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治(人) 이야기 2024-09/ 09.02 韓·李 회담, 합의 못 해도 만나는 편이 낫다 - 09.30 한덕수 "철벽 총리? 모욕과 능멸의 정치 두고 볼 수 없었다"
政治(人) 이야기 2024-09/
09.02 韓·李 회담, 합의 못 해도 만나는 편이 낫다
여야 대표 회담은 당초 예정됐던 90분을 훌쩍 넘겨 진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합의했다고 밝힌 것은 민생 공통 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기구를 운영하겠다는 것뿐이다. 금융투자소득세와 관련해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 등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고, 현재 의료사태와 관련해 추석 연휴 응급 의료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어차피 큰 기대를 가졌던 만남은 아니었다. 여야 대표가 한 번 만나서 주요 쟁점에 대해 합의를 이루기에 지금 우리 정치는 너무나 극단적인 대치 상황이다. 섣불리 상대방 입장에 고개를 끄덕였다가는 지지층의 불만과 실망을 살 위험이 있다. 여당 대표의 경우 대통령과 상의 없이 기존 입장을 절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야 정당 대표 간의 회담이 지난 11년간 없었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한 합의가 불발됐다고 했지만 서로 다른 입장을 확인했다고 했다. 의료사태에 대해서도 장시간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2025년 의대 정원만큼은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했다. 이렇게 직접 만나서 마주 앉아 얘기하다 보면 어느 대목이 막혀 있고 어느 대목은 그래도 통할 여지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다 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타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99가지가 달라도 1가지 타협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발견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아무것도 합의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국민은 양측이 주고받은 대화를 되새겨 보는 과정에서 어느 쪽 이야기가 더 타당한지 저울질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형성된 국민여론이 의견을 조율해 나갈 수 있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갖는다. 적어도 서로 자기 지지층만 바라보면서 상대를 비난하는 목청 대결을 벌이는 것보다는 바람직하다. 양당 대표는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대로 만남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그러길 바란다.
한동훈, 이재명 대표 두 사람은 양 진영의 대표적인 차기 지도자감으로 꼽힌다. 국민은 두 사람이 만나서 의견을 조율해 가는 과정을 보면서 지역에 따라, 세대에 따라 두 동강 난 이 나라를 이끌고 가기에 누가 적임자인지도 살펴보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9.02 '깜깜이' 교육감 선거, 후보 단일화가 유권자에 대한 예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직위를 상실함에 따라 보궐선거가 다음 달 16일 치러진다. 선거가 불과 한 달 반 앞으로 다가와 새로운 정책을 내놓고 알리기에 빠듯한 시간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역대 선거처럼 진영별 후보 단일화 여부가 선거 승패를 가를 것이 분명하다.
서울시교육감은 90만명에 달하는 서울 지역 유·초·중·고교생의 교육정책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그런데도 교육감 선거는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고 투표장에 가는 경우가 허다한 대표적인 ‘깜깜이 선거’다. 정당명(名), 기호도 없이 치른다. 이런 조건에서 단일화에 실패한 진영은 표 분산으로 선거를 해보나 마나였다. 지난 2022년 선거에서 보수 성향 후보자 3명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조희연 교육감에게 자리를 헌납했다. 당시 보수 후보자 3명의 표를 합치면 득표율 50% 이상으로 조 교육감(38.1%)을 이길 수 있었다. 보수 후보들은 단일화하지 않으면 자멸한다는 점을 뻔히 알면서도 선거비용을 보전받으려고 끝까지 버티는 추태까지 벌였다.
2014년, 2018년 선거에서도 보수 후보들이 각각 3명, 2명씩 출마해 진보 단일 후보였던 조 교육감에게 잇따라 패했다.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선은 야당이 압도적인 과반을 차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치르는 선거라 사실 보수 진영이 단일화해도 힘든 선거라는 것이 상식이다. 더구나 이번 보선은 투표일이 평일이라 투표율마저 낮을 것이 분명하다. 단일화하지 못하면 선거를 치러볼 필요도 없이 필패가 분명한 선거인 것이다. 한 진영에서 여러 후보가 나오는 바람에 다수가 원치 않는 후보에게 거저 당선을 헌납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후보 난립은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떠나 시민들의 민의를 왜곡한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그나마 진영별 단일화는 ‘깜깜이 선거판’에서 유권자들이 보다 나은 후보를 선택하도록 도와주는 방법일 수 있다.
진보 진영은 조 전 교육감이 직을 상실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30일 회의를 열고 단일화추진단을 꾸렸다. 보수 진영도 2일 기자회견을 열어 단일화 추진을 선언하기로 했지만, 그간 사례에 비추어 이번에는 탈 없이 결론이 날 수 있을지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22년 선거에서 단일화 실패에 책임이 있는 조전혁·박선영 후보가 다시 나오겠다고 하는 것도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9-02 李 “계엄 선포 뒤 국회의원 체포” 근거 못 대면 혹세무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일 회담은 ‘화끈한 합의’는 없었지만, 긍정적 측면이 훨씬 큰 회담이었다. 공동 발표문 8개 항을 보더라도 모두 협의·논의·추진 등으로 얼버무렸지만, 11년 만의 공식 여야 대표회담이라는 상징성이 말해주듯 서로의 생각을 상대에게 직접 말하고 들었다는 의미가 작지 않다. 정치 양극화와 두 대표의 정치적 위상을 고려할 때, 정쟁이 일거에 완화되긴 힘들다. 채상병특검, 전국민 25만 원 지원 등 쟁점은 여전하지만, 금융투자소득세, 반도체·AI 산업 지원과 전력망 확충, 지구당 부활 등에 대해 의견을 모은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신속히 추진해 성과를 내고, 앞으로도 수시로 만나 정국 난제들을 협의하기 바란다.
그런데 이 대표의 계엄령 및 독도 관련 발언은 그냥 넘어가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 이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최근 계엄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면서 심지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얘기도 있다”고 했다. 생중계로 국민에게 전달되는 가운데 야당 대표가 이런 중차대한 발언을 한 것도 놀라운데, 아무런 근거 제시도 없다는 것은 더욱 놀랍다.
사실이라면 대통령 퇴진 요구까지 불러올 중대 사태이지만, 반대로 사실이 아니라면 가짜뉴스로 국민을 선동하는 혹세무민이나 다름없다. 헌법 제77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계엄 선포 권한은 국회 재적 과반이 찬성할 경우 즉각 해제하도록 돼 있다. 170석의 민주당만으로도 바로 해제시킬 수 있다.
이 대표의 ‘상상력’대로라면 윤석열 대통령이 ‘친위 쿠데타’라도 시도할 것이라는 엄청난 주장인데, 가능하다고 보는가. 합당한 근거도 없이 그런 ‘카더라’ 주장을 유포했다면, 그것이야말로 국기 문란에 해당한다. 일부 지하철 역사의 독도 조형물 철거·수리 작업을 두고 ‘독도가 영토임을 부정하는 행위’라는 식으로 주장했다. 침소봉대도 넘어 괴담 선동이다. 더 늦기 전에 문제 발언을 바로잡고 국민과 윤 대통령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가 지도자 자격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뿐이다.
문화일보 사설
09.03 난데없는 야당의 ‘계엄 음모론’, 저의가 의심스럽다
이재명 ‘계엄설’, 대통령실 “대표직 걸고 말하라”
탄핵 추진 명분 쌓기에 국민 무시, 국격 훼손 논란
더불어민주당의 ‘계엄 의혹’ 제기가 도를 한참 넘어섰다. 이재명 대표는 그제 여야 대표회담 때 “최근 계엄 얘기가 자꾸 이야기된다”면서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안을 보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얘기도 있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가 변란을 획책한다는 음모론을 강하게 제기한 것이다. 이 대표의 측근인 천준호 전략기획위원장도 “윤석열 정권에서도 (계엄령) 기획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근거는 내놓지 않았다.
김민석·김병주 최고위원, 양문석 의원 등이 앞다퉈 불지핀 의혹에 이 대표까지 가세하자 대통령실은 “비상식적인 거짓 정치 공세”라고 일축한 데 이어 어제는 “당 대표직을 걸고 말하라”고 이 대표에게 요구했다. 여당도 “가짜뉴스 선동”이라며 맹반격했다. 한동훈 대표는 “근거를 제시하라. 사실이 아니라면 국기 문란에 해당한다”고 맞받았다. 민생 논의에도 부족할 시간이 음모론 공방에 소진되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 후보자(김용현)와 국군방첩사령관(옛 기무사령관, 여인형)에 충암고 선·후배를 기용한 게 탄핵 및 계엄 준비용이 아니냐고 몰아붙인다. ‘박근혜 정부 때도 검토하지 않았느냐’며 ‘기무사 계엄령 문건 사건’도 끌어들였다. 그러나 기무사 문건 사건은 문재인 정부에서 검사 37명이 104일간 200명 넘게 조사하고, 9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도 증거 하나 찾지 못해 실체가 없다고 판명난 일이다. 대통령의 충암고 학연 인사를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계엄 대비용 아니냐고 우긴다면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로 볼 수는 없다. 어제 김용현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수방사령관·특전사령관·방첩사령관을 한남동 공관으로 불렀나, 계엄 얘기는 안 했나” 등의 의혹 제기가 잇따랐다.
계엄령은 아무 때나 발동할 수도 없고(헌법 77조), 국회의원 과반이 요구하면 해제해야 한다. 국회의원 역시 마음대로 구금할 수 없다는 걸 이 대표 자신이 훤히 알 텐데, 이런 허황된 얘기를 퍼뜨리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특히 계엄령 운운은 국민의 의식 수준이나 군의 정치적 중립 의지,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바라보는 나라의 국제적 위상 등을 모두 욕보이는 언행일 뿐이다. 이러니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1심 판결에 대비한 지지층 결집이나 정권 탄핵 추진의 명분을 쌓으려는 술수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어제 22대 국회가 임기 시작 95일 만에 ‘최장 지각’ 개원식을 열었다. 여야의 장기 대치 탓이다. 윤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도 매우 유감스럽지만, 야당도 무분별한 공포 마케팅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처럼 첫발을 뗀 여야 대표회담 후속 조치에도 찬물을 끼얹을 뿐이다.
중앙일보 사설
09.03 이렇게 대립하면 대통령도, 야당도 불행해질 것
국회가 22대 국회 시작을 공식 선포하는 개원식과 정기국회 개회식을 2일 열었다. 지난 4월 총선으로 구성된 22대 국회는 원래 7월 5일 개원해야 했지만, 해병대원 특검법과 방통위원장 탄핵 등 각종 정쟁이 격화되면서 의원 임기 시작 96일 만에야 개원식이 지각 개최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1988년 이후 처음으로 국회 개원식에 불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검과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정상화하고 나서 대통령을 초대하는 것이 맞다”며 불참 이유를 밝혔다. 대통령을 국회로 불러 놓고 피켓 시위 같은 망신주기를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해 야당의 의석이 200석에 육박하는 22대 국회는 개원식을 하기도 전에 대통령 탄핵 청문회부터 열었다. 대통령 부인에게 “살인자”라는 막말을 했던 의원은 민주당의 최고위원이 됐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해병대원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그리고 4건의 국정조사 역시 모두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임기 초반부터 이렇게 대통령을 공격하고 무시한 국회는 없었다.
작년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했을 때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악수를 청해도 쳐다보지 않거나 아예 면전에서 “그만두라”고 말한 의원도 있었다. 본회의장 앞 계단에서 피켓 시위도 했었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야당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탄핵을 입에 달고 있다. 이재명 대표까지 대통령이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면서도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야당이 이렇다고는 하지만 대통령이 새 국회의 시작을 알리는 개원식에 불참한 것 역시 도를 넘었다. 국회 개원은 국회의원들의 행사이기에 앞서 한국 민주주의와 주권자 국민이 주체가 되는 행사다. 대통령은 677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과 저출생과 연금 개혁 등 민생을 위한 예산과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앞으로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 야당이 압도적 다수인 국회의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거대 야당이 자신들도 기억할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특검법과 탄핵안으로 대통령을 구석에 몰아넣고, 대통령은 이 때문에 국회에 등을 돌린다면 대통령도, 22대 국회도 빈손으로 임기를 마치게 될 것이다. 대통령과 민주당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
09.04 국민을 바보로 아는 '계엄령 괴담'

▲국회 국방위원인 김병주(왼쪽 세번째), 박범계(왼쪽 다섯번째), 김민석(왼쪽), 부승찬(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국(왼쪽 두번째) 조국혁신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김용현 국방장관 지명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병주 김민석 부승찬 의원 등은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을 잇따라 펴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윤석열 정부가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부인했지만 민주당은 “제보와 정황이 있다” “이 정권 어딘가에서 계엄령을 기획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괴담을 근거도 없이 막무가내로 주장한다.
지금 세상에서 정부가 계엄령을 발동하면 군에서 이에 따를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도 거의 동시에 정부가 무너질 것이다. 그런 자해 행위를 할 정부가 어디에 있겠나. 만에 하나 정부가 계엄령을 발동한다 해도 헌법상 국회가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하면 계엄은 즉시 해제된다. 민주당과 야권이 192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곧바로 해제될 게 뻔한 계엄령을 대통령이 왜 선포하겠나. 계엄령 해제를 막으려 야당 국회의원들을 체포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의원 체포엔 국회 동의가 필요한데 절대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동의해 줄 건가.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들이 계엄령과 관련된 군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충암고 출신 장성은 전체 400명 중 4명에 불과하다. 민주당의 계엄령 괴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상황에서 국가 질서 완전 붕괴라는 최악 사태를 가정한 군의 ‘계엄 검토 문건’을 국가 안위와 관련한 불법행위라며 특별 수사를 지시했다. 검사 37명을 투입해 104일간 200여 명을 조사했지만 전원 무혐의 종결됐다. 애초에 무리한 소동이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작년 말 12·12 쿠데타를 소재로 한 영화가 흥행하자 유튜브에서 윤 정부의 계엄 시나리오를 퍼뜨렸다. 총선 때는 “계엄 저지선 확보”를 구호로 내걸었다. ‘계엄령’ 주장이 현실성 없다는 것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도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상식 밖 음모론을 펴는 것은 지지층이 좋아하기 때문에 손해 볼 것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곧 있을 이 대표 판결을 앞두고 대통령 탄핵 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광우병·천안함·세월호·사드·후쿠시마 괴담을 퍼뜨려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다. 이 괴담들 중에 사실인 것은 하나도 없다. 민주당도 알고 있을 것이다. 알면서도 괴담을 주장하는 것은 결국 국민을 바보로 알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사설
09.04 계엄령 시즌1을 기억하십니까
2017년 ‘계엄령 시즌1′에 이어 최근 ‘계엄령 시즌2′가 개막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근 “국회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말까지 했다. 민주당 최고위원과 수석최고위원에 이어 당대표까지 나서서 ‘계엄령 괴담 빌드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계엄령 시즌1을 되돌아보자.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기무사가 계엄 검토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전방위적 수사에 들어갔다. 민군 합동으로 검사 30여 명으로 구성된 합동수사단이 104일간 전현직 군 주요 직위자 200여 명을 조사했다. 당시 장준규 전 육군총장은 물론 수방사령관, 전방부대 사단장, 공수여단장을 조사했고, 기무사를 대상으로 수차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하지만 내란음모·쿠데타 혐의로 단 한 명도 기소하지 못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수사와 별도로 기무사를 해편(解編)했다. 기무사를 ‘해체에 준하는 수준으로 근본적으로 재편한다’는 뜻에서 나온 표현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윤석열 정부에서 방첩사령부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 정부에서 방첩 역량과 조직이 크게 약화했다는 판단에서였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군에 따르면 기무사가 해편되면서 부대 정원의 30%에 달하는 1200명이 감축됐다. 1200명이 감축돼 원대 복귀한 이후 원대 복귀자 2명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줄어든 1200명 가운데 방첩·보안 전문 인력은 700명에 달했다고 한다. 국가보안법 위반자 검거 실적은 급감했다. 노무현 정부 12명, 이명박 정부 45명, 박근혜 정부 20명에서 문재인 정부 ‘0명’이 됐다. 최근 대북정찰 핵심자산인 백두·금강 정찰기 관련 기술 자료가 해킹되고, 인도네시아 파견 근무자가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기밀을 탈취했다. 이 같은 방산 관련 방첩 역량 약화는 역시 기무사 해편 과정에서 벌어진 방첩 역량 약화 때문이라는 시각이 군 내에서는 팽배하다.
방첩 역량 약화에 이어 군 기강 해이도 벌어졌다. 기무사가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바뀌는 과정에서 정보사령부(휴민트 담당)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에 대한 외부감사권이 2018년부터 사라지면서다. 당시 장관 지시로 기무사를 축소하면서 이 부대들에 대한 감사권을 제한했다고 한다. 외부 감사를 받지 않게 된 정보사령부와 777사령부에서는 사건 사고가 이어졌다. 정보사에서는 군무원의 블랙요원 정보 유출, 사령관과 여단장의 맞고소·고발이 터져나왔다. 777사령부에서는 전역을 1달 앞둔 말년 병장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지만 최근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계엄령 시즌1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이제 막을 올린 계엄령 시즌2가 야권 의도대로 무사히 종방을 마치게 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적국(敵國)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란 생각은 기우일까.
조선일보 양지호 기자
09-04 野 계엄령 괴담과 ‘국민 세뇌’ 노림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회담할 때 “최근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고 해 윤석열 정부의 ‘계엄준비설’을 공식 제기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즉각 “비상식적인 거짓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생중계된 모두 발언에서 이 대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문제만 제기한 채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자와 강성 지지자들의 무책임한 거짓 선동정치가 극에 달한 듯하다.
민주당의 괴담 정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광우병 사태에서부터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방류수 논쟁, 최근의 대통령 내외에 대한 ‘살인자’ 폭언까지 도를 넘는 무분별한 행태를 자행해 왔다. 이들은 진실과 논리를 외면하고 오로지 당파적 이익에 따라 ‘아니면 말고’ 식으로 기만적인 선전 선동을 일삼는다. 이번 계엄준비설도 이 대표 재판 불복과 대통령 탄핵의 빌미를 만들기 위한 조작적 정보 유포에 불과하다.
이 대표의 민주당이 제기하는 계엄에 관한 정치 괴담은 증거도 없고 현실성도 없다. 이들이 내놓은 유일한 근거는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이다. 탄핵 부결 시 혼란 방지와 ‘야당 의원 체포’ 내용에 관한 것이었는데, 당시 문재인 정부는 관련자들을 단 한 명도 기소하지 못했고, 방첩 인원만 대폭 축소했다. 과거 정부에서 있었던 일을 현 정부에서 기도하고 있을 거란 주장은 터무니없는 억측에 불과하다.
현 정부가 계엄을 준비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차차 제시하겠다’는 식의 모호한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근거라고는 국방 주요 인사 몇 명이 대통령과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 역시 대통령의 인사를 폄훼하려는 수준에 불과할 뿐, 계엄 준비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비상식적 정권’에 대한 자신들의 ‘합리적 의심’이라지만, 옹색하기 짝이 없는 억지다. 1979년에 계엄령이 마지막으로 선포됐고, 그동안의 민주화 성과를 고려하면 과연 계엄령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기는 한가.
현재의 국회는 설사 계엄령이 선포된다 할지라도 바로 해제할 수 있는 구조다. 헌법 제77조는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즉시 통고해야 하고 재적 의원 과반수가 계엄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야당 의원들을 무단 체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나 국민 정서상 용납될 수 없다. 이런 상황이 전개된다면 사실상 정권 몰락의 길을 재촉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계엄준비설 주창자들은 기본적으로 정권 탈환의 정치 이익만을 목표로 한다. 민생과 민주주의를 말로만 떠들지 국가와 국민의 안위에는 별 관심이 없다. 위기를 조장해서 민심을 동요·분열시켜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이를 위해 국민을 둘로 갈라놓고 자기 진영 동원과 확장을 꾀하는 데 몰두한다. 사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조작적 설득과 세뇌적 설득으로 인해 정의와 선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
괴담 확산으로 인한 정치·경제·사회적 비용이 지대하다. 11년 만에 이뤄졌다는 양당 대표 회담을 통해 민생 현안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담론으로 하는 합리적 설득 과정이 형성되기 바란다.

문화일보
09-04 친명 정성호 “충암파 계엄령? 그냥 하는 얘기…제보는 상상력”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5선 정성호 의원이 최근 민주당이 불붙이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충암파 계엄 친정체제’ 주장을 두고 “추측할 수는 있겠지만 그냥 이야기하는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도 얘기했던 ‘제보’에 대해서는 “뭐 제보가 있다. 그런 얘기도 있는데 그 제보라는 게 대개 그런 상상력인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사실상 ‘증거 여부는 모른다’는 얘기로 해석돼 논란이 예상된다.
정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계엄에 대한 구체적 증거가 있냐 없냐가 아니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나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그런 사고를 할 수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저는 그거에 대해서 야당에서 그냥 그런 위험성을 경고한 거고 ‘그런 생각조차 하지 마라’ 그런 측면에서 얘기한 거 아니겠나”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의원은 “정치인들이 이런 정도의 얘기를 왜 못 하나”면서 “본인들이 ‘계엄할 의지도 없고 의사도 없고 그럴 상황도 아니다’라고 얘기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행자가 “근거가 뚜렷이 있는 건 아니냐”고 재차 묻자 “저는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뭐 제보가 있다, 그런 얘기도 있는데 그 제보라는 게 대개 그런 상상력인 것 아니겠나. 그러나 그걸로 이 문제를 자꾸 확대하는 게 그 자체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이 강하게 반박 입장을 낸 것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실의 반응이 더 이상한 것”이라면서 “본인들의 생각에 그런 의사가 없고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면 사실이 아니고 야당에서 그런 발언들을 가지고 불안 조성하지 말라 정도 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대통령께서 대한민국에 반국가 세력이 있다고 하는데, 반국가 세력이 있다고 하는 증거 있나? 대통령은 대한민국 안에 반국가 세력이 암약하고 있다, 그런 위험세력이 있다는 얘기를 수없이 했다”고 덧붙였다.
문화일보 임정환 기자
09-04 “살인자, 또라이, 레닌혁명…” 시정잡배 뺨치는 의원 막말
한 사람의 언어는 그 사람의 인격을 반영한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의 막말은 광언(狂言) 수준에 도달했다. 공식 회의 석상에서도 만취한 시정잡배를 뺨칠 저급한 행태를 보일 정도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제22대 국회 들어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의힘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3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또라이”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측에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블라디미르 레닌에 비유한 강선영 의원을 제명하라고 맞불을 놨다. 강 의원은 지난 2일 “레닌이 주장한 군주제·토지·빵·평화혁명은 이 대표의 정치·경제·복지·평화혁명과 유사하다”면서 “이런 사상을 가진 분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또라이”라고 했고, 청문회는 파행했다.
의원의 저질화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증오를 부추기는 말을 해야 대중의 주목과 지지를 받는다는 인식이 통념이 된 결과다.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전현희 의원이 “김건희 살인자”를 외친 뒤 급상승하고,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이라고 한 김병주 의원은 2위를 했다.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뇌 구조가 이상한 것 같다”, 탈북민 출신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에게는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하시다 보니…”라며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의 이런 저질 언어는 국민 정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물리적 폭력을 부추기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 국회법은 국회의원의 품위유지 의무(제25조), 모욕 및 사생활 언급 금지(146조)를 명시하고 발언금지·퇴장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했으나, 실제 실행된 적은 드물다. 막말에 대해서도 예시·기준을 정해 징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야가 합의한 민생 협의 기구에서 ‘국회의원 사용 금지어’부터 정해야 할 지경이다.
문화일보 사설
09-04 야당의 4차 채상병특검법 꼼수와 무능한 공수처 책임
더불어민주당이 3일 군소 야당들과 함께 네 번째 ‘채상병특검법’을 발의했다. 지난달 8일 민주당이 발의한 세 번째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전에 또 법안을 제출한 것이다. 명칭도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으로 동일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거론한 ‘제3자 추천 특검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야당이 실질적 특검 결정권을 갖는 구조여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나아가 1·2차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 요구 사유, 즉 야당의 독점적 인사권 행사와 삼권분립 저해, 특검제도의 보충성·예외성 원칙 위배 등을 해소하긴커녕 더욱 역행하는 내용이어서 대통령의 재의 요구 당위성도 더 커졌다.
네 번째 특검법은 특별검사 후보 4인을 대법원장이 추천하고 야당이 2명으로 압축해 대통령이 최종 1명을 임명하는 방식이지만, 야당에 후보 거부권을 부여함으로써 야당 입맛에 맞는 후보를 선정하도록 한 꼼수다. 이재명 대표는 1일 대표회담에서 ‘제보 공작’도 포함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법안에선 빠졌다. 외압 주장이 제기된 지 1년이 됐고, 민주당은 입법 청문회 형식으로 관련자들을 불러 따졌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구체적 증거는 나오지 않고, 오히려 흐릿해지는 양상이다.
한 대표가 거론한 제3자 특검법 역시 여권 내부 반발에 부닥쳐 표류 중이다. 사안이 이렇게 꼬인 근본 원인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무능·무책임이다. 이제라도 신속히 결론을 내야 한다. 능력이 안 되면 검찰로 이첩해야 할 것이다. 이런 기관을 억지로 만든 민주당 책임도 무겁다.
문화일보 사설
09.04 ‘방통위 집행정지’ 행정법원 결정 유감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새 이사진 선임에 대한 법원의 집행 정지 결정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서울행정법원의 이번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법조인의 눈으로 보기에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첫째, 과거 유사한 사건에서 법원이 일관되게 집행정지를 불허해온 판례와 다르다. 둘째, 같은 날 동일한 방문진 이사 선임 결정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의 두 재판부가 각각 집행정지 기각과 인용이라는 정반대 결정으로 혼란을 초래했다. 의구심을 일으키는 대목은 더 있다. 방문진 이사 선임은 행정기관의 재량권에 속한다. 그런데도 명백한 위법행위가 없는 상황에서 집행정지라는 형식을 통해 법원이 사실상 행정부처럼 인사권을 행사했다. 권력분립 원칙상 용인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과거 유사 사건 판례와 다른 결론
일관성 무너지면 법치주의 위기
판례 존중 않으면 ‘로또 판결’ 우려
그동안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방통위의 ‘2인 체제’를 문제 삼아 왔다. 이와 관련, 방통위법 제13조 제2항에는 ‘위원회의 회의는 재적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의사 정족수에 관한 규정은 없다. 지난 7월 31일 당시 방통위 재적 위원이던 이진숙 방통위원장(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 정지 상태)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이런 방통위법 규정에 따라 방문진 이사를 선임했다. 그런데 이번에 서울행정법원 제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단지 2인의 위원으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송의 자유와 공정성 및 공익성, 국민의 권익 보호와 공공복리 증진이라는 방통위법의 입법목적을 저해한다”고 판단했다. 필자가 보기에 이런 법 해석은 의결 정족수에 관한 방통위법 규정에 어긋난다.
5인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가 2인 체제로 굴러가는 것이 위법은 아니지만, 모양은 좋지 않다. 그렇다고 법원이 2인 체제의 위법성을 함부로 재단하면 위험하다. 예컨대 지금처럼 특정 정당이 국회에서 고의로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음으로써 방통위 운영의 파행을 초래해 정치적 무기로 악용할 수 있어서다.
2008년 대법원은 대통령이 해임한 KBS 사장의 해임 무효확인 소송 관련 집행정지 기각 결정을 확정했다. 지난 5월 서울고법은 방통위 2인 체제에서 결정한 YTN 최대주주 변경 관련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과거에도 유사한 판례는 많다. 그런데 이번에 법원은 ‘이미 이사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했다’는 취지로 완전히 상반된 결정을 했다. 사법의 일관성에서 벗어났다.
헌법이 보장한 사법권의 독립은 법관이 공정한 재판을 하도록 해주자는 데 있다. 사법의 독립은 사법의 책임과 조화를 이룰 때만 진정한 의미가 있다. 재판의 독립을 방패 삼아 일부 판사들이 판결의 방망이를 마음대로 휘두른다면 국민이 용인할 수 있겠나.
2017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사법부의 정치화가 만연해 국민의 사법 신뢰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법원 내부의 하나회’로 불려온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이념과 정치 성향을 같이 하는 특정 그룹 판사들이 대거 중용됐다. 실제로 ‘법복 입은 정치 판사’들이 경쟁하듯 청와대와 국회 등으로 달려가 권력과 한 몸이 된 광경을 모두가 목도했다. 정치적 논란이 큰 사건 재판에서 일부 판사들은 판례와 법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을 쏟아냈다.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은 2005년 미국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판사는 야구 경기의 심판과 같다. 심판은 볼과 스트라이크를 선언할 뿐이지 직접 치고 던지지 않는다. 심판은 규칙을 만들지 않고 적용할 뿐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사법의 기능은 법질서를 유지하고 법적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겠다며 급진적 ‘사법 적극주의’를 구실로 일부 판사들이 명백한 법 규정과 달리 임의로 해석해 판결하면 이는 입법 행위 또는 정치 행위로 오해받을 것이다.
상급심 판례를 존중하지 않고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상실한 법원의 판단이 많아지면 ‘로또 사법’을 조장하게 된다. 법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법치주의의 위기로 직결된다. 법관의 저울은 정의와 형평의 상징이어야 한다. 혼란과 불신을 조속히 종식해 사법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

