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4] 〈제46화〉“김문기 출장 시장에 보고” 증언한 직원에…이재명, ‘발끈’ - 〈제60화〉총선 승리 후 법정 출석한 이재명, 남욱·유동규 직접 신문
[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4] 동아일보
2023-07-01
〈제46화〉“김문기 출장 시장에 보고” 증언한 직원에…이재명, ‘발끈’ 뒤 법원서 설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46화입니다.
속도 붙는 대장동 재판
‘50억 클럽’ 수사엔 빨간불“(호주 출장) 대상자 명단이 변경되면 제가 하다못해 (이재명 시장에게) 쪽지 보고라도 했을 것.”
6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성남시 예산법무과장 A 씨는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2015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호주 출장에 추가로 함께 가게 된 과정에 대해 이같이 증언했습니다. 원래 초기 출장계획을 세울 당시에 명단에 없던 김 전 처장이 이후 동행 명단에 추가됐는데, 이를 이 시장에게 보고하지 않았을리 없고, 실제로 보고도 이뤄졌다는 겁니다. A 씨는 이 대표가 유동규 전 공사 사장 직무대리, 김 전 처장 등과 함께 호주 출장을 떠날 당시 출장 계획을 수립한 인물입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故 김문기 호주 출장 합류, 李가 보고 받아” 성남시 직원 증언
이 같은 A 씨의 증언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 전 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하는 등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있는 이 대표에게는 불리한 증언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는 김 전 처장 등과 호주 출장을 함께 가긴 했지만 시장이 말단 직원을 일일이 알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 증언에 따르면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의 출장 동행을 직접 챙긴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A 씨는 또 “출장 참석자 중 팀장급 인사가 바뀌었다는 점이 시장에게 새로 보고할 정도로 중요한 일인가”라는 이 대표 측의 질문에 “시장을 모시고 가는 공무 국외여행의 참석자가 바뀌면 통상적으로 보고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또 지금껏 공직 업무 처리해오던 스타일 상으로도 이 대표에게 김 전 처장의 동행 사실을 보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이기인 경기도 의원(국민의힘)이 24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이 만든 팀블로그 ‘고공행진’에 공개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5년 1월 호주 출장 모습. 이 대표가 ‘알지 못한다’고 말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 1처장과 가까이 있는 사진(왼쪽 위 사진에서 시계방향으로 이 대표 오른쪽, 이 대표 뒤, 이 대표 오른쪽 뒤, 식사자리 맞은 편)을 공개했다. (블로그 갈무리) 뉴스1
그는 공사 측 출장자가 기존에 이현철 당시 공사 개발사업2처장에서 김 전 처장으로 바뀌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정진상 당시 정책실장 통해서 지시를 받아서 그렇게 처리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대표의 최 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김 전 처장의 출장 동행 기획했다는 취지입니다.
이날 이 대표는 직접 A 씨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A 씨가 출장계획서를 다른 성남시 공무원에게 보여주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이재명 시장께서 국외 출장 건에 대해 보안을 유지하라 했다”고 했다고 증언하자 발끈한 겁니다. 이 대표는 “제가 웬만하면 (직접신문을) 안하려고 했는데”라고 운을 뗀 뒤 “(제가 호주 출장을) 비밀리에 갔다왔어요? 사후에 보고했잖아요”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에 A 씨도 “시장님께서 결재하는 과정에서 보안유지하라고 지시했지 않느냐”고 맞받아쳤습니다. 이 대표는 다시 “저는 그런 기억이 없다”고 부인하자 A 씨는 “제가 그렇게 지시를 받았고 그래서 실무자들한테 보안유지하라고 했다”며 재반박했습니다.
이날 A 씨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답변을 독촉하자 재판부가 “증인을 너무 재촉하지 말고 환기할 시간을 주라”며 이 대표를 나무라기도 했습니다.
● 구속 피한 박영수, ‘50억 클럽’ 수사 빨간불
한편 박영수 전 국정농단사건 특별검사와 그의 최측근인 양재식 전 특검보의 구속영장이 나란히 기각되면서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의 핵심 사건 중 하나인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에는 또다시 빨간불이 들어왔습니다.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데 이어 박 전 특검의 신병확보에도 실패하는 등 검찰은 50억 클럽 수사에서는 유독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입니다.

▲대장동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박영수 전 국정농단사건 특별검사가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검찰은 박 전 특검이 2014년 11월~2015년 4월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며 우리은행의 대장동 컨소시엄 참여와 여신의향서 발급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를 전달하면서 200억 원을 약속받은(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피의자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 여부, 금품 제공 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해 사실적·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박 전 특검과 양재식 전 특검보에 대한 영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청탁이 박 전 특검의 직무에 해당하는지부터 금품 전달과 약속이 실제 있었는지 등에 대해 검찰이 충분히 규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검찰은 영장이 기각된 당일 “각 단계별로 청탁이 우리은행에 전달되고 해당 청탁이 실현되는 과정이 디테일하게 입증됐고 다수의 관련자 진술도 모아진 상황”이라며 즉각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검찰 안팎에선 이번 영장 기각이 ‘50억 클럽’에 연루된 권순일 전 대법관 등에 대한 수사를 차단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자존심을 구긴 검찰은 박 전 특검 등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수사팀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근무하며 퇴직금 5억 원과 대장동 아파트 시세차익 7억~8억 원 등 약 25억 원의 특혜성 수익을 올린 박 전 특검의 딸을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교통정리 된 대장동 재판, 7월 속도전
추가기소 등으로 대장동 관련 재판들이 늘어나며 겹치는 피고인들의 출석 일정 등을 조율하는데 어려움을 겪던 서울중앙지법의 관련 재판부들이 지난달 사건 병합과 재배당 등 교통정리에 나서면서 대장동 관련 재판들은 기일이 변경되거나 멀찍이 잡혔었습니다.
하지만 7월에는 24일 시작되는 휴정기 이전까지 각 재판부가 다시 재판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정진상 전 실장의 뇌물 혐의 등 재판이 이달 4일에,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재판이 6, 13, 20일에 진행됩니다.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2차 공판 준비기일은 6일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대장동 민간업자 5인방의 ‘대장동 본류 재판’은 이달 17일 진행될 예정입니다.
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
〈제47화〉“이재명은 왜 자충수를 두지?” 증인석 앉은 故 김문기 장남, 침묵한 이재명
대부분의 가족들은 분통해하고, 그런 정신 있었겠냐만 화가 많이 났는데요. 저는 왜지? 왜 자충수를 두지? 생각했습니다.”
이달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의 아들 김모 씨는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모른다”고 한 발언에 대해 검찰이 가족의 입장을 묻자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이어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는 검찰 질문에는 “모를 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김 전 1처장이 생전 이 대표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번 했다는 것은 물론, 2018년 자신이 성남시청에 여권을 만들러 갈 때 동행한 김 전 처장이 “이쪽으로 성남시장에게 보고하러 간다”고 말했다고 증언하며 “정확히 기억 난다”고 덧붙였습니다.
● 성남시 공무원 직접 신문한 이재명, 김문기 장남 나오자 ‘침묵’
이날 공판에는 총 3명의 증인이 출석했습니다. 이 대표는 당시 성남시 도시재생과에서 팀장으로 근무했던 첫 번째 증인과 공사 소속으로 김 전 처장과 함께 대장동 사업 인허가를 담당한 실무자 한모 씨를 직접 신문했습니다. 한 씨가 김 전 처장이 수차례 이 대표와의 친분을 언급한 것을 증언하자 이를 지켜보던 이 대표가 “제가 (질문)해도 되겠습니까”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뒤 직접 신문에 나선 것입니다.
이 대표는 한 씨에게 “당시 김 전 처장과 한 씨가 참석한 시장실 합동회의 주제는 사업성 여부가 아닌 법률적 문제였지 않느냐”며 “김문기 씨가 법률전문가도 아니고 법률이 주된 문제인데 거기서 무슨 대화랑 아이컨텍을 하고 그런 일이 있었을까요?”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에 한 씨가 “법적인 건 정민용이 전부 말했지만 그 외 사업 전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습니다”라고 답하자 “명확한 게 아니고 그랬을 것이다?”라고 반문하며 신문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세 번째 증인으로 김 전 처장의 장남이 나오자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은 채 침묵했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온 김 씨는 이 대표를 한번 쳐다본 뒤 자리에 앉았고 이 대표는 김 씨를 흘끗 쳐다본 뒤 눈을 마주치지 않고 두 손을 모은 채 정면만 응시했습니다.
이날 공판에서 김 씨는 “식사 도중이나 저녁 밤 늦게, 주말에도 방안에 들어가서 전화를 받았고 (어머니가) 누구냐고 물으면 성남시장이라고 하셨다”며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와 수차례 직접 전화 통화를 하고 이를 가족에게 언급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의 조문을 오지 않은 이유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알려지면 논란거리가 되고,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향후 (검찰)조사 들어갈 내용일 수 있어서”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의 1차적 책임은 이재명 씨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검찰의 신문이 끝날 무렵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김 씨는 약 10여 초간 고민한 뒤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그 어느 아버지가 자식에게 당신 업무 관련해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저는 들은 그대로 진실만을 이야기했고, 아버지가 저한테 거짓말을 했을 것이란 생각은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이 대표는 김 씨가 증언을 하는 동안 시선을 책상에 고정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 유동규, “‘축구할 때 슛 넣지 그랬냐’와 똑같은 것”…‘유동규 진술’ 신빙성 흔들기 이어간 김용
매주 목요일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서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뇌물 혐의에 대한 집중 심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이 공판에선 김 전 부원장이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 상임위원으로 재직할 당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로부터 1억9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3일과 20일 공판에선 유 전 직무대리가 증인으로 직접 출석했습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특히 20일 19회 공판에선 김 전 부원장이 세 번째로 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2013년 3~4월경 상황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4월 초순경 남욱 변호사로부터 7000만 원을 받아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에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이 “김용과 정진상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돈을 받았다면 ‘위로 갈 돈’이라고 말하지 않느냐”며 “왜 물증을 남기지 않았냐”고 질의하자 유 전 직무대리는 “의형제라고 생각해서 내가 책임지려 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변호인이 “(증인은) 김용이 아니라 정진상에게 ‘남욱에게 3억 원 불러볼게요’라고 했다고 했는데 최초로 7000만 원을 받았으면 우선 정진상한테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유 전 직무대리는 ‘축구’를 비유하며 격하게 반박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그 당시에 그렇게 하지 않았냐, 이런 거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납득이 될지 몰라도 축구할 때 ‘골 넣지 그랬냐’ ‘슛하지 그랬냐’ 이런 거랑 똑같은 거 아닙니까!”라며 반박했고, 변호인은 “틀린 비유잖아요”라고 맞받았습니다. 상황이 격해지자 재판장이 나서 “사후적으로 힐난할 일 아닌 것 같다”며 중재했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19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재판에서 김 전 부원장 측은 일관적으로 유 전 직무대리 진술의 신빙성을 파고드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변호인 측이 신빙성을 의심하면 유 전 직무대리는 반박하고, 그러다 서로 언성이 높아지다가 재판부가 이들을 진정시키는 모습은 이날도 반복됐습니다.
