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凍土의 消息 2024-1/ 03.03 통일부의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통해 본 요동치는 北 내부 - 06.20 北 남녀 고교생 6명, 목욕탕 빌려 집단 성관계에 마약까지

상림은내고향 2024. 6. 23. 15:03

凍土의 消息 2024-1/ 

 

월간조선 03월 호

●통일부의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통해 본 요동치는 北 내부

탈북민 절반 이상 “김정은 싫고, 권력 승계 정당성 없어”

⊙ 2013~2022년 탈북민 6351명 1대 1로 심층 면접·분석… ‘3급 비밀’로 비공개하다 이번에 공개
⊙ 금융, 부동산, 보육, 에너지, 식량·의료품 조달 등에서 국가 의존 줄고 개인·가정·시장 부문 확대
⊙ 탈북민 91%, “빈부 격차 심하다”… 식량 배급 경험, 지방은 평양(60.9%)의 절반 불과
⊙ 무상치료제도 붕괴… 10명 중 4명 병원 못 가봐
⊙ “돈보다 권력이 좋아”… 뇌물 액수 점점 커져
⊙ 탈북민 10명 중 8명 “北에서 외국 영상물 시청”


 

 김씨 일가 3대 세습 통치에 반감을 갖는 북한 주민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북한 주민의 부정 평가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조사됐다. 북한이탈주민(탈북민) 10명 중 4명은 병원 진료 경험조차 없었고, 70% 이상은 식량 배급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지난 2월 6일 발간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만 18세 이상 탈북민 6351명을 1대 1로 심층 면접해 분석한 결과물이다. 그간 정부는 매년 탈북민을 대상으로 실태 보고서를 작성해왔지만, ‘3급 비밀’로 부쳐왔다.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통일부는 비밀을 해제하고 일반에 공개했다.

보다 정확한 해석을 위해 탈북 시기를 2000년 이전부터 2020년까지 5년 단위로 나눠 분석했다. 또 김정은이 집권한 2011년 전후 결과를 따로 배치했다. 조사 주제에 따라 북한 거주 당시 출신 지역(접경, 비접경, 평양)을 표기하기도 했다. 연령별 혹은 소득 수준별로 나눠 조사한 항목도 있다.

이번 보고서는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북한 실상을 낱낱이 보여준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발간사에서 “북한 실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북한을 올바른 변화로 유도하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준비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강조했다. 《월간조선》은 이번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김정은 정권에 대한 탈북민의 인식, 북한 경제 현황과 생활상을 들여다본다.


탈북민 54.9% “‘백두혈통’ 부정적”

김정은에 대한 북한 주민의 평가는 어떨까?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5.5%가 북한에 있을 때 정치지도자로서 김정은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한 응답자에서 그 비율은 59.6%로 증가했다. 김정은에 대한 부정 평가는 평양 출신이 59.2%로 가장 높았다. 20~50대 이상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김정은을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다는 비율이 50% 이상이었다.

2016~2020년 사이 탈북민 가운데 북한 거주 당시 ‘백두혈통 영도체계가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비율은 29.4%에 그쳤다. 2000년 이전 탈북한 이들의 답변이 57.3%였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반대로 백두혈통 영도체계가 부정적이라고 평가한 비율은 같은 기간 22.7%에서 54.9%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김정은의 권력 승계의 정당성을 묻는 말에도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점점 높아졌다. 2000년 이전 탈북한 응답자 중 33.6%가 김정은의 권력 승계를 부정적이라고 봤지만, 2016~2020년 사이 탈북민 중 부정 평가 비율은 56.3%로 집계됐다.

세습에 대한 탈북민의 불만 정도가 북한 주민 전체 여론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탈북민 인식 변화 양상을 볼 때 세습 정당성에 불만을 가진 북한 주민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백두혈통 영도체계에 대한 인식 균열이 강화되고 있다고 통일부는 진단했다. 김정은의 딸 주애가 후계자로 올라선다면 4대 세습에 대한 내부 인식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사경제, 국영경제 앞서]

▲중국 지린성 훈춘의 한 의류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 2017년 9월 촬영됐다. 사진=AP/뉴시스

 

이어 북한 경제 실태와 변화 양상을 살펴보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 경제는 국영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김정은 집권 이전 탈북한 응답자는 국영경제 전업 종사자(33.4%)가 사경제 전업 종사자(24.9%)보다 많았다. 하지만 김정은 집권 초기인 2011~2015년을 기점으로 사경제 전업 종사자 비중(33.5%)은 국영경제 전업 종사자 비중(25.5%)을 역전했다. 특히 북중 접경 지역 출신일수록 사경제 전업 종사자 비중이 더 큰 폭으로 높아졌다. 북한 당국은 사경제 활동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2000년대 이후 시장화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사경제 활동으로 얻는 비공식 소득이 공식 소득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타인에게 고용돼 일하고 돈을 받는 이른바 삯벌이(사적 고용)도 나타나고 있다. 삯벌이 역시 김정은 집권기 들어 가속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한 응답자 중 13.6%가 삯벌이로 일해봤다고 답했다. 삯벌이를 시켜본 경험 역시 김정은 집권 이전 2.8%에서 집권 이후 14.5%로 대폭 증가했다.

북한 전역에서 시장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금융 분야는 아직 사회주의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공금융이 거의 모든 금융을 책임지는 금융 일원화 체계를 따른다. 이는 이번 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전체 응답자의 97.5%가 여유자금을 집에 보관했다고 답했다. 은행이나 저금소에 보관했다는 응답은 평균 1.6%에 불과했다. 이는 은행이나 저금소에 돈을 맡길 경우 돌려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북한 정권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낮다는 뜻이다.

반면 개인 간 돈을 주고받는 사금융은 확대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개인이나 기업이 개인에게 대가를 제공하고 돈을 빌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나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린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2.0%가 ‘그렇다’고 답했다. 돈을 빌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장사밑천’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53.4%로 가장 많았다. 2000년대 이전 탈북자 중 장사밑천으로 돈을 빌렸다는 비중은 41.9%에 그쳤지만, 김정은 집권 초기인 2011~2015년 그 비중은 60.0%로 증가했다. 돈을 빌릴 때 이자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응답(44.0%)이 이자를 지급했다는 응답(37.0%)보다 높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이 같은 사금융 행위가 금융시장이라고 부를 만한 수준에는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정은 집권 이후 이자를 지급했다는 비율이 오르고 있어 앞으로 사금융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통일부는 최근 북한 사금융 이자율을월 7%대로 추정한다.


위안화, 1순위 거래 화폐

▲2017년 촬영된 압록강 근처 북중 국경 마을 모습. 사진=AP/뉴시스

 

북한의 사경제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그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중 ‘종합시장(장마당) 소매장사’가 2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물건을 사서 즉시 넘겨 파는 ‘되넘기 장사’ 19.0%, ‘밀수(밀무역)’ 14.3%, ‘음식 장사’ 8.7%, ‘텃밭·뙈기밭’ 5.3% 순이었다. 김정은 집권 이전 7.4%였던 밀수가 김정은 집권 이후 19.5%로 증가한 점 또한 눈에 띈다. 밀수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한 이유에 대해 보고서는 “응답자 다수가 접경 지역 출신이라는 점과 같은 시기 응답자 중 여성 비중이 감소하고 남성 비중이 증가한 추세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종합시장 소매장사 응답 비율은 36.6%에서 19.9%로 감소했다. 북한의 사경제 하면 장마당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이는 초기 시장화 단계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사경제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장마당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09년 11월 북한 당국이 단행한 화폐개혁이 실패로 돌아간 뒤 북한 내에서 위안화와 달러 등 외화 통용이 많이 늘어난 것도 확인됐다. 보고서는 “자국 화폐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김정은 집권 이전 탈북한 응답자 가운데 북한 원화를 1순위 거래 화폐라고 답한 비중은 80.7%였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한 응답자의 경우 36.4%에 불과했다. 그 대신 12.2%였던 중국 위안화 사용 비중이 57.9%로 증가했다. 같은 시기 달러 사용 비중도 0.9%에서 3.4%로 늘었다. 접경 지역과 비접경 지역 내 달러화 거래 비율은 각각 0.5%, 5.1%에 그쳤으나, 평양은 32.7%를 기록해 큰 차이를 보인 것도 특이점이다.

보유 화폐의 종류를 묻는 말에 대해 ‘외화만 보유했다’는 응답도 꾸준히 증가했다. 2011년 이전 탈북한 응답자의 32.5%는 북한 원화만 보유했다고 응답했다. 이들 가운데 외화만 보유했다는 비율은 6.9%였다. 하지만 외화만 보유했다는 비율은 2011~2015년 33.3%, 2016~2020년 41.4%로 급증했다. 보고서는 “원화 보유 비중의 급감은 2009년 화폐개혁에서 기존 화폐 100원을 신권 1원으로 맞교환하는 조치의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평양은 강북 발달… 집값은 10만 달러 정도”

▲평양 소재 옥류 전시관에서 열린 2023 의류 전시회 모습.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내 빈부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사진=AP/뉴시스

 

개인 간 주택을 사고파는 행위도 현재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국가가 부담해 주택을 짓는다. 이에 따라 주택 소유권은 국가가 갖는다. 개인 간 주택 매매는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그러나 2017년 탈북한 한 응답자는 “주택 매매가 되니 큰 재산이 된다”면서 “평양은 강북이 발달해 있고, 그곳 집들은 10만 달러 정도 한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증언은 이번 조사로도 확인된다. 김정은 집권 이전 탈북한 응답자 가운데 주택 매매를 해봤다는 비중은 10.6%였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한 응답자 27.8%가 주택 매매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 내 주택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시장화를 통해 자산을 모은 사람들이 주택 수요자로 나섰고,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을 매각해 현금을 획득하려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만 보고서는 “북한에서 주택 매매는 해당 주택의 소유권을 사고파는 것이 아닌, 이용권을 사고파는 것임을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응답자 일부는 북한에 부동산 매매 중개인이 있다고 증언했다. 2019년 탈북한 한 응답자는 “전문적으로 집을 사고파는 데 개입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집을 팔겠다고 하면 그 사람(중개인)이 살 사람을 데리고 온다”고 말했다. 실제 전체 응답자 중 23.3%가 주택을 판매할 때, 18.9%가 구매할 때 중개인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주택 매매가 빈번히 이뤄지는 데 반해 북한 당국의 통제는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 시기와 관계없이 응답자 60% 이상이 ‘통제가 거의 또는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내 빈부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기존 핵심 계층인 당·정·군 간부들의 치부 행위에 더해 사경제 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한 돈주 등 일부 상위 계층이 등장하며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2016~2020년 사이 탈북한 이들 중 93.1%가 빈부 격차가 심하다고 응답했다.

평양과 지방 간 생활수준 격차도 이런 양극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지방은 평양보다 공공 서비스 및 인프라 공급에서 훨씬 더 열악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지방(접경 33.9%, 비접경 30.1%)은 식량 배급 경험도 평양(60.9%)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이었다. 병원 진료 경험 역시 평양이 76.9%로 지방(접경 63.6%, 비접경 60.6%)보다 높았다.

김정은 집권 후 전력난 심해져

북한 산업 분야는 만성적인 전력 부족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소(당국의 계획을 수행하며 동시에 독자적인 경영 활동을 하는 경제 단위)의 하루 평균 가동시간을 묻는 말에 전체 응답자의 34.9%가 1~6시간이라고 답했다. 전력 부족은 원자재 확보 어려움과 함께 기업소 생산의 최대 장애요인으로 지목됐다.

가정용 전력 공급 역시 열악한 수준이다. 전체 응답자에 따르면, 가정용 전력 공급이 이뤄지는 시간은 하루 평균 4.1시간이다. 경제 여건과 상관없이 모든 계층이 겪는 문제다. 이에 따라 응답자 중 30.9%는 가정에서 자체적으로 전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전력난은 극심해져 전체의 절반가량인 47.3%가 전력을 자체 생산했다고 답했다. 그 방법으로는 ‘축전지(충전용)’ 49.0%, ‘태양전지’ 32.3%, ‘자체발전기(기름)’ 11.5% 등이 있었다.

난방 연료의 경우 평양은 석탄(59.2%)·전기(9.5%) 사용 비율이 높았지만, 접경 지역에서는 나무 연료로 난방하는 비율이 72.7%였다. 최근 김정은이 지방경제 활성화에 사활을 걸며 당·정·군 주요 간부들을 투입하는 것도 도시 간 벌어진 인프라 격차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10명 중 2명 한국 영화·드라마 봤다

]다음으로 북한의 생활상을 살펴보자. 전체 응답자의 반수가 넘는 57.2%가 다른 지역이나 외국에서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고 밝혀 외국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들어보고 싶지 않았다는 비율은 21.9%였다. 외국 문화에 관한 이 같은 관심은 김정은 체제 들어 더 증가했다. 김정은 집권 이전 51.1%였던 ‘들어보고 싶다’의 비중이 김정은 집권 이후 63.3%로 늘어났다.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북한 거주 당시 외국 영상물 시청 여부다. 2000년 이전 탈북한 응답자는 8.4%만이 외국 영상물을 시청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2016~2020년 탈북민은 83.3%가 외국 영상물을 시청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은 외국 영상물과 노래 등을 엄격히 단속해왔다. 그러나 외국 문화에 대한 북한 주민의 접근을 막긴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이들이 주로 시청한 영상물은 ‘중국 영화·드라마’가 71.8%로 가장 많았고, ‘한국 영화·드라마’가 23.1%로 뒤를 이었다. 외국 영상물이 탈북의식을 고취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파악됐다. 외국 영상물을 보며 북한 체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화됐다는 응답 비율이 60.7%에 달했다.

휴대전화와 컴퓨터 보급률 또한 김정은 집권 이후 증가했다. 2016~2022년 사이 탈북한 응답자의 58.8%가 휴대전화를, 33.3%가 컴퓨터를 보유했었다고 밝혔다. 2019년 탈북한 한 응답자는 “이제 거의 50%는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며 “그걸로 장사 연계도 하고 전화도 하고 가족들 보고 싶을 때 영상통화도 한다”고 말했다.

외부 정보 유입에 맞서 김정은 정권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탈북 전 3~4년간 사회 감시·통제 정도’를 묻는 말에 김정은 집권 이전 탈북민은 50.7%가 강화됐다고 응답했는데,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한 응답자는 71.5%가 강화됐다고 밝혔다. 거주지에서 감시·가택 수색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비율도 2000년 이전 탈북민은 16.4%였지만, 2016~2020년 탈북민은 51.3%로 급증했다.


북한 학생도 과외받아

▲지난해 12월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북한이탈주민 일자리 박람회에 참여한 탈북민들의 모습. 탈북민 일자리 박람회는 2014년 이후 9년 만에 열렸다. 사진=뉴시스

 

북한 내 시장화, 정보화가 확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김일성·김정일 혁명 역사는 북한 공교육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과목이다. 흔히 우상화 교육으로 불린다. 압도적 다수인 91.9%가 재학 시절 김일성·김정일 혁명 역사를 가장 중요하게 배운 과목으로 꼽았다.

흥미로운 건 북한 사회에서도 사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응답자의 10.1%가 사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누구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느냐는 물음에 ‘학교 선생님’이 55.8%, ‘전문 개인지도 교사’가 37.9%, ‘대학교원’이 7.9%라고 답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 전문 개인지도 교사의 비중이 높아졌다. 2019년 탈북한 한 응답자는 “피아노도 배우고, 영어 과외, 컴퓨터 과외도 시킨다”면서 “돈 많은 집에서 사교육에 투자하는데 안 될 수가 있겠느냐”고 답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수준별로 사교육을 받는 비중은 차이가 있지만, 모든 계층에서 두루 이뤄지고 있었다.

북한이 3대 무상복지 중 하나로 선전해온 무상보육은 그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장이나 동네 탁아소에 아이를 맡기는 대신 자신의 집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김정은 체제 들어 그 비율은 이전 27.7%에서 40.7%로 증가했다. 이는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탁아소의 양과 질이 저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형식상의 무상치료제도 역시 보건의료 전문인력, 의약품 생산과 공급, 의료 재원과 기술, 의료 에너지 관련 인프라 등에서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4명이 병원 진료를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주요 의료시설이 평양에 집중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의료 접근성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실제 평양 출신 탈북민은 10명 중 8명이 병원 진료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019년 탈북한 한 응답자는 “병원 생활을 하면 모든 게 다 열악하고 시설이 좋지 못하다”면서 “가스버너부터 쌀까지 다 가져가서 밥을 직접 해 먹는다. 수술할 때마다 집도한 의사들 식사까지 챙겨줘야 한다”고 밝혔다.

의약품을 어디서 구매하느냐는 질문에는 병원(21%)보다 장마당(45%) 비율이 높았다. 의사·간호사와 같은 의료 인력과 의약품 부족 현상이 지속하면서 의약품 자가 공급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북한이 1961년부터 시작한 무상치료제도인 ‘의사담당구역제’도 사실상 작동되지 않았다. 거주 구역별로 의사를 배치해 기초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지만, 응답자 중 70.6%가 의사담당구역제를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정은 집권 이후 무상공급이 많이 줄어든 점을 보면 사실상 북한 무상치료제의 마비와 붕괴를 뜻한다”며 “보건의료 상품화·시장화·개인화가 촉발됐다”고 분석했다.

10명 중 6명 “뇌물 불가피”

월수입의 30% 이상을 뇌물 등으로 수탈당했다는 응답도 41.4%에 달했다. 그러면서 응답자 62.9%가 ‘뇌물은 불가피하다고 인식했었다’고 말했다. 탈북 시기에 관계없이 뇌물이 필요하다는 비중은 60%를 넘었다. 뇌물 공여 경험이 있었다는 응답도 김정은 집권 들어 이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북한 사회에 부정부패가 만연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뇌물 액수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1만원 미만 소액 뇌물은 2000년 이전 39.2%로 가장 많았지만, 2016~2020년 17.2%로 크게 줄었다. 대신 10만~50만원 미만 뇌물은 2000년 이전 0%에서 2016~2020년 23.0%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또 50만원 이상 고액 뇌물은 2011~2015년 9.4%로 증가했다. 이는 북한 엘리트층은 계속해서 부를 쌓아가지만,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20년간 뇌물을 제공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00년 이전 14.1%, 2001~2005년 19.6%, 2006~2010년 30.3%, 2011~2015년 44.0%로 늘어 2016~2020년에는 54.4%에 달했다.