중앙일보 김종민 S&L 파트너스 변호사
09.05 박 대표는 정말 믿고서 이 황당한 내용 주장하나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윤석열 정부가) 일본에 독도마저 내주고,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주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자위대 한반도 진주’ 언급이 나올 때 민주당 의원들은 손뼉을 쳤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해 ‘자위대 군홧발’을 거론하며 일본 군사력이 한국을 침범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정치에서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 하지 못할 일이 없는 세상이다.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세계적 현상이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데도 선이 있고 정도가 있다. 민주당이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한다’는 밑도 끝도 없는 음모론을 펴고 있는 것은 그 선을 넘은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그런 선을 넘었을 뿐만 아니라 실소까지 나오게 하는 주장을 국회 대표 연설에서 했다. 올 초 미국 조사 기관이 발표한 세계 군사력 순위에서 한국은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에 올랐다. 일본은 7위였다. 국제 군사 전문기관 평가에서 한국 군사력은 언제나 일본을 앞서고 있다. 수십 년간의 피눈물 나는 무기 개발과 실전 운용 능력이 축적돼 이제는 유럽 군사 강국을 능가하는 첨단 무기 제조국이 됐다. 세계 5위의 실질적 군사 강국이 앉아서 외국에 국토를 점령당한다는 것이 상상할 수 있는 일인가.
만에 하나 일본 군함이 독도 영해를 넘어 접근하면 우리 해군 공군의 대함 미사일과 잠수함의 어뢰에 의해 모두 수장될 수밖에 없다. 일본 자위대는 한국 땅에 상륙 자체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일본엔 상륙할 군대 자체가 없다. 일본은 섬나라 특성상 육상 자위대에 비중을 두지 않는다. 우리 육군 해병대에 비하면 유명무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육상 전력은 서로 비교한다는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격차가 크다.
민주당과 박 대표가 양국 군사력의 이런 현실에 대해 정확히 모를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본 자위대가 독도를 점령하고 한국에 상륙한다는 따위의 상상이 만화 같은 얘기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고 본다. 그런데도 이런 주장을 계속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스스로 일본에 우리 국토를 내준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일 수 있다. 정권 경쟁을 하는 입장이라고 해도 정부가 외국에 영토를 그냥 내주려 한다는 주장은 혹세무민일 뿐이다. ‘민주당이 북한이나 중국에 우리 영토를 내줄 우려가 있다’고 하면 민주당은 뭐라고 하겠나.
수십 년 전이라면 민주당의 이런 주장은 먹힐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지난해 처음으로 일본을 앞섰다. 수출액도 올해 한국이 일본을 앞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은 여러 면에서 일본을 앞서 나가는 나라가 됐다. 그런 나라의 정치인이 마치 100년 전 약소국 국민이 된 듯한 언행을 하는 것을 보면 부끄러울 따름이다.
조선일보 사설
09.05 계엄 괴담과 국민 모독
지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담은 나쁜 선례를 남겼다. 결과물이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여야 대표 회담이 ‘괴담’ 공개 회견장이 됐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최근에 계엄 얘기가 자꾸 이야기되고 있다”며 ‘계엄령 준비 의혹’을 제기했다. “완벽한 독재국가 아니냐”고도 했다. 이로써 민주당 일각에서 거론되던 계엄 의혹이 전 국민을 향해 발신됐다. 계엄이 갖는 정치적 폭발성을 감안할 때 한 대표가 회담에서 어떻게 반응했는지가 궁금했지만 알려지지 않았다.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정치 초보의 한계라고 해야 할지….
이재명 대표 ‘계엄 의혹’ 본격 제기
법으로도 불가능, 국민 용납 안 해
이젠 괴담·선동 중독서 벗어나야
진짜 문제는 의혹을 제기한 이 대표다. 계엄이 어디 예삿일인가. 헌법에 따라 전시·사변이나 그에 준하는 비상사태 때 군대를 동원해 질서를 유지하는 조치다.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가 제한된다. 가장 최근의 비상계엄은 44년 전인 1980년에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후 펼쳐진 민주주의 암흑기인 신군부 시절이었다. 그해 5월 17일 신군부는 비상계엄을 확대하면서 모든 정치활동을 중지시키고, 전국 대학에 휴교령을 내렸다. 그러곤 김종필·김대중 등 정치인 26명을 강제 연행했다. 그런 무도한 조치를 44년 만에 되살린다고? 친명계인 정성호(5선) 의원은 “정치인들이 이런 정도 얘기를 왜 못 하냐”고 했다. 언론 자유가 있으니 못 할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책임감 있는 정치인이라면 의혹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근거 없는 의혹은 결국 괴담일 뿐이다.
지금 계엄이 불가능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법이 그렇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해제해야 한다(헌법 77조 5항). 현재 의석수가 국회(300석) 절반을 훌쩍 넘는 민주당(170석) 단독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체포·구금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지만, 법엔 ‘계엄 시행 중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계엄법 13조)고 돼 있다.
그러나 나는 이것보다 훨씬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대략 세 가지다. 우선 군이 따를까. 헌법은 군의 정치적 중립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헌법 5조 2항). 문민정부 이래 30여 년, 우리 군이 정치 개입의 악습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게다가 병사들은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유와 인권을 체화한 MZ세대다. 그들은 영화 ‘서울의 봄’을 보면서 신군부의 행태에 분노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서 계엄을 한다고 하면 우리 군에서도 안 따를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맞다고 본다.
둘째, 국민이 용납할까. 대한민국은 2차대전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의 기적을 함께 이룬 유일한 나라다. 우리 국민은 국정 농단을 이유로 현직 대통령을 탄핵해 끌어내렸다. 그런데 전쟁 같은 비상 상황도 아닌데 계엄령을 내리고 자유를 제한한다면 가만히 있을까. 만약 그렇게 여긴다면 위대한 우리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셋째, 국제사회가 그냥 지켜볼까.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고, 세계 GDP의 85%를 차지하는 59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글로벌 허브 국가다. K팝과 K콘텐트 등이 세계인의 환호를 받고 있다. 그런 나라에서 정쟁 끝에 계엄을 한다면 세계가 어떻게 볼까. 대외신인도는 급락하고, 경제는 큰 충격에 휩싸일 것이다.
진보 정권 10년(김대중-노무현 정부) 이후 유독 보수 정권 시기에 진보 진영이 확산시킨 괴담이 사회를 어지럽혔다. 광우병(이명박 정부), 사드 전자파(박근혜 정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윤석열 정부)에 이어 계엄 괴담까지. 매번 사실이 아니라고 판명됐지만 민주당은 사과 한 번 없다. 그 무책임함에 질려 등을 돌린 이가 적지 않다. 나라를 이끌겠다는 정치인이라면 괴담 중독을 끊을 때도 되지 않았나.

중앙일보 이상렬 수석논설위원
09-05 ‘딥페이크 범죄’ 입법 팽개치다 호들갑 떠는 뒷북 국회
텔레그램 등 인터넷 메신저를 이용한 딥페이크 성범죄와 마약 유통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한 가운데, 여야가 국회 상임위원회 등을 열어 정부를 질타하고, 관련 법안을 쏟아내는 등 뒤늦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이제라도 관심을 표명하고 대응에 나선 것은 국회의 당연한 책무이지만, 지난 5월 말 임기가 끝난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이 여야의 무관심 속에 모두 폐기되고 법무부의 디지털 성범죄 대응 태스크포스도 흐지부지됐음을 고려하면, 정치권은 직무유기 행태부터 반성해야 한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은 최근 들어 꾸준히 늘고 신고도 급증했다. 성착취물 영상은 초기 삭제가 중요한데,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 입법 미비도 중요한 원인이다. 지난달 27일 이후 1주일 남짓 만에 발의된 관련 법안만 33건이며, 주요 내용은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과 대동소이하다고 한다. 진작 법안이 마련됐으면 정부 당국도 훨씬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회는 간접적으로 디지털 성범죄를 방조한 것과 다름없다.
이런데도 여야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 무능 탓으로 돌렸다. 야당 의원들은 신영숙 여성가족부 장관 직무대행을 상대로 “장관이 공석이어서 여가부가 딥페이크 성범죄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 한다”고 나무랐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는 5일 오후 부랴부랴 긴급 정책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그동안 방통위원장 탄핵 등 정쟁으로 지새우는 바람에 방송·통신 분야를 분리하자는 주장이 나올 지경이었다. 시급히 제·개정돼야 할 법안이 많다. 거대 야당의 책임이 무겁다. 이제라도 ‘이재명 방탄’과 괴담 수준의 정부 공격 등 정치와 분리해 관련법 처리에 앞장서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9.05 대법원장을 핫바지로 세우겠다는 민주당의 특검 법안
더불어민주당이 그제 발의한 채 상병 특검 법안의 핵심은 ‘제3자 추천’ 방식이다. 그동안 내놓았던 세 차례 법안은 모두 특검 추천권이 야당에 있었다. 이번에는 대법원장(제3자)이 특검 후보자 4명을 추천하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각 1명씩 선정해 2명으로 압축, 대통령이 그중에서 1명을 최종 임명하자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게 ‘무늬만 제3자 추천’이란 본질이다. 야당이 대법원장이 추천한 4명에 대해 언제든지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비토권’, 즉 거부권을 갖기 때문이다. 야당 입맛에 안 맞는 후보는 아예 특검 후보로 대통령에게까지 올라갈 수도 없는 구조다. 특별검사가 아니라 야당 검사를 뽑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야당의, 야당에 의한, 야당을 위한 특검 쇼핑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래서야 어떻게 객관적·중립적 수사가 가능하겠는가.
더군다나 말은 제3자라고 하지만,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을 사실상의 핫바지로 등장시킨 발상 자체가 교만하다. 대법원장에게 4명을 추천토록 하고 그에 대해 입법부 전원도 아니고, 입법부의 수장도 아닌 입법부의 일부인 야당이 ‘잘 할 때까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니 참으로 오만한 발상이다. 대법원장의 권위를 이렇게 우습게 여겨서야 되겠는가.
민주당의 의도는 뻔하다.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사표에서 “차기 당 대표가 되면 공수처 수사 종결 여부와 무관하게 제3자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던 한동훈 대표를 압박해 여권을 갈라치기하려는 정략이다. 물론 한 대표가 야당의 이번 특검 법안에 빌미를 준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도저히 수용하지 못할 이런 법안을 내놓은 것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기보다는 어떻게든 정쟁과 논란을 이어나가 반사이익을 취하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국민도 이런 수준의 얄팍한 술책은 금방 간파한다. 며칠 전 여야 대표 회담에서 다짐했던 ‘민생 우선’ ‘정치 복원’이란 말이 무색해졌다. 무엇보다 앞으로 또 얼마나 이런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소모전을 지켜봐야 하는지 착잡하고 절망스럽다.
중앙일보 사설
09.06 교육감 선거 폐지 당위성 보여준 징역형 곽노현 출마

▲시교육감 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둔 5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 중 지지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시교육감 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둔 5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 중 지지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다음 달 16일로 예정된 서울교육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곽씨는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이게 서울지역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예비 후보의 일성이었다. 곽씨는 2010년 교육감 선거 때 다른 후보자에게 단일화 대가로 2억원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2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확정 판결을 받고 교육감에서 중도 하차했다. 후보 매수는 선거법 위반죄 가운데 법정형이 가장 높은 최악의 범죄다.
이 정도 선거 범죄로 선거 질서를 어지럽히고 학생들에게 최악의 ‘모범’을 보였다면 평생 근신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몇 년 전 좌파 교육감들은 곽씨가 이사장으로 있던 단체에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선거 교육을 맡겼다. 아이들에게 후보 매수 노하우라도 가르치라는 것이었나.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그를 사면해 다시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했다. 곽씨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는 거리에서 정권 퇴진 집회에 참여했다.
이번 교육감 선거도 직책명에 교육이 들어갈 뿐 실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계열 후보들이 맞붙는 정치 선거다. 후보들의 교육 정책이나 교육적 인품보다는 둘로 갈려진 진영 논리에 따라 ‘묻지 마 투표’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이런 극단의 정치 토양이 있기 때문에 곽씨 같은 인사들이 다시 어느 한쪽 편을 자처하며 선거에 나오고 탄핵을 외치는 몰염치가 가능한 것이다.
곽씨는 복권과는 별개로 2010년 교육감 선거 때 국가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 35억원을 반납해야 했지만, 아직 30억원 이상 미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법은 당선자가 당선 무효형을 받을 경우 국고에서 지원한 선거비용을 반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곽씨를 포함해 지난 10여 년 동안 국가가 제대로 돌려받지 못한 선거보전금이 180억원 이상이라고 한다.
곽씨는 출마 회견에서 “우리 교육을 망치려 작정한 정치권력과 제대로 싸우겠다”고 말했다. 궤변도 자유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 전에 후보 매수라는 불법 행위로 선거를 망치고 다시 선거를 치르게 만들어 국가에 피해를 준 30억원부터 완납하기 바란다. 곽씨의 출마는 교육감 선거가 왜 없어져야 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조선일보 사설
09-06 ‘후보 매수 곽노현’ 서울교육감 출마는 법치·교육 우롱
교육감 선거가 제도 허점과 무관심 등으로 인해 시민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깜깜이 직선제’가 된 지 오래지만,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10·16 보궐선거 출마 선언은 국민을 더욱 참담하게 한다. 그는 2010년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됐지만, 후보 매수죄로 당선 무효가 됐다. 박명기 당시 서울교대 교수에게 후보 단일화를 위해 2억 원을 준 혐의로 기소돼 2012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이 확정됐다. 국가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 35억 원을 반납해야 하지만, 아직 30억 원 이상 미납한 상태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은 사면·복권 조치를 취했고, 피선거권 제한 10년도 지나 출마에 법적 제한은 없다.
그러나 일말의 교육자적 양심이라도 있다면, 반성하고 속죄하며 사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5일 출마를 선언하면서 “내 양심의 법정에서 당당하고 떳떳하다” “판결에 전혀 승복할 수 없다”고 했다. 사법부에 대한 부정이고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심지어 “이번 교육감 선거는 윤석열 정권 삼중 탄핵으로 가는 중간 심판 선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희연 교육감을 낙마시킨 정치 검찰 탄핵, 윤석열 교육정책 탄핵, 더 큰 탄핵” 운운까지 했다.
조희연 전 교육감은 민주당이 억지로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호 사건’으로 수사해 직권남용 결론을 내렸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으로서 정책을 집행한다. 삼중 탄핵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고, 합법적 정부와 정책에 대한 부정, 교육과 법치에 대한 우롱일 뿐이다.
문화일보 사설
09.07 '선거 보전금 30억' 반납 안 해도, 또 나올 수 있는 교육감 선거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다음 달 치르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자, 정치권에서는 “혈세로 보전하는 선거 비용을 ‘먹튀’해 놓고 출마하는 건 양심 불량”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과거 선거 비리로 당선 무효형을 받은 그는 국가에서 보전받은 선거 비용을 반납해야 하는데, 여태껏 완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허점투성이인 선거 보전금 제도 때문에 이번 출마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곽 전 교육감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출마해 당선 후 선거 비용 35억3700만원을 보전받았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득표율이 15%가 넘으면 선거 비용을 100% 돌려받고, 10~15%면 절반을 받는다.
그러나 곽 전 교육감은 당시 선거에서 진보 단일 후보가 되려 2억원을 주고 경쟁 후보를 매수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2012년 9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선거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으로 당선 무효형(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선거 보전금을 뱉어내야 한다.
그럼에도 곽 전 교육감은 12년이 지난 지금껏 선거 보전금 약 30억원을 반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곽 전 교육감 측은 “액수가 크다 보니 반납하는 데 오래 걸리고 있다”며 “꾸준히 조금씩 반납하고 있다”고 했다.
선거 보전금 제도는 재력이 없는 유능한 사람에게 출마 기회를 주고 선거운동 과열을 막자는 취지로 2004년 총선 때 처음 도입됐다. 그러나 선거 보전금 반납 대상자에 대한 벌칙 규정이 전무하고, 출마 제한 규정도 없기 때문에 돈을 안 내고 ‘버티기’에 나서는 이가 많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1월 31일 기준 곽 전 교육감처럼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고도 선거 보전금을 완납하지 않은 사람은 78명에 달한다. 액수로는 191억원이다.

▲그래픽=박상훈
선관위는 당선 무효형을 받은 이에게 선거 보전금 반납을 안내하고 30일 이내에 돈을 내지 않으면 관할 세무서에 넘겨 재산 조회, 압류 등 조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압류 조치 전 재산을 숨기거나 축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곽 전 교육감은 2012년 11월 재산 압류를 당하기 전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명의 이전하는 등 본인 재산을 크게 줄여 논란이 됐다. 결국 당시 세무서가 압류할 수 있는 재산은 거의 없었다.
유권자가 누가 얼마만큼의 선거 보전금을 미납했는지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선관위가 수차례 선거 보전금 미납자 신상 공개 등을 담은 개정 의견을 국회에 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장기 세금 체납 국민의 신상은 공개하면서 유권자를 기망하고 혈세까지 ‘먹튀’한 선거사범 정보는 깜깜이인 것은 지나치게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강제력을 동원해 선거 보전금을 추징하고, 완납하기 전까지 출마를 제한하는 등 벌칙 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세청은 2억원 이상 세금을 1년 이상 체납한 사람의 성명과 연령, 직업, 주소, 체납액 등 상세 신상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이날 기준 3만명 넘는 체납자 정보가 국세청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를 대상으로는 유무죄 여부가 확정되기 전까지 선거 보전금 지급을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2건 발의되기는 했지만, 모두 통과되지 못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법이 통과되면 국회의원 후보자들도 선거 비용을 조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보수 진영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시민 단체 모임인 ‘바른교육국민연합’과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은 여론조사에서 1위로 꼽힌 이를 단일 후보로 선출하기로 확정하고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후보 접촉에 나섰다.
이들은 오는 9일 후보 등록을 마감한다는 계획이다. 진보 진영 단일화를 추진하는 ‘2024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는 이날 단일화 참석 의사를 밝힌 곽 전 교육감 등 후보 8명과 단일화 방식을 논의하고 이번 주 내로 경선에 돌입한다.
조선일보 표태준 기자
09.09 "돈이 하늘서 떨어지나" 민주 당내 목소리 경청하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2024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도 지사가 민주당의 1호 당론 법안인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지사는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나눠주면 총 13조원이 든다며 “13조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니다. 13조로 할 수 있는 다른 모든 사업을 포기한 결과”라고 했다. 그는 소외된 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확장 재정에는 찬성한다면서 “보다 어려운 계층에 두텁고 촘촘하게 주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선별 지원을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의 총선 공약인 ‘25만원 지원법’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거부권이 행사됐지만 민주당은 재표결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 반대로 재표결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는 것이 불가능한데도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또 다른 공약인 지역사랑상품권에 국가재정 지원을 의무화하는 법안도 추석 전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법안도 국민의힘과 정부가 “현금 살포 의무화법”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정돼 있다. 야당은 포퓰리즘 법안을 반복적으로 밀어붙이고 대통령은 매번 거부권을 행사하는 이른바 ‘바보들의 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선 잠재적 대권 후보인 김 지사가 이 대표와 차별화에 나섰다는 정치 공학적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25만원법’이 정부 예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은 정치 이슈가 아니라 국가 예산과 법률 체계의 기본과 관련된 문제다. 민주 정당이라면 논란이 되는 정책에 대해 찬반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민주당에선 당내 토론이 사라졌다. ‘개딸’로 지칭되는 다수가 모든 이슈를 지배하는 분위기에선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어렵다. 당대표 공약이라는 이유로 충분한 논의도 없이 ‘1호 당론 법안’으로 채택되는 것이 지금 민주당의 현실이다.
김 지사 발언은 “부적절하다”는 당내 비판을 불렀다. 민주당 소속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자기 당 정책에 바람을 빼는 건 좋은 일이 아닌 것 같다”고 했고 당론 법안을 지자체장이 어떻게 반대하냐며 발언 철회를 요구한 의원도 있었다. 김 지사가 경제 관료 출신임을 지적해 “기재부 공무원을 ‘모피아’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나왔다.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당연한 주장마저 민주당에선 정치적 이익을 위한 당파성 발언으로 취급받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9.09 선거 보전금 30억 안 내고 재출마, 이를 방치한 국회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형이 확정된 뒤에도 보전받은 선거 비용을 반납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선 공직 출마를 제한하는 이른바 ‘곽노현 방지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미납자 명단을 선관위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겠다고 했다. 공직선거법은 당선자가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으면 국고에서 지원한 선거 비용을 반납하도록 규정했지만 이를 강제하거나 출마를 규제하는 규정이 없다.
그 결과 지금까지 78명의 공직 선거 후보자가 지원금을 반납하지 않았고, 미납액은 총 191억원에 달한다. 상대 후보 매수 혐의로 징역 1년형을 받고 복역까지 한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다시 선거에 나오겠다고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곽씨는 반납해야 할 선거 비용 35억원 중 30억원을 미납한 상태에서 법의 허점을 이용해 다음 달 치러지는 서울 교육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후보 매수라는 악성 범죄를 저지르고 거액의 국민 세금을 낭비한 장본인이 또 공직자가 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막으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간 선관위가 수차례 선거 보전금 미납자 신상 공개 등을 담은 개정 의견을 국회에 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장기 세금 체납자 신상 정보는 다 공개된다. 그런데 유권자를 속이고 세금을 ‘먹튀’한 선거 사범 정보는 왜 공개하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지난 국회 때 당선무효형에 해당되는 범죄 혐의로 기소된 경우 선거 비용 보전을 유예하자는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결국 국회의원들이 자기에게 불이익이 올까 봐 법의 허점을 방치했고 곽노현 재출마로 이어진 것이다.
곽씨가 실형을 받은 상대 후보 매수는 선거법 위반 중 최악의 범죄다. 평생 근신해야 마땅하다. 선거 보전금 30억원을 미납한 상태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회가 이런 파렴치한 상황을 막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법 개정엔 시간이 걸린다. 그에 앞서 곽씨가 교육자로서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먼저 출마를 접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조선일보 사설
09-09 노사 공멸 부를 민주당 32시간제 발상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최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임금 삭감 없는 주(週) 32시간 근로제 도입을 주장했다. 그는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을 과감하게 단축해야 한다’며 주 4일제 도입으로 나아가되 주 5일제 하에서라도 ‘주 36시간, 주 3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포퓰리즘에 기초한 ‘노사 공멸’을 가져올 전형적인 인기 발언이다. ‘한국 근로자가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에 노출되어 있다는 주장부터 과장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연간 근로는 1874시간으로 OECD 평균 1719시간보다 155시간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통계적 착시’에 유의해야 한다. 연간 1874 근로시간은 ‘평균 개념’이다. 시간제(part time worker) 근로자 비중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주 40시간 일하는 정규직 근로자 1명의 연간 근로는 2000시간(40×50주)이다. 주 20시간 일하는 시간제 근로자의 연간 근로는 1000시간이다. 정규직과 시간제 근로자가 절반씩이라면, 전체 근로자의 연간 근로는 1500시간으로 낮아진다.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이 긴 것은, ‘한 사람이 그만큼 길게 근로한다’기보다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작기 때문일 수 있다.
OECD 회원국에서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은 국가별로 차이가 크다. 네덜란드(36∼37%), 스위스(25∼27%), 독일(22∼24%) 등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큰 국가의 연간 근로시간은 낮아지고, 미국(16∼18%), 한국(12∼15%) 등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작은 국가의 연간 근로시간은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노동생산성 향상과 연계돼야 한다. 노동생산성은 근로자가 일정 기간에 생산한 산출량을 근로에 투입된 시간(input)으로 나눠 계산한 것이다. 만약 한 국가의 총 GDP가 1조 달러이고 해당 국가의 근로자들이 투입한 근로시간이 100억 시간이면, 시간당 생산성은 100달러이다. 노동생산성은 ‘달러 표시 구매력(PPP)’으로 평가돼 국가 간 비교가 된다. OECD 주요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미국 75, 독일 65, 영국 55, 일본 47, 한국 42달러이며 OECD 평균은 55달러이다.
노동생산성이 중요한 것은, 노동의 대가인 임금의 상한선이 노동생산성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이다. 망하자고 작정하지 않는 한 노동생산성 이상의 임금을 지급할 순 없다. 따라서 노동생산성이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임금 총액은 그만큼 감액(減額)된다. 임금 총액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근로시간을 늘려야 한다.
한국적 현실에서 서비스업 종사자의 임금이 낮고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는 것은 서비스업 부문에서의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연결고리를 무시하고 근로시간을 낮추겠다는 것은 근로자를 빈곤의 늪으로 빠뜨리는 것이다.
관건은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라 노동생산성 향상이다. 근로자의 숙련도와 기술 수준이 높아질수록 생산성은 올라간다. 근로자가 사용할 수 있는 장비·기계·시설 등이 더 많아질수록 생산성이 증가한다. 따라서 교육과 훈련, 자본재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 다짜고짜 근로시간 단축을 외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입법부 폭주다. 이제 ‘기업은 2류, 정치는 4류’라는 오명을 벗을 때도 됐다.

