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危機의 韓半島(外交) 2024-04/ 04.01 中측 “한반도 자유민주 통일은 위험” 이게 그들 본심 - 04.26 유라시아 지각변동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상림은내고향 2024. 4. 19. 13:13

危機의 韓半島(外交) 2024-04/

04.01 中측 “한반도 자유민주 통일은 위험” 이게 그들 본심

▲2014년 1월 30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촬영한 한반도 위성사진 모습. 국토 전역이 불을 밝힌 한국과 달리 북한은 평양 인근을 제외하면 거의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 /NASA

 

중국 학자들이 서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해 “자유 민주주의에 기반한 남북 통일은 한반도 정세를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올해 8·15 즈음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한 새 통일 방안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이에 대한 중국 내부의 부정적 기류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산둥대 동북아학원 부원장은 “윤 정부의 통일 방안은 사실상 북한을 삼키는 통일을 말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중 간 완충지대 역할을 해온 북한이 사라지고 미국 주도의 자유민주 진영과 맞닥뜨리는 상황을 피하고 싶다는 중국 정부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중국이 남북통일보다 현상 유지(분단)를 선호한다는 건 상식에 가깝다. 그럼에도 한중 수교 이후 줄곧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론 ‘자주적 평화 통일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통일이 한민족의 염원이자 한국 대통령의 헌법상 의무인 점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랬던 중국이 관변 학자들을 내세워 한국 주도 통일에 경고음을 낸 것은 최근 북한이 남북 관계를 ‘동족 아닌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통일 불가’ 노선을 공식화한 것과 관련 깊을 것이다.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2600만 북 주민은 김정은 정권의 폭정 아래 노예로 전락했다. 자유민주 통일은 이들을 해방시킬 유일한 빛이자 희망이다. 이것은 한동안 우리만의 주장이었지만 이젠 다르다. 삼엄한 감시와 통제 속에 접경지대에서만 은밀히 유통되던 외부 소식이 수백만 대의 휴대전화, 수백 개 장마당을 통해 실시간으로 북한 전역에 중계되는 세상이 됐다. 북 주민 사이에 한국에 대한 동경과 선망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자유민주 통일은 7800만 한민족 전체의 염원이다. 김정은 정권이 아무리 막으려 해도 이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멈출 수 없다.

 

중국은 공산당 정권 수립 이후 줄곧 김씨 왕조 편에 서왔다. 김씨 정권의 폭정과 인권 유린에 눈감았다. 난민지위협약과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했으면서도 탈북자들을 사지(死地)나 다름없는 북한으로 돌려보내 왔다. 인권보다 북한과의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일 것이나 문명국이라 하기 어렵다. 한국 정부가 새 통일 방안 마련에 착수한 것은 김정은 정권 스스로 ‘반통일 세력’임을 자처한 지금이 대한민국 주도의 자유민주 통일 담론을 확산시킬 적기라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한반도 통일의 주체는 한국뿐이다. 중국이 통일에 어깃장을 놓는 것은 한민족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일이다. 중국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정부도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4.03 ‘러시아 포비아’ 버려야 푸틴에게 무시당하지 않는다

러시아 문제로 외교 장관 2명 경질당하며 공포증
김정은 정권 숨통 틔워주는 러시아 두고만 봐선 안 돼
자꾸만 ‘레드라인’ 후퇴하면 ‘북극곰’에게 또 당한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3년 9월 13일 오후(현지 시각) 아무르주(州)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 결의안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것은 러시아와 북한이 ‘형제 국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뉴욕타임스는 대북 제재 전문가 패널 무력화가 러·북 관계와 북한 핵 문제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지난 10년 동안 미국과 러시아 간 공통의 명분을 가진 프로젝트가 북한의 핵무기 확대를 막는 것이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무너졌다”고 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는 유엔 대북 제재 체제를 약화시키려는 조직적인 노력의 세 번째 단계”라고 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이행 중단(1단계), 북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응한 신규 안보리 제재 결의 저지(2단계)에 이어 대북 제재 체제의 영구적 해체 조치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곤란한 상황이 되자 북한에 무기 지원을 받으려고 노골적으로 북한 편을 들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1950년 6·25전쟁 이후 북한과 최고 수준의 밀착을 하면서 여러 시그널을 냈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외교·안보의 최우선 순위로 생각하지 않았다. 지난해 김정은이 러시아의 우주기지를 방문, 푸틴과 정상회담도 했지만 오히려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레드라인’은 조금씩 후퇴해왔다.

 

러시아의 라브로프 외무 장관은 지난해 11월 북·러 무기 거래로 유엔 대북 제재를 위반한다는 비판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제재한 것”이라며 “항의는 안보리에 하라”고 비(非)논리적 발언을 했다. 자신들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10차례 이상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찬성한 것을 앞으로 기억하지 않겠다는 발언이었다.

 

▲그래픽=이철원

 

올 초 주한 러시아 대사가 한 인터뷰에서 한국을 ‘비우호국’, 북한은 ’우호국’으로 불렀다. 그는 “한국이 러시아의 비우호국 중 우호국으로 되돌아가는 첫 사례가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사실상 협박으로 주재국 대사로서는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는 한국 선교사를 수교 이후 처음으로 ‘간첩’ 혐의가 있다며 억류했다. 러·북 양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2월까지 6개월간 컨테이너 6700개, 8000개 분량의 포탄과 물자 교환을 한 사실도 공개됐다.

 

특히 지난 2월 러시아 외교부의 여성 대변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북한 비판 발언에 대해 “혐오스럽다”고 논평한 것은 묵과해서는 안 되는 사안이었다. 러시아는 “북한 정권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한 비이성적 집단”이라는 윤 대통령 발언이 “노골적으로 편향됐다”고 반발했다. 이는 러시아 차관의 방한 도중 러시아 언론 보도로 알려졌는데, 푸틴 대통령의 지시나 묵인이 없었다면 나올 수 있었을까. 모스크바를 찾은 최선희 북 외무상에게 방북을 약속한 푸틴이 김정은을 위해 ‘대리 항의’했다는 느낌이 드는 논평이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페이스북

 

윤 대통령의 북한 비판에 대해 러시아가 일개 외교부 대변인을 내세워 반박한 것은 단순한 외교 결례 문제가 아니었다. 앞으로 북한이 무슨 일을 벌이더라도 함께 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었다. 앞으로 더 강화된 북·러 군사 협력으로 한반도를 위험하게 할 수도 있다는 시그널로 봐야 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좀 과격한 발언을 하는 여성 외교관인데, 무시해도 좋다. 러시아와는 물밑으로 서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결국, 러시아가 유엔 대북 제재 패널을 무력화하면서 러·북 관계는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이 사안이 워낙 심각하다 보니 우리 정부도 2일 이례적으로 맞대응에 나서 북한과 러시아 간 군수물자 운송에 관여한 러시아 선박 2척과 북한 노동자 송출에 관여한 러시아 기관 2곳, 개인 2명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외교부의 소극적인 대러시아 대응 배경에는 ‘러시아 포비아(공포증)’가 존재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두 명의 외교부 장관이 러시아와의 외교 문제로 경질됐다. 1998년 박정수 외교부 장관은 한·러 스파이 맞추방 사건의 여파로 교체됐다. 이정빈 장관은 2001년 한·러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미국이 폐기를 주장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제한 조약의 유지·강화 문구가 포함돼 사임해야 했다. 한·러 갈등으로 러시아 담당 국장이 전격 경질당한 일도 있었다. 이러다 보니 러시아에 대해서는 가급적 업무를 기피하거나 맞부딪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3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인 선교사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사실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이 한 칼럼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 밀착이 가시화되면서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며 “이제 대러시아 정책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 자제 방침을 전면 재검토할 때가 됐다”고 했다. 그러자 주러시아 한국 대사관에 근무했던 ‘모스크바 스쿨’ 의 전직 외교관들에게서 비판이 나왔다. A씨는 “천 전 수석의 말은 그럴듯하지만, 과연 그런 네거티브 어프로치가 러시아에 성공할 것 같으냐”고 했다. B씨는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면서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틈만 나면 핵 무기를 사용하겠다고 한다. 그런 국가를 함부로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젤렌스키가 초보 정치인으로서 러시아를 자극하는 외교 정책을 펴서 두 나라가 충돌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불개입을 주장하는 것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주권국가가 해야 할 일을 제때, 결연히 하지 않으면 노예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국제사회라는 것을 도외시한 것이다. 최근 러시아와 북한의 급속한 밀착은 ‘러시아 포비아’를 떨쳐내고, 한·러 관계의 근본을 다시 살펴보며 재정의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러시아가 매일같이 미사일을 쏘며 도발하는 북한 편을 들겠다고 노골적으로 나오는 이상 좋은 게 좋다는 식의 기존의 대러 정책에는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러시아가 북한과 노골적으로 무기를 거래하고, 모든 외교 사안에서 북한 편을 드는데 우리가 외교 중립을 지킬 이유가 없다”며 “주권국가 관계에서는 상호주의가 중요한 덕목인 만큼, 러시아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푸틴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이하원 기자

 

04.05 정치적 궁지 몰린 기시다와 한·일 관계

한·일 양국 정상의 정치적 의지와 기반은 양국 관계에 언제나 중요한 요소로 작동해 왔다. 1980년대 전두환 대통령과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 시절의 우호,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공동선언도 두 정상의 지지율이 임기 중 최고치를 기록할 때에 이뤄졌다.

