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上萬事 2024-10/ 10.01 비행기 세면대서 쓴 물, 수증기로 배출돼 - 10.31 '고시낭인' 서울대 졸업생들, 어쩌다 딥페이크 중범죄자 됐나
世上萬事 2024-10/
10.01 비행기 세면대서 쓴 물, 수증기로 배출돼… 얼어서 구름 되죠
비행기와 기차의 화장실
10월 징검다리 휴일을 맞아 여행 계획을 세우고 계신가요?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멀리 여행을 가려는 분도 많을 텐데요. 장시간 여행을 하다 보면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거나 볼일을 보게 되죠. 그런데 혹시 이런 생각 해 보셨나요? 비행기와 기차엔 하수관이 연결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많은 사람의 용변을 처리하는지 말이에요. 오늘은 비행기와 기차의 화장실이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 알아볼게요.
세면대·주방에서 쓴 물, 하늘에 버려요
오랫동안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는 어디서 물을 가져오는 걸까요? 많은 항공사에서 여객기로 쓰고 있는 보잉 747 항공기 기준으로 설명할게요. 항공기는 승객들이 탑승하는 위쪽 공간과 화물이 탑재되는 아래쪽 공간으로 나뉘어요. 화물칸을 전·후방으로 나누는 벽 사이에 유리섬유로 만들어진 튼튼한 탱크가 3~4개 설치돼 있어요. 이 탱크에 깨끗한 물을 보관하죠.
탱크 한 개에는 약 110갤런(416리터)의 물을 채울 수 있어요. 이런 탱크가 3~4개 있으니 비행기 한 대에 약 1248~1664리터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거죠. 이륙 한두시간 전쯤 비행기에 호스를 연결해 깨끗한 물을 채워 넣어요. 이 물탱크는 화장실과 주방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비행기 세면대에서 사용하는 깨끗한 물은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거랍니다.

▲그래픽=진봉기
그렇다면 비행 중 생긴 오물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일부는 하늘에 버리고, 일부는 항공기에 저장한답니다. 항공기 주방과 화장실 세면대에서 사용된 크게 더럽지 않은 물은 하늘에 버리는데요. 이 물은 별도 관을 통해 배수구로 흘러가 하늘에 방출돼요. 항공기에는 보통 배수구가 3개씩 있어요.
항공기는 상공 5~12㎞ 높이에서 비행해요. 이 높이에선 외부 기온이 영하 30~50도 정도로 낮기 때문에 물을 배출하면 곧장 얼어붙어요. 그래서 이 물을 전기로 뜨겁게 달궈 수증기 상태로 내보내요. 배출된 수증기는 공중에서 곧바로 얼어서 구름이 됩니다. 물을 이렇게 처리하기 때문에 비행기에서 물을 버려도 땅으로 떨어져 사람들에게 피해 줄 일이 없는 거죠.
사용한 물 일부를 비행 중에 버리는 이유는 비행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예요. 물을 버려서 항공기를 좀 더 가볍게 만들면 그만큼 연료 소모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에요.
화장실 오물은 안 버리고 저장해요
그러면, 화장실에서 나온 오물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용변 섞인 오물은 절대 하늘에 버리지 않아요. 지상의 누군가가 맞을 수 있고, 환경 오염도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오물은 비행기의 오물 탱크에 저장해 뒀다가 지상에 착륙한 후 수거 차량이 수거해 가도록 합니다.
일반적인 화장실 변기는 물을 사용해 오물을 내리죠. 그런데 항공기 변기는 대부분 물을 사용하지 않아요. 갑자기 난기류를 만났을 때 변기 속 물이 넘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대신 항공기는 ‘진공식 처리 시스템’을 이용해 오물을 처리해요. 진공식 처리 시스템은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공기가 이동하는 성질을 이용해요. 승객이 용변을 본 후 물내림 버튼을 누르면, 오물이 이동하는 관의 기압이 낮아지게 됩니다. 그러면 오물이 공기와 함께 관을 타고 오물 탱크로 흘러가죠.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비행기에 화장실이 따로 없었어요. 당시엔 단거리 비행이 많고, 승객의 편의성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해요. 그런데 항공사들이 많이 생기고 대형 여객기가 도입되기 시작한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항공기에 화장실이 생기기 시작했죠.
철길에 용변 버리던 시절도
기차는 어떨까요? 40년 전엔 열차 화장실에서 승객이 용변을 보면 오물이 철길 바닥으로 바로 떨어졌어요. 당시 제일 좋은 기차였던 ‘새마을호’를 제외하곤 화장실 변기 바닥이 뚫려 있었거든요.
지금 기차 화장실엔 의자처럼 앉아서 이용하는 ‘좌변기’가 설치돼 있지요. 과거엔 다리를 벌리고 쪼그려 앉아 이용하는 ‘재래식 변기’를 사용했어요. 바닥이 뚫려 있다 보니 뒷주머니 속 지갑이 빠지는 경우도 있었고, 무엇보다 오물이 그대로 땅에 버려지기 때문에 위생적이지 않았죠. 철길에 버려진 용변은 직원들이 따로 청소해야 했어요.
이런 화장실은 기차가 달릴 때만 이용할 수 있었어요. 기차가 역에 멈춰 있을 때 용변을 보면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니까요. 화장실 문에는 ‘정차 중 사용을 금함’이라는 안내 표시를 붙여 놓기도 했습니다.
기차 화장실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부터예요. 1986년부터 오물을 기차 내부 탱크에 보관하는 ‘저장식 화장실’이 도입됩니다. 현재는 우리나라에서 운행하는 모든 기차 화장실이 저장식이랍니다.
최근 기차는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공기의 압력을 이용해 오물을 처리해요. 볼일을 보고 물내림 버튼을 누르면 ‘쉬이익’ 하는 큰 소리가 나며 오물이 빨려드는데요, 관으로 공기가 움직이면서 나는 소리입니다. 오물 탱크에 달린 장치가 기압을 낮추면 공기가 이동하는 거예요. 이때 변기에선 세제 섞인 물이 나오는데, 이 물이 공기를 따라 관으로 이동하면서 용변도 같이 처리되는 거죠.
기차 하부엔 오물을 저장하는 오물 탱크가 있어요. 오물 탱크는 이틀에 한 번씩 비워져요. 다만 이용객이 많은 주말에는 매일 비우기도 해요. ‘갑자기 오물 탱크가 넘치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이 드나요? 열차 승무원이 오물 탱크 용량을 확인하고 조치할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탱크가 80% 정도 차면 ‘경고 램프’가 켜진다고 합니다.
조선일보 박동원 아시아나항공 정비사 병남 코레일 차장 기획·구성=윤상진 기자
10.02 봉안 시설까지 포화, 장례 문화 완전히 바뀌어야

▲빈자리 안 보이는 납골당 - 고인을 모시는 장사 방식으로 화장이 일반화된 가운데 고령화로 인해 사망자 수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전국의 납골당은 포화 상태다. 지난 29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연화장의 야외 벽면에 설치된 봉안 시설이 거의 빈자리 없이 가득 차 있다. /고운호 기자
전국에 있는 봉안 시설 대부분이 90% 가까운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그곳에 있는 유골마저 15~45년으로 제한돼 있는 봉안 기간이 끝나가면서 대규모 유골 이장 문제가 대두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전통적 매장 문화를 따랐으나 1990년대 중반 ‘전 국토의 묘지화’ 우려가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면서 봉안 시설을 갖춘 추모 공원이 급속하게 늘어났다. 그러나 이곳에 안치했던 유골들이 대략 30년 안팎으로 책정돼 있던 기한이 최근 한꺼번에 닥치자 이른바 ‘조상님들의 대이사’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전자 정부 누리집에 올려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장사 시설은 616곳으로 등재돼 있다. 공설·사설을 망라해서 추모 공원과 종교 시설, 그리고 그곳에 마련된 봉안당을 헤아린 숫자다. 지난해 국내 사망자는 35만3000명이었는데, 올해 6월엔 사망자 중 93.6%가 화장 장례를 했다. 이제 화장이 보편적 장사 문화로 자리 잡긴 했지만 해마다 고인 30여 만 명을 새롭게 봉안 시설에 모셔야 하는 것이다.
계약 기간이 끝나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탓에 부모의 유골을 돌려받은 자식들은 본인 역시 이미 많은 나이에 이르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 유골을 집마당에 묻었다’ ‘전혀 연고가 없는 타 지역 납골당에 보냈다’ ‘고향 땅에 뿌렸다’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봉안 시설 측도 난감하다고 하소연한다. 모신 지 15년쯤 지나면 추모객의 발길이 끊기기도 하고, 만기가 될 때쯤 아예 연락이 닿지 않는 유족도 많지만, 그렇다고 유골을 함부로 자체 처분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여러 해결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봉안당이나 수목장처럼 공간을 차지하는 방식으로 고인을 모시지 말고, 화장한 유해를 산·바다 등에 뿌리고 표지를 두지 않는 산분장(散粉葬)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관습적으로 해오던 해양장(海洋葬)은 이미 12년 전에 관련 부처가 해양 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지난해 말 자연장 범위를 수목장에서 해양장까지 확대하는 장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제도 도입을 준비 중이다.
처음부터 가족 봉안을 계획하거나 이웃끼리 합장 봉안을 할 수 있고, 유골 보관 기간 30여 년이 지나면 지하 공동 매장지로 이장할 수도 있다. 온라인으로 고인을 기리는 디지털 추모 공간을 활성화해도 된다. 과거 매장장에서 화장장으로 바뀐 것처럼 지금은 제2 장례 문화로 획기적 전환이 필요한 때다.
조선일보 사설
10.03 임윤찬, '클래식의 아카데미상' 그라모폰 2관왕 …韓 피아니스트 최초
영국 '그라모폰 어워즈'에서 피아노, 젊은 음악가 부문 수상

▲피아니스트 임윤찬 뉴스1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이 세계적 클래식 음반 시상식인 ‘그라모폰 뮤직 어워즈’에서 2관왕에 올랐다. 임윤찬은 2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이 시상식에서 쇼팽의 ‘연습곡’ 음반으로 피아노 음반 부문과 ‘젊은 예술가’ 부문을 수상했다.
영국 클래식 음반 전문지인 그라모폰이 1977년부터 해마다 열고 있는 이 시상식은 관현악·기악 독주·협주곡·현대음악·오페라·성악·실내악 등 부문별로 그 해 최고의 음반에 대해 시상한다. 이 때문에 ‘클래식 음반의 아카데미 시상식’으로도 불린다.
한국 음악가 중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1990년 실내악 부문과 1994년 협주곡 부문, 첼리스트 장한나가 2003년 협주곡 부문에서 수상했다. ‘젊은 예술가’ 상은 1993년 한국계 바이올리니스트인 사라 장(장영주)이 당시 12세의 나이로 수상했다. 피아노 음반 부문에서 한국 음악가가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피아노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3개의 음반 가운데 쇼팽의 ‘연습곡’과 리스트의 ‘초절 기교 연습곡’ 등 임윤찬의 2개 음반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임윤찬의 이 부문 수상은 일찍부터 점쳐졌다. 결국 쇼팽 ‘연습곡’ 음반이 ‘초절 기교 연습곡’ 음반을 단 한 표 차로 누르고 선정됐다. 사실상 임윤찬과 임윤찬이 경쟁했던 셈이다.
임윤찬은 이날 시상식에서 리스트의 곡을 연주해서 박수를 받았다. 그는 유럽 공연을 거쳐서 11~12월 미국 뉴욕 필하모닉과 협연한 뒤 12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지휘 파보 예르비)와 협연하기 위해 내한할 예정이다.
조선일보 김성현 문화전문기자
10.04 이번엔 의대생 휴학 갈등, 이런 식으로 문제 해결되겠나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의학교육평가원 무력화 저지를 위한 전국의과대학 교수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교육부가 의대생들이 낸 집단 휴학계를 승인한 서울대에 대해 대규모 감사에 착수했다. 서울대 의대 학장이 전국 처음으로 의대생들 휴학계를 전격 처리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서울대는 학칙상 휴학 승인 권한이 단과대 학장에게 있는데, 의대 학장은 대학 본부와 상의 없이 자체적으로 휴학 신청을 승인했다. 정부는 그동안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들 휴학은 법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동맹휴학’이기 때문에 승인하지 말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교육부는 전국 40개 의대에 ‘동맹휴학’을 허가하지 말라는 공문도 내려보냈다.
전국 대부분 의대생은 지난 2월 단체 휴학계를 내고 현재까지 수업 거부 중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동맹휴학 승인도 집단 유급도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을 어떻게든 돌아오게 해서 남은 기간 공부시켜 정상적으로 진급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의대생들이 11월 초까지만 돌아오면 수업을 오전·오후로 쪼개서 진행해 한 학년 법정 수업 일수인 30주를 채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의대생들이 조만간 돌아올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사협회 등은 2일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포함한 제한 없는 의제 논의를 요구하며 정부가 제안한 의료인력추계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만찬에서 의료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아 의정 갈등의 실타래가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의대생들이 7개월 넘게 공부하지 않아 정상적으로 진급할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고 휴학 승인이나 집단 유급이나 내년 의대 교육에 큰 차질이 생기는 것은 차이가 없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목표를 내걸고 대학을 압박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현실을 받아들이고 내년 의대 교육에 큰 차질이 없도록 차근차근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실제로 상당수 대학이 내년에 대비해 강의실·교원을 늘리고 있다. 의료계도 어떤 타협도 거부하며 이제는 돌이키기 어려운 2025학년도 정원 문제만을 얘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밀어붙이는 정부와 타협 없는 의료계 사이에서 환자들 고통과 불안만 말할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10.04 의대 증원 필요하지만 의사 교육의 질은 엄격히 평가해야
“불인증 1년 이상 유예” 등 의대 평가 규정 개정돼
자격미달 의사 배출된다면 의료개혁의 본말 전도
어제 의대 교수들이 용산 대통령실 부근에 모여 “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무력화를 막아내자”고 외쳤다. 의평원이란 의대 교육의 질을 평가해 졸업생을 배출할 자격을 인증하는 기관이다. 교수들의 시위는 지난달 25일 입법예고된 ‘고등교육기관 평가인증 규정(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해서다. 개정안에는 대규모 재난으로 의대 학사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경우 의평원이 불인증하기 전 1년 이상 유예기간을 주는 조항을 신설했다. 평가 기준 변경 시 정부가 사전 심의할 수 있도록 한 근거를 뒀고, 인증기관 부재 시 기존 인증의 유효기간을 연장한다는 조항도 만들어 의평원이 없어지는 경우까지 상정했다.
의평원은 지난달 정원이 늘어날 의대를 대상으로 평가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인증을 받지 못한 의대 졸업생은 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없고, 누적되면 신입생 선발에도 제약이 따른다. 사실상 증원의 효과가 사라질 수도 있다. 정부가 급히 관련 규정을 손질하는 것은 대규모 인증 탈락 사태에 미리 대비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사실 의평원은 의사들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한다고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의평원장도 급격한 증원에 반대하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인증제도가 의대 증원을 무력화하는 무기로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급격한 정원 확대로 의대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의대 정원은 3058명에서 4567명으로 늘었고, 한꺼번에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지방 의대가 여럿이다. 제대로 교육하려면 강의실은 기본이고 교수와 해부용 시신 같은 실습 여건까지 늘려야 하는데 시간과 예산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예산을 투입해 교수를 충원하고 강의실을 짓겠다며 의학 교육의 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런데 인증 시작을 코앞에 두고 결과 적용을 무기한 유예하고, 나아가 의평원을 없앨 수도 있는 여지를 둔 것은 정책 실패를 혹 법령으로 가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어제 집회에 참여한 안철수 의원은 “자격이 부족한 학생들이 의사 면허를 받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의료개혁의 선후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새겨들을 만한 얘기다. 의대 증원은 필요한 정책이지만, 그것이 의사의 자질 저하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의대 증원의 본말을 잘 살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가 유지되도록 만반의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10.05 매주 광화문 시위 "집회 지옥에 갇혀 더이상 못 참겠다"
주말마다 난리통, 시민들은 울화통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자유통일당·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운동본부 등 보수 단체 회원들이 개천절을 맞아 ‘대통령 불법 탄핵 저지를 위한 국민혁명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주말과 휴일마다 보수·진보 단체를 가리지 않고 광화문광장 등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올 들어 서울 도심에서 주말·휴일마다 대규모 집회가 반복되면서 시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본지가 올해 서울 시내 집회·시위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광화문 등 도심에서 집회가 열리지 않았던 주말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4일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오는 27일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한국교회 200만 연합 예배’(현장 100만명·온라인 100만명)가 열릴 예정이다.