한편 북한 주민은 자본보다 권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57.9%가 북한 거주 당시 돈보다 권력이 더 중요하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배계층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뇌물로 부를 축적한 것을 보며, 권력만 있다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배급제 사실상 붕괴

김일성은 1985년 “먹는 문제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기존의 ‘의식주(衣食住)’ 표현을 ‘식의주(食衣住)’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쌀밥에 고깃국을 먹도록 해주겠다”는 김일성의 약속은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았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북한의 배급제는 사실상 붕괴했다. 2006~2010년 탈북한 응답자 중 당국으로부터 “식량 배급을 받아본 적 없다”는 답변은 63.0%였는데, 2016~2020년 사이 탈북한 응답자는 72.2%가 식량 배급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직장에서 임금과 식량 배급 모두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은 2000년 이전 탈북민도 33.5%로 꽤 높았지만, 이후 계속 상승해 2016~2020년 탈북민은 50.3%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제대로 된 임금 지급 없이 열정과 충성심만 강조하며 노동력을 착취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생필품 배급 역시 10명 중 7명이 “전혀 공급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장마당에서의 경제활동을 통해 생활을 꾸려나가는 방식으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응답자의 90% 이상이 “시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2000년 이전 탈북한 응답자 중 88.9%가, 2012년 이후 탈북한 응답자 중 90.7%가 시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세대와 출신 지역을 막론하고 그 비율은 비슷했다. “장사를 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 역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가운데 93.6%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시장에서 장사하며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북한 주민의 생활에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배급제 붕괴에도 북한에서 하루 세끼를 먹었다는 답변은 탈북 시기에 따라 ‘2000년 이전’ 32.5%에서 ‘2016~2020년’ 91.9%로 많이 늘었다. 이는 식량을 시장에서 조달하는 주민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쌀·강냉이 조달 방법은 장마당에서 구매했다는 답변이 67.7%로 가장 높았다. 2016~2020년 탈북민의 경우 이 답변이 71.2%로 더욱 높았다.


北, 가용 재원 핵·미사일 개발에 소진

김정은 집권 이후 거의 모든 조사 항목에서 북한 주민 인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데 대해 보고서는 “북한 정권은 그나마 가용한 재원(財源)을 핵·미사일 개발에 소진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민생난과 식량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여기에 사용된 자금을 식량 구매에 사용했다면 100만 톤가량을 조달할 수 있었다”며 “이는 북한의 연간 식량 부족분인 80여만 톤을 모두 충당하고도 남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인권 관련 비정부기구 및 연구 단체들은 이번 보고서에 대해 “의미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선임연구위원은 “민간단체들도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정부가 직접 조사해 발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덕수 북한인권시민연합 부설 윤현연구소 부소장은 “과거엔 주로 ‘먹고사는 문제’가 탈북 이유였다면, 지금은 자유를 찾아 탈북한 주민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보고서 발간이 탈북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영수 북한연구소 소장도 추천사를 통해 “현지 조사가 불가능한 분단 상태에서 북한 내부 사정을 접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집”이라며 “후속 연구를 촉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시계열별, 연령별, 출신 지역별 분석이 모두 담겨 있는 입체적인 보고서”라면서 “오는 11월 열릴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에 앞서 이 보고서를 적극 홍보한다면, 국제사회가 북한 당국에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빠른 시일 내 번역 작업을 끝내 국제사회에 배포할 것”이라며 조만간 “주한 외국 대사를 초청해 북한 인권을 주제로 토의할 것”이라고 했다.⊙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03.06 “北 핵기지서 정치범 강제노역… 가면 3년 만에 죽는 곳” 탈북민 증언

▲2018년 5월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뉴스1

 

북한이 악명 높은 기존 정치범 수용소 외에, 핵시설로 정치범을 보내 피폭 위험이 큰 노역을 시킨다는 탈북민 증언이 나왔다.

 

6일 통일연구원 연구총서 ‘북한 주민의 가정생활: 국가의 기획과 국가로부터 독립’에 수록된 탈북민 면접 기록에 따르면, 2019년 북한을 떠나온 평양 출신 40대 여성 A씨는 북한 당국이 정치범을 핵기지로 보내 노역을 강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핵기지는 군부대가 관리하는 시설이지만 방사선 피폭 우려로 청년들이 입대를 피하는 곳이다. 때문에 복무자에게는 여러 특전이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핵기지를 ‘감옥과 같다’고 표현했고 “방사선이 인체에 해롭다고 해서 누구나 안 가겠다고 하는 곳”이라고 했다.

 

이어 “부모들이 (자식을) 안 보내겠다고 하니까 일반 부대에 10년 복무한다면 거기는 5년을 복무한 후 대학 추천 입학과 공산당 입당을 시켜준다”며 “그런데 그곳에 복무하고 온 애들은 3년 만에 죽는다고들 하더라”고 말했다.

 

 ▲2018년 5월 24일 북한 군인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앞을 지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A씨 역시 핵기지에 보내질 위험에 처해 탈북을 감행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한의사로 일하며 안정적인 삶을 살았지만 해외 출장이 잦았던 남편의 단독 탈북 후 두 딸과 함께 당국의 삼엄한 감시에 시달렸다. 그 사이 불의의 사고로 큰 딸을 잃었고, 남은 모녀가 핵기지 내 관리소에 보내질 것이라는 감시 요원의 귀띔이 있었다고 한다. 남은 딸이라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탈북했다는 것이다.

 

한편 앞서 미국 비정부(NGO)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작년 10월, 핵실험장을 건설하고 유지 보수하는 데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들이 동원됐을 거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과 화성 정치범 수용소(16호 관리소)를 잇는 5.2㎞의 비포장도로가 위성사진에 포착됐다는 게 근거였다.

 

이들은 “과거 2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 16호 관리소 수감자 규모와 핵실험장 건설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북한 정권이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정치범들을 갱도 건설에 배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해당 도로는 강제 노역할 수용자들을 핵실험장으로 실어 나르거나, 실험장에 관측 기구 등을 옮기는 용도로 사용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문지연 기자

 

03.09 “김정은 모시는 게 여성의 행운”… 북한이 ‘여성의날’에 실은 사설 보니

▲조선중앙통신이 2020년 6월 25일 김정은이 조선인민군 제5492군부대관하 여성중대를 시찰하고 있다며 보도한 사진. 촬영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동지를 높이 모시고 사는 것이야말로 여성들의 가장 큰 행운이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북한이 기관지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사설이 실렸다. 이 사설에서 북한은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충성하고 맡은 역할에 헌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경애하는 (김정은) 총비서 동지를 사회주의 대가정의 어버이로 높이 모시고 사는 것이야말로 우리 여성들의 가장 큰 행운이고 최대의 행복”이라며 “여성들이 문화 도덕적으로 아름답고 순결해야 나라가 문명해지고 가정과 사회가 건전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은 공중도덕을 잘 지키고 옷차림과 몸단장을 시대적 미감에 맞게 아름답고 고상하게 하여 우리 식의 생활 양식과 도덕 기풍을 구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특히 어머니의 역할이 강조됐다. 사설은”사람들의 품격은 어머니의 손길 아래서 먼저 형성되게 된다”며 “어머니들은 자식들을 대바르고 훌륭하게 키우는데 온갖 정성과 노력을 다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3·8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 114주년을 맞아 "우리 여성들은 강의한 정신력과 헌신적 노력으로 나라의 부흥 발전을 떠밀어 나가는 힘 있는 역량이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3·8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 114주년을 맞아 "우리 여성들은 강의한 정신력과 헌신적 노력으로 나라의 부흥 발전을 떠밀어 나가는 힘 있는 역량이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은 세계 여성의 날을 ‘국제부녀절’이라고 이름 붙이고 이를 체제 선전 계기로 삼는다. 지난 5일에는 국제부녀절을 앞두고 자녀들을 잘 키운 ‘모범 어머니’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발표하는 여성 모임이 열리기도 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7일엔 “나라의 꽃, 사회의 꽃, 가정의 꽃인 우리 여성들에 대한 사랑과 정이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가운데 3·8 국제부녀절을 맞으며 어디서나 축하 분위기로 설레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북한 여성들은 여성의 날 전후로 각종 행사에 동원돼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부녀절은 아내들이 가정의 무겁고 힘든 일에서 해방되어 단 하루 쉬는 명절인데 오히려 각종 행사로 인해 더 피곤한 날”이라며 “집집마다 한 끼를 제대로 먹을 식량이 없는데, 빈곤에 처한 여성들을 강제로 내모는 부녀절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했다.

 

이 소식통은 “잘 사는 사람들은 가정에서 아내나 어머니에게 꽃을 주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날을 보내겠지만, 많은 여성들은 이날이 더 괴롭다”며 “한 끼 밥상도 변변히 차릴 수 없는 여성들에게 춤추고 노래를 부르게 한다고 즐겁겠냐”고도 했다.

조선일보 박선민 기자

 

03.09 “北,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건물 완전히 치워”

▲지난 2020년 6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020년 폭파하고 방치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완전히 치웠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9일 보도했다.

VOA는 미국 민간 위성 서비스 ‘플래닛 랩스’가 지난달 24일 촬영한 위성 사진을 살펴본 결과 건물 대신 잔해 일부와 그 위로 눈이 쌓인 장면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반면, 지난해 8월 촬영된 위성 사진에는 건물 뼈대가 남아 있었다. VOA는 "북한이 공동연락사무소 건물 잔해 철거 작업을 완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20년 6월 16일 대북 전단 살포에 반발하며 개성공단 내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폭파 잔해는 내버려 뒀다가 지난해 4월 쯤 정리를 시작하는 정황이 포착된 바 있다고 VOA는 전했다. 지난해 말 북한이 이 같은 ‘흔적 지우기’에 나선 정황이 포착되자 정부는 즉각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VOA는 또 개성공단 내 한국 공장 부지를 살펴본 결과 10개 공장 건물 앞에서 버스 10대가 발견됐다고도 보도했다. 이는 과거 공단 운영 시기 북한 근로자 출퇴근에 쓰이던 대형 버스와 유사하다. 이를 두고 VOA는 북한이 이들 공장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는 정황 증거라고 제시했다.
문화일보 이소현 기자

 
 

03-11 한줌의 패거리가 만든 지옥

▲2014년 7월 27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에서 빨치산 2세 최룡해(왼쪽)가 빨치산 3세 김정은을 쳐다보고 있다. 둘은 본처의 소생이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진 출처 조선중앙TV

 
 

빨치산 패거리들의 특징은 첫째로 형편없이 무식했다는 것이다. 김일성보다 투쟁 경력이 더 긴 사람들도 있었지만, 김일성이 대장 노릇을 한 것은 그나마 글을 알았다는 이유가 컸다. 빨치산 출신 가운데 중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자는 손꼽을 정도였고, 대다수가 글을 읽지 못했다. 6·25전쟁 때 빨치산 출신 북한군 장성 다수는 지도도 볼 줄 몰랐다.1960년대 초 모든 정적을 제거하고 빨치산 출신들이 권력을 장악했지만 장관급 자리에 오른 자들이 글을 몰라 김일성고급당학교에서 ‘가나다라’부터 공부해야만 했다. 하지만 머리가 굳어 끝내 배우지 못한 자도 많았다. 그들을 가르친 교장은 일제 때 공부했다는 이유로 나중에 양강도 오지로 추방됐다.

 

머리가 텅 빈 인간들이 권력을 잡았으니 북한은 절대 잘 살 수가 없었다. 여기에 “수령님 하는 일은 무조건 좋다”고 환호를 지르는 무식한 머슴과 노동자 출신들을 승진시켜 나라의 핵심으로 삼았다. 무식한 패거리들이 온 나라를 무지한 땅으로 만든 것이다.

빨치산 패거리들의 두 번째 특징은 강한 권력욕과 무자비한 정적 숙청이었다. 한때 사지를 함께 넘었던 이들은 위기 때마다 똘똘 뭉쳐 때로는 암살로, 때로는 회의장에 총을 들고 들어가 협박도 하면서 반대파를 차례로 제거했다. 그나마 공부를 했던 남로당파, 연안파, 소련파, 국내파 등은 무식하고 용감한 빨치산파를 당하지 못했다. 빨치산 패거리는 전국에 정치범수용소를 만들고 정적은 물론이고 불평하는 사람과 유식한 사람들까지 모두 가둬 버렸다.

빨치산 패거리들의 세 번째 특징은 성적으로 문란했다는 것이다. 여성은 그들에게 보상과 전리품에 불과했다. 김일성부터 예외는 아니었다. 광복 후 김일성과 함께 일을 하다가 나중에 소련으로 망명한 수십 명의 전 북한 고위 관료들이 이에 대해 자세한 증언들을 남겼다. 대표적으로 북한군 작전국장을 지낸 유성철 전 중장의 수기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김일성의 여성 편력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만주와 소련을 떠돌며 엄격한 규율 속에서 생활하다 북한에 돌아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 김일성은 그동안 억제해 온 욕구를 분출하듯 여자관계가 문란했다. 김일성은 한 인민군 고급군관의 부인을 농락하고 그 군관을 소련으로 유학 보낸 일도 있으며 인민위원회 위원장을 할 때는 오찬복이란 타자수에게 키스를 하려다 뺨을 맞은 적도 있었다. 김일성은 그의 엽색 행각이 부하들 사이에서도 불만을 사게 되자 1호, 2호 등 일련번호가 붙은 비밀저택을 곳곳에 마련하고 아리따운 처녀들을 불러들여 은밀히 즐기기도 했다.”

유 전 중장의 수기에는 이런 얘기도 나온다. 김일성의 공식 부인 김성애도 안전부 부부장 김성국의 타자수였다는 것이다. 우연히 김성애를 본 김일성이 다음 날 자기 방에 타자수가 필요하다고 연락했다. 다른 수기들에도 비슷한 증언이 많은데, 금강산으로 놀러가면서 차 뒷좌석에서 여비서와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짓을 벌였다는 내용도 있다.

윗물이 이러니 아랫물이 맑을 리가 없는 법. 최측근인 최현은 강계에서 목재상의 딸을 겁탈하려다 거절당하자 “우리가 싸울 때 편히 살던 반동”이라며 목재상을 쏴 죽였다. 그가 38여단장 시절 간호사를 건드려 낳은 사생아가 최룡해이다. 최현은 처벌받을 걱정 따윈 하지 않았다.

두목부터 범죄자인데, 누가 누구를 처벌할 수 있단 말인가. 빨치산 패거리들은 1970년대 김정일이 별장을 잔뜩 지어 20대 미녀들을 비서와 간호사 명목으로 상납하자 그의 후계자 세습을 절대적으로 지지했다.

빨치산 패거리의 네 번째 특징은 조국과 민족 따윈 안중에 없었다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권력과 향락을 실컷 누리고도 모자라 대대손손 대물림하는 체제를 만들었다. 2021년 마지막 빨치산 1세가 사망했다. 김주애는 빨치산 패거리의 4세이다. 현재 북한은 빨치산 2∼4세의 세상이다. 이들은 대를 이어 ‘조국과 인민’을 입에 달고 산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03.16 노동신문 사람들은 왜 항상 웃고 있을까?\

천국보다 낯선 북한 노동신문 사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사회주의 발전과 당 정책 결정 관철을 위한 당 세포의 단결과 역할을 강조했다. 사진은 평양고무공장 일꾼들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 노동신문(로동신문) 사진을 보면 시간이 멈춘 기분이 든다. 70년대 영화 포스터처럼 보이기도 한다. 북한 사진은 통신사들과 계약된 언론사들이 거의 매일 받는다. 그런데 김정은의 활동이나 군사 훈련, 군중 동원 행사 사진이 아니면 나머지 일반 사람들이 등장하는 모습은 대개 연출된 모습이다. 지난 며칠간 통신으로 들어온 노동신문 사진을 보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노병들을 각별히 챙기는 만경대구역 식료품 종합상점 노동자를 조명했다. /노동신문 뉴스1

 

가슴에 배지를 단 방문객들로 보이는 남녀 양쪽으로 노인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있다. 맨 왼쪽 여자가 앨범을 펴보는 것으로 볼 때 이 노인의 사진이다. 설명엔 ‘노병들을 각별히 챙기는 만경대구역 식료품 종합 상점 노동자’라고 했다. 벽에 보이는 군복과 주렁주렁 달린 훈장이 이 노인의 군복임을 알려준다. 노인의 손목에 금장 시계가 평범한 차림과 대조되어 보여 더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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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3·8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 114주년을 맞아 "우리 여성들은 강의한 정신력과 헌신적 노력으로 나라의 부흥 발전을 떠밀어 나가는 힘 있는 역량이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황금 들녘에서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위 사진 속 여자들은 누가 봐도 일하는 농부들 모습이 아니다. 볏단을 들고 포즈만 취할 뿐 네 명중 세 명은 모자도 없고, 두 명은 목에 스카프까지 둘렀다. 8일 북한에서는 3.8 국제부녀절이라 부르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구도에 맞춰 배치한 그림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3·8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 114주년을 맞아 "우리 여성들은 강의한 정신력과 헌신적 노력으로 나라의 부흥 발전을 떠밀어 나가는 힘 있는 역량이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앞 사진처럼 부녀절 사진인데, 여성 노동자들이 꽃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뒤로 글씨가 적힌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오는데, 노동신문 사진들의 전형적인 관습이다. 사진 속에 직접 구호나 표어를 걸고 찍는 방식이다. 이러한 직접 설명과 원근법을 고려한 인물의 배치와 구호는 다른 사진 속에서도 반복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당의 사상대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라며 농촌진흥을 위한 초급 일꾼들의 역할을 촉구했다. /노동신문 뉴스1

 

사실 북한에도 다른 중앙의 신문들(민주조선, 평양신문 등)이 있고, 지방 언론(양강일보, 함북일보 등)도 있다지만 노동당 기관지로 북한의 대표 언론은 노동신문이다. 1945년 창간 당시엔 사회주의 언론의 형태가 있다가 1960년대 김일성 우상화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김 씨 일가의 활동을 알리는 어용신문 체제를 갖추었다고 한다

 

과거엔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 등이 아니면 흑백 사진을 게재하던 노동신문은 김정은 집권 후 지난 2013년 8월부터 컬러 사진을 확대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전국 방송인 조선중앙TV도 방송 시간을 늘렸다. 북한 전문가들은 당시 김정은이 빠른 체제 안정을 위해 텔레비전 방송 시간을 늘리고 노동신문의 사진도 과감하게 컬러로 전환한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노동신문의 사진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언론이 아니라 지금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정치 선전(propaganda)의 도구로 사용되는 수단일 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북한군 서부지구 중요작전 훈련기지를 방문해 훈련시설들을 보고 부대들의 실동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7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뉴시스

조선일보 조인원 기자

 
 

03.22 북한에서 벌어지는 몇 가지 기이한 움직임

북한에서 최근 두 가지 기이한 일이 있었다. 첫째, 북한 나선과 러시아 보스토치니를 오가며 북한의 탄약을 러시아에 공급하던 선박 운항이 지난 10일 중단됐다. 물론 철로나 육상으로도 탄약 운송이 가능하니 선박 운항 중단만으로 북한 무기의 러시아 공급이 완전히 중단됐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공급량이 줄어든 것은 확실해 보인다. 북한이 러시아로 공급하려던 무기 비축고가 바닥난 것일까. 만약 그 이유 때문이라면 러시아의 대북 지원도 조만간 줄어들거나 중단될 수 있다.

북한산 무기의 러시아 공급 급감
품질 문제라면 북·러 경색 신호
유럽 등과 관계개선 희망 징후도

 ▲에버라드 칼럼

 

그런데 혹시 무기의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였다면 어떨까. 러시아 무기 블로그에 따르면 북한이 공급한 탄약이 포신 내부에서 폭발해 무기를 못 쓰게 되고 군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측에 따르면 품질 문제는 북한 미사일도 예외가 아니다.