 

하지만 때로는 지도자가 관계 개선을 선택하지 않는 동인으로 높은 지지율이 작동하기도 한다. 아베 신조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 시절이 그랬다. 그럼에도 한·일 관계에 결정적이었던 것은 국내의 반대 여론을 극복하고 관계 안정화를 추구하려는 정상 차원의 의지와 정치적 자산이었다. 가장 최근의 사례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다.

지도자 의지가 양국 관계 결정
기시다 지지 추락, 차기 하마평
누가 되든 한·일 관계 기반 탄탄

 ▲글로벌 포커스

 

그렇다면 최근 국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기시다 총리의 입지는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최근 사상 최저 수준인 20%대로 떨어졌다. 일본 정치권의 관심은 이제 기시다 총리가 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가 아니라, 오는 9월 열릴 전망인 자민당 전당대회에서 누가 기시다의 뒤를 이을 당 총재로 선출될 것인가에 있다.

 

한·일 관계 개선 동력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국내 정치 때문에 무너지던 패턴이 이번에도 반복될 것인가.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먼저 한국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비롯한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대한 지지가 탄탄하다.

 

한국인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한국이 세계에서 너무 고립됐고 글로벌 입지를 다시 강화하기 위해서는 한·일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었다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누가 되든 기시다의 한·일 관계 정책 기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도울 충분한 여력이 있다.

 

둘째, 일본의 글로벌 입지를 위해서 굳건한 한·일 관계가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일본 내부에 형성돼 있다. 셋째, 기시다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한·일 관계 개선에 브레이크를 걸 이유를 찾기 힘들다. 이 점이 과거와 다른 점이다. 필자가 보기에 가장 유력한 ‘포스트 기시다’ 후보를 가능성이 높은 순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 탄생을 기대하게 하는 그녀는 하버드 대학에서 수학했다. 법무 장관 재직 당시 법과 질서를 철저하게 수호한 것으로 유명하다. 총리가 되면 윤 대통령과 ‘케미’가 좋을 것이다. 인지도는 낮지만 자민당 최대 계파의 강한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경제통상산업 장관을 역임한 그도 하버드 대학 학위를 보유하고 국제 감각을 지녔다. 기시다 총리의 한·일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깐깐한 성격에 비해 자민당 내부 지지율은 낮은 편이다.

 

◆고이즈미 신지로 중의원=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이들이다. CSIS 연구원 경력이 있고 국제 감각을 충분히 갖췄다. 청년층에서 특히 인기가 높지만, 자민당 중진들은 총리직을 맡기에 아직 어리다고 여긴다.

 

◆고노 다로 디지털상=외무상과 방위상을 역임한 그는 조지워싱턴대학을 졸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체결한 위안부 해법을 문재인 대통령이 무력화하자 당시 외무상으로서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외무상을 지낸 부친(고노 요헤이)처럼 한·일 관계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매파이자 국수주의의 끝단에 선 인물이다. 총리로 선출되면 한국이 가장 우려할 인물이다. 당내 지지 기반이 취약해 당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상=대중 지지가 어느 정도 있지만, 자민당 내부에 적이 많다. 그의 정책은 이념보다는 상황에 따라 바뀌는 성향을 보여 관료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도 기시다 총리의 한국 관련 정책을 뒤집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기시다 총리가 지금의 정치적 위기에서 살아날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차기 총리 후보군을 보면서 느낀 점은 누가 되든 한·일 관계 개선을 반대할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어쨌든 지금의 한·일 관계는 양국의 국내적 불안 요소를 견뎌낼 만큼 충분한 기반을 확보한 것 같다.

 

중앙일보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국 CSIS 키신저 석좌

 

04-05 유엔, 22년 연속 北인권결의 채택

中·쿠바, 불참의사 밝혀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유엔 인권이사회가 중국 등의 불참 의사에도 북한의 인권 침해를 규탄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을 22년 연속 채택했다.

4일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제55차 인권이사회에서 47개 이사국은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합의(컨센서스)로 채택했다. 이로써 북한인권결의안은 2003년 이사회의 전신인 인권위원회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22년 연속으로 채택됐다. 이번 결의안에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특별보고관의 임기를 1년 연장할 것과 유엔 인권최고대표에게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포괄적 보고서를 2025년 9월 제60차 인권이사회에 제출하고 확대 상호대화를 개최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 고문 방지협약, 인종차별 철폐협약 등 북한이 아직 가입하지 않은 주요 인권 조약에 가입할 것과 이미 가입한 국제인권협약의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새로 포함됐다. 중국과 쿠바 등은 컨센서스에 불참 의사를 표명했다.

이날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안 표결에서 중국이 기권한 것과 관련해 “그들은 결정을 내릴 수 없거나 이 사안에 대해서 누구 편인지 말하길 원치 않는 것”이라며 “무능이나 비겁함의 절정”이라고 비판했다. 차 석좌는 CSIS 개최 온라인 세미나에서 “그것(기권)은 어떤 배짱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이 사안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한) 러시아와 함께하길 원한다면 그렇게 하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모든 사람이 미국의 정책 실패를 지적하지만, 이것은 중국 외교 역사상 가장 큰 실패도 될 것”이라며 “2030년쯤 북한은 영국이나 프랑스 규모의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인데 중국이 그 난장판을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러 군사 협력과 관련해 “비핵화가 목표지만 현재 우선순위는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의 모든 수평적 핵확산 행위, 북한과 러시아 간 (거래) 상황을 막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일보 박준우기자

 

월간조선 04월 호

‘인도의 시대’가 왔다

한국, 중국에서 벗어나 인도로 가야 미래 있어

⊙ ‘폭스콘 중국 공장’ 보는 시각으로는 인도 이해 못 해
⊙ 중국은 집단, 인도는 개인이 발전의 동력
⊙ 인도는 ‘바다의 나라’, 중국은 ‘땅의 나라’
⊙ 한국, 여전히 중국식 세계관에 사로잡혀 인도에 대한 관심 희박
⊙ 일본, 2023년 싱가포르에 700억 달러, 인도에 65억 달러 투자… 싱가포르에 대한 투자는 사실상 인도에 대한 우회 투자
⊙ 바이든, 美의회 국정 연설에서 對中 연합전선을 강조하면서 인도-호주-일본-한국 순서로 언급

劉敏鎬
196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일본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 졸업(15기) / 딕 모리스 선거컨설팅 아시아 담당, 《조선일보》 《주간조선》 등에 기고 / 現 워싱턴 에너지컨설팅 퍼시픽21 디렉터 / 저서 《일본직설》(1·2), 《백악관의 달인들》(일본어), 《미슐랭 순례기》(중국어) 등

뭄바이 인도 주식거래소 바로 앞의 황소. 신의 분신만이 아니라, 돈의 대명사로 변해가는 것이 인도의 소다. 사진=유민호

 

“더 이상 버블 이후가 아니다.”

지난 2월 2일 일본 닛케이 주식 시장이 3만9098을 기록하면서 35년 전 버블 경제 당시 최고기록 3만8915를 넘어서는 순간 등장한 말이다. 신문은 호외까지 띄웠다. 저물가, 부동산 침체, 내수(內需) 부진으로 점철된 버블 후유증이 2월 말로 종료됐다는 ‘버블 최종 사망선고’라 볼 수 있다.

‘더 이상 버블 이후가 아니다’는 말은 70대 이상 세대에게는 ‘아주’ 특별하게 와닿은 말이기도 하다. 그들 대부분은 이 말을 접하는 순간, 1956년 7월 17일 탄생한 ‘더 이상 전후(戰後)가 아니다’라는 말을 떠올렸을 것이다. ‘더 이상 전후가 아니다’는 1945년 패전(敗戰) 후 덮친, 기아·실업·불황에서 완전히 탈피했다는 당시 일본 정부의 공식 선언이었다.

 

3월 4일 일본 《닛케이》 석간 호외. 일본 증시 4만 엔대 진입을 알리고 있다.

 

닛케이 지수가 4만을 넘어선 3월 4일 이후 일본 신문·방송 아침 뉴스는 ‘주식 시장 기록 경신’으로 시작되고 있다. 현재 일본 주식 시장은 약 3할대의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이 중심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일본 전체가 외국 투자 대상이 되고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지금부터 버블2.0의 시작’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 그만큼 경제가 비등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3월 들어 새로운 외신(外信) 디지털 신기록 뉴스도 열도 전역에 매일 보도되고 있다. 연중 최고치 고공행진에 들어선 인도 주식 지수 센섹스(SENSEX)에 관한 소식이다.

