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主國防 2024-05/ 05.04 절박한 병력 부족 사태, 예체능 병역특례도 재검토 불가피 - 05-31 ‘국보법 위반’ 코리아연대 대표, 징역 2년 법정구속
自主國防 2024-05/
05.04 절박한 병력 부족 사태, 예체능 병역특례도 재검토 불가피
이기식 병무청장이 2일 “BTS(방탄소년단) 멤버도 군 복무를 하고 있다”며 “체육·예술 요원 병역 특례를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국제 콩쿠르 등에서 입상한 체육·예술인의 군 특례가 폐지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체능 특례는 50년 전 스포츠와 예술 국제대회 수상을 국위 선양으로 여길 때 도입한 제도다. 그런데 지금은 한류 종주국이자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 됐다. 국위 선양으로 본다면 BTS만한 공로가 없을 텐데 그 멤버들은 병역 의무를 다하고 있다. 반면 경기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아시안게임의 일부 종목은 손쉽게 금메달을 따고 무더기 병역 면제를 받고 있다. 한 게임도 뛰지 않고 병역 면제 특례를 누린 야구 선수도 있었다. 누가 봐도 불공정하다.
저출생으로 인한 병역 자원 급감 상황에서 ‘병역 특례’는 줄이고 없앨 수밖에 없다. 작년 출생아는 23만명이다. 20년 뒤 군대에 갈 수 있는 남자는 1년에 10만명 안팎에 그칠 것이다. 아무리 첨단 군사기술을 동원한다고 해도 이 숫자로 어떻게 100만명이 넘는 북한군을 상대할 수 있나. 이런 미니 군대로는 통일의 기회가 와도 북한 지역 관리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학군장교(ROTC) 지원 경쟁률은 2015년 4.8대1에서 지난해 1.8대1로 급감했다. 작년 ROTC는 전국 대학 108곳 중 54곳이 미달이었다. 1000억원 스텔스기와 1조원 이지스함을 운용하는 부사관도 2018년 이후 모집 정원을 채운 적이 없다. 육군 부사관 충원율의 경우 77%까지 내려앉았다. 최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군 인력 확보에) 대규모 군사작전 하듯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했다. 육군총장이 지휘 서신에서 병력 부족을 걱정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여성 징병제 논의도 언제까지 금기 사항일 수는 없다. 이미 여군은 금녀의 벽이라던 잠수함 근무도 한다. 드론 조종이나 행정 업무 등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장교와 부사관만 뽑는 여군 모병제 범위를 넓히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악의 저출생으로 인한 병력 부족 문제는 시한폭탄처럼 째깍거리고 있다. 상황이 너무 절박하다.
조선일보 사설
월간조선 05월 호
※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좌파정권은 왜 국정원을 무력화시켰을까》를 읽고
●李炳浩 전 국정원장의 질문: “왜 문재인 정권은 국정원을 조준했나”
옥중에서 투사가 된 정보맨의 회고록 讀後記
⊙ “국정원을 조준한 것은, 그들의 정체와 비리와 무능을 가장 잘 아는 조직이기 때문”
⊙ “惡役 자임했던 정보부는, 조국 근대화의 功過를 박정희와 나눠 가져야”
⊙ 4대 실수: 동백림 사건 수사, 김대중 납치 사건, 박동선 로비 스캔들, 아웅산 테러 막지 못한 것
⊙ “국정원처럼 박해받은 정보기관은 문명국가에선 없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 사진=조선DB
이병호(李炳浩·84) 전 국정원장이 문재인 정권 때 이른바 적폐수사 광풍에 걸려 2년여 감옥 생활을 하고 나와서 작심하고 쓴 회고록 《좌파정권은 왜 국정원을 무력화시켰을까》(기파랑, 366쪽, 1만8000원)는 최고급 수필집이다. 음지(陰地)의 전사(戰士)가 쓴 역사, 권력, 인간, 철학, 그리고 문학적 교양이 단단한 문장력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는 자신을 “21세기 정치범”이라고 부르며 고통 속에서 이 책이 탄생했다고 적었다.
〈나에게 감옥이란 새로운 눈으로 내 삶을 되돌아본 진정한 발견의 광야였다. 은혜와 감사를 발견한 연단(鍊鍛)의 시간이었다. 내 삶 속에서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내 능력으로 이룩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모든 은혜가 내 삶 속에서 역사하여 오늘날의 나 됨이 이루어진 것이다. 사형 집행 5분 전에 극적으로 사면된 바 있는 도스토옙스키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내 고통이 가치 없는 것이 되는 것”이라고 썼다. 나는 이제 감히 이렇게 쓸 수 있다. 지난 6년간의 내 고난은 무의미하지 않았다고. 나는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한 소중한 연단의 시기를 보냈다고.〉
식민지 관료형 판사·검사들
저자(著者)는 책 제목을 통하여 이렇게 묻는다.
“좌파정권은 왜 국정원을 무력화(無力化)시켰을까."
그러고 이렇게 답한다.
〈왜 국정원을 조준했을까. 민주화 세력으로 위장한 운동권 세력의 사상과 정체, 그리고 비리와 무능을 가장 잘 아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세계 정보기관 역사상 우리나라 국정원처럼 박해받은 정보기관은 없다. 자해적 폭거이고 명백한 반(反)국가 행위였다. 해외담당 국장의 부인이 댓글 썼다고 기소, 벌금형까지 받게 했다.〉
저자는 이들 운동권 세력이 “서구의 사회민주주의나 민주사회주의 또는 유로코뮤니즘의 가치와 전통을 유지하는 진정한 의미의 좌파 세력이 아니다”고 단정한다. 그들은 오로지 노동자와 농민, 그리고 자신들을 추종하는 일반시민들을, 권력 쟁취를 위한 도구와 수단으로 이용할 뿐이며, 자신들 세력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상식을 외면하는 “북한을 추종하는 변형된 사이비(似而非) 좌파 세력”일 뿐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던지는 거대한 질문은, 어떻게 한국의 엘리트 집단이란 검사·판사들이 이런 김일성 세력과 반역 세력의 주구(走狗)가 되어 자유민주주의 수호기관인 국정원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일에 앞장설 수 있었는가이다. 이병호 전 원장은 그들이 ‘법률 기능공’ 역할을 하면서 국가정보기관을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수사와 재판을 농단했다고 본다. 이런 법 기술자들은 영혼도 심장도 없는 식민지 관료형 엘리트로서 김정은 치하에서도 출세할 인간형일 것이다.
국정원장과 대통령을 묶어서 감옥에 보내는 과정에서 국정원장이 회계직원이란 엉터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다. 로스쿨 학생도 알 수 있는 이런 오판(誤判)을 만들어내는 데 10여 명의 검사·판사들이 협력했다. 그들의 이름을 화강암에 새겨 영원히 기억해야 할 것이란 울분이 치솟는다. 국정원 수사 피해자들은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고민하다가 선택의 여지가 없자 “피눈물을 흘리면서 윤석열을 찍기로 했다”는데 이 정권은 이런 심정을 알고 있을까?
“정보부는 박정희 집중화 전략의 핵심적 도구”

▲2015년 3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 이병호 전 국정원장. 두 사람 모두 문재인 정권 시절 ‘적폐’로 몰려 옥고를 치렀다. 사진=뉴시스
이 책은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이 달라지면서 한국 현대사의 중심에 있었던 기관의 역사를 체험적으로 정리한다. 30년 이상 이곳에서 근무했던 최고 권위자에 의한 통찰력이 돋보인다. 저자는 “정보부는 박정희 대통령의 부국강병 정책을 보좌하여 그 성공 스토리의 공(功)과 과(過)를 공유하는 한 축이 되었다”고 말한다.
〈정보부는 박정희 대통령의 집중화 전략의 핵심적 도구였다. 수천 년간 우리를 옥죈 지긋지긋한 가난으로부터의 탈출이 시대적 소명임을 공감하고 최선을 다했다. 국정원은 대한민국의 기적과 같은 성공 스토리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의 진실이다. 그 시대가 오늘의 성공시대를 열었다면 중앙정보부도 성공의 공과(功過)를 공유하는 것이 마땅하다.〉
세계적 성공 사례인 한국 근대화의 세 주인공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세 군인 출신 대통령이었고 이들의 성공과 실패를 나눠 가져야 할 조직이 그들을 뒷받침했던 정보부, 안기부란 것이다.
저자는 “운동권에 대한 박해 주장은 10배, 20배 부풀려져 있고 당시 군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졌던 폭력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약했다”(민경우, 《조선일보》 인터뷰)는 증언을 소개한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은 교사, 군인, 혁명가, CEO의 네 얼굴을 가진 분이었지만 품성의 바탕은 교사였다. 최악의 조건에서 최단기간에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의 업적을 남기는 격동의 과정에서 그는 한 번도 발포나 암살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 18년간 격렬한 반(反)정부 시위에 직면하여 총 한 번 쏜 적이 없고 따라서 단 한 명의 생명도 희생시키지 않고 거대한 진보를 이룩했다는 점에서 성인군자(聖人君子) 수준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부마사태 때도 사망자가 없었음은 현장에 있었던 내가 증명할 수 있다.
조국 근대화를 위한 惡役 감수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세 대통령이 국가정보기관을, 정권의 고삐로 삼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한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국가 발전 단계가 비슷하고 전시(戰時) 상태였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여 과도한 인권탄압이 있었느냐 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오히려 후한 점수가 나올 것이다.
저자는 명언(名言)을 인용하고 있다.
“독재는 원칙적으로 나쁜 것이다. 그러나 원칙을 핑계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더 나쁘다.”
이는 공산당과 싸우면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하는 나라의 정보기관이 짊어져야 할 숙명이기도 할 것이다.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CIA를 “고약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라고 했다고 한다. 세계 최고 민주국가의 정보기관도 이러한데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가장 위험한 테러집단을 상대하면서도 자유민주주의의 작동을 포기할 수 없는 조건에서 정보부가 져야 할 부담과 한계는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그런데 음지의 전사들은, 국민국가 건설과 조국 근대화를 위한 악역(惡役)을 감수하면서 변명도 해명도 할 수 없었다. 민주화가 대세로 된 이후 안기부와 국정원은 시대 발전에 따라 민주적 정보기관으로 진화하는 노력을 계속해왔고 이병호 원장이 지휘하던 국정원은 세계적 수준의 정보기관이 되어 있었다.
아웅산 사건은 막을 수 있었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1983년 아웅산 테러를 막지 못한 것을 정보부·안기부의 ‘4대 실수’ 중 하나로 꼽았다. 사진=조선DB
육사 출신인 저자(著者)는 월남전 전투 경험, 정보부 워싱턴 파견관, 안기부 해외담당 차장, 말레이시아 대사, 70대에 국정원장, 80대에 감옥 생활, 그리고 집필 등 정보맨으로서의 빛과 그림자를 두루 체험했고 이것이 이 책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정보 실패는 크게 다뤄지고 성공 사례는 알려지지 않는 음지에서 “익명(匿名)으로의 정열(情熱)”을 불태워야 하는 요원들 이야기는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저자는 과거를 회고하면서 정보부·안기부의 4대 실수를 지적한다. 김형욱 부장의 정보부가 저지른 난폭한 동백림 사건 수사, 김대중 납치 사건, 박동선 로비 사건, 그리고 아웅산 테러를 막지 못한 점이다(대한항공기 폭파 사건 수사는 성공적이었다).
이상연(李相淵) 전 안기부장은 생전(生前)에 김대중 납치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실패로 보았다. 납치를 하지 않았으면 김대중은 해외에서 고립되었을 것이고 북한 정권과의 관계가 더욱 깊어져 정치적 생명이 끝났을 것인데 이후락(李厚洛) 당시 정보부장의 무리한 공작이 역효과를 불렀다는 취지였다.
1983년 10월 9일 미얀마(버마) 양곤의 아웅산 묘소에 참배하는 전두환 대통령 일행을 죽이려고 잠입했던 북한 공작원들은 나팔소리를 듣고 대통령이 도착했다고 오판(誤判), 원격조종 폭탄을 터트려 17명의 장·차관급 요인들을 죽였다. 저자는 사후(事後) 미얀마를 담당하는 지역과에서 오고 간 전문(電文)을 살피다가 현지에서 사건 직전에 북한 화물선 동건애국호가 양곤항에 도착, 머물고 있다는 보고를 한 것을 확인했다. 본부 데스크는 이 보고를 무시했다. 상부에 올리지도, 추적 조사 지시도 하지 않았다. 정보요원의 ‘상상력의 빈곤’이었다. 북한 공작원들은 그 배를 타고 들어와 폭탄을 설치했던 것이다. 사소한 정보 누락처럼 보이지만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을 정도의 세기적 테러의 단초였다.
당시 외무부 안보과장이었던 권순대(權純大) 전 스위스 대사는 회고록 《한 외교관의 도전》에서 전두환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 계획을 만류해달라고 서남아과장에게 권했으나 “일개 과장이 대통령의 외국 방문을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답을 듣고 물러섰다고 했다. 파키스탄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그는 북한과 미얀마 외교관들이 너무나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았기에 직감적으로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권 대사는 “국가정보기관이 방대한 해외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면서 이 사태를 막지 못한 것과 책임지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병호 전 원장도 “사건 이후 안기부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조사한 바가 없다”고 했다.
국정원, 대북송금 하며 영혼이 사라져