문화일보
09-09 “이재명·김민석, 군대 안 갔다 왔다지만 군대 상황에 어찌 저리 무지할까”

▲조대원 개혁신당 최고위원. 조대원 의원식 제공
조대원 개혁신당 최고위원 “군을 무지하고 덜떨어진 집단 매도 이재명 대표 망발 공개 사과” 요구
“거대정당 대표와 최고위원으로부터 계엄령 준비 의혹 같은 덜떨어진 소리 듣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조대원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9일 더불어민주당이 연신 제기하는 계엄령 준비설 등 계엄 괴담과 관련해 “이재명 김민석 같은 분들이 군대를 안 갔다 온 사람들이라지만 작금의 이 나라 군대 상황과 최근의 군인들 수준에 대해 무지해도 어찌 저리 무지할까 싶다”라고 직격했다.
조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 모두발언에서 계엄령 준비설 관련 더불어민주당의 무지와 퇴행적 행태를 지적하며 “우리 군을 천하에 무지하고 덜떨어진 집단으로 무시하고 매도한 것에 대해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속히 무릎을 꺾어 자신의 망발에 대해 깊이 사죄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 최고위원은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로는 ‘명백한 쿠데타 상황’에서의 어떠한 동조나 협조도 불법이고, 따라서 비록 상관의 명령이 있었다 해도 이와 관련된 불법 행위를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배웠다”라며 “그게 벌써 30년도 더 된 일인데, 2024년 지금 이 시대에 ‘계엄령 준비 의혹’ 같은 덜떨어진 소리를, 그것도 의석수로는 제1당인 거대정당의 대표와 최고위원들로부터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일갈했다.
“맨날 군에 관해 듣는다는 게 출세에 눈이 멀어 변질될 대로 변질돼 버린 김병주 (최고위원) 같은 비정상적 육사 출신에게 조언을 받으니 이런 황당한 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무슨 꼬투리만 잡으면 ‘토착왜구’ ‘친일분자’로 몰아 매도하고 매장시키며 재미를 봐온 구태 세력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젠 ‘역색깔론’으로 국민을 불안케 하고 역사를 후퇴시키려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라며 “색깔론에 대한 국민의 염증과 반감을 역이용 하려는 것 같은데, 그게 지금 이 시대에 통할 거라고 여기는 것 자체가 얼마나 그 집단이 무지하고 퇴행적인지를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조 최고위원은 “소위 말하는 진보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난도질해 직업 군인들의 사기와 명예를 바닥으로 추락시켜 놓았으면서, 이제 야당이 되니 또 다시 군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피해의식이 발동해 ‘계엄령’ 운운하며 대한민국 군대 전체를 사리분별도 못 하는 무지한 집단이자 시대에 동떨어진 사람들로 매도해 버린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비록 가난하게 살아도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위엄과 기품이 있는 사람들이 바로 공직(公職)자”라며 “특히 목숨을 버려서라도 자신과 조직의 명예를 높이고 국민과의 신의를 지켜가는 것을 첫 번째 사명이자 자부심으로 여기는 공직자가 바로 무장(武將)의 길을 걷고 있는 군인이다. 그래서 군(軍)을 ‘국가존립의 최후 보루’라 일컫고, 군인(軍人)들에게 ‘국가안위의 최종 수호자’라는 명예스러운 호칭을 붙여준다”고 일갈했다.
문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
09.09 김 여사가 명품백 사과하고 재발방지책 서둘러야 [

▲김건희 여사가 6일 오후 일본 총리 부인 유코 여사와 함께 K-pop 엔터테인먼트사를 방문해 일본 데뷔 준비팀의 안무 연습 관람 후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법처분 매듭돼도 정치적 논란 계속될 수밖에
국민 심정 못 달래면 ‘김건희 특검’ 공세 이어져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지난 6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이번 논란의 사법적 처분은 가닥이 잡혔다.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만큼 공정성을 제고해 논란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며 직권으로 수심위를 소집했다.
서울중앙지검에 이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심위까지 김 여사에게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검찰은 조만간 김 여사에 대해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적 문제야 해소될지 몰라도, 명품백 사건의 정치적 파장은 가라앉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이번 사건은 최재영 목사 측이 치밀하게 준비한 몰카 공작에 김 여사가 당한 게 본질이다. 김 여사가 백을 받은 대가로 최 목사 측의 청탁을 들어준 것도 없다고 나타났다. 그렇다면 지난해 이 문제가 터졌을 때 김 여사가 곧바로 진상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를 했으면 지금처럼 커질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이 문제를 계속 침묵으로 대응하는 바람에 근거 없는 의혹들이 부풀려졌고, 결국 지난 4월 총선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 아닌가.
이 사건이 근본적으로 마무리되려면 국민의 화난 심정을 달래는 게 핵심이다. 아무리 함정에 빠진 것이고 대가성이 없었다고는 하나 대통령 부인이 외부인에게 300만원짜리 백을 수수한 행위는 국민 정서를 크게 자극했다. 이 문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제 아내의 현명하지 않은 처신”이라며 간접적으로 사과한 적은 있으나, 당사자인 김 여사는 여태껏 아무 메시지가 없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김 여사가 공개적으로 과오를 인정하고 국민에게 진심으로 머리를 숙이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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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거론되는 제2부속실 설치는 왜 이리 더딘가. 윤 대통령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제2부속실 설치를 준비 중이라면서도 “청와대만 해도 대통령 배우자가 쓰는 공간이 널찍한데 용산은 그런 장소가 없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제2부속실이 대체 얼마나 커야 하는가. 그렇게 장소가 부족하면 가건물이라도 지을 일이다. 필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의지다. 또 윤 대통령이 “국회가 정해 주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회도 특별감찰관 후보 지명 협의를 서둘러야 한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수심위의 불기소 권고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일축하며 재차 ‘김건희 특검법’을 대대적으로 밀어붙일 기세다. 김 여사와 대통령실이 국민의 납득 못 할 심경을 잘 달래지 못하면 여권이 특검 공세를 방어하는 데도 계속 애를 먹을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09.10 손잡은 이재명·문재인을 국민은 무슨 동맹이라 부를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8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만나 “검찰 수사가 정치 보복 수단이 되고 있다”고 했다. 또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 집권해 나라를 혼란스럽게 한다”고도 했다. 두 사람이 7개월 만에 만나 지지자들 앞에서 손을 맞잡고 나서자 민주당은 곧바로 ‘정치탄압대책위’를 만들었다.
이 두 사람은 이렇게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 이재명 대표는 총선 때 친문재인과 비이재명 인사들을 대거 배제했다. 친문 쪽은 크게 반발했다. 친이재명 쪽은 “문 정부가 정권 창출에 실패한 것”이라며 ‘전 정권 책임론’을 폈다. 문 전 대통령 탈당 요구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이 임박하자 “우리는 ‘명·문(明文) 정당’” “정치 보복에 함께 맞서자”며 보조를 맞췄다.
문 전 대통령은 이상직 전 의원으로부터 사위 특혜 채용 등 뇌물을 받고 그에게 의원직 등 대가를 지불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선거법 및 위증 교사 사건으로 선고를 앞두고 있다. 비리 수사와 재판을 앞둔 두 사람이 정치 갈등은 뒤로하고 사법 리스크에서 빠져나오려 의기 투합하기로 한 듯하다.
대장동과 쌍방울 대북 송금 등 각종 개인 비리로 수사를 받아온 이 대표는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검수완박’ 법을 강행 처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이 법안을 의결·공포했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과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전 사위 특혜 채용 등 자신과 관련된 수사를 막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문 정부는 전 정권에 대한 ‘적폐’ 수사로 전직 대통령 2명을 비롯해 200여 명을 구속시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선 “대통령 예우가 아닌 피의자로 다루면 된다” “이런 정치 보복은 맨날 해도 된다”고 했다. 그래 놓고서 막상 자신들이 수사받게 되자 “정치 보복”이라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이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 나라를 혼란스럽게 한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도 묻게 된다. 문 정부는 천문학적 국가 부채와 자영업자·소상공인 몰락, 부동산 대란, 가짜 비핵화 쇼, 헤아릴 수 없는 내로남불로 점철됐다. 그 결과는 민주화 후 처음으로 5년 만의 정권 교체였다. 국정을 잘못해 5년 만에 정권을 잃은 장본인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준비 부족’을 말하기 전에 자신의 부족부터 성찰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9-10 추석 코앞 또 김건희·채상병특검 처리 나선 野 꼼수
더불어민주당이 9일 국회 법제사법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또 ‘김건희특검법’과 ‘채상병특검법’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법안들이다. 김건희특검법은 이번이 두 번째, 채상병특검법은 세 번째 입법 추진이다. 내용을 둘러싼 논란의 소지가 더 커졌는데, 속전속결로 12일 본회의 처리를 검토 중이다. 여야 합의는 관심 밖이고, 추석(17일) 밥상 민심을 겨눠 네거티브 이슈 잡기만 노린 꼼수다.
김건희특검법의 수사 대상은 최근 불거진 여당 공천 개입까지 넣어 8가지에 이른다. “언론에 의혹이 한 줄 나왔다고 해서 수사 대상으로 삼는” 특검법이란 비판이 지나치지 않을 만큼 ‘카더라’ 수준이 대부분이다. 특검의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등의 독소조항도 여전하다. 본수사의 보충적·예외적으로 도입하는 특검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채상병특검법의 경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제3자 특검 추천’을 담았다는데,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격이다.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야당이 2명으로 압축하고, 대통령이 1명을 최종 임명한다. 후보들이 부적절하다 싶으면 야당이 제한 없이 재추천할 수 있다. 야당 뜻대로 특검이 임명되도록 한 것이다. 여당에서 요구했던 ‘제보 공작’ 의혹은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두 법안 모두 야당 단독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재표결 후 폐기의 전철을 밟을 게 자명해 보인다. 의혹을 밝히자는 게 진정이라면,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나 당국에 신속·엄정한 수사를 다그쳤어야 했다. 그 대신 자신들이 만든 기관을 불신하고 수용 가능성이 희박한 특검법만 연거푸 밀어붙인다면, 대통령을 둘러싼 여론 악화와 탄핵 빌미 쌓기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민생 우선의 ‘먹사니즘’을 강조하더니 추석 명절에 ‘특검법 피로감’만 더하는 것은 아닌지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9-10 민생회복 지원금 ‘기대 효과’ 없다
추석 민생 최대 쟁점과 화두는 1인당 25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문제다. 8월 2일 국회에서는 찬성 186, 반대 1로 특별조치법이 통과됐지만, 보름 뒤인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동안 21번 행사된 거부권처럼 이번에도 이 법은 폐기될 것이다. 정부·여당에서는 민생과 미래를 위한 결정이라 했고, 야당에서는 민생과 민의를 포기한 거부권 행사라고 폄훼한다. 한쪽은 주는 게 민생이라고 하고, 다른 쪽은 안 주는 것이 민생이라고 주장한다. 당혹스러운 쪽은 국민이다.
첫 번째 쟁점은, 부자들에게도 지원금을 줄 필요가 있느냐이다. 당연히 없다. 연봉이 수억 원이거나 재산이 수십억 원이 넘는 사람들은 아무리 경제가 힘들다고 해도 생활이 어렵다고 하지는 않는다. 수백만 명이 넘는 출국 여행객을 보면 민생 문제는 딴 나라 얘기다.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2.8% 정도다. 이는 지난해 1.4%의 2배이고 활황에 가깝다. 지난 1분기 가계 월평균 소득은 대부분 지난해 1분기보다 오히려 늘었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가계소득이 더 많이 늘었다. 최하위 20% 1분위 가계소득은 8%, 차하위 2분위 20%는 4%, 3분위는 5%, 그리고 4분위는 3% 증가했다. 월 소득이 1000만 원이 넘는 최상위 20% 5분위 가계소득만 2%, 약 22만 원 줄었다. 그렇다고 그들의 민생이 더 어려워졌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전 국민에게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자는 것은 헤프기 그지없는 과잉 선심이다.
두 번째 쟁점은, 13조 원의 민생지원금으로 소상공인 경제가 별로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소상공인의 수가 600만 명이라고 보고 연 매출을 1억 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연 매출 총액은 600조 원인데, 13조 원 지원금 전액이 소상공인에게 신규로 지출된다고 하더라도 2.2% 증가에 불과하다. 2020년의 코로나지원금에서 봤듯이 80% 정도는 식료품이나 기호품과 같이, 지원금이 없더라도 썼어야 할 곳에 대신 지출됐다. 소상공인의 경기실사지수도 한두 달 반짝 증가하고는 곧바로 더 깊이 가라앉았다. 거시경제 통계상으로 나타나는 민간소비 증가 효과도 없었다.
고물가로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민생이 어렵다고 특별히 고통을 느낄 사람들은 국민의 약 9%인 기초생활수급자(중위소득 50% 미만)와 8.4%인 차상위 계층을 합쳐 17.4%이다. 이들은 모두 하위 20%인 1분위 계층에 속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근로소득도 얻기 힘들고 사업소득도 열악하다. 이들에게 인플레이션은 더욱 힘겨운 민생 싸움이었을 게 분명하다. 국가의 지원금은 이런 국민에게 집중돼야 한다. 이들에게는 필요하다면 25만 원이 아니라 더 많이 지원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들에게는 현금이든 상품권이든 전자화폐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떤 형태로 주든지 주는 대로 꼭 긴요한 곳에 지출할 것이다.
그러나 꼭 필요한 계층에 지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명문화된 원칙이 필요하다. 지원 대상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그리고 최하위계층을 위한 기존 복지 지원 체계의 미비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하면서 식료품 비용이나 에너지 비용, 주거 비용과 같이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일시적인 어려움을 덜어주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정부가 야당과 꼭 협의해야 할 부분이 이것이다.

문화일보
09-10 노회한 정치꾼 만드는 교육감 직선제
작금 정치인들의 내로남불, 무책임한 괴담 선동, 사법 방탄 획책, 심지어 제1야당 협견첨소(脅肩諂笑·몸을 옹그리고 아첨하며 웃음) 무리의 볼썽사나운 아유구용(阿諛苟容·남에게 아첨하느라 떳떳하지 못한 언행) 작태는 아이들이 본받을까 고심참담한 심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과거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인물이 출마를 선언했다. 게다가 법학 교수였던 그가 대법원 최종 판결조차 부정하며 자신의 출마를 대통령 탄핵으로 가는 중간 심판으로 삼겠다고 호언한다.
직선으로 선출된 서울교육감 모두 범법 행위로 법적 처벌을 받아 물러났다는 사실은, 현행 교육감 직선제가 다른 선거보다 더 악질적 제도임을 보여준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헌법 가치로, 교육감 후보자는 정당 공천과 지원을 받을 수 없으므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측면에서 선거법을 어길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정당 후원 없이 천문학적 선거자금을 조달해야 하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뒷거래를 암약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감 후보는 부패한 정치인의 행태를 벗어날 수 없다.
이와 같은 고질적인 해악은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서 비롯됐다. 2006년 12월 관련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간선제였던 교육감 선출이 직선제로 바뀌었다. 당시 교육감 직선제가 지방자치의 완성인 양 환호하는 분위기였지만, 교육감을 직선으로 뽑는 방식 자체가 그릇된 출발이다. 교육감은 노회한 정치인이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현장 교육 최종 책임자이다. 따라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가 유일한 답이다.
직선제 폐지에 따른 대안을 간략하게 살펴본다. 우선, 이전의 간선제이다. 이는 직선제보다는 덜하겠지만 여러 비리가 은밀하게 성행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다음 대안이, 시·도지사 러닝메이트 제도이다. 이는 엄연히 헌법의 정치적 중립에 위배 된다. 헌법 수호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조차 한때 이를 언급한 것에서 당혹한 적이 있다. 유력 시·도지사 후보가 정당 공천으로 출마하는 상황에서 그 러닝메이트인 교육감 후보자는 결국 직선제보다 더한 정치적 굴레 때문에 교육 전문성에서 더 멀어진다.
올바른 대안은 교육감의 시·도지사 임명제다. 지방행정 책임자인 시·도지사가 현장 교육 책임자인 교육감을 관할하면 중앙정부의 과도한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어 명실공히 책임 있는 지방자치제에 다가갈 수 있다. 직선으로 선출된 시·도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는 것이므로 임명제가 주민자치제에 반한다는 반론은 설득력이 없다.
교육감 임명제를 시행할 경우 시·도지사의 전횡을 우려한다. 하지만 이를 막기 위해 시·도지사의 교육감 임명에 대해 지방의회의 인준을 받도록 하면 된다. 교육청 업무 중단을 막기 위해 지방선거 직후 당선된 시·도지사는 취임 전에 교육감을 지명하고, 임기 시작과 동시에 지방의회 인준을 받도록 한다. 역으로, 갖은 정치적 핑계의 임명 동의 지연 등 지방의회 횡포를 막기 위해 교육감 인준을 원 구성과 함께 처리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면 된다.
이 방안은 다음 지방선거부터 적용하고,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선동과 선거 부정을 척결할 유권자의 엄격한 감시와 선택이 절실하다.

문화일보
09-10 평산책방 이사회, 직원폭행 사태에 “증오는 증오를 부른다…전직 대통령 모욕주기 멈춰야”
가해자는 정신질환에 입·퇴원 치료 반복
평산책방 이사회가 10일 책방 직원 폭행 사태와 관련해 정치 양극화를 우려하며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사회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이번 피습 사건이 공권력의 이름으로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게 가해지는 무도한 모욕주기와 온전히 겹친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증오는 더 큰 증오를 부른다. 이 기회에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날아오는 모든 부당한 정치적 음모와 음해를 멈출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이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내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기를 바란다"며 "경찰의 수사 상황을 하나하나 지켜보고 이에 분명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산책방 이사회는 시인인 안도현 단국대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앞서 경남 양산경찰서는 지난 8일 오후 7시쯤 평산책방에서 40대 여직원을 폭행한 20대 남성 A씨를 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영업시간이 지나 뒷정리를 하던 직원이 A씨에게 "나가달라"고 요구하자 A씨는 "오늘 이재명 대표는 왔다 갔느냐" "문 전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는 가지 않겠다"고 말하며 직원의 스마트폰을 두 동강 내고, 주먹을 휘두르며 발길질을 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경기도에 주거지가 있으며 지난 2021년 조현병 진단을 받고 입·퇴원 치료를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정당 가입 이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문화일보 나윤석 기자, 양산=박영수 기자
09.10 '靑 선거개입' 2심, 송철호 징역 6년·황운하 징역 5년 구형
검찰 "선고 시 법정 구속해야"