3월 이후 일본 신문은 1면은 일본 주식 신기록, 국제면은 센섹스 최고 기록 경신이라는 뉴스로 채워지고 있다. 필자의 눈에는 쌍둥이 뉴스로 비친다. 지난해 4분기 인도 경제성장률 8.4% 기록과 함께, 센섹스 지수가 올해 상반기 중 8만 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뉴스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원래 일본 경제 전문가들은 일본 주식의 4만 진입을 올해 하반기 정도로 보았다.

인도 경제 전문가 가운데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 8.4%를 전망한 사람은 거의 없다. 너무 달아 있기 때문에 잘해야 7.5%가 최고치였다. 일본 4만 진입, 인도의 8.4% 성장률과 주식 상승은 세계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일본·인도 두 나라는 어느새 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의 경제 모범국가로 부상(浮上)한 상태다.

인도, 30년 전 중국 연상케 해

필자는 30년 전인 1994년 중국 베이징(北京)에 장기 체류한 적이 있다. 일본에 머물던 중, 중국 열풍이 밀려들면서 필드 스터디와 중국 이해를 위해 아예 베이징에서 살기로 결심한 것이다. 지금처럼 반(反)간첩법을 가지고 외국인을 범죄자 다루듯 하던 시대가 아니었다.

천안문 광장에서 동남쪽으로 7km 정도 떨어진 진송(勁松)이란 곳이 당시 거주지였다. 방 두 개 100달러짜리 아파트였다. 당시 숙식을 제공받는 24시간 건설 인력이었던 베이징 민공(民工)의 한 달 월급이 40달러 수준이었다. 중국 대륙 전체를 통틀어 에스컬레이터가 처음으로 선보였던 것도 1994년이다. 당시 막 오픈한 일본식 백화점 내 에스컬레이터를 보려고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룬 손님들 때문에 경찰이 급출동하기도 했다.

2023년 가을, 필자는 인도에서 2개월간 머물렀다. 뉴델리·뭄바이·펀자브 지방을 비롯해 전부 6개 도시를 돌아보았다. 한층 가속화될 인도의 변화를 지켜보기 위해 필자는 4월부터 다시 인도를 찾을 계획이다.

 

2024년 벌어지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인도 국가 개조 프로젝트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는 30년 전 중국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이러한 현장 체험을 바탕으로 두 나라 사이에 대한 비교분석도 가능해진다.

30년 전 중국은 주식 시장과 무관한 사회주의 국가였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의 꽃인 주식을 부정한다. 영국 통치하에 있던 홍콩은 당시 중국 투자를 위한 대외창구였다. 필자가 중국을 찾았던 1994년은 천안문 사태와 관련된 서방의 경제제재가 막 풀린 시기였다. 홍콩 증시가 폭등했다. 현재 뭄바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증시 광풍(狂風)이 한 세대 전 중국에서 ‘똑같이’ 벌어졌었다. 필자의 눈에 비친 인도는 20세기 말 중국의 데자뷔나 마찬가지다.

경제적 관점에서 본 2024년 인도의 하루는, 20세기의 한 달 아니 1년에 버금간다. 일본식 표현을 따르자면 ‘더 이상 20세기의 인도가 아니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증명사진’ 없는 인도

중국 충칭(重慶)에 있는 폭스콘의 프린터 공장. 중국식 경제 모델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명사진’이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초고속 경제 성장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인도와 중국의 경제 모델은 크게 다르다. 양국의 문화·문명·국민성이 다르듯,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차이가 엄연히 존재한다.


인도와 중국 경제를 둘러싼 이미지부터 떠올려보자.

중국이라고 하면 수만 아니 30만 노동자로 가득한 초대형 공장부터 떠오를 것이다. 아이폰을 만드는 허난성 정저우의 폭스콘(Foxconn) 공장 모습은 중국 경제의 이미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증명사진’이다.

인도는 어떤 이미지로 다가설까? 아무리 생각해도, 딱 부러지게 하나로 형상화된 증명사진이 없다. 인도라고 하면 갠지스강부터 떠오르고, 각종 종교축제에 맞춰진 무지갯빛 분말과 춤에 열중하는 힌두교 신자부터 떠오른다. 경제와 관련해서, 중국 노동자들처럼 일렬 생산라인에서 기계적으로 일하는 인도 노동자들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경제적 차원의 인도 이미지라고 하면, ‘인도’가 아닌 ‘인도인’부터 떠오른다. 미국 IT 회사나 초대형 생산업체의 최고 경영진이 인도 경제와 관련된 이미지다. 정치 영역으로 넘어가면, 영국에서는 인도계 총리, 미국에서는 인도계 공화당 여성 후보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인도가 세계 최고의 인구 대국이 되었다고 하지만, 중국 중산층(中産層)에 비교될 만한 소비군단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인도가 초고속 경제 성장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신비의 힌두교가 그러하듯, 인도 경제 역시 안개에 싸인 비밀스러운 존재 같다.

차이나타운이 없는 나라

중국에 익숙해진 눈으로는 인도를 설명할 길이 없다. 필자가 보기에 인도와 중국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흥미도 없다. 히말라야 산맥과 바다로 인해 두 나라는 전혀 별개의 대륙으로 떨어져 살아왔다. 양국 관계라고 해야 7세기 현장(玄奘)법사가 불경을 얻기 위해 당시 천축(天竺)이라 불렸던 인도를 다녀온 것 정도라고 할까?

과거 중국에서 살면서 관찰한 바로는 중국인의 인도에 관한 이미지는 ‘돼지고기를 안 먹는 나라’라는 한마디로 압축할 수 있다. 사실 인도인들은 돼지고기만이 아니라 육류 대부분을 멀리하는 채식주의자들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네 다리와 두 다리 달린 동물은 전부 ‘식(食)’의 대상이다. 이 가운데 돼지고기는 중국의 문화·전통·경제 그 자체다. 돼지고기는 중국 실물 경제 상황을 알려주는 핵심 경제지표 중 하나다. 한국의 짜장면이 그러하듯, 돼지고기 가격을 보면 경제 현황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돼지고기가 없는, 고기 자체를 멀리하는 인도는 애초부터 중국의 관심 밖이다.

인도도 마찬가지다. 육식을 멀리하고, 소[牛]를 존중하는 인도인들에게 생명체라면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중국은 미개국이다.

지난해 인도 뭄바이에 머물 당시 찾아갔던 중국 사찰은 인도 전체에서 유일한 것이었다. 21세기 현재 차이나타운이 단 하나도 없는 나라가 인도다. 관광 목적으로 차이나타운 비슷한 것을 만들려 하지만, 인도에 거주하려는 중국인 자체가 극히 드물다. 양국 간 갈등도 그 이유 중 하나지만, 돼지고기 없이 살 수 있는 중국인이 극히 드물다는 점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사는 인도인도 극소수다. 인도가 세계 1위의 인구 대국이 되었다지만, 중국에서 사는 인도인은 5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수천 명 규모인 인도 거주 중국인보다는 많기는 하지만, 두 나라가 서로를 보는 눈은 ‘소와 닭 관계’ 그 자체다.

한국, 인도를 너무 모른다

세계 최대의 손빨래 서비스 지역인 뭄바이의 도비 가트(Dhobi Ghat) 주변. 인도 초고속 성장의 그림자는 극빈층 거주 지역인 도비 가트로까지 드리워지고 있다. 사진=유민호

 

돼지고기 때문만은 아니지만, 중국 문화권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한국 역시 인도를 멀고도 먼 나라로 대한다. 인도를 제대로 이해하거나, 알고 싶어 하는 한국인이 극히 드물다. 필자가 인도에 머물 당시 한국인 친구들이 보여준 대부분의 반응은 너무도 단순하다. 한마디로 압축하면 ‘인도=성(性)폭행’으로 집약된다. “그 위험한 나라에 왜 갔느냐”고 걱정한다.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다. 언론의 자유가 있고,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도 가능하다. 같은 14억 인구 대국이지만, 중국은 철저히 통제된 공산당 일당 독재 국가다.

인도에서 주기적으로 터져 나오는 성폭행 뉴스는 집단적 범죄이고, 주로 외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사건이란 점 때문에 주목을 끄는 것이다. 어느 나라에 가도 범죄는 있다. 중국과 같은 공산 독재국가에서의 범죄의 수도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철저한 통제에 의해 외부에 보도되지 않을 뿐이다.

