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直說 2024-07/ 07.01 저출생 극복 '인구부 신설', - 07-31 尹, 이진숙 방통위원장 임명…李, 바로 과천청사 출근
正論直說 2024-07/
07.01 저출생 극복 '인구부 신설', 누가 집권당 돼도 피할 수 없는 과제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인구포럼에서 여야 정당 대표와 지도부, 의원 등 참석자들이 저출산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한 단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30일 고위 당정 협의에서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로 부총리급 기획 부처인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기로 하고 7월 중 관련 입법을 신속 추진하기로 했다. 인구전략기획부는 인구 관련 중장기 국가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인구 정책을 총괄하면서 저출생 사업 예산을 배분·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금 우리 저출생 상황은 국가 비상사태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작년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떨어졌고 올해는 0.6명대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OECD 38개 회원국 중 출산율이 1명 이하인 나라는 우리뿐이다. 0~4세 인구가 처음으로 북한보다 적어졌고 70대 이상 인구도 20대를 추월했다. 초등학교 신입생은 현재 40여 만명에서 9년 뒤 22만명으로 반 토막 나고, 2044년이면 일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가 현재 3650만명에서 2717만명으로 줄어든다.
우리보다 출산율이 높은 일본과 유럽 국가들은 ‘인구 사수’를 위해 필사적으로 국가 전략을 짜는데 우리는 뚜렷한 대책 없이 허송세월해 왔다. 여야는 총선 때 육아휴직 급여 상향과 아빠 출산 휴가 사용 의무화, 자녀 출산 시 분양 전환 공공임대 주택 제공, 신혼부부와 출산 가구 대출 등을 앞다퉈 공약했다. 인구부도 신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각종 특검과 정쟁 법안을 놓고 싸움만 벌이고 있다. 선거 전에 합의했던 육아휴직 연장법과 방폐장법, 연금개혁안은 논의조차 못 하고 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나라는 침체와 쇠퇴의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회가 이 문제만큼은 초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인구부 신설과 육아휴직 확대, 출생 인센티브 강화에는 여야 간 이견이 없다. 정부·지자체·기업들이 최근 각종 지원책을 펴자 실제 결혼·출생아 증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여야는 인구부 신설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세제·주거·보육·교육 지원책도 함께 찾아야 한다. 남아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저출산 대책에 쓰기 위한 법 개정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앞장선다면 국민도 박수 칠 것이다. 인구 대책은 앞으로 수십 년 모든 집권당의 어깨를 짓누를 과제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7.01 자고 나면 1500억씩… 국민연금 적자 어떻게 감당하나
한국 경제 시한폭탄 '연금 적자'
새 국회 열었지만 시작도 못 해
의료·노동 개혁의 강력한 뚝심
윤 대통령도 액셀 밟아달라
‘하루 1500억원.’
지난 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안이 처리되지 않아 매일 쌓이는 국민 부담이다. 2055년이면 국민연금 기금은 바닥난다. 2093년까지 누적 적자는 2경1656조원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여야(與野)는 현재 9%인 보험료율(소득 대비 납부액 비율)을 13%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수령액 비율)도 44%로 타협점을 찾았다. 이 방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면 기금 소진 시점은 2055년보다 9년 뒤인 2064년으로 미뤄진다. 2093년까지 누적 적자는 3738조원 감소한다. 국회가 연금개혁안을 처리하지 않아 1년에 약 54조원, 하루 1484억원씩 적자가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연금 개혁이 지지부진하며 쌓아둔 재정을 소비하는 사이, 국내 상황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통계청의 ‘장기인구추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내년에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한다. 이와 동시에 대한민국은 65세 인구 비율이 20%를 넘겨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반면 출산율은 갈수록 낮아져 세계 최저 수준이다.
심지어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 0.6명대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대한민국의 0~4세 인구는 북한보다 적다. 이 같은 인구구조는 연금 재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또 국가 재정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해 IMF(국제통화기금) 등에서 한국 경제의 최우선 과제 연금 개혁을 꼽을 정도다. 국내외에서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시한폭탄으로 ‘국민연금’ 문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연금 개혁은 노동, 교육과 함께 윤석열 정부가 국정 과제로 내걸었던 3대 개혁 중 하나다. 그런데 21대 국회 종료 직전,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 조정안을 먼저 처리하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제안에 대해 대통령실은 “여야가 시간에 쫓겨 결정하기보다 국민 전체, 특히 청년 세대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거절했다.
공은 22대 국회로 넘어왔지만, 국회는 아직 연금특위를 만들지도 못했다. 정부·여당은 “국민연금 틀 자체를 고치는 구조개혁도 함께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 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의 구조 개혁은 1~2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야당은 “연금 개혁은 정부가 주도해야 하는 이슈다. 우리가 애걸복걸 매달릴 문제가 아니다”라는 분위기다. 이렇게 되면 또 시간만 흘려보낼 가능성이 크다.
국민 부담을 늘리자는 연금개혁은 인기가 없는 정책임에 틀림없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22년 연임에 성공하자 정년을 62세에서 64로 늦추고 연금을 100% 받기 위해 보험료를 내야 하는 기간을 기존 42년에서 43년으로 늦추는 연금개혁을 불과 1년도 못되는 기간 동안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거센 비난에 부딪쳤고, 지금도 마크롱 대통령이 인기없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도 연금개혁이 ‘표’ 떨어지는 정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권 출범 초 주변 참모들이 이 같은 우려를 전달하자,"대통령이 재선 가능한 것도 아니고,이런 거 제대로 안하려면 대통령은 도대체 왜 하는거냐” 말했다고 한다. 이런 윤 대통령의 마음이 그 사이 변한 것일까. 의료개혁, 노동개혁에서 보여줬던 강력한 추진 의지를 연금개혁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이왕 뚝심으로 개혁을 밀고 나가려 작정했다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지금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무엇을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 많다. 더 늦기 전에 야당도 동의한 연금개혁에 액셀 페달을 밟아야 한다.
조선일보 신은진 기자
07-01 형법에 그쳐선 안 될 친족상도례 대책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동거가족 간의 재산범죄는 벌하지 않고, 그 밖의 친족간의 재산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벌할 수 있다는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형법 제328조)는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낯설 수 있다.
그러나 보호대상아동·장애인·치매노인의 인권보호와 관련된 단체는 친족상도례를 폐지하거나 그 적용 범위를 좁히려고 노력해 왔다. 특히 아동·노인·장애인을 위해 증여 또는 급여된 금품을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아동복지법·노인복지법·장애인복지법 규정에 친족상도례를 적용하지 않도록 노력해 왔다. 마침내 헌법재판소는 친족상도례의 핵심 규정인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 간의 재산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을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친족상도례는 1871년 제정된 독일제국 형법에 규정됐는데, 일본이 이를 1907년 형법에 도입했다. 1953년에 제정된 우리 형법에서도 일제강점기의 법을 그대로 이어받아 이를 입법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대만도 동일한 친족상도례 규정을 두고 있다. 동북아시아 국가 중 우리가 최초로 친족상도례를 헌법불합치로 결정한 셈이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친족관계의 시대적 변화라는 큰 흐름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부부, 부모와 미성년 자녀 이외의 친족 간의 부양의무를 인정하지 않는 영미의 법제에서 친족상도례는 분명히 낯선 제도다. 그 반면에, 친족상도례를 두고 있는 우리나라와 일본·대만·독일은 성인인 직계친족 간에도 부양의무를 인정하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독일보다 우리나라나 일본 및 대만은 가족 간의 더 강한 유대를 사회제도로 수용하고 있다. 그것이 독일보다 더 전통적인 친족상도례를 유지해 온 배경이었을 것이다.
민사법의 잣대로 보면, 가령 유튜브 활동으로 미성년 자녀가 번 돈을 부모가 자기 통장에 넣어 사용하거나 자녀가 치매 부모의 재산을 자기 통장에 넣어 사용하면 횡령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벌하지 않았고, 이를 빌미로 학대 사건으로 개입하지도 않았다. 이 점이 독일과 다른 점이다.
독일의 경우 이미 1900년에 시행된 민법에서 부모가 부양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는 아동 재산은 별도로 예치하도록 하고, 중요한 아동재산의 처분은 후견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부모가 아동의 재산적 권리를 침해할 때 국가가 아동학대로 폭넓게 개입했고, 후견법원은 부모의 친권(親權)을 제한할 수도 있었다. 장애인이나 노인이 친족에 의해 학대당하면 후견인 선임을 통해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해 주는 절차도 잘 작동하고 있었다. 친족상도례를 없애거나 완화해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훼손된 친족관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예이기도 하다.
친족 간의 재산침해는 아동과 장애인 및 치매노인이 피해자가 될 때 더 심각해진다. 이때 가해자를 ‘처벌’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학대 사건으로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피해자 보호를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가족 간이라 하더라도 각자의 재산상 권리를 존중할 수 있는 사회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법 개정의 책임을 지게 된 입법부는 형법 개정에 그쳐서는 안 된다.

문화일보
07-03 시대착오적 상속세의 민낯
이용권 산업부 차장
1973년 설립된 유니더스는 콘돔시장 세계 1위를 차지했던 국내 중견업체였지만, 2015년 창업주가 별세한 뒤 사모펀드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창업주 유족이 약 50억 원의 상속세 부담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에 넘어간 뒤 사명 변경과 함께 사업 다각화가 진행됐지만, 영업 손실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 1위 종자 기업이었던 농우바이오 또한, 2013년 창업주 사망 후 1200여 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 부담으로 유족이 회사를 포기했다. 쓰리세븐, 락앤락 등 세계적 국내 기업도 상속세 부담으로 사모펀드에 넘어간 뒤 적자를 보거나 해외에 팔렸다.
대한민국 고용률은 지난 5월 기준 63.5%다. 취업자가 직장인만이 아닌 것을 감안해도 대략 국내 경제활동인구의 반수 이상은 월급 받는 봉급쟁이인 셈이다. 직장인 입장에선 회사가 잘돼야 월급도 오르고 고용도 안정되지만, 모든 회사는 매년 위기라고 한다.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기업 활동하기 어려운 나라다.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이 한국엔 17개에 불과하다. 3만 곳이 넘는 일본, 2만 곳 이상인 미국과 격차가 크다. 독일도 5000곳이 넘는다. 일본은 200년이 넘은 기업도 1300곳이나 된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의 영향이 크지만, 혹 전쟁을 겪지 않았더라도 우리나라 법제도는 장수기업이 나올 수 없는 구조다. ‘3대를 거쳐 상속되면 장수기업도 정부 소유가 된다’는 말도 돈다. 상속세가 현금으로 내기 어려울 정도로 커져 주식으로 내 정부 비중이 커진다는 뜻이다. 넥슨 그룹 창업주가 사망한 이후 유족이 상속세로 지분을 물납하면서 기획재정부가 넥슨의 2대 주주가 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재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총수가 상속세를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코미디 같은 현상도 나온다.
상속세는 기업인들만의 문제를 넘어섰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이 12억 원 수준까지 오르면서, 자녀가 있는 서울시민은 아파트 한 채만 있어도 상속세 부과 대상이다. 현행 기준대로 12억 원의 아파트를 상속받을 경우 배우자가 없으면 1억5000만 원의 세금을 토해야 한다. 국민적 관심을 반영하듯 유튜브 등엔 상속세 절감 내용이 유행처럼 떠다닐 정도다.
선진국은 상속세를 없애거나 줄인다. 상속세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15개국은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과세하는 23개국 중 15개국은 직계비속에 대해선 면세하거나 경감한다.
다행히도 정부가 세법개정안 중 ‘상속세 개편’을 시급 사안으로 꼽았고,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상속세율 인하, 유산취득세·자본이득세 등 구체적 대안도 거론된다. ‘부자감세’라며 반대하는 거대 야당이 상속세는 부자들을 위한 징벌적 과세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글로벌 무한경쟁 속에 기업가들은 회사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고민하고 경영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많은 창업인이 자녀에게 경영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하거나, 매각하는 이유를 되새겨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과연 누가 기업을 창업하고, 또 성장시키고 싶겠나.

문화일보
07-04 정치 야합이 키운 ‘총부채’ 사면초가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사면초가란 말이 있다. 사방으로 궁지에 몰려 절망적인 초나라 항우의 상황을 일컫는 말이지만, 지금 우리나라 형편도 별로 다를 바 없다. 첫째로 2700조 원에 이르는 기업부채, 둘째로 220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셋째로 1100조 원이 넘는 중앙정부 채무를 합한 국가 총부채는 6000조 원에 이른다. 넷째로 여기에다 비영리 공공기관과 비금융 공기업 부채 약 500조 원을 더하면 대한민국이 지고 있는 빚은 GDP의 300%가 확실히 넘을 정도로 천문학적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거의 모든 국가가 국가부채를 줄여나가는 데 비해 유독 우리나라는 증가속도가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다는 데 있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은 GDP에 대한 국가부채 비율을 8.9%p 낮췄고 영국도 10.2%p, 유로 존 국가들도 7.9%p 줄였다.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는 물론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그리스마저 그 비율을 낮춰 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22.1%p 늘어났다. 가계·기업 부채는 물론 정부 채무도 무서운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우리나라 국가 빚이 광속으로 늘어난 이유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지나치게 시장금리가 낮았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거의 모든 나라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 정책을 펴면서 기업이나 가계나 중앙정부가 돈을 빌리기 매우 쉬운 분위기가 조성됐다. 최근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이 요인은 많이 사라진 셈이다. 다른 하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정부의 재정 역할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정치적인 분위기가 만연했다는 점이다.
특히, 다른 나라에 비해 GDP에 대한 국가 빚의 비율이 낮은 것에 기대어 정부의 적자재정 운용을 당연시하는 풍조가 만연했다. 말로만 강조할 뿐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가장 먼저 폐기한 것이 재정준칙이다. 대표적인 예가 전 국민 1인당 25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하자는 것과 천재지변이나 전쟁이 아니더라도 양극화 개선을 위해서도 추경을 편성하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14조 원에 가까운 가덕도신공항이나 6조 원이 드는 달빛철도 건설에서 예비타당성조사를 무력화하는 야합도 다를 바 없다.
빚은 고금리가 오거나 경기가 나빠져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즉각 위기의 도화선이 된다. 이미 자영업자를 포함한 많은 가계가 채무를 갚지 못하고 있으며, 건설업 PF 대출을 비롯해 많은 기업이 도산의 위기에 빠져 있다. 정부 또한 1000조 원이 넘는 국채 잔액에 대한 이자로 매년 수십조 원을 쏟아붓는 형편이다. 가계든 기업이든 정부든 공기업이든 쓰러지지만 않았을 뿐 사실상 한계점에 다다른 게 분명하다.
서둘러 빚을 줄여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말대로 경제 성장을 촉진해서 기업과 가계의 부채 증가 속도를 둔화시켜야 한다. 100%가 넘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까지는 떨어뜨려야 한다는 경제수석의 발언은 옳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삐 풀린 정치권의 재정적자 운용 행태를 GDP 대비 일정한 수준으로 묶어두는 재정준칙을 실행하는 것이다. 나라 미래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참정치인이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그것이다. 3%도 좋고 2.5%면 더 좋다. 2020년이나 2021년처럼 5%가 넘을 수는 없다.

문화일보
07.04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
●“MBC는 대한민국의 축소판… 이념의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 “중도·중립 인사는 노조에 백전백패”
⊙ “좌파 미디어 카르텔의 조직적 여론 왜곡·조작·호도… 피해자는 국민”
⊙ MBC 간부 89.2%,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소속… “노조가 데스킹하는 셈”
⊙ 민주당 방송법, “공영방송 인사권 영구히 장악하겠다는 것”
⊙ “좋은 기사란 ‘균형 보도 전제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사’”
李眞淑
1961년생. 대구신명여고, 경북대 영어교육학과 졸업, 한국외대 영어통역 석사,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공공정책학 석사, 서강대 정치학·언론학 석사 / 前 MBC 기자, MBC 워싱턴 특파원·지사장, MBC 홍보국장·대변인·기획홍보본부장·보도본부장, 대전 MBC 대표이사·사장 / 前 윤석열 대선캠프 언론특보·시민사회 총괄본부 대변인

▲사진=박지현 기자
펜을 가로로 잡아들더니, 잔뜩 왼쪽으로 기울였다.
“그러니까 이렇게 돼 있는 겁니다.”
이진숙(李眞淑·62) 전 대전 MBC 사장은 현재 공영방송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6월 9일. MBC의 〈정글도로 경찰 위협했나…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였나〉 보도 이틀 뒤였다.
“뉴스에서는 노조원이 정글도(刀)와 쇠파이프를 ‘허공’에 휘둘렀다고 강조하더군요. 경찰에게 휘둘렀다고 하면 공무집행방해, 협박, 위협이 되니까요. 그리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현수막 자른다고 누가 정글도를 씁니까.”
지난 5월 31일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에서 노조 간부가 농성하며 진압하려는 경찰을 공격했다. 그러나 이 공격 장면은 KBS, MBC, JTBC 뉴스 리포트에선 아예 사라지거나 극도로 축소됐다. 경찰에게 철제 의자를 던지고, 쇠파이프로 경찰을 가격하고 정글도로 경찰을 위협하는 모습이다. 노조 측은 “당시 정글도는 현수막 줄을 끊는 용도로 챙긴 것”이라고 했다.
“6월 1일 자 MBC의 〈캡사이신에 진압봉, 살수차까지… ‘민주화 시계’ 되돌리는 경찰〉 〈고공농성 노동자, 경찰 진압봉에 붉은 피 흘려… 과잉진압 논란〉 보도는 어떻습니까. 민노총 시위대의 불법적인 시위 행태는 비판하지 않고 경찰의 ‘과잉진압’에만 확대경, 현미경을 들이댔더군요. 제목도 보세요. 캡사이신, 진압봉, 살수차에 더해 ‘붉은 피’와 같은 자극적인 단어를 의도적으로 배치했죠. 완전히 친(親)민노총식 보도인 겁니다.”
― 이유가 뭡니까. 혹자는 MBC를 더러 ‘민노총 방송’이라고 하던데요.
“구성 성분 자체가 친민노총이니까요. 2022년 말 기준, MBC 노조 가입 대상 1400명 중 900명 이상이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제1노조)고 약 80명이 반(反)언론노조인 제3노조입니다. MBC의 주요 보직자(간부)는 148명인데(2021년 기준), 그중 무려 89.2%가 제1노조 소속이고요. 경영본부장, 인사부장, 법무부장, 미래정책실장, 정책기획부장 등 노동조합법상 노조원이어서는 안 되는 회사 측 인사 상당수가 민노총 계열에 소속돼 있는 거죠. 보도국 정치국제에디터, 사회에디터, 경제산업에디터, 탐사기획에디터, 디지털뉴스에디터 등 보도 부문 간부도 대부분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데스킹을 노조가 하는 셈이죠.”
MBC 입사는 ‘노조에 입회한 것’
MBC는 1988년과 1992년 대규모 파업 등의 영향으로 원래 노조가 강한 분위기였다. 그러던 차 언노련 결성 핵심인 최문순 전 노조위원장이 2005년 차장급에서 사장으로 발탁되면서 노조의 위세가 몇 단계 상승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2012년 파업 때 해직됐던 전직 노조위원장들이 연거푸 사장이 되면서 노조의 파워는 절정에 달했다.
근 30년 세월 동안 노조를 견제할 수 없었던 건 MBC가 주인 없는 회사라서다. MBC 경영진 임면권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가 갖는다. 여야 6대 3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 임기는 3년이다. 이명박 정권 출범 때는 기존 임기를 보장해줬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 출범 때는 노조와 좌파단체들이 보수 성향 이사들의 집, 학교, 교회까지 쫓아다니며 압박했다. 결국 2명이 사퇴하면서 6대 3이던 비율이 4대 5가 됐다. 그렇게 기존 사장을 쫓아낼 수 있었다. 요컨대 ‘내 편’이 정권을 잡으면 노조가 쫓아내고, ‘네 편’이 되면 노조 탄압을 외치는 식이다. ‘주인 없이 노조라는 터줏대감만 판치는 조직’이라는 얘기는 이래서 나왔다.
― MBC 기자 시절 때는 노조를 어떤 시각으로 봤습니까.
“제가 86사번인데, 1987년 당시 6·29 선언 그 무렵에는 보도지침까지 있었으니까 관행을 바꾸기 위해서는 노조의 역할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봤어요. 지금은 정도를 넘었죠. 요즘 ‘MBC에 들어갔다’는 건 ‘방송사에 입사했다’기보다 ‘노조에 입회했다’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희대의 사기극인 ‘한동훈 검언유착’ ‘바이든 날리면’ 같은 보도가 나오고, 박근혜 대통령은 박근혜씨로, 김정은은 국무위원장으로 표현하는 거죠.”
‘바이든·날리면’, 역사 기록될 오보·조작 방송

▲2022년 9월 28일 오전 권성동 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MBC 본사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보도와 관련해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바이든·날리면’ 발언 자막 보도와 관련 재판이 시작됐더군요. 지난 5월 19일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에 재판부는 음성 감정을 제안했던데요.
“이미 보도한 이상 음성 감정을 통해 진위 여부를 밝혀야 할 사안이죠.”
― 보도 전에 음성 감정을 맡겨야 했다고 봅니까.
“보도 전에 맡겨야 했었다가 아니고요, 음성 감정을 맡길 정도로 부정확한 음성이라면 보도를 하면 안 되는 겁니다. 본인들이 무슨 감별사입니까.”
― 이 보도를 계기로 지난 11월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 때 MBC 취재단을 대통령 전용기에 태우지 않기로 했죠. 이 같은 조치는 어떻게 봅니까.
“작금의 MBC가 언론 본연의 취재 윤리를 망각한 편파적·이념적 집단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조치에는 박수를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언론 본연의 정도를 벗어난 집단에 ‘권력’이 징계하거나 보복한다는 모양새가 되면 안 돼요. 대통령실의 단호한 조치는 MBC가 언론 역사에 기록될 오보·조작 방송을 했을 때 취해졌어야 합니다. 그래야 ‘범죄 사실’에 딱 맞는 징계와 처벌이 되는 겁니다. 적의 도발에 대해서도 ‘원점 타격’을 얘기하잖아요. 다른 방식으로 징계하고 처벌한다면 부수적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죠.”