▲왼쪽부터 송철호·황운하·백원우./남강호 기자·연합뉴스
검찰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항소심 재판에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현 조국혁신당 의원)에게 각각 원심과 같은 징역 6년과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설범식) 심리로 열린 청와대 선거 개입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송 전 시장 등 피고인들에게 모두 원심과 같은 징역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작년 11월 1심은 송 전 시장과 황 의원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는데 이보다 중형을 구형한 것이다.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는 징역 3년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한병도 전 정무수석(현 민주당 의원)과 이진석 전 국정상황실장,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행정관에 대해 검찰은 징역형을 구형했다. 한 전 수석과 이 전 실장에게는 각각 징역 1년 6개월씩, 장 전 행정관은 징역 1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고위 공무원임에도 정권에 야합했고, 권력과 지위를 남용해 특정인의 당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선거 절차에 개입했다”면서 “헌법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특히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도 구속되지 않은 황 의원 등에 대해 법정 구속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사는 “중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 중 일부는 선출직의 임기를 마치고 재차 선거에 출마했다”면서 “현재 지위가 법정 구속 여부의 기준이 된다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신뢰 회복은 요원해진다”고 했다.
이 사건은 문재인 청와대가 지난 2018년 송철호씨가 출마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비서실 내 8개 부서가 송 전 시장 당선을 위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하명(下命) 수사를 지시하고, 여당 내 경쟁 후보를 매수했으며, ‘공공 병원’ 공약 개발을 지원했다는 혐의였다. 1심 재판부는 이 중 ‘하명 수사’ 혐의를 인정해 송 전 시장과 황 의원 등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조선일보 방극렬 기자
09.10 의혹 해명 않고 “정치적 탄압”만 외친 ‘이재명-문재인’
이·문 “검찰권 흉기 돼”…여 “사법리스크 방탄 동맹”
우원식 “검찰 모습 국민 걱정 커”, 중립 위반 논란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그제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만나 “검찰권이 흉기가 되고, 정치 보복 수단이 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 일가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 탄압’이라고 거들면서다. 두 사람은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 집권해 나라를 혼란으로 몰고 가고, 국민 불안을 키운다”며 현 정부에 대한 반감도 표출했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 임명(2018년 3월)과 그 무렵 항공 전문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문 전 대통령 전 사위 서모씨의 타이이스타젯 전무 발탁(2018년 7월~2020년 4월), 이 두 가지 사실관계는 분명하다. 타이이스타젯은 이 전 의원이 실소유주인 태국 저비용 항공사다. 서씨에게 급여와 체류비 등 2억3000여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특정됐다. 그런 만큼 항공사 임원 채용과 중진공 이사장 임명 사이에 뇌물 혐의가 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그렇다면 문 전 대통령은 그 연결고리가 맞는지, 틀린지를 팩트로 다투면 될 일이다. 그런데 해명 한마디 없이 제1 야당 대표와 정치탄압 주장만 되풀이한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 특히 “(검찰 수사에) 당당하게, 강하게 임하겠다”고 말한 문 전 대통령은 어제 법원에서 진행된 검찰의 공판 기일 전 증인신문에는 통지서가 발송됐지만 나가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수사 과정에서 뇌물수수 피의자로 적시된 상태다. 이 대표는 7개 사건 4개 재판의 피고인 신분으로 이르면 다음 달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여당은 당장 두 사람의 만남을 두고 “수사·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꼼수 회동이자, 사법리스크 방탄 동맹”이라고 꼬집었다.
국민 누구나 정부의 잘잘못을 따질 수 있지만, 전직 대통령이라면 재임 시절의 총체적 정책 실패부터 반성하며 되돌아보는 게 순리다. 경제를 정치 논리로 풀다 늘려놓은 나랏빚 400조원과 원전 산업의 기반을 무너뜨린 탈원전, 북한 핵 고도화 방관 등은 후대에도 두고두고 부담이 된다. 그런 업보를 외면한 채 피해자인 양 후임 정부를 헐뜯기만 한다면 민심의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 이 대표보다 하루 앞서 문 전 대통령을 찾아 “최근 검찰의 모습에 국민들도 걱정이 크다”고 한 우원식 국회의장의 처신도 정치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할 의장으로선 매우 부적절했다. 의장이 사법시스템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으로 사적 정치 행위에 빠져든다면 국회의 중립적 운영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검찰도 사안의 중대함을 직시해야 한다. ‘국면 전환용’ ‘제2 논두렁 시계 사태’ 같은 논란을 차단할 길은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 엄정,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뿐이다.
중앙일보 사설
09.10 정당 공천 배제 취지가 무색한 난장판 교육감 선거
추징 미납 곽노현, 벌금 2회 조전혁도 출마해
정당 공천 배제했더니 후보 난립, 자질 논란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어제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에 곽노현 전 교육감이 출마하는 것에 대해 “최악의 비교육적 장면”이라고 비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후안무치의 끝판왕”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곽 전 교육감은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상대 후보가 사퇴하도록 돈을 건넨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당선 무효가 된 인물이다. 이후 사면·복권으로 피선거권이 회복됐지만, 후보 매수의 범죄 사실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아이들 앞에서 얼굴을 들고 바르고 정직한 심성을 논할 것이며, 공정한 선거가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가르칠 수 있을까. 더구나 그는 당선 무효로 반납해야 할 35억원의 선거비용 보전금 중 30억원도 납부하지 않은 상태다. 재산이 생기면 바로 압류될 판인데 이번엔 어떤 편법으로 기탁금을 납부할지도 궁금하다.
교육감 후보의 자질 논란은 곽 전 교육감뿐 아니다. 교육감 선거에 세 번째 도전하는 보수 진영의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도 선거법과 지방교육자치법 위반으로 두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진보 진영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10월 ‘2028년 대입개편안 유출 사태’에 책임이 있다. 이미 직선제로 뽑힌 서울시 교육감 4명 모두가 선거 관련 혐의로 유죄를 받은 흑역사가 있는데도, 보궐선거에 이런 후보가 난립하니 학생들 보기가 민망할 지경이다.
교육감 선거에선 정당 공천을 할 수 없다. 학생들이 정쟁에 휘둘리지 않도록 교육감은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라는 취지다. 그런데 출마자들은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정치색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선거운동에서 교육의 비전은 사라지고 정치 구호만 난무한다. 곽 전 교육감은 지난주 출마선언을 통해 “교육정책 탄핵, 정치검찰 탄핵, 더 큰 탄핵의 강을 건너기 위해 나왔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조 후보는 “좌파 세력에 황폐해지고 오염된 학교를 정화하겠다”고 주장했다. 정도만 다를 뿐 다른 후보들도 큰 차이가 없다.
공천이라는 거름망이 없으니 후보자가 난립한다. 이번 선거에도 15명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가 박선영 후보만 사퇴했다. 범죄 경력과 자질도 전혀 검증이 안 된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도대체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에 관심을 두긴 어렵다. 매번 600억원 가까운 돈을 쓰는 교육감 선거 무용론까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출마자가 시원치 않다고 선거제도를 없애자는 주장은 지나친 면이 있다. 하지만 명백하고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점에 대해선 대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정당 공천제 부활이나 자치단체장 러닝메이트 제도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무엇보다 출마하는 후보자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바람직한 스승상을 먼저 정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중앙일보 사설
09-11 계엄법, 검사 공소시효… 악성화하는 野 ‘돈키호테 입법’
의석 숫자와 당리당략만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행태가 갈수록 악성화한다. 급기야 사실상 가능성이 전혀 없는 허구의 상황을 전제로 한 입법안까지 잇달아 내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치 돈키호테가 마을 들판에 있는 ‘라만차의 풍차’를 보고 “거인이 마을을 습격한다”며 가상의 적을 설정하고, 주변 만류를 뿌리친 채 마상 돌격하는 행태를 연상시킨다. 윤석열 정권이 계엄을 선포한다는 낭설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퍼뜨리더니, 이를 핑계로 국회의원 체포를 막는 계엄법 개정안을 낸다고 한다.
민주당 정책위는 계엄 시행 중 국회의원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더라도 48시간 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못하게 하고, 본회의 일정이 공고되면 체포·구금된 국회의원을 석방하는 취지의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탄핵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계엄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상응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다. 계엄령은 전시나 국가 비상사태에 질서유지를 위해 대통령이 내리는 것인데 국회는 이를 견제할 권한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고(계엄법 제4조), 국회는 재적 과반 찬성으로 즉각 해제(헌법 77조)를 요구할 수 있다. 계엄 시행 중에도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곤 체포·구금할 수 없는데(계엄법 13조), 야당은 마치 윤 정부가 야당 의원들을 구금할 것처럼 주장한다. 탄핵 위기에 몰린 정권의 계엄 발령도, 야당 의원 40명 이상 체포도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망상이다.
민주당은 또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검사나 그 가족의 범죄는 재직 중에는 공소시효를 정지하고 퇴직 후 공소시효가 진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범죄 혐의만으로 그런 조치를 하는 것은, 검찰은 검사 범죄를 수사하지 않을 것으로, 즉 검찰 전체를 ‘조폭 같은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뭐하러 만들었나. 그런 범죄의 특정도 어렵고, 가족까지 넓히면 연좌제 금지(헌법 13조 3항) 위배 가능성도 크다. 이재명 대표 수사 검사 4명의 탄핵소추에 이어 최근엔 문재인 전 대통령 가족 수사 검사도 탄핵하겠다고 나선다. 수사 기관의 통신 수집을 규제하고 ‘검사 기피제’ 도입 법안도 발의했다. 입법 폭주를 넘어 제정신인지 의심해야 할 지경이다.
문화일보 사설
09.11 "경제 고꾸라지길 원하나" 맞불… 때린 野가 울고 간 '철벽 총리'
정치권 "한덕수의 재발견"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총리가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총리가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우리 경제가 도약하지, 고꾸라집니까? 위원님, 그걸 원하시는 건 아니지요?”
지난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도대체 무슨 근거로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느냐”고 따지자 한덕수(75) 국무총리가 목소리를 높였다. 한 총리는 경제 회복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지표가 “차고 넘친다”며 성장률과 무역수지 등 지표를 하나씩 설명했다. 장 의원이 ‘민생이 어렵다’며 “총리가 경제에 대해 이렇게 인식하니까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자, 한 총리는 “성장, 국제수지, 고용, 물가가 안정되면 경제가 잘되는 것이지 어떤 것이 잘되는 것이냐. 위원님이 경제를 잘못 보는 것”이라고 했다.
평소 언성을 높이지 않기로 유명한 한 총리가 최근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과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다. 22대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 첫 정기회가 시작돼 야당의 대(對)정부 파상 공세가 시작되자 한 총리가 전면에 나서 격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관가에선 “40년 넘는 그의 공직 생활에서 볼 수 없었던 한덕수의 재발견”이란 말도 나온다.
한 총리는 지난 9일 시작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야당 의원들과 충돌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세계 경제가 좋아졌는데 대한민국만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하자, 한 총리는 “어떤 통계가 대한민국 경제가 엉터리라고 하느냐”고 맞받았다. 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일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정부가 동의해준 것과 관련해 “제정신이냐”고 하자, 한 총리는 “한국인이 사도광산에 징용돼 고생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전시하자고 일본과 합의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한 총리는 10일 대정부 질문에서도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브리핑 발언 중 ‘독도’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고 하자 “우리 대통령이 독도는 우리 영토가 아니라고 얘기한 적 있느냐. 의원님이 문제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일본 총리 같다’고 소리치자 “작년에 후쿠시마 갖고 싸울 때도 그런 얘기 많이 들었다. 그런 모욕을 하지 마라. 정치의 힘은 모욕과 능멸에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한 총리는 여당 의원 질문 시간에 “저희가 정권을 인수할 당시에는 ‘나라가 망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실정(失政)으로 인한 후유증이 심각했다는 주장이다. 한 총리는 그 예로 “한미 관계는 삐걱거리고, 한일 관계는 최악이었고, 국가 채무 비율은 36%에서 49.4%까지 올라가 있었고, 물가상승률은 5.3%에 달했었다”고 했다. 한 총리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수사 검사들을 탄핵소추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로 인해 사법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2022년 5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된 한 총리는 그동안 국회에서 야당 의원 질의에 조곤조곤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지난 4월 총선 이후 강공을 곁들이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격전도 불사하는 스타일로 변모했다. 한 총리는 ‘뉴라이트를 알고 있느냐’는 야당 의원 추궁에 “모른다. 관심도 없다”고 하거나, “색깔 칠하지 말라” “미몽에서 깨어나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논리적 대응만으론 야당 공세를 차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정치인 화법도 구사하기로 한 것 같다”고 했다.
한 총리가 최근 들어 국회 답변에서 자주 쓰는 말이 “가짜 뉴스” “거짓 선동”이다. “정부가 라인을 일본에 내줬다” “정부가 계엄령을 준비한다” “김건희 여사가 권력 1위” 같은 야당 의원 공세에 “완전한 가짜 뉴스고 선동”이라며 맞받은 것이다. 한 총리는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김 여사 녹취록을 거론하며 “국정 농단”을 주장하자 “남의 가정에서 일어난 일을 왜 그렇게 열심히 홍보하느냐”고도 했다.
현 정부 방어에만 머물지 않고 민주당 집권 시절 실정을 부각하는 것도 한 총리에게서 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화법이다. 박지원 의원이 지난 9일 대정부 질문에서 “‘응급실 뺑뺑이’로 국민이 죽어간다. 누가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느냐”고 하자 한 총리는 “의료계와 과거의 정부들”이라고 맞받았다. “(의대 증원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안 했던 과거 정부들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한 총리는 지난 3일 예결위에선 “중증 환자와 난치병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가장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한 총리가 국회에서 윤 정부의 ‘방패’를 자임한 배경을 두고, 의정 갈등 등으로 인해 정부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위기 의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총리는 지역·필수 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물론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는 것과 관련해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자 한 총리가 정부 입장을 적극 대변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다.
한 총리는 지난 4월 총선 직후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를 수리하지 않았고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선 “한 총리가 그동안 잘해 오셨기 때문에 당분간은 한 총리를 중심으로 한 내각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오는 21일로 취임 2년 4개월을 맞는다. 재임 기간이 약 2년 8개월을 재직한 이낙연 전 총리 다음으로 길고, 노무현 정부 시절 총리 재임 기간(10개월)을 더하면 민주화 이후 최장수로 재임했다.
조선일보 김경필 기자
09-12 김건희 여사의 어색한 잇단 현장 행보, 국민 정서 모르나
역대 대통령 부인 중 김건희 여사만큼 정국 갈등의 핵심 뇌관이 된 경우는 없었다. 대선 때는 ‘허위 학·경력’‘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논란으로 이슈의 중심에 섰다가, 취임 이후에도 명품 가방 수수 사건,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한 문자 논란, 인사 및 공천 개입설 등으로 곤욕을 당했다. 지금도 야당은 특검법 등 정치 공세를 강화한다.
그런데 국민권익위와 검찰이 명품 가방 수수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 데 이어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 권고를 내놓자마자 적극적 활동에 나섰다. 대국민 사과,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 등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는 상황의 행보라 더 부자연스럽다. 지난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김 여사는 취재기자 없이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방문하고 격려했다. 대통령실 사진사가 찍은 사진 18장이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실렸다. 김 여사는 “앞으로도 문제를 잘 아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면서 “한강대교 사례처럼 구조물 설치 등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하는 등 구체적 지시도 했다고 한다.
무혐의·불기소가 곧 결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부적절한 행태에 대한 면죄부는 더더욱 아니다. 오죽하면 ‘김건희 방지법’ 요구까지 설득력을 얻겠는가. 이원석 검찰총장도 “바람직하지 못한 처신이 곧 형사처벌 대상이나 범죄 혐의 인정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해서도 법령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에 대한 사과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공간이 부족해 제2부속실을 못 만든다는 윤 대통령 설명도 구차하다. 더 늦기 전에 실정법은 물론 ‘국민정서법’의 무서움도 제대로 알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9-12 일반성 원칙에도 반하는 野 입법 폭주
임종훈 前 국회입법조사처장, 前 홍익대 법대 교수
거대 야당의 상식을 벗어나는 입법 폭주가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상황에 즈음해 계엄령을 발령할 것이라는 주장을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반복적으로 제기하더니, 이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국회가 계엄령을 해제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국회의원을 함부로 체포·구금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계엄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검사와 공수처 검사, 군검사, 경찰 등(이하 ‘검사 등’) 수사와 기소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와 이들의 가족이 범죄를 저지르면 재직 중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검사 등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공직자와 그 가족의 범죄에 대해서는 그동안 범죄 혐의가 발견되더라도 수사나 기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도 공소시효가 진행돼 처벌이 불가능하게 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특히, 형사소송법의 경우 개정법의 시행 이전에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계엄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더라도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는 헌법 규정(제77조 제5항)을 작동시키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국회 본회의 일정이 공고되면 체포·구금된 국회의원을 석방하도록 하고, 국회의원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더라도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못하거나 발부받지 못하면 석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계엄법은 이미 국회가 계엄에 대한 통제권을 충실히 행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국회의원은 계엄이 시행 중인 경우 현행범을 제외하고는 체포·구금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제13조), 여기에 추가로 국회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한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이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당 소속 인사들과 관련된 사건을 수사한 검사 등에 대해서 이들이 수사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이 현 정권에서 수사가 되지 않을지라도 다음 정권에서는 반드시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민주당 인사와 관련된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 등에게 경고를 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결국, 형사소송법 개정 계획은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담당한 검사 4인에 대한 탄핵소추 시도 및 검찰청 자체를 폐지하겠다는 시도와 함께 ‘검찰 길들이기’의 일환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주요 범죄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서 이미 민주당 정권 시절에 대통령 등의 고위공직자와 판사·검사 등의 범죄를 수사하기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출범시켜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또다시 검사 등을 견제하기 위한 추가적인 장치가 필요하단 말인가?
입법은 원칙적으로 국민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일반성’을 갖춰야 하는데, 지금 민주당이 추진하고자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은 검사 등만을 대상으로 하는 예외적 입법이라는 점에서 입법의 일반성에 반한다. 그리고 민주당 인사들을 수사하는 검사 등을 상대로 공소시효를 정지하고자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누구도 자기 문제의 심판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법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

문화일보
09.13 스스로 월급 올리는 의원들, 추석 '떡값'도 꼬박꼬박 챙겨왔다니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가 작년 7월 17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서 주최한 '특권폐지 국민총궐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추석을 닷새 앞둔 12일 300명의 국회의원들에게 명절 휴가비가 424만원씩 지급됐다. 설날까지 합치면 연 849만원에 달한다. 매년 세비로 받는 1억5700만원과 별개의 돈이다. 5급 이상 일반 공무원들은 설·추석이라도 별도 상여금이 없다. 일반 직장인도 요즘은 경기가 어려워 명절 상여금 구경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억대 연봉 외에 명절 떡값까지 꼬박꼬박 챙기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입법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400만원대 명절 떡값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의원들이 하는 일은 정쟁과 방탄·파행, 입법 폭주와 꼼수, 가짜 뉴스 살포와 포퓰리즘 혈세 낭비다. 의회의 효과성 평가에서 세계 꼴찌에서 둘째다. 국민소득 대비 받는 봉급은 OECD 국가 중 셋째로 높다. 우리나라 가구 중위 소득의 3배다. 세비 외에도 정근 수당, 입법·특별 활동비, 정책 개발비, 유류비·차량유지비·야근 식대·택시비까지 받는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서도 예외다. 비리로 구속되고 회의 시간에 코인 거래를 해도 세비를 받는다. 대부분 선진국은 보좌진이 2~5명이고 북유럽은 의원 2명이 비서 1명과 작은 사무실을 나눠 쓴다. 하지만 우리는 보좌진 9명씩을 거느린다. 의원실 한 곳에 지원되는 세금이 7억원이 넘는다. 비리를 저질러도 불체포특권을 누리고 거짓말을 해도 면책특권을 받는다. 갖가지 특권이 186가지에 달한다. 그러니 이 자리를 차지하려고 편을 갈라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세비 삭감을 약속하고 특권 폐지를 내세웠지만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매년 세비를 올렸다. 원수처럼 싸우다가도 이때는 사이좋게 손잡았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우리는 무슨 짓을 해도 꼬박꼬박 제 날짜에 돈이 들어오는구나 싶어서 마음이 무거웠다. 명절 휴가비 일부를 기부하겠다”고 했다. 과거에도 일부 의원이 세비 반납이나 기부를 했다. 하지만 대다수는 외면하거나 되레 비난하며 따돌렸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야가 야합해 세비·수당을 올리지 못하도록 예산 제도부터 정비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9-19 李 수사·재판 지연과 검찰·법원 책임
법원과 검찰은 법치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검찰은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정신으로 범죄를 수사해서, 죄가 있으면 기소하는 헌법상의 기구이다. 그리고 법원은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통해 죄가 있으면 처벌해 법질서를 확립하는 삼권분립의 한 축이다.
따라서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법치주의는 검찰과 법원이 제구실을 해야만 실현된다. 그런데 우리 사법부와 검찰은 법치주의를 실현하기보다는 스스로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역설적인 행태를 보인다. 법치주의의 마지막 보루여야 하는 사법부와 검찰이 법치주의 파괴의 진앙으로 기능하는 우리의 기막힌 역설적 현상 앞에 국민은 혈압이 오른다.
법원은 반(反)법치의 상징인 ‘유권무죄 무권유죄’의 재판을 서슴지 않는다. 정치인의 재판에는 그 권력의 강도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의 헌법원리가 차등적으로 적용된다.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에 대한 재판은 피고인이 원하는 대로 그 기일을 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의 재판이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권력 없는 일반인으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예외적 특권재판 상황을 자주 지켜보는 국민은 그저 허탈할 뿐이다. 헌법의 명령을 무시한 채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른 재판’보다 이념에 따른 재판을 앞세우는 법관의 재판 행태가 반복되는 지금의 사법 풍토는 반법치의 상징이다.
검찰도 다르지 않다. 검찰의 수사력과 강제력은 권력 앞에만 서면 한없이 무뎌진다. 범죄피의자가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면 바로 구인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수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고 관행이다. 그런데 검찰은 일반 국민과는 달리 힘 있는 정치인 피의자는 몇 달째 소환에 불응해도 방치한다. 이 대표의 법인카드 부정 사용 사건에 대한 수사가 대표적이다. 검찰이 스스로 헌법과 법률을 어기고 법치주의를 파괴한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 태도는 법 앞의 평등을 강조하면서 헌법이 금지하는 특권을 허용하는 위헌적인 행태다.
다른 범죄피의자와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구인·체포영장으로 강력한 집행 의지를 보여줘야 법 앞의 평등과 법치주의는 실현된다. 검찰은 다른 고려 없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법치의 길이다. 국회를 지배하는 야당이 압도적인 다수의 힘으로 체포영장을 부결하는 것은 정치적·도덕적으로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불체포특권을 규정한 헌법에 따른 것으로 위법은 아니다. 하지만 국회가 어떤 결정을 하든 검찰이 반복적으로 소환에 불응하는 국회의원에 대한 구인·체포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법치가 아닌 정치를 하는 것이다.
반복해서 소환에 불응하는 야당 대표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위해 검찰이 신청한 체포영장이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국민은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다. 그 결과에 대한 주권자의 판단과 정치적 여론 형성은 다음 선거에서 표출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대의민주주의이고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길이다.
법원과 검찰은 지금의 반법치적인 재판과 수사 행태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헌법이 명하는 법치의 길로 되돌아와야 한다. 그것이 법원과 검찰이 사는 길이고, 우리나라가 지금의 무질서와 사회 혼란 상황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문화일보
09.19 [속보] '김건희 특검법' 본회의 통과…野 단독처리, 與는 보이콧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김건희 특검법)이 19일 오후 재적의원 167인 중 찬성 167표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어진 ‘채상병 특검법’은 재석 170명 만장일치, 지역화폐법은 재석 169명중 찬성 166표·반대 3표로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의 입법강행에 반발해 이날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5당은 이날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 3개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민주당과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 없이 본회의를 소집하고 안건 상정 및 표결을 강행하려는 데 반발해 불참을 결정했다.
추 원내대표는 의총에 앞서 우 의장과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초 26일 본회의에서 안건처리를 하기로 합의한 일정이 있는데 굳이 일주일 앞당겨 갑자기 의사일정을 만들어 (3개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3개법안 국회통과 직후에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 의원총회를 마친 뒤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 시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지금 당장 대외적으로 의사표시를 하겠다”며 “민주당의 일방 강행 처리로 무리하게 통과된 법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히 건의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당 차원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신 국회 본회의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선 “본회의 의사일정 자체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의사일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걸 가장 강력히 항의하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김건희 특검법'은 수사대상에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주식 저가 매수 의혹, 인사개입·공천개입 의혹,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 8가지 의혹이 포함됐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지난해 12월에도 야당 주도로 21대 국회를 통과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재표결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 재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야당이 네 번째로 발의한 채상병 특검법이다. 대법원장이 특별검사 후보 4명을 추천하고,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야당이 이를 2명으로 추리면 그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야당은 대법원장 추천 인사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도 담았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9일 오후 본회의를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의 당론 추진 법안인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지역화폐법 개정안’(지역화폐법)은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지역사랑상품권의 발행·판매·환전 등 운영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국민의힘은 지역화폐법에 대해 “사실상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상설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상품권을 많이 발행할 수 있는 부자 지방자치단체는 지원해주고 가난한 지자체는 지원하지 않는 지역 차별 상품권법”이라며 반대했다.
이날 통과된 지역화폐법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3인은 개혁신당의 이준석·이주영·천하람 의원이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09.20 '헌재 마비설'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이유

