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球村 消息 2024-01-03/ 01.01 "장남에게 넘긴다"…52년 최장 군주 덴마크 여왕 - 03-29 “바이든 띄우자” 전직 대통령들 뉴욕서 뭉쳤다
地球村 消息 2024-01-03/
01.01 "장남에게 넘긴다"…52년 최장 군주 덴마크 여왕, 돌연 퇴위 왜

▲52년만에 퇴위 발표한 덴마크 여왕 마르그레테 2세. AFP=연합뉴스
세계에서 현존하는 군주 중에 가장 오랜 기간 재위한 덴마크 여왕이 퇴위를 선언했다.
31일(현시지간) 덴마크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밤 TV 방송으로 생중계된 신년사에서 재위 52주년 기념일인 내년 1월 14일 왕위에서 퇴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덴마크 시민들이 주목해온 신년사에서 먼저 2023년에 한 등수술을 거론, 의료진 덕에 경과가 좋지만 여왕으로서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왕위를 큰아들인 프레데릭 왕세자(55)에게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재위 기간 보내준 온정과 지지에 무엇보다 고맙다고 덧붙였다.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이날 신년사에서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 위기와 인공지능(AI)을 거론하다가 갑작스럽게 역사적인 퇴위를 발표했다.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그동안 사망할 때까지 왕위에 머물겠다고 공언해왔다.
82세인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인 1972년 1월 14일 아버지 프레데릭 9세가 서거한 이후 왕위에 올랐고 오는 14일 즉위 52주년을 맞는다.
왕실 현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마르그레테 여왕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서거 이후 유럽 최장 재위 군주가 됐다.
항상 밝은 모습의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덴마크 주민들에게 인기다.
그는 극도로 창의적이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실용적이고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01.01 日, 새해 첫날부터 규모 7.4 지진… 북부 연안 쓰나미 경보(종합)
기상청 “지진해일로 동해안 일부 해수면 높아질 수도”
갑진년(甲辰年) 첫날 일본에서 강진이 발생했다. 강원 일부 해안의 해수면 높이가 지진해일로 높아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10분쯤 일본 도야마현 도야마 북쪽 90㎞ 해역에서 규모 7.4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규모를 일본 기상청은 7.6, 미국 지질조사국은 7.5로 추정했다.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9.0)보다는 약하지만, 1995년 1월 17일의 한신대지진(7.3)보다는 큰 규모다.

▲기상청 제공
이번 지진으로 이시카와현에서는 최대 진도 7의 흔들림이 감지됐다. 진도 7은 2018년 9월 홋카이도에서 발생한 지진 이후 처음이라고 NHK는 보도했다.
일본 기상청의 지진 등급인 진도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해당 지역에 있는 사람의 느낌이나 주변 물체 등의 흔들림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상대적 개념이다. 진도는 사람이 흔들림을 느끼지 못하고 지진계에만 기록되는 0부터 서 있기조차 힘든 7까지 총 10단계로 나뉜다.
일본 기상청은 이시카와현을 비롯해 야마가타, 니가타, 도야마, 후쿠이, 효고현 등 동해를 접한 일본 북부 연안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NHK에 따르면 이시카와현에는 5m 높이의 쓰나미가 발생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피해자 구조 등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지시했다. 일본 정부는 관저 위기관리 센터에 대책실을 설치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현시점에서 원전 이상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기상청은 이번 강진으로 동해안 일부에 지진해일이 도달해 해수면이 높아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지진해일 도달 예상 시점은 강릉 오후 6시 29분, 양양 오후 6시 32분, 고성 오후 6시 48분, 고성 오후 6시 48분, 경북 포항 오후 7시 17분이다. 해일의 최대 높이는 0.5m 미만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해경과 소방 당국에서 접수한 지진해일 관련한 피해 신고는 없다.
기상청은 “강원 해안 일부는 지진해일로 해수면 높이가 높아질 수 있다”며 “지진해일 높이는 조석을 포함하지 않아 최초 도달 이후 점차 높아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기상청은 “모레(1월 3일) 오전까지 동해안에는 너울에 의한 높은 물결이 갯바위나 방파제를 넘을 수 있으니 해안가 접근을 자제하는 등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강원도는 동해안 6개 시군에 긴급재난 문자를 보내 “동해안 지역 일본 지진에 따른 해일 위험이 있다”며 “선박을 대피시키고, 해변 주민은 이웃에 위험을 전파하고, 높은 지대로 대피하라”고 당부했다.
조선일보 전준범 기자
01.02 보도블록 ‘출렁’, 쓰나미로 바닷물은 역행…일본 지진 영상 보니
새해 첫날인 1일 일본에서 최대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피해가 잇따랐다. 온라인에는 보도블록이 물처럼 출렁거리고, 쓰나미로 인해 바닷물이 역행하는 등 지진 당시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다수 올라왔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10분쯤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能登)반도에서 규모 7.6의 지진이 발생했다. 밤까지 주변 지역에서 수십 차례의 크고 작은 지진이 관측됐다.
한 일본 네티즌은 운전 도중 지진이 일어나 자동차 안에서 찍은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영상에는 평평하게 놓여있던 보도블록이 갑자기 솟구치는 모습이 담겼다. 주변 아스팔트 도로에는 금이 갔다. 영상을 올린 이는 “너무 무서웠다”며 “야간근무를 하러 가는 길에 땅이 엄청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눈앞에서 갈라졌다. 두려움밖에 없었다”고 했다.

▲1일 지진이 발생해 쓰나미 경보가 발령된 일본 니가타현에서 역류현상이 발생했다. /@buttakobutta
이번 지진으로 인해 바닷물이 빠른 속도로 거슬러 올라가는 현상도 나타났다. 영상을 올린 네티즌은 “설날에 발생한 이시카와현 지진에 의한 쓰나미로 니가타현 JR나오에쓰역 근처에서 역류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난은 완료했다”고 덧붙였다. 니가타현은 지진이 발생한 이시카와현과 가까운 곳으로, 이곳에서도 진도 6의 강한 흔들림이 감지되어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
쓰나미가 일어날 때는 바닷물이 급속하게 빠져나갔다가, 다시 큰 해파가 되어 밀려온다. 바닷물이 일시에 빠지는 건 쓰나미의 전조현상이다.
지진으로 오래된 석등이 쓰러지는 영상도 공개됐다. 니가타현 산조시의 한 신사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면, 지진이 일어나자 다리를 지나는 물이 심하게 출렁거렸고, 석등은 위태롭게 휘청거렸다. 신사의 직원으로 보이는 여성은 어쩔 줄 몰라했다. 빙글빙글 돌던 석등은 결국 돌다리 쪽으로 쓰러졌고, 여성은 어디론가 급하게 달려갔다.

▲1일 발생한 지진으로 일본 니가타현의 한 신사의 석등이 쓰러졌다. /@kenohcom
NHK와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지진으로 9만7000여 명의 주민에게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 이시카와현에 따르면 4명이 사망했으며 30여명이 다쳤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피해 내역이 집계된 건 아니다.
이시카와현에서는 3만2500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 니가타현과 이시카와현에서는 휴대전화 등 통신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다. 산사태나 도로 파괴 등으로 일부 도로의 통행도 중단됐다.
일본 기상청은 앞으로 2~3일은 최고 진도 7 이상의 지진 발생 우려가 있으므로 계속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01.02 日이시카와 지진 사망자 최소 24명… 공립병원 단수로 수술도 막혔다
나나오시 공립병원 “수술 위해 물 지원 시급… 현에 급수차 의뢰”

▲지난 1일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 반도 와지마 시에서 건물이 불타고 있다./AFP 연합뉴스
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 반도 일대를 강타한 규모 7.6 지진으로 20여 명이 숨졌다고 교도통신이 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2일 오전 기준 총 24명으로 늘어났다. 이시카와 나나오시 공립 노토 종합병원엔 1일 밤까지 33명의 환자가 이송됐고 현재까지도 골절이나 타박상 등 부상자가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이시카와뿐 아닌 니가타·후쿠이·도야마·기후현 등 인근 지역에서 무너진 가옥 잔해에 주민이 깔렸다는 등 신고가 잇달아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공영방송 NHK는 전했다.
나나오시 공립 병원은 전날 지진으로 단수가 발생, 수술이나 투석 등이 제한되면서 현에 급수차 지원을 의뢰한 상태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끊임없는 여진으로 선반에서 물건이 떨어지거나 누수로 의료기기가 침수되고 있다”며 “우선 수술을 위한 물이 시급한 상태”라고 NHK에 말했다. 같은 지역 게주 종합병원에서는 외벽이 부서지고 유리창이 깨지는 등의 피해로 일부 입원 환자가 다른 방으로 이동했다.
이시카와현 당국은 2일 오전 9시 45분 재해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와지마시 가와이마치에서 대규모 화재로 가옥 200동이 전소했다고 밝혔다. 부상자 수는 아직 불명으로, 무너진 건물에 사람이 갇혀 있다는 신고가 14건 접수됐다고 한다. 가옥이 무너졌단 신고는 50건 이상 접수됐다. 현 내 16개 시정촌에 단수가 발생했고, 정전된 가옥은 현재까지 4만5700곳에 달한다.
NHK는 지진 발생 이후 2일 오전 6시까지 진도 2 이상 지진이 129회 관측됐다고 밝혔다. 진도는 일본 기상청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지진 등급으로, 지진이 일어난 지역에서 사람이나 물체가 흔들리는 정도를 나타낸 상대적 개념이다. 이번 이시카와 지진의 진도는 ‘서 있을 수 없고, 무엇인가 붙잡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는 수준’인 진도 7이었다.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 일부 동해 인접 지역에 발령됐던 쓰나미 경보·주의보는 이날 오전으로 모두 해제됐다. 이시카와 노토 공항은 활주로 곳곳에 10m가 넘는 금이 발견돼 항공편 운항이 막힌 상태다. 공항에는 관광객 및 지역 주민 등 약 500명이 고립돼 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총리관저에서 비상재해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기시다는 전날 밤 “지진이 일몰 직전 발생해 정보를 수집하기 곤란했다”며 “인명 구조와 피해 복구를 위해 자위대, 경찰, 소방 인력을 현지에 보내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김동현 기자
01.09 '카이저' 베켄바워, 별세..."獨축구 역대 최고 선수 떠났다"

