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球村 消息 2024-07/ 07.05 순식간에 주차장서 휩쓸려간 사람들…양쯔강 범람 위기 - 09.30 카멀라의 유쾌한 도전
地球村 消息 2024-07/
07.05 순식간에 주차장서 휩쓸려간 사람들…양쯔강 범람 위기에 "전시상황"

▲폭우가 쏟아진 중국 후난성 핑장현에서 지하주차장에 물이 쏟아지자 사람들이 쓸려가고 있다. /웨이보
중국 남부지역에 폭우가 계속되면서 중국에서 가장 긴 강인 창장(長江·양쯔강)이 홍수 위험 최고 수위에 도달했다.
5일(현지시각)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수자원부 발표를 인용해 이날 오후 양쯔강 본류의 홍수 위험 수위가 최고조에 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높은 수위는 15일 정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달부터 폭우가 계속되면서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큰 댐인 싼샤댐이 방류량을 조절 중이지만 강을 따라 위치한 안후이성, 후베이성, 후난성은 수중도시가 됐다.
후난성 핑장현은 6월 18일 이후 759.6㎜의 비가 퍼부었다. 이는 1961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강우량이다. 후난성 당국은 “전시 상황”이라며 최고 수준의 비상 대응 경고를 발표했다.
하루 최대 강수량 266㎜를 기록한 안후이성에서는 주민 99만1000명이 피해를 입었고, 24만2000명이 대피했다.
소방관은 허리까지 물이 들어찬 집에서 어린아이를 구조하고, 물 위로 가까스로 목만 내밀고 버티던 남성이 가라앉기 직전 구조 보트가 접근해 목숨을 건지는 장면도 포착됐다.
지하 주차장 입구로 빗물이 거세게 쏟아져 들어오고,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가재도구와 함께 잇따라 쓸려 내려가기도 했다.
핑장현의 이재민은 로이터통신에 “아무런 대피 통보도 없고, 물건을 옮기라는 말도 없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며 눈물을 흘렸다.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 중앙기상대에 따르면, 폭우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6일까지 산시성 남동부, 후베이성 북서부, 산둥성, 장쑤성 및 안후이성 북부에 폭우가 예상된다. 일부 지역에는 시간당 최대 30~60㎜, 국지적으로는 80㎜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릴 수 있다고 예보했다.
중국 정부는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리창 총리가 직접 홍수 피해 지역인 장시성을 찾아 방재 작업을 점검‧지도했다. 신화통신은 정부 관리들이 홍수 피해를 당한 지역의 최전선을 찾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마음으로 홍수와의 전쟁을 이겨내자”고 독려했다.

▲3일(현지시각) 중국 장시성 시내가 폭우로 물에 잠겼다. /AFP 연합뉴스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07-05 노동당, 소득세 인상 폐기 ‘한발 더 우향우’ … 정권탈환 성공

▲곧 다우닝가 10번지로… 4일 키어 스타머(앞줄 왼쪽) 영국 노동당 대표가 부인 빅토리아 스타머와 손을 잡고 총선 투표를 하기 위해 런던에 있는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 410석 확보 전망
오랜 경제난·고물가…민심 분노
브렉시트로 보수당 몰락 자충수
에너지 국유화·反브렉시트 철회
노동당 과감한 우클릭 행보 성공
이번 영국 총선에서 리시 수낵 총리의 보수당이 창당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것은 오랜 경제난에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보수당에 대해 영국 국민이 심판을 내린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보수당 일부 강경파가 자당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를 위기에 빠뜨리며 단행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경제난을 불러오면서 최대 자충수가 됐다. EU에서 독립해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취할 것이란 주장과 달리 영국 경제는 교역 급감과 외국인 노동자 이탈에 따른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며 침체 일로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반면 노동당은 키어 스타머 대표가 당권을 잡은 뒤 급진 좌파 정책들을 폐기하는 등 당의 정책을 우측으로 이동시키며 지지층을 넓혀 14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4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총선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해 보수당이 창당 190년 만에 최저 의석수를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과 그랜트 ?스 국방장관, 페니 모던트 하원의장 등 보수당의 거물급 인사 모두 낙선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제1야당 노동당은 410석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해 14년 만에 정권을 거머쥘 것으로 예상됐다. 이날 출구조사 발표 이후 수낵 총리는 아직 관련 입장을 내지 않고 자신의 지역구인 노스 요크셔주 중심 도시인 리치먼드에 있는 자택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당 참패의 주된 원인은 브렉시트로 초래된 장기적인 경제난이 꼽힌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 등 당내 강경파는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당내 반란을 일으켜 브렉시트를 통과시켰다. 브렉시트가 되면 EU에 낼 부담금을 국내 복지 비용에 돌릴 수 있고, EU 노동자도 줄어들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20년 브렉시트 발효 이후 영국 기업들은 해외투자 급감과 EU와의 교역 급감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동유럽 노동자들의 ‘탈영국’으로 심각한 노동력 문제도 직면했다. 공급망도 불안정해져 물가도 급등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맞물리자 재정 압박에 공공서비스는 악화했으며 이주민은 사상 최다로 급증했다. 여론조사업체 유거브가 지난 5월 말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생계비용(85%), 국민보건서비스(NHS·84%), 이민 제도(78%), 경제(78%), 주거(72%), 치안(71%) 등 전체적으로 나빠졌다고 답했다.
반면 급진 좌파 성향 제러미 코빈 전 대표의 각종 좌파적 공약으로 인해 2019년 총선에서 패배했던 노동당은 환골탈태했다. 중도파인 스타머 대표가 그동안 대학등록금 폐지, 초고소득자 소득세 인상과 같은 좌파적 공약을 철회했다. 또 친환경 규제 관련 예산 삭감, 임대차보호법 폐기 등 친기업적인 정책을 내놓았으며, 영국 에너지 산업 국유화 정책도 철회하는 등 과감한 우클릭 행보로 외연을 넓혔다. 핵잠수함 4척 건조 등 핵 억지력 3중 잠금 국방정책을 발표하는 등 안보 정책을 보수화하며 중도층과 함께 정부 정책 혼란에 실망한 보수당 지지층을 흡수했다. 스타머 대표는 브렉시트 반대 입장도 철회했다. 그는 “영국 유권자들이 국가적 분열을 일으킨 브렉시트 논쟁을 다시 논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존중한다”며 당보다 국가를 우선시했다.
보수당 대표를 지낸 윌리엄 헤이그 전 외교 장관은 이날 타임스라디오에서 “보수당이 이번 패배에서 회복하는 데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
07-05 ‘경제 무능’ 英 보수당, 190년만에 ‘최악 참패’

▲英 조기총선… 노동당 압승 4일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410석을 얻으며 집권 보수당을 누르고 압승할 것이란 출구 조사 결과가 런던에 위치한 BBC 방송국 외벽에 송출되자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AFP 연합뉴스
출구조사서 234석 감소 전망
노동당 410석으로 63% 차지
4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조기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참패하며 14년 만에 노동당에 정권을 넘겨줄 것으로 출구조사 결과 예상됐다. 영국민이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한 보수당에 심판을 가하면서 보수당은 창당 190년 만에 최저 의석수를 기록하는 최악의 상황에 몰릴 전망이다.
영국 BBC와 ITV, 스카이뉴스 등 방송 3사가 이날 오후 10시 투표 마감 직후 발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대표가 이끄는 노동당은 하원 650석 중 410석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해 다수당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 2019년 총선에서 얻었던 202석보다 208석이나 늘어난 것으로, 전체 하원 의석수의 63.1%에 달하는 비중이다. 다만 1997년 총선에서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정권을 획득할 당시 얻은 의석수(418석)에는 조금 못 미쳤다. 14년 만의 정권 교체 전망에 스타머 대표는 이날 X(옛 트위터)에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을 위해 캠페인을 벌인 모든 분께, 우리에게 투표하고 변화된 노동당을 신뢰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반면 리시 수낵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2019년 총선 획득 의석수 365석에서 무려 234석 줄어든 131석을 얻는 데 그치며 참패해 정권을 내줄 것으로 전망됐다. 이 의석수는 보수당이 1834년 창당한 이래 최저 의석수다. 보수당의 이전 최소 의석은 1906년 총선 당시 156석이었다. 수낵 총리는 올 1분기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하고, 물가가 안정되자 지난 5월 22일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장기화한 경기침체와 이민자 급증, 코로나 19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속된 고물가로 인해 악화한 민심을 돌리지 못했다. 총선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보수당 지지율은 노동당 절반 정도에 불과해 패배가 예상됐었다.
중도성향의 자유민주당은 61석을 확보해 3당으로 올라서고, 3당이던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10석을 얻는 데 그칠 전망이다. 극우 성향의 영국개혁당은 13석을 확보해 처음으로 의회에 입성하게 됐다. 최종 투표 결과는 5일 오전 7시(한국시간 오후 3시)쯤 발표된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
07.07 이란 차기대통령 페제시키안은 누구? "국민 희망 담긴 개혁파"

▲이란 개혁파 정치인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지난 3일 수도 테헤란의 선거 유세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AFP 연합뉴스
6일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 결선 투표 개표 결과 최종 당선된 마수드 페제시키안(70)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실용적인 외교 정책을 추구하며 무수한 이란 국민들의 희망을 등에 진 인물”이라고 전했다. 무명에 가까운 인지도에도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 개선,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등을 통한 대(對)이란 경제 제재 완화를 약속한 그가 빈곤에 빠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페제시키안은 1954년 9월 29일 이란 북서부 서아제르바이잔주(州) 마하바드에서 아제르바이잔 출신 아버지와 쿠르드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군 복무 후 의대에 입학했고,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의무병 역할을 했다. 이후 이란의과대에서 1993년 심장외과 전문의 자격을 얻은 뒤 이듬해 타브리즈 의대 총장이 됐다.
1997년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 시절 보건부 차관으로 발탁돼 정계에 입문했고, 2001~2005년 보건 장관을 지냈다. 2008년 총선에서 고향과 가까운 타브리즈 지역구에 출마해 의회에 입성했다. 이후 내리 5선을 했다. 2016~2020년 의회 제1부의장을 역임했다.
장관까지 지낸 다선 의원이나, 유명 정치인은 아니었단 점에서 지난달 9일 이란 헌법수호위원회가 대선 후보 6명을 최종 승인했을 때 그가 개혁파 인사 중 유일하게 포함된 것을 두고 ‘구색 갖추기’란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선거 운동에서 히잡 단속 완화 등 개혁적 공약을 내걸며 1차 투표에서 1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란 보수 지도층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그의 득표로 이어졌단 분석이다. 아제르바이잔·쿠르드계 부모에서 태어나 ‘이란 사회 비주류’로 평가되는 그가 이란 소수민족 표심을 사로잡았단 관측도 있다. 1차 투표 기세를 몰아 지난 5일 결선 투표에서 유권자 과반의 득표율(약 54%)을 얻었다.