▲지난 4월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기후 헌법소원 첫 공개변론에 참석한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법조계에 ‘헌법재판소 10월 마비설’이 퍼지고 있다. 재판관 9명 중 3명이 10월 17일 임기가 끝난다. 재판관은 대통령 임명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국회 선출 3명 등으로 구성되는데, 공교롭게도 이번에 나가는 3명이 모두 국회 선출 인사다. 후임자를 뽑으려면 본회의 표결이 필요한데, 민주당이 이를 지연시켜 헌재를 마비 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에 의결정족수가 있는 것처럼 헌재에는 심판정족수가 있다. 위헌이든 탄핵이든 사건을 심리하려면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 6명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번에 퇴임하는 재판관은 이종석 헌재 소장을 포함해 이영진, 김기영 재판관이다. 이 소장은 과거 자유한국당, 이영진 재판관은 바른미래당, 김기영 재판관은 민주당 추천이다. 법에는 국회 몫 재판관 추천 방식에 대해 별도 규정이 없다. 헌재가 처음 생겼을 때는 민정당과 YS의 민주당, DJ의 평민당이 한 자리씩 나눠 가졌다. 그러다 ‘3당 합당’으로 양당 체제가 된 후부터 여야가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선출하는 관례가 확립됐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다시 원내 교섭단체가 3개로 늘면서 2018년에 세 당이 1명씩 추천했다. 지금은 교섭단체가 민주당과 국민의힘 둘뿐이다. 여야 1명씩 추천 몫을 제외한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논란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의석수에 따라 자신들이 2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12석의 조국혁신당도 자기들 몫을 주장한다. 현재 여야 대립 구도로는 타협이 쉽지 않다.
민주당이 자신들 맘에 드는 타협안이 나올 때까지 표결을 외면하면 재판관 선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여의도에선 민주당이 재판관 3명 선출을 지연시켜 고의로 헌재 기능을 무력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국민의힘 장동혁 최고위원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고, 지금 야당을 볼 때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느냐는 게 상식이지만 민주당은 ‘설마’했던 일을 실행에 옮긴 적이 많다.
설마 이재명 대표를 수사한 검사를 탄핵해 일을 못 하게까지 하겠느냐고 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했다. 민주당 관련 수사 검사 4명도 탄핵을 추진 중이다. MBC를 자기편에 두기 위해 방통위원장을 탄핵해 직무를 정지시켰다. 탄핵 소추는 직무 집행 중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행위가 있어야 하지만 민주당은 이 대표 방탄을 위해 기본 요건도 못 갖춘 탄핵안을 남발하고 있다. 헌재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면 모두 기각돼 업무에 복귀할 것이지만, 심판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처지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민주당이 탄핵하는 족족 공직자의 직무가 정지되고 그들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미아(迷兒)’가 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장관을 탄핵해 그 부처를 식물 상태로 만들 수 있다. 공직자 임명은 대통령이 해도 해임권은 사실상 민주당이 갖는 것이다. 나아가 헌재가 마비된 상태에서 대통령 탄핵안을 내고 실제 소추가 이뤄진다면 이는 곧바로 헌정 마비로 이어진다.
민주당이 그렇게까지 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다만 ‘계엄 준비’나 ‘독도 지우기’ 같은 괴담과 달리 ‘헌재 마비’는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실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만도 없다. 헌재가 실제 멈춰 선 적도 있다. 6년 전 김기영 재판관의 정치 성향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립해 국회 몫 재판관 3인 전체에 대한 표결이 35일간 미뤄졌다.
어떤 이유에서든 헌법기관을 공석으로 두는 것은 국회의 직무 유기다. 헌재만큼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
조선일보 황대진 사회부장
09-20 교육감 ‘단일화’ 요지경…깜깜이 직선 이번으로 끝내야
10월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진보 진영이 각각 후보 단일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시간에 쫓기면서 졸속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여론조사에 일임하는 형태여서 정책 경쟁도 없고 과정의 공정성도 보장되지 않으면서 국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교육대통령으로도 불리는 서울교육감을 뽑는 본 선거 자체도 ‘깜깜이 선거’가 될 전망이다. 평일에 실시되는 보궐선거여서 투표율도 현저히 낮을 것이다. 결국 소수의 강경 지지층 표를 결집한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 그만큼 현행 선거제도의 개선이 절실하다.
26, 27일 후보 등록일을 앞두고 보수 진영에서는 ‘중도우파 후보 단일화 통합대책위원회’가 중심이 돼 20∼22일 전화면접 방식 여론조사를 거쳐 23일 최다 득표자를 후보로 확정한다.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보수 성향 후보들은 지난 세 차례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득표율 합계가 더 높았음에도 단일화에 실패해 진보 조희연 교육감에게 자리를 내준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진보 쪽에서는 ‘민주진보 교육감 추진위원회’가 21∼22일 1차 추진위원 투표, 24∼25일 2차 여론조사 후 25일 단일 후보를 정한다. 강신만 전 전교조 부위원장,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 6명이 참가하고 있다.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2007년 교육의 정치 중립을 내걸고 도입됐지만, 후보들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교육정책보다 정치 구호에 편승해왔다. 벌써 윤석열 정권 탄핵을 외치는 사람도 있다. 깜깜이 직선제는 이번 선거가 마지막이어야 한다. 대안으로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 직선제, 임명제 등이 거론된다. 여야는 시급히 관련법을 개정해 2026년 선거부터는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적임자를 뽑을 수 있게 해야 할 책임이 막중하다.
문화일보 사설
09-20 金여사 여론 나빠 필리버스터 포기했다는 여당의 처지
더불어민주당이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특검법’ ‘채상병특검법’과 지역화폐법 등 3법을 사실상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야당 단독 처리→재의 요구 쳇바퀴가 또 돌게 생겼다. 위헌적 요소가 다분한 법안을 여당과 합의 없이 강행 처리한 야당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폭주를 막을 여론전인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포기하기에 이른 국민의힘 처지도 딱하기 짝이 없다.
이번 3개 법안은 독소조항투성이이다. 김 여사 특검법은 수사 대상을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무원칙하게 추가해 고무줄 같은 데다, 야당이 특검 추천권을 갖도록 했다. 채상병특검법은 제3자 추천 방식을 내세웠지만, 대법원장이 추천한 특검 후보를 야당이 무한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대통령의 임명권을 원천 박탈하거나,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면서 여당과의 합의도 없었다. 3개 법안 모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당연하다. 이재명 대표의 20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결심공판 등 사법 리스크 물타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노림수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와 별개로, 국민의힘이 제22대 국회에서 민주당 독주에 맞서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번에 충분히 법안의 부당함을 설명했기에 같은 것을 반복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많다. “필리버스터를 하면 국민은 채상병특검 반대, 김 여사 방탄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을 것” “필리버스터 해야 한다는 의원은 없었다”는 의원총회 참석자들 전언만 봐도 역풍을 우려한 분위기가 짐작된다. 한동훈 대표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김 여사 명품백 건에 대해 “분명한 건, 부적절한 처신이었고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은 물론 여당 분위기도 이런 지경이라면, 대통령실도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할 상황 아닌가.
문화일보 사설
09-20 진실과 자유의 가치를 모르는 정치인들
지난 정부, 통계 조작으로 진실 가치 훼손
개인 사당화된 민주당, 양심의 자유 위협
공존 사회 건설 가로막는 병폐 치유해야
어느 나라에서나 정권이 바뀌면 민심의 변화도 뒤따른다. 정당과 정권이 함께 교체될 때는 국민 의식과 가치관에도 변화가 생긴다. 윤석열 정권의 경우가 그랬다. 그는 전 정부 공직에서 쫓겨났고 국민의힘도 그를 반기는 편이 아니었다. 근소한 득표 차이였다고 하나, 윤 대통령 당선은 문재인 정권의 실정이 큰 원인이었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선언하고 나섰다. 헌법 수호와 발전이 주어진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유의 가치’를 호소했다. 그런데 이상한 아이러니가 생겼다.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에서는 자유국가의 방향과 가치를 인정하는데 국내에서는 항상 듣던 정치 구호의 하나로 느낀다.
무엇이 그 원인이었는가. 우리가 모두 좁은 연못 속에 살면서 넓은 세계를 보지 못했다. 역사의 강물 속에서 주어진 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역사의식을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고 갖추어야 할 역사의식과 가치관이 부족했다.
인간은 개인, 사회와 더불어 두 거대한 정신사적 흐름과 함께 역사의 강을 계승해 왔다. 그 하나는 이성(理性)적 판단에 따르는 진실(眞實)의 가치고, 또 하나는 양심(良心)의 선택과 가치를 주관하는 자유와 그 창조성이다. 이성과 양심을 갖추지 못하면 인간다운 삶을 영유할 수 없고, 그 사회역사적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면 사회와 국가는 존속하지 못한다. 인간의 본질과 사회적 질서가 그 기반 위에 존립(存立)하는 까닭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했는가. 큰 희망과 기대를 안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 동안 정부는 진실과 정직의 가치를 스스로 포기했다. 대통령과 정부의 식견 부족, 이중성은 국민을 치유할 수 없는 분열과 정의의 가치 혼란에 빠트렸다. 문 정부는 정부 업적을 포장하기 위해 국가 통계까지 조작했는가 하면 외교와 국방 정책은 주어진 목표와 의무까지 유지하지 못했다.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 동포를 외면하고 북한 정권과 동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민생과 경제의 성장까지 침체시켰다. 진실과 정의의 정신과 질서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을 만들었다.
그 뒤를 이어받은 이재명의 민주당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민보다는 정권에 신경 쓰는 민주당은, 정치의 선결 목적을 개인의 복권(復權)과 집권에 전념하고 있다. 민주당은 분열되고 국민을 배신하고 있다. 지금은 문 정권의 비리와 잘못까지 불식시키기 위해 양식 있는 야당 지도부까지 성토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폭력이다. 폭력은 자유의 적이다.
윤 정권 출범 시부터 탄핵을 거론하면서 심지어는 문 정권 때부터 들먹이던 계엄령 여부까지 여론화시키고 있다. 당 내부는 물론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은 이재명과 개딸들이 주도하는 민주당을 걱정한다.
국회 여야 의원들은 민생(民生)을 위해서라고 떠든다. 경제적 민생보다 소중한 삶의 가치로서의 정신적 민생은 누가 책임지는가. 정치는 현재를 위한 과업이 아니다. 민족과 국가의 장래, 이상을 위한 인간다운 삶의 가치와 질서 창출에 그 과업이 있다. 오늘은 내일을 위해 필요하듯이 현재는 정신적 미래를 정립해야 민생이 궤도에 오른다. 더 이상 정신적 가치와 질서를 역행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국회 상황을 30년 후에 국민에게 공개해 보라. 어떤 역사적 평가를 하겠는가.
현재와 같은 폭력정치는 자신들과 국민 양심의 자유를 거부하는 것이다. 양심의 자유와 판단을 상실하게 되면 사회적 선악 관념이 사라진다. 북한이 그 역사적 과오를 범했다. 자유는 모든 국민의 양심적 판단과 선택에 따르는 선한 가치의 창출 구현이다. 자유 민주국가들이 3000년 동안 추구해 온 역사적 유산이다. 그 세계사적 방향은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열린 사회 건설이다. 21세기에 주어진 정신사의 과업이 되었다. 선진 국가들은 좌파 세력과 극우 정치가 ‘미래지향적 진보’와 ‘열린 보수’를 지향하는 인류 공존의 가치와 질서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세계사적 과업을 주도할 정신 사회적 가치가 진실과 자유다. 진실의 상실은 후대(後代)가 바로잡을 수 있으나 폭력의 상흔은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
지금 민주당은 그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그 잘못을 시정하지 않으면 당의 병폐를 치유하지 못하며 국민의 불신은 가중될 뿐이다. 국민의 애국적인 희망을 배신해서는 안 된다.
동아일보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09-20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1심, 11월 15일 선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을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4.09.20.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11월 15일 이뤄진다. 기소 2년 2개월 만에 1심 선고가 나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20일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결심 공판을 마치며 11월 15일 오후 2시 30분 이 대표에 대한 1심 선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022년 대선 후보 시절 방송에 출연해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당시 알지 못했다고 하는 등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백현동 개발 부지의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라는 취지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구형 의견에서 “피고인은 20대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 당선을 위해 전 국민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해 사안이 중대하다”며 “상대방이 다수이고 전파성이 높은 방송에서 거짓말을 반복했기에 유권자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측은 최후 변론에서 “검찰이 잘못 기소한 것”이라며 “피고인(이 대표)이 한 말을 그대로 쓴 것이 아니라 안 한 말했다고 편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토론회와 마찬가지인 문답식 프로그램 사회자가 물어보는 프로그램에서 즉흥적으로 하는 발언들에 함부로 허위 사실 공표와 공직선거법을 쉽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후 진술에서 “검찰이 국가 공권력을 남용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해 특정인을 표적으로 해서 없는 죄를 만들고 고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 나라의 적인가”라며 “저는 이 나라의 국민이 아닌가”라고 호소했다. 이어 “제 개인적 삶이 어떻게 될지는 저도 알 수 없다”라며 “그러나 분명한 것은 최소한 이 사건에 대해 말씀드린다면 제 기억에 어긋나는 거짓말을 일부러 한 적이 없다. 누명을 썼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현재 7개 사건, 11개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선거법 혐의 재판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2027년 대선에도 출마하지 못한다. 민주당이 이 대표를 후보로 내세웠던 지난 대선의 선거비용으로 보전받은 434억여 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해야 한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09.21 탈원전 야당들 이젠 원전 수출 훼방, 정쟁에도 정도가 있어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정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무리한 체코 원전 수출을 재검토하라며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체코 원전 수출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은 ‘24조원 잭폿’이라던 원전 수출이 미국의 문제 제기로 어려워지자 부랴부랴 만든 일정”이라며 “이대로 가면 수조원대 손실이 발생해 국민 혈세를 쏟아부어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이 주장은 한마디로 아무 근거가 없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7월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원전은 1000메가와트급 최대 4기를 짓는 24조원 규모 사업으로 2009년 UAE 원전 수출 이후 15년 만의 쾌거다. UAE(20조원)보다 크고 유럽 시장 강자인 프랑스를 제쳤다. 체코는 중동 사막에서도 한 치 오차나 지연 없이 원전을 건설·운용한 우리 기술·시공 능력을 인정했다. 체코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추가 원전 사업과 유럽 시장 공동 진출도 희망했다.
덤핑 수출이란 주장 역시 사실과 거리가 멀다. 우리가 프랑스보다 낮은 건설비를 제시했지만 이는 우리 원전 건설 단가(㎾당 3571달러)가 프랑스(7931달러)의 45%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을 ‘덤핑’이라고 하는 것은 왜곡이다. 또 건설비 못지않게 비중이 큰 유지·운영에서도 우리 경쟁력이 높아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원전 사업의 세계다. 앞으로 체코에서 원전 사업을 추가로 따낼 수도 있다. 이걸 덤핑이라는 것은 원전 산업에 대한 무지일 뿐이다.
이번에 탈락한 웨스팅하우스가 원천기술 문제로 이의를 제기하지만 이는 결국 돈을 더 달라는 요구로, 종내 해소될 것이다. 이 회사 최대 주주는 캐나다 사모펀드로 미국 정부와 관련된 것도 아니다. 이를 대미 외교 마찰로 연결하는 것은 억지 논리다.
민주당 정권의 탈원전 자체가 엉터리 논리에 기반한 것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원전 사고를 다룬 공상 영화를 보고 “울었다”고 했고, 비전문가를 앞세워 탈원전을 밀어붙였다. 탈원전 선언문조차 기본 사실관계가 틀린 엉터리였다. 멀쩡한 원전을 없애려고 경제성까지 조작했다. 그랬던 사람들이 이제는 원전 수출 쾌거를 훼방 놓으려 한다. 아무리 정쟁이라고 해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지금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원전 건설에 나서면서 ‘원전 르네상스’가 펼쳐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원전에 대한 제재와 중국 업체 배제 기류로 우리 원전 경쟁력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9.22 "정치, 도덕성 없이는 미래 없다"… '영원한 재야' 장기표 별세
장기표(79)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이 22일 별세했다.
장 원장은 이날 오전 1시 35분쯤 입원 중이던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숨을 거뒀다. 장 원장은 지난 7월 17일 페이스북에 친구·지지자에게 쓴 편지를 올리며 담낭암 말기 진단 사실을 공개한 뒤 병원에 입원했다.
1945년 경상남도 밀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마산공고를 졸업했다. 1966년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 후 전태일의 분신자살을 접하면서 학생운동과 노동 운동에 투신했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와는 한동안 서울 도봉구 쌍문동 같은 동네에 살며 노동운동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생 내란 음모 사건, 유신 독재 반대 시위, 민청학련사건, 청계피복노조 사건, 민중당 사건 등으로 수배와 도피를 반복했고 10년 가까이 수감됐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조선일보DB
그는 김영삼 정부가 민주화 운동 관련자 보상법에 따라 민주화 보상금을 지급했지만 보상금을 일절 수령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누구나 자기 영역에서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데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보상금을 받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재야운동의 한계를 느끼고 1989년 민중당 창당에 앞장서면서 진보정당 운동을 시작해 개혁신당, 한국사회민주당, 녹색사민당, 새정치연대 등을 창당했다. 하지만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15·16대 총선, 2002년 재보궐 선거, 이어 17·19·21대까지 총 7차례 선거에서 모두 떨어졌다. 21대 총선에서는 보수정당(미래통합당) 후보로까지 옮겨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세 차례의 대통령 선거도 출마를 선언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평생 노동·시민운동에 헌신했으나 결국 제도권 정계로는 진출하지 못해 ‘영원한 재야’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근에는 ‘신문명정책연구원’을 만들어 저술과 국회의원 특권 폐지 운동 등에 집중했다.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로도 활동했다.
장 원장은 지난 7월 페이스북에 올린 편지에서 투병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그는 “당혹스럽지만 살 만큼 살았고, 할 만큼 했으며, 또 이룰 만큼 이루었으니 아무 미련 없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고 했다. 이어 “자연의 순환질서 곧 자연의 이법에 따른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해온 사람이기에 자연의 이법에 따른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했다.
장 원장은 “과도한 양극화, 위화감과 패배 의식, 높은 물가와 과다한 부채, 온갖 사건 사고로 고통을 겪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 더 살기 어려운 나라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엄습해 온다”며 “이를 극복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정치는 ‘무지의 광란’이라 불러 마땅할 팬덤 정치가 횡행해 나라가 망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든다”고 했다. 그는 “물극즉반(物極則反·극에 도달하면 원위치로 돌아온다)의 세상 이치처럼 이를 극복할 대반전이 일어나길 기대할 뿐”이라고 했다.
지난달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장 원장은 “죽음은 두렵지 않다. 항암도 안 한다”고 했다. 다만 “정치로 모두가 행복한 세상 만들지 못하고 가는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장 원장은 지난 4‧10 총선 이후 석달을 밤새워 ‘위기의 한국-추락이냐 도약이냐’를 집필했다. 그는 책에서 “비전도 전략도 없이 오직 집권욕에만 사로잡힌 여야가 적대적 공생 관계를 이뤄 나라와 민생을 거덜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덕성과 인간성을 회복하지 않고는 이 나라에 미래는 없다고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무하 씨와 딸 2명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차려질 예정이다.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09.23 장기표를 보내며 정치권의 특권 의식을 다시 생각한다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존재였던 장기표씨가 22일 암으로 별세했다. 그는 평생 민주화운동을 했고 최근에는 국회의원 특권폐지운동을 전개했다. /조선일보DB
민주화 운동가인 장기표씨가 22일 별세했다. 서울대 법대 학생회장 때 전태일의 분신을 접한 장씨는 이후 노동운동과 진보 정당 운동을 했다. 민청학련 사건,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민중당 사건 등으로 9년 동안 감옥에 있었고, 12년 동안 수배 생활을 했다. 그러나 장씨는 민주화 보상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그는 “받으면 안 되는 돈이라 안 받은 것”이라고 했다. “농사짓는 사람,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 그런데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특별히 보상금을 따로 받는 건 파렴치한 짓”이라고 말했다. 먹고사느라 여유가 없었던 노동자·농부들과 달리 대학생들이 데모에 앞장설 수 있었던 것조차 그는 대학생들의 ‘특권’이라고 했다.
장씨와 그의 부인이 민주화 보상금을 신청했다면 10억원 넘게 받았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가 노년에 국가에서 받은 돈은 국민연금과 베트남전 참전 수당을 합쳐 월 220만원이 전부였다. 반면 2000년 이후 민주화유공자 4988명이 받은 보상금은 1100억원이 넘는다. 야권이 다수를 차지한 22대 국회는 민주화 운동 관련자 본인은 물론 부모와 자녀까지 지원해주는 민주화유공자법을 추진했다.
장기표씨는 최근에는 국회의원 특권 폐지 운동에 앞장섰다. 국회의원들이 수당을 포함해 받는 연봉은 1억5700만원이다. 장씨는 국회의원의 사무실 경비 1억원과 후원금 1억5000만원 등을 모두 포함하면 실제 연봉은 5억원 정도라고 추산했다. 이런 국회의원 연봉을 도시 근로자 평균인 월 400만원 수준으로 낮추자는 운동이었다.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포함하면 국회의원의 특권은 180가지가 넘는다. 장씨는 운동권이 스스로에게 혜택을 주는 민주화유공자법, 검찰 수사를 차단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같은 법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국회의원의 특권 중의 특권이라고 비판했다.
장씨는 지난 대선 때 대장동 비리를 폭로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명예훼손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100만원을 선고받았다. 통장에는 5만7000원밖에 없었지만, 어렵게 돈을 마련해 벌금을 모두 납부했다. 그러나 민주화 특권층은 후보 매수 전과에 선거보전금 30억원을 미납하고도 다시 교육감 선거에 나섰다. 자신을 수사하는 검사를 탄핵하고, 입법 권력으로 방탄 국회를 만들었다. 장씨는 “한국의 특권층은 잘못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고 출세한다”고 했다. 마지막까지 특권층과 싸웠던 장씨의 마지막 경고다.
조선일보 사설
09-23 巨野의 도 넘은 검·판사 겁박과 신속 공정한 재판 당위성
지난 20일 열린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2년이 구형되자 더불어민주당은 상식 이하의 사법 방탄을 노골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수사 검사 고발을 검토하고 법을 잘못 적용한 검사를 처벌하는 입법을 추진하는 등 이 대표 방탄으로 돌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열고 검사 등의 ‘법 왜곡’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형법 개정안을 상정해 심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음 달 2일엔 대북 송금 사건 수사를 담당해온 박상용 검사 탄핵안 관련 청문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고 공소 기능만 담당토록 하자는 검찰청 폐지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
강성 지지층은 한 술 더 뜬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판레기(판사+쓰레기)면 탄핵하겠다” “제대로만 판결 내리면 무죄” 등 재판부를 대놓고 겁박하는 글이 쏟아진다. 여차하면 장외 집회라도 벌일 태세다. 지난 대선 때 대장동·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과 관련한 이 대표의 허위사실공표 혐의는 사안이 단순하다. 더구나 선거법 재판은 1심을 6개월 안에 끝내게 돼 있는데도 담당 재판장이 16개월째 질질 끌고 오다 사표 내는 바람에 2년 2개월이나 걸렸다.
선거법 위반 선고 공판일인 11월 15일이 다가올수록 사법부 겁박이 한층 강해질 것이다. 재판부는 오직 법리와 증거,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판결해야 한다. 만약, 당선 무효형이 선고되면 민주당이 대선 국고보조금 434억 원을 반납해야 할 정도로 파장이 클 것이다. 물론, 정반대 경우도 가능하다. 어떤 판결을 내리든, 사법부가 정치적 외풍에 휘둘려선 안 된다. 2027년 3월 대선이 다가올수록 혼란은 더 극심해질 것인 만큼 상급심 재판은 1심처럼 지체돼선 안 된다. 이 대표도 ‘검찰이 증거를 숨기고 조작해 없는 사건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법정에서 검찰을 증거와 법리로서 공박하고 떳떳이 무죄를 받는 게 낫다.
문화일보 사설
09-23 李 ‘선거법’ 판결, 법치 명운 좌우한다
검찰이 지난 2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대법원 양형기준표상 최고형이다. 이 대표가 그동안 전 국민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해왔고, 특히 전파성이 높은 방송에서 거짓말을 반복했기에 유권자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정당한 구형’으로 평가한다. 아울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주장처럼 선거 과정에 있었던 고의적인 거짓말에 대한 ‘통상적인 구형’으로 평가한다.
야권에서는 “김건희 여사에게는 춘풍이고, 야당 대표에게만 추상같다”(김부겸 전 국무총리)거나 “법치의 명목하에 벌어지는 정치에 대한 억압”(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이라는 등의 날 선 반응을 보이나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만약 피고인의 신분과 정치적 상황에 따라 공직선거법의 적용 잣대를 달리한다면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법의 취지는 몰각(沒却)되지 않겠는가.
이 대표는 최후진술에서 “김구는 총에 맞아 죽었고, 조봉암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빨갱이로 몰려 사형당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내란 사범으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장시간 복역했다. 나 역시 칼에 찔려 보기도 하고 운이 좋아 살아나기도 했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신성한 법정을 ‘정치판’으로 만들려는 궤변이다. 또, 이 대표는 “제가 이 나라의 적이냐”며 “검사가 자신이 모시는 대통령의 정적이라 해서 그 권력을 남용해 증거를 숨기고 조작해 없는 사건을 만들어 감옥 보내고 결국 정치적으로 죽이고 국민의 선택권을 빼앗는 것이 맞느냐”고 주장했다. 이 또한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사법적 방법으로 사법 리스크를 돌파하려는 정치 선동일 뿐이다.
이제부터는 ‘법원의 시간’이다. 벌써 민주당은 검사 등의 법 왜곡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법 왜곡죄’를 발의하는 등 사법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검사 근무성적 평정 기준에 ‘기소사건 대비 유죄판결 비율’을 반영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방지하는 검찰청법 개정안,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수를 늘리는 공수처법 개정안도 함께 상정될 예정이다. 여차하면 검사에 이어 판사까지 고발하고 탄핵할 기세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은 판사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좌표를 찍어 협박한다. 심각한 법치의 위기다. 중대한 민주주의의 위기다.
법치의 최후 보루,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는 일절 외풍에 흔들려선 안 된다. 이미 이 재판은 1심 6개월, 항소심과 상고심 각각 3개월 내로 마쳐 1년 안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에 반해 2년 이상 재판이 지연돼 상당수 국민의 불신을 받는 상태다. 만약 법원이 거대 야당과 극렬 지지층의 압박에 굴복해 ‘법과 원칙’ ‘국민 눈높이와 상식’에 맞지 않는 판결을 한다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더 이상의 국론 분열과 정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법원은 일절 권력과 여론의 눈치를 보지 말고 헌법 제103조에 명시된 대로 헌법과 법률, 법관의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재판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 오로지 ‘법과 원칙’ ‘증거와 팩트’가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합리적인 판결을 해야 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법언을 법원은 깊이 새겨야 한다.