필자가 현지에서 체감(體感)하는 바로는 ‘인도=성폭행’은 과장된 뉴스다. 가끔 서울 지하철에서 칼부림이 난다고 해서 ‘한국 지하철=사무라이 무대’로 보는 식이다. 인도인 대부분이 독실한 힌두교도란 점을 감안하면, 거꾸로 인도의 범죄율은 한층 더 낮을지 모른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폭스콘 중국공장’에 익숙한 눈으로 보면, 인도를 설명할 수 없다. 한국은 시각에 익숙한 나라다. 사실 한국부터가 폭스콘 스타일의 공장에서 수출품을 생산하고 자본을 축적한 나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모델은 일본에서 비롯된 것이다. 멀리 기원을 따진다면, 포드 자동차 공장에서 개발된 미국식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이 한국·일본·중국 공장의 기준이자 모델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인도는 어떨까? 포드 자동차식 경영이나 공장, 일사불란한 로봇 시스템과는 거리가 먼 나라다. 미국식 모델에 대한 동경도 없고, 미국식 생산체제나 경영 공장도 없다.

앞서 인도 이미지를 하나로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유는 행동의 주체가 집단이 아니라 개인이기 때문이다. 인도는 인도인 ‘집단’이 아니라, 인도인 ‘개개인’으로 움직이는 나라다.

한국·일본·중국은 부분적인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집단으로 움직인다. 적어도 일에 관한 한, 집단을 기본 단위로 한다. 인도에는 이런 세계관이 없다.

필자가 관찰한 바로는 인도와 중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애국주의(愛國主義)의 유무(有無)다.

인도에는 ‘세계 최고의 나라 인도’라는 발상이나 개념 자체가 없다. ‘인도 넘버 1’을 부르짖으며 전 세계를 눈 아래로 내려다보는 세계관이 없다.


인도를 무시하는 중국

중국은 정반대다. 나라 이름부터 ‘전 세계 한복판’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중화사상(中華思想)에 기초한 ‘중국 넘버 1’이 중국의 국가 신앙이다. ‘장차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 전 세계를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중국 정치지도자들은 물론 보통 중국인의 마음과 정신을 지배하고 있다.

오십보백보겠지만, 한국이나 일본도 중국과 비슷하다. 2024년 한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K-자화자찬, 태평양 전쟁 당시의 일본제국주의는 ‘우리나라 넘버 1’ 세계관이라는 점에서 서로 통한다. 집단은 이 같은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움직이는 동력(動力)이다.

인도는 ‘우리나라 넘버 1’이라는 세계관이 없을 뿐 아니라 집단과 같은 동력도 없다. 인도 종교는 개인적 수양을 중시한다. 인도 전통 요가는 개인 명상의 연장선에 있다. 부처의 열반(涅槃)은 개인의 각성(覺醒)에 기초한 것이다. 인도 기업이 ‘폭스콘 스타일’의 기업 이미지와 무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식 세계관으로 보면, 인도 경제 성장을 아예 인정하지 않거나 비관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순식간에 수만 명의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 공장으로 연결시킬 만한 환경이나 능력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 중국인의 99%는 인도를 무시한다. 자신들의 성공 신화(神話)에 도취된 까닭이기도 하겠지만, ‘중국 폭망, 인도 비약’ 가능성을 전혀 믿지 않는다. 미중(美中) 디커플링(Decoupling) 때문에 잠시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뿐, 인도 열풍도 곧 끝날 것이고 중국의 세계 제패가 눈앞에 다가왔다고 믿고 있다. 이런 생각은 세상이 변하고 새로운 시대가 닥친다는 것을 부정하는 ‘쇄국(鎖國) 마인드’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인도로 가는 일본

2018년 10월 일본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오른쪽에서 둘째) 인도 총리는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함께 세계 유수의 로봇 회사인 화낙 본사를 방문했다. 사진=조선DB

 

현재 전 세계 경제의 하이라이트는 인도다. 일본도 있지만, 수익률이란 측면에서 보면 한계가 분명하다. 안정적인 수익은 일본에서 얻을 수 있겠지만, 일확천금을 얻으려면 역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맏형 격인 인도다. 세계의 돈이 인도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 같은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 중국 성장론에 익숙한 탓인지 ‘낯선 세계’ 인도의 오늘과 내일을 의문시하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다. 지난해 한국의 인도 투자는 2억 달러 수준에 그쳤다. 1992년 한중수교 당시 한국인들이 보여주었던 중국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는 대조적이다. ‘폭스콘 중국’ 세계관에 갇혀, 갠지스강 이미지만 떠오르는 인도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웃 일본은 어떨까? 사실 일본도 중국식 성공 신화에 익숙한 나라다. 투자관련법 정비가 안 되었다든지, 주(州)정부마다 행정법이 다르다든지 하는 ‘인도 리스크’가 거의 매일 언급되고 있다. 인도의 미래를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인도의 미래를 밝게 보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다.

일본의 2023년 아시아 직접투자 현황을 보자. 2023년 일본의 아시아권 최고 투자 대상지는 싱가포르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보면, 330%나 늘어난 700억 달러다. 2위는 베트남으로 210% 증가한 60억 달러다. 3위는 인도로 91% 증가한 65억 달러다.

반면 2019년에 비해 투자액이 줄어든 나라도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중국으로 20% 줄어든 90억 달러다. 한국에 대한 투자도 47%나 감소했는데, 액수로는 13억 달러에 불과하다. 일본의 아시아 10개국 상위 투자 지역 가운데 가장 많이 떨어진 상태다. 투자액으로 보면, 싱가포르의 6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 일본의 인도 투자 규모는 한국의 30배 정도다. 그러나 실제 상황을 보면, 한국의 360배 정도인 765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아야 한다. 싱가포르에 대한 일본의 투자는 인도를 향한 ‘쿠션 투자’라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550만 싱가포르 인구의 13%인 인도계를 통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인도의 미래를 불안하게 보는 사이에 일본은 물론 미국과 유럽은 엄청난 속도로 인도로 진출하고 있다.

‘땅’의 중국, ‘바다’의 인도

필자는 ‘땅’과 ‘바다’라는 말로 중국과 인도를 비교하곤 한다. 땅은 중국, 바다는 인도다.

중국과 중국인의 대명사인 돼지고기는 땅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돼지는 움직이지 않는다. 양이나 소와 같은 유목민의 동물과는 달리 한곳에서 태어나 자라고 죽는 동물이다. 땅에 붙어 사는, 정주(定住)민족의 대명사인 중국인 유전자 그 자체가 다리도 짧은 돼지라는 동물에 녹아 있다.

중국과 달리 인도는 땅은 물론 바다 나아가 우주를 돌아다니며 생활하는 데 익숙한 나라다. 인도 힌두교의 최고신(最高神)은 시바다. 관련된 신화가 엄청나게 많다. 흥미로운 것은 신화의 상당 부분이 땅에서 벗어나 바다와 우주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다. 가장 유명한 바다 관련 얘기는 산스크리트어로 ‘사무드라 만타나’로 불리는 천지창조 신화다. 유해교반(乳海攪拌)이란 낯선 한자로 풀이되는 얘기로, 시바가 창백한 얼굴이 된 이유도 ‘사무드라 만타나’에 들어 있다.

스토리는 신과 악마와의 싸움에서 시작된다. 악마를 처단하는 과정에서 영생(永生)의 약, ‘암리타’가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영생의 약은 우유로 된 수천 킬로미터 깊이의 바다 밑바닥에 있다. 신들은 우유 바다의 밑바닥을 파내기 위해 초대형 회전축을 바다 한가운데 설치한다. 초기에 우유 바다를 파내는 과정에서 엄청난 독(毒)이 퍼져나간다. 힌두 최고의 신 시바는 바다의 독을 전부 마신다. 얼굴이 푸른색으로 변한 이유다. 이후 영생약을 꺼낸 뒤 악마를 상대로 한 싸움에서 신들이 승리하면서 새로운 세계가 창조된다.

힌두교 창조 신화 ‘사무드라 만타나’는 중국식 세계관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스토리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무대로 하고, 신들이 가져온 높은 산을 회전축의 중심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중국식 ‘뻥’은 상대조차 안 된다. 영생의 약을 위해 무려 천 년 동안 바다 밑을 파고, 회전축을 밀고 당기는 동아줄로 초대형 뱀을 사용했다는 점도 중국인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서유기》와 《아라비안나이트》

뭄바이 항구에 위치한 인도 게이트(Gate). 영국 통치하의 1924년 영국 왕의 인도 방문에 앞서 건립된 기념물이지만, 지금은 유럽과 세계로 진출하는 인도를 상징한다. 사진=유민호

 

인도와 대조적으로 중국의 경우 바다에 관한 이야기가 극히 드물다. 중국이 내세우는 14세기 명(明)나라 정화(鄭和)의 대항해도 내막으로 들어가면 ‘뻥’이다. 우선 정화는 중국인(한족)이 아니라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계이다. 바다 유전자와는 거리가 먼 중국은 정화의 대항해 이후 해금령(海禁令)을 내려 원양(遠洋) 항해를 중단했다. 이후 해금령은 사실상 중국의 국시(國是)가 된다. 명나라를 상전으로 한 조선도 마찬가지였다. 땅의 유전자로 똘똘 뭉친 쇄국 마인드는 당연한 결론이다.