● 정진상, “이재명 만날 수 있게 보석 조건 완화해달라”
한편 지난달 13일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에서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로 재판부가 바뀐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혐의 재판은 공판갱신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4일 재배당 이후 열린 첫 공판에서 정 전 실장 측은 이 대표를 만날 수 있도록 보석 조건을 완화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정 전 실장은 4월 21일 보석으로 석방된 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이 대표와) 공동 피고인인 만큼 사건 관계인 접촉 제한은 방어권제한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보석 허가 거주지와 관련해서는 문제없이 진행 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대표 측과의 논의는 변호인들끼리 협의하면 되고, 두 사람의 만남이 필요한 경우 재판부에 미리 허가를 받으면 된다는 취지입니다. 재판부는 다음달 말까지 공판갱신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인데, 이후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재판과 병합해 심리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4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법원은 2주간 휴정기에 들어갑니다. 사건 당사자에게는 휴식을, 재판부에게는 사건을 검토할 시간적 여유를 주는 기간입니다. 긴급하거나 중대한 사건, 구속 피고인의 형사공판과 영장실질심사를 제외한 재판부 업무는 이 기간 중단됩니다.
대장동 주요 재판들도 휴정기 이후 재개됩니다.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도 휴정기를 보내고 3주 뒤인 다음달 11일 돌아옵니다. 이날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열립니다.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제48화〉“정치인은 ‘저 아시죠?’ 가장 곤란”… 김문기 몰랐다는 이재명, ‘방패 증언’으로 감싼 김용
“정치인에게 제일 곤란한 경우가 ‘저 아시죠?’ 이거죠? 밥도 같이 먹던지, 행사상 봤던지, 그런 인연으로 뭐 했는데 기억 안나는 사람 너무 많죠? 안면인식장애라고 비난받고 그러죠?”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증인으로 나온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직접 신문하며 이 같이 물었습니다. 이에 김 전 부원장은 “네, 네”라고 답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하는 등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 대표의 이같은 질문은 ‘만났다고 해서 꼭 안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이 대표 측 주장을 거듭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2주간의 휴정기를 끝나고 처음 맞이한 서울중앙지법의 금요일은 이 대표와 대장동 관련 재판으로 가득 찬 하루였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 반 무렵까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재판, 대장동 5인방의 이해충돌방지법 재판, 정진상 전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혐의 재판이 쉴 새 없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 측근 김용, ‘이재명을 지켜라’
이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에선 검찰이 법정 내 스크린을 통해 공개한 김 전 부원장의 자필 확인서를 두고 검찰과 이 대표 측의 공방이 오갔습니다. 김 전 부원장이 지난해 10월 이 대표 기소 직후 써서 당 대표실로 보냈다는 이 확인서에는 ‘본인(김 전 부원장)은 2018~2019년 경기도 대변인 재직 중 당시 이 지사에게 김 팀장(김 전 처장) 연락처를 알려드린 바 이를 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이 확인서를 작성한 경위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가 (2018년 12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대장동 개발 업적 과장 등)로 기소된 후 도지사 집무실에서 ‘대장동 실무를 잘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 번호를 알려준 것”이라며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따로 특정해 물어본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뉴스1
김 전 부원장의 이 같은 증언은 재판을 받게 된 이 대표의 발언이 허위가 아니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입니다. 이 설명대로라면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일 때까지도 김 전 처장의 연락처를 몰랐다는 게 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검찰은 “이 대표가 기소되니 뒤늦게 자필확인서를 제출한 것” 이라며 이 대표와 김 전 부원장의 말맞추기가 의심된다는 취지로 맞섰습니다.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으로 문제가 된 2021년 12월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지난해 기소된 뒤에야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위해 김 전 부원장이 확인서를 쓰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 또 다른 재판서 ‘주 2회 재판’ 두고 檢-李 충돌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진행된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의혹’ 공판준비기일에서는 이 대표 측과 검찰이 ‘주 2회’ 재판 일정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대립했습니다.
재판부가 “(이 대표의) 출석을 강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피고인 일정에 맞춰 재판할 수는 없다”며 의견을 묻자 이 대표의 변호인은 “2주에 한 번 이상 재판은 도저히 소화할 수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이 대표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고 백현동과 쌍방울 의혹에 관한 검찰 조사가 예정된 가운데 구속영장 청구 얘기도 나온다”며 “의원이자 당 대표로서의 필수적인 일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검찰은 “변호인과 피고인의 사정만 말하며 거부하는 것은 안 된다”며 맞섰습니다. 이어 “기소된 정치인 중 주 3회씩 공판에 참여한 경우도 많다”며 “피고인의 개인 사정에 맞춘다면 결국 재판 자체가 수년간 이뤄질 텐데 국민이 납득하지 않을 것” 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재판부가 이달 18일 공판 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가지고 향후 재판 일정 등을 추가로 협의하기로 하면서, 올해 3월 시작된 이 대표의 이 사건 재판은 5개월 째 준비절차만 진행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 대장동 5인방 재판, 이해충돌방지법 재판과 병합
이날 또 다른 법정에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등 대장동 5인방의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4차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됐습니다. 이날 재판부는 고심 끝에 1년 8개월가량 지속해온 대장동 배임 등 혐의 본류 재판과 이 재판을 병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동안 검찰은 ‘공직자들과 결탁해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가 대장동 사건의 본류인 배임 혐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만큼 같은 재판부가 심리 중인 두 재판을 합쳐 달라고 요청해 왔지만 재판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두 사건 심리 진행 정도가 1년 이상 차이 나는 만큼 병합할 경우 재판이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일당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추가기소’ 관련 4차 공판 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재판부는 검토 끝에 이날 “두 재판의 피고인이 동일하고 공소사실 사이에도 상호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며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증거 조사를 비롯해 향후 심리해야 할 내용이 상당 부분 중첩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병합을 결정했습니다.
한편 이 재판에서 검찰은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공범’으로 하는 공소장 변경도 신청해둔 상태입니다. 추후 재판에서 공소장 변경이 받아들여지면 이 대표는 병합된 대장동 5인방의 재판에도 공식적인 ‘공범’으로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은 2주 뒤인 25일 오전 10시 반에 진행됩니다. 이 재판의 쟁점은 ‘성남시장 시절엔 김 전 처장을 몰랐다’ 발언 부분과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허가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 발언 부분으로 나뉘는데, 이르면 25일 재판부터 백현동 발언 쟁점에 대한 재판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달 17일과 31일에는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이, 18일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의혹, 정 전 실장의 뇌물 혐의 재판이 진행됩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제49화〉이재명 단식 선언에… 법원은 ‘재판 스케줄 고민’
신문기사에 이재명 피고인 단식 한다던데, 출석 가능한가요?”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의혹’ 재판. 첫 공판을 앞두고 열린 마지막 공판준비기일에서 김동현 부장판사가 이 대표 측 변호인에게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이 “9월 15일이면 매우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출정 자체가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하자 김 부장판사는 “그게 가장 걱정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일단 예정대로 15일 첫 공판기일을 열기로 했지만 중대한 사정이 생기면 순연하겠다고 정리했습니다. 이 대표의 단식이 재판 스케줄에 큰 변수가 된 겁니다. 이 사건 재판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건 5월 11일. 4개월 만에 본격적인 공판에 돌입하나 싶었던 재판부도 ‘단식 선언’을 한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천막을 치고 단식에 돌입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재배당 정진상 ‘뇌물’ 재판, 공판갱신절차 끝
이날 오후 같은 재판부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혐의를 심리했습니다. 6월 13일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에서 형사합의33부로 재배당 된 이후 법정에서 매회 진행됐던 ‘녹음 파일 재생’이 끝나며 공판갱신절차도 마무리됐습니다.
공판갱신절차 기간에도 정 전 실장 측 변호인단의 유동규 진술 신빙성 흔들기는 계속됐습니다. 앞서 열렸던 5회 공판에서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 ‘현장검증’을 요청했습니다. 정 전 실장 변호를 맡은 이건태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서 한마디 하겠다”며 “검사들이 작성한 피의자심문조서가 형사소송법 위반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진술이 갑자기 바뀐 이유엔 검찰의 개입이 의심되는 만큼 당시 조사가 진행됐던 ‘검사의 방’을 현장검증하자는 겁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현장검증까지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정리했습니다.
다음 기일은 8일로 유 전 직무대리가 증인으로 출석합니다. 재판부는 정 전 실장의 ‘뇌물’ 혐의 심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사건과 병합을 염두하고 있습니다.
● 재판 종결 앞두고 ‘위증 의혹’ 불거진 김용 재판
한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 혐의 재판은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에서 진행 중인 이 재판은 각각 정치자금법 위반 10회, 뇌물 혐의 10회씩 집중 심리를 마치고 지난달 31일 열린 21차 공판에서 두 혐의를 병합해 심리했습니다.
하지만 이날도 변호인 측과 검찰 측의 신경전은 이어졌습니다. 김 전 부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전직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 이홍우 씨의 ‘위증 의혹’ 때문입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 재판에서 위증을 한 혐의 등을 받는 이홍우 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 씨는 5월 이 법정 증인석에 앉아 “2021년 5월 3일 김 전 부원장과 수원컨벤션센터 내 집무실에서 만나 업무를 협의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이 날짜에 김 전 부원장이 유 전 직무대리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특정했는데, 이를 뒤집을 수 있는 알리바이를 댄 겁니다.
그러나 이 씨는 증거로 제시하겠다던 휴대전화를 갖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에 재판부가 직권으로 이 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고 즉시 검찰이 집행에 나섰지만, 휴대전화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 씨는 휴대전화를 갑자기 잃어버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검찰은 이 과정에 김 전 부원장 측 이모 변호사가 관여했다고 보고 지난달 24일 이 변호사 주거지를 압수수색 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이날 재판에서 “변호사 업무를 하다가 압수수색을 당한 건 황당하고 참담하다”고 재판부에 하소연 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사관들이 집을 모두 뒤지고 휴대전화와 컴퓨터, 사건파일을 모두 가져갔다”며 반론권을 침해했다고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논쟁이 격해지자 재판부가 직접 나서 “이례적 상황이라 재판부도 유감”이지만 “저희가 진실성 여부를 판단할 내용”이라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재판부는 21일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이 이 씨에 대해 위증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은 1일 법원이 기각했습니다.
● ‘백현동 의혹’ 조사 받은 이재명…‘백현동 재판 따라잡기’ 시작?
지난달 17일 이 대표는 법원이 아닌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조사를 받기 위해서입니다. 이 대표는 경기도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사업에서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백현동 특혜 의혹’의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4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여기서 언급된 ‘민간사업자’는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입니다. 이른바 ‘백현동 로비스트’로 불리는 김 전 대표는 현재 알선수재 혐의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김 전 대표와 함께 백현동 개발을 진행했던 민간 개발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도 횡령·배임 혐의로 같은 재판부에서 1일 첫 공판기일을 가졌습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부인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도 ‘김문기를 모른다’고 발언한 쟁점에 대한 심리를 끝내고 22일부터 백현동 개발특혜의혹 심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2021년 10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토부가 공문으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용도변경을 요청해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응할 수밖에 없었고,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이 발언 역시 ‘허위사실’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음주 금요일 오전 10시엔 대장동 5인방의 ‘이해충돌방지법’ 재판과 정진상 전 실장의 뇌물 혐의 재판이 열립니다. 같은 날 10시 30분부터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예정돼 있습니다.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09-23
〈제50화〉‘증거인멸 우려’ 법원 판단에… 검찰과 이재명의 운명 뒤바뀐다
“대장동·위례 사건부터 오늘 이 사건까지, 이재명 의원의 공범이나 관련자로 구속된 사람이 총 21명이나 되고, 불구속 기소된 사람은 더 많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대규모 비리의 정점은 이재명 의원이고, 이재명 의원이 빠지면 이미 구속된 실무자들의 범죄사실은 성립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구조입니다. (중략) 상식적으로 봐도 이런 범죄들의 정점이자 최대 수혜자인 이재명 의원만 빼고 실무자급만 구속되어 있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재명 의원의 변명은 매번 자기는 몰랐고, 이 사람들이 알아서 한 것이라는 겁니다. 그게 아니라는 증거들도 말씀드린 바대로 많지만, 상식적으로도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국회의원(이재명) 체포동의안에 대한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회의장.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검사 사칭’ 위증교사 의혹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연단에 오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체포동의 필요성을 이같이 강조 했습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시작으로 위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무수한 관련자들이 이미 재판에 넘겨졌는데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이 대표만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이용해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한 장관은 민주당 의원들의 고성과 반발 속에 준비한 설명문을 모두 읽지 못하고 연단을 내려왔지만 이후 진행된 무기명 투표에서는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체포동의안은 가결됐습니다.