 

만약 품질 문제로 러시아가 북한의 무기 공급을 중단한 것이라면 북한에 큰 문제다. 무기 품질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없어서다. 어떤 이유에서든 운송 중단은 북·러 관계의 경색을 의미할 수 있다. 지난 1월 북·러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논의했지만, 추가로 언급이 없었다. 양국 관계 경색으로 잠정 중단된 것은 아닐까. 나선과 보스토치니 사이의 선박 운항이 계속 지지부진하고, 북한산 미사일의 오작동이 이어진다면 그것은 북·러 관계 허니문이 끝났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기이한 현상은 12개 국가가 참여해 지난 14일 끝난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 훈련과 15일 종료한 한·미 공군의 실전 사격 훈련에 대한 북한의 대응이다. 한반도 연합 군사 훈련에 북한은 늘 미사일 발사로 대응해 왔고 장거리 목표물에 대한 핵탄두 미사일 역량을 과시했다. 지난해엔 한·미 군사 훈련에 대응해 최소 10기의 미사일을 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한 차례 발사했다. 이번에는 ‘한·미 연합군의 광란적인 전쟁 연습’을 부각하면서 동시에 북한군이 인민의 복리 증진을 위한 경제건설에 대규모 군병력이 투입된 장면을 대비시켰다. (※북한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한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에 초대형 방사포 발사 시험을 했다.)

 

북한이 주요 우방국 이외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징후도 있다. 지금까지는 중국·러시아·몽골 정도만 평양 주재 대사관에 신규 발령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월 독일 외교부와 스웨덴 대사가 평양에 들어가 대사관 시설을 점검했다. 향후 대사관 재개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김정은의 러시아 극동 방문 이후 북한이 줄곧 추진해 온 강경한 대외 정책은 변함이 없다. 대남 강경 노선의 후퇴나 북·미 관계 재개 신호도 전혀 없다. 그러나 우방국이 아닌 국가들과의 적대적 관계를 약화하려는 북한의 대외 관계 변화를 예상해 볼 수는 있다.

 

만약 그런 변화가 있다면 아마도 내부 경제에 대한 북한 정권의 걱정 때문일 것이다. 2020년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에서 주민의 경제적 안녕 달성에 실패했음을 김정은이 인정한 뒤 3년이 흘렀다. 그 이후에도 김정은은 문제가 지속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러 관계 경색은 북한 정권에 더 큰 골칫거리를 안겨준다. 러시아의 석유와 곡물 지원이 없으면 북한의 경제 상황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고, 주민의 비참한 상황도 더 악화할 것이다. 북한 정권은 돈이 되는 길이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다.

 

이는 호재이자 악재이다. 사이버 약탈이 심해지고 군사 도발을 통한 북한의 공갈·협박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북한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문을 다시 열 가능성은 호재다. 지난 2월 러시아 관광객 100여명이 북한을 방문했고, 중국 정부가 허가하면 러시아보다 규모도 크고 수익성이 더 좋은 중국 관광객도 다시 받아들일 수 있다. 오랫동안 북한에 들어가지 못했던 유엔 등 국제 원조 기구 관계자의 재입국이 허가될 수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문을 꽁꽁 걸어 잠갔던 북한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외부 세계가 들여다볼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중앙일보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03-26 절도도 공개 처형?…北 치안간부 출신 탈북민 “김정은 통제강화위해”

▲북한이 지난 19일 오전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용 다단계 고체연료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이날 지상 시험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참석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정권이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주민 불만을 억누르기 위해 절도죄 같은 경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빈번히 공개 처형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탈북민 증언을 인용해 25일 보도했다.

북한에서 지방 치안기관 중견 간부로 활동하다 2019년 탈북해 한국에 들어왔다는 40대 남성은 지난달 하순 서울에서 마이니치신문 기자와 만나 이같이 주장했다. 탈북민 남성은 "북한 내부에서는 본보기로 경미한 범죄자에 대한 공개 처형이 횡행하고, 그 판단도 재판 없이 회의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살인죄 등 중대 범죄자만 사형이 집행됐는데, 지난 10여 년 간은 북한 당국이 경미한 죄를 단속하겠다는 포고문을 붙인 뒤 이를 어긴 사람을 각 광역지자체에 설치된 ‘도(道) 안전위원회’ 회의를 통해 처형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포고문이 나오면 소를 훔쳐 죽여도 처형 대상이 된다" "공개 처형은 사람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주민 불만을 억누르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에 있을 당시 포고를 활용한 사형이 북한 전체에서 한 주에 1∼2건은 실시됐다고 했다.

아울러 이 탈북민은 "김정은 정권에서 치안기관 직원이 활용하는 정보원이 갑절로 늘었고, 주민 동향을 정리한 보고서 작성 횟수도 월 2회에서 주 1회로 증가했다"며 북한 체제를 비판하거나 한국, 미국, 일본과 정보를 교환하려는 사람이 주된 단속 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혐의로 구속된 정치범은 체제 비판과 같은 죄명이 알려질 경우 모방 범죄를 유발할 수 있어서 비공개로 처형되는 경우가 많고, 음식을 받지 못해 사실상 굶어 죽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탈북민은 북한이 이처럼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배경에 김정은 국무위원장 권력 기반이 그다지 강하지 않고, 이에 따라 체제 유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고 마이니치는 덧붙였다.

이밖에 탈북민은 집권할 때까지 약 30년간 발판을 다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달리 그의 아들인 김정은 위원장은 신뢰할 만한 측근을 확보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오사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출신 친모를 둔 탓에 ‘백두산 혈통’이 아닌 ‘후지산 혈통’으로 불리고, 정통성이 약한 것으로 비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일보 곽선미 기자

 

 

월간조선 04월 호

김정은의 숨겨진 장남·혼외자 說

“4代 이르러 후계자 부실하거나 족보 꼬일 가능성 多”(강철환 대표)

⊙ “김정은 아들, 중국 유학 중… 이후 서방 국가에 나가 정통 후계자 교육 받을 계획”(북한 보위성 출신 탈북자)
⊙ 김정은에게 아들 없다는 주장도… “김정은 집권 이후 한 번도 남자 어린이 물품 댄 적 없다”
⊙ “김정은 아들의 이름은 ‘김영주’이며, 김주애의 진짜 이름은 ‘김은주’”(전 국정원 공작관)
⊙ “김정일 급사 배후에 김정은이 있다는 의심 나와”… 김일성 사망 때와 상황 비슷
⊙ “서자(庶子) 콤플렉스가 새로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건설하는 창업주 되겠다는 욕망 확대”(김용신 박사)

▲지난해 11월 30일 항공절(11월 29일)을 맞아 공군 사령부를 방문, 시위 비행에 참관한 김정은과 김주애.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대남(對南) 전략을 완전히 전환했다. 김정은은 지난 연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교전국(交戰國)으로 규정했다. 연초에는 대한민국을 주적(主敵)으로 지칭했다. 헌법에서는 ‘통일’ ‘민족’ 등의 용어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남조선’이라는 호칭도 사라졌다. 북한과 같은 뿌리라는 인식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대한민국’이나 ‘괴뢰한국’을 쓰기 시작했다. 지난 2월에는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된 법안을 폐지하고 남북 간 체결한 경협 관련 합의서도 일방적으로 폐기했다. 북한 평양의 지하철 ‘통일역’ 또한 ‘통일’ 자를 없애 지금은 ‘역’으로만 표시된다. 북한 관영방송인 조선중앙TV 날씨 프로그램에서는 기존 배경 이미지였던 한반도를 빼버렸다.

 

대신 북한 지역만 확대한 이미지를 사용 중이다. 외무성 웹사이트에 게재된 북한 애국가 가사에서 ‘삼천리’라는 표현도 삭제했다. 한편 통일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3개월 동안 김정은의 공개 군사 부문 활동은 과거보다 부쩍 잦아졌다. ‘통일은 강 건너갔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다.

“대놓고 선대 모욕한 처사

▲북한은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올 초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철거했다. 사진은 북한 군악대가 2013년 7월 24일 평양에 있는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에서 행진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대남 전략의 대전환 과정에서 김정은은 선대(先代)의 흔적도 지워나가고 있다. 북한 지도자가 50년 넘게 유지해온 선대의 유산을 지우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최근에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통일을 상징하는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도 철거했다. 기념탑은 김정일의 고려연방제 방식의 통일 방향을 기리기 위해 2001년 8월 설치된 조형물이다. 3대 헌장은 1974년 김일성 시절 남북이 공동으로 합의한 ‘조국통일 3대 원칙’과 김일성이 작성한 1980년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 그리고 1993년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을 일컫는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3대 헌장 기념탑 철거는 대놓고 선대를 모욕한 처사”라고 했다.

지난 1월 23일(현지시각) 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1월 19일 오전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평양에 위치한 이 기념탑이 돌연 사라졌다. 김정은은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 연설에서 “수도 평양의 남쪽 관문에 꼴불견으로 서 있는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철거해버리고, 공화국의 민족 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버려야 한다”고 한 바 있다.

 

▲김정은은 지난 2019년 10월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 사진=연합


김정은은 앞서 지난 2019년 10월 23일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하며 김정일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날 《로동신문》은 김정은이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돼 흠이 남았다. 땅이 아깝다. 국력이 약할 때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심각히 비판하셨다”고 했다. 아버지의 대남 정책을 정면 비판한 셈이다. 신(神)과 동일시되는 김정일의 정책을 공개 비판하는 건 이전까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강철환 대표는 “김정일 시대 구명줄 역할을 한 금강산 관광을 선대 수령이 팔아먹었다는 식으로 폄훼한 것”이라면서 “김정은은 이 밖에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선대 수령이 행한 것을 왜 내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한다”고 했다.

김정은 신격화

국가보위성 총무국 간부 출신 탈북민 이모(某)씨는 이에 대해 “김일성·김정일이 주체사상이었다면, 김정은은 독재사상”이라면서 “김일성·김정일의 우상화(偶像化)를 완전히 차단함으로써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는 오직 자신밖에 없다는 독재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위대한 수령’의 유훈(遺訓)이 절대적 통치 이념이었던 북한에서 김정은의 이 같은 독자노선 구축은 향후 남북관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한국에서는 무엇보다 통일을 전제로 세운 정책의 전면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선서문에도 이는 잘 드러나 있다. 선서문을 입수한 JM선교회 관계자는 “선대 수령의 업적보다 김정은 시대를 강조하고 있는 게 큰 특징”이라고 했다. 2020년 이후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선서문은 총 다섯 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위대한 김정은 동지를 정치사상적으로 지지하고 옹호할 것 ▲위대한 김정은 동지의 유일적 령도에 절대 충성하고 복종하며, 백두혈통만을 따르는 충신이 될 것 ▲위대한 김정은 동지의 혁명사상으로 무장해 사회주의 건설에 힘차게 참여할 것 ▲위대한 김정은 동지께서 안겨준 정치적 생명을 귀중히 간직하고 반사회주의와 비사회주의에 대한 투쟁을 벌일 것 ▲마지막으로 위대한 김정은 조선의 긍지와 자부심을 안고 국가의 존엄과 명예를 수호하며, 조국통일과 주체혁명의 최종 승리를 위해 싸워나갈 것을 맹세하고 있다.

JM선교회 관계자는 “선서문은 김정은을 완전히 신격화(神格化)하고 있다”면서 “북한 내부에 따르면 최근에는 상부로부터 선서문에 포함된 ‘조국통일’이라는 단어를 제외하고 읽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고도 했다.

 

국정원 고위 간부 출신 한 인사는 “대한민국을 더 이상 같은 뿌리가 아닌, 남과 북은 완전히 이민족(異民族)인데다, 토벌(討伐)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라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주체사상 색채가 흐려지고, 물질적·정신적 토대가 와해돼 왕조세습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폐쇄적인 정책을 펼 것”이라고 했다. 북한지도부가 대남 열패감(劣敗感)에서 통일을 포기하고, 체제라도 보존하기 위해 ‘2국가론’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보위성 간부 출신 이씨 또한 “김정은의 선대 흔적 지우기는 갈수록 과감해질 것”이라면서 “해킹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여 해외 원조도 필요 없어진 만큼, 한국과의 단절을 통해 더욱 굳건한 폐쇄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庶子 콤플렉스

 ▲김정은의 친모 고용희와 김정은의 어린 시절. 사진=조선DB

 

김정은이 유독 ‘독자노선’을 강조하는 데에 ‘출생 콤플렉스’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철환 대표는 “김정은이 겉으로는 아버지에 대한 충성을 표하지만, 내면 깊이에는 증오, 분노와 같은 감정이 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정은은 서자(庶子)다. 김정일의 부인은 성혜림, 김영숙, 고용희, 김옥 등 네 명이 꼽힌다. 이 중 공식적으로 결혼한 사람은 김영숙뿐이다. 셋째 부인인 고용희가 김정은의 친모(親母)다. 고씨는 오사카 출신으로 9세 때 귀국선을 타고 북한으로 갔다.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시절 김정일의 눈에 들었다. 이후 김정철, 김정은, 김여정을 차례로 낳았다. 서자로 태어난 김정은은 은둔의 유년기를 보냈다. 생전 김일성의 인정도 못 받았다. 김정은이 할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는 이유가 그래서다.

고용희는 2004년 사망했다. 북한은 평양 대성산에 고씨의 무덤을 크게 만들어놨지만, 주민들에게는 이름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후지산 줄기’로 취급받는 재일동포 출신 생모의 존재를 공개할 경우 ‘백두혈통’의 정통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서다. 김정은이 집권 후 김일성의 생일 태양절, 김정일의 생일 광명성절을 기념하면서도 본인의 생일은 공식적으로 챙기지 못하는 것도 출생의 비밀이 공론화되는 걸 꺼리기 때문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2012년 제정한 국가기념일 ‘어머니의 날’에서도 생모 고용희는 일절 언급된 적 없다.

부인 이설주와 공개 석상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김정은 우상화’의 가장 큰 취약점인 모친의 공백을 대체하기 위한 선전·선동술의 일환으로도 평가된다. 2022년부터 딸 김주애를 각별히 챙기는 모습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다. 사실상 숨어 지내야 했던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적 인문사회연구》 《지도력의 허상》 등을 펴낸 김용신(金容新) 정신분석학적 정치학 박사는 “김정은은 정통성에서 벗어난다는, 일종의 ‘서자 콤플렉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신분석학에서 콤플렉스는 퇴행(退行)으로 발현될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는데 김정은은 후자(後者)로 분석되며, 내적 콤플렉스를 이겨내기 위해 승부사적 기질을 키웠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집권 초기 아버지가 아닌 할아버지인 김일성 흉내를 냈다는 것은 원(原) 교주(敎主)와의 연결성을 강조한 것으로, 미약한 정통성을 회복하려는 무의식적 욕망이 발현된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백두혈통으로 인정받기 위해 부단히 애쓰도록 한 콤플렉스가 정권을 잡은 이후에는 선대를 벗어나 새로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건설하는 창업주, 혹은 새로운 교주가 되겠다는 욕망으로까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정일에 충성했던 이들 숙청

집권 직후 고모부인 장성택을 고사포로 처형하는 등 철권통치를 벌인 것도 정통성이 의심받는 가운데 잠재적 위협 인물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정은은 당시 장성택뿐만 아니라 장씨의 추종 세력도 대거 공개 처형했다. 이용하 당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 등이 대표적이다. 평양시 책임비서 문경덕을 비롯해 김정일 시신 운구차를 호송했던 리영호 당시 총참모장, 김정각 당시 인민무력부장,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당시 제1부부장 그리고 김기남과 최태복 당시 당비서 등 7인방 또한 차례로 숙청했다. 김정은 정권의 핵심으로 관측됐던 인물들을 모두 해임하며, 김정일이 구축한 후견(後見)체제를 철저히 와해시켰다.

강철환 대표는 “숙청 대상을 살펴보면 아버지에게 충성했던 사람이 많다”면서 “김정일 때만 해도 정치권력 투쟁이라든지 숙청의 명분이 있었는데, 김정은은 고모부 등 상식 밖의 처형도 자행했다. 이런 걸 보면 감정 주체가 안 되고 죄책감도 못 느끼는 소시오패스 기질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김정은은 2015년 초 이견(異見)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 조영남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했고, 그해 4월에는 회의에서 졸았단 이유로 국방장관 격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공개 총살했다. 5월에는 김정은이 추진하던 산림녹화 정책에 불만을 표시했다는 이유로 최영건 내각 부총리를 처형했다. 2017년엔 암살조를 보내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했다. 김정은 집권 후 처형·숙청된 당·정·군 고위 인사는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급사 이유는…

강철환 대표는 이어 “최근 몇 년간 김정일의 급사(急死) 배후에 김정은이 있다는 의심도 여러 루트에서 나오고 있다”고도 했다. 김정일은 2011년 12월 17일 기차로 이동 도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강 대표는 “급사하기 힘든 상황이었고, 24시간 응급처치가 풀가동되는 시스템하에서 후속 조치가 늦었다는 점도 의문이 남는다”면서 “묘향산에서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와 상황이 비슷하다”고 했다. 아들이 아버지의 죽음을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는 뜻이다.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사망 당시 국가보위성 총무국에 재직했던 탈북민 이모씨는 “김일성의 죽음을 김정일이 앞당긴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씨에 따르면 김일성은 사망 전 평안남도 남포 지역 곡창지대 회의 참석차 평양역에서 이동했다. 그는 “출발 전 1호 열차 차량 점검을 해보니 식당, 잠자리, 의료집단 등 총 12대가 편성돼 있었는데, 김일성을 보좌하던 김정일이 의료집단이 들어가는 빵통(기차 화물칸)을 떼고 열차를 출발시켰다”면서 “7월 8일 묘향산에서 의료진 빵통이 없어 응급조치를 못 했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씨는 “독재 역사는 그렇게 죽고 죽이며 흘러온 것”이라고 했다.

김용신 박사는 “김정은의 공동 사회가 아닌 본인 체제 유지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련의 행보를 보면 콤플렉스뿐만 아니라 반(反)사회적 성향 또한 두드러진다”면서 “이는 김정은을 합리적 인간으로 대할 수 없음과 동시에, 김정은 체제의 북한 또한 정치학적으로 합리적 선택 이론(rational choice theory)에 기반해 설명할 수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실제로 북한은 대북지원과 제재라는 양단(兩端)의 정책 모두 통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주애의 진짜 이름은 김은주”

 ▲지난해 8월 27일 북한 해군절(8월 28일)을 맞아 해군사령부를 방문한 김정은 딸 김주애에게 거수경례하는 북한 김명식 해군사령관. 사진=연합

 

정보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은은 현재 당뇨 합병증이 심각한 상태다. 이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2030년을 못 넘길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고 했다. 김정은의 후계 구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대남 전략을 전면 전환한 상태라 더 그렇다.

북한이 대외적으로 공개한 김정은의 자녀는 딸 주애가 유일하다. 김주애는 지난 2022년 11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 발사 현장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김정은의 주요 군사·경제 행보에 함께하고 있다. 통일부와 정보기관은 김주애를 유력한 후계자로 보는 중이다. 등장 초기만 해도 가능성을 낮게 봤지만, 김주애의 의전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후계자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북한 고위층 등 탈북민 수천 명을 구출한 JM선교회 K목사는 “현재로서는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군 사령관들을 김주애 앞에서 무릎 꿇리는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 일찌감치 후계자를 내세워 북한 내부 인식 구조에 ‘백두혈통’의 명맥(命脈)을 심고자 한 것”이라면서 “북한 내부 핵심에 따르면 북한의 ‘핵 완성’ 이후 리더십 테마는 ‘우주’다. 김정은은 김주애를 훗날 ‘우주를 지배할 여장군’이라는 아이콘으로 새겨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신 박사 또한 “북한 지도층 특성상 세습 체계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시키고자, 또한 여성도 세습을 받을 수 있는 ‘유연한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찍이 김주애를 등장시킨 것 같다”고 했다.