▲국정원은 2002년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대북송금 창구 역할을 하면서 ‘조직의 영혼’이 사라졌다. 사진=조선DB
물론 정보부의 가장 큰 실패 사례는 조국 근대화의 기수를 살해한 사건에 일부 조직이 가담한 사건일 것이다. 김재규(金載圭) 정보부장은 1979년 10월 26일 저녁 궁정동 안가(安家)에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기고 식당으로 들어가면서 “민주주의를 위하여”라고 중얼거렸다. 그가 말한 민주주의는 박정희가 심혈을 기울인 한국적 민주주의(유신체제)가 아닌 야당이 말하는 민주주의였다. 전두환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장이 그해 10월 27일 오전 군·검·경·정 책임자 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한 첫마디는 “범인은 정보부입니다”였다. 이후 대통령에 이어 정보부마저 무력화된 권력의 진공(眞空) 상태를 메우고 들어온 것이 전두환 그룹이었고, 12·12 사건은 그 요식 절차이기도 했다.
나는 국가정보기관의 가장 큰 실패는 김대중 정부 시절 임동원 원장이 지휘하던 국정원의 대북(對北)송금 연루라고 생각한다. 간첩 잡는 국정원이 간첩단 두목에게 4억5000만 달러를 보내는 송금책 역할을 하다가 송금 실수로 대통령 방북(訪北)이 하루 연기되는 등의 수모를 겪었고 그 순간 조직의 영혼이 사라진 것이다. 문재인 정권 때 김일성주의자 신영복의 글씨로 원훈(院訓)을 새긴 것은 좌익 정권이 연장될 경우 국정원이 반국가조직화될 위험을 전망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이병호 전 원장은 책을 통해 국정원의 북한 분석관이 영변 원자로에서 새어 나오는 물웅덩이의 미세한 변화를 추적, 원자로 가동 사실을 파악, 수백 명의 미국 분석관들을 압도한 사례, 아웅산 테러 직후 박세직 차장이 조사단장으로 미얀마로 향하기 전 미얀마 전문 요원의 결정적 충고 사례 등을 소개하며 국정원의 대북 및 사이버 정보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그런데 남북한 사이의 새로운 격전장인 그 사이버 세상에서 댓글로 싸운 요원들을 범죄자로 몬 검사가 그 뒤 출세하여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승승장구하면서 이른바 보수 궤멸의 첨병 노릇을 하였고, 대통령까지 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에게 국가정보기관의 재건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한국적 현실이란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황장엽 탈북은 양심에 따른 것
이병호 전 원장이 해외담당 차장 시절 다룬 사건 중에서 1997년 황장엽 비서 탈출 사건이 있다.
〈민족적 양심에 따른 탈북이라는 그의 설명은 거짓 없는 진정한 탈북 동기였다. 정의와 양심에 따라 자신을 희생하면서 행동하는 보기 드문 선비형 인물이었다. 가족에겐 참으로 못할 짓이었다. 그의 부인, 아들, 손자, 손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는 “황장엽이야말로 북한 정보의 보고 그 자체였다”고 했다. 그의 탈출을 계기로 북한 지배층 안에서 양심적 각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물거품이 되었다. 말년에는 그가 지닌 정보와 지혜도 모두 무시되었다. 4억5000만 달러가 제공되면서 시작된 햇볕 정책은 깊은 수렁에 빠진 김정일에겐 구원이었다. 저자는 “만일 이 구원이 없었더라면 김정일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우리는 역사의 기회를 날려 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고 했다.
2015년에 박근혜 대통령에 의하여 국정원장으로 임명된 저자는 그해 여름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고사포로 처형된 사건에 대하여 국정원이 가장 빨리 확정적 정보를 입수했으나 중국 정보기관은 늦었다고 기록했다. 한중 간의 정보 협력은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로 시들해졌다. “시진핑 주석이 중국 안보 이익을 해친다고 판단한 이상 진실 추구는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증(實證)되었듯이 독재자의 정보 판단 실수는 부하들이나 정보기관이 바로잡기가 힘들다. 독재자가 내린 판단에 정보의 해석이 종속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하나님께서 우리나라를 버리시지는 않으실 것”
2017년 2월 김정은은 이복형 김정남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기발한 방법으로 암살하는데 국정원 요원들이 말레이시아 수사팀을 도왔다. 저자는 북한 암살 공작의 놀라운 상상력과 치밀함에 놀랐다고 적고 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태 때의 무력감에 대해서는 이렇게 썼다.
〈촛불시위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경험한 박근혜 대통령은 공인(公人)정신이 강했고 영민했으며 대통령다운 기품을 지닌 자존감이 뚜렷한 지도자였다. 남에게 휘둘릴 성향의 사람이 아니었다.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결벽증을 지녔다고 할 정도로 철저했다. 국정원은 지극히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가 이즈음 잠시 만난 박근혜 대통령은 “하나님께서 우리나라를 버리시지는 않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고 한다. 이 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퇴임사에서 “북한 체제와의 라스트 배틀은 정보전의 형태로 전개될 것이다”면서 ‘북한 주민 구출 전쟁’에서의 분투를 부탁하고 30여 년에 걸친 정보부·안기부·국정원의 여정을 일단 마감했다. 이후 2017년 11월 1일 새벽, 검찰이 집으로 들이닥쳐 압수수색에 착수, 2022년 12월 사면 복권될 때까지 6년의 악몽이 시작된다.
저자는 “정보기관이 자체 기밀을 임의로 검찰에 제출한 것은 세계정보기관 역사상 어디에도 없다”며 개탄했다.
국정원 직원들이 감옥에 간 것은 거의가 그간 국정원이 해오던 통상적인 정보 활동 범주에 속한 것들 때문이었다. 어느 날 이게 범죄가 된 것이다. 역대 국정원장들은 통상적으로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건넸는데 검찰은 이 예산 전용을 범죄로 보았다. 80대 나이에 그는 졸지에 정치범이 된 것이다.
“국정원을 대북 교섭에 이용한 것도 불법”
문재인 정권의 국정원 무차별 수사는 전쟁 중인 나라에서 국가정보기관의 업무 범위는 어디이고 이를 수사·재판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냐란 중대한 문제를 던졌다.
〈선진국들은 정보기관의 직무를 법으로 세세히 정해놓고 있지 않다. 정보기관의 역할을, 국가안보를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 그리고 필요시 동원되어 비밀업무를 수행하는 국가안보 수단이라고 상식적으로 인식한다. 김대중이 국정원을 시켜 4억5000만 달러를 북한으로 보낸 것은 국정원의 지휘관인 대통령이 지시한 일이 국정원의 직무가 된 사례이다. 부시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침공의 초기 작전을 CIA에 맡겼는데 한국은 현재와 같은 국정원법으로 그런 작전이 불가능하다.〉
국정원법이 명시하는 것만 해야 된다고 하면 정보기관의 존재가치가 없다. 청와대에 대한 예산 지원이 국정원법에 나와 있는 직무인 국내외 정보수집 이외에 쓰인 것이라 불법이란 검사의 주장에 대하여 저자는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국정원을 대북 교섭에 동원하고 있는 것도 불법이다. 거기에 쓴 예산도 국고손실죄에 해당한다. 국정원법에 그 일을 하라고 적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고 반박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돈을 착복하지도, 사익(私益)을 위해 국정원 지원 자금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국정원 예산을 잘못 사용해서 국고손실을 했다니 이는 어떤 문명국에서도 있을 수 없는 가당치 않은 범죄 혐의이다.〉
저자는 국정원을 폐허로 만든 수사의 본질을 이렇게 정의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적폐청산이란 미명 아래 500여 명의 전·현직 직원이 검찰 조사를 받도록 하고 세 명의 국정원장 등 46명을 감옥에 보냈다. 국정원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존재론적 위기였고 정체성과 직업정신을 훼손한 치명적 위기였다.〉
이렇게 하여 한국은 국가정보기관의 비밀공작을 공개수사와 공개재판의 대상으로 삼은 유일한 문명국가가 되었다. 그 본질은, 김일성주의로 무장한 집단, 즉 김일성주의자 신영복을 숭배하는 반국가 세력이 검사·판사 등 법률 기술자를 조종하여 대한민국 수호기관을 공격한 것이다.
“김정일이 제 명에 죽도록 한 것은 한국인의 수치”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이병호 전 원장. 이 전 원장은 옥고를 치르면서 ‘투사’가 되었다.
〈정보업무는 국가안보를 최고의 가치로 두고 전개되는 특수 업무이다. 국가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마피아에도 돈을 준다. 미국은 정보업무 관련 혐의를 일반 법정에서 재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선진국들은 사법적 잣대로 이를 재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김대중의 미국 내 비자금 의혹을 조사하던 국정원 간부들이 기소된 사건 재판에서 판사가 한 말을 나는 기억한다.
“나는 비자금의 실체에 대해선 관심이 없고 국정원 예산이 적법하게 집행되었는지만 따지겠습니다.”
살인사건 재판에서 판사가 “나는 범인이 사람을 죽였는지 안 죽였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그 칼을 살 때 값을 제대로 치렀는지 여부만 따지겠다”는 식이었다.
이병호 전 원장은 재판을 받으면서 투사가 되었다. 그의 긴 최후진술은 과거 운동권 인사들이 법정을 투쟁의 장소로 활용하던 경우를 연상시켰다. 이 책은 그가 진정한 민주투사가 되었다는 증명이다. 진짜 민주투사는 공산주의자들과 싸운 경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는 정보기관을 떠난 뒤에도 80대의 한 시민으로서 빨갱이들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책 출판이야말로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고 싸우는 진정한 자유투사 이병호의 라스트 배틀이고 아마도 최고의 순간일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2009년 12월 김정일 사망 때의 《이코노미스트》 사설 첫 문장을 인용했다.
“김일성과 김정일을 제 명에 죽도록 한 것은 한국인의 수치이다.”
김정은까지 제 명에 죽도록 한다면 한국인들은 세계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없게 될 것이다.
老투사의 끝나지 않은 싸움
자주국방 하는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행복한 나라 랭킹 5등이고, 자주국방을 포기하고 웰빙의 길을 선택한 한국은 행복랭킹 52등이다. 야윈 늑대와 살찐 돼지의 싸움판에서 돼지들을 지켜주려고 야윈 늑대가 되어 싸우다가 크게 다쳤지만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에 힘입어 다시 일어난 노(老)투사의 끝나지 않은 싸움에 감동한다. 비록 월남전 무공훈장은 박탈당했으나 대한민국은 이병호에게 많은 신세를 졌고, 이 책으로 해서 그는 역사 속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이름으로 남게 될 것이며, 오히려 국정원을 지우려 했던 자들의 이름은 목욕탕의 물 젖은 타일 위에 사인펜으로 쓴 꼴이 될 것이다.⊙
글 : 조갑제 조갑제닷컴/TV 대표
05.09 우리 친구 유령 할아버지를 영영 떠나보내며
1968년 김일성 대도박
거대한 역풍 불러
첫 타자가 F-4 팬텀 도입
이제 공군력 북 압도
‘노인 학대’ 소리 들으며
55년간 우리 지켜준 팬텀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6월 퇴역하는 F-4E 팬텀(Phantom)이 지난 4월 18일 AGM-142 팝아이(Popeye) 공대지미사일을 실사격 훈련을 위해 임무 공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공군 제공
다음 달에 우리 공군만이 아니라 국방 역사에 기록될 만한 기념식이 열린다. 새 전투기 도입식이 아닌 노후 전투기 퇴역식이다. 비행기가 낡아 폐기하는 것이 역사적인 일이 될 만큼 이 전투기는 특별했다. 필자의 어린 시절 로망이기도 했던 이 전투기는 F-4 팬텀(유령)이다. 팬텀기의 도입 역사는 그 자체가 대한민국의 생존 분투기다.
지금 50대 이하에겐 생소한 얘기겠지만 1968년도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져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해였다. 북한은 그해 1월 21일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위한 대규모 특공대를 청와대 앞까지 진출시켜 총격전을 벌였다. 불과 이틀 뒤 북한은 동해에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를 납치했다. 김일성의 대도박이었다. 그런데 두 사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판이했다. 미국은 북한 특공대의 청와대 기습이란 엄청난 사건에 대해선 ‘냉정 대처’만을 강조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푸에블로호가 납치되자 항공모함을 급파했다. 미국의 이중성을 본 우리 사회의 분노가 커졌다.
당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한국 방위’가 아니라 ‘한반도 전쟁 방지’가 최우선 순위였다. 둘은 같은 것 같지만 강조점이 다르다. 한국군의 북진을 우려한 미국은 국군 전력 증강을 바라지 않았다. 한국군 전력을 북한보다 열세에 두고 그 부족분을 미군이 메꿔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 입장에서 안전하다는 생각이었다.
미국의 이 계산에 따라 가장 피해를 본 것이 우리 공군이었다. 미국은 공군이 약한 한국군은 전쟁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북한 공군은 수적으로 우리 공군을 2배 이상 압도했으며 질적으로도 최신예기 미그-21은 우리 F-5보다 거의 모든 면에서 우수했다. 해외 전략 전문가들은 이 시기 남북한 전력 격차를 2~3배로 보고 있었다. 6·25 후 다시 찾아온 대한민국의 위기였다.
한국군 현대화가 절실했지만 돈이 없었다. 이때 베트남 전쟁이 격화됐다. 미국이 한국군 참전을 원했다. 박 대통령은 고민 끝에 이를 경제 부흥과 국군 현대화의 기회로 삼기로 결심했다. 실제 베트남 파병은 우리 경제와 안보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 와중에 1·21 사태와 푸에블로호 피랍이 벌어지고 우리 사회의 분노가 커지자 미국은 1억달러 추가 군사원조로 한국 민심을 달래려 했다. 육해공군이 이 1억달러 중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려 경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생각은 이미 결정돼 있었다. ‘1억달러 중 6400만달러로 F-4 팬텀 1개 대대(18대)를 구입한다.’ 박 대통령이 남긴 메모다.
당시의 팬텀기는 지금의 F-35와 비견될 수 있는 미국 첨단 항공 기술의 집약체였다. 2차 대전 때 독일을 공습한 미군 중(重)폭격기 B-17의 두 배 가까운 폭탄을 장착하고 음속의 2배로 날았다. 레이더로 적기를 포착해 미사일로 제압했다. 모두 다 놀라운 성능이었다. 미국은 한국군에 팬텀기는 필요 없고 가져도 안 된다는 입장이었지만, 한국군 베트남 파병과 1·21 사태에 따른 상황 변화로 고심하다 결국 생각을 바꿨다. 팬텀기 도입이 한국 사회의 불안 심리를 잠재울 가장 확실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팬텀기를 운영할 첫 부대로 공군 151대대가 창설됐다. 1개 대대 창설식인데도 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마침내 1969년 8월 29일 F-4 팬텀 6대가 대구 비행장 상공에 나타났다. 한국 공군 조종사들이 모는 우리 팬텀이었다. 우리 군 역사에 남을 순간이었다. 이후 북은 더 이상 공중 도발을 하지 못했다. 당시 팬텀기 보유국은 미국 영국 이란뿐이었다. 미, 영은 동일체와 같았고 팔레비 왕조 이란은 미국 최고 우호국이었다. 그런데 4번째 보유국이 대한민국이 된 것이다. 일본, 독일, 이스라엘보다 앞섰다. 팬텀으로 인해 짧은 기간이지만 한때 우리 공군이 아시아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앞으로도 힘들 일이다.
팬텀기 선두 조종사 강신구 중령은 배우 강신성일씨의 친형이었다. 국민의 환영이 얼마나 컸는지 초등생이었던 필자도 당시 장면이 어렴풋이 기억날 정도다. 팬텀기는 육중하고 남성적인 외형과 강력한 성능으로 ‘미그 잡는 도깨비’로 불리며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우리 국민은 팬텀기를 국방의 보루로 여겼다. 1975년에는 국민들이 방위 성금을 모아 팬텀기 5대를 사서 공군에 헌납했다. 우리나라는 이렇게 지켜졌다.
대한민국을 흔들려던 김일성의 1968년 대도박은 거대한 역풍을 불렀다. 그 첫 타자가 F-4 팬텀이었다. 이때 역전된 남북 공군력은 그 후 격차가 계속 벌어져 이제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 다음 타자는 1974년 시작된 방위력 증강 율곡 사업이었다. 지금 우리 군 중추를 이루는 K-1 전차, KF-16 전투기, 해군 호위함, 유도탄 등이 모두 이때 개발 도입됐다. 이제 한국은 세계 6위 군사력의 일류 방위산업 국가다. 팬텀은 200대 이상 도입돼 나중엔 ‘노인 학대’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무려 55년간 우리 하늘을 지켰다. 친근했던 유령 할아버지가 우리 곁을 떠난다. 국가 차원에서 예를 표해도 과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조선일보 양상훈 기자
05-11 국산 ‘청상어’ 탑재 해상작전헬기 MH-60R 연말 정조대왕함 등에 작전배치된다