● 이재명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은?
구속 기로에 선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2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심리는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50·사법연수원 29기)가 맡게 됐습니다. 다만 이 대표 측이 건강 상태 등을 이유로 일정 변경을 요청할 경우 재판부가 검찰과 조율해 영장 심사 일정을 조정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영장전담재판 경력이 있는 판사들과 판사 출신 변호사들에게 물어 몇 가지 생각해볼 만한 척도들을 추려봤습니다.

▲단식 23일째를 맞이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 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우선 형사소송법 제198조 1항은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해 불구속수사의 대원칙을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실무적으로 따지기 위해 판사들이 이용하는 재판사무시스템상의 ‘미체포 피의자용 구속영장’ 양식을 보겠습니다. 이 양식에는 영장심사를 담당하는 판사가 △피의자는 일정한 주거가 없다 △피의자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 △피의자는 도망하였다. 도망할 염려가 있다 △피의자는 소년으로서 구속하여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 중 해당 사항을 표기하게 되어있습니다.
이 기준들을 중심에 두고 생각해보면 우선 제1 야당 대표인 이 대표의 도망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소년은 당연히 아니고, 주거지도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남는 건 ‘증거 인멸의 염려’입니다. 한 장관이 체포 동의를 요청하며 강조한 부분도 증거 인멸에 대한 우려였습니다.
결과적으로 검찰이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대표의 증거인멸 가능성을 얼마나 잘 소명하느냐가 이 대표의 구속 여부를 판가름하는 가장 큰 척도인 셈입니다. 대신 이때의 소명은 ‘불구속 수사’의 대원칙을 깨트릴 만큼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영장심사 경험이 많은 판사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물론 영장 심사 경험이 있는 판사들은 “사안의 중대성 자체가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와 연결되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 ‘李 거짓말, 허위 진술 압박’ 구속 사유 될까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어떤 주장을 들고나올까요? 한 장관의 연설 내용을 토대로 예상해보면 검찰은 △이 대표가 지난 대선 국면에서 당선을 위해 ‘백현동 부지의 용도변경 허가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허위 사실관계를 주장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 △이 사건과 관련해 당시 용도 변경 등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회유 또는 압박한 점 등을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총투표수 295표, 가 149표, 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되고 있다. 뉴스1
또 △이 대표가 백현동 브로커 김인섭에 대해 언론에 ‘2010년 이후 관계가 단절됐다’고 허위 주장을 하는 점 △이 대표가 2018년 자신의 ‘검사 사칭 사건’ 재판 증인에게 “꼭 좀 부탁드린다”며 위증 교사한 통화 녹취록 등이 있는 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일부 변호인들을 통해 이 부지사가 검찰 조사와 재판에서 진술을 번복한 점 등도 ‘증거인멸’ 우려로 적극 설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가 구속되지 않으면 혐의와 관련된 관계자들에게 말맞추기나 허위 진술을 압박해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와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각각 A4용지 400여 쪽, 800여 쪽 분량의 구속 수사에 대한 의견서를 각각 법원에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이 대표는 “정치 검찰의 수사”라며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 檢, 김용에 징역 12년 구형
한편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진행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자들의 재판 중 처음으로 심리가 종결돼 구형이 이뤄진 첫 사례입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은 김 전 부원장에게 벌금 3억8000만 원과 7억9000만 원 추징을 명령해줄 것도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오랜 기간 유착됐던 민간업자에게 선거자금을 요구하고 6억 원을 현금으로 받아 당내 경선에 사용한 김 전 부원장의 범행은 검사에게도 충격적인 일”이라며 “검은돈으로 선거를 치러서라도 당선만 되면 된다는 자기최면의 말로”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반면 최후진술에 나선 김 전 부원장은 “지난 대선을 치르면서 유 전 직무대리에게 돈을 요구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며 “검찰이 짜 맞춘 공소사실을 바로 잡아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김 전 부원장에 대한 선고기일은 11월 30일로 잡혔습니다.
한편 이 대표의 단식으로 이 대표와 관련된 재판들도 미뤄지고 있습니다. 이달 15일 예정됐던 대장동 및 위례 개발사업 특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첫 공판이 다음 달 6일로 미뤄졌고, 22일 예정돼 있던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역시 다음 달 13일로 기일이 변경됐습니다.
〈제51화〉‘이재명이 재판부에 ‘포옹 허락’ 받은 이유는?…‘100회’ 맞은 대장동 본류 재판
재판장님 죄송합니다만, 청이 하나 있습니다. 보석 조건 때문에 제가 정진상 피고인과 전혀 접촉을 못 하는데, 법정 안에서라도 휴정하거나 재판 종료되면, 대화는 하지 않을 테니까 신체 접촉만 할 수 있도록 그것만 부탁드립니다.
안아보고 싶습니다.“
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서관 311호. 법정에 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재판 끝무렵 재판부에 이렇게 요청했습니다. 재판장인 김동현 부장판사는 “지금 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고 이 대표는 “아니요. 끝나고 하겠습니다”고 답했습니다. 이후 이 대표는 정 전 실장의 등을 토닥이고 껴안은 뒤 악수를 나누고 법정을 떠났습니다.
● 포옹 허락 받은 이재명… 현직 법관들, “이례적인 일”

▲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우선 정 전 실장의 ‘보석 조건’을 살펴보겠습니다. 올해 4월 21일 당시 재판부였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정 전 실장의 보석 요청을 허가하며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장소에 출석하고 증거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 △보증금 5000만 원 △출석보증인이 작성한 출석보증서 제출 △사건 관련자들과 통화나 문자, SNS 등으로 연락하거나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축하는 일체의 행위 금지 등의 조건을 붙였습니다.
이 대표가 재판부에 ‘포옹 허락’을 받은 건 사건 관계자와 직간접적 접촉을 금지한 마지막 조건을 염두해 둔 걸로 보입니다. 정말 보석 조건이 포옹마저 금지하는 걸까요? 경력 15년 이상의 현직 법관들에게 물어봤습니다.
A 판사는 “재판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증거인멸의 우려 때문에 접촉을 금지하는 것일 뿐 신체적 접촉을 금지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재판 경력 15년의 B 부장판사 역시 “무척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 대표 본인이 변호사라 잘 알 텐데도 포옹 요청을 한 건 퍼포먼스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추측했습니다. 경력 10년 이상의 형사재판 전문 변호사 역시 “정 전 실장에게 여전히 한 팀임을 어필하는 한편, 대중에 그 모습을 노출함으로써 정 전 실장이 자신에게 완전히 등을 돌리는 것에 저항감을 주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된다”고 했습니다. 포옹의 진짜 의미는 이 대표와 정 전 실장만이 알 것으로 보입니다.
● 법원의 고민거리 된 ‘이재명 건강과 당 대표 스케줄’
이날은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의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의혹’ 첫 공판 기일이었습니다. 6차례 공판준비절차를 거쳐 기소 6개월 만에 열린 첫 대장동 공판은 이 대표 측 변호인이 건강 문제를 호소해 약 1시간 20분 만에 끝났습니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단식을 24일간 한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변호인 측은 재판부에 장기간 단식으로 이 대표가 앉아있는 것조차 힘든 상태임을 설명하며 “얼마 전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8~9시간 장시간 법정에 앉아 있어서 굉장히 큰 후유증을 남겼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상 재판 소화는 매우 어려워 보이며 차회 기일에서 공방이 이뤄지는 게 합리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자 검찰 측은 이 대표의 “빠른 쾌유를 바란다”면서도 “SNS 활동을 하는 걸 봐서는 일단 오늘 모두 절차를 진행할 정도는 되는 것 같다”며 정상적인 재판 진행 진행을 요청했습니다. 재판부는 결국 이 대표의 건강을 고려해 검찰이 준비해 온 4시간 분량의 모두 진술 중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부분만 읽게한 뒤 재판을 끝냈습니다.
공판 말미 이 대표 측 변호인은 “24일엔 중요한 국감 일정이 있다”며 재판부에 일정 조정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대표가 국회의원, 당 대표라서 일정 없는 날이 없을 것이지만 다 고려할 수 없다”고 엄중히 말했습니다.
● 이 대표 불출석에 ‘3분 컷’ 된 공판…재판부 “다음엔 안 나와도 진행”
1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도 3분 만에 끝났습니다. 이 대표가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는 불출석 하느냐”는 강규태 부장판사의 물음에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오늘 국정감사를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고민해봤는데 원칙대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선거법 공판에 불출석하면 당연히 빨리 종결하자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공직선거법 제270조는 ‘선거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신속히 해야 하며, 1심은 공소제기 6개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일반 형사 재판에서는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6개월 안에 판결해야 하는 공선법의 경우 제270조의2에 따라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부가 다시 기일을 정하고, 이후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예외적으로 피고인 없이 재판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대표 측 변호인도 재판부에 “재판 자체를 (이 대표 출석 없이) 진행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이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피고인인 이 대표가 직접 법정에 나와 자신을 둘러싼 혐의에 대한 재판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 출석 여부 상관없이 27일 당초 일정을 진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날 건강 문제를 이유로 소속 상임위원회인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9월 8일 기소 된 이 대표의 공선법 위반 공판은 이미 1년을 훌쩍 넘겨 1심 심리 중입니다. 8월 25일 이후 50일 만에 재개된 공판마저 이 대표의 불출석으로 3분 만에 끝나면서 재판부의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 ‘100회’ 맞은 ‘대장동 본류’ 사건 재판
한편 ‘대장동 본류’ 사건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100회차 공판이 열렸습니다. 지난해 1월 10일 첫 공판 이후 1년 반 넘게 진행되면서 배임 혐의에 대한 심리는 어느 정도 마무리 된 상황. 최근엔 이해충돌방지법 혐의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증인 신문이 시작 될 예정이었던 이날 공판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던 이현철 당시 공사 개발사업2처장이 사정상 나오지 못하면서 일주일 뒤인 20일로 연기됐습니다.
같은 날 오전 513호 법정에선 형사1단독(부장판사 김상일) 심리로 화천대유 대표이사 이한성 씨의 보석조건 변경 심문 기일이 진행됐습니다. 이 씨는 김만배 씨의 범죄수익은닉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데 김 씨와 만나지 않는 등의 조건으로 석방된 상황입니다.
이 씨측 변호인은 “화천대유는 엄연히 직원이 있는 회사”라면서 “최우향 이사, 김만배 이사와 대표이사 이성문이 자산매각 혹은 소송 대응에 대한 이사회 회의를 해야한다”며 재판부에 이들이 화상 회의를 할 수 있게 보석조건 완화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검찰 측은 “절대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구속 사건인 만큼 (변호인 측 요청은) 오히려 보석을 다시 취소할 사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고민하다 “무죄추정원칙이 유지되는 이상 회사 유지는 가능하게 해야할 것 같으니 회의를 해야는 할 것 같다”며 변호인과 검찰 측에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제시해달라”며 심문 기일을 마쳤습니다.
