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上萬事 2024-05/ 05.01 법원 “정부, 의대 2000명 증원 과학적 근거 내라” - 05.31 김정숙 여사 인도 순방 전용기 2.3억…기내식에 6292만원 썼다
世上萬事 2024-05/
05.01 법원 “정부, 의대 2000명 증원 과학적 근거 내라”
“모집 정원 최종 승인 보류해달라” 제동
의대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풀리지 않는 가운데, 사법부까지 의대 증원의 근거를 따져보겠다고 나섰다. 법원이 정부에 의대 증원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의대 모집 정원 최종 승인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논란과 혼선이 더 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30일 의대교수, 전공의, 의대생, 의대 입시 준비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심문에서 “5월 중순까지 (항고심 판단을) 결정하겠다”며 “그전까지 의대 모집 정원을 최종 승인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정부에 의대 증원 규모로 2000명을 정했던 과학적 근거 자료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시행되기 전 엄격한 현장 실사가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인적·물적 시설 조사를 제대로 하고 의대 증원분을 배정한 것인지,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예산이 있는지 등 현장 실사 자료와 관련 회의록을 제출하라”고 했다.
재판부가 집행정지 신청 심문 중 내린 요구 사항에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껏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 대부분 요구 사항을 받아들였다. 교육부 역시 “복지부와 협의해 재판부가 요구한 자료 등을 충실히 준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가 5월 중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진행되고 있는 의대 증원 절차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대학은 내년도 의대 정원 확정안 등을 담은 대입 전형 시행 계획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30일 제출했다. 대교협이 이를 5월 말까지 심사해 확정하면, 각 대학이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공고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5월 말까지 심사할 시간이 아직 충분하기 때문에 입시 절차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만약 재판부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현재 서울행정법원에서 1심 심리를 진행 중인 본안 판결이 이루어질 때까지 정부는 의대 모집 정원 최종 승인을 하지 못 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가능성이 커 보이진 않으나 인용될 경우 정부의 2000명 증원 결정에 사법부가 제동을 걸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1심을 맡았던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는 3일 “의대 교수와 학생 등은 이 사건의 직접적 이해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1심 판단에 대해 “정원이 늘면 처분의 직접 대상자인 대학총장이 법적 다툼을 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면서 “그럼 국가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경우 다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건데 그런 결정은 사법적으로 심사·통제할 수 없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모든 행정 행위는 사법 통제를 받아야 한다”며 집행정지 신청을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조선일보 표태준 기자
05-01 2000명 근거 내놓으라는 고법, 과도한 사법 개입 아닌가
서울고등법원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근거를 따져보겠다며 이달 중순까지 모집정원 승인을 보류하고, 관련 자료들을 제출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재판부가 소송을 심리하면서 소송 쌍방에 필요한 요구를 할 수 있지만, 정책 타당성 자체까지 따져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사법 개입으로 보여 우려된다. 특히 모든 행정 행위에 대한 사법 통제권까지 주장하는 것은,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이를 연장하면 정책과 입법 모두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 결정에는 특정한 이해관계 충돌을 넘어서는 광범위한 고려 사항 및 전문적 식견 등이 함께 작용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30일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 등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심문에서 “처분의 직접 대상자인 대학 총장이 법적 다툼을 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면 국가가 의대 정원을 10만 명 늘리는 경우도 다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고, 그런 결정은 사법적으로 심사·통제할 수 없다는 것인가”라고 했는데, 무리한 가정에 따른 논리 비약이 심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증원 처분의 직접 상대방은 의과대학을 보유한 각 대학의 장(총장)으로 전공의 또는 의대생인 신청인들은 처분 상대방이 아니라 제3자에 불과하다”고 각하했고, 다른 가처분 신청도 대부분 법원에서 각하된 것과 선명히 대비된다.
해당 재판부는 정부에 2000명 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인적·물적 시설 조사를 제대로 하고 증원분을 배정한 것인지,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예산이 있는지 등 현장실사 자료와 회의록도 제출하라고 했다. 이런 식이면 모든 정부 정책은 법원 심리를 받아야 한다. 특히 “법원이 사법통제를 못 하는 정부 결정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사법부가 행정부나 입법부 결정에 너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법 자제(judicial restraint) 원칙에도 어긋난다. 법원 판결로 행정 결정을 쉽게 바꾼다면 헌법에 규정된 권력분립 원칙에도 배치된다.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인물들이 이끄는 행정·입법부의 정책 결정에 중대한 법적 오류나 명백한 법적 남용이 없는데도 법원이 개입하는 건 민주적 합법성에도 벗어난다.
문화일보 사설
05-02 판사의 의대 증원 ‘과잉 관여’는 월권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와 의대생 등이 정부를 상대로 의대 증원 처분 등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담당하고 있는 항고심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심문에서 “5월 중순까지 결정할 테니, 그 전에 최종 승인이 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증원의 근거를 따져보기 위해서 정부 측에 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 자료를 제출하고, 증원에 대비해서 인적자원과 물적 시설을 제대로 조사하고 증원분을 배정한 것인지 등 증원과 관련된 현장실사 자료와 회의록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러한 조치가 법적 구속력이나 강제력은 없다는 점도 밝히고 있다. 이례적인 결정이다. 그러면서 항고심 재판부는 “모든 행정행위는 사법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행정행위는 사법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그것이 삼권분립 원리와 법치주의가 요구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행정부의 모든 작용’이 사법적 통제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행정행위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주로 국민의 구체적 권리에 관한 법적 분쟁에 대해서 허용된다. 행정부의 행위 중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수반되는 통치행위에 대해서는 사법적 통제가 적절하지 않다. 행정부의 자유재량이 인정되는 행위에 대해서도 사법적 통제가 부정되고 있다. 다분히 정책적이고 전문·기술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사법부의 개입을 자제하도록 한 것이다. 이것이 삼권분립 원리의 또 다른 측면이다.
잘 알려진 대로,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결정한 것은, 의사 수요는 늘어나고 있으나 공급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18년째 동결돼 있는데, 응급실·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각해졌고, 지방 의료 서비스의 인프라도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에 기반해 의료 수요를 전망한 결과, 2050년에는 2만 명 정도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란 분석에 기초해서 증원 결정이 이뤄졌다. 그리고 주요 외국과 비교해도 현재 우리나라의 의대 정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주요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의대 정원이 지금도 많지만, 고령화 등으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고 있다.
다시 말해, 행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결정은 단지 특정인 몇몇 사람의 이익이나 불이익을 위한 결정이 아니다. 관계 전문기관과 전문가의 의견 및 외국의 예를 토대로 우리나라의 의료 서비스 전반에 대한 장기적인 예측에 기초해서 결정한 행정부 차원의 정치적·정책적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치적 결정에 대해서 정부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선거를 통해서 정치적 책임을 진다. 이것이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리의 내용이다.
그런데 법원은 이렇게 복잡하고 중대한 정책 사안에 대해서는 행정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부족하다. 그리고 사법부는 그 결정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에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국민대표 기관인 국회가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따지는 건 별론으로 하고, 사법부가 이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문화일보 임종훈 前 국회입법조사처장, 前 홍익대 법대 교수
05.02 신생아 아파트 특공, 1억 ‘부영 모델’ 63% 지지가 의미하는 것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 2월 5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연년생 자녀를 출산한 직원 가족에게 출산 장려금 2억원을 지급하고 있다. 부영그룹은 이날 저출생 극복을 위해 2021년 1월 이후 태어난 직원 자녀 70명에게 1인당 1억원씩, 총 70억원의 출산 장려금을 지급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해 11월 신생아 특별공급(특공)을 발표한 후 난임센터를 찾는 30~40대 여성이 늘고 있다고 한다. 신생아 특공은 2년 내 임신·출산한 가구에 연 3만호의 공공·민간 아파트를 우선 공급하는 정책이다. 이 발표 직후 출산을 고민하다 아이를 가지려고 난임센터를 찾는 여성들이 평년보다 30% 안팎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내 집 마련 부담 때문에 아이 갖기를 주저한 부부들에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국민권익위가 최근 부영그룹이 출산지원금으로 직원에게 1억원을 지급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를 정부 정책으로 추진하면 저출생 극복에 도움이 될지 여부를 국민에게 물었다. 그 결과 조사 참여 인원의 63%가 이 모델이 아이를 적극 낳게 하는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현금 직접 지원에 따른 국가 재정 부담에 대해서도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그 정도 부담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64%였다. 자녀 1인당 현금 1억원씩 직접 지급할 경우 지난해 기준 연간 23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두 가지 사례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지금처럼 저출생 극복을 위해 조각조각 지원하는 정책은 별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정부가 2006~2021년 저출생 극복을 위해 총 280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지난해 출산율은 0.72명으로 추락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난립하는 저출생 재정·세제 지원 사업을 통폐합해 ‘가족수당’ 등으로 일원화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은 나라가 무너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인구 감소에 제동을 걸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총선 때 공약한 1인당 민생지원금 25만원을 지급하는데 13조원의 예산이 든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만 14조원 가까이 들고, 지방교육교부금에서도 매년 수십조원 예산이 방만하게 쓰이고 있다. 이런 예산을 몇 개만 줄여도 신생아 특공이나 부영 모델의 도입 같은 과감한 정책을 추진할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젊은 층도 깜짝 놀랄 만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선일보 사설
05.03 독소 조항 뺀 새 간호법, 과도한 의사 진료 독점 깰 계기다
보건복지부가 2일 PA(진료 보조) 간호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간호법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간사단에 제출했다. 여야는 20일쯤 복지위 전체회의에 상정하고, 이달 말까지 처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간호법은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 등의 이유를 들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전공의 사태 이후 한시적으로 PA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수정안은 지난해 논란이 됐던 ‘지역사회’를 삭제했다. 의사들이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허용하는 법적 근거가 된다”며 반발했던 대목이다. 대신 ‘보건소, 병원, 약국, 학교, 기업, 공장, 환자 집’ 등 구체적인 장소를 열거하고, 혈액검사·수술 보조 등 PA 간호사의 구체적인 업무 범위는 시행령을 통해 정하기로 했다. 간호사들이 간호 제공 기관을 세울 수 있다는 조항도 빼 의료법과 충돌할 소지를 없앴다. 독소조항을 모두 뺀 것이다. 그럼에도 대한의사협회는 “PA 간호사 양성화로 의료인 면허 범위가 무너지고 의료 현장에 불법이 판칠 것”이라고 반발한다.
전공의 사태로 드러난 의료계 민낯과 수십 년 지체된 의료개혁 등 전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이제 간호법을 제정할 때가 됐다. 미국·영국·일본 등은 PA 간호사 역할을 폭넓게 보호하고 있다. 영국에선 간호사가 보톡스나 필러·레이저 시술을 할 수 있고, 미국도 일부 주에서 미용 의료를 허용한다. 우리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고 한 뒤 의료 행위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규정했다. 안마와 문신, 침구 행위까지 의료 행위로 묶어 ‘의료법=의사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필러, 레이저 시술, 미용주사, 안마와 문신 등은 별도의 자격을 갖추면 허용해 의료 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 피부비만성형학회 학술대회에 대거 참가한 이탈 전공의들 모습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의대 증원과 함께 의사들의 과도한 진료 독점권도 깨야 한다. 간호법 제정이 그런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문화일보 사설
05-03 “교수휴진 혼란없다… 의대병원 88곳 중 87곳 정상진료”

▲교수들 ‘증원 백지화’ 시위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일부 교수들이 3일 휴진한 가운데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의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윤슬 기자
■ 중대본, 집단휴진 여파 조사
오늘 서울아산·성모 휴진 동참
예약 변경 쉽지않아 소수 그쳐
진료중단 교수 세미나 등 진행
병원 측 “진료조정 요청 없었다”
빅5 전임의 계약률 68%로 늘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이 주 1회 휴진에도 불구하고 전국 40개 의대·88개 대형병원을 조사한 결과 87개 병원은 정상 진료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빅5’ 병원 중 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이 3일 휴진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극소수에 그쳐 의료 현장에서는 큰 혼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 전임의(펠로)들도 병원으로 속속 복귀하고 있는 가운데 빅5 병원 전임의 복귀율도 70%에 육박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전국 대형병원 88곳 중 87곳은 정상 진료 중”이라며 “일부 교수들이 이날 휴진 의사를 밝혔으나 전면적 진료 중단 등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임의와 전공의 복귀 움직임도 이달 들어 가시화되고 있다. 중대본에 따르면 100개 병원 전임의 계약률은 5월 2일 현재 65.8%로 4월 30일(61.7%) 대비 4.1%포인트 증가했다. 빅5 병원 전임의 계약률은 68.2%로 치솟았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다음 주부터 군의관 36명을 신규 파견한다. 정부는 사회적 협의체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도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공의가 참여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뒀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해 전국 대형병원 소속 일부 교수들은 ‘과로로 인한 피로 누적’ 등을 이유로 휴진했다. 충북대병원과 대전성모병원, 원광대병원 등 교수들도 이날 하루 외래 진료와 수술을 쉬기로 했다. 휴진 참여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휴진 참여 비율이 높지 않아 오늘 예정된 진료와 수술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도 “휴진으로 인한 진료 조정 등 병원에 공식적으로 들어온 요청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소속 교수들은 앞으로도 주 1회 휴진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오전 서울아산병원 교수 50명은 예정돼 있던 진료와 수술을 조정하고 병원 정문 앞에 모여 ‘근거 없는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올해는 중지하라’며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최창민 울산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2개월 넘게 당직을 연이어 하며 버텨왔는데 더 이상은 어렵다”며 “정부가 정원 문제를 풀지 않으면 전공의들이 병원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하루 진료와 수술을 중단한 비대위 소속 교수들은 ‘2024 의료대란과 울산의대 교육 병원의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비공개 긴급세미나도 진행했다.
환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암 환자 정모(74) 씨는 “육종암이 폐로 전이돼 수술도 안 되는 상태라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교수님들이 집단행동에 나선다니 걱정된다”며 “피해는 모두 환자들의 몫”이라고 토로했다.
문화일보 권도경·조율·김린아 기자
05.06 건전하면 무능하다? 착함을 조롱하는 사회
건전한 시민의 덕성이
무능과 동일시되는 시대
“너나 깨끗해라” 조롱과
막말·범법이 능력인 사회
얼마 전 ‘착한 어린이’ 온라인 영상이 화제였다. 일고여덟 살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 서있다가 얼른 뛰어 길을 건넌다. 맞은편으로 건너간 아이는 뒤로 돌더니 배에 두 손을 올리고 90도 가까이 허리 굽혀 인사한다. 차를 세워 길을 건너게 해준 운전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것이다. “누구 집 아이인지 잘 컸다” 같은 댓글이 달렸다. 그런데 아이는 서른 되고 마흔 되고 쉰 살 되어서도 ‘착한 심성’을 지킬 수 있을까.
최근 식사를 함께 한 정부 관료 A는 부하 직원 얘기를 하다가 “나는 착한 게 싫다”고 했다. 일 못하는 직원이 주로 착하다고 했다. 착함과 능력은 카테고리(범주)가 다른데도 ‘착함=무능’이라는 범주 오류를 확고히 믿고 있었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신화(神話)다. 사소하고 궂은 일은 떠넘기고 주목받는 일 좇으며 성과 내는 게 능력이다. 아랫사람 윽박지르고 핍박해서 퍼포먼스 보이는 게 능력이다. 남들이 기피하는 일, 돋보이지 않는 일 묵묵히 하는 이들이 무능한 것이다.
건전한 시민의 덕성이 무능과 동일시되는 시대다. 이번 총선에서도 드러났다. 욕설과 막말과 범법이 능력이다. 대학생 딸에게 11억 대출받게 해 강남 아파트 사는 게 능력이다. 잘못 인정한다면서도 “너나 깨끗해라” 조롱하는 게 능력이다. 표창장 위조해 딸 의전원 보내는 게 능력이다. 범죄 혐의에도 정치에 나서 제3당 만드는 게 능력이다. 자식 위한 일에 그깟 사소한 범법이 무슨 잘못이냐 여기는 게 능력이다. 공직도 마찬가지다. 선관위 경력직에 자식 꽂아넣는 게 능력이다. 위조문서 만들 여건이 되지 못한 이들, 할 수 있어도 차마 하지 못한 이들이야말로 무능한 것이다.
물론 평범한 시민인 필부(匹夫)의 도덕과 나라 구해야 할 정치인·공직자의 도덕은 때로 다를 수 있다. 2300년 전 맹자는 ‘형수의 비유’로 이 차이를 간명하게 설명했다. 형수가 물에 빠지면 손을 잡아서만 아니라 머리채를 당겨서라도 끌어올려야 한다. 위급한 상황을 구제해야 할 때 사소한 도덕에 얽매여선 안 된다. 그러나 이 말이 평소 형수한테 함부로 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착각하는 이가 적지 않다. 입으로는 정의(正義)를 외치면서 시민의 도덕은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임진왜란 발발 전인 450년 전 사회에도 이런 자가 많았던 모양이다. ‘칼을 찬 유학자’ 남명 조식(曺植·1501~1572)이 일갈했다. “요즘 배웠다는 사람들은 손으로는 물 뿌리고 비질하는 법도 모르면서 입으로는 하늘의 이치를 말하며 이름을 도둑질하고 남을 속인다.” 왜 비질하기 전 물을 뿌리는가. 먼지를 최소화해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는 ‘착한 마음’이다. 유교 경전인 ‘대학(大學·큰 배움)’을 배우기 앞서 아이들 배우는 ‘소학(小學·작은 배움)’에 나오는 내용이다. 작은 배움도 모르면서 큰 배움을 안다고 하는 이들이 지금도 목소리를 높인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용, 희생과 존중 같은 가치가 조롱받는 사회는 건강하지도 않고 어느 수준 이상으로 발전할 수도 없다. 스타 플레이어가 제 몫 다 하고, 돋보이지 않더라도 팀원들이 제자리에서 서로 존중하며 단단한 팀워크를 짤 때 ‘수퍼 A급’ 팀이 될 수 있는 것과 같다. 욕설·막말·범법하는 이들이 스타가 되는 팀은 잠깐 반짝할 수 있을 뿐이다.
다시 모두(冒頭)의 횡단보도 아이를 생각한다. 아이는 서른·마흔·쉰 살 되어도 착한 심성을 지켜갈 수 있을까. 건전한 시민의 덕성이 무능과 동일시되는 시대에 상처받거나 조롱당하지 않고 세상을 온전히 건너갈 수 있을까. 눈물이 난다.
조선일보 이한수 기자
05-07 ‘코로나 호흡기’ 떼자 줄줄이 벼랑 끝 내몰리는 자영업자들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대로변 1층 상가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왼쪽 사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상가 역시 공실인 채로 전 임차인이 버리고 간 폐기물만 쌓여 있다. 금융권 대출을 석 달 이상 갚지 못한 자영업자는 올해 들어 1만 명 넘게 급증했고, 1인당 채무액은 2년 전보다 4000만 원가량 늘었다. 이훈구 ufo@donga.com·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코로나19 위기 때보다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평가기관인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대출금을 석 달 이상 갚지 못한 자영업자는 7만2800여 명으로, 코로나19가 절정이던 2021년 말에 비해 2.9배로 늘었다. 특히 올 들어서만 이 같은 부실 자영업자가 1만 명 넘게 증가했다. 끝날 기미가 없는 고금리, 고물가와 내수 침체 속에 빚으로 연명하던 자영업자들이 빠른 속도로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팬데믹 기간 버팀목이 됐던 정부 지원책 중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지난해 9월 종료되면서 누적된 부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모습이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1109조 원으로 불어난 가운데 3개월 이상 갚지 못한 연체액(27조 원)은 1년 새 50% 가까이 급증했다. 금융사 세 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도 절반을 넘어섰다.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인 자영업자 빚이 양적, 질적으로 모두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뜻이다.
이러다 보니 자금난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은 차라리 폐업을 택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문 닫은 외식업체는 17만6000여 곳으로 코로나가 본격화된 2020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자영업자 퇴직금’으로 불리는 노란우산 폐업공제금 지급액도 지난해 사상 처음 1조 원을 돌파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나 홀로 사장님’은 10명 중 8명꼴이다.
문제는 자영업의 위기 상황이 쉽게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체감 경기가 얼어붙은 가운데 소비 부진, 인건비·원자재값 상승, 고금리 등 자영업자가 감내하기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4월 이후 통화 정책 전제가 모두 바뀌었다”며 고금리 장기화를 경고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금리가 내려가야 체감 경기 회복이 가시화될 거라고 했는데 상황이 더 어려워진 셈이다.
국내 자영업자 비중이 여전히 전체 취업자의 20%에 달하는 상황에서 자영업 부실이 가파르게 진행될 경우 가계는 물론이고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대출자 상황에 맞는 선별적 채무조정 방안을 마련하고, 경쟁력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선 다른 일자리를 찾아 옮겨 갈 수 있도록 폐업 지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코로나 때보다 더 버티기 힘들다”는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
동아일보 사설
05-07 국민연금 37만원 vs 공무원연금 203만원…수급액 5.5배 차이 나는 이유