이 가운데 김정은에게 장남이 있으나, 왜소한 체격이어서 대중 앞에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 1월 23일(현지시각) 최수용 전 국정원 공작관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에게 아들이 있지만, 외모가 매력적이지 않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최씨는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통통하고 잘 먹은 아버지, 누이(주애)와 달리 아들은 창백하고 마른 편이라고 한다”며 “그의 아들은 증조부인 김일성을 전혀 닮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했다. 북한 지도자에게 김일성을 닮은 외모는 ‘필수 자질’로 여겨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계자 시절 마른 체격이었던 김정은이 김일성처럼 보이도록 체중을 늘린 것도 그래서다.

최수용 전 공작관은 《월간조선》에 “김정은 아들의 이름은 ‘김영주’이며, 김주애의 진짜 이름은 ‘김은주’로 파악됐다”고 했다. 주애란 이름은 지난 2013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났던 미국 프로농구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이때 김정은이 ‘저희 애’라 소개한 게 ‘주애’로 와전(訛傳)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실제로 북한은 한 번도 ‘주애’란 이름을 언급한 적이 없다.

“김정은 아들, 모양새가 한심한 수준”

최 전 공작관은 이어 “김정은에게는 현송월, 재일조총련 출신 여성과 사이에서 낳은 혼외자도 둘 있다”고 했다. 현씨와 낳은 아들의 이름은 ‘김일봉’이며, 조총련 여성과 낳은 아들은 현재 5세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최 전 공작관은 “이에 따라 일봉, 영주 출생 이후 태어난 북한 주민들은 ‘최고 존엄’의 자녀와 같은 이름을 사용 못 하도록 돼 있다”면서 “서자인 김일봉은 번듯한데, 적자(嫡子)인 영주는 폐병 환자 수준으로 삐쩍 말라 북한식 표현으로 ‘모양새가 한심한 수준’”이라고 했다.

강철환 대표는 “김정은이 김정일처럼 처음부터 부인을 공개하지 않았으면, 더 뛰어난 서자를 적자라 주장할 수 있었는데, 이설주를 공개함으로써 이마저도 불가능하게 됐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아들이 중국 유학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국가보위성 총무국 간부 출신 탈북민 이모씨는 “김정은 아들이 마르고 변변치 않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김정은 아들은 2년 전부터 철통 보안 아래 중국에서 유학 중으로, 이후 서방 국가에 나가 정통 후계자 교육을 받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어 “북한이 현재 김주애를 내세우는 것은 대외 연막(煙幕) 작전이자, 북한 주민들에게는 세습 통치를 각성시키는 차원”이라고 했다.

애초에 아들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JM선교회 K 목사는 “북한의 자녀 문제는 웬만한 중앙당 관계자들도 결코 알 수 없다. 공식적인 공개를 제외하고, 이름, 얼굴, 나이 등이 한 번도 유출된 적이 없다”면서 “다만 북한에 1호 물품을 납품하는 중국 영사부 핵심에 따르면 김정은 집권 이후 단 한 번도 남자 어린이 물품을 댄 적이 없다고 한다”고 했다.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 시절 단짝 친구였던 조아오 미카엘로 또한 지난 2023년 5월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에 “2012년 7월 방북했을 당시 리설주가 딸을 낳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아들에 대해서는 전혀 못 들었다”고 했다. 미카엘로는 김정은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던 외부 인사 중 하나로 꼽힌다.

북한 권력 체계 전문가인 미 해군 분석센터(CNA) 켄 고스(Ken Gause) 국장도 RFA에 “김정은에게 사실 아들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딸 주애를 군 행사에 동반하는 것은 후계자로 만들려는 행보일 수 있다”고 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김정은 아들의 존재 여부에 관해 “아직 확인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정보기관의 엇갈리는 보고들

지금까지 김주애를 제외한 김정은의 다른 자녀들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지도부 자녀 관련 정보는 북한에서 극비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김정은 자녀의 숫자, 성별에 관한 엇갈리는 추측이 계속 나오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해 3월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김정은의 첫째 자녀는 아들이며, 셋째도 출산했으나 성별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첫째가 아들이라는 구체적 물증은 없지만 외국 정보기관과 정보 공유 등을 통해 확인했다고 한다. 장남의 신체적·정신적 문제에 관해선 확인된 바 없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앞서 2017년 국회 정보위에서도 국정원은 김정은에게 2010년생 아들, 2013년생 딸, 성별 미상의 2017년생 셋째가 있다고 추정해 보고했다.

군 정보기관에서는 첫째 아들의 신체적 문제와 함께 ‘성별 미상의 셋째’를 ‘딸’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국가안보실에서는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자녀는 셋이지만, ‘첫째는 아들, 둘째와 셋째는 딸’이라는 정보와 다른 성별 구도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김주애가 유력한 후계자이지만, 변수가 생길 여지도 있는 셈이다.

강철환 대표는 “현재로선 김주애가 누군가를 보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향후 후계 구도에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4대(代)에 이르러 후계자가 부실해지거나 족보가 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04.15 “손님이 준 팁도 바쳐라”…식당 종업원 주머니까지 털어가는 北

▲해외식당에서 공연하는 북한 종업원들.(기사 내용과는 직접 관련 없음)/연합뉴스

 

북한 당국이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들이 손님들로부터 받은 현금 팁 등을 당국에 모두 반납하도록 하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종업원들이 받는 팁까지도 외화벌이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부터 단둥에 있는 평양관 종업원들은 손님에게 받은 팁을 한 푼도 쓰면 안 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소식통은 “이달 초 평양관에서 일하는 종업원들 대상으로 한 야간 특별교육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손님에게 받은 팁을 전부 바치라는 게 교육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중국 단둥의 류경식당, 평양관, 평양특산물 식당 등에서는 20대 평양여성들이 음식을 나르고 노래를 부르며 손님들로부터 현금 팁(봉사료)을 받아 왔다.

 

이들 종업원들은 손님들에게 받은 팁의 일부는 당국에 바치고 일부는 생활비로 사용해 왔다고 한다. 예컨대 500위안(약 9만5000원)을 봉사료로 받으면 400위안 정도는 당국에 바치고 100위안을 갖는 방식으로 통상 봉사료의 20% 정도를 자신이 챙겨왔으나, 앞으로는 개인이 챙길 수 없게 된 것이다.

 

소식통은 “음식을 접대하거나 공연을 하는 평양여성들이 손님에게 받는 팁을 전부 바치도록 조치된 것은 당국이 부과한 외화벌이 계획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식당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평양특산물식당에서는 매일 밤 10시부터 한 시간 동안 중국어를 배우는 야간교육이 진행된다”며 “그런데 이달부터 중국어 야간 교육 시간에 종업원들은 중국어를 배우기 전에 그날 봉사하며 손님에게 받은 팁을 전부 바치는 시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어 교육시간이 종업원의 주머니를 털어내는 시간으로 변질되었다”고 했다.

 

식당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어 팁을 몰래 감추기가 매우 어렵지만, 카메라가 없는 사각지역에서는 팁을 몰래 감출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식당에서 손님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직원들이 현금 팁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한다.

 

소식통은 “미모의 젊은 여성들이 가야금을 틀면서 노래를 불러주면 손님들은 세 곡에 중국 돈 100위안을 공식 계산대에서 지불하고, 노래 부른 여성에게 별도로 100위안을 팁으로 준다”며 “하루 1000위안을 팁으로 받기도 한다”고 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에 파견된 북한 식당 종업원들은 손님이 별도로 주는 현금을 거부하도록 교육받았다. 종업원을 매수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2010년대부터 외화벌이 규모를 확대한 북한 당국은 노래와 춤 등 공연서비스로 현금 팁을 받도록 했고, 일부는 당국에 바치고 일부는 개인이 사용하도록 허용해 왔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에 일부 종업원들 사이에서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하루 종일 외화벌이 봉사에 동원되면서도 손님에게 받은 팁을 한 푼도 쓰지 못하도록 강조되면서 단둥 내 북한식당 종업원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김자아 기자

 

04.22 ‘김일성 神’ 지우는 김정은, 말기적 이상 증상

 북한이 김일성에게 써왔던 ‘태양’이란 표현을 지워가고 있다. 노동신문 등은 지난 15일 김일성 생일을 ‘태양절’로 부르는 대신 대부분 ‘4·15′ 또는 ‘4월 명절’로 표기했다. 통일부는 “의도적 삭제”라고 분석했다. 김일성이 태어났다는 만경대도 ‘태양의 성지’에서 ‘애국의 성지’로 바뀌었다. 1997년 김일성 생일을 ‘태양절’로 이름 붙인 사람이 김씨 왕조 2대인 김정일이다. 김일성을 ‘태양’ 같은 신(神)적 존재로 우상화해 김씨 일가 독재를 정당화하려 했다.

 

김정은도 집권 초엔 김일성을 흉내 냈다. 김일성을 연상시키는 옷과 머리를 하고 나오더니 연설 스타일도 따라했다. 김일성처럼 “이밥에 고깃국”을 약속했고 “인민에게 미안”하다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부족한 권력 정당성을 신격화한 김일성 모방으로 메우려 한 것이다. 북 주민들도 상대적으로 괜찮았던 김일성 시대를 떠올리며 잠시 희망을 품기도 했지만 금세 지옥 같은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경제난은 날로 심각해지는데 김정은은 북·중 국경 1400km를 전부 철조망으로 막았다. 이젠 탈북조차 어렵다. 내부 불만이 팽창하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 김정은은 김일성의 ‘신’ 자리를 자신이 차지하려 한다. ‘태양 김정은 장군’이란 플래카드가 등장했고 노동신문 등은 “주체 조선의 태양”이란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김정은은 올해 태양절에 참배도 하지 않았다. 북은 17일 평양 아파트 준공식을 맞아 ‘친근한 어버이’라는 제목의 김정은 우상화 노래를 발표했다.

그동안 ‘어버이’는 김일성을 묘사할 때 쓰던 표현이었다. 김정일도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김정은은 김일성의 ‘태양’과 ‘어버이’ 호칭을 동시에 제 것으로 만들고 있다.

 

태양은 모든 존재의 근원으로 넘볼 수 없는 권력을 뜻한다. 김정은은 김일성의 태양이 기울고, 자신이 뜨고 있다는 선전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권력의 근원이 김일성이다. 권력을 세습해놓고 김일성을 벗어나려 한다면 김정은의 권력 정통성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전근대적 김씨 왕조에서 벌어지는 말기적 이상 증상이다.

조선일보 사설

 

04.28 마이바흐·포드 이어 도요타... 北, 제재 비웃듯 외제차 18대 행렬

NK뉴스 “김정은, 김일성군사종합대학 방문…수행원들 태운 듯”

 ▲지난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2주년을 맞아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축하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탄 아우루스 차량(가운데)이 신형 토요타 랜드크루저로 보이는 경호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대학으로 향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차량 행렬에서 일본 도요타 SUV 차량이 포착됐다.

 

26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북한 조선중앙TV에 방영된 전날 김 위원장의 김일성군사종합대학 방문 영상을 분석한 결과 김 위원장이 탄 차량을 포함한 총 18대의 차량 행렬 중에 도요타 랜드크루저 300 차량이 6대 있었다고 전했다.

 

영상에 찍힌 도요타 차량 6대는 모두 브랜드 로고가 제거되고 경광등이 부착돼있었다. 2021년 모델인 랜드크루저의 가격은 약 8만달러(약 1억1000만원)다.

 

 ▲26일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을 방문 중인 김정은 위원장의 차량행렬에 등장한 도요타 랜드크루저 300 모델 차량(왼쪽). 로고는 제거되어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이 해당 차량을 언제, 어떻게 수입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이는 2017년 이후 운송수단의 대북 수출을 금지한 유엔 제재를 북한이 회피하고 있다는증거다.

 

이날 목격된 차량 행렬에는 도요타 외에도 메르세데스 벤츠 마이바흐 GLS 600 SUV 2대, 렉서스 LX SUV 2대, 포드 트랜짓 밴 2대, 구형 메르세데스 세단 5대와 기종을 알 수 없는 SUV 한 대가 포함돼 있었다고 NK뉴스는 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탄 메르세데스-벤츠의 '마이바흐' 차량 뒤를 포드의 밴 차량들이 따르고 있다./조선중앙TV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러시아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했을 때 함께 승차해 담소를 나누었던 푸틴 대통령의 전용차 아우루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월 20일 김정은 위원장이 푸틴으로부터 러시아산 승용차를 선물을 받았다고 보도했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그밖에도 획득 경로를 알 수 없는 미국산 신형 캐딜락 SUV, 올 초 푸틴에게서 받은 ‘러시아판 롤스로이스’ 아우루스 리무진 등 다양한 신형 차량들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NK뉴스는 김 위원장의 외제차 행렬은 북한이 대북 제재를 회피해 차량 등 대형 품목을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무기와 관련 생산 장비도 수입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김휘원 기자

 

04.29 "만져보니 아직 죽진 않았어"…탈북자가 찍은 北 끔찍 영상

▲2023년 4월 김모씨가 황해남도에서 찍은 영상. 길거리에 한 주민이 죽은 듯 늘어져 있다. 김씨는 촬영 다음 달 가족과 함께 탈북했다. 사진 TBS 캡처

 

북한에서 주민이 길거리에서 굶어 죽는 등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 속 참상이 찍힌 영상이 공개됐다.

 

28일 일본 TBS는 지난해 5월 탈북해 한국으로 온 30대 김모씨와의 단독 인터뷰를 보도했다. 김씨가 탈북하기 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에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수년간 봉쇄됐던 북한 사회의 상황이 담겨 있었다.

 

지난해 4월 김씨가 북한 황해남도에서 촬영한 이 영상 속에는 한 남성이 길가에 축 처진 채 길게 누워 있다. 김씨는 근처 가게 주인에게 쓰러진 남성에 관해 물었으나 “어제 오후부터 쓰러져 있어서 만져보니 아직 죽지는 않았다. 굶어서 쓰러져 있는 것 같은데 곧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영상에는 구걸하러 온 한 남성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김씨가 “당신 작업반에도 굶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지 않나”라고 묻자 남성은 “굉장히 많다. 그래도 일하러 나간다. 어쩔 수 없이 나가는 사람도 많다”고 답하고는 한숨을 내쉰 뒤 “죽을 것 같다”고 말한다.

“숨쉬는 공기도 당의 것”…일가족 목조선 타고 탈북

▲김모씨가 2023년 4월 황해남도에서 찍은 영상. 구걸하는 중인 이 남성은 ″작업반에도 굶는 사람이 많다. 그래도 일하러 나간다″고 말했다. 사진 TBS 캡처

 

영상을 촬영한 김씨는 지난해 5월 7일 탈북해 한국으로 건너왔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을 통하지 않고 목조선을 타고 연평도 인근 해상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임신 중인 아내와 어머니, 남동생 가족 등 일가족 9명이 함께했다.

 

어업에 종사해 온 김씨는 “배를 타고 바다에 나올 때 연평도가 눈앞에 보일 때마다 혼자서라도 탈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며 “하지만 가족과 흩어지는 고통을 떠안고 싶지 않았고, 가족 모두를 데리고 올 방법을 찾는 데 반년이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탈북한 이유에 대해 그는 “여기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겠지만, 북한에서는 집 밖으로 한 발짝만 나오면 모든 걸 100% 의심해야지만 살 수 있다”며 “아무 생각 없이 거리를 걷고 있으면 누군가가 호루라기를 불고 무턱대고 붙잡아 신체검사를 하고 트집을 잡는다”고 했다. 청바지를 입었다거나 노동시간에 나돌고 있다는 등의 이유다.

 

 ▲어민이었던 김씨는 목조선을 이용해 일가족 9명이 다함께 연평도를 통해 탈북할 계획을 세웠다. 사진 TBS 캡처

 

어느 날은 김씨의 집에 단속기관 보안원이 수사 영장을 들고 찾아와서 모아둔 쌀을 가져가려 했다고 한다. 코로나19 동안 북한이 국가주도로 식량전매제를 실시하자 쌀은 암시장에서 거래됐다. 김씨가 “우리 돈으로 산 쌀”이라며 항의하자 보안원은 “이 땅이 네 거냐. 네가 숨쉬는 이 공기도 모두 당의 소유”라고 말했다. 이에 김씨는 “희망을 잃고 탈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고른 건 파도가 높고 달빛이 어두운 흐린 날이었다. 태풍이 다가오고 있어 경비정이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도박에 나섰다. 경비정에 발각됐을 때를 대비해 길이 50㎝의 칼과 함께 빈 달걀껍데기에 고춧가루와 모래를 채워 준비했다. 만약의 경우 던져서 시야를 가리기 위한 용도였다.

“매일같이 아사 소식…고난의 행군보다 힘들었다”

▲28일 일본 TBS는 지난해 탈북한 30대 김모씨와의 코로나19 동안의 북한 현실에 대한 인터뷰를 보도했다. TBS 캡처

 

김씨는 코로나19가 창궐한 기간에 대해 “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보다 힘들었다. 그때도 곡창지대인 황해도에서는 아사하는 일은 없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동안은 매일 ‘누구 아버지가 죽었다, 누구 아이가 죽었다’는 소문이 들려올 정도로 사람이 많이 죽었다”고 했다.

 

식량부족이 심각해지며 흉악 범죄도 늘었다. 김씨는 “살인이나 강도가 일상다반사였다. 공개처형도 많았다”고 했다. 그는 공개처형을 봤냐는 진행자 질문에 “봤다. 2023년 4월 중순이었다. 대학생이 중년 여성을 죽이고 480만원을 훔쳐 달아나 처형됐다”고 회상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 등을 봤다는 이유로 처형되는 경우도 잇따랐다. 그는 “2022년 7월 26일이었다. 22살짜리였는데, 남한 음악이나 영화를 친구와 같이 봤다고 총살당했다”며 “처형을 앞쪽에서 봐서 똑똑히 기억한다”라고도 했다.

 

다만 김씨는 코로나19 기간 김정은 정권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 미안하지만 정치적인 발언은 할 수 없다”며 “최고지도자가 하는 일에 이러쿵저러쿵할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04.30 양강도는 아편, 함경도는 필로폰… 北 최고 수출품은 核이 아닌 마약이다

▲그래픽=김현국

 

모든 나라는 마약을 금한다. 하지만 국가가 나서서 마약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외화 벌이를 위해 1970년대에는 비교적 감시가 허술한 대사관과 외교관을 통해 중계무역 형태로 마약 밀수와 판매를 해오다 발각되어 국제 사회에서 망신을 당했다. 북한 고위 관료였다 탈북한 황장엽씨의 증언에 따르면, 1980~90년대 북한은 직접 양귀비를 재배하여 헤로인을 만드는 ‘백도라지 사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1990년대 중반 북한은 여의도의 약 25배에 해당하는 7206ha에서 양귀비를 재배해 40t의 아편을 생산하여 연간 4t의 헤로인을 만들었을 것으로 한국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1990년대 북한이 유일하게 성공한 두 분야가 핵무기와 마약이었다. 핵무기 개발로 인해 경제 제재를 당하여 상품의 수입과 수출이 제한된 북한은 마약 판매에 더욱 열을 올렸다. 마약 특성상 거래가 불법이기에 무역 제재의 영향을 덜 받았고 마약은 무기에 비해 부피가 작아 밀수도 쉬웠다.