▲올 연말 한국 해군에 인도될 예정인 록히드마틴의 해상작전헬기 MH-60R 시호크가 한국 해군 마크를 단 채 미국 현지에서 시험비행 중인 모습이 포착됐다. ‘Suburban Wilds Photography’ 페이스북 캡처
연말부터 해군 인도될 MH-60R에 국산 경어뢰 ‘청상어’ 체계통합
해상작전헬기 Ⅱ 내년 기종 결정… MH-60R ‘시호크’ vs. NH인더스트리스 ‘NH90’
MH-60R 5개국 330여대 운용, 가장 진보된 형태의 최고 성능 해상작전헬기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 기종으로 선정돼 올해 상반기부터 우리 해군에 도입될 예정인 록히드마틴의 MH-60R 시호크(Seahawk ) 한국형이 올해 개발이 성공적으로 완료돼 미국 현지에서 시험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방위사업청과 해군에 따르면 MH-60R 시호크는 올 연말부터 우리 해군에 인도되기 시작해 모두 12대가 내년까지 도입돼 정조대왕급 이지스구축함과 호위함 등에 배치될 예정이다. 총 20대를 도입하는 해상작전헬기 사업에서 1차 사업을 통해 도입된 AW 159 8대에 이어 올해부터 12대의 MH-60R가 도입되면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해상작전헬기 사업은 완료된다. 시호크가 전력화되면 북한 잠수함을 비롯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탐지·추적·요격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P-8A 해상초계기가 올해 상반기 내에 6대 모두 도입되면 해군의‘해상 킬체인’이 획기적으로 증강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해군이 운용하는 해상작전헬기 MH-60R 시호크가 비행하고 있다. 록히드마틴 제공
특히 MH-60R는 우리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구축함인 정조대왕급 함정에 탑재돼 해군의 강력한 대잠작전 능력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하지만 MH-60R에 탑재될 예정이었던 MK 54 경어뢰는 당분간 탑재가 어려우며 대신 국산 경어뢰 ‘청상어(K745)’가 탑재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MH-60R에 국산 경어뢰인 K745 청상어를 체계통합해 탑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전 시계적인 공급망 문제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MK 54 경어뢰 도입이 2029년경이나 가능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방사청 등 관계 기관은 MK 54 외에 2005년부터 전력화된 국방과학연구소(ADD)에 따르면 현재 AW-159에도 탑재되는 청상어는 우수한 표적탐지 능력과 정밀한 수중 유도제어 능력, 파괴력을 높인 지향성 탄두가 적용돼 잠수함을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뛰어난 어뢰로 평가받고 있다. 대신 현재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이 미 정부와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상어를 MH-60R에 체계통합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해군은 현재 1990년에 도입한 ‘링스’ 11대와 2000년에 도입한 ‘슈퍼 링스’ 11대 등 링스 22대, 2016년 도입한 AW-159 ‘와일드캣’ 8대 총 30대의 해상작전헬기를 운용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시호크 12대를 도입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울산급 호위함 배치-Ⅲ 사업과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KDDX 등의 도입에 맞춰 장시간 다양한 작전을 펼칠 수 있는 해상작전헬기 도입 필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올해부터 도입되는 MH-60R는 가장 앞선 성능의 해상작전헬기로 평가받고 있다. 록히드마틴 시콜스키는 4억 4720만 달러 규모로 미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록히드마틴은 오는 2024년까지 미 해군에 12대를 전량 인도하고 미 해군은 올 연말부터 우리 해군에 인도하는 절차를 밟는다. 우리 해군은 오는 2025년까지 총 9600억 원을 투입해 12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시호크는 미 육군이 사용하는 다목적 헬기 UH-60 ‘블랙호크’를 해상 군함에서 운용하기 위해 개조한 모델로 록히드마틴 산하의 헬기 업체 시콜스키가 생산한다. 링스보다 덩치가 훨씬 크다.
그만큼 많은 무기와 연료를 실을 수 있어 오랫동안 비행할 수 있다. 길이 19.7m, 너비 3m, 높이 5.23m에 자체 중량 6.895t, 최대 이륙중량은 10.4t인 대형 항공기다. 최고 속도는 시속 270km, 최대 항속 거리는 830km에 이른다. 한번 이륙하면 4시간 가량 작전할 수 있다.
록히드마틴에 따르면 MH-60R는 현재 구축함과 호위함, 항모 등 다양한 함정에서 운용되고 있다. 잠수함은 물론 함정도 공격할 수 있고, 해상 조난자를 찾아 구조하는 탐색구조, 각종 보급품을 실어나르는 수직 보급, 현장에서 작전지휘를 할 수 있는 지휘통제, 특수전 지원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 멀티모드 레이더를 비롯해 디핑소나와 소노부이, 적외선장비(FLIR), 통합방어시스템 등의 탐지장비와 ML 46/54 어뢰, 8발의 헬파이어 대함미사일 등을 장착할 수 있는 4개의 무장장착대를 갖춰 잠수함 위협을 탐지·추적·공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갖고 있다.
특히 MH-60R의 핵심 센서인 APS-153(V) 멀티모드 레이더는 잠수함의 잠망경을 자동 탐지하고, 수면에 떠다니는 다른 이물질과 구별해 식별·추적할 수 있는 ARPDD 모드, 초소형 표적 탐지, 고해상도 레이더 영상, 장거리 해상탐색 능력등을 갖춰 대잠전 능력에 최적화된 레이더로 평가받고 있다.
MH-60R는 대잠전 상황에서 전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정보공유 능력이 뛰어나며, 통합임무시스템은 전장에 대한 정보 우선순위를 분석해 조종사들이 복잡하고 역동적인 전장 환경에서도 최적의 결정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풍부한 운용시간과 수명주기비용도 MH-60R의 강점이다. 록히드마틴에 따르면 MH-60R의 비행시간은 2023년 초 기준 100만 시간을 넘어서면서 안정적이고 검증된 성능을 인정받았다. 무기체계로서의 중요한 요소인 가용성도 95∼98%를 기록했으며, 비행시간당 비용도 5000달러(약 600만원)로 동급 기종 중 가장 낮은 수명주기비용이라는 게 록히드마틴측 주장이다.

▲우리 해군이 운용중인 대잠헬기 ‘링스 MK99’. 해군 제공
MH-60R 도입 국가도 늘고 있다. 현재 미 해군을 비롯해 호주, 덴마크, 사우디아라비아,인도 등 5개국에서 이미 330여 대가 운용 중이며, 지난 2020년 우리나라와 그리스가 각각 12대와 10대를 주문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스페인 해군이 대잠전과 대함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8대의 MH-60R,노르웨이도 탐색구조, 연안 순찰 등을 위해 6대의 MH-60R를 주문했다.
해군은 해상작전헬기 1·2차 사업에 이어 내년부터 해상작전헬기 Ⅱ 사업도 추진한다. 방사청은 지난해 12월29일 제158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노후한 링스 해상헬기를 대체하기 위해 해상작전헬기 Ⅱ 사업을 국외구매로 추진하는 사업추진기본전략(안)을 심의·의결했다.
방사청에 따르며 이 사업은 내년부터 오는 2032년까지 추진되며 총사업비 약 2조 87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도입 대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존 링스 전력을 고려하면 24대 가량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해군의 링스 헬기는 1991년부터 링스(MK 99)12대와 개량형 슈퍼링스(MK 99A) 13대 등 총 25대가 도입됐지만 이 중 2대를 사고로 잃어 현재 23대가 운용 중이다. 특히 링스는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된 우리 삼호해운 소속 삼호 주얼리호 구출작전과 2012년 제미니호 피랍선원 구출작전 등에서도 활약하는 등
다양한 실전 경험과 국내외 인도주의 지원작전에 참가하는 등 해군의 해상작전에 크게 기여했다.
경쟁입찰로 추진 될 이 사업의 후보 기종은 록히드마틴의 MH-60R와 NH인더스트리의 NH 90 NFH(NATO Frigate Helicopter) 등 2개 기종이 거론된다. 2차 사업 당시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던 NH인더스트리가 이번 사업에 참여할지가 관심거리다.
후보 기종 목록에서 AW-159는 취약점으로 지적돼온 상대적 짧은 체공시간의 벽을 넘지 못해 제외됐다.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2차 사업 당시 마린온 기반의 해상작전헬기로 사업참여 의사를 강하게 보였지만 사업추진 방향이 국외 구매로 결정되면서 아쉽게도 참여 기회를 잡지 못하게 됐다.
문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
05.13 北에 1TB 해킹당한 대법원, 뭐가 털렸는지도 모른다
北조직 ‘라자루스’ 2021년 1월부터 2년간 서버 침투
소득증명서 등 1000GB 넘는 재판 정보 빼가
유출 자료 확인 전체 0.5% 그쳐
북한 해커 조직 ‘라자루스’가 국내 법원 전산망을 2년 넘게 해킹해 1014GB 규모의 자료를 빼낸 사실이 정부 합동 조사로 12일 드러났다. 유출 내용이 확인된 건 전체 피해의 약 0.5%(5171개)로 주로 법원 재판 관련 자료다. 주민등록등본, 혼인 관계 증명서, 진단서 등 개인 정보가 포함됐다. 나머지 99.5%는 기록이 삭제돼 어떤 내용을 북한이 해킹해 갔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법원의 재판 기록이 북한 해킹으로 유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국가정보원, 검찰청은 이날 작년에 드러난 법원 전산망 악성 코드 감염이 북한 해커 조직 라자루스 소행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라자루스는 북한의 대남(對南) 공작을 총괄하는 정찰총국 산하에 있다.
이번 해킹은 지난 2021년 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최소 2년간 계속됐다. 해킹된 자료 중 내용 확인이 가능했던 파일 5171개는 우리 국민 1000여 명이 법원에 제출한 개인 회생 신청서와 첨부 서류 등으로 알려졌다. 개인 회생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채무자를 법원이 구제해주는 제도다. 개인 회생을 신청할 땐 기본 개인 정보는 물론 등기부 등본, 소득 증명서, 진단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채권자 목록과 정보도 담긴다. 신청서 한 건당 최소 십수 명의 개인 정보가 들어 있다. 법조계에서는 “내용이 확인된 0.5%의 자료에만 수만 명의 개인 정보가 담겼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픽=김성규
라자루스는 국내외 서버 8곳을 해킹 통로로 활용했다. 이 중 3곳은 해킹으로, 5곳은 차명으로 임차하는 수법을 썼다. 임차료는 가상 화폐로 지급해 서버 운영자는 임차인이 북한 해킹 조직임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수사 당국은 이 중 한 대의 국내 서버에 남아 있던 기록을 복원해 회생 사건 관련 파일 5171개(4.7GB)가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나머지 서버 7대는 이미 자료 저장 기간이 만료돼 어떤 내용의 자료가 유출됐는지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경찰이 밝혀낸 라자루스의 최초 해킹 시점은 2021년 1월 7일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장 오래전에 설치된 악성 프로그램은 2021년 1월 7일”이라며 “공격자는 이 시점 이전부터 법원 전산망에 침입해 있었을 테지만 당시 보안 장비의 상세한 기록이 이미 삭제돼 최초 침입 시점과 원인은 밝힐 수 없었다”고 했다. 북한의 법원 전산망 해킹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이뤄진 것인지 모른다는 뜻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출된 자료 실체를 0.5%만 확인했기에 정확한 해킹 의도조차 알기 어렵다”며 “악성 코드가 침입한 시점의 관련 기록이 있어야 전산망의 취약점도 알 수 있는데 법원 신고가 늦어져 조사가 빨리 이뤄지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해킹당한 법원 서버에는 판결문 등 법원이 작성한 문서뿐 아니라 재판 당사자들이 제출한 소장, 답변서, 준비 서면 등도 저장돼 있었다. 특히 라자루스가 빼낸 자료에는 주민등록번호, 은행 거래 내역, 병력 기록 등 개인 정보가 상당량 포함됐다고 한다. 다만, 부동산·법인 등기 자료가 담긴 전산망은 이번 해킹 피해를 받지 않았다고 대법원은 밝혔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러시아 해커들이 미국 법무부 등을 많이 해킹하는데 재판 등 개인 정보 기록을 빼내 협박하고 기밀을 빼내려는 의도”라며 “이번 사법부 해킹 역시 국가 안보와 밀접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유출된 개인 정보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 2차 피해도 우려된다. 한 경찰 관계자는 “북한의 해킹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이미 이뤄지고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경찰은 피해를 막기 위해 유출된 파일 5171개를 지난 8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제공하고 유출 피해자들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법원행정처는 11일 홈페이지에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올리면서 “명의 도용, 보이스피싱 등 혹시 모를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확인된 유출 문서가 개인 회생과 관련돼, 피해자 특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피해 당사자에게 개인 정보 유출 사실을 직접 통지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법원에서 해킹 신고를 접수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조사에 나섰다. 위원회는 관련 법에 따라 법원의 전산망 운용이 부실했는지를 파악할 예정이다. 라자루스는 법원의 허술한 전산망 관리를 노리고 해킹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법원 전산망 관리자 계정 일부 비밀번호가 수년째 ‘123qwe’와 같은 단순 배열이었다고 한다. 위원회는 또 법원의 사후 조치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조사해 과태료나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05.13 ‘늑장 대응’이 키운 북한 해킹 피해…총체적 대책 시급해
법원 전산망에 악성코드, 2년간 파악도 못 해
지능화하는 사이버 공격에 대응 역량 높여야
북한 해킹 조직이 2년 넘게 국내 법원 전산망에 악성코드를 심어두고 방대한 자료를 빼내 갔던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그제 발표한 국가정보원·검찰과의 합동수사 결과다. 법원 전산망에 대한 북한 해커의 침입은 2021년 1월 7일 이전부터 지난해 2월 9일까지 적어도 2년1개월간 이뤄졌다. 이 기간에 1014GB(기가바이트) 분량의 자료가 국내 서버 4대와 해외 서버 4대로 빠져나갔다. 외부로 유출된 자료에는 이름·주민등록번호와 함께 각종 금융정보·의료기록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다수 포함됐다. 법원 전산망에 대한 북한의 해킹 공격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법원의 대응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한둘이 아니다. 법원은 일반 국민의 신상 정보와 함께 주요 국가기관·기업들이 제출한 문서 등 방대한 자료를 보관 중이다. 이런 자료가 외부로 유출되면 보이스피싱 등에 악용될 우려가 있음은 물론 심각한 경우 국가 안보까지 위협할 소지가 있다. 그런데도 2년 넘게 악성코드 침입을 몰랐다는 건 그동안 법원 전산망의 보안 체계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1년 1월 이전에도 이미 악성코드가 침입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보안 장비의 상세한 기록이 삭제돼 더는 밝힐 수 없었다는 게 국수본의 설명이다.
법원이 지난해 2월 악성코드를 발견한 이후 즉시 관계 기관에 알리지 않고 ‘늑장 대응’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 것도 피해를 키웠다. 사법부의 독립성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공격에 맞서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관계 기관의 협력이 더욱 중요했다. 그러는 사이 외부 서버에 남아 있던 유출 자료 대부분이 삭제되면서 해킹 경로나 목적도 확인하지 못했다. 이번 수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가 유출됐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건 4.7GB 분량(전체의 0.5%)에 불과했다. 허술한 보안 체계로 해킹을 당한 것도 문제지만 무슨 자료를 도둑맞았는지도 모른다는 게 더욱 심각하다.
북한의 사이버 테러나 해킹 공격은 갈수록 지능적으로 정교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북한 해킹 조직이 국내 방위산업 기술을 탈취하기 위해 전방위로 공격한 정황이 경찰에 포착됐다. 당시 대기업 방산업체를 포함한 10여 곳이 기술 자료를 탈취당했다. 이 중에는 1년 이상 북한의 해킹 공격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곳도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사례에서 보듯이 현대전에서 사이버전 대응 역량은 국가 안보의 필수 조건이다. 허술한 대비로 해킹 공격에 허점을 보인다면 유사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 총체적인 점검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여야 정치권은 사이버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사이버안보법 제정 논의에도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다.
중앙일보 사설
05.13 방심위, ‘北이 민노총에 보낸 글’ 삭제해달라는 국정원 요청 뭉갰다
감사원, 방심위 직원 2명 징계 요구

▲1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민주노총이 반미 활동과 관련해 북한 단체로부터 받은 글을 홈페이지에 올려놓아, 국가정보원이 글을 삭제하게 해달라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요청했으나, 방심위 직원들이 국정원이 보내온 증거 자료들을 심의에 올리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의위원들은 ‘증거 불충분’이라며 해당 글에 대한 삭제 요청을 기각했고, 글은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1년 넘게 올라 있었다. 김정은 찬양 게시물이 있는 북한 당국 웹사이트도 방심위 직원들의 업무 소홀로 장기간 차단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가 민주노총에 보낸 연대사. /민주노총 홈페이지 캡처
앞서 2022년 8월 민주노총은 홈페이지에 ‘로동자의 억센 기상과 투지로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무분별한 전쟁대결광란을 저지파탄시키자’라는 글을 올렸다. 북한의 노동자 단체라는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가 민주노총에 보내온 ‘련대사(연대사)’였다. 북한 측은 이 글에서 “내·외 반(反)통일 세력의 전쟁 대결 책동을 저지시키기 위한 ‘로동자 통일 선봉대’ 활동을 힘차게 벌려온 귀 단체 대원들에게 뜨거운 격려를 보낸다”고 했다. 이어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해 “미국과 남조선의 윤석열 보수 집권 세력은 각종 명목의 침략전쟁 연습을 광란적으로 벌려놓고 있다”며 “내외 반통일 세력의 이러한 대결 망동을 단호히 짓뭉개버려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이 북한 단체와 민주노총, 한국노총의 ‘공동 결의문’도 올렸다. 결의문에서 세 단체는 “외세와의 합동 군사연습과 침략전쟁 장비 반입을 비롯한 전쟁 대결 책동을 단호히 짓부셔버리기 위한 투쟁에 총궐기해 나설 것”이라고 했다.
13일 감사원이 공개한 방심위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노총이 이런 글들을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자 2022년 12월 14일 국정원이 방심위에 이 글들에 대한 삭제를 심의해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경찰청도 다음날 삭제 심의 요청 공문을 보냈다.
국정원은 당시 방심위에 공문과 함께 다양한 증거 자료들을 보냈다. 노동 단체라는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가 실제로는 어떤 단체인지를 소개하는 자료와, 민주노총이 올린 글의 어떤 부분이 국가보안법상 ‘이적 표현물’에 해당하는지를 기존에 법원으로부터 이적 표현물로 판결을 받은 다른 글과 비교 분석한 자료 등이 포함돼 있었다. 반면 경찰청이 보내온 자료라고는 민주노총이 올린 글을 복사해 붙여넣기해 놓고,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위험이 있어 삭제가 필요하다’고 적어놓은 것이 전부였다.
그러자 방심위 직원들은 더 늦게 온 경찰청 공문을 먼저 접수하고, 국정원 공문을 나중에 접수했다. 그러고는 경찰청 공문을 근거로 심의를 개시했다.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 위원들에게는 경찰청이 보내온 자료만 제시하고 심의를 하게 했다.
심의위원들은 2022년 12월 19일 소위원회에서 ‘판단을 내릴 근거 자료가 부족하다’며 의결을 보류했다. 다양한 근거 자료가 첨부돼 있는 국정원의 심의 요청은 ‘이미 동일 사안(경찰청의 심의 요청)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자동으로 각하 처리됐다.
방심위 직원들은 국정원이 제출한 증거 자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경찰청에 보완 자료를 내라고 했다. 경찰청이 자료를 추가로 내지 않자, 방심위 직원들은 이듬해 2월 20일 열린 통신소위에 경찰청의 심의 요청 건을 그대로 다시 올리면서, 심의위원들에게 국정원 자료는 보여주지 않았다. 통신소위는 ‘증거 불충분’이라며 ‘해당 없음’ 결정을 내렸다. 민주노총에 글 삭제를 요청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민주노총 홈페이지 글들은 국정원이 지난해 9월 재심의 요청을 하면서 심의 대상이 됐다. 글을 그대로 둔다는 결정이 내려진 지 7개월이 지난 뒤였다. 통신소위 심의위원들은 2023년 9월 25일 회의에서 ‘추가적인 자료 확인이 필요하다’며 다시 결정을 보류했다. 그러자 국정원은 2023년 10월 방심위에 ‘증거 자료가 심의위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보냈다. 국정원은 의견서에서 “그간 본 기관은 다양하고 충실한 자료를 공문서를 통해 제공해 왔으나, 이런 자료들이 심의위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기보다는, 심의용 자료로 만들어지는 과정 중 일부 각색·편집·누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의견서는 심의위원들이 본 기관의 신청 사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별도 편집 없이 원본 그대로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통신소위 심의위원들은 지난해 10월 30일에야 민주노총에 해당 글을 삭제시킨다는 ‘시정 요구’ 결정을 했다. 민주노총이 문제의 글을 올린 지 1년 2개월이 지난 뒤였다.