▲게티이미지뱅크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2022년 기준 공적연금 월평균 수급액 격차 커
“불평등한 연금 구조 개편 필요…공무원·군인연금엔 정부 재정 투입 중”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수급자가 국민연금 수급자보다 5배 이상 많은 연금액을 수령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7일 유희원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의 ‘한국 노인의 노후 소득 부족분 현황-필요 노후 소득과 공적 연금소득 간 격차를 중심으로’란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는 노후 소득 부족분을 파악하기 위해 기초연금ㆍ국민연금ㆍ특수직역연금 등 공적연금을 중심으로 노인의 공적 이전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2022년을 기준으로 각 공적연금 수급 노인의 월평균 수급액은 기초연금은 22만1000원이었고, 국민연금은 36만9000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열악한 수준의 기초연금·국민연금 수급액과는 달리, 특수직역연금의 경우 203만 원에 달했다. 국민연금 월평균 수급액과 비교해 5.5배나 많을 정도로 격차가 심했다.
보고서는 더 나아가 각 공적연금 평균 수급액을 50세 이상 중고령자 대상의 인식 조사로 계산한 2022년 기준 ‘노후 최소생활비’(개인 월 124만3000원, 부부 월 198만7000원)와 ‘노후 적정생활비’(개인 177만3000원, 부부 277만 원)와 비교해 노후 소득 부족분을 도출했다. 산출 결과, 먼저 ‘기초연금+국민연금’ 수급 노인은 최소생활비 대비 월 84만5000원, 적정생활비 대비 월 137만6000원 정도의 노후 소득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급여 수준이 월등히 높은 특수직역연금 수급 노인의 경우 노후 소득이 최소생활비 대비 월 78만7000원, 적정생활비 대비 월 25만7000원 정도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됐다. 특수직역연금 수급 노인은 최저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수준을 넘어, 표준적인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충족하고도 남는다는 의미다.
이처럼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간 수급액 차이가 큰 것은 각 연금제도 수급자의 평균 가입 기간과 가입 중에 낸 보험료, 지급률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9년 기준으로 각 연금 신규 수급자의 평균 가입 기간은 국민연금이 17.4년이지만 공무원연금은 26.1년에 달해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약 9년가량 길다.
보험료율의 경우 국민연금은 매월 소득의 9%(직장 가입자는 직장인 4.5%, 사용자 4.5% 부담)에 불과하지만, 공무원연금은 18%(공무원 9%, 국가 9% 부담)로 공무원연금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가 국민연금의 2배에 이른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수급액만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적잖다.
그렇지만, 공적연금 간 지나친 수급액 격차는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불평등한 연금 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해마다 수조 원의 적자를 내면서도 막대한 세금이 계속 투입되는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은 그대로 두면서, 기금 고갈을 이유로 국민연금만 손대면 국민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직역연금은 적립 기금이 사실상 소진돼 이미 부과방식으로 전환됐으며, 현재 수급자의 연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가입자의 보험료 수입으로 충당한 후 부족 부분은 국고 지원으로 감당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2001년부터, 군인연금은 이보다 훨씬 전에 적립금이 바닥나 매년 정부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사학연금은 아직 적립금이 쌓여 있으나, 2040년대 후반이면 모두 소진될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적연금 간 격차 완화 방안으로 각 제도는 분리해서 운영하되 보험료율 등을 일치시키거나, 특수직역연금 신규가입자부터 국민연금에 편입시키고, 정해진 기준연도 이후부터는 특수직역연금 제도와 국민연금제도를 통합하는 등의 공적연금 개혁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문화일보 노기섭 기자
05.09 외국 의사 긴급 수입 사태까지 불러들인 醫政 갈등

▲8일 서울 시내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보건의료 재난 위기 경보 최고 단계인 '심각'에 이르렀을 경우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도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정부는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이탈이 심화되자 지난 2월 23일 보건의료 재난 위기 경보 단계를 '심각' 단계로 격상한 바 있다. /뉴스1
정부가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도 우리나라에서 진료·수술 등 의료 행위를 할 수 있게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지난 2월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워 비상 진료만은 유지하려는 조치라고 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말부터 외국 의사들이 정부 승인을 거쳐 수련 병원 등 대형 병원에 배치될 수 있을 전망이다.
외국 의사 진료는 보건의료 재난 경보 ‘심각’ 단계일 때라는 제한이 붙어 있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지난 2월 23일 보건의료 재난 경보를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으로 올려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외국 의사들이 나라·학교 제한 없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의사 일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은 작지 않은 변화일 것이다. 지금은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가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되려면 복지부가 지정하는 외국 의대를 나온 뒤, 외국 의사 면허를 따고, 한국 의사 면허 국가고시를 통과해야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외국 의사가 국내에 들어와 진료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 단계가 풀리면 외국 의사들은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 얼마나 많은 외국 의사가 국내 진료를 지원할지 미지수다. 외국 의사와 국내 환자 사이의 언어 소통도 보통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이번 조치의 실현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렇더라도 국내 의대를 나온 의사들에게 의료 행위를 허용하는 데서 나아가 의사 인력 공급원을 외국으로까지 폭을 넓히는 계기가 생긴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경우에 따라 국민 생활에 적지 않은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유럽에서는 외국 의사를 적극 수입해 의사 부족을 메우고 있다.
전공의 1만여 명 집단 이탈에 이어 의대 교수들도 개별 사직하면서 의료 공백이 석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의사들은 대화도 하지 않고 연일 감정싸움, 기 싸움만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달 말이면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돌이킬 수 없게 확정이 되고 2026년 이후 의대 정원은 정부도 융통성을 갖고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이 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정원 증원 집행 정지 항고심 결과도 다음 주 중 나올 예정이다. 전공의들과 의대 교수들의 조속한 진료 현장 복귀로 외국 의사 긴급 수입 사태까지 몰고 온 의정 갈등을 매듭지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5.09 국회 직무유기 적나라하게 보여준 합성니코틴 무방비
입법 방치로 인해 합성니코틴 담배를 담배로 규제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본보 8일자 1·3면) 국민 건강 및 세수 측면에서 ‘무방비’인 셈이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 한국 법인 BAT로스만스는 8일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규제하는 법이 없어 안전한 제품을 출시하기로 했다”고 했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담뱃잎을 원료로 한 제품만 규제한다. 화학물질로 된 합성니코틴 제품은 공산품에 속하는 것이다. 담배 관련 세금·부담금 대상이 아니고, 청소년에게 팔아도 처벌받지 않는다.
글로벌 담배회사인 BAT가 합성니코틴 제품 출시를 검토하는 국가는 175개 진출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은 합성니코틴·천연니코틴 제품에 동일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번 BAT 제품 문제가 아니더라도 합성니코틴 액상 담배 규제는 벌써 이뤄졌어야 했다. 국내 시장 규모가 이미 1조 원에 달한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 2020년 7월에 합성니코틴 제품도 담배로 간주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4년 임기 종료를 20일 남긴 이날까지도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정부 내 이견과 일부 의원 반대 등으로 방치된 결과다. 극한의 정쟁과 입법 폭주로 일관했던 제21대 국회가 얼마나 직무유기를 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의 하나다. 당장 입법을 완료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5.11 중국 직구 ‘유해 물질’ 범벅, 국민 보호 대책 서둘러야

서울시가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제품의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40% 이상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제품 71개를 조사했더니 29개(41%)에서 유해 물질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특히 유해 물질 중에는 어린이 성장을 방해하는 물질과 ‘가습기 살균제’ 성분까지 검출됐다고 한다.
서울시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어린이 신발을 꾸미는 데 쓰는 플라스틱 장식품에서는 프탈레이트계 첨가제가 기준치의 348배 검출됐다. 이 첨가제는 딱딱한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화학물질로, 어린이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이 장식품에선 암을 일으키는 중금속인 납이 기준치의 33배가 넘게 검출됐다고 한다. 어린이 점토에는 피부 염증과 가려움증·두통·설사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붕소가 기준치의 39배가 넘게 들어 있었다.
알리·테무 등 중국 플랫폼들은 저가 공세에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국내 시장을 무섭게 잠식하고 있다. 알리는 지난 2월 기준, 월 이용자 수가 818만명으로 쿠팡에 이어 국내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우선 정식 수입품은 국내 시험 기관의 인증을 거쳐 들어오지만 알리 등에서 산 직구 제품들은 별도 검사 없이 들어온다. 많은 국민이 싼값이라고 중국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다 유해 상품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도 가격 외에 안전성도 따져서 소비해야겠지만, 정부가 하루 빨리 해외 직구 실태를 파악해 유해 물품 차단 등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켰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소비자 보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유럽연합(EU) 등은 중국 이커머스에 대한 소비자 보호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비자가 중국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서 쓰다가 건강상 피해를 봐도 보상을 받을 관련 규정이 미비한 실정이다. 중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쉽고 빠르게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5-14 ‘의대 증원’ 절차 아쉽지만 법원이 뒤집을 사안 아니다
의사단체 측 변호사가 13일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의대 정원 증원 관련 자료를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공개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원래의 목적인 ‘재판 준비’를 벗어나 정부 정책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로 비치기 때문이다. 법원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앞두고 여론전에 나선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문제와 별개로, 공개된 자료를 보면 “2000명 증원은 과학적 근거에 따라 폭넓은 사회적 논의도 거쳤다”는 정부 주장을 입증하기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지난 2월 6일 오후 2시 보건의료정책심의위 회의에서 정부 원안이 통과됐고, 오후 3시 ‘의대 2000명 증원’이 공식 발표됐다. 토론이 약간 미진했고 “졸속 결정”이란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보정심 참석자 23명 전원이 의대 증원에 찬성했다는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2000명 숫자에 대해서도 의사를 포함한 4명만이 “충격적” “전공의, 학생, 전체 의사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 “추후 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굉장히 닫아 놓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구체적 의견을 밝힌 10명 중 6명이 “1000명 이상의 증원이 필요하다”고 했고, “1000명 이하로 증원해야 한다”는 참석자는 2명에 그쳤다. 나머지 2명도 “가능한 한 많은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증원 찬성과 ‘1000명 이상’이 대세였다는 게 공개된 자료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보건의료 정책은 장기적인 전망을 세워 이해관계 단체들과 충분히 협의하고 설득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이번 의대 증원도 보정심 같은 사회적 논의를 더 빨리 더 많이 거쳤어야 한다는 점에서 미진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절차가 다소 아쉽더라도 법원이 의대 증원 정책을 완전히 뒤집을 수준의 위법성은 안 보인다. 정부는 대학별 자율조정을 통해 내년 1500명선 증원, 내후년 이후 규모는 추후 협상하기로 문을 열어놓은 상태다. 반면 의사들은 “원점 재검토”의 강경 입장에서 맴돌고 있다. 법원이 자칫 가처분을 인용하면 집단 의료 거부 행위에 면죄부를 주고 17년을 끌어온 의대 증원 정책에 무리하게 제동을 걸게 된다. 삼권분립에 따른 ‘사법 자제’ 원칙을 준수해야 할 사안이다.
문화일보 사설
05-16 [속보]서울고법, ‘의대증원 처분’ 집행정지 신청 각하·기각