▲베켄바워의 생전 모습. AP=연합뉴스
독일의 '축구 황제' 프랑츠 베켄바워 바이에른 뮌헨 명예 회장이 별세했다. 향년 78세.
베켄바워 감독의 유족은 8일(현지시간) dpa통신에 "베켄바워 명예회장이 전날 평화롭게 운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의 사망 원인은 공개하지 않았다.
베켄바워는 독일에서는 '카이저(황제)'로 통하는 축구의 전설이자 유럽 축구의 상징 같은 인물이다. 범접할 수 없는 실력과 절대적 카리스마로 그라운드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1945년 독일 뮌헨에서 태어난 베켄바워는 13살 때인 1958년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하며 축구를 시작했다. 그는 1970년대 명수비수(리베로)로 활약하며 바이에른 뮌헨을 모두 네 차례(1969, 72~74년) 독일 분데스리가 정상에 올려놨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러피언컵 3연패(1974~76년)를 이끌었다. 국가대표팀에서는 주장으로 1974년 서독월드컵 우승에 공헌했다. 베켄바워는 매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축구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를 두 차례나 수상했다. 이 상을 2회 이상 수상한 수비수는 베켄바워뿐이다.
현역 시절 베켄바워는 존재 자체로 축구 수비 전술에 일대 변혁을 불러온 '창조적 파괴자'였다. 그는 중앙 미드필더로도 커리어 초반과 후반에 꽤 오래 뛰었다. 그러나 가장 빛난 시기는 '리베로' 또는 '스위퍼'로 활약한 시기였다. 수비 라인 뒤로 한 발 빠져서, 최후 저지선 역할을 하는 리베로, 스위퍼는 베켄바워가 활약한 1960~70년대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베켄바워는 이 포지션에 공격적인 요소를 더하면서 당시엔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수비수'로 떠올랐다. 한마디로 판을 바꾼 것이다. 베켄바워는 당대 최고 수준의 미드필더였다. 공을 걷어내는 데에만 집중하던 기존 리베로들과는 달리, 공을 직접 몰고 중원으로 진출하거나 정확한 전진 패스를 날려 경기를 직접 풀어나갔다. 현대 축구에서 말하는 '빌드업'이다.
그가 공을 몰고 중원으로 올라서면 독일 미드필더진은 수적 우위를 점했다. 전방 공격수들 발 앞에 떨어지는 정확한 패스는 득점 찬스로 이어졌다. 베켄바워는 수비의 마지막이자, 공격의 시작점이었다. 율리안 나겔스만 독일 대표팀 감독은 "베켄바워의 리베로 포지션에 대한 해석이 축구를 변화시켰다. 어쩌면 1960년대 유럽에 퍼져있는 문화적 자유주의와 자유의 정신이 반영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독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든 베켄바워(가운데). AP=연합뉴스
베켄바워는 1977년 미국 코스모스 뉴욕에서 브라질 '축구 황제' 펠레와 함께 뛰었다. 1982년에는 고국 독일 무대에 복귀해 함부르크 SV에 분데스리가 우승컵을 안겼다. dpa는 현역 시절 베켄바워가 "우아함과 경쾌함으로 리베로의 역할을 재정의했다"고 평가했다. 뮌헨에서 중앙 수비수로 활약 중인 김민재는 지난해 여름 입단 당시 "베켄바워는 존경해온 인물이다. 영상으로 그의 플레이를 보며 롤모델로 삼았다. 닮고 싶은 레전드"라고 밝혔다.
베켄바워는 카리스마도 강했다. 전방의 미드필더, 공격수들에게 늘 거만한 표정과 몸짓으로 '지시'하는 모습은 베켄바워의 전매특허와 같았다. 베켄바워는 자신과 독일 축구에 대한 자부심이 워낙 강해 '오만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서독 대표팀의 1974년 국제축구연맹(FIFA) 서독월드컵 우승에 앞장선 뒤 남긴 말에선 그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당시 결승 상대였던 네덜란드의 에이스 요한 크라위프가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히는 등 더 주목받자 베켄바워는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길이 회자되는 명언을 남겼다.
독일 대표팀 감독으로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우승을 달성하며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는 진기록도 썼다. 스타 선수는 지도자로 성공할 수 없다는 속설을 깼다. 베켄바워는 뮌헨 지휘봉을 잡고 1993~94시즌 분데스리가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에는 행정가로 변신해 뮌헨에서 1994년부터 2002년까지 회장직을 맡았고, 2002년부터는 명예회장을 지냈다. 뮌헨은 매 시즌 흑자를 기록하는 건실한 운영으로 이름나 있다. 2006년 월드컵을 독일에 유치하고 조직위원장도 역임했다. 그러나 말년에는 2006년 월드컵 유치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들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았다.
독일축구협회(DFB)의 조사에 이어 스위스 검찰의 수사까지 받는 수모를 당했다. 베켄바워는 부패 혐의로 스위스 법원에서 재판받았으나 2020년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을 면했다.
베켄바워는 한국 축구와 인연도 깊었다.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은 베켄바워와 동시대에 분데스리가에서 뛰었다. 베켄바워가 뉴욕 코스모스를 거친 뒤 독일 무대로 복귀했던 1980∼82년, 두 전설은 그라운드에서 만났다. 베켄바워와 차범근은 분데스리가 인연을 쌓은 뒤 우정을 이어갔다. 차 전 감독의 아들 차두리 국가대표팀 코치가 2010년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셀틱으로 이적할 당시 취업비자 추천서를 베켄바워가 써줬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차범근 전 감독은 2020년 제32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서 베켄바워의 성품을 떠올리며 "내가 어릴 때는 베켄바워의 시대였다. 내게 베푼 마음 한 조각 한 조각이 따뜻해 (베켄바워의 생일달인) 9월에 축하 샴페인과 꽃, 카드를 보낸다"고 말했다. 베켄바워는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행정가로서 모두 한국을 방문했다. 1979년에는 서독대표팀 선수로 방한해 서울과 부산에서 경기를 치렀다. 1988 서울 올림픽 때는 서독 대표팀을 이끄는 감독이었다.
베켄바워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유치위원장과 조직위원장을 맡는 등 행정가로 나선 뒤 더 자주 한국을 방문했다. 1999년 독일 월드컵 유치단장 신분으로 현재 아산재단 이사장인 정몽준 당시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찾았고, 2002 한·일 월드컵 때는 차기 개최되는 독일 월드컵을 홍보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가장 최근이었던 2013년에는 독일 정부의 '대십자 공로훈장'을 받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에 방문했고, 당시 유치전에서의 추억을 되살리며 정겹게 대화를 나눴다.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는 "베켄바워는 독일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였다"며 추모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01-13 美英 ‘홍해 군사작전’ 개시… 물류-인플레 대란 대비해야
미국과 영국이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을 공습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미국 유조선을 나포하는 등 중동 사태가 확전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핵심 교역로인 홍해와 에너지 수송의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이 동시에 긴장에 휩싸이면서 글로벌 물류대란과 공급망 위기, 유가 상승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제 해상교역의 중요 항로인 홍해를 가로막고 민간 상선을 공격해 온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을 공습했다고 어제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홍해발 물류 위협을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습에 이란이 강력 반발하고 있고, 후티 반군도 선박 공격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홍해는 수에즈 운하를 통해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30%가 지나는 핵심 운송로다. 이곳이 막히면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수천 km를 우회해야 해 운임 상승과 배송 지연으로 물류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미 한 달새 해상 운임은 두 배로 오른 상태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부품 공급 부족으로 독일 공장 가동을 2주간 중단하기로 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 마비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안정세를 보이던 유가도 꿈틀대고 있다. 어제 국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하루 사이에 3% 가까이 뛰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천연가스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나는 통로다. 특히 국내에서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가 이 해협을 통해 들어오고 있어 에너지 수급에 악영향을 주고,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동아일보 사설
01-14 ‘반중·친미’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민진당 3연속 집권

▲대만 총통 선거에 출마한 집권 여당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가 유세 도중 지지자를 향해 승리의 브이(V)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AP 뉴시스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反)중국 성향이자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65) 후보가 승리했다. 대만 총통 선거는 ‘슈퍼 선거의 해’ 주요국 첫 선거이자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성격이라 전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친중국 성향 제1야당인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63)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 안정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대만 유권자들을 친중 성향으로 정권교체 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라이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하는 실시간 개표 상황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현지 시간) 개표율 93% 기준 라이 후보는 518만8867표를 얻어 득표율 40.4%를 기록하며 승리했다. 2위인 제1야당 국민당 허우 후보는 428만3647표(득표율 33.3%)를 얻었다. 1, 2위 표 차이가 90만5000여 표에 달하면서 역전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자 허유 후보는 같은 시간 패배를 선언했다. 라이 후보 측은 직후 오후 8시 반에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공지했다.
막판까지 선전한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柯文哲·65) 후보는 337만4921표(득표율 26.3%)를 얻어 3위를 차지했다.

