. 경제 활성화에 총력전을 편 정책의 성과가 나타난 결과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미국을 제외한 G7 국가보다는 높지만 빠른 하락세를 멈추지 못한다면 세계 최악의 초저출산에 이어 ‘저성장의 덫’도 피할 길이 없게 된다.
성장 잠재력 회복에 특효약은 없다. 구조 개혁을 통해 성장의 발목을 잡는 낡은 제도와 경제 환경을 개선하는 방법밖에 없다. 규제를 과감하게 덜어내고 투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적절히 공급하기 위한 교육 개혁도 시급하다. 심각한 저출생 추세는 단숨에 바꾸기 힘들기 때문에 여성 인력이나 고령 인력의 경제활동 참가를 높이는 등의 노동력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 빚내서 돈 푸는 식의 포퓰리즘 대증(對症)요법으로는 잠재성장률 급락을 막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10.22 2026 대구경북특별시 출범, 시·도 통합 꼭 가야 할 길

▲우동기(왼쪽부터) 지방시대위원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구·경북 통합 관련 4자 회동에서 합의문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시와 경북도, 행정안전부와 지방시대위원회가 ‘대구·경북 통합을 위한 공동 합의문’에 서명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를 2026년 7월까지 ‘대구경북특별시’로 합치는 통합 작업이 본격화된 것이다. 지난 5월부터 공식화된 대구·경북 통합은 곡절이 있었으나 행안부가 중재안을 제시해 합의문 작성에 이르게 됐다. 2010년 마산·창원·진해 통합 등 기초지자체 간 통합은 있었지만 광역지자체 통합에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이번에 성공하면 나라의 근간을 이뤄왔던 ‘시·군-도-국가’ 3단계 지방 행정조직을 ‘지자체-국가’ 2단계로 줄이는 행정조직 개편의 출발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통합안은 대구경북특별시에 총괄 조정·집행 기능을 부여하되 지역 내 시·군·구는 통합 후에도 종전 사무를 계속하도록 했다. 통합 이후에도 시장·군수와 구청장을 지금처럼 선거로 뽑겠다는 것이다. 논란이 됐던 통합 청사 위치도 한 곳을 정하지 않고 대구시 청사, 그리고 도청 소재지가 있는 경북 안동시와 포항시 청사를 모두 활용하기로 했다.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 위해 민감한 문제는 다 뒤로 미룬 것이다. ‘반쪽짜리 통합안’이지만 그래도 본격적인 통합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통합은 대구·경북의 행정 통합을 넘어 지역 미래를 위한 사업이다. 현재 대구시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31년째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고, 경북은 22개 시·군 중 15개 지역이 인구 감소 지역이다. 그런 상황에서 인구 500만명의 대권역을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고 수도권으로만 기업 투자와 인재들이 쏠리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간사이 지역 광역지자체 8개를 묶는 ‘간사이 광역 연합’을 통해 지역 메가시티를 만드는 등 다른 나라 도시들도 경쟁력을 높이려고 광역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 AI, 고속도로, 고속철 시대에 다단계 행정 단위가 무슨 의미가 있나. 국가적, 지역적 낭비와 비효율일 뿐이다. 앞으로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을 다루게 될 지역 정치인들과 국회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넘어 국익과 지역민 관점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10-23 현대차, 인도 증시 4.5兆 조달… 글로벌화 새 지평 열었다
현대자동차 인도법인(HMI)이 22일 현지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4조5000억 원(33억 달러)의 자금을 확보한 것은, 한국 기업의 글로벌화·현지화 병행 전략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해외 자회사의 첫 IPO로, 현지 자금으로 글로벌 생산·수출 거점 전략을 한 차원 높였기 때문이다. 현지화에 자금을 적기에 조달할 수 있게 됐고, 현지인들이 주주로 참여함으로써 현대차가 인도 진출 28년 만에 인도 국민 기업으로 거듭날 계기도 됐다. 상장 첫날 주가가 7.2% 하락했지만, 중장기적 투자 매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상장식에서 “인도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장”이라며 “미래 기술의 선구자가 되려는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인구 14억 명의 인도는 세계 3위(410만 대)의 자동차 시장이다. 차량 보급률이 8.5%(가구 기준)에 불과해 급성장이 예측된다.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14.6%)은 마루티 스즈키(41%)에 이어 2위이지만, 내년 하반기엔 연간 10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인도 시장에서 도약할 발판이 마련됐다.
인도 정부는 전기차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신차의 2%인 전기차 보급률을 2030년까지 3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정 회장은 상장 전날 나렌드리 모디 총리를 만나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인도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했다. 다양한 전략으로 인도 시장 1위 목표를 제시한 셈이다. 내년엔 LG전자의 인도법인 상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첨단 기술 초격차 경쟁이 가열되는 글로벌 시장이다. 한국 기업의 분투와 성취를 적극 격려하고 지원해야 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10-24 3분기도 성장률 쇼크, 尹정부부터 당장 낙관론 버려야
한국은행이 2분기 역성장(-0.2%·전분기 대비)에 이어 3분기에도 성장이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24일 발표했다. 한은 예상치(0.5%)나 시장 전망치(0.4%)를 크게 밑도는 충격적 실적이다. 이런 흐름이라면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2.6%)는 물론 한은 전망치(2.4%) 달성도 쉽지 않다. 지난 8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브리핑에서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도약할 것이라고 국민 여러분께 분명하게 말씀을 드린다”고 했던 낙관론이 민망할 정도의 먹구름이 몰려든다.
3분기 성장 내역을 부문별로 보면, 내수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중심으로 반등해 전분기 대비 0.9% 성장했다. 특히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6.9%나 증가했다. 문제는 믿었던 수출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는 점이다. 예상과 달리 수출이 자동차와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0.4% 감소한 것이다. 한은은 “성장률 기여도 측면에서 순수출(수출-수입)이 -0.8%포인트나 돼 성장률을 거의 1%포인트 깎아먹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반도체 수출이 심상찮다. 지난 7월엔 전년 동기 대비 13.5%, 8월엔 11.2% 증가했으나 9월에는 7.5%에 그쳐 상승률이 급속히 둔화했다. 덩달아 12개월 연속 증가해온 수출도 10월 1∼20일 327억6600만 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이 4.6%까지 떨어지고 미·중 무역 마찰이 고조되는 것도 수출 전선의 심각한 암초다. 불길한 징조를 감지한 기업은 이미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공식 반성문을 발표했고 SK·롯데·포스코 등도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2·3분기 저성장 쇼크를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없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최저 임금이 42% 올랐고 땅값도 43%나 뛰어 한국은 세계적인 고비용 국가가 돼 버렸다. 생산비용이 오르고 고금리·고물가까지 겹치면 국제 경쟁력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미·일의 제조업 르네상스와 달리 지난해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액이 634억 달러에 달할 만큼 제조업 공동화가 심각하다. 주식 투자자들의 엑소더스도 봇물을 이룬다. 한동안 상저하고(上低下高)를 되뇌던 윤 정부는 올 들어 “수출은 잘 되고 내수는 회복 조짐”이라며 낙관론에 매달리고 있다. 윤 대통령과 정부부터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비상 대응을 위한 태세 전환을 서두르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10.24 문재인의 최대 실적 ‘탈원전’은 국가 망하게 하는 길
결국 산업용 전기요금 9.7% 인상 ‘기업 운영 못할 판’
전국의대학부모연합 “의대생 조건 없는 휴학 승인” 요구
TK특별시 앞둔 경북, 고성능 베어링 국산화 길 ‘활짝’
소재·부품·장비(소부장)과 소재산업 등은 산업의 기초이다. 문재인의 ‘주52시간’ ‘최저임금제’ ‘소득주도성장’으로 피해를 많이 본 기업은 중소기업이다. 공급망 생태계는 이런 산업의 기초가 없이는 성장은 허상일 수 밖에 없다. 문재인·윤석열은 그 길로 브레이크 없이 계속간다.