▲법원이 의대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 정지 신청을 각하한 1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배분 처분을 멈춰달라는 의대생·교수·전공의·수험생의 신청이 항고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배상원 최다은 부장판사)는 16일 의대생, 교수 등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한 1심 결정에 대해 이같이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대교수·전공의·수험생의 신청은 1심과 같이 이들이 제3자에 불과하다며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다만 의대 재학생들의 경우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 있다며 원고 적격은 있다고 판단했지만, “집행정지를 인용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기각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27년 만의 의대 증원’은 최종 확정 초읽기에 들어갔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달 3일 신청인들의 집행정지를 각하했다.
당시 재판부는 신청인들이 의대 증원으로 침해당한 구체적 이익이 없어 행정소송이나 집행정지를 제기할 자격이 없다며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
문화일보 박세영 기자
05-16 10명 중 7명 “의대 2000명 증원 동의한다”
■ 문체부 ‘의대증원 국민인식조사’
의료계 ‘원점 재검토’ 주장엔
응답자 58% “공감하지 않는다”
55%“사직 전공의, 법대로 해야”
의대교수 사직엔 78% “부정적”
국민 10명 중 7명은 지난 석 달간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 공백에도 불구하고 의대 2000명 증원을 지지했다. 국민 과반수는 의대 증원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사들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의 면허정지 처분 방향성에 대해 국민 2명 중 1명 이상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봤다.
16일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국민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의대 증원 방안 관련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72.4%)은 의대 2000명 증원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매우 필요하다’와 ‘필요한 편이다’는 각각 26.1%, 46.3%다. ‘필요없다’란 답은 22.8%에 그쳤다. 전 연령층에서 ‘필요하다’는 응답이 70%가량 나왔다. 소득 수준별로는 400만~600만 원(73.1%), 600만 원 이상(78.2%)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는 보건의료위기가 석 달째 이어진 와중에도 국민의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찬성 여론이 꺾이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의료계의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주장에 대해서도 10명 중 6명은 동의하지 않았다. 모든 연령대에서 이 같은 응답이 50%를 웃돌았다. 이 중 60대 이상에서 66.1%로 가장 높았다. 월 600만 원 이상 소득자들에게서 66.9%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념성향별로 보면 보수층에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4.0%로 가장 높았다. 중도와 진보층 모두 50% 넘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 처리 방향을 두고는 국민 절반 이상이 원칙 대응이 필요하다고 봤다. ‘법과 원칙에 따라 면허정지 처분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55.7%, ‘면허정지 처분을 중지하고 대화를 통해 설득해 나가야 한다’는 응답은 38.9%였다. 원칙 대응 응답은 20대(68.3%)에서 가장 많았다. 30~60대들은 약 50% 이상 동의했다. 보수와 중도층에선 각각 66.8%, 56%가 원칙 대응해야 한다고 봤다.
의대 교수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국민 10명 중 8명이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공감한다’는 답은 18.4%에 불과한 반면, ‘공감하지 않는다’는 답은 78.7%였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답은 모든 연령대에서 70% 이상 상회했다. 60대 이상 연령층과 월 600만 원 이상 소득계층에서 응답률이 각각 84.8%, 82.5%로 가장 높았다.
국민 10명 중 7명은 의료계가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해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봤다. 의료계의 불참에 대해 71.8%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공감한다는 답은 22.1%에 그쳤다. 2025년 의대 정원 50~100% 자율 모집 조치에 대해선 ‘잘한 결정’, ‘잘못한 결정’이란 응답이 각각 51.4%, 29.2% 나왔다. 보건의료위기 심각성에 대해선 국민 10명 중 약 9명(87.3%)이 ‘심각하다’고 봤다. 비상진료 상황에 대한 정부 대응을 두고 ‘잘하고 있다’는 27.5%, ‘잘못하고 있다’는 65.3%였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05.17 ‘의대 증원’ 정지 신청 기각, 이제 의료 사태 해결을
서울고법이 의대생과 교수·전공의 등이 의대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각하 또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의대 증원을 통한 의료 개혁이라는 공공 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의대생의 학습권 침해 등은 일부 인정했으나 그 일부를 희생하더라도 공공 복리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27년 만의 의대 증원’은 최종 확정 단계에 들어갔다.
만약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수용했으면 정부의 내년도 의대 증원 계획은 제동이 걸리고 큰 혼란이 벌어질 수 있었다. 의대 증원은 의료 전반에 대한 장기적인 예측에 기초해 결정된 정책적 판단이다. 법원이 어떤 정부 정책이든 그 결정 절차상 하자를 판단할 수는 있겠지만 정책 자체에 영향을 줄 정도의 개입은 도를 넘는 것이다. 행정 행위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기도 하다.
이번 의정 갈등에서 의료계가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나 가처분 신청은 20건에 육박하지만, 법원이 의료계 손을 들어준 결정은 한 건도 없었다. 이런 결정은 국민 여론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이날 정부가 공개한 국민 설문조사 결과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2%였다. 의료 수요자이자 건강보험 납부자인 국민이 의대 증원을 바란다면 모든 관련자는 이를 최우선에 놓고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전공의 1만여 명 집단 이탈에 이어 의대 교수들도 개별 사직하면서 석 달 가까이 의료 공백이 이어졌다. 이제는 전공의들과 의대 교수들이 진료 현장으로 복귀해 의료를 정상화해야 한다. 의료계 집단행동 장기화로 환자 피해가 속출하고 병원들은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법원 결정으로 의료 공백 사태를 이어갈 이유가 없어졌다. 더 이상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부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법원 결정에도 집단행동, 수업 거부를 이어가겠다고 하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는 법원 결정을 일방 행정의 자유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부가 좀 더 설득하고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의료 사태의 규모나 피해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2026년 이후 의대 정원은 정부도 융통성을 갖고 의료계와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와 의료계가 시간을 갖고 충분히 협의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05-17 의사단체들, 더 이상 법 위에 군림하려 해선 안 된다
서울고등법원이 16일 공공복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각하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다. 이로써 의대 증원 정책은 사법적 정당성까지 확고해졌다. 법원은 “의대생들의 학습권 침해 때문에 집행을 정지할 경우 필수·지역 의료 회복을 위한 필수 전제인 의대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일정 수준의 연구와 논의를 했고 향후 의대 증원 규모도 조절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충분치는 않다고 해도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적 근거를 갖고 있다”고 인정했다. 법원은 “정부와 의협은 협의할 의무는 있으나 합의에 이르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달 말 대입 모집 요강이 확정되면 27년 만의 의대 증원은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의사단체들이 대법원 재항고 방침을 밝혔지만, 지난해 2345건의 재항고 중 인용된 것은 2건에 불과하다. 하급심에서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대법원이 상당 기간 판단을 보류할 가능성도 크다. 이제 법원마저 인정한 의대 증원 필요성을 의료계도 받아들여야 한다. 더 이상 의사 숫자까지 의사들 허락을 받으라는 위력 시위에 박수 칠 국민은 많지 않다. 2000명 증원 찬성 비율이 줄곧 70%를 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아직 남은 불씨가 적지 않다. 우선,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유급이 임박했다. 이달 말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내년 의대 증원 효과가 반감될 만큼 후유증이 커진다.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하며 환자 피해가 커지고 대학병원들은 경영난에 빠졌다. 다행히 빅5 병원 전임의 복귀 비율이 70%에 이르고, 14일 하루 동안 전공의 30여 명이 복귀했다. 정부는 의사 국가시험을 연기하는 등 전공의 복귀를 지원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의사들은 증원 백지화와 원점 재검토만 고집하다 고립을 자초한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대화와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 국민 공감 없는 집단행동은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국민과 정부는 물론 법 위에 군림하는 듯한 행태를 더는 보이지 않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5.17 법원도 인정한 ‘의대 증원 필요성’ 의료계는 수용해야
의사들 우선 현장 복귀해 더 이상 피해 막아야
정부도 증원 규모 조정 가능성 열어놓고 대화를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싸고 3개월 넘게 이어진 의·정 대립에서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어제 의대 증원 효력 집행정지 사건 항고심에서 각하 및 기각 결정을 했다. 재판부는 의대 교수와 전공의 등의 신청은 요건이 안 된다고 판단해 각하했고, 의대 재학생의 신청에 대해서는 ‘집행정지를 인용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이로써 의대 정원을 1459~1509명 늘리겠다는 교육부의 계획은 확정 수순을 밟게 됐다. 그러나 병원 이탈 전공의 등의 집단행동은 계속될 전망이고, 대한의사협회도 여전히 반발할 것으로 보여 사태 해결은 낙관하기 어렵다.
의사들은 불만을 표출하기에 앞서 법원 판단 과정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소송 요건이 안 된다고 각하한 1심 재판부와 달리 서울고법은 의대생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을 인정해 의사 단체와 정부의 주장을 꼼꼼히 따졌다. 정부 측에 증원 결정의 근거 자료를 내라고 요구했다. 의사 단체에서도 우리나라와 판이한 일본의 점진적 증원 관련 자료 등을 제출했다.
양측 주장의 근거를 살핀 재판부는 ▶필수의료·지역의료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점 ▶의사 인력 재배치만으로 해결을 단정하기 어려운 점 ▶의대 정원을 증원할 필요성 자체는 부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결정 이유로 제시했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 표출된 국민 인식과도 비슷하다.
법원 결정에 따라 이달 말 각 대학의 모집요강 공고를 거쳐 대입 전형이 진행된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그동안 각하나 기각이 될 경우 휴진 등 근무시간 재조정에 나설 방침을 밝혀 왔다. 지난달부터 일부 병원에서 주 1회 정기 휴진을 한 데 이어, 정부가 의대 증원을 확정할 경우 일주일간 집단 휴진에 들어갈 수 있다고 예고했다. 법원 판단까지 나온 상황에서 이 같은 집단행동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전공의와 의대생은 물론 환자에게도 막대한 피해가 돌아간다.
의·정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절실하다. 법원은 증원을 위한 연구와 조사에 대해 “일부 미비하거나 부적절한 상황이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당초 2000명을 고집하던 정부가 증원 규모 수정 방침을 밝힌 점을 거론하며 “현재의 증원 규모가 다소 과하다면 향후 얼마든지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충분한 설득 없이 밀어붙이려 한 정부의 태도에도 경종을 울린 대목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의료개혁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했다. 모든 개혁이 그렇듯 의료개혁 역시 상대방의 얘기를 경청하고 설득하지 않으면 한 걸음도 나아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5-20 유급 시한 넘기는 전공의 사태와 정부의 최종 설득 책임
지난 2월 19일을 전후해 집단적으로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이 정상적으로 올 수련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시한이 지났다. 3·4년 차 전공의 2910명은 20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수련 기간을 채우지 못해 내년 전문의 시험을 볼 자격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증 등 규정과 시행규칙에 따르면, 수련 공백에 대해선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며, 추가 수련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할 경우엔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미뤄지게 된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 정부는 나름의 대책을 내놨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0일 “개인별 차이는 있지만 전공의들은 내년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해 오늘까지 복귀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정부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병가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수련병원에 소명해 수련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며 퇴로를 열어줬다. 떼법에 법치가 휘둘려선 안 되겠지만, 전공의들을 상대로 최후의 설득을 하는 데 인색해선 안 된다. 3000명 가까운 전문의가 배출되지 못하고 집단 유급될 경우, 의료 현장에 미칠 부작용도 결코 가볍지 않다.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의 분야에선 더 심각한 의료 인력 차질이 예상된다고 한다.
하지만 전공의 복귀는 요원해 보인다. 법원이 의대 정원 확대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각하한 뒤에도 여전히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오죽하면 의료계를 대리한 변호사가 “유령이냐”며 이탈 전공의의 요지부동을 개탄했겠는가. 시간이 많지 않다. 정부는 전공의 ‘전문의 수련 및 자격 규정 시행규칙’을 수정해 복귀 시한을 연장하는 방식도 제안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정부가 구제하려 해도 재량권 범위를 넘는 행정 편법은 불가능하다.
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상처 입은 사람은 상처 받았다고 말도 못한 채 맥없이 기다리는 환자들이다. 의사들은 상처 입었다고 말하기 전에 환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며 즉시 복귀를 호소했다. 전공의는 즉시 복귀하고, 정부는 모든 경우에 대비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5-20 의사 면허제도 본질 명확히 밝힌 판결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
의료대란이라 불리던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놓고 정부와 의사 간의 대립이 법정으로 이어졌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6일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의협 측이 대법원에 재항고하겠다고 하지만,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법원의 결정에 변함은 없을 것이다. 이제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한 혼란은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보이나 양측의 갈등에서 발생한 전공의 복귀, 의대생 유급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할 숙제는 남아 있다.
의대 정원 확대에 의사단체가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정권에서 전공의 등은 400명 증원 문제를 놓고 파업 등 강력 투쟁을 통해 저지했다. 그런데 이번 정권에서는 2000명을 증원하겠다고 해 전공의와 의대생 등을 포함해 의협이 나서면서 저항이 더 거셌다. 그 결과 이 문제가 법원까지 가게 됐는데, 법원은 공공복리란 관점에서 의사 측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기각·각하한 것이다.
의사는 의학 교육과정을 담당하는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자격시험에 합격해 면허를 취득해야 직업 활동을 할 수 있다. 국가가 의사 자격시험을 관리하고 면허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의사 자격은 국가 자격이면서 전문 자격이다. 의료법은 의사의 자격과 면허에 관해 규율하고,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법은 의사 자격시험을 주관하면서 관리·운영한다. 의사의 수급에 관해서는 보건의료기본법과 의료법에서 국가에 위임한다.
의료법들이 의사의 수급 문제를 국가에 위임하는 것은 의사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 자격사이기 때문이다. 의대 정원은 국민의 건강과 보건 등 의료 실태를 파악하고 국민 의료 서비스 등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의료계의 의견을 고려하고 의사란 직업도 보호해야지만, 의사의 수급은 공익의 관점에서 결정해야지 직업의 이해관계로 결정해선 안 된다.
의사의 부족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역대 정부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의 확대를 추진했으나 의사들의 거센 저항에 부닥쳐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 다양한 감염병의 발생으로 인한 국민 보건의료의 보장, 고령화에 대응하는 의료 서비스 확대, 여러 성인병의 발생 증가 등으로 의료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기본 의료 분야 인력의 부족과 지방 의료 서비스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그런데 의협은 의대 증원 이전에 의료개혁을 위해 의사 처우의 개선 등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료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고 국민의 요구가 커지면 국가는 보건의료 정책을 수립해 추진해야 할 책임이 있다.
법원은 정부의 의대 증원 집행을 정지하면 필수·지역 의료 회복을 위한 필수 전제인 의대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했다. 또한, 법원은 정부의 의대 증원이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의료 서비스 확대를 의사단체가 반대하는 것은 너무나 아이러니하다. 의사 수는 의사들이 결정하는 게 아니고 법에 따라 국가가 결정하는 것이다. 의사는 본인이 택한 직업이지만, 전문직의 수행에는 권리보다 더 큰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문화일보
05.20 김호중의 “후회라는 단어”
범죄 저지르고도 큰소리 궤변
이 ‘괴물들’은 누가 씨를 뿌렸나
팬도 유권자도 묻지 마 함성
우리 사회 양심은 어디로 갔나

▲가수 김호중./뉴스1
연예인에게 특별한 윤리 의식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도덕군자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이 갖고 있는 최소한의 책임감 같은 것은 있는 줄 알았다.
야심한 밤 서울 강남에서 자신에게 100% 잘못이 있는 교통사고를 일으켰는데도 뒤처리를 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했던 가수 김호중씨의 여러 논란을 보면서 예리한 칼로 자른 듯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게 됐다.
충돌 차량의 앞부분이 공중으로 들썩일 만큼 상당한 충격이 있었던 그 순간 김호중씨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극단적인 공황 상태에 빠져 지금까지 쌓아올린 인기 절정의 커리어가 한순간에 와르르할 수도 있다는 절망감이 엄습했을지 모른다. “침착하자”고 되뇌면서, 무조건 자신 편을 들어줄 매니저와 소속사 대표를 떠올렸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때 사고 현장으로 돌아가서 부상자를 살펴봐야 한다는 양심 같은 것은 왜 작동하지 않았을까.
그는 주말 공연장에서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라고 해서 아리송했는데, 사고 난 지 열흘 만인 어제 음주를 시인했다. 그 또한 코너에 몰리자 어쩔 수 없는 고백을 한 것처럼 들린다. 그가 들렀던 술집이 여성 접객원이 나오는 회원제 룸살롱이었다는 소문도 있고, 래퍼 출신 유명 가수와 개그맨이 동석했다는 얘기도 있다. 또 공연장에서 그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후회라는 단어다”라고 했다는데, 어떤 의미에서 후회였을까.
그는 이번 일을 ‘풀리지 않는 숙제’라면서 “바깥의 김호중이 있고, 무대의 김호중이 있는데, 무대의 김호중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한다. 어떤 대중 연예인에게 내재하는 전혀 다른 두 캐릭터가 무대 안팎에 병존할 수 있다는 부조리 예술철학이라도 설파하려는 것인가. ‘풀리지 않는 숙제’라며 던진 진실 게임 화두는 일종의 전략적 모호함처럼 들린다. 참 바르지 못하다.
그날 밤 그가 어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음주 운전의 죗값은 어떻게 치르게 될지, 또 매니저에게 옷을 벗어줘 바꿔 입게 한 경위, 소속사 대표의 옹호 발언, 사라진 블랙박스 등등 차차 밝혀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때부터 상황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핵심은 다른 데 있다. 처음부터 드러난 모든 정황 증거에도 거짓과 의혹의 사이즈를 키워가는 뻔뻔함과 어리석음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됐는가. 이런 괴물 같은 상황과 인간 군상은 왜 만들어진 것이며, 전도된 가치관 위에 축조된 허위의식 구조는 누가 씨앗을 뿌렸고 배양했는가.
가까운 원로 작곡가 한 분이 문자를 보내오셨다. 이쪽 생태계를 잘 알고 있는 분이다. 그는 지금 우리 정치를 주무르고 있는 몇몇 인물을 거론하면서 “범죄행위를 저지르고도 큰소리로 궤변을 늘어놓으며 날뛰고 있고, 그쪽 지지자들은 몰표까지 주고 있습니다”라고 통탄했다. 그러면서 “김호중이 하는 행위들이 똑같다”고 했다.
“처음부터 음주 운전에 사고 뺑소니 등등 거짓 언행들이 과학적으로 들통이 나는데도, 공연까지 강행하고 ‘진실은 밝혀질 것’ 이라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소리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의 팬들은 그간의 조사 과정을 보아 사건의 실체를 충분히 알 수 있을 텐데, 그런 김호중을 향해 박수 치고 함성을 질렀다니, 유명 정치인들이 하는 짓거리와 몰표를 주는 지지 현상이 똑같다고 했다.
이번 시즌에 수십 억 원이 넘는” 김호중의 콘서트 매출이 관련돼 있다는 말도 들린다. 김호중 티켓은 VIP석 기준 임영웅보다 2만3000원쯤 비싸다. 평균 20만원쯤 되는 티켓이 연일 매진되는 상황에서 물러설 수 없었을 것이고, 그때 양심이나 최소한의 책임감은 헌신짝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지금의 검찰 고위직을 잘 아는, 전직 검찰총장급의 비싼 변호인을 선임하면 돌파구가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이렇게 우리 사회의 양심은 마비돼 가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기자
05-20 유명 가수 음주운전 거짓말, 정치권 범죄불감증 배웠나
성악가에서 트로트 가수로 변신해 큰 성공을 거둔 김호중 씨의 ‘음주운전 및 거짓말’ 사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김 씨는 지난 9일 술을 마신 채 운전하다 택시를 들이받고 도주한 지 10일 만인 19일 “크게 후회하고 반성한다.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음주운전 및 뺑소니 사실을 시인했지만, 김 씨의 인생 역정과 노래 실력을 높이 평가했던 많은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사법 당국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해야 하고, 김 씨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
김 씨는 사고 후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고, 매니저는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으며,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도 없애고 “음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결같이 중대한 범죄 행위다. 그 사이 두 차례 지방 공연도 예정대로 진행했다. 정직과 상식보다 공연 취소에 따른 경제적 불이익을 앞세운 것으로 보여 착잡하다. 인기 연예인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이런 행태가 정치권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어 걱정된다. 음주운전 전과 2범인 허은아 전 의원은 19일 개혁신당 대표로 선출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음주운전으로 150만 원 벌금형을 받은 적이 있다. 조국혁신당 대표인 조국 당선인은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김 씨 측은 “술잔에 입만 대고 마시지 않았다”고 했는데, 방북비 대납 혐의 등으로 재판받는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주장과 흡사하다. 팬덤 뒤에 숨은 범죄불감증이 국민에게 얼마나 더 해악을 끼칠지 걱정된다.
문화일보 사설
05.21 김호중 거짓말·여론전...‘팬덤 방탄’에 기댄 사회병폐 종합세트
‘음주 뺑소니’ 김호중