중국에도 모험과 미지의 세계를 다룬 스토리가 있기는 하다. 손오공이 등장하는 《서유기(西遊記)》가 그것이다. 7세기에 불경(佛經)을 얻으러 천축으로 가는 삼장법사 모험기를 바탕으로 한 것인데 중국 외부, 즉 인도와 그 주변국을 배경으로 전개된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하지만 서유기조차도 바다와 전혀 무관하게 땅에서만 전개된다는 점에서는 너무도 중국적이다.

반면 인도는 바다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가 넘친다. 잊기 쉬운 일이지만, 16세기 대항해 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무역을 좌우한 상품은 인도의 후추·금·보석이었다. 인도인이 그 주역이었지만 중동(中東)의 아랍인들도 보조 역할을 했다. 7번이나 해상 대모험에 나섰던 《아라비안나이트》의 신드바드의 이야기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한국이 인도를 멀게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땅의 유전자, 다시 말해 바다를 모르고 멀리하려는 중국식 세계관에 젖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연이자 필연이겠지만, 인도의 중심이자 대외(對外) 최대 창구인 뭄바이에 있는 ‘인도의 문’은 한국·중국이 있는 동쪽이 아니라 유럽과 중동이 있는 서쪽을 바라보고 있다.

바이든, 對中전선에서 인도를 가장 먼저 꼽아

3월 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의회 국정 연설을 했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게 밀리는 탓이기도 하겠지만, 67분에 걸친 바이든 연설은 격정적이고도 감동적이었다.

필자가 주목한 부분은 연설 마지막 부분에 행한 중국 관련 부분이다. 바이든은 중국과의 갈등이 아닌, 공정한 경쟁이 미국의 방침이라고 공언하면서도 공산 독재국가 중국에 대한 반감을 곳곳에서 드러냈다. 그는 아시아권에서의 대중(對中) 연합전선을 강조하면서, 4개국을 미국의 협력 국가로 지목했다. 가장 먼저 언급한 나라는 인도였고, 호주, 일본, 한국이 그 뒤에 언급됐다. 한국이 가장 나중에 언급된 셈이다. 미국에서 보는 한국의 위상이 점점 더 떨어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굳건한 한미동맹’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미국 입장에서 보면 인도, 호주, 일본 다음에 불과하다.

현재 미국의 아시아 안보 정책, 아니 글로벌 군사 정책의 핵심은 중국이다. 우크라이나 문제나 가자 분쟁도 중요하지만, 미국 입장에서 보면 자기 일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주장처럼, 극단적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손에 넘어간다고 해서 미국의 피해가 당장 눈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다르다. 중국이 미국을 적(敵)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해외 진출은 미국 안보에 직결된다. 인도는 이 같은 미국의 생각과 주장에 적극 찬동하고 있다. 기존의 비동맹 중립 정책을 버리고, 반중연대(反中連帶)인 것이 분명한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에도 참가하고 있다.

바이든이 인도를 미국의 친구로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미국 안보 최대 이슈로 떠오른 중국 문제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과 대만해협에서 충돌할 경우, 인도의 역할과 위상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인도가 직접 전쟁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인도의 군사력이 남중국해에 포진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중국을 위축시킬 수 있다.


세계 흐름에 뒤지고 있는 한국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15년 5월 18일 ‘메이크 인 인디아’ 비전을 주제로 서울 경희대에서 강연했다. 사진=조선DB

 

한국은 인도에 비해 역할이나 위상도 낮지만,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려는 의지나 결의도 보이지 않는다. 현재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가자 전쟁과 같은 상황이 한반도에서 터질 경우의 미국 대응이 어떨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한국은 미국에 비추어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은 물론, 세계가 주목하는 인도와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도 무심하다. 3월 6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인민정치협상회의 관련 뉴스는 시시콜콜 보도하면서도 인도나 바이든의 국정 연설은 남의 문제 대하듯 가볍게 처리한다.

바이든의 국정 연설 직후 도쿄에서는 일본이 왜 인도나 호주보다 뒤에 언급되었느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이런 문제 제기 자체가 없다. 땅에 집착해온 역사, 바다와 거리가 먼 어제, 중국 성공 신화에 빠진 세계관 때문일까?

인공지능(AI) 시대와 더불어, 새로운 글로벌 변화가 쓰나미처럼 밀려들고 있다. 국제 정치 초심자조차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20세기 ‘한강의 기적’ 신화와 K-자화자찬만이 들릴 뿐이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걸맞은 ‘대한민국 2.0’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성공 스토리’는 이미 끝났다. 중국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과거와 같은 ‘중국 불패(不敗)’ 신화는 더 이상 없다. 이미 현실화되고 있지만, 미래는 인도의 시대가 될 것이다. 이제라도 한국이 이 역사의 흐름에 하루라도 빨리 동참하기를 기원한다.⊙

 

04.08  4년여 만의 한중일 정상회의, 글로벌 정세 안정에도 긴요

▲2023년 11월 26일 부산에서 열린 한·일·중외교장관 회담. 박진(가운데) 당시 외교부 장관, 가미카와 요코(왼쪽) 일본 외무상, 왕이 중국 외교부장 등이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하우스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뉴스1

 

한·중·일 정상회의가 5월 말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2019년 12월 중국 청두 회의 이후 4년 5개월여 만이다. 3국은 2008년부터 매년 돌아가며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했지만 영토·역사 문제 등이 얽히며 개최가 순탄치 않았다. 2012년에는 일본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국유화 논란으로 3년간 회의를 열지 못했고, 2019년 이후엔 코로나 확산 등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4년여 동안 동아시아 정세는 크게 달라졌다. 북한이 러시아에 컨테이너 1만 개 분량의 무기·탄약을 제공한 이후 북·러 군사 밀착은 한반도를 넘어 세계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공격 중인 푸틴은 탄약 부족 걱정을 덜었고, 김정은은 러시아 도움으로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는 등 핵 공격 체계를 빠르게 완성하고 있다. 한·일을 넘어 미국까지 직접 위협할 수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금 푸틴이 무기를 보내준 김정은에게 빚을 갚고 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최근 러시아가 북한의 안보리 제재 위반을 감시해온 전문가 패널을 없앤 것은 “김정은에 대한 선물”이라고 했다. 북한에 석유 실은 선박도 보내며 안보리 제재를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국제 정세도 4년 전과 비교할 수 없다. 2년 전 불붙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끝이 안 보이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중동 전체로 옮겨 붙을 기세다. 중동 전쟁은 석유 에너지 수입의 대부분을 이 지역에 의존하는 한·중·일 모두에 재앙이 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태평양에서 미·중 전쟁의 우려까지 낳고 있다. 지난 4년간 중국은 한·미·일 협력과 사드 배치 등을 문제 삼으며 한·일 정상과 만나는 데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회의 추진에는 적극적이라고 한다. 기존 안보·경제 질서의 가변성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중·일 3국은 협력과 갈등을 피할 수 없는 관계다. 지금처럼 세계 정세가 극히 불안한 가운데 3국이 협력 대신 충돌을 택한다면 누구에게도 득이 안 된다. 북한 문제를 놓고 중국과 한·일의 입장 차가 여전하지만, 러시아의 군사 개입을 반길 나라는 없을 것이다. 지역 안정은 물론 글로벌 과제 해결을 위해서도 3국 정상 간 대화와 협력이 중요하다. 어려울수록 서로 만나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4.11 신냉전의 교차로에서 방황하는 한국 외교

10위 경제 대국·6대 군사 강국
그 지위는 공짜 아냐
작년 對美 흑자 444억불 사상 최대
그런데도 계속 중·러 눈치 보며
남중국해·대만 사태도 침묵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도 불응
이러다 트럼프 백악관 복귀하면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게 될 것

 미·중 신냉전 체제의 여파로 양 진영 사이에 정치·경제적 장벽이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의 대외무역 중심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옮겨 가고 있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무역 흑자를 견인하던 한중 무역이 지난해 180억달러 적자로 반전되었고, 반면에 대미 무역은 444억달러의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하면서 8대 대미 흑자국 반열에 올랐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전쟁에 따른 반사적 수혜의 결과다. 대중국 무역 적자를 대미 무역 흑자에서 보전하게 된 건 반가운 일이나, 대미 흑자국들에 대한 응징을 벼르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이 점증함에 따라 기쁨만큼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에 대한 경고음은 무역뿐 아니라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울리고 있다. 금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때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으나, 한국 외교는 미국-유럽-일본과 중국-러시아가 대립하는 신냉전 체제 진영 대결의 교차로에서 엉거주춤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북한 자세는 자못 의연해졌으나, 중국과 러시아 앞에서 왠지 움츠러드는 고질적 타성엔 큰 변화가 없다.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대중국, 대러시아 정책이 큰 변화를 이루는 듯했으나, 이를 입증할 구체적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복귀하면 4년 전 갈등이 재연될까 우려스럽다.