▲경찰은 지난 5월 30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 건과 관련 MBC 본사로 찾아갔다. 사진은 언론노조 등에 막혀 현관에서 대치하는 경찰. 사진=뉴시스
― 현재 MBC 모(某)기자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죠. 개인의 과실인데 MBC 보도국(뉴스룸)까지 압수수색한 건 과하다는 지적도 있더군요.
경찰에 따르면 MBC 모 기자는 지난해 4월 한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한 장관의 아파트 매도 관련 정보 등을 모 유튜버에게 전달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보도국 전체의 컴퓨터, 사물함, 책상을 뒤진 게 아니라, 보도국 내 기자 개인의 자리를 압수수색한 거죠. 법원서 영장 발부할 때 압수수색 대상지를 정해놓지 않습니까. 이에 따른 것이라면 적법하다고 봐야죠.”
― 과거 TV조선, 채널A도 겪었지만, 언론사 압수수색이 너무 잦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언론사가 성역(聖域)은 아니지만, 압수수색은 그 자체로 언론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우려죠.
“그 우려에 공감합니다. 언론이 입법, 사법, 행정에 이어 제4부(府)라 불리는 것은 그 공공성과 중요성을 인정받았다는 건데, 4부로서의 위신을 지키지 못하고 있죠. 성역은 아니더라도 성역에 가까운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성역에 준하는 만큼 그 위치를 남용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입법, 행정, 사법부라고 완전한 면책특권을 갖는 게 아니니, 언론도 예외가 돼서는 안 되는 거죠. 남용이 있을 때는 제어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 제어가 결국 언론환경을 보호하는 기능도 하지 않겠습니까.”
공고한 좌파 미디어 카르텔
― 《한겨레》 등에서는 미국의 예시를 들어 이번 사안을 비판하더군요. 언론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언론사 압수수색이 1980년 이후에는 한 번도 없었다면서요.
“그건 미국 언론사들이 어느 정도 자체적인 선진화를 구축한 게 서로 맞물렸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 채널A 압수수색 때와는 온도차가 다르다는 말도 나옵니다. ‘언론탄압’이라는 목소리가 유독 크다는 건데요.
“채널A 사건은 희대의 사기극이었고, 이번 건은 범죄 혐의가 있는 개인정보 유출 건인데, 채널A 압수수색 당시 이동재 기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기자 본인이 ‘속옷서랍’이라는 선정적인 단어를 쓰며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죠. 지원사격해주는 곳도 많고요.”
한편 기자 압수수색과 관련, ‘언론탄압’이라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한겨레》는 앞서 지난 2020년 4월 28일 자 〈‘협박’ 등 범죄 연루 의혹… “채널A, 언론탄압으로 보는 건 무리”〉라는 제하의 기사에서는 이렇게 썼었다.
“(상략) 그동안 ‘언론탄압’ 논란이 일었던 사례를 보면, 검찰과 경찰, 공안기관이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 취재 내용과 경위를 밝히기 위해 벌인 압수수색이 대부분이었다. 2009년 MBC 압수수색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검찰은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PD수첩〉 보도 내용을 문제 삼아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중략) 반면, 이번 채널A 사례는 ‘보도’가 아니라 취재기자의 ‘범죄 혐의’와 관련해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 전 사장은 “나라가 나라다우려면 여론이 중요한데, 지금은 좌편향된 언론이 이를 왜곡, 조작, 호도하며 건강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고 있다”고 했다.
“좌파 미디어 카르텔은 상당히 공고히 형성돼 있습니다. 공영방송뿐만 아니라, 신문과 뉴미디어도 마찬가지예요. 예컨대 민주당이 성명을 내면 《한겨레》 《경향신문》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기자협회보》 《PD저널》 《민중의소리》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등이 받아씁니다. 특히 《미디어오늘》은 최대주주가 전국언론노동조합(43.97%)이고, MBC노동조합 역시 지분의 8.77%를 차지하고 있는, 사실상 언론노조 기관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다 김어준, 주진우, 신장식이 유튜브에서 말을 보태주면 그게 여론이 되죠. 민주당에서는 이를 다시 받아 ‘지금 여론이 이렇다’고 하고요.”
“중도·중립 인사는 노조에 백전백패”
― 기울어진 운동장의 피해자는 누구입니까.
“시청자고 국민이죠.”
― 그들을 피해자라고 할 수 있습니까. 결국 본인 선택으로 보고, 듣는 건데요.
“방송이란 건 습관입니다. 내용이 뭐 이래? 하면서도 어제 봤던 거 또 봅니다. 물론 시청자는 본인의 선택이라 생각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습관처럼 보던 채널을 트는 거예요. 신문이나 잡지도 마찬가지예요. 보던 거 보는 겁니다.”
― 기울어진 운동장은 누가 바로잡아야 합니까. 언론사입니까, 시청자입니까, 정치인입니까.
“공영방송의 경우는 정치인이 바로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 인사를 어디서 합니까? 우리나라는 지상파 방송 3사와 4개 종합편성 채널, 그리고 2개 보도전문 채널만이 뉴스 편성이 가능한데, 이 중 KBS·MBC는 공영방송이고 YTN과 연합뉴스TV는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예요. 현재 민주당이 정파로부터 독립이 요구되는 방통위원 자리에 ‘민주당 스피커’ 역할을 했던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출신 최민희 전 의원을 추천했지 않습니까. 이는 상징성이 굉장히 큽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원한다’를 전면에 보여준 거예요. 보수에서는 최민희 전 의원을 능가할 정도의 투사(鬪士)가 필요한 겁니다. 안 그러면 바로잡을 수가 없어요.”
― 보수 정권에서 보수 인사를 앉히면 정권 교체기 때 충돌이 되풀이되는 것 아닙니까. 중도·중립적인 인물을 기용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이상적인 말이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중도·중립. 말은 좋아요. 한데 지금 상황에서 그런 인물을 선임하면 백전백패입니다. 과거 중립적이고, 상당히 신사적인 두 분이 MBC 사장으로 간 적이 있습니다. 민노총 언론노조가 소위 말해 찜 쪄 먹었습니다. 노조에게 휘둘려서 사장 노릇을 못 했어요. 공영방송, 방문진, 방통위, 대통령실홍보수석, 문체부 등에는 지금까지 민노총 언론노조가 해왔던 불공정 보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인물이 가야 합니다. 처벌 단죄, 징계로 지금까지 저지른 해악을 바로잡은 다음에 중도·중립을 말해야 합니다.”
―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는 뭡니까. 예전에는 채널이 소수였다지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방송 플랫폼과 개인 채널까지 증가하면서 시청자들의 취사선택권이 다양해진 상황인데, 그냥 자연 도태되도록 두면 안 됩니까.
“민영방송이라면 그래도 되지만, 공영방송은 그래선 안 됩니다. 국민세금과 공공재원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관여할 문제예요. 사기업이라면 당연히 경영을 못해서 망하면 그냥 두면 되죠.”
민주당의 인사저수지

▲2023년 3월 22일 오전 ‘TV조선 재승인 심사 의혹’ 관련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모습. 사진=조선DB
이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김재철 전 MBC 사장 아래서 홍보국장과 기획홍보본부장을,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MBC 보도본부장과 대전 MBC 사장을 지냈다.
― 과거 대전 MBC 사장이던 시절 MBC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었습니까.
“그땐 노골적으로 친정부식 보도를 하지 않았죠. 그렇게 할 수도 없었고요. 친민노총 인물들이 그와 관련한 아이템을 제안하거나 기사를 써 왔을 때, 그걸 교정하고 균형 잡는 역할만 해도 버거웠거든요. 타사의 편향 보도도 포함해서요. 예컨대 2014년 KBS의 문창극 총리 후보자 왜곡 보도 논란이 있었죠. 당시 MBC 임원회의에서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이건 악마의 편집이다. MBC에서는 전체 영상을 다 보여주자. 그게 사실 보도 아닙니까? 그래서 전체 영상이 나갔죠. 잘못된 걸 바로잡는 걸 ‘기울어졌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지난 2014년 6월 11일 저녁 9시 〈KBS 뉴스〉는 “문 후보자가 교회 강연에서 일제 식민 지배와 이어진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란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강연 취지는 우리 민족은 고난을 겪었지만 시련을 이기고 지금 기회의 나라가 됐다는 거였다.
―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는 어떻게 봅니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적임자라 봅니까.
“이 특보가 적임자인지는 인사권자가 판단할 일이죠.”
전임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은 ‘TV조선 재승인 고의 감점’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 박성제 전 MBC 사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동관 특보의 내정을 비판하며 ‘한상혁 전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친분이 거의 없었지만, 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기용된 인물’이라고 썼더군요.
“말이 안 됩니다. 기본적으로 민주당의 인사는 굉장히 일관적입니다. 거긴 정권 교체라는 게 없어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까지 꾸준히 맥(脈)을 유지해 오면서 그간 좌파 진영에 기여했거나, 기여할 사람을 밀어줍니다. 인사저수지가 하나라는 거예요. 그런 마당에 문 대통령과 친분이 있고, 없고가 어딨습니까. 한상혁 전 위원장이 어떤 인물입니까. 민언련 공동대표, 방문진 이사 출신으로 열심히 활동해 온 인물입니다. 그런 사람의 인사는 수순이었죠. 그 인사에 걸맞게 지금 끝까지 싸우고 있잖아요.”
민주당 방송법, “인사권 장악하겠다는 것”
― 민주당은 지난 11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방송법 등 4개 법률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죠. “정권이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하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한 법안”이며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노력”이라면서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는 시도 아닌가요?
“개정안의 핵심은 현재 9~11명인 공영방송 이사회를 21명의 운영위원회로 확대하고, 운영위원 추천권을 국회·학계·직능단체·시청자위원회로 분산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추천권을 가진 대상을 살펴보면, 직능단체의 경우 100% 언론노조인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으로 구성돼 있고, 학회 또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특별히 챙긴 한국언론정보학회 등 민주당 성향이 강한 곳입니다. 시청자위원은 대부분 현 공영방송사장 재가하에서 뽑고요. 21명 위원의 17명 정도가 좌파가 되는 겁니다. 사실상 민주당이 인사권을 장악하겠다는 거예요. 그야말로 정글도 휘두르듯 하는 인사를 영구히 하겠다는 겁니다.”
― 그런데 직능단체는 왜 다 언론노조 소속입니까. 보수 언론인은 협회 설립 안 하고 뭘 했나요.
“민언련에 대응하는 기구를 만들자고 예전부터 제안을 했었는데, 지금까지 우파가 너무 바보 노릇만 한 거죠. 민언련이 1984년 설립했으니 올해로 39년이 됐죠. 전국 8개 지역에 독립지부도 뒀더군요. 민언련이 배출한 최고의 인재 중 하나가 한상혁, 최민희고요. 좌파들은 약 40년간 차곡차곡 자기네들 입지를 다져왔는데, 우파는 참, 그런 개념이 없습니다. 물론 최근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자유언론포럼 등이 생겼고, 저도 일부 조직에 소속돼 있긴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인 거죠.”
“난 목숨 걸었던 사람, 못 할 일 없어”

▲여성 최초로 지역 MBC 사장에 올랐지만,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은 노조를 손봤다는 이유로 적폐 사장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사진은 지난 2017년 이 전 사장을 규탄하는 피켓을 든 MBC 노조원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 첫 여성 종군기자인 이 전 사장은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전을 취재했다. 이라크전 때는 현장에 남은 유일한 한국 기자였다. 말 그대로 ‘목숨 걸고’ 취재했다. 자동차를 수십 미터씩 날리는 미사일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6mm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2003년 이라크전 때는 회사에서 신변 안전을 위해 요르단 암만으로의 철수 지시를 내렸는데, 몰래 다시 바그다드로 들어갔다. 현장과 1000km 떨어진 호텔 방에서 기사를 쓰는 게 “너무 창피해서”였다. 그해 한국방송대상 보도 기자상(2003)을 받았다. 일시 귀국 직후 한 언론에 쓴 기고문에서 그는 “나는 기자로서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했다”면서 “그 결과로 한국의 시청자들이 좀 더 정확한 뉴스를 접하게 됐다면 그건 부수적인 이득”이라고 썼다. 이후 여성으로는 최초로 지역 MBC 사장직에 올랐다. 하지만 노조를 손봤다는 이유로 ‘적폐 사장’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지난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21대 국회의원 선거(대구동구갑)와 대구시장 선거에 도전했다.
― 좋은 기사란 뭡니까. 객관적이면 됩니까.
“언론의 취재·보도 행위에 객(客)은 없습니다. 쓴 사람, 주체가 있기 때문에 주관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듭니다. 다만 균형 보도는 있어요. 이 또한 결국 취재 주체가 잡는 것으로, 결국 ‘의지’의 문제입니다. ‘균형을 잡겠다는 의지가 깔렸다는 전제하에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사’면 좋은 기사라고 할 수 있겠죠.”
― 종군기자의 ‘명예’와 적폐 사장의 ‘낙인’을 모두 건넨 MBC는 어떤 존재입니까.
“너무나 안타까운 존재죠. 폭발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인데, MBC를 거친 여러 선배가 없어져야 할 존재로 인식한다는 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 앞서 국회의원과 대구시장 선거에 도전했죠. 결국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뭡니까.
“‘저 사람은 국회의원 하려는 거야, 시장 하려는 거야?’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목표는 일관적입니다. 대한민국의 이념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데에 조금이라도 제 역할을 하고 싶은 겁니다. MBC 노조와 상대하면서 느낀 게, MBC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입니다. 좌파에 치중된 구조죠. 자연인 신분으로는 기울어진 여론 지평도를 바꾸기에 한계가 있으니,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에 도전을 하는 겁니다.”
― 아직도 이진숙 하면 종군기자를 떠올립니다. 무려 20~30년 전의 타이틀인데요. 이 같은 사람들의 인식이 새로운 역할을 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 봅니까.
“저는 ‘종군기자’라는 단어가 함축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고 봐요. 제 정체성을 얘기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요. 이 사람은 뭐든 할 수 있겠구나, 하지 않겠어요. 목숨까지 걸어봤는데, 제가 못 할 일이 있을까요?”⊙
월간조선 07월 호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07-05 갈팡질팡 가계대출 정책…새 수장의 일관성 기대한다
금융 당국이 정책금융을 대량으로 풀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미루다가, 뒤늦게 은행들 손을 비틀며 가계대출 자제를 압박하고 있다. 전형적인 엇박자 정책이다. 가계대출은 4월과 5월에 걸쳐 10조 원이나 풀려 집값을 자극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15주 연속 상승하고 전셋값은 59주 연속 치솟았다. 문제는 정책금융인 디딤돌(생애 첫 주택 구입) 대출과 버팀목(전세) 대출이 전체의 64.7%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최저 1%대 금리의 신생아특례대출 신청도 6조 원을 넘었다. 정책 대출이 가계빚과 집값을 끌어올린 주범이나 다름없다.
가계대출은 현 정부의 대표적 정책 실패 사례로 꼽힌다. 금융위원회는 가계빚이 폭발하는데도 갑자기 2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 시기를 9월로 미뤄 버렸다. 신생아특례대출 소득요건까지 부부합산 2억 원(올 3분기), 2억5000만 원(내년)으로 풀었다. 한마디로 도덕적 해이다. 금융감독원은 6월 가계대출 폭증 통계가 나오자 부랴부랴 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들을 소집해 “가계대출을 늘리지 말라”고 지시했다. 은행들은 곧바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3%포인트씩 올리는 등 뒷북치기에 나섰다.
문제는 금융정책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엔 특례보금자리론이 43조 원이나 풀려 나가 말썽을 빚자 갑자기 일반형을 폐지하는 등 갈팡질팡했다. 다행히 4일 지명된 김병환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연착륙과 가계빚을 집중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혼선으로 시장 혼란만 부추긴 기존 금융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시장을 안정시켜야 할 정책 당국이 서민 지원과 가계부채 억제라는 상충된 목표를 오락가락하며 시장 변동성만 키웠다. 김 후보는 가계부채 관리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정책 일관성부터 지켜주길 기대한다.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않는 게 중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07.06 반도체 하나로 경제 분위기 바뀌어, 지원 속도 더 내야