▲이란 개혁파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지난 1일 테헤란의 이란 국영 IRIB TV 스튜디오에서 열린 TV 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AP 연합뉴스
2009년 대선 땐 시민들의 부정선거 항의 시위를 정부가 강경 진압하자 “국민을 야생 동물처럼 취급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다만 개혁파에 몸담으면서도 최고 권력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겐 충성을 표해 왔다.
2022년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단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것을 계기로 확산한 반(反)정부 성격 ‘히잡 시위’를 두곤 당국의 해명을 요구한 적 있다. 그러나 AP에 따르면, 당시에도 그는 “최고지도자를 모욕하는 행위는 분노와 증오 이상의 무언갈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2013년 대선에 출마하려다 당시 자신과 같은 개혁파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한단 소식을 듣고 후보 등록 신청을 취소했다. 2021년 대선 땐 헌법수호위원회 후보 심사 문턱에 가로막혀 나오지 못했다. 당시 대선에서 당선된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헬기 사고로 사망했다.
산부인과 의사 아내와 결혼해 슬하에 자식들을 뒀지만 1994년 교통사고로 아내와 딸 한 명을 잃었다고 AP는 보도했다. 이후 지금까지 재혼하지 않고 남은 자녀를 홀로 키우고 있다고 전해졌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페제시키안의 당선으로 “이란 외교 방침이 반미 강경 노선에서 경제 제재 완화를 위해 미국, 유럽과의 대화를 도모하는 쪽으로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하메네이가 사실상 최고 권력을 쥔 이란에서 새로 대통령에 오른 그가 핵합의 복원 등 외교 정책에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거란 분석은 많지 않다.
로이터는 “이란 대통령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어떠한 주요 정책 변화도 (혼자) 이끌어낼 수 없다”고 보도했다. 한 이란인은 로이터에 “국민들에게 사회적 자유를 가져다줄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어디까지나 ‘약한 대통령’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도 “취임 뒤 이란 보수파가 페제시키안이 선거 운동 기간 제시했던 공약들을 좌절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의 핵합의 복원 공약은 2018년 이를 파기시킨 장본인인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물거품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P는 “이란은 여전히 여러 개의 (핵) 폭탄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우라늄 비축량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김동현 기자
07.14 [속보] "트럼프 유세 중 총격...얼굴과 귓가에 핏자국"
지역 당국 "총격자와 유세 참가자 한 명 사망"
"트럼프, 대피하면서 주먹 쥐어 보이며 소리쳐"
비밀경호국 "트럼프 안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 중 총격으로 보이는 사건이 발생하자 오른쪽 귀쪽을 만지고 단상 뒤로 주저 앉는 모습. 그는 이후 일어나 미 비밀경호국의 경호 속에 주목을 휘두르며 무대에서 내려갔다. /유튜브 캡처
미국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13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를 하던 도중 총격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버틀러 카운티 당국은 이번 총격 사건을 공식 확인하며 “총격자와 유세 참가자 한 명 등 총 두 명이 사망했다”고 AP가 전했다.
트럼프 캠프 스티븐 청 대변인은 “트럼프의 (건강 상태는) 괜찮다(fine)”며 “지역 의료 시설에서 진찰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극악무도한 행위 동안 신속한 조치를 취해준 법 집행 기관과 응급 구조대원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트럼프를 경호하는 비밀경호국의 대변인 앤서니 굴리엘미도 성명을 통해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집회에서 “(총격 추정) 사건이 발생한 후 안전하다”고 했다.
이날 오후 6시13분쯤 트럼프가 연설을 하던 중 총소리가 여러 차례 났고 그 직후 단상 위에 있던 트럼프는 몸을 숙였다. 그 과정에 오른쪽 귀에 무언가가 스치듯 트럼프가 손을 들어 만지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군중들이 당황한 듯 비명을 질렀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의 소리가 울렸다. 곁에 있던 비밀경호국 경호원들이 즉시 그를 감쌌다. 이후 트럼프의 오른쪽 귓가와 얼굴에 피가 흘러내리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그의 부상 정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의료 헬기가 트럼프를 태운 뒤 인근 피츠버그의 의료 센터로 추정되는 남쪽으로 향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연단 뒤에서 유세를 구경하던 사람들도 비명을 지르면서 일부는 몸을 숙였고, 일부 지지자들은 당황한 듯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AP는 “총격 추정 소리는 무대 왼쪽에서 났다. 이후 경찰들이 군중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고 했다. NYT·CNN 등은 “트럼프가 (총격으로) 부상을 당한 듯 하다”고 전했다. 한 지지자는 사건 이후 CNN 인터뷰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열 차례 넘게 났고 주위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너무 놀라서 계속 기도만 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를 하던 도중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트럼프 얼굴에 핏자국이 묻어있다. 트럼프 본인의 부상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유튜브 캡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사고 후 성명을 내고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의 집회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그가 안전하고 잘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아내) 질과 나는 그를 안전하게 데려다준 비밀경호국에 감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런 종류의 폭력이 발붙일 곳이 없다. 우리는 하나의 국가로서 단결하여 이를 규탄해야 한다”고 했다.
X(옛 트위터)에는 “트럼프를 위해 기도하라” “트럼프가 총에 맞았다” “신이어 트럼프를 가호하라”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마이크 존슨 공화당 하원의장, 부통령 유력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 등도 잇따라 X에 글을 올려 “그가 무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사망자 공식 발표 전에도 이번 총격으로 다른 지지자들이 부상을 입은 것 같다는 증언이 나왔다.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공화당 후보인 데이브 맥코믹은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맨 앞줄에 앉아 있었다.
(내) 뒤에 있던 사람이 총에 맞은 것 같다”며 “(주변에) 피가 많이 흘렀다. 내 뒤에 있던 사람이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조선일보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07.15 트럼프 피격, 피 부르는 극단의 증오 정치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 오후(현지 시각)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를 벌이던 중 유세장 주변에서 여러 발의 총격이 발생하면서 유세가 중단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를 하던 중 총소리를 듣자 곧바로 몸을 연단 밑으로 숨겼고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무대에서 급히 대피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도중 총격을 받아 오른쪽 귀를 관통당하는 아찔한 일이 벌어졌다. 총성과 거의 동시에 단상으로 뛰어오른 경호원들의 다급한 “엎드려” 외침과 청중들의 비명이 뒤섞이며 유세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생명엔 지장이 없었지만 끔찍한 정치 테러 장면을 전 세계가 생중계로 지켜봤다.
법치국가에서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유권자들과 활발히 접촉해야 하는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악랄한 범죄다. 하지만 이런 일이 국경을 초월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2년 전 일본에선 아베 전 총리가 지원 유세 도중 총격을 받아 사망했고, 9개월 뒤 기시다 총리는 사제 폭탄 투척 사건으로 화를 당할 뻔했다. 한국에서도 지난 1월 민주당 이재명 당시 대표가 부산에서 흉기 습격을 받았다. 20여 일 뒤엔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중학생이 휘두른 돌에 머리를 10여 차례 가격당했다.
이 사건들의 동기는 제각각이지만 주요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벌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범행 동기를 예단해 온갖 억측과 가짜 뉴스가 난무한 것도 비슷하다.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 역시 대선을 넉 달 앞두고 벌어졌다. 공화당에선 이번 사건을 바이든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가 거세다. 바이든이 “트럼프는 어떻게든 막아야 할 파시스트” “이제 트럼프를 겨냥할 때” 같은 언사로 공격한 것이 암살 시도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현장에서 사살된 용의자가 공화당원이라는 미확인 보도도 나오고 있다. 범행 동기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무책임한 정치 공세가 분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정치 양극화와 극렬 팬덤 현상이 일상이 된 우리 정치 풍토를 되돌아보게 한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여야의 주요 정치인 누구든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당장 큰 선거가 없다고 안심할 수 없다. 극단적 증오를 싹틔운 정치 토양을 갈아엎지 못하면 불행한 일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정치권은 양극화 해소는커녕 극단적 대립을 이용해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갈수록 극성 팬덤에 휘둘리는 악순환이다. 양극화가 계속되면 정치 테러의 안전지대도 사라질 것이다. 정치권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
07-15 세계가 놀란 트럼프 피격… 민주주의 질식시키는 증오 정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피격당했다. 13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하던 트럼프 후보는 날아든 총탄에 오른쪽 귀 윗부분을 맞았다. 저격범은 약 150m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반자동소총으로 8발을 쐈고, 현장에서 사살됐다. 트럼프 주변의 지지자 1명이 빗나간 총탄에 숨졌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20대 백인 남성인 저격범은 공화당원이지만 진보단체 소액 기부 기록이 나왔다고 보도됐다. 총격 배경은 수사가 진행 중이다.
암살 시도는 11월 대선에 나설 당 공식 후보로 트럼프를 추대하는 전당대회 시작을 이틀 앞두고 발생했다. 총알이 2∼3cm 더 트럼프 쪽으로 날아갔다면 사실상의 대선 후보가 암살당하는 미 역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미국 국내는 물론이고 우방국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고 외교적으로도 큰 혼란이 시작될 뻔했다. 트럼프는 예정대로 전당대회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증오가 판치는 미국 정치의 속살을 그대로 노출한것이다. 젠더 이민자 소수자 정책을 놓고 반목하던 워싱턴 정치는 2016년 트럼프 등장 후로는 더 자극적인 언사가 일상이 됐다. 통합의 책무가 있는 대통령 트럼프가 비판자를 조롱하며 증오를 부추겼고, 대화와 타협이 사라지면서 민주주의는 질식해 갔다. 막말 정치의 한 축인 트럼프가 총탄을 맞았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미국 정치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건강한 공론장은 무너지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4년 전 자신이 패배한 대선을 두고 “실제는 내가 이겼다”고 주장하는데 적잖은 미국인이 사실로 믿고, 일부는 폭력적인 의사당 난입까지 했다. 광적인 팬덤의 등장과 함께 폭력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이 번져 갔다. 지난달 시카고대 여론조사에선 바이든 또는 트럼프가 대선 승자가 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면 위력(force)을 써도 좋다는 응답이 각각 10%, 7%가 나왔다. 암살 시도가 조사 결과가 보여준 저변의 분노와 무관할 수 없다.
미국에선 케네디 형제와 킹 목사가 암살된 혼돈의 1960년대를 거쳐 1981년 레이건 대통령 암살 시도가 있었다. 이후 40년 넘도록 자취를 감췄던 정치적 암살이 다시 시도된 것이다. 정치 양극화와 정치인 선동을 더는 용인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이런 미국적 현상은 보면 볼수록 우리 정치와 닮았다. 우리도 올 초 야당 대표를 겨냥한 테러가 있었다. 반면교사로 삼지 못한다면 우리도 비슷한 일이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
동아일보 사설
07-15 트럼프 피격…증오 정치 줄일 정치권 노력 더 절실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 유세 도중 총격을 받은 사건으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11월 5일 실시될 미 대선 결과가 국제 정세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 크다. 트럼프는 일단 유세에 복귀했지만, 미 대선 정국은 더욱 요동치게 됐다.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 정치 양극화와 팬덤 정치가 심각해지는 데 비례해 더욱 빈발하는 양상이다. 이런 현상은 분열과 증오 정치의 악순환이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할 지경에 도달했음을 말해준다.
거친 언사와 상대방에 대한 비난으로 증오 정치를 부추겨 온 당사자인 트럼프가 타깃이 된 역설적 상황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위기의 순간에 의연하게 대처함으로써 인지력 논란에 고령으로 후보 사퇴 압박을 받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대비되면서 ‘트럼프 대세론’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 것도 아이러니하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이런 정치 테러는 모두가 피해자일 뿐이다. 이미 미국은 에이브러햄 링컨과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비롯해 수차례 이런 일이 있었고, 2년 전 일본에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유세 도중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9개월 전 사제 폭탄 투척 사건으로 화를 당할 뻔했다.
국내 사정도 심각하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당대표 시절의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이 흉기 피습을 당했다. 우선, 대중의 관심을 받는 정치인에 대한 경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당장 국민의힘 대표 후보 경호부터 허술하기 짝이 없다. 팬덤화한 극단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 유튜브, SNS 등을 악용한 일부 세력이 이를 부추긴다. 선호하는 주장만 편협하게 수용하는 국민, 필터 버블을 조장하는 인터넷 알고리즘 책임도 크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협상과 타협을 강화하는 한편 증오 유발 행태를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07.15 민주주의 무너뜨릴 증오의 정치테러 중단돼야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펜실베니아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도중 토머스 매슈 크룩스라는 청년에게 피격 당한 뒤 경호원들의 도움으로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 어제 선거 유세 도중 피격
진영 가르는 분열·대결·폭력의 악순환 근절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어제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 인근 버틀러 카운티에서 총격을 당했다. 11월 대통령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출정식 성격의 행사 유세 도중 토머스 매슈 크룩스라는 20세 청년의 총격에 피격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탄환에 오른쪽 귀를 맞아 출혈이 있었지만, 치료 뒤 전용기로 뉴저지 뉴어크로 이동했고, 15일의 공화당 전당대회에는 참석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다행이지만 21세기 훤한 대낮에, 그것도 선진 민주국가인 미국에서 유력 대통령 후보가 유세 중 총격당한 사건에 세계 각국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선 링컨 대통령을 비롯해 4명의 현직 대통령이 흉탄에 목숨을 잃었다. 대통령 후보로 나선 민주당의 로버트 F 케네디 후보는 당내 경선 도중에 암살되기도 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미국이 지금 역대 최악의 진영 간 분열로 ‘총만 안 든 내전 상태(civil war)’로까지 불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범인이 현장에서 사살돼 아직 범죄 동기나 배후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 자체가 미국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기일 수밖에 없다. 자신과 뜻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치인을 증오하며 폭력과 테러 본성을 표출하는 건 민주주의의 존립 자체를 무너뜨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그 같은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미국에 한정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올 들어 슬로바키아 총리가 피격되고, 덴마크 총리가 폭행당하며 정치 테러가 도처에서 확산해 왔다. 2022년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도 사제 총탄에 사망했다. 한국 역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등 정치인을 향한 공격은 여와 야를 가리지 않았다. 정치인을 향한 테러들의 동기를 일률적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편가르기를 통한 지지층의 결집이나, 표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포퓰리즘이 이 같은 증오의 악순환을 불러오는 토양이 된 건 아닌지 정치를 하는 모든 이들 역시 성찰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여야는 어제 사건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 테러”로 규탄하며 한목소리를 냈다. 이해와 화합으로 사회를 통합할 책무가 있다고도 했다. 말로만 그치지는 않길 기대한다.
정부의 대응 타이밍이 적절했는지도 점검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7시간이 지난 뒤, 미국 시간으로 자정이 넘어 쾌유를 빈다는 입장을 냈다.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는 사건 직후 성명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번 사건으로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70%로 상승했다는 여론조사(폴리마켓)도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 사설
07.23 해리스 '매직넘버' 달성… 하루만에 후원금 1120억원 신기록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2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선거 캠프를 방문해 웃고 있다. /AFP 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2일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 넘버’를 달성했다. CNN 등은 이날 해리스가 이르면 다음 달 대선 후보를 결정할 대의원 3949명 중 과반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해리스는 조 바이든 대통령 사퇴 직후 24시간 동안 8100만 달러(약 1120억원)가 넘는 후원금을 모으는 신기록도 세웠다. 그는 “조만간 공식적으로 후보 지명을 수락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 오후 자체 설문 조사 결과 “해리스가 민주당 대의원 가운데 최소 2688명의 지지를 얻어 대선 후보로 지명될 충분한 대의원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해리스가 대의원 과반을 거머쥐며 대선 레이스 하루 만에 (지명에) 다가섰다”고 했다. 해리스 측은 그간 수백명의 대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지지해달라는 ‘읍소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런 집계는 비공식적인 것으로, 대의원들은 민주당이 공식 대선 후보를 선출할 때 원하는 후보에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다. 앞서 제이미 해리슨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의장은 “8월 7일까지는 대선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50개 주를 돌며 다시 경선을 치르기에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만큼 ‘화상 롤 콜(roll coll)’을 가질 예정인데, 여기서 지명된 후보가 19~22일 시카고에서 열리는 전당대회 때 후보직 수락 연설을 통해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된다.
민주당에선 유력 인사들의 지지에 더해 후원금까지 쇄도하면서 ‘해리스 대세론’이 공고해지고 있다. 이날까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이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또 해리스 선거 캠프는 “바이든이 사퇴한 이후 24시간 동안 81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며 “여기에는 수십 만 명의 ‘최초 기부자’가 보낸 돈이 포함됐다”고 했다. 이는 2024년 대선에서 특정 정당이 24시간 동안 모금한 것으로는 가장 큰 액수다. 지난 5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으로 유죄 평결을 받았을 때는 24시간 동안 약 5000만 달러가 모였다.
해리스는 이날 백악관 행사에서 바이든을 띄우는 것으로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조 바이든이 3년간 달성한 업적은 근대사에서 비교할 상대가 없다”며 “한 번의 임기만으로 두 번의 임기를 마친 대통령들 대부분을 뛰어넘었다”고 했다. 해리스는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대선 캠프 본부를 방문했다. 바이든은 이 자리에서 해리스와 통화를 갖고 “어제 뉴스가 놀랍고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옳은 일이었다”며 “팀원들에게 그녀를 최고이며, 그녀를 포용하라 말하고 싶다”고 했다.
조선일보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07-23 바이든 재선 포기… ‘트럼프 리스크’에 ‘레임덕 리스크’까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직후 인지기능 저하 논란 등에도 “재선 도전을 완주하겠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갖고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그는 열흘 뒤인 21일 민주당의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체 후보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AP 뉴시스
올 11월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결할 것으로 예상됐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에서 21일 전격 사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6월 27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 대선 후보 토론에서 참패한 후 거센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겨 공식 지명 절차만을 남겨둔 현직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는 건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퇴 발표와 함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자신을 대신할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추대될지, 온라인 투표라는 방식으로 다른 후보들과의 경선을 거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해리스 부통령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지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보다는 격차가 적다. 흑인과 히스패닉 등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우려하는 무당층이 전략적 선택을 한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시 박빙을 이룰 수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의 리스크에 앞서 당장 대선 경쟁에서 물러난 현직 대통령의 레임덕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개입하고 있고 중국의 대만 위협과 북한의 러시아와의 밀착도 관리해야 한다. 재집권 가능성이 사라진 임기 말 대통령은 본인의 의욕도, 상대방이 느끼는 영향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바이든 정부와 함께 심혈을 기울여온 확장억제(핵우산) 제도화와 관련해 “이미 프로세스에서 틀이 짜인 만큼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임무 완성의 난도가 다소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방위비 협상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조기에 하자고 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에 따라 협상에 힘이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유세 도중 날아든 암살범의 총탄까지 비껴간 후 기세가 등등해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다 된 듯이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고 종전 방안을 논의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뉴욕 양키스 경기 동반 관람을 제안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대북 관계도 다시 톱다운 방식으로 회귀할 것을 예고했다. 동맹국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물론 민주당의 새 후보가 결정되면 상황은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미국 대선 승패가 결정될 때까지 100여 일이 남았다. 그동안 ‘트럼프 리스크’에 ‘레임덕 리스크’까지 이중의 리스크를 지혜롭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아일보 사설
07.24 "장마철마다 주민들 숨져"… 에티오피아 산사태로 최소 229명 사망