▲그래픽=송윤혜
대규모 도심 집회는 지난 3·1절 자유통일당이 광화문 일대에서 ‘자유 통일을 위한 천만 조직 국민 대회’(주최 측 추산 20만명)를 연 것을 시작으로 매주 계속되고 있다. 같은 달 30일엔 광화문 일대에서 개신교 단체의 1만명 규모 부활절 퍼레이드가 열렸고, 근로자의 날이었던 5월 1일엔 민주노총·한국노총이 광화문 등에서 전국 노동자 대회(9만명)를 열었다. 6월 1일엔 서울역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정권 규탄 집회(3만명)가, 8월 15일 광복절에는 자유통일당 등의 집회(5만 명)가 이어졌다.
이달 5일엔 서울 보신각에서 이스라엘 규탄 집회가 열린다. 6일엔 이주노조 등이 이주노동자 결의대회를 서울역 광장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11월 9일엔 양대 노총의 전국 노동자 대회가 서울 도심에서 열린다. 주말·휴일마다 서울 도심의 고궁·미술관·공원 등에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은 “주말마다 ‘집회 지옥’에 갇힌다”며 “표현의 자유도 좋지만 인파와 고성으로 쾌적한 주말을 누릴 권리도 박탈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집회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이뤄지는 국내법상 도심 집회를 마땅히 제재할 방안도 없다.
지난 3일 오후 2시쯤 자유통일당 등의 ‘대통령 불법 탄핵 저지를 위한 광화문 국민혁명대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일대에선 “열불난다! 천불난다!” 구호가 귀를 찌를 듯했다. 단상에 올라간 연사가 “경찰들은 왜 차선을 안 열어주나? 전광훈 목사가 열어준다고 했다”고 외치자 집회 참여자들은 “문재인·이재명·조국 구속하라”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 등 팻말을 흔들며 함성을 질렀다.
광화문역 앞에 주차된 경찰 소음 측정 차량 전광판은 집회가 지속되는 내내 90dB(데시벨) 안팎을 기록했고 때론 100dB에 육박하기도 했다. 80dB(기차 소음)은 만성 노출될 경우 청각 장애, 90dB(소음이 심한 공장)은 직업성 난청, 100dB(착암기)은 급성 청각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이다. 동화면세점~시청역 방면 세종대로 차로는 통제돼 있었고 버스 등 차량은 모두 우회 중이었다. 이날 오후 1시 서울 도심 차량 통행 속도는 시속 14.9km를 기록했다.
광화문 인근 인도엔 플라스틱 의자, 돗자리나 신문 등을 깔고 앉은 집회 참가자들로 혼잡했다. 일부 참가자들이 들고 있는 대형 깃발에 시민들 얼굴이 부딪치는 일도 있었다. 술 냄새를 풍기던 한 참가자는 현장 경찰에게 “어른에게 도전하는 경찰은 공권력이 아니다”라고 했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어린이들을 감싸안고 황급히 현장을 떠나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목격됐다.
토요일이던 지난달 28일의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민주노총 등 진보 단체들로 구성된 전국민중행동과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준비위원회 등은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중구 숭례문 앞 도로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시국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 후 용산 대통령실까지 행진을 마친 뒤 일부 참가자가 대통령실 인근에서 연막탄을 사용해 퍼포먼스를 하다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어 1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되기도 했다. 시민들은 “2024년 백주대낮에 연막탄이 웬말이냐”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다”고 했다.
시민들은 “주말 나들이가 휴식이 아니라 형벌 같다”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인파와 소음, 쓰레기와 냄새로 점철된 ‘불쾌한 주말’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대학원생 김모(28)씨는 “휴일에 고궁을 좀 둘러보러 갈까 하면 집회 때문에 버스가 서울역에서 멈춰버리고, 집으로 돌아올 때도 버스가 너무 막힌다”고 했다. 대학생 박모(26·서울 관악구)씨는 “용산부터 광화문까지 시위대가 끊이질 않으니 휴일엔 그냥 집에 있는 게 가장 편하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도 “나라 꼴이 이게 뭐냐” “언제까지 이런 공해 집회를 참아줘야 하느냐”는 성토가 빗발친다.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한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는 “광장을 확보해야 한다” “광장을 빼앗기면 권력도 빼앗긴다”고 말할 때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광장은 특정 정파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것”이라며 “특정 진영의 권력 다툼의 장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오는 27일 주요 개신교단이 전국에서 100만명 신도를 동원, 광화문에서 ‘연합 예배’를 추진하는 데 대해선 “온전치 못한 주일 성수(聖守)” “세속적인 일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어긋난다” 같은 신학계 지적도 나온다.
조선일보 박정훈 기자 김보경 기자 구동완 기자 김도연 기자
10.08 "코로나 때보다 힘들다" 비명 쏟아지는 서민 경제
▲서울에 위치한 한 은행 개인대출 및 소호대출 창구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취약 계층이 정책 대출을 받았다가 못 갚아 정부가 대신 상환해준 대위변제액이 올 들어 1조원이 넘었다. 저신용·저소득층에게 싼 금리로 급전을 빌려주는 ‘햇살론 15′의 대위변제율은 무려 25.3%로, 코로나 기간인 2020~2022년(5.5~15.5%)보다도 늘었다. 취약층에게 100만원까지 빌려주는 소액 생계비 대출의 연체율은 작년 말 11.7%에서 올 8월 말 26.9%로 급등했다. 빚도 못 갚을 만큼 서민 경제가 어렵다는 뜻이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이 12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이 예상되지만 저소득층 민생 경제엔 온기가 닿지 않고 있다. 서민 급전으로 꼽히는 카드 대출 잔액은 44조원을 넘어 2003년 통계 작성 후 21년 만의 최대로 불어났다. 빚 갚고 남은 돈이 최소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한계 가구주’는 275만명에 육박한다. 이 중 157만명은 번 돈이 부채 상환액에도 미달해, 빚 갚고 나면 수중엔 한 푼도 남지 않는 상황이었다. 가계 대출을 받은 사람 1972만명 중 8%가 회생 불능 상태인 셈이다.
가계 살림살이는 곤궁해지고 있다. 지난 2분기 적자를 낸 가구 비율이 23.9%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입이 지출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계 적자는 소비 부진으로 이어져 소매 판매액 지수가 9분기 연속 감소했다.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감소 기록이다.
취약 계층이 정책 대출을 받았다가 못 갚아 정부가 대신 상환해준 대위변제액이 올 들어 1조원이 넘었다. 저신용·저소득층에게 싼 금리로 급전을 빌려주는 ‘햇살론 15′의 대위변제율은 무려 25.3%로, 코로나 기간인 2020~2022년(5.5~15.5%)보다도 늘었다. 취약층에게 100만원까지 빌려주는 소액 생계비 대출의 연체율은 작년 말 11.7%에서 올 8월 말 26.9%로 급등했다. 빚도 못 갚을 만큼 서민 경제가 어렵다는 뜻이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이 12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이 예상되지만 저소득층 민생 경제엔 온기가 닿지 않고 있다. 서민 급전으로 꼽히는 카드 대출 잔액은 44조원을 넘어 2003년 통계 작성 후 21년 만의 최대로 불어났다. 빚 갚고 남은 돈이 최소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한계 가구주’는 275만명에 육박한다. 이 중 157만명은 번 돈이 부채 상환액에도 미달해, 빚 갚고 나면 수중엔 한 푼도 남지 않는 상황이었다. 가계 대출을 받은 사람 1972만명 중 8%가 회생 불능 상태인 셈이다.
가계 살림살이는 곤궁해지고 있다. 지난 2분기 적자를 낸 가구 비율이 23.9%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입이 지출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계 적자는 소비 부진으로 이어져 소매 판매액 지수가 9분기 연속 감소했다.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감소 기록이다.
조선일보 사설
10.08 의대 교육 5년으로 단축 검토, 발상 자체가 문제
▲27년 만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이 확정된 지난 5월 24일 시민들이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인근을 지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날 대입전형위원회를 열고 각 대학이 제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을 심의·확정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내년 1학기 복귀를 전제로 의대생의 휴학을 허용해 예과 2년, 본과 4년 등 6년인 의대 교육과정을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내년 의사 배출 중단에 따른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라지만 교육의 질에 문제가 없겠느냐는 우려가 크다. 교육부는 7일 “의무화가 아니라 대학 선택”이라고 해명했지만 중요한 교육과정 문제를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는 발상부터 문제가 있다. 의대 교육과정은 지금도 빡빡하게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 의학 교육은 6년 이상 교육과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의료계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주요 명분이 의대 교육의 부실화였다. 의대 교육과정 단축 검토는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에 명분을 주는 정책이다. “수의대도 6년을 공부하는데 의대가 5년 공부할 수 있느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복지부 장관은 7일 국회에서 “(교육부와) 사전 논의는 없었다”고 했다. 교육부가 어떻게 이런 중요한 문제를 핵심 관련 부처와 협의도 없이 발표할 수 있는지 의아하다.
의대생 집단 휴학과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의대 교육과 배출에 1년 공백이 생겨 많은 문제점이 나와 있고 앞으로 다가올 문제도 적지 않다. 교육 문제만 아니라 전공의 선발, 군의관, 공보의 등 곳곳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점검해 사전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부족한 문제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08 학생 휴대폰 수거는 인권침해 아니라는 晩時之歎 결정
초중등 학생들의 교내 휴대전화 사용 제한 여부는 상당 기간 보수·진보 이념 쟁점이었다. 오는 16일 실시되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보수 단일후보로 나온 조전혁 전 의원은 ‘등교 시 휴대전화 반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와중에 국가인권위원회는 7일 전원위원회에서 학교 측의 학생 휴대전화 수거는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2014년 이후 유사한 진정 300여 건에 대해 줄곧 인권침해로 판단해왔지만, 10년 만에 판단을 달리했다. 휴대전화 기능이 급속히 많아지는 데 비례해 이미 사이버 괴롭힘, SNS 과몰입, 딥페이크 범죄와 연계되는 사례가 급증했음을 고려하면,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인권위는 전남의 고등학생이 제기한 ‘일과 시간에 학생 휴대전화를 수거·보관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진정에 대해 “인권침해로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사이버 폭력이나 교사 불법 촬영 등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역(逆)인권침해가 심각하고, 오히려 교사 인권과 학습권을 더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휴대전화 과몰입이 학생들의 상호작용을 막는 것도 문제로 고려됐다. 이미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은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토록 했다. 세계보건기구는 휴대전화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해악을 끼친다며 담배처럼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통해 수업 중 학생의 휴대전화 보관을 허용했지만 현장에선 혼란이 여전하다.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맞춘 세부 기준 마련 등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를 서둘러야 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10.08 극렬 반대 뚫고 구치소 완공했더니 주변 아파트 인기 폭발
〈막상 짓고 보니 장점 더 많은 교정시설〉
10년 전인 2014년 10월 경남 거창군에선 초등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정부가 거창에 구치소를 설립하기로 하자 “학교 앞 교도소를 절대 반대한다”며 일부 주민이 강력히 반발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0월 18일 거창구치소가 문을 열었다. 등교 거부 시위 후 10년이 흐른 지금 거창은 어떤 상황일까.
초등생까지 등교 거부하며 반발했던 거창구치소 신설
주민투표로 1년 전 문 열자 도로 확장에 상권 활성화
거창 주민 10명 정규직 공무원 채용…추가 유치 기대
최첨단 건물 이전한 대구교도소 주변 상인 “매출 늘어”
지난달 23일 오후 3시쯤 거창구치소를 찾아갔다. 영화에서 본 우중충한 건물이 아니라 대학이나 연구단지 같은 모습이다. 교도관 안내를 받아 재소자들이 사는 수용동에 들어섰다. 겹겹의 철문과 철저한 보안은 비슷하지만, 재소자들이 생활하는 모습은 서울구치소나 안양교도소같이 낡은 교정시설과 판이하다.
저녁 시간에 자유롭게 모여 바둑을 두거나 책을 읽는 게 가능하다. 방에서 작은 상을 놓고 밥을 먹는 여느 교정시설과 달리 이곳 수용자들은 식당에서 식사한다. “정원을 초과한 방에 갇혀있는 게 가장 큰 고통”이라는 게 교도소를 다녀온 전직 고위 관료의 얘기다. 밥이든, 자유 시간이든 방에서 나갈 수만 있다면 큰 혜택이다.
구치소 안팎 모두 평온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지 않는데도 별 사고가 없다. 구치소 주변도 평온해 불과 몇 년 전까지 반발이 극심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
구인모 거창군수가 2019년 10월 던진 주민투표 승부수가 반전을 불렀다. 주민 52.8%가 투표에 참여해 64.7%가 찬성표를 던졌다. 침묵하는 찬성자가 많았다는 얘기다.

▲이도곤 거창구치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달 23일 오후 수용자 도서실에서 지난해 거창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지채용에 합격해 교정 공무원이 된 이석형·조혜란·김민경 교도(왼쪽부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법무부]
주민들의 혜택이 가시화했다. 거창에 5년 이상 거주한 사람만 응시자격을 주는 교정직 공무원 ‘한지(限地) 채용’으로 남녀 5명씩 10명을 뽑았다. 남자 경쟁률이 40.4대 1에 이를 정도였다.
경기도 수원에서 대기업 강사를 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이석형 교도는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본 수용자 재사회화 업무가 매력적이어서 지원했다”고 말했다.
방호원과 조리원 등 공무직 근로자도 11명 채용됐다.
월평균 400여명의 면회객이 음식점과 시장, 숙박업소를 들른다. 돼지고깃집 ‘흑돈’을 운영하는 강형섭(57)씨는 “구치소 직원 등 손님이 많아졌다”며 “거창에선 지난해 개청식에 온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구치소 자리에 살던 한센인을 따뜻하게 대해준 걸 아직도 얘기한다”고 말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구치소 건립에 반발했던 사람 중 상당수가 구치소 앞에 들어선 더샵 아파트로 이사 왔다는 얘기가 회자한다. 구치소를 반대했던 주민 생각은 어떨까.
반대했던 교사 "찬성 얘기가 맞는 듯"
지난달 24일 오전 7시 30분쯤 거창 종합시장 부근에서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던 전직 교사 오 모(58) 씨는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아 텅 빈 교실을 보면서 구치소 설립에 반대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구소멸이 걱정인 상황인데 한 모임에 가보니 구치소 직원 가족이 새로 나왔더라”며 “찬성론자와 반대론자가 했던 주장을 기억하는데, 찬성 의견이 일리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18일 개청한 거창구치소 전경. 영화에서 보던 음침한 이미지와 달리 첨단 보안 시스템을 갖춘 현대식 건물이다. 이 구치소 인근 신축 아파트는 입주 경쟁이 치열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사진 법무부]
거창주민으로 신규 채용된 조혜란 교도는 “직접 근무하면서 보니 안전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역시 한지채용된 전종효 교도는 “어머니도 예전엔 걱정하셨는데 요즘엔 ‘다른 시설 더 안 들어오냐’며 기대하신다”고 설명했다.
이도곤 거창구치소장은 “스마트 보안시스템을 구축해 안전 염려는 안 하셔도 된다”며 “우리는 수형자가 출소 후 사회의 일원으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교도소 과밀은 심각하다. 8일 법무부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전국 교정시설의 수용률이 지난해 118.4%까지 올라갔고 서울구치소는 152.9%에 이르는 점을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과밀수용에 대해 위헌 결정을 했다. 법원에서도 과밀 수용을 당한 재소자에게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을 계속 내리고 있다. 법무부 교정기획과 최효진 교감은 “과밀을 해소하려면 교정 시설을 새로 지어야 한다”고 말한다. 주민 반대가 걸림돌이다. 1963년 지어진 안양교도소는 증·개축을 못해 흉물로 남아있다.

▲인권위원회가 지적한 교정시설 과밀 수용 실태.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하고 법원이 계속 국가배상 판결을 내리고 있어도 과밀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공간이 비좁아 수용자들이 가로 세로로 교차해 자야 한다. 그림에서 보면 4명의 발냄새를 맡으며 자야하는 수용자도 있다. [거창구치소 개청백서]
이에 비하면 지난해 11월 대구 달성군 하빈면으로 이전한 대구교도소는 다행스럽다. 지난달 24일 오전 9시 30분쯤 교도소를 방문했다. 각종 첨단 보안장치가 눈에 띈다. 수용동에 들어가려면 신분증뿐 아니라 얼굴 인증도 해야 한다.
이곳에도 자치수용동이 마련됐다. 모범적인 S1 수형자는 거창구치소처럼 저녁에 방에서 나와 넓은 공간에서 지낼 수 있다. 옆에는 다음 등급인 S2 수형자의 완화수용동이 있다. 등급이 낮은 S3, S4 수형자에게 태도 개선의 동기를 부여한다. 낮은 등급은 상향을 위해, 높은 등급은 하향을 피하려 조심한다.
새 건물서 사고 준 대구교도소
1971년 지은 화원읍 소재 옛 대구교도소 시절과 폭력 건수를 비교하면 올해 6~8월 평균 수용인원(2570명)이 지난해(2216명)보다 늘었는데 징벌자는 218명에서 188명으로 줄었다. 교도소 측 양해를 구하고 모범 재소자와 잠시 대화했다. S1을 뜻하는 1자가 가슴에 적혀 있다.
-새로 지은 교도소 환경이 작년까지 있던 옛 교도소와 차이가 큰가.
“그렇다. 예전엔 쪼그려 앉는 변기였고 공간이 좁아 덩치 큰 사람은 씻기도 어려웠는데, 여기엔 좌변기가 있어 편하다.”
-시설 개선이 교화에 도움이 되나.
“우리도 규칙과 규율이 있다. 혼거실에 사람이 많아지면 다툼이 생긴다. 독거실이 많아져서 좋다. 반성에 도움이 된다.”
-형기가 많이 남았나.
“….”
-언제 출소하나.
“무기수다.”
-몇 년 복역했나.
“24년 됐다.”
40대인 그는 20대 때 저지른 죄를 뉘우치며 지낸다고 했다. 한 교도관은 “가장 모범적인 수형자”라고 귀띔했다.
주민이 교정시설을 기피하는 주요 이유는 탈주 등에 대한 염려다. 외벽 지하에도 콘크리트를 타설해 여기선 땅을 파는 탈출도 불가능해 보인다.

▲수용자가 2000명이 넘고 600여명의 제복 공무원이 근무하는 대구교도소는 유사 시 신속한 출동을 위해 기동순찰팀(CRPT)에게 신형 이동 장비를 지급했다. 긴 복도의 끝에서 끝까지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 [사진 법무부]
한태환 대구교도소장은 “제복 공무원 600여명이 24시간 교대로 상주하니 치안이 좋아진다”며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교정시설이 들어선 지역이 인프라 개선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고 설명한다.
무도실무관 못지않은 교도관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이 출소한 흉악범을 감시하는 공무원의 활약을 그린 영화 ‘무도실무관’을 추천해 화제가 됐다. 그런데 이런 흉악범을 형기 내내 24시간 감시하는 사람이 교도관이다. 보안시설 안에서 벌어져 안 보일 뿐이다. 교정시설 하나가 생기면 제복 공무원인 교도관 수백 명이 출퇴근길과 식당·카페에서 시민 곁에 머문다. 대구교도소에만 태권도 4단, 유도 4단, 주짓수 지역대회 수상자 등이 기동순찰팀(CRPT) 요원으로 근무한다.
태권도 3단인 거창구치소 CRPT 김종덕 교도는 “아직 거창 주민이 범죄 피해를 보는 현장을 본 적은 없지만, 그런 상황이 생기면 경찰 대처 등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구교도소 한태환 소장(오른쪽)과 최창호 부소장이 부설 어린이집 화장실을 점검하고 있다. 대구교도소는 좋은 시설을 갖춘 이 어린이집을 대구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고령화 추세 때문인지 지원자가 모자라 운영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 법무부]
대구교도소 2㎞ 거리에서 진주식당을 운영하는 권성명(55)씨는 “준공 전까진 동네 어른들이 반대했지만, 교도소를 참관한 뒤엔 평온해졌다”며 “확실히 매출은 늘었고, 밤에 산책하다 보면 교도소가 야경 하나는 끝내준다”고 말했다.
거창구치소 앞엔 보호관찰소와 검찰·법원 청사가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신용해 법무부 교정본부장은 “선진국에선 구치소와 법원·검찰청을 같은 공간에 둔 ‘저스티스 콤플렉스’를 조성하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교도소를 방문하고 범죄 통계를 분석하면 억압과 분노를 해소할수록 재범률이 떨어지는 게 명백하다”며 “과밀을 해결하기 위해 교정 시설 유치 지역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부 교정기획과 최정필 교정관은 “교도소 신설 지역 지원 방안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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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 소멸해 가는데 님비 따질 때인가"

▲구인모 거창군수는 초등생 등교 거부 시위까지 벌어졌던 거창구치소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투표를 선택했다. 구치소 유치로 지역에 많은 혜택이 생기자 또다른 기피시설인 화장장 신설도 추진했다. 그 결과 9곳이 신청하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사진 거창군청]
구인모 거창군수(사진)는 “구치소 논란을 끝내려고 군수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진입도로 예산 353억원과 주민편의시설 25억원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구치소 계획에 반대가 극심했다.
“원래 한센인들의 축사가 있어 악취가 심했던 곳이다. 선거를 거치면서 갈등이 심해졌다.”
-정부 조율도 쉽지 않았을 텐데.
“검찰 간부 상가에서 김오수 당시 법무부 차관을 조우했다. 이렇게 대화를 시작해 신뢰가 쌓였다.”
-초등생 등교 거부까지 했었다.
“막상 들어서니 지역 건설업체와 사무 가구, 생활용품 업체 등이 혜택을 본다. 서울 남부구치소 등 교정시설 사례를 조사해봤다. 주변 지역이 오히려 더 안전하더라. 반대하던 분들도 구치소 인근 아파트 분양에 많이 참여했다.”
-구치소에 이어 화장장까지 선정했다.
“인센티브를 분명히 제시하자 무려 9곳에서 유치신청을 했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지난 5월 선정했다.”
-기피 시설을 반대하는 ‘님비’ 현상이 심각하다.
“구치소 직원과 가족이 이사 오면서 군민이 131명 늘었다. 지역 인구 증가는 어려워도 감소 폭을 줄여야 한다. 경남에서 거창이 그래도 가장 적게 줄었다. 지방 자체가 소멸해가는데 지금 님비를 따질 때인가.”