대한민국은 점점 공산주의 허위의식의 이데올로기의 늪으로 계속 빠져들어가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조금 나아질 기대를 했으나 기대는 난망이다. 그러나 남 탓할 필요가 없다.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 교육도 앞을 보고 교육 방향을 정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의 최대 실적은 ‘탈원전’이다. 국가를 망하게 하는 길이었다. 반국가 세력인데, 지금도 국민 혈세받아 떵떵거리고 산다. 사회는 공정·정의가 무너졌다. 尹정부는 고칠 생각이 전혀 없다. 위헌정당해산국민운동본부(이재춘·고영주),(2024.10.21), “국민여러분, 1당 독재·위헌 더불어민주당으로 나라가 나락입니다” “해산만이 답입니다! 나서 주십시오!”
[자유민주당 긴급성명] (10.09), ‘윤석열정부는 선관위의 지도부부터 말직까지 인적 교체하라’, 우파 공격은 되고 좌파 비판은 안된다는 선관위를 규탄 고발한다! “윤석열정부는 선관위의 지도부부터 말직까지 인적 교체하라” “학교폭력 OUT” 우파 후보 공격은 되고, “좌편향 OUT” 좌파 후보 비판은 안된다는 중앙선관위.”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 전국의대학부모연합(전의학연)(2024. 10. 24.), ‘의대생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을 요구합니다. 교육부의 정책은 ‘시선 돌리기’ 정책입니다.’, “국회에서 24일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 등 종합감사가 있습니다. 이에 전의학연에서는 ‘의대생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을 관철시키기 위해 국감 대응 시위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아래와 같이 교육부 종합감사 대응시위 일정과 함께 전국의대 총장님들께도 등기우편으로 호소문을 보내 드릴 예정입니다. <교육부 종합감사 대응시위_ 전의학연 주관>, ①10.24(목). 오전 7시~10시, ②장소: 국회 앞.”
곧 의대 부실 교육의 청구서가 국민·각 의과대학에게 날아온다. 더욱이 ‘탈원전’ 청구서는 계속 날아온다. 윤석열정부는 계속 포퓰리즘 쓰고 있으나 그게 국가사회주의로 가는 길목이다. 중앙일보 이우림·최현주 기자(10.23), 〈산업용 전기료만 9.7% 올린다… 주택은 동결〉, 중소기업 곡소리 난다. 국가는 주52시간 노동제·소득주도성장뿐만 아니라 탈원전 여파로 중소기업·자영업자 목줄를 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이후 약 1년 만에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10월24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이 평균 9.7% 오른다. 다만 일반 가정에 적용되는 주택용 전기요금과 음식점 등 소상공인이 쓰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국전력(한전)의 재무위기를 일부 완화하면서도 고물가·경기 침체로 부담이 커진 서민경제를 고려해 내린 ‘고육지책’이란 분석이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이런 내용을 담은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요금은 산업용만 올랐다. 구체적으로 대기업이 주 고객인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1㎾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16.9원), 중소기업이 주로 쓰는 산업용(갑) 전기요금은 164.8원에서 173.3원으로 5.2%(8.5원) 인상된다. 산업용(을) 사용자는 기업 1곳당 연간 부담액이 1억1000만 원가량, 산업용(갑) 사용자는 1곳당 60만 원가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사회주의 현실을 보여준다. 스카이데일리 강동완 동아대 하나센터장·강동완TV 운영자(10.24), 〈(국경포커스) 〈17세에 입대한 북한 청년들은 무슨 생각할까〉, “17살이면 군에 입대해야 하는 북한의 현실에서 과연 청년들의 삶은 어떠할지 생각해 보게 된다. 북한 당국은 “세상에는 나라도 많고 군대도 많지만 우리 인민군대처럼 수령의 군대·당의 군대라는 고귀한 칭호로 불리는 군대는 없다. 순간을 살아도 위대한 장군님의 전사로 살고, 죽어도 그이의 품에서 영생하려는 장병들”이라며 선전한다.
하지만 북한·중국 국경에서 바라본 북한군의 모습은 그야말로 ‘당의 고귀한 군대’가 아니었다. 그들도 압록강·두만강 건너 중국의 모습을 보며 자유를 꿈꾸었을지 모른다. 국경검열관이라는 완장을 차고 탈북인을 감시·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 그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사회주의 지상낙원을 사수하는 위대한 인민군대로서 자랑스러웠을까.
최소한 그들의 무표정한 모습을 보며 청춘의 꿈을 상실한 아픔 정도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대체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는지 진정 물어보고 싶었다. 자신들의 삶이 압록강 건너에 새롭게 펼쳐질 수 있음을 저들도 잘 알기에 매일 밤마다 경계를 설 때면 마음의 번뇌가 있지는 않을까?”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10.24), 〈韓 ‘괴물 미사일’ 아버지의 건배사〉, 그 잘난 국가사회주의 국회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업인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민주공화국’ 국회의원인지를 의심하게 된다. 윤석열정부 하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尹대통령은 자유주의자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국군의날에 처음 공개된 현무5는 ‘괴물 미사일’로 불린다. 과장이 아니다. 크기가 지금 미국 주력 미니트맨 ICBM과 러시아 ICBM과 같다. 탄두 무게는 세계 미사일 역사에 전무후무할 8~9t이다. 미·중·러 재래식 미사일 탄두의 10~15배 이상이다. 미국 전문가는 이런 거대한 미사일이 핵이 아니라 재래식 탄두를 단 것은 효과와 비용 모두 비합리적이라고 했다. 그가 간과한 것이 있다.
현무5는 김정은에게는 핵 이상의 위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무5에 대한 김정은과 김여정의 발작적 반응은 그들이 느낀 공포를 여실히 보여준다. 현무5는 쏴야만 하는 상황이 되면 수 발이 동시에 발사돼 한 지점에 연속으로 떨어진다. 지하에서 막고 피할 방법이 없다. 지하가 아니라 지상에서 20발 정도를 동시에 폭발시키면 그 피해 반경은 재래식 무기 차원을 완전히 넘어선다.