▲그래픽=백형선
부진하던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삼성전자가 2분기(4~6월)에 10조4000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7분기 만에 10조원을 돌파한 호실적이어서 주가도 연중 최고치로 올랐다.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50% 이상 급증한 데다,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 가격이 대폭 오른 덕분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 덕에 코스피 지수도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같은 날 발표된 5월 경상수지도 89억달러 흑자로, 32개월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역시 반도체 수출 호조 덕분으로, 1~5월 경상수지 누적 흑자액이 254억달러로 늘었다. 삼성전자 호실적, 코스피 연중 최고, 경상수지 흑자 확대 등 일련의 좋은 소식들은 모두 반도체 수출 호조 덕분이다. 반도체로 인해 경제 전체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발(發) 호황이 지속되면 좋겠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 경쟁이 치열하고 경기 흐름을 많이 타는 업종이라 기술 경쟁력 우위를 상실하거나 투자 시점을 놓치면 곧바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눈앞의 실적 호조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주요국들이 국가적 사활을 걸고 반도체 산업 육성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 반도체가 처한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여전한 데다 송배전망 구축 지연에 따른 전력 수급 문제가 심각하다. 여기저기 지방자치단체들은 반도체 공장으로 들어가는 용수를 막겠다고 한다.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가 낳은 기술 인력난 등 각종 걸림돌이 한두 개가 아니다. 모두 우리 반도체 산업의 목을 조이고 있다. 정치권의 ‘대기업 특혜’ 시비로 국가적 지원 시스템도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경쟁력 상실을 낳을 수 있다.
다행히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반도체 투자 세액 공제율을 15%에서 25%로 높이고 세액 공제 기간도 10년으로 연장하는 새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했다. 더 나아가 반도체 기업들이 최우선 과제로 꼽는 전력 공급 대책을 빨리 수립해야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구축을 위해 전력뿐만 아니라 산업용수, 도로망 등 기반 시설 확충, 고급 인재 육성 등에서도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7.06 '이재명 리스크'가 아니라 '共和國 위기'다
이대표, 탄핵·특검 다음 동원할
국가 마비 수단은 군중 동원인가
사법부, 공화국 지키는
마지막 堡壘라는 사명감 느끼길
공화국은 국민이 선거로 자기를 다스릴 통치자를 뽑는 국가 체제다. 핵심은 선거를 통한 국민 선택이다. 민주공화국은 헌법에 모든 국민에게 자격 제한 없이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선거권을 부여하는 보통선거를 비롯한 평등·직접·비밀선거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이런 ‘뽑는 사람’ 규정과 병행하는 것이 ‘뽑힐 자격이 없는 사람’을 열거한 피선거권 제한 규정이다. 이 두 가지가 흔들리면 공화국은 위기를 맞는다. 공화국엔 ‘평균 수명’이 없다. 빨리 죽는 공화국도 있고 몇백 년 사는 장수(長壽) 공화국도 있다.
공화국이 건강 수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 제도가 정당이다.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 통로(通路)다. 이 통로가 막히거나 왜곡되면 선거 과정과 결과가 왜곡돼 독재 공화국으로 전락하거나 국민 저항을 불러 존폐(存廢) 위기를 맞는다. 정당은 각종 공직 선거 후보자를 추천해 국민에게 국정에 참여하는 실질적 수단을 제공한다. 헌법이 정당에 대한 국가 보호를 규정하고 국민 세금으로 막대한 지원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당이 이런 국가의 보호와 지원을 받으려면 그 목적·조직·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고 민주공화국의 기본 질서에 위배돼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라 하고 2항은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현실은 헌법 제1조와 거꾸로 가고 있다. 국회 의석의 3분의 2에 육박하는 의석을 가진 제1당 민주당은 10여 가지 중죄(重罪) 혐의로 4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씨를 당수(黨首)로 재선출하기 위해 당의 헌법과 법률인 당헌·당규에 각종 예외 조항을 신설했다.
이씨와 민주당이 이런 변칙과 무리를 서슴지 않는 목적은 다음 대선 후보로 나서기 위해서다. 대통령은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라는 말로 취임 선서를 한다. 자신의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국회 개헌 1달 만에 무더기로 탄핵과 특검을 쏟아내 국가를 마비시킨 이씨가 헌법 준수를 제1 사명으로 하는 대통령 후보로 합당(合當)한가. 범법(犯法) 형사 피고인을 당수로, 나아가 대선 후보로 국민에게 들이미는 민주당이 국가 보호와 지원을 받으며 민주적 기본 질서를 따르는 정당이라 할 수 있는가.
‘이재명 리스크’ ‘재판 리스크’는 사태를 과소(過小)평가하는 잘못된 표현이다. 사태를 이렇게 보면 머지않아 ‘헌법 위기’ ’공화국 존폐 위기’와 부딪히게 된다. 위기는 내리막을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재판 끌기 전략이 실패했을 때 이씨가 순순히 법원 판결에 승복하겠는가. 승복하지 않는다면 그가 동원할 다음 수단은 무엇이겠는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84조의 해석 논란에 대한 이씨의 침묵은 무슨 뜻을 담고 있는가. 한 해석은 이씨가 1심·2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그 형(刑)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대선에 당선 또는 대통령에 취임했다 해도 대통령직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다른 해석은 대통령에 취임하면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재판은 중단되고 임기가 끝난 후에 재판을 속행한다는 것이다.
후자(後者)가 이씨에게 유리하다. 그런데도 그는 침묵한다. 결론은 헌법재판소에 가야 내려질 것이다. 그때쯤이면 나라는 대규모 찬반 시위로 두 조각이 난다. 폭도(暴徒)로 변한 군중에 포위된 헌법재판소에서 제대로 심리가 가능하겠는가. 이씨의 의도적 침묵은 ‘혼란을 절반 이상의 성공’으로 받아들이는 이씨 심중(心中)을 반영한다.
만일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돌아오면 세계는 ‘힘 있는 국가는 책임감이 없고’ ’책임감을 느끼는 국가는 힘이 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그 직격탄(直擊彈)은 한반도에 떨어진다.
자기를 지킬 수 없는 무장(武裝) 해제된 공화국은 몰락한다. 공화국은 외침(外侵)에 대비해 군대를 두고 헌법과 법률에 대한 공격을 막기 위해 헌법재판소와 법원을 뒀다.
사법부는 이씨와 민주당의 재판 지연 전술에 휘둘리지 말고 황급히 서두르지도 않으면서 너무 늦지 않게 법 절차대로 판결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공화국을 구하는 길이다. 격무에 시달리는 판사 어깨에 공화국 방위의 짐을 지게 하는 마음은 무겁다. 두어 달 전 ‘아무래도 큰일이 닥칠 것 같다’며 ‘헌법 84조 논란을 챙겨보라’던 50년 지우(知友) 노(老)판사 목소리가 밝지 않았던 게 가슴에 걸린다.
조선일보 강천석 기자
07.08 위험수위 세수 펑크, 언제까지 한은 급전으로 메울 텐가

▲그래픽=박상훈
올 상반기 중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보충하기 위해 한국은행에서 빌려 쓴 급전이 91조여 원에 달했다. 코로나 충격을 막기 위해 재정지출을 급히 늘려야 했던 2020년 상반기의 73조원을 크게 상회한다. 한은 대출은 세입·세출 간 시차에 따른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울 때 임시로 사용해야 하나, 세수 펑크가 본격화된 작년 이후 상설 수단으로 변칙 활용되고 있다.
한은 대출은 새 돈을 찍어 푸는 것이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부작용을 낳는다. 그래서 한은은 정부 차입 한도(50조원)를 정해놓고 엄격한 조건까지 달았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마이너스 통장’처럼 꺼내 쓰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앞 정부가 망쳐놓은 재정을 건전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기업 수익 악화로 세수 여건이 나빠진 데다, 총선을 의식한 각종 선심 정책 탓에 나랏빚은 계속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국채 발행액이 1000조원에 달하면서 지난해 국채 이자를 갚는 데만 전체 예산의 3%에 해당하는 24조여 원을 썼다.
국가 재정은 골병 들었는데, 정치권의 퍼주기 포퓰리즘 경쟁은 도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 4월 총선 땐 소득 하위 80% 대학생 장학금 지급, 초중고생 연 100만원 바우처, 1인당 25만원 민생 지원금, 8~17세 수당 월 20만원 등 여야 할 것 없이 퍼주기 공약을 쏟아냈다. 급기야 민주당은 ‘전 국민 25만원’ 공약을 이행하겠다며 추경예산 편성 문턱을 대폭 낮추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반도체 경기 회복과 수출 호조세로 세수 여건이 호전되고는 있지만, 당장 올해의 세수 부족액만 10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수 구멍을 한은 대출로 메우는 변칙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불요불급한 지출의 고강도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 정치권 스스로 포퓰리즘 폭주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게 분명해진 만큼 재정 적자 폭을 법으로 제한하는 재정 준칙의 법제화가 시급하다.
조선일보 사설
07-08 나흘 만에 가계대출 2兆 폭증, DSR 2단계 즉각 시행할 때
5대 은행 가계대출이 7월 들어 나흘 만에 2조1835억 원이나 늘어났다. ‘영끌’ ‘빚투’현상으로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2021년 7월(6조2009억 원)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런 가계대출 폭증 사태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다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가 겹쳤기 때문이다. 디딤돌·버팀목 대출 및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 대출이 왕창 풀리고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이 돌연 9월로 미뤄진 것이 주택 구매 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뒤늦게 은행에 가계대출 억제를 지시했으나 사실상 제동 효과가 없다.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1%포인트 가량 올렸으나 대출 기준인 금융채 금리가 떨어져 주담대 금리는 오히려 더 낮아졌다. 향후 주택 공급 물량이 줄어들 전망인 데다 공사비용 증가 등으로 가뜩이나 아파트값이 불안한 상황이다. 마냥 방치하면 9월 DSR 2단계 도입을 앞두고 ‘막차 수요’까지 겹쳐 7·8월 가계대출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폭발할지 모른다.
금융 당국이 돌연 DSR 2단계 시행을 연기한 것은 자영업 지원 종합대책을 주도한 대통령실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정책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DSR 2단계를 즉각 시행하는 게 낫다. 가계부채 폭증세를 꺾기 위해 DSR 적용 대상을 전세대출과 중도금·이주비 대출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아파트값이 금융상품처럼 금리에 따라 요동치는 만큼 일관된 금융정책이 절실하다.
문화일보 사설
07.08 "유신 개발 독재? K2 전차·원전 수출은 박정희 '중화학 선언'의 열매"
박정희의 '마지막 비서관' 김광모

▲박정희 중화학공업 정책의 산증인인 김광모 전 청와대 비서관이 6월 17일 조선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1970년대 중화학공업 관련 자료와 문서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대부분 대통령기록관과 서울대 한국사회과학자료원에 기증했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망백(望百)의 노인은 매일 아침 휠체어를 타고 집 근처 커피숍으로 간다. 글을 쓰기 위해서다. 그의 구십 생애 중 “가장 바빴으나 찬란했던” 1970년대를 기록하는 중이다.
1971년부터 8년 동안 그는 청와대 중화학 담당 비서관으로 일했다. 오원철과 함께 박정희의 손발이 되어 방위산업, 중화학공업, 원자핵 개발을 기획하고 실행한 인물이다. “나는 ‘했다고 한다’가 아니라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그는 “K2전차와 원전 수출, 반도체 산업의 번창은 박정희의 중화학공업 위에서 탄생한 것인데도 MZ세대는 박정희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아 서글프다”고 했다.
핵무장론과 ‘대왕고래’ 탐사로 소란한 요즘, 박정희 핵 개발과 원유 시추 사업의 전말을 알고 있는 ‘마지막 비서관’ 김광모를 만났다. 그는 “박 대통령의 업적을 제대로 알리고 죽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했다.
◇ 박정희의 손과 발로 뛴 8년
-박정희의 중화학공업 관련서를 이미 여러 권 출간하셨다. 왜 또 글을 쓰시나.
“써도 써도 모자란다는 생각에…. 책을 내도 사람들이 읽지 않으니 요즘은 매주 한 편씩 글을 써서 카톡으로 배달한다. 카톡이란 놈이 참 신통하다. 원고지, 볼펜이 따로 없어도 되니 나 같은 늙은이에겐 아주 제격이다(웃음).”
-첫 책은 자비로 출간했더라.
“1988년 낸 ‘한국의 산업 발전과 중화학공업화 정책’이다. 박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서거로 중화학 정책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 한 게 안타까워 그간의 자료와 문서, 현장 경험을 토대로 기술한 것이다. 그런데 출판해 주겠다는 곳이 없었다.”
-박정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탓일까?
“신군부는 박정희 죽이기에 몰두했고, 주류 경제학자들은 유신 개발 독재의 산물이라며 저평가했다.”
-박정희의 중화학 선언은 왜 중요한가?
“박정희 최고의 업적은 새마을운동도, 고속도로도 아니다. 중화학공업화로 저개발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기초를 만든 것이다. 중화학이 뭔가. 철강, 기계, 조선, 석유화학, 전자 등 모든 산업의 기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지만 반도체도, AI 산업도 중화학의 토대에서 탄생한 것이다.”
-그 시작은 방위산업이었더라.
“1960년대 1·2차 경제개발 계획을 성공시켜 ‘한강의 기적’을 이뤘지만 청와대 습격 사건, 울진삼척 지구 침투 사건 등 북한이 지속적으로 위협을 가하고, ‘닉슨 독트린’과 함께 미국이 주한 미군 사단 하나를 철수하겠다는 통보를 해오자 박정희 대통령은 방위산업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오원철 수석이 이때 등장하는 건가?
“방위산업 추진 지시에 경제기획원은 주물선·특수강·중기계·조선소 등 4대 핵 공장 건설 계획을 세웠는데, 1년이 지나도록 진전이 없자 대통령이 크게 실망했다. 그때 서울대 공대 출신인 오원철 당시 상공부 광공전 차관보가 기막힌 대안을 마련해 왔다. 어떤 병기(兵器)도 분해하면 부품이 되는 것이니,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4대 핵 공장을 짓는 대신 부품 공장과 조립 공장을 설립하면 큰돈 들이지 않고도 병기를 양산할 수 있다고 보고한 것이다. 바로 다음 날 오원철은 청와대 경제2수석으로, 나는 중화학 및 방위산업 기획관으로 발령이 났다.”
-’공업 구조 개편’도 이때부터 시작되나?
“1971년 말부터 병기를 시제(試製)하는 단계에 들어갔는데 철강, 특수강, 화공약품 같은 원자재가 없으니 한계에 부닥쳤다. 오죽하면 청계천 고물 상가에 버려진 병기를 주워다 만들었겠나. 병기를 생산하려면 원자재를 만드는 중화학 공장과 정밀 가공 기술 인력이 필수라는 걸 절감하고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개편하는 일에 착수한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손발이 되어 중화학공업 정책의 실무를 맡았던 김광모 전 비서관이 창원기계단지 설립 계획안을 보여주며 설명하는 모습. /김윤덕 기자
◇ 대통령 단상으로 날아간 파편
-미국은 박정희의 방위산업, 중화학 선언에 반대했다던데.
“방위산업을 하려는 박정희의 의도와 역량을 의심해서 무기 제조 기술은커녕 설계 도면도 주지 않았다. 그래서 국방과학연구소는 최종 제품을 분해한 뒤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개발했다. 마침내 창원 기계단지에서 기본 병기를 양산하고 유도 무기와 핵 개발까지 논의하게 되자 해럴드 브라운 국방장관이 창원 단지를 시찰했고, 한국의 방위산업이 공산권 수중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판단에 카터 대통령의 주한 미군 철수 계획이 중단된다.”
-병기 시사(試射) 때의 일화가 흥미롭더라.
“모든 시사에 참석할 만큼 박 대통령은 방위산업을 어린애 돌보듯 키웠다. 한번은 대전차 지뢰를 선보이는 날이었는데, 탱크 밑에 지뢰를 넣고 폭파했더니 그 파편이 대통령 단상으로 날아가 난리가 났다. 아찔한 상황인데도 대통령은 ‘지뢰 유력이 대단하구나. 계속해!’ 하며 칭찬하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통령이 보는 앞에서 지뢰가 터지지 않을까 봐 두 개를 설치했다가 너무 세게 폭발한 거였다(웃음).”
-박정희의 중화학공업이 유신 개발 독재의 산물이란 비판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유신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유신으로 인해 안정된 정권이 보장됐기 때문에 최소 10년이 걸리는 중화학공업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다. 박정희의 장기 집권은 개인 치부가 아니라 그가 즐겨 쓰던 휘호대로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였다고 나는 믿는다.”
-대기업 특혜라는 비판도 따른다.
“중화학공업은 대기업의 자본과 기술이 꼭 필요하다. 그런데 당시 대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으려고 해서 박통이 일일이 달래고 설득했다. 설득도 안 되면 행정명령으로 지시해 맡겼을 정도다. 조선소만 해도 건설업으로 성공한 현대를 지명했는데 정주영 회장이 못 한다고 버티자 대통령이 호통을 치셨다. 부품 생산과 가공 공장은 중소기업체들에 맡겨, 이 시기 중소기업 육성이 매우 활발하게 이뤄졌다.”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현대중공업 제공
◇ 신군부의 박정희 죽이기
-박정희의 핵 개발은 거의 완성 단계에서 포기했다던데.
“1972년 9월 박통이 오원철 수석에게 핵 개발 계획을 지시했다. 오 수석은 원자력연구소 윤용구 소장, 핵 개발을 전공한 현경호 부소장과 회의한 뒤 극비리에 플루토늄탄을 개발하기로 결정한다. 각고의 노력 끝에 프랑스에서 핵연료 재처리 기술과 도면을 획득했는데, 이를 안 미국이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고리 원전 2호기 차관을 중지하겠다고 통보해 중단됐다. (핵 개발이) 완성 단계도 아니었다. 정치인들이 잘 알지 못하면서 회고록에 그렇게 쓰더라.”
-그래도 박정희가 비밀리에 핵 개발을 지속했다고 하더라.
“공식적으로는 포기했다고 선언했지만, 핵연료공단은 기술 개발을 이어갔다. 그러나 박정희 서거 후 신군부가 미국의 지지를 얻으려고 핵 개발 관련 기관들을 모두 없애고 연구 인력도 퇴출시켰다. 국방과학연구소 인력을 반으로 줄이고 원자력연구소를 에너지연구소로 축소시키면서 기술이 크게 퇴보했다.”
-김진명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 핵 물리학자로 등장하는 이휘소 박사가 서울대 화공과 동기라던데?
“뛰어난 학생이었다. 노벨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세계적인 과학자였지만 박정희 지시로 핵을 개발하다 CIA에 죽었다는 것은 거짓이다. 그는 핵 개발과는 상관없는 소립자 물리학자였다. 박 대통령이 이휘소에게 친서를 보낸 적도 없다. 김진명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
-요즘 나오는 핵무장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대안도 없으면서 정치인들이 한마디씩 하는 것이다. 당장 누가 핵 개발을 주도할 것이며, 핵실험은 또 어디에서 할 건가.”
-6개월 내 핵을 가질 수 있다고도 한다.
“허무맹랑한 말들이다. 핵을 개발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동해 석유 탐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박정희 정권의 원유 시추 실패담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1960년대 유공의 합작 회사였던 걸프 오일이 서해안 지역에 석유가 매장돼 있다는 미국 해양연구소의 에머리 보고서를 보여주면서 상공부에 대륙붕 개발 신청을 했다. 정부는 걸프오일, 텍사코, 셸 등 세 회사에 조광권을 주고 여섯 광구에서 원유 시추를 했다. 비용은 전액 시추자 부담이고 원유가 나오면 반씩 나누기로 한 조건이라 재정적 부담은 없었다. 그러나 모두 ‘드라이(징후 없음)’로 판정 났다. 일본과 분쟁지역인 7광구에서도 원유는 나오지 않았다.”
-상공부 석유화학과장을 지냈고, 대한석유공사에서도 근무하셨더라. 윤 정부의 동해 석유 탐사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나.
“석유 240억배럴이 있을 가능성이 20%라면 당연히 시추해야 한다. 부존 가능성 판단을 누가 어떻게 했는지가 관건인데, 나는 액트지오가 어떤 회사인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것이 걱정된다. 박정희 때와 달리 국가 재정 부담이 큰 사업인데, 원유가 나오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져야 할 부담이 너무 크다.”
-박정희 대통령도 1976년 연두 기자회견에서 ‘우리도 석유국가가 됐다’고 발표했는데, 결국 실패하지 않았나.
“그해 박 대통령이 진해로 휴가를 가면서 기자회견을 했는데, 어느 기자가 석유 탐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고 돌발 질문을 하자, 당황한 대통령이 ‘원유는 있는데 경제성이 없어 포기했다’고 얼버무리셨다(웃음). 기대를 엄청 했는데 원유가 없다는 최종 결과에 대통령이 가장 크게 실망하셨다.”