중앙일보 강주안 논설위원
10.10 육영수 여사와의 추억
나는 12명의 대통령과 함께 지났다. 열한 분의 영부인이 있었으나 직접 만나거나 대화를 나눈 분은 육영수 여사뿐이다. 김대중 때 이희호 여사는 상면한 적은 없었으나 ‘나라를 걱정하는 분’이라는 이력은 알고 있었다. 육영수 여사 기간에는 ‘양지회’라는 모임이 있었다. 국가 고위직 지도자들의 부인이 모여 공부도 하고 어떻게 나라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뜻을 갖고 출발했다. 영부인이 회장이기 때문에 강사로 초청도 받고 인사를 나누곤 했다. 한때는 몇 교수와 대학 과정을 대신하는 강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공부모임에 초청돼 강의 인연
서민 이해하려는 검소한 풍모
가난한 농부 애국심에 눈물도
국민 목소리 대통령에게 전달
서민 주부와 거리감 없애려고 노력

▲김지윤 기자
나도 몇 가지 간접적으로 느낀 바가 있다. 육 여사와 청와대는 생각보다 검소한 생활을 했다. 육 여사는 대통령이 모르는 국민의 불만과 비판이 어떤 것인지 알아 대통령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지를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국민, 그것도 서민 가정의 주부와 거리감이 없는 생각과 생활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뚜렷했다. 그분이 가진 영부인으로서의 애국심을 느꼈다.
기억에 남는 한 가지 일화가 있다. 동해안으로 북한 공비들이 침투한 사건이 있었다. 잡혀서 심문받은 사람도 있으나 한두 명은 체포하지 못했을 때였다. 그 공비를 보고 추격하던 한 시골 농부가 공비를 따라가다가 실패했다. 그러면서 한 얘기였다. ‘내가 운동화만 신고 있었으면 따라잡는 건데 고무신이 걸려 넘어지곤 했다’라는 고백이었다. 육 여사가 그 사실을 전해 듣고 많이 울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선량한 국민을 위해 한 일이 없는데, 그 농부는 우리보다 더 나라를 사랑했어요…”라면서 마음 아파했다. 나는 지금도 그 당시의 육 여사의 기분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마음이 국민의 사랑을 받았고, 안타깝게도 공개된 행사장에서 흉탄을 맞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애석해하는 국민의 애국심을 일깨워 주었다.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살았으면 깨닫지 못했을, 국가에 대한 주어진 무거운 짐을 항상 갖고 있던 마음을 기억한다.
숙명여대 운영 놓고 의견 경청

▲영친왕(가운데)과 부인 이방자 여사(왼쪽), 아들 이구의 모습. 중앙포토
박정희 정권이 출범하고 1963년에 일본에서 우리나라 마지막 왕위를 계승했던 영친왕과 왕비였던 이방자 여사가 함께 귀국했다. 영친왕은 1970년에 작고하고, 일본 왕족 출신인 방자 여사는 1989년까지 한국에서 여러 가지 자선사업에 헌신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영친왕은 일본에서 국적을 상실했고 방자 여사는 자연히 한국 서민의 한 사람으로 남게 된 셈이다. 방자 여사의 한국에 관한 관심과 헌신적인 노력은 국민의 공감을 받았고, 국민은 왕비였던 예우를 해 주었다. 그즈음에 왕실의 도움을 받아 개설되었던 숙명대학의 경영권을 이방자 여사에게 넘겨주자는 여론과 잠재적 운동이 생겼다. 당시 문교부 장관의 발상이었다는 소식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때 숙명여대는 4·19혁명 후에 탈 정부 중심적 국민 정서를 배경 삼는 민간 지도층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4·19 교수단 시위를 주동했던 정석해 교수가 이사장이 되고 윤태림 교수가 총장직을 맡고 있었다. 실질적 주인이 없는 대학이기 때문에 이방자 여사에게 위임해 더 빠른 성장과 발전을 성취하자는 운동이 폭넓게 지지받고 있었다. 모든 결정권은 청와대가 행사하던 때였고, 박 정권은 국민의 여론과 숙명여대를 위해 어느 편을 선택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다른 일로 육 여사를 만났다. 육 여사가 나에게 숙명여대에 관한 여론과 소식을 들었을 것 같은데, 어떤 선택이 좋을 것 같으냐고 물었다. 나는 서슴지 않고 말했다.
“모든 언론기관과 대학, 은행, 큰 병원, 국민의 이익을 위한 공기관은 국민적 자율성에 맡겨야 한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대학의 업적과 위상이 정부보다 앞서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의 사립대학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대학의 주인이 따로 있다는 현실이다. 그중에서 연세대학과 이화여대는 이미 창설자의 간섭을 떠나 국민적 대학으로 탈바꿈했다. 고려대학도 소유주나 간섭자가 없는 공기관으로 자리 잡힌 지 오래다. 숙명여대는 정부나 소유의식을 가진 주체가 없는 공익기관으로 성장했는데, 이제 와서 주인 있는 준(準)정부 대학으로 격하해서는 안 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자주적 사명을 갖춘 사립대학으로 키워야 한다.” 육 여사의 표정이 약간 의외라는 느낌을 받았다.
조용히 해결된 숙명여대 문제

▲옛 숙명여자대학교 캠퍼스 전경. 중앙포토
그리고 얼마 지난 뒤였다. 우연한 기회에 윤태림 숙명여대 총장을 만났다. 둘이 조용한 시간을 가졌을 때였다. 윤 총장이 “김 선생,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나도 열심 있는 교인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신앙을 지켜왔습니다. 특별한 기도를 드리는 일은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 숙명대학의 운명과 장래를 위해서 많은 기도를 드려왔습니다. 내 책임도 컸으니까요. 이방자 여사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고 사립대학의 권위와 존엄성이 버림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의지할 곳이 없어 기도드렸던 겁니다. 그런데 그 문제가 여론에서 조용해지고 잠잠하더니, 숙명여대에 대해서 더 문제 삼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임기를 끝내고 떠나도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도드리기를 잘했습니다”라는 얘기를 해 주었다. 이사장이었던 정석해 교수도 “숙명 문제 때문에 고민했는데 말없이 조용히 해결되었다” 라고 얘기했던 기억이다.
나는 그 이후에 깊은 관심을 두지도 않았고 잊고 지냈다. 잘 되었다는 감사한 마음이었다. 지나간 사회적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육 여사가 자진해서 나에게 물어보고 그 뜻을 대통령에게 전했는지, 혹시 박 대통령이 육 여사에게 김 교수 생각은 어떤지 물어보라는 뜻을 전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일이 있을 수도 있다. 그저 이런 일도 있었다고 남기고 싶은 이야기다.
중앙일보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10.11 한강 노벨문학상, 한국 문화의 새 역사
▲소설가 한강이 2016년 맨부커상을 받고 국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있다./AFP 연합뉴스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씨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의 높은 수준을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을 통해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한씨 개인의 영예일 뿐 아니라 국가적 쾌거이기도 하다. 이로써 노벨문학상 수상자 배출이라는 한국 문학의 오랜 숙원이 풀리게 됐다. 한·중·일 동아시아 3국 가운데 유일하게 노벨 문학상을 받지 못한 나라에서도 벗어났다.
한강은 우리 작가들 가운데 노벨문학상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유럽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가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노벨문학상·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 맨부커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을 수상하며 한국 작가 중 노벨문학상에 가장 가깝게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여기에는 한강 자신의 문학적 역량이 가장 크게 작용했겠지만, 한국을 노벨문학상 수상 국가 반열에 올리기 위해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 등이 번역 지원을 통해 우리 문학을 꾸준히 세계에 알려온 공도 컸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개인의 영광을 넘어 문화 강국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 문학 작품을 읽고자 하는 세계 각국 문학 독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한국 문학 시장의 규모를 전에 없이 키우고, 한국 문학 국제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 분명하다. 일본과 중국 문학도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들의 선례에서 볼 수 있듯, 우리 문학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되는 파급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뜨겁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K팝에 열광하고,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아카데미상과 에미상의 주인공이 됐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는 한국인 감독이 만들거나 배우가 출연하고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한국 문학도 가세하며 한국은 명실상부 대중문화뿐 아니라 문학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한반도 역사에 일찍이 없었던 큰 성취가 이어지고 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듭 축하한다.
조선일보 사설
10.11 책 읽고 어두운 방에서 몽상 즐기던 아이, K 문학 새 역사 쓰다
작가 한강이 걸어온 길
아버지·오빠도 작가… 詩로 등단해 소설로 방향 틀어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로 최초로 10일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05년 제29회 이상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한강씨(왼쪽 두번째)가 그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맨 오른쪽),어미니 임감오씨, 남편이자 문학평론가이자 교수인 홍용희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 첫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54)은 1970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국문과에 89학번으로 입학, 졸업하던 해인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등 시 4편이 당선되며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다. 이듬해인 1994년에는 단편소설 ‘붉은 닻’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소설가로도 데뷔했다.
그에게 문학의 길은 필연과 같았다. 온 가족이 작가이거나 평론가인 ‘문인 집안’. 그의 한자 이름은 한강(韓江)으로, ‘아제 아제 바라아제’ 등을 쓴 소설가 아버지 한승원(85)은 “가장 쉬운 이름이 가장 좋은 이름이라는 마음”으로 딸의 이름을 지었다. 오빠 한동림씨도 소설가이고, 남편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과 교수는 문학평론가다. 남동생도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그래픽=이철원
한강은 2005년 이상문학상, 2010년 동리·목월문학상, 2015년 황순원문학상 등을 받았는데, 아버지도 1988년 ‘해변의 길손’으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덕분에 ‘이상문학상 부녀(父女) 수상’ 기록도 갖고 있다.
한강의 부친 한승원씨는 과거 본지에 “어릴 때부터 책을 읽고 어두운 방에서 몽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 영어를 잘해서 영문과에 가라고 했는데, 굳이 소설을 쓰겠다며 국문과를 선택하더니 연세대 국문과에 수석 합격했다”고 말했다.
한강을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린 작품은 2007년작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다. 격렬한 꿈에 시달리다 육식을 거부하게 되면서 스스로 나무가 되어간다고 믿는 여성 영혜가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거식증을 앓는 영혜를 둘러싼 인물(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에서 펼쳐지는 세 편의 연작소설. 국내에서 10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한강은 이 소설로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와 같이 2016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 작가 최초다.
정명교 문학평론가는 “한강은 대중소설가이기보다 전위소설가다. 처음부터 자기 문체에 대한 탐구가 강했던 그가 5·18, 4·3 등 한국사에서 중요한 사건을 다룸으로써 끈질기게 자기만의 길을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초기에 그는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오랜 기간 몰이해의 늪을 허덕이면서 걸어온 그가 전 세계의 호응을 받기 시작했다. 그 순간부터 자신이 축적해온 문학적 역량이 자산이 됐다.”
가족과 함께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기 몇 달 전 서울로 이사했던 한강은 이후 명절 때마다 친척들이 그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었고, 사진집을 보게 됐다. 이런 유년의 경험을 시발점으로, 역사적 사건을 통해 인간의 폭력성에 접근해 특유의 서정적 문장으로 풀어내는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빚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소년이 온다’에는 1980년대 광주, ‘작별하지 않는다’에는 제주 4·3사건 등 역사의 트라우마가 그의 소설 속으로 들어왔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2014년작 ‘소년이 온다’는 한강의 문학성과 주제의식이 정점에 이른 작품으로 꼽힌다. 소설 전체가 무고하게 희생된 영혼의 말을 대신 전하는 듯한 문장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지난해 한 강연에서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 수많은 종류의 폭력이 담겨 있다. 역사적 사건에 관해 글을 쓴다는 것은 폭력의 반대편에 서겠다는 맹세이자 인간 본성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이라고 말했다.
2021년작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검고 어두운 한국사의 트라우마를 더듬는 한강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의 저명한 문학상인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받았다. 1970년 만들어진 메디치상은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로, 밀란 쿤데라, 움베르토 에코, 폴 오스터, 오르한 파무크 등이 이 상을 받았다. 역시 한국 작가의 수상은 처음이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1998) ‘채식주의자’(2007) ‘바람이 분다, 가라’(2010) ‘희랍어 시간’(2011) ‘소년이 온다’(2014) ‘흰’(2016) ‘작별하지 않는다’(2021) 등을 썼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1995) ‘노랑무늬영원’(2012) ‘내 여자의 열매’(2018) 등이 있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등의 시집도 펴냈다.
10.11 한강, 한국 첫 노벨문학상..."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아시아 여성 첫 수상… DJ 평화상 이어 한국인 2번째
한강 "난 한국문학과 함께 자라… 아들과 차 한잔 할 것"
소설가 한강(54)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아시아 여성으로 최초 수상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에 이어 두 번째다. 10일(현지 시각) 스웨덴 한림원은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한 면을 강력하고 명료한 문체로 표현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수상 직후 한림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강은 “너무 놀랍고 영광이다. 아들과 저녁을 먹다가 수상 전화를 받았다. 그냥 평범한 하루를 보내던 중에 수상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 이 뉴스가 한국 문학계에 좋은 소식이길 바란다”고 했다. “이 전화가 끝나면 아들과 차 한잔 마시면서 조용히 오늘 밤을 축하하려고 합니다.”

▲소설가 한강의 대표 소설 ‘채식주의자’.
한림원은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각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다”며 “그녀는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노벨 문학위원회 위원인 스웨덴 소설가 안나-카린 팜은 한강에 대해 “부드럽고 잔인하며 때로는 약간 초현실적인 강렬한 서정적 산문을 쓴다”고 했다.

▲10일(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림원에서 마츠 말름 한림원 상무이사가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한국 작가 한강”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07년 작 소설 ‘채식주의자’로 2016년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뒤 세계적인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0년 광주를 다룬 ‘소년이 온다’(2014),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2021) 등의 소설을 쓰면서 역사와 트라우마의 문제에 천착한 것이 노벨상 수상에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안데르스 올손 스웨덴 한림원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비중 있게 소개했다.
1980년 광주를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에 대해서는 “역사 속 피해자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함으로써 증인 문학(witness literature)이라는 장르에 접근해 간다”고 했다. 응어리 맺힌 한(恨)을 건드려 해소하는 살풀이적 성격이 짙다는 것. “한강의 스타일은 간결하지만, 우리의 기대에서는 벗어난다. 죽은 자의 영혼을 몸에서 분리해 자신의 소멸을 목격할 수 있도록 한다. 묻히지 못하는 신원 미상의 시체를 보는 것은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모티브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했다.
애도의 과정을 그려내는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서는 “주목할 만한 최근작”이라고 칭하며 “1940년대 한국 제주에서 벌어진 학살의 그림자를 들추는 소설”이라고 했다.
그간 한강은 노벨 문학상 수상에 대해 선을 그어왔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메디치상 외국문학 부문을 한국 작가 최초로 받은 뒤에도 기자회견에서 “노벨 문학상이 가까워졌다고 보나”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런 얘기는 처음 들었는데요”라며 가당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2024년 노벨문학상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쓴 한국 작가 한강에게 수여된다”라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노벨상 홈페이지
아시아 여성 최초이자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에 대해 외신은 “예상치 못한 일”이라면서도 “한국 문화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반영한 결과”라고 밝혔다.
미 뉴욕타임스는 한강이 수상자로 발표되자 “놀라운 일”이라면서 “이날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중국 아방가르드 문학의 대가인 여성 작가 찬쉐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수상의 영광은 예상을 뒤엎고 한강에게 돌아갔다”고 밝혔다. 또 “‘채식주의자’(2007)로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명성을 알린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과거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하자 “우화적이면서도 폭력적인 요소를 압축해, 문명적 삶을 궁극적으로 포기하는 개인의 삶과 그에 대한 전복을 간결하고도 날카로운 언어로 표현한 한국 문학의 선구자”라고 평한 바 있다.