김 씨 등의 범죄수익은닉 혐의 재판은 11월 29일 열립니다. 다음주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의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의혹’ 혐의 재판이 열립니다. 12일 검찰이 이 대표에게 백현동 관련 혐의를 분리해 추가 기소한 사건 역시 같은 재판부에 배당됐습니다.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제52화〉“유동규-남욱이 나 속이려 한 것”… 법정 선 이재명의 8분 ‘셀프 변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남욱 등 민간업자들이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해도 됐는데 굳이 복잡한 공모 경쟁절차를 거친 것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저를 속이기 위해섭니다. 만약 제가 민간 사업자인 남욱 변호사와 유착해서 결탁했으면 조용히 수의계약을 해주고 넘어갔으면 됐을 일이죠.”
3일 오후 6시 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서관311호 법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재판에 출석한 이 대표는 재판 말미에 재판부에 요청해 발언 기회를 얻고 이 같이 말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재판은 본격적인 증인신문에 들어가기 전 검찰이 향후 재판에서 쓸 증거를 법정에서 설명하는 ‘서증조사’ 기일이었습니다. 재판부가 “5분 이내 진술이 끝나느냐”고 독촉했지만, 이 대표는 직접 8분여 간 검찰의 증거에 대해 반박에 나섰습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한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구조를 승인해 7886억 원의 이익을 얻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는 4895억 원의 손해를 끼치게 한 혐의 등으로 올 3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성남FC 구단주로서 기업들에 불법 후원금 133억5000만 원을 받고 각종 인허가 편의를 제공한 혐의 등도 있는데, 재판부는 이 중 위례신도시 개발특혜의혹 부분에 대한 심리를 먼저 진행하고 있습니다.
● 李 “유동규, 남욱이 나 속이려 한 것”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은 ‘(내가) 보고받을 이유가 없다’는 점을 설명하는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검찰은 4시간 가량의 서증조사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정관 등에 따른 절차를 제시하며 “당시 공사 기획본부장이던 유동규 전 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위례 사업 또한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위례 개발이 이 대표의 성남시장 공약이었다는 점을 들어 공사가 진행한 이 사업이 사실상 이 대표가 시장으로 있던 성남시의 사업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민간업자들이 부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한 사업 구조를 이 대표가 알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입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재판이 끝날 무렵 발언 기회를 얻어 “민간업자와 결탁해 내가 얻을 이익이 무엇인지 설명해달라”며 검찰을 겨냥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성남시장으로서 공약을 지키기 위해 범행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잘못된 추론”이라고 잘라 말앴습니다. 그는 “(내) 공약은 원래 사업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다가 나중에 임대 이주단지를 만드는 것이 됐고, 이후 이 사업을 공식 포기선언 했다”며 “공약을 포기했기 때문에 굳이 이행해야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표가 포기한 사업을 공사가 진행한 것인 만큼 이 대표는 무관하다는 취지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달 17일과 20일 공판에서도 각각 30분가량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발언권을 얻어 직접 반박한 바 있습니다.
● ‘위증교사 혐의’ 병합 여부 촉각
이날 재판부는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위증교사 혐의’ 사건을 대장동·위례·성남FC사건과 병합 할지 여부에 대해선 “다른 피고인도 별도로 있기 때문에 공판준비기일을 따로 열어서 그날 최종적으로 말하겠다”며 결정을 미뤘습니다.
이 대표가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모 씨에게 위증을 교사했다는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자신의 ‘검사 사칭’ 재판 증인으로 출석하는 김 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고 하는 등 본인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을 요구했다고 보고 지난달 16일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 대표 측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위증교사 사건 역시 병합해 심리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대표 변호인은 1일 재판부에 “형법상 병합하는 게 원칙”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검찰은 다른 사건들과 구조가 다르기에 별도 재판을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앞서 재판부는 3월 22일 기소돼 재판이 진행중인 대장동·위례·성남FC 사건과 지난달 12일 기소한 백현동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기로 지난달 30일 결정한 바 있습니다.두 사건의 병합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건 병합여부가 이 대표의 정치적 생명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법조계에선 위증교사 혐의 내용이 상대적으로 단순한 만큼 별도 심리가 이뤄질 경우 내년 4월 총선 이전에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이 대표의 9월 서울중앙지법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판단이 있었던 만큼 이 대표로선 불리한 상황입니다.
● 檢, 곽상도 父子 추가기소…50억 클럽 의혹 새국면
한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아들의 퇴직금으로 가장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으로 곽상도 전 국회의원 부자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를 추가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뉴스1
검찰은 곽 전 의원이 2015년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이탈하려는 것을 막아주는 대가로 뇌물 50억 원(세후 25억 원)을 받으면서 아들 병채 씨의 성과급으로 은닉 및 가장했다고 보고있습니다. 병채 씨에게는 곽 전 의원과 공모해 뇌물을 받은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반면 곽 전 의원 측은 “새롭게 찾아낸 증거도 없이 유죄 판결이 날 때까지 똑같은 내용으로 또 기소를 했다. 1심에서 무죄가 난 사안을 되풀이한 것”이라는 주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앞서 구속 기소된 곽 전 의원은 올 2월 1심에서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은 바 있습니다. 검찰의 보강수사가 이뤄진 만큼 향후 진행될 항소심 결과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됩니다.
올해 국정감사가 마무리 됐고, 단식을 끝낸 이 대표의 건강도 어느정도 회복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법원도 재판에 다소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 사건 병합재판은 7, 14, 17, 21일 열리고, 7일 재판에는 유동규 전 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증인으로 출석해 이 대표를 마주할 예정입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이달 10일과 24일 진행될 예정입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제53화〉“시장님 지시만 따랐다”… 이재명에 불리한 증언 쏟아진 백현동 재판
(부담은) 없었습니다. 오로지 (이재명) 시장의 지시사항만 (따랐습니다).”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06호. 피고인석에 앉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당시 식품연구원이 용지를 빨리 팔아서 지방에 가도록 하는 것이 정부 입장이었고, 이를 추진하는 것이 국토부였죠. 증인은 아무런 부담이 없었나요?”라고 묻자 증인석에 앉은 전 성남시 주거환경과장 전 씨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전 씨는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 사업 관련 부서에서 일한 인물. 이 대표는 재차 “(백현동 사업 민간업자가) 용도변경을 신청할 때마다 국토부가 (성남시에) 3번씩 공문을 보낸 것이 맞죠? 그래도 부담이 없었다는 건가요?”하고 물었지만 전 씨는 “그렇습니다. 부담이 없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가 진행 중인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은 현재 ‘백현동 용도변경 의혹’을 집중 심리 중입니다. 지난 기일에서 서증조사가 끝나면서 이날 법정엔 두 명의 전직 성남시 공무원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함께 했던 직원 두 명을 직접 신문했습니다. 이 대표는 2021년 국감에서 백현동 사업의 용도변경은 ‘박근혜 정부 국토부의 협박 때문’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왔는데, 이날 증인석에 앉은 두 명 모두 이 대표의 주장과 배치되는 증언을 했습니다.
● 李에 불리한 증언 쏟아져 나온 재판
전 씨는 이날 오전 검찰 신문 과정에서도 이 대표의 주장과 상반되는 증언을 했습니다. 검찰이 “2014년 12월 9일 국토부가 해당부지에 대해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혁신도시법) 의무 조항 대상이 아니며, 부지 용도변경은 성남시가 판단해야 될 사항이라는 내용으로 회신을 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회신 내용을 당시) 이재명 시장에게 대면으로 업무 보고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용도변경은 성남시 권한이었으며 국토부도 시에 결정권을 줬다는 취지입니다.
두 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전직 성남시 식품연구단지 용도변경 담당 주무관 유모 씨 역시 용도변경과 관련해 “기본계획은 시에서 판단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이어갔습니다. 전 씨에 이어 또다시 직접 신문에 나선 이 대표는 “(시에서 판단하라는) 기본계획이 있고 용도변경이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해석도 받았는데 변경 못한 이유는 시장의 완고한 방침 때문 아니냐”고 물었고, 유 씨는 “저는 그렇게 판단 못 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이 대표는 “뭐가 됐든 용도변경을 해주라는 중앙정부와 업무시설만 가능하다는 시장의 완고한 입장 사이에서 공무원들이 매우 난처하고 어려웠던 건 사실이죠?”하고 되물었지만 유 씨는 “정황상 보면 그럴 수 있는데 (난처했던) 기억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 병합되지 않은 위증교사 재판… 총선 전 1심 선고할까?
1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동관 358호 법정에서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습니다. 형사합의33부 재판장인 김동현 부장판사는 “병합 여부를 재판부 내에서도 상당히 검토했고, 의견을 들어보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준비 기일을 열었다”며 “일단 별도로 사건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장동 등 재판과 병합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입니다.
꾸준히 병합을 요구해 왔던 이 대표 측은 곧바로 “위례 등 이어지는 사건도 준비를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재판 부담’을 호소했습니다. 그러자 김 부장판사는 “통상적인 위증교사 재판처럼 진행할 거라 변호인 측에 부담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가 사건을 분리해 재판하기로 결정하기 직전까지도 검찰 측과 이 대표 변호인 측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별도 심리할 경우 내년 4월 총선 전에 1심 결과가 나와 이 대표의 정치적 생명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내년 총선 전에 1심 판결이 나올까요? 전현직 법관들은 ‘불가능’에 무게를 싣습니다. 전직 법원장 출신 A 변호사는 “총선 전에 절대 결과가 안 나올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증거가 증언밖에 없는데 이 대표가 증언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이라며 “영장전담판사가 혐의를 소명했다고 했지만 막상 재판 시작하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B 부장판사는 “위증교사는 죄질이 나쁜 편에 속하는 혐의라 무조건 벌금형 이상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제1여당 대표의 정치적 생명에 직결된 선고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만큼 재판부도 서둘러 심리를 마무리하지는 않을 것”고 했습니다.