▲13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총통 선거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는 집권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 지지자들. 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라이 후보가 당선되면서 대만에서 2000년 이후 계속 이어져 온 ‘정권교체 8년 주기설’이 깨졌다. 국민당이 장기 집권해 온 대만은 2000년 국민당에서 민진당으로 첫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이후 민진당과 국민당이 8년씩 번갈아가면서 집권했다. 하지만 이번에 라이 후보가 당선되면서 민진당은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8년에 이어 이번에 4년을 더해 12년 집권에 성공하게 됐다.
라이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밝혔던 것처럼 집권 이후 중국과 ‘거리두기’에 나서며 ‘대만 독립’ 기조를 내세울 경우 양안 관계는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라이 당선인은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대만 여성 정치인’으로 꼽히는 차이 총통보다 반중 성향이 더 짙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공개적으로 대만이 주권 국가이고, 중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대만을 제 2의 홍콩, 제 2의 티베트로 만들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를 ‘대만 독립을 위한 실무자’라고 비판하며 “대만 독립 강경론을 완고하게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P 뉴시스
라이 당선인는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두 살 때 아버지가 탄광 폭발 사고로 사망하면서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어려운 형편에도 ‘수재’ 소리를 들었던 그는 대만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공보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내과의사 생활을 하다가 1994년 정계에 입문했다. 입법위원(국회의원 격) 4선에 성공했고, 2010년부터 7년간 타이난 시장을 맡았다. 2017년에는 행정원장(국무총리 격)에 올랐고, 지난해 1월 15일에는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에서 물러난 차이 총통에게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01.15 대만은 “전쟁할 거냐”는 중국 위협에 굴복하지 않았다

▲2024 대만 총통선거 라이칭더 당선
13일 실시된 대만 총통 선거에서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당선됐다. 반중(反中)·친미(親美) 정책으로 2016년 집권한 민진당은 2020년에 이어 두 번째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대만 대선은 시진핑 중국 정권의 “(반중 성향인)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면 전쟁 날 수 있다”는 공개 협박 속에 실시됐다. 지난해 3연임을 시작한 시 주석은 “대만은 반드시 중국과 통일될 것” 이라며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하려는 어떤 사람, 어떤 방식도 단호하게 막아야 한다”고 했다. 중 관영 매체 CCTV는 라이칭더와 부총통 후보 샤오메이친이 “양안의 긴장과 충돌을 격화시키고 대만을 전쟁 위험 지역으로 만들 것”이라고 협박했다. 대만 국민이 선거에서 민진당을 택하면 전쟁의 참화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발신했다.
실제로 중국은 올해 들어 대만 총통 선거를 목전에 두고 군용기들을 띄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했다. 정찰용 풍선을 대만해협 중간선 너머로 보냈다. 대만 남부 상공을 통과하는 위성을 발사, 대만 전역에 ‘국가급 경보’가 발령되게 만들었다. 중국 상무부는 대만산 농수산물과 기계류, 자동차 부품 등에 대한 ‘관세 감면 중단 조치 검토’를 선거 직전에 발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만인은 “주권이 없는 평화는 홍콩과 같은 거짓 평화”라고 외친 라이칭더 후보를 선택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대만 유권자들은 ‘민진당에 대한 투표는 전쟁 지지’라는 중국의 경고를 무시했다”고 분석했다.
석 달도 남지 않은 4·10 총선에 개입하려는 북한의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은 최근 “핵무력을 포함, 모든 수단과 역량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 평정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 “전쟁을 피할 생각 전혀 없다” 는 말 폭탄을 날린 데 이어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방에 사흘 연속 기습 포격을 실시했다. 북한은 지난달 ICBM을 발사한데 이어 어제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쏘며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다.
북한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실시된 지방선거처럼 ‘전쟁이냐 평화냐’가 총선의 주요 의제가 되도록 몰아가고 있다. 이런 북한의 협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고 화답하고 있다. 우리 주권의 핵심인 국방력을 포기하고 북한의 노예가 되는 선택을 하자는 말인가.
조선일보 사설
01-15 中 위협에 굴복 않은 대만, 더 중요해진 동북아 자유연대
13일 실시된 대만 총통 선거에서 독립·친미 노선을 견지하는 현 집권당인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지만, 양안(중국-대만) 관계에 급속한 변화는 없을 것이다. 중국 내부 사정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만해협 긴장은 꾸준히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신년사에서 “조국 통일은 역사의 필연”이라고 밝히고 대만에 대한 무력 시위를 강화하는 등 친중 성향의 국민당 후보를 선호했지만, 대만 유권자들은 “제2의 홍콩이 되면 안 된다”면서 굴복하지 않았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통일 자체에 무관심한 계층이 늘고 있어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경향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대만은 한국과 더불어 동북아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최전선이다. 중국이 대만을 겁박하면 김정은도 부화뇌동할 수 있다. 한국 해상무역 물동량의 절반 가까이, 수입 에너지의 90%가 대만해협을 통과한다. 대만 유사시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23% 급감할 것이라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전망도 나왔다. 세계 반도체 칩의 63%, 첨단 칩의 73%를 공급하는 대만은 이미 ‘칩4’의 일원이다. 동북아 자유연대가 중요해진 만큼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체제’에 대만을 넣어 ‘한미일+’로 확대하거나, 아시아 자유진영 4국인 ‘AP4’에 대만 참여도 검토해야 한다.
올해엔 글로벌 정치 지형이 요동치게 돼 있다. 4월 한국 총선,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특히 중요하다. 어지러울수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어설픈 미·중 등거리 외교론 부활 조짐이 보여 더욱 그렇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장관 지명 후 “한중 관계도 한미동맹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했는데,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 대사가 “한국에 동맹은 미국뿐이고 중국은 동맹이 아니다”고 지적하자 외교부가 해명까지 한 일이 있다. 한·미·일 3국을 중심으로 대만은 물론 호주·뉴질랜드·필리핀 등과 가치 연대를 강화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01-16 28國은 여전히 ‘왕’ 있는 나라… 통합 구심점인가, 反민주 체제인가

▲지난 14일 프레데리크 10세(왼쪽) 덴마크 국왕이 즉위 후 메리 왕비와 함께 코펜하겐 크리스티안보르 궁전 발코니에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
■ Global Window - 덴마크 여왕 퇴위로 본 군주제
역사상 가장 오래된 정부형태
입헌군주·전제군주로 구분돼
한반도선 대한제국으로 끝나
최근 생전 퇴위 늘어나는 추세
네덜란드·일본도 아들에 양위
유럽선 여성도 왕위계승권 가져
민주주의 따른 대중반감 의식해
각국 왕실선 왕족 규모 축소중

▲그래픽 = 전승훈 기자
현재 지구촌의 군주 중에서 ‘최장 기간 군림한 군주’인 덴마크 여왕 마르그레테 2세가 즉위 52주년을 맞은 지난 14일 왕위를 큰아들인 프레데리크 왕세자에게 물려줬다. 이날 프레데리크 10세가 즉위식을 하고 취임 인사를 한 크리스티안보르 궁전 앞에는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정도로 이번 양위 행사는 세계적인 시선을 끌었다. 다만 이러한 관심 이면에는 세습 방식으로 권력이 유지되는 군주제가 평등과 특권 배제를 중시하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 맞지 않는다는 불만도 상존한다.
그럼에도 왕실은 국민 통합의 구심점이자 혼란 시 국가 안정에 기여한다는 평가 속에 21세기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현재 지구상 196개국 중 28개국이 공식적으로 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다. 7개국 중 1개국은 군주제인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 똑같은 군주제가 아니다. 가족관계, 성별 등에 따른 다양한 세습구도와 각기 다른 통치 방식을 가지고 있다.