▲북한 국가관광총국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조선관광’의 첫 화면. /조선관광 홈페이지 캡처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북한 관광 안내 웹사이트 ‘조선관광’도 방심위 직원들의 업무 소홀로 장기간 국내 접속이 차단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국가관광총국이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북한 관광 정보 외에도 ‘불멸의 령도’라는 페이지를 통해 김정은을 찬양하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들을 제공하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해 4월 이 웹사이트에 대한 국내 접속 차단을 심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방심위 직원들은 KT·LG유플러스 2개 통신망에서만 해당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시도해보고 접속이 되지 않자 ‘국내에 해당 정보가 유통되지 않고 있다’며 국정원 요청을 각하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이 운영하는 통신망 등 다른 통신망 3곳에선 접속이 가능한 상태였고, 조선관광 웹사이트는 국정원이 재심의를 요청해 지난해 10월 방심위 통신소위가 국내 접속을 차단하기로 결정할 때까지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노출돼 있었다.
감사원은 국보법 위반 글과 웹사이트에 대한 통신심의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방심위 직원 2명을 징계하라고 방심위 감독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요구했다.
방심위는 감사원에 “앞으로 관계 기관의 심의 요청에 대해 심의위원들에게 자료를 충실하게 제공하고, 내부 절차의 미비점 등을 검토해 향후 심의 과정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한편 방심위 직원들로 이뤄진 언론노조 방심위지부 김준희 지부장은 본지 통화에서 “감사원은 마치 방심위 직원들이 심의 자료를 통신소위 위원들에게 의도적으로 부실하게 제공한 것처럼 보고서에 기술했으나, 통신소위 심의는 국정원 자료 등과 상관없이 내·외부 법률 자문, 특별위원회 자문까지 거쳐서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위원들이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했던 것인데, 감사원이 이런 사실들은 감사 보고서에서 다 빼고 직원들이 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잘못으로 몰아갔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경필 기자
05.16 8년 만에 또 뚫린 ‘사이버 휴전선’…소 잃고도 외양간 못 고쳤다
처음엔 해킹 자체를 부인했다. 내부망과 외부망이 따로 떨어져 있으니 해킹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다 해킹 사실을 인정했지만, 빠져나간 정보는 별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결국 수많은 중요 정보가 넘어간 게 드러났다. 지난 11일 정부 합동조사로 밝혀진 북한의 법원망 해킹 사건 얘기가 아니다. 2016년 공개된 국방망 해킹 사건에서도 ‘부인→해명→시인’이라는 똑같은 과정이 있었다. 8년 만에 ‘사이버 휴전선’이 또 무너졌다.
국방망과 법원망 해킹 사건은 너무나도 비슷하다. 국방망, 법원망은 정보를 보호하려고 내부 정보만을 위한 인트라넷(내부망)을 인터넷(외부망)으로부터 따로 뗐다. 내부망은 밖에서 절대로 들어올 수 없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국방망의 경우 작업자가 업데이트를 손쉽게 하려고 백신 중계 서버 하나를 외부망과 연결한 것이 사달이 났다. 규정 위반이었다. 집요한 북한 해커가 그 틈을 찾아냈다. 법원망의 해킹은 내부망과 외부망을 동시에 쓰는 PC가 발단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해킹 밝혀진 법원 전산망
2016년 국방망 사건과 흡사해
근본대책 없이 정보 대량 유출
민·군·공공 대응체계 통합해야
더군다나 법원 관리자 계정의 비밀번호는 ‘P@ssw0rd’나 ‘123qwe’였다. 이마저도 6년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전산망의 보안을 담당하는 인력은 9명이며, 예산도 32억원에 불과했다. 이쯤 되면 문을 활짝 열고 도둑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것과 다름없다.
북한 사이버 공격 하루 평균 129만 건

▲북한 평양의 과학기술전당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민들. 북한은 전국에서 수학·과학 인재들은 선발한 뒤 과학영재학교인 금성학원에서 컴퓨터를 가르쳐 해커로 양성한다. [AP=연합뉴스]
국방부는 국방망 해킹으로 북한에 넘겨진 자료는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만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 지휘부에 대한 참수작전, 전시 한·미 연합 작전을 다룬 작전계획 5015, 국지도발 상황에 대비하는 작전계획 3100 등 235GB 분량의 정보가 유출됐다. 법원도 처음에는 “외부 사이트와 다량의 통신을 하는 인터넷 특성상 데이터의 세부 사항 특정이 불가하다”며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1014GB 상당의 자료가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망 해킹 이후 정부 당국은 ‘소’ 잃고도 ‘외양간’을 전혀 고치지 못했다. 아니 이번에는 ‘돼지’까지 잃었다. 개인회생 및 회생 개시신청서, 주민등록초본, 지방세과세증명서 등 개인 정보 5171건 말이다. 북한이 이를 보이스 피싱(전화 금융사기)이나 대포통장 개설에 이용할 경우 애먼 국민이 바로 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다. 법원망 해킹으로 국가안보뿐만 아니라 개인의 안위도 위협받게 됐다.
사실 북한의 온라인 파상 공격에 정부·국회·기업·금융·학교·언론 등 우리 사회 전반에서 사이버 침해를 당했다. 안 뚫린 데를 찾는 게 더 빠를 지경이다. 북한은 정보와 돈을 노려 우리 사이버 공간을 공격하는데, 이를 제대로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공공기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하루 평균 162만 건 탐지됐는데, 이 중 북한이 80%였다.
법원망 해킹의 주범으로 지목된 해커 조직인 라자루스는 북한의 ‘전략자산’이다. 라자루스는 2014년 김정은을 풍자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소니 픽처스를 공격하고, 2017년 ‘워너크라이’라는 랜섬웨어를 전 세계 150여 개국의 20만 대 이상의 컴퓨터를 감염시킨 전력을 갖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2018년 라자루스의 북한 해커인 박진혁을 공개수배했다.
익명을 요구한 보안 당국 관계자는 “라자루스는 코딩 실력이 대단한 데다 한 번 문 목표는 절대 놓지 않는 근성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라자루스와 함께 북한 정보기관인 정찰총국이 관리하는 해커 조직인 ‘김수키’는 한국 암호화폐 기업 최소 2곳을 털어갔다고 사이버 보안업체인 카스퍼스키가 최근 밝혔다.
100% 보안 어려워…신속한 대응이 방법
우리나라는 네트워크 기반이 잘 갖춰졌고, 정보화·전산화가 잘 됐다. 사이버 공간에 지킬 게 너무 많은 데 보안이 허술하다. 한국이 해외 해커들의 놀이터가 된 지 오래다. 해킹 사건이 일어나면 후속 대책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보안의 구멍을 찾아내 이를 메우기보다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다. 결국 반짝 관심이 사그라지면서 원래로 돌아간다. 그래서 잊을 만하면 다른 해킹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말’이나 ‘닭’, ‘오리’도 줄줄이 뺏길 판이다.
익명의 보안당국 관계자는 “난공불락의 사이버 보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귀띔했다. 모든 체계는 취약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해커들이 이걸 노린다. 지능형 지속공격(ATP)으로 줄기차게 사각지대를 찾는다. 그리고 백신은 늘 악성코드나 바이러스보다 한발 늦기 마련이다. 왜냐면 해커가 악성코드나 바이러스를 개발하면 백신으로 테스트한다. 안 걸리면 이를 배포하고, 걸리면 손을 본다. 그리고 새 악성코드나 바이러스가 신고되면 백신이 대응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이버 침해를 당하면 이를 빨리 알아채고, 빨리 대응하고, 빨리 복구하는 게 중요해진다.
이런 점에서 법원의 이번 해킹 사건 처리는 빵점이었다. 법원은 지난해 2월 해킹을 인지하고도 지난해 12월에서야 수사의뢰에 나섰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법원의 늦장대처로 기록이 지워지면서 전체 피해의 0.5%만 확인됐고, 나머지 99.5%는 가늠조차 어려운 상태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소장을 지낸 손영동 동국대 국방안전연구센터 교수는 “민·관이 협력해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사이버안보기본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의 대응 체계는 민간·군·공공기관으로 나뉘어 있다. 그러나 누가 사이버 통합 대응의 주도권을 갖는지를 놓고 의견이 갈리면서 사이버안보기본법의 입법은 지지부진하다. 국정원이 민간사찰할 것으로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악용의 소지는 줄이고, 대응 과정을 감시하면 된다. 지금도 북한의 해커는 우리 네트워크를 제집처럼 드나들고 있다. 이번에도 ‘외양간’을 단단히 고치지 않으면 정부는 국가를 지키며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헌법적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다.
중앙일보 이철재 군사안보연구소장·국방선임기자
05-17 北의 법원 해킹과 사이버안보法 부재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법원 전산망이 2년 넘게 북한 해커의 놀이터로 전락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이 크다. 지난 13일 경찰청과 국가정보원 등의 합동 조사 및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월 이전부터 2023년 2월 9일까지 2년 넘게 법원 전산망이 해킹을 당해 무려 1.014TB(A4용지 약 26억 쪽 분량)의 정보자료가 유출됐다고 한다. 특히, 전체 해킹 자료 중 유출 내용이 파악된 것은 0.5%(파일 5171개)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주민등록번호, 은행 거래 내역 등 수만 명의 개인 정보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대법원은 2023년 2월 9일 해킹 사실을 처음 발견하고도 즉각 관계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대신 국내 유명 보안 전문 업체에 의뢰해 지난해 4월 피해 개황을 파악했으나 공개하지 않았다. 그해 11월 30일 모 언론사에서 해킹 의혹을 단독 보도하자 일주일 뒤인 12월 7일에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관련 사실을 신고했다. 12월 13일에는 국정원에 침해사고 조사와 보안대책 강화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킹 사실이 포착된 지 10개월 뒤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제34조에 따르면 모든 개인정보 처리자는 개인정보 분실·도난·유출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지체없이 해당 정보주체(개인정보보호위)에 통지, 신고해야 한다. 대법원이 법절차에 따라 초기부터 신속히 대응했더라면 피해 규모도 줄이고 유출된 자료가 무엇인지 확인해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해킹 사실을 포착한 지 10개월 동안, 그것도 언론 보도가 나오고서야 신고한 것은 법 준수에 앞장서야 할 대법원이 스스로 법을 위배한 것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법부가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전산 보안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안하무인 격의 대응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법원 전산망 관리자 계정의 접근 비밀번호가 6년 넘게 ‘123qwe’였다는 것은 담당자의 보안의식이 매우 안이함을 보여준다.
북한의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하루 평균 156만 건이 넘는다. 2009년 7월 7일 사이버대란 이후 매년 대형 해킹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여전히 해커들은 날뛴다. 2016년 국방부 통합데이터센터 해킹 사건의 경우 군사 2급기밀 226건, 3급기밀 42건, 대외비 27건 등 모두 235GB 분량의 정보가 유출되는 대형 안보사건이 발생했으나 책임졌다는 사람이 없다. 2021년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방산업체 해킹, 최근 7년간 3000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가 탈취돼도 쉬쉬할 뿐 보안 관계자나 지휘 책임자가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거의 없다. 이러니 해킹 사건이 터져도 잠시만 버티면 된다는 안이한 인식이 팽배해 있다.
당국은 대법원의 전산관리 소홀 책임을 묻고 해킹 사건의 은폐 기도를 철저히 수사해 행정·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또한, 대법원 등 헌법기관뿐만 아니라 국가기간망과 공공망에 대해 예외 없이 전면 점검해 근원적인 사이버 보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역대 국회에서 계속 미루고 있는 ‘국가사이버안보 기본법’(가칭)을 조속히 제정해 날로 정교해지는 북한 및 초국가적 사이버 공격에 대응해야 한다.