평양 지휘부가 모여 사는 지역 전체가 사라진다. 필자의 예측이지만 앞으로 현무 6·7·8이 계속 나올 것이다. 현무5 몇 배 위력의 미사일이 나온다는 의미다. 그는 “고위력 미사일을 충분히 배치하면 한국 대통령도 핵 가방은 아니지만 ‘전략 가방’을 가질 수 있다. 우리 대통령이 결정적 버튼을 누를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것이 공포의 균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평생을 한국 미사일 발전에 바친 사람이었다. 그는 “남북 과학자들이 마지막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지금 ADD의 숙제는 미사일이 아니라 감사원 감사와 조사·수사다. 전임 소장 한 사람은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또 다른 전 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재판받고 있다. 변호사비도 부담이라고 한다. 이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정말 이건 아닌 것 같다.”
지금 상태로는 국가사회주의(공산주의) 길목에 있다. 이젠 나라를 살리고 기업을 살릴 때가 왔다. 스카이데일리 김용호 기자(10.24), 〈경북도, 고성능 베어링 국산화 길 활짝 열렸다〉, 동대구역에 박정희광장을 만들었다. 공급망 생태계를 위해 도약을 할 기회가 온 것이다. 많은 중소기업이 즐비하게 들어설 예정이다. 대구경북특별시가 울타리가 되어줘야 한다.
“경상북도는 22일 영주시 장수면에 있는 하이테크베어링 기술센터에서 하이테크 베어링 제조지원 시설의 준공식을 개최했다. 베어링은 동력을 사용하는 모든 제품과 장치에 사용하며 국가 주력산업인 자동차·조선·기계뿐 아니라 전기차·로봇·우주항공·방산 등 첨단산업 전반에 걸친 핵심 구성 요소다. 이번에 준공한 제조지원센터는 산업통상자원부·경상북도·영주시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예산 226억 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23종의 베어링 제조지원 장비를 구축해 고기능·고성능 베어링의 설계·해석부터 제조까지 지원하는 연구시설로 하이테크 베어링 국산화의 첨병 역할을 한다.
도는 앞서 2018년 8월 산업부, 영주시와 264억 원을 투입해 베어링의 성능 평가 및 신뢰성 검증을 지원하는 하이테크 베어링 시험평가 센터를 구축한 바 있다. 이로써 경북 영주에는 베어링의 설계해석부터 가공·제조, 표면 처리, 성능 평가 및 신뢰성 검증 등 제품의 사업화까지 베어링 산업의 전주기 지원이 가능한 전국 유일의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베어링 산업의 전주기 기업 지원 인프라 조성을 완료함에 따라 2027년 준공 예정인 영주 첨단베어링 국가산업단지의 기업 유치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베어링 산업계는 대기업이 전무한 가운데 중견기업 3.3%, 중소기업 96.7%로 이루어진 기형적 구조로 고부가가치 베어링은 대부분 일본·독일·미국·스웨덴 등 일부 선진국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저가 베어링은 중국에 잠식당하는 실정이다.
도는 하이테크 베어링 기술센터(시험평가센터+제조지원센터)를 통해 고기능·고성능 베어링 제조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고 연구 개발·장비 활용·해외 신시장 개척 및 전문인력 양성,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통한 고부가가치 베어링 국산화에 필요한 지원을 할 계획이다.”
조선일보 노인호·박지성 기자(10.22), 〈TK 통합 이름은 대구경북특별시… “서울에 준하는 위상”-관련 4자 회동, 공동합의문 발표〉, “이번 합의문에 따르면 통합 자치단체의 이름은 ‘대구경북특별시’다. 합의문은 “대구경북특별시의 법적 지위는 광역시와 도를 통합한 취지를 고려해 수도인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으로 설정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통합 시장의 위상을 서울시장과 동급으로 격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장은 차관급인 다른 광역단체장과 달리 장관급으로 국무회의에도 배석할 수 있다. 고위 간부의 직급과 인원 수 등도 서울시와 동일하게 맞춘다는 계획이다.
앞서 대구·경북 간 이견이 있었던 통합 청사는 따로 정하지 않고 현재 있는 대구시청과 경북도청사(안동·포항)를 모두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 단체를 출범시키려면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의 의결을 각각 거쳐야 하고 국회에서 특별법도 제정해야 한다. 특별법을 제정하려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다수당인 민주당의 반대가 예상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현행 8도 행정 체제가 만들어진 지 100년 만에 지방 행정 체제의 개혁에 합의했다”며 “민주당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와 경북이 통합하면 인구 492만명, 면적 1만9921㎢의 광역 경제권이 탄생하게 된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2022년 기준 178조 원에 달한다. 인구와 지역내총생산 모두 경기·서울에 이어 셋째다. ‘규모의 경제’를 이뤄 인구 감소 등 지방 소멸 위기에 대처하고 수도권과도 경쟁하겠다는 것이 대구 경북의 구상이다.”
스카이데일리 사설(10.24), 〈‘대구경북특별시’ 추진에 거는 기대〉, 대구경북특별시는 중소기업의 울타리가 되고, 공급망 생태계를 조성하고, 교육도 스팩 위주보다 기능 중심으로 시킬 필요가 있게 된다. 더 나아가 박정희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국가사회주의 길을 차단한다. 더 이상 공공부문 중심의 건달 공화국을 막을 수 있다. “대구경북특별시는 통합 이후에도 대구시와 경북의 청사를 그대로 활용한다. 현재 대구시 청사와 더불어 경북 안동시와 포항시의 청사도 공동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대구경북특별시는 경제·산업 육성, 지역 균형발전, 광역행정 등의 분야에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총괄·조정·집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행정안전부와 지방시대위원회는 대구·경북 통합을 위한 법적·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내 발의 후 내년 상반기까지 법안 제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대구경북특별시’처럼 지방행정의 광역화는 시대 흐름이다. 소규모 자치단체 간 중복 조직을 없애고, ‘메가시티’의 경제력을 통해 수도권은 물론 해외 유수 도시와의 경쟁에서도 앞서는 게 국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다. ‘대구경북특별시’가 여타 시·도의 통합을 위한 촉진제가 되길 바란다.”
스카이데일리 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10.28 언제까지 쌀 사줄 건가… 차라리 '한국형 안남미' 수출로 활로 찾자
1인당 쌀소비량 56kg, 30년 전의 절반… 과잉생산에 재고 넘쳐
나농민 눈치보는 정부는 쌀값 떠받치려 막대한 세금 투입하는 악순환
글로벌 쌀소비 증가 겨냥해 동남아 품종 키워 수출하는 전환 필요

▲그래픽=이철원
가을이 되면 쌀 가격을 올려 달라는 농민 시위와 정부의 대책 발표, 그리고 반발이라는 연례 행사가 반복된다. 이달 쌀 가격은 80kg 기준으로 전년 대비 13.6% 하락한 18만8156원이다.