▲지난 6월 3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 텔레비전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 현안 관련 국정 브리핑을 보고 있는 사람들. 이날 동해 심해 석유 탐사 계획이 발표됐다. 2024.6.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尹 주위에 검사보다 과학자 많아야
-가까이서 본 박정희는 어떤 사람이었나?
“보고서에 깨알같이 메모하며 공부를 많이 하는 대통령이었다. 외강(外剛)이 몸에 배었으나 실은 내유(內柔)의 인사였다. 독일 함보른 광산에서 파독 광부, 간호사들과 함께 울던 장면, 방산 현장에서 순직한 이석표 비서관을 꼭 살려내라며 울던 모습이 생생하다.”
-8년간 청와대에 있으면서 대통령과 찍은 사진이 한장도 없다던데.
“김정렴 실장의 ‘청와대 공무원 수칙’이었다. 명함도 못 만들게 하고, 대통령과 사진도 못 찍게 했으며,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먹게 했다(웃음). 모범공무훈장인 청조근정훈장 받은 것을 최고 영예로 느끼며 살아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떻게 평가하나?
“강직하지만 포용이 없는 정치 스타일로 일관하다 무너진 게 안타깝다. 나는 그가 전자공학이 아니라 역사와 정치학을 공부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올해는 중화학 선언 51년, 산업단지 60년이다.
“제조업 없이, 중화학 없이 첨단 산업도 없다. 자동차 부품 업체 없이 차세대 전기차를 만들 수 없고, 원전 방산 업체 없이 K원전·K방산 제품을 만들 수 없다. 반도체의 실리콘은 누가 만들 것인가. IMF 외환위기도 중화학 제품의 수출로 이겨냈다.”
-윤 대통령에게 조언한다면?
“방위산업, 항공산업, 원전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과학자와 기술자가 대우받고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의 한 경제학자는 한국 중화학공업의 일등 공신은 박정희의 기술 인력 양성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주위에 검사보다 과학자가 많아야 한다.”
-왜 그렇게 박정희에게 ‘진심’인가?
“나의 영웅이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에 그만한 지도자, 애국자가 없었다.”
☞김광모
1933년 경남 김해 출생. 부산고,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1957년 상공부 화학과에 들어가 호남비료, 대한석유공사를 거쳐 상공부 석유화학과장으로 일했다. 1971년 청와대 경제2수석실에서 방위산업과 중화학, 핵개발 관련 실무를 맡았다. 삼성엔지니어링 대표, 삼성그룹 고문을 지냈다. ‘중화학 공업에 박정희의 혼이 살아 있다’ 등의 저서를 펴냈다.
조선일보 김윤덕 기자
07-10 손봐야 할 ‘시대착오 세금’ 많다
문희수 논설위원
정부, 상속세 할증 폐지 추진에
野는 또 부자 감세, 무산될 지경
시대에 뒤진 세제가 경쟁력 낮춰
국민 세제 개정 건의 1422건 최다
車 개소세·국민연금 과세·금투세
세수 펑크 대책은 현금 살포 금지
매년 세제 개편은 논란이었다. 그래도 올해는 혹시 하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뜻밖에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먼저 거론하고, 정부·여당보다 강한 반도체지원법안을 공언했기에 그렇다. 그렇지만 결국 역시로 귀결돼 가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아직 때가 아니라며 종부세 폐지에서 발을 빼 도로 종전의 ‘부자 감세’로 돌아갔다. 이재명 전 대표가 10일 당 대표 연임을 위한 출마선언에서 실용주의를 내걸고 다소 전향적 입장을 밝혔지만, 중산층 외연 확장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정부가 이달 말 세제개편안 공개를 앞두고 지난 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발표한 세금 감면 방안에 무게가 실리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작 관련 세법 제·개정의 키를 민주당이 쥐고 있으니 도리가 없다. 정부는 이번에 주가 상향을 위한 기업 밸류업과 연계해 법인세·배당소득세를 일부 감면하겠다고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의 할증(20%)을 폐지하고, 가업 상속 공제 한도를 두 배로 늘리는 등의 대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감면과는 거리가 먼 ‘찔끔 인하’다. 그런데도 민주당에선 벌써 반대하는 목소리가 요란하다. 특히, 최대주주의 상속세 할증 폐지에 대해선 전형적인 부자 특혜라고 공격한다. 여기에 여당과 정부는 이런 반대 기류에 밀려 지레 상속세율 인하와 과세표준 상향을 내년으로 미뤘다. 유산취득세·자본이득세 전환 같은 근본 대책은 또 헛말이 됐다. 세제 개편은 출발도 하기 전에 반의반 쪽이 된 셈이다.
한국의 세제가 후진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지난달 발표한 2024년 국가경쟁력 평가조사 결과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기업들 덕에 전체 순위는 67개국 중 20위로 지난해보다 8계단 올랐지만, 조세 경쟁력은 26위에서 34위로 추락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경쟁력은 35위에서 41위, 특히 법인세 경쟁력은 48위에서 58위로 꼴찌 수준이다. 시대 역행적이고 부담이 너무 무거운 세제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상속·증여세, 법인세, 소득세 외에도 손봐야 할 세금이 수두룩하다.
일반 국민도 낙후된 세제에 고통을 호소한다. 기획재정부가 내년에 시행할 세제개편안에 반영하려고 세제 개선 건의를 받은 결과, 1422건이나 접수됐다. 역대 최다이다. 37년 된 자동차 개별소비세, 15년간 부양가족 1인당 150만 원으로 달라지지 않는 소득 기본공제, 월 20만 원으로 묶여 있는 식사비 비과세 한도 등이 대표적이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보조금을 주면서, 필수재가 된 차를 살 때 보석처럼 이중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징벌이다. 개인연금과는 달리 국민연금 수령액을 근로소득과 분리과세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 정부가 고령자와 취약계층 보호·지원을 강조하면서 국민이 받는 연금을 다른 소득과 합쳐 종합과세해 세금을 더 걷는 것은 정책의 상충이다. 불공정한 과세다. 증권업계가 연기 또는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금융투자소득세도 문제투성이다. 예정대로 내년 1월 시행 땐 대량의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 주가 하락을 초래할 게 뻔하고, 이는 일반투자자에도 큰 피해를 줄 것이란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물론 올해도 확실시되는 세수 펑크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만 올해 세수 부족은 지난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법인세 급감 때문이다. 올해는 정부가 성장률을 2.2%에서 2.6%로 올렸듯이, 핵심인 반도체의 회복이 뚜렷하고 그에 따른 낙수 효과도 예상되는 만큼 내년 법인세 세수는 한결 개선될 것이다.
이런 사정이 아니더라도 경제를 살리려면 세금 부담을 줄여 기업·가계를 지원하는 게 당연하다. 기재부는 세수 감소를 부를 세제 개편을 꺼리지만, 문제가 있는 세금은 바로잡는 게 최우선이다. 보완은 그다음이다. 세수 펑크 대책은 국민 모두에 1인당 몇십만 원을 주는 ‘보편적 지원’ 등 각종 현금 살포부터 접는 게 출발점이다. 보유세·기업세를 잔뜩 올려선 징벌세제를 꽉 붙든 채 재정을 펑펑 쓰다가 나라 경제를 망친 문재인 정부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낡고 무거운 세금이 너무 많다. 민생을 살리고 기업을 더 뛰게 할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

문화일보
07.11 리콴유가 세상 떠나기 전 남긴 '한국 걱정'
한 나라의 체력이자 기반… 인재·인력·인구 모두 흔들려
셋은 같은 듯하지만 다른 문제… 각각의 해법, 제대로 찾고 있나

▲2006년 한국을 방문해 연설을 하고 있는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리콴유는 거인이란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2015년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2년 전 그가 남긴 저서가 있다. ‘리콴유의 눈으로 본 세계’(One man’s View of the world). 아시아적 유교사상과 미국적 자본주의를 동시에 신봉했던 그만의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쓴 책이다. 50년 넘게 글로벌 최고 리더들과 교유한 그는 한국은 물론 미국과 중국, 유럽, 일본,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등이 직면한 주요 이슈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담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통찰력은 각 나라를 분석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쓴 ‘인구’와 ‘인재 확보’라는 잣대였다. 일본이 선진국에서 평범한 국가로 서서히 빠져들고 있다고 한 이유는 낮은 출생률이었다. 한국을 격찬하던 그였지만 종합적인 인구 추이와 심각한 사회 갈등이 한국의 미래에 위협 요인이란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미국은 왜 뜨고, 유럽은 왜 쇠락했느냐는 명제도 그는 인재 확보란 이슈로 해석하고 있었다. 둘 다 인재 부족이란 현실을 마주한 가운데 외부 인재를 누가 더 많이 끌어들이느냐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그런데 외부 인재 입장에서는 어디가 더 매력적일까. 복지가 뛰어나지만 세금이 가혹한 유럽과 복지는 느슨하지만 세금은 적게 내는 미국 중 자신의 성과를 확실히 챙길 수 있는 미국이 외부 인재들에게는 더 매력적이며, 그것이 미국을 세계의 용광로 소리를 듣게 했다는 분석도 담고 있다.
2년 전 공학한림원 주최의 한 행사의 발제문에 나오는 한 대목을 소개할까 한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는 인재 7만명에 석박사만 3만7000여 명, 삼성전자는 다 합해서 2만명이라고 했다. 그 회사의 주력 분야가 다르다는 등의 사정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냉혹한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에서 인재 부족은 치명적이다. 반도체만이 아니다. AI 혁명, 바이오 혁명, 에너지 혁명에서 우리는 인재 확보를 위해 어떤 실질적이고 혁신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나. 의대 증원을 고령화 속 의료 대책 수준으로 봐서는 부족하다는 시각도 많은 게 현실이다.
지금 한국은 인재만 없는 게 아니다. 인력도 없다. 요즘 상당수 기업이 한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 이유는 강성 노조나 비싼 인건비, 과도한 규제 때문만이 아니다. 일할 사람을 못 구해서다. 그나마 운영하는 공장도 10년 후면 문을 닫을 거라한다. K조선의 신화를 만든 조선업계는 외국인 인력을 쉽게 쓸 수 있는 ‘특구’를 만들어 달라고 애원한다. 중국에 뒤지지 않을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확보만큼 시급한 게 일할 사람 구하기란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인구도 소멸하고 있다. 인구는 최소한의 내수 시장을 만드는 기본이자 나라의 곳간을 채워줄 세금을 납부할 주체들이다.
한마디로 우리에겐 짧은 미래도, 긴 미래도 모두 암울한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미래는 미지의 영역이라 한다. 그런데 ‘확정된 미래’라는 형용 모순의 말이 있다. 저출생, 고령화가 확정된 미래의 대표적인 사례다. 확정된 미래는 미래가 아닌 셈이다. 확정된 암울한 미래 앞에서 걱정만 하다 후대에게 재앙을 물려주는 세대가 되면 좋겠는가. 인재도, 인력도, 인구도 사라지는 일, 이 3가지는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이슈다. 인재 해법, 인력 해법, 인구 해법이란 복잡한 방정식을 풀기 위한 정교한 전략이 한참 모자란 현실을 보는 동안 시간은 또 빠르게만 흘러가고 있다.

조선일보
07-11 교사 정치활동 허용해선 안 되는 이유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제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43일째다. 여야 간 첨예한 대립으로 아직 정식 개원식도 못했지만, 벌써 의원들의 법률안 제정 및 개정안은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이 가운데 공무원과 교원의 정당 가입 등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이 잇달아 발의됐다. 법률 개정안 발의 취지는, 현행 헌법이 규정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직무수행의 중립성을 의미하는 것이지 정치활동 자체를 금지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공직선거법, 정당법 등에서는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한다. 공무원과 교원은 정당이나 정치 단체를 조직하는 데 관여할 수 없고, 정당 가입도 금지돼 있다.
그동안 법학계 등에서도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더 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져 왔다. 원칙적으로 공무원이 직접 직무를 수행하는 시간·장소·내용에 영향이 없는 경우 일반 시민의 정치활동과 같이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점과 공무원의 의사 표현이 정치적 중립 의무에 반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허용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2006년과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엔 및 국제노동기구(ILO) 등에서도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권고가 이어져 왔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은, 공무원의 직무수행에 있어 정치적 중립성과 객관성·공정성을 유지하는 한도에서 헌법과 법률상 자유로운 영역이라는 의미다.
헌법재판소는 직업공무원에 대한 정치적 중립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므로 중립적 위치에서 공익을 추구하고, 행정에 대한 정치의 개입을 방지함으로써 행정의 전문성을 제고(提高)하며, 정책적 계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함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공무원의 신분 안정을 유지하고, 엽관제(獵官制·spoils system)로 인한 부패와 비능률 등의 폐해를 방지하며, 자본주의 발달에 따른 사회경제적 대립의 중재자나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담당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것이다.
이쯤에서 가렛 존스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가 쓴 ‘10% 적은 민주주의’를 소환해야겠다. 저자는 세상의 일 중에는 민주적으로 대중의 뜻에 따르는 것보다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좋은 경우가 많음을 강조한다. 물가와 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그렇고 법원이 그렇다. 지금 우리가 사는 새로운 소셜미디어의 세상, 이데올로기적으로 기울어진 매체들이 범람하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선출직 공직자들의 행동과 의사결정의 제1 기준은 재선에 도움이 되는가이다. 일반 유권자들과 거리를 두는 관료들에 의해 결정되고 집행되는 정책이 좋은 정책일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사기가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아직 우리나라 학교는 교사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스펀지 같은 아이들의 교육을 정치적으로 편향된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 일을 해선 안 된다. 분명히 공무원도 자율적 시민이며 성숙한 정치 문화를 수용한다는 차원에서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직무와 관련해서는 성실하고 정교한 정치 중립성이 확보돼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둔다.

문화일보
07-11 다시 떠올리는 ‘우향우’ 정신과 김학렬의 각오
1973년 6월 처음 쇳물을 생산한 뒤 2021년 12월 임무를 다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포스코 포항제철소 1고로(용광로)는 별명이 많다. 민족 고로, 경제국보 1호 등인데, ‘아카자와 고로’라는 낯선 별명도 있다. 그 뜻을 알면 가슴 뭉클해진다.
아카자와 고로는 신뢰가 만든 결과물
박정희 대통령은 ‘철강은 국력’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1965년경 박태준 대한중석광업 사장에게 종합제철소 건설을 지시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은 가난했다. 박태준은 미국 등에서 차관을 들여오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허사였다. 해외 인사들은 ‘한국이 짓고자 하는 제철소는 사업성이 없다’고 여겼다.
그는 고민하다 일본으로부터 받은 대일청구권 자금을 사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하지만 돈을 대는 일본이 사전에 자금의 사용처를 농업발전용으로 명시했기에 일본 정부가 제철소 건설자금으로 돌리는 걸 허가해야 했다. 1969년 초 박태준은 곧장 일본을 찾아 지한파 정치인, 제철소 사장 등을 만났다. 일본 내각도 집요하게 설득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일본은 마지막 단계로 1969년 9월 현지 조사단을 한국에 보냈다. 아카자와 쇼이치 경제기획청 국장이 단장이었다. 처음 만난 박태준과 아카자와 국장은 5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경주로 갔다. 아카자와 국장이 그때 느낀 감정은 안상기 씨의 저서 ‘우리 친구 박태준’에 잘 나와 있다. “박태준은 제철산업 발전을 위해 목숨까지 아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가 지휘한다면 제철소 건립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포항 현장은 황무지였기에 우리 조사단은 기가 막혔다. 그러나 나는 이상하리만큼 담담했고, 일본 정부가 꼭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었다…나는 매우 긍정적인 보고서를 썼고, 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포항제철 건설이 시작됐다.”
1985년 4월 한일 경제인들이 모인 한 행사에서 포스코 회장이 된 박태준은 민간 경제인으로 참석한 아카자와를 다시 만났다. 박태준은 건배사 때 “우리 포스코는 1고로를 ‘아카자와 고로’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아카자와는 가슴이 벅찼을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포스코는 조강생산량 기준 세계 7위 철강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요즘 고난을 겪고 있다. 아니, 한국 철강업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 침체로 저가 철강을 한국으로 쏟아내고, 엔화 가치가 급락하며 가격 경쟁력을 갖춘 일본산 제품까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유럽의 환경 장벽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 철강업계는 비상경영으로 대응하고 있다. 포스코는 철강 분야에서 연간 1조 원 이상 원가를 줄이기로 했다. 임원 급여도 최대 20% 반납하기로 했다. 동국제강은 지난달부터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야간에만 인천 공장의 전기로를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철강 경기가 언제 반등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박태준 “혈세로 짓는 제철소, 실패란 없다”
다시 포스코를 건설하던 때로 되돌아가 보자. 박태준은 건설 과정에서 현장 직원들에게 “우리 조상의 혈세로 짓는 제철소다. 실패란 있을 수 없다. 실패하면 우리 모두 ‘우향우’ 해서 영일만 바다에 빠져죽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박태준만 그런 각오를 다졌던 게 아니다. 1969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에 임명된 김학렬은 취임 즉시 흑판에 ‘종합제철’이라 써놓고 “이 사업이 완결되거나 내가 그만둘 때까지 지우지 말라”고 엄명했다. 철강기업 임직원들이 우향우 정신으로 일하고, 정부가 김학렬 전 부총리의 각오로 지원한다면 극복하지 못할 철강 위기는 없을 것이다.

박형준 산업1부장 lovesong@donga.com
07.12 "전력 붕괴 다가온다"는 전문가 그룹의 경보 발령
미래 전력 수급을 이렇게까지 비관적으로 보고 있을 줄
"향후 10년 빅 쇼크 온다"
대개조 필요하지만 뭣부터 매듭 풀지 앞이 캄캄