▲산사태 발생 현장. /X(옛 트위터)
에티오피아 남부 산악 지역에서 연이은 산사태로 2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실종자 수색 작업이 길어지는 가운데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수도 아디스아바바로부터 서남쪽으로 약 450㎞ 떨어진 고파의 산악 마을에서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들이 매몰됐다. 사망자는 전날까지 55명으로 집계됐으나 이날 오후 기준 229명까지 늘었다. 남성 148명과 여성 81명이며 이 중에는 어린이와 임신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산사태는 두 번에 걸쳐 연달아 일어나 피해 규모를 키웠다. 첫 번째 산사태 이후 경찰과 지역 주민들이 피해자들을 구조하던 와중 두 번째 산사태가 터져 이들까지 함께 매몰됐다. 한 지역 행정관은 언론에 “희생자 대부분이 초기 산사태로 피해를 본 이웃들을 도우러 갔다가 매몰됐다”며 “지역 행정관, 교사, 보건 전문가, 농업 전문가 등이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7월부터 9월 중순까지인 우기 기간에 산사태가 자주 발생한다. 특히 고파는 비교적 산이 많은 외진 곳인 데다, 토양이 단단하지 않아 폭우나 산사태 시 큰 피해를 보는 지역이다. 이곳 출신의 한 난민은 AFP통신에 “이런 재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에 비슷한 일로 20여 명이 사망했다”며 “그전에도 거의 모든 장마철에 주민들이 희생된 적 있다”고 했다.
앞서 유엔 인도적지원조정실(OCHA)은 지난 4월과 5월 에티오피아 남부에 쏟아진 계절성 호우로 1만9000여 명이 영향을 받고 1000여 명이 이재민 신세가 됐다고 밝혔다. 과거 2016년엔 남부 울라이타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41명이 숨졌으며, 이듬해 아디스아바바 외곽에서 폭우로 쓰레기 더미가 무너지며 113명이 목숨을 잃은 바 있다.
조선일보 문지연 기자
08.18 프랑스 영화 황금기 이끈 '세기의 미남'…배우 알랭 들롱 별세

▲2019년 5월 제72회 칸 영화제에 참석한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 AFP=연합뉴스
프랑스 대표 배우인 알랭 들롱이 18일(현지시간) 별세했다. 88세. 프랑스 매체 '르 파리지앵'은 알랭 들롱의 세 자녀가 발표한 성명을 인용해 그가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자녀들은 성명에서 "알랭 파비앙, 아누슈카, 앙토니, 루보(들롱의 반려견)는 아버지의 별세를 발표하게 돼 매우 슬퍼하고 있다"며 "그는 루아레주 두쉬에 있는 자택에서 세 자녀와 가족들이 함께 있는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알랭 들롱은 잘생긴 외모로 '세기의 미남'이자 20세기 유럽 영화의 아이콘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1957년 영화 '여자가 다가올 때'로 데뷔해 2010년대까지 9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대표작으로 '태양은 가득히'(1960), '한밤의 살인자'(1967), '미스터 클라인'(1976) 등이 있다.

▲알랭 들롱 주연의 '태양은가득히'. 중앙포토
1995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곰상을 받았고, 2019년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1991년에는 프랑스 최고위 훈장인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알랭 들롱은 지난 2019년 뇌졸중을 겪으며 건강 상태가 악화했다. 당시 그의 자녀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알랭 들롱이 안락사를 통해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09.03 폴크스바겐, 85년 역사상 처음 獨 공장 폐쇄 추진..."매우 심각한 상황"
글로벌 2위 자동차 업체 독일 폴크스바겐이 수익성 악화로 독일 내 공장을 폐쇄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실제로 독일 공장이 폐쇄된다면, 1939년 폴크스바겐 설립 이후 첫 사례다.

▲독일 내 폴크스바겐 공장 전경. /AFP 연합뉴스
경제지 한델스블라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리버 블루메 폴크스바겐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 시각) 노사협의회에서 “자동차 산업이 몹시 어렵고 심각한 상황에 있다”며 공장 폐쇄 계획을 밝혔다. 완성차 공장과 부품 공장을 각각 1곳씩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크스바겐은 현재 독일에만 6곳에 공장을 두고 있다.
또, 폴크스바겐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현지 매체는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으로 일자리 약 2만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독일 내 폭스바겐 직원은 10만명 수준이다.
폴크스바겐은 최근 전기차 수요 부진과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유럽 진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운송환경연합(T&E) 따르면, 유럽 내 중국산 전기차 비중이 2019년 0.4%에서 지난해 19.5%로 늘었다. 올해는 올해는 25.3%에 달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노조 반발로, 실제 공장 폐쇄가 이뤄지긴 어려울 거란 시각도 있다. 다니엘라 카발로 폴크스바겐 노사협의회 의장은 “수익성과 고용 안정성이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는 수십 년간 합의에 경영진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 일자리와 노동 현장, 단체협약에 대한 공격”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이영관 기자
09.11 美 토론 시청자 63% "해리스가 이겼다"...CNN 긴급여론조사

▲10일(현지 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현지 주민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방영되는 대선 후보 TV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10일(현지 시각)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90분 동안의 토론이 마무리된 직후 CNN이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토론을 본 유권자 63%가 해리스 부통령이 더 잘했다고 평가했다.
CNN이 여론조사 업체 SSRS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번 토론을 시청했다고 답한 미국 등록 유권자 605명 가운데 63%가 해리스 부통령이 더 나은 토론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더 잘했다는 응답자는 37%였다. 토론 전에 ‘어느 후보가 더 나은 토론을 할 것으로 보느냐’고 물었을 때는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50%로 동률이었다.
CNN은 “이 같은 결과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의 지난 6월 27일 토론을 시청했던 유권자들이 67% 대 33%로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던 것과 비교된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TV 토론 참패에 따른 후폭풍으로 후보직을 내려놨다.
또 이번 조사에서 ‘어느 후보가 당신들이 직면한 문제를 더 잘 이해하고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는, 응답자 가운데 44%가 해리스 부통령을, 40%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토론 전 조사 때는 같은 질문에 해리스 부통령이 39%, 트럼프 전 대통령이 43%였다.
토론 후 해리스 부통령에게 우호적인 유권자도 늘었다. 이날 토론을 지켜본 등록 유권자의 45%는 해리스 부통령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부정적 평가는 44%였다. 토론 전 같은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에게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39%였던 것에 비하면 6%포인트 올랐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토론 후 응답자의 39%가 그에게 우호적이라고 답했고, 비우호적이라는 답은 51%였다. 토론 전 수치와 비슷했다.
조선일보 김명진 기자
09.16 트럼프, 골프장 암살 시도 모면… AK 소총 겨눈 남성 체포
FBI "용의자 1명 체포"... 두번째 암살 시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있던 골프장 인근에서 AK-47 유형 소총을 소지하고 있던 남성이 체포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치지 않았고,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 남성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살을 시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야외 유세 도중 총격으로 부상을 입은데 이어 두달만에 또다시 암살 시도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9월 1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골프를 치던 중 총격 사건이 발생한 후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뉴시스
15일(현지시각) CNN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 캠프 스티븐 청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의 인근에서 총격이 있은 뒤로 안전하다. 이 시점에 더 세부적인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사법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소유 골프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골프를 치던 중 총격이 발생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치지 않았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골프를 치던 중 경호국 요원이 무장한 남성을 발견해 사격했다.
한 남성이 골프장을 둘러싼 울타리와 덤불 사이에서 AK-47 유형 소총 총구를 들이댔고, 경호를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한두 홀 앞서가고 있던 경호국 요원이 이를 포착해 대응했다.
비밀경호국의 라파엘 바로스 마이애미 지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용의자가 우리 요원들에게 총을 발사할 수 있었는지 지금 당장은 확실하지 않지만, 우리 요원들은 확실히 그와 교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남성은 경호국의 대응으로 총을 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발사된 총알 4발이 전부 경호국 요원의 총이냐는 질문에 4발인지 6발인지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그렇다”고 답했다.
경호국 요원의 사격에 이 남성은 소총을 떨어뜨리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달아났다. 그는 골프장이 있는 팜비치카운티 북쪽에 있는 마틴카운티의 고속도로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뉴욕포스트(NYT) 등 외신은 사법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용의자는 하와이 출신의 58세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Ryan Wesley Routh)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범행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남성이 있었던 덤불에서는 조준경을 장착한 AK-47 유형의 소총과 배낭 2개가 발견됐으며 현장 촬영 용도로 보이는 고프로 카메라가 발견됐다.
FBI는 성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로 보이는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용의자 1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보고받았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안도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첫번째 암살 미수 사건 이후 약 두 달만에 발생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진행한 야외 유세 도중 총에 오른쪽 귀 윗부분을 맞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격 사건 직후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아무것도 날 늦추지 못할 것이다. 난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김명일 기자
09.18 가방 속에서, 손에서 펑... '삐삐 테러'에 레바논 아수라장
도로에 부상자들... "좀비 도시 같았다"
레바논 전역이 충격과 혼돈 속으로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가 동시에 폭발하는 사건이 17일 (현지시각) 발생한 가운데, 허리와 허벅지 부근에 부상을 입은 환자들의 모습. /X(옛 트위터)
레바논 전역에서 17일(현지 시각)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노린 무전호출기 동시 폭발 사건이 발생하자 레바논 전역이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이 사건으로 2800여명이 사상자가 나오면서 병원이 마비되는 등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폭발은 헤즈볼라 거점 지역인 베이루트 남부 등 전역에서 이날 오후 3시 30분쯤부터 1시간가량 발생했다. 가방이나 호주머니에 넣어놓았거나 손에 들고 있던 호출기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한 것이다.
폭발이 주로 발생한 베이루트 남부 교외는 아비규환이 됐다. 한 목격자는 미국 CNN 방송에 “부상자들이 도로에 흩어져 누워 있었다. 친구들의 모습도 보였다. 좀비도시 같았다”고 전했다. “도로에 선혈이 낭자했고 구급차들이 부상자들을 이송했다”는 목격담도 전해졌다. 헤즈볼라 대원뿐만 아니라 보안 분야 종사자들도 호출기를 이용했다가 부상을 당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도심은 피로 물들었다. 도로 곳곳에는 허벅지나 허리, 머리에 피를 흘리는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쓰러진 환자 옆으로 얼굴이 피범벅이 된 남성이 다친 팔을 붙들고 이동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수건으로 얼굴을 지혈하거나 오토바이를 탑승한 채 허벅지에서 피를 흘리는 부상자의 모습도 목격됐다. 폭발이 일어나기 전 호출기에선 몇초간 신호음이 울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에 일부 부상자들은 호출기를 꺼내 보다 얼굴과 손에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레바논 전역의 적십자사 사무소에는 치료에 필요한 피를 헌혈하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환자가 쏟아지면서 병원은 마비됐다. 병상이 부족하자 거리 한복판에서 응급처치를 받는 환자들도 있었다. 임시 방편으로 주차장에 매트리스를 펼쳐놓고 치료를 이어가는 병원도 있었다. 바닥에는 의료용 장갑이 굴러다니고 들것은 혈흔으로 물들어 있었다. 검정 차도르를 쓴 여성과 남성들이 가족과 지인의 소식을 알기 위해 병원 입구로 모여들었다. 울음과 분노의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고 머리를 움켜쥐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레바논 전역에서 17일(현지 시각)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주로 사용하는 무전호출기 수백대가 동시에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상은 식료품점의 손님이 갖고 있는 호출기가 폭발하는 모습. /X(옛 트위터)
폭발 순간을 담은 영상도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식료품점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면, 모자를 쓴 남성이 물건을 고르는 도중 그의 가방 부근에서 ‘펑’ 소리와 함께 폭발이 일어난다. 연기와 함께 가방이 터지며 내용물이 흩날렸다. 깜짝 놀라 자리를 피하거나 한동안 귀를 막는 손님들도 있었다. 폭발과 함께 쓰러진 채 남성은 신음 소리를 내며 고통을 호소했다.