▲일본서도 ‘축! 한강’ - ‘축!!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10일 일본 도쿄 기노쿠니야 서점의 한 직원이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종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 ABC 방송은 “한강의 수상은 최근 몇 년간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상 수상작 ‘기생충’, 넷플릭스 서바이벌 드라마 ‘오징어게임’, 방탄소년단·블랙핑크 등 K팝 그룹의 세계적 인기 등 한국 문화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스타 작가라는 점도 강조하면서 가장 최근작인 ‘작별하지 않는다’ 역시 내년 영문판으로 출간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스웨덴 아카데미가 밝힌 “현대 산문의 혁신가”라는 평에도 강한 동의를 표했다. 영국 가디언 역시 “한강은 그동안 여러 소설, 에세이 등을 통해 가부장제, 폭력, 슬픔, 인간애라는 주제를 다양하게 탐구해 왔다”면서 “취약한 존재, 특히 여성의 삶에 대해 뚜렷하게 느껴지는 공감은 한강의 은유가 가득한 산문(metaphorically charged prose)을 통해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한림원이 밝힌 선정 이유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들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다.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
10.11 노벨상 수상 뒤엔 번역의 힘… 한강 작품 낸 佛출판사 "언젠가 받을 거라 확신"
노벨문학상 어떻게 가능했나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
지난 120여 년간 노벨문학상의 영토에서 한국은 ‘아시아의 변방’이었다. 일본은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 오에 겐자부로(1994), 가즈오 이시구로(2017·국적은 영국) 등 세 수상자를 배출했고, 중국은 가오싱젠(2000·국적은 프랑스), 모옌(2012) 등 두 수상자를 배출했다. 한국은 시인 고은, 소설가 황석영 등이 2000년대 초부터 유력 후보로 외신에 등장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제대로 된 영어 번역서가 드물고, 일본·중국 등에 비해 국제사회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 문단과 출판계의 중론이었다. 그 ‘번역의 장벽’은 지난 2016년 한강이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문학상을 받으면서 처음 무너졌다.
이는 한국의 국력이 성장하고, K팝, K드라마 등으로 ‘문화적 영토’를 글로벌하게 확장한 것과 연관이 깊다. 당시 28세로 한국어를 공부한 지 6년 만에 ‘채식주의자’를 영역해 한강과 함께 맨부커상을 공동 수상한 영국인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한국 문학은커녕, 한식을 먹어본 적도, 한국인을 만난 적도 없었지만 한국이 상대적으로 부유한 선진국인 것으로 보아 한국 문학계가 활발할 것으로 짐작해 한국 문학 번역가가 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학평론가 정명교 연세대 명예교수는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스미스가 ‘채식주의자’를 굉장히 서양인의 문학적 취향에 맞게 번역한 것은 확실하다. 식물이 되고 싶어하는 여인과 처제의 몸에 페인트칠하고 싶어하는 탐미주의자의 대립을 번역가가 효과적으로 대비시켰다”고 했다.
한강은 이후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받았고, 2018년엔 스미스가 번역한 소설 ‘흰’으로 다시 맨부커상 최종심 후보에 올랐다. 지난해엔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을 받았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펴낸 프랑스 출판사 그라세의 조아킴 슈네프 편집자는 10일 언론에 “언젠가 한강이 노벨상을 받을 거라고 확신은 했지만 오늘이 그날이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문학평론가 서영채 서울대 교수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큰 관점에서 보자면 ‘K’라 불리는 한국 전체 문화력의 향상 덕이라 할 수 있다. 한류 팬들이 한국을 알리기 위해 한국 문학에 접근하고 발견해 자기 문화권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그렇지만 그간 많은 노력을 해온 한국문학번역원의 힘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
10.11 '놀랍다' 5번 반복한 한강 "여러 작가의 노력이 내게 영감 줘"
한국 소설가 한강(54)이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후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다”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각) 한강에게 수상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전화로 통화한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영어로 약 7분간 진행한 인터뷰에서 “놀랐다(surprised)”는 말을 다섯 번이나 반복했다. 한강은 통화에서 “다른 이가 소식을 전해줘서 수상 소식을 알았다”며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한강은 또 아들과 식사 중이었다며, 수상 소식을 듣고 아들 역시 몹시 놀랐다고 했다.
한강은 “(수상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책을 읽고 산책을 한 편안한 하루였다”며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밤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데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는 “나는 어릴 때부터 번역서 뿐 아니라 한국어로 된 책들을 읽으며 자랐다. 그러니 나는 내가 매우 가깝게 느끼고 있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이 소식이 한국 문학 독자들과 내 친구 작가들에게도 좋은 일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어떤 작가가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었나’라는 질문에는 “내가 어릴 때 옛(old) 작가들은 집단적인(collective) 존재였고, 그들은 삶에서 의미를 찾고 때로는 길을 잃고 때로는 결연했다”며 “그들의 모든 노력과 힘이 나의 영감이었다. 따라서 내게 영감이 된 몇몇 이름을 고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라고 했다.
‘말괄량이 삐삐’ 시리즈 작가인 스웨덴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다는 질문에는 “인간과 삶, 죽음에 대한 의문을 (린드그렌의 작품인) ‘사자왕 형제의 모험’과 연관지을 수 있었다”면서도 “그(린드그렌)가 내 어린시절에 영감을 준 유일한 작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작가 한강’을 막 알게된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는 “내 생각에 모든 작가들은 자신의 가장 최근 작품을 좋아한다. 따라서 나의 가장 최근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또 내게 매우 개인적인 작품인 ‘흰’도 추천한다. 그리고 또 ‘채식주의자’가 있다”고 했다.
한강과 노벨위원회의 일문일답.
=현재 기분이 어떤가.
▲ 매우 놀랐고 정말 영광스럽다.
=수상 소식을 어떻게 알게 됐나.
▲ 누군가 내게 전화를 했고 그가 내게 이 소식에 대해 말을 했다. 물론 나는 놀랐다. 나는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막 끝낸 참이었다. 한국 시간으로는 저녁 8시쯤이었고, 매우 평화로운 저녁이었다. 나는 정말로 놀랐다.
=현재 서울의 자택에 있는 것인가.
▲ 그렇다. 지금 서울의 집에 있다.
=오늘 하루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나.
▲ 오늘 일을 하지 않았다. 책을 조금 읽고 산책을 조금 했다. 내게 매우 편안한 하루였다.
=수상 소식에 아들의 반응은 어떤가.
▲ 아들 역시 놀랐다. 하지만 아직 이에 대해 얘기할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그저 우리는 놀랐고, 그게 다다.
=노벨 문학상 수상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 영광스럽고 (노벨상 측의) 지지를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한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데 이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 그렇다. 알다시피 나는 어릴 때부터 번역서 뿐 아니라 한국어로 된 책들을 읽으며 자랐다. 그러니 나는 내가 매우 가깝게 느끼고 있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소식이 한국 문학 독자들과 내 친구 작가들에게도 좋은 일이 되기를 바란다.
=문학적 배경에서 자랐다고 했는데, 어떤 작가가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었나.
▲ 내가 어릴 때 옛(old) 작가들은 집단적인(collective) 존재였고, 그들은 삶에서 의미를 찾고 때로는 길을 잃고 때로는 결연했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노력과 힘이 나의 영감이었다. 따라서 내게 영감이 된 몇몇 이름을 고른다는 것은 내게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영감을 준 작가 중 한 명이었다고 말한 것을 읽었는데.
▲ 어렸을 때 그의 책 ‘사자왕 형제의 모험’(The Brothers Lionheart)을 매우 좋아했다. 그러나 그가 내 어린 시절에 영감을 준 유일한 작가라고는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그 책을 인간이나 삶, 죽음에 관한 나의 질문들과 결부 지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방금 당신에 대해 알게 된 사람에게 어떤 책부터 읽으라고 제안하고 싶나.
▲ 내 생각에 모든 작가들은 자신의 가장 최근 작품을 좋아한다. 따라서 나의 가장 최근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책에는 인간의 행동이 일부 직접적으로 연결이 돼 있다.
또 내게 매우 개인적인 작품인 ‘흰’도 (추천한다). 왜냐하면 이 책은 꽤 자전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채식주의자’가 있다. 그러나 나는 ‘작별하지 않는다’부터 시작하기를 바란다.
=국제 독자들에게는 ‘채식주의자’가 가장 잘 알려져 있는데, 이 작품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 나는 그 작품을 3년간 썼고, 그 3년은 내게 어떤 이유에서인지 꽤 힘든 시간이었다. 내 생각에 나는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미지를 찾고 나무 등 작품 속 이미지들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이 상을 어떻게 축하할 계획인가.
▲ 차를 마시고 싶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밤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
조선일보 김명일 기자
10-11 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쾌거와 문화 강국의 길
소설가 한강이 10일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으면서 우리나라가 명실공히 최고 문화국 반열에 올랐다. 최근 K-문화 위상이 높아지면서 노벨 문학상 수상도 가시권에 들어왔고, 만약 받는다면 해외에서 이미 인정받은 한강이 유력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선정될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았다. 1917년 한국 첫 근대소설 이광수의 ‘무정’이후 한국 문학사 100여 년 만의 쾌거다. 한국어 문학이 세계 문학 중심에 진입한 역사적 순간이기도 하다. 특히 노벨 문학상 120여 년 역사에서 아시아 여성작가 첫 수상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서구·남성·백인 서사라는 주류 세계 문학의 틀을 한꺼번에 뒤집은 것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 문학의 세계 진출이 가속되길 기대한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선정 이유로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는 동시에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시적 산문”이라고 했다. 인간의 고통과 아름다움에 천착해온 한강의 작품에 대한 인정이다. 노벨상은 특정 작품이 아니라 작가의 작품 세계 전체에 수여하기에 만년에 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선 이례적이다.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한림원의 현명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국력 신장에 K-팝, K-드라마 등 한국의 문화 파워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한국 문화는 1990년대 중반 아시아에서 드라마와 가요가 인기를 끌기 시작해 최근 몇 년 사이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석권,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팬덤, 임윤찬의 그라모폰 수상 등을 차곡차곡 쌓아오다 ‘현재의 정전’ ‘미래의 고전’을 뽑는 노벨상 수상에까지 이르렀다. 가장 대중적 문화부터 최고 수준 문화까지 석권한 것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문화 강국 위상을 굳히기 위해 문화계를 넘어 범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품격 있는 나라 이미지를 갉아먹는 저질 정치·정치인 추방을 위해서도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10-11 “강렬한 시적 산문” 한강 노벨 문학상 수상
소설가 한강(54)이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 작가는 역대 121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며, 여성으로는 18번째,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최초의 수상자다. 아시아 작가로는 인도 타고르(1913년),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와 오에 겐자부로(1994년), 중국 소설가 모옌(2012년)에 이어 5번째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동안 한국 작가들은 노벨 문학상과 거리가 멀었던 것이 사실이다. 올해도 그를 포함해 한국 작가들 중 누구도 유력 수상 후보로 거론된 이가 없었다. 하지만 한 작가는 8년 전부터 해외 유력 문학상을 휩쓸며 해외 문단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6년엔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면서 세계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인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2018년 ‘채식주의자’로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했고, 지난해엔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한 작가는 1987년 47세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러시아 출생 미국인 조지프 브로드스키 이후 역대 가장 젊은 수상자다. 올해로 등단 31년이 된 그가 작가로는 이른 나이에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그의 소설이 문화의 벽을 뛰어넘어 독자들에게 신선하되 보편적인 체험을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표작인 ‘채식주의자’는 트라우마를 지닌 여성이 극단적인 채식으로 폭력을 거부하는 이야기다. 시와 산문, 연약함과 잔인함, 아름다움과 기괴함이 강렬한 조화를 이룬다. 혁신적인 스타일로 문학의 지평을 넓힌 것은 그의 작품이 널리 읽히는 이유이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비결일 것이다.
한 작가는 특히 한국 현대사의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인류 보편의 주제인 폭력성에 천착해 왔다. ‘소년이 온다’(2014년)에서는 광주 5·18민주화운동, ‘작별하지 않는다’(2021년)에서는 제주 4·3사건을 배경으로 인간의 폭력성과 그로 인한 상처를 집요하고 아름답게 헤집어 보였다. 한 작가는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다는 것은 폭력의 반대편에 서겠다는 맹세이자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 역시 그의 작품이 세대와 언어를 가로질러 보편적인 울림을 주는 요인이다.
한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는 음지에서 한국문학 세계화에 힘을 발휘한 번역도 작지 않은 기여를 했다. 그가 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된 작품 ‘채식주의자’는 민간 문화재단의 번역 지원을 통해 영국에서 출판될 수 있었다. 한국문학이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만큼 세계 독자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부족한 번역 인프라 탓이 크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번역 부문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한 작가의 깜짝 수상 소식을 들으며 2020년 한국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올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코로나 시절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클래식계에선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을 비롯해 신예 음악가들이 유수의 콩쿠르상을 휩쓸고 있고, BTS 뉴진스 블랙핑크 등 케이팝의 선전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분단의 아픔을 이기고 상상해낸 한국의 이야기와 음악이 세계인을 위로하는 시대다. 한 작가는 “상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의 수상 소식에 감정이 벅차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동아일보 사설
10.11 한국인 노벨문학상 수상 쾌거, K문학 도약의 계기 삼아야
비극적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문학으로 승화 평가
세계무대 한국문화 인정 위한 번역 지원 강화해야
소설가 한강(54)이 세계 문학의 최고봉에 올랐다. 어제 저녁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 작가의 이름을 불렀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2000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에 이어 두 번째지만, 문학상에서는 이번이 최초다.
1917년 이광수의 장편소설 『무정』 이후 한국 문학은 100년 넘게 근대문학을 축적해 왔다고 자부했지만, 여태껏 노벨 문학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고은 시인이 단골로 최종 후보로 거론됐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이웃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 오에 겐자부로(1994년)에 이어 2012년 중국의 모옌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을 때 우리는 부러움을 삼켜야 했다. 한강의 이번 수상으로 한·중·일 노벨 문학상 삼국지에서 당당히 한 축을 차지하게 됐다.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작가 한승원씨의 딸인 한강은 1993년 시로, 94년에는 소설로 등단했다. 대중성 추구보다는 시적인 문체로 인간 내면의 깊은 상처를 응시하는 작업에 몰두해 왔다. 특히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 한승원씨의 어깨너머로 전해들은 80년 광주의 비극이 그의 문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극단적인 섭생 거부를 통해 인류의 육식 문명을 그로테스크하게 비판한 『채식주의자』, 광주의 아픔과 정면 대결한 2014년 장편 『소년이 온다』, 제주 4·3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까지,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소설의 재료로 삼아 왔다.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면서도 시적인 소설을 써 왔다”는 스웨덴 한림원의 선정 사유는 그의 문학의 핵심을 정확히 지적한 것이다.
한강의 이번 수상은 변방의 한국 문화가 세계로부터 당당히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국제무대에서 한강을 비롯한 한국 작가의 성공 가능성은 일찌감치 점쳐져 왔다. 프랑스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는 수년 전부터 틈만 나면 한강은 물론 황석영·이승우 작가의 작품성을 상찬했다.
그러나 원작이 아무리 뛰어나도 한국어 작품의 미묘한 뉘앙스와 의미를 살려주는 좋은 번역이 없다면 이런 평가를 받기 힘들다. 한강의 경우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의 공헌이 컸다. 6년 동안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운 그는 뛰어난 번역으로 2016년 노벨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로 꼽히는 맨부커인터내셔널상을 한강 작가와 공동 수상했다. 그러나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리려는 정부 차원의 체계적 지원은 빈약하다. 외국인 번역가를 대상으로 한국문학번역원 대학원 과정을 개설하는 법안을 지난해 초 국회에 상정했으나 무관심 속에 자동 폐기됐다. 국회와 관계 당국의 전향적 검토를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10-11 잊어선 안 될 의료 파행 본말
권도경 사회부 차장
의정 갈등이 8개월째다. 의료 파행 여파는 통계로 수렴되고 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난 2∼7월까지 전국 의료기관에서 수술받은 소아암 환자 수는 지난해에 견줘 24% 줄었다. ‘빅5’ 병원으로 좁혀보면 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상급종합병원에서 시행된 6대 암과 희귀질환 수술도 각각 17%, 20% 줄었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진료 역량이 줄어든 탓이다. 결국, 소아암 환아와 난치병 환자 등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한 이들이 피해를 봤다.
정부는 실책을 연발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는 의대 교육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이틀 만에 철회했다. 부처 간 협의 없이 갑자기 나온 안이었다. 발상도 상식적이지 않다. 의료계가 의대 증원을 반대한 이유는 의대 교육 부실화다. 의사 수를 늘려놓고 의사 배출 공백을 막기 위해 교육기간을 줄인다면 질 떨어진 의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의대 5년제’는 의료계 명분에 힘만 실어줬다. 정부가 불필요한 논쟁거리를 던진 셈이다.
땜질 대책이 사태를 꼬이게 만든 건 이번만이 아니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을 복귀시키기 위해 많은 ‘예외’를 만들어냈다. 의대생들은 7개월 넘게 수업에 빠져 정상적으로 진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집단 수업 거부가 불법이라면 집단 유급이 맞다. 휴학이든 유급이든 내년 의대 교육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같은 결과를 두고 원칙이 무너지자 대학가에선 공정성 시비가 거세다.
아쉬운 대목도 많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병원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전공의에게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전공의 집단이탈을 불법으로 규정한 원칙과 각종 명령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원칙 훼손은 후유증을 낳고 있다. 전공의들은 요지부동이다. 원칙을 저버린 정부 얘기가 먹힐 리 없다. 불법행동이 처벌받지 않자 범죄행위는 죄의식 없이 자행되고 있다. 사직 전공의들은 환자를 살리겠다고 병원에 돌아간 의사들을 블랙리스트에 ‘박제’했다. 개인 신상을 알려준 조력자도 여럿이다. 일부 의사들은 구속된 사직 전공의를 위해 모금운동을 벌이면서 ‘표현의 자유’라고 두둔했다. 무법천지다. 전공의들에게 면죄부를 주지 않고 법에 따라 조치했다면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아마 정부는 다시 한발 물러설지도 모른다. 끝끝내 정부가 패배할 수도 있다. 환자 목숨을 볼모로 삼은 의사들을 이기기 쉽지 않아서다. 이젠 국민을 위한 개혁을 하려면 장관이 사과해야 하는 나라가 됐다. 정도에서 벗어나니 정부로서도 쓸 카드가 없다.
의사단체는 타협도, 대안도 없다. 현재 의료 파행은 증원된 의사 수천 명이 배출돼 생긴 문제가 아니라 의대 증원을 막기 위한 의사들 집단행동 탓이다. 정부에 저항하는 수단은 그 집단의 수준을 보여준다. 일부 병원에선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중증환자 수용이 거부되고 있다. 태업도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정부에 반발할 순 있어도 생명을 지키는 일에 최소한 금도는 있어야 한다. 약자의 희생을 딛고 선 강자는 존중받을 수 없다. 이번 사태가 의사의 승리로 일단락되더라도 국민은 낱낱이 기억할 것이다. 2024년 대한민국 의사들이 국민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줬는지를.