문화일보
09.24 대안정당 자격 의심케 하는 황당무계 계엄 음모론
민주화 이후 군의 정치 개입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본 건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 봄이 처음이었다. 학술 세미나 자리였는데, 발표, 토론이 끝난 후 한 청중이 불쑥 질문했다. “노무현 때문에 나라 꼴이 말이 아닌데 군은 안 나오고 뭐 하는지 모르겠다.” 당시 세미나 주제와도 맞지 않는 엉뚱한 말에 회의장 분위기가 어색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청중들이 폭소를 터뜨렸고 그걸로 사태는 마무리됐다.
여야 대표회담서 계엄 가능성 언급
이재명 대표 진짜 그렇게 믿는 걸까
1980년과 지금의 한국 구분 못 하나
군 통수권자 될 수 있는지 회의 들어
20년 전에도 터무니없게 들렸던 말을 오늘날 거대 야당 대표에게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어렵사리 성사된 정당 대표회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고 했고 더 나아가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걸 막기 위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의원을 체포, 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했다. 대표회담을 통해 정치적 돌파구라도 만들어낼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이 발언을 듣고 솔직히 내 귀를 의심했다. 이 대표가 말한 대로,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의 해제 요구를 막기 위해 정치인들을 잡아넣었던 불행했던 사태는 1980년 5월 17일이 마지막이었다. 신군부의 권력 장악을 위한 쿠데타였다. 민주화된 대명천지에 국회를 좌지우지하는 야당 대표가 친위 쿠데타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해 온 윤석열 대통령이 그런 ‘어마어마한 쿠데타’를 도모하려 했다는 것도 믿기 어렵지만, 무엇보다 그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사람들의 발상이 가히 충격적이다.
민주화 이후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정치화된 군부의 퇴진도 민주화 초기에 김영삼 대통령이 해결했다. 법과 절차에 의한 권력 교체의 원칙도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를 평가하는 외국의 여러 기관으로부터 한국은 민주주의가 공고화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고화되었다는 것은 이전 상태로 회귀할 가능성이 대단히 낮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대표의 발언은 군을 정치적으로 동원해서 야당을 탄압하는 과거의 권위주의 통치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발언을 들으면서 민주당은 과연 어느 시대에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980년의 전두환은 계엄 확대와 함께 군사력으로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지만, 1987년의 전두환은 정치적으로 몰리는 상황에서도 군을 다시 불러낼 수 없었다. 당시 민주화를 향한 국민의 열망이 워낙 강했고, 또 군의 개입을 막으려는 미국의 압력도 거셌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군 내부에서 군사력을 동원한 시위 진압이나 정권 방어에 반대하는 여론이 컸기 때문이다. 광주에서의 비극적 사태는 군으로서도 부끄러운 일이었고 다시는 그런 상황에 빠져들고 싶지 않았다. 그때 전 대통령이 또다시 계엄을 선포했다면, 그 총부리가 자신을 향할 수도 있었다. 이처럼 군이 직접 정치에 개입하는 일은 전두환 정권 후반에도 이미 불가능한 일이었다. 신군부의 리더였던 전두환도 감히 할 수 없었던 일을 민주화된 오늘날의 대통령이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가 놀랍다.
그 무책임한 발언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나라를 지킨다는 자긍심과 명예로 살아가는 우리 군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 참고로 2020년 한국리서치의 주요 국가 기관 신뢰도 평가에서 군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41%로 조사 대상 기관 중 가장 높았고, 국회는 9%로 가장 낮았다.
그 발언을 들으면서 지난 30여년간 세상은 크게 달라졌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그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을 갖게 됐다. 거기에 정파적 틀에까지 갇혀 1980년의 한국과 2024년의 한국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 것 같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수준을 넘어 2차 회의는 미국 등과 공동 주재했고, 올해 3차 회의는 덴마크 등과 공동 주재했다. K팝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도 한국 민주주의의 진전과 깊은 관계를 갖는다. 한국 민주주의가 이전으로 후퇴한다면 경제·외교·문화 등 전 영역에서 지금 우리가 국제 사회에서 누리고 있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계엄령과 같은 상황에 대한 설정이 오늘날 우리 현실과 위상에 전혀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여전히 가짜뉴스와 계엄령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일을 보면서 이 대표가 군 통수권자가 될 수 있는지, 민주당이 권력을 감당할 만한 대안 세력인지에 대해 회의가 들었다. 윤 대통령이 못한다는 데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당과 이 대표가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지 않은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지난 대선 때도 그랬다. 정치 초보 윤석열 후보가 마뜩잖았지만, 이재명 후보가 미덥지 못해 마지못해 윤 후보를 선택한 이들이 적지 않았고, 그게 근소한 승패를 만들어냈다. 민주당은 그때의 패배에도 별로 교훈을 얻은 게 없는 것 같다.

중앙일보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09-24 국회가 ‘불량 정치인’ 온상 됐다
심각한 수준 도달한 의회 불신
자기 지역 선출 의원도 안 믿어
맹목적 신뢰 또는 극혐 양극화
다수당 폭주와 거부권 쳇바퀴
근본 문제는 정책 능력 밑바닥
정치의 사회적 기능 상실 위기
지난 추석 연휴 직후 여러 언론 매체에서 국회의 신뢰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거의 최하위라는 소식을 전했다. 국회 신뢰도(20%)와 정당 신뢰도(19%)는 국내의 여타 공공기관과 비교해도 가장 나쁘다는 조사 결과도 함께 전했다. 지난 7월에 이미 발표된 내용이라 따끈한 뉴스거리는 아니었지만, 현 정치권에 대한 신랄한 민심이 추석 밥상에서 확인됨에 따라 새삼 이목을 끈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기관은 그러지 않는 기관보다 국민의 신뢰를 더 받을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 구성되는 의회가 다른 어떤 기관보다도 낮은 국민 신뢰를 받는다. 이는 의회 불신의 역설로 불린다. 플라톤의 철인정치처럼 견제받지 않는 권력자가 좋은 정치를 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래서 예방주사와 같은 필요악인 ‘정치 불신’을 전제해 디자인한 정치제도가 바로 민주주의다. 불신 메커니즘을 통해 의회를 감시하면서 의회 민주주의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기관 신뢰도의 국제적 조사에서는 의회에 대한 국민 불신이 민주국가에서 잘 관찰되는 반면, 민주주의가 발달하지 못한 국가에서는 의회를 비롯한 권력기관이 오히려 더 신뢰받는 것으로 집계된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의 바이마르공화국 의회는 민주적 헌정 제도로 평가받았다. 1960∼1961년 우리나라의 제2공화국 국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의회 민주주의가 헌법적으로, 또 규범적으로 잘 디자인돼 있다고 해서 국민 신뢰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제2공화국 국회와 바이마르공화국 의회 모두 당시 국민의 큰 불신을 극복하지 못해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작금 우리나라의 정치 불신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 정도가 선진 민주국가보다 더 심하다.
선진 민주국가의 국민은 의회를 불신하더라도 자기 지역구에서 선출된 의원을 대체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른바 ‘페노(Fenno)의 역설’이다. 의원들도 자신이 속한 의회를 비판하면서 의회 전체와의 차별화를 모색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도는 국회 전체에 대한 신뢰도만큼이나 나쁘게 나온다. 국회나 국회의원 불신의 이유로는 당리당략(黨利黨略)이 가장 많이 언급된다. 정당의 후보 공천 결과에 대한 일반 국민의 만족도도 나쁜 것으로 나온다. 정치 진영화는 불량 정치인의 국회 진출 길을 더 키운다.
오늘날 정치권 일반에 대한 국민 인식은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공유적이나, 같은 정치인을 두고서도 맹목(盲目)적 신뢰와 극혐(極嫌)의 불신이 혼재한다. 극단적 인식은 학력(學歷)과 상관없고 대신 논리적 사고의 결핍에서 나오는 경로를 보인다. 국회의원 역시 스스로 국민의 대표라고 강조하면서 의정 활동을 하지만, 보편적 국민 가치에 따르지 않고 대신 자신의 진영만 바라보고 언행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치적 양극화는 비토크라시(발목잡기 정치)로 전개된다. 국회 다수당의 독단, 그리고 대통령의 거부라는 쳇바퀴 반복이 그 대표적 현상이다. 의정이나 국정이 교착돼 전혀 생산적이지 않더라도 자기 진영의 지지로 정치적 생명을 유지한다.
유권자는 자신이 신뢰하는 정치인의 우호 세력을 신뢰하는 반면, 경쟁 세력에 대해서는 불신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흔히 신뢰 관계의 구조균형(structual balance)이라고 한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에서 대통령 지지층은 대통령과 대립하는 의회를 불신하는 반면, 대통령에 비판적인 계층은 의회를 신뢰한다고 응답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야당 지지층의 국회 불신 비율이 과소평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의 국회 불신은 심각한 수준이다.
아울러 신뢰와 불신은 상대의 의도적 측면과 능력적 측면으로 구성되는데, 진영 간 대결 상황에서 같은 편이면 무조건 신뢰하는 의도적 측면을 빼고 나면, 정치권의 정책 능력은 역대 최악의 불신을 받는 셈이다.
신뢰는 거래비용을 절감하는 사회적 자본이다. 정치가 사회적 자본으로 기능하려면 정치에 대한 신뢰도가 제고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이 감각적 집단 정체성보다 이성 및 논리에 더 의존해야 한다.

문화일보
09.25 민주화 선배 장기표에 조문·애도 한마디 없는 민주당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빈소에 조문객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각계의 애도와 조문이 어이지는 가운데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만 아무런 애도 메시지를 내지 않고 조문도 하지 않고 있다. /뉴시스
민주화 운동가이자 재야의 상징인 장기표씨의 별세에 각계의 애도와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유독 더불어민주당만 아무런 논평이나 애도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는 조문은 물론 조화도 보내지 않았다. 빈소를 찾은 민주당 의원도 거의 없다고 한다.
이번 장례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관 사회장으로 치러진다. 함께 민주화 운동을 했던 이부영·이재오·유인태 전 의원, 김부겸 전 총리,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손학규 전 대표 등 여야와 각계 원로들이 두루 참여했다. 정부는 국민훈장을 추서했다.
국민의힘은 “고인의 헌신을 기억하고 특권 내려놓기를 실천하겠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깊이 존경했던 대선배의 안식을 빈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조화를 보냈고, 국민의힘 지도부와 전·현직 의원들도 조문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만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 원로의 죽음은 정파를 떠나 애도하는 것이 관례다. 더구나 장씨는 민주화 운동으로 9년간 옥고를 치른 민주화와 노동 운동의 산증인이자 대선배다. 말년에 국민의힘으로 옮겼지만 특정 진영 인사로 보긴 어렵다.
그는 총선 때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를 만들어 국회의원 특권 없애기 운동에 앞장섰다. 민주화 보상금마저 거부하며 평생 청빈하게 살았다.
민주당이 그의 죽음을 집단 외면하는 것은 대선 때 장씨가 대장동 사건을 비판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 같은 사람이 대통령 되면 안 된다” “비리 방탄 대신 약속한 불체포 특권을 내려 놓으라”고 비판을 계속했다. 이 대표가 장씨 조문을 꺼리니 다른 의원들도 눈치 보며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씨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권력에 쓴소리를 던졌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라”고 수시로 비판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엔 “정계 은퇴해야 할 사람”이라고 했다.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유독 이 대표와 민주당만 그가 숨을 거둔 뒤까지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속 좁은 사람들이 어떻게 포용의 정치를 하겠나.
장씨가 지난 4월 여야에 ‘특권 폐지 동참’ 여부를 물었을 때 민주당 의원은 단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다. 불체포 특권 포기와 세비 삭감 제안도 거부했다. 이제 장씨가 생전에 던진 특권 폐지에 대해서라도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9-25 서울교육감 보수 진영 단일 후보에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둔 5일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보수 단일 후보로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이 선정됐다.
25일 보수 진영 단일화를 추진하는 시민단체 모임 ‘통합대책위원회(통대위)’ 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산림비전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여론조사 기관 두 곳을 통해 서울시민 각각 500명씩(총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조 전 후보가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조 후보는 지난 202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했으며, 보수 후보 중에서도 강성으로 평가받는다. 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인천대, 명지대 교수를 역임했다.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0년 4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 정보를 공개했고, 이와 관련한 법원 판결로 전교조 교사들에게 손해배상금을 내기도 했다.
조 후보는 “단일후보로 선출돼 감사드리고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성과를 내준 통대위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임정환 기자
09-25 법원 ‘돈봉투’ 판결문에 연루의원 실명 이례적 적시
전·현직 의원 10인 이름 밝혀
개인별 수수 여부는 판단 안해
현역 6인 소환 불응 명분 줄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수수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윤관석 전 무소속(전 민주당) 의원 등의 판결문에 돈 봉투 수수자로 의심되는 전·현직 의원 10명의 실명이 이례적으로 모두 적시됐다. 재판부가 이 사건 연루 의원들의 돈 봉투 수수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어서 검찰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현역 의원 6명이 조사를 거부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우인성)는 윤 전 의원 등의 정당법 위반 혐의 1심 판결문에 2021년 4월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지지 국회의원 모임 참석자 11명의 명단을 실었다. 돈 봉투를 건넨 윤 전 의원을 포함해 같은 날 선고를 받은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허종식 민주당 의원, 이성만 전 무소속(전 민주당) 의원이 적시됐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민주당 김영호·민병덕·박성준·백혜련·전용기 의원과 박영순 전 민주당 의원,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도 포함됐다. 재판부는 윤 전 의원이 허 의원과 이 전 의원, 임 전 의원에게 각각 30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전달했다며 이들 모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윤 전 의원의 통화 내용과 국회 출입기록 등을 근거로 “윤관석은 의원들이 한 번에 모이는 ○○에서 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제공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봤다. 또 “윤관석의 당일 일정 중 여러 명의 의원이 한 번에 모이는 ○○는 이 국회의원 모임이 유일했다”고 판시했다. 공개된 장소라 돈 봉투가 살포되기 어려웠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돈 봉투 제공 및 수수가 이뤄질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가 돈 봉투 수수 여부를 판단한 것은 아니지만, 판결문에서 돈 봉투가 오간 모임의 참석 사실 자체가 인정된 만큼 검찰의 수사 필요성이 커졌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검찰은 이미 기소된 3명과 한 차례 조사를 받은 박 전 의원을 제외한 의원 6명에 대해 사법 처리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소환조사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은 검찰의 거듭된 소환 통보에도 의정 활동 등을 이유로 불응하고 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09.25 이재명 호위무사로 전락…김민석은 왜 이 지경이 됐을까
계엄령 이어 윤석열 정부의 ‘이재명 테러 유혹’ 주장
입만 열면 망상·괴담, 범죄에 가까운 혹세무민일 뿐
계엄 준비설을 제기하던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이 어제는 ‘이재명 테러설’을 추가하고 나섰다. 김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계엄이나 테러 같은 비정상적 방법이 아니면 국민들은 거의 99%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권력이 바뀌면 감옥에 가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할 김건희 여사 등 권력 핵심이 피의자 공동체이기 때문에 그런(계엄이나 테러) 유혹을 받는 게 너무 당연하다고 본다. 그런 것을 경계하는 게 제1 야당의 당연한 의무”라고 주장했다. 이름조차 유치한 ‘서울의 봄’ 팀이란 걸 만들어 ‘서울의 봄 4법’을 발의하더니, 이제는 현 정부 세력이 이재명 대표 테러 유혹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입만 열면 이런 망상과 괴담뿐이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최고위원은 김부겸 전 총리 등 민주당 일각에서 계엄설의 근거 부족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당의 핵심 지도부가 아니라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의 정보력을 무시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주장한 계엄 준비설의 ‘구체적 근거’는 김용현(현 국방부 장관) 경호처장과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 방첩사령관이 회동했고, 군 내에 윤석열 대통령 출신교인 ‘충암고’ 사조직이 있다는 주장뿐이다. 국방부 장관이 허가한 경호 관련 인사들이 모인 자리를 계엄령으로 바로 연결하는 것이나, 400명의 장군 중 4명 정도인 충암고 출신을 사조직으로 엮는 발상을 과연 누가 상식적이라 하겠는가. 군인이건, 일반 국민이건 언제 어디서나 휴대전화와 인증샷이 가능한 2024년의 이 같은 황당무계 주장에 누가 고개를 끄덕이겠는가. 국민과 우리 국군의 수준을 우습게 보는 모욕적 발언이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왜 이 지경까지 왔을까. 정치인 김민석은 한때 운동권 출신의 기대주였다. 28세이던 1992년 여당 거물 나웅배 후보에게 불과 260표 차로 석패하며 두각을 나타낸 이후 민주당의 첫 총재 비서실장을 맡는 등 DJ(김대중)의 황태자로까지 불렸었다.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운동권 출신이란 평가도 받았었다. 이후 18년의 정치 공백이 있었다고 하지만 계엄령이나 집권세력에 의한 야당 대표 테러를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는 그의 현재 이성 수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범죄에 가까운 혹세무민이다. 사법 리스크에 처한 이재명 대표를 지키고, 자신의 차후 정치적 입지를 꾀해 호위무사로 전락해 가는 듯한 김민석의 모습이 영 안쓰럽기만 하다.
이런 음모론을 방치하는 민주당의 문화 또한 비정상적이다. 정상적이라면, 예전의 민주당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앞장서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을 것이다. 그러나 그랬다가 개딸들로부터 ‘수박’ 소리라도 들을까 봐 모두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말할 것과 침묵할 것이 뒤바뀐 정당이다.
중앙일보 사설
09.25 검찰, '사기대출·재산축소 신고 혐의' 민주당 양문석 의원 기소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검찰이 대구 수성새마을금고 ‘사기 대출 의혹’을 받는 양문석(57·경기 안산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25일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양 의원이 선거를 앞두고 이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하고, 재산을 축소 신고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지청장 김도완)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위반 및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 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양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또 그의 배우자 A(56)씨와 대출모집인 C(59)씨도 사기 및 사문서 위조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양 의원 부부는 지난 2021년 4월 당시 대학생 신분이었던 딸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하는 것처럼 속여 대구 수성새마을금고로부터 기업운전자금 대출금 11억원을 받아 챙기고, 같은해 7월 C씨를 통해 계좌내역과 거래명세서 등 대출금 사용내역에 관한 증빙서류를 위조한 후 새마을금고에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이 대출은 실제 기업 경영이 아닌, 서울 서초구 소재 아파트의 구입을 위해 양 의원 부부가 대부업체와 지인들로부터 빌린 돈을 상환하기 위해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양 의원은 또 지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이같은 ‘사기 대출’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3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마을금고 측에서 딸의 명의로 사업자 대출을 받아서 대부업체와 지인들에게 빌린 돈을 갚으라고 먼저 제안했다” “대출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없고, 의도적으로 새마을금고를 속인 바 없다” “새마을금고는 대출금이 대출 명목으로 제대로 사용되는지 확인 절차를 거친 바 없다”는 취지로 해명 글을 게시해,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또 지난 3월 총선 후보자 등록 시, 자신과 배우자 B씨가 공동으로 소유한 아파트의 가액을 실거래가인 31억2000만원으로 기재해야 함에도, 공시가격인 21억5600만원으로 축소 신고해 공표되게 해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도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양 의원은 주택구입용 담보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아파트 매매계약 당시부터 매수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기업운전자금’ 대출을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양 의원 부부는 2020년 8월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부터, 부동산 중개인으로부터 ‘사업자를 내서 집을 담보로 저금리로 갈아타는 방법’을 듣고, 부동산 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한 ‘규제 우회 대출’에 대한 기사를 공유하거나 사업자등록 시점을 미리 상의하는 등 범행을 사전에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양 의원 부부는 2020년 11월 대부업체와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려 아파트 매매대금을 내고, 2021년 4월 초쯤 대출 모집인 C씨를 통해 대구 수성새마을금고에 자신의 딸 명의로 기업운전자금 대출을 신청해 11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돈은 대부업체와 지인들에게 빌린 채무를 갚는데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확보한 당시 대출 서류들을 보면, 이 대출은 사업자의 생산·판매 활동 등에 사용되는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대출 후 3개월 내 이를 사업자금으로 썼다는 사실을 소명해야 한다. 이에 C씨는 B씨의 부탁을 받고, 이 대출금이 사업용도로 사용된 것처럼 6억5200만원 상당의 허위 거래명세서 7장, 물품 대금을 송금한 것처럼 한 허위 계좌거래내역서 2장 등을 위조해 새마을금고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양 의원은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말쯤 이런 의혹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가족의 대출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있나. 아니면 우리 가족이 의도적으로 새마을금고를 속였나. 새마을금고는 대출금이 대출 명목으로 제대로 사용되는지 확인 과정을 거쳤나”라며 “일방적으로 사기대출로 규정하고 우리 가족을 사기꾼으로 몰아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양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허위 내용임이 확인됐다”고 했다.
양 의원은 또 자신의 서울 서초구 아파트와 관련해 실거래가(31억2000만원)보다 9억6400만원이 적은 공시가격(21억5600만원)으로 축소 신고하기도 했다. 검찰은 “총선 당시 불법대출 의혹 보도로 양 의원에 대한 공천 철회 주장이 제기되는 등, 당선에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선거일을 10여일 앞두고 허위 해명글을 게시하고, 아파트 재산 가액을 축소 신고한 것은 선거법상 중대범죄인 당선목적의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양 의원의 딸에 대해선 당시 대학생으로 부모 요청으로 소극적으로 가담한 점 등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검찰은 지난 3월 당내 경선 여론조사에서 지역구민들을 상대로 권리당원 여부를 거짓으로 응답하도록 유도한 혐의를 받는 양 의원의 선거사무장 D씨도 공식선거법위반 혐의로 이날 함께 기소했다.
조선일보 수원=김수언 기자
09-26 여권 블랙홀 된 金여사 문제, 방치할수록 상황 악화한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논란이 여권 전체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명품 가방 수수 문제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도 뜨거운 감자가 됐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갈등의 저변에 김 여사 문제가 있다. 윤 대통령이 김여사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 재의결과 재발의 등을 놓고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 반란표를 노리는 야당, 한 대표 복안, 여론 악화 등이 뒤엉키면서 엄청난 정치적 폭풍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검찰은 명품 가방 사건을 불기소로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최재영 목사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기소 의견이 큰 부담이다.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24일 만찬이 공허한 단합 행사로 끝난 가운데, 한 대표는 거듭 독대(獨對)를 요청하고 있다. 한 대표는 특검법이 국회에서 재표결되기 전에 수습책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제에 의료 사태와 더불어 김 여사 문제를 포함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도 있다. 대통령실은 겉으론 형식과 절차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명하지만, 실제론 김 여사 문제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되레 당이 야당의 거짓 공세를 막아주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출한다. 그러나 검찰이 김 여사 관련 사안에 대한 결정을 미적거리는 바람에 문제가 갈수록 꼬였다. 급기야 김 여사와 최 목사에 대한 수사심의위 결정이 정반대로 나오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있어서도 법원이 다른 전주(錢主)의 ‘조작 방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검찰 부담이 더 커졌다.
이런 와중에, 김 여사가 최근 공개 활동에 나서면서 경찰관에게 지시하는 듯한 장면이 노출되는 등 여론이 더욱 나빠졌다. 추석 전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20%(한국갤럽)에 겨우 턱걸이했는데, 이번 주 정기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측면의 풍설들이 사실 여부를 떠나 예사롭지 않다. 이대로 방치하면 수그러들긴커녕 머지않아 수습이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할 수도 있다.
문화일보 사설
09-26 시간은 대통령 편 아니다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습니다.” 2008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친박(친박근혜)계에 대한 친이(친이명박)계의 공천 학살에 대해 남긴 말이다. 검은 올림머리를 한 그의 파리한 얼굴은 10여 년간 이어진 계파 갈등의 결정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다. 8년이 흘러 2016년 총선에선 친박계가 칼날을 휘둘렀다. ‘진박 감별사’들은 세간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공천을 주물렀다가 총선에서 참패했다. 민심은 이런 오만을 가장 싫어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이를 오가는 언사를 듣고 있자면 당시 박 대통령의 창백한 얼굴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친이·친박으로 갈려 죽기 살기로 싸우던 계파 갈등이 다시 시작되려는 것인가. 오랜 동지였던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이제 사사건건 부딪쳐 생판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듯하다.
물론 윤·한 갈등이 친이·친박 관계와 같을 수 없다. 윤 대통령에게는 박 전 대통령이 가졌던 정치적 지분이 없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패배하고도 당내 확실한 미래 권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임기 4년 차(2016년) 초반까지 국정 지지율이 40%대를 넘나들었다. 이런 ‘콘크리트 지지율’에 기댄 친박계는 대통령 임기 중반을 넘어서도 당을 쥐락펴락할 수 있었다.
친윤(친윤석열)계는 어떠한가. 이제 겨우 대통령 임기 절반을 지났지만, 그 세력은 어느 때의 친박·친이계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때 윤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일했던 캠프 출신이나 대통령실 참모 출신을 제외하면 친윤계를 자처하는 의원을 찾아보기 어렵다.
2027년 대선이 가까워올수록 권력의 무게 추는 미래로 기울 것이다. 일부 여당 의원은 벌써 지지율 20%대 현직 대통령 대신 정권 재창출을 위한 미래 권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예상보다 더 빨라질 것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등장했던 2017년이 그랬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떠올랐던 2022년 대선도 다르지 않았다. 그때도 친윤, 친한 구분이 남아 있을까. 계파 갈등은 대통령실에 사치스러운 얘기일 수 있다.
대통령과 그 참모는 이런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한 대표와 독대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신경전이나 하고 있을 때는 아니란 얘기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실 동향을 보면 과연 냉정한 판단을 하는 참모가 남아 있는지 의문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야당의 항의를 받을까 봐’라는 이유로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대통령이란 오명을 만들었다. 그 일을 주도한 참모는 다름 아닌 5선 의원 출신 정진석 비서실장이다. 그는 당내에서 차기 국회의장 1순위로 꼽혀 왔다. 다른 참모는 김건희 여사 활동 지원을 위한 제2부속실 설치 지연에 대해 “충분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이 과연 민심에 제대로 반응하고 있는지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참모들은 더 예민하게 여론의 흐름을 감지하고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대통령은 듣기에 달콤한 말만 취해선 안 된다. 쓰라린 말도 민심에 가깝다면 받아들여 달라. 시간은 결코 대통령의 편이 아니다.