▲부상자들이 들것과 휠체어에 실려 옮겨지고 있는 모습. /X(옛 트위터)
헤즈볼라와 레바논 정부는 이스라엘을 공격의 배후로 지목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미국과 서방국가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 모사드와 군 당국이 무선호출기 폭발 사건의 배후라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폭발한 무선호출기는 헤즈볼라가 대만 골드아폴로에 주문해 납품받은 것이다. 각 기기의 배터리 옆에 1∼2온스(28∼56g)의 폭발물이 들어가 있었으며 이를 원격으로 터뜨릴 수 있는 스위치도 함께 내장돼 있었다.
조선일보 최혜승 기자
09.19 "폭탄 삐삐 만든 헝가리 공장, 이스라엘의 '유령 회사'였다"
NYT 보도 "헝가리에 수년 전 만들어 실제 수주 받아"
17일 레바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해 4000여명의 사상자(레바논 보건당국 기준)를 낳은 무선호출기(삐삐)를 위탁 생산한 헝가리 업체가 이스라엘이 수년 전 만들어 운영한 ‘껍데기 회사’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 이스라엘 정보 당국 관련자 세 명을 익명으로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이날 레바논 전역에서 폭발한 호출기는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 대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대만 기업인 ‘골드 아폴로’의 상표가 부착돼 있었다. ‘골드 아폴로’는 테러 직후 “유럽 제휴 업체에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우리 브랜드를 붙인 것이며 우리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문제의 호출기가 제조된 공장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소재의 ‘BAC’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공장을 운영하던 주체가 이스라엘이라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NYT “해당 공장 이외에도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운영하는 ‘유령 회사’가 최소 두 곳이 더 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의 호출기에 폭발 장치를 어떻게 심었는지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왔는데, 이스라엘 당국이 아예 헝가리에 공장을 만들고 실제 운영을 하면서 대만 회사의 수주를 받아 ‘폭탄 삐삐’를 만들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보도에 따르면 BAC는 평상시엔 일반 업체와 같이 주문을 받고 정상적인 제품을 제조했다고 한다. 그러다 헤즈볼라가 주문을 넣었을 때만 탄약 등을 넣은 무선호출기 등을 제조했다. 이 공장에선 헤즈볼라가 주문한 무선호출기의 배터리 표면에 강력한 폭발 물질인 PETN을 발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폭탄 삐삐’는 2022년 여름 처음으로 레바논에 소량 배송됐고, 올초 헤즈볼라가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면서 수천 대가 제작돼 레바논에 전달됐다. NYT는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해당 무선호출기를 언제든 적당한 때에 누를 수 있는 ‘버튼’이라고 불렀다고 전했다.
헤즈볼라가 조직적으로 무선호출기를 쓰도록 부추긴 것 또한 이스라엘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헤즈볼라는 휴대전화가 이스라엘에 추적당하기 쉽다며, 휴대폰 대신 무선호출기를 쓰도록 했는데 이 ‘소문’ 자체를 퍼뜨린 주체가 이스라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휴대폰을 해킹해 원격으로 마이크와 카메라 등을 작동시켜 소유자를 감시할 수 있다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이야기는 몇 년 전부터 아랍권에 퍼졌다. 이후 헤즈볼라와 그의 동맹국들 사이에서 그 어떤 휴대전화 통신도 더는 안전하지 않다는 소문이 확산하며 무선호출기가 대거 배포됐다. 메시지를 받기만 하는 무선호출기는 기지국으로 어떤 정보도 보내지 않아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지 않는다. 개인 정보 보호에 유용하다는 뜻이다. 로이터는 “무선호출기는 휴대전화와 달리 GPS(위성항법장치)가 내장되지 않아 위치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김나영 기자
09.19 무장단체 헤즈볼라, 왜 아직도 '삐삐' 쓰나

▲1990년대 한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삐삐. /조선일보 DB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를 동시다발적으로 터뜨린 이스라엘 소행 추정 테러가 지난 17일 발생하고서 헤즈볼라가 무선호출기를 많이 쓴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삐삐’라고도 불리는 무선호출기는 단문 메시지 및 별도 전화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음성 메시지 수신을 위한 기기다. 20세기 말 광범위하게 쓰였고 지금은 휴대전화에 밀려 사실상 ‘멸종’했다. 헤즈볼라는 그런데 왜 무선호출기를 주요 통신수단으로 쓰고 있을까.
반(反)이스라엘 무장 활동을 주력으로 해 지속적으로 이스라엘의 표적이 되는 헤즈볼라는 위치 추적이나 도청 등을 피하기 위해 무선호출기를 쓰고 있다. 메시지를 받기만 하는 무선호출기는 기지국으로 어떤 정보도 보내지 않아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지 않는다. 개인 정보 보호에 유용하다는 뜻이다. 로이터는 “무선호출기는 휴대전화와 달리 GPS(위성항법장치)가 내장되지 않아 위치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이슬람 무장 단체 요원들의 위치를 파악하려 종종 휴대전화 추적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선호출기가 훨씬 안전한 통신수단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은 지난 2월 연설을 통해 헤즈볼라 대원과 가족에게 휴대전화를 버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는 당시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묻고 철제 상자에 넣어 가둬버려라. 당신과 당신 아내·자녀의 손에 있는 휴대전화는 이스라엘의 협력자이자 살인자”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나영 기자
09.20 도루까지 장착한 '삼도류'..."오타니 50-50, 인간 영역 아니다"
MLB 사상 첫 50홈런-50도루 달성

▲미 프로야구(MLB)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19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방문 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0홈런-50도루 대기록을 작성했다. MLB에서 시즌 50-50 기록이 나온 건 역사상 처음이다. /AP 연합뉴스
미 프로야구(MLB) 수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는 이도류(二刀流)가 아닌 삼도류(三刀流)였다. 투타 겸업을 하던 오타니가 올해 팔꿈치 수술 후 투수 자리를 잠시 내려놓고 타자에만 집중을 하자 잊고 있던 다른 무기가 빛을 발했다. 바로 도루다.
오타니는 19일(현지 시각)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원정 경기에서 49호, 50호, 51호 홈런을 잇따라 터뜨렸다. 앞선 타석에서 50호, 51호 도루까지 성공하며 마침내 오타니가 MLB 최초 50홈런-50도루를 넘어 51홈런-51도루 대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오타니는 MLB 역사상 위대한 개인 성적과 더불어 다저스의 역사에 이름을 화려하게 새겨넣었다. MLB 역사상 한 경기에서 3개의 홈런과 2개의 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오타니가 처음이고, 여기에 더해 오타니는 다저스 첫 50홈런 타자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종전 기록은 2001년 션 그린으로 당시 49개의 아치를 그렸다. 아울러 오타니는 다저스 선수 최초로 한 경기에서 두 자릿수 타점을 기록한 타자가 됐다.
오타니가 한 시즌에 이 기록을 세우기 전까지 커리어에서 각각 50홈런과 50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배리 본즈(1990년 52도루·2001년 73홈런)와 브래디 앤더슨(1992년 53도루·1996년 50홈런) 두 명뿐이었다.
오타니 이전에 50홈런을 친 기록은 49번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평균 7.4개 도루만 기록했다. 5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 중에서 도루를 가장 많이 한 기록은 2007년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1955년 윌리 메이스의 24도루에 불과했었다. 한 선수가 한 시즌에 50도루를 기록한 것은 241번이나 있었지만, 이들의 평균 홈런 개수는 8.4개 뿐이다.

▲지난 3월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 경기에서 3회초 2사 1루 상황 다저스 오타니가 파드리스 김하성에 앞서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55차례 도루를 시도해 4차례만 실패한 오타니의 도루 성공률은 92.73%에 이른다. 지명타자는 전통적으로 팀에서 가장 느린 선수 중 하나로 오타니 이전까지 지명타자로 뛴 선수 중 50도루는 커녕 40도루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없었다. 종전 기록은 폴 몰리터(1992년·32도루)였다.
오타니의 1호 도루는 서울에서 나왔다. 지난 3월 20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3회초 파드리스 선발 다르빗슈 유의 초구에 도루를 시도해 2루를 훔치는 데 성공했다.
2021년 26도루가 개인 최고기록, 최근 2년 동안은 31도루만 했던 오타니는 이때부터 50도루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팔꿈치 수술로 한 시즌 내내 재활을 해야 했던 상황에서 오타니는 강도 높은 스피드 트레이닝을 스프링 캠프부터 시작했다. 당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투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아껴둘 것이 없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6월을 16개의 도루로 마쳤고, 7월과 8월에는 27개의 베이스를 훔쳤다.
2023년부터 베이스를 확대하고, 피치 클락을 도입하는 등 MLB의 새로운 규칙으로 더 유리한 도루 환경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2022년 양대 리그를 합친 도루는 2486개였지만 2023년에는 3503개로 늘었다. 1017개가 더 는 것으로 1987년 이후 가장 많았다. 그러나 올 시즌 오타니보다 더 많은 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엘리 데 라 크루즈(64)뿐이다. 오타니의 평균 스프린트 속도(초당 8.56초)는 평균을 훨씬 웃돌지만, 10회 이상 출전 기회를 가진 556명의 선수 중 154위에 머물러 있다. 단순히 속도가 아닌, 상대 투수를 분석한 결과다. 다저스 1루 코치 클레이튼 맥컬러는 “그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타니는 상대 팀의 예정된 선발 투수와 구원 투수의 비디오를 자세히 살펴보며 스스로 공부해 베이스를 훔친다”고 했다.
오타니의 51홈런은 50명의 다른 투수로부터 뽑아냈다. 6월 17일 캔자스시티전 브래디 싱어에게만 홈런 2개를 때렸고, 나머지 49홈런은 모두 다른 투수들을 상대로 기록했다. 특정 투수를 천적 삼아 몰아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중 26개가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나왔다. 타구 방향 분포도 이상적이다. 27차례 우측 담장을 넘겼다. 가운데로 18차례 홈런을 때렸고, 반대편 좌측 담장으로도 9홈런을 쏘아올렸다. 동시에 오타니는 가장 멀리 때리는 타자였다. 이번 시즌 오타니가 비거리 450피트(137m) 이상 대형홈런만 9개를 때렸는데, 이는 6차례의 애런 저지(뉴욕양키스)를 넘어 리그 최다다.
ESPN은 오타니의 50-50을 두고 “현실에서 나올 수 없는 선수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냈다”며 “로알드 아문센이 남극점을 정복한 것, 찰스 린드버그가 대서양을 횡단한 것 그리고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착륙한 것과도 같다”고 했다.
올 시즌 타율 0.294 176안타 51홈런 51도루 120타점 123득점, 출루율 0.376, 장타율 0.629, OPS(출루율+장타율) 1.005를 기록 중인 오타니는 앞으로 정규시즌 9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조선일보 양승수 기자
09.20 오타니 쇼헤이, MLB 사상 첫 50홈런-50도루 대기록 작성
9회초 세타석 연속 홈런으로 51-51까지 달성...6타수 6안타 3홈런 괴력 폭발
LA 다저스 수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가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MLB)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조만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 시즌 50(홈런)-50(도루) 대기록을 19일(이하 현지시각) 한 번에 완성했다.
오타니는 19일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원정 경기에 출전해 홈런 3개와 도루 2개를 추가하며 마침내 ‘꿈의 기록’을 손에 쥐었다. 전날까지 48-49였는데 하루만에 신기원을 돌파했다.