▲18일 가수 김호중(33)의 전국 투어 콘서트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가 열리는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 인근에 마련된 포토존. 김호중은 뺑소니 운전 논란에도 이날 공연을 강행했다./연합뉴스
‘음주 뺑소니’를 저질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가 20일 출국 금지됐다. 경찰은 김씨를 비롯, 김씨 소속사 대표 등 관계자들이 범행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수사 중이다. 김씨는 사고를 낸 후 곧바로 도주했고, 그 사실이 드러난 후에도 소속사 관계자들과 합세해 거짓말을 하고 증거를 없앴다. 범행을 부인하며 두 차례 예정된 공연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의 팬들은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김씨를 감쌌다. 모두 과거 같으면 볼 수 없었던 일이다. 김씨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너무 괴롭다”는 심경을 밝히며 경찰에 자진 출석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준비가 되면 부르겠다’며 기다리라고 했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검찰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셀프 출두’를 했던 어떤 정치인이 떠오른다”고 했다. 김씨가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거짓말, 버티기, 동정심 유발하기, 고위 전관 변호사 선임하기 같은 ‘사법 리스크 대응’ 수법에 한국 사회 전반의 병폐가 집약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수의 열광적 지지자로 이뤄진 ‘팬덤’의 폐해가 정치권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열광적 지지 집단(팬덤)만 바라보며 자신을 ‘순교자’ ‘희생양’으로 연출해 동정 여론을 조성하는 일이 정치권뿐 아니라 연예계 등 일반 사회에서도 ‘뉴 노멀’이 됐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단 팬이 된 후에는 자신의 결정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이 나타난다”며 “정치인 지지자와 연예인 팬의 심리 구조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정치권과 비슷한 ‘방탄 전략’
김씨는 팬클럽에 “이렇게 많은 식구(팬)들이 아파하는데” “조사가 끝나면 이곳 집으로 돌아오겠다” 같은 글을 썼다. 이를 두고선 개인 비리로 유죄를 선고받은 정치인들이 ‘비법률적 명예회복’을 언급한 일이 떠오른다는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김씨의 팬들은 “오죽 힘들었으면 그랬겠냐” “우리는 무조건 응원한다”고 하고 있다.
범죄 혐의를 일단 부인하고 보는 것도 정치권과 비슷하다. 김씨 측은 범행 5일 후 뺑소니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음주는 절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유흥업소 방문 사실이 드러났을 때는 “술잔을 입에만 대고 마시지 않았다” “차(茶)만 마셨다”고 했다. 뺑소니 현장에서 도주한 이유를 두고도 “공황이 와서”라고 했다. 범죄 혐의가 명백한데도 일단 버티면서 시간을 끌었고 18~19일 경남 창원 공연을 강행했다.
음주 뺑소니를 인정하고 출국 금지까지 당했는데도 23~24일 서울 공연 역시 진행한다고 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강성 개딸 지지층’을 바탕으로 보궐선거·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방탄 면책 특권’을 거머쥔 전략과 유사하다”고 했다. 김씨는 창원 공연에서 23억원을 벌었고 오는 서울 공연 티켓 수입도 4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 수익과 ‘법정 형량 감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고위 전관’ 동원 여론전
김씨의 변호인이자 전직 검찰총장 직무대행 출신인 조남관 변호사는 “20일 오후 김씨가 자진 출석해 조사받고 국민들에게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었으나 경찰 측 사정으로 조사가 연기됐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선 “어떻게든 구속을 면해보려는 얄팍한 여론전”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허위 진술, 증거 인멸로도 충분히 죄질이 나쁜데 이제 와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시늉을 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는 매니저가 자신의 옷을 입고 ‘대리 거짓 자수’를 하는 과정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속속 밝혀지는 상황이다.
◇팬덤에 의존하다 국민 상식과 멀어져
김씨는 진실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할 시간이 10일이나 있었지만 거짓말, 버티기, 동정심 유발하기, 고위 전관 선임하기 같은 ‘사법 리스크 대응 논리’로 일관하다가 국민 대다수의 분노를 샀다. 팬덤에 기대어 범행 책임을 회피하려다 오히려 국민 일반의 상식과 도덕 기준에서 멀어졌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무조건 뭉쳐야 산다’는 식의 집단주의 여론을 일부 강성 팬이 주도해 정상적인 다수 팬은 오히려 떠나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런 식으로 가다가 김씨가 구속되고 중형을 선고받는다면 팬들이 받는 충격은 더욱 클 것”이라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팬들이 정치인이나 연예인을 우상으로 떠받들며 열광하니 ‘우상’이 된 본인들은 온갖 비상식적 행동을 저지르는데도 깨닫지 못한다”며 “그 대가는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감당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 측 향후 변론 전략은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사고 전 음주가 있었던 것으로 강하게 의심이 되지만 구체적 양은 확정을 못 한 상황”이라며 “수사 협조 여부와 증거 인멸 우려가 (구속 영장 신청에)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김씨가 마신 술의 종류와 체중 등을 계산해 시간 흐름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하는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사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법정에서 음주 증거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도 적잖다. 김씨 측 역시 경찰이 사건 초반 음주의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사실을 알고 있다. 김씨가 음주 사실을 시인한 것도 ‘여론전’을 위한 것일 뿐, 법정에선 “마시긴 했지만 혈중알코올농도 0.03%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다”는 식으로 음주 운전 혐의를 교묘히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05-21 中 직구 40% 급감…신속·정확한 정보 제공이 관건이다
해외 직구를 둘러싼 정책 혼선과는 별개로 ‘2024년판 병자호란’이라는 말까지 회자되는 중국 온라인 플랫폼(C커머스) 공습에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중국 과잉생산에 따른 저가 수출을 방치하거나 국내 소비자를 위해(危害) 상품에 무차별로 노출시켜서도 안 된다. 이런 점에서 BC카드가 20일 그동안 급성장해온 C커머스의 4월 국내 매출액이 전월 대비 40% 급감했다고 발표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5000원 미만 금액대의 결제액은 55% 넘게 줄었다. 정부가 알리와 테무의 인기 상품들에서 기준치를 최대 700배 초과하는 카드뮴·납 등 발암물질을 검출한 데 따른 소비자들의 합리적 선택이다.
이번에 정부가 ‘해외 직구 계엄령’으로 홍역을 치렀지만, 다른 나라들도 C커머스 쓰나미에 시달리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의 과잉생산은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며 “어떠한 옵션도 테이블에서 빼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미 의회에는 800달러 이하의 무관세 대상에서 C커머스를 제외하는 법안이 상정돼 있다. 유럽연합(EU)도 C커머스의 가짜 의약품·건강보조식품 판매와 미성년자 음란물 접근을 조사 중이고, 위반 시에 연간 전 세계 매출의 6%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지난해 6조7000억 원에 달한 해외 직구는 이미 대세다. 가성비 높은 제품을 찾는 것은 소비자 본능이다. 같은 제품이 C커머스에서 70∼80% 싸게 팔리는 것은 ‘박스 갈이’로 국내 소비자에게 5배 비싸게 되팔았다는 의미다.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제품도 적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쇄국정책은 소비자 반발만 키운다. 국내 업계 보호를 내세워 소비자 후생을 희생시키는 것도 개발시대 논리다.
정부 대응은 국내 유통망 혁신과 국내 업체들의 역차별 해소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 허용과 의무 휴무일 폐지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사업자에는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해 소비자 보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소비자들의 집단지성과 합리적 선택을 믿어야 한다. 지난달 C커머스 매출이 급감한 데서 보듯 정부의 신속·정확한 정보 제공이 관건이다.
문화일보 사설
05.21 정부가 발목 잡은 의사과학자 양성, 재추진 필요하다

▲2023년 7월 한국과학기자협회가 개최한 '2023년 과학기자대회'에서 의사과학자를 주제로 언론과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뉴스1
국회입법조사처가 의대 정원의 일정 비율을 의사과학자 트랙으로 지정해 별도의 선발·교육 체계로 육성해야 한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냈다. 의사과학자는 의사 면허를 갖되 환자 진료가 아니라 새로운 의료 기술, 신약, 첨단 의료 장비를 연구 개발하는 사람이다. 의과학 분야와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글로벌 제약 시장만 해도 2022년 1조4820억달러로 연평균 5% 성장하고 있다.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스위스 등 선진국들은 1970년대부터 의사과학자를 체계적으로 양성해 왔다. 하버드대 병원 의사 3000명 중 3분의 1이 의사과학자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절반이 의사과학자다. 세계 상위 제약회사 10곳의 최고기술책임자 중 70%가 의사과학자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의사과학자 양성·활동은 유명무실하다. 의대 졸업생은 연간 3800명 정도지만, 이 중 의사과학자 길로 가는 사람은 1% 미만이다. 그나마 제대로 운영되지도 않는다. 서울대 의대는 대학원에 의과학과를 두고 있지만 신입생 중 의사면허를 가진 사람은 1년에 5명 정도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최상위 수험생들이 의대로 진학한 지 20년이 돼 간다. 이 인력의 일부가 국가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의사과학자 양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서울대가 지난 3월 초 의사과학자를 양성할 ‘의과학과’를 의대 학부에 신설하겠다며 정원 50명을 신청했지만 정부가 돌연 이를 불허했다. 왜 그랬는지 설명도 하지 않는다. 서울 소재 의대 증원을 ‘0′명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는 납득 못 할 뒷얘기만 있다. 의대 증원 문제와 의과학과가 무슨 상관인가. 엉뚱한 일로 정부가 의과학 발전의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나. 서울대는 물론 카이스트, 포스텍 등 좋은 과학 공학 인프라를 가진 대학들도 자유롭게 의과학을 연구하고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서울대 의과학과 신설부터 승인해 물꼬를 트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05-21 의대생 휴학과 中 문혁세대 반면교사
김주성 前 한국교원대 총장
휴학 의대생 유급 현실화 조짐
내년 1학년 수업엔 2.5배 북적
수련의도 유사 상황 직면할 것
분노에만 휩싸이면 미래 암담
중국 下放운동 폐해 아직 심각
복귀가 ‘세계 최고’ 지키는 길
의과대학의 정원 증원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가 계속 대치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돼 3개월이나 지났는데도 전혀 개선의 기미가 안 보인다.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항고심을 기각했어도 의료계는 끄떡도 않는다. 이제 5월 말이면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이 행정적으로 확정될 텐데, 국민의 입장에서 답답하기 그지없다.
만일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이 학교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내년도 의대 1학년 교실에는 지금의 2배 반이나 되는 학생이 북적댈 것이다. 기존의 의대 정원이 3058명인데, 정부에서 1509명을 증원하면 내년 의대 입학 정원은 4567명이 된다. 지금 의대의 교육 과정에서 이들을 소화하기도 벅차다. 그런데 올해 휴학한 유급생이 다 들어온다면, 내년의 의대 1학년 수업에는 7625명이 들어찰 것이다. 휴직계를 낸 전공의가 의료 현장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인턴·레지던트의 수련의 과정도 거의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의대생과 수련의의 교육 과정이 붕괴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강 대 강’의 의정 갈등을 지켜보면, 마치 거대한 기관차가 마주 보고 폭주하는 것 같다. 파국을 막으려면, 어떻든 의대생과 전공의가 학교 교실과 의료 현장에 돌아가야 한다. 이들은 의료의 미래 주인공들이다. 의료의 미래 세대가 공부하지 않는다면, 국가 의료의 미래가 어떻게 되겠는가? 이들의 분노를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분노에만 휩싸이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에 깃든 의료인의 본분도 잊게 되고,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할 의료계의 막중한 임무도 남의 일이 된다. 젊을수록 분노를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차분하게 공부를 하면서 준비해야 자신과 의료계와 국가의 미래가 있다.
공부를 제쳐 놓고 분노만 터뜨린 중국의 문화혁명 세대를 보라. 그들은 미래를 준비할 틈이 없었다. 현대 중국을 부흥시킨 리더십은 문화혁명 세대에서 나오지 않았다. 문화혁명으로 탄압받고 소외됐던 리더들이 중국을 현대화했다. 그들은 젊은 시절에 세상을 넓게 보고 열심히 공부했던 사람들이다. 개혁·개방의 리더십이 사라지자, 문화혁명 세대가 리더십을 잡게 됐다. 젊은 시절에 하방운동(下放運動)을 한다며 공부를 접고 시골로 내려갔던 그들의 복고적이고 폐쇄적인 리더십 때문에, 최근 중국의 운명은 험난한 파도에 휩쓸리고 말았다.
의료 분쟁이 지루하게 늘어지자, 국민이 피로감에 젖어들고 있다. 국민에게는 지금 대통령이나 의료계나 똑같아 보인다. 처음에는 의료개혁을 서두르던 대통령이 잘하는 듯싶었는데, 소중한 미래 세대인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줄기차게 반발하자 국민도 눈살을 찌푸리게 됐다. 대통령의 리더십도 크게 타격을 입었다. 4·10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상당 부분 잃었다. 이제 국민의 눈길이 의료계로 옮겨 가고 있다. 의료의 현실과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의료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온 의료계는 자신들이 갑자기 개혁의 대상으로 내몰린 상황을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세계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아 왔다. 미국의 의료 체계에서는 큰 부자든지 아니면 아주 가난해야 맘 놓고 병원에 갈 수 있다. 부자는 큰돈으로 의료 서비스를 살 수 있고, 가난하면 저렴하게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비가 너무 비싸서 중산층은 허덕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유럽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면, 수개월씩 기다려야 한다. 성미가 급한 우리에게는 분통 터질 일이다. 그런데 우리의 의료 서비스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질 높을뿐더러 중산층에도 안성맞춤이다.
업적과 자부심이 큰 만큼, 의료계는 개혁 과정에서 소외를 자초해서는 안 된다. 속히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 현 상황에서 정부에 내걸 조건은 단 한 가지, ‘의료개혁의 동반자답게 대우해 달라’는 것. 낭만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알렉산더 대왕의 마지막 전쟁 상대였던 인도의 포루스 왕이 종전 테이블에서 요구했던 것처럼 말이다. 알렉산더가 어떤 대우를 원하느냐고 묻자, 그는 짧게 ‘왕답게’라고 대답했다. 이에 감동한 알렉산더는 그를 지사로 임명하고 왕국을 돌려줬으며, 인근의 땅도 정복해 보태줬다.