 

북한제 최고 상품은 핵무기나 미사일이 아니라, 마약, 그중에서도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이다. 필로폰 결정이 얼음처럼 투명해 ‘얼음’ ‘아이스’ ‘크리스털’이라고 불리는데, 중국과 북한에서는 ‘빙두(冰毒, 얼음독)’라고 한다.

 

마약 수사팀을 지휘했던 전직 경찰 간부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산 필로폰 순도는 98~100%로 전 세계에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합성 마약인 필로폰은 대개 소수의 개인이나 범죄 집단, 즉 아마추어가 감기약의 원료인 슈도에페드린 등을 원료로 해서 소규모로 만든다. 하지만 북한 제약 회사에서 실제로 근무했던 탈북자 이모씨 등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흥남제약공장’ 지하 2층에 있는 5직장에서 박사급 인력들이 국가의 명령 아래 전문적으로 필로폰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품질이 나쁠 수가 없다. 특히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 북한의 경제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의약품의 생산은 거의 가동을 멈추었지만, 헤로인과 필로폰은 라남제약공장(청진)과 흥남제약공장(함흥)에서 여전히 쉬지 않고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곳 모두 항구에 위치해 배로 밀수출하기에도 용이하다. 마약 판매 규모가 커서, 중국의 삼합회, 일본의 야쿠자, 러시아 마피아 등과 같은 국제 범죄 조직들과 거래하며 발각되어 몇 차례 국제 뉴스가 되기도 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북한은 무기 거래로 연간 2억~5억달러, 마약 생산과 밀매를 통해 1억~2억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에서는 이미 조선시대부터 아편을 추출하기 위해 양귀비를 조금씩 재배하고 있었다. ‘동의보감’ 탕액편(湯液篇)에서 앵속(양귀비)을 약초로 분류하고 복용하는 법까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현대 의학이 발달하면서 아편은 약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법으로 금지하는 마약이 되었는데, 현대 의학의 혜택을 잘 누릴 수 없는 북한에서는 아편을 가정상비약으로 쓰기 위해 계속 양귀비를 키우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으로 수많은 이들이 아사하고 전염병으로 고통받자 북한 주민들은 집에서 본격적으로 양귀비를 기르기 시작했다.

 

실제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인터뷰한 탈북자들이 이런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한국에는 아편보다 훨씬 효과 좋은 약이 많겠지만, 북한에서는 아편이 최고의 약이다. 치료용으로 제일이다. 통증도 금방 없어진다. 북한 사람들은 아편만 있으면 뭐든지 다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탈북자 A씨) “아편 같은 것은 보통 집에서 밭농사를 하는 사람들이면 다 기른다. 북한에 약이 없다 보니 아편을 만병통치약으로 본다. 그래서 농사짓는 사람 치고 아편을 안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다.”(탈북자 B씨)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퍼져나간 건 아편만이 아니다. 북한 정부가 제약 회사에서 필로폰을 생산하면서, 직원들이 필로폰을 빼돌리거나, 전문 인력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필로폰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필로폰 생산이 본격화된 2000년대부터 필로폰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한 탈북자는 마약을 “쌀보다 더 구하기 쉬운” 상품이라고 할 정도였다. 주로 산간 지역이라 양귀비를 기르기 쉬운 양강도 쪽은 아편을, 필로폰을 생산하는 제약 회사가 있는 함경도 쪽에는 필로폰을 많이 만든다.

 

1회용 주사기조차 구하기 어려운 북한에서는 주로 필로폰을 은박지 위에 올려놓고 열을 가해 연기를 마시는 방식으로 투여한다. 필로폰의 원료가 되는 물질인 슈도에페드린은 콧물 감기약으로 사용된다. 그래서 필로폰을 하면 실제로 코가 뻥 뚫린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로 북한 사회에는 아편과 필로폰이 널리 퍼져 있다. 한 탈북자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인터뷰에서 “마약은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져 있다”며 “전당, 전군, 전민이 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자는 ‘KBS 추척 60분’ 인터뷰에서 “배가 아파도, 머리가 아파도, 무릎이 아파도, 감기에 걸려도 마약을 한다. 아예 현금처럼 쓰이기도 한다. 결혼식 축의금으로 돈이나 선물 대신 빙두(필로폰) 10g을 주면 신랑과 신부가 좋아한다”고 했다.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필로폰 1g이 북한에서 대략 1만7000원이지만, 한국에서는 38만원이었다. 북한 주민들이나 탈북자 입장에서 필로폰의 유통과 판매는 매력적인 사업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에서 생산된 필로폰이 중국 국경을 넘기만 해도 가격이 5배가량 오른다고 한다.

 

이제 마약은 북한에서 가정상비약인 동시에 만병통치약, 심지어 화폐를 넘어 매력적인 사업 분야가 되었다. 마약을 생산하는 정부, 경제 및 의료 시스템의 붕괴, 여기에 주민들의 무지와 가난이 더해져 북한의 마약 문제는 그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누구보다 마약을 하기 쉬운 이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사는 것은 모든 면에서 쉽지 않다. 여기에 한반도만의 특수한 상황이 낳은 이민자가 있다. ‘탈북자’, 다른 말로 ‘북한이탈주민’이다. 과거에는 ‘망명형 탈북’이 대부분이었지만,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로 식량난으로 인한 ‘생계형 탈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막상 머나먼 길을 돌아 한국에 왔지만, 모든 것이 다른 낯선 상황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탈북자는 쉽게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탈북자들이 어떤 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를까? 놀랍게도 마약 관련 범죄이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탈북자 수감자 수는 166명으로, 그중 마약류 관련 범죄가 53명(31.9%)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는 한국인 수감자 중 마약류 사범 비율인 6.3%(2023년 교정연보)에 비해 5배 이상 높았다.

 

탈북자의 마약 범죄율이 높은 이유는 북한에서 마약에 익숙해져 있고, 낯선 체제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 등이 연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탈북 경로가 통상 ‘북한-중국-동남아-한국’인데, 이 경로와 마약 유통·거래 경로가 비슷한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05-02 권력세습은 北몰락 징후… 김정은 신격화, 체제불안 극복 ‘고육지책’

■ 이용준의 Deep Read - 김정은 ‘독자적 우상화’ 배경

‘태양절·광명성절 명칭 폐지’ 先代 격하… 사회경제 위기·국내외 불안정성 관점서 분석해야
지배체제 공고화·후속 세습체계 확립이 목표… ‘외부 정보’ 적극 주입이 앙시앵레짐 타파 첩경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우상화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선대 김정일 위원장은 신격화한 김일성의 후광 아래서 정권을 유지했던 반면, 김정은은 자신을 스스로 우상화하면서 이를 위해 김일성·김정일의 우상화를 격하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다.

김정은 체제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도전들을 감안할 때,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단순한 ‘체제 공고화’ 차원을 넘어 체제의 취약성과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성격을 띤다. 북한이 현시점에서 뜬금없이 보여주는 김정은 우상화 열풍의 배경과 추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권력 신격화의 역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절대권력을 추구했던 왕들은 자신에 대한 신격화에 열을 올렸다. 범접할 수 없는 신이 되는 게 우매한 백성을 통치하거나 도전자의 출현을 막는 데 유리했기 때문이다. 고대 페르시아의 왕도 이집트의 파라오도 신으로서 백성을 지배했다.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마지막 파라오였던 클레오파트라도 신으로 군림했으나, 사실 그 시조는 알렉산더 대왕 휘하의 마케도니아 장군이었을 뿐이다.

기원전 5세기에 왕정을 폐지하고 원로원이 지배하는 공화정 시대를 연 로마는 권력의 사유화를 막고자 임기 1년의 집정관 2명을 매년 원로원에서 선출하는 고도의 권력 분산 체제를 500년간 유지했다. 갈리아 정복으로 대중의 지지를 등에 업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종신독재관에 취임해 영구집권을 도모하자 원로원의 공화파 의원들은 그를 암살했고, 카이사르의 이름과 재산을 상속한 양자 옥타비아누스는 이들을 토벌한 후 카이사르를 신격화하고 신격 카이사르의 이름으로 초대 황제에 올랐다.

그 후 모든 로마 황제는 정통성의 상징으로 신격 카이사르의 이름을 물려받아 통치했고, 자식이 없거나 혹은 있더라도 부실하면 명망 있는 장군을 양자로 영입해 카이사르의 이름으로 제위를 상속했다. 이 체제는 로마제국을 장기간 강성하게 했으나, 후대에 이 전통이 사라지고 제위가 자식에게 ‘세습’되면서 로마의 쇠퇴가 시작됐다. 즉 권력 세습은 권력 몰락의 징후다. 말기에 군사력으로 황위를 찬탈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황제의 신격도 정통성도 사라졌다. 이는 북한의 세습체제와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공산국의 지도자 우상화

무신론이 지배하는 공산국가에는 신이 존재할 수 없으나, 구소련 공산당은 혁명 지도자 레닌이 사망하자 그를 신의 수준으로 우상화했고, 그의 유해를 공산당 지배체제 정통성의 상징물로 이집트 파라오처럼 박제화해 전시했다. 그러자 중국·베트남·북한 공산당도 그 선례를 따랐고, 그 후계자들은 지금도 전시되고 있는 영원불멸의 혁명지도자로부터 정통성을 빌려 백성을 지배하고 있다. 이를 폐기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소련의 후신 러시아뿐이다.

공산국가의 지도자 우상화 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북한이다. 다른 나라들의 지도자 우상화가 사망 후 상징적 정통성 유지의 차원에서 이뤄진 반면, 북한의 지도자 우상화는 모두 생존 때부터 일찌감치 시작됐고, 정치적 우상화의 수준을 넘어 김일성 왕조의 항구적 세습체제 유지에 초점이 맞춰진 신정국가 체제의 정착이 주된 목적이었다.

북한은 전 주민이 수년간 먹고살 만한 돈을 들여 북한 전역에 수만 개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설치했고, 부족한 전기를 긁어모아 동상들 주변을 밤에도 대낮처럼 밝히고 있다. 그처럼 국가 자원을 총동원해 진행해 온 우상화의 효과는 상상 이상으로 심대하다.

북한 정권이 싫어 10여 년 전 목숨 걸고 탈출한 한 탈북 지인은 “지금도 한국 언론에 뉴스로 등장하는 김일성·김정일의 사진을 보면 나도 모르게 연민의 눈물이 나온다”고 말하고 있다. 수십 년간 이뤄진 최고 존엄에 대한 신격화 공작 속에서 이들에 대한 추앙과 숭배심리가 배태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의 속사정

김정은이 집권 초기에 제일 먼저 했던 일 중 하나는 정통적 권력 승계자 자격으로 김정일을 금수산태양궁전에 신격화해 안치하고 만수대의 25m 높이 김일성 동상 옆에 나란히 김정일 동상을 세운 일이었다. 이처럼 김정은은 이미 우상화가 완료된 김일성·김정일의 후광에 기대어 권력 기반을 닦았다.

그러던 김정은이 최근엔 김일성·김정일 우상화를 격하하면서 자신을 ‘태양’으로 칭하는 빈도를 늘리는 등 독자적 우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늘의 태양이 둘이 될 수는 없으므로, 김정은은 스스로 ‘태양’의 지위에 오른 이래 김일성 생일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고 있고,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과 김정일 생일인 ‘광명성절’의 명칭마저 폐지했다.

김일성·김정일의 후광에서 벗어나 독자적 우상화 위상을 확립하려는 김정은의 노력은 그가 직면한 국내외적 체제 불안의 관점에서 분석돼야 한다. 유사시 후계체제의 불확실성, 점증하는 주민의 불신과 불복종 풍토, 핵무장 성공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고도의 경제난, 남북한 국력 격차 확대에 따른 좌절과 두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말 천명한 대남 통일정책의 폐기와 더불어 현 상황의 타파를 위한 고육지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우상화 작업을 통해 달성하려는 궁극적인 목표는 지배체제 공고화와 후속 세습체제 확립이다. 특히 세습체제는 김정은이 정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핵무장 강화와 대남·대미 전략에 몰두하는 데 필요한 불가결한 조건이다. 김정은이 벌써부터 어린 딸을 전면에 내세워 후계체제의 시동을 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상화 타파의 첩경

북한의 지배구조와 후계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한 북한은 정치적 변화를 추구할 이유가 없고, 따라서 레짐 체인지(체제 변혁)도, 개혁·개방도, 비핵화도, 통일도 기대할 수 없다. 북한의 변화는 현행 일당독재 체제와 세습체제가 붕괴하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북의 우상 숭배·세습체제가 존립하기 위한 필수요건은 지배구조와 사회를 교란시킬 수 있는 외부 정보에 대한 철저한 통제다. 북한이 외부 정보에 노출되는 순간 현재의 기형적 정치체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게 된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진정한 변화와 비핵화, 통일 지향적 남북관계 진전을 원한다면 북한에 앙시앵레짐을 깨는 외부 정보를 적극 주입하는 일부터 착수해야 한다. 대북방송, 대북전단, 휴전선 확성기방송 등은 북한의 핵무기에 맞먹는 파괴력을 지닌 대한민국의 대북 무기이자 정책 도구다.
세종연구소 이사장· 전 외교부 북핵대사

 

■ 용어설명

‘신격화’는 신격이 없는 인간이 신과 같은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 또는 그런 작업. 고대 중동·그리스·로마·중국 등에서 시작돼 현대 북한에 이르기까지 황제(최고권력)에 대한 숭배로 구현.

‘외부 정보’는 세계시민의 기본권. 세계인권선언 제19조는 모든 사람은 의견·표현의 자유를 가지며, 이는 국경과 관계없이 어떤 매체를 통해서도 취득·전달할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한다고 규정.


■ 세줄요약

권력 신격화의 역사 : 고대 로마에서 황제 제위가 자식에게 ‘세습’되면서 쇠퇴가 시작. 권력 세습은 권력 몰락의 징후. 황위를 찬탈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황제의 신격도 사라진 건 북한 세습체제와 관련해 시사점을 던져.

김정은의 속사정 : 북한 정권의 초기 우상화는 김일성 왕조의 항구적 세습체제 유지와 신정국가 정착이 주된 목적. 김정은이 선대 우상화를 격하하고 자신에 대한 신격화에 나선 건 국내외적 체제 불안에 따른 고육지책.

우상화 타파의 길 : 북한의 지배·세습 체제는 ‘외부 정보’에 노출되는 순간 그 기형성을 유지할 수 없게 돼. 대북방송과 전단, 휴전선 확성기방송 등 정책 도구를 동원해 북의 앙시앵레짐을 깨는 외부 정보 주입이 절실.

문화일보 

 
 

05-07 탈북 여성 “마사지·성행위 등 그룹…김정은, 매년 처녀 25명 ‘기쁨조’로 뽑아” 주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왼쪽). 박연미 씨. 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매년 25명의 처녀들을 ‘기쁨조(Pleasure Squad)’로 선발해 자신을 개인적으로 접대하도록 한다는 탈북 여성의 주장이 나왔다.

최근 영국 미러는 ‘김정은, 매년 25명의 처녀를 뽑는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미러는 탈북 여성 박연미 씨의 주장을 바탕으로 기쁨조가 언제 등장했고 어떤 여성들이 선발되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두 번이나 기쁨조 후보가 됐지만 가족의 지위 때문에 선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후보자를 확인하기 위해 교실과 운동장을 방문한다고 설명하며 "예쁜 소녀를 발견하면 가장 먼저 가족의 지위, 정치적 지위를 확인한다"며 "북한에서 탈출하거나 한국 또는 다른 나라에 친척이 있는 가족을 둔 소녀는 선발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박 씨는 "기쁨조 선발 과정에서 건강 검진을 포함해 엄격한 조사를 수반하며, 작은 상처와 같은 사소한 결함도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박 씨는 기쁨조 아이디어는 김정일이 1970년대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예쁜 여자를 몇 명 골라 아버지인 김일성이 가던 휴양지에 데려다준 게 시작이라고 밝혔다.

김정일은 1983년에는 자신을 위해 두 번째 기쁨조를 창설했다고 박 씨는 주장했다.

 

▲모란봉악단에 둘러싸인 김정은.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그는 "세 남자의 선호 여성 취향이 달라 팀 구성이 달라졌다"며 "김정일은 키가 작아 160cm 이상이지만 너무 크지 않은 여성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날씬하고 서구적인 여성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기쁨조 내에는 3개의 그룹이 있다고 박 씨는 주장했다. 첫 번째 그룹은 마사지 교육을 받고, 두 번째 그룹은 노래와 춤을 전문으로 하며 종종 모란봉 밴드로 공개적인 공연을 하기도 한다. 세 번째는 성행위 그룹으로 김 위원장 및 다른 남성들과 성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고 전했다.

그는 "그들은 남성들을 기쁘게 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유일한 목표"라며 "매력적인 소녀들은 김 위원장을 섬기고, 다른 소녀들은 장군과 정치인을 만족시키는 역할을 맡는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곽선미 기자

 
 

05.10 [단독] “北 핵과학자는 특급 대우? 폭탄의 노예로 살다 죽어나가”

美 전략가 콜린스, 보고서 발표

▲북한 김정은이 지난 2017년 3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참관한 뒤 국방 과학·기술 책임자로 추정되는 관계자를 등에 업고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의 핵 과학자들은 초등학생 나이 때부터 연구 분야, 주거, 취식, 결혼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생 경로가 정해져 있는 자기 결정권이 없는 존재다. 실패가 곧 불충(不忠)인 북한 사회에서 ‘조국의 과업’을 위해 일만 하다 죽어나갈 수밖에 없는 비인간적 상황 아래 있다.”

 

핵·미사일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북한은 김정은이 나서서 핵과학자들을 업어줄 정도로 우대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이와 딴판이라는 분석이 미국 워싱턴 DC의 한반도 전문가로부터 제기됐다. 북한의 핵 관련 전문 인력 숫자는 약 1만명으로 추정된다.