문화일보
05.18 무기공장 된 평화자동차, 우리 선의에 北의 대답은 늘 이렇다

▲평양봄철 국제상품전람회 내 평화자동차 전시관 모습.
김정은이 최근 방문한 무기 공장이 과거 대표적 남북 경협 사업이던 평화자동차 공장이라고 한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가 이 같은 주장을 제기하자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자동차는 통일교가 남북 합작 형태로 북한 남포에 세운 회사다. 2007년 방북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찾기도 했다. 통일교 측은 2012년 완전히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이 공장에선 신형 240㎜ 방사포 발사 차량이 생산되고 있다. 북이 ‘서울 불바다’를 위협하며 내세우는 무기다. 그 무기가 우리 돈으로 지어진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 온갖 명분으로 숱한 남북 교류·협력 사업이 진행됐다. 많은 회담이 열리고 합의서가 채택됐다. 지금 남아있는 건 하나도 없다. 모두 북이 어깃장을 놓고 합의를 깼다. 1990년대 대우가 투자했던 남포공단의 시설 전체를 몰수했고, 금강산과 개성공단에서도 우리 기업들을 내쫓고 우리 재산을 강탈했다. 우리 정부가 개성에 지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폭파해 버렸다. 올해 들어선 ‘동족도 아니다’ ‘통일 불가’를 선언하고 남북 교통로에 지뢰를 묻고 있다.
애초에 북에 선의를 베풀면 핵을 버리고 개혁·개방에 나설 것이란 ‘햇볕’ 가설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었다. 국가의 안보 통일 전략을 이솝 우화에서 찾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런 사람들이 대북 망상에 사로잡혀 퍼주기에만 몰두했다. 지난 정부는 존재하지도 않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대신 선전해주며 전 세계를 속였다. 그 결과가 미 본토를 공격할 ICBM과 한국을 실제로 공격할 수 있는 전술핵의 완성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어제 출간한 회고록에서 김정은이 자신에게 “핵을 사용할 생각이 없다.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선의를 충분히 베풀지 못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관철시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으로 들렸다. 하지만 남북 정상이 이런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도 북은 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대북 정책은 북의 실체와 의도를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5.20 객관적 사실보다 김정은 말을 더 믿는다는 전직 대통령
북이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날, 문재인 전 대통령 회고록이 공개됐다. 그는 책에서 대북 제재 해제를 위해 “더 적극적인 (미·북 간) 중재를 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있다”고 했다. 북한 제재를 강조하는 유럽 정상들 앞에서 해제를 요청해 국제 망신을 자초한 사람이 그것도 부족했다고 자책했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당시 북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연합 훈련을 함께 중단한다는 구두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그걸 선언문에 담았더라면…”이라고 했다. 북의 불법 도발과 한미의 합법적 방어 훈련을 맞바꾸자는 게 북·중의 ‘쌍중단’ 요구인데, 그것을 명문화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이 “핵을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 딸 세대한테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소개하며 “(미국의) 상응 조치가 있다면 비핵화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약속은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은 “중장거리 미사일은 보유한 게 없다”는 김정은 발언도 소개했다. ‘비핵화 쇼’가 끝나자마자 김일성 광장을 행진한 ICBM 행렬은 땅에서 솟았나.
그는 회고록에서 객관적 사실보다 김정은의 말을 더 믿는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했다. 한국 답방, 직통 전화 가동, 이메일 소통 등 김정은의 약속은 어느 것 하나 실현되지 않았지만 그는 북측 사정을 이해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정은이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고통 겪는 주민들을 위로하고 싶다”고 말했다거나 친서에서 “(폭파한) 남북연락사무소 재건 문제를 협의해 보자”고 제안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외교적 수사와 진짜 속내도 구별할 줄 몰랐음을 자인한 셈이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김정숙 여사의 인도 외유성 출장 의혹에 대해 “악의적 왜곡”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 문건을 보면, 인도는 원래 김 여사 아닌 문체부 장관의 방문을 희망했다. 김 여사는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인도에 가 유명 관광지 타지마할을 방문했고 다른 관광객을 물린 채 독사진을 찍었다. 공식 일정표에 없었고 문체부의 사후 ‘출장 결과서’에서도 빠진 일정이었다.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도 문 전 대통령은 이를 “배우자 첫 단독 외교”라고 했다. 김 여사 외유 의혹도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5-20 국방의대 신설 더 미적대선 안 된다
권태오 前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대표, 예비역 육군 중장
지난 2009년 정부 입법으로 설립하려던 국방의학원은 국회에서 논의도 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그러나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는 과정을 보면서 군(軍)에서는 유사시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일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요구가 팽배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도 잠시뿐, 당시 민간 의료 전문가들이 의대에서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므로 별도의 특수대학원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반대했고, 정부로서도 추가적인 예산 소요가 부담된다고 해 이 안은 성사되지 못한 채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그러던 것이 최근 의대 증원 관련 논의와 함께 다시 군내 선결 과제로 부각돼 다행으로 생각한다.
현재 군의 의료는 전적으로 의무복무 군의관에 의존하고 있으나, 의학 전문대학원 제도가 도입된 후 선행한 학부과정 중에 이미 군 복무를 마친 입학자가 늘어 의무복무를 해야 할 군의관을 확보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군의관은 3년을 근무하는 단기 군의관과 10년을 근무하는 장기 군의관으로 나뉘는데, 최근 10년간 장기 복무를 지원한 군의관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고 그나마 2021, 2022년 각 1명이라도 있던 것이 지난해에는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기준 장기 군의관은 군 장학생이나 사관학교 출신자 중 의전원에 위탁 교육해 확보한 인원이 전부로, 전체 군의관 2400여 명 중 7.7%밖에 안 된다. 그 결과 일선에서의 임상진료는 경험이 적은 단기 복무 군의관에 의존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군 의료 수준에 대한 불신을 일으켜 그 극복 방안으로 추진했던 현역병들에 대한 민간 병원 진료 제도는 의료 수요만 촉발했다.
군에서 필요로 하는 의료 분야는 전쟁이 벌어졌을 때 직면하는 것으로, 골절·신체절단·총상·파편상·화상을 포함한 심각한 외상과 잠수병, 생물학·화학 물질에 의한 부상은 물론 트라우마(trauma·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심리치료 등이 있는데 민간 의료 영역과는 확연히 구분이 된다.
군에서 자체 국방의료 교육기관을 통해 군의관을 확보하는 나라는 미국·일본·중국 등이다. 1972년에 설립된 미국의 ‘군의과대학교(USU)’는 군은 물론 공중보건의로 근무할 군의관, 간호사, 보건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다. 학사학위를 가진 군인과 민간인을 대상으로 선발하며, 1200여 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지난 2010년 필자가 방문했을 때 학생들이 2층으로 된 도서관 열람실을 꽉 채운 상태에서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공부에 열중하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군의과대학교 화상센터와 트라우마 치료 분야는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으며, 재활센터 또한 유명하다. 미국의 이러한 국방 의무요원 양성 체제와 유사한 것으로, 일본 자위대에는 ‘방위의과대학’이 있고 중국 인민해방군은 3개의 ‘군의대학’을 운용하고 있는데 모두 민간 의료기관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군내 뒤떨어진 의료 수준을 향상시키고 전시나 전염병 창궐 때와 같은 위기 때를 대비한 군 전문의 특수 의료 분야를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전 세계 6위의 국방력을 부끄럽지 않게 하는 조치일 뿐 아니라, 국가의 공공의료 체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해법이기도 하다.
문화일보
05-21 [속보]육군 32사단서 훈련중 수류탄 사고…2명 사상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육군 32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서 21일 오전 훈련 중 수류탄이 터져 훈련병 1명이 숨지고, 부사관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소방당국과 경찰, 육군 측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0분쯤 세종시에 있는 육군 32사단에서 수류탄 투척 훈련을 하던 중 수류탄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훈련을 받던 A 훈련병이 심정지 상태로 국군대전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당시 훈련을 지휘하던 소대장 B 상사는 손과 팔 등에 중상을 입고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과 경찰은 A 훈련병이 수류탄 핀을 뽑은 뒤 던지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다.
군 관계자는 “사망 장병과 가족에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진심으로 전한다”며 “민간 경찰과 함께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일보 곽선미 기자
05-21 55년 임무 끝 퇴역 ‘F-4’, 독자 개발 ‘KF-21’… 공군력 세계 5위로[10문10답]

▲지난 9일 마지막 국토순례비행을 하고 있는 F-4E 팬텀 대대가 사선으로 대형을 이뤄 비행 중이다. 55년간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해온 팬텀은 오는 6월 7일 고별식을 갖는다. 공군 제공
■ 10문10답 - 팬텀 고별식 계기로 본 전력
F-4, 1975년 국민성금으로 구입
주력기로 쓰며 北공군 전력 역전
KF-16, 보유 대수 가장 많아
2028년까지 130대 성능 개량
F-35A, 20대 추가 도입할 예정
마하1.8 속력·행동반경 1093㎞
KF-21, 공대공 미사일 역량 ↑
2026년부터 120~200대 양산
대한민국 영공을 55년간 수호한 ‘불멸의 도깨비’ F-4 팬텀이 오는 6월 7일 늦은 은퇴식을 치른다. F-4 팬텀의 고별식을 계기로 북한 공군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세계 공군력 5위 신화를 일군 우리나라 공군의 드라마틱한 전력화 과정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6·25전쟁 발발 당시 우리 공군은 이름뿐인 연습기 수준의 최약체였던 데 비해 북한 공군은 러시아(옛 소련)의 최신 미그기로 무장, 압도적 우위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1960년대 남북 공군력을 처음으로 역전시킨 게 바로 F-4였다. 이후 우리 공군은 3세대 F-5, 4세대 KF-16과 F-15K에 5세대 스텔스전투기 F-35A까지 일취월장했고,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을 개발하며 항공강국 대열에 섰다. 이를 통해 우리 공군은 북한이 인지조차 하기 전에 선제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반면 북한은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공군력 강화 의지를 사실상 접었다는 평가다.
1. 6·25전쟁 당시 남북한 공군력은
6·25전쟁 초기 북한은 공군의 항공력에서도 한국군을 압도했다. 북한은 전투기 132대, 훈련기·수송기 약 30대를 보유한 반면 우리 공군력은 연락기 13대, 훈련기 3대에 불과했다. 당시 한국 공군 조종사 총 57명 중 훈련을 제대로 받은 숙련된 조종사는 39명에 불과해 북한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 주둔 미 극동공군(FEAF)이 참전하면서 양상이 바뀌었다. 미 공군은 제공권을 확보해 북한 공군을 말살시켰다. 그러다가 1950년 11월 숙련된 소련 조종사가 모는 미그-15가 개입하면서 공중전은 또다시 변모했다. 미그-15와 미 공군 F-86은 보유 대수가 5 대 1에 이를 정도로 공산군은 제트전투기 숫자에서 결정적 우위를 보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 F-86 전투기의 우수한 성능과 함께 뛰어난 미군 조종사들 기량 덕분에 북측은 제공권 확보에 실패했다.
2. 남북한 공군력 역전 주역 F-4 팬텀
1960년대 후반부터 한국군 주력 전투기로 활약한 팬텀은 공군 전력을 단번에 역전시켰다. 이전에는 옛 소련제 미그기를 보유한 북한 공군이 우리보다 한 수 위였다. 팬텀을 들여오기 전 북한 공군력은 한국 공군보다 수적으로 2배 이상이었고, 기체 성능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미그 계열 전투기를 보유했다. 더군다나 분산 배치된 북한 작전기지들의 주요 장비 및 시설물들은 엄폐화 또는 지하화돼 있었다. 당시 북한 공군은 5분 내지 15분 이내에 항공기 150여 대를 전 기지에서 비상 출격시킬 수 있었다. 팬텀은 동시대 전투기 중 비행성능 및 공대공, 공대지 등 모든 능력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했다. 베트남전이 끝나자 미군은 무상임대했던 F-4D 18대의 반납을 요구했다. 이에 공군 전력 감소를 우려한 정부는 국민성금 163억 원을 모아 1975년 이 중 5대를 구매했다. 이 5대가 ‘방위성금헌납기’로, 공군은 헌납 전투기 편대를 ‘필승편대’로 명명했다. 이후 공군은 F-4D를 추가 도입했고, 대구 K-2에서 F-4D 74대를 운용하면서 팬텀은 공군 주력기로 자리매김했다.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테러사건 이후 당시 전두환 정부는 북한에 응징 보복하겠다며 청주기지에 F-4E 전투기로 구성된 ‘살수 대기’ 부대를 만들었다. 원조 ‘참수 부대’였던 셈이다.
3. 아시아 유일 팬텀 보유국
공군이 1969년 F-4 팬텀을 도입하면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고, 미국·영국·이란에 이어 세계 4번째 팬텀보유국이 됐다. 공군은 북한 기습공격 능력 등에 대처하기 위해 1966년 ‘공군력 증강 5개년 계획서’를 통해 1968년부터 F-4D 팬텀을 도입할 것을 박정희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그 무렵인 1968년 1월 ‘무장공비의 청와대 기습사건’과 미 정보함 ‘푸에블로’호 납북사건에 이어 삼척·울진 무장공비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 제2의 6·25전쟁 발발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는 베트남 파병 국군의 철군을 고려했다. 미국은 국군이 철군하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뻔해 한국을 달래려 팬텀 공급을 약속했다. 당시 국군이 보유 중인 F-5A를 베트남에 보내는 대신 F-4D 18대를 무료·무기한 조건으로 임차해줬다. 북한 공군은 1966년부터 마하 2급의 미그-21을 도입했으며 1969년 4월 15일 동해상에서 주일미해군 정찰기 EC-121M을 격추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주한미공군 전력개편용 F-4D 팬텀을 우리 공군에 먼저 공급하게 됐다.

▲지난 9일 전남 고흥 상공에서 할아버지뻘인 F-4 팬텀 편대 좌우측 꼭짓점에서 비행하던 손자뻘인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기 2기가 편대에서 떨어져 나오는 ‘피치아웃’ 비행을 하고 있다. F-4 편대는 고별인사를 건네듯 플레어를 사출했다. 공군 제공
4. 공군 성장 최대 공로 F-5 시리즈
F-5 시리즈는 대한민국 공군의 실질적 성장을 이끈 최대 공로자다. F-4D/E 팬텀이 한반도 하늘을 주름잡은 핵심 공군 전력이었다면 F-5 시리즈는 북한 공군의 미그-21 전투기를 하나하나 몸으로 막아내는 근접전의 주력이었다. 공군은 1965년 4월 30일 F-5A/B ‘자유의 투사’ 도입을 시작으로 1975년까지 151대를 인수했다. 마지막 남은 기체는 2005년에 퇴역했다. F-5E/F는 1974년 14대 도입을 시작으로 1979년까지 146대를 인수했다. F-5E/F 직도입 기체는 2023년 말까지 퇴역했다. 국내에서 면허생산한 KF-5 제공호는 68대를 만들었다. 공군은 모두 365대의 F-5 시리즈를 보유했다. 공군이 운용한 기체 시리즈 중 가장 많다. 공군 전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는 F-5E/F 전투기를 도입한 1974년부터다. 1973년까지 2만8310명이던 공군 병력 정원은 KF-5 면허생산이 끝나는 1986년 5만여 명에 육박했다. 1982년 9월 9일 국내에서 면허생산한 KF-5F 1호기가 첫 비행에 성공했고, 대한항공은 F-5E 36대, F-5F 32대를 양산했다. KF-5E/F는 대한항공에서 1982년 9월부터 1986년까지 68대가 국내 조립생산으로 만들어졌다. KF-5/E/F 제공호 61대는 2028년 퇴역할 예정이다.
5. 160여 대 공군 주력 KF-16
현재 보유 대수 기준으로 보면 우리 공군 주력 전투기는 KF-16 전투기다. 공군은 4세대 다목적 전투기 KF-16을 160여 대 보유하고 있다. 현역 기체 중 가장 많다. KF-16 130여 대, F-16PBU 30여 대다. 세계 6위의 보유량이다. KF-16은 현재 성능 개량을 진행하고 있다. 2028년까지 130여 대 전체에 대한 개량이 완료될 예정이다. 성능 개량은 신형 AN/APG-83 AESA 레이더와 새로운 임무 컴퓨터, 전자전 장비, 향상된 조종간, JHMCS-II를 사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선 등이 이뤄진다. 성능은 F-16V(블록 70/72)에 준한다. JHMCS-2 헬멧과 AIM-9X-2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을 연동하면 기축선 밖 표적 획득이 가능해져 근접 공중전에서 압도적인 능력을 갖추게 된다.
6. 동북아 전술기 중 가장 강력 F-15K
하이급 주력 전투기 F-15K는 61대를 수입했고 이 가운데 2대가 추락해 현재 59대가 운용 중이다. F-15K는 공군에서 ‘슬램 이글’이라는 이름을 명명했다. 전폭기인 만큼 공대공, 공대지 임무를 모두 맡는다. 한국 공군의 요구에 따라서 하푼 블록2 공대함 미사일, SLAM-ER 공대지 미사일 운용 능력을 갖췄다. F-15 이글에서 파생된 전폭기 F-15E 스트라이크 이글을 1990년대 기술로 업그레이드한 기체다. 해외로 판매된 F-15 계열기 중 처음으로 미군 사양보다 향상된 성능을 보유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는 동북아 공군 전술기 중 가장 강력한 제공 전투기라는 평을 받았다. 공대지 공격 능력도 탁월하다. 최강의 유럽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타우러스를 탑재했고, 현재 성능개량을 계획 중이다.