지난 9월 10일 정부는 수확기 쌀값 안정을 위해 햅쌀 10만5000t을 사들여 동물 사료용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과잉 공급되는 쌀을 시장에서 격리해 쌀값을 떠받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쌀 가격이 예상보다 더 하락하자 추가로 9만5000t을 더 매입하기로 했다. 그래도 농민들은 80kg 기준 20만원이라는 목표 가격을 달성하기에 부족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쌀 가격이 하락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량보다 생산량이 많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실시한 2023년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kg이었다. 1993년의 110.2kg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올해는 1인당 쌀 소비량이 53.3kg으로 감소할 것으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예상하고 있다. 생산량도 2021년 388만t에서 2023년 370만t으로 감소하긴 했다. 하지만 소비량이 감소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 여기에 더해 세계무역기구(WTO)와의 약속에 따라 매년 40만8700t의 쌀이 5%의 관세로 의무 수입되고 있다. 이 가운데 10%는 밥쌀용 쌀로 분류돼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쌀값이 오르기 힘든 구조다. 이 와중에 정부는 양곡 비축·판매 과정에서 연간 5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비축된 쌀 대부분이 3년을 넘기게 되면 주정용 또는 사료용으로 헐값에 판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철원
쌀 소비가 줄어드는 이유로 우리나라 쌀이 맛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아지고 있다. 맛있는 밥의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쌀의 단백질 함유량이 6.5% 미만이고 부서짐이 없고 투명한 완전미의 비율이 90% 이상이어야 한다. 단백질 함량을 낮추기 위해서는 질소비료를 10아르(약 300평)당 7kg 이하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9kg을 사용하는 데 비해 일본은 5kg 내외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통 과정에서도 품종별로 완전미를 선별해서 판매하기보다는 여러 품종이 혼합되고 쇄미(부서진 쌀) 함량이 높은 경우가 많다. 맛과 관계없이 저렴한 쌀을 찾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일본은 현미 상태로 저온에서 유통되는 데 비해 우리는 보관 과정에서 수분 관리 등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 농민 입장에서는 애써 좋은 쌀을 재배해도 제값을 받기 어려우니 정부에게 쌀값을 떠받치라고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품질에 따른 가격 차이가 없으니 비용을 더 지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미래의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최근 일본 정부가 발간한 쌀 소비 및 생산 동향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의 쌀 소비량 감소 속도보다 60대 이상의 고령층에서 쌀 소비량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저출산 고령화 현상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쌀 소비가 더욱 빠르게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기후변화는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고온 다습한 기후의 일상화는 쌀 생산량을 더욱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5~9월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10아르당 쌀 생산량은 최대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빈번해지는 집중호우 및 병충해 증가로 인해 생산량이 일부 감소할 수도 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쌀 생산량이 증가할 가능성은 높다.
위기에 봉착한 쌀 산업을 둘러싼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인식 및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우리의 쌀은 철저하게 밥쌀 중심의 국내 소비에 초점을 맞춰왔다. 오로지 내수 산업으로 간주해왔던 것이다. 우리 쌀의 높은 생산 가격과 더불어 품종이 일부 국가에서만 선호되는 단립종(자포니카)이라는 한계로 세계 쌀 시장에 대한 진출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2000년 3억9400만t이던 세계 쌀 소비량은 2022년 4억9900만t까지 증가했다. 이 가운데 동남아에서 주로 생산되는 장립종(인디카)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80% 이상이다. 흔히 국내에서 안남미라고 부르는 품종이다. 만약 우리가 장립종 쌀을 대량으로 생산해 수출할 수 있다면 쌀 과잉 재고 문제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폭우로 인한 침수 등 이상 기후에 내성이 강한 장립종 재배는 기후변화로 인한 아열대화에 대한 효과적인 적응수단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장립종 벼 재배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전남 해남의 땅끝황토친환경영농조합법인은 2021~23년 장립종을 유기농으로 재배해 상품화에 성공했다. 올해는 영산강 간척지에서 축구장 36개 규모에 이르는 26ha의 논에서 장립종 벼를 재배하고 있다. 세종대 진중현 교수가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장립종 품종인 IPS를 개발해 특허등록을 하는 등 국내 실정에 적합한 장립종 품종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해남군과 CJ제일제당은 장립종 쌀 수출 전문 생산단지 조성과 햇반 등 가공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식품 시장은 시장의 선호에 따라 몇 배씩 가격이 차이가 난다. 장립종 품종 가운데 세계 최고로 꼽히는 품종은 캄보디아가 1999년 개발한 프까룸돌이다.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반적인 쌀 가격이 t당 600달러 내외인데 비해 이 품종은 t당 960달러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장립종 품종을 t당 1080달러 수준에 수출하고 있다. 우리의 농업 기술과 생산 기반 시설 수준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를 고려해보면 해볼 만한 일인 것이다. 아열대 작물이던 쌀을 만주와 타슈켄트 등 중앙아시아까지 재배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은 우리 조상들의 노력이었다. 당연한 것이 아닌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였던 것이다. 이제 다시 변화를 도모할 때가 됐다.
조선일보 최준영·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10.29 외환 방파제까지 끌어다 메우는 세수 결손, 이게 건전 재정인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뉴스1
기획재정부가 올해 예상되는 29조6000억원의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4조~6조원, 공공자금관리기금 4조원, 주택도시기금 2조~3조원 등 각종 기금 재원을 최대 16조원 활용할 계획이라고 국회에서 밝혔다. 또한 지방교부세·지방교육교부금 집행을 6조5000억원가량 유보하고, 7조~9조원가량의 예산 불용액(不用額)을 활용해서 나머지 부족분을 메우겠다고 한다.
외평기금은 환율이 급등락하면 달러나 원화를 사고팔아 환율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외환 방파제’다. 세수 부족분을 메우느라 지난해에도 외평기금을 20조원 투입했는데 올해 또 이 기금에 손을 대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경제부총리가 “외평기금과 관련해 기금 운용 계획을 변경하는 것을 현재 단계에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는데 한 달 만에 말을 뒤집었다.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이 4천억달러 이상으로 세계 9위 수준이어서 외환 대응 여력은 충분하다지만 IMF 외환 위기를 경험한 나라에서 세수가 부족하다고 외평기금에 손을 대는 건 도저히 명분이 서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세수가 넘치는데도 빚까지 내서 돈을 펑펑 푼 전임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재정 건전화’를 주요 국정 과제로 내걸었다. 그러나 말만 내세웠을 뿐 ‘건전 재정’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당초 올해 예산안을 편성할 때 세수가 작년보다 33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는데도 수입보다 지출이 92조원이나 많은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 병사 월급은 월 135만원에서 165만원으로, 0세 아동 부모 급여는 월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리고, 노인 70%에 지급하는 기초 연금을 33만4000원으로 인상하면서 노인 알바 일자리도 사상 최대인 103만개로 늘리는 등 선심성 정책을 대거 포함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국채를 덜 찍고 세수 부족을 메우려다 보니 각종 기금에 손을 벌리는 꼼수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런 재정 운영을 하면서 지난 8월 국정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건전 재정 기조를 굳건히 지킨 결과 국가 재정이 더 튼튼해졌다”고 말했다. 국회에 제출한 2025년 예산안까지 포함하면 윤 정부 3년간 국가 채무가 210조원 늘어난다. 5년간 빚이 400조원 늘어난 문재인 정부와 다른 게 뭔가.