 

남중국해, 대만, 중국 인권,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전쟁 등 자유 민주 진영의 핵심 현안 어디에도 한국의 모습은 없다. 한국은 미국의 아·태 동맹국 중 중국의 남중국해 불법 점유에 항거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에 불참하는 유일한 나라고, 미국과 일본이 참전을 공언하고 있는 대만 사태에도 철저히 무관심하다. 작년 말 유엔총회에서 자유 민주 진영 51국이 공동 발표한 신장 위구르 인권침해 규탄 성명엔 중국이 두려워 홀로 불참했고,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도 러시아의 위협에 굴복해 불응 중이다.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에 앞장서 참여하고 대만 전쟁 발발 시 참전을 공언하는 일본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에서 우방국도 중립국도 아니다. 그들은 1950년 북한의 남침 전쟁에 동참했고, 지난 30년간 북한의 핵무장 비호와 유엔 대북 제재 유명무실화에 앞장서 왔으며, 천안함 폭침 때도 북한을 일방적으로 두둔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대량의 북한산 무기와 러시아산 무기 기술을 교환하는 불법 거래에 이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기능 약화에도 앞장서는 등 북한의 핵무장 지원에 누구보다 열성이다. 중국은 중화제국의 영광을 되찾아 한국을 속방으로 거느릴 날을 꿈꾸고 있고, 그 유일한 걸림돌은 미국의 군사력뿐이다. 그럼에도 불구, 신냉전의 혼란스러운 질곡 앞에 선 한국 외교는 아직도 두 나라 눈치를 보며 외교적 모호성과 균형 외교의 미몽 속을 헤매는 모습이다.

 

중국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기치로 동아시아 패권을 장악하겠다며 소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와 대만은 자유 민주 진영은 물론 한국의 안보와 경제적 생존을 위해서도 긴요한 요소다. 따라서 한국은 자유 민주 진영의 일원으로서 그 방어를 위한 대의에 동참해 응당한 기여를 제공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의 아시아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에 대한 저자세를 버리고 전략적 이익이 걸린 대만 문제에 적극 관여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부친이 한국전쟁에 16개월 참전했다는 미국 태평양 육군사령관 찰스 플린 중장은 최근 한국 언론 인터뷰에서 “대만 유사시 한국군이 동맹의 힘을 보여준다면 기쁠 것”이란 희망을 표명했다.

 

한국이 약소국으로서 동맹국과 선진국의 일방적 시혜를 받던 시대는 지나갔다. 신냉전의 여파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한국의 경제적 이익이 대폭 감소한 만큼, 경제적 이유로 이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명분도 사라졌다. 세계 10대 경제국, 6위 군사 강국의 지위는 그냥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나름의 원칙과 가치관을 지키고 그에 따른 의무도 희생도 감내해야 국제사회의 존중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이 진정 자유민주주의적 신념을 갖고 있다면 이 첨예한 신냉전의 격전지에서 자신이 자유 민주 진영의 일원임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 지금처럼 엉거주춤하며 양쪽 눈치를 보다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가 현실로 다가올 때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될지도 모른다.·

조선일보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前 외교부 북핵대사

 

04.13 정치 싸움 나라 밖에선 숨가쁜 美·日 격상, 中·北 밀착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환담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양국 군대의 상호 운용성을 강화하는 등 안보 동맹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총선 결과에 국민 관심이 쏠려 있는 사이 동북아 안보 상황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을 갖고 안보·기술 동맹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 견제를 위해 무기를 공동 개발·생산하고 미군과 자위대를 한 몸처럼 움직이도록 지휘 체제를 바꾼다. 기시다 총리는 “미국이 세계 평화 유지 부담을 혼자 짊어지지 않도록 일본이 적극 돕겠다”고 했다. 동북아와 세계에서 군사적 역할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기시다는 북한 김정은과 정상회담도 추진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을 믿고 환영한다”고 했다. 미·일은 필리핀과도 사상 첫 3국 정상회의를 열고 합동 순찰과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미국·영국·호주 간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엔 일본이 첨단 기술 개발 파트너로 참여한다.

 

이에 맞서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자오러지가 북한을 방문했다. 2019년 시 주석 방북 이후 중국 최고위급으로 김정은도 만날 것이라고 한다. 벌써 북·중 정상회담설이 나온다. 내달엔 중·러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미·일 동맹 강화에 맞서 중·북·러가 밀착하는 것이다.

 

중국 견제를 위한 일본의 역할 강화는 피하기 힘들지만 우리로선 지켜볼 수만은 없는 문제다. 미·일 동맹 강화가 한·미 동맹 약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주한 미군의 후방 기지인 주일 미군의 역할 변화 또한 우려된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주일 미군이 제일 먼저 투입될 것이다. 중국은 이를 막으려 북한을 움직일 것이다. 한반도에 위기가 올 수 있다. 북·일 정상회담이 당장 한·미·일 안보 협력과 국제 제재에 균열을 야기하지는 않겠지만 무슨 얘기가 오가는지는 소상히 파악해야 한다.

 

미국은 오커스 첨단 기술 파트너로 일본에 이어 한국도 초청할 것이라고 한다. 이 모든 움직임은 결국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미국과 함께 가야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관리해야 한다.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내달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미국도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다. 우리에겐 외교적 시험대가 된다. 선거는 끝났다. 이제 북핵 위협 속 동북아 안보 상황 변화를 주시하며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할 때다.

조선일보 사설

 

04.15  5차 중동전쟁 비화 우려, 외교·경제 비상 플랜 마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연합뉴스]

 

공격받은 이스라엘, 이란 본토 보복 시 최악 상황

오일쇼크·물류대란 예상 시나리오별 대책 긴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이 6개월을 넘기더니 전쟁의 불길이 이스라엘 대 이란의 정면 충돌로 비화할 조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전에 들어갈 경우 1973년 4차 중동전쟁에 이어 51년 만에 ‘5차 중동전쟁’이 터지는 셈이다. 이미 내상을 입은 국제 질서와 세계 경제에 메가톤급 충격이 가해지면 인플레로 시름 깊은 한국 경제에도 초대형 악재가 추가될 수 있다.

 

이란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 100여 발과 자폭 드론(무인기) 수백 기를 발사하면서 중동전쟁의 확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반미·반이스라엘 대리 세력을 통해 이스라엘에 타격을 가했던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한 것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처음이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자 이슬람 율법의 ‘키사스 원칙’(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따라 보복을 감행하고 나섰다.

 

미국·영국 등 우방의 도움을 받은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의 99%를 방공 체계인 아이언돔으로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전시내각은 이란에 대해 보복을 천명한 상태다. 유엔 안보리도 긴급 소집됐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곤혹스러워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어떠한 반격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네타냐후 총리에게 밝혔다고 외신이 전했다. 하지만 공격받으면 보복해 온 전례에 따라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를 공격해 5차 중동전쟁의 방아쇠를 당길 경우 중동의 지정학이 거세게 요동치고, 오일 쇼크와 물류 대란 등으로 세계 경제가 늪으로 빠져들 위기를 맞게 된다.

 

한국 경제의 앞날에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와 자영업자, 기업은 내수 침체와 과도한 빚에 눌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 고(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1%를 기록했고, 달러 대비 원화 가치도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기에 5차 중동전쟁이 발발하면 가뜩이나 불안한 국제 유가가 추가로 대폭 상승할 수 있어 원유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친이란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홍해 물류 대란이 벌어진 상황에서 만약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거나 유조선을 잇따라 나포할 경우 유가 폭등은 물론이고 물류 대란이 가중돼 고삐 풀린 인플레에 추가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어제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경제·안보 회의를 열어 중동 사태의 영향을 점검하고 향후 대비책을 주문했다. 외교부·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이 범부처 TF를 만들어 시나리오별로 다양한 비상 대책을 준비하길 바란다. 외부 충격이 경제와 민생에 줄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게 최상의 목표여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4.16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두 손으로 꼭 잡으라”

오는 6월 4일과 5일 서울에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윤석열 정부가 개최하는 최대 규모의 국제 행사로 기록될 이번 회의는 우리나라가 아프리카와 최초로 개최하는 다자 정상회의이며,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는 아프리카의 잠재력과 역동성에 주목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14억 인구 중 60%가 25세 이하이고, 세계 광물 자원의 30%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1년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의 출범과 함께 거대한 단일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글로벌 사우스’ 그룹의 일원으로서 영향력도 행사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아프리카에 적극 관여하면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배경이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아프리카와의 공식적인 외교관계는 1961년 아프리카 6국과의 수교로 시작되었으나, 그 인연은 6·25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에티오피아와 남아공, 그리고 프랑스군에 소속되어 있던 모로코 청년들이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라이베리아, 이집트는 물자를 지원했다. 냉전 종식 후 아프리카와의 교류는 확대되었고 2011년까지 유엔 회원국 기준 아프리카 54국 전체와 외교 관계를 수립하였다. 그렇지만 그동안 우리의 노력이 아프리카와 진정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있어 충분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대아프리카 외교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교류와 협력을 적극 추진해왔다. 고위급 교류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아프리카의 높은 잠재력과 우리의 고유한 기술 및 성장 경험을 연계한 실질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아프리카와 국제공항, 교량, 도로, 에너지 등 분야에서 협력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건설한 잠비아와 보츠와나 간 잠베지강을 연결하는 ‘카중굴라’ 대교의 개통으로 두 나라 간 물류 이동 시간은 2주에서 2시간으로 단축되었다. 모잠비크에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설비(FLNG)를 통한 가스 생산, 탄자니아에서 흑연 공급 계약 등 우리 기업이 참여한 광물·에너지 분야 협력도 활발하다.