문화일보
10.15 장미꽃과 훈장...최태원 딸 결혼식장에 놓인 '빈 테이블'의 정체
한미 전우 추모 위해 마련
실종·전사 군인 기리는 美 전통

▲최태원 SK그룹 회장,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차녀 민정씨와 신랑 케빈 황의 결혼식이 지난 13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렸다. 두 사람이 한미 전우들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한 '빈 테이블'. /독자 제공
지난 13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렸던 최태원 SK그룹 회장,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차녀 민정(33)씨의 결혼식장에 놓여 있던 특별한 ‘빈 테이블’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해군 중위로 복무했던 민정씨와 미 해병대 대위인 신랑 케빈 황(34), 두 사람이 한미 전우들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날 흰색 천으로 덮인 원탁 테이블에는 장미꽃 한 송이와 양초, 레몬과 소금, 훈장과 군번줄 하나가 놓였고, 옆에는 빈 의자 하나가 있었다. 이 테이블은 미국 군대에서 실종 또는 전사한 군인들을 기리는 ‘실종자 테이블’ 전통을 따른 것이다.
둥근 테이블은 ‘실종·전사한 이에 대한 영원한 관심’을, 흰색 천은 ‘조국의 부름에 응하는 순수한 마음’을 상징한다. 또 레몬 한 조각은 실종·전사자들의 씁쓸한 운명을 상기시킨다는 의미가 있다. 소금은 실종·전사자들과 그 가족들의 눈물을, 양초는 실종자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았다.
이날 사회자는 본격적인 식이 시작되기 전 ‘빈 테이블’의 의미를 하객들에게 소개한 뒤, 두 사람이 모두 군인이라는 점을 들어 묵념 시간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에 모든 하객은 일어서서 묵념으로 한국과 미국의 순직 군인들을 추모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민정씨의 결혼식이 ‘한미 동맹’ 정신을 기리는 하나의 의식처럼 보였다는 말도 나왔다.
최씨는 지난 2014년 해군 사관후보생으로 지원한 후, 소위로 임관해 2017년 해군 중위로 전역했다. 2015년엔 6개월간 청해부대 충무공이순신함에 승선해 소말리아 아덴만 파병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신랑인 케빈 황은 중국계 미국인으로 하버드대 졸업 후 2016년 학사 장교로 해병대에 입대해 대위까지 올랐다. 현재는 예비군 신분이지만, 다음 달엔 현역으로 전환해 미 특수부대 군수 분야에 복무할 예정이다.
10-15 ‘안배와 정치적 결정’으로 땅에 떨어진 노벨상 권위
최근 문학상 수상 선정 ‘성평등’이 우선순위인가
김기삼 씨 “우리는 노벨위원회를 속였다” 충격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에서 위상 급추락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노벨상 선정 절차에 대한 일반의 궁금증이 새삼 커지고 있다. 특히 다른 분야와 달리 노벨문학상·평화상은 객관적 지표보다는 심사위원들의 가치관이나 정치적 성향, 그리고 국제 정세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관적 판단에 의해 선정되기 십상이다. 한강이 50대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의 아시아 여성으로서 올해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점에서 해외에서는 뜻밖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노벨상 발표 전 출판·언론계가 주요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영국 온라인 베팅사이트 ‘나이서 오즈(Nicer Odds)’에서는 호주 소설가 제럴드 머네인이 올해 가장 유력한 수상자로 떠올랐다. 이어 아방가르드 문학을 대표하는 중국의 소설가 찬쉐가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도 이 베팅사이트에서 배당순위 2위에 랭크된 바 있다.
올해 수상자인 한강은 베팅사이트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이름이다. 물론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 후보 명단까지 비밀에 부치고 평가 과정이나 수상자 선정도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하기 때문에 대중의 예측이 어긋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노벨문학상의 경우 최근 10년간 수상자의 면면을 보면 한림원 심사위원들이 작가의 문학적 성취만을 선정 기준으로 한다고 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2012년부터 올해까지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남성과 여성이 교대로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점에서 한림원이 ‘문학성’보다는 ‘성평등’을 우선순위에 두고 선정 절차를 밟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생긴다.
더욱이 14일 보도된 본지의 단독 기사 ‘한강 노벨문학상 수여는 DJ 평화상 스캔들 덮으려는 공작’과 노르웨이 매체 NRK의 기사 ‘한국인 망명자 김기삼 “우리는 노벨위원회를 속였다”’(2016.12.3)를 전문 번역한 보도를 보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해 노벨위원회를 상대로 김대중 정권이 얼마나 은밀하고 집요한 공작을 펼쳤는지 그 추악한 민낯이 낱낱이 드러나 있다.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여겨져 왔던 노벨상의 위상도 추락한다.
국가정보원의 내부고발자 김기삼 재미 변호사에 의하면 DJ 정권의 국정원은 ‘대외협력보좌관실’이라는 부서를 만들어 ‘노벨평화상 사냥’이라는 특수임무를 비밀리에 수행했다. 대외협력보좌관실에서 외신담당관으로 일하던 김 변호사는 이 같은 DJ 정권이 벌였던 ‘평화상 스캔들’을 폭로하려 했으나 신변 위협을 느껴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떠났다.
김 변호사의 폭로를 보도한 노르웨이 매체 NRK는 김대중 정권의 ‘노벨평화상 사냥’ 과정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한국인 망명자 김기삼 “우리는 노벨위원회를 속였다”’라는 기사의 제목 자체가 충격적이다. 당시 국내에서는 정치적 리스크가 두려워 어느 매체도 감히 보도하지 못했던 내용을 노르웨이 매체가 대신 폭로해 준 셈이다.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서는 독자 여러분이 본지 보도 내용을 직접 읽어 보시길 권한다. 다만 지금까지 2개의 노벨상 수상을 영광스러워 하며 기뻐했던 우리 국민이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사실 중 일부를 기사에서 확인해 보자.
“2016년 12월 노르웨이에서 출간된 책 ‘노벨평화상 사냥(The hunt for the Nobel Peace Prize)’에서 김기삼과 미국 언론인이자 작가인 도널드 커크는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해 (한국이) 노르웨이 사회 지도자들에게 뇌물을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김기삼 변호사는 NRK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역사상 가장 큰 뇌물 사건 중 하나일 것이다”고 말했다.
사설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10.15 반납해야 할 부끄러운 한국인 노벨상 두 개
한강이라는 여성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응당 나라의 경사로 기뻐해야 할 일인데도 오히려 남남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되어서 난리가 났다. 물론 종북좌파와 멍청하기 짝이 없는 일부 보수라는 자들도 한강을 추켜세우지만 나는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 한국이 받은 두 개의 노벨상에 대해 말해 본다.
종북좌파가 그리도 미워하는 일본은 노벨상을 30명 넘게 받았다. 일본이 받은 노벨상은 전 세계가 인정하고 존경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겨우 두 명이 받았는데도 왜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가.
원래 상이라는 것이 진짜로 받아야 할 사람이 받는다면 말이 없지만 상을 받을 자격이 없든가 특히 감옥에 가야 할 인간이 오히려 상을 받는다면 이거야 말로 상을 준 자도, 상을 받은 자도 사회의 질타를 면치 못한다. 한마디로 인간 세상에서 제일 원칙적이면서도 공평해야 하는 것이 상벌 관계다.
그렇게 놓고 보면 한국이 받은 두 개의 노벨상은 모두 원칙에 어긋나고 공평하지 못했다. 김대중이 받은 노벨평화상도, 한강의 노벨문학상도 원칙에 어긋나고 공평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솔직히 김대중에게 노벨상을 준 것은 노벨평화상의 원리 원칙에 심히 어긋나는 매우 한심한 것이었다. 망해 가던 북한 김일성 가문의 독재를 3대까지 연장시켜 주었으며 2300만 북한 동포에게 극심한 고통의 시간과 노예 생활을 30년간 즉 한 세대를 더 연장시켜 준 것이 어떻게 노벨평화상 감이란 말인가.
그리고 다 굶어 죽어 가던 북한의 군사 깡패들을 살려 주어서 한국의 죄 없는 박 왕자 씨를 쏘아 죽이고 한국의 연평도를 포격하여 군민을 사살하고, 천안함을 폭침시켜 46명의 해군 장병을 죽게 만든 죄인 김대중이 무슨 놈의 평화상 대상자인가. 광신자에게 돈을 퍼주어서 전 세계가 북한의 핵 위험 속에 놓이게 만든 자가 무슨 평화주의자란 말인가.
한마디로 김대중은 북한 주민의 철천지 원수이며 한국 국민의 피와 목숨을 앗아가게 만든 반역자이며 또 북한이 핵폭탄을 만들게 한 중죄인이다. 따라서 김대중은 노벨평화상이 아니라 전범자로 국제심판을 받아야 할 자였다.
그러면 한강은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아니다. 심히 변질된 노벨문학상 심사위원회와 한국의 현대사를 왜곡하려는 종북좌파가 결탁해서 만들어 낸 더러운 정치적 합작품이라고 나는 당당히 말한다.
한강이 쓴 책들이 과연 한국 국민과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올바른 인간으로 또 애국자로 이끌어 줄 만한 가치가 있는가. 아니다. 오히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또 한국이 남남 갈등으로 자멸하기를 바라는 북한의 대남 전략에 동조하는 책이다.
좌파는 물론 일부 멍청한 보수 중에도 “소설은 소설일 뿐이고 픽션일 뿐”이라는 어리석고 무식한 주장을 하는 자들이 있다. 이런 어리석은 인간들 때문에 경제대국인 한국이 거지 나라 북한에게 사상적으로 점령당해 질질 끌려다닌다.
인류사회 발전에서 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르는 자보다 더 무식한 자는 없다. 좌파는 책의 중요성을 잘 안다. 그래서 한강이 5·18과 4.3사건을 거꾸로 서술한 책들을 국민과 학생들이 읽도록 만들려고 3류 작가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만들었음을 왜 모르는가.
철없던 학생시절에 김일성의 주체사상이라는 책을 읽은 좌파가 한국을 완전히 깔고 앉은 지금의 현실을 보고도 “책은 책일 뿐”이라는 어리석은 말이 나오는가. 무식한 자들은 꼭 무식한 소리만 한다.
솔직히 말해서 한강이 쓴 저질스러운 책들이 1900년대 러시아의 톨스토이나 미국의 로버트 프로스트, 영국의 조지 오웰 같은 위인들이 펴낸 책들과 견줄 만한 가치를 갖고 있나.
아니다. 그 곁에도 못 갈 매우 편향적인 졸작들이다. 그런데도 톨스토이와 조지 오웰·로버트 프로스트 같은 위인들이 문학상 후보에 오를 때마다 외면하던 노벨문학상 심의위원회는 왜 보잘것없는 한강에게 상을 주었는가. 이것은 노벨상이 도덕적으로 변질되었다는 증거다.
즉 한강에게 노벨문학상을 준 것은 5·18과 4.3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정식화하고 5·18 정신을 헌법화하려는 종북들이 짜고 만든 작전이다. 종북좌파의 손바닥에서 놀아나는 줄도 모르고 무슨 나라의 큰 영광이요 뭐요 하며 떠드는 보수우파들은 제발 정신을 좀 차리자.
돈과 정치 모략에 놀아나는 노벨평화상과 문학상이 이제는 인류에게 해로운 존재로 변질되었다.
일본이 물리학상과 화학상·생리의학상들을 휩쓸어갈 때에 북한 국민이 겪는 극심한 고통과 굶주림의 대가로 또 한국 군인들과 국민이 바친 귀중한 목숨의 대가로 받은 김대중의 노벨평화상과 그에 동조한 한강의 문학상은 노벨상의 역사에 남겨진 부끄러운 오점이며 언젠가는 꼭 반납해야 할 한반도의 부끄러운 역사의 증거다.

스카이데일리 김태산
10.16 청소년 온라인 도박 급증,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8월 열린 서울에서 열린 '청소년 불법 도박 예방 선포식'에서 청소년들이 불법 도박 근절 캠페인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장이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10대 청소년의 도박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예방 교육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도박 중독 치유 서비스’를 이용한 10대 청소년이 2021년 1242명에서 올해는 1~7월에만 2349명이 돼 2배 가까이로 늘었다고 한다. 불법 온라인 카지노(1319명), 사설 스포츠 토토(211명), 불법 실시간 게임(140명) 등 주로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는 도박 중독자가 많았다.
도박을 하다가 경찰에 형사 입건된 ‘범죄 소년’은 2015년 59명에서 올해 1~8월 328명으로 10년 사이 약 5.5배로 늘었다. 도박 혐의로 올해 검거된 13세 이하 ‘촉법소년’도 벌써 45명이다. 도박으로 형사 입건이 되려면 판돈이 500만원 이상이거나, 누범(累犯)이거나, 도박판을 열어 이득을 취한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 적발돼 형사 입건된 청소년이 이 정도라면 실제 도박에 노출된 청소년은 훨씬 많다고 봐야 한다.
지난 4월에는 게임 전용 메신저를 이용해 회원 1500여 명을 모은 판돈 2억원대 온라인 도박장이 경찰에 적발됐다. 운영자가 중학생, 서버 관리자는 고등학생이었다. 이 도박장에 돈을 보낸 회원의 80%도 청소년이었고, 상습 이용자 96명 중에는 초등학생도 있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2022년 청소년 1만8444명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 조사에서 초·중·고교생 10명 중 4명은 도박성 돈내기 게임을 해봤다고 답했다. 재학 중 청소년의 4.8%는 도박 조절에 실패한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현재 10대 인구 454만명 중 4.8%만 돼도 21만명이 넘는다.
온라인 공간 도처에 불법 도박 사이트와 이런 사이트들을 홍보하는 ‘배너 광고’가 널려 있다. 클릭 한두번만으로 도박을 할 수 있다. 코로나 기간에 청소년 온라인 도박이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이 자금 마련을 위해 다른 범죄에 연루되거나, ‘대리 입금’이란 명목으로 온라인에 퍼져 있는 사채 광고에 현혹되기도 한다.
최근 5년간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모두 ‘도박 문제 예방 교육 조례’를 만들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예산편성이나 실효성 있는 대응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늦기 전에 전면적 실태 조사와 예방 교육을 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0.16 편파방송 제재 신기록에 24억원 챙겨 사라진 김어준