▲찰스 3세(맨 왼쪽) 영국 국왕이 지난해 5월 6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된 대관식에서 성 에드워드 왕관을 쓰고, 왼손에 보주, 오른손에 홀 등 왕권을 나타내는 상징물을 쥐고 있다. AFP AP 연합뉴스
◇역사의 시작과 함께 문을 연 군주제 = 군주제는 인류 역사가 기록되기 시작한 뒤 가장 오랜 기간 존속하고 있는 정부 형태다. 기원전 3100년 이집트의 파라오를 시작으로 20세기까지 지구상의 거의 모든 국가는 군주국이었다. 한반도도 대한제국의 고종과 순종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전까지 군주에 의해 통치됐다.
현대 군주제는 크게 입헌군주제와 전제군주제로 나뉜다. 입헌군주제는 군주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고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존재한다.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노르웨이 등 군주제를 유지하는 모든 유럽 국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일본과 태국도 입헌군주제다.
국왕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는 전제군주제 국가는 10여 개국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등 중동 산유국이 대표적이다. 또 군주를 부르는 명칭도 다양하다. 흔히 군주를 왕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왕은 군주의 명칭 중 하나일 뿐이다. 실제 28개국 가운데 영국 등 17개국에서만 군주를 ‘왕’으로 부른다. 일본에서는 ‘천황’, 브루나이와 오만에서는 ‘술탄’, 카타르와 쿠웨이트에서는 ‘에미르’로 칭한다. UAE는 대통령을 군주로 삼는다.
최근 유럽에서는 생전에 후계자에게 왕위를 넘겨주는 군주가 늘고 있다. 이번에 마르그레테 2세가 스스로 퇴위한 건 덴마크 역사에서 1146년 수도원에 들어가기 위해 왕위를 포기한 에리크 3세 이후 약 900년 만이다. 마르그레테 2세는 당초 죽을 때까지 왕위를 지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의료진 덕에 경과가 좋지만, 여왕으로서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건강 문제를 이유로 퇴위를 결정했다.
그가 돌연 퇴위를 결정한 배경에는 덴마크 입헌군주제의 특수성도 자리하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사실상 왕이 상징적 존재를 넘어 총리 임명 등 현실 정치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건강 상태와 판단력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2013년엔 네덜란드 베아트릭스 여왕이, 2014년엔 스페인 후안 카를로스 1세가 각각 아들에게 양위했다. 일본 아키히토(明仁) 일왕도 2019년 건강 문제를 이유로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줬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AFP AP 연합뉴스
◇각기 다른 계승 방식 = 군주제에서 계승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은 국가마다 다르다. 유형별로는 크게 △여성을 왕위 계승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살리카법’ △남성에게 우선권을 주지만 친척을 통틀어 남성이 없을 경우 여성에게 왕위가 넘어가는 ‘준살리카법’ △직계 남자에게 우선권을 주되 여성에게 넘어갈 수 있는 ‘아들 우선 상속법’ △성별에 상관없이 무조건 태어난 순서대로 하는 ‘절대적 맏이 상속법’ 등이 있다.
현재 살리카법은 중동과 일본 등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만 적용하고 있다. 다만 태국은 1974년 공주도 왕위를 계승할 수 있도록 개헌했다. 이 규정은 왕세자 또는 명백한 후계자가 없을 경우에만 적용된다. 이에 같은 입헌군주제인 일본에서도 남녀 차별이 없는 상속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유럽의 왕실 대부분은 과거 살리카법을 적용했지만, 현재는 절대적 맏이 상속법을 따르고 있다. 영국은 원래부터 왕녀의 왕위 계승이 가능했는데 이 덕에 여왕의 시대에 번영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걸출한 여왕들이 많이 탄생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엘리자베스 1세다. 이 밖에 스페인 및 모나코 왕실은 아들 우선 상속법을 따르고 있다.
사우디는 한때 살리카법은 물론 형제 세습을 적용하기도 했다. 1932년 사우드 왕조를 연 압둘아지즈 이븐사우드 초대 국왕이 1953년 승하하면서, 형제 세습의 원칙에 입각해 왕위를 이어가도록 유언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는 권력 독점을 막기 위한 취지였다. 현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도 2015년 1월 이복형이던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세상을 떠난 뒤 왕위를 계승했다. 하지만 살만 국왕은 이복동생과 조카를 축출하며 아들인 무함마드 빈 살만을 왕세자로 전격 책봉했다. 이로써 사우디 왕실이 70년에 걸친 형제 세습을 끝내고 첫 부자 세습 체제를 갖추게 됐다.
‘임기’가 있는 왕도 있다. 말레이시아는 연방제 입헌군주국으로 말레이반도의 9개 주 최고 통치자가 돌아가면서 5년 임기의 국왕직을 맡는다. 특히 클란탄주의 술탄이었던 무하맛 5세는 2019년 1월 깜짝 퇴위해 1957년 말레이시아가 영국에서 독립한 뒤 처음 중도 퇴위한 국왕이 돼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최근 각국 왕실은 대중의 반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 구조조정에도 나서고 있다. 영국의 찰스 3세는 왕실 현대화를 추진하며 즉위 직후 활동하는 왕족과 왕실 직원 수를 줄이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마르그레테 2세는 임기 시절 왕족 규모 축소를 위해 손주 4명의 왕자·공주 지위를 박탈했다. 1남 2녀를 둔 스웨덴의 칼 구스타프 16세는 2019년 10월 왕실 일원을 본인 부부, 세 자녀와 배우자, 왕위 계승자 빅토리아 왕세녀의 1남 1녀로 제한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
02-05 칠레, 99명 사망 ‘최악 화마’… 미국, 4등급 경보 ‘역대급 폭우’

▲불 타버린 휴양지 칠레의 대표적 휴양지인 비냐델마르 지역이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한 여성이 4일 불에 탄 자동차들 사이로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 남미 산불·북미 폭우 ‘몸살’
칠레, 강풍 타고 산불 급속확산
주택 6000채 등 110㎢ 면적 소실
美 LA 등 폭풍우에 대규모 정전
“홍수 발생 가능성”… 위기 고조
남미 지역에서는 대형 산불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북미 지역에는 강한 폭풍우가 덮치는 등 지구촌이 연초부터 기후 이변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4일 칠레 국가재난예방대응청에 따르면 이날 중부 발파라이소주(州) 페뉴엘라 호수 보호구역 인근에서 난 화재로 최소 99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실종됐다. 최대 시속 60㎞의 강풍과 건조한 날씨 등의 영향으로 산불이 삽시간에 번지며 16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주택 6000채가 피해를 입었다. 칠레 구조 당국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들이 많은 만큼, 추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피해는 칠레 대표적 휴양지인 비냐델마르를 비롯해 킬푸에, 비야알레마나, 리마셰 등에 집중됐다. 공단 지역인 엘살토에서는 페인트 공장이 화염에 휩싸였고 내부에서 인화성 물질로 인한 폭발도 발생했다. 이번 화재로 국가에서 관리한 지 73년 넘은 칠레 국영 식물원이 90% 이상 소실됐고, 그 안에서는 근로자 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소실된 것으로 확인된 면적만 해도 110㎢에 달하는데, 이는 경기 수원시 전체 면적(약 121㎢)과 맞먹는 규모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메시지에서 지난 2010년 2월 52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규모 8.8 대지진과 쓰나미를 언급하며 “2010년 참사 이후 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큰 비극”이라고 말했다.

▲물에 잠긴 교차로 미국 서부 지역에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이 상륙하면서 폭우와 홍수 경계령이 발령된 가운데 4일 캘리포니아 소노마의 한 교차로가 쏟아진 비에 침수돼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중·남부 지역에는 폭풍우가 덮쳐 대규모 정전 피해가 발생했다. 미 샌프란시스코 지방 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날 오전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는 관측 지점별로 최대 시속 98∼142㎞의 강풍이 불며 나무와 전신주들이 쓰러져 정전 피해가 잇따랐다. 캘리포니아주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남부 지역인 샌타클래라 2만2000가구, 몬터레이 3만3000가구 등을 비롯해 약 20만 가구의 전기가 끊긴 상태다.
앞서 NWS는 이날 오전 샌프란시스코 베이 남부 지역에 허리케인급 강풍 경보를 발령했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횡단 산맥 일대에는 강수 위험 4단계 중 가장 위험한 4등급 경보가 내려졌다. 그 일대인 샌타바버라와 벤투라, LA 동북부, 샌버너디노, 리버사이드, 컨 카운티 등에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LA 시내 분지 지역에는 3등급의 강수 위험 경보가 예보됐다. NWS는 이날 “4일과 5일 캘리포니아 중·남부에 걸쳐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태평양에서 형성된 좁고 긴 형태의 비구름대인 ‘대기의 강’ 현상이 이 지역에 며칠간 폭우와 폭설, 강풍, 높은 파도를 일으킬 것으로 NWS는 관측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02.17 필리핀 남부 산사태 사망자 100명 육박…실종자 36명
필리핀 남부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17일(현지시간) 92명에 이르고 있다.
이날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다바오데오로주(州) 재난 당국은 누적 사망자 집계를 이와 같이 밝히며 실종자도 36명에 달한다고 했다.
현지 일간 필리핀스타에 따르면 당국은 이틀 전 시신 6구를 추가로 수습했으며,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지난 7일 필리핀 다바오데오로주에서 구조대원이 산사태 현쟁을 수색하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앞서 지난 6일 밤 다바오데오로주 산악 지대 마사라 마을에서는 수 주째 이어진 폭우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 지역은 최근 지진이 자주 발생해 지반이 약해졌으며, 광산이 있는 지역이다.
인근 주민 약 5000명이 대피했고, 필리핀군은 구조 작업을 벌이는 한편 미군 군용 화물기를 이용해 이재민에게 구호 식량을 전달하고 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02.24 민간 달 착륙, 마침내 인류 ‘우주 경제’ 시대 막 올랐다