2회 공판준비기일은 다음 달 11일 열립니다. 법원은 12월 말~1월 첫 주까지 2주간 휴정기를 갖습니다. 이어 2월에는 법관 정기 인사가 예정돼 있는 만큼 총선 전 1심 선고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 유동규 “李, 백현 마이스도 남욱 정영학에게 줘라 했다”
‘위증교사’ 재판이 분리되면서 이 대표는 법원 출석 부담이 더 커졌습니다. 17일 같은 재판부에서 심리 중인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공판 끝에 이 대표 측은 향후 일정을 놓고 재판부와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유동규 전 본부장 신문조서만 해도 (쌓으면) 1m가 넘는다”며 “남욱 변호사도 의미 있는 증인인데 아무 준비를 못 하고 있다. 텀을 주면 좋겠다”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주 2회 해야 할 것을 공직선거법 공판 때문에 1.5회 하고 있는 것”이라며 단호하게 거부했습니다. 이후에도 한동안 일정 조율을 놓고 입씨름이 오가자 듣고 있던 이 대표가 나서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종전에 고지한대로 하겠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미 월·수·금 최고위원회의 참석으로 재판을 30분 늦게 시작하는 등 편의를 봐주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재판을 지연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 사이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공판에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증인으로 출석해 이 대표와 공동 피고인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모두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 냈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1일 열린 8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 전 직무대리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인 추진한 ‘백현 마이스’(MICE·국제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 사업을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맡겨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백현 마이스 사업에 대해 (행정안전부)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면서 “(사업)방법을 고민하니 이재명이 ‘남욱하고 정영학 등에게 한 번 더 줘봐라’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검찰이 “남욱 등이 위례 사업 성공에 도움을 줬다고 보고했고, 그랬기 때문에 그 뒤에 이 대표가 백현 마이스와 관련해 남욱과 정영학이 해보게 하라고 언급했다는 취지냐”고 재차 확인하자 유 씨는 “네”라고 답했습니다. 피고인석에 앉은 이 대표는 이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 김용 1심 29일 선고… 대장동 관련자 중 첫 판결
다음 주 목요일(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법정에선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1심 선고 기일이 예정돼 있습니다. 9월 2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습니다. 대장동 의혹 핵심 관련자 중 처음으로 1심 선고가 나오는 데다 유 전 직무대리, 남욱 변호사, 정민용 회계사 등 3명도 공동피고인으로 선고를 받는 만큼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관련 사건 당사자들과 변호인들도 김 전 부원장 1심 선고 판결문이 자신들의 사건에 증거로 쓰일 수도 있는 만큼 무척 주시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수원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다음 주 화요일과 금요일엔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의 대장동 공판이, 수요일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범죄수익은닉 공판이 열립니다.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최근 추가 기소된 곽상도 전 국회의원 부자의 첫 공판준비기일도 다음 달 7일로 지정됐습니다.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제54화〉대장동 1R는 ‘유죄’ 결론…법원 “뿌리 깊은 부패의 고리” 암초 만난 이재명
이 사건은 지방자치단체의 위법, 부당한 업무추진을 견제하는 책무를 핵심으로 수행해야 하는 지방의회의 의원인 피고인 김용과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사업을 관장하는 성남시 산하 공사의 실세 기획본부장인 유동규가 성남시 대형 부동산개발과 관련하여 피고인 남욱 등 민간업자들과 장기간에 걸쳐 사업공모참여, 인허가 등을 매개로 금품수수 등을 통해 상호 밀접하게 유착되어가는 과정에서 행해진 일련의 부패범죄로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의회의원의 직무의 공정성 및 청렴성과 그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한 행위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 혐의 1심 판결문의 양형이유 일부 (‘양형판단의 전제’ 전문(全文)은 기사 끝부분에)
지난달 30일 대장동 관련 사건 중 처음으로 1심 선고가 이뤄졌습니다. 결과는 유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의 판단이었습니다. 김 전 부원장은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6억7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또 6억7000만 원 추징명령도 내려졌습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 전 부원장은 2021년 4∼8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와 정민용 변호사를 통해 4차례에 걸쳐 이 대표의 대선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2013년 2월∼2014년 4월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며 대장동 사업 관련 편의 제공을 대가로 유 전 직무대리로부터 1억9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았습니다.
● ‘뿌리깊은 부패의 고리’ 인정한 법원
이 사건은 엄밀히 따지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메인 사건은 아닙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가 심리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 배임·뇌물 혐의 재판과, 같은 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의 대장동 민간업자 5인방의 배임 혐의 등 실질적 본류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중요한 건 판결문의 내용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148페이지 분량의 판결문에서 다른 재판에서도 쟁점이 되는 부분들을 상당 부분 정리해뒀습니다. 통상 연관사건의 재판을 각각 맡은 합의부 재판장들은 사실관계나 쟁점 판단을 큰 갈래에서 협의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향후 다른 재판에도 참고할 부분이 많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1심 선고 주요 내용
우선 재판부는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당시 경기 성남시 인허가권자들의 유착관계를 상당부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 “비정상적 정치적 개입을 통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설립됐고, 공사가 민간업자들 이권 개입의 통로가 됐다”며 “(대장동)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이 민간업자들에게 귀속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각종 개발사업의 인허가와 관련된 직접적인 업무는 공사와 성남시에서 결정하여 추진한 것”이라고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성남시 의사결정의 최고 책임자는 시장이던 이 대표였으니, 대장동 사업의 당시 최종 결정권자가 이 대표라는 검찰 주장을 법원이 상당부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이러한 민간업자들과 지방자치단체 개발사업 인허가 관련자들 사이의 뿌리깊은 부패의 고리는 지방자치 민주주의를 우롱하고 주민의 이익과 지방행정의 공공성을 심각히 훼손하는 병폐”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 김용이 받은 돈, ‘이재명 대선 캠프’ 行 의심
판결문에는 또 김 전 부원장이 민간업자들로부터 받은 돈이 ‘이재명 대선 캠프’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표현들도 곳곳에 담겼습니다. 재판부는 “각종 증거들을 보면 범행 시기는 대선 경선 조직 구성과 준비 등을 위해 정치자금이 필요했던 시점”이라고 판시했습니다. 김 전 부원장은 대선 1년 전인 2021년 5∼6월경 남욱 변호사로부터 유 전 직무대리를 통해 총 6억 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인정됐는데, 민주당 경선 준비 자금이 필요했던 시점과 겹쳤다는 것입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판결문에 적시된 재판부 판단
김 전 부원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전국 단위 조직이 완성된 상태라 조직관리 비용이 필요하지 않았고, 경선 준비 비용은 자원봉사와 갹출(醵出·여러 사람이 나눠 냄)로 해결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경선 준비 규모에 비춰 볼 때 (갹출로) 해결될 수 있는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비용 결제 내역 등 객관적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고 일축했습니다. 특히 이 대표 측이 예비경선 후보 등록일 이전부터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 2곳을 운영한 점이 판단의 근거가 됐습니다. 갹출만으로는 사무실 임차보증금과 월세 등을 충당하기가 어려웠을 거라는 겁니다. 재판부는 또 김 전 부원장이 금품을 받았을 당시 캠프는 전국 단위 조직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고 봤습니다.
법원이 이처럼 경선자금 유입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이른바 ‘428억 약정설’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재개될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천화동인 1호 지분 428억 원을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주기로 약속했고, 김 전 부원장이 요구한 돈은 이 중 일부”라고 검찰에 진술한 바 있습니다. 검찰은 올 3월 대장동 의혹으로 이 대표를 기소하면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이 혐의는 일단 제외했습니다.
● 법원 “유동규 진술, 실체 밝힐 의도가 우선한 것”
법원은 또 대장동 관련 재판의 핵심 증거로 여겨지는 유 전 직무대리의 증언과 ‘정영학 녹취록’의 신빙성도 상당부분 인정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김 전 부원장 측은 유 전 직무대리가 지난해 9월 무렵부터 진술을 번복한 점을 근거로 증언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한 추가적 수사나 궁박한 처지를 이용한 검사의 협박이나 회유 등이 행해졌다고 볼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유 전 직무대리의 진술을 일괄하여 배척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자금법 관련 진술과 관련해선 “유동규로서는 자신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관여하였다는 이야기를 굳이 제보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본인에 대한 수사가 더 확대될 여지가 있었다”며 “오히려 사안의 실체를 밝히겠다는 의도가 우선한 제보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올해 2월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의 뇌물 수수 혐의 공판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정영학 녹취록’에 대해서도 “다소 과장이나 거짓이 있을지언정 허언으로 치부할 순 없어 보인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전 부원장과 정 전 실장, 유 전 직무대리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재명의 정치적 성공을 바라는 정치적 동지이자 의형제라 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판결문에 적시했습니다.
● 유동규 교통사고로 재판 일정 밀려
김 전 부원장은 선고 당일 법원에 출석하며 “(소감 발표는)선고 나고 하겠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법정구속된 그의 소감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법조계에선 김 전 부원장이 옥중에서 심경변화를 일으켜 진술을 번복한다면 향후 대장동 재판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보는 분위깁니다.
다만 김 전 부원장의 변호인은 선고 직후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는데 이렇게 선고한 것에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도 “1주일 만에 20억 원 넘는 후원금이 모일 정도로 경선 자금 조달 여력이 넘치는 상황에서 경선 자금 확보를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건 믿기 어렵다. 부정 자금은 1원도 없었다”며 “검찰의 짜깁기 수사와 기소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왔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유 전 직무대리가 이달 5일 오후 8시 반경 경기 의왕시의 한 고속화도로에서 화물차와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재판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조만간 재판에 출석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당초 11일로 예정됐던 대장동 민간업자 5인방의 배임 혐의 본류 재판은 이달 18일과 22일로 미뤄졌습니다. 그가 증인으로 나와야 하는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 배임·뇌물 혐의 재판 역시 기일이 이달 19일로 늦춰졌습니다.
※혹시 재판부의 정치적 성향을 의심하는 독자들을 위해 재판부의 과거 판결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김 전 부원장 사건에서 재판장을 맡은 조병구 부장판사는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 시절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었습니다. 이 판결은 항소심에서 깨졌고, 대법원에서도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다음은 김 전 부원장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가 판결문을 통해 밝힌 ‘양형판단의 전제’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1995년경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을 선거로 선출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는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며, 이를 통해 지역주민의 복지를 증진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지방자치법 제1조 등 참조).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의사결정 및 행정 전반의 권한과 책임은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부여되어 있고, 그 재량의 폭도 넓어 지방자치단체장은 전문성과 리더십 외에도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구비하여야 한다. 더불어 그 재량행사에 있어서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 내부에서의 의사결정이 적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고, 지방의회에서도 예산심의권, 출석요구권, 감사 및 조사권의 행사 등을 통해 적절한 사전, 사후견제가 행해져야 한다.
이 사건은 지방자치단체의 위법, 부당한 업무추진을 견제하는 책무를 핵심으로 수행해야 하는 지방의회의 의원인 피고인 김용과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사업을 관장하는 성남시 산하 공사의 실세 기획본부장인 유동규가 성남시 대형 부동산개발과 관련하여 피고인 남욱 등 민간업자들과 장기간에 걸쳐 사업공모참여, 인허가 등을 매개로 금품수수 등을 통해 상호 밀접하게 유착되어가는 과정에서 행해진 일련의 부패범죄로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의회의원의 직무의 공정성 및 청렴성과 그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한 행위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
피고인들, 유동규 및 김만배 등 민간업자들의 관여로 인해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할 공공개발에 있어, 이를 반대하는 지방의회 다수당의 이의가 있음에도 비정상적 정치적 개입을 통해 공사가 설립되었고, 이후 공사가 위 민간업자들의 이권개입의 통로가 되었으며, 지역주민과 공공에 돌아갔어야 할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이 민간업자들에게 귀속되는 결과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피고인 김용과 유동규 등은 민간업자들과의 유착관계를 시장선거일 직전 상대 후보측에 관한 부정적 보도가 이루어지는 데에 이용하는 등 정치적으로도 활용하였고, 민간업자들은 이들과의 끈끈한 관계로 얻은 개발사업의 기회를 통해 취득한 이익과 네트워크 등을 기반으로 수도권에서 실시하는 도시개발사업에 지속적으로 관여하려는 행태까지 보였다. 이러한 민간업자들과 지방자치단체 개발사업 인허가 관련자들 사이의 뿌리깊은 부패의 고리는 지방자치 민주주의를 우롱하고 주민의 이익과 지방행정의 공공성을 심각히 훼손하는 병폐이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2023.12.16
2024-01-13
〈제55화〉“이재명 일정에 맞추면 끝없어”…법원, 당분간 ‘李없는 李재판’ 진행키로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2022년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55화입니다.