▲지난 5월 8일 강원도 동해. 송전선 부족으로 가동을 멈춘 석탄화력발전소 모습. /김지호 기자
지난주 에너지 전문가들의 토론 모임에 참여했다. 10여 명이 자리를 같이했고 일종의 스터디 모임이어서 가식 없는 얘기들이 오갔다. 단국대 조홍종 교수가 발제를 맡았는데, 5월 31일 공개된 전력수급(15년)기본계획 실무안이 테마였다. 2038년까지 태양광·풍력을 현재의 5배(23GW→115GW)로 늘리고 대형 원전 3기를 더 짓겠다는 계획이다. 토론에서 “계획이 실현될 거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이 여러 차례 나왔다. 전문가들은 안정적 전력 공급 전망을 굉장히 비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향후 10여 년 사이 무슨 큰 사태가 벌어질 것 같다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할지 막막하다고들 했다.
발제자 조 교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얼마나 엄청난 전력을 쓰게 될지 설명했다. D램 메모리 웨이퍼 생산 과정에서 12인치 웨이퍼 한 장 만드는 데 14~21MWh 전기가 필요하다. 하루 2000~3000장의 웨이퍼를 생산하는 클린룸 4개짜리 팹(공장) 한 곳에서 대형(1.4GW) 원전 1~2기 발전량(하루 28~63GWh)만큼의 전력을 쓰게 된다. 이런 팹을 하이닉스가 4곳, 삼성전자가 6곳 구축한다는 것이다. 다 구축되면 현 국내 수요의 20% 수준 전기가 필요하다. 요즘은 클린룸 8개짜리 팹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반도체뿐인가. 전기차, AI 데이터센터 같은 전력 블랙홀도 등장하고 있다. 이 막대한 4차산업 전기 수요를 어떻게 맞추느냐는 것이다.
전임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 ‘2050년 탄소 중립’이란 대말뚝을 박아놨다.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데 그걸 무탄소 전력으로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2021년부터 태양광 증설 속도는 눈에 띄게 떨어졌다. 쉬운 입지의 ‘낮게 달린 과일’이 고갈된 것이다. 태양광을 획기적으로 늘리려면 이격 거리 규제(도로·주거 밀접지 일정 거리 이내 태양광 제한)가 완화돼야 한다. 지자체들이 주민 의견을 반영해 조례로 시행하고 있는 걸 어떻게 바꿀지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수도권에서 국내 전기의 45%를 쓴다. 대부분 석탄·LNG 전기다. 전영환 교수(홍익대)는 “그걸 무탄소 전원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수도권에 원전이나 태양광 지을 게 아니라면 다 지방에서 가져와야 한다. 무슨 방법으로 하느냐”고 했다. 전 교수는 “(태양광·풍력을 5배는커녕) 10GW라도 늘릴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지방 태양광 단지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낼 송전망이 없는데 누구더러 태양광을 더 지으라고 하느냐는 것이다.
동해안 8개 민간 석탄발전소가 올 들어 발전 제약으로 입은 손실액이 3000억원이라고 한다. 송전망이 포화되자 원전 전기를 먼저 보내려고 석탄발전소엔 송전선을 개방하지 않는 것이다. 진작 개통됐어야 할 동해안~신가평 HVDC 송전선 건설이 지지부진한 탓이다. 모임 브레이크타임 때 한 참석자는 “HVDC는 원전 전기를 운반하겠다며 짓기 시작했다. 그걸 성사 못 시켰으면 원전 가동을 멈춰야지 왜 석탄발전소를 못 돌리게 하냐”고 했다. 토론에서도 “(편의적 송전망 운용이) 결국 공정 거래 이슈, 또는 사법적 문제로 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상준 교수(서울과학기술대)는 “(태양광·풍력 전기만 쓰자는) RE100이 현안인데 대만 TSMC는 해상풍력 전기를 kWh당 150~170원에 공급받을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가 전력 경매 시장에서 사려면 200원 넘게 든다”고 했다. 기업이 그거라도 사고 싶어도 발전사들이 재생 전력 의무 비율을 채우려고 모두 걷어가는 바람에 기업은 살 수도 없다는 것이다. 조영탁 교수(한밭대)는 “경매 제도 활성화로 재생 전력 가격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했다. 한전이 독점한 전기 판매 부문을 개방하지 않으면 태양광·풍력으로 변동성이 높아진 전력 수급 환경에 대처할 수 없다는 건 일치된 견해였다. 하지만 발제자 조 교수는 “민영화의 ‘ㅁ’ 자만 나와도 분위기가 뒤집어진다”며 구조 개혁은 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또 송전망 정상화에 100조원은 필요한데 200조원 부채의 한전으로선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2035년쯤, 또는 그 이전이라도 허약한 전력망과 한전의 천문학적 부채로 뭔가 거대 충격에 직면하고 말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정부가 전기 요금을 틀어쥐고 발전 설비 증설 하나하나까지 개입하는 중앙집권적 시스템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직적 구조로는 위기 극복이 요원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공무원 사회는 1~2년 자리 지키다 가겠다는 보신주의가 여전하다. 정치 싸움 선수인 국회는 전력망특별법, 해상풍력특별법 같은 제도적 해법을 방치해왔다. 토론을 보고 갖게 된 느낌은 전력 붕괴의 먹구름이 몰려오는데 폭탄 돌리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선일보 한삼희 환경칼럼니스트
07-12 1만 원 넘은 최저임금, 결정구조 바꿀 제도 개선 시급하다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원이라는 상징적·심리적 경계선을 넘어서게 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7%(170원) 인상된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경영계 최종안인데, 표결 끝에 노동계 최종안(1만120원)을 제쳤다. 인상률은 2021년(1.5%) 다음으로 두 번째로 낮지만, 처음 도입된 1988년 462.5원(1그룹, 2그룹은 487.5원) 이후 37년 만에, 1000원을 넘긴 1993년 이후 32년 만에 1만 원을 상향 돌파한다.
최악은 피했지만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동결을 호소했던 영세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월급 기준으로는 209만6270원(주 40시간, 월 209시간 근무 기준)이나 된다. 이미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60%를 넘었고, 비혼 저임금 근로자의 1인 생계비를 웃돈다. 임금 부담에 알바도 못 써 사장 혼자 일하는 영세업소들이 즐비하고, 생계비를 마련하려고 투 잡을 뛰는 자영업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경영난이 심각한 음식점, PC방, 이·미용실 등 도소매·숙박업·서비스업 소상공인들은 더욱 절박하다. 청년과 미숙련 근로자 일자리가 오히려 감소하는 등 높은 최저임금이 초래할 역설과 부작용도 확산할 것이다.
차제에 최저임금법을 개정해 현행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 획일적인 최저임금은 한계에 왔다. 지급 능력이 없는 업종과 소상공인에까지 높은 임금을 강제하는 것은 잘못됐다. 업종별·규모별 유연화가 절실하다. 시행령 제12조에서 근로자 위원을 ‘총연합단체인 노동조합’이 추천토록 규정해 사실상 한국노총·민주노총이 독점하는 구조를 바꿔 2030 중심의 MZ노조와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사용자 위원도 소상공인 대표 등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의사결정의 키를 쥔 공익위원에는 최저임금을 받는 당사자들의 대표를 포함시켜 실효성 있는 해법을 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7.15 최저임금 1만원 시대…결정 방식 이젠 바꾸자

▲김경진 기자
노사 갈등에 흥정하듯 인상 폭 정하는 구태 반복
전문가 의견 충분히 듣고 정부가 책임있게 결정을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9860원)보다 170원(1.7%) 오른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지 37년 만에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렸다. 이번 인상률 1.7%는 2021년의 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다. 노동계는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에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이라고 비판했다. 경영계는 올해에도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불발된 데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문재인 정부 때 최저임금 과속의 후유증이 여전하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체 산업의 명목임금은 17.2%, 물가는 12.6% 올랐는데 최저임금은 27.8% 올랐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져야 하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강하게 반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임금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현재의 높은 최저임금은 준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괜한 엄살이 아니다. 지난해 최저임금마저 받지 못한 근로자는 301만 명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의 13.7%다.
최저임금은 실업급여와 산업재해 보상금 등 다양한 복지제도와 연관돼 있다. 이렇게 중요한 정부 복지정책의 기준점인데, 그 결정 과정은 주먹구구식이다. 노사 위원들이 샅바 싸움을 벌이고 흥정하듯 인상 폭을 정하거나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위원들이 주도해 중간쯤에서 타협하는 일이 반복된다. 데이터를 근거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하게 따지지도 못한다. 오죽했으면 최저임금 결정을 마친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조차 지금의 결정 시스템은 합리적·생산적 논의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을까.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바꾸자는 논의가 나온 지는 오래됐다. 문재인 정부도 2019년 최저임금위원회를 전문가만 참여하는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와 공익위원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전문가와 노사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정부가 책임 있게 결정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제안한다. 최저임금위원장도 2018년 비슷한 취지의 논문을 썼다. 정부가 뒤로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입맛에 맞는 공익위원 임명을 통해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투명하고 지속가능하며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노동계도 최저임금 인상에만 매달리지는 말아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 수요를 줄이고 결국 자영업자와 이들이 고용하는 을(乙)들의 갈등만 키운다는 지적을 외면해선 안 된다. 저소득 가구의 소득 증대와 분배 개선을 위한 제도로는 최저임금만 있는 게 아니라 근로장려세제(EITC)도 있다. 늘 더 좋은 대안을 찾는 노력에 노동계도 함께하기를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07.17 경제개발 원조가 민주당? '삼식이 삼촌'의 거짓말
송강호 주연의 인기 드라마
박정희의 경제개발 계획을
민주당 설계로 그려 논란
양극화·IMF·부동산 폭등까지
유신 개발 독재 탓이라더니
언제까지 박정희는
'만악의 근원'이어야 할까
경제학자 장하준에게 “혹세무민하지 말라”고 질타한 건 유시민이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장하준 당시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대한민국 경제 상황을 ‘국가 비상 사태’로 진단했기 때문이다. “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은 대증요법에 불과하고, 최저임금 인상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한 장하준은 “현재의 위기는 신산업 개발 부족으로 인해 주축 산업이 붕괴된 탓으로, 재벌을 적으로만 여기면 경제가 살아날 길이 없다”고 했다. ‘어용 지식인’을 자처한 유시민이 발끈한 건 당연했다. “세계적 석학이란 분이 참 갑갑하다. 문 정부가 하는 건 다 엉터리냐”며 반발했다.
진보 진영이 장하준을 불편해한 건 그때가 처음은 아니다. ‘소주성’을 설계한 장하성 사촌으로 일반 대중에겐 좌파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는 장하준이 박정희의 국가 주도 경제개발을 높이 평가하면서다. 산업 정책은 군부독재의 잔재이고 빈부 격차, 비정규직 급증, 심지어 IMF 외환 위기마저 박정희 개발 독재의 유산이라 우겨온 진보 정권에 장하준이 감히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추미애는 문 정부의 부동산 폭등도 박정희 탓이라고 했다.)
장하준이 박정희를 칭송하는 대목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다. ‘국가 주도’라면 치를 떠는 시장주의 경제학자들과 달리 선진국들 발전 과정에 국가 주도 산업 정책이 예외 없이 시행됐다고 강조하는 그는, 미국과 세계은행이 ‘후진국의 만용’이라며 반대한 중화학공업화를 밀어붙인 박정희 덕에 80년대 3저(低) 호황을 수출 호기로 활용할 수 있었고, IMF 외환 위기 또한 빠르게 수습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오히려 양극화, 대량 해고, 비정규직 문제는 세계화를 명분으로 신자유주의 개혁을 단행한 90년대 민주 정부 이후 가속화됐는데 그 책임을 박정희에게 떠넘겼다고 해서 진보의 공분을 샀다.
장하준 얘기가 길어진 건 송강호 주연의 ‘삼식이 삼촌’ 때문이다. 1950~60년대를 다루는 시대극은 4·19 혁명 아니면 5·16 군사 정변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이 드라마는 경제개발을 소재 삼아 눈길을 끌었다. ‘삼식이’라는 제목부터 삼시 세끼 배불리 먹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두 주인공의 포부를 상징한다.
문제는 세끼 밥 먹게 해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박정희가 아니라 장면의 민주당이 설계한 것으로 묘사한다는 점이다. “산업 단지를 세우고 서울과 부산, 서울과 인천을 잇는 고속도로를 만들어 중국 7억 인구에게 신발을 수출하면 14억켤레를 팔 수 있다”고 외치는 주인공이 민주당 정치인이다.
물론 이승만도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을, 장면 내각도 5개년 계획을 구상했다. 그러나 실행도 되기 전에 사실상 폐기됐다. 더구나 1962년 박정희가 발표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이전 안(案)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고속도로만 해도 1964년 차관을 빌리러 서독에 간 박정희가 독일 재건에 생명줄이 된 아우토반을 보고 추진했고, 야당은 경부고속도로 건설 현장에 드러누워 반대 시위를 했다는 건 모두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삼식이’는 표현의 자유라며 우긴다. 경제 발전의 공(功)조차 박정희에겐 돌리고 싶지 않은 걸까.
김광모 전 청와대 비서관이 보여준 70년대 중화학 관련 문서들은 박정희를 ‘만악의 근원’으로 배워온 586 끝물 기자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1973년 오일 쇼크로 산업 현장이 멈춰 섰을 때 박정희가 ‘공급 감량을 철회해 달라’며 미국 정유사들에 보낸 친서를 읽다간 울컥했다.
‘우리나라의 원유 소비는 대부분 산업용이다. 자동차를 더 타겠다든가 난방용으로 쓰겠다는 것이 아니다. 1개월에 25불의 급료를 받고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노무자들의 직장을 빼앗을 것인가. 우리가 아무 자원도 없이 열심히 일해서 경제성장을 이룩하려는 노력을 막으려고 하는가.’
구순의 김광모 비서관은 박정희는 경제에 “미쳐 있었다”고 회고했다. 고속도로와 제철 산업에 미쳐 있었고, 원전과 핵 개발에 미쳐 있었다. 세상이 자신을 독재자로 증오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1977년 봄, 기자들과의 환담 기록에 남아 있다. “나도 인간인 이상 시행착오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당대의 인기를 얻기 위해 일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우리도 다른 나라 부럽지 않게 떳떳이 잘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난 일이 없다.”
폭염은 맹위를 떨치고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만 100만명에 육박하는데, 민생은 안중에 없고 한 줌 권력을 위한 아귀다툼, 독재자 놀음에 여념이 없는 정치판을 보고 있자니,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던 박정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인물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일보 김윤덕 기자
07-17 제헌절…자유민주 한반도 이룰 주춧돌
최대권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헌법학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맞은 남북 분단 속에 공산제국 소련과 중공의 지원 아래 수립돼 한반도 공산화 통일을 목표로 삼는 북한 정권이 일으킨 동족 살상의 6·25 전란을 극복해 냈다. 휴전선을 경계로 한 남한만의 눈물겨운 폐허 복구와 동시에 일으킨 산업화에도 성공해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를 이끄는 10위권 경제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그뿐 아니라, 음악과 발레·운동 등 무용과 체육 및 대학과 학문 등으로 세계를 리드하는 교육·문화·체육 강국으로도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휴전선 인근의 높은 고지에 올라 헐벗은 북녘을 바라보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로 민족과 국토 통일이 이뤄진다면 굶주림과 가난의 통제경제를 벗어나 통합이 이뤄짐과 동시에 우수한 우리 민족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는 터전을 이룰 것을 다짐하곤 한다. 이를 발판으로 우리는 가히 대한민국헌법 전문이 선언하는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대표적인 자유민주주의 및 시장경제 체제의 자유와 문화·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언제 어떻게 이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인가? 전적으로 우리가 지금껏 이뤄온 것을 주춧돌로 삼고 그 위에 굳건히 서서 단단한 각오와 거듭된 다짐 그리고 그 길로 힘을 합쳐 노력해 나간다면 이를 이뤄낼 수 있을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능력과 가능성을 믿는다. 또한, 우리는 오늘 맞이한 76주년 제헌절을 또 하나의 주춧돌로 추가해 그 위에 굳건히 서서 이루어 가자. 태평양을 앞마당으로, 지구를 운동장으로, 그리고 우주를 우리의 놀이터로 삼아 이루어 나가자.
한민족은 한때 동북아시아를 휘젓던 활 잘 쏘는 동이족의 후예로, 이웃 강대국의 잦은 침략을 막아내고 한반도를 지키며 반만년이나 강인한 민족으로서 살아오다가 문약과 잘못된 정치로 나라의 주권을 잃고 반백 년을 이웃 나라의 노예로 살기도 했다. 이후 2차대전 종말과 함께 지극히 나쁜 국제적 운명의 장난으로 북녘 동포를 공산 전체주의 체제의 노예로 삼는 북쪽과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받는 자유민주주의 남쪽으로 갈려, 밤에 보면 검은 북녘과 밝은 남녘으로 갈리게 한 채 오늘에 이르렀다. 얼마 전 북쪽 김씨 독재왕조 3대의 자리를 차지한 김정은은 남북통일의 담론을 이젠 거둬들인다고 했다. 그러나 거둬들인다는 선언으로 북녘 독재왕조 노예 체제가 영속하리라고 누가 믿는가?
최근 뉴스를 보면, 탈북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까지 지낸 태영호 전 영국주재 공사 이래 북한 최고위직 외교관의 새로운 탈북 사실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북진 통일”은 읊조릴 필요도 없는 노래가 됐고, 우리 눈에 북녘 왕조체제는 인위적으로 손댈 필요도 없이 폭망할 운명이다. 다만, 러시아와 중국의 자유 체제 유입 방파제 역할 때문에 그 존재 이유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 두 거대 대륙 체제가, 압록강·두만강을 넘어 미칠 거대한 자유민주체제와 마주 대하게 되는 상황으로부터의 방파제 역할 기대 때문에 북녘 왕조체제의 유지 보전을 위한 힘으로, 그리고 자유 통일의 방해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상황이 보여주듯.

문화일보
07.18 15년 만의 24조 원전 수출, 암흑기 떨치고 부활한 K원전

▲한국이 건설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원전 건설 수주액만 200억달러로 중형 승용차 100만대 수출 규모와 맞먹었다. /현대건설
체코 정부가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했다. 1000메가와트급 원전 최대 4기를 짓고, 공사 규모는 최소 24조원 이상이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이후 15년 만의 쾌거다. 20조원 규모였던 UAE 원전 수출보다 규모가 더 크고, 유럽 시장에서 원전 강자인 프랑스를 제치고 따낸 수주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프랑스는 수주전에서 ‘유럽에서 원전 운용 중인 프랑스’ 대(對) ‘유럽 밖에서만 원전 운용하는 한국’ 구도를 만들어 여론을 공략했다. 하지만 체코 정부는 유럽보다 훨씬 가혹한 환경인 중동 사막에 원전을 건설하고 한 치의 오차 없이 운용하며 높은 기술력과 시공 능력을 보여준 K원전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번 수주 성공은 탈원전에서 원전으로 속속 회귀하는 유럽 시장에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현재 유럽에선 영국·스웨덴·네덜란드·폴란드·루마니아·헝가리 등이 원전 건설에 나서는 등 가히 ‘원전 르네상스’라 불릴 만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 개막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데다, 세계적으로 탄소 제로(0) 규제가 확산하고 있어 원전이 최적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원전은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고, 한 번 연료를 채우면 2년을 가동할 수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각국이 중시하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강점이 크다.
몇 년 새 급변한 국제 정세는 한국 원자력 산업에 다시 없는 호기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경쟁국이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입찰에서 배제되고 있다. 중국도 미국 등의 견제로 발이 반쯤 묶여 있어, 실질적 경쟁자는 프랑스 정도다. K원전은 15년 전 UAE 원전 수주전에서 프랑스를 이긴 데 이어 유럽 원전 건설 시장에서도 프랑스를 또 이겼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국정 과제로 삼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가면 목표 조기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한국 원자력 산업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암흑기를 벗어나,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에 뒤이은 또 하나의 주력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7.18 맞춤형 원전, 칼 같은 납기…佛 꺾고 체코 원전 수주한 비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2기 건설에 24조, 2기 추가땐 40조
UAE 바라카 이후 15년 만에 역대 최대 규모 원전 수출 성과

▲양국 정상 모두 세일즈 외교… 승자는 한국 - 윤석열 대통령과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이 지난 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나 악수하는 모습(왼쪽 사진). 워싱턴DC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75주년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한-체코 정상회담으로 페트트 파벨 대통령을 따로 만나 막판 K원전 세일즈 외교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당시 정상회담에서 “체코 정부가 추진 중인 신규 원전 사업에 세계 최고 수준의 시공 능력과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대통령도 이날 정상회의에서 파벨 대통령을 만났다(오른쪽 사진).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3월 체코에서 열린 에너지포럼에도 참가하는 등 원전 수주에 나섰지만, 정확한 납기,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K원전’에 밀렸다. /대통령실·AFP 연합뉴스
한국 원전이 체코에서 사업비 24조원 규모의 신규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을 수주했다. 원전 수출로는 사상 최대이자 2009년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이룬 성과다. 이번 계약에서는 향후 체코가 추가로 원전 2기를 지을 경우에도 한국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기 때문에 총수주액은 최대 40조원을 웃돌게 돼 20조원이었던 바라카 원전의 2배 이상 규모로 평가된다. 탈원전 정책으로 가동 중이던 원전은 멈추고, 건설 중이던 원전까지 공사가 중단되며 생태계가 고사 직전까지 갔던 K원전 업계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세계 2위 원전 대국인 프랑스를 안방인 유럽에서 꺾었다는 데 의의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AI(인공지능) 확산에 따라 세계적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K원전이 중동에 이어 유럽 시장에 성공적으로 첫발을 내디뎠다는 것이다.