▲19일(현지 시각) 마이매미 말린스와의 경기에서 오타니 쇼헤이가 6회 홈런을 때려낸 모습. /AFP 연합뉴스
이날 1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오타니는 1회 첫 타석부터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출발했다. 이어 2번 타자 프레디 프리먼이 볼넷을 골라내면서 이뤄진 무사 1-2루에서 오타니와 프리먼이 더블 스틸에 성공했다. 오타니의 시즌 50호 도루. 일단 퍼즐 하나(48-50)는 완성했다. 이제 남은 건 홈런 2개.
다저스가 1-0으로 앞선 2회 오타니는 다시 우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홈런은 아니었다. 적시타를 때려낸 오타니는 후속 타자 무키 베츠의 타석에서 다시 도루를 시도, 시즌 51호 도루에 성공했다. 이제 48-51. 팀이 7-1로 앞선 3회에도 적시타를 추가하며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홈런 생산은 시간 문제인 것처럼 보였다.
이어진 6회. ‘쇼타임(Sho Time·원래는 showtime이지만 미 현지 언론이 쇼헤이 Shohei를 언어유희적으로 바꿔 표현)’이 시작됐다. 오타니는 1사 2루에서 마이애미 3번째 투수 호르헤 소리아노의 2구째 슬라이더를 쳐내 투런 홈런을 만들어냈다. 49-51.

▲오타니 쇼헤이가 19일(현지 시각)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7회초 시즌 50호 홈런을 터트리는 순간. 메이저리그 사상 첫 50-50을 달성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AFP 연합뉴스
7회 다시 타석에 선 오타니는 2사 3루에서 마이애미 투수 마이크 바우만의 4구째 너클 커브를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시즌 50호 2점 홈런을 터트렸다. MLB 무수한 수퍼스타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한 50-50이라는 대기록에 다다른 순간이었다. 그것도 연타석 홈런. 50-51. 이게 끝이 아니었다. 9회초 오타니는 또다시 홈런을 터트리며 세타석 연속 홈런을 날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2사 1-2루에서 이날 여섯 번째 타석에 선 오타니는 상대 투수 3구를 받아쳐 시즌 51호 3점 홈런을 터트렸다. 50-50에서 한 발 더 나아간 51-51로 대미를 장식했다.
다저스가 마이애미를 20대4로 대파한 가운데 이날 오타니는 6타수 6안타(3홈런 포함) 10타점 4득점 2도루를 기록했다. 엄청난 기록이다. 오타니는 이날 MLB 역사상 한 경기에서 3홈런을 터트린 선수 중 처음으로 2도루를 달성한 선수가 됐다. 한 경기에서 10타점을 달성한 선수가 2도루를 기록한 것도 오타니가 처음이다.
보통 홈런 타자는 발이 느리고 발이 빠른 타자는 장타를 잘 못 친다는 통념이 있는데 오타니는 이를 깨뜨릴 뿐 아니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깨뜨린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올 시즌만 해도 아메리칸리그(AL) 홈런 1위이자 MLB 전체 홈런 1위를 달리는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는 홈런 53개에 도루는 10개에 불과한데 내셔널리그(NL) 홈런 1위 오타니는 홈런(51개)과 도루(51개)가 비슷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도루왕은 같은 리그(NL) 엘리 델 라 크루즈(신시내티 레즈)라는 ‘대도’가 64도루로 압도적인 속력을 보여주고 있어 도루왕 타이틀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AL 1위 호세 카바예로(탬파베이 레이스) 43개보다는 훨씬 앞서는 대단한 수준이다.
이제 MLB에서 30-30을 달성한 선수는 47명, 40-40은 6명, 50-50은 1명(오타니)으로 당분간 기록책에 남게 됐다. 미국 스포츠 매체들은 이날 오타니 50-50 달성을 긴급 뉴스(Breaking News)로 타전하고 대기록 달성을 축하했다.
09.20 '소닉붐' 베이루트 뒤흔들었다... 이스라엘, 레바논 남부 대공습

▲19일(현지시각) 이스라엘 국경 근처인 레바논 남부 키얌 마을에 이스라엘의 포격이 가해진 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무선호출기·무전기로 동시다발 폭발 테러를 벌인 데 이어 레바논 남부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이는 헤즈볼라 수장이 테러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천명한 직후 발생했는데, 레바논 당국은 최근 들어 가장 강력한 공습 중 하나라고 밝혔다.
1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목표물을 겨냥해 수십건의 공습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군은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의 로켓 발사대 최소 100대와 주요 군사 시설 및 무기 저장고를 선제 타격했으며, 이 로켓 발사대는 이스라엘을 공격할 예정이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테러 조직은 레바논 남부를 전투 지역으로 만들었다”며 “헤즈볼라는 지난 수십년간 민가를 무기화하고 그 아래에 땅굴을 파고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NYT는 레바논 고위 관료를 인용해 이스라엘군은 전투기 등을 동원해 70회 이상의 공습을 감행했다고 전했다. 사상자에 대한 보고는 아직 없었으며, 주요 인구 밀집 지역이나 레바논 중심부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이날 공습은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무선 호출기·무전기 폭발로 최소 37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이 다친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보복을 선언한 직후 발생했다. 특히 나스랄라의 영상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이스라엘 제트기는 베이루트 상공을 지나가며 ‘소닉붐’(음속 폭음)을 일으켰다. NYT는 “나스랄라가 보복을 경고했음에도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소닉붐을 일으키며 힘을 분명히 과시했다”고 했다.
나스랄라는 이날 오후 영상 연설에서 “호출기 수천개를 터뜨린 이스라엘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 학살 공격은 선전포고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헤즈볼라는 전례없는 타격을 입었지만, 이런 공격으로는 헤즈볼라를 무너뜨리지 못한다”라며 “레바논 전선은 가자지구 전쟁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을 향해 “레바논 남부로 진입하기를 바란다”며 “이는 헤즈볼라에게 역사적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나스랄라는 또 헤즈볼라 조직원들이 폭발한 호출기를 사용했지만, 고위 간부들은 이를 소지하지 않았다며 “우리의 지휘통제 기반에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 작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쟁의 새로운 국면에는 중요한 기회와 상당한 위험도 뒤따른다”며 “헤즈볼라는 쫓기는 기분이 들 것이며, 우리의 군사작전 절차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헤즈볼라는 점점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이혜진 기자
09.20 4년 전엔 AI 기관총으로 제거...'폭탄 삐삐' 배후 모사드의 암살작전史
오인 사살, 위조여권 발각 등 실수 사례도

▲모사드의 문장(紋章). 히브리어로 '지략(智略)이 없는 백성은 망하지만 지략이 있는 백성은 평안을 누린다'는 성경 문구(잠언 11장 14절)가 적혀 있다.
지난 17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무선호출기 폭발 사건 배후로는 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가 유력하게 지목된다. 폭발물을 다른 사물로 위장해 터뜨리는 등 수법이 그동안 모사드가 감행해 온 암살 작전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모사드의 암살 작전 역사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6년 7월 이집트군이 팔레스타인 난민을 징병해 이스라엘을 공격하려 한단 첩보를 입수한 모사드는 이집트 군사정보부 수장이었던 무스타파 하페즈 중령을 가자지구 한복판에서 살해했다. 당시 공격에 소포로 위장한 폭발물이 쓰였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이스라엘 선수촌을 급습한 팔레스타인 테러 조직 ‘검은 9월단’ 수장 알리 하산 살라메도 1979년 레바논에서 자동차 폭탄 테러로 숨졌다. 당시 폭탄은 모사드의 원격 조종으로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핵과학자 모흐센 파크리자데가 2020년 11월 암살될 당시 몰았던 승용차. 파크리자데 암살엔 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가 도로변에 배치한 AI 로봇 기관총이 쓰였다. 이 기관총은 증거를 없애려는 듯 암살 직후 자폭했다. /AP 연합뉴스
2020년 11월엔 이란 압사르에서 운전을 하던 핵과학자 모흐센 파크리자데가 인근 트럭에서 쏟아진 기관총 사격을 맞고 숨졌다. 당시 모사드는 파크리자데의 주요 이동 경로를 파악해 그의 얼굴을 감지하는 AI(인공지능)를 기관총에 탑재시키고 트럭에 실은 뒤, 수일 전부터 도로에 주차해놓았다고 알려졌다. 트럭은 사건 직후 증거 인멸을 위해 자폭했다.
가장 최근 표적은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였다. 하니예는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주도한 인물이다. 지난 7월 31일 이란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찾은 그는 숙소에서 급습을 받고 숨졌다. 알자지라 등은 당시 익명의 이스라엘 관리들을 인용해 “모사드가 취임식이 열리기 약 2개월 전부터 하니예가 머물 숙소를 파악하고 소형 폭탄을 설치해 이날 터뜨렸다”고 보도했다. 전날(7월 30일)에는 레바논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가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숨졌다. 모사드가 슈크르의 은거지를 파악해 이스라엘군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팔레스타인 테러 조직 '검은 9월단' 조직원이 복면을 쓴 채 이스라엘 선수촌 발코니를 점거한 모습/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모사드 암살 작전 역사엔 실패 사례도 있다. 1974년 7월 검은 9월단 수장 살라메를 암살하려 노르웨이로 파견된 모사드 요원들은 한 모로코인을 살라메로 오인해 죽였고, 후에 노르웨이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1997년엔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하마스 정치 지도자였던 할레드 마샬 독살 시도에 실패했고 이후 미국 정부 압박으로 하마스에 해독제를 제공하는 굴욕을 겪었다.
2010년 테니스 선수로 위장한 모사드 요원들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머무르던 하마스 지도자 마흐무드 알마부흐를 사살했지만, 호텔 CCTV에 얼굴이 찍히고 해외 위조 여권을 사용한 게 발각되는 등 부주의로 지적받았다. 지난해 10월 7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1200여 명이 사망하고 250여 명의 인질이 끌려간 사건을 두고도 모사드가 사전에 정보를 입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에 직면했다. 후에 이스라엘 정부는 “우리는 우리의 사명을 완수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모사드(Mossad)
이스라엘의 해외 정보기관. 히브리어로 ‘기관’이라는 뜻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학살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을 안전하게 이주시키기 위해 1949년 총리 직속 기관으로 설립됐다. 1960년 아르헨티나에 숨어 지내던 나치의 유대인 학살 책임자 아돌프 아이히만을 체포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중동과 유럽 지역에서 이스라엘 적성국 요인의 암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배후로 거론됐고, 개입 여부를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았다. 직원은 약 7000명이고 연간 예산은 27억달러(약 3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된다.
조선일보 김동현 기자
09.21 해리스와 트럼프의 TV토론은 뭘 보여줬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대선 후보 TV토론 직후 해리스 후보가 가볍게 이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따라 해리스는 향후 주요 격전지에서 지지세를 몰아갈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는 트럼프의 선거 유세 규모와 글로벌 무대에서 보여주지 못한 강한 리더십을 조롱하며 토론 내내 트럼프를 몰아세웠다. 외교 정책에 대한 질문도 있었지만, 한반도 문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그러나 행간을 보면 한반도의 주요 이슈에 대한 두 후보의 입장을 읽을 수 있다.
중도보수 성향 보여준 해리스
강한 고립주의 드러낸 트럼프
둘 다 대중 강경노선 유지할 듯

가장 중요한 것은 패기였다. 부통령 시절 해리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그늘에서 몇 번의 해외 순방을 제외하면 외교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역할이 크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런 해리스에게 유약한 이미지를 씌우려는 전략을 폈다. 여성인 해리스가 독재자를 상대로 하는 정상 외교 무대에 당당히 설 수 있을지 유권자들이 의심하도록 만들려 했다. 해리스는 토론 내내 그런 이미지를 깨기 위해 노력했다. 우위를 잃지 않았던 해리스는 세계 정상들이 트럼프를 비웃는다고 공격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밀었던 강인함을 보여주지 못했고, 토론 내내 화가 난 채 자제력 없는 모습만 드러냈다. 푸틴이나 김정은 같은 독재자와도 협상을 끌어낼 수 있는 비즈니스맨의 역량을 부각하려 했지만, 해리스는 트럼프가 그들에게 쉽게 넘어갈 것이라고 공격했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푸틴의 좋은 먹잇감’이라 공격했고 트럼프는 제대로 받아치지 못했다. 트럼프의 자존감을 공격한 해리스의 전략이 먹혔다. 해리스는 대통령다운 면모를 보여줬고 트럼프는 그냥 트럼프스러웠다.
중국에 대한 두 후보의 설전은 예정된 것이었지만 유의미했다. 트럼프는 대중국 관세 부과를 약속하며 우위를 선점하려 했다. 펜실베이니아·미시간 일부 지역에서는 여론조사 지표상 반응이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여론은 미·중 무역 전쟁에 큰 우려를 갖고 있다. 해리스는 자유무역 옹호에 집중하기보다 반도체를 중국에 몰아줌으로써 무역전쟁을 자초한 트럼프의 실정을 공격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트럼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내는 감사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던 것도 비웃었다. 중국 관련 토론으로 향후 대중 정책을 엿볼 수 있게 됐다. 중국이 변화하지 않는 한 트럼프와 해리스는 모두 대중 강경 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여론조사 지표가 보여주듯 반도체와 최첨단 기술 부문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할 것이다. 푸틴·김정은과의 브로맨스를 보여줬던 트럼프지만, 시진핑과의 친밀함 과시는 정치적으로 매우 조심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두 후보의 토론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리스는 우크라이나의 편에 서서 푸틴을 비판했고, 푸틴에 굴복할 준비가 돼 있는 트럼프를 펜실베이니아에 사는 폴란드계 유권자 80만 명이 어떻게 볼 것 같냐며 공세를 이어갔다.
트럼프 참모에 따르면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에 압력을 행사해 평화협정을 끌어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러시아의 승리를 원치 않는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푸틴에 대한 깊은 애정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했다.
사실 토론 내내 트럼프가 보여준 입장은 선거 캠프의 입장과 많이 달랐다. 우크라이나 이슈가 그랬고, 독재자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를 높이 평가한 언급도 그랬다. 해리스가 외교 정책에 있어 중도보수 쪽으로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면, 트럼프는 고립주의와 극우적인 독재자를 사랑하는 모습, 그리고 러닝메이트 J D 밴스에 빠진 모습으로 일관했다.
그나마 안심이 되는 것은 트럼프 2기에서 빌 해거티 의원이 국무장관, 금융 전문가 존 폴슨이 재무장관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다. 그러나 오르반 총리와 같은 독재자들을 자주 언급한 부분에서 극단주의와 고립주의 계파의 영향력이 트럼프 캠프에 얼마나 큰지 알 수 있기도 하다.
90분밖에 되지 않았던 토론에서 다룰 수 있는 주제는 제한적이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각각 어떻게 다른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줄지 미국 유권자도 세계도 생생히 지켜봤다.