조선일보 사설
10.30 유신헌법과 1965년 제2의 한국전쟁 위기
기독교 우파 성향의 자율 학생조직인 서울대 트루스포럼(대표 김은구)이 유신에 관한 대중의 편견과 오해를 적절하게 지적하는 대자보를 공개했다. 한 편의 논문처럼 읽히는 이 글은 역사를 후세의 편향된 관점으로 재해석할 때 수반되는 오류를 경계한다. 2년 전 처음 게시됐으나 올해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5주기를 맞이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시 공개된 대자보 내용을 요약·게재한다.
유신은 국가적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헌법을 정지하고 국회를 해산해 강력한 대통령제를 구축한 국가적 결단이었지만 시대적 배경과 맥락, 그 목적과 위대한 성취는 가려져 있다. 민주화가 과거 모든 사건을 재단하는 도그마로 통용되면서 유신이 박 전 대통령의 가장 큰 과오인 양 매도되고 있다. 유신을 통해 이룩한 놀라운 경제성장의 혜택을 만끽하고 있는 후배 세대가 유신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유신은 당시 국민 절대다수의 압도적인 지지를 통해 진행된 국가적 결단이었다. 국내외 위기 상황에 대한 설명 없이 민주화를 절대적인 기준 삼아 유신을 재단한다면 이는 역사의 기만이고 후대를 우민화하는 것이다.
1. 유신은 북한의 도발로 국가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진행한 결단이었다.
유신을 전후해 북한은 사실상 제2의 남침 전쟁을 통해 한국을 무력으로 전복하려 했다. 2013년 10월24일 청샤오허(成曉河) 중국 인민대 교수는 평화문제연구소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중국의 기밀해제 문서를 공개하고 김일성이 1965년 제2차 한국전쟁을 계획했음을 밝혔다. 1965년 김일성은 한국의 베트남 파병으로 생긴 국내적 안보 공백의 틈을 이용해 남한을 침공하려 했고, 북한 주재 중국 대사에게 파병을 요청했다. 월남 패망이 예견되던 1975년 4월엔 중공을 공식 방문해 모택동에게 남한 해방 전쟁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 외교 사료집에 공개된 67년 7월 정보분석 자료엔 북한이 한국에 대한 체제전복 전쟁을 벌이기 위한 대대적인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기록이 들어 있다. 1967년 12월 본스틸 주한 미군 사령관이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에게 발송한 보고에 따르면 김일성이 체 게바라가 제안한 노선을 따라 분쟁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방책을 택했다는 확정적 첩보가 있었다. 1960년대 소련은 제3세계 ‘민족해방운동’을 위해 좌파 게릴라전을 적극 지원했다. 1960·70년대 북한의 무수한 게릴라성 도발은 이런 배경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됐다.
2. 닉슨 독트린은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에 심각한 안보적 위기를 초래했다.
북한의 거센 도발이 계속되는 와중에 베트남 전에 지친 미국은 닉슨 독트린을 선언했다. 아시아의 방어는 기본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스스로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동맹국들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한다. 미국은 베트남 철군을 시작했고 한국에서도 모든 주한미군을 철수할 계획을 발표했다. 1971년 3월 휴전선 방위를 담당하던 주한미군 2만2000명이 철수했다. 10월에는 미국이 유엔총회에서 대만을 축출하고 중공의 가입을 허용했다. 월남은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었지만 1975년에 결국 망했다.
유신을 단행한 1972년 10월은 월남의 패망이 예견되던 때였다. 유신을 전후해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처참한 학살이 자행됐다. 중국은 문화대혁명으로 수천만 명이 학살당했고, 캄보디아에선 폴 포츠가 킬링필드로 인구의 4분의 1을 학살했다. 이것이 유신 전후의 국제정세다. 유신 당시 대다수 국민은 위태롭고 급박하게 전개되는 국내외 상황을 인식하고 공감했다. 1975년 2월12일 박 대통령이 대통령 직을 걸고 진행한 제4차 국민투표에서 투표율 79.8%·찬성률 73.1%의 지지를 받은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3. 유신이 없었다면, 단언컨대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없었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철강·화학·조선·전자·기계·비철·자동차 산업 등은 모두 유신 이후에야 기틀을 잡았다. 포항종합제철소가 준공된 것은 유신을 단행한 이후인 1973년 7월3일이다. 농촌을 근본적으로 개혁한 새마을운동도 유신 이후 본격 진행됐다.
만약 1971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고 유신이 없었다면 중화학공업에 기반한 한강의 기적을 만든 대한민국은 없다. 당시 김대중 후보가 주장한 대중경제론은 레닌이 제시한 제국주의 종속이론에 바탕을 뒀다. 대중경제론이 내세운 내포적 공업화는 박정희 정권이 1·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다져 온 경제발전의 기반을 허무는 것이었다. 수출 입국과 중화학공업 육성을 부정하는 듯한 이론이었고 대한민국의 발전을 되돌려 버릴 수도 있었던 위험한 사고였다.
유신은 자유대한의 존립을 가능케 한 결단이었다. 가난을 추방하고 한강의 기적을 낳았다. 박정희가 추진한 정부 주도 경제개발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와는 달리 ‘민(民)’의 경제적 기반과 자유를 확장했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의 실질적 민주화는 역설적으로 형식적 민주주의를 파괴한 유신을 통해 가능하게 된 것이다. 한강의 기적은 유신을 통해 가능했다. 유신이 없었다면 한강의 기적은 없다. 대한민국이 없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 기독교 우파 성향의 자율 학생조직인 서울대 트루스포럼(대표 김은구)이 2022년 유신에 관한 대중의 편견과 오해를 적절하게 지적하는 대자보를 서울대 교내에 전시했다. 트루스포럼
10.30 빨갱이는 왜 여순반란을 여순항쟁이라 하는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 시절 빨갱이라 불리는 공산주의자들은 그들이 과거 대한민국에 저지른 모든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광주5·18이 그러했듯 사태나 폭동 심지어 반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민주화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가담자를 민주화유공자라 했다. 그리고 보상금을 주었다.