 

▲로버트 콜린스

 

31년간 주한미군에서 복무하며 한미연합사령부 최고 전략가 등을 지낸 로버트 콜린스는 10일 발표하는 보고서 ‘폭탄을 위한 노예(Slave to the Bomb): 북한 핵과학자의 역할과 운명’에서 이들의 인권 침해 실태를 상세하게 조명했다. 그가 면담한 탈북민들의 증언과 각종 비공개 자료 등을 토대로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콜린스는 “외부인들은 김정은과 북한의 생존에 핵이 너무 중요해 과학자들이 좋은 대우를 받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최고 지도자가 미국 본토까지 때릴 수 있는 정교한 무기 개발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핵과학자들은 성공 말고 다른 퇴로가 없는 위험한 미래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본지가 사전 입수한 200여 쪽 분량의 보고서 내용을 보면 이른바 ‘폭탄의 노예’로서의 운명은 이르면 열 살도 되지 않는 나이에 결정된다. 북한은 시골, 도시 할 것 없이 행정 단위별로 수학·과학에 우수한 인재들을 ‘중앙’으로 선발할 수 있는 체계를 갖고 있다. 콜린스는 보고서에서 “지역별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을 모아 수학·과학·물리 등 과목별로 영재 교육을 시킨다”며 “두각을 나타내면 온 가족이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해 강제로 이사를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김정일이 다닌 평양 신원동의 ‘제1중학교’는 영재 교육의 산실로 북한 전역에서 내로라 하는 수재들이 모여든다. 학생들이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등에 꾸준히 참여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

 

▲그래픽=박상훈

 

핵 프로그램 종사가 확정된 과학자 자원들은 평양의 김일성대·김책공대, 자강도 강계공업대 등 주로 5개 대학에 진학한다. 보고서는 “한 번이라도 특정 연구 분야에서 훌륭한 학문적 성과를 내면 전문가로서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것”이라며 “반드시 김씨 정권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하고, 이때부터 인생의 변수라 할 수 있는 건 근무 장소나 그에 따른 주거의 품질 정도”라고 했다. 이에 따라 혼인 상대도 사실상 결정돼 ‘선택의 자유’가 없는데 “불만이 있는 사람들은 처벌을 받고 각종 혜택이 박탈된다”고 했다. 여러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공부할 기회도 주어지는데 러시아의 합동원자핵연구소(JINR), 중국 하얼빈 공대 등이 대표적인 교류 기관이다. 하얼빈 공대에서 수학한 북한 학생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엔 한 해 1000명이 넘었다.

 

핵 과학자로서의 삶의 질은 근무지가 어디냐에 달려 있다. 북한 내 핵시설은 10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콜린스는 “이들 중 40곳 정도가 추후 비핵화 과정에서 반드시 언급돼야 할 핵심 시설들”이라고 했다. 핵 연구·감독 시설 15곳, 우라늄 광산 8곳, 핵 발전소·정제 공장 5곳 등이다. 이른바 ‘성분’이라 불리는 출신 배경에 따라 근무지가 정해지기도 한다. 가장 험지로 꼽히는 기피 대상은 최북단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라고 한다. 2006년부터 2017년까지 6차례 핵실험이 벌어진 곳이다.

 

북한의 원자력 관련 법에 ‘국가가 종사자들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돼 있지만, 수사(修辭)에 그칠 뿐 기본적인 안전 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원자력공업부 등에서 일한 뒤 1994년 탈북한 김대호씨는 “핵개발 분야 종사자들이 우라늄 탱크 속으로 내몰리고, 우라늄 분말·먼지가 무수히 떠다니는 공간에서 호흡하며 살인적인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에는 “분강지구 물리전문대학 출신 100여 명이 인근 영변 핵시설에서 일하다 방사능에 노출돼 정신이 이상해지고, 가족들은 불임·기형아 문제를 겪다 차례로 죽어나갔다”는 사례도 소개됐다. 실제로 관련 분야에 종사했던 탈북민들이 맹독성 가스와 방사능 피해로 인한 백혈구 감소증, 간염, 고환염, 신장염 등 각종 ‘직업병’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2017년엔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지하 갱도를 만드는 공사 중 붕괴 사고가 발생해 수백 명이 매몰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김정은 앞에서 박수치는 北 과학자들 - 김정은(앞줄 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앞줄 오른쪽)가 2022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성공 후 개발에 기여한 과학자 등에게 박수를 받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상당수 핵과학자들의 경제적 사정도 녹록지 않다. 김정일 집권 때는 이들이 모여 살던 평양 국가과학원 앞 주거 단지가 ‘발효 아파트’라고 불렸다고 한다. 생계를 위해 부업까지 할 정도로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핵과학자들이 자가 소비 또는 판매를 위해 옥수수·도토리 등으로부터 알코올을 추출했기 때문이다.

 

북한 체제 특성상 핵과학자들에 대한 당의 감시와 통제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각 연구 기관은 물론 핵시설마다 당 위원회가 있어 끊임없이 과학자들을 감시하고 충성도를 시험하는 구조”라고 했다. 각자 연구를 열심히 하더라도 협업을 위한 교류는 철저히 금지된다. 한 개발자는 연구 중인 내용을 주변에 공유했다가 가족들이 모두 체포되는 변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보고서는 “북한 정권이 더 많은 주민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방식의 원자력 이용은 하지 않고 있어 핵 과학자들은 무기를 만들고 핵 프로그램 인력을 교육하는 일밖에는 할 게 없다”고 했다.

 

다만 김정은 집권 후 핵·미사일 등 무기 개발 과정에서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일부 형성된 것은 사실이라고 콜린스는 밝혔다. 북한은 2017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한 후 김정은이 과학자를 직접 업어주는 사진을 공개했다. 보고서는 “1984년부터 2017년까지 북한 지도자들이 총 119차례 ‘현장 방문’을 했는데 이 중 83차례는 김정은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콜린스는 10일 워싱턴 DC의 대북 인권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 행사에서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번 보고서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주한미군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HRNK 이사는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인권 문제 제기를 삼가야 한다는 건 타파해야 할 생각”이라며 “국제사회, 특히 한국과 미국은 북한 핵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인 과학자들의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김씨 일가가 책임을 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로버트 콜린스

37년간 미국 군인과 군무원으로 일한 한반도 전문가. 경력 가운데 31년을 주한 미군에서 복무했고, 한미연합사 최고 전략가로 4성 장군인 연합사령관을 보좌하며 정치 분석과 기획 등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때 보국훈장 삼일장을 받았다. 메릴랜드대에서 아시아 역사학을 전공했고 단국대에서 북한 정치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워싱턴 DC의 대북 인권 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 선임고문으로서 북한 인권 문제에 전념하고 있다.

조선일보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05-17 휴전선에 지뢰 묻고 GP 세우는 북한… 국경선? 탈북 통로 봉쇄?

1000명 투입… 중장비도 동원
사전협의 없어 ‘정전협정 위반’

북한이 지난 4월 이후 휴전선(군사분계선·MDL) 북측 지역 전역에 걸쳐 중장비와 수백 명의 병력을 동원해 지뢰를 매설하고, 감시초소(GP) 등의 건물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중장비까지 동원한 비무장지대(DMZ) 지뢰매설은 1953년 정전협정 후 처음이다.

17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부터 강원 고성 일대와 철원·경기 연천 등에 접한 북측 지역 DMZ에서 지뢰를 묻고 있다. 최근엔 서부전선 북측 지역 DMZ에서도 지뢰를 매설하고 있다. 북한이 지뢰 매설 작전을 펼 때 한 번에 수백 명의 병력을 투입한 정황이 우리 군에 포착됐으며, 1개월여간 동원 병력은 모두 1000명 정도에 이른다. 앞서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지난해 말부터 경의선·동해선 육로, 강원 철원군 화살머리고지 인근 DMZ 내 전술도로에도 지뢰를 매설한 바 있는데, 현재는 이보다 더 촘촘히 지뢰를 매설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접경지역의 모든 북남연계 조건들을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단계별 조치들을 엄격히 실시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조치인 셈이다. 특히 추가로 지뢰가 매설되는 지역이 대부분 산속, 개울가 등이라 북한이 지뢰를 매설해 ‘국경선’을 만들려는 것인지 아니면 탈북자 이동로를 봉쇄하겠다는 의도인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게 군 당국 입장이다.

이번엔 굴착기 등 중장비도 1차례 동원됐는데, 이는 정전협정 체결 후 처음이다. 주한유엔군사령부와 사전 협의 없는 중장비 DMZ 반입은 정전협정 위반이다. 군은 북한처럼 지뢰를 매설하는 ‘비례적 대응’이 아니라, 지뢰 매설 지역에 대한 감시·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군은 북한군의 활동을 면밀하게 추적·감시하고 있으며,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유엔사와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05-17 김정은이 유난히 공들인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완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조선노동당 중앙간부학원을 찾아 관계자들을 지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교육기관 최고기준 창조했다” 만족감 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완공한 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찾았다.

16일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전날 완공된 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백전백승 조선로동당의 강용한 기상과 성격을 진하게 비껴안고 솟아올라 우리당 천만년 미래의 굳건함을 확신케 하는 웅장한 교육전당을 보며 볼수록 위엄 있다고, 정말 본보기적인 교육기관다운 학교를 우리 손으로 일떠세웠다고 만족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건축물의 구조적 특성도 현대교육 발전추세와 교육학적 원리에 맞게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되였으며 원림록화 사업도 세계적 수준에 부합되게 높은 경지에서 실현되었다”고 말했다. 또 “정치성과 현대성, 실용성이 확고히 보장된 만점짜리 교육시설”이라며 “우리 나라 교육기관들 가운데서 최고의 기준을 창조하였다”고 밝혔다. 또 조만간 열릴 개교식을 앞두고 운영 준비를 빈틈없이 갖추고, 준공식을 ‘정치적 의의’가 크게 조직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방문에는 노동당 비서들이 동행했으며 현지에서 설계 및 시공 부문 관계자들이 김 위원장을 맞이했다.

중앙간부학교는 당 간부를 양성하는 최고 교육기관이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중앙간부학교 새 캠퍼스 착공에 들어갔으며, ‘규모와 수용 능력, 교육 조건과 환경 등 모든 측면에서 선진적이고 현대적인 정치학원으로 새로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건설 부지를 직접 고르고, 3월엔 이곳을 찾아 시정 방안을 제시하며 완공을 독려하는 등 관심을 기울여왔다. 김일성고급당학교가 2020년 2월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관료주의·부정부패로 비판받으며 해산된 뒤 중앙간부학교로 개칭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당 중앙간부학교를 ‘선진적이고 현대적인 정치학원’으로 새로 건설하겠다며 지난해 4월 새 캠퍼스 착공에 들어갔다. 김 위원장이 건설 기간에 이어 완공 후에도 직접 현장을 찾아 세부 사항을 챙긴 것은 이 사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2년 10월 중앙간부학교를 방문해 기념강의를 하고 “오늘 우리 당은 80년사를 가까이하는 집권사를 100년, 그 이상의 장구함에로 무궁하게 이어놓아야 할 책임적인 시기에 직면해있다”면서 학교의 임무가 매우 막중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외세 문화 유입 등 여러 난관 속에서 체제의 장기 결속·유지를 책임질 미래세대 당 간부 양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화일보 박준우 기자

 
 

05.18 北 “새로운 유도기술 도입한 탄도미사일 시험 사격”

김정은, ICBM 화성-18형 발사차량 공장 방문 ”핵무력 급속 강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국방공업기업소를 방문해 생산활동을 파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7일 새로운 ‘자치유도항법체계’를 도입한 전술 탄도미사일 시험사격을 진행했다고 18일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시험 사격으로 “자치유도항법체계의 정확성과 믿음성이 검증됐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치유도항법체계의 독자적 개발과 성공적인 도입이라는 결과에 내포돼 있는 군사 전략적 가치에 대해 대만족을 표시했다”고 통신이 전했다.

 

앞서 북한은 전날 오후 원산 일대에서 동해 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300여㎞를 비행한 후 동해 상에 낙하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차량을 생산하는 국방공업기업소도 방문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김정은은 “적들의 무모한 군사적 대결 책동으로 조성된 국가의 안전환경에 대처해 핵전쟁억제력제고의 필수성을 더욱 엄정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의 핵무력을 보다 급속히 강화하기 위한 중요 활동들과 생산 활동을 멈춤 없이, 주저 없이 계속 가속화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실감하기 어려운 우리 국가의 핵전투태세를 목격해야 적들이 두려워할 것이며 불장난질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된다”며 “우리의 원수들에게 급진적으로 변하는 우리의 무한대한 능력을 똑똑히 보여주라”고 했다.

 

북한의 이번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김정은의 국방공업기업소 방문은 중국과 러시아 정상이 대북 지지를 재확인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22일 600㎜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한 지 25일 만이고, 올해 들어서는 5번째다.

조선일보 김승재 기자

 

05-23 김일성, 김정일 옆에 김정은이…‘김씨 3대’ 초상화 전시 확인

▲북한 김정은, 완공된 당 중앙간부학교 방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금수산지구 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방문한 장소에서 세 개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것이 확인됐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당 중앙간부학교에 3대 초상화 부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상화가 김일성·김정일 등 선대 지도자들의 초상화와 나란히 걸린 것이 북한 매체에서 처음으로 포착됐다.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우상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김 위원장이 전날 평양 금수산지구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했다며 다수의 사진을 보도했는데, 교내 혁명사적관 외벽에 김정은 위원장의 초상화가 김일성 주석·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와 나란히 배치됐다.

김정은 위원장의 초상화만 별도로 포착된 적은 많았지만,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와 같은 반열로 내걸린 게 파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교 교실 칠판 위에도 북한 김일성 일가 3명의 초상화가 줄줄이 배치됐다.

이 사진들은 대외용인 중앙통신과 북한 모든 주민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공개됐다.

중앙통신은 지난 16일에도 김정은의 중앙간부학교 완공 현장 방문을 보도하며 다수의 사진을 송고했는데, 이때는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만 포착됐을 뿐 김정은의 초상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2012년 집권한 김정은이 체제 출범 10년을 넘기면서 선대 최고지도자들과 같은 반열에 올랐음을 알리고자 우상화에 힘을 쏟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선대 수령과 동등한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초상화로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당 중앙간부학교에서의 사례가 다른 곳으로도 보편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혁명사적관 맞은편 건물에는 사회주의 이론의 근간을 세운 사상가인 카를 마르크스와 블라디미르 레닌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다.

마르크스·레닌 초상화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초상화가 마주 보고 있는 구도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마르크스와 레닌을 계승 발전시켜온 것이 김일성의 주체사상이고, 그 주체사상을 발전시킨 것이 김정일의 선군사상이며 향후 4대 세습을 목전에 두고 ‘김정은 주의’로까지 나아가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이 정통 공산주의 사상의 수정주의를 채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계승자임을 부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마르크스-레닌주의는 개인주의와 우상화, 세습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북한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박준우 기자

 
 

05.28 北, 한밤 정찰위성 기습 발사… 1단계 비행 중 폭발했다

한중일 회담 끝난 날
北, 도발했지만 실패
새벽 "폭발" 공식 발표

 ▲합참은 28일 이례적으로 북한 군사위성 공중 폭발 장면을 공개했다. 우리 군 카메라에 포착된 지 30초 만에 화염에 휩싸였다.

 

북한이 27일 오후 10시 44분쯤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으로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일본 해상보안청도 북한에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가 발사됐다고 발표했다. 다만 합참은 “북 발사체는 10시46분쯤 북한 측 해상에서 다수의 파편으로 탐지돼 공중폭발 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28일 새벽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 과정에 신형 로켓 1단이 비행 중 공중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발사 실패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군사정찰위성발사시 사고발생”이라며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케트에 탑재해 발사를 단행했지만 1계단 비행 중 공중폭발해 발사가 실패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부총국장을 인용해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석유발동기의 동작믿음성에 사고의 원인이 있는것으로 초보적인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북한이 다음 달 4일까지 인공위성을 실은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일본에 통보한 가운데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린 이날 기습 도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중·일 정상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번영이 공동 이익이자 공동 책임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밝힌 지 8시간 만이었다.

 

북한은 앞서 27일부터 내달 4일 사이 인공위성을 실은 로켓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일본 해상보안청에 통보하면서 추락 가능 위험 지점으로 남서쪽의 서해 해상 2곳과 필리핀 동쪽 태평양 해상 1곳을 지정했다. 모두 지난해 3차례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실패 2회, 성공 1회)했을 때와 같은 지점이다.

 

▲오후 10시 45분경 중국 측에서 북한 상공을 촬영한 카메라가 포착한 영상에는 붉은 색의 가느다란 빛이 상공으로 올라가고 수십 초가 지나자 빛이 커지는 모습이 담겼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밤 북한의 발사 소식을 접한 오키나와현을 대상으로 전국 순시경보시스템(J얼러트)을 발령했다고 보도했다. NHK는 오후 10시 45분쯤 중국 측에서 북한 상공을 촬영한 카메라가 찍은 영상에 붉은색을 띤 얇은 빛이 상공으로 올라가고 수십 초가 지나면서 빛이 커진 모습이 포착됐다며 영상을 공개했다.

 

북한은 올 초 군사 정찰위성 2호기를 발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술적 문제를 보완하는 과정에 시간이 지체된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했다. 러시아 기술진이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을 제공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바닥난 러시아의 포탄과 탄도미사일 등을 채워주는 대가로 위성 발사체 관련 기술을 받는다는 정황이 지난해부터 포착됐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갖게 되면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 등 대남 타격용 미사일의 정밀성이 높아져 우리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군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쏘아 올린 첫 군사 정찰위성 만리경 1호가 사실상 고장 난 상태라고 가정했을 때, 북 정찰위성 2호기는 북한군의 ‘눈’이 될 수 있다. 북한은 미 본토가 사거리인 ICBM뿐 아니라 군산 기지, 부산 작전 기지 등 대남 타격이 가능한 전술핵 탄두 탑재용 단거리·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다양하게 개발해 보유한 상태다. 군 정보 소식통은 “그동안 북한은 자체 위성 정찰 능력이 사실상 전무해 이런 무기를 효과적으로 쓰기 어려웠지만 정찰위성 2호기가 정상 작동할 경우 비핵보유국인 우리로서는 치명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했다.

 

한국군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에 대비해 이날 오후 1시쯤부터 군사분계선 이남에서 공군 F-35A, F-15K, KF-16 등 전투기 약 20대가 참가한 공격 편대군 비행 훈련 및 타격 훈련을 벌였다. 북한 핵미사일 공격 능력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핵심 전력 운용 훈련으로 북한에 경고한 것이다. F-35A는 스텔스 전투기로 북한 레이더 및 방공망을 피해 은밀 침투·정밀 타격이 가능한 전력이다. F-15K는 대전 상공에서 평양 주석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공대지 폭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

조선일보  양지호 기자  김나영 기자

 

05-28 푸틴을 감동시켰다는 김정은의 활약

▲김정은(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의 위대성을 선전하는 내부 강연에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동아일보DB

 

북한에서 살다보면 자기들의 군사력이 세계 최강이라는 그럴듯한 괴소문들을 많이 듣게 된다. 1980, 90년대 내가 직접 들었던 소문들은 대충 이런 것들이다.

“전선 부대 탄약고에는 최고사령관의 명령이 하달돼야 뜯을 수 있는 밀봉된 탄약 상자가 있다. 한번은 최전방에서 전투가 벌어졌는데, 명령이 하달돼 뜯어보니 총알이 있었다. 그걸 자동보총에 장전하고 쏘니 산 하나가 날아가 적이 찍소리 못 하고 잘못을 빌었다.”

“미제가 진짜로 전쟁을 일으키려고 항공모함을 끌고 온 적이 있다. 이때 우리가 점잖게 ‘너희들 배 밑창을 보라’고 했다. 살펴보니 핵탄두를 멘 결사대들이 벌써 항공모함에 붙어 있었다. 미제는 공포에 질려 물러갔다.”

 

이런 소문들이 어떻게 생산돼 퍼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이 은퇴한 고위 간부들 중에 몇 명을 선발해 허름한 옷을 입혀 기차역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의도적으로 퍼뜨린다는 얘기도 들었다. 지금 돌아보면 너무나 황당한 궤변들이었지만, 외부 세상과 철저히 단절된 북한에서는 이런 소문을 사실이라 믿는 사람들이 많다.