▲그래픽=송윤혜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체코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1000㎿(메가와트)급 원전 4기를 짓는 신규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체코는 우선 두코바니 5·6호기 건설을 확정하고, 테믈린 3·4호기에 대해선 향후 건설 여부를 확정하기로 했다. 예상 사업비는 1기당 2000억코루나(약 12조원)로 한수원과 발주사인 EDUⅡ는 내년 3월까지 계약을 마무리하고, 2029년 공사를 시작해 2036년부터 상업 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추가 2기까지 더하면 총 사업 규모는 40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EDUⅡ는 체코전력공사가 신규 원전 사업을 위해 만든 자회사로 향후 원전 건설 사업을 책임진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업비는 체코 정부가 건설비, 예비비 등을 포함해 책정한 규모로 계약액은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상훈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은 기존 원전을 운영 중인 두코바니와 테믈린에 원전을 2기씩 추가 건설하는 사업이다. 체코는 두코바니에서 500㎿급 원전 4기, 테믈린에서는 1000㎿급 원전 2기를 운영 중이다. K원전은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시공이나 유지 보수 사업을 수주한 적은 있지만, 원전 노형(모델)부터 건설, 시운전까지 전체를 수출하기는 UAE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래픽=박상훈
◇원전 강국 프랑스를 유럽 안방에서 제쳐
체코 신규 원전 수주전은 2022년 3월 입찰을 개시하며 본격화됐다. 애초 원전 1기 규모로 추진됐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지고, AI와 데이터센터 확대, 탄소 중립에 따른 화석연료 퇴출 등의 영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올 1월 최다 4기로 건설 규모가 확대됐다. 발표 당시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에너지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신규 원전 1기로는 충분하지 않게 됐다”며 “원전은 합리적 가격으로 충분한 전력을 확보하는 열쇠”라고 말했다. 체코 정부는 2050년까지 전력 소비가 6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배제한 채 시작한 수주전은 한수원과 프랑스 EDF, 미국 웨스팅하우스 3파전으로 출발, 올 1월 웨스팅하우스가 자격 미달로 탈락하면서 2파전으로 압축됐다. 체코전력공사는 지난 4월 한수원과 EDF가 제출한 최종 입찰서를 두 달여 동안 평가했으며, 체코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한 달 동안 검토한 뒤 이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이로써 K원전은 미국, 프랑스와 정면 대결을 펼친 끝에 수주전에서 승리를 따낸 것이다.
◇유럽에서 프랑스 이겨… 리턴매치 승리
미국에 이어 둘째로 많은 원전 56기를 운용하는 원전 대국 프랑스의 안방인 유럽에서 UAE 수주전 이후 15년 만에 벌어진 리턴매치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 EDF는 현지에서 ‘유럽에서 원전을 운용 중인 EDF vs 유럽 바깥에서만 운용하는 한수원’ 구도를 만들며 여론전을 펼쳤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양국 군사 협력을 강화하며 EU(유럽연합)와 NATO(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으로서 동맹임도 과시했다. 수주전 막판에는 프랑스가 EU 차원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소문까지 돌기도 했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프랑스로서는 자기들 안방인 유럽에서 15년 만에 설욕을 노리며 총력전을 펼쳤다”며 “현지 매체에 체코 국민의 75%가 EDF를 지지한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17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1000MW급 원전 2기를 새로 건설하게 될 체코 두코바니 원전 단지 모습. 체코는 현재 이곳에 500MW급 원전 4기를 가동 중이다. 한수원은 내년 3월까지 계약을 마무리하고, 2029년부터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체코전력공사
◇정확한 납기와 예산을 맞추는 경쟁력에 체코 ‘국민 기업’까지 끌어들여
하지만 이른바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정해진 예산으로 적기 시공)’을 내세운 한국의 시공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프랑스가 넘어서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는 핀란드에 지은 올킬루오토 3호기가 예정보다 13년 늦게 전력을 생산했고, 2007년에 짓기 시작한 자국 내 플라망빌 원전은 아직도 완공하지 못했다. 반면 한국은 사막이라는 지리적 약점과 코로나라는 돌발 변수에도 UAE 바라카 원전을 일정대로 건설하면서 세계 원전 업계에서 ‘온 타임 온 버짓’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전기술,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과 협력해 체코 측의 요구 사항에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두산이 2009년 인수한 체코 국민 기업 두산스코다파워도 현지 여론 형성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869년 창립, 올해로 155년이 된 두산스코다파워가 신규 원전에 증기 터빈 등을 공급한다는 계획이 체코 여론을 K원전 쪽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한수원 측은 ‘한국이 수주하면 기자재를 체코에서 만든다’는 점을 강조하며 체코 경제에 끼치는 장점을 선전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앞으로 발주사와 상생할 수 있게 협력해 최종 계약을 맺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한국형 원전이 UAE에 이어 체코의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조재희 기자
07.18 탈원전 아픔 딛고… 정부·기업 '팀코리아'가 해냈다
총성 없는 2년 전쟁에서 이겨

▲프라하서 K원전 세일즈 - 지난 5월 13일 체코 프라하 조핀 궁전에 얀 피셰르 전 체코 총리, 페트르 트레시냐크 산업부 차관 등 체코 정부 관계자와 현지 금융·원전 업계 인사 등 300명이 한자리에 모인 모습. 체코 원전에 원자로 등 주(主) 기기 공급을 맡게 될 두산그룹은 이날 행사를 열고 K원전의 강점을 알리는 막바지 총력전을 펼쳤다. /두산그룹
한국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한국형 원전 수출에 성공한 배경엔 민관이 함께 구성한 ‘팀코리아’의 역할이 컸다. 탈원전 폐기를 내걸고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은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목표 아래 이번 수주전에도 직접 나섰고, 한수원, 두산에너빌리티 등 우리 기업들과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정부도 함께 총력전을 펼쳐 수주전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체코 원전 수주는 2022년 3월 입찰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았다. 체코 정부가 2016년 원전 건설 계획을 내놓은 뒤 미국, 프랑스는 물론 러시아, 중국 등도 관심을 키웠지만, 자국에서 ‘탈원전’을 밀어붙이는 한국이 적극적으로 명함을 내밀기는 쉽지 않았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2018년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 참석차 가는 길에 체코를 1박 2일 일정으로 방문했다. 당시 체코 대통령도 없는 상황에서 방문한 뒤 “중간 급유를 위해 방문한 것”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한 것” 등의 이유를 밝혔다가 “정작 한국은 탈원전하며 다른 나라에 원전을 팔겠다는 게 모순”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정작 체코에서 총리와 회담하면서 모두 발언에서는 원전을 언급조차 하지 않기도 했다. 임기 말인 2021년 문 대통령은 체코 총리와 회담을 가지며 ‘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강조하기도 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 정부 5년 동안 국내에선 탈원전, 해외에선 원전 세일즈라는 모순된 모습 속에 스스로 스텝이 엉키던 K원전 수출 전선은 2022년 3월 대선과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제대로 된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정부는 국정 과제로 원전 생태계 회복을 내놓고 원전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루마니아·폴란드 등 원전 수요가 폭증하는 동유럽을 중심으로 하나둘씩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픽=송윤혜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에도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막판 수주전에 힘을 실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시공 능력과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를 통한 금융 지원도 가능해 체코 원전 분야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앞서 작년 9월 한덕수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4월 체코를 직접 방문해 첨단 산업 R&D(연구∙개발)를 확대하고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는 등 현안에 대해 직접 논의했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올 들어 세 차례나 체코를 찾았다. 지난달에는 체코공대와 함께 원전 전문가 양성을 위한 학부 커리큘럼을 공동 개발하는 MOU(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원전 건설이 예정된 트레비치 지역 아이스하키단에 대한 후원도 내년 8월까지 연장했고, 2017년부터는 매년 현지에서 봉사 활동도 펼쳤다.
민간의 노력도 큰 역할을 했다. 박정원 두산 회장은 지난 5월 체코 프라하 조핀 궁전에서 행사를 열었다. 안 피셰르 전 체코 총리, 페트르 트레시냑 산업부 차관 등 체코 정부 관계자를 비롯한 현지 금융·원전 업계 인사 등 30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체코가 유럽 내 무탄소 발전 전초기지로 부상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로 연설을 하기도 했다. 두산은 원전 사업 수주 시 제품 공급을 담당할 체코 최대 기업 중 하나인 두산스코다파워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이번 수주전에서 체코 여론이 한국으로 기운 데는 체코 최고 기업이 원전의 핵심 부품을 제공한다는 논리도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팀코리아 일원인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도 같은 달 체코 현지에서 ‘한·체코 원전 건설 포럼’을 열고 한국형 원전의 우수성을 소개했다. 백 사장은 원전이 들어설 예정인 두코바니 지역을 찾아 현지 지역민 고용과 지역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힘을 보탰다.
07-18 AI 시대 전세계 原電 러시 속 체코 원전 수주 의미 크다
한국이 체코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역대 최대인 24조 원 규모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의 개가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을 극복하고 원전 강국인 프랑스를 꺾고 유럽에 진출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체코 정부는 17일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축인 팀코리아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수원은 세부 협상을 거쳐 내년 3월 최종계약을 체결한 뒤 2029년 착공해 2036년 상업운전에 들어가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핵심인 원자로 시공은 물론 설계·운전·정비 등 원전 전반을 포괄해, 한국은 원전의 전체 생태계에 걸쳐 10년 이상의 일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K-원전의 도약이 기대된다. 당장 체코로부터 원전 2기 추가 수주도 유력하다고 한다. 체코는 예산이 빠듯한 상황에서 한국의 건설 단가가 세계 최저 수준인 ㎾당 3571달러로, 프랑스(7931달러)의 절반 수준인 데다, 정해진 예산과 공기(工期)를 지키는 ‘온 타임 온 버짓’ 전략을 높이 평가했다. 체코 측은 모든 평가에서 한국이 앞섰다고 했다. 가격 경쟁력을 두고 덤핑이라느니, 필수 요건인 정부 보증이 문제라는 식의 주장은 억지다. 유럽은 원전 분야에서 기회의 땅이다. 폴란드·루마니아·영국에선 수주를 추진 중이고, 네덜란드·핀란드·이탈리아 등도 원전 추가 건설에 나섰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시대는 데이터센터 등 엄청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주요국들이 원전 건설 확대로 선회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세계 원전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2020년의 3배 수준으로 확대키로 했다. 경쟁국인 중국은 자유 진영에선 기피되거나 견제받는다.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하는 한국에는 여러모로 호기다. 이번 수주는 한국의 원전 생태계가 회복됐고, 기술력 또한 세계 최고임을 보여준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금융 지원은 물론 외교·안보 등 정부의 전방위 뒷받침이 필요하다.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경쟁력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07.19 문재인 '脫원전' 국가 자해를 다시 생각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원전 수출로는 사상 최대이자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이룬 쾌거다. 사진은 체코 신규원전 예정부지 두코바니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2024.7.18/뉴스1
역대 최대인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로 한국 원전 산업의 경쟁력이 다시 한번 세계 시장에서 입증됐다. 체코 총리는 “모든 면에서 한국의 제안이 프랑스보다 좋았다”고 했다. 체코 실정에 맞는 맞춤형 모델을 제시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2009년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주에 이어 15년 만에 또다시 원전 강대국 프랑스를 제치고 대규모 수주를 따냈다는 점에서 K원전의 뛰어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은 이제 더 설명이 필요 없게 됐다. 유럽에 첫 교두보를 마련한 만큼 향후 네덜란드·폴란드·루마니아 등 유럽에서 재개되는 원전 건설에서도 수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 원전 산업은 40년간 꾸준히 원전을 건설하면서 시공과 제조를 넘어 설계까지 독보적인 기술력을 쌓았다. 주요 부품 국산화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우리는 지하자원이 없지만 그보다 훨씬 가치 있는 두뇌 자원이 있다. 그 두뇌 자원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원전이다. 한국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세계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한국 원전 산업이 ‘탈원전’으로 하마터면 붕괴될 뻔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탈원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그는 원전 사고를 다룬 공상 영화를 보고 “많이 울었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이것이 탈원전의 시작이라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한 달여 만에 탈원전 정책을 발표했는데 국가 백년대계를 바꿀 중대한 선언을 하면서 그 내용을 엉터리로 채웠다. 논리 오류에 앞서 기본적인 수치가 다 틀렸다. 원전과 관련도 없는 비전문가들이 이 정책을 수립했다고 한다. 나중엔 멀쩡한 원전을 없애려고 수치를 조작했다. 그 진짜 책임자인 문 전 대통령은 편히 있는데 당시 실무자들은 수사받고 있다.
나라의 많은 인재들이 수십 년 피땀 흘려 가꾸어온 산업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임기 5년짜리 대통령 한 명에 의해 무너질 뻔했다. 탈원전이 몇 년만 더 계속됐다면 24조원의 체코 원전 수주도 불가능했다.
세계에 원전 르네상스가 도래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의 필요성이 높아진 데다, 인공지능(AI) 산업의 비약적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한 때문이다. 현재 17국에서 원전 60기가 건설 중이다. 이 추세는 세계적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다. 원전 생태계 복구에 나선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삼았다. 그 목표가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탈원전 국가 자해극이 가까스로 끝났다고 안도하게 된다.
조선일보 사설
07.19 佛 입김에 입찰 날짜 바뀌어...3대 위기 극복한 체코 원전 역전극
①프랑스의 공격, 막판 여론 호도
②입찰 날짜 바꾼 프랑스 입김
③갑자기 늘어난 체코 원전 규모

▲한수원이 후원하는 체코 아이스하키팀 유니폼을 입은 황주호 사장. /한국수력원자력
“체코 정부는 적기에 원전을 건설한 경험이 많은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해야 한다.”
지난달 27일 체코 원전 건설 예정지인 두코바니 지역 신문 ‘호라츠케 노이비니’에는 두코바니·트레비치 등 주변 지역 주민협의회 명의의 성명서가 보도됐다. 원전 발주처(EDUⅡ)가 두 달 동안 평가를 진행한 이후, 프랑스가 한국을 제치고 선정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던 때였다. 성명에는 “한수원은 8년간 지역과 협력해왔다”며 “우선협상대상자는 지역과 협력해 온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막판 수주전이 치열하던 이달 초 프랑스 EDF가 현지 매체 2곳에 “체코 국민 중 75%가 EDF를 지지한다”는 광고를 냈지만, 지역 민심은 이미 한수원 편이었다.
18일 서울 중구 한수원 방사선연구원에서 만난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프랑스 측이 갖은 공격을 계속하던 상황에서 현지 주민들의 지지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응원이었다”고 했다. 체코가 발주를 하기 전부터 이 지역에 사무소를 내고 주민들의 환심을 얻어온 노력의 결과물이기도 했다. 그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만큼이나, 그때 지역 주민들이 우리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 감격스러웠다”고 덧붙였다.
2022년 8월 취임 후 지난 23개월간 수주전의 실무를 지휘한 황주호 사장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기까지 세 번의 결정적인 장면이 있었다”며 “그중 마지막이자 최고의 순간이 바로 이날이었다”고 말했다.
황 사장이 꼽은 첫 번째 장면은 1월 31일이었다. 체코 정부는 이날 신규 원전 건설 규모를 1기에서 4기로 늘리고, 한수원과 프랑스 EDF에 입찰 참여를 요청했다. 황 사장은 “갑자기 질문이 달라지니 당황했다”며 “몇 년을 원전 1기 건설에 맞춰 준비했는데, 판이 4배로 커지면서 뭐부터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했다. 원전 종주국 미국은 빠졌지만, 15년 전 UAE(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전에서 우리에게 밀린 프랑스와 유럽에서 리턴 매치를 벌이게 된 것도 부담됐다. 황 사장은 “하지만 80여 명이 두 달 반 동안 몰입, 2기·3기·4기를 지을 때를 나눠 어떤 결과를 얻을지를 다시 정리해 역제안했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두 번째 결정적 장면은 4월에 찾아왔다. 최종 입찰서 마감을 열흘 정도 앞둔 시점에 프랑스의 요청으로 제출 마감이 15일에서 30일로 갑작스레 바뀐 것이다. 황 사장은 “마감일이 한쪽의 요청으로 미뤄지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프랑스가 무슨 무기를 숨기고 있는지, 프랑스에 유리하게 평가가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했다”고 말했다. 한수원의 선택은 마감일보다 하루 빠른 ‘29일 제출’이었다. 그는 “현지에서 기자들이 ‘왜 이렇게 빨리 제출하느냐’고 묻기에 ‘1만km 떨어진 한국에서 올 땐 항공편 지연 등 여러 변수를 대비해야 한다. 원전 건설은 엄청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일이고, 우리의 리스크 관리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황 사장은 “이미 우리는 기존 일정에 맞춰 모든 게 준비돼 있었다”며 “’그렇게 급하면 어제 오지’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진짜 ‘어제’ 가면서 의지와 성의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2016년부터 현지에서 직원과 자원봉사 대학생 등이 벽화 그리기, 소외 계층 지원, 공공체육시설 정비 등 지역 봉사 활동을 펼치며 주민들을 ‘내 편’으로 만들었다. 발표를 한 달 앞둔 지난 6월, 2018년부터 후원해온 트레비치 아이스하키팀 후원 기간을 내년 8월까지로 연장한 것도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황 사장은 “오히려 주민들이 다음 달이 발표인데 벌써 연장하느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같은 유럽국인 프랑스의 국력과 위상에 대해 우려가 컸다”고 하자 황 사장은 “나라 대 나라 간 총력전에서 우리가 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술력, 시공 능력 등 원전 자체 경쟁력은 물론, 제조업 기반, K팝과 같은 문화 등 우리의 다양한 강점이 수주전에서 발휘됐다는 것이다. 황 사장은 “우리가 짓는 원전에서 만들어진 질 좋은 전기를 받아 쓰는 곳은 배터리, 자동차처럼 우리가 강점을 지닌 산업군”이라며 “이번 수주는 마치 종합 선물 세트 같은 국력이 바탕이 된 결과”라고 말했다.
황 사장은 “2022년 11월 최초 입찰, 지난해 10월 수정 입찰, 올 4월 최종 입찰까지 입찰서를 낼 때마다 3개월씩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80여 명이 경주 본사와 대전 중앙연구원에서 서류를 작성했다”며 “그때마다 A4 1만2000쪽, DVD로 24장(용량 3GB)을 만들고, 제출한 뒤엔 체코 프라하에 가서 3~4일씩 발주처와 질의응답을 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그는 “최종 입찰서를 내던 4월쯤에는 ‘발주처가 우리를 인정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결국 이길 수 있었다”며 “벌써 어젯밤에 전화가 와, 다음 주 체코에서 킥오프 미팅(프로젝트를 위한 첫 미팅)을 갖자고 하더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조재희 기자
07.19 美·佛에 앞선 기술력… 체코, K원전 만장일치로 선택
원전 강국 모두 꺾었다

▲체코의 테믈린 원전 - 체코 테믈린에 있는 원전 시설의 모습.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7일 열린 체코 내각회의 의결에 따라 두코바니에 원전 2기, 테믈린에 추가로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체코 신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
17일(현지 시각) 체코 내각회의는 만장일치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이날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모든 기준에서 한국이 제시한 조건이 우수했다”고 밝혔다.
15년 전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엔 경쟁국보다 낮은 건설 단가와 시공 능력이 주요 강점으로 꼽혔지만, 이번 수주전에선 가격뿐 아니라 설계 기술까지 어느 하나 흠을 잡을 수 없는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1978년 고리 1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한 후발 주자 한국이 1950년대부터 원전을 가동한 원전 1세대 강국 미국과 프랑스를 제치고 유럽에 첫발을 내디뎠다.
◇'온 타임 온 버짓’은 기본
K원전의 특장점인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은 이번 수주전에도 힘을 발휘했다. 18일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kW(킬로와트)당 3571달러로, 중국(4174달러), 미국(5833달러), 러시아(6250달러), 프랑스(7931달러) 등에 비해 최대 55%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에도 우리는 경쟁 상대국이었던 프랑스보다 20~30% 낮은 가격과 비교적 짧은 공사 기간을 내세워 우위를 점했는데, 이번 체코 수주전에서는 기술력도 입증하며 양대 원전 강국 미국과 프랑스를 꺾은 것이다.