여수·순천반란사건도 그 일당과 피해자들에게 보상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었다. 문재인은 이미 6·25전쟁 당시 국군에 의해 처단된 모든 빨치산 좌익들에게 보상금을 주었다. 빨치산과 그 가족에 대한 위로금이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의 이 행위는 반드시 국정조사를 통해 처단해야 한다. 심지어 빨치산에 의해 죽었어도, 국군에게 죽임을 당한 것으로 하라는 권고도 있었다.
여순반란사건이 여순항쟁으로 바뀐 것도 문재인 정권에 의해서였다. 일부 교과서에선 반란이란 말이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반란에 참여한 국군 14연대 소속 군인들과 여수 지역 좌익 빨갱이들을 ‘봉기군’으로 부르는 천인공로할 일까지 발생했다. 노무현 정권 시절이었다.
이것이 순천고등학교 교지 사건이었다. 순천고 교지엔 반란군의 행적을 탐방하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10여 년 전의 일이다. 당시 순천 지역엔 순천역을 비롯해 곳곳에 반란군 행적 안내판이 세워졌다. 안내판에는 분명한 글씨로 반란군이 ‘봉기군’으로 표기돼 있었다.
왜 그들은 ‘반란’이 아니라 ‘항쟁’이라 하며, 반란군을 봉기군이라 부르는 것일까. 반란이란 사회나 국가의 질서를 무너뜨리고자 벌이는 대규모 집단 행동이고, 항쟁은 저항하여 맞서 싸운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반란이나 항쟁의 주체는 일반 국민 혹은 농민일 수 있고 군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상은 다르다.
반란은 그 대상이 좋은 국가·좋은 군주일 경우에 붙이는 용어다. 즉 일으키는 자가 무도할 경우다. 예를 들어 우리가 왜구나 오랑캐의 침입을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으로 부르는 이치와 같다. 따라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은 왜구나 오랑캐가 평화롭게 사는 조선을 침략한 ‘난(亂)’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항쟁은 반란과는 대상이 다르다. 항쟁은 무도한 군주나 국가가 그 대상일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봉기란 독재자나 독재국가 백성이 못된 군주나 국가에 대항하여 맞서 싸우기 위해 일어났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 등 좌익들에게 그것은 여순항쟁인 것이고, 반란군을 봉기군이라 부른 것이다. 마치 동학혁명의 발생을 ‘봉기’라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리하여 좌익 빨갱이들이 여순반란을 ‘여순항쟁’이라 부르는 이유는 그 대상이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자기 편인 북한처럼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숭상하는 국가이므로 항쟁의 대상으로 본 것이다. 즉 대한민국은 백성을 괴롭히는 독재국가이며 무도한 지도자가 이끄는 나라이기에 이에 대항하여 맞서 싸우기 위해 봉기했다는 뜻이 된다.
그러니까 가소롭게도 대한민국을 빨갱이의 적으로 본 것이고, 또한 스스로도 빨갱이임을 자인하는 일이었다. 따라서 반란을 항쟁으로 용어의 변경을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좌익들은 스스로 빨갱이임을 인정하는 꼴이 되었다.
이것이 그들이 여순반란을 여순항쟁이라 부르는 이유다. 김대중과 노무현에 이어 문재인에 이르러 드디어 대한민국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왜 문재인과 민주당 주사파, 그리고 좌익 빨갱이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그토록 미뭐하고 탄핵했는지 짐작이 간다.
그러므로 이러한 실체를 알게 된 분들은 빨갱이 토벌 전선에 나서 주기 바란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최소한 문재인과 민주당의 정체를 알리는 글을 먼저 꼭 알려야할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전해 주기 바란다. 이 작은 행동 하나가 정말 이 시대에 우리 애국자들이 해야 할 바른 행동·바른 의거의 시작이 될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정재학 시인
10-30 의혹도 내부 반발도 커지는 金여사 문제, 尹 결단 급하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대책을 요구하는 여권 내부의 목소리가 친윤계까지 번지고 있다. 다음 달 10일이면 윤석열 대통령이 저조한 지지율 속에서 임기 후반기로 접어들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를 계기로 거야가 장내외 총공세에 나서는 등 정치적 격변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이미 약화한 국정 동력은 더 떨어지고, 김 여사 관련 특검법 등 야당 정략이 여론 지지를 더 받게 될 것이다. 자칫 ‘11월 위기설’이 현실화할지도 모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30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이 우려하는 지점들에 대해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며 김 여사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앞서 한 대표는 이 대표의 선거법 선고일인 다음 달 15일 이전에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을 요구한 바 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을 옹호하고 한 대표 소통 방식을 비판했던 친윤 인사들도 쓴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김기현·권영세·나경원 의원은 29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결자해지 자세로 국정 발목을 잡는 현안 해결에 앞장서 달라”고 했다. 현안으로 두루뭉수리 포장했지만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김·권 두 의원은 친윤으로 분류되는 중진인데, 다른 친윤 의원 상당수도 문제의 해소 없이는 국정 정상화가 힘들다는 데 공감한다고 한다.
당 안팎의 이런 움직임에도 윤 대통령은 ‘떠밀려서 쇄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렇게 미적거리는 사이에 ‘명태균-강혜경 통화’ 녹음 파일이 연일 공개된다. 김 여사 육성은 아니지만, 주장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실행된 경우도 있어 의구심을 키운다. 명 씨가 2022년 6월 지방선거 직전에 “김 여사가 궁금해한다”며 미공표 서울시장선거 여론조사를 지시한 녹취도 나왔다. 창원 국가산단 선정 관련 내용도 심상치 않다. 이런 공세를 잠재우기 위한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파격적 결단이 시급하다.
문화일보 사설
10-30 ‘반도체 자유무역 끝났다’는 묵시록
이철호 논설고문
中은 포위망 뚫고 반도체 굴기
美는 AI·반도체를 전략 자산化
TSMC “엄중한 도전 다가온다”
K-반도체와 기업도 같은 운명
한국 경제 전체 뒤흔드는 도전
위기의식 느슨한 게 진짜 위기
요즘 삼성전자 속사정을 알고 싶으면 인터넷 댓글을 보면 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도 그룹 수뇌부를 실명으로 저격하는 성토 글이 넘쳐난다. 재무통 ‘서초 라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사업부를 폭파한 전 CEO, 특정 대학 출신들의 득세까지 마구 폭로한다. ‘삼성전자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서초동 라인 보고 예시’는 SNS 성지순례 코스가 됐다. 회사 측은 특정인 이름을 지우느라 진땀을 흘린다지만, 소용이 없다. 외국계 금융회사는 ‘허약한 반도체 거인’이라 조롱한다.
하지만 한국 경제 전체를 보면 삼성전자의 실적 쇼크는 SK하이닉스의 실적 서프라이즈와 동전의 양면이다. 우리 기업들끼리 HBM 시장을 놓고 싸우는 제로섬 게임이다. 진짜 공포스러운 대목은 따로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미국 대선이다.