문화일보
05.22 저출생 대책, 현금 1억원 무조건 주기 전에
권익위 ‘1억 지원’ 설문 조사… 국민 60% 넘게 지지, 동의
하지만 정말 과학적 근거 있나, 지역·계층 상관없이 무조건 주나
선진국엔 ‘거액 일시 지원’ 없어… 특단 조치 실패하면 악순환 우려
개별 기업 애국심은 환영하지만 ‘부영 모델’이 국가 正道는 아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 2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빌딩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연년생 가족에게 출산장려금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이후 태어난 70명의 직원 자녀 1인당 현금 1억원을 지원하는 출산장려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얼마 전 주요 신문 헤드라인에서 ‘신생아 특공’이라는 말을 접하고 처음에는 감을 잡지 못했다. 신생아가 특공(特功) 혹은 특공(特攻)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궁금해하다가 기사를 읽으며 그 특공은 특공(特供), 곧 특별공급의 준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용인즉슨 2년 내 임신·출산한 가구에 대한 아파트 우선 공급 정책이 30~40대 여성들의 ‘아이 낳을 결심’을 높였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아파트 청약제도 변경의 사회적 효과에 관한 뉴스였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아파트 특별공급이나 신생아 특별공급이나, 그 말이 그 말일 것이다.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과감해지고 있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자녀 1인당 현금 1억원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른바 ‘부영그룹 방식’을 국가적 차원에서 검토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보고까지 거쳤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조사 참가자의 63%가 부영 모델의 출산 장려 효과에 동의했다. 재원이 난제이나 국가 미래를 위해 그 정도는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도 64%였다. 정부는 참고 자료일 뿐이라는 입장이나 이에 대한 세간의 호응도 높은 편이다.
국가 위기 담론 앞에서 정부와 국민이 절박한 심정을 공유하는 것 자체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정부가 돈으로 국민을 사는 시대의 서막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냉철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우선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1억원의 산출 근거가 과학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막연히 특정 기업의 사례에 따랐다면 정부다운 자세가 아니다. 1억원의 가치가 지역이나 계층에 따라 크게 다르다는 점에 눈을 감는 까닭도 설명이 필요하다. 과거 코로나 긴급 재난 지원금의 경우처럼 국가의 일괄적 출산·양육 지원금을 거부하는 국민 또한 배려해야 한다.
1억 현금 직접 지원 방식의 시행 기한도 사전에 정하는 게 원칙이다. 최소 합계출산율 2.1명이 회복할 때까지인지, 아니면 그 이전 혹은 이후 언제까지인지를 미리 상정해야 한다. 출산·양육 지원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를 관리하는 문제 역시 만만치 않다. 받은 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에, 훗날 자녀가 자신 때문에 받은 1억원의 용처를 부모에게 따지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 정부 지원의 혜택을 받은 자녀가 기대수명을 못 채우거나 이민을 가버리면 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출산·양육 거액 일시 지원 제도가 현실화할 경우 넘어야 할 산은 이뿐만 아니다. 선진국들이 이런 방법을 몰라서 안 쓰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4월 말 정부 일각에서도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OECD 국가 비교 분석에 따르면 현금성 지원이 들어가는 가족 지출과 출생률 간에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기재부 중장기전략위원회, ‘인구위기 극복을 위한 중장기 정책과제’). 여기서 결론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다른 차원의 접근’이었다.
인구 문제에 대응하는 기존의 정책적 상상력은 재정 만능주의와 부처 신설 혹은 승격 정도다. 인기 영합형 정치인과 노회한 공무원 및 관변 학자들이 의사 결정을 주도한 결과다. 부영 모델 여론조사나 저출생대응기획부 설치 계획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 그런데 만약 이 정도 특단의 조처마저 실패하면 어떻게 할까. 아마 보다 강력한 특단적 조처의 유혹에 빠질 것이다. 워낙 후진을 싫어하는 게 정부 개입의 속성이라, 국가 존립을 명분으로 언젠가는 강제 혼인과 의무 출산에다가 지역별 인구 할당까지 제안할지 모른다.
무릇 인간은 국가 불멸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대신 각자가 고귀한 자기 목적적 주체다. 아니면 생존 조건에 따라 번식률을 부단히 조절하는 자연 속 생물학적 존재다. 채찍이든 당근이든 인위적인 외부 자극은 출산 동기로서 한계가 있게 마련인 것이다. 온전히 출산율 저하에 의한 국가 소멸 사례는 역사상 아직 없다. 불행히 우리가 세계 최초가 될지는 모르나 비관 일색은 아니다. 여성가족부의 ‘2023년 가족실태 조사’에 따르면 20~30대의 자녀 계획 의향이 이전보다 증가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내년에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통계청 전망도 있다.
인구 위기 상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과 사회 복지 시스템의 선진화와 같은 정공법의 분발로도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 부영 같은 기업이 직원에게 출산지원금을 파격적으로 주는 것은 애국심 차원에서 물론 반갑다. 하지만 국가의 책무는 ‘부영 따라 하기’가 아니라 그런 기업이 크게 늘도록 경제와 사회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어야 한다.
조선일보 전상인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
05-22 환자와 법 위에 있는 의사들
권도경 사회부 차장
이달 초 지인의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혈액암에 폐렴까지 겹쳐 빅5 병원 중환자실에 있던 환자였다. 합병증이 낫자 의사는 손이 부족하다면서 퇴원하길 압박했다. 애타게 매달리던 지인에게 의사가 건넨 한마디는 “환경을 바꿔보라”였다. 병원을 옮기자 어머니 상태는 1주일 만에 악화됐다. 이달 중순 빅5 병원에 가까스로 다시 입원한 어머니는 이틀 전 딸 곁을 영원히 떠났다. 지인은 “의사가 최선을 다해 치료했는데도 결과가 안 좋았다면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매몰찬 의사의 말이 사는 내내 잊히지 않을 것 같다”고 울먹였다. 딸에겐 짙은 회한만 남았다.
사흘 전에는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이 세상을 등졌다. 아픈 몸을 이끌고 “환자를 떠난 의사는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이다. 그의 마지막 호소는 “삶의 막바지에서 환자는 지금도 간절하게 치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였다.
평생과 맞먹을 ‘오늘’을 보내고 있을 암환자들이 스러져가고 있다. 이들 죽음이 의사 집단행동과 직접적 연관이 많다고 단정할 수 없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누군가는 치료 기회가 없어 목숨을 잃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한 개두술 명의는 예약환자가 1900명이란 걸 듣고도 이달 초 사직서를 냈다. 그는 뇌출혈, 뇌경색, 뇌동맥류 환자를 수술하는 신경외과 의사다. 그에게는 두 가지 예약 리스트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외래환자용이고 다른 하나는 응급환자용이다. 뇌혈관질환은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그는 자신이 당장 집도하지 않는다면 난민처럼 떠돌다가 숨지거나 장애가 생기는 응급환자들이 있다는 실상을 알고 있다. 현재 그는 병원에 출근해도 진료를 하진 않는다. 환자를 단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의지가 없단 얘기다.
의사들은 의대 증원 과정에서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환자의 상처는 더 깊다. 의사들은 석 달간 파업이 중증환자의 기대여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잘 안다. 숱한 성명서에 환자들에게 미안하단 말은 없었다. 자성하는 모습도 없다. 환자들은 분노조차 못 하고 있다. 을(乙) 중의 을이어서다. 전공의들은 생계난을 호소하고 있다. 스스로 불러온 생활고다. 환자들은 생사의 경계에 서 있다.
환자들 비명은 묻혀도 의사들 주장은 언론 지상을 뒤덮고 있다. 음모론까지 나와 논란이다. 지난주 서울고법은 의대 증원을 집행정지할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입법부에 이어 사법부도 행정부의 정책 결정을 존중했다는 의미다. 의사단체 소송대리인은 이를 유신헌법을 인정한 판결에 빗댔다. 막무가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재판부 회유 의혹을 연일 제기했다. 의대 증원의 과학적 증거를 내놓으라고 외치던 임 회장이 패소 직후 음모론을 꺼낸 것이다. 기댈 구석이 음모론밖에 없다면 완패한 거다.
무너진 건 법리가 아니라 의사 윤리다. 상례도 무너졌다. 환자를 인질로 삼는 투쟁은 관용의 대상이 아니다. 선택지가 돼서도 안 된다. 넉 달째 병원 이용이 불편해도 의료개혁을 바라는 국민 지지는 꺾이지 않았다. 법원은 국민의 손을 들어줬다. 이젠 의사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와야 할 때다. 시간도, 국민도 의사들 편이 아니다.

문화일보
05.23 의료 공백 석달째… 전공의 없는 병원이 ‘뉴 노멀’ 됐다
정부, 의료 현장 대응 어떻게
전국 100개 주요 병원에서 지난 2월 20일을 전후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 가운데 지난 21일까지 복귀한 전공의는 600명대 후반이다. 전체 전공의(1만3000명)의 5%만 복귀한 셈이다. 이날까지 국내 5대 대형 병원인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의 전공의 복귀 숫자도 10명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이제 전공의는 당분간 복귀하지 않는다고 보고 정부가 의료 현장 대책을 짜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전공의 집단 이탈로 ‘전공의 없는 병원’이 국내 대형 병원의 ‘뉴 노멀(new normal·새 표준)’로 자리 잡게 됐다는 뜻이다.
현재 중환자 치료를 가장 많이 하는 빅5 병원의 수술·입원은 전공의 이탈 전의 50~6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응급실과 수술실·입원실을 24시간 지키던 전공의들이 떠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빅5는 전공의 이탈 전엔 각각 하루 200~250건의 수술을 했는데, 이탈 후엔 100건 초반으로 반 토막이 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특히 빅5를 포함한 전국 47곳 상급종합병원(대형 병원)을 중환자·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개편해 전공의 공백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비상 진료 체계를 가동 중이다. 2차 병원(중형 병원)을 거친 환자만 대형 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조치다. 대형 병원이 응급·중증 환자 치료를 전담할 수 있게 경증 환자의 진입 장벽을 높인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 조치 후 대형 병원에 몰리는 경증 환자가 20~30% 정도 줄었다”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정부는 또 대형 병원의 전문의 비율을 높여 앞으로 ‘수습 의사’인 전공의가 이탈해도 병원 가동에 문제가 없게끔 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빅5 근무 의사 중 전공의 비율은 40% 정도다. 미국과 일본(10%)의 4배 수준이다.
문제는 돈과 시간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병원급 근무 전문의의 연봉 평균은 약 3억3000만원이다. 전공의 중 레지던트는 7280만원, 인턴은 6882만원으로 최대 5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게다가 피부 미용, 노인성 질환 등과 관련된 개인 의원을 차린 개원의는 병원의 전문의(봉직의)보다 한 해 1억원 이상의 소득을 더 올린다고 한다. 대형 병원이 개원의보다 근무 시간은 많고 소득은 적은 전문의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또 구한다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건강보험 재정 외에도 국가 예산 등을 대거 투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의료계 인사들은 “이탈한 전공의 30% 정도가 복귀한다면 대형 병원이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가는 시간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간호사들,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하라” -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사들이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이탈이 3개월을 맞으면서 ‘전공의 없는 병원’에 대한 현장 대책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시스
정부는 중형 병원과 전문 병원에 대한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도 올릴 방침이다. 대형 병원이 수용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이곳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국 주요 병원 200여 곳 중 전공의 비율이 높은 곳은 50곳 정도”라며 “전공의 비율이 낮은 150곳 병원이 향후 중환자 수술·입원을 많이 하도록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대형 병원 진료가 막히면서 요즘 중형 병원은 환자 수가 평시보다 10~15% 증가했다.
심·뇌혈관, 산부인과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 진료를 하는 전문 병원의 수가도 올릴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총리는 최근 각각 수도권의 심장 전문 병원과 뇌혈관 전문 병원을 방문해 “대형 병원 수준으로 수가를 올리겠다”고 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전국 109개 전문 병원 중 40% 정도는 관절 등 근골격계 전문이어서 대형 병원의 중환자 치료 기능을 대신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공의·전문의·전임의
의대를 졸업하고 국가고시를 통해 의사 면허를 받은 사람을 ‘일반의’라고 한다. ‘전공의’는 의대 졸업 후 전문의 자격을 따기 위해 종합병원 등에서 수련하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말한다. 레지던트를 거친 뒤 특정 분과에서 자격을 인정받으면 ‘전문의’가 된다. 이후 대형 병원에서 1~2년 세부 전공을 공부하며 진료하는 의사를 ‘전임의’(펠로)라고 한다.
05.23 친정에 칼 꽂은 삼성 前특허수장…"혐오스럽다" 美법원도 철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사기가 펄럭이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의 ‘특허 수장’이 친정을 상대로 미국에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삼성 측이 압승을 거뒀다. 재판부는 이번 소송에 대해 이례적으로 ‘법치주의에 반하는 혐오스러운 행위’라 명시하며,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특허 소송 관행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은 지난 9일 미국 특허 관리 기업인 ‘시너지IP’와 특허권자인 ‘스테이턴 테키야 LLC(이하 테키야)’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퇴직 후 돌변한 삼성 ‘특허 사령관’

▲안승호 전 삼성전자 부사장. 연합뉴스
시너지IP는 삼성전자에서 특허 업무를 총괄했던 안승호 전 부사장이 설립한 회사다. 안 전 부사장은 엔지니어 출신 미국 변호사로 삼성전자 내부에서 특허통으로 유명했다. 2010년부터 본사 IP(지식재산)센터장을 지내며 애플과의 특허소송 등 굵직한 업무를 이끄는 등 삼성의 ‘특허 사령관’으로 불렸다.
그랬던 안 전 부사장은 2019년 7월 삼성전자에서 퇴직한 이후 시너지IP를 설립하며 돌변했다. 2021년 삼성을 향해 돌연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 테키야라는 음향기기 업체가 보유한 오디오 녹음장치 등 특허 10여 건을 삼성이 도용해 무선 이어폰인 갤럭시 버즈 등에 무단으로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이듬해 2월 안 전 사장의 회사와 테키야 등이 삼성의 영업비밀을 도용했다며 같은 법원에 맞소송을 냈다.
미 법원은 2년 반 이상의 심리 끝에 삼성 측 손을 들어줬다. 안 전 부사장 등이 불법적으로 삼성의 기밀 자료를 도용해 특허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봤다. 특허침해 여부를 따져볼 필요도 없이 애초에 소송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이번 판결문에는 같은 내용으로 다시 소송을 제기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항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안 전 부사장은 재직 시절 함께 일했던 삼성의 특허담당 직원과 공모해 소송 전후 시기에 삼성전자 IP센터의 특허 기밀 자료를 빼돌린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안 전 부사장이 삼성 내부 기밀을 활용해 소송에 나선 것은 변호사로서 삼성에 대한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삼성전자 재직 당시 회사의 지원으로 미국 로스쿨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그가 (내부 자료를 이용해) 삼성에 소송을 건 행위가 법치주의에 반하는 부정직하고 기만적이며 혐오스러운 행동”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국계 IP회사와 손 잡고 소송

▲삼성 갤럭시 버즈 프로. 사진 삼성전자
재판 과정에서 안 전 부사장이 삼성의 현황 보고 자료를 중국계 퍼플바인IP와 특허소송 로펌 등에 공유하고, 이를 적극 활용해 소를 제기한 사실도 드러났다. 퍼플바인IP는 이 소송 자금을 대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미 법원은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안 전 부사장의 부정한 행위가 미국 캘리포니아·뉴욕 주 변호사협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도록 판결문을 전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이후 남아있는 관련 특허 소송에서도 부당함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계에서는 국내 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 소송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삼성의 특허수장을 지냈던 고위 임원이 앞장서서 기밀 정보를 빼돌리고, 거액의 특허 소송을 제기한 행태에 미국 법원이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한다.
실제 삼성전자는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기업(NPE·Non Practicing Entity)의 최대 표적으로 꼽힌다. 최근 5년 동안 삼성전자를 상대로 300건 가까운 특허소송이 제기됐다. 일주일에 1건 꼴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 동안 우리 기업들이 특허 소송에 취약해 억울하게 해외에서 거액의 합의금을 내주는 일이 많았다”면서 “기술유출 만큼이나 지적재산권(IP) 관리와 방어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05-23 ‘영구퇴출’ KBS청원 빗발치는데… 김호중, 내일 영장심사 연기 요청

▲일단 오늘은 강행… 구속 기로에 놓인 가수 김호중이 ‘슈퍼 클래식’ 공연을 끝으로 모든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23일 오전 공연 개최 장소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 앞에 티켓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백동
시청자 게시판에 2만여 명 동의
공영방송 퇴출땐 타 채널도 영향
‘공연강행 위한 꼼수연기’ 의심도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33)이 구속 위기에 놓이면서 일각에서는 연예계 ‘영구 퇴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호중 측은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23일 심사 연기 신청을 했지만 KBS 시청자 게시판에는 김호중의 퇴출을 요구하는 청원(사진)이 빗발쳐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에 공연 강행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KBS 시청자센터 내 청원 게시판에는 김호중의 출연 금지 및 영구적인 퇴출을 요구하는 청원이 쇄도하고 있다. 23일 오전 8시 기준, KBS가 공식 답변해야 하는 ‘30일 동안 1000명 동의’ 조건을 충족한 청원만 10개가 넘고, 동의 의사를 밝힌 시청자는 2만 명에 육박한다. 공영방송인 KBS가 김호중의 ‘방송 출연 금지’를 공식화하면 타 채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호중이 23·24일 출연할 뜻을 밝힌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 김호중&프리마돈나’(슈퍼 클래식) 공연도 변수가 많다. 24일로 예정됐던 김호중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연기 신청하는 등 김호중은 심사 당일 열리는 공연을 강행하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만약 공연이 무산되면 주최 측이 김호중에게 이에 따른 위약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호중을 응원하던 ‘방탄 팬덤’도 흔들리고 있다.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공식 팬카페 트바로티를 비공개 전환했다. 팬카페 측은 “게시글을 작성하지 말아달라”고 공지했고, 비회원은 접근조차 되지 않는다. 사건 발생 초기 15만1000명대였던 회원 수는 23일 14만9000명대로 줄었다. 김호중 측은 “‘슈퍼 클래식’을 끝으로 모든 활동을 중단, 자숙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호중은 지난 21일 경찰에 출석해 “식당에서 소주·맥주를 섞은 폭탄주 1∼2잔을 마시고, 유흥주점에서는 소주 3∼4잔을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경찰은 최대 수 병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김호중이 음주량을 축소해 진술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다만 운전 당시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파악되지 않아 음주운전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문화일보 안진용·조율 기자
05.23 "김호중, 깡패라 으스대며 무차별 폭행"…학폭 의혹 터졌다