▲지난 21일 달 궤도를 돌고 있는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오디세우스가 촬영한 달의 모습./인튜이티브 머신스
미국의 우주 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달 탐사선 ‘오디세우스’가 민간 기업으로는 세계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지금까지 달 착륙은 미국·러시아·중국·인도·일본 등 5국 정부가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해 성공시켰지만 이제 기업이 새로운 주역으로 등장했다. 이번에 달 착륙 우주선을 보낸 기업은 이란 이민자 출신의 기업인이 세운 우주 탐사 기업이다. 민간 기업이 효율성의 힘으로 우주 공간을 경제적 가치 창출의 영역으로 개척하는 우주 경제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동안 우주는 안보 목적으로 국가 주도 기술 개발을 하던 분야였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2015년 회수 가능한 재활용 로켓 발사에 성공하면서 민간 시대가 열렸다. 세금으로 운영하는 미 NASA(항공우주국)가 물체를 우주 공간에 보내려면 kg당 4만달러가 들었지만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은 951달러면 충분하다. 이런 혁명으로 로켓 발사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면서 우주가 안보·군사의 공간에서 경제·산업의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았게 됐다.
우주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져 각국 정부도 다시 우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금 진행되는 인공지능(AI) 4차 산업혁명에 이어 다음에 올 5차 산업혁명은 우주 기술이 주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지구 상공 400~500km의 저궤도 공간에 군집 위성을 수천 기 띄워 지구 전역을 맡으면서 위성 인터넷과 통신·위치정보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미 시작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효용성이 입증됐다. 나아가 자원의 보고인 달을 희소 자원 개발과 첨단 생산 거점, 우주 개척의 중간 기지로 활용하는 등의 아이디어가 산업계에서 추진되고 있다.
현재 민간 우주 발사체 분야는 시장의 90%를 점유한 스페이스X를 필두로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 유럽연합의 에어버스 등이 주도하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제 막 열리고 있는 우주산업은 우리나라도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미래 먹거리다. 우리는 미국의 유인(有人) 달 착륙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에 참여 중이고, 지난해 5월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일곱 번째 국가가 됐다. 누리호 성공으로 국산 우주 기술도 검증받은 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정부 우주 기술을 전수받아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추진하고 국내 스타트업들의 기술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진통 끝에 우주항공청도 출범한다. 이제 막 싹트는 우주산업에서 우주항공청과 민간 기업들이 한 몸처럼 뭉쳐 ‘뉴 스페이스’ 시대를 빠르게 따라잡아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3-07 “軍 키워 전쟁 막자” 재무장 선언한 獨의 신병 유치전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독일 니더작센주 문스터의 연방군 기갑부대학교 훈련장에서 참가자들이 군인들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이들은 나흘 일정으로 해당 부대에서 합숙하며 군 생활을 체험했다. 문스터=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펑!” “따다다다당!”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독일 북부 니더작센주 문스터의 기갑부대학교 훈련장. 드넓은 벌판을 달리던 독일군의 주력 전차 ‘레오파르트2’ 탱크 한 대가 숨겨진 표적을 향해 전차포를 쏘자 붉은 화염이 터져 나왔다. 방음 헤드폰을 낀 채 스마트폰으로 이 장면을 담던 20여 명의 군 합숙 참가자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10∼3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인 이들은 독일군이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살아있는 군대(Heer Live)’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나흘간 군부대에서 직접 합숙하며 탱크와 헬리콥터를 타 보고, 군인들의 복무 경험도 듣는 자리다. 참가자 라울 레실린 씨(18)는 “지금 본 각종 무기로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새삼 전쟁의 위험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독일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戰犯)국이라는 이유로 그간 군비 확대를 자제했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재무장을 선언했고 최근에는 ‘신병 유치전’에 주력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줄곧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독일 등 서방 주요국을 향해 ‘추가 개입을 하면 핵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거듭 드러냈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벌써부터 유럽 안보의 핵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지라 독일 내에서도 ‘우리 안보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자강론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인구 감소로 장기적으로 군 병력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독일군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3년 만에 징병제 부활 논의
독일은 국방비 절감 요구 등으로 2011년 징병제를 중단하고 모병제로 전환했다. 이후 연방군 현역 병력은 최근 20년간 31만7000명에서 18만3000명으로 대폭 줄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또한 나토의 권고치 2.0%에 못 미치는 1.4%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종 안보 위협이 커지자 독일은 재무장을 선언하고 병력을 키우고 있다. 우선 병력을 올해까지 19만800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국방부 소속 민간 인력도 같은 기간 5만6000명에서 6만1400명으로 보강한다.

▲독일 니더작센주 파르스베르크의 육공군 부대에서 군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헬리콥터에 탑승하고 있다. 파르스베르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독일에서는 “전쟁 위험에 대비해 군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군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 루카 마이어 씨(22)는 “군 입대가 의무였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신병 기초훈련을 받아 유사시 신속하게 현장 투입이 가능했지만 징병제 중단 뒤 군이 작아졌다”며 “지금 군인이 필요한 상황(전쟁)이 닥치면 어떻게 할지 의문”이라고 병력 강화를 주문했다. 문스터 시내에서 만난 주부 맨디 씨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또 어떤 전쟁이 다시 일어날지 모른다”며 “아무 일(전쟁)이 없을 때일수록 군인을 늘려야 한다”고 가세했다.
일각에서는 2011년 폐지된 징병제 부활까지 촉구한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에바 회글 연방의회 군사위원은 지난달 징병제 도입을 논의하기 위해 시민 의회를 소집했다. 인근 주요 도시인 하노버 도심에서 만난 시민 에리카 마이즈 씨 역시 8000만 명이 넘는 독일 인구에 비해 병력의 수가 너무 적다며 “1년간의 징병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독일군은 외국인 입대 허용을 위해 법 개정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1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외국인의 독일 연방군 입대 허용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독일에서는 시민권자만 군 복무가 가능하다. 반면 프랑스, 덴마크, 스페인, 슬로바키아는 외국인의 군 복무를 허용하고 있다.
물론 이런 행보에 대한 반대 여론도 있다. 전쟁을 우려한 군비 증강이 오히려 러시아를 자극해 전쟁 위험을 더 키우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독일 경제가 어려우니 국방비에 쓸 재원을 경제 살리기에 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시민 니콜 사라 보도나로 씨는 “세금을 투입해 군을 키우면 전쟁에 휘말려 사람만 죽을 뿐”이라며 “우리가 얻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록 공연서 채용 설명회
독일군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군 입대를 기피하자 여러 대안도 짜내고 있다. 특히 딱딱하고 보수적인 기존 군대의 이미지 대신 ‘열린 군대’의 이미지를 강조해 예비 군인을 끌어들이려 애쓰고 있다.
이를 위해 ‘살아있는 군대’ 체험 프로그램을 여러 부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당초에 시범사업으로 진행됐지만 일찍이 프로그램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점도 확대 배경이 됐다.
이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랄스 야코보이트 연방군 중령은 “우리의 목표는 참가자들이 실제 군 장비를 최대한 손으로 만지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라며 “군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군에 대한 편견이나 루머도 없애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독일군은 ‘열린 군대’의 이미지를 강조하려 각종 홍보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취재팀이 방문한 문스터 부대에서 군 관계자는 취재팀의 추가 취재 요청에 예정에 없던 공군 부대 취재까지 순식간에 허용해 줬다. 한 공군 관계자는 “올 6월 8일에 공군 에어쇼가 열린다”며 그때 추가 취재를 위해 다시 오라고 제안했다. 적극적인 홍보를 위해 록 페스티벌이나 자동차 경주대회 등에서 ‘찾아가는 채용설명회’도 연다.
야코보이트 중령은 젊은 군인의 입대를 독려하기 위해 유연근무제, 반나절 근무, 육아휴직 및 재택근무 등을 활성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기 퇴역을 하는 군인들에게도 직업 교육의 기회를 준다. 사회에 나가도 구직에 문제가 없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했다.
英 “시민 군사훈련 필요”
신병 지원자가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병력 확대와 군비 증강을 시도하는 흐름은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군인 급여와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지난해 입대한 인원보다 퇴역 인원이 5800명 많다면서 신병 모집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영국 디펜스저널 또한 “영국군이 2010년 이후 매년 모집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영국 일각에서는 시민 군사훈련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패트릭 샌더스 육군 참모총장은 올 1월 “3년 안에 정규군, 예비군, 전략적 예비군(유사시 동원할 수 있는 전역 군인)을 포함해 12만 명에 달하는 더 많은 육군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이 숫자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에 충분하지 않다. 대중이 전쟁에 대비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했다.
벨기에 또한 예비군 복무를 독려하며 병력 확대에 안간힘이다. 브뤼셀타임스에 따르면 뤼디빈 드동데르 국방장관은 지난달 “많은 이가 내게 연락해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데 관심이 있다. 다른 시민의 안전도 지켜주고 싶다’고 한다”며 “국방부는 그 기회를 제공할 것이고 특히 예비군 역량을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문스터·하노버·파르스베르크에서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03-11 “1년 치 폭우 쏟아졌다”...하루만에 물에 잠긴 ‘사막’ 두바이