“(이재명 대표가) 빨리 당무에 복귀하고 재판도 차질 없이 하도록 하겠다고는 하지만, 의료진 소견과 퇴원 모습을 보니 당분간 (재판 출석이) 어렵지 않을까 싶다.”
12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311호 법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백현동 배임·뇌물 혐의 등 재판에서 이 대표의 변호인은 “퇴원 모습을 보니 (이 대표가) 말하는 것조차도 상당히 힘들어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흉기로 습격을 당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퇴원하며 목을 만지고 있다. 뉴스1
이날 재판은 피고인인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공판준비기일로 변경돼 진행됐습니다. 이 대표는 이달 2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신공항 인근에서 김모 씨(67)로부터 흉기로 습격을 받아 왼쪽 목 부분을 찔린 뒤 수술과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10일 병원에서 퇴원한 이 대표는 현재 자택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 법원 “이재명 일정에만 맞추면 재판 끝없어”
재판부는 이 대표 측의 의견에 난색을 드러냈습니다. 이 대표가 앞서 진행했던 단식과 핵심 증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등의 교통사고 등으로 이미 재판 일정이 수차례 밀리며 지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심하던 재판부는 “과거에도 언급했지만, 이 대표 일정에 맞춰 재판을 진행하면 끝이 없다. 공판기일 외 증인신문 절차를 활용해 재판을 진행하겠다”며 이달 23일로 다음 재판 일정을 통보했습니다. ‘이재명 없는 이재명 재판’이 진행되는 셈입니다.
형사재판은 피고인 출석이 원칙입니다.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신문은 보통의 형사재판에서 자주 쓰이는 절차는 아닙니다. 피고인이 정당한 사정으로 출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증인이 이를 모르고 출석한 경우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쓰는 게 보통입니다. 대신 이 경우 추후 피고인이 출석했을 때 앞선 증인신문 내용에 동의하는지 등을 확인해야 증인신문 내용이 증거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재판부가 이렇게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통보한 건 나름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가 습격당해 입원해 있을 때는 재판부가 이 대표의 출석이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해 기일을 연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마냥 기일을 미루기 애매한 상황이라고 본 것 같습니다. 이 대표가 어쨌건 퇴원한 상태이긴 하고, 다만 정상적으로 재판에 임할 수 있는 상황인지까지는 잘 모르겠다는 고민이 반영된 판단이라는 겁니다.
●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판사 사표…총선 전 결론 불가능
한편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도 변수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재판장으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심리해온 강규태 부장판사(53·사법연수원 30기)가 최근 사표를 냈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1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하는 등 대통령 당선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강 부장판사는 ‘재판 고의 지연’ 등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최근 지인들과 단체 대화방에서 답답함과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강 부장판사는 “상경한 지 30년이 넘었고 지난 정권에 납부한 종부세가 얼만데 결론을 단정 짓고, 출생지(전남 해남)라는 하나의 단서로 사건 진행을 억지로 느리게 한다고 비난을 하니 참 답답하다”고 토로했다고 합니다.
강 부장판사 사표와 재판 고의 지연 논란을 둘러싼 판단에 참고 될만한 몇 가지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이 사건은 2022년 9월 기소 후 1년 6개월째 1심 결론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이 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된 후보가 임기를 거의 채우는 걸 막기 위해 기소 후 6개월 내 1심 선고를 하도록 한 점을 고려하면 지연은 맞습니다. 다만 증인이 50여 명이나 신청됐고, 이 대표 측은 당무 등을 이유로 재판 빈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재판부가 이를 마냥 무시하고 속도를 내긴 어려웠던 상황도 분명히 있었던 것입니다.
참고로 법원 내부에선 강 부장판사가 특정 정치적 성향을 가지거나 그에 연연하는 판사가 아니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강 부장판사를 잘 아는 한 판사는 “이 대표 사건의 양형 판단에 ‘제1야당 대표’라는 점은 고려하지 않을 딱딱한 판사”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고의 지연’으로만 단정 짓기는 다소 어려운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다만 중요 형사 재판이 막바지를 향해가던 도중에 사표를 낸 것에 관련해선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재판부가 교체되면 별도의 공판 갱신 절차를 진행해야 하고, 새 재판장이 그간 이뤄진 심리 내용을 파악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4월 10일 총선 전 1심 결론이 나오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백현동 배임·뇌물 혐의 등 재판은 이달 23, 26, 30일 세 차례 기일이 잡혔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한 이 대표,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측의 반대신문이 연달아 진행될 예정입니다. 교통사고 여파로 치료받았던 유 전 직무대리 역시 출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이달 19일 예정되어 있는데, 이 대표가 정상적으로 출석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제56화〉“뇌물 받지 않았나” VS “소설 쓰지 마라”…법정서 고성 이어진 까닭은
“수법을 잘 아시는 만큼 피해가는 방법도 아시는 것 같습니다. 정진상 뒤에 숨어 있으니 본인한테 안 올것이다(라고) 부인하면 되니까요. 그걸 진짜 모르셨습니까?”
30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311호 법정. 형사합의 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백현동 배임·뇌물 혐의 등 재판에선고성이 오고 갔습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이에 벌어진 설전 때문이었는데요. 둘의 설전은 이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한 유 전 직무대리를 직접 신문하는 과정에서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 “수법을 잘 아니 피해가는 법도 아는 것 아니냐”…법정서 고성
이 대표는 이날 재판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유 전 직무대리를 직접 신문했습니다. 이 대표는 “(성남시) 간부 회의에 도시공사 사장과 함께 여러차례 참석했을 때 (제가) ‘업자들하고 어울려다니거나 뇌물을 받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걸린다. 관청 근처 사업자 뒤져서 횡령 배임으로 건 다음에 공무원들 관계 추궁한다. 그래서 업자들은 그때 대비해서 증거 다 남긴다’ 이런 얘기 자주했는데 증인은 그런 얘기 들은 적 있냐”고 물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가 이에 수긍하자 이 대표는 “그런데 증인은 그걸 여러 번 듣고도 정진상에게 3억 요구하자 이런 얘기를 했다는 거냐”고 추궁했습니다. 그러자 유 전 직무대리는 “시장님, 그러면 제가 (돈) 내준 호텔은 왜 갔습니까? 부산에 호텔 가실 때 제가 낸 거 몰랐습니까? 저한테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라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이 대표도 지지 않고 “말 돌리지 말라”고 말하면서 분위기는 다소 험악해졌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부산 호텔 갈 때 제가 (돈을) 내준 거 모르냐”면서 “영수증도 제가 갖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정에서 고성이 계속되자 재판장이 나섰습니다. 재판장은 “3억 원을 요구할 때 정진상 피고인에게 말한 적 있는지 명확하게 답변해달라”며 두 사람을 중재했습니다. 그제서야 유 전 직무대리는 흥분을 다소 가라앉힌 채 “3억 원 정도 불러보겠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증인 신문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이 대표는 “(회의에서) 어떤 부정행위를 하고 숨기는 건 개인이고 찾아내는 건 수사기관이기 때문에 절대 못 숨기니 어항 속 금붕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며 “대장동 같이 큰 사업들은 반드시 수사받으니 절대 절차에 어긋나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으면 안 된다고 얘기한 것 기억하느냐”고 물었고, 유 전 본부장은 “시장님은 수법을 잘 아는 만큼 피해가는 법도 잘 아시는 듯하다”며 맞섰습니다. 그러면서 “항상 정진상 피고인을 내세우고 뒤에 숨으니 자기에겐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재차 언성을 높였습니다.
● 재판부 “이 정도로 정리하자” 중재
이 대표와 유 전 직무대리가 법정에서 이 같은 설전을 벌인 것은 이날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바로 나흘전 지난달 26일 열린 재판에서도 둘은 강하게 충돌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가 이 대표의 변호인에게 신문을 받던 도중 이 대표가 재판부에 요청해 기회를 얻어 직접 나선 시점이었는데요.
당시 처음부터 이 대표가 직접 증인 신문에 나선 것은 아닙니다. 재판 초반, 이 대표 측 변호사가 유 전 직무대리에게 “2013년 1월 27일경 김만배에게 ‘형님, 걔(남욱)는 참 웃긴 놈입니다. 잘 봐주라고 해서 잘 봐주려고 했더니 전화도 안 받고 주둥이는 싸고. 형님 그럼 누가 가까이 가겠습니까. 사업 안 하겠다는 거 아닙니까’라고 말한 적 있죠?“라고 물었고, 유 전 직무대리는 “기억이 안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변호사는 “증인은 2013년 3월 20일경에는 남욱과 대장동 사업에 대해 얘기하면서 ‘내가 사람들 컨트롤하려면 총알 좀 필요한데 니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며 ‘일주일 내로 3장, 3억원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죠?”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유 전 직무대리는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진상, 저, 김용이 같이 마신 술값이 4000만 원 정도 철거업자한테 밀려 있었다”며 “정진상 1억, 김용 1억, 저 1억하려고 (마련해달라고) 한 거고, 걔네(철거업자) 돈 없는 애들 아니냐며 일단 3억만 요구해본다고 해서 3억을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지난해 11월 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는 “제가 좀 물어보겠다”며 신문에 직접 나섰고 재판부는 “네, 물어보세요”라며 허용했습니다. 이 대표는 “업자와 관계된 사람이 시청에 와서 행패를 부리고 증인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 했다는 얘기를 최근에 들었다”며 운을 띄웠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실소를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그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답했습니다.
이 대표가 “증인은 철거업자로부터 4000만 원을 빌린 지 1년도 안 돼 3억 원의 차용증을 써줬다”며 “철거업자에게 철근을 주는 대가로 4000만 원을 뇌물로 받고, 철거업자가 이를 폭로하겠다고 하자 3억 원 차용증을 써준 뒤 이 돈을 갚기 위해 남씨에게 3억 원을 요구한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한마디로 유 전 직무대리가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과 돈을 나눠 가지려 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뇌물 수수로 인해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 변호사에게 3억 원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아무 상관 없는 부분을 가져다가 프레임 씌우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 제대로 알아보시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흥분했습니다. 이어 “음모론 만들고 이런 데에 너무 익숙하시는 것 같은데 좀 자제하시는 게 좋지 않겠나 싶다”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이 대표는 아랑곳않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이 대표는 “증인은 제가 아는 바로는 강철호라는 철거업자에게 철거 주겠다고 약속하고 소위 뇌물을 받았는데 이거 폭로한다고 겁을 주니까 3억 차용증을 써줬고”라고 말하자 유 전 직무대리는 “소설 쓰지 마시고요! 그거 하는 사람이 사무실 찾아왔던 사람이 이재명 잘 아는 건달이더만요!”라고 고 반박했습니다.
두 사람의 공방은 재판부가 나서서 “이 정도로 정리하자”고 중재한 뒤에야 중단됐습니다.
● 피습 이후 내리 출석
최근 이 대표는 재판에 자주 출석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일 부산에서 피습을 당한 뒤 병원에 입원하며 치료를 받느라 재판에 출석하지 못했던 때도 있었는데요. 이로 인해 재판이 다소 긴 시간 동안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23일 35일만에 재개된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백현동 배임·뇌물 혐의 등 재판에선 오후 재판이 시작되자 ‘몸이 아프다’며 퇴정을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원칙적으로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며 “피고인에게 어떤 상황이 있는지 확인할 수 없어 의견을 제시할 순 없지만 향후에도 (이런 상황이) 재발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반발했습니다.
재판부는 “항상 이렇게 하실 건 아니죠?”라고 묻고, 이 대표는 “가능하면”이라고 답했습니다. 이후 재판부는 “진짜 아프셔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피고인 말을 믿고 퇴정을 허락하는 것”이며 허락했고 이 대표는 퇴장했습니다.