소문과 별개로 북한에선 각종 강연이 끊임없이 진행되는데, 그중에서 최고 강연은 중앙당 선전선동부 강연과 소속 강사들이 진행하는 것이다. 이걸 중앙당 강연이라고 하는데, 아무나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중요한 기관에만 찾아가 한다.

북한에서 엄선된 달변가들인 강사들은 사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버무린 강연으로 청중을 쥐었다 놨다 한다. 김일성종합대학을 다니던 시절 중앙당 강연을 많이 들었다.

고난의 행군 시절 중앙당 강사들이 특별히 장마당을 찾아가 “장군님이 요즘 이렇게 힘들게 하시는데…”를 연발하며 신파극을 펴니 뼈가 앙상한 청중이 몰려들어 배가 남산만 한 김정일의 건강을 걱정하며 대성통곡했다. 실은 이런 강연이 새빨간 거짓말인 것을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이 바로 중앙당 강사다. 하지만 거짓말의 달인들인 이들도 위에 사례를 든 총알이나 항공모함 같은 궤변은 차마 공식적으로 말할 수 없으니 은밀한 소문으로 만들어 유통시켰을 것이다.

거짓말은 점점 더 큰 거짓말을 부른다. 거짓된 강연을 들으며 자랐을 요즘 중앙당 강사들은 과거보다 한술 더 뜬다. 소문으로 퍼뜨릴 것도 당당하게 공식 강연에서 사실처럼 말한다.

올 초 중앙당 선전선동부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화국 대외정책에서 이룩한 성과’라는 제목의 강연이 대표적이다. 학습까지 시킨다는 강연의 주요 줄거리는 이렇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해 7·27 전승절 경축행사에 와서 원수님(김정은)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절실히 부족한 군수물자와 병력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원수님은 쇼이구에게 ‘원조를 청하겠으면 쩨쩨하게 놀지 말고 덩치 큰 땅덩어리에 어울리게 청하라’고 하면서 그가 요구한 군수물자 수량보다 훨씬 더 많이 주겠다고 했다. 러시아가 군 병력 3000명을 지원해 달라고 했는데 원수님은 특수부대 3만 명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이런 지원 덕분에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던 러시아는 획기적인 전과를 거두었다. 특히 러시아의 한 개 전선군 병력이 동원돼 몇 달 동안 점령하지 못했던 어느 전략적 요충지를 우리가 파견한 단 몇백 명의 공화국 전투원들이 이틀 만에 점령했다.

다른 나라들이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제국주의자들의 눈치를 보고만 있을 때 우리 공화국만이 러시아에 많은 군사적 원조를 주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에 깊은 감동을 받아 원수님께 러시아를 방문해줄 것을 무려 여섯 번이나 간청했다. 푸틴은 원수님께 자기가 타고 다니는 최고급 승용차와 함께 쿠릴열도의 섬 4개를 공화국의 해군기지로 제공하면서 원동지역의 안전을 지켜줄 것을 요청했다.”

하도 황당한 내용이라, 뒤늦게 이런 강연이 진행됨을 인지한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이 김정은에게 항의하면서 당장 중지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강연이 북한에선 먹힌다는 것이다. 워낙 극단적인 폐쇄 정책에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니 ‘청년교양배격법’이니 하는 악법으로 외부 정보를 접하면 극형에 처하니 북한 주민들은 위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할 능력이 없다. 마음껏 거짓말을 해도 되는 환경이니 노동당 선전선동부는 점점 괴물로 진화하는 것 같다. 그 선전선동부를 책임진 것이 바로 김여정이다. 그에게 이런 창작 재능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
주성하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zsh75@donga.com

 
 

06.06 文, 잘린 아이 손목 앞에서 궤변 또 해보길

올해로 30년 돼 가는
수십, 수백만 北 주민 아사
일제 때도 없던 일
그 시기 북 정권은
세계 최대 김씨 묘 건축
북에 가 '발전' 찬양한 文
탈북민에게 그 궤변 해보라

 ▲1933년 소련의 일부였던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대량 아사 '홀로도모르' 당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의 거리에 굶어죽은 시체가 놓여있고 행인들은 그 옆을 지나치고 있다./홀로도모르 박물관

 

우리 민족은 많은 고난과 참화를 당했다. 그런데 대규모 참화 중의 하나는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는 북한 사람들이 ‘미공급 시대’라고 부르는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지 30년 되는 해다. ‘1995~1996년부터’라는 얘기가 많지만 “1994년 봄에 갑자기 배급이 끊어졌다”고 증언하는 탈북민도 여럿 보았다. 이로부터 적게는 수십만, 많게는 300만명이 굶어 죽었다. 인류사에 기록될 대기근이다. 그 여파로 주민 대탈주와 세계사에 찾기 힘든 북한 여성 집단 인신 매매가 벌어졌다. 민족 최대의 참화와 수치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북한 대량 아사를 조금이나마 알고 싶다면 ‘미스터 존스’라는 영화를 보시길 권한다. 스탈린 시대 우크라이나 대기근을 다룬 영화인데 여러 면에서 북한 기근과 닮았다. 제 나라 국민 수백만이 굶어 죽는데 모스크바에서는 매일 파티가 벌어진다. 공산당은 국민 살리기가 아니라 정보 통제, 보도 통제에만 혈안이 돼 있다(북에서도 정보 통제로 평양 사람들조차 기근 실태를 몰랐다). 필자는 이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했다. 아이들이 인육을 먹을 것 같은 장면 앞에서 TV를 껐다. 다시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북한도 도처에서 인육을 먹었다고 한다.

 

한 탈북민의 증언이다. ‘함경도에서 평양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일주일 걸린다. 첫 역에서 잠시 내렸는데 역 전체가 누워 있는 사람들로 가득해 발을 디디기 힘들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상했다.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바닥엔 끈적끈적한 액체가 있었다. 벌레도 보았다. 안전원들이 돌아다니며 쏴죽인다고 소리쳤다. 다음 역, 그다음 역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탈북민은 “길에 시체가 여기저기 있었다. 나중에는 익숙한 풍경이 됐다. 너무 죽어서 관이 없었다. 밤에 다른 묘지를 파서 관을 훔쳤다. 곧 관 없이 묻었다”고 했다.

 

어린이와 노인의 피해가 더 컸다. 한 탈북민은 “내 아이 인민(초등)학교 같은 반 12명 중 4명이 졸업했다”고 했다. 부모가 굶어 죽은 아이들은 집단 수용됐는데 결국 대부분 죽었다. 수용소에서 탈출하면 꽃제비가 된다. 꽃제비들은 토굴을 파고 모여 살았다. 이들도 사람이었다. 한 탈북민은 “꽃제비 때 예쁜 여자아이와 마음을 주고받았는데 어느 날 내 무릎을 베고 눕더니 ‘오빠, 졸려’라고 했다. 그러고 죽었다”고 했다.

 

그때 북한 사람들이 먹은 것은 상상을 초월한다. 모든 상한 것, 모든 풀, 모든 옥수수 껍질, 모든 뿌리를 먹었다. 잠시 허기를 모면한 대가는 지독한 변비였다. 나무로 변을 긁어냈다. 그러고서 결국 죽었다. 돼지 똥을 모아 물에 풀면 뭔가 건더기가 남는데 그걸 먹었다는 사람도 보았다. 한 탈북민 가족은 쥐를 미행했다. 쥐 굴을 찾으면 그걸 팠다. 거기에 쥐가 모아놓은 쌀, 옥수수 같은 것들이 있었다. 그걸 먹고 연명했다. 일제 때도 없던 일이 북 김씨 치하에서 벌어졌다.

 

북한 전 지역, 전 계층에서 각자도생이 만연했다. 군인들은 총 든 강도로 바뀌었다. 보위원과 경찰은 칼 든 강도가 됐다. 주민들은 장사에 나섰다. 용기 있는 사람들은 북한을 탈출했다. 대부분 여성이었다. 이들은 중국에 도착하면 나이, 용모에 따라 값이 매겨져 중국 농촌, 산골로 팔려갔다. 이들이 당한 폭행과 비참한 삶은 듣기도 힘들다.

 

어쩌면 한반도 전체에서 가장 호화로울지 모를 김일성의 묘(금수산 기념궁전)는 바로 이때 만들어졌다. 아마도 북한 주민 수십만 명은 충분히 살렸을 돈으로 평양에 1인용 최고급 대리석 거대 묘지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또 수십만 명을 더 살렸을 돈으로 핵폭탄을 만들었다. 북한 김씨들과 특권층은 어떤 심성인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이들에게 북한 주민은 가축이다. 북 주민이 소를 잡아먹으면 사형이기 때문에 소보다 못한 가축이다.

 

이 얘기를 하는 것은 얼마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낸 자서전 때문이다. 그는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때 ‘북한 발전상’을 높이 평가하고 “김정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보았다.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보았다”고 연설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이 부분을 자신이 직접 넣었다고 자랑했다. 그가 북한이란 감옥에 주민들이 갇혀 최악의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대통령으로서 죄악이다. 알고도 그런 말을 했다면 사악한 것이다.

 

최근 탈북민 한모씨 사연을 들었다. 어린 아들과 둘이 두만강을 넘었는데 중국 공안에 붙잡히고 말았다. 북송되면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잘 알았다. 수갑이 채워진 상태에서 갖고 있던 면도칼로 자기 손목을 잘랐다. 피가 솟구쳤다. 아들이 이를 보고서 “아빠, 나도요”하고 손목을 내밀었다. 아들 손목을 자른 한씨의 심정은 지구상 누구도 헤아리지 못할 것이다. 놀란 공안이 놓아줘 두 사람은 결국 탈북에 성공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들 부자 앞에서 ‘북한 발전, 뜨거운 가슴, 민족 자존심, 불굴의 용기’ 등 그 궤변을 다시 해보기 바란다.

조선일보 양상훈 기자

 

06.06 김정은, '통일' 들어간 김일성·김정일의 교시까지 지웠다

▲지난해 10월 국토관리 사업에 나선 라선시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반(反)통일 선언 이후 북한 전역에서 ‘통일’이란 단어가 들어간 김일성·김정일 교시까지 페인트로 지우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대북 전문 매체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백두산 등 양강도 지역 내 김일성·김정일의 통일 관련 교시가 적힌 기념비와 시설 등을 다 없애라는 지시가 내려와 북한 군인들이 기념비 등에 페인트 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김일성·김정일의 말과 지시, 유훈을 지우는 건 김정은의 지시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군인들과 북한 주민들도 당황하고 혼란에 빠져 있다고 한다”고 했다.

 

북한군의 이런 동향이 감지된 건 지난 4월 중순부터다. 북중 접경지인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페인트를 구매하려는 군인들 상당수가 목격됐는데, 북한산 페인트보다 질이 좋은 중국산 제품을 구하기 위해 접경까지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마루 대표는 “5월 ‘여맹(북한의 여성단체)’ 대상 토요 강습회에서도 통일 지우기 내용이 있었는데 ‘우리는 김일성·김정일보다 더 위대한 김정은 원수님을 모시고 있다’는 것도 동시에 강조되고 있다”고 했다. 함경북도 라선시는 2015년 이전에 들여와 택시로 이용하던 한국의 현대차 전량을 폐차했다고 한다.

 

북한은 김정은이 작년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통일 거부 선언을 한 이후 ‘통일’ 용어가 포함된 조형물 철거, 대남 기구 개편 및 남북 관계 상징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단순한 ‘통일 지우기’가 아니라 김정은을 선대보다 더 위대한 지도자로 우상화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고, 한국에 대한 경계심도 반영된 것으로도 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민서 기자

 

06.09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중국에 미치는 영향

“北 추가 핵실험 시 1억 명 이상 中 동북 3성 주민들 안전까지 위협”

⊙ 北 핵실험으로 지반 크게 약화… 풍계리 인근 지진 발생률 2022년 比 3배
⊙ 지속적 함몰지진, 갱도 연쇄 붕괴 의미… 방사선 지표 노출 가능성 있어
⊙ 핵실험장 인근 출신 탈북민 20% 염색체 이상… 中 동북 3성 주민들까지 영향
⊙ 中 화산연구소 시뮬레이션… 백두산 분화 시 中 경제 마비, 인민 수천만 명 피난 생활
⊙ 규모 7.0 핵실험 시 백두산 분화 자극… 백두산 하부 마그마방 상당량 추정
⊙ 우면산 산사태 예견 학자, “추가 핵실험 시 만탑산 붕괴될 것”
⊙ 北 7차 핵실험 전망… 연내 감행 예상 vs 핵 소형화에 집중할 것

▲지난 3월 19일 북한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용 다단계 고체연료엔진 지상 분출 시험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의 여섯 차례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안정성이 임계치(臨界値)에 다다랐다. 전문가들은 추가 핵실험 감행 시 만탑산(萬塔山)이 붕괴되고, 백두산 분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른 피해는 북한과 한국은 물론 중국 동북 3성(랴오닝·지린·헤이룽장성) 주민들에까지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는 중이다.

우선 지진이다. 잇따른 핵실험으로 주변 지반은 크게 약화(弱化)된 상태다. 특히 6차 핵실험은 심각성을 더했다. 2017년 9월 3일 진행한 6차 핵실험의 강도는 역대 북한 핵실험 가운데 가장 컸다. 미국지질조사소(USGS)가 발표한 실체파 규모 값은 6.3이다. 이날 핵실험은 8분 후 규모 4.1 지진을 유발했다. 강력한 지진파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지역 지반까지 크게 흔들었다. 핵실험장에서 북쪽으로 170km 떨어진 중국 지린성(吉林省) 옌지(延吉)시 주민도 강한 지진동을 느껴 대피할 정도였다.

현재까지도 규모 3.6을 포함한 미소지진은 지속적으로 발생 중이다. 지린성의 첸모(某)씨는 “6차 핵실험 이후 한동안 조용하다 지난해부터 땅이 흔들리는 기분이 든다”며 “추가 핵실험 시 지진이 더 심해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핵실험은 동북아의 정치적 불안정뿐 아니라, 1억 명이 넘는 동북 3성 주민들의 안전까지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갱도 연쇄 붕괴 신호

▲거듭된 핵실험으로 풍계리 지역 지진 발생이 급증했다. 2017년 9월 23일에는 리히터 3.4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사진은 관련 속보가 나오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 기상청의 〈2023년 지진연보〉에 따르면 풍계리 인근 지진은 2022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관측소를 보유한 한국 지질자원연구원도 최근 풍계리 지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7차 핵실험 시 대규모 지반 붕괴가 예측된다”고 했다.

북한 핵실험장은 산허리에 수평갱도(坑道)를 뚫은 방식이다. 평지(平地)에 수직갱도를 팔 경우, 지표 함몰 흔적이 생겨 실험 여부가 쉽게 추적 가능해서다. 구소련이 카자흐스탄 데겔렌 산악지대에서 실시한 방법과 유사하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핵실험을 할 때는 ‘룰 오브 덤(Rule of Thumb·경험적 법칙)’을 따르는데, 북한이 핵실험장으로 풍계리 지역을 택한 이유는 한반도에서 가장 지진이 나지 않는 지역 중 하나인데다, 사고 발생 시 방사선이 편서풍(偏西風) 영향으로 동쪽으로 흘러갈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이라면서 “방사선 유출과 외부 탐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산허리 수평갱도 방식을 썼지만, 산악지대에서 진행한 전례 없이 큰 핵실험은 지진 빈발(頻發)을 초래하게 됐다”고 했다.

 

▲핵실험장 일대 갱도가 연쇄적으로 붕괴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사진은 2번 갱도 앞을 북한군이 지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더 큰 문제는 ‘함몰지진’이 관측된다는 점이다. 단층(斷層) 운동의 결과로 발생하는 자연지진과 달리 지반이 수직 방향으로 내려앉는 현상이다. 홍태경 교수는 “함몰지진은 6차 핵실험 발생 지점에서 동남쪽 방향으로 5km 이내 지역에 집중돼 있다”면서 “함몰지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은 이 일대의 수평갱도가 연쇄적으로 붕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함몰지진으로 만들어진 에너지로부터 붕괴된 갱도 길이도 추산할 수 있다. 홍 교수는 “지난 2017년 9월 23일의 규모 3.2 함몰지진이 발생하려면 지표에서부터 갱도 천장에 이르기까지 750m 두께의 지반이 함몰되고, 적어도 수백여 m의 갱도가 붕괴됐어야 한다”면서 “보통 갱도 위 수십 m 지반이 갱도 붕괴로 함몰된 경우, 수천 m에 이르는 갱도가 붕괴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 갱도 상부 지반 전체가 함몰되면 핵실험으로 갇혀 있던 방사성 물질이 지표로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만탑산의 불편한 진실

핵실험장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에 있다. 해발 2205m다. 그간 만탑산의 지질 구조는 자세히 밝혀진 적이 없다. 붕괴 위험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적도 없다. 이수곤 전(前)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만탑산을 ‘깨진 사기그릇’에 비유했다. 그는 “여섯 번의 핵실험을 거치며 지반이 상당히 약해진 상태”라면서 “6차 핵실험 강도만큼의 실험을 한 차례라도 더 하면 만탑산은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북한 핵실험장 상태를 파악하려면 지질학적 특성뿐만 아니라 지하 갱도 건설의 토목공학적 특성도 함께 알아야 한다. 이 교수는 지질학과 토목공학을 융복합으로 전공한 ‘산사태 전문가’다. 2011년 7월 서울 우면산 산사태와 2018년 상도유치원 붕괴사고 등을 예견했다. 1990년대 초반 미 국방부 소속 요원들이 풍계리 핵실험장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그를 찾아온 일도 있다.

 

이 교수는 “6차 핵실험 후 나타난 만탑산 정상부의 대규모 침하, 계곡부에 집중된 산사태, 여진(餘震) 등의 징후들은 현재 만탑산의 암반 상태와 향후 위험성을 알려주는 주요 정황”이라고 했다. 이에 따르면 만탑산은 회생불능(回生不能) 상태다.

만탑산은 그동안 화강암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암질(岩質)이 단단한 화강암은 핵 폐기물장,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있어 가장 좋은 암석이다. 이 교수는 “3차 핵실험 이후인 2013년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LANL) 연구진이 작성해 미 국무부에 제출한 1대 5만 축적의 지질특성 보고서를 분석해보면, 만탑산은 화강암뿐만 아니라 여러 암석이 섞여 있는 복잡한 지질”이라고 했다.

“산 정상부는 약 75m 두께의 현무암이 마치 뚜껑처럼 자리했고,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진행했던 산 우측 부근은 핵실험에 취약한 편마암으로 이뤄져 있다. 북한이 1차 핵실험 이후 좌측 구역으로 위치를 바꿔 2~6차 실험을 한 이유다. 북한 외부에서는 1차 핵실험 후 즉각적인 방사선 방출의 이유로 편마암 지질을 들기도 한다. 비교적 양호한 지질인 좌측 화강암 지대 또한 2~6차 핵실험을 거치며 상당 부분 깨진 상태로 보인다. 또한 산 오른쪽 편마암과 왼쪽 화강암 경계에는 대규모 단층이 발달해 있는데, 단층은 대표적인 취약대(脆弱帶)다. 실제로 6차 핵실험 이후 이 지점에서 산사태가 났다.”