 

주목할 점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외부의 일방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주도적인 발전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식민 지배와 전쟁을 극복하고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달성한 한국을 국가 발전의 진정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협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대아프리카 관계에 있어 ‘소통과 존중’ ‘호혜성과 상생’ ‘지속가능성’ 등을 중시하고 있다.

 

대아프리카 관계 강화는 우리의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 실현 차원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 확보, 기업과 청년들의 해외 진출, 일자리 창출 등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아프리카와의 교역을 더욱 확대하고 상호 보완적 경제 구조를 기반으로 한 호혜적 투자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형 전자 통관 시스템(UNIPASS)’을 통한 선진 관세 행정 역량을 전수하여 AfCFTA의 원활한 이행을 지원하고, 경제동반자협정, 투자보장협정, 이중과세방지협정 등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 식량안보, 보건, 교육, 디지털 전환 등 분야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협력 방안과 다양한 부대행사도 준비 중이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번영의 불가분의 요소인 국제 평화와 안보 증진 방안도 중점 논의할 예정이다.

 

아프리카의 격언에 ‘진정한 친구는 두 손으로 꼭 잡으라’는 말이 있다. 이번 정상회의는 한국과 아프리카가 진정한 친구로서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길을 개척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정부는 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준비 노력을 배가해 나갈 것이다.

조선일보 김홍균 외교부 1차관

 

04-16 美 ‘반도체 자립’ 中 범용 공세… G2 협공에 총력 대응해야

미국 정부가 15일 삼성전자에 64억 달러(약 9조 원)의 보조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예상액 60억 달러보다 다소 늘었다. 삼성전자도 투자 규모를 당초 17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했다. 대출을 제외한 보조금 자체는 미국 인텔(85억 달러) 대만 TSMC(66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지만, 투자 규모 대비 비율은 14%로 가장 높다. 양국의 동맹관계를 거듭 확인한 의미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527억 달러(73조 원)의 보조금을 주는 대가로 총 3517억 달러(487조 원)의 투자를 유치, 중국을 배제한 채 설계·생산·이용을 포괄하는 미국 내 공급망을 구축했다. 구글·엔비디아 등 빅테크가 설계하고, 인텔·삼성전자·TSMC가 파운드리(위탁생산)를 통해 생산·조립하면 메타·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사용하는 생태계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30년까지 미국이 첨단 반도체의 20%를 생산할 것”이라던 ‘반도체 자립주의’ 토대가 완성됐다. 글로벌 판도는 미국의 첨단 반도체, 중국의 범용(레거시) 반도체로 양분되는 양상이다. 중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투자 금지에 맞서 가전·자동차·항공기·무기 등에 쓰이는 범용 반도체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 범용 반도체는 기술력이 뒤지지만,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첨단 반도체가 핵심이지만, 범용 반도체도 공급망이 흔들리면 한국 제조업에 큰 여파가 미친다. 한국으로선 G2가 필요로 하는 초격차 기술력이 요체다. 쉽지 않은 과제다. TSMC·인텔 등이 수십조 원을 들여 최첨단 반도체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도 2043년까지 총 622조 원을 투자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한다지만, 정작 투자는 삼성전자 500조 원 등 민간 중심인데 비해 지원은 투자세액공제(15%)가 전부고, 절세액의 20%는 농어촌특별세로 내야 한다. 10조 원을 투자해도 헤택은 1조2000억 원에 불과해 미·일 등에 한참 못 미친다. 반도체 경쟁은 이미 국가 대항전이 됐다. 총선 후유증과 극심한 정치적 분열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릴 때가 아니다. 비정치적 경제·산업 분야에서라도 여·야·정이 공조해 총력 지원에 나서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4-16 한미일 국내정치 불안과 北의 역이용

지난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간의 정상회담은 대한민국의 대외정책과 대북정책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미·일 양국은 일본이 미국의 글로벌 및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에 있어 핵심 파트너임을 재확인했다. 또한, 우주 개발과 기술 혁신, 경제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위한 비전과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일본의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필러 2(Pillar Ⅱ) 참여를 통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극초음속 미사일 등 8개 첨단 군사 분야에서의 방산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함으로써 양국은 미일동맹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점 또한 과시했다. 미국이 일본에 대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공약의 지속 강화를 다짐하는 한편 ‘핵을 포함한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일본을 방어하겠다고 한 점 역시 의미심장하다.

일본은 이번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세계 전략에 어떻게 협력하고 그를 활용해 나갈 것인지,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 내에서 일본의 위상과 역할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그 방향성을 보여줬다. 미국에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하는 비교에서 벗어나 우리가 생각하는 3국 협력의 방향, 글로벌/인도·태평양 지역 질서 구축을 위한 한국의 역할과 기여,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강화 방안 등에 대한 우리의 계획과 구상을 가지고 미국과 협력해 나가야 할 때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우리의 대미·대일 협의 방향이 정립돼야 한다. 미·일 양국 정상은 회담 후에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전제조건 없이 외교 협상에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동맹국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기회를 갖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일본과 북한의 대화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북한이 우리를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主敵)’이라고 간주하고 모든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 일본인 납치자 및 북한 핵·미사일은 북·일 정상회담 의제가 아니라는 김여정 담화(3월 25일) 등을 고려해야 한다. 북한이 납치자 문제를 이용해 기시다 정부를 자기 페이스로 끌어들이려고 하거나, 북·일 정상회담을 미 대선 후 미·북 협상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일본은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평양 방문 및 ‘조·일 평양 공동선언’ 등 한반도 문제의 주요 변곡점에서 독자 행보를 선보인 적이 있다. 16%대의 낮은 지지율에 시달리는 기시다 내각으로서는 외교적 성과(특히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한 유혹이 생길 수도 있으며, 대북정책과 관련해 별다른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관리만 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일 대화를 통한 돌파구를 기대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심리를 북한이 역(逆)이용할 경우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하는 가운데 보여주기식 북·일, 미·북 협상만 재현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우리의 우려를 미국과 일본 양국에 전달하는 한편, 우리 정부는 북한 비핵화와 북한의 전략적 도발 억제 등의 의제에 대한 3국 공통의 목표 인식을 견인해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화일보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04.17 탄(彈)의 전쟁

포격전 된 러·우크라이나 전쟁
‘70년 대치’ 남북한이 탄약고
러·북 밀착에 비핵화는 더 요원
안보 직결된 문제 외면은 곤란

 1951년 4월 중순 밴 플리트 중장이 미 8군 사령관으로 부임했다. 6·25 전쟁이 발발한 지 10개월쯤 됐을 때다. 전선은 이미 교착 상태였다. 38선 부근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어느 쪽도 완승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얼마 뒤 정전회담이 시작됐다.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고지전(高地戰)이 치열해졌다. 국군·유엔군은 중공군 인해전술에 고전했다.

 

백선엽 1군단장의 SOS에 밴 플리트는 ‘무제한 포격’을 허가했다. 포병의 탄약 사용량을 규정치의 5배로 늘렸다. 정확히 관측한 목표에만 포격한다는 포병 원칙론에 구애받지 않았다. 미 의회가 세금 낭비라며 발끈했다. 밴 플리트가 그 눈치를 봤다면 휴전선은 지금보다 훨씬 남쪽에 그어졌을 것이다. 종군기자들 사이에서 ‘밴 플리트 탄약량’이란 말이 나왔다.