▲폭우가 내려 물에 잠긴 두바이. AFP 연합뉴스
사막 위에 건설된 도시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물에 잠겼다. 일 년 강수량의 절반에 달하는 비가 반나절 만에 쏟아진 것이다. 두바이를 덮친 홍수로 인해 도로 곳곳이 마비되고 항공기 십여 편이 결항됐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두바이에는 6시간 동안 벼락과 폭풍을 동반한 50㎜의 비가 내렸다. 이는 국가 전체 연간 강수량(120㎜)의 절반 수준이다. UAE 국립기상센터(NCM)에 따르면 폭우가 기록된 지역은 두바이 인베스트먼트 파크(DIP)와 제벨 알리, 그린스, 알 푸르잔, 두바이 스포츠 시티, 인터내셔널 시티, 주메이라, 알 쿠드라, 부르 두바이, 카라마, 알 자다프, 알 카일 로드 등이다. 일부 지역에는 우박이 쏟아졌다.
단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며 도로 곳곳이 물에 잠기고 나무가 쓰러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차량이 물에 잠긴 도로에 갇혀 속도를 내지 못하자 경찰은 일부 고속도로의 통행을 폐쇄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항공기가 오고 가는 두바이 국제공항에서는 활주로가 잠겨 에미레이트 항공과 플라이두바이의 항공편이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우에 대해 국가에서 건조한 날씨를 해결하고자 1990년대 말부터 도입한 인공 강우와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UAE는 화학 물질을 구름 사이에 뿌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비구름으로 강수량을 점진적으로 늘려왔다. 그러나 최근 극심한 기후 변화로 인해 강수량이 증가하면서 목표치를 넘는 기습 강우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에는 UAE 곳곳에 골프공만한 우박이 내리기도 했다. 당시 UAE의 전국 기온이 7.6℃ 안팎으로 떨어지는 등 불안정한 날씨를 보여 당국은 실내에 머물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문화일보 박상훈 기자
03.12 중국 신생아도 어느덧 절반으로