중앙일보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국 CSIS 키신저 석좌
09.25 수뇌부부터 친다, 헤즈볼라 사령관 8명 중 6명 이미 제거
이스라엘, 연일 레바논 융단 폭격

\▲23일 남부 레바논 시돈 인근 알아크비에 마을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 세력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앞두고 대규모 폭격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23일부터 1600여 곳에 대한 정밀폭격으로 헤즈볼라의 군사 시설과 민가에 은닉된 미사일 발사대까지 공격했다. 핵심 지휘관에 대한 표적 공습도 계속됐다.
이스라엘은 지난 20일부터 헤즈볼라에 전례 없는 고강도 선제 공습을 퍼붓고 있다. 17·18일 무선호출기와 무전기 폭발로 헤즈볼라 조직원 3000여 명이 죽거나 다친 뒤 하산 나스랄라 최고지도자(사무총장)가 ‘보복’을 천명하자 기다렸다는 듯 전방위적 공습에 나섰다. 지상군 투입 등 전면전을 염두에 두고 헤즈볼라의 전쟁 수행 능력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24일 “어제부터 레바논의 헤즈볼라 목표물 1600개를 겨냥해 650회의 정밀폭격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 세력 하마스와 전쟁 발발 이후 레바논에 대한 공격으로는 최대 규모다. 작전에는 ‘북쪽의 화살(Northern Arrows)’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은 전날 레바논 남부 한 마을의 주택 다락방에 헤즈볼라의 장거리 미사일이 설치된 사진을 공개하며 “이렇게 은닉된 순항미사일과 중거리 로켓, 무인기 등을 집중 파괴했다”고 밝혔다. 민간인 거주 지역이 타격을 입으면서 많은 사상자도 발생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틀간 어린이 50명을 포함한 564명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공격의 핵심에는 헤즈볼라 최고 지휘관들에 대한 ‘참수 작전’이 있다. 이스라엘은 요르단 수도 베이루트에서 23일 남부 지역 사령관 알리 카라키를, 24일에는 미사일부대 사령관 이브라힘 쿠바이시를 겨냥한 표적 공습을 했다. 헤즈볼라는 “카라키는 무사하다”고 주장했으나 아직 생사 여부가 확실치는 않다. 반면 쿠바이시는 “공습으로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이스라엘군이 밝혔다.

▲그래픽=이철원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하마스 편을 들며 이스라엘 북부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자 지휘관에 대한 표적 공습을 이어왔다. 지난 7월 말 헤즈볼라 최고 사령관 푸아드 슈크르가 사망했고 지난 20일엔 군부 2인자였던 이브라힘 아킬이 폭사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나스랄라 주변의 핵심 지휘관 8명 중 6명이 이미 제거된 상황”이라며 “카라키까지 사망하면 나스랄라는 사실상 고립무원의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헤즈볼라의 지휘 체계에 공백이 오고 나스랄라가 군 조직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 이슬람 무장 세력들은 일반 국가의 정규군과 달리 최고지도자와 그를 둘러싼 소수 지휘관들이 집단적 지휘 체계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헤즈볼라에서 이 역할을 하는 최고 군사 기구 ‘지하드(성전) 위원회’ 멤버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대거 사망하면서 지휘 체계가 마비 직전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 장관도 이날 “이제 테러 단체(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만이 홀로 남아 지휘봉을 잡고 있다”며 이를 시사했다.
실제로 헤즈볼라는 아직 이렇다 할 반격을 못 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내 군수 시설 등을 목표로 미사일과 로켓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매일 100여 발의 로켓과 미사일을 발사하며 하이파 등 이스라엘 북부 주요 도시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매체들은 “지휘 체계 혼란으로 레바논 곳곳에 산재된 공격 자원이 제대로 동원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17·18일 벌어진 무선호출기·무전기 폭발 사고도 지휘 체계의 혼란을 가중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전쟁, 이란과의 분쟁에서도 집요하게 지휘관들을 노려왔다. 지난 7월 하마스의 군사 지도자 무함마드 데이프와 라파 살라메가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벌어진 표적 공습으로 폭사했다. 같은 달 31일엔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테헤란 교외에서 암살당했다. 이스라엘은 또 올해 1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공습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 5명을, 이어서 4월에는 같은 지역에서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혁명수비대 준장을 폭살했다.
하지만 헤즈볼라의 반격 능력이 만만치 않다는 주장도 많다. 지휘 체계의 혼란이 가라앉고 전열이 정비되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직전 헤즈볼라가 보유한 포탄과 로켓, 미사일의 수는 15만발에 달한다”고 전했다. 또 헤즈볼라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의 전술을 모방해 일시에 1000기 이상의 로켓과 미사일, 드론을 퍼붓는 방식으로 이스라엘 방공망을 뚫고 군 기지와 전력망 등을 타격하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헤즈볼라는 2006년 이스라엘의 침공 당시 땅굴을 이용한 게릴라전으로 이스라엘군을 괴롭힌 끝에 한 달여 만에 전쟁을 끝낸 전력이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지상전이 벌어질 경우 정면 대결 대신 소모전과 진흙탕 싸움으로 이스라엘군을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고 WSJ는 평가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 과정에서 레바논 남부와 동부, 베이루트 인근 민간인을 대상으로 “헤즈볼라 무기가 있는 건물로부터 피하라”는 아랍어 경고 메시지 수만 통을 보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도 공격 대상 지역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상으로 문자·음성 메시지를 보내 왔다. 레바논과 아랍권 매체들은 “이스라엘이 통신망을 해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국제사회는 전면전을 막기 위한 중재에 뛰어들었다. 프랑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스라엘-레바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에 모인 G7(7국) 외교 장관들도 성명을 통해 “중동 지역의 확전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아랍 국가들도 “양측 충돌이 지역 내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국 등 주요국과 국제사회의 개입을 요청했다.

▲그래픽=이철원
☞헤즈볼라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 단체. 아랍어로 ‘신의 당(黨)’이라는 뜻이다. 1982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을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팔레스타인 난민이 많은 레바논을 침공하자 이에 대항해 창설됐다. 조직원이 10만명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이란 정부로부터 자금과 군사력을 지원받고 있어 레바논 정부조차 간섭하지 못하는 자체적 정치 체계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조선일보 파리=정철환 특파원 유재인 기자
09-27 [속보]일본 총리에 한일 역사 ‘비둘기파’ 이시바, 양국관계 개선되나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차기 총리를 뽑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가 승리해 신임 총재로 선출됐다. 내각제 국가인 일본에선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며 현재 제1당은 자민당이다.
이날 결선을 거쳐 선출되는 신임 총재는 오는 10월 1일 임시국회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현 총리의 후임으로 지명된다.
27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치러진 자민당의 28대 신임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는 유효투표 총 414표 가운데 215표를 획득해 과반수를 차지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은 194표였다. 자민당 총재 임기는 3년이다.
앞서 1차 투표에서는 다카이치는 181표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당원·당우들에게서 109표를 받았고, 의원 72명이 그에게 투표했다. 당원·당우와 의원들에게 각각 108표·46표를 얻은 이시바 시게루가 2위였다.
이시바는 1957년 2월 도쿄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고향’은 보수 성향이 강한 돗토리(鳥取)현이다. 건설 관료 출신으로 돗토리현지사, 참의원을 지낸 부친 이시바 지로(石破 二朗)의 영향이다. 부친의 고향인 돗토리현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마친 뒤 그는 게이오(慶應)고에 입학해 1979년 게이오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시바 신임 자민당 총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 중 하나는 일본열도 개조론을 주창한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宋) 전 총리다. “다나카 가쿠에이가 없다면 정치가로서 현재 이시바 시게루는 없었다”고 자평할 정도다.
다나카 전 총리와의 인연은 부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나카를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고 말했을 정도로 그의 부친은 자신보다 10살 아래인 다나카의 오랜 지기로 정치의 길을 함께 했다.
1981년 부친이 사망하자 다나카는 “장례식에 온 3500명의 돗토리 사람들에게 명함을 들고 인사를 돌아라. 이게 선거의 기본”이라며 정계 입문을 권한다. 이시바는 “정치를 하지 말라”는 부친의 유언을 어기고 당시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정치의 길에 뛰어든다. 1986년 중의원에 당선돼 현재 12선 의원이다.
아베 전 총리와는 오랜 정적 관계다. 아베 정권 시절이던 2007년 자민당이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패하자, 이시바는 ‘아베 퇴진’을 들고 나섰다. 아베 2기 정권(2012~2020년) 때에도 반(反)아베 성향은 이어졌다. 당시 그는 자민당 총재선거에 도전했지만 아베에 패했고, 2018년 총재선거에서도 아베와 1대 1로 붙었지만 쓴잔을 삼켰다.
그는 자민당 내 야당’ 소리를 들을 정도로 아베와 곳곳에서 각을 세웠다. 아베를 둘러싼 후원회인 벚꽃을 보는 모임’이 후원금 스캔들에 휩싸일 때 “철저한 조사”를 요구한 것도 그였다. 아베는 2014년 자신의 정적인 이시바에게 안보법제담당상’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시바가 이를 거절하며 둘 사이는 완전히 멀어졌고, 이후 줄곧 당내 비주류의 길을 걸었다.
방위청 부장관과 방위상을 지낸 방위통’인 그는 집무실에 전투기 모형 등을 전시하는 밀리터리 전문가’로도 꼽힌다. 이번 선거에서 그는 미국의 핵무기를 일본에서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중국을 겨냥한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창설을 이번 선거에서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때문에 이시바의 당선으로 일본의 안보·방위 전략의 변화가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그는 2012년엔 자민당 간사장을, 2014년엔 지방창생·국가전략특별구역담당상을 지냈다. 다나카 전 총리의 지방 활성화 정책을 담은‘일본열도개조론’(1972년)을 연상하게 하는 ’일본열도창생론’(2017년)을 내기도 했다.
이시바는 출마를 앞두고 출간한 책에서 “일·한관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명확한 리더십으로 극적으로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호기를 일본도 활용해 윤 정권이 한국 내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입장이 되도록 가능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적었다. 이같은 역사인식은 한국 입장에서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가해자는 잊어도 피해자는 잊지 않는다’는 소제목을 단 부분에선 싱가포르를 방문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리콴유 싱가포르 수상이 “일본이 싱가포르를 점령했을 때 무엇을 했는지 아느냐”고 물었지만 일본군이 어떤 지배를 했는지 답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일본으로 돌아오고나서야 그는 일본군이 공포지배를 하고 주민을 중화계, 말레이시아계, 인도계로 나눠 수용했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했다. 가해자로서의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말도 남겼다.
그러면서 그는 “일국의 문화와 언어, 제도 및 군대를 잃어버리도록하는 합병’이 얼마나 상대국 국민의 긍지와 아이덴티티(정체성)에 상처를 주는 것인지, 이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채로는 일·한의 진짜 신뢰관계는 세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또 양국이 허심탄회한 대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영토,위안부,징용공 등 양측 주장에 큰 차이가 있는 과제는 많고 그 근저에 역사 인식 차이가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기술했다.
자민당 의원 사이에선 공부하는 의원’으로 통한다. 비서가 편의점에서 사온 도시락을 먹으며 사무실에 틀어박혀 정책 공부를 한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한국인에게도 알려진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를 좋아한다. 취미는 독서와 요리. 대학시절 4년간 계속 먹었다고 할 정도로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카레를 꼽는다. 일본술과 와인을 좋아하며, 철도광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짝사랑하다 결혼에 성공한 이야기는 정계에선 널리 알려져있다.
문화일보 박준우 기자
09-27 中 침몰 잠수함은 ‘최신형 저우급 핵잠’… 핵연료 탑재 촉각