▲그래픽=송윤혜
수주 15년 만인 올해 마지막 4호기까지 상업 운전에 들어가는 UAE 바라카 원전은 한국형 ‘온 타임 온 버짓’의 대표적인 사례다. 고리 1호기부터 꾸준히 원전을 건설하면서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무조건 정해진 시간 안에 원하는 결과물을 저렴한 가격에 만들어 낸다는 강점이 유럽 시장까지 사로잡은 것이다.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지낸 이관섭 전 한수원 사장은 “이제 시공과 설비 제조를 넘어 원자로 설계까지 우리 원전이 독보적인 실력을 쌓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K조선업처럼 ‘맞춤형’ 공략
체코는 입찰 과정에서 자국의 여건에 맞춰 1200MW(메가와트)급 이하 원전 건설을 요구했다. 대규모 냉각수를 얻기 어려운 내륙이라는 지리적인 한계와 당시 예측한 전력 수요와 송·배전망 상황을 감안한 조건이었다. 최신형 1400~1600MW급 원전에 주력해온 각국은 ‘체코 맞춤형’ 모델이 필요했다. K원전으로선 기술력을 입증할 좋은 기회였다. 앞서 2016년부터 EU(유럽연합) 기준에 맞춰 1000MW급 모델을 개발해오던 우리나라는 5년 만인 2021년 개발을 마치고, 2023년 5000여 가지 항목을 만족시키며 EU 인증을 받았다. 반면 프랑스는 설계도는 만들었지만, 결국 인증은 받지 못한 채 입찰 서류를 냈다. 미국은 한수원보다 두 세대 뒤떨어진 인증만 받은 AP1000 모델로 준비하다 입찰에서 먼저 탈락했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은 선주(船主)의 다양한 요구를 맞춤형 설계·건조로 충족시키며 일본을 따라잡고 세계 시장을 휩쓸었는데, 우리 원전도 향후 폭발적으로 커질 원전 시장에 맞춤형 주문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입증한 것”이라고 했다.
◇K제조업 경쟁력도 한몫
이번 수주전에서 정부는 체코에 원전 건설뿐 아니라 다른 산업 지원책까지 함께 제시하며 K제조업 역량을 총동원했다. 현대차·현대제철·한화첨단소재·넥센타이어 등 체코에 이미 진출한 기업뿐 아니라 앞으로 반도체, 전기차, AI(인공지능) 등으로 ‘산업 지원 패키지’를 확대하며 체코에 경제 협력을 제안한 것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체코에는 한국 기업만 100개 이상 있고, 근로자 1만4000명 이상이 고용돼 있다”며 “대표적인 제조업 국가인 체코와 향후 산업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온 타임 온 버짓
대규모 건설 사업을 정해진 시간과 예산 내에서 마무리하는 것. 한수원을 비롯한 ‘팀코리아’가 2008년 UAE 바라카 원전 사업을 따내고, 이번에 체코 내각의 만장일치로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팀코리아는 이번 수주를 통해 경제성과 시공 능력뿐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설계 능력까지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07.19 민관 합작의 체코 원전 수주…‘원전 르네상스’ 발판 되기를
‘기술력·공기 준수·가격’ 3박자에 대통령 친서까지
원전 인프라 복구, ‘고준위방폐법’ 처리도 속도 내야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에 몰렸던 국내 원전업계에 오랜만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체코 정부가 지난 17일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의 ‘팀코리아 컨소시엄’(한국수력원자력·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을 선정했다. 원전 2기를 짓는 공사로 그 규모는 최소 24조원 이상이다. 향후 추가로 2기를 더 지을 수도 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총 4기·20조원) 수주 이후 15년 만에 따낸 대규모 원전 사업이다. 상업용 원전을 최초로 설치한 유럽에 ‘K원전’을 수출할 교두보를 확보한 의미가 크다.
유럽 시장에서 원전 강국인 프랑스를 누르고 이뤄낸 이번 쾌거는 민관이 협력한 합작품이다. ‘팀코리아’는 ‘기술력·공사기간 준수·가격’의 3박자를 앞세워 체코를 사로잡았다. 체코 정부는 전문가를 바라카 원전에 파견해 한국 기업의 기술력과 시공 능력을 직접 확인했다. 정부는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밀 특사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통해 ‘산업 패키지 지원’을 담은 친서를 체코 정부에 보냈다. 입찰이 프랑스와의 2파전으로 좁혀지자, 안 장관은 체코를 세 번이나 다녀오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탈원전 정책 회귀에 대한 체코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체코 원전 수주로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내건 윤석열 정부의 ‘원전 생태계 복원’ 정책도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온실가스 배출 없는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각국이 탈원전에서 원전으로 급격히 유턴하고 있다. UAE와 네덜란드·폴란드·영국·튀르키예 등 각국이 원전 건설에 나서고 있다. ‘원전 르네상스’의 대세 속에 ‘K원전’이 국가 주력 사업으로 거듭날 전기가 마련된 흐름이다.
중앙일보 사설
07.19 탈원전은 무모했다

▲가동 중인 체코 두코바니 원전 1~4호기.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때 고사 위기에 몰렸던 한국 원자력 산업이 해외에서 새 일감을 찾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것도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다.
돌이켜 보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무모한 ‘자해 행위’였다.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함으로써 산업 생태계가 크게 위축됐다. 원자력 관련 학과의 지원율도 뚝 떨어졌다.
하지만 원자력은 2022년 2월 EU 택소노미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을 받았다. 인공지능(AI) 시대엔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고 원전 산업이 새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체코 원전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추가 수주도 노려볼 수 있다.

▲공론화를 통해 건설이 재개된 새울원전 3·4호기(옛 신고리원전 5·6호기). [사진 한수원]
17일 밤 체코 원전 수주 소식이 전해졌지만, 18일 오전 더불어민주당이 낸 대변인 논평이나 주요 당직자의 모두 발언에 원전 얘기는 없었다. 원전 관련 기업이 있는 창원이 지역구인 허성무 의원이 환영 성명을 낸 정도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등 원전 관련 예산 180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여야의 막판 협상에서 예산이 복원되긴 했지만, 민주당이 여전히 원전에 부정적이라는 것을 드러냈다.
민주당이 강조하는 신재생에너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의 한계점이 명확한 상황에서 원전을 서둘러 포기할 이유는 없다. 대표직 연임을 노리는 이재명 전 대표는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먹사니즘’을 내세웠다. 세계적 경쟁력이 있는 원전 기술을 사장하는 것이 이 전 대표가 말하는 먹사니즘은 아닐 것이다.
김원배 논설위원 onebye@joongang.co.kr
07.19 '돈의문 유령 마을' 같은 수십 수백억 세금 낭비 전국에 널려

▲관광객 없이 텅 비어있는 돈의문박물관마을. /최종석 기자
서울시가 박원순 전 시장 시절인 2017년 조성된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철거하기로 했다. ‘보존’을 중시했던 박 전 시장의 도시 재생 사업 중 하나였던 이 마을은 옛 골목을 재현한 것이다. 가치 있는 건물이라면 보존할 필요가 있겠지만 마을 건물 대부분이 2017년 당시 신축한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 모습을 고증해 재현한 것도 아니었다. 이런 곳에 사람이 모일 리가 없다. 들어섰던 공방, 갤러리 등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유령 마을’이 됐다. 결국 서울시가 이 마을을 철거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마을 공사비와 위탁 운영비로 쓴 세금 480억원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박 전 시장이 세운상가 주변을 보존한다며 1109억원을 들여 만든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도 애물단지가 됐다. 실제 통행량이 예측치의 5~23%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흉물에 가까운 시설에 예정된 결과다. 노후한 서울역 고가차도를 ‘도심 속 공중정원’으로 만들겠다며 사업비 597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서울로7017′도 마찬가지다. 이용자 수가 2017년 개장 직후의 6~7%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런데도 유지·관리비만 매년 14억~37억원이 든다. 서울시는 이 두 곳도 철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보존할 가치가 없는 것들을 보존한다며 거기에 ‘도시 재생’이란 엉뚱한 이름을 붙였지만 애초에 성공할 가능성이 없었다.
‘돈의문 유령마을’과 같은 세금 낭비는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엔 경남도가 16억원을 들여 거제시에 설치했던 거북선이 철거됐다. 국내산이 아닌 외국산 목재를 쓴 불량품으로 드러나 방치되다 결국 철거된 것이다. 철거한 뒤 목재는 화력발전소 땔감으로 보내고 철근은 고물상에 팔았는데 철거 비용만 1800만원이 들었다. 이외에도 수백억원을 들인 테마파크, 모노레일 등이 이용객이 적어 애물단지로 변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바다가 없는 충북도가 발상의 전환을 하겠다며 230억원을 들여 ‘내륙판 자갈치 시장’을 열었다가 사실상 실패하기도 했다. 그래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조선일보 사설
07-19 변죽만 울린 부동산 대책…안이한 대응이 禍 더 키운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자, 정부가 18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재가동했다. 지난해 9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그렇지만 늑장 대응에다 변죽만 울리는 졸속 대책만 내놨다. 당장 주택 부족이 발등의 불인데, 2029년까지 23만6000가구 공급과 올 하반기 수도권 신규 택지 개발 등 단기 공급 확대와는 거리가 멀어 실효성이 없는 방안들을 나열했다. 집값 급등을 투기 탓으로 전가하려는 기류도 보인다. 정부의 인식과 대응이 너무 안이하다.
세세히 뜯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2029년까지 공급하겠다는 23만6000가구 중 3기 신도시가 7만700가구인데, 올 하반기 청약물량은 고작 1100가구다. 내년에도 상반기 2900가구, 하반기 5000가구 등 7900가구에 그친다. 국토교통부가 올 하반기에 수도권 그린벨트까지 풀어 2만 가구 규모의 택지를 새로 공급하겠다는 것도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택지 지정부터 입주까지 10년 넘게 걸린다. 전세 대책으로 내놓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매입 임대주택 확대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 LH의 올 상반기 실적은 1576가구로 기존 목표의 5%에도 못 미친다. 급조된 방안들이 국민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정부는 비판을 예견한 듯 다음 달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추가로 내놓겠다고 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시장 과열이 지속할 경우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고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올해 주택 착공·준공이 늘었다고 강조하지만, 2∼3년 뒤 주택 공급을 예고하는 인허가 감소는 언급도 없다. 박 장관은 ‘일시적 상승’이라고 했지만, 서울 집값은 17주 연속, 전셋값은 61주째 오르는 중이다. 정부가 허송세월한 탓에 3기 신도시 공급이 최소 6개월∼1년 지체된 게 시장 불안을 키우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윤석열 정부 대응이 갈수록 문재인 정부 무능을 닮아간다.
문화일보 사설
07.23 교육·노동개혁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노는 대졸자' 406만명
대졸 학력자 중 일도 안 하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아 비(非)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사람이 40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비경제활동인구 4명 중 1명꼴로 대졸자다. 취업했거나 취업 경험 있는 20~34세의 32%에 해당되는 220만명이 구직에 나선 후 취업하는 데 1년 이상 걸렸다는 통계도 나왔다. 2년 이상 걸린 경우도 133만명(20%)에 달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노는 대졸자’ 406만명과 ‘장수 취업생’ 220만명은 노동·교육 개혁이 왜 시급한지 보여준다. 대학 졸업자들이 원하는 대기업 정규직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취업도 재수, 삼수를 불사하지만 계속 실패하면 구직 단념자가 된다. 비경제활동인구 중에는 심신장애, 육아, 가사 등의 이유로 구직을 포기한 사람도 있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쉬고 있다’는 사람도 237만명에 달한다. 대졸자만 양산하는 교육 시스템, 이들을 고용 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노동 시스템에 결함이 있다는 뜻이다.

▲일을 하지 않으면서 구직 활동도 멈춘 대졸자가 올해 상반기 400만 명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취업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대졸자들 역량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자 대기업들이 대졸 공개 채용은 대폭 줄이고, 경력직 중심의 수시 채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직적 고용 제도는 대졸자 취업 문턱을 더욱 높인다. 정규직은 한번 뽑으면 해고가 불가능한 데다, 임금 체계도 매년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급 체계라 기업들이 정규직 신규 채용을 꺼리는 실정이다. 호봉제를 탈피해 직무급, 성과급 중심의 임금 체계로 바꿔야 청년들을 더 고용할 수 있는데, 임금 체계 개혁, 노동 개혁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가 폭증한 것은 대학 진학생은 넘치는데, 대학 교육의 질은 낮아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인력 공급이 안 되는 인력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대학 개혁, 교육 개혁을 통해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력을 길러내야 하는데, 대학 내 기득권 장벽에 가로막혀 대학 구조 조정은 물론이고 학과별 정원 조정조차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노동·교육·연금 개혁을 3대 국정 과제로 꼽았는데, 어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이대로 가면 ‘노는 대졸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07-23 원전 ‘세계 1류’ 굳힐 초석 마련됐다
우리나라가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의 우선협상권을 따냈다. 프랑스의 EDF를 제치고 유럽의 안방에 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대단한 쾌거다. 15년 전에 수주했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4기의 건설비 20조 원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도 놀랍다. 현재 계획 중인 테믈린 원전 2기가 우리에게 돌아올 가능성도 커졌다. 원자력 학계의 최고 전문가인 황주호 사장이 이끄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축인 팀코리아 컨소시엄에 찬사와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우리가 원전 건설의 불씨를 지켜낸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의 극심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던 2012년 7월에 착공한 바라카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한 덕분이다. 바라카 1호기는 정확하게 5년8개월 만인 2018년 3월에 완공했고, 2·3호기도 성공적으로 완공해서 상업운전을 하고 있다. 4호기도 올해 말에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바라카 원전 4기 모두에 대해서 ‘공기(工期)’도 확실하게 지켰고, 계약 금액을 초과하는 추가 ‘비용’도 발생하지 않았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라카 1호기의 준공을 9개월 앞둔 민감한 시기였던 2017년 6월 고리1호기의 영구 폐로 기념식에서 문재인 정부가 느닷없이 선언해 버린 망국적인 ‘탈원전’도 감당하기 어려운 악재(惡材)였다. 그해 11월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자력장관회의에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을 보내 우리의 탈원전 정책을 직접 공개하는 몽니도 마다치 않았다. 결국, 우리가 애써 건설한 바라카 1호기의 유지·보수 계약을 포기하는 뼈아픈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했다.
체코와 마찬가지로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프랑스의 EDF가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우리보다 유리한 입장이었음은 분명했다. 그러나 기술력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EDF가 2005년에 건설을 시작한 핀란드의 올킬루오토 3호기는 착공 후 18년이나 지난 지난해 4월에야 어렵게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공사비도 110억 유로(16조5600억 원)로 3배나 늘었다. 프랑스가 약속한 다양한 당근에도 불구하고 체코 정부는 어쩔 수 없이 팀코리아를 선택했을 것이다.
우리 원전의 경제성도 외면할 수 없는 매력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 원전의 건설 단가는 ㎾당 3571달러다. 프랑스 7931달러의 절반도 안 된다. 우리가 무모한 덤핑을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안전이 검증된 원전 모델과 함께 안정적인 부품 공급망과 숙련된 건설 전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이제 가장 현실적인 무탄소 전원인 원전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50년까지 새로 건설될 원전이 300기(520GW)나 된다. 이미 건설 계획이 확정된 원전이 102기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원전 10기 수출’의 꿈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젠 탈원전의 망령에서 벗어나야 한다. 원전은 위험해서 포기하고, 화석연료는 더러워서 폐기한다는 비겁한 패배주의는 설 자리가 없다. 오히려 원전을 더 안전하게 운영하고, 화석연료를 더 깨끗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과 ‘제도’ 마련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K-원전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기 위한 더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문화일보
07.24 [단독] 검찰, 김명수 前대법원장 소환 조사 통보
文정부때 판사 사표 수리 거부
직권남용·거짓 답변 혐의 관련

▲김명수 전 대법원장./뉴스1
검찰이 김명수 전 대법원장에게 “검찰에 나와 조사받으라”고 통보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김 전 대법원장이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의 ‘법관 탄핵’ 추진을 이유로 임성근 당시 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아 직권남용 등으로 고발된 사건과 관련해서다. 전직 사법부 수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조사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이어 두 번째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최근 김 전 대법원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하기 위해 소환 통보를 했다. 그가 고발된 지 3년 5개월 만이다. 김 전 대법원장 조사는 다음 달 중에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법원장은 2020년 5월 임 전 부장판사가 건강상 이유로 사표를 내자 “지금 (민주당이)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이야기를 듣겠냐 말이야”라며 거부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김 전 대법원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국회에 보냈는데, 임 전 부장판사가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후 국민의힘은 2021년 2월 민주당이 임 전 부장판사를 탄핵하도록 사표 수리를 미뤄 직권을 남용하고, 국회에 허위 공문서(가짜 답변서)를 작성해 제출한 혐의 등으로 김 전 대법원장을 고발했다.
이 사건은 2020년 민주당이 임 전 부장판사를 비롯해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판사들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임 전 부장판사는 동료 판사가 맡은 재판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2019년 3월 기소됐고, 2020년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탄핵을 밀어붙였고, 2021년 2월 4일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헌정 사상 첫 ‘법관 탄핵안’ 가결이었다. 임 전 부장판사는 같은 달 28일 임기 만료로 퇴임했고, 헌법재판소는 그해 10월 “이미 퇴직해 국회 탄핵소추에 따른 심판의 이익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 수사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 검찰은 2021년 김인겸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현 서울고법 부장판사)과 임 전 부장판사를 서면 조사만 하는데 그쳤다. 정권이 바뀐 뒤, 검찰은 작년 7월 김 부장판사를 피의자로 입건해 소환 조사했다.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던 김 전 대법원장은 ‘거짓말’ 때문에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은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서 시작됐는데, 법원의 세 차례 자체 조사에도 형사상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었다. 하지만 김 전 대법원장은 2018년 9월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검찰에 법원행정처 컴퓨터와 내부 인사 자료, 각종 보고서 등을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100명이 넘는 판사들이 검찰에 소환됐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고위 법관 14명이 재판을 받았다. 이 중 6명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2명은 1·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나머지 3명은 1·2심에서 일부 유죄가 인정됐다.
본지는 김 전 대법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김 전 대법원장은 작년 8월 퇴임 직전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가 정당한 절차에 의해 진행되면 성실히 임하겠다. 여러 불찰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이슬비 기자
07.25 어떤 권력에 아부한다고 '김명수 거짓말' 늑장 수사했나