▲F-35A 스텔스 전투기들이 공군 청주기지에서 압도적 공군력을 과시하는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엘리펀트 워크는 수십 대의 전투기가 최대 무장을 장착하고 밀집 대형으로 이륙 직전 단계까지 지상 활주하는 훈련이다. 공군 제공
7. 국산 FA-50, 수출의 주역
국산전투기 FA-50 ‘파이팅 이글’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해 생산한 초음속 다목적 경전투기다. FA-50은 60대, FA-50으로 개조가 가능한 TA-20대를 보유 중이다.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KTX-2 사업을 통해 만든 초음속 훈련기인 T-50 골든이글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FA-50은 TA-50에 위협보조 장비와 야간작전능력, 전술데이터링크, 정밀 폭격 능력을 추가한 개념이다. FA-50에 적용된 레이더가 기존 AN/APG-67에서 이스라엘제 EL/M-2032 레이더로 변경됐고 다양한 공대공과 공대지 모드를 장착해 공격 임무수행이 가능해졌다. 정밀유도폭탄으로는 GPS 유도무장인 합동직격탄(JDAM), 바람수정확산탄(WCMD) 등을 운용하는 게 가능하다. 공대공·공대지미사일을 비롯해 JDAM과 지능형확산탄(SFW) 같은 정밀유도무기 등을 최대 4.5t까지 탑재할 수 있다.
8. 5세대 전투기 F-35A 도입
5세대 전투기 F-35A ‘프리덤 나이트’는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다. F-35A 스텔스전투기 주둔지는 충북 청주기지인 제17전투비행단이다. 공군은 F-35A를 40대 도입했다. 2023년 12월에는 차기전투기 2차 사업으로 미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F-35A 추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2027년부터 F-35A 20대가 추가로 전력화되면 우리 공군이 보유한 F-35A는 59대로 늘어난다. 스텔스 기능으로 적지에 은밀히 침투해 핵과 미사일 시설, 전쟁 지휘 시설 등 핵심 표적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위력을 갖췄다. 추가 도입 F-35A는 내부무장 장착능력이 종전 대비 1.5배로 늘고, 레이저 유도 방식인 GBU-56(L-JDAM) 복합유도폭탄 등 새로운 무장도 장착하게 된다.
9. 국산 KF-21 보라매
4.5세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는 지난 8일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미티어(Meteor)와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2000 실사격에 성공하며 공대공 역량을 과시하는 등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20대, 2025년 20대 등 이른바 ‘20+20’ 방식의 양산 계약 체결이 결정됐고, 2026년 실전 배치된다. KF-21 블록1 2개 대대가 순차적으로 강릉에 배치될 전망이다. KF-21은 전장 16.9m, 전폭 11.2m로 각각 14.5m, 8.1m의 소형·경량 전술기인 F-5보다 덩치가 큰 기체다. 한국 공군 최초로 초음속 제트 전투기 F-5를 운용한 강릉의 제18전비 소속 105전투비행대대가 기종 전환해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창설부대로 운용된다. 이후 공군은 공대지 공격 능력을 보유한 블록2 120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10. 한국, 현재 공군력 세계 5위
2021년 2월 영국의 ‘플라이트 인터내셔널(Flight International)’은 한국의 공군력을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5위로 평가했다. ‘2022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공군이 운용하는 공격용 전투기는 410여 대다. 원주 제8전비에는 FA-50 2개 대대, 예천 제16전비에는 FA-50 1개 대대와 TA-50 1개 대대가 있다. 수원 제10전비는 F-4E 1개 대대, KF-5E/F 2개 대대를 운용하고 있다. 강릉 제18전비에는 KF-5E/F 2개 대대, 충주 제19전비는 KF-16 1개 대대, F-16 2개 대대로 구성됐다. 서산 제20전비에는 KF-16 4개 대대가, 군산 38전대에는 KF-16 1개 대대가 배치돼 있다. 여기에 대구 제11전비는 F-15K 3개 대대, 청주 제17전비에는 F-35A 2개 대대가 운영되고 있다.
공군은 F-35A 20대를 추가 도입하고 2026년부터 KF-21 보라매 120대를 양산할 계획이다. FA-50 경공격기는 블록 20으로 진화할 예정이다. 우리 공군은 수적으로 많다고 할 수 없지만 대부분 4세대 이상 최신예 전투기로 제공권 장악력이 뛰어나고, 가동률 역시 매우 높다. 전 세계에서 미국이 25%, 러시아가 8%, 중국이 6%, 인도가 4%, 우리가 3%를 차지하고 있다. 항공기 국산화율이 높아질수록 가동률은 더욱 높아지기에 보라매와 FA-50 블록20이 전력화하고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탑재하는 시점부터 공군력은 더욱 강력해지고 북한과 비교해 절대적인 우세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05.22 베트남 승전과 역사의 교훈

▲지난 7일 베트남 디엔비엔푸 시에서 열린 1954년 디엔비엔푸가 프랑스 식민군을 상대로 승리한 70주년 공식 축하행사 모습./AFP 연합뉴스
베트남 서북부 도시 디엔비엔푸에 이달 초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렸다. 70년 전 바로 이날 국부로 추앙받는 호찌민이 이끄는 공산군이 이곳에서 50여 일 전투 끝에 프랑스군을 물리친 디엔비엔푸 전투 승전 7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것이다.
헬기가 축하 비행을 했고, 시민과 군인들이 승전 퍼레이드를 벌였다. 패전국 프랑스 국방장관·보훈장관도 기념식에 처음 참석했다. 디엔비엔푸 전투는 아시아 피식민지가 유럽 식민 통치 세력을 무력으로 굴복시킨 첫 사례다. 승전 70주년은 지났지만, 경축 분위기는 해를 넘어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을 축출하고 남베트남을 무력으로 병합한 통일 50주년이 내년 4월이기 때문이다.
미국 요청으로 파병했던 한국은 1992년 베트남과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수교한 뒤 경제·문화 등 각 분야에서 급속히 밀착하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베트남 통일 역사를 굳이 마주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디엔비엔푸 전투 이후 통일에 이르는 20여 년 궤적은 분단 상태인 대한민국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를 격퇴하며 사기가 오른 베트남 공산 세력은 1955년 미국의 지원 아래 남베트남이 수립되자 적화통일을 목표로 삼았다. 이는 1960년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속칭 베트콩)’의 결성으로 이어졌다. 미국 지원을 받는 남베트남에 비해 무기·병력에서 절대 열세였지만 공산 세력에는 선전·선동이라는 수단이 있었다.
남베트남이 권력층 부정부패와 쿠데타 등 잇단 정치 혼란으로 어수선한 틈을 치밀하게 파고들었다. 국론을 분열시키고, 반미 감정을 고취시키고, 반전 여론 조성으로 긴장을 누그러뜨렸다. 결정타는 1968년 1월 ‘뗏(음력설) 대공세’였다. 남베트남 전역 31곳에서 군경과 미군을 습격한 공산 세력은 남베트남군(1만4000명), 미군(2000명)보다 더 많은 5만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미국 사회에 반전 여론을 들끓게 해 미군이 철수하는 중대 계기가 됐다. 1975년 4월 남베트남 수도 사이공이 함락되며 적화통일이 완료됐다.
베트남 통일 과정이 보여주는 역사의 교훈은 두 가지다. 분단 국가에서 내분은 패망의 지름길이고 힘이 있어야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대우받는 건 ‘힘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힘이 지속될지 불안케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정치권은 분열하고, 민심은 싸늘해졌다.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핵·미사일로 위협하던 북한은 대법원까지 해킹했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면 주한 미군 철군·감축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른다. 풍년일 때 흉년을 대비하는 건 경세의 기본. 우리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베트남인 만큼 국가의 경사는 축하해야겠지만, 그 이면에서 교훈을 찾는 일도 병행됐으면 좋겠다.
조선일보 정지섭 기자
05.22 북한 MZ세대가 체제를 흔들 수 있을까
김정은은 최근 평양 전위거리 준공식 연설에서 “청춘의 슬기와 용감성”을 추켜세우며 북한 MZ세대의 마음 잡기에 나섰다. 지난달 공개한 ‘친근한 어버이’라는 뮤직비디오에서는 청소년에게 둘러싸여 환하게 웃는 김정은의 모습을 부각했다. 하지만 이런 연출과는 정반대로 청년층을 겨냥한 처벌도 강화하고 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 세 가지 법을 제정해 남한 말투를 쓰거나 남한 드라마를 보고 유통하는 주민을 사형도 가능한 중형에 처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할 만큼 MZ세대는 체제 위협적인가. 이들의 의식은 어떠하며 우리 대북정책에 주는 함의는 무엇인가.
개인주의·자본주의 지지에 있어
MZ세대와 다른 세대 차이 적어
남한 문화와 시장 활동 경험하면
의식 변화돼 체제 흔들 수도 있어
MZ세대는 김정은의 통치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사회주의의 어떤 독재자도 이런 ‘골치 아픈(?)’ 신세대를 경험한 적이 없었다. 중국이 개혁개방에 나섰던 1970년대 후반이나 소련이 붕괴했던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젊은 층은 이전 세대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디지털과 실용성, 자유와 개인주의로 무장한 신세대의 출현은 전 지구적 현상으로 북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1980년대에 태어난 M세대는 청소년 시절 ‘고난의 행군’이라는 참혹한 경제난을 겪었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태어난 Z세대는 장마당이 시장으로 진화하면서 외부 정보에 훨씬 많이 노출됐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이동식 저장장치를 통해 남한 드라마를 보고 남한 상품을 접하며, 외국 방문이나 해외 파견에서 돌아온 부모로부터 ‘놀랄 만한’ 바깥소식을 들었다. 고위급 탈북자 중에는 자녀가 북한행을 극구 반대했기 때문에 한국에 입국한 이도 꽤 있다.
필자가 만난 탈북 청년도 특이했다. 한 남성은 하나원에서 나오자마자 머리를 금빛으로 염색했다. 그냥 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한다. 탈북 이유를 물었더니 “딱 보니 북한에는 희망이란 없었어요. 아버지께 이야기했더니 ‘맞다’ 하시면서 너라도 자유롭게 살라고 해서 그냥 한국에 왔어요”라고 답했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 한 여성은 조만간 퇴직하고 사업을 하겠다고 했다. “중국을 넘나들며 밀수를 한 나의 수완과 경험을 활용하면 한국에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보기엔 한국은 북한보다 어수룩한 사회예요.”
데이터로 보는 북한 MZ세대는 어떤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2011년부터 탈북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이들을 해마다 100명 정도 조사해 왔다. 그런데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MZ세대가 특별히 더 개인주의적이거나 자본주의 친화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김정은과 주체사상에 대한 지지도가 다른 세대보다 높으며, 북한 체제의 지속가능성을 더 길게 본다. 북한에 거주할 당시 핵무기 보유를 지지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도 MZ세대는 다른 연령층보다 찬성도가 높다. 북한의 MZ세대 전체가 특이하다는 주장은 소수의 비슷한 표본을 선택해 내린 성급한 결과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무엇이 사실에 가까운가.
MZ세대가 체제 변혁적인 의식을 가지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외부 문화와 외국 실정을 알아야 한다. 위의 설문자료에서 MZ세대 탈북민 660여 명 중 북한에 있을 때 남한 문화를 자주 접했다는 비중은 53%, 한두 번 접했거나 전혀 접하지 못했다는 비중은 47%였다. 만약 한두 번 접했거나 접하지 않은 자가 남한 문화를 자주 접하게 되면 자본주의 지지도는 13% 증가한다. 특히 30대의 반응 정도가 더 커서 이 같은 경우 자본주의 선호도는 20% 넘게 올라간다.
시장 활동 경험도 MZ세대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 북한에서 장사한 경험이 있는지 묻는 설문에 MZ세대의 63%가 있다고 답했다. 장사 경험은 MZ세대의 개인주의와 자본주의 지지도를 각각 10%, 6% 증가시킨다. 시장 활동은 자신의 결정에 따라 부와 빈곤이 갈리는 경험을 갖게 함으로써 자신이 삶의 주체라는 의식을 고취한다. 따라서 집단보다는 개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자극하고, 시장이 지배하는 경제체제를 선호하게 이끈다. 다른 세대도 시장 활동을 통해 의식의 전환을 체험한다. 그러나 MZ세대의 의식 변화가 북한 정권에 더 위협이 되는 이유는 이들의 젊음이다. 더 오래 살 것이기 때문에 정권에 장기간 위협이 될 뿐 아니라 현실을 바꾸는 데 따르는 위험도 기꺼이 치르려 한다. 탈북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MZ세대의 25%가 ‘자유를 찾아서’라고 답했다. 이는 비(非) MZ세대보다 세 배나 높은 비중이다.
북한 정권은 ‘시장, 자본주의, 남한 문화’를 반체제 3종 세트로 간주하고 이들을 동시에 억압하고 있다. 정부와 주민 간 거대한, 그러나 보이지 않는 전투장이 형성된 것이다. 우리의 대북정책도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MZ세대를 겨냥한 맞춤형 전략을 펴야 한다. 외부와 북한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전하고 자유와 번영의 기회를 알려서 북한의 MZ세대가 남한 및 국제사회와 함께 하는 미래를 꿈꾸게 해야 한다. 북한 변화와 비핵화의 승부도 결국 여기서 판가름날 것이다.
중앙일보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경제학부
05.24 '채 상병 사건'과 국방의 미래
이 사안의 사법처리는
정치 이해득실로만 따지면 안돼
청년의 죽음 안타깝지만
안전지상주의가 軍 목표 돼서야
20대 남성 자살률, 산재사망률
둘 다 군대가 훨씬 낮아
군대는 실제로 사회보다 안전
사고 줄이며 안보 지키는 군대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21일 오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해병대원 특검법’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를 둘러싼 정쟁은 여야 간 자존심을 건 대결로 치닫고 있다. 채 상병 사건의 진상 규명과 사법적 정의 실현이 목적이라면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특검으로 직행할 이유가 없다.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의 수사 참고 용도로 작성한 조사 보고서를 국방부가 처리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오판과 실수가 결국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는 정치적 참사로 키운 것이다. 그러나 이 사안의 처리는 정치적 승부와 정의 실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국방의 미래에 미칠 심대한 영향이 더 큰 문제다.
작년 7월 채 상병이 폭우 피해 지역인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되었다가 순직한 것은 온 국민의 공분과 탄식을 불러일으킨 안타까운 사건이다. 만약 장병들의 안전에 필수적인 구명조끼조차 입히지 않은 채 급류에서 수색 작전을 벌였다면 이러한 무모한 작전에 책임이 있는 지휘관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민간 기업이 이런 식으로 안전을 무시하고 위험한 작업에 직원이나 계약자를 몰아넣었다가 인명 사고가 났다면 그 기업의 책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군에서 일어나는 유사 사고에 대해서도 똑같은 기준으로 지휘관에게 과실치사 또는 직무유기 등 혐의로 형사 책임을 묻는다면 정의는 실현될지 모르나 군의 운용과 국방의 미래에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첫째, 군 간부의 자질이 급격히 저하될 것이다. 지난 10년간 안전사고나 군기 사고(자살 포함)로 사망한 군인은 연평균 85.4명에 달한다. 민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고와 마찬가지로 안전에 더 노력하고 안전 수칙을 철저히 준수했다면 대부분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에서 지휘관에게 책임을 물을 여지는 있다. 그런데 가령 안전사고나 군기사고의 3분의 1 정도에 대해 지휘 책임이나 형사 책임까지 묻는다면 사단장이 되기 전에 감옥에 가거나 해임을 당하지 않은 장군이 몇 명이나 남아있을까. 결국 지휘관으로서 자질이 없어도 휘하 부대의 안전사고나 군기 사고로 한 번도 문책당한 적이 없는 장교가 승승장구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 이런 장교들에게 국방을 맡겨도 될까.
사병의 복무 기간 축소와 급여 인상으로 초급장교 충원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학군장교(ROTC)를 운영하고 있는 전국 대학 108곳의 절반이 지원 미달을 겪고 있고, 육·해·공군 사관생도의 자퇴율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휘관이 되는 것이 감옥 입소를 예약하는 것이고, 부하의 안전사고로 유죄판결 한 번 받으면 복역 후 사면받더라도 연금이 절반으로 줄어들 걱정까지 해야 한다면 장교 충원은 앞으로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둘째, 안전지상주의에 빠진 군은 전쟁할 수 없는 나약한 군대로 전락하기 쉽다.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면 안전을 경시해도 좋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실전 같은 강도 높은 훈련일수록 사고 위험은 높지만 이를 소홀히 하면 유사시 일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더 위험해진다. 군인의 안전이 군의 존재 이유가 되고 지휘관이 안전사고를 막는 데만 전전긍긍하면 국가의 안전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끝으로, 군 내의 안전사고를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정치화하는 것은 군이 유독 인명과 안전을 경시하는 조직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확산시키고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의 불안을 조장한다. 2014~2023년간 안전사고에 의한 군 사망자는 연평균 16.1명으로 1만명에 약 0.3명이다. 이는 민간 기업 산재 사망률 0.98(2023)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군 내 자살률은 10만명당 12.9명으로 20대 남성 자살률 24.5명(2022)의 절반 수준이다. 확률론적으로만 본다면 평시에는 민간 기업에 근무하는 것이 군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 그러나 민간 기업에서 일어나는 사망 사고는 보도조차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한 반면, 군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여론의 과잉 조명을 받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군 안전사고가 정치 쟁점으로 부각될수록 군 생활이 실제보다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고, 병역 의무 이행에 대한 공연한 불안을 확산시킨다.
군 내 안전사고는 정치적 이해 득실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국가 안보를 희생하지 않고 안전사고를 줄일 현실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군은 안전 교육과 훈련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근절하고 안전 문화를 선진화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05.25 [단독] 한국형 사드 L-SAM 개발 완료… 우리 무기로 '거미줄 방공망'
고도 40~60㎞서 北미사일 요격
전투용 적합 판정, 내년부터 양산