▲김호중 학폭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미디어'. 사진 유튜브 캡처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 갈림길에 선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이 과거 학교 폭력(학폭) 가해자였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유튜버 카라큘라는 지난 2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고교 시절 김호중에게 학폭을 당했다는 피해자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김호중의 경북예고 1년 후배였다는 A씨는 "김호중이 2학년이고 내가 1학년이었을 당시 하교하고 있는데 (김호중이) 멀리서 '야' 하고 부르길래 돌아보고 인사를 했다"며 "오라고 해서 갔더니 '왜 인사를 안 하냐' 그래서 '인사했는데요'라고 답하자 '인사했는데요?'라고 되물으며 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호중이 30분 이상 일방적으로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며 "평소에도 자기가 깡패라면서 으스대고 다녔다. 제 친구들 중에도 김호중에게 안 맞은 애가 없었다. 담배 심부름도 많이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호중이 경북예고에 있다가 김천예고로 갔는데 거기서도 학폭 문제가 있었던 거로 안다"면서 "김호중이 뜨게 된 계기가 SBS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이었는데 당시 방송에서 할머니 얘기를 하면서 울었던 게 다 거짓말이다. PD·작가랑 짠 건지 모르겠는데 다 만들어진 스토리"라고 했다.
A씨는 "이렇게 과거가 많은 사람이 버젓이 TV에 나와서 활동하는 게 정상적인가"라며 "(김호중이) 진심으로 사과했으면 좋겠다. 어차피 진심 아닌 건 안다. 그래도 흉내라도 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호중 과거 절친 "깡패라는 건 거짓말"
카라큘라는 경북예고 재학 당시 김호중과 절친한 친구였다는 B씨와도 인터뷰했다. B씨는 "예고 특성상 선후배 서열이 심해서 인사를 안 하면 학년 전체가 집합해 폭행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우리는 선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우리 대에서 끊자는 생각이 있어서 후배들에게 잘해줬는데 김호중 혼자만 그랬다(괴롭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호중이 노래를 잘하고 실력이 좋으니 학교 입장에선 이름을 알리는 졸업생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갱생시키자는 취지로 (학폭 사실을) 알면서도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호중의 '깡패 생활' 의혹에 대해선 "그건 아니다. 김호중이 '자신은 싸움을 잘한다, 아는 조폭이 있다'는 거짓말을 많이 했다. 정작 싸울 일이 있으면 도망가는 스타일이었다"며 "깡패 생활 때문에 강제전학을 당했다는 말도 있던데 사실이 아니다. 당시 학폭과 학교생활 불성실 등으로 벌점과 징계를 몇 번 당해 전학을 간 것"이라고 했다.
B씨는 그동안 미디어에서 다뤄진 김호중의 과거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김호중 인생을 담았다는 영화 '파파로티'도) 거짓말로 캐릭터를 만든 것이다. '스타킹' 나와서 인터뷰하고 눈물 흘린 것도 다 거짓말"이라며 "제일 친한 친구였다고 하면서도 이런 얘기를 하는 건 팩트는 알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카라큘라는 "경상도 지역 조직폭력배를 관리하는 수사기관 종사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김호중의 조폭 활동 이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다만 혈세로 경북 김천시에 조성된 '김호중 소리길' 관련해선 "제가 만난 폭행 피해자는 이를 보면서 국가가 본인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처럼 느꼈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05.24 스타의 ‘사법방해 종합세트’ 오만에 경종 울려야
음주·뺑소니 혐의 가수 김호중, 오늘 영장심사
증거인멸 시도와 거짓말, 엄중한 처벌 받아야
음주운전·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가 오늘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을 받는다. 경찰은 지난 22일 김씨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른 위험운전치상과 도주치상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이번 사건 직후 소속사 관계자들과 공모해 증거를 인멸하고 경찰 수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근 수년간 트로트 열풍을 타고 스타의 길을 걷던 유명 가수의 몰락을 보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점은 한둘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놓고 ‘사법방해의 종합 선물세트’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연예인도 사람인 이상 잘못된 판단으로 음주운전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잘못을 저질렀다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법 절차에 따른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김씨는 사고 직후 별다른 조치도 없이 그대로 달아나버렸다. 김씨의 매니저는 김씨의 옷을 입고 경찰에 허위 자수하기도 했다. 김씨 소속사의 다른 관계자는 핵심 증거인 차량용 블랙박스 메모리칩을 삼켰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각각 공무집행방해와 증거인멸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다.
이후에도 김씨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았다”며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사고 발생 17시간이 지나서 술이 깬 다음에 경찰서로 가서 음주측정에 응했다. 사고 직후에는 편의점에서 술을 사기도 했다. 사고 전이 아니라 사고 후에 술을 마셨다고 주장하려는 의도를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씨는 지난 주말 공연장에 온 팬들에게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란 말까지 했다. 그러다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변검사에서 알코올 부산물이 검출되자 김씨는 뒤늦게 말을 바꿔 결국 음주 사실을 시인했다.
연예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상당 기간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갖는 게 그동안의 연예계 관행이었다. 물심양면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은 연예인으로선 팬들에게 예의를 지키는 게 당연한 의무다. 그런데 김씨는 자신을 싸고 도는 팬들의 응원을 믿고 공연을 강행했다. 심지어 오늘 저녁으로 예정된 공연을 강행하기 위해 영장실질심사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번 사건은 조직적·계획적인 증거인멸과 범인 도피의 사법방해 행위로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인멸의 우려도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늘 김씨에 대한 영장 발부 여부와 별개로 경찰은 철저한 수사로 모든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특히 사법방해 행위에 대해선 반드시 죗값을 치르도록 해야 한다. 음주 사고 직후에 추가로 술을 마셔 음주측정을 어렵게 하는 ‘꼼수’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대중의 스타든, 누구든 법을 어기면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길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05-24 의대증원 못박았다… 대입전형 확정돼 ‘백지화’불가
■ 대교협, 내년 4567명 승인
27년 만에 의대 정원 늘어나
대학 31일까지 수시요강 발표
32개 의대중 8곳 학칙개정못해
정부 “개정못해도 증원선발가능”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승인을 거쳐 27년 만에 의대 증원이 확정되면 의료계가 주장하는 ‘증원 백지화’는 불가능해진다. 이날까지 일부 국립대가 의대 증원을 반영한 학칙 개정을 완료하지 못한 데 대해 교육부는 “이달 말까지는 학칙이 개정돼야 하며, 6월부터 대학에 시정명령이나 학생 모집 정지 등 본격적인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힌 상태다.
24일 대교협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콘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리는 제2차 대입전형위원회 심의에서는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 중 의대 정원 증원 관련된 내용만 안건으로 상정된다. 대교협은 “의대 정원 규모는 정부 발표와 대학별 결정을 통해 이미 확정된 만큼 심의를 통해 달라지는 사안이 아니며, 이번 심의는 늘어난 의대 정원을 어떻게 선발할지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도 의대 신입생 규모는 각 대학이 제출한 인원을 취합한 4567명 그대로 확정되게 된다. 이는 올해 신입생 모집 정원인 3058명보다 1509명 늘어난 것이다. 각 대학은 정부의 2000명 증원분 내에서 자율적으로 내년도 모집 인원을 결정해 대교협에 제출했다.

이날 심의 대상에 오르는 각 대학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안에는 각 대학이 늘어난 의대 모집 정원을 어떻게 선발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 수시와 정시 비율 등이다. 대교협은 이를 정리해 30일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대교협이 시행계획을 승인해 다음 주초 대학에 통보하면 대학은 31일까지 수시 모집 요강을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이를 공개하게 된다. 이 같은 절차를 밟으면 내년도 의대 증원 절차는 마무리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다만 시행계획 확정에도 불구하고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32개 의대 중 10개 대학은 여전히 학칙 개정을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경북대·경상국립대·전북대·제주대 등 국립대는 학내 심의 기구에서 학칙 개정안을 부결시키면서 절차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북대는 전날 교수회에서 평의회를 소집해 학칙 개정안을 재심의했지만 또다시 부결되기도 했다.
교육부는 학칙 개정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도 각 대학이 늘어난 인원에 맞춰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행계획이 나온 후에는 학칙 개정이 관계 법령에 따라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의무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6월부터는 시정명령이나 모집 정지 등 본격적인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학 총장들은 대학별 모집 요강이 발표되는 31일까지 학칙 개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서둘러 재심의 일정을 잡고 있다. 지난 22일 대학평의원회에서 학칙 개정안이 부결된 경상국립대의 권순기 총장은 “오늘 중 평의원회에 의대 증원 학칙 개정 재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다음 주중 재심의를 마쳐 31일까지는 모집 요강 발표를 위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22일 학칙 개정안이 교수평의회에서 부결된 전북대 양오봉 총장도 “오늘 학칙 개정 재심의를 위한 교무회의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대도 29일 교수평의회를 열어 재심의를 거친다는 계획이다.
문화일보 인지현·김선영 기자
05-24 교육부 “의대 증원 돌이킬 수 없어…학칙 부결 대학, 빨리 통과시켜야”
“의대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이 학내에서 부결된 대학의 경우 조건부 승인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정도의 논의가 있었다. 다른 이슈는 없었고 참석자 전원이 동의해 40분 만에 승인 결정을 내렸다.”
24일 오후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제2차 대학입학전형위원회 참석자는 회의 분위기를 이 같이 전했다. 이날 위원회가 각 대학이 제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원안대로 승인하면서 의대 39곳의 내년도 모집인원이 확정됐다. 의학전문대학원이어서 대교협 심의 대상이 아닌 차의과대가 20일 40명 증원을 확정한 것을 포함하면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올해보다 1509명 늘어난 총 4567명이 된다.
●“학칙 부결 대학, 조속히 통과시켜야” 권고

▲24일 서울의 한 대학 의과대학의 모습. 2024.5.24, 뉴스1
이날 열린 대입전형위원회는 각 대학의 전형을 심의하는 곳으로 대학총장, 시도교육감, 고교 교장, 학부모 대표, 법률 전문가 등 총 24명으로 구성돼 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이날 심의에 참여해 찬성 방침을 밝혔다.
심의에서 유일하게 논란이 됐던 것은 학칙 개정이 부결된 대학들의 대입전형계획을 그대로 승인할지 여부였다고 한다. 고등교육법 32조에서 “대학 학생 정원은 학칙으로 정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일부 참석자는 “학칙 개정이 부결된 대학의 경우 조건부로 승인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의대와 사범대 정원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교육부 장관이 정하고 대학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5월 말까지 학칙 개정이 안 된 대학에는 시정명령을 요구하고 (학생 모집인원 감축 등) 행정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참석자들은 학칙이 부결된 대학에 대해 “국가의료인력이 정상적으로 수급될 수 있도록 학칙 개정 절차를 밟아 협조해 달라”고 권고하는 선에서 논의를 마무리하고 원안을 승인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학칙 개정이 완료되지 않은 곳은 10곳 가량이다. 특히 교수들의 발언권이 센 국립대의 경우 경북대·경상국립대·제주대 등에서 학칙 개정이 부결되거나 보류된 상태다. 다만 22일 교수평의회에서 학칙 개정안이 부결됐던 전북대는 양오봉 총장의 재심의 요구에 따라 24일 교수평의회를 열고 학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대교협 승인으로 증원 절차 마무리
대교협 승인으로 2월 6일 ‘의대 2000명 증원’ 발표 후 이어진 행정절차가 108일 만에 마무리됐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교협 승인을 받지 않고 대학이 마음대로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각 대학은 이날 정해진 대로 내년도 입시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또 수시 모집까지 4개월 밖에 남지 않았고, 이날 승인된 대입전형에 따라 수험생들이 본격적으로 입시 준비에 돌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다시 변경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대교협은 다음 주 초 시행계획 변경 심의 결과를 각 대학에 통보해 변경된 시행계획과 수시 모집요강을 31일까지 각 대학 홈페이지에 올리도록 할 방침이다. 또 30일 교육부와 브리핑을 갖고 정리된 내년도 대입전형 변경사항 세부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대교협이 심의한 시행계획에는내년도 의대 정원을 대학별로 어떻게 선발할지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대학별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 수시와 정시 비율 등이다. 또 의대 증원 외에도 대학별 무전공 선발 비율도 심의를 마쳤다.
●“의료시스템 붕괴 돌이킬 수 없을 것”
의사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입장문을 내고 “의대 증원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시킴에 따라 대한민국 의료시스템 붕괴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됐다”며 “비민주적이고 일방적인 정부의 정책 추진에 경악을 금할 수 없으며,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심사숙고 없이 확정해버린 대교협의 무지성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또 “지금이라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철회하고 의대증원 원점 재논의를 택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이날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며 “전공의와 의대생이 병원과 학교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으로 2000명 증원을 정지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단체는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이 16일 기각·각하된 후 대법원에 재항고한 상태다. 다만 최창민 전국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희가) 일주일을 휴진한다고 해도 정부가 꿈쩍 안 할 게 뻔하다”며 예고했던 ‘일주일 휴진’을 철회했다. 대신 “전공의들의 면허를 정지시키면 상황은 달라진다”며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나 사법처리가 현실화하면 대규모 휴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05-24 안희정 성폭행 손배소 4년만에… 법원 “8347만원 배상하라”

▲안희정(사진) 전 충남지사와 충남도가 성폭행 피해자인 김지은 씨에게 8347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 최욱진)는 24일 김 씨가 제기한 3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8347만 원 중 3000만 원은 안 전 지사가, 나머지는 안 전 지사와 충남도가 공동으로 배상해야 한다. 재판부는 “관련 형사사건과 증거에 의하면 안 전 지사의 강제추행 행위가 인정된다”며 “신체 감정에 의하면 이 사건으로 김 씨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발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충남도는 안 전 지사의 강제추행 등에 직무집행 관련성이 있어 국가배상법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 씨는 성폭행·강제추행으로 입은 피해와 이후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댓글 등으로 2차 피해를 봤다며 위자료와 치료비를 청구하는 소송을 지난 2020년 7월 냈다. 직무 수행 중 일어난 일로 충남도도 피고에 포함시켰다. 안 전 지사 측은 재판 과정에서 합의된 성관계였고 2차 가해는 하지 않았다며 책임이 없다고 반박했다. 성폭행과 2차 가해에 따른 김 씨의 PTSD를 입증하기 위한 신체 감정 결과가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리며 약 4년 만에 1심 판결이 나왔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지사 수행비서였던 김 씨를 성폭행·강제추행한 혐의로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고, 2022년 8월 만기 출소했다.
이현웅 기자 leehw@munhwa.com
05-25 피의자 수행하듯 따라 나선 전직 검찰 2인자의 처신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뺑소니 혐의와 음주 운전 의혹을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 2024.5.21/뉴스1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씨가 24일 영장 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할 때 조남관 변호사가 동행했다. 조 변호사는 2020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직무 정지됐을 때 대검 차장검사로 총장 직무 대행을 했던 사람이다.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했던 사람이 김호중씨를 마치 수행하듯 바로 뒤에서 함께 출석했다. 조 변호사는 며칠 전 김씨가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올 때도 바로 뒤에서 동행했다. 검사장이나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들도 외부 시선을 의식해 잘 하지 않는 일이다. 변호사가 누구든 변호할 수 있지만, 검찰 2인자까지 지낸 사람은 몸가짐이 달라야 한다.
검찰 고위 간부를 지낸 사람은 사건을 가려 수임하고, 갈 곳과 못 갈 곳을 분별하는 등 선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검찰 조직 전체와 관련된 위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사건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호중씨의 범행을 ‘사법 방해 행위’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을 지시한 사건이다. 김씨 측은 사건 발생 이후 계획적 허위 진술, 운전자 바꿔치기, 증거인멸 등 ‘사법 방해 종합 세트’ 같은 일을 벌였다. 일반 변호사가 아니라 전직 검찰총장 직무 대행이라면 한 번쯤 수임을 고민했어야 할 사건이다. 후배 검사들과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나.
전직 검경 고위직들의 처신이 문제가 된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당선인의 남편 이종근 변호사는 대검 형사부장 재직 때 자신이 보고받고 지휘한 금융 사기 사건의 일당 중 한 명을 변호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다단계 사기 수사의 전문성을 내세워 다단계 업체를 변호해 수임료 22억원을 받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남구준 경찰청 초대 국가수사본부장은 퇴임 후 국가수사본부 수사를 받고 있는 대형 입시 업체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가 논란이 일자 사퇴하기도 했다. 돈 앞에서 부끄러움을 잊은 전직 고관들의 모습이 씁쓸하다.
조선일보 사설
05.25 음주 뺑소니, 은폐, 호화 전관 보호막… 김호중 결국 구속
법원 "증거인멸 우려"... 소속사 대표도 구속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24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가 24일 구속됐다. 뺑소니 사고 이후 보름 만이자 김씨가 음주 운전 사실을 인정한 지 닷새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김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연 뒤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와 본부장 전모씨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 미조치, 범인도피방조 혐의 등을 받는 김씨는 이번 사태가 터진 뒤 곧바로 잘못을 시인하는 대신 거짓말, 버티기, 고위 전관(前官) 변호사 선임하기 같은 수법 등으로 대응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과정에서 한국 사회 전반의 병폐가 집약됐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술을 마신 채 운전대를 잡은 뒤 자신의 차량으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들이받고 도주했다. 범행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김씨 측은 “음주는 절대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일 유흥업소 방문 사실이 드러났을 때는 “술잔을 입에만 대고 마시지 않았다” “차(茶)만 마셨다”고 했다. 잇따른 범죄 혐의에도 시간을 끌었고 지난 18~19일 경남 창원 공연을 강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결국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했다.
김씨는 변호인으론 전직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지낸 조남관(59) 변호사를 선임했다. 경찰 안팎에선 전관을 앞세워 “어떻게든 구속을 면해보려는 얄팍한 여론전”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음주운전 뺑소니 혐의 등을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가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조남관 변호사와 함께 나오고 있다. /뉴스1
소속사 관계자들도 범행 은폐에 가담했다. 이 대표는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소속사 매니저에게 경찰에 대리 자수하라고 지시한 혐의(범인도피교사), 전씨는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폐기한 혐의(증거인멸 등)를 받는다.
경찰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지난 22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같은 날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 측은 23·24일 이틀 간 예정된 자신의 콘서트를 소화하기 위해 영장실질심사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기일변경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다. 이에 따라 김씨는 23일엔 무대에 올랐지만, 24일 공연엔 불참했다.
영장실질심사 이후 서울강남경찰서 내 유치장에서 대기하던 김씨는 구속된 채 향후 수사를 받게 됐다. 강남서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해서 구속시키면 유치장에 계속 있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05.27 [단독]부산대 113, 전북대 111...올해 의대 1910명 '지역인재' 선발
비수도권 의대 작년 인원보다 2배가량 늘려 전체 60% 넘어
해당 지역에서 고교 다녀야 자격… 3년 뒤부터는 중학교까지 포함
2025학년도 전국 40개 의대 정원이 1509명 늘어난 4567명으로 확정된 가운데, 비수도권 대학 26곳이 올해 입시에서 정원 3111명 중 최대 1910명(61.4%)을 지역 인재 전형을 통해 선발할 계획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이날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4567명으로 확정하는 대입 전형 시행 계획을 심의해 확정하면서 각 대학이 제출한 지역 인재 전형 선발 계획도 함께 심의했다. 이번에 의대 정원이 많이 늘어난 비수도권 대학 26곳은 올해 입시에서 최대 1910명을 지역 인재 전형으로 뽑겠다는 계획을 냈다고 한다. 비수도권 의대는 총 27곳이지만, 단국대(천안)는 본교가 경기 용인에 있어 지역 인재를 뽑지 않는다.
지역 인재 전형은 해당 지역 고교를 나온 학생만 지원할 수 있는 제도다. 서울 등 다른 지역 수험생과 경쟁하지 않아도 돼 비교적 쉽게 입학이 가능하다. 젊은 인재들의 지역 정주(定住) 비율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정부는 지난 3월 각 대학에 의대 증원분을 배정하면서 비수도권 대학들에게 의대 지역 인재 전형을 통해 학생의 60% 이상을 뽑으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지역 인재 전형 모집 인원은 2024학년도(1071명) 보다 839명 늘어날 예정이다.
올해 고3 수험생들이 치르는 2025학년도 입시에서 비수도권 대학들의 지역 인재 전형의 선발 비율이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교육계에선 “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입시 문턱이 낮아지는 등 입시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 학생들이 의대 입시에서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수도권 대학들은 원래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전에는 2025학년도에 수시 847명, 정시 221명 등 총 1068명을 지역 인재 전형으로 뽑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의대 증원분이 비수도권 대학들에게 집중 배분되면서 지역 인재 전형 모집 인원도 수시 1546명, 정시 364명 등 1910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재수생들이 몰리는 정시 전형보다 재학생들이 주로 원서를 내는 수시 전형 인원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비수도권 지역에 사는 상위권 학생에게는 매우 유리한 입시 카드가 하나 생긴 것”이라며 “지역 의대 입시 커트라인이 얼마나 낮아질지 알 수 없지만, 지역 상위권 학생이라면 일단 의대 한 곳은 지원해보자는 분위기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이철원
지금까지 비수도권 대학들은 지역인재육성법에 따라 의대 입학 정원의 40%(강원·제주는 20%) 이상 지역 출신 학생을 의무적으로 뽑아왔다. 그런데 2025학년도부터 의대 모집 정원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정부는 지역 인재 전형 비율 역시 6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 대학이 올해 입시에서 60% 이상을 지역 인재 전형으로 뽑으면서 지역 인재 전형 선발 인원이 100명 넘는 대학이 6곳이나 될 예정이다. 예컨대, 전북대가 내년도 의대 입학 정원 171명 중 111명(64.9%)을 지역 인재로 선발하기로 했다. 부산대·경상대·전남대·원광대·조선대도 100명 넘게 뽑을 계획이다. 모두 이번 의대 증원으로 서울대 의대(정원 135명)보다 규모가 큰 ‘메가 의대’가 된 곳들이다.