▲김명수 전 대법원장. /뉴스1
검찰이 임성근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하고 국회에 거짓으로 해명한 김명수 전 대법원장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그가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고발된 지 3년 5개월 만이다. 김 전 대법원장은 문재인 정권 때 법관 탄핵을 추진한 민주당에 잘 보이려고 탄핵 대상으로 지목된 임 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해 놓고 국회에서 문제가 되자 이를 부인하는 취지의 문서를 국회에 보냈다. 이후 녹취록이 나와 거짓말이 들통났다. 이미 사실이 다 드러나 오래 걸릴 게 없는 사건이다. 그런데 이제야 소환 조사를 통보했다. 심각한 수사 지연이다.
검찰 내부에선 현직 대법원장 조사에 대한 부담 때문에 수사가 늦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사실 김 전 대법원장은 거짓말이 드러났을 때 바로 사퇴했어야 한다. 거짓말을 가려내는 사법부의 수장이 거짓말을 하고도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법적인 문제를 떠나 파렴치한 일이다. 그런데 김 전 대법원장이 버티고, 검찰이 눈치를 보면서 수사가 지연됐다는 것이다. 실제 문재인 정권 시절 검찰은 사실상 수사를 뭉갰다. 그렇다면 작년 9월 김 전 대법원장이 퇴임한 후에라도 수사를 본격화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의 검찰도 무슨 이유인지 수사를 늦추다 퇴임 10개월이 지나서야 소환 통보를 한 것이다.
이런 일이 한둘이 아니다. 검찰이 최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 부부에게 소환을 통보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도 수사에 시간이 걸릴 게 없다. 그런데 검찰은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고 거의 2년 동안 뭉개다 민주당이 이 전 대표 관련 의혹을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한 지 이틀 만에 소환 통보를 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도 시간을 끌다 문제를 키웠다.
검찰은 수사 지연으로 김 전 대법원장의 거짓말 수사는 마지못해 한다는 인상을 주고, 이 전 대표 부부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마치 민주당과 검찰의 정치 싸움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런 수사는 검찰총장 지시나 허락 없이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검찰총장은 최근 ‘법은 권력에 아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 지연은 어떤 권력에 아부한 것인가.
조선일보 사설
07-25 반가운 출생 반등세…여야, 인구부 신설法 신속 처리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초저출생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존망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면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을 정도로 인구 감소 문제는 심각하다. 그런데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인구동향은 출산과 혼인에서 모두 반등 조짐을 보여주었다. 반가운 소식이다. 5월 출생아 수는 1만9547명으로 1년 전보다 2.7% 증가했다. 지난 4월(2.8%)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다. 혼인 건수도 2만923건으로, 전년보다 무려 21.6% 늘었다. 이런 현상을 구조적 반등으로 보긴 힘들어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감했던 결혼과 출산이 회복되는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이런 증가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전방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 주거 지원, 지방자치단체의 결혼 지원금 등이 효과를 냈다는 분석도 주목할 만하다. 최대 500만 원의 결혼 장려금을 지급한 대전과 전세자금 이자 상환액을 지원한 대구에서 결혼 건수가 증가했다. 부영그룹의 1억 원 출산지원금 효과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1명)에 못 미치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통계청이 예상한 올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68명이다. 저출생 문제는 여성, 가족, 일자리, 교육, 돌봄, 주거 등 개인과 사회 차원의 다종다양한 문제가 복합된 만큼 범국가적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20년 동안 저출생 대책은 천문학적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금도 한 방에 해결할 특효약은 없다. 그래도 정부와 정치권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끊임없이 내놔야 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11일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제22대 국회 당론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야당 의원들도 유사한 법안은 내놨다. 이재명 전 대표도 여·야·정 협의 기구를 제안했다. 윤 정부 출범 이후 2년이 넘도록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처리되지 못했다. 그 바람에 여성가족부는 유령 조직처럼 됐다. 정쟁이 난무하지만, 여야가 인구부 신설 법안이라도 신속히 처리하는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7.26 28년 만의 상속세 개편안 나와도 '현실감' 들지 않는 이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뉴스1
기획재정부가 28년 만에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포함해 내년부터 시행할 191개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1인당 5000만원인 자녀 공제 한도를 5억원으로 높이고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등의 내용이다. 대주주 상속에 20%를 할증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배당 등을 늘린 기업엔 가업 상속 공제를 6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높이는 내용도 담겼다.
우리 상속세 체계는 다른 선진국보다 지나치게 과중하다. OECD 38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평균 13%이지만 한국은 50%에 달해 일본(55%)에 이어 둘째로 높다. 상속세 공제한도도 1997년 이후 28년째 그대로다. 이 기간 물가가 96% 올랐고 1인당 소득은 3.8배로 불었지만 이런 현실을 상속세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그 결과 서울에 아파트 한 채만 가져도 상속세 걱정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은 상속세의 본뜻이 아니다. 서울 아파트 중 기본 공제(5억원)와 배우자 공제(5억원) 한도를 넘어 상속세 부과 대상에 해당되는 10억원 이상 아파트 비율이 40%에 달한다. 2000년엔 3만9000명이 내던 상속·증여세가 2022년에는 납부자가 26만8000명에 이르러 중산층 세금이 됐다. 우리나라 보통 가구는 자산의 80%를 부동산이 차지한다. 집 한 채가 전부인데 가장이 사망하면 가족들이 상속세 내려 살던 집을 팔아야 한다면 정상적인 세금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기준 연방법상 상속세 공제 한도가 1290만달러(약 178억원)나 된다.
30년 가까이 방치한 상속세 체계를 현실에 맞춰 손보는 것이 마땅하다. 기재부 개편안대로 법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상속·증여세가 연간 4조원 정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 결손은 방만한 정부 지출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만회할 수 있다. 돈 쓸 곳을 찾지 못해 고민이라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만 올해 68조원이 넘는다.
기재부가 발표한 191개 세법 개정안은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다. 30년 가까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아 지금 고쳐도 늦었다. 그런 중요한 정부안이 발표됐지만 ‘현실감’이 떨어지고 있다. 시행령으로 처리가 가능한 것을 뺀 168개(88%)가 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이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반대하면 108석에 불과한 국민의힘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행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민생 우선을 강조하고 있고, 민주당 일각에서 상속세·종부세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민주당이 낡은 시각에서 벗어나면 국민이 다시 볼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7.26 국민 세금 3조원으로 '눈먼 돈' 대잔치 벌인 문 정부

▲지난 2021년 서울의 한 가게에 붙은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사용 안내 문구. 당시 정부는 전 국민의 약 88%가 1인당 25만원씩 받는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20~2022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현금으로 준 코로나 재난 지원금·손실 보상금 61조4000억원 가운데 3조2323억원 이상이 부당하게 지급됐다고 감사원이 25일 밝혔다. 재난 지원금은 7차례 지급됐는데 1~6차는 문재인 정부에서 준 것이다. 태양광 업체는 한전과 미리 계약이 다 끝나 피해가 있을 수가 없는데도 지원금을 타 갔다. 이렇게 증빙도 없이 돈을 받은 업체가 8만6217곳에 달했다. 휴업이나 폐업 중인 4만여 곳도 ‘영업 손실’ 보상금이라며 546억원을 받았다. 보이스피싱이나 대포통장 유통 등 범죄에 연루된 유령 법인 21곳까지 수천만 원씩 타갔다. 국민 세금으로 ‘눈먼 돈’ 대잔치가 벌어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재난 지원금을 나눠주는 업무를 신입 사무관 1명에게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1~4차 지원금 16조원을 담당한 이 사무관은 17개 시·도가 무더기로 보내는 ‘방역 위반 업체’ 명단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결국 방역 위반 업체들도 ‘방역을 잘 지켰다’며 돈을 받았다. 매출이 1원이라도 줄었다고 신고만 하면 세금을 타 먹는 구조였다.
문 정부는 코로나 지원에 편승해 정치적 목적으로 세금을 뿌렸다. 2020년 4월 총선 직전에 코로나 지원금을 뿌리겠다고 예고한 것은 명백한 매표 행위였다. “국민 사기 진작용”이라고도 했다. 반면 코로나 격리자 수송을 담당했던 버스 기사 2000여 명과 집단 감염과 사투를 벌였던 간호사 3200여 명 등 ‘코로나 영웅’에게는 보상과 수당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 관심이 코로나가 아닌 정치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니 국민 세금이 제대로 정확하게 갈 사람에게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광범위하게 많이 뿌려지기만 하면 됐다. 그러니 이 방대한 업무를 신입 사무관 한 명에게 맡겼을 것이다. 문 정부 시절 국민 세금은 못 챙기면 바보라는 말까지 있었다. ‘눈먼 돈’은 코로나 지원금뿐이 아니었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7-26 방통위원장 대행 사퇴… ‘방통위원 0명’ 초유의 사태
대통령실 “방통위 무력화하려는 野…심각한 유감”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2023.10.17.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 표결이 이뤄지기 전 이 부위원장이 자진해서 사퇴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이 부위원장의 면직안 재가를 발표하며 “이 부위원장의 사임은 적법성 논란이 있는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에 따른 것으로, 방통위가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부위원장이 이날 사임하면서 방통위는 일시적으로 상임위원 정원 5명 모두 공석이 되는 사태를 맞았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해 5월 4일 윤 대통령 지명으로 방통위원에 취임했다. 그는 이동관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의 연이은 사퇴로 공석이 생길 때마다 직무대행을 수행해왔다
대통령실은 야당을 겨냥해 “방송뿐만 아니라 IT·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방통위를 무력화하려는 야당의 행태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가 시급한 민생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입법은 외면한 채 상병 특검법과 탄핵소추안 남발 등 정쟁에만 몰두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더 이상 미래로 가는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 국회 계류돼 있는 정부 중점 법안이 94건 정도 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잘 안 되고 있다”면서 “그 모든 피해가 주권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루빨리 국회가 정쟁 국회보다는 국민의 절박함에 귀를 기울여줬음 한다는 바람을 전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이 부위원장이 직무대행 신분으로 공영방송 임원 선임 절차를 단독으로 진행했다”며 이 부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기습 발의해 같은 날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26일 탄핵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했는데, 이 부위원장은 이에 앞서 자진해 사의를 표명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07.27 상속세 개편 거론하던 민주당, 정부안 나오자 "전부 반대"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가 지켜보는 가운데 발언하고 있다. 진 의장은 정부가 발표한 상속세 감면 등 세제 개편안에 대해 "초부자 감세"라며 반대했다. /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상속세 감면안에 대해 곧바로 “초부자 감세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자녀 공제액 5억원 상향, 최고세율 50%에서 40%로 조정, 최대주주 상속세 할증 폐지 등에 대해 모두 반대했다. 당 정책위의장과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은 “재산 대물림을 하고 세금까지 깎아주는 것은 이중 혜택이고 중산층 불만을 악용하는 조치”라며 “상속세 최고세율(40%)이 근로소득세(45%)보다 낮은 것도 옳지 않다”고 했다.
민주당은 최근 상속세·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금융투자세 유예 등에 대해 잇따라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이재명 전 대표는 감세에 대해 “신성불가침이 아니다”라며 실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부 의원은 “상속세 폐지·완화를 검토하자” “상속 자산을 처분하는 시점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자산소득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상속세 공제액을 대폭 확대하는 법안도 추진했다.
중도층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기업과 민생을 챙긴다는 점에서 긍정적 변화로 여겨졌다. 그런데 막상 정부가 개편안을 내자 언제 그랬냐는 듯 반대로 돌아섰다. 반대도 ‘전부 반대’다. 이런 자세는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 전 대표의 ‘먹사니즘’과 어울리는 것인가.
우리 상속세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OECD 38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평균 13%지만 우리는 50%다. 10국은 상속세가 투자와 일자리 감소의 주원인이라며 아예 폐지했다. 미국도 중산층에겐 상속세가 사실상 없는 것과 같다. 한국은 1997년 이후 물가·소득은 2~4배로 올랐는데 상속세 공제 한도는 28년째 그대로다. 서울에 아파트 한 채 가진 사람이 상속세 걱정을 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상속세 때문에 가업 승계를 포기하려는 기업도 적지 않은데 그러면 근로자들만 피해를 본다. 이번 상속세 개편안은 글로벌 흐름에 맞게 세제를 조정해 기업 단절을 막자는 취지가 가장 크다. 기업이 투자·고용을 늘리면 상속세의 몇 배에 이르는 세금이 걷힐 것이다. 이것을 ‘부자 특혜’라는 것은 낡은 정치 선전일 뿐이다.
민주당은 상속세가 근로소득세보다 낮아선 안 된다고 하지만 상속세는 근소세를 이미 낸 재산에 매기는 것이다. 상속세 감면으로 세수가 연간 4조원 이상 줄어 문제라고 했지만 총선 승리 후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뿌리기 위해 13조원을 쓰겠다는 정당이 할 말은 아니다. 지금 한국에선 민주당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런 민주당이라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정부안에 문제가 있다면 대안을 내고 토론하면 된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07.29 한전 하루 이자만 120억… 전기 요금 정상화 시급하다
AI·반도체는 전기 먹는 하마… 중차대한 시기, 투자는 꿈도 못 꿔
한 해 이자 4조4000억에 가까워… 주식 60%가 産銀·국민연금 보유… 한전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
저소득층 전기료 보조 늘리고 가정용·산업용 전기료 정상화를

▲신월성원전 1, 2호기 사업장 전경. /대우건설
탈원전이라는 이념에 사로잡혀 가장 싼 전력 생산 수단인 원자력을 버리고 우리나라의 조건으로는 경쟁력이 의심스러운 태양광·풍력 발전으로 전력 수요를 충당함으로써 탄소 제로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전 정부의 꿈은 꿈으로 끝날 것 같다. 2022년 원자력이 EU의 택소노미(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을 위한 새 분류 체계)에 포함된 것을 계기로 전 세계에 원전 건설 붐이 일어나고 있다. 태양광·풍력 발전의 여건이 절대적으로 좋은 나라들까지도 축전과 송전의 어려움 등으로 소형 원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 정부에서 고사 일보 직전까지 몰렸던 우리 원전 산업이 체코에서 원전 2기 건설 사업 수주에 성공한 것은 눈물겹도록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남의 나라 발전소를 지어 줄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는 것 못지않게 우리나라에 필요한 전기를 차질 없이 공급하는 것은 더없이 중요한 과제이다.
이미 세계는 인공지능에 의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갔는데, 인공지능 시대에는 한 나라의 경쟁력이 전기의 양과 질, 가격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도체 생산에 전력과 물이 엄청나게 소모될 뿐만 아니라 AI 시대의 핵심인 데이터센터는 그야말로 전기 먹는 하마라고 한다. 전기차 보급이 약간 주춤하고는 있지만 결국은 그 방향으로 갈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도 에너지 다소비산업인 중화학공업에 치중했기 때문에 전력 공급이 절대적으로 중요했지만 앞으로 더욱더 중요해질 것은 불을 보듯이 환하다.
EPRI(Electric Power Research Institute)는 미국의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2030년까지 2배로 늘어나 미국 전력 소비량의 9%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반도체·데이터센터·전기차 등의 수요를 중심으로 2038년 전력 수요가 지난해 여름 기록한 최대 전력 사용량 98.3GW보다 31GW 증가한 129.3GW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기의 질도 중요하다. 첨단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앞서 높은 수준의 전력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간 낮은 정전 시간, 정전압 유지율 등 전통적 품질 기준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 품질을 유지해 왔지만, 앞으로의 첨단산업에서는 품질 기준이 더 엄격해질 것이다. 데이터센터·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은 미세한 전류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순간전압 꺼짐, 역률 저하 등 새로운 개념의 품질 관리가 요구될 것이라고 한다. 미래 첨단산업 경쟁력은 전기를 값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에 달려 있다.
발전·송배전·연구개발 등 전력 산업에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이 시점에 전기 요금의 현실화 지연은 한전의 투자 역량을 완전히 망가뜨려 놓았다. 한전은 최근 3년간 43조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대부분을 한전채 발행으로 메꾸어 왔다. 2023년 부채는 202조원에 달한다. 이자 비용은 하루 120억원이며, 연간으로는 4조4000억원에 가깝다. 한전 주식은 정부와 산업은행이 51%, 국민연금이 7.3% 가지고 있는 만큼 이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이다. 전기 사용자들이 전기 요금으로 부담해야 할 것을 다른 국민이 다른 형태로 부담하고 있을 뿐이다.
국민의 피해는 이것만 아니다. 한전이 정상적으로 수익을 내게 가격을 조정해 주면 한전 주가는 6.3만원까지 올라간 적도 있는데 최근 1.6만원까지 하락했다. 시가총액이 2015년 32.1조원에서 최근 12.5조원으로 떨어졌다. 이 시총 증발의 손실도 반은 정부와 국민연금의 몫이지만 25.5%를 가지고 있는 국민이 더 직접적 피해자다. 한때 30%를 가지고 있던 외국인들은 이제 14.6%만 남겨 놓고 있으니 좀 덜 미안하다. 한국 주식 저평가의 진면목이자 대표적 사례다. 증시 밸류업에 열심인 그 정부가 맞는가?
이런 재무 상황에서 설비투자를 위한 자금 차입의 비용이 더 비싸질 수밖에 없어 그만큼 투자는 지연되고 전력 생산 비용은 더 높아질 것이다. 최근 공급 비용이 낮은 산업용·일반용(서비스산업) 전기료를 주택용보다 더 비싸게 한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가정용 요금을 확 높여서 전기를 많이 쓰는 계층이 더 많이 부담하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 전기를 얼마 쓰지도 않는 저소득층에게는 전기료 보조를 늘려주면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격을 통제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경우는 없었다. 가격을 억눌러서, 물가 통계를 분식해서 표가 얻어질 것 같은가? 여당은 경제 전체의 평가로 심판받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조선일보 박병원 한국비영리조직평가원 이사장·한국고간찰연구회 이사장
07.30 혹독한 대가 치르는 탈원전 이탈리아

▲벨기에 도엘 원자력 발전소 전경.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이탈리아는 34년 전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한 나라다. 그런데 세계원자력협회(WNA) 보고서에는 이탈리아에서 소비되는 전력의 6%가 원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적혀 있다. 탈원전 국가에서 여전히 원전발 전기를 쓴다는 역설은 무슨 뜻일까.
1986년 체르노빌 사고를 계기로 이탈리아는 국민투표를 거쳐 1990년 모든 원자로를 닫았다. 속전속결이었다. 대신 뜨거운 지중해 햇빛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을 끌어올리려고 무진 애를 써왔다. 그래 봐야 이탈리아의 전기 에너지원 가운데 태양광 비율은 9.8%에 그친다. 아직은 효율이 낮기 때문이다.
원전의 빈자리를 메우고 태양광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화석연료를 쓰지 않을 수 없다. 이탈리아는 전력 생산의 48%를 천연가스에 의존한다. 문제는 필요한 분량의 90% 이상을 러시아·알제리·카타르 등에서 수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막대한 비용 청구서가 날아든다.
천연가스 수입에 재정을 쏟아부어도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전기 자체도 외국에서 끌어와야 한다. 이탈리아가 2022년 전기를 수입하느라 지불한 돈은 16조원대에 달했다. 유럽 최대 전기 수입국이다. 이게 탈원전 이후에도 원전발 전기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선이 연결된 이웃 나라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전기를 대량 수입하고 있는데, 두 나라는 여전히 원전을 많이 가동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급에 실패한 짐은 국민 몫이다. 글로벌 에너지 정보업체 GPP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이탈리아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kWh당 0.452달러다. 우리나라(0.131달러)의 3.45배다. 같은 양을 써도 한국인이 10만원 낼 때 이탈리아인은 34만원 넘게 내야 한다는 얘기다.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는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탈원전 정책 폐기를 선언하고, 원전을 다시 짓기로 했다. 이런 전환이 이뤄진 배경에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 태어난 이탈리아 MZ세대에게 이렇다 할 사고 기억이 없다는 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에너지 수급 계획이 실패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재정난을 부를뿐 아니라 가계에 치명타를 가한다. 산업용 전기료가 비싸지면 기업 활동에 족쇄가 채워진다. 앞으로 AI 시대가 본격화되면 전력 수요는 폭발하게 된다. 국가의 흥망성쇠를 전력 수급이 좌우하는 세상이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해의 강풍을 활용한 풍력발전을 키우려고 안간힘을 써온 영국도 다시 원전을 늘리기로 했다.
우리 국민들에겐 지난 정부가 멀쩡한 원전을 서둘러 가동 중단시키려는 자해극을 벌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무모한 방향의 역주행을 이어갔다면 우리도 이탈리아의 전철을 밟았을 가능성이 짙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탈리아는 비용 투입만 감수하면 프랑스·스위스에서 손쉽게 전기를 수입할 수 있다. 우리는 다르다. 사방이 바다와 북한으로 막혀 있는 나라다.
조선일보 손진석 기자
07-31 尹, 이진숙 방통위원장 임명…李, 바로 과천청사 출근
김태규 상임위원도 임명…다시 2인체제로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4.7.31.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을 임명했다. 아울러 공석인 방통위 부위원장에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로써 방통위는 의결 최소 정족수인 ‘2인 체제’를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사퇴 29일 만에 갖추게 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경 이 위원장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회에 이 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당일 기한으로 요청했고, 기간이 지난 이날 오전 곧바로 임명했다.
통상 방통위원장은 대통령 임명 직후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지만 이 위원장은 이를 생략하고 바로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집무실로 출근했다. 이 위원장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공영방송 이사진을 선임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잠시 후 취임식이 있어 그때 계획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 위원장의 취임식은 오전 11시로 예정됐다.
윤 대통령은 탄핵안 표결 전 자진 사퇴한 이상인 전 방통위 부위원장의 후임으로는 판사 출신인 김 권익위 부위원장을 상임위원으로 임명했다. 이로써 방통위는 ‘2인 의결 체제’를 다시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이 위원장과 김 상임위원은 이날 오후 방통위 전체회의를 열어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한국방송(KBS)의 새 이사진 선임을 의결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이사 선임을 의결할 경우 탄핵소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