▲군이 독자 개발중인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L-SAM·엘샘)의 발사 모습. 국방부는 내부 시험에서 3차례 요격에 성공한 엘샘이 지난 30일 첫 공개 시험에서도 요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국방부
군이 독자 개발 중이었던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엘샘)’가 최근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으며 개발이 완료됐다고 복수의 정부 소식통이 24일 전했다. ‘한국형 사드(THAAD)’로 불리는 엘샘은 내년부터 양산 절차에 돌입해 수년 내 실전 배치될 전망이다. 요격 고도 40~60㎞인 엘샘이 실전 배치되면 현재 사드(40~150㎞)·패트리엇(15~40㎞)·천궁-2(15~30㎞)로 구축된 한미 연합 방공망이 더욱 촘촘해져 북한 핵 위협 대응 능력이 강화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김하경
미군에서 운용하는 사드와 달리 엘샘은 우리 군이 독자 운용하게 된다. 현재까지 우리 군은 고도 40㎞ 이상의 탄도미사일 요격은 미군 사드에 의존해야 했는데, 엘샘 개발로 방어막이 한 겹 더 생긴 셈이다. 군은 이와 함께 고도 100~1000㎞에서 요격하는 SM-3 도입 방침도 밝혔고, 상공 60~150㎞에서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할 능력을 갖춘 ‘엘샘Ⅱ’도 2020년대 후반 전력화를 목표로 개발하겠다고 했다.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 기술 교류를 가속화하며 핵·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는 시점에 북한 미사일을 상층과 하층에서 다층적으로 요격하는 확률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래픽=김하경
이번에 독자 개발이 완료된 엘셈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연구·개발이 이뤄졌다. 한화·LIG넥스원 등 국내 업체들이 레이더·유도장치·구동장치 등을 개발했다. 2014년 사업 추진이 결정된 이후 10년 만에 개발이 완료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시험 발사가 수개월 연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4차례에 걸쳐 표적 요격 시험을 마쳤고, 지난 3월 비공개 시험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에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게 됐다고 한다.
엘샘에 쓰이는 S-밴드 다기능 레이더는 사드에 쓰이는 X-밴드 레이더보다 탐지 거리는 다소 짧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탄도미사일과 함께 적 항공기 탐지·추적도 가능하다. 정사각형 형태를 하고 있는데 최대 150도 범위에서 회전이 가능한 형태로 광범위한 면적을 커버한다. 실전 배치 시 항공기 수백 대, 탄도탄 수십 기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고 한다.
엘샘은 레이더가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면 요격탄을 발사해 적 미사일을 직접 타격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요격탄은 1·2단 추진체와 직격 비행체(kill vehicle)로 구성돼 있다. 직격 비행체가 적 탄도미사일을 직접 타격하는 역할을 맡는다. 직격 비행체를 활용한 탄도미사일 요격 기술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이어 우리가 세 번째로 확보했다고 군 정보 소식통은 전했다. 사드도 직격 비행체를 활용한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경북 주에 있는 사드는 대구·부산 등지의 군사시설을 방어하는 목적이고, 엘샘이 전력화되면 우리 군이 필요한 추가 지역에 미사일 방어 능력을 제공할 수 있다”며 “저고도뿐 아니라 중고도까지 국산 미사일 방어 체계를 적용할 수 있게 돼 미사일 방어 체계가 더 효과적으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시점에서는 ‘한국형 사드’라는 별명에 다소 부족함이 있지만 향후 성능을 개량해 사드 수준으로 요격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번에 개발된 엘샘은 ‘K방산’에 새로운 기대주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전과 이스라엘·이란 분쟁 등으로 미사일 요격 체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II’에 대한 각국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데, 엘샘이 천궁II에 이어 차기 K방산 효자 상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2월 약 32억달러(약 4조2528억원)에 달하는 천궁II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는 계약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이후로도 천궁II에 대한 구매 의사를 밝힌 국가가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샘으로 중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가 확보된 만큼 수출 전망도 밝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양지호 기자
05.27 [단독] 박상학 암살하려던 독침 펜, 자살 립스틱… 北간첩 장비 美 첫 전시
美워싱턴DC 국제 스파이 박물관
탈북민 인터뷰 계기로 국정원 협조 얻어
독침 펜 등 7점 신규 입고… 화제 몰이 중

▲미 ‘국제 스파이 박물관’이 공개한 북한 공작원 관련 전시물. ①독침이 든 펜, ②독극물 립스틱, ③내부 통신용 송신기 ④원거리 통신용 라디오, ⑤야간 공습용 적외선 조준경, ⑥암호 전송기. 박물관이 북한 공작원 관련 도구를 전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10년 전만 해도 이런 장비들이 실제 사용됐단 사실을 생각하니 놀랍고 소름 돋는데요….” 지난 23일 미국 워싱턴DC ‘국제 스파이 박물관’ 4층 전시실에 들어서니 현장학습을 온 학생들을 비롯한 관람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런 대화를 하고 있었다.
국제 스파이 박물관이 지난주부터 북한 암살범·대남 공작원 등이 실제로 썼다는 독침 펜과 적외선 카메라, 통신 장비 등 7점을 새롭게 전시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스파이 박물관은 지난 2002년 설립된 박물관으로, 전 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1만여 점의 스파이(espionage) 관련 전시물을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작년에만 69만명이 방문한 명소다. 4년 전엔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국제 스파이 박물관이 북한 관련 물건을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본지와 만난 얼라이자 브란 박물관 매니저는 “우리는 전 세계에 흩어진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간직한 유물을 찾아다닌다”며 “이번에 들어온 (북한 관련) 전시물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환상적인 것”이라고 했다.
◇ 北인권운동가 공격하려던 독침 펜

▲미 '국제 스파이 박물관'이 최근 공개한 북한 공작원 관련 전시물. 독침이 든 펜.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이 중에서도 관람객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암살 도구인 독침 펜이다. 지난 2011년 대북 전단 살포를 주도했던 탈북민 출신 인권 운동가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암살하려다 붙잡힌 북한 정찰총국 인사가 소지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 대표는 이 인사를 만나러 가다가 정보 당국의 제지로 다행히 화를 면했다고 한다.
펜은 겉으로 보기엔 파커사의 은색 볼펜처럼 평범해 보이지만, 안에 펜촉 대신 독침이 들었다. 오른쪽으로 3~4번 돌린 후 볼펜 윗부분을 누르면 독침이 총알처럼 발사된다고 한다. 해당 독침을 맞으면 바로 근육이 마비되고 숨이 막혀 금세 목숨을 잃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독침은 볼펜·만년필 등에 숨기기 용이하면서도 유효 사거리가 10m는 돼서 근거리에서 효과적으로 기습 공격을 할 때 쓰였다고도 한다. 1968년 청와대 무장 공비 습격 사건에도 쓰였고, 1990년·1995년 두 차례 남파된 공작원 김동식씨도 이 독침 펜을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 유사시 사용할 독극물 립스틱

▲미 ‘국제 스파이 박물관’이 공개한 북한 공작원 관련 전시물. 독극물 립스틱.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암살범·공작원이 유사시 썼다는 ‘독극물 립스틱’도 인기를 끌고 있는 전시물 중 하나다. 검은색 몸통에 든 립스틱으로 독을 머금고 있다. 박물관 측은 “보통 10달러(약 1만4000원)도 하지 않는 립스틱이지만 이 안에 독이 있다면 바르는 사람은 바로 목숨을 뺏긴다”면서 “암살이 아닌 자살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 은밀한 통신 장비… 단파 라디오, 코드 테이블 등

▲미 '국제 스파이 박물관'이 공개한 북한의 원거리 통신용 라디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북한 공작원이 본국과의 소통을 위해 종이에 쓴 보안 코드('코드 테이블'). 박물관이 북한 공작원 관련 도구를 전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북한 간첩이 본국과 원거리에서도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데 쓰였다는 일본 파나소닉사의 RF-B65 단파 라디오, 여기서 송출되는 난수 방송을 해석하는 도구인 ‘코드 테이블’도 볼 수 있다. “숫자 ‘86093′이 ‘암살’을 뜻한다”고 한다. 비무장지대(DMZ)를 배회하던 북한 군인이 어둠 속에서 의지하던 적외선 카메라, 북한 암살범이 작전 수행 후 본국에 정보를 보고할 때 썼다는 낡은 트랜스미터(전송기)도 함께 전시됐다.
박물관이 북한 스파이 관련 물건을 전시하게 된 건 작년 7월 박물관 소속 역사가인 앤드루 해먼드 박사가 탈북민 김모씨를 공개 인터뷰한 것이 계기가 됐다. 김씨는 북한 정보기관 요원 출신으로, 탈북 후 2015년부터 국내의 한 연구소에서 일해왔다. 그의 파란만장한 탈북 여정과 남한 정착 얘기를 들으려 평일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청중 수백 명이 몰려들었다. 이를 본 국제 스파이 박물관 측은 우리 국정원에 협조를 구해 북한 물건들을 사상 최초로 전시하기로 했다.

▲미 ‘국제 스파이 박물관’이 공개한 북한 공작원 관련 전시물. 야간에 쓰이는 적외선 조준경.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미 ‘국제 스파이 박물관’이 공개한 북한 공작원 관련 전시물. 내부 통신용 송신기.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 “北, 고립된 권위주의 국가… 가장 억압돼 있어”
박물관 측은 이번 전시가 현재진행형인 한반도 분단, 북한 핵·미사일 폭주 등에 대한 관심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란 매니저는 “많은 사람이 첩보 활동과 역사, 그리고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 전반을 제대로 이해하길 바란다”면서 “이것이 우리 박물관이 지닌 교육적 사명”이라고 했다.
박물관은 전시 안내문을 통해 “공산주의 북한은 1950~1953년 한국 전쟁을 일으켜 한반도 통일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며 한반도 분단이 남침에서 비롯됐단 사실도 분명히 알리고 있다. 박물관 측은 또한 북한에 대해선 안내문을 통해 “1948년부터 김씨 집안에 의해 통치되고 있는 고립된 권위주의 국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억압이 심한 나라”라며 “당의 노선에서 벗어나거나 정권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심한 경우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05.27 北, 대북전단 보복 '오물 대량 살포' 예고… "수거 작업 엄청 힘들 것"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김정은 총비서가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기여한 비상설위성발사준비위원회 성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북한은 26일 남한이 대북전단(삐라)을 살포하고 해상국경을 침범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맞대응으로 오물을 살포하겠다고 했다.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최근 들어 국경 지역에서 삐라와 각종 너절한 물건짝들을 살포하는 한국의 비열한 심리모략 책동이 우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김 부상은 “기구를 이용한 살포 행위는 특이한 군사적 목적으로도 이용될 수 있는 위험한 도발”이라며 “이미 기구에 의한 물건짝 살포 놀음의 위험성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라고 했다.
그는 최고군사지도부가 지난 24일 군대에 “군사주권에 대한 적들의 도발적 행동에 공세적 대응을 가하라”라고 지적했다며 “국경 지역에서의 빈번한 삐라와 오물 살포 행위에도 역시 맞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김 부장은 그러면서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지역과종심지역에 살포될 것”이라며 “이를 수거하는 데 어떤 공력이 드는가는 직접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부상은 “한국 괴뢰해군과 해양경찰의 각종 함선들이 기동순찰을 비롯한 여러 가지 구실로 우리의 해상국경선을 침범하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라며 “빈번한 해상국경 침범 행위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우리는 대한민국이 말하는 ‘북방한계선’이라는 것을 넘어 본 적이 없다”라며 “해상주권이 지금처럼 계속 침해당하는 것을 절대로 수수방관할 수 없으며 어느 순간에 수상에서든 수중에서든 자위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정식 경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해상에서 그 무슨 사건이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공화국의 해상주권을 침해한 대한민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부상 담화에서 언급된 ‘24일 군사 최고지도부 지적’은 지난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0차 정치국 회의에서 이뤄진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보고와 관련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당시 정치국 회의에서 “최근 조성되고 있는 군사정세에 관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의 종합적인 보고를 청취했다”며 “국가의 주권과 안전 이익을 믿음직하게 수호하기 위한 공화국 무력의 당면한 군사활동 과업이 제시되고 그를 책임적으로 수행할 데 대한 지적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담화를 통해 군 총참모부 보고를 다시 상기시킨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지상·해상 도발 가능성과 함께 그동안 발사 준비를 지속해온 군사정찰위성 도발이 임박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군은 최근 서해위성발사장이 있는 동창리 일대에서 정찰위성 2호기 발사를 준비 중인 정황을 식별한 바 있다.
조선일보 김명진 기자
05-27 [속보]육군 “훈련병 사망 군기훈련, 규정 부합하지 않은 정황”…인권센터
“무리한 ‘얼차려’”수사 필요

▲훈련병들이 훈련소에서 ‘팔굽혀펴기’ 얼차려를 받는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전날 밤 떠든 훈련병 6명, ‘얼차려’…“민·군 함께 조사”
육군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진 사건과 관련해 군기훈련 당시 관련 규정을 어긴 정황이 있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육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던 상황과 관련해 “규정에 부합되지 않은 정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구체적인 상황은 (군 당국이) 민간경찰과 조사 중이어서 말씀드리기가 제한된다”고 밝혔다.
육군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5시 20분쯤 강원도 인제의 모 부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다. 쓰러진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25일 오후 사망했다.
군기훈련이란 지휘관이 군기 확립을 위해 규정과 절차에 따라 장병들에게 지시하는 체력단련과 정신수양 등을 말한다. 지휘관 지적사항 등이 있을 때 시행되며 ‘얼차려’라고도 불린다.
사망한 훈련병은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을 도는 군기훈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 인제군의 한 군부대에서 군기훈련 중 훈련병이 쓰러져 숨진 사건과 관련, 간부가 훈련병의 건강 이상 징후를 무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숨진 훈련병에게 건강 이상 징후가 있었으나 집행간부가 이를 무시했다”며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얼차려’ 부여로 병사가 사망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센터가 이날 공개한 제보에 따르면 지난 22일 6명의 훈련병이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이튿날 오후 완전군장을 차고 연병장을 도는 군기훈련을 받았다.
연병장을 돌던 도중 한 훈련병의 안색과 건강 상태가 안 좋아 보이자 같이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들이 현장에 있던 집행간부에게 이를 보고했는데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계속 집행했다.
얼마 뒤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져 민간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숨졌다.
센터는 “제보 내용대로라면 집행간부가 훈련병의 이상 상태를 인지하고도 꾀병 취급하고 무시하다 발생한 참사”라며 군기훈련의 명령·집행·감독이 육군규정120 병영생활규정에 맞게 이뤄졌는지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정대로 군기훈련 전 대상자의 신체 상태에 대한 문진 등 점검이 있었는지, 군기훈련의 수준이 과오에 비추어 적절했는지 등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센터는 또“(제보) 관련된 사항들이 모두 사실로 밝혀지거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면 부대는 언론에 사건이 공개된 26일 밤까지 왜 ‘쉬쉬’하고 있었는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 관계자는 군인권센터의 이런 발표에 대해 “민간경찰과 함께 조사를 통해 확인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사망한 훈련병은 지난 13일 전방사단 신병교육대에 입대했다. 육군은 사망한 훈련병의 순직을 결정하면서 일병으로 추서했다.
문화일보 박세영 기자
05-28 軍 작전 본질과 사법·정치적 문책 한계
이성출 前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예비역 육군 대장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 8개월이 넘는다. 하지만 사건 후유증은 확대일로이고, 급기야 국회에서 특검을 의결하자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뿐만 아니라, 야당은 이 사건 처리에 대통령이 개입해 직권을 남용했다면서 탄핵까지 거론한다.
군의 지휘권이란 지휘관이 계급과 직책에 의해 합법적으로 행사하는 권한을 말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실종된 민간인 시신을 강에서 찾기 위해 대민 지원 차원에서 군이 수색작전을 하다가 병사 1명이 깊은 물에 빠져 숨진 사고다. 따라서 채 상병 사망 사고의 발생 과정에서 지휘권이 합법적으로 행사됐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채 상병 사망 사고가 있기 이틀 전에 경북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렸고, 민간인 1명이 급류에 실종됐다. 이에 상급부대는 대민 지원 차원에서 해병 1사단장에게 가용자원을 활용해 시신을 찾도록 지시했다. 사단장은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하고자 물속 수색을 결심하고 지휘권을 행사해 이를 특정 예하 부대에 지시했다. 이때 사단장은 본인의 경험과 가용정보, 첩보 등을 토대로 작전 환경을 분석하고 그 부대가 임무 수행에 적합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다만, 사단장이 수색작전을 결심하는 과정에서 강물 깊이와 유속(流速),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는 점 등을 세밀히 고려했어야 했는데 이를 소홀히 했다. 사단장이 판단을 잘못해 채 상병이 익사했고, 사단장의 임무 수행은 상급지휘관의 의도에 부합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사단장의 지휘권 행사가 합법적이지 않았다고 볼 수 없는 것은, 그가 조치한 일련의 과정에서 판단을 잘못한 것이지 법을 어기는 행위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단장이 꼼꼼하고 철저했으면 이런 사항을 충분히 고려했을 텐데 그가 디테일하지 못하고 판단을 잘못함으로써 중요한 요소를 놓치고 말았다. 그러나 치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은 지휘관 개인의 특성이지 이를 법률에 저촉된다고 볼 수 없다. 사단장이 대대장의 건의를 묵살한 것도 지휘관의 합법적 권한 행사이므로 법에 저촉된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군의 지휘권은 상하관계에서 강제성이 수반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예하 지휘관의 건의를 받아주지 않은 것이 법률을 위배한 것은 아니다.
군의 작전은 불확실성과 마찰·위험·고통 등을 무수히 수반하므로 작전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기 어렵다. 따라서 작전 결과를 법적으로 처벌하면 지휘관은 위험을 회피할 것이고, 전장에서 용맹과 모험·창의·도전은 찾기 어렵게 된다. 군사작전을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이유다. 이 사건 조사에서 군사경찰은 사단장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조사 책임자의 법률에 따른 조사 절차와 조사 공정성은 존중한다. 다만, 지휘관의 작전 실패를 지휘 책임의 영역 아닌 법적 영역으로 해석한 점은 아쉽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에서 사단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그 책임은 군이 자체적으로 엄정 조사해 보직해임이나 감봉·정직·파면 등 징계처분을 해야지, 정치적 특검으로 책임을 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특히 문민 통제는 군을 정치의 하위 개념으로 규정하나, 군의 전문성과 고유 기능은 정치적 간섭을 받지 않고 존중돼야 함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05.29 '쿵' 하더니 포도밭에 오물테러…北 '오물 풍선' 경남까지 날아갔다