▲그래픽=이철원
입시 업계에서는 자녀를 의대에 쉽게 보내기 위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사하는 이른바 ‘지방 유학’이 늘어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만약 정부 계획대로 2026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이 2000명 늘어 5058명이 되면 지역 인재 모집 인원은 더 늘어나 지방 유학 선호가 커질 수 있다. 각 대학이 지난달 공고한 2026학년도 대입 계획에 따르면, 비수도권 26개 대학 의대(정원 3542명) 지역 인재 선발 모집 인원은 2247명에 달할 예정이다. 수시 전형으로는 1768명, 정시 전형으로는 479명이다.
지역 인재 전형으로 의대에 가려면 올해 초등 6학년 이하 학생이 지방 유학을 떠나야 한다. 현재는 지역 고교만 나와도 지역 인재 전형 지원이 가능하지만, 2028학년도부터는 지방의 중·고교를 6년간 다녀야 지역 인재 전형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부산 등 일부 시도교육청에는 지난 2월 정부가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한 뒤 ‘유학 상담 전화’도 걸려오고 있다.
지역 사회에서는 의대 지역 인재 선발 인원 확대만으로 지역에 정주하는 의료 인력이 늘어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권순기 경상대 총장은 “지방 유학을 와서 졸업 후 어떻게든 인프라가 좋은 서울로 다시 돌아가려는 학생들이 상당수인데 이들을 졸업 후에 붙잡을 수 있는 방안이 딱히 없다”며 “학생들의 지역 정주율을 높이려면 일본처럼 ‘지역 의사제’ 같은 실효성 있는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했다. ‘지역 의사제’는 별도 전형으로 의대생을 뽑아 장학금·교육비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뒤 졸업 후 일정 기간 해당 지역 의료 기관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하는 제도다. 경상대는 최근 2025학년도 입시에서 ‘지역의사전형’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교육부 의견에 따라 무산됐다. 현재 국회에는 혜택을 주고 얼마간 지역 의무 근무를 강제하는 ‘지역의사양성법’ 등이 계류된 상태다.
05-27 의대 지역인재 1910명 선발…지역의료 대책 더 강화해야
2025학년도 전국 의과대학 모집 정원이 1509명 늘어나게 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24일 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안을 심의해 승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비수도권 의과대학의 지역인재 전형 모집 인원이 최대 1910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2024학년도의 1071명에 비해 두 배 가까운 규모다. 지역인재 전형은 해당 지역의 고등학교 출신 학생만 지원하는 제도로, 비수도권 대학들은 지역인재육성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의대 입학 정원의 40% 이상을 지역 출신 학생으로 뽑아왔다. 그런데 2025학년도 의대 증원과 함께 정부가 이 비율을 60% 이상 확대하도록 권고하면서 그 수가 대폭 늘게 됐다.
지역인재 전형 확대가 곧바로 지역의료 확충으로 연결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첫 단추임은 분명하다. 지역의료는 지역 병원 및 필수 의료 의사 부족으로 무너진 지 오래다. 환자들은 응급실 뺑뺑이를 돌고 상급종합병원 환자의 36.3%가 지방 환자들이다. 지역의료 강화가 △의료인력 확충 △의료사고 안전망 △공정한 보상체계 확립과 함께 의료개혁 4대 과제인 이유다.
지역인재 전형 확대가 발표되자 벌써 지방 유학 문의가 늘고 있다. 2026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이 2000명 늘어 5058명이 되면 지역인재 모집 인원은 2247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런 지역인재 선발 확대가 지역의료 인력 증가로 이어지게 하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지역 전형 출신 인재들이 일정 기간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게 하는 ‘지역 의사제’ 같은 실효성 있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정부는 국립대병원 등 지역거점병원의 역량을 수도권 5대 병원 수준으로 높이고 3∼4개 지역 종합병원을 육성해 지역에서 제때 최적의 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혀왔다. 2027년까지 1000명 이상의 교수 증원도 약속했다. 지역의료 강화 대책을 차질없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일이 중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05-28 뒤늦은 전세 사기 피해 지원책, 명분 없어진 野 특별법
국토교통부가 27일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을 내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 사기와 관련된 주택을 경매로 매입해, 피해자에게 무상 10년을 포함해 최장 20년 간 공공임대해 주거 안정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실효성·형평성 등에서 대체로 무난하다. 그러나 만시지탄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8일 국회에서 정부가 피해자의 전세보증금 일부를 먼저 지급하는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식의 전세사기피해자특별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예고했는데, 이를 의식한 뒷북 대책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대책은 현행 LH의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확대한 것이다. 피해자는 살던 집에서 그대로 1차 10년은 무상으로, 추가 10년은 싼 월 임대료(시세의 30∼50%)로 거주할 수 있다. 경매 낙찰가는 통상 감정가의 평균 67% 수준이어서 LH는 시세차익을 낼 수 있어, 차액분을 피해자에게 지원하는 셈이 된다. 국토부는 위반 건축물, 신탁시가 주택 등도 요건을 완화해 LH가 매입할 수 있게 하고, 피해자가 저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금융 지원도 한다.
민주당의 법안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주택도시기금은 무주택자들이 낸 청약자금으로 조성된 것인데, 피해 보증금을 일부라도 선지급하게 해 1조 원 상당의 손실을 떠넘기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다른 사기 범죄와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사적 거래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명분도 실효성도 없는 법안은 당연히 대통령의 재의 요구(거부권) 대상이다. 정부와 여당도 민생이 우선이라면 선도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제22대 국회에서도 대통령 거부권에 대한 의존도만 키울 뿐이다.
문화일보 사설
05-28 김호중 소속사, 갚을 돈 125억인데 현금 16억뿐… 사실상 폐업
■ 김호중 활동중단에 사실상 폐업
막대한 선수금 탓에 사건 은폐
적발된 후에도 공연 강행한 듯
소속가수들 활동 축소도 불가피
경찰, 金 휴대전화 비밀번호 받아
음주운전 혐의 추가 적용 주력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된 김호중(33)이 경찰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그가 속한 회사는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이 회사는 주된 수입원인 김호중의 활동이 중단되면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자 지난 27일 “향후 매니지먼트 사업의 지속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3년 기준 매출 약 187억 원에 수익 34억 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부채에 해당되는 선수금이 125억 원이 넘는다. 단단한 팬덤을 확보한 김호중의 공연 수익을 미리 받아둔 것으로 분석된다. 한 공연업자는 “선수금을 받으면 약속된 활동을 이행해 이를 상계처리해야 한다. 김호중이 사고 후 미조치로 적발된 후에도 공연을 강행한 이유로 보인다”면서 “김호중이 활동을 못 하면 이는 소속사가 갚을 부채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각엔터의 자금은 넉넉하지 않다. 2023년 기준 현금성 자산은 16억 원 수준이다. 2022년 94억 원에서 크게 줄어들었다. 게다가 주요 매출원인 김호중의 활동이 불가능해졌다. 생각엔터는 김호중의 행사 섭외가 들어오면 소속 가수와 묶는 ‘끼워팔기’ 형식으로 회당 1억 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 9월 김호중의 팬덤은 “김호중은 스케줄의 70% 이상을 소속사 아티스트와 함께했다. 이런 ‘묶음 활동’을 철회하라”며 트럭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김호중의 활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소속사 내 다른 가수의 활동 역시 크게 줄어들 위기에 놓였다.
생각엔터는 “소속 아티스트가 원하면 조건 없이 전속 계약을 종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에는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 안성훈과 홍지윤, 스포츠 스타 출신 이동국, 방송인 허경환 등이 속해 있다. 허경환은 김호중과 함께 유흥주점에 있던 연예인으로 지목된 후 이를 공식 부인하기도 했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소속 연예인들이 줄줄이 계약 해지를 요구하면 폐업은 불가피하다.
한편 김호중 측은 전날 휴대전화 잠금 해제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16일 경찰은 김호중 자택 등을 압수 수색하면서 아이폰 3대를 확보했으나 김호중 측이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해 잠금을 풀 수 없어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하지 못했다. 구속된 만큼 수사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 재판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이번 주 중 김호중을 검찰에 넘길 예정인 가운데 음주운전 혐의 추가 적용에 주력하고 있다. 김호중은 경찰 조사에서 소주 10잔을 마셨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그가 최소 소주 3병가량을 마신 것으로 보고 있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추가 조사를 통해 김호중의 음주량이 경찰 조사와 일치할 경우 그대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음주량을 추산,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다만 차이가 있을 경우 재판부가 김호중의 진술과 경찰이 제시하는 반대 증거를 통해 음주운전 혐의의 유무죄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일보 안진용·조율 기자
05.29 실손보험 연 2조원 적자, '사기' 수준 행태들 만연

▲보험개발원이 추산한 2032년 실손보험금 지급액 예상치
질병·상해 치료 때 쓴 실제 의료비를 보상해주는 실손보험이 지난해 1조9738억원 적자를 냈다. 포화 상태에 달한 보험 가입자 수는 전년과 큰 변화가 없지만 보험금 지급액이 1조2000억원이나 늘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 지급액이 급증하면서 만성적인 적자 구조를 만들고 있다.
실손보험 적자의 최대 원인은 병원들이 수입을 올리려 고가의 비급여 진료를 남발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꼭 필요하지도 않은데 건당 1000만원에 달하는 백내장 수술이나 수십 만원씩 드는 도수 치료, 갑상샘 결절 고주파 절제술, 비타민·영양주사 등을 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해는 복지부가 골수 추출 줄기세포를 무릎 관절강에 넣는 치료법을 실손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이른바 ‘무릎주사’가 적자의 새로운 구멍으로 등장했다. 구멍만 생기면 병원과 의사들이 돈을 챙기려 달려든다. 보험사들이 불필요한 진료로 판정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잦아 보험 가입자들 피해도 빈발하고 있다.
일부 가입자들이 병원을 옮겨 다니며 과도하게 진료받는 ‘의료 쇼핑’도 적자를 더욱 키우고 있다. 2022년의 경우 전체 가입자의 2.2%(75만명)가 1000만원 넘는 보험금을 타간 반면 63.5%는 아예 보험금을 청구하지도 않았다. 소수의 과잉진료가 전체 가입자 부담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늘수록 적자가 나니 지속가능할 수가 없다. 자칫 공적(公的) 건강보험과 사적(私的) 실손보험의 두 축으로 이뤄진 의료보장 체계를 흔들 수도 있다. 보험사 적자가 커지면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가입자에게도 손해다. 만성 적자 구조를 수술하는 방법은 병원과 의사들의 과잉 진료를 줄이는 것이다. 불필요한 비급여 항목은 대폭 손질하고 의사와 가입자·브로커 등이 짜고 하는 보험 사기 조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5.30 현재 아시아 축구선수 몸값 'TOP10' 공개… 손흥민은 4위, 그럼 1위는?
유럽 등 주요 구단에서 뛰고 있는 아시아 축구선수들의 추정 몸값이 발표됐다. 축구 이적 통계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는 축구선수들의 시장 가치를 새롭게 정리해 최근 발표했다. 발표된 방대한 내용 중 아시아 선수들의 추정 몸값 톱10 순위를 추려 직접 소개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주축 선수인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이강인 등의 추정치도 포함돼 있어 시선을 끈다.