지난 16일 ASML 주가가 16% 폭락한 것은 중국발 쇼크였다. 미국의 금수 조치로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던 대중 반도체 설비 수출이 반 토막 난 것이다. 이뿐 아니다. 한국 반도체의 대중 수출 비중도 지난해 51%에서 37.9%로 떨어졌고 대만의 TSMC도 20%에서 10%로 곤두박질했다. 문제는 이런 전방위 포위 작전에도 중국 반도체가 잡초 같은 생존력을 자랑한다는 점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7나노 첨단 칩을 장착한 스마트폰으로 충격을 던졌다. 지난 26일에는 화웨이의 인공지능(AI) 프로세서에서 TSMC 칩이 적발됐다. 중국이 60조 원의 보조금을 퍼부으며 불법적인 수법까지 총동원해 반도체 총력전을 펴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변화는 미국의 태세 전환이다. 반도체는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에 따라 무관세로 수출입이 이뤄지는 자유무역의 상징이다. 전자 제품에 필수적인 기초 소재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그 직전 1986∼1996년의 미·일 반도체협정은 매우 거친 통상 마찰이었다. 미국은 슈퍼 301조까지 휘두르며 세계 시장의 80%를 장악한 일본 반도체 산업을 10년 만에 회생 불능 상태로 몰아넣었다.
지난 24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처음으로 ‘AI 국가 안보 각서(NSM)’에 서명한 것은 반도체 시계를 1986년으로 돌리려는 게 아닌지 불길한 징조다. AI를 핵무기와 같은 반열에 올리면서 덩달아 AI용 반도체도 더는 자유무역 상품일 수가 없다. 세계 패권을 좌우할 최고의 전략 자산이 돼 버린다. 뉴욕타임스도 ‘AI가 외국 적대 세력의 감시나 도난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국가적 자산이 됐다’고 보도했다. 나흘 뒤 미 재무부는 내년부터 AI·반도체를 대중 통제 품목으로 묶는 최종 규칙을 발표했다.
AI에 관한 시각은 도널드 트럼프나 카멀라 해리스 후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중국에 AI가 밀리면 군사·안보에서 치명적 결과를 낳는다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AI는 스스로 학습해 진화하는 만큼 강력한 컴퓨팅 능력과 좋은 품질의 빅데이터가 생명이다. 미국으로선 영어로 된 압도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AI용 반도체만 통제하면 패권 유지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TSMC 창업자인 모리스 창은 “반도체의 자유무역 시대는 끝났다”며 “가장 엄중한 도전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거대 범용 AI는 유대계가 장악하고, AI용 반도체는 엔비디아·TSMC·AMD 등 대만 카르텔이 지배했다. 그의 위기감은 이런 생태계를 뒤흔드는 미국발 지각 변동을 감지한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설계-한국·대만의 생산-중국의 소비’라는 반도체 공급망은 빠르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연일 “TSMC가 우리 반도체 산업의 95%를 훔쳐갔다”고 직격탄을 날린다.
이 시대의 거인인 TSMC 창업자가 “진짜 싸움이 다가온다”고 예언한 이상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운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의 묵시록은 ‘반도체 겨울이 온다’는 식의 업황 사이클 차원이 아니다. 시대적 변곡점이 몰려온다는 경고나 다름없다. 삼성전자 내부 보신주의만 없앤다고 될 일이 아니다. 언제 한국산 반도체를 30% 넘게 소화해준 중국 시장이 막히고, 제2의 미·일 반도체협정이 한국·대만의 목줄을 죌지 모른다. 개별 기업을 넘어 K-반도체, 나아가 한국 경제 전체가 위기다. 위기인데 위기의식이 없는 게 진짜 위기라는 말이 있다.

문화일보
10-30 세수 결손 ‘불편한 진실’과 증세 문제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정부가 예상하지 못한 세수 감소에 따라 기왕에 활용하지 않았던 조치를 하고 있다. 30조 원으로 예상되는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외환 가격 변동을 막는 데 사용하는 외국환평형기금에서 6조 원,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도시기금에서 3조 원 등을 동원하는 방식이다.
이런 정부의 대처에 대해 야당과 일부 언론의 비판이 거세다. 세수 감소는 정부의 예측 실패 결과이며, 세수 오차가 4년 이상 계속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의도적이고 왜곡된 과대추계 결과이고, 정부의 감세정책에 따라 세수 감소분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에 근거해 의도적인 과대추계 관행을 제도적으로 시정해야 하며, 수입 감소에 따라 사업 지출을 줄이거나 기금 사용을 하는 것은 불가하고, 감액추경으로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세수 증대를 위해 감세정책을 원상 복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이러한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첫째, 정부가 의도적으로 세수 예측을 과도하게 했는가.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세수 추계는 기획재정부뿐 아니라 국회의 예산정책처도 수행한다. 중요한 점은 두 기관의 세수 추계는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야당이 다수당이며 정부의 영향력이 없는 국회의 세수 추계도 기재부의 세수 추계와 차이가 없다는 것은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과대 추계했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둘째, 정부의 감세정책이 세수 감소의 주요 원인인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세수 감소의 주요 원인은 법인세 수입의 감소에 있다. 법인세 수입의 원천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급감하자 법인세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기업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일부 낮춘 게 원인이 아니라, 반도체 시황에 따라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셋째, 기존의 지출 계획은 유지해야 하며 지출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감액추경을 반드시 편성해야 하는가. 우리나라 헌법 체계에서 예산은 공적자금 사용 허용액의 최대치를 설정한 지출 계획이며, 예산집행 여부는 행정부의 재량에 속한다. 감액추경은 법률적인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지출 구조조정 위주와 부분적인 기금 동원과 세수입 증대를 위한 증세 중 어느 방식이 바람직한가.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지나친 비대화와 심각한 비효율성을 고려할 때 지출 감축 노력이 우선돼야 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기금 동원이 바람직한 접근일 것이다.
세수입 증대를 위한 보편증세에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야당의 주장은, 대기업(법인세)과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로 보인다. 과거 특정 집단에 대한 핀셋 증세를 현 정부에서 정상화했는데 되돌리라는 주장이다.
이런 접근이 과연 바람직할 것일까?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전쟁이 벌어지고 미국·중국 같은 강대국들도 반도체 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며, 미국의 주 정부들은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를 전면 면제하는 공격적 정책을 펴고 있다. 기업 환경 개선과 세제 개편을 통해 월드클래스 기업들이 기업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야당은 재정 수입의 확대에 진정성이 있다면 국민에게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보편증세를 제안해야 마땅하다.