▲북한이 보낸 대남 전단 살포용 풍선의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가 경기와 강원 등 접경지역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사진은 29일 오전 파주시에서 발견된 풍선 잔해. 연합뉴스
북한이 날려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대남 오물 풍선'이 경기와 강원 등 접경지역은 물론 전국 전역에 걸쳐 150여개 발견됐다고 군 당국이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29일 "북한은 어제(28일) 야간부터 다량의 풍선을 대한민국에 살포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강원, 경기, 경상, 전라, 충청 등 전국에서 150여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150여개 풍선 중 일부는 땅에 떨어졌고 나머지는 계속 비행 중이다.
합참은 "지상에 낙하한 풍선은 군의 화생방신속대응팀(CRRT)과 폭발물 처리반(EOD)이 출동해 수거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는 오물과 쓰레기가 포함돼 있었으며, 관련 기관에서 정밀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북한의 행위는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북한 풍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으며, 북한의 반인륜적이고 저급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또 "국토부·행안부·경찰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우리 국민의 안전대책을 강구할 것이며, 유엔사와도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며 "미상 물체 식별 시 접촉하지 말고 가까운 군부대 또는 경찰에 신고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북한은 지난 26일 국내 대북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맞대응하겠다며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 지역과 종심 지역에 살포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오물 풍선, 경상 지역까지 날아갔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28일 오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경기와 강원 등지에서 풍선 잔해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28일 오후 10시 17분쯤 동두천시에 있는 한 식당 건물에서 풍선 잔해로 보이는 물체와 매달린 두엄(거름) 주머니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29일 오전에는 파주시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인근을 비롯해 성남시 수정구의 아파트, 평택시 사후동 저수지 나무 위 등 경기 북부와 남부에서 신고가 잇따랐다.
김포시에서도 대남 풍선이 서울과 일산 방향으로 날아갔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강원도에서도 오전 0시 12분 화천과 오전 1시 양구, 6시 13분 철원 2건 등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29일 오전 경남 거창에서 발견된 대남 전단 살포용 풍선. 연합뉴스
오물 풍선은 접경지를 넘어 전국 곳곳에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5시 30분쯤 경남 거창군의 한 논에 풍선 추정 물체가 떨어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약 5m 높이 풍선 두 개에 비닐 주머니가 매달린 상태였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위험 물질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군과 함께 수거했다.
접경지에서 직선거리로 250km 이상 떨어진 경북 영천에서도 대남 풍선 잔해가 발견됐다. 오전 7시 40분쯤 영천시 대전동 한 포도밭 주인은 경찰에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오물로 보이는 쓰레기가 비닐하우스를 파손했다"고 신고했다.
밭 주인은 신고 약 10분 전 '쿵'하는 소리를 듣고 나갔다가 파손된 비닐하우스 옆에서 폐비닐 더미와 오물을 발견했다. 대남 전단(삐라)이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북한은 2016년에도 풍선에 오물을 실어 날려 보낸 적이 있다. 당시에도 이로 인해 차량과 주택 등이 파손됐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05.30 北, 동해로 미사일 10여발 쏜 뒤 서해서 GPS 교란 공격
북한이 30일 오전 초대형방사포로 추정되는 단거리 미사일 10여발을 발사한 직후 우리 서북도서 일대에 GPS전파 교란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600mm 초대형 방사포 발사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조선중앙TV 뉴시스
군 관계자는 이날 “오전 7시쯤부터 북한이 서해 NLL 이남 서북도서 일대에 GPS 전파 교란 공격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합참은 “이날 오전 6시 14분쯤 북한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추정되는 비행체 10여 발을 포착했다”고 했다.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 직후 GPS 교란 도발을 진행한 것이다. GPS 공격은 오전 9시20분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은 하루 전인 29일 오전에도 서해상에 GPS 전파 교란을 감행했다. 북한군이 대남 오물 풍선 260여개를 살포하고 있던 중이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2가지 이상의 도발을 동시에 활용하며 남측 대응을 지켜보는 것 같다”고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6일 “빈번한 해상국경침범행위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해상주권이 지금처럼 계속 침해당하는 것을 절대로 수수방관할수 없으며 어느 순간에 수상에서든 수중에서든 자위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것을 정식 경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우리가 선포한 해상국경선을 존중하지 못하겠다면 두려워라도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선택”이라고 했다. 30일과 29일 두차례에 걸쳐 서북도서 일대에 북한이 GPS 공격을 감행한 것은 북한이 주장하는 ‘해상국경선’에 대한 무력시위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과거 연평도·백령도 등 서북도서 일대 해상이 ‘북한 영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 2월 김정은은 NLL이 ‘유령선’이라며 연평도·백령도 북쪽에 ‘해상 국경선’을 임의로 그은 뒤 이를 침범할 경우 무력행사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직접적인 무력 행사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우리에게 경제적 피해를 입히기 위한 수단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서북도서 일대는 꽃게잡이가 한참인 시기인데 GPS공격이 이뤄질 경우 민간 선박 출항 및 조업에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날 오전 GPS 교란 공격을 감행하면서 서북도서 민간 선박 출항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양지호 기자
05-30 北 ‘오물 풍선’ 전국 휘젓게 놔두다니…軍 대응 문제 있다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사태는 결코 해프닝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이 28∼29일 남쪽으로 날려 보낸 오물 풍선은 260여 개에 이르며, 서울을 비롯해 경기·충청·전라·경상도 등 대한민국 전역에 도달했다. 정부서울청사와 외교부 청사까지 겨눈 정황도 있다. 목표지점에서 터지도록 오물 풍선에 자동폭파 타이머까지 부착돼 있었다. 29일 서울 용산의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는 국빈방한한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환영식이 개최됐는데, 자칫 거기에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매뉴얼 운운하며 멀뚱멀뚱 쳐다본 군 당국의 대응은 다음의 다섯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첫째, 북한은 한국의 대북 풍선에 대한 대응이라고 하지만 어불성설이다. 김여정 발표 등을 보면 북한 정권 차원의 ‘풍선 테러 작전’이었음을 알 수 있다. 대북 민간단체의 풍선과는 차원이 다르다. 유엔군사령부가 이날 즉각 “정전협정 위반” “국제법 위반”이라고 발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풍선이 군사분계선을 넘은 즉시 강력히 대응했어야 했다. 둘째, 군 당국은 신속히 격추했어야 했다. 풍선은 크고 느리기 때문에 육안으로도 관측되고 소(小)화기로도 격추가 가능하다. 그런데도 산맥과 강을 가로질러 남부지방에 이를 때까지 “매뉴얼에 따른 대응” “대민 피해 우려” 핑계를 대며 구경만 했다. 북 도발에 대한 “선 조치 후 보고” “즉·강·끝 대응” 운운이 민망하지도 않은가.
셋째, 오물이기에 망정이지 생화학·방사능 의심 물질 등이 담겨 있었다면 심각한 위협이 됐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 테러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패러글라이딩 습격도 연상시킨다. 넷째, 북한군에 ‘풍선 전쟁’에 대비한 충분한 전술 자료를 습득하게 했다. 다섯째, 비례성 대응은 엄두도 내지 못한 것 같다. 오물 풍선이 전 국토를 농락하는데 구경만 하는 것은 대한민국 군대의 태세가 아니다.
이제라도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 김여정은 온갖 비아냥대는 표현을 동원해 “앞으로도 계속 보낼 것”이라고 했다. 군 당국 차원의 상응하는 풍선 작전은 물론 확성기 방송 재개 등도 검토할 때다. 압도적 대응이 도발 억지력이 된다.
문화일보 사설
05-30 北의 ‘하이브리드 심리전’ 대비할 때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북한의 도발이 변태적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적을 괴롭히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공산주의의 특성상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레드라인을 넘었다. 김정은 수령 체제의 말기적 증상인지 러시아가 확실하게 뒷배를 봐줘서 그런지 분간이 안 간다. 2016년 이후 8년 만에 오물 투하로 한반도를 흔든다.
북한이 풍선에 매달아 보낸 ‘휴지짝과 오물짝’이 담긴 대남전단이 한반도를 관통했다. 이 풍선에는 분변 등 오물과 쓰레기 봉지가 매달려 있었고, 풍선은 공중에서 타이머 장치로 터뜨리는 방식으로 보인다. 북한의 풍선은 민가 지역뿐 아니라 공항·고속도로 등에 떨어질 수 있어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에는 대형 풍선 안에 커다란 물체도 있어 차량과 주택 지붕이 파손되기도 했다. 북한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공격에 이어 탄도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했다.
북한은 지난 26일 국방성 담화를 통해 우리 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국경 지역에서의 빈번한 삐라와 오물 살포 행위에 맞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북한의 오물 도발 의도는 다음 두 가지다.
우선, 군사정찰위성 실패의 국면 전환 전략이다. 북한이 지난 27일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2호기는 발사 2분 만에 1단 로켓이 폭발했다. 김정은은 이례적으로 실패를 인정하며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석유발동기의 동작 믿음성(신뢰성)” 문제였다고 밝혔다. 그는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을 예고하면서 우리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북한은 6개월 만에 기존 백두산 엔진에서 연료·산화제를 바꾼 새 대형 엔진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지난해 김정은이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대형 엔진에 관심을 보이더니 무리한 엔진 교체를 시도했다가 사달이 난 것이다. 러시아 기술진을 맹신했는지 애초에 무모한 시도였는지는 추가 정보 분석이 필요하다. 한일중 정상회의에 맞춰 기술적으로 불완전한 새 엔진을 장착하고 발사를 강행한 김정은의 결정은 브레이크 없는 벤츠 같다.
다음은, 대남 민심 교란 심리전이다. 지난 4월 총선 때는 잠잠하던 북한이 드디어 대남 교란 작전 전개에 나섰다. 오물 투하는 남한의 대북전단 살포 때문이라며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나서서 ‘성의의 선물’이라고 조롱하는 등 공세를 강화했다. 서울 도심에서 남부 지방에 이르는 오물 투하는 청정 환경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 모욕과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 한다. 다양한 방법을 뒤섞어 구사하는 하이브리드 심리전이다.
남한 전역에 뿌려지는 수백 개의 오물 풍선과 함께 대형 엔진을 장착했으나 2분 만에 폭발한 군사정찰위성 도발은 2024년 평양 지도부의 기괴함과 무모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정은이 연초에 남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두 국가론을 주장한 만큼 향후 도발 행태는 상상하기 어려운 양태를 보일 것이다. 민족에만 기반한 대북 인식에서 탈피해 적국(敵國)이 위해를 가한다는 사고의 전환도 해야 한다. 그로테스크한 심리전부터 서해 5도 기습 도발 공격 및 생화학 테러 등 평양의 다양한 대남 도발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남한 내부에 남남갈등을 유도하는 대남 선전 선동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민관군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 태세 수립이 절실한 때다.

문화일보
05-31 소련 붕괴 연상시키는 北 우주발사체 망상
20세기 중후반, 미국과 소련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두 진영을 대표해 여러 분야에서 체제 경쟁을 벌였고, 전장을 우주로까지 확대했다. 소련은 1957년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세계 최초로 발사하는 등 처음에는 우주 개발에 있어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미국의 ‘스타워즈’ 계획 등 군비 경쟁에 맞설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못해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다가 1991년 마침내 연방국이 붕괴되고 말았다.
이후 냉전체제가 해체되고 세월이 흐른 지금, 우주는 체제 경쟁이 아닌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국익 경쟁 무대로 바뀌었다. 미국의 기술력과 경제력을 상징하는 민간 기업인 스페이스X가 2023년 한 해에만 98회의 우주 발사체 발사에 성공하는 등 세계 각국은 우주 시대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들어갔다.
이러한 뉴스페이스 시대에 북한은 아직도 우주를 체제 선전의 장으로 이용하려는 행태를 보인다. 북한은 일찍부터 체제 유지를 위해 장거리미사일에 집착했으며, 최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우주 발사체 개발에 집착하고 있다. 특히, 김정은은 2021년 8차 당대회 때 수년 내 군사정찰위성을 갖겠다고 선언하고 그것을 숙원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11월 최초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발사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 5월 27일 밤 10시 44분쯤 추가로 발사했으나, 발사 직후 1단 추진체가 폭발했다. 군 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실패는 발사체 엔진 연소 계통의 문제로 추정되며, 북한도 새로운 엔진을 개발·적용한 데 따른 문제였다고 인정했다. 이는 러시아 기술진이 북한에 들어가 로켓 발사체 연소시험 등을 지원했는데도 아직 북한의 기술력은 완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이번 실패는 단순히 기술력 부족에 그치는 게 아니라, 경제 측면에서 보면 더욱 심각한 문제다. 우주 발사체를 궤도에 올리는 데 최소 수억 달러가 드는 만큼, 이는 북한 전 주민의 1년 치 식량에 가까운 비용을 허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23년 이후 북한은 위성, ICBM 등 총 9차례의 우주 발사체 발사 시험을 했다. 만성적인 식량난과 열악한 경제 상황을 무시한 채 군사 목적을 위한 우주 발사체 개발에 재정을 탕진하고 있는 데 대해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도 거세다. 또한, 추후 이번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수차례의 시험과 발사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북한 주민의 삶이 더 피폐해질 것이다.
통상 중대형급 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발사체 엔진 개발에는 십수 년이 걸리며, 소형급 위성 발사를 위한 소형 발사체 개발에도 수년 이상이 소요된다. 유럽은 2014년 발사성공률이 90%를 웃돌던 ‘베가(Vega)’ 발사체의 성능을 일부 개선한 ‘베가-C’ 개발에 착수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도 문제를 해결하는 중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위성 발사 이후 약 6개월 만에 새 엔진으로 위성을 발사했다는데, 과연 안정적인 발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을까?
김정은은 체제 선전과 주변국 갈라치기에 급급한 나머지 성급하게 ‘야밤 발사’ 버튼을 누르게 된 게 아닐까? 김정은의 무리한 시도는 한·일·중 정상회의를 겨냥해 3국 간의 협력 관계에 균열을 내기 위한 이유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경제력과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인데 우주 분야에서도 체제 선전을 위해 무모한 예산 투입과 정책 결정을 하는 북한의 모습에서 1991년 소련 붕괴의 잔상이 보인다. 북한은 구소련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국가 재정과 국력을 주민들의 생존권과 인권을 위해 집중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바꾸기를 기대한다.

문화일보
05-31 ‘국보법 위반’ 코리아연대 대표, 징역 2년 법정구속
기소 3년 10개월만에 1심 판결
북한에 동조해 이적단체를 구성한 혐의로 기소된 ‘자주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코리아연대’ 공동 대표가 재판에 넘겨진 지 3년 10개월 만에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최경서)는 31일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 북한 찬양·고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모 대표에게 징역 2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국민 안전 확보의 필요성과 북한의 무력도발 등 실질적 위협이 가해지는 상황을 볼 때 북한이 반국가 단체가 아니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기관지에 게재한 글과 집회를 주도한 행위 내용 등이 이적동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2013년 4월 코리아연대에 가입한 김 씨는 2016년 4월까지 4차례에 걸쳐 북한의 핵실험을 옹호하고 한·미 연합 훈련 중단 등을 주장한 혐의를 받는다.
다른 코리아연대 공동 대표들과 관계자들은 국보법 위반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됐다. 김 대표는 그 사이 해외에 체류했다.
강한 기자 str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