문화일보
09-26 文 친북도 부족, 인버스 투자, K-원전 저주…집권 포기했나
더불어민주당의 친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25일 주최한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대북 제재를 철저히 지키는 바람에 남북관계가 파탄났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왔다. 신준영 혁신회의 대북정책혁신위원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과 관련한 주제 발표에서 “남북 교류 협력의 성과가 완전히 무(無)로 돌아갔다”면서 “문 정부의 눈물겨운 대북 제재 준수 노력이 족쇄가 됐다”고 했다. “한미 군사훈련이 중단 없이 추진됐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본말전도의 궤변이다.
문 정부는 9·19 군사합의를 체결했지만, 북한이 수없이 위반하는 동안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국군의 군사 활동이 정상적으로 복원된 것은 현 정부가 지난 6월 군사합의 효력을 정지시키면서다. 대북 제재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결의에 따른 것이다. 문 정부가 “오직 평화”를 외치는 사이 북한은 43회에 걸쳐 미사일 도발을 했고, 6차 핵실험도 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풀렸을 제재다. 안보 자해에 가까운 문 정부 대북정책도 부족하다고 한다면, 어떤 정책을 추진하자는 말인가.
지난 24일 금융투자소득세 토론회에선 법 시행을 주장한 김영환 의원이 “주식시장이 우하향 된다고 예상하면 인버스에 투자하면 된다”고 했다. 인버스는 지수가 떨어질수록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투자자 사이에 “대한민국이 망하길 바라느냐”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금투세는 이재명세(稅)라는 주장까지 확산하자 시행 유예로 가닥을 잡아간다고 한다. 지난 19일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조국혁신당 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24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출과 관련해 “덤핑 계약으로 수조 원대 손실이 발생해 국민 혈세를 쏟아부어야 할지도 모른다”며 최종 계약의 재검토를 주장했다. 한국이 프랑스를 제칠 수 있었던 요인은 확실한 가격 및 시공 경쟁력임을 고려하면 한국 원전을 저주하는 행태나 다름없다. 대한민국 정당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러고도 집권을 꿈꾼다면 몽상이다.
문화일보 사설
09.27 '100만원' '받고 더' 전남 군수 선거, 미리 보는 대선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전남 영광·곡성군수 재·보궐선거에서 ‘현금 살포’ 공약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틀 연속 전남을 찾아 지방정부 예산을 활용한 100만원가량의 ‘주민 기본소득’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조국당 조국 대표도 현지에서 영광행복지원금 120만원, 곡성행복지원금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재정자립도에서 영광군은 기초자치단체 229곳 중 163위, 곡성군은 172위에 머물고 있다. 두 군 모두 재정에서 자체 수입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군민에게 줄 현금이 하늘에서 떨어지나.
영광군의 경우 양당은 현금 살포 재원으로 영광 한빛원전이 내는 ‘지역자원시설세’를 꼽았다. 영광 인구 5만명에게 100만~120만원을 주려면 500억~600억원이 필요하다. 영광 원전 이익으로 얻는 연간 500억원의 지역 세수를 전부 현금으로 뿌려야 한다. 이 세수를 쓰던 기존 사업들은 어떻게 되나. 민주당은 탈원전에 앞장섰던 정당이다. 조국 대표도 탈원전을 강행한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지냈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우리 원전 생태계를 완전히 망가뜨릴 뻔했다. 그래 놓고 원전 덕분에 생긴 수입을 매표용 포퓰리즘 공약에 털어 넣겠다고 한다.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약속하는 동시에 선거 이틀 전에 아동수당 1조원을 미리 뿌렸다. 현금 살포가 선거 압승에 크게 기여한 것을 모두 목격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이 코로나 피해 보상으로 “(윤석열 후보가) 집권하면 100조원 정도를 투입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환영한다. 당장 하자”고 했다. 100조원은 당시 예산의 15%가 넘는 막대한 돈이다. 군 복무 기간은 선거 때마다 줄었다. 반면 기초 연금은 선거 때마다 올랐다. 무상급식·무상보육 등 각종 무상 복지는 모두 선거의 산물이다. 이제 포퓰리즘에 여야 구별도 없다.
전남 군수 선거 판세는 양당이 박빙이라고 한다. 호남 주도권이 달렸다고 하지만 인구 3만~5만명의 군수를 다시 뽑는데도 ‘100만원’ ‘받고 더’라는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3년 후 대선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 앞당겨 보여주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9-27 ‘방송4법-노란봉투법-25만원법’ 재표결서 폐기
野, 거부권 뒤 폐기에 “재발의할 것”
“여야 정쟁 쳇바퀴 이어져” 지적

▲우원식 국회의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방송4법·노란봉투법·민생회복지원금법’ 재표결을 마치고 부결을 선언하고 있다. 2024.9.26/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특별조치법) 등 6개 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이로써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거부권을 행사한 21개 법안 모두 자동 폐기 수순을 밟으면서 “거야의 법안 강행 처리와 거부권 행사, 국회 재표결 후 폐기의 ‘정쟁 쳇바퀴’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폐기된 법안들에 대해 재발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국회는 이날 무기명 투표 결과 6개 법안은 재적 의원 299명 중 찬성 183∼189표로 재의결 정족수인 찬성 200명에 미치지 못했다. 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을 포함하면 범야권 의석은 192석인데, 찬성 표결 숫자가 이보다 적게 나온 것.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에서 재의결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해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방송의 공익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방송4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불법 파업을 부추기고 산업현장 갈등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은 민생경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국민의힘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탈표가 (여권이 아닌) 야권 내에서 늘어났다”며 “국회가 민주당의 일방 폭주가 아닌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협치의 장이 돼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윤 대통령의 지시에 놀아나는 꼭두각시, 용산의 거수기 노릇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09-27 인권위원 ‘여야 배분’ 파기한 野, 헌재 불능화 포석인가
거야(巨野) 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악순환을 거듭하던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정당 추천 국가인권위원 중 여당 추천 인사를 야당이 표결에서 뒤집는 일까지 벌어졌다. 압도적 의석을 가진 야당의 탄생으로 예상됐던 정치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런 식이면 신뢰가 대전제인 협상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대 야당이 이런 식으로 표결 횡포를 부리면, 국회 추천 몫은 모두 과반 정당이 독점하는 일도 벌어지게 된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와 헌법재판소 등의 국가기관은 정치 중립과 다양성 차원에서 여야에 추천권을 나눠주고 있다. 여야 교섭단체가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는 여야 합의로 추천해 온 관례가 그동안 지켜졌다. 그런데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이 추천한 한석훈 국가인권위 위원 선출안이 야당 의원들의 집단 반대로 부결된 반면, 야당이 추천한 이숙진 인권위원 선출안은 당초 합의대로 여당 의원들이 찬성해 통과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검사 출신인 한 후보자가 인권위 비상임위원 시절 야당이 발의한 법안 등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한다. 이번 야당 행태는 ‘여야 배분’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당 추천 위원이 확정될 때까지 야당 추천 위원 임명을 보류할 필요가 있다.
더 우려되는 문제는, 야당이 여당 추천 인권위원 후보를 부결한 것은 오는 10월 17일 임기가 끝나는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명의 후임 선출과 관련된 전초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헌재는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는데 대통령 임명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국회 선출 3명으로 구성된다. 국회의 경우, 그동안 여야가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결정해 왔다. 이젠 야당이 2명을 추천하겠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3명을 선출하지 못하면 헌재는 재판관이 6명뿐이어서 심판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불능화’된다. 헌재 10월 마비 음모설의 현실화다. 민주당이 탄핵 소추한 검사나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업무 정지는 무한정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우이길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9-27 세수 결손보다 더 심각한 ‘쪽지 예산’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정부가 26일 2024년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국세 수입이 337조7000억 원이 될 것으로 추계해 지난해에 추계한 세입예산인 367조3000억 원보다 29조6000억 원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에도 56조4000억 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는데,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의 세출예산은 세입예산을 기초로 만들어지므로 세수 추계의 오차가 크면 재정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세수 추계의 정확성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져 온 세수 추계 오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정부의 추계 모형과 과세 정보를 국회예산정책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에 공개하고, 주요 사항을 원점부터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2026년부터는 세수 추계 오차가 크게 줄어들기를 기대한다.
세수 추계 정교화 문제와 별개로 내년도 세입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8월 말 발표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2025년 국세 수입예산은 올해 예산 대비 15조1000억 원 늘어난 382조4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올해 약 30조 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이유로 정부는 지난해 기업 실적 부진에 따른 법인세 및 부동산 거래 침체에 따른 양도소득세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경기가 예상보다 안 좋아서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는 의미이다. 올해 경기도 그리 녹록지 않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내년도 경기 전망도 밝은 편이 아니어서 내년에 목표한 만큼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가 드는 게 사실이다. 현재 내년도 나라 살림에 70조 원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적자 폭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런데 정치권의 극한 대립이 이러한 나라 살림을 더 힘들게 할까 봐 걱정이다. 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상속세 개편 및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법안이 예산부수법안에 포함돼 연말에 국회에서 예산안과 함께 처리될 예정이다. 국회의 정부 예산안 심의권에는 정부가 제출한 총예산 범위에서 예산 증액과 감액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예산을 증액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예산안이 발표될 때부터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강도 높은 심사를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예산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이 원하는 사업을 예산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정부 예산을 먼저 감액해야 하므로 정부의 금투세 폐지안을 협상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여당도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통과시키려면 야당과의 협상에 적극 임해야 한다.
국회가 정부의 예산안을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며 협상에 임하면 국민은 너무 좋겠지만, 실제로 협상의 여지가 많아지면 쪽지예산이 난립할 확률이 높아진다. 쪽지예산은 국회의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관련 예산이나 선심성 예산을 회의 도중 쪽지로 부탁하는 데서 파생된 용어로, 엄밀한 심사를 거치지 않고 즉흥적으로 예산에 포함돼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악습이다. 내년도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만큼은 국회가 이러한 악습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09.28 "尹心 따따부따, 韓心 어벤저스"…윤한갈등에 이 채널 뜬 까닭

▲윤석열 대통령이 7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신임지도부 만찬에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뉴스1
최근 정치권에선 “윤심(尹心)을 알려면 유튜브 ‘따따부따’, 한심(韓心)을 알려면 ‘어벤저스 전략회의’를 보라”는 말이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대통령실과의 갈등 속에서 친윤·친한계 인사가 이 두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반대의 정견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먼저 친윤계는 배승희 변호사가 진행하는 보수 성향 유튜브 ‘따따부따’로 모여들고 있다. ‘친윤’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23일부터 고정 출연을 확정 지었다. 매주 월요일 오전 최고위 회의 직후 이 유튜브에 출연한다.
8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윤계 만찬’ 멤버로 알려진 윤상현 의원도 최근 고정출연을 시작했다. 첫 출연날인 24일 배 변호사가 “친윤이시죠?”라고 운을 띄우자, 윤 의원은 소리 내 웃은 뒤 “친국민”이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친윤계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 등이 고정 패널이다.
2017년 개설된 배 변호사 채널은 현재 구독자가 130만명에 달한다.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로 출발했지만, 윤·한 갈등 국면에서 친윤계 목소리가 이 채널을 통해 주로 표출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종의 보수 진영의 ‘김어준 유튜브’”라면서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에 있다 보니 더욱 이를 받쳐주는 공간이 되고 있다. 직무정지 상태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도 24일 이곳에 출연했을 정도”라고 했다.

▲18일 유튜브 채널 '따따부따' 캡처. 왼쪽부터 이준우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 배승희 변호사,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
반면 친한계의 유튜브 거점은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본부장이 이끄는 ‘어벤저스 전략회의’다. 2021년 4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개설된 이 채널의 구독자는 약 66만명이다. 22일 정광재 대변인, 24일 김종혁 최고위원 등 최근엔 친한계 인사들이 주로 게스트로 출연했고, ‘한동훈 비대위’ 출신 구자룡 변호사도 고정 패널이다.
이 채널은 한동훈 지도부의 장외 ‘대야 공세’ 기지로도 활용되고 있다. 20일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징역 2년을 구형하자, 신 본부장은 하루 뒤 특집 방송을 통해 ‘검찰은 왜 법정 최고형을 구형했나’를 파고들었다. 신 본부장과 가까운 인사는 “최근에는 어벤저스에 ‘위드후니’ 등 친한 성향 팬덤 구독자들이 새로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며 “보수 유튜브 구독자층도 스펙트럼이 다원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 연합뉴스
야권에 대해선 거의 한목소리로 비판하는 두 채널은 윤·한 갈등만 나오면 입장이 엇갈린다. 한 대표의 24일 용산 만찬 전 독대 요구와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경위에 대해서도 ‘따따부따’ 측은 “대통령 입장만 곤란하게 만들었다”(김재원 최고위원)라거나 “한 대표는 여의도 문법을 알아야 한다”(윤상현 의원)며 한 대표의 책임을 주장했다. 반대로 ‘어벤저스 전략회의’에선 “집권여당 대표가 독대를 요청한 게 뉴스가 되는 것 자체가 의아”(신지호 본부장), “대통령이 여당 대표 만나는 것은 시혜가 아니라 의무”(김종혁 최고위원) 등 평가를 내놓았다.
김건희 여사 논란 관련해서도 ‘어벤저스’에선 26일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불기소 처분한 이후에 김건희 특검법 표결이 재차 이뤄진다면 그땐 어떻게 될지 상황을 장담 못 한다. 만약 여당에서 이탈해 처리되면 집단 멘붕”(신지호 본부장)이란 평가가 나왔다. ‘따따부따’에선 관련 논란을 따로 다루지 않고, 대개 김정숙 여사나 이재명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 논란을 겨냥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래 유튜브는 ‘확증편향’이 강화되는 공간”이라며 “제도권 방송은 기계적 균형을 맞추지만, 유튜브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 출연자들이 한층 더 지지층에 편승해 원사이드하게 발언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09.28 오너라, 사필귀정의 순간이여
[서민의 정치 구충제]
이재명의 '기획 거짓말' 이번엔 어떻게 빠져 나갈까

▲일러스트=유현호
어린 시절, 학교에서 제일 많이 하는 가르침은 ‘거짓말하지 말라’는 것. 당시 나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졌다. “아니, 인간이 어떻게 거짓말을 할 수 있지? 난 절대 거짓말 같은 거 안 할 거야.” 하지만 이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 원래 인간은 자기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기 마련이다. 들키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기꺼이 거짓말을 선택하는 이가 숱하게 많았다.
나 역시 매 순간 정직하진 못했고, 시시때때로 거짓말을 했지만, 그러면서 깨달은 교훈이 있다. 거짓말이 당장 이익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들키고 나면 사회적 평판을 떨어뜨리고 법적 처벌도 받을 수 있으니 길게 보면 손해라는 것이다. 거짓말이 특히 비난 대상이 되는 직군은 정치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치의 본질이 권력을 잡으려는 싸움인데, 거짓말쟁이가 권력을 잡는 것만큼 위험한 상황은 또 없기 때문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유명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처럼, 많은 정치인이 거짓말로 나락에 갔다.
물론 정치인의 거짓말 중에도 이해할 만한 것들이 있다. 일명 ‘말할 때는 진심’인 경우로, 진짜라고 생각해 말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 거짓말이 된 경우를 일컫는다. 예컨대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보자. 그는 1992년 대선에서 큰 표 차로 낙선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한다. 68세라는 고령도 걸림돌이었지만, 그에게 패배를 안겨준 이는 오랜 기간 민주화 운동을 같이했던 김영삼 대통령. 이 선거로 DJ가 평생 싸워왔던 군부 독재가 종식됐으니, DJ의 은퇴는 당연한 절차로 보였다.