▲3월 6일 중국 중부 후베이성 우한에서 열린 한 취업박람회에서 대학생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다./AFP 연합뉴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에서 어린이 자전거의 미래란 뻔하지 않습니까.”
지난달 찾아간 중국 허베이성 싱타이시 ‘어린이 자전거의 성지’ 핑샹현(縣)에서 이런 하소연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지역에 위치한 4800여 곳의 공장에서는 중국 전체 연간 어린이 자전거 생산량의 절반인 6000만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현재 핑샹현의 자전거 공장 상당수는 가동 시간을 단축했고, 부품 단지의 일부 점포는 아예 발마사지 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참고로 중국 신생아 수는 지난 7년간 절반으로 줄었다.
한국의 작년 합계 출생률이 사상 최저인 0.72명으로 떨어졌지만 옆 나라 중국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작년 합계 출생률은 1.0으로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2.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호주 빅토리아대 연구팀은 14억명 수준인 중국 인구가 2100년에는 5억8000만명으로 급감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출생률은 젊은이들이 자국의 미래에 매기는 성적표다. 거칠게 말하면 나라가 발전하고 개인의 삶이 좋아질 것이라 믿으면 높아지고 반대면 낮아진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1990년대 들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해온 중국은 불과 10여 년 만에 자국 젊은이들의 믿음을 잃고 있다.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5%조차 달성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고, 지난해 6월엔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인 21.3%를 기록해 한동안 실업률 발표가 중단됐다. 대학 졸업만 하면 부동산·IT·금융·사교육 분야에서 고연봉을 받고, 창업만 하면 투자자가 줄줄이 붙었던 시절은 지나갔다. 초(超)장기 코로나 방역, 만리방화벽, AI(인공지능) 사회 감시망에 대한 경험은 수많은 청년들의 DNA에 소극적인 태도를 심었다.
중국 지도부는 필사적이다. 당장 미·중 경쟁에서 크게 불리해진다. 이 때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저출생을 시급한 국가 과제로 지목하며 여성의 출산·육아 의무를 강조하고, 1가구 1자녀 정책은 지난 몇 년 동안 빠르게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2021년부터는 사교육을 금지시켜 학부모들의 교육비 절감 효과를 노렸다. 최근 중국 관영 매체들은 올해가 상서로운 용의 해라면서 룽바오바오(용띠 아이)를 낳으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저출생은 선전과 규제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사교육 금지는 ‘지하 과외’ 성행을 불러 교육비 부담을 증가시켰고, 출산 독려 문구는 소셜미디어에서 젊은이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국가가 저출생을 진심으로 해결하고 싶다면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와 폐쇄 정책을 전면 해제해 젊은이들의 ‘긍정 회로’를 되살려야 한다. 대부분의 중국 젊은이들은 후세에 미안하지 않을 수 있다면 기꺼이 자녀를 낳을 것이다. 중국에서 신생아는 줄어드는데 반려동물 수는 역대 최다인 2억 마리를 넘어선 사실이 서글프다.
조선일보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03.13 나토, 스웨덴 가입으로 발트해까지 대러시아 포위망 구축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서류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 전달했다. 이로써 스웨덴은 핀란드에 이어 나토 32번째 회원국이 됐다. 이어 지난 11일에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에 스웨덴 국기가 게양됐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약 200년 동안 스웨덴이 견지해 온 핵심 안보 정책인 ‘중립 노선’의 포기를 의미한다. 그만큼 역사적 사건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보 위협
스웨덴 200여 년 중립노선 포기
러 위협에 맞서 ‘안보보험’ 선택
32번째 나토 가입, 러 대응 주목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본부 건물에서 지난 11일(현지시간) 스웨덴 국기 게양식이 열리고 있다. 스웨덴은 32번째 나토 회원국이 됐다. [연합뉴스]
스웨덴은 스위스·오스트리아 같은 영세중립국이 아니다. 영세중립국이란 다른 나라의 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는 한편, 다른 나라에 의해 독립과 영토 보존이 ‘조약에 의해’ 보장된 국가를 의미한다. 스웨덴은 조약에 의해 중립이 보장된 국가는 아니다. 스웨덴의 중립은 스웨덴 스스로 천명한 중립 노선이다. 즉, 스웨덴은 군사동맹에 가담해 전시에 원치 않는 전쟁에 끌려 들어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전시 중립을 위한 평시 비동맹’을 원칙으로 하는 실리적인 안보 정책으로 그동안 중립노선을 표방했다. 전쟁이나 냉전 시대 동서 이념 대립에서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두 차례 세계 대전의 참화를 피할 수 있었다.
러시아의 위협에 노출된 스웨덴
스웨덴이 중립노선을 취한 가장 큰 배경은 강대국 사이에 놓인 지정학적 위치다. 그중에서도 러시아는 스웨덴과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가장 위협적인 강대국이다. 스웨덴 영토인 고틀란드 섬은 러시아 발트함대 사령부가 있는 러시아의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서 불과 350㎞ 떨어진 지척이다.
러시아의 존재로 인한 스웨덴과 핀란드의 잠재적 안보 불안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현실적인 위협이 됐다. 두 나라는 이에 대한 신속한 대응으로 나토 군사동맹 가입이라는 확실한 ‘안보 보험’을 선택했다. 나토 가입 이전에도 스웨덴은 나토 회원국 군대와 합동군사훈련을 하는 등 긴밀한 군사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나토 관계자들은 스웨덴을 ‘그림자 멤버(shadow member)’라 부를 정도였다. 스웨덴 국민도 전쟁이 발발하면 회원국이 아님에도 나토 병력이 스웨덴을 지원할 것이라는 믿음에 한 치의 의심도 없을 정도였다. 따라서 나토에 가입해도 군사협력 관계에 큰 변화는 예상되지 않지만, 집단안보 체제인 나토 가입을 계기로 스웨덴은 유사시 나토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받을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는다는 점은 분명 달라지는 것이다.
앞으로 관건은 과연 스웨덴이 자국 영토에 외국 군대 주둔이나 핵무기 배치까지 허용할지 여부다. 이는 스웨덴으로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여서 벌써 내부에서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만약 스웨덴에 외국 군대 배치나 핵무기 배치가 이뤄지면 러시아엔 견디기 힘든 안보 위협이 될 것이다.
나토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영국·프랑스 중심으로 만든 군사 동맹체다. 나토는 1949년 창설 당시 12개 회원국으로 시작했으나 1991년 소련 붕괴를 계기로 소련의 옛 위성 국가들이 대거 가입하면서 30개국으로 확대됐다. 나토의 지리적 범위도 점차 동진해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는 구도가 됐다. 2년 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명분 중 하나도 나토의 동진에 대한 대응이었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으로 발트해는 이제 ‘나토의 호수’가 됐다. 지중해에 이어 발트해까지 러시아를 둘러싸는 나토의 포위망이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토 회원국들, 국방비 증액 러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은 자체 국방비 증액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나토에 따르면 지난해 국방비가 국내총생산(GDP)의 2%를 넘는 회원국이 11개국이었는데 올해는 18개국으로 늘었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은 최근 뮌헨안보회의에서 독일은 국방비를 GDP의 2%를 넘어 3~3.5%까지 증액할 계획임을 천명했다. 심지어 독일에서는 자체 핵무장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져온 결과는 나토의 러시아 포위망 확대와 유럽 국가들의 경각심 급증에 따른 국방비 증액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그동안 강하게 요구한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 증액은 역설적이게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방으로 해결되는 모양새다. 결국 푸틴 대통령은 전후 불리한 손익 계산서를 손에 받아들게 될 것이다.
나토의 동진으로 러시아가 고립되는 것이 세계평화를 위해 바람직하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나토와 러시아가 불가침 협약을 맺어 지금의 경계선에서 더는 동진하지 않는 것이 세계평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그리펜 전투기, 조기경보통제기, 최첨단 중소형 잠수함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방산 업체 사브(Saab)를 보유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유럽의 군사력 강화에 확실히 기여할 것이다. 스웨덴은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중개하는 등 전통적으로 국제 분쟁 중재에 앞장서 온 국가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나토의 군사력 증강에 멈추지 않고 나토와 러시아 사이의 평화 중재 역할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미 동맹에다 자강력도 키워야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항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일방적으로 모든 부담을 떠안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최소한 이번 전쟁의 직접적 당사자에 해당하는 유럽이 미국보다 더 많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 이런 목소리가 더 강해지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미국이 ‘세계 경찰’ 노릇을 포기하고 미국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겠다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대세가 된 지 오래다. 미국 우선주의는 한반도 상황에도 결코 긍정적이지 못하다. 북한이 노골적으로 핵무기 사용 위협과 공갈을 일삼고 있다. 북한의 위협에 혈맹인 미국과의 동맹 강화로 대처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에도 지혜롭게 대처할 방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국제정치라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한·미 동맹 강화와 동시에 핵을 가진 북한에 대응할 수 있는 나름의 자강력도 강화해야 한다. 우리 외교 안보 당국의 정교한 전략과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중앙일보 이정규 전 주스웨덴 대사
03-18 푸틴, 역대 최대 87%대 득표율… 종신 집권길 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 대선에서 승리한 뒤 모스크바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은 87.34%를 득표(개표율 97.39% 기준)해 5선을 확정지었다. 로이터 연합뉴스
5선 성공… 2030년까지 임기
푸틴 “더 강한 러시아” 강조
반푸틴 인사들의 출마가 막힌 채 치러진 러시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상대로 승리하며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다.
18일(현지시간)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4시 35분 현재 97.39% 개표 결과,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이 87.34%로 당선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18년 대선 당시 득표율 76.69%를 넘는 역대 대선 최다 득표율이다. 푸틴 외 다른 후보 3명의 득표율은 러시아연방공산당의 니콜라이 하리토노프 4.29%, 새로운사람들당의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 3.81%, 러시아자유민주당 레오니트 슬루츠키 3.16%로 나타났다. 무효표 비율은 1.20%다. 총 투표율은 74.22%를 나타냈다.
이번 대선은 러시아 본토는 물론, 2014년 병합한 크름반도, 2022년 점령한 우크라이나 4개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에서도 진행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승리로 2030년까지 6년간 집권 5기를 열게 됐다.
5선이 확정된 푸틴 대통령은 17일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에 마련된 자신의 선거운동 본부에서 “러시아는 더 강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며 “러시아인의 의지를 외부에서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오늘 특별히 우리 전사들에게 감사하다”며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만, 전선에서 러시아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백악관은 이번 러시아 대선에 대해 “분명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푸틴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들이 자신을 상대로 출마하지 못하게 막았다고 지적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
03.23 모스크바 공연장서 무차별 총격 사건…62명 사망, 146명 부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북서부의 대형 공연장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22일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 특수 경찰 대원이 순찰하고 있다./타스 연합뉴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의 한 대형 공연장에서 22일 무차별 총격에 이은 화재가 발생, 62명이 사망하고 146명 이상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러시아 당국은 이를 즉각 ‘테러 공격’으로 규정하고, 친(親)우크라이나 혹은 반(反) 푸틴 세력의 연관 여부를 조사 중이다.
타스와 리아노보스티 등 러시아 관영 매체들은 이날 “모스크바 북서부의 ‘크로커스 시티홀’에 최소 3명의 무장 괴한이 침입, 총을 난사했다”며 “이후 폭발과 함께 화염이 일면서 건물이 삽시간에 불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현장 목격자들에 따르면 총격은 약 15~20분간 이어졌다.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괴한들이 공연장 건물 내에서 총을 쏘는 상황, 총에 맞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모습, 혼비백산한 사람들은 출구로 뛰쳐나가는 장면이 실린 동영상이 돌고 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 공격으로 62명이 사망하고 146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공연장 지하를 통해 약 100명을 구조했다”며 “옥상을 통해 구조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화염으로 공연장 지붕이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구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저녁 공연장에서는 러시아 록밴드 ‘피크닉’이 공연할 예정이었다. 이 밴드 멤버들은 모두 무사히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스크바 시당국은 테러 경계 경보를 내리고, 이번 주말 예정된 모든 공개 행사에 취소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테러 행위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러시아 수도에서 벌어진 피비린내 나는 테러 공격을 국제 사회가 규탄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모스크바에서 벌어진 끔찍한 총격의 희생자들을 애도한다”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연루 가능성에 대해선 “그런 징후는 없으며,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 푸틴 세력의 테러 가능성에 대해선 “푸틴의 통치 방식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번 공격이 정치적 동기의 의한 것으로 보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 공연장은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무대에 서기도 했던 장소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 건물은 아제르바이잔 태생의 러시아 부동산 재벌 아라스 아갈라로프가 지어 2009년 개관했으며, 공연장 외에 쇼핑센터와 컨퍼런스 센터 등도 함께 갖춘 대형 건물이어서 평소에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AFP 통신은 이 건물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3년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열기도 했던 고급스런 공연장”이라면서 러시아와 세계 각국의 많은 스타들이 이곳에서 공연을 펼쳤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투어 당시 이 공연장을 이용한 스타로는 에릭 클랩튼, 두아 리파, 시아, 등이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22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총기 테러가 벌어진 이날 저녁에도 이 공연장에선 옛 소련 시절부터 활동해 온 러시아 유명 록그룹 피크닉의 공연이 예정돼 있었다. 괴한들이 난입해 총기를 난사하면서 최소 62명이 숨졌고 뒤이은 화재로 공연장이 파괴됐지만 피크닉 멤버들은 다치지 않고 전원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파리=정철환 특파원 김나영 기자
03.24 손 묶인 채 입술 파르르… 모스크바 테러 용의자 “누군가 730만원 준다 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이 '모스크바 테러범 신문 상황'이라며 23일 올린 영상. /텔레그램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의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22일 (현지 시각) 총격·폭탄 테러 발생해 사망자가 100명 넘게 발생한 가운데, 일부 용의자의 신문 영상이 공개됐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은 23일 텔레그램에 “테러범의 신문 풀버전을 공개한다”며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러시아어로 진술 중인 3분 남짓 길이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용의자 추정 남성이 결박된 채 엎드려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군복을 입은 당국 관계자가 머리채를 잡아 얼굴을 들어올린 상태다. 이 관계자는 여러 질문을 이어가다, 남성을 강제로 일으켜 앉혔다. 그러자 남성의 옷차림과 얼굴 등이 더욱 자세히 드러났다.
남성은 몸을 덜덜 떨며 신문에 응했다. 나중엔 입술까지 파르르 떨어 발음이 뭉개질 정도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남성은 “지난 4일 터키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으며, 텔레그램을 통해 누군지 모르는 인물로부터 돈을 받고 공격을 수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러시아 독립 매체 메두사는 이 남성의 발언을 더욱 자세히 보도했다. 이를 보면, 이 남성은 “이름도 성도 모르는 누군가 50만 루블(약 73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들이 무기를 제공했으며, 사람을 죽일 장소도 알려줬다”고 주장했다.
시모냔은 4분 길이 남짓의 다른 용의자 추정 남성 영상도 공개했는데, 그 역시 손발이 꽁꽁 묶인 상태였다. 이 남성은 타지크어로 질문에 답변했다. 옆에서 통역사가 실시간으로 남성의 답변을 번역해 주는 모습도 담겼다.
다만 시모냔이 공개한 영상 속 남성들이 실제 용의자인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시모냔은 이 같은 영상들을 올리며 테러 공격으로 사망자가 143명으로 늘었다고도 전했다. 이 수치가 러시아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러시아 조사위원회가 공식 발표한 사망자 수는 115명이다. 로이터통신은 “시모냔은 사망자 수가 143명으로 늘어났다고 말했지만, 정보의 출처는 밝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가디언도 “시모냔이 사망자 수가 14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밝혔지만, 수치에 대한 공식적인 출처는 제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조사위는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이 사건 관련자 총 11명을 검거했다. 핵심 용의자 4명은 모두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브랸스크 지역에서 검거됐다고 조사위는 설명했다. 브랸스크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는 약 100㎞ 떨어진 곳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테러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조사위가 먼저 “테러범들이 공격 직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려 했으며, 우크라이나 측과 관련 접촉을 가졌다”고 했고,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에서 “그들은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테러범들과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했다.
온라인상에는 테러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들이 확산하기도 했는데, 여기에는 용의자들이 공연장에 들이닥쳐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담겼다. 기둥 뒤나 구석에 숨은 시민을 수색하듯 찾아내 쏘거나, 이미 총을 맞고 쓰러진 사람에게 집중포화를 퍼붓기도 했다.
미국은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을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미 정보 당국이 ISIS-K가 모스크바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를 수집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ISIS-K는 IS 지부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단체로, 공공시설에 대한 무차별적 테러로 악명을 떨쳤다.
조선일보 박선민 기자
03.26 갱단에 넘어간 ‘흑인 공화국 1호’… 조폭 두목이 대통령으로?
무정부 상태… 슬픈 아이티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는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부터 극심한 치안 공백에 시달려 오다가 최근 조직폭력단(조폭)의 폭력 사태가 더욱 심화해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 지난 21일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대통령궁 인근 거리에서 시민들이 총격에 몸을 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미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 페티옹빌에서 벌어진 경찰과 조직폭력배(조폭) 간 총격전으로 22일 최소 열 명이 숨졌다고 현지 언론 아이티리브레가 보도했다. 이 지역에서 닷새간 벌어진 총격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30여 명으로 늘어났다. 유엔난민기구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티에서는 살인 사건이 4789건 일어났다. 폭력·절도·성폭행 등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강력 범죄를 빼고 순수하게 사람 목숨을 앗은 사건만 집계했는데 전년도보다 120% 증가했다.
조폭들이 국가를 점령하다시피 하고 활개 치는 상황이 진압되지 않을 경우 피해자 수는 올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10년 1월 3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지진을 겪은 뒤 국제사회에서 ‘온정의 손길’이 답지했던 세계 최빈국 아이티가 재건은커녕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상황이다.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집에서 괴한에게 피살된 뒤 3년 가까이 벌어진 정치 혼란에 조폭 두목의 협박으로 총리가 쫓겨나는 상황까지 이르면서 ‘전례를 찾기 힘든 실패한 나라’라는 낙인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무장 경찰들이 조폭에게 총을 겨냥하며 대치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중남미·카리브해 국가 협력체인 카리브공동체(CARICOM)는 22일 아이티 정당 관계자들과 과도정부를 이끌 임시 총리 인선과 향후 선거 일정 등을 정하는 협의에 들어갔다. 아이티는 흑인 노예들의 무장투쟁으로 프랑스 식민 세력을 물리치고 1804년 건국한 중남미 최초의 흑인 독립국가로 주변국 독립 투쟁의 본보기가 됐던 나라다. 그랬던 아이티가 이제는 국정을 이웃 국가들에 의탁하는 처지가 됐다. CARICOM 가입국들은 대부분 1960~1980년대 독립한 신생국이다.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는 지난 12일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가 사의를 밝히면서 촉발됐다. 2021년 모이즈 대통령이 피살된 뒤 국가 지도자 역할을 해왔지만 후임자도 없는 상황에 덜컥 물러나겠다고 한 것이다. 그를 몰아낸 이는 아이티 최대 폭력 조직 ‘G9′의 두목 지미 바비큐 셰리지에다.