26일부터 다시 재판에 출석한 이 대표는 피습 후 약 2주 동안 다섯차례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지난달 19일에는 선거법 재판, 22일에는 위증 교사 재판을 위해, 23일과 26일에는 대장동 재판으로 법원에 나왔습니다. 총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가 재판에서 또 어떤 모습을 보일지 정치권과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제57화〉“백현동 로비스트와 이재명은 특수관계”… 李 주변인 1심 잇단 유죄, 대장동 재판의 향방은
“결국 피고인(김인섭)은 이재명, 정진상 등 성남시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인 이 사건 사업 관련 인허가 사항 등의 알선에 관하여 정바울로부터 합계 약 74억 5000만 원의 현금과 액수 미상의 함바식당 사업권 상당의 이익을 수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알선수재’ 혐의 1심 판결문에 나온 재판부 소결.

▲13일 서울중앙지법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 뉴시스
이달 1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기소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사건 중 처음으로 1심 결론이 나왔습니다. 결과는 유죄.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의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71)의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하고, 63억5700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습니다.
김 전 대표는 2014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와 관련한 알선의 대가로 부동산 개발업체 아시아디벨로퍼 정바울 회장에게서 77억 원을 수수하고, 5억 원 상당의 함바식당 사업권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에 백현동이 무슨 상관? 이라고 의문을 가지실 독자분들이 있을수 있어 설명을 간단히 드리자면, 대장동과 위례·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민간업자들에 사업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됐다는 혐의로 결이 비슷합니다. 실제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의혹과 관련해 민간업자들에 특혜를 몰아주고 성남시에 수천 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김동현)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김 전 대표에 대한 이번 1심 판결은 대장동·위례·백현동 의혹의 본류 재판 흐름을 읽는데 도움이 될 단서들을 담고 있는 셈입니다.
●법원, “백현동 로비스트 -李 특수관계”
김 전 대표의 이번 재판에서는 백현동 개발과정에서 진행된 용도지역 변경이 실제로 위법한 것이었는지 등에 대한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알선의 대가로 금품, 이익을 수수한 이상 피고인의 알선이 부정한 것인지 여부, 성남시의 용도지역변경 등이 위법한 것인지 여부, 피고인의 알선으로 인해 성남시의 용도지역변경 등이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 등과 관계없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알선수재)죄는 성립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김 전 대표와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 이 대표의 관계를 ‘특수관계’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는) 이재명의 선거를 지원하며 이재명, 정진상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게 됐다”며 “성남시 공무원들도 이러한 특수 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정 대표 역시 이들의 특수 관계를 알고 청탁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의 역할은 정 전 실장에게 청탁하는 알선 청탁 행위라는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고, 성남시 도시계획과 팀장이 정 전 실장으로부터 “(김 전 대표가) 백현동 개발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잘 챙겨줘야 한다. 잘 챙겨봐 달라”는 말을 들었다는 사실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에게 중형을 선고하며 “피고인은 성남시 공무원의 직무인 부동산 개발사업에 관한 각종 인허가를 알선하고 현금과 함바식당 사업권을 수수해 공무원 직무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사업에 대한 전문성 없이 지방 정치인이나 성남시 공무원과의 친분만을 이용해 여러 차례 알선하고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거액을 수수해 죄책이 무겁다”고 양형이유를 밝혔습니다.
● 대장동 주변인들 연달아 ‘유죄’
법조계에서는 이번 1심 판결이 이 대표의 관련 재판에도 불리하게 작용할수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앞서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이 대표의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1심 판결에 이어 이번 판결에서도 법원이 성남시 핵심 관계자들과 민간업자들의 유착관계 등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1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김 전 부원장이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6억7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를 인정해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 원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재판부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 “비정상적 정치적 개입을 통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설립됐고, 공사가 민간업자들 이권 개입의 통로가 됐다”며 “(대장동)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이 민간업자들에게 귀속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판사 출신으로 이 대표와 같은 민주당 소속이던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은 22일 탈당을 선언하며 “지난주 백현동 판결을 보면서 이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법원이 증인신문과 증거 등을 바탕으로 성남시 핵심 관계자들과 로비스트의 특수관계를 인정했는데,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정말 특혜 의혹과 관련 없었다고 할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 총선 앞두고 재판출석 부담 호소한 李
총선 준비와 맞물리며 이 대표의 재판 출석 부담은 더해가는 모습입니다. 이 대표 측은 이달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심리로 진행된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의혹 공판 준비기일에서 다음달 19일 재판에 출석하지 않을 것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예외를 둘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뉴스1
이날 재판부는 법관 정기인사로 재판부 배석판사 2명이 바뀐데 따른 공판갱신 절차를 27일과 다음달 12일 진행하고, 이어지는 19일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 대한 증인신문을 곧바로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이 대표의 변호인은 다음달 19일 재판에서 이 사건의 또다른 피고인인 정 전 실장과 이 대표를 분리해 진행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정 전 실장과 관련된 증인신문에 출석하지 않게 해달라는 취지였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재명 피고인도 무관하다고 볼 수 없어서 정 전 실장과 분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 측이 “(불출석은) 방어권을 포기한다는 의미이지만, 오히려 저희가 원한다”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원칙대로 하는 게 맞다. 피고인 측 사정을 고려하기는 어렵고 분리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한편 올해 법원 정기 인사이동에 따른 사무분담안이 최근 확정되면서 대장동 관련 재판들의 재판부 구성도 일부 바뀌었습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는 재판장이었던 강규태 부장판사가 사표를 내고 법원을 떠나게 되면서 한성진 부장판사로 재판장이 교체됐습니다.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배임·뇌물 의혹 재판을 심리 중인 형사합의33부 재판장은 김동현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30기)가 그대로 맡고,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민간업자 5인방의 대장동 본류 재판을 심리하는 형사합의22부 재판장은 조형우 부장판사(49·32기)로 교체됐습니다.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 2심 재판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13부의 재판장은 백강진 부장판사(55·23기)가 맡게 됐습니다. 재판부 인원 변동에 따라 당분간 기존 공판 내용에 대한 공판갱신절차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제58화〉재판 지각한 이재명, ‘머쓱 웃음’ 지으며 “죄송합니다
“재판 일정에 늦어 죄송합니다.”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재판이 시작하기 전 재판부를 향해 머쓱한 웃음과 함께 이렇게 밝혔습니다.
재판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이 대표는 오전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오전 11시에 열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느라 오후 1시 30분이 되어서야 법정에 출석한 것입니다. 이 대표는 전날 재판부에 시간 변경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오후에 출석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이 대표가 불참한 오전 재판에서 재판부는 “오늘 기존 재판에서 했던 증언과 관련해 증거조사 절차를 갱신하기로 했는데 이재명 피고인이 나오지 않아 진행이 어려울 것 같다”며 “오후 1시 30분부터 재판을 속행하겠다”며 휴정을 선언했습니다.
● 총선 앞두고 너도나도 재판부에 기일변경 신청
총선이 다가오자 재판부에 기일 변경을 요청한 것은 이 대표 뿐만은 아닙니다. 증인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역시 총선 출마로 인해 증인 출석 일정을 4월 이후로 변경해달라고 재판부에 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증인이나 피고인들 선거 관련 일정을 고려하긴 어렵다”며 예정대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재판부에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에게 보석 조건을 준수하라고 주의시켜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이 최근 공천과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들과 대포폰으로 연락한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정 전 실장은 사건 관계자들과 접촉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으로 보석 석방된 것이므로 보석 조건을 준수하라고 주의를 환기해 달라”고 밝혔습니다. 정 전 실장은 2022년 12월 뇌물수수, 부정처사후수뢰, 부패방지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나 지난해 4월 전자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받아 풀려났습니다.
재판부는 정 전 실장이 법원의 허가 없이 부산에서 일정을 보내고 보호관찰 위반 통지를 받은 것과 관련해 외박 사유를 물었습니다. 정 전 실장은 “지인하고 (제) 집이 멀어서 다음날 새벽 6시쯤 귀가했다”고 답했고 재판부는 “앞으로 12시 넘어 귀가하는 경우는 사전 허가를 받는 걸로 조건에 기재하겠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거나 피고인 스스로도 조심하지 않으면 보석 조건 추가할 수 있으니 조심해달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날 오후 재판에서 이 대표는 3월 19일에 예정된 유 전 직무대리의 증인신문과 관련해 “그날은 정진상 피고인 측 반대신문으로 알고 있다”며 “저와는 관련이 없어서 저희로서는 반대신문에는 아무런 관여를 할 수 없다”며 변론분리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저번에도 말했지만 반대신문 자체가 공통된 증거로 쓰일 수 있어 분리해서 진행하지 않았다”며 “통상적이지 않고 변론 분리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이 대표의 출석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기일 외 증인신문’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기일 외 증인신문이란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먼저 절차를 진행한 뒤 향후 해당 조서를 증거조사 하는 방식인데, 이럴 경우에는 이 대표가 불출석하더라도 재판 진행은 가능합니다.
● 위증교사 혐의 재판서 검찰과 설전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과 27일에도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이 대표는 2018년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인 김모 씨에게 자신이 원하는 내용의 허위 증언을 요구했다는 혐의를 받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받기 위해 수원지법에 출석하며 부부가 동시에 재판을 받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이 사건 공범으로 이 대표와 함께 기소된 앞서 김 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김 씨는 이 대표의 부탁으로 위증했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이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를 부인하는 것에 대해선 꼬리 자르기라며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꼈다고 증언하기도 했는데요. 위증교사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이 대표 측은 “검찰이 녹취록을 일부만 제시하는 등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만 골라 부당하게 공소를 제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최근까지도 두 사람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며 이들이 2022년 9월에 나눈 문자메시지를 법정에서 제시했습니다.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당시 김 씨는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체포된 것을 위로하기 위해 “힘내세요 형님”이라고 보냈고 이 대표는 다음날 “감사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녹취록을 짜깁기했다’고 하는 데 전혀 아니다”라며 “녹취 파일 전체를 읽어보면 ‘사실대로 진술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이야기하는 대로 허위로 말하라’는 것인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간할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양측의 공방이 계속되자 재판부는 “검찰 측은 위증교사라고 하고 이 대표는 아니라고 하니까 (녹취록을) 쭉 듣는 게 핵심일 것 같다”고 제안했지만 이 대표 측은 “다음 기일에 재생하자”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 李 “사탕 한 개 얻어먹은 적 없어”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열린 뇌물 등 혐의 재판에도 출석했습니다. 이날은 법관 정기 인사로 배석판사 2명이 교체됨에 따라 검찰이 공소사실을, 피고인 측이 혐의 인부 여부를 낭독하는 방식으로 갱신 절차가 진행됐습니다.