▲유럽 등 주요 구단에서 뛰고 있는 아시아 축구선수들의 추정 몸값이 발표됐다. / 트랜스퍼마르크트 제공© 제공: 위키트리
우선 아시아 축구선수들 중 가장 높은 몸값, 1위 자리에 오른 이는 바로 일본의 쿠보 다케후사(2001년생)다.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공격수로 뛰고 있는 쿠보 타케후사는 6000만 유로(약 889억원) 몸값을 인정받았다.
2위는 대한민국의 김민재(1996년생). FC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수인 김민재의 추정 몸값은 5500만 유로(약 815억원)로 책정됐다.
3위는 일본의 미토마 카오루(1997년생)로 4500만 유로(약 666억원) 몸값을 인정받았다. 그는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FC에서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
4위에는 손흥민(1992년생)이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은 미토마와 같이 추정 몸값이 4500만 유로 (약 666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손흥민은 토트넘 홋스퍼 FC 주장이자 주전 공격수로 뛰고 있다.
5위는 아스날 FC에서 수비수로 뛰고 있는 일본의 토미야스 타케히로(1998년생)가 차지했다. 토미야스 타케히로는 3500만 유로(약 518억원)의 몸값을 자랑했다.
6위는 일본의 이토 히로키(1999년생)이 이름을 올렸다. 2500만 유로(약 370억원) 몸값의 이토 히로키는 VfB 슈투트가르트에서 수비수로 뛰고 있다.
7위는 황희찬(1996년생)이다. 울버햄튼 원더러스 FC에서 공격수로 뛰고 있는 황희찬의 몸값도 이토 히로키와 동일한 2500만 유로(약 370억원)로 추정됐다.
8위는 파리 생제르맹 FC에서 미드필더로 뛰고 있는 이강인(2001년생)이다. 이강인 추정 몸값은 2200만 유로(약 326억원) 정도다.
9위는 일본의 도안 리츠(1998년생)다. SC 프라이부르크의 미드필더인 도안 리츠는 1500만 유로(약 222억원)를 받는 것으로 추정됐다.
10위는 일본의 카마다 다이치(1996년생)이다. SS 라치오에서 미드필더로 뛰고 있는 카마다 다이치는 도안 리츠와 동일하게 1500만 유로(약 222억원)로 평가됐다.
이로써 아시아 축구계에서도 세계적인 선수들이 다수 배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들 아시아 스타플레이어들의 다양한 활약이 기대된다.
제공: 위키트리
05.30 "5% 임금 인상 거부" 억대 연봉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선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파업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29일 파업을 선언했다. 현실화된다면 1969년 창사 이래 55년 만의 첫 파업이다. 올해 임금 인상률을 5.1%로 하자는 사측 제안을 거부하고 노사 협상을 결렬시킨 뒤 다음 날 전격 파업을 선언했다. 노조는 일단 연차 소진 등의 방식으로 다음 주 하루를 단체로 쉬는 행동에 돌입하고, 서초사옥 앞에서 버스 숙박 농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 후 단계를 밟아 총파업까지 갈 수도 있다고 했다.
파업을 선언한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삼성전자 내 5개 노조 가운데 최대 노조다. 조합원 수가 2만8000여 명으로, 전체 직원의 20% 수준이다. 반도체 사업부 직원이 절대 다수로 파악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조합원 수가 1만명에 못 미쳤는데 지난해 반도체 부진으로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자 노조원 수가 급속히 늘어났다고 한다.
삼성전자 직원은 평균 임금이 1억2000만원에 달하는 국내 최고 대우 샐러리맨들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반도체 부문에서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내는 바람에 초과이익성과급 지급률을 0%로 책정했다. 극심한 반도체 적자에선 벗어났지만 비상 경영에 돌입해야 할 정도로 안팎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각국 정부가 총력전을 펴면서 반도체 산업을 키우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로 밖에서는 경쟁 기업인 TSMC에 밀리고, 안으로는 HBM 공급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다.
삼성전자는 직원들에게 성과급만 못 준 게 아니라 지난해 낸 막대한 적자 때문에 올해 법인세도 나라에 한 푼 못 내는 지경이다. 그런데도 노조 측은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한다는 마음이 있고 이 때문에 사기가 떨어지는 것”이라며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해달라”고 주장한다. 전 직원이 마음을 합쳐 회사를 살리는 데 주력해도 모자랄 판에 억대 연봉자들이 이 무슨 철부지 같은 떼쓰기인가.
조선일보 사설
05-30 억대 연봉 삼성전자 노조의 어이없는 ‘파업’ 저의 뭔가
삼성전자가 1969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노조 파업에 직면했다. 전체 직원의 22.8%인 1만9800명이 가입한 사내 최대 전국삼성전자노조가 임금 교섭 파행 하루만인 29일 파업을 선언한 것이다. 내달 6일 집단 연차 휴무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한다. 회사 측은 지난 3월 직원 대표들로 구성된 노사협의회와 평균 5.1% 임금 인상에 합의했지만, 전삼노는 6.5% 인상을 요구하며 거부했다. 지난해 반도체사업(DS)에서만 15조 원의 적자를 낸 데 따라 제로(0)가 된 성과급을 올리려고 기준 변경도 요구한다. 세계 반도체 전쟁 속 사면초가인 삼성전자에 ‘노조 리스크’까지 불거졌다. 앞길이 험난하다.
물론 임금 인상 요구는 노조의 권리다. 전삼노는 절차를 거쳐 쟁의권도 확보했다. 그러나 귀족 노조의 임금 투쟁이다. 국민 시선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 적자(별도 기준)로 인해 올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2000만 원이다. 이런 직원들의 노조가 5.1% 인상도 부족하다며 추가 인상과 성과급까지 요구한다. 전삼노는 임원은 성과급을 받는다고 반발하지만, 기준이 다르다. 임원은 3년간 경영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다.
파업 저의도 석연치 않다. 현재 한국노총인 소속 상급단체를 민주노총으로 바꾸려고 강경 투쟁을 벌인다는 지적이다. 직원들의 불만도 상당하다고 한다. 특히 젊은 근로자들이 중심이 된 삼성전자의 2대 노조인 초기업노조조차 민주노총 가입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공개 비판하는 정도다. 전삼노와 민주노총이 장차 국가 기간산업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볼모로 ‘정치 투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삼노는 삼성전자 위기론마저 부정하고 있다. 억지다. 대만 TSMC 등 경쟁 업체들은 대부분 무(無)노조다. 명분 없는 파업을 당장 접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5.30 "한국 망했네요" 머리 부여잡은 美석학, 출산율 더 낮아졌다고 하자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가 작년 EBS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합계 출산율(2022년 0.78명)을 전해 듣고 놀라고 있다. /EBS
조앤 윌리엄스(72)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는 작년 한국의 합계 출산율(2022년 0.78명)을 전해 듣고,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은 채 놀란 표정으로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고 말했다. 그때보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더 떨어졌다. 2023년 기준 0.72명이었고, 올해 합계출산율은 0.6명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윌리엄스 교수는 29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완전히 망했다고 한 이후 출산율이 더 떨어졌다’는 이야기에 “정말 충격적이다. 큰 전염병이나 전쟁 없이 이렇게 낮은 출산율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는 “숫자가 국가비상사태라고 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29일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더 낮아졌다'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JTBC
윌리엄스 교수는 출산과 양육이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한국에서는 더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저도 어려웠고, 제 딸도 어려웠다”며 “그러나 우리는 극단적으로 긴 근무 시간이 당연한 직장 문화에서 일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어 “아직도 저출산을 유발하는 이런 이유를 유지하는 한국이 이상하다”며 “일터에 늘 있는 것이 이상적인 근로자로 설계된 직장 문화와 아이를 돌볼 어른을 꼭 필요로 하는 가족 시스템은 함께 갈 수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누군가는 경력을 포기해야 하는데, 이는 국가에도 손실이라고 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한국이 젊은 여성들을 훈련하고는 엄마가 된 뒤 노동시장에서 밀어내면서 버리는 GDP(국가총생산)를 생각하면 경제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며 “비정규직이 된 당신의 경력도 끝나고, 나라 경제도 끝난다”고 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또 돈의 가치를 앞세우는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아이를 갖는 건 아주 나쁜 경력일 뿐”이라며 “물리적 성공이 중요한 사회에서는 계산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풍요가 우선인데 여성들이 왜 출산을 선택하겠느냐”며 “앞뒤가 안 맞는다”고 했다.
2021년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한국을 포함한 17개 선진국 성인 1만9000명을 대상으로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조사했다. 그중 14곳에서 ‘가족과 아이들’을 1순위로 꼽았다. ‘물질적 풍요’를 1위로 꼽은 건 한국이 유일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지난 24일 조선일보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저출생 콘퍼런스’에서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그는 “주 50시간 이상, 40년간 휴직 없이 자주 야근하는 직장인을 ‘이상적 근로자’로 여기는 한국의 직장 문화가 초저출생을 야기했다”며 “생산성 낮은 장시간 근로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어떤 정책으로도 저출생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한국 정부가 아이를 낳으면 돈을 주는 등 보육에 돈을 붓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했다. 아이가 학교 가기 전 6년 만이라도 직장 문화를 바꾸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하버드대 법학 박사로, 미국에서 손꼽히는 노동법 전문가다. 여성이 직장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05-30 [속보] 서울고법 “최태원, 노소영에 1조3808억 원 재산분할…위자료 20억원”

▲최태원(왼쪽)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 “부정행위 반성 안하고 일부일처제 존중 안해”
최태원(63) SK그룹 회장이 노소영(63)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로 1조30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하라고 항소심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김시철·김옥곤·이동현)는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 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2022년 12월 1심이 인정한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 665억 원에서 대폭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재산분할은 현재까지 알려진 역대 최대 규모다.
재판부는 “최 회장은 노 관장과 별거 후 김희영 티앤씨 재단 이사장과의 관계 유지 등으로 가액 산정 가능 부분만 해도 219억 원 이상을 지출하고 가액 산정이 불가능한 경제적 이익도 제공했다”며 “혼인 파탄의 정신적 고통을 산정한 1심 위자료 액수가 너무 적다”고 판단했다. 이어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활동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 회장의 아버지 최종현 전 회장의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최 회장에 대해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2019년 2월부터는 신용카드를 정지시키고 1심 판결 이후에는 현금 생활비 지원도 중단했다”며 “소송 과정에서 부정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문화일보 노기섭 기자
05-30 올해 의대입시 4610명 선발…지역인재 1913명 뽑는다
교육부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4610명(전년 대비 1497명 증가)으로 확정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 주요 사항을 30일 발표했다.
의대는 정원내로 4485명(97.3%)을 농어촌학생과 재외국민 등 정원외로 125명(2.7%)을 선발한다. 수시로 3118명(67.6%) 정시로 1492명(32.4%)을 모집한다. 수시는 학생부교과전형 1577명(34.2%) 학생부종합전형 1334명(28.9%) 등으로 선발한다.
비(非)수도권 지역인재전형으로는 총 1913명을 선발한다. 지역인재 선발 확대 방침에 따라 2024학년도 대비 888명이 증가했다. 지역인재 선발 의무 대학의 지역인재전형 비율은 정부 목표치인 60%에 약간 못미치는 59.7%다. 수시에서는 1549명(81%) 정시에서는 364명(19%)에 해당한다. 수시에서 학생부교과전형 1078명(56.4%) 학생부종합전형 449명(23.5%) 논술 22명(1.1%) 등의 순으로 선발한다.


▲교육부 제공
의대와 함께 전공자율선택제(무전공) 선발도 대폭 늘어났다. 2025학년도 전공자율선택 모집단계 중점 추진대학은 수도권대 51교, 국립대 22교다. 전공자율선택 모집인원은 총 3만7935명이다. 작년대비 2만8011명 늘었다. 전공자율선택 정책은 정부가 학생들이 흥미와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학과와 전공의 구분 없이 대학 입학 후 2학년으로 진학할 때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전공자율선택 모집단계 중점 추진 대학 2025학년도 모집 주요 현황. 교육부 제공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05.30 [속보] 헌재 "KBS 수신료·전기요금 분리징수 합헌"
KBS가 텔레비전 수신료 분리 징수(분리 고지)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KBS와 EBS의 TV 방송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 징수하도록 한 시행령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헌재는 30일 수신료 분리징수의 근거가 되는 방송법 시행령 43조 2항에 대한 KBS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청구인의 방송운영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KBS는 작년 7월 12일 시행된 이 조항이 공영방송사의 재정 안정성을 위협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입법예고 기간을 통상보다 짧게 정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05-31 삼성전자 경쟁력도 흔들 전삼노 파업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파업’을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공급망 위험과 반도체 경기 하방 위험 속에서 노사관계 위험까지 안게 됐다. 노사협의회가 임금 5.1% 인상에 합의했지만, 전삼노는 이보다 더 높은 임금과 유급휴가 1일을 추가로 요구하면서 회사를 압박한다. 회사가 어려울 때, 세계가 부러워하는 직장의 일부 직원이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회사에 칼을 꽂았다.
삼성전자의 등기이사를 제외한 직원 평균 임금은 1억2000만 원으로 직장인 상위 4%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지난해 약 15조 원의 적자를 내고 최악의 성적을 거두자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등 비상경영을 시작했다. 이런 시기에 결정된 파업은 명분 없는 몽니다. 노조가입률이 20%에 불과해 대표성도 없는 전삼노가 회사의 운명을 결정할 수는 없다. 차제에 전삼노가 노조원 자신과 기업을 위해 창업주의 신조인 무노조 경영에 동참하면서 자진해서 해산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전삼노는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TSMC가 무노조 경영을 하면서 세계 최고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마음에 새길 때다.
우리 경제에서 강성 노조의 활동은 언제나 국민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1945년 11월 조선공산당 산하의 노동운동단체로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가 결성됐다. 전평은 결성식에서 모택동과 김일성·박헌영 등의 공산주의 노선을 옹호하면서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을 강화하고 세계 공산주의운동의 전위대를 자처했다. 이후 전평은 1946년 9월의 총파업 등 강경 투쟁을 주도했다. 이들의 행동은 많은 불행을 낳았다. 5월 1일 법의 날이 근로자의 날로 바뀌면서 강성 노조는 과거 강성 투쟁이 낳은 불행의 교훈을 잊고 강성 투쟁을 찬양하는 우를 범한다.
1987년 이후 재탄생한 강성 노조는 기업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강경 투쟁을 일삼고 임금 상승을 주도했다. 기업들은 국가경쟁력을 추락시켰고, 국가 경제는 외환위기로 내몰렸다. 1997년 외환위기의 원인으로 정책 실패와 강경 노사 분규가 꼽히지만, 강경 노조는 반성하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는 노사정위원회를 만들어 노조의 정치 참여 통로를 마련했고, 노조의 강경 투쟁은 일상화했다. 문재인 정부는 앞장서서 삼성의 사법 리스크를 키웠고, 삼성전자가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이제 삼성도 정치투쟁의 현장으로 변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전삼노는 현명하게 처신해야 한다. 전삼노가 노동계에 자신의 기업을 내세워 정치적 위상을 높일 것인지, 아니면 자신과 기업 및 국가 경제를 위해 생산성 향상과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매진할 것인지 택해야 한다. 건설적인 노사관계는 투쟁 아닌 협력으로 만들어진다. 근로자의 임금도 투쟁 아닌 생산성에 의해 결정된다. 전삼노가 노동쟁의를 접고 세계적 기업의 근로자답게 세계적 노사관계를 정착시킨다면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이정표를 세우게 될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대한민국 경제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삼성전자의 외화 가득력은 우리의 민생을 결정한다. 삼성전자의 노사관계도 삼성전자의 위상에 걸맞아야 한다. 삼전노는 자기 파괴적인 파업을 중단하고 건설적인 노사관계 구축에 앞장서기 바란다.

문화일보
05.31 판사 "1억 아끼려 부실제방?"…'오송참사' 책임자 법정최고형

▲도종환 국회의원이 공개된 오송 참사 직전 임시제방 보강공사 모습. 사진은 주민이 촬영한 동영상 갈무리. 연합뉴스
현장소장, 징역 7년 6개월…법정최고형 선고
지난해 7월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를 유발한 미호강 임시제방 공사 책임자 2명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 정우혁 부장판사는 31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미호천교 신축 공사 현장소장 전모(55)씨와 감리단장 최모(66)씨에게 각각 징역 7년 6개월,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정 판사는 “전씨에게 선고한 7년 6개월은 그가 저지른 죄와 형법상 경합범 규정을 적용한 법적 최고형”이라고 말했다.
‘오송 참사’는 지난해 7월 15일 오전 8시40분쯤 궁평2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시내버스 등 자동차 17대가 침수되고 14명이 숨진 사고다. 당시 궁평2지하차도에서 불과 350여m 떨어진 임시제방이 터지면서 많은 양의 강물이 삽시간에 지하차도를 덮쳐 참사로 이어졌다. 임시제방은 우기를 대비해 공사 관계자들이 강물 범람을 막기 위해 쌓은 둑을 말한다.
인근 주민들은 “임시로 쌓은 둑은 흙을 긁어모은 모래성에 불과했다”며 ‘부실 물막이 공사’를 주장했다. 사고 직후 감찰에 나선 국무조정실은 “미호천교 아래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부실한 임시제방을 쌓은 것과 이를 제대로 감시 감독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고의 선행 요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 "규격 미달 임시제방…하천점용허가 미포함"
재판부는 “전씨 등이 임시제방을 축조하면서 관계기관 허가를 받지 않은 데다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정 판사는 “기존 제방을 절개하려면 하천법에 따라 하천점용 목적과 위치, 성토, 토지 형질변경, 원상회복 방법 등을 명시한 하천점용허가서를 대전지방국토관리청과 금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해야 한다”며 “피고인들은 하천점용허가를 받으면서 기존 제방 절개와 대체 제방 축조, 원상회복 등에 관한 내용을 넣지 않고 임의로 제방을 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전지방관리청 하천점용 허가증과 고시에도 이 같은 사항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우기를 코앞에 둔 지난해 6월 29일부터 축조한 임시제방은 기준에도 맞지 않았다. 하천 제방 공사표준시방서에 따르면 제방 높이는 계획홍수위보다 1.5m 높아야 한다. 사고 당시 미호천교 일원 계획홍수위는 29.02m였고, 자연제방 높이는 32.65m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법원이 변호인이 제출한 수해방지계획서와 현장 증거 영상으로 추정한 임시제방 높이는 29.63~29.69m에 불과했다.
정 판사는 “임시제방이 이미 유실됐고, 시공계획서나 검측 결과가 없어서 실제 제방 높이가 얼마나 낮았는지 알 길이 없다”면서도 “법정 증언을 종합하면 임시제방 다짐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집중호우로 파임 현상을 막기 위한 방수포조차 덮여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9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인근에서 제방 신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재판부 “임시제방 붕괴로 용량초과 강물 유입”
재판부는 임시제방 붕괴와 지하차도 침수가 인과관계가 없다는 전씨 측 주장도 비판했다. 정 판사는 “임시제방을 제외한 나머지 (자연)제방은 집중호우에도 훼손이나 유실, 물이 범람한 흔적이 없다”며 “피고인들이 제방을 임의 절개하거나, 원상 복구했더라면 월류가 발생하거나 궁평2지하차도 배수펌프 용량을 초과하는 강물 유입이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씨와 최씨에게 적용된 증거위조교사 범죄에 대해서는 “사고 당일부터 임시제방 축조 방법에 관한 허위 공문서 작성 공모와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정 판사는 “공사 현장 책임자인 전씨는 홍수방호벽 설치를 위해 1억2000만원이 필요하고, 콘크리트 양생 등 경제 논리를 이유로 규정에 따른 대체 제방 설치가 어려웠다고 변명했다”며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제방 설치에 1억2000만원을 쓸 수 없다는 인식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05.31 김정숙 여사 인도 순방 전용기 2.3억…기내식에 6292만원 썼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2018년 인도 타지마할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2018년 인도 방문 당시 기내식 비용으로 6292만원을 사용한 게 뒤늦게 확인됐다.
31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2018년 11월 김 여사의 인도 순방을 위해 대한항공과 약 2억3000만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전용기 관련 수의계약의 세부 내역을 보면 연료비가 6531만원으로 가장 컸다. 그 다음으로 기내식비가 6292만원으로 책정됐다.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방문 당시 문체부와 대한항공이 체결한 수의계약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실 제공. 연합뉴스
현지 지원요원 인건비는 3013만원, 현지 지원요원 비용(출장비 및 항공료, 숙박비)는 2995만원이었다. 또 지상조업료(해외지역 지상조업료)는 2339만원, 사전준비 인력 인건비는 1225만원, 객실용품비는 382만원, 기내독서물(일간지잡지)은 48만원이 전용기 계약 비용에 잡혀있다.
배 의원실에 따르면 전용기 이용은 2018년 11월 4일부터 같은 달 7일까지 나흘간이었다. 전용기 이용 인원은 총 36명이었다.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두고 정치권은 최근 공방을 벌였다. 문 전 대통령이 최근 회고록에서 김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을 "우리나라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면서 인도 측 초청에 따른 방문이라고 하자 국민의힘에선 "셀프 초청"이라고 반박했다.
여권은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은 인도 정부가 초청한 게 아니라 당시 문재인 정부가 먼저 제안했고, 총 4억 원이 소요된 혈세 관광"이라고 비판했다. 특별검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