방사선 유출로 과피폭 우려

 

6차 핵실험 일주일 뒤 만탑산 지반이 침하했다는 사실은 싱가포르, 중국, 독일, 미국 공동연구팀이 밝혀냈다. 이 내용은 2018년 5월 10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핵실험 후 만탑산은 최대 3.5m까지 수평 방향으로 흔들렸고, 지반은 7일간에 걸쳐 중심부를 중심으로 약 50cm 가라앉았다.

이수곤 교수는 “산 지반이 침하했다는 건 땅속 갱도에 생긴 균열이 만탑산 정상부까지 길게 이어졌다는 의미”라면서 “이 긴 균열을 따라 방사선이 누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균열 틈새를 시멘트 등으로 메울 수는 있으나 범위가 넓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핵실험장 폐쇄는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했다.

풍계리 일대는 지하수가 풍부하다. 북한 전체 지하수 부존량(賦存量)의 20%를 차지한다. 식수로 쓰는 가구 비율도 높다. 만탑산에서 발원(發源)하는 물을 ‘장흥천’이라 부르는데, 이 물길은 길주군을 거쳐 동해까지 흐른다.

박상덕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무너진 정도와 갱도의 깊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일 지하수가 들어가기 좋은 구조라면 유동성(流動性) 때문에 상황이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지표면에도 틈새가 생겼다면, 과거 핵실험 때 쌓였던 방사성 물질들이 위로 표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지질 구조의 파괴 수준과 지하수의 침투량 등을 알면 유출된 방사선의 양을 계산할 수 있다”면서 “만일 일정량의 지하수가 들어간 상태에서 이를 주민들이 식수로 썼다면 과(過)피폭의 우려가 있다”고 했다.

“中 위협하는 핵실험 중단해야”

실제로 원인 모를 두통, 결핵, 피부염, 메스꺼움 등에 시달리는 길주군 주민들도 증가했다. 주민들은 이를 ‘귀신병’이라 통칭한다고 한다. 지난해 9월 20일 ‘북한 핵실험 피해 증언 기자회견’에서 피폭 사실을 증언한 탈북민 이모(某)씨는 “길주군 주민은 풍계리에서 내려오는 물을 식수로 이용하기 때문에 대부분 피폭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핵실험 후 하나둘씩 병원에서 결핵 진단을 받았고, 병에 걸린 지 4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고 했다. 3차 핵실험 당시까지 길주군에 거주했던 그는 “길주군에 남았던 아들 또한 결핵 진단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이날 회견장에는 4명의 탈북민이 참석해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통일부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 2월 29일 북한 핵실험장 인근 출신 탈북민 80명을 대상으로 한 방사능 피폭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상자의 20%에서 염색체 이상이 발견됐다. 2018~2020년 동일한 검사에서 4~5명 수준이던 이상 소견이 17명으로 급증한 셈이다.

비단 북한뿐만이 아니다.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의 저명 핵물리학자인 왕나이옌(王乃彦) 전 중국핵사회(CNS) 이사장은 지난 2017년 9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방사선이 누출되면 중국을 포함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어 매우 큰 환경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북한 당국은 북한뿐 아니라 다른 나라, 특히 중국을 위협하는 핵실험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안보 당국 관계자는 “북한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 인접한 동북 3성 지역도 공기와 지하수 등을 통해 확산되는 방사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면서 “한 번 유출되면 수백 년 이상 사라지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접경 지역의 중국 국민들은 자자손손 방사선 위험에 노출되는 셈”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히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이미 6차례의 실험으로 쌓여 있던 핵물질들이 지표면으로 급격하게 표출되면서 북한과 국경을 맞댄 중국의 넓은 지역을 방사선으로 뒤덮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해외로 밀수·유통되는 풍계리 농수산물

북한은 ‘방사선 유출은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적은 없다. 외부의 현장 측정을 허용하지도 않는다. 2018년 갱도 폭파 선전(宣傳) 당시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기자단이 현장을 찾았을 때도 핵 관련 전문가는 배제했다. 기자들이 챙긴 방사선 측정기도 행사 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對北) 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은 핵실험장 인근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의 밀수·유통으로 인접 국가인 한국과 중국, 일본까지 피폭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21일 공개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방사성 물질의 지하수 오염 위험과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이를 통해 “핵실험은 북한 주민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 사람들의 생명권까지 위협하는 ‘인권 문제’”라고 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핵실험이 백두산 화산 분화를 자극한다는 말도 나온다. 한 대북 소식통은 “최근 백두산에서 새들의 집단 이주 모습이 식별되고 있으며, 땅이 울리는 소리가 난다는 소문이 동북 3성 주민들 사이에서 파다하다”고 했다. 백두산 인근에서 관광업을 하는 모(某)씨는 “최근 동물들이 무리 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며 화산 연구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조사를 하고 다니고 있는데, 공안(公安)에 연구자들의 방문 이유를 물어도 말해주지 않는다”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옌볜(延邊)에 사는 조선족 최모·정모·이모씨는 “중국에서는 나쁜 뉴스가 보도되지 않기 때문에 백두산 분화 가능성은 풍문(風聞)으로만 알고 있다”면서 “국민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지진과 방사선 누출, 화산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해보인다”고 했다.

7.0 규모 핵실험 시 백두산 폭발 가능성

 홍태경 연세대 교수는 지난 2016년 핵실험과 백두산 분화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이 향후 규모 7.0에 해당하는 핵실험을 할 경우, 백두산 마그마방 안의 압력이 최대 120kPa(킬로파스칼)까지 높아져 화산 분화를 유발할 수 있다. 북한 핵실험에 따른 지진파가 백두산 화산 을 촉발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때 최초로 규명됐다.

박사 후 연구원 당시 미(美) 컬럼비아대 부설 러몬트도허티 지구과학연구소에서 핵실험을 연구했던 홍 교수는 “과거 구소련이나 미국 등의 핵실험 사례를 보면 규모 8.0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북한이 6차 핵실험에서 그 성능을 충분히 검증했고, 앞으로 미사일 등으로의 경량화(輕量化) 필요성에 집중한다면 더 큰 핵실험을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7.0 규모의 실험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규모 6.0과 7.0의 에너지 차이는 32배다.

다만 마그마방의 상태에 따라 분화 가능성은 달라질 수 있다. 마그마가 많을수록 분화 확률은 높아진다. 홍 교수에 따르면 백두산 내부 마그마방은 ‘상당히 큰 규모’로 추정된다. 그는 “백두산 하부 지진파의 저(低) 속도층이 광범위하게 나타난다는 점과 중국 측 영토에서 수차례 실행한 탄성파 탐사 결과 등을 종합해보면, 백두산 정상부로부터 수십 km 안쪽까지 액상화(마그마)로 추정되는 물질이 있다”고 했다.


백두산 폭발 시 中 경제 마비

▲7.0 규모의 추가 핵실험 시 백두산 분화를 촉진할 수도 있다. 백두산이 폭발하면 중국은 화산재로 뒤덮이고 천지의 물이 흘러넘쳐 대규모 홍수가 예상된다. 사진은 2018년 촬영한 백두산 천지. 사진=조선DB

 

북한 또한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북한, 영국, 중국, 미국 과학자가 공동으로 이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2016년 4월 15일 자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제목은 〈백두산 하부 지각의 부분적 액상화 증거(Evidence for partial melt in the crust beneath Mt. Paektu)〉다. 홍태경 교수의 설명이다.

“2010년 무렵 백두산 주변 화산성 지진이 증가하며 북한도 걱정이 많았다. 당시 우리 정부는 북한에 지진계 지원을 논의하기도 했고, 그때 회의에 나 또한 참석했는데, 한국에서 지진계를 받으면 지진 자료 및 핵실험 내용이 탐지되니, 북한은 결국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에 지진계 설치를 요청했다. 해당 논문은 그렇게 몇 년 동안 수집한 지진파 자료 분석의 결과다.”

공동연구에 참여한 제임스 해먼드 런던대 교수(전 임페리얼 칼리지 교수)는 2013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백두산은 그 역사를 생각하면 꽤 걱정스러운 화산”이라고 했다.

익명의 중국 지진국 화산연구소 관계자는 백두산 폭발 시 중국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창바이산(백두산) 폭발은 2010년에 발생한 아이슬란드 화산의 10~100배 규모가 될 것”이라면서 “고온(高溫)의 용암과 쇄설물로 대규모 산불과 시설물들이 붕괴되고 천지의 20억 t의 물이 흘러넘쳐 주변 지역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가 제공한 화산연구소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화산재가 하늘을 덮어 공장을 마비시켜 중국 경제가 마비되고, 동북 3성 인민 중 2000만 명이 몇 년간 화북 지역으로 피난을 가게 된다.

한편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명예교수(화산특화연구센터 책임연구원)는 “여섯 차례 핵실험의 여파로 자연지진이 많이 발생한 건 사실”이라면서 “인위적인 강한 힘이 자극을 줄 수는 있겠지만, 화산 폭발은 기본적으로 자연현상이며, 2020년 10월부터 2022년 6월까지 100회 이상 감지됐던 백두산 화산성 지진 활동이 예년 수준으로 복귀한 지금 화산 분화를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北, 7차 핵실험은 언제?

북한은 7차 핵실험을 할까. 한다면 언제일까. 전망은 엇갈린다. 해외 정보기관 에이전트로 활동 중인 A씨는 “추가 핵실험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6차 핵실험에서 기대효과 검증이 모두 끝났고, 앞으로는 핵 소형화에 집중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A씨는 “지난해 11월 23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성공 자축 기념강연회에서 당 조직지도부는 ‘우주강국 시대’가 열렸다고 했는데, 이는 기존 핵 시대는 끝났다는 의미”라면서 “북한은 지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핵탄두, 핵잠수함 등 핵 고도화와 인공위성에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와 관련 현재 북한군(軍) 5개 연대가 러시아에 들어가 북·러가 협력 중”이라면서 “핵실험보다 향후 지속될 미사일·위성 발사를 신경 써야 할 때”라고 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지난 2022년 3월 31일 〈북한의 ICBM 도발: 평가와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에 가장 효과적인 건 미국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메가톤급 핵실험이겠지만, 풍계리 핵실험장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실제 핵폭발 없이 실험하는 ‘임계전 실험’을 채택할 수 있다”고 했다.

조창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핵실험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봤다. 지난 4월 22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개최한 ‘북한의 7차 핵실험 전망과 대응방안’ 포럼에서 그는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의 불안정한 상태를 고려할 때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전술핵 수준의 위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연내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같은 날 포럼에서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 7차 핵실험을 강행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핵무기 완성도 검증을 위한 기술적 필요와 대미(對美) 협상력 확보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한미 간 핵 전략 기획·운용 지침 작성 등 가시적 성과를 예고한 오는 6월 핵협의그룹(NCG) 3차 회의 이후와 11월 미국 대선 사이에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있다”면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고 국제사회를 지속적으로 압박하다 장기적으로 핵군축 회담으로 전환을 주장할 것”이라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북한이 ‘핵 담판’ 카운터파트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호한다면 미 대선 전 핵실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한국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對)중국 외교를 강조해야 한다”고 했다.⊙

월간조선 06월 호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06.17 휴전선 장벽으로 北 청년들 韓 동경 못 막아

▲그래픽=김현국

 

북한이 휴전선 일대에서 장벽을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동부·중부전선 군사분계선 북쪽으로 1km쯤 올라간 지점을 따라 장벽 공사로 보이는 작업 모습이 우리 군 감시 자산에 포착됐다. 최근 북한군 10여 명이 중부전선 군사분계선을 50m 넘어 우리 측으로 침범한 사건도 장벽 공사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장벽과 최전방 부대를 잇는 전술 도로도 깔고 있으며 군사분계선 북측에는 지뢰도 추가 매설 중이라고 한다. 휴전선 철조망에 장벽과 지뢰까지 더해지면 남북은 완전히 분리된다.

 

김정은은 작년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다. 지금 북한은 ‘통일’ 관련 용어와 조직, 조형물까지 전부 없애고 있다. 김정은은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때만 해도 ‘통일 노력’ ‘적대 관계 종식’ ‘교류 증대’ ‘서울 답방’ 등을 약속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평양 연설에서 “얼마나 민족 화해를 갈망하고 있는지 확인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비핵화 쇼’로 대북 제재를 풀려던 계획이 틀어지고, 코로나와 경제난 등으로 북한 내부가 흔들리자 본색을 드러냈다. 김씨 왕조에 최대 위협은 미국도 중국도 아닌 잘사는 대한민국이라고 본다.

 

김정은은 2020년 말 한류(韓流)를 막으려고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들었다.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퍼뜨리면 죽인다는 내용이다. 그것도 ‘척추를 꺾어 죽이라’고 한다. 한국에 대한 동경이 김씨 세습 독재의 근간을 허물까 봐 두려워한다. 북송된 탈북민 중에도 한국행을 시도했거나 한국인·교회 등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면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거나 즉결 처형할 정도로 민감해한다. 김정은은 북 주민의 탈출을 막기 위해 북·중 국경 1400km를 전부 철조망으로 봉쇄하기도 했다.

 

‘장마당 세대’로 불리는 북한 MZ 세대는 기존 세대와 다르다. 노동당이 아닌 장마당이 먹여 살려준다는 걸 체험한 세대이기 때문에 김정은 권위에 무조건 복종하지 않는다. 지금 휴전선에는 북한 MZ 세대 50만~60만명이 복무 중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 최전방 북한군부터 한류와 외부 정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북 체제 특성상 미국 미사일보다 자유세계의 정보가 훨씬 더 위협적이다. 휴전선 장벽은 일차적으로 ‘MZ 북한군’의 탈북을 막으려는 것이다.

 

동독은 1961년 베를린 장벽을 쌓았지만 자유세계의 정보 유입까지는 막지 못했다. 내부 불만과 모순이 폭발하자 장벽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북한도 그럴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

 

06-18 푸틴 “북한의 우크라전 지원 감사” … ‘상호방위조약’ 체결 촉각

▲작년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방북 앞서 노동신문에 기고

경제협력·문화 교류 강조하고
군사협력 언급은 최소화했지만
“北, 러 군사작전 굳건히 지지”
북한의 무기 지원 확대 가능성

‘방위조약’ 아르메니아가 유일
일각 “군사동맹 뜻 아냐” 분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북에 앞서 북한 선전매체인 노동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드러난 북·러 정상회담 의제는 경제협력, 관광·문화·교육 교류, 인도주의적 협조 등 여러 분야를 망라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군사 협력에 대해선 언급을 최소화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북한의 지원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힌 만큼, 상당 수준의 군사협력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1990년대 냉전 붕괴 이후 북·러가 합의한 문서들에서는 빠졌던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포함하는 ‘상호방위조약’에 준하는 문건이 체결될지 주목된다.

푸틴 대통령은 18일 오후 방북에 앞서 노동신문에 ‘로씨야(러시아)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년대(연대)를 이어가는 친선과 협조의 전통’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2019년 6월 20∼2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방북을 하루 앞두고 노동신문에 기고문을 실은 바 있다. 대북 소식통은 “국빈 방문에 앞서 노동신문에 기고문을 싣는 건 ‘김정은 시대의 국빈 방문’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상호) 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 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인도주의적인 협조를 발전시켜 나갈 것” “로씨야(러시아)와 조선의 고등교육기관 사이 과학적인 활동을 활성화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호상(상호) 관광려행(여행), 문화 및 교육, 청년, 체육 교류들도 더욱 발전시키려고 한다” 등의 언급을 통해 사회 전반의 교류를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외교 담당 보좌관도 “경제, 에너지, 교통, 농업, 지역 상호관계, 안보 현안,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현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동시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북한의 지지에 대해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감사를 표했다. 그는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진행되고 있는 로씨야(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을 굳건히 지지하고 주요 국제문제들에 대하여 우리와 련대성(연대성)을 표시하며 유엔 무대에서 공동 로선(노선)과 립장(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북한의 무기 지원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의 기고문엔 군사 협력 방안에 대한 언급은 빠졌지만, 일각에선 양국 정상선언문에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포함한 ‘상호방위조약’에 준하는 내용이 들어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은 2000년에 기존 ‘우호 협조 및 상호 원조에 관한 조약’을 폐기하고 ‘친선, 선린 및 협력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여기엔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빠져 있다. 러시아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국가는 사실상 아르메니아가 유일하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크렘린궁에서 북한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는다는 취지로 발표했는데, 이는 국제사회와 북한에 ‘군사동맹까진 맺지 않는다’는 복합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라며 “양국이 상호방위조약을 맺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06.20 北 남녀 고교생 6명, 목욕탕 빌려 집단 성관계에 마약까지

▲북한 대중목욕시설 중 하나인 류경원.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KBS

 

북한 함경남도 함흥시의 한 고급중학교(고등학교) 학생 6명이 목욕탕에서 집단 성관계를 갖고 마약류의 한 종류인 필로폰을 흡입한 사실이 밝혀졌다.

 

18일 데일리NK는 함경남도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2일 함흥시의 한 고급중학교 남학생 3명과 여학생 3명이 함께 목욕탕에 들어가 성관계를 가진 사건이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사건은 학생들이 목욕탕 관리자에게 정식 이용 가격 외에 추가 비용 70달러(북한 돈 약 87만5000원)를 지불해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목욕탕을 통째로 빌려 썼다.

 

관리자는 최근 목욕탕 손님이 줄자 이런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목욕탕 이용 가격은 1인당 북한 돈 1만5000원이며 이는 달러로 환산하면 약 1.2달러에 해당한다. 학생들이 추가로 지불한 70달러는 손님 약 60명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사건은 6명의 학생 중 1명이 자랑삼아 친구에게 이야기하면서 시작된 소문을 통해 알려졌다. 한 주민이 이를 함흥시 안전부에 신고했고, 안전부 안전원들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안전부는 지난 8일 목욕탕에 대해 장부 검사를 실시했으며, 목욕탕 관리자는 현재 안전부 대기실에 구류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장부에 따르면 목욕탕 관리자는 학생들이 이용한 시간대를 사람 없이 비워둔 것으로 기록했다. 소식통은 “빠져나갈 수도 없고 소문도 너무 퍼져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학생들이 안전부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목욕탕에서 필로폰을 흡입한 사실 등도 드러났다. 이 학생들에 대해서는 이달 중 공개폭로 모임이 예정됐으며,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는 아직 정확히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학부모들은 자녀를 제대로 교양(교육), 단속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에 차마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정도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담임 교사는 매일 교육부에 불려 다니며 비판서를 쓰고 있고 학생들에 대한 교양 사업을 잘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흥시 교육부는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 해당 학교에 대한 특별 검열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주민들은 목욕탕 관리자를 향해 “아무리 돈벌이가 안 돼도 그렇지 어떻게 남녀 학생들이 목욕탕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할 수 있느냐”, “남녀 학생들이 어떤 짓을 할지 상식적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데, 돈에 눈이 멀었다” 등 비판을 쏟아냈다고 한다.

 

소식통은 “여기(북한)에는 ‘남녀칠세부동석’이란 말만 있을 뿐 학생들에게 성에 관해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 가끔 이런 일이 발생하곤 한다”면서 “이런 일들은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 가정과 학교에서의 교양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했다.

조선일보 이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