 

AI와 드론전의 시대에 밴 플리트식 포격전이 한창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러시아군은 “3일이면 키이우 함락”을 공언했다. 기갑 전력을 앞세운 기동전이 우크라이나의 결사 항전에 막히자 빠르게 태세 전환했다. 이후 전쟁은 동남부 1200㎞ 전선에 교착됐다. 장기 소모전에선 포병이 왕이다. 6·25 이후 최대의 포병전이 21세기 유럽에서 벌어지게 된 경위다. 전문가들은 이 전쟁을 ‘탄(彈)의 전쟁’이라 부른다.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인근 러시아 진지를 향해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포격하고 있는 모습./AFP 연합뉴스

 

러시아군 야포는 4000문, 하루 1만 발을 소모한다. 모든 군수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해도 한 달 생산량은 25만발 안팎이다. 기댈 곳은 야포 8800문, 방사포 5500문을 운용하는 북한밖에 없다. 작년 9월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된 배경이다. 전쟁 중인 나라의 정상이 ‘전시 내각’을 통째로 수도에서 수천㎞ 떨어진 극동으로 옮겨 김정은을 환대했다. 북이 러시아로 보낸 컨테이너는 6700개가 넘는다. 152㎜ 포탄 기준 300만 발, 방사포탄 기준 50만 발이 실렸다.

 

작년 초 부촌이라는 개성에서 아사자가 쏟아졌다. 고강도 제재와 3년 코로나 봉쇄의 여파였다. 흉흉한 민심을 다독이려 김여정이 급파됐다. 러·우 전쟁은 천우신조였다. 포탄을 받은 러시아는 식량과 물자로 답례했다. 이걸 실어 나른 컨네이너가 9000개 이상 식별됐다. 두 차례 실패한 북 정찰위성이 3차에 성공한 것도 러시아의 기술 지원 덕이다. 최근엔 대북 제재 위반을 15년간 감시해온 안보리 전문가 패널의 활동을 종료시켰다. 북한의 해결사가 따로 없다. “우리나라의 최우선 순위는 로씨야와의 관계”라는 김정은 말은 진심일 것이다.

 

70여 년 전 밴 플리트의 ‘무제한 포격’이 한창일 때 쾌재를 부른 건 일본이었다. 2차 대전 패망국에서 미군 병참 기지로 신분을 세탁했다. 파산 위기의 군수 기업들은 대거 기사회생했다. 요시다 총리가 “이제 일본은 살았다”며 안도했다는 루머도 있다. 지금 김정은이 그런 심정일 것이다.

 

국제사회는 북한 비핵화를 더욱 요원하게 만드는 국제 왕따들의 결탁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분명한 건 7000㎞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우리 안보와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책임 있는 정치인 입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우리가 왜 끼냐”는 말이 나와선 곤란하다. 무책임한 선동이기에 앞서 무식한 얘기다.

조선일보 이용수 논설위원

 

04.26 日 정부는 한국을 적성국으로 보겠다는 건가

▲그래픽=이철원

 

일본 정부가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을 운영하는 네이버에 대해 현지 법인 라인야후의 지분을 포기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50%씩 지분을 나눠 설립한 회사로, 현재 네이버가 경영권을 갖고 있다. 작년 11월 라인의 고객 정보를 관리하는 네이버의 클라우드(가상 서버)가 해킹당해 고객 51만명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일본 총무성이 해킹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면서 네이버와 맺은 지분 관계를 정리하라고 행정 지도에 나선 것이다. 일본 측 파트너인 소프트뱅크는 일본 정부 요구에 따라 네이버에 라인야후의 모(母)회사인 ‘A홀딩스’의 지분 매각을 요청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해킹으로 개인 정보가 새는 사고가 나면 정부가 벌금을 물리고 보완 조치를 요구하는 게 통상적 방식이다. 지분 정리까지 압박하는 것은 상식에 벗어난다. 미국 의회가 중국 동영상 앱 ‘틱톡’의 미국 사업을 강제 매각하게 하는 법을 통과시킨 것은 적대국의 ‘정보 악용’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한국과 일본은 적대국 아닌 우방국이다. 일본과 한국 민간 기업 간 계약에 따라 성립한 동업 관계를 정부가 깨려는 것은 반(反)시장적 행위로, 2003년 발효한 한일투자협정 위반 가능성이 크다. 협정은 양국 투자 기업에 대해 ‘내국인 최혜국 대우’를 규정하고 있다. 국제 소송감이 될 수도 있다. 자국민 개인 정보가 외국계 기업 손에 있다는 게 마음에 안 들 수는 있지만, 세계화한 시장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더구나 자유 시장 국가가 외국 투자 기업의 재산권을 힘으로 침해해선 안 된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정부 시절 파탄 직전까지 갔던 한일 관계를 복원하려고 최대 걸림돌이었던 징용자 배상 문제를 ‘제3자 변제안’ 제시로 풀었다. 국내적 반발과 비판을 무릅쓴 큰 결단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파기 선언한 한일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가 정상화되고,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풀었다.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가 복원되는 등 양국 관계가 크게 호전됐다.

 

일본 정부의 네이버 지분 매각 압박은 양국 우호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일본 정부가 한국 대표 기업에 경영권 매각을 강요하는 것은 사실상 한국이 적성국이라고 선언하는 꼴이다. 한국민은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부정적 파급 효과는 심각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부당한 압력을 중지하고, 우리 정부도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었으면 한다.

조선일보 사설

 

04.26 유라시아 지각변동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우크라·러시아·중동·대만…
끝자락 한반도까지 연쇄 파도
北, 러에서 핵잠수함 기술 추진
이란과는 탄도미사일 협력중
中이 대만 무력통일 시도할 때
한반도 아노미 사태 원할 것
안보는 산소와 같다
부족하면 민생도 살릴 수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유라시아의 지각변동이 중동 지역을 거치며 증폭되고 있다. 러시아, 이란, 중국, 북한 등이 유라시아 질서의 향배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자칫 유라시아 대륙의 끝자락에 있는 한반도에까지 지각변동의 파고가 몰려올 수 있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점령한 직후 국제관계의 최대 화두는 ‘지정학의 귀환(return of geopolitics)’이었다. 러시아, 중국, 이란 등이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보다는 각자 지정학적 이해에 따라 ‘현상 변경’을 도모할 것으로 예측됐다. 결국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전황은 교착되었다. 이들이 ‘피로감’을 느끼던 순간에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판 9·11′로 불리는 대규모 테러 공격을 이스라엘에 가했다. 이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됐고, 하마스 후견국인 이란과 숙적 이스라엘 간에 보복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지정학적 위기 속에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이 전략적으로 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공개 지지하진 않으면서, 살상 무기 대신 드론과 (서방 제재로 막힌 방산 핵심 부품인) 컴퓨터 칩을 지원하고 있다. 대신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잠수함 소음 억제(silent running) 기술과 지(함)대공 미사일 방어체계를 들여와, 미국과 서태평양 지역의 군사 경쟁에서 ‘게임 체인저’를 기대한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있기 전까지 이란은 외교적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였다.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수교가 가까워져 중동 평화에 대한 역내 기대감이 높았으나, 이란은 내전 중인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만행에 철저히 눈감고 러시아와 함께 지원을 지속해 역내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었다. 이란은 뒤늦게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와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사우디-이스라엘 수교를 저지하려 했다. 하마스도 비슷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수교할 경우,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이슬람 강경투쟁 노선은 설 땅이 사라질 판이었다. 이란이 하마스에 ‘10월 테러’를 사주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하마스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무장시키고 훈련까지 시켜온 이란이 중동 지정학의 ‘판’을 흔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마스와 공유했을 확률이 높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6개월째 하마스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지만, 과도한 민간인 살상을 초래해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에 직면해 있다. 현재 국제적 관심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니다.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적 참상과 더불어 (미국의 만류에도) 역내 긴장을 극대화하는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에 시선이 집중돼 있다. 하마스는 물론 러시아와 이란이 원하던 시나리오가 펼쳐진 것이다.

 

미 바이든 행정부가 중동 문제에 집중하는 사이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황을 개선하기 위해 북한과의 군사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포탄 지원의 반대급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전 배치, 핵추진 잠수함 건조 기술을 받게 된다면 한미 동맹에 큰 위협이다. 게다가 북한은 이란과 탄도미사일 협력을 해왔고, 하마스에 무기도 공급한다.

 

궁극적 변수는 중국의 인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상대를 과소평가하면 큰 곤욕을 치른다는 점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멀지 않은 중동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 미국의 군사적 대응이 분산되는 것을 보면서, 향후 중국이 대만에 무력 통일을 시도할 때 한반도가 (현재 중동처럼) ‘혼돈 상태’에 있어야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유라시아의 지각변동, 즉 우크라이나-중동-대만-한반도의 연계성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가운데 내년 초 국제문제 개입을 원치 않는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유라시아 지각변동은 무질서로 귀착될 것이다. 우리는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면서도, 대만해협의 급격한 긴장 고조와 북·러 협력에 따른 북한의 오판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대만과 한반도 위기 발생 시 동시 대처를 위해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의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

 

안보는 산소와 같다. 안보가 부족하면 민생도 살릴 수 없다.

조선일보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前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