▲방사능 유출 여부 확인 불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우창 조선소에서 지난 6월 초 초대형 크레인 4대가 핵잠수함을 인양하는 모습이 담긴 위성 사진. 방사능 유출 사고 및 인명피해 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플래닛 랩스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WSJ, 美 당국자 통해 첫 확인
우한조선소서 5~6월 사라진 뒤
인양 모습 위성에 포착되기도
中 함대 확장 계획 차질 불가피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중국의 한 조선소에 정박 중 갑자기 사라져 침몰 가능성이 제기됐던 잠수함이 중국이 개발 중이던 최신형 핵잠수함으로 확인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26일 WSJ는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지난 5월 말에서 6월 초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우창(武昌) 조선소에서 최신형 핵잠수함이 침몰했다고 전했다. 침몰한 선박은 최신형 저우급 중 처음으로 건조된 잠수함으로, 선박의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 설계된 독특한 ‘X자’형 선미가 특징이다. 이 잠수함은 중국 국영 조선소에서 건조됐으며 5월 말 양쯔(揚子)강 부두 옆에서 출항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장비를 갖추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갑자기 보이지 않다가 6월 초 대형 크레인선이 도착해 잠수함을 인양하는 장면이 위성 사진으로 파악됐다.
침몰 당시 잠수함이 핵연료를 운반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피해 여부 역시 확인되지 않았지만 해당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미 당국자는 전했다. 중국 당국이 방사능 유출 여부를 검사하는 정황은 감지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조선소에서 잠수함 침몰 사고가 발생했다는 의혹은 지난 7월 처음 제기됐다. 퇴역한 미 해군 잠수함 전투 장교인 톰 슈가트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연구원이 SNS에 이 지역 위성 사진을 게시하며 침몰 사고 가능성을 언급했고, 대만 언론들은 침몰 잠수함이 중국 해군 주력인 039A형 위안급 3600t 디젤 잠수함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해당 잠수함이 중국이 개발 중이던 최신형 핵잠수함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잠수함이 다시 해상에 투입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슈가트 선임연구원은 WSJ에 “잠수함 전체에 물이 가득할 것이다. 모든 전기 제품들을 고쳐야 하고 모터를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말 기준 6척의 핵잠수함과 48척의 디젤 공격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해군력 강화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드러난 새 핵잠수함 침몰 사건으로 해군력 현대화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렌트 새들러 선임연구원은 “새 핵잠수함의 침몰은 중국의 핵잠 함대 확장 계획을 늦출 것”이라며 “이는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일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 국방부 고위 관리는 “이번 사건은 중국군의 장비 품질과 훈련 규정에 대한 의문 외에도 오랫동안 부패로 어려움을 겪어온 군 내부 감독과 책임에 대한 더 깊은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박세희 기자
09-28 “세계서 가장 위험” 모사드… 영화 같은 첩보작전과 암살 공격
이스라엘 건국 초기 설립 ‘비밀 기관’… 이스라엘 안보의 핵심으로 여겨져
美 CIA, 英 MI6 등과 어깨 나란히… 암살-해킹 전문조직도 운영
‘홀로코스트 책임’ 아이히만 체포… 이란서 핵개발 관계자 대거 암살
아랍국과 수교 전 비밀 접촉 추진… 북한산 무기 중동 유입에도 관심

《‘레바논 삐삐 테러’ 배후 지목, 이스라엘 모사드의 세계
이스라엘이 최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면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모사드는 17, 18일(현지 시간) 레바논 전역에서 발생한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 동시 폭발 테러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모사드가 배후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헤즈볼라가 사용한 무선호출기를 생산한 헝가리 기업 ‘BAC’가 모사드가 설립한 ‘유령회사’라고 보도했다. 모사드는 24일과 26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진 헤즈볼라의 로켓부대 지휘관 이브라힘 꾸바이시와 드론부대 지휘관 무함마드 후세인 사루르 관련 정보를 파악하는 데도 역할을 했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 안보의 핵심으로 꼽히는 모사드가 어떻게 설립됐고 운영돼 왔는지, 또 그간 진행해 온 다양한 작전에 대해 알아봤다.》

▲18일(현지 시간) 레바논 남부 지역 시돈에서 군인 및 소방관들이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 폭발로 화재 피해를 입은 한 휴대전화 매장을 살펴보고 있다. 시돈=AP 뉴시스
17∼18일(현지 시간) 레바논 전역에서 발생한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 연쇄 폭발 테러는 피해 규모(사망자 37명, 부상자 약 3000명) 못지않게 수천 대의 통신기기에 소규모 폭탄을 설치한 뒤 이를 동시에 폭발시킨 ‘고난도 기술’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테러의 목표였던 레바논의 친이란, 반이스라엘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물론이고 서방국들도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특히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가 배후일 것이라는 주장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과 모사드는 현재까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상태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핵심 ‘주적’ 중 하나인 헤즈볼라가 주로 사용하는 무선호출기와 무전기를 대상으로 대규모 동시다발적 폭발이 발생한 것을 놓고 “배후는 이스라엘의 모사드다”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폭발물이 설치된 무선호출기를 직접 생산하기 위해 유럽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의혹이 나올 만큼의 치밀함과 동시다발적 폭발을 일으킬 수 있도록 제어하는 기술력 역시 세계를 놀랜 이전의 모사드 공작과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960년대 적국 시리아의 국방차관까지 올라 군사 기밀을 빼돌리다 발각돼 사형당한 ‘전설적 스파이’ 엘리 코헨(1924∼1965년)을 배출했고,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책임자 중 하나였던 아돌프 아이히만 체포, 다수의 이란 핵개발 관계자 연쇄 암살 등으로 세계를 경악하게 한 모사드는 어떤 기관일까.
● 암살, 도청 및 해킹 등 전문 작전조직 운영

모사드는 이스라엘이 건국된 이듬해인 1949년 12월에 설립됐다. 히브리어로 모사드는 ‘정보 및 특수 임무 연구소(기관)’의 의미를 지닌다. 설립될 때부터 총리 직속 기관이었고 한동안 정부 내에서도 철저히 비밀에 가려진 조직이었다. 특히 이스라엘 초대 국가원수였던 다비드 벤구리온 총리는 정부 내에서 모사드란 단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지했다.
정부의 치밀한 관리와 전폭적 지지 속에서 모사드는 ‘신베트’, ‘아만’과 함께 이스라엘 3대 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정보와 군사 정보에 각각 중심을 둔 신베트, 아만과 달리 모사드는 철저히 해외 정보 및 공작에 집중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사드의 연간 예산은 약 27억3000만 달러(약 3조6000억 원), 고용 인원은 약 7000명으로 추정된다. 각 기관의 주요 정보가 따로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힘들지만 모사드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영국 MI6,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등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춘 정보기관으로 꼽힌다.

모사드의 주요 작전 부서로는 ‘메차다(Metsada)’ ‘네비오트(Neviot)’ ‘차프리림(Tzafririm)’ ‘링(Ring)’ 테벨(Tevel)’ 등이 꼽힌다. 이 중에서도 핵심은 메차다이다. 폭파, 암살, 납치 같은 ‘위험한 작전’을 주로 담당하기 때문이다. 메차다는 산하에 ‘키돈(Kidon·히브리어로 단검)’이란 암살 전문팀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미인계와 돈을 이용한 포섭, 납치, 정보 파악 등에도 능통하단 평을 받고 있다. 모사드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보기관’이란 평가를 받는 이유다. 네비오트는 정보기술(IT)을 이용한 도청과 해킹, 차프리림은 해외 유대인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담당한다. 또 링과 테벨은 각각 경제 분야 정보 파악과 다른 나라 정보기관과의 협력 업무를 담당한다.
텔아비브대 중동학 박사인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이스라엘 국민들은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이 모사드를 국가안보의 핵심이고,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있는 기관으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 금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유대인들의 자금력과 더불어 이스라엘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모사드의 역대 국장(최고책임자) 중(13명) 5년 임기를 못 채운 인사는 3명뿐일 만큼 모사드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인정받고 있다. 또 모사드 국장은 대부분 군대와 모사드에서 다양한 실전 경험을 쌓은 이들이다. 2021년 6월부터 모사드를 이끌고 있는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도 특수부대 출신이다. 그는 모사드에서는 침투작전과 요원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역시 특수부대 출신으로 2002∼2011년 모사드 국장이었던 메이어 다간(1945∼2016년)은 “적의 뇌를 삼키라”는 말을 요원들에게 자주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 적국에서 리조트 운영해 자국민 구출 작전 진행

▲전문성을 바탕으로 모사드가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작전은 많다.
설립 직후 모사드는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전범 색출과 처벌 임무를 수행했다. 1960년 아르헨티나에 숨어 지내던 아이히만을 체포한 사건은 모사드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로 꼽힌다. 나치 친위대 장교였던 아이히만은 유대인 약 600만 명이 살해당한 홀로코스트의 핵심 설계자 중 하나였다. 그는 나치 패망 뒤 여러 나라를 전전하다 아르헨티나에 정착했다. 요원 14명으로 구성된 모사드의 전담팀은 그를 끝까지 추적했으며, 결국 체포에 성공해 이스라엘로 데려왔다. 그리고 아이히만은 사형당했다.
모사드가 1981년부터 1985년까지 무려 5년에 걸쳐 에티오피아의 유대인 7000여 명을 수단으로 데려와 이스라엘로 비밀리에 이주시킨 ‘브라더스 작전’도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슬람 국가인 수단은 당시 이스라엘에 적대적이어서 모사드 요원들이 철통 보안 속에 작전을 진행했다. 요원들은 스위스 여행사의 사업가로 위장해 수단 홍해 연안의 문 닫은 리조트 하나를 사들였다. 낮에는 호텔 직원으로 변장해 지역 주민을 고용하며 리조트를 운영했다. 특이한 건, 리조트가 인기를 끌며 외국 다이버들과 스포츠 낚시꾼들이 모여들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밤이 되면 리조트는 모사드 작전 기지로 돌변했다. 이들은 항공편이나 선박으로 에티오피아에서 탈출한 유대인 난민들을 리조트로 데려왔다. 여기서 이스라엘 해군 특공대가 보내온 배에 난민들을 태워 이스라엘로 보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당시 요원 중 한 명이었고 훗날 ‘모사드 엑소더스’란 책을 쓴 가드 심론은 “밤마다 440km에 이르는 움푹 팬 도로를 이동하며 수백 명의 난민을 해변의 리조트로 데려갔다”고 회고했다. 5년이란 작전 기간 동안 수단 당국은 낌새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2000년대 이후 모사드는 이란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억제하는 작전을 대거 펼쳐 왔다. 모사드는 2011년과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미사일 업무 담당자였던 하산 테라니 모가담 장군을 이란에서 암살했다. 또 꾸준히 이란의 핵과 미사일 관련 과학자와 군 관계자들을 제거했다. 특히 2018년 1월에는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창고에서 이란 핵 개발 관련 문서와 CD를 대거 탈취해 공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당시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이 2015년 서방과 핵 합의를 체결했는데도 이런 자료를 숨기며 비밀리에 핵을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사드는 2020년 11월 이란 핵 과학자인 모센 파크리자데를 테헤란 근교에서 원격조종 기관총을 이용해 사살해 또 한번 주목받았다. 이 기관총은 첨단 정보기술(IT) 장비와 위성 등을 이용해 작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23, 24일 이스라엘이 융단 폭격을 가한 레바논에선 바코드나 QR코드가 찍힌 전단이 뿌려져 눈길을 끌었다. 이 역시 모사드 소행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시오니스트 적(이스라엘)들이 베카 지역에 바코드가 있는 전단을 뿌리고 있으며 다른 곳에도 뿌릴 수 있다”면서 “바코드를 열거나(스캔하거나) 유통시키지 말고 즉시 파기해야 한다. 이 코드가 모든 정보를 가져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이 코드를 스캔하면 스마트폰의 개인 정보가 이스라엘로 흘러갈 수 있다는 얘기다.
● 우방국 정보 제공-북한 무기 정보 파악도 관심 커
모사드는 우호 세력을 돕는 작전에도 참여한다. 특히 동맹국인 미국과의 교류가 활발하다.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생한 2001년 모사드가 미국 정부에 미리 테러리스트 동향을 귀띔했다는 보도도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당시 모사드는 고위 전문가 2명을 테러 전달인 8월 미 워싱턴에 파견했다. 이들은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에 “최대 200명으로 테러리스트 조직이 대규모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모사드는 2020년 1월 이란 IRGC 내 엘리트 부대로 해외작전과 특수전 등을 수행하는 ‘쿠드스군(아랍어로 예루살렘이란 뜻·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을 탈환하겠다는 의미)’의 당시 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를 미국이 무인기(드론)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암살하는 데도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솔레이마니의 이동 경로와 현지 상황 등을 미국 측에 제공한 것이다. 쿠드스군은 헤즈볼라와 하마스 같은 반이스라엘 무장단체 지원을 핵심 업무로 삼고 있어 이스라엘로서는 미국에 정보를 제공해 주적을 제거한다는 명분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모사드는 이스라엘과 공개적 접촉을 피하는 국가들과 외교 관계를 맺거나 비밀 관계를 발전시키기도 한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과거 이스라엘과 적대적이었지만 지금은 우호 관계인 이집트,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등과 수교할 때 모사드의 첩보 활동과 비밀 접촉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게 정설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한편 모사드는 한국에도 요원들을 파견했고, 다양한 정보활동을 한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북한이 이란과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관련 협력을 꾸준히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또 북한산 무기와 땅굴 설계 기술 등이 헤즈볼라와 하마스 같은 무장단체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09.28 [속보] 이스라엘군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 사망 확인"
"레바논 공습으로 사살"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베이루트 공습으로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사살했다고 28일 밝혔다.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 27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외곽의 헤즈볼라 중앙 본부를 공습했다. F-35 전투기, 미국산(産) 폭탄 벙커버스터 등으로 최소 10차례 폭격을 퍼부었으며 그 결과 건물 여섯 채가 붕괴됐고 최소 2명의 사망자와 7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공습 표적이었던 나스랄라의 생사는 명확하지 않았으나, 이스라엘군이 “나스랄라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고 이날 밝힌 것이다. 헤즈볼라는 이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앞서 이란 타스님통신은 레바논 정보원을 인용해 “오늘(27일)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이 감행한 잔혹한 테러로 헤즈볼라 고위 지도자 중 순교한 이는 없다”며 “시오니스트들의 작전은 실패로 끝났다”고 보도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도 “나스랄라는 안전한 곳에 있고 이스라엘 공습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이스라엘군 발표와 대치되는 주장을 펼쳤다.