▲그래픽=김성규
셰리지에가 이끄는 G9을 비롯해 아이티 조폭들은 단계적으로 국가를 혼란으로 내몰았다. 이달 초 교도소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습격해 죄수 3000여 명을 탈옥시키며 나라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조폭과 군경의 총격전 과정에서 사상자는 속출했다.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조폭들은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셰리지에는 6일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앙리(총리)가 물러나지 않으면 대량 학살을 겪을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 그 뒤 진짜로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나 버렸다. 아이티가 ‘조폭 공화국’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셰리지에는 40대 후반의 나이로 원래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이었지만 범죄 연루 혐의로 2018년 12월 해고된 뒤 조폭으로 돌변했다. 이름 가운데 붙은 ‘바비큐’라는 별칭에 대해 자신은 “어머니가 어린 시절 통닭을 구워 가족들을 먹여살린 데서 딴 것”이라고 하지만, 일부 외신은 ‘사람을 산 채로 불지를 정도로 잔혹하다고 해서 생긴 악명’이라고도 보도한다.
국가 기능이 상실되면서 아이티 국민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조폭 난동으로 36만명이 집을 떠나 난민이 됐고, 100만명이 기근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유엔세계식량기구)도 나온다. 미국·프랑스·독일 등 주요 국가들은 앞다퉈 자국민을 철수·대피시키고, 접경국인 도미니카공화국은 국경 수비 강화에 나섰다.
다른 제3세계 국가보다 빨리 독립을 쟁취한 아이티가 세계 최악의 실패 국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국가의 중대 기로마다 위정자들이 ‘최악의 선택’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흑인 노예의 독립국’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아이티는 건국 초기 중남미 식민지 독립 투쟁을 지원하고 독립투사들의 도피처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유럽과 미국에 의해 고립됐고, 서구에 적개심을 갖게 된 아이티 지도자들은 헌법에 외국인의 토지 소유 및 투자 금지 조항을 삽입하는 등 폐쇄적 정책으로 맞섰다.
▲포르토프랭스의 조폭 연합인 G9의 수장이자 전직 고위 경찰관 지미 바비큐 셰리지에. /로이터 뉴스1
후임자들도 민생보다 권력 유지에 혈안이 됐다. 폭정으로 악명 높던 프랑수아 뒤발리에(1957~1971년 집권)와 장클로드 뒤발리에(1971~1986년 집권) 부자(父子)의 철권통치 종식 뒤에도 연이은 쿠데타와 유혈 사태, 다국적군 개입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2010년 1월 대지진 참사를 지켜본 국제사회의 지원이 잇따르면서 재건의 길에 들어서리라는 기대도 나왔지만 큰 진전은 없었다. 2011년 역사상 최초로 여야 간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민주주의가 싹틀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정파 간 권력 다툼 가운데 총리 인준에 실패하고, 선거가 연기되는 등 혼란이 이어졌고 급기야는 대통령 암살 뒤 조폭이 나라를 쥐락펴락할 정도의 상황까지 전락했다.
앞서 아이티가 혼돈에 빠졌을 때는 미국 주도 다국적군(1994년)과 유엔안정화임무단(2004년)이 급파됐다. 하지만 지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두 개의 전쟁에 지친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관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프리카 케냐가 지난해 자국 경찰 1000명을 치안 인력으로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혼란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아이티는 수많은 국가에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미국 경제학자 대런 애스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아이티를 북한·소말리아 등과 함께 ‘권력 유지에만 혈안이 된 권력자들의 탐욕으로 인해 실패한 국가’로 꼽는다.
☞아이티
중미 카리브해 히스파니올라섬의 서쪽 3분의 1가량(2만7750㎢)을 차지하는 나라. 나머지는 도미니카공화국이다. 인구 1147만명(지난해 기준)의 95%는 흑인이다. 프랑스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이후 독재와 미국 군정, 군부 쿠데타와 내전 등을 거치며 극심한 빈곤과 치안 부재가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정지섭 기자
03-29 “바이든 띄우자” 전직 대통령들 뉴욕서 뭉쳤다

▲세과시 28일 미국 뉴욕 맨해튼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대선 선거 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한 조 바이든(가운데)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왼쪽) 전 대통령, 빌 클린턴(오른쪽) 전 대통령의 박수를 받으며 참석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바이든, 오바마·클린턴과 함께
선거자금 모금행사로 337억원
트럼프, 총격사망 경찰관 추모
11월 대선을 앞두고 전·현직 미국 대통령 4명이 28일 뉴욕으로 몰려들어 시선을 끌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같은 민주당 출신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뉴욕에서 선거 자금 모금 행사를 가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교통단속 도중 총격으로 사망한 뉴욕 경찰의 유가족을 찾아 조문한 뒤 본인 재집권 시 법질서를 강화하겠다며 날을 세웠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 대선 캠프는 이날 오후 뉴욕 맨해튼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전·현직 대통령 3명과 5000여 명의 지지자가 모였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는 심야 토크쇼 진행자 스티븐 콜버트의 사회로, 전·현직 대통령과 대담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바이든 캠프는 이날 선거자금 모금행사를 앞두고 티켓 판매를 실시해 2500만 달러(약 337억 원)를 모았다. 현장 참석자는 최저 225달러를 내야 하고, 유명 사진작가 애니 레보비츠가 찍어주는 전·현직 대통령과의 사진촬영 진행 시 비용은 10만 달러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행사 한 번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월 모금한 정치자금 500만 달러를 뛰어넘었다. CNN은 “민주당 출신 대통령 4명 중 3명이 한 행사에 모인 건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욕주 나소카운티의 장례식장을 찾아 근무 중 총격으로 숨진 경찰관 조너선 딜러의 유가족을 위로한 뒤 처벌 강화 등 법률 개정을 주장했다. 그는 장례식장에 약 30분간 머물고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나 “(총을 쏜) 범인은 21번이나 체포된 불량배였고 동승자도 여러 번 체포됐지만 그들은 (그런 정도의 처벌로는) 배울 줄을 모른다. 존중이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범죄를) 멈춰야 하고, 법질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민주당 출신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 집권 뒤 뉴욕 치안이 무너졌다고 저격한 것이다.
한편, 선거자금 모금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크게 뒤진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대규모 후원금 모금 행사 개최를 예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월 6일 주요 후원자 중 한 명인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이 주최하는 모금행사를 연다. 이번 모금행사 공동의장에는 윌버 로스 전 상무장관 등 38명이 이름을 올렸으며 트럼프 캠프 측은 예상 모금액을 최소 3300만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