▲김어준의 뉴스공장. 사진 TBS 홈페이지
최수진 의원 ‘김어준의 뉴스공장’ 출연료 계산
서울시 지원 끊긴 TBS 직원들만 직장 잃을 위기
어제 TBS 프로그램 ‘최일구의 허리케인 라디오’는 스튜디오에 ‘TBS 폐국 결사반대’라는 팻말을 세웠다. 방송에선 교통 안내보다 문 닫을 위기에 놓인 TBS를 도와 달라는 메시지를 더 내보냈다. 요즘 TBS 방송에선 수시로 폐국 위기 상황을 호소한다.
1990년 문을 연 TBS가 34년 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서울시의회가 2022년 11월 예산 지원 중단 조례안을 통과시키면서다. 지난달 11일엔 TBS의 서울시 출연기관 지위가 해제됐다. 연간 예산 400억원의 70% 정도를 서울시에서 지원받아 온 TBS는 이제 존립조차 어려워진 상태다. TBS의 몰락은 고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때부터 노골화한 정치 편향 방송이 초래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김씨가 2016~2022년 이 방송을 진행하면서 받은 출연료가 약 24억5110만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TBS 제작비 규정을 적용해 계산한 수치다. 최 의원은 TBS가 시기에 따라 김씨에게 2시간당 110만원과 200만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씨의 편파방송 행태는 일일이 꼽기도 어려울 정도다. 선거철만 되면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보수 정당 후보 헐뜯기에 매달렸다. TBS 예산을 지원하는 서울시장 선거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세훈 시장을 겨냥한 ‘생태탕 방송’이 그중 하나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신규 편성한 이후 TBS가 받은 196건의 방송심의 제재 가운데 73.9%인 145건이 김씨 프로였다고 밝혔다. 전무후무할 신기록이다. 규정 위반을 일삼는 진행자에게 20억원 넘는 출연료를 지급해 온 TBS 전 경영진의 책임을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
고액 출연료를 받으며 지명도까지 높인 김씨는 유튜브로 옮겨 활발히 활동 중이다. 반면에 TBS 직원들은 실직을 우려한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4월 “폐국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TBS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으나 국민의힘 의석이 다수인 서울시의회는 완강한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해 360여 명이던 직원 가운데 100여 명이 희망퇴직 등으로 이미 떠났다. 이성구 대표이사 대행마저 사의를 표명해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다. 편파방송으로 제재를 밥 먹듯이 받은 김어준씨는 거액을 챙겨 떠나고 TBS 직원들은 폐국을 막아 달라고 호소하는 현실이다. 오죽하면 이 대표대행이 지난 8월 김씨 등을 겨냥해 “사재를 털어서라도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을까. 어제도 TBS 직원들은 집회를 열어 폐국을 막아 달라고 읍소했다. 편파방송을 일삼은 인사들과 이들을 비호한 전 경영진은 직원과 서울시민에게 사죄하고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중앙일보 사설
10.17 북한이라면 한강 작가는 노벨상이 아니라 총살감이다
北의 대남전략 동조‧한국 어린이 망가뜨리는 나쁜 필자
휴전 중 5.18‧4.3 진실 거꾸로 서술한 것이 단순 소설?
연애소설도 국가‧후대 위해 삼가해야 할 내용 있는 법
요즘 한강의 더러운 책을 “소설일 뿐이고 픽션일 뿐이다”며 두던 하는 자들을 욕하는 글을 몇 자 썼다. 특히 똥과 된장도 구분을 못하는 무식한 자들은 탈북인의 말이라도 좀 들으라고 썼더니 매우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한강의 책이 왜 북한의 대남전략에 동조하고, 왜 한국 어린이들을 망가뜨리는 나쁜 글인지를 모른다. 이런 자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무식한 바보인지도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을 잡으려고 벌인 광우뻥 소동 때 좌파 언론에 속아서 추운 날 데모에 동참한 자들이 바보가 아니란 말인가?
청렴한 대통령 박근혜에게 온갖 누명을 다 씌워서 탄핵시킬 때에도 좌파 언론에 속아서 박근혜를 탄핵해야 보수우파가 정신을 차린다며 찬성했던 보수 우파들이 과연 무식한 바보들이 아니란 말인가.
한국에 와서 20년 이상 겪어보니까 자신을 큰 대학 나온 아주 대단한 양반처럼 여기며 항상 대접만 받고 자기가 최고라는 말만 들으려는 자들치고 무식하지 않은 자가 없더라.
물론 사람마다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의 차이를 놓고 상대를 무식하다고 비난하면 안 된다.
그러나 무엇이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길이고, 무엇이 매국인지를 분간치 못한다면 이것은 의견의 차이가 아니라 무식한 자의 고집일 뿐이다.
한마디로 지금 한강의 편을 들며 북한과 종북들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자들은 생각과 의견이 다른 것이 아니라 무식한 자의 반역이다.
5.18과 4.3의 진실을 거꾸로 서술한 것이 왜 픽션이고 단순 소설이란 말인가. 이런 자들이 좌파들의 모략으로 받은 노벨문학상과 나라의 존망을 바꾸려는 무식한 자들이 아니란 말인가.
내 말이 틀리면 반박을 해보라.
아무리 단순한 소설도 그 속에는 작가의 사상과 이념이 녹아 흐른다. 연애 소설도 국가와 후대를 위하여 삼가해야 할 내용이 있는 법이다. 그것을 벗어나면 한강의 책처럼 인간을 자기의 어미와 누이도 가족도 능욕하는 짐승으로 만든다.
만약 북한에서 이따위 더러운 글을 썼다면 노벨상이 아니라 당장 총살 당했을 것이다.
이러면 또 한국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자유민주 국가라고 잘난 척을 할 것이 눈에 환히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과의 휴전 중에 서로 치열한 사상전을 벌이고 있는 나라임을 잊지말라
그런데도 나라의 주인인 우파라는 자들이 더러운 책을 그냥 소설이고 픽션일 뿐이고 우긴다면 정말 무식한 쓰레기들이라고 나는 당당히 말한다.
나는 앞으로도 이런 욕은 계속할 것이다. 나의 글이 보기 싫은 사람은 보지 말라. 지금은 점잖은 척 똥폼이나 잡는 신사보다 종북 좌파와 싸울 전사가 필요한 때다.
이라는 여성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응당 나라의 경사로 기뻐해야 할 일인데도 오히려 남남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되어서 난리가 났다. 물론 종북좌파와 멍청하기 짝이 없는 일부 보수라는 자들도 한강을 추켜세우지만 나는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 한국이 받은 두 개의 노벨상에 대해 말해 본다.
종북좌파가 그리도 미워하는 일본은 노벨상을 30명 넘게 받았다. 일본이 받은 노벨상은 전 세계가 인정하고 존경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겨우 두 명이 받았는데도 왜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가.
원래 상이라는 것이 진짜로 받아야 할 사람이 받는다면 말이 없지만 상을 받을 자격이 없든가 특히 감옥에 가야 할 인간이 오히려 상을 받는다면 이거야 말로 상을 준 자도, 상을 받은 자도 사회의 질타를 면치 못한다. 한마디로 인간 세상에서 제일 원칙적이면서도 공평해야 하는 것이 상벌 관계다.
그렇게 놓고 보면 한국이 받은 두 개의 노벨상은 모두 원칙에 어긋나고 공평하지 못했다. 김대중이 받은 노벨평화상도, 한강의 노벨문학상도 원칙에 어긋나고 공평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솔직히 김대중에게 노벨상을 준 것은 노벨평화상의 원리 원칙에 심히 어긋나는 매우 한심한 것이었다. 망해 가던 북한 김일성 가문의 독재를 3대까지 연장시켜 주었으며 2300만 북한 동포에게 극심한 고통의 시간과 노예 생활을 30년간 즉 한 세대를 더 연장시켜 준 것이 어떻게 노벨평화상 감이란 말인가.
그리고 다 굶어 죽어 가던 북한의 군사 깡패들을 살려 주어서 한국의 죄 없는 박 왕자 씨를 쏘아 죽이고 한국의 연평도를 포격하여 군민을 사살하고, 천안함을 폭침시켜 46명의 해군 장병을 죽게 만든 죄인 김대중이 무슨 놈의 평화상 대상자인가. 광신자에게 돈을 퍼주어서 전 세계가 북한의 핵 위험 속에 놓이게 만든 자가 무슨 평화주의자란 말인가
한마디로 김대중은 북한 주민의 철천지 원수이며 한국 국민의 피와 목숨을 앗아가게 만든 반역자이며 또 북한이 핵폭탄을 만들게 한 중죄인이다. 따라서 김대중은 노벨평화상이 아니라 전범자로 국제심판을 받아야 할 자였다.
그러면 한강은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아니다. 심히 변질된 노벨문학상 심사위원회와 한국의 현대사를 왜곡하려는 종북좌파가 결탁해서 만들어 낸 더러운 정치적 합작품이라고 나는 당당히 말한다.
한강이 쓴 책들이 과연 한국 국민과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올바른 인간으로 또 애국자로 이끌어 줄 만한 가치가 있는가. 아니다. 오히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또 한국이 남남 갈등으로 자멸하기를 바라는 북한의 대남 전략에 동조하는 책이다.
좌파는 물론 일부 멍청한 보수 중에도 “소설은 소설일 뿐이고 픽션일 뿐”이라는 어리석고 무식한 주장을 하는 자들이 있다. 이런 어리석은 인간들 때문에 경제대국인 한국이 거지 나라 북한에게 사상적으로 점령당해 질질 끌려다닌다.
인류사회 발전에서 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르는 자보다 더 무식한 자는 없다. 좌파는 책의 중요성을 잘 안다. 그래서 한강이 5·18과 4.3사건을 거꾸로 서술한 책들을 국민과 학생들이 읽도록 만들려고 3류 작가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만들었음을 왜 모르는가.
철없던 학생시절에 김일성의 주체사상이라는 책을 읽은 좌파가 한국을 완전히 깔고 앉은 지금의 현실을 보고도 “책은 책일 뿐”이라는 어리석은 말이 나오는가. 무식한 자들은 꼭 무식한 소리만 한다.
솔직히 말해서 한강이 쓴 저질스러운 책들이 1900년대 러시아의 톨스토이나 미국의 로버트 프로스트, 영국의 조지 오웰 같은 위인들이 펴낸 책들과 견줄 만한 가치를 갖고 있나.
아니다. 그 곁에도 못 갈 매우 편향적인 졸작들이다. 그런데도 톨스토이와 조지 오웰·로버트 프로스트 같은 위인들이 문학상 후보에 오를 때마다
외면하던 노벨문학상 심의위원회는 왜 보잘것없는 한강에게 상을 주었는가. 이것은 노벨상이 도덕적으로 변질되었다는 증거다.
즉 한강에게 노벨문학상을 준 것은 5·18과 4.3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정식화하고 5·18 정신을 헌법화하려는 종북들이 짜고 만든 작전이다. 종북좌파의 손바닥에서 놀아나는 줄도 모르고 무슨 나라의 큰 영광이요 뭐요 하며 떠드는 보수우파들은 제발 정신을 좀 차리자.
돈과 정치 모략에 놀아나는 노벨평화상과 문학상이 이제는 인류에게 해로운 존재로 변질되었다.
일본이 물리학상과 화학상·생리의학상들을 휩쓸어갈 때에 북한 국민이 겪는 극심한 고통과 굶주림의 대가로 또 한국 군인들과 국민이 바친 귀중한 목숨의 대가로 받은 김대중의 노벨평화상과 그에 동조한 한강의 문학상은 노벨상의 역사에 남겨진 부끄러운 오점이며 언젠가는 꼭 반납해야 할 한반도의 부끄러운 역사의 증거다.
10.17 한강의 역사 조작‧패륜‧포르노 문학에 분노한다
한강의 문학은 독(毒)이다. 단언컨대, 한강이란 작가의 문학은 대한민국의 과거와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적성(敵性)이다. 어쩌면 청소년의 영혼을 비릿한 정액 냄새로 타락시키는 패륜 문학일 수 있다.
적어도 한강 그녀는 문학에서 얻은 감동과 즐거움이 누군가에게는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하고 있었다. 작가는 자신의 문학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사회를 위해 작가가 짊어져야 하는 최소한의 도의다. 만약 내 자식들이나 학생들이 그녀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읽겠다 하면 극력 반대할 수밖에 없다. 왜 나의 소중한 존재들이 패륜의 글을 읽어야 하는가.
노벨상을 받았다 해서 포르노를 보고 아름다운 시적 문체와 향기를 느끼게 한다고 표현해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문학은 그런 것이다. 여인의 눈부신 나신(裸身)을 그린다 해서 문체가 아름다울 수 없듯이, 19금 포르노를 아름다운 사랑이라 말할 수 없다.
황홀한 시적 사랑은 은유 속에 있을지 모른다. 문학은 직설을 감추고 침묵의 여백으로 독자의 상상을 끌어낸다. 박경리는 소설 ‘토지’에서 사랑을 그린 아름다운 시적 영상을 우리에게 보여 줬다.
그러나 한강은 직설에서 정도를 넘어 포르노를 향해 갔다. 감동이 사라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남녀 간의 섹스에서 정액을 쏟아 내는 것이 흥분과 떨림의 전부일 수 없다. 은유로 감싸주는 침묵도 얼마든지 지극할 수 있다. 그러므로 소설 속에 그려 놓은 한강의 표현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 그녀는 포르노 작가였다.
한강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할 수 있다. 소설적 상상력이 사실과 연결되면 논픽션이 된다. 독자는 그걸 실제 역사로 오인한다. 이것은 예로부터 역사를 조작하는 방법이었다. 멀리로는 ‘용비어천가’에서부터 노무현을 창작하여 그린 영화 ‘변호인’이 있었다. 사람들은 영화 변호인 속 노무현의 모든 것을 진실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부림사건을 아는 분들은 역사 조작임을 증언하고 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 역시 조작된 역사 속에 영혼을 담근 글이라는 혐의를 벗어날 수 없다. 1970년생 한강이 10살이었을 때 5·18이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당시 광주에서 대학 3년을 다니고 있었다. 필자가 겪은 국군은 총을 쏘면서 데모를 진압하지 않았다. 그들에겐 총탄이 지급되지 않았다. 총탄 없는 총에 의해 시민이 죽었다는 표현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 국군은 악마가 아니다.
소설적 허구를 독자가 읽음으로 해서, 가공된 역사를 우리 후손이 받아들인다면 필자는 이 시대를 살아갈 자격이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한강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여자일 수 있다.
제주 4.3을 애증어린 눈빛으로 보았다면, 그것은 작가의 양심에 의한 감상적(感傷的) 영역일 수 있다. 그러나 국군에 대한 분노의 시선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이 또한 한강은 조작된 역사의 희생자다.
제주 4.3은 남로당이 주관한 공산 폭동이었다. 주동자 김달삼은 1948년 9월9일 인민공화국 건국일에 맞춰 제주도민 지지자 5만 명의 명부를 들고 북한으로 갔다. 제주 전체 유권자는 모두 8만 명이었다. 이는 제주4.3에 대해 단 한 줄이라도 제대로 된 역사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아주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노근리 사건도 피난민에 섞여 밀려오는 민간인 복장의 북한군을 막기 위한 총격이었다. 피아를 구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사건을 민간인 학살로 매도하여 미군을 비난할 수 없다. 전쟁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비극 중 하나일 뿐이다. 어디까지나 근본적인 원인은 북한 김일성의 남침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한강은 역사의 외눈박이가 아닐 수 없다. 왼쪽 눈으로만 본 그녀의 문학 역시 외발이 걸음일 뿐이다. 그리하여 필자는 조작된 역사와 패륜 포르노에 밀착된 문학을 찬양할 수 없다.
노벨상이 전부일 수는 없다. 노벨상의 후광을 받는다 하여 그녀의 문학이 대한민국 문학을 상징할 수 없다. 대한민국 문학은 높은 지조와 절개와 품격을 지닌다.
또한 문학은 선(善)한 영향력으로 남아야 한다. 역사적 소재에서 물을 마셨으면 우유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나 악한 영향력으로 남으리라 싶은, 매서운 독을 생산한 그녀는 무엇이겠는가.
필자는 한강의 소설을 읽으라 권하지 않는다. 적어도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모든 국민에게 한강의 오염된 진실을 알려 주는 것도 의병이 할 일이라 믿기 때문이다.
스카이데일리 정재학
10.17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1심 무죄
재판부 “검사 측 증거만으로 범죄 증명 어려워”

▲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가운데)이 17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권성수 부장판사)는 17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청장이 2022년 10월29일 이태원 핼러윈데이에 인파로 인한 사고 위험성을 예견했음에도 적절한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고 지휘·감독권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참사 당일 사상자 규모를 키웠다며 금고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사건 사고 발생이나 확대와 관련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이나 인과관계가 엄격히 증명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당직 근무를 해 같은 혐의로 기소된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과 정대경 전 112 상황팀장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10.18 민심군심(民心軍心)] 한강 작가는 역사와 현실 직시하라
폭력의 뿌리 외면·타인의 고통 차용해 검은 역사 창조하지 말라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는 주장은 마약도 약이라고 넋두리하는 꼴
한국 여성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우리의 자랑이고 모두가 축하해야 할 쾌거다. 그러나 수상자가 ‘한강’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좌절과 자괴심을 느꼈다. 한강이 그동안 보여 준 글은 폭력을 거부하면서 문화 폭력을 행사했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예도와 상식과 진실을 깼기 때문이다. 한강의 수상 소식은 23년 전 대대장 시절, 뇌가 깨지는 뇌진탕으로 의식 손실과 어지럼증과 구토가 동시에 몰려왔을 때와 같은 통증을 느끼게 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작품 중 ‘소년이 온다’를 ‘광주에서 수 백 명의 학생과 비무장 시민을 한국 군부가 학살한 역사에 바탕한다’고 소개했다. 한림원은 ‘증언문학’이라고 하면서 5·18 희생자 공식 기록조차 확인하지 않고 학생 피해자를 부풀려 강조했고, 5·18 폭력의 뿌리는 외면하고 국가의 명령을 받고 출동한 계엄군을 학살자로 매도했다. ‘유태인 학살’을 ‘독일인 학살’로 폭력의 뿌리를 반대로 변조한 꼴을 범한 실수를 했다.
좌우 진영의 진실 주장이 다른 불행한 5·18 역사에 바탕을 둔 작품을 선정한 한림원에게 ‘인간에게 문학은 무엇이고,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 기준은 무엇이며, 수상자 선정으로 인류에게 주려는 가치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녀에게 행운을 가져다준 시와 산문을 넘나드는 문체와 번역의 미학에 대해서는 분석할 힘이 없다. 좌우 진영의 작품 수용 편차가 심하고 그녀의 정체성을 분석하는 논객이 많은 것은 폭력의 시작과 뿌리는 소련과 중공의 사주를 받은 김일성의 남침과 남로당 김달삼의 제주4·3폭동과 돈으로 내란을 선동한 김대중인데, 폭력의 본질은 외면하고 폭력의 뿌리에서 파생된 여러 유형의 죽음과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만 신내림 언어로 묘사하기 때문이다.
4.3과 5·18의 진실과 폭력의 뿌리가 밝혀졌는데도 거짓의 편에서 감성으로 진실을 덮는 것은 펜의 폭력이다. 북한의 폭력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자기의 영광을 만들어 준 국가에 대해 폭력적인 감정을 뿜어대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한강은 아직도 젊다. 인간의 폭력 본성을 심미적으로 파헤친 한강은 이제 수상자의 영광과 영향력으로 국가 폭력이 어디서 시작하여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북한 폭력에 관심을 가져서 인류가 전쟁과 폭력을 멈추게 하는 세계적 기수가 되면 좋겠다. 우리는 그에게 독자로서 그가 지난 모순의 원점을 돌아보고 전향적 발전을 이루도록 몇 가지를 부탁한다.
첫째, 피해의식을 극복하고 문제의 본질을 보아야 한다.
5·18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를 작가는 눈물을 흘리며 한 줄 한 줄 썼다고 고백했다. 매 장마다 화자가 다르다. 친구를 찾아 시체안치소를 찾은 동호, 옆구리에 총을 맞고 혼령이 된 정대, 살아남았지만 정신적 고문을 당하는 이들의 시선에서 참혹했던 그날의 기억을 소환한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까지, 국가와 반국가, 양심과 비양심, 감성과 감정이 혼재한 가운데 희망적 존재인 소년(인간)이 오는 것으로 제목을 달았다.
한강은 광주시민을 죽음의 공포를 극복한 절대 공동체로 묘사하고 있다. 북한 주민은 76년 이상을 노예로 살면서 광주와 같은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는데 광주는 44년 전에 죽음도 불사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불행한 역사에서 인간의 참모습을 찾은 것은 대단한 발견이고 5·18이 보여 준 공동체의 모습은 노예로 사는 북한 동포에게 전도해야 할 최고의 메시지로 보인다.
인간 존엄성과 양심을 지킨 사람이 있었다는 흔적을 남기려고 도청을 사수했다는 문장에서 숨이 멎을 지경이다. 소설에 이념적 역사의식을 감성으로 녹이면 혈관주사처럼 바로 침투한다. 그래서 작가의 역사 소설은 소설일 수 없다. 소설은 소설이라고 말하는 것은 마약도 약품이라고 말하는 반사회적 모순이다.
한강이 5·18 문제를 해결했다고 관련 단체들이 부추긴다. 노벨상을 받은 문학 작품을 역사 속으로 끌어들이면 아픔과 진실과 희망은 깨진 뇌처럼 기억은 소실되고 치매 정치만 남는다. 한강은 한림원 수상 자리에서 북한의 오래된 집단 폭력과 인권유린에 대해 언급하길 바란다.
둘째, 한강은 좌우를 통찰하는 글을 써야 한다.
한강의 책 내용과 기고문과 그녀의 발언을 종합하면 이 시대의 보편적 역사의식과 너무도 다르고 통찰과 거리가 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미 노벨이란 외피로 영웅이 된 수상자의 불편한 진실을 끌어 내고 정면으로 마주 선다는 게 참으로 힘겨운 일이겠지만 노벨상을 수상한 이후로 인류 문명에 기여하는 작가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에 희망을 녹여서 전한다.
불행한 역사인 4.3과 5·18을 치유하려면 문제의 본질을 봐야 한다. 한강도 5·18 전후로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계엄군이 출동하기 전에 방송국이 불타고 경찰이 치안을 유지할 수 없어서 계엄군이 출동했다는 5·18 역사의 시간표를 알 것이다. 누가 먼저 폭력을 행사한 것인지 다 밝혀졌는데도 그동안 광주는 폭력의 시발점을 전두환 합수부장의 발포(사격) 명령에서 찾으려고 했지만 5·18조사위는 ‘조사 불능’으로 처리했다.
민심과 군심은 5·18 역사의 진실을 소설의 힘으로 변조·참살하는 폭력을 경계한다. 국가에 대적한 폭력에 대한 국가의 폭력은 정당한데, 명령을 받고 출동한 계엄군을 학살자로 매도하고 국가의 폭력을 묘사하여 국가 이미지를 훼손했다. 대한민국이 킬링필드로 세계인의 공인을 받게 되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 인류는 진리와 진실의 힘으로 진보했는데, 진실을 덮는 것은 반문명적 폭력이다.
셋째, 진짜 폭력을 경계하라.
한강은 나무를 비폭력의 상징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나무도 생존하기 위해서 끝없이 가지는 빛을 찾아 이웃 나무를 침범하고 뿌리는 폭력으로 지하 영역을 확대한다. 도토리도 어미나무를 벗어나지 못하면 살 수가 없다. 폭력과 생존은 엇물려 돌아간다. 국가는 반국가세력으로부터 계속성 유지를 위해 폭력을 합법적으로 행사한다. 국가의 합법적 폭력마저 거부한다면 국적을 가지면 안 된다. 역사는 모순적이게도 평화주의자의 비폭력과 평화조약 문서가 오히려 폭력을 만들었음을 기록하고 있다.
작가가 사이비 교주처럼 공포스러운 죽음의 신내림 요령을 흔들어 대면 독자는 정신적으로 두들겨 맞으면서 탈출하지 못한다. 한강은 13세에 참혹한 사진을 본 뒤로 어린 감성에 아직도 갇힌 것은 아닌지, 한강의 1인 다역 연출 무대가 거짓 카르텔에 힘을 실어 주고 오판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강의 책은 발간 즉시 번역을 해 준다. 이제 한 차원 더 성숙하여 책이 편을 가르지 않고 다수 국민의 사랑을 받기 바란다. 거짓으로 진실을 공격한 폭력, 감성을 무기로 심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문화적 폭력, 북한의 인권유린 폭력에 침묵했던 양심 상실 폭력을 멈추고 기적을 창조한 한강(漢江)처럼 한강(韓江)의 기적 같은 전향과 변신을 기대한다.
스카이데일리 박필규 국군명예회복운동본부 이사·민간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예)육군중령
10.20 정년 65세 시대 열렸다…행안부 "공무직 단계별 연장"