▲레바논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AFP 연합뉴스
최근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 공습이 거세지면서 국제사회에선 지난해 10월 발발한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 17일 헤즈볼라 대원들이 사용하는 무선호출기를 원격에서 폭발시켜 10여 명을 사살했다. 지난 23일엔 헤즈볼라 근거지 레바논 남부뿐 아닌 베이루트 북동부에 있는 군사 시설을 노린 공격으로 약 3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헤즈볼라는 지난 25일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 미사일 최소 40발을 날리는 등 반격에 나섰다.
중동 긴장이 고조되자 서방 각국은 레바논 교민들에게 철수령을 내리고 있다. 영국 외무부는 27일 레바논 주재 교민들을 상대로 “이용할 수 있는 비행기에 탑승하라. 레바논을 떠나는 비행기에 더 많은 영국인이 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성명을 냈다고 dpa통신 등이 보도했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도 “캐나다인들이 탈 비행편을 확보하려 노력 중이다. 이용할 수 있는 항공편이 있다면 레바논에서 떠나라”고 교민들에게 촉구했다.
조선일보 김동현 기자
09.29 이란·親이란 세력 일제히 "이스라엘에 보복, 파멸 맞을 것"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한 미국에도 책임"

▲레바논 베이루트의 헤즈볼라 지지자들이 28일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사망을 애도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구호를 외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사망 소식에 이란과 ‘저항의 축’이 일제히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보복을 다짐했다. ‘저항의 축’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중동 내 무장 단체들이 자신들을 스스로 지칭하는 말이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27일 오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인근을 표적 공습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폭살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28일 ‘나스랄라가 사망했다’는 헤즈볼라의 공식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레바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 지원에 나서는 것은 모든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의 의무”라며 “사악한 (이스라엘) 정권에 맞서고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헤즈볼라에 대한 전면적 지원을 선언한 셈이다. 그는 별로 성명을 통해 “순교자가 흘린 피는 설욕되어야 할 것이다”라며 보복 의지도 강조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함께 미국도 비난했다. 그는 국영 언론을 통해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오랫동안 첨단 무기를 공급해 온 미국도 나스랄라 사망에 책임이 있다. 미국인들은 시온주의자들과의 공모를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모하마드 레자 아레프 이란 수석 부통령도 이날 “이스라엘이 순교자 나스랄라를 부당하게 살해했다”며 “이는 이스라엘의 파멸을 가져올 것이다”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1년 가까이 전쟁을 치러온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무장단체 하마스도 비난 성명을 내놨다. 하마스는 이 성명에서 “시온주의자(이스라엘)가 주거용 건물을 표적으로 벌인 이 흉악한 범죄에 대해 시온주의자와 이를 지원해온 미국 행정부에 책임을 묻는다”며 “저항의 지도자가 순교하면 더 용감하고 강하고 결의에 찬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가 그를 계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홍해의 서방 상선을 계속 공격해온 예멘의 후티 반군도 “저항은 파괴되지 않을 것이며, 레바논의 무자헤딘(성스러운 이슬람 전사) 형제와 모든 지원 전선에서 지하드(성전) 정신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무함마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도 “(나스랄라 사망은) 시온주의자들이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범죄”라며 “나스랄라는 의로운 길에 있는 순교자다”라고 했다. 이라크는 앞으로 사흘간 나스랄라에 대한 추도 기간을 갖기로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레바논과 레바논 국민이 이스라엘 대량 학살의 새 표적이 됐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인권 기구가 신속한 조치에 나서야 하고 이슬람 세계가 이런 공격에 더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루트에서는 이날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군중이 모여 나스랄라의 사망을 애도하고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알자지라는 “레바논군이 소요 가능성에 대비해 베이루트에 탱크부대를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파리=정철환 특파원
09-30 “지구 온난화에 알프스 국경도 바뀐다”…스위스, 재획정 조약 비준

기후 변화로 스위스와 이탈리아가 알프스산맥 주변의 국경선을 다시 그린다. 기후변화로 산맥 능선에 쌓인 빙하가 녹으며 국경선까지 이동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위스 정부는 지난 27일 의회의 동의를 거쳐 이탈리아 정부와의 국경 재획정 조약을 비준했다. 사계절 스키장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스위스의 체르마트 지역과 이탈리아 북서부 아오스타 사이의 국경을 새로운 기준에 따라 조정한다는 내용이다. 기존 국경이 알프스산맥의 마터호른산 주변의 능선에 따라 획정됐는데, 지구 온난화로 능선의 형태가 크게 변화하며 국경선까지 이동하는 경우가 있어 이번에 재획정 조약을 비준한 것이다.
지난해 녹아서 사라진 스위스의 빙하 규모는 전체의 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난 2022년(6%)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특히 양국이 국경 주변에 건설한 스키 리조트가 국경선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지난해 5월 알프스의 능선이 아닌 각 봉우리와 계곡 등 빙하의 영향이 적은 지형물을 기준으로 국경을 재획정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양국의 국경 재획정 조약은 이탈리아 정부의 조약 비준 이후 발효될 예정이다.
문화일보 이종혜 기자
09.30 카멀라의 유쾌한 도전
키 158㎝에 청바지 차림. 미국 부통령 카멀라가 아이들과 춤추는 37초 유튜브는 수백만 조회를 넘어섰다. 유쾌한 막춤이다. 트럼프 지지의 골통 보수들은 “경박하다”는 냉소를 아끼지 않는다. 최근엔 “(내 어머니가 자주 말하시길) 너는 네가 그저 코코넛 나무에서 뚝 떨어져 태어난 줄 아니. 너희는 지금의 모든 것과 이전의 모든 것, 그 맥락 속에서 존재하는 거란다”며 웃음 터진 카멀라의 틱톡 밈이 수백만 클릭이다. 힌두교의 ‘윤회’도 떠오른다. 놓칠세라 트럼프가 “웃음 헤픈, 제 정신 아닌 여자”라고 인상 쓰자 카멀라 지지자들은 이 밈을 퍼나르며 그를 ‘꼰대’로 만들어 간다.
인도(모)·자메이카(부)를 섞어 받은 1964년생 비백인 여성의 미 대통령 도전은 역사적이다. 68혁명 세대인 47년생 힐러리가 첫 도전에 실패한 뒤 그녀보다 더한 마이너리티가 주류 백인 남성 트럼프에게 재도전이다. 카멀라의 말대로 ‘그녀의 맥락(context)’을 탐구하는 데서 이 도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겠다.

▲지난 25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카네기 멜런대 유세장에서 경제정책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비백인 여성의 첫 미 대통령 도전
여성성·진보·문제해결형 검사 등
모든 측면서 트럼프와 역사적 대척
‘카멀라 맥락’ 이해가 최선의 접근법
#여성, 그리고 어머니=Kamala Devi Harris란 풀 네임 중 가장 선명한 그녀는 카멀라다. 산스크리트어로 ‘연꽃’. 그녀는 “혼탁한 수중의 바닥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자라 수면 위에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고 설명한다. 데비란 힌두교의 최고 여신. 조혼·지참금의 인도는 성평등지수가 가장 낮은 국가였다. 마누 법전은 여성을 ‘미숙하고 독립 불가능한’ 존재쯤으로 여겼다. 아내 순장의 사티(Sati)가 미덕이었다. 이런 ‘폄하’와 여성성에 대한 ‘숭상’이 묘하게 공존했다. “여신처럼 내 딸이 강하게 자라 연꽃처럼 피어나길 바랐다”는 게 이 유방암 의학자의 LA타임스 인터뷰였다.
멘토 샤말라는 “누구도 네가 누구인지 말 못하게 해. 네가 누구인지는 오직 네가 말해야 돼. ‘너무 어렵다’는 절대 변명일 수 없어”라고 주문했다. “넌 많은 첫 번째가 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절대 마지막은 되지 말아라(You may be the first. Don’t Be the last)”였다. 카멀라는 “키 152㎝ 어머니가 185㎝ 같았다”고 했다. 그녀의 취미는 뉴욕타임스 등의 요리 레시피 따라 만들기. 역시 요리를 즐기던 어머니는 인도 최고 계급 브라만 혈통이다. “사람 먹는 요리는 신성한 손으로”란 믿음에 인도 요리사 상당수가 브라만인 연(緣)도 모녀의 DNA를 느끼게 해준다. 각 재료의 식감·풍미를 고루 살리며 소스를 잘 배게 해 절제된 플레이팅에까지 정성이 필요한 조화·융합의 예술 ‘요리’란 정치의 목적과도 많이 닮아 있다.

▲2019년 4월 카말라 해리스 캠페인에서 공개된 샤말라 고팔란(25세)과 카멀라 해리스의 사진. AP=연합뉴스
#모태 진보=유모차의 다섯 살 아이는 민권의 에너지 가득한 샌프란시스코의 시위 한복판에 있었다. 칭얼대는 아가에게 “뭘 해줄까” 달래자 카멀라가 “Fee-dom”이라곤 했다는 게 어머니의 기억. “자유(Freedom)”의 외침 속에 아가까지 “다~유”라 웅얼거렸다.
13세 때 아파트 놀이터의 잔디밭 봉쇄에 대한 항의 시위로 개방을 이끈 게 첫 승리였다. 그녀는 “작은 행동부터 사람들이 단결하면 어떤 변화가 오는지 깨달았다”고 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뒤의 서민주택 줄압류에 카멀라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은 막강한 월스트리트 권력인 JP모건 체이스 등 5대 은행과 ‘맞장’을 뜬다. 200억 달러를 따내 오며 압류반대법을 통과시켰다. 당시 그녀의 원군이던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보(델라웨어 법무장관, 2015년 별세)와의 우정은 행운이었다. 바이든은 “먼저 간 보의 그녀에 대한 얘기를 가장 중시했다”며 카멀라를 부통령에 앉혔다. 진보가 문제가 아니라 ‘일류’ 진보 정치인이 잘 보이지 않는 우리 정치야 못내 아쉽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공동 유세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껴안는 조 바이든 대통령. UPI=연합뉴스
#‘문제 해결자’ 검사 26년=인권 침해 트라우마의 어머니는 검사엔 반대였다. 카멀라의 답. “이해하나 시스템을 고치려면 그 안에 들어가야겠어요. 난 ‘이 방에 없는 사람들’을 포식자들로부터 보호하렵니다.” 사형제 폐지 소신에 따라 경찰관 살해범에게 종신형을 구형하며 경찰의 따돌림도 당했다. 반면에 ‘무조건 투옥’보다 죄의 재발을 줄이자는 ‘범죄기록 말소’ ‘가혹한 삼진아웃법 개혁’ ‘약물남용 예방 중심 마약 대응’ 등 형사사법 개혁에 전력했다. 실용적이자 스마트했다. 인권 시비, 정치 외압 불공정과 수직적 복종에 갇혀 늘 자기개혁을 놓쳐 온 우리 검찰이야 못내 아쉽다.
#동맹, 그리고 우리=“마르크스주의자(도널드 해리스 전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가 잘 가르친 딸”이란 트럼프의 색깔론에 카멀라는 “중산층·서민을 위할 뿐 난 자본주의 지지”라고 맞선다. 둘의 가장 선명한 차이는 동맹관. 카멀라는 “미국이 뭘 위해 힘쓰고 피흘려 왔는지 잊어선 안 된다”며 “평화·협력의 국제 질서, 민주주의에의 헌신, 섬겨야 할 이들 아닌 자기 이익만 위해 통치하는 독재자의 배제”를 내걸었다. “미국 홀로는 안 돼. 이 가치를 공유한 동맹과의 동반이 최선”이란 소신이다. 오바마와 가장 닮은꼴인 카멀라에게의 접근법은 그녀의 삶에 대한 충분한 이해일 수밖에는 없겠다. 그 유쾌한 ‘유리천장’ 도전이 36일 남았다.

중앙일보 최훈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