▲민주당 김대중 후보가 1992년 12월 19일 마포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계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결심을 밝히고 있다. /조선일보DB
하지만 그는 1995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승리를 안겨주며 정계에 복귀한다. “민족이 중대한 위기에 처해 있는데 여야가 제 몫을 하지 못한다”는 게 복귀의 변. 이는 3년 전 자신의 말을 뒤집는 것이었고, 그 때문에 비난을 많이 받긴 했지만, 정계 은퇴를 말할 당시의 DJ로선 자신이 진짜로 정치판을 떠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말할 때는 진심’의 예가 될 만하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겠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다,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지도록 만들겠다 등등, 2017년 5월 10일 그가 취임사에서 한 말은 대부분 공수표가 됐다. 하지만 문재인은 남이 써줬을 그 취임사를 읽으면서 스스로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친구의 죽음 덕에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다졌고,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한 번도 책임 있는 자리에 가본 적이 없었던, 그래서 자신의 무능을 깨달을 기회가 없었던 문재인으로선 열심히만 한다면 취임사에 나오는 말 정도는 충분히 지킬 수 있다고 믿었을 테니 말이다. 안타까운 건 그 이후, 최저임금과 부동산을 비롯해 하는 일마다 망치기 일쑤였던 문재인은 점점 거짓말에 익숙해졌고, 결국에는 ‘나는 잘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속이는 단계에 이르렀고, 결국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고 만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YTN
이들과는 대조적인 거짓말이 ‘기획 거짓말’이다. 범죄를 모의하면서 혹시 걸리면 다른 이에게 뒤집어씌울 목적으로 여러 가지 장치를 만들어놓는 것을 말하는데, 범죄 조직에서나 있을 법한 ‘기획 거짓말’을 본격적으로 정치판에 도입한 이는 바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보통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거짓말에 능숙해지기 마련이지만, 이재명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2002년 정치에 발을 들인 38세 청년 이재명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다름 아닌 검사 사칭이었다. 그 결과로 얻은, 김병량 시장과 통화한 녹음은 불법 저작물로 방송이 불가능했지만, 이재명은 익명 제보자에게서 얻은 것인 양 사진을 조작했고, 이를 발판으로 방송을 내보낸 것은 물론, 기자회견을 열어 녹음본을 공개했다. 그 때문에 전과 1범이 됐음에도 이재명은 ‘기획 거짓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지금 재판받고 있는 대장동과 성남FC, 백현동 특혜, 법인 카드 유용, 대북 송금 등은 그 결과물. 주목할 점은 이전보다 방법이 치밀해졌다는 사실이다. 통화할 때는 꼭 남의 전화기를 썼고, 점조직을 만들어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수사 향방이 이재명에게 향하는 것을 차단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으니 말이다. 덕분에 이재명의 측근 중 21명이 구속되고 더 많은 이가 불구속 기소됐으며 다섯 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이재명은 여전히 권력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차기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는다면 대통령도 될 수 있기에 이재명은 단식투쟁을 포함해 갖은 수단을 동원해 가며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으며, 현 대통령을 탄핵해 대선을 앞당기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는 것 같다. 그의 졸개들도 마냥 놀고 있는 건 아니어서, 검사의 수사권을 박탈하고, 수사 검사를 탄핵했으며, 판사까지도 겁박하는 등 제대로 된 단죄를 방해하는 중이다. 얼마 전에는 대장동 변호사 출신인 이건태가 ‘법 왜곡죄’를 대표 발의했는데,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검사의 수사와 기소가 어려워질 것 같다.
범죄 은닉에 이토록 치밀한 이재명이지만, 문제는 범죄 연루 여부에 대해 직접 질문을 받을 때 드러난다. 벌여놓은 범죄가 워낙 많은 데다 순발력도 뛰어나지 못하다 보니, 이재명은 소위 ‘즉흥적 거짓말’을 할 때마다 스텝이 꼬인다.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친형 강제 입원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함으로써 정치 생명이 끝날 뻔했던 이재명은 2022년 대선에서도 ‘김문기를 모른다’고 하고, 백현동 부지의 용도 변경을 한 게 국토부 협박 때문이라고 함으로써 또다시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얼마 전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한 걸 보면, 이번에는 어떻게 빠져나갈지 궁금해진다.
문제는 다음이다. 거짓말을 해도 승승장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이재명 덕분인지, 지난 몇 년간 한국 정치는 끝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대중의 수준도 같이 추락해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 ‘청담동 술자리’ ‘계엄령 준비’ 같은 가짜 뉴스를 신봉하는 이가 거의 절반에 이를 정도다. 이재명이 있는 한 정치의 정상화가 어렵다는 얘기. 정말 다행스러운 건 이재명의 다음 말이다. “세상일이라고 하는 게 억지로 조작하고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다 사필귀정할 것.” 그의 바람처럼, 사필귀정의 순간이 오길 빈다.
조선일보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09.30 대통령 지지율은 왜 중요한가
지지율 앞자리가 2나 1이라고 법적 권한이 줄어들진 않아
하지만 권위가 훼손된다… 그러면 令이 서지 않아
게다가 야당은 역풍 걱정도 사라져
계엄령·독도 일본 준다 황당 음모론 민주당은 별 역공도 받지 않아
이 모든 것이 지지율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지지율에 민감하다. “늘 바뀌는 것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같은 소리는 대부분 그냥 하는 소리다. “지지율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인기가 없더라도 꼭 필요한 일을 하며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 같은 말도 비슷하다. 지지율이 괜찮을 때는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지지율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상황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제 무덤 파는 행위나 다름없다.
지지율보다 가치, 역사의 평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통령 지지율이 뭐가 중요한가? 현직 대통령이 또 선거에 나갈 것도 아니고 대통령의 권한과 의무는 헌법과 법률에 나와 있으니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말고 딱딱 할 일을 하고 나중에 역사의 평가를 받으며 된다”는 식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개발연대의 성취를 그리워하는 노년층에서 주로 나오는 소리다. 윤 대통령도 ‘지지율이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역사의 평가’ ‘흔들리지 말고 뚜벅뚜벅’ 같은 말을 종종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지율은 중요하다.
물론 성숙한 민주국가에서 다양한 성향을 지닌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세계적으로 봐도 지도자들이 아주 잘나갈 때 50%대를 찍고 40%대면 나쁘지 않은 편이다. 미국의 경우 조지 W 부시,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의 임기 중 평균 지지율은 모두 40%대다.
실은 이보다 더 내려가는 것도 쉽지 않다. 대통령이든 내각제의 총리든 한 진영, 큰 정당의 지도자라서 일종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업고 있는 데다가 뭔가를 잘못해 국민에게 회초리를 맞으면 정책 방향을 바꾸거나 낮은 자세를 취해서 교정하기 때문에 지지율의 하방이 지켜진다. 그래서 통상 30%대는 그리 좋지는 않은 숫자고 앞자리가 2나 1로 찍히는 것은 비정상적 상황이다. 고정 지지층도 돌아섰고, 지지율 하락 원인에 대한 대책도 시행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니까.
지지율 앞자리 숫자가 2나 1이라고 해서 법적 권한이 줄어들진 않는다. 하지만 권위가 훼손된다. 권위가 훼손되면 영(令)이 서지 않는다. 대통령의 가장 큰 권력 중 하나인 의제 설정 능력, 즉 말의 힘이 사라진다. 말의 힘이 사라지면 메신저 거부 현상이 나타난다. 옳은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지지하지 않는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꼽으며 버티거나 조롱하고 저항한다. 권위와 영을 세우기 위한 조치를 취하면 반감을 자극해 지지율이 더 떨어지고, 홍보를 강화해도 메신저 거부 현상으로 역효과가 나타난다. 당근을 써도, 채찍을 써도 더 나빠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단단해진다. 역사의 평가를 기다릴 무슨 일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상당히 낮은 지지율이 지속될 때 나타나는 다른 효과도 있다. 따지고 보면 현 정부가 지금까지 이만큼이나 버틸 수 있었던 데는 반사이익의 몫이 컸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나 김의겸 전 의원의 청담동 술자리 허위 주장, 김건희 여사에 대한 날조된 추문과 악의적 공격들이 도를 넘을 때 보수 지지층은 마음을 다잡았고 중도층도 “그래도 지난 대선 결과가 그렇게 나와서 다행”이라고 되새겼다. 하지만 그 야당 복도 사라지고 있다. 반면 야당 입장에선 대통령 인기가 낮으니 뭘 해도 역풍 걱정할 일이 없다. 삼진 걱정 없이 홈런스윙 하는 식이다. 예컨대 “충암파 장군들이 계엄령을 준비한다” “윤석열 정권이 독도를 일본에 넘기려 한다”는 식의 밑도 끝도 없는 괴담은 빈축을 샀고 대통령과 여당에 타격을 입히지도 못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별 역공을 받지 않았고 여권의 반사이익도 없었다.
계엄령 저작권자 김민석 의원의 형인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국회의원회관에서 ‘탄핵의 밤’ 행사를 주도하며 “탄핵 정국이 만들어진 것은 중요한 성과”라며 “오늘 국회에서 우리는 탄핵을 외칠 수 있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탄핵론에 대한 일반 대중의 반응은 극히 미약하다. 현 정권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도 남미식으로 탄핵이 일상화되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 앞 대로변에도 동네 지하철역 앞에도 걸려 있는 탄핵 어쩌고 하는 현수막은 익숙한 풍경이 됐고 동네 호프집에 앉아 있어도 탄핵이라는 단어가 귀에 걸린다.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뉴스는 ‘오늘도 여전히 열대야’를 읊어대는 일기예보처럼 짜증 나지만 익숙한 소식이다.
이 모든 것이 지지율 때문이다.
조선일보 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
09-30 [속보]尹 25.8%·국힘 29.9%…정부 출범 후 지지율 동반 최저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정부 출범 이후 동반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30일 나왔다. 윤 대통령 국정 수행 부정 평가는 전주대비 4.6%포인트 오른 70.8%로, 취임 후 처음으로 70%대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3∼27일 전국 성인 2507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25.8%이었다. 취임 이후 최저치다.
긍정 평가는 일주일 전 조사보다 4.5%포인트 하락했다. 기존 최저치였던 9월 2주차 조사(27.0%)보다도 1.2%포인트 더 낮다.
권역별로는 서울(13.9%포인트↓), 부산·울산·경남(8.5%포인트↓), 대전·세종·충청(4.7%포인트↓), 인천·경기(1.3%포인트↓) 등에서 하락했고, 대구·경북(3.3%포인트↑)에서 상승했다.
연령대별로는 60대(12.0%포인트↓), 40대(8.0%포인트↓), 20대(6.8%포인트↓), 70대 이상(1.9%포인트↓), 50대(1.2%포인트↓)에서 하락, 30대(3.9%포인트↑)에서 상승했다.
이념 성향의 경우 보수층(5.8%포인트↓)과 중도층(5.3%포인트↓)에서 모두 하락했다.
지난 26∼27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는 국민의힘이 29.9%, 더불어민주당이 43.2%를 각각 기록했다.
일주일 전 조사와 비교해 국민의힘은 5.3%포인트 하락했고, 민주당은 4.0%포인트 상승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20%대를 기록한 것은 윤 정부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조국혁신당(9.2%), 개혁신당(4.3%), 진보당(1.8%), 기타 정당(2.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9.3%로 나타났다.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 조사와 정당 지지도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각각 2.7%, 2.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문화일보 김유진 기자
09.30 중앙 정치도 모자라 군수 선거까지 진흙탕 만든 두 야당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호남 주도권을 놓고 경쟁 중인 영광 군수 재선거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은 조국당 후보를 허위 발언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인구 5만명의 군수 선거에 양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퍼주기’ 경쟁과 치졸한 말싸움을 벌이더니 결국 고발전까지 갔다.
양측은 상대 후보의 부동산과 전과를 놓고도 거친 공방을 벌였다. 조국당 후보는 서울 강남 청담동에 배우자 명의로 21억원 상당 아파트를 보유하고, 영광에선 아파트를 빌려 거주 중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강남 부자가 왜 지역에 내려와 출마하느냐”고 공격했다. 민주당 후보는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과 보조금 관리법을 위반한 사기 전과가 있다. 조국당 측은 “보조금 사기로 처벌 받은 사람이 어떻게 군수를 할 수 있느냐”고 비판하고 있다. 전임 군수가 선거 때 금품을 준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재선거를 치르는데 다음 후보들도 도덕성 논란에 빠진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역 예산을 절약해 영광·곡성 주민에게 시범적으로 100만원씩 주민 기본소득을 분기별로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영광·곡성 행복지원금 100만~120만원씩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두 군 모두 자체 수입 비율이 10% 수준에 불과하고 재정자립도는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163·172위의 꼴찌권이다. 그런데 무슨 수로 매년 500억~600억원씩 지원금을 뿌린다는 건가. 야권에서도 “자기 땅 팔아서 지원할 거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양당은 서로 “호남에 고인 물” “더 상한 물”이라고 비난하고, “큰집과 집안싸움 할 거냐” “작은집이 더 효도할 것”이라며 유치한 말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무리 호남 주도권이 달렸다고 하지만 지역 일꾼 뽑는 데 대선 때와 같은 퍼주기 경쟁을 하며 도덕성 논란과 고발전만 벌여서야 무슨 지역 발전이 되겠나. 중앙 정치를 엉망으로 만든 야당들이 지역 선거까지 망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9-30 [속보] 검찰, 이재명 ‘위증교사 혐의’에 징역 3년 구형
자신의 재판에 출석한 증인에게 “위증을 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김동현)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이같이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이 대표는 2018년 12월 22일부터 24일까지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 김진성 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검사 사칭 사건’ 관련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위증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대표 요구에 따라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는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문화일보 노기섭 기자
09-30 탄핵 투쟁 강도 높이는 민주당, 내부 분란 악화하는 여권
10월 정국이 극도의 대결 국면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장외 친야 세력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탄핵·특검 공세를 위한 ‘빌드업’에 들어갔다. 오는 7일 시작되는 국정감사는 ‘김건희 국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야당은 김 여사 관련 증인 채택과 폭로전에 나설 태세다. 정부는 30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김여사특검법·채상병특검법·지역화폐활성화법에 대한 재의 요구(거부권)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이런데도 윤 대통령은 한동훈 대표의 독대 요청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는 등 내부 분란은 악화일로다.
지난 28일 친야 단체들은 서울을 비롯해 전국 11개 지역에서 윤 대통령 퇴진 집회를 열었다. 전날엔 촛불승리전환행동이라는 단체가 강득구 민주당 의원이 대관한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탄핵의 밤’ 행사를 열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8일 윤 정권 퇴진 시국대회에 이어 열린 ‘거부권 아웃’ 행사에 참석해 “김건희 왕국” 운운하며 비난 강도를 높였다. 시민단체야 그렇다 해도 거대 야당 원내대표가 ‘박근혜 탄핵 주도 세력’과 손잡고 장외집회에 나선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태와 다름없다. 국민은 물론 야권 내부 분위기도 2016년 상황과는 크게 다르지만, 그렇다고 여권이 방심해도 될 정도는 아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국정감사 증인·참고인으로 김 여사 등 100여 명을 단독으로 채택했다. 교육위·국토교통위·외교통일위 등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검찰이 조만간 명품백 수수 문제와 관련, 김 여사와 최재영 목사에 대해 불기소 조치할 경우 투쟁 강도를 더 높일 조짐이다. 야권의 이런 총공세는 11월 15일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1심 선고와 위증교사 사건 선고와 직결돼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이대로면 국정 동력은 꺼지고 만다. 이런데도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맹탕 만찬’ 이후 소통조차 단절된 상황이다. 야권의 탄핵 공세가 국기 문란이라고 할 정도로 무도한 정권 흔들기이지만, 윤·한 갈등과 김 여사 문제 방치가 불씨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 이제라도 여권이 똘똘 뭉쳐 대응하지 않으면, 현 정권은 아무 일도 못 하는 ‘식물 정권’으로 전락하고 국가 미래도 망치는 역사의 죄를 짓게 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9-30 호남에서 벌어지는 두 야당 이전투구
흔히 ‘살다 보니 별일을 다 본다’는 말을 사용한다. 그런데 10월 16일에 치러지는 영광·곡성 군수 재선거를 앞두고 야당들이 보여주는 ‘명예훼손 고발’과 ‘호남에 고인 물’‘더 상한 물’ 설전을 떠올리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이번에 호남에서 치러지는 재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혈투를 벌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두 정당의 대표 모두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차원에서, 이번 호남 지역 두 군수 재선거의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도 이해한다. 민주당이 자신의 텃밭에서 패배하면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 체제는 흔들릴 가능성이 커질 것이고, 조국 대표 역시 호남에서 ‘인정’을 받아야만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자신이 만든 정당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기려고 하는 것’과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이겨야 한다’는 것은 다른 사안이다. 민주사회에서는 ‘과정의 정통성’이 ‘결과의 정통성’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전남 영광·곡성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이 이런 과정의 정통성을 알고는 있는지 의심스럽다. 민주당은 지역 예산을 절약해 100만 원씩 주민 기본소득을 주겠다고 한다. 그러자 조국혁신당은 100만∼120만 원의 행복지원금을 일괄 지급하겠다고 나섰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가 “영광군은 원전 지역자원시설세가 지원돼 세수(稅收)가 많은 자치단체”라며 이를 활용해 농민 기본소득 정책 등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탈원전을 강력하게 주장하던 정당이 민주당이다. 그런 민주당이 ‘원전’에서 나오는 세금을 이용해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혹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영광군의 재정자립도는 11.7%, 곡성군은 9.3%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금을 기본소득이나 지원금으로 전용하면, 이 때문에 모자라는 예산은 다른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국민 대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다.
이런 퍼주기 식 공약의 문제점은 또 있다. 양당은 도대체 재선거 지역 주민들의 민도(民度)를 어떻게 보는가 하는 부분이다. 즉, 퍼주기 공약을 내세우면 군민들이 ‘혹할’ 것으로 생각하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양당이 이런 식의 생각을 한다면, 이는 해당 지역민들을 모욕하는 것일 수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퍼주기 공약이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선거의 본래적 의미를 왜곡하고 망가뜨린다는 점이다.
선거에서 돈을 뿌리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이는 민주주의의 ‘과정’을 완전히 망치는 일이다. 본래 선거는, 미래 비전과 타 후보와의 정책적 차별성을 가지고 민심의 심판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걱정되는 부분은, 이런 식으로 선거를 치르는 정당들이 지방선거와 대선에도 참여할 것이란 점이다. 군수 선거에서도 이런 식인데, 지방선거나 대선에선 더 큰 ‘액수’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고, 결국 민주주의와 국가 재정을 완전히 망칠 수 있다.
이런 정당들이 민주주의를 외치며 검찰 독재를 주장하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를 외치려면, 먼저 자신들부터 민주주의의 원칙을 충실히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
문화일보
09-30 ‘오염수’ 野 결자해지 책임
원자력발전소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하면 그 공포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지난 2011년 3·11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福島) 제1 원전이 지진·쓰나미의 여파로 폭발한 직후 현지 취재차 후쿠시마현을 찾은 바 있다. 같은 현 내에서도 사고 지점으로부터 비교적 먼 지역이었지만, 지역 공항에 피난 행렬이 줄 잇는 등 유령도시와도 같았던 광경은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국내에서도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그러나 추가적인 폭발 없이 상황이 제어되자 대중의 공포는 곧 잊혔다.
그런데 지난해 일본이 쌓아 두고만 있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처리해 방류하는 작업에 착수하자 그 여파는 재차 한국에까지 미쳤다. 오염처리수 방류 계획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두고 여야 정치권, 각 진영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극한 대치가 이뤄졌다. 급기야 ‘괴담’ 수준의 공방이 온라인 공간을 타고 스마트폰을 통해 퍼졌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또다시 대중의 공포는 잊혔고, 갈등과 공방의 뒤처리는 고스란히 정부의 몫이었다.
지난 25일까지 정부는 250차례의 오염처리수 방류 대응 상황을 브리핑해왔다. 지난해 8월 24일 일본의 첫 방류와 정부의 대응이 시작된 지 1년여가 되는 지난 19일까지를 기준으로 정부는 총 4만9633건의 방사능 검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해역, 수산물, 선박평형수 등에 대한 검사에서 방사능 안전 기준을 벗어난 사례는 단 1건도 없었다. 이후 지속되고 있는 방사능 검사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한반도를 빽빽이 둘러싼 243곳의 긴급·정기조사 정점에서 매달 혹은 두 달에 1번씩 바닷물을 퍼 올려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수산물 등 다른 분야에서의 방사능 검사도 여전히 마찬가지다.
향후 후쿠시마 현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모니터링은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지난 20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오염처리수 모니터링 체계를 확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IAEA 중심의 독립적인 모니터링 체계 아래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제3국 분석기관 시료 채취 등의 활동을 추가하는 조치다. 이는 IAEA 오염처리수 모니터링 체계의 투명성을 보다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정부는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라는 국민 안전의 마지노선도 지키고 있다. 일부 국가가 일본산 수입 규제 완화를 검토하더라도 정부는 이를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국민 안전을 위해 정부가 일정 수준의 각종 방사능 검사를 지속하는 것은 당연하다. 예를 들어 남해안 정점에서의 해양 방사능 검사는 계속돼야 한다. 혹시라도 일본의 오염처리수가 한반도 쪽으로 유입된다면 해류 흐름상 남해안이 그 관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긴급조사 등 현재 고강도로 유지되고 있는 각종 방사능 검사를 언제까지 지속해야 할지 정부 당국은 섣불리 먼저 언급할 수 없다. 또다시 정치적 문제로 비화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간의 논란과 정부의 대응 수준 조정에 대해 이제 정치권이 답을 낼 차례다. 특히, 사회적 갈등의 시동을 걸고 기름을 뿌렸던 야권은 이제 와서 모른 척하기 없기다.
문화일보
09.30 한덕수 "철벽 총리? 모욕과 능멸의 정치 두고 볼 수 없었다"
[김윤덕이 만난 사람]
巨野에 작심 발언 한덕수 국무총리
의료 붕괴, 경제 폭망은 거짓
입법 독주, 괴담 선동 멈춰야
대법원까지 인정한 醫大 증원
정부 개혁 의지 믿고 협상해야
'한동훈과 격론'은 잘못된 보도
개혁의 어려움 절감하고 있어
尹·韓 충분히 소통할 수 있어

▲핵노잼'을 예상한 한덕수 총리는 달변에 유머가 넘쳤다. 국가 정책을 국민에게 더 균형있게 알리기 위해 재임 기간 40회가 넘는 기자간담회를 했다. '최장수'라는 이낙연 전 총리는 여덟 번이었다. 한 총리는 "기자들 질문에서 미처 생각지 못 한 새로운 것들을 배운다"고 했다. 2024년 9월 24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는 한덕수 총리. /김지호 기자
“요즘은 한동훈도 이재명도 아니고 한덕수 인기가 최고”라고 하자, 75세 노(老)총리가 “어이쿠!” 하며 손사래를 쳤다. 한덕수 총리는 최근 대정부 질문에서 “미몽에서 깨어나시라” “정치의 힘은 모욕과 능멸에 있지 않다”고 호통쳐 여론의 주목을 끌었다. 뉴라이트 공세엔 레이건을 인용했다. “레프트(좌)와 라이트(우)는 없다. 오로지 국가를 잘되게 하느냐, 못되게 하느냐의 업(위) 또는 다운(아래)만 있다.”
응급 대란 없이 추석 연휴를 넘긴 한 총리를 서울 삼청동 공관에서 만났다. 두 번의 총리를 포함해 40년 공직 생활에서 언제가 전성기였느냐고 묻자 “평생동안 일을 제일 많이 하는 때는 지금”이라고 해서 웃음이 터졌다. ‘윤·한 갈등’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두 분은 충분히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분들”이라고 했다.
◇ 의료 개혁 안 하면 직무 유기
-차례는 지내셨나.
“공식적이고 완벽하게는 못 지냈다(웃음). 큰댁에 가야 하는데 올해는 비상 상황이라 전화만 드리고 (여기서) 기도했다.”
-큰 사고 없이 연휴가 지나갔다.
“우리 국민께서 대단하다고 느낀 시간이었다. 응급실 전문의와 간호사들, 마취하고 영상 찍어주는 분들까지 거의 매일 밤을 새우셨다. 국민들도 중증 환자, 난치병 환자들께 응급실을 양보해 주셔서 30% 이상 환자가 줄었다. 개업의 선생님들도 동참해 주셔서 병원 9000곳이 문을 열었다. 예년엔 3000곳이었다.”
-국민이 참고 견디는 데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의료 개혁은 멀고도 험한 길이다. 헌법 36조 3항을 보면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정부 보호를 받는다고 돼 있다. 10년, 15년 전부터 응급실 뺑뺑이 기사가 나왔고, 수술할 의사가 없어 환자가 끝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대로는 우리 의료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가 의료 개혁, 의료 정상화를 하지 않으면 직무 유기다.”
-증원만 빼면 정부와 의료계가 생각하는 대안이 거의 같다. 그런데도 협상장에 나오지 않는 건 정부가 의사 수만 늘린 뒤 다른 약속은 지키지 않을 거라는 불신 때문 아닐까?
“과거 사례에 비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제대로 해보겠다고 의지를 밝히고 예산을 투입할 때는 기회를 주셔야 한다. 정부는 의대 증원 하나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생각이 없다. 수가 조정, 공정한 보상만 갖고 해결할 생각도 없다. 의료 사고 안전망까지 포함해 그동안 의료계가 제안해 온 것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개혁안을 지난 8월 발표했고, 시범 사업에 들어간다. 10월부터는 성과가 나올 것이다.”
-대정부 질문 때 의료 대란의 첫째 책임이 전공의들에게 있다고 해서 논란이 됐다.
“백혜련 의원은 ‘전공의가 가장 큰 책임이란 거냐’고 연거푸 물었지만 나는 ‘첫번째 책임’이라고 답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왜냐.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공익적 차원에서 의대 증원을 결정하고 집행했다. 1심, 2심, 대법원까지 다 인정했는데도 대다수 전공의들은 복귀하지 않았다.”
-의료진 블랙리스트 작성자를 끝까지 추적해 엄벌하겠다고 했지만, 의료계는 그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결정을 조리돌림하며 모욕 주고 비난하는 것은 묵인할 수 없는 범죄다. 정부가 양보할 수 없다.”
-’의료 개혁을 하지 않은 과거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하셨다.
“노무현 정부 때 제가 경제부총리를 하면서 의료 시스템을 고치려고 했는데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졌다. 당시 우리 의료비 지출은 GDP의 5.6%이고, 미국은 16%였다. 다들 5.6%를 가지고도 세계 최고 의료 수준을 유지한다며 환호했지만, 나는 그 고통을 의사들이 부담하고 있으니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개혁되지 않았다. 의대 정원만 해도 김대중 정부 때 의약 분업을 하면서 350명을 축소했다. 그때 줄이지 않았다면 2025년에 6000명의 새로운 의사가 배출되고, 2035년까지 1만명이 나올 수 있었다. 정부가 헌법이 부여한 의무를 제때 이행하지 않으면 훗날 어마어마한 비용을 치른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남인순 의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 총리는 막말로 몰아부치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공부 좀 하고 오시라" "미몽에서 깨어나시라"며 호통을 쳐 화제가 됐다. /연합뉴스
◇ 한동훈, 자기 정치 할 사람 아냐
-연휴 직전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한동훈 대표와 증원 유예를 두고 격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제가 한동훈 대표와 굉장히 친하다. 2년을 같이 국무위원으로 활동했고, 그분이 일하는 방식, 내공, 전달력, 그리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본다. 누가 어떻게 해서 그런 보도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좋은 분위기에서 마음속 얘기를 나눴다. 당정협의회에서 못 할 말이 뭐가 있나. 큰 소리가 났다? 아규(언쟁)를 했다? 둘 다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한 대표가 자기 정치를 위해 의료 대란을 이용한다는 시선에 대해서는.
“인품이나 내공으로 볼 때 그럴 사람이 아니다. 만약 그런 거라면 저라도 얘기할 거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가?
“대인이시다. 제일 개혁적인 대통령이고.”
-인기에 연연하지 않아서?
“국가냐, 인기냐 했을 때 (대통령은) 당연히 국가이고 국민일 것이다. 지금은 한미 FTA가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받지만 FTA를 추진할 당시엔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그때 노 대통령이 각료들 앞에서 ‘내가 진짜 외롭다’ 하시더라.”
-윤 대통령도 외롭다고 하던가.
“외로워도 그런 말씀을 하실 분은 아니다(웃음).”
-윤 대통령은 국민보다 부인이 먼저라는 비판을 듣는데.
“정부의 일은 법과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 대통령께서 기자회견 하실 때 사과도 하셨다. 그 정도면 국민께서 이해해 주셔야 하는 것 아닌지.”
-쌍특검법 등 매번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도 힘들 것 같다.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의무다. 입법 독주, 헌법과 법률 위반, 다수를 이용해 소수 의견을 무시하는 폭거를 그대로 둘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법안들이 있다면 저는 계속해서 대통령께 재의 요구를 하시라고 건의할 생각이다.””
-벌써 스무 번이 넘었다는데.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거부권을 635번 행사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81번, 트루먼 대통령은 250번, 레이건 대통령은 78번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지율은 여전히 낮다.
“외교 복원, 재정 건전화, 법치 회복, 포퓰리즘 정책의 정상화 등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그 필요성과 당위성을 국민께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하고 있다.”
◇ ‘일본 총리’라는 말엔 웃음만
-한덕수 총리가 달라졌다고 한다. 대정부 질문 때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국정을 국민께 제대로 알리기가 참 쉽지 않다. 제가 주미 대사를 할 때 오바마 대통령이 1년 4~5개월 동안 의료 개혁을 위해 전국을 다니며 설득하는 모습을 봤다. 그럼에도 의료 개혁의 내용을 아는 국민은 16%에 불과했다. 그래서 저는 국정 질의를 국민이 국가 정책을 균형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 여기고 한 말씀이라도 더 드리려고 노력한다. 소위 지성이 지배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답변했다.”
-우리 사회가 반지성적인가?
“오죽했으면 ‘선택적 진실’이란 말이 나왔겠나. ‘계엄령’ 같은 괴담과 가짜 뉴스의 폐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사도 광산’ 건으로 ‘일본 총리’란 말도 들으셨다.
“제가 국회 3분의 2 찬성을 받아 임명된 총리다(웃음).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논란 때부터 저를 일본 총리라고 비난했던 민주당은 100만 수산인을 뒤흔든 괴담과 선동에 대해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사도 광산 건도, 정부는 강제 동원된 분들이 얼마나 가혹하게 일했는지 제대로 전시하라 요구했고, 일본은 (강제 노동 사실과 함께) 당시 자기네들이 한국인에 대해 가졌던 생각도 함께 전시한 거다. 우리가 이건 빼고 저것만 실으라 요구할 수는 없지 않은가. 역사 전체를 보여줘야 하는데”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지표가 차고 넘친다고 해서 설전도 벌어졌다. ‘배추가 한우보다 비싸다’는데 경제가 좋아진 게 맞나?
“우리 물가는 윤석열 정부 출범 한 달 전인 2022년 4월 4.8% 오르기 시작해 6.3%까지 갔다가 지금은 2%까지 내려왔다. 문제는 소비 품목 중 안정화되지 않은 것들인데, 그게 사과였다가 대파였고, 지금은 배추가 된 것이다. 그런데 배추는 대관령 같은 고랭지에서 많이 생산되면 가격이 또 떨어진다. 축산물 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 않은가. 아직 민생에 온기가 미치지 않아 안타깝지만 우리 경제가 좋아진다는 국제적 기준이 넘치는 건 사실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일본과 한국이 인플레를 가장 빨리 극복하고 있다고 했고, 경상수지 흑자도 355억달러에서 올해 770억달러로 늘었다. 고용률도 15~64세는 69.8%, 25~29세 청년 고용률은 73%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의 국제 신용평가가 일본보다 두 등급 높아졌고,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대학원)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는 67개국 중 20위로 작년보다 8계단 상승해 역대 최고 순위에 올랐는데 ‘폭망’이라 공격하는 게 옳은가.”
-부동산 가격 상승도 우려된다.
“서울과 수도권의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그간 관망하던 실수요자들이 매수에 참여하게 된 것을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서울 그린벨트 등 신규 택지 확보, 재건축 절차의 간소화 등 주택 공급을 늘려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임종석의 ‘두 국가론’으로 시끄럽다.
“김정은이 바꾸니 우리도 바꾸자고 하면 대한민국 국민 자격이 없는 것이다. 헌법 3조에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적혀 있다.”
◇ 75세 체력의 비결은?
-4월 총선 참패 직후 사의를 표명했는데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시나?
“관세청에서 공직을 시작할 때부터 무슨 일을 그냥 적당히 해본 적이 없다.”
-새벽 5시면 업무를 시작한다던데, 일중독이신가?
“환자가 자기 병을 알 수 있나(웃음)?”
-새만금 잼버리 사태 때 화장실 변기 닦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그렇게라도 해서 참가자 수만 명이 화장실이 깨끗해졌다고 느낀다면 하루 종일이라도 할 수 있다.”
-엑스포 유치전 때 아프리카 순방을 3박 7일로 다녀오고도 공항에서 정부 청사로 바로 출근해 다들 놀랐다더라.
“마흔 살 때부터 수영을 했다. 의사들도 일생동안 할 운동이 있다면 수영이라고 하더라. 음식은 된장찌개, 삼겹살 등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술은 좋아하지 않는다.”
-쉴 땐 뭘 하시나?
“이코노미스트지와 파이낸셜타임스를 읽는다. 대처, 레이건, 오바마 연설 보는 것도 좋아하고.”
-서민들과 새벽 첫 출근 버스를 타고, 방학중 결식아동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등 민생 현장에 있던 총리 모습이 좋더라.
“지적 장애인들이 고용돼 일하는 현장도 감동적이었다. 어딜 가나 우리 국민의 저력을 느낀다.”
-총리를 두 번 하셨다. 40년 공직에 전성기, 혹은 뮤즈 시절이 있었다면?
“그런 건 생각해 본 적 없다. 다만 내 평생에 일을 제일 많이 하는 건 지금이라고 생각한다(웃음).”

▲2024년 9월 24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마치고 국무회의장으로 향하는 한덕수 총리를 마당에서 촬영했다. 180cm의 장신인 한 총리는 수영으로 체력을 다진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한덕수
1949년 전북 전주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70년 행정고시에 합격, 관세청·경제기획원·상공부 등에서 일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통상산업부 차관을, 김대중 대통령실에서 경제수석비서관을, 노무현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냈다. 윤석열 정부의 총리로 2년 5개월째 재임 중이다.
조선일보 김윤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