▲행정안전부 청사 전경./뉴스1
행정안전부와 행안부 소속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직 근로자 2300명의 정년이 만 60세에서 최대 만 65세로 연장됐다. 만 60세인 법률상 정년을 연장하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보다 먼저 공무직의 정년이 연장된 것이다.
행안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행안부 공무직 등에 관한 운영 규정’을 최근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공무직 근로자는 기관에 직접 고용돼 상시 업무에 종사하며, 근로 기간의 정함이 없이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를 말한다. 정부서울청사와 정부세종청사 등 전국 정부청사에서 환경 미화와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이 대부분으로, 현재 2300여명이 이에 해당한다.
그동안 행안부 공무직 정년은 현행법상 공무원(일반직 기준) 정년과 같은 60세였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만 60세인 1964년생의 정년은 63세, 1965∼1968년생은 64세, 1969년생부터는 65세로 연장된다. 행안부는 정년이 임박한 공무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별도 심사를 거쳐 정년을 연장할 계획이다.
또 불임 및 난임 치료를 포함해 요양이 필요한 경우 최대 1년간 휴직할 수 있으며, 1년 이내에 연장도 가능하게 됐다. 임신 중이거나 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공무직이라면 3년 이내의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저출산 대응을 위해서 확대된 공무원 휴직 규정을 공무직에도 동일하게 적용한 것”이라며 “열악한 공무직 근로자의 처우 개선에 방점을 뒀다”고 말했다.
10.21 2터미널 2배 확장... 인천공항 12월 '제2개항'
'3차원 수하물 검사' 시스템... 가방서 물건 꺼내지 않아도 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 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레드닷 디자인어워드 2024'에서 제2여객터미널 확장지역의 키네틱 조형물이 디자인 컨셉 부문 본상을 수상하며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를 석권했다고 13일 밝혔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은 제2 터미널 2배 확장을 포함한 ‘4단계 공사’를 7년 만에 마무리하고 오는 12월 일반에 공개한다고 20일 밝혔다. 2017년부터 4조8000억원을 들여 4번째 활주로 건설, 2터미널 확장 등을 진행해왔는데, 항공 업계에선 2001년 개항 후 ‘제2 개항’이란 평가가 나온다. 인천공항이 연간 1억명을 수용하는 세계 3위 공항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두 배로 늘어난 2터미널 규모다. 2018년 1월 문을 연 2터미널은 항공기 계류장 75곳이 추가되는 등 기존 대비 두 배인 73만4000㎡ 규모로 커진다. 축구장 48개 크기가 증가하는 것으로, 연간 수용할 수 있는 이용자 수도 2300만명에서 5200만명으로 확대된다. 확장 지역을 더한 2터미널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기존 터미널에 ‘팔’과 ‘다리’를 붙여 쭉 뻗은 듯한 알파벳 H 모양이 된다. 국토교통부는 “5400만명의 여객 규모를 갖춘 1터미널과 합하면 연 1억600만명 수용 능력을 갖춰 동북아 1위이자 홍콩, 두바이에 이은 세계 3위 규모 공항으로 거듭나게 된다”고 했다. 제4 활주로는 2021년 6월 먼저 건설을 마쳤다.
외관도 확 달라진다. 2터미널 출국장에는 가로 77m·세로 8m, 입국장에는 가로 60m·세로 6m의 초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이 설치됐다. 이는 세계 공항 전광판 중 가장 큰 규모다. 대형 화면에 비행편 위치와 한국 전통 건축물, 바닷속 풍경 등이 번갈아 표시된다. 출국장 천장엔 기후위기로 멸종 위기에 처한 벵골호랑이 등 동물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조형물 ‘더 이터널 스카이’가 설치됐다. 탑승장 동편 끝 부분의 실외 정원에는 창덕궁 후원에 있는 정자인 승재정을 실물 크기로 재현한 정자를 설치했다.
입출국 시간 단축을 위한 검사 시설도 대거 늘렸다. 현재 2차원 기반 엑스레이 방식의 수하물 검사 시스템은 3차원 검사로 바뀐다. 지금은 가방에서 노트북 등 개인 수하물을 일일이 꺼내야 하지만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여권과 탑승권을 꺼내지 않고 미리 등록한 생체 정보로 체크인이 가능해지는 ‘스마트 체크인’ 기기도 기존 210대에서 316대로 확대된다.
조선일보 김아사 기자
10-21 외국인 국민연금 수급자 1만 명 넘었다…과반 차지하는 중국인 1인당 올 상반기 181만 원 받아
외국인 국민연금 수급자 1만 명 넘었다…과반 차지하는 중국인 1인당 올 상반기 181만 원 받아
노령연금을 수급하는 외국인이 1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중국인이 외국인 연금 수급자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연금 수급자 사망 시 배우자에 지급하는 유족연금 수급자 중에서도 중국인이 가장 많았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노령연금을 수급하고 있는 외국인 수는 1만410명에 달하고 상반기 동안 이들에게 지급된 금액은 267억8800만 원으로 집계됐다. 노령연금은 가입 기간 10년을 넘겨 수급연령에 도달했을 때 받는 일반적 형태의 국민연금을 말한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5571명으로 전체 외국인 연금 수급자의 53.5%를 차지했고 1인당 수령액은 181만 원꼴이었다. 미국인이 21.9%인 2276명으로 1인당 359만 원을 받았고, 캐나다인 867명(8.3%·1인당 396만 원), 대만인 585명(5.6%·1인당 324만 원), 일본인 426명(4.1%·1인당 269만 원) 등의 순이었다.
노령연금 수급자가 사망하면 배우자에게 지급하는 유족연금을 받는 외국인도 올해 상반기 기준 4020명에 달했고 이들에게 지급된 금액은 81억1200만 원이었다. 유족연금 수급자 중에서도 중국인이 1701명(42.3%)으로 가장 많았고 1인당 평균 169만 원을 받았다. 중국에 이어 베트남인이 473명(11.8%·1인당 215만 원)으로 뒤를 이었고 미국인 434명(10.8%·1인당 285만 원), 일본인 359명(8.9%·1인당 202만 원) 등이었다.
국민연금에 가입한 외국인은 6월 기준 모두 45만5839명으로 2019년 32만1948명에 비해 5년 만에 40% 넘게 늘었다. 외국인 가입자 중에서는 중국인이 42.6%인 19만4421명으로 가장 많았다. 최근 사업장 가입 대상국으로 지정된 베트남인과 캄보디아인도 반년 만에 각각 1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일보 유민우 기자
10-22 노인 연령 75세, 공무직 정년 65세…사회적 공론 모아볼 때
이중근 대한노인회장(부영그룹 회장)이 21일 취임식에서 노인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75세로 올리는 것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현재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이지만 2050년에는 2000만 명이 돼 젊은 세대의 부양 부담이 늘어난다”며 “노인 연령을 연간 1년씩 단계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공무원에 앞서 공무직 근로자부터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했다. 이들은 전국 정부 청사에서 환경 미화와 시설 관리를 맡는 무기 계약직들로, 현재 약 2300명 수준이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인 연령 조정과 정년 연장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젊은층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노동력 부족을 메울 수 있는 중요한 대안이기도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60세 이상의 취업자는 674만9000명으로 50대(672만 명)까지 제치고 전 연령대 1위를 차지한 게 현실이다. 기업들은 능력이나 생산성과 관계없는 일률적 정년 연장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연공제로 인해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이 1년 미만자보다 3배나 높기 때문이다. 일본의 2.3배, 독일 1.8배보다 너무 높다. 급여뿐 아니라 사회보험료, 퇴직금 등 간접 노동비용도 부담이다. 경직적 정년 연장은 피해야 한다.
대한노인회는 2015년에도 완강한 반대 입장을 접고 노인 연령을 70세로 올리는 방안을 내놓아 공론화 길을 터준 바 있다. 과도한 복지 부담을 감안한 이런 헌신적 결단에도 불구하고 9년 동안 공회전만 거듭해 왔다. 더는 미룰 수 없다. 노인 일자리가 100만 개를 돌파했는데도 수요의 절반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노인 빈곤은 여전히 심각한 사회 문제다.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면서 노인 연령을 올리고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공론을 모아볼 때다.
문화일보 사설
10.23 의학회 등 '의정 협의체' 참여키로, 갈등 해결 물꼬 트이길
대한의학회와 의대·의전원협회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했다. 두 단체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반대하고 젊은 의사들의 충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의료 붕괴를 더는 묵과할 수도 없다”고 했다.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법정 단체인 의사협회는 불참 입장을 밝히면서도 “두 단체의 결정을 존중한다” “전공의와 의대생들 요구를 반영하고 의료계 전체 의견을 고려한 협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응원의 뜻을 전했다.
의료계의 일부나마 참여하기로 함에 따라 여·야·의·정 협의체가 가동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정부와 의료계가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은 처음이다.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진료 현장을 떠난 지 벌써 8개월이 넘었다. 그 사이 의료 현장에선 시스템이 차례로 망가지면서 상당수 병원 응급실까지 제한 운영에 들어갈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도 특별한 대책 없이 시간만 보냈다. 이런 정부와 의료계의 치킨 게임에 국민과 환자들의 피해와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정부의 대규모 의대 증원에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반발하며 생긴 것이다. 문제 해결도 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아직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협상 참여 움직임은 없다. 하지만 이번에 협의체에 참여하는 의학회와 의대협회는 각각 전공의와 의대생의 수련과 교육을 책임지는 곳이다. 두 단체의 역할과 규모를 고려하면 의료계는 물론 전공의, 의대생들의 의사를 반영한 결과가 나오고 이를 전공의, 의대생들이 받아들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갈등이 시작된 후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의료계와 정부 모두 무엇이 문제의 핵심이고 상대방 입장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게 됐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비롯해 의대생 교육과 전공의 수련 정상화,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 지역 의료 강화, 의료 사고 안전망 구축 등 이번에 드러난 현안들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가 의료계의 여러 요구에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 사태 해결의 열쇠다. 의대 증원이라는 큰 뜻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숫자는 시간을 두고 풀어갈 수 있는 문제다. 대입 수시 접수를 마감한 지 오래인데도 의료계가 2025학년도 증원 원점 재검토 요구만 되풀이하는 것도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을 계기로 오랜 반목과 불화, 갈등이 해결의 길로 들어서길 소망한다.
조선일보 사설
10-23 시대에 뒤처진 ‘정년 60세, 노인 65세’
이근주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통계청이 22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60세 이상 취업자가 50대도 제치고 전 연령대 중 가장 많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행정안전부가 소속 공무직 근로자의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한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행안부의 이 조치가 본격적인 정년 연장의 공론화와 제도화로 이어져야 한다.
정년 연장은 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감소의 완화, 노년기 빈곤 해소, 정부의 복지 재정지출 부담 줄이기 등을 위한 정책 대안으로 많은 나라에서 이미 도입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이상으로 정년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대만의 경우 현재 65세인 정년을 노사 협상을 통해 연장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준비하는 중이다. 미국과 영국은 정년제도 자체가 아예 없다. 정년제를 연령차별로 보기 때문이다. 일본도 고령자고용안정법 도입 이래 정년 이후에 낮은 임금으로 재계약하거나 70세 넘도록 계속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이 점점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년제를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인데, 현재의 60세가 고용을 해지할 정도로 고령인지 의심스럽다. 60대를 노인으로 보는 시각은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당시 기대수명이 66세 정도였고 이를 근거로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노인우대 조치가 도입됐다. 하지만 지금의 기대수명은 83세다. 지난 40년간 기대수명은 20년 가까이 늘었지만, 정년 연령은 여전히 그대로다. 동시에 국민 전체적인 학력 향상으로 고령자의 학력도 계속 높아졌다. 고령자의 풍부한 업무 경험과 숙련된 전문성을 올바르게 평가해 적극 활용해야 할 시점이다.
60세 정년은 노인 복지 및 소득과 관련된 문제점도 갖고 있다. 정년퇴직 이후 연금 수급 시점까지 수년을 기다려야 한다. 설사 연금을 받는다 하더라도 충분하지가 않아 경제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정년퇴직을 했기 때문에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 또는 영세 자영업계에 종사하고 있을 뿐이다. 정년 이후 저임금 일자리로 노동시장에 남아 있어 노인빈곤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년 연장과 계속 고용을 통해 고령층의 역량과 전문성에 부합하는 고용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정년 연장이 고령 노동자의 소득 안정성을 확보하고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지만, 동시에 청년 일자리 감소와 기업의 인건비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정년 연장이 청년층 고용을 줄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며, 정년 연장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큰 기업의 경우 그전에 명예퇴직이나 해고 등의 방식으로 정년 연장의 효과를 상쇄하는 대응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정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수다. 단순한 고용계약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 형평의 문제, 연금 등 사회보장 제도 등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청년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연령과 무관하게 능력과 성과에 따른 보상이 이뤄지는 직무급 임금체계, 임금피크제 도입과 더욱 유연한 고용 등을 포함한 개혁 노력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고령화 문제를 먼저 경험한 선진국의 사례에 비춰 정년 연장 논의와 함께 노인 연령 65세의 상향 조정도 필요하다.

문화일보
10-24 지구촌 휩쓰는 ‘APT.’… 이젠 세계가 즐기는 ‘한국 일상’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APT.(아파트)’가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18일 발표된 노래는 22일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 글로벌·미국 차트 1위에 올랐고, 뮤직비디오는 발표 닷새 만인 23일 유튜브 조회 수 1억을 돌파했다. 올해 공개된 뮤비 중 최단 기록이다. K-팝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아파트’ 경우에는 놀이와 음식 등 한국의 일상 문화까지 세계인이 공감하고 즐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경이롭다.
이 노래는 한국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아파트 게임’이 모티브인데, 뮤직비디오에는 실제로 손을 위아래로 교차하는 게임을 재현한다.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 같은 각종 소셜미디어엔 곳곳에서 ‘아파트’를 다 같이 부르거나 게임을 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외국인들이 어눌한 발음으로 한국식 표현인 ‘아파트’를 외치기도 한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한국의 문화를 유머러스하게 섞었다는 점에서 싸이의 2012년 ‘강남스타일’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보다 고급스럽게 진화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 K-푸드에 대한 관심 고조, 이달 초 뉴욕에 개장한 ‘오징어게임 테마파크’ 앞의 늘어선 딱지치기 줄 등 한국 자체가 멋진 브랜드가 되고 있다. 그만큼 이를 지속·발전시키기 위한 노력도 더 기울여야 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10.25 결혼과 출생 반등 분위기, 희망의 불씨 살려 나가자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24년 5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출생아는 1만 9549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14명(2.7%) 증가했다. 이날 인천 미추홀구 아인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2024.7.24 /뉴스1
출생아 수가 올 2분기에 이어 7~8월에도 두 달 연속 증가하면서 연 0.7명대까지 추락한 합계출산율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통계청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8월 출생아 수는 2만98명으로 작년 동월보다 1124명(6%) 늘었다. 지난 7월 2만601명(8% 증가)에 이어 두 달 연속 비교적 큰 폭 증가하면서 월 출생아 수가 2만명을 웃돌았다. 오랜만에 들려오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출생아 수 증감을 예측할 수 있는 혼인도 증가하고 미혼 남녀의 결혼과 출산 의향도 조금씩 늘어나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8월 혼인 건수는 1만7527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917건(20%) 늘었고 지난 7월엔 1만8811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33% 증가했다. 7~8월 같은 혼인·출산아 수 증가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연간 출생아 수가 9년 만에 증가세로 들어설 수 있다는 희망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 결혼과 출생아 수 반등 분위기가 일시적인지 일정한 추세를 탄 것인지 아직 예단하긴 어렵다. 코로나 때 미룬 결혼이 늘면서 출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명 수준은 돼야 저출생 반등이라 할 수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지금은 23만명 정도다. 그렇더라도 저출생은 백약이 무효라며 비관적인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팽배했던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 분명하다.
아직 출생과 결혼이 늘어난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 신혼·출산 가구 대상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내년부터 월 최대 250만원으로 인상하는 등 각종 지원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냈을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은 이번 결혼·출산 반등이 일시적인지 아니면 추세적인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잘 분석해야 한다.
어떤 정책이 어떤 계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파악해야 더 효율적인 저출생 극복 대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좋은 선택이고, 거기에 사회가 함께 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고 일관되게 주면서 실질적인 정책을 지속하는 것만이 저출생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조선일보 사설
10-25 학부모연합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유해…학교 도서관 배치 안돼”
학부모단체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유해 매체로 지칭하며 학교 도서관에 배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보수 성향의 ‘전국학부모단체연합’(전학연)은 전날 낸 성명에서 “누가 봐도 청소년유해매체물인 내용의 책을 노벨상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직 미성년인 초·중·고등학생들에게 권장하는 것이 말이 되는지 묻고 싶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채식주의자를 초중고교 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의 아동 및 청소년 서가에 비치하면 안 된다며 1만여 명의 동의 서명도 받았다고 전했다.
전학연은 이어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것이나 음란한 것이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으로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채식주의자는 지난해 경기 지역의 한 학교 도서관에서 성 묘사 문제로 폐기된 바 있다.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이를 ‘도서 검열’이라고 지적하며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에게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문화일보 임정환 기자
10.26 '억지로 짜내는' 노인 일자리 2조원, '퇴직자 재고용'에 쓰자