문화일보
10-31 ‘통상부’ 30년과 경제 영토
박준희 경제부 차장
사실 ‘세계 5대 수출 강국’에 진입하는 일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른바 ‘넘사벽’ 같은 수출 규모를 자랑하는 1위 중국은 지난 2023년 기준으로 총 수출액이 3조 달러를 넘는다. 첨단 산업부터 농산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수출 품목을 보유한 2위 미국도 연간 수출액이 2조 달러 이상이다. 3·4위인 독일·네덜란드도 1조 달러를 웃돌거나 근접해 있다. 일본은 최근 한국보다 근소한 수치로 앞서 왔지만, 아시아에서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이다. 게다가 한일 간의 미묘한 경쟁 심리로 인해 쉽사리 5위 자리를 비켜주지 않을 태세다. 한국이 올해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해 ‘막판 스퍼트’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만약 올해 수출 목표를 달성한다면 내년에는 어떨까. 지속적인 수출액 증가와 5대 수출 강국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것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한국 수출의 특성상 반도체나 자동차, 조선 등 경쟁력이 강한 특정 품목 위주의 수출 확대 전략은 중국 같은 경쟁국의 부상으로 그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렇듯 품목별 경쟁력 강화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판로 개척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때마침 지난 8월 22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의 ‘통상 정책 로드맵’이 확정됐다. 1994년 정부의 대외통상 능력 강화를 위해 ‘상공자원부’가 ‘통상산업부’로 개편된 후 꼭 30년이 되는 해의 일이다. 또, 2003년 자유무역협정(FTA) 로드맵 도출, 2013년 현재의 산업통상자원부 출범을 거쳐 성립된 한국의 첫 통상 정책 청사진이다. 따라서 이번 로드맵은 통상 전담 부처의 30년 노하우와 정책 연구 결과가 담긴 회심의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하는 다자 통상 체제가 약화하는 등 국제적 통상 질서 패러다임이 전격적으로 변화하는 시점에 수립된 로드맵이라 그 의미가 더 깊게 새겨진다.
로드맵의 골자는 이번 정부 임기 내에 국내 수출 업계가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넓은 ‘경제 운동장’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가장 넓은 FTA 네트워크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는 싱가포르다.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7%를 경제 운동장으로 쓰고 있다. 한국은 그 뒤를 이어 85%를 쓰고 있는 2위다. 정부의 로드맵은 GDP의 90%까지로 경제 운동장을 확대, 이 분야 1위가 되겠다는 것이다.
로드맵에 담긴 내용이 아주 불가능한 계획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미 타결된 걸프협력회의(GCC,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쿠웨이트·바레인·오만·아랍에미리트 등 6개국)와의 FTA가 발효되면 전 세계 GDP의 약 2%가 한국의 경제 운동장에 추가된다. 그 외에 아랍에미리트(UAE), 필리핀, 에콰도르 등과의 FTA도 발효만 남겨 둔 상태다. 이미 타결된 FTA만 발효되더라도 싱가포르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한·일·중 FTA 협상 재개 추진, 말레이시아 및 태국과의 FTA 협상 가속화도 경제 운동장 확대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다.

문화일보
10-31 증폭되는 내우외환… 국론 결집 리더십 절박하다
AI 혁명이라는 문명사적 대전환기, 글로벌 안보·경제 정세의 급변, 국내적으론 심각한 정치적 분열 등 3중 격변이 동심원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상황이 혼란스러울수록 기본을 지키고 중심을 잡는 일이 더 중요하다.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이 절실한 이유다. 창간 33주년을 맞는 문화일보는 대한민국이 이런 내우외환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 도약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정권 후반’ 국정 동력 높일 결단 서두를 때
국가 리더십의 정점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 곧 5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지만, 국정 성적표는 참담하다. 목표는 제대로 설정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국정 지지율도 간신히 20%대를 유지한다. 거대 야당의 발목 잡기를 핑계로 대선 안 된다. 국민 지지를 국정 동력으로 삼아야 하는데, 번번이 역주행했다. 2가지 사건의 1심 선고를 앞둔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장내외 총력 투쟁에 나섰다. 대놓고 탄핵·특검 공세까지 펼친다. 그런데 여권에선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내홍까지 심상찮다.
대통령은 무한책임을 지는 자리다. 윤 대통령의 냉철한 인식이 필요하다. 이대로 가면 후반기는 더 힘들 것이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연금·의료·교육·노동 등 4대 개혁도 불가능하다. 국회를 더 자주 찾고, 국민 공감대를 넓혀 나가는 소통이 절실하다. 대통령 부인 문제가 대통령 발목을 잡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지나치다고 할 정도의 결단이 필요하다. 진정성 있는 사과, 특별감찰관, 제2부속실 설치 등을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김 여사 라인’ 정리도 기본이다. 대통령은 검사처럼 합법과 불법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민심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리임을 명심해야 한다.
글로벌 정세 급변을 안보 自强 계기 삼자
국론 결집이 가장 절실한 분야가 안보(安保)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속히 고조되고 있어 더욱 그렇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 용병’을 끌어들이면서 우크라이나전쟁은 더 이상 먼 나라 전쟁이 아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핵 확장에 골몰하며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31일 탄도미사일을 고각 발사했고 7차 핵실험까지 나설 기세다.
11·5 미국 대선은 한국 안보와 경제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글로벌 정세가 급변한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의 동맹 공조 정책이 지속되겠지만, 장기적으로 국제 문제에 대한 관여를 줄이려는 미국의 기조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에선 ‘미국이 떠난 아시아’ 담론이 나오는데 아시아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같은 기구도 없다. 동맹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각자도생 시대에도 대비해 핵 역량 확보 등 자강(自强)에 나서야 한다. 인근 일본과 호주 등과의 연대 강화도 긴요하다. 무엇보다 초당적 대응이 중요하다. 안보 국론을 통일해 대한민국이 자유 진영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윤 대통령의 역사적 책무다. 이미 방위산업과 원전 분야 등에서 가능성이 보인다
사면초가 경제, 개혁과 혁신 外 길 없다
경제가 잘 돼야 안보도 복지도 가능하다. 그런데 2분기와 3분기 연속 성장률 쇼크에 빠졌고, 수출마저 둔화로 돌아섰다. 주력 산업들은 중국의 출혈 경쟁에 신음하고 반도체 수출도 비틀댄다. ‘노 랜딩(침체 없는 호황)’ 미국에 잠재성장률을 역전당할 만큼 성장 엔진이 식었다. 가계부채가 민간 소비를 짓누르고, 정부부채가 재정을 압박한다. 사면초가 상황을 돌파할 경제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해법 마련은커녕 현금 살포 등 포퓰리즘에 중독돼 있다. 재정 확대나 금리 인하 등 전통적 정책 수단으로 경기를 부양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마중물을 붓고 경제 활로를 뚫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연구·개발(R&D)에 집중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노동 개혁의 중요성도 말할 나위가 없다.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전방위 구조 개혁과 혁신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당면 도전을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할 것이다. 그러나 저절로 되지는 않는다. 정부와 여야는 정치적 입장이 다르더라도 국가 발전이라는 공동의 대의를 좇아야 한다. 이를 위한 각 분야의 올바른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문화일보는 국민과 독자와 함께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다시 한 번 약속드린다.
문화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