발언 기회를 얻은 이 대표는 “사탕 한 개 얻어먹은 일이 없다”며 “대장동 사업에서 수천억원의 이익이 발생했는데 관련자나 주변 사람들을 사적으로 만나거나 접촉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저는 그들과 유착한 게 아니라 그들의 이익을 오히려 뺏으려 했다”며 “성남시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처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 측은 유 전 직무대리의 진술 신빙성도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유동규가 검찰의 회유 압박으로 진술을 번복한 이후 진술이 오히려 디테일해지고 있는데 상세히 묘사할수록 진술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유동규 진술이 아닌 다른 객관적 증거로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유동규가 민간업자들과 저지른 범행에 이재명과 정진상을 교묘하게 엮어서 얹은 것”이라며 “검찰은 ‘정진상에 모두 보고됐으니 이재명도 정진상을 통해 모두 공유받았을 것’이라고 할 뿐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공모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불공정 무도함 심판해달라”…李, 법원 앞에서 작심 발언
이 대표는 이달 8일 오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출석하던 중에는 이례적으로 법원 청사 앞에서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통상 이 대표는 재판을 위해 법원에 들어올 때 취재진의 질문에도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이날은 작심한 듯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이 대표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올린 뒤 조용히 해달라는 의미로 잠시 입에 가져다 댔습니다. 그러면서 “총선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태에서 야당의 당 대표가 법정을 드나드는 이 모습이 우리 국민들 보시기에 참으로 딱할 것”이라며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의 부인은 주가조작, 디올백 수수 이런 명백한 범죄 혐의들이 상당한 증거에 의해서 소명이 되는 데도 수사는 커녕 국회가 추진하는 특검까지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막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아내는 7만 원 밥값을 대신 냈다는 이상한 혐의로 재판에 끌려다니고 저 역시 아무런 증거 없이 무작위 기소 때문에 재판받고 있다”며 “국민들께서 이 불공정과 무도함에 대해서 총선에서 심판하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다가오는 총선을 의식하는 듯 “심판해야 바뀐다”며 “못 참겠다, 더 견디기 어렵다 이렇게 생각되시면 꼭 투표하시고 심판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제59화〉이재명, 총선 전날 법정 나올까…법원 ‘강제소환’ 경고
“검찰 독재 정권의 정치검찰이 수사기소권을 남용해 가면서 원했던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위례·백현동 및 성남FC 배임·뇌물 혐의 재판에 출석하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13일인데 그중 3일간 법정에 출석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재판 초기 법원에 나올때만해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 뿐 별다른 발언 없이 법정으로 향하던 이 대표였지만, 4.10 총선이 가까워지며 이를 의식한 듯 법정 외 발언을 늘려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천금같이 귀한 시간이고 국가에 운명이 달린 선거에 제1야당 대표로서 선거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덧붙였습니다.
● 이재명 불출석에 재판 파행
이 대표와 관련된 대장동 재판은 총선과 맞물리며 진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시작은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가 심리중인 대장동·위례·백현동 및 성남FC 배임·뇌물 의혹 재판에 이 대표는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전날 이 대표 측이 재판부에 낸 불출석의견을 재판부가 불허했음에도 무단으로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이 대표는 대신 선거 유세를 진행했습니다. 이 대표는 12일 대장동 공판에서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참석을 위해 오전에 불출석했다가 오후에야 지각 출석한 바 있습니다.
피고인이 불출석함에 따라 이날 재판은 예정된 증인 신문을 진행하지 못하고 연기됐습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재판을 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역시 “재판부가 반드시 출석하라고 해서 출마를 포기했는데 피고인(이 대표)은 오지도 않았다”며 증언을 거부해버렸습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을 연기하며 “계속 출석하지 않으면 강제 소환을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검찰은 “형사 재판의 피고인이 개인적인 정치활동을 이유로 불출석했다”며 “무단 불출석이 반복될 경우 출석을 담보하기 위한 강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항의했습니다. 이에 이 대표의 변호인은 “이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서 선거에 임하고 있다”며 “헌법상 정당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는 우리나라에서 선거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 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대표의 변호인은 선거일인 4월 10일까지만 불출석을 허용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 재판을 진행할 순 없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 대표 측이 “선거의 중요성”, “과잉 금지원칙” 등을 거론하며 항의하자 재판부는 “변호인들과 토론하고 싶지 않다”며 언짢은 기색을 내비쳤습니다.
이 대표는 22일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가 심리중인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재판에도 무단으로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재판은 재판부 직권으로 피고인 없이 진행하는 ‘궐석재판’으로 진행됐습니다.
● 李, 총선 전날에도 법정 나와야
재판부가 구인장 발부를 통한 강제소환을 거론한 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이달 2일 대장동 재판에는 연달아 출석했습니다. 기사 초반에 썼던 것처럼 출석길에 강한 아쉬움을 토로하긴 했지만요.
물론 ‘제1야당 대표로서 선거에 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는 이 대표 측 주장에도 타당성이 있지 않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변호인의 말처럼, 헌법상 정당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는 우리나라에서 선거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 대표 개인의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란 취지입니다. 선거가 얼마 안남은 상황에서 고작 2~3주 가량 재판 일정을 미루는게 뭐 그리 어렵냐는 말도 합니다.
하지만 재판부로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대표 사건 말고도 수많은 사건을 맡고 있는 재판부가 특정 사건만 일정을 배려해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그 자체로 특혜로 보일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 말고도 재판을 받는 모든 당사자들은 자기 재판이 가장 중요한 법입니다. 그러니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를 맡은 유력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재판 진행에 예외를 요구하는 건 ‘나는 일반인과 다른 특별한 사람이다’라는 주장을 하는 것과 다름 없겠지요. 형사재판 경험이 많은 한 판사는 “한 피고인에게 예외를 허용하는 것은 결국 특혜논란으로 이어지고, 다른 재판의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이 대표로서도 아쉬운 마음에 이같은 주장을 펼칠 수는 있지만, 불출석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이를 부당하다고 생각해선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다행이 이 대표는 재판부의 경고 이후 재판에 출석하며 “억울하고 안타깝지만,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 대표로서는 답답할 노릇이겠지만 총선 하루 전날인 9일에도, 총선 이틀 뒤인 12일에도 그는 법정에 나와야 합니다. 각각 대장동·위례·백현동 및 성남FC 배임·뇌물 재판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 대표는 2일 대장동 재판에서 “총선 전날만이라도 기일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특혜라는 말이 나온다”며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 “총선 전날 출석 할 것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총선 직후인 11일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 원을 선고받은 이 대표의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항소심 첫 공판이 진행됩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2024.04.27
〈제60화〉총선 승리 후 법정 출석한 이재명, 남욱·유동규 직접 신문…法 “다음 재판부터 7시까지 진행” 속도 높일 듯
“당선됐지만 사법리스크 여전하다는 지적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임기 중 의원직 상실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위해 출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법원에 들어갔습니다. 이날은 4·10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뒤 처음 있는 이 대표의 재판이었는데요. 이 대표는 총선 전날인 9일 대장동·위례·백현동 및 성남FC 배임·뇌물 혐의 재판에 출석하며 준비한 입장문을 약 11분 동안 읽은 것과는 달리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습니다.
● 총선 전 “정권 심판해달라” 법원 앞 호소
당시 총선을 하루 앞둔 이 대표는 입장문이 적힌 종이를 꺼내들고 11분간 낭독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입구 앞에 서서 “윤석열 정부는 잡으라는 물가는 못잡고 정적과 반대세력만 때려잡고있다”며 “지금까지 국민들 힘으로 쌓아 온 대한민국 성과를 모두 무너뜨려 경제는 폭망했고 민생은 파탄났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22대 총선을 하루 앞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재판부에 기일 변경 신청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총선 전날에도 재판에 출석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저의 손발을 묶는 게 정치 검찰의 의도인 것을 알지만 국민으로서 재판 출석 의무를 지키기로 했다”며 “제가 다 하지 못하는 제1야당 대표의 역할을 국민 여러분께서 대신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꼭 투표해서 정권의 실패를 심판하고 국민을 배신한 정치 세력의 과반 의석을 반드시 막아달라”고 말한 뒤 법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한편 이날 열린 재판에서 이 대표는 증인으로 출석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를 상대로 직접 반대신문에 나섰습니다. 이 대표는 “증인은 남욱 변호사가 위례 사업을 성공시킬 방안을 가져온 것을 내게 (구두로) 보고했다고 얘기하는데, 원래 보고하려면 보고서를 만들어서 보고하는 게 정상 아닌가”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유 전 직무대리는 “시장님 정무적인 일 보고할 때 보고서 만들라고 하셨습니까? 정무적인 일은 보고서 남기십니까?”라고 되물었고 이 대표가 “그게 무슨 정무적인 일이냐”고 하, 유 전 본부장은 “저한테 잘 진행해보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제가 그걸 시장님이 하지 말라는데 어떻게 진행합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이 대표가 “대장동이 민간개발이 아닌 공모방식으로 진행돼 남욱이 기득권을 잃은 건 맞지 않느냐”고 하자 유 전 본부장이 “(대신 이득 본) 김만배가 있잖아, 만배가!”라며 큰 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 李 “제게 주어질 이익이 없으니 범행 동기도 없는 것”
나흘 뒤인 16일 열린 대장동·위례·백현동 및 성남FC 배임·뇌물 혐의 재판에도 이 대표는 예정대로 출석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의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이 대표는 위례신도시 사업 추진과 관련해 민간사업자와 유착했다는 주장에 대해 “범죄에는 동기가 필요한 것인데 저에게 주어질 이익이나 혜택이 전혀 없었다”며 이익이 없기에 범행 동기 역시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이 대표가 위례 사업을 비밀리에 추진했다는 검찰과 유 전 직무대리의 주장에 대해서도 “도시개발사업은 출자에 대한 승인이 필요하다”며 “타당성 조사 결과에 대해 성남시가 확인하고 몇 년간 시행되기에 비밀리에 할 수도 없고 그리 주장한 바도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앞서 유 전 직무대리는 이 대표를 포함해서 위례 사업 관련 주요 사안을 지속해서 보고했다고 주장했는데요, 검찰은 이런 증언을 바탕으로 위례 사업이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주요 공약사업과 맞닿아 있는 만큼 유 전 직무대리가 이를 독자적으로 판단해 진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천화동인 4호 소유주로 알려진 남욱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의 23일 같은 재판에서는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로 알려진 남욱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남 씨가 이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이날이 처음입니다. 법정에서 남 씨는 “위례신도시 개발을 통해 (성남시장) 선거자금을 조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위례사업 개발 이익이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검사가 “(유 전 직무대리에게)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재선돼야 대장동 사업을 할 수 있으니 함께 노력하자’는 말을 듣고 돕겠다고 한 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남 씨는 “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유 전 직무대리가) 위례 사업 이후 실제로 선거자금을 만들어달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남 씨는 이날 오후 재판이 잠시 휴정하며 법원 밖으로 나왔다가 이 대표의 지지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듣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재판부에서 적절한 주의 조치와 필요하다면 신변보호 조치도 해달라”며 “검사도 출·퇴정 때 비슷한 일을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 法 “다음 재판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
이 대표의 4월 마지막 재판이었던 26일 대장동·위례·백현동 및 성남FC 배임·뇌물 혐의 재판에도 남 씨는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 대표는 재판부로부터 발언권을 얻어 남 씨에 대해 직접 반대신문을 진행했는데, 남 씨는 23일 재판에서 증언한 것과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이어가며 “위례 사업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공약사항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남 씨는 “당시 유동규가 ‘다시 (위례 사업이) 진행돼서, 성남시 혹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수익을 얻어 임대 아파트를 지으면 성남시장 재선에 유리하다’고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이 대표가 “공약이 아니지 않느냐”고 묻자 남 씨는 “당시 대장동과 위례 사업 모두 (성남시장) 공약이었다”고 재차 답했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열린 이 재판에서 “공약이었던 위례 개발에 대해 공식 포기 선언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굳이 이행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직접 밝힌 바 있는데 이와 배치되는 주장이 나온 것입니다.
한편 재판부는 다음 재판부터는 오후 7시까지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재판 시간을 늘려 재판 속도를 높여 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