▲개별 기업에선 숙련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고, 정부도 계속고용 근로자에 대해 1인당 월 30만원의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지급 요건이 까다로워 연간 수혜자가 8000명도 안된다. 반면 정부는 매년 노인일자리 100만개를 만드는데 2조원 이상의 예산을 쓰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노인복지관에 붙어 있는 노인 일자리 안내문. /연합뉴스
대통령 소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가 만 60세인 법정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의 논의에 착수했다. 노동계는 ‘임금 삭감 없는 정년 연장’을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일률적 정년 연장에 반대한다”며 직무급 도입 등을 병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사노위는 연내에 결론을 내겠다는 계획이나 노사 간 의견차가 워낙 커 진통이 예상된다.
정년 연장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국민연금 수령 시점이 연령대별로 65세까지 늦춰지게 돼있어 60세 정년을 맞으면 최대 5년의 ‘소득 절벽’이 발생한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다. 건강 수명이 급속히 늘어나 60세 이후에도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하는 ‘신중년층’이 많아진 것도 정년 연장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근속 연한이 올라갈수록 급여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호봉제 임금 체계를 그냥 놓아두고 정년만 늘리면 고용주 부담이 과중하게 늘어나고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려 청년 고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그렇다고 법정 정년 연장 해법이 나올 때까지 고령자 고용 문제에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일부 기업들은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풀기 위해 정년을 맞은 핵심 인력을 퇴직 후 재고용하고 있다. 정부도 2020년부터 퇴직 근로자를 재고용하는 기업에 최장 3년간 1인당 월 30만원씩 총 1080만원의 ‘계속고용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실적이 부진하다. 지난해 이 장려금을 받은 재고용 근로자는 7888명뿐이었고, 정부 지원 총액도 284억원에 그쳤다. 계속 근로를 희망하는 퇴직자 전원을 재고용해야 하고, 최소 근속 기간이 2년 이상이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기업이 희망자 중 일부만 선별해 재고용해도 장려금을 주는 등 요건을 완화하고, 지원 금액도 올려서 ‘퇴직 후 재고용’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고령자 생계비 지원 목적으로 ‘노인 일자리 연 100만 개 만들기’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쓰레기 줍기, 잡초 뽑기, 학교 앞 길 안내같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억지로 짜내는 일이 적지 않지만, 연간 2조원 이상의 세금이 투입된다. 이런 데 쓸 예산을 ‘퇴직 후 재고용’ 용도로 전환하면 훨씬 더 생산적이고, 법정 정년 연장에 준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28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한 건 민주당이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대위원장을 비공개로 만나 의료 사태 해결을 위한 여·여·의·정 협의체 참여 문제를 논의했다. 박 위원장은 ‘2025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라는 기존 요구를 고수했고 이 대표는 “모든 가능성 논의에 공감한다”면서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올해 수능이 17일 앞으로 다가왔고 수시 합격자 발표도 12월인 만큼 내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 위원장은 회동 뒤 “협의체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은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먼저 제안한 것이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찬성했고 의료계에서도 대한의학회와 의대·의전원협회 2개 단체가 “의료 붕괴를 더 묵과할 수 없다”며 참여하기로 했다. 의학회와 의대협회는 각각 전공의와 의대생의 수련·교육을 책임지는 곳이다. 그런데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두 단체(의학회·의대협회)는 의사들을 설득할 만한 권위가 없다” “현시점에서 참여하기 어렵다”며 참여에 미온적 반응을 보였다. 일부 의원들도 ‘전공의 단체가 불참하면 협의체는 의미 없다’는 말을 하고 있다. 정작 말을 꺼낸 민주당이 발을 빼고 있다.
의료 사태 해결을 위해선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가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체 전공의·의대생을 대표하고 설득하고 강제할 만한 단체가 마땅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전공의 등은 애초부터 협의체에 부정적이었다. 법정 단체인 의사협회는 회장 불신임 건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특정 단체와 협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민주당이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하며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의료계의 일부나마 참여하기로 한 지금이 ‘대타협’의 물꼬를 틀 기회다.
의료 파행이 8개월을 넘기며 국민 불안과 환자 고충이 커지고 있다. 남은 의료진은 지칠 대로 지쳤고 상당수 병원은 응급실까지 제한 운영에 들어가는 실정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타협 가능성만 쳐다보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민주당 참여로 여·야·의·정 협의체가 열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을 중재하는 결과를 낸다면 사태 해결의 돌파구가 열릴 수도 있다. 전공의와 의대생, 의협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라도 먼저 여야와 정부, 그리고 2개 의사 단체로 협의체 가동을 시작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0-28 티머니 먹통에 전국 교통 혼란, 독점적 시스템 개선할 때
고속·시외버스 티켓을 예매하는 티머니 앱에 27일 오후 오류가 발생, 전국 140여 버스 터미널의 예매·발권 시스템이 먹통이 돼 휴일 귀경·귀향이나 나들이에 나선 국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 택시 결제 서비스도 막혔다. 부평전산센터 네트워크 시스템 오류라고 하는데, 정확한 원인을 찾아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참 승객이 붐빌 일요일 오후 1시16분부터 2시41분까지 시외버스 전산 매표와 발권 업무가 중단돼 앱 예매 승객의 티켓 구매 내역을 일일이 확인한 후 탑승이 이뤄지면서 지각 출발이 속출했다. 흰 종이에 손으로 쓴 버스표를 받거나 무인 발권기 앞 반경 약 4m가 사람으로 꽉 차 아날로그 시대보다 더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진풍경도 보였다. 2021년 10월에도 티머니 전산망에 1시간 넘게 오류가 생겨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등의 발권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일이 있었지만, 현재 티머니는 일부 산간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 96% 지역에서 사용되는 국가 기간망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일이 재발해선 안 되는 이유다.
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 유사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백업 시스템 마련 등이 급선무다. 나아가 2004년 사업 시작 후 20년째 이어지는 티머니의 대내외적으로 폐쇄적인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티머니는 서울시(지분 36.16%)와 LG CNS(32.91%)가 대주주인 비상장 주식회사 형태다. 이런 회사가 전국 교통결제 시스템을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는 효율성과 경제성, 안전성 등에서 불안을 키운다.
문화일보 사설
10.29 의협·전공의협, 지금 '카톡 설전'이나 벌일 때 아니다

▲박단(왼쪽)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뉴스1·연합뉴스
의사협회 임원진과 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최근 ‘한밤 카톡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택 의협 회장이 자신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서울시의사회 간부를 고소했는데, 임 회장이 고소 취하 명목으로 5만원짜리로 1억원을 요구했다는 녹취록을 놓고 두 세력이 거친 설전을 벌였다는 것이다. 현금 1억원 요구에 대해 의협은 “실제로 돈을 달라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해명하지만 의사들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지금 의정 갈등이 8개월을 넘어가면서 중환자와 현장 의료진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남은 의료진은 지칠 대로 지쳤고 상당수 병원은 응급실까지 제한 운영하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의료 현장만 아니라 의대생 유급·휴학 문제, 전공의 1년 공백 문제 등 점점 심각해져가는 의료계 현안들도 한둘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정 갈등의 양대 핵심 단체인 의협과 전공의협 지도부들이 한밤에 카톡으로 ‘파워 게임’이나 벌이고 있다는 소식에 절망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의협과 전공의협은 이번 입시의 의대 증원을 원점으로 돌리라는 요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수시 원서 접수가 끝났고 수능이 20일도 남지 않았는데 불가능한 양보를 고집하는 이유와 배경을 이해할 수가 없다. 대한의학회, 의대협회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입장을 밝혔지만 키를 쥔 의협과 전공의협이 참여를 거부하면서 시작도 못 하고 있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대화해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두 단체 지도부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로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도대체 두 단체 지도부가 문제를 풀 의지는 갖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들이 전공의와 의대생의 미래까지 볼모로 잡고 내부 싸움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의협 회장은 현재 40% 이상 대의원이 불신임안에 동의하면서 탄핵 위기에 놓였고, 사직 전공의들도 새로운 전공의 단체를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대화조차 거부한 채 자리싸움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려면 차라리 자진 사퇴하고 새로운 지도부에 권한을 넘기는 것이 그나마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30 10년 후 우리 모습, 도쿄를 산책하면 미리 알 수 있다
65세 이상 내년 20% 돌파…10년 뒤엔 日처럼 30%도 넘어
의자로 바뀌는 지팡이·1.5배 긴 신호등 같은 친고령 인프라
'노인 구라부' 日 전국 10만곳… 우리도 동네에 구축해야

▲일러스트=김하경
두 달 지나면 다가올 2025년은 한국 사회에 중대한 변곡점이 된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다. 바야흐로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그 나이대 인구는 올해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다.
일본은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30%다. 우리나라는 10년 후인 2035년에 일본처럼 된다. 일본서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막 넘겼을 때가 지난 2005년이다. 즉 지금의 한국은 일본의 20년 전이고, 지금의 일본은 한국의 10년 후다. 전 세계적으로 빠른 고령화로 온갖 사회 현상과 문제를 겪은 일본인데, 그들이 20년에 걸쳐 겪은 사회 변화를 우리는 10년 안에 겪어야 한다니, 아찔하다.
두 나라는 사는 문화, 먹는 방식, 가족 구성, 노동 구조가 유사하다. 우리는 일본의 초고령사회 성공과 실패를 보고, 잘한 것은 따라 하고, 못한 것은 피하면 된다. 이를 사회학적으로 미래를 경험하게 해주는 모델이라고 한다. 우리의 미래, 미리 보는 초고령사회, 도쿄를 산책해보자.

▲그래픽=김하경
◇움직이는 초고령사회
공영방송 NHK가 매일 아침 6시 25분에 방영하는 장수 인기 프로그램 ‘테레비 체조’에는 가운데에 앉아서 체조를 따라 하는 사람이 항상 등장한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고령자도 상체 운동을 따라 해보라는 의미다. 일본은 의자 왕국이다. 고령자들이 워낙 많이 돌아다니기에 곳곳에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들이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도 의자가 있다. 버튼을 누르면 간이 의자가 되는 지팡이도 잘 팔린다. 할머니들은 바퀴가 4개 달린 작은 여행용 가방을 끌고 다니며 동네 시장을 다닌다.
길거리 횡단보도 입구에는 고령자용 버튼이 있는데, 누르면 보행자 녹색등 신호가 1.5배 길어진다. 택시를 타면 좌석 앞에 손잡이가 크게 걸려 있다. 그걸 잡고 당기며 ‘끙~’ 하고 일어나면 내릴 때 편하다. 버스를 타면, 손 닿는 데마다 손잡이가 있다. 워낙 고령자 낙상 사고가 많기에 그렇다. 시내 버스는 시속 30㎞로 달린다. 다음 정류장에 내리려고 미리 하차 문 쪽으로 움직이면 운전사가 움직이지 말아 달라고 한다. 승객이 내리고 다 올라타서 자리를 잡은 뒤에 버스는 출발한다. 시속 60㎞ 이상으로 달리는 서울 버스는 도쿄 기준으로 버스 경주에 가깝다.
거동이 힘든 어르신을 차로 모시고 다닐 때 보면, 태우는 데 5분, 내리는 데 5분이다. 일본에는 버튼을 누르면 좌석이 차 밖으로 나오고, 버튼을 누르면 안으로 들어가는 도요타, 혼다 자동차가 있다. 크기가 작은 차량인데도 뒷좌석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게 설계된 것이 많다. 미래 차는 전기차, 수소차라고 다들 그러던데, 내가 보기에는 일본차다. 움직이는 초고령사회가 되려면 누구나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사회가 되어야 한다.
1964년 도쿄 올림픽 당시에 시작된 하루 만보 걷기는 일본 국민 건강 캠페인이었다. 만보계도 일본서 나왔다. 요즘은 걷기에서 근육으로 바뀌었다. 열심히 걸었는데도 결국은 노쇠가 오더라는 것이다. 근육이 있어야 노쇠가 천천히 오고 인생 막판까지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다. 근육 잔고, 근육 저축이라는 말이 일상에서 쓰이고, TV 광고에는 근육 단백질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초고령사회에서는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
◇어울리는 초고령사회
젊은이와 외국인이 몰려 있는 도쿄 시내 중심가 롯폰기에는 ‘캔토스’라는 라이브 뮤직 클럽이 있다. 50~70대 어른들이 1960~1970년대 로큰롤과 팝송을 들으며 춤추는 곳이다. 남자 싱어와 7명의 밴드 뮤지션은 엘비스 프레슬리 머리와 복장을 하고 있다. 여자 싱어는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주인공을 연상시킨다. 캔토스 뮤직 클럽은 도쿄에 긴자, 신주쿠점이 성업 중이며, 전국 대도시로 퍼져 나갔다.
도심에는 손님들이 연주하고 노래하는 음악 클럽도 많다. 재즈 클럽에서는 뒤늦게 악기를 배워 한 곡 연주하러 오는 중절모 어르신이 있고, 팝송 악보를 가져와 연주를 부탁하고 노래를 부르는 할머니들이 있다. 지팡이를 짚고 와서 1000엔에 위스키 한 잔 마시고 추억의 음악을 듣고 가는 할아버지도 보인다.
일본에는 이 같은 어른들의 놀이터가 많다. 고령자들이 모여서 활동하는 이른바 살롱(salon)이 동네마다 있고, 그 수가 6만여 개다. 독서, 바둑 등 취미를 공유하는 ‘노인 구라부’( club)는 전국에 10만여 개가 있고, 회원 수는 600만명에 이른다. 집에서 혼자 지내긴 힘들고,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 고령자들이 낮에 모이는 소규모 다기능 주택이 5000여 개다. 집과 병원의 중간 ‘의료 사랑방’으로, 우리는 그런 게 한 개도 없다. 의사와 간호사가 거동 불편한 고령자 집을 찾아가는 방문 진료와 간호는 한 해 1000만 건 이상 이뤄진다.
고립은 사회를 우울하게 만들고, 개인을 늙게 한다. 일본에서는 사회적 은퇴자들에게 등산 가는 것도 좋지만, 등산 갔다 와서 뭐 하고 지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울림 하면 한국인이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우리의 어울림은 대개 학교 동창, 고향 친구, 직장 동료 등 연고 중심이다. 연고 기반 어울림은 75세 넘으면 시들해진다. 동네 중심 어울림 인프라를 만드는 게 앞으로의 숙제다.
한국 사회는 미래를 미리 번듯하게 준비하지는 못하나, 뭐든 닥치면 잘 이겨낸다고 본다. 이제 초고령사회가 닥쳤다. 슬슬 움직이고 어울리는 친고령사회 문화와 인프라를 만들어가자.
조선일보 김철중 기자
10.31 '서울대 딥페이크' 징역 10년, 디지털 성범죄 엄벌로 근절을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청년대학생 1108인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대학 동문 등 여성 수십 명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 주범에게 1심에서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공범은 징역 4년을 받았다. 이런 유형의 범죄에선 이례적인 중형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마치 사냥감을 선택하듯 피해자를 선정해 성적으로 모욕하며 인격을 말살했다”며 “법과 도덕을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리고 사회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사건 이후 다른 대학에서도 비슷한 텔레그램 대화방이 잇따라 발견됐다. 피해자 중엔 대학생뿐 아니라 교사, 여군도 있고 중·고교생 등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었다. 지난 8월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딥페이크 피해 학교 목록’엔 전국 초·중·고교 400여 곳의 이름이 담겨 있어 충격을 줬다. 지난해 7~8월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나온 개인의 53%가 한국인이었다는 해외 보안 업체 조사 결과도 있었다. 이번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 1심 판결은 엄벌을 통해서라도 이를 막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고 유포하는 것은 영혼을 파괴하는 중범죄이지만 이를 막을 제도는 허점투성이였다.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드물었고, 단순 소지·시청한 경우는 처벌 대상도 아니었다. 사회적 논란이 된 뒤인 지난 9월에야 단순 소지·시청도 처벌할 수 있게 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딥페이크 영상은 텔레그램을 통해 주로 유통돼 적발하기 어렵고, 실제 일부는 텔레그램에 새로운 방을 만들어가며 범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이 범죄를 저지르는 10대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경찰에 검거된 딥페이크 성범죄자 474명 중 10대가 381명(80.3%)이었다. 이들은 이것이 범죄라는 인식 없이 ‘놀이’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번 판결로 딥페이크 영상이 중범죄이고 인생을 망칠 수 있다는 사실을 사회 전체에 인식시켜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0.31 '고시낭인' 서울대 졸업생들, 어쩌다 딥페이크 중범죄자 됐나
'딥페이크' 서울대 졸업생 징역 10년
동문 사진 합성해 음란물 제작 유포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뉴스1
서울대 여성 동문들의 사진을 합성해 음란물을 만들어 텔레그램으로 유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의 주범 박모(40)씨와 공범 강모(31)씨가 30일 1심에서 징역 10년과 징역 4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박준석)는 “박씨와 강씨는 피해자들이 자신들을 선의로 대했는데도, 마치 사냥감을 선택하듯이 골라 장기간에 걸쳐 성적으로 모욕하며 인격을 말살했다”며 “엄정히 처벌해 법과 도덕을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리고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러스트=이철원
박씨와 강씨는 모두 서울대 출신이다. 두 사람에 대해 지인들은 “대학 시절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고시나 각종 시험에 도전했다가 실패했고, 현재까지 미혼에 직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듭된 실패가 왜곡된 성인식을 만들었고, 결국 성범죄자로 전락한 것이다.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은 서울대 졸업생들이 서울대 후배와 동료들을 범행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줬다.

▲그래픽=백형선
이날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된 주범 박씨와 공범 강씨는 2020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대 동문 12명을 포함해 여성 61명의 얼굴 사진을 합성해 음란물 2034개를 만들었고, 이를 텔레그램 대화방 등을 통해 유포했다. 동문들 사진은 졸업 앨범이나 소셜미디어 등에서 구했다고 한다.
박씨는 텔레그램 채널과 단체 채팅방 200여 개를 만들고, 비슷한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채팅방 링크를 전해주며 음란물을 공유·유포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허위 영상물을 얼굴 사진의 주인공인 피해자에게 46차례 직접 전송하고, 공범 강씨에겐 피해자들 사진을 보내 음란물을 만들게 했다.

▲그래픽=박상훈
두 사람이 ‘성범죄자’라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박씨는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한 뒤 외무고시 등에 도전했지만 연거푸 낙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교수와 동창들은 학창 시절 그를 ‘예의 바른 학생’ ‘후배 잘 챙기는 선배’ 등의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를 가르친 교수들은 “순하고 예의 바른 학생이었고 교우 관계도 좋았다” “조용하고 착한 학생으로 기억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시험이 잘 풀리지 않으면서 학부 과정만 10여 년간 다녔다고 한다.
강씨는 서울대 사회대를 졸업한 뒤 서울대 로스쿨까지 진학했다. 그러나 변호사 시험에 떨어지면서 좌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창들은 그에 대해 “무난했던 형이라 이런 일에 휘말릴 줄 전혀 몰랐다”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등 학교 생활은 활발했다”고 했다.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 시험 응시 횟수는 총 다섯 번인데, 다섯 번 안에 합격하지 못하면 응시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이른바 ‘변시 오탈자(五脫者)’가 되는 것이다. 강씨의 경우 ‘변시 오탈자’에 대한 압박감을 느낀 것 같다는 말이 많았다.
특이한 것은 두 사람은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는 점이다. ‘서울대생’ ‘능욕’ 같은 제목의 텔레그램 대화방에 참여했다가 처음 만났고, 이후 서로를 “한 몸”으로 부르고 “합성 전문가”로 치켜세우며 소셜미디어 안에서만 돈독한 ‘온라인 지인’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피해자들에게는 금전 등 특별히 요구하는 것도 없이, 오로지 성적으로 모욕하고 조롱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박준석)는 이날 두 사람의 주장을 대부분 배척하며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신병적 증세로 범행했다고 주장하지만, 사회적으로 잘나가는 여성에 대한 열등감과 증오심을 텔레그램이 보장하는 익명성 등 집단 분위기에 취해 변태적으로 표출했다”며 “보안성을 이용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오만으로 범행에 이르렀다”고 했다.
재판부는 “국내 최고 지성이 모인 대학에서 동문 피해자들을 상대로 소위 ‘지인 능욕’ 성범죄를 저질렀다”며 “음란물을 두고 두 사람이 나눈 대화를 보면 극히 혐오스럽고 저질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두 사람이 검거될 때까지 모든 남성 지인을 의심하며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사회생활을 해야 했다”며 “인간관계에 환멸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상 사진도 온라인에 올릴 수 없게 되는 등 끝없는 불안 속에 살아가야 해서 피해 회복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보안성을 이용한 각종 범죄가 우후죽순으로 퍼지고 있지만 메신저의 속성으로 인해 범죄를 단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두 사람은 피해자와 제보자들의 수년간 노력 끝에 간신히 체포되는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고 지적했다. 선고 내내 박씨는 울먹이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괴로워하는 모습이었고, 강씨는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선고 직후 피해자들을 대리한 조윤희 변호사는 “박씨에 대해 검찰이 구형한 10년을 재판부가 그대로 선고한 것은 이 범죄가 엄단돼야 한다는 걸 잘 보여준 판결”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박씨와 강씨에게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등도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